1==================== 프롤로그 가상현실이 우리 생활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가상현실에서 느낀 고통 때문에 현실에서까지 아무 문제없는 부위에 환각통을 느끼고 심하게는 고통에 의한 쇼크로 사망에까지 이르는 사람이 발생한 사건부터 시작해서, 현실에서 끼니를 챙기는 것조차 잊고 가상현실에 빠져 아사한 사람, 심지어는 가상현실에서의 섹스 중에 복상사하는 사람까지 발생하여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었다. 그리고 이런 과거의 희생을 통해 현재 가상현실은 전 세계에 공통적으로 이런저런 제약이 걸린 법률이 제정되었다. 먼저 가상현실 접속용 캡슐에는 영양공급 기능이 의무적으로 달리게 됐고, 영양 보충액이 떨어지면 강제로 접속을 종료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필요시 됐으면서 또한 가장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이 바로 가상현실에서의 감각 제한이다. 뇌파를 조작하는 가상현실이 등장하면서 가상현실은 오감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물론 현실 이상의 감각을 느낄 수 있게 만들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과도한 감각은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거나 마약중독과 비슷한 효과를 낳는다는 연구와 실증 결과 가상현실에서의 여러 가지 감각들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느낄 수 없게 제한하는 것이 의무화되었다. 목숨 아까운줄 모르는 멍청이들 사이에서는 어둠의 루트를 통해 캡슐을 해킹하여 감각제한의 강제로 풀어버리는 패치 같은 것도 떠돈다는 말이 있지만, 스스로 목숨 아까운줄 아는 구원은 그런 쪽으로는 관심조차 가진 적이 없다. 왜 이렇게 가상현실의 제약에 대한 역사를 고찰하고 있냐고? 간단하다. “하앙…! 아아…하아…동정 주제에…흐윽…! 제법…잘 버티잖아…아앙!” 지금 내 위에서 열심히 허리를 흔들고 계시는 이 누님이 주는 쾌감이 가상현실답지 않게 너무 강렬하기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프롤로그는 일단 맛보기로 짧게. 2==================== 게임 시작? 방학 내내 캡슐 속에 처박혀서 현실을 잊고 살아온 구원은 오랜만에 밖을 다녀왔다. 물론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가상현실 게임 때문이다. 오늘은 구원이 사랑해 마지않는 그레이트 어스의 신작 발매일.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한 시간이면 드론으로 배송이 완료되는 요즘시대라지만, 진정한 팬이라면 그 시간조차 헛되이 쓰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집 근처 단골 매장의 오픈 시간에 맞춰 오랜만에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 외출을 하고 왔다. 보통 성인 게임들은 너무 섹스에만 주력하는 이른바 뽕빨물이나, 성인 게임이라면서 과정을 중시하여 눈앞에 여자를 두고 손만 잡고 지내며 비현실적으로 알콩달콩한 연애만 오랜 시간 즐기다가 엔딩 직전에야 겨우 좀 즐겨보려나 싶으면 끝나는 게임이 대부분이다. 가뭄에 콩 나듯 알피지나 시뮬레이션 같은 다른 요소를 첨가한 게임이 등장해도 성적인 부분이나 게임적인 부분이나 어느 한쪽은 부실해지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튀어나온 이 그레이트 어스사는 제정신으로 만든 건가 싶은 독특한 시스템들을 통해 알피지 요소와 성적인 요소, 두 가지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위업을 달성해내며 게이머들 사이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기 시작했다. 오늘 나온 신작은 ‘모험가여, 섹스를 하여 던전을 탐험해라!’라는 표어를 내걸은 섹스 앳 더 던전 역시 알피지를 기반으로 한 성인게임인데, 그레이트 어스의 게임답게 제정신으로 만든 것 같지 않은 시스템이 특징이다. 구원은 이미 발매일 전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공식 홈페이지를 들락날락하며 대략적인 세계관과 시스템을 꿰고 있었지만, 매뉴얼 역시 게임의 일부라는 본인만의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게임이 인스톨되는 동안 매뉴얼을 정독하기로 했다. 내용을 읽을 필요도 없이 다음 버튼을 연타하여 인스톨을 시작하고, 구원은 케이스에서 매뉴얼을 꺼냈다. 게임의 배경이 되는 세계는 대지와 생명, 사랑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관장하는 대지신이 주신인 전형적인 판타지 세계다. 문제는 이 생명과 사랑을 관장하시는 신이 본인이 관장하는 부분에 애착이 넘쳐흐르시는지 ‘사랑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자 생명을 탄생시키는 행위인 섹스! 아이들아 섹스를 통해 성장하여라!’ 라는 신언과 함께 엄청난 시스템을 구축해버렸다. 어떤 시스템이냐고? 뭘 숨기랴. 바로 섹스를 통한 레벨 업이다. 게임의 표어인 ‘모험가여, 섹스를 하여 던전을 탐험해라!’는 비유가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섹스를 하여 레벨 업을 하고 던전을 탐험하라는 말인 것이다. 여하튼 이런 크레이지한 세계관에서 다른 세계에 살던 주인공이 내 던져져서 끝도 없이 이어진 지하 던전을 탐험하여 그 끝에 도달하는 게 이 게임의 주된 목표다. 주인공이 이 세계에 내던져진 이유도 꽤나 황당하다. 이 대지신이란 놈이 아까 말 한대로 무한한 가능성이란 것도 관장하는데, 그놈의 가능성을 보고 싶다면서 여러 종족들이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낳는 것 또한 권장한다는 거다. 심지어 이 대지신은 여러 무수한 차원을 관장하는 여러 신들 중에서도 상당한 고위 신인지라 다양한 차원에서 다양한 종족들을 납치해 자기 차원에 내던져 새로운 가능성이란 놈이 탄생하는 상황을 억지로 만들어내기조차 한다. 주인공은 이런 민폐신의 마수에 걸려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세계에 내던져졌다는 설정이다. 역시 그레이트 어스. 제정신이 아니다. 전작의 파티의 청일점 혹은 홍일점 파티장 겸 힐러가 되어 세계 유일의 회복수단인 섹스를 통해 파티를 경영하고 모험하는 시스템도 상당히 맛 간 설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전작에서 있었던 다양한 직업군으로 플레이하고 싶다는 요망에 맞추려고 노력했는지 한층 크레이지한 세계관이 되었다. 매뉴얼을 정독하는 사이에 인스톨이 완료된 걸 확인한 구원은 얼른 캡슐을 덮고 플레이를 시작했다. 오프닝은 별거 없었다. 그냥 엄청나게 신성하고 예쁘게 생긴 여신님이 대신전에 강림하여 ‘사랑을 가장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자 생명을 탄생시키는 행위인 섹스! 아이들아 섹스를 통해 성장하여라!’라는 미친 소리를 신성한 목소리로 장엄하게 외치며 온 세상이 강렬한 빛에 휩싸이는 장면과 함께 캐릭터 생성이 시작되었다. 그래봤자 스테이터스나 클래스의 기본치는 고정이고 건드릴 건 캐릭터명과 외형밖에 없긴 하지만. 캐릭터명은 언제나처럼 구원. 구원이란 독특한 성과 이름의 조합으로 어렸을 때부터 상당히 이름으로 놀림을 많이 받아 한때는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게임할 때 캐릭터명으로 써도 제법 괜찮은 이름이라 캐릭터명 때문에 고민할 필요는 없어서 요즘은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다. 외형도 원판에서 별로 손보지 않았다. 평소에 180이 아슬아슬하게 못 넘어서 억울했던 키를 넉넉하게 늘리고 아슬아슬하게 평균 비율을 유지하는 다리 비율도 좀 넉넉하게 늘리고, 피부도 상태도 개선하고 얼굴도 살짝 만지고 근육량도 잔 근육이 좀 더 두드러지는 조각같이 다듬어주고. 만약 구원을 아는 누군가가 지나가다 지금 만든 아바타 같은 사람을 본다면 십중팔구 ‘구원아, 너랑 저 사람이랑 꽤 닮은 것 같지 않냐? 근데 넌 왜 그렇게 억울하게 닮았냐.’라고 할 정도로 원판의 그림자는 확실히 남겼으니 이정도면 살짝만 손 본 수준이지. 시작이 상당히 지체되긴 한 것 같지만 구원은 피그말리온이 빙의한 듯 완벽에 완벽을 추구한 결과 흡족하게 캐릭터 메이킹을 마칠 수 있었다. 캐릭터 메이킹이 끝나자 다시 한 번 온 세상이 강렬한 빛에 휩싸이더니 가벼운 현기증과 함께 어느 샌가 구원은 중세 서양식 건물들이 늘어선 거리의 한가운데 서 있었다. 자타공인 게임폐인인 구원이 고작 가상현실에 접속한 것만으로 가볍다곤 해도 현기증이라니? 살짝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지만 구원은 그런 꺼림칙한 느낌을 떨쳐버리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습관적으로 스테이터스 창을 열었다. 이름 : 구원 종족 : 인간 24 직업 : 성자(性者) 1 레벨 : 1 생명력 : 200/200 정기 : 100/100 근력 : 10 내구 : 10 민첩 : 10 체력 : 10 지력 : 10 정신 : 10 매력 : 50 보너스 스탯 : 0 상태 : 보통 이 세계에선 스탯 10이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평균 능력치라고 하니 뭐 어느 게임이나 비슷비슷한 전형적인 초보자 스탯이다. 매력을 처음부터 50이나 준다는 게 좀 의아하긴 하지만 뭐 세계관이 세계관인 만큼 초반 진행은 좀 편하게 하라는 그레이트 어스사의 배려겠지. 그보다 더 특이한 점은 바로 직업인 성자인데, 이 직업이 바로 플레이어의 특권이자 아이덴티티이다. 다른 npc는 절대 가질 수 없는 플레이어 고유의 직업으로 글자 그대로 성행위에 보정이 들어가는 직업이다. 레벨업 방법이 섹스인 이 세계에서는 다른 게임에서 주인공 직업으로 흔히 나오는 용사 포지션의 직업이라고 보면 된다. 인벤토리도 열어봤지만 최하급 포션 5개와 소지금 5실버가 전부고 심지어 장비 창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이왕 가상현실 게임하는 거 되도록 리얼하게 장비를 장착할 땐 직접 입으란 거냐. 그럼 장비 수 제한도 없을 테니 유리한 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귀찮은 시스템을 도입하셨네. 몸에 걸친 거라곤 구원이 집에서 입고 있던 트레이닝복 하나가 전부. 초기 장비로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스캔해서 만들어 놓다니, 갑자기 이세계에 떨어진 주인공이란 설정을 살리느라 제법 노력한 티가 나는 연출이다. 매뉴얼엔 모험가 길드에 등록을 하면 튜토리얼이 진행된다고 쓰여 있었지. 슬슬 시스템 창들을 닫고 거리를 둘러보니 아니나 다를까 바로 코앞에 비상하는 매가 큼지막하게 그려진 간판이 걸린 모험가 길드가 자리하고 있었다. 모험가 길드에는 이른 아침부터 상당한 수의 모험가들이 벽면 빼곡히 늘어선 안내판 같은 곳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보통 우락부락한 근육질 형님들의 땀내 나는 광경을 생각하기 쉽지만, 모험가란 건 기본적으로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직업으로 어느 정도 레벨이 받쳐주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직업이다. 그리고 이 세계는 섹스로 레벨 업을 한다. 정확히 말하면 섹스로 상대방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경험치를 얻고 레벨 업을 한다. 이제 좀 감이 잡히지? 참고로 여성 중에는 평생 동안 한 번도 오르가즘을 느껴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즉, 이 세계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레벨이 남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고 당연히 모험가의 비율도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다. 덤으로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미인이 많다. 그도 그럴게 경험치 획득 량에 관여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지만 그 중 하나가 상대방이 절정 했을 시의 만족도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외모가 아름다울수록 섹스 시의 만족도도 큰 법이다. 미남 미녀일수록 고 레벨이 되기 손쉬운 더러운 외모지상주의 게임이라 이 말씀. 괜히 초기 스탯에서 다른 스탯과 달리 매력만 가중치를 준 게 아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땀내 나는 근육 마초 형님들의 우락부락 마초 페스티벌이 아니라 색기 넘치거나 아름답거나 귀엽거나 각양각색의 매력 넘치는 미녀 미소녀들의 심신과 안구가 정화되는 바람직한 광경이라는 말이다. 과연 그레이트 어스.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그레이트 어스 게임만큼은 평생 수집한다. 그렇게 새삼스레 다짐하며 구원은 길드 안내원이 앉아있는 데스크를 향해 걸어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저 미녀들의 물결 사이에 다이빙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래도 일단 튜토리얼은 마쳐야지. “어서오세요. 무슨 일로 찾아오셨나요?” 모험가들 사이에 가려져 몰랐지만 지금 보니 이 안내원 누님도 굉장한 미인이다. “모험가 등록을 하러 왔는데요.” “네, 등록비는 2실버입니다. 신분확인을 위해 스테이터스 용지에 손을 올려 주세요.” 안내원 누님이 내민 종이에 손을 올리니 이름, 직업, 레벨, 상태 같은 기본적인 스테이터스가 종이 위에 떠오른다. 과연, 이런 식으로 신분 확인을 하는 거군. 마법이란 편리하구나. “어머? 직업이 성자? 처음 보는 직업이네요. 거기다 레벨 1이라니… 모험가 등록이야 물론 가능하지만 모험가는 위험한 직업이에요. 괜찮으시겠어요?” “물론이죠. 아름다운 누님. 누님은 지금 전설의 시작을 목격하고 계신 겁니다. 누님의 이름 또한 성자 전설의 시작을 알린 안내원으로 기록되겠죠.” “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게임이기에 가능한 병신 같은 대사를 날리며 안내원 누님께 윙크하자 못 볼 걸 봤단 표정을 일순 짓더니 순식간에 영업용 미소로 돌아와 안내를 시작한다. 직업정신 투철한 누님이네. 참고로 만약 내가 현실에서 저런 대사를 날리는 또라이를 만난다면 반경 50미터 안으로 접근조차 안 할 거다. 똥은 무서워서 피하는 게 아니지.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명함 크기의 조그만 철판을 내밀며 안내원 누님이 미소 지었다. 그 철판에는 아까의 스태이터스 종이에 떠올라있었던 스태이터스가 그대로 새겨져 있었다. 이게 바로 모험가용 신분증인가 보다. 아니 그보다 안녕히 가세요라니? 이제부터 모험가의 기본이니 뭐니 안내하면서 튜토리얼이 진행되는 거 아니었어? “저…누님? 모험가로서 기본자세나 수칙 같이 뭐 더 알려줄게 있지 않나요? 아직 안내가 안 끝난 것 같은데요?” “안녕히 가세요.” 일단 튜토리얼 진입을 재시도 해봤지만 안내원 누님의 철벽같은 미소와 함께 튕겨져 나왔다. 마치 그 미소가 얼른 꺼지라고 독촉하는 것처럼 보여서 구원은 일단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설마 또라이같은 말 좀 했다고 튜토리얼이 스킵되다니. 고작 길드 안내원 AI에 쓸데없이 너무 힘준 거 아니야? 아니, 곰곰이 생각해보니 저 안내원 누님은 고작 길드 안내원 치곤 조금 많이 예쁘다. 설마 히로인 npc였나? 이제라도 무릎 꿇고 빌면서 안내를 부탁해야 되나? “어이, 신참! 잠깐 좀 보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길드 한복판에 멀뚱히 서있자니 갑자기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대사만 보면 전형적인 신입한테 시비걸다 털리는 양아치A가 할 만한 대사였지만, 목소리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보이는 건 이건 또 상당히 아름다운 누님이 서 있었다. 구릿빛 피부에 탄탄한 몸매. 조금 드세 보이는 얼굴에 전형적인 전사 차림의 갑옷. 붉은 빛의 사자갈기 같은 머리가 야성적인 느낌을 주는, 판타지 세계의 섹시 여전사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모습의 아름다운 누님이었다. “레벨 1에 직업 레벨도 1. 이거 동정이잖아? 그 나이 먹도록 아다도 못 떼고 뭐했냐? 모험가는 너 같은 동정새끼가 들이댈 정도로 만만한 일이 아니야.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그리고 생긴 것처럼 입도 더러웠다. 하마터면 내 강철 멘탈에 살짝 데미지가 갈 정도로 더러웠다. 동정 아니거든! …적어도 가상현실에선 아니거든! 동정은커녕 섹스마스터라고 불릴 정도로 해댔거든! 대체 내가 뭘 잘못했다고 다짜고짜 저런 폭언을 들어야 되지? 길드 한가운데 멀뚱히 서있어서 좀 의도치 않게 길막을 했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말이 좀 심하잖아? 아, 그런가! 혹시 튜토리얼은 안내원 누님이 하는게 아니라 이 누님이랑 하는 건가. 하긴 그레이트 어스 게임의 튜토리얼은 보통 제일 먼저 하는 게 게임 시스템의 안내다. 즉, 튜토리얼에서 섹스를 하고 2레벨을 찍은 후 이런저런 시스템 안내를 받아야 되는데 아무리 이런 세계관이라도 안내 데스크에 앉아서 일하고 있는 누님과 갑자기 섹스에 돌입할 수는 없지. 납득했다. 그렇다면 내가 이 튜토리얼 npc에게 할 말을 하나뿐이지. “하! 내 성검에 박히면 정신도 못 차리고 히익히익 울어댈 년이 말하는 거 보소. 너나 가서 좆물이나 더 처먹고 와라.” “뭐 이 새끼야? 여관으로 따라와!” ============================ 작품 후기 ============================ 그냥 생각나는 대로 써봤습니다. 3==================== 게임 시작? 섹시한 전사 누님은 구원은 멱살을 잡은 채로 여관까지 끌고 갔다. 이제 막 게임을 시작해서 기본 스탯밖에 없는 구원은 저항조차 못해보고 그냥 질질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구원을 여관 침대에 메다꽂듯이 내던지더니 구원이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에 뱀이 허물 벗듯 순식간에 구원의 하반신을 벗겼다. “호오? 동정새끼 주제에 꽤나 훌륭한 걸 달고 있잖아?” 당연하지 내가 커스터마이징할 때 거기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캐릭터 생성 시간의 1/3 정도는 그걸 크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듬는데 공을 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아니, 그렇다고 내 실제 물건이 부실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오히려 친구들 사이에서 구 ‘더 홀스’ 원이라고 불릴 만큼 훌륭한 물건이 달려있다. 다만 이왕 게임이니 현실에선 절대 불가능한 체험이 해보고 싶잖아? 너무 커서 다 들어가지도 않아! 같은 대사도 한번 들어보고 싶잖아? 그냥 그래서 좀 신경 쓴 것뿐이다. 잠깐 딴 생각을 한 사이에 전사누님은 언제 벗었는지 완전히 알몸이 돼서 흑형을 압도하는 내 물건과 합체를 시도했다. 상황설명만 보면 빼도 박도 못하고 강간당하는 상황인데 어떻게 합체가 되냐고? 남자란 어떤 상황에서든 눈앞에서 쌔끈한 미녀가 벗으면 발기하는 슬픈 생물인 법이지. 잘빠진 미인 누님이 동정 떼어준다고 벗기는데 안 설 놈이 어디 있어? 절대 내 경험 얕거나 숙맥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재차 말하지만 가상현실에선 동정은커녕 섹스마스터라고! 그런고로 벗겨지자마자 순식간에 합체 돼버렸지만, 끝부분이 닿는 순간부터 뭔가 심상치 않더니 완전히 합체되자마자 눈앞이 새하얘질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 덮쳐왔다. 성인용 가상현실 게임만 수백 가지를 플레이해온 구원은 가상현실의 감각제한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정확히 안다.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었다. 이건 절대로 가상현실의 제한이 걸린 수준의 쾌감이 아니다. 아니 가상현실의 제한을 풀고 100% 현실과 같은 수준의 감각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이정도의 수준의 쾌감을 느끼는 게 가능할까? 현실에서의 경험은 없기에 확신할 순 없지만 아마 이 정도 쾌감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위에서 허리를 흔들어 대는 누님이 주는 쾌감에 꼼짝도 못하고 온몸에 힘을 꽉 준채로 겨우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한계이긴 하지만, 그나마 이렇게 버티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성자 클래스가 가지는 패시브 효과 때문이겠지. 대체 뭐가 문제인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원인을 모르겠네. 구원의 캡슐이 무슨 불법 개조를 받은 캡슐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인터넷 상에서 감각제한 해제 패치를 받은 것도 아니다. 혹시 그레이트 어스가 미친척하고 게임 자체에서 감각제한을 해제하고 발매해 버린 건가? 이 미친 게임사라면 진짜 가능할법한 얘기라서 두렵다. 게다가 튜토리얼 npc에서 이정도 쾌감이라니? 섹스로 레벨 업 하는 시스템 상 이 게임은 섹스도 약간 배틀 비슷한 요소가 있는데, 일단 경험치를 얻는 조건은 섹스 중 상대방을 절정을 이르게 해야 한다. 그리고 그때 얻는 경험치 획득 량에 영향을 주는 조건은 상대방의 레벨과 상대방이 느낀 만족도다. 당연히 상대방의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섹스 시 쾌감에 가중치가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이 튜토리얼 npc는 레벨이 상당히 높을거란 얘기가 된다. 만약 레벨 차이도 별로 안나는데 이정도 쾌감을 주는 거라면, 레벨 차이가 상당한 상대와 섹스를 하면 십중팔구 복상사할 거다. 가상현실 게임 중에 복상사라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만약 경찰 조사로 이어져서 하드 속 그녀들이 만천하에 까발려진다면 죽어서 환생해도 엄마 뱃속에서 이불 킥만 해댈 자신이 있다. 뭐 그건 그렇고 튜토리얼 npc가 이렇게 고렙이라니 대체 무슨 생각이지? 일반적으로 튜토리얼에선 그냥 허리 몇 번 흔들어서 간단하게 보내버릴 수 있는 npc를 준비해서 빨리 레벨 업 한번 시켜주고 시스템 설명에 넘어가야 정상 아닌가? 혹시 상대방의 절정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혼자만 끝났을 때를 가정한 튜토리얼인가? 그렇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만약 아니라면? 만약 이게 패배시를 가정한 튜토리얼이 아니라면 구원의 게이머로서의 자존심이 용납을 못한다. 튜토리얼도 못 버티고 찍 싸버리다니. 비록 싱글 게임이라 아무한테도 알려지지 않을 테지만 수백 종의 타이틀을 클리어해온 구원의 게이머로서의 자존심이 절대로 용납 못하지. 난 절대로 조루가 아니야! “아앙…동정 새끼야…흑…이렇게 예쁜 누나랑..흐윽…하면서…아앙…딴 생각을…해?” 머리부터 발가락 끝까지 최대한 온몸에 힘주고 눈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광경에서 눈을 돌린 채 딴생각하며 버텨보려고 했지만 이 누님은 그게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후우…좋아. 딴 생각 할 정도로 여유가 있다면 이건 어때?” 아뇨. 아뇨. 여유가 있는 게 아니라 여유가 없어서 억지로 딴생각이라도 하면서 버티려고 하는 건데요! 그런 구원의 마음의 외침도 무색하게 전사 누님은 한번 허리를 멈추는가 싶더니 위아래로만 흔들던 아까완 달리 앞뒤좌우상하로 마치 삼바 댄스를 추듯 허리를 흔들어 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하악! 이걸 버틴 놈은! 아앙! 한 명도 없어!” 네 그럴 것 같아요. 지금 온몸으로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게이머로서의 자존심이고 뭐고 알게 뭐냐 더는 못 버티겠다! “윽…! 싼다!” “조금만 참아! 하앙! 나도! 곧!” 뭐?! 제길 역시 패배를 가정한 튜토리얼이 아니었나! 난 결코 조루가 아냐! 그런 필사적인 마음으로 구원은 몰려오는 사정감을 억지로 참으며 손으론 이불 시트를 꽉 말아 쥐고 발가락 끝까지 힘준 채로 억지로 버텼다. “응…! 아앗…! 아앙…! 아아앗…! 하아아아아아앙!” “윽!” 이윽고 전사 누님은 신음소린지 비명소린지 분간이 안 되는 소리를 내지르며 내 몸 위로 쓰러졌다. 그리고 동시에 조여오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며 구원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사정했다. 하얗게 불태웠어…. 구원이 그렇게 묘한 달성감에 빠져있을 때 전사 누님은 어느 샌가 숨을 고르고 상체를 일으킨 채 구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후욱…후욱…. 어이 동정! 아니, 이제 동정은 아닌가. 어쨌든 제법이잖아? 주제넘게 모험가를 하겠다고 들이댈 수준은 되는데?” “다…당연하지! 두고 보라고! 난 던전왕이 될 남자다!” “하핫! 한번 했다고 퍼져있는 주제에 입은 살아있네! 그 배짱이나 물건이나 제법 맘에 들었어. 난 앨리시아다. 이름은?” “구원.” “구원? 드문 이름이네.” “뭐…사정이 좀 있거든.” “아아…. 과연. 우리 여신님이 또 한 건 하셨나.” 그렇게 말하는 앨리시아의 눈은 마치 불쌍한 걸 보는듯한 눈이었다. “뭐야? 알고 있었어? 설마 나 같은 경우가 흔한 거야?” “글쎄… 흔하다고까지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뭐 드문 것도 아니긴 하지. 최근엔 그런 소문 못 들어봤으니 오랜만이긴 하네.”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대지신이 다른 차원에서 사람을 마구잡이로 유괴하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인가 보다. “뭐, 다음에 만날 때까지 그 밑에 달린 물건으로 레벨 좀 올려놓으라고. 기분 내키면 또 상대해 주지.” 그렇게 말하고 앨리시아는 침대에서 내려가 아무렇게나 벗어놨던 갑옷들을 주섬주섬 챙겨입기 시작했다. 아니 얜 뱃속에 내가 싸지른 게 그대로 남아있을 텐데 닦아낼 생각도 안하네. 게임이니까 그 부분은 자동으로 처리되는 걸까? 아니 묘한 부분에서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그레이트 어스사가 그럴 리가 없는데. 실제로 난 지금 온몸이 땀에 젖어서 조금 찝찝하다. “뭐야, 샤워라도 하고 가지.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내가 왜 아침부터 길드에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지금부터 던전에 갈 거야. 안 그래도 너랑 한판 한다고 좀 늦었어.” 그건 그렇군. 하긴 애초에 던전에 갈게 아니면 길드에 있을 이유가 없긴 하지. “난 샤워라도 좀 하고 싶은데.” “그러던가. 그럼 난 간다.” “응.” 앨리시아를 대충 배웅하고 욕실에 들어갔다. 판타지 세계 주제에 샤워기까지 달려있는 훌륭한 현대식 욕실이었다. 리얼리티와 편리성 사이를 완벽하게 조율하는 것도 그레이트 어스가 사랑받는 이유 중 하나다. 구원은 샤워기를 틀어 놓은 채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그래도 이상해. 쟤도 튜토리얼 npc가 아니란 말이야? 섹스가 끝나면 여느 때처럼 세상이 회색빛으로 물들며 정지하고 기본 시스템에 관한 설명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던 예상까지 빗나가자 구원도 더 이상 현 상황을 분석하기를 포기했다. 가상현실 같지 않은 과도한 쾌감도 그렇고 대체 그레이트 어스는 뭘 하고 싶은 거지? 니들 이런 회사 아니잖아? 뭐, 현 상황이 파악이 안 되면 믿을 건 하나밖에 없지. 지구인들아 나에게 힘을 빌려줘! 나에겐 바로 인터넷이 있다는 말씀. 지금 막 발매된 게임이라곤 해도, 전 세계에 퍼져있는 그레이트 어스의 팬 수를 생각해보면 구원처럼 발매 일에 맞춰 매장 앞에서 카운트다운 하고 있다가 바로 사서 게임을 즐긴 놈들이 한둘은 아닐 거다. 그리고 구원처럼 평소랑 뭔가 다른 게임 상황에 게임을 빠져나와 각종 커뮤니티를 둘러볼 놈들도 있을 거고, 그 중에는 뭔가 알아채서 커뮤니티에 가이드를 올려놓는 비범한 녀석도 있을 거다. 일단 게임을 끄고 상황을 파악하자. 그렇게 결심하고 눈을 돌려 시스템 메뉴를 찾아봤지만 어찌된 일인지 보이질 않는다. 어라…? 하하. 이상하네. 아! 그건가! 어느 게임이나 보통 완벽하게 안전한 장소가 아니면 게임 종료가 안 된다. 설마 샤워기 물에 맞고 있는 것만으로 완벽하게 안전한 장소는 아니라는 취급을 받는 건가. 구원은 샤워기를 잠그고 다시 한 번 메뉴를 살펴봤다. 역시 없어! 아니, 침착하자. 생각해보니 아직 몸이 흠뻑 젖어있다. 이래선 완벽하게 안정된 상황이라고 볼 수 없어. 구원은 욕실을 나와 경건한 자세로 물기 한 방울까지 완벽하게 수건으로 닦아낸 다음 벗어놓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침대에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누운 다음 다시 한 번 천천히 심호흡하고 메뉴를 살펴봤다. 씨발! 없잖아! 스테이터스 창, 인벤토리 창, 스킬 창. 분명이 기본적인 게임 메뉴 자체는 존재한다. 그런데 시스템 메뉴가 없다. 세이브도, 로드도, 옵션도, 게임 종료도. 아무것도 안 보인다. 상황이 이쯤 되니 지금까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던 가정이 다시 뇌리에 떠오른다. 이거 혹시…소설에서나 보던 게임 속 세계로 차원이동한 상황인 거 아니야? 전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아니 차고 넘칠 정도로 있었다. 구원같은 폐인이 절대 겪을 리 없는 게임 시작시의 가벼운 현기증. 게임을 처음 시작했는데도 전혀 시작될 기미가 없는 튜토리얼. 플레이어의 또라이 같은 발언에 심하게 현실적으로 반응하는 AI. 그리고 가상현실답지 않은 심각한 쾌감. 이렇게 늘어놓고 보니 시스템 메뉴가 없는 건 현실에서 눈을 돌리려는 구원에게 쐐기를 박는 걸로 밖에 안보였다. 아니, 그래도 아직 희망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아직 최후의 보루인 강제 종료가 남아있다. 접속 전에 72시간 분량을 풀로 채워놔서 아직 시간이 조금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혹시 영양 보충액이 떨어지면 강제 종료가 될지도 모른다. 말도 안 되는 가정이지만, 그레이트 어스사에서 실수로 시스템 메뉴를 빼먹는 희대의 병신 짓을 저지른 게 아니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거고. 하지만 만약 정말로 차원 이동을 한 거라면? 비관적이 되지 말자.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게임 속 세계는 남자의 이상향을 그린듯한 매우 바람직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 애타게 구원을 찾을 부모님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것만 빼놓고 보면 오히려 구원이 이런 아름다운 세계에 보내줘서 고맙다고 절을 해도 모자를 판이다. 일단 상황을 파악하자. 만약 차원 이동을 가정하고 상황을 파악하다가 ‘실은 그냥 오류였어. 헤헷.’하고 끝나도 그냥 구원이 혼자 뻘짓하다가 끝난 걸로 마무리 되지만, 그냥 멍하니 시간만 보내다가 실제로 차원 이동인 게 밝혀지면 결국 구원만 손해보는 거다. 가장 먼저 확인해야할 일은 이세계가 정말 게임 속 세계인지 알아보는 거다. 그리고 게임 속 세계가 맞다면 게임 시스템은 어느정도까지 영향을 미치고 어느 정도 동일한지 알아보는게 급선무다. 다행이 인벤토리에 약간이지만 소지금은 있다. 판타지 세계에서 정보수집의 정석이라면 역시 술집. 앨리시아와의 대화를 생각해 봤을 때 이 세계에서 다른 차원의 인간이 떨어지는 게 그렇게 드문 일도 아닌 것 같고, 술집에서 아무나 붙잡고 술 한 잔 사면서 물어보면 정보 수집은 의외로 간단하지 않을까? 그래. 일단 주점을 향하자. 생각을 정리한 구원은 여관을 나섰다. 아니, 나서려고 했다. “3실버입니다.” 씨발! ============================ 작품 후기 ============================ 오염된왕좌 // 오타 수정 완료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4==================== 게임 시작? 아니, 모험가 등록비도 2실버인데 고작 여관에서 잠깐 있었다가 나온 게 3실버라니 말이 돼? 차라리 한나절을 있거나 했으면 이해라도 해 줄 수 있어.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찍 싸서 고작해야 한 시간도 채 안 있었다고! 근데 뭐? 3실버? 내 전 재산을 달라고? 안줘! 아니, 못줘! 라고 게임이었으면 진상을 떨었을 텐데. 지금 이 상황이 확실히 게임 속이라고 확신이 없는 이상, 어떻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지 모르는 또라이 짓을 섣부르게 할 순 없다. 점원 아가씨가 제법 예쁘게 생긴 아가씨였단 점도 영향이 없었다곤 말할 수 없지. 구원은 힘없이 전 재산을 상납하고 여관을 나섰다. 뭘까, 이 시원섭섭한 기분. 태어나서 처음 무일푼이 돼보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전신을 감싼다. 이게 바로 무소유란 걸까? 세상이란 이렇게 부질없는 곳이구나. 처음엔 제가 여관에 끌어들여 놓고 돈도 안내고 가버린 앨리시아에 대한 분노도 끓어올랐지만 이젠 아무래도 좋아졌다. 묘하게 산뜻해진 머리로 생각해보니 여관비가 더럽게 비쌌던 것도 납득이 간다. 중세시대 서양을 떠올리게 하는 건물들이 늘어선 곳에서 샤워기까지 있는 현대식 욕실이 방마다 달려있는 여관이라니. 그야 비싸겠지. 할 땐 별로 신경 쓰지 못했는데 침대시트도 묘하게 부드러웠고. 그래 바가지를 뒤집어쓴 게 아니야. 정당한 대가를 치른 것뿐이지. 그나저나 이제부터 어쩌지. 술집에서 아무나 붙잡고 술 한 잔 사면서 정보 수집을 한다는 내 계획은 초장부터 이미 박살이 났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게임의 정석대로 던전에 들어가서 몬스터라도 잡아야 되나? 하다못해 무기라도 하나 있었으면, 아니 레벨이 2레벨만 되도 시도해볼 텐데. 만약 1레벨에 던전에 들어갔다가 어그로라도 잘못 끌어서 죽기라도 하면 누구한테 하소연도 못한다. 구원은 아무 생각 없이 스탯 창을 띄웠다. 이름 : 구원 종족 : 인간 24 직업 : 성자 12 / 모험가 1 레벨 : 12 생명력 : 2400/2400 정기 : 1200/1200 근력 : 22 내구 : 22 민첩 : 22 체력 : 22 지력 : 21 정신 : 22 매력 : 61 보너스 스탯 : 55 상태 : 보통 ……어라? 뭐야 이거? 아 그렇구나! 앨리시아랑 한판 한 거! 시스템 창같은 것도 없고 딱히 알림도 없어서 눈치 못 채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그 한판으로 폭업을 한 모양이다. 앨리시아 걘 대체 레벨이 몇이길래 고작 한판 했다고 이렇게 폭업을 시켜주지? 자랑은 아니지만 아까 전의 섹스로 앨리시아가 느낀 만족도가 크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 오르가즘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건 아마 오로지 연장이 좋아서 간신히 가볍게 느끼게 해준 정도일 테지. 실제로 테크닉이고 뭐고 그냥 온몸에 힘 꽉 주고 가만히 버티고 있는 게 전부였으니. 그런데도 이렇게 레벨이 올랐다는 건 걔 생각보다 엄청나게 고렙인 거 아니야? 설마 난 주제도 모르고 고렙 전사님께 좆물이나 더 처먹고 오라는 개소리를 한 건가? 아니, 아닐 거야. 그냥 내가 너무 쪼렙이라 많이 오른 거겠지. 그래. 그럴 거야. 그래도 다음에 앨리시아양과 만나게 되면 좀 더 공손하게 대하자. 이건 결코 쫄은 게 아냐! 다만 사람으로서 폭렙을 시켜준 은혜를 입었으니 도리를 다 할뿐이지. 근데 좆물이나 더 처먹고 오라고 한건 사과해야겠지? 여하튼 덕분에 앞으로의 계획은 일단 가닥이 잡혔다. 이른바 돈이 없으면 벌면 되지! 레벨 업으로 보너스 스탯도 쌓였고 성자라는 사기 직업의 레벨도 덩달아 올라서 스탯이 엄청나게 올랐다. 이정도면 적어도 던전 초입에서 죽을 일은 절대 없지 않을까? 참고로 이 게임은 스탯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총 세 가지 있다. 먼저 레벨 업을 해서 보너스 스탯으로 올리는 방법. 이건 어떤 게임이던 기본 중에 기본이니 입 아프게 더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다음으론 해당 스탯에 관련된 행동을 꾸준히 하는 것. 하지만 이렇게 올릴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 운동 좀 해봤으면 알겠지만 무게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한 단계 올리기도 힘들어 지는 법이지. 그거랑 비슷한 맥락의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직업 레벨을 올려 스탯을 올리는 방법이 있다. 이 세계는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직업을 얻을 수 있고, 그 직업의 숙련도를 쌓는 걸로 직업 레벨을 올릴 수 있다. 그렇게 직업 레벨이 오르면 적어도 한 개 이상의 관련 스탯이 일정 확률로 오른다. 참고로 성자는 모든 스탯이 무조건 오른다. 괜히 주인공 전용 직업이 아니라고. 심지어 직업 숙련도를 쌓는 것도 섹스를 하면 되는 거라서 섹스로 레벨과 직업 레벨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직업이 있을 수 없다. 이렇게만 듣고 보면 굳이 레벨 올릴 거 없이 직업을 마구잡이로 얻은 후 직업 레벨만 올려서 스탯을 올리면 강해질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게 또 그렇지 않다. 왜냐면 바로 직업 레벨의 제한선이 일반 레벨이거든. 레벨이 2인 사람이 있다면 아무리 직업 숙련도를 쌓아봤자 직업 레벨을 2 이상은 올릴 수 없다. 게다가 레벨은 스탯 상으로는 나타나지 않지만 모든 요소에 보정을 주는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힘이 30인 20레벨 전사가 힘이 10인 90레벨 마법사와 힘 싸움을 하면 90레벨 마법사가 이긴다. 한마디로 레벨이 깡패란 말이다 어떻게든 섹스를 시키고야 말겠다는 그레이트 어스사의 집요함이 엿보이지 않는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참신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멋진 회사다. 그렇다고 일반 게임처럼 전투로도 경험치가 오르지 않는 건 아니다. 섹스보다 압도적으로 효율이 떨어질 뿐이지 전투로도 레벨을 올릴 수는 있다. 발매 전에 올라온 공식 블로그의 기사를 참고하자면 늙어 죽을 때까지 이 게임만 플레이하다가 엔딩도 못보고 죽을 거면 한번 해보란다. 그럴 거면 그냥 섹스로만 레벨 업 할 수 있게 하지 굳이 왜 전투로 경험치를 주게 만들었냐고? 섹스로만 레벨 업이 가능하면 높은 수준의 히로인 npc중에 처녀는 한명도 없는 게 돼버리잖아! 라고 한다. 캬! 다시 생각해 봐도 참 멋진 회사가 아닐 수 없다. 장담하는데 그레이트 어스의 개발자들은 밥 먹고 성인 게임 생각만 하는 게 틀림없다. 아니, 밥 먹는 도중에도 자나 깨나 24시간 뇌가 성인 게임에만 절여져 있는 게 틀림없다. 게임 속에 갇힌 건지 차원 이동을 한 건지 알 수 없는 이 상황에서도 도저히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가 없는 회사다. 딴생각에 빠져있는 사이에 어느 샌가 다시 모험가 길드에 도착했다. 모험가 길드의 건물은 가운데가 뻥 뚫린 원형, 즉 도너츠 모양으로 생겼는데 그 뻥 뚫린 곳에 바로 던전의 입구가 있다. 언제 흉악한 몬스터가 던전 입구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니 모험가가 가장 많이 모이는 길드가 최종 방벽이 되어 언제 일어날지 모를 재앙으로부터 이 도시를 지킨다! 라는 컨셉으로 세워진 거라고 매뉴얼에 쓰여 있었다. 아니 그럴 거면 애초에 던전 입구를 둘러싸고 도시를 만들지 말라고. 적어도 던전에서 좀 떨어진 곳에 만들었으면 됐잖아. 모험가 입장에서야 편하고 좋긴 하다만 여기 주민들은 괜찮은 거냐. 던전 입구에는 엄청난 수의 모험가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모험가하면 왠지 되는대로 살고 거칠며 부지런하기 보단 게으른 이미지가 있는데 오전부터 이런 상황인 걸 보면 아무래도 그 선입견은 보기 좋게 빗나간 모양이다. 상당한 고렙으로 추정되는 앨리시아도 이른 아침부터 던전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고, 의외로 모험가란 놈들은 부지런한 걸지도. 들어가기 전에 일단 보너스 스탯을 조금 분배해 둘까? 입구 근처만 돌아다닐 예정이니 별일이야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 근력만 좀 찍어두자. 출근시간 지하철을 떠오르게 만드는 던전 입구를 지나쳐 겨우 던전에 들어가니 눈앞에 거대한 빛의 기둥이 보였다. 던전의 어딘가와 연결되어 있는 텔레포트다. 초보에 불과한 구원과는 아직 인연이 없는 곳이니 무시하고 걷다보니 여러 갈래로 나눠진 길을 그냥 되는대로 걷다보니 어느 샌가 주위에 사람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1층조차도 그 끝이 파악 안됐을 정도로 광대한 던전이다. 아무리 모험가가 많다고 해도 이정도면 던전 내에서 동업자를 만날 일은 웬만해선 잘 없지도. 심지어 방심하고 있다간 지나온 길도 잃어버리고 영영 미아가 될 정도로 길이 복잡하다. 나무들이 우거진 숲 같은 지형이라 길잡이가 될 만한 표식도 안보이고. 잘도 이런 곳을 헤매지도 않고 돌아다니네. 뭔가 노하우라도 있는 걸까? 만약 지나간 길은 자동으로 등록되어 완성되는 맵 기능이 없었다면 난 진작 미아가 됐을 자신이 있다. 생각해보니 모험가 등록할 때 레벨이니 직업이니 안내원 누님이 떠들기도 했었고, 앨리시아도 비슷한 발언을 했었으니 이 세계는 게임 시스템이 상식인 세계란 말이 된다. 혹시 맵이나 인벤토리 같은 게임 시스템도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일반적으로 쓰는 평범한 기능인 걸까. 보통 게임 세계로 날아간 소설들을 보면 이런 기능은 주인공만 쓰던데 말이지. 바스락 전방에서 구원의 발소리와는 명백하게 다른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전투인가. 구원은 묘한 긴장감을 느끼며 어설프게나마 권투 자세를 잡았다. 현재 스탯이 고작 던전 1층에서 위협을 느낄만한 스탯은 결코 아니란 건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이게 게임이 아닌 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의식 한편을 차지하고 있어서인지 긴장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차라리 나이프 같은 기본적인 무기라도 있었다면 이 긴장이 좀 덜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어설픈 권투의 가드자세를 취하며 살금살금 전방을 향해 걸어간 구원에 눈에 보인 건 평화롭게 풀을 뜯어먹고 있는 토끼였다. 뭐야 이게. 구원은 한껏 긴장하고 있던 자신이 바보 같아져서 가드를 풀고 토끼를 향해 다가갔다. 던전물이면 보통 초반 몬스터는 고블린이 정석 아니야? 아무리 몬스터라지만 이족 보행하는, 사람과 비슷한 생물체를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었는데 설마 초반 몬스터가 토끼라니. 앨리시아여. 모험가는 아무나 들이댈 수 있을 만큼 만만한 직업이 아닌 거 아니었냐? 긴장을 풀고 다가가니 곧 토끼도 눈치 챘는지 동그란 눈동자를 크게 뜨고 이쪽을 바라봤다. 그 녀석 귀엽게 생겼네. 하지만 약육강식의 세계란 냉혹한 법. 1미터쯤까지 다가가자 그때까지 가만히 이쪽을 바라만 보고 있던 토끼가 갑자기 구원의 눈높이까지 뛰어올라 뒤돌아 차기를 시도했다. “으악! 시발!” 부웅! 내 민첩이 기본 수치였으면 절대 못 피했다. 뭐야 저 소리. 저게 고작 토끼가 뒤돌아 차기 한다고 낼 수 있는 소리야? 아니, 애초에 토끼가 뒤돌아 차기를 한다는 거 자체가 이상하긴 하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생긴 건 저래도 던전의 몬스터란 건가. 구원은 방심했던 마음을 다잡고 다시 자세를 취했다. 다음에 공격해 올 때 카운터를 날린다. 방금 공격으로 스탯 상의 우위는 확실히 체감했다. 제대로만 들어간다면 아마 카운터 한방으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구원이 자세를 잡고 다음 공격을 기다리고 있자, 이쪽을 멀뚱히 바라보던 토끼는 갑자기 뒤를 돌아 쏜살같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 이게 아닌데? 야! 거기서!” 첫 사냥감을 놓친다는 생각에 조급해서 구원은 자신의 스탯을 살려 전속력으로 달려가 사커킥을 시도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잡긴 잡았다. 압도적인 스탯 차 때문에 구원은 도망가는 토끼를 순식간에 따라잡을 수 있었고, 조급한 마음에 힘 조절 안하고 날린 사커킥은 무너진 자세가 오히려 발끝에 모든 힘이 집중되는 결과를 낳았다. 그 결과 기분 나쁜 소리와 감촉과 함께 끽해야 30센치 정도 크기로 보였던 토끼는 형체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산산이 분해되어 구원의 오른 발과 다리를 붉게 물들였다. “큭. 도망쳐. 내 오른발에 깃든 적혈룡이 깨어나려 하고 있어.” 패닉상태가 되어 본인도 뭔 소린지 알 수 없는 개소리를 일단 내뱉어 봤지만, 그렇다고 현 상황이 나아지는 건 아니었다. 구원은 사냥에는 성공했지만, 아무런 전리품도 얻지 못했다. 덤으로 지금까지 닭목 비트는 것조차 구경 못해본 순수한 서울 청년 구원은 토끼의 살점 튀는 폭발 쇼로 마음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었다. 피에 절어 무지막지하게 찝찝한 오른발과 함께. 변명을 하자면 조급한 마음에 힘 조절을 못한 건 맞다. 다만 힘 조절을 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냥 갈긴 것이기도 하다. 가상현실의 특징상 피를 흘리는 모습이 정말로 리얼하고 끔찍하게 다가올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그레이트 어스의 게임에선 피 대신 붉은빛 이펙트만 나타나고, 죽으면 빛과 함께 소멸한다. 이렇게나 게임과 똑같은 세계잖아? 당연히 이런 묘사는 게임이랑 똑같을 줄 알았지. 이 상황이 차원 이동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주시하고 있었으면서 머리 한구석으로는 아직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던 걸까. 하지만 덕분에 확실해졌다. 아무래도 강제종료는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5==================== 이세계 생활 시작 퍽! “내 이름은 구원. 사람들은 날 붉은 발의 구원이라 부르지.” 구원은 붉다 못해 검붉은 색으로 물든 오른발을 휘둘러 달려오던 토끼 몬스터를 일격에 해치우며 말했다. 벌써 쓰디쓴 첫 전투를 경험하고 약 세 시간이 경과했다. 첫 전투 후 혹시나 하는 미약한 기대를 가지고 신발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빼봤지만 역시 신발에 묻은 피와 신발을 따로 인식하는 일 따위는 벌어지지 않았기에, 이젠 아예 정색하고 발 전체에 느껴지는 축축함을 컨셉놀이로 승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아무래도 이 던전 초입은 소형 동물 몬스터들이 주를 이루는지 세 시간동안 줄곧 팔뚝만한 거대한 쥐나 토끼 같은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어차피 스탯 차이로 조금만 주의하면 이런 몬스터들한테 당할 일도 없겠다, 첫 경험의 실패를 교훈삼아 적절한 힘 배분으로 최대한 피가 튀지 않게 잡아왔다. 언제 실패할지 모르니 어차피 더러워진 오른 발로만 해결한 건 덤이다. 처음엔 너무 약하게 차서 반격을 당하기도 했고, 반대로 너무 세게 차서 다시 한 번 폭사 쇼를 보기도 했지만, 이젠 제법 익숙해져서 거의 터뜨리지 않고 일격에 잡는데 성공하고 있다. 그리고 죽은 사체들은 전부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있다. 매뉴얼에는 던전의 몬스터를 잡아 나오는 마석으로 세계가 크게 발전했다느니 어쩌고 하는 구절도 있었느니 이 사체들도 헤집어보면 아마 마석이 나오긴 할 것 같은데, 아무 도구도 없는 현재로선 어찌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마석 말고도 뭔가 팔리는 부위가 있긴 할 테니 아예 전부 가져가버리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그레이트 어스의 게임은 공통적으로 인벤토리에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데, 그 이유가 그레이트 어스사의 친절함 때문이 아니라 바로 그레이트 어스의 게임은 하나같이 아이템이 더럽게 많기 때문이다. 아무리 초기에 나오는 잡몹이라도 발톱 손톱 가죽 고기 등 종류별로 온갖 부위가 전부 아이템으로 드랍 되다보니, 인벤토리에 제한이 있으면 수시로 마을을 왕복해야 돼서 도저히 진행이 안 되기 때문이다. 물론 그레이트 어스사의 열렬한 팬을 자처하는 구원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고, 때문에 잡은 몬스터 사체는 아예 몽땅 가져가는 방법을 취하는 거다. 시험 삼아 살아있는 몬스터를 인벤토리에 넣는 것도 시도해봤지만 역시나 그건 불가능했다. 전투에 피가 따르는 것도 그렇고 여러모로 현실적으로 바뀐 부분이 많아서 가능할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쉽다. 그렇게 오른발로만 세 시간을 사냥해서인지 어느 샌가 무투가라는 직업과 로우 킥이라는 스킬도 얻은 상태였다. 시스템 창이 없으니 언제 뭘 얻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게 좀 불편하다. 로우 킥 1 액티브 스킬 소모 : 자원 6 하단을 향해 강렬한 발차기를 날립니다. 공격력의 [105%]만큼 피해를 줍니다. 소모 값이 자원이라고 쓰여 있는 게 조금 불안했지만, 다행히도 직접 써보니 정기가 소모됐다. 다. 하지만 로우 킥을 사용하면 어김없이 토끼든 쥐든 너구리든 폭발 쇼가 일어났기 때문에 현재 봉인 중이다. 어떻게 세 몬스터 다 터지는지 아냐고? 그래, 한 번에 안 그치고 만나는 놈들마다 일단 다 한 번씩은 시험해 봤다. 뭐 불만 있냐? 새 스킬을 얻었으면 사용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본능이란 거잖아? 혹시 동물이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어차피 폭사를 하던 그냥 곱게 죽던 죽는 건 죽는 거야. 처음엔 죄책감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차피 몬스터들 입장에서 구원은 갑자기 튀어나와 때려죽이는 개새끼인데 이제 와서 멘탈이 깎여봤자 본인만 손해라는 생각에 아예 정색하고 가기로 했다. 이 세상은 적자생존! 약육강식! 힘이 모든 걸 지배한다! 미안하지만, 내 혼의 절규는 이러하다. 좀 더 힘을!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대체 어느 정도 잡고 나가야 될까. 당면의 목표는 일단 하루 묵으며 끼니를 때울 수 있을 만한 여관비와, 술집에서 맥주 한잔정도는 살 수 있을 만한 돈이다. 지금까지 돈 쓴 일이라고는 모험가 등록 시에 쓴 2실버와, 여관에서 쓴 3실버가 전부다. 심지어 그 여관은 아마 보통 여관보다 가격이 훨씬 비싼 고급 여관일 테니, 물가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물가를 알아도 애초에 지금까지 잡은 몬스터의 가격이 어떻게 나올지도 알 수 없으니 알아도 무용지물이긴 하지만 말이다. 현재 인벤토리에 들어있는 사체는 토끼가 13마리, 쥐가 12마리, 너구리가 8마리다. 겨우 던전 초입, 심지어 고작 3시간 벌은 걸로 만족할 만큼 벌었을 거라곤 도저히 생각하기 힘들지만, 일단 시세라도 알아볼 겸 한번 올라갔다 오는 게 좋을지도. 맵을 보면서 입구 주위의 맵을 밝혀가듯이 돌아다녔기 때문에 입구도 그리 멀지 않다. 마침 점심도 먹어야할 시간대니 일단 돌아갈까. 빙빙 돌아왔던 길을 맵을 보며 최단 루트로 돌파하니 입구까지는 정말 얼마 되지 않는 거리였다. 운 좋게 몬스터랑 마주치지 않기도 해서 순식간에 입구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마석은 길드에만 판매가 가능했던 것 같은데 어쩌지. 아냐 마석은 나중에 한 번에 팔기로 하고 일단 재료값부터 알아보자. 맵을 키고 혹시 도구점이 나오나 확인해봤지만, 여관에서 길드까지 밝혀진 거리 중에 도구점은 없었다. 여관이나 길드는 맵에 아이콘으로 표시되는 걸 보아 상점도 아이콘으로 표시되긴 할 텐데 말이지. 하지만 맵과는 다르게 길드를 나와서 보니 바로 코앞에 척 봐도 잡화점 같은 가게가 있었다. 다시 맵을 확인해봤지만 역시 아이콘으로 표시되진 않는다. 뭐지? 멍하니 맵을 보며 잡화점에 들어가자 그제야 맵에 잡화점 아이콘이 표시됐다. 과연, 이런 식인가. 이것도 나름대로 현실보정이란 놈인가 보다. “어서 옵쇼.” 잡화점 주인아저씨가 걸쭉한 목소리로 인사를 해왔다. 으음…. 이 세계에서 온갖 미녀들로 눈 정화를 하다가 이렇게 그림으로 그린 듯한 아저씨와 얼굴을 마주하니 안구가 썩어가는 느낌이군. 상인의 탐욕을 온몸으로 구현한 듯한 두툼한 비곗살이 인상적인 아저씨다. 아무래도 처음 간 가게에 그대로 단골이 되는 차원 이동물 정석의 전개는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얼른 알아볼 것만 알아보고 나가자. “으잉?! 자네 그 다리는 뭔가? 괜찮나?” “응? 물론이지. 원한다면 날 붉은 발의 구원이라고 불러도 된다고.” 참고로 구원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상대의 나이와 관계없이 반말에는 반말로 돌려주는 맞춤 대응을 추구한다. 물론 상대방이 존댓말을 써준다고 해서 구원이 꼭 존댓말로 돌려준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아니…. 사양하겠네.” 아저씨는 왠지 못 볼 걸 본 듯한 표정이었다. 지금 붉은 발이란 닉네임을 무시하는 거냐? 내가 그 편을 보고 얼마나 많이 울었는데. 하긴 한낱 잡화점이나 하고 있는 어리석은 인간에겐 알 수 없는 세계인가. “그보다 토끼와, 거대 쥐, 너구리를 잡아와서 좀 팔고 싶은데, 가격이 어떻게 되지?” “토끼와, 거대 쥐, 너구리 말인가? 재료의 상태를 보기 전에는 뭐라 말하기 힘들군. 일단 좀 보세.” “…여기에서?” “음…? 뭐 안 될 거 있나?” 이 아저씨, 얼굴은 더럽지만 가게는 제법 깔끔하게 정리해 놓고 있는가 싶었는데 가게가 피로 더러워져도 상관없는 모양이다. 사람은 역시 생긴 대로 노는 법인가. “자, 여기.” 일단 인벤토리에서 손에 집히는 대로 하나 집어서 카운터 위에 올려놓는다. 으윽…. 하필이면 로우 킥으로 잡은 놈이. 피투성이가 된 토끼의 사체가 카운터 위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더 꺼내놔야 되나 망설이고 있자니, 잠깐 말이 없던 아저씨가 갑자기 큰 소리로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으악! 이게 뭐하는 짓이야!” “응? 아저씨가 꺼내보라고 했잖아.” “세상에 몬스터 사체를 그대로 가져오는 미친놈이 어디 있어! 아니, 대체 뭔 수로 피까지 이렇게 생생하게 보관해서 가져온 거야! 제정신인가?!” 거참 생긴 대로 입도 더러운 아저씨네. 내 귀를 더럽히는 건 그 더러운 목소리로 충분하다고. “소리 좀 지르지 마 아저씨. 고막 떨어지겠어. 그보다 감정가는 얼만데? 더 꺼내서 보여야 돼?” “필요 없어! 그보다 이것도 당장 집어넣어! 그리고 얼른 내 가게에서 꺼져! 아아…내 가게가 피투성이로….” “감정가만 알려주면 안 그래도 바로 나갈 거야. 그래서 얼만데?” “너 같은 미친놈한텐 아무것도 안사! 꺼져!” 결국 구원은 아무 성과도 없이 쫓기듯이 가게를 나설 수밖에 없었다. “누군 이딴 가게 오고 싶은 줄 알아?! 와달라고 사정해도 다신 안 온다! 나중에 후회하지나 말라고!” 제길. 귀찮지만 다른 가게를 찾아봐야하나. 아니,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차피 이 가게는 다신 올 일이 없을 버리는 패였다. 이 실패를 바탕으로 단골로 다닐 점주나 종업원이 참한 가게를 찾아내서 멋지게 시세를 파악해주지. 다른 가게를 찾는 건 생각 외로 엄청 쉬웠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는 법. 거대한 도넛모양 건물인 길드의 외벽을 따라 쭉 걷다보니 벌써 몇 군데 잡화점을 지나쳤다. 왜 안 들어갔냐고? 하하. 뻔한 질문을 하는군. 당연히 점주 얼굴이 맘에 안 들었으니 지나쳤지. 내가 단골이 될 가게의 점주는 미스테리어스한 분위기를 뿜어대는 요염한 미인 누님이라고 이미 정해놨다고. 그리고 다시 30분이 지났다. 맵을 보니 그 큰 길드 주위를 벌써 반 바퀴 이상 돌은 상황. 젠장. 이 세계의 잡화점의 점주는 아저씨 아줌마가 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기라도 한 건가? 어떻게 그 많은 가게 중에 미인 누님이 보는 가게가 하나도 없을 수가 있지? 이렇게 된 이상 미스테리어스한 분위기를 뿜어대는 요염한 미인 누님은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다. 그냥 미인이면 만족해 줄 테니 아니, 대 출혈 서비스로 그냥 젊은 여자이기만 하면 만족할 테니 제발. 제발 이번에는 부탁한다! 진심으로 마음을 담아 간절히 바라며 눈앞의 잡화점 창문을 힐끗 들여다봤지만 카운터에 있는 건 풍채 좋은 아저씨였다. 씨발! 이렇게 간절히 바라는데 신이 있는 세계면 좀 들어줘도 되지 않냐? 그렇게 지나치려 할 때, 창문에 가려져 있던 카운터 반쪽에 젊은 여성이 서있는 게 시야 한구석에 들어왔다. 역시 신이 존재하는 세계! 전 믿고 있었습니다. 세계의 시스템부터 이렇게 아름답게 만들어놓는 여신님인데 당연히 믿고 있었죠.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아빠랑 딸인가? 잡화점에 들어가자 카운터에 있는 둘이 맞추기라도 한 듯 동시에 인사한다. 아저씨는 좀 닥치고 있어줬으면 좋겠지만, 아니 가능하면 시야에서 사라져줬으면 완벽했겠지만 참자. “어머? 그 다리…괜찮으세요?” “물론이죠. 친절한 아가씨.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역시 젊은 여자가 최고야. 이렇게 친절하다니. 구원은 되도록 아저씨는 시야에 넣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여자애 정면으로 다가갔다. 뭐 솔직히 말해 엄청난 미인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다. 150대 정도로 보이는 조그마한 키에 그냥저냥 나름대로 귀여운 얼굴. 이 세계에서 본 여자들, 특히 길드에 모여 있던 모험가들이 대부분 한 미모 하는 여자들이 많았기 때문인지 눈이 심하게 높아졌단 걸 감안한다면 뭐 괜찮은 수준이라고 봐야겠지. 옆에 있는 아저씨는 덩치는 산만하고 말 그대로 곰같이 생긴 아저씬데 저 아저씨 밑에서 이런 딸이 나오다니. 유전자란 신비한 거야. “무슨 일로 오셨나요?” 구원이 아가씨 정면에 서자 그 의도를 알아챘는지, 아가씨가 웃는 얼굴로 접대를 해왔다. “던전에서 사냥을 해 왔는데, 제가 이제 막 모험가가 된 직후인지라 가게에서 어떤 부위를 파는지 잘 몰라서요. 이 가게는 토끼, 거대 쥐, 너구리의 어떤 부위를 사들이나요?” 한 번한 실수는 두 번하지 않는다. 아까의 실수를 토대로 이번엔 사체를 꺼낼 일이 없게 완벽한 질문을 던졌다. “으응……. 토끼라면 고기와 가죽, 거대 쥐는 앞니와 수염, 너구리는 발톱이랑 꼬리네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잠깐 생각에 빠졌다가 대답하는 점원 아가씨. 그 순진한 동작이 상당히 귀엽다. 아까 한 평가는 수정하지 않으면 안 되겠군. 그냥저냥 귀여운 얼굴에서 제법 귀여운 얼굴로 상향조정이다.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이따가 다시 올게요.” “네. 또 오세요.” 물건을 사지도 않고 질문만하고 나가는 구원을 웃는 얼굴로 배웅하는 점원 아가씨. 이정도면 이 내가 단골 가게로 선택하기에 충분한 가게인 것 같군. 하지만 여기서 중대한 문제가 다시 떠올랐다. 판매 부위를 알아냈다고 해도 그걸 도축할 도구가 없다. 젠장. 초기 장비로 나이프 정도는 지급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없는 건 없는 대로 어쩔 수 없다지만 불평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결국 그 수밖에 없는 건가. 결국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는 암담한 현실을 깨닫고 다시 한 번 던전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귀찮긴 해도 마을 안에서 했다간 이상한 오해를 사고 잡혀 들어갈 것 같으니 어쩔 수 없지. 던전 안에서 직접 이 두 손으로 몬스터들의 사체를 도.륙.한.다. 오른발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찝찝한데 양손까지 피로 물들여야 한다니. 우울하다. 근데 양손까지 피로 물들면 더 이상 붉은 발의 구원이란 닉네임은 어울리지 않는군. 다음 닉네임은 뭐라고 지어야하지? ============================ 작품 후기 ============================ 오염된왕좌 // 오타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6==================== 이세계 생활 시작 던전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아무 인기척도 없는 조용한 구석에 자리 잡은 구원은 일단 인벤토리에서 몬스터의 사체들을 꺼내놓기 시작했다. 먼저 제일 간단한 거대 쥐부터 갈까. 수염과 앞니. 난이도는 다들 둘에 비해 명백하게 낮다. 비주얼이 토끼와 너구리에 비하면 더 혐오스럽다는 문제점이 남아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다. “좋아, 간다!” 구원은 마음을 다잡고 거대 쥐의 앞니에 손을 가져가 댄 후 눈을 감아 최대한 그 비주얼을 눈에 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힘을 줬다. 우드득! 혐오스런 소리와 손가락에 느껴지는 감촉과 함께, 앞니는 생각보다 훨씬 더 손쉽게 빠졌다. 이게 다 근력 스탯 덕분이긴 하지만 그다지 감사할 마음은 들지 않는다. 시체를 훼손하여 양심이 찔린다든가 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더럽다. 하지만 약해질 순 없지. 여기서 물러서면 모처럼 이런 아름다운 세계에 떨어져서는 돈이 없어 굶어죽은 희대의 병신이 될 뿐이다. 구원은 약해질 것 같은 마음을 다잡고 수염에 손을 뻗었다. 투둑. 투두둑. 머리카락을 쥐어뜯는 듯한 기분 나쁜 감촉과 함께 수염이 뽑혀져 나왔다. 이제 남은 건 마석 하나. 이놈의 시체 속을 헤집어서 어디 있을지 모를 마석을 찾아내야 한다. 일단 마석은 놔두고 다른 것부터 해치워 버릴 생각도 안한 건 아니지만 곧 뒤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구리의 발톱은 둘째 치고 꼬리는 힘줘서 뽑았다간 척추까지 한 번에 뽑히는 게 아닐까하는 그로테스크한 상상밖에 들지 않는다. 토끼에 이르러서는 대체 손으로 가죽과 고기를 어떻게 분리해내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그냥 고기를 발라먹는단 생각으로 파헤치자. 생각해보면 치킨에서 뼈만 발라내는 거랑 다를 게 뭐야? 그냥 내장이 들어있고, 구운 게 아니라 감촉이 좀 더 미끌미끌한 거뿐이잖아? 구원은 마음을 다잡고 손가락에 힘을 줘 거대 쥐의 사체를 헤집기 시작했다. 충분한 근력 스탯덕분에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손가락이 가죽을 뚫고 살을 파헤쳐간다. 약 3분여간의 말 그대로 피투성이의 혈투 끝에 구원은 새끼손톱만한 푸른 돌을 찾아낼 수 있었다. 솔직히 이게 마석이 맞는지 마석이란 걸 처음 보니 확신할 순 없지만, 거대 쥐의 몸속에 이런 게 들어있을 이유가 없으니 마석이 맞겠지. 만약 꺼내봤는데 쥐새끼가 오늘 아침으로 먹은 음식의 소화돼가는 과정 같은 거면 농담이 아니라 울 거다. 난 농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다. 진짜다? 진짜로 농담 아니다? 다 큰놈이 피투성이가 된 쥐 시체 붙잡고 엉엉 우는 꼴 보기 싫으면 넌 마석인 게 좋을 거야. 구원은 누구를 향하는 건지 알 수 없는 협박을 하며 푸른 돌을 뽑아냈다. 그 순간, 거대 쥐의 시체가 순식간에 썩어 들어가듯이 수축하더니 곧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어…? 어어…?!” 이런 씨발! 설마…. 설마…! 구원의 뇌리 속에 근거 없는 어떤 확신이 들었다. 바로 쌓아놨던 거대 쥐의 시체에 손을 뻗어 아까 마석이 들어 있었던 소화기관 근처를 파헤쳐본다. 역시나 몬스터별로 마석이 있는 위치는 동일한지 곧 푸른 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구원이 새로 발견한 그 푸른 돌을 뽑아내자, 이번에도 역시 거대 쥐의 시체는 순식간에 썩어 들어가듯이 수축하더니 곧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마치 드랍 템처럼 그 앞니만 남겨놓고. 이런 씨발! 씨발! 지금까지 한 내 고생은 대체 뭐였는데?! 돼지새끼 같은 점주한텐 꺼지란 소리나 듣고! 가게 하나 찾으려고 그 넓은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생고생을 하고! 기분 더러운 쥐새끼 앞니랑 수염까지 잡아 뽑고! 구원은 세 시간동안 활약했던 자랑의 붉은 발을 벽을 향해 강하게 날렸다. 씨발! 씨발! 어쩐지 그 종업원이 고개를 갸우뚱할 때부터 이상하더라! 이런 뜻이었냐! 좀 말해달라고! 나만 병신됐잖아! 아무 생각 없이 마구잡이로 걷어찼는데, 이게 또 은근 아프다. 슬그머니 오른발을 내리고 상태 창을 열어보니 세 시간동안 한 번도 닳은 적이 없었던 생명력이 100 넘게 닳아 있었다. 덕분에 좀 냉정해질 수 있었다. 그래. 이렇게 벽을 차봤자 나만 손해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돼지 같은 점주새끼의 본성을 빨리 파악한 덕분에 귀여운 종업원이 있는 가게도 찾았잖아? 그리고 토끼랑 너구리를 해체하기 전에 알게 된 게 어디야? 만약 아까 전에 마석을 방치하고 토끼와 너구리의 해체 작업부터 시작했다면, 난 아마 평생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했을 거야. 이렇게 생각해보니 참 스스로가 대견하다. 혹시 난 천재가 아닐까? 아니면 아까 그 순간 나 스스로도 모르게 미래시 같은 초능력이라도 개안한 게 아닐까? 호들갑떨면서 스킬 창까지 열어봤지만 물론 그런 스킬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대신 새로운 스킬이 하나 자리 잡고 있었다. 도축 1 액티브 스킬 소모 : 자원 1 몬스터의 시체에서 마석이 있는 부위를 표시합니다. 아이템 획득률이 [1%]만큼 증가합니다. 오오!! 그래 이거야! 이런 걸 원했다고! 역시 게임 시스템이 적용되는 세계면 이정도 융통성은 있어야지. 얻은 김에 바로 스킬을 써보니 바로 스킬을 써보니 처음 시야에 들어온 토끼 시체의 뱃속의 한 부분이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안의 파헤쳐 마석을 꺼내 보니 역시나 가죽만 남기고 썩어 들어가듯 사체는 사라졌다.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마석으로 얻는 드랍 템은 하나밖에 안 나오는군. 스킬 설명에서 아이템 획득률이란 말도 있었으니, 마석으로 템을 얻으면 확률에 의존하게 되는 건가? 구원은 게이머 특유의 본능으로 어느새 손에 맴도는 더러운 감촉도 잊고 당장 검증에 들어갔다. 먼저 남은 토끼의 사체를 늘어놓고 하나하나 마석을 뽑아낸다. 그러자 드랍 템이 하나도 없는 사체부터 가죽과 고기 전부 드랍한 사체까지 각양각색의 결과가 나왔다. 드랍률은 그냥 확률에 의존하는 거라고 봐도 되겠지. 그리고 다시 남은 거대 쥐 사체 10구를 늘어놓았다. 각각 앞니와 수염을 뽑은 후 어느 사체에서 뽑은 건지 알아 볼 수 있게 일렬로 정렬해 놓는다. 그리고 차례대로 하나씩 마석을 뽑으면서 미리 해체시켜놓은 드랍 템들을 확인. 결과는 예상대로 랄까. 마석을 뽑는 순간 미리 해체해놨던 일부 드랍 템들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었다. 즉, 먼저 드랍 템들을 해체해 놓고 마석을 캐든 바로 마석을 캐든 결국 아이템을 얻는 건 드랍률에 따른다고 봐야겠지. 구원으로선 정말 다행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검증을 하면서도 만약 직접 해체로 드랍률과 상관없이 모든 드랍템을 다 얻을 수 있는 거라면, 천생 게이머인 구원은 그 더러운 본인의 정신을 희생하여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직접 일일이 해체해야하나 심각하게 고민했었다. 이제 아무런 걱정 없이 편하게 마석만 캐면 되겠어! 그리고 마석 캐기에는 또 하나의 부가효과도 있었다. 해체해놨던 일부 드랍템이 사라졌단 부분에서 눈치 챈 사람도 있을 거다. 바로 마석을 캐내면, 그 시체를 헤집느라 손에 묻은 피나 내장 같은 이물질들도 빠르게 사라져갔다는 거다. 하긴 이 정돈 해주지 않으면 모험가들은 던전 한번 들어갔다가 나올 때마다 온몸에 피칠을 하고 나와야 할 테니 이 정도 서비스는 해줘야지. 아, 그러고 보니 아까 그 점원 아가씨가 다리 걱정을 해준 건 내 피라고 생각해서 그런 거였군. 훗, 귀엽기는. 돼지 점주도 그랬다고? 누구야 그건? 참고로 오른 발에 묻은 피는 사라지지 않았다. 첫 사냥 때 터져나간 사체는 회수를 안했거든. 그 시체 산산이 분해돼서 마석 캐기도 쉬울 텐데. 누가 지나가다가 발견해서 캐주지 않으려나. 아예 직접 가서 캐고 올까? 그래. 그러자. 맵 상에서 어디쯤이었는지 대략적인 위치는 기억하고 있고, 어차피 이왕 다시 던전에 들어온 거 문제가 해결됐다고 곧장 다시 나가기도 좀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운동화와 트레이닝복이라는 아마 이 세계에서 다신 구할 수 없을 물건들을 이런 식으로 버리기는 너무 아깝다. 그렇게 정한 구원은 남아있던 사체들에서 마석을 캐내 정리하고 곧장 길을 나섰다. 첫 전투가 벌어졌던 장소까지의 여정은 무척이나 순조로워졌다. 일단 시체를 그렇게 파헤치다보니 이젠 몬스터를 때리는 감촉이나 터져나가는 시체에 익숙해진 것도 있고, 어차피 마석만 캐내면 전투 중에 튄 피는 자동으로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굳이 오른발로만 상대할 필요도 없어졌다. 오히려 터뜨려버리는 편이 마석 캐기도 쉬우니 스킬 숙련도도 올릴 겸 적극적으로 로우 킥을 사용해가며 상대했다. 어차피 이런데서 돌아다니기엔 스탯부터 이미 오버스펙이니 구원의 발목을 잡던 장해물을 극복한 지금의 이동속도는 아까랑 비교해서 배 이상 차이가 났다. 그렇게 가볍게 조깅하듯 맵을 보면서 가다보니 금방 첫 전투가 벌어진 장소에 도착했다. 피가 터진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어 발견하기는 무척 쉬웠다. 사체 파편에 도축 스킬을 사용하고 마석을 분리. 이걸로 드디어 오른발을 잠식했던 찝찝함이 완전히 사라졌다. 왠지 시원섭섭한 기분이다. 비록 그 흔적은 사라졌지만 오른발을 붉게 물들였던 그 경험은 내 양분이 되어 언제까지나 내 안에 살아 숨 쉬겠지. 그동안 빌어먹게 감사했습니다! 구원은 어째선지 벅차오르는 눈물을 참고 코를 쓱 문지른 후 그 자리를 빠르게 벗어났다. 물론 큰절 같은 건 안했다. 아무리 나라도 던전에서 사라진 시체를 향해 큰절을 올릴 정도로 정신 나간 놈은 아니다. 지나가다 누가 볼지 모르는데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지. 조금 걸어 벅차오르는 가슴이 진정되자 다시 목표를 설정할 필요성을 느꼈다. 결국 아까 전에 시세를 알아보는 건 실패했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던전 입구에서 고작 몇 시간 사냥한 걸로 숙박비와 끼니, 덤으로 술값까지 해결될 리가 없다. 만약 그랬다면 정말 개나 소나 모험가를 하겠다고 달려들겠지. 다음 층으로 내려 가볼까? 가는 길을 모르긴 하지만 이렇게 넓은 던전이다. 다음 층으로 내려가는 길이 하나일리도 없으니 걷다보면 언젠간 나오겠지. 그렇게 하염없이 얼마나 걸었을까. 딱히 어딜 내려왔다는 느낌도 없었는데 어느 샌가 맵이 전환되어 있었다. 아무래도 이 던전은 한 층 한 층이 완벽하게 나눠져 있는 구조가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길이 기울여져있어서 서서히 내려가는 구조인가보다. 맵이 갑자기 전환되지 않았다면 내려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던전의 구조를 파악하는 건 생각보다 훨씬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보다도 여기까지 오는데 상당히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이번에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입구근처를 점점 반경을 넓혀가며 도는 식으로 맵을 밝혀가며 돌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긴 하지만. 귀찮은 방법이긴 하지만 던전에 한 번 오고 말게 아닌 이상 탐색은 기본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진행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해놓으면 다음부터는 입구에서 다음 층까지의 최단거리를 돌파할 수 있게 되기도 하고, 무엇보다 게이머로서 완벽을 추구하려는 욕심 때문에라도 웬만하면 맵은 구석구석 철저하게 밝혀두고 싶다. 물론 1층마저 아직 그 끝을 모른다는 이 더럽게 큰 던전은 아마 맵을 전부 밝히기란 평생을 걸려도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돌아다니는 범위는 전부 밝혀두면 언젠간 도움이 될 날도 오겠지. 컹! 컹! 풍경도 변한 게 없고 길을 내려왔다는 느낌도 없어서 실감이 잘 안 나지만 확실히 다음 층으로 내려오긴 한 모양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마주친 적 없었던 늑대개가 등장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 동시에. 아마 지금 레벨로 충분히 상대하고 남을 상대일 테지만 일단 처음 보는 적이니 가볍게 긴장하며 두 주먹을 말아 쥐었다. “자, 언제든 덤벼봐라.” 마치 그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말 끝나기 무섭게 두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빠르다! 토끼를 처음 만났을 때도 분명 저렙 몬스터일 텐데 10대 레벨인 내가 빠르다고 느낄 정도의 속도였다. 그런데 늑대개는 그걸 또 상회하는 속도로 육박해왔다. 하지만 그런다고 당황할 내가 아니지. 나에겐 아직 비장의 수단이 남아있거든. 비기! 보너스 스탯 분배하기! 늑대개가 완전히 다가오기 전에 남아있던 보너스 스탯 중 일부를 민첩에 투자하자 육박해 오는 속도가 충분히 반응하기 쉬울 정도로 느껴졌다. 점프해서 허리부근을 노리는 늑대개를 옆으로 살짝 피한 후 니킥. 이어서 어깨 쪽을 노리고 들어오는 늑대개의 머리는 팔꿈치로 찍어 누르고 확인 사살로 바닥에 쓰러진 두 마리를 향해 로우 킥을 연속 시전. 키야! 취한다! 너무 멋있는 거 아니야? 무협소설 같은 데서 나오는 생각하자마자 몸이 반응하는 경지라는 게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아우우우우~~~~~!!! 잠깐 스스로에게 취해있는 사이에 죽은 줄 알았던 늑대개 한마리가 일어나 고개를 위로 치켜세우고 자기가 진짜 늑대라도 되는 것처럼 울어대기에 다시 한 번 로우 킥으로 마무리 지었다. 새끼가 사람이 모처럼 기분 내는데 분위기 파악을 못하고 있어. 더 이상 취해있을 맘도 안 들어서 도축 스킬을 사용하여 시체를 확인하니, 불알 쪽이 빛나고 있었다. 진짜냐. 아무리 시체라지만 인간적으로 고자로 만드는 건 너무하지 않냐. 그보다 난 죽은 개새끼 불알이나 만져야 되는 거냐. 잠깐 고민한 게 독이 된 걸까? 어느 샌가 주위를 늑대개의 무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그것도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열두 마리? 하하. 친구 울음소리 듣고 왔나 보구나? 근데 니들 좀 많다? 엄마가 다구리는 안 좋은 거라고 안 그러던? 7==================== 이세계 생활 시작 돌이켜보면 그레이트 어스사의 게임은 기본적으로 전부 파티 플레이를 전제로 하는 게임들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이 지낸 소꿉친구라든가, 기사학교를 같이 다닌 동기생이라든가 모든 게임들이 스토리상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가며 처음부터 무조건 한 명 이상의 동료가 동행했었다. 만약 이 섹스 앳 더 던전도 마찬가지라면? 스토리상 시작부터 누군가를 동료로 맞이하여 던전 초입부터 둘 이상이 뭉쳐서 도전하도록 설계된 난이도라면? 생각해보면 아무리 민첩에 보너스 스탯을 안 찍었다고 해도 성자라는 사기 클래스를 가지고 12레벨까지 찍은 내가 던전의 최약체 중 하나일 토끼의 공격을 제법 빠르다고 느낀 시점에서 뭔가 이상함을 깨달아야했다. 그러고 보니 1레벨에 모험가 등록을 하러 간 날 보던 안내원 누님과 앨리시아의 눈빛도 묘했지. 어차피 기본 스토리는 모험가가 되어 던전을 클리어하는 거니 당연히 처음부터 모험가가 되려고 했는데, 어쩌면 정상적으로 게임을 시작하면 처음부터 모험가가 되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혹시 처음부터 동료가 붙어있는 건 물론이고 그 동료와 섹스를 해서 조금이라도 레벨을 올리고 모험가 등록을 하는 스토리가 아니었을까? 지금에 와서야 상상할 수밖에 없는 가정속의 얘기지만 왠지 그런 예감이 들었다. 그런데 고작 던전 입구에서 무쌍 좀 했다고 기고만장해있었다니. 첫날은 대충 초입에서 분위기만 파악하고 길드에 있는 모험가들을 어깨너머로 배우며 이곳의 생리를 깨우쳐야했다. 인정한다. 조금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내가 이렇게 반성하고 있다고 해서 니들이 존나 강하다든가 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건 결코 아니야. 이곳이 아무리 현실이라 고해도 이 몸은 게임의 아바타째로 날아온 몸이다. 제대하고 게임에 빠져 늘어져있던 현실의 몸이면 모를까, 게임 좀 한다는 내가 이런 훌륭한 몸으로 고작 개새끼들이 머릿수 좀 모여 있다고 질 순 없지. 구원은 먼저 남은 보너스 스탯을 근력 내구 민첩에 몽땅 때려 박았다. 이름 : 구원 종족 : 인간 24 직업 : 성자 12 / 모험가 1 / 무투가 1 레벨 : 12 생명력 : 2500/2500 정기 : 1200/1200 근력 : 40 내구 : 41 민첩 : 41 체력 : 23 지력 : 21 정신 : 22 매력 : 61 보너스 스탯 : 0 상태 : 보통 방금 전 전투에서 늑대개의 생명력은 구원이 두세 방 때려야 처리 가능한 수준이었다. 세 방으로 잡은 놈도 두 대째에 이미 빈사상태였단 걸 감안해보면, 이제는 확실하게 전부 두 방으로 처리 가능할거다. 적의 공격을 한 대도 맞아본 적이 없어서 그 공격력이 얼마나 될지 알 수 없다는 게 유일한 불안요소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지. 최대한 안 맞도록 노력해볼까. 한두 방 정도는 맞아도 내구를 이렇게나 올려놨는데 설마 죽기야 하겠어? 늑대개들은 이미 구원이 독안에 든 쥐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사방에서 둘러싼 채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서서히 다가왔다. 마치 ‘다구리 치는 법 엄마한테 배운 거다 새끼야!’라고 말하는 듯한 위풍당당한 태도였다. 늑대 흉내나 내는 짝퉁 개새끼들 주제에. 어찌됐든 이렇게 사방이 둘러싸인 상태는 여러모로 불리하다 일단 벽을 등지고 서자. “간다!!” 캐갱! 소리 지르며 앞으로 달려 나갈 것처럼 제스처를 취해 혼동시키고 바로 뒤로 돌진해 방심하고 있던 늑대개를 걷어찬 후 돌파해 벽을 등질 수 있었다. 이로써 적어도 등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걱정할 필요는 없어졌다. 그대신이랄까 방심하고 있던 놈들이 이쪽을 경계하게된 것 같지만 이정도면 뭐 합리적인 교환이지. 그렇게 잠깐의 대치 후 늑대개 세 마리가 동시에 달려들어 왔다. 멍청한 놈들. 니들 오기 전에 이미 두 마리 처리한건 못 봤냐? 덤빌 거면 더 여럿이서 덤볐어야지. 좌우에서 달려드는 두 마리는 각각 주먹 한 방씩 꽂아주고 정면에서 달려드는 놈은 발로 처리한다. 양팔과 다리 하나를 뻗은 기묘하고 불안정한 자세가 됐지만, 일반인을 아득히 상회하는 신체능력이 이런 자세에도 안정감을 준다. 이어서 쓰러진 놈들에게 각각 로우 킥을 한 방씩 선물. 역시 예상대로 세 놈 모두 두 방으로 처리됐다. 남은 적은 아홉 마리. 놈들이 아까처럼 아군을 더 부르기 전에 처리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이정도면 생각보다는 가볍게 처리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구원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놈들도 위기감을 느꼈는지 이번엔 전원이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그래봤자 벽면을 등진 날 상대로 한꺼번에 달려들 수 있는 숫자는 고작해야 대여섯 마리가 한계겠지. 대가리가 나쁜 짐승 놈들이라 거기까진 생각이 못 미치나보군? 역시나 이번에 달려드는 놈들은 다섯 마리였다. 아까처럼 전원에게 각각 한방씩 날리는 건 힘들다. 그렇다면 내 쪽에서 먼저 움직인다! 늑대개들이 완전히 다가오기 전에 가장 왼쪽에서 오고 있는 놈한테 달려들어 먼저 빠르게 처리한다. 일단 한 대를 날려 기선을 제압하고 양손으로 꼬리를 잡아들어 나머지 놈들이 이쪽을 향해 뛰어오른 순간 풀스윙! 봤냐? 이게 바로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님의 지혜란 거다. 멍청하게 전부 똑같은 높이로 뛰어오르니 그렇게 당하지. 라고 구원이 생각한 순간. 구원의 머리 높이까지 날아오른 늑대개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양손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아직 오른쪽으로 휘둘러지고 있는 상황. 놈은 마치 구원을 비웃기라도 하듯 입 꼬리를 슬쩍 올리더니 큰 입을 쫙 연다. 이 새끼가! 구원은 재빨리 고개를 꺾어 다가오는 이빨을 피하고, 허리를 비틀어 강하게 어깨빵을 날렸다. “훗, 고작 미물 주제에 제법 머리를 쓰으악! 씨발!” 오른 다리에 느껴지는 격통에 내려다보니 어느새 다가온 한 마리가 이빨을 박아 넣고 있었다. “아프잖아 이 개새끼야!” 반사적으로 물린 다리를 흔들었지만 놈은 떨어져 나갈 생각을 안 하고, 그사이에 풀스윙을 맞았던 놈들도 다시 일어나 달려들어왔다. 당황해서 마구잡이로 휘두른 주먹이 그 중 한 마리의 다리를 강타했지만 아까 했던 예상과는 다르게 죽지 않고 다시 덤벼든다. 뭐야, 두 방이면 되는 거 아니었어?! 그때부터는 참으로 처절한 개싸움이었다. 개새끼들이랑 싸웠다고 개싸움이 아니라 개같이 싸워서 개싸움이다. 오른 다리에 달라붙은 놈은 아무리 차고 때려도 떨어져나갈 생각을 안 하지, 고통으로 패닉 상태가 되어 머리는 제대로 안돌아가지, 나머지 개새끼들은 상하좌우 전 방위에서 마구잡이로 달려들지. 서로 치고 박고 물고 물리고 잡아 뜯고 난리도 아니었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중간에 한 놈이 동료를 더 부르려고 자세를 취했을 때는 답지않게 정말로 가슴이 철렁했다. 다행이 울음소리를 내기 전에 주위에서 물어뜯는 놈들도 전부 무시하고 그 새끼만 복날 개 패듯 잡아 패서 최악의 사태는 회피할 수 있었다. 오른 다리에 매달린 개새끼는 끝까지 안 떨어져서 잘리는 줄 알았다. 내가 붉은발을 좋아하긴 하지만 장애까지 따라하고 싶진 않아. 결국 폼 안 나는 개싸움 끝에 우월한 스탯빨로 전부 처리하긴 했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 여기저기 물어뜯겨 만신창이가 된 몸과 피투성이에 걸레쪼가리가 된 트레이닝복과 운동화. 몸의 상처는 이럴 때를 위해 고이 남겨둔 최하급 포션이라도 마셔두면 되겠지만, 이제 운동화와 트레이닝복은 포기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어쩔 수 없지. 값비싼 수업료라고 생각하자. 죽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적이잖아? 일단 혹시 모르니 얼른 포션부터 하나 마셔야지. 지금까지 신경 못쓰고 있던 시야 한구석의 생명력 게이지를 슬쩍 보니 붉은색의 게이지는 넉넉하게 절반 이상 남아있었다. ……그, 그래! 뭐, 싸우기 전에 내구도 왕창 찍었고? 내 방어력이 좀 괜찮긴 하지! 애초에 고통 제한도 없이 그렇게 물어 뜯겨 본 것도 처음이었고. 딱히 내 엄살이 심한 게 아니야. 오히려 나 정도면 훌륭하지.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맞서서 결국 모든 적을 처리했잖아? 대견하다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기분이야! …일단 여기 더 있는 건 위험할 것 같으니 얼른 마석을 캐고 자리를 뜨자. 구원은 마석을 캐며 머릿속으로 방금 전 전투를 정리해나갔다. 먼저 스탯 창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구원이 지금까지 보너스 스탯을 일부러 안 찍고 있었던 건 이유가 있다. 일단 행동으로 스탯이 오르는 시스템이 있는 게임은 모두 그렇지만 스탯이 낮을 때나 효과를 보지 스탯이 일정 이상 되면 더 이상 효과를 보기 힘들다. 후반에 갈수록 보너스 스탯의 중요성은 높아지는 거다. 그리고 구원은 이왕이면 균형 잡힌 스탯을 선호한다. 지금이야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서 몸으로 때워야한다지만 나중에 마법사같은 직업을 얻어서 그쪽 루트로 나갈 수도 있는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직업을 제한 없이 얻을 수 있는 특성상 모든 스탯을 고르게 올리고 모든 직업을 마스터하는 먼치킨 플레이도 가능할거다. 물론 게임은 시간 배율이 존재하고 그걸 이용해 게임 시간으로 몇 백 년이고 플레이 가능해서 혼자 무쌍 찍는 게 가능한 거고 현재 구원은 거기까진 불가능할 테지만, 일단 올라운더를 목표로 할 생각이었는데 그게 초장부터 좌절됐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분명 두 방을 맞고도 버티는 놈이 있었다. 확실히 그건 내 판단착오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이 세계가 현실이란 걸 머리론 알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게임하듯이 생각해서 일어난 착오다. 게임에서 공격이란 결국 명중 판정만 받으면 되는 거다. 공격이 깊게 들어가던 얕게 들어가든 어떤 부위를 때리든 명중 판정만 받으면 결과는 같다. 레이드용 거대 몬스터 같이 특수한 경우는 부위별로 데미지 차가 존재하는 경우도 있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특수한 경우에 불과하다. 만약 게임에서 급소를 맞았다고 한방에 죽는다면, 플레이어도 데미지 1 밖에 안다는 공격을 무시했다가 심장에 찔려서 급사하고, 어떠한 강적도 급소 한방에 처리할 수 있는 밸런스 개판의 게임이 되어버리니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다. 아무리 공격이 성공해도 제대로 맞은 게 아니라면 의미가 없고, 아무리 약한 공격이라도 급소에 맞으면 일격에 죽을 수도 있다. 그 점은 분명히 해뒀어야 했는데. 머리론 아무리 현실이라고 알고 있어도, 시야 한구석에 생명력과 정기 게이지나 맵 화면 같은 게 떠다니고 있다 보니 도저히 게임 감각을 버리기 힘들다. 이것만은 시간이 흘러 적응되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건가. 아무튼 지쳤다. 마석을 다 회수해서 늑대개들의 흔적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찢긴 옷이 되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생각보다 많진 않지만 내가 흘린 피도 묻어 꽤나 더럽다. 오늘은 이만 돌아갈까. 시야 한구석에 있는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저녁시간이었다. 하긴 이 층으로 내려오는데 꽤나 시간이 걸렸지. 아침부터 아무것도 안 먹어서 배도 고프고, 이정도면 적어도 여관비정도는 나오겠지. 돌아가자. 돌아가는 길은 최단루트로 빠르게 통과해서 금방이었다. 귀찮게 빙빙 돌면서 맵을 완성시켜둔 보람이 있다. 일단 길드에서 마석부터 팔아야지. 하지만 매뉴얼과 공식 홈페이지에는 길드에 팔라고만 나와 있었지, 길드의 어디에서 팔아야 되는지는 안 나와 있었다. 길드가 좀 넓은 것도 아니고. 미궁 입구를 둘러싼 형태로 만들어진 길드 건물은 혼자 상점가 수준은 넓이를 자랑했다. 구조가 복잡하지 않고 그냥 도너츠 모양이라 건물 안에서 길 잃을 걱정은 없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 수준이다. 궁금한 게 있으면 일단 안내원이지. 구원은 아침에 모험가 등록을 해줬던 안내원 누님을 찾아갔다. 이 넓은 길드에 안내원이 한둘도 아니고 왜 또 그 누님이냐고? 대충 둘러봐도 그 누님보다 예쁜 안내원이 안보였거든. 길드의 간판인 만큼 다들 나름 예쁘장하게 생기긴 했지만 그래도 그 누님의 미모가 너무 압도적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크기의 가슴에 자로 잰 듯 단정하면서도 어른스러운 분위기. 게다가 그림으로 그린 듯한 금발벽안이다. 이렇게 내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인텔리계열 미인 누님을 놔두고 다른 안내원을 찾아간다니 있을 수 없지. “어서 오…꺅! 괜찮으세요?” 응? 아아…. 나 지금 걸레짝이었지. 오면서 생명력이 전부 회복된 덕분에 몸은 멀쩡해져서 잠깐 잊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역시 미인이구나. 놀라는 모습도 아름다우시다. “아, 네. 덕분에 괜찮습니다.” 하루에 상대하는 모험가가 한둘도 아닐 테고 기억할지나 모르겠지만, 아마 아침에 한 또라이 짓으로 첫인상은 최악일 테지. 그래서 이번엔 최대한 상식적인 답변을 했는데 어째선지 안내원 누님의 표정이 흐려졌다. 미인은 이런 표정도 그림이 되는구나. “설마 던전에 다녀오신 건가요?” “네.” “1레벨이시잖아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아니, 죄송합니다. 처음부터 제가 제대로 안내해드렸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제대로 기억하시는 모양이다. 게다가 아마 내가 이런 꼴인 게 본인 탓이라고 생각하고 엄청나게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다. 덕분에 괜찮다는 말도 비꼬는 걸로 알아들은 건가. 그냥 아무생각 없이 인사치레로 한 말인데 말이지. 물론 어쭙잖게 생긴 놈이었으면 일 똑바로 안하냐고 개진상을 부렸을 테지만 이런 미인이 이런 표정을 짓고 있으니 맘이 약해진다. 하지만 이거, 잘 생각해보니 기회 아니야? 상대의 약한 점을 파고들어 공략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그렇게 죄송하시다면 언제 식사라도 한 끼…” “아뇨. 그렇게까지 미안하진 않네요.” 말을 끝맺기도 전에 거절당했다. 표정은 엄청나게 미안한 표정인데 이런 건 칼 같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기본적인 설명을 해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시겠어요?”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해서 구원은 뒤늦게나마 모험가에 대해 기본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8==================== 이세계 생활 시작 “먼저 던전을 다녀오면 꼭 길드에 들러주셔야 해요. 원하신다면 마석을 사드리기도 하고, 간단하게 모험 내용도 보고해야 하거든요. 만약 길드에 없는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시면 길드에서 일정량의 포상금도 드려요. 그리고 그렇게 작성 된 모험 내용들을 바탕으로 길드에서는 모험가들에게 던전의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해주는 시스템인거죠. 참고로 던전 초입은 토끼와 거대 쥐, 너구리의 서식처로 적정 레벨은 10정도에요. 사실 이런 건 정말 대부분 상식으로 알고계시는 내용들이고, 특히 모험가 지망생이면 모르는 게 이상한 얘기들이거든요. 변명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래서 아침에도 그냥 할 일 없이 치근덕대시는 건줄 알고 돌려보낸 거였어요. 정말 죄송해요.” 그러면서 재차 사과해오는 안내원 누님은 눈을 위로 치켜떠 올려다보며 애교 있는 표정을 지었다. 커헉! 그렇잖아도 미인인데 절대 안 그럴 거 같은 인텔리계열 누님이 이런 표정이라니. 강제 크리티컬을 발생시키는 훌륭한 갭이다. 남자라면 누구라도 용서해줄 수밖에 없을 것 같은 표정에 구원도 저도 모르게 괜찮다고 손사래치고 말았다. 게다가 치근덕댔다는 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긴 하고. “감사합니다. 길드 벽면에 붙어있는 의뢰들 중 원하시는 의뢰가 있다면 직접 여기로 가지고와서 접수하시면 되요. 완료 후에는 여기로 오셔서 보고하시면 바로 보수가 지급 됩니다. 그 대신 길드에서도 일정부분 수수료를 가져가긴 하지만 길드에 있는 의뢰서들의 보수들은 이미 그 수수료를 제한 보수니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으세요.” 과연. 괜찮은 시스템이다. 어차피 길드의 중계 없이 개인적으로 구원에게 의뢰를 맡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니 수수료를 아까워할 필요도 없다. “참고로 현재 있는 의뢰 중 가장 손쉬운 의뢰는 토끼의 가죽을 열 장 모아오는 거예요. 사실 의뢰는 빠른 사람이 임자라 이렇게 알려드리면 안 되는 건데 죄송한 마음에 알려드리는 거니 다른 사람한테 말하시면 안 돼요. 아, 하지만 아직 1레벨이시니 그다지 도움 되는 정보는 아니시겠네요. 죄송합니다.” “아뇨. 충분히 도움 됩니다. 토끼 가죽 10장이죠? 여기요.” 구원이 인벤토리에서 토끼가죽 10장을 꺼내자 안내원 누님의 눈이 크게 떠졌다. “레벨 1 아니셨어요?! 어떻게?!” “아뇨. 실은 그 후에 운 좋게 레벨을 좀 올렸거든요.” “그래도 직업 레벨은 1이시잖아요? 대체….” “실은 제가 좀 특이한 직업이 있어서요. 운 좋게 직업 레벨도 같이 올랐어요.” “그러고 보니 그랬죠. 아! 혹시 이방인이신가요?” “이방인? 뭐 이쪽 여신한테 납치당해온 사람들을 말하는 거면 뭐 그렇게 되겠네요.” “그렇군요. 직접 보는 건 처음이지만 여신님께서 데려오신 분들은 특이한 직업을 가지신 분들도 종종 있단 얘길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럼 여기 의뢰 보수 90쿠퍼입니다.” 적어! 대체 물가가 어떻게 되는 거야. 참고로 이 세계의 화폐는 100쿠퍼가 1실버 100실버가 1골드다. “아하하. 그럼 여기 마석이랑…아까 말한 모험 내용 보고는 뭘 하면 되는 건가요?” “어머 꽤나 모아오셨네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안내원 누님은 마석을 받아들더니 어떤 기계에 넣었다. 아마 저 기계로 마석의 가치를 측정하는 모양이다. “던전에는 초입에만 가셨죠? 그럼 보고는 간단하게 상대한 몬스터와 몬스터를 쓰러트리고 얻은 재료의 종류만 말해주시면 되요.” 구원이 대략적인 보고를 마치는 사이에 마석을 측정하는 기계도 작동을 멈췄다. “처음인데도 늑대개를 상대하셨다고요?! 마석의 가치도 4실버 62쿠퍼…거짓말은 아닌 모양이네요. 처음인데도 이 정도라니 굉장하세요. 혹시 성자 전설이라고 떠들었던 거, 허풍이 아니셨나요?” “아하하…. 뭐 그렇게 되나요.” 누님의 초롱초롱해진 눈동자에서 슬그머니 눈을 돌렸다. 스스로 흥에 겨워 나대는 거면 모를까, 이렇게 판 깔아 주고 띄워주면 왠지 쑥스럽단 말이야. 결코 내가 숙맥이거나 동정이라 그런 건 아니다! 아니, 애초에 가상현실에선 동정도 아니고! 잠깐, 여긴 현실이잖아. 어?! 생각해보니 그럼 나 현실에서도 동정딱지 뗐네?! 이제 완전 현실에서도 섹스 마스터로 거듭나는 플래그 아니냐? “뭐! 과도한 스포일러는 재미없는 법이죠! 앞으로의 활약에 기대해주십쇼!” “후훗. 네 그럴게요.” 아침과는 다르게 안내원 누님도 재미있다는 듯이 웃어준다. 이것이 탈동정의 힘인가! 감사합니다. 앨리시아님! 그렇게 안내원 누님과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나누며 정산을 마치고 덤으로 내가 상대할 수 있을만한 몬스터들의 정보도 조금 얻었다. 결과적으로 소지금은 5실버 52쿠퍼. 아직 수중엔 재료도 남아있는데 이미 초기 금액 이상은 뽑았다. 스스로의 적응력이 두렵도다. 대충 돈은 충분히 모은 것 같으니 재료는 내일 처리하고 일단 오늘은 여관에서 쉬기로 했다. 발걸음도 당당하게 제일 먼저 눈에 띈 여관에 들어가니, 웬 멧돼지 같은 아줌마가 카운터에 앉아있었다. “어서 오세요.” 어서 오기 싫어지는 면상으로 잘도 떠드는군. 제길, 더러운 뽑기 운. “하루 묵으려고 하는데 식사 포함해서 얼마죠?” “1박에 4실버, 끼니당 50쿠퍼요.” “비싸!” “뭐라는 거요. 어디를 가도 이 정도는 하는구먼. 이 정도 낼 돈도 없으면 어디 마구간이라도 알아보시구려.” 이 세계는 얼굴과 인성이 비례하기라도 하는 건가. 말하는 본새보소.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1박이 아니라 잠깐 머무르는 건 3실버?” “잘 아시는구려.” “사라바다!” 구원은 당장 발걸음을 돌려 가게를 나와 맵을 보며 걸었다. 목적지는 정해져있다. “어서 오세요.” “하루 묵으러 왔습니다.” “네 1박에 4실버입니다. 식사를 추가하시면 한 끼에 50쿠퍼가 추가돼요.” “오늘 저녁이랑 내일 아침까지 부탁드립니다.” “네. 5실버 받았습니다. 식사는 식당에서 하시겠어요? 아니면 방으로 가져다드릴까요?” “방에서 먹을게요.” 사실은 식당에서 먹으면서 귀동냥이라도 하는 게 좋긴 하겠지만 오늘은 너무 지쳤다. “네, 그럼 준비되는 대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 물론 구원이 온 곳은 점원이 제법 예쁜, 앨리시아와 왔던 여관이었다. 중세 판타지 세계로 보이는 겉모습 때문에 이 세계를 너무 얕보고 있었어. 설마 이정도 설비가 평범한 축이었다니. 방에 들어가 일단 제일 먼저 거울 앞에 서봤다. 안내원 누님이 그렇게 미안해한 이유도 알 것 같군. 거지도 이런 상거지가 없다. 그나마 엄청나게 잘생겨서 꽃거지로 보인다는 점이 다행인가? 아니, 전혀 다행이 아니잖아! 운동화는 뭐 그나마 억지로 빈티지 패션이라고 우기면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트레이닝복은 여기저기 뜯기고 찢어지고 난리도 아니다. 아니 잠깐. 자세히 보니 그나마 몸통 쪽은 필사적으로 막아서 팔다리가 집중적으로 뜯겼잖아. 몸통 부분 역시 구멍이 송송 뚫려 있긴 하지만 적어도 찢겨져 있진 않다. 반팔 반바지로 만들어 입으면 그나마 좀 괜찮아질지 모르겠는데? 물론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을 꼴이 되겠지만 패완얼이다. 패완얼. 당장 아래로 내려가 점원에게 가위를 빌려 반팔 반바지로 만들어봤다. 인정하지.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얼굴로 커버하는 것도 한계는 있는 법이더군. 이걸로 내일 목표도 정해졌다. 적어도 여관비와 옷 한 벌 살 돈은 번다. 저녁을 먹고 침대에 누워 허공을 쳐다보며 구원은 생각에 잠겼다. 정확히는 허공이 아니라 허공에 떠있는 스킬창을 보고 있는 거지만. 일단 이 세계에서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게임 클리어 목표인 미궁 답파도 생각해봤지만 목숨이 하나인 이상 현실적인 생각은 아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딱히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안 든다. 하나뿐인 자식을 애타게 찾고 계실 부모님께 조금 미안한 말이긴 하지만 오자마자 하루 만에 24년 동안 못했던 탈동정까지 한 멋진 세계다.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 이상하다. 던전에서 개고생을 하긴 했다지만 탈동정, 그리고 앞으로 있을 훌륭한 미래의 대가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심하게 고생한 것 같지도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다면 이 세계에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제일 편한 방법은 고레벨 여자를 꼬셔서 섹스를 하는 거다. 보통 고렙이랑 하면 그냥 이쪽이 뽑히고 끝날 테지만 구원에겐 성자의 스킬이 있다. 섹스 마스터리 3 패시브 스킬 섹스에 관한 전반적인 능력이 상승하여, 섹스 시 발생하는 쾌감이 [6%]만큼 증가합니다. 최후의 자존심 2 액티브 스킬 소모 : 자원 100 아무리 강대한 적을 상대하더라도 남자로서 최후의 자존심은 지켜냅니다. 사정 시 얻는 쾌감의 [2%]만큼의 쾌감으로 상대도 절정에 이르게 합니다. 최후의 자존심에는 보유한 자원 100당 1% 증가된 효과가 적용됩니다. 게임 시작 시 기본으로 배우고 있는 성자의 기본이 되는 두 가지 스킬이다. 섹스 마스터리는 섹스 시 얻는 쾌감이 곧 경험치 획득량으로 직결되는 이 세계에서 한마디로 경험치 부스터라고 보면 된다. 그것도 상대방의 쾌감만 증가시키는 게 아니라 구원 자신의 쾌감도 증가하기 때문에 파티원과 관계를 맺어 키워주기도 가능한 사기스킬이다. 그리고 그걸 압도하는 사기 스킬이 바로 최후의 자존심이다. 구원은 처음엔 앨리시아가 오르가즘을 느낀 게 훌륭한 연장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스킬 창을 보고 그게 아니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아마 힘주다보니 무의식중에 스킬이 발동된 거겠지. 이 스킬만 있으면 상대방이 아무리 고렙이라도 일정량의 경험치는 얻을 수 있고, 그걸 이용한 폭업이 가능하다. 문제는 그런 고렙들은 구원과 섹스를 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앨리시아가 기분 내키면 또 상대해 준다고 했으니 오체투지라도 하면서 빌어야하나? 그것도 일단 만나야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구원의 알량한 세치 혀로 산전수전 다 겪은 고렙들을 꼬실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지 않는다. 결국 실현 불가능한 일이란 말이다. 고렙을 꼬셔서 폭업이 안된다면 차선책은 비슷한 레벨의 같이 클 파티원을 하나 구하는 거다. 한 번에 폭업은 불가능 하겠지만 많이 하다보면 스킬레벨도 올라가면서 가속도가 붙어 서로 레벨이 빠르게 올라갈 거다. 물론 굳이 파티원일 필요는 없지만 이왕 본인뿐 아니라 상대도 키우는 거 오래오래 같이 다닐 파티원이 좋겠지. 좋아 그렇게 정했으면 필요한 스킬이 있지. 스킬도 스탯처럼 직접 습득하든가 포인트를 찍어 얻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물론 두 가지 방법 다 관련 직업이나 선행 스킬 같은 조건을 만족시켜야 얻을 수 있다. 스킬 레벨도 웬만하면 포인트는 아끼면서 숙련도로 올리고 싶고 습득도 스스로 하고 싶지만, 몇몇 스킬들은 도저히 어떻게 얻는 건지 감이 안 잡히는 게 있다. 예를 들어 애널라이즈. 그렇지? 어떻게 익혀야 될지 감이 안 잡히지? 상대방을 그냥 바라보면서 파악하고 싶다고 간절히 바라면 익혀지나? 그렇다면 안내원 누님의 그 이기적인 가슴의 수치를 파악하기 위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을 때 이미 익히고도 남았을 거다. 그걸로 익히지 못했으니 이런 스킬들은 할 수 없이 포인트로 얻을 수밖에 없겠지. 그래서 구원은 일단 두 가지 스킬을 찍었다. 애널라이즈 1 액티브 스킬 소모 : 자원 1 상대방을 보고 그 능력을 분석합니다. 자기보다 [1레벨] 높은 상대까지 [레벨]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섹스 애널라이즈 1 액티브 스킬 소모 : 자원 1 상대방을 보고 섹스 성향을 분석합니다. 자기보다 [1레벨] 높은 상대까지 [성감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각각 모험가와 성자의 스킬이다. 나머지 스킬 포인트는 일단 아껴두자. 맘 같아선 성자의 스킬 란에 보이는 설명만 보고 있어도 흐뭇해지는 스킬들을 마구잡이로 찍고 싶지만, 저런 건 결국 실전을 통해 얻을 방법이 있을 것 같은 스킬들이다. 괜히 포인트를 낭비할 필요는 없다. 더 보고 있으면 괜히 충동적으로 스킬 포인트를 남발해버리고 말 것 같다는 생각에 구원은 스킬창을 끄고 베게로 얼굴을 덮었다. 오늘 하루는 고생했다. 그리고 그 이상으로 필사적으로 보냈다. 게임을 한 거랑 한 행동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그렇게 느끼는 건 역시 이 모든 게 현실이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 이제 오늘은 푹 자자. 내일도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일단 옷값과 여관비를 벌어야 하고, 모험가들을 애널라이즈로 둘러보며 파티원으로 삼을만한 괜찮은 사람이 있는지도 찾아야 한다. 그리고 또 미궁에서 시험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구원은 머릿속으로 내일 할 일들을 정리해나가며 서서히 꿈속으로 빠져갔다. 의식이 끊어지기 직전에 어디서 본 것 같은, 하지만 한편으론 이 세상 것이 아닌 것 같은 아름다운 여인의 포근한 미소가 구원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있을리가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재밌게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도즈 // 칼 같은 누님도 언젠간 공략할 수 있는 날이 오…겠죠? 진타 //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9==================== 이세계 생활 시작 다음날 아침, 구원은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시야 구석에 있는 시간을 확인하니 오전 6시. 아무리 피곤해도 6시만 되면 칼기상을 하는 게 구원의 다양한 장점 중 하나다. 식당에 내려가 아침 식사를 기다리는 동안 시험 삼아 종업원 아가씨에게 자기 전에 찍은 스킬들을 시험해봤다. 그러자 머리 위에 8이라는 숫자가 뜨고, 양 가슴의 끝부분과 귓등, 발가락 같은 부분이 핑크빛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각 부위마다 밝기가 다른데 이건 아마 밝게 빛날수록 민감한 부위라는 뜻이겠지. 가슴이랑 귓등은 뭐 평범하다면 평범하니 그렇다 치고 발가락이라…. 저 순진해 보이는 얼굴로 발가락이라…. …왠지 꼴리기 시작했다. 이 스킬 진짜 저렙부터 배워도 되는 스킬 맞나? 활용법이 무궁무진하잖아. 흐흐흐. 이것만 있으면 앞으로 딸감 걱정은 없겠어. 그 후로도 구원은 아침 식사를 하는 동안 식당에 띄엄띄엄 앉아있는 투숙객들에게 눈길을 주며 애널라이즈를 사용하여 스킬 숙련도를 올렸다. 다만 섹스 애널라이즈의 숙련도는 포기하고 봉인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스킬은 남발하기엔 너무 위험 부담이 큰 스킬이란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일단 스킬 숙련도를 올린다고 남발하다가 시커먼 사내새끼나 나이 먹은 아줌마 할머니, 혹은 너무 어린 애새끼를 상대로 사용하기라도 하면 알고 싶지도 않았던 정보로 뇌가 오염되어 멘탈이 바스러질 위험이 있다. 주의하면서 젊고 예쁜 여자들 상대로만 골라 쓴다고 해도 그건 그거대로 문제점이 있다. 아무리 구원이 스스로의 물건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곤 해도, 공중의 면전에서 빳빳하게 세우고 돌아다닐 정도로 변태는 아니다. 그런 이유에서 구원은 눈물을 머금고 섹스 애널라이즈는 봉인할 수밖에 없었다. 식사를 마치고 길드로 향하는 도중에도 계속 스쳐지나가는 사람마다 닥치는 대로 애널라이즈를 남발하며 숙련도를 올렸다. 물론 숙련도를 올리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제일 큰 목적은 파티원을 찾는 거다. 남녀가 파티원이 되면 이 세계의 특징상 자연스레 섹스 파트너도 겸임하게 될 거고, 그에 따라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런 파티원을 찾는 일이니 만큼 구원도 타협은 하고 싶지 않았다. 이왕이면 상당한 수준의 미녀를 원한다. 물론 예쁠수록 레벨 업 하기도 쉽다는 이 세계의 특징상, 그렇게 딱 맞는 미녀면서 레벨도 구원과 비슷한 모험가를 찾기란 쉽지 않을 거다. 그렇다고 해서 기념비적인 첫 파티원을 대충 상황에 맞춰 타협한 수준으로 맞아들이고 싶진 않다. 이건 인내심 싸움이다. 눈에 띄는 미인들은 전부 스킬 발동이 실패하는 걸 보면서도 구원은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애널라이즈를 사용해가며 길드에 도착했다. 일단은 던전부터 들어갔다 와야 하나. 파티원 찾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금 제일 시급한건 돈이다. 길바닥에서 밤을 지새울게 아니면 오늘도 여관비 정도는 벌어야 하고, 하는 김에 적어도 평범한 천옷 한 벌 정도는 사고 싶다. 어젯밤 잠자기 전부터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궁금증 하나만 해소하고 바로 던전부터 가자. “어머, 어서 오세요. 일찍부터 나오셨네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아뇨. 딱히 일이랄 건 없고요. 그냥 궁금한 게 하나 있어서요.” 구원은 안내원 누님 앞에 서서 두 눈을 있는 대로 크게 떴다. 받아라! 필살! 세에에엑스! 애널라이즈!! “궁금한 점이요? 어제 기본적인 설명은 다 해드렸다고 생각했는데, 뭔가 빠뜨린 부분이라도 있었나요?” 스킬 발동 실패. 망할!!! 역시 이 미모에 저렙일 리가 없었나! 왜 안내원 따위나 하고 있어서 사람을 기대하게 만드는 건데?!!!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다녀올게요.” “네, 네? 아, 네. 다녀오세요.” 의아해하는 안내원 누님을 뒤로한 채, 구원은 쓸쓸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늑대개들이 서식하는 구역이다. 구원은 아직 실험해보고 싶은 게 남아있으니 먼저 모르모트를 찾아야 한다. 어제 안내원 누님께 얻은 정보에 의하면 늑대개는 기본적으로 두세 마리가 한 그룹이 되어 뭉쳐 다니고, 같은 그룹의 일원이 죽으면 그 특유의 울음소리로 알려 다른 그룹을 부르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증원을 부르기 전에 빠르게 처리하는 게 관건으로, 그것만 조심하면 구원의 스펙으로 처리하기 매우 손쉬운 몬스터다. 그렇다고 해서 괜히 뭉쳐있는 놈들을 상대로 실험하다가 동료를 부르면 골치 아파지니, 일단은 혼자 다니는 놈들 찾는다. 몇 무리의 늑대개를 처리하면서 탐색하던 도중, 드디어 홀로 돌아다니고 있는 놈과 조우할 수 있었다. 주위에 다른 무리의 기척도 느껴지지 않고, 실험하기엔 절호의 찬스다. 실험이라고 해도 뭔가 거창한 걸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어제 봤을 때, 게임과 다르게 현실적으로 데미지가 들어가는 모양이니 그걸 좀 수치화시켜서 알고 싶은 것뿐이다. 이런 건 안전한 저렙 때 파악해두는 게 좋잖아? 일단 압도적인 신체능력으로 상처 없이 제압한 후 트레이닝복의 자르고 남은 팔다리 부분으로 사지를 결박하고, 동료도 부를 수 없게 주둥이를 손으로 꽉 잡았다. 자, 실험을 시작하지. 먼저 일부러 팔을 내밀어 늑대개가 물게 한다. 어제의 경험으로 방어력이 충분하다는 확신도 생겼고, 미리 물린다는 사실을 알고 대비하고 있어서인지 어제처럼 패닉상태에 빠질 정도로 아프게 느껴지진 않았다. 물론 감각제한이 걸린 가상현실에서와는 비교도 안 되게 아프지만 이정도면 아직 참을 만하다. 자세히 보면 늑대개의 이빨은 살가죽을 뚫고 들어가 피가 배어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뿐이다. 그 이상은 박히지 않아 치명적인 피해는 주지 못하고 있다. 생명력 게이지를 확인한 후 일단 늑대개를 떼어내고, 이번엔 다리를 내밀었다. 따끔한 고통과 함께 생명력 게이지를 확인하니, 팔을 물렸을 때와 딱히 데미지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팔다리라 비슷한 수준인 건가? 급소 부위는 조금 다를까? 구원은 늑대개의 입을 강제로 벌려 목 근처로 가져가봤다. 콰직! “꾸왁! 씨발!” 미리 고통에 대비하고 있었는데도 목에 이빨이 파고드는 소름끼치는 감촉에 저도 모르게 괴성을 지르며 주먹을 뻗어버렸다. 안 돼. 안 돼. 죽이는 건 실험이 끝나고도 늦지 않는다. 아직 실험할 게 남아있는데 또 언제 만나게 될지 모를 좋은 기회를 날려버릴 순 없지. 힐끗 생명력 게이지를 확인해보니 여전히 조금 밖에 안 깎이긴 했지만, 그래도 팔이나 다리를 물렸을 때와 비교하면 확실히 생명력이 깎여있었다. 다음 실험은 신체 말단에 생명력 이상의 데미지가 누적되면 어떻게 될지를 알아보는 실험이다. 예를 들어 손가락 끝에 최대 생명력 이상의 데미지를 입었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과연 죽는 걸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손가락 끝이 없어진다고 죽는 일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게임 시스템 상으로 생명력이 0이 되면 죽는다. 이 모순은 과연 어떻게 처리 될까? 어제일로 미뤄봤을 때 죽진 않을 거란 확신은 있다. 개싸움 중에 다리에 최대 생명력 이상의 데미지를 입은 늑대개가 다리만 없어지고 살아있었으니. 그렇다면 그렇게 신체 일부를 잃었을 때 상태창상으로 어떻게 나타날까? 생명력을 회복하면 신체부위도 다시 돋아날까? 자기 몸으로 실험하기엔 미친 짓이란 걸 머리 한구석으론 알고 있는데, 시스템을 정확히 파악하고 싶다는 게이머의 본능이 이겼다. 일단 늑대개에게 새끼손가락 끝부분을 물리고, 만약을 대비해 최하급 포션 하나를 손에 든다. 자, 과연 어떻게 될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생명력 게이지가 야금야금 깎여가긴 하지만 그뿐이다. 슬슬 생명력 게이지가 꽤나 떨어졌으니 그만 두려고 했을 때, 으드득! 하는 소리와 함께 손가락에 격통이 달렸다. “끄아아아악! 씨발! 씨발!” 재빨리 늑대를 쳐죽여버리고 포션을 들이켜 생명력을 채우지만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얼핏 눈에 들어온 상태창에는 처음 보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상태 : 신체 상실 신체 일부분에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24시간 안에 치료하지 않으면 최대 생명력이 영구히 50 감소합니다. 씨발! 어떡해야 하지? 신전 같은 데라도 찾아가야 하나? 일단 포션부터 부어볼까? 일단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처치로 인벤토리에 있는 최하급 포션을 몽땅 꺼내서 손가락에 들이붓자 그제야 아픔이 가시며 상태창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후…. 하마터면 좆 될 뻔했네. 병신같은 게이머 본능. 뭐가 실험이고 뭐가 검증이냐. 내가 두 번 다시 내 몸으로 이딴 미친 짓을 하면 사람이 아니다. 생각해보니 잠깐 맛이 갔었지. 게임도 아니고 진짜 죽을지도 모르는 현실에서 내가 지금 뭐한 거지? 아직도 게임하는 줄 알고 있나? 뭔가에 홀려 있다가 찬물을 확 끼얹어진 기분이다. 앞으론 정말 조심하자.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다. 그래도 일단 내 몸으로 때워서 알아보고 싶은 건 전부 알아봤다. 그나마 아직 저렙이라 안전할 때 깨우쳐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급소를 공격당하면 죽을 수도 있고, 생명력을 채운다고 사라진 팔다리가 돋아나는 것도 아니다. 이 세계는 어디까지나 현실인 거다. 크르릉! 손가락을 아작냈던 늑대개의 마석을 추출하고 자리를 뜨려고 일어나자, 어느 샌가 새로운 늑대개 한 마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또 한 마리라니. 운이 좋은데? 아, 혹시 이 녀석의 동료인가? 뭐가 됐든 마지막으로 알아보고 싶은 게 남아 있었는데 잘됐군. 방금 그렇게 아픈 꼴을 봐놓고 뭘 또 알아보냐고? 이번엔 내 몸으로 알아보는 게 아니다. 바로 저 늑대개를 모르모트로 알아보는 거지. 만약 몬스터가 산채로 마석을 적출당하면 어떻게 될까? 마석이 뱃속에 있는 던전 입구 근처 몬스터들은 마석을 빼내려고 배를 따는 시점에서 이미 죽어버리니 알아볼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늑대개는 완벽한 실험체다. 보통 불알을 떼버린다고 죽진 않잖아? 물론 죽을 정도로 아플 거고, 살기 싫을 정도로 육체적 정신적 피해가 크겠지만 그렇다고 죽진 않는다. 사람 대 몬스터가 아닌 남자 대 남자로서 참으로 미안한 일이 아닐 수 없지만, 이건 불가피한 희생이다. 적어도 고통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순식간에 처리해주마. 녀석은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구원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들어왔다. 구원과의 남은 거리가 2미터 정도 남은 시점에서 녀석이 뛰어올랐을 때, 그때까지 가만히 서있었던 구원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등짝! 등짝을 보자! 먼저 공중에 떠있는 녀석의 옆을 스쳐지나가 뒤를 점하고 무방비하게 늘어져있는 고환을 잡아챈다. 그리고 명복을 빌어주며 눈을 감고 힘껏 잡아 뜯는다. 물 흐르듯이 이어진 일련의 동작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된 녀석은 썩어가듯 수축하더니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남은 건 바닥에 떨어진 늑대개의 가죽과 구원의 손 안에 쥐어진 마석뿐이었다. “크크큭. 역시 그렇군. 내 예상은 정확했어.” 손 안에 쥔 마석을 바라보는 구원의 눈동자가 번들번들 불길하게 빛났다. “그렇다면 이제부턴 쇼 타임이지.” 그때부터 구원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늑대개를 만나면 달려오는 늑대개의 옆으로 슬쩍 빠져 뒤를 잡은 후 고환 적출. 마치 합을 맞춘 것처럼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중성화를 시키고 다음 제물을 찾아 발걸음을 옮긴다. 이미 구원에게 남자 대 남자로서 미안한 마음 같은 건 눈곱만큼도 남아있지 않았다. 머릿속엔 그저 이 꿀을 빨 수 있을 때까지 빨기 위해, 미친 듯이 늑대개를 처리해나갈 생각만이 가득했다. 그러고 보니 이놈들은 하나같이 수컷밖에 없네. 암컷은 아예 없나? 잠깐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이내 신경을 껐다. 뭐, 상관없나. 어차피 길드에서도 몬스터들의 생태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몬스터들이 어디서 생기고 어떤 생태를 가지고 있는지. 던전에 드나드는 모험가들이 생물학자들도 아니고, 그런 것까지 알 리가 없지. 그보다 지금은 노가다다. 모험가가 한둘도 아니고 지금까지 왜 이런 꿀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언제 발견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고, 구원을 지나가다 본 모험가가 모방할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니 정보가 퍼지기 전에 최대한 많이 늑대개를 사냥한다. 그날 구원은 늑대개의 마석으로만 10실버가 넘는 돈을 벌 수 있었다. 왠지 노가다란 건 하다보면 한 마리만 더, 한 마리만 더 하면서 계속 하게 된단 말이야. 원래 계획대로라면 적당히 사냥해서 옷 살 돈과 여관비만 벌고, 길드를 돌아다니면서 애널라이즈로 파티원이 될 사람을 찾아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생각 외로 노가다에 빠져버려서 너무 늦게까지 사냥에 빠진 바람에 결국 파티원 탐색은 내일부터 하기로 했다. 이걸로 옷을 사고도 돈이 남았으니 괜찮은 결과였다고 생각할까. 옷은 무난하게 평범한 천옷으로 샀다. 옷만 놓고 보면 모험가가 아니라 마을 사람A라고 생각해도 착각해도 될 만큼 평범한 차림새지만, 어차피 한동안은 늑대개만 사냥할 생각이고 데미지를 입을 일도 없으니 갑옷 같은 건 아직 필요 없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여관에 돌아온 구원은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습관적으로 게임 창들을 하나하나 열어 살펴봤다. 늑대개를 그렇게 잡았는데도 레벨이 전혀 오르지 않는 걸 보니 확실히 전투로 레벨 업을 하는 건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 이래서야 공식 블로그에서 말했던 고레벨 처녀 캐릭터 같은 게 이 세계에서도 존재할 수 있긴 할까? 딱히 처녀를 따지는 건 아니지만 그런 속성 인물도 한명쯤은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면서 잠에 들었다. ============================ 작품 후기 ============================ Elpo // 추천 감사합니다. 말 그대로 제정신이 아닌 세계관이죠. 진타 // 추천 감사합니다. 생각 외로 분위기를 맘에 들어해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네요. 있을리가 //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오염된왕좌 // 감사합니다. 정신세계가 살짝 독특한 주인공이죠. 쓰굴 // 쿠폰을 받을 수 있을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감사합니다. 가오가스 //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아아아아그냥즐기자 // 죄송합니다. 퇴근하고 한편 쓰기도 벅찬 초보 작가라 연참은 조금 힘들 것 같아요. 10==================== 첫 번째 동료 늑대개의 약점을 파악한 다음부터 구원은 같은 사이클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일단 점심까지 길드에 죽치고 앉아 드나드는 사람들을 애널라이즈로 확인하며 파티원으로 끌어들일만한 사람이 있는지 살펴본다. 점심을 먹은 후엔 던전에 들어가서 야생 늑대개의 중성화에 힘쓰고, 저녁에 다시 돌아와 길드에 죽치고 앉아 파티원을 찾아보다가 자러 간다. 반복되는 생활 패턴으로 새로운 스킬도 얻었고, 스킬 숙련도도 꽤나 올릴 수 있었다. 전투로 올리기 힘들다는 레벨도 겨우 1이긴 하지만 올랐을 정도였다. 돈도 이제는 제법 여유가 생겨, 며칠정도는 던전에 안 가도 여관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는 쌓였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파티원으로 끌어들일 인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애널라이즈를 하다보면 간간히 구원과 비슷한 레벨대의 모험가들도 발견이 되긴 했다. 그야 이렇게 넓은 길드에 이렇게 많은 모험가들이 모여 있는데, 구원과 비슷한 레벨대의 모험가가 안보이면 그게 이상한거지. 문제는 외모다. 예쁠수록 이성을 꼬시기도, 행위 시 만족도도 크다보니 기본적으로 예쁠수록 레벨 업이 손쉽다. 게다가 레벨이 올라가면 매력에도 보정이 들어가니 더더욱 예뻐진다. 그러다보니 고레벨 모험가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길드에서는 절세미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미인들을 상당한 빈도로 만날 수 있고, 그에 따라 구원의 눈도 쓸데없이 점점 더 높아져만 갔다. 그런 구원의 눈에 아직도 구원과 비슷한 레벨에서 놀고 있는 모험가들의 외모가 눈에 찰리 없다. 그럼에도 구원은 타협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가짐으로 길드를 드나들며 미인들 상대로 먹히지도 않는 애널라이즈를 시전하는 매일을 보냈다. 어딘가에, 어딘가에는 분명 아직 기회가 없어 꽃피우지 못하고 저레벨을 전전하는 절세미녀가 한명쯤은 있을 거야.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함께 지내며 같이 뒹굴지 모를 파티원인데 타협은 절대 안 돼. 그런 되지도 않는 기대를 하면서 보내는 매일. 그런 생활이 일주가 되고, 이주일이 넘어가자 슬슬 구원도 타협을 해야 하는 건가 심각하게 고민됐다. 젠장…. 게임이었으면 호구같은 남자새끼들이 손도 못 대서 저레벨을 유지하는 절세미녀가 산처럼 쌓여있을 텐데, 현실의 벽이란 이런 건가. 그렇게 점점 기대도 옅어져가고 있지만, 오늘도 습관적으로 길드로 향한다. 아무 기대도 안하고 길드에 들어가자 입구 근처에 굉장한 미녀가 왠지 곤란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어깨에 살짝 닿는 길이의 어두운 와인빛 머리카락. 심지가 강해보이는 커다란 눈동자와 시원스레 뻗은 콧대가 어딘가 도도하고 쿨해 보이는 인상을 준다. 몸매는 전체적으로 슬렌더라고 할까, 키가 크고 늘씬하게 쫙 빠진 스타일이지만 들어갈 데가 확실히 들어가서 여성스러운 느낌을 강조한다. 나이는 구원보다 서너 살 어린 정도일까? 그런 잘 빠진 미녀가 눈썹을 찌푸린 채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구원은 딱 보자마자 느낌이 왔다. 애널라이즈를 쓰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게 외모는 저렙인게 이상할 정도로 엄청난 미인이지만, 복장은 그냥 평범한 시골 아가씨나 입을 것 같은 차림이다. 손에 든 활만 없었으면 모험가가 아니라 의뢰를 하러 온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니. 곧장 애널라이즈를 실행해보자 예상대로 레벨은 겨우 7에 불과했다. 이런 미인이 내가 묵는 여관 종업원보다 레벨이 낮다니. 대체 경험이 얼마나 없는 거야?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다. 구원은 앞뒤 가릴 것도 없이 그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일단 인사를 건넸다. 이래 뵈도 구원은 커스터마이징에 엄청나게 공을 들인 미남. 멀쩡하게 행동만 하고 있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감을 가질 외모다. 이 여자도 도도해보이긴 하지만 적어도 첫인상이 나쁘진 않을 거라는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었다. “아뇨. 안녕 못하네요.” 여자는 뭔가 불쾌한 눈길로 구원을 한번 째려보더니 다시 정면을 향하고 고민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허허. 예쁜 건 예쁜 값을 한다더니 싸가지 보게.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내가 아니지. 너 오늘 잘못 걸렸어. 누가 이기나 해보자. “하하. 그러시군요. 왜 안녕 못하실까?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가요?” “길드 직원이에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그쪽이랑 상관없잖아요?” 씨발! 썅년이 몸속에 에어컨을 쳐달았나. 쿨하다 못해 냉방병 걸리겠네. 너 나한테 따먹힌 다음에도 그딴 말이 입에서 나오나 보자. “아뇨. 상관없다니요.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 곤란한 표정을 짓고 계신데 그냥 지나친다면 신사로서 도리가 아니죠.” “차라리 그냥 따먹고 싶어서 찝쩍대는 거라고 솔직하게 말하지 그래요?” ……헐. 어떻게 알았냐. 제아무리 구원이라도 잠시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아무래도 곤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친절한 미남 작전은 안 먹힐 것 같다. 이렇게 되면 플랜B다! “하하.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스스로의 외모에 자부심이 굉장하신 것 같은데, 전 그렇게 아무한테나 막 달려들 정도로 발정나지 않았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성분들도 계시고요.” 완벽한 뻥카지만 나정도 외모면 이런 뻥카도 완전히 거짓말이라고 단정 짓기 어렵겠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쪽과 제가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을 걸게 됐습니다.” “비슷한 레벨끼리 떡쳐서 같이 레벨 업 하자고요? 관심 없으니 딴 데 가서 알아보세요.” 엄마, 나 얘 좀 무서워. 혹시 독심술 쓰는 거 아니야? 하지만 나에겐 아직 다음 플랜이 남아있다! “그럴 리가요. 다름이 아니라 혹시 동료를 구하고 계신 게 아닌가요?” “그러니까 섹스 파트너는 다른데 가서….” “아뇨. 제 말은 순수하게 던전에서 같이 싸울 동료를 말하는 겁니다. 장비를 보니 혼자서 던전에 다니실 수준은 안 되시는 것 같은데.” “그건 그쪽도 마찬가지 같은데요?” “아뇨. 전 이래 뵈도 저레벨 몬스터들 상대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 혼자서 다닐 수준은 됩니다.” “그럼 저랑 동료가 될 필요도 없겠네요. 혼자서 가능하시잖아요?” “전투야 물론 혼자서 가능합니다. 다만 제가 이 세계에 대한 상식이 없어서 꼭 동료가 필요합니다.” “…흐음?” 그제서야 여자도 관심이 좀 생기는지 고개를 돌려 구원을 똑바로 바라봤다. “어느 날 갑자기 이 세계에 떨어졌는데, 여기선 이방인이라고 한다죠? 정말 갑작스럽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눈 떠보니 이 세계에 홀로 있었습니다. 다행이 제 한 몸 지킬 능력은 있어 굶어죽진 않고 있습니다만, 이 세계는 제가 있던 세계와 일반 상식부터 다른 게 너무 많아서 고생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던전에 같이 갈 동료가 필요하신 거라면 서로 도움이 필요한 입장끼리 같이 돕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떠냐! 이 완벽한 설정.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을까. 크, 이놈의 재치. 이놈의 순발력. 하늘은 어쩌자고 나에게 이런 재능까지 주셨는가. 여자는 턱을 괴고 구원을 스캔하듯이 발끝부터 천천히 올려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 말. 정말이겠죠?” “물론이죠. 거짓말 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좋아요. 한 번 믿어보죠. 단, 조금이라도 수상한 짓을 하기만 해보세요.” 됐다! 힘든 싸움이었지만, 아무리 튕겨봤자 결국 내 손바닥 안이지. 이걸로 첫걸음은 내디뎠다. 이제 같이 동행하면서 서서히 친해진 다음 잘 구슬리기만 하면 돼! “하하.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전 구원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여러 방면에서 잘 부탁한다고. 구원은 속마음을 숨긴 채 최대한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사라에요.” 사라도 구원이 내민 손을 마주잡긴 했지만, 스치듯 닿더니 바로 휙 빼버렸다. 결심했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저 도도한 표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무너뜨린다. “자, 그럼 일단 던전으로 가면서 서로 간단한 소개라도 하죠?” 먼저 같이 밥이라도 먹으면서 친목을 도모하고 싶지만, 말해봤자 거절당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던전 쪽으로 유도했다. 애써 사람 좋은 미소를 유지한 채 앞장서 가려고 했지만, 사라는 왠지 따라오지 않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응? 왜 그러시죠?” “……아직 모험가 등록을 안했어요.” “아하. 그러시군요. 그럼 얼른 마치고 오세요. 전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사라는 여전히 우물쭈물하기만 하고, 발걸음을 떼지 않았다. “……이 없어요.” “네? 뭐라고요?” 여전히 날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라는, 표정과는 달리 얼굴을 빨갛게 붉히고 내뱉었다. “모험가 등록할 돈이 없어요.” “……뭐? 고작 2실버가?” “고, 고작 2실버라뇨? 여기 물가가 너무 비싼 거예요. 어쩔 수 없잖아요.” 생긴 건 완전 차도녀같이 생긴 애가 궁상맞은 소리하고 있네. “…자, 여기. 2실버.” “으윽. 방금 처음 만난 사람한테 돈을 받을 수는….” 그래도 꼴에 자존심은 있나보다. “이제 같이 던전에 가야되는데 모험가 등록도 못해서 여기 죽치고 있으면 죽도 밥도 안 되잖아? 주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거니까 얼른 가서 등록이나 하고 와.” “…고마워요. 돈 버는 대로 바로 갚을게요.” 사라는 꽤나 주저하더니, 결국 돈을 받아서 안내 데스크로 향했다. 의외로 꽤나 착실한 성격인가보다. 아니면 그냥 남한테 빚지고 살기 싫어하는 성격인 건가? 어느 쪽이든 간에 저쪽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태라면 상대하기 편해진다. “다녀왔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사라가 돌아왔다. “오, 어서와. 그럼 가자.”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은근슬쩍 반말하는데.” “응?” “하지 말아주시겠어요?” “뭐, 이제부터 같이 생사의 고비를 함께 넘길 동료잖아. 친하게 지내자고.” “싫어요. 오늘 처음 만난 남자가 친한 척 반말하는 걸 듣고 있으면 소름 돋아요.” 처음 말 걸었을 때부터 느꼈지만 상당히 경계하네. 남성혐오증 같은 건가? 아니, 그래도 레벨이 7이면 남자 경험이 있기는 있다는 얘긴데. 쓰레기 같은 남자랑 사귀다가 크게 데이기라도 했나? 만약 그런 경험이 있다면 섬세하게 보듬어주면서 서서히 친밀해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난 내 성격을 잘 알고있다. 그런 게 가능할리가 없지. “허나 거절한다!” “하?” “네 놈은 어차피 2실버를 갚을 때까지 이 몸에게 종속 된 몸! 빚쟁이의 부탁을 들어줄 이유 따윈 없다!” “묘하게 친절을 베푼다 싶었더니, 그런 속셈이었나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쓰레기군요.” 사라의 눈빛이 완전히 쓰레기를 보는 눈빛으로 변했다. 이 이상 장난치면 정말로 빚이고 뭐고 도망갈 지도 모르겠다. “장난이야 장난. 표정 봐라. 무서워서 어디 장난도 못 치겠네. 이왕 같이 다니는 건데 너무 딱딱하게 지내면 서로 피곤하지 않겠어? 게다가 파티의 커뮤니케이션은 파티의 존속과 생존에도 직결된다고?” “…흥.” 생존까지 운운하고 나서니 사라도 할 말이 없어졌나보다. “그러니까 사라도 나한테 반말해도 돼. 편하게 편하게 지내자고.” “안 해요. 대신 반말하는 건 상관 안하도록 하죠.” 사라는 여전히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 채 말했다. 그래도 반말하는 의도는 이해해준 모양이다. 그냥 존댓말하기 귀찮아서 둘러댄 거지만. 그나저나 이런 태도면 앞으로 공략하기 상당히 힘들겠는데. “그래서, 사라는 직업 레벨이 몇이나 돼? 활을 들고 다니는 걸 보니 원거리 공격 전문인 건 알겠는데.” 그런 언쟁 후 드디어 던전을 향하며, 먼저 사라의 실력 파악에 들어갔다. “레벨은 7. 직업은…궁사가 2. 사냥꾼이 1이에요. 아 방금 얻은 모험가도 물론 1이고요.” “우와. 완전 밑바닥이잖아. 그 레벨로 잘도 던전에 들어갈 생각을 했네.” “시, 시끄러워요! 그러는 그쪽은 레벨이 몇인데요?” “레벨은 13이고 성자 12, 무투가 10 그리고 모험가가 3이다.” “…정말 혼자 다닐 수 있을 정도는 되나보네요. 그런데 성자란 직업은 처음 들어봐요. 어떤 직업인가요?” “응?! 아, 아아~. 그냥 뭐랄까. 나 이방인이라고 했잖아? 그래서 얻은 특수직이랄까. 아무튼 전투랑 관련된 직업은 아니니 신경 쓸 필요 없어.” 휴. 갑자기 이상한 걸 물어보고 있어. 아까 반응을 봐선 곧이곧대로 섹스관련 직업이라고 했다간 바로 도망가겠지? 성자는 여러모로 친밀해질 때까지 비밀로 해두자. “뭐 하긴, 직업레벨이 전부는 아니지. 그래서 세부 스탯은 각각 몇이나 돼?” “네? 무슨 말이에요?” “아니 스탯 말이야 스탯. 근력이나 민첩이나 지능 같은 세부 스탯.” “…그런 건 수치화해서 알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쪽 세계에선 그런 걸 숫자로 알 수 있었나보죠?”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구원이 말을 흐리자 왠지 불쌍한걸 보는 눈빛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만둬. 그런 눈빛으로 보는 건 그만 둬! 내 머리 상태는 지극히 양호하다고! “잠깐 기다려. 그럼 레벨은 어떻게 수치화해서 아는 건데?” “무슨 소리에요. 레벨은 원래 숫자로 알게 되잖아요?” 말이 안 통한다. 분명 대화를 하고 있는데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는 것 같은 이 기분은 뭘까. “하나부터 천천히 따져보자. 우선 레벨이나 직업 레벨을 알 때, 상태창을 띄워서 확인하잖아?” “아뇨. 그게 뭔가요? 레벨은 그냥 알게 되는 거잖아요?” “뭐? 그럼 설마 스킬창도, 인벤토리도 없어?” “뭔가요? 그건?” 뭐라고?! 그런가! 그런 거였나! ============================ 작품 후기 ============================ 쿠폰이 더 들어왔었네요. 재밌게 보시고 보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쓰굴 // 추천 감사합니다. kodks // 감사합니다. 말살 // 코멘트 감사합니다. 진타 // 이런 속성으로 돼버렸습니다. 코모에 //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lpo // 저도 즐기면서 재밌게 쓰고 있는 중이라 괜찮습니다. 미소녀모에 // 과분한 칭찬 감사합니다. 개들에겐 미안하지만 아직 조금 더…. Beautifuldays // 저도 기껏 열심히 만들어 놓은 캐릭터가 공기화되는 건 싫으니 최대한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rhrnrgml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11==================== 첫 번째 동료 지금까지 구원은 커다란 착각을 하고 있었다. 게임 같이 레벨이나 직업 시스템이 기본 상식처럼 통용되는 세계. 당연히 다들 게임처럼 시스템 창을 통해 그런 걸 확인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세계에서 게임 시스템을 이용하는 건 구원뿐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처음 간 잡화점의 그 돼지도 토끼 사체를 꺼내니 놀랐었지. 그냥 피를 보고 놀랐다고만 생각했는데, 인벤토리의 존재를 몰랐던 건가. 잠깐만. 이 세계 사람들은 스탯 화면을 볼 수 없다면 설마? “그럼 보너스 스탯은 어떻게 해? 레벨이 오르면 힘이 세지거나, 튼튼해지거나 그런 거 있잖아.” “레벨이 오르면 원래 모든 부분에서 더 뛰어나지잖아요?” “아니 그렇긴 한데. 그것 말고도 자기가 원하는 능력을 강화할 수 있잖아?” “아뇨? 그런 말은 들어 본적도 없어요.” 역시 그랬군. 그러고 보니 던전 입구의 적정 레벨은 10이었다. 처음 던전에 들어갔을 때 구원의 레벨은 고작 12. 거기서 그렇게 학살을 하고 다니기에는 부족한 레벨이다. 성자의 스탯 상승률이 좋으니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구원의 강점은 성자 클래스만이 아닌 모양이다. “그럼 스킬 포인트는? 그것도 없나?” “아까부터 알 수 없는 소리만 하시네요.” 사라의 표정이 점점 이런 애랑 같이 던전에 가야하나 고민하는 표정으로 바뀌고 있었지만, 구원은 그런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차원 이동물 주인공이 꼭 하나쯤 가지고 있는 주인공 버프. 난 고작해야 성자 클래스 하나인 줄 알았는데. 설마 그게 다가 아니었다니. 보너스 스탯과 스킬 포인트. 그리고 게임 시스템! 이것만 있으면 혼자서 무쌍을 찍는 것도 꿈은 아니다. 이고깽 먼치킨 주인공이 되는 것도 꿈이 아니야! 아니, 고등학생은 아니지만. 여하튼 쉽게 강해지고, 강하단 소문이 퍼지면 여자가 달라붙고, 그러면 레벨도 왕창 올릴 수 있다. 그렇게 레벨이 오르면 또 여자가 달라붙어 레벨이 오르는 선순환이 계속되는 거잖아! 드디어 내 시대가 왔다! 기다려라 전 세계의 미녀들아. 난 하렘왕이 될 거야! 크큭. 크크크큭. 크하하하하하하. 주인공 보정이라니! 내가 먼치킨이 된다니! 캬하하하하하하하하! “……이봐요. 괜찮아요?” 헛! 정신을 차려보니 사라가 머리 상태가 안타까운 사람을 쳐다보는 눈길로 구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럴 땐 역지사지다. 잠깐 사라의 시점으로 정리해보자. 사라가 보기에 난, 이상한 말들만 늘어놓다가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이내 히죽이죽 웃는…씨발! 이거 완전 또라이잖아! “아니, 아니야. 난 괜찮아. 완벽히 멀쩡해.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난 정상이라고.” 구원이 말을 하면 할수록 사라의 표정은 점점 더 안좋아져갔다. 기분 탓인지 왠지 뒤따라오는 거리도 더 벌어지는 것 같았다. “아니. 애초에 난 이방인이라고 했잖아. 여기 상식을 잘 모른다니까. 좀 돕고 살자고. 난 머리가 이상한 게 아니라 아직 이 세계에 적응을 못했을 뿐이야. 그러니까 제발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뭐, 갑자기 다른 세상에 떨어지면 힘든 일도 많겠죠. 힘내요.” 처음으로 이 여자가 상냥하게 대해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그런 말을 할 거면 적어도 벌어진 거리는 좁히고 해주지 않으련? 2미터 가까이 떨어져있으면 대화하기 힘든데. “크흠. 어쨌든 오늘은 일단 입구 근처에서 호흡이라도 맞춰보려고 하는데 어때?” 미래 일이야 어찌됐든, 현재의 구원은 던전 초입에서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사는 저레벨 모험가다. 꿈같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지금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지. “좋아요. 제 활솜씨를 보여드리죠. 레벨이 전부가 아니라고요.” 여기서 제일 약한 토끼 애들도 적정 레벨이 10인데, 궁사 레벨 2가 활솜씨는 무슨. 어차피 동료로 데리고 다니려면 얘도 좀 키워줘야 하긴 할 텐데. 일단 입구 근처를 돌면서 좀 키워줘야 되나. 조금 걷자 곧 토끼 한 마리와 마주칠 수 있었다. “자, 일단 앞은 내가 지키고 있을 테니까 뒤에서 공격 해볼까.” “고작 토끼한테 그럴 필요까지 있나요? 잘 보고 계세요.” 사라는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손놀림으로 재빨리 활시위를 당겼다. 휙! 의외로 화살은 정확하게 날아갔지만, 토끼는 아슬아슬하게 쓱 피했다. 그리곤 특유의 속도를 자랑하며 재빠르게 사라를 향해 돌진했다. “꺅!” “…너 뭐하냐?” 구원은 달려오던 토끼를 후려치고,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아니 얜 자살희망자도 아니고 대체 뭔 자신감으로 그런 거지? “대, 대체 뭔가요? 그 토끼는?” “아니, 적정 레벨 10이라고 했으니, 이 정도는 당연한 거 아니야?” “고작 토끼가 레벨10?! 보통은 1이잖아요!” 아니 보통은이고 자시고 난 이 세계 사람이 아니라 모른다니까. “대체 왜 네가 놀라는데. 모험가 등록할 때 안내원한테 설명 안 들었어?” “…기다리게 하기 미안해서 곧장 왔어요.” 어쩐지 빨리 오더라. 묘한데서 착실한 구석이 있는 것 같단 말이야. “그래도 모험가 지망생한테 이정도 지식은 상식이라고 들었는데?” “…사실, 할아버지와 둘이서 생활하면서 지내다가, 이 도시에 온 것도 오늘이 처음이에요.” “뭐?! 그럼 나한테 알려줄 상식도 거의 없다는 거 아냐. 괜찮은 거냐?” 사실 그런 걸 기대하고 끌어들인 것도 아니지만 이러면 좀 부담이 되겠지? “…그렇군요. 변명은 아니지만 딱히 속일 생각으로 그런 건 아니었어요. 그러면 여기서 헤어지도록 하죠. 빌린 돈은 걱정 마세요. 무슨 일을 해서든 꼭 갚을 테니까.” “아니! 그럴 순 없지! 만난 지 얼마 안됐다곤 하지만 한번 동료로 인정한 사람은 동료다! 난 쓸모없다고 동료를 버리는 쓰레기가 아니야!” 얘가 큰일 날 소리를 하네. 널 어떻게 꼬셨는데 헤어져. 부담 좀 주려고 했더니 바로 튕겨 나가려고 하네. 귀찮지만 완전히 꼬실 때까진 좀 섬세하게 다뤄주자. “그나저나 공격이 잘 안 먹힐 줄은 알았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이거 어쩌면 좋지.” “…역시 전 빠지는 게 좋겠어요.” “그 얘긴 됐으니까 이제 그만 하라고. ……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일단 네 성장에 주력하자. 어차피 내가 전위고 네가 후위를 맡을 건 변함이 없어. 서로 호흡을 맞추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당분간은 토끼들 상대로 내가 주위를 끌며 버티기만 할 테니, 뒤에서 공격하며 궁사 레벨을 올리는데 전념하는 게 어때?” “그렇게 하면 그쪽이 득 보는 게 하나도 없잖아요?” 걱정 마. 이것도 다 나 좋으려고 하는 짓이거든. 이렇게 은혜를 계속 입게 하면 앞으로 구슬리기도 편할 테고, 게다가 난 네 궁사 레벨이 얼른 7이 됐으면 좋겠거든. 크크크큭. “득보는 게 없기는? 호흡을 맞추는 연습이라고 했잖아? 나도 언제까지 혼자 사냥할 수만은 없고, 믿을만한 후위가 생기는 건 든든한 일이니까 절대 그렇지 않아. 아니면 설마 내가 적당히 키워주면 버리고 딴 데 갈 생각이야?” “그런 파렴치한 일을 할 리가 없잖아요?!” “그럼 된 거지 뭐. 얼른 가자. 한시라도 빨리 성장해야지.” 그렇게 해서 구원과 사라는 입구 근처의 몬스터들을 상대로 사라의 직업레벨을 올리기로 했다. 직업 레벨은 굳이 전투를 하는 게 아니라 직업에 관련한 행동을 통해 숙련도가 높아지면 올라가긴 하니, 과녁 하나 두고 화살 쏘는 연습만 해도 오르긴 할 거다. 하지만 역시 제일 효율이 좋은 건 실전이다. 그래서 구원과 사라는 굳이 사라의 활로만 몬스터들을 상대하기로 했다. 작전은 실로 간단하다. 몬스터를 만나면 구원이 주의를 끌면서 방어에만 전념하는 사이에, 사라가 활로 공격한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시 토끼를 발견한 구원이 주의를 끌자, 사라가 자연스런 동작으로 활시위를 당겼다. 하지만 사라의 그 멋들어진 손놀림이 무색하게 활의 위력은 애매했다. 토끼 한 마리를 잡는데도 화살 여러 발을 맞출 필요가 있었고, 심지어 구원이 주의를 끌고 있지 않으면 토끼가 피할 수 있는 속도였다. 거기에 더해 구원이 때리면 토끼가 바로 죽어버리니, 때리지도 못하고 주의를 끈다는 게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그래도 이 세계 사람들은 보너스 스탯이 없다는 걸 생각해보면, 사실 공격이 먹힌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걸지도 모른다. 게다가 사라의 화살은 위력은 둘째 치고 명중률은 상당해서, 대부분 정확하게 노린 곳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사라가 몇 발 째인지 모를 활을 쐈을 때, 온몸에 화살이 박힌 토끼가 겨우 쓰러졌다. “겨우 토끼 한 마리 잡는데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한다니….” “뭐, 너무 침울해하지 말라고. 그래도 그 레벨치고는 상당한 실력 같은데?” “당연하죠. 할아버지한테 졸라서 틈틈이 배웠었거든요. 레벨 때문에 직업레벨이 안 오른 것뿐이에요.” “할아버지가 활을 잘 쏘시나보네?” “물론이죠. 할아버지는 못하는 게 없으셨어요.” 사라는 자부심이 느껴지는 표정으로 당당하게 말했다. 이 세계는 레벨 제한에 막히면 아무리 연습해도 그 이상 숙달되지 않는다. 무협에서 말하는 벽에 가로막힌 느낌인 걸까. 구원은 아직 겪어보지 않아서 모르지만. 아무튼 사라가 할아버지한테 활을 배운 건 1, 2레벨 때였나 보다. 말하는 걸 보면 할아버지는 돌아가신 건가? 뭔가 사정이 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말이야…. 묘하게 거슬린다. 뭔가 떠오를 것 같으면서도 떠오르지 않는 느낌. 옛날에 했던 게임 중에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캐릭터라도 있었나? 플레이했던 그레이트 어스의 게임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떠올려봤지만 결국 생각나는 건 없었다. “그래요. 그쪽 말대로 이렇게 주저앉아있는 것도 시간이 아깝죠. 어서 가요.” “잠깐만. 제안이 하나 있는데.” “제안이요? 뭔가요?”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늑대개들이 서식하는 곳이 있거든. 거기로 한 번 가보는 게 어때?” “…토끼 상대로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괜찮을까요?” 사라는 왜인지 경계하는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괜찮을 거야. 아니, 오히려 더 쉬울 수도 있어. 꼼수가 있거든. 어때? 그리고 걔들을 잡으면 레벨업도 더 빠르지 않겠어?” “그게 정말 가능해요?” “물론이지. 나만 믿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 그렇게 구원이 앞장서서 일단 늑대개의 서식지로 향했다. 도중에 만나는 토끼나 너구리같은 애들은 구원이 일격으로 처리하면서 지나갔더니, 사라가 분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고생한 애들이 한방에 처리되는 걸 보니 승부욕이 생기는 건가? 어찌됐든 의욕이 생기는 건 좋은 일이다. 늑대개들의 서식지에 들어서자, 바로 2마리의 늑대개가 어슬렁거리는 걸 발견했다. “잘 들어. 내가 일단 저 녀석들의 주의를 끌고 저기 앞쪽으로 빠질게. 넌 여기 숨어 있다가 녀석들이 뒤를 돌면 불알을 노려서 화살을 날려.” “뭐라고요? 어디요?” “불알 말이야. 불알. 거기 마석이 있거든. 마석만 분리시켜 버리면 몬스터들은 전부 흔적도 없이 사라지잖아. 그걸 이용한 거지.” “그렇군요. 알겠어요.” 어라라? 몬스터라곤 해도 꽤나 잔인한 방법이라, 어느 정도 반발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여기 올 때까지 말 안하고 있다가 이제야 말한 건데 사라는 의외로 냉큼 승낙했다. “저 녀석들의 고환을 전부 잘라내 버리면 되는 거죠?” 심지어 왠지 평소보다 더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으, 응. 그, 그럼 난 가서 유인할게.” 구원은 왠지 아랫도리가 욱신거리는 것 같아서, 얼른 자리를 벗어났다. “안녕? 형이 오늘도 왔어. 너희도 중성화를 하지 않을래?” 당연히 늑대개들은 알아들을 수도 없겠지만, 일단 값싼 도발을 날리며 빠르게 늑대개들을 향해 달려갔다. 늑대개들은 갑자기 튀어나온 구원을 보고 당황한 건지, 잠깐 경직되었다. 왠지 요즘 늑대개들이 나만 보면 쪼는 것 같단 말이야. 하긴 이 게임에 칭호 시스템 같은 게 있다면 ‘칭호 <늑대개의 학살자> 늑대개가 대상을 보면 두려워합니다.’ 같은 칭호를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잡고 다니긴 했다. 안 그래도 쉬운 놈들이긴 하지만 상대하기 더 편해진 거니 구원에게 나쁠 건 없다. 경직된 놈들을 지나쳐 뒤쪽으로 돌아가자, 녀석들도 그때서야 당황한 것처럼 구원을 향했다. 그 모습은 마치 자신의 뒤를 필사적으로 구원한테 숨기는 모습 같아서, 어딘가 애처로운 구석이 있었다. 휘익! 그런 늑대개들의 노력도 무색하게, 자비 없는 화살들이 늑대개들의 고간으로 정확히 날아와, 고환에 명중했다. 깽! 끼잉! 깽!깽! 늑대개들은 처절하게 바닥을 구르며 구슬픈 비명을 내질렀다. 휘익! 휘익! 하지만 그런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화살이 한 발, 두 발 수를 더해가며 날아와 늑대개의 고간을 뭉개놓았다. 저렇게 몸부림치는데 집요하게 고환을 노리는 화살은 소름이 절로 돋을 정도였다. 결국 늑대개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서서히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 처절한 모습에 구원은 저도 모르게 숙연해지고 말았다. 맨날 뒤에서 한 순간에 보내주니 몰랐는데, 니들 고자 될 때 그런 표정을 짓는구나. 형도 먹고살자고 하는 짓이지만, 미안하다. 구원이 조용히 묵념하고 있을 때, 피도 눈물도 없는 여자 사라가 미소를 띠고 구원에게 다가오며 활기차게 말했다. “처음 들었을 땐 반신반의 했는데 정말이었네요. 이대로 계속 하면 성장도 상당히 빠르겠는 데요?” 너도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구나. 이 여자가 이렇게 기쁜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아무리 몬스터라도 남성의 존엄성을 그렇게 무참하게 짓밟아놓고, 자기 생각만 하면서 기뻐하다니. 얘 완전 사이코패스 아냐? 구원은 동료 선정을 잘못한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해보고 싶어졌다. 너도 똑같은 짓을 하지 않았냐고? 난 적어도 고통 없이 보내줬잖아. 아무리 그래도 불알이 걸레가 될 때까지 계속 공격하는 건 너무 잔인하지 않냐? “뭐해요. 빨리 다음 사냥감을 찾으러 가야죠. 시간은 금이란 말 몰라요?” “몰라. 난 다른 세계에서 왔다니까. 내가 살던 덴 그런 말 없었어.” 구원은 눈앞에서 희희낙락한 남자들의 적에게 괜스레 의미 없는 반항을 해봤다. “뜻이 비슷한 말도요? 그럴 리가요. 사람 사는 데는 다 똑같다고 할아버지가 그러셨어요. 혹시 그쪽이 멍청해서 모르는 것뿐인 게 아닌가요?” 아오, 이 망할 년이랑 말을 말아야지. 어떻게 한마디도 안지냐! ============================ 작품 후기 ============================ 재밌게 읽고 추천해 주신 분들 쿠폰 후원해 주신 분들 모두 너무 감사드립니다. 사실 사라의 배경 설정은 처녀 버전과 비처녀 버전 두 가지를 생각해놨습니다. 처음에는 비처녀로 설정했다가 9화 마지막에 아무 생각 없이 처녀 캐릭터 떡밥을 던졌던 게 기억나더군요. 그런 떡밥을 던지고 다음 화에 바로 등장한 히로인이 비처녀면 배신당한 기분이 들 것 같아서…. 고로 어느 쪽 설정으로 할지 고민 중입니다. kodks // 감사합니다. 편수는…제가 쓰는 속도가 무척 느려서…. Gomdoly // 오레노 턴!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쿠폰 감사합니다. 연참은 제게 시간과 예산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말살 // !!! 쿠폰 감사합니다. 조아라를 이용해본 적이 없어서 어제 글을 올리고 나서야 알았네요. 오염된왕좌 // 제게 시간과 예산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도즈 // 몬스터를 잡아서도 렙업이 가능한 세계지만 직업 레벨이 1, 2인데 레벨만 7이라 주인공은 저렇게 판단한 거죠. 진타 // 주인공은 작가의 보정이라는 이름의 행운의 별 아래에 태어났죠. 문추 //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니 기쁘네요. 12==================== 첫 번째 동료 그렇게 방식은 바뀌었지만, 결국 오늘도 야생 똥개들의 중성화에 힘쓰며 하루를 보내게 됐다. “오늘은 이제 그만 돌아가자.” 화살에 고환이 뭉개져 사라져가는 늑대개를 바라보며, 구원이 입을 열었다. 그 사이에 직업 레벨이 조금 오른 덕분인지, 사라는 이제 한 마리를 쓰러뜨리는데 필요한 화살 수도 제법 줄어들게 됐다. 직업레벨 좀 오른다고 위력이 이렇게 오르나? 구원은 무투가 레벨을 올리는 동안 계속 늑대개들을 원킬로 잡아서, 그동안 솔직히 직업 레벨의 효과를 크게 실감 못하고 있었다. 벌써 시간은 벌써 밤 10시. 아침부터 이 시간까지 한 번도 쉬지 않고 쭉 사냥을 했으니 힘들만도 한데, 사라는 힘든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사냥에 몰두했다. 아무 말도 안하고 있긴 하지만 온몸이 땀으로 샤워를 한 듯 젖어서, 전신에서 수증기가 보일 정도다. 구원도 육체적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했다. 특히 늑대개들이 죽어갈 때마다 그 표정과 몸부림을 정면에서 봐야하는 구원은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다.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무슨 소리에요. 아직 멀었어요. 아니면 설마 벌써 지친건가요?” 사라는 본인도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은 주제에 냉정하게 말했다. 얜 늑대개들의 그런 처절한 모습을 하루 종일 보고도 느끼는 게 없나. 진짜 파티원 잘못 고른 거 아냐? “그 렙에 잠이 안 오는 건 나도 절실할 정도로 이해하지만, 벌써 밤인데 이 이상 사냥하면, 오히려 내일 행동에 지장을 준다고.” “네? 밤이라고요?” 참고로 이놈의 지하 던전은 공간 자체가 발광하는 느낌으로 낮과 밤의 구분 없이 일정 밝기를 유지하고 있다. 밑으로 내려가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 근처는 항상 한낮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밝다. “그래 벌써 밤 10시라고. 오늘만 날이 아니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고.” “아직 5레벨밖에 안됐는데….” 아니, 내가 며칠 동안 던전을 그렇게 다니면서도 아직 무투가 레벨이 10밖에 안되는데 하루만에 3씩이나 올렸으면 굉장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레벨 때문에 못 올렸다곤 해도 계속 활을 잡긴 했던 것 같으니 빨리 오르는 걸까? 아니면 쩔이나 다름없는 방식으로 자기보다 고레벨 몬스터를 잡으며 올리고 있으니 빨리 오르는 걸까? 검증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런 건 어떻게 확인해볼 수 있는 걸까? 이세계 사람들도 직업 레벨은 통하는 것 같으니 물어보면 되나? “나랑 비교해보면 상당히 빨리 오른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뭐 비결이라도 있는 거야?” “네, 네?! 그, 글쎄요? 딱히 짐작 가는 건 없네요. 그냥 재능의 차이 아닌가요?” 하긴, 저놈의 싸가지는 둘째 치고 맞는 말이긴 한 것 같다. 직업 레벨이란 건 결국 얼마나 숙련되느냐의 문제니. 주먹질이라곤 군대에서 태권도 배울 때밖에 해본 적 없는 내가 활을 제대로 배웠다는 애보다 느린 건 당연한 건가. 물론 맞는 말이라고 저 싸가지가 용서되는 건 아니지만. “어휴. 어쨌든 이만 가자. 슬슬 졸리다.” 미련을 못 버리는 사라를 달래며 입구 쪽으로 향하는 도중, 다시 한 마리의 늑대개와 조우했다. “마무리로 쟤만 잡고 갈까?” “좋아요.” 구원은 여느 때처럼 늑대개가 아직 이쪽을 눈치 못 채고 있을 때, 돌격해갔다. “안녕? 미안하지만 이것도 일이야.” 도발하는 대사는 사라와 사냥하면서 생긴 동정심 때문에 상당히 약해져버렸다.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 몸부림치는 꼴을 보고 중성화 드립치기는 미안하더라고. 크르릉! 요즘 구원만 만나면 쪼던 늑대개들과 다르게, 이번 상대는 상당히 호전적이었다. 뭐 그래봤자 바뀌는 건 없지만. 덤벼드는 늑대개를 아슬아슬하게 피해 뒤를 잡자, 늑대개도 순식간에 구원을 향했다. 덤벼드는 속도도 그렇고 왠지 딴 놈들보다 반응이 좀 빠른 것 같은데? 그래봤자 등 뒤에는 눈이 없는 법이지. 대기하고 있던 사라가 재빨리 활시위를 당기더니 갑자기 당황했다. “이봐요! 이 애 암컷인데요?! 암컷도 고간을 맞추면 되나요?” “뭐?!” 구원과 사라가 당황하는 사이 늑대개가 구원에게 돌진해왔다. 지금까지 만난 늑대개들보다 현저히 빠른 속도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반사적으로 팔을 휘두르자, 그 팔을 덥석 물어버렸다. “끄악! 씨발!” 요즘은 물릴 일이 없어서 오랜만에 느껴보는 고통에 저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이래봬도 사라 앞에선 상당히 자제하고 바른말만 쓰려고 하고 있었는데. 반대 손으로 몸통을 가격하자 늑대개가 물고 있던 팔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미 늦었는지 모르지만 이 이상 꼴불견인 꼴을 보일 순 없지. 구원은 최대한 머리를 냉정하게 식히려 노력하면서 차분하게 늑대개를 노려봤다. 지금까지 만난 놈들보다 센 것 같긴 하지만 그래봤자 구원과의 신체능력 차이는 있다. 크르르르릉! 왠지 엄청나게 화가 난 것처럼 다시 한 번 앞뒤 가리지 않은 채 물려고 달려드는 늑대의 옆머리를 주먹으로 가격하고, 이어서 연속으로 로우 킥을 날린다. 그런데도 쓰러지지 않고 다시 구원의 다리를 물려고 하는 녀석의 입을 피해 다리를 내려찍자 그제야 쓰러뜨릴 수 있었다. 네 방이라니. 지금까지 만난 놈들이랑 심하게 차이나잖아. 무투가 레벨이 10으로 오르고 그 사이에 스킬도 몇 개 익힌 구원은 처음 늑대개를 만났을 때보다 더욱 강해진 상태다. 그런데도 네 대라니. 혹시 네임드 몬스터 같은 건가? “꺄악!”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에 고개를 드니, 사라 쪽에도 늑대개 한 마리가 달려들고 있었다. 안 돼!!! 내가 걔를 어떻게 꼬셨는데! 지금 사라 레벨로 늑대개한테 맞으면 아마 스쳐도 중상이다. 구원은 온 힘을 다해 달려가 사라와 그 목을 노리고 점프한 늑대개의 사이에 뛰어들었다. 콰직! 팔을 물리긴 했지만 간신히 사라는 지켰다. 공격력을 보니 이게 사라의 목을 물었으면 두 동강이 나도 이상하지 않겠군. “뒤 조심해요!” 사라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기도 전에, 뒤에서 또 한 마리가 구원의 다리를 물었다. 씨발! 대체 어디서 계속 튀어나오는 거야! 구원의 머릿속에 왠지 첫날의 개싸움이 오버랩 됐다. 그때도 능력만 보면 그렇게 처절하게 싸울 필요 없었는데 괜히 마구잡이로 싸우다가 개싸움이 됐지. 한 번한 실수는 두 번하지 않는다. “사라 일단 물러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원 사격해! 너무 떨어지진 말고!” 너무 가까이 있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떨어지면 또 증원이 와서 사라가 공격당할 때 도와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 속도나 공격력을 봐서는 아무래도 이 두 마리 역시 아까 그놈처럼 지금까지 싸웠던 늑대개보다 강한 개체인 것 같다. 혹시 이놈들도 울음소리로 동료를 불러 모으거나 하면 골치 아파진다. 최대한 빨리 끝장을 내자. 좀 물렸다고 죽는 것도 아니니 구원이 취한 전술은 간단했다. 한 놈씩 팬다. 미친놈이 왜 무서운 건지 보여주지. 구원은 다리를 문 놈은 완벽히 무시한 채, 일단 물린 팔을 크게 휘둘러 한 놈을 내동댕이쳤다. 그리곤 마운트 포지션을 잡고 팬다. 다리가 짧아 슬픈 늑대개는 이렇게 되면 맞고 있을 수밖에 없다. 구원이 물린 다리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한 놈만 패자, 이놈들도 당황하는 게 왠지 모르게 느껴진다. 휙! 그 사이에 사라도 지원 사격을 날려 구원의 다리를 물고 늘어진 늑대개를 떨어뜨렸다. “잘했어!” 구원은 패던 놈에게 마무리 일격을 가하고 사라에게 썸즈 업을 했을 때, 그 사이에 다리를 물었던 놈이 갑자기 고개를 치켜세웠다. 으헉! 저 자세는! “으아아! 닥쳐 개새끼야!” 구원이 황급히 발을 휘둘렀지만, 늑대개의 울음소리가 조금 더 빨랐다. 아우우우우~~! 썅! 좆됐다! 그래도 동료를 부르느라 무방비해진 늑대는 그대로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었다. “야! 뜨자!” 구원은 시체들을 인벤토리에 쓸어담고, 얼른 사라를 재촉했다. “뭐, 뭐에요? 시체가?!” “이따 말해 줄 테니까 일단 달려!” 사라의 팔을 붙잡고 필사적으로 그 자리를 벗어나 입구에 도착해서야, 구원은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다행이도 늑대개 무리와 만나는 일은 없었다. 후, 큰일나는 줄 알았네. “팔 좀 놔주시죠? 아파요.” “아아. 미안.” 도망치는데 필사적이라 무의식중에 계속 잡고 있었나보다. “몸은 괜찮아요?” 얘가 안 어울리게 왜 이러지? 어리둥절해하며 자기 몸을 보자, 이유를 조금 알 수 있었다. 전투의 흥분으로 아픔은 못 느끼고 있었지만 일반 늑대개보다 강한 공격에 제법 상처가 났다. 피도 꽤나 흘려서 구원은 이 세계에 온 이후로 제일 심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그래봤자 우월한 자연회복능력으로 많이 아물어가고 있었지만, 아직 마석을 캐내지 않은 늑대개들의 피까지 묻어있어서 겉보기엔 상당한 부상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참고로 자연회복능력은 생명력에 의존한다. 구원은 성자와 무투가가 레벨 업 시 생명력을 확정적으로 올려주는 직업이라, 레벨에 비해 생명력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당연히 자연회복능력도 높다. 잠깐, 이거 찬스 아니야? 상황만 보면 구원은 사라를 온몸을 바쳐 구하다가 중상을 입은 상태. 지금까지 튕기던 여자 히로인이 주인공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는 전형적인 전개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구원은 바로 메소드 연기에 들어갔다. “크허허헉. 크흑. 괘, 괜찮아. 걱정 할 거 없어. 큭.” 구원은 신음을 흘리면서도 최대한 처연한 미소를 띄우며 사라에게 웃어보였다. “그럼 다행이네요. 그런데 왜 갑자기 도망쳐온 건가요?” 이런 피도 눈물도 없는 년을 봤나?! 기껏 몸을 던져 구해준 사람에 대한 걱정은 겨우 그게 다냐?! “아까 우는 거 봤지? 저러고 나면 주변에 있던 놈들이 전부 몰려들어와. 넌 사냥꾼 클래스도 있는 애가 그것도 모르냐.” 다친 척은 해봐야 씨알도 안 먹히는 걸 보고 바로 그만뒀다. “레벨 1이었다고 말 했잖아요? 그럼 그 시체가 없어진 건 어떻게 한 거예요?” “이거? 그냥 뭐 아공간 주머니 비슷한 거야.”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늑대개의 시체들을 꺼내며 말했다. “아공간 주머니면 주머니인 거지 비슷한 건 뭔가요?” “그냥 이방인의 기술이라고 생각해. 여기 지식으론 설명할 말이 없어.” “그래서 재료들은 전부 본인이 든다고 했던 거군요. 어디로 가지고 다니나 했더니.” “뭐야. 빼돌릴까봐 의심이라도 했었냐?” “셋 다 암컷이네요.” 사라가 명백하게 말을 돌렸다. 아오 이걸 확 그냥. “그러게. 지금까지 사냥하면서 암컷은 본 적이 없었는데.” 일단 마석을 꺼내기 위해 도축 스킬을 발동하고 두 손으로 배를 갈랐다. “꺅! 뭐하는 거예요?” “뭐하긴. 마석 꺼내려고 그러지.” “하다못해 나이프 같은 거라도 없어요?!” “없어.” 첫날에는 간절했는데 요즘은 필요할 일이 없어서 살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여기요. 이거라도 써요.” 사라가 소매에서 나이프 하나를 꺼내 건네 왔다. …무서운 년. 저런 걸 숨기고 다녔었단 말이야? 멋도 모르고 덮쳤다간 바로 찔렸었겠네. 암컷 늑대개들의 마석을 전부 꺼내자, 어금니와 가죽을 남기고 사라졌다. 응? 어금니? 지금까지 수컷 늑대들은 가죽만을 남겼었다. 더 강하기도 하더니 드랍템까지 다르다니. 수컷이랑 암컷이 별개의 몬스터 취급인 걸까? 길드에 가면 물어봐야겠다. “잠깐 여기서 기다려. 정산하고 올게.” 길드에 도착한 구원은 사라를 기다리게 하고 곧장 안내원 누님께 향했다. “어머? 웬일로 다치셨네요? 괜찮으세요?” 매번 이 누님에게만 오다보니 이제는 제법 친해진 안내원 누님이 걱정스런 얼굴로 물어봤다. 크. 이거지 이거. 이 친절함. 사라야, 보이냐? 여보란 듯이 쳐다봤지만, 사라는 길드 안을 두리번거리며 이쪽엔 신경도 안 쓰고 있었다. 쟨 대체 어디까지 싸가지가 없는 걸까. 할아버지란 사람 면상 좀 보고 싶다. “네. 괜찮습니다. 여기 마석이요.” 참고로 이 누님, 스킬 레벨 17이 된 애널라이즈로도 아직까지 레벨 파악이 안 된다. 대체 얼마나 레벨이 높은 거야. “무슨 일을 하다가 그렇게 다치셨어요?” “저도 슬슬 아래로 더 내려가 보고 싶어서 동료를 하나 들여서, 늑대개를 잡으러 갔는데 말이죠.” 뒤에서 기다리는 사라를 슬쩍 가리키며 말했다. “…흐음. 과연…. 저 사람이 구원씨와….” 누님은 왠지 사라를 보더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맨날 수컷만 보이던 애들이 웬일인지 암컷이 나타났는데 엄청 세더라고요.” “네? 암컷이요? 자세히 얘기해주실래요?” “자세히 라고해도…. 그냥 그게 다에요. 평소 늑대개랑 싸우던 곳에 가니까 있었어요. 수컷보다 전체적인 신체능력이 좋더군요. 아, 그리고 드랍템으로 어금니도 나왔어요.” “그렇군요. 길드 기록을 살펴봤지만 보고된 적 없는 내용 같네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안내원 누님은 뭔가 서류 같은걸 꺼내더니 늑대개를 만난 정확한 장소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상세히 물어보며 서류를 채워갔다. “네 보고 감사합니다. 새 정보를 제공한 보수는 내일 지급될 거예요.” 오오!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있었지. 왠지 공돈이 생긴 기분이다. “모험가가 되신지 얼마 되지도 않으셨는데 벌써 정보를 제공하실 정도가 되다니. 역시 특수 클래스를 가진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른데요?” “하핫. 물론이죠. 성자 전설을 보여드린다니까요.” 보여드리는 정도가 아니라 이왕이면 같이 만들어나가고 싶은 심정이다. 물론 성자 레벨을 올리는 방법으로. “후훗. 네네. 자 여기 7실버 26쿠퍼에요.” 각오는 했지만 역시 적었다. 사라는 정열적으로 사냥하긴 했지만 그런다고 없던 공격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라 한 마리 한 마리 잡는 시간은 구원 혼자서 잡을 때보다 느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암컷 늑대개들의 마석의 가격이 괜찮아서 이 정도나 받았다고 봐야한다. 어쩔 수 없지. 이것도 다 미래에 투자하는 거라고 생각하자. ============================ 작품 후기 ============================ 진타 // 추천 감사합니다. 적어도 일일 연재는 최대한 지키겠습니다. 말살 // 코멘트 감사합니다. 天空意行劍 // 편식은 좋지 않은 법이죠. 도즈 // 사냥꾼 같은 관련 직업 레벨이 오를 겁니다. kodks // ㄱㅅㅎㄴㄷ aosi // 처음 구상이 비처녀인지라 아무래도 그런 느낌이 드러나나 보네요. 완글아 // be처녀일지 非처녀일지…. eastarea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Exitus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13==================== 첫 번째 동료 사라는 아까 서있던 자리에서 한발자국도 안 움직이고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7실버 26쿠퍼 나왔다. 자, 여기 절반으로 나눠서 3실버 63쿠퍼. 오늘은 늦었으니 재료는 내일 팔아서 나누자.” “…역시 전 안 받겠어요. 오늘 하루 종일 도움만 받았는데 돈까지 받을 순 없어요. 그 돈도 어차피 평소보다 적게 번거죠?” “귀찮게 하지 말고 그냥 받아. 파티 시작부터 그렇게 돈 나누는 걸로 따지고 들어가면 나중에 골치 아파져. 그냥 우리 파티는 기여도고 뭐고 상관없이 무조건 1/n로 간다.” “그럼 여기 아침에 빌린 2실버요. 빌려주셔서 고마워요.” 사라는 납득한 듯, 납득 못한 듯 묘한 표정을 지으며 주저하는 손으로 돈을 건네받더니 2실버를 돌려줬다. 얜 착실한 건지 싸가지가 없는 건지 감을 못 잡겠단 말이야. 그냥 둘 단가? “그럼 오늘은 이만 헤어지고, 내일 보자. 언제 만날래?” “네?! 아, 그, 그렇군요. 시간 되는대로 최대한 일찍 만나죠. 제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을 게요.” 응? 내가 언제 올지도 모르면서 먼저 와서 기다린다고? 그러고 보니 얘 설마…. “야. 너 솔직히 말해봐. 오늘 어디서 잘 돈은 있냐?” 2실버도 없어서 모험가 등록도 못 한 애다. 절대 없겠지. 좋아! 이건 하늘이 주신 기회야!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어! “으윽.” 예상대로 사라는 허를 찔린 표정으로 신음했다. “하…. 따라와라.” 구원은 올라가는 입 꼬리를 필사적으로 내리며 앞장섰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방 하나랑 식사 2인분 저녁이랑 내일 아침이요.” 그렇게 평소 묵는 여관에 도착한 구원은 당연하다는 듯이 방을 하나만 잡았다. “잠깐만요! 왜 방을 하나만 잡는 거예요?!” “왜긴. 돈이 없으니까지. 나도 이 세계에 온지 얼마 안 됀 이방인이라니까.” 물론 돈이 없는 건 개뻥이지만 구원은 뻔뻔한 표정으로 당당하게 말했다. 이럴 땐 찔리는 표정을 지으면 안 된다. 기싸움을 이기는 자가 싸움에서 승리한다. “그럼 역시 전 됐어요. 밖에서 노숙이라도 하죠.” “야! 왜 그렇게 사람을 못 믿어?! 내가 뭐 밤에 너 잘 때 뭔 짓이라도 할 것 같아?!” “네.” …씨발. 즉답하는 거 봐라. 내가 오늘 하루 종일 얼마나 열심히 키워줬는데. 피도 눈물도 없는 년. 좋아. 그렇다고 물러날 내가 아니지. 최후의 승부수다! “정 그렇다면 좋아! 너 혼자 방에서 묵어! 노숙은 내가 할 테니. 너 같은 여자애가 밤에 혼자 노숙하다가 무슨 봉변을 당하려고!” 구원은 강하게 내뱉고 화난 듯 발소리를 크게 힘을 주면서 최대한 느리게 밖으로 향했다. 제발 멈춰줘. 제발. 그래도 우리가 하루 동안 던전에서 쌓은 정이 있는데. 오빤 네가 그렇게 매정한 애는 아니라고 믿는다. “잠깐만요.” 마음 속 외침이 통했는지 구원이 문 밖으로 나가기 직전에 사라가 불러 세웠다. 사라야! 난 널 믿었다! “돈도 안내시고 어떻게 저보고 혼자 묵으라는 거예요?” 아오 썅! 저년은 진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오는 거 아냐?! “자 받아라.” 구원은 다 포기한 심정으로 4실버를 건넸다. 사라는 의외라는 표정을 짓더니 돈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정말로 다른 뜻은 없는 거죠?” “뭐가?” “……아니 아무 것도 아니에요. 알겠어요. 믿어보죠. 만약 이상한 수작을 부리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사라가 늑대개의 고환을 딸 때 보여준 눈빛을 번득였다. “아, 아무 짓도 안한다니까.” 아니 진짜로.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결국 구원은 사라와 같은 방에 묵는데 성공했다. 조금 억지스러웠지만, 사람이란 결국 물리적인 거리가 가까워지면 결국 정신적으로도 가까워지는 거 아니겠어? 방안에 들어온 후에도, 사라는 여전히 철통방어였다. 같은 방에 들어오고 나서도 구원이 반경 1미터 안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게 경계하고 있었다. 던전에서 하루 종일 그렇게 같이 다녔는데 아직도 경계를 이렇게 하네. 이래봬도 던전에선 이 한 몸 바쳐가며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보통 그 정도로 하면 어느 정도 믿음을 가질 만도 하지 않냐? 게다가 구원도 정말로 지금은 덮칠 생각이 없었다. 싫다는 애를 억지로 덮쳐봤자 그 순간만 좋을 뿐, 나중에 남는 게 없다. 구원이 원하는 건 하룻밤의 쾌락이 아니라, 오랫동안 같이 할 동료니까. 어차피 거창한건 아니지만 대략적인 계획도 세워 놨다. 지금은 경계심을 허물고 신뢰를 얻을 때다. “일단 씻을까. 누구부터 씻을래?” 왠지 이러니까 러브호텔에 떡치러 온 커플이 하는 대사 같네. 사라도 구원의 대사에 묘한 상상을 한 건지, 양손으로 몸을 방어하는 자세를 취한 채, 안광을 더욱 더 날카롭게 빛냈다, “야, 야. 이상한 뜻으로 한 말 아니야. 그냥 순수하게 누구부터 씻을지 물어본 거야. 안 씻을 것도 아니잖아?” 아침부터 이 시간까지 던전에서 쉬지도 않고 계속 사냥만 한 거다. 둘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돼있었다. “자기 외모에 자신 있는 건 잘 알겠으니까 호들갑 좀 적당히 떨어라. 내가 덮칠 거였으면 던전에서 단 둘이 있을 때 진작 덮쳤지.” “아까 종업원한테 물어보니 이 여관은 공동욕실도 있다고 하던데 굳이 둘 다 여기서 씻을 필요 없잖아요?” 젠장! 일부러 말 안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알아챘대? 그야 알고 계셨으면 경계할만하시죠. “그, 그래? 난 항상 방에서만 씻어서 몰랐네. 그럼 내가 공동욕실로 갈게. 넌 오늘 처음 던전에 다녀와서 피곤할 테니 편하게 여기서 씻어.” 구원은 도망치듯 공동욕실로 향했다. 그래 젠장. 어차피 덮치지도 못하는 거. 방 안에서 씻는 소리 듣고 있으면 괜히 꼴리기만 하지. 쳇. 쳇.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구원은 공동욕실에서 최대한 빨리 몸을 씻고 서둘러 방으로 갔다. 참고로 옷은 마력으로 움직이는 세탁기 비슷한 물건으로 깔끔히 빨았다. 물의 마법을 이용해 깨끗이 빨고 물기 하나 안 남기는 엄청난 물건인데, 저 마법 하나 때문에라도 언젠간 꼭 마법사도 되고 싶다. 다만 마법사가 되려면 마나를 느끼고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도 게임 시스템 보정이 적용될지가 불안한 부분이다. 방에 들어가니 벌써 씻고 나온 건지 사라가 촉촉하게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고 있었다. 썅! 여자애면 좀 천천히 씻어도 되지 않냐? 이왕 예쁜 여자랑 같은 방에서 묵는데 섹스는 아직 못한다고 쳐도, 방심하고 알몸으로 나왔다가 딱 마주친다든가 그런 좀 흐뭇한 이벤트가 있어도 괜찮잖아? 그런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기대한 내가 그렇게 잘못된 거야? “어머, 씻는 게 빠르시네요.” “…배고파서 빨리 씻고 나왔어.” 너보단 아니지만 말이지! 그래도 샤워를 하고 나와 상기된 피부에 촉촉하게 젖은 머리의 사라를 보니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내가 확실히 동료 하난 영입 잘 했어. 예쁘긴 예뻐. 아직 저렙인데도 저 정도 미모면, 레벨이 올라서 매력수치에 보정이 들어가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걸까? “응? 왜 그러시죠?”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너도 다 씻었으면 내려가서 밥이나 먹자.” 그만 넋을 잃고 바라봐버렸다. 샤워를 마친 미녀의 모습이 이렇게 매력적일 줄이야. “굳이 같이 먹을 필요 있나요? 전 방에서 먹을 테니 신경쓰지 말고 먹고 오세요.” “야. 넌 왜 애가 그렇게 협조성이 없냐. 이럴 땐 좀 같이 가서 친목을 도모해야 되는 거 아냐?”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요?” “이제부터 같이 다닐 동료끼리 좀 친하게 지내자는데 뭘 이유까지 찾아.” “전 던전만 같이 가고 각자 프라이버시는 간섭 안하는 게 제일 이상적인 파티라고 생각하는데요.” “바보냐? 서로 등을 맞기고 생사가 오가는 던전에 들어가는데, 그런 놈들이랑 같이 들어가고 싶어? 그런 놈들은 결국 더 큰 이익이 생기면 바로 빠지고, 위기에 처하면 자기만 살자고 도망가게 돼 있어. 그런 건 파티가 아니라 그냥 오합지졸이지. 그런 파티는 이쪽에서 거절이다.” 구원은 마치 숙련된 모험가인 마냥 설교를 늘어놓았다. 소설에서 보면 보통 그렇더라고. “…그도 그러네요. 알겠어요. 같이 먹어요.” 구원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숙련된 모험가 포스에 설득됐는지, 사라는 어쩔 수 없단 표정으로 끄덕였다. 얘도 까칠한 태도치고는 은근 팔랑귀 같단 말이야. 장래가 걱정된다. 결국 식사는 같이 방에서 먹게 됐다. 티는 안내고 있지만 사라는 상당히 피곤한지 방에서 움직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너무 포커페이스라 거기까진 신경을 못 썼네.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있는데. 넌 대체 던전엔 왜 들어가는 거야?” 구원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왜 들어가다니요?” “아니, 얘기 들어보니까 전에는 그냥 시골마을에서 할아버지랑 살았다는 것 같잖아.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런 시골처녀가 던전에 들어가나 싶어서.” “…강해지고 싶어서요.” 사라는 살짝 표정을 흐리며 대답했다. “강해지고 싶어서?” “네. 강해지려면 던전에 있는 강한 몬스터들과 싸우는 게 가장 빠르잖아요?” 니가 무슨 열혈 만화 주인공이냐. 강해지고 싶어서 던전을 향하게. 하지만 사라의 표정은 진지 그 자체였다. 필사적으로 직업 레벨을 올리려고 하길래 뭔가 목표가 있는 줄 알았더니 설마 강해지는 게 목표였다니. 아니, 무슨 전투광도 아니고 보통은 뭔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 그것을 위해 강해지고 싶은 거겠지. 아무래도 그 진짜 목적까지 말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건 구원에게 안 좋은 상황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여러모로 좋은 상황이다. 같이 던전을 다닐 동료로서도, 앞으로의 계획 면으로 봐도 매우 바람직한 상황이다. “동료로선 바람직하기 그지없는 목표로군.” “그러는 그쪽은 왜 던전에 가는 거죠?” “나도 뭐 거창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야. 그냥 능력상 적당히 벌어먹고 살 수 있으니까 가는 거지.” “모처럼 재능이 있는데 아깝네요. 남자라면 좀 더 거창한 목표를 가지는 건 어때요?” 그냥 강해지는 게 목표인 사람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닌데. 게다가 내 진짜 목표는 완전 거창하게 하렘왕이니까 걱정마라 이 아가씨야. “아깐 재능 없다고 하지 않았었나?” “속 좁게 그 한마디를 아직까지 신경 쓰고 있었어요? 재능 없다고는 안했어요. 재능의 차이라고만 했지. 그냥 제 재능이 더 뛰어나다는 말이었죠.” 별로 신경 안 썼거든? 게임 시스템이 있는 내가 뭐 하러 그런데 신경을 써. 게다가 얜 아무래도 본인의 외모뿐만 아니라 자기 재능에도 자신감이 대단한 모양이다. 고작 궁사 레벨 5주제에. 대체 할아버지란 작자가 어떻게 키웠길래 애 성격이 이 모양이지? 얼굴 좀 보고 싶다. “아이고 그러세요. 그럼 그 재능으로 빨리 전투에 도움이나 돼 주세요.” “…걱정 마세요. 오늘 진 빚은 꼭 갚을 거예요.” “아니 뭐 빚이라고까지 할 건 없는데….” 얜 까칠한 주제에 묘한데서 성실하니까 빈정거리지도 못하겠네. 식사를 마치고 사라가 주방에 식기를 돌려주러 내려간 사이에 구원은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기 위해 창가로 갔다. 오늘은 조금 늦어서 효율이 나쁘겠지만 일과를 빼먹을 순 없지. 이 여관 건물은 길드 건물과 마주보고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창문을 열면 그 길드에서 나오는 모험가들을 내려다볼 수 있다. 구원은 하루의 마무리로 이렇게 창문을 통해 모험가들을 내려다보는 게 일과다. 물론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게 아니다. 다 목적이 있어서 하는 일이지. 그 목적이란 바로 섹스 애널라이즈! 막 길드에서 나오는 청초해 보이는 마법사에게 스킬을 사용한다. 그러자 그녀의 가슴과 음부 같은 대부분의 여성이 성감대인 곳은 물론이고 겨드랑이와 목 안쪽도 빛나기 시작했다. 저런 얼굴로 겨드랑이라고! 그, 그리고 서, 설마 목 안쪽은! 그건가! 저 얼굴로 그건가! 꿀꺽 구원은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살피며 매의 눈이 되어 쳐다봤다. 취미와 실익을 겸비한 훌륭한 일과라고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섹스 애널라이즈도 이 훌륭한 일과의 덕분에 상당히 레벨을 올렸다. 섹스 애널라이즈 15 액티브 스킬 소모 : 자원 8 상대방을 보고 섹스 성향을 분석합니다. 자기보다 [15레벨] 높은 상대까지 [성감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현재 28레벨 상대까지는 문제없이 시전 가능하다. 아까 본 청초한 미녀도 레벨 27로 아슬아슬하게 볼 수 있었다. 오늘은 시작부터 운이 좋은데? 크흐흐흐. 구원은 바지를 내리기 위해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댔다. “거기서 뭐해요?” 그때 식기를 돌려주러 갔던 사라가 돌아왔다. 헉. 그러고 보니 얘가 있었지. 하마터면 좆 될 뻔했네. “아, 아니야. 난 신경 쓰지 말고 일봐.” 구원은 여전히 창문 쪽을 향한 채 대답했다. 지금 돌리면 구원의 우람한 물건이 친 훌륭한 텐트가 들킨다. “흐음? 수상한데요?” 뒤에서 사라의 발걸음 소리가 점점 다가오는 게 들렸다. 쟨 여태 반경 1미터 이내로 접근도 안하더니 갑자기 왜 다가오는 거야. 오지 마. 저리가란 말이야. “뭘 보고 있는 건가요?” 사라는 구원의 바로 옆에 다가와서 물었다. “그냥 왠지 다른 모험가들을 보고 있으면 목표의식이 생기잖아.” 구원은 슬쩍 사라의 반대편 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되는대로 아무 소리나 내뱉었다. “그렇군요.”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도 구원과 같이 모험가들을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텐트 쳐진 거 들키진 않았겠지? 젠장. 생각해보니 오늘은 딸 치긴 글렀네. 어차피 지금 따먹지도 못하는 데 내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얘랑 같은 방에 묵으려고 했지. 크흑. 하루 일과인 1일 1딸이…. ============================ 작품 후기 ============================ 말살 // 코멘트 감사합니다. 天空意行劍 // 주인공은 가리는 거 없이 잘 먹는 성격입니다. Exitus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시원섭섭 // 늑대개들은 희생된 겁니다. kodks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오염된왕좌 // 구원 성격에 묻히지 않으려면 저 정도는 돼야죠. 완글아 // 이 세계의 성자를 너무 우습게보시는 군요. FederSchwerts // 점점 나아지…겠죠? 문추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eastarea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진타 // 감사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14==================== 첫 번째 동료 다음날, 구원은 어김없이 6시에 눈을 떴다. 어제 밤 결국 하루 일과를 거른 탓인지 몸이 좀 무거운 것 같다. 그냥 기분 탓인가? 결국 어젯밤 침대는 사라에게 양보하고 구원은 바닥에서 잤으니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분명 처음엔 2실버 빌리는 것도 주저하던 애가 침대를 쓰라고 하자 사양의 말 한마디 없이 받아들였다. 조금이라도 친해졌다고 받아들여야하는 건가. 일어나서 침대 쪽을 보니 사라가 무방비한 모습으로 자고 있었다. 본인은 티를 안내려고 하고 있었지만 어제 구원이 잠들기 직전까지 경계하고 있었던 게 느껴졌는데, 결국 피로는 이기지 못한 모양이다. 걷어 올라간 상의 사이로 보이는 잘록하게 조여진 가는 허리와 11자 복근이 섹시했다. 으으…만져보고 싶다. 완전히 곯아떨어진 것 같으니 살짝만 만지면 모르지 않을까? 잠깐 그런 악마의 속삭임이 들렸지만, 구원은 고개를 휙휙 가로저으며 그 생각을 떨쳐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이다. 한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일을 그르칠 순 없지. 이제부터 뭘 하지. 평소라면 일어나자마자 아침을 먹고 길드에 갈 준비를 하겠지만, 동료가 있으니 이런 부분이 불편하구나. 어제 그런 말을 하면서 같이 저녁을 먹어놓고 혼자 아침밥을 먹으러 내려가기도, 그렇다고 곤히 자는 애를 깨우기도 애매하다. 결국 방 안에서 멍하니 있는 것도 시간이 아까워서 대충 씻고 어제 못 판 재료를 팔러 나왔다. 이른 시간이지만 아마 문은 열었겠지? 시간개념이 애매해지는 던전에 다니는 모험가들은 자연히 24시간 끊임없이 던전을 왕래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험가들을 상대하는 잡화점이나 주점들도 24시간 영업을 하는 곳이 많다. 구원이 첫날부터 단골이 되어 다니는 잡화점 ‘한스 & 에리나’ 역시 영업 중이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니 들려오는 건 이 가게의 점주인 한스의 굵고 낮은 목소리뿐이었다. “어서 오세요.” 구원은 대답하지 않고 가게 안을 둘러봤다. 역시 에리나의 모습은 없다. 에리나란 구원이 처음 이 가게에 왔을 때 본 아가씨 이름이다. 본인 이름과 딸 이름을 같이 간판에 박아놓다니 대체 얼마나 딸 바보인거야. 에리나가 없으면 이딴 가게에 용무 따윈 없다. 그냥 오늘은 아침 산책이나 했다고 생각하자. 구원은 곧장 발걸음을 돌렸다. “자, 잠깐. 왜 그냥 나가나?” “시커먼 아저씨한텐 볼일 없어.” “자네도 참 한결같군 그래. 에리나라면 일이 있어서 오늘 하루 종일 가게에 안 나올 걸세.”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딴 가게를 찾는다!” “거 섭섭한 소리하지 말게. 가격도 잘 쳐주고 있지 않은가?” “난 돈을 보고 가게를 고르는 게 아니야. 사람을 보고 고르는 거지.” “말만 들으면 그럴듯하게 들리는군 그래.” 한스는 구원이 하는 말이 농담으로 들리는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난 지금 궁서체로 완전히 진지하다만. “그렇게 우리 에리나가 좋은가?”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냥 그래.” 좋다기보다는 그냥 젊은 여자 있는 가게가 여기 밖에 안보여서 다니는 건데. 물론 에리나가 나름 귀여운 매력이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길드에 다니면서 고레벨 모험가들로 한껏 높아진 내 눈에 들기엔 좀 부족한 감이 있지. “남의 마누라를 두고 평가 한번 박하군.” “난 그냥 솔직한 것뿐이야.” 구원은 반사적으로 대답하고 나서 깨달았다. 뭐…라고…?! “마누라아아?!” “아침부터 귀청 떨어지겠네. 갑자기 왜 그러나?” “아저씨 지금 마누라라고 안했어?!” “그게 뭐 어쨌다고 그러나?” “부부관계라고?! 아저씨랑 에리나가?!” “그래.” “딸이 아니었단 말이야?!” “대체 어딜 어떻게 봐야 에리나가 내 딸로 보이나.” “어딜 어떻게 봐도 부부보단 부녀관계로 보이거든 이 도둑놈새끼야! 대체 어떤 약점을 붙잡고 협박한 거야!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썼는지 빠짐없이 상세하게 말해봐!” “자네도 참 실례되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군. 나랑 에리나는 분명하게 서로 사랑하는 사일세.” “나이차가 그렇게 나는 애한테 그런 말이 나와? 이거 완전 범죄자 아니야? 그럼 그 얼굴로 대체 어떻게 그런 어린 애를 꼬신 건지 상세하게 설명해봐. 듣고 판단하겠어.” “대체 어디부터 착각하고 있었던 건지 일단 에리나는 나랑 동갑일세.” “…실례지만 나이가?” “올해로 서른하나지.” …뭐…라고…? 구원은 다리에 힘이 풀리며 스르르 주저앉았다. 지금 내가 그렇게 고생해서 찾은 이 장소가, 아줌마 아저씨들을 피해 겨우 도착한 이 오아시스가, 실은 똑같이 아줌마 아저씨가 운영하는 가게였다고? 젠장! 그 얼굴로 서른한 살이라니. 이거 완전 사기 아니냐? 재판으로 끌고 가도 이길 수 있는 수준이다. “자네 괜찮은가?” “닥쳐. 지금 내 유리와 같이 섬세한 마음은 산산조각이 났어. 이젠 아무도 믿을 수 없어.” “볼일 없으면 영업방해하지 말고 나가주지 않겠나?” 이 곰탱이새끼가. 자기가 붙잡은 주제에. “후…. 어쩔 수 없지. 자 여기.” 이제 와서 다른 가게에 가기엔 늦었으니 어쩔 수 없지. 사라도 이제 일어나있을지도 모르고. “평소보다 적군 그래. 음? 이 어금니는 뭔가?” “암컷 늑대개한테서 나왔어. 길드에서도 첫 발견이라던데?” “호오…. 가격은 후하게 쳐줄 테니 더 발견하게 되면 우리가게로 꼭 좀 가져와주게.” 참고로 이 세계는 아무래도 몬스터의 재료로 만든 도구들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모양이다. 무기는 물론 옷부터 식기까지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몬스터의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곳이 없다. 수요가 높으니 이렇게 모험가들이 던전을 다니며 재료를 파는데도 계속 사들이는 거겠지. 희소성이 높은 재료는 그 자체만으로 꽤나 경쟁이 치열한 모양이다. 그렇게 괜찮은 가격을 받고 재료를 판 후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어제 재료까지 팔았으면 방 두 개 잡을 여관비는 나왔겠구나. 사라가 눈치 못 채서 다행이다. 아니, 눈치 챘으면 어제도 시원하게 딸 한번 잡고 잤을 테니 운이 안 좋았던 건가. 방문을 열자 거기엔 상의를 벗은 사라가 있었다. “꺄아아아아악!” “우왓! 미, 미안!” 말은 그렇게 하면서 구원은 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재빠르게 눈을 움직여 사라의 전신을 스캔했다. 내 이름은 구원. 찬스는 놓치지 않는 남자다. 옷 위에서부터 드러났던 호리병 같은 허리는 물론이고, 팔에 가려져 짓눌린 가슴도 의외로 있을 만큼 있어 전신이 하나의 예술작품 같다. 마냥 절벽인줄 알았는데 제법이구나, 사라. 아침부터 씻은 건지 머리도 물기를 머금고 촉촉하게 젖어있다. 젠장. 조금 만 더 빨리 왔으면 하반신도 벗은 상태였단 거 아냐. “빨리 안 나가요?!” “미안. 아무것도 못 봤어.” 사라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는지 구원을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며 외쳤다. 저 눈은 당장 나가지 않으면 살인도 불사할 눈이다. 구원은 이미 볼 건 다 봤으면서 당황한 척 손으로 눈을 가리며 문을 닫았다. 후우. 좋은 몸매였다. 역시 사라를 영입한건 정답이었어. 싸가지 좀 없으면 어때 저렇게 예쁜데. “이제 들어와도 돼요.” 방 안에서 옷을 다 갈아입은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 안에 들어가니, 의외로 크게 화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미안하다. 내가 설마 벗고 있을 줄 알고 들어왔겠냐.” “…알아요. 문을 안 잠근 제 잘못이죠.” 오오! 이 무슨 장족의 발전인가. 처음 봤을 땐 다가가는 것도 기겁을 하던 애가. 어제 같이 자면서 허벅지 찔러가며 참은 보람이 있다. 내 빅피쳐가 완성돼 가는 게 느껴진다! “그보다 아침부터 어디 갔다 왔는데요?” “재료 팔러 갔다 왔다. 재료.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일어나서 할 일하는 날 본받아라. 애초에 일찍 일어났으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 구원은 들떠서 괜한 소리를 덧붙이고 말았다. “잠깐. 어젯밤에 재료를 팔았으면 같은 방에 묵을 필요도 없었잖아요?” 제길. 실수했다. 최악의 타이밍에 깨닫게 해버리다니.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얼버무려야한다. “그, 그러게? 피곤해서 거기까지 생각이 못 미쳤네.” 구원의 되도 않는 변명에 사라의 눈에는 점점 살기가 짙어져갔다. 쟨 저렙 주제에 일일이 뭐가 저렇게 무섭냐. “진짜야. 진짜. 어제 결국 아무 일도 없었잖아? 나 눕자마자 곯아떨어져서 자는 거 못 봤어?” 실은 자는 척만 하고 실눈으로 섹스 애널라이즈를 킨 채 머릿속에선 다가올 미래를 그리며 상상력을 폭주시키고 있었지만 얘가 알 리가 없지. 얘 성감대가 의외로 무려…. 나중에 꼭 해봐야지. “…….” 사라도 결국 할 말이 없는지 가만히 노려보기만 했다. 본인도 생각 못한 주제에 안 믿어주네. 하긴 나라도 안 믿어줄 것 같기는 해. 그래도 구원이 새로 장착한 필살기 ‘어제 같이 자면서도 손끝 하나 안대는 거 못 봤냐’의 효과는 막대해서, 사라는 구원에게 흑심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럼 오늘도 늑대개를 잡으러 가 볼까?” 구원은 밝게 말했다. 어제 3을 올렸으니 오늘 2정도는 올릴 수 있겠지? 그렇게 되면 그 다음에는…크흐흐흐. “그러죠. 고환이란 고환은 전부다 깨버리겠어요.” 사라가 안광을 날카롭게 빛내며 말했다. 얜 또 무섭게 왜 이러냐. 괜히 찔리네. “맞다, 암컷이 튀어나오면 어떻게 할지 미리 정해두자.” 어제 한 번 만난 이상 또 만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암컷도 그냥 음부를 공격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결국 마석이 그쪽에 있는 건 마찬가지였잖아요.” 무서운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얜 정말 가정교육을 어떻게 받은 거야. “해봤자 소용없을걸. 수컷한테 효과가 있는 건 마석을 본체에서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니까. 암컷은 공격해봤자 아마 급소공격 이상의 효과는 없을 거야.” “그렇군요. 그럼 오늘은 공격하기 전에 미리 제가 나무 위에 올라가있죠. 제가 안전한 곳에서 지원사격만 하면 암컷 상대로도 그렇게 힘들진 않지 않나요?” 그 말대로. 어제는 수컷만 나온다는 생각에 그냥 바로바로 공격에 들어갔다가 낭패를 봤지만, 사라의 안전만 완전히 확보되면 암컷 늑대개도 그렇게까지 어려운 상대는 아니다. 늑대개의 점프력도 나무 위까지 닿을 정도는 아니니 전투 시작 전에 미리 올라가 있으면 된다. 다만 항상 우리 쪽이 먼저 늑대개들을 발견한다는 보장도 없고, 전투 때마다 나무 위를 오르락내리락 하면 사라도 그만큼 빨리 지치겠지. “그렇게 하면 너무 번거로워지지 않겠어? 차라리 유인해서 사냥을 해볼까?” “유인이요?” “그래. 넌 계속 나무 위에 있고, 내가 주변을 돌며 한 무리씩 유인해서 싸우면 될 것 같은데. 주변을 다 정리하면 다시 다른 위치에서 유인하고. 그러는 편이 부담도 좀 덜하지 않겠어?” “물론 그러면 제 부담이야 줄겠지만 그쪽은 괜찮겠어요?” “너랑 내 체력차이를 생각해보면 그래도 그게 나아.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자.” 그렇게 정하고 바로 사라를 나무 위에 대기시킨 채, 구원이 만난 늑대개는 암컷 두 마리였다. 이왕이면 수컷만 만나길 바랐는데 어쩔 수 없지. 구원이 유인해오자 마자, 어차피 공격을 안 당할 거란 자신감 때문인지 사라는 바로 화살을 한 대 날렸다. 사라한테 어그로가 끌린 늑대개는 곧장 사라가 있는 나무를 향해 달려가더니 점프를 했다. 그게 닿겠냐. 아무리 짐승새끼라도 생각이란 걸 좀 해라. 구원도 어이가 없어서 그냥 방심하고 지켜봤는데, 뒤따라 가단 다른 한 마리가 그 위를 점프하여 올라타고 무려 이단 점프를 시도했다. 와 씨발 쟤네 뭐냐. 무슨 서커스단에서 도망쳐 나왔나 뭐 저러냐. “파리채 블로킹!” 참고로 이건 스킬이 아니다. 그냥 외쳐 본거야. 안될 거 없잖아? 이단 점프를 시도한 놈을 구원이 공중에서 후려쳐서 그 공격이 사라에게 닿는 일은 없었지만, 꽤나 위협적인 기술임에는 틀림없다. 다행이 두 마리밖에 없어서 다행이었지. 만약 세 마리 이상 만났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구원이 한 마리를 상대하는 동안 저 기술이 들어갔으면 위험했다. 하지만 이제 알게 된 이상 위협될 건 없지. 기습으로나 통하는 거지, 미리 대비하고 있으면 쉽게 저지할 수 있는 공격이다. “걱정 말고 지원 사격해! 한 마리씩 상대할 테니까 한 마리 주의 좀 끌고 있어!” 사라의 공격은 구원이 시선을 끌지 않으면 빠르게 움직이는 늑대개를 맞출 수준은 안 되겠지만, 주의를 끄는 데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구원은 일단 발판이 됐던 늑대개의 머리에 로우 킥을 날려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든 뒤 일방적으로 팼다. 신장이 낮은 애들만 상대하다보니 로우 킥 숙련도만 이상할 정도로 높아졌단 말이야. 그동안 무투가의 다른 기술들도 제법 습득했지만 결국 제일 많이 쓰는 건 로우 킥이다. 이러다가 나중에 하단 공격 안 먹히는 애 만나면 고생하는 거 아니야? 가볍게 해치우고 사라에게 어그로를 끌린 놈을 보자, 이미 놈의 몸에 화살 몇 개가 박혀있었다. 저 렙으로 늑대개를 맞추는 게 가능한가? 파티사냥을 해본 적이 없어서 확신은 못하겠지만, 아마도 사라는 확실히 레벨에 비해 여러모로 우수한 것 같다. 스탯이 높은 건가? 어찌됐든 저 정도면 스스로 재능 있다고 말할 자격은 있다. 결국 사라의 화살에 맞은 놈도 구원의 공격을 피하지도 못하고 발길질 몇 번에 허무하게 쓰러졌다. 좋아. 이 상태로 계속 하면 오늘은 사라의 궁사 레벨도 한계까지 찍겠군. ============================ 작품 후기 ============================ 쿠폰 후원 해주신 분들 추천 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목적과 생각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사라에게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라만의 사정이 있고, 구원 역시 나름의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습니다. 인물들을 일차원적인 캐릭터로 만들기 보다는 입체적인 인물상으로 묘사하려고 노력 중입니다만 제 필력이 부족해서 잘 안느껴지나 보네요. 사라도 마냥 싸가지만 없는 캐릭터가 아니고 구원도 호구라서 이렇게 대해주는 게 아닙니다. 부족한 필력입니다만 나중에 나름 소설 속에서 설명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쓰굴 // 추천 감사합니다. kodks // 추천 감사합니다. jaeseung // 마냥 그렇지 만은 않아요. 天空意行劍 // 필력이 부족해 실망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말살 // 코멘트 감사합니다. 잘나가는행인 // 각자 생각이 있어요. 뒤에 나올 전개를 더 봐주세요. aosi // 필력이 부족해 실망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세조 // 코멘트 감사합니다. 진타 // 감사합니다. 주인공도 여러모로 더 성장해야 하죠. eastarea // 격려가 되는 코멘트 감사합니다. 소중대 // 그런 부분도 남아 있겠네요. 전설의더파이터 // 등장인물에게는 각자의 사정이 있습니다. 뒷 얘기를 더 봐주세요. 15==================== 첫 번째 동료 그렇게 오늘도 늑대개 소탕에 몰두했다. 처음에 암컷 둘을 만났던 건 그저 운이 안 좋았던 것뿐이었는지, 그 이후로 조우한 늑대개는 수컷이 많았다. 수컷들과 암컷이 섞여있는 무리도 종종 만날 수 있었는데, 두세 마리의 수컷에 암컷 한 마리가 붙은 모습은 마치 암컷이 수컷을 호위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래봤자 구원과 사라에게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수컷은 특유의 약점 덕분에 구원이 주의만 끌어주면 사라도 손쉽게 해치울 수 있었고, 암컷도 세 마리까지는 사라의 엄호와 구원의 신체능력으로 그렇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사라가 나무 위에 올라가면 구원이 주위를 돌며 한 무리씩 유인해온다. 주변 늑대 개들을 모두 정리하면 다시 적당한 나무를 찾아 사라가 올라가고 구원이 유인하기를 반복. 오늘도 밤늦게까지 사냥하여 결국 사라의 궁사 레벨도 7을 찍었다. 아무리 늑대개들과 레벨 차이가 있다곤 해도 확실히 너무 빠른 것 같단 말이야. 사라의 활은 과장 좀 보태서 한 발 한 발 쏠 때마다 실력이 상승하고 있는 게 느껴진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마치 이미 완전히 숙달된 활잡이가 모종의 이유로 제한이 걸려 있다가 빠르게 실력을 되찾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위력도 직업 레벨 하나가 올랐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올라간다. 이제는 수컷 늑대개의 고환을 화살 한두 개로 떨어뜨리는 건 물론, 암컷에게도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분명 뭔가 있긴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좀 더 친해지면 말해 주려나. “휴. 드디어 끝났군.” “뭐가 말이에요?” “뭐긴 뭐야. 네 레벨 업이지. 궁사 레벨 7 찍었다면서. 이제 레벨 제한에 막혀서 더 못 올리잖아.” 그렇다. 이제 사라가 더 성장하려면 레벨을 올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구원이 노린 것도 바로 이거였다. 사라의 목적이 강해지는 거라고 한 이상, 결국 사라도 레벨을 올리긴 올려야 할 거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직업 레벨을 한계까지 찍자마자 바로 레벨 안 올리냐고 닦달하는 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티가 난다. 어떻게 사라 쪽에서 자연스럽게 먼저 언급하게 할 방법은 없을까…. “아직 아니에요. 지금 막 레벨도 8로 올랐거든요.” 그런 구원의 고민도 무색하게, 사라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뭐?!” 애널라이즈로 확인해보자 확실히 사라의 레벨은 8이었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내가 그렇게 늑대개를 학살하면서 겨우 1레벨 올랐는데 얘는 이틀 만에 레벨 업을 한다고? 사기잖아?! “왜 그렇게 놀라요?” “아, 아니. 내가 이 세계에 상식이 좀 없긴 하지만 몬스터만 잡아서는 레벨 업이 쉽지 않다고 들었거든. 어떻게 그렇게 빨리 오르나 싶어서.” “별거 아니에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레벨 업까지 얼마 안 남았었거든요.” 씨발 그렇구나. 그 생각을 못 했네. 그래도 계획에 차질은 없다. 결국 고작 레벨 1차이. 얼른 궁사 레벨을 8까지 만들어 버리면 문제될 거 없는 일이다. 하지만 시작은 벌써 12시를 넘었다. 젠장, 오늘이야말로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내일까지 기대려야하나. 구원도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사냥한 건 처음이라 신체의 피로는 둘째 치고 정신적으로 무척 피곤했다. “그럼 일단 오늘은 돌아가고 내일 일찍 와서 8까지 올리자. 피곤해서 더는 안되겠다.” “피곤한 건 알겠지만 오늘은 재료도 확실히 처분하고 갈 거예요.” “말 안 해도 알고 있어. 어젠 진짜로 피곤해서 생각 못한 거였다니까.” 쳇. 나도 오늘은 딸 잡고 잘 거거든? 아니, 내일 거사를 치를 걸 생각하면 아껴둬야 되나? 크흐흐. 길드에서 마석을 바꾸러 가자, 언제나 완벽한 영업 미소를 띠고 있던 안내원 누님이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 구원씨. 안녕하세요. 아뇨 조금…. 그러고 보니 오늘도 늑대개 쪽을 사냥하러 가셨었나요? 별일 없었어요?” “아뇨 딱히…. 아, 암컷이 조금 섞여있더군요.” “그렇군요. 구원씨는 암컷과의 전투도 별 문제 없으신 모양이네요.” “네? 그 말은 다른 사람들은 문제가 됐다는 말인가요?” “보통은 자기 레벨에 맞는 몬스터와 싸우니까요. 오늘 수컷 늑대개를 상대하러 갔던 모험가들이 월등히 강한 암컷을 만나 죽거나 크게 다쳐서 돌아온 건이 꽤나 있었어요. 아무래도 길드에서 안내하던 던전의 구역별 적정 레벨 설정도 다시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러고 보니 구원은 이 세계 사람들과 비교해보면 레벨에 비해 월등히 강하다. 수컷 늑대개가 레벨은 적정 레벨이라고 해도 스탯상으로는 그냥 양학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구원도 암컷을 상대로는 다치기도 하니 수컷만 상대하던 수준의 모험가들에게 암컷은 아마 재앙이나 마찬가지였겠지. “그렇군요. 길드도 큰일이네요.” “네. 현재 갑자기 암컷 늑대개들이 등장하게 된 이유를 조사 중이지만 몬스터들의 생태는 알려진 바가 없다보니 큰 진전은 없는 상태에요.” 갑자기 암컷 늑대개들이 등장하게 된 이유라…. 설마 내가 수컷들의 씨를 말리면서 돌아다니다보니 다급해진 암컷들이 튀어나왔다든가 그런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아닐 거야. 아니어야만 해. 생각해보니 늑대개들을 상대하기엔 오버 스펙으로 너무 설친 감이 없잖아 있긴 하다. 나만 조용히 있으면 아무도 모르겠지. 그래 그러자. “모험가들이 학자들도 아니고 힘들겠네요.” “정말로요. 여기 마석 값이요. 아, 그리고 어제 말했던 정보 보수도 나왔어요. 암컷 늑대개는 적정 레벨 15로 보수는 20실버가 나왔네요.” “와 비교적 저레벨 몬스터인데도 상당하네요?” “그 정도로 길드에선 던전의 정보를 모으는 데 노력하고 있다는 말이죠. 모험가들 중에는 본인만 알고 있으면서 정보를 밝히려고 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계시니 정보료가 그에 맞춰서 높아진 점도 있고요.” “그렇군요. 그럼 고생하세요.” “네, 안녕히 가세요.” 사라는 오늘도 길드 내부를 둘러보는데 여념이 없었다. 촌티난다. 그만 좀 두리번거려라. “기뻐해라. 암컷 늑대개의 정보비로 20실버나 받았다. 오늘도 재료는 나중에 처분하고 여관에나 가자.” “그거 잘됐네요. 그럼 내일 봐요.” 사라는 구원에게 돈 절반을 받더니 먼저 가려고 했다. “야, 야. 어디 가냐?” 오늘 밤에 일을 치르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사라가 그렇게 나오자 좀 당황하고 말았다. “어디 가다니요? 물론 여관이죠.” “아니, 내 말은 왜 혼자 가냐고!” “각자 묵을 여관비도 있는데 굳이 같이 갈 필요 있나요?” “넌 대체 어제 내가 한 말을 뭐로 들은 거냐!” “알아요. 농담이었어요. 피곤하니 빨리 가죠.” 사라는 희미하게 입 꼬리를 올려 그렇게 내뱉고 앞장섰다. 저 썅년…. 이제 사람을 놀려먹기까지 하네. 그렇게 하루를 마치고, 다음 날 구원과 사라는 이른 아침부터 던전에 왔다. 이유는 다르지만 구원도 사라도 얼른 궁사 레벨을 8까지 올리고 싶다는 마음은 같으니 일찍부터 나와 버렸다. “그럼 얼른 가자. 오늘 안에 궁사 레벨도 8까지 찍도록 해봐야지.” “…고마워요. 이렇게까지 해줘서.” “뭘 이정도 가지고. 됐어. 동료가 강해지면 나도 편해지고 좋은 거지.” 사라는 구원이 순수하게 본인을 위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안 어울리게 솔직한 태도로 감사했다. 고맙기는. 다 나 좋으라고 하는 건데. “그럼 오늘도 늑대개를 잡으러 가자.” “네? 저도 이제 어느 정도 성장했고, 좀 더 고레벨 몬스터를 잡으러 가도 괜찮아요. 제 걱정이라면 필요 없어요.” “이제 고작 레벨8이 성장은 무슨. 그 렙이면 저기 보이는 토끼 놈 적정 레벨보다도 낮은 건 아냐?” 그러자 사라가 바로 화살 통에서 화살을 뽑더니, 순식간에 화살을 날렸다. 쐐액! 화살은 꽤나 위협적인 소리를 내면서 처음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 토끼를 꿰뚫었다. 훌륭할 정도의 원킬이었다. 어라? 10레벨 몬스터를 8레벨이 한 방에 잡는 게 말이 돼? “이제 조금 믿음이 가시나요?” “야 쟤들 정도는 내가 살짝 힘 조절 잘못해도 온몸이 터지는 수준이야. 겨우 그 정도로 믿음은 무슨.” 일단 말은 그렇게 했지만, 구원은 상당히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위력은 이해하기 힘든데. 대체 비결이 뭘까? 얼른 애널라이즈를 만렙 찍던가 해야지. 그래서 가끔 만나는 토끼나 너구리 같은 몬스터는 사라가 가볍게 한 방으로 잡으며 오늘도 늑대개의 서식지에 도착했다. “저희 능력을 생각해보면 겨우 늑대개를 상대하는 것 보다는 더 고레벨 몬스터를 잡으러 가는 게 효율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궁사 레벨 8을 찍을 때 까지는 늑대개들 상대로 한번 연습해 보자고. 어제는 네가 나무위에서 안전하게 사냥했으니 문제없었지만, 본격적으로 사냥에 들어가면 이제 그 짓도 못하니까.” “그것도 그렇군요.” 처음 만난 무리는 수컷 두 마리였다. 원래대로라면 구원이 달려가 시선을 끌고, 그사이에 사라가 고환을 노리는 게 정석인데, 사라는 구원이 나서기도 전에 갑자기 활을 들어 화살을 날렸다. “뭐하는 거야!” “가만히 보고 있으세요.” 사라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말하더니,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이 화살을 연사하기 시작했다. 어라? 왠지 화살촉부분이 희미하게 빛나는 것 같다? 결국 늑대개 두 마리는 구원 쪽으로 올 즈음에는 화살로 고슴도치가 되어 쓰러졌다. “보셨죠? 이 정도는 된다고요.” “설마 지금 나한테 자랑하는 거냐? 내가 너한테만 몰아줘서 잘 모르나본데, 난 쟤들 잡는데 딱 두 대면 돼.” 구원은 복잡한 심경을 숨기듯 그렇게 뻐겼다. 이거 어째 생각보다 훨씬 세진 거 같다? 화살촉이 빛나는 건 또 뭐야? 스킬인가? 보통 저런 건 마나를 담아 공격하는 뭐 그런 류의 달인이나 가능한 기술이던데. 쟤 진짜 저렙 맞아? 레벨 속인 거 아냐? 물론 애널라이즈로 확인이 가능한 구원은 그게 아니란 걸 알지만 그 정도로 믿기 힘든 공격력이었다. 그래서 결국 사라의 공격력도 더해져 사냥속도도 수월해진 결과, 그날도 밤늦게까지 사냥을 한 끝에 간신히 8을 찍을 수 있었다. 왠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암컷 늑대개를 만나는 비율도 높아져서 조금 아슬아슬했지만 결국 목표는 달성했다. 늑대개들의 마석을 주우며 구원이 지나가는 것처럼 넌지시 물었다. “그래서 내일 어떻게 할 거야?” “뭐가 말이에요?” “강해지는 게 목표라고 했잖아. 직업 레벨도 한계까지 올렸으니 내일은 던전에 가기 보단 레벨 업을 해야지.” 돌려 말하는 건 잘 못하는 성격이라 결국 이런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 사라는 아무 말도 안하고 갑자기 엄청나게 노려봤다. 눈 봐라. 대놓고 나랑 떡치자고 했다간 살인날 기세네. “그럼 내일은 던전에 오는 건 하루 쉬고 일단 각자 레벨 업 하는 걸로 하자.” 그래서 일부러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얘도 여기에 딱히 아는 사람이 있는 거도 아닌 것 같고. 이렇게 말 해봤자 섹스할 사람이 나밖에 더 있겠어? “실은 그 건으로 할 말이 있어요.” 사라는 몸을 돌려 구원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오오! 그래 말해봐라! “전 목표가 있어서 꼭 강해지고 싶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랑 그런 짓을 할 생각은 없어요.” 이건 또 뭔 개소리야. 이런 세계에서 섹스를 안 하고 어떻게 강해져. “그래서 말인데…. 어차피 전투를 통해서도 레벨 업은 가능하잖아요? 전 그렇게 강해지고 싶어요. 이틀밖에 안됐지만 저희 호흡도 상당히 잘 맞는 편이고 전투도 상당히 수월하게 하고 있으니 불가능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미친. 내가 미쳤냐. 그 짓거리를 하게. 차라리 너랑 헤어졌으면 헤어졌지. 이게 게임이면 구원도 야리코미라면서 그런 플레이를 한번쯤은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세계는 엄연한 현실. 그딴 짓을 하다간 강해지기 전에 늙어 죽을 거다. “뭘 잘 모르는 모양인데…. 어느 정도로 강해지고 싶은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해선 아마 늙어 죽을 때까지 못 강해질 거야. 내가 아무리 다른 세계에서 왔다지만 그 정도는 알아.” “아뇨. 그렇지 않아요. 전 가능해요. 절대 전투에서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거예요.” 역시 뭔가 이상하다 싶더라. 사라의 그 말도 안 되게 빠른 성장속도는 뭔가 비밀이 있는 모양이다. 말하는 걸 보니 어쩌면 레벨 업을 한 것도 그냥 순수하게 전투로 올랐을 가능성조차 있다. 이거 어쩌지? ============================ 작품 후기 ============================ 쿠폰 보내주신 분들 추천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제목 얘기가 나와 설문란에 막 떠올린 후보 몇개를 올려놨습니다. 시간 나신다면 어떤게 좋을지 투표 부탁드립니다. imitation_king // 언젠간 쓸 만해질 날이 올 겁니다. 쓰굴 // 감사합니다. 말살 // 실은 이름만 따서 이 세계에서는 원one이라고만 하려 했었죠. 코모에 // 감사합니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天空意行劍 // 격려 감사합니다. 주인공 찌질은…점차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kodks // 감사합니다. 그눈건 // 감사합니다. 제목은…지뢰로 느껴지는 제목인가 보네요…. oa77 // 그렇군요. 조언 감사합니다. 실은 제목이나 이름 짓는 걸 정말 못합니다. 한번 고민해보겠습니다. 진타 // 조언 감사합니다.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eastarea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Ghozt // 저 성격에 갑자기 아예 진중해지긴 힘들지만 점차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aosi // 그렇군요. 사라도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6==================== 첫 번째 동료 “…하아.” 계획대로 안 되고 일이 꼬이니 자연스럽게 한숨이 나왔다. 아오. 씨발. 역시 난 빙빙 돌아가는 짓은 하면 안 돼. 이게 게임도 아니고. 현실에서 오래 같이 할 동료라고 차근차근 합리적으로 설득하면서 풀어가려고 이렇게 빙빙 돌아온 건데 어째 꼬이기만 하네. 이제 와서 얠 버려야 되나? 지금까지 투자하고 노력한 게 너무 아까운데. 그게 아니더라도 이왕이면 저 미모를 오래오래 곁에 두고 싶다. “솔직히 말할게. 난 하루라도 더 빨리 실력이 올라서 더 던전 깊은 곳에 도전해보고 싶어. 그 때문에 파티도 모으려고 한 거고. 그런데 이왕 모은 파티원이 다른 것도 아니고 레벨이 부족해서 발목을 잡으면 곤란해. 나랑 하자는 게 아니니까, 뭐 어디 다른데서라도 레벨 업을 할 생각은 없어?” 물론 솔직하긴 개뿔 개소리다. 일단 섹스할 마음이 들게 만든 다음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꼬신다. “없어요. 하지만 정말 발목 잡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아니, 그 이상의 역할을 할 자신이 있어요. 분명 제가 도움이 될 거예요. 만약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바로 파티를 깨셔도 되요.” 엄청난 자신감이다. 자기 재능에도 엄청나게 자신이 있더니 대체 정체가 뭐지? “그러니까 동료를 버리는 짓은 안한다니까. 근데 하나 물어보자. 너 그렇게 자기 실력이 자신 있으면 파티 깨져도 상관없는 거 아니야? 왜 같이 다니려고 하냐?” “…그거야…. 제가 그렇게 염치없는 사람으로 보이나요? 그쪽한테 받은 은혜가 있다는 건 충분히 알고 있어요. 받을 것만 받고 떠나는 파렴치한 짓은 하지 않는다고 말 했었잖아요?” 하이고. 그러니까 한마디로 자긴 혼자 다녀도 상관없을 실력이 됐지만, 그동안 받은 게 고마우니 이제부터 날 도와주겠다고? 레벨 업도 전투로만 올릴 생각인 주제에? 정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생각보다 애가 마냥 싸가지는 아닌 모양이지만 대신 생각보다 상식이 없는 모양이다. “…그리고 그쪽은 정말로 제 몸이 목적이 아닌 것 같으니까요.” 그나마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았는지 그런 말을 해왔다. 원래는 이런 상태에서 ‘난 네 몸이 목적이 아니라 레벨 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 작전으로 가려고 했는데. 설마 경계심을 푸는데 성공하고 떡치는데 실패할 상황이 올 줄이야. “…일단 오늘은 돌아가고 내일 다시 생각해보자.” “그래요. 내일은 더 강한 몬스터를 상대 해봐요. 제 말을 증명해드릴게요.” 솔직히 네가 진짜로 그렇게 강하든 말든 상관없는데. 물론 던전을 다니는 만큼 동료가 그만큼 강하다면 좋다. 든든하다. 하지만 구원이 파티원한테 원하는 건 그것만이 아니다. 저런 애랑 같이 다니면서 손도 못 대다니 그게 무슨 지옥이야. 고문하는 것도 아니고. 너무 만만하게 생각한 걸까. 솔직히 강해지는 게 목적이라고 들은 순간, 안일하게도 직업 레벨 업에 제한이 걸리면 바로 술술 알아서 풀릴 거라고 생각했다. 맘 같아선 그냥 다 집어치울까 하는 충동도 생기지만, 사라의 얼굴을 보면 또 일회용으로 쓰기엔 너무 아깝다. 뭔가 그럴듯한 방법이 없을까? 구원은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게임 창을 전부 열어놓고 고민에 빠졌다. 그러다가 문득, 성자의 스킬 창에 있는 스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아니, 많이 위험하긴 하지만 이거 써먹을 수 있겠는데? 힐링 섹스 1 패시브 스킬 섹스를 하는 동안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시전자와 대상의 회복력이 상승합니다. 섹스 중 자연치유력이 [100%]만큼 증가하고, 절정 시 [100]만큼 생명력이 회복됩니다. 그레이트 어스의 전작 ‘섹스 힐러’의 핵심적인 스킬로 성자 역시 배울 수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구원은 지금까지 이 스킬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섹스 힐러’는 생명력 회복 수단이 섹스밖에 없는 미친 세계관이었다. 그러니까 저런 스킬이 핵심 스킬이 된 거지만, 여기선 그럴 수도 없다. 다치면 포션을 마시지 누가 미쳤다고 섹스를 하냐. 그것도 다쳤으면 십중팔구 전투 중이다. 전투 중에 섹스를 해? 아니면 빨리 전투를 끝마치고 그 자리에서 섹스를 해? 어느 쪽이든 미친 짓인 건 변함이 없다. 특히 지금처럼 주위를 호위해줄 또 다른 파티원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면 제대로 자살행위다. 하지만 이제 와서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지. 구원은 필요하다면 그 미친 짓을 할 수 있는 인간이다. 솔직히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아무리 가상현실에서의 섹스 마스터니 뭐니 했지만, 결국 가상현실은 가상현실. 거기서 구원이 상대한 npc들은 결국 유저의 만족을 위해 섹스를 하면 결국은 느끼도록 프로그래밍된 존재들이다. 가상현실로 테크닉이 상승한다는 건 개소리라는 거다. 결국 구원의 섹스 경험이라곤 앨리시아에게 역강간 당하듯이 당한 그 한번밖에 없다. 한마디로 제대로 된 경험이라곤 아예 없다고 봐도 된다. 스스로는 느끼지 못했지만 무의식중에 주눅 들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먼저 한발을 내딛지 못하고 답지 않게 이왕이면 저쪽에서부터 말을 꺼내도록 유도하며 조심스레 천천히 일을 진행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사라와의 대화로 그 길이 원천봉쇄 돼버렸다. 설마 전투로만 레벨 업을 하려고 하는 미친년이었을 줄이야. 애가 싸가지는 없지만 정상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구원이 지금까지 해온 짓이 헛되진 않았다. 던전에서도 사라의 능력 상승에만 열중하고 밤에 같은 방안에서 자면서도 손끝 하나 안건들인 덕분에 사라도 이제는 구원이 정말로 자기 몸을 노리고 접근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완전히 믿는 눈치다. 미묘하지만 처음 만났을 때와 다른 태도를 봐서는 어느 정도 동료로서 신뢰도 쌓았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사라는 스스로의 능력에 엄청나게 자신이 있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봐서는 아마 숨겨진 뭔가가 있긴 있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결국은 8레벨. 아무리 숨겨진 한 수가 있든 두 수가 있든 결국 할 수 있는 건 한계가 있을 거다. 도박을 한 번 해볼까. 구원의 머릿속에 어떤 계획이 즉흥적으로 떠올랐다. 일이 제대로 안 풀려도 인벤토리엔 만약을 대비해 사둔 포션도 하나 있다. 이거 진짜로 해볼 만하겠는데? 그때 구원의 전방에 늑대개 암컷 세 마리의 무리가 보였다. 어라? 이거 기회 아니야? 구원이 그런 생각을 하며 사라 쪽을 돌아봤을 때, 그쪽에도 저 멀리서 늑대개 세 마리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암컷인지 수컷인지는 멀어서 안보이지만, 이거 진짜로 기회 같은데? 사라는 아직 자기 뒤쪽에 있는 늑대개들을 눈치 채지 못했다. 방금 떠올린 계획의 기회가 바로 찾아오자 구원은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가까이 있는 암컷 무리들에게 달려가며 외쳤다. “쟤들까지 잡고 가자! 뒤에서 지원만 해!” 크르르릉! 늑대개들도 구원을 발견하고 세 마리 동시에 달려들었다. 일단 구원은 전투로 레벨 업한 후 아직 안 찍고 나뒀던 보너스 스탯을 전부 내구에 투자했다. 그리고는 가장 먼저 달려오는 놈의 다리를 걸듯이 후려친다. 앞에 놈이 제 속도를 주체 못하고 넘어진 사이에, 뒤이어 달려오던 놈들이 구원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화살 한발이 날아와 한 놈의 몸통 부근에 박혔다. 화살에 박혀 나동그라지는 놈은 일단 무시하고 공중에 떠있는 나머지 한 놈을 양손으로 붙잡아 니킥을 먹인다. 그리고 니킥을 한 다리를 강하게 내려찍으며 앞서 넘어졌던 놈을 강타한다. 그 사이 일어나서 달려든 화살 박힌 놈이 다리를 물었지만, 보너스 스탯을 전부 내구에 투자하여 더 강해진 방어력은 어제보다 확연히 데미지가 덜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물론 피도 나고 아프긴 하지만, 이제 곧 있을 계획의 일부라고 생각하면 이마저도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다. “큭!” 신음 소리가 들려 사라 쪽을 보니, 사라가 아까 그 멀리 있던 늑대개들한테 공격받고 있었다. 좋아. 바로 이거지. “사라!” 구원은 바로 싸우던 늑대개 세 마리를 내팽개치고, 일단 사라를 공격하는 놈들에게 달려갔다. 셋 다 수컷인데다, 사라도 기습을 당해서 잠깐 당황했을 뿐이었는지 바로 화살을 날려서 순식간에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잠깐이면 충분하지. 구원이 내팽개친 늑대개 쪽에 다시 고개를 돌리자, 두 마리가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한 마리는 고개를 치켜세우고 있었다. 물론 다가오는 있는 두 마리를 무시하고 고개 세운 놈에게 돌진하면 아직 막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사라가 화살을 쏘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원은 사라가 위험에 처한다면 명목 하에, 사라의 앞을 가로막고 서서 늑대개 두 마리의 돌진을 저지하는 선택을 했다. 구원이 앞을 가로막은 덕에 사라도 화살을 날리지 못하고, 결국 늑대개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아우우우우우우~~! 완벽하다. 설마 생각한 시나리오 비슷하게 전개가 되다니. 이쯤 왔으면 거의 성공했다고 봐도 되겠지? 구원은 속내를 숨기고 긴박하게 외쳤다. “사라! 일단 나무에 올라가! 더 몰려올 거야!” “네? 네!” 구원이 달려드는 두 마리를 때려잡고 울음소리를 냈던 늑대개에게 달려갔을 때, 이미 사방에서 새로운 늑대개 무리들이 몰려들었다. 아무리 각오한 일이라지만, 늑대개 십 수 마리한테 포위당하자, 구원도 긴장되기 시작했다. 그냥 전부 때려잡는 거라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그래선 안 된다. 구원은 생명력 게이지에 주의하면서 늑대개들을 맞이했다. 컹! 컹! 사방에서 늑대개들이 달려든다. 양 팔을 휘둘러 좌우에서 덮쳐오는 놈들을 후려치고 그대로 발을 내뻗어 정면에 있는 놈을 걷어찬다. 하지만 늑대개들은 조금도 물러나는 기색 없이 오히려 눈에 핏발을 세우고 덤벼든다. 사라도 화살을 날려 원호했지만, 이 숫자를 상대로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화살의 숫자에도 한계가 있다. 어차피 마석을 뽑으면 시체가 사라지는 던전의 특성상, 모험가들은 화살을 계속 수거해서 쓰기 때문에 화살도 화살통 두세 개 정도만 들고 다닌다. 이대로 계속되면 화살이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겠지. 앞뒤좌우 사방에서 덮쳐오는 늑대개들에, 결국 구원도 전부 막지 못하고 점점 상처가 늘어가기 시작했다. 아직 이다. 아직 조금 부족하다. 구원은 스스로의 생명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즉, 죽기 직전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상한 상태 이상만 걸지 않게 주의하면 죽기 직전까지 아슬아슬하게 가고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 원래라면 이런 미친 짓은 절대 안하겠지만, 이건 도박이다. 만약 이러고도 사라와 못 한다면 그냥 파티를 깨야지. 아니, 지금까지 투자한 게 아까우니 한번은 따먹어야하나? 그래도 스스로는 정신 똑바로 박힌 정상인이라고 생각하는 구원이 평소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강간까지 잠깐이지만 떠올릴 정도로 구원도 안달이 나있었다. 잠깐 딴 생각을 한 탓일까, 늑대개 두 마리가 예의 그 서커스 같은 곡예로 사라가 있는 나무를 향하는 걸 막지 못했다. “사라!” “괜찮아요!” 다급히 사라를 보니, 화살을 쏴 덮쳐오는 녀석을 떨어뜨렸다. 저 정도면 고작 두 마리정도는 혼자 해치울 수 있겠군. 구원은 일단 자기 주변에 있는 늑대들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긴 혈투 끝에 간신히 근처 늑대개들을 전부 해치웠다. 솔직히 놈들이 동료를 불러 이렇게 몰려있는 상황을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게다가 대체 이놈들은 주위에 얼마나 있었던 건지 아무리 쓰러뜨려도 계속해서 증원이 나타났다. 중간부터는 생명력 게이지에 신경을 쓰기는커녕 그저 눈앞에 있는 늑대개들을 쓰러뜨리는데 필사적이었는데도, 결국 모든 늑대개를 잡았을 때는 생명력이 거의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다. “꺄악!” 그때 사라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사라쪽을 바라보자 사라가 나무에서 불안정한 자세로 떨어지고 있었다. 주변엔 늑대개 몇 마리가 화살이 박힌 채 쓰러져있지만, 아직 암컷 두 마리가 남아 있었다. 사라는 떨어질 때 다리를 다쳤는지 어정쩡한 자세로 소매에서 나이프를 뽑아들었다. 화살이 다 떨어졌는지 화살통은 텅 비어있다. 이런 씨발 언제 저기에 저렇게 더 몰려왔었지? 구원이 사라를 구하기 위해 빠르게 달려갔지만, 늑대개들의 공격이 조금 더 빨랐다. 사라가 어떻게든 한 마리는 쓰러트리는데 성공했지만, 나머지 한 마리가 사라의 복부를 크게 물어뜯었다. 콰직! 사라는 한눈에 보기에도 심각할 정도로 복부에서 피를 흘리며, 그대로 기절하듯 쓰러졌다. 이런 씨발! “뒈져! 개새끼야!” 구원이 황급히 다가가 늑대개를 해치우고 사라를 살펴봤다. 안색은 창백하고 그 예뻤던 복부에는 구멍이 크게 뚫려 내장이 보일 정도였다. “야! 정신 차려!” 이런 씨발! 씨발! 이런 상황까진 예상 못했는데! 그간 공들인 게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조급했던 탓일까. 구원은 끽해야 본인이 생명력이 아슬아슬하게 남고도 늑대개를 다 못 잡을 경우만 상정했지, 사라가 크게 다친다는 생각을 못했다. 사라한테 어그로가 끌리면 그냥 본인이 몸을 대주면서 때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었다. 눈앞에서 사람의 내장을 보게 되자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아무 생각도 할 수 없는 패닉 상태가 돼버렸다. 씨발 어떻게 해야 되지. 아 그래! 포션! 혹시 몰라 비상용으로 거금을 들여 산 포션이 있는 걸 기억해낸 구원은 곧장 인벤토리에서 꺼내 반은 사라의 복부에 붓고 반은 마시게 했다. 뚫려있던 복부가 내장이 안 보일 정도까지는 복구가 됐지만 그뿐이다. 여전히 상처는 심각하고, 창백해진 안색은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안절부절 못하고 습관적으로 게임 창을 전부 열고 우왕좌왕할 때, 구원에 눈에 들어온 스킬이 하나 있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후원 해주신 분들 추천 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가오가스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아이카이제 // 하필 사라같이 특이한 애한테 잘못걸려서…. 코모에 //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뽕빨물로 기획하고 쓴건데…. 시원섭섭 // 버리다니…. 투자한 게 있으니 뽑아먹어야죠. muhyuk // 곧이요. kodks // 곧이요. Ghozt // 사라가 매우 특이한 케이스긴 하죠. 말살 // 버리기엔 외모랑 투자한 게 아까운거죠. 天空意行劍 // 코멘트 감사합니다. 오염된왕좌 // 차츰 나아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eastarea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폭탄z기 // 마귀라니. 무서운 곳이었군요. 눈물이하늘가려 // 아마 곧 줄 겁니다. 17==================== 첫 번째 동료 구원이 세운 계획은 간단했다. 늑대개를 생명력이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몰려 간신히 해치운 후, 쓰러지며 사라에게 스킬 ‘힐링 섹스’의 존재를 말한다.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구원이 죽을 상황이라고 판단한 사라는 본인의 의지로 구원과 섹스를 한다. 그간 쌓아온 신뢰와 구원에게 느끼고 있을 은혜, 그리고 얘도 그렇게까지 매정한 애는 아닐 거라는 계산이 담긴 작전이었다. 물론 사라의 싸가지가 상상 이상이라 나 몰라라 했을 때는 포션으로 치료하면 그만이다. 이렇게까지 하는 건, 지금까지 같이 다니면서 지켜본 결과, 만약 스스로 안기는 게 아니라면 아마 사라는 절대 상대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뭔가 트라우마라도 있는 것처럼 사라는 섹스 관련 얘기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심각하게 불쾌해졌으니까. 한마디로 구원이 치료를 위해서라고 해도 이 상황에서 사라를 안는다면, 아마 사라는 구원을 용서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지금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다. 이 상황은 모두 구원이 불러온 결과다. 본의가 아니었다곤 해도 사라가 여기서 죽는다면 그건 전부 구원의 책임이다. 구원은 재빨리 사라의 하반신만을 벗기고, 본인도 바지를 벗었다. 하지만 아무리 구원이라도 이런 상황에선 도저히 흥분되지가 않아서 도저히 물건이 커질 징조가 안 보인다. 씨발! 이 병신아! 밥상이 다 차려져있는데도 못 먹냐! 필사적으로 손으로 쥐고 위아래로 흔들어 보고 안달 내봤자 결국 반응이 없다. 결국 구원은 그냥 그대로 밀어 넣기로 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온몸에 묻은 피가 윤활유가 되어 커지지 않아도 우람한 존재감을 뽐내는 구원의 물건이 어떻게든 사라의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집어넣자 정신은 그럴 경황이 없는데도 몸은 그 부드러운 감각에 반응하여 그렇게 발악해도 반응이 없던 물건이 서서히 커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안 된다. 그저 집어넣고 앞뒤로 흔들 뿐인 행위로는 그저 자연치유력만 높아질 뿐이다. 이 세계 사람들에게 구원만큼 자연치유력을 기대하긴 힘드니 이것만으론 치료될 리 없다. 결국 ‘힐링 섹스’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선 사라가 절정을 느끼도록 해야 한다. 구원은 스킬창을 열어 성자 카테고리에 있는 스킬 중 상대의 쾌락을 증가시킬 수 있는 스킬은 전부 찍었다. 지금 이 상황은 스킬 포인트 같은 걸 아까워할 때가 아니다. 그리고 구원은 찍은 스킬들을 바탕으로 여러 스킬들을 구사하며 사라가 느낄 수 있도록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섹스 애널라이즈를 켜서 성감대를 확인하고, 접촉 시 쾌감을 높이는 스킬을 사용하여 최대한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상대의 흥분도를 높여주는 분비물을 내뿜는 스킬을 사용한 혀로는 피 맛밖에 느껴지지 않는 사라의 몸을 필사적으로 물고 핥으며 어떻게든 쾌감을 느끼게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면서 허리는 찌르고, 돌리는 다채로운 스킬들을 연속으로 사용하여 흔들면서도, 피범벅이 돼 있는 사라의 복부에는 최대한 충격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려고 한다. 섹스는 생초보라고 봐도 무방한 구원이지만, 그저 필사적이 되어 움직이는 그 모습은 의외로 꽤나 자연스러웠다. 지금까지 직업 레벨의 효과를 느끼지 못했던 구원이 처음으로 직업 레벨의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는 것이다. 직업 레벨이란 한마디로 그 일을 얼마나 잘 하고 숙련됐나를 나타내는 척도 같은 거다. 최후의 자존심 스킬로 인해 강제적으로 성자 레벨이 오른 구원은 자기도 모르게 성자 레벨에 걸맞은 움직임을 취하고 있었다. 씨발. 왜 혈색이 안돌아 오는 거야. 왜 배가 낫는 것처럼 안 보이는 거야. 미칠 듯한 초조함을 느끼며 구원은 사라가 더 느낄 수 있도록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가상현실도 아니고, 앨리시아 때 느꼈던 폭력적일 정도로 쥐어짜는 것 같은 쾌감도 아니다. 제대로 경험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봐도 되는 그 감각에 원래대로라면 미칠 듯이 흥분하고, 또 기뻐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구원은 그런 기분을 가질 여유도, 사라의 환상적인 느낌을 즐길 여유도 없었다. 그저 필사적으로 사라가 죽지 않기만을 바라며 움직일 뿐이었다. “…으…으음….” 그때, 드디어 사라의 반응이 조금 있었다. “야! 정신 차려! 야!” 이 상황에서 사라가 눈을 뜨면 구원 본인만 더 난처해질 뿐이지만 구원은 그런 것까진 생각이 미치지도 않았다. 그저 필사적으로 사라를 부르며 움직임을 더해갈 뿐이었다. “야! 죽지 마! 씨발! 네가 죽으면 내가 완전 개새끼 되는 거잖아! 야!” 구원은 이제 본인이 뭐라고 말하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창백한 사라의 안색을 보며 필사적으로 아무 말이나 계속 내뱉었다. “야! 너 섹스하기 싫다면서! 내가 지금 억지로 하고 있잖아! 일어나서 한 대 치든지 한 번 해봐!” “흑!” 그때 사라의 몸에 반응이 있었다. 자잘한 떨림과 함께 사라의 복부가 조금 회복되는 게 눈에 보였다. 좋았어! 됐어! 이대로만 하면 돼! 구원은 그 한 번에 용기를 얻고 더 필사적으로 사라에게 매달렸다. 사실 이런 심각한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성자 스킬이 가진 강제로 쾌감을 발생시키고 증폭시키는 효과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기적이 있었다. 그래서 사라의 몸도 성자 스킬 효과로 인해 강제적으로 쾌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야! 일어나봐! 정신 차려!” “흑…으윽…으응?” 구원이 시끄럽게 외치는 소리가 들린 건지, 아니면 조금이나마 회복된 덕분인지 사라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하지만 그 초점은 제대로 맞지 않은 상태로, 제정신을 차린 건 아닌 모양이다. “으…윽…학…하악….” 사라는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상태에서 구원의 스킬이 주는 강제적인 쾌감이 무의식적으로 간헐적인 신음만 내뱉고 있었다. “야! 정신이 들어?! 정신 차려봐!” 구원은 사라가 눈을 떠야 살 확률이 높아질 거라는 근거 없는 생각에 더 큰 소리로 사라를 부르며 움직였다. “으윽…지…지금…뭐하는…. 시, 싫….” “야 내 말 잘 들어. 살 수 있어! 알았지? 너 하기 싫어하는 거 아는데, 이래야 살 수 있어. 조금만 참아.” 구원은 헛소리처럼 계속 본인도 뭐라고 하는지 모르면서 계속 말을 내뱉어댔다. “으…윽…무…무슨.” 사라도 이제 서서히 정신을 찾아가는 것 같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는 않는 듯 구원이 하는 대로 그저 몸을 내맡기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날 믿어. 꼭 살려줄게. 조금만 참아. 윽!” 그렇게 말하는 구원은 결국 지속되던 쾌감을 참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며 사정하고 말았다. 하지만 사라의 몸이 나으려면 지금 멈춰선 안 된다. 그런 생각에 구원은 물건을 빼지도 않고 다시 몸을 움직였다. “걱정 마. 꼭 살 수 있어. 살아야 돼.” 구원은 마치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듯 그런 말을 하며 사라의 몸 위에서 필사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하악, 하악…자, 잠깐…흐응…으응~!” 곧 다시 사라의 몸이 떨리며 신체가 회복 됐다. “이…이게 무슨…! 하아앙!” 이제는 완전히 제정신을 찾은 사라도 몸에 느껴지는 이변을 눈치 채고 놀란 것 같았지만 곧 몰려오는 쾌감에 다시 헐떡이기 시작했다. 사라의 그런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구원은 회복된 사라를 보고 살릴 수 있다는 마음에 더욱 필사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그렇게 구원과 사라는 계속해서 몸을 겹쳤다. “으윽!” “하아앙!” 이걸로 몇 번째일까, 구원과 사라는 동시에 절정에 달했다. 어느새 사라의 몸은 완전히 치유되어있었다. “하아…하아…하아…. 이, 이제…그만 떨어져요….” 사라는 가쁜 숨을 억지로 진정시키며 말했다. “허억…허억…으…응….” 그저 필사적으로 움직이던 구원도 그 말에 겨우 사라에게서 떨어졌다. 찔꺽 구원이 사라의 몸에서 떨어지자, 대체 얼마나 한 건지 하얀색 끈적끈적한 선이 몇 가닥 길게 이어졌다. 그걸 보면서 구원은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도 며칠 동안 그렇게 노리던 사라와 몸을 섞었다는 사실에 성취감을 느꼈고, 곧 그런 스스로의 감정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미안해. 진짜 미안해.” “…어떻게 된 거죠? 설명 해봐요.” 사라의 입장에서 보면 몬스터의 공격에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동료라는 놈이 자기를 강간하고 있는 상황이다. 분명 오늘까지 사라를 지켜본 결과 맘대로 섹스를 한 구원의 물건을 잘라버리려고 달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사라는 묘하게 침착하게 사태파악부터 나섰다. “그, 그러니까 치료를 하려고….” “치료를 하는데 왜 몸을 겹치고 있었던 거죠?” “내 성자 스킬. 그러니까 성자는 섹스하는 직업인데. 그래서 그 중에 그걸로 치료할 수 있는 스킬이 있어서. 포션도 썼지만 제대로 회복이 안돼서. 그 방법밖에 안 떠올라서. 미안해.” 구원은 아직도 패닉상태에서 회복되지 않은 머리로 횡설수설하며 필사적으로 설명하려했다. 마음속으로는 그저 이제 사라는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아니, 쟤 성격상 밤길 걷다가 뒤에서 찔리기라도 하지 않으면 다행인가. 어쨌든 구원이 되도 않는 계획으로 사라를 따먹어보려다가 이렇게 된 거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다. “…일단, 그 보기 흉한 얼굴부터 좀 닦아 봐요.” 그 말에 구원이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고, 그제야 자신의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돼있음을 깨달았다. 비록 알고 지낸 기간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동료가 죽는 다는 공포? 아니면 그게 자기가 저지른 잘못 때문이라는 죄책감? 구원 스스로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구원은 섹스하면서 계속 추하게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라도 본인 위에서 강간하고 있는 놈이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 그러고 있으니 오히려 냉정해진 걸까. “미안.” 구원으로서는 그 말밖에 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니까, 전…그 스킬인지 뭔지 덕분에 살았다고 보면 되나요?” “으, 응? 응. 뭐 그렇지.” 사라는 구원의 대답에 복잡한 표정이 되어 한동안 침묵했다. 구원 역시 지은 죄가 있으니 사라의 눈치만 보면서 조용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선 어서 여길 벗어나죠.” 그러고 보니 구원과 사라는 늑대개들의 시체 한 가운데서 하반신을 벗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늑대개가 주변 늑대개들을 전부 불러 모은 것을 처리한 덕분에 아직까지 다른 늑대개들이 나타나진 않은 모양이지만, 그것도 언제까지 효력이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곧 다른 늑대개 무리들이 이곳에 나타날지 모른다. 구원과 사라는 주변 늑대개들의 마석을 정리하고 자리를 뜨기로 했다. “…….” “…….” 돌아가는 내내 구원과 사라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만 맴돌았다. 구원의 머리는 여러 감정들이 실타래처럼 어지럽게 얽혀있었고, 사라는 평소의 쿨한 표정에서 더욱더 무표정해져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짐작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그 침묵도 길드에 도착해서는 깨질 수밖에 없었다. “마석 팔고 올게.” 솔직히 다 내팽개치고 지금은 곧장 여관으로 가 침대에 눕고 싶은 기분이지만, 두 사람분의 숙박비를 위해서 마석을 팔지 않을 순 없다. “안녕하세요. 저…괜찮으세요?” “네. 여기 마석이요.” 안내원 누님도 구원의 표정을 보더니 나름 심각한 분위기를 느꼈는지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마석의 거래만 해줬다. 마석을 정산한 구원은 말없이 그 절반만을 사라에게 건네고 여관으로 향했다. 솔직히 이대로 사라가 그냥 휙 떠나도 구원은 아무 말도 못하는 입장이지만, 사라는 조용히 구원의 뒤를 따라왔다. 여관에 도착할 때까지 침묵을 지키던 둘은 각자 방에 올라가기 전에 가벼운 인사만 나누고 헤어졌다. “그럼…. 내일 천천히 다시 얘기해요.” “…그래.” 사라와 헤어져 방에 들어가 혼자가 되자, 구원은 드디어 해방된 기분이 들었다. 순전히 본인이 전부 잘못해놓고 피해자와 같이 있다가 헤어져서 해방된 기분이라니. 구원은 스스로의 쓰레기 같음에 더욱 우울해졌다. 침대에 누워도 몸은 피곤하지만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다. 오늘 일을 다시 떠올려보자. 레벨 업을 위해 섹스를 한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하자, 즉흥적인 계획으로 늑대개들을 모아 위기에 빠진 연출을 한 다음 섹스를 하려고 했다. 그런 구원의 안일한 발상 때문에 사라가 죽을 위기에 처했고, 구원은 치료라는 목적으로 섹스를 했다. 하지만 과연 치료만이 목적이었을까? 사심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기가 짠 함정으로 동료를 죽을 뻔 하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그런 상황인데도 어쩔 수 없었다는 완벽한 변명을 뒤로 섹스 한 후 느낀 미묘한 만족감. 또 그런 기분을 느끼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 여러 가지 감정이 구원의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 작품 후기 ============================ 추천해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kodks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쓰굴 // 하긴 하는데 제대로 했다고 하긴 좀 애매하네요. 말살 // 쓰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Ghozt // 아직 게임하던 버릇을 못 버린 게 가장 크죠. eastarea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진타 // 쓰다 보니 그렇게 됐네요. 18==================== 사라의 사정 “할아버지 빨리 빨리!” “허허, 녀석. 그렇게 좋을까. 조금만 기다리거라.” 사라는 아침 일찍부터 무척 들떠있었다. 오늘은 처음으로 할아버지의 사냥에 따라가는 날. 할아버지는 사라가 처음 말을 꺼냈을 때부터 상당히 내켜하지 않는 기색이었지만, 귀여운 손녀가 끈질기게 달라붙어 애교를 부리며 부탁해오니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 마을의 누구보다도 강하고, 누구보다도 지혜롭고, 누구보다도 박식하고, 누구보다도 인자한 완벽한 할아버지. 온몸이 흉터투성이라서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사라는 그런 할아버지를 누구보다도 존경했다. 나중에 크면 꼭 할아버지처럼 되고 싶었다. 할아버지가 하는 일은 뭐든 따라하고 싶었다.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 할아버지를 필사적으로 졸라 활을 배운 것도 그 때문이다. 사실은 검술도 배우고 싶었지만 그것만큼은 절대 알려주지 않으셨다. 그래도 나도 언젠가는 꼭 할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냥꾼이 될 거야. 비록 오늘은 사라의 안전을 위해 뒷산에 올라가 토끼를 잡는 게 고작이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를 따라 산에 올라 사냥을 배울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지금까지 할아버지는 겨우 이 뒷산조차도 올라가지 못하게 했었다. 기껏해야 토끼 같은 저 레벨 몬스터밖에 없는 곳인데도.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래도 지금까지 열심히 연습한 활솜씨를 발휘해서 실력을 보여주면 할아버지도 날 좀 인정해주겠지? 사라는 할아버지를 닦달해가며 발걸음도 가볍게 뒷산을 향했다. 두고 보라고. 내가 할아버지를 깜짝 놀라게 해주겠어. “저기 토끼가 보이는 구나. 토끼는 귀가 좋아, 조그만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단다. 접근할 때는 발밑을 조심하며 최대한 소리를 죽이고 가는 게 좋단다. 어디 사라가 한번 해보려무나.” 뒷산을 올라 드디어 첫 번째 토끼를 만났을 때, 할아버지가 언제나처럼 자상하게 설명해주셨다. 조심조심 떨어진 나뭇가지 같은 걸 밟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화살이 닿는 범위까지 접근해 활을 겨눈다. 레벨이 1이라 여전히 궁사 레벨도 1에 멈춰있어 상당히 가까이까지 다가가야 했지만, 다행이도 토끼는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다. 아무리 1레벨이라고 해도 지금까지 꾸준히 연습한 활은 1레벨 토끼를 상대로 하기엔 충분했는지 토끼의 몸에 정확히 박혔다. “앗!” 하지만 그게 치명상이 되지는 못했는지, 토끼는 화살을 몸에 단 채로 순식간에 줄행랑을 쳐버렸다. “어이쿠. 이런. 잽싸구나.” 모처럼 할아버지한테 내 실력을 보여줄 찬스였는데…. 사라는 분한 마음과 창피한 마음에 고개를 푹 숙이고 말했다. “미안해요…. 할아버지.” “허허. 괜찮단다. 처음은 다 그런 법이지. 화살은 정확히 맞지 않았더냐? 기죽지 말고 다른 녀석을 찾아보자구나.” 다른 토끼도 곧 발견됐다. 사라는 이번에야 말로 라고 잡고 말겠다며 마음을 다잡고 조용히 접근했다. 아까는 몸통을 맞춘 게 안 좋았어. 이번엔 다리를 노려야지. 사라는 침착히 활시위를 겨누고 다리를 노렸다. “됐다!” 다리를 맞은 토끼는 깜짝 놀라 도망치려고 했지만,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지 그 속도는 아까보다는 현저히 느렸다. 그 기회를 살려 추가로 화살을 날린 사라는 드디어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할아버지! 이것 봐! 내가 잡았어!” “허허. 잘 했다. 우리 사라 대단하구나.” “응! 레벨도 올랐어! 그리고 또 궁사 말고 새 직업도 생겼어!” “허허. 그러니? 대체 어떤 직업이 생겼을까?” “응! 그러니까…. 사냥꾼이랑! 그리고 또…용…사? 우와! 용사!” 사라가 그 말을 한 순간, 그때까지 인자했던 할아버지의 얼굴이 무섭게 굳었다. “방금…뭐라고?” “그, 그러니까…. 요, 용사….” 할아버지의 그런 표정을 보는 건 처음이라, 사라는 잔뜩 겁을 먹었다.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저지른 걸까? “일단 오늘은 이쯤하고 내려가는 게 좋겠구나.” 할아버지는 굳은 얼굴로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사라는 그 무서운 표정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뒤를 쫒아갔다. “…미안하구나.” 갑자기 앞서 가던 할아버지가 그런 말을 해왔다. “사라야, 용사가 어떤 일을 하는 건지 아느냐?” 사라는 그 말을 듣고 잠깐 생각했다. 동화책 같은데서 본 적은 있다. 몬스터들을 무찌르고, 마왕을 쓰러뜨리고, 사람들을 구하는 위대한 사람. 보통 사라가 책에서 본 용사는 그런 존재였다. “훌륭한 일?” “그래. 틀린 말은 아니지.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긴 하지. 하지만 말이다 사라야. 아무리 그 사람이 특별한 힘으로 훌륭한 일을 하려고 애써도, 유독 뛰어나게 특별한 힘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고 또 이용하려고 하는 사람이 생겨난단다.” 아직 어린 사라에게는 잘 이해가 안 되는 말이었다. 훌륭한 사람이 훌륭한 일을 하는데 질투하고 이용하려고 할 필요가 있나? “아직 사라에게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일지 모르겠구나. 하지만 사라야. 이것만은 기억해두렴. 할아버지는 사라가 용사의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그렇게 말하며 사라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쓸쓸한 눈동자는, 사라의 뇌리 깊은 곳에 각인되었다. *** 할아버지와 첫 사냥을 이후, 사라는 더 이상 사냥을 가지 않았다. 그날에는 아직 어려 할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 사라도 그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컸다. 그리고 그날 보여준 할아버지의 표정 역시도 이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할아버지는 평소 스스로의 과거 얘기를 전혀 하지 않으시는 분이시지만, 가끔 거나하게 취하면 드문드문 과거 얘기를 하시곤 했다. 지엽적이고 단편적인 얘기들이었지만, 사라는 그 얘기들을 종합해 하나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의 아들, 그러니까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사라의 아버지는 용사셨다. 그리고 아버지께선 그 직업을 바탕으로 수많은 일을 하셨을 거다. 하지만 그런 아버지를 시기하는 무리들과 이용하려고만 하는 무리들에 의해 아버지는 해를 당하게 되셨다. 그걸 전부 본 할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질려 사라를 데리고 이 시골 마을에 잠적했다. 사람들의 시기와 탐욕으로 인해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할아버지는 어떤 심정이셨을까. 그걸 깨달은 사라는 다시는 할아버지가 쓸쓸한 경험을 하지 않게 하리라 다짐했다. 할아버지 말에 따르면, 용사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잠재력과 성장성이 타의추종을 불허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몬스터를 잡아서 오르는 경험치가 다른 사람들과 비교도 안 될 만큼 커서, 섹스를 하지 않아도 레벨 업이 가능할 정도라고 한다. 사라도 사냥을 계속 했다면 토끼를 사냥하는 것만으로도 레벨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사라가 용사다운 일을 안 하는 것은 물론, 용사라는 직업의 레벨 자체가 아예 오르지 않을 삶을 살았으면 하는 눈치셨다. 사라에게 검술만큼은 절대 안 가르쳐주는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사라는 그런 할아버지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여 그날부터 아예 사냥을 나가지 않았다. 사라의 하루는 간단하다. 이제는 늙으신 할아버지의 식사를 차려드리고, 마을에 가서 사람들의 잔심부름을 한다. 젊은 사람도 거의 없는 조그만 화전촌이다. 용사란 직업 때문인지 레벨이 낮아도 신체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사라는, 이 마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노동력이다. 마을로 내려가니 왠지 사람들이 촌장님 댁에 모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아주머니. 무슨 일 있어요?” “어머, 사라야. 일찍 왔구나. 마을에 지나가던 모험가분이 한 분 오셨단다. 그 왜 저번에 마을 주변에서 오크들을 본 것 같다는 얘기가 있었잖니. 그래서 마침 모험가분이 오셨으니 촌장님이 조사를 부탁하려는 모양이더구나.” 원래라면 그런 일은 전부 사라의 할아버지가 맡아 하셨지만, 이제는 나이가 나이인지라 그런 위험한 일은 무리다. 요즘은 허리가 안 좋으신지 침상에서 일어나시는 것도 힘들어 하신다. 아무래도 그런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모험가에게 오크들을 토벌을 부탁할 모양이다. “그렇군요.” 모험가라…. 잘만하면 일확천금을 노릴 수 있는, 시골 아이들이 가장 동경하는 직업이다. 사라 역시 어렸을 때는 그런 마음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용사라는 직업을 드러내지 않기로 마음먹은 이후에는 의식적으로라도 흥미를 가지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촌장님 댁에 들어가자, 바로 그 모험가와 마주쳤다. “촌장님 저 왔어요.” “오오. 사라야 잠깐만 기다리거라. 중요한 손님이 오셔서 말이다.” “이 여성분은?” 모험가 중 남자가 사라를 보며 물었다. 남자 모험가라니. 확실히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여성 모험가에 비하면 확연히 그 수가 적다. 그런 보기 힘든 사람을 이런 작은 마을에서 보게 될 줄이야. “아아. 이 아이는 사라입니다. 혼자 늙은 할아버지를 보살피면서 마을 일을 도와주는 참한 아이죠.” “그렇군요.” 남자 모험가는 촌장에게 대답을 하면서도 사라를 위아래로 핥듯이 훑어봤다. 이런 시골마을에는 어울리지 않는 미모를 타고난 사라에게는 익숙한 시선이다. 물론 이런 시선을 보내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다. 흥. 누굴 넘봐? 다른 마을 여자가 이런 시선을 받았더라면 오히려 자기가 달려들지도 모른다. 일정 레벨 이상이 보장 된 모험가 남자다. 하룻밤만 보내도 이런 시골마을에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레벨이 오를 거고, 혹시 꼬시는데 성공하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벼락출세다. 하지만 사라는 둘 다 관심이 없었다. 용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라는 마음만 먹으면 둘 다 스스로의 힘으로 가능한 일이니 관심이 있을 리가 없다. 사라는 모험가의 시선을 가볍게 무시하고 오늘도 마을 일을 돕기 위해 나섰다. “할아버지. 오늘 마을에 모험가가 왔던데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먹을 것을 가지고 돌아온 사라는 저녁을 준비하며 할아버지께 말했다. “으음. 마을 사람들이 오크 녀석들이 보였단 말이 들려서 불안해했는데 잘 됐구나. 내가 몸만 멀쩡했다면….” “후훗. 물론 할아버지가 멀쩡하셨으면 오크 따윈 한주먹 거리도 안 되죠. 그래도 이제 나이가 나이시니까 무리하시면 안돼요.” “으음…. 사라야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다마는, 그 모험가와는 되도록….” “알고 있어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전혀 관심 없는 걸요.” 사라는 그렇게 웃으며 말했다. 모험가에 대한 동경이 전혀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지만, 할아버지의 뜻에 반하면서 까지 관심을 가질 만큼도 아니다. 그렇게 그날도 평범하게 하루가 지나갔다. 아니, 지나가는 줄 알았다. 그날 밤, 사라는 묘한 인기척이 느껴져 눈을 떴다. 뭘까? 할아버지께서 화장실이라도 가시려고 하시는 걸까? 허리도 안 좋으신데 나한테 말씀 하시지. 얼른 도와드려야지.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 사라의 위에, 낯선 남자가 있었다. “꺄…으읍?! 으으읍?!” “닥치고 있어봐. 지금부터 좋은 거 해줄 테니까.” 비명을 지르려는 사라의 입을 투박한 손으로 틀어막고, 남자가 말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이 사람은 대체 누구야?! 사라는 공황상태에 빠져 발버둥 쳤지만, 남자는 그런 사라를 가볍게 눌러 제압하고는 차례차례 옷을 벗겨갔다. “설마 이딴 시골에 이런 여자가 있을 줄이야. 횡재했군.” “읍~! 읍! 으읍!” 사라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용히 있어봐. 나만 좋으라고 하는 줄 알아? 너도 좋은 거야. 다 큰 여자가 아직까지 경험도 못해보고 레벨 1이면 살기 힘들잖아? 내가 확실히 레벨 업 시켜줄 테니까 닥치고 있어.” 사라는 그 말을 듣고 겨우 남자의 정체를 깨달았다. 낮에 봤던 그 모험가! “으음…. 사라야? 무슨 일 있느냐? 음? 이봐! 무슨 짓인가!” 그때, 할아버지가 사라의 발버둥치는 소리를 들었는지 방 안에 들어왔다. “이런 씨발. 늙은이는 꺼져있어. 내가 불쌍한 손녀 레벨 업 좀 시켜주려고 하는 거니까.” “이, 이놈이!” 할아버지는 곧장 모험가에게 달려들었다. 곧 두 사람은 한 덩어리로 뒤엉켜, 치고 박고 싸우기 시작했다. “젠장! 다 늙어 죽어가는 늙은이가 뭐 이렇게 힘이 세!” “꺄악! 꺄아악!” 사라는 그 모습을 보며, 그저 비명을 지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뒈져라! 망할 늙은이!” 그때, 모험가가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 할아버지의 가슴 한복판에 박았다. “크헉! 크르륵.” 할아버지는 그렇게 입에서 피거품을 물며 쓰러졌다. “헉, 헉, 이, 이런 씨발! 그러게 늙은이가 왜 그렇게 설쳐대!” 남자도 이 사태는 예상 밖이었는지 그렇게 내뱉고는 그대로 밖으로 도망쳤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사라가 얼른 할아버지한테 달려갔지만 이미 상처는 심각했다 “할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사라를 바라보며 언제나처럼 인자한 미소를 짓더니 곧 눈을 감았다. “안돼요! 할아버지! 할아버지! 누가! 누가 도와줘요! 할아버지!” ============================ 작품 후기 ============================ 추천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제목도 평범하게 바꿔봤어요. 이제 제목때문에 거부감 가지시는 분은 없겠죠? kodks // 겨우 한 발 내딛었네요. 붉은정의 // 저도 열심히 생각해낸 캐릭터라 버리지 않아요. 코모에 // 사라의 사정편입니다. 블러드헬 // 16화 마지막에 보면 포션으로 창자가 안보일 정도까지는 회복 되요. 물론 그래도 피바다에서 하는 거지만…. 쓰굴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제르디엘 // 감사합니다. 저도 열심히 생각한 캐릭터라 잘 됐으면 좋겠어요. 말살 // 꿈의 스킬이죠. 진타 // 말씀하신대로 계속 남습니다. 토생원 // 그런가요…? 초반에 개그로만 달리다 갑자기 진지한 전개로 가서 그런가…. Ghozt // 까불거리는 성격이 갑자기 근엄해지진 않겠지만 아마 사고는 이제 조금 덜 치게 될 것 같아요. 19==================== 사라의 사정 그 후 사라는 마을 사람들에게 발견될 때까지 할아버지의 시신을 끌어안고 울었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할아버지의 시신을 땅에 묻고, 장례를 치른 후에도 사라는 그저 멍하니 무덤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울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일주일? 한 달? 아니, 어쩌면 더? 폐인처럼 그저 하염없이 무덤을 바라보며 울기만하는 사라를 보다 못한 아주머니 한 분이 사라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사라야. 기분은 이해한다만 살 사람은 살아야지. 네가 이렇게 지내면 하늘에 계신 할아버지가 어떻게 생각하겠니?” “할아버지….” “그래. 네가 이러고 있으면 할아버지도 하늘에서 편히 계시지 못하실 거다.” 그 말에 사라는 정신이 확 들었다. 그래. 그 말대로다. 지금 할아버지는 절대 편하게 계시지 못하고 있을 거다. 복수를 해야 돼. 하지만 어떻게? 상대는 사라 따위는 상대도 안될 만큼 강한 모험가다. 그러면 나도 강해지면 되잖아? 사라에게는 용사라는 강해지기에 최적화된 직업이 있다. 사라가 마음만 먹으면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강해질 수 있다. 사라는 처음으로 용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것에 감사했다. 그래. 강해지자. 강해져서 꼭 복수하자. 할아버지 죄송해요. 약속은 못 지킬 것 같아요. 그때부터 사라의 행동은 신속했다. 먼저 그 모험가의 소재를 파악하기 위해 촌장의 집에 찾아가 자초지종을 들었다. 그 모험가는 촌장에게 던전 도시에 가서 일확천금을 노릴 거라는 둥 허풍을 떨었던 모양이다. 사라는 집에 가서 호신용 나이프 하나와 할아버지가 직접 만들어주신 활 하나, 그리고 쌓여있는 화살통 몇 개만 들고 당장 길을 떠났다. 사라가 살던 마을은 자그마한 화전촌이다. 사람들이 각자 맡은 일을 나눠서 하고 모두 공유하며 나누는, 돈 같은 건 사용할 일도 없는 작은 마을. 때문에 사라가 마을을 나설 때도 역시 빈털터리였다. 덕분에 사라는 던전 도시에 도착할 때까지 토끼같이 약한 1레벨 몬스터를 잡아 그 고기를 먹으며 버텼다. 던전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이상 화살을 낭비할 수 없다는 생각에 나이프로만 토끼를 잡았더니 어느새 레벨과 용사 레벨도 조금 올라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걸려 겨우 던전 도시에 도착했을 때, 사라는 어느새 레벨과 용사 레벨이 7까지 올라 있었다. “네, 등록비는 2실버입니다. 신분확인을 위해 스테이터스 용지에 손을 올려 주세요.” 그렇게 간신히 던전 도시에 도착한 사라는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나, 나중에 다시 올게요.” 어쩌지. 어쩌면 좋지. 태어나서 돈이란 건 본적조차 없다. 하물며 1실버라는 거금이 있을 리가 없지. 복수를 위해 왔다지만, 지금의 사라의 힘으론 복수는커녕 다시 보였을 때 또 강간하려고 덮치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복수를 위해서는 힘을 키워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몬스터가 끊임없이 나오는 던전이 제격이다. 하지만 이 던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길드에 모험가 등록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사라는 길드 한 구석에 서서 팔을 꼬고 생각에 잠겼다. 이대로 도시 밖에 나가서 몬스터라도 잡아 돈을 마련해야 하나? 하지만 모험가들이 던전에서 끊임없이 몬스터를 잡아 공급하는 도시다. 대체 그래서야 어느 세월에 2실버를 모을까? “안녕하세요.” 그때 사라에게 말을 거는 한 남자가 있었다. 사라는 타고난 미모로 남자들의 시선에 익숙하다. 저 시선이 가지는 의미도 잘 알고 있었다. 남자새끼들이란 다 똑같은 생각밖에 못하는 걸까? 게다가 모험가 남자라니.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 토할 것 같다. 그 새끼처럼 머릿속에는 떡치는 것 밖에 안 들어있는 놈이겠지. “아뇨. 안녕 못하네요.” 사라의 반응은 당연한 거였다. 하지만 남자는 끈질겼다. 사라가 아무리 앙칼지게 대응해도 전부 부드럽게 받아 넘기며 말을 이어갔다. “제가 이 세계에 대한 상식이 없어서 꼭 동료가 필요합니다.” 그러다가 남자의 그 말에 드디어 관심이 생겼다. 할아버지는 사라가 용사란 직업과 전혀 관계없는 삶을 살기를 바라셨다. 복수를 마음먹은 이상 용사라는 직업도 이용하겠지만, 되도록 남에게 떠벌리고 다닐 생각은 없다. 그런데 이 세계의 상식이 없는 사람이라니? 그러면 사라가 용사의 힘으로 아무리 강해져도 속여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던전에 가려면 동료는 필요하다. 아무리 상대가 가까이 있기도 싫은 남자 모험가라고해도, 복수를 위해서라면 감내할 수 있다. 만약 이 남자도 사라의 몸을 노리고 다가온 거라면, 복수의 대상자가 한명 더 늘어나게 되는 것뿐이다. 사라는 일시적으로 눈앞의 구원이라는 남자와 손을 잡기로 했다. 의외로 구원의 동료가 필요하다는 말은 진심이었는지, 모험가 등록을 할 돈까지 빌려주었다. 복장을 봐서는 구원에게도 작은 돈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길드 등록 시에 스테이터스 용지에 표시된 용사라는 직업은 안내원에게 철저히 입막음을 했다. 다행이 길드에서 모험가들을 관리하기 위한 용도일 뿐 개인 정보는 철저히 비밀을 보장한다는 모양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절대로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못하도록 안내원을 협박해뒀다. 무려 얼마나 강해질지 모르는 용사의 협박이다. 일개 안내원이 무시하진 못하겠지. 그것 말고도 스태이터스 용지에 더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그런데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지금은 할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돼. 그리고는 곧장 던전에 가게 됐다. 반말을 하는 구원의 허물없는 태도는 마음에 안 들었지만 파티의 생존과 연관 지어 말하니 납득은 갔다. 하지만 이렇게 파티 플레이가 익숙한데 정말 이방인인걸까? 그 의문은 구원이 세부 스탯이니 스킬 포인트니 알 수 없는 말을 늘어놓아 곧 해결됐다. 정말로 이방인이 맞기는 한가보다. 게다가 사라가 용사 레벨을 숨기고 궁사와 사냥꾼 레벨만을 말하자, 구원은 본인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라의 성장을 도와주겠다고 했다. 단기적인 파티보다는 미래를 보는 걸까? 이정도로 던전의 사냥에 진지하다니, 이 남자와 파티를 맺은 건 옳은 결정이었던 것 같다. 던전은 사라의 생각 이상으로 가혹했다. 설마 고작 토끼가 레벨이 10이라니. 아마 멋도 모르고 사라 혼자 들어왔으면 아무리 용사라고 해도 죽을 위험에 처했을지도 모른다. 그날 사라는 구원의 도움아래 편하게 직업레벨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사라는 방심하지 않았다. 이 남자도 결국 내 몸을 노리고 접근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날 마지막 전투에서 구원은 온몸을 내던져 사라를 위기에서 구해주기까지 했다.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렇게 헌신적으로 도와주는 게 정말로 그냥 파티원이 필요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그냥 사람 좋은 바보인 건가? 피범벅이 돼서도 익살스럽게 아픈 척을 하는 구원을 보며, 사라는 알 수 없어졌다. 던전에 나와서 구원이 마석을 교환하는 동안, 사라는 길드를 둘러보며 혹시 자신을 강간하려고 한 그 남자가 있지 않을까 찾았다. 아마 이 도시 어딘가에 있기는 할 테지만 되도록 소재를 파악해두고 싶다. 하지만 만약 지금 여기 있다고 해도 이 넓은 길드에서 찾기는 요원한 일이다. 천천히 가자. 아직 복수를 할 수 있는 힘을 쌓은 것도 아니잖아? 힘을 쌓은 그때까지만 찾으면 될 일이다. 구원은 마석을 정산해 와서 바로 사라에게 절반을 건네줬다. 오늘 사라는 그저 도움만 받았을 뿐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돈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긴 안목으로 파티의 운영을 생각하는 구원의 말에 결국 받을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지금은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라는 기본적으로 빚지고 사는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이 빚은 빨리 성장해서 갚자. 레벨만 조금 오르면 오히려 내가 이 남자보다 전투에서 활약할 테니, 그때 가서 지금 받고 있는 빚은 이자까지 쳐서 전부 갚아주자. 사라는 어느 샌가 자신이 눈앞에 있는 남자와 계속 파티를 이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하긴 던전에서 그렇게 희생한 걸 아는데 믿음이 조금은 생기는 것도 이상하지 않지. 하지만 그 믿음은 여관에서 같은 방에 묵으려고 하는 구원의 행위에 바로 흔들렸다. 역시 이 남자도 내 몸을 노리고 접근한 거였어. 사라는 그 짧은 시간에 구원을 믿으려고 했던 자신이 바보 같아졌다. 하지만 구원은 의외로 정말 사라가 밖에 묵는 걸 걱정했던 건지, 돈을 주고 자신이 밖에서 노숙하겠다는 말까지 했다. 정말로? 정말로 내 몸을 노리는 게 아니란 말이야? 사라는 침대에서 긴장해있었지만 구원은 자신의 결백을 증명이라도 하듯 눕자마자 바로 잠들었고, 결국 그날 밤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다음날도 역시 구원은 사라의 성장을 돕는 것에만 힘쓸 뿐이었다. 사라도 이제는 조금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 남자는 정말로 내 몸을 노리는 게 아니구나. 그렇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 다음날 구원이 레벨 업 얘기를 꺼냈을 때는 실망했다. 뭐야. 그냥 다른 남자들 보다 더 장기적인 계획을 짰을 뿐 결국 목적은 그거였단 말이야? 하지만 구원은 자기랑 하자는 게 아니라 정말 아무와 하고 와도 좋으니 던전 탐험을 위해 레벨 업을 하고 오라는 말이었다. 물론 사라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다. 그 날 이후로 남자와 몸이 닿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 남자한테 안기다니. 아무리 그게 복수를 위한 지름길이라고 해도 결코 하고 싶지 않다. 어차피 용사의 힘으로 몬스터만 잡아도 레벨 업은 가능하다. 그야 섹스보단 느릴지도 모르지만 용사의 장점은 성장속도뿐만이 아니니 조금은 레벨이 낮아도 문제없다. 오히려 레벨이 조금 낮아도 사라가 훨씬 강할 거다. 사라는 다시 한 번 구원을 바라봤다. 이 남자가 정말로 자신의 몸이 목적이 아니란 건 이제 확실히 알았다. 게다가 지금까지 무조건적인 도움을 줄 정도로 호인이기까지 하다. 만약 여기서 구원과 헤어지면 이런 동료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사라는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 남자와 동료가 된 건 할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신께서 사라에게 내려주신 선물 아닐까? 마침 구원은 신이 직접 이 세계에 데려온 이방인이다. 사라는 구원을 만나게 된 것이 정말로 점점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사라는 계속 전투를 하자고 설득했다. 이방인인 구원이라면 용사란 걸 밝히지 않아도 설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아무리 이방인이라도 어느 정도 상식은 있는지 사라의 말에 바로 설득 당하지는 않았지만, 고민하는 눈치였다. 용사라는 사실을 밝혀야 할까? 하지만 할아버지가 말했던 용사를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을 생각하면 주저하게 된다. 아니, 신께서 보내주신 선물이잖아. 한 번 믿어볼까? 그때 갑작스럽게 다시 늑대개들을 만나 전투가 시작됐다. 구원이 늑대개들에게 달려가고 사라가 뒤에서 화살을 몇 번 날렸을 때, 갑자기 사라의 뒤에서 늑대개들이 덮쳤다. 갑작스런 일에 당황했지만, 사라는 침착하게 피하고 다시 태세를 정돈했다. 용사의 힘으로 보통의 8레벨 궁사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신체능력을 가진 사라에게 약점까지 명확한 수컷 늑대개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 사라는 수컷 늑대개들의 고환에 화살을 날려 순식간에 처리했지만, 구원은 사라를 도우려 했던 건지 싸우던 암컷들을 내팽개치고 사라 쪽으로 달려왔다.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구원이 내팽개치고 온 암컷 중 한 마리가 고개를 드는 것이 보인다. 저 자세는 분명?! 울음소리로 동료를 부르는 자세라고 구원이 말했던 게 기억난다. 재빨리 활을 겨눴지만, 사라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대로 동료가 몰려왔을 때 사라가 활약하면 전투로 성장도 가능하다고 구원을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 사라가 그렇게 잠깐 주저하는 사이에, 구원이 사라의 앞을 막아서 늑대가 동료들을 부르는 것은 결국 막지 못했다. 그래.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거, 실력을 보여줄 기회라고 생각하자. 하지만 일은 사라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몰려오는 늑대개들의 수는 상상을 초월했고, 구원의 온 몸을 뒤덮은 늑대개들은 그러고도 아직 숫자가 남아 사라를 노리는 놈들까지 생겼다. 그래도 구원이 화려하게 날뛰고 있어서 강한 개체들은 전부 구원을 공격하고 있고, 사라를 노리는 늑대개들은 수컷이었다는 점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사라는 일단 숫자를 줄이는 게 시급하다는 생각에 수컷들을 노려가며 화살을 날렸다. 그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갑자기 암컷 두 마리가 빠져나와 언젠가 본 적 있는 묘기 같은 점프로 사라를 덮쳐왔다. 마침 마지막 화살을 날려 화살은 전부 떨어진 상태. 사라는 늑대개를 황급히 피하기 위해 불안정한 자세로 나무에서 떨어져 다리를 접질렸다. 아직 복수도 못했는데 이렇게 죽을 순 없어! 그런 생각이 뇌리에 떠올라 사라는 소매에서 나이프를 꺼내 암컷을 상대했다. 괜찮아. 난 용사야. 이까짓 것들 처리할 수 있어. 결국 한 마리를 처리하는데 성공했지만, 이어져 들어오는 공격에 사라는 극심한 고통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얼마나 정신을 잃고 있었을까. 사라는 온몸에 느껴지는 낯선 감각에 의식이 돌아왔다. 한 남자가 사라의 위에 올라타 허리를 흔들고 있는 모습이 흐린 시야 사이로 보인다. 서, 설마?! 사라는 뇌리에 과거의 경험이 플래시백 되며 필사적으로 저항하려고 했다. 하지만 팔다리는 흐느적거리며 전혀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설마, 또. 또 그런 짓을 당하려고 하는 거야? “으윽…지…지금…뭐하는…. 시, 싫….” “야 내 말 잘 들어. 살 수 있어! 알았지? 너 하기 싫어하는 거 아는데, 이래야 살 수 있어. 조금만 참아.” 남자의 말도 안 되는 주장에 반사적으로 남자를 바라보고, 사라는 깨달았다. 사라의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있는 남자는 온몸에 피를 흘리면서 어린애같이 울고 있었다. 게다가 잠꼬대처럼 계속 중얼거리는 말은 사라를 걱정하는 말들 뿐. 피투성이인 본인의 몸은 아랑곳하지 않고 사라를 걱정하며 이렇게 울고 있는 남자가 강간을? 사라의 상황을 따라갈 수 없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때 사라의 전신에 낯선 감각이 휘몰아쳤다. 뭐, 뭐야 이 감각? 저도 모르게 온몸에 힘이 들어가며 한차례 경련하듯 부르르 떨자, 갑자기 몸에 아까보다 힘이 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회복되고 있어? 이래야 살 수 있다는 말은 이런 뜻인 거야? 사라는 그제야 조금 상황이 파악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 남자가 주는 낯선 감각이 다시 뇌리를 지배했고, 다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흐트러졌다. 그렇게 한참 후, 온몸이 회복되고 나서야 겨우 구원에게서 떨어질 수 있었다. 아직 사라가 죽을 뻔 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걸로 보이는 구원과 던전을 벗어나며, 사라는 생각에 빠졌다. 강간을 당했다지만 저번과는 다르게 구원에 대한 원망은 신기하게도 없다. 애초에 고민하지 말고 늑대개의 울음소리만 바로 막았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거다. 게다가 본인도 피투성이면서 사라의 목숨만을 걱정하며 울던 그 얼굴을 떠올려보면 도저히 원망하려고해야 원망할 수 없다. 구원은 정말로 그저 사라를 회복시키기 위해 필사적일 뿐이었으니까. 그보다는 구원과의 섹스 자체가 문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날 밤, 그 모험가가 옷을 벗기며 사라의 몸에 손이 닿는 것조차 소름끼치고 끔찍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방금 구원과는? 그 낯선 감각은 분명히 쾌락이다. 치료가 목적이든 뭐가 됐든 강제로 당한 건데 말이다. 게다가 사라는 처녀였다. 처음이면 아프다고 들었는데 구원과의 행위에서는 그런 고통마저도 안 느껴졌다. 그런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뭐가 원인일까? 성자가 섹스와 관련된 직업인 것 같으니 뭔가 보정이 들어가기는 할 거다. 하지만 정말 그뿐일까? 내가 느낀 그 감각들이 그저 직업의 힘에 불과하다고? 도저히 그것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그때 좋아하는 사람과의 섹스는 정말 행복한 기분이 된다는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행복? 확실히 아무 생각도 못할 정도로 기분 좋았다. 그럼 설마 좋아하는 거야? 내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는 이 남자를? 분명 만난 걸 운명이라고 잠깐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복수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그런 게 아니었나? 사라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신의 감정을 알 수 없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 작품 후기 ============================ 쿠폰 보내주신 분 감사합니다. 추천해 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사라의 행동 해답편(?)입니다. 사실 2, 3화정도로 사라의 감정변화를 상세하게 풀어쓰려고 했는데, 같은 내용을 시점만 달리해서 분량 잡아먹는 건 조금 아닌거같아 압축했습니다. 쓰굴 // 추천 감사합니다. 코모에 // 용사가 그리 흔한 게 아니다보니 파티를 이룰 정도로 나오진 않을 거예요. Catmus // 솔직히 세계관이 세계관이다 보니 별 생각 없이 쓴 건데 용기까지 필요한 내용이었군요…. 시원섭섭 // 그렇군요…. 앞으로는 조심해야겠네요. 블러드헬 // 네 그렇게 됐습니다. kodks //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짱개비 // ‘섹스 앳 더 던전’이었습니다 말살 // 사실 용사의 특성상 지금부터 활 버리고 칼 들어도 무쌍이 가능해지긴 합니다. 완글아 // 그렇죠. 사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었는데 독자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을 못했네요. Ghozt // 사라정도면 처녀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eastarea //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이네요. Revidus // 자주 써먹을 소재도 아니고 거부감 가지시는 분들도 계시니 이젠 안 나올 것 같네요. 진타 // 사실 강간 자체보다는 당할 때 할아버지가 죽은 충격이 더 크지만요. muhyuk // 음…. 거부감 가지시는 분들이 많군요. 주의하겠습니다. songmin3329 // 제목에 거부감 가지시는 분들이 계셔서 바꿨습니다. DJ대중 // 잣대가 매우 엄격하시군요. 반가운미소 // 다음 편 대령했습니다. ginsen // 사실 지금까지 생각한 히로인들은 확률이 절반정도이긴 합니다. 다만 아무래도 세계관상 그렇게 되겠죠. Cloudweb // 다음 편 대령했습니다. 20==================== 대마법사 아무리 머릿속이 복잡해도, 결국 피로는 이길 수 없는지 구원은 어느 샌가 잠이 들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어제의 패닉상태에서 벗어난 구원은 맑아진 머리로 생각했다. 자살하고 싶다. 나대다가 동료란 애는 죽을 뻔 하게하고, 그 와중에도 자신을 합리화하며 사욕을 채우고, 덤으로 여자애 앞에서 질질 눈물 콧물 다 짜며 울었다니. 으아아아! 씨발! 안돼! 이런 흑역사는 감당할 수 없어! 이불을 뻥뻥 걷어차면서 구원은 혼자 소리 없이 발광했다. 하…씨발. 이게 뭐하는 짓인지. 한차례 발광하고 난 구원은 겨우 진정하고 생각했다. 대체 내가 왜 그렇게 울었을까? 생전 처음 사람 내장을 들여다본 게 무서웠었나? 아니면 정말로 순수하게 사라가 죽을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솔직히 내가 그렇게 마음이 여린 놈이라고는 생각 안했는데 말이지…. 고민 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이렇게 혼자 꾸물꾸물 거리고 있는 건 나답지 않지. 일단 사라한테 사과나 하러가자. 시간을 확인하니 벌써 대낮이다. 구원치고는 정말 드물게 늦잠까지 자다니, 어제 패닉상태가 심하긴 했나보다. 일어나서 대충 씻고 사라의 방 문 앞에 서서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각오가 필요하군. 진짜 나답지도 않게 이게 뭐하는 짓인지. 에라이,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것도 아니고. 어차피 넘어야할 산이다. 가자. 구원은 본인답지 않은 모습에 자조적인 미소를 띠고 문을 노크했다. 달칵. 쾅! 문이 열리면서 사라의 막 일어난 부스스한 얼굴이 보이는가 싶더니 엄청난 기세로 다시 닫혔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이거 상당히 상처받네. “무, 무슨 일인가요?!” 아무래도 사라는 문을 닫은 상태에서 대화를 할 모양이다. 얼굴도 보기 싫다는 건가? “아…그…뭐냐, 식사 아직 안했으면 같이 밥이나 먹을까 해서.” 기세 좋게 불렀지만 막상 사라가 이렇게 나오니 또 기세가 약해지는 건 절대 내 마음이 약한 게 아니야. 사람이면 어쩔 수 없는 일인 거지. “…먼저 내려가 있어요. 씻고 내려갈게요.” 구원은 먼저 식당으로 내려와 사라를 기다렸다. 그러고 보니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이 시간에 마을에서 지내고 있군. 점심시간이라 식당은 꽤나 번잡했다. 도시자체가 던전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시라 그런지 여관의 숙박하는 손님 대부분이 모험가로 보인다. 내가 묵는 여관에 이렇게 미인들이 많았다니. 눈이 정화되는 광경에 상황이 상황인데도 빠져들어 버리는 건 남자의 슬픈 본능이다. 두리번거리며 모험가들을 살펴보고 있자, 사라가 내려와 맞은편에 앉았다. 샤워라도 하고 나온 건지 물기에 젖어 촉촉하고 희마하게 상기되어있는 모습이 평소보다 한층 더 미인으로 보인다. “일단 먼저 사과부터 할게. 정말 미안해.” 구원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먼저 얘기부터 들어보죠. 그 성자라는 직업이 대체 어떤 직업인지, 절 치료한 스킬이란 게 뭐였는지 제대로 설명해줘요.” 역시 설명 해야겠지…. 솔직히 말해 엄청 쪽팔린다. 여자한테 섹스관련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고 설명까지 해야 한다니. 수치 플레이도 아니고. “그래. 그것부터 설명하는 게 먼저겠네. 성자란 건 그러니까 한마디로 섹스관련 직업이야. 그냥 섹스를 통한 쾌감을 높이는 기술들이 있고 또 섹스에 이런저런 부가효과를 주는 기술들도 있지. 그런 기술 중에 ‘힐링 섹스’란 기술이 있어. 섹스 중에 자연치유력을 증가시키고, 절정에 달하면 치료마법처럼 몸을 일정량 치료하는 효과가 있어. 그래서 어제 네가 절정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 “아, 알았으니까 거기까지만 해요! …한마디로 절 치료하기 위해서 안았다는 말이죠?” 사라는 상당히 부끄러운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외쳤다. “그, 그렇지. 정말 미안해.” 솔직히 그때 사심이 전혀 없었는지는 구원도 잘 모르겠지만 일단 이렇게 대답했다. “…정말 목적은 그것뿐이었어요?” “뭐, 뭐가?!” “…하아. 어쩔 수 없죠.” 사라는 잠시 구원을 노려보다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용서해 주는 거야?” “용서하고 말고 할 게 있나요. 어제 제 몸에 묻어있던 피의 양을 봐서는 확실히 위험했던 모양이고. 게다가 다 큰 남자가 그렇게 울고 있었는데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기도 힘들고요. 오히려 제가 감사 인사를 해야 할 입장이네요. 구해줘서 고마워요.” 아무래도 사라는 정말로 구원이 순수하게 치료를 위해 안았다고 믿어주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섹스에 거부감을 가지고 까칠하던 애가 이렇게 순수하게 감사말까지 전하다니 대체 어떤 심정인걸까. “아니야. 정말 미안해.” 구원은 그래도 미안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강제로 안은 것이 미안한 게 아니다. 아니, 오히려 만약 그 상황이 구원의 잘못으로 일어난 상황이 아니었다면 구원은 사라와 그런 식으로 섹스 했다는 것에 대해 아무런 죄책감도 가지지 않았을 거다. 그 수밖에 없었다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운이 좋았다면서 좋아하기만 했겠지. 구원이 사라에게 정말로 미안하고, 사과해야 하는 점은 그 상황이 구원의 잘못으로 일어난 상황이라는 점이다. 구원이 꾸민 일이란 걸 알았다간 사라의 반응이 어떨지 불 보듯 뻔하다. 심지어 그런 일을 꾸민 이유가 섹스하려고 라는 사실을 알면 분명 사라는 구원과 갈라서겠지. 그래도 구원은 감추지 않고 털어놓았다. 괜히 속에 꽁꽁 감추고 같이 다녀봤자 속병만 생긴다. “사실 어제 늑대개들이 모이게 된 건 전부 내 탓이야. 내 힐링 섹스만 있으면 괜찮을 거란 생각에 벌인 일이었어. 정말 미안해.” “…그러니까, 한마디로 저와 섹스를 하기 위해 벌인 일이었단 말인가요?” “그래.” 이걸로 완전히 끝났다. 구원이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하고 돌려 말한 사실을 사라는 정확히 캐치해냈다. “…그렇게까지 할 정도로 제 레벨을 신경 쓴 건가요?” 으…응? 이건 또 뭔 소리야? 얘 갑자기 왜 이래. 뭐 잘못 먹었나? “사실 그때 저도 울음소리를 막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모인 늑대를 처리하면 당신을 설득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그러지 않았죠. 결국 저희 둘 다 같은 잘못을 한 거네요.” 아니, 이건 또 대체 이게 무슨 소리야. “그러면 서로 잘못한 거니, 이 얘긴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죠.” 사라는 이 얘기는 이걸로 끝이라는 듯이 딱 잘라 말했다. 아무래도 사라는 구원이 던전에서 살아남기 위해 억지로라도 레벨 업을 하도록 그런 계획을 세웠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대체 갑자기 왜 이렇게 내 신뢰도가 올라간 거지. 전혀 짐작이 안 간다.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기는 하지만 순수하게 그냥 섹스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는데…. 그래도 사라가 사정 좋게 착각해줬는데 그런 것까지 곧이곧대로 밝힌 필요는 없겠지? 내가 무슨 성인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모든 죄를 고해할 생각은 없다. 그래도 조금 찔리는 게 있으니까 앞으로 사라한테 더 잘해줘야지. 강해지려는 진짜 목적이 뭔지는 몰라도 그것도 도와주자. 그리고 앞으로는 절대 동료를 위험에 처하게 하는 짓은 하지 말자. 그럼 되잖아? “좋아. 대신 앞으로 뭐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다 나한테 말하라고. 내가 뭐든 들어주지.” 구원은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듯 일부러 당당하게 말했다. “그래요. 우중충하게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러는 편이 낫네요.” 사라의 표정은 여전히 쿨하지만 확실히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다. 분명 섹스의 섹자만 나와도 정색하던 애가 강제로 섹스를 당하고 난 다음에는 태도나 표정이 부드러워지다니 대체 무슨 조화인 걸까. “그러고 보니 레벨이 꽤나 올랐던데 이것도 성자의 효과인가요?” 그러고 보니 구원도 어제 일을 치르고 난 다음에 스탯을 확인한 적이 없다. 서둘러 스탯창을 열어보니 구원의 예상을 뛰어넘은 결과가 눈앞에 떠올랐다. 이름 : 구원 종족 : 인간 24 직업 : 성자 15 / 모험가 3 / 무투가 12 레벨 : 15 생명력 : 4200/4200 정기 : 1500/1500 근력 : 55 내구 : 55 민첩 : 51 체력 : 30 지력 : 24 정신 : 27 매력 : 64 보너스 스탯 : 10 상태 : 보통 뭐야 이게. 저번 앨리시아와 했을 때는 아마 앨리시아의 레벨이 엄청 높았을 테니 그 폭업도 이해가 갔다. 그런데 구원보다도 레벨이 낮은 사라와 일을 치르고 레벨이 3이나 올랐다니. 성자 스킬의 위대함을 느껴야 하는 건가. 아니면 경황없는 상태로 해댄 터라 제대로 기억이 안 나지만 이렇게 오를 정도로 많이 한 건가. 하긴, 사라가 그 상처에서 완치될 때까지 해댄 거다. 눈앞에 있는 이 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는 어제 대체 몇 번 오르가슴을 느꼈다는 거야. 씨발. 분명 개쩌는 광경이었을 텐데 기억을 못하다니. 이 멍청한 뇌야. 왜 꼭 필요할 때 할 일을 하지 못하냐. 아니, 생각해보니까 피범벅이었잖아. 개쩔기는 개뿔. 잘했어 뇌야. 기억 안 해도 돼. 잠깐, 그럼 사라는 몇이나 올랐지? 애널라이즈로 사라의 레벨를 확인해보니 14이었다. …응? 14?! 아니 아무리 구원이 사라보다 레벨이 높았고 성자 스킬로 경험치 가중치가 더해진다지만 이건 대체 뭐야?! 설마 기억은 안 나지만 나 조루라서 하는 내내 계속 질질 싸기라도 했나? 확실히 어제 떨어질 때 끈적끈적한 하얀 끈이 좀 과하게 이어져 있긴 했지만 그래도 레벨이 6이나 오를 정도로 했다고? “뭐, 뭐…. 확실히 성자의 효과로 쾌감이 증가하니 레벨 업이 더 빨라지긴 하지만.” “역시 그렇군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올랐다 싶었어요.” 응. 너무 오른 거 맞아. 아무리 성자 스킬이라고 해도 그렇게 오를 정도는 아니야. 애초에 구원이 어제 찍은 성자 스킬은 전부 상대방이 쾌감을 느끼게 하는 스킬들이다. 아직 상대방의 레벨 업에 도움을 주는 스킬은 두 가지 밖에 없다. 상대방은 물론 구원 스스로의 쾌감도 증가하는 스킬인 섹스 마스터리. 그리고 사정 후에도 물건을 원상복구 시켜주는 스킬인 되살아난 자존심. 그런데도 저 정도로 레벨 업을 하다니. 진짜 나 조루인가? 대체 몇 번을 쌌길래 저만큼이나 오른 거지? 구원이 자신의 성기능이 진지하게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말인데요. 어제 전…” “얘기하는 도중에 미안하지만, 잠깐 실례하겠네.” 무슨 말을 꺼내려고 했던 건지 사라가 얼굴을 미미하게 붉히고 입을 열었을 때, 구원과 사라가 앉아있는 테이블 바로 옆에서 한 사람이 갑자기 말을 끊고 들어왔다. 대체 언제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거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꼬질꼬질한 로브를 얼굴까지 푹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이나 체형은 알 수 없다. 다만 목소리로 보아 구원보다는 연상의 여성 같았다. “무슨 일이지?” “엿들을 생각은 아니었네만, 흘려들을 수 없는 얘기가 들려서 말일세. 자네, 성자라고 했나? 섹스 시 쾌감을 높이는 스킬들이 있다고?” 목소리랑 안 어울리게 말투는 상당히 늙은이 같았다. 하긴, 이 세계가 겉보기나 목소리로 나이를 판단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긴 하지만. 대지신이란 놈이 가능성을 보고 싶다면서 온갖 종족들을 끌어다 모은 세계다. 길거리만 걸어도 절대 인간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종족들이 많이 보인다. 수인족, 도마뱀, 난쟁이, 요정족, 이름도 알 수 없는 각양각색의 종족들이 모여 있는 도시다. 그중엔 엘프처럼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수명을 가진 종족도 있겠지. “그런데?” “흐음. 흥미롭군. 혹시 괜찮다면 실제로 보여주지 않겠나?” “…뭐? 아니 그보다 댁은 누구야.” 보여달라니, 이 로브녀는 섹스할 때 쓰는 스킬이란 걸 확실히 알고 이런 말을 하는 건가? “이거 참 실례했군. 흥미로운 주제다보니 그만. 이 몸은 디아나. 마도의 길을 걷고 있는 몸일세. 그럼 어디 그 스킬이란 걸 한번 보여주겠나?” “봐서 뭘 어쩌려고?” “당연한 거 아닌가? 이 몸은 마도의 무한한 가능성을 쫓는 몸. 마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으면 눈으로 직접 보고, 몸으로 직접 느껴보고, 연구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니겠나?” 하나하나 이 몸이 어쩌고 이 몸이 저쩌고 거창한 말투를 쓰는 놈일세. 이게 말로만 듣던 중2병인가?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러면 안 쪽팔리냐? “보여주는 건 별로 어렵지 않은데, 상대가 없잖아. 누구한테 쓰라고.” “흠, 그야 물론 이 몸에게 쓰면 되네. 그 스킬이 어떤 느낌인지 직접 경험해보고 싶으니 말일세.” 응?! 오오?! 오오오! 그래, 이래야지! 역시 사라가 이상한 거였어! 섹스로 레벨 업 하는 세계에서 그렇게 거부하다니 말이 돼? 원래 이 세계는 이런 게 정상인거 맞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바로 달려들 건 아니지만. 난 그렇게 값싼 남자가 아니야. “크흠. 그럼 일단 얼굴부터….” “그, 그게 무슨 소리에요?!” 갑자기 사라가 일어나서 외쳤다. 넌 또 갑자기 왜 그러냐. ============================ 작품 후기 ============================ 쿠폰 후원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추천 눌러주신 분들도 너무 감사합니다. 내용 조금 수정했습니다.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은 건데 싫어하시는 분이 많아서 손 좀 봤습니다. 내용 변경은 공지에 있고, 몇줄 안바꿨으니 크게 변한 건 없습니다. 다음부터는 쓸때 조금 더 생각하고 써야겠네요. 쓰굴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말살 // 정확히는 쌍방과실이죠. 마녀서윤 // 1인칭의 묘미죠. eastarea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향향공주 // 이걸 계기로 조금은 성장하겠죠. kodks // 아쉽게도 방해가 들어왔습니다. imitation_king // 성자의 특징은 본인만 강해지는 게 아니라 같이 한사람도 키워주죠. 붉은정의 // 비유가 재밌네요. 빵터졌습니다. 시원섭섭 // 강해질 예정입니다. 호랑왕 // 16화 마지막을 보시면 포션으로 어느 정도 겉은 회복하고 합니다. 완글아 // 전혀 생각 않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칼날여왕도 사라였죠. 블러드헬 // 순진한 시골 처녀 사라가 통수칠 리 없잖아요? 진타 // 그렇습니다. 트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죠. ginsen // 아직 초반이라 그래요. 구원이 지금 자기 능력보다 훨씬 저렙존에서 놀고 있기도 하고요. 드래곤음양사 // 코멘트 감사합니다. 열혈투혼 // 쓰다 보니 끄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셀라임 // 나중에 용사의 버프가 어느 정도인지 확실히 정해서 글로 써야겠네요. 가을하늘아래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21==================== 대마법사 “미안하지만 저흰 지금 당장 던전에 가야해요. 안 그래도 벌써 늦었다고요. 자, 일어나세요. 빨리 가죠.” 처음 듣는 소린데. 난 오늘 던전 안 갈 생각으로 있었다만. 오늘정도는 어제의 피로를 느긋하게 풀며 지내도 되는 거 아니야? “으, 응? 오늘은 던전 안 가는 거 아니었어?” “무슨 소리에요. 이렇게나 레벨이 올랐는데 빨리 직업레벨을 올려야죠. 그렇게 나태해서 언제 성장하겠어요?” 하긴 강해지는 게 목표라고 했으니 레벨도 오른 지금 한시라도 빨리 던전에 가고 싶기야 하겠지. 그래도 그렇지 얜 어제 그렇게 당하고도 트라우마 같은 것도 안 생기나. “그렇게 됐네요. 미안하지만 성자의 스킬은 보여드리지 못하게 되겠어요.” 야, 네 맘대로 정하지 마라. 할지 말지는 일단 얼굴을 보고…. “흠. 그런 거라면 나도 같이 가세. 성자라는 직업이 어떤 방식으로 전투를 하는지 흥미도 있고 말일세.” “뭐, 뭐에요?! 안돼요. 갑자기 호흡 한 번 안 맞춰본 사람과 갑자기 같이 전투를 하다니.” “이 몸은 뒤에서 따라가며 보기만 할 테니 걱정 마시게. 없는 사람 취급해도 상관없다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 던전은 위험하다고요.” “걱정 말게나. 이 몸은 마도의 한쪽 끝자락을 엿본 몸. 자네들이 상대할만한 수준의 몬스터들에게는 생체기하나 나지 않을 걸세.” “그래도 안돼요. 던전에는 길드에 등록된 모험가만 갈 수 있다고요.” “그것도 걱정 말게나. 이 몸은 이미 오래전에 등록된 몸일세.” “이이익!” 말에서 밀리자 분한 표정을 짓던 사라는 갑자기 구원 쪽을 휙 노려봤다. 아니 나보고 뭐 어쩌라고. 그래서 결국 거절할 명분도 더 찾지 못한 구원과 사라는 꽁무니에 디아나라는 중2병 로브녀를 달고 던전으로 향했다. 성자의 전투 방식을 보고 싶다니, 무슨 뜻일까? 싸울 땐 그냥 무투가랑 다를 바 없이 싸운다만. 애초에 성자는 전투직이 아니잖아. 게다가 사라로 말할 것 같으면 아까부터 기분이 별로시다. 디아나와 만난 다음부터 저러니 상대가 사라만 아니었다면 얘가 질투라도 하나보다고 생각하면서 흐뭇해했을 텐데. 설마 사라가 기특하게 그럴 리도 없고. “야. 사라야.” “왜요?!” “아, 아니 오늘은 어디로 갈까 해서.” “…그렇군요. 일단 늑대개들을 다시 상대하러 가는 게 어때요?” 그래도 일단 전투 관련 문제로는 성실하게 응해주는 게 사라의 좋은 점이다. 근데 또 늑대개라고? 분명 어제는 더 강한 상대랑 싸우자고 했던 애가 레벨도 더 올랐는데 늑대개라니. “늑대개? 더 강한 몬스터랑 싸우고 싶은 거 아니었어?” “저도 어제 일로 반성을 했으니까요. 우선은 제가 암컷 한 무리 정도는 혼자 상대할 수 있을 수준이 되고 싶어요.” “신중해지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너무 움츠러들 필요는 없어. 어제가 확실히 이상한 상황이었으니까. 아무리 울음소리로 동료를 불러 모아도 보통 늑대개가 그렇게까지 몰려오는 일은 없다고.” “…그렇군요. 그러면 일단 레벨 업으로 어느 정도 강해졌는지 늑대개 상대로 시험해본 다음 결정을 내리는 건 어떤가요?” “그러자 그럼.” 그렇게 해서 또 늑대개의 서식지에 왔다. 얘들만 잡아도 하루 벌어먹고 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지만, 아무리그래도 이제는 너무 많이 와서 구원도 슬슬 다른 몬스터를 잡아보고 싶다. 가볍게 한 무리 잡고 슬슬 더 깊숙이 가봐야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암컷 세 마리와 마주쳤다. 또 암컷이라…. 요즘 들어 점점 암컷을 만나는 일이 많아지는 것 같단 말이야. “자, 그럼 이번엔 울음소리를 못 내게 서로 확실히 주의하면서 가자고!” “후훗. 그러죠.” 구원의 익살스런 말에 겨우 사라가 미소 지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 보다 암컷 늑대개들과의 전투는 훨씬 더 싱겁게 끝났다. 레벨 업으로 더욱더 강해진 사라의 공격은 이제 암컷들에게도 확실한 데미지를 주고 있었고, 구원 역시 조금이나마 더 강해진 건 마찬가지다. 사라에게 달려드려는 놈을 확실히 막아서고, 울음소리도 못 내게 주의하니 순식간에 정리가 됐다. “어때? 전투를 보여주는 건 이정도면 됐어?” 구원은 귀신처럼 조용히 따라오던 로브녀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아무리 저레벨 몬스터라도 이정도로 깔끔한 사냥은 보기 힘들겠지? “무슨 소리인가? 이건 그저 힘에 맡겨 싸웠을 뿐 아닌가. 이 몸은 이런 조잡한 싸움이 아니라 성자의 전투를 보고 싶은 걸세.” “아니, 대체 성자의 전투라는 게 뭔데?” “으음?” 로브녀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얼굴도 안 보이는 천 덩어리 주제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건 알겠는 게 묘하게 열 받는다. “성자는 자네 아닌가. 이 몸에게 그걸 물어봐서 어쩌자는 건가?” “애초에 성자는 섹스관련 들어가는 직업이라니까. 전투직이 아니란 거 모르겠냐?” “무슨 소리인가? 상대에게 쾌감을 주는 기술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그게 전투랑 무슨 상관인데?” “그 기술을 적에게 쓰면 되는 거 아닌가?” 뭐…라고? 구원은 머릿속에 번개가 내리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건 그냥 단순한 헛소리가 아니야. 훨씬 무시무시한 무언가의 편린을 맛본 기분이다. “적의 감각을 교란할 수 있는 기술은 그대로 상대의 방어를 무너뜨릴 수 있는 공격이 되네. 게다가 아무래도 자네는 전위 같은데 후위에 적들의 시선이 가지 않도록 주목을 끄는 효과도 있지 않나? 전투와 관계없다고 말하는 의미를 모르겠군.” 즉, 이 로브녀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거다. 몬스터에게 성자의 스킬을 써서 발정 상태로 만들어버리라고. 구원은 로브녀의 발상에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평범한 중2병이 아니었단 말인가. 세상에 이런 또라이가 있을 수 있다니. 나도 지금까지 살면서 스스로 적당히 똘끼 있는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년은 차원이 다르다. “자, 잠깐. 만약 몬스터한테 성자의 스킬을 썼다가 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냥 곱게 끝나지 않을 거 같은데?” “어차피 지게 되면 이러나저러나 험할 꼴을 보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높이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확실히 그렇긴 하지. 구원은 순간적으로 납득하고 말았다. 아니아니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지. 씨발 설득당할 뻔 했네! 늑대개한테 쓰기라도 하면 발정난 개새끼마냥, 아니지 진짜 발정난 개새끼가 돼서 덮치려고 드는 거 아냐? 괜찮은 거냐? 정말 그런 사태를 감당할 수 있는 거냐? 컹! 컹! 구원이 차분하게 고민할 여유도 주지 않고, 또 다른 암컷 늑대개들의 무리가 달려들어 왔다. “마침 잘됐구먼. 이번엔 기대하겠네.” “기대하긴 뭘 기대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써보고 싶은 마음이 살찍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정확히는 몬스터한테 성자의 스킬을 쓰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싶은 게이머의 본능이 자극됐다. 진짜 써볼까? 괜찮을까? 괜찮겠지? 그래. 한 번 써보자. 내가 고작 얘들한테 당할 수준도 아니고, 뭐 별 일 있겠어? 바로 달려오는 늑대개들에게 섹스 애널라이즈를 썼더니, 확실히 특정 부위들이 분홍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솔직히 써졌으면 하는 마음 반 안 써지길 바라는 마음 반이었는데 이렇게 제대로 써지다니. 개새끼의 성감대를 바라보며 구원은 엄청나게 못 볼 것을 본 기분이 들었다. 에이 모르겠다! 이렇게 된 이상 이판사판이다! 구원은 바로 접촉 시 쾌감을 증폭시키는 성자의 손길을 사용해 분홍색으로 빛나는 부분을 슬쩍 건드려봤다. 컹!컹!컹!컹!컹!컹!컹! 그 효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놀라웠다. 뇌에 본능밖에 안남아 있는 짐승새끼라 그런 건지, 스킬에 적중 당하자마자 늑대개는 한번 움찔거리더니 곧 눈을 시뻘겋게 붉히고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며 미친 듯이 구원에게 달려들었다. 으헉! 씨발! 이런 발정난 개새끼를 봤나! 저리 꺼져! 대체 얼마나 효과가 좋은 건지 사라가 화살을 날리는데도 그쪽에는 전혀 신경도 안 쓰고 오로지 구원만 바라보며 달려드는 늑대개. 구원은 기겁하며 본능적으로 온 몸의 힘을 담아 늑대개를 후려쳤다. 후, 식겁했네. “흐음. 과연. 접촉만으로 발동하는 건가. 재미있군.” “난 재미없거든!” 그래도 뭐…인정한다. 확실히 효과가 엄청나긴 했다. 짐승이라 본능에 충실해서 그런지 늑대개는 사라의 화살에 죽어가면서도 오로지 구원만 바라보며 덤벼들었다. 이거 내 정조가 위험해진다는 단점만 빼면 완전히 최강의 도발기 같은데? “흠, 그 스킬의 발동 조건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겠나?” “응? 그냥 손으로 건드리면 되는 건데? 왜?” “건드린다는 말의 정확한 기준이 뭔가? 예를 들어 손으로 공격해도 건드린 걸로 취급되어 효과가 발동한다는 말인가?” 구원의 머릿속에 다시 한 번 번개가 내리치는 느낌이 들었다.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게다가 아까 보니 이 스킬은 닿은 순간 갑작스런 쾌감에 순간적으로 움찔거리며 움츠러드는 효과도 있다. 즉 게임에서 말하는 스턴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만약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킨 주먹으로 몬스터를 연타하면? 그냥 무한 스턴을 걸어 샌드백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좋아, 다음번엔 그렇게 실험해보자. “좋아. 빨리 가자! 다음 놈이다. 다음 놈.” 오늘은 미궁 더 깊은 곳에 가 본다는 다짐도 어느새 잊어버리고, 구원은 다음 검증을 위해 늑대개를 물색했다. 깨앵! 끼잉! 낑! 끼이잉! 그리고 역시나 생각대로였다.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킨 채로 주먹으로 후려쳐도, 스킬효과가 주는 갑작스런 쾌감에 늑대개들은 몸을 반사적으로 움찔댈 수밖에 없었고, 그 짧은 스턴시간동안 추격타를 날려 스턴 효과를 연장시킨다. 너무 남용하면 상대도 익숙해져서 효과가 점점 옅어질 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서너 대만에 잡을 수 있는 늑대개들 상대로는 절대적인 효과를 자랑한다. “호오. 스턴 효과도 볼 수 있는가. 응용력이 좋구먼 그래.” 댁만큼은 아니지만 말이지! 대체 이 로브녀는 정체가 뭘까? 저 묘한 말투도 그렇고. 혹시 그냥 중2병이 아니라 진짜로 뭐 대단한 사람인가? 적어도 저 풍부한 발상만으로 도움되는 존재인 건 확실 한 것 같다. 레벨도 어느 정도 되는 것 같고, 동료로 꼬셔볼까? “이제 만족하셨나요? 그럼 저흰 탐험을 계속할 생각이니 그만 돌아가시죠.” “무슨 소리인가. 아직 궁금한 점이 많네. 어떤 느낌인지 직접 체험도 해보고 싶고 말일세.” 사라는 그 말을 듣고 곧장 구원을 노려봤다. 아니 왜?! 억울하다. 물론 저 로브녀한테 성자 스킬을 시연하는 게 기대되는 건 사실이지만 내가 꺼낸 말도 아니잖아? 설마 거절하기를 바라기라도 하는 거야? 미안하지만 그럴 수 없지. 난 너처럼 섹스를 혐오하는 부류가 아니야. 오히려 매우 좋은 거라고 생각하지. 그러니 난 한다. 물론 저 로브를 벗었을 때 드러난 얼굴이 예쁘다는 가정 하에. 제 발로 굴러들어온 복을 걷어찰 것 같냐. 솔직히 로브녀의 얼굴은 상당히 기대하고 있다. 말하는 거나 전투관련 조언을 해주는 걸로 보나 아마 그 나름 실력에 자신이 있는 부류일 거다. 그 말은 즉, 레벨 보정으로 외모도 예쁠 확률이 상당히 높다는 거지. 아무리 못해도 평균 이상은 될 거다. 그런 여자가 스스로 안아달라고 다가오다니. 그냥 단순히 기분 좋을 뿐만 아니라 레벨 업이라는 실익도 거둘 수 있다는 말이다. 이세계 만만세다! 난 여기 신님이 발을 핥으라고 해도 핥을 수 있을 것 같아. 구원은 그런 굳은 의지를 담아 사라를 바라보며 웃어주었다. 네가 아무리 노려봐도 난 할 거야. 사라는 구원의 미소를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곧 눈에 힘을 풀었다. 훗…. 난 분명 아무 말도 안했다. 착각이란 위험한 것이지. “근데 궁금한 점이 많다니 뭔가 더 남았어?” “흠. 예를 들어, 그 스킬은 수컷 몬스터에게 쓰면 어떻게 되나?” “뭐, 뭐?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의 의미일세. 방금 상대한 녀석들은 전부 암컷이었으니 전부 자네한테 달려든 것도 이해가 간다만, 만약 수컷 상대로는 어떻게 되는 건가? 수컷 역시 자네한테 달려드나? 아니면 주변의 여성들한테 달려들게 되나?” 확실히 생각해볼만한 문제다. 만약 아무것도 모르고 수컷 몬스터한테 스킬을 썼는데 그 몬스터가 사라한테 달려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물론 수컷새끼가 거시기 세우고 눈 시뻘겋게 뜬 채 나한테 달려드는 것도 상상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끔찍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니 검증하기 조금 주저된다. 굳이 검증 해야돼나? 그냥 수컷한텐 안 쓰면 그만 아니야? 이거 어느 쪽으로 달려들어도 정신적 피해가 상당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하기엔 확실히 유용한 스킬이기는 하다. 목숨이 오가는 던전이다. 사용할 수 있는 건 전부 사용하는 게 좋지. 게다가 수컷이 사라에게 달려들어도 아무 위협이 되지 않는 늑대개가 검증하는데 안성맞춤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지. 각오를 다지자. 구원은 이 세계에 오고 나서 그 어느 때보다도 비장하게 각오를 다지며 수컷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쿠폰 후원 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추천 눌러주신 분들도 감사드립니다. 확실히 제목을 바꾸니 보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네요. 처음 제목도 사실 짓고 잘 지었다고 흡족해했었는데…. 독자분들이 늘어나서 기쁜 한편 스스로의 작명 센스에 절망하게 되는 군요. zeez1130 // 감사합니다. 재밌게 보신 것 같아 다행이네요. 마녀서윤 // 감사합니다.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제대로 쓸 수 있으면 좋겠네요. 연군지정 // 살짝 변경했습니다. 할아버지를 죽인 모험가가 겁에 질려 그대로 도망가게 되죠. 더 자세한 사항은 공지를 확인해주세요. 향향공주 // 물리 딜러 하나 구했으니 마법 딜러의 차례죠. Cloudweb // 본의 아니게 절단이 돼버렸네요. DrFaust // 아무래도 변경 전에 보신 것 같아요. 내용으 살짝 변경했거든요. kodks // 이제 막 처녀딱지 뗀 사라에겐 아직 먼 얘기인 것 같습니다. 바보벌레 // 성자가 일부러 무엇인지 안 밝힌 건 섹스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라에게 섹스관련 직업이 있다고 하면 도망갈 것 같아서 안 밝힌 겁니다. 이방인도 종종 떨어지는 세계라 특이 직업 자체가 문제될 건 없어요. 쓰굴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완글아 // 아직 스토리가 조금 더 남아있지만요. eastarea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aosi // 파티에 필수적인 직업들이 많이 남아있으니 천천히 늘려가야죠. 생각찾기 // 순진한 시골처녀는 용감한 법이죠. 火炎無 // 정체가 밝혀지는 건 조금 더 있어야 될 것 같네요. ifo // 파티사냥엔 정석인 조합이죠. 진타 // 가! 원! 어서! ckqjatn301 // 비축분 없이 퇴근하고 바로 써서 올리는 초보 작가다보니 아직 일일 한편이 한계네요. 쓰는 속도가 빨라졌으면 좋겠네요. 말살 // 헛? 코멘트 감사합니다. 무꾸914 // 스킬 설명에 대괄호가 쳐져있는 부분은 스킬 레벨에 따라 변동이 있는 부분입니다. 아직 애널라이즈의 스킬 레벨이 낮아서 레벨밖에 못 본다는 설정입니다. 오오나츠 // 다음 편 대령했습니다. 22==================== 대마법사 그래서 결국 찾아버렸다. 전방에 수컷 늑대개들이 보인다. 하아, 하기 싫다. 그래도 해야지. 해야…하나? “뭐하는 겐가. 수컷 상대로 실험해 볼 생각이었던 게 아닌가?” 로브녀가 또 천 덩어리 윗부분을 갸웃거리며 말했다. “알았어! 할거야! 하면 되잖아!” 구원은 심호흡을 가고 늑대개들을 향해 달려가며 외쳤다. “얘들아 눈을 크게 떠라. 난 남자다! 여자들은 저기 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어차피 너희한테 달려가도 멀리 떨어져있으니까 다가가기 전에 잡을 수 있잖아. 나한테 달려들면 난 바로 코앞에서 상대해야 한다고. 구원은 섹스 애널라이즈와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키고 핑크색으로 빛나는 늑대개의 옆구리를 후려쳤다. 암컷보다 현저히 약한 수컷 늑대개는 원래 구원의 주먹 한 방만 맞아도 쓰러져서 다시 일어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그런데 이놈은 옆으로 나동그라지고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구원에게 미친 듯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나마 바로 달려들지 않은 건 스턴 효과가 먹힌 덕분이라고 봐야겠지. 핏발이 선 눈과, 질질 흘리는 침. 거기에 더해 부풀어 오른 하물을 덜렁거리며 달려드는 개새끼는 가히 공포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으악! 이 개새끼야! 여자들은 저기라니까! 왜 나한테 와! 꺼져!” 그나마 다행인 점은 수컷 늑대개는 구원이 두 대만 전력으로 때리면 잡을 수 있기 때문에 달려드는 녀석을 한 대 후려치는 걸로 마무리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확인이 끝나자 더 볼 것도 없이 나머지 녀석들은 스턴이 걸린 동안 끝내버렸다. 하지만 구원이 입은 정신적 피해는 만만치 않았다. 강간당하는 여자가 공포심에 아무 생각도 안 든다는 게 왜 그런지 확실히 알았다. 적어도 이런 방식으로 알고 싶지는 않았어. “이거 좋은 점만 있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애들이 제 몸 생각도 안하고 막 달려들잖아.” “흠. 광화와 비슷한 효과를 보는군. 다른 점이라면 공격력이 늘어난 것 같지는 않다는 점과 무작위로 공격하는 게 아니라 자네에게만 달려든다는 점이겠군. 아니, 이건 아직 좀 더 검증이 필요한가.”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그것들이 정말 자네한테만 달려든 건지 확신이 없다는 말일세. 보다시피 이 처자와 난 멀리 떨어져있었으니 말이지. 그저 좁아진 시야에 보이는 게 가까이에 있는 자네밖에 없어서 달려들었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 “…그 말은 즉 다시 확인해보자고?” “음. 이왕 알아보는 거면 확실히 아는 것이 좋지 않겠나? 이대로 어중간하게 알게 된 상태로 끝내면 자네도 보람이 없겠지.” 그딴 경험을 하고도 어중간하게 알고 끝나면 확실히 손해 보는 기분이 들기는 한다. 이거 어째 점점 얘한테 말려들어가는 것 같은데. 그래도 전부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다. 반발 심리에 판단을 그르칠 수는 없지. “좋아. 그렇게 궁금하면 다음엔 네가 가까이 붙어볼래?” 혹시 거리 때문에 구원에게 달려든 것이 맞는다면 이걸로 로브녀도 험한 꼴을 보게 만들 수 있다. “흠. 상관없네. 그렇게 하지.” 로브녀는 겁도 없이 승낙했다. 마법사라면서 아무리 저레벨 몬스터라곤 해도 근접하는 걸 안 무서워한다고? 이거 상당히 고레벨일 가능성이 점점 높아만 지는데? 그렇게 해서 다음에 찾은 수컷과는 로브녀가 구원 바로 옆에 달라붙은 상태로 스킬을 써봤다. 그 결과는. “으아아아! 씨발! 이 새끼들은 눈깔을 장식으로 달고 다니나! 왜 나한테만 달려들어! 옆에 여자 안보이냐! 게이새끼들아!” 보시는 바와 같다. “푸흡. 개새끼와 게이새끼의 발음이 유사한 것을 이용한 말장난인가. 재미있구먼.” 옆에선 로브녀가 태평한 소리나 늘어놓는다. 개그한 거 아니거든! 어쨌든 이걸로 확실해졌다. 이 새끼들은 성별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냥 나한테 달려드는 거다. “아무래도 그저 흥분했다는 결과보다는 자네의 스킬에 의해 흥분했다는 사실이 더 크게 작용하는 모양이구먼. 이러면 흥분보다는 매혹에 가까운 스킬로 보이는구먼. 이거 점점 더 흥미로워 지는군 그래.” 로브녀는 아무래도 흡족한 모양이다. “그래서 또 뭐 더 궁금한 거 있냐?” “흠. 몬스터 상대로 궁금한 점은 대략적으로 다 확인했네.” “그럼 확인할 거 다 확인했으니 우리는 던전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볼까하는데. 사라야 괜찮겠지?” “그러죠. 늑대개를 상대하는 것도 생각보다 훨씬 더 손쉽네요.” “자네들 정도의 신체능력이면 애초에 여기서 사냥을 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만.”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잖아. 신체스펙은 둘째치더라도 전투는 초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래서 넌 어쩔 건데? 계속 따라오게?” “음. 어차피 당장 할 일도 없는 몸일세.” “심심하면 저희를 따라다니는 것 보다는 더 아래층에 내려가는 게 어때요? 이런 상층에 있어봤자 재미없잖아요?” “허허. 그렇지만도 않네. 자네들과 다니는 건 상당히 흥미로워. 오랜만에 상층을 둘러보는 것도 나름 새로운 발견이 있어 즐겁고 말이지.” 로브녀는 사라의 견제도 자연스럽게 흘려보냈다. 혹시 이제 그만 가보겠다고 하면 사라 몰래 여관방 번호라도 알려주려고 했는데 다행이군. 이제부터 새로운 곳으로 처음 가보는데 고렙같아 보이는 이 로브녀가 보험이 돼준다면 든든하다. “아마 길드에서 알아본 루트로 내려가려면 조금 돌아가야 했었지?” 그동안 늑대개들을 사냥하면서 어느 정도 이 근방의 맵을 밝혀놨지만 내려가는 길은 찾지 못했다. 늑대개들은 워낙 개체수가 많고 서식지도 넓은 곳이라 길드 역시 이쪽 루트는 그다지 탐험이 진행되지 않은 모양이다. 전형적인 저레벨에게는 위험하고 고레벨에게는 얻을 게 없는 장소라는 말이지. 덕분에 늑대개 암컷을 처음 발견하는 수확을 올리긴 했지만. 그래서 이 근처에 내려가는 길이 존재하기는 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길드에서 알려주는 가이드에 나와 있는 곳으로 내려가기 위해선 조금 많이 돌아가야 한다. 알려진 루트대로 갈까, 아니면 여길 개척하면서 다른 길을 찾아볼까. 크러러러렁! 잠깐 고민하려는 찰나에 마치 공기의 진동이 피부로 느껴지는 듯한, 도저히 늑대개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황급히 굉음이 난 곳을 바라보니, 덩치가 거의 곰만한 늑대 한 마리가 눈에 살기를 줄줄 흘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아니, 설마 저거 늑대가 아니라 늑대개인가? 뭐가 저렇게 커?! 심지어 그 주위에는 마치 왕을 호위하는 기사들처럼 수많은 늑대개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다. 저거 전부 다 암컷으로 보이는 건 기분 탓인가? 왠지 이거 제대로 큰일 난 것 같은데? “호오. 이런 상층에도 초월종이 있었나. 흥미롭구먼.” 로브녀의 태평한 목소리가 그나마 긴장감을 덜어주었다. “뭐? 초월종? 그게 뭔데?” “마나가 풍부한 이 던전에서는 가끔 그 풍부한 마나의 영향을 받아 종의 한계를 뛰어넘는 개체들이 종종 등장하고는 한다네. 보통 마나가 더 풍부한 심층 쪽에서나 간간히 보이는 놈들인데 이런 상층에서 보는 건 이 몸도 처음이군 그래. 자네와 같이 다니면 심심하지 않아서 좋구먼.” “난 하나도 안 좋거든?! 역시 세겠지? 딱 봐도 세보이긴 하는데.” “초월종은 영향 받은 마나의 크기에 따라 그 격차가 큰 편이라네. 저건 마나를 상당히 품고 있구먼. 마나가 상대적으로 희박한 상층에서 저 정도 마나를 품은 개체가 있었다니. 역시 던전은 재미있어.” “그럼 세다는 말이잖아! 너 왜 그렇게 태평하냐?!” 그 사이에 초월종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암컷 늑대개들이 산개해 구원을 중심으로 주변을 크게 원형으로 에워쌌다. 포위망을 좁히며 덮치려는 수작인 줄 알았더니 암컷들은 그대로 원형의 울타리를 만든 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뭐지? 뭐하는 거지? 크르르르르 원형의 공간한 가운데에 서있는 구원을 향해 초월종이 살기를 띠고 서서히 다가온다. “흠. 자네 저 초월종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산건가? 살기가 굉장하군 그래” 젠장. 역시 수컷들을 너무 학살한 게 문제가 된 건가. 적당히 좀 할걸. 꼼수를 발견했다고 신나게 쓸고 다닌 게 이런 식으로 문제가 되다니. “야. 말로 하자, 말로. 생각을 해봐라. 내가 그렇게 수컷을 잡아주면 너 혼자 암컷들한테 둘러싸여서 완전 하렘상태잖아? 넌 오히려 나한테 감사해야 하느우왁 씨발! 엄마가 사람이 하는 말은 끊지 말고 끝까지 들으라고 안 가르쳤냐?” 구원이 하는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지 구원이 입을 열자 더 들어볼 것도 없다는 듯이 초월종이 구원을 덮쳤다. “구원!” 구원이 그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고, 그 틈을 노려 사라가 날린 화살이 제대로 명중했지만 아쉽게도 치명타로는 연결되지 못한 것 같다. “그래. 말도 못하는 짐승새끼 상대로 대화를 시도한 내가 바보지. 좋아, 어디 한 번 해보자고!” 구원은 보너스 스탯을 근력과 내구에 전부 분배하고 그대로 달려들어 주먹을 날렸다. 물론 성자의 손길은 안 켰다. 이미 어그로는 구원한테 충분히 끌린 것 같고, 잠깐 스턴 효과 보자고 썼다가 스턴 효과가 약해지고 이 덩치가 미친 듯이 달려들면 더 골치 아파질 것 같으니까. 늑대개는 주먹을 맞고도 물러나지 않고 그대로 버티며 구원의 팔을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큭! 얘 진짜 데미지 살벌한데?” 간신히 팔은 빼냈지만 그 이빨에 긁힌 것만으로 팔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데미지만이 문제가 아니다. 구원은 자기 공격에 이런 식으로 버티면서 들어오는 몬스터를 상대하는 것 자체가 처음이다. 지금까지는 전부 한 대 맞으면 죽든 안 죽든 나가떨어지긴 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물러설 순 없지. 어차피 던전 깊이 들어가면 이런 놈들은 수도 없이 만날 거다. 왜 암컷들은 지켜만 보게 시키고 구원과 일 대 일을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 기회는 이용해주지. 구원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주먹을 들었다. 우선 가볍게 잽을 날려대며 반응을 본다. 초월종은 별거 아니라는 듯 피하거나 빗겨 맞으며 구원을 물어뜯으려고 이빨을 들이댄다. 역시 멍청한 짐승새끼. 내가 노린 게 바로 이거였거든. 녀석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자세가 살짝 불안정해진 틈을 타 회심의 로우 킥을 앞다리에 제대로 꽂았다. 어떠냐?! 회심의 로우 킥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해 초월종의 몸이 앞으로 크게 쏠리며 넘어졌다. 하지만 당하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건지 녀석은 쓰러지는 순간 구원 쪽으로 몸을 비틀어 로우 킥을 날리느라 한 발을 든 불안정한 자세였던 구원을 깔고 넘어지는데 성공했다. 젠장. 네발짐승 상대로 마운트 포지션을 잡히는 건 너무 불리한 거 같은데. 쿠워어엉! 그때, 어느새 뒤로 돌아갔던 사라가 날린 화살이 정확히 초월종의 고간에 꽂혔다. 아…. 적이지만 진짜 아파 보인다. 성별이 수컷이라면 종족을 초월하여 공감하는 그 고통에 제아무리 초월종이라도 참을 수 없었는지 몸을 비틀었고, 그 사이에 구원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땡큐!” 그리고 고통의 몸부림을 치던 초월종은, 지금껏 구원에게만 집요하게 달려들던 자세를 버리고 갑자기 몸을 돌려 사라를 향하기 시작했다. 어?! 야 어디가! 구원도 황급히 그 뒤를 쫓아 다행이도 사라에게 접근하기 직전에 태클을 먹여 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놈의 어그로는 아직도 사라한테 끌린 상태인가보다. 몸을 비틀며 어떻게든 사라에게 접근하려고 하는 놈을 보며 구원도 각오를 다졌다. 젠장! 어쩔 수 없지. “사라! 이제부터 화살 아끼지 말고 있는 대로 퍼부어!” 그리고는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킨 채로 초월체를 연타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스턴 풀리기 전에 끝나라. 사라의 화살이 초월체의 고간에 무자비하게 꽂혔고 구원은 주먹이 시뻘겋게 물들 정도로 초월체의 안면을 걸레짝으로 만들어놨지만, 결국 서서히 성자의 손길이 주는 느낌에 적응한 건지 초월체의 스턴이 풀려버렸다. 크롸라라라라라! 이제는 진짜 개의 성대로 내는 소리가 맞는지도 의심스러운 괴성을 내지르며 초월체가 구원을 덮쳤다. 그저 필사적으로 때리는 것에만 열중하던 구원은 초월체의 갑작스런 행동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고 그 아래에 깔렸다. 크르르르르! 초월체의 입에서 뚝뚝 떨어지는 침이 구원의 안면을 적시고 아래엔 부풀어 오른 성기가 덜렁거린다. 시발 진짜 기분 개좆같네. 마구잡이로 때리다보니 피를 보고 과격해진 구원은 그 광경에도 굴하지 않고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을 했다. “이것도 버티나 보자 개새끼야!” 구원은 바로 다리를 들어 위에서 덜렁거리는 초월체의 성기를 후려 찼다. “뒈져! 뒈져! 뒈져! 뒈져!” 그것도 한 번이 아니다. 남자라면 도저히 할 수 없을 잔인한 공격을 구원은 연달아 계속 해서 내질렀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온 힘을 다해 발을 올려찼을 때, 뭔가가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며 아까보다 훨씬 위력적인 발차기가 들어갔다. 그 공격으로 구원의 발에 뭔가 물컹한 것이 터지는 느낌이 전해지는 것과 동시에, 사라의 화살이 드디어 초월체의 고환을 몸통에서 분리시키는데 성공했다. 워우우우우우! 초월체는 구슬픈 비명을 지르며 그렇게 재가 되어 사라져갔다. 다행이다. 역시 초월종이라도 마석의 위치는 똑같은 건가. 머리에 쏠린 피가 좀 빠지자, 상황을 돌이켜 보고 오싹해졌다. 만약 저기에 마석이 없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 했네. “구원! 괜찮아요?!” “괜찮아. 덕분에 내 청년막은 안전해.” “이런 상황에 무슨 헛소리에요!” 사라는 얼굴을 붉히고 소리 질렀다. 하긴 농담을 하기엔 조금 이른가. 초월체를 잡았다고 해서 상황이 종료된 게 아니다. 아직 우리 주위에는 수많은 암컷 늑대개들이 포위를 하고 있는 상태였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 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마녀서윤 // 괜히 주인공의 직업이 아니죠. 향향공주 // 등짝을 노렸지만 보는 건 실패했습니다. qkzks135 // 쓸 수 있는 건 전부 써야죠. Gomdoly // 괜찮습니다. …수인은 수간이 아니죠? kodks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ifo // 구원의 정조는 지켜졌습니다. 제르디엘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완글아 // 넌 팔린 거라고. 디아나에게! 무꾸914 // 구원이 더 심한 꼴을…. Ghozt // 구원에겐 절실한 인재죠. 쓰굴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졸린별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진타 // 이렇게 차츰 성장해 나가는 거죠. eastarea // 레벨 업과 전투에 모두 유용한 말살 // 코멘트 감사합니다. 폭탄z기 // 과연 어떨지요? raralraral // 다행이 청년막은 사수했습니다. 23==================== 대마법사 암컷들의 숫자는 적게 잡아도 늑대개들이 몰려들었던 어제의 마지막 전투와 비슷한 수준이다. 심지어 어제처럼 수컷이 섞인 것도 아닌 순수하게 암컷으로만 구성된 무리다. 아무리 어제보다 사라나 내 레벨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상대하기 힘들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흠. 다 끝났나?” “무슨 소리야? 네 눈엔 우리 주위를 빙 둘러싸고 대기타고 있는 애들이 안보이냐?” “안보일 리가 있나. 초월종 처리는 끝났는지 묻는 걸세.” “훗. 저따위 한낱 발정난 개새끼 따위. 덩치가 아무리 커봤자 나한텐 안 돼지.” “그럼 이제 그만 해도 돼겠구먼.” “응? 뭘?” 로브녀의 천 덩어리 가운데쯤이 스윽 올라갔다. 응? 손을 든 건가? 뭐하는 거야? 딱! 하고 손가락 튕기는 소리가 나더니, 그때까지 주위를 둘러싸고 바라만 보던 늑대개들이 일제히 구원 쪽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야! 이거 뭐야!” “허허. 자네는 저들이 왜 지금까지 공격을 안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겐가?” 아무래도 이 로브녀가 다가오지 못하게 뭔가 수를 쓰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것도 할 줄 알면 할 줄 안다고 말이라도 해줘야 알지! 그럼 대체 지금 왜 푼 건데?” “다 끝났는지 물어보지 않았나.” “내가 그런 뜻인 줄 알았겠냐?! 다시 할 수 있지?! 할 수 있다고 해주세요!” “흠. 힘드네.” “젠장. 사라 따라와! 돌파한다!” “네!” 사방이 둘러싸인 상태로는 상대하기 힘들다. 구원은 우선 한쪽을 돌파하기 위해 달려 나갔다. 물론 성자의 스킬을 발동시키는 것도 잊지 않는다. 적어도 어그로 끌기에는 최적화된 이 기술덕분에 어제처럼 사라한테 어그로가 끌리는 일은 막을 수 있겠지. 다른데 신경 쓸 필요 없이 눈앞의 전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좋아. 그럼 우선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한 곳을 돌파해 사라를 나무 위로 올려보내고 늑대개 전원에게 성자의 손길을 묻혀서 어그로를 집중시키는 거다. “야! 넌 안도와주냐?!” “흠. 힘내게. 난 여기서 응원을 담당하겠네.” 로브녀는 어느 샌가 공중에 두둥실 떠올라서 느긋하게 관전 중이다. 젠장. 넌 나중에 내 스킬을 직접 맛볼 때 보자. 울면서 빌어도 절대 안 멈춰준다. 늑대개들이 완전히 포위를 좁히기 전에 이쪽에서 먼저 달려 나가 늑대개들을 후려친다. 일단은 데미지를 중시하기보다는 어그로를 집중시킨다는 생각으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전부 한 대씩 후려치고 얽히며 사라를 보낸다. “일단 나무 위로 올라가!” “알겠어요. 조심해요!” 그렇게 겨우 일점 돌파를 성공하고 사라를 나무 위로 피신시킨 구원은 얽혀있던 놈들을 처리하고 뒤를 돌아 암컷들과 대치했다. 힘든 싸움이 되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저 로브녀다. 지금은 방관하고 있다지만 결국 내가 죽을 위기에 처하면 도와주기는 하겠지? 아무래도 성자 스킬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니 체험하기도 전에 죽게 놔두진 않을 거다.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까 초월체를 잡을 때까지 얘들을 전부 붙잡아두고 있었던 것도 그렇고 지금 아무렇지도 않게 둥둥 떠 있는 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상상 이상으로 거물인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나무에 올라간 사라는 벌써 화살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그 위력은 이제는 암컷들에게 치명상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올라서, 사라에게 어그로가 끌려 서커스 묘기 같은 이단 점프를 하려는 놈들을 공중에서 떨어뜨릴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구원이 성자의 손길을 묻히고, 혹시 놓친 놈들이 점프해서 공격하려고 하면 사라가 화살을 쏴 떨어뜨린다. 사라가 늑대개에게 당할 걱정을 할 필요가 전혀 없어진 구원은 앞뒤 가릴 것 없이 날뛰었다. 가장 먼저 달려들어오는 놈을 그대로 잡아 던지고 발로 내려찍는다. 옆에서 달려드는 놈을 팔꿈치로 가격하고, 그대로 손을 뻗어 앞에 있는 놈을 타격. 다리를 노리는 놈은 무릎으로 찍고 로우 킥으로 다리를 걸듯이 후려쳐 뒤에 있는 놈들이 함부로 다가오지 못하게 방벽을 쌓는다. 그 사이에도 사라의 화살이 꾸준히 날아와 늑대개들을 차례차례 지워간다. 이대로만 하면 의외로 여유롭겠는데?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아무리 날고 기어도 결국 숫자의 폭력에는 이길 수 없었다. 사라의 화살 수도 한계는 있고, 야금야금 갉아져가는 구원의 생명력도 결국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왔다. 젠장. 그 초월종 새끼는 암컷이란 암컷들은 전부 모아 놓기라도 했나. 뭐가 이렇게 많아? 이대로 가다간 진짜로 초상 치르겠다. “야! 너 진짜 거기서 구경만 할 거냐? 제발 살려주세요!” “이쯤이 한계인가. 어쩔 수 없구먼.” 로브의 천 덩어리 한가운데가 아까처럼 불쑥 들리더니 갑자기 엄청난 기운이 느껴졌다. 뭐라고 표현해야 될까.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다.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저 막대한 에너지가 로브녀가 있는 곳으로 결집되는 게 느껴진다고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게 바로 마나라는 걸까? 그리고 그 에너지들은 일제히 무수한 구체의 형상으로 변했다. 그 수는 아마 남아있는 늑대개의 머릿수와 동일. 그 구체들은 늑대개 한 마리에 하나씩 부딪히더니 순식간에 늑대개들의 존재를 지워버렸다. 그래. 말 그대로 지워버렸다. 늑대개들은 고통을 느끼는 모습도 상처를 입는 모습도 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저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마 방금까지 녀석들과 직접 싸우면서 입은 고통과 상처가 아니었다면 전부 꿈이라고 생각했을 정도로 덧없는 광경이었다. 땅에 떨어진 마석과 드랍템의 존재만이 늑대개들이 그곳에 존재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을 뿐이었다. “너, 너 대체 정체가 뭐야?!” “음? 이 몸의 정체는 이미 말해줬다고 생각하네만. 까먹은 겐가? 기억력이 상당히 나쁘구먼. 알려주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의 이름을 잊는 건 상당한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나? 어쩔 수 없지. 이번엔 제대로 기억하도록 하게나. 이 몸의 이름은 디아나. 마도의 길을 걷고 있는 몸일세.” “그 중2병 같은 소개를 까먹을 리가 없잖아! 이름을 묻는 게 아니야. 정체가 뭐냐고 묻는 거다.” “…이 몸을 모르나?” “알 리가 없잖아. 너 나 언제 봤냐?” “흠. 이름을 밝혔는데도 반말을 할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네만 설마 이 몸을 모를 줄이야. 거기 처자도 이 몸을 모르나?” “네? 네.” 사라도 방금 디아나의 마법을 보고 상당히 놀랐는지 디아나가 말을 건네 오자 깜짝 놀란 모습이었다. “둘 다 이 몸의 정체를 몰랐다고? 이런 수상한 차림새를 하고 있는데 잘도 데리고 다녀줬구먼.” 스스로 수상한 차림새란 자각은 있는 거냐. “뭐, 모른다면 모르는 대로 있어도 상관없네. 걱정 말게나. 이 몸은 정말 아무 꿍꿍이도 없이 순수하게 성자란 직업의 스킬이 궁금할 뿐이거든. 자네들에게 해 끼칠 생각은 없네.” “그런 놈이 사람을 죽기 직전까지 방치하냐?” “자네도 이방인 아닌가? 이방인이란 족속들은 가끔 위기에 처하면 새로운 힘에 각성하는 경우가 있더군. 그래서 자네에게도 한 번 기대해봤네만 아쉽게도 자네는 그런 부류는 아닌 모양이군.” 대체 어디 살던 만화 주인공 같은 새끼들이 넘어와서 그딴 선입관을 만들어 놓은 거야. 아무튼 얘가 나한테 딱히 해코지할 생각이 없다는 건 사실일거다. 방금 늑대들을 쓸어버리는 걸 보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능할 테니까. 그리고 아마 힘으로 원하는 걸 얻는 놈도 아닌 모양이고. “그럼 마석과 재료들이나 회수하는 게 어떤가? 초월종은 상당히 희귀한 걸 줄 가능성도 있다네.” 오오. 그렇지. 초월종을 잡자마자 암컷들이랑 박 터지게 싸우느라 지금까지 초월종이 뭘 떨어뜨렸는지 확인도 제대로 못했다. “근데 초월종도 길드에 보고하면 보수가 나오나?” “음. 한 번 보고된 녀석은 다시 발견된 예가 많으니까 말이지. 보수는 상당히 괜찮게 나올 걸세.” 좋아. 상당히 고레벨일 디아나도 상층에서 초월종을 보는 건 처음이라고 했으니 아마 우리가 첫 발견일 거다. 저번에 암컷을 발견한 것도 보수가 상당했으니 이번에도 기대해도 되겠지? 한껏 부푼 마음으로 암컷들의 드랍템과 마석을 회수하면서 초월종을 쓰러뜨렸던 곳에 가보니, 거의 내 주먹의 절반만 마석이 떨어져 있었다. 암컷 늑대들의 마석도 엄지 첫마디 정도의 크기인 것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엄청난 차이다. 이러니까 내가 그렇게 때려도 버티지. “호오. 이정도 크기면 다음 계층의 몬스터와 비교 해봐도 손색이 없군. 자네 용케 이겼구먼.” 뭐야?! 그런 애랑 싸웠는데 보고만 있었냐?! 아니지. 암컷들을 멈추는데 전력을 쏟은 건가? 저 태평한 모습을 보면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말이지. 마석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드랍템을 확인한 순간, 구원은 두 눈을 감싸 쥐었다. 아악! 내 눈. “야, 디아나.” “음? 뭔가?” “원래 이런 것도 떨구냐?” “호오. 상당히 드문 물건이 나왔구먼. 자네 보기보다 운이 좋군.” 이게 운이 좋은 거냐. 초월종이 드랍한 아이템은 무려 본인의 거시기였다. 심지어 죽기 직전의 빳빳한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그 우람한 자태를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그렇게 좋은 거면 네가 좀 들고 다녀 줄 수 있을까?” 좋은 템이건 뭐건 간에 난 건드리기 싫거든. “자네 여성에게 못하는 소리가 없군 그래. 정 건드리기 싫으면 저기 저 처자한테 부탁하는 건 어떤가?” 디아나가 한쪽에서 열심히 암컷 늑대개들의 드랍템을 줍고 있는 사라를 가리키며 말했다. “누구 초상 치르는 꼴 보고 싶냐? 쟤한테 말했다간 화살로 찌르려고 들걸.” “자네들도 참 재미있는 한 쌍이구먼.” 재미는 무슨. 어쩔 수 없이 구원은 최대한 닿는 면적이 적게 손끝으로 집어 인벤토리에 쑤셔 넣었다. “대체 이딴 건 어디에 쓰라고 드랍하는 거야. 혹시 어디 쓰는 건지 알아?” “……흠. 뭐,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이네.” “그래? 제일 흔하게 쓰이는 용도가 뭔데?” “자, 자네가 그런걸 알아서 무슨 소용이 있나? 팔아버리면 그만인 물건 아닌가.” 만나고 처음으로 디아나가 곤혹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말하니까 더 궁금하잖아. 뭔데? 어디 쓰길래? 응? 알려줘라. 웅? 응?” “시끄럽네! 자넨 정말 여성에게 못하는 말이 없군! 말만으로 성희롱이 성립된다는 건 아는가?!”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갑자기 왜 성희롱이 튀어나와? 뭐 딜도로라도 쓰냐?” “…….” 어라? 설마 진짜로? “미, 미안.” “…시끄럽네.” 그 뒤론 디아나가 한 마디 말도 하지 않아, 구원도 묵묵히 아이템 수거에만 전념했다. 계속 이것저것 말하면서 떠들던 애가 조용하니까 엄청 거북하네. “그래서, 이제 어쩔까?” 겨우 아이템 수거를 끝내고, 구원이 불편한 침묵을 깼다. 몰려있던 늑대개가 상당히 많았다보니 아이템을 수거하는 것만 해도 상당히 시간이 걸렸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여기서 내려가는 길을 찾든지 길드에 알려진 길을 따라 내려가든지 해야겠지만 방금 전 전투로 생명력 상태가 상당히 안 좋다. 아무리 내 자연회복력이 좋다고 해도 만전을 기하기엔 꽤나 시간이 소요될 거다. 그렇다고 해서 처음 가보는 곳을 만전도 아닌 상태로 갈 수도 없는 일. 그리고 시간이 너무 애매하다. 오늘은 애초에 던전에 오는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지금 마을에 돌아가서 재정비하고 다시 던전에 오기에는 벌써 늦은 시간이 돼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마무리 짓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 “어차피 이 이상 밑으로 내려가고 싶다면 마을에 한 번 돌아가야 할 걸세. 적어도 기본적인 방어구는 갖춰야하지 않겠나? 처자는 후위 담당이니 괜찮을지 모르지만 자네는 뭔가? 전위에 서는 사람이 무기는커녕 제대로 된 방어구 하나 갖추지 않다니. 자네는 목숨이 두 개라도 되나?” 디아나는 아직도 조금 삐진 건지 말에 가시가 돋쳐있었지만 현 상황에 정확한 어드바이스를 해줬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얘도 꽤나 남 챙기기 좋아하는 타입이구나. “정말이에요. 당신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쪽까지 불안해져요.” 게다가 디아나한테 일방적으로 신경전을 벌이던 사라까지도 그 의견엔 동의하는 모양이다. 방어구인가…. 여유자금도 조금은 있으니 지금까지 사려고 마음만 먹으면 못 살건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거추장스럽단 말이지. 원래 세계에서도 기능성을 중시해서 운동복만 입고 다니던 내가 온몸에 덜그럭 덜그럭 거리는 철판을 두르고 다녀야한다니. 하지만 맞는 말이다. 방어구를 제대로 갖췄다면 방금 전 전투에서도 결국 디아나의 손을 빌릴 것도 없이 구원과 사라가 전부 처리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언제까지 양학만 하고 다닐 수도 없는 일이고 결국 입어야겠지. “알았어.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 어차피 방금 전 전투로 얻은 수익만 계산 해봐도 이미 오늘은 벌만큼 벌긴 했다. 생각해보면 원래 오늘은 던전에 올 생각도 없었고, 하루정도는 일찍 마무리해도 괜찮겠지.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쓰굴 // 감사합니다. 카르디오스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아린 // 퇴근하고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쓰다 보니 가끔 이렇습니다. 향향공주 // 최강의 도발기죠. 붉은정의 // 크기는 평범해도 모양은 예쁩니다! ifo // 정조가 위기에 처할수록 더 필사적으로 싸워서 없는 힘도 발휘가 되겠죠. qkzks135 // 구원은 동정이 아니라 청년막이 따여도 흑마법사는 못되겠네요. kodks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마녀서윤 // 설마 따이는 걸 바라신…. sodooril // 괜찮아! 스치지도 않았어! 말살 // 늑대개 수컷은 보스마저 얄짤이 없네요. 무꾸914 // 슬슬 벗겨야 할 텐데 말이죠. 완글아 // 천 옷 따위는 허리힘으로 뚫어버릴 몬스터의 파괴력을 간과하시는 군요. 마왕을위한지침서 // 이번편은 암컷들 상대라 청년막은 안 위험했네요. 칼데라린 // 안심하긴 이르다. 경계를 유지하라. 오바. illya // 본인은 쓸 일이 없는 득템을 했죠. 24==================== 대마법사 그렇게 일찍 던전 탐사를 마무리하고 돌아온 구원은 먼저 초월종의 보고와 마석을 처리를 위해 안내원 누님을 찾아갔다. “누님! 저 왔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은 평소보다 한층 더 기운차시네요.” 이제는 내가 피투성이가 돼서 와도 꿈쩍도 안하신다. 익숙해진다는 건 무서운 거구나. “물론이죠. 누님. 이거 보세요! 제가 초월종을 잡았어요!” “네…네?! 초월종이요?! 대체 어떤….” “글쎄 늑대개들 서식지에 갔는데 집채만 한 늑대개가 보이지 않겠어요? 상당히 강한 놈이었지만 제가 누굽니까? 단숨에 때려잡았죠!” “자, 잠깐만요. 제대로 기록해야 하니까 다신 한번 천천히 말씀해주세요. 먼저 크기가 정확히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집채만 하다고 하셨는데, 3~4미터 정도 되는 건가요?” “…2, 2미터? 아니, 2.5는 될지도….” “왜 그렇게 뻔히 들킬 거짓말을….” 누님이 한심한 눈초리로 쳐다봤다. 아니, 예쁜 여자한테 자랑 좀 과장되게 하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은 아니잖아요? “하아…. 그래서, 퇴치 후 나온 물건은 뭔가요?” “이건데요.”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마석과 늑대개 초월종의 양물을 꺼내 안내 데스크에 올려놨다. “이건 또 상당히 독특한 물건이 나왔네요. 이런 건 처음 봐요.” “그런가요? 같이 갔던 애 반응을 보면 드물긴 해도 아주 안 나오는 건 아닌 모양이던데요?” “양물 자체는 드물긴 해도 저도 처음 보는 게 아니에요. 하지만 보통은 작아진 형태로 남아서 가공이 필요하거든요. 이런 식으로 커진 상태로 남은 건 처음보네요.” 안내원 누님은 그 경도를 확인하듯이 물건을 잡고 꽉 쥐었다. 우와! 누님 대담하시네! 구원은 드디어 이 쓸데없는 물건의 진정한 용도를 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식으로 미인들한테 아이템 감정을 맡기면 핸드잡하는 모습을 자유자재로 연출 가능하다는 말인가! 더럽게만 보이던 늑대개의 거시기가 갑자기 신의 아이템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마석의 크기로 봐서 적정 레벨은 2계층 몬스터와 비슷한 수준이네요. 또 다른 특이사항은 있었나요?” “네. 주변에 암컷 늑대개들을 엄청나게 많이 데리고 있었어요. 늑대개들 암컷은 전부 다 얘가 데리고 다녔나 싶을 정도로요.” “또 과장을…. 그러면 구원씨가 이렇게 살아 돌아올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이번엔 정말이에요! 다행이 같이 갔던 마법사가 엄청 강한 애라 쓸어버렸어요.” 구원이 사라와 디아나가 대기하고 있는 쪽을 가리키자, 안내원 누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저 모습에 강한 마법사…. 설마! 구원씨, 혹시 저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지 아시나요?” “디아나라고 하던데요?” “디아나님!” 님이라니. 그렇게 대단한 분이셨어? 본인 이름만 말하고 본인 정체를 알거라고 생각하는걸 보고 보통은 아닐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렇게 대단한 애에요?” “모르고 동행하신 거예요?! 디아나님이에요! 그 디아나님! 인류가 쓰는 마법 체계는 전부 저분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까지 말해지는, 오랜 과거부터 현재까지 존재하는 모든 마법사들의 정점에 선 존재! 지고의 마법사라고 불리며 모든 마법사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전설중의 전설! 디아나님이라고요!” 뭔가 대충 들어도 먼치킨같은 설명들이 좌라라락 지나갔다. 뭐? 지고의 마법사? 정점에 선 존재? 난 그런 분한테 개새끼 거시기 운반이나 시키려고 그런 거야? 살아있는 게 기적이잖아. 그보다 오랜 과거부터라니 대체 나이가 몇 살이야? “사라씨도 그렇고 구원씨 주위에는 정말 특이한 분들이 많이 모이네요.” “사라요? 사라는 또 왜요? 쟤도 뭐 알고 보니 전설속의 궁사라든가 그런 건 아니죠?” “물론 그런 건 아니지만…. 모르신다면 됐어요. 아무리 동료라고 해도 개인정보는 철저히 비밀을 보장하니까요.” 방금 디아나의 개인정보를 누설하신 분의 발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이었다. 그만큼 디아나가 유명하다는 말이 되는 건가? “아무튼, 초월종의 정보 제공 보수는 내일 나올 거예요. 여기 마석 정산 값이에요.” 그러면서 건넨 돈은 오히려 어제보다 많은 액수였다. 역시 약한 놈들을 학살하는 것보다 강한 놈들을 잡는 게 돈이 되는 건가. 이러니 모험가들이 기를 쓰고 더 밑으로 내려가려고 하지. 돌아오니 사라는 여전히 두리번거리고 있고, 디아나는 그 옆에 가만히 서있다. 촌티내지 말고 옆에 디아나 좀 본받아라. “자. 오늘은 디아나님까지 포함해서 3등분으로 나누면 되지? 어차피 암컷들 절반정도는 디아나님이 처리하셨고.” “안 어울리게 갑자기 왜 존댓말인가?” “왜라니요. 위대하신 지고의 마법사님께 제가 어떻게 반말을 하겠습니까.” “네?! 지고의 마법사?!” 우리 시골 아가씨 사라도 알 정도로 유명인인가보다. 근데 왜 이름으론 몰랐냐? “허허. 딱히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네. 그냥 편하게 말하게.” “아 진짜? 그래도 돼? 다행이다. 근데 너 몇 살이냐? 엄청 많은 것 같던데.” “…자네도 참 대단하구먼. 이 몸의 나이는 알 것 없네. 여성한테 나이를 묻는 건 실례일세.” 저런 말 하는 사람들은 보통 묻는 게 실례가 될 정도로 나이를 많이 먹었다는 소리지. 하지만 구원은 그 생각을 마음속에만 묻어뒀다. 너무 까불어대다가 진짜로 눈 돌아가면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상대다. “그럼 우선 여관에 갈까.” 재료들도 정리해야 하고, 아까 말이 나왔던 방어구도 알아봐야하지만 우선은 조금 씻고 싶다. “이 몸은 잠시 볼일이 있네. 우선 여기서 헤어지지.” 어라? 아직 내 스킬을 맛보여주지도 못했는데? [오늘 저녁에 찾아가겠네. 스킬은 그때 체험해보는 걸로 하지.]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역시 대마법사. 텔레파시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는 모양이다. “그래? 어쩔 수 없지. 그럼 나중에 봐!” “음.” 그 목소리와 함께 디아나는 그 자리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마법이란 건 진짜 별걸 다 할 수 있군. 나중에 디아나한테 마법사 되는 방법이나 물어봐야겠다. “괜찮겠어요?” “응? 뭐가?” “그 대마법사잖아요.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를 분인데 그냥 헤어지기 아깝지 않나요?” “나중에 보자고 했잖아. 곧 다시 만나겠지.” 정말 곧 다시 만나지만 디아나도 사라를 신경 써서 텔레파시를 쓴 거겠지. 사라에게 전부 말해줄 필요는 없다. 주로 내 평온을 위해서. 여관에 들러 일단 씻고 곧장 사라와 함께 한스 & 에리나에 갔더니, 웬일로 에리나 혼자 가게를 보고 있었다. 하긴 이 시간대에 오는 건 처음인가. 마침 잘됐다.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바로 늑대개의 양물을 꺼내 카운터에 올려놨다. “늑대개 초월종을 잡고 나온 건데요. 얼마나 하나요?” “어머? 첫 발견이신가요? 독특하네요. 가공도 하기 전에 커져있는 상태로 남은 물건이라니.” 그러면서 에리나 역시 손끝으로 쿡쿡 찌르며 확인해본다. 이 얼굴에 유부녀라니. 한스 이 도둑놈새끼! 아니. 신사라면 어떤 상대라도 즐길 수 있어야 하는 법. 이 상황을 즐기자. 동안 유부녀가 딜도를 들고 하악하악. “당신 지금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 “으, 응?! 뭐, 뭐가?!” 사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지긋이 바라본다. 얜 이제 사람 머릿속도 들여다보나. “정말 이걸 저희 가게에 파실 건가요?” “네. 아, 혹시 이런 건 안 사나요?” “아뇨. 귀부인들이 비싸게 주고 찾는 품목이니 물론 사들이긴 하지만…. 보통은 파티의 성직자 분께 양보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네? 성직자한테 양보라뇨?” “모르시나요? 몬스터의 양물은 성직자분들의 스태프를 만드는 핵심 재료 중 하나랍니다.” 뭐? 왜 이딴 걸로 스태프를…. 아…여기 여신이 제정신이 아니었지. 그 여신을 믿는 성직자 놈들도 제정신이 아니긴 마찬가지라는 소린가.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이건 일단 보류하고 다른 재료들만 팔게요.” 스태프라…. 확실히 힐러가 필요하긴 하다. 파티원으로 성직자를 한 명 모셔 와도 되고, 내가 직접 성직자 직업을 얻어서 스스로 탱과 힐을 둘 다 맡아도 되고. 어느 쪽이든 스태프가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니 일단 이건 아껴두자. “아참. 혹시 추천할만한 방어구점이 있을까요? 방어구를 맞추려고 하는데 제가 아는 가게가 없어서.” “그렇다면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한스씨의 동생이 있는 대장간에 가보시는 게 어떤가요? 아직 젊지만 실력은 확실한 아이에요.” 그 곰 같은 한스의 동생이라…. 하긴 대장간에까지 여자를 바라는 건 사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기대하지 않고 에리나가 알려준 장소로 가보니, 한나의 대장간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한스의 동생이란 게 여자였어? 안에 들어가니 카운터에 구릿빛 피부의 근육질 몸매를 대담하게 노출시킨 여장부가 있었다. 한스와 전혀 닮은 구석이 안 보이는데. 건강한 구릿빛 피부에 근육은 징그럽게 큰 근육이 아닌, 제대로 여성의 곡선을 유지하는 건강한 몸매를 하고 있고 얼굴도 야성적이지만 개성이 있는 미인이다. 이게 바로 유전자 몰빵이란 건가. 그놈도 어지간히 불쌍한 놈이었군. 동정은 안 할 거지만. 게다가 나름 잘 나가는 가게인지 손님도 꽤나 있다. 방어구를 어떻게 할지 여러모로 고민해봤지만, 역시 움직임에 방해되는 수준의 방어구를 착용하기엔 꺼려진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대안으로 생각한 게 일단 기본적으로 방어력보다는 활동성을 중시한 가죽 갑옷을 입고, 그 위에 철제 건틀릿과 부츠를 착용하는 거다. 어차피 무투가라는 직업상 손과 발을 자주 사용하고, 자연스럽게 공격들도 대부분 팔 다리로 방어하니 그것만으로도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게 방어력이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다. 덤으로 공격력 상승효과도 볼 수 있고 말이지. “점원에게 설명을 듣는 게 좋지 않을까요?” 사라가 방어구들을 관찰하는 날 의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걱정마. 내가 정확히 볼 줄 아니까.” 왜냐하면 말 그대로 보이거든. 지금까지는 재료 템만 봐서 그다지 쓸모가 없었지만 내 눈에 보이고 있는 게임 시스템은 아이템에게도 역시 적용된다. 예를 들어 여기 똑같아 보이는 건틀릿 두 개를 비교해보면 각각 방어력이 10과 11로 오른쪽에 있는 게 미묘하게 더 성능이 좋다. 내가 물건 볼 줄도 모르면서 박식해 보이는 디아나와 함께 올 생각을 안 한 것도 다 이걸 믿고 그랬던 거다. “사라 넌 뭐 살 거 없어?” “전 괜찮아요.” “그러지 말고 가벼운 가죽 갑옷이라도 하나 사. 돈이 모자라면 보태줄 테니까.” 아무리 후위라지만 절대 공격당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최소한의 방어구는 입는 것이 좋겠지. “전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아. 너 그러다가 당하기라도 하면 또 어제처럼 던전에서 나랑 섹스해야 될지도 모른다?” “그, 그럼….” 그렇게까지 말하자 사라도 더는 거절하기 힘들었는지 얼굴을 붉히며 마지못해 승낙을 했다. 그렇게 가게에 선반에 놓인 적당한 가격의 방어구들 중 가장 품질이 좋은 녀석들로 들고 가자, 카운터에 있던 한나의 눈빛이 번득였다. “신참 모험가 같은데 꽤나 좋은 눈을 가지고 있군. 물건 볼 줄 아는 모양이야?” “뭐 내 수많은 장점 중 하나지.” “핫. 입도 제대로 뚫려있군. 너 같은 놈은 싫지 않아.” “그래? 나도 댁 같은 여자는 싫지 않아. 아니, 허세 부려서 죄송합니다. 실은 좋아합니다. 혹시 괜찮다면 같이 레벨 업이라도….” “당신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시끄러워!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나한테 호감을 보이는 미인이라고! 남의 연애를 방해하지 마라! “하하핫. 재밌는 놈이군.” 한나는 농담이라고 여겼는지 깔끔하게 웃어넘기고 계산을 했다. 젠장. 농담 아니었는데. 사라의 방해로 한나를 꼬시는데 실패한 구원이었지만, 아직 희망이 사라진 건 아니다. 아직 나에겐 디아나와 한 약속이 남아있다. 저녁을 먹을 때쯤에는 이미 밤이 너무 기다려져서 주체가 안 되는 상태였다. 사라와 대화하면서 밥을 먹고 있지만 대화내용은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 “제 말 듣고 있어요?” “응? 응. 당연하지 잘 듣고 있어.” “왜 그래요? 아까부터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은데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신경 쓰지 마.” 얘한테 들키면 또 어떤 방해공작을 해올지 모른다. “그래서 말인데요. 저도 조금 느끼는 바가 있었어요.” “그래?! 그거 잘 됐네! 그럼 내일부턴 더 잘해보자! 잘 자!” 사라의 말에 적당히 대답하던 구원은 시야 한 구석에 익숙한 천 덩어리가 보이자 지체하지 않고 방으로 돌아갔다. 흐흐흐. 최고의 마법사라고 했겠다. 분명 세계 최고 수준의 고렙. 분명 그 미모도 세계 최고 수준이겠지? ============================ 작품 후기 ============================ 쿠폰 후원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글 쓰자마자 그냥 예약 걸어놓고 자느라 답변 못드리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25==================== 대마법사 잽싸게 방에 들어온 구원은 안절부절 못하며 디아나를 기다렸다. 침대 시트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거울로 얼굴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샤워는…한 번 밖에 나갔다가 왔으니 다시 한 번 하는 게 낫나? 그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은 마치 이제 막 총각딱지를 때려는 동정 그 자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구원은 지금까지 실전이라곤 딱 두 번밖에 안 해봤다. 거기다가 그 두 번 다 제대로 했다고 어디 가서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의 경험이다. 첫 번째는 앨리시아한테 역강간 당하듯이 쥐어짜인 게 전부다. 그리고 두 번째는 어제 사라의 치료를 위해 감행한 던전에서의 섹스. 첫 번째는 섹스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그저 버티느라 온 몸에 힘만 주고 있다가 허무하게 찍 싸고 끝나버린 행위였고, 두 번째에 이르러서는 대체 내가 어떤 기분으로 어떤 감각을 느끼며 어떤 행위를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구원은 지금에 와서야 제대로 된 섹스를 처음 경험해 볼 수 있게 되는 거다. 물론 디아나의 목적은 구원의 스킬을 몸으로 경험해보고 싶다는 마법사로서의 호기심 같은 걸로 보이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중요한건 내가 정신 말짱한 상황에서 제대로 주도권을 쥐고 섹스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구원이 다시 한 번 샤워를 해야 하나 망설이고 있을 때, 어떤 사전 예고도 없이 아무것도 없던 방 한가운데서 갑자기 디아나의 모습이 스윽 하고 나타났다. “흠. 기다리게 한 모양이군.” 디아나는 한번 주위를 둘러보더니 침대에 똥마려운 개처럼 앉아있는 구원을 바라보고 말했다. “아, 아니? 무슨 소리신지? 전혀 안 기다렸는데? 완전 여유롭게 있었는데? 아, 너랑 이 시간에 보기로 했었지! 여자랑 이런 약속하는 게 너무 흔한 일이다보니 잊고 있었네!” “자네는 섹스와 관련된 직업까지 가지고 있는 자가 뭘 그렇게 동정티를 내는 건가.” “도, 동정티?! 이 여유 넘치는 모습의 어디가 동정티를 내는 걸로 보이시는지?! 응?!” “하아…. 알았네. 알았네. 다 이해하니까 너무 그렇게 들이대지 말게.” 디아나는 기가 찬다는 듯이 한숨소리를 내쉬며 말했다. 젠장. 두고 봐라. 이제 곧 내가 그 여유 넘치는 목소리를 쾌락에 일그러진 신음소리로 바꿔주지. “그럼. 자네도 다 준비는 된 것 같으니 바로 시작하도록 하세.” “잠깐!” “응? 뭔가?” “그 전에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난 성자로서 스스로의 힘을 꼭 내 기준에 부합하는 여성에게만 쓰겠다고 맹세했지. 일단 얼굴을 보여주실까?” “…자네는 이 몸이 누구인지 알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겐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난 오로지 내 눈만을 믿는다.” “뭐 상관없겠지. 자 됐나?” 디아나는 로브의 후드부분을 붙잡고 천천히 뒤로 벗었다. 그렇게 드디어 드러난 디아나의 얼굴에 구원은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아니, 소리는커녕 눈을 깜박이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말았다. 천하절색, 경국지색, 절세가인. 그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이 미모를 앞에 두고는 깎아내리는 말밖에 되지 않는 거 아닐까? 만약 미의 여신이 이 얼굴을 보게 된다면 스스로의 외모에 자괴감을 가지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미모. 부드럽게 물결치는 은발은 백금으로 한 올 한 올 뽑아낸 듯 반짝이고, 머리색과 마찬가지로 신비로운 은빛의 눈동자는 그 안에 보석을 담은 듯이 반짝반짝 빛난다. 나이는 구원보다 조금 연상일까? 모든 것을 포용해줄 것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해주는 부드러운 인상은 그 인자한 미소와 어우러져 한층 더 빛을 발한다. 양 옆으로 길쭉하게 뻗은 귀는 그녀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주고 있다. 구원의 이상형인 연상의 부드러운 인상의 미인 누님을 구원의 상상력을 아득히 초월해서 완성시켜 놓은 것 같은 그런 미인이었다. 지금까지 미인이라고 생각했던 그 어떤 여자를 옆에 데려다놔도 순식간에 오징어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압도적인 미모. 너무나도 신비롭고 신성해 보이는 그 모습에, 구원은 자신이 이런 여인과 섹스를 하려는 마음을 먹었다는 것 자체가 큰 죄를 지은 것처럼 느껴졌다. “어떤가? 이제 조금 자네의 발언이 얼마나 경솔했는지 깨달았는가?” “네? 네….” “그럼 자네 기준이라는 녀석은 통과했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무, 물론이죠.” “그럼 어서 시작하게.” 그렇게 디아나의 허가가 떨어졌지만, 구원은 그만 주저하고 말았다. 정말 건드려도 되는 걸까? 지금부터 자신이 하려는 행위가 명화에 낙서를 하는 듯한, 절대 해서는 안 될 더러운 짓처럼 느껴졌다. “왜 그러는가?” “아뇨, 시작하려면 우선 벗어야….” “흠. 옷을 입은 상태로는 스킬이 안 통하나?” “그야….” 성자의 손길 같은 애무계열 스킬이면 통하겠지만, 효율이 나빠지는 건 피할 수 없다. 게다가 성자의 스킬은 직접 섹스를 하면서 발동하는 스킬들이 훨씬 많다. 옷을 입은 상태로는 아무래도 전력을 다 발휘할 수 없다. “흠….” “왜, 왜 그러시죠?” “이 몸의 나체를 보고 자네가 스킬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말도 안 되는 자신감이지만 저 얼굴을 보면 납득이 된다. 지금은 얼굴만 보고 있는데도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다. 이런 미녀의 알몸을 보고 정말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다. “어쩔 수 없지. 미리 말해두지만, 달려들지 말게나.” 디아나는 구원에게 경고를 하고는 로브를 완전히 벗었다. 놀랍게도 그 아래는 이미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평생 숟가락보다 무거운 걸 들어본 적이 없을 것 같은 근육 하나 없는 그저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몸매. 겨우 로브 하나로 어떻게 가리고 있었던 건지 의심스러운 커다란 가슴은 중력을 거스르며 아름다운 형태를 유지하며 떠 있었고, 그 밑으로 이어지는 허리는 어떻게 저 큰 가슴을 지탱하고 있는지 궁금할 정도로 가늘다. 하지만 또 거기서 급커브를 그리며 이어지는 골반라인까지. 얼굴만큼이나 완벽한 몸이었다. 디아나의 알몸을 보고, 구원의 마음속에서 드디어 성욕이 경외감을 이겼다.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덮치려는 찰나,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손가락 하나 꼼짝 할 수 없을 정도로 온 몸이 속박 당했다. “자네는 이 몸의 말을 뭐로 듣는 겐가. 이 몸은 자네에게 덮쳐지려고 온 것이 아닐세.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스킬을 사용하게. 알겠는가?” “네, 네.” 속박이 풀린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조심스레 그 커다란 가슴에 손을 뻗었다. 물컹. 손가락이 파묻히는 아찔한 감촉. 그대로 손가락이 가슴과 용접되어 녹아 없어질 것같이 한없이 부드러운 느낌에 구원은 더 이상 목적을 상실하고 그저 한없이 양 가슴을 주무르는 것에만 열중하기 시작했다. 무게를 확인하듯이 아래에서 위로 들어 살짝살짝 튕겨 출렁거리는 모습을 감상하고, 손바닥 전체로 가슴을 감싸듯이 움켜쥐고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쓰다듬는다. 흘러넘칠 것 같이 한 손으로 전부 감싸지 못할 정도로 커다란 가슴은 정말 나와 같은 인간의 피부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저 부드러웠다. “흠…. 어떻게 주무르든 상관없네만 스킬은 제대로 발동한 겐가?” “네? 네. 물론이죠.” 성자의 손길은 제대로 발동 시키고 있다. 혹시 제대로 안 느껴지는 걸까? 구원은 디아나가 그만 하자고 할까봐 겁이 나 더 필사적으로 열심히 애무하기 시작했다. 유두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가슴 전체를 애무하면서도 부드럽게 살짝 살짝 돌리듯이 어루만지고, 가볍게 꼬집듯이 당겨도 본다. “흠. 확실히 독특한 에너지의 흐름이 느껴지는 군.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종류의 에너지야.” 구원의 지극정성에도 불구하고, 디아나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으며 그저 구원의 스킬을 분석하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었다. 어라? 설마 내 스킬이 효과를 전혀 못보고 있어? 조바심을 느끼며 더욱 더 애무에 박차를 가해보지만, 디아나의 표정은 변할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래. 멍청하게 가슴만 만지고 있으니까 그렇지. 좁아진 시야를 가슴에서 돌려 몸 쪽을 쭉 훑어봤다. 새삼 느끼지만 엄청난 몸매다. 하지만 이런 몸매와는 다르게 감도가 약한 건지 그렇게 만졌는데도 전혀 흥분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어떻게 내 스킬까지 곁들인 애무에 미동도 안하고 있을 수 있지? 그 사라가 중상을 입은 상태에서도 강제적으로 쾌감을 느끼게 해줄 만큼 강력한 스킬인데. “한 가지 스킬만 쓰지 말고 다른 스킬도 써보게나.”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고. 구원은 온 몸의 체액이 미약처럼 변해 닿은 곳을 민감하게 만들고 흥분도를 높여주는 스킬, 성자의 성수를 사용하고 디아나와 입을 맞추기 위해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잠깐. 그 스킬은 꼭 입을 맞춰야 하는 스킬인가?” 하지만 그 시도는 중간에 디아나의 손이 턱하고 가로막아 좌절됐다. “아, 아뇨.” 스킬 쓰면서 겸사겸사 첫 키스도 좀 해보려고 하는 건데요. “그러면 다른 곳에 쓰게. 키스까진 할 필요 없네.” 젠장. 섹스는 되지만 키스는 안 된다니.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설마 이 세계는 레벨 업 때문에 섹스엔 개방적이지만 키스는 좋아하는 사람과만 한다는 이상한 정조관념이라도 있는 건가? 분하지만 디아나에게 반항할 수도 없는 구원은 그저 갈 곳 잃은 입에 분노를 담아 한쪽 가슴을 빨기 시작했다. “흠. 에너지 흐름이 조금 다른 것 같긴 한데….” 하지만 성자의 성수에도 여전히 디아나의 반응은 옅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스킬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었다. 젠장. 내가 원하는 그림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최후의 수단이다. 어차피 성자 스킬은 직접 섹스를 하면서 쓰는 스킬들이 많다고.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로울 수 있나 보자. 구원은 디아나의 몸을 가볍게 안아들어 침대에 살며시 내려놨다. 크으. 살짝 안은 것만으로도 장난 아니다. 마치 뼈가 없는 연체동물처럼 온 몸이 부드럽게 감겨오는데 이 느낌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을 거다. 침대에 내려놓고 삽입을 위해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내리자, 디아나가 발을 들어 구원의 배를 지그시 누르며 막아섰다. 아니, 왜 또?! “자네 지금 무슨 짓을 하려는 건가?” “네? 그야 물론 섹스죠.” “하아…. 자네 제정신인가?” 설마 여기까지 와서 섹스는 거부할 생각은 아니겠지? 설마. 아닐 거야. 그건 완전히 고문이잖아. “서, 성자의 스킬은 대부분 섹스 중에 쓰는 스킬들이라고요. 섹스를 하지 않으면 제대로 성자의 스킬을 경험했다고 할 수 없어요!” 구원은 절박한 마음에 필사적으로 말했다. “자네와 이 몸의 레벨 차이가 대체 몇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네? 그야 엄청 많이….” “그걸 아는 사람이 섹스를 하려고 하는 건가? 이 몸이 아무리 마법 연구를 중요시 한다지만 다른 사람의 생명을 뺏어가면서까지 하고 싶은 건 아닐세.” “네?! 그, 그게 무슨….”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가? 한마디로 말해서 자네가 이 몸과 섹스를 하면 무조건 복상사로 죽는다는 말일세.” …뭐…라고…? 구원은 디아나의 몸을 발끝부터 머리까지 다시 찬찬히 쭉 훑어봤다. 어디를 어떻게 봐도 흠잡을 데가 없는, 구원의 이상형을 200% 만족시키는 미인이다. 앞으로 이런 수준의 미인을 만나는 행운 같은 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다. 이런 미인의 알몸을 눈앞에 두고 그냥 물러서야 한다고? 구원의 이성과 본능이 머릿속에서 맹렬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야! 내가 이런 미인을 어디서 다시 만난다고! 당장 삽입 안하냐? 그러고도 성자냐? 미친놈아! 목숨 아까운 줄 알아야지! 우선을 살아있고 볼일이다. 얼른 바지 입어라. 감미로운 말을 늘어놓는 악마의 목소리와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는 천사의 목소리. 결국 이긴 건 천사였다. 젠장. 그래. 생명이 제일 소중한 거지. 살아만 있으면 언젠간 또 기회가 올 거야.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며 바지를 입기 위해 시선을 내렸을 때, 구원은 보고 말았다. 자신의 양물 바로 앞에 놓여진, 깨끗한 핑크빛 음부의 살짝 갈라진 틈을. 에이 씨발! 이런걸 보고 참을 수 있는 새끼가 어디 있어! 구원은 결국 본능을 이기지 못해 디아나의 발을 치우고 허리를 단숨에 밀어 넣었다. “자네 지금 무슨 짓인…흐아아아앙!” “으허억!” ============================ 작품 후기 ============================ 쿠폰 후원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쓰굴 // 이번편도! 절단! 향향공주 // 아쉽게도 평범한? 여성입니다. 무꾸914 // 너무 뻔했나요? illya // 아쉽게도 이게 최선입니다. 소금카푸치노 // 이번 편은 디아나편입니다! 바보벌레 // 강화를 할지 어쩔지 고민 중입니다. 마녀서윤 // 예리하시군요. 하지만 결국…. 시원섭섭 // 역시 너무 노골적인 떡밥이었나 보네요. eastarea // 감사합니다. 재밌으셨다니 다행이네요. 26==================== 대마법사 넣자마자 느껴지는 압도적인, 그저 압도적이라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는 쾌감. 구원은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 이게 바로 복상사란 거구나. 지나친 쾌감에 눈앞이 새하얘지며 뇌가 마비되어 몸이 통제되지 않고 아무것도 생각도 들지 않는다. 뇌에 전류가 흐르듯 내리치는 압도적인 쾌감에 그 외의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상태. 이렇게 죽는 건가? 신기하게 아프지는 않다. 쾌감으로 죽는 거니 당연한 건가? 구원이 묘하게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과 직시했을 때, 갑자기 온몸의 감각이 한순간에 돌아오기 시작했다. “헉, 헉, 헉, 뭐, 뭐지?” 전신이 기분 나쁜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있고, 팔마디는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게 느껴져 힘이 들어가지 않지만, 어쨌든 살아 있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생명력 게이지는 절반 이상이 남아있는 상태였다. 자세한 수치를 확인하자 생명력이 5150/9200이 되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뭐? 9200? 대체 레벨이 얼마나 오른 거야? 그리고 난 대체 어떻게 살아있는 거야? 그때 생명력 수치를 보던 구원의 머리에 두 가지 가설이 스쳐지나갔다. 먼저 힐링 섹스. 어제 사라를 치료할 때 레벨이 올라 향상된 힐링 섹스의 효과는 절정 시 150의 생명력을 회복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 디아나에게 삽입하고 복상사를 하려는 동시에 힐링 섹스의 효과도 발동됐을 거다. 그리고 최후의 자존심. 구원이 절정에 이를 때 디아나도 절정에 이르도록 유도했고, 그 결과 구원의 레벨과 성자 레벨이 올라서 늘어난 최대 생명력의 수치만큼 생명력이 채워졌다. 둘 중 어떤 게 영향을 미쳐서 구원이 살아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구원은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자네 살아 있는가? 괜찮은 겐가?” 어느 샌가 구원의 밑에서 빠져나와있는 디아나가 걱정되는 얼굴로 구원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네. 어떻게 겨우 살아있네요.” “대, 대체 어떻게…. 그, 그보다 자네가 이 몸한테 마지막에 사용한 스킬은 뭔가?” “네? 무슨 스킬이요?” “이, 이 몸을 절정에 느끼게 한 스킬 말일세! 그것 말고 또 뭐가 있다는 말인가! 이 레벨이 되고 그런 기분을 느낀 건 처음일세! 대체 그건 무슨 스킬인가?!” 그 말을 듣고 자세히 보니 디아나의 얼굴은 구원이 열심히 애무할 때와는 다르게 상기되어 있다. 눈가도 촉촉하게 젖어 있는 그 얼굴은 누가 봐도 흥분한 여자의 얼굴이었다. 정기 게이지를 확인하니 역시나 레벨 업 전의 최대치였던 1500이 전부 소모된 상태다. 이건 역시 최후의 자존심이 발동한 거라고 봐야겠지. 기본적인 효과 2%에 소모 자원 100당 1% 증가된 효과를 적용하여 총 16%. 구원이 복상사하던 순간에 디아나 역시 구원이 느끼는 쾌감의 16%의 쾌감을 느꼈다는 말이 된다. 고작 16%라고는 해도 사람이 죽을 만큼의 쾌감의 16%다. 아마 상당한 수준의 쾌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구원은 죽을 상황이 되어 맨 정신이 아니었지만 디아나는 맨 정신으로 전부 그 쾌감을 받아들였으니 오히려 구원보다 더 제대로 오르가슴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최후의 자존심이라는 스킬이요. 상대의 레벨과 상관없이 제가 느끼는 쾌감을 일부를 공유하며 같이 절정에 오르는 효과가 있어요.” “뭐라고?! 상대 레벨과 관계없이?!” 디아나는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놀랐는지 구원의 멱살을 잡을 기세로 달려들어 말했다. “그게 정말인가?! 상대의 레벨에 관계없이 절대적인 효과를 지니는 스킬이라고?!” “네, 네.” “그럼 어떤 제약이 있나? 그런 강력한 스킬이라면 필시 뭔가 제약이 있을 터.” “아뇨. 딱히.” “뭐라고?!” 구원의 대답을 들은 디아나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들어 생각에 잠겼다. 적어도 좀 떨어져서 생각에 잠겨주시면 안될까요? 눈 둘 데가 없는데. 현재 디아나는 구원의 위에 올라탄 자세다. 아니, 이렇게 된 거 상황을 즐기자. 구원은 예술품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디아나의 몸을 찬찬히 이곳저곳 세밀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오르가슴을 느꼈기 때문인지 전신이 희미하게 상기되어있는 디아나는, 원래 가지고 있는 신성한 느낌과 부드러운 느낌에 대해 묘한 관능미까지 더해져 아까 이상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와 진짜 이런 사람이랑 사귀면 어떤 기분일까. 구원은 이런 여성을 앞에 두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나마 이런 세계관이라 가능한 섹스는 하려고하면 넣자마자 한번 움직여보지도 못한 채 꼴사납게 복상사나 당할 수준. 사귀는 건 물론 꿈도 꿀 수 없는 상대다. “흠…아니, 하지만…그래도 어쩌면…. …그래. 좋아!” 디아나는 아까부터 계속 혼자서 뭔가 중얼중얼 거리더니 마침내 고개를 들고 다시 구원을 바라봤다. “자네. 이 몸이 긴히 부탁할게 있네. 들어줄 수 있겠는가?” “네? 네. 뭐든지.” 구원은 대답하고 아차 싶었다. 뭐든지라니 대체 뭘 부탁할 줄 알고. 그래도 만약 디아나가 간절한 표정으로 부탁해오면 정말 어떤 부탁도 거절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더 복잡한 기분이 됐다. “자네의 스킬을 가까이에서 좀 더 오랫동안 연구해보고 싶어졌네. 이 몸을 자네의 동료로 받아줄 수 있겠는가?” “네. 아니, 네?! 동료요?! 정말로요?!” “흠. 그렇다네. 다만 이 몸은 지금부터 어떤 마법을 사용하려고 한다네. 그 마법을 사용하게 되면 이 몸은 대부분의 힘을 봉인당하고 평범한 마법사로 돌아가게 되지. 그래도 이 몸을 동료로 받아줄 수 있겠는가?” “물론이죠! 기꺼이!” 구원은 디아나의 부탁이 미친 듯이 기뻤다. 동료라니! 오히려 이쪽에서 절이라도 하면서 모셔오고 싶은 기분이다. 갑자기 그 봉인이라는 걸 왜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평범한 마법사로 돌아간다고? 그러면 어때! 오히려 아무 능력이 없어도 된다. 저 외모만으로도 어떤 이유를 대서든 같이 있고 싶다. 아무리 지고의 대마법사라는 구원이 도저히 넘볼 수 없을 구름위의 존재라고 해도 같이 지내다보면 정이라는 게 생길 거고, 남녀사이에 정이 생기면 혹시나? 라는 기대가 구원의 가득 채우고 있었다. “고맙네. 평범한 마법사로 돌아가더라도 지식마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이 몸도 던전 탐험에 꼭 도움이 될 걸세.” 고맙긴요. 제가 더 고맙죠. 도움이 될지 말지 같은 건 신경 쓰지 마시고 편하게 지내셔도 됩니다. 디아나는 침대에서 내려와 방 한복판에 서서 허공에 그림을 그리듯 손짓을 하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늑대개를 잡을 때 보여준 그 압도적인 마법도 무영창으로 사용한 애가 주문이라니. 대체 어떤 마법을 쓰려고 하는 걸까? 디아나의 발밑에 빛나는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겹겹이 층을 쌓는 것처럼 발목, 종아리, 허벅지 등에도 동그란 마법진이 생겨나더니 곳 디아나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마법진에 둘러싸인 형태가 됐다. 그리고는 디아나의 온 몸에서 강렬한 빛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디아나의 몸에서 나오던 강렬한 빛이 점차 사그라지더니 그 자리에는 디아나와 똑 닮은 미소녀 한 명이 서 있었다. …뭐? 뭐어어어어어어어어어?! “디아나! 디아나 어디 갔어?!”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눈앞에 있지 않은가.” “으아아아아아아악!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뭐야 그 모습은! 다시 돌아갈 수 있지?! 제발 돌아갈 수 있다고 해주세요!” “흠. 불가능하네.” “안돼애애애애! 너! 너 지금 대체 자기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고 있는 거야?!” “왜 그렇게 소란인가? 남자들은 젊은 여자를 더 좋아하는 거 아니었나?” “난! 연상 취향이라고오! 드디어 내 이상형에 완벽히 부합하는 누님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형이라니 눈앞에서 들으니 쑥스럽구먼.” “지금 넌 아니거든?!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납득 가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한다면 결코 용서하지 않겠어!” “자네의 스킬을 제대로 연구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그러려면 아무래도 이 몸도 그 스킬을 제대로 맛볼 필요가 있지.”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이 몸이 쓴 마법은 전생 마법이라고 하네. 전생 마법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붙을 정도로 완성된 마법은 아니네만, 아무튼 한마디로 말해서 신체를 과거로 돌리는 마법이라네. 지금 이 몸은 어렸을 때로 돌아와 레벨이 전부 초기화됐다네. 이로써 자네가 마지막에 쓴 그 스킬뿐만이 아니라 통하지 않던 다른 스킬들도 전부 제대로 느끼고 연구할 수 있겠지.” 그 말을 듣고 구원은 디아나를 다시 찬찬히 살펴봤다. 확실히 지금의 이 미소녀는 그 미인 누님 디아나가 어려진 모습이다. 다만 뭐라고 해야 할까. 오라가 느껴지지 않는다. 전생 마법 전의 디아나의 미모는 감히 범접하기 힘들 정도로 압도적인 오라같은 게 느껴졌다. 지금 디아나가 결코 예쁘지 않다는 게 아니다. 지금 디아나 역시 그 여신 같던 모습의 과거답게 구원이 본 여자들 중에서도 한 손에 꼽을 수 있을만한 미모를 자랑하는 미소녀다. 다만 그 여신 같던 미모와 비교하자니 초라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물론 구원의 취향이 연상의 누님이란 점도 영향이 있겠지만 결코 그것 때문만이 아니다. 이게 바로 레벨 보정이라는 건가. “잠깐, 과거라고 했으니 결국 성장하면 그 전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소리잖아?” 좋았어! 이건 키잡 플래그인가! “흠. 그렇다네. 앞으로 천년정도 걸릴 걸세.” 뭐 이런 씨발?! 안 돼! 그럴 수 없어! “그런 표정 짓지 말게.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우리 엘프족은 원래 성장이 느리니.” 씨발! 그러고 보니 얘 귀가 뾰족했지! 빌어먹을 종족 같으니라고! 뭐가 미의 종족이냐! “너무 좌절하지 말게. 그래도 몇 년 지나면 어느 정도 성장하기는 하지 않나.” “…자세하게 얘기해보실까.” “흠. 이방인이라 잘 모르는 겐가? 우리 엘프족은 신체의 전성기가 올 때까지는 인간과 거의 같은 속도로 성장한다네. 그리고 가장 전성기인 20대 초반의 모습에서 성장이 멈춰 오랜 세월을 살아가다가 수명의 막바지에 이르게 되면 다시 인간과 같은 속도로 성장하지. 즉, 아까 모습은 이 몸의 수명이 수십 년밖에 남지 않은 모습이었다는 소리지. 그리고 이 모습은 아직 전성기의 모습이 아닐세. 전생마법은 레벨을 완전히 초기화시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레벨이 1이었던 시기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뿐일세. 아직 성장의 여지는 남아있다는 얘기지.” 즉, 이런 말이다. 20대 후반의 연상의 누님 모습을 보는 건 내가 늙어 죽을 때까지 불가능하지만, 곧 20대 초반의 미인으로까지는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좋아. 널 동료로 받아주는 건 승낙하지.” “음? 이미 그 얘기는 끝난 얘기 아니었나?” “그건 네가 내 취향의 미인 누님이었을 때 얘기지! 넌 나한테 레벨 다운보다 더 중요한 얘기를 하지 않았고 속였어! 배신당한 이 마음에 대체 어떻게 사죄할 거야? 엉?!” “자네는 정말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구먼. 그래. 이 몸이 어떻게 해주길 바라나?” “바라는 것 따윈 없어! 아까 그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상 네놈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흠. 이 몸의 처녀를 가질 수 있는 영광을 주지. 그럼 됐나?” “되긴 뭘…응? 네? 뭐라고요?” “처녀 말일세. 처녀. 영광으로 생각하게나.” 그러고 보니 레벨이 1이었던 시기의 모습이라는 소리를 했었지. 그 말은 즉, 처녀일 때 몸으로 돌아왔다는 말이렷다! 게다가 아까 내가 아무리 애무해도 무반응이었던 건 레벨 차이 때문이었다는 뉘앙스의 말도 했다. 하지만 디아나의 레벨이 1로 돌아온 지금, 오히려 구원의 레벨이 디아나보다 훨씬 높아진 상황이다. 한마디로 구원은 눈앞에 있는 미소녀의 처녀를 유린하며 스킬을 사용해 쾌락에 빠질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이다. 꿀꺽 구원은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고 디아나를 빤히 응시했다. “자, 그럼 어서 시작하도록 하게. 아무래도 레벨 1은 여러모로 불편해서 말일세. 물론 스킬도 제대로 사용하게나. 그걸 경험하기 위해 전생 마법까지 사용했으니 말일세.” 그 말로 구원은 깨달을 수 있었다. 디아나는 섹스 그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다. 말 그대로 레벨을 올리기 위해 해야 하는 과정으로만 생각하는 모양. 구원과 섹스를 하는 것도 오로지 성자의 스킬이 가지는 특수성에 관심이 있을 뿐이다. 아까는 더 자랄 거니 뭐니 말했지만, 성자의 스킬을 전부 경험해보고 분석이 끝나면 떠나버릴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그런 건 싫었다. 이 정도의 미소녀에 레벨만 올리면 대마법사가 되는 게 확정된 인재다. 그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 기회를 살려야지. 디아나가 얼마나 경험이 풍부한지는 모른다. 그 정도 고레벨이었던 애다. 게다가 만약 전생 마법을 처음 쓰는 게 아니라면? 구원이 게임을 통해 얻은 경험까지 포함하더라도 발끝에도 이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섹스에 저렇게 초연할 수 있겠지. 하지만 지금 디아나는 고작 레벨 1에 성자의 스킬도 제대로 맛본 적 없는 몸이다. 마음먹고 제대로 함락시키려고 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게임도 아니고 그런 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시도해볼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잘되면 좋은 거고. 안 되도 그저 스킬을 열심히 썼을 뿐이라는 변명이 가능해진다. 좋아. 괜찮을 거야. 난 할 수 있어. 조교 같은 건 게임하면서 수도 없이 해봤잖아? 고작 레벨 1따위야 식은 죽 먹기지. 구원은 스스로에게 들려주듯 끊임없이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디아나에게 손을 뻗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후원해 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며칠만 빨리 연재를 시작했으면 만우절에 맞춰서 복상사 엔딩도 쓸 수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사실 절단이라고 했지만 저번 화는 적당한 곳에서 끊은 겁니다. 바로 섹스 신으로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었거든요. 코멘트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죄송하지만 오늘부터는 답변을 필요로 하는 것 같은 코멘트에만 답변을 드리도록 할게요. 무꾸914 //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많이 당하다보니 어느 샌가 익혀진 모양이네요. redwine180 // 주인공의 성욕이 기본적으로 왕성한 것도 있지만 환경적인 요인도 한 몫합니다. 현실 동정이라서 섹스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이 레벨 업이라는 이유로 섹스에 개방적인 세계에 떨어진 거죠. 원래는 말거는 것조차 꿈도 못 꿀 미인들과 섹스를 할 수 있다는 상황이 주인공을 더욱 부추긴 겁니다. 이것도 아마 경험을 쌓다보면 차츰 나아지겠죠. 27==================== 대마법사 “히아아아앗!” 구원이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키고 많이 아담해진 디아나의 가슴에 손을 가져다대자, 디아나의 몸이 마치 작살에 맞은 물고기처럼 퍼덕이며 주저앉았다. 깜짝 놀란 구원은 황급히 디아나의 가슴에서 손을 뗐다. 뭐, 뭐야 이거. 무섭게 왜 이래. 아무리 레벨 1이라지만 이거 너무 반응이 과장된 거 아니야? 구원은 이상한 마음에 황급히 스킬창을 열어봤다. 성자의 손길 23 액티브 스킬 소모 : 자원 23 성자의 기운을 둘러 대상에게 주는 쾌감이 증가합니다. [23분]동안 접촉한 대상에게 [230]만큼의 쾌감을 추가로 줍니다. 이 기술은 시전자의 의지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헐. 언제 레벨이 이렇게 많이 올랐냐? 아까 디아나한테 스킬을 계속 사용한 게 스킬 숙련도를 엄청나게 올려 준건가? 하긴 까마득한 고렙 상대로 스킬을 마구 실행한 거니 그럴 수도 있겠다. 게다가 어제 사라와의 경험과 방금 복상사당할 뻔한 일로 새로 배워진 건지 못 보던 스킬들도 보이고, 성자 레벨이 엄청나게 올라서 새로 배울 수 있는 스킬들도 엄청나게 늘었다. 구원은 일단 제일 필요해 보이는 스킬 하나를 찾아 포인트를 투자했다. 절정 속박 1 액티브 스킬 소모 : 자원 1 대상의 쾌감은 유지시킨 상태로 절정만을 막습니다. [1분]동안 대상이 절정에 이르지 못하게 됩니다. 이 기술은 시전자의 의지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그레이트 어스 게임의 간판 기술 중 하나인 이 기술은 그 유용성으로 설문조사에서 유저들이 가장 선호하는 스킬 1위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한 스킬이다. 25레벨에 배울 수 있는 스킬이었는데 설마 디아나와의 섹스 한 번으로 그 레벨을 아득히 뛰어넘어 버릴 줄이야. 레벨이 낮아서 1분마다 다시 걸어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것만 주의하면 최고의 기술이다. 구원은 당장 디아나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 다시 그 가슴에 손을 뻗으려고 했다. “자, 잠깐만 기다려보게.” “응? 왜?” “일단 스킬은 사용하지 말고 한 번 하는 게 어떻겠나? 이대로 스킬까지 사용하면 이 몸이 복상사하겠네.” 디아나가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호소해오자, 구원의 마음도 조금 약해졌다. 게다가 만약 정말로 디아나가 복상사하기라도 하면 구원만 손해다. 일단은 스킬은 봉인해두기로 할까? 그래봤자 패시브 스킬이 더 많은 성자의 특성상 큰 의미는 없지만.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해제하고, 다시 일어선 디아나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흐그윽, 흐윽, 학, 아아.” “스킬 풀고 만졌는데도 상당히 민감하네?” “히윽, 자, 자네는, 흑, 대체, 아아, 레벨 차이가, 흐윽, 얼마나 난다고, 흐그윽.” 아 그런가. 삽입뿐만이 아니라 이런 단순 애무조차도 레벨 보정을 받는 건가. 게다가 내 경우엔 섹스에 관해선 레벨 보정보다 훨씬 더 보정이 큰 성자 레벨 보정까지 더해지니까 말이지. 그저 가슴을 애무하고 있을 뿐인데 디아나는 제대로 대답조차 하기 힘들어 보였다. 아까는 그렇게 만지고 빨아도 무반응이었던 걸 생각해보면 감개무량한 반응이다. 아까랑 비교해서 만질 면적이 상당히 줄어들은 건 불만이지만. 구원은 부피가 줄어들은 가슴을 잠깐 조물거리다가 곧 그 한 가운데에 있는 것에 관심을 가졌다. 아까는 딱딱해지지도 않았겠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유두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두고 유륜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디아나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히그으으윽! 하아, 하아.” “뭐야? 벌써 그렇게 느끼는 거야? 아깝잖아.” 레벨 1이 상대라 경험치가 얼마 들어오지도 않겠지만, 그래도 경험치는 경험치다. 삽입도 하지 않고 절정을 느끼게 하는 건 경험치 손실인데 말이지. 구원은 유두를 엄지와 검지로 집어 빙글 빙글 돌리면서 절정 속박을 걸었다. 오? 점점 딱딱해지는데? “그, 그렇게 느낀다면, 하아, 어, 어서, 흐윽, 삽입이나, 하으윽, 하게.” “그냥 하면 아프잖아. 좀 젖으면 하려고 했지.” “이, 히익, 이미, 하아앗, 추, 충분.” “응? 그래?” 구원은 오른손을 디아나의 음부로 가져가 가볍게 훑어봤다. 진짜네. 가볍게 훑은 것만으로도 구원의 손이 흠뻑 젖을 정도로 디아나의 음부는 홍수가 난 상태였다. “하으으으읏!” 그 느낌에 결국 디아나의 다리가 풀리며 구원에게 안기는 자세로 넘어졌다. 하지만 절정 속박이 걸려있는 상태다. 절정에는 달하지 못하겠지. “하아, 이, 히익, 이게, 대체.” “아 미안. 경험치가 아까워서 잠깐 스킬로 막아뒀어. 이제 넣을게.” 아 떨린다. 어떤 의미로는 이게 첫 경험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좋아. 간다. 구원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디아나를 안아들어 침대에 눕히고 다리를 M자 모양으로 만든 후 양물의 끝부분을 음부 입구에 맞췄다. “하아, 하아, 처, 천천히, 부드럽게 하게. 이 몸이 처녀란 사실을 잊지 말게나.” “걱정 마. 안 아플 거야.” 구원 웃으며 디아나를 안심시켰다. 진짜로 안 아플지는 모르겠지만 힐링 섹스가 있으니까 금방 나을 건 확실하다. 아니면 좀 더 확실하게 하는 게 좋을까? 구원은 절정 속박의 남은 시간을 확인하며 다시 디아나의 유두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검지로 빙글빙글 돌리듯이 자극하자, 디아나의 몸이 마치 핸드폰 진동처럼 떨어댄다. “흐으윽, 왜, 왜….” 절정 속박의 효과로 쾌감을 느끼면서도 절정에 달하지 못하고 있는 디아나는 상당히 괴로워보였다. “너 안 아프라고 이러는 거야. 조금만 참아.” 이정도면 되겠지? 구원은 다시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 절정 속박이 끝나는 타이밍에 맞춰서 성자의 손길을 발동한 손으로 딱딱해진 유두를 꼬집듯이 당기며 한껏 부풀어 오른 양물을 한 번에 삽입했다. “흐아아아아아앙!” 지금까지 억지로 달하지 못했던 반동이 온 건지 디아나는 지금까지 보인 반응 이상의 반응을 보이며 크게 절정에 달했다. 처녀이니만큼 삽입에 성자 보정도 무시하고 쾌감을 느끼지 못할까봐 성자의 손길까지 쓴 것이 정답이었던 것 같다. 이걸로 처녀막이 찢어지면서 생긴 상처는 다 나았겠지. 처녀막을 찢었다는 정복감과, 드디어 제대로 된 섹스를 했다는 성취감으로 구원의 정신 역시 한껏 고양됐다. 구원은 디아나의 호흡이 정돈되기를 기다릴 겸 양물을 넣은 상태로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질 안의 감촉을 즐겼다. 비교대상이 없으니 확실하진 않지만 이런 게 바로 명기라고 하는 걸까? 그렇게 느낄 만큼 디아나의 안은 상상 이상의 쾌감을 전달해줬다. 가만히 있는데도 질 벽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구원의 양물을 부드럽게 자극한다. 그나마 레벨이 압도적이니까 버티고 있지, 레벨이 비슷했으면 정말 조루처럼 찍 싸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는데? 실은 당장 움직이고 싶어서 미치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디아나는 처녀막을 뚫린 직후다. 조금만 참자. “이제 괜찮아?” “하아, 하아, 어떻게 된 건가? 분명 이 몸은 처녀였는데 아프지 않다니. 이것도 스킬인가?” 이런 상황에서조차 스킬을 신경 쓰다니. 과연 대마법사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건가. 놀라운 정신력이다. “간단해. 다치자마자 나은 거야. 내가 복상사할 상황에서도 살아난 거 봤잖아?” “과연. 그히이익!” 구원은 디아나가 괜찮은 것 같자,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스킬에 신경 쓸 여유가 있다는 말은 휴식은 충분했다는 뜻이겠지. 가만히 있는 와중에도 디아나의 질 안이 끊임없이 자극을 해오는 통에 지금까지 참고 있었던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사, 히익, 사람이, 말을.” “미안. 나도 급해.” 구원은 발정난 원숭이처럼 디아나의 허리를 붙잡고 힘차게 왕복운동을 했다. “하앗, 흐윽, 아아아, 아앙.” 디아나의 예쁜 얼굴이 쾌감으로 일그러지는 걸 보면서 구원은 내리찍듯이 힘차게 허리를 튕겼다. 디아나의 쾌감도 이제 한계를 넘어섰는지 눈가에 힘이 풀리고 입가에서도 칠칠맞지 못하게 침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싼다. 디아나.” “하앗. 아아, 아아, 아아앙.” 디아나는 구원의 말에 대답도 못하고 그저 흐느끼기만 했다. 구원은 라스트 스퍼트로 박차를 가하며 강렬하게 왕복 운동을 하다가, 디아나의 가장 깊숙한 곳에 힘껏 박아 넣으며 사정을 했다. 거대하다는 말이 어울릴 구원의 물건은 디아나의 몸 가장 깊은 곳까지 박아 넣었음에도 아직 그 길이가 남아있을 정도로 흉악했다. “으윽!” “흐아아아앙!” 한 번 사정을 하자, 그때까지 원숭이처럼 허리를 흔들던 구원도 조금은 침착해졌다. 후우, 남자에게 현자타임이 없었으면 큰일 날 뻔 했어. 조교하겠다고 마음먹었던 놈이 이게 뭐하는 짓인지. 하긴 실질적인 첫 경험이니 이 정도는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자. 지금부터 잘 하면 되지. 디아나의 얼굴로 시선을 향하자, 안면근육이 풀린 건지 흐물흐물하게 녹아 칠칠맞지 못한 표정이 된 미소녀의 얼굴이 보였다. 스킬을 안 썼는데도 이정도 반응이라면 의외로 쉽게 함락될지도 모르겠는데? 구원은 눈물로 젖은 디아나의 뺨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키스해도 돼?” “하아, 아, 하아, 안된, 다.” 아까 키스를 거부한 걸 떠올리고 물어봤지만, 디아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완고히 거절했다. 으음. 역시 레벨이 낮아졌다고는 해도 대마법사는 대마법사라는 건가. 보통 정신력이 아니다. 구원은 일단 디아나의 쾌감을 증폭시키는데 힘쓰기로 했다. 어차피 구원이 딱히 대단한 노력을 안 해도 이대로 가면 결국 디아나에게도 한계가 올 거다. 섹스 부스트 3 패시브 스킬 섹스를 하는 동안, 시전자와 대상이 받는 쾌감이 1피스톤에 [0.03%]씩 증가합니다. 이 기술은 시전자가 절정에 이를 때까지 중첩이 유지됩니다. 아마 어제 사라를 회복시키면서 익혔을 이 스킬 덕분에 말이다. 내가 싸버리면 중첩이 초기화되는 단점이 있지만, 그 단점은 바로 절정 속박을 스스로에게 거는 걸로 없앨 수 있다. 즉, 내가 쾌감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건 절정 속박을 풀지 않는 한 디아나는 무한히 증가하는 쾌감 속에 결국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져서, 구원은 조교 같은 거에 신경 쓰지 말고 현 상황을 즐기는데 집중하기로 했다. 제대로 된 섹스는 처음으로 하는 거다. 정신줄 놓고 허리만 움직이는 것도 문제지만, 이상한데 신경 쓰느라 제대로 못 즐기면 그것만큼 멍청한 짓도 없지. “아앙, 하앗, 흐윽, 아아아.” 구원이 다시 피스톤 운동을 시작하자, 그에 맞춰 악기가 연주되듯이 디아나의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방금 전 구원의 사정으로 디아나의 레벨이 올라서 그런지, 아까보다 질 안이 더 부드럽게 양물을 감싸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슬슬 스킬을 써도 될까? 시험 삼아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키고 디아나의 허벅지 안쪽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바로 신호가 왔다. “하아아아앙!” 순식간에 다시 절정에 달한 디아나가 음부를 조이며 강하게 퍼덕였지만, 구원은 꾹 참고 디아나의 몸을 억누르며 더욱더 강하게 허리운동을 반복했다. “자, 잠깐, 흐윽, 정말로, 히익, 안, 흐윽, 죽어, 하앗.” “걱정 마. 내가 경험해봐서 아는데, 진짜 죽을 거 같으면 아무 말도 못해.” 아직 스킬을 쓰긴 조금 위험한가? 아니면 유독 스킬 레벨이 높은 성자의 손길을 써서 그런가? 이번엔 성자의 성수를 발동하고 쫑긋 서있는 유두를 가볍게 혀로 핥아봤다. “흐아아아아앗!” 디아나는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휘저으며 반응했지만 이것 한 번으로 절정까지는 느끼지 않은 모양이다. 좋아. 이정도면 되겠는데? “디아나. 부탁이 있는데.” “흐윽, 뭐, 뭔가.” “나한테 볼 일이 없어져도 파티를 떠나지 말아줘.” “히익. 그, 그게, 흐윽, 무슨.” “말 그대로의 뜻이야. 내 스킬을 다 분석해도 파티를 떠나지 말아달라고.” “어차피, 흐윽, 파악, 아앙, 하는 건.” “그래도 혹시 모르잖아. 난 확실한 걸 원해. 무슨 계약 같은 거 없어? 어기면 마나를 전부 잃는 다든가.” “마, 마나의, 흐윽, 계약은, 하앙, 절대.” 되는대로 말해본 건데 정말로 있는 모양이다. 판타지 세계의 정석이라면 정석인가? “이래도 안 돼?” 구원은 절정 속박을 걸고 성자의 성수를 발동시킨 후 디아나의 유방을 크게 베어 물었다. 입술로 몰캉몰캉한 느낌을 즐기고는 혀를 움직여 쓰윽 쓸어 올린 후 유두를 베어 물고 살짝살짝 씹어주자, 곧 맹렬한 반응이 왔다. “히그으으으윽! 하악! 핫! 왜, 흐윽!” “계약을 해준다고 할 때까지 계속 오르가슴까지 도달 못하고 그 상태일 거야. 순순히 해주는 게 어때?” “흐윽, 그, 그것만은, 하악, 절, 절대, 흐아앙.” 디아나는 마치 절정을 원하는 것처럼 스스로 허리를 돌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몰려도 자기 마나를 전부 잃을 수도 있는 계약을 하기는 싫은 모양이다. 으음. 아무리 그래도 여자애가 우는 걸 보니까 마음이 약해지네. 오늘만 기회가 아니니 일단 오늘은 이쯤에서 포기해야하나? 똑똑 “구원, 잠깐 괜찮아요?” 그때 밖에서 노크 소리와 함께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작품 후기 ============================ 쿠폰 후원해준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사라의 등장을 원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마지막에나마 등장 시켰습니다. 마녀서윤 // 까먹고 안썼네요. 다음화나 다다음화쯤에 본문에 쓰겠습니다. JHimprovise // 매우 매우 많습니다. 쏘쏘해 // 비슷한 상태입니다. 저번화 답글로 설명한 환경적 요인에 부가설명을 하자면 현재 주인공은 목적이 없죠. 게임 폐인이었는데 이 세계에는 게임도 없고, 그렇다고 게임하는 기분으로 던전을 공략하기엔 목숨이 걸려있다는 리스크가 너무 크죠. 굳이 던전 깊이 안 가고 늑대만 잡아도 먹고 살기엔 지장이 없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섹스가 목표처럼 되있는 상황입니다. 그 외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28==================== 대마법사 “으, 응?! 아니! 잠깐 열지 마! 나 다 벗고 있어!” “으으읍! 으읍!” 구원은 황급히 디아나의 입을 막아 소리를 억누르고 외쳤다. “…괜찮아요. 오히려 잘 됐네요. 들어갈게요.” 뭐가?! 뭐가 괜찮은데?! 뭐가 잘 된 건데?! 서서히 열리는 문을 바라보며 구원의 뇌가 풀가동하기 시작했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면 좋지? 그때, 구원의 시야에 침대 밑으로 내팽겨진 이불이 눈에 들어왔다. 구원은 레벨 업으로 더욱 향상된 신체능력을 극한까지 발휘해 순식간에 행동으로 옮겼다. “구원? 뭐하고 계신 거예요?” “어? 아, 아니 다 벗고 있었다니까. 창피하잖아.” 다행이도 문이 완전히 열리기 전에 행동을 끝마쳐 아슬아슬하게 사라는 못 본 모양이다. 구원은 지금 침대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덮고 있었다. 물론 구원의 몸 위에 앉아있는 자세가 된 디아나는 아직도 그대로 박혀있는 상황이다. 목 부분까지 끌어올린 이불을 중간에 무릎으로 부자연스럽게 띄워 그 공간에 조그마한 몸집의 디아나가 들어가 있는 상황. 이상해 보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당신이 무슨 부끄럼타는 처녀도 아니고, 그게 뭐하는 거예요.” 사라도 황당한 듯이 구원을 쳐다보고 있다. “으윽. 신경 꺼. 난 섬세한 남자라고.” 왠지 무시무시하게 음부를 조여 오기 시작한 디아나 때문에 구원은 비집어나오는 소리를 억지로 억누르며 대답했다. “괜찮아요? 표정이 안 좋아요.” “아니. 윽.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무슨 일이야? 이 시간에 찾아오다니.” 게다가 디아나는 음부를 강렬하게 조여 올 뿐만 아니라 스스로 허리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원이 양 팔로 꽉 껴안은 상태로 입을 막고 최대한 억누르고 있어서 그나마 이불 위로는 그렇게까지 티는 안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대로 가면 버티기 힘들다. 얜 갑자기 왜이러는 거야. 너도 들키기 싫을 거 아니야. 가만히 좀 있어봐라. “말했잖아요? 어제 전투로 저도 느낀 바가 있었다고요.” “응? 그래. 그랬었지.” “그리고 오늘 전투로 확신했어요. 역시 강해지기 위해선 레벨 업이 병행돼야 한다고요.” “으윽. 그, 그렇구나.” “그래서 말인데요. 어차피 해야 한다면 동료인 당신과 하는 게 그나마 나을 것 같아서요. 당신이라면 탐욕적으로 제 몸을 바라지 않을 테고, 성자의 특성상 레벨 업도 더 빠를 거니까요.” 사라는 변명이라도 하듯이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그, 그래. 그거 잘됐네.” 평소라면 기뻐 날뛰었을 사라의 말이지만, 안타깝게도 구원은 사라의 말을 제대로 듣고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일단 대답은 어떻게든 하고 있었지만, 솔직히 디아나가 주는 쾌감을 억누르는데 모든 신경이 쏠려있어서 사라가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 상황이었다. 온몸이 구속된 상태에서도 디아나의 허리는 절묘하게 꿈틀대며 이젠 제대로 참기 힘들 지경까지 구원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럼…. 어쩔래요?” “응? 뭐, 뭐가?” “뭐긴 뭐에요. 그런 걸 제 입으로 말하게 할 셈이에요?” 미안한데 진짜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한참을 주저하던 사라는 구원이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가볍게 눈을 흘기더니 결국 결심한 듯 천천히 자신의 겉옷을 벗어갔다. 어? 어어? 지금 뭐하는 거야? “크허억!” “으으읍!” 사라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있던 구원은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가 벗으려고 하자 깜짝 놀라 그만 반사적으로 그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리고 그 행동이 디아나와의 연결된 부분을 강하게 움직이는 꼴이 되어버려 결국 구원은 참지 못하고 사정해버렸다. 디아나 역시 마찬가지였는지, 구원의 물건을 아플 정도로 조이며 온몸을 경련하듯이 바들바들 떨었다. “구원? 왜 그래요? 괜찮아요?” 사라가 보기에는 구원이 갑자기 몸을 숙이고 부르르 떤 걸로 보였겠지. 디아나의 억눌린 신음소리는 다행이 구원의 목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은 모양이다. “아, 아니. 그게,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서.” 그래도 한차례 사정을 하고 나자, 구원도 조금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여전히 양물은 디아나와 연결된 상태였고, 디아나의 명기는 스스로 꿈틀대며 구원을 자극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훨씬 상황이 낫다. 디아나도 절정에 이르면서 어느 정도 욕구해소가 된 건지, 더 이상 허리를 움직이지 않은 채 구원에게 가만히 안겨있었다. “어…음…그래서 뭐더라? 사라양? 갑자기 옷은 왜 벗으려고 하시는지?” “…당신 정말 제 얘기 제대로 들은 거 맞아요?” 미안. 하나도 제대로 못 들었어. “그러니까 레벨 업 말이에요! 레벨 업! 오늘 레벨 상승의 효과를 제대로 경험했으니까요. 저도 언제까지 고집만 부리고 있을 수 없잖아요. 무, 물론 레벨 업 때문에 하는 거지 다른 이유는 없으니까 착각하지 말아요!” 뭐라고! 얘가 드디어 눈을 떴구나! 아무래도 오늘 던전에서 레벨 업의 효과를 톡톡히 맛보자 사라도 강해지기 위해서 수단을 가리지 않을 결심을 한 모양이다. 구원은 그래도 지금까지 한 고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음속으로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지금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진짜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을 정도로 기뻤을 텐데. “음…그러니까 사라양? 물론 나도 동료로서 싫었을 텐데도 큰 결심을 해준 그 마음은 기뻐. 하지만 오늘은 이미 밤도 깊었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건 어떨지?” “…그게 무슨 소리에요?” 사라의 눈매가 날카롭게 번득였다. “이런 걸 밤에 하지 않으면 언제 한다는 말이에요? 낮에는 던전에 가야 하잖아요. 아니면 뭐 다른 볼 일이라도 있나요?” “으, 응? 아니, 그럴 리가?” “그럼 뭔가요? 제 몸에 매력이 없단 말인가요? 안을 마음도 생기지 않을 정도로?” 아무래도 구원이 신뢰를 주려고 사라한테 툭툭 던졌던 말들을 의외로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뭔가요?! 남의 처녀도 멋대로 가져간 주제에!” “엥?! 처, 처녀?!” “그래요! 어제 제 동의도 없이 뺏어갔잖아요!” “아니, 그래도 레벨이….” “전부 사냥으로 올린 거예요! 뭐 불만 있어요?!” 사라가 구원을 엄청난 기세로 노려봤다. 왠지 눈가에 물기까지 맺혀있는 게 도저히 거짓말론 보이지 않는다. 설마 처녀였다니. 그땐 정신이 없어서 처녀막 뚫는 느낌 같은 건 당연히 느낄 정신도 없었고, 피가 나왔다고 해도 서로 피범벅이었으니 알아챌 수 없을 상황이어서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 전혀 불만 없어! 미안해! 정말 몰랐어!” “…아니에요. 저야말로 미안해요. 그 얘긴 다 끝난 얘기였는데.” 구원이 곧장 고개 숙이며 사과해오자, 사라도 처녀까지 가져간 구원이 자기 몸에 관심이 없다는 생각에 잠깐 열이 올랐던 것뿐인지 바로 솔직하게 사과해왔다. 구원은 상황에 맞지 않게 그런 사라가 조금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얘도 그냥 강한 척을 했을 뿐이지 의외로 마음이 여린 애구나. “아니야, 처녀였으면 그렇게 끝낼 얘기가 아니지. 정말 미안해. 그땐 제정신이 아니라 전혀 눈치 못 챘어.” 그래도 이 이상 뭐라고 해야 하지? 고마워? 사라는 본인의 의지로 처녀를 준 게 아니다. 이건 조금 이상하다. 그렇다고 계속 사과하기엔 사라가 다 끝난 얘기로 생각하고 더 언급하기를 꺼리는 눈치다. 구원과 사라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맴돌았다. “…그래서 어쩔 거예요?” 한동안 맴돌던 어색한 침묵을 깨고 사라가 말했다. “음…그러니까…실은 그게 말이지….” 구원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지금은 절대 이불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도 부자연스럽게 부풀어있는 이불 아래에서는 디아나가 숨죽인 채 구원과 연결되어있다. 사라가 드디어 섹스를 할 결심까지 하게 됐는데 이런 꼴을 들켰다가는 구원에게 학을 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사라와 섹스를 거부하자니, 방금 사라의 태도를 볼 때 적지 않게 상처를 받을 것 같다. “뭐에요? 뜸들이지 말고 싫으면 싫다고 남자답게 확실히 말해요.” 쿨한척 하지마라. 처녀까지 강제로 가져간 놈이 너랑 섹스하기 싫다고 하면 진짜로 등 뒤에서 찌르는 거 아니야? 뭐라고 말해야하지? 뭐라고 변명해야 이 위기를 타파할 수 있지? 아! 그래! 일단 아무 변명이나 대서 사라를 방으로 돌려보내고 내가 그 방으로 찾아간다고 할까?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 위기를 타파하고 사라랑 섹스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구원은 입을 열기 주저하고 말았다. 아무래도 디아나가 걱정된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가만히 있을 수 있나? 이불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디아나는 말 그대로 미동조차 안하고 있다. 얘 어디 잘못된 거 아니겠지? 그리고 이대로 사라랑 섹스하러 가는 건 너무 쓰레기 같지 않아? 구원이 사라의 방으로 가버리면 오늘 처녀막이 뚫린 디아나는 혼자 내버려두게 되는 꼴이다. 대체 혼자 남겨진 디아나는 어떤 기분이 들까? 아무리 구원이 섹스에 혈안이 되어있다지만 그래도 아직 인간으로서 양심이 남아있는데 그런 쓰레기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지? 어쩌면 좋지?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구원의 시야에 문득 정기 게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이 변명이라면! “잘 들어. 사라야. 시, 실은 말이야 사라야.” 구원은 최대한 목소리를 낮게 깔아 무게를 잡으며 말했다. “남자에게는…한도라는 게 있어.”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러니까 여자랑 다르게 말이지, 남자에게는 관계를 맺을 때 엄연히 횟수에 한계가 존재해. 무슨 말인지 알겠어?” “네, 네? 그게 무슨….”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하자면 말이지. 어제 너무 무리해서 지금 도저히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구원은 비통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리 단순히 레벨 업을 위해서라지만 나도 남자니까 너 같은 미인이 안아달라고 하는 게 엄청나게 기뻐.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봐도 지금 내 아래 달려있는 녀석이 도저히 커질 생각을 하지 않아. 이건 결코 네가 매력이 없어서가 아니야. 이건 단지, 단지 내가 못난 탓이야.” 물론 아직도 디아나와 연결된 채 지속적으로 자극을 받으며 빳빳하게 서 있지만 구원은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이건 다 사라가 상처받지 않고 원만하게 해결되기 위해서 하는 선의의 거짓말이야. “정말 미안하지만 오늘은 도저히 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그, 그렇군요.” 정말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남자의 표정을 짓고 있는 구원의 혼신의 연기에 사라도 압도되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찾아왔을 텐데 정말 미안해. 내일은 절대 괜찮을 테니까.” 구원은 왠지 지금 상황이 발기부전에 걸린 남편을 둔 부부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열연을 펼쳤다. “아뇨. 저야말로 그런 사정이 있는 줄도 모르고…. 미안해요.” 어제까지 처녀였는데 당연히 모를 수도 있지. 오빠가 다 이해한다. 구원은 연기에 너무 몰입해서 그런 생각을 하며 괜히 사라를 대견해했다.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잘 자요.” “응. 그래. 내일은 오늘 못한 것까지 합쳐서 열심히 할게. 잘 자.” 그렇게 사라가 방을 나갔지만, 구원은 방심하지 않았다. 안심하고 있을 때가 언제나 가장 위험한 법이지. 사라가 나가고 혹시 다시 들어올까 싶어서 충분한 시간을 기다렸지만, 우려하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디아나? 괜찮아? 살아있니?” 그제야 구원은 이불을 들추고 디아나를 살펴봤다. “…….” 이불 안의 모습은 뭐라고 표현해야 좋을까…. 처참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었다. 디아나의 예쁜 얼굴은 눈물과 콧물과 침으로 범벅이 되어있었고, 사지는 힘없이 축 늘어져있다. 구원과 연결된 하반신은 마치 오줌이라도 싼 것처럼 홍수가 나있었다. 사라에게 들켜도 이상하지 않은 그 위기 상황에서 간도 크게 잠든 건 아닐 거다. 아까 엄청 경련한 다음에 갑자기 잠잠해졌으니, 이건 기절한 거라고 생각해야겠지? 디아나의 겨드랑이 손을 넣어 들어 올리자, 그때까지 구원과 연결되어있던 음부 안쪽에서 애액과 정액이 뒤섞인 액체들이 흘러 나왔다. 얼굴을 더럽히고 힘없이 사지를 흔들거리며 축 늘어져있는 그 모습을 보자, 구원은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정신력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기절할 상황까지 몰렸는데도 끝까지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마나의 계약인지 뭔지를 안하다니. 얜 대체 정신력이 얼마나 강한거야. 그보다 이거, 내가 전부 정리해야겠지? 이대로 그냥 잘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마 여자애 몸을 씻겨줘야 할 날까지 오게 될 줄이야. 구원은 두 팔로 디아나의 등과 오금 쪽을 각각 받쳐 안아들고 욕실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29==================== 대마법사 그렇게 격정의 밤을 보냈지만, 다음 날 아침에도 구원은 여전히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어제는 그 이후로 제법 고생했다. 기절해있는 디아나의 온몸을 구석구석 만지며 씻겨주는데, 기절한 애 상대로 다시 덮칠 수도 없고 꼴려서 돌아버리는 줄 알았다. 그렇게 해댔는데도 성욕이 남아있다니. 성자가 돼서 정력이 강해진 건 좋지만, 오히려 그게 불편한 경우도 있구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는 건가? 아니 이 경우엔 조금 안 맞는 말인가? 어쨌든 디아나를 말끔히 씻기고 침대 시트도 새로 갈고 나니 상당히 늦은 시간이 되어버려서 구원도 얼른 잠이 들었다. 물론 디아나와 같은 침대에서. 어쩔 수 없잖아. 침대가 하나밖에 없는 방이니까. 불가항력이다. 미소녀와 같은 이불을 덮고 잠이 든다는 꿈같은 상황을 연출하려는 의도는 정말 조금밖에 없었다고.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니, 디아나는 여전히 새근새근 잘만 자고 있다. 어제도 결국 씻기는 내내 전혀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었고, 피곤하긴 했나보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애라도 신체는 미경험인 상태로 돌아간 거니 어쩔 수 없나? 그건 그렇고 아침에 눈을 뜨자 바로 옆에 이런 예쁜 애가 잠들어있다니 이 세계에 오기 전에는 상상도 못할 광경이다. 굳이 섹스를 하는 게 아니더라도 여자애랑 이러는 거 왠지 좋구나. 섹스와는 다른 충족감이 느껴진다. 구원은 빠져들 듯이 디아나의 얼굴을 지긋이 응시했다. 어제는 전생 전의 모습이 너무 압도적으로 아름다웠던 탓에 실망도 했었고, 섹스에 빠져서 정작 제대로 관찰할 생각을 못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보니 정말 예쁜 얼굴이구나. 이렇게 조그만 얼굴에 큼지막한 눈과 자그마한 코, 귀여운 핑크빛 입술이 전부 들어가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기적의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분명히 어린 얼굴인데도 어딘가 모르게 그 모성애가 느껴지는 포근한 인상이 제대로 남아있다. 나이가 많다는 선입관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뿐인가? 어찌됐든 엄청난 미모다. 하긴 이대로 성장하면 어제 봤던 그 전생 전의 슈퍼 미녀가 되는 거다. 아무리 레벨 보정이 있었다고는 해도 원판이 이렇게 예쁘지 않으면 그런 결과는 안 나오겠지.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구원이 그렇게 디아나의 미모에 빠져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 디아나가 드디어 부스스하게 눈을 떴다. “잘 잤어?” “으음? 음…. 좋은 아침일세.” 디아나는 아직 완전히 깬 건 아닌지 비몽사몽하며 대답했다. 전생 전부터 목소리와 말투가 안 어울리긴 했지만, 더 어려진 목소리로 저런 말투를 쓰니까 진짜 위화감 장난 아니네.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으음? 뭐가 말인가?” “어제 기절했잖아. 기억 안나?” “으음. 그랬지. 이 몸이 섹스로 기절한 게 대체 얼마만인지…. 전용 직업과 스킬의 힘이 확실히 무섭기는 하구먼.” “하하. 그렇지? 사라 왔을 때 그렇게 움직여댄 건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 “사라? 사라가 대체 왜 나오나? 어젠 자네와 섹스를 하다가 자네가 마나의 계약을 강요하는 걸 거절하고 그대로….” 아무래도 사라가 왔을 때 기억은 없는 모양이다. 그럼 어제 미친 듯이 허리를 움직여댔던 건 뭐지? 무의식중에 했다는 말인가? “그래. 자네. 거기 정좌하고 앉게나. 좀 얘기 좀 하세.” 갑자기 디아나가 근엄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그래봤자 구원보다 어린 얼굴이라 그다지 박력은 없지만, 구원은 지은 죄가 있어서 순순히 침대위에 정좌를 하고 앉았다. “어제 그건 대체 뭐였나?” “뭐, 뭐가 말씀이신지?” “마나의 계약을 강요한 것 말일세. 자네 마법사에게 마나의 계약을 요구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나 있는 건가?” “아뇨. 싫은 그런 게 있는지도 정확히 모르고 그냥 막 던져본 거였는데요….” “하아…. 앞으로 조심하게나. 마법사에게 마나란 스스로의 목숨보다도 중요한 것. 마나의 계약은 말 그대로 목숨 이상의 것을 걸라고 요구하는 행위야. 자네가 아무것도 모르는 이방인만 아니었으면 크게 혼을 냈을 걸세.”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어차피 레벨이 초기화된 디아나가 구원을 혼낸다고 해봤자 뭘 어쩌겠나 싶었지만, 구원은 순순히 사과했다. 그저 디아나가 갑자기 휙 떠나버리는 걸 막기 위해 좀 확실히 해두고 싶었을 뿐인데 목숨보다 소중한 걸 걸라고 강요하는 건 확실히 잘못했다. “그리고 마나의 계약을 써서 까지 확실히 하고 싶었던 게 고작 파티를 떠나지 말라는 거라니. 이 몸이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자네는 10살 먹은 어린아이인가?” …부정할 수 없다. 정확히는 전생 전의 모습에게 반한 거지만 구원은 확실히 디아나에게 한 눈에 반했었고, 대마법사니 뭐니 핑계일 뿐 그저 곁에 두기 위해 어린애처럼 떼를 썼을 뿐이다. 내가 연예경험이라도 있었으면 어떻게 잘 구슬려볼 생각이라도 했을 텐데. 제대로 연애를 경험해본 적이 없으니 사라 때도 그렇고 디아나 때도 그렇고 막상 맘에 드는 여자를 잡아두려는 행위가 완전히 초등학생 수준이다. 구원이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자, 디아나도 구원이 충분히 반성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아….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아마 자네가 죽을 때까지 이 몸이 어디 갈 일은 없을 걸세. 레벨의 한계를 초월하는 방법은 이 몸이 무수한 세월을 거쳐서도 도달하지 못한 영역. 그렇게 금방 해결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는 마치 장난꾸러기 손자를 바라보는 듯한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구원을 쳐다봤다. 외모는 나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애가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니 묘한 기분이다. 그래도 죽을 때까지 같이 있을 거라는 말을 듣고 한 편으로는 기쁜 마음이 들었다. 그 전제조건이 디아나가 자기가 바라는 영역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는 건데도 기쁘게 생각하다니. 역시 난 어쩔 수 없이 이기적인 놈이구나. “어떤가? 이제 좀 안심이 되나?” 디아나는 여전히 할머니 같은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구원을 놀리듯 물어봤다. “시끄러워. 일어났으면 씻고 가서 밥이나 먹자.” “허허. 녀석. 부끄러워하기는.” 구원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놀리는 디아나를 애써 무시하며 구원은 세면대로 향했다. 어제 밤에는 엉엉 울면서 나한테 매달린 주제에 저런 능글맞은 태도라니. 역시 나이는 헛먹은 게 아니란 건가. 대충 씻고 디아나가 씻을 동안 사라의 방을 노크하여 깨우고 식당으로 내려왔다. 이른 아침이라 아직 사람도 거의 없는 식당은 찬 공기가 유독 상쾌하게 느껴졌다. 어제 아침에는 그렇게 꿀꿀한 기분으로 일어났는데 하루 만에 이렇게 상쾌한 기분이 될 수 있다니. 역시 사람 일이란 건 모르는 거다. “좋은 아침이에요.” “응. 안녕.” 구원이 한창 인생에 대해 철학적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사라가 내려왔다. 디아나 얘는 더 먼저 일어난 애가 왜 아직 안 내려오고 있지? “기분 좋아 보이네요. 무슨 일 있어요?” “응? 아니야. 그냥.” 오늘 얘랑도 섹스를 하기로 했지. 오늘도 쿨한 사라의 예쁜 얼굴을 보자 더욱 더 기분이 좋아졌다. 세상이란 아름답구나. 그때 계단에서 디아나가 내려왔다. “아, 디아나! 여기야!” “네? 디아나님? 하지만 저 모습은….” 그러고 보니 사라는 디아나가 전생하고 처음 보는 거지. 디아나는 어제 걸쳤던 그 로브 걸치고 끝자락을 땅에 질질 끌면서 다가왔다. 그나마 오늘은 로브에 딸린 후드는 하고 있지 않고 있다. “흠. 잘 잤나?” “네? 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실은 어제 디아나가 전생을 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바로 우리 파티의 마법사로 모셔왔다! 잘했지?” “네?! 지고의 마법사님이 전생을 한다는 동화책 얘기는 사실이었군요!” 동화책? 아, 그래서 지고의 마법사는 알면서 디아나란 이름은 몰랐던 거냐. “음. 그렇게 됐다네. 앞으로 잘 부탁하네.” “아뇨. 저야말로. 지고의 마법사님이 같은 파티원이라니….”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의 표정은 왠지 복잡해보였다. “이제부터 같은 파티원이니 너무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되네. 편하게 디아나라고 부르게나. 사실 전생을 한 터라 어제 같은 활약은 불가능할 걸세.” “그러고 보니 너 직업 레벨은 어떻게 되는 거야? 그것도 전생하면서 전부 초기화된 거야?” “아니. 직업 레벨은 숙련을 나타내는 거니 말일세. 기억까지 과거로 되돌아 간 것은 아니니 초기화되지 않았네. 레벨 제한으로 봉인되어있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 “한마디로 레벨만 올리면 직업 레벨도 자동으로 올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거지?” “음. 정확하네.” 완전 사기잖아. 성자의 사기성 중 하나가 레벨을 올리면 직업 레벨도 같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디아나는 한마디로 그걸 패시브로 장착하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 하긴 그러니까 아무 주저도 없이 전생 마법 같은 걸 쓸 수 있었겠지만. “그런데 그 로브는 아직도 걸치고 다니네?” “음?! 뭐, 뭐 그렇지. 익숙해져서 그렇다네. 별 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말게.” 디아나가 갑자기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얘 갑자기 왜 이래? “그래? 그래도 후드는 안 썼잖아?” “으, 음. 음. 이 몸도 좋아서 그렇게 뒤집어쓰고 있었던 게 아닐세. 매력이 너무 높으면 여러모로 귀찮은 일이 생기는 법이지.” “자기 외모에 너무 심하게 자신감 있는 거 아니야?” 확실히 저런 자신감을 가져도 될 만큼 말도 안 되는 미모긴 했지만 구원은 괜히 놀려봤다.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일세. 너무 높은 매력은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매혹의 효과를 가지지. 자네도 그 몸으로 직접 겪어보지 않았나.” “그게 무슨 말이에요?” 사라가 그 말에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꼈는지 날카롭게 반문했다. “음. 실은 말이지 이 자가 목숨 아까운지 모르고 이 몸에게….” “아아아! 맞아! 응! 후드 벗은 거 보고 넋이 나갔었지! 와 진짜 예쁘더라고!” 얜 부끄럽지도 않나 대체 뭘 당당히 말하려고 하는 거야! 구원은 필사적으로 소리치며 디아나의 말을 끊었다. 그런가. 내가 죽을 줄 알면서도 디아나한테 삽입한 게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내가 이래봬도 목숨 아까운줄 아는 놈인데 어쩐지 이상하더라. “…흐음. 그렇군요. 그러신가요.” 분명 디아나의 말은 중간에 커트했을 텐데 사라의 기분이 급격하게 나빠졌다. 구원도 이제 슬슬 눈치라는 게 생겨서 바로 커버에 들어갔다. “사라도 레벨 올리면 언젠가는 그렇게 되는 건가? 이렇게 같이 있는 걸 보면 사라도 디아나한테 안 질 정도로 예쁘니 벌써부터 기대되네.” 그저 기분 풀어주려고 하는 입에 발린 소리도 아니다. 나란히 있는 디아나와 사라를 놓고 보면 그저 취향의 차이만 존재할 뿐 누가 더 예쁘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둘 다 우월한 미모를 자랑했다. 역시 파티원 잘 모았다. 내가 사람 보는 눈은 확실하단 말이야. “그, 그렇게 입에 발린 칭찬을 들어봤자 하나도 안 기쁘거든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싫지 않은 기색이었다. 얜 기본적으로 쿨한 표정이면서 은근히 태도는 알기 쉬운 것 같단 말이야. “그래서. 이제부터 어쩔 겐가?” “응? 뭐가?” “이 몸은 자네의 스킬을 관찰하는 게 목적이니 뭘 해도 상관없네만, 자네들은 던전에 가는 목적이 있을 것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그런 거창한 거 없는데. 던전 심층에 드나들 수 있는 모험가가 되면 여자들한테 인기 폭발해서 하렘상태가 될 수 있어! 라는 게 목표라면 목표였지만, 사라와 디아나를 양 옆에 낀 시점에서 벌써 목표를 클리어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둘 다 날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같이 잘 수는 있는 상태까지 됐잖아? 이 둘보다 예쁜 여자를 찾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안 들고 말이지. 이젠 던전에 갈 이유를 찾는다면 딱 하나밖에 없다. 바로 어제 사라를 도와주기로 다짐했던 거다. 그래. 어차피 딱히 목표도 없다. 우선은 이걸 목표로 설정하자. “그거 말인데. 우선 사라와 내 전투관련 직업 레벨을 올리는데 집중하고 싶어. 디아나와는 상관없는 얘기가 돼버리겠지만 괜찮을까?” “흠. 이 몸은 자네의 스킬을 관찰할 수만 있다면 상관없네.” “구원…. 고마워요.” 사라가 감격한 표정으로 구원을 바라봤다. 달리 목표도 없으니 그런 건데 저렇게까지 감동한 표정을 지으면 왠지 머쓱하네. “크흠. 어쨌든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깊이 내려가 보자.” 사실 어제 전생 전 디아나와 한 걸로 다시 한 번 폭업을 한 구원의 스탯을 생각해보면 조금이 아니라 몇 단계를 건너뛰어도 이상하지 않지만, 구원은 신중히 가기로 했다. 아무리 신체능력이 상승해도 싸움 기술, 즉 전투 직업 레벨이 상승하지 않으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다. 우선은 무투가 레벨을 올리는데 집중하자.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arz // 살짝 내용이 변경됐습니다. 할아버지를 죽인 모험가가 겁에 질려 도망치게 되죠. 저놔해 // 지적 감사합니다. 앞으로 주의해야겠네요. 30==================== 길드 퀘스트 “자, 그럼 얼른 던전으로 가 볼까?” “으, 음. 먼저들 가 있게.” 식사를 마치고 기세 좋게 일어난 구원에게 디아나가 제동을 걸었다. “응? 왜?” “이, 이 몸은 잠시 용무가 있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테니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게나.” 디아나가 왠지 수상하게 꼼지락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구원은 그 모습을 보고 촉이 발동했다. 그러고 보니…. “아, 맞다. 나도 할 일 있었는데 깜박했네.” “구원 당신도요? 별일이네요.” “미안미안. 나도 잠깐이면 되는데. 그럼 오늘은 아예 길드에서 모이는 걸로 할까?” “으음. 그러도록 하세나.” “사라야. 미안. 혹시 먼저 가면 할 만한 퀘스트나 있나 알아봐 줄래?” “네. 그러죠.” “그럼 난 먼저 가서 후딱 일 보고 올게!” 구원은 그렇게 내뱉고는 마치 정말 볼일이 있는 것처럼 재빨리 여관을 빠져나왔다. 물론 볼일 따윈 없다. 구원은 살며시 건물 구석에 숨어서 사라와 디아나가 나오길 기다렸다. 잠시 그렇게 수상한 자세로 기다리고 있자, 사라와 디아나가 같이 나와서는 몇 마디 주고받더니 갈라졌다. 사라는 길드로, 디아나는 시가지 쪽으로. 구원은 얼른 디아나의 뒤에 따라붙어 사라가 시야에서 사라지자마자 말을 걸었다. “어딜 그렇게 급히 가시나?” “으, 음? 자, 자네. 무슨 일인가? 용무가 있다고 하지 않았었나?” “생각해보니 굳이 지금 할 필요도 없겠더라고. 근데 어디 가는 거야? 어차피 길드에 가도 기다려야 될 거, 나도 따라가도 돼?” “으, 으음? 아니, 아니, 안되네. 이 몸 혼자 가야할 일일세. 먼저 가 있게.” “흐음. 수상해.” “뭐, 뭐가 말인가? 얼른 가게나.” “야. 솔직히 말해봐. 너 지금 로브 밑에 아무것도 안 입었지?” “자, 자, 자네는 대체 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겐가?!” 구원의 예상대로 디아나는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생각해보니 어제 얘가 텔레포트인지 뭔지 갑자기 나타났을 때 로브 아래 아무것도 안 입고 있었단 말이지. 그리고는 전생마법을 썼다. 레벨이 초기화된 지금 텔레포트같이 거창한 마법을 쓸 수 있을 리도 없으니 지금 디아나는 어제 구원의 방에 찾아온 그 모습 그대로라는 말이 된다. “당황하니까 더 수상한데? 사실대로 말하는 게 어때?” “사, 상대할 가치도 없군! 얼른 길드에 가서 기다리기나 하게! 이 몸은 바빠서 이만!” “자백 안하면 10초 후에 그 로브 벗긴다. 10…9…” 디아나는 재빨리 말을 마치고 그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신체능력이 압도적으로 차이나는 구원을 뿌리치는 건 애초에 불가능했다. “히익! 자, 자네! 인간으로서 해도 될 일과 안 될 일이 있는 걸세!” “8 제대로 옷 입고 있으면 아무 문제될 거 없잖아. 7…6.” “자네가 그러고도 정말 사람인가! 도저히 믿을 수 없군 그래!” “5…4…3” “자네 거기에 정좌하게. 이 몸이 사람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도리란 것을….” “2…1…0!” “히아악! 알았네! 알았네! 진정하게! 말로! 말로 하세나!” 구원이 숫자를 다 세고 로브 자락을 살짝 들어 올리자 그제야 디아나도 백기를 들었다. 살짝 들어 올린 로브의 틈 사이로 디아나의 새하얀 맨발이 보이는 걸 보면 빼도 박도 못하고 알몸이 맞는 모양이다. 후우. 이걸로 복수를 완료했다. 그러게 누가 아침에 사람을 그렇게 놀리래? 좀 더 놀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여기서 더 놀리면 뒷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그만 두기로 했다. 지금부터 같이 던전도 가야하고 말이지. “그러게 처음부터 자백했으면 좋았잖아.” “자네는 참으로 여인의 마음을 모르는군. 여인에게는 감추고 싶은 비밀이란 게 있는 법일세.” “어제 나한테 올 때부터 다 벗고 왔으면서 비밀은 무슨. 네가 노출증이 있어서 그러고 다닌다면 비밀로 할 만하겠지만.” “그, 그, 그,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누가 들으면 오해할 소리 하지 말게!” 디아나가 눈에 띄게 당황하며 얼굴을 붉히고 외쳤다. 그냥 한 말인데 이러니까 더 수상해 보이네. 혹시 정말로 노출증인가? “잘 듣게. 여기에는 심오한 사정이 있네. 먼저, 이 몸은 자네의 스킬을 시험해 볼 생각으로 자네를 찾아갔었지. 어차피 그런 스킬들이니 이왕이면 피부에 직접 닿는 게 좋고, 로브 위로 만지더라도 그 밑에 겹겹이 입고 있는 것보다는 최대한 가벼운 차림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뭐 그렇지.” “그래서 이 몸은 절차를 최소화하기위해 로브 아래 아무것도 안 걸치고 자네를 찾아간 걸세. 이 몸은 대마법사. 어차피 아공간을 이용해 물건을 보관하니 잠시 옷을 벗어두는 건 아무 문제될 게 없었지.” “서론이 긴데, 한마디로 아공간에 옷을 넣어놨는데 바보같이 준비도 안하고 전생을 한 바람에 아공간 마법을 못 쓰게 돼서 지금 알몸이라는 소리 아니야.” “으윽. 이, 이 몸에게 바보라고.” “넌 대마법사란 애가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하냐?” “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렇게 찾아 헤맸던 마법의 실마리가 눈앞에 있는데 다소 격앙되어 실수를 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알았어. 알았으니까 흥분하지 마. 일단 신발이라도 신어라.”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신발을 한 켤레를 꺼냈다. 참고로 구원은 인벤토리에 여분의 옷들과 신발들을 제법 챙겨 놨다. 대충 몸으로 때우면서 싸우다보니 심심하면 찢겨나가서 말이지. 구원의 발에 맞는 신발이니 디아나에겐 상당히 크겠지만 그래도 맨발로 돌아다니는 것보단 나을 거다. “흐, 흐음. 그래도 제법 눈치는 있구먼 그래.” “그래서, 결국 옷 구하러 가는 거지? 심심한데 같이 가자. 어디로 가게?” “음. 가까운 곳에 옷가게가 있네.” “옷가게? 너 엄청 유명한 대마법사라면서. 여기 집이나 별장 같은 건 없어?” “음. 물론 있네. 다만 사정이 있어서 갈 수 없는 상황이라네.” “자기 집에 왜 못가? 가출이라도 했냐?” “자네는 대체 이 몸을 뭐라고 생각하는 겐가? 존경하라고까지는 안하겠지만 조금 예의를 차리는 게 어떻겠나? 그저 잠시 말을 안 하고 나온 것뿐일세.” 아니, 그거 누가 봐도 가출한 거 맞잖아. 대마법사란 애가 그런 여관에서 묵었던 것 자체가 이상했는데 절찬리 가출중이셨냐. “근데 너 말 들어보니까 소지품은 전부 아공간에 넣어두고 다녔던 것 같은데 옷 살 돈은 있냐?” “이, 이 몸 정도가 되면 얼굴만으로도 외상이….” “가출한 애가 그렇게 얼굴 팔고 다녀도 되냐? 그냥 빌려 줄 테니까 이따가 던전 갔다 와서 갚아라.” “가, 가출 아닐세!” 그러면서도 디아나는 돈을 안 빌린다는 소리는 하지 않았다. 결국 구원은 디아나에게 값싼 천옷과 신발, 덤으로 척 봐도 마법사 같아 보이는 챙이 달린 고깔모자와 몸에 맞는 새 로브까지 사서 입히고 같이 길드로 향했다. 디아나는 길게 물결치는 머리카락을 한데 모아 모자 속에 집어넣고 푹 눌러 써서 왠지 음침한 마법사 같은 모습이 됐다. “구원! 어머? 디아나도 같이 왔네요?” 길드에 들어서자, 사라가 황급히 구원 쪽으로 달려왔다. “응. 이 앞에서 만났어. 근데 왜 그렇게 부산스러워?” 사라는 잠깐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곧 표정을 바꾸고 말했다. “아, 그렇죠. 저희도 얼른 던전에 가요. 지금 길드 퀘스트가 발령중이에요.” “길드 퀘스트?” “네. 이번에 길드에서 상층의 미개척 지역들의 탐험을 권장하기 위해서 발령한 모양이에요. 길드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곳의 지도를 작성해가면 추가 보수를 더 지급한다고 하네요.” “그래? 그거 잘됐네. 겸사겸사 길드 퀘스트도 수행하면서 돌아다니면 되겠다. 그런데 길드에서 갑자기 왜 이런 퀘스트를 냈대?” “아무래도 저희가 어제 상층에서 초월종을 발견한 게 길드 내부에서 화제가 된 모양이에요. 하급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대박을 노릴 찬스라면서 꽤나 화제가 되고 있는 모양이라던데요?” “뭐? 그럼 우리가 다니던 데도 사람이 몰릴 수 있다는 말이잖아. 안되겠다. 빨리 가자.” “흠. 서두르는 건 좋네만 자네들 그 길드 퀘스트를 제대로 수행할 수는 있나?” “응? 무슨 소리야?” “어제 자네들이 지도를 작성하는 모습은 한 번도 못 본 것 같아서 말일세. 지도를 그리는 것도 제법 재능과 기술이 필요한 일이라네.” “아, 그, 그렇군요.” “그거라면 걱정 마. 내가 다 할 수 있어.” 그냥 돌아다니면 맵은 자동으로 그려주거든. 문제는 내 그림실력으로 맵을 얼마나 똑같이 따라 그릴 수 있느냐지만, 뭐 그림대회 나가는 것도 아니고 알아볼 수 있게만 그리면 되는 거 아니겠어? “호오. 자네 보기보다 제법 재주가 다양한 모양이구먼.” “보기보다 라니. 어딜 어떻게 봐도 재능 넘치게 생겼잖아.” “흠….” “으음….” 구원의 말에 둘이서 짜기라도 한 듯 동시에 석연찮은 표정을 지었다. 아니 재능이 아닌 게 맞긴 하지만 둘이 뭉쳐서 그 반응은 좀 너무하지 않냐? “잠깐. 차라리 지금 어제까지 돌아다닌 곳이라도 보고를 해놓을까?” “네? 지도도 안 만들어 놨는데 그게 가능하겠어요?” “머릿속에 다 들어있으니까 종이와 펜만 있으면 어디서든 그릴 수 있어. 어때 이제 좀 내가 달리 보이냐?” “핫!” “자, 잠깐 길드 한복판에서 갑자기 뭐하는 거예요?!” 내 빛나는 재능에 감격이라도 했는지 갑자기 디아나가 내 몸에 안기듯이 바싹 밀착해왔다. “쉬잇! 조용히 하게. 지금 당장 이 자리를 벗어나세. 자, 한시가 급하지 않은가. 빨리 가세나.” 디아나는 내 몸에 얼굴을 파묻고는 다급히 던전 쪽으로 우릴 이끌었다. 디아나가 등진 쪽을 바라보니, 웬 번쩍번쩍한 갑옷을 입은 무리들이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망토와 가슴부분에 은빛 지팡이가 그려진 문양을 새기고 있는 그들은 곧 주변에 있는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을 중점적으로 하나하나 살펴보기 시작했다. “야…. 너 설마 가출한 게 아니라 뭐 사고치고 도망 나왔거나 그런 건 아니지?”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이 몸이 그런 짓을 할리 없지 않은가! 저들은 그저 이 몸의 평안한 마법 연구 생활을 방해하려는 극악한 무리들일세. 얼른 가세나.” 아무래도 사고는 치지 않았지만 할 일을 내팽개치고 도망쳐 나온 모양이다. 그래도 되는 거냐. 지고의 대마법사님. “아니. 그래도 일단 보고는 하고 가야지.” “어차피 자네가 지나다닌 곳은 다 길드에서 파악하고 있을 걸세!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얼른 가세나!” 결국 디아나의 성화에 떠밀려 구원은 보고는 뒤로 미뤄두고 던전을 향했다. 구원이 돌아다닌 언저리는 길드에서 파악하고 있을 거란 디아나의 말도 나름 일리가 있고, 일찍 출발해서 그만큼 더 돌아다니고 오면 되겠지 뭐. 하급 모험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사라의 말은 사실인 모양으로, 평소 같으면 던전 안에서 한 파티도 만나기 힘들었을 모험가들과 꽤나 빈번하게 마주치게 됐다. 이정도 수준이면 늑대가 울음소리로 증원을 불러도 몇 마리 더 안 오는 거 아닐까? 이왕이면 좀 일찍 이런 상태였으면 좋았을 텐데. 구원은 슬쩍 스탯창을 열어봤다. 이름 : 구원 종족 : 인간 24 직업 : 성자 40 / 모험가 3 / 무투가 12 레벨 : 40 생명 : 9200/9200 정기 : 4000/4000 근력 : 85 내구 : 86 민첩 : 76 체력 : 55 지력 : 49 정신 : 52 매력 : 89 보너스 스탯 : 75 상태 : 보통 어제 디아나와의 경험으로 폭업을 한 덕분에 이젠 늑대개가 아무리 몰려와도 전혀 두렵지 않을 상황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늑대개 사냥이 좀 안전해지다니. 심지어 어제 맞춘 방어구도 별 의미 없어진 느낌이 들어서 속이 쓰리다. 그래도 이왕 맞춘 방어구니 제대로 착용이야 하고 있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방어구를 착용해도 늘어난 스탯 탓에 전혀 몸이 무거워진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렇게 늑대개 상대로는 아무런 걱정도 없어진 구원이 늑대개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 처음 만난 몬스터는 늑대개가 아니었다. “응? 뭐야 저건?” “고블린이로군. 수준은 늑대개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녀석들이네.” 응. 그건 나도 보면 안다. 녹색의 피부에 구원의 허리 언저리에 겨우 닿은 낮은 키. 듬성듬성 몇 가닥 겨우 나 있는 머리카락에 큼지막한 코를 가진 못생긴 얼굴. 덩치에 비해 튼실한 근육을 가지고 있어서 힘이 약해 보이지는 않는다. 요즘 묘하게 강하게 묘사되는 추세인 오크의 뒤를 이어 판타지계의 새로운 호구로 떠오른 바로 그 몬스터 고블린이다. 문제는 쟤들이 지금 여기에 왜 있냐는 거다. 네 마리가 무리를 지어 나무로 만든 각종 조잡한 무기들을 곁에 두고 뭐가 그리 신났는지 유쾌하게 떠들면서 빈 공터 한복판에 둘러 앉아있었다. 왜 갑자기 못 보던 놈들이 여기에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쪽에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지. “좋아! 가라! 사라! 디아나! 너희들로 정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누굴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소시천지 // 감사합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게 한번 고친 제목이라는 거죠. 하하하하하아…. 31==================== 길드 퀘스트 “…뭐라고요?” 사라의 날카로운 눈빛이 구원에게 날아와 꽂혔다. 훗. 하지만 그런다고 굴할 내가 아니지. “누, 눈과 눈이 마주치면 ㅍ…” “마주치기는커녕 이쪽을 눈치도 못 채고 있는 것 같네만.” 그에 굴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나가려고 했지만 디아나의 한숨 섞인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방해를 한다. 젠장. 사라 혼자 있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쟤들이 눈치 채기 전에 선공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합니다. 원거리 딜러님들.” “음. 잘했네.” 구원이 고개를 숙여 부탁하자, 디아나가 대견하다는 듯이 구원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게다가 그 모습을 옆에서 보던 사라도 왠지 주저하더니 손을 내밀어 마찬가지로 구원의 머리를 쓰다듬어왔다. “사라야?” “크, 크흠. 빨리 공격하죠.” 구원이 고개를 들어 빤히 쳐다보자 사라가 얼굴을 붉히더니 얼른 손을 떼고 활시위에 화살을 메겼다. 너까지 왜 이러니. 넌 여기 이 겉보기만 어려보이는 할머니한테 물들면 안 된다. 어느 샌가 디아나도 허공에 그림을 그리듯 손짓하며 마법진을 만들어내, 사라가 화살을 쏘는 것과 동시에 마나 애로우를 발사했다. 역시 대마법사라는 이름은 허명이 아닌지, 사라가 화살을 쏘는 속도와 거의 같은 속도로 매직 애로우를 만들어 쏘아댄다. 그 위력 역시 사라의 화살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보인다. 아니, 이 경우에는 궁사 레벨도 한참 낮으면서 디아나의 매직 애로우와 거의 같은 수준의 위력의 화살을 날리는 사라가 대단한 건가? 어쨌든 고블린은 생긴 것처럼 힘에 스탯이 몰린 몬스터인지, 늑대개들만큼의 속도는 나오지 않는 모양이다. 사라와 디아나의 협동공격에 이쪽을 눈치 채고 접근하려고 했지만, 결국 근처에도 오지 못한 채 네 마리 전부 온몸에 구멍이 뚫린 모습으로 쓰러졌다. “음…. 그래도 나름 처음 만난 몬스터라고 긴장하고 있었는데, 뭔가 허무하네.” “그러게요.” “자네는 물론이고, 애초에 사라양이나 이 몸에게도 한참 아래 상대니까 말일세.” 아니 넌 몰라도 사라는 얘들보다 확실히 궁사레벨이 낮은데. 물론 이 공격력을 보면 믿기지 않겠지만. 고블린의 시체에 가까이 다가가서 도축 스킬을 사용해 밝게 빛나는 심장 부근에 자리 잡은 마석을 캐내니, 시체뿐만 아니라 손에 들고 있던 무기마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가죽만 몇 장만 땅에 남았다. “뭐야? 시체는 그래 사라져도 이해가 돼. 근데 왜 무기까지 없어져?” “흠. 우리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이런 저런 학설들이 있었네. 가장 주류가 되는 학설은 몬스터들이 사용하는 무기들은 던전에 의해 몬스터의 마석과 동화되어 몬스터의 몸처럼 취급된다는 학설이지.” 하긴 무기나 방어구도 고스란히 떨어지면 여기 대장장이들은 먹고살 방법이 없겠지. 나름 밸런스 패치란 건가. “그럼 무기도 드랍하는 경우도 있긴 있다는 말이네?” “음. 물론일세. 다만 어느 계층에서도 무기를 고스란히 드랍하는 건 꽤나 희귀한 일일세.” 일종의 레어 드랍템이란 건가. 뭐 드랍한다고 해도 고블린이 쓰는 무기는 써먹지도 못할 수준일 것 같지만. 우선은 드랍템에 연연하지 말고 맵 작성이나 힘쓰자. 드랍템을 전부 수거하고 잠깐 걷자 이번에도 역시 고블린 무리와 마주쳤다. 늑대개들은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아무튼 이번에 만난 놈들은 아까 풀어져있던 놈들과 다르게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정찰이라도 하고 있었는지, 시야에 보이자마자 이쪽을 눈치 채고 부랴부랴 달려왔다. “좋아! 가…” “1절만 하세요.” 휙! 구원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사라가 먼저 화살을 날렸다. 사라야. 왜 이렇게 재미없게 자랐니. 이 오빠는 슬프단다. 이번 고블린도 기껏해야 5마리다. 쟤들도 아까처럼 다가오기 전에 다 처리되겠지. 구원은 사라와 디아나가 열심히 공격하는 걸 지켜보며 옆에서 응원밖에 할게 없는 입장. 이것이 바로 남들 박 터지게 싸울 때 혼자 팝콘을 씹던 박쥐남의 기분인가. 아니지. 난 스펙은 짱짱하지만 굳이 나서지 않는 것뿐이야. 박쥐남이랑은 경우가 많이 다르지. “힘내라 힘! 힘내라 힘!” 그렇게 방심하면서 언제 적 노래인지도 모를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을 때, 갑자기 구원의 시야 옆으로 뭔가 휙 날아왔다. “으악! 깜짝이야! 놀래라.” 구원이 아니라 사라를 향해 날아오는 것이었지만, 자연스럽게 옆으로 회피한 사라보다 오히려 방심하고 있던 구원이 깜짝 놀라버렸다. 그나마 압도적인 신체능력 덕에 반사적으로 날아오는 물체를 잡아채는데 성공해서 겨우 쪽팔림은 좀 덜했다. 그래봤자 사라와 디아나가 한심스런 표정을 짓는 걸 막을 순 없었지만. 손에 들어온 물체는 그냥 평범한 돌멩이였다. 응? 뭐야 이거? 겨우 돌팔매질이 그렇게 강했다고? 황급히 정면을 바라보니 저 무식하게 앞으로 돌진해오는 놈들 뒤에 한 놈이 뭔가를 빙빙 돌리고 있다. 투석구인가? 녀석은 이번엔 구원을 향해 투석구의 돌을 날려왔다. “조심해요!” “걱정 마. 이 정돈 거뜬해.” 구원은 아까 깜짝 놀란 건 없던 일이란 듯이 덤덤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어제까지의 구원이라면 막기보다는 차라리 피하는 편이 좋을 정도로 제법 위력적인 공격이었지만, 폭업을 한 덕분에 방심만 하고 있지 않으면 쉽게 막을 수 있다. “와. 쟤들 저런 것도 쓸 줄 알아?” “흠. 너무 방심하지 말게나. 무기를 쓰는 놈들은 전부 원거리 공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네.” 그렇게 말하는 디아나도 크게 경계하는 모습은 아니다. 대마법사로서의 여유인지. 아니면 정말로 크게 위협적인 공격이 아닌 건지. 그래도 귀찮긴 한지 매직 애로우의 타겟을 돌팔매질하는 놈한테 집중시킨다. 그래도 돌팔매질이라는 공격방식 자체는 제법 괜찮아 보인다. 저 투석구 드랍하지 않으려나. 맨손으로 한번 던져볼까? 원시적이지만 내 신체능력과 합쳐지면 위력은 충분하지 않을까? 구원은 마운드에 선 투수처럼 크게 다리를 올려 자세를 잡고 그대로 힘껏 손에 쥔 돌을 던지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잠깐. 여기서 내가 던질 돌이 저 고블린 머리통을 폭발시켜버리면 사라한테 할 말이 없어지잖아? 어제 그런 식으로 변명을 하면서 사라를 돌려보냈는데, 실은 디아나랑 섹스해서 레벨이 올랐다고 해봐라. 대체 얘가 뭔 짓을 해올지 상상하기도 겁난다. 구원은 공격을 포기하고 방어에만 전념하기로 했다. “좋아. 원거리 공격은 전부 내가 막을게! 너희는 공격에만 전념해!” “이미 처리했네.” “힘내라 힘! 힘내라 힘!” 투석구를 돌리던 놈은 어느 샌가 머리를 땅에 박고 쓰러져있었다. 그냥 응원이나 하고 있자. 내일은 팝콘이나 좀 사올까. 진짜 팝콘을 파는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이놈들도 다가오기 전에 전부 처리되고, 대망의 도축시간이 다가왔다. 구원은 투석구를 던지던 놈의 시체 앞에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간절히 빌었다. 드랍해라! 투석구! “자네 뭐하나?” “보면 몰라? 기도중이잖아. 내가 살던 곳에서는 이런 말이 있었지.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하아….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빨리 캐기나 하게.” “그래요. 오늘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이 돌아다니는 것이 목표라고요. 잊었어요?” 쳇. 그래. 나도 사실 그런 말 안 믿었어. 둘이서 그렇게 압박할 건 없잖아? 곧장 디아나와 사라의 독촉에 바로 마석을 캤지만, 물론 그렇게 사정 좋게 아이템이 드랍될 리도 없었다. 드랍한 건 가죽 몇 장과 멍청하게 닥돌하던 놈이 들고 있던 곤봉 하나가 전부였다. “호오. 어제 그 초월종도 그렇고. 자네는 그래도 운 하나는 좋구먼.” 좋기는 뭐가 좋아. 써먹지도 못하는 템인데. 무투가는 기본적으로 맨손전투를 상정한 직업이라 패시브 스킬이나 액티브 스킬이나 전부 맨손 공격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허접한 곤봉을 들면 무투가의 직업 효과도 못 받아서 오히려 맨손보다 공격력이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에휴. 빨리 맵이나 만들러 돌아다니자.” “흠. 아무것도 안 그리고 있네만 정말 괜찮은 겐가?” “걱정 말라니까. 내 감각은 여기 있는 사라가 증명할 수 있어. 지금까지 한 번도 헤맨 적이 없다니까. 그렇지?” “그러고 보니…. 레벨을 올리는 데만 정신이 팔려서 신경 못썼는데 정말 그러네요.” “흠. 사라양이 그렇게 말한다면 믿을만하군.” 어쩌다가 내 신뢰도가 이렇게까지 떨어졌을까.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다음 전투에선 파티 리더로서의 위엄을 보여줘야겠어. 그렇게 다짐하고 길을 걷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원의 귀에 뭔가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다른 모험가 파티인가? 던전에서는 다른 모험가들의 전투에는 관여하지 않는 게 기본적인 룰이다. 괜히 남이 잡던 몬스터를 건드리면 드랍템 소유권 문제도 있고 복잡해지기만 한다. 얽히면 귀찮아지니 돌아가야 하나. 하지만 자세히 귀를 기울여보니, 모험가들의 전투에 들릴법한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럴 땐 사라가 나설 차례지. 사냥꾼과 궁사라는 직업을 가진 사라는 관련 스킬이라도 있는 건지 구원보다 시력이나 청력이 더 뛰어나다. “사라. 이 소리 들려?” “네. 이건…아무래도 늑대개와 고블린이 싸우는 소리 같네요.” 과연 가까이 다가갈수록 개 짖는 소리와 사람 목소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 걸쭉한 괴음이 들려온다. 몬스터끼리 싸우기도 하는 건가. 게임과 닮은 세계라고는 해도 역시 현실은 현실. 이런 부분에서 게임과의 차이가 드러난다. 시야에 들어올 정도로 다가가자 역시나 늑대개와 고블린 무리들이 서로 치고 박고 싸우는 중이었다. 늑대개는 수컷이 셋, 암컷이 둘. 고블린의 숫자 역시 다섯 마리. 고블린이 수컷 늑대개보다는 조금 강하지만, 암컷 보다는 약해서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느낌이다. 놈들은 서로에게 정신이 팔려서 아직 이쪽을 눈치 채지는 못하고 있다. “좋아. 기습하자. 내가 늑대개들을 맡고 있을게. 고블린 놈부터 처리해줘.” 구원은 재빠르게 늑대개들을 향해 돌진했다. 물론 레벨이 급상승했다는 걸 사라에게 들킬 수는 없으니 전력으로 공격할 생각은 없다. 대충 어그로 끌면서 맞아주고 있어야지. 구원은 그렇게 생각하고 성자의 스킬을 발동시킨 상태로 제일 가까이 있는 수컷 늑대개를 가볍게 한 대 툭 쳤다. “끼이잉!” “으아아악! 씨발!” 아차! 잊고 있었던 성자의 손길 레벨 업! 구원의 손이 닿는 순간 늑대개는 미친 듯이 몸을 비틀며 거시기에서 하얀 물을 쫙쫙 뽑아내기 시작했다. 구원은 순간적으로 시간이 정지한 듯한 느낌을 받으며, 하얀 액체가 자신의 몸으로 날아오는 게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지금은 레벨 업을 들키고 자시고가 따질 상황이 아니다. 지금이야 말로 내 진정한 힘을 드러낼 때! 구원은 그 어느 때보다 필사적으로 자신의 신체능력을 120% 발휘해서 겨우 사방으로 비산하는 그 액체를 피할 수 있었다. 씨발. 하마터면 개새끼한테 부X케 당할 뻔했네. 구원에게 공격당한 놈은 아직도 절정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바닥에 자빠져서는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정도 위력이었단 말이야? 디아나 쟤가 어제 기절한 것도 이해가 된다. 정말 용케 마나의 계약은 거절할 정신이 있었구나. 구원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전율했다. 구원의 공격에 당한 놈을 보고 상당히 놀랐는지, 늑대개들과 고블린 역시 서로 싸우는 걸 멈추고 전부 구원을 경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확실히 사기급 위력이긴 한데…. 이걸 정말 계속 써야 된다는 말이야? 구원이 고민할 틈도 주지 않고, 구원의 등 뒤에서 화살과 매직 애로우가 날아와 강제로 싸움이 재개됐다. 이런 젠장! 사라와 디아나에게 어그로가 끌려 돌진하는 몬스터들을 향해 구원은 반사적으로 성자의 손길을 두른 펀치를 한방씩 먹여줬다. 늑대개나 고블린이나 다를 바가 없어서, 모두들 구원의 펀치 한방에 다리가 풀려 주저 않으며 하반신에서 물을 질질 흘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고블린은 밑에 더러운 거적때기라도 하나 걸치고 있어서 튈 확률이 늑대개보다는 적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물론 그렇다고 구원이 입은 정신적 피해가 보상받는 건 아니지만. 세우고 있는 걸 보면서 싸우는 것도 이제 겨우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좆물을 날려대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싸워야 한다니. 심지어 이번엔 시각적 테러만이 아니라 자칫 방심하면 몸에 튈 수 도 있다는 공포감이 전신을 엄습했다. 구원은 몬스터들에게 차례로 한 방씩 주먹을 날리며, 감당할 수 없는 너무도 잔혹한 현실에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so4542003 // 직업 레벨은 종족 레벨이 아니라 그냥 레벨을 넘지 못합니다. 종족 옆에 쓴 건 나이 표시로 쓴 건데 레벨처럼 써놔서 헷갈리셨나보네요. 펄미스트 //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32==================== 길드 퀘스트 전투는 싱겁게 끝났다. 수컷 암컷을 가리지 않고 구원의 손에 닿은 놈들은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다리가 풀려 쓰러진 채 부들부들 떨어댔고, 그 다음은 사라와 디아나의 공격으로 마무리되는 간단한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 전투로 얻은 피해는 결코 적지 않았다. 구원의 멘탈에 결코 씻을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긴 전투였다. 하얗게 불태웠어…. 구원은 전투가 종료되자 고개를 푹 숙이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걸 느끼며 털썩 주저앉…으려다가 바닥에 고인 하얀 액체들이 시야에 들어와 황급히 무릎에 힘을 주고 버텼다. 씨발…. 마지막까지 함정을 파놓다니. 죽은 개새끼한테 산 구원이 당할쏘냐?! “흠. 굉장하군 자네. 이리도 간단히 몬스터를 쓰러뜨릴 수 있을 줄이야. 성자의 스킬은 어그로를 끌뿐만 아니라 공격용으로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라…. 역시 재미있는 스킬이야.” “정말 굉장한 스킬이군요. 이걸로 한층 전투가 편해지겠어요.” 구원의 멘탈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디아나와 사라는 앞으로도 전투 중에 계속 구원이 이 스킬을 쓸 거라는 듯한 말을 했다. “…근데 니들 왜 이리로 안 오냐?” “…….” “…….” “더럽냐?! 엉?! 고결한 너희들은 이런 더러운 장소에는 못 오겠다는 거냐?” “지, 진정하게.” “그, 그래요. 그런 게 아니에요.”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구원이 한 걸음 다가가자 사라와 디아나는 바로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야. 바닥이 더러우니 여기 안 오는 건 그래 뭐 이해한다. 근데 니들 왜 도망가기까지 하냐? 설마 내 몸에 묻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안 묻었거든? 내 화려한 몸놀림 못 봤냐? 완전히 다 피했거든? 니들 진짜 너무한 거 아니냐?” “그, 그런 게 아니에요.” “그렇다네. 그리고 액체라는 게 사방으로 튀다보면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미세 입자가 튀었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아니긴 뭐가 아니야?! 완전히 튀었다고 생각하고 있잖아! 그게 이 한 몸 바쳐서 열심히 싸운 동료를 대하는 태도냐?!” “크, 크흠. 농담일세, 농담. 거 너무 열 올리지 말게. 우선 마석부터 캐내는 게 어떻겠나?” “그래요. 그러면 몸에 튄 것도 전부 사라질 거예요.” 씨발…. 더럽다 더러워. 어디 서러워서 쟤들이랑 다니겠냐. 그래도 구원은 하는 수 없이 마석부터 캐기로 했다. 마석이 가슴에 박혀있는 고블린놈들이야 둘째 치고 고환에 박혀있는 수컷 늑대개새끼들 건 딸 때 상당히 기분이 더러웠지만, 안구를 더럽히는 액체들을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기 위해서 피를 토하는 기분으로 나이프를 박았다. 그렇게 몬스터들의 시체가 말끔히 사라지자, 그제야 사라와 디아나가 슬금슬금 구원에게 다가왔다. 가증스러운 년들…. 다음엔 일부러 너네 쪽으로 몹몰이해서 내 기분이 어떤 거였는지 똑똑히 맛보게 해주마. 구원의 원망에 찬 눈빛에 그래도 양심이 찔리기는 하는지 디아나와 사라는 필사적으로 구원을 추켜세웠다. “흠. 대단한 활약이었네.” “정말이에요. 언제나 앞에서 든든하게 버텨주는 구원에게는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자네의 그 화려한 기술은 가히 필살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로군. 지고의 대마법사인 이 몸이 친히 이름을 붙여주겠네. 엑스터시 펀치! 어떤가? 자네의 그 기술에 딱 맞는 이름 아닌가?” “와아! 정말 멋진 이름이에요. 잘됐네요, 구원.” 둘이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아주 쿵짝이 맞아서는 잘 놀고 자빠졌다. “…좋아. 결심했어.” “음?” “뭘요?” “오늘부터 우리 파티의 목표는, 내 기술 한 방에 안 싸는 놈이 있는 곳까지 진출하는 거다. 이론은 받지 않는다. 단 한 방. 단 한 방만 버티는 놈들이면 돼.” “크흑.” “푸흡.” 구원의 한없이 진지한 파티 목표 설정에 어째선지 사라와 디아나가 빵 터졌다. 니들 일 아니라고 웃기냐? 난 지금 궁서체로 말하고 있는 거다만. 물론 목표가 그렇다고 해서 땅을 파고 갈 수도 없는 일이고, 지금 당장 갈 방법은 없다. 일단은 안다녀본 곳들을 최대한 빠르게 이동하며 맵을 그리는 게 상책이다. 아까 상황을 보면 늑대개들과 고블린들은 명백히 적대관계다. 아무래도 늑대개의 영역을 고블린들이 침범하기라도 한 거겠지. 구원의 생각을 뒷받침해주기라도 하듯, 그 이후에도 세 차례 만난 적들 역시 전부 고블린 무리들이었다. 물론 고블린 무리들 상대의 전투는 구원은 간간히 날아오는 돌멩이만 쳐내주고, 디아나와 사라가 다가오기도 전에 처리를 해서 싱겁게 끝나버렸다. “이거…혹시 우리 탓인가?” “음.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타당하겠지.” “그 초월종들이 지금까지 암컷들을 데리고 고블린들의 침략을 막고 있었던 거군요.” “음.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까지 암컷이 발견되지 않았던 이유도 자연히 설명이 되는구먼.” “그렇다면 여기 어딘가에 고블린들의 영역으로 통하는 길이 있기는 있다는 말이 되는데….” 구원이 맵을 보며 길을 찾으려고 동분서주하고 있을 때, 드디어 늑대개의 무리를 만날 수 있었다. 그 수는 무려 수컷이 4마리에 암컷이 3마리. 아무래도 고블린들에게 몰리다보니 여럿이 뭉쳐 다니게 된 모양이다. 좋았어! 구원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직 구원은 아까의 굴욕을 잊지 않고 있다. 당한 건 언젠가 반드시 갚아주는 것이 구원의 철칙이다. “좋아, 사라! 디아나! 공격!” 물론 구원이 말 할 것도 없이 사라와 디아나는 이미 화살과 매직 애로우를 각각 준비한 상태였다. 늑대개들은 스피드가 빨라서 고블린들처럼 다가오기도 전에 전원을 해치우는 건 무리가 있다. 원래대로라면 구원이 앞으로 나가 몸을 대줘야 하지만, 구원은 굳이 멀리 나가지 않고 한 발자국만 앞으로 나선 상태로 대기했다. 크크큭. 아까 내가 당한 굴욕. 너희도 똑같이 당하게 해주겠다. 이름하여 사라&디아나 쿨한 미녀와 깜찍한 미소녀의 W 부X케 대작전! “구원! 뭐하는 거예요?!” “빨리 앞으로 나서게!” 구원의 장대한 계획을 눈치 챘는지, 사라와 디아나는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쿨한 사라와 태평한 디아나가 저렇게까지 당황하다니 확실히 싫긴 싫은 모양이다. “걱정 마. 굳이 멀리 안 나가도 너희 몸에 생채기 하나 안 나게 할게.”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그런 문제가 아니라니. 역시 니들도 다칠 걱정을 하는 게 아니라 좆물 묻을 걱정을 하는 거구나. 구원이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씨익 웃자, 사라와 디아나도 구원의 결심을 막을 수 없음을 깨달은 모양이다. 사라와 디아나는 무려 공격당하면 수컷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할 암컷들을 방치한채, 수컷들에게만 모든 공격을 쏟아 붓기 시작했다. 니들 대체 얼마나 싫은 거냐. 목숨보다 그쪽이 더 우선시 되는 거냐. 아니, 뭐 나도 정말 다치게까지 할 생각은 없으니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 아니긴 하다만. 결국 둘의 선택이 헛되지 않아서, 수컷 늑대개들은 다가오기 전에 전멸시키는 위업을 달성해냈다. 쳇. 실패인가. 구원은 할 수 없이 암컷들에게 돌진해나갔다. “가게나! 구원! 엑스터시 펀치!” 너 의외로 그거 맘에 든 모양이다? 기술명을 외치는 건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정확하게 응용까지 해내다니. 과연 대마법사. 아니, 그건 상관없나? “펀~치!” “그게 대체 뭐하는 거예요….” 흥이 나서 맞장구쳐준 구원을 사라가 어이없다는 눈초리로 쳐다봤다. 뭐 어떠냐. 이왕 하는 거 재밌게 즐기면서 하자고. 암컷 늑대개들은 구원의 펀치를 맞고 온몸을 부르르 떨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그리고는 가볍게 몇 번 밟아주는 걸로 상황종료. 안 그래도 디아나가 파티에 들어오면서 공격력이 급증했는데, 성자의 손길마저 이정도 위력을 발휘하니 이젠 이정도 수준의 몬스터들 상대로는 도저히 질 생각이 들지 않는다. 구원이 마석을 캐내는 동안, 디아나가 다가와서는 아까의 가벼운 태도는 버리고 근엄하게 말했다. “자네는 전위로서 적들이 후위 근처로 다가오지 못하게 할 의무가 있네! 전투 중에 공사를 혼동하지 말게나!” 한 마리로 다시는 방금 전 같이 멍청한 계획은 세울 생각하지 마라! 라는 소리인 것 같다. “죄송합니다.” “음. 반성하면 됐네.” 그래도 맞는 말인지라 구원은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전혀 위험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지만, 그래도 던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법. 너무 긴장을 푸는 건 좋지 않은 일이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보다 어린 애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도 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지! 구원이 고개를 획 들자 아니나 다를까 사라가 어정쩡하게 손을 내미는 자세를 취하려다가 획 뒤로 뺐다. “…사라양?” “뭐, 뭔가요?” 필사적으로 쿨한 표정을 지으려는 게 귀여워서 내가 한 번만 봐준다. 사라&디아나 쿨한 미녀와 깜찍한 미소녀의 W 부X케 대작전!이 실패로 돌아간 이후로, 구원도 더 시도할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정석대로 전투를 했다. 아까는 당황해서 그냥 성자의 손길을 두른 채 쳐버렸지만, 생각해보니 수컷 늑대개놈들은 뒤로 돌아서 고환만 따버리면 되는 놈들이다. 그렇게 고블린 무리는 원거리에 저격. 암컷 늑대개는 성자의 손길로. 그리고 수컷 늑대개는 강제 중성화라는 전술을 확립하여 순조롭게 맵을 밝혀갔다. 전진하면 전진할수록 늑대개들을 만나는 확률은 점점 더 줄어갔고, 이제는 완전히 고블린들만 보이게 되었다. 아무래도 어느 샌가 늑대개의 영역과 고블린 영역의 경계선을 넘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여기부터는 확실히 길드에서 지도를 원하는 미개척 영역이라는 말이 된다. 고블린따위에게 당할 걱정은 전혀 안 들지만 일단은 조금 긴장을 하면서 전진해 나갈 때, 멀리서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에야말로 정말 모험가들인가? 젠장. 설마 앞질러온 놈들이 있을 줄이야. 구원의 파티가 출발이 조금 늦기는 했지만, 원래는 이정도 몬스터들을 상대할 전력이 아니다. 물론 탐험 속도도 이 근처에서 놀 수준인 다른 모험가들보다 압도적으로 빨랐을 거다. 무엇보다도 구원의 파티는 다른 파티와 다르게 지도를 작성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래서 혹시 우리가 선두주자 아닐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하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 모양이다. 모험가들 사이의 관례상 마주치지 않게 다른 길로 돌아가는 편이 좋겠지만, 하필 또 길이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는 장소다. “이거 어쩌지?” “음. 이 경우엔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오해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통과하도록 하세나.” “그래요. 돌아가기엔 너무 많이 왔어요.” 역시 그게 좋겠지? 귀찮은 일에 말려들지 않으면 좋겠는데…. “이봐! 여기 좀!” “여기에요!” “흐윽, 흑, 흑.” 아니나 다를까 구원에게 거보라는 듯이 귀찮은 상황이 발생했다. 전사 둘과 성직자 하나의 여자로만 구성된 모험가 파티가 고블린 8마리에게 둘러싸여 고전하고 있었다. 어쩌다 고블린이 저렇게 몰렸지? 전사 둘은 필사적으로 싸우고는 있지만 그저 방어하는 것도 급급해 보였고, 뒤에 있는 성직자는 힐을 하면서 울고 있다. 재빨리 얼굴을 스캔해봤지만 역시나 우리 사라나 디아나만큼의 미모를 자랑하는 인물은 없다. 하아…패스하고 싶어졌다. 나 얘들 때문에 괜히 눈만 엄청 높아진 거 아니야? 구원은 미약한 희망을 담아 농담을 던져봤다. “쳇. 할 수 없지. 최대한 빨리 통과한다!” “네?! 구해주는 게 아니라요?” “응? 귀찮게 우리가 왜?” “자네도 참…. 사람의 도리라는 게 있는 법일세.” 사라와 디아나의 눈빛이 점점 쓰레기를 보는 눈빛으로 변해갔다. “노, 농담이야. 농담. 너흰 내가 그렇게 인심 없는 쓰레기로 보이냐?” 제길. 할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뒷말 나오지 않게 인터넷에서 본 사람을 구할 때 취해야할 행동요령을 전부 수행해야겠지? 볼 때는 저게 뭐하는 짓이냐고 생각하며 웃어넘겼던 건데 설마 진짜로 쓸 일이 올 줄이야. “이봐요! 도와드려요?” “흐, 흐에에엥.” 앞에 선 전사 둘은 전투에 여념이 없어 대답할 여력도 없는 모양이고, 뒤에서 울고 있던 성직자가 대답인지 그냥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대답해주세요. 정말 도와 드릴까요?” “흐윽, 네에!” “혹시 저희가 구해준 다음에 전리품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적대시하거나, 저희에게 몬스터를 전부 떠넘기고 도망가 버리는 등….” “야 이 개새끼야! 도와주기 싫으면 꺼져!” 듣다 못한 여전사 중 하나가 결국 폭발해 버렸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33==================== 길드 퀘스트 “대체 지금 뭐하는 거예요?!” “자네는 때와 장소를 좀 가리게나.” 사라와 디아나도 더는 못 봐주겠는지 한마디씩 하며 고블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젠장…. 난 그냥 인터넷에서 본대로 따라한 건데. 구원도 하는 수 없이 공격에 나섰다. 물론 성자의 손길은 사용하지 않는다. 여전사 둘이서 열심히 탱킹 중이시니 굳이 안 써도 사라나 디아나한테 어그로가 튈 일은 없겠지. 이 근처 수준의 몬스터를 사냥하는 다른 모험가 파티들에게는 고블린 8마리가 버거운 숫자겠지만 구원의 파티에게는 위협을 느낄만한 수준도 아니다. 사라와 디아나가 원거리에서 공격하고 구원도 고블린들 뒤에서 힘을 줄이고 가볍게 툭툭 치면서 신경을 분산시키니, 수세에 몰려있던 여전사 둘도 곧 공세로 전환하여 순식간에 고블린 무리를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어째선지 고블린 중 한 놈이 유독 튼튼해서 결국 구원이 처리해야했지만, 그 외에는 별거 없었다. “흐윽, 가, 감사합니다.” “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도와주기 전에 헛소리만 늘어놓지 않았어도 더 고마웠을 텐데 말이야.” 전투가 끝나자 모험가들은 상당히 힘들었는지 바로 그 자리에 주저앉으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도 구원 일행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아까 전에 소리 지른 한 성깔 하는 것 같아 보이는 여전사는 아직도 방금 전 일을 맘에 담아두고 있는 모양인지 호흡을 거칠게 내뱉으면서도 빈정댔지만. 결국 아무도 안 죽고 제대로 다 구했으니까 괜찮잖아. “흠. 이 남자는 이방인이라 상식이 조금 없다네. 자네들이 이해하게.” 디아나는 그러면서 구원의 머리를 눌러왔다. 발뒤꿈치를 들고 까치발로 서서 팔을 뻗는 모습이 흐뭇해서 구원도 그냥 고개를 숙여줬다. “미안합니다.” 진짜로 미안하다고는 생각 안하지만 말이지!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어서 같은 순간을 만나더라도 난 또 같은 선택을 할 거다! “뭐 그런 거라면…. 이쪽도 도와줬는데 성질내서 미안.” 여전사도 도움 받은 입장에서 더 이상 툴툴대기는 미안한지 솔직하게 사과를 받아줬다. 생긴 대로 단순한 놈이로군. 구원은 고개를 들고 눈앞의 셋을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봤다. 아직도 눈가에 눈물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성직자는 작은 몸집에 귀여워 보이는 얼굴, 공손한 쪽의 여전사는 전체적으로 차분한 인상이고, 성질 급한 여전사는 성격답게 생긴 것도 꽤나 선이 굵고 야생적으로 생겼다. 셋 다 그래도 모험가라고 나름 중상은 되는 외모다. 물론 상중에서도 최상인 사라와 디아나를 보면서 눈이 한껏 높아진 구원의 눈에는 전혀 차지 않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어쩌다가 고블린이 이렇게 몰린 거야?” “네. 실은 저희가 이 앞에 있는 고블린 부락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엄청난 수의 고블린을 보고 바로 도망쳐왔지만 추격해오는 놈들을 도저히 전부 뿌리치지 못하고 근처에 돌아다니던 놈들마저 가세하는 바람에….” “죄송해요….” “아니, 에이미 잘못이 아니야.” 아무래도 성직자의 느린 발이 발목을 잡은 모양이다. 그나저나 고블린 부락이라…. 왠지 끌리는데? “원래 던전에서 몬스터 부락 같은 게 많이 있는 편이야?” “음. 던전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무한히 뻗어있는 곳이니 말일세. 또 하나의 세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세. 몬스터들이 자신만의 영역을 가지고 무리지어 사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지.” “그 부락이란 게 어느 정도 규모였어? 우리끼리 가서 처리할 수 없을까?” “글쎄요. 저희도 바로 도망쳐 나오느라 정확히는…. 하지만 엄청난 숫자였습니다. 고작 셋이서 도전하는 건 무모한 짓입니다.” “음. 고작 고블린이라고 얕보지 말게나. 수의 차이는 극복하기 힘들다네. 그래서 보통 몬스터들이 대량으로 모여 있는 곳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 가끔 토벌에 나서는 경우도 있긴 하네만 그 경우엔 길드 주도하에 대형 클랜이나 모험가 파티들이 여럿 모여서 머릿수를 맞추고 가는 거지.” 그게 아니면 전생 전의 네가 늑대개 무리를 소탕한 것처럼 압도적인 힘으로 찍어 누르던가 말이지. 역시 힘든가…. 대박의 기운이 강렬하게 느껴졌는데 말이야. “으음…. 그래도 살짝만 보고 오면 안 될까? 궁금한데.” “전 반대에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해요.”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치면 되잖아. 힘들면 내가 안고 뛰어줄게.” “돼, 됐어요. 체력은 저보다 디아나가 더 없을 텐데요.” 오? 마치 디아나만 아니었으면 거부하지 않았을 거란 말툰데? “걱정 마. 난 너희 둘 다 안고 뛰어도 아무 문제없어.” 과장이 아니다. 힘들다 싶으면 넘쳐나는 보너스 스탯을 체력에 좀 투자하면 되는 거지 뭐. “대체 왜 그렇게까지 가고 싶어 하는 거예요?” 게임에선 보통 그런 곳에 숨겨진 아이템이나 특수 몬스터가 있는 법이거든. 물론 그렇게 말했다가는 정신병자취급 받을 테니 말하진 않겠지만. “그냥 호기심이야. 한번만 가보자. 응? 부탁이야. 살짝만. 그저 살짝만 들여다보면 돼.” “그,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구원이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십중팔구 변태라고 생각할 대사를 내뱉으며 묘한 압박감을 가하자 사라가 결국 의견을 굽혔다. “좋았어! 디아나도 괜찮지?” “음. 자네도 있으니 보고 오는 것 정도야 크게 문제될 것 없겠지.” 디아나는 구원이 폭업을 한 사실을 알고 있으니 쉽게 설득이 가능했다. “그래서, 도와준 보답이라고 하긴 그렇지만 가는 길 좀 알려주지 않을래?” “좋아요. 우선…” “잠깐. 그럴 순 없지.” 차분녀가 지도로 보이는 종이를 꺼내며 대답해 주려는 순간, 또다시 야생녀가 태클을 걸어왔다. 넌 또 뭐가 문제냐? “여기까지 온 걸 보면 댁들도 길드 퀘스트가 목적이겠지? 도와준 건 고맙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미안하지만 우리도 고생해서 알아낸 정보를 쉽게 줄 수는 없어.” 으음…. 역시 그게 문제가 되나. 구원이 길, 즉 지도를 알려달라고 하는 건 길드 퀘스트의 보수를 전부 내놓으라는 양아치 같은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구원이 지도만 보고 기억해서 바로 길드로 돌아가 먼저 보고를 해버릴 수도 있는 일이고 말이다. 심지어 이 근처에서 사냥하는 모험가들 수준에서는 깨작깨작 몬스터를 잡아서 버는 돈 보다 길드 퀘스트 한 방으로 버는 돈이 아마 훨씬 많을 거다. 모험가들은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버는 족속. 아무리 도와줬다고는 하지만, 오늘 번 수입의 많은 부분을 그냥 내놓으라는데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목숨을 구해줬으니 혹시 알려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그렇게 사정 좋게 일이 흘러가지만은 않는 모양이다. 솔직히 말하면 구원은 길드 퀘스트보다 고블린 부락에 더 관심 있어서 위치만 알려주면 그쪽 길은 길드에 보고하지 않는다고 약속해도 상관없다. 그래도 그런 걸 사라나 디아나와 상담 없이 혼자 정하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저 사람들도 선뜻 믿기 힘들겠지. 어쩌면 좋을까…. 어차피 길도 일자형인데 굳이 안 물어봐도 그냥 가다보면 찾을 수 있으려나? “그래서 말인데. 연합하는 게 어때?” 구원이 고민하고 있을 때, 야생녀가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해왔다. “연합?” “그래. 보아하니 당신들 실력에 상당히 자신 있는 모양인데, 우리가 고블린 부락까지 안내해주는 대신 우리도 한 몫 껴달란 얘기지.” “흠….”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한 몫 껴달라고 해봤자 어차피 고블린 부락에서 정말 전투를 할지 안할지도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 적어도 구원이 손해 볼 일은 없어 보인다. “좋아. 난 구원이다. 잘 부탁해.” “오! 시원하니 좋구만! 난 칸나. 잠깐 동안 동행이지만 잘 부탁한다고.” “세레나입니다.” “에이미에요.” 순서대로 차분녀와 성직자다. 뒤를 이어 사라와 디아나도 각각 통성명을 하고, 계속 방치하고 있던 고블린들의 시체들을 드디어 도축했다. “어라? 얜 좀 마석이 크다?” “홉고블린일세. 자네 설마 모르고 싸운 겐가?” 그렇구나. 그냥 좀 튼튼하다 싶었지. 그러고 보니 머리에 조그만 돌기 같은 뿔이 달려있다. 새끼들 좀 구별하기 쉽게 생길 것이지. “그래서? 분배는 어떻게 하지? 연합을 하더라도 이런 건 확실하게 하고 가야지.” “그냥 5:5로 나누면 되잖아?” 칸나는 생긴 것대로 시원시원하게 딱 잘라 말했다. “이 놈들부터 길드 보고까지 모든 수익이 5:5다. 전투는 댁들이 좀 더 활약할지 모르지만, 지도의 완성은 먼저 온 우리들이 더 많이 돼있을 거야. 딱히 문제 될 거 없잖아?” 하긴 그런가. 안 그래도 정보료를 꽤나 두둑하게 챙겨주는 길드에서 보너스까지 준다는 길드 퀘스트다. 지금부터 돌아갈 때까지 전투로 버는 금액을 생각하면 구원의 파티가 조금 더 손해겠지만, 그건 고블린 부락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정보료라고 생각해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칸나도 혹시 보기완 다르게 머리 회전이 빠른 건가? “뭐해? 빨리 가자고!” 아니, 저런 모습을 보면 도저히 그런 애로는 안 보인다. 그냥 생각 없이 단순하게 절반으로 나누자고 한 거겠지. 일자형 길은 바로 끝이 나고, 그 뒤로 꽤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었다. 일자형 길이란 것만 믿고 그냥 헤어졌으면 큰일 날 뻔 했네. 게다가 칸나의 파티와의 연합은 생각 외의 장점도 있었다. 그 장점은 바로 다음 전투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좋아! 해보자고!” 고블린 무리와 마주치자마자, 전위를 지키기 위해 칸나와 세레나가 바로 뛰쳐나갔다. 어라? 이 상황은? 구원이 성자의 손길을 쓰기 싫은 가장 큰 이유는 파티의 탱커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몬스터들의 거시기를 정면에서 마주한 채로 사용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칸나와 세레나가 앞에서 탱킹을 해주고 있으면 굳이 구원이 정면에 설 필요가 없다. 즉, 구원은 몬스터들의 거시기에서 완벽히 사각지대가 되는 곳에서 싸울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정면에 선 칸나와 세레나는 봉변을 좀 당하겠지만 뭐 어때? 전투가 짧아지면 얘들도 좋은 거 아니겠어? “이 기술만큼은 쓰고 싶지 않았는데….” 구원은 괜히 허세 작렬하는 대사를 읊조리며, 칸나와 세레나가 어그로를 끌고 있는 사이에 슬며시 고블린들의 뒤로 돌아가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켰다. “흩날려라. 스페르마.” “으악!” “꺄악!” 아까의 대사를 뒤잇는 허세 대사를 읊조리며 구원의 손이 고블린들을 훑고 지나간 순간, 고블린들이 온 몸을 비틀며 거시기에서 하얀 물을 흩뿌리며 쓰러졌다. “훗. 전투란 덧없는 것이군.” “야! 이게 뭐야?!” “뭐기는. 보시는 대로지. 내 손에 걸리면 어떤 녀석도 복상사를 면치 못할 것이다. 크크큭.” “그 말은…그러고 보니 이방인이라고 하셨죠. 혹시 특수 직업이신가요?” “그 말대로! 이 몸은 어떤 상대라도 절정에 보낼 수 있는 테크닉의 소유자지! 어때? 좀 달리 보이나?” “핫! 달리보이기는! 남자가 수컷새끼들 좆물이나 빼내다니. 정상적인 직업이 아닌 거 같은데?” 저, 저 썅년이 남의 아픈 데를 후벼 파는 거 보소. “이, 이 몸은 그저 남녀노소 종족 불문 아무 경계선 없이 쾌락을 선사할 수 있는 것뿐이다! 다시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모함으로 이 몸을 모욕하지 마라!” “그 말은 사람 상대로도 가능하다는 말인가요?” “당연하지! 뭣하면 직접 그 몸으로 체험시켜 줄까?” “지, 지금은 좀….” 지금은 이라는 말은 나중엔 괜찮다는 말이렷다? 구원의 말에 칸나도 그제야 흥미가 생기는지 눈초리를 초롱초롱 빛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저 얌전해 보이는 에이미마저 마찬가지 반응이다. 그래 이거지. 이 반응이야. 사라를 영입할 때 너무 어수룩하게 행동했던 반성을 살려 나대본 결과가 상당히 좋다. 보이니 사라야? 이게 모험가의 정상적인 반응이란다. 똑똑히 기억해두렴. 모험가인 이상 어차피 레벨 업을 위해 섹스는 일상에서 떼놓을 수 없다. 하지만 모험가도 결국 사람이다. 섹스를 하더라도 이왕이면 잘생기고 예쁜 사람과 하고 싶은 게 당연하고, 이왕 하는 거 기분 좋게 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절정을 느낀다고 자신이 뭔가 손해 보는 것도 없고 말이다. 남자라면 횟수 제한이 있으니 상대가 너무 강하면 조금 꺼려지겠지만, 여자는 그런 것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섹스에서 레벨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 이상 상대를 무조건 절정으로 보낼 수 있는 구원의 가치는 상당하다. 지금 까지는 레벨이 낮아서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았지만, 만약 레벨이 상당히 오른 지금 구원의 입소문이 돈다면 영입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을 거다. 굳이 칸나 일행들 앞에서 성자의 손길을 사용한 것은 그런 노림수도 있다. 사라와 디아나를 버리고 다른 파티에 붙거나 할 일은 절대 없겠지만, 스스로의 주가를 높여놔서 나쁠 건 없지. “대체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되는 건데?” 쓰러진 고블린들을 공격해 마무리하고 도축을 하면서도, 칸나 일행의 호기심은 끊이지 않고 계속해서 구원에게 질문을 던져댔다. 구원이 몰려오는 질문에 하나하나 설명을 하면서 어떠냐는 표정으로 사라 쪽을 힐끗 보니, 왠지 눈에서 불을 뿜고 있었다. 쟤 또 무섭게 왜 저러니. 내가 나대는 게 그렇게 꼴 보기 싫니? 내가 잘못했다. 사과할게. 미안합니다. 젠장. 쟤한텐 잘못한 게 있어서 저러면 괜히 꿀린다니까. 아무튼 그 뒤로 구원의 봉인기를 해방한 일행의 탐사속도는 한층 더 빨라졌다. 바로 앞에서 상대해야하는 칸나와 세레나는 썩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닐 테지만, 그래도 전투가 훨씬 수월해진데다가 혹시 묻더라도 마석만 제거하면 바로 사라지니 도저히 못 참을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구원들은 고블린 부락에 드디어 당도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작가는 비축분 풀기를 시전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풀 수 있는 비축분이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다. 삘 받아서 쓰기 시작한 첫날부터 그날 써서 그날 올리는 아슬아슬 줄타기 인생이라 죄송합니다. 34==================== 길드 퀘스트 “여길 꺾어 들어가면 바로 앞이 부락입니다. 준비 단단히 하죠.” “쳐들어갈 것도 아닌데 뭘. 일단은 그냥 보기만 할 거야.” 전투를 할지 안할지는 규모를 보고 결정해야지. 구원은 길모퉁이에 고개만 내밀고 살짝 내다봤다. 저 멀리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블린 무리가 보였다. …부락? 시야가 좁아서 정확한 규모는 알 수 없지만, 이거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저건 절대 부락이라고 부를만한 규모는 아니야. “…야. 니들 눈엔 저게 부락으로 보이냐?” “…실은 저희는 그 모퉁이를 돌자마자 바로 고블린들을 만나고 도망쳐 오느라 자세히 보지는 못했어요.” 세레나가 구원과 교대해서 살짝 내다보더니 미안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어이구, 골이야. 일단 저길 쳐들어가는 건 절대 무리다. 해봤자 자살행위밖에 안 된다. 만약 숨겨진 아이템 같은 게 있더라도 포기하는 편이 좋겠지. 하지만 숨겨진 몬스터는 어떨까? 예를 들어 늑대개들의 보스였던 그 초월종 같은 놈이 여기에도 있다면? 어떻게 유인해낼 방법은 없을까? “흠. 이건 대단하군. 던전에 있는 고블린이란 고블린은 전부 여기에 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구먼.” 그 말을 듣고, 구원의 머릿속에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혹시 디아나의 저 말이 사실이라면? 아니 굳이 그 정도 수준까지는 아니어도 된다. 모든 고블린이 여기에 사는 정도는 아니더라도, 여기가 고블린의 가장 큰 서식지라면? “디아나, 이쪽 길 말고도 고블린 무리는 자주 보이는 거지? 보통 어디서 자주 보여?” 구원은 일부러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디아나에게 귓속말로 물어봤다. “어디서, 라고 딱 잡아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범위가 아니라네. 이 계층의 전체에 고루 퍼져있다고 보면 된다네. 이 계층 어디에서 고블린이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지.” “그 말은 여기 말고 길드에서 잘 알려진 던전 입구에서 반대편으로 가는 루트를 타도 고블린을 볼 수 있다는 말이지?” “물론일세. 흠? 자네 설마?” 아무래도 디아나도 눈치챈 모양이다. 그래. 구원의 가설은 이거다. 만약 저 고블린 서식지를 잘 알려진 다른 루트에서도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구원은 다른 지도들과 이어지는 엄청나게 큰 지도를 하나 완성하는 셈이 된다. 아마 길드에 넘기면 그 가치도 상당히 인정받을 수 있을 거다. 보통 모험가들은 던전의 미궁 같은 길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하기 마련이고, 지도를 그리더라도 한계가 있다. 전혀 다른 방향에서 한참을 전진하여 이전에 와봤던 장소의 근처를 지나간다면 절대 쉽게 눈치 챌 수 없다. 심지어 저렇게 넓어 보이는 서식지다. 다른 루트로 접근해서 동일 장소라고 확신을 가지기는 절대 쉽지 않겠지. 하지만 구원에게는 그걸 손쉽게 알아볼 방법이 있다. 맵을 확대해서 멀리에 밝혀진 부분이 있는지 확인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확인해보고 싶지만, 지금은 칸나 일행들과 같이 행동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구원은 이런 정보까지 칸나 일행과 공유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5:5로 나눈다는 약속은 구원들이 전투에서 더 활약하는 대신 정보는 칸나 일행의 것이 더 가치 있다는 가정 하에 성립되는 거니 말이다. 어쩔 수 없지. 오늘은 이 근방을 돌아다니는 걸로 마무리하고 확인은 내일하자. 어차피 내일한다고 해서 누군가 선수를 칠 수 있을 거란 생각도 안 들고 말이지. 지도 일은 그렇게 나중으로 미루고, 일단은 눈앞의 일에 집중하자. 바로 숨겨진 몬스터의 유인이다. 사실 늑대개의 초월종을 잡고 구원도 나름 인과관계를 열심히 생각해봤다. 일단 늑대개의 초월종은 암컷들을 몽땅 데리고 고블린의 침략으로부터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고 있었다. 그런데 구원이 수컷들을 단기간에 너무 대량으로 학살하고 다니자, 종족 보존의 위기에 빠진 초월종은 원인 파악 혹은 해결을 위해 암컷들을 조금씩 보내 정찰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보낸 암컷들 역시 구원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결국 참다못한 초월종이 직접 암컷들을 이끌고 구원을 찾기 위해 정찰에 나섰다. 라는 게 구원이 생각한 가설이다. 사실 이것 말고는 더 짐작 가는 일도 없고, 아주 정확하진 않더라도 얼추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여기에도 역시 초월종이나 그 비슷한 보스 몬스터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혹시 늑대개들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그 보스 몬스터를 유인해 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저렇게 많은 수가 몰려있으니 늑대개들 상대로 했던 것처럼 대량 학살은 힘들다. 하지만 굳이 대량 학살을 할 필요까지는 없을 거다. 그저 보스 몬스터의 신경을 살살 긁어줄 정도로만 자극하면 된다. 어차피 몬스터는 몬스터. 대가리에 든 게 없으니 계속해서 성질을 긁어주면 결국 튀어나올 거다. 시험해볼 가치는 충분히 있어 보이지? “디아나. 저기로 지금 쓸 수 있는 가장 파괴력이 강한 마법을 한 방 꽂아줘.” 생각은 길었지만, 행동은 재빨랐다. 사라의 화살은 그 수에 한계가 있으니, 회수할 수 없는 이런 작전에 소모하기는 그러니 우선 디아나에게만 공격을 지시했다. “괜찮겠나? 엄청나게 몰려올 걸세.” “괜찮아. 너무 많이 몰려온다 싶으면 도망가지 뭐.” 그래도 꽤나 거리가 떨어져있으니 도망칠 자신은 충분히 있다. 칸나 일행도 에이미가 발목을 잡은 모양으로 보였으니 칸나나 세레나의 속도는 충분할 거다. 에이미는 힘들어 보이면 내가 들쳐 업고 뛰면 되지. 디아나는 허공에 매직 애로우를 만들 때보다 훨씬 복잡해 보이는 마법진을 그리며 주문까지 외우기 시작했다. 어라? 어차피 레벨이 레벨이니까 제일 강한 마법이라고 해도 별거 없을 줄 알고 말한 거였는데 마나의 흐름이 제법 심상치 않다. 그렇게 꽤나 오랫동안 영창을 하더니, 마법진에서 뭔가가 엄청난 기세로 쏘아져나가 고블린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거대하게 폭발했다. “으헉?! 디아나님? 대체 지금 뭘 날리신 건지?” “익스플로전일세. 파괴력하면 폭발마법 아니겠나?” “이런 미친! 그 렙에 그런 마법이 사용 가능해?!” “물론 보통은 불가능하다네. 하지만 이 몸이 누군가. 마력을 정제시키고 효율을 최대한 증가시켜 모든 마력을 쏟아 부으면 이런 묘기도 가능한 법이지.” 그러고 보니 얘 마법에 미쳐있는 애였지. 구원의 가장 강력한 마법이라는 주문에 본인의 자존심이 달려있다고 생각했는지 성대하게 저질러 주셨다. 멀리서 바라보니 움집으로 보이는 무더기들도 몇 개 날아갔고, 고블린의 시체도 꽤나 보인다. 저게 다 돈인데 도축도 못하게 아까운 짓을 해주다니. 살아남은 대부분의 고블린들은 그 폭발 규모에 우왕좌왕하고 있지만, 그중 고블린치고 제법 괜찮은 장비를 갖춘 놈들이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얘들아! 일단 좀 튀자!” “흠. 이 몸은 자네에게 맡기겠네.” “뭐? 벌써부터 왜?” “방금 마법에 마력을 다 써서 움직일 힘도 하나 없다네. 어차피 자네가 안고 간다고 하지 않았었나.” “폭발 마법을 쓰고 탈진이라니. 네가 어디 사는 빨간 눈 부족이냐?!” 물론 불평한다고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구원은 휘청거리는 디아나를 안아들고 달렸다. “업는 편이 더 편하지 않겠나?” “안 돼. 그러다 뒤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맞으면 어쩌려고.” 내가 무슨 무술의 고수도 아니고 등 뒤에서 날아오는 돌까지 전부 캐치할 자신은 없다. 나야 기본 방어력이 있는데다가 가죽 갑옷까지 입었으니 몇 대 맞아도 간지럽고 말겠지만 디아나는 잘못 맞으면 중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으니 이게 최선이다. “흐, 흠흠. 자네도 제법이구먼. 좋은 자세일세. 앞으로 더 정진하게.”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느긋한 태도로 구원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얘 진짜 사람 머리 만지는 거 좋아하네. “꺄앗!” “웃차!” 그리고 그와 동시에 타이밍을 맞춘 듯이 사라가 넘어지려 하는 걸 바로 캐치해서 옆구리에 꼈다. 오오, 굉장하다 나. 여자 둘을 들고도 멀쩡히 달릴 수 있어. “왜 난….” 사라는 옆구리에 끼인 채 뭐라고 조그맣게 중얼거리고 있다. 얘도 긴장감이 없네. 남 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도망가면서 뒤를 확인하니, 쫓아오는 무리들도 조금 줄어든 게 보인다. 좋아. 저 정도면 할 만하겠는데? 구원은 디아나를 살며시 내려놓고 뒤를 돌았다. “좋아. 다들 공격하자!” 아직까지 쫓아오는 놈들은 총 5마리로, 전부 홉고블린으로 보였다. 그래봤자 내 상대는 아니지. 칸나와 세레나만으로 앞을 막고 있기에는 조금 버겁겠지만, 어차피 잠깐만 막고 있으면 된다. 칸나가 세레나가 홉고블린들과 충돌하며 검을 부딪치는 사이, 지금껏 그래왔듯 구원이 뒤로 돌아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켰다.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한 놈씩 툭툭 쳐줬지만, 예상외의 사태가 발생했다. 무려 홉고블린들이 몸을 세차게 떨면서도 참은 것이다. 너 이 새끼들! 조루가 아니구나! 구원은 왠지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이리도 가까이에 내 기술을 버틸 수 있는 놈들이 있었다니. “야! 이게 어떻게 된 거야?!” “허둥대지 마라. 내 기술은 무적이다.” 놈들이 그냥 고블린들과는 다르게 버티고 서있자 칸나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구원은 아무 걱정이 없었다. 한 번이라도 버틴 건 대견한 일이지만, 꼴을 보아하니 놈들은 고작 아슬아슬하게 버틴 게 한계다. 구원은 주먹을 말아 쥐고 홉고블린 놈들에게 인정사정없는 주먹의 비를 선물했다. “아다다다다다다다다다!” 연타를 날릴 때 빠질 수 없는 기합까지 확실히 외치며 연타를 날린 후, 구원은 꼿꼿이 서서 자세를 잡고 삿대질을 하며 조용히 읊조렸다. “너흰 이미 싸고 있다.” 훗. 완벽하군. 구원의 월등한 신체능력은 이야기로밖에 전해 내려오지 않는 환상의 기술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홉고블린들은 샌드백처럼 그저 얻어맞고 있더니, 갑자기 동시에 온 몸을 부르르 떨며 양물에서 하얀 물을 성대하게 분출하며 쓰러졌다. “으악!” “꺄악!” “이런 씨발!” 한 번도 겨우 버틴 놈들이다. 구원의 연타는 자극이 지나쳤는지 놈들은 거의 오줌을 싸는 것처럼 쓰러진 후에도 계속해서 물건에서 강렬하게 정액을 뿜어대는 바람에 앞에 서있던 칸나와 세레나가 정액 범벅이 된 것은 물론이요, 똥폼을 잡으며 방심하고 있던 구원마저 피해를 입었다. “야! 넌 적당히란 말도 모르냐?!” “자, 불평을 내뱉을 시간이 있다면 한시라도 빨리 마석을 캐내는 게 모두의 정신건강에 이롭지 않을까요? 어서 서두르죠!” 칸나의 불평에 할 말이 없어진 구원은 재빨리 태도를 바꿔 진지한 표정으로 마석을 캐냈다. 곁눈질로 힐끔 보니, 칸나와 세레나는 얼굴까지 정액이 튀어 마치 그런 기획의 야동에서나 볼법한 모습이다. 홉고블린의 것이란 게 찝찝하긴 하지만 모습만 놓고 보면 저건 저거대로 좀 꼴리는데? 사라와 디아나의 후광에 가려져 있던 칸나와 세레나가 갑자기 나름대로 섹시해 보인다. 구원은 언제 어디서나 상황을 즐기고, 또 즐길 거리를 만들어 낼 줄 아는 이 시대의 진정한 풍류공자. 다음 전투에서도 계속 이렇게 가기로 지금 마음속에서 결정했다. 물론 다음번에는 나한텐 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말이지. “오늘 일정 말인데, 이 근방을 모조리 소탕해버리는 게 어때?” 구원은 사악한 내심을 숨기고는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했다. “이 근처를요? 위험하지 않을까요?” “괜찮을 것 같은데? 내 계획은 이래. 이 근처에 돌아다니는 놈들을 잡다보면 서식지에서도 정찰용으로 몇 마리를 더 파견할거고, 그 놈들 역시 잡아버리면 또 정찰이 나오겠지. 그게 계속되면 굳이 힘들게 돌아다닐 필요 없이 사냥이 가능해지지 않겠어? 정찰로 보낸 놈들이 너무 많으면 지금처럼 도망가 버리면 되고 말이야.” 게임으로 치면 몬스터가 무한으로 리스폰되는 지역에 있는 셈이다. 정말 존재할지는 알 수 없지만 보스 몬스터의 신경을 건드린다는 구원의 목적에도 부합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좋은 파밍 장소가 되는 셈이다. “흠. 괜찮을 걸세. 고블린 녀석들은 그다지 머리가 좋은 녀석들이 아니니 말일세. 이 몸은 찬성이네.” 어느새 부활했는지 디아나가 다가와 홉고블린의 시체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너 뭐하냐? “흠흠….” 만화에 나오는 매드 사이언티스트처럼 시체 가지고 노는 취미라도 있나 싶어서 살짝 식겁했는데, 아무래도 그냥 성자 스킬 연구의 일환인 모양이다. 손을 대서 마나의 흐름 같은 걸 조사하더니 곧 떨어졌다. 곧장 놈의 마석도 제거하자 아이템은 무려 홉고블린이 들고 있던 녹슨 검이 드랍됐다. “정말 운이 좋군요.” “그래? 다 녹슬어서 써먹지도 못할 수준이잖아. 쓸데없지 않아?” “쯧쯧쯧. 너 정말 상식이 없구나. 녹여서 다시 무기로 만들 수 있잖아. 몬스터가 사용하던 철은 미약하게 마나도 포함하고 있어서 꽤나 짭짤하다고.” 설마 철마저도 드랍템이 좋은 세계라니. 이러니 아무리 위험한 일이라도 모험가가 넘쳐나지. 그렇게 시체를 다 정리하고, 드디어 두 파티 연합의 고블린 소탕이 본격적으로 개시됐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갑자기 읽는 분들이 엄청 늘어서 놀랐습니다. 투데이베스트 14위에 들었었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저번화에 설명이 부족해서 개연성이 없다고 느끼신 분들도 계신 모양이네요. 그래서 이하의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구원이 길, 즉 지도를 알려달라고 하는 건 길드 퀘스트의 보수를 전부 내놓으라는 양아치 같은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 구원이 지도만 보고 기억해서 바로 길드로 돌아가 먼저 보고를 해버릴 수도 있는 일이고 말이다. 심지어 이 근처에서 사냥하는 모험가들 수준에서는 깨작깨작 몬스터를 잡아서 버는 돈 보다 길드 퀘스트 한 방으로 버는 돈이 아마 훨씬 많을 거다. 모험가들은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버는 족속. 아무리 도와줬다고는 하지만, 오늘 번 수입의 많은 부분을 그냥 내놓으라는데 달갑게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는 일이었다. 그래도 목숨을 구해줬으니 혹시 알려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그렇게 사정 좋게 일이 흘러가지만은 않는 모양이다. 불량대학생 // 비슷한 대사를 쓰려고 밑밥을 다 깔아 놓은다음 깜빡했다는 걸 댓글 보고 생각해냈네요. 추가했습니다. illya // 일러스트 출처는 공지사항에 있습니다. 자유롭게 사용가능하도록 공개되어 있는 일러스트죠. 그래도 수백 장 중 하나를 고른 건데 겹치는 분이 계셨나보네요. 코모에 // 전생 전 디아나입니다. 자유롭게 사용가능하도록 공개되어 있는 일러스트 중 하나를 가져온 것이라 소설 속 묘사와 외모가 100% 일치하지는 않지만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35==================== 길드 퀘스트 본격적인 사냥이 시작되고, 구원은 다시 한 번 성자의 손길을 두른 주먹을 연타하여 고블린들의 꼬추를 폭발시켰다. 구원은 물론 아까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똥폼을 잡지 않고 뒤로 성큼 물러서서 재난을 피했지만, 칸나와 세레나는 다시 한 번 얼굴부터 정액을 뒤집어쓰는 꼴을 피할 수 없었다. “야! 너 지금 우리랑 장난해?!” “한 번이면 모를까 두 번째는 실수가 아닌 것 같은데요….” 구원의 취미와 실익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행태에 칸나는 물론 세레나까지 항의를 해왔지만 구원은 이미 변명을 생각해 놓은 상태였다. “어차피 마석만 제거하면 사라지니까 잠깐만 참아줘. 사냥을 오래 끌다가 저 주둔지에서 증원이 와 둘러싸이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는 건 우리야. 되도록 최대한 빨리 사냥을 끝내야해. 그러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야. 이해해줘.” “으윽…. 하긴….” “하아…어쩔 수 없네요.” 물론 증원은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다. 진짜 오기라도 하면 그때 재빨리 상대하던 놈들만 때려눕히고 도망가면 되니까. 하지만 구원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니 제법 설득력이 있었는지 칸나와 세레나도 이해해 줬다. 니들 어디 가서 사기당하고 살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아니, 칸나는 둘째 치고 세레나까지 그런 단세포로는 안 보인다. 빨리 사냥해서 수입이 늘어나면 본인들도 좋은 일이니 그냥 넘어간 거겠지. 그래서 그 다음 사냥부터도 구원은 마음껏 고블린들의 꼬추를 폭발시켰다. 하지만 칸나와 세레나도 모험가. 두 번은 당해도 세 번은 당하지 않았다. 당연하지만 고블린의 정액이 얼굴에 묻는 게 가장 기분 나쁜지 구원이 공격하는 순간 바로 얼굴을 막아 사수해냈다. 젠장. 이렇게 열심히 싸워주고 있으니까 눈요기 좀 시켜줘도 되잖아. 어차피 바로 없어지는 거. 물론 대놓고 그렇게 말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구원은 그냥 혼자서 시무룩해했다. 게다가 전투가 계속 될수록 칸나와 세레나도 점점 타이밍을 맞춰 피하기 시작해서, 종국에는 구원과 마찬가지로 아무 곳에도 묻지 않고 깨끗하게 전투를 종료하는 경지까지 발전했다. 그렇게 칸나와 세레나의 회피력이 올라가는 동안, 입구 근처 지역에서 어슬렁거리던 고블린 무리의 정리가 끝났다. 고블린 녀석들은 진짜 머리가 비었는지 그 와중에도 주둔지에서 상황을 보러오는 놈들이 하나도 없었다. “쟤들 저런 머리로 용케 멸종 안당하고 살아남아있네.” “워낙 머릿수가 많으니 말일세. 던전의 몬스터들은 대부분이 그렇지만 번식력 하나 만큼은 대단한 놈들일세. 죽여도 죽여도 어디선가 끊임없이 튀어나오지.” “뭐 그것도 그렇지만. 댁이 너무 강한 것도 있어. 우린 덕분에 편하게 하고 있지만, 원래 저 녀석들도 제법 강하다고? 대체 댁들은 왜 이런 상층을 다니는 거야?” “그, 그래?! 아! 근데 아까 홉고블린 중에 검을 들고 있는 놈도 있었잖아. 이렇게 머리 나쁜 놈들이 제철기술은 어떻게 익히고 있는 걸까?” 칸나의 핵심을 찌르는 질문에 구원은 노골적으로 말을 돌렸다. 젠장. 이상한 부분에서 핵심을 찌르기는. 원래대로라면 구원의 파티는 고블린들은 몰라도 홉고블린을 사냥하기에는 딱 적당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구원이 어젯밤 폭업을 한 덕분에 홉고블린도 이렇게 손쉽게 해치울 수 있는 거지. 구원은 사라의 눈치를 힐끗 봤다. 눈치 못 챘겠지? 그래. 쟤도 시골에서 와서 상식이 부족하잖아. 눈치 못 챘을 거야. “고블린들에게 제철기술을 익힐 지능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놈들이 들고 있는 철제장비는 전부 모험가들의 시체에서 가져간 걸세.” …그런가. 구원은 이렇게 반쯤 게임하는 기분으로 편하게 사냥하고 있지만, 모험가를 생업으로 삼는 사람들에겐 생사를 건 일이다. 죽는 사람이 나오는 게 당연하지. “그치만 모험가가 들고 있을 땐 평범했던 장비가 몬스터가 들게 되면 마력을 품고 가치가 올라간다니 아이러니하네.” 구원은 살짝 숙연해지려는 마음을 날려버리듯 일부러 경쾌하게 말했다. “음. 그게 바로 모험가들을 끊임없이 끌어들이는 던전의 마성 아니겠나.” 오오. 저런 말 하니까 왠지 디아나가 고명한 철학자 같아 보여. 할 일 내팽개치고 가출한 마법사 주제에. “자, 그럼 이제 주변 정리는 끝났으니 본격적으로 저 주둔지에 시비를 걸러 가볼까?” “뭔가 작전이라도 있나요?” “작전이라고 할 만큼 거창한 건 아닌데…. 너흰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디아나랑 내가 가서 몇 마리 몰고 오면 되지 않을까?” “흠. 이 몸이 또 익스플로전을….” “아니, 그건 됐으니까. 다 터뜨리지 말고 그냥 적당한 마법이면 돼.” “…그런가.” 그게 시무룩해할 일이냐? 거 귀찮은 놈일세. “아무튼 우리가 적당히 몰고 오면 중간에 숨어 있다가 기습해줘. 너무 많이 몰렸다 싶으면 도망치면서 떨쳐버릴 테니까 그냥 계속 숨어있고.” “괜찮네.” “당신이랑 디아나가 너무 위험해질 텐데 괜찮겠어요?” “뭐 별일 있겠어?” 내가 전속력으로 달리면 고블린들은 제대로 쫓아오지도 못 할 텐데. 그래서 칸나 일행과 사라를 적당한 곳에서 대기시키고, 디아나와 단둘이 다시 주둔지에 왔다. “알았냐? 이번엔 익스플로전 말고 좀 가벼운 걸로 날려라. 몇 번 더 해야 할지 모르니까. 마력 다 쓰지 말고 적당히. 적당히 하는 거다.” “알겠네. 알겠네. 자네 젊은 사람이 잔소리가 너무 심하군. 이 몸을 뭐로 보는 건가?” 뭐로 보기는. 아까 익스플로전 날리지 말라니까 시무룩해진 주제에. 그리고 그 얼굴로 젊은 사람이 같은 말 하지 마라. 진짜 위화감 장난 아니니까. 디아나는 구원의 주문대로 이번에는 가벼운 손짓과 짧은 영창만으로 주문을 완성시키고, 고블린들의 주둔지에 불타는 화염구 하나를 날렸다. 화염구는 익스플로전 만큼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지는 않았지만, 나뭇가지로 만들어놓은 움막 같은 곳에 불이 붙어 제법 혼란을 발생시켰다. “오오! 잘했어!” “흠. 뭐 이정도야 기본일세.” 이번에도 역시 제법 몰려나오는 고블린들을 보고 구원이 도망가려고 할 때, 디아나가 구원 쪽으로 양 팔을 벌려왔다. “너 뭐하냐?” “아까처럼 안고 가야하지 않겠나?” “아직 뛸 수 있잖아?” “이 작전의 핵심은 이 몸일세. 체력은 최대한 보존하는 편이 좋지 않겠나? 어차피 그러려고 따라온 거면서 빼지 말고 빨리 안게나. 제법 탑승감이 괜찮더군.” 중간에 힘들어 보이면 안고 뛰려고 따라온 게 맞긴 하지만 제 입으로 말하니까 왠지 열 받는다. 그리고 탑승감은 뭐야? 내가 말이냐? 물론 구원의 반항심과는 별개로 다 맞는 말이긴 하기 때문에 구원은 디아나를 안고 달렸다. 누르면 튀어오르는 성격이라 잠깐 반항심이 생겼을 뿐, 디아나 같은 미소녀를 안고 있는 게 나쁜 기분도 아니고 말이다. “착하지 착해.” 디아나는 또 다시 능글맞은 표정으로 구원의 머리를 쓰다듬어 왔다. 야, 만지는 건 좋은데 머리카락 가지고 장난하지 마라. 한 대 맞아도 위험한 애가 어떻게 긴장감이란 게 없냐. 사라와 칸나 일행을 대기시킨 위치는 절묘했는지, 구원이 도착한 시점에는 딱 알맞게 고블린 무리가 떨어져나가 있었다. 머리만 나쁜 게 아니라 근성도 없는 놈들일세. 구원을 따라오고 있는 건 아까와 마찬가지로 그나마 체력이 좀 받쳐주는 홉고블린들 뿐이다. “나이스! 잘했어!” 구원이 지정된 위치를 지나치자, 갑자기 나무 사이에서 날아온 화살이 정확히 홉고블린을 명중시켰고 뒤이어 칸나와 세레나가 옆에서 뛰쳐나와 기습을 가했다. 그 뒤로는 볼 것도 없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구원의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킨 주먹으로 마무리했다. “좋아. 괜찮은데? 계속 이대로 가자.” 굳이 몬스터를 찾으려고 돌아다닐 필요 없이 체력이 받쳐주는 한 계속해서 전투가 가능한 노다지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체력이 없는 고블린들은 중간에 나가떨어지니, 잡고 난 수입도 더 기대할 수 있고 직업 레벨 숙련도를 올리는 것도 더 효율이 좋은 홉고블린만 골라잡는 효과도 있었다. 그렇게 몇 번을 왕복하는 사이, 칸나와 세레나의 체력이 다했다. 에이미가 중간 중간 피로 회복 마법을 사용했지만, 에이미의 신성력도 한계에 다다른 모양이다. “조, 조금만 쉬자고.” 칸나는 앓는 소리를 내고, 세레나도 겉으로 티를 안내려고 하지만 숨을 몰아쉬는 게 제법 힘들어 보인다. 이쯤에서 한 번 휴식할까. 나도 슬슬 좀 쉬고 싶어졌고. 힐끗 시야 구석을 확인하니 시간도 제법 지나가 있다. 구원은 이왕 쉬는 거 조금 이른 저녁식사를 하기로 했다. “오오?! 뭐야 그거?” 구원이 인벤토리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스프와 갓 구운 따끈따끈한 빵을 꺼내자, 칸나가 냄새를 맡고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얜 진짜 생긴 것도 그렇고 진짜 어디 야생에서 살다 왔나. “훗. 이게 바로 이방인의 기술력이란 거다. 어떠냐? 좀 달리 보이냐?” 인벤토리에 넣은 물건은 꺼낼 때도 넣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규칙을 이용한 거다. 처음엔 모험가는 역시 육포지! 란 생각에 육포만 쌓아 뒀지만, 요즘엔 돈에 여유도 생겼으니 한번 제대로 된 음식을 챙겨와 봤다. 앞으로 육포는 이렇게 느긋하게 먹을 시간이 없을 때, 허기를 채우는 용도로만 먹어야지. “너 진짜 상식 없는 것만 빼면 괜찮은 놈이구나!” 상식 없단 말은 빼라. 난 상식이 없는 게 아냐. 그저 고리타분한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것뿐이지. “카, 칸나. 실례에요.” “괜찮아. 괜찮아. 아직 많으니까. 세레나랑 에이미도 같이 와서 먹자.” 구원이 꺼내놓은 빵에 손을 뻗는 칸나를 세레나가 제지하려고 했지만, 구원은 대범하게 행동했다. 인벤토리에 충분히 여유 있을 만큼의 양이 남아있고, 이렇게 해두면 모험가로서의 내 가치는 더욱더 올라가게 되니 말이다. 칸나 일행을 통한 입소문이 어느정도 파급력을 가질지는 모르겠지만, 스프랑 빵이 비싼 것도 아니고 이정도 쯤이야. 그렇게 던전 안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여유로운 식사를 마쳤다. 식사 후, 어느정도 신성력을 회복한 에이미가 구원에게도 피로 회복 마법을 걸어줬다. 전신의 피로가 순식간에 싹 사라지는 느낌은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경험이었다. 오오. 이게 바로 신성 마법의 힘인가. 피로도 회복하고 준비 만전인 상태에서 디아나와 다시 고블린 주둔지에 찾아가보니 낌새가 조금 이상했다. 딱 봐도 우리 경계하고 있다는 느낌이 풀풀 나는 놈들 여럿이 모여 제법 무장을 갖추고 주변을 쉴 새 없이 두리번거리고 있다. 저 멍청한 놈들이 드디어 사태를 조금 파악했나. 혹시 정말로 보스가 행차했나 싶어 살펴봤지만, 무장만 조금 다른 녀석들보다 제대로 됐을 뿐 늑대개 초월종 같이 몸집이 압도적으로 크거나 한 녀석은 안 보인다. “디아나. 쟤들 중에 초월종은 있는 것 같아?” “없는 것 같군. 초월종은 품고 있는 마나가 확연히 다르니 눈에 확 띈다네.” 마나에 민감한 디아나의 눈에도 안 보인다면 진짜 없는 거겠지. 구원은 괜히 상대하기 귀찮아 질 것 같은 놈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사라와 칸나 일행이 대기하고 있는 곳에 돌아왔다. “뭐야. 왜 그냥 돌아와?” “쟤들이 드디어 경계하고 있더라고. 이렇게 된 이상 플랜B로 간다.” 저렇게 넓은 주둔지다. 인접하는 통로가 한군데밖에 없을 리가 없다. 물론 이 근방을 전부 휩쓸면서 구원도 몇 군데 발견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 근처는 사방팔방으로 길이 뻗어 미로 같은 지형을 이루고 있지만, 맵이 있는 구원은 헤맬 일도 없이 다른 루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곳에선 역시나 고블린들이 방심하고 있었다. 멍청한 놈들. 진짜 생각이란 게 없나. 그렇게 구원은 놈들이 경계할 때까지 몹몰이를 하다가 경계하면 다른 장소로 이동하여 다시 사냥하기를 밤늦게까지 반복했다. 무한 리스폰이나 다름없는 상황에 직업 레벨도 꽤나 올렸고 수입도 역대 최고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마석과 아이템을 모았지만, 결국 보스 몬스터는 등장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없는 걸까? 아니, 늑대개도 며칠에 걸친 학살 끝에 겨우 등장한 거니 속단하기는 이르다. 이다음은 내일을 기약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던전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너 남자주제에 진짜 괜찮구나. 어때 우리 클랜에 들어올 생각 없어?” “클랜?” “그래. 뭐 그래도 우리도 밑바닥 클랜원이니 꽂아주거나 할 순 없지만 말이야. 그래도 너희 실력이면 충분히 입단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을 거야. 어때?” 클랜이라…. 생각지도 못한 제안을 들었다. 입단 테스트 같은 것도 있는 걸 보면 제법 규모가 있는 클랜인가 보지? 구원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자, 칸나가 신나게 자기 클랜을 어필해왔다. “고민할 게 뭐 있어? 우리 클랜 상당히 유명한 클랜이라고? 아라크네 클랜하면 여기선 모르는 사람이 없는….” “흠. 그 얘기는 우리끼리 얘기하면서 고민해봐야겠네.” 웬만하면 파티에 관한 일은 구원에게 맡기고 태평하던 디아나가 딱 잘라 거절을 했다. 아, 대마법사님이시니 아무 클랜이나 막 들어가긴 조금 그런가? “절대 들어가지 말게.” 디아나가 구원에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왔다. “뭐? 왜 그래? 안 좋은 데야?” “아니. 던전 공략 최전선에도 나서는 유명한 클랜인 건 맞네. 다만 유독 남성 클랜원들이 일찍 쇠약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한 곳일세.” 구원은 갑자기 온 몸에 한기가 드는 것 같은 기분에 자기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하하. 난 성자니까. 당연히 괜찮을 거야. 아무렴 성잔데. 괜찮아야지. 괜찮…겠지?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칸나는 물론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세레나나 에이미의 눈빛까지 왠지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저 클랜 권유는 거절하자. 물론 난 전혀 문제없겠지만, 아직 클랜에 들어가기엔 이르지. 여기 온지 얼마나 됐다고. 암. 이건 절대 쫄아서 그런 게 아니야.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투데이베스트 14위에 들었었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럴때 기념으로 연참을 해야 하는데 제 힘이 부족하여…. 연참하시는 작가님들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적어도 이번 주 안에는 저도 꼭 연참을 한 번 해보고 싶네요. 정 안되면 일요일을 쉬지 않고 전부 불태워서라도…! 브루더 // 그렇군요. 프리 소재다 보니 겹치는 분이 계시는 모양이네요. 펄미스트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실은 기념으로 연참을 해보려고 퇴근하자마자 계속 컴퓨터를 붙잡고 있었지만 두 편을 쓰는 건 실패했네요…. 소보루~ // 선작,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36==================== 길드 퀘스트 결국 칸나에게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일단 클랜 권유는 거절했다. “그럼 디아나랑 사라는 먼저 여관에 가 있을래?” “네? 왜요?” 사라가 갑자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 눈은 뭐냐? 야 설마 내가 오늘 너랑 자기로 했는데 얘들이랑 놀겠냐? “어차피 오늘 번 돈을 나누려면 길드 퀘스트 보고, 마석 정산, 아이템 처리까지 해야 하는데 이렇게 우르르 다 몰려서 갈 필요 없잖아. 각자 파티에서 한명씩만 가자고.” “그, 그렇군요. 네. 알겠어요. 먼저 가 있을 게요.” 그렇게 해서 에이미와 구원이 대표로 정산을 하기로 했다. “어머? 오늘은 또 새로운 분이랑 같이 오셨네요.” 매일 여자를 갈아치우는 능력남이나 들을 수 있다는 대사가 안내원 누님의 입에서 나왔다. 설마 내가 실제로 듣게 될 줄이야. 감격이다. “네. 오늘은 파티끼리 연합을 했거든요. 길드 퀘스트 아직 하고 있죠?” “물론이에요. 아마 한동안 계속 시행할 것 같네요.” “언제쯤 끝난다는 기준이 있나요?” “글쎄요…. 아마 윗선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의 지도가 작성될 때까지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어제 구원씨처럼 새로운 초월종이 하나라도 발견될 때까지 진행할지도요.” “네에? 상층에서 초월종을 발견했다는 모험가가 구원씨였나요?” “하하. 뭐 그렇지.” 구원은 어깨가 으쓱해져서 놀라서 바라보는 에이미의 시선을 즐겼다. 좋아. 한동안 길드 퀘스트가 계속 된다면 내일 시행할 작전에 차질은 없겠군. “그럼 여기 지도입니다.” “아 잠깐만. 누님 혹시 펜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에이미가 본인들이 작성한 지도를 제출하려고 하기에 구원이 제지를 했다. 그래도 구원이 늑대개의 영역은 꽤나 돌아다닌 게 있어서 구원의 맵에 밝혀진 부분 중에 에이미의 지도에 없는 부분들도 군데군데 존재한다. 구원은 안내원 누님에게 건네받은 깃털 펜을 들어 맵을 보며 지도를 막힘없이 그려갔다. “…굉장하네요.” “이제 와서 새삼스레 왜 그래? 내가 지도도 안보고 돌아다니는 거 봤잖아?” “그치만 그거랑 이거랑은 전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구원씨는 정말 보면 볼수록 신비한 분이시네요.” 뭐 그거야 그렇겠지만. 에이미가 안 그래도 큼지막한 눈동자를 더 크게 뜨고 빤히 바라보며 감탄하면서 그런 말을 해오자 왠지 계면쩍어졌다. 지도의 보충을 끝내고 안내원 누님께 제출하자, 안내원 누님도 꽤나 놀라는 눈치였다. “굉장히 많이 완성하셨네요. 그런데 이 고블린 주둔지라고 표시된 곳은 뭔가요?” “고블린들이 모여 있는 곳인데, 한둘이 아니더라고요. 그냥 고블린 홉고블린 할 것 없이 다들 왕창 모여 있는데 규모가 눈으로 확인이 다 안 될 정도로 크던데요?” “네?! 또 대형 정보를 하나 가져오셨네요. 어제에 연이어 대단하세요.” 역시 고블린 주둔지까지는 지도를 작성한 모험가는 없는 모양이다. 하긴 거기까지 가는 길이 좀 미로같아야지. 그렇게 생각해보면 오히려 에이미가 대단한 건가? 순수 본인 능력만으로 지도를 만들어 거기까지 간 거니. 안내원 누님은 큼지막한 지도를 하나 꺼내 구원이 제출한 지도와 대조해보며 채워나갔다. 누님의 펜이 닿지 않는 곳에도 실시간으로 지도가 채워져 나가는 모습을 보니, 아마 마법인가 뭔가로 길드 전체에서 보고받고 있는 내용이 채워지는 것 같다. 대충 보니 구원 일행만큼이나 깊은 곳까지 지도를 작성한 파티들도 두세 파티 있는 모양이다. 다행히도 그들은 구원 일행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간 덕분에 겹치지는 않았지만. “이번 길드 퀘스트는 작성된 지도의 넓이에 따라서 보수가 지불될 거예요. 길드에서 지도가 정확한지 확인하는 절차가 남아있어서 보수는 내일 지불될 거예요.” “아. 바로 주는 게 아니구나. 그러면 내일도 같이 와야 하나?” “죄송해요. 실은 저희가 오늘은 같이 다니던 사람들이 갑자기 용무가 생겨 빠진 상태였어요. 원래는 클랜에서 같이 다니는 파티원들이 세 명 더 있거든요.” 당연히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에이미는 빙 돌려서 같이 못 온다는 말을 했다. 어쩐지 거대 클랜원 치고 전사 둘에 성직자 하나 파티는 밸런스가 미묘하다 싶었는데 그런 이유였나. 결국 오늘 전투에서 칸나 일행이 한 거라곤 잠깐 동안 몬스터들을 방어하고 가끔 에이미가 회복을 해주는 것뿐이었다. 안 그래도 반쯤 구원이 쩔해주는 상황이었는데, 거기서 염치없이 거기서 배가 되는 인원을 이끌고 같이 다니자고는 못하겠다는 건가. 양심 있는 애구나. 구원은 오늘 같이 전투하면서 나름 탱커와 힐러의 유용성을 깨달았다. 그래서 계속 같이 다녀보면 어떨까 생각도 잠깐 해봤었는데, 심층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고작 상층에서 아홉 명이나 뭉쳐 다니는 건 아무래도 너무 효율이 안 좋겠지? 어쩔 수 없지만 내일부턴 다시 셋이서 다녀야겠다. “그럼 어쩌지…. 누님 그럼 보수는 내일 저랑 여기 있는 에이미한테 반씩 나눠서 줄 수 있나요?” “물론이에요. 그렇게 해드릴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다행히 가능한 모양이다. 그 후 마석의 정산을 마치고, 그대로 잠화점에 들러 아이템 처분까지 완료했다. 무기는 대장간으로 가라는 말에 홉고블린을 잡아 나온 녹슨 검은 한나의 대장간까지 찾아가는 수고를 해야 했지만, 칸나의 말대로 녹슨 검 주제에 가격을 제법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벌어들은 수익은 에이미와 반으로 나눠도 예상대로 역대 최고액을 경신했다. 오오. 이 돈이면 한동안은 일 안하고 놀고먹어도 괜찮겠는데? 물론 사라를 도와준다는 목표도 있으니 그러진 않을 거지만. 아무튼 찬양하라 무한 리스폰. “그럼. 잘 가.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같이 사냥하자.” 구원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려고 했지만, 에이미가 쭈뼛거리면서도 구원의 옷자락을 잡아왔다. “…저기, 혹시 괜찮으시면 오늘 같이 자는 건 어떤가요?” 으헉. 얘 아직까지도 포기 안했냐. 겉보기엔 수줍은 태도처럼 보이지만 구원은 알 수 있었다. 이건 절대로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이야. 안된다니까. 그럼. 절대 안 되지. 쇠약사라니. 대체 얼마나 뽑아내야 사람이 그 지경까지 가는 거야. 그렇게 죽고 싶지는 않아. “어?! 어, 그, 그게 말이지. 오늘은 나도 볼 일이 있어서….” 이건 정말이다. 드디어 사라랑 제대로 된 경험을 맺기로 한 기념비적인 날이거든. “몸으로 체험시켜 준다는 말은 거짓말이었나요?” “아니, 물론 그건 아닌데….” “설마…겁먹으신 건가요?” 에이미가 절대 해서는 안 될,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을 했다. “뭐?! 그럴 리가 있냐?! 나 성자야! 성자! 니들 셋이 한꺼번에 덤벼도 꿈쩍없다고! 좋아! 아예 셋 다 복상사를 시켜주지. 그때 가서 미안하다고 빌어도 소용없을 줄 알아라!” “와아! 정말 기대돼요! 저희 파티는 5일 후에 쉴 계획인데 그때 시간 괜찮으세요?” “좋아! 그럼 그때 보자고!” “네. 그럼 5일 후. 저희가 묵는 여관으로 와주세요. 위치는 여기 적혀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에이미는 언제 준비한 건지 여관의 위치가 표시된 종이 쪼가리를 넘겨줬다. “그럼. 5일 후. 기대하고 있을게요. 꼭 찾아와주세요. 꼭이에요.” 에이미는 그 말만 남기고 구원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바람같이 사라졌다. 어라…? 뭔가 잘 구슬려 넘어간 듯한 느낌이…. 아니야.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렸는데 절대 물러설 수 없지. 게다가. 나쁠 것도 없다. 오기로 셋 다 라는 말까지 해버렸지만 쟤들이랑 내 레벨차이도 충분히 있는데다가, 매일하자는 것도 아니고 고작 한 번 하는 건데 뭐. 설마 하루 만에 그렇게 쥐어 짜이겠어? 정 힘들면 스킬을 풀로 발동시켜서 셋 다 기절이라도 시키면 되지.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좋아! 어차피 하렘을 차리려면 다 대 일 경험은 필수! 이것도 하렘을 꾸리기 위한 큰 한 발자국이라고 생각하자고. 여관에 들어가니 디아나와 사라가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빨리 오게나. 배고파 죽겠네.” “응? 왜 아직 안먹고 있었어?” “친목도모를 위해 식사는 같이 하자고 한 건 구원이잖아요?” 아무래도 사라가 처음 만난 날에 했던 말을 착실하게 기억하고 실천해준 모양이다. 아이고 이쁜 것. 맨날 이렇게만 해라. 오빠가 오늘 밤에는 아주 천국을 보여줄게. 식사를 하면서 사라도 역시 오늘 밤에 있을 일을 생각하고 있는 건지 간간히 구원과 시선이 마주칠 때마다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피했다. 그러고 보니 얜 디아나랑 다르게 진짜배기 처녀였었지. 다른 모험가들은 기본적으로 섹스에 털털해서 부끄럼이란 게 없는데, 저런 반응을 보이니 신선하다. 구원도 왠지 달달한 기분이 돼서 사라를 그윽하게 쳐다봤다. “크흠. 자네들 아주 몸에서 설탕이 나오겠구먼.” 옆에서 바라보던 디아나의 입장에선 조금 눈꼴셨나보다. “그, 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긴 뭘 아닌가. 지금부터 우리 섹스할 거예요 란 걸 온 몸으로 표현하고 있구먼.” “오, 오해에요.” “음? 그런가. 그럼 오늘은 이 몸이 구원을 좀 빌려도 되겠는가? 찬찬히 성자 스킬들 몸으로 겪으며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네.” 디아나는 천연덕스럽게 사라를 도발했다. 오늘은 이라니. 너 어제 한 거 사라한테 안 들켰다고 되게 뻔뻔하다? 이게 바로 연륜이란 건가. “아, 안돼요!” 사라가 디아나의 도발에 바로 넘어갔다. 평소의 쿨한 표정이 완전히 무너져 당황하는 게 꽤나 귀엽다. 걱정 마. 디아나도 그냥 놀리고 있는 거야. 물론 귀여우니 말은 안 해줄 거지만. “역시 맞지 않은가.” “그, 그건….” 사라가 구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시선을 보냈지만, 구원은 말없이 흐뭇하게 그 상황을 즐겼다. 난생 처음으로 여자 둘이, 그것도 이렇게 예쁜 애들이 날 두고 아옹다옹하는데 내가 그걸 왜 말려? 물론 디아나는 그냥 놀리고 있을 뿐이고 사라도 날 좋아해서 안기는 게 아니라 레벨 업 때문에 안기는 거지만 그럼 어때? 기분이라도 즐겨야지. 살면서 이런 기분을 느낄 날이 오게 될 줄이야. 이 세계로 보내준 대지신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살짝 소란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일단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사라도 던전에서 막 돌아와 씻지도 못한 상태고, 나름 준비가 필요할 테지. 구원도 일단 샤워실에 들어가 몸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었다. 그리고 이제 슬슬 사라도 충분히 준비했겠지 싶어서 방을 나서려고 했을 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어제는 사라가 찾아왔는데도 그런 식으로 못했으니 오늘은 내가 갈 생각이었는데. 설마 오늘도 사라 쪽에서 온 건가? 하지만 문을 열어보니 그 앞에는 디아나가 서있었다. “어라? 디아나?” “뭔가? 이 몸이 온 게 불만인가?” “아니, 그럴 리가. 무슨 일이야?” “자네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당연히 성자의 스킬을 연구하러 왔지 그럼 무슨 일로 왔겠나?” “어?! 미안하지만 오늘은 사라랑….” “식사 중에 그렇게 티를 냈는데 이 몸이 그걸 모르겠나? 사라양에게 가기 전에 끝내면 될 거 아닌가?” 어쩐지 디아나가 살짝 평소와는 태도가 다른 것 같은데…. 왠지 모를 조급함이 느껴진 달까, 평소의 태평한 태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괜찮겠어? 나야 괜찮지만, 완전 어중간해질 텐데?” 그렇게 금방 끝내버리려면 두 가지 방법밖에 없다. 먼저 스킬을 풀로 사용해서 디아나를 빠르게 만족시키는 거다. 이 경우에는 아마 디아나도 어제처럼 정줄을 놓고 스킬을 제대로 알아보는 건 불가능 할 거다. 아니면 디아나를 만족시키지 않더라도 그냥 적당히 몇몇 스킬들만 경험하게 해주고 끝내는 거다. 이 경우엔 디아나가 욕구불만인 채로 끝나게 될 확률이 무지하게 높다. “…그렇군.” 머리 좋은 디아나도 구원이 하는 말을 바로 알아들은 모양이다. 오히려 디아나가 지금에서야 깨달은 게 이상한데? “미안하네. 연구에 너무 조급해지다보니 이 몸도 살짝 냉정함을 잃은 것 같네. 하긴 오늘만 날이 아니지.” 그렇게 열을 올릴 정도로 마법 연구에 빠져있는 건가. “응. 내일은 꼭 같이 자자. 약속할게.” “음. 알겠네. 꼭일세. 꼭.” “응. 알았어.” 디아나가 재차 다짐을 해오는 모습이 마법 연구 때문이란 걸 알고 있음에도 귀여워보였다. 어차피 저번에 해둔 변명도 있으니 사라도 매일 할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을 거다. 오늘 사라랑 실컷 하고 내일은 또 디아나랑 해야지. 하루단위로 여자애들이랑 잘 약속을 잡다니. 나 완전 카사노바 아니냐? 그렇게 오늘은 디아나를 돌려보내고, 구원은 드디어 사라의 방문 앞에 섰다. 어제 디아나랑 그렇게 했으니 안 떨릴 줄 알았는데 의외로 떨리네. 똑똑 “네, 네. 여, 열려있어요. 들어오세요.” 노크를 하니 안에서 긴장한 티가 역력한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라 역시 긴장하고 있단 사실을 알게 되자, 반대로 구원은 긴장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좋아. 가보자고. 구원은 크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방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쿠폰이랑 후원 쿠폰이 같은 건 줄 알고 후원쿠폰 감사하단 말만 했었는데, 아무래도 서로 다른 거였나 보네요. 한달 넘게 연재하면서 이제야 깨닫다니…. 쿠폰과 후원 쿠폰 모두 감사합니다. 곤짤레스 //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폰으로 댓글 확인해볼 건 어떻게 아시고 모바일로만 통하는 딜교를…. 무서운 분이시군요. niellee // 쿠폰 감사합니다. 연참은…오늘은 다음화를 겨우 2/3정도 쓰는 데 그쳤네요. 어떻게든 이번주 안으로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37==================== 길드 퀘스트 구원이 방 안에 들어갔을 때, 사라는 가벼운 차림으로 침대에 앉아있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왔는지 아직 덜 마른 머리카락은 촉촉하게 젖어있고, 피부도 살짝 상기되어 붉어져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코끝으로 미약한 향기가 맴돌았다. 향수? 아니 그냥 비누 냄새인가? 구원과 마찬가지로 여관에 상비되어있는 비누를 사용했을 텐데도 그 냄새는 왠지 새롭게 다가왔다. 이게 바로 여성의 페로몬이란 걸까? 어제 디아나와는 그저 섹스에만 열중하여 이런 세세한 부분은 눈치 챌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나도 조금 성장한 건가? 구원은 일단 사라가 앉아있는 침대 옆에 나란히 앉았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사라의 몸이 조금 떨리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긴장하고 있어?” “네, 아, 아뇨.” 사라는 얼굴에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그렇게 대답했지만, 얼굴빛은 긴장의 기색을 전혀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는 모습이 무척 애처로워 보일 정도였다. 첫 경험이 그랬으니 어쩌면 더 긴장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구원은 제대로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저 스킬에 의존하여 쾌감을 강제로 발생시켰을 뿐, 난폭하게 섹스를 했을 지도 모른다. 구원은 스스로도 긴장하고 있는 주제에, 남자답게 사라의 긴장부터 풀어주려고 동그란 사라의 어깨를 살며시 감싸 안았다. 절대 저번처럼 난폭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아 최대한 부드럽게. “걱정 마. 괜찮을 거야.” “…네.” 그렇게 한동안 안고 있는 상태에서 가만히 있자, 구원의 마음이 느껴졌는지 사라의 몸에 느껴지는 떨림이 차츰 줄어드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사라의 떨림이 완전히 멎었을 때, 구원은 드디어 다음 행동에 나섰다. 어깨를 감싸 쥐고 있던 손을 사라의 몸을 쓸어내리듯이 천천히 내려 가슴을 살며시 움켜쥔다. “흐읏.” 그러자 사라의 몸이 미약하게 반응하며 떨리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떨림은 분명 아까의 떨림과는 다른 이유로 떨리고 있는 것일 거다. 어제 디아나와의 경험으로 폭업을 한 덕분에, 구원은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도 전혀 개발되지 않은 사라의 몸에 쾌감을 줄 수 있는 수준이 됐다. 그건 그렇고 전에 우연히 알몸을 봤을 때도 느꼈지만, 사라는 아무래도 입으면 말라 보이는 타입인가보다. 옷을 입었을 때는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던 가슴은 확실히 그 존재감을 가지고 만져졌다. 결코 거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충분히 있을 만큼은 있다. 원래 세계의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B컵 정도는 되는 게 아닐까? 구원은 가슴의 몰캉몰캉한 감촉을 즐기며 부드럽게 천천히 주물렀다. “하앗. 저, 구, 구원씨? 혹시 스킬을 쓰고 계신 건가요?” “응? 아니. 아직 전혀 안 쓰고 있어.” “흐읏. 그, 그럼 역시….” 사라는 구원의 말을 듣고 드디어 가슴에 품고 있던 이 애매한 감정에 확신이 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제 구원에게 안기고 나서 계속 들었던 의문. 자신은 설마 구원을 좋아하는 걸까? 그런 의문이 생긴 이후로 계속해서 머리 한구석에서 구원을 의식하고 있었다. 정신 차리고 보면 시야 한 구석에서 구원의 모습을 쫓고 있고, 구원이 다른 여자와 친하게 붙어있으면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나빠지기까지 했다. 심지어 전투 중에도 말이다. 사라 스스로도 자신의 이런 모습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잘 알고 있었다. 누가 봐도 완전히 사랑에 빠진 여자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게 과연 정말로 구원을 좋아해서 그런 걸까? 혹시 그저 처음을 준 상대라서 의식하고 있을 뿐이 아닐까? 아니면 구원의 스킬로 느낀 쾌감을 착각한 것뿐인 게 아닐까? 이제껏 사랑이란 감정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사라로서는 제대로 판단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전투 중에서 조차 구원을 의식하게 된 거다. 전투는 할아버지의 복수를 위한 초석 다지기. 그런 상황에서마저 구원을 의식하는 마음이 과연 정말 착각인 걸까? 사라 스스로 그렇게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지만, 점점 자신이 구원을 좋아한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거기에 더해 방금 전 행위로 사라는 드디어 이 감정이 확신을 가졌다. 구원은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거짓말 하는 걸로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도 그저 옷 위로 만지는 것만으로 사라는 온 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쾌감을 맛봤다.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겨우 이정도 터치만으로 이런 쾌감을 느끼는 건 절대 불가능할 거다. 자신이 어쩌다가 이런 나사 빠진 남자를 좋아하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난 분명 이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 아니. 나사 빠졌다니, 꼭 그렇게 나쁘게 볼 것까지 없잖아? 우리 기준으로는 나사가 조금 빠져있어 보일지 몰라도, 그건 그저 이방인이라 그럴 뿐이야. 그런 사소한 단점을 가릴 만큼 큰 장점이 이 남자에게는 많이 있다. 이렇게 자세히 보면 얼굴도 분명히 빼어난 미남이고. 무엇보다 사라를 처음 봤을 때부터 그렇게 헌신적으로 도와준 남자다. 이런 착한 남자 좋아하게 되도 전혀 이상한 거 없잖아? “뭐가 역시야?” “아, 아뇨. 아무것도.” 물론 좋아한다는 마음에 확신을 가졌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사라의 성격상 갑자기 남자한테 고백하거나 애교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게다가…사라에게는 스스로의 연애를 즐기기에 앞서서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아직 할아버지의 복수도 하지 못했는데, 복수를 하러 와서 만난 남자와 알콩달콩하게 연애를 즐기는 건 돌아가신 할아버지께 너무 죄송한 기분이 든다. 그래. 역시 할 일을 먼저 하는 게 우선이야. “옷 벗겨도 돼?” “네, 네.” 구원은 사라의 가슴의 감촉을 충분히 즐기고 사라에게 물어봤다. 그러고 보니 부끄럽게 이런 건 물어보는 게 아니라고 어디선 가 본 것 같은데…. 내뱉고 나서야 생각났으니 어쩔 수 없나. 다음부터 조심하자. 사라의 옷자락을 들어 올리자, 사라도 벗기기 편하게 팔을 들어 줬다. 그렇게 드러난 사라의 상반신은 디아나와는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손으로 만져 확인한 대로 가슴은 적당한 크기에 탄력이 있어 전혀 처짐 없이 아름다운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허리는 과장 조금 보태서 구원의 양손으로 감싸질 만큼 가늘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고 있고, 건강해 보이는 11자 복근 역시 디아나와는 다른 매력을 뽐낸다. 구원이 살짝 감동하며 그 배에 살짝 손을 가져다대자 탱탱한 탄력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 기세로 바지도 벗기기 위해 손을 걸치자 사라가 벗기기 좋게 엉덩이를 살짝 들어줬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사라의 전신은 마치 하나의 예술품을 보는 듯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허리가 저렇게 가는데도 그 밑으로 이어지는 골반은 꽤나 풍만해서 아찔한 라인을 그리고 있다. 그 밑으로 이어지는 다리 역시도 매끈하고 탄력 있지만 보기 흉할 정도로 근육은 붙어있지 않고 늘씬하게 잘 빠져 탄성을 자아냈다. 구원은 그런 사라의 모습을 보고 감격에 벅차 한동안 말을 잊지 못했다. 시골에서 살다 왔다는 애가 대체 뭘 먹고 자랐기에 이런 몸매를 유지하지? 원래 세계에서 슈퍼 모델을 하면 딱 어울릴만한 몸매다. 구원은 한동안 사라의 몸매를 관찰하자, 사라가 부끄러운 듯이 살며시 이불로 몸을 감쌌다. 그 행동에 구원은 정신이 번쩍 들어 다시 분위기를 잡아갔다. 안 되지 안 돼. 넋을 잃고 있어서 어쩌잔 거냐. 구원은 사라를 살며시 눕히고 자신도 이불 안으로 들어가 사라의 위를 덮는 자세를 취했다. 이번엔 아까의 교훈을 살려 물어보지 않고 살며시 한 손으로 사라의 고개를 받친 후 그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갔다. 디아나와의 관계 시에도 거절당한 경험이 있고, 사라도 레벨 업을 위해 섹스를 할 뿐이니 혹시 이번에도 거절당하려나? 하지만 의외로 사라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순순히 구원의 입술을 받아들였다. 처음 맛보는 키스는 여러 매체에서 떠드는 것처럼 뭔가 특별한 맛이 나는 건 아니었지만, 입술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은 그것만으로 중독될 정도로 기분 좋은 감촉을 선물했다. 구원에게도 첫 키스지만 성자 레벨의 힘으로 혀가 제 갈 길을 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움직여 사라의 입안으로 파고들었다. 사라의 입천장을 톡톡 건드려도 보고 혀로 혀를 감싸기도 하면서 기교를 부리자, 사라의 표정이 몽롱하게 풀어지는 게 지근거리에서 보였다. 그렇게 키스를 하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 사라의 가슴을 부드럽게 원을 그리듯 돌리며 애무하자 사라의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입술로 막고 있어 소리는 나지 않지만, 사라의 숨이 거칠어지며 흥분한 게 고스란히 구원에게 전달된다. 구원은 가슴을 애무하던 손을 미끄러뜨리듯 아래로 이동시켰다. 탄력 있는 복근을 지나 비부에 접근하니 벌써부터 축축한 습기가 느껴졌다. 음부에는 접촉하지 않고 하복부를 어루만지다가 살짝 옆으로 꺾으며 내려가 음부 가까이의 허벅지 안쪽을 애태우듯이 원을 그리며 쓰다듬자, 사라가 더 큰 자극을 원한다는 듯이 양 다리를 오므리고 허벅지를 거칠게 비볐다. 구원은 혹시 몰라 사라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 드디어 손을 음부로 접근시켜 조심스럽게 훑어 내리니 사라의 몸이 거세게 꿈틀댔다. “흐으으읍!” 아무래도 절정 속박을 걸어둔 건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사라의 얼굴은 이제 완전히 녹아내려 있었다. 입이 구원의 입으로 막혀있어 말은 못하고 있지만, 그 눈빛만으로 간절히 원하는 게 느껴진다. 구원은 살며시 입술을 뗐다. 얽혀있던 혀와 혀의 사이에 침으로 다리가 만들어졌다가 사라의 입 안으로 떨어졌다. “괜찮아?” “헤? 에, 에헤.” 사라는 완전히 혀가 풀렸는지 제대로 된 발음도 하지 못하고 몽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평소의 쿨한 미녀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배덕적인 모습에 안 그래도 팽창해있던 구원의 물건도 아플 정도로 한계까지 단단해졌다. 사라의 음부도 이미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젖어있다. 슬슬 때가 됐나. 구원이 사라의 다리를 살며시 잡아 벌리자, 사라도 아무 반항하지 않고 스르르 다리를 벌려줬다. 역시 그제까지 처녀였던 만큼 사라의 음부는 깨끗한 모양으로 핑크빛을 띄고 있었다. 구원은 사라의 다리를 양 어깨에 걸치고 양물을 사라의 음부에 천천히 삽입했다. “하악!” 충분히 젖었다고는 해도 역시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음부는 구원의 물건을 아플 정도로 조여 왔다. 디아나가 부드럽게 감싸오는 느낌이라면 사라는 꾹꾹 압박해오는 느낌이랄까? 디아나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지만 사라도 역시 명기인 듯 질 벽이 스스로 꿈틀대며 구원의 물건을 자극해왔다. 혹시 예쁜 애들은 하나같이 명기라는 법칙이라도 있나? 매력이란 스탯이 존재하는 세계다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흐아아앙!” 구원이 힘차게 허리를 한번 튕기자, 절정 속박이 풀린 사라가 허리를 활처럼 크게 휘며 양 손으로 침대 시트를 꽉 붙잡고 절정에 달했다. 그 순간 안 그래도 강하던 사라의 질압이 더 강해지며 구원의 물건을 꽉 물어왔다. 와 진짜 장난 아니네. 나보다 레벨도 한참 낮으면서 이러다가 조루되겠다. 구원은 이를 악물고 허리를 힘차게 움직여 피스톤질을 했다. “하앗, 하앗, 하앗, 하앗.” 사라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신음 섞인 숨을 몰아쉬며 쾌락에 빠져있었다. 구원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어깨에 걸친 사라의 매끈한 다리 안쪽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한 손으론 사라의 몽글몽글한 가슴 전체를 뒤덮듯이 잡아 원을 그리듯이 부드럽게 애무했다. 손바닥으로 느껴지는 사라의 유두가 딱딱히 선 것이 느껴져서 손바닥으로 가볍게 비벼주니 사라의 음부가 또 한 번 움찔 하는 게 느껴졌다. “하윽, 흑, 하앗, 하아앙!” 다리를 쓰다듬던 손을 쓰윽 내려 결합부에 위치하고 있는 음핵을 가볍게 쓰다듬어 주니, 사라가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하앗, 조, 조금 쉬…으읍.” 사라가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구원의 입이 사라의 입을 막았다. 성자의 손길은 너무 강력하니 사용 안한다고 쳐도, 성자의 성수 정도는 괜찮겠지? 성자의 성수를 발동하자, 지금까지 키스를 하면서 계속 수동적인 자세로 받아들이고만 있었던 사라가 격렬하게 혀를 얽혀왔다. 와, 입 안이 민감해지니 이런 반응도 하는 구나. 사라의 다리를 구원의 어깨에 걸친 채로 키스를 하기 위해 몸을 숙이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라의 다리가 몸 쪽으로 바짝 붙고, 엉덩이가 들어 올려진 자세가 됐다. 그래서 구원의 허리도 앞뒤로 움직였던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엔 위아래로 펌프질을 시작했다. “흐읍, 흡. 흐읍. 츄릅. 하악. 하앗. 으읍. 흐으으읍!” “으으윽!” 구원과 키스를 하면서도 사라는 달콤한 신음성을 내뱉으며 다시 한 번 몰려오는 쾌감에 몸을 떨었다. 동시에 느껴지는 강한 압박에 구원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라의 안에서 그대로 사정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드디어 사라의 감정 정리가 일단락 됐네요. 중간에 사라의 독백 부분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있는데, 혹시 읽기 불편했다면 죄송합니다. 구원의 일인칭으로는 도저히 표현을 못하겠더군요. 하얗게 불태웠습니다…. 이걸로 겨우 약속은 지켰네요. 만약 내일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면 제가 잠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고 생각해주세요. oa77 // 그건 바로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죠! 욕만안하면다행 //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38==================== 길드 퀘스트 그렇게 구원과 사라는 쾌락에 빠져 서로를 갈구하며 밤새 미친 듯이 뒤얽혔다. 레벨이 한참 낮은 사라는 물론, 구원마저도 정신없이 허리를 흔들다가 어느 순간 기억이 끊겨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아침이었다. 대체 언제 잠든 거지…. 섹스의 쾌감도 쾌감이지만 평소 쿨하던 사라가 완전히 풀어진 모습에 그만 정신줄을 놓고 말았다. 게다가 디아나처럼 기절하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스킬도 최대한 사용을 안했더니 더 오래 붙잡고 늘어져 버렸다. 막 잠에서 깨 멍한 머리로 아무 생각 없이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던 구원은, 서서히 정신이 깨어나기 시작하면서 겨우 자신의 몸 위에 뭔가가 올려져있음을 눈치 챘다. 손을 뻗어 확인해보니 매끈하고 탄력 있는 여성의 살결이 느껴졌다. “으음….” 사라의 잠꼬대 같은 소리와 함께 가슴에 따듯한 숨결이 느껴진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사라가 구원의 몸 위에 올라타서 가슴에 얼굴을 박고 쌔액쌔액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있었다. “으응….” 그 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워서 잠에서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보니, 사라가 기분 좋은 듯 구원의 가슴에 볼을 문지르며 더 강하게 껴안아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구원의 물건에도 강한 쾌감이 전해져왔다. 우와…. 그러고 보니 결국 그냥 박은 채로 잠들었나보네…. 결국 어제 수면욕을 못 이기고 잠들 때까지 계속 섹스를 했다는 말이 된다. 구원은 그제야 박혀있던 물건을 뽑아냈다. 보이지는 않지만 하반신에 질척한 액체가 느껴지는 게 진짜 어지간히 한 모양이다. 잠깐, 그럼 얜 대체 레벨이 얼마나 오른 거지? 구원은 사라에게 애널라이즈를 실행해봤다. 레벨 : 28 직업 : 용사 / 궁사 / 사냥꾼 / 모험가 …헐. 이게 뭐야. 놀랄 구석이 너무 많아서 뭐부터 놀라야할지 감당이 안 된다. 우선 애널라이즈의 레벨이 올랐는지 드디어 레벨뿐만 아니라 직업까지 볼 수 있게 됐다. 이건 별 문제가 안 된다. 오히려 그냥 순수하게 기뻐할 일이지. 문제는 사라의 레벨과 직업이다. 저번에도 느꼈지만 사라의 성장속도는 말이 안 된다. 밤새 섹스를 했다곤 하지만 구원이 조루도 아니고 열 번 스무 번 싸재낀 게 아니다. 아무리 구원과 레벨 차이가 난다곤 하지만 하룻밤 만에 레벨이 저렇게 올랐다고? 그게 가능했으면 이미 여자들은 레벨 높은 남자들을 잡아채서 개나 소나 고렙일 거다. 역시 이 성장속도는 이상하다. 하지만 그 의문을 풀어주는 열쇠가 바로 사라의 직업이다. 용사라니? 그러니까 그 마왕 토벌하려고 이리저리 구르고 다니는 그 용사 맞지? 마법도 가능하고 힐도 가능하고 근접전투도 가능한 그 주인공 전용 사기 직업. 만약 구원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 용사가 맞다면 지금까지 사라에게 품고 있던 모든 의문이 풀린다. 상식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성장속도. 강해지고 싶다면서 섹스는 안 해도 된다는 태도. 모든 의문이 해소된다. 동시에 구원은 사라의 신상내역을 들을 때마다 미약하게 느끼던 위화감의 정체를 드디어 깨달았다. 내가 왜 이걸 진작 눈치 못 챘지? 시골에서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마을을 나서 강해지기 위해 싸운다. 이거 완전 전형적인 용사의 탄생 스토리잖아. 클리셰대로라면 평화롭고 조용한 시골마을 이었던 사라의 마을은 어느 날 갑자기 마왕이 이끄는 마물들의 침공을 받아 초토화됐을 거다. 홀로 사라를 키우던 할아버지 역시 사라만을 겨우 숨겨주고 자신은 마물에게 사망. 실은 용사의 후손이었던 사라는 복수를 꿈꾸고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생각해보면 생각해볼수록 딱 들어맞는 얘기다. 어? 그럼 뭐야? 이 세계는 마왕도 있는 거야? 난 지금 용사가 여행을 떠나고 처음만난 동료A의 포지션이고? 던전은 그저 강해지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앞으로 사라랑 같이 마왕을 토벌하는 여행을 떠나야 하는 거야? 이거 생각했던 것 보다 스케일이 너무 큰데? 게다가 생각해보니 동료 구성까지 완벽하다. 용사. 변칙적이긴 하지만 성자의 특성상 엄청나게 강해질 수 있는 구원. 그리고 대마법사까지. 완전히 동화책에나 나올법한 용사의 동료구성 그 자체다. 용사가 검이 아닌 활을 들고 있다는 것도 조금 특이하긴 하지만, 뭐 그런 얘기도 있을 수 있지. 게임 속 세계랑 똑같으니 당연히 던전이 메인일 줄 알았는데, 설마 던전은 덤이고 마왕 토벌이 주목적이었다니…. 구원은 갑자기 들이밀어진 현실에 골이 아파지기 시작했다. 이건…각오할 수밖에 없는 건가. 어차피 사라를 도와주기로 다짐한 상태다. 그게 아니더라도 이제 와서 나 몰라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모진 성격도 아니다. 분명 엄청난 고난이 뒤따를 거다. 게임이나 책으로 봤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힘들 테지. 하지만 나에게는 치트키나 다름없는 능력들이 있다. 그래. 이 능력들을 잘 살리고, 동료들과 함께라면 분명 극복할 수 있어! 그렇게 우린 새로운 전설이 되는 거야! “으음….” 구원이 그렇게 굳은 다짐을 했을 때, 드디어 사라가 부스스 눈을 떴다. 잠이 덜 깬 눈으로 구원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더니, 곧 점점 눈이 커지면서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꺄아악!” “으악! 깜짝이야! 왜?! 뭐야?! 무슨 일이야?!” “왜, 왜, 여기…아, 아뇨. 아무것도.” 사라는 재빨리 일어나 이불을 몸에 두르고 침대 끝으로 도망가 소리를 지르더니, 구원이 놀라자 그제야 상황 파악이 조금씩 되는지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푹 숙였다. “괜찮아? 미안해. 피곤하지?” 처음 마음먹은 대로 난폭하게 대하지는 않았지만, 상당히 무리하게 해버렸다. 처녀딱지 뗀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애를 데리고 밤새 해대다니. “네? 아, 아뇨. 괜찮아요. 아무렇지도 않아요.” 하지만 사라는 정말로 아무렇지 않은 듯이 보였다. 이것도 용사의 힘인가? 생각해보면 구원도 밤새 해댄 것 치곤 멀쩡하다. 아니, 오히려 평소보다 더 컨디션이 좋을 정도다. 아, 설마…. 그러고 보니 잘 때도 물건을 결합시킨 상태였다. 밤새 힐링 섹스가 발동된 건가? 솔직히 별 필요 없는 스킬이라고 생각했는데 또 의외의 효능을 하나 알아버렸다. 구원이 원인을 파악하다가 퍼득 정신을 차리니 사라가 이쪽을 빤히 보고 있다. 애인 사이도 아닌데 이러고 있으니까 엄청 어색하네. “아…음…그, 씻어야지?” “네, 네. 그래야죠.” “같이 씻을까?”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빨리 옷 입고 나가요!” 너무 분위기가 어색해서 농담 한 번 해본 건데 사라는 얼굴을 붉히고 격렬하게 저항했다. 쳇. 결국 레벨 업 때문에 한 섹스란 건가. 언젠간 꼭 진심이 되게 만들어 주지. 물론 그건 나중 일이고 지금은 사라의 시선에 떠밀려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팽개쳐져있는 옷을 주워 입고 황급히 방을 나서야했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도 사라는 묘한 분위기를 유지했다. 구원을 빤히 바라보다가 가끔 시선이 마주치면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돌린다. 뭐, 이해는 간다. 사라에게는 제대로 된 첫 경험이나 마찬가지였을 거다. 아무리 레벨 업을 위해서 라고는 해도 의식하지 않는 게 이상한 거지. 나쁜 기분은 아니다. 이렇게 계속 몸을 겹치다 보면 정도 생기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게 만드는 반응이다. 하지만 이런 애가 용사란 말이지…. 사라는 아직까지 그런 티를 낸 적이 없다. 성장했다고 휙 떠나버릴 애로도 안 보이는데 말이지. 좀 까칠하긴 하지만 의리는 있는 애다. 묘하게 착실한 구석도 있고 말이지. 그냥 말 할 타이밍을 못 잡고 있을 뿐인 건가? 좋아. 언젠가 사라가 스스로 말해주겠지. 말을 할 때까지 기다려주자. 그때까지 착실히 마왕과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가 사라가 용사임을 고백하는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도와준다고 하는 거야. 저 까칠한 사라도 반할 만큼 멋있지 않을까? 그래. 분명 그럴 거다. 좋았어. 앞으로의 목적이 명확하게 정해졌다. “크흠. 자네들 어제 이 몸이 한 말은 뭐로 들은 겐가?” “응? 뭐가?” “적당히 해주지 않겠나? 아주 깨가 쏟아지는구먼. 간밤에 그렇게 즐거웠나 보지?” 디아나가 불퉁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얜 어제 그러더니 또 사라를 놀려먹으려고 하네. “아, 아니에요!” “맞아. 그런 거 아니야.” “엣?!” 아니, 완전 틀린 건 아니지만 난 앞으로의 다짐을 하고 있었던 거니까. 구원이 그렇게 부정하자 왠지 사라가 더 당황하기 시작했다. 도와줬는데 뭘 놀라냐. 어제처럼 흐뭇하게 지켜만 보고 있을 줄 알았냐? “흠. 뭐 아무튼 자네, 알고 있겠지?” “응. 알았다니까.” 오늘도 내가 사라한테 갈까봐 걱정됐는지 디아나가 재차 다짐을 해온다. 얜 그때 기절해 있어서 내가 사라한테 무슨 변명을 했는지 모르지. 알면 저렇게 걱정 하지도 않을 텐데. 그래도 귀여우니까 계속 아무 말 않고 있어야지. 소란스런 식사를 마치고 오늘도 역시 던전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칸나 일행은 5일, 아니 이제 4일 후에 휴식이라고 했었지. 그 말은 일정한 텀을 두고 주기적으로 쉬어주고 있다는 말이 된다. 우리 파티도 슬슬 그런 규칙을 정하기는 해야 할 것 같은데…. 일단 우리도 4일 후에는 쉰다고 치고, 그때 같이 얘기 좀 해봐야겠다. 우선은 길드 퀘스트가 우선이다. 구원은 안내원 누님께 가서 어제 보고한 길드 퀘스트의 보수를 받고, 덤으로 원래 알려져 있던 하층으로 가는 길도 자세히 알아봤다. 어제 안내원 누님이 놀랐을 때 예상했지만, 역시나 길드에서 원래 알고 있던 길에는 고블린 주둔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 대량으로 고블린이 몰려있었던 곳이다. 아직 못 찾았을 뿐이지 분명 어딘가 통하는 길이 있을 거야. “오늘은 정규 루트로 내려가 보자.” “네? 왜요?” “음. 그러세.” 그러고 보니 어제 디아나와 귓속말로 하느라 사라는 아직 사정을 모른다. 사라는 디아나가 알고 있단 반응을 보이자 따돌림 당한 기분이었는지 입을 삐죽 내밀고 구원을 쳐다봤다. “어제 칸나들이 있어서 제대로 얘기 못했는데, 고블린 주둔지가 거기로도 연결되어 있을 것 같거든. 예상이 들어맞는 다면 우린 대박을 칠 수 있을 거야.” “그럴까요? 그리고 만약 정말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그렇게 다녔는데도 찾지 못한 길이잖아요.” “걱정 마. 내 방향감각만 믿으라고.” 정확히는 맵의 사기성이지만 말이지. 그래서 오늘은 정규루트로 내려가는 도중 초보존이라고 볼 수 있는 영역을 지나자 처음 보는 몬스터를 만났다. “오? 사슴이네?” “음. 원래는 이쪽을 상대하는 게 정석이지. 늑대개들을 상대하던 자네들이 특이한 걸세.” 하긴 걔들이 울음소리로 동료 불러 모으는 게 여간 성가신 게 아니긴 하지. 물론 처음 만난 몬스터라고 해서 구원 일행의 상대가 되는 건 아니다. 어차피 늑대개 수준의 몬스터다. 가볍게 정리하고 마석을 캐니, 사슴뿔이 드랍됐다. “가죽이나 어금니 같은 것 보단 이쪽이 더 쓸 만해 보이네.” “음. 활을 만들기에 좋은 뿔이라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꽤나 수요가 있는 편이지.” “그래? 사라야. 이걸로 활이나 만들래?” “네?! 아, 하지만….” 아무래도 던전산 재료로 만든 게 성능이 더 좋을 것 같아서 제안했는데, 사라는 손에 들고 있는 활을 바라보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연 있는 활인가? 하긴 초토화된 마을에서 홀로 나왔을 때부터 들고 있는 활일 테니. “사정이 있는 활이라면 재료와 함께 대장간에 강화를 맡기면 되네.” 디아나도 사정을 짐작한 건지 그런 조언을 해 줬다. 강화라니…. 그런 것도 가능한 거냐. 하긴 마법이 있는 시점에서 뭔들 불가능하겠냐마는. “…그런가요. 네. 알겠어요. 고마워요. 구원.” 사라는 그래도 사정 있는 활의 개조하는데 고민이 되는 눈치였지만, 어차피 던전을 내려가다 보면 활을 바꾸든가 강화하든가 해야 한다는 생각인지 결국 승낙했다. 게다가 제안해준 구원에게 살며시 미소 지으며 감사의 인사까지 했다. 오오. 이게 바로 소위 말하는 떡정이란 건가. 사라가 조금 사근사근해졌어. 그렇게 한동안 내려가니 드디어 고블린들이 나오는 곳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자, 이제부터가 관건인데. 제발 예상아 맞아 떨어져라. 마음속으로 염원하며 구원은 맵을 확대해 이리저리 돌려보며 살펴봤다. 그리고 맵의 저 멀리에서 밝혀진 부분이 있는 게 보였다. “좋았어!” 꽤나 거리가 있지만 지도의 모양을 이리저리 살펴보니 확실히 고블리 주둔지가 있던 그곳이 맞다. 저런 미로 같은 지형을 잘못 볼 리가 없지. “왜 그러세요?” “예상이 맞았어! 역시 이 길로도 고블린 주둔지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음? 그걸 어떻게 아나?” “내 방향감각만 믿으라고 했잖아?! 좋아. 다들 따라오라고.” 구원은 콧대를 세우고는 위풍당당한 걸음으로 맵의 밝혀진 부분을 향해 걸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투베 순위가 무시무시하게 올랐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ppk12 // 그 성자가 아니라 그 성자 맞습니다. 돔페리뇽 // 그렇죠. 과연 그 중 몇이 나올지 저도 예상이 안 되네요. 샤란케린 // 클럽이요? 죄송합니다. 무슨 말인지 말 모르겠습니다. 이 소설에 클럽 같은 건 안 나왔는데…. 쓰굴 // NTR은 싫어하는 독자 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아서 앞으로도 안 나올 겁니다. stevenji // 모험가들은 기본적으로 피임을 합니다. 소설에서 그 얘기가 나오는 건 아마 다음 히로인이 등장한 후가 될 것 같네요. 폭탄z기 // 죄송합니다. 섹스한다고 몬스터랑 합쳐 놓는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스토리는 계속 차근차근 진행할 거예요. 스토리 진행 안하고 계속 끄는 건 저 같은 신참 작가한테는 너무 고급 스킬이라 하고 싶어도 못할 것 같네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39==================== 길드 퀘스트 고블린들을 상대하는 건 어제보다 더 쉬워졌다. 어제도 고블린들을 상대할 때 굳이 구원이 나설 필요는 없었지만, 오늘은 그보다 더 수월해졌다. 쐐액! 이제는 날아가는 소리마저 무시무시해진 사라의 화살이 고블린의 미간에 정확히 박혀 일격에 쓰러뜨린다. 직업 레벨은 오르지도 않고 순수하게 레벨만 올랐을 텐데 위력이 이렇게까지 차이난다니. 하긴 레벨 보정을 상당히 받을 만큼 레벨이 많이 오르긴 했지. 진짜 용사보정 장난 아니다. 어쨌든 어제 칸나 일행과 만나기 전처럼 고블린이 다가오기 전에 원거리 공격으로 해치워 버리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 속도가 훨씬 빨라지다 보니 파티의 이동속도도 확연히 빨라졌다. “레벨 업만으로 위력이 이렇게 차이가 나다니. 자네들은 대체 어제 얼마나 해댄 건가….” “그, 그렇게까지 많이 한 건…!” 놀리는 게 아닌, 순수하게 질린듯한 디아나의 말에 사라가 얼굴을 붉히고 당황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파티의 탐험은 충분히 순조로웠다. 좋아. 이대로 가면 고블린 주둔지까지 가는 길을 개척하는 것도 시간문제군. …그렇게 생각하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정말 제대로 가고 있는 게 맞나요?” “흠. 이제라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게 어떻겠나. 살다보면 이런 일도 있는 법이지. 이 몸도 다 이해하네.” “그래요. 애초에 방향감각만으로 찾겠다니.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젠장. 오히려 그렇게 상냥하게 대하는 게 더 비참해. 차라리 그냥 욕을 해줘. 길을 잃은 게 아니냐고 매도하란 말이야! “자, 자. 침착해. 날 믿으라고. 진짜 이 근처라니까?” 거짓말이 아니다. 맵에 표시된 걸 보면 정말로 가까워졌다. 고블린 주둔지의 넓이까지 생각해보면 아예 지금 시야에 고블린 주둔지가 보여도 이상하지 않을 거리다. 어제 갔던 길과 반대편에서 고블린 주둔지를 찾아온 것이니 말이다. 게다가 이제 슬슬 근처에서 홉고블린도 가끔이나마 보이는 수준이 됐다. 이건 진짜 근처에 길이 있다는 완벽한 증거잖아? 그런데 아무리 돌아다녀도 어디에도 통하는 길이 보이지 않는다. 눈앞에는 그저 가시덤불만이 쭉 이어지고 있었다. 가시덤불을 뚫고 가려고도 해봤지만, 그러기엔 가시덤불이 심하게 길었다. 혹시 고블린은 키가 작으니 개구멍같이 좁은 통로를 통해 다니나 싶어서 몸을 숙이고 샅샅이 살피면서 전진하고 있는데도 전혀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젠장. 이럴 리가 없는데. 이쪽에 길이 없으면 이 근처에 있던 고블린들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오는 건데? 분명 이 근처에 있을 거야. 구원은 아예 네발로 기어 다니는 수준으로 허리를 숙이고 고블린 주둔지 쪽을 살피며 벽을 따라 전진했다. “하아…. 자네도 근성 하나는 알아주는구먼.” “차라리 더 밑으로 내려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사라의 말이 맞다. 사라의 공격력도 이제는 상당한 수준이 됐으니 차라리 더 밑으로 내려가 수준 높은 몬스터를 상대하는 게 직업 레벨의 숙련도 상승량이나 벌어들이는 수입으로나 여러모로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원은 오기가 생겨서 이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이대로 포기하면 사라랑 디아나한테 완전 허풍쟁이 이미지가 박혀버리잖아. 전투는 전부 사라나 디아나에게 맡겨둔 채, 구원은 그저 벽을 샅샅이 살피는데 열중하며 벽면을 따라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구원은 드디어 하나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따라 걷던 가시덤불 중에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정확하게 원을 그리며 뚫려있는 곳이 있다. 높이는 구원의 무릎보다 조금 위정도일까? 자세히 살펴보지 않았다면 절대 눈치 챌 수 없었을 거다. 하지만 구원은 확신했다. 여기가 바로 고블린 주둔지와 통하는 길이라고. 게다가 이 트릭은 구원도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설마 여기서도 보게 될 줄이야. 다만 문제는…이걸 어떻게 쟤들한테 설명해야 하지? “구원, 왜 그래요?” “뭔가 찾았나?” 구원이 가만히 멈춰 서있자 주변을 경계하며 전진하던 사라와 디아나도 구원의 곁으로 다가왔다. 얘들한테 말한다고 순순히 믿어줄까? 왠지 변태하면서 매도하는 미래가 선명히 그려지는데…. “어…음…얘들아? 잘 들어. 이건 절대 농담이 아니야. 하물며 난 절대 변태도 아니고. 이건 그저 순수한 모험정신으로 하는 거야.” 구원이 뜨문뜨문 주저하며 말을 이어나갈 때, 구원이 주목했던 가시덤불에서 이변이 발생했다. 갑자기 가시덤불이 스스로 움직이듯 양옆으로 갈라지며 홉고블린 네 마리가 등장했다. 게다가 구원의 예상을 증명이라도 해주듯이, 그중 한 놈은 밑에 달린 물건을 빳빳이 세우고 있었다. 놈들이 튀어나오자 가시덤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제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좋았어! 나이스 타이밍! “꺄악!” “이, 이건?!” 사라와 디아나도 갑작스런 사태에 동요한 모양이다. 지근거리에서 나타난 녀석들이라 다가오기 전에 처리하는 건 불가능. 구원은 하는 수 없이 녀석들에게 돌진했다. 젠장. 오늘은 대신 앞에 설 탱커도 없으니까 되도록 쓰고 싶지 않았는데. 손에 성자의 손길을 둘렀다. 동시에 싸기라도 하면 절대 다 피할 수 없다. 엄습하는 위기감이 구원이 최대한 적절한 대응을 하도록 이끌었다. 먼저 제일 앞에 있는 놈을 연타하여 분출되는 순간을 눈을 부릅뜨고 관찰하여 방울 하나 묻는 일 없이 대각선 방향으로 빙글 돌며 회피한다. 그리고 회전력을 살려 바로 다음 놈에게 엘보를 먹이고, 놈이 부르르 떠는 사이에 발로 뻥 차서 날린다. 날려진 놈은 홉고블린들 무리사이에 떨어지며 하얀 물을 분출했고, 그것이 남아있는 홉고블린들에게 혼란을 야기했다. 역시 저런 멍청한 놈들도 자기 몸에 남의 좆물이 묻는 건 싫구나. 구원은 묘하게 냉정한 머리로 그런 생각을 하며 나머지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놈들이 당황하고 있는 사이에 재빨리 그 뒤로 돌아가 목을 잡고 꺾었다. 와 시발. 이래도 싸네. 내 스킬이지만 무시무시하다 성자의 손길. 마지막 남은 놈은 처음부터 물건을 세우고 있던 그 놈이다. 놈은 날아오는 동료의 정액을 뒤집어쓰고, 게다가 정면에 있던 동료가 목이 꺾여 죽으며 내뿜은 정액을 또 다시 뒤집어쓰는 바람에 제대로 멘탈이 터졌는지, 애처로운 모습으로 주저앉아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않았다. …내가 한 짓이지만 이건 좀 많이 미안하다. 적어도 편하게 보내주…려고 하다가 그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고는 주저하고 말았다. 그도 그럴게 정액을 뒤집어 쓴 놈한테 손쓰긴 싫잖아. 결국 그 놈은 사라와 디아나의 공격으로 마무리됐다. “…자네도 너무하구먼.” “후, 훗. 몬스터 따위에게 베풀 자비란 없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어요.” 시끄러워. 나도 같은 좆 달린 놈으로서 미안하긴 하단 말이다. 물론 미안한 건 미안한 거고, 몸에 닿기 싫은 건 닿기 싫은 거다. 구원은 놈들의 몸에 최대한 접촉하지 않고 기술 좋게 나이프만으로 몸을 갈라 마석을 캐냈다. 아무튼 이놈들의 등장으로 사라와 디아나에게 설명하는 건 간단해졌다. 변태라고 오해받을 일은 없겠군. “그런데 갑자기 어떻게 저기로 나온 걸까요?” “흠. 이 몸도 던전에는 연구를 위해 꽤나 와봤지만 저런 건 처음 보는군.” 역시 디아나도 모르는군. 하긴 저런 또라이 같은 트릭, 그레이트 어스 게임을 해본 놈이 아니면 알 리가 없지. “실은 말이지. 나한테 짐작 가는 바가 있어.” “호오?” “저기 저 구멍 보이지? 저기에 남성기를 박으면 열리는 장치일거야.” “지금 이 몸과 장난하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디아나와 사라는 구원이 가리킨 구멍을 빤히 보더니 정색을 하고 말했다. “거, 거짓말 아니야! 내가 살던 데에 진짜 있던 기믹이라고! 애초에 홉고블린 한 놈도 세우고 나타난 거 너희들도 봤잖아?!” “그, 그러고 보니….” “정말이란 말인가?” “당연하지! 이런 걸로 거짓말해서 뭐하게? 좋아! 당장 증명해주지!” 구원은 기세 좋게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잡고 벗었다. “지, 지금 뭐하는 거예요!” “자네는 수치심이란 게 없나?!” “시, 시끄러! 증명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잖아?!” 나라고 이런데서 거시기 꺼내놓고 있는 게 좋은 줄 아냐? 구원에게 그런 성벽은 전혀 없다. 때문에 구원이 아무리 노력 해봐도 구원의 물건은 꼬무룩해진 상태로 커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제, 젠장. 이거 안 커지면 증명할 방법이 없는데. 게임에서는 어차피 게임이란 생각도 있었고, 호감도를 최고치로 찍어서 뭐든 해주는 동료들이 있었으니 아무 문제가 없었는데. 설마 이런 방식으로 현실의 벽에 부딪히다니. 구원은 욕먹을 걸 각오하고 어쩔 수 없이 사라와 디아나에게 말을 걸었다. “저…. 거기 아리따운 여성분들? 혹시 괜찮다면 제 물건 좀….” “시, 싫어요!” 사라는 아까부터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상태였다. 응. 그래. 풋풋한 모습이 흐뭇하긴 한데 너 손가락 사이가 좀 벌려져있는 것 같다? “디, 디아나님?” “하아…자네는 정말 어쩔 수 없구먼.” “내가 너처럼 노출….” “그런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알겠네! 이 몸이 세워주면 될 것 아닌가!” 디아나는 황급히 구원의 말을 끊더니 다가와서는 머뭇거렸다. “뭐해?” “…어떻게 해주면 되나?”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경험도 많을 애가. 하지만 디아나는 정말로 몰라서 물어보는 것 같은 표정이다. 헉! 설마! 구원의 머릿속에 한 가지 깨달음이 내려왔다. 이 세계는 섹스로 레벨 업하는 세계! 그 말은 바꿔 말하면 섹스가 아닌 성행위로는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디아나가 만약 지금까지 레벨 업을 목적으로 한 경험밖에 없다면?! 저 손도 입도 엉덩이도 전부 사람 손을 탄 적이 없다는 말인가! 구원이 정신이 급속도로 고양되기 시작했다. 안되지. 안 돼. 이렇게 설 순 없지. 이 기회를 놓칠까보냐! “크흐흐. 우선 그 귀여운 입으로….” “깨물어 버리면 된다는 게지?” “아, 아뇨. 손으로 쓰다듬어주시면 알아서 서지 않을까요?” 디아나의 서슬퍼런 눈빛에 구원은 꼬리를 말았다. 저 눈은 정말로 입에 넣으면 물어 뜯어버릴 눈이야. 디아나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듯, 구원의 물건을 마치 머리를 쓰다듬을 때처럼 쓰다듬었다. 솔직히 그 순진한 태도에 설 것 같아졌지만 구원은 마음속으로 애국가를 부르며 필사적으로 참았다. “저…디아나님? 이왕이면 막대를 잡는 것처럼 잡고 앞뒤로 흔들어 주시면….” “흠. 그런 게 좋은 겐가? 자네도 참 특이하군.” 아니, 무지 평범한 건데. 구원은 디아나의 부드러운 손이 주는 기분 좋은 감각을 최대한 오래 즐기기 위해서 최대한 버텨봤지만,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건을 세웠다. 디아나는 구원의 물건이 커진 걸 확인한 순간 바로 손을 뗐다. 쳇.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지금은 탐험이 우선이기도 하고. 모자란 건 오늘 밤에 저 몸으로 듬뿍 풀자. “좋아! 간다!” 구원은 자신의 예상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힘차게 덤불에 있는 구멍으로 허리를 들이밀었다. “끄아아악! 마이 선!” 구원의 예상과는 다르게, 덤불들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게다가 구멍이 구원의 물건보다 작은 탓에, 구원의 소중이에 끔찍한 감각을 선사했다. “괘, 괜찮아요?” “자네 괜찮은가?” 사라와 디아나도 깜짝 놀라서 황급히 다가오며 걱정해줬다. 너희들 말이다. 걱정해주는 건 고마운데 그럴 땐 사람 얼굴을 보고 말해라! 물건이 아니라! 구원은 눈물이 나오려는 걸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한쪽 눈을 뜨고 살며시 소중이를 살펴봤다. 어라? 의외로 멀쩡하네? “뭐하는 거예요….” “자네도 참 다 큰 사람이 엄살 한 번 심하군.” 너희들은 못 겪어봤으니까 그런 말을 하는 거다! 성기를 가시들이 긁는 느낌은 실제로 경험 안 해보면 몰라! 내 내구가 높으니까 이렇게 멀쩡한 거지! 원래는 큰일 날 상황이었다고! 그런 마음속의 절규와는 반대로, 구원은 무안한 표정을 짓고 황급히 바지를 끌어올렸다. “결국 예상은 빗나갔네요.” “아니야! 그럴 리 없어! 아까 그 홉고블린 봤잖아? 그래! 몬스터의 물건만 통하는 걸꺼야! 그럼 이건 어떠냐?!” 구원은 인벤토리에 처박아 놓고 잊고 있던 늑대개 초월종의 물건을 꺼내 덤불에 있는 구멍에 쑤셔넣었다. 물론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거 어쩌면 고블린놈들의 물건만 통하는 거 아닐까?” “자네는 고블린들을 생포해서 일부러 세우고 저기에 집어넣기라도 하자는 말인가?” “아니. 이것처럼 아이템으로 얻으면 되잖아.” “고블린의 성기를 얻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네만.” “늑대개의 성기를 얻었단 얘기는 어디서 들어봤고? 아마 주둔지 안에 있을 고블린 초월체를 잡으면 얻을 수 있을 거야.” 구원은 그 자리에서 파티의 목적을 고블린 초월체 사냥으로 수정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앞으로 소설 내에서 설명될 내용들은 답변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사소한 거라고 막 대답하다가는 실수할 것 같아서요. 40==================== 길드 퀘스트 고블린 초월체를 노리자는 얘기는 사라와 디아나 둘 다 이견이 없는 모양이다. 디아나는 처음부터 던전 탐험 자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으니 구원에게 다 맡기는 입장이고, 사라도 딱히 반대하지 않는 모양이다. 마왕을 상대하려면 한시라도 빨리 강해지고 싶을 텐데 미안하네. 하지만 구원도 결코 오기만으로 이러는 게 아니다. 이걸 확인하는 건 앞으로의 탐험에도 중요하다. 만약 이 기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앞으로도 이런 기믹의 길들이 나오지 않으라는 보장이 없다. 아니, 분명히 더 있을 거다. 오히려 여기에만 이런 기믹이 있다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하다. 현재 손에 넣은 늑대개의 성기 역시 어쩌면 이런 기믹이 숨어져있는 아이템일지도 모른다. 저 박식한 디아나조차 모르는 것을 보면 아마 아무도 모른다고 봐도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던전 탐험을 할 때 남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즉,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오히려 더 빠르게 던전을 내려갈 발판 될 수 있다는 말이지. 그래서 구원 일행은 어제 갔던 길로 다시 고블린 주둔지에 향했다. 가는 길에 혹시 칸나일행을 만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총 파티원이 6명이라고 했으니 원래는 더 밑에서 사냥하는 걸까? 어쨌든 주둔지에 도착하자 역시나 경계하던 놈들은 코빼기도 안보였다.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한다. 어제 같은 방법으로 사냥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어제보다 확실히 나아진 점도 있다. 바로 도주가 더 용이하다는 점이다. 구원이 디아나와 사라 둘 다 들고 가도 충분히 고블린들보다 이동속도가 빠르다. 좋아. 어제같이 깔짝깔짝 대서는 보스가 어느 세월에 나타날지도 모르니 오늘은 아예 대놓고 진상을 피워볼까? “디아나. 어제 그 화염 마법은 연속으로 쓸 수 있어?” “음? 매직 애로우보다 연사속도가 부족하다 뿐이지 사용자체는 몇 번이고 가능하네.” “좋아. 그럼 오늘은 아예 정면에서 난장판을 만들어놓자.” “네? 괜찮겠어요?”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도망가면 되니까 괜찮을 거야.” 그래서 어제완 달리 이번에는 사라까지 이끌고 고블린 주둔지의 앞에 섰다. 시작은 어제와 같다. 디아나의 화염 마법에 고블린들이 난리를 피우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제와 다르게 도망가지 않는다. 사라의 강력해진 공격으로 고블린들이 다가오기 전에 공격하고, 디아나는 다시 한 번 화염 마법을 준비한다. 구원은 사라나 디아나보다 조금 앞에 서서, 사라의 공격으로 다 처리하지 못한 녀석들을 상대한다. 어차피 성자의 손길이 있으니 사라나 디아나가 위험에 처할 일은 없다. 구원은 눈을 부릅뜨고 날아오는 하얀 물들을 회피하는데 전념하며 전투에 임했다. 이거 공격과 회피를 둘 다 신경쓰다보니 무투가 레벨이 더 빨리 올라가는 것 같단 말이야. 그동안은 그저 압도적인 힘으로 때려잡는 게 전부였으니 무투가 레벨이 올라가는 속도가 지지부진했는데, 역시 직업 레벨을 올리려면 그저 몬스터를 잡기만 해선 안 되는 모양이다. 구원은 그렇게 마치 한바탕 춤사위를 펼치는 것처럼 화려한 몸놀림으로 주변에서 터지는 액체들을 피해가며 손발을 놀렸다. 그렇게 구원과 사라가 몬스터를 상대하는 사이에, 디아나가 다시 완성한 화염마법을 주둔지에 쏘아 보낸다. 음. 괜찮은데? 확실히 어제보다 고블린들이 당황하는 게 눈에 보인다. 보스가 이걸로 어그로가 좀 끌려준다면 좋을 텐데. 그렇게 한동안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 드디어 다른 놈들보다 무장이 제대로 된 놈들이 저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철이 좀 섞였다 뿐인 조잡한 무장이지만 말이다. 어제도 이놈들만 나오고 결국 보스는 안 나왔단 말이지. 그래도 등장하는 타이밍이 어제보다 상당히 이르다. 아무리 멍청한 놈들이라도 어제 그렇게 당하다보니 그래도 대비를 하고 있었던 걸까? 그럼 이제 슬슬 도망가야 하나. 구원이 이제는 완벽히 숙달된 손놀림으로 마석을 캐내고 도망가기 위해 사라와 디아나에게 말을 걸려했던 그때, 머릿속에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생각해보니 이놈들이 보스의 친위대 같은 놈들이 아닐까? 늑대개의 초월종 주위에도 암컷들이 그렇게 둘러싸고 있었으니 말이다. 제법 그럴듯한 가설인 것 같다. 다만 늑대개 때도 결국 주변 놈들은 자력으로 전부 처리하지 못하고 디아나의 압도적인 힘을 빌려 겨우 살아났다. 이번에는 그런 운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 그럼 차라리 지금 도망가기 보다는 이놈들도 최대한 정리해두는 게 좋지 않을까? 보스와 맞닥뜨렸을 때 이놈들이 우글거리는 상황보다는 그게 나은 것 같다. 구원은 도망가려고 돌리던 몸을 멈추고 다시 정면을 향했다. 일단 무장만 좀 더 갖춰져 있고 생긴 건 평범한 홉고블린으로 보이는데…. 얘들 홉고블린보다 더 세려나? 어차피 알아보려면 직접 상대해보는 방법밖에 없다. 쐐액! 구원이 살짝 긴장한 상태로 녀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할 때, 뒤쪽에서 사라의 화살이 날아와 홉고블린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응.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그냥 별 차이 없는 놈들인가 보다. 그냥 운 좋게 모험가들 장비를 얻은 놈들인가. 구원은 긴장을 풀고 녀석들에게 달려들었다. 다만 허름하나마 갑옷도 입고 있는 놈들이다. 역시 그냥 홉고블린을 상대할 때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한 얘기였다. 디아나도 주둔지를 공격하길 멈추고 홉고블린을 공격하는데 가세했지만, 결국 적들의 수는 점점 늘어만 갔다. 이제 슬슬 정말로 빠질 때인가. 구원은 마석을 캘 시간이 없어 쓰러뜨린 홉고블린의 시체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외쳤다. “얘들아 튀자!” “음.” 구원의 말에 디아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양팔을 벌려 왔다. 사라가 그 모습을 힐끗 보며 왠지 복잡한 표정을 지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뒤로 돌아 달리기 시작했다. “흠. 이렇게 난리를 피워도 나오지 않는군. 정말 초월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디아나는 구원의 어깨너머로 쫓아오는 고블린 무리들을 바라보며 태평하게 말했다. “뭐, 있지 않을까?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오늘만 투자해보고 안 나오면 포기하자.” 솔직히 구원은 있다고 거의 확신하지만, 언제 나올지도 모를 놈한테 이대로 며칠 동안 계속 시간을 투자하는 것도 시간낭비다. 사라도 계속 밑으로 내려가며 성장하고 싶을 텐데 이대로 여기서 계속 시간만 뺏길 수도 없지. 단 그만큼 오늘은 최선을 다해서 난동을 부릴 생각이다. 그렇게 몇 군데의 장소를 오가며 난동을 부렸지만, 결국 보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고블린놈들도 어제 오늘로 계속해서 도발을 해오니 드디어 학습을 했는지, 마지막에 들른 장소에선 장비를 갖춘 놈들이 처음부터 대기하고 있기까지 했다. 하아…이거 포기해야하나? 시간도 이제 슬슬 꽤나 늦었다. 어쩔 수 없지. 한 번만 더 해보고 이번에도 안 나오면 돌아가자. 구원 일행은 처음 난동을 부렸던 그 장소로 돌아왔다. 꽤나 어수선해 보이지만, 그래도 한번 들른 곳이니 다시 안 올거라고 방심하고 있는 건지 경계하고 있는 놈들의 모습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듬성듬성 무장을 갖춘 녀석들이 보이긴 하지만, 방금 들렀던 곳에 비하면 그 수는 새 발의 피다. “차라리 들어가 볼까?” 이렇게 뻥 뚫린 데서 싸우느니 차라리 아예 저길 뚫고 들어가서 움집사이를 돌아다니며 게릴라전을 하면 오히려 더 안전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까면 모를까 지금이면 저기까지 돌파할 수 있을 것 같고 말이다. “흠. 재미는 있겠군. 어차피 이번이 마지막이 화려하게 난리치고 오는 것도 나쁘지 않구먼.” “그러네요. 한 번 해봐요.” 디아나는 물론, 사라도 오늘 전투를 치르며 자신감을 가지게 됐는지 찬성했다. 사라는 안 그래도 직업 레벨이라도 올랐는지 오늘 아침보다 확연히 데미지가 더 강력해져있는 상태고 말이다. 위험해지면 보너스 스탯 75라는 무지막지한 보험도 있으니 그다지 두려울 것도 없다. 구원 일행은 신속히 작전을 세웠다. 처음은 디아나의 폭발마법 영창부터 시작됐다. “얘들아! 낮에 보고 또 보네! 잘 지냈지?!” 디아나가 마법 영창을 어느 정도 마쳤을 때, 구원이 디아나를 업은 상태로 입구로 접근해 놈들을 도발했다. 그와 더불어 사라가 화살까지 날려주니, 바로 분기탱천한 놈들이 구원을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몰려든 놈들을 향해 영창을 끝낸 디아나의 폭발마법이 작렬했다. 음. 뜨뜻하군. 구원의 지근거리에서 터진 폭발마법이 불러온 열풍은 구원에게마저 그런 느낌을 줄 정도로 강렬했다. 참고로 마법을 쏜 디아나는 구원에게 업힌 상태로 얼굴까지 푹 숙이고 등 뒤에 완전히 숨어 그 열풍을 받지 않고 끝났다. 이러려고 이번엔 업으라고 한 거였냐. 만약을 위해 최소한의 마력은 남기느라 이전보다 소모 마력을 줄여 위력은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모여들던 놈들을 쓸어버리기엔 충분한 위력이다. 구원은 손짓으로 사라를 불러 함께 폭연을 뚫고, 가장 가까운 움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가장 가까운 움집이라고 해도, 낮에 디아나가 불지른 움집들이 여러군데 있어서 꽤나 들어가야 했지만, 홉고블린들은 디아나의 폭발마법에 쓸렸고 남아있는 놈들은 구원에게나 사라에게나 한주먹거리다. 그렇게 쳐들어간 움집에선 무려, 묘하게 머리가 큰 고블린 하나가 암컷 고블린과 한창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키륵?! 키, 키르륵!” “으악! 내 눈!” 물론 고블린 수컷 암컷이 다 벗고 서로 껴안아 뒹굴고 있는 꼴은 구원에게 안구테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구원은 어서 빨리 이 두 연놈을 눈앞에서 치워버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휩싸여, 너무 놀라 합체도 풀지 못한 채 당황하고 있는 놈들에게 분노의 주먹을 휘둘렀다. 물론 그 더러운 장면을 최대한 시야에 담지 않도록 눈을 약간 돌린 상태로 말이다. “쿠뤠엑!” 구원의 분노를 담은 풀스윙에 암컷은 그대로 절명했지만, 대가리가 큰 수컷 놈은 의외로 한 방에 죽지 않았다. 하지만 그뿐이다. 사라도 뒤에서 곧 화살을 날렸고, 구원도 다시 주먹을 연타했다. 혹시 놈이 저항할까봐 성자의 손길까지 발동시켜서. 놈의 물건은 암컷에게 박혀있는 상태라 이번엔 정액이 튈 걱정도 안 해도 된다. 구원과 사라의 협공에 결국 놈은 별다른 저항도 못하고 암컷에 박은 상태로 허우적거리다가 허무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후…. 새끼. 그래도 떡치다 죽었으니 여한은 없겠지.” 물론 거시기는 닿지도 않았는데 질질 싸면서 죽은 다른 놈들에 비해서 말이다. 난 절대 이런 식으로 죽지 말아야지. “음. 잘했네. 이걸로 목적은 달성했군. 역시 자네는 운이 좋구먼.” “그러네요. 어서 빠져나가죠.” “으,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안구를 테러당해서 일부러 제대로 안 보려고 노력하면서 두들겨 팼는데, 지금 보니 이 녀석 머리만 큰 게 아니다. 다 벗고 있는 주제에 목에만 뭔 이상한 해골바가지를 하나 걸고 있다. 딱 봐도 나 주술사요 싶은 그런 목걸이다. 그럼 설마 이놈이 초월체? 초월체면 주둔지 한가운데서 무게나 잡고 있어야지 여기서 왜 떡이나 치고 있대? 여러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사라의 말대로 일단은 이 자리를 벗어나는 게 최우선이다. 구원은 일단 놈의 시체를 인벤토리에 넣고,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아무리 수가 많은 놈들이라도 그렇게 순식간에 자리를 채울 순 없었는지, 다행이도 아직 고블린들이 많이 몰려있지는 않은 상태였다. 구원은 마석을 챙길 생각도 안하고 사라와 디아나를 보호하며 그 자리를 돌파했다. “결국 이 놈은 왜 거기 있었던 걸까?” 안전한 장소까지 도망쳐온 일행은, 일단 마석을 캐기위해 인벤토리에 넣어뒀던 시체들을 꺼냈다. “음? 자네가 노린 게 이거 아니었나? 당연히 아침에 그 난리를 피웠으니 족장으로서 보러온 것이겠지.” 과연. 위험할 땐 오지 않았고, 이제 조금 안전해졌다 싶었을 때 위로한답시고 어슬렁어슬렁 기어와서 여자나 따먹고 있었던 건가. 우린 그때를 운 좋게 노려 급습한 거고 말이다. 고블린치고는 의외로 머리가 돌아가는 대응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고블린치고는 이라서 결국 이렇게 당했지만. 그러고 보니 초월종치고 전혀 강한 느낌이 안 들었지. 대가리도 컸었고 복장도 주술사 같은 복장이었으니 지능형 몬스터였나? 놈의 시체에서 마석을 꺼내자, 죽기 직전까지 커져있던 양물과 함께 이놈이 착용하고 있던 해골 목걸이가 드랍됐다. “결국 구원의 예상이 맞았네요.” “그러게.” 어차피 확신하고 있던 거라서 그다지 큰 기쁨은 없다. 아침에 있었던 증명하고 말겠다는 오기도 시간이 지나서 식어버렸고 말이다. 그보다는 간만에 등장한 아이템에 눈을 돌려 성능을 확인해보니 지능+3 이라는, 참 뭐라 말하기 애매한 목걸이였다. “디아나. 가질래?”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아무리 마법에 미친 디아나라도 이런 걸 끼고 다니기 싫은가보다. 하긴 얜 가출한 집에만 찾아가면 이런 건 비교도 안 되는 아이템들이 산더미같이 쌓여있겠지. 그렇게 무사히 고블린의 양물을 손에 넣은 구원이지만, 이게 정말 열쇠인지 확인하는 건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어차피 나 말고 다른 누가 이걸 알아챌 거라곤 생각하기 힘들고 말이지.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쓰굴 // 쿠폰, 추천 감사합니다. 젠뉴 // 구원과 달리 야외 플레이에 저항이 없는 애들이라 혼자서 잘요…. 샤니스 // 죄송합니다. 저도 휴먼인지라 퇴근하고 와서 쓰기엔 한 편이 한계에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41==================== 길드 퀘스트 길드로 돌아가며 구원은 생각을 정리해봤다. 던전에는 몬스터들만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있다. 이 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해당하는 몬스터의 성기가 필요하다. 성기를 얻기 위해서는 해당 몬스터의 초월체를 잡을 필요가 있다. 응. 아마 정확하게 추론해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다면 떠오르는 의문이 하나 있다. “디아나. 초월체를 잡으면 무조건 성기를 드랍하는 거야?” “음? 그럴 리가.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네.” “그럼 초월체는 성기를 드랍할 확률이 높다는 얘기는 들어봤어?” “그런 얘기도 들어본 적 없군. 적어도 이 몸은 모르는 얘기네.” 이거다. 구원의 추론이 정확하다면 초월체는 무조건 성기를 드랍해야 한다. 아니, 암컷 초월체도 있을 수 있으니 무조건은 아닌가. 하지만 적어도 수컷 초월체는 성기를 드랍해야 한다. 아니, 성기가 확률 드랍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드랍이 되어야한다. 그런데 그런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단다. 디아나는 겸손하게 본인은 모른다고 말했지만, 아무리 쉬쉬해도 이런 확률문제는 결국 소문이 퍼지기 마련이다. 일반적으로 초월체를 잡아서는 성기가 잘 드랍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럼 구원이 초월체를 잡아서 두 번 연속으로 성기를 얻은 게 과연 우연일까? 설마. 내 운이 그렇게 좋을거라고 생각하긴 힘들다. 그럼 뭔가 다른 원인이 있다는 건데. 그게 과연 뭘까? 곰곰이 고민해보던 구원은 불현 듯 안내원 누님의 말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커진 상태로 드랍되는 건 본적이 없다고 했던가? 길드의 모든 일을 담당하는 안내원이 한 번도 본적이 없다고 했다. 그럼 모험가들이 일부러 숨긴 게 아닌 이상 정말로 구원이 처음 얻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럼 혹시 조건 드랍?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정황이 들어맞는다. 보통 모험가들이 몬스터를 잡을 때 성기가 세워져있는 놈을 잡을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초월체의 성기를 세운채로 잡는다. 라는 게 성기를 얻기 위한 조건이라면 다른 모험가들은 절대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군. 그런 거였군. 가끔 그냥 성기가 드랍되는 몬스터도 있는 모양이지만, 그건 숨겨진 길과는 상관이 없는 아이템일 거다. 어차피 그 통로의 열쇠가 되는 건 발기된 성기니 말이다. 그렇게 모든 의문이 해결되고 나니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이거 길드에 보고할 수가 없잖아?! 이 숨겨진 길을 구원 일행만이 이용한다는 것은 던전 탐험에서 엄청난 어드벤테이지가 된다. 돈 몇 푼 받자고 넘길만한 정보가 아니다. 과연. 이러니 길드가 정보료를 높게 쳐주는 거구나. 그래도 알릴 생각은 없지만. 숨겨진 길을 이용하는 방법은 물론, 초월체에서 성기가 드랍된다는 사실도 숨기는 게 좋겠다. 정보는 최대한 제한될수록 알려지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길드 퀘스트 역시 완료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원래는 정규 루트와 늑대개의 영역을 지나는 루트가 고블린 주둔지를 통해 이어지는 거대한 지도를 그려서 대박을 노릴 셈이었는데, 증명이 불가능해진 이상 어쩔 수 없이 길드 퀘스트는 포기해야한다. 아쉽지만 뭐 어쩔 수 없지. 그냥 어제 길드 퀘스트를 수행해서 벌은 돈으로 만족하자. 그것만으로도 이미 한몫 단단히 챙길 수 있었고, 무엇보다 우리가 지금 돈이 급한 것도 아니니 말이다. 가장 중요한 건 파티의 실력 향상이다. “누님! 저희가 오늘도 새로운 초월체를 발견했어요!” “네…네?!” “여기 드랍템이요!” 그렇게 말하면서 구원은 해골 목걸이만을 꺼내 놨다. 속여서 미안해요 누님. 이것도 전부 하루빨리 강해져서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서 에요. “…대체 안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기에 이렇게 초월체를 자주 만나는 건가요?” “그, 글쎄요. 그냥 평범하게 다니는 것 같은데 운이 좋네요.” 실은 얘 만나려고 온갖 데를 다 들쑤시고 다니면서 난동을 부렸지만 일부러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자, 잠시만 기대려 주세요. 자, 준비됐어요. 상세 보고를 부탁드릴게요.” 구원은 초월체를 만난 곳과 특징, 드랍템을 얘기하며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사라랑 디아나한테 둘러싸여서 한눈 팔 틈이 없다보니 이 누님한테 너무 관심을 안 가졌네. 처음에는 이 누님 성감대를 못 봐서 그렇게 좌절했었는데 말이야. 이젠 구원의 레벨도 초보는 확실히 벗어난 수준. 이제는 보려고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볼 수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자 그렇게 궁금해 했던 과거의 자신이 조금 바보 같게 느껴졌다. 그래도 뭐…과거의 내 의문을 풀어준다고 생각하고 한번 확인해 볼까? 구원은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섹스 애널라이즈를 사용했다. …아무것도 안 보인다. 뭐야 이거. 설마 이 누님 레벨이 그렇게 높다고? 구원은 이번엔 섹스 애널라이즈보다 레벨이 높은 애널라이즈를 사용해봤다. …이번에도 역시 아무것도 안 보인다. 뭐야. 이 누님 대체 정체가 뭐야. 절대 안내원이나 하고 있을 레벨이 아니잖아. 아니, 설마 여기 안내원들이 전부 다 이런 건 아니겠지? 구원은 눈앞에서 열심히 초월체를 정보를 기록 중인 안내원 누님과 길드가 조금 무서워졌다. 왠지 건드려서는 안 될 영역을 건드린 느낌이야. 그렇게 그날은 길드의 어둠을 맛보면서 정산을 마쳤다. “흠. 자네 그거가지고 되겠나? 좀 더 많이 먹겠나. 돌도 씹어 먹을 나이 아닌가.” 식사를 하면서 디아나는 왠지 구원에게 계속 음식을 더 권해왔다. 넌 무슨 동화책에 나오는 마녀냐. 찌워서 잡아먹을 것도 아니고. “그래요. 구원. 빵 같은 것만 먹지 말고 고기도 좀 먹는 게 어때요?” 게다가 디아나의 그런 모습을 본 사라까지 갑자기 합세해서 고기를 권해왔다. 얘들이 갑자기 왜 이래. 뭘 잘못 먹었나. “암암. 사라양도 뭘 좀 아는구먼. 고기는 중요한 걸세. 남자가 그런 것만 먹어서 어디 힘을 쓰겠나?” 설마 이거 지금 섹드립한 거냐? 나 성희롱 당한 거야? 너희 지금 나한테 뭘 자꾸 먹이려고 한 게 그런 거였어? 디아나는 그래 그나마 이해가 가. 오늘 밤에 하기로 하기도 했고, 애초에 마법 연구 때문에 우리 파티에 껴있는 애니까. 근데 사라야. 넌 그럴 필요 없잖니? 이틀에 한 번씩해도 레벨 업은 충분하잖아. 너 어제도 그렇게 레벨이 올랐으면서 아직도 레벨이 부족한 것 같니? 마왕 토벌이란 임무가 막중한 건 알겠는데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고, 너무 안달내도 좋을 거 없다? 물론 구원은 그런 말들은 전부 마음속에 담아만 뒀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고, 그래도 내 몸 생각해서 권해오는 거니까 말이다. 결국 구원은 아무 말도 못하고 꾸역꾸역 고기를 흡입해야했다. 그렇게 밤이 다가오고 구원은 디아나의 방에 갈 준비를 했다. 저번엔 행위 중에 사라가 갑자기 찾아오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으니, 이번엔 그런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디아나의 방에서 일을 치르기로 했다. 좋아. 샤워도 마쳤고. 가볼까! 구원이 힘차게 방문을 열자, 그 앞에 사라가 노크를 하려는 자세로 서있었다. 얘들이 짜기라도 했나. 번갈아가면서 이러네. “사라? 무슨 일이야?” “구원? 오늘 괜찮아요?” 응.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젠장. 분명 기쁜 일인데. 환영해야할 일인데 거절해야 해서 더 슬프다. “아니…. 그러니까 어제 너무….” “그럼 이건 어때요?” 구원이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갑자기 사라가 구원의 바지사이로 손을 집어넣어왔다. 뭐…라고? “그러니까 이렇게…. 막대를 잡듯이 붙잡고 흔드는 거였죠?” 그러더니 딸을 쳐주듯이 부드럽게 흔들어주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그러고 보니 낮에 한 번 세웠구나! 사라의 손이 주는 부드러운 감촉에 구원의 물건은 구원의 의지와 상관없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근데 사라야 너 낮에 눈 가리고 있지 않았니?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배웠니? “이걸로 가능해진 거죠?” 사라는 볼을 붉히고 수줍은 듯이 말했다. 사라…무서운 아이…! 그렇게까지 레벨 업이 하고 싶니? 탐욕적으로 강함을 추구하는 모습이 말 그대로 용사다. 이런 세계관이다 보니 보통 생각하는 용사와 좀 그림이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이거 어쩌지…. 이제 변명은 불가능하다. 디아나한테는 조금 미안하지만, 일단 사라랑 최대한 빨리 일을 마치고 가야하나.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살짝 돌렸을 때, 아직 닫지 않은 문 너머로 구원은 그것을 목격하고 말았다. 히이이이이익! 바로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안광을 줄줄이 내뿜고 계시는 디아나님을 말이다. 뭐.하.고.있.는.겐.가. 목소리는 내지 않고 있지만 디아나의 입모양은 확실히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만약 여기서 사라와 한 판 한다고 디아나를 기다리게 했다가는 확실히 험한 꼴을 본다. 구원은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끄아으으으으윽!” 구원은 순식간에 인생최고의 연기를 펼쳐 가랑이를 잡고 주저앉았다. “구, 구원?! 괜찮아요?!” “크허흑. 허억. 허억. 사라야. 잘 들어. 남자란 말이야. 선다고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서도 안에 내보낼 것이 없으면 그저 고통만 따를 뿐이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사라가 아무리 레벨 업을 중요시한다지만 그래도 남을 고통 주면서까지 레벨 업을 하려고 들지는 않을 거라는 계산도 깔린 연기였다. “그, 그렇군요. 미안해요. 그런 줄도 모르고.” “아니야. 괜찮아. 모를 수도 있지. 다 이해해. 미안하지만 오늘은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네. 그러네요. 미안해요. 침대까지 옮겨다 드릴게요.” “아니야. 그렇게까지 안 해줘도 돼. 물건만 건드리지 않으면 충분히 멀쩡하니까. 고마워.” 구원은 일부러 처연한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좋아. 완벽히 넘어갔어. 문 너머를 힐끗 보니 살기가 줄어든 디아나님이 팔짱을 끼고 아직도 이쪽을 보고 계신다. 빨리 정리하고 오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연륜이 있어서 그런지 굳이 대화를 하지 않고도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고 계시군. “미안. 레벨 업은 내일하자. 안 그래도 우리 지금 레벨 상승속도도 엄청 빠르니 그렇게 조급할 필요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러네요. 정말 죄송해요.” “아니야. 조급해하는 마음은 나도 충분히 이해하는 걸. 그래도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더 천천히 가보자. 너무 앞만 보고 달리는 것도 위험한 법이야.” 구원은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를 그럴듯하게 써먹으며 사라를 달랬다. “…네. 고마워요. 그럼 잘 자요 구원. 내일 봐요.” “응. 잘 자.” 사라가 몸을 돌려 방을 나설 때, 어느 샌가 디아나의 모습은 사라진 상태였다. 진짜 무섭네. 아까 느낀 살기는 진짜였어. 저게 바로 대마법사의 위엄이란 건가. 외모가 외모다보니 쉽게 잊어버린단 말이야. 구원은 다시는 디아나에게 까불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귀를 기울여 사라가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를 들은 후, 구원은 재빨리 디아나가 묵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디아나님. 오래 기다리셨죠?” “흠. 이 몸과의 약속을 잊고 있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던 참이었네.” “하하. 에이 참. 디아나님도. 그럴 리가 없잖아요. 이런 아름다우신 분과 밤을 보내는 건데 잊을 리가요. 더 없는 영광이죠.” “그 소름끼치는 말투는 그만하고 얼른 준비나 하게나.” 디아나님은 아직도 화가 다 안 풀린 모양이시다. 오늘은 까불지 말고 조용히 시키는 대로 따르자. 구원은 옷을 벗어 한쪽에 개어놓고 침대로 향했다. “그럼 디아나님. 침대로….” “흠. 오늘은 자네가 아래네. 거기 눕게.” 으, 응? 이건 또 무슨 플레이지. 구원이 침대위에 눕자, 어느새 전라가 된 디아나가 구원의 배위에 걸터앉았다. “오늘은 이렇게 하는 걸세.”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이름 수정했습니다. 지적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샤니스 // 허허. 변명을 봉쇄하시다니. 제가 졌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42==================== 길드 퀘스트 “저…디아나님? 이건 대체…?” 구원은 이 상황에 주저하면서 물어봤다. 혹시 디아나는 여왕님 스타일이었던 건가? 외모와의 갭이 너무 심해서 오히려 색기있게 보인다. “자네에게 맡기면 너무 막나가서 도저히 스킬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없으니 말일세. 오늘은 이 몸이 시키는 대로 하게.” 아 뭐야. 그런 거였냐. 난 또 여왕님 스타일의 새로운 플레이인줄 알았네. 구원은 갑자기 김이 팍 식었다. 하지만 디아나의 목적은 원래 이거였다. 시키는 대로 안하면 아예 앞으로 관계를 못 맺을 가능성도 있으니 순순히 시키는 대로 하자.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음. 일단 스킬을 하나씩 사용하면서 자세히 설명을 해보게.” 좋아. 그럼 일단 성자의 손길로…. “그 전투할 때 쓰는 스킬은 가장 나중에 사용하게.” 쳇. 들켰나. 근데 성자는 액티브 스킬이 몇 개 없단 말이지…. 내가 패시브를 선호해서 액티브 스킬에는 스킬 포인트를 투자 안하고 놔둔 것도 있긴 하지만. “그럼 먼저. 성자의 성수라는 스킬입니다. 제 체액이 닿은 부위가 민감해지고 흥분도를 상승시키는 스킬이죠.” 구원은 일단 디아나의 한쪽 가슴을 물고는 혀로 귀여운 유두를 가볍게 굴렸다. “흐윽! 과, 과연. 체액이란 말은 침 말고 다른 것도 가능하다는 말인가?” “네. 땀이나 정액으로도 발동 가능하죠.” 구원은 그렇게 유두를 혀로 굴리다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났다. 그래. 이거라면 나도 이 상황을 더 즐길 수 있어! “디아나님.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저한테도 알려 주시겠어요?” 구원은 디아나의 가슴에서 입을 떼고, 양손으로 디아나의 양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하며 말했다. “흐읏! 무, 무슨 말인가.” “성자의 성수가 닿은 부위와 안 닿은 부위의 차이 말이에요. 열심히 조사하는 디아나님을 보고 있으니 저도 제 스킬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어졌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구원은 디아나의 양유두를 빙글빙글 돌리며 말했다. 한쪽은 성자의 성수가 닿아 더 민감해진 상태니 차이가 있을 거다. “흐, 흐음읏! 자, 자기 능력을, 하앗, 정확히 파악하는 건, 흐읏, 필요한 법이지. 확실히 스킬에, 흐읏, 닿은 부분이 더 민감해진 상태라네.” “그럼 이렇게 양쪽을 애무하고 있으면 느낌이 다르다는 말인가요?” 구원은 성자의 성수가 닿은 쪽 유두를 꼬집듯이 잡아당기며 물었다. “그, 그렇다네.” “어떤 식으로 다르죠?” “스, 스킬에 영향 받은 쪽이 더 기분 좋네.” “흠. 그렇군요. 기분 좋으신 거군요. 그럼 다음은 절정 속박입니다. 상대가 아무리 쾌감을 느껴도 절정에 이르지 못하게 막는 스킬이죠.” “흐, 흐음? 독특한 에너지의 흐름은 느껴지네만 뭐가 변한건지는 모르겠군.” “그럼 정확한 스킬 파악을 위해 절정에 이를만한 쾌감을 느껴봐야겠군요. 성자의 손길을 쓰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상대가 쾌감을 느끼게 하는 스킬이죠.”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디아나의 유두를 가볍게 튕겼다. “히그으윽!” 디아나는 상체를 바로 구원의 몸 위에 쓰러뜨리면서 꿈틀댔다. “디아나님? 스킬이 어떤 느낌인지 저한테 알려주셔야죠?” “이, 이건, 빠, 빨리 가게해주…” “으음. 한번으론 어떤 느낌인지 표현을 못하시겠나요? 그럼 한 번 더.” 하반신을 구원의 배에 마구 문지르며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디아나에게 구원이 다시 한 번 성자의 손길을 사용하여 그 가녀린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아, 안, 흐으으으윽!” 디아나는 구원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입에서 칠칠맞게 침을 흘리며 꿈틀댔다. 음. 역시 절정 속박은 무서운 스킬이라니까. 더 괴롭혀주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일 끝나고 나서 봉변을 당하겠지? 일단 한 번 가게 해주자. 구원은 절정 속박을 풀면서 동시에 등을 쓸어내렸던 손을 그대로 디아나의 가랑이 사이로 가져가 이미 홍수가 난 그곳을 쓰윽 훔쳤다. “흐아아아앙!” 디아나는 양손을 구원의 가슴에 대고 고개도 구원의 가슴에 푹 묻은 채, 등을 둥글게 말면서 부르르 떨더니 곧 구원의 위에 푹 퍼졌다. “디아나? 괜찮아?” 구원이 살짝살짝 흔들어 봐도 고개를 파묻고 거친 숨만 몰아쉬던 디아나는, 한참 후에야 겨우 상반신을 들었다. “하아, 하아, 하아, 대체 이 스킬은 뭔가.” “말했잖아. 어떤 느낌인데 그래?” 절정 속박은 스스로에게도 걸 수 있으니 어떤 느낌인지 잘 알고 있지만 구원은 일부러 짓궂게 물어봤다. “그렇군. 쾌감은 느껴지는 데 절정에는 이르지 못해 계속 갈증이 심해지는 느낌이었네. 이런 방식의 스킬이라니. 이거 독특하군. 역시 흥미로워.” 부끄러워하면서 대답하는 꼴리는 연출을 기대했는데 디아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럼 다른 스킬도 시험해보지. 자, 다음은 뭔가?” 스킬에 당할 때만 흐트러졌을 뿐 디아나는 다시 연구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대마법사님의 정신력은 굳건하다는 건가. “다음은 직접 행위를 하면서 직접 사용하는 스킬들인데. 그럼 넣을게.” 구원도 조금 오기가 발동됐다. 언제까지 그렇게 멀쩡한 자세를 유지하나 보자고. 이번엔 조교한다든가 그런 마음으로 하는 게 아니다. 그냥 순수하게 디아나가 흐트러지는 모습이 보고 싶어졌다. 구원은 디아나의 허리를 붙잡고 들어 꽉 물린 음부에 양물을 꽂아 넣었다. “흐으윽!” “이번에 사용할 스킬들은 전부 특정 행동을 통해 평소보다 쾌감을 증폭시키는 기술들이야. 먼저 페니스 스매쉬.” 페니스를 강하게 밀어 넣으며 쾌감을 증가시키는 스킬이다. 구원은 허리를 강하게 쳐올리며 물건을 디아나의 안쪽 끝까지 한 번에 삽입했다. “히으으윽!” 디아나의 팔이 풀리며 다시 그 상체가 구원의 몸 위를 덮으며 쓰러졌다. “다음은 페니스 스핀. 말 그대로 돌리면서 쾌감을 증가시키는 기술이야.” “히으응! 하앙! 흐앗!” 구원 물건 끝부분으로 디아나의 가장 깊은 곳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자극하자, 디아나는 속절없이 무너지며 그저 뜨거운 한숨만을 내쉬었다. “디아나? 나한테도 어떤 느낌인지 말해줘야지.” “흐극. 펴, 평소보다, 흐윽, 기분 좋!” “괜찮겠어? 계속해도 견딜 수 있겠어?” “으극, 하앗, 흐윽. 계, 계속하게.” 디아나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며 구원의 가슴에 파묻을 얼굴을 끄덕이며말했다. “디아나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뭐 괜찮겠지. 그럼 제대로 힘 좀 내볼까?” 그 이후로 구원은 페니스를 이용한 여러 가지 스킬들을 차례로 디아나에게 설명하며 시험해줬다. 연속으로 빠르게 찌르는 스킬, 허리로 크게 원을 그리며 공격하는 스킬, 페니스를 진동시키는 스킬 등 구원이 스킬을 하나하나 설명할 동안 디아나는 가만히 그 몸으로 스킬을 받아내며 설명을 듣기만 했다. 아니 제대로 듣고 있기는 한 걸까?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디아나는 그저 헐떡거리는 신음소리만 내뱉고 있었고, 그 외의 행동은 때때로 몸을 떨며 절정에 당하는 게 다였다. 구원도 슬슬 한계가 왔지만, 스스로에게 절정 속박을 걸어 버텼다. “그러고 보니 이 스킬을 설명 안했네? 이건 발동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연스럽게 생기는 부가효과 같은 건데, 나랑 섹스하면 한번 피스톤운동을 할 때마다 받는 쾌감이 점차적으로 계속 증가해. 효과는 내가 쌀 때까지야.” 바로 섹스 부스트의 설명을 위해서 말이다. “흐엣?! 그, 그게 대체….” 신음소리만 내고 있어서 이제 슬슬 제정신이 아닐 줄 알았는데 용케도 스킬설명은 전부 다 듣고 있었나보다. “봐. 이번엔 아무 스킬도 안 쓰고 있어. 점점 쾌감이 증가하는 게 느껴지지 않아?” 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허리를 빠르게 왕복시켰다. 여러 가지 스킬들의 시범을 보이면서 이미 섹스 부스트의 중첩은 상당히 쌓인 상태다. “히익! 흐윽! 하앙! 흐아앙! 하앗!” 디아나는 참지 못하고 다시 절정에 달했지만, 구원은 멈추지 않고 계속 허리를 움직였다. “흐아앙! 자, 잠깐, 흐극! 지, 지금은!” 디아나가 다리로 구원의 허리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멈추려고 하지만, 구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구원의 계속되는 피스톤질에 결국 디아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흐아앙! 하으윽! 흐으응!” 디아나의 몸이 떨리는 주기가 점점 더 짧아지나 싶더니, 곧 허리를 한 번 쳐올릴 때마다 경련하는 상태까지 도달했다. 이게 바로 멀티 오르가슴이란 건가? 디아나의 몸은 이제 구원의 위에서 완전히 축 쳐져서, 구원이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움찔거리기만 할 뿐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게 됐다. …조금 심했나? 그래도 신음소리를 내는 걸 보면 기절은 안한 것 같은데. 구원은 일단 허리를 멈췄다. “디아나?” “흐아앙, 왜, 왜 멈춰어, 더, 더어.” 구원이 허리를 멈추자, 디아나가 애원하는 목소리를 내며 스스로 허리를 움찔 거렸다. 아마 허리를 흔들려고 했는데 힘이 풀려서 움찔거리는 걸로 그치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아직 섹스 부스트 중첩이 남아있지. 엄청나게 쌓인 섹스 부스트의 중첩은 그저 넣고 있기만 해도 애가 탈만큼 강렬한 쾌감을 선사하고 있는 모양이다. 다행이다. 내가 얘보다 레벨이 한참 높아서. 만약 비슷한 레벨이었으면 구원도 지금쯤 이렇게 정신줄을 놓았겠지? 계속 스스로에게 절정속박을 걸고 있는 상태라 구원도 조금 위험하긴 하지만 그래도 디아나보다는 나은 편이다. 처음 목표대로 디아나가 완전히 흐트러지게 만드는 건 성공했다. 이렇게 정신이 나가서 허리를 움직이려는 모습을 보니 살짝 죄책감도 생겼지만, 동시에 그 배덕적인 모습이 주는 정신적 쾌감이 엄청났다. 더 이상은 참기 힘들다. 구원은 스스로의 절정 속박을 풀면서 허리를 크게 움직여 디아나의 안에 그동안 참아왔던 만큼 강렬하게 사정했다. “히으으으응!” 디아나도 그와 동시에 크게 몸을 떨며 다시 절정에 이르렀다. *** 아침에 눈을 뜨자, 오늘도 역시 몸이 무거웠다. 절정 속박을 너무 걸고 너무 참은 부작용인지 한번 싸면서 그대로 기절했나보다. 확실히 위험한 스킬이야. 디아나는 괜찮나? 몸 위에 느껴지는 디아나를 향해 시선을 내리자, 디아나가 엄청난 눈초리로 노려보고 있었다. “미, 미안. 조금 심했지?” “조금? 지금 조금이라고 했나?” “아뇨. 생각해보니 너무 설쳤습니다. 죄송합니다.” 디아나는 그래도 눈에 힘을 풀지 않고 구원을 노려봤지만, 어째서인지 구원에게 포옥 안겨있는 상태를 벗어나지는 않고 있었다. 심지어 물건마저 아직 그대로 박혀있는 상태다. “…그래서? 어제 사용 안한 스킬은 있었나?” “네? 아, 아뇨. 사용 가능한 건 전부 다 설명 드렸습니다.” 이 상황에서도 스킬 연구는 잊지 않는 게 참 대단한 집착이다. 디아나는 구원을 지긋이 노려보더니 결국 한숨을 푹 쉬고 말했다. “나이가 나이니 혈기 왕성한건 이해하네만, 여성은 좀 더 세심하게 다뤄줘야 하는 법일세.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잊어서는 안 되네. 알겠는가?” “네. 죄송합니다.” 다행이도 대인배이신 디아나님은 용서해주시는 모양이다. 과연 대마법사. 관용에도 연륜이 느껴진다. “그럼 어서 이 몸을 씻기게.” “네? 왜요?” “왜기는. 자네가 그렇게 괴롭힌 덕분에 일어날 힘도 없어서 이러고 있는 게 안보이나?” 얘 진짜 자연스럽게 거짓말하네. 힐링 섹스 때문에 멀쩡할 텐데. 그래도 어제 너무 막나간 건 사실이니 구원은 순순히 디아나의 몸을 씻겨주기로 했다. “흠. 그러고 보니 자네 절정 속박이라고 했던가?” 구원에게 안긴 채 샤워기 물을 맞으며 디아나가 말했다. 이럴 때도 스킬 연구인가? “네? 네.” “왜 몬스터에겐 쓰지 않나?” “뭐, 뭐라고요?” 못 들어서 되물어 본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디아나가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를 듣자마자 알아챘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되물어버렸다. 인정하고 싶지 않으니까. “몬스터에게 걸면 처음부터 정액에 묻을 걱정은 안 해도 됐던 게 아닌가?” 제, 젠장!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몬스터한테 성자의 스킬을 쓴다는 발상자체가 익숙하지 않다보니 무의식적으로 성자의 손길 말고는 쓸 생각조차 안하고 있었다. 설마…지금까지 내가 했던 짓들이 전부 뻘짓이었다고? 눈을 부릅뜨고 비산하는 액체를 피하기위한 필사적인 몸짓들이 그저 생쇼였다고? “그 얼굴을 보니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모양이군. 너무 그렇게 풀죽지 말게. 나름 재밌는 볼거리였다네.” 디아나가 손을 뻗어 구원의 머리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전혀 위로가 안 되거든?!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내일은 예비군 훈련이라 연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전편에 사라가 디아나로 돼있던 부분 수정했습니다. 지적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niellee //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깜쟝용 //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43==================== 길드 퀘스트 “흐흐흐흥. 흐흐흥.” 씻고나온 디아나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자기 말로는 레벨이 적당 수준까지 오른 덕분이 연구하기 편해졌다나. 어제 결국 구원은 한번밖에 안 쌌지만, 원래 레벨차이도 있고 절정 속박으로 참고 참다 싼 거라 그런지 디아나의 레벨이 상당히 올랐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쟤 기분이 좋아진 게 내가 생쇼했단 걸 알아챈 다음부터 같단 말이지. 게다가 역시 샤워가 끝나자마자 멀쩡히 제 발로 걸어 다닌다. 저거 이러다가 버릇들이면 나중에 내가 하루 종일 업고 다녀야 되는 거 아니야? 구원은 찝찝한 마음으로 방문을 나섰다. 달칵 “구, 구원?” 방문을 열자마자 바로 복도에 있던 사라와 마주쳤다. 사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원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그 시선이 구원의 방을 향하고, 다시 돌아와 구원을 향했다. 사라는 눈동자가 구원과 구원의 방 사이를 몇 번 더 왕복하더니 곧 뭔가 깨달을 표정을 지으며 툰드라를 연상시키는 차가운 눈빛으로 구원을 쏘아봤다. “흐응. 그런가요. 그러신가요. 그러셨군요. 어제는 제가 눈치가 너무 없었죠?” 젠장. 망했다.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욕 좀 먹더라도 솔직하게 말할걸. “저…사라님? 그런 게 아니라….” “그렇다네. 이 몸은 자네들과 다르게 그저 순수하게 연구를 위해 같이 밤을 보낸 것뿐이네. 너무 걱정하지 말게.” 갑자기 구원의 뒤에서 디아나가 튀어나와 기분 좋은 미소를 날리며 사라에게 상큼하게 말했다. 레벨 올라서 기분 좋은 건 알겠는데 지금 그렇게 웃으면서 말할 상황이 아니잖아? 왠지 우쭐한 표정으로 보여서 도발하는 것 같으니까 그만둬라.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저도 레벨 업 때문에 하는 것뿐이에요!” “그럼. 아무 문제없지 않나. 자네도 던전 초입을 다니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을 레벨로 보이는데.” “그, 그건 그렇지만!” 사라는 디아나에게 할 말이 없어졌는지 구원을 노려봤다. 네. 제가 거짓말한 게 문제죠. 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사라는 구원을 한참 노려보다가 아무 말도 없이 자기 방으로 휙 들어가 버렸다. “흠. 자네 큰일 났구먼.” “넌 완전 남의 일처럼 말한다?!” 구원은 태평하게 웃는 디아나를 내버려두고, 사라의 방으로 황급히 따라 들어갔다. 다행이 문은 잠그지 않았는지 열려있는 채였다. 사라는 침대 위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있었다. “사라야. 정말 미안해. 실은 디아나가 우리 파티에 온건 내 스킬을 연구할 목적이었거든.” “그게 저한테 거짓말한 이유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거야 그렇죠. “그…알면 네가 싫어할 거라고 생각해서.”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그렇게 묻는 사라의 눈에는 어떠한 열망이 담겨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게. 왜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사실 모험가들 사이에서 이런 일은 흔한 일이다. 남자 모험가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보니 남자가 껴있는 파티의 여자들은 모두 그 남자와 잔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사라는 모험가와 연이 없는 삶을 살다가 갑자기 모험가가 된 거라서 아직 그런 사고방식에 익숙지 않다고 해도 싫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이상하다. 사라와 구원이 사귀는 사이는커녕 좋아하는 사이도 아니니 말이다. 그저 구원의 이기심에 불과하다. “…그렇게 아무 말도 안하고 있을 거예요?” 이거 분명 뭔가의 대답을 바라는 여자언어인 것 같긴 한데. 여자랑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구원은 도저히 해독해낼 수가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밤은 다른 남자라도 꼬실 걸 그랬네요.” “잠깐! 그건!” “왜요? 당신은 아무 여자랑 자도 되고 전 안되나 보죠?” 지당한 말씀이다. 구원이 딱히 사라를 막을 명분은 없다. “……그래도 네가 다른 남자랑 자는 건 싫어.” 구원은 결국 자기만의 이기심에 불과하다는 걸 알아도 그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사라는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정말 디아나와는 그저 스킬 연구를 위해서 자는 것뿐인가요?” “그리고 레벨 업도 겸해서.” 구원은 몰라도 디아나의 목적은 확실히 그것뿐이다. “…그럼 오늘은 제 차례겠죠?” 사라는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어봤다. “무, 물론이지. 너만 괜찮다면.” “…그래요.” 어떤 말이 키가 돼서 갑자기 심경에 변화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이 사라는 일단 더 이상 화낼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좋아. 오늘 밤에는 진짜 모든 실력을 발휘해서 사라를 모시자. 아침식사를 하는 내내 사라와 디아나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인기 있는 놈들은 매일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건가. 사람은 각자 나름의 고충이있는 법이구나. 얘들이 날 좋아해서 이런 분위기인 건 아니지만. 어쨌든 구원 일행은 오늘도 던전을 향했다. 오늘 목표는 이미 정해져있다. 먼저 고블린의 성기가 숨겨진 길의 열쇠가 맞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고블린의 성기가 정말 열쇠라면 늑대개의 성기가 열쇠가 되는 길이 있는지 찾아본다. 그래서 일행은 일단 어제 갔던 그 장소로 다시 향했다. “키르륵!” 고블린들이 돌아다니는 영역에 들어서자 갑자기 고블린 한 무리가 일행을 덮쳤다. 훗. 어리석은 놈들. 오늘의 나는 한층 더 강해졌단 말이지. 어제도 상대가 안 되던 놈들이다. 이젠 유일한 약점마저 사라진 성자의 손길에 당해낼 리가 없지.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켰다. “간다!” 콰앙! 그때 구원의 뒤에서 마나로 이루어진 창이 날아와 고블린을 꿰뚫었다. “흠. 흠. 역시 좋구먼. 좋아.” 뒤를 돌아보니 디아나님이 자신의 마법이 흡족하신지 흐뭇하게 웃고 계셨다. “대체 얼마나 해댔기에….” “음? 고작 한번 싸고 끝이었네. 그런데도 이 정도 레벨이 올랐다네. 아무래도 이 몸이 상당히 좋았던 모양이더군.” 디아나가 사라에게 웃으며 말했다. “…흐으음.” 사라의 차가운 눈빛이 구원에게 꽂혔다. 디아나님. 제발 사라를 도발하는 말투는 그만둬주시면 안될까요? 등 뒤로 사라의 차가운 시선을 느끼며 던전을 탐색을 재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고블린 무리를 만났다. 좋아. 겨우 절정 속박의 위력을 확인해 볼 수 있게 됐군. “저 놈들은 내가 맡을게! 잠깐 시험해볼게 있어!” 구원은 이번에야말로 가장 앞에 있던 고블린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켜 한 대 후려쳤다. 고블린은 그 자리에서 굳었지만, 역시 싸지는 못하고 부르르 떨고 있다. “하하. 좋았어! 봤어? 봤어? 난 이제 무적이다!” 구원은 드디어 몬스터의 좆물 피하기 게임에서 해방됐다는 사실에 박장대소하며 고블린에게 마무리 일격을 가했다. “키뤠엑!” “끄워어뛊쒭쀖!”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구원은 고블린이 쓰러지며 하얀 물총을 쏘는 것을 괴성을 내질렀다. 휴. 진짜 간신히 피했네. 이건 갑자기 왜 싸는 거야? “푸흡. 역시 죽으면 자네 그 스킬도 풀리는 모양이구먼.” 뭐라고?! 이런 썅! “너! 알고 말해준 거였냐?!” “이 몸도 처음 보는데 그걸 어찌 알았겠나. 다만 예상만 했을 뿐이네.” 저거 절대 일부러 말 안 해준 거다. 어제 밤에 한 일을 분명 맘에 두고 있는 거야. 용서한 척 해놓고 이런 식으로 복수하다니. 무서운 할망구. 결국 그래서 구원은 몬스터 좆물 피하기 게임을 계속하게 됐다. 그래도 절정 속박을 거는 것만 잊지 않으면, 죽을 때만 조심하면 되니 그나마 훨씬 나아진 거라고 생각해야지. 게다가 고블린은 구원이 다가가기도 전에 사라와 디아나 선에서 정리되니 여기선 구원이 싸울 필요도 없다. 구원 일행은 빠르게 고블린을 학살하며 드디어 구멍이 뚫린 가시덤불에 도착했다. 확신은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떨리네.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고블린의 성기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가시덤불에 처박았다. 그러자 박힌 성기를 중심으로 가시덤불이 모세의 기적처럼 양 옆으로 쫘악 갈라지기 시작했다. 저 멀리 통로 끝에는 고블린 주둔지의 움집들이 확실히 보인다. “흠. 결국 자네 예상은 들어맞았군.” “거봐! 내가 뭐랬어!” “하지만 결국 이 통로는 의미가 없어졌네요.” 그건 그렇다. 결국 길드에 알리지도 못하고, 이제 와서 고블린 주둔지에 볼일도 없다. 그냥 던전의 숨겨진 길을 지나다닐 수 있는 방법을 확인했다는 것에 의의를 둬야지. “그럼 의미가 있을지도 모를 늑대개의 통로도 한 번 찾아보자고.” 늑대개의 성기로 써먹을 수 있는 비밀통로를 찾는 것은 상당히 지루한 일이었다. 구원 일행은 이젠 상대도 되지 않는 늑대개나 고블린들을 상대하며 늑대개의 영역을 구석구석 살폈다. 한 번도 간 적 없는 곳은 물론, 한번 지나갔던 곳이라도 다시 한 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상당히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결국 일행은 의심 가는 곳을 찾아냈다. 위치는 고블린 주둔지 방향 쪽과 상당히 가까운 늑대개 영역의 심부. 거대한 나무 한그루에 동그란 구멍이 하나 뚫려있었다. 저번 고블린의 비밀통로는 고블린의 주둔지와 연결된 곳이었다. 하지만 늑대개의 영역은 이미 여기다. 고블린의 경우처럼 주둔지와 연결되는 길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구원이 긴장하며 늑대개의 성기를 나무에 박아 넣자, 갑자기 나무뿌리부분의 흙에 먼지가 일어나더니 바닥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바닥? 그렇다면 이 길은 밑으로 가는 길인가? “흠. 밑으로 가는 거라면 마음 단단히 먹고 가는 게 좋겠군.” 그 말대로다. 이미 이곳에서 돌아다니기엔 너무 강해져버린 파티지만, 그래도 조심은 해야한다. 한두 층 내려가는 길이라면 파티의 실력도 충분하겠지만, 만약 계층을 이동하는 길이라면 골치 아파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좋아. 그럼 내가 앞장설게. 뒤에서 거리를 두고 따라와.” 구멍의 길은 아래를 향해 거의 60도는 될 듯한 가파른 길이라 이동하기 상당히 힘들었다. 심지어 길이 똑바르지도 않아서 이동이 배로 힘들었다. 그나마 몬스터는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이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서야 드디어 일행은 넓은 공터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일행이 모두 공터로 나오자, 지나왔던 통로가 어느새 흙먼지를 날리며 벽으로 가로막혔다. 주변은 여전히 대낮같이 밝은 숲속이다. 그렇다면 아직 계층 이동은 하지 않았다는 말인데…. 대체 여기가 어디쯤이지? 맵을 확대시켜 이리저리 살펴봐도 주변에 밝아진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는 말은 적어도 고블린 주둔지가 있던 층보다는 확실히 아래라는 소리로군. 조심히 주변을 살피며 전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은 몬스터 한 마리와 마주쳤다. “크르르르.” “늑대개? 아니, 늑대?” 비슷한 생김새긴 하지만 확실히 개와는 조금 다른 야생성이 느껴지는 생김새다. 늑대개의 비밀 통로를 지나 만나는 게 늑대라니. 이거 김빠지네. 심지어 한 마리다. 늑대는 여럿이서 뭉쳐 다니는 습성이 있는 거 아니었나? “아니. 웨어 울프일세! 조심하게!” 디아나의 경고가 끝나기 무섭게, 구원을 향해서 달려오던 늑대가 갑자기 앞발을 들더니 이족보행이 되어 날카로운 발톱을 휘둘렀다. “윽!” 황급히 팔을 들어 막았지만, 데미지가 꽤나 제법이다. “구원!” 옆에서 사라의 화살이 심장을 노리고 날아들었지만 웨어 울프는 순간 몸을 비틀어 어깨 쪽으로 받아냈다. 녀석은 사라에게 어그로가 끌린 듯 그쪽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가만히 놔둘 구원이 아니다. “어딜!” 구원은 얼른 웨어 울프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 성자의 손길을 담은 주먹을 때려 박았다. 웨어 울프는 하물을 키우고 움찔했지만, 그래도 구원의 주먹 자체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방비해진 그 등에 드디어 완성된 디아나의 화염마법이 작렬했다. 마치 화염방사기를 연상시키는 그 공격에 웨어 울프는 온몸에 불이 붙어 고통스러운 듯이 땅을 구르다가 결국 숨이 끊어졌다. “와. 이거 뭐야. 그래봤자 겨우 1계층 몬스터면서 엄청 터프하네.” “이래봬도 이 계층에선 최강인 몬스터라네. 괜히 혼자 다니는 게 아닐세. 다음 계층의 초입 몬스터들보다도 강한 수준이니 말일세.” “그 말은 여기가 제1계층의 끝자락이란 말이야?” “음. 굉장한 비밀통로를 알게 되었구먼. 보통은 이틀에 걸쳐서 오는 곳을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올 수 있다니. 만약 소문이 퍼지면 난리가 날 걸세.” 디아나가 웬일로 던전 탐험 그 자체에 흥미로운 기색이었다. 하긴 이틀거리를 한 시간 남짓 만에 내려왔으니 흥미로울 만도 하다. 이거 더욱더 철저히 비밀로 부쳐야할 이유가 생겼군. 통로의 비밀뿐만 아니라, 던전에서의 행동도 조심해야겠다. 만약 구원 일행이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나타난다는 소문이라도 돌면 미행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중요한 정보니까. 그래도 우선은 그런 고민보다도 대박이 터졌다는 사실에 기뻐해야겠지?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주인공의 성자는 聖者가 아니라 性者입니다. 처음에만 쓰고 생략했더니 못보고 지나치신 분들이 많은 모양이네요. niellee // 헉. 감사합니다. 내일부터 열심히 쥐어짜 보겠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44==================== 길드 퀘스트 일단은 이 근처를 탐험해보기 위해 조금 전진하자, 이번엔 키가 2미터는 될 것 같은 거구에 돼지 머리를 한 판타지 세계의 단골손님 오크 무리가 저 멀리 보였다. “오크? 여기 웨어 울프 영역 아니었어?”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던전에서 자기 영역을 가지고 그곳에서만 생활하는 몬스터는 드물다네. 늑대개가 특이한 경우였지. 입구만 봐도 토끼, 쥐, 너구리가 한 곳에서 출현하지 않나?” 그러고 보니 그랬지. 너무 늑대개만 잡는 생활이 오래되다보니까 그만 사고가 그런 쪽으로 굳어지고 말았다. 하긴 어떤 몬스터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던전이 위험한 거겠지. “쟤들은 어때? 강해?” “웨어 울프에 비하면 현저히 약하다네. 둘이 모이면 웨어 울프보다 조금 약하고, 셋이 모이면 조금 세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지.” 저 멀리 보이는 오크는 세 마리. 그럼 뭐 할 만하겠네. “좋아. 디아나의 마법으로 선제공격을 하고 들어가자.” 아까는 웨어 울프가 갑자기 달려들어서 구원이 먼저 나섰지만, 이렇게 선제공격을 하는 경우엔 영창 시간이 필요한 대신 위력이 강한 마법부터 먼저 날려주는 게 효율이 좋다. 영창을 마친 디아나는 이번엔 마법진에서 강렬한 전기를 쏘아내어 오크들에게 날렸다. 전기는 오크들이 들고 있던 검들을 타고 퍼지며 세 마리 모두에게 데미지를 줬다. 체인 라이트닝인가. 과연 대마법사님. 응용력도 좋으셔. 체인 라이트닝을 맞고 움직임을 멈추고 있는 오크들에게 구원이 돌진했다. 그 사이에 사라의 화살이 날아갔지만, 오크의 두꺼운 피부에 데미지가 반감된 듯 그다지 데미지를 주지 못하고 튕겨 나왔다. 하긴 레벨이 아무리 올랐어도 직업레벨은 아직 10대일 테니까. 게다가 무기도 아직 강화를 안한 채 그대로고. 그렇게 생각한 순간, 사라의 푸른빛이 서린 화살이 날아가 오크 한 마리의 피부를 꿰뚫고 박혔다. 역시 용사님이야. 직업레벨이나 무기 따윈 그저 장식에 불과하지. 구원은 굳어있는 놈들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 성자의 손길을 사용했다. 막 체인 라이트닝의 스턴 상태에서 벗어났던 놈들은 그대로 다시 스턴 상태에 걸려, 그 이후로는 그저 샌드백이 될 뿐이었다. 좋아. 디아나의 말대로라면 오크 세 마리 상대는 웨어 울프 때보다 고전해야 되는데 이렇게 쉽게 이기다니. 역시 싸움은 선빵이 최고로군. 그렇게 가볍게 전투를 마치고 구원은 오크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아. 돼지고기 먹고 싶다.” 체인 라이트닝에 적당히 지져진 오크들의 몸에서는 고소한 돼지고기 냄새가 나서 구원의 식욕을 자극했다. “그러네요. 고기가 나올까요?” 그냥 냄새가 비슷해서 해본 말이었는데, 의외로 사라가 반응해왔다. 뜨헉?!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오크 고기를 먹겠다고? 너희 시골마을에선 설마 오크 고기도 먹고 살았니? 대체 얼마나 먹을 게 없었던 거야. 진짜 힘들게 자랐구나. “음. 오크 고기는 꽤나 별미이니 말일세.” 심지어 디아나까지 그런 말을 해왔다. 어라? 얜 대마법사님이니까 먹을 게 곤란한 삶은 아니었을 텐데? 그러고 보니 여긴 동물들도 전부 몬스터인 세계. 혹시 몬스터 고기를 먹는 건 당연한 건가? 그럼 뭐야? 소고기는 미노타우로스 고기야? 그럼 내가 어제 저녁에 먹었던 고기는 설마…? 구원은 그 이상 생각하기를 그만뒀다. 죽은 오크들의 마석을 캐내자, 고기들과 함께 성기도 하나 드랍됐다. 와 고기가 완전히 돼지고기로 보여. 하하하하. “흠. 역시 성기가 커진 상태로 드랍되는 건 초월종의 특징이 아닌 모양이군.” “그게 무슨 말이야?” “오크는 죽은 후 성기를 남기는 대표적인 몬스터중 하나라네. 하지만 이렇게 커진 상태로 남은 건 본건 처음이라는 말일세.” 과연. 초월체의 성기가 열쇠와 같은 효과를 가지기 위해 커진 상태로 드랍하는 건지, 아니면 커진 상태로 죽어서 그렇게 드랍하는 건지 의문이었다는 말인가. “그럼 이것도 혹시 열쇠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흠. 그럴지도 모르겠군. 시험해볼 가치는 있을 걸세.” 하지만 오크가 성기를 드랍하는 대표적인 몬스터란 말이지…. 하긴 오크하면 번식력이 좋다는 설명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그게 유명하긴 하지. 각종 판타지 성인물에서도 단골손님이기도 하고. 그러고 보니 성기는 딜도나 성직자의 지팡이를 만드는 데도 쓰인다고 했다. 그럼 설마? “설마 이거 잘 팔려?” “음? 뭐 그렇다네. 듣기로는 특히 기사들이 선호하더군.” 아무런 부연설명이 없는 말이었지만, 구원은 그 한마디에 완벽히 이해가 갔다. 여기사와 오크의 관계는 이 세계에서도 마찬가지 인가. 여기 여기사들도 오크한테 지면 ‘큿, 죽여라.’ 같은 대사를 내뱉는 걸까? 구원은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아이템들을 인벤토리에 챙겼다. “디아나 혹시 지리를 좀 알 것 같아?” 한동안 조심스레 주변을 탐색하던 구원은 디아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디아나라면 1계층 끝자락은커녕 훨씬 더 아래 계층에도 내려간 적이 있을 테니 혹시나 하는 심정에 물어본 것이었지만 대답은 부정적이었다. “아니. 이 몸은 지도 담당이 아니었으니 말일세. 게다가 1계층을 탐험한 것 자체가 상당히 오래전 일이라네.” “여기가 정말 1계층의 끝부분이라면 다음 계층으로 가는 길을 찾는 걸 목표로 삼는 게 어떨까요?” “음. 그게 좋겠지. 다음 계층으로 가는 길이 꼭 하나라는 법은 없지만, 여기가 어디쯤인지 알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걸세.” 다음 계층이라…. 하긴 그도 그러네. 어차피 한동안 여기서 사라나 내 직업 레벨을 올릴 생각이니 당장 갈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미리 길을 찾아놓는 것은 나쁘지 않다. 그래도…. “그럼 내일부터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일단 돌아갈까?” 평소보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그런 판단을 내렸다. 늑대개의 영역에서 비밀 통로를 찾는다고 상당히 시간을 지체한데다가, 비밀 통로를 지나는 것만 한 시간 남짓 걸렸다. 그 가파른 통로를 다시 올라갈 시간까지 계산하면 조금 이르지만 지금부터 돌아가는 게 나을 거란 생각이다. “흠. 하긴 그 길을 돌아가는 것도 상당히 힘이 들겠지. 고생하게.” 디아나는 그러면서 구원의 등에 달라붙어왔다. “잠깐만요! 뭐하는 거예요?” 그러자 바로 사라가 옆에서 태클을 걸어왔다. 오오. 잘한다, 사라야! 가라! “음? 이 몸이 그 가파른 길을 올라갈 수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내려오는 것만 한참이 걸린 길일세. 거길 오르려면 이 몸은 쓰러지고 말게야.” “그, 그건 그렇지만!” 디아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뭘 당연한 걸 묻느냐는 표정으로 대답하자, 바로 사라가 할 말이 없어진 모양이었다. 사라야 괜찮아. 넌 할 만큼 했어. “이게 싫으면 한동안 잠자리는 이 몸에게 양보하는 게 어떻겠나? 부유 마법을 사용할 정도가 되면 이 몸도 편해질 텐데 말일세.” “으그극.” 결국 사라는 아무 말도 못하고 격침됐다. 살아온 햇수가 다르니 말발로 상대가 안 되는구만. 그런데 디아나야. 사라가 귀여워서 그런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는데 좀 그만 놀리면 안 될까? 쟤 이제 이까지 가는데? 무섭다야. “자, 자. 여기서 편하게 싸우려면 사라의 레벨 업도 필요하니까 너랑만 할 순 없잖아? 너무 막 던지지 마라.” “흠. 알고 있네. 이 몸도 그냥 농을 한번 던져본 것뿐일세.” 구원은 필사적으로 중재하고 나서자 디아나도 별거 아니라는 말투로 말했다. 농담 한번만 더 하면 사라 이빨이 남아나질 않겠다 이것아. 구원은 결국 이곳에 도착했던 비밀 통로의 앞에 서서 디아나를 업고, 인벤토리에서 늑대개의 성기를 꺼냈다. 옆에서 꽂히는 사라의 시선이 무섭다. 얼른 돌아가야지. 그렇게 결심하고 늑대개의 성기를 벽에 있는 구멍에 꽂아 넣었지만, 벽은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어라? 구원은 다시 한 번 성기를 꺼내서 재차 벽에 쑤셔넣었다. 역시 아무 반응이 없다. “…저…얘들아….”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흠. 큰일 났구먼.” 당황하는 사라와, 말과는 다르게 태평한 디아나. 그래도 디아나의 그 태평한 태도에 구원도 조금 침착해졌다. “이건 아무래도 늑대개의 성기는 일방통행용 열쇠라는 말이겠지?” “그렇겠구먼. 이 구멍에는 다른 열쇠가 필요하게 되겠군.” “그, 그렇다면 저흰 여기 고립된 거 아닌가요?!” “그렇게 되겠구먼.” “왜 그렇게 태평한 건가요?! 던전에서 고립된 거라고요?!” “뭐 그렇게 걱정하지 말게나. 그나마 우린 사정이 괜찮은 편일세.” 디아나의 그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아직 우리가 그렇게까지 위험한 처지는 아니라고 판단한 모양이다. “일단 식사를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나? 다행이 오크가 출몰하는 곳이니 현지조달이 가능하네. 게다가 파티의 전력을 생각해봐도 여기서 당할 정도의 실력들은 아니지 않은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을 걸세.” “그, 그렇군요.” 사라도 그 말을 듣고는 겨우 조금 침착해진 모양이다. 평소엔 놀려먹어도 역시 이럴 땐 연륜을 바탕으로 다독여주는 모양이다. 다행이다. 그래도 경험 많은 애가 파티에 있어서. “그럼 일단 위로 올라가는 길을 찾는 걸로 하자.” “음. 그리고 새로운 성기를 발견하면 여기서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걸세.” 아 그렇구나. 그런 방법도 있지. 구원도 당황해서 시야가 조금 좁아졌던 모양이다. 얼른 인벤토리에서 아까 꺼낸 오크의 성기를 구멍에 집어넣어봤지만, 역시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크라서 안 된 건가? 아니면 초월체가 드랍한 게 아니라서?” “흠. 어제 고블린 무리가 이동한 걸 보면 굳이 초월체의 성기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네만. 만약 초월체의 성기를 얻게 되면 다시 시험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그렇게 일행의 새로운 목표가 정해졌다. 위로 올라가는 길을 찾거나, 새로운 녀석의 성기를 얻는다. 목표는 정해졌다지만 그래도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야 되는지도 알지도 못하는 상황은 꽤나 힘들었다. 단순히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평소보다 훨씬 체력을 소모하는 기분이었다. 종종 만나는 오크나 웨어 울프를 때려잡으며 길을 걷던 구원 일행은, 방 같은 공간에 들어섰다. 구원들이 들어온 통로를 제외한 삼면은 모두 벽이나 빽빽이 들어선 나무로 막혀있고, 가운데에는 연못이 있는 공간이었다. 시간은 이제 완전히 한밤중이다. 사라와 디아나도 내색은 안하고 있지만 상당히 지쳐있는 것 같았다. 경계도 통로 쪽만 하면 되니 이보다 쉬기에 적당한 공간은 없겠지. “오늘은 일단 여기서 쉬는 게 어때?” “네. 그래요.” “음. 괜찮은 곳을 발견했구먼.” “그럼 제가 마른 가지를 모아올게요.” “음. 이 몸은 통로에 알람 마법을 설치하겠네.” 시골에서 자란 탓인지 익숙해 보이는 사라와, 경험이 풍부한 디아나가 각자 야영 준비를 위해 움직였다. 으음. 난 야영 같은 건 해본 적이 없으니 뭐 할 수 있는 게 안 떠오르네. “이 연못물은 먹으면 안 되겠지?” “음. 일단 여기 몬스터들도 먹는 물이라고 생각하네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필요하다면 이 몸이 마법으로 만들어 주겠네.” “아, 고마워. 나중에 부탁할게.” 구원은 일단 인벤토리에서 스프와 빵을 꺼냈다. 으음…. 앞으로 세끼정도는 이걸로 버틸 수 있겠네. 그 안에 올라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자네 뭐하는가? 오크 고기도 꺼내게.” “그래요. 이런 상황이니 팔지 말고 저희가 먹도록 하죠.” 내가 팔기 위해 안 먹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냥 오크 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이 찝찝한 건데. 꽤나 거부감이 들었지만, 그래도 사라와 디아나의 눈빛에 밀려 하는 수 없이 오크 고기를 꺼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펄미스트 // 끄워어뛊쒭쀖은 구원이 욕설을 내뱉으려다가 나온 괴성입니다. niellee // 쿠폰 감사합니다. 연참을 위해 밤을 불태우겠습니다! 아마 다음편은 한두 시간 후에 다 쓸 것 같네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45==================== 길드 퀘스트 “흠. 이 몸의 차례로군.” 디아나는 사라가 모아온 마른 가지에 마법으로 간단하게 불을 지피더니 일어나서는 또 뭔가 길게 영창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커다란 바위를 향해 꽤나 강력해 보이는 바람 마법을 날려 얇게 썰었다. 마법 진짜 편리하네. “자. 어서 들고 오게.” 잘 됐다. 안 그래도 전부 맡겨두느라 가시방석이었는데. 힘쓰는 일이라도 해야지. 그렇게 모닥불 위에 얇은 바위를 얹고, 그 위에 오크 고기를 올렸다. 진짜 모르고 보면 완전히 돼지고기네. 비주얼이나 냄새나 돼지고기와 전혀 차이가 안 느껴진다. 구원이 포크를 꺼내자, 사라와 디아나는 얼른 한 점을 집어서 입으로 옮겼다. “맛있네요. 구원은 안 먹으세요?” “음. 얼른 먹게나. 늦으면 이 몸이 다 먹을 걸세.” 그래. 그래봤자 어차피 고긴데 별일이야 있겠어? 구원은 머릿속에 아른거리는 오크의 더러운 면상을 고개를 휙휙 저어 날려버린 후 오크 고기를 입으로 옮겼다. 크으. 여기에 소주만 있으면 최곤데. 한입 먹자마자 오크 고기란 건 전혀 신경도 안 쓰이게 됐다. 일행은 경쟁하듯 고기를 입안으로 옮겼다. 물론 오크고기는 일행이 배터지게 먹고도 남을 만큼 있으니 경쟁은 성립되지 않지만 말이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불같은 거 지펴도 괜찮을까?” 구원은 던전 안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느긋하게 몸을 젖힌 채 빵빵하게 채워진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흠. 뭐 괜찮지 않겠나? 어차피 입구에는 알람 마법을 설치해놨으니 말일세. 이 연못 안에서 갑자기 몬스터가 튀어나오거나 하지 않는 한 적어도 기습당할 일은 없을 걸세.” 디아나는 태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야, 왠지 그 말 플래그 같은데…. 촤악! “으음?!” 이런 젠장! 역시나! 갑자기 호수에서 물기둥이 솟구치더니, 뭔가가 디아나를 향해 휙 날아왔다. 디아나는 호수를 등지고 있는 바람에 반응이 늦었다. “디아나!” 하지만 다행이도 구원은 제대로 반응할 수 있었다. 정체모를 뭔가가 디아나의 몸에 닿기 전에, 구원이 디아나 팔을 잡아 품안에 끌어안았다. “으, 으음. 호, 혼란을 틈타 아녀자를 끌어안다니. 자네도 제법이구먼.” 넌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농담이 나오냐? 진짜 태평한 놈일세. 물이 가라앉고 드디어 일행을 습격한 놈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드러난 놈의 정체는…뭐야 저거? 미역? 디아나한테 뻗은 것으로 보이는 미역 줄기들이 허공에서 흐느적흐느적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미역들이 한데 모여 뭉쳐져 있는 것 같은 생김새였다. “묘하게 생긴 놈이네. 혹시 저거 뭐지 알아?” “흠. 이 몸도 처음 보는 놈이로군.” “일단 공격하죠!” 사라 말이 맞다. 저놈의 정체가 어찌됐든 그건 나중 문제지. 공격을 해온 걸로 보니 저쪽도 이쪽을 적대시하는 모양이고. 구원은 품에 있던 디아나를 뒤로 보내고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구원이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있었다. 연못 한가운데에 동동 떠있는 놈이다. 만약 공격하려고 헤엄쳐 가면 오히려 놈의 안방으로 기어가는 꼴밖에 안 된다. 공격은 모조리 사라와 디아나에게 맡기고, 구원은 오로지 이쪽을 향해 뻗어오는 미역 줄기를 막는 것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본체는 중앙에 뭉쳐있는 미역 덩어리인 모양으로, 구원이 아무리 날아오는 미역 줄기를 쳐봤자 크게 데미지를 주는 것처럼은 안보였다. 혹시나 싶어 성자의 손길을 써봤지만 그 역시도 스턴효과가 없는 걸 보면 무용지물로 보인다. 그래도 사라의 화살이 중앙부에 닿을 때마다 움찔움찔하는 걸 보면 사라의 공격은 확실히 먹히는 모양이다. 그렇게 구원이 막고 사라가 공격하는 와중에 드디어 디아나의 주문이 완성됐다. 디아나가 쏘아낸 전기는 곧장 중앙부에 박혀있던 사라의 화살을 타고 놈의 온몸을 지졌다. 마법을 맞은 놈은 한차례 부르르 떨더니, 곧 허공에 떠있던 미역 줄기들이 차례차례 아래로 떨어졌다. “끝난 건가?” “그런 모양이네요.” 연못에 둥둥 떠 있는 미역줄기를 잡아 끌어당겨, 중앙부의 미역 뭉치를 가르자 마석이 튀어나왔다. 드랍한 아이템은 고작 미역 줄기 몇 개. “잡기 성가신 놈이었는데 보상은 허무하네.” “음. 원래 모든 고생에 그만한 보상이 따르는 건 아니지 않은가. 너무 실망 말게.” 그야 그렇지만 말이지. 그래도 디아나도 모르는 몬스터인 모양이고 길드에 보고하면 보수는 괜찮게 나오려나? “하지만 연못에서 몬스터가 나오다니. 이곳에서 야영하는 것도 불안해졌네요.” “그렇지만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을 찾기도 힘들 걸세.” 둘 다 맞는 말이다. 슬슬 자고는 싶은데 이거 어째야하지? “그냥 연못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자는 게 어떻겠나?” 그 수밖에 없나. 일행은 결국 통로 반대편의 벽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그치기로 했다. “그럼 이 몸이 연못 쪽에도 알람 마법을 설치해두도록 하지. 자 따라오게.” “자, 잠깐만요! 알람 마법을 설치하는 데 구원은 왜?!” “이 몸이 아까처럼 또 끌려갈 뻔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보험일세. 보험.” “그럼 제가 같이 가드릴게요.” “자네는 오히려 이 몸과 같이 끌려들어 갈 것 같으니 얌전히 여기서 기다리고 있게.” 이번에는 사라를 놀리려는 의도가 아니라 정말로 보험으로 데려가는 건지, 디아나는 사라를 가볍게 격퇴시키고는 구원의 손을 꽉 잡고 연못으로 향했다. “이러면 마법 사용하기 불편하지 않아? 한손으로 가능해?” “음? 오, 오오! 생각해보니 그렇구먼. 이 몸이 이런 실수를. 어쩔 수 없지. 이 몸을 뒤에서 꽉 껴안고 있게.” 디아나는 왠지 과장된 반응을 보였다. 야, 이번엔 사라 안 놀리는 거 아니었냐? 조금 조용히 말해라. 아니, 이미 늦었나. 사라가 엄청 노려보고 있는 게 뒤를 안돌아도 왠지 알 것 같다. 구원이 뒤에서 껴안자, 디아나는 양팔을 휘저어 허공에 마법진을 그리더니 순식간에 마법을 완성시켰다. 완전 빠르네. 진짜 두 손이나 필요했냐? “알람 마법이 있다고 해도 불침번은 서는 게 좋겠지?” “음. 아까 같은 경우가 또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말일세.” “그럼 중간은 내가 설게.” 자고로 불침번은 시작과 끝이 편한 법이지. 구원은 어차피 본인 체력이 가장 멀쩡하니 희생하기로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여자애들한테 힘든 걸 시키고 내가 편하게 서는 것도 양심이 찔리고 말이지. 그렇게 디아나, 구원, 사라의 순서로 불침번을 서게 됐다. 시간은 구원밖에 알지 못해서 어쩌나 싶었는데, 디아나가 마법으로 나무를 일정한 크기로 잘라 불을 붙여 다 타면 다음 불침번에게 넘기자고 제안하여 해결됐다. 응. 이거라면 완벽히 같은 시간은 아니더라도 얼추 비슷한 시간으로 맞출 수 있을 거다. 야영을 예정하고 던전을 들어온 것도 아니라서 모포 같은 것도 준비를 안 해왔다 보니 바닥에 그냥 적당히 마른 나뭇잎을 모아서 조금이나마 푹신푹신한 상태를 만들었다. 마을로 돌아가면 일단 인벤토리에 모포부터 구해서 넣어야지. 그렇게 마음먹으며 자리에 눕자, 얼른 디아나가 구원의 옆으로 밀착해 앉았다. 그 모습에 사라가 또 태클을 걸지 않을까 싶었는데, 사라는 아무 말 없이 디아나를 따라 구원의 옆으로 찰싹 밀착해왔다. “저기…여러분?” “흠, 흠. 혹시 연못에서 여기까지 미역이 뻗을지 모르는 일이니 말일세.” “그러네요. 잘 때가 제일 위험한 순간이고 말이에요.” 구원의 의문에 두 여자가 변명하듯 말했다. 그야 물론 기쁘다. 양 옆에 미녀를 끼고 잠들다니. 얼마나 행복한 상황이야. 다만…. 양 옆에서 부드러운 물체들이 압박해오고 있으니 잠이 안 오잖아! 안 그래도 밤에도 대낮같이 밝은 곳이라 잠자기 불편한데. 눈을 감아도 압박해오는 부드러운 물체들이 구원은 도저히 잠이 오지 않았다. 젠장…. 그렇다고 만지지도 못하고. 이건 신종 고문이냐. “왜 그러나? 잠이 오지 않는다면 이 몸이 자장가라도 불러줄까?” “아니, 됐어.” 내가 애도 아니고. 옆에 있는 사라는 이미 잠든 건지 고른 숨소리까지 내고 있었다. 젠장. 의식하는 건 나뿐이란 말이냐. 구원은 눈을 감고 양옆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을 필사적으로 무시하며 자기 위해 노력했다. “자네. 이제 슬슬 일어나게.” 어느 샌가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디아나가 구원의 몸을 흔들며 부르는 소리에, 구원은 서서히 잠이 깼다. “잘 잤나?” 눈을 뜨니 디아나의 얼굴이 바로 코앞에 있어서 깜짝 놀랐다. 얜 심장 떨리게 왜 이렇게 얼굴을 바싹 들이미는 거야. “응. 뭐…. 너도 피곤할 텐데 얼른 자.” 솔직히 그다지 푹 잔 느낌은 아니다. 몇 시간 못자기도 했고 이틀간 힐링 섹스의 영향을 받으며 상쾌하게 일어난 경험이 그새 익숙해진 건지 더 찌뿌둥한 느낌도 있었다. 구원이 옆에 있는 사라가 깨지 않도록 조심하며 상체를 일으켜 벽에 기대고 앉자, 곧장 디아나가 구원의 다리를 베고 누웠다. 야. 그러면 난 이따 다시 잘 때 어떻게 하라고. 구원이 뭐라고 할 틈도 없이 디아나는 바로 고른 숨소리를 내쉬며 잠이 들었다. 으윽…. 그래. 얘도 피곤할 텐데 나서서 제일 먼저 불침번을 서준 거니. 이 정도는 봐주자. 심심하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구원은 맹렬하게 심심해졌다. 뭔가, 뭔가 시간 때울 만한 일이 없을까? 구원은 주위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눈알을 굴리며 이곳저곳 살펴봤다. 으아아. 차라리 몬스터라도 나와 줬으면 좋겠다. 따분함을 주체 못하던 구원의 눈에 문득 사라와 디아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차라리 눈 호강이나 하자. 구원의 둘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둘 다 원래 세계의 구원은 꿈도 못 꿀 정도로 예쁘다. 엄청나게 예쁘다는 공통점이 있긴 하지만, 둘의 외모는 확연히 다르다. 사라는 늘씬한 슈퍼모델 같은 체형에 날카로운 분위기의 미인이라면, 디아나는 자그마한 몸집에 부드러운 분위기의 귀여운 얼굴이다. 이런 애가 양 옆에 달라붙어 있는 거다. 원래대로라면 성욕을 주체를 못하고 덮쳐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지만, 구원은 그런 마음을 억눌렀다. 그래도 그동안의 경험에 조금 성장한 건가? 아니, 굳이 지금 성욕에 미쳐서 안 날뛰어도 나중에 가능하니까 여유로운 마음인 걸지도. 어쨌든 구원은 그냥 사라와 디아나를 바라보며 눈 호강하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런데 가슴만 살짝 만지는 건 괜찮지 않을까? 그런 사악한 마음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지만 구원은 참아냈다. 괜히 자고 있는 애들 깨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렇게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드디어 사라가 불침번을 설 시간이 왔다. …후우. 내 이성은 승리했어. 사라의 몸을 살며시 흔들며 깨우자 사라가 부스스 눈을 떴다. 응. 역시 미인은 자다 깬 모습마저 예쁘군. “고마워요. 이제 제가 설게요.” “응. 그럼 고생해.” 구원은 얼른 이 인고의 시간에서 벗어나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렇게 잘 수 있겠어요?” 구원이 앉은 자세 그대로 자려고 하자 사라가 의문을 나타냈다. “응. 난 아무 자세로나 잘 자거든.” 게다가 디아나가 허벅지를 베고 있어서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있고 말이지. 지금 움직이면 얘가 무조건 깰 테니 할 수 없지. “…그런가요.” 사라가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그 손이 구원의 물건 쪽으로 뻗어왔다. “사, 사라야?” 깜짝 놀라 소리칠 뻔 하다가, 디아나가 깨지 않도록 최대한 목소리를 억눌렀다. “그 자세로 자려면 적어도 힐링 섹스는 발동시킨 상태로 잠을 자야 내일 전투에 지장이 없지 않을까요?” 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너 내가 알던 사라가 맞니? 얼마 전까지 섹스는 죽어라 하기 싫어했잖아? “그리고…어차피 오늘은 제 차례였고요.” 그렇게 말하는 사라의 얼굴은 무척이나 요염하게 보였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왜이리들다재밌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후우. 인간, 하면 되는 군요. 46==================== 길드 퀘스트 “사, 사라야? 진정해. 진정하자고. 지금 옆에 디아나 안보여?” 구원은 잠이 확 깨서 사라를 진정시키려고 했다. 아무리 그래도 일반 상식은 지켜야지. 옆에서 자고 있는 애가 있는데 어떻게 섹스를 해. “걱정 마세요. 당신만 안 움직이면 문제없잖아요?” 아니, 문제 엄청 많거든? 사라는 그런 구원의 절규를 무시하고 구원의 바지 앞섶을 풀어헤쳤다. 구원의 이런 상황에서도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태라 앞섶을 풀자마자 바로 용수철이 튕기듯 튕겨 나왔다. “그리고…당신 여기는 이미 충분히 준비된 것 같은데요?” 그야 그렇지! 그럼 너 같은 애가 만져주는데 안 서겠냐? 이 상황에서 안 설 놈은 고자나 게이밖에 없을 걸? 사라는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들더니, 튀어나온 구원의 양물을 조심스레 감싸고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얘 어째 어제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은데? 용사라는 게 설마 레벨 업만 빠른 게 아니고 배우는 건 모든 다 빠른 거야?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힘 조절로 보나 훑는 속도로 보나 모든 면에서 어제보다 확연히 숙달되어있었다. 그 손은 부드럽게 구원의 물건을 감싸면서도 미세하게 진동을 줘서 안 그래도 큰 쾌감을 더욱 강렬하게 불러왔다. …응? 진동? 구원은 너무 당황한 바람에 제대로 보지 못했던 사라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제대로 살펴봤다. 얼굴을 요염하게 웃고 있지만 어딘가 어색하여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몸도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아. 그럼 그렇지. 애가 갑자기 이렇게 돌변할 리가 있나. “사라야. 무리할 필요 없어. 레벨 업이 급한 것도 아니니까 마을로 돌아가서 하자.” “무슨 소리에요? 힐링 섹스를 위해 하는 거라고 했잖아요?” 하지만 구원의 말에 사라는 어째선지 울컥한 표정을 짓더니 더욱 더 대담하게 나왔다. 구원의 양물에서 손을 떼고 일어난 사라는 스스로 상의 앞섶을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적당한 크기의 뽀얀 가슴이 드러나자 사라는 일어난 채 상체만을 숙이고 구원의 손을 잡아 자기 가슴으로 이끌었다. 그러더니 상체를 숙인 자세 그대로 바지와 속옷을 천천히 허벅지 중간까지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사라의 상체에 가려 비부까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시야에 보이는 뽀얀 허벅지가 눈이 부셨다. 와 씨발 미치겠다. 진짜 참아야 돼? 구원은 저도 모르게 사라의 가슴에 닿아있던 손에 힘을 주고 말았다. “흐읏!” 사라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튀어나오자 구원과 사라는 동시에 디아나를 바라봤다. 다행이도 아직 깨진 않았지만, 진짜 이대론 위험하다. “사라야 역시….” “소리를 안내려면 어쩔 수 없을 것 같네요.” 사라는 구원의 말을 끊고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가 누워있는 쪽의 반대편 허벅지에 옆으로 걸쳐 앉아 얼굴을 구원의 코앞까지 가져갔다. 미약하게 상기된 얼굴과 왠지 모르게 어떠한 열망이 느껴지는 눈동자. 평소의 사라와는 다른 너무도 색기있는 모습에 구원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술 박치기를 감행했다. “으읍.”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게 입술을 밀착시킨 상태로 혀를 사라의 입 안으로 침투시키고, 양 손은 가슴을 어루만진다. 사라는 한쪽 팔로는 구원의 목을 감싸 안아 몸을 구원 쪽으로 바짝 밀착시키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구원의 양물을 부드럽게 훑었다. 상체 전체로 느껴지는 그 탄력 있는 감촉과 양물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느낌이 주는 쾌감에 구원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구원이 가슴을 어루만질 때마다 사라는 몸을 희미하게 떨었고, 사라가 앉아있는 구원의 허벅지는 이제 물에 빠진 것 마냥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한동안 그렇게 서로 엉켜 있다가 숨이 막혀 입술을 떼고도, 구원과 사라의 얼굴은 그다지 떨어지지 않고 지근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봤다. “하아, 하아, 디아나와는 스킬 연구만을 위한 관계니까요. 이런 건 못 하죠? 으읍!” 이제는 떨림도 멎고 완전히 흥분한 얼굴인 사라가 색기있는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하자, 구원은 눈이 돌아가서 다시 입술을 맞댔다. 구원은 사라의 가슴을 만지던 손을 내려 사라의 허리를 감싸 안고, 몸을 옆으로 돌린 자세 그대로 들어 올려 그 음부를 양물에 조준했다. 이미 젖을 대로 젖은 음부는 구원의 양물을 그 어떤 저항도 없이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옆으로 하는 자세 때문인지 사라의 음부는 그제 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구원의 양물을 자극했다. 그대로 허리를 쳐올리고 싶은 기분이 간절했지만, 구원의 마지막 남은 이성이 그것만은 필사적으로 막았다. 지금도 디아나가 안 깨어나고 있는 게 기적인데 허리까지 움직이면 확실히 깬다. 구원의 그런 기분을 눈치 챘는지 사라가 양 팔을 구원의 목 뒤에 돌려 감싸 안고 미세하게 허리를 돌리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분명 숙련된 움직임은 아니었지만, 안 그래도 명기라서 가만히 있어도 물건을 자극해오는 음부에 풋풋함이 남아있는 허리 움직임까지 더해지자 그 쾌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게다가 그 사라가 스스로 허리를 움직여온다는 상황이 주는 정신적 쾌감까지 더해져서 구원은 당장이라도 쌀 것 같았다. 하지만 이대로 싸기엔 아깝다. 되살아난 자존심이라는 스킬이 있으니 얼마든지 다시 세울 수 있지만, 구원은 그냥 싸기 아깝다는 남자의 본능 때문에 꾹 참고 버텨냈다. 디아나 때문에 허리를 움직일 수 없는 구원은 적어도 손이라도 움직이자는 심정에 한 손은 사라의 겨드랑이 사이를 통과해 가슴을 움켜잡고, 한 손으로는 결합부로 이동해 음핵을 자극했다. 거기에 성자의 각종 패시브 스킬들과 사라와 구원의 레벨 차이까지 더해져 결국 먼저 절정에 달한 건 사라였다. “흐으으읍!” 사라는 구원의 목뒤로 둘렀던 양팔에 있는 힘껏 힘을 줘 구원을 꽉 끌어안고 입술과 입술을 최대한 밀착시켜 소리를 죽인 후, 온몸을 떨며 그렇게 절정에 달했다. 움찔 움찔 떨리는 음부가 주는 쾌감에 구원도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정을 했다. 안 그래도 졸린 상태였는데 사정이 주는 쾌감에 정신까지 몽롱해지자 결국 구원은 정신의 끈을 놓아버렸다. 어두워지는 시야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사라의 얼굴이 왠지 지금껏 본 적 없는 행복한 미소를 띄우고 있는 것 같았다. “구원. 빨리 일어나요. 구원. 구원.” 귀를 간질이는 목소리에 구원의 정신이 서서히 각성했다. 시야가 어두운 와인 빛으로 덮여있었고, 코끝에서는 달콤한 향기가 맴돌았다. “일어났어요? 디아나가 깨기 전에 얼른 닦아야죠.” 귓가에서 들려오는 그 속삭이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시야가 밝아지며 사라의 얼굴이 드러났다. 아무래도 구원의 귀에 입을 가져다 대고 말하고 있던 모양이다. 사라는 그러더니 구원의 몸 위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그러자 구원의 양물과 사라의 음부 사이에 끈적끈적한 선이 이어졌다. …정말 나 자는 동안 힐링 섹스를 유지하고 있었던 거냐. 닦아내려고 해도 딱히 수건을 챙겨온 것도 아니다. 구원은 하는 수 없이 인벤토리에서 새 옷을 꺼냈다. 다음부터는 수건도 챙겨놔야지. “잠깐만요. 조금만 기다려요.” 구원이 옷으로 물건을 닦아내려고 하자, 사라가 그것을 제지하고 옷을 건네받아 호수로 가서 적셔왔다. 밤새 아무 일도 없었으니 크게 걱정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저러다 몬스터라도 나오면 어쩌려고. 구원과 사라는 적신 옷으로 몸을 꼼꼼히 닦고 풀어헤쳐졌던 옷을 단정하게 입어 완벽히 준비를 마치고 디아나를 깨웠다. 냄새는 조금 날지도 모르지만 그것까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디아나. 일어나. 아침이야.” “으음. 벌써 아침인가….” 내색은 안하고 있었지만 어제 상당히 피곤했는지 디아나는 몸을 일으킨 후에도 비몽사몽하며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다. 휴우. 다행이다. 냉정해진 머리로 어제 일을 다시 돌이켜보자 섬뜩해졌다. 언제 디아나가 깨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다음부터는 진짜 조심해야지. 이번에 운 좋게 안 걸리고 넘어갔다고 다음에도 그러리라는 법은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얜 대체 무슨 생각으로 어제 그런 짓을 한 걸까? 구원은 사라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젯밤의 모습은 이미 온대간데 없고 평소의 쿨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다. 스스로 유혹하고, 디아나와 경쟁심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이고, 스스로하지는 않았지만 키스를 유도하는 듯한 행동까지. 결국에는 서로 미친 듯이 달라붙어 그렇게 정열적으로 키스를 했다. 그게 정말 레벨 업을 간절히 원한다는 것만으로 설명이 되는 행동일까? 사람 마음을 읽는데 영 재주가 없는 구원이지만 이쯤 되니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얘 날 좋아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럴 이유가 전혀 짐작가지 않는다. 아니, 확실히 말해서 좋아할 이유가 아예 없다. 굳이 말하자면 외모겠지만, 이미 첫 대면부터 그런 식이었는데 이제 와서 구원의 외모에 반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아니면 정말로 어제 사라가 했던 말처럼 그냥 오늘 사냥에 지장이 있을까봐 한 행동이란 말이야? 확실히 힐링 섹스로 적은 수면시간에도 불구하고 몸은 엄청나게 가벼웠다. 사라 역시도 그건 마찬가지일 거다. 하지만 그렇게 섹스를 싫어했던 애가 고작 그런 이유만으로? 아니, 목숨이 걸린 일이니 고작은 아닌가? 그리고 나랑 하면서 거부감이 조금 사라졌을 수도 있는 거고. 어차피 이제 처녀도 아니니 마인드가 오픈됐을 수도 있는 거고. 으아아아아! 돌아버리겠다! 여기 오기까지 여자랑 사겨본 적도 없는데 내가 여자애 맘을 어떻게 아냐고! 차라리 그냥 대놓고 물어볼까? 야! 너 나 좋아하냐? 씨발…. 생각해보니 만약 아니라면 완전 바보 취급당할 거다. 아니. 그러기만 하면 오히려 다행이지. 모험가끼리 섹스하는 게 당연한 세계관에서 섹스 한 번 했다고 자길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미친놈이라는 인식이라도 혹시 생겨봐라. 안 그래도 없던 호감도가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고 섹스마저 거부할 가능성까지 있다. 덤으로 옆에서 보고 있던 디아나마저. “…왜 그래요?” 구원의 시선을 느꼈는지 사라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뭐, 뭐에요? 뭐 할 말 있어요?” 구원은 아무 말 않고 더욱 더 지긋이 사라를 바라 봤지만, 역시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 얘가 날 좋아할 이유가 없지. “아니. 그냥 밥이나 먹자고.” 구원은 사라의 심리를 추리하는 건 포기하고 인벤토리에서 오크 고기를 꺼냈다. 고소한 고기 굽는 냄새가 구원과 사라의 몸에 남아있는 냄새를 가려줘 다행이 디아나에게 간밤에 있던 일을 들키는 일은 없었다. 식사를 하면서도 구원은 옆에 있는 사라가 신경 쓰여서 어쩔 수 없었다. 젠장. 아무리 이성으론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도, 한번 의식하기 시작하니까 계속 신경이 쓰이네. 결국 식사를 마치고 다시 모험을 재개할 때까지도 구원은 계속 은연중에 사라를 곁눈질하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사건이 터졌다. 탐험을 개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쪽을 먼저 발견해 선공해오는 웨어 울프를 구원이 막고, 사라가 엄호 사격을 한다. 그 사이 디아나가 강력한 마법 한 방으로 웨어 울프를 통구이로 만든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쓰러지는 웨어 울프의 뒤쪽에 있는 나무 사이에서 또 다른 웨어 울프 한 마리가 갑자기 튀어나와 구원을 지나쳐 디아나에게 달려갔다. 이런 젠장! 평소의 구원이라면 옆을 지나갈 때 반응을 했을 거다. 하지만 사라를 곁눈질 하느라 정신이 팔린 상태였던 구원은 그만 반응이 한 발짝 늦고 말았다. “디아나!” 구원은 당황하여 웨어 울프의 뒤를 쫓아 필사적으로 달려갔다. 제발. 제발 늦지 마라. 하지만 구원이 웨어 울프를 따라잡는 것 보다 웨어 울프가 디아나에게 도착하는 것이 한 박자 더 빨랐다. 놈의 커다랗게 벌린 아가리가 디아나의 바로 앞까지 접근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쓰굴 // 추천 감사합니다. 경쟁심은 사람을 대담하게 만드는 법이죠. 왜이리들다재밌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설아수 // 추천 감사합니다. niellee //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10연참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47==================== 길드 퀘스트 “제길! 디아나! 안 돼!” 구원은 울부짖었다. 닿지 않을 걸 알면서도 주먹을 필사적으로 휘둘렀다. 그렇게 발버둥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웨어 울프가 디아나를 물어뜯으려고 했을 때, 사라가 날린 푸른빛을 내는 화살이 그 몸통을 꿰뚫었다. 동시에 디아나 앞에 생겨난 투명한 벽에 웨어 울프가 가로 막혀 튕겨져 나왔다. 구원이 휘두른 주먹은 튕겨져 나오는 웨어 울프의 척추에 그대로 클린 히트하여 웨어 울프는 그대로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땅에 나동그라졌다. …어라? 디아나는 놀란 표정으로 울부짖는 얼굴로 굳어 버린 구원을 보더니, 황급히 자기 앞에 있던 투명한 벽을 지우고는 뒤로 살포시 쓰러지며 말했다. “꺄악! 위험한 순간이었네. 고맙네, 구원. 자네 덕분에 살았군.” …신경써줘서 고맙다. 태어나서 처음 보는 엄청난 발연기였지만, 그게 너 나름대로 열심히 한 거겠지. 구원은 맹렬하게 죽고 싶어졌다.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였군. 자네가 없었으면 어찌 됐을지.” …고맙다. 정말 고마운데, 그만 하면 안 될까? 괜히 더 무안해지잖아. 지금이라면 이불킥으로 침대도 쪼개버릴 수 있을 것 같아. 마친 발밑을 보니 딱 차기 좋은 게 뒹굴 거리고 있었다. 구원은 자신의 상처받은 멘탈을 치유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길질을 해댔다. 결국 구원의 이불킥, 아니 울프킥인가? 어쨌든 웨어 울프는 그렇게 허무하게 잡혔다. 쪽팔린 경험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교훈은 한 가지 확실히 얻었다. 정신 차리자. 여긴 던전 초입이 아니다. 이렇게 정신 빠진 상태로 돌아다닐 곳이 아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조난중이기까지 하잖아. 만약 구원이 제대로 정신만 차리고 있었으면 아까 같은 상황은 없었을 거고,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해도 침착하게 보너스 스탯으로 민첩을 올려서 대응할 수 있었을 거다. 다행이 이번엔 아무도 다치지 않고 위기를 넘겼지만, 이런 정신 상태로 다니다가는 언제 사라나 디아나가 위기에 처해도 이상하지 않다. 구원은 계속해서 사라에게 정신이 팔리는 마음을 다잡고 던전 탐험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자네도 그런 표정을 지을 줄 아는구먼. 이 몸이 다칠까봐 그렇게 겁났나? 응? 요 녀석. 요 녀석.” 구원이 멘탈을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이번엔 능글맞게 옆구리를 찔러오는 디아나는 한 대 쥐어박고 싶었지만 말이다. 얜 다음에 섹스할 때 절대 울게 만들어주마. 낮에는 이길 자신이 없는 구원은 마음속으로만 그렇게 다짐했다. 구원이 집중하고부터는 던전 탐사는 별 위험 없이 안전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안전하게만 진행됐을 뿐, 그다지 순조롭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애초에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어디로 가야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막연히 맵만 밝혀가는 상황은 일행의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게다가 또 하나 일행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사실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모험가를 한 번도 못 만나는 건 이상하지 않아?” “그러네요….” 바로 이거다. 던전에서 모험가를 보기 힘든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수준이지. 게다가 여긴 계층 끝이라고 예상되는 곳이다. 계층 간에는 분위기나 난이도가 확 바뀌는 만큼, 다음 계층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계층의 끝자락에서 전투하는 모험가들이 상당수 존재할 거다. 구원의 머릿속에 생각하기 싫은 가정이 하나 떠올랐다. 혹시 여기…정규 루트랑 길이 안 이어져있는 거 아니야? 그게 아니더라도 고블린 주둔지처럼 숨겨진 길을 통해서만 이어져 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최악이다. 일행이 제대로 올라갈 수 길을 찾을 확률은 한없이 낮아진다. 그렇다고 특정 몬스터의 주둔지가 보이는 것도 아니니 초월체를 발견할 확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진퇴양난이란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상황. 다행이 음식은 거의 무한정 얻을 수 있는 상황이니 언제까지고 버틸 수야 있겠지만…. 차라리 조금 위험해져도 좋으니 다음 계층으로 가는 입구라도 발견됐으면 하는 심정이다. “흠. 너무 안달하지 말게. 던전에서 조난됐는데 고작 하루 이틀 사이에 탈출할 거라고 기대하는 것도 우습지. 느긋하게 마음먹게나.” 그래도 연장자라고 디아나가 구원과 사라를 다독였다. 그래. 제일 체력이 없을 얘도 버티는데 내가 안달내서 어쩌잔 거냐. 조급하지 말자. “혹시 1계층 끝에선 몬스터 부락 같은 데가 발견되거나한 적 없어?” “음. 오크 무리들이 모여 있는 곳을 군데군데 발견한 적은 있다고 들었네. 우리가 발견했던 그 고블린들이 모여 있던 곳처럼 큰 곳은 없었지만 말일세.”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만 그다지 희망적인 대답은 아니었다. 적어도 한 군데밖에 발견이 안됐더라면 그런 부락을 찾는 것만으로도 정규루트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될 텐데. 그때 저 앞에서 또 웨어 울프 한 마리가 보였다. 이제는 웨어 울프와의 전투도 익숙해져서 굳이 디아나가 거창한 마법으로 선공을 날릴 필요도 없다. 디아나도 그걸 알고 마나를 아끼기 위해서인지 이제는 적당한 수준의 마법만 사용하고 있었다. “잠깐만요.” 이번에도 가볍게 마나 스피어로 선공을 가하려는 디아나를 갑자기 사라가 제지했다. “음? 왜 그러나?” “차라리 미행해보는 건 어떨까요?” 사라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미행?” “그래요. 이렇게 무턱대고 돌아다니는 것 보다는 차라리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요? 저 웨어 울프도 잠은 잘 테니 보금자리 같은 곳에 갈 수도 있는 거고, 혹시 비밀 통로를 지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렇구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구원은 스스로의 맵을 너무 과신하고 있었다. 결국 맵을 전부 밝히면서 돌아다니다보면 언젠가는 다른 곳으로 통하는 길이 나올 테니 그게 가장 효율이 좋다는 생각으로만 이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라의 말을 듣고 보니 꼭 그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물론 웨어 울프가 이미 구원 일행이 지나온 길로 갈 수도 있으니 맵을 밝힌다는 측면에서는 조금 비효율적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반대로 아무 목적지도 없는 이 상황을 타개할 실마리를 줄 수도 있는 거다. 웨어 울프에게 안 들키고 미행한다는 게 가장 관건이긴 하지만 충분히 시험해볼 가치가 있는 얘기다. “좋았어! 사라야! 너 진짜 똑똑하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냐!” 구원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기뻐서 사라의 두 손을 꽉 붙잡고 말했다. “뭐, 뭐 이래봬도 사냥꾼이니까요. 그동안 사냥꾼 레벨도 조금 올랐다고요.” 사라는 구원의 격찬이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흠. 그렇다면 저 웨어 울프의 뒤를 들키지 않고 은밀하게 쫓는 게 관건이겠군. 기뻐하는 건 좋지만 소리를 죽이고 조용히 따라 가세나.” 디아나가 살그머니 구원과 사라의 사이에 끼어들며 조언했다. 맞는 말이다. 모처럼 사라가 엄청난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이걸 허무하게 날려버릴 수는 없지. 지금 저 웨어 울프를 놓쳐도 다음에 만나는 녀석을 쫓아가면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다음에 언제 다시 몬스터를 만나게 될지 확증이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미행한다면 웨어 울프가 좋다. 오크는 보통 여러 마리가 뭉쳐 다니니 그만큼 쫓아가다가 발견될 확률도 높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오크의 성기는 일행이 이곳까지 오게 된 비밀통로에 안 통했다는 점도 크다. 만약 몬스터들이 잠을 자기 위해 돌아가는 곳이 초월체가 있는 보금자리라면, 이왕이면 웨어 울프의 초월체를 잡아 그 성기를 시험해보는 게 더 확률이 높을 거다. 일단 늑대개와 웨어 울프가 비슷하게 생긴 놈들이라는 점도 있고 말이다. 일행은 최대한 은밀하게 웨어 울프를 미행했다. 웨어 울프에게 들키지 않고 미행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미행하면서 던전 곳곳에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몬스터를 상대로 전투까지 하는 건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전방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온다면 다행이다. 일행이 쫓던 웨어 울프가 전투를 벌이든 피하든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뒤나 옆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전투가 벌어지면 미행하던 웨어 울프에게 들키지 않게 조용하고 신속하게 전투를 끝내야 하니 평소보다 훨씬 전투 난이도가 올라갔다. 구원은 몬스터 놈들이 죽는 타이밍에 사정하는 걸 피해야한다는 생각조차 버리고 말 그대로 몸을 던져 희생하는 각오로 놈들을 때려잡았다. 놈들의 정액이 묻어도 큰 소리도 못 내고 찝찝함을 속으로만 삼켜야하니 죽을 맛이었지만, 구원은 눈물을 삼키고 이겨냈다. 그런 구원의 눈물겨운 희생은 밤이 돼서야 겨우 보답 받을 수 있었다. 일행이 뒤쫓던 웨어 울프는 가로막힌 수풀로 도착하더니 사방을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자 바로 감이 왔다. 드디어 제대로 찾았구나! 그건 사라나 디아나도 마찬가지였는지, 일행을 서로를 바라보고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 후 곧장 몸을 숨기고 공격 준비에 나섰다. 예상대로 놈은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자, 몸을 숙이고 수풀 밑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덮여있는 나뭇잎들 사이로 구멍이 하나 드러났다. 수풀로 절반 이상이 가려져 있으니 의외로 꽤나 넓은 구멍 같다. 저런 식으로 땅굴을 만들어 놓고 위장까지 해놨단 말이지. 전투할 때도 느꼈지만 고블린 놈들보다는 확실히 머리가 좋은 놈들인 것 같다. 놈의 상체가 구멍에 들어가 수풀 밑으로 완전히 파묻혔을 때, 구원은 드디어 지금까지의 한을 풀 듯 박차고 나갔다. “다들 공격!” 놈은 당황해서 허겁지겁 몸을 빼내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수풀에서 갑자기 몸을 빼내기가 힘겨운지 뒷다리만 파닥이는 꼴사나운 모습만 보일 뿐이었다. 거기서 가만히 있어라! 네놈 덕분에 난 하루 종일 극심한 정신적 피해를 입어야했다고! 이 원한 확실히 풀어주마! 사라의 화살과 디아나의 마법이 놈의 엉덩이에 꽂히는 안쓰러운 모습에도 상관하지 않고, 구원은 그대로 다가가 놈의 고간에 사커킥을 날렸다. “크하하하! 아프냐! 아직 멀었다! 이게! 바로! 오늘 하루의 원한이다!” 구원의 원한이 꾹꾹 담긴 발길질에 결국 웨어 울프는 거시기가 뭉개진 채 꼬리와 다리에서 힘이 축 빠지며 늘어졌다. …생각해보니 얜 우리가 따라오는 지도 모르고 그냥 제 갈길 갔을 뿐인데 억울하겠네. 겨우 그동안 말도 못하고 억누르고 있던 원한을 풀어 산뜻해진 구원은 그제야 놈에게 조금 동정심이 들었다. “해냈네요!” “음. 이곳이 놈들의 아지트인 모양이구먼.” 사라와 디아나는 그런 웨어 울프의 모습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런 모습으로 만든 당사자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조금도 안 불쌍하냐? 얘들은 남자가 아니라 공감을 못하는 건가? 놈의 꼬리를 잡고 시체를 끌어내자 드러난 얼굴은 혀를 내빼고 눈물 콧물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참 보기 안쓰러운 모습이었다. ……. 구원은 그 얼굴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신속히 마석을 캐냈다. “자, 그럼 저 구멍으로 들어가 봐야 된다는 얘기인데…. 디아나, 혹시 들어가기 전에 미리 볼 수 있는 마법 같은 건 역시 없겠지?” “음. 있기야 하다만 역시 이 몸의 레벨로는 아직 사용할 수 없네.” 역시 그런가. 웨어 울프는 고블린 놈들처럼 닭대가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가 달라붙으면 상대하기도 힘드니 이왕이면 좀 안의 상황을 보고 싶은데 말이야. “차라리 불을 질러 볼까?” “감당 안 될 소리 하지 말게나.” 알아. 답답해서 그냥 해본 말이야. 여기서 불이 번지면 도망갈 곳도 없다. 자기가 지른 불에 타죽으면 그것만큼 바보 같은 짓도 없지. “좋아. 그럼 내가 먼저 상황을 볼 테니까 너흰 주위를 경계하고 있어줘.” “괜찮겠어요?” “걱정 마.” 정 힘들 것 같으면 보너스 스탯을 전부 내구에 때려 박으면 되니까. 일부러 안 찍고 놔둔 보람이 있다는 얘기다. 구원은 우선 보너스 스탯 중 일부를 내구에 투자하고 땅굴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niellee //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보답으로 연참이라도 해드리고 싶은데 갑자기 본업 쪽에 일이 너무 들어와서 도저히 글 쓸 짬이 안나네요. 일이 조금 정리되면 연참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48==================== 길드 퀘스트 길이는 대략 3미터 정도 될까? 웨어 울프가 지나다니는 땅굴이다보니 제법 넓이가 있어 통과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구원이 땅굴을 지나 반대편으로 얼굴을 내밀자, 웨어 울프의 험상궂은 얼굴이 코앞에서 반갑게 맞이해주고 있었다. “그르르르.” “저…저 그냥 나갈게요.” “크르렁! 컹! 컹!” 웨어 울프는 마치 들어올 땐 마음대로지만 나갈 땐 아니라는 듯이 짖으며 구원을 덮쳐왔다. “으악! 잠깐만! 타임!” 구원은 순간 기지를 발휘해 성자의 손길을 두른 주먹으로 웨어 울프의 콧등을 후려쳐서 일단 사태를 모면했다. 좋아. 스턴이 풀리기 전에 빠져나가자. 다시 땅굴로 후진하려는 구원은 문득 이곳에 웨어 울프가 이놈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라? 한 마리밖에 없으면 할 만하잖아? “사라! 디아나! 괜찮아! 와도 돼!” 구원은 땅굴을 향해 외치고는 웨어 울프를 두들겼다. 구원 혼자서 스턴이 풀리기 전에 잡는 건 조금 벅차 곧 웨어 울프의 스턴이 풀려버렸지만 상관없다. 구원은 옆으로 빠져서 땅굴과의 거리를 벌렸다. 발정 난 웨어 울프는 곧이곧대로 구원에게 달라붙어 사라와 디아나는 그 틈에 안전하게 땅굴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 후 셋의 합공으로 간단하게 웨어 울프를 정리한 일행은, 이 장소를 제대로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사방이 수풀과 나무로 빽빽이 둘러싸인 원형의 공간이다. 크기는 그다지 넓지 않다. 구원의 눈대중으로 약 20평정도 되어보인다. 이 넓이로 봤을 때 이곳을 웨어 울프들의 부락이라고 보기에는 힘들겠지. 그럼 여럿이 모여 사는 곳이 아니라, 이놈과 아까 잡은 놈 둘이서 살던 곳인가? 하지만 생각해보면 둘 다 수컷이었다. 몬스터가 수컷 둘이서 이곳에 부대끼며 살았다고? 전혀 가능성이 없다곤 못하겠지만 믿기 힘든 얘기다. 아니면 다른 동료들이 더 있는 걸까? “여기 보세요! 이곳에서 다른 길로도 이어지나 봐요.” 그때 사라가 일행이 나온 땅굴과는 다른 땅굴을 발견했다. 그러면 또 하나의 가능성이 생긴다. 여기가 웨어 울프들이 맵을 이동할 때 이용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곳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다. 하지만 소규모의 웨어 울프들이 모여 사는 곳이든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든 한 가지 확실한 건, 일행이 드디어 이곳을 빠져나갈 실마리를 발견했다는 거다. “음. 던전에 이런 곳이 존재하다니. 어쩌면 비밀통로보다도 더 귀중한 발견일지도 모르겠군.” 디아나는 이곳의 다른 가능성을 더 눈여겨 본 모양이다.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 양 구멍만 막아버리면 이곳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휴식처가 된다. 던전에서 확실하게 안전을 보장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라니. 던전을 탐험하는 모험가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쪽이 더 탐나는 정보일 거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쉬기로 할까?” “음. 그러도록하세.” 사실 눈앞에 던전을 빠져나갈 실마리가 나타났으니 당장이라도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지만, 그러기엔 밤이 너무 늦었다. 24시간 밝은 던전 안이다 보니 전혀 밤이라는 느낌이 안 들지만, 무리해서 좋을 건 없지. 디아나가 땅굴에 알람 마법을 걸 것도 없이, 구원이 구멍을 아예 막아버리기 위해 한 가운데 있는 바위를 들었다. …너무 큰가? 고작 구멍을 막는 용도로 쓰기엔 너무 큰 바위라 그런지 구원의 근력에도 바위를 들기 버거울 정도였다. “조심하게나. 그러다가 허리 나가겠네.” 헉. 그럼 안 되지. 최근 들어 남자의 생명은 허리라는 말을 절실히 공감하고 있는 구원은 근력에 보너스 스탯을 적당히 투자해 겨우 바위를 옮길 수 있었다. 이걸로 조금 긴장 풀고 휴식을 해도 기습당할 염려는 완전히 사라졌다. 일행은 간만에 주위를 경계할 필요 없이 느긋하게 식사를 마쳤다. 식사를 하고 늘어져 있다가 슬슬 야영을 하기위해 바닥에 깔 나뭇잎을 모을 때, 가까이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로 구원이 막아뒀던 한쪽 바위에서 울리는 소리였다. 아마 다른 웨어 울프겠지. 다만 소리만 울려퍼지고 바위는 그다지 움직임이 없는 게, 아래에서 밀어 올리려고 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은 모양이다. 구원이 보너스 스탯까지 투자해서 간신히 옮긴 바위다. 저 통로로 웨어 울프가 두 마리이상 같이 통과하긴 힘들 테고, 그렇다고 혼자서 들 수 있는 무게도 아니겠지. “어쩔까? 무시할까?” “그러면 동료들을 더 불러오지 않을까요?” 동료를 불러봤자 통로 넓이 상 둘이서 동시에 드는 것도 불가능하니, 보통 웨어 울프로선 저 바위를 어쩌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잠깐, 보통 웨어 울프는 어쩌지 못한다고? 그럼 보통 웨어 울프가 아니라면? 만약 이 장소가 소수의 웨어 울프의 보금자리라면 결국 지금 저기서 쿵쿵거리는 웨어 울프는 바위를 어쩌지 못하고 끝일 거다. 하지만 여기가 던전 안의 웨어 울프들이 맵을 이동할 때 사용하는 중간 다리라면 저 웨어 울프는 이 바위를 들 수 있을 만한 웨어 울프를 불러올 거다. 예를 들어 초월종이라든가. 구원의 생각을 사라와 디아나에게 말해보자, 둘 역시 공감해줬다. “흠. 그렇다면 오히려 저기 밑에 있는 놈은 놔두는 것이 좋겠구먼.” “잘만 되면 저희가 지나온 통로로 나갈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일행은 녀석을 무시하고 야영준비를 재개했다. 녀석은 결국 포기했는지 곧 쿵쿵거리는 소리는 멎었다. “좋아. 그럼 언제 저 바위를 들 수 있는 놈이 올지 모르니 오늘도 보초는 서자고.” 이렇게 안전한 공간이니 잘하면 오늘은 보초도 서지 않고 푹 잘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보초는 어제처럼 디아나, 구원, 사라의 순서대로 서기로 했다. 쿵! 쿵! 쿵! 자고 있던 구원은 갑자기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마침 좋을 때 일어났군. 슬슬 깨우려는 참이었네.” “이 소리는?” “음. 다른 녀석을 불러와 시도해보려는 모양이더군. 아까부터 간간히 저런다네.” 지금만 그런 게 아니라 계속해서 바위를 들려는 시도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여기가 진짜로 중요한 곳이긴 한가본데? 구원이 긴장하고 바위를 바라봤지만 결국 바위가 들리는 일은 없이 쿵쿵하는 소리는 멎었다. “그럼 이 몸은 자겠네.” 디아나는 역시나 긴장되지 않는 건지 곧바로 구원의 옆에 달라붙어 잠이 들었다. 하긴. 바위가 들리는 것도 아닌데 괜히 긴장할 필요는 없지. 구원도 긴장을 풀고 오늘도 양 옆에서 구원을 끼고 자는 동료들의 외모를 감상하며 시간을 죽이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호수에서 뭐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이유가 있었는데, 오늘은 대체 왜 이러고 자는 거지? 둘 다 너무 자연스럽게 이런 자세로 자는 바람에 그냥 그대로 이렇게 자게 됐는데 생각해보니 이상하네. 잘 때 뭔가 껴안고 자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는 애들이 있다던데 얘들도 그런 건가? 생각해보면 얘들이랑 같이 섹스한 다음 날 아침 일어나면 꼭 구원과 껴안는 자세로 자고 있었다. 대부분 섹스하던 자세 그대로 잠든 거니 그걸로 확신은 할 수 없지만, 지금도 이러는 걸 보면 정말 뭔가를 껴안지 못하면 못자는 게 맞는 모양이다. 구원이 동료들의 외모를 감상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는 사이에도 바위에서 간간히 쿵쿵거리는 소리가 울리다가 멈추고는 했지만, 결국 사라와 교대하는 시간이 될 때까지 바위가 들리는 일은 없었다. 사라와 교대한 구원은 바로 잠이 들었다. 솔직히 어제 일도 있으니 또 사라가 유혹해오지 않을까 반쯤 기대도 하면서 긴장하고 사라를 깨웠는데, 오늘은 딱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어제가 조금 이상한 거였나? 아니면 언제 초월체와 전투를 하게 될 상황이 올지 모르니 자중한 걸까? 또 다시 사라의 마음이 신경 쓰이려고 해서 구원은 얼른 잠이나 자기로 했다. 적어도 던전을 나가기 전까지는 이러면 안 되지. “모두! 일어나요!” 사라의 다급한 목소리에 구원은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뭐, 뭐야!” “저길 봐요!” 사라가 가리킨 쪽을 바라보니, 구멍을 막아둔 바위에서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조짐이 보이고 있었다. 마치 폭죽 터지는 듯한 쾅쾅 소리와 함께 바위가 들썩인다. 이거 아무래도 심상찮은 놈이 온 것 같은데? 디아나도 잠에서 깨 언제라도 사용할 수 있게 마법의 영창을 하고, 사라도 활을 겨눈 채 숨죽이고 쳐다본다. 구원도 뒤치기를 위해 바위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자세를 잡았다. 지금까지 상대한 초월종들은 일행보다 아득하게 약한 몬스터의 초월종이었지만, 웨어 울프 수준의 초월종이라니 조금 긴장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반면에 아무리 초월종이라도 이렇게 준비 단단히 하고 맞이하면 별 수 있겠냐는 마음도 있었다. 곧 바위가 파괴되며 놈의 모습이 드러났다. 무식한 놈. 그걸 그냥 부숴버리냐. 구멍에서 흉부까지 몸을 드러낸 놈은 확연히 다른 웨어 울프들보다도 덩치가 컸다. 구멍에 딱 맞는 크기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저 구멍을 통과해 온 건지 신기할 정도의 덩치였다. 이정도면 확실히 초월종이라고 봐도 되겠지? 뒤에 있는 구원에게는 얼굴이 보이지 않지만, 상당히 심기 불편한지 후욱 후욱 내뱉는 콧김 소리가 거칠었다. 하지만 그래서 어쩔 건데? 놈의 얼굴로 바로 사라와 디아나의 공격이 작렬했다. “크롸아아아악!” 과연 초월종이 맞기는 한지 디아나가 꽤나 오래 영창한 마법임에도 쓰러지지 않고 놈은 구멍을 빠져나오기 위해 양 손으로 땅을 짚었다. 그렇게 둘까보냐! 구원은 놈의 몸이 구멍에 꽉 끼는 모습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곧장 실행했다. “페니스 브레이크!” “아우우우우우우!” 구원이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놈을 후려치자, 놈이 애처로운 비명을 지르며 손을 가랑이 사이에 모으려다가 땅에 가로막혀 실패했다. 안 그래도 놈의 몸은 구멍에 꽉 끼는 크기였다. 그 상태로 갑자기 물건이 발기하면 어떻게 될까? 라는 발상이다. 아마 지금 놈의 갑자기 발기한 페니스는 땅속에서 꽉 끼어 제대로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을 거다. 이걸로 놈은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 일행이 마음 놓고 다굴 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크하하하하! 아프냐?! 못나오겠지?!” 구원은 광소하면서도 초월체의 뒤통수를 연달아 후려쳤다. 모처럼 수컷과 싸우면서 정신공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다. 구원은 신이 나서 녀석을 두들겨 팼다. 녀석은 그저 사라와 디아나의 공격을 막기 위해 손을 올리려다가도 구원의 주먹 한방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가랑이 사이에 가져가려는 동작을 반복하며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크하하! 이게 바로 강제 발기의 고통이란 거다! 자라나라 꼬추 꼬추! 크하하하!” “끼야야우우우우!” 구원이 그렇게 미친 듯이 한참을 후려쳤을 때, 갑자기 녀석의 하반신에서 뭔가가 뚝 부러지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렸다. 으헉! 설마! “조심하게나! 만약 놈의 물건이 부러진 채로 남으면 어쩌려고 그러나?” 그쪽? 그쪽이 걱정이야?! 아니, 물론 열쇠가 될 수도 있을 아이템이니 그쪽도 걱정이기야 하지만, 너 진짜 몬스터 상대로 피도 눈물도 없구나?! 아마 고자가 된 듯한 녀석은 모든 걸 포기했는지 손을 휘젓는 저항조차 안하게 됐다. 그러고도 계속된 일행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놈은 결국 그렇게 생을 마감했다. “웨어 울프의 초월종이라고해도 이렇게 되니 별 수 없나보네요!” 환하게 웃는 사라의 모습이 오늘따라 왠지 무서워보였다. 다행이도 놈의 물건은 완전한 상대로 드랍됐다. 하긴 가죽이 걸레가 되도록 패도 아이템은 제대로 깨끗하게 드랍되는 세계다. 발기된 채로 죽는다는 조건만 만족하면 드랍템은 온전하게 나오는 모양이다. 잠깐. 그 말은 얜 부러진 상태로도 계속 발기해있었다는 말이네? 구원은 왠지 가랑이 사이가 아릿해져 오는 것 같아서 이 이상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49==================== 길드 퀘스트 “그럼 당장 시험하러 가볼까?” 초월체에게서 마석을 캐낸 구원은 당장 이 성기가 여기로 내려온 비밀 통로의 열쇠가 맞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일어섰다. 마지막 보초였던 사라가 일어나있던 시간에 벌어진 전투다. 상당히 이른 시간이지만 그렇다고 다시 자기에는 또 애매한 시간이니 지금 당장 출발해도 상관없겠지. 하지만 그런 구원을 디아나가 제지했다. “진정하게나. 그게 꼭 우리가 왔던 길의 열쇠라는 보장도 없네. 느긋하게 가세나.” 하긴 그것도 그런가. 계획대로 성기를 얻었다는 생각에 너무 들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어차피 이게 그 길의 열쇠가 아니더라도 반대편 출구를 통해 정규 루트에 진입할 수 있을 거란 희망도 있다. 조급하지 말고 천천히 가자. 어차피 우리가 왔던 비밀 통로까지 가려면 한참 가야하잖아. 한쪽 구멍을 막고 있던 바위가 박살이 나서 그쪽을 경계하며 식사를 했지만, 그곳에서 웨어 울프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 따로 다니는 놈들이다 보니 대장이 당해 구심점이 사라지자 모여서 공격할 의지가 사라진 걸까? 웨어 울프의 사정은 어찌됐든 덕분에 별일 없이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맵을 통해 확인해보니 최단 거리로 이동한다고 가정해도 이곳에서 비밀통로까지는 꽤나 거리가 있었다. 맵을 밝히면서 이동해 왔다곤 해도 이틀 동안 계속 탐험해왔던 거다. 게다가 어제는 웨어 울프를 쫓는다고 이동을 더 많이 하기도 했다. 그래도 오늘 안에는 도착하겠지? 결국 저녁이 돼서야 일행은 겨우 이곳으로 내려온 비밀통로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좋아. 간다.” 구원은 벽 앞에 서서 웨어 울프의 성기를 손에 쥐고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사라와 디아나도 제법 긴장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엄청나게 이상한 광경이겠지만, 구원은 진지했다. 제발. 제발 맞아라! 하느님, 부처님, 알라님, 대지신님 부탁드립니다! 마음속으로 생각나는 온갖 신들의 이름을 되뇌며 구원은 떨리는 손으로 성기를 벽에다 처박았다. 쿠르릉 낮게 울리는 진동 소리와 함께 벽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됐다!””” 구원은 사라와 디아나를 얼싸안고 기쁨을 나눴다. 날짜로 보면 겨우 2박 3일. 다른 모험가들이 보면 코웃음을 칠만한 짧은 기간이다. 애초에 여기 1계층 마지막에 도달하는 것 자체가 정규루트로 이틀이 걸리니 다른 모험가들은 여기까지 왕복만 해도 일행보다 더 오랜 시간을 던전에서 보내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역시 조난당했다는 상황 자체가 주는 심리적인 압박감이 엄청났다. 통로가 완전히 열리고 구원이 희희낙락하며 통로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 구원의 옷자락을 끄는 손길이 있었다. 응? 뭐지? 뒤를 돌아보자 디아나가 양팔을 벌리고 서있었다. 그래. 업혀라 업혀. 네가 걷는 속도에 맞추느니 내가 업고 가는 게 더 빠르겠지. 구원이 순순히 무릎을 꿇고 등을 내줬다. “음. 이제 자네도 척하면 척이구먼. 장하군, 장해.” 뒤에서 머리를 쓰다듬는 디아나의 손길을 느끼며 사라를 힐끗 봤지만, 딱히 질투하는 것 같은 표정은 짓고 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희미하게 미소까지 띄우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그럼 그렇지. 얘가 날 좋아할 리가 있나. 내려올 때는 한 시간 남짓이면 충분했던 통로였지만, 올라갈 때는 그 두 배나 시간이 걸렸다. 가파른 경사에 반쯤 암벽 등반하는 기분으로 올라가야했다. 그렇게 일행은 드디어 던전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럼 난 정산하고 갈게. 먼저 가서 쉬어.” “네. 미안해요. 먼저 들어갈게요.” “미안하네. 고생하게나.” 사라와 디아나도 상당히 피곤한지 구원의 말에 바로 여관으로 향했다. 나도 얼른 마치고 가서 쉬어야지. 인벤토리 덕분에 모든 짐을 구원이 맡다보니 자연스럽게 정산도 전부 구원이 담당할 수밖에 없다. “안녕하세요!” “어머. 안녕하세요. 며칠 동안 안 보이시는 바람에 걱정했어요.” “하핫, 그게 실은 말이죠!” 구원은 힘차게 안내원 누님에게 가서 인사를 한 후, 일단 보고부터 하려다가 멈칫했다. 어라? 보고할 수 있는 게 없네? 비밀 통로는 구원의 파티만의 메리트니 절대로 외부로 유출할 생각이 없다. 그러면 조난 중에 작성한 지도 역시 보고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정규 루트와 이어져 있다는 확인이라고 했으면 정규루트 쪽에서 확장하여 보고를 했을 텐데 현재 상황으론 불가능하다. 그럼 초월체 보고만이라도 해야 하나? 아니, 애초에 웨어 울프를 잡은 것 자체가 보고 불가능하다. 1계층의 마지막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틀이 걸린다. 왕복으로는 나흘. 3일 만에 보고를 하러 온 구원이 대량의 웨어 울프 마석을 내놓는다면 바로 어떻게 된 일인지 의심하게 될 거다. 던전에서 디아나에게 들은 바로는 웨어 울프는 1계층 마지막에서만 나오는 몬스터. 그나마 1계층은 중간지점부터 서서히 모습을 보이는 오크를 잡은 건 크게 이상할 것 없다는 게 다행이다. “그…오크가 있는 곳까지 다녀왔거든요. 정산해주세요.” 구원은 결국 웨어 울프를 제외한 고블린이나 오크들을 잡은 마석만을 골라서 정산하기 위해 내밀었다. “어머. 모험 계속 상층에서만 머물더니 갑자기 많이 내려가셨네요. 괜찮으셨어요?” “네. 길을 잃어서 고생은 좀 해야 됐지만요.” “그러고 보니 길드에서 제공하는 지도는 안사셨죠. 지금이라도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솔직히 맵이 있어서 그다지 필요 없어요. 게다가 구원이 길을 잃은 건 정규루트가 아닌 곳에서다. 길드가 제공하는 맵을 사봤자 그다지 쓸모가 있을 거라곤…. 아니지. 생각해보니 어젯밤 휴식을 취한 곳에서 이어지는 통로. 거기가 정규루트와 이어진 길일 수도 있다. 어차피 슬슬 자금에 여유도 꽤나 있는 상황이니 확인을 위해서라도 하나 사놓은 것도 나쁘지 않나? “그러네요. 다음엔 저희가 1계층 마지막에 가려고 하는데, 그럼 그쪽 지도 하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구원은 1계층 마지막 맵의 지도를 손에 넣고 안내원 누님과 헤어졌다. 그건 그렇고 이거 비밀 통로를 혼자만 알고 있다고 편한 것만 있는 게 아니네. 웨어 울프를 보고하려면 적어도 나흘은 모습을 안보이다가 정산해야 하는 건가. 앞으로의 던전 탐험을 어떻게 진행해나가야 할지 조금 생각해봐야겠다. 여관에 도착하고 혹시나 해서 식당을 둘러봤지만 역시나 사라와 디아나의 모습은 안보였다. 역시 오늘은 피곤해서 그냥 들어가 쉬는 건가. 구원도 일단 방으로 들어가 좀 쉬기로 했다. “으아. 좋다.” 며칠 만에 몸을 씻고 산뜻한 기분으로 침대에 눕자 온몸이 침대에 녹아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제는 잘 때 힐링 섹스도 발동시킨 상태였으니 솔직히 이렇게 피곤할 일은 아니었을 텐데, 역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서는 집이 최고라는 느낌이다. 뭐, 여기도 집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이렇게 그대로 잠이 들고 싶었지만, 구원은 스르르 감기는 눈꺼풀을 필사적으로 올렸다. 그래도 일과를 빼먹을 순 없지! 고작 어제 하루를 빼먹은 것뿐이지만, 며칠 사이 아예 습관이 되어버린 건지 힐링 섹스를 발동 안 한 상태로 잠에서 깨니 상당히 몸이 무거운 느낌이었다. 이거 이러다가 던전에 며칠씩 묵으며 탐험을 해야 할 때는 어쩔까 싶었지만, 그땐 그때다. 할 수 있는 지금은 해야지! 사라나 디아나도 피곤하다고는 하지만 거절하지 않을 거다. 걔들도 다 목적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고민거리가 발생했다. 대체 누구랑 하러 가야하지? 날짜로 생각해보면 사라다. 어제가 디아나 차례였으니 말이다.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한다는 순서를 생각해보면 디아나 차례다. 하지만 디아나는 사라와 던전에서 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럼 역시 오늘도 사라랑 해야 하나? 구원의 고민은 방문에서 들려온 노크소리가 해결해줬다. “열려있어. 들어와.” “실례할게요.” 방문을 열고 들어온 건 사라였다. 사라는 들어오자마자 바로 문을 잠그더니, 곧장 구원이 누워있는 침대위에 걸터앉았다. “오늘 제 차례 맞죠?” “그, 그렇게 되나?” 말투는 의문형이었지만 확신이 담겨있는 목소리에 구원도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그래. 여러모로 생각해도 오늘은 사라랑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디아나도 오늘은 피곤해서 스킬 연구 같은 걸 할 체력이 남아있지 않겠지. 구원은 스스로에게 그렇게 납득시키며 사라의 허리에 팔을 둘러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러고 보니 얠 속이고 디아나와 했단 걸 들켰을 때 마음속으로 성심성의껏 해주기로 했었지. 저번 섹스는 구원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도저히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그럼 오늘이라도 힘 좀 써보실까. 그동안은 사라와 하면서 되도록 액티브 스킬들은 자제하면서 해왔지만, 이제 사라도 슬슬 구원의 레벨을 추격해오고 있다. 구원은 스킬을 제대로 사용해서 사라를 즐겁게 해주기로 마음먹었다. 일단은 가장 기본적인 성자의 손길부터.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사라의 몸을 옷 위로 가볍게 쓰다듬었다. “흐으읏!” 사라는 바로 신음소리를 내면서 몸을 움찔거렸지만, 과연 슬슬 레벨이 적당히 올랐다보니 바로 절정에 이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좋아. 이정도면 충분히 스킬을 써도 되겠어.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한 채로 사라의 옷을 천천히 벗겨갔다. 옷을 벗기며 구원의 손이 스치는 것만으로도 신음소리를 흘리며 허덕이는 사라는 그냥 옷을 벗는 것보다도 훨씬 야해보였다. “엣, 뒤, 뒤로?” 구원이 사라의 옷을 전부 벗기고 뒤를 돌아 엎드리게 하자, 사라가 당황했다. “응. 왜?” “아, 아뇨. 이왕이면 마주보고….” 사라가 입술을 달싹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경험이 적은 여자들은 이런 체위에 거부감을 느낀다고 본 것 같기도…. 하지만 뭐…. “괜찮아. 너도 좋을 거야.” 구원이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섹스 애널라이즈를 사용하여 사라의 성감대를 알아본 결과, 사라의 최고 성감대가 엉덩이란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엉덩이 구멍도 핑크색으로 보이는 게, 만약 애널 섹스라도 한다면 반응이 굉장할 것 같다. 레벨 업이 우선인 사라가 레벨 업과 관계없는 애널 섹스를 시켜줄 것 같진 않으니 거기까진 포기해야겠지만 말이다. 구원은 잠시 사라의 모습을 음미했다. 무릎을 꿇어 엉덩이를 이쪽으로 내밀고 팔로 상체를 지탱하고 있는 정석적인 후배위 자세다. 허리가 가늘고 골반이 잘 발달한 사라가 이런 자세를 하니 그 파괴력이 배가되는 것 같았다. 이런 몸매를 가진 애가 최고 성감대도 엉덩이라니. 역시 이 세계는 멋지다. 구원은 손을 뻗어 그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만졌다. “흐이익!” 역시 섹스 애널라이즈로 가장 밝게 빛나는 부위는 뭔가 달라도 다른지 사라의 반응이 이전보다 더 격렬했다. 양손으로 엉덩이를 주무르다가 손을 서서히 올려 깨끗한 등을 쓸어올리자, 사라의 팔에서 힘이 빠지며 상체가 아래로 쓰러지려고 했다. 그렇게 둘 순 없지. 구원은 미끄러지듯 손을 이동시켜 사라의 양 가슴을 꽉 움켜쥐면서 상체를 지탱했다. “안 돼. 제대로 버티고 있어야지.” 사라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고 속삭이자 사라가 몸을 바르르 떨며 팔에 힘을 주는 게 보였다. 구원은 사라의 가슴을 조물조물 만지며 그대로 귓가에 속삭였다. “긴장돼?” “흐윽, 네. 기, 긴장흐이이잇!” 사라가 대답하는 순간 구원이 물건을 박아버리자, 결국 사라의 팔에 힘이 풀려 상체가 침대 위로 쓰러졌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쓰굴 // 제 일이 토요일이라고 쉴 수 있는 일이 아닌지라….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50==================== 길드 퀘스트 상체는 침대에 맞닿은 채 엉덩이만을 들고 있는 모습이 사라의 애플힙을 더더욱 강조하는 모양새가 됐다. 구원은 사라의 가슴에서 손을 떼 엉덩이를 주무르며 허리를 움직였다. “거봐. 내가 좋을 거라고 했지?” 구원은 그렇게 말하며 각종 스킬들을 발동해 사라를 농락하기 시작했다. “흐앗! 하앙! 흐잇! 흐아아아앙!” 사라는 아무 말도 못하고 얼굴을 침대에 처박은 채, 몸을 떨며 절정에 달했다. 물론 구원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더 허리를 거세게 움직였다. 사라는 간간이 몸을 움찔 움찔 떨면서 절정에 달했지만, 구원은 멈추지 않고 스스로 사정할 때까지 허리를 흔들었다. 어차피 오늘은 밤새도록도 할 수 있다. 괜히 아낀다고 스스로 절정 속박을 걸 것도 없이 시원하게 싸고 잠깐 허리를 멈추자, 사라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며 애원하는 눈빛을 보냈다. 응? 얘도 제대로 느끼고 있을 텐데? 뭔가 더 원하는 게 있나? “키….” “응?” “키, 스….” 그러고 보면 얘랑은 제대로 섹스하면서 계속 키스를 해왔었다. 그게 아예 습관이 되어버린 건가? 섹스 애널라이즈로 확인해도 입술이 핑크빛으로 빛나는 게 정말 개발이 된 모양이다. 아, 그럼 설마 아까 마주보고 하는 게 좋다고 했던 것도 그런 뜻이었나? 사라가 애원하는 모습을 보자, 구원의 머릿속에 한 가지 묘안이 떠올랐다. 전에 다른 남자랑 잔다느니 어쩐다느니 하는 소리를 한 적이 있었지. 이번 기회에 나 말고는 못 안기게 아예 못을 박아둘 수 있지 않을까? 좋아. 해보자. “으음…. 어쩔까….” 구원은 손을 뻗어 사라의 부드러운 입술을 매만지며 말했다. 멈췄던 허리를 움직이며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킨 손으로 입술을 천천히 어루만지자, 사라의 눈이 서서히 풀려갔다. “그렇게 키스가 하고 싶어?” 구원은 사라의 벌려진 입으로 검지와 중지를 집어넣으며 묻자, 사라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얼마나?” 그렇게 말하며 사라의 입에 넣은 손가락을 휘젓자, 사라의 혀가 강렬하게 얽혀온다. 좋아. 완전히 정신이 나갔군. 이거라면 할 수 있어. “그럼 나 말고 다른 남자랑은 안자겠다고 맹세해.” “하, 할게요. 할 테니까….” 사라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애원해왔다. 아마 레벨 업은 사라가 상당히 집착하는 부분일 텐데 이렇게까지 바로 대답을 하는 걸 보면 얘가 지금 제대로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좋아. 그 말 잊지 마.” 구원이 사라의 입에 넣고 있던 손가락을 빼 그 손으로 사라의 고개를 받치고 입술을 가져가자, 사라가 달라붙듯 구원의 입에 얽혀왔다. 좋아 이 상태라면 혹시…. 구원은 엉덩이를 어루만지던 나머지 손을 엉덩이의 중앙으로 가져갔다. 먼저 항문 입구를 살짝살짝 건드려보니 사라가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그렇게 항문의 주름을 세듯 천천히 빙글빙글 돌리며 어루만지다가 서서히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으려고 하자, 그제야 사라가 몸을 거치게 흔들며 저항해왔다. 쳇. 역시 아직 여기까진 안 되나. 어차피 처음부터 될 거란 생각도 없었다. 구원은 일단 항문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섹스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음 날 눈을 떠보니 사라가 구원의 밑에 깔려있었다. 으헉! 얘 괜찮나? 구원은 얼른 상체를 일으켜 사라를 살펴봤다. 다행이 고개는 구원과 키스하던 자세 그대로 옆으로 돌리고 있어서 숨이 막힐 일은 없어 보였다. 그래도 일어나면 온 몸이 쑤실 자세 같은데…힐링 섹스도 발동 중이었으니 괜찮겠지? 구원은 사라의 몸에서 물건을 뽑지 않고 사라가 구원의 몸 위로 오도록 자세를 바꿨다. 얘가 일어날 때까지 이대로 있어야지. 결코 사욕으로 이러는 게 아니야. 물론 사라의 음부가 주는 감촉이 끝내주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사라가 힐링 섹스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라고 이러고 있는 거야.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도 눈을 떴다. “사라, 괜찮아? 어디 결리는 덴 없어?” “으음…괜찮아요.” 사라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휴. 힐링 섹스 만만세다. 사라가 괜찮은 걸 확인했으니, 또 하나 확인할 게 남아있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어디까지 기억해?” “네? 대충은 전부…. 왜요?” “그럼 우리가 했던 말들도 기억해?” “말이요?” “맹세한 거 있잖아.” “아아….” 사라는 구원이 하는 말이 뭔지 알아챈 모양이다. “그렇게 제가 다른 남자와 하는 게 싫어요?” 한 손을 살며시 구원의 뺨에 가져다대더니 묻는 사라는 왠지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그, 그야….” 구원이 멋쩍게 눈을 돌리며 한 대답에 사라는 새초롬하게 구원을 노려보며 말했다. “좋아요. 아무리 그런 상황이었지만 한 번 내뱉은 말은 지켜야죠.” 오오! 역시 얘가 처음 만날 때부터 고지식한 부분이 있었다니까! “하지만.” 기뻐하는 구원에게 아직 이르다는 듯이 사라가 말을 이었다. “그만큼 저한테 제대로 해야 돼요. 레벨 업이 부족하다 싶으면 저도 약속을 지킬지 장담할 수 없어요.” “물론이지! 나만 믿어!” 이런 애를 독점할 수 있는 조건이 고작 그런 거라니 바라 마지않는 바다. 구원은 레벨을 올려야 할 또 다른 이유가 생겼다. 모여서 아침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사라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어제는 구원도 아낌없이 싸질렀기 때문에 이젠 정말 구원과 레벨 차이가 얼마 나지 않을 정도로 격차가 좁혀졌다. 그야 기분 좋을 만도 하지. “어제는 또 며칠만이라고 둘이서 회포를 제대로 푼 모양이구먼.” “네. 뭐 그렇죠.” 디아나가 사라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조금 또 다시 사라를 놀렸지만, 기분이 상당히 좋은 사라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보다 얘들아. 할 말이 있어.” 구원은 손짓으로 작당모임을 하듯이 사라와 디아나를 모아 속삭였다. “아무래도 던전에서 나흘 이상 머물지 않으면 웨어 울프한테서 나온 전리품들은 처리를 못할 것 같아. 분명 의심하는 사람이 생길 거야. 그래서 말인데. 오늘 아예 제대로 준비하고 나흘 동안 던전에 머무르다 오는 게 어떨까?” “그렇군요….” “흠. 어차피 그 땅굴의 건너편도 확인해봐야 하네. 이 몸은 찬성일세. 단, 정말로 준비를 꼼꼼히 해가야 할 걸세.” 솔직히 사라보다는 오늘 밤 성자 스킬을 연구할 차례인 디아나의 반대가 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볍게 승낙해줬다. 하긴 스킬은 던전에서도 꾸준히 쓰니 던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으로 연구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건가? 일행은 당장 던전에서 머무를 준비를 위해 움직였다. 인벤토리 덕에 짐에 제한이 없다고 생각하자 의외로 준비할 것이 많았다. 모포나 식사는 물론이고 여분의 옷이나 수건, 그리고 사라의 화살 같은 소모품도 대량으로 인벤토리에 쟁여 놨다. 그렇게 때 아닌 대량 쇼핑을 하게 되자, 왠지 양손에 꽃 상태로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라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이건 어때요?” 사라는 이제 완전히 목적이 쇼핑으로 변한 모양인지, 여분의 옷을 사기 위해 옷가게에 오자 상당히 들뜬 모습이었다. 시골에서 살던 애가 이렇게 큰 도시에 와서 던전에만 다니다가 처음으로 이런 시간을 가지는 거니 이해는 된다. 오히려 나이에 걸맞은 모습으로 보여 보기 좋았다. 다만 디아나는 그 모습을 눈부시다는 듯이 지켜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디아나는 뭐 살 거 없어?” “이 몸은 됐네. 젊은 사람이 쇼핑에 들뜬 모습만 봐도 충분히 젊어지는 기분일세.” “이미 젊어진 주제에 늙은이 같이 무슨 소리야. 너 생긴 건 나보다 어려보이는 거 알고 하는 소리냐? 그러지 말고 너도 뭔가 사서 꾸며봐. 그렇게 칙칙한 로브만 입고 있지 말고. 이거 어때?” 구원이 눈앞에 있는 물건들을 손에 집히는 대로 아무렇게나 하나 집어 들어 디아나에게 내밀었다. 구원도 내밀고 나서 확인해보니 그냥 아무 특색 없는 평범한 리본이었다. 리본이라. 안 그래도 얜 머리도 기니 묶으면 좀 괜찮겠는데? “어때? 자 묶어봐.” “으, 으음. 자네가 정 그렇게 말한다면.” 디아나가 부끄러운지 살짝 붉어진 얼굴로 리본을 받아들여 머리를 양 갈래로 묶었다. 이러니까 좀 외모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나오네. “오오. 귀엽네. 야, 그러니까 훨씬 보기 좋다.” “귀, 자, 자네는 정말 못하는 소리가 없군!”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결국 그 리본을 사서 머리를 묶었다. 아까까진 모자를 푹 눌러써 음침해 보이는 마법사였는데 이 양 옆으로 튀어나온 양 갈래 머리만으로 이미지가 이렇게 귀여워지다니. 역시 여자란 신비한 생물이야. “어머? 디아나, 머리를 묶었네요? 잘 어울려요.” “음. 뭐 그렇게 됐다네.” 디아나는 이제 아예 정색하고 가기로 했는지, 옷을 갈아입고 돌아온 사라가 칭찬을 할 때쯤에는 이미 부끄러워하는 기색도 없이 덤덤하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긴 쇼핑을 마치고 나자 이미 시간은 저녁때였다. 그러고 보면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이렇게 여유롭게 보낸 거 아닐까? 왠지 힐링 섹스로도 어쩔 수 없는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다. 역시 사람은 휴식이란 게 필요하구나. “음. 벌써 저녁이 되어버렸군. 그냥 오늘은 푹 쉬고 던전은 내일 가는 게 어떻겠나?” 길을 걷던 디아나가 과장되게 하늘을 바라보며 그런 제안을 해왔다. “그래요. 오늘은 푹 쉬죠.” 오늘은 하루 종일 기분이 좋은 사라가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마왕을 상대로 싸워야하는 용사라도 이렇게 숨 돌릴 틈은 필요하다고 깨달은 모양이다. “게다가 어차피 지금 가도 바로 던전에서 야영을 해야 할 테니 말일세.” “그도 그런가. 그래. 던전엔 내일 가자.” 결국 만장일치로 오늘은 그냥 쉬기로 했다. 그래. 어제까진 던전에서 조난해있었고 내일부터 나흘 이상 던전에 틀어박혀 있으려면 하루정도는 쉬어줘야지. …어라? 그러고 보니 뭔가 잊어버린 것 같은데? “왜 그래요?” “어? 아, 아냐. 뭐 빠뜨린 거 없나 확인해보자.” 구원이 뭔가 기억해 내려는 찰나에 사라가 말을 걸어와 어렴풋이 떠오르려던 기억이 뿔뿔이 흩어졌다. 에이 됐다. 찝찝하긴 하지만 기억 안 날 정도면 썩 대단한 일도 아니겠지. 구원은 더 이상 기억해내길 포기했다. 괜히 찝찝한 기분에 잠길 거 없이 모처럼 맞이한 휴일을 즐겨야지. 일행은 여관이 아닌 제대로 된 식당에서 저녁식사까지 마치고 즐거운 기분으로 여관에 돌아갔다. 편안한 기분으로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 부른 배를 쓰다듬던 구원은 계속 느꼈던 묘한 찝찝함의 정체를 드디어 깨달았다. 앗! 그러고 보니 오늘 쉬면 디아나랑 일 치르고 던전에 가는 거네?! 설마 아침에 던전에 갈 준비를 하자는 얘기가 나왔을 때부터 이렇게 될 걸 계산한 건 아니겠지? 디아나…무서운 아이…! 구원은 대마법사의 미래를 내다보는 책략에 몸을 떨었다. 하지만 디아나가 계산하지 못한 게 하나 있다. 바로 구원이 잠자리에서 디아나를 울리기로 마음먹었다는 사실이다. 오늘 그대로 던전에 갔으면 아마 던전에 나왔을 땐 나도 까먹었을 텐데. 제 손으로 무덤을 팠구나! 이거 기대되는군. 어떤 방식으로 울려줘야 디아나가 낮에도 안 기어오를까. 구원의 머릿속에서 디아나를 울려줄 여러 가지 상황들을 짜내기 시작했다. 크흐흐흐.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생각을 마친 구원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사악한 미소를 띄우며 디아나의 방으로 향했다. 디아나 역시 이미 준비를 마친 모양이었다. “음? 자네 뭔가? 그 표정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벌써 디아나한테 들키면 안 되지. “그럼 오늘도 스킬 연구를 해보자고!” 구원은 화제를 전환하듯이 유쾌하게 외쳤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휴일은 아니었지만 연참은 해냈습니다. 이로써 마음의 짐은 덜었군요. 사실 떡신을 짧게 쓰고 저번 편에서 끝내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길어져서…. 51==================== 길드 퀘스트 “음. 그렇군. 그거 말이네만. 당분간 성자의 손길은 금지일세.” “뭐? 왜?” 안 돼! 그게 내 주력 무기인데 금지시키면 어쩌자고? “자네가 그 스킬을 쓰면 스킬을 알아보는데 집중하기가 어렵더군. 어차피 몬스터 상대로 사용하는 것으로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니 성자의 손길은 당분간 괜찮네. 이 몸이 자네와 레벨이 비슷해질 때 까지는 금지일세.” “그, 그렇군. 오케이. 알았어.” 젠장. 내 화려한 계획이. 절정 아슬아슬할 때까지 끈질기게 애태우다가 디아나가 애원하면 절정 속박을 걸고 성자의 손길로 마구 주물러서 울려주려고 했는데. 이래선 제일 중요한 마무리가 부족하잖아. 얜 마법으로 미래도 볼 수 있나. 어떻게 이렇게 적절하게 금지를 시키지? 게다가 말하는 걸 보니 성자의 손길만 아니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다는 말투 같다. 저번에 그렇게 정신없어 보였는데도 그랬단 말이지…. 이거 울리는 건 힘들지도 모르겠는데? “그럼 여기 눕게.” 오늘도 역시 디아나가 위에서 주도권을 잡고 하려는 모양이다. 구원이 침대에 눕자 바로 구원의 몸 위로 올라왔다. “그 이후로 더 익힌 스킬이 있나?” “아니. 없어.” 스킬 포인트가 남아있으니 배우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더 배울 수 있겠지만 딱히 이거다 하는 스킬이 없어서 그냥 포인트를 아껴두고 있다. “그럼 오늘은 이 몸이 시키는 대로 스킬을 사용하게.” 디아나는 그 말과 함께 구원의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성자의 성수를 사용해서 핥아보게나.” …겉보기엔 나보다 어려 보이는 애가 이러니 묘한 기분이다. 구원은 혀를 내밀어 그 예쁜 손가락을 살짝 핥았다. 디아나는 구원이 핥은 손가락과 그렇지 않은 손가락을 스스로 만지며 뭔가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흠. 아무래도 이 스킬로 민감해지는 건 성적인 감각뿐인 것 같군. 통증은 별반 차이가 없구먼.” 그렇단 말이지. 언제 써먹을 데가 있을지도 모른다. 기억해둬야지. 이렇게 디아나가 스킬을 알아보면서 중얼거리는 말들은 구원으로서도 꽤나 유용한 말들이 많았다. “그럼 넣어야 하니 적당히 만져주게. 성자의 손길은 안 되네.” “알았다니까. 걱정 마.” 아직 마무리를 어찌할지 못 정했지만 일단은 중간까지라도 계획대로 할 생각이다. 이제 슬슬 디아나와 하는 것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황. 구원은 디아나가 절정을 느끼지 않도록 조절하며 적당히 흥분만 되도록 디아나의 몸을 어루만졌다. “좋네. 이제 그럼…흐읏! 여, 역시 자네 물건은 너무 크군.” 적당이 음부가 젖자 디아나가 스스로 허리를 들어 구원의 물건을 음부에 삽입하더니 그런 감상을 흘렸다. 뭐 거긴 특히 공을 들였으니 말이지. 디아나의 안쪽 끝까지 전부 삽입이 되고도 남을 정도의 크기다. 응? 아니 잠깐? 그렇다면….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대신해 마무리로 써먹을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구원은 디아나의 가장 안쪽까지 박힌 양물의 끝에서 흘러나오는 카우퍼액에 바로 성자의 성수를 발동했다. “흐읏! 뭐, 뭐하는 겐가!” “그러고 보니 성자의 성수는 침으로만 가능한 게 아닌데 지금까지 침으로만 발동한 것 같아서 말이야. 어때? 이걸로도 효과가 있는 것 같아?” 구원은 능청스럽게 변명하며 카우퍼액을 안쪽에 넓게 문지르듯 허리를 빙글빙글 돌렸다. “그, 그렇군. 효과가 있네.” “그거 다행이네.” “하앗! 그, 그만하고 이제 다른 스킬로 넘어가겠네!” 디아나가 참기 힘든지 구원의 가슴을 가볍게 찰싹 때리며 말했다. 그러시죠. 얼마든지요. 어차피 밑밥은 충분히 깔았다. 구원은 디아나의 엉덩이를 잡고 페니스가 적당히 빠지도록 들어 올렸다. “안쪽은 방금 스킬로 민감해져버렸으니까 다른 스킬들은 좀 얕게 박으면서 시험하자.” “드, 드디어 자네도 제법 협력적이 됐구먼.” 디아나는 신음성을 흘리면서도 만족스러운 듯이 웃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스킬들을 시험하는 동안 구원은 페니스를 얕게 박은 상태로 움직였다. 절정 속박을 쓰지 않고도 디아나가 절정에 달하지 않도록 중간 중간 충분히 휴식까지 취하면서 행한 덕에 디아나는 아슬아슬하게 절정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구욕에 불타는 디아나는 그렇게 구원이 안달 나게 하는데도 꿋꿋이 버티며 모든 스킬들을 한 번씩 맛봤다. “하아, 하아, 이게 전부 맞나?” “응. 맞아.” 그렇게 스킬을 한 번씩 전부 돌리자 디아나의 얼굴도 결국 누가 봐도 흥분한 상태란 걸 알아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그, 그럼 일단 한 번 끝까지….” “응? 그래도 돼?” “하, 한 번 끝까지 가는 편이 지금보다 머리도 맑아질 테니 말일세.” 그럼 절정에 달하면 다시 연구를 재개할 생각이란 말이지. 난 그렇게 둘 생각이 없는데? “으음…. 어쩔까….” 구원은 여전히 디아나의 엉덩이를 잡고 얕게 박힌 물건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디아나를 자극했다. “노, 놀리지 말고 어서 하게나!” 디아나는 더 이상 참기 어려운지 스스로 허리를 내리려고 했지만, 구원은 그 엉덩이를 단단히 붙들고 허락하지 않았다. “왜 그래? 여기도 충분히 기분 좋잖아?” “그, 그건 그렇네만.” 디아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안타까운 표정만 지어보였다. 그래. 이정도면 충분히 안달은 났겠지. 정말 울지 안 울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 해보자. 구원은 디아나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는 페니스 스매쉬까지 사용하며 물건을 힘차게 끝까지 박아 넣었다. “흐이이잇!” 그 한방에 결국 어떻게든 힘을 잃지 않고 있던 디아나의 눈이 풀렸다. 하지만 역시 이런다고 울지는 않네. 구원은 성자의 성수를 다시 발동하여 가장 안쪽을 힘차게 찔러대며 자극했다. “흐아앗! 왜! 왜애!” 그러면서도 절정에 도달하지 못하는 디아나는 양손으로 구원을 토닥토닥 때리면서 신음했다. 그래봤자 구원에겐 전혀 타격이 없고 그냥 귀여울 뿐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애태웠는데도 눈물을 흘리지 않다니. 결국 그런 건 게임에서나 가능한 건가? 구원이 슬슬 포기하고 절정 속박을 풀어주려고 했을 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좋아. 이건 어떠냐? 구원은 디아나의 몸을 빙그르 돌려 이쪽에 등을 돌린 자세로 만들고 그대로 디아나를 허리를 안고 일어섰다. 배면입위라고 해야 하나? 선 자세라고 하기엔 몸이 작은 디아나는 구원의 물건에 박혀 다리가 허공에 대롱대롱 흔들리고 있지만 말이다. 그 자세로 구원은 천천히 창문으로 다가갔다. “흐잇! 자, 자네! 무슨!” 디아나가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놀라서 벗어나려고 했다. 물론 구원이 몸을 꽉 붙들고 있어서 불가능하겠지만 말이다. “네가 정말 노출증인지 아닌지 확인해보고 싶어져서.” 얘한텐 만난 날부터 노출증 의혹이 몇 번 있어왔다. 사라가 난입했을 때의 반응도 그렇고, 그 이후 사건으로 노출증이라는 언급을 했을 때 반응도 격렬했고 말이다. “흐아앙! 안 되네! 흐앙! 하앙!” 구원이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느껴지는 진동에 신음하면서도 디아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런 행동과는 반대로 디아나의 음부는 더욱 강렬하게 구원의 양물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얘 이거 역시나…. “어때? 이제 이 커튼만 걷으면 밖에서 우리 모습이 빤히 보일걸?” “흐앙! 안 돼! 흐읏! 안 돼!” 창문에 도착한 구원이 한 손으로 커튼을 잡고 말하자, 디아나가 음부를 강하게 조이며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말관 다르게 몸은 좋아하는 것 같은데?” “흐읏! 흐앙! 으읏!” “여긴 길드 바로 맞은편이니 지나가는 모험가들 시선도 엄청 몰릴걸? 자, 그럼 우리 예쁜 대마법사님이 섹스하는 모습 대공개다.” “흐아아아아앙!” 구원이 디아나에게 걸었던 절정 속박을 풀면서 커튼을 세차게 흔들어 걷는 시늉을 하자, 결국 디아나의 몸이 세차게 떨리며 절정을 맞이했다. 그와 동시에 느껴지는 디아나의 강렬한 조임에 결국 구원도 참지 못하고 사정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디아나는 신음성을 허리를 계속 꿈틀거렸다. “하아, 하아, 봐. 너 노출증 맞잖아.” 약점을 확실히 잡은 구원이 디아나의 몸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말했지만 디아나는 대답 없이 그저 허리를 꿈틀댈 뿐이었다. “어라? 디아나?” 살짝 디아나의 고개를 받쳐 이쪽을 보게 하니, 눈이 완전히 풀려 누가 봐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다. …너무 신났나. 그러고 보니 사라가 난입했을 때도 이거랑 비슷한 상태가 됐었지.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구원이 물건을 뽑으려고 하자 디아나가 다리를 휘감아 떨어지지 못하게 했다. 그러고는 팔을 뻗어 손으로 창틀을 잡아 후배위 자세를 취하고 허리를 돌려왔다. 우와. 이런 정신 상태로도 몸은 계속 하고 싶어 하는 건가? 디아나의 그런 모습에 구원도 꼴려서 자기도 모르게 다시 세차게 허리를 흔들었다. 결국 구원은 그 날 창가에서 디아나가 완전히 만족하여 기절할 때까지 같이 뒤엉켰다. “자네는! 자네느은!” 다음 날 아침 구원은 역시나 디아나의 불화와 같은 호통을 들어야했다. “지, 진정해. 너도 좋았잖아?” “조, 좋지 않았네! 얼토당토 않는 소리하지 말게!” “아니, 너 엄청 좋아서 혼자 허리 흔들고 장난 아니었다니까.” “그럴 리 없네! 이 몸은 그 후로 확실히 기절했네! 사람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아무 말이나 지어내는 게 아닐세!” 다아나가 양 주먹으로 구원은 가슴을 때리며 말했다. 그래봤자 디아나의 힘과 구원의 내구를 생각하면 토닥이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우리 대마법사님은 새로 눈뜬 자신의 성벽을 인정하기 힘든 모양이시다. “알았어. 미안해. 잘못했어.”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없도록 하게나!” …그건 장담 못하겠는데. 너 그러고 나서 엄청 색기있었거든. “왜 대답이 없나!” “아, 응. 미안. 미안.” 결국 구원은 다신 안한다는 말은 없이 사과만 반복하며 디아나를 달랬다. “대답에 성의가 없네!” 디아나는 간밤의 치태가 어지간히 부끄러웠는지 평소의 대범한 태도를 버리고 꽤나 오랫동안 화를 토해냈다. 심지어 식사를 하러 가서도 아직 화가 다 풀리지 않았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구원을 노려봤다. “안녕하세요. 구원. 디아…나?” 디아나의 그런 태도에 식당으로 내려온 사라도 뭔 일이 있었다고 눈치 챈 모양이다. “흐으음….” 디아나도 벅찬데 사라까지 합세해서 구원을 쏘아보는 바람에 구원은 아침부터 진땀을 빼야했다. 결국 손발이 닳도록 빌어서 겨우 던전에 갈 때쯤에는 겨우 노려보지는 않게 됐지만, 그래도 디아나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는 구원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런 상황은 던전 안에 들어와 비밀 통로에 도착할 때까지도 계속됐다. 다행이 전투 상황이 되면 제대로 마법은 써줬지만 말이다. “디아나? 가기 힘들지? 업힐래?” 저번에도 내려가는 건 문제 없었고, 레벨 업을 더 한 지금은 더더욱 문제없겠지만 구원은 조금이라도 디아나를 달래기 위해 그렇게 물었다. 디아나는 조금 주저하더니, 결국 구원의 뒤에 업혔다. 그렇게 통로를 지나가는 와중에 디아나가 구원의 귓가에 입을 가져갔다. “알겠나. 앞으로는 주의하는 걸세.” “넵. 죄송합니다.” “흠. 관대한 이 몸이 이번만 특별히 용서해주겠네.” “네. 감사합니다.” 드디어 마음이 풀렸나보다. 설마 그거 한 번에 이 태평한 디아나가 이렇게까지 삐질 줄이야. 다음부터는 타이밍 제대로 봐가면서 하자. …아예 안하기엔 어제 디아나가 너무 섹시했거든. 구원은 그렇게 다짐하며 업혀있는 디아나를 고쳐들기 위해 받치는 손을 가볍게 튕겨 바로 잡았다. 그러다가 구원의 손이 우연히 디아나의 엉덩이에 닿았다. “자, 자네는! 이 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런 곳에서!” 그 행동을 또 밖에서 만지려 든다고 오해한 건지, 디아나가 구원의 머리를 콩닥콩닥 때리기 시작했다. “아, 아니야! 이번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구원? 당신 대체?!” 게다가 그런 디아나의 반응을 보고 구원을 노려보는 사라까지. 구원은 결국 아침 식사 때처럼 비밀 통로를 통과하는 내내 사과하며 오해를 풀어야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하눌누 // 실은 저번 화에서 구원이 기억해내지 못한 것이 바로…. 그 외에도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52==================== 길드 퀘스트 마지막 층에 도착해서야 겨우 구원은 디아나와 사라의 따가운 눈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다만 디아나는 왠지 평소보다 구원과 조금 떨어져서 걷는 게 가까이 다가가면 구원이 야외 플레이라도 시도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나 그런 취미 없다니까. 전에 혼자 벗었을 때 서지도 않는 거 봤잖아? “디아나.” “뭐, 뭔가?” “아니. 그냥 불러봤어.” “구원. 적당히 하세요.” 구원은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생각에, 다가가려고 하면 움찔거리는 디아나의 반응을 이런 식으로 즐겼다. 사라도 구원이 디아나를 가지고 놀고 있다고 눈치 챘는지, 결국 한 소리할 정도였다. 미안.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통로를 빠져나와 구원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맵과 길드 지도의 대조였다. 이 근처의 맵은 빙빙 돌면서 완전히 밝혀놨으니 길의 모습이 확실하다. 하지만 역시나 길드 지도와 같은 모양으로 길이 난 부분은 없어보였다. 역시 여기와 정규루트는 이어지지 않은 건가. 그렇다면 일단 웨어 울프들의 숨겨진 공간 건너편으로 가보는 게 맞겠지. 일행은 그렇게 목표를 설정하고 길을 나섰다. “근데? 조금 이상하지 않아?” “뭐, 뭐가 말인가?” “웨어 울프가 너무 안 나오잖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정규 루트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기서는 원래 웨어 울프와 오크 무리가 5 대 5의 확률도 등장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지 웨어 울프와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 아직 전투를 몇 번 치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조금 심한데? “음. 어쩌면 웨어 울프들이 이곳으로 오는 길은 그 곳 한 군데뿐이었는지도 모르겠구먼.”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게 맞겠지? 게다가 웨어 울프들의 본거지가 우리가 아직 가보지 않은 그 통로의 반대편이라면? 사실 그 공간에서 이쪽으로 나오면서 이쪽을 막고 있던 바위로 다시 초월체가 뚫은 반대편 땅굴을 막아버리고 왔다. 게다가 땅굴을 빠져나오고 그 위를 다시 바위로 막아 이중으로 방해를 해놨으니 아직도 그 바위들을 못 치웠다면 이 상황도 충분히 납득된다. 웨어 울프는 안 보이지만 여전히 오크 무리들은 우글우글 거린다. 일행은 오크들을 상대로 전투를 계속하며 웨어 울프들의 비밀 공간을 향해 갔다. 그렇게 어느덧 시간도 오후가 되었다. “이쯤에서 밥이나 먹고 갈까?” 적당한 넓이의 공간에서 오크들을 물리친 후 구원이 점식식사를 제안하여 일행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인벤토리에서 오크 고기를 꺼내 이전처럼 디아나의 마법을 이용해 고기를 굽는다. 이번엔 철저하게 소금까지 가져왔기 때문에 간까지 맞춰가며 자글자글 익히기를 수 분. “그르르르.” 던전 안에 군침 도는 고기 굽는 퍼져나갈 때쯤,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웨어 울프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놈의 상태는 한눈에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도저히 눈이 붉게 충혈 되어있고 털도 왠지 모르게 푸석푸석한 느낌이 드는 게 정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저거 왜 저래?” 밥 타임을 방해받아 기분이 나빠진 구원은 얼른 녀석을 정리하기위해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강하게 후려쳤다. “꾸엑!” 어, 어라? 웨어 울프는 구원의 주먹 한 방에 허무하게 다리가 풀리며 자빠졌다. 몸을 꿈틀거리고 있는 걸 보니 죽은 건 아닌 것 같은데 뭐지? 성자의 손길에 스턴 효과가 있다고는 해도 이 정도는 아닌데? “아마 잠을 제대로 못 잔 것 같네요.” 그런가. 사라의 그 한마디에 구원은 바로 납득이 됐다. 하긴 보금자리가 비밀 장소 반대편에 있으면 못 잘만도 하지. 우리가 길을 막고 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이쪽에 남아 있는 웨어 울프도 제법 있었을 거다. 그런데도 웨어 울프가 전혀 보이지 않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이쪽에 있는 웨어 울프들이 전부 이런 상태라면 납득이 간다. 뭐 어찌됐든 웨어 울프가 전부 이런 상태면 우리도 편해서 좋지. 구원은 가볍게 쓰러진 웨어 울프를 처리하고 식사를 하러 제자리에 돌아갔다. “야, 치사하게 너희끼리 먹고 있냐?!” “먼저 먹는 사람이 임자일세.” 디아나도 이제 슬슬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는지 천연덕스럽게 고기로 양 볼을 부풀리고 구원을 맞이했다. 아무리 그래도 구운 걸 다 먹어버리냐? 설마 이게 복수하는 건가? 결국 구원은 새로 고기를 꺼내 구워야 했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움직이자 곧 맵에서 밝아진 부분이 확 줄어든 장소로 도착했다. 즉, 저번에 맵 그리기를 멈추고 웨어 울프를 미행하기 시작한 그 부근이다. 저번에 돌아갈 때 걸린 시간을 생각해보면, 이대로 최단 루트로 가면 저녁 8시쯤에는 도착할 거다. 어차피 그 시간에 도착해도 건너편을 확인하러 가기엔 애매한 시간이다. 차라리 맵을 좀 밝혀두면서 돌아갈까? 여전히 오크는 활발히 돌아다니고 있는 걸 보면, 오크도 숨겨진 통로 같은 게 있을 수도 있고 말이지. 게다가 어차피 여기서 나흘을 머무르다 가기로 한 거다. 물론 그동안 할 일중 최우선 사항은 건너편의 조사지만, 직업 레벨을 올리고 맵을 밝히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결국 일행과 상담해본 결과 오늘은 일단 이쪽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렇게 맵을 밝히며 돌아다녔지만, 딱히 이렇다 할 발견은 하지 못했다. 굳이 꼽자면 중간에 기운 없는 웨어 울프들을 몇 마리 더 만난 정도일까? 밤이 되어서야 일행은 웨어 울프들의 비밀 장소로 통하는 땅굴 앞에 도착했다. “이건 아직 그대로 있네.” “음. 놈들이 여길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립됐다는 가설이 맞는 것 같군.” 막아뒀던 바위 곳곳에 웨어 울프의 발톱자국 같은 것이 새겨져있었지만, 결국 치우진 못한 모양이다. 구원은 곧장 바위를 치우고 앞장섰다. 이 바위는 못 치웠어도 반대편 바위는 치웠을 가능성도 혹시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저번에 초월체한테 한 짓이 생각나서 이런 땅굴을 지나가기가 싫어진단 말이지. 남성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자극하는 사건이었다. 구원 스스로 벌인 일이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사건을 직시하자 땅굴이 조금 싫어졌다. 물론 웨어 울프들이 구원의 물건을 세울 방법은 없을 테니 괜한 걱정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머리만 들이밀었을 때 타이밍 맞춰 기습이라도 하면 그 초월종처럼 샌드백 신세다. …혹시 모르니 손부터 통과하자. 손만 움직일 수 있으면 성자의 손길로 시간을 벌 수 있다. 구원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벌서는 것처럼 손을 머리 위로 뻗은 자세로 통과하는 수고를 들였지만, 반대편을 막아둔 바위는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좋아. 이걸로 이곳의 안전은 확실하게 보장됐다. “괜찮아! 먼저 들어가!” 구원은 다시 땅굴을 빠져나가 사라와 디아나를 들여보냈다. 왜 다시 나왔냐고? 물론 이 구멍을 막기 위해서지. 구원은 근력에 보너스 스탯을 더 투자한 후 바위를 머리 위까지 들고 다시 땅굴로 들어가 입구를 완전히 막았다. “와! 완전히 안전한 휴식처가 생겼네요!” “음. 이걸로 불침번도 걱정할 필요 없이 쉴 수 있겠구먼.” 사라와 디아나도 어지간히 기쁜 모양인지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3박은 묵어야 하니 그야 기쁘겠지. 구원 역시도 불침번은 지긋지긋하기 때문에 상당히 기뻤다. 일행은 여유롭게 식사를 마치고 슬슬 잠을 자기로 했다. 인벤토리로 운반걱정 없이 모포는 물론 솜이불까지 넉넉히 챙겨왔기 때문에, 모포를 먼저 깔고 그 위에 솜이불을 깔면 잠자리는 아마 상당히 편할 거다. “아, 셋이 붙여서 깔게나.” 구원이 얼른 잠자리 준비를 나서자 알람 마법을 준비하던 디아나가 그렇게 말을 했다. “응? 왜? 나랑 붙어 자고 싶어?” “무, 무슨 소릴 하는 겐가! 이 몸은 안전을 위해 그렇게 말하는 걸세! 이곳은 던전이란 걸 잊지 말게나!” 그냥 농담 한 번한 건데,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고 항변해왔다. 뭐 지당하신 말씀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그래도 그렇게까지 얼굴 붉히고 화낼 건 없잖아? 혹시 아직도 내가 이런데서 야릇한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뭐 사라랑 디아나 머리 바로 위에서 하긴 했지만. 그러고 보니 날짜 상으로는 오늘이 사라와 할 차례다. 설마 오늘도 하자고 하진 않겠지? 구원은 바닥에 모포를 까는 사라의 옆모습을 힐끗 바라봤다. 사라는 언제나처럼 쿨한 표정이라서 전혀 밤에 그런 일을 벌일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얼굴이었다. “응? 왜 그래요?” 사라는 구원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설마 오늘은 안 그러겠지. 물론 구원도 좋기야 했지만 전처럼 디아나에게 들키지 않고 끝나리란 보장이 없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고 말이지. 결국 오늘도 모포를 나란히 하여 왼쪽부터 사라, 구원, 디아나의 순서로 나란히 자게 됐다. 통로도 전부 막혀있고, 혹시 몰라 이 공간 전체에 디아나가 알람 마법도 설치했으니 불침번은 서지 않기로 했다. 불침번도 서지 않고 셋이서 나란히 놓여서 잠을 자니 살짝 하렘 기분이기도 하다. 난 지금 기분만은 다 대 일까지 경험한 카사노바야. 구원은 흡족하게 잠에 들려다가 문득 머리에 뭔가가 떠올랐다. 어라? 다 대 일? 으아아앗! 오늘 며칠이지?! 구원은 황급히 날짜를 계산해봤다. 이런 젠장! 에이미네랑 만나기로 한 거 오늘이잖아! 내가 왜 이 중요한 걸 까먹었지?! 그러고 보니 어제 뭔가 기억날 듯 말 듯 하면서 안 났었는데 그게 이거였나! 이런 멍청한 놈! 아무리 던전에서 조난당해 정신이 없었어도 까먹을 게 따로 있지! “구원? 왜 그래요?” 머리를 감싸 안고 괴로워하는 구원을 옆에서 사라가 의아한 듯 쳐다봤다.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젠장. 잠이나 자자. 자서 잊어야지. 구원은 스스로의 멍청함에 눈물을 흘리며 잠이 들었다. “하아. 으응. 하앗.” 구원은 전신에 느껴지는 기분 좋은 감촉에 서서히 정신이 각성했다. 뭐지? 잔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아침인가?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고 뿌연 시야의 초점을 맞추자, 바로 눈앞에 한 쌍의 아름다운 호박색 눈동자가 보였다. “사, 사ㄹ으읍!” “쉿. 디아나가 깨면 어쩌려고 그래요.” 사라가 구원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말했다. 정말 그게 걱정이면 이런 짓을 애초에 하지 않아야 되는 거 아니니 사라야?! 어느새 구원의 모포 안에 들어온 사라가 몸을 밀착시키고 한 손을 구원의 바지에 넣어 물건을 주무르고 있는 상황이다. “오늘은 제 차례잖아요. 잊었어요? 제 차례에 소홀히 하면 다른 남자랑 자버릴 거예요. 흐읍!” 뭐?! 그건 안 되지! 던전 안에서 사라가 당장 다른 남자를 찾을 수도 없겠지만, 구원은 사라의 그 말에 눈이 돌아가 사라의 허리를 잡아 바짝 몸을 밀착시키고 입을 맞췄다. “으읍. 하음. 츄릅.” 구원은 혀를 넣어 딥키스를 나누며 사라를 들어 몸 위에 올리고, 힐끗 눈만 돌려서 디아나를 살폈다. 그러자 신비로운 은색의 눈동자와 제대로 마주쳤다. 으헉?! 구원은 그 자세 그래도 굳어버리고 말았다. “하음. 구원? …아.” 구원이 굳어버리자 이상함을 느낀 사라는 구원과 입을 떼고 입가를 슥 훑더니 그제야 디아나가 깨어있단 사실을 눈치 챈 모양이다. “자, 자, 자, 자네들으은! 대체 던전에서 뭐하는 짓인가! 거기 정좌하게!” ““네, 네!””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한동안 부들부들 떨더니, 벌떡 일어나서 호통을 쳤다. “자네들은 모험가로서 기본자세부터 틀려먹었네! 애초에 말일세!”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화를 내는 디아나를 앞에 두고, 구원과 사라는 그저 무릎을 꿇고 앉아서 듣고 있는 수밖에 없었다. 어려 보여도 역시 나이는 나이인지 디아나는 설교는 일상생활의 꼬투리까지 번져서 계속 이어졌다. “알겠는가! 앞으로 던전에서 이런 일은 절대 금지일세!” ““네. 죄송합니다.”” 한참을 이어진 디아나의 설교는 새벽이 되어서야 겨우 끝을 고했다. “…들켜버렸네요.” 흥흥 거리며 모포 안에 들어가는 디아나를 보며 왠지 미소 짓고 있는 사라가 묘하게 인상적이었다. 얜 그렇게 오랫동안 꾸중 듣고 대체 뭐가 좋다고 웃는 거지? 구원의 의문을 뒤로 한 채 사라는 얌전히 자기 자리로 돌아가 모포를 덮었다. 미소는 짓고 있었지만 역시 그렇게나 꾸중 듣고도 다시 레벨 업을 하자고 얽혀올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대체 저 미소의 의미는 뭘까? 돌아가신 할아버지라도 떠올랐나? …모르겠다. 그냥 나도 잠이나 자자. 구원은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잠이나 자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다음 동료가 훨씬 일찍 나올 예정이었는데 쓰다 보니 사라와 디아나 얘기가 늘어나서 늦어지네요. 그래도 아마 머지않아 나올 것 같습니다. 코모에 // 생각해 놓은 게 몇 개있긴 한데 아마 상당히 뒤에서나 짧게 나올 겁니다. 그냥 잊고 있어 주세요. selene0 // 이 글은 일인칭이니 적어도 구원은 새로 눈을 떴다고 생각한 거죠. 진실은 저 너머에…. BanaBanana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53==================== 길드 퀘스트 다음 날 아침. 자고 일어나도 여전히 디아나는 불퉁한 얼굴로 구원과 사라를 바라봤다. “디아나. 그만 화 풀어. 미안하다니까.” “화 안 났네. 이 몸이 화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렇게 화내놓고 화날 일이 뭐가 있냐니? 뭐지 이건…. 설마 말로만 듣던 오빠가 뭘 잘못했는데? 같은 상황인 건가? “동료가 던전에서 위기감도 없이 행동한 거…?” “그, 그렇네! 바로 그거네!” 다행이도 정답인가 보다. 디아나는 과장될 정도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디아나. 앞으로는 조심할게요.” 사라도 구원의 옆에 서서 디아나에게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지만, 어째선지 디아나의 표정이 더 불퉁해졌다. 하아…. 아무리 디아나라도 연속으로 이렇게 몇 번이나 화나게 만드니까 쉽게 화가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이거 어쩌지? “자. 디아나. 이거 다 구워진 것 같은데? 어서 먹어.” “디아나. 너무 뜨겁지 않아? 내가 불어줄게. 후우. 후우.” “우와! 이거 엄청 맛있다. 내가 먹여줄까? 자, 아앙.” “알겠네! 알겠네! 이제 그만하게!” 아침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구원이 어울리지도 않게 계속 디아나에게 애교를 부리며 챙겨줬다. 디아나는 구원을 노려보더니 조그맣게 한숨 쉬었다. “자네 정말 반성하고 있는 겐가?” “그럼. 당연하지.” “정말 반성하고 있어요. 그만 화 풀어요. 디아나.” 옆에서 사라가 거들자 디아나는 곧 복잡한 표정을 짓더니, 그 시선이 구원과 사라 사이를 왕복했다. “그렇다면…. 이 몸의 부탁을 하나 들어줄 수 있겠는가?” “응? 무슨 부탁? 아니, 말만해! 디아나 부탁인데 뭐든 못 들어주겠어?” “그…….” 디아나는 우물쭈물하며 한참을 주저하더니, 결국 결심을 한 듯 구원을 곧게 바라보며 말했다. “마을로 돌아가면 자네들이 관계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이, 이게 무슨 소리야? 사라랑 섹스하는 걸 보여 달라고? “뭐, 뭐어?! 아니 그건 좀….” “뭐든 들어주는 것이 아니었나?” “아니, 난 상관없는데. 아무래도 사라는 좀…. 얘가 경험도 없는 애라….” “전 괜찮아요.” 구원이 당황해서 변명하는 와중에 옆에서 사라가 쿨하게 대답했다. 괜찮은 거냐. “잘못한 건 구원뿐만이 아닌걸요. 저도 마찬가지잖아요. 그걸로 화가 풀린다면 상관없어요.” 사라는 디아나를 곧게 바라보고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을 듣자 어째선지 부탁을 해온 디아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근데 우리가 하는 모습을 봐서 뭐하려고?” “으, 음? 그, 그야 물론 스킬 쓰는 모습을 관찰하려는 게 아니겠나?” “디아나는 정말 연구에 열심이네요.” 사라의 말에 디아나의 얼굴이 다시 한 번 복잡해졌다. 하지만 그 대화를 끝으로 디아나는 적어도 불퉁한 표정은 짓지 않게 됐다. 다행이다. 이제부터 새로운 장소에 가야 하는데 그 전에 디아나의 화를 풀 수 있어서. 계속 그 상태였으면 여러모로 곤란했을 테니. 식사를 마치고 모포를 정리한 후 일행은 드디어 반대편 통로를 향해 이동했다. 그렇다고 해도 계층을 이동한 것도 아니니 딱히 뭔가 확 달라졌단 느낌을 받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우선은 좀 돌아다녀 보자.” 가장 먼저 할 일은 모양으로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맵을 완성하는 거다. 조금 지나자 바로 기세등등한 웨어 울프 한 마리와 마주쳤다. “역시 여기 있는 애들은 쌩쌩하네.” “음. 그렇다면 웨어 울프가 집결해있는 장소와 맞닥뜨리게 될지도 모르겠구먼. 조심하도록 하세.” 고블린 주둔지에서조차 압도적인 스탯만 믿고 설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웨어 울프 정도 되는 애들이 모여 있는 곳은 오죽할까. 만약 그런 곳을 발견해도 그냥 돌아가는 게 좋겠지. 무한 리스폰이라도 이용해보겠다고 도발했다가 웨어 울프가 우르르 몰려나오면 도망가기도 힘들 거다. 이름 : 구원 종족 : 인간 24 직업 : 성자 41 / 모험가 10 / 무투가 21 레벨 : 41 생명 : 10300/10300 정기 : 4100/4100 근력 : 110 내구 : 100 민첩 : 86 체력 : 74 지력 : 50 정신 : 56 매력 : 95 보너스 스탯 : 45 상태 : 보통 구원의 스탯이 이정도로 많이 올랐다고는 해도 말이다. 물론 이쯤 되니 이제 웨어 울프 한 마리 정도는 이제 구원 혼자서도 요리할 수 있다. 구원은 바위를 든다고 엄청나게 올린 근력을 바탕으로 손쉽게 웨어 울프를 처리했다. 그 이후로도 맵을 돌아다니는 동안 웨어 울프가 이상할 정도로 많이 나왔다. 게다가 놈들은 비밀 통로 쪽에서 나온 구원에게 엄청난 적의를 보였다. 몬스터란 놈들이 원래 눈을 마주치기만 해도 덤벼드는 놈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평소보다 더 흉폭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물론 화나봤자 구원 일행의 상대는 아니기 때문에 별 탈 없이 처리하며 맵을 완성해 나가길 두어 시간. 드디어 맵의 모양이 어느 정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맵을 그릴 수 있었다. “얘들아 잠깐만 기다려봐.” 구원은 길드에서 구입한 지도를 꺼내 맵과 대조해보기 시작했다. 제발 맞는 곳이 있어라. 1계층은 끝자락은 모험가들이 활발하게 다니는 장소라 그런지 지도도 상당히 넓어서 일일이 모양을 비교해보는 것도 꽤나 수고가 들었다. 끈질기게 지도와 맵을 비교하며 대조해본 결과, 드디어 구원은 현재 있는 맵과 똑같은 모양의 장소를 길드 지도에서 찾을 수 있었다. “여기다! 아마 지금 우리 여기에 있는 모양이야!” 구원이 손가락으로 집은 곳은 길드 지도에서도 꽤나 안쪽의 한적한 곳이었다. 위치상으로는 위로 올라가는 길보다는 2계층의 입구라고 쓰여 있는 곳과 가까운 느낌이다. “흠. 이 곳인가. 그렇다면 저번에 잡은 놈은 여기 나오는 놈일지도 모르겠구먼.” 디아나가 지도의 한 편을 가리기며 말했다. 구원 일행이 있는 곳과 가까운 위치인 그곳은 붉은색으로 괴수의 머리가 그려져 있었다. 이게 바로 초월종 표시인가? 그런데 맵 군데군데 몇 군데 더 그런 표시가 보인다. “무슨 초월종이 이렇게 많은 거야?” “전부 웨어 울프의 초월종들일세. 원래 초월종이라는 것이 개체별로 하나만 있는 게 아닐세. 위에서 발견한 놈들이 특이한 케이스였지. 그리고 어째선지 다음 계층과 가까운 곳은 초월종들이 유독 많다네.” 과연.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전에 난이도가 상승하는 건가. “그럼 이 보라색 머리는 뭔가요?” “그건 계층의 주인일세. 각 계층의 마지막을 지키고 있는 녀석이지. 그 힘은 초월종과도 비할 바가 아니니 조심해야할 걸세.” 사라의 질문에 디아나가 그렇게 설명해줬다. 계층의 보스인가. 초월종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강한 거지? “얼마나 강한데? 지금 우리 실력으로 상대할 수 없을 정도야?” “음. 놈을 잡을 생각이라면 우선 자네들이 직업 레벨을 더 올리기를 추천하겠네. 그리고 임시로라도 좋으니 힐러도 하나 영입하고 말일세.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파티가 놈을 쓰러뜨렸을 때 다음 계층으로 넘어가는 것이네만.” 그 정도인가. 웨어 울프 초월종을 손쉽게 때려잡아서 나름 자신감에 차있었는데 역시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는 모양이다. 하긴 그 초월종도 제대로 된 방법으로 잡은 건 아니지만. “그럼 이제부터 직업 레벨을 올리는데 초점을 맞춰야겠네.” “음. 그전에 정말 이 장소가 지도상의 그 위치가 맞는지 확인하고 말일세.” 하긴 그렇구나. 우연히 지형이 같은 곳일 수도 있는 거고. 게다가 그걸 확인하는 방법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냥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2계층의 입구를 확인하고 오면 된다. 아무리 우연으로 지형이 같아도 이런 것까지 같을 수는 없겠지. 일행은 지도를 확인하며 2계층의 입구로 가는 최단루트를 걸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는 엄청난 위압감을 뽐내는 웨어 울프가 있었다. 아니, 저게 정말 웨어 울프가 맞기는 한건가? 초월종과도 또 한층 격이 다른 그 존재는 몸집이 3미터는 넘어 보이고 목 주변에 사자같이 복슬복슬한 갈기까지 난 놈이었다.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도 살기가 줄줄 흘러나오는 모습에 구원은 그만 닭살이 돋고 말았다. “저거 진짜 1계층 몬스터가 맞기는 맞아?” “적어도 힘만 놓고 보면 절대 1계층 몬스터가 아니지. 상대한다면 주의해야할 걸세.” 아니, 주의고 뭐고 간에 덤볐다간 그냥 뼈도 못 추릴 것 같은데? 일행은 발걸음을 죽이고 살금살금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 장소를 벗어난 뒤에도 여전히 팔에 닭살이 돋아있는 게 느껴졌다. 저런 놈을 진짜 우리 파티 하나 만으로 잡을 수 있기는 한 건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이미 상대해봤을 디아나가 말했으니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란 얘기겠지. 그래. 어차피 우린 마왕을 상대해야할 파티다. 이 정도로 물러날 순 없지. 구원은 다른 사람이 저 놈을 잡을 때까지 기다리기보다는, 우리가 강해져서 잡기로 결심했다. “우선 직업 레벨이나 올리자.” “그래요. 그게 좋겠어요.” 사라의 눈에서도 호승심이 느껴졌다. 역시 용사. 이정도로는 겁먹지 않는다는 말이겠지. 그 후로 구원 일행은 이왕이면 길드 지도에 표시가 안 된 부분을 돌아다니며 몬스터를 상대해 직업 레벨 올리기에 열중했다. 그건 그렇고 이거 꽤나 지루하네. 구원은 방금 만난 웨어 울프를 가볍게 처리하며 생각했다. 저번에 직업 레벨 업 노가다를 했을 때는 사라와 섹스하겠다고 늑대개를 상대로 학살했을 때다. 그때는 섹스에 눈이 돌아가서 열심히 하기도 했고, 늑대개의 동료 불러 모으기 때문에 나름 스릴도 있었으니 이렇게까지 심심한지 몰랐는데. 따로 돌아다니는 웨어 울프나, 고작해야 몇 마리 뭉친다고 위협도 안 되는 오크들을 상대로 싸우고 있자니 그냥 반복 작업을 하는 기분이라 너무 심심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절정 속박도 걸지 말아볼까? 얼마나 심심했으면 구원이 그런 미친 생각을 할 정도였다. 게다가 이게 또 마냥 미친 소리인 것도 아닌 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정신공격을 피하면서 싸우는 건 무투가의 레벨을 올리는데 상당히 도움이 된다. …진짜 해봐? 다음 만난 몬스터는 오크 세 마리였다. 좋아. 한 번 해보자. 어차피 주의하면 충분히 피할 수 있잖아? 이것도 다 빨리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다. 구원은 이번엔 절정 속박을 걸지 않고 오크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오크가 죽기도 전에 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훗. 다 대기하고 있었다고! 구원은 화려한 몸놀림으로 정액을 피했지만, 뒤에서 지켜보던 사라와 디아나는 상당히 놀란 모양이다. “구, 구원! 스킬을!” “자, 자네! 절정 속박을 잊었네!” “알아! 일부러 그런 거야!” 구원은 화려하게 정액들을 피하면서 대답하고 가볍게 오크들을 전부 쓰러뜨렸다. 어때? 빠른 레벨 업을 위해 이 한 몸 희생하는 모습. 멋지지? 오크의 마석을 캐내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오는 구원이었지만, 어째선지 구원이 다가가자 사라와 디아나가 뒤로 물러났다. 사라의 안색은 어째선지 새파랗게 질려있었고, 디아나는 어제 구원과 사라가 뒤엉켜 있는 모습을 봤을 때보다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놀란 모습이다. “응? 너희들 왜 그래?” “구, 구원….” “자네 그런 취미였나?” 이게 무슨 소리지? 사라와 디아나의 알 수 없는 반응에 순간 구원은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취미? 무슨 취미? 내가 방금 뭐 했나? 구원은 잠시 방금 전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봤다. 그냥 레벨 업 빨리 하려고 절정 속박을 안 건 것밖에 없는데? …으응? 이런 씨발 설마…! “야! 너희 설마 이상한 상상하는 거 아니지?!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사, 사람은 각자 다양한 취미가 있는 법이니 말일세. 이 몸은 이해해주겠네.” “아니라니까?! 내가 너 같은 변태인줄 아냐?! 사라야? 넌 나 믿지?” “네?! 네, 네에! 그, 그럼요….” 사라야? 내가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한 걸음씩 뒷걸음치고 있는데. 정말 그 말을 믿어도 되겠니? 구원은 필사적으로 자신이 왜 절정 속박을 쓰지 않았는지 역설해야 했다. 구원의 감정실린 호소에 결국 사라와 디아나도 이해해준 모양이다. 한참을 설명하고야 겨우 사라와 디아나도 구원의 가까이에 다가왔다. “전 처음부터 믿고 있었어요.” “흠. 흠. 그렇게까지 자기 발전에 힘쓰다니. 역시 이 몸이 눈여겨본 사내답군.” 이것들이 어디서 되도 않는 거짓말을! 구원은 사라와 디아나의 그런 모습이 가증스러웠지만, 한편으론 자신의 존엄성을 회복했다는데 안심했다. 하마터면 부X케 당하기 좋아하는 변태가 될 뻔 했네. “앞으론 그런 오해하지 마라. 난 차라리 하는 걸 좋아하지 당하는 건 죽어도 싫다고.” “하는 건 좋아하는 겐가….” “그럼 칸나씨와 세레나씨 때는 역시….” 어, 어라? 잘 나가다가 막판에 또 말실수를?! 사라와 디아나의 눈초리가 다시 변태를 보는 눈으로 변했다. 왜, 왜? 그래도 나름 일반적인 취향 아니야? 생각해보니 아니었다. 이 세계는 섹스로 레벨 업 하는 세계. 섹스 중에 남자가 절정을 해야 여자는 레벨을 올릴 수 있다. 한마디로 남자가 하다가 중간에 빼서 몸에 싸버리면, 여자는 몸을 대주고도 레벨 업을 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이거 완전히 자기 욕구만 충족시키고 끝내는 개새끼잖아? 레벨 업과 상관없이 하는 섹스라면 모를까, 레벨 업이 절실한 모험가들 상대로 그러면 완전히 쓰레기다. “아뇨. 차라리 당하는 것 보단 하는 게 좋다는 거지, 제가 그런 걸 좋아한다는 게….” 때늦은 변명을 해봤지만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구원은 결국 그날 하루 종일을 사라와 디아나에게 변태라고 낙인찍힌 채 보내야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조아라 오류로 난리가 났었네요. 간밤에 아무리 연타해도 글이 안 올라가서 그냥 잠이나 잤는데 설마 연타한 게 다 올라갈 줄은…. 본의 아니게 낚시를 하게 되서 죄송합니다. 점심에서야 확인하고 삭제했는데 거기 있는 추천과 댓글들을 보니 삭제할 때 눈물이 나더군요. 조아라에 연락도 해봤지만 댓글들을 한 화로 옮기는 건 불가능하다고 하길래 하는 수 없이 그냥 삭제했습니다. 지워진 글들에 댓글 남겨주신 분들, 추천주신 분들께 죄송합니다. 54==================== 길드 퀘스트 그렇게 일행은 직업 레벨 업에 집중했다. 정규루트로는 왕복 4일이 걸리는 곳이다. 이동만 그렇게 걸리는 데 딱 4일만 있다가 나가서 마석을 왕창 가져가면 의심받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 사라와 디아나와도 상의해봤다. 그 결과 굳이 4일 동안만 머무를 게 아니라 아예 일주일을 채워보기로 했다. 어차피 인벤토리에 필요한 물건들은 일주일이 아니라 그 이상 버텨도 괜찮을 정도로 넉넉히 가져왔고, 잠은 웨어 울프의 비밀 공간을 비밀 기지삼아 안전하게 잘 수 있으니 말이다. 던전 안은 항시 밝은 상태라 시간개념이 없어지기 십상이지만, 구원은 시야 한 구석에 있는 시계를 확인하며 생체리듬이 깨지지 않도록 주의했다. 낮에는 아직 가보지 않은 장소의 맵을 채워가며 직업 레벨을 올리고, 밤이 되면 비밀 기지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다. 첫날이후 사라도 밤중에 레벨 업을 하자고 유혹하는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구원은 아쉬운 마음 반, 다행스러운 마음 반으로 밤에 잠만 자게 됐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결국 비밀 기지에서 반나절에 갈 수 있는 거리의 정규루트 쪽 맵은 거의 채울 수 있었다. 아마 오늘만 돌아다니면 반나절 거리의 맵은 전부 채워지겠지. 오늘 갈 곳은 지도상으로 위로 올라가는 길의 정반대쪽이다. 길드에서도 가장 조사가 미흡한 곳이다. 아마 지금까지 발견이 안 된 오크들이 밀집해 있는 곳을 찾는다면 이곳이 가장 확률이 높겠지. 조심해서 가자. 점심때까지는 이렇다 할 문제도 없이 평범하게 오크와 웨어 울프를 잡으며 던전을 탐험했다. 그렇게 오늘도 맵을 채워가며 평범하게 직업 레벨을 올리다 끝나나 싶었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웨어 울프와 조우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웨어 울프가 많이 보이네.” “음. 어쩌면 또 다른 웨어 울프의 부락일지도 모르겠군. 조심하세나.” 만약 찾게 되면 오크들의 부락을 찾을 수 있게 될까 싶었는데 또 웨어 울프냐. 얘들은 대체 부락이 얼마나 많은 거야. 디아나의 말로는 길드 지도에 나타나 있는 웨어 울프 초월종은 전부 하나의 부락을 이루고 있다고 했었다. 원체 따로 다니는 놈들인 만큼 각자 소수가 모여 조그만 부락을 이루는 경우가 많나보다. 잠깐. 근데 이거 설마? 맵을 보던 구원은 길드 지도를 꺼내봤다. 역시 그렇군. 비록 삐뚤빼뚤 엉성하긴 하지만 초월종들의 분포는 계층 주인을 중심으로 부채꼴을 이루고 있었다. 일행이 향하고 있는 곳 역시 계층 주인이 있는 곳에서 일정한 거리에 떨어진 위치. 어쩌면 계층 주인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초월종이 진을 치고 있는지도 모르겠군. 마치 늑대개나 고블린의 초월종 주위에 더 강한 개체들이 포진하고 있었듯이 말이다. 계층 주인도 엄청나게 위압감이 다르긴 하지만 웨어 울프 종류로 보이기도 했으니, 구원은 자신의 가설을 확신했다. “웨어 울프 초월종이라…. 그 정도면 우리끼리도 충분히 잡을 수 있겠지?” “그럼요. 충분할거예요.” “음. 부락의 규모를 봐야겠지만 말일세.” 사라는 자신감에 차있었고, 디아나 역시 말은 신중하게 했지만 그다지 걱정되는 표정이 아니었다. 결코 저번에 처참하게 잡힌 초월종의 경우를 생각하고 방심하는 게 아니다. 이 며칠 동안 먹고 자고 직업 레벨만 올린 일행은 그때보다도 더 강해졌다. 탄막 피하기를 하면서 무투가 레벨을 올린 구원도 그렇지만, 특히 사라의 성장은 눈부실 정도였다. 이제는 굳이 구원이 앞에 나서지 않아도 웨어 울프 한 마리는 사라와 디아나가 원거리에서 처리 가능할 정도면 말 다했지. “잠깐만요. 모두 멈춰요.” 그렇게 전진하다가 이제 슬슬 멈추지 않으면 밤까지 비밀 기지로 돌아갈 수 없겠다 싶었을 때, 사라가 일행을 멈춰 세웠다. “저기에 웨어 울프들이 모여 있네요.” 사라가 가리킨 방향은 상당히 멀리 떨어진 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진 곳이었다. 설마 저 거리가 보이는 건가? 사라가 있는 것 같아요 라고 하지 않고 있네요 라고 했으니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일행은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나무 뒤에 몸을 숨긴 채 이동했다. “음. 제대로 찾은 모양이군.” 사라가 가리켰던 곳에 도착하자 확실히 웨어 울프들이 모여 있었다. 평소에도 따로 다니는 놈들인 만큼 모여 있다고 해도 그 수가 그리 많지는 않다. 평범한 웨어 울프 일곱 마리와, 그보다 머리 하나 더 큰 웨어 울프가 한 마리. 모여 사는 것 치곤 확실히 규모가 작아 보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셋이서 막 들이댈 정도의 숫자도 아니다. “음. 그래도 수가 적은 편이구먼.” 웨어 울프 치고도 이 정도면 그 규모가 작은 편에 속하나보다. “그래도 몇 마리만 유인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되든 안 되든 멀리 돌아가서 한 번 해보자.” 일행은 일단 그 자리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로 왔다. 큰 소리를 내면 웨어 울프 무리들에게 가까스로 소리는 들릴 정도의 거리다. 초월종을 제외한 몇 마리가 유인되면 최고고, 안되면 말고 라는 식의 유인이다. 전부 다 튀어나오기라도 하면 보너스 스탯을 내구에 몰빵하고 들이대야지 뭐. 디아나의 영창이 끝나기를 기다린 후, 구원은 양손의 건틀릿을 강하게 부딪혀 큰 소리를 발생시켰다. 캉! 캉! 캉! 계속해서 소음을 내자 웨어 울프 무리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세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좋아. 딱 적당한 숫자로군. 혹시 몰라 열어뒀던 스탯창을 닫고 구원은 느긋하게 기다렸다. 굳이 이쪽에서 다가갈 필요는 없다. 어차피 쟤들이 올 테니까. 곧바로 디아나의 화염 마법이 놈들에게 작렬했다. 제일 앞에서 달려오던 놈에게 명중한 마법은 그대로 폭발하듯이 터져 다른 놈들에게도 화상을 입히고 그 털을 불태웠다. 그 위로 사라의 화살이 마치 줄을 잇듯 끊임없이 날아가 박혔다. 결국 일행이 있는 장소로 도착할 수 있었던 웨어 울프는 겨우 한 마리뿐이었다. 기다리고 있던 구원이 나서 마지막 한 마리에게 성자의 손길을 사용해 어그로를 끌었다. 이쯤 소란을 피우자 슬슬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는지 나머지 웨어 울프들도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미 그땐 앞서 나온 세 마리가 모두 잡힌 상황이었다. “아우우우우!” 웨어 울프들이 동료들의 죽음을 슬퍼하듯 길게 울며 초월종를 앞세워 돌진해왔다. 그 역시도 사라와 디아나의 계속되는 공격으로 수가 줄어, 구원 앞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초월종와 일반 개체 두 마리가 남은 상황이었다. “사라! 뒤로 빠지게! 놈은 넓은 범위의 공격도 사용하네!” 계속해서 공격하려는 사라를 디아나가 말리며 뒤로 물러난다. 범위 공격? 초월종들은 원래 그런 건가? 지금까지 초월종들을 전부 특이한 방법으로 잡은 덕분에 몰랐지만, 아마 그런 모양이다. 구원은 세 마리 모두에게 성자의 손길을 사용해 어그로를 끌면서 사라와 디아나가 물러설 시간을 벌었다. 사라와 디아나가 잡기 쉬운 일반 개체들을 공격하는 사이에, 구원은 공격을 하기보다 몬스터들을 공격을 막고 피하는 데 집중했다. 어차피 공격력은 사라와 디아나만으로 충분하고, 제대로 된 회복수단도 값비싼 비상용 포션밖에 없는 만큼 다치면 손해니 말이다. 탄막 놀이도 전부 회피하는 구원이 방어에만 전념하자, 세 마리의 합공도 전부 제대로 받아낼 수 있었다. 좋아. 역시 내 특훈이 이럴 때 빛을 발하는 군. 그렇게 결국 사라와 디아나가 일반 개체 두 마리를 정리했다. 남은 건 이제 초월종 하나뿐. “좋아! 넌 이제 죽…우왓” “크르릉!” 구원이 이제 슬슬 공세로 전환하려는 찰나에 갑자기 초월종이 크게 울부짖으며 양팔을 거칠게 휘둘러 왔다. 구원이 왠지 위험해보여 뒤로 훌쩍 물러나 피하자, 초월종이 양팔을 마구잡이로 거칠게 휘둘러대기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발톱이 지나가는 경로에 붉은 빛 잔상이 남는 걸 보면 아마 스킬인 모양이다. 초월종은 그렇게 양팔을 휘저어 3미터 정도 발톱으로 공기를 가르며 이동하더니 곧 멈춰 섰다. 이게 바로 디아나가 말했던 광역기인가? 확실히 사라나 디아나가 휩쓸렸으면 위험했을 공격이다. 어그로를 내가 끌고 있다고 해서 다른 애들이 완전히 안전해지는 건 아니라는 말이구나. 하지만 이렇게 정보를 알고 있는 상황이면 별 문제 없다. 일행이 초월종을 향해 공격을 집중시키자 곧 초월종도 힘없이 무릎을 꿇었다. “좋아! 이 정도면 이제 1계층에선 계층 주인 빼고는 문제될 놈이 없네.” “음. 단기간에 이 정도까지 성장하다니. 특히 사라양은 대단하군.” “네, 네?! 아, 아니에요. 다 여러분 덕분이죠.” 사라는 디아나의 칭찬에 깜짝 놀라 공을 우리에게 돌려왔다. 역시 아직 용사라는 걸 밝힐 생각은 없는 건가? 뭐, 느긋하게 기다리자. 언젠간 말해주겠지. 웨어 울프의 초월종까지 제대로 사냥에 성공한 일행은 그 이후로 거칠 것이 없었다. 어느덧 예정했던 일주일이 지나고, 일행은 한 번 마을로 돌아갔다. “네?! 겨우 저번에 오크들이 있는 곳까지 내려가셨으면서 웨어 울프 초월종을 잡으셨다고요?! 굉장하네요!” 그동안 웨어 울프와 오크, 그리고 초월종을 잡으며 모아놨던 마석을 전부 정산에 맡기자, 안내원 누님도 어지간히 놀란 얼굴이었다. 늑대개만 잡던 놈이 갑자기 한 번 올때마다 이렇게 단계를 건너 뛰어버리면 놀랍기야 하겠지. “제가 그동안 웅크리고 있었던 건 다 추진력을 얻기 위해서였죠.” “네. 정말 그런가 보네요. 역시….” 어라? 자뻑을 했는데 순수하게 인정해 줄 정도로 놀란 모양이다. “그런데 길드 퀘스트는 이제 끝났나요?” “아뇨. 길드의 예상보다 미확인 구역의 진척 상황이 더 좋아서요. 아마 한동안 더 할 것 같네요. 설마 지도까지 더 작성해오셨나요?” “아주 조금이지만요.” 여기서 밝힌 맵을 전부 그려서 제출하면 의심받을 테니, 구원은 일부러 맵의 일부분만 그려서 길드 퀘스트를 보고했다. 어차피 돈은 마석 정산비로도 엄청나게 벌었을 테니 이정도 손해쯤이야. 그리고 언제 길드 퀘스트가 끝날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더 갔다 오는 동안 보고하면 되지. 그렇게 마석의 정산을 마치고 잡화점에 들러 아이템까지 모조리 판매했다. 참고로 각종 초월체의 성기는 물론, 그동안 엄청나게 많이 얻은 오크의 성기도 하나 남겨뒀다. 언제 이걸로 다닐 수 있는 숨겨진 길을 발견하게 될지 모르는 일이고. 그건 그렇고 조난했을 때는 예외로 치면 처음으로 던전에서 야영을 하며 사냥을 한 건데 놀라울 정도로 일이 잘 풀렸다. 구원은 뿌듯한 마음으로 사라와 디아나가 기다리는 술집으로 갔다. 왜 여관이 아니라 술집이냐고? 오늘은 기념으로 거하게 먹고 마시기로 했거든. 이 세계에 와서는 항상 다음 날에도 던전에 가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술도 안마시고 있었지만, 구원은 술을 싫어하지 않는다. 일주일동안 지내다 왔으니 말은 안했지만 어차피 내일은 쉬게 될 거다. 그리고 오늘 같은 날은 기념으로 한 잔 마셔줘야지. 구원은 미리 말해뒀던 술집에서 사라와 디아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둘 다 왠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왜 그래? 처음으로 무사히 던전에서 지내다 온 기념일이잖아. 오늘은 신나게 먹고 마시자고.” “수, 술도요? 그, 그렇군요. 네. 좋아요.” 어쩐지 사라의 반응이 수상하다. “너 설마 마셔본 적 없어?” “그, 그럴 리가요? 뭐하세요? 얼른 주문하죠.” 이거 분명히 한 번도 안마셔본 것 같은데…. 뭐 어린애도 아니고 이 기회에 술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음. 이 몸은 사양하겠네.” “어라? 왜?” “스, 스킬 연구 때문에 말일세. 보기로 하지 않았나.” …아. 그러고 보니. 완전 까먹고 있었다. 얘들이 그래서 이렇게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구나. 이거 더더욱 마실 이유가 생겼다. 맨 정신으로 남한테 보여주면서 하는 건 난이도가 너무 높으니 말이야. 오늘 보여주면서 해야 한다는 사실을 떠올린 구원 역시도 안절부절못하는 기분이 되었다. 에잇. 이럴 땐 마셔야지. “여기 맥주 두 병 주세요!” “이 몸은 주스로 부탁하네.” 구원이 손을 들어 웨이터를 부르고 주문하자, 옆에서 디아나가 말했다. …그래. 뭐 생긴 거랑 잘 어울리긴 한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전생 전 디아나에게 섹스 애널라이즈를 사용하는 부분을 설정 오류로 삭제했습니다. 레벨 차이로 통하지 않을 텐데 말이죠. 예전에 고쳐놓고 공지한다는 걸 까먹고 있었네요. 3P를 의도하고 쓴 게 아닌데 다들 3P를 언급하셔서 당황했네요. 참고로 디아나가 목격한건 구원과 사라의 섹스가 아닌 뒤엉켜서 키스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알기 어려웠나요? 서로 감정 확인도 안 된 상황에서 다같이 뒹구는 건 이상하잖아요. 3P를 기대하신 분들에겐 죄송하지만 아직은 아닙니다. selene0 //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이 세계 사람들이라도 모두 섹스를 레벨 업을 위해서만 하는 건 아니니까요. 다만 모험가들은 확실히 안하려고 하겠죠. 고기좋아요 // 맞습니다. 설정 오류로 고친 거예요. 공지한다는 걸 깜박하고 있었네요. 생각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wooyu01 // 상대를 만족시키는 게 맞습니다. 단 섹스 중에 만족시켜야 하니, 남자가 싸기 전에 밖으로 빼서 싸버리면 여자는 몸 대줘서 남자 욕구만 풀어주고 레벨 업은 못하는 꼴이 되버리죠. 그런 뜻이었습니다. gkgngh // 디아나 관음증 아니에요! 너무 그렇게 다 때려박으면 이상하잖아요. illya // 공지로 바꾸는 방법이 있었네요. 그 생각을 왜 못했지.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55==================== 길드 퀘스트 “에헤헤. 구워언. 구워어언.”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라는 술을 처음 마시는 게 맞았다. 처음부터 호쾌하게 마시는 모습에 의외로 주당인 건가 싶었는데, 역시나 그냥 주량도 모르고 막 마신 거였다. 완전히 취한 사라는 평소 모습과는 180도 달려져 헤실헤실 웃으면서 구원에게 엉겨왔다. 얘 취하면 남한테 달라붙는 타입이었나. 이런 애들 가끔 있지. 그래도 설마 사라가 이럴 줄이야. 평소 모습이랑 갭이 너무 크잖아. “구워언? 어디봐요오? 저 여깄어요오.” 사라가 구원의 뺨에 손을 대고 고개를 자기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래도 역시 미인은 뭘 하든 그림이 되는 구나. 시커먼 사내새끼들이 했으면 때려죽이고 싶었을 술주정도 사라가 하니까 귀여워 보인다. 구원이 자신을 보고 있자 만족했는지 사라는 다시 술잔에 손을 뻗었다. “자, 잠깐. 이제 그만 마시자.” “으응?” “아니, 이제 슬슬 돌아가야 하지 않겠어? 그 왜 레벨 업도 해야지.” “섹으읍.” 얘가 취하니까 밖에서도 못하는 소리가 없네. 구원은 황급히 사라의 입을 틀어막았다. 누구 들은 사람 없겠지? 주변을 둘러보자 다들 왁자지껄하게 마시느라 여기에 신경 쓰는 사람은 없어보였다. 다만 디아나가 정면에서 게슴츠레하기 눈을 뜨고 구원과 사라를 보고 있었지만. “디아나도 괜찮지? 이제 그만 가자.” “꿀꺽. 꿀꺽. 푸하아. 음. 그럼 가세.” 디아나는 손에 들고 있던 잔에 남아있던 주스를 시원스럽게 원샷하더니 일어섰다. 누가 보면 술인 줄 알겠다. 그렇게 휘청거리는 사라를 이끌고 다시 여관으로 돌아왔다. 일단 다 같이 구원의 방으로 왔지만, 한 가지 문제점이 더 남아 있었다. “사라? 혼자 씻을 수 있겠어?” “으응? 헤헷.” 이거 안 되겠는데. 혼자 욕실에 들어가면 그대로 잠들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디아나. 미안하지만 사라가 이런 상태라 오늘은 못할 것 같네. 다음 기회에….” “안돼요오. 오늘은 제 차례에.” 구원이 디아나를 보고 말하자, 사라가 구원의 가슴에 엉겨오며 말했다. “사라양은 할 생각이 가득해보이네만?” “…이거 어쩌지.” “씻는 게 문제라면 이 몸이 해결해주겠네.” 디아나는 잠시 주문을 외우더니 곳 커다란 물방울 하나를 소환해서 사라의 몸을 감쌌다. 오오. 옷 씻을 때나 가능한 마법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을 씻기는 것도 가능한가. 디아나는 그렇게 마법으로 사라를 씻기는 김에 구원까지 씻겨준 후 물방울을 욕실로 던졌다. “이제 됐나?” “어? 으응.” 사라가 너무 빨리 취한 덕분에 그다지 취한 느낌도 안 드는 구원은 솔직히 이 상황이 어색했다. 이왕이면 뒤로 미루고 싶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스킬 연구라고 했으니까 네 지시에 따라서 스킬을 쓰면 돼?” “아니. 이 몸은 전혀 신경 쓸 것 없네. 없는 사람 취급하고 평소 하던 대로 하게나.” 디아나는 말을 마치고 조용히 그늘진 구석으로 이동했다. 아니, 신경 쓰지 말라고 해도. 그게 말처럼 쉽게 되냐. “구워언? 뭐해요오?” 어느 샌가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사라는 헤실헤실 웃으며 구원에게 손짓했다. 넌 좋겠다. 전혀 신경 안 쓸 수 있어서. 구원은 마음을 다잡고 사라에게 다가갔다. 구원이 다가가자 바로 사라가 양팔을 구원의 목 뒤로 감아왔다. “구워언.” 이건 그런 뜻이겠지? 얘 진짜 키스하는 거 맛들였나보네. 구원은 바로 사라와 입을 맞대고 혀를 사라의 입 안으로 침투시켰다. 구원이 키스를 하자, 바로 사라가 구원의 목 뒤에 두른 양 팔에 힘을 줘서 꽉 밀착해왔다. “흡!” 어째선지 옆에서 헛바람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하자. 무시. 구원은 한동안 사라와 농밀하게 키스를 주고받은 후, 양손으로 사라의 옷을 하나씩 벗겨나갔다. “아응. 하아. 구워언.” 사라는 구원의 손이 상의의 단추에 닿자 가슴을 그 손에 문지르면서도 살짝살짝 몸을 틀어 옷을 벗기기 쉽게 도와줬다. 그리고 하의를 벗기려 하자 바로 뒤로 쓰러지며 허리를 들어 도와줬다. 완전히 알몸이 된 사라는 배시시 웃으며 양 다리로 구원의 허리를 꽉 감싸왔다. 그리고는 자신의 음부로 바지위에 불룩이 솟아있는 구원의 양물을 슬쩍슬쩍 비벼왔다. 비록 경험이 많지 않아 능숙한 허리놀림은 아니었지만, 구원의 이성을 마비시키기엔 충분한 행동이었다. “구원. 하응. 하앗. 으읍. 츄릅.” 구원은 바로 다시 사라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하면서,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켜 한 손은 가슴에 한 손은 음부로 가져가 그 중심은 피하면서 겉으로 크게 돌리며 애무했다. 제법 힘을 담아 주무르는 데도 사라는 아파하는 기색 없이 신음소리를 내며, 구원의 상의를 벗겨가기 시작했다. “흐으으읍!” 그렇게 한동안 사라를 애태우다가 드디어 손을 이동시켜 빳빳하게 선 유두와 음핵을 동시에 자극하자, 사라가 구원과 입을 맞대고 있는 틈 사이에서 자지러시는 소리를 내며 온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구원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얼른 바지를 벗어 사라의 음부에 자신의 양물을 집어넣었다. “흐아앙. 구원. 구워언.” 구원이 허리를 움직이자 바로 사라도 구워의 허리를 휘감은 다리에 힘을 줘 더 강하게 껴안아오며 반응했다. 구원이 성자의 성수를 사용해 위아래에 자극을 더하자, 사라가 혀로 구원의 혀를 휘감아 오면서 허리를 구원의 움직임에 맞춰 흔들었다. “흐아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구원이 피스톤 운동을 하며 갖가지 스킬들을 사용하자, 결국 먼저 사라가 몸을 떨며 절정에 이르렀다. 몸을 떠는 동시에 꽉 조여 주물주물 자극하는 사라의 명기에 구원도 참지 못하고 사정했다. “후욱. 후욱. 사라.” 구원은 크게 숨을 몰아쉬며 지근거리에서 사라와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이번엔 가볍게 서로의 입술을 쪼듯 버드 키스를 했다. 얘 취하면 이렇게까지 적극적이 되는구나. 평소와는 전혀 다른 너무 적극적인 태도에 그만 눈이 돌아가고 말았다. 게다가 그런 적극적인 태도와 상반되는 어설픈 몸놀림이라니. 이런 상황에서 눈이 안돌아가는 남자가 있을까? 아니 없을 거다. 심지어 옆에 디아나가 있다는 사실도 까맣게 잊고 그냥 섹스하는 데만 열중하고 말았다. …응? …디아나? “으헉! 디, 디아나!” 한번 사정하여 조금 흥분이 가라앉자, 그제야 디아나의 존재를 상기해낸 구원은 몸을 일으켜 디아나가 서있던 방구석을 쳐다봤다. “어, 어라? 디아나?” 하지만 그곳에 디아나의 모습은 없었다. 당황해서 방 안 이곳저곳을 살펴봤지만, 디아나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적당히 스킬 연구가 끝났다고 돌아간 건가? “구워어언?” 구원이 디아나를 찾고 있을 때, 아래에서 사라의 애교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헉!” 소리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구원은 그만 헛숨을 들이키고 말았다. 어느새 뒤로 엎드린 자세를 취한 사라가 왼손을 뒤로 돌려 스스로의 왼쪽 엉덩이를 잡아 벌리며 살랑살랑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다. “벌써 끝이에요?” “그럴 리가! 이제부터 시작이지!” 사라의 요염한 자태에 구원은 다시 이성을 잃고 사라에게 달려들었다. “아아앙 구원. 좋아아. 좋아아아!” 양손으로 엉덩이를 주무르며 양물을 다시 음부에 박아 넣자, 사라가 엉덩이를 구원의 허리에 바짝 밀착시킨 채 흔들며 호응해온다. 결국 구원은 머릿속에서 디아나의 존재를 말끔히 잊고 사라와 뒤엉켰다. 다음날 아침, 구원은 오랜만에 무척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그래 역시 이거야. 오랜만에 힐링 섹스의 효과를 보며 눈을 뜨는 아침에 구원은 몸의 컨디션뿐 아니라 정신까지 상쾌해져서,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아직도 몸을 겹치고 있는 사라를 바라봤다. 크흐흐. 어제 진짜 환상적이었지. 설마 사라가 취하면 그렇게 돌변하게 될 줄이야. 앞으로도 이렇게 종종 같이 술을 마셔야겠다고 구원은 깊게 다짐했다. “으음?” 구원이 그렇게 사라를 바라보며 한 손으로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있자, 곧 사라도 잠에서 깼다. “안녕. 잘 잤어?” “으음. 구…!” 사라는 비몽사몽간에 구원을 끌어안는가 싶더니, 곧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다. “아, 아, 아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원을 바라보던 사라는 입을 뻐끔거리며 점점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더니, 곧 완전히 새빨개진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안으며 절규했다. …응. 그래. 부끄럽기야 하겠지. 이 반응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사라는 취했을 때 기억이 온전히 남아있는 타입인가 보다. “사, 사라? 괜찮아. 걱정 마. 엄청 귀여웠어.” “으아아아앙!” 구원은 나름 커버를 해준다고 사라를 다독이며 말했지만, 사라는 왠지 그 말에 무너지며 구원의 가슴을 퍽퍽 때렸다. 으헉. 사라야. 잠깐. 넌 디아나랑 다르게 물리 딜러라 데미지가 좀 매섭…. 물론 그런 말을 할 수 있을 리도 없다. 잠깐 그렇게 앙탈을 부리던 사라는 구원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 완전히 얼굴을 가리고는 한동안 멈춰있었다. “사라야? 괜찮아?” 구원은 가만히 참고 기다려봤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사라가 움직일 생각을 안 하기에 결국 이 침묵을 깰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아직도 사라의 음부에 박혀있는 양물이 사라가 거칠게 움직이면서 완전히 다시 강도를 되찾아서 움찔움찔 떨리고 있거든. 이대로 가만히 참고 있기에는 너무 힘든 상황이다. “…잊어주세요.” “어? 뭐라고?” “어제 있었던 일은 전부 잊어주세요! 그런 건 제가 아니에요!” 아니 평소 쿨한 모습도 예쁘고 보기 좋지만, 어제 취해서 애교 부리던 모습도 귀여웠으니까 그렇게 부끄러워할 거 없는데. 게다가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아? 이렇게 예쁜 애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달라붙어온 건데. “으, 으응. 그럴게.” 하지만 결국 그런 대답밖에 할 수 없었다. 물론 대답뿐이지만 말이다. 어제 그 모습은 머릿속 영구보존 영역에 고이 간직해둬야지. “그, 그럼 이만 가볼게요.” 여전히 구원에게 얼굴을 보이려하지 않는 사라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등을 돌려 순식간에 옷을 챙겨 입고 방을 빠져나갔다. 드러난 귀가 아직도 새빨간 걸 보니 멘탈이 회복되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오늘 같이 밥 먹긴 틀렸네. 구원은 사라의 멘탈이 회복될 때까지 가만히 놔두기로 했다. 그보다 어제 결국 디아나는 어떻게 된 걸까? 다시 이성을 잃고 사라와 뒤엉키는 바람에 제대로 확인은 못했지만, 분명 도중부터 모습이 안보였다. 가봐야 하나? 구원은 일단 욕실로 들어가 몸을 말끔하게 씻고 디아나의 방문 앞에 섰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방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잠시 기다리자 퀭한 눈의 디아나가 방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인가?” “디아나? 괜찮아? 안색이 안 좋은데.” “으음? 아아. 신경 쓸 것 없네. 간밤에 잠을 못자서 이렇다네.” 확실히 그 모습은 잠을 못잔 모습이다. 눈 밑이 살짝 어두워 보이기도 하고 말이지. 어제 사라와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 연구의 단서라도 잡은 건가? “연구도 좋지만 잠은 자가면서 해야지.” “음? 으음. 그, 그렇군. 조심하겠네. 그보다 무슨 일인가?” “어제 도중에 갑자기 없어졌잖아. 걱정돼서 와봤지.” “…그나마 이 몸을 신경 쓸 정신은 있었나 보군.” “응? 뭐라고?” 디아나가 갑자기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이듯 중얼거려서 구원은 그만 뭐라고 하는지 놓치고 말았다. “아무것도 아닐세. 어젠 그냥 갑자기 연구 실마리가 보여서 급히 돌아온 것뿐일세. 별일 아니니 신경 쓰지 말게나.” “그래? 그럼 식사는….” “으음. 이 몸은 피곤해서 지금부터 조금 자야겠네. 어차피 오늘은 쉬는 게지?” “응. 뭐, 그럴 생각이긴 한데.” “그럼 식사 맛있게 하게나.” 디아나는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문을 닫았다. 으윽. 이거 오늘 아침은 혼자 먹어야 하는 건가? 결국 사라와 파티를 맺은 이후 처음으로 식사를 혼자하게 되어버렸다. 와글거리는 식당에서 혼자 주문을 하자니 묘한 기시감이 느껴졌다. 이 느낌…. 낯설지 않아. 곰곰이 생각해보자 왜 그렇게 느껴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 복학하고 학생식당에서 혼자 밥 먹었을 때 느낀 바로 그 느낌이야. 기시감의 정체를 깨달은 구원은 자신의 처지가 처량하게 느껴졌다. 젠장. 앞으로 사라랑 디아나한테 더 잘해줘야지.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selene0 // 이 세계는 인터넷이 발달한 것도, av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니 남의 성생활을 자세히 알 방법이 없죠. 고로 일반인한테는 그런 플레이가 평범한게 아니라, 그냥 그런 플레이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을 겁니다. 이왕이면 레벨 업도 겸하자는 고정관념도 있을 거고요. 어디까지나 그런 플레이를 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러니 구원밖에 상대 안해본 사라는 물론, 레벨 업을 위한 섹스밖에 안해봤다는 묘사가 있었던 디아나도 변태취급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얀토끼103 // 드립은 생각해 둔 게 더 있었는데 써먹을 타이밍이 잘 안보이네요. 디블라스 // 딱히 어떤 게 더 상위랄 건 없습니다. 성자는 섹스 특화. 용사는 전투 특화라는 느낌이죠. 슬립나이트 // 작중에 나온 계층은 그냥 층보다는 더 광범위한 느낌의 구역으로 쓴 겁니다. 층으로 나누자면 1계층의 마지막이 대충 10층 정도 되는 걸로 보시면 됩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56==================== 수인족 사제 꿀꿀한 기분으로 식사를 마친 구원은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드러누웠다. …심심하다. 할 게 아무것도 없다. 사라도 디아나도 방에서 나올 일은 없을 것 같고, 대체 뭘 하면서 보내야 하지? 취미라고 해봐야 게임밖에 없는 구원에게, 게임도 없는 세계에서 아무 예정 없이 비어버린 이 시간은 고문에 가까웠다. 분명 저번 휴일은 양손의 꽃 상태로 데이트 기분을 맛보며 행복하게 보냈는데, 바로 다음 휴일이 이 지경이라니. 에잇. 일단 밖으로 나가자. 돌아다니다 보면 시간이라도 잘 가겠지. 구원은 일단 밖으로 나가 어슬렁거리기로 했다. 이렇게 아무 목적 없이 돌아다니면서 보니 건물들도 옛날 유럽 느낌이 나는 건물들이라서 그런지 관광하러 온 기분이 됐다. 하지만 구원이 어디 여행하며 돌아다니면서 취미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곧 건물들을 둘러보는데 질린 구원은 길 한가운데 우두커니 서서 두리번거리며 필사적으로 할 일을 찾았다. 차라리 여자라도 꼬셔볼까? 분명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땐 성자의 능력으로 하렘왕이 될 거라고 설쳤었는데, 사라나 디아나랑 부대끼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전혀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지금 내 렙이면 이제 초보 딱지는 진작 벗어던진, 이제 나름 숙련된 모험가라고 할 수 있다. 얼굴도 이만하면 훌륭하고, 맘만 먹으면 여자 하나둘은 쉽게 꼬실 수 있지 않을까? 좋아. 그러자. 결심했어. 오늘은 인생 처음으로 원나잇이란 걸 해보자. 그때부터 구원은 광장 한 복판에 있는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여자들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원나잇이 목표라고 해도 아무 여자나 꼬실 수는 없으니 말이다. 이왕이면 내 심미안에 걸맞은 상대를 고르고 싶다. 이 광장은 길드로 통하는 길목에 있는 광장이다. 당연히 지나가는 사람들 중 모험가도 상당수 있다. 이정도로 모험가가 자주 다니는 길목이면 내 눈에 맞는 상대도 나타나겠지? 하지만 수없이 많은 여자들이 지나가는 와중에도 구원의 눈높이에 맞는 여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젠장. 어쩌다가 이런 일이. 예쁜 여자가 없었던 건 아니다. 모험가를 할 정도니 나름 예쁜 여자들도 있긴 있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나름 예쁘단 거지,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예쁜 느낌이 아니라고 해야 하나? 예쁘긴 한데 그냥 저 정도면 작업 걸 정도까지는 좀…이라는 느낌이다. 사라, 디아나 네 이놈들. 이런 식으로까지 날 방해해올 줄이야. 상중에서도 최상급인 사라와 디아나 덕분에 한껏 높아진 구원의 눈은 분수도 모르고 어지간히 예쁜 여자는 눈에 안 들어오게 되어버렸다. 설마 이런 어이없는 이유 때문에 내 하렘왕의 꿈이 좌절된다고…? 구원은 믿을 수 없는 현실을 부정하며 눈을 부릅뜨고 지나가는 여자들을 더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람이 많잖아. 어딘가에 내 맘에 드는 여자가 한명쯤은 있을 거야. 저 여잔 아니고. 얘도 아니고. 이 사람도 좀 아쉽고. 얘는…. 그렇게 한참을 찾았을 때 드디어 구원은 맘에 드는 여자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거리가 멀어서 확실히 보진 못했지만 눈에 띄는 용모였다. 구릿빛 피부에 두터운 갑옷 위로도 확연히 느껴지는 육감적인 몸매. 지금은 구원에게 등을 돌리고 있어서 섹시한 붉은 머리만 보이지만, 방금 얼핏 보인 옆얼굴도 상당한 미인으로 보였다. “저기요!” 구원은 망설일 것도 없이 여성에게 다가가며 외쳤다. 괜히 망설이다가 놓칠 순 없지.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저런 여자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앙?” 여자는 구원의 목소리에 반응하여 이쪽을 향해 돌아봤다. 근데 앙? 이라니. 어디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양아치도 아니고. “혹시 시간 괜찮으시다면 같이 차라도…아뇨. 사람 잘 못 봤네요. 안녕히 계세요.” 완전히 드러난 여성의 모습을 확인한 구원은 황급히 뒤를 돌아 그 자리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잠깐. 기다려 인마. 뭘 말 걸어 놓고 도망 가냐.” 하지만 그 행동은 구원의 뒷덜미를 낚아채는 여성의 손에 의해 수포로 돌아갔다. “이, 이야아. 오랜만이다. 앨리시아. 멀리서 볼 때부터 막 후광이 나는 게 딱 봐도 너 같더라니까.” “핫! 그런 놈이 도망을 가냐?” “하하. 도망은 무슨. 그냥 잠깐 놀라서 그랬지.” 무려 구원이 말을 건 여자는 구원의 동정을 무자비하게 뺏어간 앨리시아였다. 젠장. 하필 걸려도. 얘랑은 원나잇하면 내 기만 빨릴 거 아냐. 아니, 아니지. 나도 그때보단 레벨이 훨씬 올랐으니까 혹시? 구원은 슬쩍 애널라이즈를 써봤지만 역시나 정보 확인은 불가능했다. …난 1렙 때부터 대체 몇 렙이랑 섹스를 한 거야. 어쩌면 그때도 복상사의 위기였던 거 아니야? “그래서 이 누님이랑 차 한 잔 마시고 싶다고?” 앨리시아는 재밌는 장난감이 걸렸다는 눈초리로 구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뭐, 하하. 그냥 해본 말이지. 요즘 어때? 잘 지냈어?” “그래. 넌 상층에서 초월체도 발견하고 나름 잘 나가는 모양이더라. 병아리.” 그냥 인사치레나 건넨 거였는데 의외의 대답을 들었다. “어라? 그런 소리는 누구한테 들었어?” “칸나한테 들었다. 네 이름이 좀 특이하냐? 말하는 거 듣자마자 바로 알았지. 그러고 보니 너 걔네 파티원들이랑 떡치기로 하고 바람맞혔다며? 병아리에서 치킨이라도 됐냐?” 하하. 그거 제법 센스 있는…아니, 그게 아니잖아! “그런 거 아니거든! 어디까지나 던전에서 길을 잃고 조난당하는 바람에 못 갔을 뿐이야.” 정확히는 약속날짜 전에 탈출했고, 그냥 조난당한 바람에 정신이 없어져서 까먹었을 뿐이지만. “근데 넌 칸나랑 어떻게 아는 사이야?” “같은 클랜이다. 이래 뵈도 이 몸은 간부님이시라고.” 헉. 그 남자를 쇠약사 시킨다는 클랜의 간부?! 어쩐지 도발 좀 했다고 다짜고짜 여관에 끌고 갈 때부터 알아봤어. 이거 완전 무서운 년이었네. 그럼 난 복상사 안당하고 살아있는 게 용한 거잖아? 설마 또 하자고 덤벼들진 않겠지? 구원이 하고 싶은 건 서로 즐기는 원나잇이지 일방적으로 기가 빨리는 게 아니다. “너 뭐하냐?” 구원이 이제야 느껴지는 공포에 몸을 부르르 떨자 앨리시아가 의아한 듯 물었다. “아뇨. 그냥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너 설마 동정 떼일 때 생각하고 쫄았냐? 특수 직업도 있다는 놈이 뭔 그런 걸로 쫄아? 걱정 마라. 내 레벨에 너랑 한다고 간에 기별이라도 가겠냐?” 난 알 수 있다. 이 말은 거짓말을 하는 맛이로군. 그런 애가 내가 1렙인거 뻔히 아는 상황에서 여관으로 끌고 갔냐? “그 반응을 보니 아직도 모르는 모양이네. 너 진짜 종일 던전만 다녔나 보구나? 좀 돌아다니면서 정보도 얻고 그래라. 그땐 신입생 환영회였잖아. 인마.” “신입생 환영회?” “그래 인마. 원래 싹수 괜찮아 보이는 놈들은 그렇게 미리 확인해보는 거야. 너 그 이후로 여관에서 후불로 낸 적 있냐?” 그, 그러고 보니…. 그땐 그냥 앨리시아가 무작정 빈방으로 들이닥친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후불로 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런 뒷사정이 있었다니. “근데 너 우리 칸나가 클랜에 권유하는 것도 거절했다며? 자랑처럼 들리겠지만 우리 클랜은 사내놈들이 들어오고 싶어서 안달 난 클랜인데 왜 거절했냐?” 이게 사람을 생초보로 알고 이제 거짓말을 막 하네?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이 나긴! 젊은 남성을 쇠약사시키는 클랜인 거 다 알고 있다고!” “앙? 어디서 그런 누명을 씌워. 말은 바로 해야지. 우리가 시킨 게 아니라 지들이 스스로 한 거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어떤 미친놈들이 지들이 나서서 죽을 때까지 해대. “말로 해선 안 되겠군. 야. 따라와.” 앨리시아는 성큼성큼 앞장서며 말했다. 뭐지? 표정을 보면 거짓말 같지는 않은데? “어디 가는데?” “우리 클랜 건물이다. 직접 보면 내 말이 믿겨질걸?” 앨리시아는 성큼성큼 한참을 걸어 고급스런 건물들이 늘어선 주택가로 진입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대저택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거대한 건물이 들어서있는 부지였다. 와. 유명 클랜이라더니 건물부터 장난 아니네. 간부라는 앨리시아는 말 한마디로 부외자인 구원까지 입구를 통과시키더니 익숙한 발걸음으로 건물 안에 들어갔다. 얼마나 건물이 넓은지 건물 안에 들어가서도 꽤나 걸어서야 도착한 곳은…천국이었다. 그래. 천국이다. 그저 이 말밖에는 할 말이 없었다. “여기가 바로 우리 남성 클랜원들의 숙소다. 여자는 너무 많아서 다 들어오기 불가능하지만, 수가 적은 남자들한테는 전부 각자 방 하나씩 제공해주고 있지.” 여, 여기가 남자 숙소라고? 여자를 잘못 말한 게 아니라? “우리 클랜도 다른 클랜들처럼 남자들한테 하루 섹스 할당량은 한 번만 부과하고 있다고. 그냥 발정 난 새끼들이 죽을 지도 모르고 해대다가 죽는 것뿐이야.” 옆에서 칸나가 뭐라고 뭐라고 떠들고 있었지만,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구원의 뇌는 그저 시야 가득히 들어오는 살빛 광경을 저장하기에 바빴다. 남자 숙소라면서 시야에는 온통 여자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도 전부 한 미모 하는 여자들이 반쯤 알몸에 가까운 차림으로 속살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며 활보하고 있다. 가끔 멍하니 서있는 구원을 스쳐지나가며 여자들이 눈웃음치고 꺄르르 웃을 때마다 구원의 상징에 급속도로 혈류가 몰려갔다. “남자 숙소는 여기 말고도 더 있어. 각자 레벨 별로 나눠져 있지. 그리고 우리 클랜에 들어오면 자기 숙소가 있는 구역에 있는 여자는 아무나 골라잡아서 해도 돼. 여기 있는 애들은 전부 그러려고 온 애들이니까. 특히 넌 특수 직업도 있다는 모양이니 인기 폭발할걸?” 뭡니까 이 천국은. 그 말은 한마디로 이 클랜에 가입만 하면 내 하렘왕의 꿈은 그 즉시 이뤄진다는 말이잖아? 말을 들어보니 쇠약사 문제도 그냥 자제심이 없는 놈들의 말로일 뿐이다. 아니, 죽은 놈들 심정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이런 게 매일 눈에 들어오면 그야 당연히 자제가 안 되겠지. 어쨌든 스스로의 자제심에 확신만 있으면 여긴 명백히 지상낙원이다. 구원은 당장이라도 이 클랜에 가입하고 싶어졌다. 가입은 어떻게 하면 되지? 칸나 말로는 무슨 시험같은 게 있는 모양이었는데. “어때? 괜찮지? 지금이라도 생각 있으면 말해. 넌 내가 싹수 있는 것도 확인했으니, 말만 하면 꽂아 넣어주지.” 구원의 눈에는 옆에 있는 화끈한 성격의 여전사님이 천사로 보였다. 역시 생긴 게 예쁜 애들은 마음씨도 곱다니까.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짓을. 구원이 당장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에 앨리시아가 말을 이었다. “그러고 보니 동료도 있다고 했지? 같이 데려와. 같이 꽂아줄게.” 그 말에 구원은 찬물을 끼얹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깐. 사라랑 디아나는 여기 가입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설마 여기 있는 여자들처럼 다른 남자들이 마음대로 골라잡아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사라는 레벨 업에 목말라 있다. 디아나도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 많이 불편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만약 이렇게 대놓고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과연 그 둘이 구원과 같이 자지 않는 날에 이런 곳에 절대 오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여기 온다고 무조건 남자들이랑 잘 수 있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미녀들이 넘치는 이곳에서도 사라와 디아나 수준의 미모는 안 보인다. 그 둘이 들어서는 순간 반드시 다른 남성 클랜원이 덤벼들 거다. 그런 상상을 한 것만으로도 구원은 소름이 끼쳤다. 절대 그렇게 놔 둘 순 없지. “이봐. 왜 그래?” 구원의 표정에서 뭔가를 느꼈는지 앨리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미안하지만 거절할게. 아직은 위에서 사냥하는 입장이기도 하고, 동료들이랑 소수로 어울리는 게 편하기도 해서.” 구원은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앨리시아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 천국을 그냥 지나친 다는 건 정말로, 정말로 가슴 찢어지게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사라나 디아나가 다른 남자에게 안기는 것 보다는 백배 천배 더 낫다. “흐음? 그래? 제대로 선 걸 보면 기능은 여전히 멀쩡해 보이는데. 짜식 의외로 제법이다?” 구원의 거절에 앨리시아는 구원의 바지 위로 물건을 만져 커져있는 걸 확인하더니, 그곳을 한 대 툭 치고 씨익 웃으며 구원을 쳐다봤다. “뭐, 강요는 안 해. 이걸 보고도 생각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 나중에라도 올 생각 들면 말하라고. 건물 앞에서 경비한테 날 찾아 왔다고 하면 사람들이 안내해줄 거야.” “응. 그래. 고마워.” 앨리시아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라졌다. …나도 그만 돌아가야지. 구원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건물을 빠져 나오기 위해 돌아섰다. 아니야. 그 전에 잠깐 할 일이 있지. 돌아가기 전에 이 낙원의 광경을 조금이라도 더 뇌리에 새겨둬야지. 그렇게 구원은 아라크네 클랜의 건물을 빠져나올 때까지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찻잔속풍경 // 지적 감사합니다. Ctrl+Z 의 잔재가 남아있었네요. 수정했습니다. Gomdoly // 원고료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57==================== 수인족 사제 아라크네 클랜에서 나온 구원은 멍하니 광장의 벤치에 앉아있었다. 이번엔 원나잇을 위해서가 아니다. 지상낙원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나오자 왠지 그런 의욕은 팍 죽어버렸다. 원나잇이든 뭐든 간에 전부 부질없는 짓이지. 오늘 하루의 목표를 상실해버린 구원은 다시 어떻게 시간을 죽여야 할지 막막해졌다. 이제 겨우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이다. 아직도 오늘 하루는 한참 남아있다. 일단 점심이나 먹으러 한 번 여관으로 돌아갈까도 생각해봤지만, 곧 포기했다. 하지만 아침에 느꼈던 그 비참함을 다시 느끼고 싶진 않으니까. 에잇. 이렇게 시간 낭비할 바에는 차라리 생산적인 일이라도 하자. 구원은 자리를 박차고 벌떡 일어났다. 모험가로서 할 일은 아직 많이 있다. 정보 수집을 해도 되고, 새 동료를 구해도 된다. 앨리시아와의 대화에서 드러났듯이, 던전의 진행상황이나 레벨과는 다르게 구원은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은 새내기 모험가다. 솔직히 궁금한 건 디아나한테 물어보면 바로 그때그때 답변을 들을 수 있으니 경시하고 있었던 부분도 있다. 하지만 오늘처럼 항상 곁에 디아나가 붙어있는 게 아니니 말이지. 그리고 새 동료 영입. 웨어 울프의 초월체까지 수월하게 잡아낸 지금, 이제 1계층에서 구원 일행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는 계층의 주인밖에 남아있지 않다. 디아나는 그 계층의 주인을 잡기 위해서는 임시로라도 파티원을 보강할 것을 추천했다. 하지만 임시 파티원을 들이는 건 그다지 하고 싶지 않다. 파티를 떠날 사람에게 비밀 통로의 존재를 알릴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임시 파티원 하나 때문에 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까지 그 긴 정규루트를 통해 가고 싶지도 않고 말이다. 결국 계층의 주인을 잡으려면 파티에서 계속 함께할 동료를 영입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결국 구원은 오늘도 길드에 가기로 했다. 정보 수집을 하든지 동료 영입을 하든지 간에 모험가가 많이 몰려있는 곳이 제일이다. 모험가가 제일 많이 몰려있는 곳 하면 역시 길드지. 길드는 오늘도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리고 있었다. 그럼 어디 한번 해볼까? 정보 수집이라고 해도 별거 없다. 그냥 귀를 열어두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대화소리에 주목하는 것뿐이다. 지금 핀 포인트로 알고 싶은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모험가와 관련된 전반적인 지식을 알고 싶은 거니 이게 최선이지. 그렇게 귀를 열어둔 상태에서 구원은 길드의 벽으로 향했다. 종이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곳은 맞지만, 의뢰들이 붙어있는 곳이 아니다. 바로 모험가들의 파티 구인 광고가 붙어있는 곳이다. 모험가들이라고 처음부터 파티가 짜여있는 것이 아니다. 파티가 없어 동료를 구하는 사람도 있을 거고, 갑작스런 결원 발생으로 임시 파티원을 구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이 벽은 그런 모험가들이 구인 광고를 내걸어놓은 곳이다. 여기서 파티원을 구하는 힐러가 있는지 확인해서 일단 만나볼 생각이다. 처음 동료를 들일 때는 섹스에 눈이 돌아가서 외모만 보느라 이런 곳은 이용할 생각도 안했었지만, 지금은 또 그때완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파티원을 구할 때까지 혼자서 늑대개만 잡으면서 먹고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마왕을 잡기 위해 강해져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으니 말이다. 디아나도 핀 포인트로 힐러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힐러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진 우월한 스펙으로 힐러 없이 버텼지만 그게 언제까지 통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 게다가 섹스는 사라와 디아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고 말이지. 솔직히 말하면 이런 식으로 파티원을 구하는 게 전혀 거부감이 없는 건 아니다. 파티원이 둘 다 절세 미녀인 상황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당연히 모든 파티원을 그렇게 꾸리고 싶은 욕망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꿈일 뿐이다. 사라와 디아나만으로도 운이 좋은 거지. 구원은 그렇게 자신을 타이르면서 벽에 붙어있는 구인 광고를 하나하나 살펴봤다. 하지만 역시나 힐러는 귀한 모양이다. 벽에 붙어있는 구인 광고를 전부 일일이 살펴봤지만, 파티원을 구하는 힐러는 전혀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힐러는 귀하신 몸이라 굳이 광고 같은 거 없어도 파티를 구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젠장. 그럼 내 쪽에서라도 구인 광고를 붙여 놔야겠다. 구원은 길드의 테이블 한 구석에 앉아서 구인 광고를 하나 작성했다. 구하는 직업은 힐러에 요구 레벨 20~50. 요구사항은 이정도만 써도 충분하겠지? 레벨 하한선을 너무 낮게 잡은 것 같기도 하지만, 저 정도는 내가 밤낮으로 열심히 힘쓰면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 구원이 종이를 들어 확인하고 있을 때, 옆에서 가녀린 목소리가 말을 걸어왔다. “저….” 응? 헉! 소리 난 곳을 돌아본 구원은 그만 숨을 들이 삼켰다. 이건 또 숨이 막힐 정도로 놀라울 정도의 미인이 구원의 옆에 서 있었다. 찬란하게 밝은 금발에 상냥해 보이는 생김새. 머리 위에는 세모난 동물귀가 쫑긋 솟아올라 있었다. 수인족인가? 어떤 종족이지? 얼굴에 생글생글 띄우고 있는 부드러운 미소가 그 성격을 알려주는 것 같다. 모든 응석을 다 받아줄 것 같은 누님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미녀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거대했다. 옷을 뚫고 나오려는 듯이 로켓 모양으로 부풀어 오른 그곳은 펑퍼짐한 사제복으로도 전혀 가려지지 않을 만큼 거대했다. 이정도면 전생 전의 디아나 급인가? 구원은 자기도 모르게 전생 전에 만졌던 디아나의 가슴 촉감을 떠올리며 눈앞에 있는 가슴과 비교해봤다. 아니, 정확한 건 만져봐야 알겠지만, 아마 그 이상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원의 취향을 직격하는 외모였다. “저…괜찮으세요?” 구원이 여성의 흉부에 시선을 집중시키고 말을 잃고 있자, 여성이 곤란한 듯한 미소를 띄우며 상냥하게 구원에게 되물었다. “네? 아, 네! 그럼요! 물론이죠! 무슨 일이세요?” 구원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여성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위험해. 사라와 디아나의 미모로 단련된 내가 정신을 뺏길 정도라니. 엄청난 파괴력이다. “그 종이…힐러를 구하시고 계신가요?” “네. 그렇습니다.” “그 파티에 들어가면 오크도 잡을 수 있나요?” “오, 오크요? 그야 물론 잡을 수 있습니다만.” “와아!” 구원의 말에 여성은 구원의 손을 두 손으로 맞잡고 그대로 가슴 앞에 모으며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구원을 올려다봤다. 저…제 손이 가슴에 닿고 있달까, 파묻혀 있습니다만. 물론 입밖으론 절대 내지 않는다. 이럴 땐 그냥 그대로 행복한 기분에 잠겨주는 게 신사의 도리지. “그럼 저를 파티에 동행시켜 주실 수 있을까요?” 구원은 다시 한 번 찬찬히 여성을 살펴봤다. 입고 있는 옷을 보니 직업은 성직자인 것 같다. 그럼 일단 직업은 합격. 외모는 더 볼 것도 없이 무조건 합격. 아니, 제발 파티로 들어와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수준이다. 레벨은…. 구원이 애널라이즈를 사용하여 확인한 여성의 레벨은 18이었다. 솔직히 미모로 보고 상당히 고레벨일줄 알았는데 의외로 엄청 낮았다. 하지만 이정도면 뭐 아슬아슬하긴 해도 합격선으로 쳐줄 수 있는 정도다. 다른 부분이 훌륭하니 저 정도는 감수할 수 있지. 그럼 이제 남은 조건은 별거 없다.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해야지. “저희가 꾸준히 같이 할 사람을 모으고 있는데요. 가능하신가요?” 그러자 여성의 얼굴이 조금 흐려졌다. “그게, 그건 조금….” 어라? 설마 다른 조건은 다 통과하고 여기서 막힐 줄이야. “무슨 문제라도?” “그게…계속 같이 하면, 역시 레벨 업도 하면서 던전 깊은 곳을 노리는 건가요?” “그야. 물론이죠.” 그 말에 여성의 표정이 더더욱 흐려졌다. 설마 이 여자도 사라처럼 섹스에 거부감이 있는 과인가? 무슨 이런 세계에서 이렇게 섹스에 거부감 있는 모험가가 많아? 아니, 뭐 그러니까 저 미모에도 아직까지 레벨이 낮겠지만. “죄송해요. 실례했습니다.” 여성은 구원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도망치듯 그 자리를 뒤로 했다. “자, 잠깐만요!” 되도록 놓치고 싶지 않은 미모였던지라 구원도 아쉬운 마음에 쫓으려고 했지만, 모험가의 물결에 휩쓸려 여성의 모습은 순식간에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젠장. 저런 미인을 놓치다니. 언제 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를 미모였는데. 얼굴이나 몸매, 분위기까지 완전히 내 이상형이었는데. 아쉬운 마음에 길드 안에서 한참을 찾아다녔지만, 결국 그 미인을 다시 찾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눈앞에서 대박을 놓친 구원은 힘없는 발걸음으로 터벅터벅 여관으로 돌아왔다. 여관에 돌아와 그대로 방으로 돌아가려고 계단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눈앞에 보이는 건 어째선지 구원의 방 문 앞에서 사라와 디아나가 대치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오늘은 이 몸의 차례인 걸로 알고 있네만.” “네. 하지만 스킬 연구니까요. 벌써부터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요?” “그건 모르는 말일세. 연구니까 오히려 더 오래 붙잡고 관찰해야하는 법이지.” “그렇군요. 전 그렇게 연구 목적으로 한 적이 없어서 몰랐네요.” “으음. 그러는 자네 역시 레벨 업을 위해….”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속닥이고 있었지만, 워낙 작은 소리로 주고받는 대화라 정확한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다만 얼굴은 심각해 보이는 것이 뭔가 중요한 얘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쟤들이 남의 방문 앞에서 작당모의라도 하나. “…너희 여기서 뭐해?” “구, 구원! 어서 와요.” “으, 음. 아무것도 아닐세. 어서 오게나.” 서로 마주보고 있던 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구원에게 인사했다. …수상한데. 대체 뭔 대화를 나눈 거지? 어쨌든 얼굴을 보건대 둘 다 어느 정도 제 컨디션을 찾은 모양이었다. 사라는 아직도 조금 부끄러운지 얼굴이 붉긴 했지만, 구원의 눈을 피하려는 기색은 없다. 디아나 역시 푹 잤는지 눈가에 기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언제나처럼 하얗고 뽀송뽀송한 피부로 돌아와 있었다. “응. 무슨 말을 한 거야?” “그냥 여자끼리 대화에요. 그보다 배 안고프세요?” “음. 어서 식당에 가세나.” 그러고 보니 점심도 걸러서 상당히 배가 고프다. 구원은 사라와 디아나와 함께 식당으로 내려왔다. 그래. 이거야. 바로 이거라고. 이래봬도 난 이런 미인들을 양 옆에 끼고 밥 먹는 놈이라고. 오늘 아침이 조금 특별했던 것뿐이야! 누구 뭐라는 사람 하나 없었지만, 구원은 괜히 고개를 빳빳이 들고 뽐내듯이 주변을 스윽 훑어봤다. “흠. 그래서 어딜 그렇게 돌아다닌 겐가?” “응? 그, 그냥. 쉬는 날이니까 이곳저곳.” 아라크네 클랜의 지상낙원, 그리고 이름 모를 성직자의 훌륭한 외모를 차례로 떠올린 구원은 그만 가랑이를 움찔거리며 대답했다. “이곳저곳이요? 구체적으로는 어디요?” 왠지 그 주제에 사라가 더욱더 자세한 대답을 촉구해왔다. “그냥. 디아나 말이 생각나서 혹시 힐러를 구할 수 없을까 찾아보다 왔어.” 어떠냐! 파티를 위해 쉬는 날에도 힘쓰는 이 내 모습이. 거짓말도 아니니 구원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 말은 신전에 다녀왔다는 말인가?” 그런데 어째선지 사라와 디아나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어, 어라? 어째서? 오히려 날 칭찬해줘야 하는 부분 아니야? “시, 신전? 아니, 길드에 다녀왔는데. 그런데 구인 광고 쪽을 둘러봐도 파티 구하는 힐러는 전혀 없더라고.” 구원의 대답에 사라와 디아나의 시선이 동시에 부드럽게 풀어졌다. 대체 무슨 일이야? “그러고 보니 자네는 이방인이라 잘 모르는 게군. 힐러라면 신전에서 구하는 게 보통이라네. 내일이라도 이 몸과 같이 가세나.” “그래요. 저도 꼭 같이 가요.” 하긴. 힐러면 보통 성직자니까. 신전에서 구하는 게 당연한 건가. 그래서 힐러의 구인 광고 같은 게 하나도 없었구나. 나름 정보수집도 겸한다고 길드에서 있었던 건데 이런데서 또 한 번 초보티를 내고 말았다. 응? 그럼 길드에서 파티를 구하던 그 미인은 대체 뭐였던 거지? 의문은 커져만 갈뿐이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Abraham // 야생의 칸나는 던전에 출몰 중입니다. 펄미스트 // 걱정 마세요. 한 번 써먹은 거라도 상황만 맞으면 또 써먹을 수 있으니까요. 아토므스크 // 여기서 또 폭렙하면 보스 잡을 때 다음 동료가 필요 없어져서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58==================== 수인족 사제 힐러를 구하는 건 내일 문제다. 오늘은 아직 오늘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근데 연구한다고 밤까지 샜던 애가 오늘 밤에도 하려고 하려나? 그런 의문이 살짝 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안 가볼 수는 없다. 가보고 오늘은 힘들겠다고 하면 돌아오면 되지. 그게 뭐 그리 힘든 일도 아니고. 그런 구원의 걱정은 기우로 끝났다. “음. 왔군. 어서 오게나.” 오늘도 디아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맞이해줬다. 역시 대마법사님의 연구욕은 고작 하루 밤샌 걸론 꺾이지 않는 모양이다. 이제 디아나와 하는 것도 적응된 구원은 먼저 눕기 위해 침대로 향했다. “잠깐. 기다리게나.” 하지만 디아나가 그런 구원을 제지하더니, 본인이 먼저 침대 위로 올라가 누웠다. 그리고는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구원을 바라봤다. “오, 오늘은 자네가 자유롭게 한 번 해보게나.” “응? 웬일로?” 내 맘대로 해도 된다고? 스킬 연구가 목적 아니었나? 물론 그럼 나는 좋기야 하지만. “으음. 자네 스킬은 이제 다 확인했으니 말일세. 이 몸이 시키는 대로 스킬을 쓰는 것보단 숙련된 자네가 자유롭게 스킬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어서 말일세. 스킬간의 시너지도 더 좋을 거고 말일세.” 과연. 어제 사라와의 행위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나. 근데 디아나랑 할 때도 처음만 시키는 대로 하다가 결국에는 전부 내 맘대로 했었는데. 어찌됐건 구원도 환영하는 바다. “정말 내 맘대로 해도 되는 거지? 나중에 화내기 없기다?” 구원이 씨익 웃으면서 다가가자, 디아나가 조금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대, 대체 뭘 할 생각인가? 말해두지만 너무…히아앙!” 구원은 디아나의 말을 끊기 위해 얼른 성자의 손길을 발동해서 디아나의 가슴을 옷 위로 어루만졌다. 내 마음대로 해도 좋다고 했고, 딱히 주의 사항도 못 들었으니까. 원하시는 대로 내 마음대로 해줘야지. 그럼 어떻게 해줘야 잘했단 말을 들을까…. 옷 위로 한 손은 가슴, 한 손은 음부에 가져다대고 슬슬 비비며 구원은 고민해봤다. 앗, 그러고 보니! 이번에도 얘 노출증을 시험해볼까? 지금까지는 그런 분위기만 느껴져도 아예 제 정신이 아니게 됐었지만, 지금이라면 어떨까? 앞선 두 번은 이미 할대로 한 상태에서 그런 분위기가 된 거라 그대로 정신줄을 놔버렸다. 하지만 아직 멀쩡한 지금이라면 정신을 놓지는 않지 않을까? 좋아. 당장 시험해보자. 구원은 한 손으로는 디아나의 음부를 애무하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 재주 좋게 디아나의 옷을 벗겨갔다. 그렇게 순식간에 알몸이 된 디아나와 마주본 상태로 꽉 껴안아 그대로 들어올렸다. 한 팔로 디아나의 몸을 단단히 지탱하고는, 한 손은 엉덩이를 지나 음부를 건들며 정신을 쏙 빼놓는다. 그렇게 디아나가 정신이 없는 틈을 타서 구원은 창가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히아앙! 자, 자네. 흐읏, 지금 무슨!” “조용히 안하면 문 밖으로 들릴 걸?” 구원의 어깨에 고개를 박고 신음하던 디아나도 사태를 파악하고 구원을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구원의 말 한마디에 디아나는 더 이상 말을 못하고 새빨개진 얼굴로 구원을 새초롬하게 노려봤다. 하지만 그런 표정과는 정반대로, 구원이 디아나의 음부에 손가락을 하나 집어넣자 아플 정도로 조여오기 시작했다. “으읏. 히으읏. 으으응” 구원을 노려보던 디아나는 터져 나오는 신음에 구원을 꽉 끌어안으며 어깨에 다시 고개를 박았다. 그래도 소리를 죽일 수 없는 건지, 아예 구원의 어깨를 꽉 깨물고 필사적으로 소리를 참고 있다. “역시 노출증 맞잖아. 아플 정도로 조이는데?” “히으읏. 흐읏. 으응.” 구원이 놀리듯 말하자 디아나는 고개를 좌우로 격렬하게 저으며 부정했지만, 음부에서는 더더욱 끈적끈적한 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 그럼 우리 변태 디아나가 더 좋아하도록 커튼도 열어줄게. 간다.” 구원은 디아나의 음부를 자극하는 손의 팔로 그 등과 허리를 단단하게 고정하고, 나머지 팔로 커튼을 잡았다. “으읍! 으으읍!” 디아나는 아까보다 더 거세게 고개를 저었지만 그렇다고 들어줄 구원이 아니다. 촤르륵! 구원은 저번과 다르게 페이크가 아니라 정말로 커튼을 확 걷었다. “흐으으으읍!” 커튼을 걷으면서 구원도 창문 옆으로 같이 이동했기 때문에 구원과 디아나의 모습이 밖에서 보일 일은 없었다. 하지만 디아나의 노출증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는지, 디아나가 음부에서 분수를 내뿜으며 온몸을 경련시켰다. “아직 섹스는 시작도 안했는데. 그렇게 좋았어?” 이제 디아나가 언제나처럼 정신줄을 놓으려나? 그렇게 생각하며 놀리듯 물어봤는데, 의외로 디아나는 정신을 붙잡고 있었다. 얼굴을 새빨간 채 입가에서 침이 늘어져있었고 팔다리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지만, 눈에는 미약하게나마 힘을 담아 구원을 노려보고 있다. 이거 벌써부터 내일 아침이 무서워지는데. 하지만 그때는 그때다. 나중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하악, 하악, 하악, 자네는 대체…!” 디아나가 바로 한소리 하려는 찰나에 구원은 팔을 뻗어 창문을 열었다. 어차피 잔소리였으니까 밖에 들려도 상관없었을 텐데, 디아나는 놀라서 황급히 말을 멈췄다. 이틈을 놓칠 순 없지! 구원은 황급히 바지를 내린 후, 한 손으로 디아나의 입을 막으며 그 음부에 물건을 삽입했다. “흐으으으읍!” 디아나는 바로 소리 없는 신음성을 내질렀다. 후. 다행이다. 입 안 막았으면 큰일 날 뻔했네. 그건 그렇고 엄청 조이네. 역시 정신은 놓지 않고 있어도 몸은 반응을 하는 모양이다. 아무리 부정해도 너 노출증 맞다니까. 퍽! 퍽! 퍽! 구원이 허리를 한 번 흔들 때마다, 구원을 노려보던 디아나의 눈에서 점점 힘이 풀리는 게 보일 정도였다. 결국 디아나는 눈에서 완전히 힘이 풀리고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슬슬 디아나도 다시 정신이 없어진 것 같자, 구원은 디아나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슬그머니 열려있던 창문을 닫았다. 계속 입 막은 상태로는 하기 힘드니까 말이지. “흐아앙! 히앙! 하앗! 하악!” 구원이 그 입에서 손을 떼기 무섭게 바로 디아나가 신음성을 내질렀다. “그렇게 소리 질러도 괜찮아? 밖에 다 들릴 텐데?” “흐아앗! 흐앙! 하아아아앗!” 구원이 놀리듯 말하자 디아나는 고개를 거세게 저으면서도 신음성은 줄이지 못다가 결국 몸을 떨며 절정에 이르렀다. 그런 디아나의 모습은 무척이나 예뻐 보였다. 특히 크게 벌린 입과 그 안에 보이는 혀가 무척이나 요염해 보인다. 지금이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구원은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여 다시 디아나의 흥분을 유도했다. 그렇게 한동안 허리를 흔들던 구원은 디아나가 다시 절정에 갈 것 같자, 다음 행동에 나섰다. 한손으로 디아나의 허리를 단단히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키고, 자신도 허리를 멈췄다. “하앗, 하앗, 하앗.” 디아나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느라 말은 못하고 있었지만, 어서 빨리 계속하라고 독촉하는 듯한 시선으로 구원을 빤히 쳐다봤다. 구원은 디아나의 턱을 한 손으로 붙잡고 엄지로 그 아랫입술을 쓰윽 훑었다. 그리곤 얼굴을 가까기 가져갔다. 디아나는 긴장한 표정을 지었지만, 고개를 돌리려고 하지는 않았다. “키스해도 돼?” 구원의 물음에 디아나의 눈동자가 크게 떨리는 게 보였다. 아무리 정신이 없어도 키스는 바로 거절하던 디아나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거다. 이거 혹시 어쩌면? “흐읏, 하앗, 하아, 자, 자네는 영…. 아, 아니. 안되네.” 디아나는 주저하면서 뭔가 말하려고 하다가 결국 거부했다. “정말, 이래도?” 구원은 한번 허리를 크게 움직이고 다시 멈췄다. “흐아앗, 하, 한 대에.” 하지만 디아나는 혀가 풀려 제대로 발음하지도 못하면서 계속해서 거부했다. “안되면 계속 이대로 있을 건데?” 구원이 허리를 돌려 한 번 자극하고 다시 멈추며 말했다. “흐으윽. 한댄단 마이야.” 그러자 디아나의 눈가에 눈물이 맺히면 당장이라도 울 것같이 거부했다. 으윽. 이거 너무 심하게 나갔나. “아, 알았어. 괜찮아. 움직일게. 울지 마.” 구원은 황급히 손가락으로 디아나의 눈물을 훔치며 허리를 다시 움직였다. “흐아아아아앙!” 그것만으로 절정 직전이었던 디아나는 바로 절정에 달했다. 그동안 쭉 참고 있었던 구원 역시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사정했다. 다음 날 아침. 여전히 먼저 일어난 구원은 몸 위에 있는 디아나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제는 굉장했지. 그 이후로도 한동안 섹스는 계속 이어졌다. 침대로 데려와 편하게 눕히고 다시 섹스를 이어가면서도 중간 중간 창문이 열려있다는 거짓말로 디아나를 자극했다. 디아나는 평소의 태평한 모습으론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흐트러지며 스스로도 정열적으로 허리를 움직였다. 키스만은 거부했지만 말이다. 대체 왜 그렇게 거부할까? 아예 싫은 느낌도 아니었는데 말이지…. 어쨌든 다시 돌이켜 봐도 어제는 엄청나게 좋았다. 다만…이제 얘가 일어나면 어쩌지. “으음….” 구원은 이제 와서야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변명거리를 생각해내려고 했지만, 그 전에 디아나가 눈을 떴다. “아, 안녕? 좋은 아침.” “자네는 좋은가? 응? 좋은가?” 역시나 화나신 모양이다. 디아나는 일어나자마자 구원을 노려봤다. “자네는 대체 생각이 있는 겐가 없는 겐가! 응?!” “어제 너도 좋았 잖….” “시끄럽네! 이제 정말 어쩌면 좋단 말인가! 분명 여관 사람들 모두가 다 들었을 걸세!” 디아나는 얼굴을 가리고 절망하듯 말했다. 구원도 슬슬 실은 어제 창문이 닫혀있었다고 말하려는 찰나에, 여전히 디아나의 음부에 박혀있는 구원의 물건에 그 음부가 움찔움찔 거리는 게 느껴졌다. 어라? 이것 봐라? 혹시 남한테 들렸다고 상상하면서 흥분하는 거야? “그래 아마 모두가 다 들었겠지.” 구원이 말하면서 디아나의 음핵을 가볍게 문질렀다. “흐이잇! 자, 자네 지금, 흐아아앗, 자, 잠깐…!” 디아나가 항의하려고 했지만, 구원이 거세게 허리를 흔들며 갖가지 스킬을 동시에 구사해 막았다. 네가 너무 귀여운 짓을 하는 게 문제야. 나중에 더 혼나겠지만, 구원을 당장은 지금에 집중하기로 했다. 오늘만 사는 남자 구원이라고 불러다오. 그렇게 정줄 놓고 허리를 흔들 때, 갑자기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디아나? 혹시 구원이 아직도 거기에 있나요?” “하아아응으읍!” 사라의 목소리와 함께 디아나가 절정을 맞이해버렸다. 큰 소리로 울부짖으려는 입을 구원이 순식간에 손으로 틀어막았지만, 혹시 들렸을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굳어서 문을 노려보고 있자, 사라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디아나?” 다행이 안 들린 모양이다. “…하악, 하앗, 하앗, 여기 없네. 산책이라도 나간 게 아닌가?” 구원이 디아나의 입에서 손을 떼자, 디아나가 숨을 고르고 말했다. “…그렇군요. 그럼 전 구원을 찾아보러 갈게요. 디아나도 식사하러 내려와요.” “으음. 알겠네. 곧 가겠네.” 사라의 멀어져가는 발소리가 안 들리게 되자, 디아나는 바로 구원을 노려봤다. “우선 빼게.” 아무래도 스스로 일어날 힘은 없는 모양이다. “저…전 아직 못 쌌….” “빼게.” “넵.” “흐응읏! 거, 거기 정좌하게!” 구원이 최대 크기인 물건을 서서히 빼자 거기에 자극된 디아나가 신음성을 흘렸지만, 곧 얼버무리듯이 화난 표정으로 정좌를 지시했다. “자네는 말일세!” “저…실은 어제 창문 닫혀있었는데….” “그런다고 용서해 줄 것 같은가! 자네는 이 몸을 뭐라고 생각하는 겐가! 게다가 키스까지 그런 식으로 강요하고!” “너무 예뻐서 그만…. 죄송합니다.” “예, 예쁘, 그런 건 자네가 말 안 해도 충분히 알고 있네! 애초에 자네는 말일세…!” 그 후로 사라가 다시 부르러 올 때까지 디아나의 잔소리는 이어졌다. “후. 시간이 없으니 이정도로만 하지. 앞으론 주의하게! 알겠는가!” “네. 기어올라서 죄송합니다.” 디아나는 한참을 잔소리하자 겨우 화가 풀린 듯 산뜻한 얼굴로 말했다. 하지만 사나이 구원. 반성은 해도 후회는 하지 않는다. 디아나가 노출증이 확실해진 이상 써먹지 않을 수는 없지. 꼭 다시 써먹고 말테다. “지금 무슨 생각하나?”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래도 바로 다음에 다시 시도하는 건 무리겠지?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쓰굴 // 새 히로인이라면 아쉽게도 엘프가 아니라 수인입니다. 엘프는 이미 디아나가 있으니까요. myuuu // 죄송합니다. 실은 오늘 연참을 하려고 했는데 lol 경기가 너무 재밌더군요. F2CTION // 맞습니다. 전생 전 디아나죠. 프리컨텐츠에서 가져온 거라 소설속의 묘사와 일러스트의 외모가 정확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요. 이하넬 // 쿠폰 정말로 감사합니다. 슬레이프 // 아쉽게도 그 얘기는 다음으로 넘어가게 됐네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59==================== 수인족 사제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 식당에는 디아나가 먼저 내려가고 구원이 나중에 내려갔다. “어머? 구원? 어디 있었어요? 부르러 갔을 땐 대답이 없더니.” “응? 아아. 미안. 내 방에서 다시 잠들었나봐.” “네? 힐링 섹스는….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왠지 기분좋아보였다. 다행이다. 의심은 사지 않은 모양이다. “흠흠. 뭐 피곤했을 테니 말일세.” 하지만 그런 사라의 반응에 디아나가 반박하듯이 그런 말을 했다. 어째선지 서로 다시 마주보는 사라와 디아나. …왠지 끼어들면 안 될 것 같은 분위기야.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도 없다. 구원은 지뢰밭을 돌진하는 기분으로 둘에게 말을 건넸다. “자, 자. 오늘은 신전에도 들러야하니 어서 식사나 하자고.” 그래서 오늘은 던전에 가기 전에 먼저 신전에 들르기로 했다. 신전은 도시의 중앙에서 좀 떨어져 있는 한적한 곳에 위치해 있어서 제법 거리가 있었다. 장소는 분명 한적한 곳인데 신전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길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나더니, 신전 건물이 시야에 들어올 정도가 되자 이미 출퇴근시간의 지하철을 생각나게 만들 정도로 사람이 바글바글 거렸다. 개중엔 구원 일행과 같은 목적으로 힐러를 구하러 온 건지 모험가 차림을 한 사람들도 간간이 보였지만, 대다수는 일반인으로 보였다. 대체 여기 신은 사람들한테 인기가 얼마나 많은 거야. 뭐 지금 이 세계 돌아가는 걸 보면 확실히 엄청나게 매력적인 신이긴 하지만 이건 너무 많잖아. 이 사람들 전부가 아침부터 이렇게 신전을 향할 정도로 열렬한 신도란 말이야? 구원은 절대로 이 세계에서 신을 까는 발언은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한 마디라도 내뱉는 순간 길거리에서 돌팔매질로 죽을 수준이네. “이쪽이네. 따라오게나.” 그렇게 엄청난 수의 인파를 헤치고 겨우 신전에 들어서자, 디아나가 구원과 사라를 사람들이 향하는 곳과 반대편으로 유도했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저기로 가는데?” “자네가 신께 기도를 드리러 온 것도 아니지 않나? 잔말 말고 따라 오게나.” “그래요. 구원.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말고 저희 할 일을 하죠.” 사라와 디아나는 각각 구원의 팔 한쪽을 꽉 붙들어 구원이 딴 길로 새지 못하게 막았다. 내가 애도 아니고 딴 길로 안 샌다니까.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잖아. 확실히 디아나 말대로 몇몇 모험가 차림의 사람들은 디아나가 가리킨 길 쪽으로 가고 있었었다. “성직자는 두 분류가 있다네. 신전에 소속된 신전 사제와, 떠돌아다니며 교리를 전파하는 방랑 사제. 보통 파티에 소속된 성직자는 전부 방랑 사제라고 보면 되네.” “그럼 파티원으로 구하려면 여기서 구할 수 없는 거 아니야?” “그렇지 않다네. 여긴 던전 도시 아닌가. 이 도시의 신전에서는 일정량의 성금을 받고 신전 사제를 일정기간동안 파견해 주기도 한다네.” “그 말은 임시 파티원이란 말이잖아? 난 이왕이면 임시 파티원보단 계속 같이 할 파티원을 구하고 싶은데. 우리한테는 그 길도 있고 말이야.” “말은 끝까지 듣게나. 그뿐만 아니라 여기엔 모험가와 파티를 희망하는 방랑 사제들도 임시로 거주하고 있다네. 파티원을 구하려면 이러나저러나 여기가 가장 좋다는 말이네.” 과연 그렇게 되는 건가. 제법 긴 통로를 지나 도착한 방의 맞은편에는 카운터 같은 곳이 있어, 그 안에 성직자 몇 명이 나란히 서 있었다. 과연 모시는 신이 신이다 보니 다들 한 미모 하시는 분들이다. 한쪽 벽면에는 모험가 길드처럼 종이들이 붙어있다. 길드처럼 빼곡히 붙어있는 건 아니지만, 저게 아마 파티 구인 광고 같은 거겠지. “그럼 한 번 둘러 보세나.” 일행은 각자 나눠져서 하나씩 살펴보기로 했다. 혹시 여기에 어제 본 그 성직자도 있는 게 아닐까? 이왕이면 그 사람이랑 같이 하고 싶은데. 그렇게 구원의 이상형에 들어맞는 외모는 미인들이 많은 모험가들 중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구원은 일단 가장 정면에 있는 종이에 손을 뻗었다. 길드에서 본 모험가들이 조잡하게 휘갈겨 쓴 것들과는 다르게, 종이에는 꽤나 제대로 된 프로필들이 쓰여 있었다. 레벨과 사용할 수 있는 신성 마법들은 물론, 쓰리 사이즈에 파티에의 요구사항까지 적혀있다. 게다가 한쪽 구석에는 본인의 얼굴 사진까지 있었다. 아니 사진이 아니라 그림인가? 어쨌든 사진이라고 생각될 만큼 정교한 그림이 그려져 외모를 정확히 알 수 있었다. 구원이 아무 생각 없이 손에든 종이에는 섹시해 보이는 누님의 얼굴이 그려져 있었고, 프로필에 보이는 쓰리 사이즈도 외모에 어울리는 폭발적인 수치가 적혀 있었다. 게다가 요구사항은 무려 파티에 남자가 꼭 한명은 있을 것♡ 이라고 쓰여 있었다. 뒤에 있는 하트가 온갖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군. 좋아. 결심했다. 우리 파티는 무조건 이 누님을 모셔온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누님의 레벨은 무려 80대였다. 젠장. 예쁜 건 예쁜 값을 한다니까. 구원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다른 종이에 손을 뻗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국 방랑 사제는 구할 수 없었다. 뭐가 이렇게 다들 레벨이 높아? 구원이 확인 해본 방랑 사제들 중 제일 낮은 레벨이 60이었다. 아니, 이게 말이 돼? 심지어 레벨이 레벨인 만큼 그려져 있는 얼굴들이 하나같이 다들 미인이라 더 열이 받았다.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정확히 들어맞는 상황이라니. 상황이 이런데 어제의 그 18레벨 성직자가 없었던 건 말할 것도 없겠지. “너희 쪽에는 괜찮은 사람 있었어?” “아니요.” “없네.” 사라와 디아나에게도 즉각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로? 단 한명도? 그냥 레벨만 맞는 사람도?” “네. 단 한명도요.” “흠. 전혀 없더군. 아무래도 힐러를 구하는 건 포기해야겠네.” 그러는 사라와 디아나는 왠지 전혀 아쉬운 기색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레벨만 맞는 사람도 없다는 건 어제 그 성직자는 사라나 디아나 쪽에서도 없었다고 봐야겠지. 그럼 혹시 신관 사제인가? “으음…. 임시로 파견 받는 건 조금 그런데….” “없는 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냥 계층 주인을 잡을 때만 정규 루트로 가는 게 어떨까요?” “음. 이 몸도 그게 가장 괜찮아 보이는구먼.” 으윽. 역시 그러는 수밖에 없을까? 좋아. 어제 그 성직자를 발견할 수도 있을 테니 한번 가보자. 구원은 카운터에 다갔다. “실례합니다. 혹시 신관 사제 중에 20레벨 근처의 금발 수인족 사제는 있나요?” 레벨은 내가 일방적으로 애널라이즈를 써서 알아본 거니 일부러 애매하게 말했는데, 그게 오히려 카운터에 있는 성직자의 의심을 산 모양이다. “죄송합니다. 사제의 개인 정보는 함부로 알려줄 수 없습니다.” 명백하게 스토커를 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하하. 아뇨. 오해하시는 것 같은데 그런 게 아닙니다. 어제 만났는데 이름을 못 들어서 그런 것뿐이에요.” “죄송합니다.” 물론 구원의 되도 않는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외모만 보고 반해서 정보 캐내려고 하는 게 맞으니 저 태도에 불평할 수도 없다. “…뭔가요? 그 수인족 사제라는 건?” “자네 그런 취미였나?” 게다가 사라와 디아나까지 차가운 눈으로 구원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냐! 진짜로 어제 길드에서 만났단 말이야. 파티에 껴달라고 하던데 계속 같이 할 수 있냐니까 갑자기 도망가더라고.” “그래서 한 눈에 반하셨다고요?” 응. 바로 그거야. 구원은 왠지 모르게 이렇게 대답하면 안 된다고 본능이 속삭이는 것 같았다. “아, 아니. 그냥 갑자기 왜 도망갔는지 궁금해서….” 구원의 변명에도 사라와 디아나의 차가운 눈길은 풀어지지 않았다. “그런 거라면….” 하지만 의외로 옆에서 듣고 있던 성직자는 구원의 얘기에 짐작 가는 바가 있는 모양이었다. 스토커 의혹은 풀렸는지 아까처럼 의심스런 눈빛도 보내지 않고 있었다. “그 애라면 지금 여기 없어요. 아침부터 일찍 어디로 나가더군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구원은 대답을 듣고 카운터를 뒤로 했다. 역시 그 성직자는 신관 사제인 모양이다. 혹시 그래서 계속 같이 하기는 힘들다고 한 건가? 그런데 신관 사제면 굳이 길드에서 파티를 찾을 필요가 없잖아? 대답을 들었는데 의문점이 오히려 늘어나다니. “일단 나중에 다시 오자.” “그 수인족 사제를 만날 때까지 말이죠.” 얜 아까부터 왜 이렇게 계속 정곡을 찌르냐?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생각이 다른 사람한테 들리게 되기라도 했나? “아니, 어차피 보스를 오늘 잡을 것도 아니고 급할 건 없잖아? 이왕이면 레벨이 맞는 방랑 사제를 구하는 쪽으로 가자고.” 구원은 그렇게 얼버무리며 그 곳을 빠져 나왔다. “그런데 이왕 신전까지 온 거. 예배라도 한 번 하고 가야하나?” 이렇게 아침부터 사람이 몰리는 걸 보면 여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신앙심이 강하다고 생각해야겠지. 그렇다면 사라나 디아나도 예외는 아닐 거다. 그리고 구원 역시도 이런 멋진 세계로 보내준 신님께는 무척이나 감사하고 있다. 적어도 예배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을 정도로는. “아, 아뇨. 시간이 없으니 서두르죠.” “사라양의 말이 맞네. 오늘 안에 야영을 할 장소까지 도착하려면 서둘러야할 걸세.” 하지만 사라와 디아나는 던전 탐험이 우선인 모양이다. 사라는 물론 던전에는 그다지 관심 없는 디아나까지 저런 반응이라니. 파티의 일원으로서 걱정해주는 건가? “그런가? 그러면 서두르자.” 일행은 어쩔 수 없이 곧장 신전을 뒤로 해야만 했다. 신님 죄송합니다. 예배는 다음에 기회에 꼭 할게요. 디아나 말대로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있었다. 신전에서 길드로. 길드에서 늑대개의 서식지에 있는 비밀 통로로. 그리고 또 그 비밀 통로를 지나 비밀 기지까지. 정말 이거 쉬지 않고 서둘러서 가도 도착하면 한밤중이겠는걸? “꺄아아아아악!” 그렇게 서둘러 비밀 통로의 근처에 왔을 때, 멀리서 가느다란 비명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늑대개들의 컹컹 짖는 소리도 같이 동시다발적으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저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는데 말이야. 구원은 사라와 디아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거 일단 가봐야겠지?” “어차피 가는 길이에요.” 사라는 그 비명소리로 위치까지 파악한 모양이다. 일행이 서둘러 도착한 곳에는 이미 늑대개들이 엄청나게 몰려있었다. 아마 근처 있는 놈을 전부 부르는 그 울음소리를 낸 거겠지. 게다가 그걸 상대는 사람은 파티도 맺지 않고 홀로 분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무수한 늑대개들에게 둘러싸여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말이다. 나 말고 저런 짓을 하는 사람이 또 있었다니. “일단 도와주자.” 저번 칸나 때는 그래도 제법 여유가 있어보였으니 정석대로 일처리를 진행했지만, 이번엔 그대로 했다간 꼼짝없이 저 사람이 죽을 것 같다. 구원은 재빨리 늑대개들이 몰려있는 곳으로 다가가 녀석들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이젠 이 녀석들 상대로는 성자의 손길을 쓸 필요도 없다. 한 방에 한 놈씩 정리해 나가며 구원은 모험가의 모습을 확인했다. 대체 어떤 무식 한 놈이 이런 짓을 벌인 거야? 늑대개의 무리를 걷어내고 드러난 모험가는 의외로 구원과 구면인 사람이었다. “당신은!” “으흐흑. 구,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봤던 그 아름다우신 수인족 성직자 누님이 눈가에 큼지막한 눈물을 그렁그렁 고인 채로 필사적으로 늑대개에게 양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어제 애널라이즈로 확인했을 때는 분명 직업이 사제 하나밖에 없었을 텐데. 대체 혼자 뭐하는 거지? 그나마 수인족의 특성상 그 발톱을 이용해 어떻게 분전은 한 모양이다. 하지만 찬란히 빛나던 황금빛 머리는 마구잡이로 헝클어진데다가 옷의 여기저기가 찢겨져 있고 피까지 배어나오는 모습이 무사하다고 보기는 힘들었다. “감사 인사는 나중에 하고 일단 이 녀석들을 전부 정리하죠.” 이 녀석들이 또 그 울음소리를 내면 괜히 시간만 더 잡아먹는다. 지난 일주일동안 성장한 구원 일행의 압도적인 화력으로 그 많던 늑대개의 무리들은 순식간에 정리가 됐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싱키레 ,파들 // …화장실 다녀온 사이에 고양이가 누른 모양입니다. 농담 같지만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요. Abraham // 쿠폰 감사하오! 앞으로도 노력하겠습니다. 루미네이드 // 피임을 합니다. 이제 몇화 안으로 글에서 그 설명이 나올 것 같네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60==================== 수인족 사제 겨우 늑대개들을 처리하자, 드디어 성직자 누님과 대화할 여유가 생겼다. “금발….” “수인족….” 어째선지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들에서 한기가 느껴졌지만, 일단은 이쪽이 우선이다. 어제는 왜 도망갔고, 왜 이런 곳에 있는지. 묻고 싶은 점은 산더미 같지만 우선 제일 먼저 물어볼 것은 정해져 있다. “괜찮으세요?” “흐윽. 네.” 성직자는 바닥에 주저앉아서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온 몸에 붉은 자상이 남아있지만, 일단 치명상일 입진 않은 모양이다. “저, 일단 치료를….” “아, 감사합니다. 괜찮아요. 스스로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이렇게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로 놔둘 수도 없다. 구원이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건네려고 했지만, 그녀는 정중히 사양하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비로운 빛이 그녀를 감싸며 상처가 빨리 감기라도 한 듯이 순식간에 아물어 곧 상처는 흔적조차 남지 않게 됐다. 아직 레벨이 18이니 직업 레벨도 고작해야 그 이하일 텐데 이정도 회복력인가. 역시 파티에 힐러 하나는 필수라는 게 괜히 하는 말이 아니구나. 하지만 그렇게 회복이 되고 나자, 이번엔 눈 둘 곳이 곤란해졌다. 여기저기 찢긴 사제복 사이로 뽀얀 살결이 드러나고 있었다. 펑퍼짐한 옷인데도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가슴과 덕분에 더더욱 안쪽에 보이는 허리라인이 오히려 야한 느낌이다. 물론 눈 둘 곳이 곤란하다고 해서 실제로 눈을 돌리지는 않았다. 스스로 신사임을 자처하는 구원은 이런 때일수록 조금이라도 오랫동안 이 아름다운 광경을 뇌리에 새져놓기 위해 노력했다. 음. 어제부터 생각했었지만 역시 엄청난 가슴이다. “뭐하는 겐가! 옷이라도 하나 꺼내주게!” “그래요. 어차피 쌓아두고 다니잖아요?” 비록 뒤에서 바로 디아나가 구원의 허리를 찰싹 때리며 방해하고, 사라도 거기에 가세한 탓에 오래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아…가, 감사합니다.” 구원이 하는 수 없이 인벤토리에서 상의를 꺼내 건네자, 성직자 누님은 그걸 바로 사제복 위에 걸쳐 입었다. 구원의 안 그래도 펑퍼짐한 옷에 구원의 큰 옷까지 걸치자, 아무리 성직자 누님의 매력적인 흉부라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순식간에 색기고 뭐고 사라져 버리다니. “흠. 이 처자가 자네가 말했던 그 사제인가? 과연….” “왜 그렇게 애타게 찾았는지 빤히 알겠네요.” 사라가 성직자 누님의 가슴을 주시하더니, 순식간에 고개를 돌려 구원을 쏘아봤다. 어, 어쩔 수 없잖아! 저기에 눈이 가는 건 본능이야! 거유는 남자의 로망이라고! 여자인 넌 절대 알 수 없는 세계야! “흠. 이 몸도 성장만 하면 저 정도는 가뿐하네만 말일세!” 게다가 디아나는 왠지 경쟁심을 자극받은 듯 했다. 자신의 가슴을 양 손으로 팡팡 쳐보더니, 정색하고 가슴을 쭉 피며 그렇게 외쳤다. 가뿐하기는 무슨. 넌 최대치로 커져도 저거랑 같거나 조금 작은 정도잖아. 게다가 저만큼 크려면 대체 강산이 몇 번 바뀔 만큼 세월이 지나야 되는 거냐? 물론 생각한 걸 전부 입 밖으로 내뱉었다가는 구원의 목숨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에 전부 마음속으로만 묻어뒀다. “그래서 그…그쪽은….” “아, 인사가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은인 분들께 이런 실례를. 레이아라고 해요.” “아뇨. 이쪽이야 말로. 전 구원이라고 합니다. 이쪽이 사라, 이쪽은 디아나고요. 그래서 레이아씨는 왜 이런 곳에 혼자 계시나요?” “네? 그, 그게….” 그다지 이상한 질문은 아니었을 텐데,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고 대답하길 주저했다. “실은…여기서 늑대개 초월종이 새로 발견됐다고 들어서요.” 설마 늑대개 초월종을 잡으러 온 건가? 그것도 혼자서? 어라? 어제는 오크를 잡는 게 목적처럼 보였는데? “사제시니 신전에서 파티를 구하셔 올 수도 있었을 텐데 왜 혼자서….” “그게…모험가분들이 다들 그 초월종을 잡기 꺼려하셔서요….” 하긴 걔가 이 구역 놈 치곤 좀 세긴 하지. 이 근처를 다니는 모험가들이 잡기엔 너무 강하고, 그렇다고 그놈을 잡을 정도의 모험가들은 이 근처에 볼일이 없는 상황이다. “흠. 그래도 너무 무모하군.” 디아나의 말대로다. 수인족의 특성상 성직자라도 어느 정도 전투는 가능한 모양이지만, 그래도 18레벨 성직자가 혼자서 그 놈을 잡겠다니. 터무니없는 것도 정도가 있다. “이대로 내버려둘 수도 없고. 일단 길드까지 데려다주자.” “네. 그게 좋겠어요.” 길드까지 갔다가 다시 오려면 시간이 부족하긴 하다. 어쩌면 오늘 안에 비밀 기지까지 가는 건 힘들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사라도 디아나도 이견은 없는 모양이다. 얘들이 가끔 이유도 없이 차가워지긴 해도 기본적으론 착하다니까. “저기…그게….” 하지만 레이아는 조금 주저하더니, 일행에게 갑자기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부탁드립니다. 같이 늑대개 초월종을 잡아주시면 안될까요? 도와주신 분들께 염치없는 얘기인건 알지만, 부탁드립니다.” “…어쩔까?” “잡는 건 문제가 없지만요….” 그 말대로. 잡는 거야 문제가 없다. 어차피 놈은 가는 길목에 있을 테고, 놈이 다시 나타났다면 레이아의 부탁이 아니더라도 얼른 잡고 지나갈 테니까. 하지만 레이아와 함께 잡게 되면, 다시 길드까지 보내줘야 하는 수고도 있으니 오늘 하루는 그냥 날려버리게 된다. “초월종을 잡고 싶은 이유라도 있나요? 그러고 보니 어제는 오크를 잡고 싶어 하셨잖아요?” “오크를 잡는 파티 분들은 더 레벨이 높은 사제분들을 데려 가시니까요.” 그건 알겠다. 아무래도 오크들이 나오는 영역까지 내려가는 파티는 이왕 신전 사제를 고용하는 거 더 레벨 높은 사제를 고용하겠지. 구원이 궁금한 건 오크 대신으로 갑자기 왜 늑대개 초월종이 튀어나오는 건지이다. “그, 그러니까…성기를 얻으려면….” 생각지도 못한 대답이 튀어나와버렸다. 성기? 성기라고? 주로 사용되는 용도가 딜도라는 그 몬스터 성기? 이렇게 예쁜 누님이 밤에 욱신거림을 참지 못하고 딜도를 얻기 위해 여기까지 혼자 왔단 말이야? 머릿속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야릇한 광경들이 휙휙 지나갔다. 그럴 때는 딜도보다는 진짜 남자지! 좋아 내가 나설 차례인 것 같군. 나에겐 성자라는 직업을 가진 자로서 여인들에게 진짜 쾌락이 뭔지 확실히 알려줄 의무가 있어! “그런 거라면 제가….” “스태프를 원하는 겐가.” “도울 수 있을 것 같군요. 스태프라니. 성직자로서 당연히 필요한 거죠.” 디아나야 정말 고맙다. 하마터면 이 미인 누님한테 뜬금없는 섹드립을 날릴 뻔 했어. 오늘 아침에 봤듯이 그렇게 열렬한 신도들이 많은 세계다. 사제한테 섹드립 했다고 소문이 퍼지기라도 하면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그러고 보니 성직자의 스태프 재료로 쓰인다고도 했었지. 딜도의 임팩트가 너무 강해서 잊어버리고 있었다. “어쩔래?” 성기를 얻는 게 목적이라면 또 한 가지 문제가 생긴다. 초월종에서 성기를 얻기 위해서는 일단 성기를 세운 상태에서 잡아야 한다. 이건 되도록 남한테 알려지고 싶지 않은 비밀인데. “미안하지만 이 몸들도 할 일이 있다네. 길드까지는 데려다 줄 테니 성기를 구하는 거 레벨을 더 올리고 도전하게나.” 디아나도 그걸 눈치 챘는지 레이아의 부탁을 거절했다. 던전에 다니는 데 가장 관심이 없는 디아나라면 오히려 우리 중에서 제일 도와줘도 상관없다고 생각할 텐데도 말이지. “…그런가요. 네. 감사합니다.” 레이아도 더는 부탁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머리 위로 쫑긋 솟아있던 귀도 같이 축 처져서 더욱 더 안쓰러워보인다. “기운 내세요. 레이아씨 정도면 그 정도 레벨은 쉽게 올릴 거예요.” “음. 게다가 자네는 사제 아닌가? 신관에서 그런 일도 있지 않나.” “네….” 사라와 디아나는 레이아가 안되어 보였는지 그렇게 다독였지만, 레이아는 더욱 더 기운이 없어졌다. “뭔가 사정이라도 있나요?” 남자가 여자한테 이런 걸 물어보는 건 섹드립일지도 모르지만, 구원은 도저히 신경 쓰여서 결국 그렇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아뇨. 저, 그, 아무것도….” “말 해봐요. 혹시 저희가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너무 남 사정에 간섭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구원은 그 딱한 모습에 동정심이 생겨서 그렇게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레이아는 그렇게 주저하다가 도와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말에 결국 결심을 한 듯 말을 꺼냈다. “실은…. 전 레벨 업이 불가능해요.” “네, 네에?!”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남자라면 이해가 간다. 고자가 되면 레벨 업이 불가능해지니까. 근데 여자가 레벨 업이 불가능하다니? “그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저랑 자신 남자 분들은 전부 돌아가셔서….” 레이아는 부끄러운 듯 울먹이며 그런 말을 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러니까 레이아랑 섹스를 한 사람들이 전부 복상사를 당했다고? 이유를 알 수 없고 자시고 그냥 명기라서 그런 거잖아? 근데 그런 게 실제로 가능해? 레벨도 엄청 낮잖아? 대체 얼마나 명기여야 저 레벨에 그런 게 가능한 거야? “그, 그런가요. 그거 참 안됐네요. 죄송하지만 그런 거라면 저희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으, 음. 그것만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말일세.” 사라와 디아나가 무척이나 당황하며 그렇게 레이아를 위로했다. 호기심에 물어봤는데 이런 대답이 나왔으니 그야 당황스러운 마음이야 나도 충분히 알겠지만, 그래도 너무 당황하는 거 아니냐? 잠깐? 난 성자잖아. 완전히 내가 도울 수 있는 문제 아니야? “어? 그럼 제가 도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구원이 그렇게 말하자마자, 사라와 디아나가 구원을 휙 돌아봤다. 왜 그러냐 무섭게. 니들도 당황해서 생각이 못 미치는 모양인데, 근거 없이 하는 말 아니야. “아, 안돼요! 신전에서도 원인을 알려고 레벨이 무척 높으신 대사제님을 모셔왔는데, 그 분도 역시….” 구원의 말에 레이아는 더욱 더 무서운 말을 해왔다. 압도적인 레벨차이를 뛰어넘어 오히려 상대를 복상사 시켰다고? “그, 그럼 안 되겠네요. 구원.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음. 음. 레벨 차이를 뛰어 넘는 수준이라니. 이 몸도 들어본 적 없을 정도네.” “하지만 난 성자잖아? 설마 내가 고작 한 번 한다고 죽을까?” 걱정해주는 건 고맙지만, 고작 쾌락 때문에 복상사할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아예 정기가 거덜 날 때까지 몇날며칠 계속 쥐어짜여서 쇠약사하는 거면 모를까. 실제로 전생 전 디아나랑 할 때도 안 죽었잖아? 구원의 말에 어째선지 사라와 디아나의 얼굴이 급격히 굳었다. 귀여운 녀석들. 내가 괜히 나섰다가 죽을까봐 그렇게 걱정되나? “네?! 그, 그게 무슨 소리신가요?!” 레이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원의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잡으며 물었다. “그게, 제 직업이 성자라고 한 마디로 말해서 섹스하는 직업이거든요.” 구원의 한마디에 레이아의 눈에 초롱초롱 희망의 불빛이 반짝였다. “저, 정말인가요? 그럼 제가 왜 이런지 원인을 알 수 있을까요?” “이유를 알 수 있을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겠지만, 적어도 죽지 않을 자신은 있어요.” 구원의 말에 레이아가 감싸 잡은 구원의 손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으음. 좋은 감촉이다. 구원은 손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그 감촉을 음미했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이랬었지. 습관인 걸까? “부, 부탁드립니다. 저, 저와.” “물론이죠. 걱정 마세요.” 구원은 더 말할 것도 없다는 듯이 즉각 대답했다. 오히려 제가 부탁하고 싶은 심정인데요, 뭘. 이런 완벽히 내 이상형에 부합하는 미인 누님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도와주기 위해서라는 완벽한 대의명분까지 있다니. 구원의 입이 귀에 걸리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자네 기뻐 보이는구먼.” “어, 엉? 응. 누군가의 도움이 된다는 건 참 기쁜 일이지. 하하하.” “흐응. 그러신가요.” 사라와 디아나의 눈은 가면 갈수록 차가워졌다. 구원이 하루를 레이아와 자면 자연히 사라와 디아나의 레벨 업과 스킬 연구도 하루 씩 밀리는 거니 저런 반응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역시 사람 도와주는 일인데 말릴 수도 없는 건지, 사라와 디아나도 차가운 눈길로 바라만 볼 뿐 제지하지는 못했다. 미안해. 벌충은 니들이랑 할 때 열과 성의를 다해서 할게. 하지만 오늘 밤은 레이아야. 구원은 폴짝폴짝 뛰듯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얼른 던전 밖을 향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모에 // 묘사를 썼었는데 수정하다가 같이 지워버렸나 보네요. 딱이 특이할 건 없고 그냥 평범한 서양쪽 수도원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고기좋아요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illya // 지적 감사합니다. 레벨과 사용할 수 있는 신성 마법인데 문장을 고치다가 조사를 하나 안바꿨네요. 수정했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61==================== 수인족 사제 구원의 가벼운 발걸음과는 달리, 뒤에서 따라오는 사라와 디아나의 분위기는 엄청나게 무거웠다. 앞서나가던 구원은 그 사실을 던전을 빠져나오고, 여관에 도착한 후에야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얘들 뭐야. 따라오는 내내 이런 분위기였던 거야? 무섭게 왜 이러냐. “자, 그럼 오늘은 이만 이쯤에서…! 식사라도 하러 가실까요, 아가씨들?” 이건 결코 쫄아서 그런 게 아니다. 던전에 다녀오고 난 후 식사는 꼭 함께 하자는 건 내가 한 말이었으니까 말이지. 난 스스로 내뱉은 말을 철저하게 지키려는 것에 불과해. 사라와 디아나는 묵묵히 식당으로 향했다. 테이블 한 쪽에 구원과 레이아가 앉고, 맞은편에는 사라와 디아나가 앉았다. 둘은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동시에 팔짱을 끼고 심각한 표정으로 무게를 잡기 시작했다. 뭐지 이 분위기는? 너희들 언제 말이라도 맞췄냐? 호흡 잘 맞는다? “자네는 나이가 어떻게 되나?” 디아나가 불퉁한 표정으로 레이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무슨 딸 시집보내는 장인어른이냐? “네, 네? 스, 스물다섯 살이요….” 한 살 연상인가. 딱 좋은 나이차다. 나와 궁합이 굉장히 좋을 것 같군. “뭐가 좋은가요? 연상이 그렇게 좋은가요?” 레이아의 대답을 들은 구원이 흐뭇한 표정을 짓자, 사라가 마치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차가운 표정으로 구원을 쏘아보며 말했다. “그야 물…아뇨. 나이가 무슨 상관있겠습니까?” 사라의 그 냉랭한 분위기에 구원은 절로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상관이 없지는 않지 않나. 연상은 좋은 걸세.” 디아나가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 너흰 호흡이 좋은 거냐? 아니면 나쁜 거냐? 그렇게 식사시간 내내 면접을 보는 것 같은 분위기가 이어졌다. 응? 면접? 면접이라…. 그럼 혹시 얘들도 레이아를 파티원 후보로 보고 있는 건가? 뭐야. 결국 나랑 같은 마음이었잖아. 이렇게 무게 잡고 있는 것도 그냥 일종의 압박면접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되는 거겠지? 그런 결론에 도달하자 구원은 마음이 한결 편해지는 걸 느꼈다. 에이. 괜히 쫄았네.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잖아. “뭐가 그리 좋나?” “아뇨. 아무것도.” 아무래도 아닌 모양이다. 그렇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길고 긴 식사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때가 왔다. “그럼 이만….” “흠. 그러면 레이아양은 먼저 들어가서 씻고 있게나.” 방 문 앞에서 사라와 디아나에게 인사를 건네려고 하자, 디아나가 먼저 선수를 쳤다. “아, 네. 그럼 씻고 있을게요.” 디아나의 눈짓에 구원은 얼른 여관 열쇠를 레이아에게 건넸다. 근데 굳이 레이아만 먼저 들어갈 필요 없지 않아? 구원이 그런 의문에 잠겨있을 때, 사라와 디아나가 각각 구원의 팔을 한쪽씩 잡고 벽 쪽으로 몰아붙였다. 구원이 완전히 벽 쪽으로 몰리자, 정면에서 둘이 나란히 서서 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음. 미인 둘 한테 이렇게 몰리는 게 나쁜 기분은 아니다. 나쁜 기분은 아니지만…. 이거 멀리서 보면 여자 일진 둘한테 삥 뜯기는 모습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 구원의 복잡한 심정과는 관계없이, 사라와 디아나는 다발총처럼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알고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레이아씨를 돕기 위해서 하는 일이에요. 그 외에 다른 마음은 절대 없어야 되요. 행위에도 일정 선이란 게 있어야 하고요.” “음. 무슨 일이든 정도라는 것이 중요한 법일세. 어디까지나 도와주기 위한 행위니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네.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거든 그 즉시 행위를 멈추게나. 아주 조금이라도 말일세. 무슨 말인지 알겠나?” “어, 어. 응.” 그 기세에 눌려 나온 구원의 대답에 둘 다 만족한 기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따라오게나.” “자, 잠깐만요. 디아나 방은 왜?” 디아나가 자신의 방에 구원을 끌고 가려고 하자,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던 사라와 디아나의 연계가 드디어 깨졌다. 사실 구원도 갑자기 디아나가 자기 방에 데려가려는 이유를 모르는 건 마찬가지이긴 하다. “왜라니. 상대는 사제 아닌가.” “그게 지금 이거랑 무슨 상관인가요?” 사라의 말에 디아나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고 있다고 깨달은 모양이다. “음? 자네 설마…. 사라양. 자네 피임은 했나?” 디아나의 그 질문에 사라와 구원이 동시에 굳었다. 피, 피임?! 그런 쪽으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그냥 어렴풋이 아무렴 섹스로 레벨 업 하는 세계인데 설마 모험가들이 대책이 없이 안에 싸게 하겠어? 라는 인식만 있었을 뿐. “네, 네에?! 피임?! 그, 그냥 끝나고 씻을 때….” 하지만 사라는 제대로 된 대책 같은 게 전혀 없었던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얜 모험가들의 상식 같은 건 전혀 없었지. 지금까지 임신 안한 게 기적이다. 아니, 잠깐. 어떻게 단정할 수 있지? 어쩌면 벌써 내 애를 임신한 거 아냐? 사라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구원과 사라의 시선이 동시에 늘씬한 사라의 배로 향했다. “새, 생겼으면 책임질게.” 위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구원은 일단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무책임한 짓을 하기는 싫기도 하고, 사라면 나도 대환영이라는 마음도 있다. “구원….” 사라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는 왠지 모르게 촉촉한 느낌이었다. 구원이 손을 내밀자, 사라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구원의 손가락 사이로 꽉 얽매여왔다. 구원과 사라가 묘한 분위기를 형성하려고 하자, 그 분위기를 깨고 디아나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크흠. 흠. 신파극 그만 찍게나. 안 생겼을 걸세.” “그, 그래?” “확실한 건 다음 생리 때가 되어야 알겠지만, 적어도 지금 사라양의 배에서 다른 생명의 마나는 안 느껴지는 군.” 디아나의 말에 사라와 구원은 괜히 머쓱해졌다. 맞잡고 있던 손도 어느 샌가 자연스레 떨어졌다. “하지만 이방인인 이 자는 그렇다 쳐도 자네까지…. 자네들은 조금 상식 공부를 할 필요가 있겠구먼. 둘 다 내 방으로 오게나.” 과연 디아나도 이 상황에는 어이가 없는 모양이다. 디아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구원과 사라가 서로 얼굴도 마주치지 못하고 머쓱하게 방으로 들어가자, 디아나 선생님의 상식 강의가 이어졌다. “잘 듣게나. 모험가를 하려면 적어도 피임 마법은 기본일세. 자네들도 거리에서 마법 가게를 본 적은 있겠지? 피임 마법의 지속시간은 기본적으로 한 달. 모험가라면 달마다 피임을 하는 건 절대 잊지 말아야하네.” 과연. 거기에서 마법으로 피임을 하는 거였나. 마법이랑은 연이 없는 직업인 탓에 전혀 가볼 생각도 안하고 있었던 곳이다. “그럼 아까 상대가 사제란 말은?” “사제들은 교리 때문에 기본적으로 피임을 하지 않네. 사제들과 하려면 상대방 쪽에서 피임을 하는 게 기본상식이지.” 교리? 그러고 보니 여기 신은 그냥 섹스에 미친 게 아니라, 섹스가 새로운 가능성의 탄생이라는 둥 하면서 권장하고 있는 거였지. 피임이 교리에 위배될 만도 하다. 하지만 아마도 그 신의 신도들일 모험가는 멀쩡히 피임을 하는 걸 보면, 원래 세계의 가톨릭에서 신부나 수녀는 결혼을 안 하지만 신도들은 멀쩡히 하는 것과 비슷한 건가? “그럼 벗게나.” “으, 응? 벗어?” “뭘 놀라나. 피임마법을 걸어줄 테니 벗으라는 말일세. 영광으로 알게나. 이 몸이 남에게 이런 마법까지 써주는 건 처음 있는 일일세.” 그거야 대마법사님한테 고작 피임이나 걸어달라는 간 큰 놈은 없었겠지요. 하지만 마법이면서 벗어야 한다니. 그것도 여자애 둘 앞에서 혼자만 벗다니. 난 그런 취미는 없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지. 구원이 바지를 내리자, 디아나가 뭔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디아나의 손에 푸른 마나가 깃들자, 디아나는 그 손으로 구원의 불알을 덥석 잡아왔다. “…왜 커지는 겐가?” “부, 불가항력이야. 너 같은 애가 만져주는 데 어쩔 수 없잖아.” 어떤 의미에선 물건보다 더 예민한 불알을 조심스레 살살 굴리듯 만져주는데, 그 쾌감이 또 색달랐다. 게다가 대딸을 쳐주는 것도 모르던 그 디아나가 말이다. “흐, 흐음. 그런가.” 디아나는 왠지 구원에게서 눈을 돌려 사라 쪽을 바라보고 말했다. 그리고는 디아나의 손에 맺힌 마력이 구원의 물건 쪽으로 스며들 듯 들어갔다. 딱히 뭐가 변한 것 같은 느낌은 안 든다. “이게 끝이야?” “음. 효과는 한 달일세. 제대로 날짜를 기억하고 있게나. 그럼 사라양도 벗게나.” “네, 네?! 저도요?” “당연한 것 아닌가. 임신하면 고생하는 건 여성이니 스스로 대비를 확실히 해둬야 하네. 어서 벗게나.” 사라는 상당히 창피한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주저하다가, 도움을 청하듯 구원을 쳐다봤다. 근데 나한테 피임마법을 쓸 때도 알을 만졌는데, 그럼 설마 사라한테 쓸 때는 손을 어디까지 대는 거지? 설마 안에 집어넣고…! 구원의 머릿속에 흐뭇한 상상이 스쳐지나갔다. 평소에 레즈 플레이 같은 건 전혀 관심이 없지만, 이 둘이라면 그것도 나름 그림이 될 것 같은데? 도움을 바랬던 구원마저 기대의 눈길로 사라를 쳐다보자, 사라의 얼굴이 더욱더 붉어졌다. “구, 구원한테 걸려있으니 전 괜찮아요. 어차피 구원과만 할 테니까요.” 하지만 사라는 생각지도 못한 기쁜 말을 해주셨다. 이러면 레즈 플레이는 물 건너가는 거지만, 그래도 저 말을 들은 게 더 기쁘다. “사라야!” “흐, 흠. 그렇구먼! 뭐 이 몸도 그건 마찬가지이네만 말일세!” 구원이 감격해서 사라에게 달려들려고 하자, 디아나까지 지지 않고 그런 말을 해왔다. “저, 정말로?!” “으, 으음? 뭐, 뭐어…. 어차피 시간도 없으니 말일세.” 디아나는 말해놓고 아차 싶었는지 정말 드물게도 얼굴까지 붉히고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얘도 참 은근 경쟁의식이 강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대마법사 같은 것도 됐겠지만. “나, 나도!” “레이아씨와 하잖아요.” “레이아양과 하지 않나.” 감격하여 외치려는 구원에게 사라와 디아나가 바로 구박을 했다. 그, 그랬죠. 그래도 레이아와 안하겠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게 남자의 슬픈 본능이었다. 사라와 디아나도 레이아의 사정을 들었으니 하지 말라고는 못하는 상황이고 말이다. “알겠나. 아까 한 말들을 꼭 명심하게나.” “꼭이에요. 하는 와중에도 제대로 기억하세요.” 디아나와 사라는 방에서 나설 때까지도 계속해서 구원에게 다짐을 하고 헤어졌다. 저렇게까지 해주다니. 역시 난 파티원들은 정말 잘 만난 것 같단 말이야. 게다가 정황상 본의는 아니게 튀어나온 말 같지만, 어쨌든 사라와 디아나가 구원하고만 한다는 말까지 들었다. 구원은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되어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오, 오셨어요.” 레이아는 이미 몸을 다 씻고 침대 안에 들어가 이불을 덮고 있었다. 이불 위로 드러난 어깨를 보니, 이미 그 안은 알몸인 모양이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준비할 게 있어서요. 저도 얼른 씻고 올게요.” “네, 네.” 레이아의 그 가련한 분위기에 바로 달려들고 싶었지만, 필사적으로 참고 욕실에 들어갔다. 그래도 던전에 다녀왔는데 아예 안 씻을 수는 없지. 하지만 급한 마음에 할 수 있는 최대한 빨리 샤워를 마치고 튀어나온 구원은 바로 욕실을 튀어나갔다. “오래 기다리셨죠.” “아뇨….” 레이아는 긴장한 건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긴장하지 마세요. 그냥 저한테 맡기시면 되요.” “네….” 구원의 말에 레이아는 살포시 긴장된 뺨을 당겨 웃어보였다. 크으. 역시 아름다우시다. 게다가 이 이불속에는…. 크흐흐흐. 구원은 이불을 잡고 있는 레이아의 손을 살며시 잡아 풀고, 서서히 이불을 걷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원래 이번 화가 떡씬이 될 줄 알았는데, 쓰다보니 앞 얘기가 길어졌네요. 레이아의 정체가 밝혀지는 건 다음 화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Mable Fantasm // 투척 정말 감사합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62==================== 수인족 사제 이불이 걷히며 위에서부터 천천히 드러나는 레이아의 몸은 역시나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었다. 가장 먼저 구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나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는 흉부다. 레이아의 가슴은 그 커다란 무게감과는 달리, 마치 중력을 거스르기라도 하듯 전혀 처지는 기색 없이 아름다운 물방울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보통 이렇게 가슴이 큰 경우에는 유륜이나 유두가 너무 크거나 해서 모양이 이상해지고는 하기도 하는데, 그것조차 핑크빛으로 적절한 크기를 하고 있었다. 크기도 모양도 색도 어디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완벽한 가슴이라고 할 수 있다. 레이아의 호흡에 맞춰 잔잔하게 물결치듯 출렁이는 그 가슴은, 구원의 가슴에 커다란 감동의 물결이 되어 퍼져나갔다. 실제로 보지 못한 사람은 결코 느끼지 못할 감동이다. 얼른 그 가슴에 달려들어 주무르고 핥고 빨고 싶었지만, 구원은 모든 인내심을 동원하여 조금만 더 참기로 했다. 시간은 넘치도록 있다. 조급할 필요는 없지. 저 가슴에 달려드는 건 먼저 전신을 찬찬히 감상하고 나서도 충분하다. 가슴 밑으로는 저 거대한 가슴을 지탱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가느다란 허리가 이어지고 있었고, 그 가느다란 몸은 배꼽부분 근처에서 폭발적으로 면적을 넓혀가며 멋진 골반라인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각선미를 자랑하는 다리와, 유혹하듯 살랑살랑 요사롭게 흔들리는 꼬리. 응? 꼬리? 수인족의 특징이라고는 저기 머리위에 쫑긋 솟은 귀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꼬리도 달려있었던 모양이다. 아마 펑퍼짐한 사제복 아래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던 거겠지. 레이아의 머리색과 같이 찬란하게 금빛으로 빛나는 털이 복슬복슬하게 난 꼬리다. 여우 꼬리인가? 구원이 꼬리만 보고 동물을 맞출 정도로 동물에 자세한 건 아니지만, 대충 그런 것 같았다. 여우 수인하면 왠지 요염한 이미지가 있는데, 이렇게 청순하게 생긴 누님이 여우 수인이라니. 역시 선입견이란 믿을 게 안 되는군. 이불을 완전히 걷어낸 구원은 상체를 살짝 뒤로 젖혀 레이아의 전신을 한눈에 담았다. 음. 역시 어디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훌륭한 몸이다. 사라나 디아나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는 몸매라고 할 수 있다. 사라가 늘씬하고 쭉쭉 잘 빠진 모델체형, 디아나가 작고 아기자기한 귀여운 체형이라면, 레이아는 전체적으로 여성성이 강조된 풍만한 체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일단 눈으로 감상을 끝낸 구원은, 드디어 손으로도 감상을 해보기로 했다. 구원이 손을 뻗자, 레이아의 몸이 긴장으로 떨리는 게 느껴졌다. “무서워하지 않으셔도 되요. 최대한 부드럽게 할게요.” “네, 네…하아앙!” 구원이 살며시 그 가슴을 움켜쥐자, 레이아가 몸을 떨며 신음성을 내질렀다. 이번에 몸을 떤 것은 긴장 때문이 아닌 게 명백했다. 아무 스킬도 발동하지 않은 단순한 접촉이었지만, 구원의 성자라는 직업과 레이아와의 레벨차이가 이정도의 쾌감을 만들어낸 모양이다. 구원은 레이아의 양 가슴을 양손에 쥐고 부드럽게 원을 돌리며 음미하듯 어루만졌다. 이렇게 직접 만져보니 확실히 알겠다. 역시 전생 전의 디아나보다도 조금 더 크다. 구원이 살살 어루만지는 동안, 레이아는 두 눈을 꼭 감고 몸을 잘게 떨며 그 쾌감을 버텨내고 있었다. 그 체질 탓에 경험도 몇 번 없을 테니 당연한 거겠지만, 마치 숫처녀 같은 풋풋한 반응에 구원은 더욱 더 충족되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남자는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를 자기 색으로 물들이는 것에 정신적인 만족감을 얻는 생물인가 보다. “기분 좋아요?” 구원은 레이아의 귓가에 입을 가져가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래. 보기보단 제법이구나.” 하지만 레이아는 아까까지와는 전혀 다른 끈적끈적하게 느껴질 정도로 요염한 목소리로, 구원이 전혀 예상치 못한 의외의 대답을 돌려줬다. “네, 네?!” 구원은 황급히 놀라 떨어지려고 했지만,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어느 샌가 구원의 허리를 휘감고 있는 푹신푹신한 꼬리는, 구원이 멀리 떨어질 수 없도록 단단히 몸을 구속하고 있었다. “이, 이건?” 구원의 시야에 들어온 레이아의 얼굴은 요염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어느 샌가 꽉 감고 있던 눈도 뜨여진 상태로 요사롭게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왜 그러니? 더 재롱을 부려보렴.” 레이아는 자신의 가슴에 올려진 구원의 손위에 자신의 손을 얹고는 부드럽게 주물렀다. 그 말에 어떠한 힘이라도 담겨있듯이, 구원은 자기도 모르게 다시 양손을 부드럽게 움직이며 레이아의 가슴을 애무해나갔다. “으흐응. 그래. 잘 하는구나.” 레이아는 구원의 몸을 감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듯이 흔들리는 꼬리의 감촉에 구원은 문득 어떤 사실을 깨달았다. 어라? 몸을 감고 있는 꼬리가 하나가 아닌 것 같다? 갑자기 돌변한 레이아의 태도에 당황해서 눈치채는 게 늦었지만, 어느 샌가 레이아의 꼬리는 구원의 허리뿐만 아니라 다리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그 수는 결코 하나가 아니다. 구원은 마치 조종되듯 레이아의 양 가슴을 주무르며 시선을 아래로 향했다. 눈에 보이는 꼬리의 수는 확실히 하나가 아니다. 구원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금빛 꼬리가 있고, 그 아래에 레이아의 눈에서 나는 빛과 마찬가지로 보랏빛을 발하는 반투명한 꼬리 여럿이 구원의 다리를 얽매고 있었다. “그럼 이번엔 이 누나가 기분 좋은 걸 해줄 차례인가?” 레이아는 구원의 목 뒤로 양팔을 둘러 감싸 안더니, 자연스럽게 구원과 위치를 뒤바꿨다. 이제는 구원의 배 위에 깔고 앉은 자세가 된 레이아는 여전히 요염한 미소를 띄우고 있는 얼굴을 천천히 구원의 얼굴로 접근시켰다. 자신의 도톰한 입술을 구원의 입술에 꽉 누르듯 밀착시킨 레이아는 그 혀를 구원의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마치 별개의 연체동물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구원의 입안 곳곳을 누비는 그 혀의 움직임에, 구원은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이게 뭐야? 키스만으로 이렇게 기분이 좋다고? 전혀 건드리지 않은 하반신이 이미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올라, 지금 당장이라도 사정할 기세였다. “어머? 의외로 잘 참는구나.” 레이아는 손을 내려 구원의 물건을 한번 만져보고는 마치 사정하지 않은 게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 얼굴은 놀랐다기보다는, 단순히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했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슬슬 참는 것도 한계지?” 레이아는 자신의 음부로 구원의 물건의 훑듯이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다시 한 번 구원에게 키스를 했다. 이번에도 역시 고작 키스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쾌감이 구원을 덮쳐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상황이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어떻게든 저항해보고 싶었지만, 마치 조종이라도 당하듯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설마 레이아한테 속은 건가?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원래부터 이럴 계획으로 끌어들인 거야? 젠장.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던 구원은 자신이 계속 기계적으로 레이아의 가슴을 만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좋아. 몸은 마음대로 안 움직이지만, 스킬이라면! 구원은 레이아의 가슴을 주무르고 있는 양손에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켰다. “흐으으으읍!” 과연 이 레벨차이에 성자의 스킬까지 발동하자 극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계속 여유롭게 요염한 미소를 띄우고 있던 레이아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온몸을 떨며 순식간에 절정에 달했다. 그와 동시에 제어권을 잃고 있었던 구원의 몸도 드디어 다시 제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지금부터는 반격의 시간이다. “흐읏! 이, 이게 대체 응으읍! 츄릅. 흐읏!” 놀란 레이아가 구원과 입을 떼고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구원은 성자 성수를 발동하고 다시 레이아와 입을 맞췄다. 그러자 역시나 스킬의 효과 때문에 레이아는 구원과 입을 뗄 생각을 하지 못하고 구원의 입술에 달라붙었다. 몸의 제어권을 다시 가져왔지만, 여전히 레이아와의 키스는 정신이 나갈 정도의 쾌감을 주고 있었다. 이게 대체 뭐지? 얘도 성자처럼 쾌감을 주는 스킬이라도 있는 건가? 어쨌든 이 기회를 놓칠 순 없다. 구원은 한 손을 레이아의 음부로 가져가 충분히 젖어있음을 확인하고, 바로 그 입구에 양물의 끝부분을 잇대었다. “흐읏! 흐으읍! 흐읍!” 레이아는 뭔가 말하고 싶은 표정이었지만, 성자의 성수로 인해 입을 뗄 수는 없는 모양이다. 아까는 그쪽이 제멋대로 굴어주셨으니까 말이지. 이번엔 내가 내 맘대로 해주겠어. 구원은 그대로 허리를 힘차게 올려쳐 한 번에 레이아의 음부를 끝까지 꿰뚫었다. “흐으으으읍!” 레이아는 이제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신음했다. 방금 전까지의 행동과는 대비되게도 레이아의 음부는 마치 처녀의 그것처럼 빡빡했다. 하지만 구원의 물건이 들어오자마자 마치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전부 뽑아내려는 듯 강렬하게 꿈틀거리며 구원을 자극해왔다. 역시나 이 레벨차이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쾌감이다. 단순히 명기라는 말로는 설명이 안 되는 무언가가 있었다. “흐으응! 흐읍! 츄릅. 흡! 흐읏!” 하지만 레이아는 구원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한 쾌감을 맞보고 있을 거다. 구원은 온갖 스킬을 구사하며 허리를 움직여, 레이아를 철저하게 쾌락 속으로 몰아넣었다. 레이아는 구원에게 딱 달라붙어 몇 번이나 절정을 맞이하며 몸을 떨었지만, 구원도 이 비정상적인 쾌락에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들었다. “으윽!” 구원의 사정하는 동시에, 뭔가가 구원의 몸에서 쑤욱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뭔가가 시야 한구석에서 반짝였다. 뭐지? 뭐가 일어난 거지? 구원은 한순간 반짝였던 곳에 주목했다. 그리고 곳 깨달을 수 있었다. 생명력이 깎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깎이고 회복되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렉이라도 걸린 듯 밀리 단위로 생명력 게이지가 꿈틀꿈틀하며 깎였다가 회복하고를 반복하고 있다. 이, 이게 뭐야? 구원은 깜짝 놀라 레이아와 맞추고 있던 입을 떼고 멍하니 생명력 게이지를 쳐다봤다. 레이아와 입을 떼자, 꿈틀거리는 생명력 게이지의 양이 더 줄어드는 게 보였다. 키스로도 섹스로도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건가? 그럼 이 비정상적인 쾌감은 생명력이 깎이는 걸 눈치 채지 못하게 하기 위한 수단? 구원은 머릿속에서 조각조각 흩어져있던 퍼즐들이 맞춰지는 것 같았다. 계속된 쾌감으로 힘이 풀려 어느새 구원의 몸에서 떨어져 잘게 떨리고 있는 꼬리들을 세어봤다. 황금빛 꼬리 하나와 반투명한 보랏빛 꼬리 여덟 개. 역시나 예상대로다. 이거 구미호잖아?! “흐아앙! 하앙! 흐앗! 츄릅. 하앗!” 구원이 잠깐 생각에 잠겨 움직임을 멈춘 사이에, 레이아가 다시 구원과 입을 맞추며 위에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유혹하듯 가지고 놀 듯 요염한 표정이 아니라, 그저 쾌감에 정신이 나간 것 같은 표정으로 더 큰 쾌락을 원해 허리를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거 이대로 계속 해도 괜찮겠지? 구원의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모양이지만, 그동안 상당히 레벨이 오른 힐링 섹스의 힘으로 전부 다시 회복되는 상황인 것 같다. 게다가 구미호의 힘인지 뭔지 이렇게 쾌감을 원해 허리를 흔들면서도 구원에게도 비정상적인 쾌감을 전해주는 게 도저히 참기 힘들었다. 구원은 결국 레이아의 움직임에 맞춰 강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그렇게 얼마나 오랫동안 섹스를 했을까? 결국 레이아가 먼저 지쳐서 나가떨어졌다. 구원은 몸 위에서 정신을 잃고 있는 레이아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제 어쩌지? 사라나 디아나 상대로라면 구원도 이대로 잠을 자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레이아는 정신을 잃은 와중에도 음부 안을 꿈틀거리며 계속해서 구원에게 엄청난 쾌감을 주고 있었다. 게다가 이 쾌감만이 문제가 아니다. 만약 이대로 잠에 들었다가 레이아가 먼저 깨기라도 하면 무슨 짓을 해올지 장담할 수가 없다. 상대는 구원을 홀리고 생명력을 빨아먹은 요괴다. 그리고 원래 세계에서는 구미호가 사람의 간을 파먹는 다는 전승도 있었고 말이다. 원래 세계의 전승과 여기 구미호가 100% 일치한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지만, 그래도 만약이란 게 있다. 결국 구원은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기로 했다. 물론 지금 당장 물건을 빼고 있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결코 이 쾌감을 더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밤을 지새울 거면 적어도 힐링 섹스의 효과는 받고 있어야 내일 할일에 지장이 없지.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성녀를 기대하신 분들, 달려있는 걸 기대하신 분들 죄송합니다. 레이아의 정체는 이거였어요. 일부러 수인이란 것만 쓰고 그 외의 묘사를 안해서 숨겼는데 역시 예상하는 분들도 계셨네요. 페이탈리스 // 날카로우시군요. 사실 이래서 일부러 꼬리 묘사는 안하고 있었습니다. 천태 // 한 화의 용량은 이정도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비축분 없이 퇴근하고 나서 12시 직전까지 쓰고 바로 올리는 거라 더 이상 길게 쓰기 힘들기도 하고요. illya // 지적하신 부분 수정했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도즈 // 정답입니다. 설마 정확히 맞추시는 분이 나오실 줄 몰라서 놀랐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63==================== 수인족 사제 결국 구원은 그렇게 밤을 꼬박 샜다. 물론 그동안 가만히 누워만 있었던 건 아니다. 레이아가 구원의 몸 위에 누운 상태로 계속해서 음부로 물건을 자극하는 바람에, 구원은 가만히 누워만 있었는데도 몇 번이고 사정을 해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쾌감이 너무 강렬해서 구원도 허리를 좀 움직이긴 했다. 그, 그래도 레이아가 깰 정도로 심하게 움직이진 않았으니 이 정돈 괜찮잖아? 그렇게 자극을 받으면서 가만히 있으란 건 고문이라고. 가끔 레이아가 몸을 떨며 신음소리를 내긴 했지만, 그래도 깨진 않았으니 된 거다. 여하튼 그러면서 새로 알아낸 사실들도 있었다. 일단 구원이 사정했을 때 봤던 반짝임. 몇 번이나 사정하는 와중에 그 반짝임이 떠올라 생명력 게이지에 집중을 해봤다. 그리고 사정과 동시에 생명력 게이지가 대폭으로 깎였다가 회복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 구미호는 구원이 사정할 때 생명력을 대량 강탈하는 모양이다. 다만 절정 시 회복하는 힐링 섹스로 곧장 상쇄되어 그저 잠깐 반짝거리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이쯤 되니 힐링 섹스라는 스킬이 구미호의 완벽한 카운터라는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무래도 구미호 상태로 있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몇 번째인가 구원이 사정을 했을 때, 레이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요사한 기운이 갑자기 사라졌다. 구원이 슬쩍 고개들 들어 레이아의 등 너머로 확인해보자, 레이아의 엉덩이에 달려있는 꼬리가 황금빛 털을 자랑하는 하나만 남아있었다. 역시 그 반투명한 보랏빛 꼬리들은 구미호 상태일 때만 나오는 모양이다. 처음에 이불을 걷었을 때도 분명 꼬리는 하나만 있었고 말이다. 그럼 그 구미호 상태는 대체 뭘까? 아직 많은 의문점들이 남아있었다. 레이아는 자신의 의지로 그 상태가 되는 걸까?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상태가 되기 전까지 얘기를 나눴던 평소 모습과 구미호 상태가 된 모습과의 성격 차이가 상당했다. 그럼 평상시의 모습은 연기인 걸까? “으음….” 구원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드디어 레이아가 일어날 기색이 보였다. 구원은 살짝 긴장하고 레이아의 모습을 쳐다봤다.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갑자기 덮치거나 하진 않겠지? “으응…여기는…? 어머? 사, 살아계셨…히아앙!” 레이아는 눈을 뜨고는 상황파악이 안된 듯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더니, 곧 구원을 보고 감격에 찬 얼굴로 번쩍 상체를 일으키려다가…구원의 몸 위에 다시 쓰러져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가의 구미호 상태가 풀리고는 한 번도 사정을 안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허리는 꿈틀꿈틀 조금씩 움직였으니, 섹스 부스트의 효과가 엄청나게 중첩된 상태다. 안 그래도 구원보다 레벨도 낮은데 섹스 부스트까지 이렇게 중첩됐으니, 방금 몸을 일으키며 움직인 자극만으로 엄청난 쾌감이 느껴졌을 거다. 이대로 빼기 전에 한 번 싸야 되나? 어차피 이 상태로 빼든지 가만히 있든지 레이아는 버티지 못할 거다. 구원은 사정을 위해 허리를 크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앗! 이거! 하앙! 하앙! 하아아앙!” 구원의 사정과 동시에 레이아도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하앗, 하앗, 이, 이게…섹스….” 구원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은 레이아는 귀까지 빨개진 상태에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밤새 그렇게 같이 섹스를 해놓고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한차례 사정을 한 구원이 드디어 물건을 꺼내자, 한참 숨을 몰아쉬던 레이아도 드디어 상체를 일으키고 구원을 바라봤다. “살아계셨군요.” 감격스런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레이아는 처음 만났을 때 모습 그대로 청순한 얼굴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절정의 여운 때문에 얼굴이 상기되어있어 조금 더 섹시한 느낌이긴 했지만, 적어도 눈에서 보이던 요사로운 보랏빛 안광은 사라진 상태다.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그 얼굴을 본 구원은 어젯밤의 구미호 상태가 레이아의 본의가 아닐 가능성을 높게 잡았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기억나세요?” “아뇨…그게…실은 남성분에게 안길 때면 언제나 긴장해서인지 정신을 잃는 바람에….” 부끄러운 듯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말하는 레이아의 모습은 도저히 연기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 말을 그대로 믿자면, 아까 절정을 느끼고 중얼거렸던 말도 이해가 된다. “그, 그래서 저와 잔 남성분들이 돌아가신 원인은 아셨나요?” 레이아는 역시나 습관인지 구원의 손을 양 손으로 잡아 자기 가슴 앞에 모으면서, 기대로 눈을 반짝이고 구원을 쳐다봤다. “알아냈다고 해야 할지, 알아내지 못했다고 해야 할지….” 구원은 레이아에게 어제 자신이 겪을 일을 설명해줬다. “어제 레이아씨를 애무하니까 갑자기 태도가 요염하게 돌변하시더군요. 태도뿐만 아니라 눈도 빛나고 꼬리도 늘어나고. 그리고 몸이 마치 조종되듯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더군요. 그 상태로 키스를 하니까 생명력, 그러니까 생기가 빨려나가는데….” “네, 네에?! 괜찮으세요?!” 레이아는 구원의 말을 들을수록 점점 더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생기가 빨렸다는 말을 듣자 눈가에 눈물을 맺으며 구원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그 가녀린 손으로 구원의 몸 이곳저곳을 확인하듯 만져보기 시작했다. “아, 네. 전 직업 특성상 섹스 중에는 회복이 돼서요. 별 탈 없었어요.” “다, 다행이에요.” 구원의 말을 들은 레이아는 조금 안심한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울다가 웃으면…아니, 미인은 그래도 예쁘구나. “크흠. 그리고 이건 예상인데, 일정 이상 생기를 빨아들이면 그 상태가 풀리는 모양이에요. 다만 그 일정 이상이란 게 아마 다른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빨려도 모자를 정도라….”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이아는 처연하게 미소 지으며 구원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혹시 짐작 가는 일이라도 있으신 가요? 혈통 문제라든가….” “아뇨. 전혀요…. 전 고아라서요….” “아, 죄송합니다.” “아뇨…. 신전에 거둬들여져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걸요.” 그렇게 한동안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았다. “그,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건가요?” 구원은 어색한 침묵을 깨듯이 그렇게 말했다. 이미 레이아의 이 모습이 연기라는 의심은 사라져있었다. 이렇게 청순한 모습은 진짜 성격이 아닌 이상 절대 나올 수 없는 모습이야. 만약 이 모습이 연기라면 난 앞으로 절대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할 거다. “아무래도 앞으로도 남성분과 자는 건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덕분에 이유라도 알게 되서 다행이에요. 감사합니다.” 레이아는 슬픈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섹스를 못하는 걸로 이렇게나 슬퍼하다니. 이 세계에선 레벨 업을 위해 필요한 행위라지만, 그래도 평범하게 살아가는 데는 이미 저 정도 레벨이면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다. 그러면 이렇게 슬퍼하는 이유가 뭘까? 역시 좋아하는 남자라도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구원은 이렇게 말하고 말았다. “저, 혹시 괜찮으시면 저희와 다니면서 한번 자세히 알아보지 않겠어요? 저라면 절대 죽을 일은 없을 거예요. 계속 겪다보면 그 상태를 조절할 수 있게 될지도, 원인을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죄책감보다는 이 여자와 계속해서 관계를 맺고 싶다는 이기심이 이겼다. 설령 레이아가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대로 놓치기에는 너무 아쉽다. “네?! 그, 그….” 구원의 말에 레이아는 상당히 망설이는 모습이었다. “같이 다닌다는 건 파티를 맺고 던전을 탐험하는 건가요?” “네.” 레이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각오한 표정으로 양 주먹을 가슴 앞에서 꽉 쥐고 말했다. 음. 이렇게 청순하게 아름다우신 분이 귀여운 행동까지 하시다니. 완벽하군. “그렇군요. 할게요. 아뇨, 하게 해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뇨.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다만…쉬는 날에는 신전에서 지내도 될까요? 되도록 신전 일은 계속 돕고 싶어서요.” “아, 네. 물론이죠.” “고마워요.” 구원의 대답을 들은 레이아는 드디어 어두운 구석이 없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구원에게 안겨들었다. 그러더니 그러자 레이아의 거대한 가슴이 구원의 가슴 전체에 직접적으로 느껴졌다. 크으. 이 감촉. 역시 훌륭하다. 이제부터 이런 분이 같은 파티라니. “꺄앗!” 레이아는 지금까지 경황이 없어서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가, 그 감촉에 아직도 자신이 알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다. 가녀린 양 손으로 도저히 다 가려지지 않는 가슴을 필사적으로 가리고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구원에게서 떨어졌다. “샤, 샤워하고 올게요.” 그렇게 얼굴을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고 욕실로 사라지는 레이아를 보며, 구원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사라, 디아나에 이어서 저런 미인 누님까지. 짜식. 너 이 세계에 와서 진짜 호강하는구나. 구원은 자신의 물건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말했다. 아직도 힘을 잃지 않고 빳빳하게 서있는 물건은, 애액과 정액이 뒤섞인 액체에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구원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군데군데 번들거리는 액체에 빨간 것이 섞여 있다. 침대를 보자, 하얀 시트에 빨간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처, 처녀?! 아니 대체 어떻게? 남자랑 몇 번 잤다면서? 생각해보니 남자랑 잘 때면 항상 정신을 잃는다고 했었다. 게다가 구미호와는 키스만 해도 생명력이 빨려나갔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 구미호 상태에서도 레이아 스스로 물건을 집어넣으려고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구원이 몸이 움직이지 않던 상태를 벋어나서 스스로 집어넣은 거지. 그럼 그냥 처녀처럼 빡빡한 게 아니라 정말로 처녀였어? 앞선 남자 놈들은 섹스도 못해보고 그냥 키스 같은 걸로 죽은 거고? 잠깐 그럼 레벨은 어떻게 오른 건데? 설마…구미호는 생명력을 빨아들이면 레벨이 오르는 거야? 이거 또 하나 의문이 늘어나 버렸군. 하지만 그런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게도 구원은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게 느껴졌다. 처녀라니. 내가 저 미인 누님의 처녀를 가졌다니. “구, 구원씨? 죄송하지만 옷을 좀….” 샤워를 마친 레이아가 욕실의 문틈에서 얼굴만 내밀고 말을 걸 때까지, 구원은 계속해서 자기 물건을 보며 히죽히죽 웃었다. “어머, 구원씨. 방금 사라씨가 다녀갔어요.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하네요.” 레이아에 뒤이어 구원도 욕실에서 씻고 나오자, 침대에 오도카니 앉아있던 레이아가 말했다. 일어난 직후에 나눈 레이아와의 대화에 은근히 시간이 걸린 모양이다. 확실히 시간은 평소 구원이 식당에 내려가는 시간보다 조금 늦은 시간이었다. “그렇군요. 그럼 가실까요?” 사라와 디아나에게 레이아씨가 동료가 됐다는 소식도 전해야지. 어제 그렇게 압박면접을 하기도 했고, 힐러가 영입됐단 소식을 들으면 기뻐하겠지? 레이아와 함께 식당으로 내려가자, 이미 사라와 디아나가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사라와 디아나도 다가가는 구원과 레이아를 발견한 듯, 둘 다 어두운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표정을 보아하니 혹시 간밤에 내 몸에 이상이래도 생겼나 걱정해주고 있었던 건가? 하하. 귀여운 녀석들. 걱정하지 않아도 난 멀쩡하다고. 그야 잠을 못자서 조금 졸리긴 하지만, 그래도 힐링 섹스로 인해 그냥 밤을 샌 것 보다는 확실히 피로가 덜하다. 구원은 둘의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사라와 디아나에게 다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다들 잘 잤어?” “아뇨. 그런데 구원은 꽤나 좋아 보이네요.” “음. 무척이나 기분 좋아 보이는 얼굴이구먼.” “하하. 그래 보여? 그럼 여러분들도 기운이 나게 기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우리 파티에 새 동료가 들어왔어요! 앞으로 힐러를 담당해주실 레이아입니다! 다들 박수!” “레이아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하아?” “…뭐라고 했나?” 구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둘의 입에서 그런 차가운 목소리가 동시에 새어나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64==================== 수인족 사제 “그, 그러니까 앞으로 파티의 힐러를 담당할 레이아….” 그 차가운 목소리에 구원은 드디어 분위기를 파악하고 얌전하게 대답했다. “자네는 그 처자를 파티에 영입하려고 같이 잔 거였나?” “어디까지나 도와주기 위해서라고 제가 말하지 않았었나요?” “음. 사라양이 말하는 대로일세. 게다가 하룻밤 자고 파티에 영입이라니.” “그렇게 좋았나요? 궁합이 잘 맞는 모양이죠?” 하지만 그래도 디아나와 사라는 구원을 쪼아대기 시작했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이 쏘아져 나오는 말들에 구원은 할 말이 궁색해졌다. 하긴 자신들은 구원의 몸을 걱정해서 잠도 못 잤는데, 구원이 이렇게 높은 텐션으로 말하면 화날 만도 하지. “여, 여러분 진정하세요. 구원씨는 어디까지나 저를 위해서 그런 거예요!” 그런 구원이 안쓰러워 보였는지, 레이아가 구원의 앞을 지켜주듯 가로막고 섰다. 그러자 어째선지 사라와 디아나가 더더욱 욱하는 표정이 됐다. “아무래도 제 체질이 다른 남성분과의 성관계는 불가능 한 것 같아서…그래서 유일하게 상대 가능한 구원씨가 같이 다니면서 개선해보지 않겠냐고 말씀해주신 거예요. 구원씨는 그저 친절을 베풀어주셨을 뿐이에요.” 레이아의 말에 사라와 디아나도 더 이상 구원을 구박하지 못했다. “저 말, 정말인가요? 정말 그 외에 다른 뜻은 없었던 거죠?” “응? 으, 응….” 구원은 곧게 이쪽을 쳐다보는 사라의 시선을 차마 똑바로 마주보지 못하고 대답했다. 같이 다니면서 고쳐보지 않겠냐고 한 건 정말이야. 다만 그저 친절을 베풀려는 마음이 아니었을 뿐이지. “다른 음흉한 뜻이 있었던 건 아닌가?” “그, 그럴 리가. 그냥 이대로라면 좋아하는 사람과도 이어지지 못할 테고, 그럼 너무 불쌍하잖아.” 디아나는 구원의 얼굴을 지긋이 보다가, 구원의 말에 만족한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 같은 미인들이 옆에 계시는데, 설마 구원씨가 저한테 음흉한 마음을 품을 리가요.” 레이아는 구원을 완전히 믿는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으윽. 마음이 아프다. 죄송합니다. 실은 누님한테 음흉한 마음이 대부분이었어요. “아, 아뇨. 레이아씨도 충분이 미인이세요.” “으, 으음. 자네도 충분히 괜찮으니 너무 스스로를 비하할 건 없네.” 레이아의 말이 사라와 디아나도 마냥 싫지만은 않은 듯 헛기침을 했다. 역시 여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예쁘다는 말에는 약한 모양이다. “그래서. 자네만 상대 가능하다니 어떻게 된 건가. 얘기를 해보게나.” 그런 개인적인 일을 막 떠벌려도 될까? 구원이 그런 의미를 담아 레이아를 쳐다보자, 레이아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냥 그렇다고만 알아둬. 아무튼 나 말고 다른 남자는 백이면 백 전부 죽을 거야.” “으, 으음. 미안하네. 이 몸이 호기심이 많아서 말일세.” “아뇨….” 디아나도 레이아의 표정을 보고 상황을 짐작했는지, 바로 사과해왔다. “그럼 구원도 위험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아니, 난 전혀 문제없어. 괜히 성자가 아니라니까.” 구원이 확신을 가지고 말하자, 사라와 디아나는 더 이상 추궁해오지 않았다. 좋아. 드디어 사라와 디아나도 이해를 해준 모양이다. “그럼 레이아씨가 파티에 들어오는 건 다들 문제없지?” “…그러네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레이아씨.” “음. 꼭 자네 체질도 개선할 수 있을 걸세. 힘내게나.” “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원래 힐러는 구하려고 했었잖아. 참 잘됐지 않아?” 구원이 웃으며 말하자 사라와 디아나가 새초롬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제 레벨 업에 소홀해지면 저도 생각이 있어요.” “이 몸과의 스킬 연구도 부족한 점이 생겨선 안 되네.” “무, 물론이지. 그럴 일 전혀 없을 거야.” 역시 어제 구원하고만 한다고 말했어도 이런 면에선 가차 없으시다. 그렇게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사라와 디아나도 레이아를 파티원으로 받아들여줬다. 드디어 얘기가 일단락되고 겨우 일행은 식사를 시작했다. 사라와 디아나는 막 파티에 들어온 레이아와 빨리 친해지기 위해서인지 이것저것 물어보며 수다를 떨었다. 눈앞에서 미인 셋이 모여 수다를 떠는 장면은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광경이었다. 다만 너무 셋이서만 얘기하다보니, 구원이 철저하게 소외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뭘까. 이 소외감은. 이게 바로 군중 속의 고독이란 건가? 분명 넷이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마치 혼자 밥을 먹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레이아도 소외되어있는 구원이 신경 쓰이는지 가끔 이쪽을 힐끔거렸지만, 사라와 디아나의 질문공세에 다시 시선을 돌리고 말았다. “네. 아기 때 신전에 거둬져서 계속 신전에서 생활했어요. 아뇨, 모두들 정말 가족 같이 대해주셔서….” “그런데 저희와 파티할 거면 방랑 사제가 돼야 하나요? 신전 사제라고 들었는데….” 타이밍을 노리던 구원이 드디어 기회를 포착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어째선지 사라와 디아나가 아차 싶은 표정을 지었지만, 레이아는 구원을 바라보고 웃으며 대답해줬다. “그렇죠. 하지만 저희 신전은 그렇게까지 규율이 엄격하지 않으니까요. 신청만 하면 방랑 사제가 되는 건 간단하고, 방랑 사제가 되도 신전에서 지낼 수 있으니 괜찮아요.” “그렇군요. 하긴 외박도 이렇게 자유로우니….” “아앗! 그러고 보니 무단으로 외박해버렸어요! 걱정하고 계실 텐데….” 레이아는 그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벌떡 일어났다. 그냥 외박에도 자유로운 신전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 잊고 있었던 거냐. “어, 어쩌죠. 지금이라도 어서 가봐야. 저, 저 다녀올게요.” “잠깐만요. 그럴 거면 같이….” “자네는 무슨 소릴 하는 겐가. 거길 자네가 왜 같이 가나?” “그래요. 저희는 그동안 던전이나 가죠.” “뭐? 하지만….” “간단하다고는 해도 방랑 사제가 되는 절차를 밟으려면 시간이 필요할 걸세. 게다가 가족 같은 사람들과 할 얘기들도 있지 않겠나.” “그래요. 왜 그렇게 눈치가 없어요? 눈치 좀 키우세요.” 사라와 디아나가 구원을 구박했다. 아, 그런가. 하긴, 내가 가봤자 그냥 옆에서 구경하는 것 말고 달리 할 일이 없겠지. 다만, 사라야. 왠지 눈치 없단 말에 엄청나게 힘이 실린 것 같은데 내 기분 탓이니? 그야 이 상황에서 부정할 수 없는 말이긴 하지만…. “아니에요. 같이 가셔도 괜찮아요. 신전 여러분에게 소개도 시켜드리고 싶고요.” 하지만 레이아는 웃으며 그렇게 말해줬다. 천사다. 천사가 여기에 있어. “아닐세. 스태프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동안 이 몸들이 가서 하나 구해오겠네.” “네?! 정말요?!” 그러자, 레이아가 구원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 그럼요. 당연하죠. 다녀오세요.” 그 눈빛에 당한 구원은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네. 그럼 다녀올게요.” 레이아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살랑살랑 흔들고는 여관을 빠져나갔다. 구원은 그 모습에 헤벌쭉 웃으며 같이 손을 흔들어주고 다시 정면을 봤다. 거기엔 아름다운 외모의 귀신들이 노려보고 있었다. 방금 헤어진 천사님과 빨리도 다시 만나고 싶어졌다. “입이 귀에 걸리겠네요.” “아주 푹 빠졌구먼 그래.” 특별한 이유 없는 구박이 구원을 덮쳐왔다. 아니 이유가 없는 건 아닌가. 따지고 보면 밤새 걱정하느라 잠도 못잔 애들을 내가 먼저 도발한 격이니. 아무래도 구원에게는 화가 다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아뇨. 그럴 리가요. 이렇게 아름다우신 여러분과 지내는데 이 이상 더 큰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이제 와서 아부해도 늦었어요.” “이 몸이 아름다운 건 자네가 말 안 해줘도 충분히 알고 있네.” 그렇게 말하는 사라와 디아나는 썩 나쁜 기분은 아닌 것 같았다. 아까 레이아가 외모를 칭찬하자 기분이 풀렸던 걸 기억해내고 그대로 실행한 건데, 다행이도 유효하게 먹힌 모양이다. 그렇게 식사 내내 충분히 비위를 맞춰줘서, 다행이도 사라와 디아나의 기분을 풀어줄 수 있었다. “자, 그럼 오늘도 사냥을 해보자고!” 평소 컨디션을 되찾은 구원은 던전에 들어와서 활기차게 말했다. 오늘 목표는 레이아의 스태프 재료, 즉 성기를 얻는 거다. “그러고 보니 늑대개 초월종. 그 놈 다시 나온 거야?” 레이아도 그놈을 노리고 갔던 모양이고, 다시 나왔단 소문이라도 있는 걸까? “음. 가능성은 높네. 초월종이나 계층의 주인은 잡아도 일정 주기가 지나면 어느 샌가 그 자리에 다시 나타난다네. 가끔 예외도 있긴 하지만 말일세.” “그럼 성기를 얻기 위해 그 놈을 노릴지, 아니면 밑으로 내려가서 오크를 잡을지 인데….” 인벤토리에도 성기가 있긴 하지만, 종류별로 하나씩만 남겨놨기 때문에 레이아의 스태프로 만드는 건 곤란하다. 지금은 쓸데없는 성기라도, 언제 그 성기가 열쇠가 되는 비밀통로를 발견할지 모를 일이고 말이다. “오크를 잡는 게 좋지 않을까요? 어차피 여기서는 저희 성장도 안 되잖아요.” 하긴. 이왕 던전에 왔으니 그냥 성기만 얻고 돌아가기 보다는, 직업 레벨 성장도 같이 노리는 게 좋겠지. 굳이 비밀 장소까지 가려고 하지 않으면 비밀 통로를 지난 곳 근처에서 사냥하고 돌아오면 하루 만에 1계층 마지막으로 사냥을 다녀올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게 정한 일행은 만나는 몬스터들을 적당히 상대하며 곧장 비밀 통로로 향했다. 이제는 여기 몬스터들은 말 그대로 한주먹 거리라서, 잡는데 수고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고블린들이 다시 안보이게 됐네. 늑대개 초월종이 죽은 이후로 여기 늑대개들의 영역에 고블린들이 심심치 않게 보였었는데, 다시 고블린들이 온데간데없이 보이지 않게 됐다. 역시 늑대개 초월종이 돌아온 건가? 그 해답은 비밀 통로에 도착하자 곧 알 수 있었다. 수많은 늑대개 암컷들이 주위를 둘러싼 그 가운데 도저히 늑대개로는 보이지 않는 덩치가 있었다. 하지만 놈들은 본능적으로 구원의 강함을 깨닫고 있는지, 섣불리 덤벼들지 못하고 낮게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우리 지나가야하는데? 길 좀 열지 그래?” 하필이면 초월종 놈이 딱 비밀 통로의 정면을 틀어막고 있어서 지나가려면 무조건 부딪혀야 한다. 어차피 이놈들은 잡아봤자 그다지 경험치도 안 된다. 시간 낭비하기 싫어서 구원이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을 기점으로 늑대개 초월종과 늑대개 암컷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사라! 디아나! 내 뒤에 꼭 붙어있어!” 아무리 약한 놈들이라지만 이렇게 떼로 달려드는 데 한 대도 안 맞을 수는 없다. 게다가 방어력이 약할 사라나 디아나는 치명상을 입을 지도 모르니 구원은 벽 쪽에 사라와 디아나를 세우고 그 앞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구원의 기우인 모양이었다. 한 발에 한 놈씩. 게다가 빗나가는 일도 없이 정확히 꽂히는 사라와 디아나의 폭풍 같은 공격에, 늑대개들은 감히 다가올 생각도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오로지 초월종만이 계속해서 전진해 구원에게 달려들어 입을 크게 벌렸다. 하지만 그 회심의 물어뜯기도 구원의 건틀릿에 간단히 막혔다. 이렇게 부딪혀 보니 확실히 알겠다. 이놈은 웨어 울프보다 조금 강한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하긴 이런 곳에서 웨어 울프보다 조금 강한 것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치게 강한 거지만, 웨어 울프 초월종도 때려잡는 구원의 파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게 사라와 디아나는 계속해서 암컷들이 다가오지 못하게 견제를 하고, 구원이 일 대 일로 치고받았다. 사라와 디아나가 초월종을 공격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사용했다. 그러자 예전처럼 초월종이 입에 침을 질질 흘리고 눈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옛날 생각나네. 하지만 스턴 상태로 움직일 수는 없는 상태다. 그리고 지금의 구원은 이놈을 스턴 상태가 풀리기 전에 끝장낼 수 있다. “너한테 청년막을 노려지던 그 때랑은 다르다고!” 구원은 그 때 생각이 떠오르자 화가나 더욱더 거세게 주먹을 휘둘렀다. “네놈이야 말로 등짝! 등짝을 보자!” 구원이 그런 말을 하며 스턴이 걸려 멈춰있는 놈의 뒤로 돌아가자, 놈의 동공이 당황한 듯 진동하는 것 같았다. 물론 구원에게 그런 취미는 없다. 그냥 겁만 줬을 뿐이다. 구원은 뒤로 돌아가서 평범하게 주먹질을 다시 시작했다. “원망하려면 내 청년막을 노렸던 자신을 원망해라.” “끼이이잉.” 녀석은 마치 내가 그런 게 아니지 않냐는 듯한 억울한 눈빛을 보내며 그렇게 숨을 거뒀다. 녀석이 숨을 거두자, 주위를 에워싸던 암컷들도 순식간에 뒤로 돌아 도망가기 시작했다. 거 의리 없는 놈들이네. “어쨌든 이걸로 일단 오늘 목표는 달성했네.” 마석을 캐내자 당연하다는 듯이 드랍한 성기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구원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비밀 통로를 향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은…내일 노력해보겠습니다…. 65==================== 수인족 사제 그렇게 오늘도 오크와 웨어 울프를 사냥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던전 탐험을 나서는 건 내일 레이아가 합류하고 나서다. 오늘은 그냥 비밀 통로를 빠져나온 곳 근처를 적당히 돌아다니며 사냥을 하다가,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던전에서 나왔다. 평소 하던 것처럼 늦게까지 사냥을 하면 레이아를 하염없이 기다리게 할지도 모를 일이니 그냥 시간을 여유롭게 잡고 나왔다. 그랬더니 아직 저녁을 먹기에도 이른 시간에 던전에서 나와 버렸다. 기다리게 하는 것보단 나으니 상관없나. “그럼 마석 정산은…늑대개들 잡은 거라도 해야겠지?” 물론 오늘 사냥으로 잡은 몬스터들 대부분이 오크와 웨어 울프였지만, 던전에 하루만 다녀온 거라 처분하기가 곤란하다. 물론 며칠 쉬었으니 그 사이에도 던전에 있었다고 속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런 건 철저히 하는 게 좋겠지. 그리고 늑대개 초월종을 잡을 때 늑대개 암컷들도 상당한 수를 잡았기 때문에 그것만 팔아도 제법 돈이 될 거다. 물론 오크와 웨어 울프들을 잡으며 생기는 수입에 비하면 새 발의 피겠지만 말이다. “그럴 필요 있나요? 다음에 한꺼번에 하고 오늘은 그냥 가죠?” “아냐. 성직자 장비에 돈이 들지도 모르잖아. 저녁때까지 아직 시간도 있으니까 금방 하고 갈게. 먼저 가.” 레이아가 어제 던전을 다니던 모습을 보면 던전을 다니는데 필요한 장비 같은 건 전혀 없을 거다. 게다가 어쩌면 성기를 스태프로 만들 돈조차 없을 가능성도 있다. 잡화점에서도 살 수 있을 성기를 굳이 혼자 구하러 왔을 정도니 말이다. “그래요? 그럼 먼저 갈게요.” “딴 길로 새지 말고 곧장 여관으로 오게나.” “알았어. 내가 애도 아니고 뭐.” 디아나는 가끔 저렇게 사람을 애 취급한단 말이지. 외모 때문에 잊어버리기 십상이지만, 저럴 때면 잔소리하는 할머니 같아서 연륜이란 게 느껴진단 말이야. 어쨌든 인벤토리에 모든 물건을 보관하고 다니는 구원은, 여느 때처럼 사라와 디아나를 먼저 보내고 마석 정산을 하러갔다. “안녕하세요. 누님. 오늘 마석은 여기요.” “안녕하세요. 어머? 오늘은 조금 작네요?” “아, 늑대개들만 조금 잡다가 왔거든요. 하는 김에 초월종도 잡았고요.” “…혹시 늑대개들한테 무슨 원한이라도 있어요?” 안내원 누님은 살짝 질린 표정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하긴 이젠 웨어 울프까지 상대하는 놈이 굳이 거길 가서 늑대개를 때려잡고 왔으니 그런 오해도 생기는 건가. “네. 실은 어렸을 때 개한테 물려서요. 그 이후로 개는 꼴도 보기 싫어요. 보이는 족족 입도 뻥끗 못하게 도륙을 내버리고 싶을 정도로.” 구원은 모 만화의 주인공 풍으로 말하며 진지한 얼굴로 끄덕였다. 사실 구원은 개한테 아무 감정도 없다. 다만 왜 굳이 거길 갔냐는 의문을 사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게 놔두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에 살짝 거짓말을 했다. “그, 그러세요.” 예상대로 안내원 누님은 살짝 반응하기 곤란한 표정이었다. 구원은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었다고 혼자 흡족해하면서 마석 정산을 마쳤다. 마석 정산에 이어서 아이템도 처분하고, 구원은 곧장 여관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레이아를 마중하러 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날 건지는 서로 말하지 않았다. 물론 때가 되면 레이아가 여관으로 찾아올 거란 생각에 그런 거지만. 그래도 일행이 언제 올지 모른 채로 시간을 재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니, 던전에서 돌아왔다고 알려주러 가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가보자. 구원은 여관을 향하던 발걸음을 신전 방향으로 돌렸다. 신전으로 가는 길은 여전히 사람들이 엄청나게 북적이고 있었다. 어제 아침에 사람들이 많았던 건 그냥 아침 예배 시간과 겹쳐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닌 모양이다. 대체 여기 신님은 인기가 얼마나 많은 거야. 사람의 물결에 이리저리 휩쓸리며 한참을 가자 겨우 저 멀리서 신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곳의 신전은 흔히 생각하는 서양의 화려한 성당 건물 보다는 장엄한 수도원을 생각나게 하는 거대한 건물이다. 신전 사제와 일부 방랑 사제들이 아예 여기서 거주하는 모양이니 어느 정도 건물이 큰 건 이해가 되지만, 그래도 저건 너무 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방이 엄청나게 남지 않을까? 아니면 그렇게 신전 사제들이 많은 건가? 어쨌든 겨우 신전 건물에 들어간 구원은, 일단 사람의 물결에서 빠져나와 한숨을 돌렸다. 막상 오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할지 감이 안 잡힌다. 사제들이 거주하는 공간으로 직접 찾아가봐? 레이아의 방이 어딘지도 모를 뿐 아니라, 그러면 도둑놈이나 변태로 오해받기 딱 좋을 거다. 그냥 지나가다 보이는 사제 한 분에게 물어보자. 그럼 어제 갔던 사제를 고용할 수 있는 곳이 가장 빠를까? 구원은 그 쪽을 향하려다가, 문득 다음에 올 때는 예배라도 드리자고 생각했었던 게 떠올랐다. 구원은 생각을 바꿔 생각하고 다시 사람의 물결에 발을 들였다. 예배가 얼마나 걸리겠어. 그리고 이쪽으로 가도 분명 사제들은 있을 거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거대한 예배당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몰려도 충분할 만큼 넓은 그 공간은 과연 장관이었다. 거대한 공간에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쭉 늘어선 의자들과 천장과 벽에 그려진 장엄한 벽화.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이 돌아갈 정도로 장엄하고 멋진 공간이다. 눈으로 확인하기도 힘들 만큼 멀리 위치에 있는 단상에 사제들이 몇 명 보였지만, 지금 저기까지 가서 레이아의 행방을 물어보기는 힘들 것 같다. 예배가 끝나면 사제들도 내려올 테니, 그때를 노리자. 구원은 적당히 자리에 앉았다. 그 많던 사람들이 전부 자리에 앉게 되자, 예배가 시작됐다. 일종의 마법인건지, 단상에 선 사제의 목소리는 장엄하게 이 공간 전체에 울려퍼졌다. 이 세계에 오기 전에도 무교였고, 친구 따라 교회 몇 번 가본 게 전부인 구원은 당연히 지루할 줄 알고 그냥 대충 신님께 감사 기도나 올리고 말자고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의외로 단상에 선 사제가 하는 말들은 흥미로웠다. 일단 모시는 신이 신이다보니, 엄청나게 섹스 얘기가 많이 나온다. 멀리 있어서 외모가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목소리는 엄청난 미성이다. 이런 미성으로 성행위가 어쩌고 하는 얘기를 듣고 있자니 솔직히 조금 꼴렸다. 하지만 단상에 선 사제는 진지했고, 듣고 있으니 정말로 섹스를 신성시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사랑을 확인하는 행위이자, 사람이 성장하는 행위, 게다가 새로운 가능성을 낳는 행위. 온갖 미사여구로 섹스를 칭송하는 얘기를 늘어놨다. 사실 여기 신이 그냥 섹스 신이 아니라 대지신이다 보니, 섹스 얘기 말고도 신의 은총인 풍요로운 대지나 무한한 가능성 같은 얘기들도 나왔지만 구원이 집중해서 들은 건 섹스 얘기뿐이었다. 그러고 나서는 마치 성경의 얘기를 하듯 섹스와 관련된 온갖 얘기들이 이어지는데, 재미있게 듣고 있다 보니 어느 샌가 예배가 끝났다. 뭐야 벌써 끝났어? 시간 삭제라도 당한 기분이다. 사람들이 이렇게 예배에 몰리는 이유도 납득이 간다. 이거 재밌잖아. 의외로 예배가 재밌었던 덕분에 원래 목적을 까먹을 뻔 했지만, 그래도 구원은 가까스로 원래 목적을 기억해냈다. 그럼 이제 레이아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야지. 하지만 단상에 있던 사제들은 구원이 다가가기 전에 빠르게 사라졌다. 젠장. 조금 늦었나. 이렇게 된 이상 그냥 사제들 고용하던 그곳으로 가야겠다. 구원은 일어서고 나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거동이 조금 수상한 걸 깨달았다. 뭐지? 묘하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듯한…. 예배를 마친 신도들은 경쟁하듯 빠른 걸음으로 하나같이 들어왔던 문이 아닌, 옆쪽에 난 통로로 나가기 시작했다. 들어오는 문과 나가는 문이 다른 건가? 문 옆에 있는 함에 다들 돈을 집어넣는 걸 보니, 저런 식으로 성금을 내고 나가는 모양이다. 구원도 그들을 따라 일정량의 성금을 내고 옆문으로 나서자, 일렬로 빼곡하게 문이 있는 통로에 도착했다. 여긴 또 어디야? 이러면 길이 헷갈리는데…. 게다가 신도들은 하나씩 각자 다른 방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사람이 들어간 문은 손잡이 부분이 붉게 점멸하여 사람이 있는 곳인지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문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걸 보니 그다지 방의 넓이가 넓을 것 같지는 않다. 그럼 고해성사라도 하는 곳인가? 그럼 사제든 누구든 간에 신전 관계자가 있을 거다. 구원은 아무 곳이나 비어있는 방을 찾아 들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구원이 늦은 건지 어느 곳도 빈 방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빈 방을 찾아 헤매는 와중에 결국 완전히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주위에 그 많던 사람들도 전혀 보이지 않고, 일렬로 늘어서있던 문들도 보이지 않는다. 무슨 신전 안이 이렇게 크고 복잡해. 아무리 통로를 따라가도 그 끝이 어딘지도, 여기가 어딘지도 전혀 모르겠다. “어머? 구원씨?” 구원이 벽에 달린 창문을 바라보며 이젠 여길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창밖으로 뛰어내리는 수밖에 없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었을 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레, 레이아!” “여기서 뭐하세요?” “언제 던전에서 돌아올 거라고 얘기를 안했잖아. 그래서 아예 내가 만나러 왔는데 길을 잃어서….” “어머. 그렇군요. 일단 다른 곳으로 가요. 여긴 여성 사제들이 머무르는 곳이에요.” 뭐?! 그럼 들키면 변태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거잖아?! 하지만 레이아는 구원의 말을 완전히 믿는다는 듯이 차분히 미소 지으며 구원의 손을 잡고 앞장섰다. 음. 역시 천사 같다. “그런데 어디서 여기까지 오게 되셨어요?” “온 김에 예배도 참여하고 문이 쫙 늘어선 복도로 나갔는데, 거기서 나갈 길을 못 찾고 정체 없이 걷다보니….” “교육장으로 나가셨군요. 처음 가시는 분은 꼭 길을 잃더라고요.” 레이아는 입가에 손을 가져대고 쿡쿡 웃으며 말했다. 교육장이라. 고해성사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예배를 드리고 또 교육까지 따로 받는 건가? 여기 신도들도 어지간하네. “그런데 어떻게 됐어? 수속은 다 밟았어?” “앗. 실은 그 일로 안 그래도 구원을 불러오려고 했었어요.” 당연히 끝났을 거라고 생각하고 물어본 거였는데,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생긴 모양이다. 레이아는 살짝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지으며 구원을 쳐다봤다. “지금부터 대사제님과 만나주실 수 있을까요?” “내가? 갑자기 대사제님은 왜?” “아무래도 제가 들어가는 파티가 어떤 곳인지 궁금하신 모양이에요. 개인적으로 어머니 같은 분이셔서….” “그, 그래? 그런 거라면.” 구원도 그제야 레이아가 살짝 부끄러운 기색인 이유를 깨달았다. 딸이 어머니께 남자친구라도 소개시켜주러 가는 것 같잖아. 하지만 구원의 그런 알콩달콩 두근두근한 기분은 대사제를 만나고 순식간에 깨졌다. “당신인가요? 우리 레이아를 데려가려는 자가.” 신전의 대사제라고 하니, 아무래도 푸근한 미소의 인자한 할머니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아의 인도로 만난 건 깐깐해 보이는 여성이었다. 인상은 물론 나이마저 예상과는 전혀 다르다. 기껏해야 30대 초반정도 될까? 깐깐해 보이지만 이건 또 대단한 미인이었다. 그러고 보니 사제들이 하나같이 한 미모하는 사람들이 많다. 혹시 이 세계에서 사제 클래스는 매력 수치를 올려주는 건가? 어쨌든 이 대사제님께서는 구원을 보자마자 싸늘한 시선을 보내왔다. 이러니까 진짜로 장모님 맘에 들지 않는 사윗감이 인사드리러 온 것 같네. “대, 대사제님. 구원씨는….” 그런 대사제의 행동에 당황했는지 레이아가 구원을 감싸려고 했지만, 대사제의 반응은 냉정했다. “레이아는 조용히 있으렴. 그럼 한번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당신만 우리 레이아와 제대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요? 대체 어떤 원리죠?” 구원이 레이아를 슬쩍 보자, 레이아는 디아나가 물었을 때와는 다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어머니 같은 사람이라고 했으니. 구원은 차근차근 어젯밤에 있었던 얘기를 설명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을 기대하신 분들껜 죄송합니다. 실은 구원이 교육장의 빈 방에 들어가는 내용으로 다음 화까지 썼었는데, 전개가 이상해질 것 같아서 갈아엎었습니다. 연참은 다음 기회를 노려보겠습니다. 심심행 // 일단 레이아가 사제라서 지켜본다는 얘기는 못 한 겁니다. 섹스를 신성시하다보니 다른 사람에게 보이며 하는 행위는 그 신성성을 해치는 것이라고 여긴다는 설정입니다. 사실 레이아가 섹스할 때 다른 사람이 지켜보고 있었으면 신전에서도 이유를 파악할 수 있었는데, 지금껏 모르고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리고 성자라는 직업이 잠자리에서 어떤 위력을 가지는지 잘 알고있는 사라와 디아나는 구원이 섹스로 죽을 거란 걱정은 그다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66==================== 수인족 사제 “그러니까 레이아가 그 행위로 생기를 빨아들인다는 말인가요?” 대사제는 안 그래도 깐깐해 보이는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원인파악을 위해 레이아는 남성 대사제와 동침한 적도 있어요.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때 그분이 회복도 하지 못하고 돌아가셨을 리가 없는데요?” 그건 구원도 혼자서 나름 생각을 해본 내용이다. 가설은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레이아가 몸을 조종하는 바람에 회복마법을 사용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성직자의 회복마법도 마법처럼 기도를 드리듯 두 손을 모으고 주문을 외우는 사전 동작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대사제쯤 되는 사람이 회복 마법을 주문 없이 사용할 수 없을까? 그렇다면 생기가 빨리는지 몰랐을 가능성도 있다. 구원도 생명력 게이지를 보기 전에는 눈치 채지 못했었으니까. 레이아가 주는 그 기묘할 정도의 쾌락에 눈이 멀어 생기가 빨리는지도 모르고 그냥 그렇게 죽었을 수도. 마지막으로 신성력이 부족했을 가능성도 있다. 레이아와 키스만 하고 있어도 구원의 생명력 게이지가 닳는 게 보일 정도였다. 성직자가 그 정도 속도로 생명력이 빨려나가면, 아마 계속해서 연거푸 회복 마법을 써야할 거다. 그렇게 계속 회복 마법을 사용하다가 결국 신성력이 바닥났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게 정답이라고 확신할 순 없지만, 구원이 자신의 가설을 나름 정리해서 말했다. 그러자 대사제는 더더욱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 “그럼 당신은 어떻게 빠져나온 거죠?” “저야 뭐…. 직업 덕분에 그 상태로도 할 수 있는 게 있어서…. 레이아가 절정에 달하도록 만드니까 풀리던데요?” “거짓말하지 말아요! 저희 사제들도 그 방면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입니다. 대사제도 하지 못한 걸 겨우 당신이?” 대사제는 마치 절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외쳤다. 아니 여긴 이방인들 많아서 특수직업도 많다면서? 그게 그렇게 이상해? 왜 이렇게 필사적이야? 그리고 아무리 너희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라도, 결국 테크닉만 갈고닦은 정도겠지. 나처럼 스킬을 써서 빠져나오는 게 아니면 불가능하다니까. 하지만 대사제의 깐깐한 얼굴을 보니, 아무리 말로 설명해줘도 도저히 알아듣지를 못할 것 같다. “좋아요. 그럼 직접 증명해드리죠.”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대사제의 농염한 그 가슴을…만지면 큰일 나겠지? 어딜 만져야하지…. 어딜 만져도 성희롱이 될 것 같다. 젠장. 왜 여자 몸이란 건 이렇게 함부로 손댈 데가 없는 거야. 살짝 고민하던 구원은 그냥 대사제의 귓불을 가볍게 터치했다. 여성의 주요 성감대 중에는 그나마 만져도 욕만 먹고 끝날 정도인 곳이 여기밖에 없어 보인다. “이것은…! 뭐하는 짓이죠?” 대사제는 살짝 한쪽 눈썹을 꿈틀거리며 놀라는 것 같다가, 바로 다시 표정을 고치고 구원을 쳐다봤다. 어, 어라? 안 먹혀? 이거 설마 혹시…? 구원은 황급히 대사제에게 애널라이즈를 실행해봤다. 역시나 레벨이나 직업을 볼 수 없다. 망했다. 전생 전 디아나 때처럼, 아무래도 레벨 차이 때문에 안 먹히는 모양이다. 사태를 파악한 구원은 당황해서 횡설수설했다. “저, 정말이에요! 정 못 믿겠으면 제가 레이아랑 하는 걸 직접 보실래요?” “지금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겁니까!” 그러자 대사제가 호통을 쳤다. 어라? 혹시 행위를 남한테 보여주거나 보거나 하는 것도 사제들한테는 금기라거나 그런 건가? “레이아. 역시 이런 남자와 파티는….” “구원씨는 그저 이방인이셔서 아직 여기 상식을 잘 모르시는 것뿐이에요.” “그럼 정말로 이 남자와 함께 다니고 싶다는 말인가요?” “네. 구원씨와 함께 하면 이 체질도 나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대사제님도 느끼셨잖아요?” 대사제와 레이아는 한동안 그렇게 서로를 곧게 쳐다보며 무언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하아…. 어쩔 수 없죠. 레이아의 감을 믿도록 하죠.” “고마워요 대사제님.” “하지만, 역시 방랑 사제가 되는 건 허락할 수 없어요. 당신은 이 신전의 자랑스러운 사제니까요. 수속은 오랫동안 파견하는 걸로 처리하죠.” “대사제님….” “그리고 레이아. 알고 있겠지만 당신이 밤에 생기는 문제는 여기만의 비밀로 하죠.” “네.” “당신도 알겠죠?” “네. 물론이죠.” 구원도 당연히 그런 걸 어디 가서 떠벌릴 생각은 전혀 없다. “그리고!” 대사제는 손으로 턱을 짚고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구원을 손가락으로 척 가리키며 말했다. “네, 네?!” “레이아를 데리고 다니는 건 조건이 있어요. 당신은 앞으로 꼭 일주일에 한번은 이 신전에 들르도록 하세요.” “네? 왜요?” “당신같이 상식이 없는 남자에게 우리 레이아를 그냥 맡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앞으로 제가 당신에게 이 세계의 상식을 철저히 주입시켜드리죠.” 대사제는 엄격한 눈초리로 구원을 바라봤다. 젠장…. 설마 이 세계 와서까지 공부라니. 그럴 순 없어. “저…제가 모험가라서 매주 한번은 조금….” 최후의 발악으로 구원이 변명을 하자, 대사제는 구원을 찌릿 노려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적어도 던전에 다녀오면 한번은 찾아오는 걸로 하죠. 어차피 레이아는 쉬는 날에 신전에 올 테니 그때 같이 오도록 하세요.” “네….” 결국 공부를 피할 수는 없는 모양이다. 구원이 시무룩해져서 대답하자, 대사제가 못마땅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 반응은 뭔가요? 고작 이런 조건으로 우리 레이아를 동료로 맞을 수 있다는데 불만이라도?” “아뇨. 그럴 리가요. 분에 넘치는 행운에 할 말이 안 나와서요.” 후…. 그래 고작 그따위 공부쯤이야. 옆에서 구원의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이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 웃는 레이아의 미모를 생각해보면 별거 아니지. 구원은 좋게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우여곡절 끝에 구원과 레이아가 신전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있을 때였다. “완전히 날이 저물어 버렸네요.” “그러게요. 제가 던전에서 나올 때는 아직 저녁 먹기도 이른 시간….” 거기까지 말하고 구원은 겨우 사태를 파악했다. 망했다. 대체 그때부터 몇 시간이나 지난거지? “구원씨? 왜 그래요?” “으, 응? 아니, 아니야. 그런데 레이아. 우리 조금만 더 빨리 걸을까?” 이미 늦은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구원은 최후의 발악을 하기위해, 경보라도 하듯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당연하게도 그런 구원의 행동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어머, 어서 오세요. 빨리 오셨네요?” “자네는 아무래도 이 몸의 말이 말 같지 않은 모양이군.” “…죄송합니다.” 여관에 들어서자, 입구가 보이는 식당 테이블에 사라와 디아나가 나란히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그저 앉아있을 뿐인데, 사라와 디아나의 몸 주위에서 분노의 오라가 보이는 것 같았다. 마침 둘은 용사와 대마법사다. 저거 어쩌면 환영이 아닐지도 몰라. 구원은 바로 무릎을 꿇고 빌었다. 나 구원,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무릎을 꿇을 수 있는 남자다. “왜 이렇게 늦으셨나 했더니 레이아씨도 대동하시고. 참 즐거우셨겠네요. 데이트 잘 즐기다 오셨나요?” “그야 즐거웠을 게 당연하지 않나! 이 몸들이 식당에 앉아서 이제나 저제나 자네가 오기만을 기다렸을 동안 즐긴 데이트니 말일세.” 아무래도 최근 사라와 디아나의 합이 너무 잘 맞는 것 같다.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아니면 뭔가요? 저희가 헤어지면서 한 말에 대한 변명이 있다는 건가요?” “아뇨. 변명이라뇨.” “자네 이 몸이 뭐라고 했나 기억하나? 한 번 말해보게!” “딴 길로 새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때 자네는 뭐라고 했나?” “애, 애도 아니고….” “그런데 뭔가 할 말이 있다는 말인가요?” “아뇨. 그저 죄송하다고….” 구원의 말에 디아나가 테이블에서 벌떡 일어났다. “자네는 아무래도 이 몸의 말을 허투루 듣는 것 같네. 이 기회에 이 몸의 위치를 똑똑히 알려줄 필요가 있을 것 같군. 오늘 밤은 각오해두게나.” 그렇게 말하는 디아나의 목소리에는 대마법사라는 칭호에 걸맞은 위엄이 서려있었다. “잠깐만요. 디아나. 밤이라뇨? 오늘은 제 차례잖아요?” 하지만 그런 위엄도 용사에겐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사라는 가차 없이 디아나의 말에 태클을 걸었다. “으, 음?! 하, 하지만 이 몸의 말을….” “제 말도 무시한건 마찬가지인 걸요. 디아나는 내일 밤에….” “내일 던전에 가면 못하지 않나!” 환상의 호흡을 보여주던 둘이 갑자기 서로 말다툼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죄송해요. 제 잘못이에요.” 갑자기 서로 말다툼을 시작한 둘의 사이에 레이아가 자연스럽게 끼어들었다. “실은 대사제님이 제가 속할 파티를 궁금해 하셔서 수속이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여러분께 말씀드리려고 돌아오는 길에 마침 구원씨를 만났게 됐어요. 그래서 구원씨는 지금까지 제 수속을 도와드리다 온 거예요. 미처 여러분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하고 구원씨를 데려간 제 잘못이에요.” 레이아는 허리를 깊게 숙이고 그렇게 말을 했다. 사실과 거짓을 적절하게 섞어서 만들어낸 완벽한 알리바이다. 게다가 구원을 감싸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모습까지. 천사야. 천사는 실존하는 거였어. 구원은 후광이 너무 눈이 부셔 레이아를 똑바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다. “아, 아뇨. 레이아씨가 사과할 거 없어요.” “자네는 모르고 한 일 아닌가. 사과를 할 건 자네가 아닐세.” “정말 미안. 말 하고 갔어야 하는데….” 구원은 때를 놓치지 않고 바로 사과에 들어갔다. 모처럼 레이아가 만들어준 기회를 그냥 보낼 순 없지. “정말 미안하다고 생각해요?” “그, 그럼. 당연하지. 뭣하면 오늘은 힘내서 레벨 업도 평소 두 배는 시켜줄까?” 아까 사라와 디아나의 말다툼을 떠올리고 구원은 즉답했다. “그럼 한 번 하는 거 봐서 용서해드리죠. 두 배라고 했어요.” 으윽. 스스로 말했지만 두 배라니…. 밤 새서하면 가능하겠지? 어제도 밤을 새서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이렇게 된 이상 힐링 섹스만 믿는다! 사라는 새초롬하게 그렇게 말했다. “이 몸은 아직 용서하지 않았네만 말일세.” “디아나도 내일 밤에…내일도 오늘처럼 던전에 다녀오면 되잖아! 시키는 대로 다 할게. 연구에 그 어떤 협력도 아끼지 않을게. 그만 화 풀어.” 중간에 디아나가 욱하는 표정을 지어 구원은 황급히 말했다. “두 번은 없네. 다음부터 이 몸의 말을 무시하면 각오하게나.” 디아나의 말에는 정말 기백이란 게 서려있어서, 구원의 마음 속에 단단히 새겨졌다. 겉모습 때문에 잊기 쉽지만, 상대는 대마법사다. 앞으론 조심하자. “다행이네요.” 레이아는 고개를 구원 쪽으로 돌리고, 사라와 디아나에게 보이지 않는 쪽 눈을 찡긋 이며 윙크했다. “하지만 세 분은 정말 사이가 좋으시네요.” 그 모습을 보던 레이아가 미소 지으며, 한편으로는 부러운 듯이 그렇게 말했다. 정말 그래 보여? 내가 잘못하고 구박당하는 건데? 이런 천사 눈에는 세상 모든 모습이 좋은 모습으로 필터 거쳐져서 보이는 건가. “무, 무슨 소리에요?” “이, 이 몸은 그저 말 안 듣는 어린애를 교육 시키려는 것뿐일세.” 사라와 디아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싫은 기색은 아니다. 그 모습을 보고 레이아는 그저 쿡쿡 웃을 뿐이었다. “레이아도 같은 파티잖아. 셋 보다는 앞으로 넷이서 사이좋게 지내야지.” 구원은 이 흐름을 이어가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대사를 날렸다. “어머나. 후훗. 네.” 구원의 말에 레이아는 예상대로 최상급의 미소를 보여줬다. 음. 역시 나야. 완벽하게 흐름에 편승했어. 구원은 속으로 흡족해하며 테이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어째선지 사라와 디아나의 표정이 다시 무섭게 변해있었다. 아니 왜? 대체 어째서? “생각을 해보니 그래도 역시 자네에겐 조금 훈계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네. 거기 앉아보게나.” “그러네요.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단단하게 주의를 시켜야죠.” 결국 구원은 식사 내내 사라와 디아나에게 구박을 들어야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잉여보노 //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Bobbylow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67==================== 수인족 사제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이 명백한 구원으로서는, 그저 가만히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까는 한 번 도와줬던 레이아도, 어째선지 그런 구원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미소 짓고만 있었다. 아무래도 더 이상 도와줄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한동안 설교를 늘어놓던 사라와 디아나는 식사를 마칠 쯤이 돼서야 겨우 만족한 모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도, 왠지 다들 방에 올라갈 기색은 안보였다. 다 같이 느긋하게 차라도 마시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와중에, 구원은 레이아가 부탁했던 물건이 생각났다. “아, 맞다. 레이아. 여기 부탁했던 물건.” 구원은 인벤토리를 열고 성기를 꺼내려다가 잠깐 멈칫했다. 레이아에게 줄 수 있는 성기는 두 종료. 늑대개 초월체의 것과 오크의 것이다. 뭐가 더 좋은 거지? 으음…. 모르겠다. 그냥 둘 다 주자. 그래서 구원은 두 종류의 성기를 모두 꺼내 탁자위에 턱하니 올려놨다. “뭐가 더 좋은 건지는 모르겠네.” “어머. 정말 구해주셨네요. 정말 감사해요.” 솔직히 이렇게 공개된 장소에서 아무리 아이템이라지만 성기를 꺼내는 건 어떨까 싶었는데, 특별히 문제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하긴 잡화점에서도 평범하게 다루고 있고. 특이한 사용법이 있다고는 해도, 성직자에겐 그냥 재료 아이템 취급이라 상관없는 건가? 아무튼 이상한 세계다. 레이아는 구원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테이블이 놓인 성기를 하나씩 손에 쥐고 서로 비교해보고 있었다. 으윽. 엄청난 광경이다. 이런 미녀가 성기 두 개를 한 손에 하나씩 쥐고 있는 모습이라니. 딱히 다른 놈이랑 같이 떡치는 취미가 없는 구원으로서는 게임에서도 본적이 없는 광경이었다. 손만 얼굴 높이까지 더 올리면 마치…. 거기까지 생각하던 구원은, 더 이상 생각하는 걸 그만뒀다. 이 이상은 위험해. 그런 영역에 눈을 뜨고 싶지는 않다. 구원의 그런 번뇌와는 상관없이, 레이아는 둘을 진지하게 비교해보더니 늑대개 초월종의 성기를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쪽이 좀 더 힘이 담겨있는 것 같네요.” 힘?! 무슨 힘?! 아니 그야 물론 신성력이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스태프를 만들려는 거면 굳이 하나만 쓸 필요가 있나? 둘 다 쓰면 될 것 아닌가?” “어머, 그런 건가요?” 디아나가 당연하다는 듯이 한 말에, 레이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래도 스태프의 재료가 성기라는 것만 알뿐, 자세한 건 모르는 모양이다. 하긴 그러고 보니 사라의 활도 사슴뿔로 강화했었지. 강화를 맡긴 대장장이 한나의 말에 따르면 그 사슴뿔을 전부 사용했다고 하는데, 그런 것 치고는 그다지 활의 크기가 변한 것 같지 않아서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역시 이것도 마법이란 설명으로 때워지는 건가? “그런데 레이아는 왜 스태프를 가지고 싶어 하는 거야?” 던전에 혼자 들어가는 행동을 하거나 스태프를 만드는 자세한 내용도 모르는 등 도저히 모험가의 생태에 자세하다고는 보기 힘든 레이아다. 게다가 레벨 업까지 막혀 있으니, 가끔 파견으로 던전에 간다고 쳐도 그다지 스태프가 필요 없을 저레벨 파티에 참가하는 게 고작이었을 거다. 늑대개들과 싸우고 보여준 신성마법의 회복력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저기…그게….” 레이아는 말하기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혔다. 뭐야? 뭔데? 혹시 입에 내뱉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사정이 있는 거야? 재료도 성기겠다 이거 혹시 스태프로…하악 하악. “저는 남성분과 관계를 맺는 것도 불가능하니까요. 적어도 스태프를 들어 신성마법이 강해지면 몸이 아파 신전을 찾아오는 분들에게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응. 그런 거 없이 그냥 천사였다. 구원은 음흉한 망상을 한 자신을 조금 반성했다. “그래도 혼자 던전에 들어간 건 너무 무모했어요.” “음. 뜻은 가상하네만 말일세. 신전 사제면 돈이 없는 것도 아닐 것 아닌가? 차라리 잡화점에서 사지 그랬나?” “그게…. 가진 돈을 전부 사용해버려서요….” 음? 의외로 들고 있는 돈은 전부 써버리는 타입인가? 하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란 있을 수 없지. 남한테 폐 끼치는 성격은 절대 아닐 테고, 그 정도 단점은 귀엽게 봐줄 수 있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앞으로는 레벨 업도 될 테고, 그럴 일도 없을 거잖아. 안 그래?” “네….” 구원의 말에 레이아는 살포시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어째선지 사라와 디아나의 표정은 묘해졌지만 말이다. 그렇게 레이아까지 더해 세 명의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평소보다도 더 눈이 행복해지는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밤이 찾아 왔다. 참고로 레이아는 일단 신전으로 돌아갔다. 굳이 일행과 일거수일투족을 같이 한다고 여관을 잡는 건 낭비니 말이다. 다음부터는 아예 신전 근처 여관으로 묵는 곳을 옮기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구원도 주기적으로 신전에 들러야 하게 됐고 말이다. 어쨌든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사라와의 행위가 문제다. 오늘은 평소의 두 배는 해버린다고 선언해버렸단 말이지. 아무리 직업과 스킬의 힘으로 섹스에 자신 있는 구원이라고 할지라도,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정말 가능하려나? 마음을 다잡고 사라의 방에 가자, 사라는 이미 몸을 씻어 완벽히 준비를 끝마치고 침대에 앉아있었다. 그러고 보니 사라나 디아나나 몸을 씻어 준비를 마치고도 제대로 옷은 입고 있네. 이것도 일종의 여자로서 자존심을 지키는 건가? 나는 옷을 벗기는 과정도 그 나름대로 즐기는 편이니, 딱히 불만 같은 건 전혀 없지만 말이다. “아까 한 말 기억하고 있죠?” “그, 그럼. 두 배 말이지.”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행동에 얼마나 마음이 담겨져 있는지가 중요한 거예요.” 사라는 구원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마치 무언가를 갈구하듯이 그렇게 말했다. “응. 힘낼게.” 사과의 마음을 담은 섹스라는 게 어떻게 하는 건지 감은 안 잡히지만, 일단 최대한 정성껏 하면 되겠지? 구원은 사라의 왼쪽에 앉아서 일단 옷 위로 사라의 몸을 천천히 애무했다. “으응읏!” 오른손으로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왼손의 검지로 사라의 등을 가볍게 쓸어내리자, 사라의 몸이 흠칫흠칫 떨리면서 그 등이 활처럼 휘었다. 그대로 왼손을 아래로 내려 사라의 부드러운 엉덩이로 향하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사라가 살며시 구원에게 몸을 기대왔다. 역시나 사라도 구원과의 행위에 서서히 익숙해지는 모양이다. 구원은 왼손으로 만지기 좋게 기울여진 사라의 부드러운 왼쪽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그것만으로 사라의 눈이 촉촉해지는 것 같았다. “아앙!” 구원이 가슴을 만지던 손을 꼼지락 거려 옷 위로 사라의 가슴에서 볼록 튀어나온 부분을 확인한 후 엄지와 검지로 살짝 비틀자, 사라의 입에서 신응성이 터져 나오며 구원에게 완전히 몸을 맡기고 쓰러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촉촉한 눈동자로 구원을 빤히 바라보는 건 멈추지 않는다. 구원은 오른손을 그대로 올려 사라의 턱을 붙잡고 키스를 했다. “흐읍! 쮸릅. 읍! 으읍!”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사라의 혀가 구원의 혀에 얽혀왔다. 역시 키스 참 좋아하네.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을 내려 슬쩍 음부를 훑어보니, 이미 옷 위로도 그 부분이 젖어있는 게 느껴졌다. 섹스 애널라이즈로 확인했을 때는 엉덩이가 가장 민감한 성감대라고 나오는데, 오히려 엉덩이보다 키스에 더 반응하는 것 같단 말이야. 그동안 한 플레이 때문에 이쪽이 익숙해서 그런 건가? 구원은 왼손의 검지로 계속해서 사라의 음부를 선을 따라 그리듯 왕복했다. 천 옷 위로 점점 젖는 면적이 넓어져가는 걸 그리는 건 꽤나 재미가 있었다. 사라는 구원과 입을 뗄 생각은 하지 않은 채, 소리 없이 몸만 떨고 있을 뿐이었다. 이쯤하면 됐나. “흐읏. 할짝. 하앗. 하앗.” 구원이 입을 떼자, 사라도 그제야 급하게 입으로 숨을 몰아쉬었다. 직전까지 구원의 혀와 얽혀있던 혀가 떨어지며 입술을 핥는 모습이 무척 섹시하게 보였다. 구원은 그대로 사라의 옷자락을 잡아 서서히 벗겨나갔다. 사라는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워하는 듯하면서도, 구원이 벗기기 좋게 몸을 움직여줬다. 응. 역시 최고다. 평소엔 절대 드러내지 않는 알몸이 서서히 드러나는 이 순간은 몇 번 겪어도 황홀한 순간이다. 구원은 사라의 몸을 살며시 뒤로 눕히고, 예쁜 다리를 양 옆으로 활짝 벌려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과연 이 자세는 부끄러운 듯 사라도 얼굴을 붉히며 두 손을 가랑이 사이로 내렸지만, 구원은 가볍게 한 손으로 사라의 두 손을 잡아 음부를 가리지 못하도록 했다. 사라는 가볍게 눈을 흘기면서도, 순순히 손에 힘을 뺐다. 잠자리에선 이렇게 쉽게 이기는데 말이야. 구원은 그 상황이 재밌어서 일부러 애태우듯 물건의 끝부분으로 사라의 음부 입구를 부드럽게 비볐다. 가볍게 비비는 것만으로 물건에 끈적끈적한 선이 이어질 정도로 사라의 음부는 흠뻑 젖어있었다. “흐읏. 빠, 빨리…!” “빨리 뭐?” 사라가 애가타서 그렇게 재촉하는데, 구원은 능청을 떨었다. “너, 넣어줘요?” “뭘? 어디에? 구체적으로 말 안하면 모르겠는데?” 어디서 들어본 건 있는 구원은 그런 전형적인 대사를 내뱉었다. 자, 과연 어떻게 나올까? “그걸 몰라서…! 흐으으읏!” 이크. 하지만 역시 게임처럼은 되지 않는다. 눈에 쌍심지를 켜는 사라를 보고 구원은 얼른 허리를 전진시켰다. 그러고 보니 하는 걸 보고 용서해준다고 했었지. 그만 흥에 취해서 너무 기어올랐나. 그럼 다시 제대로 봉사해줘 볼까. 구원은 양손으로 사라의 엉덩이를 받치듯 움켜쥐고 허리를 흔들며, 몸을 숙여 그대로 사라의 가슴을 빨았다. “하응! 흐읏! 하앗! 하아앗!” 사라는 양 손으로 구원의 머리를 움켜쥐고, 꼭 끌어안으며 신음했다. “흐아아아앙!” 그러다가 가슴 중앙의 볼록 튀어나온 돌기를 혀로 노크하듯이 두드리고 돌리며 빨자, 결국 사라가 등을 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악, 하앗, 하앗.” 사라가 절정의 여운에 잠기는 동안 잠깐 허리를 멈추자, 사라는 양손으로 움켜쥐고 있던 구원의 머리를 자신의 얼굴로 향해 돌렸다. 역시 이건 그런 뜻이겠지? 구원은 자신의 얼굴을 사라의 얼굴로 가져가, 그 아름다운 아랫입술을 살며시 입술로 물었다. 역시 그 행동이 정답이었다는 듯, 사라가 그대로 구원의 입술에 격렬하게 얽혀왔다. 슬슬 사라의 숨도 안정된 것 같고, 다시 한 번 움직여 볼까? 구원이 허리를 움직이려하자, 사라가 그 긴 두 다리로 구원의 허리를 감싸 안고 꽉 조였다. 이건 아직 움직이지 말라는 뜻인가? 그렇게 한동안 허리의 움직임 없이 성기끼리 이어져만 있는 상태로 사라와 진한 키스를 계속했다. “하앗. 쓰읍. 역시 이런 건 저와 할 때밖에 못하죠?” 사라가 어딘가 모르게 의기양양한 태도로 그렇게 말했다. 왜 자기만 한다는 데에 그렇게 집착하지? 혹시 구원은 모르는, 여자들 간의 묘한 경쟁심리라도 있는 건가? “으…으응.” 하지만 구원은 대답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그게…실은 바로 어젯밤에도 꽤나 격렬하게…. “그, 그 반응은 뭔가요? 설마?!” 구원의 반응에 뭔가 집히는 게 있는 듯, 사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구원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아니, 그, 뭐냐….” “씨, 씨이!” 구원이 사라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자, 사라가 뭔가 평소 분위기와 안 어울리는 소리를 냈다. 어라?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사라가 이런 소리를 냈다고? 이런 와중에도 귀엽다는 생각이 들어버린 난 이상한 걸까? “그, 그럼 이런 건 어때요!” 사라는 구원의 허리를 감은 두 다리에 힘을 줘 그대로 반 바퀴 굴러 구원과 위치를 뒤바꿨다. 그리고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외치면서 구원의 가슴에 얼굴을 박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구원의 유두에 그 부드러운 입술을 가져다댔다. “우웃!” 그 생소한 느낌에 구원도 이상한 소리를 내버렸다. 구원이 대답하진 않았지만, 반응을 보고 사라도 짐작한 모양이다. “후훗. 츄릅. 쩝.” 마치 어떠냐는 듯이 콧소리를 한번 내더니,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건…아까 내가 한 걸 그대로 따라하는 건가? 그다지 기교가 있는 건 아니지만, 그 생소한 느낌은 구원에게 충분히 색다른 쾌감으로 다가왔다. 구원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사라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꽉 쥐고 위아래로 흔들면서 스스로도 다시 허리 운동을 재개했다. “츄릅. 흐읍! 자, 잠깐! 흐앙!” 미안. 더 이상 못 참겠어. 어차피 평소 두 배를 하려면 지금부터 밤새도록 계속 움직여야하잖아? 구원을 애무하던 사라는 그대로 힘이 풀리며 고개를 구원의 가슴에 처박고 구원의 움직임에 몸을 맡겼다. “흐앙! 하앙! 하읏! 흐읍. 흡. 츄릅.” 구원은 한 손을 들어 그런 사라의 턱을 붙잡고 입을 맞추며 그대로 허리 운동을 계속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조언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주인공의 성격이 갑자기 확 바뀌거나 하진 않겠지만, 지적해주신 주인공의 주도권 부분은 점차 개선될 예정입니다. 사실 그 발판은 이미 마련했어요. 68==================== 수인족 사제 그렇게 구원과 사라는 평소보다도 더 서로에게 엉겨 붙으며 오랫동안 몸을 겹쳤다. 하지만 아무리 힐링 섹스가 발동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틀연속으로 밤을 새는 건 불가능했다. 계속되는 쾌락으로 사라가 먼저 혼절했고, 그 이후로도 평소의 두 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던 구원도 결국 어느 샌가 잠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구원은 가슴에 느껴지는 간지러운 감각에 잠에서 깼다. 뭐지, 이 느낌은? 아직 잠에서 덜 깨 머리가 멍한 상태로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뿌연 시야 사이로 몸 위에 있는 사라가 뭔가를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사라보다 늦게 일어났다고? 시야 구석을 확인해보니 벌써 7시다. 설마 내가 이 시간에 일어나다니, 역시 사람은 잠을 꼬박꼬박 자줘야 하나보다. 몇 번인가 눈을 깜박여 시야가 깨끗하게 만들자, 사라의 모습이 제대로 눈에 들어왔다. 어제 잠든 자세 그대로 구원과 몸을 완전히 밀착시키고 구원의 위에 누워있는 사라는, 집게손가락을 세워 그 끝을 구원의 가슴에 대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뭐하는 거지? 글자라도 쓰는 건가? “으음…사라?” “구, 구워…흐읏!” 구원의 목소리에 사라는 깜짝 놀란 듯이 몸을 일으키려다가, 아직 연결되어있는 그곳의 감각에 움찔거리며 다시 구원의 몸 위에 쓰러졌다. 어제 그렇게 했는데도, 구원의 물건은 아침부터 무척이나 건강했으니 말이다. 구원도 움찔대는 사라의 음부가 주는 자극을 견디면서 일단 궁금한 점부터 물어보기로 했다. “뭐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사라는 급작스런 쾌감덕분인지 얼굴을 붉히고 외쳤다. “뭔가 글자라도 쓰는 것 같았는데….” “그,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사라는 마치 구원의 가슴에 있는 글자를 지우기라도 하듯이 손으로 그쪽 부분을 쓱쓱 문지르며 얼버무렸다. 왜 이렇게 당황하지? 혹시 어젯밤 잠자리가 생각보다 시원찮아서 내가 자는 사이에 욕이라도 썼나? 아니, 사라도 분명 정신을 잃을 정도로 즐겼는데? “그래서, 하는 걸 보니 용서해줄 수 있을 것 같아?” “네? 뭐가…아! 흐, 흠. 그러네요. 뭐 아슬아슬하게 용서해줄 정도는 되는 것 같네요.” 사라는 드디어 표정관리를 하고 새초롬하게 말했다. 휴. 다행이다. 아무래도 어젯밤이 맘에 안 드는 건 아닌 모양이다. 아슬아슬하게란 건 그냥 사라 나름대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표현이겠지. “음…. 아슬아슬하게라니. 뭔가 석연찮은데. 좋아 그럼 완벽히 용서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되게 한 번 더 하자.” 하지만 구원은 일부러 그 말꼬투리를 잡고 늘어졌다. “자, 잠! 벌써 늦었어요!” 사라도 시간만 문제될 뿐 하는 거 자체가 싫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괜찮아. 한 번만 더 하는 건데 뭐.” 사실 내가 하고 싶거든. 아까 느낀 자극 때문에 이대로 그냥 빼기는 너무 아쉬워졌다. 결국 눈을 뜨고 다시 재개된 사라와 구원의 행위는 디아나가 방문을 두드릴 때까지 이어졌다. 먼저 사라가 씻은 후 구원도 급하게 씻고 식당으로 내려가자, 디아나뿐 아니라 레이아까지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레이아도 벌써 와있었어? 빨리 왔네.” “네. 신전의 아침을 빠르니까요.” “밥은 먹고 온 거야?” “아뇨.” “밥 정도는 신전에서 먹고 느긋하게 와도 되는데.” “파티의 일원이 된 이상 되도록 여러분과 함께 해야죠.” 구원이 괜히 미안해서 그렇게 말했지만, 레이아는 살며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음. 오늘도 정화되는 미소다. 좌불안석이었던 어제 저녁과는 다르게, 아침은 눈앞에 있는 각양각색의 세 미녀의 미모를 즐기며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어째선지 사라가 레이아의 얼굴 한 점을 계속 빤히 보는 게 눈에 들어왔다. “왜 그러신가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레이아도 그 시선을 눈치 챘는지 사라에게 물어봤지만, 사라는 얼버무릴 따름이었다. 구원은 식사를 하면서 오늘 할 일을 정리해봤다. 밤에 디아나와 스킬 연구를 하기로 했으니, 오늘도 역시 어제처럼 던전에는 당일치기로 다녀와야 한다. 어차피 힐러가 들어왔다고 해서 바로 계층의 주인한테 덤빌 것도 아니니, 오늘은 힐러가 낀 전투의 맛보기를 한다고 생각해야겠지. 그리고 레이아의 스태프를 주문하는 것도 필요하다. 저번에 사라의 활을 강화할 때는 하루 만에 끝났으니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번엔 완전히 새로 만드는 거니 혹시 모른다. 적어도 계층의 주인과 싸우기 전에는 모든 장비를 철저하게 갖춰야하니, 이것도 미리미리 준비를 해둬야지. 그래서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제일 먼저 한나의 가게에 들렀다. “여어. 이거 또 못 보던 아가씨를 데려오셨군. 잘나가는데?” 오늘도 남자처럼 털털한 한나는 놀리는 건지 진심으로 하는 건지 모를 말을 해왔다. “뭐 내가 좀 잘나가…윽! 그, 그보다 스태프를 하나 주문하고 싶은데.” 괜히 허세를 부려보려다가 사라에게 옆구리를 꼬집힌 구원은 얼른 목적을 전달했다. “주문? 여기서 사는 게 아니라 만드는 건가?” “응. 재료만 가져오면 그게 더 싸게 먹히지 않아?” “그거야 그렇지. 스태프의 주재료가 뭔지는 알고 있겠지?” “응. 제대로 가져왔어.” “좋아. 그럼 따라와. 이봐! 난 공방에 갈게!” 한나는 옆에 있던 종업원 차림의 아이에게 말을 전하고 가게 안쪽의 문으로 들어갔다. 한나의 뒤를 따라 들어가니, 그곳은 거대한 대장간이었다. 건물 크기치고는 묘하게 가게가 좁아서 의아했는데, 이제 보니 대장간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군. “그럼 물건을 봐보실까?” “자, 여기.” 구원이 물건을 꺼내자, 한나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스쳐지나갔다. “이게 그 소문의 물건인가.” 커진 상태로 드랍 된 성기가 아무래도 소문까지 난 모양이다. 하긴 구원이 물건을 파는 한스의 동생이라고 했으니 당연한 건가. 일단 늑대개 말고 다른 초월종은 성기가 드랍 된다는 보고자체를 안했지만, 그래도 구원이 특이한 성기를 얻는다는 소문이 퍼지는 건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적어도 몬스터의 성기가 비밀 통로의 열쇠가 된다는 사실이 밝혀지지 않도록 노력할 수밖에 없나. “만드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 “그다지 오래 안 걸려. 오늘 안에는 완성시켜주지. 지금은 다른 일도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한나는 옆에 있던 망치를 집어 들었다. 하지만 저 성기가 어떻게 스태프가 되는 걸까? “잠깐 구경해도 돼?” 어차피 오늘도 던전에서 쉬엄쉬엄 사냥하다가 올 생각이다. 시간에 쫓길 필요는 없다. “응? 그러던가. 방해만 하지 말라고.” 한나는 털털하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표정은 묘하게 재밌어 보이기도 했다. “남자인 자네가 그런 걸 뭣 하러 보려고 그러나? 그냥 던전이나 가세.” “그냥. 저게 어떻게 스태프가 되는지 궁금하잖아.” 디아나가 왠지 한숨 쉬듯이 그렇게 말했지만, 호기심 많은 구원은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쾅! 쾅! 쾅! 그리고 디아나가 왜 보는 걸 말렸는지 바로 깨닫게 됐다. 바로 한나가 모루에 성기를 내려놓더니, 손에 들고 있던 망치로 그 성기를 강하게 내려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으악! 잠깐만! 그만 볼게! 수고해!” “핫핫핫!” 구원은 왠지 가랑이 사이에 위협을 느껴 한나의 호쾌한 웃음소리를 뒤로한 채 황급히 대장간을 빠져나갔다. 젠장. 트라우마로 남으면 어쩌려고 저런 걸 보여주고 있어. “그러게 이 몸이 뭐라고 했나. 다른 사람의 충고는 새겨들어야 하는 법일세.” “네. 마음 속 깊이 깨달았습니다. 자, 던전에 가시죠.”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역시나 우리 디아나님의 말씀은 새겨들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렇게 도착한 비밀 통로. 구원은 여느 때처럼 늑대개의 성기를 꺼내 바위에 난 구멍에 쑤셔넣었다. “이, 이건!” 땅울림과 함께 통로가 열리자, 그 광경을 처음 본 레이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우리끼리만 아는 비밀이야. 다른 데선 절대 말하면 안 돼.” “네, 네!” 구원이 입 앞에 검지를 세우고 그렇게 말하자, 레이아가 양 손으로 자신의 입을 막으면서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크으. 이 누님 왜 이렇게 하는 행동마다 귀여우시냐. “크, 크흠. 자, 빨리 가세나.” 이제는 당연하다는 듯이 등에 매달리는 디아나를 업고, 일행은 통로에 들어갔다. “하아, 하아, 하아.” 통로에 들어오고 제법 시간이 지났을 때, 뒤에서 가쁜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레이아씨 괜찮아요?” “네, 네. 괜찮아요.” 사라도 걱정되는지 그렇게 물어봤지만, 레이아는 이마에 땀을 훔치면서도 애써 건강하게 대답했다. 아니. 전혀 안 괜찮아 보이는데. 하긴 이 통로 지형이 걷기 좀 힘든 게 아니긴 하지. 아무래도 체력과는 인연이 없는 사제인데 레벨까지 낮다보니 여간 힘든 게 아닌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피로를 풀어주는 마법조차 사용하지 않는 걸보니, 아무래도 사냥에 쓰기위해 신성력을 아끼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읏차.” “꺄악!” “읏!” 구원은 디아나를 업은 상태에서 레이아에게 다가가 등과 다리를 받쳐 안아들었다. 레이아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고, 어째선지 사라도 놀란 것 같은 반응을 보여줬다. “구, 구원씨. 괜찮아요.” “괜찮기는. 전혀 안 그래 보여. 내려가기도 전에 지쳐버리면 전투할 땐 어쩌려고 그래.” “하지만 이러면 구원씨가….” “나야말로 괜찮아. 전혀 문제없어. 체력에는 자신 있거든.” 구원은 체력에 조금 보너스 스탯을 분배하며 말했다. 게다가 이렇게 함으로써 힘이 조금 더 든 것보다 더 큰 이익이 생겨나고 있었다. 바로 눈앞에 펼쳐진 압도적인 볼륨! 펑퍼짐한 사제복 위에도 확연히 드러나는 그 가슴이,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출렁출렁 물결치며 자기주장을 심하게 해온다. 이런 광경을 코앞에서 볼 수 있을 날이 오다니. 살아있길 잘했다. 보는 것만으로 피로가 풀리는 것 같은 광경이다. “응. 문제는커녕 오히려 행복해.” “네? 왜요?” “으,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도 모르게 본심이 입 밖으로 새어나온 모양이다. 조심해야지. “으, 으흠!” 팔에 디아나의 다리를 걸치고 또 레이아를 안은 거라, 디아나가 조금 불편해진 모양이다. 뒤에서 디아나가 구원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줘 상체를 꽉 밀착시키는 자세로 바꿨다. 하지만 이래서야…. “디아나. 갈비뼈 닿아서 아파.” “무, 무슨 소리인가! 자네는 정말 믿을 수 없군! 그게 여성한테 할 소리인가!” 왜 갑자기 여성한테 어쩌고 하는 소리가 나와? 하지만 아무래도 구원의 말이 디아나의 역린을 건드린 모양이다. 디아나는 갑자기 화를 내면서 구원의 머리를 토닥토닥 때리기 시작했다. “미안. 미안. 잘못했어.” 화내는 이유가 전혀 이해되지 않았지만, 구원은 관대하게 먼저 사과를 했다. 이런 풍경을 눈앞에 둔 남자라면 누구라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게 되거든. 게다가 디아나가 아무리 주먹으로 때려봤자 자기 손만 아프지 구원에게는 전혀 아무런 데미지도 없다. 구원은 눈앞에 있는 풍요로운 광경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사과 했지만, 오히려 디아나에게는 그게 놀리는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 “자네는 사과하는 태도가 안 되어있네!” 그래서 결국 또다시 디아나의 폭풍설교 타임이 시작되고 말았다. 으윽. 이 사태를 어떻게 넘겨야. 오늘 밤에…는 이미 시키는 걸 다 한다고 말해둔 상태고. 또 뭐 달랠만한 조건 없나? “알았어. 사과하는 의미로 이제 디아나가 원하면 언제 어디서나 업고 다녀줄게.” 사실 생각해보면 그다지 권리랄 것도 없다. 지금도 디아나가 힘들다 싶으면 바로 업고 가는데다가, 이런 예쁜 애랑 밀착하고 다니는 건 구원도 괜찮은 기분이니 말이다. “흠. 어쩔 수 없군. 자네 성의를 봐서 이번엔 이 몸이 관대하게 용서해주겠네.” 하지만 디아나는 그걸로 괜찮은 모양이었다. 뭐 자기 딴에는 나름 만족한 기색이니 넘어갈까. 그렇게 구원은 등 뒤엔 디아나, 앞에는 레이아라는 미녀 둘과 찰싹 달라붙은 상태로 비밀 통로를 통과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66화에서 대사제가 레이아가 구미호가 된다는 사실을 비밀로 하자고 하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쓰다가 실수로 빼먹었네요. 격려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저번 화의 후기는 주인공의 성격을 바꾼다기 보다는, 주인공도 성장하고 인물들 간의 관계도 변하면서 발전해나갈 거란 얘기였습니다. 그냥 답답해하시는 분이 많아서 앞으로 전개를 살짝 말한건데 오해를 샀네요. 앞으로는 이렇게 설명하기 보다 본편에서 글로 잘 표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69==================== 수인족 사제 비밀통로를 지나가고 나서 제일 처음 마주친 적은 바로 웨어 울프였다. “어머? 늑대개가 두 발로 서있네요?” 뒤에서 레이아가 그런 맥 빠지는 감상을 늘어놓았다. 그러고 보니 비밀 통로가 어디로 연결되는지 설명을 안했었구나. 저 반응은 그런 차원의 문제가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게다가 수인족이 저런 말을 하니, 위화감이 엄청나다. 뭐 그건 일단 제쳐두고, 구원은 우선 전투에 집중하기로 했다. “레이아, 사라와 디아나에게서 떨어지지마!” 구원은 재빨리 앞으로 튀어나가며 말했다. 웨어 울프가 접근해도 나름 대처가 가능한 사라와 디아나와는 다르게, 레이아는 전혀 대응이 불가능할 거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둘에게 기대는 수밖에 없다. 뭐 웨어 울프가 쟤들한테 접근하기 전에 구원이 앞에서 단단히 틀어막는 게 기본이지만 말이다. 구원이 웨어 울프와 격돌하기 전에, 뒤에서 레이아가 마치 노래하듯이 맑은 목소리로 기도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구원의 몸 주위를 따뜻한 빛이 감싸며 몸에서 활력이 넘치는 게 느껴졌다. 오오. 이게 바로 버프인가. 처음 받아 보는 버프는 상당히 기분 좋은 감각이었다. 아직 저 레벨이라 솔직히 지금 당장은 전투에서 도움될 걸 기대하지 않았는데, 이정도면 충분히 전투에도 도움이 되는 수준이다. 좋아. 그럼 나도 레이아한테 멋진 모습을 보여줘야지. 구원은 먼저 마주 달려오던 웨어 울프에게 절정속박을 걸고, 성자의 손길을 발동한 주먹으로 그 콧등을 후려쳤다. 웨어 울프가 몸을 경직시키자, 그대로 주먹을 연타한다. 뒤에서는 사라의 화살과 디아나의 마법이 구원의 몸을 피해서 웨어 울프의 몸에 날아가 꽂혔다. 그동안 직업 레벨을 올린 덕분에 이제는 웨어 울프 한 마리쯤은 성자의 손길로 걸어둔 스턴이 풀리기 전에 잡는 게 가능하다. 대충 웨어 울프가 죽을 때가 돼자, 구원은 살짝 뒤로 점프하듯 물러났다. 그리고는 성자의 손길을 발동해 밝게 빛나는 주먹을 치켜들고 힘차게 소리쳤다. “내 이 손이 새하얗게 타오른다! 네 놈을 싸게 하라고 맹렬히 울부짖는다! 하아아앗!” 구원이 웨어 울프의 옆을 스쳐지나가며 그대로 명치에 주먹을 꽂아 넣자, 웨어 울프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무너져 내렸다. 바닥에 떨어진 하얀 액체만의 웨어 울프의 최후의 순간이 어땠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훗. 완벽하군. 게다가 타이밍을 봐서 이런 식으로 막타를 넣는 건 멋지기만 한 게 아니다. 공격과 동시에 회피도 겸하는 기술인 거다. 최고의 회피방법은 아예 사로에서 몸을 빼버리는 거지. 네놈의 마지막 공격조차 나에겐 닿지도 않았다. 구원은 바닥에 묻은 흰 액체를 밟지 않게 조심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와! 굉장해요!” 레이아가 두 손을 마주잡고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구원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봐! 보라고! 아는 사람은 안다니까! 지금까지 구원이 어떤 기술을 써도 미적지근한 반응밖에 없었는데, 이런 반응을 보여주는 사람이 생기자 구원도 기가 살았다. “그렇죠? 그렇죠!” “네! 설마 잠자리에서 쓰는 기술을 전투에 응용하다시니, 굉장한 발상이네요!” 어, 어라 그쪽? 내 막타가 멋있었던 게 아니라? 아니, 그래도 나한테 감탄하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구원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우쭐댔다. “하핫. 제가 원래 좀 독특하고 신선한 발상이….” “다 이 몸이 알려준 거지만 말일세.” “네. 다 디아나님이 알려주신 덕분이죠.” “와아. 굉장하세요.” 레이아의 초롱초롱한 눈빛은 바로 구원에서 디아나에게로 옮겨졌다. “흠. 마법사란 자고로 창의적인 발상이 필요한 법이라네.” 디아나도 나쁘지 않은 기분인지, 가슴을 펴고 으쓱대며 말했다. 큭. 분명 이번 전투에서 활약은 내가 다 했을 텐데. 구원은 씁쓸하게 웨어 울프의 시체에서 마석을 캐냈다. “그런데 이번 늑대개는 어떻게 두 발로 걷는 걸까요?” “…레이아. 설마 늑대개랑 얘들이랑 같은 놈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아, 아닌가요?” 레이아는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응. 뭐 비슷하게 생겼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몬스터에 자세하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지. 이해해.” 결코 부끄러워하는 레이아가 예뻐서 하는 빈말이 아니다. “이건 웨어 울프라고 하는 몬스터에요.” “네, 네에?! 웨어 울프면 1계층 마지막에 등장하는 몬스터 아닌가요?” 아무래도 웨어 울프 자체는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냥 통로를 지났다고 갑자기 층이 확 바뀔 리가 없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늑대개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응. 여기 1계층 마지막이야.” “아! 그래서 아까 지나온 통로를 비밀로 하는 거군요!” “그런 거지.” 그 이후로도 일행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냥을 계속했다. 오늘도 당일치기가 목적이다 보니, 그다지 멀리 떨어진 곳까지는 가지 않으려고 했다. 레이아의 버프에 힘입어 더욱더 강력해진 일행은 거침없이 사냥을 계속했다. 다만…. “웨어 울프가 많네요.” 사라의 말대로, 이상할 정도로 웨어 울프가 많았다. 저번에 던전에서 일주일을 보냈을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굳이 그때랑 비교할 것도 없이, 어제까지만 해도 오크가 웨어 울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역시…. “그 초월종이 부활한 걸까?” “음.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타탕하겠군.” 비밀 기지의 입구는 양쪽 다 바위로 막아두고 왔었다. 구원의 예상대로 정규루트와 이곳이 이어지는 통로가 그곳 하나뿐이라면, 바위를 치우지 않고 이곳의 웨어 울프가 늘어나는 건 있을 수 없다. 게다가 원래대로처럼 웨어 울프와 오크를 반반의 확률로 만나는 게 아니라, 확연히 웨어 울프를 만나는 빈도가 높다. 어쩌면 통로의 바위를 치운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아예 이곳에 자리를 잡았을 가능성마저 있다. 아니면 늑대개 초월종을 처음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구원 일행을 어떻게 해보겠다고 나선 걸지도 모를 일이다. 일단은 조금 주의를 하는 게 좋겠다. 웨어 울프 초월종을 잡아봤다고는 해도, 만약 주위에 다른 웨어 울프들을 무더기로 끌고 다니는 초월종을 만나기라도 하면 골치 아파지니 말이다. 그 이후에도 웨어 울프를 만나는 빈도는 점점 늘어났다. 심지어 지금 눈앞에 보이는 녀석들은 세 마리가 같이 다니고 있었다. 그 따로 놀기 좋아하는 웨어 울프가 같이 행동을 하다니. 역시 이건 구원 일행에게 칼을 갈았다고 봐야하나? 그래도 아직까진 괜찮다. 세 마리 정도야 별로 문제 될 것도 없지. 뭉쳐있던 일행은 바로 진형을 정돈했다. 기본적으로 구원이 앞으로 돌출되고, 나머지 셋이 뒤에 있는 진형이다. 구원이 앞으로 나서자, 이번에도 바로 아름다운 기도소리와 함께 버프가 걸렸다. 구원이 웨어 울프 둘을 성자의 손길로 잡아두자, 바로 사라와 디아나의 공격이 날아왔다. 하지만 역시 셋이 상대면 스턴이 풀리기 전에 전부 해치우는 건 불가능하다. 한 마리를 집중적으로 공격하여 쓰러뜨리자, 나머지 두 놈이 스턴에서 풀려났다. “크르르르르!” 놈들은 바로 이성을 잃고 구원을 덮쳐왔다. 두 마리가 상대니 난 공격하는 것보다는 회피에 전념하는 게 좋겠지? 하지만 막상 상대해보니, 회피를 하면서도 평소보다 여유가 있었다. 직업 레벨의 성장은 물론이고, 거기에 레이아의 버프까지 겹쳐진 효과인가. 역시 사제가 파티에 필수라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구원은 곧장 반격에 나서기로 했다. 반격하면서 놈들의 모든 공격을 전부 피하는 건 무리가 있었지만, 그래도 결국 가볍게 두 놈 다 처리할 수 있었다. 전부 피하지 못했다고 해도 겨우 생채기가 조금 생기긴 정도다. 던전에서 사냥하면서 이정도 상처는 상처 축에도 못 들어가지. 하지만 레이아의 입장에선 그게 아닌 모양이다. “괜찮으세요?” 전투가 끝나자 빠르게 구원에게 다가온 레이아는 기도를 외워 따뜻해 보이는 빛을 손에 머금게 하고, 구원의 상처 부위에 가져다대 문지르듯이 어루만졌다. 그러자 레이아의 손의 빛이 구원의 상처에 흡수되듯이 빨려들어가며 순식간에 상처가 아물어갔다. 힐이란 걸 이렇게 쓸 수도 있구나. 그냥 마법처럼 멀리서 뿅뿅 하는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많이 아프시죠?” “아, 아니 그렇게 까진….” 두 눈에 걱정의 빛을 잔뜩 띄우고 말하는 레이아에게, 구원은 얼굴을 붉히고 대답했다. “어머. 늠름하시네요.” 구원의 대답에 살며시 미소 짓는 레이아를 바라보며 구원은 감동했다. 천사다. 천사가 여기 있어. 누님을 위해서라면 설령 불타는 지옥불이라도 뛰어 들어갈 수 있습니다. “크흠. 흠흠. 고생했네. 역시 이 몸이 인정한 사내답군.” “네. 앞에서 든든하게 버텨주시는 구원씨에게는 언제나 감사하고 있어요.” 게다가 평소에는 이런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 디아나와 사라마저 구원을 칭찬하고 있었다. 평소 안하던 말을 하는 게 부끄러운지 뭔가 안절부절못하는 기색이긴 했지만 말이다. 레이아 누님의 자애로운 오라가 두 사람에게까지 전달된 건가. 구원의 마음속에서 레이아를 신봉하는 마음이 더더욱 커졌다. 그 이후로도 여러 마리가 뭉쳐 다니는 웨어 울프를 만나 구원이 생채기를 입을 때마다, 레이아가 그렇게 어루만지듯이 회복을 해줬다. “회복 마법은 굳이 닿지 않아도 사용 가능한 게 아닌가요?” 아마 구원과 마찬가지로 사제의 마법에는 자세하지 않을 사라가 그런 질문을 했다. 으악! 말하면 더 이상 이렇게 안 해줄까봐 일부러 나도 말 안하고 있었는데!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러는 편이 신성력의 효율이 좋아요. 제 레벨로 여러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면 적은 신성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하니까요.” 레이아는 살짝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과연. 레이아 성격이면 전투 중에 구원이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는 즉시 바로 회복 마법을 써줄 것 같았는데, 일부러 전투가 끝나고 이렇게 사용하는 건 그런 이유가 있었던 건가. 아무튼 다행이다. 앞으로도 내 행복한 시간은 사라지지 않을 모양이다. “그, 그렇군요.” 사라도 고개를 레이아의 대답에 수긍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어라? 잠깐. 그렇다면! 갑자기 구원의 머릿속에 기막힌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역시 난 천재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다음 웨어 울프 무리를 만났을 때, 구원은 바로 이 빛나는 아이디어를 실행해보기로 했다. 웨어 울프의 숫자도 적당하게 딱 세 마리다. 계획을 실행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기회로군. 구원은 바로 행동에 나섰다. 우선 세 마리 모두에게 성자의 손길로 스턴을 걸고, 집중 공격으로 처음 한 마리를 잡는다. 그리고 스턴에서 풀린 두 마리를 상대로 맞상대해가며 싸운다. 전투 과정 자체는 아까 전 전투와 동일하다. 다른 건 상처를 입는 부위다. 눈이 돌아가 달려드는 두 마리를 상대하면서, 구원은 신중하게 그 공격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한 놈의 발톱 공격이 적절한 높이로 날아왔을 때, 구원은 행동을 개시했다. 지금이다! 구원은 다른 놈의 공격을 회피하는 척하면서 크게 몸을 이동시켜 놈의 발톱 공격을 고간에 스치게 했다. 불알을 스치는 발톱의 감각은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지만, 그래도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좋아. 계획은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더 이상 너희들한텐 볼일이 없다. 구원은 더 이상 간을 보지 않고 빠르게 두 마리를 정리하기 위해 주먹을 휘둘렀다. “괜찮으세요?” 그리고 전투가 끝나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레이아가 구원에게 다가왔다. 레이아는 구원의 상처를 바라보며 기도를 외우려다가 멈칫했다. 그리고는 점점 얼굴이 빨개지며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응. 내가 봐도 조금 이상하긴 해. 구원에게 난 생체기 대부분은 팔과 다리에 집중되어있었다. 몸 중심선에는 거의 상처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데, 그 와중에 고간에 난 상처는 유독 눈에 띄었다. “응. 괜찮아. 조금 이상한데 상처가 나긴 했지만.” 하지만 구원은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 당당하게 말했다. 지금까지 봐온 레이아의 성격상, 이렇게 말해도 무조건 치료는 해줄 거야. 구원이 기대를 담아 레이아를 쳐다보자, 레이아의 얼굴이 점점 빨개졌다. 뭔가 중얼중얼 거리며 갈등하고 있는 모양이다. 좋아. 등을 조금만 더 떠밀면 되겠는데? “자, 가자. 내 상처는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으니까. 이 정도는 침 바르면 나아.” 사실 정말로 그냥 놔두면 곧 낫는 상처들이긴 하다. 내 자연 회복량이 좀 괜찮아야지. “아뇨. 그럴 수는….” 하지만 그 말에 레이아는 결심을 굳힌 모양이다. 얼굴은 여전히 붉게 물들이고 있지만, 구원을 똑바로 쳐다보고 기도를 외우기 시작했다. 좋아. 제대로 먹혀든 모양이군. “자네는 바보인가!” 구원이 씨익 미소 지으려고 한 찰나에, 옆에서 디아나가 구원의 옆구리를 공격했다. 으윽. 설마 들킨 건가? 이 내 완벽한 작전이?! 하지만 이미 늦었다! 기도는 시작됐다고! 레이아가 기도를 마치자, 밝은 빛이 구원을 감싸며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었다. 어?! 이게 뭐야?! 안 돼! 어루만져주는 건?! “자, 이걸로 다 나았어요.” 레이아는 언제나처럼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고, 고마워.” 구원은 애써 미소 지으며 레이아에게 감사를 전했다. “푸흡!” 옆에서는 디아나가 빵 터져 배꼽을 잡고 있었다. 넌 오늘 밤에 두고 보…크흑. 오늘 밤에는 얘 말하는 대로 다 해주기로 했잖아. 구원은 더욱더 서글퍼졌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70==================== 수인족 사제 “진짜 많이도 나오네.” 웨어 울프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며, 구원은 질린 듯이 중얼거렸다. 점심때는 이미 한참 전에 지난 시간. 그런데도 아직까지 일행은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주 작정을 한 모양이구먼.” 디아나의 말대로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웨어 울프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며 구원 일행을 귀찮게 했다. 웨어 울프라는 놈들이 이렇게 많은 놈들이었어? “그곳이 그렇게 중요한 곳이었을까요?” “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좋겠지. 통로가 되는 그곳 때문에 이 난리를 피운다면, 이곳에 뭔가 더 비밀이 있을 지도 모르겠네.” 비밀 기지의 반대편, 즉 정규루트 쪽은 저번에 일주일동안 돌아다니면서 비밀 기지 근처는 거의 완벽하게 맵을 밝혀뒀다. 하지만 이쪽은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맵이 어두운 상태다. 원래는 레이아의 레벨이 어느 정도 오르면 곧장 계층의 주인과 맞붙을 생각이었지만…. 하지만 디아나의 말대로 정말 이 공간에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 거라면, 또 한동안 머무르면서 이쪽 맵을 밝히는 작업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자, 다 됐어요.” 전투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가온 레이아가 구원의 몸에서 손을 떼고 말했다.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여전히 레이아는 이렇게 손을 대는 방식으로 구원을 치료해주고 있었다. 역시 천사다. 순간 음란마귀가 껴서 이런 천사님께 그런 일을 벌였던 그때의 내가 부끄러워진다. “응. 고마워.” 이곳을 더 탐험할지 어쩔지는 나중에 생각할 일이다. 지금 당장은 우선 밥을 먹는 게 중요하다. 구원은 맵을 보며 삼면이 막혀있는 곳으로 향했다. 삼면이 막혀있으면 도망가기는 건 불가능해지지만, 대신 몬스터가 한쪽에서만 나타나니 대응하기도 쉽다. 어차피 이 근처 몬스터에게서 도망갈 일이 없는 일행에게는 최고의 지형이다. 그곳에도 역시나 웨어 울프 두 마리가 있었지만, 일행은 가볍게 놈들을 처리하고 드디어 점심을 먹게 됐다. 그런데 오늘은 오크들을 별로 못 만나서 고기가 없네. 구원은 일단 스프와 빵을 넉넉하게 꺼냈다. “와아! 따뜻하네요?” 레이아가 스프 접시를 양손으로 받아들고는 후후 불어가며 말했다. “응. 넉넉히 가져왔으니까 많이 먹어.” “후훗. 그렇게 많이 먹으면 못 움직이게 되어버려요.” 그 모습에 흐뭇해진 구원이 빵을 왕창 건네며 말하자, 레이아가 살포시 웃으며 말했다. 아, 치유된다. 조금만 더 방심하면 여기가 던전 안이란 것도 잊어버릴 것 같다. “구원, 할 일 없으면 같이 마른 가지 줍는 것 좀 도와주세요.” 사라가 구원과 레이아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말했다. “아, 응. 그럴게.” “앗, 그럼 저도….” “아뇨. 레이아씨는 저희와 같이 돌아다니느라 피곤하셨을 테니 쉬고 계세요. 이런 건 체력 남는 사람들이 해야죠.” 그렇게 레이아를 배려해준 사라는 구원의 손을 붙잡고 나무 근처로 향했다. “잎이 좁은 것 보다는 잎이 넓은 나무가 불에 잘 타요. 떨어진지 얼마 안 된 가지보다는 떨어진지 오래 되어 수분이 완전히 빠진 가지가 좋고요. 자 여기 만져보세요.” 사라는 구원에게 이것저것 요령을 알려주고 때때론 구원의 손을 잡고 비교도 시켜주며 불에 잘 타는 나무를 골라 땅에 떨어진 나뭇가지를 주워갔다. 이상하게 평소보다 피부접촉이 많은 느낌이다. 기분 탓인가? 사라와 나뭇가지를 주워오자, 디아나도 마법으로 고기 구울 준비를 마쳐둔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탐험 물품 조달할 때 이건 생각을 못하고 있었네. 다음부터는 아예 바비큐 그릴을 하나 구해서 인벤토리에 넣어둘까. 이 세계에 바비큐 그릴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없으면 하나 주문제작 하면 되겠지. 구조가 복잡한 것도 아니고. “자, 준비는 다 끝났으니 어서 굽게나.” 구원이 다가가자, 디아나가 사라와 반대편 쪽 옆에 딱 달라붙으며 말했다. “응. 근데 왜 그렇게 달라붙어?” “으, 음? 구, 굽는 자네와 붙어있어야 빨리 먹을 것 아닌가!” 그, 그럼 그런 거지 왜 소리를 지르냐? 하여간 쪼끄만 게 식탐은 많아가지고. 게다가 사라까지 옆에 그대로 있는 바람에, 구원은 양 옆에 사라와 디아나를 끼고 있는 상태가 됐다. 그래. 얘도 은근이 많이 먹었지. 그런데도 둘 다 몸매는 완벽하다. 같은 여자들한테 질투 받을 타입이다. “후훗.” 물론 우리 천사 같은 레이아 누님은 그런 하찮은 질투 같은 건 전혀 안하시겠지만. 저 몸매를 보면 질투 같은 걸 할 필요가 없어 전혀 없기도 하고. 살포시 미소 짓고 있는 레이아와 마주보고 구원은 오크 고기를 꺼내 굽기 시작했다. “응?!” 대충 다들 식사를 마쳤을 때 즈음에, 갑자기 사라가 고개를 들고 먼 곳을 바라봤다. “왜 그래?” “몬스터가 다가오는 모양이에요.” 구원에게는 아무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사라의 귀에는 뭔가 들린 모양이다. “냄새를 맡고 온 건가?” “아마도요.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해요. 마치 한두 마리가 아닌 것 같은….” 사라는 뭔가 석연치 않은 반응이었다. 던전 안에서 불을 피우고 고기를 굽다보면 종종 이런 일도 있다. 때문에 모험가들은 가급적 던전에서 고기를 구워 먹는 걸 꺼리는 편이라고 한다. 게다가 오크 고기도 엄연히 전투로 얻은 수입이니 말이다. 물론 우리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그냥 막 먹는다. 어차피 이 근처에서 위협이 될 만한 몬스터도 없고, 지금처럼 사라의 감각도 무서울 정도로 예리하니까. 그래도 이번에는 식사가 끝나고 오는 거니 운이 좋은 편이다. 식사 중에 나타나기라도 하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걔들이 몰려와봤자 별일 있겠어? 가볍게 식후 운동이라도 하자고.” 그렇게 말하면서 일어났지만, 사실 그다지 반갑지는 않다. 밥 먹고 바로 움직이면 옆구리 땅긴단 말이야. 게다가 여러 마리라니. 하지만 구원은 겉으로는 그런 내색을 전혀 하지 않고 가볍게 몸을 풀었다.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지. 나머지 일행도 자리에서 일어나 각자 몬스터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자, 어떤 불행한 놈들이 스스로 무덤에 걸어들어 오냐. “크르르르.” 가장 먼저 등장한 놈은, 보통의 웨어 울프보다 덩치가 확연하게 더 큰 놈이었다. 와, 경계가 심하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초월종까지 왔었어? 어쩌면 그때 그 페니스 브레이크로 비참하게 죽은 놈 자리에 부활한 녀석일지도 모르겠다. 그 놈 이후로는 비밀 기지를 뚫으려는 초월종이 더 나타나지 않았으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그런데 사라의 말과는 다르게, 놈 혼자밖에 안 보인다. “다시 한 번 아픈 꼴을 보고 싶은 모양이군. 겁도 없이 혼자….” 구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월종의 뒤에서 다른 웨어 울프들의 모습이 조용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몇 마리야 저거? 좁은 통로가 꽉 들어차 뒤로는 더 보이지 않지만, 엄청난 수의 웨어 울프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 정도면 웨어 울프 두 부락은 합쳐진 규모 같은데? 니들 어디 전쟁이라도 하러 가냐? “너희는 자존심도 없냐? 대체 몇 명이 온 거야. 너도 고추 달려있는 사내새끼면 정정당당히 싸울 걸 요구한다!” “크르르르!”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초월종은 마치 진군 명령이라도 내리듯 팔을 휘저었고, 그 신호에 맞춰 뒤에 있던 웨어 울프들이 일제히 일행에게 달려들었다. 젠장. 이런 지형에선 히트 앤 런 작전도 불가능한데. 그나마 다행인 건 통로가 좁아 구원이 앞에서 틀어막을 수 있다는 점과 웨어 울프 놈들이 원거리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블린들보다도 머리가 좋은 건 분명해보이는데, 놈들은 자신들의 신체 능력을 믿는 건지 좀처럼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다.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얼른 앞으로 달려 나갔다. 사실 그다지 크게 걱정하지는 않고 있다. 아직도 보너스 스탯은 40이나 남아있는 상황. 계층의 주인을 상대할 때를 대비해서는 어떻게든 남겨두고 싶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목숨보다 소중한 건 없다. 여차하면 내구에 보너스 스탯 40을 전부 때려 박으면 된다. 구원은 우선 앞에 있는 녀석들을 전부 한 대씩 때려 어그로를 끌었다. 뒤에서 레이아의 기도소리와 함께, 사라의 디아나의 공격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구원은 레이아의 버프로 가벼워진 몸으로 놈들을 맞상대하기 시작했다. 통로의 넓이는 웨어 울프 서넛이 나란히 서있을 수 있을 정도의 넓이다. 이정도 숫자라면 굳이 보너스 스탯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리 그래도 구원이 공격까지 하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회피와 방어에만 전념하면 별 탈 없이 막을 수 있다. 공격은 사라와 디아나만으로 충분하니 말이다. 그렇게 웨어 울프를 몇 놈을 큰 피해 없이 안정적으로 쓰러뜨리자, 놈들도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구원의 정면에 있던 놈이 쓰러지자, 바로 뒤이어 드디어 초월종이 직접 나섰다. “드디어 납셨군. 너도 저번 놈이랑 똑같이 만들어주마.” “크러러러렁!” 마치 구원의 도발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놈은 성자의 손길을 맞기도 전부터 눈에 핏대를 세우고 구원에게 달려들었다. 네까짓 게 그래봤자 안 무섭거든? 구원은 얼른 성자의 손길로 놈을 한 대 후려치고, 바로 다시 방어에 전념했다. 하지만 놈들이 작전이 바뀐 건 고작 초월종이 나서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초월종의 옆에서 합공해오는 웨어 울프를 쓰러뜨렸을 때, 그 뒤에서 뭔가가 낮게 지나갔다. 구원만 상대해서는 끝이 없다는 생각에 후위를 노리기로 한 건지, 웨어 울프 한 마리가 네 발로 빠르게 구원의 옆을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한 번 당한 수에는 다시 안 당한다!” 웨어 울프들에게는 아쉽게도, 이건 이미 구원이 당해본 수법이다. 그때는 디아나가 마법으로 간단하게 막아버려서 무안한 상황으로 끝나고 말았지만, 지금은 레이아도 있으니 절대로 통과시킬 수 없다. 구원은 우선 발을 걸어 웨어 울프의 몸을 넘어뜨렸다. 하지만 놈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지, 곧바로 다시 일어나 여성진에게 돌진하려고 했다. 젠장. 성자의 손길은 손으로만 사용 가능한 게 단점이라니까. 구원은 몸을 돌려 웨어 울프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크르릉!” 하지만 거기까지도 작전이었던 걸까? 구원이 몸을 돌리자, 그 즉시 초월종이 크게 울부짖으며 양팔을 거세게 휘둘렀다. 이런 미친. 너 옆에 동료도…! 아무래도 놈은 일반 웨어 울프의 목숨보다, 구원 일행을 쓰러뜨리는 걸 우선시한 모양이다. 옆에 있던 웨어 울프가 초월종의 스킬에 갈가리 찢겨나갔다. 그러고도 놈의 기세는 전혀 줄어들지 않고, 붉은 잔상을 남기며 발톱을 휘두르며 전진했다. 몸을 돌린 상태였던 구원은 재빨리 몸을 던져 땅을 굴렀지만, 그래도 공격 일부를 허용하고 말았다. 살이 날카롭게 베어져 나가는 섬뜩한 느낌과 함께 구원의 한 쪽 팔에서 핏물이 터져 나왔다. “구원씨!” 뒤에서 누구 목소리인지 모를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큭. 동료애도 모르는 매정한 새끼.” 내가 다치면 저렇게 비명도 질러주는 우리 아가씨들 좀 본받아라. 다행이 반응이 빨라 그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초월종은 여성진을 노리던 웨어 울프까지 갈가리 찢어버리고 나서야 겨우 스킬 발동을 멈췄다. “크르르. 크르르.” 놈은 그래도 처음으로 구원에게 눈에 띌만한 상처를 입혔다는 데 만족한 모양이었다. 마치 웃는 것처럼 입 꼬리를 올리는 놈이었지만, 곧바로 뒤에서 바로 레이아의 기도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는 밝은 빛에 감싸며 구원의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기 시작했다. “크, 크르르?” 과연 이번에는 놈도 당황한 모양이다. “뭘 당황하냐? 이제부터는 처 맞을 일만 남았는데.” “크르르!” 초월종이 당황해서 웨어 울프들에게 명령하듯 팔을 움직였지만, 움직이는 웨어 울프는 없었다. 그야 자기도 언제 방금 전 놈들처럼 썰릴지 모르는데 나서고 싶겠어? 웨어 울프들은 겁에 질린 것처럼 슬글슬금 뒷걸음질을 치더니, 곧 하나둘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다. 그래 너희들은 가라. 가는 놈 안 잡는다. 구원은 초월종에게 다가가 성자의 손길이 발동 된 주먹을 들고 말했다. “아무래도 어그로만 끌면 된다는 생각에 내가 처음 한 대만 때린 게 잘못인 것 같아. 이제는 너 혼자만 남았으니까 다른 생각은 안 들게 열심히 두들겨줄게.” 결국 혼자 남은 초월종은 일행의 집중 공격을 맞게 됐다. “끼이이잉!” 그리고는 곧 사정하며 허무하게 쓰러졌다. 죽고 나서도 움찔움찔 몸이 떨리는 모습이 참으로 애처로워 보였다. 그러게 왜 남의 성질을 건드려. 뭐, 안 건드렸어도 이런 최후를 맞았을 거란 건 변함이 없었겠지만.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칼데라린 // 이것저것 전부 묘사하다보니 전개가 느려진 감이 있네요. 변명을 하자면 동료도 더 생겼고 조금씩 진행은 되고 있…앞으로 더 전개에 신경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71==================== 수인족 사제 초월종을 쓰러뜨리고 나자, 확실히 던전 내에서 웨어 울프의 비율이 줄어든 느낌이 들었다. 아까까지는 만나는 몬스터 중 열에 아홉은 웨어 울프였다면, 이제는 오크의 모습도 간간히 눈에 띄기 시작했다. 역시 그 웨어 울프들은 그 초월종이 끌고 온 거였나. 일행은 주변을 돌아다니며 적당히 웨어 울프와 오크를 사냥하다가, 저녁시간이 되자 다시 마을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디, 디아나? 부유 마법은 언제 배우나요?” 올라갈 때도 구원이 디아나와 레이아 둘을 옮기는 게 걱정된 모양이다. 사라가 그런 질문을 해왔다. 사라도 은근히 배려심이 깊다니까. 처음 만났을 때 반응과 비교해보면 천지차이다. “음? 부유 마법은 보기와는 달리 꽤나 고위 마법이라네. 배우려면 아직 한참 남았지. 그래도 걱정 말게나 이 몸에게는 언제든 올라탈 수 있는 탈것이 있으니 말일세.” 디아나는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 구원의 등을 탕탕 치면서 말했다. 탈것이라니. 확실히 언제든 업어준다고 하긴 했지만, 너무하지 않냐? 구원도 똑같이 살짝 디아나의 뒤를 톡 치며 말했다. “자, 떠들고 있지 말고 얼른 업히라고. 빨리 돌아가야지.” “히이잇!” 미안. 등을 건드린다는 게 실수로 엉덩이를 건드려버렸네. 어이쿠. 그것도 실수로 성자의 손길까지 발동한 상태로 건드려버렸네. 진짜 미안. “디아나? 왜 그래요?” “아, 아무것도 아닐세.” 디아나는 필사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척 하면서 덜덜 떨리는 몸을 구원의 등에 맡겼다. “자, 자네…!” 디아나는 업히면서 무서운 목소리로 구원의 귓가에 속삭였지만, 디아나의 그곳이 닿는 부분에서는 따뜻한 습기가 느껴졌다. 어라? 이제 디아나도 레벨이 꽤나 올라서 겨우 성자의 손길 한 번에 이정도로 반응하지는 않을 텐데? 설마 또 그 놈의 노출벽이 도지셨나. “하아, 하아, 하아.” 구원의 귓가에 디아나의 뜨거운 숨소리가 닿았다. 게다가 은근슬쩍 움직이는 게, 마치 그곳을 구원의 등에 비비는 것 같았다. “야, 야. 여기선 위험해. 밤까지 참아.” “하앗. 뭐, 뭐가 말인가? 이 몸은 아무렇지도 않네만?” 디아나가 흠칫 몸을 떨더니, 정색하고 말했다. 그럼 지금 낮게 내뱉은 신음성은 뭔데? 아무튼 디아나도 구원의 말에 이성이 돌아온 모양이다. 아직 숨은 완전히 정돈되지 않았지만, 미묘하게 꿈틀대던 허리 움직임은 멈췄다. 하지만 구원에게 매달린 팔에 힘을 꽉 주고 침묵해버렸다. 제 정신이 드니까 화가 난 건가? “자, 그럼 레이아도 이리 와.” “네? 하지만….” “난 괜찮아. 그리고 올라가는 건 더 힘들다?”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꼭 레이아는 들고 가고 싶다. 한 걸을 옮길 때마다 물결치는 흉부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오늘 하루의 피로는 씻은 듯이 날아갈 거다. 그렇게 구원은 올라가는 길도 디아나와 레이아를 앞뒤로 들쳐 메고 갔다. 응. 역시 이 가슴은 인류의 보물이다. 이번에는 뒤에서 디아나도 화가 안 풀린 건지 조용히 있었기 때문에, 구원은 출렁이는 레이아의 가슴을 맘껏 바라보며 흡족하게 비밀 통로를 지나갔다. “그럼 오늘도 먼저들 가 있어. 난 정산하고 갈게.” “정말이죠? 저번에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었나요?” “…사, 사라양 말대로일세.” 사라와 디아나는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 구원을 쳐다봤다. “아, 아무리 나라도 이틀 연속으로 똑같은 실수는 안 해. 정말 곧장 갈게.” “알겠어요. 그럼….” “아 맞다. 레이아는 나랑 같이 가자. 스태프 찾으러 가야지.” “네.” “역시 못 믿겠어요. 저도 같이 가죠.” “…음.” 아무래도 다들 구원과 같이 돌아갈 모양이다. 으윽. 배려를 해주는 건데도 의심을 사고 말다니. 아무리 자업자득이라고는 해도 슬퍼진다. 쳇! 나도 혼자 정산하러 다니는 것 보다 너희들이랑 같이 다니는 게 더 좋거든! 오늘도 당일치기로 다녀온 거니 정산은 비밀 통로에 오가면서 잡은 몬스터 몇 마리로 끝냈다. 정산을 마치고 일행은 바로 한나의 대장간으로 찾아갔다. “오. 왔군. 부탁한 물건은 이미 완성돼있어.” 한나는 곧장 공방에서 스태프를 꺼내왔다. 대략 50cm정도 되어 보이는 숏 스태프다. 재료가 재료인 만큼 대체 얼마나 괴상한 물건이 튀어나올까 했는데, 의외로 평범했다. 색을 칠한 건지 새하얀 색에 끝부분은 천사의 날개를 양쪽으로 펼친 것 같은 모양이다. 그리고 손잡이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그러면 그렇지! 왠지 모르게 귀두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손잡이 부분이 마무리 되어있었다. 뭐야? 그런 설마 저 날개 무늬가 만들어진 부위는 불알…. 구원은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와아!” 하지만 레이아는 그 모양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감탄사를 펼치며 숏 스태프를 건네받아 이리저리 만져보며 행복해하고 있었다. 응. 맘에 든 것 같으니 다행이네. 아, 그래. 이왕 온 김에 한 번 물어볼까. 여기는 모험가들의 무구 전문인 것 같지만, 일단 철을 다루는 곳이고. “한나. 혹시 그릴은 없어?” “그릴? 고기구울 때 쓰는 그거 말이야?” “응.” “그런 거라면 우린 취급 안 해. 여기서 조금 가면 그런 걸 전문으로 다루는 대장간도 있으니 거길 가보는 게 어때?” 아무래도 그릴 자체가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좋아. 여관에 돌아가기 전에 아예 그릴도 사가자. 구원이 그 말을 하기 위해 일행을 돌아보자, 디아나가 레이아를 유독 빤히 보고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응? 왜 그러지?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니, 레이아가 가슴팍에 끌어안고 있는 숏 스태프에 향해있었다. 그러고 보니 디아나만 무기가 없네. 워낙 그런 거 없이도 마법을 잘 쓰다 보니 그냥 필요 없는 건가 싶었는데, 저 모습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디아나. 너도 스태프 하나 고르는 게 어때?” “으, 음?” 디아나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레이아 무기를 빤히 보고 있는 것 같아서. 너도 하나 필요한 거 아냐? 아까 일도 사과할 겸 내가 사줄게.” 아까 던전에서 성자의 손길에 닿은 이후로 유독 말이 없는 디아나를 달래기 위해서 그렇게 말했다. 아직도 화가 안 풀린 건지, 얼굴도 붉다. 하긴 그렇게 던전에서 그런 짓은 엄금이라고 했었으니 말이다. 화 낼만도 하다. 장난이 너무 지나쳤나. “아, 아아! 으, 으음. 그렇군.” 디아나는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자기 키만큼 긴 나무 스태프를 하나 골라왔다. 끝에 보석 같은 게 박혀있는 것도 있는데, 의외로 제일 간단하게 생긴 걸 들고 오네. “그거면 돼?” “음. 충분하네.” 대마법사님이 그렇다니까 내가 할 말은 없지만. 구원이 계산을 마치자, 디아나가 안 어울리게 쑥스러워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크흠. 흠. 고, 고맙네.” “별말씀을.” 그 정도로 화가 풀려준다면 얼마든지 사줄 수 있지. 여관으로 돌아와서 식사를 하며, 구원은 오늘 전투에서 있었던 일을 화제로 꺼냈다. “그런데 신성 마법은 진짜 굉장하더라. 고마워 레이아.” “아뇨…. 제가 할 수 있는 건 겨우 그정도 뿐인 걸요.”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구원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냐. 진짜 덕분에 살았어. 역시 힐러가 있으면 든든하네.” 만약 레이아가 없었다면, 초월종의 스킬에 당한 후의 상황을 장담하기 힘들었을 거다. 동료가 도륙당하는 걸 눈앞에서 봤다고 하더라도, 구원이 피를 흘리는 걸 보면 딴 놈들도 용기가 생겨 달려들었을지도 모를 일이고. “아뇨. 오히려 구원씨가 든든하죠. 정말 믿음직스러우셨어요.” “그, 그래?” 구원의 손을 양손으로 잡고 끌어안으며 말하는 레이아의 행위에, 구원은 헤벌쭉해져서 말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당장 계층의 주인을 잡으러 가도 문제 없겠는데?” “아니, 그건 아닐세.” 구원의 칭찬에, 디아나가 바로 옆에서 냉정하게 반론했다. 그런데 얘 아직까지도 얼굴이 빨가네. “계층의 주인에게 도전하기에는 아직 레이아양의 레벨이 너무 낮네. 이대로 도전한다면 아마 계층의 주인의 공격이 주는 피해에 치유속도가 따라갈 수 없을 걸세. 아직은 멀었다는 얘기지.” “뭐? 이렇게 굉장한데도? 이것보다 더 굉장해진단 말이야?” “으, 으음? 뭐, 그, 그렇지. 그래도 이 몸만큼은 아니지만 말일세!” 비슷하게 마법을 사용하는 입장으로서 질 수 없다는 듯이 디아나가 외쳤다. 그야 당연하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넌 대마법사잖아. 구원은 디아나를 조금 놀려줄 생각에 일부러 레이아를 더 띄워보기로 했다. “그래도 역시 전위로 나서는 입장으로선 힐러가 제일이네. 레이아, 앞으로도 잘 부탁해.” “네. 저야말로 아직 많이 부족한 몸이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으으으으음!” 예상대로 디아나는 어딘가 분한 표정이다. 안 그래도 평소보다 빨간 얼굴인데 구원을 노려보기까지 했다. 아무리 분야가 달라도 마법으로 누구한테 지는 건 무지하게 싫은 모양이다. …이, 이쯤 해둘까. 너무 놀리면 오늘 밤이 겁난다. “그러면 저도 전위로 갈까요?! 다, 단검이라면!” 디아나를 저격한 말언이었는데, 구원이 레이아만 너무 띄워주자 사라까지 스플래시 데미지를 입은 모양이다. 사라도 왠지 안달이 나서는 그런 발언을 해왔다. “아니. 괜히 활만으로 충분히 도움 되고 있으니까 괜찮아.” 전위가 혼자라서 조금 쓸쓸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익숙하지도 않은 사라도 같이 앞에 서자고 할 수는 없지. 사람은 익숙한 일을 하는 게 제일이다. “그, 그런가요….” 사라는 왠지 아쉬운 기색이었다. 설마 전위에 서고 싶은 건가? 이건 제대로 못을 박아둘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앞에 나서서 다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 웬만하면 후방에서 지원역할로 참아줘.” “네, 네.” 구원의 진심이 통한 걸까? 사라도 그제야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왁자지껄하게 식사를 마친 후, 드디어 오늘도 밤이 찾아왔다. 이제 와서 늦은 감도 있지만, 구원은 제법 긴장이 되기 시작했다. 오늘은 디아나가 말하는 대로 전부 들어준다고 했지만, 대체 어떤 걸 시켜올지. 평소대로의 디아나라면 그리 긴장할 것도 없다. 하지만 오늘은 아마 평소의 디아나가 아닐 거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오늘은 디아나를 너무 많이 놀린 것 같기도 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작 값싼 스태프 하나로 해결됐을 것 같지가 않다. 젠장. 이 위기를 어떻게 타파해야하지. 에잇. 일단은 가서 생각하자. 똑똑. “디아나. 나야.” 벌컥! 구원이 노크를 하자마자, 문이 무서운 기세로 열렸다. 우왓! 뭐야! 그렇게 문이 열리고 드러난 디아나의 모습은 무려 알몸이었다. 디아나는 실 한 오라기 걸치지 않은 몸을 가릴 생각도 하지 않고, 잽싸게 구원의 손을 붙잡아 거세게 침대 쪽으로 이끌었다. “디, 디아나?” 당황하는 구원에게 아랑곳하지도 않고, 구원을 침대로 이끈 디아나는 바로 구원의 바지에 달려들었다. “가만히 있게.” 뭐야. 벌써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럼 시키는 대로 가만히 있어야하나. 황급한 손놀림으로 구원의 바지를 벗긴 디아나는 아직 서있지 않은 구원의 물건을 바라보고 다급하게 외쳤다. “뭔가 이건! 왜 안 서있는 겐가!” 아니, 그렇게 갑자기 말해도 말이지. 그걸 시종일관 세우고 있을 리가 없잖아. “이, 이 몸의 몸을 보고도 서지 않는다니!”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구원의 물건을 잡아왔다. 아니, 그냥 너무 갑작스러워서 아직 제대로 눈에 안 들어온 것뿐인데. “자, 이러면 되나!” 디아나가 전에 구원이 알려줬던 방법대로 대딸을 해주기 시작했다. 네. 충분합니다. “히아아앙!” 순식간에 커진 구원의 물건에 디아나가 바로 걸터앉아 자신의 음부 끝까지 삽입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웬만하면 떡씬에서는 안 끊으려고 노력했는데, 분량조절이란 게 쉽지가 않네요. 72==================== 수인족 사제 이미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로 젖어있었던 디아나의 음부는 구원의 물건을 순식간에 끝까지 받아들였다. “하앗, 하앗, 하앗.” “디, 디아나?” 그렇게 한 번에 구원의 물건위에 걸터앉은 디아나는, 구원의 몸을 꽉 끌어안고 잘게 몸을 떨었다. 과연 구원도 당혹스러워 말을 걸어봤지만, 디아나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하응! 하앙! 하아!” 그렇게 몸을 멈추고 있었던 것도 잠시. 디아나는 다시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움직임은 마치 구원의 물건으로 자위라도 하듯이 철저하게 디아나 자신의 쾌락만을 위한 움직임이었다. 구원은 살며시 디아나의 머리를 양 손으로 감싸고 고개를 들게 하여 그 표정을 엿봤다. 얘 이거 완전히 눈이 돌아갔네. 마치 발정이라도 난 것 같다. 얼굴을 상기시키고 눈가에 눈물까지 고인 채 입을 크게 벌리고 신음하는 모습은, 그렇게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거지? 짐작 가는 바가 단 하나밖에 없다.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던전에서 한번 만진 그것 때문에 이렇게 됐단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면 앞뒤가 맞아 떨어지기는 한다. 평소보다 계속 붉었던 얼굴이나, 그때부터 지금까지 평소보다 확연히 말이 없었던 점이나. 그 한 번으로 이렇게까지 되다니. 평소 디아나의 반응을 보면 스스로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지만, 얘 진짜 노출증 심각하네. 그 대마법사님이 이렇게 되어버리다니. 성벽이란 게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구원은 조금 전율했다. “하아아아앙!” 구원이 그렇게 고찰하던 사이에도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던 디아나는 드디어 절정에 달했는지 구원을 꽉 끌어안으며 몸을 크게 떨었다. 자신이 이렇게 만든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오늘은 디아나가 시키는 대로 해주기로 했었는데, 이렇게 눈이 돌아가서 스킬 연구도 뭣도 없이 그저 쾌락만 원하는 섹스를 하게 되다니. 이래서는 그냥 사기행위나 마찬가지잖아. “디아나? 괜찮아?” 구원은 여전히 손으로 디아나의 머리 양옆을 붙잡고 디아나의 표정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와. 칠칠맞게 입가에서 침까지 흘러내리고 있어. “하앗, 하앗, 하앗…핫!” 구원이 엄지로 디아나의 입가를 쓰윽 훑자, 가쁘게 숨을 몰아쉬던 디아나의 눈에 서서히 초점이 돌아왔다. 드디어 제 정신으로 돌아온 디아나는 칠칠맞게 풀어졌던 얼굴 근육을 다잡으려했지만,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양손으로 스스로의 얼굴을 감싸 쥐려다가 여전히 얼굴 양옆에 있던 구원의 손에 막히고는 당황한 듯 허둥대더니, 구원을 꽉 끌어안고는 구원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아까 발정이 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얼굴이 귀까지 새빨갛지만, 구원은 그게 흥분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았다. “자, 자네가 잘못한 걸세!” “응. 미안.” 디아나가 변명하듯이 그렇게 말한 것을 구원은 순순히 인정했다. 그렇게 잠시간 구원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디아나는, 겨우 숨이 고르게 되자 구원과 살짝 몸을 떨어뜨리고 고개를 들었다. 그 얼굴에서 아까의 풀어진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여느 때의 디아나로 돌아와 있었다. “흠. 흠. 그럼 오늘도 스킬 연구를 시작할 시간이로군.” 아무래도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은 없던 일이었던 셈으로 치려는 모양이다. 그렇게까지 자기 노출증을 인정하기 싫은 건가? 뭐, 대마법사님이라는 입장도 있고 그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 오늘은 시키는 대로 다 해주기로 했으니까. 뭐든 말해봐.” 디아나의 그런 모습을 보니 또 살짝 놀려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이번엔 내 장난이 부른 결과니 참자. “음? 으, 으음! 그렇군. 그렇다면….” 구원의 말을 들은 디아나는 턱에 손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이거 반응을 보니 까먹고 있었던 모양이네. “그렇군. 우선 ‘디아나님은 머리부터 가슴, 발끝까지 전부 완벽하게 아름답습니다.’라고 복창하게나.” 무려 그런 공주병 말기 같은 요구를 해왔다. 심지어 틀린 말은 아니라서 더더욱 심각하다. 그런데 그냥 머리부터 발끝까지라고 하면 안 되냐? 굳이 가슴까지 집어넣을 필요가 있었어? 아무래도 전생하면서 작아진 가슴이 은근이 콤플렉스인 모양이다. “어, 음…. 그게 스킬 연구랑 무슨 상관이?” “전혀 없네. 뭔가? 하기 싫다는 겐가?” 디아나는 오히려 정색하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니, 뭐 그런 건…. 디, 디아나님은 머리부터 가슴, 발끝까지 전부 완벽하게 아름답습니다.” “제대로 마음이 담겨있지가 않군. 제대로 마음을 담아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로 말하게나.”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목소리는 대체 어떻게 내는 건데. 에잇. 하는 수 없지. “디아나님은 머리부터 가슴, 발끝까지 전부 완벽하게 아름답습니다.” “음. 알고 있네.” 구원이 디아나에게 뜨거운 시선을 보내며 다시 한 번 말하자, 그제야 디아나도 만족한 모습이었다. 디아나는 다시 한 번 구원을 꽉 끌어안아 자신의 상체를 구원의 상체에 완벽히 밀착시키고 말했다. “자, 그런 이 몸이 이렇게 안아주고 있는 걸세. 기분이 어떤가?” “어, 엄청 좋아.” “특히 어떤 부분이 그런가?” 디아나는 은근슬쩍 맞닿은 가슴을 움직이며 말했다. 그제야 구원도 디아나가 원하는 바를 깨달을 수 있었다. “부, 부드러운 가슴이 닿는 거.” 사실 크기가 크기인지라 끌어안은 것만으로 그렇게 확연히 느껴지지는 않는다. 손으로 만져보면 확실히 말랑말랑 부드럽단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하지만 뭐 원하는 대답을 말해주자. “그런가. 그런가. 자네도 참 음흉하구먼.”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굴에 함박미소를 띄우고 구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 그래. 흡족해 하는 거 보니 나도 말한 보람이 있네. “흠. 이거 좋군. 그럼 이번에는 자네도 이 몸을 꽉 끌어안아보게.” 구원은 시키는 대로 디아나를 꽉 끌어안았다. 이렇게 서로의 성기가 이어진 채 마주보고 앉아서 꽉 끌어안고 있으면, 뭔가 남자의 로망이란 게 충족되네. “그런데 이건 어떤 의미가 있는 거야?” “으, 으음?! 그, 그러니까, 음흉한 자네는 이 몸의 가슴이 좋은 모양이니 말일세! 이렇게 더 밀착될 수 있는 자세로 포상을 해주는 걸세!”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물어본 거였는데, 디아나는 왠지 당황하며 말했다. 포상이라니. 대체 뭐에 대한 포상? 아니, 뭐 그야 좋기는 하다만. “그, 그래?” “그, 그리고 이건 스킬 연구도 겸하고 있는 걸세!” 구원의 석연찮은 반응에 디아는 변명하듯이 그렇게 덧붙였다. “스킬 어떤 스킬?” “그, 그러니까…그래! 이대로 가슴에 성자의 손길을 써보게나!” “아니, 이렇게 밀착해 있으면 못 만지잖아.” “무슨 소리인가? 손으로 쓸 필요 없이 가슴으로 쓰면 되는 거 아닌가?” 구원의 말에 디아나는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그거 손으로만 써지는 스킬인데.” “그런 게 어디 있나? 손에 기운을 모으는 방법 그대로 가슴에 모으면 되는 거 아닌가?” “어떻게?” “…잠깐 기대려보게. 자네 스킬을 쓸 때 어떻게 쓰나?” 구원의 말에 디아나도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디아나는 방금까지와는 달리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그냥 쓰겠다고 마음먹으면 써지는데.” 그래. 그냥 게임하는 것처럼. 가상현실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마치 신체의 일부를 움직이는 것처럼 가상현실의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시스템 화면을 열거나, 포인트를 배분하는 등의 행위는 물론이고 스킬을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냥 그 스킬을 쓰려고 하면 써지는 거다. “마나의 흐름은 어떻게 하나?” “그런 거 잘 모르겠는데.” “뭐라고?! 자네가 살던 세계에선 그게 보통인 겐가?” “응. 이상한 거야?” “여기서는 심지어 전사마저도 스킬을 사용할 때 마나의 흐름을 유도한다네. 마법사처럼 수식을 짜 배열하는 섬세한 행위는 아니지만 말일세.” 디아나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자네의 말대로라면 스킬의 한정적으로만 사용할 수 없는 것도 납득이 가는군. 그 방법으로는 스킬의 사용을 한정하는 대신 발동을 빠르겠어. 흠. 그럼 성자의 손길을 사용해 보게나. 이, 이 몸을 만지지는 말고 말일세!”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떡씬을 쓰려고 했는데 왠지 다른 내용이 많아져버렸네요.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두 편으로 나눴습니다. 바로 다음 편 올라가요. 73==================== 수인족 사제 디아나가 시키는 대로 구원이 손을 들어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키자, 디아나가 그 모습을 관찰하고 말을 이었다. “역시 자네의 방법대로 스킬을 발동해도 마나의 흐름은 제대로 유도가 되는군. 제법 성질이 독특한 마나지만 말일세. 무의식으로 하는 건가? 어쨌든 그렇다면 자네도 마나의 흐름을 읽을 능력은 갖추고 있다는 말일세.” “그 말은 즉?” “연습하면 우리 세계의 방식대로 스킬을 사용할 수도 있을 거라는 말일세. 발동은 조금 느리겠지만, 대신 응용의 폭은 넓어지겠지. 어떤가? 도전해볼 가치는 있을 것 같지 않나?” 확실히 매력적인 제안이다. 디아나의 말대로 그런 게 가능했다면, 오늘 초월종과 있었던 전투에서도 다칠 일이 없었을 거다. 옆을 지나가는 웨어 울프를 성자의 손길을 발동한 발로 걷어찼으면 되었을 테니까. “오늘은 이 몸의 말을 듣기로 했었지. 그럼 오늘은 이쪽 세계의 방식으로 마나를 움직여보는 연습을 하도록 하지. 자네의 숙련도가 높아지면 이 몸의 스킬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일세.” “응. 오히려 내 쪽에서 부탁할게.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줘.” “음. 좋은 자세일세.” 디아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다시 구원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말했다. “그럼 성자의 손길을 사용하면서 손에 모이는 마나를 의식해보게. 그 마나의 움직임을 잘 관찰하는 걸세.” 그게 말처럼 쉽게 될까? 보통 책에서 보면 마나의 흐름을 느끼고, 움직이고 하는데 엄청나게 세월을 잡아먹던데. 그래도 하는 수밖에 없다. 구원은 디아나의 말대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키며 손에 의식을 집중해봤다. 확실히 뭔가 느껴지는 것 같기도…. 마치 손에 피가 안통하게 팔을 잡고 있다가 놓으면 순간적으로 찌릿하며 피의 흐름이 느껴지는 것처럼, 뭔가가 손을 타고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라? 의외로 쉽게 느껴지네? “어떤가? 느껴지는가?” “응. 그런 것 같기도….” “보통은 마나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꽤나 오래 걸리네만, 역시 자네는 원래 스킬을 사용하던 몸이라서 그런지 빨리 느끼는군.” 그런 건가. 역시 게임 시스템의 능력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다시 한 번 입증됐다. “그럼 한번 그 마나를 움직여보게. 원래 스킬을 사용할 수 있으니 의식하는데 성공했으면 간단히 움직일 수 있을 걸세.” 구원은 디아나의 말대로 마나를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확실히 흐름이라는 게 느껴지기는 한다. 하지만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구원은 손에 모이는 감각을 상기시키면서 한번 그대로 마나를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역시나 잘 되지는 않는다. “원래 자네가 무의식중에 움직이고 있었던 걸세. 안달하지 말고, 차분히 시도해보게나.” 디아나의 말을 듣고 구원은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한 후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한 번 마나를 움직이려고 시도해봤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손에 모인 마나가 조금 요동치는 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이 느낌, 왠지 낯설지가 않은데. 왠지 한 번 해본 적이 있는 것 같은 감각이다. 그렇게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하자, 구원은 쉽게 요령을 잡아가며 마나를 움직일 수 있게 됐다. “호오. 정말 빠르군. 그러면 어디 한 번 마나를 움직여 스킬을 사용해보게. 자네 세계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스킬을 발동하는 걸세.” 좋아. 여기까지 간단히 성공하자, 구원도 자신감이 생겼다. 스킬이 발동되는 느낌을 떠올리면서 손에 마나를…어라? 잘 안되네? “잘 안되는데?” “자네는 충분히 빨리 익히고 있으니 조급하지 말게나. 우선 자네의 방식대로 스킬을 발동하며 다시 한 번 마나의 흐름을 관찰해보게. 그리고 그 감각을 상기시키면서 천천히 마나의 흐름을 유도하는 걸세.” 디아나의 말대로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껐다 켜는 걸 반복하며 마나의 흐름을 관찰하고, 다시 마나를 유도해봤다. 그렇게 몇 번인가의 시도 끝에 드디어 구원의 손에 마나가 모였다. “일단 된 것 같은데. 제대로 발동 된 건지는 모르겠네.” 그걸 지켜보던 디아나가 말했다. “음? 마나의 흐름 자체는 동일한 것 같군. 그럼 어디 닿아서 실험을…흐앙! 서, 성공일세.” 디아나의 그 말에 구원이 디아나의 가슴에 살짝 손을 가져다대자, 바로 디아나가 움찔거리며 반응을 보였다. “괜찮아?” “으, 으음. 평소 자네 스킬과 동일하군. 그럼 이번에는 손에 마나가 모이는 방식 그대로 다른 부위에 모아보는 걸세. 그, 그렇군. 이 몸을 꽉 끌어안고 가슴에 한 번 모아보게나. 워, 원래 이러려고 했던 거니 말일세!” “응.” 구원은 순순히 디아나를 꽉 껴안고 가슴에 마나를 유도해보려고 했다. 역시나 생각처럼 쉽게 되지는 않네. “자, 여기일세. 여기에 모으는 걸세.” 디아나는 자심의 가슴을 구원의 가슴에 슬쩍 비비며 말했다. 도와주려는 건 알겠는데, 그러면 오히려 정신이 분산되거든? 게다가 그 움직임에 맞춰서 안 그래도 기분 좋은 자극을 전달해주던 음부까지 움찔움찔 떨리며 더욱더 자극을 해오니, 이거 도저히 집중이 안 된다. “자, 자아.” 그리고 다시 한 번 디아나의 음부가 움찔하자, 결국 구원의 의식이 완전히 그쪽으로 쏠려버렸다. 그리고 조금씩 구원의 의식에 맞춰 유도되던 마나의 흐름 역시 한 번에 그쪽으로 쏠려버렸다. “흐아아아아앙!” 얼떨결이긴 하지만, 결국 다른 부위로 성자의 손길 발동을 성공하기는 한 모양이다. 그게 원래 하려던 가슴이 아니라 성기로 발동시켜 버린 거긴 하지만. 디아나는 거세게 몸을 떨며 순식간에 절정에 달했다. “흐아앗. 하앗. 하앗. 하앙.” 아무래도 오늘 스킬 공부는 여기까지인가. 절정에 달하고도 전혀 진정이 안 된 모양이다. 디아나는 거센 숨소리를 내며 허리를 꿈틀댔다. 그래. 스킬 연습은 언제든 할 수 있는 거고, 일단은 섹스가 우선이지. 구원도 더 이상은 참기 힘들다. 위에 걸터앉은 디아나의 몸을 꽉 껴안고, 거세게 허리를 올려쳤다. “흐아아앙! 하아앙! 흐아아앙!” 성자의 손길이 발동되어있는 성기의 위력은 엄청났다. 구원이 한 번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디아나는 까무러치듯이 움찔대며 신음성을 질러댔다. 마치 한 번의 피스톤질에 한 번씩 절정에 달하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멀티 오르가슴이라고 하던가? 아무튼 디아나가 그렇게 격렬하게 연속적으로 절정에 달하면서, 그 음부 역시도 엄청난 움직임을 보여줬다. “크윽!” 안 그래도 명기인 디아나의 음부가 주는 격렬한 자극에 구원도 그만 얼마 참지 못하고 싸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구원의 성기는 강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디아나의 음부는 엄청난 움직임을 보이며 자극을 가하고 있었다. 구원은 곧바로 다시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하으으응! 흐아앙!” 디아나는 지나친 쾌감에 팔 다리에 힘이 빠졌는지, 간신히 허리만을 꿈틀대면서 신음하고 있었다. 디아나가 얼굴을 묻은 가슴팍에 축축한 느낌이 나는 것이, 아무래도 얼굴도 컨트롤이 안 되서 눈물이나 침 같은 것을 하염없이 흘리고 있는 모양이다. 구원은 살짝 디아나의 고개를 들게 하여 그 표정을 엿봤다. 역시나 엉망진창으로 풀어진 표정이다. 게다가 그런 얼굴조차도 예쁘다는 것이 디아나의 미모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한 번 말해볼까? 크게 기대는 되지 않지만, 구원은 또 한 번 그 질문을 던졌다. “키스해도 돼?” “흐아앙! 하앙! 히아아앙!” 디아나는 신음성을 지르면서도, 역시나 작게 고개를 저었다. 역시 안 되나. 하는 수 없지. 강제로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런데 아무리 정신줄을 놓은 상태라도 키스만은 단호히 거부하네. 왜 그런 걸까? 키스에 어떤 의미라도 있는 걸까? 이쯤 되자 디아나에게는 키스에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그런 생각이 들자 왠지 가슴이 답답해진 구원은 괜히 안달이나 강하게 허리를 올려쳤다. “흐아앙! 하아앙! 하아앙!” 그러자 디아나는 곧바로 다시 구원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신음했다. 역시 키스를 하게는 해주지 않는 모양이다 후. 어쩔 수 없지. 지금은 복잡하게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섹스에나 열중하자. 그렇게 성자의 손길을 성기로 발동시키고, 구원과 디아나는 밤새 미친 듯이 서로를 갈구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앞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용량상 떡씬 도중에 딱 짤릴 것 같아 둘로 나눴습니다. 원래 더 길어질 것 같았는데, 또 떡씬에서 잘리면 돌 맞을 것 같아서 적당히 마무리했네요. 74==================== 수인족 사제 디아나는 성자의 손길을 발동한 구원의 성기에 흥분하고, 구원은 그런 디아나의 반응에 흥분했다. 심지어 디아나는 지나친 흥분에 실신하고도 곧 다시 덮쳐오는 쾌락에 정신이 깨기를 수차례 반복할 정도였다. 그렇게 평소보다도 더 강렬한 정사를 마치고 난 다음날 아침. 여전히 구원은 이른 시간에 눈을 떴다. 역시나 아직 디아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구원의 위에 엎어져있었다. 주…죽은 건 아니겠지? 솔직히 스스로 생각해도 어제는 조금 심한 감이 있었다. 정말로 디아나가 복상사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구원은 황급히 디아나를 살펴봤다. 응. 다행이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디아나의 몸은 그 호흡에 맞춰 살며시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구원은 슬쩍 손을 뻗어 디아나의 아름다운 은빛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서 그 얼굴을 엿봤다. …엄청난 얼굴이네. 그 한마디밖에 할 말이 없다. 디아나의 예쁜 얼굴은 눈물, 콧물, 침이 흐른 자국들이 남아 엉망진창이 되어있었다. 이래선 제아무리 절세의 미모를 뽐내는 디아나라고 해도 그 미모가 빛이 바래기 마련이다.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수건과 수통을 하나씩 꺼내 수건을 물에 적셔 디아나의 얼굴을 닦아줬다. 물은 디아나의 마법이 있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수통을 몇 개 넣어뒀던 게 이렇게 쓰일 날이 올 줄이야. “으…으음….” 디아나는 간지럽다는 듯이 구원의 가슴에 볼을 비비며 수건을 피하려고 했지만, 구원은 디아나의 고개를 받치고 꼼꼼히 닦아줬다. 얼굴을 건드리는 거니 깨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디아나는 그대로 계속 잠들어있었다. 하긴 어제는 많이 피곤했겠지. 지금도 디아나의 음부에 연결되어있는 성기를 뽑을 일이 벌써부터 두려울 정도다. 그렇게 구원은 디아나를 깨우지 않고 최대한 오랫동안 쉴 수 있도록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다. 구원이 일어나고 거의 한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디아나는 깨어날 기색이 없었다. 슬슬 깨워야할 땐가. “디아나. 일어나. 디아나.” “으, 으음.” 구원이 살짝살짝 디아나의 몸을 흔들며 깨우자, 디아나는 서서히 눈을 떴다. 눈을 뜬 디아나는 몇 번 그 큰 눈을 깜박이며 정신을 완전히 각성시켰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몸은 미동도 하지 않고 축 늘어져있었다. “디아나? 괜찮아?” “…자네가 생각하기엔 괜찮을 것 같나?” 디아나는 전에 없이 나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또 다시 설교를 잔뜩 늘어놓을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럴 힘조차 없어보였다. “미, 미안. 움직일 수 있겠어?” “음…. 아니. 안되겠네.” 디아나는 팔을 움직이려고 한 모양이지만, 제대로 완전히 힘이 풀렸는지 팔은 그저 움찔거리고 말았을 뿐이었다. 힐링 섹스로도 회복이 다 안됐을 정도인가. 아니, 기분 좋아서 힘이 풀린 거니 힐링 섹스랑은 상관없는 건가? “이, 일단 씻겨줄게.” “음. 부타…히읏으응!” 구원이 디아나의 몸을 들어 일단 물건을 빼내자, 디아나가 몸을 거세게 떨면서 밑에서 마치 분수를 뿜듯이 여러 가지 액체가 섞인 물을 뿜어냈다. “디, 디아나?!” 디아나는 다시 입가에서 가느다란 침을 흘리며 기절해버렸다. “조, 조심하게. 아직 여운이…. 흐읏! 조심하게나!” 디아나가 다시 눈을 뜬 건 욕실에서 구원이 디아나의 몸을 씻기고 있을 때였다. 아직도 절정의 여운이 다 가시지 않은 듯, 디아나는 구원의 손이 몸을 스칠 때마다 축 늘어진 몸을 가볍게 경련시켰다. “하앗, 하앗, 아, 앞으로 그건 절대 금지일세.” “으, 응.” 디아나가 말하는 그것이 뭔지는 굳이 말 안 해도 바로 알아들었다. 확실히 너무 심한 감이 있었지. 굳이 디아나가 말하지 않아도, 그건 웬만해서는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 적어도 시스템을 사용하여 스킬을 온오프 하는 것처럼 성기에 걸린 스킬을 해제할 수 있을 때까지는 절대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 …해제할 수 있게 되면 가끔씩 여흥으로 사용하는 정도는 괜찮을지도. “괜찮아? 오늘은 그냥 쉴까?” 구원은 몸을 씻기고도 여전히 축 늘어져 몸을 가누지 못하는 디아나에게 걱정스럽게 물어봤다. “아니,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걸세. 가세나.” 하지만 디아나는 자기 하나 때문에 파티의 일정에 지장이 생기는 건 원치 않는 모양이다. 무조건 본인도 식당에 같이 내려가겠다는 디아나의 굳은 의지에, 결국 구원은 디아나를 업고 식당에 내려갔다. “구, 구원?! 디아나는 왜 등에 업고 내려오세요?” 구원과 디아나가 내려가자마자, 먼저 식당에 내려와 있던 사라가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사라 혼자 있는 걸 보니, 아직 레이아는 오지 않은 모양이다. “흐, 흠. 이자가 어젯밤에 너무 이성을 잃고 격렬하게 해서 말일세.” 디아나는 어째선지 살짝 톤이 올라간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얜 창피하지도 않냐. 그런 걸 이런데서 당당하게 말하게. “저, 정말이에요?” “으, 으응? 뭐….” 솔직히 디아나가 이렇게 된 건 내가 너무 오래한 것 보단 스킬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보는데 말이야. 이렇게 사라나 디아나나 그 정도 시간동안 한 적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읏!” 하지만 사라는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혹시 자기랑 할 때보다 디아나와 레벨 업 할 때에 더 힘을 싣고 있다고 생각한 건가? 사라는 곧 충격 받은 표정을 싹 지우고, 질 수 없다는 듯이 이쪽을 노려봤다. 아니, 그렇게 화 내지 않아도 되잖아. 너랑 할 때도 두 배 채운다고 밤새 했었고. “그렇게 좋았나보죠?” “흠.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이 몸의 매력에 빠지면….” “새로 스킬 사용법을 익혔는데 그만 실수해버려서 말이야.” 디아나가 마치 자랑하듯이 하는 말을 끊고 구원이 황급히 말했다. 자신감 넘치는 건 좋은데 상황 봐가면서 해라.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싶냐. “새로 스킬 사용법을 익혀요?” “응. 어제 디아나한테 배웠는데, 아무래도 내가 스킬을 쓰는 방법이랑 여기에서 쓰는 방법이 다른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좀 배웠는데 실수로 성기에 성자의 손길을 쓰는 바람에….” “그, 그렇군요.” 구원의 말을 들은 사라는 아까와는 조금 느낌이 다르게 경악한 표정이 되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게 얼마만큼의 위력을 가지고 있을지 상상이라도 한 걸까? 여하튼 구원이 딱히 디아나의 레벨 업에만 열과 성을 다 하는 게 아니라고 이해해준 모양이다. 사라는 차가운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디아나 괜찮아?” “…흥.” 구원이 식탁 의자에 디아나를 살며시 내려놓으며 말하자, 이번에는 디아나가 왠지 살짝 토라진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얜 또 갑자기 왜 이래. 설마 자랑하려는데 말 끊었다고 이러는 거 아니겠지? “안녕하세요.” 구원이 의문을 입 밖에 내기 전에, 타이밍을 재기라도 한 듯이 레이아가 다가왔다. 숏 스태프를 소중하게 꽉 껴안아 커다란 가슴 사이에 끼우듯이 하고 다가오는 그 모습은 남자의 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광경이었다. “으흠. 팔이 올라가지 않아 주문을 할 수가 없군. 자네가 대신 좀 해주겠나.” 구원이 레이아의 모습에 헬렐레하고 있자, 디아나가 구원의 옆구리를 콕 찌르며 말했다. “어머 무슨 일 있으세요?” “으음?! 뭐 어젯밤에 이자가 이 몸의 매력에 너무 빠져서 격렬하게 해버린 바람에 말일세.” 이번에도 구원이 말을 끊을 거라고 생각했는지, 디아나가 살짝 구원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딱히 그럴 생각은 없는데. 사라의 오해는 풀렸고. 디아나의 매력에 빠져서 밤새 했다는 게 아주 틀린 말이 아니기도 하고. “어머. 사이가 좋으시네요.” “으음! 뭐, 뭐 그렇다네!” 구원이 말을 끊지 않자 기가 살았는지, 레이아의 그런 발언에도 디아나는 딱히 부정하지 않고 신나했다. 식사를 하면서 구원은 오늘 일정을 생각해봤다. 오늘도 역시 어제처럼 그냥 던전에 다녀와야 하나? 며칠씩 던전에서 사냥을 하면서 직업 레벨을 올리기에는 아직 레이아가 레벨이 너무 낮을 것 같다. 게다가 레이아도 원래 구미호화 치료를 목적으로 파티에 들어온 만큼, 레이아와만 하지 않고 던전에 며칠씩 사냥하러 가면 기분이 좋지 않을 거다. 레이아의 성격상 겉으로 내색을 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구원이 그런 요지를 담은 말을 꺼내자, 레이아에게서 의외의 반응이 돌아왔다. “저…저희가 다니는 곳의 적정 레벨은 어느 정도인가요?” “응? 글쎄? 한 30대정도 되지 않을까? 맞아?” “음. 웨어 울프의 적정레벨이 35정도로 보고 있네.” “그렇다면 괜찮을 것 같아요.” “뭐? 하지만….” “전 괜찮아요. 그게…저번 구원씨와 했을 때 레벨도 많이 올랐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레이아와 하고 나서 딱히 레벨을 다시 확인해 본 적이 없었다. 구원은 얼른 애널라이즈를 사용해 레이아의 레벨을 확인했다. 29. 스킬을 사용하여 보이는 레이아의 레벨은 확실히 29였다. …11이나 올랐다고? 고작 하루만에? 생각해보니 전혀 불가능한 수치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날 구원은 안자고 말 그대로 밤새도록 싸질러댔으니 말이다. “하지만 괜찮겠어? 레이아는 던전 탐험을 목적으로 파티에 들어온 것도 아니잖아.” “아니에요. 같은 파티원이 된 이상 여러분의 목표가 제 목표죠. 그리고 제 다른 목표는 급하게 한다고 바로 해결될 일도 아니니까요. 천천히 해요.” 레이아는 살며시 미소지으며 그런 천사 같은 발언을 해왔다. 대체 어떤 환경에서 자라면 성격이 되는 걸까. 엄마 같다는 대사제로서는 절대 이렇게 못 키웠을 것 같은데. 역시 그냥 천성인가. 타고난 천사인가. 구원은 레이아의 모습이 눈이 부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 “크윽! 후광이 눈이 부셔!” “어머. 후훗. 구원씨도 참. 농담도.” 구원의 과장된 행동에 레이아는 살포시 웃으며 한 손으로 구원의 가슴을 살짝 터치했다. 크윽. 가슴을 관통해 심장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공격이다. 만약 이대로 죽어도 내 생애에 한 점의 후회도 없다! “크, 크흠. 그럼 오늘은 아예 던전에서 며칠 지내러 가는 거죠?” 구원과 레이아의 달콤한 공간을 사라가 헛기침 한방에 깨뜨리며 말했다. “응. 레이아만 괜찮다면.” “네. 전 괜찮아요.” 구원이 레이아를 바라보자, 레이아는 살며시 웃으며 바로 대답했다. “그럼 또 준비가 필요하겠군! 시간이 없네. 노닥거리지 말고 얼른 식사나 하게나!” “아니. 준비는 저번에 해둔 게 있으니 별 다른 준비가 필요할 것 같지는 않은데. 그냥 소모품만 더 준비해가면 충분하잖아.” “무슨 소리인가! 던전에 가는데 그렇게 방심해서 되겠는가! 최대한 시간을 들여 면밀하게 물품을 점검해야하네.” 하긴 그것도 그런가. 일행은 서둘러 식사를 주문했다. “자, 그럼 업게나.” “뭐? 벌써부터?” 이제는 팔다리에도 힘이 들어왔을 텐데, 식사를 마친 디아나는 곧장 그런 요구를 해왔다. “자네, 벌써 약속을 잊었는가?” 아참 그랬지. 원할 땐 언제든 업어주기로 했었나. 하는 수 없지. “그럼 어서 가죠.” 구원이 디아나를 업자, 조용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사라가 구원의 팔을 잡았다. 사라는 팔짱을 낀 듯 안 낀 듯 애매한 수준에서 구원의 팔을 잡고 길을 재촉했다. “후훗.” 레이아가 그 모습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며 일행의 한 걸음 뒤를 조용히 따라왔다. 그렇게 일행은 탐험을 위한 물품 점검을 나섰다. 하지만 점검 결과, 역시나 구원의 말대로 대부분의 물품들은 여전히 저번에 준비한 것을 그대로 사용하면 되었다. 결국 식사거리와 소금 같은 몇몇 소모품들을 챙기고는 바로 던전으로 내려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llano3894 // 후자입니다. 지적해주신 문장을 알아보기 쉽게 조금 수정했습니다. 욕만안하면다행 //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75==================== 수인족 사제 “디아나. 다 왔어. 내려와.” “…으음? 으음….” 무슨 소리냐고? 내 뒤에서 업혀가던 디아나가 잠에서 깨는 소리지 무슨 소리야. 여관에서 나설 때부터 지금까지 쭉 구원의 등에 업혀있었던 디아나는, 물품 점검을 마치자마자 할 일을 마쳤다는 듯이 그대로 잠을 자기 시작했다. 얘가 잠을 못잔 게 내 잘못이기도 한만큼, 일단 나도 깨우지 않게 조심해서 걸었다. 그랬더니 무려 비밀 통로를 통과한 지금까지 계속 잠을 잤다는 말이다. “쓰읍….” …야. 너 지금 침 닦은 거 아니지? 가죽 갑옷 위라서 아무 느낌도 들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찝찝하다. “으흠. 고생했네.” 디아나는 구원의 머리를 가볍게 몇 번 쓰다듬더니, 드디어 땅에 제 발로 섰다. “괜찮아?” 그래도 일단 걱정이 돼서 구원은 디아나의 상태를 확인했다. 아직도 잠이 부족해 피곤할 수도 있고, 잠에 너무 취해서 몽롱한 상태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음. 문제없네. 자 출발하세나.” 하지만 디아나는 멀쩡하게 대답을 돌려줬다. 하긴 얘가 던전을 다니는 게 한두 번도 아니고. 뭔가 문제가 있으면 스스로 말을 했지, 괜히 위험하게 괜찮은 척을 하거나 할 성격은 아니다. “그럼 출발하자.” 디아나의 상태도 괜찮은 것 같으니, 일행은 바로 비밀 기지를 향해서 출발했다. 오늘 목표는 바로 비밀 기지의 탈환이다. 초월종도 이쪽 맵에 있었던 것을 생각해봤을 때, 비밀기지를 막아놨던 바위는 완전히 뚫렸다고 보는 게 좋겠지. 그렇다면 그 기지 역시 웨어 울프들이 다시 점거하고 있을 거다. 어쩌면 지난번의 교훈을 되살려 더 많은 수의 웨어 울프가 몰려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별로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웨어 울프가 아예 이 구역에서 내빼준 상태라면 제일 좋겠지만 말이다. 그렇게 떼로 덤비고도 초월종이 죽었으니, 겁먹어서 꽁무니를 뺐을 수도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도 한편으로는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라고 할까? 구원의 그런 기대는 초장부터 박살이 났다. “그르르르.” 역시나 쉽게 갈 수는 없네. 아니. 결국 우리의 진짜 목표는 비밀 기지 탈환이 아니라 직업 레벨의 성장이다. 비밀 기지 탈환은 어디까지나 그를 위한 과정에 불과할 뿐. 오크보다 더 빠르게 직업 레벨 성장을 꾀할 수 있는 웨어 울프가 나오는 건 환영할 일이지. 좋게 좋게 생각하자. 구원은 어깨를 돌려가며 웨어 울프에게 접근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전진하면서 꽤나 많은 몬스터들을 만났다. 일행은 점심을 먹기 위해 이번에도 역시 삼면이 막힌 지형을 찾아갔다. 지금까지 본 대부분의 몬스터가 웨어 울프로, 오크의 모습은 어제에 이어서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어제와는 다르게 웨어 울프가 뭉쳐 다니지 않고 한 마리씩 따로 다니는 걸 보아, 초월종이 죽은 걸로 구원 일행을 처리하겠다는 생각은 완전히 접은 모양이다. 하지만 오크를 만난 횟수 자체가 적다보니,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손에 넣은 오크 고기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아니, 그래도 어제보다는 조금 나은 편인가? 음식 자체야 굳이 던전에서 공급할 양까지 계산하지 않고, 그냥 오늘 산 걸로만 일주일 내내 먹어도 가능할 정도로 많이 사기는 했다. 하지만 모처럼 그릴까지 준비해왔는데 정작 고기가 별로 없으니 힘이 빠진다. 그래도 있는 만큼이라도 하는 게 좋겠지? 사실 구원이 해보고 싶은 것도 있다. 이런 던전에서 어울리는 감상은 아니지만, 마치 캠프라도 온 기분으로 말이다. “믓.” 구원이 인벤토리에서 그릴을 꺼내자, 막 마법을 준비하려던 디아나가 살짝 묘한 표정이 됐다. 마치 저건 뭐냐고 묻는 것 같은 표정이다. 분명 어제 같이 가서 샀는데, 기억 못하는 건가? 하긴, 어젯밤을 생각해보면 그때도 아마 발정 나있는 상태였을 거다. 제대로 기억을 못하고 있을 수도 있지. “매번 디아나가 마법으로 준비하기도 번거로울 테니까. 어때? 잘 샀지?” “흐음. 이 몸을 위해 산건가? 장하구먼.” 디아나는 표정이 밝아지며, 까치발을 들어 구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구원. 그럼 저희는 장작을 주우러 가요.” “아, 응. 그럼 디아나랑 레이아는 세팅 좀 부탁할게.”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식기와 스프, 빵 같은 것들을 꺼내 디아나와 레이아에게 맡겼다. “으, 으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밝은 표정이었던 디아나가 다시 좋아해야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다는 듯이 묘한 표정이 됐다. “좋아. 그럼 내 솜씨를 발휘할 시간이군.” 마른 가지를 모아와 그릴에 넣어 불을 붙이고는, 구원은 호기롭게 외쳤다. 사실 이런 바비큐 파티 같은 걸 해본적은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려운 것도 아니고. 본 건 있으니 그대로 따라하면 되겠지. 구원은 고기를 큼지막하게 썰어 그릴 위에 놓는다. 원래대로라면 목장갑을 끼고 고기들을 뒤섞으며 잘 구워야겠지만, 여기서 그런 걸 바라는 건 사치다. 구원은 자신의 튼튼한 몸만 믿고 그대로 타오르는 불길위에 손을 집어넣었다. 다행이도 이정도 불길에는 크게 영향이 없는 모양이다. 구원이 화려하게 고기를 구우며 다 익은 건 그릴 한 쪽에 모아두자, 그 모습을 황홀하게 바라보던 여성진들이 바로 고기를 낚아챘다. “마, 맛있어요!” 레이아는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구원을 쳐다봤다. 사제복의 치마부분이 마구 흔들리는 게, 아마 꼬리도 흔들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좋나? 생각해보니 레이아도 생긴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많이 먹는다. 저 가냘픈 몸의 어디로 그 영양분이 다 가는 거…아니. 내가 멍청했다. 당연한 의문을 품다니. 레이아에게도 한 곳 있잖아. 절대 빈말로도 가냘프다고 할 수 없는 부위가. 구원은 레이아가 먹는 게 전부 가슴으로 가는 거라고 확신했다. 여자들한테 말해주면 피바람이 몰아칠 것 같은 엄청난 체질이군. “하하. 그래? 그럼 더 먹어.” 구원은 기뻐하는 레이아에게 더더욱 많은 고기를 건넸다. 결코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다. 그저 순수하게 복스럽게 먹는 애를 더 주고 싶은 것뿐이다. “이 몸도 더 주게!” “응. 그래.” 그에 반해서 얘는 대체 먹는 게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설마 이렇게 축적해뒀다가 갑자기 한 순간에 급속도로 성장하는 건가? 그래. 전생 전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게 아니야. “응. 너도 많이 먹어.” 구원은 미약한 희망을 걸고 디아나에게도 듬뿍 고기를 건넸다. “저, 저도….” 분위기에 휩쓸린 건지, 사라마저도 얼굴을 살짝 상기시키면서도 경쟁하듯 접시를 더 내밀어왔다. 이거 아무래도 다음부터는 던전에 올 때 여분의 고기라도 더 사오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아예 오크 고기는 팔지 말고 전부 쟁여둘까? 인벤토리에 넣어두고 다니면 상할 일도 없고. 사라에게도 고기를 덜어준 구원은, 자기도 고기를 하나 집어 입에 털어넣었다. 음. 역시 맛있다. 디아나가 만든 돌판 위에 굽는 것도 나름 운치가 있고 좋았지만, 역시 그릴로 굽는 건 또 이것 맛이 있다. 그렇게 그릴로 구운 오크 고기에 푹 빠져 만족스럽게 식사를 마쳤다. “그럼 디아나. 이거 세척 좀 부탁해도 될까?”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구원은 그릴의 단점을 깨달았다. 일회용으로 버릴 것도 아니니 일일이 먹을 때마다 세척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주위에 강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니 순전히 디아나의 마법에 의존해야한다. 디아나를 편하게 해주려고 산 건데, 결국 이러나저러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네. “음? 흠. 자네도 어쩔 수 없구먼. 역시 이 몸의 도움이 필요하지?” 하지만 디아나는 전혀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오히려 살짝 기뻐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나설 차례가 있다는 게 기쁜 모양이다. 그럼 아까 그릴을 꺼냈을 때 묘한 표정을 지은 것도, 자신의 차례가 뺏겨서 그런 건가? 얘도 나이에 안 맞게 하는 짓이 귀엽다니까. 디아나의 마법으로 그릴까지 깨끗이 씻어내고, 일행은 다시 비밀 기지로 향했다. 그리고 오늘도 밤이 되어서야 비밀기지에 도착했다. “역시 바위는 치워져있네.” 이걸 치울 때 초월종도 어지간히 화가 났던 건지, 입구를 막아뒀던 바위는 입구에서 상당히 먼 곳에 처박혀있었다. “역시 안에는 웨어 울프가 있겠죠?” “그건 확실하다고 봐야겠지. 그보다는 얼마나 있을지가 문제야.” 통로의 폭이 좁아서 한 번에 한명씩밖에 지내가지 못한다. 그야 보너스 스탯도 있으니 위험해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웨어 울프가 많이 모여 있으면 상당히 귀찮아 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럼 일단 나부터 들어갈게.” “네. 조심하셔야 돼요.” 이제는 사라도 자연스럽게 구원에게 이런 말을 해주게 됐다. 아무렇지도 않은 말이지만, 첫 만남을 생각해보면 감개무량해진다. “아, 구원씨. 잠시만요.” 곧장 땅굴로 들어가려던 구원을 레이아가 제지했다. 그리고는 두 손을 모야 기도를 올려 구원에게 버프를 걸어줬다. 좋아. 이 정도면 준비는 만전이다. 가볼까. 여전히 페니스 브레이크가 살짝 트라우마로 남아 이런 곳을 지나가기는 싫지만, 구원은 마음을 다잡고 땅굴에 고개를 들이밀었다. “크르르르.” 그리고 역시나 땅굴을 지나 얼굴을 빼내자, 바로 코앞에 웨어 울프는 얼굴이 구원을 맞이해주고 있었다. 이거 왠지 심히 기시감이 느껴지는 광경인데? 한 번 맞춰볼까? 넌 이 다음에 크르렁! 컹! 컹! 이라고 외친 후 나를 덮친다. “크르렁! 컹! 컹!” 역시나! 하지만 구원도 학습을 한다. 이런 상황의 대비책 한 둘 정도는 당연히 생각해놨지. 이렇게까지 얼굴을 가까이 붙여놓고 있었던 게 너의 패인이다! 구원은 곧장 성자의 성수를 사용하고 웨어 울프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우리 아리따운 여성진들 앞에서는 절대 하고 싶지 않은 추태지만, 다행이 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 거리낄 게 없다. “크륵!” 구원의 기습을 받은 웨어 울프는 살짝 몸을 움찔했다. 스킬 레벨도 차이가 나는 만큼, 역시나 성자의 손길만큼의 효력은 없었다.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하다. 구원은 황급히 땅굴에서 몸을 꺼냈다. “크르르르르.” 역시나 대비를 하고 있었던 건지, 비밀 기지에는 웨어 울프의 숫자가 꽤나 있었다. 다 합쳐서 일곱 마리. 과연 아무리 레이아에게 버프까지 받은 구원이라도, 혼자서는 상대하기 힘든 숫자다. 하지만, 구원은 혼자가 아니다. 조금만 버티면 우리 여성진들이 올 거다. “얘들아! 와도 돼!” 구원은 구멍을 지키듯이 가로막고 서서 웨어 울프를 노려봤다. 일단 일곱 마리 다 성자의 손길부터 묻혀둘까. 하지만 웨어 울프들은 어째서인지 구원과의 거리를 좀처럼 좁히려고 하지 않았다. …뭐지? 무슨 꿍꿍이라도 있는 건가? 그리고 구원은 곧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구원의 말에 대답하는 목소리가 아무도 없다. “사라?! 디아나?! 레이아?!” 구원이 당황해서 다시 한 번 땅굴을 향해 외치자, 레이아의 절박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구, 구원씨! 여기에도 웨어 울프들이!” 이런 젠장! 기습에 양동이라고?! 자기 몸뚱이만 믿고 무기도 안 들고, 항상 홀로 다니던 놈들이 이딴 짓까지 한단 말이야? 웨어 울프들이 이렇게까지 하다니. 아무래도 저쪽 맵에 뭔가가 있는 건 확실한 모양이다. “크르르릉!” 구원이 황급히 땅굴로 돌아가려고 하자, 곧장 웨어 울프 일곱 마리가 동시에 반응을 해왔다. 그렇다고 곧장 달려든 건 아니지만, 구원이 움직이려고만 하면 바로 위협을 가한다. 아마 뒤로 땅굴에 머리를 들이미는 순간 일제히 달려들겠지. 뒤로 돌아갈 수도, 그렇다고 앞에 놈들을 전부 해치울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그래 인정한다. 니들이 어깨위에 짐승 대가리를 달고 있는 것 치고는 제법 머리를 잘 굴렸다. 하지만 구원에게는 웨어 울프들이 절대 대비하지 못했을 비책이 하나 있다. 어디 내가 내구에 보너스 스탯을 전부 때려 박아도 니들이 나한테 상처를 낼 수 있나 한 번 보자고. 구원은 곧바로 눈앞에 스테이터스창을 띄웠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예비군을 다녀왔는데, 자가용으로 2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에서 예비군을 부르네요. 덕분에 평소보다 오히려 귀가시간이 늦어져버렸습니다. 새로운 영웅은 언제나 환영인 곳도 한 번 들어가 보려고 했는데, 소설 한 편 쓰니 하루가 끝나버렸네요. Damaoka //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아하즈 // 맞습니다. 전생 전 디아나라고 올린 이미지 입니다. 소설 상의 묘사와 완벽하게 일치하는 외모는 아니니 그냥 참고로만 삼아주세요. 무꾸914 // 사실 구미호쪽 성격은 어떻게 할지 고민 중입니다. 살리는 방향으로 갈지 어쩔지. 아예 언제 한 번 투표를 해보는 것도 재밌겠네요. 싸라비 //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은 이번 주 안으로 한 번 노력해보겠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76==================== 수인족 사제 쐐액! 구원이 막 내구에 보너스 스탯을 투자하려는 찰나에, 뒤에서 바람을 가르는 강렬한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제일 앞에 있던 웨어 울프의 눈에 화살이 박혔다. “구원! 괜찮아요?” “사라? 어떻게? 저쪽에도 튀어나왔다면서?” “…저쪽은 이미 다 정리됐어요.” 사라는 어째선지 살짝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구원에게 대답했다. 왜 저런 표정을? 서, 설마 누가 다치기라도 한 건가? “구원씨! 어, 어서 기도를…!” “아니, 아직 안다쳤어. 괜찮아.” “흠. 이쪽도 꽤나 숫자가 많구먼.” 하지만 구원의 걱정과는 달리, 레이아와 디아나도 멀쩡한 얼굴로 땅굴에서 차례로 나왔다. 다행이다. 둘 다 딱히 다친 데는 없어 보인다. “괜찮아? 다들 다친 데는 없어?” “네.” “그쪽도 웨어 울프가 튀어나왔다면서? 어떻게?” “음. 우선은 이 녀석들을 정리하고 얘기하세.” 그래. 다들 무사한 것 같으니 우선은 전투를 마저 끝내야지. 디아나의 말에 구원은 다시 정면을 바라봤다. 웨어 울프들은 우리 여성진들이 아무런 상처 없이 나타나자 어지간히 놀란 모양이다. 딱 봐도 당황한 얼굴로 허둥지둥 대고 있었다. “감히 짐승대가리 주제에 머리를 썼단 말이지?” 구원은 손으로 우두둑우두둑 소리를 내며 천천히 웨어 울프에게 다가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웨어 울프들도 물불 가릴 때가 아니란 걸 깨달은 모양이다. 녀석들은 네발로 서서 곧장 구원을 향해 달려왔다. 얼핏 구원 쪽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녀석들의 속셈은 뻔하다. 굳이 네발로 달려오는 걸 보니, 구원을 지나쳐 우리 여성진들 쪽으로 향하려는 속셈이겠지. 물론 구원이 그렇게 두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아직 성자의 손길을 다른 부위로 사용하는 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손을 사용해야 했다. 하지만 초월종과 대치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얼마든지 손만으로도 전부 커버할 수 있지. 조금 튀어나왔다 싶은 놈들에겐 사라의 화살과 디아나의 마법이 적중하기도 했기 때문에, 결국 구원의 옆을 지나칠 수 있는 놈은 없었다. 그렇게 구원은 웨어 울프 일곱 마리와 대치하여 전투를 벌였다. 아무래도 막힌 공간이 아닌 탁 트인 공간이다 보니, 일곱 마리 전부에게 둘러싸여 상대를 해야 했다. 이거 꽤나 고역이네.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 못할 것은 없다. 오히려 직업 레벨을 더 효과적으로 올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자. 앞뒤좌우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덮쳐드는 놈들의 공격을 전부 피하기란 불가능하지만, 구원은 팔과 다리로 최대한 공격들을 막으며 녀석들을 상대했다. 결국 평소 전투보다 상처가 많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지만, 일행은 이곳을 다니는 모험가 파티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손쉽게 웨어 울프 일곱 마리를 처리할 수 있었다. “구원씨!” 전투를 마치자 곧장 레이아가 구원에게 다가왔다.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건지, 손에는 이미 밝은 빛이 머물러 있었다. 레이아는 그 손으로 구원의 몸 구석구석을 어루만지며 치유를 해나갔다. 전투 후 레이아의 손이 이곳저곳을 더듬는 순간은 역시 최고다. 이때마다 역시 레이아를 영입하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엔 제법 자잘한 상처들이 많았던 만큼, 레이아가 구원을 어루만지는 시간도 자연히 길어졌다. 급속도로 상처가 아물어가면서 생기는 간질간질한 느낌도 합쳐져 피로가 풀리는 게 느껴진다. 이렇게 전투가 끝나면 바로 달려오는 상냥한 성격의 레이아지만, 의외로 본인의 성격과는 다르게 전투 중에는 치유 마법을 쓸 타이밍을 냉정하게 판단한다. 상황을 보고 구원의 상처가 일정 수준이 되지 않으면 치유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방금 전 전투에서도 몇몇 순간에 치유 마법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아직 구원의 몸에는 몇군데 상처가 남아있는 상태였다. 성격과 전투는 별개인 걸까? 아니, 어쩌면 이런 성격이니 신성력를 아끼는 걸지도. 남발하다가 정작 중요한 때에 신성력이 부족해지면 그거야 말로 최악의 결과를 발생시킬 수 있으니 말이다. “고마워. 레이아도 이번엔 전투 중에 신성력을 많이 사용해서 피곤할 텐데.” “아뇨. 이게 제 역할이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신성력을 사용해야 직업 레벨도 올라가는 걸요.” 그러고 보니. 직업 레벨을 올리는 조건은 그 직업에 관련된 행동을 하는 거지, 전투를 해야 오르는 게 아니다. 사제가 전투로 직업 레벨이 성장 하는 건 버프를 걸거나 다친 동료들을 치유할 때라는 얘기다. 그러면 다음부터는 회피를 하지 말고 오히려 어느 정도 맞아가면서 전투를 하는 게 나은가? “흠. 수고했네.” 그렇게 치료를 받고 있자, 디아나도 구원에게 다가와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왔다. “뭘 이정도로. 그보다 너희 쪽에도 웨어 울프가 나왔었다면서? 대체 어떻게 해치운 거야?” “음? 뭐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네. 이 몸들을 얕봤는지 고작 세 마리가 전부였으니 말일세.” 아무래도 웨어 울프들이 가장 경계한 건 구원이었던 모양이다. 나만 잡아두면 나머지 여성진들은 각각 자기들 혼자서 처리 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건가. 하긴, 내가 생각해도 웨어 울프 놈들 입장에선 내가 제일 눈에 띄었을 것 같기는 해. 하지만 세 마리라고는 해도 전위가 없는 상황에선 위험했을 텐데. 세 마리가 각각 사라, 디아나, 레이아에게 달려들기만 해도 엄청 위험해지는 거 아닌가? 사라는 단검으로, 디아나는 쉴드 마법으로 어찌어찌 버틴다고 해도 레이아는 순식간에 당했을 거다. “…전부 디아나 덕분이었죠.” 여전히 씁쓸한 표정의 사라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게다가 왠지 미묘하게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정말이에요. 화염 마법 하나로 웨어 울프 한 마리를 순식간에 처리했을 때는 깜짝 놀랐어요. 디아나씨는 무척 강하신 분이었군요.” 뭐?! 웨어 울프가 한 방?! 디아나 성격에 그런 걸 자랑을 안 할 애가 아닌데? 구원이 디아나를 훽 돌아보자, 의외로 디아나는 얼굴을 붉히고 살짝 창피한 듯이 말했다. “어, 어젯밤에 레벨이 좀 많이 오르지 않았나.” 그러고 보니…. 성자라는 직업을 가진 구원은 예외지만, 이 세계의 일반적인 사람들은 섹스로 레벨 업 후에 직업 레벨을 올려야지 강해질 수 있다. 레벨 업을 하고난 직후에는 그저 레벨 업 보정으로 약간의 차이만 생기는 정도다. 하지만 디아나는 그런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다르게, 레벨 업 만 하면 곧장 직업 레벨도 레벨에 맞춰서 상승한다. 즉, 섹스로 레벨 업만 하고나면 무지막지하게 강해진다는 말이다. 게다가 디아나는 익스플로전을 쓸 수 없을 레벨에서도 익스플로전을 사용한 걸로 알 수 있듯이, 보통 마법사들과 같은 레벨이라도 확연히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다. 어제의 격렬한 섹스로 현재 디아나의 레벨은 38. 웨어 울프를 상대하기 적정 레벨인 35마저 뛰어넘은 지금, 이정도 수준에서 날아다닐 정도로 강할 거란 건 쉽게 예상이 됐다. “그래도 웨어 울프를 한 방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라고? 그럼 왜 평소엔 안 그러는데? 방금 전투만 해도….” “이 몸은 더 이상 직업 레벨을 올릴 수 없으니 말일세. 되도록이면 자네들이 성장할 수 있게 조절하고 있네.” 디아나는 상당히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고 그렇게 말했다. 오오. 대마법사님. 그렇게 깊은 뜻이. 역시 이래봬도 대마법사님이란 건가. 말을 들어봐서는 지금뿐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대부분의 전투에서 어느 정도 위력을 조절하며 마법을 사용한 모양이다. 지금까지 도움만 되면 콧대를 세워서 자랑하기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장 자랑해도 될 만한 건 숨기고 있었다니. 구원은 드디어 디아나의 깊은 뜻을 깨닫고 없던 존경심이 무럭무럭 생겨났다. “흐, 흠. 알았으면 이 몸을 좀 더 존경하게나.”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부끄러운지 상기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귀여운 녀석. “…정말 굉장했어요.” 그러면 사라의 살짝 씁쓸한 얼굴도 설명이 된다. 디아나와 자신의 수준 차이를 느끼고 상심한 건가. 용사로서 마왕과 맞서야 한다는 사명이 있는 사라로서는, 같이 성장을 해도 자신보다 강한 사람이 있다면 그야 상심이 되기도 하겠지. 하지만 디아나와 비교하는 건 비교대상 선정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좋아. 이럴 땐 파티의 리더로서 케어를 해줘야겠지. “사라야 너무 상심하지 마. 디아나가 레벨 업만으로 특이 케이스라서 그렇지, 너도 충분히 강해지고 있어. 직업 레벨만 더 오르면 디아나보다 강해질 수도 있을 거고.” “고마워요. 하지만 구원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기는. 얼굴에 나 씁쓸합니다 라고 쓰여 있는데. 아무튼 그렇게 해서, 오늘의 목표인 비밀 기지 탈환은 무사히 성공할 수 있었다. 비밀 기지를 둘러보니, 반대쪽을 막아놨던 바위도 한쪽 구석에 처박혀있을 뿐, 쪼개지거나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오늘도 편히 지낼 수 있다는 말이군. 뭐, 웨어 울프들이 이렇게 당하고도 또 여기를 찾아올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구원 얼른 바위로 정규루트로 가는 길을 막고, 지나왔던 땅굴을 통과해서 반대쪽 입구도 철저히 막았다. 그 이후 디아나의 알람 마법까지 설치해 완벽하게 안전을 확보하자, 레이아가 탄성을 자아냈다. “와아! 여기서는 몬스터 걱정 없이 쉴 수 있는 건가요?” “응. 일주일동안 묵으면서도 아무 이상 없었어.” “굉장해요! 던전 안에 이런 공간이 있다니…. 통로에 이어서 이런 장소까지. 어떻게 발견하게 된 건가요?” “그냥 운이 좋았지.” 통로는 게임을 통한 정보로 알게 된 거지만, 여기를 발견한 건 정말로 운이다. 그저 웨어 울프가 잠자리로 돌아가면 초월종을 발견할 수 있을까 싶어서 따라다닌 거였으니. “운이라도 굉장하세요. 구원씨는 여신님의 축복이 함께하는 것 같네요.” 여신을 모시는 레이아로서는 아마 최고의 칭찬이겠지. 레이아는 구원을 대단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별거 아닌 걸로 그렇게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하지만 정말로 구원이 여신의 축복을 받았을 지도 모른다는 게 함정이다. 여신이 이 세계로 데려온 건 나 말고도 여럿 있는 모양이지만, 성자라는 사기 직업까지 달고 보내준 것은 내가 처음인 모양이고 말이다. 일면식도 없는 날 축복해줄 이유가 없긴 하지만 말이다. 굳이 짐작 가는 거라면 그레이트 어스 게임의 광팬이라는 건데. 그런 방면으로는 오히려 구원보다 더 굉장한 놈들이 많이 있다. 팬 사이트를 운영하며 공략을 올리는 놈이나, 야리코미 플레이까지 즐기는 놈들도 있으니 말이다. 뭐 여신을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구원이 고민해봤자 답이 나오는 얘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후에, 일행은 느긋하게 식사를 즐겼다. 역시나 같은 던전 안이라고 해도, 언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를 상황과 이렇게 완벽하게 안전한 공간에서는 마음의 여유가 전혀 다르다. 그리고 드디어 잠자리에 드려는 순간. 어김없이 사라와 디아나가 구원의 바로 옆에 이불을 펼쳤다. “어머. 나란히 주무시는 건가요? 후훗. 정말로 사이가 좋으시네요.” “아, 아무리 안전한 곳이라도 몬스터가 습격해오지 않을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고, 기습에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건 구원뿐이니까요. 만약을 위해서 이렇게 자는 거예요. 만약을 위해서.” “그 논리대로라면 사라보다는 신체 능력이 더 부족한 레이아가 내 옆에서 자야 하는 게….” “뭐라고요?!” 사라가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이 구원을 노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으윽. 하긴 기습당하면 사라나 레이아나 한 방에 당할 수 있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 사라를 버리고 레이아를 지키겠단 말처럼 들린 건가. “아니,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니라….” “흠. 그렇다면 레이아양이 이 몸 대신 이자의 옆에 자게나.” 갑자기 디아나가 그런 말을 했다. 오오. 역시 디아나님. 아까에 이어서 배려심이 철철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신다. “네? 그래도 되나요? 그러면 디아나씨는….” “전혀 문제될 것 없네. 걱정 말게나.” 레이아는 사양하듯 그렇게 말했지만, 디아나는 정말로 아무 걱정도 없는 모양이었다. 혹시 쉴드 마법이라도 쳐놓고 잘 수 있게 된 걸까? 아니면 공격 받을 시에 자동 발동이 가능하게 됐거나. 하지만 디아나가 전혀 걱정 없어 보이는 건 마법과 전혀 관계없는 이유였다. “흠. 그럼 잘 자게나.” “어머 어머.” “뭐, 뭐하는…!” 디아나는 무려 구원이 눕자 그 위에 엎어져왔다. 그 모습에 레이아는 입으로 손을 가리며 살짝 볼을 상기시켰고, 사라도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이 몸도 기습을 당하면 위험한 건 마찬가지라네.” “그, 그렇다면!” “그나마 몸이 작은 이 몸이 이렇게 하는 편이 합리적인 선택이지. 그렇지 않은가?” “으으으윽!” 디아나의 논리에 사라도 말문이 막힌 모양이다. “뭐, 그렇긴 한데…. 괜찮겠어?” 말이야 맞는 말이긴 하다. 주장만 놓고 보면 말이지. 하지만 던전에서 그런 행위는 엄금이라고 단단히 못 박았던 디아나가 이런 스킨십을 하니 위화감이 들었다. “떼끼. 무슨 생각을 하는 겐가. 이건 그냥 안전을 위해서네. 자네도 세우지 말게나.” “세, 세웠어요!” “아, 안 세웠어!” 아직은…. “그럼 이대로 자겠네.” “으윽!” 디아나의 선언에 사라가 구원의 옆에 전신을 밀착시키듯이 딱 붙어왔다. 야. 이러고 안 세우기를 바라는 거냐? 게다가 옆에 레이아까지 꼬리 때문인지 구원 쪽을 향해서 옆으로 돌아눕자, 압박감이 더 심해졌다. 레이아는 딱히 구원에게 밀착한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특정 부위가 거대하다 보니 팔에 느껴지는 감각이 장난이 아니다. 이거 진짜 안세우고 잘 수 있을까. 네 명이서는 처음으로 보내는 던전의 첫날밤이 그렇게 지나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이쁜 아가씨가 돈만 내면 새로운 영웅을 언제나 환영해주셔서 하마터면 소설을 못 쓸 뻔 했네요. 한 판만 하고 끄려고 했는데 어느새 한 시간이…. 재밌더군요. 77==================== 수인족 사제 그림만 보면 완전히 하렘인데, 건드릴 수 없다니. 이렇게 슬픈 상황도 없을 거다. 게다가 여성진들은 구원에게 반쯤 안겨서 잠잔다는 걸 전혀 의식하지 않는 건지, 곧장 미동도 하지 않게 되어서 더욱 슬펐다. 레이아는 그렇다 쳐도, 사라나 디아나랑은 그렇게 몸을 겹쳤었는데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의식도 안하고 바로 잠이 들지? 그렇게 사고가 마이너스 방향으로 향할 뻔도 했지만, 구원은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아니야. 이런 상황 자체가 남자의 로망인데, 이 상황에서 우울할 필요는 없지. 난 굉장한 놈이야. 모든 남성들이 꿈꾸는 상황을 경험하고 있는 거라고. 구원은 그렇게 되뇌이며 잠을 청했다. 부드러운 피부에 전신이 둘러싸여 자기도 모르게 움찔거리려는 손이나 물건을 억누르는데 상당히 정신력이 소모됐지만, 결국 절세미녀 세 명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도 아무 일도 벌이지 않고 잠을 잘 수 있었다. 역시 사람은 맘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생물이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역시나 가장 먼저 눈을 뜬 건 구원이었다. 시간은 여느 때와 같이 6시. 간밤에 웨어 울프가 쳐들어오는 일은 없었던 모양이다. 역시나 기습도 실패로 끝나고 초월종도 없는 상태다보니 녀석들도 여기를 다시 노리기는 겁나겠지. 덕분에 던전 안임에도 불구하고 푹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 힐링 섹스의 영향 없이 일어난 날 아침은 머리가 멍한 기분이다. 구원은 우선 일어나기 위해 손을 움직이려고 했다. “아응….” 그러자 바로 귓가에서 미약한 신음성이 들리고, 동시에 탄력 있는 무언가가 손 전체에 잡히는 게 느껴졌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굉장한, 언제까지나 만지고 싶어지는 감각이다. 뭐지….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코앞에 사라의 얼굴이 보였다. 사라의 숨이 얼굴에 느껴질 정도로 지근거리다. 헉! 그러고 보니 어제 셋한테 둘러싸여서 잤었지! 구원은 순식간에 잠기운이 달아났다. 정신을 차리고 고개만 움직여 상황을 둘러보자 가관이었다. 디아나는 여전히 구원 위에 엎어져 있는데, 양팔은 물론 다리까지 구원의 몸통을 꽉 껴안고 자고 있었다. 구원의 왼손은 어느 샌가 사라의 허리를 통과해 엉덩이를 잡고 끌어당기듯이 안고 있었고, 사라 역시도 구원의 손에 이끌린 건지 옆에 안겨와 한쪽 다리를 구원의 다리 위에 올려 겹치고 있었다. 허벅지가 구원의 고간 근처에 닿을 듯 닿지 않는 위치에 놓여 있어서 오히려 더 흥분됐다. 레이아는 그나마 평범하다. 그저 옆에서 구원의 팔을 껴안고 자고 있을 뿐이다. 물론 자세가 그나마 평범하다 뿐이지, 그 파괴적인 흉부에 팔 전체가 압박당하는 중이라 공격력만큼은 사라나 디아나에게 뒤처지지 않았다. “아읏.” 구원이 자기도 모르게 몸을 꿈틀대자, 아침이라 그런지 건강하게 솟아나있는 구원의 물건 끝부분이 옷 너머로 부드러운 뭔가를 찔렀다. 여긴 천국인가. 아니, 이렇게 밥상이 차려져 있는데도 만질 수 없으니 오히려 지옥인가. 구원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무수한 천사와 악마들이 대전쟁을 벌이는 중이었다. 던전이고 뭐고 간에 사내새끼라면 일단 덮치고 보라는 악마의 유혹과, 디아나에게 그렇게 혼나고도 아직 정신을 못 차렸냐는 천사들의 외침. “으응. 응.” 구원의 내적갈등을 표현하기라도 하듯이 사라의 엉덩이를 잡고 있는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풀리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에 반응하듯 사라가 미묘하게 엉덩이를 꿈틀대며 손에 느껴지는 찰진 감촉을 배가시켜줬다. 결국 전쟁에서 승리한 건 천사들이었다. 바로 눈앞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어있는 디아나의 얼굴을 보니, 아무리 구원이라도 던전에서 그런 짓을 벌일 수는 없었다. 그래. 얘들도 날 믿으니까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자는 거겠지. 구원은 용접이라도 한 듯 사라의 엉덩이에서 떨어지지 않는 손가락을 필사적으로 서서히 폈다. 왠지 사라의 엉덩이가 그에 따라오듯 구원의 손을 압박했지만, 구원은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하여 손바닥을 땅으로 향했다. 물론 그렇다고 물건에 들어간 힘까지 풀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잠에서 깨지는 않았지만, 자는 와중에도 감각은 있었던 건지 사라나 디아나의 얼굴이 미묘하게 붉었다. …대체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하지? 사라의 엉덩이에선 손을 뗐지만, 물건 끝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에 저도 모르게 가끔 움찔거리는 것 까진 참을 수 없었다. “으응…. 어, 어머. 저도 참. 죄, 죄송해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을까, 가장 먼저 눈을 뜬 건 레이아였다. 레이아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이 구원의 팔을 꽉 껴안고 있다는 걸 깨달았는지, 얼굴을 붉히며 떨어졌다. 으아아. 그나마 합법적으로 감촉을 즐길 수 있었던 부분이…아니. 드디어 이 번뇌에서 조금 해방되는 구나. “안녕히 주무셨어요?” “응. 레이아도 잘 잤어?” “네. 던전 안에서 이렇게 푹 잘 수 있다니. 정말 신기한 기분이에요.” 참고로 레이아는 일어나 앉은 상태로, 구원은 여전히 누워있는 상태로 말하는 중이다. 이제 얘들도 슬슬 일어날 때가 됐을 텐데, 사라와 디아나는 일어나기는커녕 오히려 팔과 다리에 힘을 줘서 구원을 더욱더 거세게 끌어안는 중이셨다. “정말 사이가 좋아보이세요.” 레이아는 어쩐지 그렇게 같이 뒤엉켜있는 모습을 눈부시다는 듯이 쳐다봤다. 다른 남자들과 같이 잘 수 없는 레이아로서는 이런 모습조차도 부러운 걸까? 하긴 레이아랑 이렇게 자면 안 덮칠 남자 놈이 없을 테니, 당연히 이런 모습도 불가능하겠지. “하하 뭐…. 아예 레이아도 낄래?” “어머. 안돼요. 두 분한테 혼날 거예요.” 한번 직구를 던져봤는데, 의외로 반응이 나쁘지 않다. 이거 혹시 잘 구슬리면…. “으응….” “음….” 하지만 그때, 타이밍을 재기라도 한 듯이 사라와 디아나가 눈을 떴다. “꺄, 꺄악!” “으음!” 그리고 둘 다 동시에 구원에게서 확 떨어졌다. 몸을 뗀 사라는 괜찮지만, 구원의 몸 위에서 상체를 일으킨 디아나는 바로 구원의 물건 위에 걸터앉는 꼴이 됐다. “…뭔가 이 물건은?” 디아나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 구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새, 생리현상입니다.” 하필 디아나가 물건위에 걸터앉아있는데다가, 구원을 내려다보면서 미묘하게 허리까지 움직여서 저절로 물건이 반응하여 꿈틀대버렸다. 설마 이것마저 던전에서 뭐하는 짓이라고 설교하진 않겠지? “흠. 뭐, 남자라면 어쩔 수 없지. 알겠네.” 하지만 긴장할 필요는 없었다. 디아나는 묘하게 이겼다는 표정으로, 쿨하게 이해해주고 구원의 몸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드디어 해방인가. 번뇌에서 벗어나게 되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픈 묘한 해방감이다. “얼른 물건 죽이시죠?” 어째선지 사라가 앙칼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서, 설마 엉덩이에 감촉이라도 남아있나? 구원은 최대한 경건한 마음을 가지고 속으로 애국가를 열창하여 물건을 죽이기 위해 노력하며 사라의 눈치를 살폈다. 으윽. 노려보고 있어. 이거 완전히 감촉이 남아있는 반응이다. “흠흠. 너무 그러지 말게나. 생리현상이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디아나는 옆에서 왠지 기분 좋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지만, 사라는 눈에서 힘을 풀지 않았다. 도와주는 건 고마운데, 아마 이걸 세웠다고 화난 게 아니야. “다, 다들 일어났으면 밥이나 먹자!” 그렇다고 엉덩이 만져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구원은 필사적으로 사라의 시선을 피하며 인벤토리에서 음식을 꺼냈다. 아침은 소소하게 빵과 스프, 과일로 준비했다. 식기채로 인벤토리에 넣어뒀기 때문에, 딱히 준비할 것도 없이 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하면서 구원은 오늘 일정을 생각해봤다. “그런데 디아나. 마법이 그 정도까지 복구 됐으면, 슬슬 계층 주인을 잡으러 가도 되는 거 아냐?” “아니, 적어도 레이아양이 프로텍트를 배우기 전까지는 안 될 말일세.” 프로텍트란 물리, 마법에 상관없이 일정 데미지를 무효화 시켜주는 사제들이 사용하는 보호 마법이다. “프로텍트? 뭔가 이유라도 있어?” “음. 여기 계층의 주인은 도중에 수하들을 불러 모으는 게 특히 성가신 몬스터라네. 수하들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후위에 공격을 한 번도 허용하지 않고 승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지. 그때 프로텍트가 있으면 적어도 한 번에 후위가 무너지는 일은 방지할 수 있을 걸세.” 과연. 그래서 녀석을 잡는데 힐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 건가. “레이아. 프로텍트를 배우려면 어느 정도 몇 레벨쯤에 배워?” “사람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은 30레벨 전후에 배우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렇구나. 그럼 오늘부터 돌아다니면서 열심히 직업 레벨이나 올려야겠네.” “도움이 못 되어서 죄송해요.” “아니. 오히려 이쪽이 레이아의 도움이 필요한 입장이니까, 레이아는 전혀 사과할 거 없어. 어차피 저쪽 맵도 조금 궁금했으니까 잘 됐지 뭐.” “음? 이번엔 저쪽 맵을 갈 셈인가?” “응. 웨어 울프들이 계속 여길 뚫으려고 한 것도 신경 쓰이고, 뭔가 있지 않을까? 없으면 뭐 없는 대로 어쩔 수 없는 거고.” 사실 이 곳을 우리가 틀어막은 시점에서 비밀 통로 쪽 맵은 웨어 울프의 숫자가 줄어들게 되어있다. 오크보다는 웨어 울프가 성장하기에 더 좋으니 성장만이 목적이라면 정규루트 쪽을 돌아다니는 게 좋겠지만, 구원은 굳이 비밀 통로 쪽으로 가기로 했다. 또 비밀통로나 이곳처럼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고. 겸사겸사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비밀통로 쪽 맵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정규루트 쪽 맵에서 그랬던 것처럼, 며칠 동안 다른 방향으로 돌아다니며 맵을 채워둘 계획이다. 그렇게 길을 나서자 곧장 사라가 구원의 옆으로 바짝 붙어왔다. “사라?” “눈이나 귀는 오히려 제가 더 좋으니까요. 전투 전에는 이렇게 저희 둘이서 앞장서는 게 효율이 좋겠죠.” 그렇게 노려봤으면서 이제 와서 몸을 나란히 걷는 게 스스로도 살짝 부끄러운 듯, 사라는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말했다. 식사 내내 말이 없어서 솔직히 조금 걱정했는데, 역시 전투관련 얘기가 되면 철저히 하고 싶은 모양이다. 아마 갑작스런 전투가 발생하면 구원이 지켜야 하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몸을 바짝 붙여 걷는 걸 보면 화는 조금 풀렸다고 봐야겠지? “여기 모퉁이를 지나면 바로 몬스터가 있어요.”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사라가 몬스터의 기색을 감지해냈다. “고마워. 일단 뒤로 물러나줘.” “네.” 그렇게 만난 놈은 오랜만에 오크 세 마리였다. 성자의 손길의 스턴까지 곁들이면 이젠 정말로 손쉽게 잡을 수 있는 놈들이다. 구원은 곧장 성자의 손길을 사용하려다가 멈칫했다. 일부러 스턴 걸지 말고 좀 맞으면서 할까? 레이아가 프로텍트를 배울 레벨까지 사제 레벨을 올리는 게 일행의 최우선 목표가 된 만큼, 이왕이면 신성마법을 사용할 환경을 많이 만들어 주는 게 좋을 것 같다. 오크 세 마리 정도면 어그로가 튀어도 바로 구원이 바로잡을 수 있으니 위험하지도 않다. 그래서 구원은 성자의 손길도 봉인하고, 피하기보다는 일부러 전투에 지장 없을 부위에 공격들을 적당히 맞아가면서 전투를 했다. 디아나는 지금까지 몰래 배려했다는 게 완전히 들통 나서인지, 이제는 적당히 하던 공격조차하지 않았다. 이젠 정말로 필요할 때만 마법을 사용할 모양이다. 디아나라면 경험도 풍부하고 판단도 정확히 내릴 수 있을 테니 걱정할 거 없겠지. 그렇게 사라와 구원의 공격만으로 오크들을 사냥하자, 평소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려버렸다. 그래봤자 이 근방을 다니는 모험가들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겠지만 말이다. “구원씨 괜찮으세요?” 전투가 끝나자 곧장 레이아가 다가와 구원의 몸 이곳저곳을 어루만졌다. 이렇게 괜찮은 부수입도 있고, 이런 전투방식도 나쁘지 않네. "그럼요. 물론이지. 아무렇지도 않아." 구원은 헤실헤실 풀어지려는 얼굴을 다잡고 레이아를 향해 듬직하게 말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석양이…진다…. 슬립나이트 // 사실 스탯 몰빵을 해야할 정도로 위기 상황을 주고 싶었는데, 주인공 파티가 너무 쎄서 위기가 안 만들어지네요. akwkffls // 오버 워치라는 게임입니다. 그 외의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78==================== 수인족 사제 “그런데 디아나는 이제 필요할 때만 지원해주게?” “음. 그럴 생각이네만. 혹시 불편한가?” “아니. 디아나의 판단력은 믿고 있으니까 별로 상관없어.” “이, 이 몸의 판단력을 믿는 거야 당연한 일일세.”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는 얼굴을 붉혔다. 역시나 별거 아닌 걸로는 으스대도 중요한 건 티 안나 게 배려하는 디아나답게, 이렇게 대놓고 칭찬하면 나름 부끄러운 모양이다. 귀여운 녀석. “그런데 구원, 아까는 왜 회피를 안했나요? 전투 스타일이 바뀐 것 같은데.” “이러는 게 더 직업레벨 올리기에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레이아의 사제 레벨은 물론이고 무투가의 레벨을 올리는 것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적절하게 움직임에 지장이 없을 곳에만 적당한 세기의 공격만 맞으면서 방어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떤 의미로는 회피보다 더 몸놀림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구원은 그 다음 전투에도 같은 방식으로 전투를 했다. 전투가 끝나자 레이아가 곧장 구원에게 다가와 치료를 하면서 말했다. “직업 레벨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이래선 너무 혹사하시는 거 아닌가요?” “걱정 마. 이정도론 끄떡도 안 해.” “구원씨가 듬직하신 건 알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다치신 걸 보면 너무 안쓰러워요.” 레이아는 마치 자기가 다치기라도 한 것 같은 표정으로 구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역시 천생 사제라는 느낌이다. 레이아는 아마 굳이 신전에 버려진 고아가 아니었어도 사제가 됐을 거야. “대신 이렇게 전투가 끝나면 레이아가 보살펴주는 시간도 늘잖아? 난 오히려 이걸 위해서라도 계속 이렇게 싸우고 싶은데.” “어머. 구원씨도 참. 사라씨와 디아나씨도 보고 계셔요.” 레이아는 구원을 혼내기라도 하듯이 가볍게 구원의 팔을 치면서 말했다. 역시 레이아는 이렇게 들이대도 완전히 튕겨내지 않는단 말이야. 사라와 디아나는 너무 들이대면 전부 튕겨내 버리는데, 레이아는 이런 점에서 대화하는 맛이 있다. “하하. 그럼 보라고 하자고. 자랑이라도….” “저, 적당히 가게나.” 기가 살아서 더 나대려는 구원에게 디아나가 차갑게 말했다. 어라? 얘 아침부터 방금까지는 기분 좋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 디아나의 눈은 분노로 활활 불타고 있었다. 설마 이렇게 잠깐 노닥대는 것도 던전에서 방심하는 걸로 생각하는 거야? 뭐 사라랑 디아나한테 보란 듯이 말한 건 잘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엄하잖아. 물론 생각한 바를 그대로 입 밖에 내뱉는 실책을 범하지는 않았다. “네. 자중하겠습니다.” 하지만 디아나의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게다가 구원이 보란 듯이 말한 덕분인지, 정찰을 위해 구원의 옆에 붙은 사라도 정면은 안보고 구원의 얼굴을 무척 차가운 눈으로 계속 쏘아보고 걸었다. 저…사라야? 제가 보라고한 건 지금 모습이 아니라…. 아, 이렇게 말하면 오히려 더 도발이 돼버리나? 그렇게 구원을 쏘아보며 걷던 사라는, 아무리 생각해도 화가 가라앉지 않는 모양이다. 갑자기 화살통에서 화살을 꺼내 활시위에 걸고 마나까지 불어넣기 시작했다. 심지어 화살촉만 빛나던 평소와는 달리, 화살 전체에서 강렬한 푸른빛이 넘실넘실 대는 게, 절대 예사공격이 아니다. 혹시 용사란 직업이 분노로 강해지는 직업이야? “사, 사라야? 지, 진정해! 말로 하자! 사람은 대화로 서로 이해할 수 있어!” 쐐액! 하지만 화살이 날아간 방향은 구원 쪽이 아니라 걷던 방향이었다. 마침 모퉁이에서 튀어나온 오크의 머리에 사라의 화살이 그대로 관통하고 지나갔다. 그리고 뒤 이어 거대한 화염 마법이 날아가 뒤따라 나온 오크를 그대로 통구이로 만들어버렸다. “어머, 힘이 너무 들어갔네. 죄송해요. 이번엔 치료를 못 받겠네요?” 방금 공격은 사라도 꽤나 무리를 한 건지, 사라는 살짝 안색이 파래진 상태에서도 구원을 쏘아보며 말했다. 그렇게까지 화났던 거냐. “그, 그렇겠네. 그, 그런데 디아나도 이번엔 도와줬네?” “흠. 계속 아무것도 안하고 놀고 있자니 좀이 쑤셔서 말일세.” 사라의 눈이 너무 무서워서 디아나에게 시선을 돌려 봤지만, 디아나조차도 말은 그렇게 하면서 눈은 무서웠다. 뭐야 얘들. 노닥거리는 게 눈꼴셔서 그런지 보란 듯이 말한 게 기분 나쁜 건지 모르겠지만, 그러면 그렇다고 말을 해주면 안 되겠니? 그래도 사라나 디아나나 정도라는 걸 아는 애들이라서 그런지, 그 다음 전투에서까지 전투 시작과 동시에 몬스터를 지워버리는 짓을 하지는 않았다. 구원 역시도 최대한 사라와 디아나를 도발하지 않기 위해, 레이아에게 치료를 받을 때도 표정을 다잡고 있었다. 물론 속으로는 레이아의 손길을 느끼며 좋아했지만. 그렇게 계속해서 새로운 방식으로 전투를 계속해나가며 하루 종일 맵을 밝히며 돌아다녔지만, 이렇다 할 발견은 하지 못하고 다시 비밀기지에 돌아와야 했다. 그나마 비밀기지를 다시 점거한 덕분에 웨어 울프를 만날 확률이 줄어, 그만큼 오크 고기를 넉넉히 얻을 수 있게 된 점이 수확이라면 수확일까. “역시 여기가 막히니 저쪽에서 나타나는 웨어 울프의 숫자는 줄어드네요.” 비밀기지로 돌아와 구원이 오크 고기를 그릴로 굽고 있자, 옆에서 하나씩 고기를 주워먹던 사라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게. 역시 저긴 웨어 울프의 부락 같은 게 없나봐.” “그러면 내일부터는 정규 루트 쪽으로 다니는 게 좋지 않을까요? 직업 레벨을 올리려면 그쪽이 효율이 좋잖아요.” 역시 사라는 성장이 최우선인지 그런 제안을 해왔다. “응…. 그야 성장만 따지면 그게 맞긴 한데 말이야….” “역시 저쪽에 뭐가 있는지 신경 쓰이나요?” “응. 아무래도 신경 쓰여서 말이야.” 웨어 울프가 집착하는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다. 그리고 여기가 게임이란 건 아니지만, 여긴 게임과 유사한 시스템을 많이 가지고 있는 던전이다. 보통 게임에서 저런 비밀 장소에는 뭔가가 숨겨져 있는 법이다. 그냥 빨리 지름길을 위한 장소라고 하기엔 너무 넓은 느낌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이유를 늘어놔봤자, 결국에는 그냥 느낌에 불과하다. 전부 뒤져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는 결과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일이다. 역시 도박을 하기보다는 그냥 빠르게 레벨을 올리는 게 좋을까? 수익으로 생각해봐도 1계층에 있을 비밀을 집착하기 보다는, 차라리 빨리 2계층으로 넘어가 거기를 돌아다니는 게 더 이득이 되기도 할 거고 말이다. “저, 저도 구원씨 감을 믿고 저쪽을 더 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옆에서 레이아가 가슴 앞에서 양 주먹을 불끈 쥐고 그렇게 주장했다. “응? 그, 그래?” “네. 어쩌면 여신님의 인도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잖아요.” 레이아는 구원을 바라보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아, 내가 여신의 축복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그 얘기인가. 하지만 이것만은 내 맘대로 정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리더라고는 해도 파티의 방향을 정하는 건 파티원들 모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하는 법이니까. “그, 그렇군요. 그럼 우선 그렇게 하죠.” 하지만 사라가 바로 그렇게 의견을 바꿔왔다. 응? 설마 진짜로 여신님의 인도 어쩌고 하는 말에 생각이 바뀐 거야? 얘가 그렇게 독실해보이지는 않는데…. “그래도 돼?” “네. 오크와 싸우면 그만큼 전투도 빨리 끝나니 더 많이 잡으면 되죠. 생각해보니 그렇게 큰 차이도 없을 것 같네요.” 큰 차이가 없다뿐이지, 차이는 확실한 차이다. 어쩌면 사라도 대립하는 것보다는 순순히 의견을 따라주는 걸 택한 걸지도 모르겠네. 얘도 겉보기랑 다르게 의외로 배려심이 있으니까. “그럼 며칠만 좀 다녀보고, 아무것도 없으면 그 다음부터는 정규루트 쪽으로 가는 걸로 하자.” 구원은 사라의 마음도 생각해서 그나마 중도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네, 네! 그래요 그럼.” 사라는 순간적으로 표정을 확 밝혔다가, 곧장 다시 표정을 다잡고 쿨하게 말했다. 역시 배려해준 거였군. “흐흥.” 그래도 자기 의견이 어느 정도 통해서 기분이 좋은지, 사라는 콧노래를 부르며 다시 고기를 집어먹었다. “구원씨도 굽기만 하지 마시고 조금 드세요. 제가 바꿔드릴까요?” 대화가 끝나고 한동안 열심히 고기를 주워 먹던 레이아가 구원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아니, 배려해주는 건 고맙지만, 나 맨손으로 굽고 있는 거 안보이니? 네가 하면 손에 화상 입을걸. 참고로 굽기 전에 손은 디아나의 마법으로 깨끗이 씻었다. 위생도 완벽하다고. “응? 아니. 나도 구우면서 하나씩 주워 먹고….” 구원은 고개를 들며 그렇게 말하려다가 바로 말을 멈췄다. 왜냐면 눈앞에서 레이아가 자기 포크로 고기를 찍어 구원에게 들이밀고 있었거든.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전설의 여자가 먹여주기! 설마 실존하는 거였을 줄이야. 사실 우리 여성진들이 많이 먹는다고 했지만, 구원도 그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주워 먹고 있었다. 손으로 구우면서 하나씩 낼름낼름 집어먹으니 잘 티가 안 났을 뿐이지.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는 바보짓을 할 리가 없지. “아, 아아!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네! 그럼 한 입.” 구원이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과장되게 말하고 레이아의 포크에 있는 고기를 먹었다. 레이가 빵긋 웃고는 다시 그 포크로 고기를 찍어 자기 입에 가져갔다. 완벽하다. 대체 이 완벽한 천사님은 누가 지상으로 보낸 걸까. 섹스 중에도 입을 맞춘 경험은 물론 있지만, 이건 이거대로 전혀 다른 행복감이 충족된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사라와 디아나도 핫! 하는 표정을 지으며 자기 포크를 바라보고 얼굴을 붉혔다. 그래. 더 부끄러워해라. 저런 배려심 없이 혼자만 날름날름 고기를 먹은 너희 모습을 더 부끄러워하라고.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럴 수 있냐. 그러니 너희도 얼른 나한테 고기를 내밀라고. 구원의 그런 속내가 하필 표정으로도 드러난 모양이다. “레이아양. 배려는 좋지만 관찰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네. 이자가 먹은 고기가 자네가 먹은 고기보다도 훨씬 많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럼에도 염치없이 레이아양이 준 호의를 날름 받아 챙기다니. 레이아양에게 더 먹으라고 해도 모자를 판에! 자네는 양심이란 게 있는가? 믿을 수 없군!” 디아나는 상당히 화가 났는지 다발총처럼 구원에게 쏘아붙였다. “저, 전 괜찮아요. 다른 분들이 먹는 배불리 모습만 봐도 기뻐지는 걸요.” “아니. 무르네. 그러면 그럴수록 이 양심도 없는 녀석이 더 기어오를 뿐이라네.” “그래요. 구원은 조금만 잘해줘도 기어오르니까 조금 엄하게 대할 필요가 있어요.” 심지어 사라까지 가세해서 그런 말을 해왔다. 기어오른다니…. 아니, 그야 뭐 사실이긴 하지만…. “어, 엄하게….” 사라와 디아나의 공세에 레이아는 애매한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안 돼! 내 유일한 안식처를! 마지막 남은 정신적 보금자리를 뺐지 말아줘! “너, 너무하다. 나도 장난 한번 쳐본 거야. 당연히 나보다 레이아가 더 많이 먹어야지. 자, 레이아 많이 먹어.” 구원은 레이아가 사라와 디아나에게 물드는 걸 막기 위해 얼른 고기를 하나 집어 레이아의 입가에 가져갔다. “고, 고마워요. 앗뜨.” 레이아는 당황하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고 고기를 받아먹었다. “앗! 미안! 이번엔 불어서 줄게. 자, 후우후우. 많이 먹어.” “고마워요.” 레이아는 구원이 준 걸 꼭꼭 씹어 먹고는 다시 받아먹으며 미소 지었다. 다만 그 미소가 어딘가 필사적인 느낌도 들었다. 응. 씹을 시간도 안주고 너무 막 가져다 줬나. 자중하자. 하지만 이걸로 내 천사님은 지켜졌다. 앞으로도 사라와 디아나의 마수가 뻗치면 내가 구해줘야지. 레이아는 평생 이 성격을 유지해야해. 너희에게 물들게 놔둘까보냐. “자, 자, 자네 지금 반항하나?” 하지만 어째선지 디아나는 더욱 불같이 화를 냈다. 어, 어째서? 반항? 뭐가? 왜 화내는 건데? 니들 말대로 양심 있게 배려해줬잖아! 물론 분노에 눈이 돌아간 디아나에게 그런 말은 통하지 않았다. 디아나는 다시 구원에게 설교를 시작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무려 설교의 주제가 배려였다. 배려! 남의 기분을 생각하라고 쏘아붙이는 디아나의 설교를 들으며 구원은 생각했다. 너무 막 들이대긴 했지만, 그래도 내 딴엔 배려한다고 한 행동인데 이런 설교를 듣다니. 억울해….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후…오랜만에 게임에 빠졌더니 제대로 할일을 못하네요. 앞으론 알람이라도 맞춰놓고 적당히 해야겠네요. 이번 주 안으로 연참도 한 번 해야 하는데…. 로카다 // 그걸로 스토리를 이끌려는 생각은 아니었고요, 그냥 그런 장면이 한번쯤 나올 때가 됐나 싶어서요. 별빛나래 // 어차피 본인 캐릭은 보이지 않으니 귀여운 게 의미가 없지 않나요? 뚱이와집게 // 제가 이런 방식의 게임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재미있네요. 그 외의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79==================== 수인족 사제 그렇게 구원 혼자 억울해진 식사를 마쳤지만, 잠을 자기에는 아직 시간이 조금 이르다. 그럼 연습이나 해볼까? 성장을 한다고 굳이 직업 레벨만 올릴 게 아니다. 기술을 갈고닦는 것 역시 강해지는 방법 중 하나다. 구원은 깔아놓은 이불에 앉아 구원은 잠을 자기 전에 새로운 방법으로 사용하는 성자의 손길을 더 연구해보기로 했다. 일단 원래하던 방식대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켜 어떤 방식으로 마나가 흐르나 되새겨보고, 이번에는 이 세계의 사람들의 방식대로 손에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켜봤다. 역시나 원래하던 방법보다는 발동에 시간이 걸렸지만, 그래도 손에 발동시키는 건 비교적 손쉽게 가능했다. 그러고 보니 이 방법으로 마나를 더 불어넣거나 덜 불어넣으면 어떻게 될까? 스킬 위력에 변화가 생기는 걸까? 시험해보려면 우선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줄 도우미가 한 명 필요하다. 우선 레이아는 무조건 안 된다. 구미호화가 어떨 때 되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지금, 괜히 스킬 시험을 해봤다가 레이아가 구미호화가 돼버리면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그럼 디아나? 스킬 연구의 일환이니 그야말로 적임이기는 하다. 다만 디아나의 성벽이 문제가 된다. 괜히 이런데서 성자의 손길을 맞고 노출증이 자극돼서 발정이라도 나버리면…상상해보니 흥분되기는 하지만, 뒷일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그럼 역시 남은 건 사라뿐인가. “사라. 미안한데 조금 부탁 좀 해도 될까?” “네? 뭘요?” “내가 이 세계의 방법으로 스킬을 배웠다고 했잖아. 마나량에 따라 스킬 위력이 달라지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아, 네.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협력할게요.” “고마워. 그럼 우선 이게 평소 성자의 손길이랑 얼마나 다른지 좀 알려줘.” 구원은 될 수 있는 한 적은 양의 마나를 담아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사라의 엉덩이를 살짝 건드렸다. 결코 어제 만지다가 만 것이 아쉬워서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적은 양의 마나를 사용하는 것이니, 사라가 비교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사라의 가장 큰 성감대를 만진 것뿐이다. “네?! 여기서 성자의 손기…아흣…어머?” 사라는 구원의 말을 듣고 상당히 당황했지만, 정작 구원의 손이 닿아도 평소 같은 쾌감이 전해지지 않아 놀란 모양이었다. “어때?” “네. 확실히 평소보다 훨씬 위력이 약하네요.” 역시 예상대로다. 하지만 이건 그럴 거라고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었다. 문제는 마나를 평소보다 많이 불어넣었을 때다. 사라가 오크를 한 번에 꿰뚫었던 것처럼, 이 세계 사람들이 스킬에 마나를 더 많이 담아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명백하다. 다만 게임 시스템 상 스킬 레벨이라는 제한을 가지고 있는 구원 역시도 그게 가능할까? “그럼 다음 갈게.” 구원은 이번에는 사라의 손을 잡고, 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마나를 때려 박아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켜봤다. “하으으읏!” 그러자 그 즉시 사라의 몸이 거세게 떨리며 구원에게 몸을 기대왔다. 하지만 성자의 손길은 원래 위력이 강하니까, 이게 평소보다 위력이 더 강한건지 겉보기로는 구분이 안 된다. “어때?”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 구원은 사라에게 직접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기, 기분 좋아요….” 하지만 사라는 얼굴이 붉어진 채로 그렇게 엉뚱한 소리를 내뱉었다. 으윽. 딱히 그런 성벽이 없는 사라마저도 이런 반응이라니. 역시 성자의 손길. 무섭도다. 이걸 디아나한테 했으면 대체 어떤 반응이었을지…. 섹시한 사라의 반응에 구원도 잠깐 그 분위기에 휘말릴 뻔했지만, 겨우 정신을 다잡고 되물었다. “아, 아니, 평소보다 위력이 어떠냐고.” “핫! 그, 그러네요! 평소와는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구원의 말에 사라도 제정신을 차리고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며 대답했다. 응. 부끄러워할 거 없어. 오빠도 다 이해한단다. 하지만 역시나 이 방법으로도 스킬 레벨 이상의 효과는 발휘할 수 없는 모양이다. 만약 스킬 레벨의 한계를 초월한 효과를 보는 게 가능해지면 성자의 손길뿐만이 아니라 여러모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기대했는데. 특히 섹스 애널라이즈 같은 스킬이 강화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만족스러운 결과를 낼 수 있을 텐데. 아쉽기는 하지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괜히 미련 가져봐야 어쩔 수 없지. 안 그래도 게임 시스템으로 남들보다 유독 강해진 거다. 이정도 페널티는 있어야 그나마 밸런스가 맞는다고 생각하자. “그렇구나. 고마워. 큰 도움이 됐어.” “끄, 끝인가요?” 과연 사라도 몸이 달아오르긴 한 모양이다. 목소리에서 살짝 아쉬운 기색을 내비치고 있었다. 저런 반응을 보이니 나까지 흥분된다. 여기가 던전만 아니었으면 바로 덮쳤을 텐데. “응. 고마워.” “아, 아뇨.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사라는 바로 이불로 들어가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써버렸다. 이거 미안한 짓을 해버렸네. 오늘 이렇게 어중간하게 느끼게만 하고 끝낸 만큼, 다음에 사라와 잘 때 잘해줘야지. 왠지 사라와 할 때는 이런 다짐을 항상 하는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그러고 나서도 구원의 스킬 연습은 끝나지 않았다. 손 이외의 부위로 스킬을 발동하는 연습을 조금 하고 있자니 곧 잠을 잘 때가 됐다. 그러자 이번에도 역시 디아나가 구원의 몸 위에 몸을 겹치려고 했다. “디아나, 잠깐만.” “음? 뭔가?” “굳이 내 위에서 잘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쉽지만, 정말로 눈물 나게 아쉽지만, 구원은 디아나의 행동을 제지했다. 이번에도 그렇게 모두 겹쳐서 잠을 자면, 아마 던전에서는 항상 그렇게 자는 게 기본이 되어버릴 거다. 물론 미인 세 명에게 끼어서 자는 건 행복한 일이긴 하지만, 계속 그렇게 잤다가는 내 정신이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언제까지나 이성을 잃지 않고 있을 수 있을 거라고는 스스로도 장담할 수 없다. 적어도 편안하게 숙면을 취하기 위해서, 구원은 눈물을 머금고 디아나에게 다른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이건 만약을 대비해서….” “응. 그런 거라면 내 머리위에 이불을 깔고 자도 대응 할 수 있을 거야.” “자는 중에 기습을 받아도 말인가?” “적어도 이 근처에서 내가 그 정도 반응도 못할 정도로 강한 몬스터는 없잖아.” “…자네는 그렇게도 이 몸이 위에서 자는 게 싫은가?” 디아나가 살짝 씁쓸하게 말하자, 구원은 지금 하는 짓이 허무해졌다. 내가 지금 뭐하는 거지. 이런 예쁜 애한테 잘 때 떨어져서 자라고 애쓰는 꼴이라니. “아니, 디아나도 불편할 거 아니야.” “이 몸의 걱정이라면 전혀 할 것 없네. 멀쩡하다네.” 하긴 섹스 끝나고도 항상 그렇게 자는데 이제 와서 불편하다고 할 리가 없지. 그러면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나. 욕 좀 먹겠지만, 앞으로의 숙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 실은 디아나가 그렇게 자면 내가 잠을 못자서.” “음? 설마 무거운가?” “아니, 그게 아니라 다른 쪽이 조금 불편해져서. 그 왜 있잖아.” 구원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디아나도 드디어 무슨 말인지 눈치 챈 모양이다. 으윽. 화내겠지. 또 파렴치하다고 설교 듣는 거 아니야? “흐, 흠. 그런가. 그런가. 어, 어쩔 수 없지. 이 몸이 워낙 매력적이니 말일세. 이해하네.” 하지만 디아나는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약간 목소리 톤이 높아지며 그렇게 말했다. 이건 괜찮은 거냐. 얘가 화낼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기준을 모르겠다. 어쨌든 그렇게 구원의 설득이 먹혀들어, 디아나는 일행의 머리맡에 가로로 누워 자게 됐다. 그리고 마치 디아나에 맞춰 거리를 벌리듯이 이번엔 레이아도 제대로 자기 이불에서 자게 됐다. 그야 머리 위에 있어도 대응 가능하다고 했으니 당연한 결과지만 말이야. 고작 1미터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것뿐이지만, 어제는 엄청나게 밀착해있었던 만큼 무척이나 거리가 멀어진 느낌이다. 게다가 사라는 아까 이불 안에 머리까지 들어가서 아직까지 전혀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가끔 꿈틀대는 걸 보면 살아있기는 한 모양이지만. 어쨌든 이걸로 내 숙면은 보장되게 된 거다. 난 슬프지 않아. 결코 아쉽거나하지 않아. 구원은 그렇게 자신에게 들려주듯 되뇌며 잠이 들었다. 그렇게 레이아가 가세해 약간은 미묘한 분위기를 풍겼던 이번 던전 탐험도 드디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미리 얘기했던 대로 이 며칠 동안 탐험은 비밀 통로 쪽 맵을 채워가면서 진행해왔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웨어 울프를 만나는 확률은 점점 더 줄어들어갔고, 이제는 만나는 몬스터의 대부분이 오크가 됐을 정도였다. 덕분에 오크 고기는 아무리 먹어도 다 소비할 수 없을 정도로 인벤토리에 쌓여가게 됐다. “역시 별다른 건 없네.” 그리고 오늘 탐험을 나서면 드디어 비밀 통로 쪽 맵도 비밀 기지 근처는 전부 매워버리게 된다. “매번 그렇게 새로운 발견을 할 수는 없죠.” 사라는 딱히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이, 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오늘 처음으로 사라와 정상적인 대화를 했다. 아침에 갈아입을 옷을 건네받았을 때 말고는 왠지 얼굴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럼 오늘까지만 돌고 내일부터는 정규 루트 쪽으로 가자. 오늘만 돌면 근처에 안 돌아다닌 곳도 없어지고.” “네. 마지막까지 힘내요.” 레이아가 파이팅이라고 말하듯 가슴 앞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레이아가 저럴 때마다 그 거대한 가슴이 모아지고 눌려져서 상당히 흐뭇하다. 성격뿐 아니라 이런 방면까지 완벽하다니, 정말로 내 이상형을 구현해놓은 것 같은 사람이라니까. 그리고 새로운 발견은 일행의 기대도 한풀 꺾여 전혀 예상치 않았던 타이밍에 하게 되었다. “전방에 또 오크들이 있어요.” “좋아. 그럼 또 고기 좀 얻어 볼까.” 일행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평범한 오크 세 마리였다. 녀석들은 뭔가를 찾고 있는 중인지, 구원 일행에게 등을 돌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다. “얘들아! 어디 가니?” 구원이 말을 걸자, 녀석들은 소스라치게 당황하며 허둥지둥 무기를 꺼내 쥐고 구원 쪽을 향했다. 왜 저렇게 놀라? 던전 한두 번 다녀보나. 오크들이 유난히 허둥대는 바람에 이번 전투는 상처도 거의 입지 않고 끝나버렸다. 쳇, 나의 힐링 타임이…. 그렇게 아쉬워하며 이번엔 치유 받을 것도 없이 마석만 캐내고 곧장 가던 길을 다시 걸었다. 그러다가 맵에 시선을 돌렸을 때, 구원은 문득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맵 한 구석이 텅 비어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맵 한 구석이 정확히 네모난 모양으로 텅 비어있었다. 던전이 일말의 맵 낭비도 없이 꽉꽉 들어찬 곳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확히 정사각형으로 맵이 비어있는 공간은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수상했다. “잠깐만. 아까 오크들이 있던 곳으로 다시 가보자.” “왜 그러세요?” “어쩌면 정말로 뭔가 찾았는지도 모르겠어.” 다시 오크들과 싸웠던 곳으로 돌아온 일행은, 그 근처를 구석구석 찾아보기로 했다. “어머? 이 냄새는….” 가장 먼저 뭔가를 느낀 건 레이아였다. 냄새라니, 아무 냄새도 안나는데? 수인족인만큼 코가 좋기라도 한 걸까? 레이아가 향한 곳은 맵에서 정확히 빈 공간의 한쪽 면의 가운데 부분이었다. 하지만 저기도 벽으로 막혀있는 곳인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구원이 벽에 손을 대자, 팔이 수풀을 쑥 통과하고 지나갔다. 어라? 이거 뭐야? 그곳은 마치 벽에 빽빽이 담쟁이넝쿨을 뒤덮고, 벽만 빼낸 것 같은 구조였다. 얼핏 보면 넝쿨들로 인해 벽에 막혀있는 걸로 보이지만, 실상은 넝쿨이 장막처럼 펼쳐져 있어서 조금 뚫어내면 바로 통과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다. 이런 장치도 있는 건가. 심지어 맵에도 막힌 길로 표시되어 있다가, 구원이 팔을 집어넣어 확인한 순간 그제야 길로 표시되었다. 맵에도 표시되지 않는 길이라니. 이런 길을 만들어 놓는 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하드코어하지 않나? 뭐, 게임이 아니니까 이런 불평을 해도 소용없긴 하지만. 어쨌든 일행은 그 넝쿨 장막을 지나, 네모난 방 같은 곳에 들어섰다. 보통 이런 곳에는 숨겨진 보물 같은 거라도 있기 마련인데 말이야. 하지만 방 안에 들어간 일행의 눈앞에는 그저 텅 빈 공간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뭐야 여기? 아무것도 없잖아? 굳이 이렇게 숨겨진 장소처럼 있을 의미가 있는 곳이야? “와아!” 하지만 그런 구원의 감상과는 다르게, 레이아는 탄성을 올리며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이렇게 마나풀이 모여 있는 곳이 있었다니! 굉장해요! 역시 구원씨는 여신님의 은총이 함께 하시는 모양이네요!” 레이아는 구원의 손을 양손으로 붙잡아 자신의 가슴골에 파묻듯이 끌어안으며 감격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제 딴에는 던전 진행만이 스토리 진행이 아니라 인물들의 감정이나 태도가 조금씩 변해가는 것도 진행이라고 여기고 얘기를 집어넣은 것이었습니다. 다만 너무 그쪽에만 치중해서 던전 파트가 너무 지지부진하기는 하기는 하네요. 앞으로는 비율을 적절히 섞도록 노력하겠습니다. 80==================== 오크들의 영역 마나풀이란, 간단히 말해서 마나가 함유량이 높은 풀이다. 지상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고, 던전에서만 간간히 발견이 되는 식물이다. 아무래도 이 마나풀처럼 지상에는 존재하지 않고 던전에서만 발견이 되는 것들이 제법 존재하는 모양으로, 특히 던전에는 다니기보다 연구에만 집중하고 싶어 하는 마법사들이나 신기한 걸 좋아하는 귀족들이 이런 것들을 구해달라는 의뢰를 제법 많이 한다. 특히나 이 마나풀은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굳이 마법사나 귀족뿐만 아니라도 많이들 의뢰를 하는 수요가 높은 식물이라고 한다. 포션의 재료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심지어 신전에서는 아예 대형 클랜들과 계약을 맺고 정기적으로 마나풀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다만 마나풀이란 것이 정해진 곳에서 일정하게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공급이 부족한 모양이다. 이상이 어리둥절해있는 구원에게 디아나가 해준 설명의 요약이다. 참고로 디아나가 설명해주는 사이에도 레이아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구원의 손을 끌어안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레이아도 신전 소속인 만큼 마나풀이 부족한 것이 절실하게 다가왔던 걸까? 아무튼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냥 게임에서 약초라는 성의 없는 이름으로 자주 등장하는 풀이란 얘기잖아. 솔직히 말하자면 일반 잡초와 전혀 구분이 안 간다. 레이아가 말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그냥 밟고 지나갔을 거다. 하지만 뭐 확실히…듣고 보니 살짝 향기 같은 게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부족하면 지상에서 재배하면 되는 거 아니야?” “그게 가능했다면 신전이 그렇게 구하려고 고생하지도 않았겠지. 마나풀 뿐만 아니라 던전에서 구한 식물들은 전부 재배를 하려고 하면 성질이 변해버리더군. 심지어 던전 안에서 시도를 해봐도 말일세. 일단 관심 있는 마법사들이 계속 연구를 하고 있기는 하네만….” 으음. 역시나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는다는 말인가. “그런 것 치고 여기는 엄청나게 많이 있네.” 분명 정해진 곳에서 구할 수 없는데다가, 재배도 불가능 하다고 했잖아. 하지만 꽤나 넓은 이 네모난 공간 안 전체에는 마나풀이 말 그대로 장판처럼 깔려있다. “음. 하지만 재배한 건 아닐 걸세. 이렇게 무작위로 나있으니 말이네.” 디아나의 말투는 마치 꼭 그래야 한다는 것처럼 들렸다. 하긴 여기서 만약 재배가 되고 있다고 한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라 몬스터가 재배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마법사인 디아나로서는 인간이 개척하지 못한 영역을 지능도 떨어지는 몬스터가 개척해냈다고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 하지만 재배가 된 것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여기 마나풀이 대량으로 자라나고 있다는 것 하나만은 명백하다. 어쩌면 웨어 울프들이 기를 쓰고 이 구역으로 오려고 했던 것도, 이렇게 마나풀이 대량으로 발생하는 곳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놈들도 지능이 있으니 이걸 사용하면 회복이 빨라진다는 것 정도는 알았을 테고 말이다. 게다가 아까 전 오크의 반응을 보면, 오크들이 이곳을 알고 있다는 것 하나는 명백하다. 뭐, 그거야 어찌됐든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뿐이다. “그럼…우선은 쓸어담을까?” “네!” “그런데 그냥 뽑으면 되는 건가? 이 몸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말일세.” “그야….” 디아나도 모르는 걸 내가 알 리가 없잖아. 구원의 시선이 자연히 레이아를 향했다. “에, 에헤헤.” 레이아는 쑥스럽다는 듯이 살짝 얼굴을 붉히고 웃었다. 응. 귀여우시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거 어쩔 거야? 눈앞에 금덩이가 굴러다니는데 아무도 줍는 법을 모르는 상황이잖아. “그냥 다른 풀들을 캐는 것처럼 캐면 되는 거 아닌가요?” “다른 풀들을 캐는 건 어떻게 하는데?” “…제가 알려드릴게요.” 사라가 약간 씁쓸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오오! 과연 사라! 역시 시골 출신은 뭔가 달라도 달라! …이건 편견인가? 아무튼 사라의 시범을 보고 일행들은 곧장 마나풀을 뽑기 시작했다. “그게 아니라 이렇게요. 자, 손 줘보세요.” 처음 씁쓸하게 말했던 것과는 다르게, 사라는 꽤나 열정적으로 뽑는 방법을 알려줬다. 심지어 구원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지 사라가 계속해서 맨투맨으로 마크를 하면서 알려줄 정도였다. “손으로 여기를 잡고, 나이프로 이렇게 뿌리가 다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뭐 이러면서 자연히 스킨십도 많아지니 나야 즐겁지만 말이다. 꽤나 이런 일에 익숙해 보이는 걸 보면, 아마 고향에선 이런 일도 자주하며 지냈겠지. 게다가 지금은 활까지 쏘는 데도 불구하고 굳은 살 하나 없는 매끈한 손이다. 구원은 저도 모르게 위에 겹쳐진 사라의 손을 매만졌다. “구, 구원?!” 사라의 목소리에 구원은 퍼뜩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큰일 났다. 이건 뭐라고 변명할 말도 없는데. “뭐하시는 거예요?” “어, 아, 아니. 그게, 미안….” 사라는 손을 떼고 구원에게 말했다. “한번 스스로 해보세요. …그래요. 이제 잘 하시네요. 그렇게 하면 되요. 계속 그렇게 하세요.” 구원이 한번 뽑아보자,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 재빨리 디아나가 있는 쪽으로 가버렸다. 진짜 이걸로 괜찮아? 내 기준으론 아까 하던 거랑 그리 차이도 없었는데…. 다행이 화는 안 냈지만, 안 그래도 사라와는 아침부터 대화도 잘 없었는데 더 그러게 생겼다. 그런데 요즘 사라랑 디아나, 정말 사이가 좋네. 문득 보면 저렇게 둘이 같이 뭉쳐있는 모습이 종종 보인다. 파티원끼리 사이가 좋은 건 기쁜 일이고 딱히 문제될 건 없지만, 처음에는 꽤나 투닥거렸던 것 같은데 어느새 저렇게 된 걸까? 신기한 일이다. 아무튼 그렇게 일행은 방 안에 있는 마나풀의 대부분을 캐냈다. 일부러 몇 개를 남겨놓은 건 만약을 위해서다. 정말 디아나 말대로 마나풀이 여기서 자생하고 있는 거라면, 모조리 뽑아가는 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꼴이 돼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 정도 양이면 정말 많은 분들이 구원받을 수 있을 거예요.” 레이아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말했다. 아무래도 마나풀을 보고 기뻐한 것도 다른 사람들을 더 도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나 보다. 역시 천사다. “그럼 이건 신전에 직접 팔도록 할까요?” “정말요?! 하, 하지만 신전에서는 정해진 가격으로만 사들여서요…. 잡화상에 파는 게 더 돈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거예요.” 게다가 그러면서도 파티를 배려해 솔직하게 말하는 마음씨까지. 이 누님을 기뻐하게 만들 수 있다면 내가 뭔들 못하겠냐. “하지만 신전에 파는 게 아픈 사람들을 더 많이 구할 수 있잖아요? 다들 어떻게 생각해?” 물론 동의해주겠지만. 사라도 디아나도 딱히 돈 욕심은 없다. 게다가 둘 다 은근 배려심이 강하니, 남을 돕는 일이라고 하면 무조건 찬성해주겠지. “네. 저도 신전에 파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음. 자네 하고 싶은 대로 하게나.” 역시나 둘 다 곧바로 구원의 의견에 찬성해줬다. 다만 어째서 둘 다 떨떠름한 얼굴인 거지? “저, 정말 감사해요!” 다른 일행의 승인도 떨어지자, 레이아는 이 이상 없을 정도로 행복한 미소를 띄우며 구원을 껴안았다. 구원도 그 모습을 보자 덩달아 행복해졌다. 특히 눈 아래에 펼쳐진 거대한 가슴이 눌리는 모습 때문에 더욱더. 다만…어째서 난 가죽 갑옷 같은 걸 입고 있는 거냐! 이것만 없었다면! 이것만 없었다면! 번뇌가 살짝 행복을 상쇄시켰지만 말이다. “크흠. 자네가 그렇게 남을 위하는 성격이었나?” “무, 물론이지! 내 이름을 봐! 부모님이 남을 위하라고 지어준 이름이라고!” “와아! 정말 멋지세요!” 레이아가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구원의 양심을 사정없이 찔러왔지만, 구원은 애써 미소를 띄우며 버텨냈다. 거짓말은 안했어. 거짓말은. 게다가 이유야 어찌됐건 지금 하는 일은 남을 위하는 일 맞잖아? “그런데 아직 식사할 시간 안됐나요? 조금 배가 고프네요.” “으음. 그렇구먼. 듣고 보니 이 몸도 그렇다네.” 눈을 돌려 확인해보니, 확실히 벌써 점심시간이었다. “벌서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럼 여기서 점심을 먹을까.” 마침 여기도 식사를 하기에는 딱 좋은 공간이다. 기습에 대비하기도 용이하고, 밖에서 모습도 보이지 않고 말이다. “네. 얼른 준비하죠.” “자, 서두르게나.” “알았어. 알았어.” 사라와 디아나의 닦달에 구원은 아쉽지만 레이아와 떨어져 인벤토리에서 음식들을 꺼냈다. 레이아는 대체 얼마나 기쁜 건지, 이렇게 떨어져서 보니 옷 위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맹렬하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남을 도울 수 있다고 이렇게 기뻐하는 걸 보면 역시 천사가 맞는가보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계획이 조금 틀어지네.” “그러네요.” 사실 지금 구원 일행이 잠자리로 쓰고 있는 비밀기지는 얼마 후 길드에 알려줄 예정이었다. 몬스터의 성기를 이용하는 비밀 통로를 밝힐 수는 없지만, 그냥 몬스터들이 다니는 길인 비밀기지 쪽은 밝혀도 될 거라는 판단이었다. 구원 일행이 2계층을 다니게 되면 더 이상 그곳을 쓸 일도 없어지게 되고, 그렇다면 보물을 썩히고 있는 것보다는 길드에 알려주는 게 여러모로 이익이 될 테니 말이다. 아직도 길드 퀘스트가 발동 중이니 아마 비밀기지와 더불어 이 구역의 지도까지 넘기면 아마 엄청난 보상금이 들어올 거고, 모험가로서 일행의 명성도 올라가겠지. 하지만 이런 장소를 발견해버린 이상, 이 구역의 정보를 그냥 넘기는 건 아까운 짓이다. 어쩌면 좋을까? 고민해봤지만, 이렇다 할 답은 나오지 않았다. 나중에 생각하기로 할까. 어차피 이것도 2계층으로 넘어간 다음에 생각할 문제다. 일단은 1계층의 보스부터 잡고 생각할 일이지. 식사를 마치고 그 마나풀의 방에서 나온 일행은 다시 탐험을 재개하기로 했다. 웨어 울프들이 집요하게 이 구역을 다녔던 이유가 저곳 때문이라고 구원은 확신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돌아갈 수는 없다. 또 다른 발견을 하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고, 그게 아니더라도 이렇게 맵을 한쪽만 안채우고 돌아가는 건 게이머 특유의 본능이 용납하지를 않는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돌아가지 않은 건 정답이었다. “완전히 돼지우리네.” 구원은 일행 모두의 감상을 대변해서 그렇게 말했다. 지금 일행이 나무위에 올라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는 곳에는 오크 무리의 주둔지가 펼쳐져있었다. 어디 꽁꽁 숨어 있었나 싶었더니, 이런 곳에 있었나. 하긴 1계층의 위쪽이 고블린들의 터전이라면, 아래쪽은 오크들의 터전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많이 나오는 놈들이다. 이런 주둔지가 없을 리가 없지. 위치로 보자면 비밀기지를 기준으로 비밀통로의 입구와 정반대에 위치한 곳이다. 여기는 완전히 자기들만의 세상이라는 자신감의 발로인지, 놈들은 딱히 목책 같은 것도 세우지 않고 뻥 뚫린 광활한 공간에 그저 모여 있었다. 덕분에 시야가 탁 트여있었는데, 그럼에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것이 대체 얼마나 넓은 곳에 얼마나 많은 놈들이 있는 건지 상상이 안 될 정도였다. 게다가 분명 움막 같은 곳이 곳곳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리 한복판에서 왕성하게 성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곳곳이 눈에 띄었다. 이게 바로 오크들의 번식력이 뛰어난 이유인가. 눈만 버렸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여성진들도 구원과 마찬가지의 감상인지,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특히 레이아마저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는데, 아까까지의 함박웃음과 대비되어 더더욱 인상이 깊었다. 저러고 있으니까 마치 구미호로 변했을 때 보는 것 같네. 그렇게 생각하자 구원은 살짝 물건이 일어서려고 하는 것 같았다. 아들아 뭐하는 거냐. 난 그런 취미 같은 건 없어. 아무튼 보기 싫은 것과 별개로,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는 건 분명하다. 위에서도 무한 리스폰의 효과는 톡톡히 봤었으니 말이다. 비밀기지에서 조금 멀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 보다 여기서 사냥을 하면 성장 속도가 훨씬 빠를 거다. 덤으로 오크 초월종을 노려볼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다만 너무 탁 트여있는 곳이라 몇 마리만 유인해낼 수 있을지가 문제인데…. “제가 한 번 해볼게요.” 구원의 말을 듣고 바로 사라가 나섰다. 오? 뭔가 비책이라도 있는 건가?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37화에서 사라가 자신의 마음을 깨닫고도 부끄럽다는 이유만으로 고백하지 않는다는 묘사를 수정했습니다. 할아버지의 복수가 끝나기 전에 연애에 빠지는 건 죄책감 때문에 할 수 없다는 식으로요. 이렇게까지 고백을 안하고 있는 게 단순히 부끄러워서라고 하기엔 너무 이유가 빈약해서 전부터 수정하려고 했는데, 컴퓨터만 켜면 까먹다가 이제야 바꿨네요. 응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파트 배분은 지금 분위기를 좋아하시는 분들도 계속해서 좋아할 수 있게 비율을 맞춰 배분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기에 걸려 하루종일 자는 바람에 다음 화를 미처 다 쓰지 못했습니다. 내일 퇴근하고 내용을 더 채워서 연참하도록 할게요. 이번 주 안에 연참을 한다고 했는데 주가 넘어가 버린 점 죄송합니다. 모욕감 // 매일 연재하면서 개그를 계속 쓰는 건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 힘들더군요. 그래서 개그는 생각날 때만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개그맨들은 대단하다고 새삼 느껴지더군요. 물주아자씨 // 일주일에 한번 찾아오라고 했는데, 구원이 그건 힘들다고 딜을 해서 던전에 다녀오고 그 사이 휴식 때마다 찾아오라고 했었죠. 페르세이온 // 사실 감기에 걸려서 약을 먹었는데, 평소에 약같은 걸 안먹다보니 약빨이 강하게 들었는지 머리가 멍해지더군요. 그래서 그런지 오타가 생겼나보네요. 감기가 낫는대로 읽어보고 수정하겠습니다. elas //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배의 // 사건 이후로 묘사는 안되고 있지만, 구원은 심층심리에는 사라에 대한 죄책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금 구원이 던전을 도는 건 사라를 도와 마왕을 물리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고 도는 건데, 그 사이에 욕망에 빠지거나 게이머의 본능이 튀어나와 인해 샛길에 빠지기도 하고 하는 거죠. 누굴지? // 감사합니다. 지적해주신 부분 오타 수정했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81==================== 오크들의 영역 사라는 일행을 이끌고 일단 길을 조금 뒤로 돌아왔다. 확실히 이 거리에서도 오크의 주둔지가 보이지 않는 건 아니다. 다만 오크가 점으로 보일 만큼 멀리 떨어진 곳이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어떻게 유인을 하겠다는 거지? 사라를 바라보자, 이미 화살을 활시위에 걸어 겨누고 있는 상태였다. 설마 이 거리에서 쏘겠다고? 제대로 보이기는 하고? 놀라는 구원에게 여봐라는 듯이 사라는 곧장 화살을 쏘아 보냈다. 우와…응. 명중한 건지 빗나간 건지도 모르겠다. 사라는 곧바로 다시 활을 겨눴다. “빗나갔어?” “아뇨. 명중은 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는 눈치에요. 제대로 알려줘야죠.” 사라의 눈에는 제대로 보이고 있는 건 물론, 화살을 맞힐 수 까지 있을 거리인 모양이다. 이렇게 하면 확실히 디아나의 마법보다 사라가 공격해서 유인하는 게 더 효율이 좋겠네. 거리가 충분히 떨어져 있으니 몇 마리가 튀어나오는지 보고 대응하기도 쉬울 거고. 고블린들을 상대로 할 때에는 화살이 아까운 것도 있어서 디아나가 유인을 했지만, 이제는 화살을 아낄 만큼 빈곤한 생활도 아니다. 물론 다시 회수할 수 있는 건 회수해서 쓰지만, 회수하지 못해도 그만이다. 여분은 구원의 인벤토리에 충분히 있고 말이다. 참고로 파티원들의 물건은 전부 보관하기 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구원이 맡고 있다. 레이아도 처음에는 미안해했지만, 구원이 인벤토리를 사용하는데 전혀 제한이 없고 딱히 힘이 드는 것도 아니라고 알려주자 이제는 거리낌 없이 물건들을 맡기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다들 던전 안에서 갈아입을 옷마저도 가방에 넣어서 맡기고 있다. 던전에서 매일매일 옷까지 갈아입다니. 사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덕분에 구원도 귀찮지만 어쩔 수 없이 갈아입고는 있는 상황이다. 다들 갈아입는데 혼자만 안 갈아입고 있으면 냄새날 거 아니야.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정이 쉽게 떨어질 수 있다고 들었거든. 그리고 이건 다른 얘기인데, 왜 굳이 옷을 그냥 맡기지 않고 가방에 넣어서 맡기는 걸까? 구원이 인벤토리에 넣기 쉬우라고? 아니, 그건 아닐 거다. 옷 말고 다른 것들도 이미 왕창 맡고 있는 상황인데, 옷만 따로 이렇게 건네줄 이유가 없지. 구원은 그 이유를 속옷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아침에 옷을 갈아입을 때가 되면 비밀기지 밖으로 쫓겨나니 확신할 수는 없지만, 분명 속옷도 갈아입고 있을 거다. 그럼 그 갈아입을 속옷이 어디 있겠어? 한마디로 이런 말이다. 구원은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미인 파티원들의 막 갈아입은 속옷을 꺼낼 수 있는 상황인 거다. 갈아입은 지 한참 되지 않았냐고? 인벤토리는 항상 집어넣은 상태를 그대로 완벽하게 보존해준다. 즉 갈아입자마자 건네받은 가방을 바로 넣었으니, 인벤토리에 있는 건 갈아입은 지 얼마 안 된 속옷이라는 얘기가 된다. 여성의 속옷에 집착하는 변태신사들이라면 피눈물을 흘리며 부러워할 상황이다. 물론 꺼내는 순간 목숨은 장담할 수 없을 테니 구원이 그런 짓을 할 일은 없을 테지만 말이다. “이제 몰려오네요. 다들 준비하세요.” 구원이 딴생각을 하는 사이에도 화살을 몇 발 더 날리던 사라가 그렇게 말했다. 구원이 살짝 앞으로 나서며 눈을 가늘게 떴다. 확실히 좀 다가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만 놈들도 일단 화살 세례가 퍼부어지니 나오기는 했지만, 어리둥절한 모양이다. 주변을 휙휙 두리번거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긴 그렇게 멀리서 화살을 맞은 경험이 있을 리가 없지. 특히나 이런 던전에서 살고 있는 놈들이라면 더욱더. 두리번거리는 놈들에게 사라가 화살을 한방 더 날리자, 놈들이 그제야 달려오기 시작했다. 다만 거리가 거리다 보니 오크들 발걸음으로 여기까지 도착하기에는 너무 시간이 걸렸다. “이거 어쩌죠? 도착하기 전에 다 잡아버리겠어요.” 사라도 조금 당황스러운 모양이다. 구원과 사라, 그리고 특히 레이아의 직업 레벨 상승을 위한 사냥인데 이래서야 그냥 사냥을 위한 사냥이 되어버린다. “우선 다 잡아봐. 쟤들 숫자가 적은 것도 아니고, 머리가 있으면 알아서 더 몰려나오겠지.”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화살통의 숫자를 확인하며 말했다. 일단 보기에는 넉넉해 보이는데…설마 부족해지지는 않겠지? 처음 몰려나오던 녀석들을 처리하고 다시 사라가 주둔지 쪽을 공격하자, 다행이도 이번에는 상당한 숫자가 몰려나오기 시작했다. 인해전술로 밀어붙인 놈들은 결국 사라의 끊임없는 공격에도 굴하지 않고 일행의 앞까지 꽤나 많은 숫자가 도달할 수 있었다. 캬. 이래야 오크지. 인정한다. 니들은 록타르 오가르다. 승리가 아니면 죽음뿐이라 정말 다 죽게 될 테지만. 구원은 얼른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놈들의 한가운데로 달려들며 한 대씩 툭툭 쳤다. 다 합해서 열한 마리. 빠진 놈은 없지? 구원도 이정도 숫자의 오크를 상대해보기는 처음이다. 이정도 숫자면 레이아의 레벨 업을 생각해서 굳이 많이 다치려고 의식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싸워도 되겠지. 구원은 손으로 치고 발로 차면서 오크들 한가운데에서 난동을 피웠다. 역시 숫자가 숫자다 보니 평소와 비교해서 꽤나 다치기는 했지만, 사라의 공격까지 더해져서 전부 다 잡아낼 수 있었다. 이정도면 가뿐하네. “구원씨 괜찮으세요?” 하지만 레이아는 그게 아닌 모양이다. 전투가 끝나자마자 구원에게 황급히 달려왔다. 평소와는 다르게 다급함이 엿보여서 구원이 더 당황할 정도였다. “괘, 괜찮아. 하나도 안 다쳤어.” 얼마나 당황했는지, 말해놓고 아차 싶은 말까지 내뱉어버렸다. 물론 이런 말을 했다고 레이아가 치료를 안 해줄 리도 없지만 말이다. “다치지 않았기는요. 이렇게 상처가 빤히 보이는데. 왜 그렇게 무리해서 파고들어간 거예요?” 레이아의 걱정스런 마음에 구원은 괜히 죄송한 마음까지 들 정도였다. “아니, 그냥 쟤들이 때려봐야 별로 아프지도 않고, 좀 다치는 편이 레이아가 레벨 업 하기도 쉬울 거고….” “제 레벨 업 보다는 스스로의 몸을 더 돌보셔야죠! 또 그런 식으로 싸우면 누나한테 혼날 거예요!” 레이아가 일부러 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구원을 쳐다봤다. 하지만 화 한 번 내본 적 없는 사람이 억지로 화내는 표정을 지어봤자 엄해 보이기는커녕 귀여워보였다. 심지어 손으로는 열심히 구원의 상처를 보살피고 있으니 더욱더. “네. 죄송합니다.” 물론 그 표정으로 심장에 직격탄을 맞은 구원은 얼른 사과했지만 말이다. 이 누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을 너무 잘 알고 계신다. 물론 의식해서 그렇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지만. “다 됐어요?” “잠깐만요. 자, 구원씨. 팔 벌리고 가만히 계세요.” “전 먼저 시작하고 있을게요.” 사라는 한시라도 지체하고 싶지 않은지, 바로 주둔지 쪽에 화살을 날려댔다. 기분 탓인지 이번에는 아까보다도 화살에 실린 힘이 꽤나 강한 것 같다. 사라가 공격을 시작해도 레이아는 평소보다도 더 꼼꼼하게 상처를 돌봤고, 구원의 몸 주위를 돌면서 이리저리 전부 확인까지 한 다음에야 드디어 만족한 모양이었다. “자, 다 됐어요. 이번엔 무리하면 안돼요.” “응. 누나. 조심할게.” “누, 누나…. 정말, 장난치지 말고요.” 구원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레이아는 가볍게 구원의 가슴팍을 치며 부끄러워했다. 아까 스스로 누나라고 말한 주제에 이제 와서 부끄러워하기는. 물론 이런 모습이 더더욱 사랑스럽지만. “걱정 말게나. 또 그러는 것 같으면 이번엔 이 몸도 나서겠네.” 디아나도 엄한 표정을 짓고 눈을 불태우며 말했다. 역시 디아나가 보기에도 아까 모습은 조금 위험해보였던 걸까? 역시 아까같이 싸우는 건 자중해야겠다. 그래서 이번엔 전술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 몬스터들의 한가운데서 싸우는 건 안 된다고 해도, 구원이 오크들 전원의 어그로를 끌고 있어야하는 건 변함이 없다. 그래서 구원은 일행들과 조금 거리를 더 벌리고 앞으로 멀찍이 나가서 오크들을 맞이하기로 했다. 공간이 넓다보니 가만히 멈춰 서서 싸우면 둘러싸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아예 먼저 앞으로 나가 백스텝을 밟으면서 싸우려는 계획이다. “구원!” 그렇게 앞에 나서서 몸을 풀고 있자, 뒤에서 사라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일행과 거리가 꽤나 떨어졌다보니, 이렇게 외치지 않으면 대화도 불가능한 게 조금 불편하네. “조심해요!” 뭐야, 설마 나 혼자 떨어져있다고 걱정해주는 거야? 쟤도 평소에 쿨한 척 하는 것 치고는 은근 귀여운 짓을 한다니까. 구원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척 들어서 괜찮다는 사인을 보내고 다시 정면을 바라보려고 했다. “바보! 그런 뜻이!” 뭐? 바보? 지금 바보라고 했어? 그래. 인정한다. 내가 가끔가다가 좀 바보 같은 짓을 하기도 해.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날 바보라고 부르는 것만은 참을 수 없다! 쿠르륵! 쿠륵! 어라? 이건 내가 분노하는 소리가 아닌데? 소리나는 곳, 즉 오크 주둔지 쪽을 바라보고 나서야 구원은 사라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저, 저게 대체 몇 마리야? 열 마리는 확실히 넘고, 스무 마리? 아니, 더 많나? 힘으로 안 되면 쪽수로 밀어붙이라는 고금동서를 가리지 않고 전해 내려오는 불변의 진리를 몸소 실현하듯이,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오크 놈들이 구원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잠깐! 타임! 멈춰봐!” 물론 구원의 그런 외침에도 오크들의 돌진은 멈추지 않았다. 에잇! 모르겠다! 설마 내 내구에 죽기야 하겠어?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키고 놈들의 돌진을 맞이했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스스로를 과신했다. 아무리 별거 아닌 놈들이라도 스무 마리 이상을 동시에 상대하게 되자, 구원도 손발이 어지러워지고 정신이 없어졌다. “야! 잠깐만! 진짜로 멈춰봐! 나 뼈 맞았어!” 구원이 그렇게 고군분투하고 있자, 뒤에서 갑자기 화끈한 기운이 느껴졌다. 콰앙! 그리고는 강렬한 폭발음과 함께 구원에게 달려들던 오크의 1/3이 재가 되어 사라졌다. 역시 위기 때 믿을 수 있는 건 디아나님이지! 과연 대마법사님! 사랑합니다! 그에 반해…. “니들은 감히 사람이 뼈를 맞았다는데도 인정머리 없이 공격을 계속했겠다? 죽음으로 사죄해라!” 구원은 아까까지와는 정반대되는 태도로 오크 무리에게 용맹하게 달려들었다. “흠. 괜찮나.” 전투를 마치고 구원이 다가오자, 레이아보다도 한 발 빠른 타이밍에 디아나가 나서서 구원을 맞이했다. 콧대를 빳빳하게 세우고 가슴을 쭉 편 모습이 상당히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인정한다. 이번 전투는 정말 디아나 덕분에 살았다. “응. 고마워. 다 네 덕분이야.” “그렇게밖에 표현을 못하나?” 응? 표현을 달리 하라고? “디아나님이 최고입니다. 역시 대마법사님. 만만세입니다.” “그런 거 말고 말일세. 예, 예를 들어 이 몸을 누나라고…아,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다 말해놓고 뭘 아니야. 심지어 이쪽을 힐끔힐끔 보면서 기대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게 앙증맞다. 설마 아까 레이아한테 장난 쳤던 게 부러웠던 건가. 남자들이 여자한테 오빠라고 불리는 것에 로망을 느끼는 것처럼, 여자들도 누나라는 말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네 나이면 누나라기보다는 오히려 할머니 아냐?” 구원은 살짝 농담 삼아서 그런 말을 던져봤다. “하, 할머…!” “미안!” 그리고는 곧장 바닥에 다이빙하듯이 무릎을 꿇었다. 왜냐면 디아나의 표정이 지금껏 본적 없는, 정말로 충격 받은 표정이었거든. “진짜 미안해, 누나! 그냥 농담 삼아 한 말이었어! 잘못했어! 한 번만 봐줘!” “…안 봐줄 걸세.”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던가? 디아나는 그 말이 딱 어울리는 스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로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해! 누나같이 예쁜 사람을 어떻게 그렇게 보겠어! 실제 나이 알려줘도 절대 할머니로 못 볼걸? 이렇게 깜찍하고 예쁜데! 한 번만 봐줘, 누나!” “안 봐줄 걸세! 거기 무릎 꿇…그대로 듣게!” 구원의 필사적인 애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디아나는 완전히 눈이 돌아가서 여기가 어딘지도 잊고, 구원에게 설교도 아니고 비난을 퍼붓기 시작했다. 비난이라고 해봤자 욕설을 내뱉는 건 아니고, 믿을 수 없다는 둥, 자네는 정신머리부터 틀려먹었다는 둥, 대체 상식이란 게 있냐는 둥 그런 소리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디아나의 눈꼬리에 살짝 눈물까지 고여 있는 게 정말로 충격을 받은 것 같아서, 구원은 그저 계속 애교를 부리며 두 손이 닳도록 비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여자는 나이 얘기에 민감한 법이구나. 설마 이렇게까지 충격 받을 줄이야. 앞으로 디아나 앞에서는 절대 나이 얘기를 꺼내지 않도록 조심하자. 구원은 그렇게 또 하나 인생을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82==================== 오크들의 영역 결국 구원이 디아나에게 용서받을 수 있었던 건, 이제 디아나가 원할 땐 언제든지 누나라고 부르겠다고 다짐을 한 다음이었다. 매번 이렇게 조건 걸고 용서 받다가는 나중에 가서 완전히 디아나한테 목줄 잡히고 사는 거 아닐지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사실 그러고도 디아나의 화가 다 풀린 것 같지는 않지만, 쏘아대다가 여기가 어디였는지 생각나서 어쩔 수 없이 이쯤에서 끝내주겠다는 태도였다. “누나, 괜찮아? 자 얼굴 좀 닦고.” “흥.” 디아나는 구원을 노려보면서도, 구원이 자신의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는 걸 피하지는 않았다. “괜찮아? 오늘은 이만 돌아갈까?” “…됐네. 계속하게나.” 역시나 이런 면은 디아나답다. 아무리 화가 난 상태라도, 자기 때문에 파티원들 모두에게 민폐를 끼치기는 싫은 모양이다. 사실 전투를 계속해도 디아나 자신이 얻는 이익은 없는데도 이렇게 계속하자는 걸 보면 말이다. “응. 고마워 누나.”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는 있는 겐지….” “당연하지!” “누나라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나?” “…누, 누난 내 여자니까? 농담도….”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가기나 하게!” “네. 누나.” 애교가 안 되면 웃겨 보자는 심정에서 던져봤지만 역시 무리수였나. 디아나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소리를 빽 지르는 바람에 구원은 일단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으음. 아무래도 화가 풀리려면 한참 걸릴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이 자리에서 완전히 화를 풀어주고 싶지만, 역시 지금은 전투를 해야 할 때다. 구원은 살짝 마음에 걸리면서도, 우선은 앞으로 나섰다. 전투의 여전히 사라의 화살로 시작됐다. 저 멀리에서 몰려나오는 오크 떼는 아까 전과 비슷한 숫자거나 조금 많은 걸로 보였다. 혹시 이번에는 아까의 배 이상으로 튀어나오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역시 아무리 물량으로 승부하는 놈이라고는 해도 한 번에 튀어나올 수 있는 숫자에는 한계가 있는 모양이다. 계속 이정도 숫자만 나와 준다면 할 만하겠는데? …물론 디아나의 마법이 도와줄 때의 얘기지만. …도와주겠지? 설마 버리진 않겠지요? 하지만 오크들이 구원의 코앞까지 다가와도 디아나의 마법은 날아오지 않았다. 젠장. 역시 세상은 혼자 사는 세상인가.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두른 주먹을 사방으로 휘두르며 최대한 백스텝을 밟아봤지만, 역시나 이 많은 수를 상대로 뒤를 내주지 않고 싸우는 건 무리였다. 그나마 사라가 구원의 뒤를 잡는 놈들을 최대한 처리해주고 있었지만, 사라 혼자서는 조금 역부족이었다. “디아나 누나! 살려줘!” 구원의 진심이 담긴 외침이 들린 걸까? 드디어 뒤쪽에서 강렬하게 타오르는 화염구가 하나 날아와 오크들을 덮쳤다. 전 믿고 있었습니다. 누님! 구원의 뒤를 잡는 놈들을 사라와 디아나가 처리하자, 드디어 구원도 제대로 싸울만해졌다. 백스텝을 밟아가며 오크 무리들을 상대해나가자, 구원이 일행에게 도착할 때쯤에는 오크들을 전멸시킬 수 있었다. “디아나 누나!” “뭐, 뭔가?” “사랑해요! 누나!” “자, 자네는 그렇게 혼나고도 헛소리를 하는가!” 결국 디아나는 들고 있던 지팡이로 구원의 머리를 한 대 내려쳤다. 그러라고 사준 지팡이가 아닌데…뭐 아까보단 화가 좀 풀린 것 같으니 됐나. 사실 디아나가 때려봤자 아프지도 않고 말이다. 그 이후로도 오크들이 한 번에 몰려나오는 숫자에는 크게 변함이 없었고, 일행은 거기에 죽치고 무한 리스폰을 즐기며 사냥을 하다가 비밀 기지로 돌아왔다. “마나풀은 물론이고 효율 좋은 사냥터까지 발견했네.” “정말이에요. 평소보다 성장이 몇 배는 빠른 것 같아요.” 구원과 레이아의 성장도 그렇지만, 사라는 특히 그 효과를 절실히 느끼는 모양이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기 전부터 사라는 계속해서 화살을 날려대는 거니 당연한 얘기다. “디아나 누나도 심심하지 않게 됐고.” “하아…이제 누나라고 그만 하게나.” “정말? 다행이다. 사실 누나보단 동생 같은 느낌이라….” “그렇다고 너무 기어오르라고는 안했네.” “응. 미안.” 하지만 정말이긴 하다. 외모가 외모다보니 아무래도 손윗사람처럼은 잘 안 느껴진다. 어쨌든 구원의 지속적인 애교로 디아나도 이젠 완전히 화가 풀린 모양이다. 평소처럼 태평한 얼굴을 되찾고 있었다. 그렇게 마음의 짐도 덜고, 구원은 편안한 마음으로 이불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오늘은 참 다사다난한 하루였어. 구원은 힘든 하루를 잘 넘긴 스스로를 칭찬하며 잠이 들었다. 하지만 구원의 생각과는 다르게 오늘 하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으흣. 흐읏. 구, 구원씨….” 구원이 눈을 뜬 건, 귓가에 그런 요염한 신음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뭐지? 머리가 멍한 게 아직 잠이 들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다. 구원은 멍한 머리로 소리가 난 쪽을 바라봤다. “구, 구원씨….” 새빨개진 레이아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다. 그리고 구원은 자신의 손에 무척이나 행복한 느낌이 전해져오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 이건…! 구원은 바로 사태를 깨달을 수 있었다. 설마 자다가 잠꼬대로 주물렀단 말인가. 이 무슨 만화 같은 상황이…. 하지만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도 구원은 레이아의 가슴에서 바로 손을 뗄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잖아. 이건 본능이라고. 자기도 모르게 구원은 손에 힘을 줘 한 손으로 다 잡히지도 않는 거대한 가슴을 주물렀다. “구원씨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는 곳에서는….” 그 말은 다른 사람이 보고 있지만 않으면 괜찮다는 거야? 레이아의 말은 오히려 구원을 더 흥분하게 만들어서, 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이 더 들어가 버렸다. “아….” 그리고는 레이아의 눈에서 갑자기 요사로운 빛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으헉! 마성의 감촉 때문에 순간 이성을 잃고 말았어! 구원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젠장. 여기서 구미호화가 발동되게 놔둘 순 없지. 레이아에겐 미안하지만 기절 시킬 수밖에…! “손 떼렴.” 하지만 구원의 행동보다 레이아의 말이 조금 더 빨랐다. 레이아는 구원의 가슴에 손을 대고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요염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구원의 몸은 조종 받는 것처럼 그 명령을 순순히 따랐다. 젠장. 늦었나. 이렇게 된 이상 레이아의 주박을 깨려면 또 저번 같은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사라와 디아나에게 빼도 박도 못하고 들키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레이아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네 손은 너무 위험하더구나. 뒷짐이라도 지고 있지 않겠니?” 젠장. 바로 성자의 손길을 봉인당하는 건가. “저번에는 잘도 해줬구나. 설마 내 처녀까지 뺏어갈 줄이야. 하지만 오늘은 저번 같지 않을 거란다.” 레이아는 요염하게 웃으며 구원의 바지에 손을 가져갔다. 손을 봉인했다고 방심하고 있군. 하지만 내 무기는 성자의 손길만이 아니다. 두고 봐라, 내 물건을 삽입하는 순간 끝장내주지. “그저 쾌락에 몸을 맡기렴. 아무 고통 없이 끝날 거란다.” 레이아는 요염하게 혀를 날름거리며 구원의 바지를 벗겨갔다. 어라? 이거 설마…. 구원의 예상대로 레이아는 애초에 구원과 삽입을 할 생각이 없었던 모양이다. 바지를 벗기고 늠름하게 모습을 드러낸 물건의 끝부분에 레이아는 키스하듯이 입술을 맞췄다. “크기, 힘, 기술 모두 훌륭하더구나. 하지만 오늘은 그 힘을 발휘할 일이 없을 거란다.” 그러면서 레이아는 물건의 뒤를 뿌리부분부터 끝까지 천천히 혀로 핥아 올렸다. 처음 맞보는 그 신선한 감각에 구원은 저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구원의 모습을 보고 레이아는 다시 한 번 요염하게 눈웃음치더니, 입을 크게 벌려 구원의 물건 끝부분을 입안에 집어넣었다. “아음. 너무 크구나. 할짝.” 레이아는 끝부분만을 입에 넣은 채 혀를 살살 돌려가며 구원의 물건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우와…이건 정말…뭐라고 해야 할지…. 끝내준다. 섹스와는 다른 종류의 쾌감이 구원에게 전해졌다. 이런 행위는 정신적인 만족감을 위한 행위지 쾌감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고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는데, 그건 완전히 헛소리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면 그저 구미호라는 특성상 보통 사람들보다 쾌감을 강하게 주는 걸까? 어쨌든 구원이 지금 느끼고 있는 쾌감은 섹스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강렬한 것이었다. 레이아는 움찔거리는 구원의 모습이 흡족한지 입가를 올리고는 이번에는 구원의 물건을 중간정도까지 받아들였다. 아직도 한참 남은 구원의 물건이지만, 아무래도 레이아의 입 크기로는 저기까지가 한계인 모양이다. 레이아는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뒤로 뺐다. 꽉 오므려진 입술은 물건의 대부분은 물론 굴곡진 끝부분을 지날 때에도 완전히 밀착되어 구원의 물건을 완벽하게 자극했다. 그렇게 구원의 물건에 끝에 키스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끝까지 완전히 빼내자, 레이아는 다시 고개를 전진시켜 구원의 물건을 입안으로 담아갔다. 그렇게 몇 번인가 왕복운동을 하고나자, 이번에는 물건에서 입을 떼고 혀를 뾰족하게 세워서는 구원의 물건 끝부분을 낼름낼름 핥았다. 물건에 느껴지는 쾌감과 시각적인 쾌감을 번갈아 자극하는 능수능란한 연계 공격이다. 구원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다시 레이아가 물건을 입안에 넣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는 조금 느낌이 달랐다. 구원의 물건 끝부분을 지나, 중간을 지난 시점에서는 이미 더 이상 입안에 자리가 없을 텐데도 레이아의 얼굴은 계속해서 접근했다. 그러자 물건의 끝부분에 마치 음부에 넣은 것 같은 느낌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이거 설마 목구멍?! 그런 고급기술까지 쓸 수 있는 거야?! 그리고는 곧 레이아의 코가 구원의 아랫배에 닿을 정도로 밀착했다. 물론 구원의 물건은 뿌리 끝까지 레이아의 입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그 상태로 레이아는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리고, 천천히 왕복운동을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치는 쾌감인데, 거기에 더해서 레이아는 혀까지 사용하기 시작했다. 와 미치겠다. 이런 건 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차라리 몸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조금이나마 더 버텨볼 수 있었을 텐데, 레이아에게 완전히 제압당해 움직이기는커녕 소리도 못 내고 이런 쾌감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려니 죽을 맛이었다. 구원은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레이아의 입안에서 사정했다. 레이아는 구원의 물건을 목구멍 깊숙이 받아들이고, 구원의 물건에서 나오는 액체를 전부 받아먹었다. 목구멍을 울리며 나는 꿀꺽꿀꺽하는 소리가 이렇게 야한 소리인지 처음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게 강렬하게 사정을 하고 나자, 현자 타임으로 구원도 조금 제정신이 들었다. 생명력을 확인하니, 이미 1/3이나 닳아있는 상황. 그나마 생명력이 높은 구원이니까 안 죽었지, 보통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죽었을 수치다. “날름. 역시 튼튼하구나. 하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입가에 묻은 액체를 혀로 날름거리며 핥아내고, 레이아가 눈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일단은 이 속박상태를 풀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레이아가 정신없어질 정도의 쾌감을 줘야하는데…. 손이 묶이고 섹스도 하는 게 아니다 보니 구원의 스킬 대부분이 봉인 당했다. 그나마 쓸 만한 건 성자의 성수지만, 성자의 성수는 즉각적인 쾌감을 유발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민감하게만 만들어주는 스킬이라서 효과를 장담할 수가 없다. 민감하게 만든다고 해도 구미호가 입으로 그렇게까지 느낄 거라는 보장도 없고, 구미호가 느끼기 전에 구원의 생명력이 바닥날 수도 있다. 게다가 만약 도중에 이상함을 느끼고 떼버리기라도 하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어진다. 전 같았으면 정말 위험했을 상황이었겠지. 하지만 지금의 구원에게는 비책이 하나 남아있다. 디아나님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입을 크게 벌리고 구원의 물건을 받아들이는 레이아를 보며, 구원은 필사적으로 성기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키기 위해 애썼다. 물론 레이아가 주는 쾌감이 집중을 방해했기 때문에, 연습 때에도 잘 안되던 게 그리 쉽게 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연습 때와는 마음가짐이 다르기 때문일까? 연습 때는 그렇게 안 되던 다른 부위로의 발동을 결국 몇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성공시킬 수 있었다. “흐으으읍!” 그러자 곧바로 레이아가 반응을 보여 왔다. 레이아는 구원의 물건을 물고 거세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다행이 구원의 물건을 깊숙이 물고 있어서 소리가 새어나오지는 않았지만, 대신 레이아의 이빨이 닿으며 물건에 데미지가 가해졌다. 으윽. 설마 이런 식으로 데미지를 입을 줄이야. 구원은 재빨리 스킬창을 열어 한 가지 스킬을 찍었다. 아이언 페니스. 발기 시 물건의 강도를 강화하여 입는 데미지를 감소시키는 스킬이다. 내가 누굴 강간할 것도 아니고 진짜 쓸데가 없을 스킬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찍게 될 날이 올 줄이야. “마음껏 날뛰어 주셨겠다?” 레이아가 몸을 떠는 것과 동시에 몸의 속박도 풀린 구원은 양손으로 레이아의 머리를 잡았다. 그렇게 빠는 게 좋으면 맘껏 빨게 해주지. 성자의 손길을 두른 물건의 맛을 한번 봐라! “흐으으읍! 으으읍! 으읍!” 레이아는 입이 완전히 구원의 물건으로 틀어 막혀, 신음소리도 재대로 내지 못하는 채로 그렇게 계속해서 몸을 떨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83==================== 오크들의 영역 아무리 쾌감에 정신이 없어져도, 구미호는 본능적으로 몸이 반응하는 모양이다. 구원이 머리를 잡고 허리를 움직이자, 레이아는 눈가에 눈물을 고이면서도 입은 본능적으로 구원의 물건에 더 큰 쾌감을 주기위한 움직임을 취했다. 일명 진공 펠라라고 부르는 기술을 사용해 입술을 꽉 오므리고 볼을 홀쭉하게 만들며 빨아들이는 느낌은 음부로는 느끼기 힘든 신선한 자극을 선사해줬다. 심지어 그 상태로도 혀는 능수능란하게 구원의 물건을 휘감아 오고 있어서, 마치 물건을 짜내기 위해 최적화된 움직임을 하는 것 같았다. 그 얼굴은 평소 천사 같은 레이아의 모습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음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살짝 옆으로 보자, 구원이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레이아의 목이 거대한 구원의 물건의 모양으로 살짝 부풀어 오르는 것까지 보였다. 요즘은 그나마 섹스에 조금 익숙해 졌다고 생각했는데, 마치 막 동정 딱지를 뗐을 때처럼 다시 발정이 날 것 같은 광경이다. 하지만 냉정함을 잃어서는 안 되지. 여기서 이성을 잃어버리면 정말로 죽을 수도 있다. 구원은 생명력 게이지를 힐끗 바라봤다. 계속해서 생명력이 줄어드는 중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절반 이상은 남아있다. 그럼 이대로 한 발 정도는 더 싸도 문제없겠지? 구원은 생명력 게이지에 신경 쓰면서도, 거세게 허리를 왕복시켰다. “크윽!” “흐으으으읍!” 그렇게 허리를 흔들다가 신호가 온 구원은 레이아의 코가 본인의 아랫배에 닿을 정도로 깊숙하게 물건을 틀어박고 사정했다. 그와 동시에 레이아도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는지, 몸을 세차게 흔들었다. 과연 절정 중에도 전부 받아먹는 건 불가능했는지, 레이아의 입가에서 다 마시 못한 액체들이 튀어나왔다. “후욱. 후욱.” 구원은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여 아직 물건 안에 남아있는 액체를 완전히 빼낸 다음, 물건을 레이아의 입에서 꺼냈다. 생명력을 보니 이제는 슬슬 위험한 상황까지 왔다. 이렇게 생명력이 깎였는데도 전혀 고통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성자만 아니었으면 진짜 위험한 상대였겠네. 하지만 구원은 성자고, 이렇게 구미호를 제압할 능력이 있다. 그럼 생명력도 채우고 구미호 상태도 풀어줘야 하니, 본편에 들어가 볼까? 하지만 구원은 레이아의 얼굴을 바라보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완전히 풀어진 레이아의 눈에서 어느 샌가 요사로운 빛이 사라져있었다. 뭐?! 설마? 황급히 레이아의 사제복을 걷어 확인해보니, 꼬리도 황금빛의 꼬리 하나만 축 늘어져있다. 뭐야? 저번에는 한참 하고 나서야 겨우 풀렸잖아? 이번에는 왜?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유를 조금 알 것 같기도 했다. 저번에는 너무 오랜만이라 그렇게 많이 빨아들인 거고, 이번에는 텀이 짧았으니 이정도로도 충분했다는 건가. 아무튼, 지금이 멈출 타이밍인가 보다. 다행이도 레이아의 입은 구원의 물건이 완전히 틀어막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소음이 심하게 발생하지는 않았었다. 덕분에 아직 사라와 디아나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잠들어있는 상황이다. 디아나는 위에서 퍼질러 자고 있고, 사라는 아예 이불 속에 완전히 들어가서 보이지도 않는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본편에 들어가 힐링 섹스도 받고 싶지만, 참자. 구원은 기절한 레이아의 얼굴을 닦아주고, 다시 원래 자리에 눕히고, 자신도 자리에 누웠다. 이렇게 완전히 머리가 식자,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운이 좋아 사라와 디아나한테는 안 들켰지만, 내일 레이아 얼굴은 대체 어떻게 봐야하지? 따지고 보면 구원이 계속 가슴을 주물러 대서 벌어진 일이다. 어쩌면 레이아한테 미움 받을 수도…. 만약 저 천사 같은 레이아가 구원을 보며 싫어하는 티를 내면, 진지하게 말하는 건데 엉엉 울 자신이 있다. 하지만 구원의 그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걱정에 밤잠을 설친 구원이 평소보다 늦게 잠에서 깨어나자, 제일 먼저 맞이해준 건 레이아의 밝은 미소였다. “어…응….” 어젯밤에는 그렇게 힘을 쓰고도 힐링 섹스의 효과도 못 받은 탓인지, 구원은 무거운 머리로 멍하니 대답했다. “괜찮으세요? 많이 피곤해보이세요.” 그러는 넌 엄청 쌩쌩해 보이네. 역시 구미호라 정기를 빨아 먹…거기까지 생각하자 구원은 잠이 확 깼다. “으, 으응? 아냐? 그런데 레이아는 괜찮아?” “네? 뭐가요?” “어? 아니, 간밤에 잘 잤냐고.” “네에…. 조금 이상한 꿈을 꾸기는 했지만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생각난 듯 부끄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음. 역시나 오늘도 청순하시다. 아니, 이게 아니지. 아무래도 레이아는 어제 일을 꿈으로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긴 레이아 입장에서 보면 자던 중에 갑자기 가슴이 만져지나 싶더니 정신을 잃은 거고, 깨어나 보니 그대로 자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생각해도 이상할 게 없겠지. 그나마 입에 남아있는 비릿한 맛으로 의심할 수도 있었겠지만, 레이아는 그것도 그저 자고 일어나서 입안이 텁텁해진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간 모양이다. 구원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신님 감사합니다. 양심이 찔리긴 하지만, 어제일은 이대로 내 마음속에만 간직해두자. “음? 자네 피곤한가?” 디아나도 구원의 얼굴을 보더니 그런 반응을 해서, 구원의 양심을 콕콕 찔러댔다. “아니, 그냥 좀 잠을 설쳐서 그래.” 구원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서도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전투는 문제없으시죠?” 그래도 그 반응은 너무 차갑지 않니? 사라는 역시나 전투가 더 중요한지 구원의 얼굴을 보려고 하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응. 그럼. 전혀 문제없어.” 그렇다고 구원이 피곤하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렇게 대답했지만 말이다. 그 이후로도 일행은 꾸준히 오크의 주둔지를 다녔다. 처음 이틀은 순조로웠다. 오크들은 고블린들보다도 그 숫자가 많은지, 같은 곳에서 계속해서 도발해도 끊임없이 몰려나왔다. 그렇게 녀석들은 두려움을 모르고 숫자로 밀어붙이며 돌격해왔고, 구원 일행의 손에 장렬하게 전사했다. 다만 이제는 사라가 화살을 한 발만 주둔지에 날려도 놈들이 즉각 반응을 해서, 신경이 날카롭게 곤두서 있다는 건 느껴졌다. 그리고 셋째 날에 변화가 생겼다. 언제나처럼 구원이 조금 멀리 떨어진 앞에서 대기하고 사라가 화살을 날리자, 오크 놈들이 떼거지로 몰려나온 건 평소와 같았다. 다만 놈들의 함성소리가 앞에서만 들리는 게 아니라는 것이 문제였다. 구원이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앞에서 몰려나오는 놈들과 비슷한 수의 녀석들이 뒤에서도 몰려나오고 있었다. 아무래도 단단히 화가 난 놈들은, 일행이 오기 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라의 화살 사거리를 보고 사라의 감각이 예민하다는 걸 직감했는지, 그나마 뒤에서 매복해있던 놈들도 한참 떨어진 곳에서 튀어나왔다. 덕분에 앞이나 뒤나 아직 놈들과의 거리는 상당했다. 이정도 숫자라면 아무리 요즘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는 사라라도 다가가기 전에 전부 처리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인지, 놈들의 발걸음은 평소보다도 위풍당당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놈들이 간과하고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지금 우리 파티에서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건, 바로 사라가 아니라 디아나라는 점이다. 디아나가 구원을 도와줄 때만 적당한 수준의 마법을 사용해서 놈들은 그다지 인상 깊게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다. 디아나의 마법이라면 이 상황을 타개해줄 수 있을 거다. 차라리 놈들과의 거리가 가까웠다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었을 텐데. 물론 거리가 가까웠다면, 애초에 이렇게 협공이 성공하지도 못하고 사라가 눈치 챘겠지만. “디아나 누님! 큰 거 한 방 부탁드립니다!” “음!” 다행히 구원의 예상대로, 디아나도 이 상황을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디아나는 오랜만에 꽤나 공들여서 영창을 하기 시작했다. “사라도 일단 뒤쪽에서 오는 놈들부터 처리해!” “네!” 구원은 사라의 대답을 들으며 정면에서 다가오는 오크들에게 돌진했다. 디아나의 자신감을 보니, 뒤에서 다가오는 놈들은 사라와 디아나만으로 충분히 처리할 수 있을 거다. 그렇다면 구원이 할 일은, 그동안 앞에 있는 이놈들이 일행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붙잡아두는 거다. 지금까지는 사라가 원거리에서 처리를 좀 하고 맞붙었는데, 그게 아니다 보니 평소에 상대하는 것보다도 수가 많다. 게다가 뒤에 있는 놈들을 해치울 때까지는 혼자서 싸워야하는 상황. “와라 이놈들아! 피가 끓어오르는군!” 하지만 하는 수밖에 없잖아? 이걸 해내면, 우리 여성진들의 호감도도 올라가는 영광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아마. 콰앙! 구원이 오크들과 격돌할 때, 뒤에서 격렬한 진동과 함께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다. 거리가 이렇게 떨어져 있는데도 이 정도라니. 역시 우리 디아나님은 대단하시다니까. 비록 구원은 등을 돌리고 있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구원에게 다가오던 오크 놈들의 눈에는 똑똑히 보였을 거다. 척 봐도 놈들이 당황해서 허둥대는 게 느껴졌다. “어디에 정신팔려있냐!” 구원은 바로 눈앞에 있는 오크 놈의 콧대에 주먹을 날렸다. 그리고 바로 개싸움이 이어졌다. 그간의 전투로 구원도 다수와의 싸움에 조금은 익숙해졌다보니, 전투만으로 전처럼 손발이 어지러워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숫자가 숫자다보니, 아무래도 성자의 손길을 묻히지 못하고 일행 쪽으로 향하려는 놈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둘러싼 놈들을 뚫어 그런 놈들에게 성자의 손길을 묻히고 다시 둘러싸이기를 반복하자, 어느덧 구원의 싸움은 손발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개싸움처럼 변해있었다. 그나마 예전에 늑대개들을 상대로 싸우던 것과는 달리, 지금은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처럼 보여도 공격을 제대로 맞추고 제대로 막고 있다는 점에서 그간의 발전이 느껴진다. 보너스 스탯을 찍을까? 그런 유혹도 들었지만, 구원은 꾹 참아냈다. 지금은 낮은 층이니 괜찮지만, 멀리 보면 너무 스탯에만 의존하는 버릇을 들이는 건 앞으로의 발전에 오히려 방해가 될 것 같다. 일단은 이대로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자. “으하하하핫! 겨우 이 정도냐!” 이런 상황에서 기세가 밀리면 끝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구원은, 일부러 우렁차게 허세를 부리며 놈들을 맞상대했다. “구원!” 그때 드디어 사라의 화살이 날아와 옆에 있던 오크의 미간에 꽂혔다. 콰앙! 그리고 뒤이어 디아나의 마법도 날아와 오크들을 폭죽처럼 폭발시켰다. “사, 살았다.” 아직 전투가 끝난 건 아니지만, 구원의 입에서 저절로 그런 소리가 새어나왔다. 힘든 싸움이었다. “구원씨! 괜찮으세요!” 그렇게 전투가 끝나자, 구원이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기도 전에 레이아가 황급히 뛰어왔다. “으어어. 아니. 죽을 것 같아. 빨리 어루만져줘.” 구원은 평소처럼 허세부릴 힘도 없어서,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우며 레이아에게 그만 본심을 여과 없이 내뱉고 말았다. “후훗, 농담하실 정도면 아직 괜찮으신 모양이네요.” 스스로 말해놓고도 아차 싶었지만, 레이아는 전혀 싫은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상냥하게 웃으며 손에 빛을 두르고 쪼그려 앉아 구원을 어루만져줬다. 천사님 덕분에 제가 요즘 살아갈 맛이 납니다. 그렇게 레이아에게 치료를 받고 있자, 뒤이어 사라와 디아나도 구원에게 다가왔다. “아까 모습은 온데간데없구먼.” “정말요. 뭐하시는 거예요. 아까 모습은 멋있었는데.” 구원의 널브러진 모습을 보고, 사라와 디아나도 살짝 기가 찬 듯이 말했다. 그래도 구원이 고생한 건 인정하는지, 차가운 시선은 아니다. 평소라면 레이아한테 그런 소리를 한 순간 바로 한소리 했을 텐데. “진짜? 멋있었어?” “지금은 그 모습은 아니에요.” 구원이 화색하며 말하자, 사라는 도도하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오오. 이거 진짜로 호감도가 조금 올라간 거 아냐? 이러면 전투에서 그렇게 열심히 고생한 보람이 있지. 구원은 레이아의 치유 이외의 원인으로도 몸에 활기가 생기는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절단이 아니라 원래 떡씬은 어제 쓴 걸로 끝이었는데, 아무래도 더 원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조금 더 썼습니다. 카시야리 // 의견을 써주시는 건 좋지만, 같은 내용으로 도배하는 건 자제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번 화에 도배한 댓글은 처음에 쓴 하나만 남기고 삭제하겠습니다. 심심행 // 피스톤은 섹스 부스트를 말하시는 것 같은데, 섹스 시에만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는 효과가 없습니다. 그리고 성자의 성수는 안되는 이유를 쓰려고 했는데 실수로 빼먹었네요. 저번 화에 관련 설명 조금 더 추가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즉시 쾌감을 주는 게 아니고, 도박에 가까운 거라 사용을 안했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84==================== 오크들의 영역 이정도로 많은 수를 한꺼번에 상대하니, 마석을 캐내는 것도 일이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한데 뭉쳐 다니며 앞뒤로 널브러져있는 시체들에서 마석을 전부 캐내고 나니, 이미 시간이 상당히 지나있었다. “더 공격해오지 않네요.” “그러게.” 사실 이렇게 기습을 할 정도면 준비도 꽤나 했을 거고, 주둔지에 남아있을 놈들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을 거다. 작전이 실패하는 걸 분명 봤을 텐데도 아무 반응 없이 이렇게 조용한 건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잠깐만요.” 사라는 순식간에 근처에 있던 나무 위로 올라가서 주둔지 쪽을 살펴봤다. 이제는 몸놀림도 장난 아니네. 혹시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단검만 들고도 싸울 수 있는 수준 아닐까? “이상하네요. 오크들의 기척이 전혀 없어요.” “뭐? 그럴 리가?” 구원은 바로 나무 위로 올라가려다가, 자신이 저기 올라가봤자 저기까지 보일 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한 번 가보자.” 사라의 말이 사실이라면, 접근해도 문제는 없을 거다. 함정일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방금 전 그렇게 심혈을 기울인 작전이 깨지고 나서 바로 다음 작전을 연계해 나갈 여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다. 그래도 일단은 주위를 경계하면서 일행은 천천히 주둔지 쪽으로 접근했다. “진짜 아무도 없네.” “흠. 어쩌면 방금 전이 놈들의 총력이었을지도 모르겠군.” “여기 있던 놈들이 전부 튀어나온 거였단 말이야?” “음.” 생각해보니, 아무리 놈들의 수가 많다고 해도 그렇게 쉬지 않고 사냥을 했던 거다. 아까의 작전을 절박해진 놈들의 최후의 발악이었다는 건가. “하지만 놈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있는데 초월종도 없었잖아?” “흠. 어쩌면 여기 녀석들도 2계층 녀석들과 같은 걸지도 모르겠군.” “2계층 녀석들?” “음. 2계층에도 오크는 나온다네. 다만 여기 오크들보다 덩치가 훨씬 크고, 힘도 훨씬 강하지. 지능도 더 발달해있고 말일세. 여기 오크들과는 생김새 말고는 그다지 공통점이 없는 놈들인데, 사는 방식은 비슷한 모양이군. 저번에 몬스터들의 부락을 칠 때는 모험가들이 다수 모여 공격한다는 말을 했던 건 기억하나?” “아, 응. 고블린 애들 공격할 때 그런 말을 했었지.” “2계층의 오크 마을도 모험가들이 모여 공격한 적이 있네. 부락을 전멸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게 오크들의 영역 전부는 아니었지. 알고 보니 터무니없이 넓은 영역에 무수히 많은 부락들이 모여 있는 거였다네. 모험가들이 점령에 성공한 건 그 중 고작 한 곳이었을 뿐이고. 곧 다른 부락에서 오크들이 몰려나와 모험가들도 다시 물러날 수밖에 없었지.” “여기도 그럴 수 있다는 말이야?” “음. 사실 개체의 특성만이 아니라 지리적 특성도 꽤나 달라서 여기는 2계층과 다를 줄 알았네만 말일세.” “그렇단 말이지…. 그럼 일단 좀 돌아다녀볼까?” 일행은 오크의 부락을 구석구석 둘러봤지만, 움집만이 덩그러니 놓여있고 오크의 기척은 전혀 없었다. 넓이는 마을이라고 불러도 될 수준이다. 일행이 잡은 오크 수만 해도 백 단위니, 딱 그 정도가 모여살고 있는 마을이란 느낌이다. 다만, 마을을 통과하고 나서도 광활한 초원이 쭉 이어져 있었다. 그리고…. “저기에도 오크들의 부락 같은 곳이 보이네요. 그리고 저기에도, 저기에도.” 구원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라가 지평선 너머 여러 곳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디아나에게 설명은 들었지만, 이렇게 눈으로 직접 보니 오크들의 영역이란 게 얼마나 터무니없이 넓은 건지 확실히 실감이 됐다. 설마 이 넓은 곳이 전부 오크들의 영역이라고? 아무래도 디아나의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은 모양이다. “그럼 여기에도 곧 다른 부락 놈들이 쳐들어오는 걸까?” “흠. 글쎄 어떨지. 아까도 말했지만 2계층의 녀석들과 여기 녀석들은 지능에도 꽤나 차이가 있다네. 2계층 녀석들은 애초에 화살 공격으로 유인되어 각개격파로 마을이 전멸하거나 하지 않지. 이곳 녀석들이 2계층 녀석들과 같이 마을간 소통이 원활할 거라고 보기는 힘들군.” 아무래도 디아나는 다른 녀석들이 쳐들어올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는 모양이다. 그럼 저기 있는 다른 마을에 가서 아까 같은 방법으로 계속 사냥을 해도 되는 걸까? 일단은 텅 빈 오크 부락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다른 곳과는 달리 오크들의 영역은 탁 트인 초원이다 보니, 시야 확보는 용이하다. 일행이 위험해질 정도로 오크들이 몰려오면 금방 눈치 챌 수 있겠지. 그래도 나름 문명생활을 하는 놈들이라고 투박하지만 의자처럼 나무 밑동이 놓여있는 곳도 찾을 수 있어서, 평소보다도 더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거 괜찮네. 아예 인벤토리에 식탁이랑 의자도 넣고 다닐까. 이러다가 나중에는 아예 인벤토리에 살림을 차리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구원씨 피곤하실 텐데 이번엔 굽지 마시고 많이 드세요. 고기는 제가 구울게요.” 천사님이 구원을 바라보고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지. 그 고운 손에 화상이라도 입으면 어쩌려고. “아, 아뇨! 제가 구울게요! 전 익숙하기도 하고요.” 사라도 레이아의 그런 제안이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나 보다. 당황한 말투로 재빨리 그렇게 말했다. “아니야. 그냥 내가 할게.” “아뇨. 제가 하죠. 구원은 조금 쉬고 계세요.” “괜찮겠어?” 고운 손이 다칠까 걱정되는 건 레이아뿐이 아니다. 하긴 익숙하다고 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라는 활 쏠 때 끼는 가죽장갑도 있으니 괜찮겠지만. “그럼요. 보고 계세요.” 사라는 엄청난 속도로 손을 휙휙 움직이며 재주 좋게 고기를 구웠다. “자, 자요! 어때요? 괜찮죠?” 그러더니 적당히 익은 고기를 하나 집어, 구원의 입가에 내밀며 말했다. “으, 응. 맛있네.” 구원은 떨떠름하게 말했다. 설마 사라가 이런 짓을 할 줄이야. 분위기는 꽤 달랐지만, 행동자체는 닭살 커플들의 전유물 아앙과 다를 게 없다. 사라도 그걸 아는 지, 꽤나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크흑. 설마 살다보니 이런 날이 올 줄이야. 아까 열심히 싸우길 잘했다. “사라야!” “꺄악! 뭐, 뭐에요! 이제 안 줄 거예요! 스스로 집어먹으세요!” 구원이 감격에 겨워 달려들자, 사라가 기겁을 하며 몸을 피하고 말했다. 쳇. 호감도가 좀 올랐어도 아직 껴안게 해줄 정도까진 아닌가. “뭐하는 겐가! 식사할 때만이라도 좀 소란피우지 말게!” “후훗.” 던전과는 어울리지 않는 소란스러운 식사를 마친 일행은, 아까 사라가 가리킨 곳 중 한 곳을 향해 이동을 시작했다. 꽤나 느긋하게 식사를 했는데도 다른 놈들이 몰려오는 기척은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아무래도 아까 그곳이 전멸했다는 건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니 말이다. 그래서 일행은 다른 부락도 공격해보기로 했다. 아까 전의 싸움으로 더욱더 자신감을 얻어서, 솔직히 이제는 1계층에서 두려울 게 없었다. 사실 레벨만 놓고 봐도 자신감을 가지기엔 충분하다. 안 그래도 여러 가지 이유로 같은 레벨의 다른 모험가들보다 강한 일행이, 레이아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곳을 돌아다니기 위한 적정 레벨에 도달했으니 말이다. 그 자신감은 목적지에 도착해 오크무리와 한 번 더 싸우고 나서도 이어졌다. 또 다른 오크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사라가 공격을 하자, 역시나 적당한 수의 오크들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일행은 손쉽게 전투에서 승리했다. 이변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어머?” 다시 오크들을 유인하기 위해 활을 들었던 사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화살이 막혔어요.” “뭐?” 딱히 스킬을 써서 날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사라의 화살을 일반 오크가 막아낼 수 있을 리가 없다. “아, 그래도 유인은 되네요. 아니, 잠깐만요. 너무 많은데요?” “쿠뤄러러!” 응. 아무리 그래도 저 정도면 나도 보여. 저거 부락에 있는 놈들 전체가 전부 다 튀어나온 거 아냐?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0마리는 되어보인다. 아까 전 마을은 전멸 위기가 돼서야 전원이 나섰는데, 성질머리 급한 놈들일세. “한 번 싸워볼래?” “자신 있으면 앞으로 가게나.” “구원씨….” 디아나는 황당하다는 듯이 구원을 쳐다봤고, 레이아는 구원의 손을 붙잡아 가슴으로 꽉 끌어안으며 안타까운 눈초리로 구원을 쳐다보며 도리질 쳤다. 크흑. 농담할 때 안할 때 못 가려서 죄송합니다. 디아나의 반응은 그렇다 쳐도, 천사님까지 이런 반응을 보이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다들 튀자!” 그렇게 말하면서 구원은 일단 디아나를 뒤에 업었다. “흠흠.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아는구먼.” 디아나는 뒤에서 구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흡족한 미소를 띄우고 있겠지. 근데 그냥 너 편하라고 업은 거 아니거든? “도망가면서 뒤에다 계속 마법이나 써줘. 한 번 숫자를 줄일 수 있을 때까지 줄여보자. 사라도 틈틈이 공격해주고.” “네!” 사라의 몸놀림이라면 도망가면서도 가끔 뒤돌아서 화살 쏘는 정도는 가능하겠지. “레이아도 뛰다가 힘들면 꼭 말해.” “네.” 일행은 전멸한 오크 부락으로 도망치며 계속해서 공격을 가했다. 디아나의 마법이 강력하기는 하지만, 디아나의 마력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텅 빈 오크 부락에 도착하자, 디아나는 마력을 전부 소진해 구원의 등 뒤에 축 늘어졌고 사라 역시도 들고 있던 화살이 바닥나버렸다. 슬쩍 뒤를 돌아보니, 아직도 오크들은 셀 수도 없이 많이 있었다. 게다가 놈들은 포기를 모르고 계속 달려오는 중이었다. 대체 언제까지 쫓아올 셈이야? 그나마 일행의 발이 더 빨라서, 공격을 하며 도망갔는데도 거리가 좁혀지지는 않고 있었다.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최후의 수단이다. “디아나. 힘들겠지만 혹시 작은 화염 마법이라도 쓸 수 있어?” “아주 작은 거라면 한 번 쓸 수 있네.” “그거면 충분해. 저 움집에 한 방 날려줘.” “음.” 디아나가 최후의 힘을 짜내 마법을 쏘자, 움집에 불이 붙었다. “좋아! 사라는 좀 더 견제하고 있어줘!”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화살통을 더 꺼내 사라에게 건네고, 불타는 움집에 다가갔다. 적의 발을 묶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화공이지. 예전에 읽었던 삼국지에서 동탁 아저씨가 그랬어. 구원은 곧장 움집을 옮겨 다니며 불을 붙이고 다녔다. 설마 이런다고 던전 전체가 불타거나 하진 않겠지? 그래. 쟤들도 머리가 있는데 알아서 끄겠지. 그렇게 구원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부락에 불을 붙이고 있자, 사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구원! 이제 정말 위험해요!” “좋아! 이쪽도 이쯤이면 된 것 같아! 도망가자!” 구원은 디아나를 다시 등에 업고, 이번엔 레이아까지 안은 다음에 바로 줄행랑을 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원의 작전은 성공이었다. 과연 놈들도 동족의 부락이 불타고 있는데 구원을 쫓아올 경황은 없는 모양이다. “낙야…아니, 부락이 불타고 있다.” 오크들의 영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구원은 뒷짐을 지고 불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왜 허탈하게 말하는 겐가?” “아, 아무것도 아냐.” 디아나의 물음에 구원은 황급히 얼버무렸다. 내 딴에는 작게 말한다고 말한 건데 들린 모양이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응? 뭐가?” “뭐가라니. 사냥 말이에요. 오늘은 이대로 끝내기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잖아요.” “응? 당연히 쟤들을 다시 공격해야지.” “네, 네? 저길 또 간다고요?” 그럼 이대로 끝날 줄 알았어? 당연한 얘기잖아. 얜 왜 당황하는 거지? “응. 지금 불 끄느라 정신없을 테니까 오히려 기회야. 디아나 마력만 회복되면 바로 공격하자.” “자네도 참…사람이 못됐구먼.” 디아나도 황당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반대하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럼 이 몸에게 어제 캔 마나풀이나….” “네?!” “아, 아닐세. 이 몸은 명상을 좀 하겠네.” 레이아의 울먹이는 눈초리에 디아나는 바로 말을 바꿨다. 오오. 저 디아나가 한 수 접었어. 역시 천사님은 눈길은 디아나라도 이길 수 없는 건가. 그렇게 일행은 디아나의 마나가 전부 회복될 때까지 주변을 경계하며 시간을 보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저번 화를 보고 라인하르트를 떠올리신 당신! 당신도 저와 같이 훌륭한 고급 시계의 노예입니다! …안 들킬 줄 알았는데, 알아보시네요. 라인 할배 재밌습니다. 다들 짱짱센 라인 할배 하세요. 참고로 전 돌진하고 망치질만 합니다. 방패? 그게 뭔가요? 루블리츠 // 확실히 그러네요. 그래도 차례차례 전개될 이벤트들은 생각해놓고 있습니다. 앞으로 전개에 더 신경써서 쭉쭉 나가겠습니다. 하류니안 // 24화에서 철제 건틀릿과 부츠를 사는 장면이 있죠. 그게 방어구겸 무기입니다. 레비나리진 // 던전 계층은 그리 많지 않을 예정입니다. 1계층은 곧 클리어 할 것 같네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85==================== 오크들의 영역 “흠. 됐네.” 가만히 앉아서 명상을 하던 디아나는 그다지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도 곧 눈을 뜨고 일어났다. “응? 벌써 다 회복했다고?” “다 회복한 건 아닐세. 하지만 기습을 하려면 시간이 생명 아닌가? 적당히 조절하면서 싸울 테니, 우선은 가보세.” 역시 기습의 묘미를 아시는 군. 덕분에 오크들의 부락에서 아직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기 전에 재차 공격을 가할 수 있었다. 사라의 화살공격이 다시 퍼부어지자 몇몇 튀어나오는 놈들이 있었지만, 화재 때문인지 많은 수가 나오지는 못했다. 덕분에 놈들은 일행에게 다가오기도 전에 사라의 화살에 목숨을 잃었다. “쿠뤄러러!” 그렇게 두어 차례 공격을 가했을 때, 다른 오크보다도 머리 하나는 더 큰 놈이 튀어나왔다. 물론 곧바로 사라의 화살이 날아갔지만, 놈은 들고 있던 박도같이 생긴 무기로 화살을 튕겨냈다. “아까 화살을 튕겨냈다는 놈이 저놈인 모양이지?” “네. 그런 것 같네요.” 척 봐도 초월종인 걸 알 수 있는 놈이다. 그래봐야 오크의 초월종. 웨어 울프 초월종보다 강하지는 않겠지. 웨어 울프와는 달리 제대로 장비를 착용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기껏해야 비슷한 정도일 거다. 놈은 제대로 성질이 났는지, 분을 못 참고 씩씩대면서 어깨로 호흡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났어도 그렇지. 부하들은 전부 놔두고 혼자 튀어나오다니. 넌 초월종의 자격이 없다. 구원이 놈에게 달려가자, 놈도 마침 잘 걸렸다는 듯이 구원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둘이 격돌하기 전, 화살 한 발이 날아왔다. 놈은 성가시다는 듯이 무기로 화살을 쳐내려고 했지만, 오히려 화살에 부딪힌 무기가 튕겨나가며 어깨에 화살이 박혔다. “촌놈아 마나 공격 첨보냐? 그럼 보너스다. 내 손길 맛도 쬐금만 보거라!” 당황하는 놈에게 구원이 바로 성자의 손길을 날렸고, 당연히 놈은 경직됐다. 경직된 몬스터 한 마리와, 1계층 몬스터로는 개개인이 과분한 상대인 파티원이 전부 그 모습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 이후 상황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놈도 성기를 드랍했다. 드디어 일반 오크의 성기를 맘 편히 팔아버릴 수 있게 됐군. 만약을 위해 가지고는 있었지만, 일반 드랍템 주제에 인벤토리를 차지하고 있는 게 은근히 맘에 안 들었다. “쿠룩?” 구원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초월종의 성기를 들고 씨익 웃고 있었을 때, 오크 부락 쪽에서 오크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화재 진압을 맡기고 밖에 나간 초월종이 돌아오지 않자 확인을 하러 온 걸까? 놈은 초월종이 졌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던 건지 느긋한 발검음으로 걸어 나왔다. 하지만 나와 보자 초월종은 온데간데없자, 심히 당황한 모양이다. “쿠, 쿠뤡!” 놈은 무조건 돌격만을 하던 오크의 특성도 잊어버리고 등을 돌려 도망가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구원은 반사적으로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집어던졌다. “쿠에엑!” 신체능력이 어마어마한 구원이 반사적으로 온 힘을 다해 던진 거다. 구원의 손을 떠난 물건은 일자로 쭉 뻗어나가 도망가던 오크의 엉덩이에 빨려가듯 틀어박혔다. “놈을 쫓아! 딜, 성기를 맞았으니 멀리 가지 못했을 거야!” 정말이었다. 놈은 몇 발자국도 옮기지 못한 채 바닥에 고개를 박고 쓰러져 꿈틀대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해서 도망 못 가게 막을 필요가 있었나요?” 늑대개들이 알을 따일 때도 눈 하나 깜박 안하던 사라도 과연 이 모습은 안쓰러워 보인 모양이다. 생각해보면 이제 남은 놈들은 초월종을 잃은 오합지졸이다. 이놈을 놓쳐서 초월종이 죽은 게 오크들에게 알려져 봐야, 놈들이 다 같이 돌진밖에 더 할까. “아니, 그냥 반사적으로…. 그보다 다들 바로 다시 전투에 들어갈 테니까 준비해!” 구원은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해 얼른 놈의 숨을 끊어주고 마석을 캐냈다. 좋았어. 이걸로 증거는 인멸됐다. “자, 그럼 다들 사냥을 시작하자고.” 구원은 애써 밝게 말하며 사냥의 시작을 알렸다. 도망갈 때 너무 열심히 공격을 했기 덕분일까? 화재현장에 남아있는 놈들을 전부 정리하는 데는 하루면 충분했다. 아마 숫자는 이틀에 걸쳐 정리한 부락 놈들이나 이 놈들이나 비슷한 숫자였을 텐데도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오크들을 전멸시킨 일행은 우선 비밀 기지로 돌아갔다. “처음엔 오크들 영역이 너무 넓어서 쫄았는데, 이렇게 보니 진짜 좋은 사냥터네. 부락 간에 넓이도 어느 정도 있어서 한꺼번에 몰려오지도 않고.” “정말요. 어쩌면 이번에 레이아씨의 사제 레벨도 전부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그게 제일 좋긴 한데 말이야. 뭐, 어차피 소모품이라고 해봐야 음식 정도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그 음식조차 오크들의 고기로 무한히 공급되고 있는 상황. 구원의 인벤토리에는 이미 고깃집을 차려도 될 정도로 오크 고기가 쌓여있었다. 한마디로 말해 맘만 먹으면 언제까지고 던전에서 지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구원도 이왕이면 레이아가 프로텍트를 배울 수 있는 레벨이 될 때까지는 던전에 머무르고 싶었다. 문제는 정신적인 면이지. 밥 먹고 전투만 하는 생활을 언제까지나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아무튼 아직까지는 셋 다 그런 방면에서 문제가 없어 보였다. 언제나 전투에는 의욕을 불태우는 사라와 경험이 많은 디아나는 물론, 레이아마저도 얼굴에 피로한 기색은 보이지 않는다. 이래봬도 파티장으로서 파티원들의 상태에는 항상 주의하고 있다. 좋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해보자. 저녁을 먹고 구원은 바닥에 앉아서 스킬 연습을 하기로 했다. 참고로 사라와 레이아는 뭔가 둘이서 뭔가 신중한 표정으로 얘기를 하고 있고, 디아나는 마법으로 식기를 씻는 중이었다. 대마법사님이 설거지 담당을 하는 파티라니. 남들이 알면 불경하다고 욕하려나? 그래도 가능한 게 디아나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다. 디아나도 그걸 아니 저렇게 해주는 거겠지. 물론 그래도 디아나가 착하다는 건 분명하지만 말이다. 언제나 도움받고 있습니다. 디아나님. 아무튼 지금은 스킬의 연습이다. 물론 성자의 손길을 다른 부위로 사용하는 연습이다. 이걸 발로도 사용이 가능해지면, 구원도 그동안 손으로만 싸우던 전투법을 벗어나 손발을 자유롭게 움직이며 싸울 수 있어진다. 그래서 일단 목표를 발로 잡고 꾸준히 연습을 해봤지만, 역시나 쉽게 발동이 되지 않았다. 성기로 발동이 가능한 걸 보면 다른 부위로 발동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한 건 아닐 텐데 말이야. 구원은 시험 삼아 성기로 발동을 해봤다. 어라? 잘 안되네?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구원은 발로 발동한다는 목적도 잊고 성기로 발동을 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몇 번의 노력 끝에, 성기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는 건 성공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럼 그렇지. 안될 리가 없지. “…자네 뭐하나?” 구원이 자신의 성기를 내려다보며 웃고 있자, 디아나가 구원을 뭐라 말하기 힘든 눈초리로 쳐다보며 말했다. 참고로 구원의 물건은 현재 발기까지 되어있는 상태다. 왜 그런 거 있잖아? 남자들이라면 알거다. 딱히 야한 생각을 한 것도 아닌데 그냥 가끔 아무 이유도 없이 발기가 되는 거 말이다. “어? 야. 오해하지 마라. 그런 거 아니다.” “이렇게 세워놓고 뭐가 아닌…흐으읏!” “엇차.” 디아나는 손끝으로 구원의 물건을 콕 찌르며 말하다가 몸을 떨며 구원 쪽으로 쓰러졌다. 구원은 반사적으로 그런 디아나의 몸을 잡았다. “흐아아앙!” 더 큰 혼란을 불러왔을 뿐이지만 말이다. 아차, 손에 걸었던 것도 안 풀고 있었지. “으앗! 미안!” 구원이 화들짝 놀라서 손을 떼자, 디아나는 구원의 몸에 포옥 들어온 채 몸을 잘게 떨었다. 호흡도 거친 게, 기습적으로 받은 쾌감이라 더 강렬하게 다가온 모양이다. 이제 디아나와의 레벨차도 많이 좁혀져서 섹스할 때도 손길만으로 이정도 반응은 안하니 말이다. 아니, 생각해보니 여기 밖이잖아? 설마 얘…. “구원? 무슨 일이에요?” 사라와 레이아도 디아나의 신음성을 듣고 다가왔다. 그러자 디아나의 몸이 또 한 차례 부르르 떨렸다. 그걸로 구원은 확신했다. 하여간 얘도 어지간하다니까. 이제 나한테 변태라고 하기만 해봐라. 일단 도와는 줘야겠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디아나가 갑자기 발을 헛딛었는지 넘어졌는데 내가 잡아주다가 엄한 데를 만져서.” “그게 왜 아무것도 아닌가요?” 사라의 눈이 순식간에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젠장. 그냥 넘어졌다고만 할 걸 그랬나. 내가 미안하다고 외친 걸 커버하려고 했던 건데, 되레 꼬이게 생겼다. “…정말 아무것도 아닐세. 겨우 허리를 만진 것 같고 호들갑을 떤 걸세.” 하지만 겨우 숨을 고른 디아나가 그렇게 말했다. 크으. 역시 돕고 사는 사회. 남을 도와주면 반드시 그 남도 나를 도와주게 돼있다니까. “그, 그래요?” “음. 아무 문제없네.” “혹시 넘어질 때 어디 다치시지 않았어요? 힐이라도 해드릴까요?” “아, 아닐세. 전혀 안다쳤네. 걱정 말게.” 레이아가 짧게 기도를 외워 손에 빛을 내고 묻자, 디아나는 크게 당황하며 말했다. 하긴 지금 레이아가 어루만져주면 더 큰 참사가 벌어지겠지. “이 몸은 스킬 연구로 이 자와 할 얘기가 있네. 자네들도 하던 얘기나 마저 하게나.” “그, 그랬죠. 저희는 가요.” “네.” 사라는 디아나의 말에 레이아를 데리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그럼 뭔가 변명할 말은 있는가?” 사라와 레이아가 떠나자마자 바로 디아나가 구원을 쏘아보며 조그맣게 말했다. 숨은 필사적으로 고른 모양이지만, 얼굴은 아직도 꽤나 붉다. “변명이라니? 뭘? 애초에 네가 와서 갑자기 건든 거잖아.” “설마 이런 곳에서 거기에 스킬을 사용하고 있을지 이 몸이 알았겠나?! 대체 왜 그러고 있는 겐가?! 거기로 사용은 금지라고 이 몸이 똑똑히 말하지 않았던가!” “연습하고 있었다고. 다른 부위로 사용하는 연습 말이야. 일단은 성공한 곳부터 사용해 볼까 싶어서.” “으으으윽!” 구원의 말에 디아나는 이성적으로는 납득을 했지만 감성적으로는 납득이 안됐는지 구원을 노려봤다. 그래. 네 입장에선 갑자기 날벼락 맞은 꼴이니 내가 이해한다. “자, 자. 사고였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런데 너 속옷 안 갈아입어도 돼?” 방금 내 위로 쓰러졌을 때 허벅지에 닿은 부분에 습기가 느껴졌는데 말이야. 구원의 말에 디아나는 황급히 자신의 고간을 양 손으로 억눌렀다. 그리고는 그 자세로 새빨개진 채 굳어져버렸다. 혹시 확인이라도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여보세요?” “…으으윽. 주, 주게.” 구원이 인벤토리에서 디아나의 옷가방을 꺼내주자, 디아나는 가방을 낚아채 황급히 저기 구석으로 갔다. 역시 갈아입을 속옷은 가방 안에 들어있는 거였어.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디아나는 꽤나 창피했는지, 그 이후로 구원에게 다시 다가오려고 하지 않았다. 계속 가방을 끌어안은 자세로 이쪽을 경계하듯 보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럼 나도 스킬 연습이나 다시 할까. 디아나랑 이런 므흣한 헤프닝이 벌어졌는데도 왜 이렇게 담담하냐고? 그야 나도 남자인데 당연히 흥분된다. 다만 상대가 디아나다보니 이 이상 들이대지를 못하겠다. 그렇게 던전 내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데 엄하게 군 디아나니까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스킬 연습을 하고, 잘 시간이 다가왔다. 이번에는 어제 같은 일이 벌어지면 안 될 텐데 말이지. 이틀 연속으로 힐링 섹스도 못 받고 기만 빨리면 아무리 성자라도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게다가 어제처럼 운 좋게 사라와 디아나에게 안 들킬 거라는 보장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한 번 했던 잠꼬대를 또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다고 잘 때 손을 묶고 잘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쩔 수 없나. “디아나.” “뭐, 뭔가?” 얜 아직도 경계를 하네. 아까 일은 사고였잖아. 안 잡아먹는다. “오늘은 레이아 대신 네가 옆에서 잘래?” 혹시 같은 잠꼬대를 해도, 양 옆에 있는 게 사라와 디아나라면 어제 같은 일이 벌어지는 걸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뭐, 뭐어?!” 하지만 디아나는 구원의 제안에 양 손으로 몸을 감싸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 자네 설마?!” “아냐, 그런 뜻 아냐! 설마 내가 저번에 그렇게 혼났는데 그런 일을 할까봐!” “그, 그럼 뭔가!” 그렇게 말하니 또 할 말이 없어진다. 어제 잠꼬대로 레이아 가슴을 만진 덕분에 레이아가 구미호가 돼버려서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그, 그냥 오늘은 디아나랑 옆에서 자고 싶어서.” 이렇게 된 이상 이걸로 간다. 먹히든 안 먹히든 떼를 써서라도 디아나가 옆에서 자게 만들겠어. “허, 헛소리하지 말게.” 역시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제발! 누나! 옆에서 자주세요!” “아, 알았네! 알았으니 그만 일어서게!” 구원이 무릎까지 꿇고 빌자, 디아나가 기겁을 하며 승낙했다. 훗. 역시나 응석 부리면 결국엔 먹히는군. 과연 할머…누님. 그렇게 해서 이번엔 사라와 디아나를 양 옆에 끼고, 레이아가 위에 누운 채 잠을 자게 됐다. 좋아. 오늘이야말로 숙면을 취할 수 있겠군.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86==================== 오크들의 영역 구원은 잠깐 테스트를 해봤다. 일단 천장을 바라보고 정자세로 누워서 옆으로 살짝 굴러봤다. 사라의 옆얼굴이 보였다. 이번엔 반대로 굴러봤다. 아직도 얼굴을 붉히고 있는 디아나와 눈이 마주쳤다. “뭐, 뭔가.” 아직도 태도가 딱딱하네. 안 잡아먹는다니까. 게다가 아직도 가방을 끌어안아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다. “아니, 아무것도. 근데 가방은 계속 그러고 있게? 줘봐. 다시 넣어두게.” “이, 이걸 뺏어서 어쩌려는 겐가!” “하긴 뭘 해….” 본인이 그렇게 엄하게 혼냈으면서 내가 다시 그런 짓을 벌일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뭐, 평소에 말을 좀 많이 안 들어먹은 건 인정하지만. “으, 으음….” 디아나는 주저하면서도 가방을 내밀었다. 구원은 가방을 받아 인벤토리에 넣고, 다시 천장을 바라보고 누웠다. 좋아. 완벽해. 자면서 팔을 위로 쭉 뻗는 해괴한 짓을 하지 않는 한, 레이아의 몸에 닿을 일은 없다. 그런 자세를 전혀 안 할 거라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옆에 있는 것보단 안전하겠지. 구원은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구원은 숙면을 취하고 산뜻하게 잠에서 깼다. 게다가 손에서도 역시나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구원은 눈을 뜨지 않고도 그것이 무슨 느낌인지 알아챘다. 아무래도 요즘 여자들이랑 자는 게 많아지다 보니, 나도 모르게 자면서 이런 걸 만지는 습관이라도 생긴 모양이다. 몽실몽실하고 부드럽지만, 손에 다 들어오지도 않는 레이아와 비교해보면 있다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앙증맞은 사이즈다. 구원은 눈을 뜨지 않은 채로 손 안에 들어온 부드러운 물체를 몇 번 더 주물럭거리며 감촉을 즐기고 미소 지었다. 좋아. 내 예상대로 일이 흘러갔군. “…좋나?” 하지만 그 산뜻한 기분을 방해하는 스산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구원이 황급히 눈을 뜨자, 퀭한 눈의 디아나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응? 이 몸이 묻고 있지 않나. 대답해보게. 좋나?” 이 상황을 타개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당황하지 말자. 침착하자. 구원은 디아나의 가슴을 몇 번 더 쪼물딱 거렸다. 좋아. 침착해지는 기분이다. 침착해져서 생각해보니, 그냥 사과하면 용서해 줄 것 같다. 애초에 저 관대하신 디아나님이고, 내가 고의로 이런 것도 아니잖아? “미안. 잠꼬대하다가 엉겁결에 손이 그리로 갔나보네.” “지금 만지고 있는 것도 잠꼬대인가?” 하지만 디아나의 목소리는 여전히 스산했다. 구원은 그제야 사태를 파악했다. 망했다. “으헉! 미안! 요, 용서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럴 것 같나?” “아, 아뇨.” 구원의 대답과 동시에 디아나의 표정이 무표정에서 급변했다. 심지어 이마에는 혈관이 빠직하고 섰다. 우와 저게 진짜 가능하구나. 나 태어나서 처음 봤어. “이 몸이 밤새 얼마나…!” 디아나는 말하면서 목소리에 점차 열기를 띄어가더니, 차마 말을 다 끝맺지 못하고 씩씩댔다. 설마 밤새 주물렀던 거냐. 그냥 치우지 그랬어. 물론 밤새 한 숨도 못잔 것 같은 디아나의 퀭한 눈을 보고 그런 말을 할 용기는 없었다. 구원은 디아나가 말하기 전에 바로 이불 위에 무릎을 꿇었다. “거기에 똑바로 앉…그대로 듣게!” 결국 오늘은 아침부터 디아나의 설교로 하루를 시작해야했다. 하지만 후회는 하지 않는다. 일단 손 안에 가슴이 들어와 있으면 만지는 건 남자의 본능이야. 그리고 그렇게 감촉을 만끽했는데 이정도 설교로 끝나면 이득이지. 난 만족했다! 얼굴은 최대한 디아나의 설교를 경청하는 표정을 지은 채로, 구원은 손익을 따져보고 흡족해했다. “정말 괜찮겠어? 그냥 오늘 돌아가는 게 낫지 않을까?” 구원은 등 뒤에 디아나를 업고 그렇게 말했다. “괜찮네. 연구에 한창일 때는 며칠 밤을 세는 게 일상일 때도 있었지. 이 정도로는 끄떡없네.” 그게 언제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연세가…. 같은 말을 하면 진짜로 목숨을 장담할 수 없겠지? 구원은 반사적으로 농담이 튀어나오려는 것을 꾹 참았다. 아무튼 디아나가 이렇게까지 괜찮다고 하는데 괜찮겠지. 자기 상태도 파악 못할 풋내기도 아니고. 구원은 바로 오크들의 영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머? 오크들이 보이네요?” 저 멀리 오크들의 영역 입구가 보이기 시작한 시점에, 불타버린 부락을 바라보며 사라가 말했다. 하긴 어제 그렇게 소란을 피웠으니. 다른 건 몰라도 불길만큼은 다른 부락에서도 충분히 보였을 거다. 그럼 다른 부락 녀석들이 다시 숫자를 채운 건가? 아니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조사 중? 확실한 건, 사냥하러 굳이 또 멀리 있는 부락까지 찾아갈 필요가 없어졌다는 거다. “멀리까지 갈 필요 없어 졌으니 잘됐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사냥하자.” 사실 넓은 초원보다는 길이 좁은 여기가 사냥하기 편하기도 하다. 첫 번째 전투는 순조로웠다. 그리고 다음 전투를 위해 사라가 화살을 날렸을 때, 이변이 발생했다. “쿠뤄러러!” 이변이라고 할까, 어제도 봤던 장면이다. 어제처럼 부락 전체라고 하기에는 그 수가 조금 적지만, 그래도 충분할 만큼 많은 수이긴 하다. 게다가 제일 앞장서서 돌진해오는 놈은 누가 봐도 초월종이다. 설마 초월종이 직접 와서 조사 중이었던 건가. 하지만 오늘은 어제와 상황이 다르다. 구원은 어제처럼 도망가기 보다는 버티고 서는 걸 택했다. 여긴 넓은 초원이 아니다. 저렇게 많은 수가 몰려나와봤자, 결국 이 길을 한 번에 지나갈 수 있는 수는 한정되어있다. 그걸 잘 이용해서 싸운다면, 저 정도 숫자를 상대하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이대로 싸울게!” “네? 하지만!” “괜찮아!” 천사님이 안절부절못해하며 당황했지만, 구원은 등 뒤를 향해 엄지를 척 세워 괜찮다는 사인을 하고 주먹을 다잡았다. 어제도 써먹었던 사라의 마나화살과 구원의 성자의 손길 콤보를 이용해 일단 가장 앞에서 달려오던 초월종에게 스턴을 걸고, 곧장 뒤이어 따라오는 놈들에게도 주먹을 날려 어그로를 끌었다. 구원 혼자서 틀어막기에는 살짝 넓은 길이긴 하지만, 이정도면 충분히 상대할만한 것 같다. 마음 편히 먹고 하자. 혹시 뒤로 흘리는 놈들이 있더라도, 사라와 디아나가 처리해줄 거다. 굳이 말로하지 않아도, 역시나 사라와 디아나는 구원이 뒤로 흘리는 놈들부터 우선적으로 처리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구원이 초월종을 상대하는 시간은 자연히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어제는 순식간에 처리해서 몰랐지만, 이거 의외로 상대하기 까다롭다. 공격에서 단순히 힘 이상의 기술이 느껴진다. 무기를 다루는 기술이라고 할까? 지금까지 무기를 든 상대를 상대한 건 고블린과 오크밖에 없었다. 하지만 걔들은 손에 무기를 들고 있다 뿐이지, 그저 마구잡이로 휘두르기만 해서 상대하기 까다롭지 않았다. 하지만 이 초월종은 마치 검술, 아니 도술인가? 어쨌든 무술이라도 배운 것처럼 박도를 휘둘러댔다. 아무리 몬스터의 레벨이 높아져도 공격자체는 일정한 패턴이 반복되는 게임과는 전혀 다르다. 이거 스텟은 몰라도 전투력 자체는 웨어 울프 초월종보다도 더 강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래서 뒤로 흘리는 오크들의 수가 늘어났고, 사라와 디아나는 그 놈들을 처리하느라 초월종을 공격할 여유가 없었다. “쿠뤄러러러!” 결국 오크들의 수가 처음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때 까지도, 초월종과의 결판은 안 났다. 그리고 초월종도 싸움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리한 건 자신들이란 것을 눈치 챈 모양이다. 괴상한 소리를 내며 한손으로 휘두르던 박도를 양손으로 쥐고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공격을 해왔다. 이게 얘 스킬인가? 확실히 위력적으로 보이기는 하네. 굳이 저런 걸 상대해줄 필요는 없다. 구원은 스킬 시전 시간이 끝날 때까지 거리를 벌리기 위해 백스텝을 밟았다. 그러자 놈은 박도를 치켜들고 그대로 위에서 아래로 내리 그었다. 쟤 뭐하냐? 급해지니까 자기 무기 길이도 까먹었나.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었다. “크헉!” 초월종이 휘두른 무기 끝에서 초승달 형의 기파가 방출되어 구원의 몸에 1자로 상처를 남겼다. 구원의 방어력이 1계층을 다니기에는 무식한 수준이어서, 다행이 초월종의 스킬을 정통으로 맞은 것치고 심각한 상처를 입지는 않았다. 다만 가죽 갑옷이 갈라지고 그 사이로 피가 촤악 튀어서, 멀리서 보기에는 엄청나게 큰 상처를 입은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 “구원씨!” 뒤에서 레이아의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외치며 힐을 사용해줬다. 힐 한 번에 상처가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움직여도 될 정도로는 막아졌다. “이, 이제 원거리 힐을 쓸 신성력이…!” 아무래도 신성력을 전부 쓴 모양이다. 괜찮아요. 이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구원은 손짓으로 레이아에게 괜찮다는 제스처를 보내고, 바로 초월종을 바라봤다. 이 새끼가 감히 우리 천사님을 울렸겠다! 스스로 방심해서 얻어맞은 것도 있지만, 스스로 천사님을 울리는 데 일조했다고 인정하기 싫은 구원은 모든 분노를 초월종으로 돌렸다. 구원이 바로 튀어나가기 위해 자세를 잡았지만, 그보다 먼저 초월종에게 날아가는 게 있었다. 바로 사라의 화살이었다. 콰앙! 놀라지 마라. 저게 화살이 낸 소리다. 이전에 오크를 꿰뚫었을 때보다 확연히 마나가 많이 담긴, 이제는 거의 마나 덩어리로만 보이는 화살이 그대로 초월종에 부딪혀서 폭발했다. 초월종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배에 뚫린 커다란 구멍을 바라보고, 그대로 몸이 허물어졌다. 훗, 놀랐냐? 응…실은 나도 놀랐어. 아무리 내가 미리 데미지를 좀 입혀놨다고는 하지만, 설마 이 정도 위력일 줄이야. 그사이에 레벨 업을 대체 얼마나 한 거야? 아무리 돌격밖에 모르는 오크 놈들이라도, 이 위력엔 놀란 모양이다. “쿠뤠에엑!” 남은 놈들은 생긴 것에 걸맞은 돼지 같은 울음소리를 내며 도망가기 시작했다. “사라야! 잘…사라야?!” 구원이 사라를 뒤돌아보며 칭찬해주려고 했을 때, 사라의 몸이 허물어졌다. “괜찮네. 그저 일시적으로 온몸의 마나를 모두 소진해서 탈진한 것뿐이네.” 구원이 황급히 달려가자, 먼저 사라의 상태를 살펴보던 디아나가 말했다. “구원씨는 괜찮으세요?” 디아나와 같이 사라를 살펴본 레이아는, 사라의 안전이 확인되자 바로 구원에게 눈을 돌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말했다. 으윽. 마음이 아프다. 어서 달래줘야지. “걱정 마. 덕분에 말끔히 나았어.” “하지만 겨우 제 힐 한번으로 나을 상처가…!” “아냐. 피부가 베어서 피만 좀 많이 튄 거지 별로 큰 상처 아니었어. 벗어서 보여줄까?” “네.” 농담으로 말한 거였는데, 레이아는 완전히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어…저, 정말로?” “네. 어서요.” “으, 응. 그럼 벗는다?” “네.” 아무래도 진심인 모양이다. 구원은 어쩔 수 없이 가죽 갑옷의 상의를 벗었다. 밖에서 이러니까 괜히 창피하네. 이런 걸로 흥분하는 디아나의 성벽은 이해를 못하겠어. “역시 아직 다 안 나았잖아요.” “아니, 그래도 이정도면 움직이기에는….” “밑에도 벗으세요.” “미, 밑에는 정말로 그냥 아랫배만 살짝 긁힌….” “벗으세요.” “네.” 결국 하의까지 벗는 꼴이 돼버렸다. 구원은 결코 디아나 같이 변태 같은 성벽은 없지만, 천사 같은 레이아 누님이 팬티 바로 앞에 얼굴을 가져가 꼼꼼히 아랫배를 살피자 살짝 밑에서 반응이 왔다. 이대로 커지면 바로 레이아의 입에 물건이…안 돼. 이 이상 생각하지 말자. 괜히 지난밤의 행위가 떠올라 더더욱 리얼하게 상상이 돼버렸다. 지금은 안 된다. 참아라, 아들아. 지금은 절대 안 돼. “정말, 조심하셔야죠. 이게 뭐에요.” 레이아가 살짝 토라진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응. 그런 얼굴조차 아름다우시다. 하지만 레이아도 큰 상처는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다행이야. 얼른 갑옷부터 입어야지. “누우세요. 치료해드릴게요.” 하지만 번뇌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다. “이, 이대로?” “네.” 젠장. 과연 레이아가 어루만지는 데 참을 수 있을까. 그렇다고 말을 안 들을 수도 없다. 구원은 할 수 없이 바닥에 누웠다. “미안하네.” 레이아가 구원의 상처를 쓰다듬는 모습을 오묘한 표정으로 바라보단 디아나가 불쑥 사과를 해왔다. “응? 뭐가?” “초월종의 전투 방식이 2계층의 녀석과 비슷했다네. 비슷한 스킬을 쓸 거라고 이 몸이 얘기를 해줬어야 했는데….” “그게 왜 미안할 일이야? 어차피 전투 중에는 알려주기도 힘들었을 텐데.” 초월종이 제대로 싸우는 걸 본 건 디아나도 오늘이 처음이겠지. 정규 루트 쪽에서 오크 초월종을 봤다는 얘기는 없었고, 어제는 제대로 싸우기도 전에 처리했으니 말이다. “아닐세. 적어도 기술을 쓸 때 피하라고 외치기라도 했다면…. 이 몸이 잠시 집중을 못했네. 미안하네.” 하지만 디아나는 생각보다 더 죄책감을 느끼는지, 계속해서 사과를 해왔다. “아냐. 내가 방심한 게 잘못이지.” “하지만….” “그럼 이건 어때? 애초에 디아나의 집중력이 떨어진 건 잠을 못자서 그렇잖아? 그건 나 때문이고. 그러니까 서로 비긴 걸로 하자.” 디아나가 계속 사과하려고 하자, 구원은 그렇게 제안했다. 솔직히 그냥 내가 방심한 게 잘못인데 엉뚱한 이유로 계속 사과 받는 건 불편하다. 오히려 내가 사과를 해도 모자를 정도인데. “자네…. 알겠네. 이 몸도 어제 일은 완전히 용서하겠네.” 디아나도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설마 완전히 용서 안한 거였어?” “당연하지 않은가? 너무 시간을 지체할 수 없으니 그 정도로 끝낸 거였네.” …얘 생각보다 가슴에 담아두고 있는 타입이구나. 앞으로는 적당히 봐가면서 농담해야지. 곧 죽어도 아예 안한다고는 안하는 구원이었다. 반응이 좀 재밌어야 말이지. 그걸 어떻게 아예 안 해.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어제 올린 공지에도 코멘트 써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87==================== 오크들의 영역 구원의 치료가 끝나고 우선 주위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에서 마석을 캐낸 일행은 이동을 하기로 했다. 계속 여기에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사라가 정신을 차릴 때까지 안전하게 지낼 장소를 찾아서 마나풀이 자라던 곳으로 왔다. 오크들도 이곳을 알고 있을 테니 여기도 완전히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냥 길 한복판에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기습에 대비하기도 더 용이하고. “기분 탓인가? 마나풀이 더 늘어난 것 같네.” “정말요?!” “음. 이 몸이 보기에도 그렇다네. 번식이 빠르구먼.” 마치 며칠 내버려뒀다고 금방금방 자라나는 잡초 같다. 이런 게 없어서 못 구할 정도라니. “으응….” 그때 사라가 소리를 냈다. “사라 정신이 들어?” “여기는…. 구, 구원?! 이, 이게…!” 정신을 차린 사라는 바로 구원에게서 상체를 떨어뜨렸다. 참고로 현재 사라는 구원에게 업혀있는 상태다. 당연하잖아. 기절한동안 어떻게 이동했겠어. “잠깐만. 지금 내려줄게.” “아, 아뇨. 기다려요!” “응? 왜?” “모, 몸에 힘이 안 들어가요!” “하지만 방금 전에는….” “상체는 괜찮은데 아직 다리에는 힘이 안 들어가요!” 사라는 왠지 필사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보다 제가 어떻게 된 거죠?” “온 몸의 마나를 다 써서 그렇다는데?” “…그렇군요.” 드디어 기억이 난 모양이다. 사라는 차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금 더 쉬는 게 낫겠지?” “네. 아, 아뇨! 이대로 바로 다시 사냥하러 가죠!” “뭐? 하지만….” “도착할 때쯤이면 저도 완전히 회복될 거예요. 다친 것도 아니니까요. 바로 출발하죠!” 아무리 사냥이 중요하다지만 이건 아닌 것 같은데…. “애초에 지금쯤이면 회복이 됐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되네만….” 하지만 구원의 생각과는 달리, 마나 전문가인 디아나는 오히려 아직까지 회복되지 않은 게 수상쩍다는 듯이 말했다. 아무래도 정말로 그리 심한 건 아닌 모양이다. “지, 지금은 조금 힘이 안 들어가네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구원의 등 뒤에 다시 상체를 밀착시켰다. 사라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설마 걷기 싫다고 꾀병 같은 걸 부리겠어? 사라가 너도 아니고. 그래서 일행은 다시 오크들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내가 다친 게 그렇게 걱정됐어? 모든 마나를 소비할 정도로 공격을 하고.” 오크 부락으로 향하면서 구원은 장난스럽게 사라를 놀렸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누가 걱정을!” “그렇잖아? 아니면 왜 그런 공격을 한 건데?” “파, 파티가 위험해 질 것 같으니 그런 거잖아요! 애초에 구원은 생각이 있는 건가요? 구원이 당하면 파티 모두가 위험해지는데 방심하다 그런 공격이나 당하고!” 사라는 구원의 목에 두르고 있던 팔을 움직여, 꾸중하듯이 구원의 가슴을 손으로 가볍게 치며 말했다. “윽. 미, 미안.” 얼마 전에 멋있었다고도 해줬으니 조금 호감도가 오른 것 같아서 농담을 한 건데, 씨알도 안 먹히는구나. 역시 사라야. 요즘 조금 부드러워졌다고 해서 차가운 시골 여자 성격이 어디 가는 건 아니란 건가. “…그, 그런데 다친 덴 괜찮아요?” 그러면서도 은근히 착해빠진 것도 전혀 변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수다를 떨고 있으니 오크의 부락에 금방 도착했다. “괜찮아? 설 수 있겠어?” 사라는 괜찮을 거라고 했지만, 정말로 고작 그 사이에 회복이 될지는 의심스러웠다. “잠깐만요. 오크들이 안 보이는데요?” 사라는 대답대신 구원의 어깨너머로 얼굴을 내밀어 오크 부락 쪽을 바라본 후, 그런 말을 했다. “뭐? 그럴 리가. 걔들 거의 절반은 남아서 도망갔는데.” “하지만 정말인걸요.” 사라는 여전히 구원의 등 뒤에서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럼 일단 가볼까.” 사라가 이런 걸로 거짓말할 이유도 없고, 만약 오크들이 숨어있는 거라고 해도 어느 정도 다가가면 사라가 소리를 듣던가 해서 알아채겠지. 하지만 오크 부락에는 정말로 도망간 오크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본인들이 원래 살던 부락으로 도망간 건가? 생각해보니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원래 여기서 살던 것도 아니고, 도망쳐놓고 고작 코앞에 있는 이곳에 숨어들기는 무서웠을 테니까. “그럼 다른 부락으로 가봐야겠네. 그런데 사라야. 이제 몸에 힘은 좀 들어가?” “네? 네….” 아무래도 대답이 석연찮다.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아직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으면 여기서 조금 쉬다가 가자.” “아뇨…. 괜찮아요. 곧장 가죠. 내려주세요.” “아냐. 아무래도 안 되겠어. 그래. 점심이라도 먹고 가자. 마침 시간도 딱 점심때네.” 아니, 오히려 평소 점심 먹는 시간보다 늦었을 정도였다. 하긴. 워낙 박 터지게 싸우긴 했지. “상체는 괜찮다고 했었지?” “네? 네. 왜요?” “아니. 혹시 상체도 아직 힘이 안 들어가면 먹여주려고 했지.” “그, 네, 아니, 괘, 괜찮아요. 그럴 필요 전혀 없어요.” 사라는 마치 랙이라도 걸린 듯이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전혀라니. 내 딴에는 나름 신경써줘서 한 말인데 너무하지 않냐? 상처받잖아. 아니, 사라 성격에 그런 말을 듣고도 질색하는 표정을 안 지었다는 것만으로도 선방한 거라고 봐야하나. “…그래도 고마워요.” 응. 이건 선방 이상이다. 전혀라고 한 것도 그냥 구원이 너무 신경써줘서 사양의 의미로 한 말이었나 보다. 사라의 감사 인사 한 마디에 바로 기분이 좋아진 구원은 기분 좋게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자, 구원은 다시 사라의 앞에서 몸을 숙였다. “뭐, 뭐에요?” “그냥 조금이라도 더 쉬라고. 다른 부락에 도착할 때까지 업어줄게.” “…그, 그래요 그럼.” 제법 도도하게 말했지만, 아마 속으로는 또 고마워하고 있겠지? 이번에도 호감도가 쌓였을 게 틀림없어. 그래서 일행은 다른 부락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어제 토벌했던 부락의 옆쪽에 있는 부락이다. “그럼 사라야. 무리하면 안 돼. 상태 안 좋은 것 같으면 바로 말해.”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간 후, 구원은 사라를 등에서 내려주며 말했다. 얘는 목표가 목표다 보니 사냥할 때 무리하는 경향이 있단 말이야. “저, 정말로 괜찮다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는 구원의 등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왜 그래? 역시 아직 힘이….” “그럼 공격할게요.” 사라가 너무 느리게 내려와서 구원이 또 걱정의 말은 건네려고 하자, 사라는 더 이상 구원이 말을 못하게 하겠다는 듯이 바로 화살을 날렸다. 등에서 내려오던 것과는 다르게 그 동작은 민첩했고, 화살에도 힘이 담겨있었다. 이정도면 괜찮아 보이네. “어머?” “왜 그래?” “한 마리 맞췄더니 다들 숨어버렸어요.” 뭐? 저 돌격의 화신. 록타르 오가르 밖에 모르는 애들이? “쿠뤄러러!” 그런 의문을 불식시키듯이, 오크들이 갑자기 순식간에 엄청나게 몰려나왔다. 공격 한 번에 총공격이라니. 혹시 우리들, 오크들 사이에서 유명해지기라도 했나? 하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모양이었다. 튀어나온 오크들의 수는 많긴 하지만 부락 전체가 튀어나왔다고 하기에는 너무 적다. 기껏해야 절반 정도다. 게다가 놈들은 우렁찬 소리를 지르며 튀어나오긴 했지만, 좀처럼 그 이상 앞으로 나오지는 않고 있었다. 설마 이 녀석들…. “사라야. 확실히 말해. 지금부터 쟤들 전부 상대할 건데 정말로 컨디션 괜찮지?” “네. 문제없어요.” “좋아. 그럼 간다. 안녕 얘들아! 우리 구면이지! 반갑다야!”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화살통을 대량으로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 크게 소리치며 앞으로 달려 나갔다. “크루룩!” 그러자 놈들은 그제야 마주 달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모습에서는 패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저 구원이 달려가니 어쩔 수 없다는 느낌이었다. 역시 예상대로다. 이놈들 아까 도망쳤던 그놈들이잖아. 그렇게 구원과 오크 떼들이 뒤엉켰다. 처음에는 상대하기 쉬웠다. 시작부터 겁을 먹은 녀석들은, 구원이 방어도 안하고 공격 일변도로 나서는데도 제대로 구원을 공격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크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한 순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놈들이 정말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식으로 달려드는데,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놈들이 완전히 눈이 돌아간 바람에 후위에 있는 여성진에게 공격을 시도하려는 녀석들은 없었다는 점이다. 그 말은 체력이 받쳐주는 한 언제까지고 싸울 수 있다는 말이다. “좋아!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결과적으로, 당연한 얘기지만 구원이 이겼다. 애초에 질 싸움이었으면 시작도 안했을 테니 당연한 거다. 다만 엄청나게 피곤했다. 하루가 다 가기도 전에 초월종이 있던 부락 하나를 전멸시킨 거다. 아무리 스탯 빼면 시체인 구원일지라도 지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으어어어.” “후훗. 고생하셨어요.” 싸움이 끝나자마자 구원이 바닥에 벌러덩 드러눕자, 레이아가 다가와서 치료를 해주며 말했다. 고생은요. 천사님 목소리만 들어도 힘이 절로 납니다. “결국 오늘도 초월종이 있던 부락 하나를 전멸시켰네요.” “응. 그러네.” 사라의 말을 듣고, 구원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제일 처음에 있던 부락에는 분명 초월종이 없었다. 이미 죽었거나 한 건 아니었을 거다. 다른 사람이 이 장소를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다. 그렇다고 다른 몬스터에게 죽었다고 생각하기도 어려운 게, 1계층에서 오크 초월종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웨어 울프 초월종 정도 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쪽 구역에 웨어 울프의 초월종이 있는 곳은 없다. 한마디로 처음 부락에는 애초에 초월종이 없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다음 두 부락에는 초월종이 있었다. 게다가 둘이 붙어있는 부락이었다. 뭔가 느낌이 오지 않아? 구원은 머릿속에 정규 루트의 지도를 떠올리고 있었다. 분명 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에도 지도상으로 둥글게 초월종들이 모여 있었지. 이거 어쩌면…. 구원은 당장 자신의 가설을 얘기해봤다. “여기에 또 다른 계층의 주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인가요?” “흠. 충분히 가능한 얘기로군. 자네 말대로 계층의 주인 주변에 초월종이 몰려있는 건 아래 계층들에서도 마찬가지라네. 그리고 내려가는 길에는 반드시 그 앞을 계층의 주인이 지키고 있었지. 다만 지금까지는 어느 계층에서도 다음 계층으로 내려가는 길이 두 개 이상 발견된 경우가 없었다네. 계층의 주인도 마찬가지고 말일세. 그래서 계층의 주인이라고 부르는 거지. 정말 여기에 또 다른 계층의 주인이 발견되고 다음 계층으로 내려가는 길이 발견된다면, 그것만으로 큰 발견이 될 걸세.” 디아나는 말하면서 꽤나 흥미가 동하는지, 점점 말투에 열기를 띄어갔다. 던전 탐험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던 디아나마저 이렇게 말할 정도다. “대, 대단하세요.” 디아나의 말에 레이아도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구원을 쳐다봤다. “뭘요. 아직 계층의 주인이 있을 거라고 확정된 것도 아닌데요.” “아뇨. 구원씨는 여신님의 인도가 함께 하시니까요. 분명 있을 거예요.” “한 번 찾아보죠.” 사라까지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했다. 아무리 던전은 성장을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여기는 사라라도, 이런 것까지 그냥 넘기고 사냥이나 하자고 할 정도로 던전에 관심이 없는 건 아닌 모양이다. 결국 만장일치로 일행의 목표가 직업 레벨 성장에서 다음 계층으로 넘어가는 또 다른 길 찾기로 변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약속했던 연참입니다. 88==================== 오크들의 영역 길 찾기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위치 자체는 이미 알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정말로 여기에도 다음 계층으로 가는 길이 존재한다면 초월종들이 원형으로 둘러싸고 있을 테니까. 초월종이 있던 부락 두 곳의 가운데 지점에서 90도로 꺾어서 쭉 가면 된다. 구원은 맵까지 있으니 더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일행은 의욕에 넘쳐 곧장 길을 나섰다. 먼저 두 부락의 가운데 지점으로 가서, 처음 전멸시킨 부락과는 반대쪽 방향으로 향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몇 마리의 오크들과 마주쳤다. 이렇게 소수의 무리와 마주친 건 오크들의 영역에 들어와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놈들은 꽤나 많은 수의 늑대를 거느리고 있었다. 뭐하는 놈들이지? “크, 크루룩!” 놈들은 일행을 보고 심히 당황한 모양인지, 공격할 생각도 하지 않고 우물쭈물하고 있었다. 뭐하는 놈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공격하고 보는 게 맞겠지? 구원은 곧장 오크에게 달려가 선제공격을 날렸다. “쿠뤠엑!” “컹! 컹!” 반격할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은 오크였지만, 대신에 늑대들이 구원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자식들. 그런다고 내가 무서워할 것 같아? 미안하지만 위에서 너희 같은 놈들은 수도 없이 사냥해본 몸이다 이거야. “고자가 되고 싶은 놈부터 먼저 튀어나와봐라.” 구원은 한 손을 들어서 손 안의 알을 터뜨리는 시늉을 하며 스산하게 말했다. 늑대개는 아닌 거 같으니 이놈들도 거기에 마석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석이 없다고 쳐도 충분히 위협적인 말이겠지. 말이 안 통하는 늑대들이라고 해도 구원이 풍기는 위험한 분위기를 알아챘는지, 다가오지 못하고 잠깐 주저했다. 콰앙! 그리고 그 사이에 사라와 디아나의 공격이 작렬했다. 훗. 이번엔 성자의 손길조차 사용하지 않고 훌륭히 어그로를 끌었군. 나 이런데 재능 있는 거 아니야? 사실 어그로를 끌 필요가 있었는지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처음 기세와는 다르게 늑대들은 꽤나 수준 낮은 몬스터인지, 사라와 디아나의 공격 한 방에 한 마리씩 쉽게 정리가 됐다. “크루룩!” 그리고 오크 놈들은 그 모습을 보고 이제야 싸울 생각이 들었는지 달려들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쉽게 녀석들을 정리하고, 구원은 잠깐 생각을 해봤다. 지금까지 초원에서 만난 적이 없던 오크 놈들을 갑자기 만나게 된 이유. 그것도 다른 몬스터와 같이 있는 이유가 뭘까? “흠. 이곳을 탐험하면 탐험할수록 2계층의 오크와 흡사한 구석이 많구먼.” “어떤 부분이?” “늑대를 사역하는 부분이 말일세. 2계층에서도 오크들이 늑대를 사역한다네. 종종 타고 다니며 싸우는 놈들마저 있지. 1계층 늑대는 그러기엔 몸집이 작으니 타고 다니기까지는 못하겠지만 말일세.” 그런가. 사역인가. 게임에서는 모든 몬스터가 협동해서 플레이어에게 달려드는 건 흔한 일이지만, 여기선 서로 죽고 죽이다 보니 오히려 그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런 걸까? 구원 일행이 지금까지 정리한 부락까지는 이른바 전선기지 같은 역할이고, 그보다 더 안쪽인 이곳부터는 거주구역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건가. 그렇다며 아까 전 오크들이 전투에 익숙하지 않은 듯 만나자마자 달려들지 않은 것도 이해가 된다. 여기 있는 오크들은 너무 평화에 찌들어 있어서 전투에 익숙지 않은 거다. 만약 앞으로도 계속 이런 오크들밖에 없다면…이거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일이 쉽게 풀릴 수도 있겠는데? 그렇게 일행은 계속해서 전진해나갔다. 초원에서 가끔 오크들을 마주치는 일도 있었지만, 역시나 구원의 예상대로 그들은 한결같이 전투에 익숙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렇게 한참을 걸은 끝에, 드디어 일행은 목표하던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꽤나 거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확실히 보이는 거대한 바위였다. 비석 같은 모양으로 우뚝 서있는 모습이 여기 중요한 곳이라고 이미 알려주고 있는 듯 했다. 아마 아래에는 계층의 주인이 있겠지. 아무래도 오크들이다보니 그 특성상 계층의 주인도 부락 같은 곳에서 부하들 수백을 거느리고 있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모양이다. “일단 목표는 찾은 것 같네. 맘 같아선 바로 가보고 싶긴 한데…역시 내일 하는 게 좋겠지?” 구원은 일행들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셋 다 내색은 안하고 있지만, 피로가 쌓인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오늘 하루 동안 초월종이 있는 부락 하나를 전멸시키고, 이어서 여기까지 온 거다. 구원처럼 무식하게 체력이 있는 게 아닌 이상 지치는 게 당연하다. “음. 계층의 주인이면 쉽게 도전할 상대가 아니기도 하지. 오늘은 이만 돌아가세.” 너무 정신이 팔려서 몰랐지만, 시간도 엄청나게 늦었다. 이거 이대로라면 비밀 기지에 도착하면 새벽이겠는데? 던전 안에서는 낮과 밤의 구분이 없다보니 별 상관없는 얘기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생체리듬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후우, 이보게.” “응?” “업게.”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아무리 여기 오크들이 전투에 익숙지 않다고는 해도,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를 상황인데. 구원은 어이가 없어서 디아나를 돌아봤지만, 꽤나 여유 있는 말투와는 다르게 그 표정은 정말로 피곤해보였다. “그 표정은 뭔가? 약속을 잊었는가?” 그러고 보니 그랬지. 구원은 군말 않고 디아나를 업었다. “그렇게 피곤하면 빨리 얘기 하지 그랬어. 길 찾는 건 내일해도 되는 건데.” “무슨 소린가. 이 몸은 그저 이용할 수 있는 걸 이용하는 것뿐일세.” 구원의 말에도, 디아나는 뻔히 보이는 허세를 부릴 뿐이었다. 얜 나이에 안 맞게 귀여운 구석이 있다니까. 구원은 피식 웃으며 디아나를 받친 손으로 그 엉덩이를 가볍게 토닥였다. 힘이 없으니 설교도 못할 거라는 계산도 깔린 행동이었다. “히잉!” 반응 좋고. “왜 그러세요?” “아, 아무것도 아닐세. 그냥 재채기일세. …무슨 짓인가.” 디아나는 레이아에게 얼버무리고, 바로 구원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냥. 귀여워서.” “귀, 자네 이 몸이 몇 살이라고…!” “그래봤자 누나잖아?” “그, 그건 그러네만…! 자네는 이리 말하면 저리 말하는군!” 아무리 그래도 누나라는 위치를 잃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다. 결국 디아나는 말로 이기기는 포기했는지 실력행사에 나섰다. 말로 못 이긴다고 주먹으로 사람을 치다니. 대마법사님이 할 짓이 아니지 않나. 아무튼 예상대로 평소의 설교 공세는 이어지지 않았다. 얜 역시 놀리는 맛이 있다니까. 구원은 디아나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뒀다. 어차피 데미지도 전혀 없고, 때리다 제풀에 지쳐서 그만 두겠지. “레이아는 괜찮아?” “네. 아직 괜찮아요.” 레이아는 가슴 앞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했다. 크으. 아무리 힘들어도 사랑스러운 모습을 잃지 않는 저 자태를 봐라. 디아나야. 좀 본받아라. 나이만 많이 먹었다고 다가 아니야. “힘들면 꼭 말해야 돼.” “네. 그땐 부탁드릴게요.” 레이아의 따뜻한 미소가 구원의 가슴에 스며들어왔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치유된다. 레이아와 대화를 마치고 고개를 돌리니, 사라와 시선이 마주쳤다. 뭐지? 구원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보자, 사라도 덩달아서 계속 지긋이 구원을 바라봤다. 뭐야 이거. 왜 갑자기 아무 전조도 없이 눈싸움이 시작된 거야. “사, 사라야? 뭐 할 말이라도?” “아뇨.” 그럼 뭔데? 아, 혹시 얘도 피곤한 건가? 낮에 한 번 기절한 여파가 남아있을 지도 모르고. 같이 후위에 있는 직업이라도, 아무래도 몸 쓰는 직업이다 보니 사라가 다른 둘 보다는 체력이 월등하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신경을 덜 썼는데, 오늘은 좀 얘기가 다른 걸지도 모르겠다. “너도 피곤해? 안고 가줄까?” “아뇨.” 하지만 그것도 아닌 모양인지, 사라는 그 말을 끝으로 고개를 정면으로 돌렸다. 그것도 아니면 대체 왜 눈싸움을 했던 건데. “차라리 오늘은 그냥 저기서 잘까?” 돌아가던 길에 전멸시킨 부락이 보여 구원이 중얼거렸다. “흠. 괜찮을 것 같군.” 하지만 디아나가 의외의 말을 했다. “응? 정말로?” “음. 어차피 다른 녀석들도 저곳이 전멸했다는 건 모를 테니 말일세.” 등잔 밑이 어두울 거라는 얘기인가. 생각해보니 정말로 괜찮은 얘기 같아서 일행은 곧장 발걸음을 그쪽으로 돌렸다. “진짜로 괜찮네.” 확실히 초월종이 있던 곳이라서 그런지, 입구 쪽에 있던 부락보다는 좀 더 정돈된 느낌이 든다. 게다가 한 눈에 봐도 초월종이 지내던 곳이라고 알 수 있는 곳은, 제법 거창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잠은 자기에는 여기가 제일 좋긴 한데…. 역시 다른 곳에서 자는 게 낫겠지?” “네? 왜요?” “생각해봐. 만약 다른 오크들이 여기 왔다고 치면, 제일 먼저 어디부터 들르겠어?” 즉, 제일 편해 보이는 이곳이 기습을 받을 확률도 가장 높은 곳이라는 뜻이다. “아, 그렇군요! 굉장해요!” “뭘 이정도 가지고….” “그냥 이 몸들과 붙어 자고 싶은 구실이 필요한 거 아닌가?” 구원과 레이아의 대화에, 등 뒤에 있던 디아나가 불퉁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난 그런 생각은 시도도 못했는데. 혹시 디아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들로 가득….” “음. 어디 계속 말해보게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확실했다. 이 이상 말하면 생명이 위험할 거야. 한 번 놀리는데 성공했다고 너무 나갔나. “차있으면 흥분될 것 같다는 변태 같은 발상을 잠깐 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흠. 잘했네. 자네 변태로구먼.”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구원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칭찬하는 거냐, 매도하는 거냐. 한 가지만 해라. “변태라서 뭐가 나빠! 남자는 모두 변태라는 이름의 신사라고!” 그러면 이번엔 아예 정색하고 나가보기로 했다. “알겠네. 알겠네.” 하지만 완전히 할머니 모드로 들어간 디아나는 구원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을 뿐이었다. “그런데 디아나. 2계층에 있는 오크들 얘기 좀 자세히 해줘. 초월종이 쓰는 거랑 비슷한 기술도 쓴다고?” 늦은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구원은 낮에 디아나가 했던 얘기가 떠올라서 말했다. 아마 여기 있을 계층의 주인도 오크일 테고, 미리 들어두면 좋은 부분도 있겠지. “음. 2계층부터는 일반 몬스터들도 기술을 사용하고는 한다네. 그들 대부분이 여기 있던 초월종과 비슷한 전투방식을 구사한다네. 그런 놈들이 몰려다니니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지.” 계층 하나 건너뛴다고 그렇게 차이가 나는 건가. 다른 파티가 계층의 주인을 물리치더라도, 2계층으로 넘어가는 일 없이 1계층에만 머무르는 모험가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도 이해가 된다. 계층의 주인도 이기지 못하는 파티라면, 애초에 다음 계층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뜻이겠지. “주목할 건 2계층의 오크 초월종이라네. 놈들은 주술사로서 여러 가지 주술을 부리지. 주변 오크들의 전의를 고양시키고, 신체능력이나 회복능력을 상승 시키며, 때로는 번개를 내리기도 한다네. 일대일의 전투 보다는 다수의 전투에 특화된 놈들이지.” “아, 응. 어떤 이미지인지 대충 알 것 같아.” 잠깐. 2계층의 일반 오크가 여기의 초월종과 비슷하다고 했잖아. 그럼 여기 있는 계층의 주인은 혹시 2계층의 초월종과 비슷한 거 아닐까? “혹시 그 주술사 공략법 같은 건 없어?” “가장 좋은 건 주술을 사용하기 전에 해치우는 걸세. 아무래도 주술사다보니 신체능력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더군. 다만 그만큼 주위를 다른 오크들이 철통같이 방어하니, 압도적인 능력차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사실 불가능한 방법일세.” “그럼 다른 방법은?” “흠. 솔직히 잘 모르겠군.” “뭐? 넌 어떻게 했는데?” “이 몸이 그런 녀석들을 잡는데 고생했을 것 같나?” 듣고 보니 그러네요. 디아나 입장에서는 공략법이고 뭐고 다 때려잡으면 그만이었겠지. “뭐. 주술사는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만약 만나게 되면 이 몸이 처리하겠네.” “아니, 너 전생했잖아.” “그렇다고 이 몸이 대마법사라는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라네.” 구원의 태클에도 디아나는 자신만만했다. 이정도로 자신만만하단 건 정말로 뭔가 방법이 있는 모양이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89==================== 오크들의 영역 그 이후로도 대충 2계층의 오크들의 특징을 듣고, 일행은 일부러 좁은 움막에 들어가 잠을 잤다. 입구에 알람을 설치하기는 했지만, 역시 비밀기지와는 다르게 안전이 보장되는 곳은 아니다보니 오랜만에 불침번을 설 수밖에 없었다. “그럼 디아나와 레이아를 양 끝에 두죠.” 구원이 입을 열기 전에, 사라가 먼저 그런 제안을 했다. “괜찮겠어? 너도 오늘 기절까지 했었잖아.” “괜찮아요. 그건 이미 전부 회복 됐으니까요. 어차피 누군가는 중간에 봐야 하잖아요?” 그야 그렇긴 하지. 하지만 이렇게 나서서 맡아주면 고마운 것도 사실이다. “고마워.” “뭐, 뭘요. 구원도 중간인건 마찬가지잖아요.” 불침번은 디아나, 사라, 구원, 레이아의 순서로 서기로 정하고 일행은 잠이 들었다. “구원. 일어나요.” 그런 소리를 들었을 때, 구원이 가장 먼저 느낀 건 전신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크기는 매일 달랐지만, 요즘 잠에서 깰 때마다 손 안에 느껴졌던 그 감촉인데? 구원은 그 사실을 깨닫자마자 황급히 눈을 떴다. 역시나. 구원은 손은 앉아있는 사라의 가슴에 가있었다. 아니, 그 뿐만이 아니다. 아예 사라를 덮치듯이 껴안고 있었다. 내가 언제 사라랑 이렇게 붙어있었지? 설마 잠꼬대로 이렇게까지 했다고?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구원은 사라에게서 황급히 떨어졌다. 어제같이 계속 만지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는다. 같은 실수는 한 번이면 족하지. 구원이 깨어났다는 걸 확인했는지, 사라의 붉게 상기된 얼굴이 점점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미안! 내가 요즘 이상하게 잠꼬대가 심해서!” “…아뇨.” 다행이 화는 내지 않고 있지만,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사라의 표정은 여전히 썩어있었다. “정말 잠꼬대였다니까.” “그게 아니라…!” “응? 그게 아니면 뭔데?” “몰라요! 잘게요!” 사라는 그 말을 끝으로 이불 속으로 파고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내가 고의가 아니라는 게 문제가 아니면 대체 뭐가 문제인 건데. 아, 그냥 만진 거 자체를 사과해야 될 문제였나. 잠꼬대라고 변명할 게 아니라. 역시 여심이란 어렵다. 아무튼 불침번을 위해 구원은 자리에 앉았다. 사라는 이불속에 파묻혀있지만, 디아나와 레이아가 무방비하게 자고 있는 모습은 눈을 즐겁게 해주기 충분한 광경이었다. 특히 레이아가 이렇게 자는 모습을 자세히 보는 건 처음일지도 모르겠다. 분명 위를 향해 누워있는 데도 흉부가 부풀어 오른 정도가 굉장하다. 사이즈가 몇이나 되는 걸까? 숨 쉴 때마다 미묘하게 출렁이는 언덕을 구원은 뚫어지게 쳐다봤다. 한번 눈이 가면 도저히 뗄 수 없는 마성의 언덕이야. 그렇게 한참을 쳐다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레이아가 구미호화가 되는 정확한 조건이 뭘까? 첫날에는 샤워하고 나온 순간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다가 구원이 가슴에 손을 대자마자 갑자기 구미호화가 됐다. 그럼 저번에는? 그때는 분명 레이아의 가슴을 만지자마자 구미호가 된 게 아니다. 막 만졌을 당시에는 확실히 레이아도 아직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여기선 안 된다는 레이아의 말에도 구원이 손을 떼지 않고 계속해서 만져대자 구미호로 변했다. 가슴을 만지자마자 구미호가 된 첫날과 한참을 만지고 나서야 구미호가 된 얼마 전. 뭐가 다른 걸까? 혹시 레이아의 인식 문제인가? 레이아가 지금부터 섹스를 할 거라고 인식하게 중요한 거 아닐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아를 위해서라도, 이건 검증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결코 저 가슴을 만지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다. 구원은 그렇게 완벽한 이론을 토대로 레이아의 가슴에 손을 뻗었다. 음. 역시 완벽한 감촉이다. 아니, 그게 아니라 역시 바로 구미호로는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저번에도 마찬가지였으니, 제대로 검증하려면 더 만지고 있어야겠지? 적어도 저번보다는 오래 만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저번에는 얼마나 오랫동안 만졌던 걸까? 구원이 잠에서 깨기 전부터 만졌을 거라고 가정한다면 시간 추측이 불가능해진다. 할 수 없지. 이대로 교대시간이 될 때까지 만지고 있자. 그렇게 한참을 가슴에 손대고 있어도 변하지 않자, 혹시 쾌감이 원인인가 싶어서 깨지 않을 정도로 주물러 보기까지 했다. “으응.” 잠결에 살짝 얼굴을 상기시키면서 야릇한 소리까지 내는 걸 보면 쾌감을 느끼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그렇게 교대시간이 될 때까지 가슴을 만져도, 레이아는 구미호로 변하지 않았다. 역시 단순히 가슴을 만지는 것만으로 구미호가 되는 건 아니란 말이군. 내 이론이 점점 더 확실해져가는 것 같다. “레이아 일어나.” 그렇게 레이아를 위한 이론 검증과 본인의 욕구 만족을 동시에 해낸 구원은, 떨어지지 않는 손을 억지로 떼어내고 레이아를 깨웠다. “으음. 안녕히 주무…!” 레이아는 천천히 눈을 뜨다가 갑자기 가슴을 손으로 눌렀다. “왜, 왜 그래?” 설마 들킨 건가?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고 대답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아무래도 가슴에 미약하게 감각이 남아있는 모양이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천사님은 가련한 미소를 띄우고 구원에게 다시 한 번 인사했다. “응. 레이아는 잘 잤어?” “네. 덕분에요.” 덕분에는 무슨. 오히려 내가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지. “구원씨도 얼른 다시 주무세요. 시간되면 다시 깨워드릴게요.” “응.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바로 깨워.” “후훗. 네. 걱정 마세요.” 물론 걱정 같은 건 안한다. 우리 천사님이 맡은 일을 소홀히 할 리가 없잖아. 바로 자리에 누웠지만, 잠을 오지 않았다. 아무리 연구를 위해서라지만 너무 오래 만졌나. 손에 감촉이 너무 생생하게 남아있어. “잠이 안 오나요?” 구원이 그렇게 잠을 못자고 뒤척이고 있자, 레이아가 말했다. “아니, 응. 그냥 조금.” “그러면….” 레이아는 구원의 머리 뒤에 살며시 손을 뻗어 살짝 고개를 들게 하고, 그 아래에 자신의 허벅지를 가져다 댔다. 이, 이건 설마! 말로만 듣던 전설의…! “이러면 조금 더 괜찮으시나요?” 그러면서 구원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줬다. 심지어 이런 게 꽤나 익숙한 것 같다. 누, 누님! 대체 이 분이 보여주는 자애의 끝은 어디란 말인가! 구원은 한없이 밀려오는 감동에 가슴이 벅차올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평생 믿고 따르겠습니다! 사실 너무 감동적이라 오히려 더 잠이 안 오는 것 같았지만, 구원은 그런 말은 절대 내뱉지 않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뒤통수에 느껴지는 포근한 감촉과, 머리를 쓰다듬는 레이아의 부드러운 손길에 어느 순간 구원도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주변이 소란스러워져서 서서히 정신이 각성했다. “뭐, 뭐하는 겐가?” “네? 구원씨가 잠이 안 오는 것 같아서요.” “하, 하지만 불편하지 않나요?” “괜찮아요. 고아원의 아이들에게도 많이 해줘서 익숙하거든요.” “하, 하지만!” “으음….” 눈을 떴는데도, 뭔가에 가로막힌 듯 눈앞이 캄캄했다. 뭐야 이거. “꺄앗!” 눈앞을 막고 있는 걸 치우기 위해 구원이 손을 뻗자, 부드러운 감촉과 함께 레이아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뭐하는 겐가!” 그리고 바로 디아나의 공격이 구원의 복부에 작렬했다. 헉! 그러고 보니! 구원은 그제야 자신이 어떻게 자고 있었는지 기억났다. 그럼 설마 눈을 가리고 있는 이게 전부 가슴이란 말인가! 구원은 손 안의 감촉을 확인하며 다시 한 번 전율했다. 분명 밤새 주물렀던 그 감각이 확실해! “…이번엔 상당히 오래 주무르시네요?” 뼛속까지 시리게 만드는 사라의 목소리에 구원은 얼른 손을 뗐다. “아, 아니. 미안. 레이아. 잠이 덜 깨서 그만.” “아뇨, 괜찮아요.” 하지만 레이아는 얼굴을 살포시 붉히면서도 용서해줬다. “그런데 다리는 괜찮아? 무겁지 않았어?” “네. 괜찮아요. 구원씨 자는 얼굴을 보다보니 무게도 모르겠던 걸요.” “그, 그래?” “네. 후훗. 귀여웠어요. 전투 땐 듬직하신데, 자는 모습은 나이에 맞게 귀여우시네요.” 귀여울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레이아 입장에선 연하니까 귀여울 나이가 맞는 건가? “그, 그런가? 헤헷. 고마워.” 아무렴 어떤가. 구원은 헤실 대면서 레이아에게 대답했다. 아침부터 살살 녹여주시는 구나. 좋아. 오늘 하루도 열심히 하자. “아주 좋아 죽는구먼. 죽어.” “그러게요. 정말 죽네요. 죽어.” 반면 디아나와 사라는 아침부터 눈꼴 시리다는 듯이 구원의 모습을 쳐다봤다. 마지막 죽어에 왠지 감정이 실린 것 같은 건 내 기분 탓이지? 아무튼 식사를 하기 위해 좁은 움집을 나가기로 했다. “크룩?” 그리고 밖으로 나온 일행은 곧장 오크 한 마리와 마주쳤다. 놈은 초월종의 것으로 보이는 거대한 움집에서 나오는 중이었다. 분명 어제 이 부락을 둘러봤지만, 오크는 한 마리도 없었다. 즉, 저놈은 다른 곳에서 온 놈이라는 말이 된다. “공격해! 놓치면 안 돼!” 오크와 일행은 서로 당황해서 잠깐 조용히 마주보고 있었지만, 곧 제일 먼저 사태를 파악한 구원이 외쳤다. “네!” 그리고 사라의 화살이 곧장 놈을 꿰뚫었다. “혹시 누가 보내서 온 걸까?” “음. 일반 오크가 초월종의 움집에서 나오는 걸 보니 뭔가의 용무로 왔다고 보는 게 타당할 테니 말일세.” 누가 보내서 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초월종이나 계층의 주인이 보내서 왔다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놈이 돌아가지 않으면 곧 여기에 뭔가 문제가 있단 걸 깨닫게 되겠지. “느긋하게 식사나 할 시간은 없을 것 같네. 미안하지만 당장 출발하자.” 다행히 인벤토리에 육포가 남아있어서 걸으면서도 어느 정도 허기는 채울 수 있다. 구원은 얼른 부락을 빠져나와 걸으며 생각했다. 대비는 언제나 최악의 가정을 하고 대비하는 게 좋다. 만약 아까 그 오크가 계층의 주인이 보낸 거라면, 저 오크가 돌아올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계층의 주인도 이변을 깨달을 거다. 그렇다면 그 전에 아직 이변을 깨닫지 못하고 무방비한 상황을 기습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는걸. 게다가 계층의 주인은 아마 주술사일 거라는 예상까지 하고 있는 상태다. 디아나의 말에 따르면, 주술사는 주위에 동료가 많으면 많을수록 힘을 발휘하는 타입이다. 대비를 하면 더 어려워질 지도 모른다. “디아나. 어떻게 생각해?” 일단 던전 경험이 제일 많은 디아나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흠. 일리 있는 판단일세. 이 몸도 계층의 주인이 주술사 타입일 거라는 데는 동의하네. 주술사 상대라면 이 몸이 질 리가 없네만, 확실히 대비를 하면 귀찮아 지기는 하겠지. 그럼 아예 지금부터 기습할 텐가?” “우리 전력으로 가능하겠어?” “웨어 울프 쪽 계층의 주인은 그 특수성 때문에 프로텍트까지 배워야 된다고 했네만, 파티의 전력은 이미 충분히 1계층을 다니기에는 아까울 정도일세. 한번 해보세.” 좋아. 디아나의 보증까지 있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거겠지. 일행은 곧장 어제 갔던 그 거석을 목표로 이동했다. 그리고…. “어라? 아무도 없어?” 그랬다. 거석의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 여기가 다음 계층으로 가는 입구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가까이 다가가니, 거석은 초월 한복판에 있는 데도 깔끔하게 닦여져 있고, 뭔가의 주술인지 여러 기묘한 문양들과 함께 뼈들이 장식되어 있었다. 딱 봐도 여기가 중요한 곳이라고 광고하고 있는 모습이다. “적어도 여기 주인이 주술사라는 건 확실한 것 같군.” “그리고 여기가 다음 계층으로 가는 입구인 것도요. 여기 보세요.” 어느 샌가 바위 반대편까지 돌아간 사라가 일행을 불렀다. 바위에는 마치 동굴입구처럼 구멍이 뚫려 아래로 향하는 나선형 길이 나있었다. “여기가 입구 맞는 것 같죠?” 정말이다. 그럼 계층의 주인은 뭐하는 거야? 입구 지키고 있는 게 걔 역할 아니었어? 직무유기해서 사람 헷갈리게 만들고 있어. “그럼…한번 가볼까?” 아무튼 없으면 이쪽도 굳이 기다려줄 이유가 없다. 그냥 지나가면 되는 거지. “음. 아직 준비가 덜됐으니 2계층을 다니는 건 힘들겠네만, 한번 확인이라도 해보세.” 일행은 바위에 뚫린 입구를 지나 천천히 길을 내려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드디어 여기 파트가 끝이 보이네요. 90==================== 오크들의 영역 길을 따라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왠지 기온이 더 상승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흥분으로 고양되어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만, 땀을 뻘뻘 흘릴 정도가 되자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왠지 더워지고 있지 않아?” “음. 2계층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구먼.” 구원의 물음에 디아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더운 게 당연한 거라. 2계층은 사막이라도 되는 건가? 그리고 드디어 길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부시게 밝은 빛이 쏟아져 나오는 걸 보고, 구원은 단숨에 달려 나갔다. “더워어어어어!” 그리고 밖에 나가서 가장 처음 느낀 감상이 이거다. 설마 진짜로 사막이었을 줄이야…. 그렇다고 흔히 생각하는 모래가 흩날리는 사막은 아니고, 원래 세계에 비유하자면 그랜드 캐니언 같은 곳이었다. 디아나가 2계층에서 싸울 대비가 안 돼있다고 한 건 이걸 말하는 거였나. 확실히 이대로 싸우기에는 힘들 것 같다. 하지만 대비를 한다고 해도 어떻게 하는 걸까? 역시 마법인가. 일행들을 돌아보자, 역시나 사라와 레이아도 땀을 뻘뻘 흘리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반명 딱 한 명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있었다. 구원은 유일하게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디아나를 바라봤다. 그저 익숙해서 그렇다고 하기에는 땀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고 있다. “디아나? 혹시 이런 상황에서 쓸 만한 마법 같은 건 없어?” “왜 없겠나? 물론 있네. 마법으로 불가능한 거라곤 그리 많지 않다네.” “그럼 지금 써줄 수 있어?” “흠. 이 몸의 마력이 아직 부족해서 말일세.” “그런 것 치고 넌 안 더워 보이는데?” “마력이 부족하여 이 몸의 주위만 겨우 시원하게 할 수 있을 정도라네. 자네도 마법의 혜택을 받고 싶으면 이 몸의 레벨을 올릴 때 더 노력하게나.” “지금은 불가능한 얘기잖아! 에잇! 이렇게 된 이상!” 구원은 디아나에게 다가가 와락 껴안았다. 와. 뭐야 이거. 갑자기 에어컨이라도 틀은 것처럼 주위 온도가 확 내려갔다. “오오. 진짜 시원해. 너 치사하게 혼자만 이러고 있었냐?” 하지만 디아나는 구원의 기습에 놀랐는지, 딱딱하게 굳어져서 말이 없었다. 대신 구원을 매도하는 건 사라였다. “구원! 아무리 더워도 그렇지 뭐하는 거예요!” “미안. 근데 진짜 시원해. 자.” 구원이 디아나를 들어서 사라에게 휙 넘겨주자, 사라도 엉겁결에 디아나를 건네받았다. “어머, 시원해.” “그렇지?” “자, 자네는 던전에서 무슨 짓인가!” 그제야 경직에서 풀려난 디아나는 크게 호통 치며 구원의 머리를 지팡이로 내리쳤다. “쿠루룩?” 그리고 디아나의 호통소리를 들은 건지, 오크 몇 마리가 근처에 다가왔다. 확실히 1계층 오크와는 조금 다르다. 일단 피부색이 녹색에 가까웠던 1계층과는 다르게 이놈들은 황록색에 가깝다. 그리고 장비하고 있는 무장도 1계층과는 비교도 안 되게 충실해 보였다. “이 놈들이 2계층의 오크인가.” “앗, 미, 미안하네. 이 몸이 큰 소리를….” 디아나로서는 아마 처음이 아닐까 싶은 실수에, 디아나는 크게 당황하는 것 같았다. “아니. 애초에 내가 잘못해서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여기에 온 이상, 어차피 전투가 벌어질 건 빠르냐 늦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었다. 숫자도 적당하니, 2계층 몬스터한테 지금 전력으로 얼마나 통하나 싸워봐야지.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놈들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나름대로 기습을 한다고 달려간 거지만, 놈들은 침착하게 무기를 들고 구원을 맞상대했다. 확실히 1계층과는 다르게 무기를 체계적으로 다룬다. 초월종과 가까운 느낌이라고 할까? 다만 초월종만큼의 파워는 없는 모양이지만. 살짝 더 까다로워졌지만, 이 정도라면 많은 모험가들이 계층 간 이동을 주저할 만큼의 격차는 아닌 것 같다. 구원이 그렇게 생각했을 때, 놈들이 동시에 무기를 양손으로 들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여기선 일반 몬스터들도 스킬을 쓴다고 했었지. 구원은 재빨리 한 놈의 등 뒤로 돌아가 놈의 등을 떠밀었다. 그리고 동시에 휘둘러진 무기에서 나온 기파에 구원이 떠민 놈의 몸이 갈가리 찢겨나갔다. 앞도적인 신체능력만 있으면, 다 대응할 방법이 있다는 말이다. “너, 너희들! 동료를! 한낱 미물도 동료의식은 있는 법인데!” 구원의 말을 알아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놈들은 동료를 죽인 것에 크게 당황했는지 무기를 휘두르는 힘이 아까보다 덜 들어간 게 느껴졌다. 결국 그 이후로는 손쉽게 놈들을 모두 정리할 수 있었다. 역시 우리 전력으로는 2계층 몬스터도 상대할만하군. “디아나!” 전투가 끝나자마자, 구원은 마석을 캐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디아나에게 달라붙었다. “무슨 짓인가! 안 떨어지나!” 아까의 교훈을 살려, 이번에는 큰 소리로 말하지 못하고 속삭이는 디아나가 귀여웠다. “조금만. 이러고 있자. 더워 죽을 것 같아.” “으으윽.” 디아나도 구원이 더운 와중에 고생한 걸 아는지,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더 이상 떨어지라고는 하지 못했다. 그렇게 잠깐 생체 에어컨을 만끽하고 드디어 좀 나아진 구원은 머리를 짜내기 시작했다. 예전에 우연히 본 오지에서 살아남는 다큐멘터리를 떠올리며 인벤토리에서 옷가지를 여러 개 꺼냈다. “디아나. 이것 좀 전부 푹 적셔줘.” 그냥 사막에 떨어진 사람들과는 다르게, 구원 일행은 물을 무한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 그렇게 푹 적신 옷가지를 몸에 두르자, 그나마 조금 시원해지는 것 같았다. 보기에는 조금 이상해 보이겠지만 말이다. “사라야. 자, 너도 나처럼 해봐. 꽤나 시원해.” “네, 네? 하지만….” 아무래도 여자다보니, 이런 차림을 하는 건 거부감이 드는 모양이다. 미안하지만 너에게 선택권이란 없다. 나만 이 꼴로 있을 수는 없지. 너도 나와 같은 모습이 돼줘야겠어! “계속 그렇게 다닐 수도 없잖아. 어차피 오래 있을 건 아니니까 잠깐만 나랑 같이 이러고 다니자.” “아, 알겠어요. 할 수 없죠.” 구원의 설득에 사라도 할 수 없이 옷가지를 몸에 두르기 시작했다. 전위가 아니라고는 해도 사라 역시 몸을 쓰는 직업이니 이 더위를 참기는 힘들었겠지. 그리고 구원은 레이아를 바라봤다. 하얀 사제복이 땀으로 흠뻑 젖은 것이 상당히 더워보였다. 그래도 하얀 사제복이 젖어서 투명하게 비쳐 보이는 건 제법…. 아니, 그게 아니라. “레이아는…디아나를 안고 다니면 되겠네.” 어차피 둘 다 몸 쓰는 직업은 아니니 붙어 다녀도 아무 문제없을 거다. “네? 하지만….” “그렇게 하세. 자네도 그 차림으로는 덥겠지.” 디아나도 딱히 불만 없다는 듯이, 가볍게 말했다. 아까 내가 달라붙을 땐 그렇게 기겁했으면서…. “네. 그럼 실례할게요.” 그리고 레이아는 디아나를 뒤에서 껴안았다. 마침 디아나의 머리가 딱 레이아의 가슴위치에 있어서, 안 그래도 젖어서 비쳐 보이는 가슴이 더욱더 강조됐다. 큭. 디아나 녀석. 부럽다. 저 성역을 뒤통수로 만끽할 수 있다니. 하지만 디아나 입장에선 그게 아닌 모양이다. “꺅!” 디아나는 자신의 뒤통수에 닿는 느낌의 정체를 확인하기위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몇 번 주물주물 만지며 감촉을 확인하더니, 점점 표정이 썩어갔다. “잠깐만 기다리게. 다시 생각해보니….” “치사하게 너 혼자 시원하지 말고 한 명 정도는 좀 껴줘라.” 디아나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하고, 구원은 바로 선수를 쳤다. “으윽. 이 몸이 이런 굴욕이…. 이 몸도 성장만 하면 이 정도는…!” 아니. 내가 비교해본 결과 너 성장해도 저 정도 크기는 안 된다니까. 물론 그래도 충분히 크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임시로나마 더위 대책을 마친 일행은, 일단 주위를 둘러보기로 했다. 일행이 1계층에서 내려온 곳의 입구는 거대한 사암절벽 같은 곳에 뚫려있는 곳이었다. “디아나. 이 절벽이 어딘지 짐작 가는데 없어?” “음. 이렇게 큰 절벽은 들어본 적도 없네.” 이렇게 큰 곳이면 발견하는 즉시 소문이 안날수가 없을 텐데. 혹시 여기도 정규루트와 이곳은 맵이 분리되어있는 걸까? 조금 주변을 걸어봤지만, 황량한 사막지대는 끝이 보이지 않게 펼쳐져 있었다. “사라. 뭐 보이는 거 없어?” “잠깐만요.” 사라는 손으로 차양을 만들어 한 바퀴 돌며 멀리까지 쭉 훑어봤다. 그리고 절벽이 있는 뒤쪽을 바라보고는 굳어졌다. “구원. 저걸 봐요.” 응? 뭘? 거기엔 절벽밖에 없잖아. 하지만 뒤를 돌아본 구원은 곧바로 사라가 뭘 보라고 했는지 이해했다. 절벽에는 마치 러시모어 산처럼 거대한 오크의 얼굴이 조각되어 있었다. 윤곽만 겨우 알 수 있을 정도의 투박한 생김새에, 워낙 크다 보니 가까이 있을 때는 눈치 채지 못했었다. “그럼 설마…여기가 2계층에 있다는 오크들의 영역 한복판이란 말이야?” 그게 아닌 이상 저 조각은 말이 안 된다. 만드는 것만 해도 아마 엄청난 세월이 걸렸을 테니까. “구원. 저기서 오크 떼가 다가오고 있어요.” 그리고 곧 이어 사라가 또 다른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무래도 여기가 오크들의 영역인건 확실한 모양이다. 구원은 주먹을 다잡고 말했다. “숫자가 얼마나 되는데?” “글쎄요? 수백 마리는 되는 것 같아요. 아, 혹시 저기 유독 큰 늑대에 타고 있는 게 주술사인가요? 화려하게 꾸미고 있네요.” “좋아. 튀자.” 구원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어차피 오늘은 2계층 입구가 맞나 확인만 하러 온 거였어. 일행은 신속하게 절벽으로 돌아가 이곳에 온 입구로 다시 들어갔다. “새로운 입구를 발견한 건 좋은데, 정확한 위치가 파악되지 않는 이상은 결국 정규루트 쪽을 뚫긴 뚫어야겠네.” “뭐, 그야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나. 이정도 발견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소득일세.” 그야 그렇긴 하지만 말이지.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결국 레이아가 프로텍트를 배워야하나. 슬슬 마을에도 돌아가야 할 때다. 레이아가 프로텍트를 배우려면 얼마나 남았을까? “레이아. 사제 레벨은 몇이나 됐어?” “죄송해요. 아직 26이에요.” “아, 아니. 죄송할 거 없어. 레이아 잘못도 아니고.” 구원이 아쉬워하는 게 티가 났나보다. 천사님께 그런 티를 내다니. 나도 아직 멀었군. 하지만 역시나 이번 여정에 레이아가 프로텍트를 배울 레벨까지 올리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충분히 빠른 성장이기는 하지만 말이지. 아쉬움을 뒤로하고 1계층으로 올라왔을 때, 일행의 눈앞에는 땅에 조아리고 있는 오크의 뒤통수가 보였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파악은 전혀 안됐지만, 이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은 명백했다. 이렇게 적절한 위치에 놓여있다니. “슛! 볼은 나의 친구!” 구원은 순식간 치고 나가서 놈의 머리에 사커킥을 날렸다. 그러고 보니 옛날부터 궁금했던 게 하나 있다. 나의 친구라면서 왜 항상 발로 차는 걸까. 사이코패스인가. 아무튼 놈은 갑작스런 공격에 머리를 잡고 뒹굴었다. 일단 주변에 다른 오크들은 보이지 않는다. 겁도 없이 이런 곳에 혼자 돌아다니다니. 그렇다면 굳이 어그로를 끌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먹였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사커킥의 향연에 놈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오랜만에 발로만 공격하니 옛날 생각도 나고 좋네. 한때 붉은 발의 구원이라고 불렸던 시절이 떠올랐다. 하지만 일반 오크라면 벌써 잡혔을 공격에도, 놈은 결국 버티고 일어났다. 물론 일어났다고 해서 놈의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다. 곧바로 놈의 머리에 사라의 화살이 날아왔고, 놈이 그걸 방어하는 사이에 구원이 다시 한 번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넘어져 있는 편이 밟기 쉽잖아. 하지만 상황은 구원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꾸뤠에에에엑!” 구원에게 다리를 걸려 정면으로 넘어진 놈은, 고간을 붙잡고 바닥을 구르며 비명을 질렀다. 이 반응. 익숙한 반응이야. 마치 전에 웨어 울프 초월종에게 페니스 브레이크를 먹였을 때와 같은…! 그리고 구원은 사태를 파악했다. 성자의 손길로 물건이 팽창한 상태에서 그대로 앞으로 넘어진 거다. 그 이상 끔찍한 상상을 하고 싶지 않아서, 구원은 최대한 놈을 편히 보내주기 위해 밟는 걸 멈추고 주먹으로 구타했다. 요즘 주먹을 더 많이 쓰다 보니 무투가 스킬도 주먹 공격 관련 스킬이 레벨이 더 높다. 그렇게 놈은 제대로된 반항도 해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다. 파티가 총공격을 가했는데도 이정도로 버티다니. 편하게 보내주려고 했는데도 운이 없는 놈이다. 그러다가 구원은 문득 자신의 주먹을 바라봤다. 아, 성자의 손길을 안 풀었네. 엎어져 있는 상태로 성자의 손길을 연달아 맞은 놈이 정말로 편히 갔을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 구원은 조용히 명복을 빌어주기로 했다. 먼저 간 놈 중에 너랑 비슷한 꼴을 당한 웨어 울프도 있다. 둘이 친하게 지내라.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드디어 2계층으로 넘어갔습니다. 처음 계층이다 보니 설명할 것도 많고 해서 지지부진했지만, 이제 한동안은 던전 공략 내용은 적당히 스킵하면서 갈 것 같네요. 91==================== 오크들의 영역 쓰러진 놈의 마석을 캐내자, 지금까지 본 어떤 마석보다도 더 큰 마석이 튀어나왔다. 뭐,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말이지. “이게 계층의 주인인가…. 너무 약한 거 아니야?” “사정없이 기습을 가해놓고 잘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구먼.” “아니, 아무리 기습을 했다곤 해도 저항한번 못해보고 잡히는 건 심하잖아. 이거 웨어 울프 쪽도 그냥 때려잡으면 되는 거 아니야?” “섣부른 소리하지 말게나. 이번에는 단순히 상성이 좋았을 뿐이네.” “상성? 그러고 보니 주술사 상대로는 절대 안진다고 했었지. 디아나가 뭔가 했었어?” “아니. 이 몸이 아니라 자네와의 상성 말일세. 그런 식으로 공격을 받았으니 말일세. 고작 오크 주술사 정도로는 제대로 집중해서 주술을 사용할 수 없었겠지.” …과, 과연. 그런 뜻이었나. 싸우면 싸울수록 또 다른 장점이 보이는 성자의 손길이다. 그럼 앞으로도 일단 한 방 때릴 수만 있으면, 마법사 계통과 싸울 땐 무조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건가. “그런데 의외로 혼자 다니나보네. 주술사라길래 부하들 주렁주렁 달고 다닐 줄 알았더니.” “흠. 아마 평소엔 그럴 걸세. 2계층의 초월종들도 그러니 말일세. 방금 전에는 뭔가 의식이라도 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네만.” 디아나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확실히 바위에는 막 칠한 것 같은 새로운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말 그대로 운이 겹치고 겹쳐서 그렇게 쉽게 잡았다는 얘기인가. 아무튼 정말로 평소에는 부하들을 데리고 다니는 거라면, 언제 그놈들이 몰려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말이 된다. 일행은 재빨리 드랍템을 회수하고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 행동은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오크들의 영역을 벗어나기 위해 이동하는 동안, 왠지 오크들과 마주치는 빈도가 늘었다. 게다가 분명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여기서 만나는 놈들은 한가롭게 늑대들이나 끌고 돌아다닐 뿐, 전투에 대한 대비는 전혀 되어있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런데 지금은 살기등등하게 눈을 빛내고 있다가 일행을 보는 즉시 먼저 달려들기 시작했다. 자기들의 보스가 죽었다는 걸 아는 건가? 어떻게 아는 거지? 분명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계층의 주인이 죽은 걸 아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점심식사를 위해 초월종이 있던 부락 중 한 곳에 들어서자, 꽤나 많은 수의 오크와 마주쳤다. 대략 눈대중으로 보니 스무 마리 정도는 되어보인다. 물론 원래 부락에 있던 수를 생각해보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조직적으로 움직인 게 아니면 있을 수 없는 숫자였다. 그렇다면 이곳이 전멸했다는 사실은 이미 오크들에게 알려진 거라고 봐야겠지. 구원은 한숨을 쉬고 주먹을 들었다. 아무래도 오늘은 편히 밥 먹긴 그른 날인 것 같군. “이제는 네놈들을 처리하는데 단 한 페이지도 소모하지 않겠다!” 난 이제 2계층 몬스터 상대로 사냥도 하고 온 몸이라고. 언제까지나 1계층 몬스터 상대로 질질 끌 수는 없지. 일행의 능력으로 보면 이제는 고작 오크 스무 마리다. 오크들을 순식간에 처리하고 나서 구원은 일행을 돌아봤다. “아무래도 여기서 점심 먹기는 힘들 것 같지?” “네. 어서 빠져 나가죠.” “음. 늦으면 또 입구 쪽 부락이 어떻게 되어있을지 모를 일이니 말일세.” 디아나의 말대로다. 입구 쪽이 막혀서 물량공세로 샌드위치라도 당하면, 아무리 구원 일행이 날고 긴다고 해도 피해가 없을 수는 없다. 일단 여기도 스무 마리밖에 없었으니, 입구에는 아직 더 적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이틈에 탈출하자. 다행이 구원의 예상대로 아직 입구 쪽까지는 오크가 파견되어있지 않았다. 그대로 오크들의 영역에서 빠져나와, 일단은 식사를 위해 마나풀이 자라던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시간이었다. 오늘은 거의 하루 종일 굶은 거나 마찬가지라서, 과연 구원도 힘겨웠다. 육포 같은 건 아무리 씹어봐야 배가 차는 느낌도 안 들고 말이다. 보통 모험가들은 던전에서 장기간 탐험하는 동안 육포로 버틸 텐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걸까? 그냥 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뿐인가? “뭐하는 겐가. 빨리 고기를 꺼내게나.” 하지만 구원을 보며 침을 꼴딱꼴딱 삼키는 디아나를 보면, 익숙해지는 게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알았으니까. 그렇게 보채지 마. 저기 있는 레이아처럼 조신하게 기다리고 있어봐라 좀. 얼마나 예뻐.” “아앙? 지금 뭐라고 했나?” “아, 아니. 내가 잘못했다. 미안합니다. 사과할게.” 갑자기 말투가 왜 그러냐.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쫄았잖아. 구원의 사과에도 디아나는 기분이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디아나는 살짝 콧김을 거세게 내뱉으며 말했다. “자네가 예쁘게 보는 건 태도가 아니라 저 가슴이겠지. 저런 건 고작 지방 덩어리에 불과하네!” “고작 지방 덩어리라니…. 너도 커질 거잖아.” “바로 그걸세! 이 몸도 커질 걸세! 그것도 확정적으로 말일세!” 디아나는 열변하듯이 외쳤다. 그래서 결국 뭐 어쩌라는 거야. “알았으니까 불이나 붙여줘. 미래의 거유 마법사님.” “흠.” 내 딴엔 이것도 놀리려고 말한 거였는데, 의외로 싫은 반응이 아니다. 지방에 불과하다고 안했었냐? 역시 여심은 어렵다. 그렇게 고기를 굽자, 이번엔 또 사라의 상태가 이상했다. 평소에는 알게 모르게 엄청나게 주워 먹던 애가, 상당히 깨작대면서 제대로 먹지 않고 있었다. “사라? 왜 그래?” “네, 네? 뭐가요?” “왜 그렇게 먹어? 어디 속이라도 안 좋아?” “어머? 정말요? 눈치 못 채서 죄송해요. 지금 당장 치료해드릴게요.” “괘, 괜찮아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콜록! 콜록!” 그러면서 이번에는 억지로 왕창 입에 넣다가 결국 목이 멨는지 기침을 했다. “괜찮아?” 구원은 황급히 물을 건넸다. “콜록! 네. 고마워요.” 그렇게 말하는 사라의 눈초리는 왠지 모르게 원망의 빛을 띠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말이야. 아무래도 이번에는 이쯤에서 한번 돌아가는 게 어떨까?” 식사를 하면서 구원은 모두에게 그런 제안을 했다. 레이아의 사제 레벨은 결국 프로텍트를 배울 레벨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던전에 들어올 때 예상했던 것보다는 훨씬 많이 올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던전에 너무 오래있었다. 아무리 성장이 좋다지만, 너무 무리를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도 있는 법이다. 이쯤에서 한 번 쉬어 주는 게 좋겠지. 아마 디아나는 전혀 상관없을 거다. 애초에 던전 공략에 그다지 관심 있는 애가 아니니. 레이아도 파티원을 위해 힘내는 거지, 스스로의 목표가 던전 공략인 건 아니다. 문제는 사라인데…. “그래요. 한번 돌아갈 때도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사라는 의외로 가볍게 수긍했다. 다행이다. 하긴 얘도 너무 혹사하는 건 좋지 않다는 건 알겠지. 그렇게 한 번 돌아가기로 정한 일행은, 식사를 마치고 곧장 비밀 기지로 향했다. 잠은 마나풀의 서식지에서도 충분히 잘 수 있지만, 오늘 거기까지 가지 않으면 내일 안으로 마을에 돌아가기는 힘들 테니 말이다. 그래서 비밀 기지에 오자마자 곧장 잠을 자기로 했지만, 구원은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과연 오늘은 내가 이상한 잠꼬대를 안 할까? 레이아, 디아나, 사라를 돌아가면서 건드린 거다. 오늘도 잠꼬대로 뭔 짓을 할지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는 그나마 돌아가면서 한 번씩 했으니 다행이지만, 이제는 누구한테 잠꼬대를 해도 두 번째 하는 거다. 두 번째는 잠꼬대로 그런 거라고 해도 믿어주지 않겠지. 하긴 나라도 안 믿겠다. 정말로 손이라도 묶고 자야하나.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난 결박 플레이 따윈 즐기지 않는다고. 적어도 스스로 묶이는 건 싫다. 결국 구원은 스스로를 믿고 아무 대비 없이 잠을 자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구원은 잠에서 깨자마자 제일 먼저 양손의 감각을 확인했다. 응. 아무 것도 안 쥐고 있다. 다행이다. 다행…인가? 하지만 구원은 곧바로 이상한 점을 눈치 챘다. 양손에는 아무 것도 쥐어있지 않지만, 몸 전체에 뭔가 따뜻한 게 달라붙어있다. 심지어 하나가 아니다. 침착하자. 그래. 소수를 세자…. 소수란 1과 자신 이외의 수로는 나눌 수 없는 고독한 수.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1, 2, 3, 5…아차! 1은 소수가 아니었지! 아무튼 이걸로 조금은 침착해질 수 있었다. 천천히 눈을 떠서 양옆을 바라보니, 사라와 디아나의 얼굴이 보였다. 살짝만 고개를 뻗어도 입술이 닿을 위치다. 대체 어쩌다가 이런 상황이…. 자는 도중에 난 대체 뭘 한 거냐. 그냥 달라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둘의 몸이 야릇하게 구원의 몸에 얽혀있었다. 구원은 스스로의 우뚝 선 물건이 그저 아침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던전이고 뭐고 당장이라도 덮치고 싶지만…구원은 이성을 풀로 동원하여 간신히 욕망을 억눌렀다. 오늘이 마을로 돌아가는 날이야. 오늘 밤까지만 참자. 구원은 사라와 디아나가 깨지 않게 살며시 둘의 몸을 떼어놨다. 아들아. 조금만 참아라. 오늘 밤이면 천사님과 천국을 볼 수 있어. 구원은 레이아를 쳐다보며 말했다. 구원이 몸을 떼어내고 곧, 사라와 디아나도 눈을 떴다. 다행이다. 조금만 늦었으면…아니, 늦었으면 뭐? 생각해보니 이건 내 잘못도 아니잖아. 아까 그 자세는 명백히 사라와 디아나가 나한테 달라붙어 온 거다. 젠장.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그냥 그 상태로 좀 더 감촉이나 즐기고 있을걸. 후회해봐야 소용없나. 그냥 이렇게 천사님의 흉부를 감상했다는 걸로 만족하자. “레이아. 아침이에요. 일어나세요.” 사라는 일어나자마자 레이아를 깨웠다. 야. 천사님의 성스러운 가슴, 아니 자태가 안보이잖아. 조금만 더 옆으로 가서 깨워라. “자네 뭐하나? 일어났으면 어서 식사 준비나 하게.” 이제 막 잠에서 깬 탓인지, 디아나가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응. 알았어.” 쳇. 감상시간도 여기까지인가. 아직 좀 부족한 느낌도 들지만, 또 기회가 있으니 그때까지만 참자. 다들 말은 안했지만 긴 여정을 마치고 마을로 돌아가는 게 기대되는 모양이다. 식사는 다들 말도 하지 않고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 드디어 비밀 통로의 앞까지 도착했다. 구원도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여기만 지나면 마을까지 금방이라서 그런 거냐고? 물론 그것도 있다. 하지만 곧바로 일어날 일이 더 기대돼서 말이야. 구원은 얼른 가죽 갑옷을 벗어서 인벤토리에 넣으며 말했다. “그럼. 디아나는 등에 업히고. 레이아 이리로 와.” 바로 이거다. 내가 아침에 가슴 감상을 순순히 포기한 건 기대감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대략 두어 시간동안은 가슴감상 시간이다! 그것도 무려 내 걸음에 맞춰서 흔들리니 은근슬쩍 무브먼트도 조절할 수 있다고! 오늘은 휘모리장단에 맞춰서 격렬하게 걸어주겠어! 갑옷까지 벗은 지금이라면 옷 너머로 감촉마저 즐길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구원의 기대는 순식간에 박살났다. “아니에요. 레벨도 많이 올랐으니까 이제 스스로 걸어서 갈 수 있을 거예요. 언제까지나 구원씨에게 폐만 끼칠 수는 없으니까요.” 레이아는 가슴 앞에서 두 손을 불끈 쥐고 결의에 찬 얼굴로 말했다. 고운 마음씨다. 결의에 찬 표정마저도 가련해 보여서 동작이 보호본능을 절로 자극한다. 하지만 구원은 지금 처음으로 레이아의 고운 마음씀씀이가 원망스러웠다. “아, 아니. 그래도 힘들 테니까….” “아니요. 저보다는 구원씨가 훨씬 고생하셨는걸요. 여기서 더 힘들게 할 수는 없죠.” 레이아는 구원의 마음도 모르고 청초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크흑. 아냐. 그게 아니라고요. 전 오히려 누님을 들고 가는 게 피로가 풀리는데. 물론 그걸 대놓고 말할 수는 없어서 구원은 마음속으로만 남자의 눈물을 흘렸다. “풉. 뭐하나. 자, 어서 가세나.” 이미 구원의 등뒤에 탑승을 완료한 디아나가 구원의 어깨를 가볍게 찰싹 치며 말했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네 감촉이라도 탐닉해주지! 구원은 어깨너머로 손을 뻗어 디아나의 양팔을 앞으로 쭉 잡아당겼다. “흐익! 뭐, 뭔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이렇게 꽉 붙잡고 있으라고.” 아예 안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온정신을 집중하면 아주 미약하게나마 느껴지기는 한다는 게 오히려 더 슬펐다. 구원은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마음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리마쥬, 마스터칼솔럼 // 지적 감사합니다. 그 부분 수정했습니다. 설마 초등학교때 배웠던 걸 착각할 줄이야. 부끄럽네요. 은빛고등어 // 맞습니다. 성자 레벨이 오를 때마다 모든 능력치가 1씩 올라가죠. 전부 적용되고 있습니다. 안그러면 구원의 지력이 그렇게 높을 수가 없죠. 다만 성자 레벨이 1때 모든 스텟이 10이었기 때문에 성자 레벨 12때는 10+11해서 21이었습니다. 소시천지 // 원고료 쿠폰 정말 감사합니다. 레비나리진 // 물론 대책이 있습니다. 실은 소설 초반부에 지나가면서 잠깐 나왔었어요. 그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92==================== 클랜 창설 “그럼 난 마석부터 정산하고 갈게.” 길드에 도착하고, 구원은 언제나처럼 일행들에게 말했다. 이번에는 뭘 빼고 정산해야하지. 오크 초월종이랑 계층의 주인만 빼면 되나? 아, 2계층 오크들 잡은 것도 빼야 되겠구나. 비밀이 있다는 건 이래서 귀찮다. “아니. 오늘은 그냥 가세.” “응? 왜? 걱정 마. 이번엔 딴 길로 안 샐게.” “어차피 지금 해봐야 또 빼먹고 정산해야하지 않나. 그 건으로 긴히 할 말도 있으니, 일단 가세나.” 디아나의 설득에 일행은 일단 다 같이 여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식사도 룸서비스로 주문하여 구원의 방에 다들 모여 앉았다. “클랜을 만드세.” 디아나가 일행을 둘러보며 말했다. “클랜? 우리끼리?” “음.” “…뭣 하러?” 클랜이라고 하면 보통 대형 파티 여럿이 친목 도모나 서로의 이익을 위해 뭉친 연합을 말한다. 그런데 겨우 네 명이서 굳이 클랜을 만들 이유가 있을까? “클랜이란 건 무조건 규모가 커져서 만드는 게 아닐세. 물론 규모가 커지면 필수적이지만, 규모가 작아도 클랜을 만드는 경우는 여럿 있다네.” “자세히 설명해줘.” “음. 하긴 다른 세계에서 온 자네는 잘 모르겠구먼. 우선 클랜이란 건 그냥 모험가 몇 명이 뭉친 파티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네. 국가에서 정식으로 세력을 인정받는 집단인 거지. 때문에 많은 수가 모이는 경우에는 관리를 위해 의무적으로 클랜 등록을 하도록 되어있다네. 하지만 반대로 말해서 클랜을 등록하면 정식으로 권리를 주장할 자격도 갖게 된다는 말이 되네. 한 마디로 말해 우리가 다니는 비밀 구역의 정보를 길드에 일방적으로 넘기는 게 아니라, 그 곳에서 얻을 이익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게 된다는 말이지.” 과연. 요약하면, 비밀 구역의 정보를 그냥 길드에 넘기는 건 아까우니 이득 좀 챙기자는 거다. 하지만…. “우리 넷이서 클랜을 만든다고 그렇게 잘 풀릴까? 오히려 힘으로 누르려고 들 것 같은데.” 여기 사람들이 다들 규칙을 준수하는 선량한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거대 세력 중에는 아직 힘이 약한 일행에게서 그 권리란 녀석을 강압적인 수단으로 뺏으려고 하는 놈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네는 정말로 이 몸이 누구인지 잊는 것 같군 그래.” 하지만 디아나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구원을 바라봤다. 아차. 그랬지. 잊어버리기 십상이지만, 디아나는 무려 지고의 대마법사라고 사람들이 공경하는 대마법사다. 아무리 소수 클랜이라고 해도, 이런 애가 멤버로 떡하니 있으면 웬만큼 간이 크지 않은 이상 강압적인 수단을 취하려는 놈들은 없겠지. “그런데 그러면 네가 어디 있는지 다 소문내고 다니는 거잖아. 괜찮아? 너 가출했잖아.” “가, 가출 아닐세! 그거야 뭐…어떻게든 되지 않겠나?” 어떻게든 되지 않겠나? 라니. 나한테 말해봤자 나도 모른다고. 아무튼 클랜이라….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던전에서의 권리만 주장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뒷일을 생각해도 클랜을 만드는 건 괜찮은 생각인 것 같다. 결국 나와 사라의 궁극적인 목적은 힘을 기르고 마왕을 쓰러뜨리는 거니까. 클랜을 만들어서 세력을 만들어두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그럼 그러기로 할까. 하자고. 클랜 등록. 그래서 클랜을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데?” “절차야 복잡할 거 없네. 관청에서 관련 서류를 작성하고 몇 가지 심사만 거치면 된다네. 이 몸이 알고 있으니 걱정 말게나. 자네는 이 몸만 따라다니면 되네.” 역시 믿음직스러우시다. 이런 상황에서 디아나만큼 의지되는 애가 없지. “그런데 결국 비밀 루트를 공개하자는 말이잖아요? 괜찮을까요?” “음. 지금까지 계층을 넘어가는 통로는 하나밖에 발견되지 않았었네. 하지만 저번 발견으로 또 다른 통로가 발견됐지. 이건 우리만 알고 그냥 넘어가기엔 너무 중대한 사안인 것 같네. 어차피 완전히 2계층으로 넘어가면 그 구역에 갈 일도 없어지기도 하고 말일세. 그렇다면 아예 공개를 해서 이득을 취하고 명성도 챙기는 게 낫지 않겠나?” “이득은 그렇다 치고 명성이라…. 디아나는 그런 거 신경 안 쓸 줄 알았는데?” “이 몸도 그렇게 신경 쓰는 편은 아니네만, 그래도 살다보면 명성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것도 있는 법이라네. 게다가 자네는 특히 그렇겠지. 자네들은 아직 고작 던전 초입의 초월종 발견으로 조금 알려진 신출내기 아닌가. 이 기회에 명성을 좀 쌓게나.” 오오. 뭔가 오랜만에 나이 값하는 대사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나는 특히 그렇다니? 마치 난 앞으로 명성이 무조건 필요할 거라는 말투다. 대체 뭐지? “난 왜 특히….” “문제는 그쪽 루트를 공개하고 나서 마나풀 서식지의 관리를 어떻게 할지일세.” 확실히. 아무리 비밀스럽게 숨겨진 곳이라고 해도, 그쪽 루트를 돌아다니는 사람이 생기면 우리처럼 그 방을 발견하는 사람도 생길 거다. 그렇다고 그냥 거기까지 공개하기에는 아쉽다. 마나풀이 자라는 속도를 생각해보면, 상당한 양의 고정수입이 날아가 버리는 결과가 될 테니 말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을 두고 직접 관리를 하는 거겠지만, 그럴 인원은 없고. 혹시 위탁 같은 건 할 수 없을까?” “위탁?” “그래. 신전에는 마나풀이 많이 필요하다면서. 아예 신전에 그 장소를 알려줘서 관리를 맡기고 수익의 일정부분을 넘기게 하는 거야. 안되려나? 아마 신전정도 되면 거기를 상시 관리할 정도의 인력은 있겠지. “아뇨! 될 거예요! 반드시 될 거예요! 제가 대사제님께 잘 말씀드릴게요! 꼭 그렇게 해주세요!” 구원의 제안에 레이아가 튀어오르듯이 의자에서 일어나 구원의 손을 양손으로 꼭 잡아 가슴에 끌어안았다. 으음. 훌륭한 감촉이다. 게다가 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봐라. 천사님이 저런 시선으로 바라보시는데 내가 거부할 리가 없지. “그럼. 신전에 가서 한 번 얘기해보죠. 어차피 신전에는 가야하고.” 공부하러 가는 거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비밀 루트를 공개하는 쪽으로 얘기가 진행됐다. 몇 가지 세세하게 더 생각해야할 부분은 있지만, 그건 차차 생각해보면 되겠지.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좋아. 그럼 일단 얘기는 일단락 된 거지? 다들 수고했어. 오늘은 이만 해산!” 마침 다들 식사도 끝난 상황이다. 구원은 지금부터 있을 일에 벌써부터 만면에 미소를 띄우며 외쳤다. “내일은 바쁠 테니 너무 늦게까지 하지 말고 적당히 하게나. 적당히.” 구원이 왜 그렇게 신난 건지 눈치 챘다는 듯이, 디아나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고 그렇게 내뱉은 후 방을 나섰다. 그렇게 티가 났나. 살짝 부끄럽네. 하지만 사라와 레이아는 둘 다 구원의 방에서 나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디아나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을 붉힌 채 구원과 눈을 못 마주치고 있는 레이아는 당연하다. 지금부터 일을 치를 거니 말이다. 오히려 저런 태도는 바람직하다. 저 얼마나 가련한 모습이냐. 문제는 사라다. “저…사라양?” “네? 왜요?” “오늘은 이만 해산….” “아, 그냥 여기서 씻을게요. 귀찮게 구원이 굳이 제 방으로 다시 오는 것보다는 그게 낫죠?” 사라는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얘 설마 순서대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던전에 다녀오면 일단 무조건 자기가 먼저 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오늘은 레이라 차례인데.” 구원은 사라의 눈을 똑바로 보고 확실하게 말했다. 이런 건 문제가 터지기 전에 확실히 정해둬야지. 그러자 사라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잠깐 얘기 좀 하죠.” 불만인 건가? 아니, 그래도 이건 아니다. 사라가 목적을 가지고 구원과 관계를 맺으려는 것처럼, 레이아가 파티에 낀 목적도 자신의 체질을 고치기 위해서다. 사라 혼자만 급한 게 아니란 말이다. “잠깐만 기다려. 레이아. 먼저 샤워라도 하고 있어.” 구원은 결의를 다지고 사라를 따라 복도로 나갔다. “사라야. 던전에 다녀오면 무조건 너부터 하는 게 아니라, 순서는 돌아가면서 한 번씩 하는 걸로 하자.” “그야 당연하죠. 제가 그렇게 저만 아는 여자로 보였나요?” 구원의 말에, 사라는 오히려 상처받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어, 어라? 그게 아냐? 그럼 뭔데? “그래서. 그렇게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한 번씩 할 때, 정말로 오늘이 레이아 차례인가요?” 사라는 뭔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구원은 사라의 말을 듣고 잠깐 생각하다가, 곧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하고 얼어붙었다. 서, 설마…. 구원은 저도 모르게 목울대를 꿀꺽하고 울렸다. “저…그…실은 말이죠…. 그게 던전에서 살짝 기묘한 일이 있긴 했는데….” 거짓말 하면 큰일 난다. 구원은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끼고 사라에서 실토했다. “그래서. 순서대로 하면 레이아 차례인가요?” 사라는 완벽한 무표정으로 구원에게 되물었다. 아니, 자세히 보면 눈동자 안에서 분노의 불길이 조용하게 타오르는 것 같다. 역시 완전히 눈치 채고 있었잖아. 설마 그때 깨어있었던 거야? 왜 그땐 말 안했는데? 아니, 말 안 해줘서 감사합니다만. 디아나한테 들켰으면 정말로 죽었을 거다. “자, 사라야. 진정하고 내 말을 좀 들어봐.” “어머? 전 지금 무척 진정하고 있는 걸요.” 아냐. 너 지금 엄청 무서워. “사실 말이야. 레이아는 갑자기 그런 자극을 받으면 성격이 돌변해서 남자를 잡아먹으려고 들어. 레이아 스스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못하고 말이야. 내가 저번에 너한테 그랬던 것처럼 잠버릇으로 레이아를 건드리는 바람에 그런 일이 벌어진 거야. 그리고 중요한 건, 그땐 끝까지 안 갔어.” 구원은 결국 사실을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아 미안.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사라가 어디 가서 그런 얘기를 떠들고 다닐 애는 아니니까 용서해줘. “그런 일이…. 흥. 그렇다고 용서해 줄 것 같아요? 끝까지 안가면 끝인가요? 그래요 그럼. 레이아랑 즐거운 시간 되세요.” 사라가 그 일을 알고 있는 이상, 순서대로 레이아의 차례라는 건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끝까지 가고 안가고가 중요한 게 아니다. 레이아의 목적이 구미호화의 치료고, 그 사건으로 분명히 실마리가 잡히긴 했으니까. 순서대로라면 확실히 사라의 차례가 맞다. 구원이 오늘 레이아와 하려는 건, 레이아가 그 날 일을 모르고 넘어가게 하기 위한 짓에 불과하다. 사라 입장에서는 구원이 약속을 어긴 게 되는 거지. 저번에 사라가 자길 소홀히 하면 어떻게 한다고 했더라? 거기까지 생각한 구원은 그대로 가버리려고 하는 사라의 손을 황급히 붙잡았다. “잠깐만 기다려.” “뭔가요?” “지금 어디 가려고?” “오늘은 해산이라면서요? 제가 지금부터 어딜 가든 구원이랑 상관있나요?” 젠장. 역시나. 구원읜 진퇴양난의 위기에 빠졌다. 이대로 사라를 그냥 보내면 그대로 다른 남자와 놀아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오늘은 레이아와 하는 걸 포기하고 사라와 하면, 던전에서 있었던 일이 레이아에게 들통 난다. 아마 사제는 다른 사람에게 행위가 보이는 걸 금기시 할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있는 이상, 그걸 들킨다는 건 위험요소가 너무 크다. 어쩌면 좋지. “오늘 못하는 건 미안. 레이아가 그 날 일을 기억 못하니 어쩔 수가 없어. 사라도 레이아가 왜 우리 파티에 왔는지 알잖아? 내가 절대 널 소홀히 하는 게 아니야.” 결국 전부 사실대로 말하고 비는 수밖에 없었다. 사라가 다른 남자랑 하다니. 나는 여러 여자랑 하면서 이러는 건 내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상대 남자를 찢어 죽이고 싶어진다. “흥. 정말일까요.” “정말이고말고! 내가 널 소홀히 여길 리가 있나. 오히려 난 널 정말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그러니까 부탁이야.” 사라를 필사적으로 말리느라, 구원은 고개를 숙이면서 평소 같으면 낯간지러워서 하지도 못했을 말을 서슴없이 했다. 구원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사라도 구원의 진심이 조금 느껴졌나 보다. 붙잡고 있는 손이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아무…크흠. 아무래도 정말인 모양이네요. 알았어요. 이번 한번만 넘어가드리죠. 하지만 다음은 없어요.” 사라는 쿨하게 말하려다가 삑사리가 나서, 헛기침을 하고 다시 쿨하게 말했다. 고개를 들어 사라의 얼굴을 보니, 스스로도 부끄러운지 얼굴이 엄청나게 빨갰다. 구원도 평소 같으면 삑사리를 듣자마자 웃었겠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사라야!” “꺄악!” 구원은 사라를 힘껏 껴안았다. 내 억지도 받아주다니. 내가 처음 만날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얘가 표정은 이래도 애는 참 착해요. “고마워. 사라야.” “아, 알았으니까 떨어져요!” 사라는 양손으로 각각 구원의 가슴과 얼굴을 밀쳐내고 얼른 떨어졌다. “이번 한 번 만이니까요. 다음은 없어요.” 사라는 돌아서서 그 말만 내뱉고 황급히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전생 후 디아나가 몇 살 정도로 보이는 지는 일부러 자세히 묘사를 안 하고 있습니다. 성인 소설인지라 법이 무서워서요…. 독자분들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저번 화 마지막 구원의 감상은 기대치가 레이아였던 데다가, 등이라 감촉을 느끼기 힘들어서 더 그렇게 느낀 겁니다. 아예 없는 수준은 아니에요. 93==================== 클랜 창설 방으로 돌아가는 사라의 뒷모습을 보면서, 구원은 생각했다. …어라? 방금 나 거의 고백한 거나 마찬가지 아니야? 내 딴엔 필사적이라 입 밖에 나오는 대로 막 내뱉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직접적으로 좋아한다고만 안했지 완전히 고백한 거나 마찬가지다. 소중하다고 하고, 다른 남자랑 자지 말라고 하고. 사라 입장에선 완전히 고백으로 들리지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사라가 얼굴이 붉어진 게 꼭 삑사리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니, 그냥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혹시. 어쩌면…. 하지만 구원의 생각은 거기서 더 이어지지 않았다. 방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자, 이미 샤워를 마치고 나온 레이아가 이불 아래에 몸을 숨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불 위로 새하얀 어깨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을 보면, 그 밑은 알몸이 분명했다. 천사의 모습으로 악마와 같이 유혹하는 그 자태에, 구원의 뇌는 지금까지 하던 생각을 전부 멈추고 눈앞의 광경에 빠져들었다. “구원씨? 왜 그러고 계세요?” 구원이 방문 앞에서 넋을 잃고 우두커니 서있자, 레이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왜긴 왜겠어요. 사라나 디아나와는 다르게, 이 아가씨는 유독 자기 미모에 자각이 없는 것 같다니까. 물론 그래서 더 좋지만. 언제까지나 그렇게 순수함을 잃지 않고 계셔주세요.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나 얼른 샤워하고 올게.” “네. 다녀오세요.” 레이아는 이불 위로 한 손을 꺼내 살랑살랑 흔들며 미소 지었다. 크으. 녹는다 녹아. 구원은 최대한 빨리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럼…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응. 이쪽이야말로 잘 부탁해.” “이번에도 바로 정신을 잃게 되겠죠?” 레이아는 가련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레이아의 이불속에 숨겨져 있는 몸에만 정신을 집중하던 구원도 그 말을 듣고 정신을 차렸다. 안 되지 안 돼. 즐기는 건 좋지만, 그렇다고 욕망에만 빠져선 안 된다. 레이아의 얼굴을 자세히 보자, 부드러운 미소 뒤에는 어렴풋한 공포가 엿보였다. 하긴 자신은 정신을 잃고 기억에도 없는 행동을 하게 되는 건데 무섭겠지. “그거 말인데. 실은 오늘은 섹스를 안 하려고.” 구원은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저번에 했던 실험의 연장선이다. 저번에 레이아가 자고 있을 동안에 가슴을 만진 걸로, 자극만 가지고 레이아가 구미호가 되는 건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구미호가 되는 조건을 더 정확히 알기 위한 실험이다. 과연 레이아는 섹스를 안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상태에서 자극만 가해져도 구미호가 될까? “네? 하지만….” “들어봐. 실은 한 가지 가설을 세워봤는데, 혹시 섹스는 안하고 전희까지만 하면 레이아도 기절하지 않는 거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그런 식으로 천천히 익숙해지는 걸로 극복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 하지만 이 실험은 레이아가 정말로 오늘은 섹스를 안 할 거라고 생각해야 성립할 수 있다. 그래서 구원은 레이아에게 그럴듯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아, 그렇군요. 절위해서 그렇게까지 생각해주시다니…고마워요. 남성분은 힘드실 텐데….” 레이아는 두 눈에 감동의 빛을 가득 담고 구원을 응시했다. 윽. 이렇게 바라보니 양심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은 끝까지 할 거라고 실토할 수도 없다. “하하. 뭘.” 구원은 어색하고 미소 짓고 레이아의 몸을 덮고 있는 이불을 천천히 걷었다. 그렇게 천천히 드러나는 레이아의 몸매는 역시나 환상적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원의 이상형을 그대로 조각해놓은 것 같은 몸이다. “마, 만질게. 침착해. 오늘은 섹스를 안 할 거니까. 놀랄 것 없어. 오늘은 변하지 않을 거야.” 젠장. 혀까지 꼬이네. 내가 먼저 침착해야겠다. “네.” 하지만 레이아 역시 구원의 모습에 신경 쓸 여유가 없는지, 얼굴을 붉히고 심호흡을 했다. “흐읏!” 그렇게 가슴에 손을 가져다대자, 레이아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아직 성자의 손길 같은 것도 안 썼으니, 쾌감으로 떨린 건 아닐 거다. 그저 손만 대고 있어도 절로 행복해지는 감촉에 구원은 이성을 잃을 것 같았지만,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냈다. 참아내고, 레이아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괜찮아?” “아, 아뇨. 저, 저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 레이아의 눈에는 아직 구미호로 변했을 때의 그 요염한 빛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대신 눈을 그렁그렁 거리며 구원을 바라봤다. “가슴이 막 콩닥콩닥 뛰어요. 괜찮은 걸까요?” 확실히 구원이 손 안에 들어온 가슴에서는 심장이 엄청난 속도로 뛰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가 정신을 잃지 않은 상태로 이렇게 제대로 애무하는 건 처음이네. 그래도 그렇지. 너무 반응이 예쁘신 거 아니냐. 이러다가 내가 먼저 죽겠다. 만약 죽으면 사인은 심쿵사라고 알아라. “걱정 마. 자연스러운 반응이야.” 구원은 손 안에 들어온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런가요? …하읏!” 처음에는 원을 그리듯이 부드럽게, 가슴의 가운데 부분은 피해가면서 일부러 애태우듯 바깥쪽만을 어루만졌다. 그렇게 한참을 애태우다가,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자극을 가해가며 슬금슬금 손을 가슴의 가운데 부분으로 옮겨갔다. “하읏, 하앗, 핫, 저, 저 기분이 이상…!” 점점 쾌감이 전해져도, 아직까지 레이아가 변하려는 징조는 보이지 않고 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은 건가. 쾌감이 문제가 아니었어. 아무래도 레이아가 구미호로 변하는 조건은, 레이아 스스로가 섹스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 모양이다. “괜찮아. 이상한 게 아니야. 자연스러운 거지. 그냥 받아들여.” 구원은 그렇게 말하며, 드디어 레이아의 가슴 중앙에 있는 열매를 엄지와 검지로 집어 가볍게 비틀었다. “하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레이아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몸을 떨었다. “어때? 처음 느끼는 절정은?” 아니, 그러고 보니 처음 한 날도 아침에 제정신이 들고도 한 번 더 했구나. 그럼 처음 느끼는 절정은 아니겠네. 구원은 말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하지만 레이아는 제정신으로 여기까지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충분히 감동한 모양이다. “구원씨, 저….” 두 눈을 감동으로 빛내며 뭔가 말하려고 하는 레이아의 입을, 구원은 자신의 입을 가져다대어 막았다. 그런 걸 굳이 말로 하는 건 멋이 없는 짓이지. 서로 가볍게 맞댄 입술의 사이에서 혀를 내밀어, 서로의 혀가 만났다. 처음엔 부드럽게, 그리고 점차 격렬하게 혀가 얽혀가면서 구원은 눈치 챘다. 엄청나게 능숙하잖아. 이런 망할. 엄청 좋은 분위기였는데. 구원은 주저하지 않고, 여전히 레이아의 가슴에 놓여있던 자신의 손에 곧바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했다. “흐으으읍!” 레이아가 몸을 떠는 사이에 얼굴을 뗀 구원은 그 눈을 바라봤다. 역시나. 레이아의 눈은 이미 요사로운 빛이 감돌고 있었다. 젠장. 뭐가 문제였지? 분명 절정에 이를 때까지 제정신이었는데. 아무튼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지. 구원이 먼저 선공을 날려서 이전처럼 몸이 조종당하는 사태는 면했지만, 그래도 언제 이 구미호가 정신을 차리고 구원을 구속할지 모를 일이다. 일단은 안전한 상황으로 만들어놔야지. 이미 물건은 언제라도 돌입 가능한 상황을 유지하고 있었다. 구원은 주저 없이 자신의 물건 끝을 레이아의 음부에 맞대었다. “잠…흐이이잇!” 구미호가 당황하며 뭔가 외치려고 했지만, 구원은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허리를 전진시켰다. 후우. 이걸로 일단 위기는 넘겼군. 일단 삽입에 성공하면, 그 이후로는 구미호가 어떤 수작을 벌여도 곧바로 풀려날 자신이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삽입한 상태로 가만히 있을 것도 아니지만. 얼른 천사 같은 레이아 누님으로 돌아와라. 아까 진짜로 분위기 좋았는데. 구원은 그런 염원을 담아 거세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구미호 상대로 봐줄 필요는 없다. 처음부터 전력으로 가주지.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한 손으로 레이아의 몸 곳곳을 어루만졌고, 동시에 성기를 이용한 각종 스킬들을 사용하며 허리를 움직였다. “흐아앙! 하아앗! 흐아아앗!” 역시 남자의 정기를 빼먹고 사는 구미호라고 해도 전력을 다하는 성자에게는 상대가 안됐다. 레이아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세차게 도리질하며 그저 몸을 부들부들 떨어댈 뿐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허리가 구원의 성감을 최대한 자극하는 형태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은 대단했다. 과연 구미호. 저번에 빨 때도 제정신 못 차리는 와중에 혀는 움직이더니. 명불허전이다. 저번에 빨아주던 때를 생각하니, 벌어져있는 레이아의 입에 자연스레 눈이 갔다. 지금도 크게 벌려져 계속해서 신음성을 토해내고 있는 입 안에는, 붉은 혀가 파르르 떨며 꿈틀대고 있었다. 혀라는 게 딱히 야한 부위가 아닌데도, 왠지 엄청나게 야해 보이는 광경이다. 구원은 저도 모르게 그 입 안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가져갔다. “하읏! 흐읍. 츄릅. 쯉.” “우옷.” 구원은 저도 모르게 이상한 소리를 내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게, 구원이 손가락을 가져가자마자 레이아가 마치 펠라치오라도 하듯이 손가락을 빨아왔으니까 말이다. 정말로 그냥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건가? 구원은 허리를 움직이는 것도 잊고, 이번에는 검지와 중지 두 개를 한꺼번에 레이아의 입 안에 넣어봤다. “하음. 츄읍. 츕. 츄릅.” 레이아는 완전히 눈이 풀린 상태로 열심히 손가락을 빨았다. 입안에 넣은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레이아의 혀를 살짝 집어보자, 격렬하게 혀가 얽혀왔다. 와…전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역시 구미호의 본능이란 게 장난 아니긴 하네. 그냥 손가락을 빠는 거다. 딱히 촉각에서 쾌감이 느껴지지 않아야 정상인데, 구미호 특유의 마력인지 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쾌감이 아니더라도 흥분되는 광경이다. 특히 천사 같은 레이아의 얼굴로 이러는 거니 더욱더. 구원은 그렇게 한 손은 가슴을 주무르고 한 손은 입에 넣은 채로 허리 운동을 재개했다. 레이아가 느낄 때마다 손가락에 얽혀오는 혀도 파르르 떨리는 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했다. 그렇게 신선한 감각에 정신을 못 차리고 즐기다가, 구원은 문득 제정신을 차렸다. 안되지 안 돼. 난 청순한 레이아 누님과 알콩달콩 섹스를 즐길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순식간에 목적을 상실하게 만들다니. 요망한 구미호 같으니라고. 제정신을 차린 구원은 다시 스킬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흐읍! 하읍! 츄릅! 흐응! 흐읏!” 레이아는 신음성을 내뱉으면서도 구원의 손가락을 빠는 건 잊지 않았다. 자, 어서 청순하고 순진한 레이아 누님으로 돌아와라. “하읍! 흐읏! 흐으으으으읍!” 구원이 강렬하게 허리를 밀어 넣었을 때, 결국 레이아가 크게 신음성을 지르며 눈을 뒤집었다. “어, 어라? 레이아?”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지만, 그건 절정의 여운 때문에 떨리는 것에 불과하다. 레이아는 누가 봐도 정신을 잃었다. 그 증거로 구원의 손가락을 감싸오던 혀마저 힘없이 축 늘어져 버렸다. 그렇다고 구미호 상태가 풀렸냐하면 그것도 아니다. 레이아의 엉덩이 아래에는 아직도 보랏빛 꼬리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아차. 구미호 상태를 풀려면 얘를 느끼게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빨리 빨리 쌌어야 했지. 제정신을 차렸다고 생각했지만, 구미호가 주는 마성의 쾌감에 완전히 제정신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계속 해야겠지? 기절했다고 하더라도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어차피 구미호 상태를 풀어야 하니 말이다. 덤으로 구원의 해소되지 않은 욕구도 충족시키고 말이다. 그래도 역시 기절한 애 상대로는 별로 재미가 없네. 일단 자극은 느끼고 있는지 가끔 움찔움찔 떨리기도 하고 간간이 잠꼬대 같은 신음성도 내뱉지만, 역시 깨어있을 때만큼의 반응은 없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허리를 움직이던 구원이 드디어 한 발 싸자, 레이아도 갑자기 다시 제대로 된 반응을 보였다. “흐으으읏!” 아무래도 구원이 싸는 것과 동시에 절정에 이른 모양이다. 게다가 절정에 이르면서 다시 정신이 들었는지, 레이아는 눈을 뜨고 혼란스러운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자기가 어떤 상황에서 기절했는지 기억 못하는 건가? 아직 눈에서 빛이 나는 걸 보니 구미호 상태가 풀린 건 아닌데 말이야. “정신이 들었어? 다행이다. 역시 혼자 허리를 흔드는 것 보다는 같이 즐기는 편이 즐겁거든.” 구원은 웃으며 그렇게 말하고 다시 허리를 흔들었다. “흐앗! 하앙! 하앗! 흐아앙!” 요사롭게 빛나는 구미호의 눈에, 왠지 모르게 공포의 빛이 떠올라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잖아? 내 착각이겠지. 구미호는 애초에 내 정기를 빼먹는 게 목적이고, 이건 내가 자진해서 정기를 주는 행위인데 말이야. 무엇보다 서로 기분까지 좋아지는데 무서워할 리가 있겠어? 구원은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구미호가 만족할 때까지 행위를 계속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DarkBnana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94==================== 클랜 창설 결국 레이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 구미호 상태가 해제돼버렸다. 역시 처음처럼 오래 가지 않는군. 전에 생각했던 처음에는 너무 오랜만이라 정기가 많이 필요했고,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구원의 가설은 들어맞은 모양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적당히 하면서 쌀 걸 그랬나. 그럼 제정신인 레이아와 즐길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제정신인 레이아와 하다니. 상상만 해도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물론 평소 청순한 레이아가 돌변해서 요염하게 들이대는 것도 좋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하지만 이 모습을 보면 적어도 오늘은 포기해할 것 같다. 구원은 자신의 몸 아래에서 정신을 잃고 축 늘어져있는 레이아를 바라봤다. …우선 자세라도 편하게 할까. 물론 레이아가 기절했다고 해서 물건을 뺄 생각은 없다. 모처럼 힐링 섹스의 효과를 받으며 잘 수 있게 됐는데,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낼 순 없지. 구원 스스로가 밑으로 가고, 레이아가 그 위에 엎드리는 힐링 섹스를 즐기며 자는 평소 자세를 취했다. 물론 사라나 디아나도 훌륭하지만, 이 자세에서 레이아는 정말 황홀하다는 말밖에 안 나왔다. 구원의 가슴에 거대한 레이아의 가슴이 눌려 옆으로 삐져나온 모습은, 시각적으로나 촉각적으로나 그저 완벽하다는 말 이외에 표현할 수단이 떠오르지 않는다. 구원은 물건에 다시 힘이 꽉 들어가는 걸 느꼈다. …그래 어차피 레벨 업 기회는 돌아가면서 한번씩 밖에 없는데, 구미호 상태가 풀렸다고 이대로 끝내기는 좀 아쉽지. 구원은 다시 한 번 허리 운동을 재개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구원은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역시 힐링 섹스는 최고야. 아마 난 이제 더 이상 여자 없이는 못잘 것 같다. 결국 어젯밤도 구원 스스로가 만족할 때까지 섹스를 계속했다. 정신을 잃은 레이아는 간간이 신음성을 흘리고 몸을 살짝살짝 떨기도 했지만, 결국 정신을 차리지는 않았다. 구미호마저도 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해대서 기절한 거다. 깨어나지 못한 게 당연한가. 구원은 레이아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찬란한 황금빛 머리를 뒤로 넘기자,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얼굴이 보였다. 아직도 쾌감의 여운이 남아있는지 청순한 얼굴을 살짝 상기시키고 있는 모습이 살짝 요염했다. 다시 물건에 발동이 걸렸지만, 구원은 참아냈다. 밤새 그렇게 하고 아침마저 제대로 못 자게 괴롭힐 순 없지. 상대는 구미호가 아니라 레이아 누님이니 말이다. 그보다는 우선 구미호가 되는 조건에 대해서 더 생각해보자. 분명 중간까지는 구원의 예상이 적중했었다. 지난 두 번과는 다르게, 애무를 하고 쾌감까지 느꼈는데도 레이아는 구미호가 되지 않았었다. 이번에 구미호로 변한 순간은…키스를 했을 때? 키스에 뭔가 의미가 있는 걸까? 구원은 살며시 자신의 입술을 레이아의 입술에 맞대었다. 말랑말랑 부드러운 훌륭한 감촉이다. 하지만 그 외에는 딱히…아! 그런가! 그러고 보니 구미호는 키스로도 생명력을 흡수하던가. 아무래도 그게 맞는 것 같았다. 레이아가 섹스를 할 거라고 생각하든 말든, 결국 그런 식의 접촉이 이뤄지면 구미호가 되버리는 건가. 뭐야 그럼? 레이아 누님이 구미호가 되는 걸 해결하지 못하면, 평소에는 맨 정신인 레이아 누님과는 키스도 제대로 못하는 거야? 물론 이렇게 섹스를 하는 경우가 아니면 구원이 레이아와 키스를 할 일이라고는 절대 없겠지만, 그게 문제가 아니다. 가능성이란 무한하잖아. 나라고 레이아 누님이랑 잘 되서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지 말라는 법 있어? 그런 사이가 됐는데 키스조차 맘대로 못하는 건 너무 불행하잖아. 구원은 김칫국을 사발 째로 들이키며 불타올랐다. 내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레이아 누님의 체질을 낫게 해주겠어. “으음….” 구원이 그렇게 혼자 불타오르는 동안, 레이아도 눈을 떴다. “구…하읏, 구, 구원씨…안녕히 주무셨어요.” 아직 레이아의 안에서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물건 때문에, 레이아는 일어나자마자 쾌감을 느끼며 구원의 위에 다시 쓰러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꿋꿋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이 레이아답다. “응. 레이아도 잘 잤어?” “네…구원씨와 이렇게 밤을 보내면 왠지 기분이 상쾌하네요.” 그야 뭐 힐링 섹스 덕분이지. 그리고 구미호가 만족할 만큼 정기를 흡수한 것도 한몫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가, 간밤엔 괜찮으셨나요? 혹시 몸 상태가 나쁘시거나….” 역시나 레이아가 일어나자마저 제일 먼저 확인한 건, 구원의 안부였다. 아직 내가 미덥지 못한 걸까? 아니, 그만큼 레이아의 트라우마가 상당하단 거겠지. 원체 상냥한 성격인 것도 한몫하고. “괜찮아. 말했잖아. 레이아의 그 상태는 나한테 어떤 위해도 못 가한다고.” “그렇군요. 다행이에요.” 구원이 대답하자, 그제야 레이아는 미소 지었다. “그보다 레이아. 레이아가 구미호 상태가 되는 조건을 파악한 것 같아.” “저, 정말요?” “응. 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어디까지 기억해?” “네? 음…아! 저, 저…입술을 맞추는 것 까지는….” 레이아는 어제 일이 생각났는지,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말했다. 크으. 어쩜 이렇게 행동 하나하나가 남심을 자극하실까. 구원은 살살 녹는 것 같았지만, 겉으로는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사실 어제 섹스를 안 한다고 한 건 구미호가 되는 조건을 완벽하게 알아보기 위해서였어. 우선 레이아의 마음가짐이 중요해. 레이아가 섹스를 할 거라고 생각한 상태에서 쾌감을 느끼면 곧장 구미호가 되는 모양이야. 반대로 섹스를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쾌감을 느껴도 구미호로는 변하지 않고 말이야. 어제도 중간까지는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잖아?” “그, 그렇군요. 하지만 그럼 어제는…?” “응. 그게, 섹스를 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도 생명력을 빨아들일 수 있는 행위를 하면 구미호가 되는 모양이야. 어제도 결국 키스로 구미호가 됐고.” “네?! 키스로도 생명력을 빨아들여요?!” 레이아는 충격받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한테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조건까지는 말 안했었나. 하긴, 나랑 하기 전까진 처녀였으면서 자기가 섹스를 했다고 굳게 믿고 있었지. 아니, 혹시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응. 실은 레이아, 너 나랑 자기 전까지 처녀였어. 아마 그 전에 한 사람들은 다른 방법으로 생명력을 빨아들인 게 아닐까.” 키스가 됐건, 펠라치오가 됐건. “네에?!” 역시나. 이 반응을 보아하니 저번에 나랑 자고 씻을 때 처녀혈은 확인 못한 모양이다. 힐링 섹스 때문에 순식간에 나아서 아픔도 없었을 테니, 눈치 못 챈 것도 이상하지 않긴 하다. 사제들에겐 피임이 금기시 된다고 했으니, 안쪽에서 정액을 긁어내려고 하지도 않았을 테고. “그, 그럼 전….” 레이아는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했다. 음. 아무래도 키스조차 못한다는 건 너무 충격적이었나. 어떻게 달래줄 수 없을까. “그래도 어젯밤처럼 정기를 완전히 빨아들여서 구미호 상태가 풀리면, 잠시 동안은 안변하는 모양이야. 봐 지금처럼.” 그렇게 말하면서 구원은 레이아에게 확인 시켜주기 위해, 그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아, 어차피 이미 성기가 이어져 있으니 굳이 키스할 필요도 없었구나. 어? 근데 키스로 구미호가 되는 걸 몰랐다는 말은, 지금 이게 레이아가 제정신으로는 처음 하는 키스인가? “아, 아, 저, 그, 저 씻고 올게요.” 구원의 생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레이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샤워실로 황급히 달려갔다. 으악! 안 돼! 좋은 분위기를 만들면서 실은 한 번 더 하려고 했는데! 청초한 레이아 누님과의 알콩달콩 섹스가! 구원의 마음속으로 외친 절규에도, 레이아의 모습은 홱홱 움직이는 꼬리를 마지막으로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섹스까지 한 사이에 키스만으로 부끄러워하는 모습은 귀엽고 흐뭇해서 마음이 따뜻해졌지만, 한편으로는 갑자기 바깥 공기를 쐬게 된 물건이 시려서 복잡한 기분이다. 어쩔 수 없지. 제정신인 레이아와의 알콩달콩 섹스는 다음 기회를 노릴까. 괜찮아. 오늘만 날이 아니니까.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저 다 씻었어요. 구원씨도 씻으세요.” 씻고 나온 레이아는, 구원과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했다. 어, 어라? 평소에는 대화할 때 무조건 상대방의 눈을 곧게 바라보는 레이아 누님이 눈을 피해? 서, 설마…아까 키스로 부끄러워 한 게 아니라, 내 맘대로 키스를 해서 화가 난 건 아니겠지? 만약 레이아 누님한테 미움 받는다면, 살아갈 자신이 없다. “응. 그럼 씻고 올게.” “네.” 구원은 샤워실을 들어가면서 끝까지 레이아를 바라봤지만, 결국 레이아는 구원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저…구원씨 매번 고마워요.” 구원이 씻고 나오자, 그제야 레이아는 구원을 마주보고 말했다. 아직 피부가 살짝 상기되어 있기는 하지만, 표정은 결코 화난 표정은 아니다. 오히려 평소보다도 더 따뜻하게 보였다. 다행이다. 역시 아까는 그냥 부끄러워 한 거였어. 그렇게 생각하니 더 귀엽게 보인다. 키스한 게 부끄러워서 샤워하고 나온 후에도 얼굴을 못 마주쳤다는 거 아니야? “아니야. 원래 파티에 들어온 목적이 그 상태를 알아보고 극복하기 위해서였잖아.” “그래도요.” 하긴 레이아도 내색은 안했지만 내심 불안했을 거다. 내가 레이아의 몸만 탐하면서 제대로 해결에는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으니까. 사실 구원도 처음에는 솔직히 제대로 도와주고 싶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레이아가 구미호 상태를 극복해내면 파티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어지니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레이아는 자기 일이 끝났다고 그냥 파티를 떠날 성격이 아니다. “뭐, 극복할 때까지 서로 힘내자.” 그래서 이제는 구원도 그 순간이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제정신인 레이아 누님과도 제대로 즐길 수 있게 될 테니. “네!” 무엇보다도, 저 미소를 보고 어떻게 제대로 안도와주겠어. 구원은 레이아와 대화를 마치고, 포근한 기분으로 함께 식당에 내려갔다. “늦었구먼.” 그리고 그런 둘을 가장 먼저 맞이한 건, 디아나의 냉랭한 목소리였다. “이 몸이 오늘은 바쁠 테니 적당히 하라고 하지 않았었나? 응?” 분명 일어난 시간은 평소와 같았는데, 마치 일어나서도 계속해서 섹스를 하고 온 것처럼 늦었다. 디아나는 분명 그렇게 생각해서 저렇게 눈빛이 차가운 거겠지. 자신과도 그런 경험이 있으니 더욱더. 하지만 구원 입장에서도 저런 눈빛을 받는 건 억울하다. 오히려 아침에 일어나서 연장전을 치르기라도 했으면 억울하진 않을 텐데. “아, 미안. 레이아를 도울 실마리를 좀 잡아서 대화를 하다 보니 늦어졌네.” “죄송해요. 저도 기뻐서 그만 여러분이 기다리실 거라는 생각을 미처 못 했어요.” “음. 아, 아니. 그런 거라면 괜찮네. 모처럼 휴일이니 조금 늦을 수도 있지.” 디아나는 얼른 말을 바꿨다. 아까는 바쁠 거라면서? 이거 진짜로 우리가 아침부터 섹스하고 왔다고 의심했군. 내가 그렇게 섹스에 미친 걸로 보이냐? 밤새하고도 아침에 일어나서 계속 할 만큼? …뭐 레이아가 도망만 안 갔으면 진짜로 했을 테지만. 안했으니 된 거다. 안했으니. 난 당당해. “실마리를 찾았다니, 잘됐네요. 레이아.” “네. 고마워요.” 디아나의 옆에 앉아있던 사라도 마시던 찻잔에서 입을 떼고 한마디 했다. 얘 왠지 평소보다 태도가 느긋해 보이네? 무슨 일이지? 다시 찻잔에 입을 가져다대는 사라의 모습에는, 일종의 여유마저 엿보였다. 그러고 보니 나 어제 얘한테 고백이나 다름없는 짓을 했었지. 얜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내 말대로 다른 남자와 자는 건 안했으니, 사라도 나한테 어느 정도 마음이 있다고 봐야하나? 하지만 여자는 좋아하는 남자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걸 알면, 놓치지 않기 위해 바로 들이댄다고 별명이 카사노바였던 친구 놈한테 들은 기억이 있다. 그럼 아직까지 별 말 없으니 차인 건가? 그도 아니면 어제 대화도 그냥 구원이 치기어린 소유욕으로 떼썼다고만 생각하고, 고백 같은 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어? 모르겠다. 평소완 다른 저 여유로운 태도를 보니 더더욱 모르겠다. “왜 그래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너무 빤히 들여다 본 걸까? 사라가 구원에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너무 평소와 같아서, 구원은 사라의 마음을 전혀 읽을 수 없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다고 확인을 하기도 좀 그렇다. 어떻게 확인을 해? 다시 제대로 한 번 고백해봐? 그건 좀…여러 가지 의미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고백이 성공해도 실패해도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실패하면, 아마 이대로 파티는 유지될 거다. 사라 입장에서도 손쉽게 대량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구원을 포기하긴 쉽지 않을 테니까. 대신 지금보다 더 거리를 두려고 하겠지. 지금은 적어도 친목을 다지고 있는 관계라고 구원은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차이게 되면, 같이 모험만 다니고 순서가 돌아오면 그때만 의무적으로 섹스를 하는 그런 관계가 될 거다. 게다가 구원의 마음이 부담스러워 다른 남자와도 관계를 가지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고백이 성공하면? 그것도 마냥 좋기만 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을 수 있다. 구원은 지금의 관계가 맘에 든다. 절세미녀 세 명과 함께 다니며 순서대로 같이 잠을 자는, 남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상황이다. 그런데 굳이 그 중 한명을 선택해서 이 관계를 깨라고? 사라가 자기 애인이 다른 여자와 자는 걸 용납할까? 저 성격에? 구원은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디아나와 레이아에게 각각의 사정이 있어도, 애인의 권리를 들이대면 할 말이 없어진다. 구원이 어제 그런 짓을 할 정도로 사라를 좋아하는 건 맞지만, 그와 같을 정도로 디아나와 레이아도 좋아한다. 한 명만 선택하라니, 도저히 불가능하다. …뭐 사라가 날 좋아하는 게 확실한 것도 아니니 이것도 김칫국이나 들이키고 있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아무튼 결국 고백의 결과가 어찌되든, 구원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구원 스스로도 살짝 스스로가 치사하다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남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이기심이다. 구원은 그렇게 사라의 마음을 확인하는 걸 단념했다. 아직은 좀 더 이 엉성하지만 하렘 비슷한 상황을 즐기고 싶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소설조아용용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의도적으로 존댓말을 쓰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어제 나온 존댓말은 제가 실수한 겁니다. 왠지 레이아는 존댓말을 써야할 것 같은 분위기라 쓰면서 이런 실수가 나오네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95==================== 클랜 창설 “얼른 식사부터 하세. 오늘은 하루 종일 바쁠 걸세.” 디아나는 왠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왜? 바쁠 생각하면 들떠? “근데 할 일이라곤 클랜 등록밖에 없잖아. 그렇게 절차가 복잡해?” 그냥 서류만 양식에 맞춰서 제출하면 끝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말이야. 너무 현대적인 생각인가? 게다가 그마저도 바로 될 거란 생각은 안 든다. 일처리가 빠르면 공무원이 아니지. 여기 공무원이라고 다르겠어? “무슨 소리인가. 할 일이 태산이지 않은가. 길드와 정보공개 관련으로 협상도 해야 하고 말일세.” 아, 그런가. 그것도 있었지. 아무래도 그게 얘기가 길어지겠지? 아마 길드 측에서도 되도록 자기들한테 유리한 협상을 하려고 할 테니. 솔직히 말하면,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가거나 할 자신은 전혀 없다. 내가 그런 자리에 나가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이 부분은 디아나의 연륜을 믿어야지. “그럼 전 신전으로 돌아가 있을게요.” 식사를 마치고, 레이아는 먼저 일어서며 말했다. 레이아는 신전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있었던 게 처음이라는 모양이다. 얼른 얼굴을 비추고 싶겠지. 원래대로라면 구원도 따라가야 하겠지만, 오늘을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다. “응. 대사제…님한테는 말 좀 잘 해줘. 어쩌면 오늘은 못갈 수도 있으니까.” 대사제와의 약속도 있고, 마나풀 때문에라도 신전에도 가기는 가야한다. 그래도 디아나가 바쁘다고 했으니까 오늘은 못 가겠지. 정말로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도 오랜만에 공부란 걸 할 생각이 들었었는데 말이야. 아쉽기 그지 없다. “후훗. 네. 걱정 마세요. 나중에 봐요.” 레이아는 왠지 쿡쿡 웃으며 대답하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이쪽을 바라보며 손을 살랑살랑 흔드는 레이아의 모습에, 구원도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손을 마주 흔들어줬다. 크으. 치유된다. “뭐하나. 다 먹었으면 자네도 얼른 준비하게.” 디아나가 구원의 옆구리를 콕 찌르며 말했다. 으윽. 기습 공격은 그만 둬라. 아무리 네 직접공격이 데미지가 없어도 갑자기 옆구리를 찔리면 움찔한단 말이다. “그럼. 이 몸들도 가보겠네.” 디아나는 사라를 바라보며 시원한 미소를 띄우고 말했다. “네. 어서 가죠.” 마찬가지로 사라도 시원한 미소를 띄우며 대답했다. …둘이 말이 안 맞물리고 있지 않냐? “음? 이 자는 클랜장으로 등록해야 할 테니 같이 가야겠지만, 자네까지 따라올 필요는 없다네. 그냥 오늘은 푹 쉬면서 오랜만에 찾아온 휴식을 즐기게나.” “아뇨. 놀고 있어봐야 심심하기만 한걸요. 클랜 등록 같은 걸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저도 따라갈게요.” “하, 하지만 클랜 등록은 더 재미가 없을 걸세.” 디아나는 왠지 필사적으로 말했다. 잘하고 있어! 구원도 마음속으로 디아나를 살짝 응원했다. 아무리 이런저런 이유로 다시 고백해볼 용기는 없다지만, 그렇다고 사라가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니다. 여전히 어제 구원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신경 쓰인다. 일단 조금이라도 얼굴 안 마주치고 있으면 좀 나아질 것 같은데, 이래서야 계속 신경 쓰이게 되잖아. “그럼 그때 가서 돌아오죠 뭐.” 하지만 사라는 가볍게 맞받아쳤다. “으으으음.” 디아나도 그 말에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모양이었다. 결국 클랜 등록은 사라와 디아나, 구원이 함께 가기로 했다. “자. 그럼 일단 골라 보세나.” 하지만 디아나가 일행을 안내한 곳은 관청이 아니었다. “디아나, 여긴…?” “보면 모르나? 옷가게일세.” 아니, 나도 눈이 있으니까 그 정도는 보면 알아. 내가 묻는 건 대체 여기 뭘 하러 왔냐는 거다. 저번 휴일에 갔던 옷가게와는 차원이 다른, 엄청난 크기의 옷가게였다. 게다가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이, 이런 데에 문외한이 구원이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가게다. “말하지 않았나. 클랜이 되면 정식으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된다고. 나라에서 그런 클랜을 아무나 등록시켜주겠나? 적어도 자네가 입고 있는 그 구질구질한 천 옷을 입고가면 상대도 안 해줄 걸세. 이김에 정장 한 벌이라도 맞추게나.” 참고로 구원의 옷은 여전히 거리에서 가장 싼 값에 살 수 있는 천 옷이다. 어차피 패션의 완성은 얼굴! 내 얼굴이면 아무거나 입어도 패션이 되는 법이지! 라는 자신감의 발로다. …실은 그냥 옷 같은 거 고르기 귀찮은 거지만. 반면 사라나 디아나는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르게 꽤나 멋을 내고 있다. 역시 여자란 생물은 세계에 상관없이 꾸미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정장이라…. 판타지 세계관의 정장하면, 안 좋은 예감밖에 안 든다. 설마 약속된 전개대로 쫄쫄이를 입게 되는 건 아니겠지? “그럼 이번엔 이걸 입어보게.” 다행이 구원의 예감은 멋지게 빗나갔다. 이 세계의 정장은 구원의 눈에 보기에도 꽤나 잘 빠진 턱시도와 같은 모양이었다. 군데군데 금빛 자수 같은, 원래 세계의 관점으로 보기엔 꽤나 촌스러워 보이는 디자인도 포함되어 있었지만 말이다. 마치 게임 캐릭터의 코스프레용 옷 같았지만, 보기에 따라선 이 정도는 패션의 일부로 좋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예상했던 쫄쫄이가 아닌 것만으로도 천만 다행이지. 역시나 멋진 세계야. 내가 수도시설이 첨단시설일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으응…. 그건 조금 너무 화려해 보이지 않나요? 구원. 이번엔 이걸 입어보세요.” 문제는 옷의 디자인이 아니라, 사라와 디아나의 열정이었다. 사라와 디아나는 구원의 눈으로 보기에는 대체 어디가 다른 건지 전혀 구분이 안 되는 옷을 계속해서 건내왔다. 그 열정에 밀려, 구원은 마치 옷 갈아입히기 인형처럼 계속해서 옷을 갈아입는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두근두근했다. 여자애들이 날 위해서 옷을 골라주는 건 전혀 나쁜 기분이 들지 않고, 오히려 기분 좋다. 특히 사라는 어제 그런 일도 있어서, 이렇게 정열적으로 구원에게 어울리는 옷을 골라주는 건 구원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얘가 정말로 나한테 호감이 있는 거 아닐까? 그렇잖아? 아니면 이렇게 열심히 옷을 골라주는 게 말이 돼? 하지만 갈아입은 옷이 열 벌이 되고, 스무 벌이 되고, 서른 벌이 넘어가자, 구원의 그런 두근두근한 마음도 점차 사그라졌다. “저…그냥 대충 고르면 안 될까?” “무슨 소리인가! 이 몸의 사전에 대충이란 말은 없다네!” “그래요. 이왕 고르는 거니까 제대로 된 걸 골라야죠.” 도중에 구원도 미약한 저항을 해봤지만,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역시나. 나한테 가진 호감이 문제가 아니라, 얘들은 그냥 쇼핑 그 자체를 즐기는 거야. “하지만 바쁠 거라면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괜찮아?” “괜찮네. 처음부터 이럴 시간도 계산해서 바쁠 거라고 한 거니 말일세.” 뭣이 어쩌고 어째?! 그럼 난 아침 먹을 때부터 이미 함정에 빠진 거였다는 말이야? 디아나…무서운 아이…! “불평할 시간이 있으면 여기 이 옷으로 얼른 갈아입어 보세요.” “얼른 하게나. 아직 입어볼 옷이 많다네.” 결국 구원은 사라와 디아나가 만족할 때까지, 기계처럼 옷을 갈아입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이게 가장 나은 것 같군.” “그러네요. 역시 구원은 이런 게 어울리네요. 그럼 이걸로 할까요?” “음. 그러세. 자네, 뭐하나. 정신 차리게.” “으, 응? 뭐라고? 아, 다 끝났어?” 정줄을 놓고 있던 구원은, 그 한마디에 제정신을 찾았다. 드디어 끝난 건가! 난 이제 해방이야! 구원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전 세계에서, 여자와 쇼핑을 갈 때마다 남자들은 지루해 죽으려고 한다는 짤방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래도 니들은 같이 다닐 여자라도 있잖아! 죽창에 찔려 죽을 새끼들! 하지만 이제 구원도 그들의 기분에 절실히 공감한다. 확실히 이건 힘들어. 너무 힘든 싸움이었어. 하지만 난 이겨냈다! “그럼 갈까?” 구원은 둘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계산을 마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구원의 행동에 제동을 거는 목소리가 있었다. “무슨 소리에요. 이제 겨우 구원이 입을 옷 하나만 고른 거잖아요. 이제 저희가 입을 옷도 골라야죠.” 뭐…라고…? 결정타를 먹이는 그 한 마디에, 구원은 더 이상 생각하는 걸 포기했다. “구원, 이건 어때요?” “하하. 예쁘네.” “이건요?” “응. 그것도 예쁘네.” “아까부터 계속 똑같은 대답만 하네요. 저희도 골라줄 때 열심히 했으니까, 구원도 좀 제대로 봐줘요.” “사라양이 말하는 대로일세. 자네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닌가? 이건 어떤가?” “응. 그것도 예….” “자네. 이 몸들의 말을 제대로 듣고는 있는가?” 하지만 사라와 디아나는 구원이 정줄을 놓는 것조차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다양한 감상을 요구했다. 제길.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내가 옷마다 다른 감상평을 내놓을 정도로 옷을 잘 알았으면 평소에 제일 싼 천 옷만 입고 다녔겠어? “너희 얼굴을 생각해봐라. 뭘 입어도 예쁜데 나보고 뭘 어쩌라고. 탓하려면 뭘 입어도 예쁜 너희 자신을 탓해라.” 애초에 너흰 레이아랑 다르게 본인들이 예쁘다는 거 잘 알고 있잖아. 스스로가 뭘 입어도 예쁘다는 자각은 있는 애들 아니었냐? 그냥 대충 골라. 어차피 뭘 입어도 예뻐. “그, 그런가요.” 하지만 구원의 말에, 의외로 사라와 디아나는 얼굴을 붉혔다. 어라? 평소에는 자기 외모에 자신감 넘치는 애들이 왜 이래? 이 정도 말에 부끄러워할 애들이 아니잖아. 혹시 정말로 나한테 호감이…. “흐, 흠. 자네는 이런 곳에서까지 못하는 말이 없군.” 디아나의 말에, 구원은 문득 주위를 둘러봤다. 가게 안에 있는 손님들 대부분이 이쪽을 주목하고 있었다. 특히 가게의 손님 대부분이 여성이라서, 시선이 더욱 따갑게 느껴졌다. …뭐야 이거. 왠지 엄청나게 주목받고 있는데. 설마 아까 내 한마디 때문에? 다들 얼마나 예쁜지 확인하려고 쳐다보는 거야? 과연 아무리 자기 외모에 자신감이 있어도, 이건 좀 부끄러워질 만하다. “조, 좋아. 그럼 이건 어때? 맘에 드는 옷을 둘씩 짝지어서 비교해보는 거야. 토너먼트 방식으로 말이야. 그렇게 해서 제일 마지막에 남는 걸 고르자.” 위기에 몰리자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젠장. 진작 이런 생각이 떠올랐으면 지금까지 이 고생 안 해도 됐을 텐데. “그러네요. 그럼 그렇게 해요.” “어쩔 수 없구먼.” 어라? 반응이 왜이래? 엄청나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사라와 디아나의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내 말대로 하면 여기서 빨리 벗어날 수…서, 설마!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쇼핑을 즐기고 싶은 건가! 너희 눈에는 저 시선들이 안보이니? 저기 여성분은 질투가 하늘을 찔러 시선만으로 너희를 죽일 수 있을 정도인데 말이야. 그런데도 쇼핑을 더 하고 싶어? 무섭다. 여자란 무서워! 구원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제가 둘씩 보여줄 테니까 구원이 그 중에서 더 나은 걸 골라줘요.” “뭐? 그냥 네가 정하는 게 낫지 않아? 나 패션센스 꽝인데.” “그야 평소 차림을 보면 알아요.” 그러신가요…. 아니 그야 합당한 판단이지만. 근데 너 그거 아냐? 사람은 의외로 사소한 거에 상처 받는다? “그래도 어차피 후보는 제가 고른 거니까 상관없어요. 남성의 의견도 필요하고요.” “음. 그럼 이 몸도 그렇게 정하도록 할까.” 결국 사라와 디아나의 옷은 구원이 고르게 되었다. 그렇게 사라는 평소의 쿨한 이미지를 돋보이게 해주는 간결하면서도 세련된 드레스가, 디아나는 귀여운 용모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프릴이 많이 달린 귀여운 드레스가 골라졌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96==================== 클랜 창설 옷을 고르고 난 후에도 구원의 수난은 끝나지 않았다. 옷과 어울리는 구두까지 고른 후에야, 구원은 가게를 나올 수 있었다. 그야 나도 이해한다. 우리가 신고 있었던 신발은 활동성을 중시한 신발이었고, 턱시도나 드레스와 같이 입으면 그대로 패션 테러리스트가 돼버리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치지 않는 건 아니다. 가게를 나온 구원의 정신은 이미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져 있었다. 참고로 옷과 구두의 가격은 나도 모르게 점원에게 되물었을 만큼 비쌌다. 맞춤옷도 아니고, 그냥 기성복인데도 이정도 가격이라니. 아무리 우리가 요즘 벌만큼 벌고 있다지만, 돈을 지불할 때는 절로 손이 떨렸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나만 그런 게 아니었다는 거다. 얼굴은 간신히 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사라 역시도 손이 떨리는 걸 난 똑똑히 봤다. 역시 이게 정상이지? 아무렇지 않게 낸 디아나가 이상한 거지? 구원은 강한 동질감을 느껴, 사라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가, 갑자기 뭔가요? 그 묘한 미소는.” “응?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럼, 식사나 하러 가세.” 디아나는 태평하게 말했다. “무슨 소리야 지금 시간이….” 구원은 말하면서 힐끗 시야 구석에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1시 13분. …우리 분명 아침에 나왔었지? 그것도 꽤나 이른 아침에. 구원은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무튼 디아나의 안내를 받아 곧장 음식점에 갔다. 이번에도 역시 상당히 비싸 보이는 가게다. “굳이 이런데서 먹을 필요 있나?” 아무거나 잘 먹는 구원에게 이런 곳에서 식사를 하는 건 오히려 조금 불편했다. 괜히 식사예절에 신경 써야 할 것 같은 가게잖아. “이런 차림으로 평범한 가게에 갈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디아나는 마치 준비라도 한 듯이 척척 완벽한 변명을 꺼내 놨다. 하긴 그도 그런가. 구원은 더 이상의 저항을 포기했다. 오늘은 그냥 아무생각 없이 디아나 뒤만 따라다니자. 가게 안은 화려한 샹들리에로 장식되어 있어, 밖에서 본 것보다 더 호화찬란했다. 이런 가게는 보통 출입 조건 같은 것도 있지 않나? 아니, 나도 잘 모르긴 하지만. 하지만 디아나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들어갔고, 종업원이 마중 나와 그대로 자리를 안내해줬다. 옷차림이 이러니까 그냥 넘어간 걸까? 에이, 괜히 그런데 신경 쓰지 말고 밥이나 먹자. 구원은 테이블에 놓인 메뉴판을 들었다. 응. 전혀 모르겠다. 제발 음식 이름은 좀 이름만으로 알 수 있게 직관적인 이름을 붙여줬으면 좋겠다. 아니면 내가 그냥 이 세계의 음식명에 익숙하지 않은 걸까? 구원은 힐끗 사라를 쳐다봤다. 역시 이 가게가 이상한 거였어. 사라의 얼굴은 쿨한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미묘하게 눈동자가 떨리고 있었다. 훗. 하지만 나에겐 이 역경을 헤쳐 나갈 방법이 있지. 잘 봐라 사라야. 이게 바로 삶의 지혜란 거다. “이 가게는 처음이라 뭘 잘하는지 모르겠네. 디아나, 뭐 추천하는 거라도 있어?” “음? 그러고 보니 자네는 여기 음식 이름은 잘 모르겠군. 걱정 말게. 이 몸이 알아서 주문해 주겠네.” 한 방에 들통 났다. 역시 삶의 지혜도 할머니 상대론 통하지 않는 건가. 그나마 다른 세계 출신이란 점 때문에 쪽팔릴 일은 아니란 게 다행이다. 아무튼 그렇게 궁지에서 벗어난 구원은, 느긋하게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자, 보여줘라 사라. 넌 이 곤경을 어떻게 헤쳐 나갈 거냐! “사라양. 자네는 정했나?” “네?! 네, 네. 우선 이거랑…아니, 이거요.” 사라는 메뉴판 한곳을 가리키더니, 디아나가 깜짝 놀라는 얼굴을 하자 곧장 손가락 다른 곳을 집으며 말했다. “자네는 의외로 특이한 음식을 좋아하는구먼.” 장담하는데, 디아나도 분명 알고 놀리는 거다. 요즘은 처음 만났을 때랑 다르게 둘이서 쿵짝이 잘 맞는데, 왜 갑자기 또 이런 장난을 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네?! 아니, 그게, 그….” 구원은 웃음소리가 새어나오려는 것을 필사적으로 참았다. 크큭. 역시 인간은 재밌어. 특히 평소 쿨한 얼굴의 사라라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슬슬 불쌍해보이는데 이쯤에서 도와줄까. 난 착하니까. “그러지 말고 사라도 나랑 같은 걸로 먹자. 어차피 관청까지 가는 것도 꽤나 걸릴 텐데, 같은 걸 먹으면 그동안 할 얘기도 생기고 좋잖아.” 뭐, 솔직히 말해서 난 밥 먹고 난 후에 음식의 감평 같은 걸로 떠드는 타입은 아니지만 말이다. “그, 그럴까요?” 사라는 목소리에선 숨길 수 없는 안도감이 드러났다. “흐음. 그럼 이 몸과 같은 걸 시키도록 하겠네.” 디아나는 테이블에 놓인 종을 흔들어 종업원을 부르고, 주문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나왔는데, 구원은 또 하나의 난관에 부딪혔다. …왠지 나이프랑 포크 종류가 엄청나게 많은데. “혹시 여기 식사예절 같은 거에 엄격한 가게야?” 어차피 디아나에게 허세는 안 통한다. 구원은 대놓고 물어봤다. “이 몸이 그런 곳에 자네를 데려왔겠나. 그런데 신경 쓰지 말고 편히 먹게나.” 디아나도 저렇게 말하고 있으니,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할까. 구원은 그냥 아무 나이프나 하나 집어서 스테이크처럼 보이는 고기를 썰었다. 구원에게 한 말과 달리, 디아나는 식사예절을 다 지키면서 먹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은 평소 털털한 디아나와 갭이 있어서, 구원은 저도 모르게 계속 눈이 갔다. 우아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이런 걸 보면 역시 원래 디아나는 사는 세계가 다른 사람이란 걸 느끼게 된다. 운 좋게 지금은 함께 다니고 있지만 말이다. 문득 디아나가 명성이란 게 여러모로 필요할 거라고 했던 게 떠올랐다. 확실히. 계속 디아나의 옆에 서기 위해서는, 적어도 명성이라도 있어야 할 것 같기는 하다. 물론 지고의 대마법사라고 불리는 디아나의 명성에는 평생에 걸쳐도 따라가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왜 그러나? 입맛에 안 맞나?” 디아나가 구원의 시선을 눈치 채고 말했다. “아니. 이거 맛있네.” 구원은 그렇게 얼버무렸다. 계속 디아나의 옆에 서기 위해서라니.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왠지 사라를 한 번 의식한 이후로, 나답지 않게 계속해서 그런 쪽으로 생각이 간단 말이야. 이게 다 너 때문이다. 구원은 괜히 사라에게 원망하는 눈초리를 보냈다. 정작 그 사라는, 디아나를 필사적으로 곁눈질하면서 최대한 예절에 맞게 식사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저런 모습을 보고 있으면 원망할 생각도 안 든다. 구원은 그냥 생각을 비우고 밥이나 먹기로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드디어 관청으로 향하기로 했다. 관청은 여기에서 상당히 떨어져있는 모양으로, 구원을 둘째 치고 사라나 디아나의 드레스 차림으로 거기까지 걸어가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특히 사라는 구두의 감촉에 익숙하지 않은지, 내색은 안했지만 상당히 걷기 불편해보였다. 그래서 이번엔 마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오늘은 참 다양한 경험을 하는 날이군. 지금 일행이 있는 곳은 귀족들이 사는 거리와 비교적 가까운 상업지구인데, 덕분에 간간이 마차가 지나다녀 쉽게 잡을 수 있었다. 마차를 잡자마자 먼저 올라탄 구원은 사라와 디아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럼 올라타시죠. 레이디.” 음. 한 번 영화 같은 데서 본 대로 해봤는데, 내가 한 짓이지만 느끼하다. 이건 글렀군. “흠. 자네도 의외로 매너를 전혀 모르는 건 아니로군.” 하지만 디아나에게는 의외로 호평이었다. 이 느끼한 짓이 진짜로 매너라고? 내가 앞으로 마왕을 때려잡고 명성이 아무리 높아져도 귀족 놀이는 못할 것 같다. 디아나는 구원의 손을 잡고 우아하게 마차로 올라탔다. “그럼 사라도.” “네.” 사라 역시도 가볍게 올라탔다. 구두에 익숙지 않아서 중간에 살짝 발일 헛디뎠지만, 사라는 특유의 신체능력을 바탕으로 가뿐하게 다시 균형을 잡았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넘어지는 걸 내가 받쳐주고, 서로 호감도가 올라가는 장면이 이어져야 맞는 거 아니냐? 신체능력으로 호감도 상승 이벤트를 건너뛰어 버리다니. 진짜 얘가 나한테 호감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판단이 안 된다. 아무튼 그렇게 기나긴 여정을 마치고 구원은 드디어 관청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었다…. 클랜 등록 한 번 하기가 이렇게 힘들다니. 기껏해야 동사무소 같은 곳을 생각하고 왔는데, 관청 건물은 엄청나게 휘황찬란했다. 심지어 입구에는 갑옷을 입은 병사 둘이 지키고 있기까지 했다. 이런 모습을 보니 지금까지 한 고생이 그래도 헛수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로 이런 차림새가 아니었으면 입구에서부터 쫓겨났을 지도 모르겠는데. “잠깐 멈추시오.” 일행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앞에 있던 경비병이 곧바로 제지를 했다. 뭐야. 설마 이런 차림까지 했는데도 프리패스가 아닌 거야? “뭔가?” “못 보던 얼굴인데. 그…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시오?” 경비병은 왠지 주저하는 말투로 말했다. 하긴, 지금의 사라와 디아나를 보고 저런 말을 꺼내기란 쉽지 않겠지. 둘 다 안 그래도 눈이 부실 미녀인데, 잘 꾸며놓자 아예 후광이 보일 정도였다. 살짝 어색한 사라의 태도에도 불구하고, 누가 봐도 귀족 영애로 보일 모습이다. “디아나일세.” “혹시 신분을 증명할만한 것이 있소?” “그런 건 없네.” “그렇다면 여길 통과할 수 없소.” 이거 왠지 많이 들어본 대화패턴인데. 그럼 이 다음은…구원은 다음 전개에 두근두근하면서 지켜봤다. “이 몸은 다이애나 텔루나일세. 그럼 됐나?” “으헉! 시,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경비병의 목이 날아가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디아나가 처음 들어보는 이름을 말한 순간, 경비병 둘의 몸이 경직되나 싶더니 동시에 경례를 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지고의 마법사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시끄럽네. 조용히 좀 말하게나.” “네! 죄송합니다!” 경비병은 디아나의 말에도 전혀 굴하지 않았다. 이놈들 겁도 없네. 지고의 대마법사님 상대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디아나는 질린 표정을 지었지만, 더는 뭐라고 하지 않았다. 과연. 내가 말을 잘 안 들어도 묘하게 익숙한 태도라고 생각했는데, 디아나한텐 그게 일상이었나. “으윽. 그럼 들어가도 되겠는가?” “물론입니다! 어서 들어가시죠!” “천천히 들어갈 거다. 명령하지 마라.” 구원은 경비원들의 모습이 재밌어서, 반사적으로 끼어들었다. 경비원은 잠깐 이건 또 뭐야라는 표정으로 구원을 바라봤지만, 곧 뭔가를 깨달은 표정으로 다시 디아나를 바라봤다. “실례했습니다! 결코 명령하는 의미로 말한 것이!” “자네까지 귀찮게 만들지 말게.” 디아나는 평소처럼 구원의 꿀밤을 한 대 때리려고 손을 들려는 것 같았지만, 곧 겨드랑이를 가리며 포기했다. 훗. 그 차림으로 내 머리를 공격하긴 힘들겠지. 구두로 까치발을 들기도 힘들 뿐 아니라, 어깨가 드러난 의상이라 손을 올리면 겨드랑이까지 그대로 드러나니 말이다. “그런데. 다이애나 텔루나?” “음. 이 몸의 풀 네임일세.” “나도 그럼 이제 다이애나, 아니 텔루나님이라고 불러야 되나? 쟤들 반응 보니까 장난 아니네.” “그냥 디아나라고 부르게나. 이 몸도 그게 편하네.” “그래? 그럼 그러지 뭐.” 사실 구원도 그냥 해본 말이다. 텔루나님이라고 부르도록 시켜도 귀찮아서 그럴 생각은 없다. “자네도 참…단순해서 좋구먼.” “응? 내가 그렇게 좋아?” “칭찬 아닐세!” 결국 디아나는 구원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건물 안은 겉모습과 마찬가지로 호화찬란했다. 관청이 아니라, 마치 귀족이 사는 저택 같은 곳이다. 몇 없지만 우리와 같이 손님 같아 보이는 사람들도 전부 화려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여기 그냥 관청이 아니라 귀족 전용 관청이거나 뭐 그런데 아냐? 잠깐만. 귀족 저택…종업원…그렇다면! 구원은 재빨리 접수처로 보이는 곳을 주시했다. “어서 오게. 무슨 일로 왔는가?” 하지만 구원의 기대는 순식간에 박살났다. 젠장. 이런 데에선 메이드가 튀어나오는 게 정석이잖아. 뭘 모르는 군. 뭘 몰라도 너무 몰라! 접수처에 앉아있는 건 그냥 아줌마였다. 아줌마의 심드렁한 말에 디아나가 한 발 앞으로 나섰다. 구원도 사라도 이런 일에는 문외한이니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사라는 지금 평정을 가장하고 있는 것만으로 한계인 것처럼 보였다. 평소보다 얼굴이 더 굳어져있고, 움직임도 왠지 딱딱하다. “클랜 등록을 하려고 왔네.” 디아나의 말에 접수처 아줌마의 눈썹이 불쾌하다는 듯이 살짝 꿈틀댔다. 반말이 맘에 안 드는 걸까? 하긴 이 아줌마도 딱 보니 귀족 같아 보이긴 한다. “클랜은 자격이 없으면 등록할 수 없네. 자네들은….” “다이애나 텔루나일세.” “그게 뭔…으헉! 텔루나님! 모, 몰라뵈서 죄송합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코튼 자작가의 당주를 맡고 있는 몸으로 30년 전 아리웬 백작가의 파티에서….” 그때까지 의자에 누운 듯이 기대서 귀찮다는 표정을 하던 아줌마가, 순식간에 자세를 바로잡고 뭔가 필사적으로 외쳐댔다. “아아. 됐으니까 얼른 서류나 꺼내게.” “네, 네! 죄송합니다!” 아줌마는 거의 바닥에 엎드릴 기세로 사과를 하며 황급히 서류를 꺼냈다. 귀족마저도 이런 태도인가. 얘 진짜 장난 아니네. 지금까지 내가 얘 놀려먹은 게 들통 나면, 나 혹시 사형당하는 거 아니야?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아토므스크 // 일단 아직까지 탈의실에서 할 만큼 관계가 진전되지 않았고, 구원도 멘탈이 깨져서 탈의실에 므흣함을 느낄 여유가 없었습니다. centinel // 그렇군요. 잠꼬대는 말만 해당하는 거였다니. 지금까지 행동도 잠꼬대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97==================== 클랜 창설 서류와 펜을 건네받은 디아나는, 처음 항목부터 써나가지 못하고 구원을 바라봤다. “그런데 클랜명은 어떻게 할 건가?” 그러고 보니 그걸 안정했네. 클랜명이라. 사실 구원은 이런 걸 정할 때 고민을 안 하는 성격이다. “세이비어스Saviors 어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닌가?” 뭐 어때서 그러냐! 난 게임 시작할 때 캐릭터 이름도 내 이름 그대로 시작한 놈이다. 불만 있냐? 게다가 세이비어스란 이름이 그냥 내 이름 따서 지은 것만도 아니다. 우린 결국 마왕을 물리치고 이 세계의 구세주가 될 테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선전포고의 의미도 담겨있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는 거지. “뭐 어때. 뜻은 좋잖아? 아니면 디아나는 반대야?” “아니, 반대하는 건 아니네만….” “사라는 어때?” “네, 네? 아, 네. 저도 그걸로 괜찮아요.” 사라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가, 구원의 물음에 새침하게 대답했다. 아무리 쿨한 표정 짓고 있어도, 그렇게 두리번거리면 촌티난다 사라야. 말 해줘야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괜히 나서서 구박당할 일을 만들 거 없지. 게다가 아닌 척 하면서 신기한 듯이 두리번거리는 모습이 꽤 귀엽다.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레이아도 데려올 걸 그랬네.” 이런 건 이왕이면 전원의 의견을 들어보고 정하고 싶은데. 그리고 오전에 그렇게 호의호식했는데, 레이아만 따돌린 것처럼 되어버리기도 했고. 그야 레이아까지 동행했다면, 쇼핑 중에 내가 살아남지 못했을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레이아양이라면 좋아할 걸세. 종교적인 느낌이 나는 이름이기도 하고 말일세.” 그도 그런가. 그래도 일단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저…텔루나님? 이 자는 대체…?” 구원이 그렇게 디아나와 대화를 하고 있자, 접수대에 있던 아줌마가 경악한 표정으로 구원을 바라봤다. 얘랑 말 트고 얘기하는 게 그렇게 신기한가? 그냥 처음 만났을 때부터 편히 말하라고 하던데. “우리 클랜장이 될 자일세.” 디아나는 딱히 감출 것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네?! 텔루나님이 클랜장이신 게 아니고요?” “이 자가 클랜장일세.” 아줌마의 얼굴이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변했다. 뭐야. 왜 그런 눈으로 보는데. 댁 나이를 생각해. 구원은 왠지 이 아줌마랑 눈을 마주치기 무서워졌다. 클랜명이 정해지자, 디아나는 거침없이 서류의 항목을 채워갔다. 슬쩍 들여다보니 클랜 하우스의 주소 같은 것도 있었는데, 저건 어디 주소를 적은 걸까. “흠. 클랜 문장은….” “좋아. 또 내가 나설 차례로군.” 전혀 정해둔 건 없지만, 난 이런 걸로 고민하지 않는다. 내 숨겨진 예술성을 발휘할 때가 왔군. “혹시 남는 종이 하나 있나?” “아, 네.” “여기다가 드래곤 한번 그려보게.” 디아나는 아줌마에게 빈 종이를 받더니, 구원에게 펜과 종이를 건네며 말했다. “드래곤? 뭐 어려울 건 없지만.” 대체 왜? 구원은 순순히 종이에 드래곤을 그렸다. 길쭉한 대가리. 뾰족한 뿔. 굵은 다리와 몸통. 짧은 앞다리에 박쥐 날개. 모티브는 불 속성 주황색 드래곤의 최종 진화형이다. 요즘엔 721마리라고 하더라. 151마리까지는 이름도 전부 외웠었는데. 흠. 좋아. 완벽하군. “나중에 정해도 되겠는가?” 디아나는 구원의 그림을 보더니, 냉정하게 말했다. 아니, 왜?! 이정도면 잘 그렸잖아?! 젠장…. 뭐가 문젠데. 꼬리에 불꽃이 달린 게 문제야? “네. 물론입니다.” “그럼 나중에 사람을 보내겠네.” 그렇게 말하고 디아나는 나머지 항목들도 전부 채워서 서류를 제출했다. “그 외에 클랜 창설 자격이 되는지 확인 같은 걸 하는 걸로 알고 있네만.” “아, 아닙니다. 텔루나님 상대로 어떻게 감히….” “그런가? 하지만 원칙은 원칙이지 않나.” “텔루나님 같은 분들을 위한 예외 항목이 있습니다. 아무 문제없습니다.” 아줌마는 황송하다는 듯이 필사적으로 말했다. “그런가. 그럼 이걸로 끝인가?” “네. 나중에 클랜 문장만 여기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흠. 알겠네. 그럼 수고하게나.” “네! 안녕히 가십시오!” 일행은 그렇게 건물을 나섰다. “이거…내가 올 필요 없지 않았어?” 대체 난 아침부터 무엇을 위해 그런 고생을…. 구원은 인생이 무상해졌다. “무슨 소리인가. 클랜장은 자네니 자네가 오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아님 뭔가? 같이 와서 억울하기라도 하다는 건가?” “아뇨. 그럴 리가요. 저야 디아나님과 함께해서 영광이죠.” 디아나의 서슬퍼른 눈초리에, 구원은 얼른 꼬리를 말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남았구먼. 원래는 자격 확인 같은 걸 보는 시간도 계산하고 있었네만.” “자격이란 게 뭘 확인하는 건데?” “이 몸도 클랜 창설은 처음이니 확실하진 않네만, 클랜 구성원의 명성이나 영향력 같은 걸 확인한다고 알고 있네. 아무나 클랜을 만들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일세.” 아까 그 아줌마가 당황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 세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대마법사님 상대로 명성이나 영향력 시험 같은 걸 하려면 그야 피가 마르겠지. “그런데 클랜 하우스 주소는 어디를 적은 거야?” “이 몸의 저택일세.” “응? 그래도 돼? 괜찮겠어?” “안될게 뭐 있나. 상관없네.” 디아나는 별 상관없다는 듯이 가볍게 말했다. 오오. 갑자기 디아나님 뒤로 후광이! “그럼 이제부터 뭘 하죠?” “흠. 그렇군. 원래는 내일로 미루려고 했네만, 그럼 길드에 가보겠나?” “그 전에 일단 옷부터 갈아입자.” “음. 그러세.” 애초에 관청에 들르기 위한 옷이었다. 모험가 길드에 가는데 이런 옷을 입고 가는 건, 그냥 관심 종자나 하는 짓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일단 정장차림은 불편하기도 하고. 요즘에는 워낙 활동성이 좋은 모험가 차림에 익숙해져있다 보니, 이런 차림에 적응이 안 된다. “아….” 하지만 옆에서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원은 슬쩍 사라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평소와 다름없는 쿨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을 감추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드레스 같은 건 웬만해선 입을 일이 없기도 하니, 혹시 더 입고 지내고 싶은 건가? 그냥 내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니다. 그냥 이대로 가자.” “음? 무슨 바람이 분 건가?” “아니. 그냥 니들 예쁜 모습이나 더 보려고. 지금 아니면 언제 또 보겠어.” “하, 할 수 없네요. 그래요 그럼.” 사라가 이때다 싶었는지 잽싸게 반응했다. 역시 내 착각이 아니었어. 사실 길드에 이런 차림으로 가는 건 조금 쪽팔리지만, 그 정도는 감수할만하지. 그래서 이번에도 마차를 잡고, 길드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엄청나게 시선이 쏠리는 것이 느껴졌다. 윽. 역시 너무 눈에 띄긴 하네. “아, 저, 가, 갈아입고 올까요?” 사라도 드디어 길드에 이런 차림으로 온다는 게 어떤 행동인지 깨달은 모양이다. 쏟아지는 시선에 얼굴을 붉히고 어쩔 줄을 모르면서 말했다. 쯧쯧. 아직 멀었구나. 이럴 땐 부끄러워할 게 아니라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야하는 법이야. “뭐하러?” “구원은 이 시선이 안 느껴져요?!” “당연히 느껴지지! 다 우리가 너무 뛰어나게 미남미녀라서 저렇게 보는 거 아니야?! 우리가 그렇게 멋있고 예쁜가 보지! 보고 싶으면 더 당당히 보라고!” “그, 그만해요!” 구원이 정색하고 외치자, 사라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얼른 뜯어 말렸다. “자네…사라양을 놀리는 것도 적당히 하게나.” 디아나는 옆에서 한숨을 쉬면서 그런 소리를 했다. 아니, 놀리다니. 난 완전 진심으로 말하는 건데. “저, 절 놀린 거예요?!” “아니. 이럴 땐 원래 정색하고 나가야돼. 봐. 이제 우릴 보는 시선도 많이 사라졌잖아.” 구원의 말대로, 아까에 비에서 확연히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줄어있었다. 훗. 원래 사람들이란 대놓고 하라고 하면 오히려 안하는 법이지. “그냥 자네 행동에 기가차서 그런 것 아닌가.” 디아나는 대마법사님답게 금방 진리를 파헤쳐내셨다. “뭐 그런 것보다 볼 일이나 보자고. 그냥 안내원 누님한테 가서 말하면 되나?” “흠. 따라오게나.” 디아나의 뒤를 따라가서 도착한 곳은 구원이 평소에 신세를 지던 안내원 누님이 있는 곳이었다. “잘 지냈나?” “네? 어머. …혹시 디아나님?” “음. 오랜만이군.” “그 모습은 어떻게 된 거예요? 혹시 전생하셨어요?” “음. 뭐 그렇게 됐네.” “아직 전생하실 때는 아니셨던 게…어머, 구원씨? 그럼 혹시 그때부터 계속 디아나님과 같이 다니셨던 거예요?” “네, 뭐. 누님도 디아나랑 아는 사이였어요?” “네. 저도 엘프니까요. 그보다 지금 그냥 이름으로….” 안내원 누님은 긴 옆머리를 살짝 뒤로 넘기면서 말했다. 확실히. 이렇게 보니 귀가 길다. 긴 귀를 머리에 딱 붙이고, 뒷머리를 묶으며 그 안쪽에 고정 시킨 느낌이랄까. “상관없네. 이 몸이 그러라고 했네.” “보통은 그런다고 해서 그렇게 부를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안내원 누님은 살짝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보다, 길드장에게 안내해 줄 수 있겠나. 할 말이 있다네.” “어머니 아니, 길드장님께요? 네. 그럼 이쪽으로 오세요.” 어머니? 지금 어머니라고 했어?! 대체 당신은 왜 여기서 안내원이나 하고 있는 건데?! 어쩐지 이상하게 레벨이 높다고 했어! 얼굴도 혼자 유독 예쁘고! 알고 보니 완전 높으신 분이었잖아. 난 이런 분한테 섹스 애널라이즈를 사용해 보겠다고 그렇게 고군분투한 건가…. 안내원 누님은 데스크 옆을 열어 통로를 만들고, 일행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데스크 안쪽의 문으로 들어가자, 사무실 같은 곳이 나왔다. 그곳에선 여러 사람들이 종이다발들을 들고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안쪽에는 이런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나. 안내원 누님은 그곳을 지나쳐, 바로 계단을 올라갔다. 그렇게 몇 층인가 올라가서 아마 최상층에 도달했을 때, 드디어 커다란 문과 마주했다. “길드장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손님? 이 시간에 약속된 사람은 없을 텐데.” 안내원 누님이 문을 두드리고 말하자, 안에서 차분한 분위기의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가겠네.” 더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이, 디아나가 맘대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누가…디아나.” 구원도 디아나를 따라 들어가자, 이번에도 역시 엄청난 미인이 튀어나왔다. 금발에 벽안. 안내원 누님과 닮았지만, 조금 더 성숙하고 차분한 분위기다. “오랜만이군.” “지금까지 어디 있다가 갑자기 만나러온 거죠? 당신이 사라지고 마법사 협회는 난리가 났어요. 그 놈들이 저한테까지 찾아와서 얼마나 귀찮게 구는지….” 길드장은 디아나를 보자마자 쏘아붙였다. “여, 역시. 그런가. 이거 미안하구먼.” 디아나도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얘 가출한 거 맞잖아. “하아. 무슨 일로 온 거죠?” “음. 실은 던전 일로 할 말이 있네.” “네? 디아나가 던전이요? 이제 그만 다니시는 거 아니었어요?” “음. 실은 요즘 다시 들어갈 일이 생겨서 말일세.” 디아나가 살짝 구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길드장도 그제야 구원의 존재를 알아챈 듯, 구원을 바라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신 설마 남자가 생긴 거예요? 확실히 생긴 건 괜찮은데….” 오오! 생긴 게 괜찮단 소릴 들었어! 역시 내 얼굴이 어디 가서 빠지는 얼굴은 아니라니까! 사실 외모 언급을 해주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살짝 자신감이 사라지고 있는 상태였다. 혹시 이 세계는 미남의 기준이 다른 걸까 하고 말이다. 역시 난 잘생긴 거였어! “무, 무슨 소린가! 그런 거 아닐세! 조금 특이한 스킬을 가진 이방인이라 같이 다니며 실험을 해보는 걸세!” “하긴. 마법밖에 모르는 당신이 그럴 리가 없죠.” 디아나의 항변에 길드장은 바로 납득 하고 재미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던전 관련 무슨 얘기를 하러 왔나요?” “음. 듣고 놀라지 말게나. 실은 말일세….”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selene0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분명 몰라뵈서라고 썼는데 한글이 자동으로 맞춤법을 수정했나 보네요. 카미카제류 // 거짓말이면 금방 들킬 거짓말이기 때문입니다. 사칭이라는 미친 짓을 할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도 힘들고요. 그 이유는 나중에 나옵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98==================== 클랜 창설 마차를 타고 여기까지 오면서, 이미 길드에 뭘 공개하고 뭘 공개하지 말아야할지 얘기를 마쳤다. 결국 비밀기지와 그 건너편 공간, 그리고 오크들의 영역에서 이어지는 다음 계층으로 가는이 있다는 것 까지 밝혔다. 비밀로 간직해둔 건, 마나풀의 서식지와 몬스터의 성기를 이용한 비밀 통로의 존재뿐이다. 디아나의 입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차례차례 튀어나올 때마다, 차분해 보였던 길드장의 표정이 점점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다음 계층으로 가는 새 경로요?! 그렇다면…!” “그래. 자네도 이게 얼마나 중대한 발견인지 알겠지?” “그, 그렇군요. 그럼 당장 각 클랜에 연락을….” “그 전에 할 일이 있는 게 아닌가?” “아, 그렇군요. 정말 대단한 발견이에요. 미약하게나마 보수를 드려야겠네요.” “고작 그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하지 않나?” “네?!” 디아나의 말에, 길드장은 상당히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디아나 당신 진심인가요?” “물론일세. 애초에 이것들을 발견한 건 이 몸 혼자만의 성과가 아닐세. 보수는 이 몸들의 클랜 상대로 지불해야할 걸세.” “클랜?! 당신 클랜까지 들었어요?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설마 정말로….” “그런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아무튼! 보수는 클랜 상대로 줘야할 걸세. 자세한 건 우리 클랜장과 말하게나.” 디아나는 구원의 등을 떠밀며 말했다. “게다가 클랜장이 남자….” 길드장은 눈에 강한 의혹을 띄고 구원을 쳐다봤다. 뭐. 왜. 아무리 남자 모험가 수가 적다고는 해도, 클랜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크흠. 그래서 말인데요. 우선 다른 루트로 통하는 비밀기지. 그곳은 정기적으로 부활하는 웨어 울프 초월종 한 마리만 퇴치하면, 완전히 안전이 보장된 곳입니다. 다른 클랜과 마찬가지로, 저희 클랜도 그곳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싶군요.” 디아나의 말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다른 클랜은 던전 안의 안전한 곳을 개척하여 관리하는 모양이다. 던전 안에서 안전한 곳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하다. 모험가들도 당연히 그런 곳이 있다면 던전에서 지내는 동안 거기서 체류하게 되고, 그건 전부 그 영역을 관리하는 클랜의 돈줄이 된다. 아직까지 1계층에는 그런 공간이 없었다. 물론 대형 클랜들 입장에선 1계층에 안전한 공간을 만들 수 없는 게 아니다. 만들 가치가 없는 거다. 결국 그런 장소를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하지만 1계층 모험가들 상대로 얼마나 벌 수 있을까? 투자를 하여 그런 장소를 확보해도, 아마 유지비가 더 나올 가능성마저 있다. 애초에 1계층은 입구에서부터 왕복을 해도 며칠 걸리지 않다보니, 안전한 장소를 굳이 이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비밀 기지는 그 문제들이 말끔히 해결된 곳이다. 일단 유지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냥 주기적으로 웨어 울프 초월종 한 마리만 잡으면 끝이니 말이다. 그리고 모험가들의 이용 문제는 다른 루트로 가는 통로라는 점으로 해결된다. 비밀 통로의 존재를 모르는 이상, 오크들의 영역으로 가려면 비밀 기지를 통과할 수밖에 없다. 아마 그쪽 루트가 알려지면, 통행세를 내고서라도 그곳에 가려고 하는 모험가들도 상당히 많을 거다. “그렇군요. 하지만, 당신들 클랜에 거길 관리할 인원은 있는 건가요?” 뭐, 길드장 입장에서는 듣도 보도 못한 클랜이니 이런 반응도 당연하다. 하지만…. “그럼 이 몸이 있는 클랜인데 고작 그 정도도 못할 것 같나?” 우리에게는 치트키가 있다는 말씀. “그렇군요. 알겠어요. 그렇게 하죠.” 길드장은 바로 납득했다. 사실 디아나의 힘으로 클랜 인원을 보충한다든가 하는 얘기는 전혀 없었다. 한마디로 그냥 대화에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내뱉은 말에 불과하다. 사실 던전은 누가 주인이랄 것 없이 먼저 발견한 사람이 임자이기 때문에, 길드 측에선 우리가 소유권을 주장하면 반대할 명분도 없긴 하다. “하지만, 확실히 고작 1계층에 사람을 파견하기는 아깝다는 생각도 있습니다. 저희 클랜의 목표는 어디까지 던전 공략이니까요.” 구원은 그렇게 말하고 뜸을 들였다. “그래서 말인데요. 만약 길드에서 원한다면 그 권리를 양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앞서서 그렇게까지 말해놓고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하기엔 조금 무안했지만, 구원은 철면피를 깔고 말했다. 아마 이 한 마디로 길드장은 구원의 클랜에 거길 관리할 여력이 없다고 눈치 채겠지. “조건은 어떻게 되죠?” 하지만 길드장은 딱히 의심하는 기색 없이, 미끼를 덥석 물었다. 디아나가 있는데 거길 관리할 여력이 없다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는 건가. 뭐, 그렇게 생각해주면 이쪽이야 고맙다. “복잡할 거 없이 그냥 수입의 일부만 떼어주게나.” 디아나는 대놓고 뻔뻔하게 말했다. 그리고 디아나와 길드장의 조율이 이어졌다. 사실 이 세계의 돈의 가치를 아직도 정확히 파악 못한 구원은 이런 상황에서 할 게 없었다. “하아…. 당신 언제부터 이렇게 돈 욕심이 많아졌나요?” 길드장이 지쳐 보이는 표정으로 내뱉은 말로, 드디어 대화가 종료했다. “끝났어?” “음. 문제없네.” 결국 비밀기지를 통해 얻어지는 수입을 7:3으로 나누기로 했다. 물론 이쪽이 3이다. 앞으로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그냥 들어오는 돈인데 이 정도나 받게 된 건 예상외다. 디아나의 연륜이 빛을 발했다고 해야 하나. “그럼 이제 더 볼 일은 없나요?” “아뇨. 아직 지도를 안 드렸잖아요. 아참. 아직 길드 퀘스트는 발령 중이죠?” 구원의 말에, 길드장의 얼굴이 다시 찌푸려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원 일행은 대박을 쳤다. 아직 길드 퀘스트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지도 작성, 새로운 초월종과 던전의 주인 발견까지. 안 그래도 엄청나게 가치가 높은 정보인데, 길드 퀘스트까지 겹치니 보수는 상상을 초월했다. 게다가 원래는 길드에서 내용을 확인하고 보수를 건네지만, 이번에는 디아나의 이름값 덕분인지 바로 보수가 지급됐다. 한마디로 디아나님 만만세라는 얘기다. 모아놨던 마석들도 덤으로 처리해, 구원의 인벤토리에는 지금 금화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뭔가 갑자기 이렇게 돈이 많이 생기니까 실감이 안 나네. “이제 볼 일은 다 끝난 건가요?” 사라의 물음에 구원은 한 번 할 일을 정리해봤다. 이제 남은 건 마나풀의 처리와, 클랜 문장을 만드는 것뿐이다. 신전에도 오늘 가는 게 좋을까? 사실 신전에 가면 공부를 해야 된다는 사실 때문에 마지막으로 돌리고 있었지만, 어차피 가긴 가야한다. “아직 시간도 있으니, 마나풀을 처리하러 신전에라도 갈까.” “아니, 그 전에 먼저 여관부터 가세.” 하지만 디아나가 그런 말을 해왔다. “여관에? 왜?” “말하지 않았나. 클랜 하우스를 이 몸의 저택으로 등록했다고. 이왕 그렇게 했으니, 앞으로는 이 몸의 저택에서 지내자는 말일세.” “뭐? 그래도 돼?” “음. 안될게 뭐있겠나. 어차피 이 몸의 저택인데.” “아니, 너 가출했잖아.” “가출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하긴, 클랜을 등록하고 길드에 간 시점에서 이미 들키는 건 예정된 거나 마찬가지다. 아마 내일이면 길드에서도 구원 일행이 발견한 새로운 루트의 소식을 대대적으로 퍼트릴 테고, 그 클랜에 지고의 대마법사가 있다는 소문도 순식간에 퍼질 거다. 어차피 들킬 거, 먼저 치고 나가겠다는 생각인가. “하지만….” 사라도 살짝 사양하는 느낌으로 말을 흐렸다. “걱정 말게. 어차피 저택 관리를 위해 고용한 사람들 빼고는 사람도 없네.” 하지만 디아나는 예상외의 발언을 했다. “뭐? 그럼 넌 대체 누구한테서 가출…아니.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디아나가 슬슬 진심으로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어서, 구원은 얼른 사과했다. 그럼 예전에 길드에서 마주친 그 갑옷 입은 무리들은 뭔데?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가출인데 말이야. 아무튼 일행은 짐을 싸기 위해 여관으로 돌아갔다. 사실 짐이라고 해봐야, 구원은 여관에 놓고 다니는 물건 같은 건 전혀 없다. 여관은 그저 잠을 자기위한 장소에 불과할 뿐. 구원의 모든 짐은 인벤토리 안에 있다. 그래서 구원은 옷만 갈아입고, 다시 여관 1층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왔다. 여기 앉아서 적당히 시간이나 때워야지. 하지만 구원의 이 행동은 안이한 행동이었다. 어차피 여관비는 이미 지불해놓은 상태니, 쉬려면 자기 방에서 쉬어야 했다. 아직 저녁을 먹기에는 살짝 이른 시간이라, 구원은 식당 테이블에 앉아서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고 있었다. 짐을 정리하는데 걸려봤자 얼마나 걸리겠냐는 생각이었다. 10분이 지나고,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자, 결국 구원도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선이…찌르는 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내 착각인가? “얘들은 왜 아직까지 안내려오는 거야. 뭐하고 있는 건지 좀 보러 갈까.” 구원은 괜히 생각을 소리 내어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 순간 이쪽을 바라보던 종업원의 눈빛이 번득이는 걸, 구원은 놓치지 않았다. 젠장. 착각이 아니었어.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이렇게 테이블만 차지하고 있는 게 얼마나 민폐인지 구원도 잘 안다. 아무리 그래도 그 정도 상식은 있는 사람이다. 어쩔 수 없지. 뭐라도 시킬까. “아가씨. 여기요.”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음…여기 커피 한 잔 가져다주세요.” “네. 커피 단 한 잔 맞으신가요?” …왠지 악센트가 단에 힘껏 집중된 느낌이 드는데. “하하. 네. 동료들이 내려오기 전에 혼자 뭘 먹기는 좀 그래서요. 동료와 같이 먹어야죠.” 구원은 입 꼬리를 당겨 어색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후훗. 그러시군요.” 이봐. 눈이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닌데. 나 몰라? 이래 봬도 여기 꽤 오래 묵었고, 밥 먹을 때마다 여자들이랑 같이 먹었는데…젠장. 이 시간에 식당에 있었던 적이 거의 없구나. 그러고 보니 지금 이 아가씨도 처음 보는 얼굴이다. 구원은 커피를 천천히 들이키면서 계단 쪽을 주시했다. 빨리 좀 내려와라. 그리고 드디어 사라와 디아나가 내려왔다. 대체 언제 그렇게 사들인 건지, 짐이 상당히 많았다. 너희 분명 둘 다 처음엔 짐이 아예 없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라와 디아나가 내려오자마자, 구원은 종업원을 쳐다봤다. 봤냐? 진짜로 일행 있었다니까. 뭐, 그렇다고 해서 커피 하나로 테이블 차지하고 있던 민폐손님이었단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지만. 그건 지금부터 커버하면 되는 거다. 조금 이르지만 저녁이라도 먹으면 되지. “미안해요. 오래 기다리셨나요? 그럼 가요.” 사라는 짐을 구원에게 넘기며 말했다. 구원은 사라와 디아나의 짐을 받아 인벤토리에 넣으며 말했다. “아니, 그 전에 저녁이라도 먹고 가자.” “벌써 배가 고픈가? 저녁이라면 이 몸의 저택에서 호화롭게 차려주겠네. 조금만 참게나.” 하지만 디아나는 그런 구원의 손을 붙잡고 식당을 나섰다. 아니. 잠깐만. 이렇게 가버리면 내가 그냥 민폐 손님이었다고 낙인찍히고 끝나버리잖아. …뭐 됐나. 어차피 다시 올 일도 없을 것 같고. 구원은 나가면서 아까 그 종업원 아가씨한테 상큼한 미소나 한 방 날려주기로 했다. 디아나에게 안내되어 도착한 곳은,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가 있던 주택가를 지나 더 안쪽에 있는 건물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생각 보다는 규모가 작았다. 지고의 대마법사님의 저택이라고 했으니, 얼마나 대단한 건물이 튀어나올까 싶었는데. 물론 나쁘다는 건 아니다. 충분히 크고 훌륭한 저택이다. 다만 아라크네 하우스보다 더 으리으리한 저택을 기대했던 구원의 예상과는 달랐다는 얘기다. 하긴 고용인들 말고는 디아나 혼자 산다는 모양이니, 그렇게 무식하게 클 필요가 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냥 세워진 목적이 다른 건물이라고 봐야겠지. 크기는 작지만, 건물 생김새 같은 부분은 더 아름다워 보이기는 했다. 원래대로라면 구원은 꿈도 못 꿀 엄청나게 비싼 건물이겠지. “테, 텔루나님?!” 정문에 다가서자, 그 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가 디아나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음. 문 좀 열어주게.” “네, 네!” 디아나가 마치 가출했던 일이 없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하자, 경비원도 당황하면서 잽싸게 문을 열었다. 그렇게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구원의 눈에는 한 고용인의 모습이 포착됐다. “디아나!” 구원은 힘차게 외쳤다. “뭐, 뭔가?” “굿 잡!” 구원은 엄지를 척 세우고 디아나를 향해 밝게 웃었다. 왜냐면, 정원을 정리하고 있는 고용인이 메이드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이런 저택하면 메이드지! 너 뭘 좀 아는구나! “만약 저택의 메이드에게 손 끝 하나라도 대보게.” 구원의 반응을 보고 디아나가 안광을 번득였다. “다, 당연하지. 매일 돌아가면서 니들 상대하기도 시간이 부족한데 내가 그럴 틈이 어디 있어.” 젠장. 남자의 로망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림의 떡이라니. 메이드를 건드리는 게 안 되면, 적어도 너희가 메이드 옷을 입고…이렇게 말하면 맞아 죽으려나?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클랜명 세이비어스는 Saviors를 말한 거였습니다. 영어를 쓰면서 한글 발음으로만 써놔서 헷갈리게 만들었네요. 스펠링 추가했습니다. 이걸로 길드 퀘스트 얘기가 마무리 됐네요. 설마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줄이야. 공부가싫어 // 초반에 게임 시작하면서 커스터마이징할 때 약간의 공사가 있었죠. 머나먼환상향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99==================== 클랜 창설 구원이 메이드를 보고 떠드는 소리에, 메이드도 이쪽의 존재를 눈치 챘다. “테, 텔루나님?!” 상당히 놀랐는지, 디아나를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당황했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메이드는 왠지 프로페셔널하게 어떤 상황에서도 차분히 대응할 거라는 선입관이 있었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하긴 집나갔던 집주인이 갑자기 돌아온 거다. 오히려 놀라지 않는 게 이상한 건가. “음. 수고하네.” “어, 어서 오세요!” 메이드는 말을 마치고, 황급히 저택 안으로 사라졌다. 그러면서도 뛰지 않는 모습은 과연 메이드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어서 오세요!” 메이드의 뒤를 따라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거기에는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바로 메이드들이 양 옆에 늘어서 공손히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는 광경 말이다. 그 짧은 사이에 어떻게 이렇게 모인 걸까? 대충 세어 봐도 20명은 넘어보였다. 아마 저택에 있는 메이드들은 전부 모인 게 아닐까? 참고로 여기 메이드들이 입고 있는 메이드복은, 피부노출이 극단적으로 적은 전통적인 메이드 복이 아니다. 마치 게임이나 만화에서나 볼법한, 어깨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고 새하얀 허벅지도 그대로 드러나는 그런 피부노출이 많은 메이드 복이다. 그런 복장으로 허리를 숙이고 있으니, 당연히 가슴골이 그대로 들여다보였다. 크으. 장관이다. 그야말로 남자의 로망. 심지어 얼굴이나 몸매를 보고 메이드들을 뽑은 건지, 각양각색으로 생겼지만 다들 한 미모 한다. 구원은 저도 모르게 움찔거리는 다리를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아까 디아나가 경고한 것도 잊고,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은 심정이었다. “흠. 우선은 자네들 방부터 정해줘야겠군. 바네사.” “네.” 양 옆에 있던 메이드들과 달리, 혼자 일행의 정면에서 인사를 하던 메이드가 고개를 들었다. 차분한 얼굴을 하고 있는, 커리어 우먼의 느낌이 물씬 나는 미인이다. 메이드 장인 걸까? 복장도 다른 메이드들과 좀 다른 것 같았다. 프릴이 좀 더 적고, 세련된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오늘부터 이 둘도 여기서 지낼 걸세. 이쪽이 사라, 이쪽이 구원이네. 저택을 안내하고 방을 내주게나.” “…네.” “그럼 저녁식사 시간에 보세. 아, 짐은 주게나.” 구원이 인벤토리에서 사라와 디아나의 짐을 꺼내자, 바로 메이드들 몇이 달라붙어 짐을 들었다. 디아나는 자신의 짐을 든 메이드들을 대동하고 바로 사라졌다. “그럼 우선 저택을 안내하겠습니다.” 바네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보다는 작다고 해도, 충분히 넓은 저택이다. 한 바퀴 빙 도는 것만으로도 꽤나 시간이 걸려버렸다. 하지만 그리 복잡한 구조는 아니라서, 건물 안에서 헤맬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럼 사라님은 이 방을 쓰시길 바랍니다.” 저택을 한 바퀴 빙 돌고나서 사라는 디아나의 옆방에 배정되었다. 그냥 옆방들로 쭉 배정되려나? “네. 저, 저한테 님을 붙이실 필요는….” 역시 쿨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본질은 시골 처녀. 님자를 붙어 불리는 건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아뇨. 손님께 존칭을 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바네사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 그런가요.” 사라는 바로 꼬리를 말았다. 바로 밀리면 어떻게 해, 사라야! 이러다가 쿨한 캐릭터 자리를 뺏기게 생겼어! 사라는 짐을 든 메이드들과 함께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와아!” 안에서 왠지 꿈꾸는 소녀 같은 감탄사가 터져 나온 것 같지만, 못들은 걸로 해주자. “그럼 구원님은 이쪽입니다.” 바네사는 계속해서 구원을 안내했다. “그런데, 바네사양이라고 했던가? 다른 메이드들이랑 위치가 좀 다른 것 같은데, 메이드 장이야?” “아뇨. 집사입니다.” 메이드장이 아니라 집사였나. 집사하면 왠지 하얀 올백 머리의 할아버지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말이야. 물론 그런 할아버지보단 이런 미인이 집사인 게 구원 입장에서도 훨씬 행복하지만. “근데 좀 멀리 가는 것 같지 않아? 사라는 디아나 바로 옆방이었잖아.” “구원님은 남성분이시니까요.” 원래대로라면 지당하신 말씀이다. 다만, 어차피 여기서 묵을 땐 밤마다 돌아가면서 같이 잘 텐데 말이야. 이렇게 혼자 방이 떨어져있을 필요가 있나? “그런데 구원님은 디아나님과 어떤 관계이신지?” 한동안 말없이 걷던 바네사가 그렇게 물어봤다. 역시 차분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내심 신경 쓰이는 걸까? “동료야. 모험가 동료.” “…그런가요.” 바네사는 왠지 납득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그렇게 구원이 안내된 곳은, 2층에 있는 객실이었다. 디아나와 사라의 방은 3층이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꽤나 멀리 떨어져있는 곳이었다. “그럼 식사 시간에 부르러 오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테이블 위에 놓인 벨을 울려주십시오.” 바네사는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사라졌다. 벨이라니. 고풍스럽네. 방 한가운데 놓여진 테이블 위에는, 손바닥 사이즈의 작은 벨이 놓여있었다. 이걸 울리면 메이드가 튀어나오는 건가? 딸랑딸랑 구원은 시험 삼아 벨을 들어 가볍게 흔들어봤다. 달칵 “뭐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십니까?” 벨을 울리자마자 바로 바네사가 문을 열고 튀어나왔다. 우와 깜짝이야. 얘 혹시 안가고 문 앞에서 기대리고 있었던 거 아냐? 어떻게 바로 튀어나오냐. “어, 아냐. 미안. 그냥 호기심에.” “그렇습니까.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바네사는 다시 조용히 사라졌다. …어쩌면 이 세계에는 슈퍼 집사라는 게 실존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방안에 혼자 남자, 급격히 할 게 없어졌다. 짐을 옮긴다고 해도, 애초에 구원에게 옮길 짐 같은 건 없고 말이지. 이대로 저녁때까지 어떻게 시간을 때우지. 일단 좀 구석구석 살펴볼까. 방 안에는 고급스러운 가구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옷장부터 침대까지 필요한 가구들은 전부 갖춰져 있었다. 아마 사용할 일이 전혀 없었을 텐데, 뭐 하러 이런 방을 만들어 둔 걸까. 이것도 귀족의 소양이란 걸까? 뭐, 덕분에 이렇게 갑작스레 들이닥쳐도 바로 묵을 수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붉은 저녁놀이 비치는 곳으로 향하니, 발코니까지 있었다. 그리고 방 한쪽에 하얀 장막이 쳐져있는 곳으로 가보니, 구원이 발을 쭉 펴고 들어가도 충분하고도 남을 만큼 큰 욕조가 놓여있었다. 욕조 윗부분에는 희미하게 빛나는 마법진이 있어, 살짝 손을 가져다 대자 위에서 물이 떨어졌다. 설마 이런 게 방마다 전부 달려있는 건가. 대체 돈이 얼마나 들었을까. 디아나가 던전 탐험에 관심이 없는 이유를 잘 알 것 같았다. 그야 돈 같은 거에 연연할 신분이 아니긴 하지. 그럼 아까 길드장과 수익문제로 설전을 벌인 건, 순전히 클랜원들을 위해서인가. 디아나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이리저리 방을 둘러보며 시간을 때웠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부르러 오는 기색은 없었다. 말도 없이 갑자기 돌아온 거고, 식사를 준비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겠지. 구원은 방 안에 놓인 욕조에서 샤워나 하기로 했다. 따로 욕실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그냥 방 안에서 하는 샤워는 왠지 신선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샤워를 마치고 폭신폭신한 침대에 누워 저녁놀을 맞으며 광합성을 하고 있자니, 왠지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마치 침대 안으로 몸이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구원님.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식당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싫어.” 그래서 바네사가 노크를 하고 방으로 들어왔을 때, 구원은 반사적으로 거절해버렸다. “네, 네?” 오, 조금 당황했나본데? 만난 지 얼마 안됐지만, 아마 상당히 드문 광경일 거다. 하지만 지금의 구원은 그 모습을 보기위해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귀찮았다. “디아나님과 사라님이 식당에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지금의 나는 침대와 하나가 됐다. 한마디로 침대가 나요, 내가 침대인 물아일체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말이지. 침대가 움직이지 않는 한, 난 움직일 수 없어.” 구원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헛소리를 지껄였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슈퍼 집사 바네사에게 그런 헛소리는 통하지 않았다. 바네사는 이쪽으로 다가오는가 싶더니, 그대로 침대를 들어버렸다. 이런 미친! 너 이게 얼마나 큰데 이걸 그냥 들어! 구원은 화들짝 놀라서 일어났다. “잠깐만. 기다려!” “이제 움직일 수 있게 되셨습니까?” “크흠. 침대가 움직이는 걸로 내 몸에 걸린 주박도 풀렸다. 겨우 이 침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군. 칭찬해주지.” “칭찬 감사합니다.” 바네사는 눈 하나 깜박 안하고 대답했다. 참고로 구원은 아직도 침대 위에 있고, 바네사는 아직도 침대를 들고 있다. 심지어 이 침대, 미동도 안하고 있다. 저 가는 팔로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를 들고 있으니, 위화감이 장난 아니다. 무서워. 얘 뭐야. 혹시 나랑 팔씨름해도 내가 지는 거 아니야? 구원은 순순히 바네사의 안내를 받아 식당으로 향했다. 바네사의 말대로, 이미 식당에는 사라와 디아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둘 도 이미 씻은 듯, 피부가 살짝 상기되어 있었고 머리도 촉촉이 젖어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문제는 둘 다 상당히 좋아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있다는 점이다. 낮에 샀던 그 옷은 절대 아니다. “두, 둘 다 그 옷은 어떻게 된 거야?” 구원은 스스로의 목소리가 절로 떨리는 게 느껴졌다. “음? 이 몸의 옷일세.” “그, 그럼 낮에 그렇게 고생해서 옷을 살 필요는 없었던 게…?” “흠. 뭐 생각해보니 그도 그렇군. 이 몸이 미처 생각을 못했네.” 디아나는 가증스럽게도,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거짓말 하지마라! 네 머리에 그걸 미처 생각 못할 리가 없잖아! 대체 내가 했던 고생은…. 난 무엇을 위해서…. 구원은 더 이상 반박할 기력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어차피 자네 옷은 사야했던 것 아닌가. 게다가 사라양이 입고 있는 옷도 이 몸의 옷을 빌린 거라 사이즈가 맞지 않네.” 구원의 표정이 너무나도 우울해 보였는지, 디아나가 진땀을 흘리며 변명을 했다. “어디가? 괜찮아 보이는데.” 식탁에 앉아있어서 전신을 다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딱히 이상한 부분은 없어 보였다. 아마 디아나가 성장했을 때 입는 드레스겠지. 딱히 작아 보이지도 않고. “음. 예를 들어 가슴 말일세. 이 몸이 성장하면 좀 크지 않나. 저건 다 뽕일세.” 디아나는 자랑스럽다는 듯이 가슴을 펴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사라의 가슴이 평소보다 크다. 이걸 디아나가 말하기 전까지 눈치 채지 못하다니. 나도 아직 멀었군. “가, 가슴만 큰 게 아니라 다 커요! 허리도 크고!” “이, 이 몸의 허리는 딱히 큰 게 아닐세!” “저도 가슴이 작은 건 아니거든요!” 갑자기 둘 사이에 언쟁이 발생했다.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인지, 둘 다 필사적이었다. 너희 둘 다 몸매 좋은 거 아니까 그만해라. 너희가 그러니까 옆에 있는 메이드들이 괜히 풀죽기 시작했잖아. 걱정 마세요. 쟤들이 너무 뛰어난 거지, 댁들 몸매도 어디 가서 빠지는 몸매는 아니에요. 아니, 충분히 훌륭한 몸매에요. 구원은 저 둘의 언쟁에 말려들지 않고, 철저히 방관자의 입장을 고수하며 먼저 식사를 시작했다. 이럴 때 말려들면 괜히 나만 피 보게 되는 결말이 뻔히 보이잖아. 오, 이 고기 맛있네. 무슨 고기일까? 이따가 바네사한테 물어봐야지. “그리고 아까 보니까 가슴도 제가 더 크던데요?” “이, 이 몸은 아직 다 자라지 않아서 그런 거네. 자네는 못 봐서 그러는 모양인데, 이 몸이 다 자라면 굉장하다네. 레이아양도 이길 수 있다네.” 디아나는 자기 가슴 앞에서 양 손으로 가상의 거유를 잡는 동작을 취했다. “거, 거짓말 말아요. 어떻게 레이아를….” 디아나의 허세에, 사라의 동공이 미약하게 떨렸다. 응. 믿지 마. 저거 거짓말이야. 적어도 가슴은 확실히 디아나가 져. 아니, 그보다…지금 흘려 넘기기 힘든 발언을 들은 것 같은데? “아까 봤다니? 그게 무슨 소리야?” 구원은 저도 모르게 방관자의 입장을 버리고 물어봤다. “아까 씻으면서 봤어요.” “설마 같이 씻었어?” “네. 여기 욕실 무척 넓던데요. 전 태어나서 그렇게 넓은 욕조는 처음 봤어요. 그, 그리고 목욕 시중까지 들어주다니….” 사라는 다시 생각난 듯, 살짝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미녀 둘이서 같은 욕조에서 목욕. 아니, 시중도 들어줬다고 했겠다. 디아나가 시중을 들어줬을 리도 없으니, 분명 메이드들이 시중을 들어줬을 거다. 목욕 시중이니, 당연히 메이드들도 옷을 벗고 있었겠지. 한 마디로 각양각색의 미녀들 알몸이 한자리에 모인 파라다이스. 이상향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구원은 안타까움에 온 몸이 떨렸다. “나, 난 왜 그 자리에 없었던 거지?” “무슨 소린가. 남자인 자네를 부를 리가 없지 않은가.” “남녀차별 반대한다! 남자도 여자와 같은 것을 누릴 권리가 있다!” “헛소리도 적당히 하시죠?” 사라가 구원을 매서롭게 노려봤다. 하지만 이번엔 겨우 그런 걸로 굴하지 않는다. 여기서 물러나면, 난 영원히 이상향에 도달할 수 없게 돼버려! “저, 적어도 나한테도 목욕 시중을….” “핫. 자네 목욕 시중을 들고 싶어 하는 자가 어디 있겠나. 이 몸은 고용인들이 싫어하는 일까지 억지로 시키는 사람이 아닐세.” 얘 지금 코웃음 친 거야? 내가 뭐 어때서? 길드장도 멋있게 생겼다고 말해준 몸이라고! “그 말은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된다는 말이지?” 구원은 주위를 휙휙 둘러보며 말했다. 바네사처럼 무표정한 사람도 있지만, 우리 얘기에 꽤나 관심 있다는 듯이 귀를 귀울이는 메이드들도 분명 있다. 이거 잘만 꼬시면 가능할 것 같기도…. “다시 한 번 말하지. 어디 한 번 우리 메이드들에게 손이라도 대보게나.” 디아나가 스산한 목소리고 말했다. 제, 젠장. 이렇게 내 이상향이…. 아니야. 이렇게 포기할 순 없어. 구원은 문득 방 안에 욕조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좋았어. 이렇게 된 이상 밤에 한 번 두고 보자고. 이상향을 향한 남자의 집념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지. 구원은 그 자리에서 오늘 밤은 어떻게 보낼지 결정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클랜명 Saviors는 주인공이 구원이니 그냥 구원자들이란 뜻으로 지었습니다. 구원은 게임 캐릭터 이름도 자기 이름 그대로 짓는 놈이니까요. 100==================== 클랜 창설 식사를 마치고 방에 돌아온 구원은 계획을 가다듬어봤다. 이상향을 위해서는, 한 번에 급히 진전하려는 것 보다 하나하나 공략해 나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성급해선 안 된다. 우선은 사라와 디아나가 각자 구원과 같이 몸을 씻는 걸 익숙하게 만드는 거다. 오늘은 거기부터 시작하는 거다. 익숙하게 만드는 전제조건은 일단 같이 씻기부터 해야 한다. 처음부터 꽤나 난관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방안에 있는 욕조를 잘만 이용하면 난이도가 꽤나 낮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은 사라를 욕조로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 우선 내가 먼저 씻는 거야. 그리곤 사라에게 뭔가 건네 달라고 하면서 다가오게 만든 다음에 성자의 손길로 정신을 쏙 빼놓고 그대로…. 거기까지 생각하던 구원은 이 계획의 치명적인 문제점을 깨달았다. 아차! 이거, 내가 사라 방으로 가게 되면 아무 쓸모도 없어지는 계획이잖아! 물론 구원의 방만 특이한 방도 아닐 거고, 사라 방에도 방 안에 욕조가 있을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구원이 굳이 사라 방으로 가서 씻는 건 이상하다. 사라도 분명 수상쩍게 여길 거다. 그렇다고 내 방으로 오라고 말하러 사라 방으로 가는 짓을 할 수도 없고. 이 위기를 어떻게 타파해야 하지. 구원은 문득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조그만 벨에 시선이 갔다. 섹스하러 오라는 말을 다른 여자를 통해 전하는 건 조금 꺼림칙한데…. 아니,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그거대로 나름 수치 플레이 같아서 괜찮은 것 같다. 가련한 메이드가 부끄럼에 떨면서 섹스하러 오라는 전언을 전달하다니. 좋았어. 구원은 당장 벨을 흔들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구원이 벨을 흔들기 무섭게, 바로 문에서 바네사가 나타났다. 뭐야 얘. 진짜 문 앞에서 대기라도 하고 있었던 거 아니야? “바네사. 집사면 메이드들을 총괄하는 역할 같은 것도 하는 거지? 안 바빠?” “물론 바쁩니다.” “근데 왜 일일이 내 방엔 바네사가 찾아와? 다른 메이드도 있잖아.” “우연이도 마침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 의심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뭐라고 추궁할 거리는 없다. 어쩔 수 없지. 가련한 메이드의 수치 플레이는 포기할까. “미안한데 사라한테 말 좀 전해줘. 오늘은 내 방에서 하자고.” “뭘 말입니까?” 뭐긴 뭐야. 섹스지 섹스! 라고 굳이 알려줄 필요는 없겠지. 얘가 그걸 안다고 부끄러워 할 성격으로 보이지도 않고. 괜히 내 이미지만 나빠질 것 같다. “그냥 던전 탐험을 위한 사전준비야.” 거짓말은 아니다. 오히려 100% 사실이다. “그렇습니까. 제가 도울 일은 없습니까?” 바네사의 도움이라…. 바네사도 무뚝뚝하긴 하지만 상당한 미인이다. 만약 옆에서 섹스 보조를 해주거나 3P 같은 전개로 흘러가면…난 물론 대환영이지만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던전 탐험하다가 등 뒤로 사라의 화살이 날아올 수도 있어. “아니. 이런 건 파티원들끼리 해야 하니까.” “알겠습니다. 용무는 그것뿐입니까?” “응. 부탁해.”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바네사는 조용히 문밖으로 사라졌다. 좋아. 이걸로 일단 계획의 1단계는 클리어했다. 이제 남은 건 때를 기다릴 뿐. 구원은 아득히 머나먼 이상향을 꿈꾸며 사라를 기다렸다. “구원. 들어갈게요.” 노크소리와 함께, 드디어 사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아까 봤던 드레스차림이었다. 다만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사이즈가 정확히 맞는 걸로 보였다. 그 사이에 수선이라도 한 건가? 사라의 몸에 착 달라붙은 드레스는, 안 그래도 예쁜 사라의 몸을 한층 더 요염해 보이게 만들었다. “어? 사라. 빨리 왔네?” “그런가요? 평소와 비슷한 시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사라가 의아한 듯이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지만, 구원은 신경 쓰지 않고 준비했던 대사를 계속해서 읊었다. “이거 아직 씻지도 못했는데. 미안하지만 침대에서 기다려줘. 얼른 샤워를….” “무슨 소리에요? 이미 씻었잖아요?” “응?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아까 저녁 먹을 때, 머리가 살짝 젖어있었잖아요.” 그,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니? 너 관찰력 좋다? 젠장. 그래도 이대로 강행한다. 이렇게 내 계획이 무너질 순 없어. “그때부터 시간도 좀 지났고, 역시 서로 안기 전에 다시 한 번 씻어야….” “됐어요. 그보다….” 사라는 자신의 몸을 구원의 몸에 바짝 밀착시켰다. “시간이 아까운 걸요. 얼른 시작하죠. 제가 어제 양보해 준 건 기억하고 계시겠죠?”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는 자신의 손을 구원의 바지 안으로 집어넣었다. 사라는 지금 팔꿈치까지 오는 실크 장갑을 끼고 있다. 그 장갑을 낀 손이 구원의 물건에 닿는 순간, 구원은 계획이고 뭐고 전부 잊어버렸다. “여긴 벌써 의욕 넘치는 모양이네요.” 사라는 요염하게 미소 지으면서, 이미 단단히 선 구원의 물건을 잡고 가볍게 위아래로 훑었다. 그리고는 구원의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잡고, 팔을 곧게 편 상태로 천천히 엉덩이를 뒤로 빼며 허리를 숙였다. 당연히 구원의 바지는 내려갔고, 사라의 얼굴은 드러난 구원의 물건 바로 앞까지 내려갔다. 구원도 사라가 뭘 하려는 건지 깨달았다. 설마 사라가 나서서 그걸 해준다고? 하지만 사라는 그 상태로 멈춰서 잠깐 뜸을 들였다. 뭐하는 거야. 빨리 해줘. 물건에 사라의 숨결이 닿자 더욱더 안타까운 기분이 들어서, 구원은 물건에 힘을 주어 껄떡였다. 꿀꺽. 사라는 목울대를 크게 울리더니, 결심한 듯이 입을 벌리고 구원의 물건을 크게 물었다. “아음.” “으악!” 그때까지 사라의 요염함에 홀린 듯이 정신을 못 차렸던 구원도, 그 행동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어, 어? 어머? 이, 이게 아닌가요? 미, 미안해요. 괜찮아요?” 평소와는 다르게 요염한 매력을 풍기던 사라도, 순식간에 가면이 깨졌다. 정말로 당황한 듯이, 눈가엔 살짝 눈물까지 고여 있었다. “괜찮아. 걱정 마. 잠깐 놀라서 그랬어.” 아이언 페니스가 없었으면 정말 위험할 뻔했다. 덕분에 데미지는 없었지만, 그래도 물건에 이빨이 박히는 감촉을 느끼는 건 끔찍한 경험이었다. 구원은 겨우 정신을 차리고 사라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지금 보니 사라는 상당히 부끄러운 듯, 얼굴이 새빨갰다. 애초에 갑자기 왜 이런 짓을 한 걸까. 아마 레이아와 던전에서 한 걸 봤으니, 그거에 촉발된 건 분명하다. 그러고 보니 그 전에도, 레이아와 키스를 했다고 하자 더 분해하는 모습을 보였었다. 그 때는 그저 구원이 레이아에게만 정신이 팔리면, 사라와 하는 빈도가 줄어들 수 있으니 위험을 느껴서 그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얘가 레벨 업을 중요시 한다고 해도, 고작 그런 이유만으로 마음이 없는 상대에게 입으로 봉사까지 해주려고 할까? 지난 밤 일과 맞물려, 구원은 다시 한 번 그런 의혹이 들었다. 아니. 마왕과 싸우려는 거니, 어쩌면 이 정도는 노력은 하는 게 당연한 걸지도. 구원은 정력이 거의 무한한 만큼, 여자 입장에서 보면 특히 레벨 업을 올리기 쉬운 상대다. 레벨 업에 욕심 있는 여자라면, 죽어도 놓치고 싶지 않은 남자라는 말이다. 그냥 얘가 날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서, 레벨 업을 위해 하는 행동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게 아닐까? 구원은 다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아무리 고백할 마음이 없다고는 해도, 사라의 감정까지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건 아니다. “구원? 정말로 괜찮아요?” 사라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구원을 올려다보며, 평소보다 살짝 기운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적어도 나서서 이런 일을 해줄 만큼, 사라도 구원과의 행위에는 적극적이라는 말이다. 구원은 용기를 내어 사라의 입술에 자신의 물건을 다시 맞대었다. “사라야, 잘 들어. 이걸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일단 이빨을 닿지 않게 하는 거야.” 심화 과정으로 넘어가면 살짝살짝 깨물며 자극을 주기도 한다는 것 같지만, 사라한테 그런 걸 기대할 순 없다. “이, 이러케요?” 사라는 구원의 물건을 조심조심 다시 입에 머금고 말했다. “그래. 그대로 입술을 오므리고, 혀로 끝부분을 자극하는 거야. 사탕 핥듯이 핥아봐.” 구원의 생각대로, 사라는 구원이 시키는 그대로 물건을 끝 부분을 날름날름 핥기 시작했다. “그대로 하면서 시선을 날 바라보고.” 사라는 살짝 부끄러운 듯이 시선을 내리 깔더니, 곧 눈을 치켜뜨고 구원을 올려다봤다. 그 쿨한 사라의 이런 모습이라니. 남자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정복욕이 충족되는 게 느껴졌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길어져서 반으로 나눴습니다. 101==================== 클랜 창설 구원은 사라의 머리에 살짝 손을 얹고, 앞머리를 살짝 옆으로 넘기며 말했다. “그대로 빨면서 고개를 앞뒤로 움직여서 자극을 가하는 거야. 입술 제대로 오므리고 있는 거 잊지 말고.” “아음. 츄릅. 쥬릅. 하음.” 사라는 숨쉬기 힘든지, 살짝 숨이 거칠어지면서도 그대로 따랐다. 구원이 시키는 대로 입술을 제대로 오므려, 물건 끝의 굴곡진 부분을 지날 때마다 입술 모양이 변하는 게 무척이나 야해보였다. 정신적인 만족감 때문인지, 분명히 서툰 동작인데도 이상할 정도로 쾌감이 전해져왔다. 방심하면 금방 싸버릴 정도로 말이다. 구원은 저도 모르게 사라의 머리에 올린 손에 힘을 줬다. “더 깊숙이 빨아줘.” “흐읍. 츄릅. 하음. 콜록! 콜록!” 역시 초보자에게 구원의 거대한 물건을 다 삼키는 건 힘들었던 걸까? 물건 끝 부분이 목젖에 닿을 정도가 되자, 사라가 기침을 하며 구원의 물건을 뱉어냈다. “아, 미안. 아직 여기까진 힘든가.” “콜록! 아, 아뇨. 더 해볼게요. 콜록!” 사라는 의욕을 내서 더 도전해봤지만, 역시나 구미호 상태의 레이아처럼 목구멍까지 이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괜찮아. 억지로 안 해도 돼.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아. 남는 부분은 손으로 훑어줘. 아, 장갑은 빼지 말고.” 사라가 장갑을 벗으려고 하길래, 구원은 얼른 말렸다. 사라의 부드러운 맨손으로 훑어주는 것도 물론 훌륭하지만, 이렇게 실크 장갑을 끼고 해주는 것도 나름대로의 맛이 있다. “하음. 츄릅. 쭙.” 사라가 정말 열심히 봉사를 해주자, 구원은 절로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사라는 기분 좋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더욱더 정열적으로 구원의 물건을 빨아줬다. “의외로 엄청 잘하네.” “저, 저 처음이에요!” “응.” 이 반응…. 역시 사라도 나한테 호감이 있는 게 아닐까. 기분 좋게 해주는 건 둘째 치고, 저렇게 필사적으로 처음이라고 주장하는 건 역시 그런 의미로 밖에 해석이 안 되는 것 같은데. 혼자만의 착각에 지나지 않은 걸지도 모르지만, 사라가 나에게 호감이 있다고 생각하자 더욱더 사라가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사라야. 잠깐 자세 좀 바꾸자.” 구원은 잠깐 사라의 입에서 물건을 꺼내고, 사라를 침대로 유도했다. 스스로 먼저 침대에 눕고, 그 위에 고개 방향을 반대로 하여 사라가 엎드리게 했다. 한 마디로 식스나인이라고 부르는 자세다. “이, 이 자세는….” 사라는 자신의 음부가 구원의 눈앞에 놓이는 게 상당히 부끄러운지 살짝 저항했다. “나도 같이 해줄게.” 구원은 그대로 사라의 치맛자락을 넘겨 하얀 엉덩이가 드러나게 만들었다. 오. 오늘은 속옷도 평소보다 더 섹시한 느낌이네. 게다가 그 섹시한 속옷 한 가운데는, 이미 짙은 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뭐야. 너 빠는 것만으로 흥분한 거야?” “그, 그런 거 아니…하읏!” 사라는 항변하려고 했지만, 구원이 손가락으로 그 부분을 콕 찌르자 바로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런 거 아니기는. 이미 흠뻑 젖어서 질척질척 한데. 구원은 사라의 팬티를 내려 한쪽 다리로 빼냈다. 그러자 바로 눈앞에 사라의 음부가 보였다. 자세 상 사라는 다리를 양쪽으로 벌린 상태인데도, 사라의 음부는 마지막 방어선이라는 듯이 일자로 예쁘게 닫혀있었다. 하지만 그 방어선도…. 구원이 양 손의 엄지로 도톰하게 살이 오른 부분을 잡아 벌리자, 찔꺽하는 소리와 함께 예쁜 꽃잎이 개화했다. “하앗! 구, 구원…! 히읏!” 구원이 그 꽃잎에 혀를 가져다대자, 사라의 몸이 격렬하게 꿈틀댔다. “내 것도 빨아줘야지.” “네, 네. 하읏! 츄릅. 흐읍!” 사라는 간신히 구원의 물건을 입에 담았지만, 제대로 빨지 못하고 헐떡였다. 그나마 이빨을 안 닿게 하고 있다는 걸 칭찬해야할까. 이거 제대로 봉사 받으려면 일단 한 번은 보내야겠는데. 구원은 얼른 아까처럼 다시 봉사 받고 싶은 욕심에, 성자의 손길과 성수까지 사용하여 사라의 음부를 공략했다. “흐으읍! 흐읏! 히으읏!” 한 손으로 음핵을 만지고 혀로 음부 안쪽을 자극하자, 사라의 허리가 재밌을 정도로 떨리기 시작했다. 좋아. 조금만 더 하면 되겠군. 그럼 이걸로 마지막이다. 구원은 남은 한 손을 이용해 사라의 음부 위쪽에 자리하고 있는 또 하나의 구멍을 살살 건드렸다. 주름을 세듯이 부드럽게 어루만지다가 살짝 손가락 관절 하나를 집어넣자, 사라의 음부에서 성대하게 물이 쏟아져 나왔다. “흐으으으으읍!” 사라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곧 힘이 풀린 듯 고개를 처박고 구원의 위에 축 늘어졌다. 덕분에 아까는 절반도 삼키지 못했던 구원의 물건이 뿌리까지 사라의 입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목구멍이 주는 압박감이 상당히 기분 좋았지만, 지금은 그걸 느끼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사라야 괜찮아?!” 구원은 얼른 사라를 일으켰다. 사라는 너무 많은 쾌락이 한 번에 몰아닥치자 탈진한 건지, 구원의 팔 안에서 축 늘어졌다. 기절까지 하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바로 움직이기는 힘들어 보인다. 이래서야 오늘은 더 이상 봉사받기는 틀렸군. 어쩔 수 없지. 그건 나중을 기약하고 오늘은 이제 그만 본 게임에 힘을 쓸까. 적어도 사라가 이런 걸 해줄 정도로 구원과 관계를 맺는데 열심이란 건 확실하니, 앞으로도 기회는 많을 거다. 구원은 사라의 음부에 자신의 물건을 맞대고, 그대로 밀어 넣었다. “흐으읏!” 그 와중에도 몸은 반응하는 건지, 사라가 미약한 신음소리를 냈다. 하지만 구원은 그런 사라의 반응에 흐뭇해할 여유가 없었다. 사라의 음부 안이 마치 살아있는 별개의 생물체처럼 구원의 물건을 휘감아왔다. 원래 사라는 명기의 소유자고, 이건 구원도 이제 슬슬 익숙해진 쾌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지금까지 이상으로 엄청난 쾌감이 구원을 덮쳤다. 뭐야 이거. 아무리 명기라고 해도 이건 좀 이상하잖아. 앨리시아나 전생 전 디아나를 상대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마치 고레벨 모험가를 안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잠깐, 고레벨? 설마…! 구원은 즉시 애널라이즈를 사용해 사라의 레벨을 확인해봤다. 레벨 47. 뭐야 이거. 분명 저번에 사라와 잤을 때, 사라는 구원보다 레벨이 낮았다. 그런데 지금 사라는 구원보다도 레벨이 더 높다. 그것도 1, 2 정도가 아니라 꽤나. 설마…설마…. 구원은 자신의 멘탈에 금이 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흐으읏. 구워언.” 그 사이에 몸을 좀 가눌 수 있게 된 사라는, 눈앞에 있는 구원을 끌어안으며 바로 키스를 하려고 했다. 아까까지였다면 역시 날 좋아하는 것 같다며 흡족해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구원은 얼른 사라를 떼어내고 다그쳤다. “사라 너 설마 다른 남자랑 잤어?!” “네, 네에?! 그게 무슨 소리에요?!” 구원의 외침에 사라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시치미 떼지 마! 그게 아니면 너 레벨이 왜 이래!” 구원의 서슬 퍼런 목소리에, 사라는 겁먹은 듯 눈꼬리에 눈물까지 매달며 말했다. “네?! 레, 레벨? 저, 전투로 올랐는데요….” 그 말을 듣고, 구원의 확 끓어올랐던 머리가 서서히 식어갔다. 아…그러고 보니 얘 처음부터 자긴 전투로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둥 그런 소리를 했었지. 게다가 오크와의 전투에서 가장 성장한 건 누가 뭐래도 사라다. 오크 무리를 유인하고, 오크와 구원이 부딪히기 전에도 꾸준히 오크들에게 화살을 날리며 경험치를 쌓았으니까. 하지만 설마 이정도로 레벨이 올랐을 줄이야. 구원은 방금 전에 자기가 외친 소리를 생각해내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졌다. “아…그…저…미안.” 구원은 바로 사과했다.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 게 스스로도 알 정도로 느껴졌다. 죽고 싶다. “흐음. 구원은 제가 아무 남자한테나 다리를 벌리는 여자로 보였다는 거군요.” 사라도 상황을 파악한 듯, 아까의 겁먹은 얼굴은 온데간데없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사라야.” “빼요.” 여기서 빼면 모든 게 끝난다는 걸 구원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아니야. 들어봐 사라야. 내가 잠깐 질투에 눈이 멀어서. 널 너무 좋아해서 그랬어. 미안해! 용서해줘!” 이렇게 된 이상 고백하고 본다. 지금의 관계가 무너지고 하는 건 나중 문제다. 우선은 급한 불부터 끄자. “뭐라고요? 잘 안 들리는데요?” “널 너무 좋아해서 그랬어! 미안해!” “흐, 흥. 그런 식으로 얼버무리려고 해봤자….” “정말이야. 믿어줘. 좋아. 몸으로 증명해줄게!” 구원은 스스로의 말주변으로는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는, 바로 허리를 흔들었다. “네? 자, 흐앗! 잠깐! 흐아앙! 흐읍!” 화가 났어도 몸은 정직하게 반응하여, 사라는 바로 신음성을 흘렸다. 좋아. 어쩔 수 없지. 좀 쓰레기 같지만, 이대로 쾌락에 빠뜨려서 얼버무리자. 구원은 가진바 스킬을 총동원하여 사라의 몸을 공략했다. 성자의 손길로 온 몸을 쓰다듬으며, 입은 사라가 좋아하는 키스를 계속해서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허리는 계속해서 흔들자, 사라도 서서히 저항을 하지 않고 구원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좋아해. 사라야. 진짜로 좋아해서 그런 거야.” 구원은 키스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반복해서 말했다. 어차피 이미 말해버린 거다. 한 번 말하나 여러 번 말하나 결과는 같다. 이렇게 된 이상 철저하게 받아들이게 만들어 주겠어. “흐아아아아앙!” 그렇게 구원의 필사적인 몸부림은 사라가 쾌락에 지쳐 완전히 기절할 때까지 계속됐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02==================== 클랜 창설 일단은 그렇게 상황을 모면했지만, 또 막상 자고 일어나니 후회가 되기 시작했다. 너무 막 나갔나. 이젠 빼도 박도 못하고 고백을 해버렸으니, 어떤 방향으로든 관계의 변화가 생겨버릴 거다. 심지어 구원의 고백으로 사라의 화가 다 풀렸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내가 대체 왜 그런 미친 짓을 한 거지. 여러 이유가 있긴 하다. 사라가 스스로 나서서 입으로 해주니 평소보다도 더 예뻐 보이기도 했고, 멘탈이 깨졌던 직후라 제대로 된 판단이 안 되기도 했고, 섹스 중이라 머리보단 물건이 시키는 대로 움직여 버린 감도 있다. 아무튼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둘 중 하나다. 사라가 구원을 받아들이면, 물론 기쁘기는 하다. 이런 예쁜 애랑 애인이 되다니. 하지만 한편으로는 디아나나 레이아와의 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지도 모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쓰레기 같은 생각이지만, 어쩔 수 없다. 사라만큼이나 그 둘도 좋아하니까. 그렇다고 사라가 구원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건 더 최악이다. 이게 사라와 하는 마지막 섹스가 되어버릴 수도 있다. 아니, 더 나가서 어쩌면 이게 사라의 얼굴을 보는 마지막 순간일 수도 있다. 구원은 잠들어있는 사라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얘랑 이게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고?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남자의 본능인지, 여전히 사라의 몸 속 깊이 박혀있는 구원의 물건이 꿈틀댔다. 구원은 그 본능에 거스르지 않았다. 절대 놓치지 않아. 누가 놔줄까보냐. 넌 내꺼야. 그런 감정을 부딪치듯이, 거세게 허리를 흔들었다. “으응…흐읏…에…? 구, 구원? 히읏! 이, 이게…흐읍!” 그 자극에 사라가 깨어나 뭐라고 하려 했지만, 구원은 사라의 입에 자신의 입을 덮어 막았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며 사라의 엉덩이를 꽉 붙잡고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러자 사라도 구원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라는 양 팔을 구원의 머리 뒤로 돌려 끌어안고, 격렬하게 혀를 얽혀왔다. 이건 그냥 깨어난 직후라 정신이 없어서 반응하는 건가? 아니면 섹스할 때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 그것도 아니면 내 고백을 받아들였다는 의미? 구원은 사라의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그 생각을 엿보려고 했지만, 사라의 눈에서 쾌락 이외의 감정을 읽어낼 수는 없었다. 똑똑. 달칵. 사라와 아침부터 격렬하게 뒤엉켜 있을 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살짝 열렸다. “구원님. 사라님. 디아나님이 식당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리고는 살짝 열린 틈 사이로 바네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어? 잠깐만! 얼른 준비하고 갈 테니까. 디아나한테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전해줘!” 예상외의 사태에 구원은 당황해서 외쳤다. 어제까진 그냥 문을 열고 들어오던 애가, 이번엔 저런 식으로 얘기를 했다. 게다가 사라까지 불렀겠다. 설마 아침부터 열심히 섹스 중인 게 들켰나? 살짝 부끄럽다. “네. 그럼 이만.” 하지만 그렇다고 어중간하게 끝낼 생각은 없었다. 문이 닫히자마자, 구원은 마무리를 하기 위해서 허리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흐으으으으읍!” 진한 입맞춤을 나누며, 사라와 구원의 몸이 동시에 떨렸다. “하아, 하아, 하아, 후읏. 아침부터 이게 뭐하는 거예요.” 드디어 구원의 입이 떨어지자, 사라가 가볍게 눈을 흘기며 구원에게 불평했다. “미안. 자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구원은 사라에게 살짝 아부성 발언을 했다. 아침부터 섹스로 한차례 또 늦춰지긴 했지만, 이제 정말 운명의 시간이다. 자, 어떻게 나올 거냐. 구원은 각오를 다지고 사라를 쳐다봤지만, 사라는 예상외의 반응을 했다. “하아, 하앗, 흐그윽! 하앗, 이번엔 왠지 평소보다도 더 많이 싼 것 같네요. 디아나가 기다린다니까 얼른 씻고 가요.” 허리를 들어 구원의 물건을 뽑아낸 사라는, 그렇게 말을 한 거다. 마치 어제 대화는 말끔히 잊어버렸다는 듯이. 설마, 너무 지나친 쾌락에 기억이 날아가 버린 걸까? 말도 안되는 생각이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산뜻한 태도였다. “저…사라야?” “네? 뭔가요?” 구원은 자기도 모르게 사라를 불렀지만, 사라의 태도는 평소와 같았다. 아니. 섹스를 하고 난 직후라 그런지, 평소보다 조금 더 기분 좋아 보이는 정도로만 보였다. “아니, 그…아무것도 아니야.” 역시나 직접 물어볼 수는 없었다. “훗. 아침부터 뭐에요 그게.” 사라는 싱겁다는 듯이 피식 웃더니, 방 한쪽에 있는 욕조로 가서 커튼을 쳐버렸다. 저 태도는 대체 뭐지…. 진짜로 어제 한 말들이 기억이 안나나?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 거야? 정말로 기억이 안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기분이 좋아 보이니, 구체적인 대답은 안했지만 사라도 나한테 마음이 있다고 생각해야 하나? 아니면 상처주기 싫어서 대답을 회피한 것뿐이고, 내 고백을 받아들일 마음은 없는 거야? 그것도 아니면 사라도 나처럼 지금 상황을 유지하고 싶은 걸까? 아니, 이건 몸만을 원하는 거니까, 차인 거나 다름없는 건가. 구원은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뒤엉키는 느낌이 들었다. 사라는 생긴 게 쿨하고 도도해 보이는 미인이라서 착각하기 십상이지만, 아마 구원과 만나기 전엔 남자 손도 잡아본 적 없는 순진한 시골 처녀다. 구원도 지금까지 같이 지내면서 그 정도는 파악했다. 그런 애가 밀당 같은 고급 기술을 구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으아아아. 밀당도 아니면 대체 저 태도는 뭐냐고! “구원. 전 끝났어요. 구원도 얼른 씻어요.” 결국 사라가 전부 씻을 때까지 고민해봤지만, 이렇다 할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 이렇게 고민해봤자 소용없나. 일단 씻기나 하자. 사라가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적어도 지금 관계가 깨질 것 같지는 않았다. 아니. 생각해보면 오히려 사라가 저런 태도라 다행인 거 아니야? 사라와의 관계가 틀어지는 것도 면했고, 그렇다고 완전히 이어져서 디아나나 레이아와의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없게 됐다. 뭐야. 딱 내가 원하는 대로 현상유지잖아. 그렇게 생각하자 머리가 조금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그래. 이렇게 혼자서 끙끙 앓는 건 내 캐릭터가 아니지. 얼른 씻기나 하자. 구원은 가벼워진 머리로 욕조에 들어갔다. …어? 혹시 아까 사라가 씻을 때 난입했으면, 같이 씻을 수 있었던 거 아니야? 그리고 뒤늦게 큰 찬스를 하나 날려버렸음을 인지했다. “자네들 말일세…. 아무리 휴일이라고는 하지만, 아침 시간에는 때맞춰 내려오지 못하겠나? 모처럼 준비한 음식이 식어버리지 않나.” 식당에 가자, 디아나가 불퉁한 얼굴로 팔짱을 끼고 앉아서 말했다. 저 반응. 역시 아침부터 한 걸 들킨 것 같다. 바네사가 그런 것까지 말한 건가? “미안. 내일부터 주의할게.” “내일…!” 디아나는 뭔가 말하려다가 그만두고, 인상을 찌푸렸다. “미안해요, 디아나. 아침부터 화내지 말고 화 풀어요.” “딱히 화난 건 아닐세. 그보다 자네는 기분이 좋아 보이는구먼.” “후훗. 그래 보이나요?” 응. 그건 나도 생각하고 있었다. 평소의 쿨한 표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저렇게 웃고 있는데 당연하지. 으음. 저 얼굴만 보면 내 고백에 기분이 좋아진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지는데 말이지. 하지만 그럼 쟤가 대답을 안 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괜히 대답만 늦으면 내가 디아나나 레이아랑 자는 기간만 늘어날 뿐이니까. “그리고 자네는 또 왜 그러나? 아까부터 사라양을 계속해서 빤히 쳐다보고.” “응? 내, 내가? 그랬나?” “…아주 둘이서 깨가 쏟아지는구먼.” 디아나의 눈에는, 구원과 사라가 아침부터 서로에게 깨가 쏟아지는 커플처럼 보이는 모양이었다. “으그극. 얼른 식사나 하세.” 그대도 역시나 디아나는 어른이다. 목소리를 억누르면서 그 한마디만 말했다. 본의 아니게 눈꼴 시린 짓을 한 건 미안한데, 그런 표정하지 마라. 예쁜 얼굴에 주름 생길라. “그럼 오늘은 신전에 가는 건가요?” 식사를 하면서, 여전히 기분 좋아 보이는 사라가 구원에게 물었다. “응. 그래야겠지. 마나풀도 건네야 하고, 마나풀 자생지 관련해서 얘기도 좀 해봐야하니.” 그리고 공부도 해야 되고…. 으아아. 그런 생각하니까 또 가기 싫어진다. “디아나. 미안한데 같이 가줄래?” “음? 물론일세. 그런 교섭을 자네에게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지.” 그런 의미로 같이 가달라고 한 게 맞지만, 디아나 입으로 직접 들으니 조금 슬퍼졌다. 그래도 내 이름을 클랜장으로 올려놨으면서 너무 믿음이 없는 거 아니냐? “저도 같이 갈게요.” “그래? 사라는 같이 가봤자 별로 할 거 없을 텐데.” 사실 어제도 사라는 아무 것도 안하고 따라다니기만 했었고. “그래도요. 다들 모이는 거잖아요.” 그러고 보니 신전에 가면 레이아까지 다들 같이 다니게 되는 거네. 과연. 혼자 떨어져 있기는 싫다는 건가. 역시 얘도 귀여운 구석이 있다니까. 그런 일이 있어서 자꾸 의식이 되는 건지, 사소한 일에도 평소보다 더 예쁘게 보이니 큰일이다. 식사를 마치고, 구원은 저택의 로비에서 서있었다. 사라와 디아나는 잠깐 옷을 갈아입고 온다면서 자기 방으로 돌아간 생태였다. 혼자는 아니다. “바네사.” “네.” 바네사가 구원의 뒤에서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다. 얘 집사라면서. 할 일 없어? 어제부터 이상할 정도로 나한테만 붙어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혼자 기다리긴 심심한데 잘됐다. “혹시 바네사도 모험가였어?” “아뇨.” “그런 것 치고는 힘이 무지막지하게 세던데?” “텔루나가의 집사로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 그래.” 그게 왜 집사로서 당연한 건데. 설마 이 세계에서는 집사도 전투직이거나, 전투 집사라는 직업이 있거나 뭐 그런 거 아니지? 그렇게 별 영양가 없는 얘기를 주고받고 있자, 곧 사라와 디아나가 내려왔다. “어? 오늘은 둘 다 평범한 차림이네.” 둘 다 꽤나 세련된 차림이기는 하지만, 어제같이 화려한 드레스 차림은 아니다. 이 저택에 그런 드레스가 한두 벌이 아닐 테니, 옷이 없는 걸 아닐테고. “네. 구두는 조금 신기 불편해서….” “어제는 필요해서 그렇게 입은 거네. 평소에도 굳이 눈에 띄게 다닐 필요는 없지 않나.” 이유는 서로 다른 모양이지만, 아무튼 드레스를 입고 다니지는 않을 모양이다. 아쉽다. 고르는 과정이 힘들어서 그렇지, 예쁘긴 엄청 예뻤는데. 물론 그렇다고 지금 모습이 안 예쁘다는 건 아니지만. 화려한 드레스가 아닐 뿐, 둘 다 각자 어울리는 옷을 세련되게 소화하고 있었다. “바네사. 마차는 준비됐는가?” “네.” 아무래도 오늘도 마차로 가는 건 변함이 없는 모양이다. 정원으로 나가자, 이미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의외로 소박하네.” 디아나를 상징하는 큼지막한 문양이 새겨진 화려한 마차를 생각했는데, 의외로 소박한 생김새였다. “화려한 마차 쪽이 좋은가? 그런 마차도 있기는 하네만.” “아니. 그냥 의외라서 한 말이었어. 굳이 눈에 띄게 화려한 걸 타고 다닐 필요는 없지.” “음. 동감일세.” 디아나는 아무래도 눈에 띄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어차피 가출도 끝났으니, 이제 굳이 숨어 다닐 필요도 없을 텐데. 그러고 보니 전에 던전에서 기사갑옷을 입은 사람들이 찾으러 다닐 때, 자기 연구를 방해하는 사악한 무리라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하지 않았었나? 집으로 돌아왔는데도 딱히 사건이 일어나지는 않네. 얜 대체 왜 가출했던 거야? “그런데 마부가 없네요?” “괜찮습니다. 제가 몰 겁니다.” 사라의 물음에 바네사가 대답했다. 너 진짜 만능이구나. 집사란 다 그런 건가. 그렇게 바네사가 모는 마차를 타고, 다 같이 신전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03==================== 클랜 창설 신전에 도착한 후, 디아나와 바네사는 마차를 주차하기 위한 수속을 밟으러 갔다. 구원은 사라와 함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자, 때마침 신전에서 나오던 레이아와 마주쳤다. “레이아!” 레이아는 커다란 크로스백 형식의 가방을 메고, 다른 사제들과 같이 나오고 있었다. “어머. 여러분 안녕하세요.” “응. 안녕. 어디가?” “잠깐 마을에요.” 레이아는 크로스백 형식의 커다란 가방을 살짝 흔들어 보이며 말했다. 크로스백이란 게 이렇게 좋은 물건이었나. 레이아의 커다란 가슴 사이를 크로스백의 끈이 가로질러서, 펑퍼짐한 사제복 위에서도 그 모습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레이아. 이 사람이 그 구원이란 사람이야?” 구원이 잠깐 레이아의 가슴에 정신이 팔려있자, 레이아의 옆에 있던 사제가 끼어들었다. 꽤나 섹시하게 생긴 누님이다. 분명 입고 있는 게 사제복이긴 한데, 개조를 한 건지 레이아의 것과는 다르게 몸에 딱 달라붙어 있고 장식도 군데군데 돼있었다. 사제복에 저런 걸 해도 되는 건가? “아, 네. 소개할 게요. 같은 파티가 된 구원씨, 사라씨에요. 여러분, 이쪽은 저와 같은 신전사제인 제인, 크리스에요.” “안녕.” “안녕하세요.” 섹시해 보이는 누님이 제인.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순수해 보이는 여자가 크리스였다. 둘 다 큼지막한 크로스백을 메고 있었다. “흐음. 과연. 이 사람이 레이아가 말한 그 사람이란 말이지….” 제인은 자못 흥미롭다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대체 레이아가 뭐라고 말한 거지? “여러분은 아침부터 어쩐 일이세요? 예배라도 드리러 오셨나요?” “아니. 물론 시간 남으면 예배도 드리겠지만, 일단 마나풀 관련으로 찾아왔는데. 누구한테 가면 돼? 대사제님한테 가면 되나?” “아, 네! 제가…! 아, 어, 어쩌죠?” 레이아는 자신이 메고 있는 크로스백을 바라보고 곤란한 듯이 말했다. 흔들린다. 흔들려. “어쩌기는. 그거 이리 주고 안내해드려.” 크리스가 레이아의 크로스백을 들며 말했다. 흔들린다. 흔들려. “하,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괜찮으니까 동료들을 안내해드려. 오늘은 우리끼리 갈 테니까.” “괜찮을까요?” “괜찮아. 괜찮아.” 제인과 크리스는 반쯤 강제적으로 레이아의 가방을 뺏었다. 으아아. 매혹의 골짜기가! “그럼 우린 이만 갈게. 레이아. 힘내.” “화이팅!” 제인과 크리스는 뜬금없이 그런 말을 하고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네에?” 레이아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음. 레이아양과 만났군.” “아, 디아나님! 안녕하세요.” 곧 디아나가 돌아왔다. 바네사는 마차에 대기하고 있는 건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럼 안내해줄래?” “네. 여기에요.” 레이아가 안내해준 곳은, 역시나 대사제가 있는 곳이었다. “흠. 자네가 대사제인가.” “네. 어서 오십시오. 텔루나님. 2년 전부터 이 신전을 맡고 있는 소피아라고 합니다.” 대사제는 레이아에게 미리 들은 건지, 디아나를 보자마자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마나풀을 거래하고 싶은데요.” “네. 레이아한테 얘기는 들었어요. 저희는 조금 싸게 살 수 밖에 없습니다만, 괜찮으신가요?” “네. 상관없어요. 사람들 돕는 일에 쓰이는 건데요. 뭘.” 구원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사실 사람들을 돕건 말건 별로 신경 쓰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이걸로 레이아의 호감도가 오를 거라는 거지. 게다가 돈은 어제 길드에서 엄청나게 받았다. 앞으로도 계속 벌어들일 고정수입도 생겼고 말이다. “신전을 대표해서 감사드립니다. 제가 당신을 조금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군요.” 대사제의 눈빛이 저번과는 다르게 확실히 부드러워져 있었다. 역시 깐깐해 보여도 이런 신전을 맡는 사제답다. 남을 돕는 일에는 평가가 후한 모양이다. “그럼 일단 캐온 마나풀은 그렇게 하기로 하고, 지금부터 할 얘기가 본론인데요.” “네? 뭔가 더 있나요?” 아무래도 레이아가 그 장소까지는 말하지 않은 모양이다. “네. 마나풀의 자생지에 관한 건데요.” “네?! 마나풀의 자생지?!” 대사제는 상당히 놀랐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후훗. 놀라셨죠?” 레이아는 즐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서프라이즈로 얘기하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앙큼한 짓을 하시다니. 어쩜 이리 귀여우실까. “자, 자세한 얘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냥 우연히 던전 안에서 숨겨진 장소를 발견하게 됐는데, 거기 빼곡하게 마나풀이 자라고 있게 됐어요. 거기서 마나풀을 일부만 캐내고 며칠 후에 다시 가봤는데, 또 마나풀이 자라나고 있더군요. 즉, 안정적으로 마나풀을 얻을 수 있는 장소라는 말이죠.” “과연, 그래서 고작 4인 파티가 마나풀을 그렇게 얻을 수 있었던 거군요. 그래서, 그 얘기를 저한테 하는 이유가 뭔가요?” “그런 장소라면 아무래도 신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그렇죠.” 대사제는 숨길 생각도 없는지 열띤 눈동자로 구원을 바라봤다. 크으. 전에 만났을 땐 한없이 깐깐하기만 했던 사람이 저런 눈으로 쳐다보니 왠지 오싹오싹한 쾌감이…. “만약 거기서 마음껏 마나풀을 가져올 수 있게 해준다고 하면요?” 구원은 이 쾌감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어서, 살짝 말을 질질 끌었다. “저, 정말인가요?” “글쎄요? 정말일까요? 앞으로 대사제님 태도에 따라…으악!” 구원이 슬슬 대사제를 놀릴 기색을 보이자, 옆구리에 사정없는 공격이 들어왔다. 지금 여기서 나한테 이런 물리 데미지를 줄 수 있는 건 한 명뿐. 옆구리 살을 비트는 손을 따라가자, 살짝 인상을 찌푸린 사라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뭐야. 좀 놀린 것뿐이잖아. 이렇게 공격할 필요있어? 아, 호, 혹시 질투하는 건가? 그런 거니, 사라야? 그런 일이 있은 다음이라, 아무래도 계속 사라가 나한테 마음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계속 하게 돼버린다. 그렇게 생각하니, 옆구리를 파고드는 이 고통도 조금 흐뭇하게 느껴졌다. 훗. 귀여운 녀석. 아니, 난 고통을 즐거워하는 변태는 결코 아니지만. “뭐, 뭐에요. 그 미소는. 당신 설마….” 사라는 구원을 꼬집고 있는 자기 손을 한 번 더 들여다보더니, 기겁하는 표정으로 얼른 손을 뗐다. “잠깐 기다려.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는 모양인데….” “자네들 사이좋은 건 알겠으니까, 이런 곳에서까지 노닥거리지 말고 얘기를 진행해주겠나?” 이번에는 디아나가 이마에 혈관을 띄우고 말했다. 아무래도 이 이상 노닥거리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 같은 포스다. “아, 응. 미안. 그래서 신전과 거래를 하고 싶은데요.” “어떤 거래 말이죠?” “그 전에 묻고 싶은데요. 신전에는 던전 1계층 최하층에 있는 곳을 관리할 정도의 전력이 있나요?” “네. 물론이죠. 저희 신전에는 사제뿐만 아니라 성기사도 있으니까요. 인원 일부를 차출하면 그 정도는 아무 문제없어요.” “그럼 얘기는 간단하죠. 저희가 마나풀의 자생지를 알려드리고, 마나풀을 수확권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신전에서 그곳을 관리하고 마나풀의 가격 일부를 저희 클랜에 내는 거죠.” “마나풀의 가격 일부요? 그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건가요?” “그야….” 구원은 디아나를 힐끗 쳐다봤다. 난 이런 거에는 약하니까 말이지. 적당한 수치를 제시해주십쇼. 디아나님! “그냥 간단하게 마나풀 가격의 절반만 주게나.” “겨, 겨우 절반…. 그래도 되나요?” 아무래도 신전 입장으로도 상당히 좋은 조건인 모양이다. 대사제는 눈을 빛냈다. “뭐 그렇죠. 신전에서는 사람 도우려고 마나풀을 캐는데, 저희도 이익만 추구할 수 없으니까요.” 구원은 이때다 싶어서 다시 스스로를 띄워줬다. “그렇군요. 신전을 대표해서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훗. 좋아. 이걸로 레이아의 호감도는 대폭 상승했을 거다. 덤으로 대사제도 날 좀 다시 봤을 거고. “그럼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하세.” 디아나가 품에서 종이를 한 장 꺼냈다. 신전에 종이가 없을 리도 없고, 굳이 가져온 걸 보면 마법 계약서 같은 건가? 철저하네. 디아나가 계약서를 작성하는 동안, 구원은 마나풀을 신전의 창고에 보관하고 돈을 건네받기로 했다. 아무래도 양이 워낙 많다보니 그냥 구원이 창고까지 가서 꺼내놓는 게 간편하다. 레이아의 안내를 받아 창고에 다녀오니, 디아나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끝났어?” “음. 끝났네.” “그럼 가자.” 돈도 건네받았고, 더 이상 이곳에 볼 일은 없다. 적어도 나는 말이지. 구원은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지만, 그런 구원을 제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잠깐만요.” “무, 무슨 일이신지?” “제가 상식을 알려드린다고 했을 텐데요?” 이런 젠장. 들켰나. 이대로 그냥 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아니, 그게….” “하지만 파티에 텔루나님이 계신 거면 확실히 필요가 없기는 하겠네요.” “응. 아니, 네. 바로 그거죠. 제가 그래서….” “아니. 이 자는 상식을 알아둘 필요가 있네. 자네가 공부를 시켜준다니 다행이군.” 구원이 바로 맞장구를 치려고 했지만, 디아나가 가차 없이 말을 잘랐다. 젠장. 디아나…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다니…난 널 믿었는데…. “그런가요? 그럼 당장 시작하죠. 거기 앉으세요.” 아무래도 피할 수는 없어 보인다. 구원은 힘없이 의자에 앉았다. “이 몸도 여기 있어도 되겠나? 교육 내용이 궁금해서 말일세. 방해는 않겠네.” 디아나는 즐거워 보이는 표정으로 말했다. 젠장. 너 나한테 뭐 불만 있냐? 불만 있으면 말로 하자 말로. 대체 내가 고통 받는 것의 어디가 즐거워서 그러는 건데. “네. 그러세요.” “그럼 저도요.” 그렇게 디아나와, 어째선지 사라와 레이아까지 구원이 교육받는 모습을 지켜보게 됐다. 하지만 대사제와의 상식 교육은 구원이 생각했던 공부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이 세계에 들어오기 전에는, 공식 홈페이지까지 전부 챙겨봤던 구원이다. 당연히 게임을 할 때에는 설정 같은 것도 철저하게 파고드는 걸 즐기는 성격이다. 그런 구원에게 게임 같은 이 세계의 상식을 얘기해주는 거다. 마치 게임 설정을 이야기 형식으로 들려주는 것 같아서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러고 보니 예배도 그렇고, 여긴 참 이상한 게 재미있네. 아무래도 가르치는 게 대사제다보니 일반 상식 말고도 신전관련 얘기가 많이 나왔는데, 그중 구원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든 게 사제들의 규율이다. 일반 신도들에게까지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사제들은 철저하게 준수하는 교리가 몇 개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성행위를 제삼자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거다. 그 말을 듣고 구원은 식은땀을 흘렸다. 역시 이런 규율이 있었어. 나랑 레이아의 구미호 모드가 입으로 하는 거 사라한테 보였잖아. 레이아는 기억 못해서 천만다행이다. 아마 들키면 엄청나게 미움 받겠지? 그렇게 생각되자 사라가 양보를 해준 게 새삼 다시 고마워졌다. 역시 내 첫 번째 동료. 사라야. 사랑한다. 그리고도 한동안 신전 관련 얘기가 이어졌다. 그러다가 문득 구원은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각나서 질문했다. “그런데 예배가 끝나고 가는 교육장은 뭐하는 곳인가요?” “네? 그렇군요. 당신은 갈 일이 없는 곳입니다만….” 대사제는 거기까지 말하더니, 갑자기 시선을 구원의 등 뒤로 돌렸다. 응? 구원이 그 시선을 따라 등 뒤를 돌아보니, 우리 여성진 세 명의 모습이 보였다. 레이아는 경청하며 듣고 있는 자세였고, 사라와 디아나는 왠지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뭐지? “크흠. 그렇군요. 당신은 갈 일이 없을 곳이에요.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아니. 무진장 신경 쓰이는데. 아까 말해주려고 했잖아. 대체 쟤들이 뒤에서 뭔 짓을 했길래 갑자기 말을 멈춰. 하지만 대사제는 구원의 궁금한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교육을 이어갔다. “그럼 오늘은 이쯤에서 하죠. 고생하셨어요.” 점심시간이 될 때쯤에 겨우 교육이 일단락됐다. “아뇨. 대사제님이야말로. 감사합니다.” “저번에는 교육 받기 싫어하시는 것 같았는데, 의외로 열심히 들으시네요.” “아, 네. 상식을 알아두는 건 중요하니까요.” 실은 게임 설정 같아서 재밌어서 들은 거지만, 이럴 때는 이렇게 말해두는 게 정답이겠지? “그럼 다음에 또 보도록 하죠.” “네.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일행은 대사제실에서 나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하얀토끼103 // 피임 마법을 씁니다. 61화에 그 내용이 나왔죠.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04==================== 클랜 창설 “그럼, 이왕 온 김에 예배라도 하고 갈까?” 이미 점심시간이지만, 예배 정도는 하고 가도 괜찮겠지. “어머. 구원씨는 여신님을 신앙하시나요?” 레이아는 기쁜 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여신님 최고지.” 이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필요하다면 당장이라도 여신님 만세삼창을 할 수 있을 정도야. “바람직한 태도네만, 오늘은 그만두세. 우리 고지식한 바네사는 그동안에도 마차 안에서 꼼짝도 않고 대기하고 있을 걸세.” 그러고 보니 바네사가 있었지. 하는 수 없나. 계속 기다리게 하기도 미안하고. “그럼 전 이만 실례할게요.” “잠깐만. 레이아도 같이 가자.” “네? 하지만 볼 일은….” “실은 우리가 묵는 곳을 여관에서 디아나네 집으로 옮겼거든. 레이아도 위치를 알아둬야지. 그리고 장비 정비도 같이 하고 싶고.” “어머. 그렇군요.” 그렇게 레이아까지 동행하여 우선은 식사부터 하기로 했다. “그런데 레이아는 어디 가는 길이었어?” “잠깐 빈민가에요. 그곳 사람들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무료 진료소를 열거든요.” 빈민가라…. 판타지 세계관의 빈민가하면 그냥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이미지 보다는, 할렘처럼 온갖 위험이 도사리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괜찮은 걸까? 뭐, 레이아도 한두 번 하는 게 아닐 테고, 괜한 걱정인가. “역시 레이아는 대단하네.” “아, 아뇨. 제가 아니라 신전에서 하는 일이에요. 저는 당연한 일을 하는 건데요.” 레이아는 살포시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그걸 당연한 일이라고 말하는 시점에서 충분히 대단하다고 생각해. 저 가련한 얼굴을 보니, 구원은 살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름다우신데, 빈민가 녀석들도 눈이 돌아가는 게 아닐까? “그런데 장비 정비는 뭘 할 생각인가요? 레이아씨 장비를 더 맞출 게 있었나요?” 그때 옆에서 사라가 그런 질문을 했다. 좋은 질문이다. 사실 구원도 확신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아까 잠깐 떠올린 게 있다. “응. 그거 말인데. 레이아, 아까 그 제인씨는 사제복이 좀 다르던데 왜 그런 거야?” “아, 제인은 꽤 레벨이 높아서, 던전에도 자주 다니거든요. 던전 탐험에 맞게 사제복을 강화했다고 들었어요.” “모양이 꽤나 달라지던데, 그래도 되는 거야?” “네. 던전에 다니는 분들께 그 정도 융통성은 필요하니까요. 그리고 모양이 변하는 것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고 들었어요.” 레이아는 구원이 예상한 것과 비슷한 대답을 해줬다. 사실 고레벨 전용 장비라고 생각했는데,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그냥 강화를 하는 거였나. “이 세계는 강화하는 게 많네. 새로 만들거나 하는 게 아니었어?” “뭐 하러 새로 만드나. 기존 장비에 재료만 보태서 강화하면 성능은 거의 동일하지 않나. 보통 장비를 새로 사는 건 서로 다른 용도의 장비를 맞출 때라네.” 어? 그런 거였어? 뭐야 그 원판불변의 법칙을 철저하게 박살내는 시스템은. 아무튼 새로 사는 게 아니라 강화하는 거라면, 더 좋다. 아주 바람직하다. 구원은 슬며시 입 꼬리가 올라가는 걸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그런데 강화를 한다면 역시 재료가 들어가는 거지? 보통 어떤 재료들이 필요해?” “지금 가지고 있는 거라면 가죽과, 털. 그리고 몬스터를 잡아서 나온 장비를 녹여서 만든 마나가 담긴 철 정도일세.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강화는 가능하겠지만, 잡화점에서 몇 개를 더 사도록 하세.” “재료를? 뭐 더 필요한 거라도 있어?” “음. 앞으로 2계층도 가야하지 않나. 2계층에 다니려면 사막 도마뱀의 숨통으로 장비를 강화하는 건 필수라네.” “사막 도마뱀의 숨통? 그건 또 뭐야?” “2계층에 간간이 보이는 몬스터라네. 사막에는 어울리지 않는 차가운 숨결을 내뱉는데, 그 숨통으로 장비를 강화하면 2계층의 더위에 맞서서도 어느 정도 지장 없이 움직일 수 있다네.” 과연. 디아나가 전에 말했던, 2계층으로 가기위한 준비라는 게 그런 거였나. 2계층에서 사냥을 하기 위해 2계층에 있는 몬스터의 재료로 장비를 강화해야 한다니. 상당히 골치 아픈 시스템이다. 뭐, 우리야 돈을 벌만큼 벌었으니 별 문제될 건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우선 사막 도마뱀의 숨통을 사기 위해 잡화점 한스 & 에리나에 갔다. “어서 오세…으잉?” 들어가자마자 한스가 이상한 소리를 내질렀다. “뭐야. 그 반응은. 이 가게는 손님한테 인사도 똑바로 못하는 건가.” “갑자기 어울리지도 않게 무슨 귀족흉내인가. 아니, 그보다 옆에 계신 미인 분들은 누구인가?” “보면 몰라? 내 동료들이잖아.” “자네, 나한테는 도둑놈이니 뭐니 했으면서 이런 미인들과 같이 다닌 건가?” 한스가 억울해 죽겠다는 말투로 말했다. 매번 구원 혼자서 재료를 팔러 들렀으니까, 한스는 사라 말고는 처음 보는 건가? 게다가 그 사라마저도 한스가 봤을 때보다 훨씬 예뻐졌을 거다. 난 매일 보니까 그다지 체감이 안 되지만, 레벨이 엄청 올라간 만큼 보정도 엄청나게 늘었을 테니 말이다. “훗. 부럽냐?” “그야 당연히…아니. 안 부럽네.” “이미 늦었어. 다음에 만나면 에리나씨한테 다 일러야지.” “그, 그만두게! 누굴 잡으려고 그러나!” 한스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덩치에 안 맞게 에리나한테 잡혀 사는 건가? “누굴 잡기는. 널 잡으려고 그러지.” “으윽…. 워, 원하는 게 뭔가.” “사막 도마뱀의 숨통을 넘긴다면 아마 유혈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걸.” “10…아니, 15퍼센트 깎아주겠네. 이 이상은 때려죽여도 안 되네.” “뭐 어쩔 수 없지. 그 정도로 봐줄까.” 구원은 거드름을 피우며 그렇게 말했다. “후훗. 재밌으신 분이네요.” 레이아가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야. 저 아저씨의 어디가 재밌어. “저 아저씨가 재밌는 게 아니라 내가 재밌는 거지. 저 아저씨는 그냥 나한테 끌려 다닌 것뿐이고….” “뭘 그렇게 필사적으로 항변하나요. 꼴불견이에요.” 으윽. 사라야. 오랜만에 좀 아팠다. 아무튼 정가보다 싼 가격으로 사막 도마뱀의 숨통을 조달한 일행은, 장비 강화를 위해 한나의 대장간으로 갔다. “강화를 하려고 하는데. 이번엔 좀 거하게 하려고. 재료들은 얼마든지 써도 되니까 최대한 성능을 올려줘. 그리고 여기 사막 도마뱀의 숨통도 있으니까 2계층 대책도 해주고.”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일행의 장비를 모조리 꺼내며 말했다. 이왕 강화하는 거 굳이 사막 도마뱀의 숨통으로만 강화할 게 아니라, 아예 전체적으로 손을 보기로 했다. 이젠 사냥터도 2계층으로 옮기게 될 테고, 싸우려면 장비도 든든한 편이 좋겠지. “좋아. 오랜만에 솜씨 좀 발휘해야 겠군. 그런데 이렇게 한꺼번에 강화하면 강화비 좀 깨질 텐데?” “돈은 걱정 마. 그냥 이 재료로 할 수 있는 한 제일 좋게 만들어줘.” “오. 화끈한데? 네 그런 점 좋아한다고.” “응. 나도 네가 좋….” “구원.” 구원이 반사적으로 대답하려고 하자, 사라가 옆에서 바로 제동을 걸었다. 아니. 이런 여자가 좋아한다고 말해주니까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알았으니까 그 표정 좀 어떻게 안 될까? “그런데 옷은 뭐야? 이건 우리가게에선 강화 못 해.” 한나는 구원이 건넨 장비를 살펴보던 중, 디아나의 마법사복을 가리키며 말했다. “어? 그래?” “옷은 모험가 옷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에서 강화해야 하네.” 역시 게임처럼 그냥 한 가게에서 한 번에 전부 강화는 안 되는 건가. 하는 수 없지. 한나에게 장비를 맡기고, 일행은 디아나의 안내로 한 옷가게에 들어섰다. 어제 갔던 그 가게와는 다른 의미에서 화려한 옷들이 진열된 곳이다. 어제 간 곳에 있던 옷들이 귀족적인 느낌 물씬 나는 화려한 디자인의 옷들이었다면, 여기 있는 옷들은 뭐랄까…판타지 게임의 코스프레용 옷들이라고 하면 좋을까? 그런 다른 방향으로 화려함을 자랑하는 옷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가게 안에는 옷들을 살펴보는 모험가들이 꽤나 보였다. “옷을 강화하려면 이곳일세.” “어서 오세요.” 혹시 이 애가 재봉사일까? 상당히 귀엽게 생긴 여자가 인사를 했다. 키가 구원의 허리정도까지 밖에 오지 않는 걸 보니, 나이가 어리다기보다는 아마도 그냥 키가 작은 종족인 모양이다. “강화를 하려고 왔는데요.” “네, 네. 무엇을 강화해드릴까요?” 구원은 우선 디아나의 마법사 옷을 건넸다. “우선 이거랑…레이아. 벗어. 끄악!” 지금까지 당했던 옆구리 공격 중에 가장 강력한 공격이 들어왔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린가요.” “잠깐! 사라야! 진짜 아파! 미안! 말이 짧았어!” 필사적으로 외쳐서, 간신히 사라의 옆구리 공격에서 해방됐다. 젠장. 아무리 나보다 레벨 좀 높다고 해도, 내 방어력을 뚫고 공격이 들어오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 더러운 용사보정. 참고로 간밤에 결국 레벨 차이는 못 뒤집었다. “헉. 헉. 레이아. 일단 이 옷으로 갈아입고 사제복 좀 건네줄래?” “네.” 구원이 인벤토리에서 건넨 천옷을 받아들고, 레이아는 탈의실 쪽으로 사라졌다. 탈의실이라…. 금단의 마력을 가진 장소다. 지금 저 건너편에는 알몸의 레이아가…. 구원은 저도 모르게 탈의실 쪽으로 발이 움직였다. “어디가요?” 사라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우리 레이아가 저쪽에서 무방비하게 있는데, 혹시 위험한 놈들이 갑자기 들이닥치면 어떻게 되겠어.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으려고.” “여기서 자네가 제일 위험한 것 같네만.” “뭐? 설마? 나같이 순수한 사람이 위험?” “…아, 안 어울리니까 그런 얼굴은 그만두게나.” 구원이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쳐다보자, 디아나가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 “여기요.” 그 사이에 레이아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 버렸다. 젠장. 실수를 가장해서 살짝 엿볼 수 있을까 했는데. 구원의 천 옷을 입고 나온 레이아는 또 볼만한 모습이었다. 옷이 크다보니, 가슴골이 살짝살짝 보이는 게 무척이나 섹시했다. 청순한 얼굴로 저런 섹시함이라니. 최고다. 레이아 누님!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사제복을 더 가져올 걸 그랬네요.” 그러고 보니 사제복이 입고 있던 것 하나만 있는 건 아닐 거다. 이건 내 불찰이다. 레이아 누님의 사제복을 전부 개조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데. “신전에 다시 한 번 다녀올까?” “그럴 필요 있나. 바네사를 시켜서 가져오도록 하세.” 오오. 그런 방법이 있었나. 귀족적인 발상이군. “그럼 우선 디아나의 마법사복이랑 레이아의 사제복. 이 두 개만 먼저 강화해주세요.” “네, 네.” “아, 잠깐.” 구원은 슬쩍 여성진들의 눈치를 살피며 재봉사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댔다. “이왕이면 사제복은 몸에 딱 들어맞게 줄여주세요.” 이걸 못하면 오늘의 강화는 전부 실패나 다름없다. “손님도 대단하시네요. 네. 주문 받았습니다. 손님 잠깐 치수를 확인하겠습니다. 여기로 와주세요.” 재봉사는 구원의 말을 듣고 장난스런 미소를 짓더니, 레이아의 손을 이끌고 갔다. 좋아. 저 재봉사는 뭔가 좀 아는 것 같군. 훌륭한 가게야. 여기도 단골이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마구 든다. 디아나와 레이아의 옷을 강화하는 동안, 가게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레이아가 이런 차림인 채로 밖에 돌아다니기도 곤란하고 말이다. “자, 다 됐습니다.” 그렇게 가게 안에서 시간을 죽이고 있자, 재봉사가 옷을 가지고 나왔다. 우선 디아나의 옷은 어차피 로브다보니 그다지 변한 게 없어 보였다. 자수가 좀 추가되고, 재질이 좀 더 매끈해 보이는 정도다. 디자인적인 측면만 보면 레이아의 사제복도 마찬가지지만, 이쪽은 극적으로 변한 게 하나 있다. “이, 이거. 좀 작지 않나요?” “아뇨. 손님의 사이즈에 딱 맞게 조절했습니다.” 그렇다. 레이아의 몸에 딱 들어맞게 줄여진 사제복은 레이아의 훌륭한 몸매를 숨김없이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지금 내 볼에 흐르는 물은, 분명 감동으로 빛나고 있을 거야. “훌륭해! 브라보!” 구원은 저도 모르게 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 그런가요?” 레이아가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그에 따라서 꼬리도 마치 몸을 가리듯이 레이아 자신의 몸을 감쌌다. 그렇다. 저 재봉사는 무려 레이아의 꼬리도 나올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줬다. 저렇게 딱 맞는 옷을 입기 위해서는 당연한 작업이었겠지만, 구원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거다. 훌륭하다. 훌륭해! 구원은 재봉사를 바라보며 엄지를 척 세웠다. “아주 좋아 죽으시네요.” 이 순간만은 옆구리를 꼬집는 사라의 손조차 구원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05==================== 마법사 협회 바네사에게 심부름 시켜서 가져온 레이아의 나머지 사제복들도 전부 강화를 맡기고, 일행은 가게를 나섰다. 이제 볼 일은 전부 마쳤으니, 일행은 마차를 타고 디아나의 저택으로 향했다. 레이아는 길을 외워두려는 듯이, 열심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마저 그림이 되신다. 특히 입고 있는 하얀 사제복과 어우러져 더욱더. 게다가 마차의 흔들림에 맞춰 출렁이는 그곳은 감탄사밖에 나오질 않는다. 사제복이란 게 이렇게 섹시한 옷이었다니. 아니, 그냥 옷걸이가 좋은 건가? 아무튼 없던 페티쉬도 생겨날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보다간 레이아 옷에 구멍이라도 뚫리겠네요.” 사라가 옆에서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확실히 한 번 의식을 하고 나니, 살짝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원래 사라가 묘하게 성실해서 일일이 간섭하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 때문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태도다. 아니,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 사라의 저런 차가운 모습마저 귀여워 보이기도 하고. “…진짜로 뚫렸으면 좋겠다.” “뭐라고요?” “응? 아니. 내가 뭔 말 했던가?” 위험해. 나도 모르게 입 밖으로 본심이 튀어나와버렸네. 조심해야지. “그, 그런데 생각해 보니 디아나 옷은 강화할 필요 없었네.” 구원은 사라의 차가운 시선을 슬그머니 피하며 말을 돌렸다. “음? 무슨 소린가?” “아니. 디아나는 어차피 집에 그보다 더 좋은 장비가 차고 넘치게 있을 거 아니야. 굳이 강화할 필요 없이 집에 있는 걸 착용하는 게 낫지 않았어?” “아니, 이 몸은 그걸 입고 다닐 걸세.” “왜?” “그, 그야…이 몸이 최고급 장비를 두르고 뒤에서 봐주고 있으면, 자네들 실력이 어디 제대로 오르겠나?” 그런 건가. 지금도 충분히 디아나가 버텨주고 있어서 조금 무리해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다니고 있지만, 디아나 말은 그 이상으로 의지하지 말라는 거겠지. 너무 디아나만 믿고 설치기보다는, 스스로의 실력을 정확히 가늠하여 적을 상대하는 안목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고. 확실히 납득은 된다. 납득은 되지만, 그래도 살짝 아쉽긴 했다. 디아나라면 전설급 아이템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그걸 쓰지 않고 썩히게 되다니. 얘도 묘한 부분에서 고지식하다니까. 디아나의 저택에 도착하자, 메이드 한 명이 현관에 마중 나와 있었다. “텔루나님. 손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음. 그들인가?” “네.” “하아…. 알겠네.” 디아나는 살짝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누구 앞에서든 당당한 디아나가 이런 표정을 짓는 상대라니. 대체 누구길래? 궁금증은 바로 해소가 됐다. “텔루나니이이이이임!”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디아나를 부르는 굉음이 울려퍼졌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다. 로비에는 로브를 입은 십 수 명이 무릎을 꿇고, 동시에 한 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그중 가장 앞에 있는 남성이 말했다. “지금까지 어디 계셨던 겁니까! 텔루나님이 사라지신 후로 저희는…저희는…크흑, 찾아다녔습니다!”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겼다. 다만 그 눈동자에는 뭐라고 해야 할까, 광기 같은 게 살짝 엿보였다. “그, 그랬나.” 구원은 디아나가 왜 어두운 표정을 지었는지 바로 이해가 갔다. 이러면 누구라도 질색할거다. “디아나 얘들 뭐야?” “음. 이 자들은….” “네, 네놈이야 말로 뭔가! 텔루나님께 무슨 말버릇인가!” 구원의 물음에 디아나가 채 대답을 하기도 전에, 아니. 그러는 넌 지금 디아나 말을 잘랐는데. 그것도 버릇없는 짓 아니냐? “뭐긴. 디아나가 소속된 클랜의 클랜장님이시다.” 구원은 일단 자신의 지위를 어필해보기로 했다. 사실 지위랄 것도 없지만 말이다. 클랜도 어제 막 만든 클랜이고. “핫! 텔루나님이 클랜같은 걸….” “정말일세.” “그, 그럴 수가!” 남자는 마치 나라라도 잃은 듯이 충격 받은 표정을 짓더니, 곧 구원을 엄청나게 노려봤다. 훗. 추하구나. 남자의 질투 따위. “클랜장이라고 해서 새파랗게 어려보이는 놈이 텔루나님께 말버릇이 그게 뭔가! 텔루나님은 지위도 연령도 네놈 따위에게 반말을 들을 위치에 있는 분이 아니다!” 음.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구원은 고추 달린 놈에게 말로 질 생각은 없었다. “디아나가 존댓말하지 말래. 디아나가 시키는 말은 제대로 지켜야지. 그치 디아나?” “음.” 구원은 일부러 도발하듯이 디아나를 연호하면서 말했다. “으으윽. 네, 네놈….” “너야말로 아까부터 반말인데. 난 디아나가 소속된 클랜의 클랜장이라니까? 지금 우리 클랜 무시하는 거야? 이거 디아나를 무시하는 거라고 봐도 되는 거 아닌가?” “헛소리 마라! 아니, 마세…크흠! 텔루나님! 저는 절대 텔루나님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놈은 결국 구원과 대화하는 걸 포기한 모양이다. 훗. 그러게 덤비긴 왜 덤벼. 억울하면 너도 다음 생에는 미인으로 태어나라. “알았으니까 목소리 좀 줄이게.” “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무슨 일인가?” “무, 무슨 일이라니! 텔루나님! 저희를 버리시는 겁니까?!” 남자는 세상이 무너진 표정으로 외쳤다. “그게 무슨 말인가! 남이 들으면 오해할 소리 하지 말게!” 디아나는 당황하면서 황급히 우리 쪽을 향해 돌아봤다. 응 걱정 마. 여기에 저런 정신 나간 놈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놈들은 아무도 없으니까. “디아나님이 사라지신 이후로 저희 모두는 살아도 산 것이 아닌 것 같은 매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디아나님이 안 계시는 협회는 웃음을 잃고 그저 죽지 못해 사는 고통을 맛보는 반시체들이 즐비해있는 공간에 불과합니다. 제발 다시 돌아오시어 저희를 구원해주십시오!” 아무래도 이놈들은 디아나를 협회인지 뭔지로 데려가기 위해서 온 것 같았다. “하지만 이 몸은….” “부탁드립니다!” 곤란해 보이는 디아나를 향해 로브 무리들이 일제히 외쳤다. “이, 일단 진정하고 얘기라도 해보세.” 디아나는 골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감싸 쥐고 말했다. 지금까지 디아나가 가출한 이유를 전혀 찾을 수 없었는데, 과연 이런 문제가 있었나. 저런 애들이 떼로 달려들면 가출하고 싶어질 만도 하다. 하지만 싫으면 싫다고 확실히 말하면 될 텐데. 왜 저렇게 확실히 쳐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걸까? 아직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건가? “그럼 이 몸은 이 자들과 얘기 좀 하겠네. 자네들은 편히 쉬고 있게나.” 디아나는 로브 일당을 대동하고 위층으로 사라졌다. 돌아선 놈들의 로브 뒤에 박힌 문장이 묘하게 낯익었다. 저걸 어디서 봤더라? 아, 그래. 전에 길드에서 디아나를 찾아다니던 그 기사들. “디아나. 괜찮을까요?” 사라도 걱정이 되는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음. 뭐 일단 괜찮지 않을까? 태도는 저렇지만, 저 로브 놈들도 디아나를 존경하고 있는 모양이고. 디아나가 누구 강압을 받을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닐 테고.” 애초에 디아나한테 뭔가를 강요할 수 있는 애가 이 세계에 존재하긴 해? 요 며칠사이에 지고의 마법사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효과를 제대로 느낀 구원은 태평하게 생각했다. 디아나가 자기가 그럴 맘이 들지 않는 이상, 저놈들을 따라 갈 일은 없을 거다. 그리고 구원은 디아나가 그러지 않을 거라고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디아나가 평생을 걸쳐 쫓았다는 마법의 실마리가 내 스킬에 있는 거잖아? 게다가 디아나는 분명 구원이 늙어 죽을 때까지도 연구가 끝나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고 했었다. 저번에는 가출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모양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마법 연구에 진척이 없어서 저들을 거절할 변명거리가 딱히 없었던 것도 한몫할거다. 지금은 구원의 스킬이라는 실마리도 확실히 잡은 상태고, 아직 연구도 다 안 끝났을 텐데 내 곁을 벗어날 리가. 뭐, 디아나가 알아서 잘 하겠지. “그보다 레이아한테 저택을 안내해줘야지. 일단 여기를 클랜 하우스로 등록했으니, 아마 이제 앞으로 올 일이 많을 거야.” “네. 지금부터 안내하겠습니다.” 구원이 안내할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바네사가 안내해줄 모양이다. 물론 그래도 따라갈 거지만. 구원은 레이아의 조금 뒤를 따라가며 그 뒤태를 감상했다. 아직 딱 달라붙는 옷이 익숙지 않은 듯, 걸을 때 가끔 몸을 꾸물대는 게 더없이 훌륭하게 보였다. 게다가 자세히 보니, 꼬리 부분에 뚫린 구멍의 틈새로 희미하게 살색이 엿보였다. 아무래도 딱 꼬리 크기에 맞게 구멍을 낼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니, 그렇게 하면 답답할 테니 일부러 좀 넉넉하게 만든 건가? 아무튼 덕분에 살랑대는 꼬리 사이로 힐끗힐끗 엿보이는 살색이 구원의 낭심, 아니 남심을 자극했다. 그렇게 레이아의 뒤태를 감상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서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와 레이아의 엉덩이 부분을 가렸다. “레이아. 뒤에 변태가 있으니까 조심하세요.” 변태라니! 이건 남자의 본능이다! “네? 아….” 사라의 말에 레이아가 구원을 돌아보더니, 살포시 얼굴을 붉히며 꼬리의 움직임을 멈췄다. 으앗. 꼬리가 멈추면 희미하게 보이던 살색이 완전히 다 가려지잖아. “정말…. 꼬리가 그렇게 좋으세요? …에잇!” 레이아는 구원이 꼬리를 보고 있었다고 착각한 듯, 꼬리를 움직여 그 끝으로 구원의 가슴을 살짝 쓰다듬었다. “크헛!” “구, 구원씨? 괜찮으세요?” 구원이 가슴을 움켜쥐고 바닥에 무릎을 꿇자, 레이아가 놀라서 황급히 다가왔다. “아니, 안 괜찮아. 죽을 것 같아.” 이대로 죽으면 사인은 심쿵사다. “어, 어쩌지. 꼬, 꼬리 만지게 해드릴까요?” 레이아는 당황하며 구원에게 꼬리를 내밀었다. 그 말은 즉, 엉덩이를 이쪽으로 내밀고 있다는 말이 된다. 구원은 이번엔 다른 이유로 일어설 수 없게 됐다. 아니, 어떤 의미론 이미 섰다고 봐야하나. “…구원. 괜히 수작부리지 말고 일어나세요.” “어…음…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구원은 마음속으로 최대한 경건하게 애국가를 부르며 말했다. “이젠 아예 대놓고 엉덩이를…!” “아니, 잠깐만! 그런 거 아니야!” 확실히 보긴 했지만, 지금 일어날 수 없는 건 좀더 낮은 위치에서 엉덩이를 더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사라 넌 대체 날 얼마나 변태로 보는 거야. 나도 그 정도 상식은 있어. “그럼 뭔가요?” “어…음…그게…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자 얼른 가자.” 겨우 아랫도리를 진정시킨 구원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말했다. 사라의 의심스런 눈초리에도 구원은 꿋꿋이 철면피를 유지했다. “여기가 레이아님의 방입니다.” 저택을 한 바퀴 돌고, 마지막으로 사라와 디아나의 방이 있는 곳으로 왔을 때, 바네사가 한 방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하지만 전 신전에서 생활하는 걸요.” “디아나님께서 레이아님에게도 방을 하나 배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뭐. 가끔가다가 여기 묵을 일이 있을 지도 모르잖아. 어차피 방도 많이 남는 것 같고.” “그런가요?” “그럼. 그럼.” 방이 생겨서 레이아가 자주 묵었으면 좋겠다는 심정에, 구원은 사양하려는 레이아를 설득했다. 내 마음의 오아시스는 항상 곁에 두고 싶으니까. “그럼 잠시 이쪽으로 와주십시오.” 바네사가 한 방으로 안내했다. 도착한 곳은 디아나의 드레스 룸으로, 저번에 갔던 매장과 손색이 없을 정도로 많은 수의 옷이 있었다. “식사를 하기 전에 잠깐 치장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미 드레스 룸에 대기하고 있던 몇 명의 메이드가 신속하게 레이아와 사라에게 달려들었다. “네, 네?! 하지만 전 사제복이…!” 갑자기 메이드들이 레이아의 몸 구석구석을 만지며 이리저리 치수를 재자, 레이아는 놀란 모양이다. 사라는 어제 한 번 당해본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비교적 침착했다. 흐뭇한 광경이다. 흐뭇한 광경이지만…. 구원은 이렇게 많은 수의 옷을 보고 있자니 머리가 아파졌다. 으읏. 어제의 악몽이…. 구원은 얼른 이 자리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드레스를 입은 자태를 감상하는 건 식사시간에 해도 충분하다. “그럼 난 잠깐 방에 가있을게. 이따 봐.” 구원은 그 한마디만 남기고 신속히 자리에서 이탈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06==================== 마법사 협회 방으로 돌아온 구원은 침대에 앉아서 스킬 연습을 했다. 여기선 할 게 없다보니, 요즘은 혼자 있으면 자연히 스킬 연습을 하게 됐다. 사실 조금 재밌기도 하다. 이제 성기에는 자연스럽게 성자의 손길을 발동할 수 있게 됐다. 성기로 발동을 한 번 해본 구원은, 이어서 발로 발동을 해보기 위해 노력했다. 사실 여자와 잘 때는 그냥 손에 발동시키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성기로까지 완벽히 발동시킬 수 있으니, 더 이상 밤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서 기술을 갈고닦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그래서 전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발로 발동시키려는 거다. 발로 괴롭힌다던가 하는 플레이를 위한 게 결코 아니다. 성기로 완벽하게 발동이 가능하게 되면서 마나를 다루는 일에도 제법 익숙해졌는지, 정신을 집중시키면 발로도 열 번 중에 한 번꼴로는 발동이 가능해졌다. 아직 실전에서 사용하기엔 너무 낮은 성공률이지만, 이것도 성기로 발동하는 것처럼 완벽하게 다룰 수 있게 되겠지. “구원님. 식사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렇게 스킬을 연습하고 있자, 바네사가 구원을 부르러 왔다. “크아아악!”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구원은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주저앉았다. “구, 구원씨? 왜 그러세요?” 레이아가 놀라서 얼른 구원에게 달려왔다. 왜 그러긴. 장난치는 거지. “너무 눈부셔! 천사님이신가요?” 리액션은 과장이 심하긴 했지만, 이 감상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언제나 철벽같은 사제복으로 온 몸을 꽁꽁 가리던 레이아가, 가슴골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있는 거다. 게다가 디아나의 드레스다보니 가슴부분이 조금 작은지, 위로 살들이 삐져나와있었다. 양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는 했지만, 구원은 눈을 똑바로 뜨고 손가락 사이로 바라보며 그 모습을 뇌리에 각인시키고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을 때마다 출렁거리는 뽀얀 물결이 정말로 눈부셨다. “구원씨도 참. 놀랐잖아요. 자꾸 그렇게 장난치시면 혼낼 거예요.” 레이아는 그러면서 구원의 가슴을 가볍게 건드렸다. 크흑. 혼내 주세요. “어제랑은 반응이 꽤나 틀리시네요.” 구원이 레이아에게 녹아내리고 있자, 옆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늘도 늘씬하게 드레스를 빼입은 사라였다. 오늘은 컨셉이 섹시인지, 어제보다 더 몸에 착 달라붙고 피부 노출이 더 많은 드레스였다. 차가운 사라의 인상과 합쳐져서, 한층 더 도도하고 섹시해보였다. “으읏! 여기에 천사님이 한 명 더! 여기는 천국인가!” “허, 헛소리하지 말고요!” 사라의 차가운 표정은 한 순간에 깨졌다. 오오.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가. “그래도 역시 사제복이 아니면 조금 마음이 불안하네요.” 레이아는 한 팔은 가슴에, 한 팔은 등 뒤를 가리며 부끄러운 듯 미소지었다. 그에 맞춰서 꼬리도 살랑살랑 흔들렸다. …응? 꼬리? 레이아의 드레스는 몸에 딱 달라붙는 드레스다. 설마 저 드레스에도 꼬리 구멍을 뚫은 건가? 구원이 레이아의 등 뒤로 돌아 확인하려고 하자, 레이아는 마치 등을 숨기듯 몸을 돌렸다. “…….” “와, 와아! 음식들이 정말 맛있어 보여요! 얼른 앉죠!” 레이아가 살짝 어색한 미소와 함께 박수를 치며 말했다. 확실히 기다란 식탁에는 어제완 다르게 빼곡하게 음식이 놓여있었다. 근데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야. 구원은 다시 레이아의 뒤로 돌아갔다. 그리고 레이아는 그에 맞춰 몸을 돌렸다. 그렇게 서로 빙빙 돌고 있자, 결국 먼저 나가떨어진 건 레이아였다. “아읏!” 레이아는 너무 빙빙 돌아서 어지러운지, 균형을 잃고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으려고 했다. “괜찮아?” 구원은 순발력을 발휘해서 레이아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다행이 레이아가 넘어지기 전에 잡을 수 있었다. “네, 네. 감사해요.” 아니 뭘 이런 걸 가지고. 따지고 보면 나 때문에 넘어지려고 한 건데. 그런데 레이아의 허리를 받치고 있는 손의 감각이 조금 이상했다. 분명 레이아는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손에 느껴지는 건 맨살의 감촉뿐이다. 구원은 손을 꼼지락거려 자신이 느낀 감각이 정확한지 확인해봤다. “하읏!” 응. 확실히 맨살의 감촉이다. 구원은 그대로 손을 쓸어올렸다. “히으읏!” 레이아가 그 감촉에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구원은 눈앞에 있는 가슴의 떨림에도 시선이 안 갔을 정도로 당황했다. 허리에서 등을 타고 올라가는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전부 맨살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구원은 양 손으로 레이아의 어깨를 잡고 그대로 반 바퀴 돌렸다. “이, 이건!” 레이아의 드레스는 등 쪽이 V자로 깊게 파여 있는 옷이었다. 그런데 그 파인 정도가 조금 과해서, 보통이라면 엉덩이 골까지 엿보일 정도로 파였다는 게 문제다. 그래. 레이아가 꼬리를 꺼낼 수 있을 만큼. 구원의 가슴은 감동으로 벅차올랐다. “세상에 이런…크헉!” “성희롱도 적당히 하세요!” 결국 구원은 사라의 일격을 옆구리에 제대로 먹고 쓰러졌다. 심지어 이번엔 꼬집는 게 아니라 주먹이었다. 돌이켜보면 정말로 성희롱 그 자체인 행동을 한 거라서 뭐라고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사, 사라씨. 전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는 레이아의 얼굴은 새빨갰다. “미안. 내 안에 잠깐 잠깐 음란마귀가 껴서.” “저, 정말로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아는 부끄럽다는 듯이 몸을 꼼지락거렸다. 크흑. 다시 음란마귀가…. 진정해라 아들아. “그런데 디아나는?” 소동이 일단락되고 자리에 앉아서야, 구원은 아직 디아나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 있네.” 타이밍 좋게 디아나가 식당에 들어섰다. 왠지 꼬리에 떨거지들을 잔뜩 거느리고. 디아나도 뒤를 졸졸따라다니는 놈들이 달갑지 않은지,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해보였다. “너흰 아직도 있었냐?” “당연하지!” “디아나 쟤가 또 우리 클랜 무시한다. 이거 완전 널….” “요!” 요! 같은 소리하네. 힙합 하냐? 좋아. 네 별명은 지금부터 힙합퍼다. “좀 귀찮게 하지 말고 가라.” “네 놈이 무슨 권리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냐…요!” 힙합퍼는 또 반말을 하려다가, 구원이 디아나를 바라보자 마지막에 어미를 덧붙였다. “무슨 권리는. 클랜장이 우리 클랜 하우스에서 나가라는데 뭐 문제 있냐?” “헛소리! 여기는 텔루나님의….” “클랜 하우스 맞네.” “테, 텔루나니임! 어떻게 그럴 수가!” 힙합퍼는 절망에 찬 목소리로 볼품없게 울부짖었다. 거 시끄러운 놈일세. “알았으면 좀 가라.” “말하지 않아도 식사가 끝나면 갈 거다…요!” “누가 밥은 준대?” “자, 그만. 그만. 놀리는 건 적당히 하고 식사나 하세.” 디아나가 피곤한 표정으로 말했다. 놀리는 것처럼 들렸다니 그거 의외네. 난 진심이었는데. 레이아가 자리에 앉자, 떨거지들도 모두 자리에 앉았다. 음식이 이렇게 많았던 건 이놈들 때문이었나. 내 하렘에 발을 디디다니. 여자들은 그나마 용서가 가능하지만 남자새끼들은 절대 용서 못한다. 구원은 로브무리들 중 사내놈들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해놨다. “그런데 텔루나님. 전생을 하셨군요.” 힙합퍼는 새삼스럽게 그런 말을 했다. “아직 때가 아니신 게 아니었습니까?” “음. 사정이 있어서 조금 빨리 하게 됐네.” “그렇군요. 그렇다면 최대한 신속하게 레벨 업을 돕기 위한 인원을 모을 필요가 있겠군요. 지금 레벨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힙합퍼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그런 소리를 해댔다. 레벨 업을 돕기 위한 인원? 그건 한마디로 디아나와 섹…거기까지 생각한 구원은 바로 이성을 잃었다. “잠깐 기다려 새끼야.” “뭐, 뭔가…요.” 구원의 너무나도 살기어린 목소리에 힙합퍼도 당황한 눈치였다. “뭐가 어쩌고 어째? 레벨 업을 도와줄 인원을 모집해? 뭐 이런 미친….” “자, 자. 너무 그렇게 열 내지 말게.” 그동안 여자들 앞이라 자제하고 있었던 육두문자가 입에서 튀어나오려는 구원을, 디아나가 침착하게 제지했다. “뭘 화내는 거냐? 텔루나님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건 전 세계 마법계의 크나큰 손실. 레벨 업을 도와드리는 건 당연한….” “자네도 그만 하게.” “네! 죄송합니다!” “하아. 이 몸은 그런 도우미 같은 거 필요 없네.” “물론 텔루나님의 매력을 무시하는 게 절대 아닙니다. 텔루나님이 손짓 한 번, 아니 눈길만 줘도 모든 남성들이 텔루나님에게 매료되어 기꺼이 레벨 업을 도와드리겠지요. 하지만 저희 쪽에서 레벨별로 인원을 모으는 편이 더 신속한….” “이 몸의 레벨 업을 도와줄 사람은 이 자 하나로 충분하네.” 디아나가 구원과만 자겠다고 확실히 말한 덕분에, 구원도 조금 머리가 식었다. 역시 디아나야. 난 널 믿었다! “네? 하지만 이 자 만으로….” “이방인에 특수직을 가지고 있네. 그쪽에 특화된 직업이지. 이 몸이 미리 전생을 한 것도, 이 자를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서네.” “그, 그렇습니까.” 힙합퍼는 디아나의 말을 듣고 놀랍다는 듯이 구원을 쳐다봤다. 훗. 이 몸의 위엄을 알겠냐? 너 같은 놈들이 떼로 모여 봤자 나한테는 상대도 안 돼. “갑자기 텔루나님이 클랜을 만드셔서 놀랐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과연 텔루나님. 언제 어느 때라도 연구에 전념하는 존경스럽습니다. 그럼 이쪽의 두 아가씨들도 뭔가 특수한 직업을 가지고 계신 겁니까?” “클랜장은 나라니까. 내가 만든 클랜이야. 그리고 우리 사라랑 레이아한테 눈독들이지 마라.” “누, 눈독이라니!” “말 더듬는 거 봐라. 네 더러운 시선이 자꾸 우리 레이아 가슴으로 집중되는 거 내가 모를 것 같았냐?” “엣?” 이쪽 대화에 신경 안 쓰고 의자 뒤로 꼬리를 흔들면서 맛있게 음식을 먹던 레이아가, 황급히 양손으로 자기 가슴을 가렸다. “모, 모함이다! 아닙니다 텔루나님! 저에겐 오직 텔루나님뿐입니다!” “눈독 들이면 안되는 건 우리 디아나도 마찬가지다. 안되겠어. 너 당장 우리 클랜 하우스에서 나가라.” “네, 네놈! 감히 텔루나님을…!” “아아 시끄럽네. 더 이상 시끄럽게 하면 정말로 나가줘야겠네.” “죄, 죄송합니다!” “헹. 꼴좋다.” “자네도 더 이상 도발하지 말게나.” 디아나의 주의를 받은 힙합퍼가 완전히 입을 다물어버려서, 그 이후로는 조용하게 식사가 진행됐다. 다만 구원의 우리 디아나라는 말이 로브 일당의 심기를 거슬렀는지, 식사 내내 놈들은 구원을 노려봤다. 뭐, 그런다고 조금도 신경 쓸 구원이 아니지만 말이다. 구원은 옆에 있는 레이아의 출렁이는 가슴을 만끽하며, 행복하게 식사를 했다. 구원의 정면에 앉은 힙합퍼는 그런 구원의 모습을 보고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입가를 꿈틀댔지만, 디아나의 말을 따르는 게 우선인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럼 이 몸은 조금 다녀오겠네.” 식사를 마치고, 디아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응? 어딜?” “아무래도 저자들은 말이 안통해서 말일세. 직접 가서 담판을 짓고 와야겠네.” 과연. 아까 힙합퍼가 식사만하면 나간다고 한 게 이런 뜻이었나. “밤까진 올 거지?” “음? 그, 그럴 걸세. 걱정 말게나.” 디아나는 잠깐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다가, 곧 오늘 밤이 누구 차례인지 기억한 듯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그렇게 디아나가 로브 무리를 이끌고 사라진 후, 구원은 바로 바네사를 불렀다. “바네사. 너 디아나를 모신지 얼마나 됐어?” “267년 됐습니다.” “뭐, 뭐? 너 지금 몇 살인데?” 예상 외로 엄청난 햇수에, 구원은 깜짝 놀라서 되물었다. “267살입니다.” 태어날 때부터 쭉 모셔왔다는 건가. 아예 그런 가문이거나 한 걸까? “혹시 너도 엘프야?” 일단 귀는 짧아보이지만, 구원은 혹시나 해서 물어봤다. “아뇨. 용인족입니다.” 아, 응. 어감부터 이미 장수할 것 같은 종족이네. 구원은 바로 납득했다. “어쨌든 그러면 디아나에 대해선 좀 자세히 알고 있다는 소리군. 저 로브 놈들 대체 뭐야?” 그렇다. 구원이 바네사를 부른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원래는 별거 아닌 것 같아서 신경을 안 쓰려고 했다. 하지만 디아나가 돌려보내는 데 저렇게 애먹는 걸 보면, 역시나 신경을 안 쓰고 있을 수는 없었다.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디아나랑 관계가 있을 것 같은 단체명이 튀어나왔다. 그러고 보니 길드장도 디아나가 사라진 후 마법사 협회가 귀찮게 했다는 소리를 했었지. “그럼 그 마법사 협회가 디아나랑 무슨 관계고, 왜 왔는지 좀 알려줄래?” “네. 조금 긴 얘기가 됩니다만, 괜찮겠습니까?” “괜찮아. 남는 게 시간이야.” 적어도 디아나가 돌아올 때까진 할 일이 없는 상태였다. “저도 그 시작은 전해들은 얘기입니다만….” 바네사는 마법사 협회의 탄생부터 차근차근 설명해나가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녹차가좋아요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그 외에도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07==================== 마법사 협회 원래 이 세계에서 마법은 지금처럼 정형화된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다. 선천적으로 마나를 느끼고 다룰 수 있는 몇몇 특별한 사람들이 그저 직감적으로 마나를 사용하는 것뿐이었다. 디아나도 원래는 그렇게 직감적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호기심이 많은 디아나는 그때까지 아무도 의문을 품지 않았던 마법의 작동원리에 대해 궁금해졌다. 그래서 디아나는 뜻이 맞는 몇 명과 함께 마법의 원리를 연구하기 위한 모임을 정기적으로 가졌다. 그 모임이 바로 마법사 협회의 전신이다. 디아나가 마법이 발동하는 원리를 분석하고 정립시키기 시작하면서, 디아나의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에 따라 소수의 마법사들 모임에 불과했던 모임은 규모를 점차 늘려가며 어느 샌가 마법사 협회라는 하나의 단체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마법사 협회는 그저 마법사들이 서로 모여서 마법에 대해 토론하고 연구하는 학회와 비슷한 느낌의 단체였다. 시간이 흘러 디아나와 같이 연구를 하던 마법사들은 하나둘씩 수명을 다해갔다. 결국 마법사 협회의 초기 멤버는 선천적으로 전생마법을 다룰 줄 알았던 디아나만이 남게 됐다. 그러자 마법사 협회의 느낌이 조금 바뀌었다.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토론을 나누던 학회 같은 느낌에서, 디아나가 다른 마법사들에게 마법 이론을 전수하는 학교 같은 느낌으로. 물론 디아나를 제외한 다른 마법사들은 전과 마찬가지로 서로 토론하면서 연구를 계속했지만, 디아나는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제자들에게 마법을 가르치고 질문을 받으면서 디아나 역시 새롭게 깨닫는 바가 있었고, 혼자만의 연구시간도 아직 충분했으니까. 그러면서도 디아나가 정립한 마법체계는 점점 더 많은 곳으로 퍼져나갔다. 결국 어느 샌가 마법사 협회는 전 세계의 마법사들이 모두 소속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거대한 단체가 되어있었다. 그 창립자이자 현존하는 마법체계를 모두 정립한 디아나의 명성이 하늘을 찌를 듯 높아진 건 말할 것도 없겠지. 하지만 규모가 너무 커지자 문제점이 발생했다. 마법사 협회가 가진 영향력이 말 그대로 대륙을 통일할 수 있을 정도로 커져버렸다는 거다. 여러 국가에서 마법사 협회를 위험시하기 시작했고, 곧 전 세계적인 마법사의 탄압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때 디아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바로 마법사 협회를 여러 학파로 쪼개버리고 자신은 마법사 협회장의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한 거다. 사실 디아나는 이때 조금 지쳐있었다고 한다. 안 그래도 협회가 커지면서 디아나가 처리할 일도 많아졌고, 마법을 연구할 시간은 점점 더 줄어만 갔다. 그러던 차에 여러 국가들에서 협회를 위험시하자, 잘됐다 싶어서 협회를 쪼개고 자기는 물러나 버린 거다. 여러 학파로 쪼개진 협회 하나하나도 영향력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전처럼 국가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구심점인 디아나가 있는 이상 언제든지 다시 협회가 뭉칠 수 있다. 여러 국가들은 아직 불안해했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일단 디아나의 조치로 디아나에게 권력욕이 없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고, 섣불리 디아나에게 위협을 가했다가 정말로 마법사 협회가 하나로 뭉쳐 국가전복이라도 일으키면 돌이킬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디아나는 자신이 가진 거대한 권력을 포기하면서 마법사들을 지켜낸 마법사가 되어, 그 명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특히 마법사들 사이에서 디아나는 신과 같은 위상을 뽐낼 정도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디아나의 생활도 안정되는가 싶었다. 처음 몇 년은 디아나도 다시 마음껏 마법 연구를 하며 느긋하게 보낼 수 있었다. 가끔 내킬 때마다 협회 한 곳에 들러서 마법 교육을 하면서 느긋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법사들 사이에서 신과 같은 위상을 지니게 된 디아나가 가끔 한 곳만 들르는 게 문제가 됐다. 디아나는 그냥 내키는 대로 아무 곳이나 간 거지만, 마법사들은 디아나가 들른 곳이 가장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학파이기 때문에 그곳에 갔다고 생각했다. 점차 학파들 간의 경쟁이 가열되기 시작했고, 디아나를 자기 학파로 모시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시작했다. 사태를 깨달은 디아나는 황급히 각 학파에 전부 들렀고, 도덕을 저버리면서까지 마법을 연구하는 건 이단으로 취급하여 사태는 조금 진정됐다. 하지만 학파들 간에 생긴 골은 메워지지 않았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디아나를 자기 학파로 모시기 위한 신경전은 계속됐다. 게다가 이번엔 계속해서 여러 학파를 전전하느라 디아나의 개인시간이 없어지고 말았다. 디아나가 안가면 그만일 뿐인 얘기지만, 그러면 이제는 디아나의 광신도가 되어버린 협회에서 죽는 소리를 냈다. 안 그래도 착실한 성격인데다가, 그래도 자신이 만든 단체라 애착도 있었고 책임감도 느끼고 있었던 디아나로서는 나 몰라라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디아나의 개인 시간은 완전히 사라진 채로 여러 학파를 전전하는 생활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구원을 만나기 얼마 전에, 결국 디아나가 견디지 못하고 자취를 감춰버렸다. 당연히 디아나 빠돌이 빠순이들의 모임인 마법사 협회는 난리가 났고, 모든 정말 오랜만에 학파가 힘을 합쳐서 디아나를 찾는데 총력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맘먹고 사라진 디아나의 종적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만 갔다. 그러다가 어제 디아나가 클랜을 만들고, 길드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다시 위치가 알려진 거다. 당연히 마법사 협회는 긴급히 사람을 보냈다. 저택에 찾아온 자들은 각각 다른 학파의 대표로 찾아온 사람들이다. 이상이 바네사가 말해준 디아나와 마법사 협회의 관계였다. …진짜로 기네. 아니, 그야 남는 게 시간이라고 하긴 했지만 말이야.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말한 거야. “근데 걔들이 전부 다른 학파였다고? 그런 것 치곤 힙합퍼 혼자서만 계속 떠들어댔잖아.” “힙합퍼 말입니까?” “아, 그 시끄러운 놈 말이야.” “어차피 그들의 목적은 우선 디아나님을 다시 협회로 모셔가는 것. 어느 학파부터 모실지는 나중 문제일 겁니다. 의견도 같은데 괜히 모두가 시끄럽게 떠들어봤자 디아나님의 기분만 나빠질 거라는 생각에 발언권을 한명에게 몰아준 것이겠죠. 그 중에선 그 자가 가장 강력한 마법사였고 말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서로 경쟁심 장난 아니라면서? 그렇게 쉽게 의견이 통일 돼? “잠깐. 그렇다면 걔들 그대로 디아나를 안 돌려보낼 가능성도 있는 거 아니야?” “아마 필사적으로 붙잡고 늘어지겠죠.” “으아! 그걸 알면서 넌 왜 디아나를 그냥 가게 내버려뒀는데? 디아나가 싫어하는 거 뻔히 보였잖아?” 이 슈퍼집사라면 걔들 정도는 혼자서 막아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자들이 아무리 애원해도 결국 디아나님이 확실하게 거절하시면 그자들은 별 수 없습니다. 결국 디아나님이 선택하실 문제입니다.” 젠장. 결국 집사는 수동적인 존재라 이거냐. 구원은 설명을 다 듣고 나자 디아나가 오늘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 이미 충분히 밤이라고 불러도 될 시간이다. 아직까지 안 돌아오는 건 이상하지 않아? “안되겠어. 바네사. 지금 디아나가 정확히 어디로 갔는지 알아?” “마탑입니다. 이 던전 도시는 그 특수성 때문에 모든 학파의 지부가 마탑 한 곳에 모여 있습니다.” 과연. 그러니까 그렇게 의견이 쉽게 통일됐던 거였군. “좋아. 지금부터 거기로 쳐들어간다. 마차를 준비해.” “진심이십니까?” “당연하지. 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바네사는 지긋이 구원의 눈동자를 바라봤다. 뭐, 뭐야. 갑자기 왜 그래? 거부하는 거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그렇게 서로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던 것도 잠시, 바네사는 곧 대답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뒤로 돌면서 잠깐 보인 바네사의 입가는 왠지 모르게 희미하게 미소를 띠고 있는 것 같았다. 마차를 타고 구원은 곧바로 마탑에 도착했다. 일단 오기는 했는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까 뭐라고 하면서 쳐들어가야할지 막막했다. 에잇. 모르겠다. 우선은 정면 돌파다. 입구에 경비병 같은 거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입구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리 오너라!” 구원은 하는 수 없이 큰 소리로 외쳤다. “…뭔야 넌?” 곧이어 마법사 하나가 심각하게 짜증난다는 얼굴로 나왔다. “세이비어스의 클랜장이시다!” “뭐? 그게 뭐하는 덴데?” …뭐 어제 만든 클랜이니 당연한 반응이다. 근데 딴놈들은 몰라도 마법사는 그러면 안되는 거 아니냐? “네가 그러고도 마법사냐? 지고의 마법사님이 소속된 클랜의 이름도 모르다니.” “아, 거기의…뭐? 클랜장? 네가 바로 텔루나님을 꼬신 그 이방인 놈이냐? 과연 듣던 대로 생긴 것만 번지르르한 놈이군.” 놈은 구원의 정체를 파악하자마자 바로 이빨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이 마탑에는 이미 구원의 신상 정보가 어느 정도 퍼진 모양이다. “훗. 내가 좀 잘생기긴 했지.” 잘생겼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짜릿한 감각이 몸을 타고 흘렀다. 커스터마즈에 그렇게 공을 들이길 잘했지. 언제 느껴도 새로운 감각이야. 역시 잘생긴 게 최고야. “칭찬한 거 아니다! 그 클랜장이란 놈이 무슨 일로 온 거냐?” “무슨 일이긴. 당연히 너희가 납치한 우리 클랜원을 돌려받으러 왔지.” “…꺼져!” 그게 무슨 뜻인지 잠깐 고민하던 마법사는, 바로 구원의 말뜻을 깨닫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구원의 반응이 조금 더 빨랐다. “잠깐. 우리 클랜원을 맘대로 데려가 놓고 그런 태도를 하면 쓰나.” “이, 이익. 이놈이…!” 마법사는 필사적으로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그래봤자 연구나 하고 마법이나 뿅뿅거리던 놈들이다. 구원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이거나 먹어라!” 마법사는 문에서 손을 놓고 곧바로 마법을 영창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구원의 반응이 더 빨랐다. “너나 먹어라.”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두른 주먹으로 마법사의 복부를 가볍게 후려쳤다. 사실 구원이 혼자서도 이렇게 자신감 넘치게 쳐들어 온건 아무 생각이 없어서가 아니다. 오로지 마법사들만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충분히 구원 혼자서도 할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근거는 얼마 전에 던전에서 디아나가 했던 말이다. 디아나는 구원이 오크 주술사 상대로 상성이 좋아서 쉽게 이겼다고 했다. 성자의 손길 때문에 제대로 주술을 부릴 수 없으니 말이다. 그 말은 오크 주술사뿐만 아니라 마법사에게도 그대로 통용되는 말이다. 세상에 어떤 마법사가 구원이 주는 쾌락을 느끼면서 제대로 마법을 영창할 수 있을까? 전생 전 디아나처럼 아예 구원의 스킬이 먹히지 않을 정도로 레벨 차이가 난다면 또 모를까. 즉, 구원은 일단 접근만 할 수 있으면 모든 마법사들의 손쉽게 무력화 시킬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으히이잇!” 구원의 예상대로, 마법사는 마법의 영창이 끊기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으아. 시커먼 사내새끼의 신음소리라니. 난데없이 이 무슨 고막테러야. 구원은 짜증이 나서 진심으로 한 대 후려치려다가 참았다. 그래도 디아나도 마법사 협회에 애착이 없는 건 아닐 텐데, 괜히 이 이상 문제생길 행동을 할 필요는 없지. 이미 쳐들어 온 시점에서 충분히 문제생길 행동이지만, 이것까진 어쩔 수 없다. 곧이 곧대로 디아나를 데려가게 내버려둘 수는 없으니 말이다. “잠깐 기절이나 하고 있어라.” 구원은 가볍게 주먹을 몇 번 더 휘둘러 마법사를 기절시켰다. “아힛! 히잇! 으헥!” 기절한 놈의 표정은 왠지 천국이라도 다녀온 듯 편안해보였다. 바지의 고간부분이 진하게 젖어있어서, 상당히 찝찝할 텐데도 말이다. “…왜 한 방에 기절시키지 않고 저런 방식을 취하신 겁니까?” 조용히 뒤를 따라오던 바네사도 조금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어딜 어떻게 어느 정도 세기로 때려야 기절하는지 몰라서.” 안 그래도 힘 스텟이 무식하게 높은데, 이 비리비리한 마법사 놈 상대로 힘 조절 잘못해서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고. 나라고 사내새끼 신음소리 듣기가 좋아서 이러는 게 아니야. 이건 희생을 최소화시키기 위한 작업에 불과해. 구원은 결연한 표정을 짓고 마탑 안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구멍동서라니…그런 거 아닙니다. 이 작품에서 ntr같은 건 절대 안 나옵니다. 108==================== 마법사 협회 일단 침입에는 성공했지만, 여기서 디아나를 어떻게 찾아야할지 막막했다. 바네사는 여기 구조를 좀 알고 있으려나? “크아아아. 최고다 텔루나님!” 구원이 바네사에게 말을 걸려는 순간,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와 함께 들뜬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흑.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봤냐? 그 커다란 눈망울. 오똑 선 콧날. 앵두 같은 입술.” “심지어 저 모습이 전생한 거라면서. 대체 전생 전에는 얼마나 아름다우셨단 거야.” “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당연히 대륙 최고로 아름다우셨겠지!” “마치 지금은 아니란 듯이 말한다? 너 이 새끼 수상해. 이단 아니야? 흑마법사 개새끼 해봐.” “흑마법사 개새끼다 이 새끼야! 잠깐 말실수 한 거 가지고 꼬투리 잡지 마라. 당연히 지금도 대륙 최고 미인이시지.” 목소리는 남자 둘. 뭔가 아이돌 오타쿠들 같은 대화를 나누면서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구원과 바네사는 얼른 코너에 몸을 숨기고 놈들이 다가오길 기다렸다. 이쪽으로 다가온 순간, 한 번에 제압한다. “그 분의 존안을 두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 날이 오다니. 난 이제 죽어도 좋아.” “훗. 그릇이 작은 놈이군. 난 더 큰 꿈이 있다. 텔루나님의 3미터이내로 접근해 본다는 큰 꿈이.” “뭣이? 그럼 내 꿈은 이제 텔루나님과 손이 닿을 거리까지 가까이 접근해 보는 거다!” “그럼 난 손을 직접 잡아보겠어!” “아니, 좀 실현 가능한 꿈을 가져라.” “여, 역시 손을 잡아보는 건 너무 꿈이 큰가…?” “너희가 직접 손을 잡는 건 불가능하겠지만, 직접 손을 잡아본 적 있는 내 손이라면 잡게 해주지. 이걸로 너희들도 텔루나님과 간접적으로 접촉한 게 되는 거야.” 구원은 코너에서 튀어나가 자연스럽게 대화에 녹아들며 양 손을 내밀었다. “정말로?!” “너 좋은 놈이구나!” 다가오던 둘은 척수반사처럼 구원의 손을 덥석 잡았다. “뭘 이정도 가지고.” “…응? 그런데 넌 누구냐?” “처음 보는 얼굴인데.” “누구긴. 너희에게 천국을 보여줄 사람이지.” 구원은 곧바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했다. “아헤에엣!” 둘의 바지가 동시에 진하게 물드는가 싶더니, 놈들은 다리를 후들후들 떨면서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구원은 악수를 한 손을 놓지 않았다. 감히 디아나를 노려? 앞으로 삼일은 일어설 수 없을 정도로 보내주지. 잠시 후, 구원의 발밑에는 두 남자가 엉덩이만 들고 엎드린 자세로 쓰러져있었다. 간헐적으로 허리를 꿈틀꿈틀 대는 걸 보아, 죽진 않았다는 건 확실했다. “성자란 직업이 대단하긴 하군요.” 기분 탓인지 구원을 바라보는 바네사의 얼굴이 약간 창백해보였다. “훗. 나한테 걸리면 누구라도 천국을 맛보게 되지.” 자, 일단 디아나를 노리는 악의 무리는 토벌했고. 이제부터 어쩔까.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변장이 좀 필요할 것 같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지금 발밑에 쓰러져있는 두 놈의 로브를 빼앗아 있는 거지만…저걸 뺏어 입기에는 거부감이 너무 심하게 들었다. 그도 그럴게, 정액이 묻었을 지도 모르잖아. 바지를 입고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싸버리게 해서 로브에 묻었을 가능성이 있다. 조금이라도 묻었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저걸 입는 건 싫었다. “바네사. 아무래도 변장을 해야 될 것 같은데, 쟤들 로브 하나 뺏어 입을래?” “아뇨. 전 괜찮습니다.” 바네사도 싫은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어쩔 수 없지. 조심해서 가자.” “네.” “그런데 바네사. 여기 구조는 좀 알아?” “네. 오래 전 일이지만, 디아나님을 따라 몇 번 와본 적이 있습니다.” “그거 잘됐네. 그럼 혹시 디아나가 어디에 있을지 짐작 가는데 없어?” “탑의 꼭대기에 계실 겁니다.” “꽤나 확신을 가지고 말하네?” “마법사 협회의 모든 지부에는 디아나님을 모시기 위한 공간이 존재합니다. 이 마탑은 꼭대기 층에 디아나님을 모시기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있죠.” 언제 올지 모를, 아니 어쩌면 영원히 한 번도 안 올지도 모를 사람을 위해 공간을 마련해두다니. 이쯤 되면 그냥 빠돌이 빠순이라고 폄하하기도 힘들 정도다. 진짜 클래스가 다르네. 아무튼 덕분에 이쪽은 갈 길이 확실해 졌지만. “좋아. 그럼 가볼까.” 구원은 발걸음을 죽이고 조용히 위로 올라가기 위한 계단으로 향했다. “이쪽은 구원. 이쪽으로 진행하는 건 문제없어 보인다. 바네사 그 쪽 상황은 어떤가?” 구원은 벽에 등을 대고 고개만 살짝 내밀어 나아갈 길을 확인한 후, 목소리를 깔고 말했다. “…보다시피 아무도 없습니다.” 바네사는 멀뚱히 서서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 거 분위기 못타네. 이럴 땐 좀 이렇게 자세도 잡고 하는 게, 살짝 잠입 액션 게임을 하는 기분도 들고 재밌잖아. 골판지 상자 하나만 있으면 완벽한데. 그때 구원이 고개만 내밀어 바라보고 있던 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까 봤어? 텔루나님이 날 보셨어!” “무슨 소리하는 거야. 날 보신 거야!” “아냐! 눈이 똑바로 마주쳤어!” 상당히 들뜬 목소리로 떠들며 다가오는 마법사들의 수는 이번에도 둘이었다. 게다가 둘 다 여자였다. 역시 같은 여자마저도 저런 반응인 건가. 뭐 그건 그렇고 마침 잘 됐다. 안 그래도 여자 마법사를 만나고 싶었는데 말이지. “안녕 아가씨들. 그리고 잘 가 아가씨들.” 구원은 이번에도 기습적으로 튀어나가 양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뭐…히아아앙!” 반응 좋고. 가슴을 덥석 잡힌 여자 둘은 그 자리에 새된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참고로 가슴은 굳이 잡으려고 해서 잡은 게 아니다. 그냥 양 손을 앞으로 내밀었을 뿐인데, 가장 돌출된 부분이 잡힌 것뿐이다. 정말이다. 구원은 양 손에 힘을 줘 부드럽게 주물렀다. 이것도 사심이 들어간 행동이 아니다. 난 신사니까 말이야. 비록 필요에 의해서 이런 짓을 하기는 하지만, 난폭하게 굴 필요는 없지. 최대한 부드럽게 가자고. “이, 이게 히으읏! 하앙! 안 돼! 뭐야 이거! 하아아앙!” 결국 여자들도 극도의 오르가슴을 느껴 눈을 뒤집으며 기절해버렸다. 여자들이 완전히 기절하자, 구원은 당장 둘의 로브를 벗겼다. “좋아. 변장도구를 획득했다. 바네사 너도 얼른 이거 뒤집어써.” “하지만….” “어서.” “…네.” 바네사는 내키지 않는 기색이었지만, 구원은 재촉에 하는 수 없이 로브를 뒤집어썼다. 왜 그래? 시커먼 사내놈이 정액을 싸지른 로브보다는, 그래도 여자가 싸지른 쪽이 더 낫잖아? 지금은 두 눈을 뒤집어 까고 있어서 조금 그렇지만, 저 정도면 둘 다 얼굴도 제법 반반한 편이고. 아니, 같은 여자 입장으로선 차라리 남자 것이 더 낫나? 흠. 어려운 문제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구원과 바네사는 마법사 협회의 일원으로 변장을 마쳤다. 여성이 입던 로브라 구원에게는 크기가 조금 작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내놈 것을 입을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그 이후로 구원은 당당하게 마탑을 돌아다녔다. 마탑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상당히 소란스러웠다. 스쳐지나가는 사람마다 저마다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 하는 대화 내용에 귀를 기울여 보면, 전부 디아나 얘기뿐이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 같네.” 무려 마법사 협회의 모든 학파가 한 자리에 다 모여 있다는 마탑이다. 그 명성에 걸맞게 탑의 크기도 굉장히 컸는데, 그에 반해 탑을 돌아다니는 마법사의 숫자 자체는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았다. “던전 탐험을 위해서 라고는 해도, 모든 학파의 마법사들이 모여 있는 장소니까요. 예전에는 마법사 협회를 위험시 했던 만큼, 마탑에 머무르는 인원의 수는 국가에서 제한을 걸고 있습니다. 학파들 간에 사이가 벌어진 지금에 와서는 관리도 소홀해진 모양입니다만.” 과연 그렇군. 우리 입장에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 마법사의 숫자가 적으면 그만큼 정체를 들켰을 때 상대해야 되는 숫자도 적어진다. 하지만 숫자가 적기 때문에 서로의 얼굴을 전부 알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 오히려 정체를 들킬 확률이 올라간다는 소리가 된다. 일단은 최대한 얼굴을 마주치지 않도록 돌아다닐까. 그렇게 길을 빙빙 돌아가며 마탑 내부를 돌아다니다가, 구원은 한 가지 마법 장치를 발견했다. 커다란 원반이 공중에 둥둥 떠 있었고, 옆에 패널 같은 곳에는 큼지막한 마석이 박혀있었다. 원래 세계와는 상당히 모습이 다르지만, 이거 아무리 봐도 엘리베이터 같지?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어. 운동하고는 인연이 없을 마법사들이 사는 탑인데, 이 높은 탑을 마법사들이 그냥 걸어 올라갈 리가 없지. “바네사. 이거 조작할 줄 알아?” “마법사 협회에서 발급하는 신분증이 있어야 작동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 지위나 소속 학파에 따라서 갈 수 있는 층도 제한되어있겠죠.” “그렇단 말이지. 좋아. 다른 사람이 타는 거에 끼어 타자.” 구원은 즉시 결정했다. 이런 편한 방법이 있는데, 미쳤다고 이 높은 탑을 걸어서 올라가냐. 방법은 간단하다. 구원과 바네사는 엘리베이터가 보이는 통로 끝에 가서 조용히 대기했다. 이제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설마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놈이 한 명도 없겠어? 적어도 걸어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 보다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놈이 나타나는 게 빠를 거다. 운 좋게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마법사는 금방 나타났다. “잠깐만요! 같이 타요!” 마법사가 엘리베이터에 올라서자, 구원은 황급히 뛰어가며 말했다. “빨리 오게.” “휴, 감사합니다.” “아니…네, 네놈은!” 태평하게 대답하려던 마법사는, 구원의 얼굴을 가까이서 보고 갑자기 언성을 높였다. “네놈이 여기 어쩐 일이냐! 아니, 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냐!” “아저씨 나 알아?” “텔루나님의 저택에서 보지 않았냐!” “아.” 듣고 보니 기억이 났다. 아까 디아나의 저택에서 얼굴을 기억해 놨던 사내 놈 중 하나였다. 어쩔 수 없지. 되도록 온건한 방법으로 얻어 타려고 했는데. 이제 와서 들킬 순 없거든. 탓하려거든 내 얼굴을 기억한 자신을 탓해라.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통해 놈의 몸에 가볍게 툭 가져다댔다. “이, 이게 무슨 짓이냐!” 어, 어라?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놈은 신음성을 내지르지도 몸을 부들부들 떨지도 않았다. 그저 소스라치게 놀라서 구원의 손을 뿌리쳤을 뿐이었다. 성자의 손길이 먹히지 않아? 자세히 보니 바지 앞섬이 부풀어 올라 있는 것이, 아주 안 먹힌 건 아닌 모양이었다. 위력을 저렇게 상쇄시킬 수 있을 정도의 레벨이라는 건가? “역시 좋지 않은 목적으로 잠입한 거였군! 텔루나님의 저택에서부터 그런 놈일 거라고 생각했다! 받아라!” 고속 캐스팅이라는 걸까? 마법사는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속도로 입을 움직여 마법을 영창하더니, 순식간에 구원에게 마법을 쏘아 보냈다. “큭!” 마법사와 근접해있던 구원은 피할 새도 없이 그대로 마법을 복부에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한 대 맞자마자 헛구역질이 올라왔다. 그렇게 순식간에 만든 마법이니, 이 마법사 기준으로 그렇게 위력이 강한 마법은 아닐 거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법저항력과 관련된 정신 쪽에 한 번도 보너스 스탯을 배분한 적이 없는 구원에게는 충분한 위력이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살벌한 데미지에, 구원은 정신이 없어졌다. 욱신거리는 배를 한 손으로 감싸 쥐고 나머지 손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턱. 하지만 구원의 주먹은 마치 벽을 친 것 같은 느낌과 함께 튕겨져 나왔다. 젠장. 실드 마법인가. 그 사이에 마법사는 구원과 조금 거리를 벌리고, 본격적으로 마법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원도 그동안 폼으로 던전에 다녔던 게 아니다. 아까는 갑작스런 데미지에 잠깐 정신이 없어졌지만, 구원은 이내 정신을 차렸다. 생각을 해보자. 차례차례 날아오는 마법을 가까스로 피하며 생각을 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원은 필사적으로 이 사태를 해쳐나갈 방법을 생각해봤다. 보너스 스탯을 정신에 찍어야 하나? 하지만 만약 보너스 스탯을 찍어도 마법 방어력이 모자란다면? 보너스 스탯을 정신에 투자해도 마법의 데미지를 상쇄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마법 하나하나의 위력이 매서웠다. 그리고 만약 정신에 모두 투자하여 마법을 버텨낼 수 있게 된다고 해도, 공격 수단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방금 구원은 공격은 실드에 가볍게 막혔으니 말이다. 그냥 좀 더 오래 버티는 샌드백이 될 뿐이다. 그럼 아예 전부 근력에 찍어? 근력을 더 찍으면 과연 실드를 뚫을 수 있을까? 빨리 결단을 해야 했다. 이대로 가면 소동을 눈치 챈 마법사들이 더 몰려오기 시작할 거다. 좋아. 어디 한 번 도박을 해볼까. 구원은 한 가지 결심을 하고 스탯창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무꾸914, SheerBliss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그 외에도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09==================== 마법사 협회 매력이란 스탯은 그저 용모를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게 전부인 스탯이 아니다. 게임과 동일한 시스템이니 말이다. 그냥 더 예뻐집니다. 하고 끝인 스탯일 리가 없는 건 당연한 거다. 일반적으로 매력이 높으면 높을수록 성행위에 플러스 보정이 들어간다. 이 세계는 성행위로 레벨을 올리는 세계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가치가 있는 스탯이다. 그리고 특히나 구원에게는 매력 스탯이 남들보다 더 가치가 있었다. 바로 게임을 시작할 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직업인 성자. 매력은 성자라는 직업과 밀접하게 관련된 스탯이기 때문이다. 근력을 올리면 공격력이 올라가고, 내구를 찍으면 방어력이 올라가는 것처럼, 매력을 올리면 성자 스킬의 위력이 올라간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매력을 한 번도 안 올렸냐고? 물론 구원도 마음 같아서는 올리고 싶었다. 그냥 섹스만 해도 보정이 더 들어가고, 성자 스킬의 위력도 올라가고, 덤으로 더 잘생겨지기까지 한다. 올리고 싶은 게 당연했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구원은 매력을 올릴 필요가 없었다. 섹스는 지금도 충분하고 남을 정도로 절륜했고, 마찬가지로 성자의 스킬들도 이 이상 위력을 올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잘생겨지는 건 그냥 기분이 좋아지는 것 말고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래서 구원은 눈물을 머금고 매력을 올리지 않았던 거다. 심지어 매력의 초기치가 워낙 높았던 까닭에, 지금도 근력과 내구에 뒤이어 세 번째로 높은 스탯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얘기가 조금 다르다. 일반적인 전투로 눈앞의 마법사에게 대항할 수단이 없는 이상, 구원에게 믿을 건 성자 스킬밖에 없었다. 많이 효과가 상쇄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성자의 손길이 효과가 있는 건 아까 확인했다. 여기서 만약 보너스 스탯을 전부 매력에 투자한다면? 이건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데, 효과가 없을 리가 없다. 구원은 곧장 매력에 모든 보너스 스탯을 투자했다. 그래도 그렇지 보너스 스탯을 전부 써버리는 건 아깝지 않냐고? 물론 조금씩 사용해가면서 성자 스킬이 제대로 먹히는 시점까지만 올리는 게 더 효율적인 스탯 사용법이긴 하지. 하지만 지금은 한시가 급하다. 언제 이 소동을 듣고 다른 마법사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말이다. 어쩔 수 없는 거야. 어쩔 수 없는 거. 그냥 더 잘생겨지고 섹스에 절륜해지고 싶은 욕망 때문에 보너스 스탯을 전부 때려 박은 게 절대 아니야. 이름 : 구원 종족 : 인간 24 직업 : 성자 45 / 모험가 21 / 무투가 37 레벨 : 45 생명 : 12700/12700 정기 : 4500/4500 근력 : 127 내구 : 115 민첩 : 98 체력 : 96 지력 : 54 정신 : 64 매력 : 168 보너스 스탯 : 0 상태 : 보통 60이나 모아두고 있었던 보너스 스탯을 전부 투자하자, 구원의 매력은 순식간에 엄청나게 뻥튀기 됐다. 크크큭. 거울은 안 봤지만 벌써부터 더 잘생겨진 기분이야. 매력이 엄청나게 올렸지만, 저 마법사를 상대할 준비는 이걸로 끝이 아니다. 지금 구원의 성자 스킬은 직접적으로 닿아야만 그 위력을 발휘하는 스킬들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실드가 존재하는 한, 직접 접촉은 불가능한 상황. 거기서 등장하는 게 바로 성자의 파동이라는 새 스킬이다. 마침 딱 45레벨에 배울 수 있는 스킬로, 간단히 말하자면 성자의 손길을 장풍처럼 쏘아 보내는 기술이라고 보면 된다. 도박이라는 건 바로 이걸 말하는 거다. 실드는 일정 데미지 이하의 공격을 차단하는 마법. 과연 성자의 파동도 공격으로 판정되어 실드에 막힐까? 그저 단순히 성적 쾌감을 느끼게 하는 기술인데? 도박이기는 하지만, 구원은 충분히 승산이 있는 도박이라고 생각했다. “이거나 먹어라!” 성자의 파동에 스킬 포인트를 투자한 구원은, 곧장 손바닥을 펴 앞으로 내질렀다. 구원의 손에서 투명한 기운이 쏟아져 나가, 마법사의 몸에 명중했다. “푸하핫. 뭐하는 짓이냐하아아앗!” 기운이 투명하다보니, 딱히 눈에 보이는 건 아니다. 아마 구원이 헛짓거리를 하는 줄 알았겠지. 마법사는 구원을 비웃으려다가, 갑자기 다리를 안짱다리로 만들며 괴상망측한 소리를 질렀다. 좋아. 역시 매력을 이렇게 올리니 확실히 먹혀드는 모양이군.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아직 놈의 실드는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뭐하는 짓이기는! 고 투 헤븐이다!” 그래 보내는 건 지옥이 아니다. 천국이다. 직업도 성자인 만큼. “흐잇! 잠깐! 흐앗! 이건! 하윽!” 구원이 연속으로 성자의 파동을 날리자, 계속되는 쾌감에 드디어 마법사도 정신이 흐트러졌다. 그 증거로 마법사의 앞에 펼쳐져있던 실드가 서서히 희미해지더니, 결국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지금까지 애먹게 해줬겠다.” 실드만 사라지면, 더 이상 놈은 구원의 상대가 아니다.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마법사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댔다. 성자의 파동이 편하긴 한데, 정기 소모가 심하단 말이야. “천국에서 후회해라.” “흐아아아아아앗!” 결국 놈은 성대한 신음소리와 함께 눈을 까뒤집고 정신을 잃었다. “후우. 오늘도 또…쓸데없는 정액을 흘리게 해버렸군.” “…고생하셨습니다.” 구원이 괜히 똥폼을 잡고 있자, 바네사가 뒤에서 수고의 말을 전했다. 그제야 구원은 바네사의 존재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똥폼 잡은 자세 그대로 굳어졌다. “…너 지금까지 어디 있었어?” “네? 뒤에 계속 있었습니다만.” “…왜 안 도와줬는데?” “도와달라고 안하셨잖습니까.” 젠장! 수동적인 녀석 같으니라고! 딱 봐도 고생하는 것 같아 보이면 스스로 나서서 도와줘야 할 거 아니야! 으악! 내 보너스 스탯! 얘만 도와줬으면 굳이 찍을 필요도 없었는데! 구원은 바네사를 향해 홱 돌아봤다. “내 스탯 어쩔 거야!” “네, 네…?” 구원이 돌아보자 바네사는 한 순간 움찔거리더니, 무슨 소린지 알 수 없다는 듯 머리에 물음표를 띄웠다. 젠장. 애지중지 모아뒀던 보너스 스탯을 전부 털어 넣어버리다니. 그것도 하필이면 제일 올릴 필요 없는 매력에다가! 잘생겨져버렸잖아! …응? 후, 후우. 찍어 버린 건 어쩔 수 없지. 아무리 후회해도 이미 찍은 스탯이 돌아오는 건 아니다. 구원은 구질구질하게 후회하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올라간 매력의 위력은 잠시 후에 디아나 몸으로 듬뿍 즐기지 뭐. “그럼 바네사. 전투는 내가 끝냈으니 넌 놈의 몸을 수색해. 신분증인지 뭐지를 찾아내서 얼른 이 엘리베이터를 기동시키는 거야.” “…네.” 바네사는 순간 싫은 얼굴을 했지만, 순순히 남자의 몸을 뒤졌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어. 나도 정액 싸지르고 기절한 사내새끼 몸에 손대고 싶진 않거든. “찾았습니다.” 바네사는 놈의 몸에서 한 가지 카드를 꺼냈다. 마치 모험가 카드처럼 생긴 카드였다. 아무튼 이걸로 엘리베이터는 기동할 수 있게 됐다. 디아나의 저택에서 구원과 마주쳤다는 말은, 한마디로 이놈이 한 학파를 대표해서 디아나를 찾아올 정도의 위치에는 있다는 말이 된다. 즉, 엘리베이터로 갈 수 있는 층도 아마 상당히 많을 거다. “좋아. 그럼 바로 꼭대기까지 가보자.” 구원의 예상대로, 놈의 카드를 이용해서 꼭대기까지 바로 가는 게 가능했다. 꼭대기에 도착하자, 구원과 바네사를 맞이하는 건 바로 힙합퍼였다. 놈은 커다란 문 앞에서 마치 경비라도 서듯이 가만히 서 있었다. “늦었잖아. 대체 뭐하다가…네, 네놈은!” 협회의 마법사라고 생각한 건지, 힙합퍼는 거들먹거리며 말하다가 구원의 얼굴을 확인하고 안색을 바꿨다. “네 놈이 여기에 무슨 일이냐! 아니, 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냐!” “존댓말 안하냐?” “요! 아니, 네놈 따위에게 존댓말을 할 이유는 없다!” 그럼 앞에 붙인 요! 는 존댓말이 아니면 뭔데. 힙합퍼 특유의 관용어냐? “나도 네놈 따위에게 어떻게 들어왔는지 알려줄 이유는 없다. 거기서 꺼져. 디아나는 돌려받아야겠어.” “그분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마라!” 구원의 말에 힙합퍼는 불같이 화를 내며 바로 마법의 영창을 시작했다. “제가 나설까요?” 아까 보고만 있었던 게 맘에 걸렸는지, 이번엔 바네사가 구원에게 물어봤다. “아니. 됐어. 거기서 보고만 있어.” 어차피 이미 보너스 스탯은 전부 찍은 거다. 이왕 찍은 거 써먹을 기회가 있을 때 써먹기라도 해야지. 게다가 작전도 이미 생각해 놨다. 구원은 바로 힙합퍼에게 성자의 파동을 날렸다. “으헛! 이, 이건?!” 힙합퍼는 바로 마법 영창이 끊기고 놀란 듯 말을 더듬었다. 그러고 보니 얘가 아까 온 놈들 중 제일 강한 마법사라고 했던가? 과연 성자의 파동에도 바로 신음소리를 내지를 정도는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까지 만들 필요는 없다. 요는 마법 영창만 불가능해질 정도가 되면 되는 거니까. 구원은 바로 놈에게 다가가 어깨를 잡았다. 아무리 레벨이 높아봤자, 결국엔 마법사. 신체 능력으론 나한테 안 되지. 이렇게 몸이 잡힌 이상, 결판은 벌써 난 것이나 다름없다. 힙합퍼의 양어깨를 붙잡고 문 쪽으로 갔다. 하지만 놈을 문에 몰아붙인 게 아니다. 구원 스스로가 문에 등을 기대고 섰다. “레벨이 높아서 조금은 버티는 모양인데…지금까지 놈들은 다들 금방 싸버려서 시시했거든. 오래오래 버텨서 조금은 즐겁게 해달라고.” 구원은 곧바로 놈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 이어서 성자의 손길을 발동했다. “크흣. 네, 네놈. 하앗. 협회의 마법사가 고작 이정도로 무너질 것 같으냐.” 응. 무너질 거라고 확신하는데. 이미 마법은 쓸 생각도 못하고 있잖아. “말은 그렇게 하면서 이미 바지 앞섶은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오른 것 같은데?” “크흑. 테, 텔루나님에게는 절대로 못 보내준다.” “그건 네가 허락할 문제가 아니야. 디아나는 내 클랜원이니까. 오히려 너희가 내 허락을 받고 디아나를 만나야지. 그리고…이제 넌 끝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구원은 한쪽 손을 문손잡이에 가져다댔다. “그, 그게, 크윽, 무슨 말이냐?” “이 문 건너편에 디아나가 있겠지? 만약 지금 내가 여기서 이 문을 열면 어떻게 될까?” “뭐, 뭐라고?” “이대로 문을 열면, 난 방 안쪽으로 쓰러지겠지. 그리고 넌 내 위에 엎어질 거고. 성기를 세우고 흥분한 얼굴로 자신의 남성 클랜장을 덮치는 남성의 마법사. 과연 디아나가 그 모습을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이걸 위해서 일부러 절정속박을 건거다. 내 위에서 싸지르기라도 한다면 기분 더러울 테니 말이다. “네, 네놈의 직업을 알고 있는 텔루나님이 그런 오해를 하실 것 같나!” 구원의 말 뜻을 이해하고, 놈은 안면이 창백해진 채 말했다. “그래? 그렇담 열어도 된다는 말이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마법사 나부랭이와 소속된 클랜의 클랜장. 과연 디아나가 둘 중 누구의 말을 믿어줄지 기대되는군.” 구원은 그렇게 말하며 정말로 문고리를 살짝 돌렸다. 사실 힙합퍼의 말대로다. 디아나는 구원의 직업을 알고 있는 만큼, 구원이 뭔가 수작을 벌였다고 생각할 거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는 쾌감에 놈은 제대로 머리가 굴러가지 않고 있을 거다. “자, 잠깐만! 말로! 말로 하자!” 역시나 예상대로 놈은 황급히 구원을 말렸다. “존댓말은?” “요!” “흠. 좋아. 어디 말이란 걸 해보지.” “워, 원하는 게 뭐냐…요.” “당연히 여기서 디아나를 데리고 가는 거지.” “그, 그건….” “그리고 내가 여기 들어오면서 몇몇 애들한테 살짝 몹쓸 짓을 했거든? 그것도 네가 무마시켜.” 디아나가 말 한마디만 해도 무마가 가능하겠지만, 그러면 또 디아나가 얘들한테 심적 부담감이 생기게 된다. 그렇게 놔둘 수는 없지. “뭐, 뭐라고! 네, 네놈!” “디아나를 보내줬다는 불명예를 뒤집어쓰는 것과, 디아나에게 직접 미움 받는 것. 뭘 선택할래? 참고로 전자는 디아나의 뜻을 따랐다는 변명거리라도 있다. 잘 생각해라.” “크흐흐흑! 네, 네놈!” “어라? 문이 열리려고 하네.” “알았다! 알겠다고 이 망할 놈아! 맘대로 해라!” “존댓말은?” “요!” “좋아. 그럼 마나의 맹세인지 뭔지 그거 해봐.” “뭣이라?!” “그럼 내가 네 말만 듣고 그냥 믿어줄 거라고 생각했어? 뭐해? 얼른 해.” “크흑. 마, 마나에 걸고 맹세한다.” 힙합퍼는 뭐가 그리 억울한지, 아랫입술을 부르르 떨며 말했다. “뭐야? 겨우 그게 끝이야?” 구원이 바네사를 쳐다보자, 바네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냥 말만으로 끝나는 거였나보다. 휘황찬란한 이펙트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별거 아니네. “좋아. 잘했어. 그럼 이제 싸도 돼.” 힙합퍼에게서 떨어지면서, 구원은 절정 속박을 풀어버렸다. “뭣? 그게 무슨…흐아아아악!” 그동안 계속해서 중첩됐던 쾌감은 그대로 힙합퍼를 천국으로 보내버렸다. “뭐가 이렇게 소란스러운가?” 그리고 그 소리를 들었는지, 문이 열리며 디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디아나!” 구원은 반가운 마음에 바로 디아나를 껴안았다. “으헷! 자네가 여긴 어쩐 일인가?” “하도 안 오길래 걱정 되서 찾아왔지.” “하아…. 이 몸이 조금 더 늦을 거라고 연락을 하지 않았나.”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바네사. 들은 거 있어?” “아뇨. 저희가 저택에 있을 때까지 그런 얘기는 전달받지 못했습니다.” “…아무래도 이 자들이 심술을 부린 모양이군. 그런데 자네 용케 여기까지 왔구먼. 그냥 들여보내 주던가?” “아니. 잠입해서 뚫고 왔는데.” “…대체 무슨 짓을 하는 겐가.” “하지만 걱정됐는걸.” “자네는…하아. 바네사, 자네는 왜 안 말렸나.” “디아나님이 최대한 구원님의 말을 들어드리라고 하셨으니 까요.” “그래도 이런 것까지…뭐 온 건 어쩔 수 없지. 일단 들어오게.” 구원의 품 안에서 떨어진 디아나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과연 디아나 광신도들이 디아나만을 위해 준비한 방답게, 방은 무척이나 호화로운 느낌으로 꾸며져 있었다. “그, 그런데 자네 얼굴이 왜 그러나?” 응? 얼굴? …아. 혹시 매력을 올린 것 때문에 전보다 더 잘생겨보여서 그러는 건가? “내 얼굴이 왜? 혹시 잘생겨 보이기라도 해? 디아나도 탑 안에 갇힌 공주님을 데려온 왕자님은 더 멋져 보이는 모양이지?” 어차피 이 세계의 사람들은 세부 스탯의 존재를 모르니, 구원은 한번 입을 털어봤다. 정확히 말하자면 디아나가 딱히 여기 갇혀있었던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 그럴 리가 있나! 그런 거 아닐세! 이제 보니 평소와 똑같군! 이 몸이 잠깐 잘못 본 것 같네!” 디아나는 당황했는지 목소리 톤이 급격히 높아지며 말했다. 좋아. 착각하고 있어. 이 착각이 그대로 진심이 돼서…역시 거기까지 기대하는 건 오버인가? “그래서 디아나는 왜 아직도 여기 있는데?” “으, 으음. 흠흠. 각 학파의 수장들이 이리로 오고 있는 중일세. 여기 지부에 있는 자들에게 말해봤자 모두를 납득시키진 못할 테니 말일세.” “그래서 그 수장들이 다 올 때까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음.” “그럴 거면 그냥 저택에서 기다렸어도 됐잖아. 뭐하러 이런 곳에 있어.” “너무 그러지 말게나. 이자들도 이 몸을 필요로 해주다보니 그러는 건데, 이 몸도 조금은 성의를 보여야하지 않겠나.” “디아나가 필요한 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흐, 흠. 자네 오늘따라 안 어울리게 어리광을 부리는구먼.”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구원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무턱대고 쳐들어온 건 잘못일세. 그나마 이번엔 이 몸이 무마시킬 수 있겠지만 말일세.” “아, 그거라면 괜찮아. 이미 서로 잘 말해서 끝난 얘기거든.” “음? 그런가? 의외로구먼.” “내가 원체 성격이 좀 원만하잖아.” “그런가? 어쨌든 다음부터 이런 짓은 삼가게. 차라리 클랜의 권리를 내세워 정식으로 항의하는 게 좋을 걸세.” “난 그런 거 잘 모르니까 말이야. 거봐. 역시 디아나가 필요하잖아.” “후훗. 알겠네. 알겠네.” 디아나는 다시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구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그럼 그 수장들이 올 때까지 계속 여기서 기다릴 거야?” “음. 그럴 생각이네.” “얼마나 걸리는데?” “그다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걸세. 텔레포트 마법진을 사용할 테니 말일세. 다만 대륙 반대편에 있는 자도 있다 보니…아마 앞으로 한두 시간 정도는 걸릴 것 같군.” “그렇단 말이지….” 그 말을 듣고, 구원은 디아나의 허리에 팔을 둘렀다. “뭐, 뭐하는 겐가.” “전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구원의 행동을 보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직감했는지, 바네사는 눈치 빠르게 방에서 나갔다. “잠, 저, 정말로?” “당연하지. 벌써 밤이야. 어차피 한두 시간 걸린다면서?” “그, 그것 그렀네만 꺅!” 구원은 그대로 디아나를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아 들고 방 한 구석에 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ntr 안 나온다고 못을 박았는데도 계속 ntr얘기가 나오네요. 작가의 말을 안보는 건지, 보고도 무시하는 건지. 한 10줄 정도 도배하면 보시려나…. ntr 안 나와요! ntr 안 나온다고요! ntr같은 거 안 나와요! 110==================== 마법사 협회 “자, 잠깐만 기다리게. 정말로? 정말로 여기서?” 침대에 누워서 디아나는 당황한 듯 동공을 진동시키며 말했다. “응.” 아까 결심했거든. 이왕 매력에 전부 때려 박은 거, 네 몸으로 그 위력이라도 즐기자고. “지, 진정하게. 자네. 냉정해지게. 지금 밖에는 다른 사람도 있네. 자네도 오면서 봤을 것 아닌가. 그 저택에서 봤던 자가….” “걱정 마. 걔 기절했어.” “무슨 짓을 한 건가! 대화로 잘 풀었다고 하지 않았나!” “걱정 마. 때려서 기절시킨 거 아니야.” “그, 그래도 안 되네! 바, 바네사! 그래. 바네사도 있지 않은가!” 디아나는 남이 있는 상황이 어지간히도 불안한지, 필사적으로 구원을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벗어날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단 말이지. 정말로 여기서 하기 싫은 거 맞아? 사실은 조금 기대하고 있는 거 아니야? 자기 성벽에 솔직해지자고. 물론 이렇게 말했다가는 디아나가 정말로 탈출을 감행할 우려가 있으니,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너만 좀 조용히 하면 안 들릴 거야.” “그런 문제가….” “오늘따라 왜 그렇게 빼? 어차피 오늘 같이 자는 날이었잖아.” “그래도 이런 건 장소를 가려가며 해야 하지 않나!” “이런 게 뭐 어때서? 그냥 스킬 연구잖아?” “농담 아닐세! 정말로…!” “나 새로운 스킬 익혔는데. 궁금하지 않아?” “거짓말하지 말게! 그런 식으로 이 몸을 속이려고….” “아니. 정말인데. 자.” 구원은 디아나에게 성자의 파동을 날렸다. “음? 지금 뭐하는…히으으으으읍!” 구원이 허공에 손을 휘두르자 잠시 의아해하던 디아나는, 파동에 닿자마자 급격한 반응을 보였다. 허리를 활처럼 휘고 등과 발끝으로만 몸을 지탱한, 즉 브릿지 자세를 취하며 성대하게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게다가 옷을 입고 있는데도, 치마 아래의 가랑이 부분에서 투명한 액체가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막 전생하여 레벨 1이었을 때 이후로, 최고로 성대하게 절정에 달한 거 아닐까? 요즘엔 디아나도 구원과 자는 게 조금 익숙해진 느낌이 있었는데, 성자의 손길을 금지하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나마 지고의 대마법사님의 자존심인지, 신음성을 내뱉기 직전에 스스로의 양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 신음소리가 크게 들리진 않았다. 역시 위력이 무시무시하게 올라갔군. 같이 많이 잤던 디아나의 반응을 보니, 오히려 아까 싸울 때보다 더 확실하게 실감이 났다. 그건 그렇고 이 자세…. 너무 적나라한 거 아니야? 디아나는 아직도 절정의 여운에 벗어나지 못했는지 몸을 활처럼 휜 자세를 유지한 채로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디아나의 아래쪽에 위치하던 구원을 향해 고간을 내밀고 있는 모양새다. 만지고 싶다. 만지고 싶어. 하지만 지금 만지면 큰일 날 것 같은데…. 살짝만 만지는 거면 괜찮지 않을까? 좋아. 살짝만 만지자. 지금 만지면 디아나가 어떻게 될지 상상이 안 될 정도로 디아나의 반응이 격렬했지만, 구원은 결국 욕망에 져버렸다. 이렇게 고간을 내밀고 있는데 만질 수밖에 없잖아. 구원은 우선 디아나의 치맛자락을 걷었다. 치마를 걷자 모습을 드러낸 하얀 속옷은 이미 음부의 모양이 뚜렷하게 비쳐 보일 정도로 푹 젖어있었다. 구원은 검지를 펴 음부 모양을 따라 선을 그리듯이 아래에서 위로 가볍게 쓸어 올렸다. “흐아아아아앙!” 디아나는 가까스로 틀어막고 있던 양손으로 침대 시트를 움켜쥐고 크게 심음성을 내지르며 다시 한 번 몸을 떨었다. 푸슛. 푸슛. 흠뻑 젖은 속옷은 이미 그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여, 아무 방벽도 되어주지 못하고 음부에서 내뿜는 애액을 그대로 밖으로 분출시켰다. 두어 차례 성대하게 애액을 분출한 디아나는, 그대로 온 몸에 힘이 빠진 듯 침대위에 축 처졌다. 역시 그 상태에서 음부를 건드리는 건 좀 과했나. “디아나. 괜찮아?” 구원은 디아나를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었다. 살짝 얼굴을 엿보자, 역시나 기절한 모양이었다. …우선 옷부터 벗길까. 이미 많이 늦은 기분도 들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더 더럽혀지지 않게 조치를 취해야지. 디아나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꽤나 복잡한 구조라서 벗기는데 애를 먹긴 했지만, 고군분투한 끝에 결국 구원은 디아나를 완전히 알몸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음. 역시나 언제 봐도 예쁜 몸이다. 원래 구원의 취향은 흉부지방이 풍만한 레이아 같은 체형이지만, 디아나의 몸은 그런 취향과 관계없이 사람을 매료시킬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그럼 이제 다시 디아나를 깨워볼까. 아직 난 시작도 안했는데 괘씸하게 혼자만 기분 좋아지다니. 물론 깨우는 방법은 간단하다. 이대로 가만히 자고 있지 못할 정도로 몸에 자극을 주면 된다. 구원은 우선 디아나의 다리를 잡고 디아나의 어깨 쪽으로 넘겨, 엉덩이가 위를 향하는 자세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왼손의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디아나의 음부를 양쪽으로 활짝 벌렸다. 이미 홍수가 난 그곳은, 찔꺽하는 야릇한 소리와 함께 깨끗한 핑크빛 속살을 드러냈다. 안쪽에서는 아직도 다 분출하지 못하고 남아있던 투명한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구원은 혀를 뾰족하게 세우고, 애액이 흘러나오는 곳을 조심스레 자극했다. 물론 성자의 성수는 사용하지 않았다. 아까 반응을 보니, 오늘은 스킬을 봉인해야 할 때인 것 같다. “흐읏…흐윽…하앗…!” 구원의 혀가 안쪽을 자극할 때마다 디아나는 달뜬 신음성을 흘렸지만, 정신을 차릴 기색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이것보다는 더 큰 자극이 필요한가. 구원은 얼른 자신의 옷도 전부 벗어 침대 아래로 내팽개쳤다. 이미 아까 성자의 파동을 쓴 순간부터 물건은 준비를 끝마친 상황. 구원은 스스로의 물건을 디아나의 음부입구에 맞대고, 주저하지 않고 그대로 허리를 아래로 내렸다. “흐이이이이이이잇!” 그 효과는 굉장했다. 물건 끝이 막다른 곳에 다다를 때까지 한 번에 쑤셔넣자, 디아나는 바로 크게 신음성을 내지르며 눈을 떴다. “잠깐! 멈추게! 기다리게! 움직이지 말게!” 그리고는 양손을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안 움직이고 있어. 진정해 디아나.” 구원은 디아나를 안심시키듯이 손을 뻗어 뺨에 달라붙은 젖은 머리카락을 치우고 그 얼굴을 조심스레 쓰다듬어줬다. 그러자 디아나도 조금 진정한 듯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웁. 후욱. 후우우. 자, 자네 이게 대체…!” “너무 큰 소리로 말하면 바네사한테 들릴걸?” “흐읏!” 구원이 그런 소리를 하자, 디아나는 다시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하지만 그런 태도와는 달리, 디아나의 음부는 구원의 물건을 더 강렬하게 조여 왔다. 과연 우리 노출증 환자님. 반응이 귀엽다니까. “아니. 이미 늦었나? 아까 입도 안 막고 성대하게 신음소리를 내질렀으니 말이야. 바네사도 지금쯤 우리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지도.” 꾸욱. 꾸욱. 디아나는 양손으로 입을 막고 필사적으로 도리질 쳤지만, 그 음부는 구원이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구원의 물건을 아플 정도로 조여 왔다. “그럼 슬슬 움직일게. 바네사한테 안 들리게 하려면 계속 그렇게 막고 있어.” 계속된 자극에 구원도 더 이상 이대로 가만히 있는 건 힘들었다. 구원은 디아나의 발목을 붙잡아 디아나의 머리 옆 침대 쪽으로 밀착시키고, 그대로 허리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찍었다. “흐으읍! 흐읍! 흐으읍! 하으으으응읍!” 바네사에게 들릴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디아나의 노출증을 자극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구원의 높아진 매력 스탯 때문에 더 격렬하게 느끼는 걸까? 아마 둘 다겠지. 아무런 스킬도 사용하지 않고 그저 허리를 움직였을 뿐인데, 디아나는 격렬하게 반응을 해왔다. 지나친 쾌락에 저도 모르게 입에서 손을 떼려다가 다시 입을 틀어막는 움직임을 보였을 정도였다. “막고 있기 힘들어 보이네. 내가 대신 막아줄까?” “흐읍! 흐으읍!” 구원의 물음에 디아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양 손은 이미 사용 중인데. 아, 그래! 입으로라면 막아줄 수 있을 것 같은데?” 디아나와 할 때면 빠지지 않고 한번은 꼭 해보는 키스요구다. 매번 번번이 거절당했지만, 왠지 이번에는 가능할 것 같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구원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은 디아나는 동공을 크게 진동시켰다. 어? 오늘은 진짜로 좀 반응이 괜찮은 것 같은데? 구원은 디아나가 대답할 수 있도록 허리를 잠깐 멈췄다. 구원이 허리를 멈춰도 한동안 구원의 눈을 빤히 쳐다보던 디아나는, 머뭇머뭇 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하앗. 하앗. 이 몸과 키스가 그렇게 하고 싶나?” “응.” 디아나의 물음에 구원은 생각할 것도 없이 즉답했다. “자, 자네는…영원….” “영원?” 디아나가 우물쭈물 거리면서 더 이상 말을 못 잇기에, 구원은 재촉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게 디아나의 심경을 건드린 모양이다. “…아니, 역시 아무것도 아닐세.” 디아나는 살짝 풀죽은 얼굴로 그렇게 내뱉었다. “잠깐만. 그렇게 말을 끊는 게 어디 있어. 끝까지 말을….” “아무것도 아닐세! 키스는 안 되네! 금지일세!” 구원이 항의하려고 하자, 디아나는 두 손으로 구원의 입을 틀어막으며 외쳤다. 젠장. 중간까지는 진짜로 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디아나가 그렇게 나와 버리자, 구원도 조금 심사가 뒤틀렸다. “알았어. 그럼 혼자 알아서 잘 틀어막아!” 구원은 그렇게 외치고 허리를 살짝 들었다가 강렬하게 내리찍었다. “뭣…흐이잉으읍!” “자, 이래도 계속 막고 있을 수 있어? 이래도?” 구원은 디아나가 가장 잘 느끼는 곳을 자극하듯 허리를 내리찍으면서 말했다. “흐으읍! 흐읍! 흐읍!” 하지만 구원이 아무리 격렬하게 움직여도, 디아나는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있는 손을 떼려고 하지 않았다. 젠장. 그렇다면. 구원은 디아나의 몸에 손을 뻗어서, 그대로 들어올렸다. 디아나는 발을 구원의 어깨에 걸치고, 다리와 몸이 수평이 되는 자세가 됐다. 그렇게 디아나를 들어 올린 구원은 그대로 문 쪽을 향해 걸어갔다. “흐으읍! 흐읍! 흐으읍!” 디아나는 이게 무슨 짓이냐는 듯이 항의의 시선을 구원에게 보냈지만, 구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디아나의 질 벽이 구원의 물건을 강렬하게 조여 왔다. 그렇게 문 앞에 도달한 구원은, 디아나가 문에 기대게 만들었다. 디아나는 불안과 공포, 그리고 흥분이 담긴 시선을 구원에게 보내왔다. “준비됐지? 잘 참아야 돼?” 디아나는 도리질을 쳤지만, 그대로 구원은 허리를 밀어붙였다. 퍽퍽퍽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강렬한 허리 움직임에 디아나는 자지러지듯이 몸을 떨었다. 그리고 그 움직임에 문이 덜컥거리며 움직였다. 아마 문을 두드린 줄 알았겠지. 문 밖에서 바네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디아나님? 뭐 필요한 거라도 있으십니까?” “하으으으으으읍!” 그리고 바네사의 목소리가 방아쇠가 되어, 디아나는 크게 몸을 떨며 아래로는 물을 뿜어댔다. 역시나 노출증 환자. 고작 저거에 바로 이렇게 반응해버리다니. 디아나가 손으로 입을 막는 것도 잊고 신음을 내지르려고 해서, 구원이 얼른 손을 들어 그 입을 틀어막아줬을 정도였다. 사실은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입으로 틀어막을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강제로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디아나가 절정에 이르며 강렬하게 물건을 조여 온 덕분에, 구원도 그대로 안에다가 사정했다. 디아나는 표정이 완전히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려서, 이제는 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디아나. 바네사한테 대답해야지.” “개, 갠찬네. 아므거또 아니네.” 구원이 속삭이자, 디아나는 잘 돌아가지 않는 혀를 필사적으로 움직이며 겨우 대답을 했다. 그리고는 마치 전지가 끊어진 로봇처럼 고개를 떨궜다. 뭐 일단은 여기까지만 할까. 각 학파의 수장인지 뭔지도 온다는 모양이고, 이다음은 저택에 돌아가서 해야지. 구원은 힐링 섹스를 느끼기 위해 물건을 뽑지 않은 채로, 디아나를 다시 침대로 데려가 눕혔다. 우선은 이대로 학파의 수장들이 올 때까지 쉬게 해주자.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Bobbylow // 만렙은 존재합니다. 전생 전 디아나가 만렙이었죠. 그리고 마법사 협회가 쩌리라기 보다는 여기 마탑에 있던 애들이 쩌리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 외에도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11==================== 마법사 협회 “디아나님. 각 학파의 수장들이 모두 도착했습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소리와 함께 바네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런 이거 어쩌지. 얘 아직 안 일어났는데. “알았어. 잠깐만 기다리라고 해.” 구원은 일단 바네사에게 대답하고, 디아나를 살짝살짝 흔들어 깨웠다. “야. 디아나. 디아나. 일어나봐. 아까 기다리던 애들 왔대.” 반응이 없다. 그냥 시체인…아니, 시체는 아니지만. 큰일 났다. 이거 어쩌지. 무작정 계속 기다리게 만들 수도 없는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나. 이제 내게 남은 건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날 원망하지 마라. 분명 난 이러기 전에 먼저 평범하게 깨우려고 했다. 구원은 여전히 디아나의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자신의 물건에 힘을 줬다. 물론 이유는 간단하다. 그냥 깨워서 안 일어나면, 이대로 곤히 자고 있지 못할 정도의 자극을 주면 되지. 구원은 손을 뻗어 디아나의 입을 단단히 막은 후, 허리를 살짝 후퇴시켰다가 바로 강하게 전진시켰다. “흐으으으으읍!” 역시 이건 한 방에 먹히는군. 디아나는 너무도 강렬한 쾌감과 더불어 눈을 뜨자 누군가 입을 막고 있는 상황에 살짝 패닉상태에 빠진 건지, 일어나자마자 손발을 마구잡이로 휘저었다. “잠, 잠깐. 디아나. 나야. 진정해. 자, 심호흡 해. 심호흡.” “흐읍? 흐읍. 흐읍.”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건지, 디아나는 움직임을 멈추고 구원의 말대로 크게 심호흡을 했다. 디아나가 조금 진정된 것 같아서, 구원은 살짝 손을 뗐다. “하앗. 하앗. 하앗. 이, 이제 정말로 안 되네. 이젠 정말로 사람들이 올 걸세.” “응. 이미 왔어.” “뭣이?! 하읏!” 구원의 말에 디아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다가, 자극을 받고 다시 침대에 파묻혔다. “그럼 일단 뺄게.” 구원은 다시 한 번 디아나의 입을 틀어막고, 허리를 뒤로 뺐다. “흐으으읍!” 퐁! 하는 소리와 함께 구원의 물건이 빠지자, 디아나는 다시 한 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역시 입을 막고 있기를 잘했군. “하앗. 하앗. 이미 왔다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말 그대로야. 내가 잠깐 기다리라고 했어.” “이미 문 밖에 대기하고 있다는 말 아닌가! 대체 허리를 또 왜 움직인 건가!” 디아나는 양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 외쳤다. “아니. 그냥 깨워도 안 일어나길래. 그대로 네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게 할 수도 없잖아? 그렇게 하면 일어나지 않을까 싶어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실제로 일어났잖아.” “으으윽! 으으윽!” 디아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그냥 억울하다는 듯이 다리를 파닥파닥 거리며 구원을 노려왔다. “자, 자. 그러지 말고 어서 옷부터 챙겨 입어. 밖에서 사람들 계속 기다리고 있잖아.” “누구 때문인가. 누구 때문!”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는 황급히 자신의 옷을 들었다. “으윽. 다 젖었잖은가.” “헤헷. 그렇게 좋았어?” “지금 뭐라고 했나?” “아뇨. 아무 말도 안했습니다.” 디아나의 눈초리가 너무 매서워서, 구원은 더 이상 농담을 할 수 없었다. “자네, 이따가 저택에 돌아가서 두고 보세.” 디아나도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지, 그렇게만 내뱉고 마법을 시전 했다. 커다란 물방울을 소환해서 옷을 감싸더니, 순식간에 깨끗하게 만들었다. 여관에 있었던 마법 세탁기와 같은 원리의 마법인 모양이다. 그리고는 물방울로 자신의 몸을 감싸 순식간에 몸을 씻더니, 구원을 한 번 찌릿 노려보고 구원의 몸도 씻겨줬다. 역시나 디아나님.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챙겨주신다니까. “멀뚱히 서있지 말고 가서 창문이나 열게.” “응.” 구원이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바람이 디아나의 몸을 중심으로 방 안 전체를 휩쓸었다. 냄새를 제거한 건가? 철저하네. 그 후 구원은 바닥에 던져놨던 옷을 순식간에 챙겨 입었지만, 디아나는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자네가 벗겼을 것 아닌가! 제대로 좀 해보게!” 바로 옷의 구조가 너무 복잡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디아나는 이 옷을 입는 방법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쩐지 벗길 때 너무 힘들더라. “차라리 바네사를 불러서 시키는 게 낫지 않아?” “안되네!” 디아나는 부끄럽다는 듯이 말했다. 어차피 바네사는 우리가 여기서 뭔 짓을 했는지 다 알고 있을 텐데 부끄러워할 필요가 있나? 역시 여심이란 건 어렵다. 결국 구원과 디아나 둘 다 옷을 입는 방법을 제대로 모르는 이상, 최종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 “크흠. 바네사. 사람들을 들여보내게.” 대충 준비를 마치고, 디아나는 의자에 앉아서 말했다. 물론 드레스는 제대로 갖춰 입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갖춰 입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말이다. 실상은 드레스를 입고 있다기보다는, 걸치고 있다고 봐야했다. 등 뒤에 있는 복잡한 구조는 전부 의자에 파묻히듯 앉아서 가리고 있었다. 문이 열리고, 드디어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이 입실했다. 마법사 협회의 수장이라고 하면 흰 수염을 휘날리는 할아버지가 떠오르기 마련이지만, 역시 이 세계는 달랐다. 들어오는 십 수 명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빼어난 외모를 자랑하고 있었다. 역시나 한 학파의 대표를 맡는 만큼, 나이는 좀 들어보였지만 말이다. 심지어 남성은 한 명도 없이, 전부 여성이었다. 이 세계가 이래서 좋다니까. 대부분의 요직은 전부 빼어난 외모의 여자들이 차지하고 있으니 말이다. 클랜 만들 때 어쩌구 가문의 당주라는 그 접수원도 여자였고. “텔루나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여자들은 디아나의 옆에 있는 구원을 힐끗 보더니, 마치 없는 사람처럼 무시를 하고 디아나에게 인사를 했다. “잠깐. 그 이상 다가오지 말게.” “네, 네? 테, 텔루나님?” 인사를 하면서 수장들이 다가오려고 하자, 디아나가 바로 얼굴을 굳히고 제지를 했다. 아마 너무 가까이 오면 옷을 제대로 안 입은 게 들킬까봐 그러는 거겠지만, 디아나의 말을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마법사 협회 수장들은 상당히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이 몸은 화가 나있네.” 디아나는 팔짱을 끼고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호오. 그런 컨셉으로 가려는 건가. 수장들 사이에서 동요의 물결이 퍼졌지만, 구원은 그 상황이 웃기기만 했다. 그도 그럴게, 아무리 봐도 디아나가 팔짱을 낀 이유가 옷의 앞섶이 흘러 내릴까봐 그러는 걸로 보였으니 말이다. “자네들은 이 몸을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가. 정말로 존경하기는 하는 건가?” “그, 그게 무슨…당연합니다! 믿어 주십시오!” 아마 사랑하는 여자 친구에게 오빠 나 좋아하는 거 맞긴 맞아? 라는 소리를 들어도 저런 표정은 안 나올 거다. “전 텔루나님의 명령이라면 지금 당장 옷을 벗고 거리 한 복판으로 뛰어나갈 수도 있습니다!” “핫! 겨우 그 정도인가? 텔루나님! 전 텔루나님의 명령이라면 지금 당장 가진 마나를 전부 봉인 할 수도 있습니다!” 각 학파의 수장이라는 자들이 하나같이 자신들이 얼마나 디아나를 존경하는지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만, 그만! 시끄럽네! 그래. 그런 자들이 이 몸의 연구를 방해하나?” “바, 방해라니요! 저희 학파에 머무르시면 훨씬 더 쾌적한 조건으로 연구를 가능하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학파의 모든 자금을 털어서라도….” “저희 학파 역시도…!” “그런 문제가 아닐세! 이 몸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연구를 하고 싶네!” “하, 하지만 텔루나님! 텔루나님은 대륙의 모든 마법사들, 아니 전 인류의 보물! 혹시 생채기 하나라도 입으시면….” “자네들이 그런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로 이 몸은 충분히 강하네!” “하지만 그 모습을 보아하니, 전생을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래서, 이 몸이 전생을 해서 약하다는 겐가?” “아, 아뇨! 절대 그런 뜻이 아니고….” “그럼 뭐가 문제인가?” “테, 텔루나님. 텔루나님이 안계시면 저희는 모두 살아갈 기력이 없습니다. 텔루나님이 사라지신 기간 동안 자살이라고 하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맞습니다. 다만 저희가 자살하면 텔루나님이 마음의 부담을 느끼실까, 차마 그러지도 못하고…부디 불쌍한 저희 사정을 이해해주십시오!” 마치 광신도들이라도 보는 것 같았다. 디아나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껌벅 죽는 시늉을 하는 학파의 수장들이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디아나가 학파에 머무르지 않는 상황만은 피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으윽….” 학파 수장이라는 것들이 자살하고 싶었다는 얘기까지 나오자, 과연 우리 착한 디아나로서는 강하게 나갈 수 없어진 모양이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는데. “잠깐만요. 지금 그건 디아나를 협박하는 거 아닙니까?” “뭐라고! 무슨 말도 안 되는 모함이냐! 아니, 것보다 네 놈은 누구냐!” 구원이 한 마디 하자, 지금까지 구원을 철저하게 무시하던 학파 수장들이 일제히 구원을 노려봤다. 게다가 몸에서 은은하게 살기를 일으키는데, 그 기세가 장난이 아니었다. 정말로 죽음의 공포가 느껴졌을 정도였다. 솔직히 마탑을 너무 쉽게 뚫어서 조금 만만히 보고 있었는데, 역시 조금 성급한 판단이었던 모양이다. “이 몸이 소속된 클랜의 클랜장일세.” 구원이 살기에 눌려 제대로 대답을 못하고 있자, 옆에서 디아나가 말했다. “네?! 텔루나님이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자의 클랜에….” “지금 이 몸의 클랜을 무시하는 건가?” “아뇨! 세계 최고의 클랜일 거라고 확신합니다!” “흠. 당연하네. 이 몸이 들어간 클랜이니 말일세.” “물론입니다!” 얼씨구. 서로 북 치고 장구 치고 난리 났네. “크흠. 어쨌든 디아나는 우리 클랜에서 계속 활동해줘야 됩니다. 클랜장으로서 우리 클랜원을 마음대로 빼가게 둘 수는 없습니다.” “뭐라고? 네놈이야 말로 우리 마법사 협회에서 텔루나님을 빼간 것 아니냐!” “무슨 소리입니까. 디아나는 마법사 협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잖아요. 어디 소속도 아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 이놈! 텔루나님은 우리 마법사 협회의 정신적 지주! 비록 서류상으로 소속된 건 아닐지라도 우리 마법사들 모두의 마음에는 언제나 함께하신다!” 이정도면 이제 아주 병이다. 병이야. “하지만 디아나는 저와 함께 행동하길 원하는 것 같은데요. 그치 디아나?” “음.” “테, 텔루나님! 어떻게 그런…!” 학파 수장들은 비통한 얼굴로 오열했다. “그런 표정들 짓지 말게. 이 자에게서 마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네. 이 몸은 지금 마법을 정립한 이후로 최고의 연구를 하고 있는 중일세. 자네들은 그래도 이 몸을 방해할 생각인가?” 학파 수장들이 너무 서글프게 오열하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졌는지, 디아나가 이번에는 어루어 달래듯 부드럽게 말했다. “그, 그럴 수가…! 대체 어떤 연구를…?” “크흠. 그, 그건 아직까진 비밀일세.” 디아나는 스킬 연구를 떠올렸는지, 얼굴을 살짝 상기시키며 말했다. “으윽. 텔루나님이 저렇게까지 말씀하시는데….” “하지만 그래서는 우리 마법사들의 사기가….” “여기선 눈물을 삼키고라도….” 그래도 디아나의 이번 말은 충분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각 수장들끼리 의견이 엇갈리며 서로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좋아. 이 반응대로라면 당근만 조금 제시하면 바로 넘어올 걸 같은데? “그렇게 디아나 얼굴을 못 보는 게 괴로우면 이건 어떤가요?” “응?” “디아나가 학파를 돌아다니면서 묵는 게 아니라, 아예 각 학파에서 몇 명의 선발된 인원들이 돌아가면서 디아나의 저택에 묵는 겁니다.” “뭐, 뭣이!” 구원의 제안에 학파의 수장들은 머리 위에 느낌표를 띄우고 외쳤다. 구원도 나름 생각을 해봤다. 어차피 디아나가 학파를 돌아다녀도, 결국 디아나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인원들은 한정되어 있었을 거다. 그러면 소수의 인원이 돌아가며 디아나의 저택에 묵어도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 오히려 왜 지금까지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이들은 디아나를 너무 신성시 여겨서, 아마 자신들이 감히 디아나의 저택에 묵는다는 발상 자체를 하지 못한 건 아닐까? 반응을 보니, 아마도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자, 자네가 무슨 권한으로….” “지금 디아나의 저택이 우리 클랜 하우스가 되어있거든요. 클랜장으로서 그 정도 권한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디아나와 얘기가 된 내용은 아니지만…디아나의 얼굴을 힐끗 보자, 아무래도 괜찮은 모양이었다. “디아나의 저택에도 한계가 있으니 너무 많은 인원이 묵을 수는 없습니다. 각 학파별로 돌아가면서 몇 명만 묵는 겁니다. 물론 당신들도 묵을 수 있고요. 생각해보세요. 디아나가 당신들이 준비한 공간에 잠시 머무르다 떠나는 게 아닌, 디아나가 쭉 머무르며 생활의 향기가 녹아있는 곳에 당신들이 묵는 겁니다.” “오, 오오…!” 수장들은 마치 뽕이라도 맞은 것처럼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자세한 인원이나, 묵는 기간, 순서 같은 건 더 얘기를 나눠봐야 하겠지만…어떤가요? 뭣하면 수장인 당신들은 계속 머무르게 할 수도 있어요. 디아나가 지금 필생의 연구하고 있으니, 그를 위해서라는 대의명분도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나요?” “좋아! 좋네! 우리 학파를 그렇게 하겠네! 오늘부터 머물러도 되나?” “우, 우리 학파도 마찬가지네!” 수장들은 항상 머물러 있어도 된다. 그 한마디에 결국 모든 수장들이 구원의 의견에 동의하고 나섰다. “오늘은 조금 곤란하군요. 저택에서도 준비가 필요하니까요. 오늘은 밤도 늦었으니 이쯤하고, 내일 다시 얘기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크, 크흠. 그렇군. 너무 서둘렀군.” “좋아. 얘기가 대강 마무리 된 것 같군. 이 몸도 밤이 늦어서 조금 피곤하네. 다들 오늘은 이만 물러가 주겠나?” “핫! 네! 물론이죠! 늦게까지 실례했습니다!” “디아나님 안녕히 주무십시오!” “음. 자네들도 잘 자게.” “네! 잘 자겠습니다!” 일어날 수 없는 디아나를 대신해서, 구원이 손수 수장들을 문 앞까지 배웅했다. “그럼. 내일 뵙죠.” “음.” “잠깐만. 자네.” “네?” “자네 생각보다 좋은 놈이었군.” “그러게 말이야. 처음엔 얼굴만 번지르르한 놈인 줄 알았는데.” “앞으로 잘 부탁하네!” 수장들은 마치 평생의 꿈을 이룬 것 같은 밝은 미소로 말했다. 그나저나 엄청나게 고렙일 얘들 눈에도 난 잘생겨 보이는 건가. 매력 찍은 거…꼭 나쁘지 많은 않은 것 같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모느님 // 헉. 몸 성히 잘 다녀오세요. 그 외에도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12==================== 마법사 협회 방 안에 들어가자, 디아나는 여전히 의자에 오도카니 앉아있었다. 뭐, 당연한가. “내 맘대로 저택에 들인다느니 뭐니 말해버렸는데 괜찮아?” “상관없네. 그걸로 저들이 만족한다면 오히려 환영일세. 어차피 빈 방이야 많으니 말일세. 오히려 저들이 그런 걸로 만족할 줄 알았다면 이 몸이 진작 그렇게 제안했을 걸세. 잘도 그런 생각이 들었구먼.” 그야 뭐…흔히 말하는 사생팬들 같은 거라고 생각했거든. 디아나를 존경한다면서 자신들의 사욕을 위해 구속하려는 모습이 딱 사생팬이란 말이 어울린다. 그런 애들한테 디아나의 저택에서 지내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겠지. “그럼 우리도 돌아가세. 바네사. 마차를 준비하게나.” “네.” 디아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바네사마저 방 밖으로 내보냈다. “차라리 내 천 옷이라도 꺼내줄까?” “그럼 의심받을 것 아닌가!” 아니, 어차피 바네사는 다 알고 있을 거라니까. 어쩔 수 없나. 구원은 디아나를 앞으로 안아들었다. 디아나의 등 부분이 구원의 몸에 가려지게 말이다. “그럼 이렇게 모시면 되지?” “음.” 디아나는 뻔뻔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렇게 뻔뻔하게 나오면 또 놀려주고 싶어지는 법. “흠. 태도가 너무 뻔뻔한데? 내가 탑을 내려가는 도중에 손을 놓아버리면 어떻게 될까?” “자, 자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디아나의 드레스가 홀라당 벗겨지고, 수많은 시선들 앞에 디아나의 알몸이….” “지, 진심은 아니겠지? 이 몸이 원할 땐 언제든지 업어주기로 약속하지 않았던가!” 디아나는 다급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약속을 했었지. “하지만 이건 업는 게 아니잖아.” “그게 그거 아닌가!” 몸이 딱딱하게 굳어서 말하는 디아나를 보고 구원은 속으로 실컷 웃었다. 후우. 적당히 즐겼으니 이쯤에서 그만 놀릴까. “장난이야.” “사람이 할 장난이 있고 안 할 장난이 있네!” 디아나는 다리를 파닥거려 구원의 몸을 몇 번 찼다. “그렇게 파닥거리다가 진짜로 옷 벗겨지면 난 모른다.” “읏!” 디아나는 결국 얌전히 구원에게 안겨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좋은데? 완전히 주도권이 나한테 있는 상황이라니. 좀만 더 놀려볼까…. “이, 입구까지 모시겠습니다.” 하지만 구원의 생각을 방해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바로 힙합퍼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공손히 대기하고 있었다. 디아나 때문에 태도는 공손하지만, 구원을 향하는 눈빛은 결코 호의적이지 않았다. “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그래도 내가 너 생각해서 디아나를 바로 데려가진 않았잖아. 넌 그냥 내가 침입한 것만 무마하면 되게 됐다고. 오히려 나한테 감사해야 되는 거 아니냐?” 사실 디아나를 바로 안 데려간 건 그냥 스스로의 욕망을 위해서지만, 구원은 뻔뻔하게 말했다. “음? 무슨 소리인가?” “아냐. 그런 게 있어. 그치?” “으그극. 네….” 힙합퍼는 이를 악물고 대답했다. 구원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순식간에 마탑을 내려갔다. 칸막이 같은 것도 없이 그냥 원반 위에서 쭉 내려가는 장치라 그동안 여기저기에서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들이 엄청나게 느껴졌다. 과연 인기인 디아나. 디아나도 그 시선을 느꼈는지, 미묘하게 몸을 꼼지락거렸다. 막상 시선을 느끼니까 노출증이 자극되나 보지? “텔루나님? 어디 불편하십니까?” 그런 디아나의 모습에 구워만 눈치 챈 게 아닌지, 힙합퍼도 디아나의 안색을 살폈다. 이놈은 구원이 억지로 디아나를 이렇게 끌어안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얼른 디아나에게서 떨어지라고 눈짓을 줄 정도였다. “뭐가 말인가! 아무렇지도 않네만! 오히려 지금 매우 편안하네만! 자네는 신경 끄게!” 하지만 당황한 디아나의 대응은 매몰찼다. “으허헉. 네….” 힙합퍼는 충격 받은 표정으로 움츠러들었다. 저대로라면 아무래도 한동안 재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마탑에서 빠져나와 마차에 타고도 디아나는 구원에게 안겨있었다. 구원의 무릎 위에 앉아있는 모습으로 말이다. 왜 이러고 있는지 궁금한지 바네사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건 그렇고…. “축축한데….” “뭐, 뭐가 말인가?” 구원의 한 마디에 디아나는 다시 안절부절 못하는 태도로 말했다. 이거 태도를 보아하니 확실하군. 구원은 한손을 디아나의 치마 속으로 쑥 집어넣었다. “히익…뭐, 뭐하는 겐가.” “잠깐 기다려봐.” 디아나의 항의에도 구원은 아랑곳하지 않고 치마에 넣은 손을 디아나의 고간으로 가져갔다. 음부에 맞닿아있는 속옷 위를 검지로 가볍게 훑자, 역시나 그곳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분명 아까 마법으로 깨끗하게 만들었었지? “히응. 하앗. 히잇. 그, 그만….” “…야. 이거 뭐야.” 구원은 치마에서 손을 빼 디아나의 눈앞으로 가져가, 검지와 엄지를 맞붙였다가 뗐다. 끈적끈적한 액체가 엄지와 검지 사이에 길게 다리를 만들었다가 떨어졌다. “아, 아까의 흔적이 아직까지….” “정말로?” “그럼 이 몸이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말인가! 자네는 아까 그자들의 모습을 보고도 아직 이 몸이 어떤 몸인지 잘 모르는 것 같군! 어디…히아응!” 디아나가 화낸 척 하면서 은근슬쩍 상황을 모면하려고 하자, 구원은 다시 한 번 치마에 손을 집어넣었다. “정말로 아까 한 흔적이야?” “다, 히응. 당연하네.” “흐음.” 진짜 고집하나는 끝내주네. 죽어도 자기 성벽은 인정 안하려고 한다. 겨우 특이한 성벽 하나쯤 있는 게 어때서 그래. 조금 변태 같긴 하지만, 인정만 하면 나도 제대로 어울려줄 의향이 있는데. “뭐 그런 걸로 치자.” 구원은 포기하고 치마에서 손을 뺐다. 물론 손에는 그대로 애액이 묻어있는 상황이다. 이걸 어디다 닦지. “흐읏. 하아, 하아. 그런 걸로 치는 게 아니라 사실일세! 아읍!” 구원이 손을 떼자 디아나가 다시 기가 살아서 반박하려고 하기에, 구원은 애액이 묻은 손가락을 디아나의 입에 쑤셔 넣었다. “하읍. 흐읍. 츄릅.” 손가락을 그대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디아나의 혀를 희롱하자, 디아나는 살짝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구원의 손가락에 혀를 얽혀왔다. 키스는 안 되면서 이건 또 반응을 하네. 그렇게 잠시 디아나의 입안을 가지고 놀고 있자니, 곧 저택에 도착했다. “하앗. 하앗. 감히 이 몸의 입을 가지고 놀다니. 자네 이 몸의 입이 대체 얼마나….” “너도 그대로 내 손가락 빨았잖아.” “빤 거 아닐세! 입 밖으로 밀쳐내려고 한 걸세!” 거짓말하고 있네. 그 움직임의 어디가. 게다가 자유롭던 손도 안 쓰고 혀로만 밀어내려고 했다고? “알았어. 알았으니까 얼른 가자.” “어딜 말인가?” “어디긴 어디야. 내 방이지. 밤은 이제 시작이잖아?” “으읏.” 디아나는 살짝 삐진 표정을 지었지만, 거부는 하지 않았다. 말로는 아무리 부정해도, 이미 몸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겠지. 수장들과 만나기 직전에도 쾌감으로 정신을 차리고 그대로 물건을 빼버린 데다가, 오는 내내 괴롭혔으니. 지금 디아나의 얼굴은 완전히 새빨개져있는 데다가, 입에서는 달콤한 한숨을 계속해서 내뱉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서 발정 난 얼굴이었다. “자, 자네 오늘은 왠지 좀 짓궂지 않은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니, 확실히 그랬다. 신경 안 쓴다는 듯이 대범한 척을 하고 있었지만, 디아나가 그렇게 인기가 많다는 걸 확인하고 난 후다.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역시 디아나가 나만의 것이라고 확실히 각인시켜두고 싶은 본능이 작용한 걸까? 뭐, 나만의 것이라고 할 만큼 특별한 사이가 아니기는 하지만 말이다. 계속 몸을 겹치던 사이니, 그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특히 구원은 원래부터 이 세계의 주민이었던 게 아니니 말이다. 질투로 인해 자신이 오늘 조금 더 짓궂게 행동했다는 건 자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렇다고 순순히 고백할 수도 없는 일이다. 구원은 방에 들어가자마자, 안고 있던 디아나를 바닥에 내려놓고 그대로 드레스를 벗겼다. “이미 충분히 젖었네. 그럼 준비운동은 필요 없지?” “잠, 자네 히그윽!” 구원은 디아나의 팬티를 옆으로 젖히고, 그대로 물건을 삽입했다. “왜, 왜 평소보다…!” “아무 스킬도 안 쓰고 있는데 평소보다 훨씬 더 기분 좋지? 그럴 거야. 그런데 여기서 스킬까지 쓰면 어떻게 될까.” 구원의 말에 디아나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아, 안 되네. 이 이상하면 정말로…. 히아아아앙! 오늘은 아무 스킬도 쓰면 안 되네!” 디아나는 꽤나 모순되는 말을 해왔다. 나랑 자는 건 스킬 연구를 위한 게 아니었어? 스킬을 아예 쓰지 못하게 하면 어쩌자는 건데. 물론 내 입장에서는 꽤나 괜찮은 얘기다. 아니, 오히려 기쁘다. 스킬을 쓰지 말라고 하면서 같이 자는 것 자체는 거부하지 않는 다는 건, 디아나가 굳이 스킬 연구가 아니더라도 나와 자는 거에 거부감이 없다는 얘기도 되니까. 물론 레벨 업을 위해서일 수도 있고, 지금 구원이 워낙 애태워놓은 덕분에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든 구원은 이 기회를 잘 살려보기로 마음먹었다. 이런 기회는 좀처럼 없을 테니 말이다. 스킬 없이도 나랑 자는 게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철저히 각인시켜 줘야지. 높아진 매력의 위력을 바탕으로 말이다. 결국 그날 구원은 처음으로 디아나와 자면서 스킬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물론 섹스는 디아나가 지나친 쾌락에 지쳐 기절할 때까지 계속됐다. 다음날 아침 구원은 최고로 기분 좋게 잠에서 깰 수 있었다. 어제는 정말 최고였다. 디아나는 스킬 연구 같은 건 가져다 버리고 구원의 몸만을 탐했고, 구원도 그에 응하여 서로 격렬하게 뒤엉켰다. 구원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왠지 디아나와 진심으로 마음이 통한 기분이 들었다. 구원은 흐뭇한 마음으로 위에서 잠들어있는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으음….” 곧이어 눈을 뜬 디아나는, 잠이 덜 깬 듯 멍하니 구원을 바라봤다. 그러더니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구원의 멱살을 잡을 기세로 덤벼들었다. “자네, 흐윽! 이,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여전히 디아나의 안에 들어가 있는 구원의 물건에 몸을 움찔 거렸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태도로 다시 구원을 바라보고 외칠 정도로 엄청난 기세였다. “뭐, 뭐가?” “묘하게 잘생겨보인다 싶더니, 밤에는 스킬을 안 써도 이상할 정도로 기분 좋아지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건가.” “묘하게 잘생겨보였다니. 전에는 안 그래 보였고?” “아, 아니. 원래도 꽤나 이 몸의 취향…지금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게 아니지 않나! 혹시 다른 여자랑 잔건가?! 이 몸이 모르는 사이에 고레벨과 자서 레벨이 급상승하기라도 한 건가?!” 얼버무리려고 했지만, 역시나 통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심각한 오해를 하기 시작했다. “서, 설마. 그런 거 아니야. 그럴 리 없잖아.” “그럼 뭔가?!” 이거 아무래도 사실대로 말해야겠지? 사실 지금까지 성자라는 특수 직업이나 성자만의 특수 스킬 같은 건 알려져도 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 세계는 그런 세계니까. 이방인도 많으니 이건 이 세계에서 특별한 게 아닌 거다. 오히려 빠른 레벨 업을 위해서는 구원이 성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건 널리 알려서 관심을 모아야 할 정도다. 하지만 예전에 사라와의 대화에서 세부 스탯은 모른다는 소리를 듣고, 세부 스탯이나 지도같이 아마 나만 가지고 있을 게임 시스템 관련 능력은 숨기고 다녔다. 이런 게 알려졌다가는 무슨 피곤한 일이 발생할지 모르니까 말이다. 하지만 뭐…디아나한테라면 알려줘도 상관없으려나. “이 세계에서는 아무한테도 안 말해준 비밀인데. 혼자만 알고 있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 “음. 걱정 말게. 이 몸의 입은 무겁네.” 뭐 약속만 해준다면, 딱히 걱정은 안하지만 말이지. “사실 우리 세계에서는 레벨이나 직업 레벨뿐만 아니라 자신의 세부 능력까지 수치로 알 수 있어.” “…그게 무슨 소리인가?”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 힘이나 지능 같은 걸 수치로 알 수 있어. 너희가 레벨이나 직업 레벨을 수치로 아는 것처럼. 그리고 레벨이 오를 때마다 그걸 조금씩 올릴 수 있어.” “뭐, 뭐라고?! 그게 사실인가!” “역시 신기한 일이야?” “그, 그걸 말이라고 하나! 그럼 갑자기 그렇게 된 게…?” “응. 실은 지금까지 레벨이 올라도 올릴 수 있는 수치 일부를 아껴두고 있었거든. 그걸 한 번에 매력에 투자했더니 그렇게 된 거야.” “어쩐지 자네가 레벨에 비해서 이상할 정도로 강하다 싶었네! 그런 비밀이 있었다니!” 디아나는 정말로 충격 받은 표정이었다. “호, 혹시 이 몸도 그게 가능하겠나?” 그렇게 물어보는 디아나의 눈에는 열망이 가득했다.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큰일 날 것 같은 표정이었다. “으음. 기대에 부응 못해서 미안해. 불가능할 거야. 나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거든.” “으윽. 역시 그런가….” 디아나는 눈에 띠게 의기소침한 표정을 지었다. 저런 표정을 지으니까 또 어떻게 해주고 싶어지네. “아니, 잠깐 기다려봐. 혹시….” 구원은 혹시나 싶어서 스킬 창을 열고, 아직 레벨이 부족해 익힐 수 없는 스킬까지 스킬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전부 살펴봤다. 그리고 한 가지 스킬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레이트 어스의 예전 게임들에 있었던 것과 이름은 조금 다르지만, 능력은 비슷한 스킬이다. 하지만 이거…조건이 이따위인데 이 세계에서 발동 하긴 하는 걸까? “왜 그러나?” 디아나는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구원을 쳐다봤다. 으음. 애매하지만, 저 눈빛을 보고 안 말해 줄 수도 없겠네. “사실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게 가능 한지 모르겠네. 조건이 이상해서….”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이 몸의 그 세부 능력인지 뭔지를 올릴 방법이 있다는 겐가?” “응. 그런데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모르겠어.” “어쨌든 단서는 있다는 거 아닌가! 조건이 뭔데 그러나! 이 몸이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한 것 따위….” “일단 기본적으로 내가 레벨 100을 찍어야 돼. 까다로운 조건은 그 다음 문제야.” “배, 백…. 그, 그렇다면…하지만…으으으윽….” 디아나는 뭔가 빠르게 중얼거리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뇌에 빠졌다. “아니야…그래도…시간은 많으니….” 그리고는 뭔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고 구원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이, 일단 한 번 더 하겠나?” 디아나는 얼굴을 붉히고 스스로 어색하게나마 허리를 돌려 구원의 물건을 자극했다. 어설프지만, 그렇기 때문에 완벽한 유혹이었다. 노출 플레이에서 완전히 맛이 가버렸을 때는 몇 번 이런 적이 있었지만, 디아나가 제정신일 때 이렇게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스킬 없이 한 것도 그렇고, 왠지 연달아 계속 첫 경험을 하게 되네. 디아나의 그런 유혹에, 구원은 두말할 것도 없이 디아나의 허리를 붙잡고 거세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학파 수장들 말투는 그냥 나이 먹은 할머니들 말투로 쓴 건데, 남자처럼 느껴진 모양이군요. 미인이라는 묘사가 있어서 그런가. 걔들 레벨 보정으로 나이보다 젊고 예뻐 보이는 거지 전부 할머니에요. 진도가 느린 건…사실 어제 저택으로 돌아오는 부분까진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글이 길어지더군요. 앞으로는 좀 쳐내면서 쓰겠습니다. 그리고 내일은 어쩌면 연재를 하루 쉴지도 모르겠습니다. 본업 쪽 일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야근을 해야 될지도 모르겠어요…. 만약 글이 안 올라오면 작가가 야근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알아주세요. 그 외에도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13==================== 레이아의 일상 디아나와 아침부터 뒤엉키다가, 바네사가 부르는 소리에 겨우 구원은 식당으로 내려왔다. 참고로 디아나는 어제 입언던 그 복잡한 드레스가 아닌, 스스로 간단하게 입을 수 있는 드레스를 입고 내려왔다. “어머.” “구, 구원 그 얼굴은 뭔가요?” 식당에 내려온 구원을 맞이해준 건, 역시나 바로 구원의 이변을 깨달은 레이아와 사라의 목소리였다. “내 얼굴이 왜? 오늘따라 잘생겨 보이기라도해?” “네. 뭐 좋은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그, 그런 거 아니거든요?!” 사라는 멋지게 얼버무리는 게 가능했지만, 레이아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다. 순수하다는 게 때로는 더 핵심을 찌르는 법이구나. 오히려 레이아의 말에 가장 많이 놀란 건 사라였는지, 사라는 레이아를 홱 돌아보더니 말했다. “여, 역시 제 착각이 아닌 거죠? 평소보다 좀 잘생겨 보이죠?” “네.” “뭐야. 잘 생겨 보이는 거 맞잖아. 부끄러워하기는.” “시, 시끄러워요! 그보다 뭐에요 그 얼굴! 설마 저한테는 그렇게 다른 남자랑 자지 말라고 해놓고 당신은 다른 여자랑….” “그런 거 아니야! 나 어제 디아나랑 자고 왔어!” 역시 이 세계에서는 갑자기 잘생겨지면 레벨부터 의심하는 게 보통인가 보다. 사라 역시도 디아나와 같은 의심을 해왔다. 얜 내가 그렇게 쓰레기로 보이나. …뭐 사라한테는 그렇게 말하면서 난 3명이랑 자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충분히 쓰레기지만. “그럼 뭔가요?! 디아나의 레벨로는 갑자기 그렇게 레벨이 오르지 않잖아요?!” “애초에 레벨이 오른 게 아니야. 그냥 성자 능력이 오른 거지. 그치 디아나?” “음. 그런 걸세. 이자는 어젯밤에 계속 이 몸과 같이 있었네.” 세부스탯을 설명하지 않는 이상 갑자기 잘생겨진 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디아나와 말을 맞춰 이런 식으로 둘러대기로 했다. 사실 사라나 레이아에게는 말해줘도 상관없겠지만, 지금 여기엔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 그런가요….” 디아나가 확언하자, 사라는 복잡한 얼굴을 했다.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여기 기준으로도 완벽하게 설명이 되는 걸 텐데. 아무튼 그렇게 무사히 오해도 풀리고, 일행은 식사를 시작했다. “그럼 이제 슬슬 다시 오늘부터 던전에 들어가 볼까? 웨어 울프 쪽 계층의 주인도 잡고 다음 계층으로 넘어가야지.” 아직 레이아가 프로텍트를 배우진 못했지만, 그래도 구원은 자신이 있었다. 마탑에서 명백하게 구원보다 레벨이 훨씬 높았던 힙합퍼도 굴복시킨 성자의 손길이다. 아무리 마법사 계열이 아니라지만, 그 계층의 주인한테도 통하지 않을 리가 없다. 적어도 디아나가 말했던 그 주위 몬스터들을 불러 모으는 스킬은 사용하지 못하도록 정신을 쏙 빼놓을 수 있을 거다. “음. 그거 말이네만. 이 몸은 조금 할 일이 있네.” 하지만 구원의 의욕에 디아나가 찬물을 끼얹었다. “할 일? 무슨?” “일단 자네가 말했던 대로 마법사 협회의 자들과 제대로 조정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아차.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심지어 내가 꺼낸 말이니 남 일도 아니다. 저택에 몇 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지 같은 문제는 전혀 모르니, 구원이 도와줄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길드에서도 도움을 바라는 목소리가 있어서 말일세.”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우리가 위치를 넘긴 곳에 정식으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할 모양이네. 클랜의 수입과도 연관되는 일인데, 조금 도와줘야하지 않겠나.” 오호라. 그냥 휴식처 제공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거기까지 해주는 건가. 거기에 텔레포트가 생기는 건 구원으로서도 물론 대환영이다. 수입뿐만이 아니라, 실용적인 측면에서도 말이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네. 아, 잠깐. 그럼 길드 일 도와줄 때 비밀기지까지 내려가기도 하는 거야?” “음. 아마 그렇게 될 것 같네.” “그럼 그때 말해줘. 어차피 등록도 해야 하니까 아예 같이 가자.” “음. 그러세. 그런데 자네 이런 건 또 자세히 알고 있구먼?” “뭐, 그렇지. 길드 등록할 때 대충 설명은 들었거든.” 실은 이런 건 그레이트 어스 게임의 모든 게임의 공통적인 특징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공식 홈페이지에도 나와 있었으니 아는 거지만. 길드의 수입원은 마석 정산금의 수수료뿐만이 아니다. 모험가들이 모아온 정보를 토대로 지도를 만들어 파는 것은 물론, 여러 사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던전 각지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만들어 이용료를 받는 것이다. 던전 입구에 있었던 거대한 빛의 기둥. 그게 바로 텔레포트 마법진이다. 물론 돈만 낸다고 아무나 이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렇게 했다가는 괜히 자기 분수도 모르는 모험가들의 시체만 늘려주는 꼴이 되어버리니 말이다. 모험가들이 그렇게 죽어나는 건 길드 입장에서도 그리 달갑지는 않을 거다. 그래서 길드는 텔레포트 등록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모험가 스스로가 가본 적이 있는 곳에만 텔레포트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거다. 방법은 간단하다. 그냥 모험가 카드를 제시하면 된다. 먼저 처음 길드 카드를 건네받았을 때에는, 이 모험가 카드에 던전 입구의 텔레포트 마법진만 등록되어 있다. 그리고 던전을 탐험하며 아래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이 설치된 곳까지 도착하여 모험가 카드에 등록하면, 그제야 비로소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거다. 이상이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었던 텔레포트의 설명이다. 설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레이트 어스의 다른 게임들도 가본 곳의 텔레포트만 이용 가능이라는 점은 모두 같았다. 게임할 때는 그냥 편하게 이용만 했는데, 현실이 되니 설치할 때 이런 노력도 든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됐다. “그럼 오늘은 마법사 협회랑 조정이야?” “음.” “그럼 난 그동안 뭐하지….” 완전히 던전에 갈 생각만만이었는데, 갑자기 할 일이 없어져버렸다. “저랑 같이 강화 맡긴 장비들이나 찾으러 가요.” “그럴까? 같이 데이트도 하고?” “데, 데이트는 무슨 데이트에요!” 사라도 나한테 호감이 있는 것 같다는 의혹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요즘. 한 번 들이대 봤지만 역시나 그렇게 쉽게 넘어오지는 않았다. 어차피 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라는 식으로 찔러본 거였다. 구원은 바로 포기했다. “쳇. 역시 안 되나. 그럼 장비들 다 찾고 뭐하지.” “에….” 장비들 찾는 거야 얼마 걸리지도 않을 텐데. 아, 그래. 사라가 안 되면 레이아가 있잖아. 구원은 옆에 앉은 레이아를 바라봤다. 지금까지 말이 없던 레이아는 역시나 복스럽게 먹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다. 레이아도 보면 은근히 먹는 거 좋아한단 말이야. 저렇게 많이 먹어서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역시 가슴인가. 그렇게 생각하자 레이아의 먹는 모습이 복스럽다 못해 신성해 보였다. 많이 많이 먹어라. “레이아. 레이아는 뭐 할 일 있어?” “네. 어제는 빈민가에 못 갔으니까요. 오늘은 가보려고해요.” “그렇단 말이지…. 혹시 나도 가도 돼?” “네? 그야 물론 오시는 거야 상관없지만…오셔도 할 일이 없을 텐데요?” “할 일이 없기는. 어제 보니까 짐도 엄청 무거워 보이던데. 적어도 짐은 내가 전부 옮길 수 있잖아. 도착하고 나서도 힘쓰는 일이 필요하게 되면 할 수 있을 거고. 무엇보다 레이아랑 같이 있을 수 있는데 최고지 뭐.” “어머. 구원씨도 참.” 살포시 얼굴을 붉히는 레이아는, 전혀 싫은 기색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기뻐보였다. 의자 뒤로 빼낸 꼬리도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오늘은 드레스가 아니라 사제복을 입고 있었지만, 구원의 의뢰로 디자인에 혁신을 일으킨 녀석이라 꼬리는 그대로 보이고 있었다. “저, 저도 갈 거예요!” “응? 사라도?” “네. 그 반응은 뭐에요? 왜요? 제가 따라가면 안 되나 보죠?” 이 반응만 보면 날 좋아하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말이야. 딱 질투해서 따라오는 그림이다. 그런데 아까 데이트는 거절당했단 말이지…. 아무리 고민해 봐도, 내 머리론 도저히 사라의 심리를 파악할 수 없었다. 크흑. 연애 한 번 해본 적 없는 못난 놈이라 미안하다! “따라오는 건 상관없는데. 아니, 나야 오히려 좋은데. 넌 왜 오는 거야?” “저, 저도 남들 돕는 거 좋아하거든요!” 아니 네가 은근 착하다는 건 인정하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무리수 아니냐? “어머. 역시 이 파티는 모두 착하신 분들만 계시네요!” 하지만 우리 천사님께서는 순수하게도, 아무런 의심도 없이 사라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심지어 살짝 손뼉을 마주치며 좋아하고 계셨다. 꼬리도 아까보다 더욱더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말이다. 으음. 천사님이 저렇게 좋아하고 계시는데 찬물을 끼얹는 것도 멋이 없는 짓인가. “그, 그래.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고 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거예요!” 아무래도 사라는 자기주장을 굽힐 마음은 없어보였다. 아무튼 그리하여 오늘 일정이 대충 정해졌다. 우선은 강화를 맡겼던 장비들을 회수하고, 봉사활동을 간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저번 화에서 디아나가 구원을 추궁할 때 먼저 다른 여자와 자서 폭렙을 했다고 의심하는 장면을 짤막하게 추가했습니다. 논리적으로 레벨 업부터 생각해야 맞는데, 실수로 어제 쓰다가 빼먹었었네요. 오늘은 짧습니다. 야근하고 와서 열심히 써봤지만 평소만큼 쓰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일단 조금이라도 써서 올리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올립니다. 114==================== 레이아의 일상 “그럼 다녀올게.” “으으음. 다녀오게….” 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디아나를 놔둔 채 저택을 나섰다. 디아나는 또다시 그 광신도들과 마주할 생각에 상당히 우울해보였지만, 그것만큼은 구원도 어떻게 구해줄 방법이 없었다. 강하게 살아라. 우선은 그 센스 있는 재봉사의 옷가게에 들러서 레이아의 옷을 챙겼다. 이건 지금 레이아가 입고 있는 것과 동일하게 의뢰한 거니, 크게 확인할 것도 없었다. 중요한 건 한나에게 맡긴 장비들이다. “한나, 나 왔어. 맡겨놨던 장비들 강화는 다 끝났어?” “물론이지. 주문하신 대로 호화롭게 강화해줬다고. 따라와.” 한나는 바로 일행을 공방 쪽으로 안내했다. “자, 어때?” 공방 한 구석에는 여러 장비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설마 이게 우리 장비야?” 만약 한나가 말해주지 않았다면 못 알아봤을 정도로 모습이 변해있었다. 밋밋한 모습이었던 가죽갑옷에는 뭔가 멋들어진 음각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색깔도 평범한 갈색에서 살짝 푸른빛이 감도는 색으로 변했다. 색부터 시원해 보이게 바뀌었군. 강화 전에는 그냥 초보자용 가죽 갑옷이라는 느낌의 갑옷이 상당히 괜찮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틀릿과 부츠가 엄청 멋있게 변했다. 건틀릿의 너클 부분과 부츠의 발끝에 발톱처럼 뾰족한 돌기들이 생겼는데, 이게 또 마음에 쏙 들었다. 아마 웨어 울프의 발톱을 합성한 모양이다. 돌기들의 크기는 자유로운 행동에 방해되지 않도록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날카롭게 벼려져있어서 실용성은 충분해보였다. 옷가게의 재봉사도 그렇고, 여기 사람들은 멋이라는 걸 꽤나 잘 안다니까. 역시 장비는 이렇게 점점 모습이 업그레이드돼야 강화하는 보람이 있지. “맘에 드나보지?” “응. 맘에 쏙 들어.” 구원은 당장 장비들을 몸에 걸쳐봤다. “오오. 시원한데?” 대장간의 화덕에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어서 이 안은 꽤나 더웠는데, 갑옷을 입자 갑자기 순식감에 체감 온도가 확 떨어졌다. 이거 신기하네. “그렇지? 마법 없이도 이런 게 가능하다니. 역시 몬스터란 놈들은 신기하다니까.” 아니, 댁이 이렇게 강화한 거잖아. 넌 신기해하면 안 되지. “너흰 어때 맘에 들어?” 구원은 자신의 장비들에서 눈을 떼고 사라와 레이아를 바라봤다. “네. 괜찮네요.” “네!” 사라는 꽤나 덤덤하게, 레이아는 무척 기쁜 미소를 띠우고 대답했다. 어째 상상했던 거랑 반응이 반대네. 전투에 관련 된 것인 만큼, 레이아보다는 사라가 훨씬 기뻐할 줄 알았는데. 아니. 레이아도 원래부터 스태프를 얻으려고 고생했었으니, 기뻐하는 건 당연한가. 레이아는 스태프를 양팔로 꽉 껴안고, 거의 얼굴로 비벼댈 모양새였다. 천사님이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도 절로 풍족해집니다. 특히 스태프가 이제는 확연히 몸 굴곡을 드러내는 사제복의 가슴골 사이에 끼어서 더더욱. 저 스태프의 강화에 얼마나 많은 몬스터의 양물들이 들어갔을 지를 생각하면 조금 미묘한 기분이었지만 말이다. 안 돼. 되도록 그런 쪽으로는 생각하지 말자. 우리 천사님을 더럽힐 순 없어. 이번엔 사라를 제대로 살펴봤다. 우선 눈에 들어오는 건 활이다. 왠지 활이 점점 더 커지는 거 같단 말이야. 그만큼 모습도 화려해졌지만, 처음 사라가 들고 다니던 활과는 크기 차이가 상당히 나게 되어버렸다. 저래선 들고 쏘기 힘들지 않을까? 궁사 보정이 있으니 상관없나? 갑옷은 구원의 것과 마찬가지로 살짝 푸른빛이 감돌고 음각의 문양이 새겨졌다. 물론 사라의 가죽갑옷은 구원의 것과 다르게, 조금 더 기동성을 살리기 위해 몸의 선이 그대로 드러날 만큼 매끈한 형태였지만 말이다. “이러니까 커플 갑옷으로 맞춘 것 같네.” 같이 강화를 맡긴 만큼 음각의 문양도 같은 모양으로 새겨져있고. 색깔도 똑같고. “바,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아요! 어떻게 강화한 장비를 보고 처음 감상이 그래요?” “뭐 어때. 싫어?” “시…! 꼭 싫다는 건 아니지만….” 사라는 반사적으로 싫다고 하려는 것 같았는데, 무슨 생각인지 도중에 말을 바꿨다. 오오. 이거 부끄러워하는 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좀 더 칭찬해볼까? “이야. 이쁘고 좋네. 역시 옷걸이가 좋으니까 뭘 입어도 느낌이 사는군.” “부, 부끄럽게 무슨 소리에요! 그만해요!” 사라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면서, 쿨한 표정이 깨지려고 하고 있었다. 좋아. 여기서 좀 만 더. “아예 이러고 돌아다닐까? 혼자 갑옷입고 다니기 부끄러우면 나도 같이 입고 돌아다녀줄게. 커플처럼….” “됐어요! 벗을 거예요!” 분명 아예 싫어 보이진 않았는데…. 대체 뭐가 문제일까? “옷을?” 구원의 그런 고민과는 다르게, 입은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헛소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갑옷을요!” 결국 사라의 쿨한 표정이 깨지는 것보다 먼저 구원이 한 대 얻어맞는 것이 빨랐다. 저걸 인벤토리에 넣으면서 ‘사라가 막 벗은 따끈따끈한 갑옷…하악 하악.’ 이라고 농담하면 이번엔 한 대 맞는 걸로 끝나지 않겠지? 구원은 이번엔 입에서 튀어나오려는 농담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장비를 전부 챙기고, 신전에 도착했다. 레이아는 준비를 위해 안으로 들어갔고, 구원과 사라는 밖에서 일단 대기하는 신세가 됐다. 신전 앞에 놓인 벤치에 앉아서 따사로운 햇살을 맞으며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평온해졌다. “평화롭네.” “…그러네요.” “사라야.” “네, 네?” “안 잡아먹을 테니까 경계 좀 풀지 않을래? 이 오빤 쓸쓸해 죽을 것 같다.” “누, 누가 오빠에요. 누가. 그리고 딱히 경계 같은 것도 안했거든요?” “그럼 이 거리는 뭔데?” 참고로 사라는 구원의 옆 벤치에 앉아있었다. 사라야, 벤치란 건 원래 하나에 여러 사람이 앉을 수 있는 거란다. “글쎄요? 마음의 거리?” “크헉.” 쿨한 표정으로 내뱉는 사라의 말에, 구원은 가슴을 부여잡고 앞으로 엎어졌다. 이번 건 정말로 아팠다. 말이 날카로운 창이 되어 갈비뼈를 관통하고 심장에 틀어박힌 기분이었다. “난…대체 앞으로 무얼 위해 살아가야….” “자, 장난이에요.” 과연 구원의 반응이 너무도 애달팠는지, 사라도 놀라서 얼른 구원 옆에 찰싹 달라붙어 앉았다. “구, 구원이 계속 장난만 치니까 저도 잠깐 장난친 거예요. 생각해보니 아무리 장난이라도 말이 너무 심했어요. 미안해요….” 사라는 앞으로 꼬꾸라진 구원의 안색을 살피기 위해,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구원의 얼굴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좋아. 난 역시 틀리지 않았어. 적어도 얘가 나한테 아예 호감이 없는 건 절대 아닐 거야. 아까는 정말로 침울해졌지만, 사라의 반응에 구원은 바로 회복했다. 넘어져도 일어나는 게 빠른 것이 또 내 수많은 장점 중 하나거든. 하지만 구원은 아직 고개를 들지 않았다. 이 기회를 그냥 놓칠 순 없지. “안 돼. 용서 못해.” “네, 네?! 구, 구원도 아까 저한테 실컷 장난….” “으윽. 아까 심하게 상처받는 바람에 가슴에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이….” “워, 원하는 게 뭔데요?” 글쎄. 생각 안 해봤는데. 실은 그냥 놀리고 싶었을 뿐이야. 뭘 요구하는 게 좋을까? 뭘 해달라고 해야 얘가 더 당황할까. 구원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원이 말이 없자, 사라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구원의 머리에 살며시 손을 가져다대고, 그대로 자신이 있는 방향으로 끌어당겼다. 지금 사라는 구원의 옆에 딱 달라붙어 앉아있었다. 그 상태로 구원의 머리를 끌어당겼으니, 자연스럽게 구원이 얼굴을 사라의 허벅지에 파묻고 엎어져 있는 모양새가 됐다. 그 상태로 사라는 구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정말 미안해요…. 진심이 아니었어요.” 얘, 얘가 사람 양심 찔리게 갑자기 왜이래. 너 이런 캐릭터 아니잖아. 갑자기 허를 찔려서, 구원은 적잖이 당황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고개를 쳐들진 않았지만. 어떠한 상황 속에서도 이득은 취하는 남자라고 불러다오. 하지만…나도 아까 놀린 건 사과해야겠지? 이런 분위기에서 나는 사과 안하고 있으면 완전히 개새끼잖아. 구원 안에서도 적정선이라는 게 존재하기는 한다. “사라야 그….” 막상 사과 같은 걸 하려니 쑥스러워서 구원은 머뭇거렸다. 에잇. 이런 분위기가 문제야. 왜 갑자기 이렇게 포근한 분위기를 만들어서! 좋아. 간다! “나도…꾸엑!” 하지만 구원의 사과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쳐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사라가 구원을 확 밀쳐낸 바람에, 구원은 그대로 벤치에서 굴러떨어졌다. “갑자기 이게 뭐하는….” “어머. 레이아. 준비 끝났어요?” 사라가 바라보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레이아와 어제 본 사제 중 순수해 보이는 쪽이 커다란 가방을 메고 서있었다. 분명 이름이…크리스였나? “네. 오래 기다리셨죠?” “아뇨. 날씨가 좋아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네요. 구원? 바닥에서 그러고 있지 말고 그만 일어나요.” 사라는 언제 상냥하게 굴었냐는 듯이 쿨한 표정으로 구원에게 말했다. 이, 이것이…. “구원씨 바닥에서 뭐하세요?” “아, 아니. 그냥 맨손 운동 좀 했어.” “어머. 쉬는 날에도 열심히시네요.” “하하. 내가 좀 성실하잖아. 가방 줘. 내가 옮길게. 그쪽의 크리스양도.” “고마워요.” 레이아와 크리스에게 가방을 건네받으며, 구원은 사라를 노려봤다. 사라는 레이아와 크리스에게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필사적으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저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그냥 남한테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게 부끄러워서 그런 모양이다. 사실 구원도 그 간질간질한 분위기에서 해방되어서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느끼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선 굳이 쉽게 용서해줄 필요가 없겠지? 구원은 사라를 바라보고 입을 뻥끗뻥끗 거렸다. 나중에 두고 보자. 사라는 구원의 입모양을 읽는데 성공했는지, 살짝 절망한 표정이 됐다. 안 그래도 내가 요즘 너만 보면 잘 하지도 못하는 심리 파악을 해보려고 골이 아팠는데, 이 기회에 너도 맘고생 좀 해봐라. 그렇게 가볍게 사라에게 복수를 마치고 구원은 레이아와 크리스의 뒤를 따라 걸었다. “오늘도 빈민가로 가는 거지? 멀어?” “그렇게 멀지는 않아요. 30분 정도 걸어가면 도착할 거예요.” 꽤 먼데. 잘도 이 가방을 들고 다녔네. 뭐가 들었는지, 가방은 꽤나 묵직했다. 뭐, 나야 인벤토리에 넣으면 그만이지만. “어때요? 레이아랑은 잘 돼가요?” 그렇게 조금 걷던 도중, 크리스가 갑자기 말을 걸어왔다. 그것도 내용이 꽤나 의미심장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의 뜻이에요. 레이아랑 잘 돼가냐고요.” “아니, 나랑 레이아랑은 딱히 그런…헉, 설마…!” 구원의 머리에 한 가지 놀라운 가설이 떠올랐다. “호, 혹시 레이아가 나한테 관심 있다는 식으로 얘기한 적 있어?” “아뇨. 전혀.” 하지만 구원의 기대는 순식간에 박살났다. “그럼 왜 그런 얘기를 하는데….” “그쪽은 레이아를 좋아할 거 아니에요. 레이아 같은 애랑 같이 다니는데 안 반할 남자가 있을 리가 없는 걸요.” 확실히 레이아가 여러모로 천사 같긴 하지. 가끔 보면 정말 우리와 같이 인간계에 사는 생물인지 의심이 된다니까. 아니, 잠깐. 그 말은…? “혹시 레이아…인기 많아?” “그야 당연하죠. 말이라고 하나요?” 응. 내가 물어봐 놓고도 괜한 질문이라는 생각은 들었어. 젠장. 겨우 디아나한테 엉겨 붙는 놈팡이들을 처리해서 한시름 덜었다고 생각했더니 이번엔 또 레이아한테 어떤 놈팡이가…. 아냐. 진정하자. 레이아는 다른 애들이랑 경우가 달라. 일단 적어도 섹스는 절대로 나하고만 할 수 있어. 우선 그쪽 방면으로는 완벽하게 안심할 수 있어. 다른 놈들이 백날 들이대 보라지. 섹스는커녕 키스만 해도 시체가 될 놈들이. 구원은 순식간에 마인드 컨트롤을 끝냈다. “훗. 그래봤자 나한텐 안 되지.” “오오. 자신감이 대단하네요.” 크리스는 짝짝짝 가볍게 박수를 치며 말했다. “멋있지?” “네.” “크으. 이놈의 인기란. 반하지 말라고?” 구원은 스스로에게 도취돼서 말했다. 멋있단 말은 언제 들어도 안 질린다니까. “네. 안 반해요.” 아니. 그렇다고 그렇게 딱 잘라 말하면 상처 받잖아. 농담이야. 반해도 돼. “레이아 누나아아아!”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마을 풍경이 조금씩 허름해지기 시작했고, 그 상태에서 조금 더 길을 들어걷자 갑자기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뭐…라고? 사라의 영압이…사라졌다고…? 연참은…제 의욕도 의욕이지만 시간이…. 요즘은 한 편 쓰기도 벅찰 정도로 너무 일이 바빠서요. 이번 주말은…가능하려나? 저도 확신은 못하니 기대는 하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115==================== 레이아의 일상 애초에 건물들이 허름해져가는 시점에서부터 구원은 주위를 철저히 살피고 있었다. 판타지 세계의 빈민가라고 하면 안 좋은 이미지밖에 떠오르지 않으니 말이다. 도둑 조합 같은 게 숨겨져 있어서, 길가다 부딪히는 놈들마다 주머니를 털어가는 곳. 골목마다 양아치 같은 놈들이 등장해서 단도를 핥으며 “헤헤…. 이 단도엔 독이 묻어있다고.” 같은 소리를 지껄여대는 곳. 레이아의 태도를 보면 이곳에 다니는데 꽤나 익숙한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방심은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커다란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레이아를 향해 재빠르게 돌진해왔을 때, 구원은 자신의 신체능력을 최대한 살려서 순식간에 반응할 수 있었다. 구원은 팔로 레이아의 허리를 휘감아 가슴 쪽으로 끌어당겼다. “꺅!” 그리고는 레이아를 끌어안은 손과 반대 손을 강하게 휘둘렀다. 감히 우리 천사님을 노려? 일단 넌 사형이다. 하지만 구원은 휘두르던 손을 급히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우에에에엥!” 습격자의 정체는 대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그냥 꼬맹이였다. “어머나. 카일! 괜찮니?” 레이아는 구원에게서 떨어져 얼른 꼬맹이에게 다가갔다. “미, 미안. 갑자기 뭔가 튀어 나오니까, 불한당인줄 알고.” 아무리 사내새끼가 우리 미인 파티원들에게 다가오는 걸 경계하는 구원이라지만, 이제 겨우 엄마 젖을 뗀 꼬맹이까지 경계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아직 제대로 서지도 않은 나이 대 애들을 경계해서 뭐하겠어. “자, 카일. 이 형아도 나쁜 형아가 아니에요. 그냥 깜짝 놀라서 그런 거예요. 자, 뚝. 착하죠?” “…응.” 레이아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자, 꼬맹이는 레이아의 가슴에 얼굴을 묻듯이 달라붙었다. 질투는 안한다. 그래. 꼬맹이새끼한테 질투를 해서 뭐하겠어. 다만 엄청나게 부러웠다. 꼬맹이들은 나이를 무기로 뭔 짓을 해도 용서받는단 말이지. 나도 꼬맹이 땐 여탕에도 맘대로 들어가곤 했었지. 그곳의 풍경은 전혀 기억은 안 나지만. “…누구?” 겨우 울음을 멈춘 꼬맹이는, 구원을 경계하듯이 레이아의 다리에 달라붙어 이쪽을 노려봤다. 그 눈빛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여러 감정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예를 들어 질투 같은 감정 말이다. 이런 꼬맹이한테까지 질투심을 유발시키는 건가. 역시 우리 천사님.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인기가 폭발하신다. “이 형아는 누나의 동료에요. 착한 사람이에요.” “그래. 꼬맹아. 미안하다.” 구원이 악수를 청하듯 손을 내밀었지만, 꼬맹이는 구원을 잠시 노려보더니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이 쌍놈이…. 일행이 그 카일이라는 꼬맹이와 함께 도착한 곳은, 빈민촌에 있는 것치고는 꽤나 커다란 건물이었다. “뭐야. 여기는?” “고아원이에요.” “그럼 매일 이 고아원에 도와주러 오는 거야?” “매일은 아니지만 되도록 자주 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거리는 특히 고아들이 많은데,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도, 자원도 부족하거든요.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어서….” 그러고 보니 전에 고아원 아이들을 돌보느니 어쩌니 하는 소리를 했었지. 여기 얘기였나. “역시 천사님이네.” “구, 구원씨도 참. …그냥 저도 고아였다 보니까 내버려 둘 수 없는 것뿐이에요. 그리고 어차피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보는 건 저희 사제들의 의무인 걸요. 이 아이들도 전부 여신님의 자식들이니까요. 오히려 매일 올 수 없어서 미안할 따름이에요.” “…레이아 누나도 계속 여기서 살면 좋겠는데.” “미안해요, 카일. 누나는 저쪽에서도 할 일이 있어서요.” 카일의 투정에, 레이아는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그럼. 레이아 본인의 체질 개선이라는 아주 중요한 일이 있지. 괜히 우리 천사님 곤란하게 하지 말고 이제 그만 좀 천사님한테서 떨어져라. 언제까지 붙어있을 거냐. 물론 내가 질투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우리 천사님이 걷기 불편해 보이잖아? 그냥 그뿐이다. “우와! 레이아 언니다!” “레이아 누나! 아, 그리고 크리스 누나도.” 일행이 고아원 안으로 들어가자, 엄청난 수의 아이들이 몰려나왔다. “네, 네. 어제도 와줬지만 레이아의 덤 취급밖에 못 받는 크리스 누나도 왔어요.” “이제 보니 너도 꽤나 고생하네.” 뭐 레이아가 옆에 있다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지만. 애들도 천사는 알아볼 테니 말이다. “알겠나요?!” 의외로 크리스는 꽤나 절실한 모양이었다. “레이아 언니, 이 사람들은 누구야?” “여기 이 분들은 구원씨, 사라씨에요. 오늘은 특별히 도와주러 왔어요.” “와아! 잘생겼다!” “훗. 쪼끄만 주제에 보는 눈이 있군. 오빠가 맛있는 거 사줄까?” “근데 말하는 게 재수 없어!” 애들이란 의외로 잔혹했다. 아무런 악의도 없이 웃으면서 저런 말을 해오는데, 저게 100% 진심일 거라서 더욱더 아팠다. “푸흡.” 사라도 웃겼는지, 뒤에서 입을 가리고 웃고 있었다. 너한테는 아직 나한테 빚이 있다는 거 잊었냐? “이 누나도 엄청 예쁘다! 레이아 누나만큼이나 예쁜 사람 처음 봤어!” “그, 그러니? 고마….” “무슨 소리야! 레이아 누나가 훨씬 예쁘잖아! 저 누난 무섭게 생겼잖아!” “무, 무섭…!” 사라 역시도 아이들의 솔직함은 피해갈 수 없었다. 봐라. 그러니까 평소에도 마음을 곱게 써야지. 남의 아픔을 비웃으니까 그런 꼴을 당하는 거다. 구원은 당장 복수를 하기 위해 좌절하고 있는 사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푸흐….” 하지만 사라가 진심으로 울 것 같은 얼굴이라서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야. 그냥 애들 하는 말에 뭘 그런 표정까지 짓냐. 그냥 흘려들어. 애들이 뭐 보는 눈이 있다고. 너도 충분히 예뻐.” “…레이아보다도요?” “그, 그거야 취향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애매한 말로 속이려고 들지 마요! 그럼 구원은요?!” “나, 나야….” 구원은 살짝 말문이 막혔다. 뭐야 이 선택지. 누가 더 예쁘다고 말해도 반대쪽 호감도가 떨어지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는다. “역시 레이아가 더…!” “아니! 그냥 내 눈엔 둘 다 예뻐서! 누가 더 예쁘다고 하기에는 좀….” “…당신들 애들 앞에서 갑자기 무슨 사랑싸움이에요.” 크리스의 말에 구원과 사라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이들은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이쪽을 보고 있었다. “자, 자아! 레이아! 우린 지금부터 뭘 도와주면 돼!” 억지스럽지만, 구원은 화제를 전환시키기 위해 외쳤다. “에이. 뭐야. 더 안 해?” “이 이상은 청소년 관람 불가다. 뒷얘기가 보고 싶으면 좀 더 큰 다음에….” “지금 애들 앞에서 무슨 헛소리에요!” 결국 구원은 다시 한 번 사라한테 얻어맞았다. 고아원의 원장이라는 사람과 인사를 한 후에, 본격적으로 애들을 돌봐주게 됐다. 레이아와 크리스가 신전에서 들고 왔던 가방은 공간 마법이 걸린 가방이라는 모양으로, 안에서 가방에 절대로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식재료들이 튀어나왔다. 레이아와 크리스, 그리고 사라가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아이들을 돌봐주는 건 구원의 역할이 되어버렸다. 아이들이란 것들은 쪼끄만 주제에 체력만 더럽게 좋은 놈들이라서, 데리고 놀아주는 게 의외로 체력을 많이 소모했다. 젠장. 내 체력 스탯이 얼마나 높은데 고작 애새끼들 따위한테…. 그렇게 한참을 뛰놀다가 식사를 다 먹고 나자, 아이들은 마치 방전이라도 된 듯 하나둘씩 쓰러져서 낮잠을 자기 시작했다. “후훗. 구원씨. 고생하셨어요.” 레이아는 무릎을 베고 잠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정말 천사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모습이다. “고생은 무슨. 레이아가 훨씬 고생했지.” “아니에요. 오늘은 구원씨 덕분에 전 별로 한 것도 없는 걸요. 의외로 아이들 잘 돌보시네요.” “그러게요. 정말 의외네요.” 사라야. 그건 굳이 강조할 필요 없다. 아니, 잠깐. 그럼 우리 천사님도 의외라고 생각했다는 말이잖아! 크흑. 날 대체 어떻게 보고…. “그래도 이렇게 다들 자고 있으니 지금부터는 좀 편해지겠네.” 한 명은 아직도 안자고 있었지만 말이지. 바로 그 카일이라는 꼬맹이다. 놈은 나이도 어려보이는 것이 잠도 없는지 레이아한테 딱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을 안했다. “전 이제부터는 아픈 사람들의 치료를 하러 가려고요. 구원씨는 여기서 쉬고 계세요.” 빈민가의 병자들을 치료하러 가는 건가? 그럼 또 내가 빠질 수는 없지. 치료 활동 중 어떤 놈팡이가 달라붙을지 모르니까 말이다. “아니, 그럴 순 없지. 내가 여기 쉬러 왔나. 자 같이 가자. 난 아직 멀쩡해.” “…고마워요.” 레이아는 살짝 감동한 표정이었다. 저 표정을 본 것만으로도 여기 온 보람이 있다. 레이아는 자신의 무릎을 베고 있던 아이의 머리에 살며시 베게를 받쳐주고 일어났다. “그럼, 카일. 혹시 아픈 사람들이 있으면 안내해줄래요?” “응!” 레이아의 말에 카일은 다시 레이아의 다리에 달라붙으며 말했다. 거기가 네 지정석이냐. 나이만 믿고 치사하게 계속 만져대다니. 이런 부러…괘씸한 놈. 고아원을 나서는 도중에, 레이아의 다리를 끌어안은 카일의 손이 슬금슬금 더 위로 올라갔다. 거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엉덩이에 닿을 텐데? 구원은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레이아는 그냥 꼬맹이의 손이 어쩌다가 닿는 거라고 생각하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구원이 보기에 저 움직임은 아무리 잘 봐줘도 레이아의 엉덩이를 노리는 움직임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하는 걸까? 이런 꼬맹이한테도 부러움을 넘어서 질투를 느끼는 거야? 하지만 그 순간, 꼬맹이의 입 꼬리가 씨익 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입 꼬리가 올라가는 건 한순간이었고 곧바로 원래의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구원은 확신했다. 이 새끼 분명 알고 저러는 거야. 어쩌면 처음 만났을 때 울면서 가슴에 달라붙었던 것도? 카일은 아무리 잘 봐줘도 원래 세계라면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았을 나이로 보였다. 그런 놈이 여자 몸을 밝혀서 가슴과 엉덩이를 만져댄다고? 구원은 저 나이 대에 여탕에도 막 들어갔지만, 그때 그 광경이 전혀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여자 몸에 관심이 없었다. 과연 저 나이 대에 여자 몸에 관심을 가지는 게 가능할까? 인생을 2회차에 들어간 것도 아닌 이상 그딴 게 가능할 리가…잠깐. 난 게임 속 세계에 날아오기도 했는데, 과연 전생이나 환생 같은 걸 한 놈이 없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한 번 의심이 되자, 놈의 모든 행동이 수상해보였다. 구원은 당장 카일에게 애널라이즈를 사용해봤다. 레벨 : 38 직업 : 암살자 씨발. 이게 뭐야. 구원은 소스라치게 놀라서 카일을 레이아에게서 떼어내려고 했다. 아니, 잠깐 기다려봐. 차분히 생각해보니 이걸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 사라도 레이아도 구원이 다른 사람의 레벨이나 직업 같은 걸 알 수 있다는 건 모른다. 이제 와서 그런 능력이 있다는 건 밝히고 카일을 떼어내려고 해도, 과연 믿어줄까? 어른스럽지 못하게 어린 애한테 질투나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을까? 젠장. 사라 스스로 밝힐 때까지 사라가 용사라는 걸 모르는 척 하려고 애널라이즈는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그게 이런 식으로 되돌아오다니. 구원은 어떻게 하면 저 위험한 놈을 레이아에게서 떨어뜨릴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어설프게 시도하면 구원은 애한테까지 이상할 정도로 질투하는 머저리가 되고, 저 놈은 더더욱 레이아에게 달라붙게 되어버린다. 어떻게 하지? 어쩌면 좋을까? 아무리 고민해도 마땅한 방법이 안 떠올랐다. 젠장 38레벨 암살자라니. 무슨 꼬맹이가…아니, 잠깐. 38레벨? 그 말은 즉…섹스를 했다는 거잖아! 그럼 뭐야? 저 새끼 그럼 몸도 애새끼가 아니라는 거야? 그렇게까지 생각하자 구원은 더욱더 성질이 뻗쳤다. 환생이나 전생을 한 놈이라도, 몸이 애새끼인 이상 지금 레이아를 어쩔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마저 아닌 거다. 제대로 서는 새끼라니. 잠깐. 제대로…서…? 그렇다면…! 구원은 당장 놈에게 성자의 파동을 날렸다. “흐히이이잇!” 마탑에서 구원보다 확실하게 레벨이 높았던 놈들도 버티지 못했던 성자의 파동이다. 고작 38레벨 따위가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놈은 바로 다리를 안짱다리로 만들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 어머? 카, 카일 왜 그러세요?” 놈의 정체가 어찌됐든, 그래도 겉보기엔 아직 꼬맹이다. 착하디착한 우리 천사님이 사정했다는 걸 알아도 달래고 돌봐주려고 하지 않겠냐고? 천만의 말씀. 나도 다 거기까지 생각을 해 놓고 벌인 일이다. “레이아 떨어져!” 구원은 황급히 놈과 레이아의 사이를 파고들어 떨어뜨렸다. “아까부터 이상할 정도로 집요하게 레이아의 엉덩이를 만지나 싶었더니, 거길 주무르면서 사정을 해?!” 구원은 우선 놈의 명예를 사정없이 훼손시켰다. 은근 슬쩍 엉덩이 쪽을 만지려고 한 건 사실이니, 완전히 거짓말도 아니다. “네, 네에?!” 역시 레이아도 그 말에는 제법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크흑. 천사님이 충격을 받게 하다니. 미안해. 그래도 이건 어쩔 수 없는 희생이야. “그, 그게 무슨…! 레이아 누나!” 놈은 안색이 새파래진 채로 당황하면서 레이아를 불렀다. 그 애처로운 모습에 마음씨 착한 레이아는 다시 놈에게 다가가려고 했지만, 구원이 막아섰다. “레이아. 혹시 정액이 몸에 묻거나, 어쩌면 냄새만 맡더라도….” 어느 정도 구미호가 되는 조건이 파악된 이상, 구원 역시도 고작 그 정도로 구미호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레이아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있는 이상, 카일에게는 절대 다가갈 수 없겠지. “아….” 레이아도 구원의 말을 이해했는지, 카일에게 다가가려던 발걸음을 멈췄다. 레이아가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자, 놈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꼴좋다 이놈아. “…어쩔 수 없지. 내가 데려가서 씻겨주고 올게. 어린놈이 벌써부터 이런 변태 같은….” 구원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놈의 뒷덜미를 잡아끌고 욕실로 데려갔다. 물론 그러면서도 놈의 명예를 조금이라도 더 훼손하는 것 역시 잊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장르는 퓨전. 한마디로 말해 잡탕이죠. 뭘 어느 정도 비율로 섞어도 되는 마법의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116==================== 레이아의 일상 카일의 뒷덜미를 잡고 욕실에 도착한 구원은, 제일 먼저 문을 잠그고 욕실 안을 살폈다. 좋아. 빠져나갈 곳은 없어 보이는군. 창문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은 잠겨져있었다. 그리고 구원은 양손으로 놈의 양어깨를 단단히 잡았다. 아무리 레벨이 낮아도 놈의 직업은 암살자. 어떤 짓을 벌일지 모르니,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한다. “야 꼬맹이.” “아아…. 레이아 누나…. 내가 갑자기 대체 왜….” 놈은 이미 멘탈이 가루가 됐는지, 구원이 불러도 헛소리처럼 중얼중얼 혼잣말을 중얼거릴 뿐이었다. “야 안 들리냐?” “레이아 누나…레이아 누나….” “좋아. 계속 무시한다 이거지? 네 놈이 레이아 누나의 엉덩이를 만진 손은 절대 씻을 수 없다고 발악을 하는 바람에 씻길 수 없었다고 전해주지.” “뭐, 뭐라고?! 모함하지 마라 개새끼야!” 뭐야. 잘 들고 있잖아. 그리고 말투 봐라. 아까까지 순진한척 한건 역시나 연기였군. “잘 들리네. 그러게 왜 사람 말을 무시하냐.” “너, 너 그러고 보니 아까도 이상한 모함을! 설마 이것도 네 짓이냐!” “너야말로 모함하지 마라. 지 혼자 레이아의 엉덩이 만지려다가 싸버린 주제에 누구한테 책임을 전가하려고 드냐. 난 그때 너한테 닿지도 않았었다.” “모함이다! 난 만지지 않았어!” “그래. 만지기 직전에 지 혼자 싸버렸지. 조루새끼야. 그게 자랑이라고 지금 지껄이는 거냐?” “이, 이이이익!” 놈은 할 말이 없는지 얼굴이 시뻘개져서 씩씩대기만 했다. “그보다 변태 꼬맹이 놈아. 너 나랑 얘기 좀 해야겠다.” “네 놈과 할 얘기는 없다!” “너 나한테 잘 보이는 게 좋을 걸? 지금 레이아 안에서 조각 조각난 네 이미지를 복구시켜줄 수 있는 게 누구라고 생각하냐?” “그, 그런 게 가능하다는 거냐?” “당연하지. 난 무려 레이아가 소속된 클랜의 클랜장이라고. 레이아가 내게 가지는 신뢰도는 하늘을 찌르지.” “혀, 형님! 제발 오해 좀 풀어주세요! 정말 오해에요! 전 정말 그럴 생각 없었는데 이상하게 갑자기 강렬한 쾌감이! 전 레이아 누님한테 미움 받으면 살아갈 자신이 없어요!” 가증스러운 놈. 태도 바뀌는 거 봐라. “뭐 오해를 풀어주는 건 네놈 태도에 달려있지. 우선 질문이 있는데.” “네! 뭐든 물어보세요!” “너 정체가 뭐냐?” 그 순간, 놈의 얼굴이 미묘하게 굳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에요? 저야 그냥 여기 사는 고아….” “날 속일 생각은 마라. 말했지. 클랜장이라고. 내 경험이 우스워 보이냐?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전투를 치러왔다. 상대의 움직임만 봐도 어느 정도 내력을 파악할 수 있지. 네놈에게선 죽음의 냄새가 나.” 물론 개뻥이다. 죽음의 냄새는 무슨. 지금은 바지에 싸지른 정액 냄새밖에 안 난다. “읏!” 놈은 상당히 놀랐는지, 두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리고는 갑자기 모습이 사라졌다. 분명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고 있었는데, 배경에 녹아들듯이 순식간에 모습이 사라진 거다. 하지만 구원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애초에 암살자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암살자가 은신을 쓸 수 있는 건 당연한 거지. 게다가 이미 대비는 해둔 상태였다. 모습이 사라졌다지만, 양손으로 잡고 있던 어깨의 감촉까지 사라지지는 않았다. 놈은 갑자기 눈앞에서 사람이 사라지면 내가 당황할 테니, 그 틈을 타서 빠져나갈 생각이었겠지. 놈에겐 아쉽게도 구원은 손에 준 힘을 풀지 않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놈보다 구원의 레벨이 더 높은데, 구원은 같은 레벨은 다른 사람들보다 근력이 훨씬 더 강하기까지 하다. 빠져나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는 건 불편하군. 구원은 양 손에 성자의 손길을 발동했다. “흐이이잇!” 놈은 바로 은신이 풀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오호라. 은신이란 말이지? 어쩐지 죽음의 냄새가 강렬하게 난다 싶었더니, 이거 암살자셨군. 이런 위험한 놈이 레이아의 근처에 있었단 말이지?” “크읏! 이, 이 느낌! 역시 아깐 네놈이!” “그래. 내가 한 거지.” “레이아 누나가 이 사실을 알면…!” “넌 이제 죽을 텐데 무슨 수로 알아?” “뭐, 뭐라고?!” “왜 그렇게 놀라? 그럼 내가 레이아 곁을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위험한 암살자 새끼를 그냥 놔둘 줄 알았어?”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조금 고민하고 있었다. 이놈을 레이아에게서 떨어뜨려 놔야 하는 건 당연한 얘기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까지 몬스터는 별 느낌 없이 학살해왔지만, 사람을 죽이는 건 조금 주저되는 것도 사실이다. “자, 잠깐 기다려주십시오. 형님.” 이놈은 불리할 때만 형님이라고 그러네. “제, 제 얘기를 들어보십시오. 전 결코 나쁜 마음을 먹고 레이아 누나의 곁에 있는 게 아닙니다.” “뭐 일단 얘기는 들어보지.” 아직 어떻게 처리할지 확실히 정하지도 못했으니까. “우선은 제 과거부터 얘기해야겠군요. 전 원래 이 빈민가의 고아였습니다. 하지만 여기 고아원이 아닌, 암살자 집단에게 주워졌죠. 그리고 어린 나이 때부터 철저하게 암살자로서 길러졌습니다. 아무 감정도 없는, 그저 살인만을 위한 기계로 말이죠. 몇 번인가의 암살을 성공적으로 마칠 때까지도, 전 그저 아무 감정이 없는 기계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의뢰에 실패했고, 역공을 맞은 저희 암살자단은 전멸했습니다. 전 기적적으로 도망쳤습니다만, 이미 숨이 끊어지는 건 시간 문제였죠. 그때 제 눈앞에 천사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레이아라는 이름의 천사가요. 지나가던 길에 절 발견한 레이아 누나는 죽어가던 제 생명을 살려주셨습니다. 그리곤 아무것도 묻지 않고 떠나셨죠. 전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정이라는 걸 맛봤습니다. 그때의 그 느낌은 결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이었죠.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저분만을 위해 살겠다고. 그 이후로 전 신분을 위장하고 이 고아원에 흘러들어와….” “길어.” “네, 네?” “그리고 진부해.” “그, 그게 무슨…!” 놈은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지만, 어쩔 수 없잖아. 정말로 너무 뻔한 스토리인걸. 내가 비슷한 얘기만 이전 세상에서 몇 번을 봤다고 생각하는 거냐. “일단 묻고 싶은 게 여러 가지 있지만…제일 먼저, 너 지금 몇 살이냐?” “마, 마흔 셋입니다. 형님.” “아저씨잖아! 너 그 면상으로 마흔 셋은 사기 아니냐?” “이, 이건 변장을 한 겁니다. 숙련된 암살자는 모습마저도….” “뭐? 그럼 풀어…아니 내가 하지.” 구원은 놈에게 절정속박을 걸고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켰다. “흐아앗! 잠깐! 이건! 히잇! 크아아!” 놈은 강력한 쾌감에 휩싸이면서도 쌀 수 없는 고통에 괴로워했다. 하지만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놈이 괴로워하면 괴로워할수록, 놈의 모습이 점점 더 변해가기 시작했다. 어린애답게 여리여리 했던 팔다리는 점점 더 굵어졌고, 얼굴의 주름이 점점 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게 완벽하게 변한 놈의 모습은, 영락없는 아저씨였다. 몸집이 작은 건 원래부터 그런 건지, 난쟁이였지만 말이다. 드워프? 아니면 몸집이 작은 다른 종족인가?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놈이 아저씨란 말은 즉. “이 변태새끼가 그럼 어린애인척 하고 우리 레이아한테 지금까지 달라붙어있었단 말이야?” 역시 이 자리에서 죽여서 싹을 잘라버려야 하나. “사,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구원의 눈빛에서 살기를 읽었는지, 놈은 성자의 손길에 꿈틀대면서도 애절하게 빌었다. 좋아. 결심했다. 구원은 그 즉시 놈을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했다. 구원은 우선 성자의 손길과 절정속박을 풀었다. “흐이이이잇!” “좋아. 살려주지. 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 “흐헉. 허억. 뭐, 뭐든 말씀하십시오.” “우선 날 암살자로 만들어라.” 직업을 얻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관련 기술을 배우고, 그걸 이용해 직업관련 행동을 한 번 하는 걸로 얻을 수 있다. 사실 이놈을 끌고 올 때는 암살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은 안하고 있었지만, 놈의 기술을 보니 마음이 변했다. 암살자라는 걸 또 언제 만나서 기술을 배울 수 있을지 모르고, 이 기회에 얻어 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즉흥적인 발상이다. 변신과 은신이라니. 최고잖아. 남자의 로망을 자극하는 기술이다. 저 기술들만 있으면 지금껏 못했던 여러 플레이를…크크큭. 방금 전까지 변신으로 변태 짓을 했다고 죽이려 들지 않았냐고? 원래 인생이란 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야. “네, 네…?” 놈은 두려운 눈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뭘 그렇게 보냐. 내가 암살자 되서 널 죽이기라도 할까봐? 굳이 안 그래도 너 같은 거 죽이는 건 간단해 임마. 일단 기본적인 기술만 가르쳐줘봐.” “그, 그럼….” 그리하여 즉석에서 암살강의가 시작됐다. 가장 기본적인 기척을 죽이고 상대방 몰래 공격을 시도하는 방법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살기를 내비치지 않는 겁니다. 그렇게 상대방이 전혀 예측하지 못하게 만들고, 완전히 방심하고 있게 만들어 그 틈에 공격을 하는 거죠.” 살기를 죽인다라…. 좋아. 간다. 난 아무생각이 없다. 왜냐하면 아무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구원은 몸에 힘을 빼고 완전히 자연스러운 자세로 자신의 살기를 완벽히 지웠다. 그리고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녀석의 성기에 손을 가져갔다. 와그작. 손 안에 소름끼치는 감촉이 느껴졌지만, 마음을 비우고 행한 행동이라서 그런지 생각만큼 내 쪽에 정신적 데미지는 없었다. “……에?” “흠. 이렇게 하는 거군. 완벽해. 그렇지? 전혀 눈치 못 챘지?” 스테이터스 창을 열자, 암살자 직업도 완벽히 얻어져 있었다. 암살자의 직업 행동이란 게, 이런 걸로도 되는 구나. 생명을 죽이지는 않았지만, 남자로서는 완벽히 죽여서 그런가? “끄아아아아아악!” 물론 놈은 구원의 말에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놈은 피범벅이 된 가랑이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굴었다. 아까 말한 대로 목숨은 살려줬으니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꺼내 놈의 가랑이에 부었다. 조금 돈이 아깝긴 하지만, 내 이미지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 “야. 그거 비싼 포션이라 다 나았을 텐데. 엄살 부리지 말고 그만 일어나라.” 물론 그렇다고 떨어져나간 성기가 다시 돋아나는 건 아니지만. 구원은 손을 씻으며 말했다. 아오. 아무리 바지 위라고 해도 정액 싸질렀던 성기를 잡으니까 찝찝하네. 냄새 같은 거 안 묻었겠지? “끄으윽. 끄윽. 왜, 왜 이런 잔인한 짓을….” “변태새끼가 어린애인척 하고 우리 레이아 가슴이랑 엉덩이를 만져댔으면서 뭐? 오히려 그 정도로 끝난 걸 고맙게 생각해라.” “끄으윽. 끄윽.” 다 큰 아저씨가 정말로 서럽게 울어대서, 구원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야. 마음 약해지지 말자. 이건 합당한 처벌이었어. “대신이라고 말하긴 뭐하지만, 네가 계속 여기에 살 수 있게는 해주지. 내 맘이 변하기 전에 얼른 씻어라.” 놈은 엉엉 울면서도 몸을 씻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구원과 카일은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물론 카일은 변신을 푼 상태로 말이다. “구원씨, 오래 걸리셨…어머? 그 분은?” 이놈은 레이아한테 구해졌다고 말했지만, 아무래도 레이아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긴 레이아 성격에 길거리에서 사람을 도와준 게 한두 번도 아닐 테고, 일일이 전부 다 기억할 리가 없나. “이놈이 카일이야.” “네, 네에?!” “아무래도 수상해서 이것저것 추궁하니까 실토를 하더군. 나이 처먹을 대로 처먹은 아저씨가 어린애로 변신해서 지금까지 변태 짓을 한 거였어.” “으읏!” 카일은 마치 배신당했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봤다. 난 분명 여기서 계속 살 수 있게 해준다고만 했지, 네 명예를 회복시켜 준다고는 안했다. 오히려 네놈의 명예를 철저하게 짓밟아서 천사 같은 레이아마저도 다가가기 싫게 만들어주지. “하지만 내가 누구겠어? 잘 타일러서 다시는 그런 짓을 못하도록 만들어줬지.” 아예 뿌리 채 뽑아버렸으니 말이야. 물건이 없어지면 남성호르몬이 확 줄어서 여성화 된다는 데 사실일까? “그, 그랬나요….”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까 좀 사정이 딱하더라고. 아무 오갈 데가 없는 몸이라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변신 능력을 살려서 여기에 흘러들어와 살고 있었던 모양이야. 레이아의 가슴과 엉덩이를 주물럭댄 건 레이아가 너무 매력적이라 그랬다고 실토하더군.” “뭣! 아닙니다!” “뭐? 지금 우리 레이아가 매력적이지 않단 말이냐?” “아니야! 당연히 이 세상 누구보다 매력적이시지!” “그래서 무심코 변태 같은 일을 저질렀다는 모양이야.” “잠…그런 게…!” “변명하지 마라.” “네 놈이! 네놈이 그렇게 만들었잖아! 이상한 기술로 날 갑자기 가버리게…!” “나도 좀 유명해진 모양인데? 어디서 내가 성자라는 소리를 들었나보지? 확실히 내 성자 스킬이라면 순식간에 싸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하지만 아쉽게도 난 닿지도 않은 놈까지 그렇게는 못 만들어.” 훗. 어설프구나. 난 아직 사라나 레이아한테 성자의 파동을 보여준 적이 없거든. “거짓말!” “카일…아니, 카일씨. 정말이에요.” 더 이상 못 봐주겠는지, 결국 레이아가 한마디 했다. 그러자 놈은 이 세상이 끝난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무너져 내렸다. “아무리 변태라도 레이아 앞에서 인정하긴 쉽지 않은 모양이네. 착한 내가 이해해 줘야지. 지금은 태도가 이렇지만, 아까 타이를 때는 반성하고 있는 모습이었어. 그리고 아무래도 여기서 계속 아이들을 돌보며 살고 싶은 모양이야. 어떻게 생각해?” 여기까지가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다. 거부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야 내 알 바 아니지. 만약 여기 이외의 장소에서 레이아한테 들러붙어있는 모습이 내 눈에 띄게 되면, 이번엔 남자로서 죽는 정도론 끝나지 않을 거다. “우와…전 싫은데요.” 크리스는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까부터 생각했지만, 너 진짜 스스로에게 솔직하구나. 하지만 우리 천사 같은 레이아는 과연 크리스 같은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저, 그건…고아원의 원장님과 상담해보셔야….” 하지만 살짝 싫은 표정을 짓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우와. 대단해. 저 천사 같은 레이아가 저런 표정이라니. 만난 이후로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카일아. 네 변태 짓이 얼마나 더러운 행동이었는지 이제 좀 알겠냐? “그, 그럼 전 지금부터 원장님께 상담해보러 가겠습니다.” 놈은 일단 여기서 살 수 있게 된다는 마지막 희망이라도 잡고 싶은 모양이었는지, 허겁지겁 달려갔다. 여길 떠나게 되면 레이아와 합법적으로 만날 수단이 완전히 사라지니 필사적이겠지. 부디 거절당하긴 바란다. “레이아.” “…네.” “만약 쟤가 계속 여기서 살게 되면, 앞으로는 여기 올 때 꼭 나랑 같이 오자. 저런 변태 놈이 있는 곳에 레이아 혼자 보낼 수는 없으니까.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줄게.” 이제 놈에겐 물건도 없고, 정체가 밝혀진 이상 레이아도 경계를 하겠지. 하지만 그래도 만약의 사태에는 대비해야하는 법이다. “네…. 구원씨, 정말 고마워요.” 레이아는 구원을 믿음직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며 살포시 미소 지었다. 크으. 호감도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오늘은 여러모로 여기 따라온 보람이 있는 것 같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읽는다곰 // 성자의 파동은 손바닥 크기의 기파가 장풍처럼 나가는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격투 게임의 장풍계열 기술처럼 말이죠. 물론 맞은 사람에게만 영향이 있으므로 옆에 있던 레이아는 안전합니다.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17==================== 레이아의 일상 “그런데 이렇게 되면 치료는 어떻게 할 건가요?” 구원과 레이아가 서로를 따뜻한 눈빛으로 마주보고 있자, 그 사이에 사라가 껴들어오며 말했다. “그러네요. 원래는 카일이 전부 파악하고 있다가 알려줬는데 말이에요. 어쩜 좋죠?” 레이아가 턱에 손가락을 대고 고민하는 말투로 말하자, 멀리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물론 목소리의 정체는 카일이었다. “뭐야. 넌 뭔데 벌써와.” “네놈은 신경 꺼라! 그보다 레이아 누…아니, 레이아님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아…저, 그게….” 레이아는 곤란한 얼굴로 구원을 바라봤다. “너같이 잘못을 뉘우치지도 못하는 변태랑 같이 다니기 싫다는데.” “아닙니다! 정말 믿어주십쇼! 전 정말로 그런….” 놈이 또 변명을 하려고 하자, 레이아가 가볍게 눈썹을 찌푸렸다. 레이아는 스스로가 천사같이 맑고 깨끗한 만큼, 거짓말하는 걸 싫어할 것 같아 보이긴 한다. 카일도 그걸 눈치챘는지, 도중에 말을 흐렸다. “그런…짓을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그만 뭔가에 홀려서…. 정말 반성하고 있습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겁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카일은 땅바닥에 엎드려 빌면서 말했다. 우와. 얘 진짜로 자기가 그랬다는 걸 인정해버렸어. 괜찮은 거냐?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레이아의 곁에 있고 싶었어? “…그만 일어나세요. 아픈 사람들이 계신 곳에 안내해주시겠어요?” “요, 용서해주시는 겁니까?!” “스스로 그렇게 반성하고 계시는데, 제가 더 용서할 게 있나요?” 저런 변태에게마저 레이아는 천사였다. “너 진짜 우리 레이아가 천사라서 다행인줄 알아라. 그런 변태 짓을 용서받다니. 다른 여자 같았으면 평생 눈앞에 보이지 말라고 했을 거야.” 실제로 크리스나 사라는 카일에게서 몸을 지키듯이 은근슬쩍 내 뒤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이, 이이이익! 네, 네놈이 말 안 해줘도 안다!” 결국 카일이 앞장서서 병자들에게 안내를 하기 시작했다. 빈민촌의 병자들에게 포션을 나눠주고, 레이아와 크리스가 치유 마법을 사용해 치료하러 돌아다니는 자선활동이다. 포션이란 게 상당히 비쌀 텐데, 신전도 통이 크네. 벌이가 좋다보니 이렇게 통도 커지는 걸까? 매번 예배를 드리러 오는 숫자만 해도 엄청난 숫자였으니, 아마 성금도 엄청나게 벌고 있기는 할 거다. 자선활동을 따라다니면서 확실히 알게 된 점은, 여기서 레이아의 인기가 엄청나다는 거였다. 마치 성녀라도 되는 것처럼 빈민가의 모두가 레이아를 떠받들었다. 이런 반응이면, 적어도 빈민가에서 레이아의 안전을 걱정할 필요는 별로 없어 보이기는 했다. 다만 환자들을 적극적으로 돌보다보니, 자연스럽게 환자들과 신체접촉이 많아지는 건 피할 수 없었다. 마치 치과에 갔을 때 머리 위에 간호사의 가슴이 닿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혹시 저것도 레이아가 유독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미안한 말이지만, 크리스는 레이아와 비교해서 여성스러운 볼륨이 많이 부족하고 말이지. “장난 아니네.” “뭐, 그럴만하죠. 당신 파티에 들기 전까지 레이아는 하루도 빠짐없이 여기에 사람들을 도우러 왔는걸요.” 크리스는 이런 반응에 익숙해보이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 정도야?” “네. 심지어 신전의 지원 외에도, 레이아는 자기 돈까지 몽땅 털어서 여기 사람들을 돕는데 썼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났을 때, 레이아는 빈털터리였지. 지금까지 같이 다니면서 딱히 돈을 막 쓰는 것 같지도 않아서 의아했는데, 이런 비밀이 있었다니. 빈민가에서 인기가 이렇게나 높은 것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이유였다. 미안하다 크리스. 잠깐이지만 너와 레이아의 인기 차이는 볼륨의 차이라고 생각했었어. “과연 우리 천사님. 돈 쓰는 방법마저 천사 같다니까.” “…정말, 레이아는 당해낼 수 없겠네요.” “응? 뭐야. 사라 너 레이아랑 이런 걸로 경쟁한 셈이었어?” 옆에서 중얼거리는 사라를 놀리려고 구원이 살짝 도발하는 말투로 말했다. “…하아.” 하지만 사라는 구원의 얼굴을 빤히 보더니, 피곤한 얼굴로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뭐, 뭐야. 왜 그래? 평소처럼 안 달려들고. 그 이후로도 저녁노을이 질 때까지 일행은 치료를 위해 돌아다녔다. 하는 거 없이 구경만한 구원이었지만, 꽤나 피곤했다. 아무리 치료를 위해 신체접촉을 피할 수는 없다지만, 우연을 가장한 바디터치를 시도하려는 괘씸한 놈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 카일 같은 놈이 또 없으리라는 보장도 없어서, 일일이 애널라이즈를 사용하기까지 했었다. 하지만 고생한 보람이 있어서, 우리 천사님에게 필요 이상으로 접촉하는 놈들은 전부 차단할 수 있었다. 역시 여기 올 땐 내가 꼭 붙어있어야겠어. 구원은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치료 순회를 마친 후, 다시 고아원에 들러 아이들에게 저녁을 차려줬다. “근데 넌 왜 아직까지 따라 오냐? 볼일 없으니까 가라.” “여기 살고 있으니 당연한 거다!” “뭐야? 안 쫓겨났어?” “네, 네 놈의 모하…내 잘못을 크게 뉘우친 모습을 보고 원장님께서도 이해해주셨다.” 카일은 구원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려다가, 레이아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바꿨다. 이젠 자기 스스로 변태 짓을 했다는 걸 완전히 받아들이고 있군. 좋은 자세야. 그건 그렇고 아무래도 고아원 원장은 잘 말로 구슬린 모양이다. 하긴 여기 원장은 이놈이 사회적으로 말살당하는 장면을 목격하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한가. 레이아가 그런 얘기를 떠벌일 성격도 아니니, 어쩌면 이놈을 완전히 묻어버리는 건 실패한 걸지도 모르겠다. 나중에 크리스가 얘기해주지 않으려나? 아니면 내가 나중에 몰래 말해줄까? 빈민가를 나서 신전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시간은 꽤나 늦은 밤이 되어있었다. 오늘 밤은 레이아의 차례이니, 레이아도 같이 저택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구원 역시도 같이 신전까지 따라왔다. 아무래도 짐을 정리하고, 가벼운 보고 같은 것도 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레이아를 기다리는 동안, 이번엔 제대로 옆에 앉아있는 사라에게 말을 걸었다. “사라야.” “네?” “나 아직 화 안 풀렸는데.” “뭐, 뭐가요?” “설마 낮에 나한테 했던 일이 기억 안 난다고는 말 못하겠지?” “그, 그건…갑자기 레이아가 나와서 놀라서 그만….” “으윽. 아까 밀쳐졌을 때 무릎을 다친 것 같아.” “거, 거짓말 말아요! 당신 웨어 울프의 공격도 맨몸으로….” “으아아. 역시 마음의 거리가 먼 탓인가! 다친 사람을 대하는 태도마저 차가워!” “무, 무릎 베게라도 다시 해드릴까요?” “호오. 자기 무릎 베게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시는 건가?” “그럼 없다는 거예요?!” 으윽. 말을 좀 잘못 골랐나. 레이아 같은 타입이면 먹혀들었을 텐데. 사라는 자기 외모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확실히 자각하고 있다 보니, 때때로 자신감이 엄청나다. “으윽. 낮에 입은 마음의 상처가….” 구원은 가슴을 부여잡고 최대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워, 원하는 게 뭐해요.” 좋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군.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상처를 보듬어줄 필요가 있어. 하지만 그냥 어루만지는 걸론 안 돼. 좀 더 직접적으로….” “요점만 말하세요.” “나중에 같이 잘 때 씻는 것부터 같이 하는 건…안 될까?” “…좋아요.” 예상과는 다르게, 의외로 사라는 간단하게 승낙해줬다. “정말로? 무르기 없기다? 그때 돼서 딴 소리 하면 안 된다?” “알았어요. 그냥 같이 씻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좋았어. 크크큭. 내 원대한 계획도 모르고 쉽게 승낙을 해버리다니. 구원은 아직 꿈을 저버리지 않고 있었다. 커다란 욕실에서 메이드의 시중을 받으며 우리 미인 파티원들과 같이 씻는다는 원대한 꿈을. 그야말로 하렘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행동이다. 그 꿈을 위해서, 우선은 이렇게 차근차근 한 명씩 같이 씻는데 익숙해지는 거다. “구원씨. 잠깐 괜찮으신가요? 대사제님이 부르세요.” 사라와 협상을 마쳤을 때, 타이밍 좋게 레이아가 나타나 구원을 불렀다. “나를? 왜?” “글쎄요? 그냥 구원씨를 불러오라고만 하셔서요.” 뭐지? 설마 아직 던전에도 안다녀왔는데 또 공부를 시키려는 건 아니겠지? 그야 물론 나름 재미있긴 했지만, 이런 때에도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이제부터 레이아와 흐뭇한 밤을 지내야 하는데. “마나풀의 서식지 말인데요, 안내를 좀 해줄 수 있을까요?” 하지만 다행히 공부 관련 얘기는 아니었다. “어라? 아직 거기에 사람 안 보내셨어요?” “네. 왜인지 갑자기 모험가들의 파견 요청이 늘어나서 일손이 부족해졌거든요. 우선은 그곳을 관리한 사람 몇 명만 보내려고 하는데요. 실력은 문제가 없는 아이들이지만, 던전에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이거든요. 과연 지도만 보고 찾아 갈 수 있을지 걱정돼서….” 과연. 그런 문제인가. 아마 파견 요청이 늘어난 건 나 때문이다. 새로운 루트를 공개해버렸으니 말이다. 새로운 곳을 개척해 보려는 모험가들이 안전을 위해 평소보다 사제를 더 찾는 거겠지. 원래는 비밀 통로 쪽으로만 다니다 보니, 파티원 이외의 사람과 함께 행동하는 건 꺼려지지만…. “괜찮아요. 안 그래도 텔레포트 설치 때문에 한번 그쪽으로 가야했거든요.” 디아나가 텔레포트 설치를 위해 갈 때, 디아나 혼자 갈 리도 없다. 분명 길드의 직원들과 같이 가게 되겠지. 그렇다면 어차피 그때는 비밀 통로를 못 쓴다. 신전의 인원 몇 명이 더 늘어난다고 해도 전혀 문제될 거 없다. “그럼 저희가 던전에 들어갈 때 연락을 드릴게요. 아마 며칠 내로 가게 될 것 같아요.” “네. 부탁드립니다.” 대사제와 대화를 마치고, 일행은 드디어 디아나의 저택에 돌아왔다. 분명 그냥 할 일도 없는 쉬는 날이라서 레이아를 따라간 것뿐인데, 하루가 엄청 길었던 기분이 든다. 그만큼 보람찬 하루긴 했지만. “이제 왔나….” 저택에 도착해 우선 디아나한테 가보자, 디아나는 침대에 축 늘어져있었다. “다, 다녀왔어. 괜찮아?” “으음…문제없네.” “협상은 어떻게 됐어?” “그냥 각 학파의 수장들에게 각자 방을 내주기로 했네.” “어라? 그게 끝? 다른 애들은?”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힘들었네. 반발이 심하더군.” “잘도 그 조건으로 끝났네.” “음. 그냥 학파의 수장들이 성과가 뛰어난 인물들을 수행원 자격으로 머무르게 할 생각인 모양이더군.” 구원의 생각보다 훨씬 좋게 마무리가 됐다. 실은 수장들을 머무르게 하는 건, 구원이 없을 때를 대비한 것이기도 했다. 학파의 수장들은 전원 여성. 디아나가 항상 저택에 있는 것도 아니니, 디아나가 있을 때면 아마 디아나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을 거다. 그러면 자연히 사내새끼들이 디아나한테 꼬리를 칠 수도 없게 된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조건이 이렇게 되면, 아예 이 저택에 남자는 들어오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수장들도 같은 방에 머물 수행원으로 남성을 고르지는 않을 테고 말이다. “그거 잘됐네!” “음. 이 몸도 잘 됐다고 생각하네. 그런데 자네 생각 이상으로 기뻐하는군.” “당연하지. 네 기쁨이 내 기쁨 아니겠어?” “흠. 흠. 하여간 자네는 말은 참 잘 하는군.” 하지만 디아나는 싫지 않은 듯, 침대에서 일어나 구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텔레포트 마법진 설치하는 거 말이야. 언제 갈 것 같아?” “아마 내일 가게 될 것 같네. 왜 그러나?” “아니, 신전에서 마나풀 서식지로 안내해 달라고 해서. 이왕 텔레포트 설치하러 갈 때 같이 가려고. 내일이면 잘 됐네.” “흠. 그럼 이 몸이 사람을 시켜 신전에 연락해두겠네.” “응. 부탁할게.” 디아나와 대화를 마치고, 구원은 얼른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는 레이아가 아직 사제복차림으로 오도카니 앉아있었다. 실은 구원이 씻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구미호의 변신 조건을 완전히 파악했으니, 이젠 슬슬 구미호가 되기 전에 레이아의 본모습과도 좀 즐겨야하지 않겠어? 덤으로 남자의 로망이 가득 담긴 원대한 계획에도 한걸음 다가가고 말이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연참은 불가능했습니다. 자고 일어나니 하루가 삭제되어있더군요. 118==================== 레이아의 일상 “저…구원씨, 하기 전에 할 말이란 게 뭔가요?” “아니, 뭐 심각한 얘기는 아니고. 그냥 앞으로의 방향성이라고 할까. 그런 얘기를 좀 해보려고.” “방향성…이요?” “응. 저번 경험으로 변하는 조건 자체는 이제 대충 알아냈잖아. 그러니 이제 그 조건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면서 최대한 변하지 않도록 연습해보는 거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어요?” 레이아는 구원의 말이 잘 이해가 안 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동작마저도 사랑스럽다. “응. 키스나 섹스같이 정기를 빨아들일 수 있는 행위를 하면 바로 변해버리니 그건 불가능하지만, 애무 정도라면 레이아가 섹스를 하지 않을 거라고만 생각하면 변하지 않으니까. 그렇게 차근차근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위에 점점 익숙해지는 거야. 그러면 언젠가는 정기를 빨아들일 수 있는 행위를 해도 변하지 않게 되지 않을까? 적어도 해 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 “그러네요! 저를 위해서 그런 고민까지 해주신 건가요?” “뭐, 그렇지. 레이아를 도와주기로 약속했으니까.” 구미호 상태의 레이아도 색기 넘치고 좋지만, 원래 상태의 레이아와 하고 싶으니 고민하는 건 당연하다. 사실 이번 제안에는 다른 의도도 숨어있고 말이다. “구원씨…정말 고마워요.” 레이아는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구원을 쳐다봤다. 으윽. 천사님이 저렇게 바라보시니 양심이…. 아냐. 그래도 레이아의 도움이 될 거라는 건 사실이니 양심에 찔릴 건 없어. “하지만…제가 변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 까요?” 레이아가 걱정하는 것도 당연하다. 저번에는 구원이 오늘은 섹스를 안 할 거라고 거짓말을 했으니 변하지 않고 있을 수 있었던 거다. 섹스를 할 거라는 걸 뻔히 알고 있는데, 안 할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이미 구원은 대책을 생각해놓고 있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마인드 컨트롤 하기란 쉽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어. 그, 그래서 말인데. 오늘은 같이 씻는 게 어때?” “네? 그게 무슨 소리신가요?” “그러니까, 저기 욕조에서 같이 씻으면서 서로 씻겨주면 자연스럽게 서로 바디터치가 이뤄지지 않겠어? 하지만 섹스는 다 씻은 후에 할 거야. 그걸 알고 있으면 적어도 씻는 동안에는 변하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 하는 게 수월하지 않을까?” 사실 아까 사라한테 제안을 하면서 문득 떠올린 거다. 레이아의 도움도 되면서 내 꿈에 한 걸음 더 다가가니, 일석이조란 거지. “그, 그렇군요…. 그, 그럼 저…같이 씻어주시겠어요?” 레이아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말했다. “물론이지!” 오히려 이쪽에서 부탁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럼…잠시 뒤돌아주시겠어요?” 서로 알몸 구석구석까지 다 본 사이라고 해도, 벗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풋풋한 태도를 간직하고 있는 점마저 사랑스럽다. “아, 그럼 난 먼저 욕조에 들어가 있을게.” 구원은 욕조 쪽으로 가서 반투명한 커튼을 쳤다. 솔직히 말하면 벗는 모습도 느긋하게 관찰하고 싶지만, 안달내지 말자. 언젠간 그것도 가능해질 날이 오겠지. 오늘은 여기에 집중하자. 일단 같이 씻는다는 것까지는 수월하게 진행이 됐다. 이제는 과연 어느 순간까지 레이아가 변하지 않고 있을지가 문제다. 구원은 옷을 벗어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욕조에 물을 받았다. 욕조 주위의 딱 커튼 안쪽의 공간은 바닥의 색깔이 달랐는데, 물이 튀면 바닥에 닿은 물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마법이 걸려있는 것 같았다. 과연 세계 최고 마법사의 저택답다. 스르르륵. 구원이 욕조에 들어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자, 커튼 열리는 소리와 함께 레이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커다란 가슴은 양손으로 감싸듯 각각 가리고 있었는데, 구원의 손으로도 한손에 다 안 잡히는 크기의 가슴이 레이아의 손으로 다 가려질 리가 없었다. 오히려 손에 눌린 모습이 더 에로틱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아래쪽은 복슬복슬한 꼬리를 가랑이사이에서 앞으로 빼내 가리고 있었다. 그 꼬리는 부끄러운 듯 배 앞에서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는데, 솔직히 레이아가 아니었다면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일부러 흥분시키려고 이런 모습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 정도로 지금 레이아의 모습은 섹시했다. 오히려 아예 안 가린 것보다 더 섹시한 거 아니야? “…오래 기다리셨죠?” “어…어, 응? 아, 아니.” 구원은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 되는데, 벌써부터 이런 기습에 한 방 먹다니. 레이아 누님 사랑합니다. “크흠. 흠. 그…일단 들어올래?” “네….” 레이아는 욕조에 들어와 구원의 반대편에 앉았다. 그리고는 꽤나 부끄러운 듯, 목까지 욕조에 푹 잠기게 하고 다리를 모아 끌어안았다. “이왕이면 이쪽에 와서 앉지 않을래?” “네에?! 하, 하지만….” “피부가 닿는 걸 익숙해지려고 이러는 건데, 그렇게 떨어져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 “그건…네….”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고 목까지 욕조에 잠긴 상태 그대로 뒤로 돌았다. 하지만 역시 부끄러운 듯, 이쪽으로 다가올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물에 젖은 꼬리를 애처롭게 파르르 떨 뿐이었다. 어쩔 수 없지. 이건 레이아를 위해서이기도 하다. 구원은 팔을 뻗어 레이아의 허리를 감싸 안고, 그대로 이쪽으로 끌어당겼다. “꺅!” 레이아는 살짝 놀란 듯 몸을 떨었지만, 저항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대로 레이아와 구원의 몸이 밀착했다. 그렇게 구원이 다리를 벌린 상태로 앉아 있고, 그 사이에 레이아가 앉아있는 모습이 됐다. 이미 커질 대로 커진 구원의 물건은 자연스럽게 레이아의 엉덩이 골 사이에 묻히듯 파고들었다. “구, 구원씨. 이건….” 엉덩이에 닿은 딱딱한 감촉에 레이아는 깜짝 놀라 일어나려고 했지만, 구원은 레이아를 감싸 안은 팔에 힘을 풀지 않았다. “진정해. 이건 그저 생리현상일 뿐이야. 레이아가 너무 아름다워서 이렇게 된 것 뿐이야. 전부 씻고 침대에 가기 전까지 섹스는 하지 않을 거야. 침착하고 변하지 않도록 집중해야지. 자, 긴장 풀어. 일단 심호흡이라도 해볼래?” 물건에 느껴지는 행복한 감촉에 구원은 정신을 뺏길 뻔 했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고 말했다. “네, 네. 후우. 후우.” 레이아는 구원에게 안긴 채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럴 때마다 미묘하게 움직이는 레이아의 몸이 물건을 자극해서, 구원은 지금 당장이라도 레이아와 이어지고 싶어졌다. 하지만 참자. 참아야한다. 한순간의 욕망에 몸을 맡겨서 우리 천사님을 실망시킬 수는 없지. 심호흡을 하면서 겨우 진정된 듯, 딱딱하게 굳어있던 레이아의 몸에서 점차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조금 진정했어?” “네…덕분에요.” “그럼 이제부터 씻으려고 하는데…서, 서로 씻겨주는 건 어때? 일단 접촉을 해야 익숙해질 테니까.” “네…. 전 구원씨가 시키는 대로 따를게요.” 크으. 어쩜 이렇게 말도 이쁘게 하실까. 우리 천사님은 남자가 좋아할 말을 본능적으로 알고 계신 것 같다. “그럼 우선 내가 먼저 씻겨줄게.” 구원은 욕조에 있는 버튼을 눌러 비누 거품이 나게 했다. 그리고는 우선은 레이아의 팔부터 비눗물로 씻겨줬다. 우선은 긴장을 풀 수 있게 이런 곳부터 씻어야지. “후훗. 간지럽네요. 신기한 기분이에요.” 가느다란 팔을 지나 손가락 사이사이까지 씻겨주자, 레이아가 살포시 웃으며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얽혀왔다. 저는 황홀한 기분입니다. 그렇게 우선은 팔을 씻겨 긴장을 풀게 하고, 드디어 대망의 시간이 찾아왔다. 구원은 떨리는 손으로 레이아의 가슴에 가져다댔다. “흐읏!” “우와….” 구원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안 그래도 훌륭한 레이아의 가슴이다. 거기에 미끌미끌 거리는 비눗물의 감촉이 더해지자, 상상을 뛰어넘는 감촉이 손안에 퍼졌다. 부드러우면서도 탄력 있는 가슴은, 구원이 손으로 잡으려고 할 때마다 미끌 거리며 구원의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갔다. “왜, 왜 그러세요?” “아, 아니. 그게…그냥 너무 예뻐서.” “정말…구원씨도 참….” “흐읏. 흐읏. 하앗. 하앗! 하아아앗!” 잡으려고 하면 빠져나가고 또 잡으려고 하면 빠져나가는 감촉을 몇 번이고 맛보는 사이에, 레이아는 서서히 신음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급기야 몸을 떨며 가볍게 절정에 이르러 버렸다. 으윽. 매력을 너무 높여놓으니 이게 문제네. 설마 벌써 구미호로 변해버렸나? “레이아 괜찮아?” “하앗. 하앗. 네, 네에….” 레이아는 절정의 여운에 혀가 잘 돌아가지 않는지 새는 발음으로 대답했다. 그래도 다행이도 구미호로 변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레이아. 이건 어디까지나 씻는 거야. 섹스를 하려는 게 아니야. 변하지 않게 정신 똑바로 차려.” “네, 흐읏. 네에….” 구원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계속해서 가슴을 주물렀지만, 레이아는 기특하게도 대답을 해줬다. 레이아는 대답하면서도 움찔움찔 몸을 떨었는데, 특히 욕조 옆으로 빼낸 꼬리가 파르르르 떨리는 게 꽤나 인상적이었다. 복슬복슬한 꼬리가 흠뻑 젖어서 가늘어져 있었지만, 이건 이거대로 매끈해서 살짝 요염해보였다. 구원은 저도 모르게 가슴에서 한 손을 떼어 꼬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흐으읏!” 그러자 레이아의 몸이 다시 한 번 거세게 떨렸다. “왜, 왜 그래?” “저, 꼬, 꼬리는 민감…조심해서….” 아무래도 꼬리가 특히 민감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전에 나한테 꼬리 만지게 해주려고 하지 않았었나? 이렇게 민감한 부위인데도 만지게 해주려고 했던 거였어? 크흑. 우리 천사님은 대체 어디까지 착한 거야. 알면 알수록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분이시다. 구원은 일단 너무 민감한 것 같은 꼬리에서 손을 뗐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와는 매일 구미호 상대로 배틀하듯이 일을 치른 바람에, 차분히 성감대를 관찰해본 적이 없네. 섹스 애널라이즈를 사용하자, 가슴과 꼬리가 특히 밝게 빛나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난 제일 민감한 두 곳만 엄청나게 만져댄 거였나. 그러면서 그냥 씻는 거라고 했으니. 레이아가 화를 안내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물론 우리 천사님이 화내는 모습 같은 건 상상도 안 되지만. 조금 아쉽지만…어쩔 수 없나. 구원은 일단 가슴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는 손을 미끄러뜨리듯 아래로 내려 레이아의 몸을 비눗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읏, 후훗. 흐읏.” 레이아는 기분 좋은 건지 간지러운 건지 살짝살짝 웃으며 달콤한 한숨을 쉬었다. “레이아, 어때?” “기, 기분 좋아요.”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응. 그 대답은 물론 기쁘긴 한데, 그걸 물어본 게 아니었어. 내 말이 짧긴 했으니 오해할 만 했지만. “아, 아니. 변하지 않고 이런 기분을 느끼는 건 어떠냐는 의미였는데….” “앗, 그, 그렇군요. 그, 그…좋아요.” 레이아는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대답했다. 부끄러워하는 모습마저 가련하시다. “흐읏!” 그렇게 레이아의 몸을 씻기며 구원의 손이 천천히 하복부 쪽으로 내려가자, 다시 레이아가 몸을 움찔거렸다. “정신 똑바로 차려야 돼. 여기선 섹스를 하지 않을 거라는 걸 계속 상기해야 돼.” “네, 네에.” 레이아의 대답을 듣고, 구원은 손을 더욱더 아래로 내렸다. 물에 젖어 부드러운 해초를 지나 갈라진 틈에 닿자, 레이아의 몸이 거세게 떨렸다. 손가락 하나를 세워 갈라진 틈사이로 조심스럽게 파고들자, 아까 절정을 느낀 것 때문인지 비눗물과는 미묘하게 다르게 미끌 거리는 감촉이 느껴졌다. “하앗. 하윽. 흐읏!”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거세게 레이아의 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구미호가 됐을 때 정도는 아니지만, 미묘하게 레이아의 눈동자가 빛나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레이아. 지면 안 돼. 포기하지 마. 버텨야 돼.” 계속해서 성기를 만지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구원도 이번에는 정말로 레이아를 위해서 하는 말이었다. 구원은 오늘의 목표를 두 개로 잡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레이아가 성기를 어루만져지면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러고도 구미호로 변하지 않는다면, 확실하게 스텝 업을 했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 “흐읏. 하앗. 하악. 네, 네헤에!” 레이아는 몸을 떨면서도, 성실하게 대답했다. “흐읏. 흐읏. 흐읏. 하아아아아앗!” 그리고는 결국 레이아는 아까 이상으로 거세게 절정에 이르고 말았다. 그 사이에 레이아의 눈에서 빛이 계속해서 점멸했지만, 결국 완전히 구미호로 변하지는 않았다. “헤헤에. 구, 구원씨…. 저 해냈어요…. 변하지 않았어요….” 레이아는 몸을 축 늘어뜨려 구원의 몸에 완전히 등을 맡기고, 구원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응. 잘했어.” 그 모습이 너무도 가련해서, 구원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가져갔다. 하지만 입술이 접촉하기 직전에 겨우 움직임을 멈췄다. 안 돼지 안 돼. 이대로 키스해버리면 바로 구미호로 변해버릴 거 아니야. 하나의 목표는 달성했지만, 아직 하나가 더 남아 있잖아. “아….” 구원이 얼굴을 가져가도 피하지 않고 있었던 레이아는, 구원이 움직임을 멈추자 아쉬운 듯이 소리를 흘렸다. 혹시 레이아도 키스가 하고 싶었던 걸까? “이건 조금만 더 익숙해지면 그때 하자.”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이런 대사는 너무 앞서 나간건가? 그런 걱정도 살짝 들었지만, 레이아는 긍정해줬다. “네….” 그것도 살짝 아쉬운 듯한, 그러면서도 기대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이다. 그냥 단순히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일단 구원이 씻겨주면서 설정한 목표는 달성했으니, 구원은 나머지도 꼼꼼하게 씻겨줬다. 아름다운 각선미를 자랑하는 다리를 지나,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씻겨줄 때는 레이아가 웃으면서 구원의 팔을 가볍게 꼬리로 때렸다. “후훗. 후후훗. 아, 안돼요. 구원씨. 간지러워요.” “여기가? 아니면 여기가.” “저, 전부…후훗. 구원씨도 차암.” 아까같이 흥분되는 상황도 좋지만, 이런 분위기도 좋네. 마치 정말로 애인끼리 알콩달콩하게 장난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레이아의 몸을 전부 씻기고 나서, 이번에는 레이아가 구원의 몸을 씻겨줄 차례가 됐다. “그럼 이 누나가 씻겨줄 차례에요. 두고 보세요.” 레이아는 발을 간지럽힌 복수를 하려는 듯, 몸을 돌려 구원을 바라보고 일부러 살짝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물론 레이아 스스로 무서운 표정이라고 지었을 뿐, 구원의 눈에는 그저 아름다워 보이기만 했다. 서로 일어난 상태에서, 레이아는 손에 거품을 잔뜩 묻히고 구원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처음은 구원이 한 것처럼 팔을 씻기고, 곧이어 양손으로 구원의 가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비눗물에 젖어 번들거리는 가슴이 출렁이는 모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다. 구원의 탄탄한 가슴을 만지기 시작하면서, 레이아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 말이 없어졌다. 하지만 그 손은 익숙한 동작으로 구원의 몸을 어루만져갔다. “왠지 씻기는 게 능숙하네.” “체질 때문에 남성분을 씻기는 건 처음이지만, 여자 아이들은 고아원에서 자주 씻겨줬으니까요.” 과연. 그런 일까지 했던 건가. 다행이다. 만약 남자 아이들도 씻겨줬다고 했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카일을 암살하러 갈 생각이었다. 목숨을 건졌군. 변태 아저씨. 구원이 꽤나 살벌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레이아의 행동은 점점 더 나아갔다. 구원의 가슴을 씻던 손이 구원의 등을 씻기기 위해 등 뒤로 돌아가고, 자연스럽게 레이아가 구원을 끌어안는 자세가 됐다. 물론 레이아의 가슴이 구원의 가슴에 밀착된 건 말할 것도 없다. 크흑. 살아있길 잘했어. 천국이란 바로 이곳인가. 구원의 등을 씻기면서 자연스럽게 레이아의 가슴도 비벼지다보니, 구원은 이대로 정신 줄을 놓고 짐승이 되고 싶어졌다. 참자. 참아야 돼. 분명 레이아가 구미호로 변하는 걸 참는 훈련을 위해 하는 행동인데, 어째선지 구원의 인내심 테스트처럼 되어버렸다. 그렇게 레이아는 구원의 몸을 씻기며 서서히 몸이 아래로 내려가서 무릎을 꿇은 자세가 됐다. 그리고 구원의 물건은 레이아의 가슴에 파묻히는 자세가 되어버렸다. 드디어 두 번째 목표 도전이다. 두 번째 목표는 바로 레이아가 구원의 성기를 만지면서 구미호로 변하지 않는 것이다. 구원은 물건에 느껴지는 행복한 감각을 느끼면서도 필사적으로 레이아에게 말을 걸었다. “레이아. 힘내. 지면 안 돼.” 아니나 다를까, 레이아는 자신의 가슴골에 파묻힌 구원의 물건을 보면서 서서히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번엔 희미하게 욕조 안에 잠긴 엉덩이 위로 꼬리까지 생겨나기 시작했다. 레이아가 요염하게 혀로 자기 입술을 핥는 모습을 보고, 구원은 결단을 내렸다. “레이아!” 구원은 눈물을 머금고 일단 레이아의 몸을 떼어냈다. “하앗! 저, 전….” “일단 그쪽은 제일 나중에 하기로 하자. 우선 다른 쪽부터 씻겨줄래?” “네, 네에.” 그러면서도 레이아의 시선은 여전히 구원의 물건에 못박혀있었다. 왠지 다시 눈이 빛나기 시작하는 것 같은데…. 이대론 안 되겠군. 구원은 등을 돌렸다. “핫! 제, 제가 또….” “자, 어때? 안보이면 좀 괜찮지?” “네에….” 물건이 안보이게 되자 조금 진정됐는지, 레이아는 다시 구원의 몸을 씻겨주기 시작했다. 물론 물건 쪽은 피해서 말이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피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럼 뒤로 돈다? 정신 똑바로 차려.” “네, 네.” 물건을 제외하고 구원의 몸을 전부 씻기게 되자, 구원은 다시 몸을 돌렸다. 여전히 무릎 꿇은 자세인 레이아의 눈앞에, 빳빳하게 선 구원의 물건이 놓여졌다. “하아아. 아아.” 레이아의 눈동자에서 보랏빛 빛이 점멸하며 레이아는 황홀한 소리를 흘렸다. 참아. 레이아. 참아야 돼. 그런 구원의 바람이 닿았는지, 레이아는 고개를 세차게 젓고 다시 물건을 마주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되도록 씬은 안 끊으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너무 길어져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음 편에 씬이 조금 더 이어지게 됩니다. ZionJyle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설마 이런 실수를 하다니, 부끄럽네요. 그 외에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19==================== 레이아의 일상 “그, 그럼 여기도 씻겨 드릴게요.” 레이아는 손에 거품을 잔뜩 묻히고, 조심스레 구원의 물건을 어루만졌다. 한 손으로는 아래쪽의 주머니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나머지 한 손으로는 봉 부분을 잡고 위아래로 훑었다. 구원의 물건은 레이아의 손으로 잡으면 손가락이 맞닿지 않을 정도로 컸기 때문에, 그저 위아래로 훑기만 한다면 씻어지지 않는 부분도 생기게 된다. 그렇기 때문인지 레이아는 그저 위아래로 훑을 뿐만 아니라 손목의 스낵을 이용해 꽈배기를 꼬듯 손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위아래로 훑어갔다. 아마 레이아는 그저 씻어주고 있을 뿐이겠지만, 구원은 완전히 대딸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것도 웬만한 업소의 전문가 아가씨들은 상대도 안 될 엄청난 테크닉으로.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레이아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황홀한 표정으로 구원의 물건을 바라보며, 숨을 격하게 내쉬기 시작했다. 급기야 주머니를 어루만져주던 손을 떼고, 양손으로 구원의 물건을 잡았다. 그리고는 양손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빙글빙글 돌려가며 위아래로 훑어갔다. 이젠 명백히 물건을 씻겨주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었다. 그리고 움직임에 맞춰 레이아의 눈은 서서히 빛나기 시작했고 엉덩이 부분에서는 꼬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쾌락에 빠진 구원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정신상태가 아니었다. 그저 사정을 참는데 필사적이었다. 크헉. 대체 어디서 이런 테크닉을…. 레이아의 손이 주는 황홀한 감촉과, 물건 끝에 닿는 레이아의 숨결이 주는 간질간질한 느낌에 구원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레이아는 그런 구원의 태도를 보며 양손의 움직임에 더욱더 박차를 가해갔다. 그러면서 얼굴을 붉히고 황홀한 표정으로 구원의 물건을 지긋이 응시하더니, 크게 입을 벌렸다. “아아앙….” 그리고는 붉고 매끈한 혀를 내밀더니, 그 혀끝을 구원의 물건 끝에 천천히 가져가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거품투성이가 된 물건에 혀를 대려는 레이아를 보고 조금은 이상한 마음이 들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저 레이아의 그런 야릇하고 요염한 태도에 더욱더 흥분할 뿐이었다. “크윽! 레이아!” 구원은 다가오는 사정감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것 같아서 크게 소리를 질렀다. “에, 엣?!” 그런 구원의 커다란 외침에 레이아는 퍼뜩 정신을 차린 모양이었다. 점점 요사로운 빛을 늘여가던 눈동자에서 순식간에 안광이 사라졌고, 엉덩이 부근에서 점점 형태를 갖춰가던 꼬리들도 스르륵 자취를 감췄다. “제, 제가 대체…!” 레이아는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 깨달은 듯,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당황했다. 레이아는 당황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양손에 힘을 있는 대로 주고 말았다. 하지만 그게 안 좋았다. 물론 레이아가 힘을 있는 대로 줘봤자, 구원에게는 아무런 데미지도 없었다. 안 그래도 방어력이 높은데, 거기에 아이언 페니스까지 발동된 구원의 물건이다. 레이아가 손에 힘을 준 건 오히려 좋은 자극이 됐다. 사정 직전이었던 구원의 물건이 폭발하기 딱 좋을 정도로 말이다. “크윽! 쌀게!” “네? 에? 네에?!” 구원의 외침에 레이아는 이도저도 못하고 당황했다. 구원은 무의식적으로 물건 바로 앞에 있는 레이아의 머리를 양손으로 단단히 잡아서 피하지 못하도록 고정시켰다. 그리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대로 사정했다. 물론 레이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정액이 끼얹어진 건 말할 것도 없다. 구원은 황홀한 쾌감에 휩싸이며 그 모습을 바라봤다. 왠지 엄청난 배덕감이 느껴졌다. 절대 더럽혀서는 안 될 신성한 걸 더럽힌 느낌이라고 할까. 그러고 보니 사제들은 섹스를 특히 신성시 여기고, 새로운 가능성이란 걸 중시한다고 했었지. 혹시 이런 식으로 싸면 미움 받는 거 아니야? 쾌감의 여운이 끝나고 머리가 조금 차가워지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망했다. 우리 천사님한테 미움 받으면 살아갈 자신이 없는데. 구원은 황급히 레이아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어라? 얘 지금 눈이 빛나고 있지 않아? 슬그머니 레이아의 등 너머로 엉덩이 쪽을 바라보니, 9개의 꼬리가 바닥에 축 늘어져있었다. 대, 대체 언제부터….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지금 구미호상태가 된 레이아가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미호로서도 갑자기 얼굴에 뿌려진 이 상황이 당황스러운지, 왠지 멍한 표정으로 구원의 물건만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이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구미호로 변한 이상 주저할 건 없지. 선빵 친 놈이 싸움을 지배한다. 구원은 레이아의 머리를 잡고 있던 양손에 성자의 손길을 발동했다. “흐이이이이이잇!” 발동과 동시에 구미호는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큰 소리를 내지르며 눈을 뒤집어 까고 바로 쓰러져버렸다. 아예 기절해버린 듯, 뒤로 넘어져 축 쳐진 레이아의 몸은 걱정이 될 정도로 부들부들 경련하고 있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이래. 그냥 성자의 손길에 잠깐 닿은 것뿐이잖아? …아차. 매력 스탯. 디아나조차도 스킬을 쓰지 않았는데 그런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그런데 디아나보다 레벨도 낮은 레이아 상대로 구원의 가장 강력한 기술인 성자의 손길까지 써버렸으니…. 서, 설마 복상사 당하진 않았겠지? 구원은 등 뒤로 차가운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로 레이아가 죽어버리면, 구원은 스스로를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거다.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풀고, 얼른 레이아의 상태를 살폈다. “흐응읏!” 안색을 살피기 위해 가볍게 몸을 들었을 뿐인데, 잠깐 닿은 것조차 레이아의 몸은 쾌감을 느끼는지 반응했다. 그래도 이렇게 반응하는 걸 보면 다행히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휴. 다행이다. 식겁했네. 아마 사라가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 때 이후로 가장 놀랐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걸 어쩐다…. 기절해 있는 상태지만, 그렇다고 레이아의 구미호 상태가 풀린 건 아니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곧바로 섹스까지 하는 건 위험할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구미호 상태는 정기만 만족할 만큼 얻으면 풀리는 거였지. 던전에서 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입으로 정액을 받아먹는 걸로도 정기를 흡수하는 것 같았다. 그럼 이미 싸놓은 정액을 먹는 것도 정기 흡수가 되는 걸까? 구원은 여전히 레이아의 얼굴에 달라붙어있는 정액을 손가락으로 모아 레이아의 입 안에 넣었다. “아음…하음. 쮸릅.” 역시나 구미호. 아무리 기절한 상태라고 해도, 입안에 뭔가 들어오면 일단 야릇하게 빨고 보는구나. 아무튼 덕분에 일이 편해졌다. 구원은 레이아의 얼굴에 묻은 정액을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긁어모아 입 안으로 넣어줬다. 하지만 정액을 모조리 삼키고 난 후에도, 여전히 레이아의 꼬리는 줄어들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젠장. 역시 이런 요행은 통하지 않는 건가. 후우. 어쩔 수 없지. 역시 직접 할 수밖에 없나. 아무리 기분 좋아지는 일이라도, 레이아의 몸에 심각한 부담을 주면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어쩔 수 없었다. 던전에서처럼 입으로 물리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그러면 또 구원의 목숨이 위험해진다. 그때는 어디까지나 성기에 성자의 손길을 둘렀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다. 스킬을 쓸 수 없는 이상, 구미호에게 성기를 물리면 손쓸 방도도 없이 정기만 빨려나갈 뿐이다. 구원은 물건을 세우고 그 끝을 레이아의 음부에 맞췄다. “흐으응.” 그것만으로도 자극이 됐는지, 레이아가 가볍게 신음성을 토했다. 신중하게. 신중하게 하자. 최대한 부담되지 않도록 천천히. 정신은 구미호라도, 몸은 우리 천사님의 몸이니까. 구원은 최대한 자극을 가하지 않도록 느릿한 동작으로 물건을 음부 안에 서서히 침투시켜갔다. “흐으으읏! 하앗! 하앗!” 내 딴에는 최대한 자극을 가하지 않게 움직였지만, 그래도 거대한 물건을 집어넣는데 자극이 없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구미호는 쾌감에 몸부림치며 눈을 떴다. “흐읏! 뭐야! 뭐야 이 느낌!” 구미호는 평소 레이아의 청순한 목소리와는 다른, 섹시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놓인 처지가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일어났어? 기분이 어때?” “대, 대체 뭐야 이거?!” “뭐긴 뭐야. 너한테 정기를 먹여주려고 그러지. 기분 좋지?” “마, 말도 안 돼! 어, 어떻게 이런…!” “내가 워낙 잘해서. 너도 이왕 정기 먹는 거, 기분 좋은 게 좋지?”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혹시나 싶어서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역시나 말은 통하지 않았다. 구미호는 멘탈이 완전히 박살난 듯, 그저 말도 안 된다고 계속해서 중얼거릴 뿐이었다. 처음부터 문답무용으로 이쪽의 정기를 뿌리까지 빨아들여 죽이려고 했던 상대다. 대화가 통할 거라고 생각한 게 이상한 거였나. 구원은 대화시도를 가볍게 포기하고 허리나 움직이기로 했다. 이 반응을 봐서는 아까 성자의 손길이 끼친 영향도 다 사라진 것 같고 말이다. 디아나랑 했을 때처럼, 스킬만 쓰지 않으면 그럭저럭 괜찮겠지. “히그읏! 흐윽! 하악! 하앗! 항! 잠, 지금!” 구미호는 입으로는 당황한 듯 저항하는 말을 내뱉으려고 했지만, 허리는 자연스럽게 구원의 움직임에 맞춰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여간 테크닉 하나는 최고라니까. “어차피 네가 원하는 것도 이거잖아. 냉큼 얻을 거 얻고 우리 천사님이나 돌려달라고.” 그러고 보니 수중 섹스는 처음인가. 원래는 욕조 안에서 여기까지 진도를 뺄 계획은 없었는데. 구미호 상대로 이것저것 처음을 많이 경험하는 느낌이다. 물 안이라서 살짝 움직이기 힘든 느낌도 있었지만, 구원은 힘으로 구미호는 테크닉으로 극복하여 서로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평소의 퍽퍽하고 살과 살이 부딪히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그를 대신해서 욕조의 물이 찰랑찰랑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는 게 재미있었다. “어때 기분 좋지?” “흐앙! 하앙! 하아앙!” “어때? 여기가…으읍.” 대답을 안해줄 거란 걸 알면서도, 구원이 괴롭히듯 끈질기게 짓궂은 질문을 계속하자, 구미호는 시끄럽다는 듯이 구원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맞붙였다. 입을 봉하면서 동시에 정기까지 흡수하다니. 취할 수 있는 이득을 다 취하는군. 그리고는 자신의 요염한 혀를 구원의 입 안에 집어넣고, 허리 움직임만큼이나 능숙한 움직임으로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볍게 구원의 잇몸을 노크하듯 두들기더니, 구원의 혀를 말아오듯 감싸고 풀었다. 그리고는 이번엔 구원의 입천장을 부드럽게 핥아 올렸다. 게다가 허리의 움직임과는 따로, 상체도 미묘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키스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가슴이 밀착되어 있는 상태였다. 구미호의 상체 움직임은 그 상태에서 자신의 커다란 가슴으로 구원의 가슴을 자극하는 움직임이었다. 구원이 성자 레벨을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된 움직임과 맞먹는 엄청난 테크닉이다. 그럼 나도 같이 어울려 주실까. 구원도 질세라 허리를 강하게 밀어붙이며 혀를 놀리기 시작했다. “으흡! 흐읍! 쮸릅! 하아아아앗! 하음…츕.” 매력 보정도 더해져, 구미호는 순식간에 절정에 다다랐지만, 그래도 구원은 구미호를 떼어놓지 않았다. 그렇게 허리를 움직이는 사이에, 서서히 사정감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물론 참을 이유는 전혀 없다. 구원은 그대로 구미호의 안에서 물건을 폭발시켰다. “흐으으으으읍!” 그와 동시에 구미호도 다시 한 번 절정에 다다랐다. 구원의 가슴에 안겨 몸을 부들부들 떠는 구미호를 꽉 껴안았다. 부들부들 떨 때마다 자연스러운 무브먼트를 전달해주는 가슴의 감촉이 무척이나 훌륭했다. 그리고 레이아의 등 너머에 보였던 꼬리도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로 구미호 상태 풀리는 게 빠르네. 아예 며칠 연속으로 레이아랑 계속하면, 섹스를 해도 구미호로 변하지 않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사라와 디아나의 입장도 생각해보면, 매일 하는 건 불가능한 얘기겠지만. 게다가 그런 식으로 구미호가 되지 않게 하는 건 응급처치밖에 안 된다. 정기가 부족해지면 다시 구미호로 변할 테니 말이다. 완전히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오늘 했던 것처럼 서서히 익숙해지게 만드는 게 좋겠지. 구원은 품 안에서 기절한 레이아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며 생각했다. 그보다 지금부터 어쩌지? 결국 오늘 레이아의 안에 싼 건 한 번. 물론 구미호 상태 극복이라는 과제가 최우선이지만, 같이 자는 거에는 레벨 업이라는 목표도 있다. 이걸로는 너무 부족한데. 어쩔 수 없지. 이 상태로 계속해서 움직일까. 구원은 적당히 레벨이 오를 때까지 허리를 움직여 레이아의 안에 몇 번이나 사정했다. 그 동안 레이아도 신음성을 흘리며 몸을 꿈틀거렸고, 몇 번이나 절정에 다다랐다. 하지만 구미호로 변하는 건 기력을 많이 소비하는 건지 도중에 깨어나지는 않았다. 도중에 레이아가 깨어나면 제정신인 레이아와 즐길 수 있게 되는 거니 조금 기대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뭐, 욕심 부리지 말자. 오늘은 제정신인 레이아와 서로 애인처럼 욕조에서 애무하며 장난도 쳤고, 마지막엔 대딸도 쳐줬으니 그걸로 만족할까. 언젠가는 제정신인 레이아와 제대로 하게 될 날도 오겠지. 구원은 스스로를 그렇게 납득시키고, 편안한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원래는 씬이 짧게만 이어질 예정이었는데 말이죠. 글의 절반은 씬이고, 절반은 스토리 전개면 또 이상할 것 같아서 그냥 전부 씬으로 채웠습니다. 120==================== 레이아의 일상 여느 때처럼 먼저 눈을 뜬 건 구원이었다. 정신을 차리고도 구원은 그 자리에서 가만히 한동안 황홀감에 젖어있었다. 역시 언제 느껴도 훌륭한 감촉이다. 사라도 디아나도 저마다 다른 느낌으로 안는 감촉이 훌륭하지만, 레이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레이아를 안고 있는 느낌은 일단 부드러웠다. 온 몸의 뼈가 없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몸 여기저기가 그저 한없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특히 가슴을 압박하며 존재감을 뽐내는 두 개의 커다란 봉우리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렇게 구원이 황홀경에 젖어있자, 곧이어 레이아도 눈을 떴다. 오, 오늘은 빠르네. 평소보다 기절을 일찍 해서 그런가? “끼야하응!” 레이아는 눈을 뜨자마자 비명을 지르며 급격하게 상체를 일으키려고 했다. 하복부에 느껴지는 쾌감 때문에 몸을 일으키던 도중 다시 구원의 어깨에 고개를 박고 쓰러졌지만 말이다. 물론 그 사이에 레이아의 가슴이 훌륭한 움직임을 선보이는 것을 구원은 놓치지 않았다. 방금 그 장면은 뇌내의 영구보존 란에 저장해둬야지. “레이아? 왜 그래?” “흐읏! 저, 저…아무것도 아니에요.” 레이아는 아까의 교훈으로 이번에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더니, 그렇게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전혀 아무것도 아닌 말투가 아니었다. 시선은 옆으로 돌려서 전혀 이쪽을 보려고 하지 않고 있었고. 왜 그러지? 아, 설마…. “혹시 얼굴에 싼 거 화났어?” 구원의 말에 레이아는 격렬하게 반응했다. “그, 그래요! 이 누나 화났어요! 어떻게 그렇게 아까운 짓을 하시나요? 남성분의 그것엔 여신님이 말하신 수많은 가능성이 담겨있다고요. 제대로 여성의 안에….” “응. 미안. 하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사람 마음을 읽는 건 정말 못한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구원이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확신했다. 그도 그럴게, 너무 평소 레이아답지 않은걸. 너무 과장해서 그쪽으로 얘기를 돌리려고 하는 게 티가 났다. 레이아, 연기 엄청 못하는구나. 뭐 워낙 솔직한 성격이다 보니 어쩔 수 없지만. 그런 부분마저 사랑스럽다. “그, 그게 무슨 소리세요? 이 누나 정말로 화났다고요!” 거봐. 너무 티 난다니까. 하지만 얼굴에 싼 거 말고는 짐작 가는 바가 없는데. 내가 뭘 했던가? 곰곰이 생각해봤지만, 역시 모르겠다. 적어도 레이아가 제정신일 때는 별 짓 안했는데? 구미호가 된 다음이라면 모를까. 아니, 잠깐만. 구미호가 된 다음? 설마…. 구원은 중력의 영향으로 이리저리 흔들리던 레이아의 가슴에서 겨우 눈을 떼고 레이아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봤다. 레이아는 여전히 구원과 전혀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레이아. 혹시 어젯밤에 내가 얼굴에 싼 이후로도 전부 기억해?” 그러고 보니 어제는 구미호의 반응이 특히 이상했다. 딱히 구속 같은 걸 시도하려는 모습도 없었고, 뭔가 말하는 것도 평소랑은 조금 달랐고. “흐윽!” 구원의 말과 동시에, 레이아의 커다란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렸다. 엥? 대체 왜 우는 거야? 오히려 구미호 상태의 기억이 남아있으면 좋아해야 하는 거 아니야? 조금은 호전된 거잖아? “흐윽…. 저…저…앞으로 어쩌면 좋아요….” “왜, 왜 그래? 뭐가 문제야?” 구원은 당황해서 얼른 상체를 일으켜 레이아와 마주보며 물었다. “설마 변한 후의 제가 그런 모습이었다니…. 신성한 행위 도중에, 설마 그렇게 발정이라도 난 것처럼 그저 쾌락만을 탐하고. 게다가 그런, 그런 기분이….” 아차. 그런 건가. 사제들은 특히 섹스를 신성시하는 모양이니까 말이지. 독실한 레이아로서는 스스로의 그런 모습이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것 같다. “괘, 괜찮아. 울지 마. 난 그런 레이아의 모습도 예쁘다고 생각했어.” 고작 자신이 예쁘게 봐주는 걸로 마음이 풀릴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그래도 구원이 할 수 있는 위로의 말라곤 그 정도밖에 없었다. “그것만이 아니에요! 그런…그런….” 그것만이 아니야? 그럼 또 뭐가 있을까? 구원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구미호가 되면 자연스럽게 발정이 난 것처럼 되고, 그러면…혹시 사람들에게 위협이 된다는 생각인가? “걱정 마. 안심해. 내가 곁에 붙어 있는 한 무서워할 거 없어. 적어도 난 레이아와 해도 절대 안 죽으니 말이야. 레이아가 두려워하는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을 거야.” “흑…정말인가요? 믿어도 되나요?” 다행이다. 아무래도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그럼. 당연하지. 나만 믿어.” “흐윽. 구원씨…! 고마워요…정말 고마워요….” 레이아는 다시 한 번 구원의 품안에 안겨왔다. “그래. 그래.” 구원은 그런 레이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휴우. 오랜만에 머리가 돌아가 줘서 다행이다. 우리 천사님 눈에 눈물이 고이는 모습을 보면 내 가슴도 찢어질 듯 아파지니까 말이야. 구원의 품에 안겨서도 한동안 훌쩍이던 레이아는, 겨우 진정한 듯 울음을 멈추고 떨어졌다. 그렇데 다시 마주친 레이아는 뭔가 주저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저 구원씨….” “응?” “저…그…아무것도 아니에요.” “뭐야. 왜 그러는데?” “아뇨…그…고마워서요.” “뭐야. 싱겁긴.” 구원은 피식 웃었다. 레이아도 조금 진정한 것 같네. 그럼 조금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농담이라도 해볼까? “그런데 어젯밤 일을 전부 기억하고 있다니. 그럼 정신도 완전히 제정신이었던 거야? 대단하네. 테크닉이 장난 아니던데. 어디서 배운 거야?” 물론 서로 구원이 첫 상대란 걸 알고 있기에 성립하는 농담이다. 배우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지. 하지만 구원의 농담을 들은 레이아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리고 눈가에는 다시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어라? 실수했나? “저같이 음탕한 여자는…역시 싫으신가요?” “아니! 좋아해! 엄청 좋아! 완전 사랑해!” 구원은 필사적으로 대답했다. “다행이에요.” 레이아는 손으로 눈가를 훔치며 말했다. 하여간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사실…그냥 저절로 움직였어요.” “응?” “그…어제 움직임이요.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것처럼….” 아, 그런가. 성자 레벨이 올랐을 때랑 비슷한 느낌인 건가? “그럼 어젠 정신은 제정신이었지만 몸은 본능을 따랐다는 느낌인 거야?”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완전히 제정신은 아니었지만요.” “그래도 아예 기억도 못하던 때랑 비교하면 진전은 있었다는 거 아니야. 대단하네. 어제 씻으면서 한 특훈이 조금 성과가 있었던 걸까?” “그런 걸까요?” “분명 그럴 거야. 이대로라면 완전히 컨트롤할 날도 머지않았네.” “…꼭 그렇게 되면 좋겠네요. 아뇨. 반드시 그렇게 되고 말겠어요.” 레이아의 눈동자는 지금까지 이상으로 굳은 의지가 서려있었다. 그렇게 야릇한 자기 모습이 싫은 걸까? 난 그 모습도 나름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물론 지금처럼 청순하신 모습도 사랑스럽지만. 그렇게 겨우 레이아와의 대화를 일단락 짓고, 식당에 내려갔다. 식당에는 이미 사라와 디아나가 앉아있었다. 우리끼리만 있을 땐 안 그랬는데, 지금은 이렇게 매번 내가 그 전날 잔 상대랑 같이 제일 늦게 내려오는 게 조금 쑥스럽네. 마치 메이드들한테까지 나 어젯밤은 누구랑 떡쳤다고 광고하는 것 같잖아. “오늘은 던전에 가는 건가?” 구원은 살짝 부끄러운 마음을 얼버무리듯 디아나에게 물었다. “음. 하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네.” “응? 뭔 일?” “클랜 문양 말일세. 언제까지 정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지 않나. 화가도 불렀으니, 가기 전에 정하고 가세.”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화가라니. 돈 많은 애들은 진짜 뭘 해도 거창하게 하네. 그래서 식사를 마치고, 클랜원들과 화가가 한데 모여서 클랜 문양을 결정하기로 했다. “다들 뭐 괜찮은 생각 없어?” “그룬하르트 같은 건 어떤가요?” 미리 생각해 놓은 게 있었는지, 사라가 곧장 대답했다. “뭐야? 그 그룬하르트라는 건.” “그 옛날 전설의 용사가 들었던 성검이에요.” 너 용사라는 사실은 숨기는 거 아니었냐? 뭐야? 혹시 용사인 거 티내고 싶은 거야? “그룬하르트를 문양으로 사용하는 클랜은 이미 있네.” “그, 그런가요….” 사라는 조금 실망한 표정이었다. “디아나는 뭐 없어?” “흠…이 몸이 생각한 괜찮은 문양은 전부 마법사 협회와 각 학파들에게 붙여서 말일세.” 아. 걔들이 옷 어딘가에 무조건 달고 다니는 문양. 그거 네가 만든 거였냐. “레이아는?” “응…죄송해요. 전 교회의 문양 말고는 생각나는 게….” 흠. 완전히 곤란해졌군. 아무도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잖아. 이거 이렇게 된 이상 내가 나설 수밖에 없군. “역시 클랜장인 날 나타내기 위해서 길드 문양은 남자와 여자가 서로 얽혀있는….” “바보 아니에요?!” 사라가 곧장 반발했다. 젠장. 자기는 남의 클랜이 이미 쓰고 있는 아이디어나 낸 주제에.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내 직업인 성자와도 어울리고. 일행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봤지만, 딱히 좋은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다. “보통 다른 클랜들은 어떤 문양을 자주 사용하나요?” 이렇게 된 이상 전문가한테 물어보는 게 제일이다. 이런 일로 부른 화가니까 다른 클랜 문양들도 많이 알고 있겠지. “드래곤이나 피닉스같은 전설 속의 생물. 그 클랜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 그리고 클랜에서 잡은 가장 강력한 몬스터 등이 일반적입니다.” 전부 평범한 소재였다. “혹시 주먹모양 문양은요?” “꽤나 흔하게 사용되는 문양이네요.” “역시 그렇죠.” 혹시나 해서 물어봤지만 역시나였다. 이렇게 된 이상 하는 수 없나. 구원은 마지막 수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좋아. 그럼 이건 어때?” 구원은 펜을 들고 종이에 한 가지 문양을 그렸다. 그림 같은 건 원래 그려본 적도 없으니 제대로 그려지지는 않았지만, 구원의 서투른 그림만으로도 대충 어떤 이미지인지 전달은 된 모양이다. “이런 느낌인가요?” 화가는 구원의 그림을 보고 곧장 세련된 모양으로 다시 그려줬다. “흠. 괜찮군. 이 몸은 나쁘지 않다고 보네.” “그러네요. 왠지 조금 세련돼 보이고.” “조금 신전의 문양과 비슷한 느낌도 드네요. 멋져요.” 셋 다 꽤나 맘에 드는 모양이었다. 특히 레이아는 꼬리가 거세게 흔들리는 게,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그야 그렇겠지. 이 세계인들 감성으로는 마음에 안들 수가 없겠지. 그도 그럴게. 그레이트 어스 회사 로고를 그대로 따라 그렸는걸. 안이 텅 빈 하트 마크 양쪽에 화려한 천사의 날개가 그려져 있고, 하트 안쪽에는 복잡하지만 세련되 보이는 문양이 새겨져 있는 로고였다. 구원은 처음 그 로고를 봤을 때 ‘뭐야 이놈들 성인 게임 전문 회사라고 티라도 내는 건가?’ 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이 세계 사람들 눈에는 괜찮게 보이는 모양이다. 아마 여신님이 생각한 문양일 테고 말이지. “그럼 이걸로 다들 괜찮은 거지?” 구원의 말에 셋 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걸로 결정이다. 그런데 장비에는 안 새겨도 돼? 보통 클랜 같은 거 보면 장비 어딘가에 클랜 문양은 새겨두고 있잖아.” 거기도 클랜으로 봐야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마법사 협회 애들도 전부 망토에 새겨두고 있고. “그건 나중에 하세. 오늘은 이만 시간이 없으니 말일세. 클랜 문양 등록은 이 몸이 사람을 시켜서 하겠네.” “그래? 어쩔 수 없네.” 빨리 얘들이 저 문양이 새겨진 장비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사실 길드 문양을 그레이트 어스의 로고로 한 것은 다른 의미도 담겨져 있었다. 괜히 저 복잡한 로고를 내가 완벽히 기억하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지. “음. 그럼 자네. 방을 나가면 집사가 대기하고 있을 걸세. 그녀에게 말을 하면 커다란 천을 준비해줄 테니, 거기에 제대로 된 그림을 그려주게.” “앗! 네!” 디아나의 말에 화가는 깊숙이 허리를 숙이고 방을 나섰다. “그럼 우린 던전이나 갈까. 신전에는 연락했어?” “음. 아마 길드에서 오늘 함께 갈 길드원들과 같이 대기하고 있을 걸세.” “그럼 가자.” 그렇게 체감상 꽤나 길었던 휴식을 끝내고, 드디어 던전에 들어가게 됐다. 이번엔 탐험보다는 텔레포트 마법진의 설치를 돕고 마나풀의 서식지를 알려주러 가는 거니, 딱히 힘든 전투 같은 건 없을 테지만 말이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은 어제 글이 전부 그냥 떡신으로 보여도 스토리 진행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는 편이었습니다. 구미호로 변하고 중얼거린 대사들은 구원의 말과는 전혀 상관 없이 레이아가 혼잣말을 내뱉은 거였어요. 121==================== 2계층 길드에 도착하자, 상당한 수의 인원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일단 길드 직원들. 이 사람들은 텔레포트 마법진의 재료인지 각자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서 있었다. 음…여긴 아는 얼굴이 없군. 뭐 내가 길드에서 아는 얼굴이라고 해봤자 안내원 누님과 길드장 정도밖에 없지만. 길드 직원들은 왠지 이쪽을 보면서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 뭐지? “…구원? 저게 무슨 말이에요?” “응? 뭐가?” “저 사람들이 당신을 보면서 단신으로 마법사 협회에 쳐들어갔다는 이상한 소리를 하는데요?” 아무래도 사라의 귀에는 저들이 쑥덕거리는 소리가 전부 들린 모양이다.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나. 훗. 나도 유명인 다 됐군. “아니. 그냥 쳐들어 간 건 아니고. 잠깐 디아나가 나갔을 때 용무가 생겨서 나도 찾아갔었어.” “그런 것 치고는 말이 조금 이상한데요? 당신이 반반한 얼굴로 디아나를 꼬신 다음에 디아나의 힘을 등에 업고 횡포를 부렸다는….” “뭐어?! 그런 말을 했단 말이야?!” 구원이 노려보자, 길드 직원들도 눈치 챘는지 자기들끼리 쑥덕대는 걸 얼른 멈추고 모르는 척을 했다. 내가 무슨 디아나를 등에 업고 횡포를 부려! 확실히 가서 깽판을 좀 치긴 했지만, 디아나를 등에 업고 한 게 아니라 전부 내 실력으로 한 거야! 애초에 디아나가 얼굴 좀 반반하다고 꼬셔질 것 같아? 아무래도 기회가 되면 저들에게도 내 성자의 손길을 맛보여줄 필요성이 있을 것 같군. 내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똑똑히 알려주지. 그리고 마법사 협회의 망토를 두른 사람들. 이들은 디아나를 발견하자마자, 얼른 달려와 주위를 둘러쌌다. “좋은 아침입니다. 텔루나님.” “음. 좋은 아침일세. 자네도 왔는가?” 그 중 하나에게 디아나도 아는 척을 하길래 자세히 보니, 구원도 아는 얼굴이었다. 학파 수장들 중 한 명이었으니 말이다. “네. 디아나님께서 손수 행차하시는데, 저희 학파에서 변변찮은 자를 보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학파 수장은 행복한 미소를 띠우고 디아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주 좋아 죽으려고 하네. “흠. 자네가 있으면 이 몸은 딱히 갈 필요 없는 것 아닌가?” “아, 아뇨! 그럴 리가 있습니까! 텔레포트 마법진은 세계에서 가장 난이도 높은 마법진 중 하나. 신중에 신중을 기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 몸과 자네가 같이 가는 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네만….” “뭐, 너무 그러지 말라고. 우리 클랜의 수입에도 관계되는 일이니까.” 열심히 디아나를 설득하는 학파 수장 아줌마가 불쌍해보여서, 구원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어 줬다. 물론 이 아줌마가 데리고 온 마법사들이 전부 여성이라는 점도 톡톡히 작용했다. 저런 기특한 짓을 했는데 조금 도와줘야지. “흠. 알겠네. 그럼 가세.” “네!” 수장 아줌마는 고맙다는 듯이 구원에게 살짝 윙크를 했다. 음. 나이는 좀 많아 보여도 역시 미인은 미인이다. 저 나이에 하는 윙크가 그림이 되는군. 그리고 길드에도, 마법사 협회에도 소속되지 않는 그룹이 하나 있었다. 바로 신전에서 나온 이들이다. “크리스! 아멜! 라피스!” 사제복을 입은 한 명과, 새하얀 갑옷을 입은 두 명에게 레이아가 웃으면서 다가갔다. 그러고 보니 사제복을 입은 사람은 아는 얼굴이었다. “아, 크리스도 가는구나.” “네. 가는 길 잘 부탁해요.” 실력은 괜찮지만 던전 경험이 없는 사람들 중에 크리스도 있었나. 확실히 크리스의 옷은 얼마 전의 레이아와 마찬가지로 그냥 펑퍼짐한 사제복이었다. 그리고 성기사로 보이는 나머지 둘의 갑옷도 살짝 평범한 느낌이었다. 던전에 다니는 모험가들의 갑옷은 게임 속 갑옷처럼 노출도 조금 있고 화려한 느낌의 갑옷이 많은데, 이 둘의 갑옷은 그냥 철판으로 몸을 꽁꽁 싸맨 느낌이다. 셋 다 얼굴은 예쁘니까 조금만 더 차려 입으면 미모가 확 살 텐데 말이야. 그러고 보면 신전 쪽 사람들은 다들 하나같이 외모가 뛰어나단 말이지. 역시 직업 레벨이 오르면 매력 수치가 올라가는 걸까? 물론 우리 천사님은 그런 거 없었어도 아름다우셨겠지만. 대충 인사를 끝내고, 일행은 곧바로 던전에 들어갔다. 인원도 많고 다들 실력도 한가락 하는 이들이라, 탐험 자체에는 전혀 걱정이 안 됐다. 다만 거기까지 정규 루트로 내려가는 건 처음이라, 조금 기대되기는 했다. 적어도 이틀은 걸린다는 길이다. 저번에 봤던 사슴처럼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던 몬스터들도 잔뜩 있겠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원이 여지껏 못봤던 몬스터들이 잔뜩 있었다. 오크들의 부락지에서 오크들이 기르던 늑대를 시작으로 여우, 곰, 호랑이 등등. 일반적으로 숲에서 사는 동물이란 동물들은 전부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이쯤 되면 과연 던전은 또 하나의 세계라는 말이 나올 법 하다. 구원은 몬스터들이 나올 때마다 오명을 벗어던지기 위해 고군분투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같이 다니는 인원들은 다들 한가락 하는 사람들이라, 도저히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불쌍한 1계층의 몬스터들은 모습을 보이는 즉시 뭔가가 날아가 즉사하는 바람에, 구원은 몬스터한테 가까이 가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성자의 파동을 날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파동을 날려서 잡을 수야 있겠지만, 그걸 내가 했다고 티를 낼 수는 없다. 카일한테 그런 짓을 한 직후인데, 여기서 성자의 파동이란 스킬을 밝히면 레이아한테 모든 게 들통나버리니 말이다. 하여간 그 변태새끼는 인생에 도움이 안 된다니까. 덕분에 구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몬스터가 나와도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사냥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건 구원이 아니라 사라였다. 어차피 여기 몬스터들은 사라의 공격에 한 방에 전부 처리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시력이나 청력도 엄청나게 좋은 사라는 활 특유의 공격속도까지 살려서 자기보다 훨씬 레벨이 높을 길드 직원들이나 마법사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몬스터들을 학살했다. 길드 직원들도 꽤나 놀라운 듯 사라에게 질문했다. “확실히 이제 막 2계층에 돌입한 파티였죠?” “네. 그런데요?” “대단한 실력이시군요. 텔루나님도 그렇고, 어째서 겨우 이런 파티에….” “그게 당신이 상관할 일인가요?” “아, 아뇨. 물론 그런 건….” “그럼 신경 끄시죠?” 사라야 잘한다! 잘해! 좀 더 쏘아붙여! 질문했던 길드 직원이 남자라는 것도 한몫하는 거겠지. 사라는 마치 처음 만났을 때를 연상시키는 차가운 말투로 쏘아붙였다. 크으. 역시 우리 사라가 톡톡 쏘는 맛이 있다니까. 구원은 당황하는 길드 직원에게 한마디 해주기로 했다. “크하하. 부럽냐? 이런 파티원을 모을 수 있는 것도 다 내 인덕….” “하아…. 구원, 그렇게 말하면 더 없어 보여요.” 크흑. 사라야. 나한테까지 데미지를 입힐 필요는 없는데…. 아무튼 사라의 냉랭한 반응으로, 길드 직원은 다시 자기 동료들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구원이 마음에 안 드는 듯, 이쪽을 보면서 자기들끼리 뭐라고 쑥덕거리고 있었다. “이봐요. 할 말 있으면 당당하게 하시죠?” 물론 우리의 사라는 그 꼴을 더 이상 가만히 보고 있지 않았다. “네? 제가 무슨….” “지금 제가 구원의 얼굴에 빠져서 파티에 들어갔다고 했잖아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헛소문이나 퍼트리는 게 길드 직원이 하는 일인가요?” “제, 제가 언제 그런 말을…. 오해입니다.” “미안하지만 제 귀가 조금 좋아서요. 다 들리네요. 아까는 디아나가 구원의 얼굴에 빠져서 파티에 들어갔다고도 하시던데 말이에요.” “뭐라고!” 그 말에 격하게 반응한 건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이었다. “그 말이 사실인가?!” “아, 아닙….” “네. 제가 똑바로 들었어요.” “텔루나님이 고작 남자의 얼굴에 빠지는 멍청한 족속으로 보였다고? 이건 우리 전 세계 마법사들을 향한 도발이라고 봐도 되겠지?” 수장 아줌마의 말에, 길드 직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겨, 결코 아닙니다! 오해….” “제가 똑똑히 들었다고 하는데도 끝까지 발뺌을 하는군요.” “흠. 텔루나님의 동료가 그런 거짓말을 할 리가 없지. 우선 자네는 여기서 처분하고 나중에 길드에 정식으로 항의하도록 하지.” 수장 아줌마는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말을 내뱉었다. 지금 디아나 흉 좀 봤다고 사람을 죽이겠다고 한 거야? 물론 나도 저놈이 맘에 안 들긴 하지만, 이 광신도 아줌마는 진짜 무섭네. “히, 히익!” “자, 잠깐만. 거기까지 하자.” 구원도 과연 이런 일로 사람을 죽이는 건 조금 아닌 것 같아서 말렸다. “그냥 너무 잘난 나한테 하찮은 것이 질투해서 뒷담 좀 한 거잖아. 저런 쓰레기 말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렇지 디아나?” “음. 물론이네. 자네들도 그쯤 하게나.” “네. 텔루나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네놈. 텔루나님의 관대한 마음에 감사해라.” 얘들은 마법사 협회가 아니라 무슨 마피아 집단 같은 게 더 어울리는 거 아닐까? “가, 감사합니다!” 놈은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했다. 물론 구원은 이대로 놈에게 아무 처벌도 내리지 않고 봐줄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죽이는 건 너무한다 뿐이었지. 그리고 이왕이면 처벌은 내 손으로 하고 싶어지잖아?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걸려도 늦지 않다고 했다. 구원은 차분히 기회를 엿보기로 했다. 하지만 그전에…. “사라야!” 구원은 사라를 힘껏 껴안았다. 아니, 껴안으려고 했다. 사라가 순식간에 몸을 뺀 덕분에 실패했지만 말이다. “뭐, 뭐에요? 놀랐잖아요.” “아니. 그냥. 예뻐서.” “다, 당신한테 예뻐 보이려고 그런 거 아니거든요?” “알아. 그러니까 더 예쁘지.” “하, 하여간 말은 잘하시네요!” 사라는 부끄러운 듯, 살짝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표정은 여전히 쿨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하면서도 부끄러워하는 게 티가 나는 점이 사라의 매력이다. 여전히 톡톡 쏘기는 하지만, 아까 냉랭하게 쏘아붙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에 길드 직원은 이쪽을 아연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훗. 봤냐. 이게 바로 네놈과 나의 격차다. 그 이후로도 일행은 빠른 속도로 진군을 시작했다. 몬스터는 튀어나오는 순간 순식간에 처리되어 버리니, 그냥 계속 행군하는 것과 속도가 별 차이 없을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규루트로 하루 만에 비밀 기지까지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구원이 시야 구석에 있는 시간을 보면서 슬슬 밤이라고 생각했을 때, 아마 길드 직원 중 리더로 보이는 여성이 발을 멈췄다. “오늘은 이쯤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과연 리더인 만큼 교육을 철저히 받았는지, 구원을 향해서 그렇게 물어왔다. 음. 길드한테 협력해주는 클랜의 장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군. 얼굴도 제법 반반하고. 맘에 들었다. “그러죠. 벌써 밤이네요.” “불침번은 저희들끼리 돌아가면서 서겠습니다. 여러분은 모쪼록 푹 쉬어주십쇼.” 호오. 그렇단 말이지? 이거 어쩌면 기다려왔던 기회일 지도 모르겠는데? 구원은 사라에게 다가가 귀에 입을 가져다댔다. “뭐, 뭐에요.” 사라는 깜짝 놀란 듯 몸을 굳혔다. 긴장하지 마라. 안 잡아먹는다. 그냥 귓속말 하려는 거야. “사라야. 쟤들 말하는 거 잘 듣고 있다가, 아까 그 멍청한 놈이 불침번 언제 서는지 알려줘.” “뭔가 꾸미고 있죠?” “당연하지. 그럼 그대로 내버려 둘 거라고 생각했어?” “…알았어요.” 역시 사라야. 말이 통한다니까. “텔루나님! 제발 저희와 같이! 하악. 하악.” “레이아! 같이 자자!” 그리고 잠을 자기 위해 자리를 까는 도중, 내 하렘을 라이프를 방해하는 악의 무리들이 있었다. 신전 애들은 둘째치고, 마법사 네놈들은 좀 위험하지 않냐. 또 내가 나서야할 때인가. “훗. 미안하지만 얘들이 워낙 나랑 같이 자고 싶어 해서 말이야. 디아나 얘는 심지어 내 위….” “누, 누가 그랬나? 누가! 자, 자네들. 저기서 같이 자세.” “텔루나님!” 어라? 역효과? 크흑. 어차피 마법사 쟤들도 전부 여자니까 별문제는 없겠지만…. 분명 우리끼리 다닐 때는 같이 붙어 자는 건 정신적으로 너무 피곤하다고 느낄 때도 있었는데, 또 이렇게 떨어져서 잔다니 쓸쓸하네. 그래도 레이아는…. “저…죄송해요. 다들 던전에서 묵는 건 처음일 거라서…. 정말 죄송해요.” 레이아마저도 신전 애들과 같이 자려는 모양이었다. 젠장. 마음씨가 아름다우신 거야 언제나 그랬지만, 지금은 조금 그 마음씨가 원망스럽다. “사라야. 역시 난 너밖에 없는 것 같아.” 사라는 그런 구원을 냉랭한 눈길로 쳐다봤다. “저도 따로…노, 농담이에요. 그런 표정하지 말아요.” 사라는 한 번 튕겨보려다가, 구원이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짓자 바로 말을 바꿨다. 역시 사라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착하다니까. 구원은 사라의 옆에 얼른 이불을 깔고 누웠다. 그리고 사라 역시 옆에 이불을 깔고 눕자, 가까이 바싹 다가가 속삭였다. “그래서, 아까 그 놈 불침번은 언제래?” “앞으로 초번이라고 하던데요?” 호오. 그렇단 말이지. 이거 더더욱 잘 됐는걸. “어쩌려고요?” “뭐, 보고만 있어.” 지금껏 몬스터들은 길드의 원거리 공격수들, 마법사들, 그리고 사라가 처리해왔다. 아까 뒷담을 깠던 그 놈은 근접 공격 전문인지, 나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불침번을 설 때는 얘기가 다르지. 구원은 잠을 자지 않고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왔다. 홉고블린 몇 마리가 일행들에게 다가오자, 불침번을 서던 놈과 몇 명이 홉고블린과 마주했다. 구원은 매의 눈으로 홉고블린을 살펴봤다. 좋아. 암컷이 있군. 완벽해. 구원은 더 이상 기다릴 것도 없이 성자의 파동을 아까 시비 걸었던 놈에게 날렸다. 놈은 때마침 암컷 홉고블린을 공격하려다가, 성자의 파동에 맞아 다리에 힘이 풀렸다. “크흐히이그윽!” 그리고는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홉고블린과 한데 뒤엉켜 바닥에 쓰러졌다. “왜, 왜 그래?!” 놈의 동료들도 이변을 느꼈는지, 홉고블린을 가볍게 처리하고 놈에게 달려갔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가까이 오지 마!” 놈은 당황한 듯 큰 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다들 이제 막 잠에 든 시간이라 아직 깊게 잠든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놈의 외침소리에 하나둘씩 눈을 뜨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죠?” 길드 직원들의 리더도 눈을 떴다. 좋았어. 배역이 전부 갖춰졌군. “뭐야…무슨 일이야?” 구원은 기지개를 크게 키면서 그제야 일어난 척을 했다. 그리고는 홉고블린과 뒤엉켜있는 놈에게 다가갔다. “뭐야. 고작 이런 데서 다치기라도 한 거야? 어디 보자. 착하신 내가 치료해주지.” “그런 거 아닙니다! 다가오지 마십시오!” 인벤토리에서 포션 하나를 꺼내들고 다가가자, 놈은 필사적으로 외쳤다. “고쳐준다는데 뭘 그렇게 당황해? 응? 잠깐. 이게 무슨 냄새지? 사라야. 무슨 이상한 냄새 안나?” “…저 사람한테서 정액 냄새가 나는군요.” 사라는 진짜로 쓰레기를 보는 표정으로 길드 직원을 바라봤다. 우와 쎄다. 표정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꺾을 수 있겠어. “응? 정액? 하지만 이런 곳에서 왜…응? 서, 설마….” 구원은 혼신의 연기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놈의 밑에서 발버둥치고 있는 홉고블린을 쳐다봤다. “헉! 암컷 홉고블린! 설마!” “아, 아니야! 정말 아니야!” 구원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깨달은 거겠지. 놈은 존댓말도 잊고 필사적으로 외쳤다. “다, 당신!” 그러자 길드의 리더격 여자도 놈을 쓰레기 쳐다보는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 아니야! 정말이야! 믿어줘!” “텔루나님께 무례를 저질렀을 때는 텔루나께서 봐주셨으니 넘어갔지만, 이건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닙니다! 몬스터에게 성욕을 품다니! 그것도 길드 직원이라는 자가! 돌아가면 당장 위에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우와. 몬스터한테 성욕을 품었다고 확실히 말해버렸어. 소란을 듣고 이미 일행 전원이 일어난 상황. 놈은 모두의 앞에서 공개처형을 당해버렸다. 쟨 이제 일상생활 제대로 하긴 틀렸군. “아니야아아아!” 놈의 억울한 외침만이 공기 중에 울려퍼졌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최고의짝사랑 // 그레이트 어스는 구원이 처음에 플레이한 게임의 제작사입니다. 그 외의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22==================== 2계층 “하아. 몬스터한테 발정하는 변태새끼 때문에 괜히 잠만 깼네. 다시 잠이나 자자.” 물론 구원은 놈이 절규하던 말던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저런 것도 다 인과응보라는 거지. 그러니까 사람은 애초에 착하게 살아야한다니까. 일단 저 놈은 저렇게 처리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길드 직원이 그렇게 뒷담을 깔 정도면, 적어도 내 이미지가 좋게 난 건 아닌 모양이다. 능력도 없는 게 반반한 얼굴 하나만 믿고 능력 좋은 여자들을 후려친 기둥서방 이미지인가? 솔직히 내가 그런 취급당하는 것 까지는 크게 상관 안한다. 어차피 부러워서 저러는 거니까. 하지만 우리 여자들이 얼굴만 믿고 들이대는 놈한테 넘어가는 머리 빈 여자로 보이는 건 맘에 안 든다. 소문을 불식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내가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보여주는 거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보여주는 게 좋을까? 적어도 지금은 내가 다가가기도 전에 다른 사람이 몬스터를 전부 처리해버리니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눈이 없을 때 활약해도 소용이 없고 말이야. 어려운 문제다. 구원은 그렇게 고민하다가 문뜩 시선을 느꼈다. 고개를 돌리니 옆에 누워있는 사라가 이쪽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다. “응? 뭐야? 왜?” “아까 그거 당신이 한 거죠?” “응. 그야 그렇지. 알고 같이 맞춰준 거 아니었어?” “그럼 어제 고아원에서 그 변태가 싼 것도 당신이 한 것이겠네요?” “아니. 내가 죄도 없는 놈을 변태로 몰아간 게 아니야. 그 놈이 감히 레이아 엉덩이를 만지려고 들잖아. 그렇게 어린 나이에 벌써 여자 엉덩이를 만지려는 게 수상해서 그렇게 일단 떼어놓고 추궁해 본건데, 역시나 예상대로였지.” “그 사람이 변태라는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만지면서 싼 건 당신의 모함이란 거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하지만 어쩔 수 없었잖아?” “그럼 레이아한테도 사실을 밝히고 어쩔 수 없었다고 얘기해보시죠.” “뭐? 사, 사라야? 그게 갑자기 무슨….” “제 생각엔 레이아가 사실을 알면 당신을 무척이나 경멸할 것 같은데요.” 구원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레이아는 순진하고 올곧은 만큼, 거짓말은 싫어하는 것 같으니까. “서, 설마 밝힐 생각은 아니지?” “글쎄요. 어쩔까요.” 그렇게 말하는 사라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고민하는 표정이었다. “사, 사라야? 갑자기 나한테 불만이라도 생겼니?”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경쟁ㅈ…크흠. 계속 같이 다닐 파티원끼리 거짓말을 하는 건 좋지 않으니까요. 역시 이런 건 제대로 밝히는 편이….” “얘, 얘가 갑자기 왜 그러실까. 사람이 살다보면 선의의 거짓말이란 것도 필요한 거야.” “그 거짓말은 당신을 위한 거짓말이지 레이아를 위한 게 아니잖아요?” 크흑. 정곡을 찌르는군. 이거 정말 위험하다. 천사님한테 미움받으면 살아갈 자신이 없는데. “원하는 게 뭐야?” 이거 왠지 저번이랑 입장이 역전된 것 같은데. “글쎄요. 전 구원처럼 같이 목욕하자는 변태적인 욕구도 없고….” “조, 좋아. 그럼 그 약속 취소하는 걸로 어때!” 구원은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젠장. 남자의 로망이 멀어져 간다. “싫어요. 약속은 약속이니까요. 그리고 겨우 그런 걸로 입막음 당하면 제가 손해 보는 기분인 걸요.” “크흑. 그, 그럼 원하는 걸 말해봐. 뭐든 들어줄게.” “지금 뭐든 이라고 했죠?” 사라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얘가 무섭게 왜이래. 대체 어떤 요구를 하려고. “그, 그래.” “음…좋아요. 그럼 나중에 제가 말하는 거 무조건 하나는 들어줘야 해요.” 사라는 뭔가 생각난 듯 미소를 띠우고 말했다. “뭐? 지금 조건을 말하는 게 아니고?” “네. 지금은 딱히 생각나는 게 없네요.” 젠장. 저 얼굴은 분명 뭔가 떠올린 얼굴인데. 대체 무슨 요구를 하려고 대답을 미루는 거지. 구원은 사라의 눈동자를 지긋이 쳐다봤다. 사라도 눈을 피하지 않고 구원을 빤히 쳐다봤지만, 그 눈동자에서 어떤 요구를 떠올린 건지는 전혀 읽을 수 없었다. …뭐 깊게 생각해도 소용없나. 일단 비밀은 지켜줄 모양이고, 얘가 뭔가 요구한다고 해도 얼마나 심한 요구를 하겠어. 구원은 편히 생각하기로 했다. 고민해봤자 답도 안 나오는 문제는 애초에 고민조차 하지 않는 게 구원의 수많은 장점 중 하나다. 눈을 떴을 때 구원은 여느 때처럼 사라와 완전히 밀착한 상태였다. 던전에서 잠을 자고 나면 꼭 이러네. 과연 내 잠버릇이 나쁜 걸까 아니면 우리 파티원들 잠버릇이 나쁜 걸까. 뭐, 어제는 서로 눈싸움하는 것처럼 마주보다 잠들었으니 어쩔 수 없나. 구원은 눈을 감고 이 부드러운 감촉이나 더 즐기기로 했다. 잠결에 이런 자세가 된 거니, 지금은 좀 더듬어도 사라가 뭐라고 못하겠지? “눈 떴으면 얼른 일어나지 뭐하는 겐가?” 하지만 구원의 야심찬 아침 계획은 처음부터 차단됐다. “아. 디아나 잘 잤어?” “음. 자네도 잘 잔 모양이군. 그래서 안 일어나고 뭐하는 겐가?” 역시 어설프게 말을 돌리는 건 통하지 않았다. “아니. 지금 이 자세로 일어나버리면 사라를 무조건 깨우게 될 테니까. 아직 시간도 조금 여유가 있는데, 잘 수 있을 때까진 자게 해두는 게 좋지 않겠어?” “으음….” 구원의 말에 호응이라도 하듯, 사라가 구원에게 더욱더 달라붙었다. “…이 몸이 보기엔 사라양도 일어나 있는 것 같네만?” “아니, 무슨 소리야. 완전히 자고 있잖아.” 사라 성격에 깨어나 있으면 사람들도 많은 데서 이렇게 나한테 달라붙을 리가 없지. 요즘 날 좋아하는 것 같다는 의혹도 있고, 단 둘이만 있을 때라면 조금 가능성이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으음…. 후훗.” 사라는 뭔가 좋은 꿈이라도 꾸는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구원에게 더욱 달라붙었다. 너무 달라붙어서 사라의 입술이 아예 구원의 뺨에 닿을 정도로 말이다. “에잇!” 보다 못한 디아나가 사라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음. 역시 사라야. 소리만 들어도 찰지구나. “꺄악! 뭐, 뭔가요?” “…자네가 잠결에 공중의 면전에서 키스를 하려고 하기에 좀 깨웠네.” “그, 그런가요? 고마워요. 아니, 애초에 왜 제가 구원과 이렇게 붙어있나요?” “잠결에 이렇게 된 모양이야. 나도 깨어나 보니 이 자세더라.” “흐음…뭐, 믿어드리죠.” 아니, 믿어드리고 말고 진짠데. “하여간 방심할 틈이 없구먼.” 디아나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내가 일부러 달라붙은 게 아니라니까.” “알고 있네.” 아니. 모르고 있잖아. 알고 있다는 애가 그런 말을 하냐? 아무튼 더 이상 누워있을 이유도 없어진 구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비밀 기지까지 도착하는 데 이틀이 더 걸렸다. 던전 입구에서 1계층의 마지막 층까지 이틀이 걸렸고, 거기서 비밀 기지까지 도착하는 것도 꽤나 멀었으니 말이다. 참고로 첫째날 이후로 잠은 디아나와 레이아까지 붙어서 잤다. 디아나는 감시라는 명목 하에, 레이아는 파티원들이 다들 같이 자는데 혼자만 따로 자는 건 쓸쓸해서 라는 이유로 그런 것 같았다. 레이아 누님이 같이 자는 이유는 참으로 귀엽고 흐뭇한 이유지만, 디아나 넌 완전히 날 못 믿고 있지 않냐? 아무튼 그렇게 도착한 비밀 기지에는 이미 몇 명의 길드 직원들이 거대한 장치 같은 것을 설치하고 있었다. “앗, 오셨습니까!” 그 중 지휘를 하고 있던 사람이 일행을 보고 다가왔다. “사전준비는 방금 막 끝마쳤습니다. 이제 마법사분들께서 마법진만 완성시켜 주시면 완성입니다.” “음. 알겠네. 그럼 준비하도록 하지.” “마법진을 완성하는 건 얼마나 걸려?” “아마 상당히 오래 걸릴 걸세. 이 몸이 전생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마나의 흐름을 보면서 지휘밖에 할 수 없으니 말일세. 며칠은 걸릴 걸세.” “그래? 그럼 우린 그 사이에 일단 신전 사람들부터 마나풀 서식지에 안내하고 올게.” “음. 그러게나.” 구원은 일단 디아나와 헤어져 마나풀 서식지로 신전 사람들을 안내하기로 했다. 신전 사람들의 구성은 성기사 둘과 사제 하나. 원거리 공격을 담당하는 사람은 없어 보이니, 이제 나도 좀 활약할 수 있을 것 같네. 정작 뒷담을 하던 길드 직원들이 없는 건 아쉽지만, 일단 얘들한테라도 내 실력을 보여줘야지. …라고 생각하던 시기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어째선지 신전 사람들을 안내하는 데 마법사가 한 명 따라붙었다. 아무래도 이 마법사는 텔레포트 관련으로 온 것이 아니라, 신전 사람들과 계약하여 온 모양이었다. 꽤나 실력이 있는 건지, 오크를 단 한방에 처리하는 위엄을 보여줬다. 게다가 폭렙으로 오히려 나보다 레벨이 높은 사라도 지지 않았다. 이젠 1계층 오크는 한 방에 처리할 수 있게 됐구나. 혹시 사라랑 싸우면 내가 지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사라가 강해져 버렸다. 덕분에 내가 나설 일은 전혀 없었다. 음. 이거 기둥서방 이미지가 오히려 더 강해질 것 같은데. 물론 덕분에 이동은 편했다.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나풀의 서식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와아!” 도착하자마자, 크리스와 성기사들은 레이아와 별반 다를 것 없는 반응을 보였다. “마나풀이 이렇게 모여 있다니 대단하네요! 정말 이런 곳을 그런 조건으로 넘겨주셔도 되나요?” “내가 원래 사람 돕는 걸 좀 좋아해서. 어때? 좀 더 날 우러러봐도 좋다고.” “이렇게요?” 크리스는 장난스럽게 몸을 낮추고 구원을 올려다봤다. 얘도 은근히 장단을 잘 맞춰준다니까. “구원씨 다시 한 번 정말 고마워요.” 레이아도 구원의 손을 붙잡고 다시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하여간 우리 천사님은 감수성도 풍부하시다니까. 물론 그런 점도 사랑스럽다. “뭘. 됐어. 어차피 우리도 돈을 안 받는 건 아니고. 관리는 신전에 전부 맡기게 될 테고. 그런데 앞으로 관리는 어떻게 할 셈이야?” “우선 입구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도록 마법을 걸고, 교대로 며칠씩 이곳에 묵으면서 감시를 할 생각이에요. 저희가 첫 번째 순서라는 거죠.” 과연. 저 마법사는 그를 위해서 고용한 거란 말이군. “고생 좀 하겠네.” “아뇨. 이렇게 막힌 곳이면 몬스터의 침입도 별 문제 안 되니까요. 그리고 근처에 텔레포트 마법진도 생기니, 마을에 오가는 것도 편해질 테고요.” “그래도 자는 건 불편하지 않겠어?” “그래서 짐을 잔뜩 가져온 것 아니겠어요?” 그러고 보니 신전 애들도 뭔가 짐을 잔뜩 들고 있었다. 공간 확장 마법이 걸린 배낭일 텐데도 엄청난 양이라, 구원이 인벤토리로 보관해주긴 했지만. “응? 대체 배낭에 뭘 넣어왔는데?”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배낭을 전부 꺼냈다. “한 번 꺼내 보세요.” 구원은 배낭에 손을 집어넣고, 손에 잡히는 물건을 꺼냈다. 뭐야 이거? 판때기? 여전히 배낭에 절대 들어갈 수 없는 크기의 물건들이 차례차례 튀어나왔고, 전부 꺼내놓자 그 정체가 확실해졌다. 얘들은 무려 조립식 건물을 통째로 배낭으로 옮겨온 거였다. 이런 획기적인 녀석들. 마법이 있는 세계에선 이런 무식한 짓도 가능하구나. 구원은 신전의 방식에 전율했다. 난 마법 배낭 같은 것 보다 훨씬 더 우월한 인벤토리가 있는데, 왜 저런 생각을 못했을까? 난 지금까지 스스로가 참으로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내가 이렇게 고정관념에 얽매여있는 놈이었다니. 나도 차라리 인벤토리에 집 같은 거 하나 통째로 집어넣고 다녀볼까? 디아나한테 말하면 적당한 크기의 집 하나쯤은 손쉽게 구해줄 것 같은데. 잠깐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곧 포기했다. 기둥서방 이미지를 벗어야 된다고 생각한 게 얼마 전인데 또 디아나의 손을 빌리려고 하다니. 분명 나한테 기둥서방 이미지가 있는 것에는 클랜 하우스를 디아나의 저택으로 지정한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을 거다. 적어도 집을 들고 다니는 건 내 손으로 번 돈으로 집을 산 다음에 하자. 물론 집을 들고 다닌다는 것 자체를 포기하지는 않았다. 아예 집 전체를 마나가 깃든 강철 같은 걸로 만들어 두면, 던전 안에서도 아무 때나 안전하게 잘 수 있는 거 아닐까? 꿈은 점점 더 부풀어 올랐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23==================== 2계층 조립식 건물을 설치하는 걸 도와주고 나서, 구원은 마나풀 서식지를 뒤로 했다. 아무래도 건물을 조립만 하면 끝나는 게 아니라 뭔가 더 이것저것 해야 하는 모양이었지만, 구원이 더 도울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럼 이제부터 어쩔까. 디아나가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하는데 며칠이 걸리니, 그동안은 할 일이 없어졌다. 끽해야 여기서 사냥을 하는 거지만, 사라나 나나 이젠 1계층에서 직업 레벨을 올리기는 레벨이 너무 올라버렸고 말이지. 그렇다고 디아나만 놔두고 2계층에 가는 것도…아니, 문제없나? 생각해보니 디아나는 애초에 직업 레벨을 올릴 필요가 없다. 디아나가 따라오는 건 어디까지나 구원의 스킬을 관찰하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그럼 한 번 해볼까? 일단 우리가 개척한 오크들의 서식지 쪽 루트로 가는 건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다. 아직 그쪽엔 계층의 주인이 부활하지 않았겠지만, 오크의 번식력을 생각해보면 부락들은 다시 전부 채워져 있겠지. 지금의 우리 셋이라면 거길 뚫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상당히 시간이 걸리고 귀찮은 작업이 될 거다. 일부러 그렇게 고생할 필요가 있을까? 더 간편하게 갈 수 있는 웨어 울프 쪽 루트가 있는데 말이다. 물론 거기엔 아직 상대해보지 못한 계층의 주인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그게 어떻다는 건가? 지금의 구원은 고작 그 정도 녀석한테 질 거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강력해진 사라를 믿는 게 아니다. 나 스스로를 믿는 거다. 나한테 호구같이 당했다고는 하지만, 힙합퍼는 디아나를 모시러 왔을 정도의 지위에 있는 놈이었다. 그런 놈이 레벨이 낮을 리가 없다. 그런데도 내 성자의 손길에 허무하게 무릎을 꿇었다. 그런데 아무리 계층의 주인이라고 해도 고작 1계층 몬스터가 강력해진 내 성자의 손길을 버텨낼 수 있을까? 절대 그럴 리가 없지. 주변에 있는 웨어 울프를 부르는 기술이고 뭐고 간에 쓰기도 전에 말라비틀어지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일단은 디아나한테 가서 상담이라도 해볼까. 어차피 여기서 그쪽으로 가려면 비밀기지 쪽은 거쳐야하고 말이다. “잠깐 디아나랑 얘기 좀 하고 올게.” 구원은 사라와 레이아를 떼어두고 디아나에게 다가갔다. 성자의 파동 얘기도 할 건데 레이아에게 들려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레이아만 떼어두고 가면 의심받을 테고. 아니, 오히려 우리 착한 천사님은 소외감을 느끼면서도 겉으로 표현도 못하고 혼자 마음속으로만 슬퍼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만들 순 없지. “흠. 웨어 울프 쪽 계층의 주인을 자네들 셋이서 말인가?” “응. 매력도 엄청나게 올렸으니까. 멀리서 일단 성자의 파동으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고, 접근해서 성자의 손길로 연타하면 순식간에 끝나지 않을까?” “물론 잡을 수 있기야 하겠네만, 전에도 말했다시피 놈은 주변의 웨어 울프들을 불러 모으는 스킬을 가지고 있다네. 만에 하나라도 놈이 그 기술을 사용하게 되면 상당히 위험해지지 않겠나? 자네나 사라양이라면 몰라도, 레이아양은 무사하기 힘들 거네.” 역시 그게 문제인가. 내가 다른 탱커들처럼 광역 도발 기술이라도 가지고 있었다면 괜찮았을 텐데 말이야. “그냥 얌전히 근처나 돌아다니며 레이아양을 프로텍트를 배울 레벨까지 성장시키게나.” “으음. 어쩔 수 없나.”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그래도 우리 천사님의 안전을 담보로 모험을 할 순 없지. 얌전히 디아나 말대로 할까. 구원은 디아나와의 대화를 마치고 다시 사라와 레이아에게 다가갔다. “레이아. 프로텍트를 배우려면 레벨을 어느 정도 더 올려야 할 것 같아?” “네? 아, 죄송해요. 말씀을 못 드렸네요. 저 프로텍트 배웠어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어떻게?” “실은 신전에서 쉬는 동안 신성력이 되는 대로 계속 신전에 찾아오시는 아프신 분들을 치료해 드렸거든요. 며칠 사이에 레벨이 조금 더 올랐어요.” 그러고 보니 사제는 마을에서도 비교적 쉽게 직업 레벨을 올릴 수 있었지. 아까 크리스랑 그 성기사들도 던전은 거의 안다녔다는 것 같고. 어라? 그럼 저번에 레이아의 레벨만을 위해서 던전을 다닌 건 뻘짓? 아니, 그래도 던전이 효율은 더 좋을 테니 완전히 뻘짓은 아니었나. 아니었을 거야. 그렇게 믿자. “그럼 디아나가 일할 동안 우리 셋이서 계층의 주인을 잡아보려고 하는데.” “좋아요.” 사라가 즉각 찬성하고 나섰다. 얘도 실력이 엄청나게 상승한 만큼,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모양이다. “괜찮을까요?” 레이아는 살짝 불안해 보였지만, 구원은 자신이 있었다. 놈의 패턴은 이미 디아나한테 철저하게 들어놨고 말이다. “응. 아마 다칠 일은 그다지 없을 테니까, 레이아는 놈이 동료를 불러 모으는 스킬을 쓸 때에만 주의해줘. 그때 프로텍트만 제대로 걸면, 큰 위험은 없을 거야.” 계층의 주인은 여전히 다음 계층으로 가는 입구를 틀어막듯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멀리서도 확연히 보이는 엄청난 덩치. 처음 봤을 때는 살이 떨릴 정도의 위압감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그때보다 레벨이 많이 오른 탓인지 그렇게까지 강해 보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놈은 지금 엎어져서 잠을 자고 있었다. 이거 더욱더 좋은 기회인데. “사라. 내가 먼저 접근해서 공격할 테니까, 놈이 깨면 곧바로 가세해줘.” 바로 성자의 파동을 날려도 되겠지만, 레이아의 의심을 사는 짓은 되도록 안하는 게 좋겠지. 일단은 그냥 접근해보고, 놈이 깨면 그때 성자의 파동을 날려도 늦지 않다. 구원은 암살자의 기본 스킬이자 현재 유일하게 배우고 있는 스킬인, 기척을 죽이는 스킬을 사용하고 조용히 접근했다. “크륵?” 하지만 역시 1레벨 암살자의 기척 죽이기는 한계가 있었다. 놈과의 거리가 10미터정도 남았을 때, 놈이 서서히 눈을 떴다. 하지만 이정도면 이미 거리는 충분. 구원은 곧바로 성자의 파동을 날리고 놈에게 달려들었다. “쿠롸악!” 성자의 파동을 맞은 놈은 엎드려있던 자세 그대로 몸을 크게 움찔거렸다. 그리고는 피할 생각도 못한 채로 콧등에 구원의 주먹을 정통으로 맞았다. 좋아. 멀리 있는 레이아가 보기엔 그냥 내 주먹을 맞고 움찔거린 걸로 보였겠지? 물론 주먹에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있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성자의 파동에 이어서 성자의 손길 콤보를 맞은 놈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우적대며 간신히 일어섰다. 쳇. 엎드려 있는 상태로 성자의 파동을 맞았으니, 땅에 박아서 추가 데미지라도 입길 바랐는데. 아무래도 거기까진 가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뭐, 싸울 정신은 없어 보이니 됐나. 구원은 놈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 외쳤다. “지금부터! 네놈이 쌀 때까지! 때리는 걸 멈추지 않겠어!” 그리고는 샌드백을 두드리듯이 거침없이 놈의 비어있는 몸통을 강타했다. 절정 속박을 걸어놓고 쌀 때까지 때린다는 게 무슨 말이냐고? 당연히 죽어서 절정 속박이 풀릴 때까지 때린다는 말이지. 구원의 주먹 한 방 한 방이 꽂힐 때마다, 놈이 다리를 안쪽으로 모으며 움찔댔다. 놈은 어떻게든 구원의 주먹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전혀 소용없는 짓이었다. 놈이 어디로 막든, 구원의 주먹에 닿은 순간 쾌감을 느껴버리니 말이다. 오히려 구원의 주먹을 막느라 사라의 화살을 전혀 막지 못하는 사태만 됐다. 한 발 한 발이 위협적으로 날아오는 사라의 화살이었지만, 놈은 극도의 쾌감으로 고통을 느끼지 못하지 그저 구원에게만 달려들었다. 구원을 잡아서 어떻게든 싸고 말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발악이었다. 저 눈빛은 언제 봐도 기분 나쁘다니까. 아무리 발정이 나도 그렇지, 나름 지능도 있다는 놈이 남자랑 여자 구분도 못하냐? 물론 내가 이렇게 만든 거니 할 말은 없다만. 그렇게 꽤나 오랫동안 공방이 이어졌다. “크롸아아악!” 아무리 팔다리를 휘저어도 구원이 잡히질 않자, 놈은 완전히 정신이 나간 듯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통스러워했다. 흠. 절정 속박을 걸고 끈질기게 계속 성자의 손길을 쓰면 이런 식으로 미치는구나. 인간상대로는 당연히 해볼 엄두도 못낸 실험이었고, 다른 몬스터들은 보통 이런 상태가 되기 전에 죽어버리니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결과다. 아마 디아나가 꽤나 흥미로워할 결과인데. 여기 없는 게 아쉽겠는 걸? 나중에 얘기라도 해줄까. 그건 그렇고 이제 사냥이 막바지에 이른 것 같았다. 놈은 사라의 화살에 피투성이가 됐고, 더 이상 구원을 잡을 생각도 못한 채 자기 머리만 쥐어뜯고 있었다. 결국 레이아가 프로텍트를 쓸 일도 없었네. 구원이 그렇게 살짝 방심하려는 순간, 놈이 갑자기 입을 천장 쪽으로 치켜들었다. 구원에게도 본 기억이 있는 익숙한 자세였다. 동료를 불러 모으기 위한 자세. 내가 늑대개들한테 예전에 얼마나 당했는데. 같은 수에 또 당할 수는 없지. 구원은 찰나의 순간에 기지를 발휘했다. 바로 놈의 절정 속박을 풀어버린 거다. “워우후르륵!” 길게 울음소리를 내지르려던 녀석은 무릎을 꿇으며 성대하게 싸지르기 시작했다. 물론 구원은 미리 놈의 등 뒤로 돌아가 있었기 때문에 피해를 입을 일은 없었다. “후욱! 후욱! 후욱!” 게다가 놈은 싸지르면서도 스스로의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지금 이 기회가 아니면 다시 쌀 수 없는 지옥을 맛보게 될 거라는 듯이 말이다. 새끼…얼마나 싸고 싶었으면. 구원은 조금 녀석이 측은해졌다. 하지만 놈이 그러거나 말거나 그 와중에도 사라의 화살은 냉정하게 놈의 머리와 심장을 노리고 날아왔다. 그리고 열심히 자기 물건을 만져대던 놈의 팔이 서서히 움직임을 멈췄다. 구원은 바닥에 비산해있는 하얀 액체에 주의하며 다시 놈의 앞으로 돌아갔다. “이, 이 녀석…딸 치던 채로 죽었어!” 그랬다. 이미 놈의 숨은 끊어져 있었다. 딸 치던 자세 그대로 말이다. 하지만 놈의 입가는 행복한 미소를 띠우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꿈을 이뤄 만족했다는 듯이 말이다. 죽고 나서 절정 속박이 풀려 싼 놈들 보단, 그래도 얘가 행복한 걸까? 몬스터 주제에 괜히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구원? 뭐해요?” 사라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다가왔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얜 냉정해져야 할 생대한테는 진짜 피도 눈물도 없어지는구나. …뭐, 이런 모습으로 만든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아니. 마석 캐야지.” 다음 생에는 부디 맘껏 싸질러라. 구원은 잠깐 명복을 빌어주고 놈의 몸에서 마석을 캐냈다. “결국 프로텍트는 쓸 일이 없었네요.” 레이아가 이제야 겨우 안심한 표정으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당신 대체 스킬 위력이 얼마나 강해진 거예요?” “전 딱 한 번 당해봤는데도 기절할 정도였으니까요. 그 후로는 스킬은 쓰지도 않으셨는데 그런….” 레이아는 어젯밤의 일이 떠오른 듯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꼬리를 붕붕 흔들며 말했다. 음. 실로 귀여운 반응이시다. “흐응….” 그 모습을 보면서 사라는 살짝 재미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좀 심각하게 많이 올랐어. 한동안 밤에 스킬은 쓰면 안 될 정도로.” “뭐에요? 지금 레이아한테는 썼다고 했잖아요.” “아니, 그때는 살짝 사정이 있어서….” “흥. 사정말이죠.” “왜 그래? 너도 한 번 느껴보고 싶어?” “누가 그렇대요? 당신이 레이아한테만 스킬을 쓰든 말든 아무 상관없거든요? 어차피 제 레벨이랑은 전혀 관계도 없고.” 아무리 구원이라도 슬슬 사라가 진짜로 질투하고 있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역시 얜 날 좋아하는 걸까. 이유는 전혀 짐작이 안가지만. 길드 직원 상대로도 그랬고, 진짜 다른 상황에서는 잘만 냉정해지면서 나한테만 가면이 쉽게 벗겨지는 걸 보면 이건 아무래도 진짜 같다. 구원은 이제는 더 이상 눈을 돌리며 얼버무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사라는 분명 날 좋아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나자, 사라가 틱틱 대는 모습들도 전부 엄청나게 귀여워 보였다. 지금도 그냥 레이아한테 질투하는 거잖아? “하여간 귀엽긴.” “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무슨 소리긴.” “그, 그런데 이제부터 어떻게 할 건가요?” 레이아가 사라와 구원의 사이에 끼어들어 대화를 끊으며 말했다. 말다툼 하는 걸로 보고 말리려고 한 걸까? 역시 천사님은 언제 어느 상황에서도 천사님이다. “그러네. 일단은 비밀 기지로 돌아가자. 슬슬 시간도 밤이 다돼가고.” 내일도 디아나가 일을 해야 되면 2계층에서 좀 놀아볼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구원은 일단 비밀 기지로 돌아갔다. “자네들끼리 계층의 주인을 해치웠단 말인가?” “응. 레이아가 프로텍트를 배웠다고 해서 한 번 가봤는데, 놈이 스킬을 쓰지도 못하게 하고 잡아버렸어.” “으음. 그 정도 위력이었나. 하긴 그럴만하기도….” 디아나는 성자의 파동에 직격당한 기억이 떠오르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런데 절정 속박을 걸고 계속 성자의 손길로 공격하니까 나중엔 아예 미쳤는지 머리를 쥐어뜯더라고. 너도 있으면 좋았을 텐데.” “이 몸이? 뭣 하러 말인가?” “스킬 연구에 도움이 되는 거 아니야?” “확실히 자네 스킬의 마나 흐름을 보고 몬스터의 안에서 어떻게 마나가 작용하는지 보는 건 꽤나 흥미롭네만, 아마 그건 마나의 작용이 아니라 단순히 극도의 쾌락이 고통스러워서 그런 게 아닐까 싶군. 절정 속박을 걸고 그 위력으로 계속 괴롭히면 그야 고통스럽지 않겠나.” 디아나는 스킬 연구의 흥미보다는 오히려 스킬의 위력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중간에 갑자기 머리를 쥐어뜯는 게 왜 그러나 했더니, 그런 이유였군요.” 뭐야. 완전히 제대로 보고 있었잖아. 너 그런데도 화살을 그렇게 퍼부은 거였어? 진짜 몬스터 상대론 피도 눈물도 없네. “잠깐. 그러면 당신은 그런 스킬을 레이아한테 썼단 말이에요?” “아니, 그러니까 거기엔 사정이….” “뭣이? 자네 제정신인가? 레벨도 제일 낮은 레이아양에게 손길을 썼다고? 복상사로 죽이기라도 할 셈인가?” “저, 저, 여러분…진정하세요. 그런 게 아니니까요. 전 괜찮아요.” “그래. 어디까지나 불가항력이었다니까.” “흠. 레이아양이 괜찮았다니 다행이네만. 자네. 당분간 우리한테 스킬을 쓰는 건 금지일세.” “너한테도?” “그걸 말이라고 하나? 당연하지 않나!” “잠깐만요. 그럼 스킬 연구를 하는 게 아니잖아요?” 옆에서 사라가 껴들었다. 구원이 말하고 싶은 것도 바로 그거다. 이건 혹시 스킬 연구 같은 명분 없이도 나랑 하고 싶어 하는 거라고 생각해도 되는 건가? “어, 어쩔 수 없지 않나.” “아뇨. 구원도 요즘 스킬을 다루는 게 익숙해져서, 마나를 조금만 담으면 제대로 위력을 줄여서 쓸 수 있어요. 그렇죠?” “응? 그야 물론 집중하면 가능하긴 하지만 섹스 도중에….” “스킬 연구를 굳이 끝까지 가면서 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사라의 마음을 확신하고 나니, 구원도 사라가 어떤 의도로 이러는 건지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내 주위 여자들 견제하고 있는 거 아냐? 혹시 지금까지도 내가 눈치 못 챘을 뿐, 은근슬쩍 계속 이랬던 건가? 역시 사라는 이런 성격이구나. 벌써부터 이런데, 고백하고 사귀게 되면 디아나나 레이아하고는 절대 못하게 할 거다. 사라의 마음은 기쁘지만, 역시 난 지금 상황을 좀 더 유지하고 싶단 말이지. “무, 무슨 소린가. 성자의 손길이 유독 눈에 띄어서 그렇지, 이 자의 스킬 대부분이 행위 중에 하는 스킬이네!” 디아나는 말도 안되는 소리 말라는 듯이 외쳤다. 좋은 반박이다. 좋아. 나도 좀 거들까. “그래. 끝까지 안가면 레벨도 안 오를 테니까. 우선은 레벨을 올리고 다시 스킬 연구를 재개하는 게 낫지.” 구원은 일부러 레벨을 들먹이며 말했다. 사라가 날 좋아한다고 해도, 용사로서의 사명을 중시하는 건 여전할 테니까. 레벨만 올리면 확실하게 최고 전력이 되는 디아나의 레벨을 올리지 말라고 할 수는 없겠지. “…흥.” 역시나 사라는 더 이상 뭐라고는 못하고, 살짝 삐진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휴우. 겨우 일단락 된 건가. 고작 사라 한 명이 좋아하는 상황인데도 이렇다니. 나중에 디아나나 레이아까지 날 좋아하게 되면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 일명 캣 파이트라고 불리는 혈전이 펼쳐지는 걸까? 그럼 그때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구원은 살짝 골이 아파졌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24==================== 2계층 비밀 기지에서 하루를 보내고, 구원은 2계층을 향했다. 디아나는 아무래도 며칠 더 걸릴 것 같다는 모양이다. 그래도 한 학파의 수장이 같이 와서 원래 예정보다는 일찍 끝나는 수준이라는 것 같다. “저희끼리 2계층에 가도 괜찮을까요?” 레이아가 살짝 불안해 보이는 얼굴로 말했다. “걱정 마. 어제 계층의 주인도 손쉽게 잡았잖아? 초월종 같은 걸 잡는 것도 아니고, 일반 몬스터 정도는 아무 문제없을 거야. 여차하면 내가 몸을 던져서라도 지켜줄 테니까 걱정 마.” “몸을 던지다니. 안돼요. 구원씨 스스로의 몸도 소중히 생각해야죠.” 구원은 그런 레이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듬직하게 말했지만, 레이아는 오히려 엄한 표정을 만들며 말했다. 일부러 저런 표정을 지어도 아름다우시다. 게다가 하는 말까지 천사 같다. “그래도 레이아가 다치는 것보다는 나은 걸.” “구, 구원씨도 참….” 구원이 지지 않고 응수하자, 결국 레이아가 먼저 꺾이고 얼굴을 붉혔다. 귀는 쫑긋거리고 가만있던 꼬리도 살랑거리기 시작하는 게, 나쁘지 않은 기분인 모양이었다. 수인족이란 좋네. 나 같은 놈도 귀랑 꼬리만 보면 어느 정도 감정을 파악할 수 있으니. 난 원래 수인족 페티시 같은 건 전혀 없었지만, 레이아를 만나고 점점 수인족의 귀와 꼬리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아니, 수인족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단순히 우리 천사님이라서 눈이 가는 건가? “이럴 때는 애초에 그럴 일이 없게 만들겠다고 다짐하는 게 맞지 않나요?” 이젠 사라의 마음을 확신하고 있는 구원은, 저 말도 들리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걱정 마. 사라도 위험해지면 내가 몸을 던져서 구해줄 테니까.” “무, 무슨 소리에요! 전 애초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라는….” “응. 그거야 당연한 거고. 그래도 혹시 위험해지게 되면 지켜준다는 거지.” 사라는 입술에 힘을 꽉 주고,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린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마치 애써 무표정을 만들려고 노력하는 표정이었다. 하여간 얘도 하는 짓이 은근 귀엽다니까. …지금까지 완전히 눈치 못 채고 있었지만. 2계층에 도착하자, 강화한 장비들의 위력이 제대로 실감났다. 분명 끝없이 펼쳐진 사막인데도 따뜻한 봄 날씨 정도로 느껴질 정도였다. 과연 판타지세계.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을 태연하게 할 수 있는 세계. 아무튼 2계층 몬스터들은 전혀 일행의 상대가 안됐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구원이 성자의 손길을 한 대만 때려놔도 다리가 풀리고 그대로 전투 불능이 되어버릴 정도였다. 2계층 몬스터가 1계층 몬스터와 가장 다른 점이 바로 스킬을 사용하다는 점인데, 그 장점을 완전히 봉쇄해버리니 1계층 몬스터와 크게 다를 것 없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이거 전투가 너무 싱겁네. 다른 스탯은 올릴 필요 없이 처음부터 그냥 매력만 올리는 게 더 나았던 거 아니야? 물론 처음부터 매력만 주구장창 올렸으면 여자들이랑 관계를 맺기 무척 곤란해졌겠지만. 아마 삽입만 해도 푸들푸들 떨면서 실신해버릴 거다. 역시 무엇이든 적당한 게 좋지. 적당한 게. 구원이 강해진 만큼 사냥 난이도 자체는 엄청나게 낮아졌지만, 그래도 귀찮은 몬스터들은 있었다. 사막인 만큼 몬스터들도 사막에 사는 생물들이 튀어나왔는데, 그중 전갈처럼 생긴 몬스터가 특히 귀찮았다. 크기는 20cm 정도였는데, 작은 몸집에 걸맞게 몸놀림이 재빨라 구원이 성자의 손길을 맞추기 전에 사라와 레이아 쪽으로 다가가기 일쑤였다. 물론 그럴 때는 구원보다도 훨씬 민첩이 높은 사라가 놈이 공격을 하기도 전에 처리했지만 말이다. 뭐, 곤충한테조차 성자의 손길이 통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해야겠지. 그런데 이렇게 사냥이 손쉬우면, 구원과 사라는 몰라도 레이아는 전혀 할 일이 없는 거 아니냐고? 물론 아니다. “앗 따가.” 지금 같은 일이 있어서 말이다. 사막의 몬스터들은 대체로 독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원래 독이란 게 걸릴 때마다 일일이 풀어주지 않으면 진행이 안 된다. 덕분에 이렇게 레이아도 할 일이 생기는 거지만 말이다. “괜찮으세요?” “응.” 성자의 손길을 제대로 사용하면 공격을 한 대도 맞지 않고 전투를 끝낼 수도 있지만, 구원은 레이아의 레벨 업을 위해 상황을 보며 적당히 적의 공격을 허용했다. 레이아는 그걸 알면서도 구원이 살짝 다치거나 독에 걸릴 때마다 속상한 표정을 지으며 치료했다. 하여간 어쩜 이렇게 천사 같으신지. “그건 그렇고 여긴 정말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네요.” 사라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확실히. 1계층도 빽빽한 나무들이 미로를 만들고 있어서 길을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여긴 다른 의미로 길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그도 그럴게, 지평선이 보이는 저편까지 정말 아무것도 없는 황량한 사막이니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시야가 탁 트여있으면 멀리까지 보이지 않아? 어때? 멀리에 뭐 보이는 거 없어?” “음…없네요.” 사라는 한 바퀴를 돌며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더니 말했다. 디아나에게 들은 바로는, 2계층은 1계층과 달리 점점 밑으로 내려가는 구조가 아니라는 모양이다. 그냥 끝없이 넓은 하나의 거대한 공간이라는 느낌이다. 그럼 이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 다음 계층으로 내려가는 길도 있고, 2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도 있을 거라는 얘기인데. 2계층에 처음 들어온 파티가 벌써부터 그런 걸 찾는 건 사치인가. 오늘은 그냥 직업 레벨이나 올리자. 아무리 손쉽게 잡고 있다지만, 2계층 몬스터들의 적정 레벨은 일행의 레벨보다 조금 높았다. 덕분에 얻을 수 있는 경험치도 꽤나 많았다. 그렇게 하루종일 사냥을 하다가 다시 비밀 기지로 돌아온 구원은, 디아나에게 질문했다. “디아나. 혹시 2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이 웨어 울프 쪽 통로에서 멀리 있어?” “음? 그렇군. 여기 올 때처럼 사냥을 거의 건너뛰고 걷기만 해도 5, 6일은 걸릴 걸세.” 완전히 사막 횡단을 하는 기분으로 가야 한다는 거잖아. 이러니 사라의 눈으로도 안보이지. “2계층 텔레포트 마법진을 등록하려고 하는 건가?” “응. 오늘 사냥해보니까 생각보다 훨씬 더 쉽더라고. 2계층은 쉽게 건너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네. 제 활도 무척 강화되어서 2계층 몬스터들도 손쉽게 잡히더군요.” 사라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말대로. 레벨마저 구원보다 살짝 더 높은데 활까지 강화된 사라의 공격력은 2계층에서도 오버 스펙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통했다. 전갈 같은 소형 몬스터들은 화살 한두 개면 충분했고, 2계층의 오크들마저도 서너 발이면 충분했다. “방심하지 말게나. 자네들이 강해진 건 알지만, 그래도 맞추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 아닌가. 자네들은 범위 공격을 할 수 없으니, 이 몸이 합류할 때 까지는 얌전히 입구 근처에만 다니게나.” “맞추지 못한다니. 전갈 놈들? 확실히 빠르긴 했지만 못 맞출 정도는….” “아니. 모기떼를 말하는 걸세.” “모기떼?” “음. 하나하나는 무척 약한 놈들이지만 떼로 몰려다닌다는 특징이 있는 놈들일세. 수십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오면, 아무리 자네들이라도 피해를 입지 않고 처리할 순 없을 걸세. 이 몸이라면 폭발마법으로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지만 말일세.” 수십 마리라니. 그건 확실히 곤란했다. 게다가 모기라면 날아다니겠지? 공중으로 뜨면 구원으로서는 공격할 수단이 아예 사라져버린다. 미리 디아나한테 얘기 안 들었으면 큰일 날 뻔 했네. 디아나 말대로 디아나가 합류할 때 까지는 얌전히 입구 근처에서 사냥을 할까. 하지만 인생이란 게 그리 맘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구, 구원! 저기!” 다음날. 2계층에서 오크들을 잡고 뒷정리를 하고 있을 때, 드물게 사라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다. “응? 헐….” 사라가 가리키는 곳을 보고, 구원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흘러나왔다. 처음에는 그냥 기묘하게 꿈틀대는 까만 덩어리로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그게 아니었다. 까만 덩어리의 정체는 무수히 많은 모기떼였다. 10cm는 확실히 넘어 보이는 크기의 모기들 수십 마리가 덩어리를 이루고 이쪽으로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걸 깨닫자마자 구원이 제일 먼저 느낀 감정은 혐오감이었다. 구원보다 눈이 월등히 좋은 사라는 지금 아마 울고 싶은 심정이겠지. “사라야! 공격! 공격해!” “네, 네!” 구원은 방심상태인 사라에게 소리치고 자신도 성자의 파동을 미친 듯이 날려댔다. 상대가 곤충이다 보니, 성자의 손길을 맞고 떨어져도 겉보기론 그냥 공격 기술에 맞고 쓰러지는 것처럼 보였다. 덕분에 레이아 앞에서도 마음껏 파동을 쓸 수는 있었다. 레이아가 물어보면 무투가의 새로운 기술이라고 말하지 뭐. 하지만 파동은 범위 공격이 아니다. 파동 한 번에 모기 한 마리씩 밖에 처치할 수 없다보니 그다지 효과는 없었다. 이래서는 저 놈들이 다가오기 전에 다 잡을 수도 없을 뿐 아니라, 파동은 정기 소모가 큰 만큼 정기가 먼저 바닥이 나버릴 거다. 구원이 성자의 파동을 날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사라도 화살을 퍼부었다. 사라의 화살 한 발에 모기 네다섯 마리가 꼬치가 되어 떨어져 나갔다. 성자의 파동보다는 그나마 조금 나았지만, 그래도 역시 언 발에 오줌 누기였다. 이런 젠장. 놈들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구원의 머리도 재빠르게 돌아갔다. 우선 도망가는 건 늦었다. 그러기엔 놈들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일단 맞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약한 놈들이라지만, 저렇게 많은 놈들이 한꺼번에 공격해오면 그 데미지는 장난 아닐 거다. 그리고 만약 놈들이 사막 몬스터 특유의 독까지 가지고 있다면? 그마나 구원은 괜찮다. 생명력이 남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으니까. 하지만 사라와 레이아는? 순식간에 생명력이 바닥날 거다. 심지어 레이아가 당하면 독을 치료해줄 사람도 없어지고 만다. 구원은 순식간에 결단을 내렸다. “사라! 레이아!” 구원은 둘에게 다가가서 둘을 양팔로 끌어안고 넘어뜨렸다. “꺄악!” “구, 구원! 지금 이런 때 뭐하는…!”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래!” 구원은 그대로 둘의 몸을 사막의 모래 아래로 파묻었다. 물론 그것만으로 둘의 몸이 완전히 파묻힌 건 아니다. 하지만 저 정도 면적은 내 몸으로 충분히 가릴 수 있지. 구원은 그 위에 자신의 몸을 덮었다. 좋았어. 이걸로 놈들의 공격 대상은 나로 한정지을 수 있겠지. “구, 구원씨! 이러시면 구원씨가!” 구원의 밑에 깔린 레이아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말했잖아. 몸을 던져서 지켜준다고. 어차피 난 튼튼해서 괜찮을 거야. 혹시 모르니 치유 마법 좀 써주고 있을래?” “흐윽! 네!” 레이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구원! 하지만 결국 이대로는 당하기만 하잖아요! 아까 전 말은 농담이었어요! 저한테까지 이러실 필요 없어요! 저는 공격을 해야…!” “아냐. 그러다 네가 당하면 어쩌려고. 그대로 있어. 나도 나름 놈들을 물리칠 방법이 있어.” 사라는 아무래도 내가 이대로 놈들에게 맞고만 있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럴 리가 있나. 내가 당하면 결국 다음은 사라와 레이아 차례인데. 고작 죽을 시간을 조금 더 늦출 뿐이라면 차라리 사라 말대로 일어나 싸우는 게 낫겠지만, 구원은 대책을 생각해두고 있었다. 한 번도 시도해 본 적 없는데. 되겠지? 제발 돼라. 제발. 구원은 마음속으로 빌면서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사이 다가온 모기들이 구원의 등 뒤를 쪼아대기 시작했다. 우와…. 이거 기분 진짜 더럽네. 그 소름끼치는 감각에 구원은 집중력이 흐트러질 뻔 했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집중했다. “구원씨. 돌아가시면 안돼요!” “구원!” 레이아는 밑에서 필사적으로 치유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고, 사라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을 원망하는 표정으로 울먹였다. 하여간 둘 다 귀엽다니까. 꽤나 절체절명의 상황인데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 만큼 둘의 얼굴이 예뻤다. 그럼 이 아가씨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집중해야지. 아무리 약한 놈들이라지만 이렇게 한꺼번에 모여서 공격하니 확실히 답이 없어서, 구원의 생명력은 레이아의 치유 마법에도 불구하고 쭉쭉 떨어져 나갔다. 하지만 구원의 생명력이 다 떨어져 나가기 전에, 구원의 스킬 발동이 먼저 이루어졌다. “흐으으으응!” “하아아아앙” 그리고 동시에 사라와 레이아의 입에서 엄청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라? 이게 아닌데? 구원의 원래 계획은 이랬다. 이렇게 사라와 레이아 위에 엎어져 있으면, 결국 모기들이 공격할 곳은 구원의 몸 뒤쪽밖에 없다. 그럼 몸 뒤쪽 전체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해버리면? 구원을 공격하려던 모기 놈들은 일제히 절정을 맞이하고 쓰러져버릴 거다. 곤충의 절정이란 게 뭔지 모르겠지만, 전갈 놈도 한 대 맞으면 정신을 못 차리고 해롱댔으니 얘들도 통할 거라는 생각이었다. 모기 놈들도 전부 쓸어버리고, 덤으로 사라와 레이아의 호감도도 급상승시키는 일석이조의 작전이다. 하지만 구원의 계획은 절반만 성공했다. 구원이 성자의 손길을 몸 뒤쪽으로만 발동시킨 게 아니라, 그만 몸 전체로 발동시켜버렸기 때문이다. 모기들은 계획대로 전부 처치할 수 있었지만,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할 사라와 레이아는 구원의 밑에서 커다란 신음성을 내지르며 정신을 잃어 버렸다. 둘 다 기절한 상태에서도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이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게다가 문제는 둘이 기절했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이거 혹시 레이아 또 구미호로 변하는 거 아니야? 과연 이렇게 탁 트인 2계층에서 그 상태가 되면 여러모로 위험하다. 모기들이 전부 쓰러진 후, 구원은 조심조심 레이아와 사라의 몸을 모래에서 꺼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레이아를 뒤로 돌려 엉덩이 부분을 살펴봤다. 어디 보자 꼬리는…. 이런 젠장! 망했다! 레이아의 엉덩이에는 황금빛 꼬리 하나와 보랏빛 꼬리 여덟 개가 축 늘어져있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은 원래 오늘 하려고 했는데 다음 편을 올리기엔 살짝 용량이 적네요. 내일 마저 쓰고 연참하도록 하겠습니다. 125==================== 2계층 구원은 천천히 시선을 위로 올렸다. 물론 요염한 보랏빛 안광과 눈이 마주친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이런 젠장. 왜 하필 이럴 때에. 내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 요즘 자주 했잖아. 마지막으로 한지 며칠 지나긴 했다지만, 좀 안변할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물론 아무리 신세를 한탄해봤자 상황이 변하는 건 아니었다. “하악. 하악. 하악. 흐읏.” 아직 절정의 여운이 남아있는지, 레이아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다. 그래도 구원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혹시, 혹시 레이아가 저번처럼 조금이라도 이성이 남아있다면. 그렇다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라고 호소하면 먹히지 않을까? 던전 안이라는 언제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 게다가 바로 옆에 사라도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행위를 보이지 않는다는 사제의 금기까지 범하는 상황이다. 레이아가 이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분명 어떻게든 스스로 자제하려고 할 거다. 오히려 기회인 거 아니야? 만화나 소설 같은 데에서 보면 원래 이런 사건을 계기로 극복하기도 하고 그러잖아. “레이아! 정신 차….” 하지만 구원의 희망은 간단하게 박살났다. 바로 구미호 특유의 속박 기술로 말이다. 레이아를 향해 외치려는 순간, 구원은 자신의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젠장. 저번처럼 서서히 변신시킨 게 아니라서 그런가. 이렇게 된 이상, 구원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흐아아아아앙!” 우선 제일 먼저, 레이아의 몸에 닿아있던 손에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켜서 속박상태를 풀었다. 겨우 절정의 여운을 이겨내고 호흡을 진정시켰던 구미호는 다시 한 번 몸을 부르르 떨며 성대하게 절정에 이르렀다. 역시 하는 수밖에 없겠지? 구미호 상태를 푸는 방법은 만족할 만큼 정기를 먹이는 것 밖에 없으니 말이다. 저번과 마찬가지로, 아마 한 번만 싸도 구미호 상태는 풀릴 거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사라는 아까의 갑작스런 절정으로 기절한 상태였다. 좋아. 사라가 일어나기 전에 끝장을 내겠어. 구원은 지퍼를 내리고 물건을 꺼냈다. 흥분보다는 당혹스럽고 불안한 마음이 더 커서 아직 물건은 전혀 커지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괜찮다. 눈앞에 치트키가 있으니까. 구원은 레이아의 커다란 가슴에 양손을 가져다댔다. 손 안에 퍼지는 뭉클한 감각에 구원의 물건은 순식간에 준비를 마쳤다. 구원은 손을 뻗어 레이아의 치마를 옆으로 걷었다. 레이아의 사제복은 저번 강화로 마치 차이나 드레스처럼 옆트임이 길게 나 있다. 덕분에 몸에 딱 달라붙는 옷임에도 불구하고 속옷이 드러나는 부분까지 쉽게 치마가 걷어졌다. 섹시한 옷이나 몸매와는 다르게, 청순한 하얀색 속옷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갭이 또 구원의 마음을 간질였다. 역시 우리 천사님이야. 좀 더 감상하고 싶다는 유혹이 있었지만, 구원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욕망에 몸을 완전히 맡기는 짓은 할 수 없었다. 속옷을 옆으로 제치고 드러난 핑크빛 음부에, 구원은 그대로 자신의 물건을 가라앉혔다. 그러고 보니 이 섹시한 사제복을 입은 채로는 하는 건 처음이네. 설마 이런 식으로 첫 경험을 하게 될 줄이야. “흐읏. 하읏. 하앗.” 아직도 미약하게 몸을 떨고 있던 구미호는, 물건이 삽입되자 본능적으로 허리를 꿈틀댔다. 안 그래도 명기인 레이아의 음부가 주는 자극과, 구미호 특유의 쾌감이 증폭되는 감각이 더해져 구원의 정신을 쏙 빼놓으려고 했다. 하여간 진짜 요물이라니까. 물론 우리 천사님이 요물이라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구미호가 그렇다는 말이다. 구원은 정신을 다잡고 일단 사라의 얼굴을 힐끗 엿봤다. 좋아. 아직 기절해 있군. 그럼 사라가 깨어나기 전에 얼른…. 거기까지 생각하던 구원은 문득 시야 한 구석에 뭔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젠장. 설마. 아닐 거야. 아니어야해. 구원은 자신의 눈에 보이는 광경을 부정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한 법. 저 멀리 이쪽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오는 것들은 분명 오크들이었다. 저 놈들은 진짜 눈치가 없나. 지금 일 치르고 있는 거 안보이냐? “저런 미친…으읍.” 저도 모르게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려는 순간, 부드러운 뭔가가 구원의 입을 틀어막았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레이아의 입술이었다. 구미호는 양다리로 구원의 허리를 꽉 붙들고, 양팔은 구원의 등 뒤로 돌려 껴안으며 격렬하게 키스를 해왔다. “야, 잠, 지금 몬스터가…으읍.” 구원은 입을 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물론 구미호에겐 전혀 통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원의 몸 아래에서 허리를 더 격렬하게 빙글빙글 돌릴 뿐이었다. 젠장.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지금 이 순간에도 눈치 없는 오크 놈들은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구원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기절해있는 사라를 등 뒤에 들쳐 업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양팔 양다리를 이용해 구원에게 매달려있던 구미호는 구원이 몸을 일으키자 그대로 같이 들어 올려졌다. 한 마디로 말해서, 등 뒤에는 사라가 업혀있고 앞에서는 레이아가 매달려 허리를 흔들고 있는 정신 나간 자세였다. 구원은 그대로 오크들의 반대쪽으로 도망가기 시작했다. “흐읍. 흐앗! 하앗! 흐응!” 구원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자동으로 레이아의 몸이 들썩이며 결합부를 강렬하게 자극하게 됐고, 구미호는 신음성을 내지르며 음부를 강렬하게 조여 왔다. 그 강한 조임은 구원의 성기에 그대로 쾌감으로 전달되었고, 덕분에 구원은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게 고역이었다. 하지만 구원은 이를 악물고 달렸다. 우선은 안전한 장소로 피신하는 게 급선무다. 하지만 안전한 장소라니? 대체 어디로 가야하지? 일단 2계층은 안 된다. 아예 막힌 곳이 없이 어디까지나 시야가 탁 트인 곳이다 보니, 몸을 숨길 장소가 없었다. 결국 1계층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건가. 구원은 맵을 확인하며 1계층을 향했다. 도중에 몬스터들을 만나는 경우도 있었지만, 성자의 파동을 날리고 몬스터들의 다리가 풀린 사이에 도망치기를 반복하여 겨우겨우 1계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느낀 쾌감은 원래대로라면 한 번 싸기에 충분할 정도였겠지만, 아무래도 주변을 경계하고 다른 쪽에 신경을 더 쓰다 보니 아직까지 구원은 사정을 못하고 있었다. 결국 어딘가 비교적 안전한 곳에서 마음껏 허리를 흔들어 사정할 수밖에 없어 보였다. 하지만 여기까지 오니 또 다른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 다른 모험가랑 마주치는 건 아니겠지? 광대한 던전이라서 웬만해선 모험가들과 마주칠 일이 없다지만, 계층을 이동하는 통로가 되면 또 얘기가 다르다. 실제로 어제도 통로를 드나들 때 모험가 무리와 마주쳐 인사를 나누기도 했었다. 그들은 계층이 주인이 있을 때는 1계층에서 사냥을 하다가, 누군가 계층의 주인을 쓰러뜨리면 다시 계층의 주인이 부활 할 때까지 2계층에서 사냥을 한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은 모험가들이 꽤나 많은 모양이었다. 혹시 지금 이 통로를 지나가다가 그런 무리와 맞닥뜨리면? 물론 옷은 입고 있고, 레이아의 사제복 치마가 길다보니 가려져 있기는 하다. 하지만 레이아의 매달려있는 자세부터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지금도 계속 꿈틀대고 있는 허리의 움직임과, 한 걸음 옮길 때마다 터져 나오는 신음성으로 뭘 하고 있는지는 들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올라가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다. 구원은 각오를 다지고 통로에 들어섰다. 그리고 통로를 올라가던 도중,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어라? 여기가 제일 안전한 거 아니야? 1계층으로 올라가도 비밀기지까지 가지 않는 이상 완전히 안전한 구역은 없다. 그래서 구원은 1계층의 어딘가 막다른 골목 같은 데로 들어가 일을 치르려고 했다. 하지만 여긴? 비좁고 짧은 통로지만, 던전 안에서는 정말 드물게도 몬스터가 나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는 곳이었다. 유일한 문제점이라면 다른 모험가들이 지나갈 수도 있다는 건데. 구원은 머릿속으로 두 가지 사실을 놓고 열심히 저울질을 해봤다. 그리고 곧 결론을 내렸다. 좋아. 여기서 일을 치르자. 사라도 언제까지나 기절해 있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다. 일단 한 번 만 싸면 구미호 상태는 해제되니, 일을 치르는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모험가들이 지나갈 수도 있다고? 그게 어쨌다는 말이냐. 2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도 사용하지 않고 여길 지나가는 모험가라면, 레벨은 일정 수준 정도밖에 되지 않을 거다. 즉, 구원이 성자의 파동 한두 방만 날리면 곧바로 절정에 이르며 정신을 잃을 놈들만 지나갈 거라는 거다. 모험가들을 기절시키고, 그 사이에 일을 치른 후 사라지면 완전범죄다. 모험가들은 자신들이 갑자기 왜 기절했는지도 모를 거다. 누가 지나가기만 해봐라. 곧바로 천국을 보여주지. 구원은 사악한 결심을 하면서 일단 사라를 바닥에 살며시 내렸다. 그리고 레이아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봤다. 이것저것 신경 쓰느라 아직도 사정 한 번 못한 구원과는 다르게, 구원의 몸 위에서 열심히 허리를 흔드는 것에만 집중하던 구미호는 이미 몇 번이나 절정에 달한 상황이었다. 청순이란 말을 그대로 구현해 놓은 것 같은 레이아의 얼굴이지만, 지금은 평소와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얼굴은 붉게 상기되고, 눈가에는 색기가 줄줄 흐르며, 입에서는 달콤한 한숨을 끊임없이 내뱉고 있는 얼굴에 청순함이라고는 요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한없이 요염해보일 뿐이었다. 너무 절정을 느낀 여파인지 입가에서는 칠칠맞게 침까지 살짝 늘어져 있었다. 구원이 혀를 내밀어 그 침을 쓰윽 핥아 올리자, 구미호는 바로 구원의 혀에 자시의 혀를 길게 내빼 얽혀오며 맹렬하게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역시 테크닉은 끝내준다니까. 여기가 던전만 아니었다면 몇 시간이고 계속해서 끈적끈적하게 성교를 나눴을 텐데. 하지만 그럴 순 없지. 구원은 마음을 다잡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성자의 레벨이 올라가면서 자연스럽게 기술을 익힌 구원은,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까지는 스스로의 쾌락보다는 상대 여성의 쾌락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허리를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여성을 느끼게 하기 보다는 내가 싸는 게 중요하다. 구원은 레이아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단단하게 붙잡고, 마치 자위 도구를 이용하는 것처럼 철저하게 스스로가 싸는 것만을 목적으로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흐읍. 츄릅. 흐앗! 하앗! 하앗! 흐아앙!” 하지만 그런 움직임에도 구미호는 쾌락에 빠져서, 키스를 하는 것도 잊고 달콤한 신음성을 내뱉었다. 역시 매력이 무식하게 높다보니, 어떻게 움직여도 쾌감을 주게 되는 건가. 그렇게 철저하게 스스로가 싸기 위해 허리를 움직이자,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사정감이 몰려왔다. 참을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당장 싸야된다. 구원은 몰려오는 사정감을 거스르지 않았다. “큭!” “흐극! 흐앙! 하앙! 하앗! 흐아아아아앙!” 구원이 사정하는 것과 동시에, 밑에서 격렬하게 허리를 돌리던 구미호도 동시에 절정에 다다랐다. 구미호는 양팔과 다리에 힘을 줘서 구원에게 완전히 밀착하듯 껴안고 몸을 부르르르 떨더니, 곧 팔다리에 힘이 스르르 풀렸다. 구원이 살며시 몸을 떼고 떨어져서 바라보니, 레이아의 엉덩이 밑으로 보이는 보랏빛 꼬리 여덟 개도 스르르 자취를 감추고 있었다. 후우. 다행이다. 사라도 아지 깨어나지 않았고, 도중에 지나가는 모험가도 없었다. 일단 위기는 넘긴 건가. 물론 아직 처리해야할 일은 많이 남아있었다. 우선은 레이아의 몸에서 성교의 흔적을 없애야한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구원에게도 변명의 여지는 충분히 있지만, 그래도 사제의 금기를 어기고 남이 옆에 있는 상황에서 성교를 한 거다. 레이아도 이성적으론 이해해도, 감성적으론 받아들이지 못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우리 천사님이 날 피하기라도 하면 살아갈 자신이 없으니 말이지. 아예 성교의 흔적을 없애서, 미움 받을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남겨놓지 않는 게 가장 좋을 거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약속했던 연참입니다. 늦었지만 선작 1만 돌파도 기념해서요. 개인적으로 연참을 하면 추천이 나중에 올린 편에만 집중되는 게 참 마음 아프더군요. 물론 하나라도 눌러주시는 것도 감사합니다만, 이왕이면 두 편 다 눌러주시면 작가의 힘이 됩니다. 구원이 모기떼 만나자마자 파동부터 달리는데, 아마 한 줄만 쓰고 넘어가서 많은 분들이 못 보신 모양이네요. 왜 파동이 안 먹혔는지 저번 편에 조금 더 추가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파동은 한 번에 한 명밖에 영향을 못주는 기술이라 아무리 날려봤자 모기떼들 상대로는 효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skhgduqld // 성자의 성수는 직접적으로 쾌감을 주는 게 아니라 민감하게 만드는 스킬이다보니, 모기들이 더 미쳐서 달려들지 쓰러지지는 않습니다. 무꾸914 // 물론있습니다. 다만 나오는 건 조금 많이 나중이 될 예정입니다. 몬스터카드 // 네. 감각이 있고 생식행위를 하는 생명체한테는 전부 통한다는 설정입니다. 그래프트 // 단일공격입니다. 덕분에 저번 편에서 모기떼한테 효과가 없었죠. 그 외의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26==================== 2계층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수통과 수건을 꺼냈다. 그리고는 수건을 물로 적셔 일단 자신과 레이아의 성기를 닦아냈다. 그리고는 레이아의 음부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싸지른 정액을 긁어내려고 했다. “흐응, 흣, 흐읏.” 하지만 구원의 성기가 워낙 길다보니 싸지른 건 레이아의 가장 안쪽, 손가락으로는 닿지 않는 곳이었다. 덕분에 입구 쪽으로 흘러나온 정액만 긁어낼 수 있었고, 정작 안쪽 깊숙한 곳에 남아있는 것들은 전혀 긁어낼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나. 구원은 손가락보다 더 긴 것, 즉 자신의 물건을 사용해 긁어내기로 했다. 이건 결코 아직 불완전 연소된 성욕을 불사르기 위한 행동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안쪽에 남아있는 정액을 긁어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행동이다. 구원은 자신을 그렇게 정당화 시키고, 레이아의 음부에 다시 한 번 물건을 삽입했다. 그런 주제에 왜 물건은 다시 세워두고 있었냐고? 손가락으로 긁어낼 때 레이아 누님이 야릇한 신음소리를 계속해서 흘렸으니까 말이다. 손가락으론 핑크빛 음부를 쑤시면서 저런 소리까지 들어봐라. 고자가 아닌 이상 안 설 수가 없지. 이런 상황에서도 구원은 최대한 이성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물건 끝 부분의 단차를 이용하여 레이아의 안에 남아있는 정액을 긁어내기 위해 이리저리 허리를 움직였다. “흐읏. 하앙! 흐앙!” 구원의 물건이 레이아의 안쪽 벽을 긁을 때마다 레이아가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음부를 오물오물 조여 오는 덕분에 상당히 고역이었지만, 구원은 작업을 하듯 묵묵히 허리를 움직였다. 그리고 대충 정액을 긁어냈다 싶었을 때, 구원은 물건을 꺼냈다. 레이아의 음부는 마치 구원의 물건과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것처럼 끝까지 달라붙어왔다. 구원 역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피눈물을 흘리는 심정으로 물건을 뽑아냈다. 여신님. 어째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아마 삽입 후 싸지도 못하고 뽑은 건 처음 아닐까? 구원은 물건을 수건으로 닦아낸 후 바지에 넣으려고 했지만, 물건은 반항하듯이 크기를 줄이지 않고 버텼다. 나도 이러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야. 며칠만 참아. 구원은 들어가지 않으려는 물건을 억지로 바지에 수습한 후에, 레이아의 음부에 다시 한 번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성기로 입구까지 긁어낸 정액들을 완전히 밖으로 긁어낸 후에, 수건으로 깨끗하게 음부를 닦아줬다. 좋아. 이걸로 완벽해. 이걸로 성교의 흔적은 대부분 지워낼 수 있었다. 땀이나 냄새 같은 게 남아있긴 하지만, 그건 구원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최대한 얼버무리는 수밖에 없겠지. 레이아의 옷까지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나서, 구원은 통로의 벽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는 사라와 레이아의 허리를 각각의 팔로 감싸서 끌어와 자신의 옆에 앉혔다. 사라와 레이아가 깨어날 때까지 이대로 있자. 힘든 싸움을 이겨낸 만큼, 이정도 보상은 있어도 벌은 안 받겠지. 구원은 사라와 레이아의 허리를 감싼 손을 이리저리 꼼지락거리며 엉덩이나 허벅지 같은 곳의 감촉을 즐겼다. 그나저나 이놈의 물건은 줄어들 생각을 안 하네. 얘들이 깨어난 다음에도 안 줄어들고 있으면 어쩌지? 물론 그런 걱정을 하면서도 사라와 레이아를 주무르는 손을 떼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으음….” 그렇게 조금 기다리자, 사라가 먼저 눈을 떴다. 와. 진짜 아슬아슬하네. 아마 사라가 5분정도만 일찍 눈을 떴어도 구원이 레이아를 쑤셔대고 있는 모습을 그대로 목격했을 거다. 구원은 등 뒤로 괜히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핫! 아읏!” 그리고 사라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곧바로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물론 사라가 완전히 일어나기 전에 구원이 사라의 허리를 휘감고 있는 팔에 힘을 줘서 막았다. 통로의 높이가 제대로 서지도 못할 정도로 낮은 건 아니지만, 둥근 모양이다 보니 이렇게 벽에 기대있던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나면 벽 쪽에 머리를 부딪칠 위험이 있으니 말이다. “구, 구원. 아까 그 모기들은…아니, 여긴 대체…!” 자세히 보니 사라는 눈동자까지 이리저리 흔들리는 게, 완전히 패닉상태인 모양이었다. “자, 자. 진정해. 아무 문제없었으니까 진정하라고.” 구원은 사라를 다독였다. 사라는 그런 구원의 모습을 보며 서서히 눈동자의 떨림이 멎었다. 그리고는 심호흡하듯이 천천히 숨을 들이셨다 내뱉었다. “진정했어?” “네.” “아깐 어디까지 기억나?” 구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사라의 기억을 확인해봤다. 별거 아닌 것처럼 물었지만, 구원에겐 꽤나 중요한 거였다. 만약 사라가 절정하자마자 기절한 게 아니라, 의식은 조금 남아있는 상태였다가 구원이 레이아에게 삽입한 다음 완전히 기절했다거나 하면 골치 아파 지니까. 얘가 날 좋아한다고 확신을 가지고 있는 지금에 와서는 더더욱. “그러니까 모기떼들이 몰려오고, 저희 공격은 그다지 통하지 않았고, 구원이 저희를 감싸고…흑.” 사라는 거기까지 말하고 살짝 울먹였다. 우워. 왜 이래. 감동 받으라고 한 짓은 맞지만 울 것까진 없잖아. 얘도 평소 쿨한 얼굴이면서 은근히 감정적이라니까. 그 점이 매력 포인트 중 하나지만. “울지 마. 괜찮아. 난 어디 다친 데 하나 없이 멀쩡하니까.” “흐윽. 네. 아, 아니. 안 울었어요.” 그러면서 강한 척 하는 것도 귀엽다. 응. 응. 이 오빠가 다 이해한다. 사라는 눈가를 손으로 살짝 훔치더니 말을 이었다. “구원이 저희를 감싸고, 모기들이 구원을 덮치고, 그리고…엣? 잠깐. 구원. 성자의 손길은 저희한테 왜 쓴 거죠?” 아까까지만 해도 울먹이던 사라의 눈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물론 구원은 변명거리가 있으니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없이 대답할 수 있었다. 레이아와 던전 한복판에서 합체한 것만 모르면 된다. “내가 손 말고 다른 부위로 성자의 손길을 쓰는 걸 연습하고 있었잖아. 사실 등 뒤로 써서 뒤에서 덮치는 모기들을 소탕하려고 했는데, 등으로 쓰는 건 한 번도 연습해 본적이 없다보니 그만 실수해서 전신으로 쓰고 말았어.” “네에? 으음….” 사라는 황당하다는 듯이 외치더니, 진위를 확인하려는 듯 구원의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물론 방금 말한 건 전부 사실이기 때문에, 구원은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사라의 눈을 마주봤다. “으읏. 사, 사실인가 보네요.” 결국 먼저 눈을 돌린 건 사라였다. 게다가 지근거리에서 이렇게 서로 지그시 마주보고 있었던 게 부끄러운지 얼굴을 살포시 붉히고 있었다. 크흑. 왜 이렇게 귀엽니. 사라야 사랑한다. “크, 크흠. 그래서 결국 그걸로 모기들은 전부 쓰러뜨린 건가요?” “응. 그런데 너희 둘 다 기절하는 바람에 일단 여기까지 옮겨왔어.” “여기는…1계층으로 올라가는 통로인가요?” “응. 여기라면 몬스터가 나오지 않으니까.” “그렇군요.” 사라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이 반응을 보니 정말로 성자의 손길에 닿았을 때 바로 기절한 모양이다. 구원은 겨우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이걸로 레이아가 만약 구미호 상태로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있어도, 변명거리는 생겼다. 옆에 다른 사람이 있기는 했지만, 그 사람한테 보이면서 한 건 아니라는 변명 말이다. 완전히 궤변이지만. 역시 레이아가 아예 기억을 못하는 게 제일이긴 하지. “그…구원?” 그때 여전히 구원에게 안기듯 옆에 앉아있던 사라가 구원을 올려다보며 말을 걸었다. “응?” 사라는 허리에 둘러진 구원의 손에 자신의 손을 가져다 대더니, 깍지를 끼듯 잡았다. “…고마워요.” 그리고는 스러질듯한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작은 목소리였지만, 밀착해있던 구원의 귀에는 확실히 들렸다. “천만에.” 구원은 피식 웃으며 사라의 손을 단단히 마주잡아줬다. 사라는 부끄러운지, 얼굴이 더더욱 붉어져서 이제는 완전히 익은 것처럼 새빨개졌다. 그리고는 더는 이 분위기를 참을 수 없는지, 갑자기 빠른 말로 화제를 돌렸다. “그, 그런데 당신 스킬 위력이 너무 오른 거 아닌가요? 대체 얼마나 강해진 거예요? 당신 분명 저보다 레벨이 더 낮았죠?” “나 스스로는 체험할 수 없으니 정확히는 모르지만, 대충 두 배쯤 오르지 않았을까?” “레벨이 높은 저마저 스킬 한 번에 기절시켜버리다니. 당신. 다음에 저랑 잘 때는 스킬 사용 금지에요.” 구원은 그 말을 이전에도 들어본 기억이 있어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 번 느껴보니 디아나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 “제, 제가 설마 이렇게까지 강할 줄 알았나요. 잘못 쓰면 정말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예요.” 사라는 아까 전에 받은 그 느낌이 다시 기억나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걱정 마. 내가 너한테 그런 짓을 하겠어.” 구원은 안심시키듯 사라의 허리를 감은 팔에 힘을 주며 말했다. 애초에 사라랑 할 때에는 스킬을 많이 사용 안했던 것 같은데. 스킬 연구라는 목적이 있는 디아나나 구미호 상태를 제압해야하는 레이아와는 다르게, 사라와 할 때에는 굳이 스킬을 쓸 필요가 없었다. 어차피 스킬을 안 써도 구원의 물건과 테크닉은 여자를 녹이기에 충분했고, 스킬보다는 테크닉으로 절정을 느끼게 만드는 게 더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말이다. 스킬은 가끔 흥을 돋우는 정도로 밖에 쓰지 않았었다. 뭐, 그마저도 자제해달라는 거겠지. 구원의 대답을 들은 사라는 안심한 듯이 웃으며 구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왔다. 구원은 그 얼굴을 홀린 것처럼 멍하니 바라봤다. 저런 미소라니. 반칙이잖아. 역시 예쁘다. 평소 쿨한 얼굴인 만큼, 이렇게 웃을 때 파괴력이 장난 아니었다. “으, 으음….” 그리고 사라와의 대화가 일단락 됐을 때, 레이아도 눈을 떴다. 그와 동시에 사라가 손깍지를 풀고 황급히 구원에게서 떨어졌다. 부끄러워하기는. “구원씨!” 그리고 레이아는 눈을 뜨자마자 구원에게 달려들었다. 평소 레이아답지 않은 무서운 기세였다. “벗으세요!” “으, 응?” “레, 레이아! 그게 무슨!” 당황하는 구원과 사라에 아랑곳하지 않고, 레이아는 진지한 얼굴로 다시 한 번 말했다. “벗으세요!” “저, 정말로? 여기 아직 던전 안인데?” “얼른요!” 레이아의 진지한 표정에 눌려서 구원은 영문도 모르고 일단 벗었다. 서, 설마 구미호였을 때 일을 기억하고 있는 건가? 속박도 걸고 하길래 완전히 이성을 잃은 줄 알았는데! 저, 적어도 변명할 시간을…! “뒤로 도세요.” 던전 안에서 완전히 알몸이 되어 물건을 가리고 서있는 구원을 향해 레이아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뒤, 뒤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구원은 레이아의 엄한 얼굴에 변명할 생각도 못하고 뒤로 돌았다. 하지만 그 직후 등에서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다. 바로 레이아가 치유 마법이 깃든 손으로 어루만지는 느낌이었다. 레이아는 등 뒤뿐만 아니라 팔, 다리 할 것 없이 구원의 전신을 치유마법을 사용한 손으로 어루만졌다. “저…레이아. 나 어디 안다쳤는데.” 정확히 말하면 다치긴 했지만, 여기까지 오면서 힐링 섹스가 상당히 오랫동안 발동했으니 말이다. 전부 나았다. 아마 지금 구원의 등 뒤는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한 상태일 거였다. 레이아도 상처 하나 없는 게 보이고 있을 텐데도, 구원의 몸 뒤쪽을 구석구석까지 어루만졌다. 그렇게 레이아의 손이 몸을 전부 스치고 지나간 후에, 뒤에서 뭉클한 느낌이 전해져왔다. 레이아가 구원을 껴안은 거다. 등 뒤로 거대한 봉우리 두 개의 느낌이 생생하게…. 크흑. 살아있어서 다행이야. “정말…. 어째서 그렇게 무리하셨나요?” “아, 아니. 그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잖아? 난 최선의 판단을….” “자신을 희생하는 건 최선의 판단이 아니에요. 동료니까요. 힘을 합쳐서 극복해야죠. 제가 셋 모두에게 프로텍트를 걸고 버텼으면 잡을 시간은 벌 수 있었던 것 아니었나요? 그런데도 무리하게 혼자서 공격을 전부 받으시니 프로텍트도 금방 깨져버리고….” 레이아는 살짝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아차.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모기들 하나하나의 공격력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아마 셋이서 나눠서 공격을 받았으면 프로텍트로 어느 정도 시간을 끌었을 거고, 그 사이에 구원이 성자의 손길을 써서 손을 마구잡이로 휘저었으면 모기떼를 소탕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까지 프로텍트를 받을 일이 한 번도 없어서 완전히 존재 자체를 까먹고 있었다. 게다가 말을 들어보니, 레이아는 그 와중에도 구원에게 프로텍트를 걸어주기는 했었던 모양이다. “미, 미안. 난 그런 생각은 전혀 떠올리지 못하고…!” “괜찮아요. 이렇게 안 다치셨으면 됐어요.” 당황하는 구원을 레이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타일렀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꼭 더 신경 쓰셔야 돼요? 다음번에도 혼자만 희생하려고 하시면 누나가 혼낼 거예요.” 그리고 이번에는 일부러 살짝 엄한 목소리로 타일렀다. “응…. 미안.” 구원은 자신의 배에 둘러진 레이아의 손에 손을 겹치며 말했다. “후훗.” 구원과 레이아가 그렇게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을 때, 앞에서 사라의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좋은 분위기 방해해서 미안한데요.” 으억. 그러고 보니 이거 완전히 사라 앞에서 이거 보라는 듯이 둘이 노닥거린 거잖아. 사라 얘도 질투심이 장난 아니던데. 폭발하겠지? 뭐라고 다독이지? 구원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을 때, 사라는 구원이 상상했던 범위를 벗어나는 폭탄을 투하해왔다. “거긴 왜 세우고 있는 건가요?” 사라는 여전히 빳빳하게 서있는 구원의 물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차! 너무 분위기 타서 그만 가리는 거 까먹었다! “엣?!” 사라의 말에, 레이아는 구원의 몸에서 황급히 떨어졌다. 으아아. 행복의 봉우리가 멀어져간다. “구, 구원씨. 이런 곳에서…!” “아니, 잠깐. 기다려. 그런 거 아냐. 변명할 기회를 줘.” 구원은 당황해서 빠르게 외쳤다. “어디 해보시죠.” 사라가 얼음장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좋았어. 기회는 잡았다. 사실을 말하면 이해해 줄거야. “애초에 이건 너희가 기절하기 전부터 계속 서있었어.” 구원은 차분하게 사실만을 전달했다. 어떠냐. 레이아한테 안겨서 커진 게 아니라니까. “뭐, 뭐에요?! 지금 그게 변명이라고 하고 있는 건가요? 저희가 기절한 사이에 무슨 짓을 한 거예요!” “구원씨….” 사라와 레이아는 양손으로 자신의 몸을 가리는 것 같은 자세를 취하며 구원에게서 한 발자국 물러났다. 어, 어라? 구원은 자신이 내뱉은 말을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봤다. 완전히 변태의 발언이었다. “아, 아냐! 잠깐 기다려!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면 뭔가요?!” “그, 그러니까….” 구원은 할 말이 없어졌다. 사실 레이아한테 삽입한 다음에 안 싸고 빼서 아직까지 이러고 있는 거니까. 기절한 사이에 뭔 짓을 했다는 사라의 의심은 정곡을 찌르는 바가 있었다. 에잇, 모르겠다. 이렇게 된 이상! “너희 같이 예쁜 애들이 눈앞에서 야한 목소리로 신음을 지르며 절정에 달했는데, 안서면 그게 사람이냐? 그때부터 계속 이상태였다고! 오히려 이 상태로도 기절한 너희한테 아무 짓도 안한 날 칭찬해줬으면 좋겠는데!” 구원은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거짓말이었지만, 얘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이상 이걸로 밀고나가자. 구원의 적반하장에 사라와 레이아는 입을 벌리고 멍하니 구원을 바라봤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사라가 입을 열었다. “…그냥 옷이나 입으세요.” “…응.” 구원은 곧바로 쭈그리고 앉아서 옷을 주워 입었다. 그 후로 비밀 기지에 돌아갈 때까지 사라와 레이아, 구원의 사이에는 약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이상하다. 분명 사라도 레이아도 막 깨어났을 때는 엄청 흐뭇한 분위기가 연출됐는데. 대체 어디서 잘못된 걸까.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27==================== 2계층 그 이후로도 마법진이 완성될 때까지 구원은 2계층에 사냥을 다녔다. 이번에 모기떼를 만나면 프로텍트를 이용한 전법으로 박살을 내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모기떼를 만날 일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디아나가 작업 중이던 텔레포트 마법진의 설치가 완료됐다. “오오. 이걸로 이제 여기까지는 간단히 왕래할 수 있게 된 건가.” 구원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던전의 입구에 설치된 것과 마찬가지로, 멀리서 보면 그냥 거대한 빛의 기둥으로 보였다. “네. 지금껏 2계층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막혀있던 모험가들이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죠. 다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마법진 설치를 보조하던 길드 직원들의 리더가 그렇게 말했다. 과연. 길드는 그냥 돈만 벌려는 목적이 아니라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었던 건가. 하긴. 모험가들의 수준이 올라가면 길드의 수입도 자연스레 증가할 테니까. 덕분에 나도 편해지고, 덤으로 돈도 더 벌게 됐으니 좋은 일이다. “그럼 당장 등록부터 해볼까? 누구한테 말 걸면 돼?” 그레이트 어스의 다른 게임들에선 마법진 앞의 npc에게 말을 걸어 등록을 했는데, 여긴 막 만들어진 참이라 그런지 아직 그런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던전 입구의 텔레포트 마법진에는 분명 사람이 서 있었으니, 방식이 달라진 건 아닐 텐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자네들은 처음이겠군. 저 위에 모험가 카드를 가져다대면 되네.” 디아나가 빛나는 기둥 한가운데에 놓인 작은 기둥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야? 정말로 방식이 바뀐 거야? 하긴 조금 이상하긴 했다. 애초에 다른 게임들에선 텔레포트 마법진이 이렇게 화려한 생김새도 아니었고. 하지만 저 안에 들어가라니. 눈부시지 않으려나. 텔레포트 마법진은 겉에서 보기엔 조금 화려하다 싶을 정도로 밝게 빛나고 있으니 조금 걱정이 됐다. 하지만 마법진 안에 들어가 보자, 보기와는 달리 안에선 생각보다 눈부시지 않았다. 이것도 역시 마법의 힘인가. 마법진 가운데에 있는 작은 기둥에 모험가 카드를 꺼내서 가져다대니, 카드가 밝게 빛이 났다. 그리고 지금껏 던전 입구 밖에 쓰여 있지 않았던 카드 뒷면에 새로운 글자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카드 전체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사라진 이후에도 뒷면에 새겨진 글씨들은 계속해서 빛나고 있었다. 등록 방식이 바뀌었다는 건, 이동 방식도 바뀌었다는 걸까? 그럼 어디. 구원은 그 중 던전 입구라고 쓰여 있는 글자를 살짝 눌렀다. 그러자 몸이 붕 뜨는 것 같은 감각과 동시에 순식간에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변했다. 역시 이렇게 이동하는 방식으로 변한거군. 일일이 npc에게 말을 걸어야 했던 것보다 방식이 더 세련돼졌네. 이것도 기술의 발전인가? 구원은 다시 카드 뒷면의 글자를 눌러 1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돌아갔다. “앗, 잠…!” 시야가 바뀌기 전에, 왠지 당황한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뭐하는 거예요. 갑자기 사라져서 깜짝 놀랐잖아요.” 돌아오자마자 사라의 핀잔이 들려왔다. “아, 미안. 미안. 한 번 어떤 느낌인지 체험해보고 싶어서.” “고작 그런 돈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건 아네만, 혹시나 해서 말해두겠네. 자네 텔레포트 마법진 이용에도 돈이 든다는 건 알고 한 것이겠지?” “어? 우린 공짜 아니었어?” “그게 무슨 소린가?” “어차피 여기서 버는 수입의 일부가 우리한테 들어오는 거잖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걸세.” “아, 그럼 아까 그 목소리는 그건가.” “목소리요?” “응. 여기 다시 올 때 누가 뭐라고 외치는 것 같았거든.” “돈도 안내고 다시 온 건가요?! 범죄잖아요?!” “후훗. 괜찮습니다. 이번엔 시험 기동이었다는 걸로 제가 말해두죠.” 길드 직원이 웃으며 구원에게 말했다. 융통성도 있고, 참한 아가씨다. “그런데 어차피 마을로 한 번 가야되지 않아?”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의 등록도 끝나고, 구원이 말을 꺼냈다. 2계층 입구 쪽에서 깨작댄 게 전부이긴 하지만, 일단은 던전에서 며칠 지낸 거니 말이다. 어차피 이동도 엄청 간편해졌고, 마을에 한 번 갔다 와도 될 것 같았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자네들과 달리 이 몸은 계속 여기에만 있지 않았나. 이 몸도 2계층에 가봐야 하지 않겠나.” “응? 넌 어차피 다 한 번 가봤던 데잖아. 그러지 말고 일단 정비를 하는 게 낫지 않겠어?” “그렇습니다. 텔루나님. 저희와 같이 일단 저택에….” “아니! 너무 오랜만이라 두근거리는군! 꼭 가봐야겠네!” 아…. 구원은 디아나가 왜 저렇게 떼를 쓰는지 알 것 같았다. 그동안 마법사 협회 애들한테 좀 많이 시달린 건가. 솔직히 그렇게 귀찮아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말이야. 쟤들도 처음엔 정말 광기가 느껴질 정도로 디아나한테 집착했지만, 며칠 같이 지내면서 조금 안정됐는지 지금은 그렇게 광적인 느낌은 안 들었다. 옆에서 보기엔 그냥 나이차이 많이 나는 언니들이 귀여운 막내 동생을 챙겨주고 싶어서 안달 난 모습으로만 보여서, 오히려 흐뭇해 보일 정도였다. 물론 실제 나이를 생각해보면 디아나 입장에선 귀찮기도 하겠지만. 하지만 뭐, 저렇게 귀찮아하는데 파티장으로서 들어줘야지. “그럼 아예 2계층에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까지 한 번 가볼까?” “좋네! 좋아! 자! 뭐하고 있나! 바로 가세!” 디아나는 신이 나서 구원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럼 자네들! 나중에 보세!” “아아아…! 텔루나님…!” 마법사 협회 사람들이 살짝 안쓰러워보였지만, 어쩔 수 없지. 나도 너희보단 디아나편이라서. 디아나의 재촉에 일행은 떠밀리듯이 그 자리를 뒤로 했다. “그래서. 2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은 어디에 설치되어 있는 거야?” 전에 디아나가 며칠은 걸린다고 했었지. 2계층은 이런 구조다 보니, 정확한 목적지가 있으면 방향을 잡아서 그냥 일직선으로 쭉 가는 게 제일이다. “흠. 이 몸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분명 여기 입구에서 동남쪽으로 가면 됐을 걸세.” “그래? 그래서 동남쪽이 어딘데?” “이 몸은 맵퍼가 아니었네.” 디아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터무니없는 말을 했다. “…설마 모른다고 말 할 셈은 아니겠지?” “알 리가 있나?” “넌 길도 모르면서 왜 그렇게 재촉한 건데! 거기 길드 직원들도 많았으니 아는 사람들도 분명 있었을 텐데! 지금 다 돌아갔을 거 아니야!” “흠. 어쩔 수 없군. 일단 길드로 올라가서 지도라도 하나 구해와야겠구먼.” 이 가증스러운 것. 분명 지금쯤 마법사 협회 애들도 돌아갔을 테니까 이제 와서 이런 말 하고 있는 거다. 비밀 기지에서 여기까지 오는 것도 은근히 시간이 걸렸다. 길드에 돌아갔다가 다시 여기로 오면 하루를 통째로 그냥 날리는 셈이 돼버린다. “길드에 갔다가 다시 오면 어차피 하루가 통째로 날아갈 텐데, 뭘 다시 와. 그냥 오늘은 마을로 돌아가서 묵자.” 아마 지금쯤이면 학파 수장들도 디아나의 저택에 방을 받아서 이사를 마쳤을 거다. 어디 학파 수장들 전원한테 둘러싸여서 고통 좀 받아봐라. “자, 잠깐 기다려보게! 곰곰이 생각해보니 생각날 것 같기도…!” 디아나도 그걸 아는지 황급히 구원을 말렸다. “으으으으으으음.” 그리고 인상을 찌푸린 채 지평선을 바라보며 한 바퀴 빙 돌았다. 몸은 어린 몸이니까 벌써부터 인상 찌푸리지 마라. 주름 늘어난다. “어때? 좀 알겠어?” 구원은 검지로 디아나의 미간을 문질러 인상을 펴게 만들면서 말했다. 물론 묻지 않아도 대답은 대충 짐작이 갔지만. “으으음. 자, 잠깐만 기다리게. 저기 저 선인장이 조금 눈에 익은 것 같기도…!” 네가 마지막으로 여기 온 게 대체 얼마나 오래 전인지는 몰라도, 그때 봤던 선인장이 지금까지 남아있겠냐. 아니. 보통 식물들은 오래사니 남아있을 가능성도 높나? 아무튼 디아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구원의 맵으로 4시 반 방향이었다. 구원의 시야에 보이는 맵도 그런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보통 게임에선 맵의 위쪽이 북쪽이다. 구원의 맵도 그렇다면, 4시 반 방향이면 정확히 남동쪽이 된다. 디아나의 어렴풋한 기억과 방위를 확신할 수 없는 구원의 맵. 둘 다 그대로 믿기엔 불안하기 짝이 없지만, 둘이 가리키는 방향이 일치하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일단은 저기가 남동쪽이라고 생각하고 가볼까. “에휴. 가자. 가.” “자, 잠깐만. 잠깐만 기다리게. 그러고 보니 저기 저 앙상한 나무도 본 기억이 있는 것 같기도…!” 구원이 그대로 가려고 하자, 오히려 디아나는 더 당황한 듯 다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 이쪽이 남동쪽 맞을 거야.” 구원은 디아나가 처음에 가리켰던 방향으로 걸어 나가며 말했다. 아니면 어쩔 거냐고? 어쩌긴 뭘 어째. 어쩔 수 없는 거지. 그냥 사냥이나 실컷 했다고 생각해야지. 이렇게 끝없이 펼쳐진 사막이지만, 구원의 맵이 있으면 적어도 길을 잃을 걱정은 없고 말이다. “구원. 저기 보세요!” 적당히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반나절정도 걸었을 때,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복수의 시간이 찾아왔다. 사라가 가리킨 곳에는 본 기억 있는 검은 덩어리가 이쪽을 향해 맹렬이 날아오고 있었다. “좋아. 레이아! 프로텍트를 부탁해!” “네!” 레이아도 양 손으로 스태프를 꽉 쥐고 힘차게 대답했다. 구원은 앞으로 튀어나가서 놈들을 맞이하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좋았어. 와라! 이 버러지들아! 무식하게 숫자가 많다고 다가 아니야! 머리를 써서 싸우는 게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지!” 그때 구원의 등 뒤에서 밝게 빛나는 뭔가가 모기떼들을 향해 휙 날아갔다. 펑! 그리고 순식간에 검은 구름이 사라졌다. 아차. 그러고 보니 디아나가 처음 모기떼들을 주의하면서 뭐라고 말했더라? “봐, 봤냐? 마법이야 말로 지혜의 정수가 담긴 궁극의 기술이다!” 구원은 마치 처음부터 마법으로 쓸어버릴 예정이었다는 듯이 당당하게 외쳤다. 태세 변환이 빠른 게 구원의 수많은 장점 중 하나다. “음. 자네도 마법의 위대함이 새삼 느껴지는 모양이군. 그런데 앞으론 왜 튀어나간 건가?” “왜겠어? 마석 주우러 가려고 그러지! 쟤들 마석 일일이 다 캐내려면 엄청 오래 걸리겠다.” 구원은 순식간에 기지를 발휘했다. “흠. 모기들은 하나하나는 1계층 몬스터들보다도 약하다보니, 아이템이 필요한 게 아니면 보통 마석은 버리고 가는 게 일반적일세. 마석들을 일일이 캐는 시간에 차라리 다른 몬스터를 한 마리 더 잡는 게 낫다는 것이 중론이지.” “그, 그래? 그래도 처음 만난 몬스터니 이번엔 캐내자. 아이템도 강화할 때 필요할 수도 있고.” 사실 모기가 주는 아이템들이 강화하는데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지만, 구원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밀고 나갔다. “그런가? 흠. 뭐 그러세.” 모기떼까지 손쉽게 해치울 수 있게 되자 거칠 것이 없었다. 일행은 마치 길드 직원들과 1계층을 뚫고 올 때처럼 빠른 속도로 쭉쭉 전진해나갔다. “그런데 잘 땐 어떻게 하지?” 그리고 잘 시간이 되자, 그런 의문이 들었다. 1계층처럼 어디 막다른 곳에서 자는 게 제일이지만, 탁 트인 사막에 그런 공간이 있기를 기대할 순 없었다. 저번 오크쪽 루트로 내려왔을 때처럼 사암절벽 같은 곳이라도 있었다면 좀 괜찮을 텐데. 현재 있는 곳은 사방이 완전히 탁 트인 공간이었다. “걱정 말게. 이 몸도 그때보다 레벨이 상당히 오르지 않았나. 알람 마법의 범위도 반경 100미터 정도로 확장할 수 있게 됐네.” 디아나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반경 100미터면 확실히 괜찮은 수준이다. 알람 마법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나서 대비를 해도 될 정도로 말이다. 뭐, 그래도 불침번을 서기는 서야겠지만. 불침번의 순서는 체력이 약한 레이아와 디아나가 각각 초번과 말번을, 그리고 구원과 사라가 중간에 서는 걸로 정했다. 그리고 불침번을 서고 있는 지금. 구원은 맹렬하게 심심했다. 방금 전에 레이아와 그런 달짝지근한 공간을 공유했다보니 쓸쓸함이 더해져서, 지금의 이 심심함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최근에는 던전에 다니면서도 불침번을 선 적이 없다보니, 오랜만에 불침번을 서는 것도 있어서 상당히 고역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우리 여성진들 미모나 감상하면서 시간이라도 죽였을 텐데. 이제는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왜냐하면 저 빌어먹을 텐트 때문이다. 2계층은 모래가 휘날리니, 1계층처럼 그냥 이불을 깔고 자는 짓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온도 문제까지 있다. 그래서 공수해 온 것이 저 사막 도마뱀의 숨통으로 강화했다는 텐트였다. 잘 땐 물론 편하다. 더위를 막겠다고 갑옷을 입고 잘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다. 하지만 모래를 막겠다고 입구까지 완전히 꽁꽁 틀어막고 자버리니, 밖에 홀로 남아있는 불침번으로서는 심심해 죽을 것 같았다. 으아아아! 눈 호강이라도 시켜줘! 물론 구원의 그럼 마음 속 외침이 닿을 리도 없었다. …스킬 연습이나 하자. 결국 이 세계에서 심심할 때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런 것 밖에 없었다. 저번 같은 실수를 또 하지 않기 위해서, 마나를 다루는 건 제대로 연습해둘 필요가 있고 말이지. 구원은 다음 불침번인 사라의 차례가 올 때까지 열심히 스킬 연습을 하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28==================== 2계층 가장 기본적인 연습이라고 할 수 있는 발에 성자의 기운을 모으는 연습을 하면서, 구원은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을 다시 한 번 회상했다. 초번이었던 레이아가 구원을 깨우고 난 후, 레이아는 어째선지 구원과 같이 텐트 밖으로 나왔다. “레이아? 들어가서 자야지. 왜? 뭐 잊은 거라도 있어?”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요.” “나랑? 무슨 얘긴데?” 구원은 살짝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말했다. 그도 그렇잖아? 야심한 밤에, 굳이 단 둘이서만 있을 수 있는 순간을 골라 이런 미인이 할 얘기가 있다고 나선 거다. 남자로서 두근거리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다. 이거 혹시 고백이라도 받는 거 아냐? 하지만 구원의 기대와는 달리, 레이아는 엉뚱한 소리를 시작했다. “그게, 저…구, 구원씨는 저한테 뭔가 할 얘기 없나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스스로 할 얘기가 있다고 해놓고 나한테 할 얘기가 있냐니.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 우선 다른 얘기부터 시작하려는 건가?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레이아의 표정을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레이아의 얼굴은 사뭇 진지해서, 일종의 비장감마저 엿보였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어딘가 애절해 보이기도 했다. 일단 달달한 얘기를 할 분위기는 아니야. 그런데 내가 레이아한테 할 얘기? 딱히…아. 곰곰이 생각해보던 구원은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이거 설마…혹시, 믿고 싶지 않지만, 레이아 누님이 전에 구미호 상태일 때 일을 기억하고 있는 걸까? 구원은 갑자기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해 지는 게 느껴졌다. 아냐. 그럴 리 없어. 그도 그럴게 우리 천사님이라고? 거짓말을 못하는 천사님. 그때 기절에서 깨어났을 때 반응을 생각해보면, 절대 그 얼굴은 연기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단 둘이 남은 상황에서 구원이 레이아에게 할 말이라곤, 사랑의 고백을 제외하고는 그 얘기밖에 없다. 그때 이후로 레이아가 묘하게 좀 서먹서먹하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부끄러워서 그런 게 아니라, 던전 안에서 했다는 사실을 들켜서 그런 거였어?! “정말 저한테 할 얘기 없으신가요?” 레이아는 안타까움이 담긴 절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구원은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아가 얘기하는 할 말이란 게 이 얘기가 아닐 거라고 믿고 거짓말을 계속하던가, 순순히 자백하던가. “실은…네가 기절하면서 구미호로 변해서 관계를 맺었어.” 구원은 순순히 자백하는 걸 택했다. 거짓말을 계속하는 것과 자백하는 것의 리스크를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였다. 자백을 해도 구미호 상태를 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했다는 변명거리는 남아있었다. 성직자의 금기를 어겼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정상참작은 가능한 수준인 거다. 하지만 만약 거짓말을 했는데 레이아가 전부 기억하고 있다면? 그럼 레이아와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어질 수도 없어진다. 그 앞에 기다리고 있는 결말을 파국뿐이다. 내 마음의 오아시스. 우리 천사님과 파국이라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미래다. “구원씨…!” 그리고 구원의 고백과 동시에, 레이아가 구원의 품에 안겨들었다. “저…저 믿고 있었어요. 구원씨는 절대 아무 이유 없이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요.” 아무래도 구원의 선택을 올발랐던 모양이다. 구원은 가슴에 느껴지는 행복한 압박감을 느끼며 속으로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아무 이유도 없이 라는 말은, 일단 구미호였을 때 일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건가? 그럼 대체 어떻게 관계를 맺었는지 알고 있는 걸까? 구원은 살짝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지금 질문하지는 않았다. 지금은 그런 것보다 더 먼저 해야 할 말이 있다는 건, 아무리 구원이라도 알 수 있었다. “미안. 레이아가 이렇게 말을 꺼내기 전에 먼저 말했어야 했는데. 괜히 맘고생 심했지? 저번에 대사제님께 성직자들이 금기시 여기는 것들을 배웠으니까, 도저히 말을 꺼낼 자신이 없었어.” 구원은 레이아를 살짝 껴안으며 그렇게 말했다. 레이아가 안겨온 걸 보면, 성직자의 금기 때문에 구원을 지탄할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그럼 이런 식으로 쐐기를 박아줘야지. “아니에요. 사실대로 말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레이아는 구원의 가슴에 묻은 얼굴을 좌우로 비벼대며 말했다. 정말 순수한 누님이다. 어떻게 이 나이 먹도록 이렇게 순수할 수 있을까? 진짜로 천사 아닐까? 구원은 레이아의 등을 가볍게 토닥거려줬다. 그렇게 얼마동안 구원의 품에 안겨있던 레이아는 고개를 들고 쑥스럽다는 듯이 배시시 웃었다. 크윽. 지근거리에서 이런 모습을 보니 심장이…. “하지만 저…또 변했던 거네요. 이번엔 기억도 전혀 안 났어요.” “이번엔 저번이랑 달리 너무 갑작스러웠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서서히 익숙해질 거야.” “네.” “그런데 그…정말 괜찮아? 성직자들 사이에서 다른 사람한테 보이는 건 금기 아니었어?” “네…. 하지만 사라씨도 기절해있었던 거죠?” “그야 그렇지만.” “관계를 맺었다는 걸 아는 것도 저희 둘 뿐이니 엄밀히 말하면 보인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요…. 분명 여신님도 용서해주실 거예요.” 레이아는 살짝 변명하듯이 말했다. 구원이 알고 있는 레이아는 정말 독실한 성직자다. 이런 식으로 타협을 할 아가씨가 아닌데. 혹시 날 신경 써서 이렇게 말해주고 있는 걸까? 정말로 천사 같은 분이다. “응. 분명 그럴 거야.” “네. 그때 일은 저희 둘만의 비밀이에요?” “그래.” 슬슬 긴장된 분위기도 풀렸으니, 구원은 아까부터 가지고 있던 의문점을 레이아에게 물어봤다. “그런데 변했을 때 기억이 없는데 관계를 맺은 건 어떻게 안 거야?” 혹시 다 긁어내지 못한 정액이 나중에 흘러내리기라도 했나? 그렇게 생각하니 그건 그거대로 살짝 꼴…아니, 레이아한테 미안하다. 얼마나 섬뜩했을까. “설마 모를 거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으, 응. 그야 기억이 안 나면…. 레이아가 금기를 어겼다고 괴로워할까봐 뒷정리도 꼼꼼하게 했었거든.” “구원씨도 참…. 그래도 거짓말은 안돼요. 앞으로 누나한테 거짓말은 안하기에요? 또 거짓말을 하면 혼낼 거예요?” 레이아는 꼬리를 구원의 뒤쪽으로 휘감아, 장난스럽게 구원의 엉덩이를 살짝 치며 말했다. “네. 누나.” “후훗.” “그래서. 결국 어떻게 안 거야?” “알 수밖에요. 기절하고 나니 레벨이 올랐는걸요? 막 깨어났을 때는 당황해서 눈치 채지 못했지만요.” 구원은 그제야 자신의 실책을 깨달았다. 아차. 이 세계에선 섹스를 하면 이런 식으로 들통이 날 수 밖에 없구나. 내가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한마디로 정액을 긁어모으고 난리를 쳤던 건 전부 헛수고였다는 말인가. 구원은 자신의 멍청함에 머리를 쥐어박고 싶어졌다. “하암…. 읏!” 그때 레이아가 크게 하품을 했다. 그리고는 부끄러운 듯 황급히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부끄러워할 필요 없는데. 괜찮아. 귀여웠어. “죄, 죄송해요. 안심했더니 갑자기 잠기운이 몰려와서….” “아냐. 잘 시간인걸. 오히려 내가 괜히 숨기려다가 걱정만 끼친 거니까. 미안해. 이 시간까지 일어나있게 해서. 얼른 들어가 자.” “저, 저…그럼 내일 아침에 봐요.” 레이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텐트 안으로 사라졌다. 실로 여성스러운 누님이다. 아무튼 일단 레이아 누님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이해해주는 모양이고,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를 지었다. 들켰다는 걸 깨달았을 땐 정말 식겁했는데, 역시 사람은 정직한 게 제일인가 보다. 이 일로 오히려 레이아 누님과의 정이 깊어진 것 같은 생각마저 들었다. 레이아 누님이 천사라서 정말 다행이야. 구원은 발에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켰다 풀었다를 반복하며 회상을 마쳤다. 아까는 천사님이랑 달달한 분위기도 연출하고 정말 좋았는데. 지금은 혼자 이러고 스킬 연습이나 하고 있어야 한다니. 뭐, 하지만 필요한 일이긴 하다. 꾸준히 연습한 덕분에 이제 발로 발동하는 건 이렇게 손쉽게 가능해지기도 했고. 게다가 구원은 모기떼 사건으로 성자의 손길의 또 다른 가능성을 깨달았다. 이 스킬 말이야. 혹시 그때처럼 싸울 땐 그냥 전신으로 발동시키면 되는 거 아니야? 굳이 손이나 발 같이 적은 면적에 발동시킬 것 없이 그냥 전신으로 발동시키면, 공방이 완전해진다. 내가 어디로 적을 때려도 성자의 손길이 발동하고, 적이 내 어딜 때려도 성자의 손길이 발동한다. 이거 완전 무적이잖아? 이게 가능해지면 적어도 근접전에선 도저히 질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사기적인 기술이 된다. 구원은 당장 전신으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해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좁은 면적에 발동시키는 것과 몸 전체로 발동시키는 것은 느낌이 전혀 달랐다. 마치 새로운 기술처럼 말이다. 한 번 발동시켜 보긴 했지만, 그때는 정말 우연으로 그렇게 된 거고. 사실 그때 너무 당황해서 어떻게 발동한 건지 제대로 기억도 안 난다. 그렇게 한참을 끙끙댔지만, 아무리 노력해 봐도 전신으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되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팔 전체나 다리 전체로 범위를 넓히는 게 다였다. 게다가 팔이나 다리 전체에 발동시키는 것만으로도 정기가 엄청나게 소모됐다. 스킬 지속시간도 평소보다 훨씬 짧았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전신으로 발동했을 때는 당황해서 스킬을 풀지도 않았었지. 그런데도 레이아의 꼬리를 확인할 때는 이미 풀려있었다. 역시 그렇게 손쉽게 먼치킨이 될 수는 없다는 건가. 하지만 팔이나 다리 전체로 발동시키는 것도 엄청난 수확이다. 이 근처 몬스터들의 공격은 전부 팔다리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니 말이다. 아니, 어차피 성자의 손길 한 방이면 뻗어버리는 놈들이니, 팔다리로 발동하면 괜히 정기만 많이 소모하는 꼴이 돼버리는 건가? 그래도 초월종 같은 애들을 만나면 쓸 만할 거다. 그런데 일반 몬스터한테는 쓸 일 없이 그런 특수한 경우에만 사용하는 거라면, 역시 전신으로 발동시키는 게 더 유용할 것 같은데. 구원은 도저히 먼치킨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혹시 각 부위별로 전부 따로 발동하면 비슷한 느낌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도 있고. 좋아. 해보자. 구원은 당장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도해봤다. 그래봤자 구원이 손길을 제대로 발동시킬 수 있는 부위는 한정되어있지만 말이다. 손, 발, 팔, 다리 그리고 성기. 성기까지 발동을 완료한 후, 구원은 생각했다. 이거 그냥 팔다리에 발동시킨 거랑 차이가 없지 않아? 성기는 뭔데. 여기 발동해서 뭐 어쩌려고. 괜히 쓸쓸한 밤중에 커지기만 했잖아.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전부 풀었다. 에잇. 계속 연습하다보면 언젠간 전신으로 하는 것도 자유자재로 되겠지. 오늘 밤은 포기다 포기. 구원이 스킬 연습을 포기했을 때, 그와 동시에 텐트에서 누군가 밖으로 나왔다. “어? 사라? 아직 네 차례 되려면 시간 좀 남았는데.” 텐트에서 나온 건 사라였다. 시야 한 구석에 시계를 확인해봤지만, 아직 사라가 불침번을 서기에는 이른 시간이었다. 용변이라도 보고 싶어진 건가? “그런가요? 그거 다행이네요.” 하지만 사라는 아직 졸린 듯 눈을 부비면서 구원에게 다가왔다. 뭐지? 구원은 살짝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우리 얘기 좀 해요.” 이, 이거. 왠지 아까도 들어본 적 있는 것 같은 대사인데. 설마…설마…들킨 건가? 저번에 던전에서 구미호 입에 했을 때도 얘한테 들켰는데, 이번에도 또 그 모습을 보였다고? 레이아랑 둘만의 약속이니 뭐니 한 건 그럼 뭐가 되는 거지? 아니, 그보다 얜 대체 무슨 추궁을 하려는 거지? 구원은 순식간에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아니. 침착하자. 당사자였던 레이아와도 원만하게 넘어갔잖아. 얘랑도 제대로 얘기하면 분명…아니, 레이아 누님은 천사니까 그런 게 가능했던 거고! 얘는…뭐 결코 성격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톡톡 쏘는 면이 있으니까. 어쩌지. 이거 뭐라고 말해야 하지? 분명 정황상 구원이 잘못한 게 없기는 하다. 구미호 상태를 풀어주기 위해 불가피한 행동이었으니까. 레이아한테 숨긴 건 어디까지나 성직자의 금기 때문에 미움 받을까봐 그런 거지, 잘못을 한 건 아니다.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사라한테까지 이렇게 필사적으로 숨길 이유는 없었다. 레이아도 알게된 시점에서 더더욱. 하지만 구원은 그렇게 뻔뻔하게 나갈 수 없었다. 날 좋아한다고 알고 있는 애한테 네 옆에서 다른 여자랑 한 판 했다고 말하라고? 앞으로 사라랑 얼굴 볼 일 없는 게 아니라면, 절대 그런 말은 못하지. “무, 무슨 얘기?” 구원은 스스로 말하고도 목소리가 갈라지는 게 느껴졌다. 일단은 시치미를 떼자. “그….” 하지만 사라는 왠지 얼굴을 붉히고 몸을 꼼지락댔다. 어라? 이 반응은 왠지…. 아까 레이아 때와는 구원의 예상과 상대의 반응이 전부 180도 달랐다. 이거 혹시 이번엔 달달한 얘기였어? 구원은 괜히 긴장했던 자신이 바보 같아졌다. 그래. 얘도 날 좋아하고. 가끔은 이렇게 단 둘이서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싶기도 하겠지. 훗. 귀여운 것. 이 오빠가 제대로 어울려주마. 자, 어떻게 해줄까? “그….” 사라는 할 말을 찾으려는 듯 눈동자를 굴리기만 했다. 하긴. 얘도 연애 한 번 안 해봤을 텐데 갑자기 할 말을 찾긴 어렵겠지. 연애 경험이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남자로서 먼저 말을 꺼내도록 해볼까. “에잇!” “사…사라야?!” 구원이 말을 꺼내려는 순간, 사라가 결심한 표정으로 구원의 물건에 덥석 손을 가져다댔다. “…역시 커져있네요.” “아, 아니 이건….” 방금 전에 거기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는 바람에 커진 건데. 구원이 이유를 설명하기도 전에 사라가 빠른 어조로 말했다. “아, 알아요. 남자는 원래 한 번 커지면 쌀 때까진 안 줄어드는 거죠? 저라도 그 정도는 알아요.” 그건 또 어디서 들은 헛소문이냐. 싸지 않아도 시간만 지나면 알아서 잘 줄어드는데. 하지만 구원은 굳이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그도 그렇잖아? 이 겉보기랑 달리 순진한 사라양이 이런 행동을 한 거다. 앞으로의 전개가 예상되지 않냐? 그걸 굳이 방해할 정도로 구원은 바보가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어제 구원이 연습 시작하는 부분을 쓰면서 계속 뭔가 거슬렸는데, 실수로 빼먹은 이벤트가 있었다는 걸 오늘 쓰면서 기억해냈습니다. 안 쓰고 넘어가면 설정오류가 생기는지라 이런 방식으로 집어넣게 됐네요. 그리고 전 편에 레이아와 그런 일이 있은 후라 혼자 불침번 서기 더 쓸쓸하다는 구절을 추가했습니다. 알람마법 10m는 아무 생각 없이 쓴 거였는데, 코멘트를 보고 다시 잘 생각해보니 확실히 말도 안 되게 좁은 범위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알람마법의 범위는 100m로 늘렸습니다. 코멘트로 지적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그 외의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29==================== 2계층 “그때부터 계속 이 상태였던 건가요?” 그때라면 아마 사라가 마지막으로 내가 발기한 걸 봤었던 그 모기떼 사건을 말하는 거겠지? 그럴 리가 있나. 그 후로 며칠이 지났는데. “어…으…으응?” 앞으로의 전개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사라의 오해를 풀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는 건 양심이 찔려서 구원은 적당히 얼버무렸다. 난 분명 거짓말은 안했어. 거짓말은. “역시….” 하지만 구원의 그런 태도에 사라는 혼자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 상태로는 계속 던전을 탐험하는 것도 힘들 테니까요. 어쩔 수 없죠. 제가 다시 작아지게 만들어드릴게요.” 줄어든다고 말해라 줄어든다고. 내껀 힘이 빠진다고 해서 작아지진 않거든?! 남자는 그런 사소한 표현에 민감한 법이란다.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에 구원은 살짝 울컥했지만, 사라의 다음 행동에 곧바로 화가 풀렸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것도 아닌데, 그럴 수도 있지. 구원은 바지 앞섶을 벌리려는 사라를 돕기 위해 다리를 살짝 더 벌렸다. 안 그런 척 하면서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주려고 하다니. 너 생긴 건 차도녀면서 진짜로 순정파구나. 이 오빠는 지금 맹렬히 감동하고 있다. “대체 이 상태로 며칠 동안 어떻게 다닌 건가요?” 구원의 바지 앞섶을 풀어헤친 사라는 물건이 주는 거대한 위용에 살짝 황당하다는 어투로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며칠 동안 이 상태가 아니었다니까. 물론 말해주진 않을 거지만. “하하하. 뭐…그냥….” 구원은 적당히 얼버무렸다. “하아…. 저, 정말 어쩔 수 없네요!” 사라는 구원의 얼굴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딱히 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하며 구원의 물건을 한 손으로 잡았다. 자기가 먼저 나서서 해주는 상황에서까지 아닌 척을 하다니. 진짜 귀엽다니까. “자, 얼른 싸세요.” 그리고는 구원의 물건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어? 손으로만?” 마치 얼른 싸고 끝내라는 것 같은 사라의 대사에, 구원은 그만 본심이 새어나오고 말았다. “다, 당연하잖아요! 그럼 이런 곳에서 뭘 더 해주길 바란 건가요?! 여긴 던전 안이라고요! 심지어 옆엔 디아나와 레이아도 있잖아요!” 하나하나가 지당하신 말씀이하다. 이렇게 탁 트인 곳에서 끝까지 가기라도 하면, 안 튀어나올 몬스터의 어그로도 끌릴 거다. 게다가 텐트 안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디아나와 레이아도 바로 가까이에 있다. 고작 텐트의 얇은 천 하나에 가려져 있는 거니, 방음 따윈 물론 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소리를 내면 바로 들킬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구원이 살짝 실망한 걸 느꼈는지, 사라는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짓고 아까보다 약한 어조로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요.” “응…. 알아….” 이성적으론 충분히 안다. 오히려 이렇게 대딸이라도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할 거다. 생각해보면 대딸은 사라한테 아무런 메리트가 없는 행위다. 이걸로 사라의 레벨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저 순수하게 구원의 기분만 좋아지는 행위다. 이걸 해준다는 건 아마 이 세계에선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사라는 이전에도 이런 행위를 해준 적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쌀 때는 삽입해서 쌌었고 말이다. 그런 걸 생각해보면 사라만의 애정표현 방식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이렇게 서툰 손놀림으로 열심히 해주고 있는데, 이걸로 불충분하다고 생각하면 내가 벌 받을 놈이겠지. 아쉬운 마음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나.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살짝 남아서 표정에 드러났나 보다. 사라는 구원의 얼굴을 빤히 보더니, 곤란한 듯 눈썹을 찡그렸다. 그리고는 결심한 표정으로 구원의 얼굴에 얼굴을 가져다댔다. “정말…이걸로 참아요.” 사라의 부드러운 입술이 구원의 입술에 맞닿았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살짝 맞닿아진 입술은, 점점 열기를 띠어가며 점점 더 격렬하게 구원의 입술을 압박했다. 그리고는 구원의 입 안에 살며시 혀를 넣어왔다. 그 혀는 왠지 모르게 긴장으로 움직임이 딱딱하게 굳어있고, 살짝 떨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분명 키스는 사라도 구원과 몇 번이나 하면서 익숙할 거였다. 사라와 잘 때는 오히려 입술을 떼어놓고 있는 시간이 짧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도 사라의 움직임은 어딘지 서투르다는 인상을 줬다. 왜 그러지? 아무리 끝까지는 안 간다고 해도, 던전 안에서 이런 짓을 한다는 게 떨리는 걸까? 구원은 손을 뻗어 사라의 머리 뒤와 등을 받쳐 천천히 쓸어내려주면서 사라의 키스에 호응해줬다. 그러자 사라는 언제 긴장이라도 했냐는 듯이, 평소에 하던 것처럼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되찾았다. 그걸로 구원은 겨우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사라 쪽에서 먼저 키스를 해오는 건 드문 일이구나. 키스를 할때면 언제나 구원이 분위기를 읽고 먼저 했다. 간혹 사라 쪽에서 먼저 하고 싶다는 의사를 보일 때도, 사라는 그런 식으로 신호만 보냈지 먼저 키스를 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솔직히 섹스 도중에는 이성보단 감성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내 기억이 정확하다고 확신을 할 순 없지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보면 사라가 키스하면서 움직임이 딱딱했던 것도 설명이 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사라는 어쩌면 키스에 흥분하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섹스 애널라이즈를 사용해서 보면, 확실히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입술 쪽이 더 밝게 빛나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다른 성감대들도 마찬가지다. 이정도 변화는 그냥 처녀였던 사라가 구원과 관계를 거듭하면서 개발된 거라고 봐야지. 여전히 사라의 최고 성감대는 엉덩이고, 입술은 여타 다른 성감대들보다 특별히 밝게 빛나거나 하진 않았다. 지금까지는 사라가 제대로 된 첫 경험을 치렀을 때의 영향으로 키스로 흥분한다고 생각했는데, 보는 시각이 바뀌었다보니 그마저도 달리 보였다. 키스는 그저 호감의 표시, 애정의 확인이었던 것이 아닐까? 특히 지금껏 구원이 먼저 하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런 느낌이 받았다. 얜 대체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런 귀여운 짓을 얼마나 많이 한 거야. 깨달으면 깨달을수록, 그동안 보여줬던 사라의 행동들이 얼마나 사랑하는 아가씨가 보여주는 행동인지를 알 수 있었다. 그걸 지금껏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던 나도 어지간하다는 얘기가 되어버리긴 하지만. 그나마 지금이라도 제대로 눈치 챘으니 다행인가. 구원은 사라를 꽉 껴안고, 최대한의 애정을 담아 사라의 입술에 격렬하게 키스를 해줬다. 그 와중에도 아래쪽에선 사라의 손이 열심히 구원의 물건을 훑고 있었다. 처음에는 한 손으로만 잡고 훑었었는데, 어느샌가 양손으로 구원의 물건을 잡고 열심히 위아래로 흔들고 있었다. 저번에 레이아가 대딸해줬을 때가 떠오르네. 그때의 레이아처럼 기술이 엄청나게 뛰어난 건 아니지만, 사라의 움직임은 구원을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게 여기까지 느껴질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애정이 느껴졌다. 이건 분명 내 착각이 아닐 거다. “쓰읍. 하앗. 하앗. 아, 아직 인가요?” 사라는 살짝 불안한 눈초리로 구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걱정 마. 불안해 할 것 없어. 네 손길이 기분 좋지 않은 게 아니야. 물론 레이아와 비교하면 서툰 감이 있지만, 비교대상이 레이아가 되면 아마 누구든 그럴 거다. 말을 들어보면 성자 레벨이 오를 때처럼 구미호의 보정을 받는 모양이고. 순수하게 사라 자체만 놓고 보면, 오히려 몇 번 하지 않은 것 치고는 상당히 잘하고 있었다. 용사보정인지 뭔지는 몰라도, 얜 배우는 게 빠르니까 말이야. 그리고 가끔씩 드러나는 서툰 느낌은 사라의 풋풋함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아서 오히려 좋은 자극이 될 정도였다. 다만 내 매력이 너무 높아져서 말이야. 매력은 성자의 스킬뿐만 아니라 성행위 자체에 보정이 들어가니, 이런 방면으로도 강해진다. 굳이 싸려고 마음먹으면 싸지 못할 것도 없기는 하지만, 그런 식으로 지금 이 순간을 끝내고 싶지는 않았다. “저, 정말 당신은 어쩔 수 없네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더니, 구원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어갔다. 그리고는 코앞에서 위풍당당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는 구원의 물건을 바라보더니, 꿀꺽하고 목울대를 크게 울렸다. “가, 갈게요.” 사라의 말은 구원을 향한 게 아니라, 마치 스스로의 용기를 북돋기 위한 것 같았다. 그리고는 사라는 입을 한계까지 크게 벌리고, 구원의 물건을 천천히 삼켜갔다. 그리고 혀를 굴리며 구원의 물건 앞부분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 또한 두 번째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꽤나 능숙했다. 사라는 구원이 저번에 가르쳐줬던 것들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입술을 꽉 오므리고 고개를 앞뒤로 흔들며 자극을 주는 건 물론, 가끔 강하게 흡입하여 진공상태를 만들며 자극도 줬다. 혀는 별개의 연체동물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물건 곳곳에 끊임없는 자극을 선사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모든 동작을 행하면서도 사라의 시선을 줄곧 구원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다. 완벽하게 구원이 가르쳐준 정석대로 빨아주고 있었다. 구원은 그 행동 하나하나에 사라의 구원을 향한 애정이 느껴져서, 쾌감 이외에도 벅찬 기분이 들었다. 얘 오늘따라 왜 이렇게 예뻐 보이냐. 과연 사라가 이렇게까지 해주자, 구원도 슬슬 사정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말로 이대로 싸기에는 아쉬워졌다. 그저 끝까지 하고 싶다는 욕망 때문만이 아니다. 물론 그런 마음도 아예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무엇보다 사라의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꼼수를 쓰기로 했다. 미안. 사라야. 구원은 오랜만에 스스로에게 절정 속박을 걸었다. 이걸로 내가 마음먹기 전에 싸버릴 일은 없어졌다. “크윽. 사, 사라야.” 구원은 사라의 머리 위로 손을 올리고, 말했다. 구원의 말투에서 구원이 지금 명백하고 쾌감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했는지, 사라가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는 속도가 더 빨라졌다. 츄릅. 츄븝. 하는, 성행위를 할 때와는 느낌이 조금 다른 야한 소리가 적막한 사막 한가운데서 작게 울려 퍼졌다. “사, 사라야. 끝까지 하고 싶어.” 구원의 말에, 사라는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여전히 입 안에 구원의 물건을 담은 상태에서, 구원을 지긋이 올려다봤다. 그리고는 서서히 고개를 뒤로 빼 구원의 물건을 입 밖으로 꺼냈다. “츄릅. 푸하. 하앗. 하, 하지만.” “걱정 마. 신음 소리만 안내면 안 들킬 거야. 내가 신음소리 안 새어 나오게 철저히 막아줄게.” 물론 무엇으로 막을 건지는 말할 것도 없다. 사라는 구원의 말뜻을 이해했는지, 눈을 파르르 떨며 동요하는 기색을 보였다. “제발 부탁할게. 나 오늘은 너랑 꼭 이어지고 싶은 기분이야.” “그, 그런 건 저도…그, 그렇게까지 부탁하면 어쩔 수 없네요. 디아나나 레이아한테 들키면 전부 당신 책임이에요.” 결국 구원의 간절한 부탁에 사라가 처음엔 살짝 멍한 표정을 짓다가, 곧바로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 말했다. 허락은 해주면서 끝까지 저런 태도를 취하는 게 사라답다고 할까. 귀여워 죽겠다. “고마워!” 구원은 사라의 마음이 변하기 전에, 사라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몸을 끌어올렸다. 허벅지 위에 사라를 앉힌 다음에, 곧바로 사라의 바지에 손을 댔다. 사라는 새초롬한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살짝 엉덩이를 들어서 구원이 벗기기 쉽도록 해줬다. 자다가 나온 덕분에 사라의 차림이 간편했던 것도 있어서, 사라의 하반신은 순식간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가 됐다. 구원은 사라의 허리에 양 손을 대고 그 몸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러자 사라가 손을 아래로 뻗어 빳빳하게 선 구원의 물건을 잡고 위치를 조절했다. 그리고 삽입하기에 앞서, 구원이 사라의 얼굴에 얼굴을 가져다댔다. “흐읍, 츄릅. 하읍.” 워낙 지근거리다 보니 확실하진 않았지만, 사라의 눈이 미소 짓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구원은 그대로 사라의 허리를 받치던 손을 아래로 천천히 내렸다. 서로 앉아서 마주본 상태로 구원과 사라는 하나가 됐다. “흐으으읍! 하앗. 하앗. 더, 던전에서…끝까지 해버렸네요.” 사라는 몸을 거세게 떨더니, 숨을 고른 후 입술을 살짝 떼고 말했다. 입술은 떨어졌지만, 여전히 얼굴사이의 거리는 10cm도 되지 않을 만큼 가까웠다. “그러게.” “들키기라도 하면 디아나가 가만 안 있을 걸요?” “그럼 들키지 않도록 해야겠네.” 구원은 다시 한 번 사라의 입술에 입술을 맞댔다. “흐읍. 하읍. 흐읍.” 맞대어진 입술로, 사라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가는 것이 전해져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확정은 아닙니다만, 다음 편에서 조금 더 이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깔끔하게 끝낼 생각이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네요. 디아나 레이아를 진하게 써놓고 사라만 차별하면 안 된다는 심리가 무의식중에 작용한 건가.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30==================== 2계층 그렇게 둘은 입술을 맞댄 채로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소리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평소처럼 격렬하게 움직일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사라의 말대로 디아나한테 들키면 정말로 무슨 사달이 날지 모른다. 저번 던전에서는 사라와 키스하고 있는 모습까지만 보였는데도 그렇게 불같이 화를 냈으니 말이다. 물론 그대로 놔두면 끝까지 갔을 거니 그랬을 수도 있지만. 게다가 지금은 그때보다 몬스터에게 습격당할 확률조차 더 큰 상황이다. 그때는 비밀 기지에 있었으니 나름 안전하기라도 했지만, 지금은 정말로 그냥 던전 한복판이다. 저번에 디아나에게 혼난 이후로 던전에선 이런 짓을 안 하겠다고 다짐한 주제에 그럼 지금 이런 짓은 왜 하냐는 얘기가 되어버리지만…. 어쩔 수 없잖아. 사라가 이렇게 예쁜 짓을 하는데. 미안. 디아나. 한 번만 봐줘. 구원은 마음속으로 디아나에게 살짝 사죄를 한 후 허리를 움직이는데 집중했다. 지금까지 경험했던 행위와는 상당히 다른 방식의 행위였다. 지금까지는 이러니저러니 해도 상대방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냥 쾌락에 빠져 그런 부분도 있지만, 그게 레벨 업과도 연결된다는 의식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으니 더 그랬을 거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행위가 격렬해지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구원과 사라 둘 다 서로를 더 구석구석 더 확실하게 느끼듯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물론 큰 소리가 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 제일 큰 이유겠지만, 구원은 지금의 이 행동이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뭐라고 표현해야 될까…. 낯부끄럽지만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고 있다고 할까. 사라의 느긋하고 부드러운 허리돌림에서 사라의 애정이 팍팍 느껴졌고, 구원도 사라를 향한 애정을 최대한 담아 허리를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평소보다 느긋하고 진득하게 움직여도 쾌감은 여전하다는 게 신기했다. 평소에 느끼는 쾌감과는 살짝 방향성이 다른 쾌감이라는 느낌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정신적인 만족감이 대단했다. 그리고 사라는 아마 구원보다 훨씬 더 쾌감에 젖어있을 거였다. 아무리 천천히 움직여도, 구원의 높아진 매력까지 어디 간 건 아니니 말이다. 사라는 구원이 매력에 보너스 스탯을 올인하고 처음 관계를 맺는 것이다 보니 더더욱 쾌감이 강렬하게 느껴질 거였다. 그 증거로, 서로 이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사라는 벌써 몇 번이나 몸을 부르르 떨면서 절정에 이르고 있었다. “흐으으으읍! 흐읍. 흣. 하음. 흡.” 사라가 절정에 달할 때마다 구원은 맞닿은 입술을 더 강하게 밀착시켜 소리를 억눌렀다. 이제 슬슬 나도 절정 속박을 풀까. 물론 이대로 계속해서 언제까지나 이어져있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럴 수는 없는 게 현실이었다. 만족감은 충분히 얻었으니, 오늘은 이만 끝내자. 구원은 사라의 다음 절정에 타이밍을 맞춰서 스스로에게 걸었던 절정 속박을 풀었다. 안 그래도 압박감이 상당한 사라의 안쪽이 절정으로 더 꽉꽉 물어주는 걸 느끼며 하는 사정은 언제 경험해도 최고의 기분이었다. 그렇게 구원이 사정을 하고 난 후에도, 사라는 한동안 구원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물건에 아직 남아있을 것까지 전부 짜내기라도 하려는 듯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구원과 진하게 키스를 나눴다. 그리고 절정의 여운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길고 긴 키스가 계속해서 이어졌다. “후하…하앗, 하앗, 하앗. 이, 이제 만족했나요?” “응. 최고였어.” “흐, 흥. 꼭 이럴 때만 그러죠.” “아냐. 넌 언제나 최고야.” 구원은 진지한 목소리로 사라의 눈을 제대로 마주보며 말했다. 비록 스스로의 욕심 때문에 사라의 마음을 완전히 깨달은 지금도 제대로 된 고백은 안하고 있지만, 적어도 사라를 향한 애정까지 숨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사라 쪽에서 고백해오면 어쩔 거냐고? 그땐 그때다. 그때 가서 생각해봐야지. 구원은 진지한 목소리에 사라의 얼굴이 점점 붉게 물들더니, 귀 끝까지 새빨개졌다. 그리고 사라는 그런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건지,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하지만 구원은 똑똑히 봤다. 사라의 입가가 풀어지려는 걸 필사적으로 억누르듯이 흐물흐물 거리는 걸 말이다. 귀여운 녀석. “그, 그래서. 교대 시간은 얼마나 남았나요?” 더는 이 부끄러운 분위기를 견딜 수 없는지, 결국 사라 쪽에서 화제를 바꿨다. “응? 아….” 시간을 보니 이미 사라가 불침번을 설 시간이 지나있었다. 은근히 오래 했구나. 그동안 몬스터가 한 번도 오지 않은 게 기적이다. “저랑 교대할 시간 지났나보네요? 그럼 이제 들어가세요.” “아니, 하지만….” 확실히 교대할 시간은 지났지만, 이대로 들어가는 건 너무 염치없는 짓이었다. 사라는 내 물건을 계속 커진 상태로 있었을 거란 생각에 자기 잠자는 시간까지 줄여가며 이렇게 둘만의 시간을 만들었는데 말이다. 그렇다고 아직 교대할 시간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다. 디아나가 이런 때를 위해 시계를 하나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도 시계가 있기는 하다. 엄청나게 비싸기는 한 모양이지만, 디아나가 그 정도도 없을 리가 없었다. 구원 혼자만 시간을 아는 것도 꽤나 불편한 일이라, 구원은 염치를 무릅쓰고 파티용으로 회중시계 하나를 받았다. “괜찮아요.”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아. 네 시간도 내가 서줄 테니까 넌 들어가서 더 쉬는 게 어때?” “싫어요. 그럼 마치 제가 불침번 서기 싫어서 이런 것 같잖아요.” “누가 그렇게 생각해? 전혀 그렇게 생각 안 해. 그딴 생각하는 놈 있으면 내가 잡아다가 혼내줄게.” “아무도 그렇게 생각 안 해도, 제 기분 문제에요.” 아무래도 사라는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였다. 얘도 은근히 고지식한 구석이 있단 말이야. 이거 어쩌지. 그렇다고 사라 말대로 이대로 자러 들어가긴 너무 미안한데. 서로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듯, 구원과 사라 사이에 눈싸움이 시작됐다. 이러면 괜히 둘 다 수면 시간만 줄어드는 꼴이 돼버리는데. 뭐, 아직 물건을 뺀 건 아니라 힐링 섹스가 발동중이니 괜찮긴 하지만…잠깐. 힐링 섹스? 구원의 머릿속에서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좋아. 그럼 이건 어때? 이대로 자.” “가,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힐링 섹스가 발동중이면 피로도 풀리잖아. 덕분에 밤을 새도 어느 정도 괜찮거든.” 검증은 이미 끝난 상태다. 레이아와 처음 관계를 맺었을 때 밤새고 던전에도 들어갔었지만 멀쩡했었고. 게다가 그때보다 힐링 섹스의 스킬 레벨도 은근히 올랐으니 그때보다도 더 멀쩡해질 거다. “…그걸 안다는 말은 디아나나 레이아 중 한 명과 밤을 새도록 한 적이 있다는 말이군요.” 사라가 살짝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 어, 어라?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얘기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네? 심지어 사실이라서 딱히 변명할 말도 안 떠올랐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구미호가 뭔 짓을 할지 몰라서 그랬다고 하면, 오히려 괜한 걱정만 끼치게 될 거고. 구원은 할 수 없이 얼버무리기로 했다. “어, 어쨌든 그러니까 사라는 이대로 자는 게 어때? 자세가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사라는 여전히 눈을 흘기긴 했지만, 그래도 구원의 어설픈 화제 돌리기에 넘어가줬다. “…힐링 섹스의 영향은 당신만 받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깨어있을 테니까 당신이 이대로 자는 건 어때요?” 하지만 그렇다고 스스로의 주장을 꺾을 생각은 없어보였다. 구원과 사라 사이에 다시 한 번 눈싸움이 시작됐다.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최종 수단에 나선다. “계속 그러고 있을 거면 강제로 재워버린다?” “강제로 재운다고요? 어떻게요?” “그야 물론 성자의 손길 한 방이면….” “미, 미쳤어요? 그러다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때 성자의 손길로 순식간에 기절해버린 사라지만, 자신이 엄청난 소리를 냈었다는 건 어렴풋이 기억하는 모양이었다. “걱정 마. 완전히 정신을 잃을 때까지 내가 입은 철저하게 막아줄 테니까.” 사라는 새빨개진 얼굴로 구원을 쏘아보더니, 결국 구원의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시켰다. “이젠 몰라요. 전 잘 테니까 맘대로 하세요.” 사라는 새침하게 말하곤 자신의 얼굴을 구원의 어깨에 맡겼다. 그리고 곧이어 귓가에서 쌔액쌔액하는 사라의 숨소리가 들려왔다. “사라야. 자?” 구원이 조그맣게 물어봤지만, 대답은 없었다. 말로는 저래도 피곤하긴 했던 모양이다. 하긴,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내 불침번 시간에 맞춰 일어났으니. 그만큼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 말이니 피곤할만한가. 구원은 사랑스럽다는 듯이 사라를 쓰다듬어 줬다. 그렇게 구원은 계속해서 불침번을 서게 됐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지금은 상당히 행복했다. 일단 품안에 늘씬한 미녀가 안겨있어서 마음껏 주물 댈 수 있다. 개인적으로 사라의 엉덩이는 정말 최고라고 생각한다. 여성적인 부드러움과, 운동으로 다져진 탄력이 완벽한 비율로 혼합되어 있는 느낌이다. 아마 평생 동안 만져도 질릴 일이 없을 거다. 그리고 사라가 잠들어 있다고는 해도, 그 특유의 명기가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잠들어 있는 사이에도 끊임없이 안쪽이 움직이며 구원의 물건을 꽉꽉 조여 오는 탓에, 구원은 도저히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매일 이런 식으로 불침번을 설 수 있다면, 아예 불침번 당번을 정하지 않고 내가 계속해서 서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구원의 그런 행복한 시간이 한없이 계속되지는 않았다. 적막했던 사막의 한가운데에서 갑자기 큰 알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몬스터가 접근한 건가? 아무런 기척도 안 느껴졌었는데? 손은 사라의 몸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불침번이라는 자각은 있어서 시각이나 청각은 주위를 향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적막한 곳이다 보니, 몬스터가 접근하면 소리가 들리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런데 내가 눈치 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접근하다니. 혹시 알람 마법이 잘못 울린 거 아니야? 그런 의심도 들었지만, 그렇다고 확인해보지 않을 수도 없었다. 게다가 알람 소리를 들었으니 디아나와 레이아도 곧 튀어나올 거다. “사라야. 일어….” “네. 일어났어요.” 사라도 알람 소리를 들었는지 이미 눈을 뜬 상태였다. 구원과 사라는 디아나와 레이아가 나오기 전에 황급히 바지를 입고 일어섰다. “그런데 안보이네.” “그러네요. 아니, 잠깐만요. 왠지 땅이 흔들리는 것 같지 않아요?” 사라는 눈을 감고 신경을 집중시키는 것 같더니, 갑자기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몬스터인가?!” “구원씨!” 그때 디아나와 레이아가 텐트에서 튀어나왔다. “알람은 울렸는데 몬스터는 안보여.” “땅이 살짝 흔들리는 느낌은 들지만요.” “뭣?! 설마 벌써…다들 발밑을 조심하게!” 사라의 말을 듣고 디아나가 황급히 외쳤다. 발밑? 두더지같이 땅속에서 이동하는 몬스터라도 있는 건가? 구원은 일단 발에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켰다. 그리고 땅울림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더니, 갑자기 한 마리 거대한 몬스터가 솟아올랐다. 바로 구원의 발 밑에서. “쿠롸레에에에에엑!” 구원의 몸이 허공에 가볍게 뜰 정도로 기세 좋게 솟아올랐던 놈은, 그대로 지면에 몸을 넘어뜨리고 꿈틀댔다. “뭐야 이거.” 구원은 여전히 성자의 손길이 걸려있는 발로 놈의 몸을 툭툭 차며 말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렁이같이 생긴 놈이었다. 몸 둘레가 대충 2미터 정도는 되어 보이는 지렁이 말이다. 끝부분은 6갈래로 갈라져 마치 꽃잎처럼 펼쳐져 있었고, 그 안쪽에는 이빨로 보이는 수많은 돌기들이 달려있었다. 날 통째로 삼키려고 땅속에서 솟아올랐다가 성자의 손길을 맞고 그대로 쓰러진 건가. 참으로 싱거운 놈이 아닐 수 없었다. “샌드 웜이라는 놈일세. 좀 더 나중에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말을 안 하고 있었네만.” “2계층에서도 꽤나 안쪽에 나오는 놈인가 봐?” “음. 보통은 3, 4일은 걸어야 이놈이 나오는 구역에 도달하네만,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 건지.” “혹시 여기에 이놈이 좋아할만한 뭔가가 있는 거 아닐까?” “흠. 샌드 웜이 좋아할만한 거라…. 보통 물가를 좋아한다고 알려져 있기는 하네만, 이 근처에 오아시스 같은 건 보이지 않지 않나?” 그야 그렇다. 360도 어딜 둘러봐도 쭉 모래밖에 보이지 않는다. 여기에서 얻을 수 있는 물이라곤 저기 선인장이 머금고 있는 물 정도밖에 없을 거다. 그거 말고는 사라와 하면서 떨어진 액체들 밖에…. 구원은 갑자기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설마. 아니겠지? 얘들 사는 곳에서 얼마나 먼데 설마 겨우 그거 때문에 여기까지 왔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지. 그냥 우연의 산물일 거야. “그, 그런데 이 놈 상당히 약하네.” “원래는 꽤나 위험한 녀석이네만 말일세.” “그런 것 치곤 튀어나오자마자 허무하게 뻗었는데.” “그야. 자네 스킬이 이상한 걸세. 원래는 아무런 전조도 없이 갑자기 튀어나오며 공격하는 놈이라 꽤나 까다로운 몬스터일세. 아직 2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에 도달하지 못한 모험가들은 대부분 이 녀석 때문에 텔레포트 마법진에 도달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지.” 디아나는 구원의 당황한 기색을 읽지 못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런데 두 분은 대단하시네요. 저도 알람 소리를 듣자마자 일어났다고 생각했는데, 밖에 나와 보니 이미 두 분이 계셨는걸요. 어느 분이 불침번이셨나요?” 하지만 예상외로 레이아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그래도 구원은 당황하지 않았다. 이 정도는 사라랑 이어져 있을 때 몬스터가 튀어나온 시점에서 이미 예상한 질문이었어. “아. 막 내가 사라랑 교대하려는 참이었어. 우연히 타이밍이 겹쳤지 뭐야.” 구원은 주머니에 들어가 있는 회중시계를 괜히 꽉 쥐며 말했다. “그렇군요.” 다행히 레이아는 그 말로 납득해준 모양이었다. “아무튼 별 일 없었으니 다행이네요. 그럼 다들 들어가 쉬세요. 전 조금 더 불침번을 설게요.” 사라도 의심받는 상황을 피하고 싶은지, 디아나와 레이아를 다시 텐트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결국 불침번은 제대로 사라가 서게 되는구나. 이거 미안해지네. 하지만 구원이 텐트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의심만 사게 될 뿐이다. 어쩔 수 없나. 사라한테는 나중에 뭔가 더 챙겨주기로 하고, 지금은 들어가자. 구원은 사라에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보내고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31==================== 2계층 샌드 웜의 습격 이후로 그날 밤 더 이상 다른 몬스터의 습격은 없었다. 힐링 섹스 효과도 듬뿍 받은데다가 잠까지 제대로 푹 잔 구원은, 다음날 아침 일어났을 때 던전에서 불침번까지 서면서 밤을 보냈다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기운이 넘쳤다. 역시 힐링 섹스가 최고야. 던전에서도 매일 밤 할 수 있으면 최고일 텐데. 말 그대로 꿈같은 얘기지만. 구원은 일어나자마자 사라를 찾았다. “사라. 잘 잤어?” “네.” 사라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꿈처럼 느껴질 정도로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혹시 디아나나 레이아한테 들키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는 건가? 지금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어젯밤엔 그렇게 달달한 분위기였는데 이렇게 쿨하게 반응하니 좀 쓸쓸한 느낌도 들었다. “어젯밤엔 미안해. 내가 섰어야했는데.” “괜찮아요. 원래 제가 설 시간이었는걸요. 게다가 저도 힐링 섹스의 영향을 받았으니까요. 지금 무척 쌩쌩해요.” 사라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구원으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게다가 사라의 마음을 깨달은 이후로는 안 그래도 예쁜 얼굴이 더 예뻐 보여서 큰일이었다. “그런데 운도 참 없지. 왜 하필 그때 몬스터가 나타나서 말이야. 그 이후론 또 쭉 안 나오고 말이야.” “아뇨. 몇 번 더 나왔어요.” “뭐? 하지만 알람은….” “알람이 울리는 범위까지 오기 전에 제가 처리했으니까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구원에게 마석 몇 개를 건넸다. “아침부터 뭘 그리 둘이서 속닥거리나?” “아, 아니. 그냥 이렇게 탁 트인 곳인데 몬스터의 습격이 한 번밖에 없었던 게 신기해서 물어봤거든. 그런데 사라가 불침번을 설 때 몇 번 더 습격이 있었다네.” “뭘 그 정도 가지고. 이 몸이 설 때도 몇 번 있었네. 알람이 울리기 전에 전부 처리했지만 말일세.”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거기엔 몬스터들의 시체가 몇 구 이리저리 놓여있었다. “…마석은?” “이 몸은 단검 같은 건 안가지고 다니네!” 디아나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그게 당당하게 말할 일이냐. “있지도 않은 가슴 펴면서 뻔뻔하게 말하지 마라.” “이, 있네! 확실히 있네! 이 몸이 성장만 하면….” “그래서 지금은?” “이, 이익!” 구원이 심드렁하게 물어보자, 디아나는 할 말이 없는지 구원의 가슴을 토닥토닥 때렸다. 네가 아무리 때려봤자 안 아프다니까. 하여간 놀리는 보람이 있는 녀석이다. 실제로 성장하면 엄청난 몸매가 되는데다가, 지금도 충분히 괜찮은 몸매니까 쿨하게만 대응하면 나도 재미없어서 안 놀릴 텐데. 얜 나이도 많은 주제에 은근히 이런 거에 면역이 약해서 틈만 나면 놀려주고 싶어진다. 그런데 사라는 물론 디아나가 섰을 때도 몬스터의 습격이 있었다는 건 혹시…. 구원은 열심히 두 주먹으로 공격하는 디아나늘 무시하고 레이아를 향했다. “혹시 레이아가 불침번 설 때도 습격이 있었어?” “아뇨. 제가 설 때는 없었네요.” 결국 나중에 섰던 둘의 시간대에만 몬스터들이 습격해왔다는 말이 된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서, 야영하기 전에 주위에 보이는 몬스터들을 싹 다 청소한 게 내가 불침번을 보던 시간까지 효과가 있었던 거라고 보면 되는 건가. 그건 그렇고 사라와 디아나가 불침번을 설 때 다가오는 몬스터를 처리했다는 말을 들으니, 불현 듯 떠오른 게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각자 돌아가면서 불침번을 세웠지만, 레이아는 불침번을 설 필요 없는 거 아니야? 그도 그럴 게 알람 마법의 범위가 상당히 확대됐는데도 불침번을 서는 이유는 다른 동료들이 깨어나기 전까지 몬스터들을 잡아두기 위해서이다. 레이아한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다. 구원이 그런 요지의 말을 레이아한테 전하자, 레이아는 고개를 붕붕 저으며 힘차게 말했다. 레이아가 고개를 저을 때마다 커다란 봉우리가 이리저리 요동쳤고, 그걸 보는 내 마음도 덩달아 요동쳤다. “아뇨. 짐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잠시 동안 막아두는 것 정도는 저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짐이라니. 이렇게 눈의 보양이 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은 하고 계신다고 생각하는데. “그래? 어떻게?” “어, 어떻게요? 그게…저 이래봬도 수인이라 힘도 세고요. 그리고 또…아, 그래! 사제는 그냥 치유 마법만 쓸 줄 아는 게 아니에요. 스태프를 이용한 공격 기술도 있어요!” 레이아는 가슴 앞에 양 손을 불끈 쥐고 꼬리를 붕붕 흔들며 역설했다. 하지만 지금 아, 그래! 라고 했지. 스스로도 완전히 까먹고 있었잖아. 진짜 가능하긴 한 거야? “그럼 한 번 때려봐.” “네? 누구를요?” “누구긴. 나지.” “저, 저…그런 걸 좋아하시는 분도 있다고 얘기는 들은 적 있지만…구원씨도 그러셨나요?”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이 아가씨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한테 그런 취미는 전혀 없어. 물론 우리 착하디착한 천사님이 행위 도중에 갑자기 정색하면서 매도하시면 그 갭에 살짝 흥분할 것 같기도…아니. 나한테 그런 취미는 없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그게 아니라 스태프로 공격해보라고. 어느 정도 위력이 있는지 확인해보게.” “네에?! 하, 하지만….” “괜찮아. 아마 생채기 하나 안 날 테니까.” “아앗! 저한테 공격 기술이 있다는 거 못 믿으시는 거죠?” 레이아는 살짝 토라진 얼굴로 말했다. 엄청 귀엽다. 아무튼 사제 클래스한테 둔기 공격 기술이 있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안다. 다른 게임에서도 원래 있었고, 아무도 치유가 필요하지 않을 때 써먹으면 나름 짭짭할 기술들이었다. 하지만 장담하는데 레이아는 설령 스킬을 배웠어도 모조리 레벨이 1일거다. 일단 우리 천사님이 누굴 때린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나랑 만나기 전에는 스태프도 없었잖아.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내가 무식하게 튼튼해서 그런 거야. 자 사양할 것 없이 한 번 공격해봐.” “정말이죠? 저 믿을게요. 다치시면 안돼요?” 레이아는 공격하기 전에 몇 번이나 구원에게 확인했다. 그리고 구원이 계속해서 괜찮다고 하자, 마지 못하는 느낌으로 스태프를 휘둘렀다. “에잇!” 스킬이 발동한 증거로 스태프의 궤적에 희미한 선이 남더니, 그대로 구원을 향해 내리꽂혔다. 물론 레이아의 공격도 디아나의 공격처럼 전혀 아프지 않았다. “좋아. 앞으로 레이아 불침번은 내가 대신 설게.” “아, 안돼요!” “괜찮아. 난 원래 잠이 없어서 그래도 전혀 상관없어.” 이건 레이아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파티 모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 구원도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레이아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미안한 마음에 어떻게든 불침번을 서고 싶어 하는 느낌이었다. 보통 대신 해준다고 하면 좋아할 텐데 말이야. 역시 천사님이야. “저도 조금 더 도움이 되고 싶어요….” “레이아는 평소에 멘탈 힐링을 해주니까 괜찮아. 나한테는 불침번을 서는 것보다 훨씬 더 도움이 되고 있어.” “제가요? 멘탈 힐링이요? 어떤…?” 레이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로 그거야. 그렇게만 계속 있어주면 돼. 구원은 대답하지 않고 혼자 흐뭇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결국 불침번은 구원이 2인분을 서는 걸로 결정됐다. 하지만 레이아는 아무래도 자신이 멘탈 힐링 담당이라는 것에 생각 외로 책임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식사를 할 때 그 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자, 구원씨. 많이 드세요. 아앙.” “아앙.” 레이아는 구원에게 음식을 먹여주기 시작했다. 구원은 물론 사양하지 않고 덥석 먹었다.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부끄럽지 않냐고? 그런 것보다 천사님와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더 소중해. 그걸 위해서라면 난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어. “후훗. 잘 드시네요.” 그리고 레이아는 한 술 더 떠서, 구원이 한 입 먹을 때마다 머리를 쓰다듬어 왔다. 고아원 아이들을 돌봐주던 습관인지 어린애를 대하는 것 같은 태도가 되어버렸지만, 구원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앉은 상태로도 구원이 꽤나 크다보니, 레이아가 옆에 앉아서 손을 구원의 머리로 뻗으면 자연스럽게 그 거대한 가슴이 팔에 압박됐기 때문이다. 원래대로라면 구원도 사라와 디아나의 눈치를 조금 봤겠지만, 천사님이 이런 식으로 행복한 상황을 계속해서 연출해주시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헤, 헤헷. 그, 그런…우읍!” 그때 입 안에 뭔가 쑤셔 넣어졌다. 정신줄을 다잡고 보니 사라가 자신의 수저를 구원의 입안에 쑤셔 넣고 있었다. “이런 게 그렇게 좋으시면 저도 잔뜩 해드리죠.” “잠, 으읍! 야, 아파! 으윽!” 내가 좀 많이 헤벌쭉댄 건 알겠는데, 그래도 너 너무 감정이 실린 거 아니냐. 사라는 디아나나 레이아랑 다르게 근력도 어느 정도 있으니 수저로도 미세하게 데미지가 들어왔다. “왜요? 이게 좋은 거잖아요?” “사라씨. 안돼요.” 구원을 해방시켜 준 건 레이아였다. “그렇게 난폭하게 하시면 구원씨가 아파하실 뿐이잖아요. 입 안은 섬세한 곳이니까 좀 더 부드럽게 해야 해요. 자 잘 보세요. 아앙.” 레이아는 사라를 타이르면서, 구원에게 다시 한 번 스프를 떠서 먹여줬다. “자, 이렇게요. 알겠나요?” 그리고는 마치 사라에게도 해보라는 듯이 말했다. “으윽….” 레이아의 그런 태도에 사라가 주저하기 시작했다. 일단 질투에 눈이 멀어서 구원을 공격하긴 했는데, 막상 자기도 해주는 처지가 되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귀여운 녀석. 구원이 살짝 놀리는 느낌으로 사라를 빤히 쳐다보자, 사라의 얼굴이 점점 붉어졌다. “흐, 흥. 누가 당신한테 먹여줄 것 같아요?” 사라는 스프를 떠서 주저주저하더니, 결국 자신의 입에 넣었다. 야. 그거 내 입에 들어갔던 거라는 건 알고 먹은 거지? 뭐, 관계할 때마다 키스를 그렇게 진하게 하는 사이인데 이제 와서 그런 거에 신경 쓰는 게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그렇게 질투에 불탄 사라를 물리치고 나서도, 레이아는 계속해서 구원의 식사를 옆에 찰싹 붙어 도와줬다. 한 입 먹을 때마다 어린애를 대하는 것처럼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게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특히 팔에 닿는 감촉이. “자네 이 몸이 쓰다듬어 줄때와 꽤나 태도가 다른 것 아닌가?” 그때까지 구원과 레이아를 가관이라는 듯이 쳐다보고 있던 디아나도 결국 못 참겠는지 맘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한 마디 했다. “그야 넌….” 구원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일어나자마자 이걸로 그렇게 놀렸는데, 지금 바로 또 놀렸다가는 주먹으로 토닥토닥 거리는 정도론 안 끝날 것 같아서 말이다. 다만 디아나 혼자 깨달을 수 있도록 가슴을 지긋이 바라봐줬다. “넌 뭔가? …잠깐. 자네 지금 어딜 보는 건가?” 훗. 눈치 챈 모양이군. 너랑 천사님의 결정적인 차이를 깨달았냐? 그럼 이제 욕먹지 않도록 얼버무릴까. “아니. 얼굴이 너무 귀여워서.” “거짓말 말게!” 전혀 안 통했다. “이, 이 몸이 이런 굴욕을 당하다니!” 디아나는 정말 분한지 눈가에 살짝 눈물까지 머금고 부들부들 떨었다. 이거 너무 반응이 격렬하니 조금 미안해지네. “야, 야. 뭘 그런 것 같고 그러냐. 굴욕이라니. 넌 너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 “…정말인가?” “그, 그럼!” “그런데 이 몸이 쓰다듬을 땐 왜 레이아양이 해줄 때와 반응이 다른가?” “그, 그거야…. 그, 그래. 쑥스러워서. 쑥스러워서 일부러 아닌 척 한 거야.” 구원은 머리를 짜내 겨우 얼버무렸다. 젠장. 내가 왜 이렇게까지…. 심지어 말하고 나니까 조금 쪽팔리기까지 하다. 좋아하는 애한테는 내색도 못하고 속으로 삭이는 애새끼도 아니고. 디아나는 구원의 얼굴을 빤히 보더니, 곧 함박 미소를 지었다. “뭔가. 자네도 꽤나 귀여운 구석이 있구먼. 이 몸이 쓰다듬어 주는 게 그렇게 좋았나?” 그러면서 구원의 머리를 헤집어놓듯 마구잡이로 쓰다듬으면서 놀리듯이 말했다. 분명 달래주려고 그런 말을 한 건 맞지만, 이렇게 기가 살아서 짓궂은 말을 하니 그건 그거대로 맘에 안 든다. 이거 다시 놀려먹으면 기가 죽을까. 하지만 구원이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레이아가 구원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은근 슬쩍 디아나에게서 떼어 놔줬다. “자, 자. 구원씨 여기 아직 식사가 남아있어요.” 그리고는 빵을 적당한 크기로 뜯어서 구원의 입에 넣어줬다. 혹시 내가 디아나한테 다시 욱하려는 걸 알고 이런 건가? 크으. 이런 식의 배려까지 완벽하시다니. 역시 천사님이 최고야. 아무튼 그렇게 일행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향해 다시 길을 나섰다. 거기까지 도달하는 여정의 최대 장애물이라는 샌드 웜이 출몰하는 지역까지 도달하고도 일행이 전진하는 속도는 전혀 줄지 않았다. 구원이 혼자 앞장서서 성자의 손길을 발에 걸어놓고 걷고 있으면, 혼자 떨어져있는 구원을 먼저 처리하려다가 발에 부딪히고 툭툭 쓰러지니 말이다. 그렇게 산책이라도 하는 것처럼 쭉쭉 길을 나아가기를 며칠. 드디어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 천장까지 닿는 거대한 빛의 기둥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거 텔레포트 마법진 맞지?” “음. 제대로 찾아왔군.” “좋았어. 오늘은 좀 푹 잘 수 있겠네.” “죄송해요….” 구원의 말에 레이아가 갑자기 고개를 숙였다. “아, 아니. 난 그런 뜻이 아니라….” “그래요. 레이아가 사과하실 필요 없어요. 이 사람은 그냥 섹스가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니까요.” 옆에서 사라가 냉정하게 말했다. 사라는 요즘 레이아가 나한테 너무 붙어 다녀서 그런지 기분이 계속 안 좋았다. 옛날엔 사라가 저런 태도로 나오면 당황스러웠는데, 요즘은 마냥 귀여워 보인다. 이것도 일종의 콩깍지인가? 심지어 사라가 한 말이 틀린 말도 아니었다. 섹스가 하고 싶어서 한 말이 맞아. 역시 날 좋아하는 사람답게 정확히 보고 있군. “뭐, 얼른 가보자고.” “부정 안하는 겐가….” 옆에서 디아나가 황당하다는 말투로 말했다. 그걸 부정해서 뭐해. 하고 싶은 건 남자의, 아니 모든 생물의 기본적인 욕구라고. 빛의 기둥은 눈에 보이는 것 치고 생각보다 훨씬 멀리 있었다. 반나절정도 걸어 겨우 도착한 그곳은 작은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마을? 던전에 사람들이 사는 거야?” “정확히는 2계층을 탐험하는 모험가들과, 모험가를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상인들, 그리고 이 곳을 관리하는 클랜원들일세.” 우리가 발견한 비밀 기지처럼 꽉 막힌 공간이 아니라면, 텔레포트 마법진은 너무 눈에 띈다. 특히 이곳에선 반나절 거리에서도 확실히 보일 정도로 시야가 탁 트인 곳이니 더더욱. 그렇다보니 몬스터들이 습격을 해오는 것도 일상다반사다. 힘들게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해놨더니 몬스터들이 습격을 받고 망가지면 말짱 도루묵 아닌가? 그래서 클랜들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한 구역에 이런 식으로 마을을 만든다. 어차피 물자는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옮길 수 있어 부족할 건 없으니, 아예 여기 눌러 앉아서 텔레포트 마법진을 지키며 돈을 버는 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험가들도 안전한 이곳에서 잠을 자려고 하게 되고,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인들도 생긴다는 거다. 이건 이 곳을 관리하는 클랜으로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일단 이 장소를 이용하는 상인들에게 세금같이 수익의 일부를 걷을 수 있고, 여기에 머무르는 모험가들은 몬스터가 쳐들어 왔을 때 도움이 되니 말이다. 상부상조라고 할까. 괜찮은 시스템이다. 좁아터진데다가 몬스터의 습격 걱정도 거의 없는 1계층의 우리 구역과는 별로 상관없는 얘기지만. “그런데 보통 이런 덴 물가가 더 비싸지 않아? 그냥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마을에서 자는 게 낫지 않나?” “상인들도 그런 생각을 못할 정도로 바보는 아닐세. 텔레포트 마법진의 이용료에 맞춰서 어느 정도 조절하고 있지. 게다가 계속 여기서 탐험을 할 생각이면 매일 이동하는 건 귀찮기도 하고 말일세.” 과연. 확실히 계속 탐험을 할 건데도 매일 디아나의 저택에 왔다 갔다 하는 건 귀찮다. 시간도 아깝고. “그럼 오늘은 우리도 여기서 묵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이곳의 여관도 마을의 여관과 별반 다를 바가 없었다. 일행은 일단 방을 잡기 전에 식당 쪽으로 가서 식사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이렇게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니, 정말로 던전 안이라는 느낌이 안 들었다. “던전 안에서 이런 식으로 식사를 하고, 침대에서 잠도 잘 수 있다니, 신기한 기분이에요.” “그러게.” 구원도 정말 신기한 기분이었다. 여관에서 묵는 다는 건, 같이 잘 수 있다는 말이잖아. 던전 안에서 눈치 안보고 매일 섹스를 할 수 있다니. 설마 며칠 전에 던전에서도 매일 힐링 섹스를 발동시킬 수 있으면 최고일 거라고 생각했던 게 정말로 실현될 줄이야. “그럼. 사라야. 우리 방은 하나면 되지?” “네, 네?” “응? 뭘 그렇게 놀라? 안 할 거야?” “그, 그건! 하, 하긴 할 거지만요….” 사라는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역시 요즘 질투 때문에 차가운 태도를 취했다고 해도, 이런 것까지 거부할 리가 없지. 귀여운 녀석. “그럼 방 잡자.” 구원은 사라의 손을 잡고 얼른 방을 잡아 2인실로 올라갔다. 그리곤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사라의 옷을 벗겼다. “자, 잠깐만요! 적어도 씻고!” “그러고 보니 같이 씻기로 약속했었지.” “읏!” 사라는 구원이 말하기 전까지 까먹고 있었는지, 몸을 경직시켰다. 훗. 미안하지만 난 안 까먹었거든. 구원은 얼굴을 붉히는 사라를 데리고 방에 딸린 욕실로 들어갔다. 사라는 긴장으로 몸을 경직시키고 있었지만, 저항하는 낌새는 보이지 않고 그대로 구원이 이끄는 대로 욕실에 들어왔다. “왜 그렇게 긴장해? 이미 서로의 몸은 구석구석까지 다 봤잖아.” “그, 그래도 이거랑 그거랑은 얘기가 다르다고요!” 구원 입장에선 그거나 이거나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사라 입장에선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결국 사라가 너무 부끄러워하는 바람에 서로 씻겨주는 건 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나. 기회는 지금만 있는 게 아니야. 천천히 익숙해지게 만들자.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편엔 씬 없습니다. 요즘 너무 그런 씬만 자주 써서 쓰기 귀찮…힘드네요. 132==================== 2계층 “그러고 보니 밤새도록 하고 싶어 했지.” 구원은 씻고 나와서 사라를 침대에 누이며 말했다. “네? 그, 그게 무슨….” 시치미 떼기는. 저번에 누구랑 밤새 해봤냐고 질투했잖아. 이래봬도 난 이런 쪽으론 기억력이 좋은 편이거든. “좋아. 그럼 밤새 할까.” “미, 미쳤어요? 내일도 사냥을….” “괜찮아. 내가 저번에 밤새웠을 때도 던전 들어가기 전날이었거든. 아무 문제없었어.” 사실 섹스만 하면서 밤을 샌 적은 없지만. 저번에 레이아와 밤을 샜을 때는, 레이아는 기절한 채로 나 혼자 밤을 샜었으니 말이다. “잠, 저, 정말로?” 사라는 가볍게 저항하는 척을 했지만, 진심으로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좋았어. 그럼 달려볼까. 결국 사라와는 정말로 밤새도록 하게 됐다. 구원은 평소라면 막 일어났을 시간이 돼서야 허리 움직임을 멈췄다. 저번에 했던 기억도 살려서 격렬하기 보다는 꽤나 느긋하게 즐기듯 움직인 적이 더 많았지만, 결국 오래하면 그것도 아무 의미 없어졌다. 도중부터 사라는 거의 정신이 나가서 구원이 서너 번만 허리를 왕복해도 절정에 달할 정도로 민감해져 버렸다. 그래서 사라는 지금 침대위에 대자로 뻗어있었다. 눈은 뜨고 있으니 기절한 건 아니다. 다만 얼굴이 눈물이나 침 같은 것으로 범벅되어있고, 얼굴근육도 헤실헤실 풀어져있었다. 평소 쿨한 표정의 사라가 이런 얼굴이 되긴 흥분되긴 했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너무 지나쳤나. “사라야. 괜찮아?” “하앗, 하앗, 하앗. 흐으으읏…!” 구원이 사라의 배에 어깨에 배에 손을 대고 가볍게 흔들자, 사라가 몸을 웅크리며 격렬하게 몸을 경련시켰다. “하앗, 잠, 만지면…!” 아, 응…. 미안. 구원은 사라가 안정될 때까지 가만히 놔두기로 했다. 일단 나부터 샤워나 할까.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침대 위에 앉은 사라가 이쪽을 엄청나게 노려보고 있었다. 얼굴은 닦았는지 언제나처럼 예쁜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정말 제정신이에요? 진짜 믿을 수 없어. 이 짐승.” “아, 아니. 저번에 누구랑 밤샌 적 있냐고 그랬잖아. 너도 해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아서….” “변명하지 마요!” “응….” 구원은 닥치기로 했다. 내가 생각해도 너무 달린 것 같기는 해. “정말 믿을 수 없어. 으…배 안쪽이 출렁대는 것 같아….” 사라는 그런 혼잣말을 하면서 천천히 욕실 안으로 사라졌다. 화난 표정 치고 목소리는 은근히 밝은 것 같은데. 내 기분 탓인가? 아무튼 밤새 한 덕분에 구원은 한 가지 쾌거를 이뤘다. 바로 사라의 레벨을 다시 뛰어넘은 거다! 섹스로 레벨 업 하는 세계에서 같이 다니는 여자애보다 레벨이 뒤처지는 건 꽤나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사라는 섹스가 아니라 전투로도 레벨이 올라서 그런 거긴 하지만 말이다. 얘는 전투를 하다보면 또 은근슬쩍 레벨이 올라버릴 테니, 이렇게 레벨을 추월해도 방심할 수 없다. 그래도 덕분에 구원도 레벨 올리기가 조금 편한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레벨이 낮은 애들하고만 하면 레벨 업이 더디니 말이다. 구원이 파티원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레벨을 끌어올리고, 사라가 전투로 구원의 레벨을 초월하면 구원이 다시 따라잡아 파티원의 평균 레벨을 끌어올리는 선순환의 반복이라고 할까. 레벨은 50을 뛰어넘은 구원은 사라가 씻고 나오는 사이에 스킬을 찍기로 했다. 모기떼를 만났을 때부터 노리고 있었던 스킬이 있었는데, 드디어 50레벨이 넘으면서 배울 수 있게 됐다. 구원은 스킬창을 열어 망설임 없이 해당 스킬에 스킬 포인트를 투자했다. 바로 성역 선포라는 스킬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감이 오겠지만, 자신의 주위 일정 반경을 성역으로 만드는 기술이다. 물론 성역의 성도 성스러울 성이 아니라 성품 성을 써서 성역이다. 성역에 들어선 모든 생물은 흥분도와 민감도가 점차 상승하고, 쾌감이 1초마다 한 번씩 도트데미지처럼 들어간다. 이렇게 말로만 설명하면 이 스킬 하나만으로 다 해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사기스킬로 들리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그레이트 어스의 다른 게임에도 비슷한 스킬은 있었다. 그리고 다들 하나같이 쓰레기 취급 받는 스킬들이었다. 일단 마나 효율이 극도로 안 좋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위력이 너무 떨어진다. 흥분도, 민감도, 쾌감을 전부 준다는 점에서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이렇게 전부 퍼주는 대신 위력은 그만큼 엄청나게 떨어졌다. 원래부터 1 대 다의 하렘 플레이를 위한 스킬이니 말이다. 플레이어가 만렙을 찍을 정도가 아니면 위력이 안 나오지만, 그렇다고 만렙을 찍어버리면 이미 하렘 플레이를 할 때에 이런 스킬이 필요 없어진다는 계륵 같은 스킬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원은 이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했다. 오로지 모기떼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말이다. 디아나가 있으면 모기떼 따위 전혀 문제될 게 없지만, 사람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나쁠 건 없다. 혹시 뭔가 일이 생겨서 디아나와 잠깐 떨어질 수도 있는 거고, 디아나의 마나가 부족해졌을 때 갑자기 모기떼가 나타날 수도 있는 거고 말이다. 성역 선포의 위력이 심하게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모기떼정도는 잡을 수 있겠지. 하나하나는 1계층 몬스터들보다도 약한 녀석들이고, 내 매력도 오버스펙이니. “그런데, 이제부터 어떻게 하지? 일단 여기 텔레포트 마법진에 등록하고 마을에 돌아갔다 올까?” “음? 굳이 그럴 필요 있나? 어차피 여기까지 온 이상 잠도 푹 잘 수 있으니, 계속 사냥하는 게 어떤가?” 구원은 디아나의 말을 듣고, 바로 그 속셈을 눈치 챘다. 이거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여기까지 오자고 한 거였군. “너 또 가출하려고 그러냐?” “그, 그게 무슨 소린가?” “지금 집에 가기 싫어서 이러는 거잖아.” “아, 아닐세! 어차피 자네들 레벨로는 이 근처에 머물면서 사냥을 해야 할 것 아닌가!” “정말로 그것뿐이야?” 구원은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말했다. 마치 눈싸움을 하는 것처럼 서로 마주보고 있기를 수 초, 결국 먼저 눈을 돌린 건 디아나였다. “어, 어차피 마을에 가봤자 볼 일도 없지 않은가.” 디아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살짝 토라진 말투로 말했다. 이렇게 귀엽게 반응하니 또 더 못 놀리겠네. 하여간 예쁜 것들은 뭔 짓을 해도 득을 본다니까. “나는 그렇긴 한데, 사라나 레이아는 어떨지 모르잖아. 볼 일이 없어도 며칠간 계속 돌아다녔으니 쉬고 싶을 수도 있고. 사라나 레이아는 어때?” 일단 말은 둘 다에게 묻는 것처럼 했지만, 정확히는 레이아를 향한 질문이었다. 시골에서 올라와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사라가 마을에 볼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한시라도 빨리 레벨을 올리기 위해 사냥을 하자고 재촉할 거다. “전 괜찮아요. 디아나 말대로 이대로 여기 머물며 사냥하죠?” 역시나. 예상대로의 대답이다. 마왕 토벌을 위해 나선 용사인데 당연히 이렇게 대답하겠지. “저도 괜찮아요.” 하지만 레이아까지 이렇게 대답하는 건 의외였다. 이 며칠 동안 고아원에 못 갔으니, 이쯤에선 한 번 가고 싶어 할 줄 알았는데. 혹시 우리를 생각해서 배려하고 있는 건가? “정말 괜찮아? 무리하는 거 아니야?” “아니에요. 정말 괜찮아요. 저도 꼭 불침번을 설 수 있게 될 때까지는 성장하고 싶어요.” 레이아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대답했다. 과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나. 어차피 한동안은 여기서 머물거니 불침번 같은 건 서지도 않을 텐데. 하여간 기특하시다니까. 그래서 만장일치로 일단 좀 더 여기 머물며 사냥을 하기로 했다. 이 근처 몬스터들은 구원이나 사라, 디아나 중 누가 나서도 손쉽게 정리되는 수준까지 파티원들의 실력이 올랐지만, 레벨로 따지면 이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다. 어디까지나 성자, 용사, 대마법사라는 타이틀 덕분에 우리가 레벨 이상으로 너무 강한 것뿐이다. 이 근방 몬스터들의 적정 레벨은 여전히 우리 레벨보다 높은 수준. 사냥은 학살하는 수준이라도 레벨은 꽤나 쏠쏠하게 올랐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레벨을 효율적으로 올리기 위해,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봉인하기로 했다. 이거만 쓰면 전부 한 방에 쓰러져버리니 제대로 싸우는 것 같지도 않단 말이지. 그래서 구원이 앞에서 몬스터들의 시선을 끌고 사라가 한 마리씩 정리하는 식으로 전투를 해나갔다. 참고로 디아나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나서지 않도록 대기시켰다. 어차피 얜 직업 레벨을 올릴 필요도 없으니 말이다. 이렇게 전투 방식을 바꾸자, 드디어 샌드 웜도 왜 모험가들의 위협이 되는지도 깨달았다. 구원이 한발 앞장서서 걷고 있을 때, 땅에서 희미한 진동이 느껴졌다. 그리고는 곧바로 발밑에서 뭔가가 불쑥 튀어나와 구원의 허리까지 삼켰다. 우왁. 이게 뭐야. 기분 더럽네. 구원의 방어력이 상당한 것도 있고, 강화한 갑옷도 제값을 하는지, 데미지는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다만 몸 절반이 몬스터에게 먹히는 건 꽤나 소름끼치는 감각이었다. 반사적으로 성자의 손길을 쓸 뻔 했지만, 구원은 겨우 참아냈다. 그리고 샌드 웜의 몸 안에 삼켜져 있는 발을 크게 휘둘렀다. “쿠뤠에엑!” 놈은 어느 정도 데미지를 입은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구원의 하반신을 뱉어내진 않았다. 이거 근성 있는 놈일세.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하지만 근성이라면 구원 역시도 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구원이 양발을 번갈아가며 휘둘러 계속해서 샌드 웜을 몸 안쪽에서 공격하자, 밖에서도 놈의 몸이 구원의 발길질에 부풀어 오르는 게 보일 정도였다. 놈은 괴로운 듯 몸을 크게 꿈틀댔다. “구원!” 샌드 웜이 몸을 크게 꿈틀대면, 몸이 반쯤 먹혀있는 구원의 몸 역시도 크게 흔들리는 건 당연하다. 그런 구원의 모습이 상당히 위태로워보였는지, 사라가 당황해서 마나를 상당히 실은 걸로 보이는 화살을 한 발 날렸다. 샌드 웜을 향해 날린 화살은 샌드 웜의 피부를 뚫고, 그 안에 먹혀있던 구원의 허벅지까지 그대로 관통했다. “끄아아악!” 예상치 못했던 데미지를 입은 구원은 정말 오랜만에 비명을 질렀다. 그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데미지가 들어온 것만이 이유가 아니다. 뭐야 이거. 무진장 아파. 사라 쟤 데미지 왜 이렇게 살벌해. “구, 구원!” “괘, 괜찮나!” “구원씨!” 구원의 비명소리에 파티원들도 모조리 비명을 질렀다. 구원은 효율적인 레벨 업이고 뭐고 일단 성자의 손길을 써서 샌드 웜을 기절시킨 다음 얼른 그 몸에서 빠져나왔다. 다행히 사라의 화살이 너무 위력이 강한 덕분에 허벅지를 관통하고 지나가서 박혀있지는 않았다. 아니, 이거 다행인가? “구원!” 제일 먼저 구원에게 다가온 건 역시나 사라였다. 단순히 셋 중 제일 빠르니 말이다. 거의 축지법을 쓰는 수준으로 빠르게 구원을 향해 달려온 사라는 그대로 구원을 끌어않고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어떡해. 미안해요. 전 그럴 생각이, 흐윽. 흐앙.” 사라는 급기야 울음까지 터뜨리기 시작했다. 그것도 그냥 눈물이 고인 수준이 아니라 어린애처럼 펑펑 우는 수준으로 말이다. 사라의 그런 모습에 오히려 구원이 당황해서 아픈 것도 잊고 사라를 다독여줬을 정도였다. “괘, 괜찮아. 진정해. 이거 생각보다 안 아파.” “아, 안 아프긴, 흐윽, 뭐가, 흑, 안 아파요! 이, 이렇게 피가, 흑.” 사라는 너무 펑펑 우느라 제대로 말도 못하면서 구원에게 말했다. 와 전혀 안 이럴 것 같은 애가 이렇게 울어대니까 감당이 안 되네. 뭐라고 달래 줘야하지. 구원은 일단 사라를 끌어안고 등을 토닥토닥 다독여줬다. “자네 괜찮나?” “구원씨. 얼른 보여주세요.” 그리고 뒤이어 달려온 디아나와 레이아가 구원을 살폈다. 레이아는 곧장 손에 빛을 머금더니, 구원의 허벅지를 어루만졌다. 여느때 이상으로 부드러운 손길이었지만, 과연 관통당한 상처 위를 어루만지는 건 조금 쓰라렸다. “크윽!” “죄, 죄송해요. 아팠나요?” “아니. 그냥 살짝 쓰라려서 그래. 계속해줘.” 그렇게 평소보다도 한참을 어루만져 주고서야 겨우 구원의 상처가 회복되었다. 그사이에도 사라는 구원에게 안겨 계속해서 펑펑 울고 있었다. “사라야. 그만 울어. 괜찮아. 자 봐. 다 나았어.” 구원이 계속해서 다독여주자, 사라도 간신히 울음을 멈췄다. 아직도 콕 찌르면 바로 주르륵 떨어질 정도로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지만, 사라는 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참는 모습이었다. “…마을로 돌아가요.” “응? 왜?” “그럼 그 다리로 사냥을 계속하게요? 어서 마을로 돌아가요.” “아니, 다 나았는데….” “안돼요. 적어도 오늘 하루는 쉬어야 해요. 힐링 섹스든 뭐든 사용해서 완벽하게 치료해야 돼요.” 사라는 고집스럽게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리고 구원도 힐링 섹스라는 말에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 오늘 하루는 쉬고 내일부터 힘내도록 할까. “크흠. 어쩔 수 없구먼. 그럼 이 몸이 힘내도록 할까.” “네?” “음?” 사라와 디아나가 얼굴을 마주보고 서로 갸웃거렸다. “아뇨. 순전히 제 잘못이니 이건 제가….” “아니. 그럴 것 없네. 이 몸은 동료의 실수를 감싸 안아줄 수 없을 정도로 그릇이 작은 사람이 아니라네. 무엇보다 오늘은 이 몸 차례가 아닌가. 이 몸이 책임을 지고 확실히 완치시키도록 하겠네.” “으, 으윽….” 오오. 오랜만에 디아나가 완벽한 논리로 사라를 압살했다. 이러니까 옛날 생각나네. “구원씨….” 구원이 방관자의 입장으로 둘의 대화를 구경하고 있자니, 옆에서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제 치료로는 부족한가요? 아직 다 낫지 않은 건가요?” 고개를 돌리자 우리 천사님이 무척이 슬픈 얼굴을 하고 계셨다. “아니! 그럴 리가! 완전 쌩쌩한데!” 구원은 얼른 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와. 이것 봐. 어딜 다쳤는지도 모르겠어. 역시 레이아의 치료마법은 최고야.” 구원은 다리를 붕붕 흔들며 과장되게 말했다. 우리 천사님을 슬프게 만들 순 없지. 완치가 된 건 사실이고, 어차피 섹스는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이다. 대낮부터 눈 돌아갈 이유는 없다. “자, 다들 괜한 염려하지 말고 어서 사냥이나 하자고. 다들 레이아의 치유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잘 알잖아? 자 얼른 마석을 캐고 출발하자.” 구원은 샌드 웜이 쓰러진 곳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 자리에 이미 샌드 웜의 모습은 없었다. 뭐야. 설마 도망간 건가? “마석이라면 여기 있네.” 그때 디아나가 구원에게 마석 하나를 내밀었다. 과연. 역시 경험이 많은 디아나는 그 와중에도 기절한 샌드 웜을 확실히 처리한 모양이다. 그런데 마석은 어떻게 캔 거지? “너 나이프 없잖아?” “바람 마법으로 갈기갈기 찢으면 마석도 자연스럽게 나오네.” “그럼 전에는 왜 안 그러고 쌓아뒀는데?” “그러면 이 몸의 눈이 더러워지지 않나. 웬만하면 하고 싶지는 않네.” 확실히 시체를 마석이 보일 때까지 갈기갈기 찢어버리면 미관상 안 좋긴 하겠지. 이번엔 어쩔 수 없이 했다는 건가. 그런 점에서 얘도 장난칠 때와 아닐 때는 확실히 구분해서 나한테 장난을 쳤다는 말이 된다. 뭐, 그렇다고 마석 캐는 걸 나한테 짬시킨 게 용납되는 건 아니지만. 할 수 있는데 안했던 거란 말이지? 너 나중에 두고 보자. 구원은 조용히 디아나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했다. 물론 낮에는 디아나한테 이기기 힘드니 복수는 밤이 될 거다. 마침 오늘 밤이 얘랑 하는 날이지. 과연 어떻게 골려 먹어줘야 얘 입에서 잘못했단 소리가 나올까.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33==================== 2계층 디아나를 골려주는 건 밤에 하기로 하고, 일단은 사냥을 재개하기로 했다. 사라가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도 이번엔 절대 실수하지 않겠다는 듯이 다부진 표정을 짓고 있는 게 꽤나 귀여웠다. 하지만 구원도 또 당할 생각은 없었다. 아까는 샌드 웜이란 놈이 왜 무서운 놈인지 실감이 안 나서 방심했던 거고, 한 번 당했는데 또 방심할 정도로 구원은 바보가 아니었다. 이번에는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가, 땅에서 미약한 진동이 느껴지는 순간 좌우로 재빨리 움직였다. 사라에게 뒤쳐진다 뿐이지, 구원의 민첩은 결코 낮은 게 아니다. 그 민첩을 바탕으로 구원은 아슬아슬하게나마 샌드 웜의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구원을 물지 못하고 그냥 공중으로 솟구친 놈의 몸은 그냥 샌드백이나 다름없었다. “흠. 처음부터 그러지 그랬나.” 만약을 대비했었는지, 디아나가 허공에 마법을 띄워놓고 있다가 손을 휙휙 저어 없애며 말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걱정은 됐던 모양이다. “얘들이 성자의 손길에 너무 쉽게 잡히니까 아깐 잠깐 방심했었어.” “자네가 레벨에 비해서 이상할 정도로 강한 건 인정하네만, 던전에서 방심은 언제나 금물일세. 이 몸은 그런 식으로 목숨을 잃은 자들을 수 없이 많이 봐왔네. 자네까지 그런 식으로 잃고 싶지는 않군.” 디아나가 오랜만에 연륜이 느껴지는 말을 해왔다. 이런 식으로 말해오면 또 약해진단 말이야. “미안. 앞으론 조심할게.” “음. 솔직해서 좋군. 좋은 자세일세.” 디아나는 만족한 미소를 띠우고 구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얜 참 머리 만지는 거 좋아한단 말이야. 혹시 그런 쪽 페티시라도 있는 거 아니야? 구원은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음흉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자 어째선지 디아나의 웃음이 더 밝아진 기분이 들었다. 뭐야. 왜 좋아하는 건데. 얘 혹시 마법으로 사람 마음이라도 읽을 수 있나? 아니, 그럼 좋아하는 게 아니라 화내야 하는데. 수수께끼는 깊어져갈 뿐이었다. 그렇게 몇 차례 전투를 반복하며 구원은 꾸준히 스테이터스 창을 확인했다. 확실히 무투가의 레벨 업 속도는 성자의 손길을 쓸 때보다 빨라진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흠….” “음? 왜 그러나? 갑자기 멈춰서.” “설마 아직도 다리가 아픈 건가요?! 역시 오늘은 마을로….” 사라가 득달같이 구원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잠깐 레벨 업 효율이 어떻게 하면 좋아질지 생각했어.” “정말이죠? 괜히 괜찮은 척 하는 거 아니죠?” 걱정해주는 게 절실히 느껴져서 가슴 한 구석이 간질간질하고 기쁘긴 하지만, 한편으론 살짝 적응이 안 된다. “물론이지. 걱정 마. 내가 그런 짓을 하려고. 너 또 펑펑 울 게 뻔한데.” 구원은 사라에게 장난스럽게 씨익 웃어줬다. “그, 그렇게까지 펑펑 울지는 않았어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걸 부정하는 건 무리수 아니냐. 너 진짜 탈수가 걱정될 정도로 장난 아니게 울었어. 아무튼 사라도 구원이 정말 괜찮다고 알아준 모양이다. 구원은 멈추고 있던 발걸음을 다시 옮기며 생각했다. 대체 암살자 레벨은 어떻게 올려야하는 거지? 지금까지 암살자 레벨이 전혀 안 오른 건 아니다. 어느 샌가 레벨이 8로 오르기는 올라 있었다. 다만 어느 순간 8로 올라있었고, 그 이후로는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대체 암살자 레벨이 오르는 조건이 뭘까? 암살자라는 직업이니 상대를 내가 직접 죽여야 하나 싶어서 막타도 쳐봤지만, 그 걸로는 전혀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확인해보면 올라있을 때도 있고. 죽이는 게 아니라 암살이 조건인 걸까? 하지만 지금까지 암살 같은 방식으로 몬스터를 잡은 적은 없다. 암살자답게 싸운 걸 굳이 꼽자면, 1계층에서 웨어 울프형 계층 주인을 잡을 때 잠자고 있는 놈에게 기척을 숨기고 다가가려다가 들킨 적 밖에 없었다. 그럼 대체 언제 오른 거지? 혹시 디아나는 알고 있으려나? 나중에 디아나랑 둘이 있을 때 물어봐야겠다. 레이아와 같이 있을 때 물어보면, 어디서 암살자 직업을 얻었냐는 말이 나왔을 때 할 말이 없으니 말이다. 그리고 슬슬 사냥을 마칠 시간대가 됐을 때, 드디어 구원이 바라던 기회가 찾아왔다. 좋았어. 오늘은 왜 안보이나 했네. 멀리서도 확실히 들리는 앵앵거리는 소리와 함께, 검은 구름이 저 멀리서 빠른 속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흠. 이 몸이 나설 차례군.” 하루 종일 모기떼가 나오지 않자 할 일이 전혀 없었던 디아나가 마침 잘 됐다는 듯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아무리 던전 탐험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다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따라다니기만 하는 건 지루했던 모양이다. 미안하지만 이번에도 디아나가 아니라 구원이 나설 차례였다. 구원은 앞으로 나서서 손을 뻗으며 디아나를 제지했다. “잠깐 기다려. 놈들은 내가 상대해볼게.” “음? 그게 무슨 말인가.” “잠깐 시험해 볼 게 있거든.” “자네. 낮에 이 몸에게 조심하겠다고 다짐을 한 건 벌써 잊었나?” “그럴 리가. 그래도 저놈들을 상대하려고 새로운 스킬까지 익혔는데 시험해보지 않을 수도 없잖아.” “호오. 새로운 스킬 말인가? 어떤 스킬인가?” 구원의 말에 디아나가 호기심에 눈을 빛냈다. 역시 새로운 스킬이라고 하니까 관심이 생기는 모양이군. “내 주변의 일정 범위 내에 있는 모든 대상에게 발동하는 광역기술이야. 효과는 성자의 성수와 성자의 손길이 엄청나게 약하게, 하지만 지속적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야.” “엄청나게 약하게라면 어느 정도인 건가? 성수와 손길을 합한 효과라면 위력이 약하더라도 상당히 위험할 거라고 생각되네만.” “아마 너희는 거의 느끼기 힘들 정도로? 하지만 저 놈들 하나하나는 엄청나게 약한 놈들이니까 꽤나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 “흠. 시험해 볼 가치는 있다는 건가.” “그래. 혹시 모르니까 만약을 대비해서 마법만 준비하고 있어줘.” “음. 알겠네. 그 새 스킬이란 걸 한 번 보도록 하지.” 구원은 당당하게 모기떼들이 다가오는 방향으로 걸어 나갔다. 와라. 이 벌레 놈들아. 성자가 싸우는 방식을 보여주지. 모기떼와의 거리가 1미터 안쪽으로 좁혀졌을 때, 구원은 스킬을 발동했다. 성역에 들어온 걸 환영한다. 이 미천한 벌레들아. 구원은 고개를 하늘로 향하고 양팔을 벌리는 등 온갖 똥폼을 다 잡으며 모기떼를 향해 씨익 웃었다. 그리고 그 수많은 모기떼들이 한꺼번에 전부 구원에게 달려들었다. 아마 밖에서 보면 그냥 사람형상의 검은 물체로 보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모기들은 구원의 몸 구석구석까지 빼곡하게 달라붙었다. 어, 어라? 이건 내 예상이랑 좀 결과가 다른데? 아니야. 그래도 침착하자. 나에겐 아직 성자의 손길이 남아있어. 구원은 곧바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했다. 그러자 손에 달라붙어있던 모기들이 순식간에 떨어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좋아. 이대로 몸에 달라붙은 녀석들도…. 하지만 구원이 손을 휘젓기 전에 또 다른 모기들이 구원의 손을 빼곡히 덮었다. 그리고 손에 달라붙은 놈들이 떨어져나가는 사이에, 몸에 달라붙어 있던 놈들이 주둥이에 달린 긴 빨대를 구원의 몸에 꽂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헬프 미!” 그 소름 끼치는 감각에 구원은 바로 도움을 요청했다. 디아나님 살려주세요! 아니, 잠깐만. 디아나가 얘들 잡을 때 어떻게 잡았더라? 디아나가 마법을 날리는 짧은 시간동안, 구원의 뇌리에 모기떼들이 폭발마법을 맞고 터져나가던 광경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나…방어력에 비해서 마법 방어력은 생각만큼 높지 않은데. 디아나가 그 사실을 알려나? 디아나 앞에서 내가 마법을 맞은 적은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었다. 마법에 맞을 기회가 없었으니 지금까지 정신 스탯을 안올린 것이기도 했고. 찰나의 순간에 여기까지 생각을 마친 구원은 바로 비명을 질렀다. “잠깐! 디아나! 나!” 촤아아악! 하지만 디아나의 마법이 조금 더 빨랐다. 차가운 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 번에 뒤집어 씌워졌다. 그 강렬한 물살에 구원을 뒤덮고 있던 모기떼들이 한꺼번에 밑으로 쓸려나갔다. “음? 뭔가?” “아니. 난 넌 언제나 믿고 있었어.” 그럼. 당연하지. 우리 대마법사님이 설마 그 정도 생각도 못하고 동료한테 피해를 끼치는 마법을 사용하겠어? 물을 이용한 마법으로 깔끔하게 모기들만 바닥에 떨궈 내다니. 역시 대마법사님. 응용력 자체가 틀려. 물론 위력은 낮기 때문에 디아나의 마법으로 모기떼들이 죽은 건 아니었다. 구원은 발에 성자의 손길을 사용하고, 모래에 물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모기들을 전부 하나하나 짓밟아갔다. 한번 밟을 때마다 붉은 핏물이 터져 나오는데, 저게 다 내 피라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그 짧은 순간동안 대체 얼마나 많이 빨아먹은 거야. “녀석들의 처리는 이 몸이 할 테니 자네는 치료나 받도록 하게.” 디아나는 온몸을 물려 퉁퉁 부은 구원이 안쓰러운지 그렇게 말했지만, 구원은 끝끝내 모든 모기들을 밟아 죽이고 레이아에게 다가갔다. “정말. 조심하셔야죠.” 레이아는 그런 구원의 모습을 보고 속상한 듯이 말하며 치료를 시작했다. 속상한 표정을 짓게 만들고 할 말은 아니지만, 이런 모습이 천사님의 가련함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흐뭇했다. “정말이에요. 그리고 처음에 그 이상한 포즈는 뭐에요? 자신만만하게 서 있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당하기나 하고.” 그리고 옆에서 사라가 말했다. 그동안 전투를 하면서 완전히 자기 페이스를 되찾은 사라는, 낮에 보여줬던 그 귀여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다시 틱틱대는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뭐, 낮에 모습도 귀엽긴 하지만, 역시 이 모습이 더 익숙해서 그런지 상대하기 편했다. 얘가 겉으론 이래도 속으론 내가 당한 게 속상해서 이런 태도라는 걸 알기도 하니까. “아니, 그 스킬을 발동할 땐 원래 그런 자세를….” “거짓말이죠?” “응….” 구원은 살짝 쥐구멍에 숨고 싶어졌다. 어쩔 수 없잖아. 스킬 이름부터 성역 선포인걸. 남자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중이병을 살살 간질이는 이름이라 나도 모르게…. “하아…. 그래도 설마 전혀 안 통할 줄이야. 적어도 모기 놈들 상대로는 통할 줄 알았는데.” “너무 낙담하지 말게. 전혀 안 통한 건 아니지 않나.” “응? 무슨 소리야. 전혀 안 통했잖아.” “그랬으면 이 몸들이 있던 쪽으로도 모기들이 날아왔을 걸세. 이쪽에는 전혀 오지 않고 모조리 자네에게 달려들었으니, 적어도 어그로는 끌렸다는 말 아닌가.” 아, 그런가. 그렇게 생각해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볼 수 있었다. 제일 이상적인 건 성역 선포가 부여하는 쾌감만으로 모기들이 픽픽 나가떨어지는 거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정기 소모도 극심한 스킬인데 단순한 광역 도발기가 되어버리다니. 내 매력으로도 커버가 안될 만큼 쓰레기 스킬이었나. “그래도 생각보다 너무 약한데. 모기정도는 상대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 그래. 한 번 너희들한테 써봐도 돼?” “네?” “그, 그게 무슨 소린가.” “아니, 내 스킬에 제일 익숙한 건 너희들이니까. 한번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감상을 들려줬으면 좋겠어.” “던전 한복판에서 그게 무슨 소리에요!” “사라양 말이 맞네! 자네 무슨 생각인가!” “아, 아니. 음흉한 생각으로 말한 거 아니야. 이번엔 진짜로 순수하게 스킬 연구를 위해서 말한 거야. 어차피 모기 상대로도 어그로 끄는 정도밖에 안되니까 위력이 강하지도 않을 거 아니야. 잠깐만 발동했다가 바로 해제할게.” 이번엔 정말로 거짓말이 아니었다. 어차피 이 스킬로 얘들이 발정할거라곤 기대도 안하고. 정말로 순수한 호기심으로 말한 거다. 물론 마을로 돌아간 다음에 알아봐도 되지만, 원래 호기심이란 게 그렇잖아? 궁금한 건 그 자리에서 바로 알고 넘어가고 싶은 법이다. “으으음….” 사라와 디아나는 구원의 속내를 간파하려는 듯이 구원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물론 켕기는 게 없는 구원은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며 두 미녀의 시선을 마주봤다. “평소보다 이상할 정도로 눈을 빛내는 게 사심이 듬뿍 느껴지는구먼.” “그러네요. 하여튼 변태라니까.” 아니. 어떻게 저런 심한 말을?! 구원의 섬세한 마음은 지금 심하게 상처받았다. “크흑. 진짜로 순수한 호기심이었는데.” “거짓말 마세요.” “거짓말 말게.” 사라와 디아나가 오랜만에 호흡이 찰싹 맞았다. 호흡이 맞는 이유가 날 모함하기 위해서라는 게 슬펐지만. “저, 전 믿어요!” 그나마 나에겐 천사님이 있어서 멘탈이 완전히 깨져 나가지는 않았다. “처, 천사님!” 구원은 당장 천사님의 품안에 파고들며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했다. 크흑. 역시 행복의 언덕이야. 가만히 있어도 마음이 절로 치유되는군. “어, 어머.” 레이아는 살짝 당황하면서도 부드럽게 구원을 껴안아줬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지금 뭐하는 거예요! 역시 사심 있는 거 맞잖아요!” “던전에서 뭐하는 짓인가! 당장 떨어지게!” 너희가 내 섬세한 마음에 상처를 줘서 조금 달랜 것뿐이잖아. 구원은 항의하려고 했지만, 사라와 디아나의 표정이 너무 무서워서 바로 포기했다. 때와 장소는 정확히 구별할 줄 아는 남자, 구원이라고 불러다오.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34==================== 2계층 그렇게 성역 선포는 도발기 이상의 기능은 없을 거란 걸 확인하고 나서, 일행은 하루 사냥을 마치기로 했다. 확실히 던전 안에 있는 마을에 머무르니, 이것저것 편리한 부분이 많았다. 예전에 던전 입구 쪽을 돌아다니며 사냥하던 때를 떠올리게 한다. 아니, 바로 코앞이 사냥터인 만큼 그보다도 더 편한가. 사냥을 마치는 시간은 평소와 비슷했는데, 이렇게 마을로 돌아와 느긋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좋았다. “그래서. 이제 성역 선포 한 번 써 봐도 돼?” 식사를 마치고 가볍게 맥주 한 잔을 마시며, 구원은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물었다. “자네 말일세….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말인가?” 디아나가 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잔에서 입을 떼고 말했다. 꿀꺽꿀꺽 목을 울리고 푸하~같은 소리도 내면서 호쾌하게 마시고 있지만, 참고로 저거 술이 아니라 주스다. 디아나 스스로 말하길 술을 못 마시는 건 아니라고 한다. 다만 마시면 머리 회전이 둔해지니, 두뇌 회전이 생명인 마법사들은 웬만하면 술은 기피한다고 한다. 저 모습을 보면 그냥 주스가 좋은 거 아닌지 의심되지만 말이지. “어차피 위력도 낮을 건데 뭐 어때.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의 감상도 들어보고 싶고. 그러려면 다들 모여 있는 지금이 제일 적당하잖아?” “정말 그게 다죠? 다른 이유 없죠?” 사라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며 구원을 쳐다봤다. 참고로 얘가 손에 들고 있는 것도 주스다. 생긴 건 아무리 마셔도 절대 취하지 않을 것처럼 생긴 주제에, 한 모금만 마시면 바로 취해버리는 타입이니 말이다. “그럼 다른 이유가 어디 있겠어? 내가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뭐 다른 음흉한 생각이라도 품을까봐? 나도 공중의 면전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짓을 할 정도로 변태는 아니야.” 구원이 당당하게 말하자, 사라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는지 입을 다물었다. 실제로 내가 여기서 뭔 짓을 할 거란 생각은 못하는 거겠지. “저…그런데 모두의 감상이란 건, 저도 포함인가요?” 레이아가 살짝 불안한 얼굴로 말했다. 으윽. 설마 우리 천사님마저 날 못 믿는 건가? 구원이 상처받은 표정을 짓자, 레이아가 양손을 휘저의며 황급히 말했다. “아, 오해하지 마세요. 구원씨를 못 믿는 게 아니라, 저…제 체질이….” 아차. 그랬지. 구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당연하지. 천사님이 날 그런 눈으로 봤겠어. 한 순간이라도 의심한 내가 바보였다. 하지만 그렇군. 성역 선포의 영향으로 레이아가 구미호화 될 위험이 있는 건가. “으음. 아마 괜찮을 걸 같기는 한데. 저번에도 마인드 컨트롤만 잘 하면 중간까진 괜찮았잖아? 아마 그때보다도 훨씬 자극이 약할 테니 정신만 다잡고 있으면 괜찮지 않을까?” “그렇겠죠?” “응. 그래도 역시 안전을 기하는 게 좋나. 그럼 레이아는 살짝 떨어져있을래?” “아뇨. 저도 감상을 말해드릴게요.” “응? 괜찮겠어?” “네. 저도 구원씨의 도움이 되고 싶은 걸요. 그리고…만약 잘못되더라도 구원씨라면 해결해주실 거죠?” 레이아가 얼굴을 살포시 붉히며 구원에게 매달리듯 쳐다봤다. “당연하지! 나만 믿어!” 물론 구원은 큰 소리로 대답해줬다. 정말 구미호로 변하기라도 하면, 바로 방안에 끌고 가서 한두 발 싸주지 뭐. 오늘이 아무리 디아나 차례라지만, 디아나도 그 정도는 이해해줄거야. “자, 그럼 간다?” 구원이 신호를 보내자, 셋 모두 저마다 긴장한 표정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구원은 스킬 범위 안에 일행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후에, 스킬을 발동했다. “자, 어때?” “응? 발동 한 건가요?” “그렇게 느끼기 힘들 정도야?” “네. 전혀 모르겠어요.” 디아나와 레이아도 마찬가지인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감이 가장 민감한 사라마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니. 이거 진짜 쓰레기 스킬이잖아. 아냐. 그래도 도트 데미지처럼 계속해서 자극이 들어가는 스킬이니, 시간이 조금 지나면 느낄 수 있게 될지도 몰라. 구원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해서 스킬을 유지했다. 그리고 10초정도 지났을 때, 반응이 나타났다. 역시나 제일 먼저 반응한 건 사라였다. 사라는 미묘하게 얼굴을 붉히고 살짝살짝 몸을 꼼지락거렸다. “이제 조금 느껴지는 것 같네요.” “어떤 느낌이야?” “으음…쾌감이라기보다는 조금…살짝 간질간질한 느낌이네요.” “음. 그렇군. 자네와 처음 만났을 때, 아직 위력이 약했던 스킬들보다도 더 미약한 자극일세.” “네. 이정도면 저도 버틸 수 있을 수준이에요.” 아무리 미약하다고는 해도 자극은 자극인 듯, 셋 다 살짝 얼굴에 홍조를 띠고 있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으음. 아쉽다. 아니, 여기서 얘들이 발정이라도 나기를 기대한 건 결코 아니다. 그저 순수하게 스킬의 위력이 아쉽다는 얘기였다. 레이아마저 구미호로 변할 징조는 전혀 없이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니. 이것만으로 모기들이 픽픽 쓰러지길 기대한 건 진짜 헛된 꿈이었나. 하아…. 그래도 새로 익힌 스킬이라 나름 기대하고 있었는데. 혹시 스킬 레벨이라도 많이 올리면 조금 쓸 만해질까? “저희 감상은 들었으니까 이제 슬슬 스킬부터 끄세요.” “응?” “응? 이 아니에요. 아무리 약하다곤 해도, 이렇게 사람들도 많은 곳에서 언제까지 스킬을 쓰고 있을 생각이에요.” 어차피 별 영향도 없으니까 괜찮잖아. 오늘은 더 이상 전투도 없으니 정기를 한계까지 소모하면서 계속 스킬을 발동해놓고 싶단 말이야. 이렇게라도 스킬 레벨을 올려야지. “사, 사라양 말이 맞네! 이,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디아나가 사라의 말에 과장될 정도로 고개를 끄덕이며 격렬하게 반응했다. 응? 이거 왠지 수상한데. 사람이 많다는 점에 이상할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구원은 디아나의 얼굴을 빤히 쳐봤다. “뭐, 뭔가? 이 몸이 틀린 말이라도 했나?”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다른 둘과 별 차이 없는 반응이었는데, 지금은 혼자만 유독 얼굴이 붉었다. 맞대어진 허벅지도 미묘하게 움직이며 비비는 것처럼 보였다. 과연. 이 노출광 녀석. 스킬이 주는 쾌감보다 공중의 면전에서 쾌감을 느낀다는 사실 자체에 흥분했군. 이러면서 대체 누가 누구보고 변태라고 하는 건지. 이거 이대로 계속 스킬을 켜놓으면 볼만하지 않을까? 구원의 귓가에 그런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왔다. “이왕이면 조금 더 실험해보고 싶은데. 이젠 정말 쾌감이 느껴진다 싶을 정도가 되면 알려주지 않을래? 그런 상태까지 가려면 얼마나 오랫동안 스킬을 발동하고 있어야 되는지 확인해두고 싶어.” “그…!” “그렇군요. 알겠어요.” 디아나가 뭐라고 항의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사라가 쿨하게 대답했다. 나이스! 사라야. 사랑한다. 사라와 레이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있는데, 혼자만 벌써 쾌감을 느낀다고 밝힐 수 없었겠지. 디아나는 안절부절못하면서도 주스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최대한 냉정을 가정하려고 노력했다. 그야 벌써부터 느낀다고는 못하겠지. 넌 지금 내 스킬로 느끼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성벽으로 느끼고 있으니까. 전에 나한테 마석 처리를 짬시킨 걸 어떻게 복수할지 계속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복수의 기회가 찾아올 줄이야. 구원은 느긋하게 맥주를 들이키며 디아나의 반응을 살폈다. “으읏. 응. 으극.” 디아나는 남들에게는 들키지 않을 정도로 미묘하게 허벅지를 꼼지락거리고, 계속해서 주스 잔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시종일관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숨을 쉬는 것도 점차 코에서 입으로 변해가며, 숨을 내뱉을 때마다 저도 모르게 달콤한 한숨이 같이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아나는 참아냈다. 조금 간질간질한 느낌이지만,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라와 레이아의 얼굴을 살피면서 말이다. 마치 둘 중 누구라도 좋으니까 얼른 더는 못 버티겠다고 하길 간절히 원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1분이 지나고, 2분이 지나도 사라와 레이아가 별반 반응을 하지 않고 있자, 디아나는 순간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흐아하아아암. 스, 슬슬 잠이 오는구먼.” 이거 지금 신음소리 내려다가 하품한 척 한 거지? 계속해서 디아나를 주시하고 있던 구원은 바로 눈치를 챘지만, 사라와 레이아는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긴, 겨우 이정도 자극으로 벌써부터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긴 힘들겠지. 디아나는 필사적으로 하품하는 척을 한 후에, 아예 테이블 위로 엎어졌다. 당연하지만 졸려서 그런 게 아닌 건 뻔했다. 얘가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벌써부터 잠이 올 이유가 없지. 그 증거로 테이블 밑에서 허벅지는 계속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정면에 앉은 사라와 레이아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옆에 있는 구원에겐 똑똑히 보였다. “디아나씨. 괜찮아요? 이런데서 자면 안 돼요.” “괘, 괜찮네. 잠깐 이러고 있고 싶어서 그러네.” 디아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것 같은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더 흘러, 이제는 정말로 디아나가 위험해보였다. 아까부터 등이 움찔움찔 떨리고 있었고, 무엇보다 손이 위험했다. 자신의 고간에 손을 가져가려다가, 그래도 그건 아니라는 듯 허벅지를 꼬집고, 그러다가 은근 슬쩍 손이 다시 고간 쪽으로 미끄러져 가려다가 화들짝 떨어지고. 인간의 고뇌를 손동작만으로 완벽하게 표현해내고 있었다. 그래도 장하다. 이런 상태까지 돼도 끝까지 만지는 건 참는구나. 과연 대마법사님. 아무래도 여기까지인 모양이다. 과연 이 이상은 위험하겠지. 여기서 더 나갔다가는 정말로 주위 사람들에게 들키고 말거다. 지금도 마법사 특유의 커다란 모자와 넉넉한 품의 로브가 아니었으면 진즉에 들켰을 거다. 어차피 슬슬 정기도 바닥날 것 같고, 이쯤에서 멈출까. “저…구원씨.” 구원이 스킬 발동을 중단하려고 했을 때, 레이아가 구원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슬슬….” “아 혹시 이젠 쾌감으로 느껴져?” “네. 강한 건 아니지만요.” “어느 정도야? 성자의 손길보단 당연히 약할 거고. 내가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만지는 수준은 돼?” “누,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런 질문을 하는 거예요!” “그, 그보다도 살짝 약한 것 같아요.” 사라는 주위 사람들이 신경 쓰이는 듯 항변했지만, 레이아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상태에서도 착실하게 대답해줬다. “아, 미안. 진짜 그냥 호기심이었어. 지금 끌게.” 구원은 곧바로 스킬을 해제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대략 10분. 이렇게 오랫동안 켜놨는데도 애무보다도 약한 자극이라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는 스킬이다. 뭐, 밖에서 쓰면 디아나를 이런 상태로 만든다는 예상외의 효과는 있으니 스킬 포인트를 투자한 값은 하는 건가. “하아아아아.” 스킬이 풀리자, 옆에서 긴 심호흡 소리가 들렸다. 디아나는 몇 번인가 길게 심호흡을 한 후, 겨우 고개를 들었다. “으음? 끝났나?” 말투는 간신히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상기된 피부마저 원상태로 돌리지는 못했다. “디아나 괜찮아요? 얼굴일 빨개요.” “음. 괜찮네. 너무 많이 마신 모양이군.” 아니. 그러니까 너 술 마신 게 아니잖아. 대체 무슨 주스를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건데. “그래서 그런지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군. 이 몸은 잠시 실례하겠네.” 디아나는 빠르게 말을 마치고 순식간에 여관의 공용 화장실 쪽으로 달려갔다. “어머. 정말 급하셨던 모양이에요.” 레이아가 태평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게.” 아마 오줌이 급한 게 아닐 테지만. 구원은 팔을 뻗어 디아나가 앉았던 의자 위를 슬쩍 만져봤다. 의자는 뜨겁게 덥혀져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습기와 함께 미끌미끌한 액체가 만져졌다. “그럼 나도 화장실 좀 다녀올게.” 마침 맥주잔을 다 비운 구원도 자연스럽게 디아나의 뒤를 따라 화장실로 향할 수 있었다. 화장실 입구에 서서 구원은 암살자의 기본 기술인 은신을 사용했다. 직업 레벨도 스킬 레벨도 낮은 상황이라 별 도움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안 쓰는 것 보다는 낫겠지. 물론 스킬을 쓰고 들어갈 곳은 남자 화장실이 아니라 여자화장실 쪽이었다. 자, 과연 우리 대마법사님이 화장실에서 어쩌고 계시려나. ============================ 작품 후기 ============================ 후원 쿠폰, 원고료 쿠폰 보내주신 분들 너무 감사드립니다. 추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코멘트 써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135==================== 2계층 은신을 사용한 구원은 바로 여자 화장실 문에 손을 댔다. 덜컥. …문은 잠겨있었다. 허허허. 과연 대마법사님.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철저하시군. 젠장. 이런 건 내가 상정한 시나리오에 없던 상황인데. 얜 남들도 다 쓰는 공용 화장실 문을 잠가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아니, 안에 들어가서 할 일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긴 하지만. 구원은 예상외의 사태에 잠깐 당황하고 말았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시간을 더 지체하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여관 주인장 미안합니다. 구원은 문고리를 잡고 있는 손에 천천히 힘을 줘서 그대로 부숴버렸다. 덕분에 은신이 풀려버렸지만, 구원은 재빨리 다시 은신을 사용하고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디아나가 문을 잠근 것에서 이미 알 수 있었지만, 화장실에는 아무도 없는지 적막만이 감돌았다. 문제는 디아나의 기척마저 안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이상하다. 내 예상대로라면 화장실에 들어선 순간 억누른 신음소리와 질척거리는 끈적끈적한 액체의 소리가 들려왔어야 되는데. 하지만 디아나가 이 안으로 들어오는 건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여기 없을 리가 없다. 구원은 칸막이 쳐져있는 변기 쪽을 하나하나 엿보기로 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칸막이 위에 손을 걸치고 털걸이라도 하듯이 올라가자, 적막했던 화장실에 갑자기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응. 흐읏. 흐읏. 하앗.” 디아나의 거친 신음소리와 함께 찔꺽찔꺽하는 끈적끈적한 물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려왔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자, 우리 귀여운 대마법사님께서 손을 팬티 안으로 쑤셔 넣고 열심히 자기 위로를 하고 계셨다. 어라? 아깐 분명히 아무 소리도 안 들렸지? 고개를 뒤로 살짝 빼자, 갑자기 또 소리가 사라졌다. 과연. 마법인가. 이런 상황에서 문을 잠그고 이런 마법까지 쓰다니. 정말 대단한 정신력이 아닐 수 없었다. 구원은 디아나의 정신력에 감탄하고, 칸막이를 넘어 안쪽으로 들어갔다. 구원이 눈앞에 서있어도, 디아나는 여전히 구원을 눈치 채지 못한 채 여전히 하던 일에만 열중했다. 구원이 은신을 썼기 때문이 아니다. 디아나가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구원은 디아나의 모습을 코앞에서 찬찬히 감상할 수 있었다. 로브의 앞섶은 완전히 풀어헤쳐져 있었고, 그 안에 입고 있던 스커트는 아랫배가 보일 정도로 들춰져 있었다. 그리고 적나라하게 드러난 팬티는 흠뻑 젖어서, 그 안에서 꼬물꼬물 움직이고 있는 손의 모양이 그대로 비춰 보일 정도였다. 두 눈을 꼭 감고 필사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이는 디아나의 모습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흥분되는 모습이었다. 구원과 장난치면서 잘 맞장구치고 놀아주긴 하지만, 기본적으론 이성적이고 태평한 디아나다. 그런 디아나가 이렇게 이성을 잃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에만 몰두하다니. 그 모습만으로 이미 구원의 물건을 하늘을 뚫을 기세로 빳빳하게 세워졌다. “혼자서 그래봤자 만족할 수 있겠어?” “흐앙, 핫…에?” 열심히 자기위로를 하던 디아나는, 갑자기 들려온 구원의 목소리에 고장 난 기계처럼 모든 동작을 멈췄다. 그리고는 믿고 싶지 않다는 듯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구원의 모습을 확실히 포착한 눈동자는 좌우로 거세게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흐엣? 헷? 잠, 엣? 어째서? 아니, 어떻게? 잠갔…!” 아마 이렇게 패닉상태에 빠진 디아나를 보는 건 처음이 아닐까? 예전에 밖에서 로브만 걸치고 있었을 때, 벗겨버린다고 협박했을 때도 이렇게 격렬한 반응은 아니었던 것 같다. “워, 워. 진정해. 디아나. 자, 심호흡부터 하자고.” “후우웁. 하아아.” “어때? 조금 진정했어?” “음. 진정…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자네 여긴 어떻게 들어온 건가!” “그야 문 열고 들어왔지.” “어떻게! 이 몸이 분명 잠갔을 텐데!” “살짝 힘주니까 부서지던데?” “기물파손 아닌가! 아니, 대체 여자 화장실에는 무슨 볼 일이 있다고 들어온 건가?! 자네 변태인가?!” “지금 네 모습을 보고 말해라. 그런 꼴을 하고 있는 사람한테 변태란 소리를 듣고 싶지는 않은데. 이 변태 아가씨야.” “이, 이건!” “아, 응. 걱정 마. 변명 안 해도 돼. 난 다 이해해.” “아닐세!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닐세!” “아니. 그러니까 그 꼴로 말해봤자 설득력 없다니까.” 구원은 손을 뻗어 디아나의 팬티 안으로 침투시켰다. “아읏!” “특히 여기가 이렇게 젖은 상태론 말이야.” 흠뻑 젖은 팬티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지만, 역시나 디아나의 음부는 완전히 젖어있었다. 구원은 더 이상 참을 것도 없이 스스로의 바지를 내리고 빳빳이 선 물건을 꺼냈다. “일단 넣을게.” “하읏. 자, 자네 미쳤…흐그윽!” 디아나는 뭔가 항의하려고 했지만, 말로만 그럴 뿐 하반신은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 구원을 밀쳐내기는커녕, 오히려 구원의 물건이 음부에 맞닿아지자 다리로 구원의 허리를 감아왔을 정도였다. 그대로 구원의 물건이 들어가자, 디아나는 두손으로 입을 꼭 막고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순식간에 절정에 달했다. “마법 걸어둔 거 아니었어? 참지 말고 소리 내지?” “하읏. 후읏, 후욱. 마, 마나가 흐트러지면 마법은 풀리는 게 당연….” 디아나는 눈가에 살짝 눈물을 머금은 채로 구원을 노려보며 말했다. 그 말은 이제 밖에서도 소리가 들린다는 말인가? 화장실 문도 부숴놔서 사람이 들어올 수 있게 됐고. 이젠 정말로 누구한테 들켜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여기서 그만 둘 생각은 전혀 없지만. 하지만 그런 구원의 생각과는 다르게, 디아나는 더 이상 행위를 진행시킬 마음이 없는 모양이었다. 한동안 거친 숨을 내뱉으며 호흡을 가다듬은 디아나는 겨우 호흡을 진정시킨 다음에 구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충분히 진정 됐네. 그만 빼게.” 구원의 예상과는 한참 벗어난 말이었다. 설마 한 번 절정에 달해서 조금 냉정함을 되찾은 건가. 이럴 줄 알았으면 절정 속박을 걸고 삽입할 걸 그랬나. “진짜로? 이대로 참으라고?” “그럼 자네 이런 곳에서 할 생각인가? 하려면 방에 가서 하세.” “여기서 하는 게 어때서? 왠지 흥분되지 않아?” 이대로 구원이 허리만 흔든다면 아마 디아나도 쾌락에 못 이겨서 그대로 따라올 테지만, 그것만으론 재미가 없다. 오늘이야 말로 우리 대마법사님이 스스로 변태란 걸 인정하게 만들고 말겠어. “제, 제정신인가?!”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의 음부가 조이는 힘이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우리 노출광씨.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응. 어때? 딱 한 번만 해보자.” “안 되네! 어서 빼게!” “난 도저히 아쉬워서 못 빼겠어. 빼려면 디아나가 빼.” 그렇게 말하고 구원은 디아나와 위치를 바꿔 스스로가 좌변기에 앉았다. 이건 도박이다. 하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는 도박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조금 진정했다고 해도, 얘 노출증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오히려 이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만약 이대로 디아나가 구원의 물건을 빼지 않는다면, 스스로 지금 이 상황에 흥분하고 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거니까. 구원은 디아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구원의 몸 위에 걸터앉은 자세가 된 디아나는, 구원의 어깨에 손을 얹고 고뇌에 찬 얼굴이 됐다. 그래. 너도 말로는 그러지만 빼긴 아쉽겠지. 하지만 구원의 어깨를 짚은 손에 힘을 준 디아나는 천천히 스스로의 몸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디아나도 쾌감을 느껴져서 한 번에 뽑을 수는 없는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조금씩 조금씩 구원의 물건이 바깥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젠장. 이럼 안 되는데. 대마법사님. 그 정신력을 이런데서 발휘할 필요는 없잖아. 가끔은 욕망에 솔직해지자고. 구원은 서서히 빠져나가는 스스로의 물건을 보며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허리를 쳐올리지는 않았다. 스스로 도박을 걸어놓고 그래버리면 너무 없어 보이잖아. 그저 디아나가 끝까지 뽑을 수 없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구원의 바람이 통했는지, 기적이 일어났다. 달칵. 문 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화장실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 거다. “흐으으읍!” 구원의 물건을 절반 넘게 뽑아냈던 디아나는, 깜짝 놀라서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갑자기 물건을 끝까지 다시 받아버린 쾌감과, 밖에 누군가 있다는 상황에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던 거겠지. 디아나는 거세게 몸부림치며 밑에서 물을 세차게 물을 내뿜고 성대하게 절정에 달했다. 그 찰나의 순간에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정신력만은 정말 놀라웠다. “응? 누가 있는 건가?” 밖에서 모르는 여자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콩콩하고 칸막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구원은 손을 뻗어 문을 두드려주면서 디아나에게 속삭였다. “디아나. 대답.” “아, 안에 사람 있네.” 디아나는 방심하면 바로 풀려 버릴 것 같은 하는 혀에 힘을 주면서 가까스로 대답했다. 디아나의 대답을 듣고, 문을 노크했던 사람이 옆 칸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구원은 그대로 서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흐긋. 제, 제정신인가.” 디아나가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고 작은 목소리로 항의했지만, 구원은 듣지 않았다. 어쩔 수 없잖아. 다 네 잘못이야. 누가 그렇게 음부에 힘을 주래? 디아나의 음부는 여자가 들어온 순간부터 아플 정도로 구원의 물건을 조여오고 있었다. 이렇게 자극하면서 허리를 움직이지 말라니. 고문하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그래. 하지만 구원도 이성의 끈은 붙들고 있었다. 허리는 움직여도 최대한 들키지 않게 조심스레 느긋하게 움직였다. 신음소리만 참으면 들키지 않을 거야. 물론 디아나는 성벽 때문에 몸에 느껴지는 쾌감보다 훨씬 더 쾌감을 느끼는 모양이라서, 신음을 참기는 쉽지 않아보였지만. 양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필사적으로 견디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구원이 느릿느릿 디아나의 감촉을 즐기는 사이, 옆 칸에 들어왔던 여성은 금방 용무를 마치고 화장실을 나섰다. “흐앗. 하앗. 핫. 자네 미쳤는가! 들키면 어쩌려고!” 여성이 나가자마자, 디아나는 구원의 가슴을 퍽퍽 때리며 항의했다. “그래도 기분 좋았잖아?” “하나도 안 좋았네!” “거짓말. 이렇게 조이면서?” “하으읏!” 구원이 디아나의 아랫배를 살며시 쓰다듬으며 말하자, 디아나가 바로 구원의 몸에 기대며 무너져 내렸다. “우리 솔직해지자고. 너 이런 상황이 되면 흥분되지?” “안되네! 안되네!” 디아나는 필사적으로 도리질을 치며 말했다. “그런 것 치곤 이런 상황만 되면 이상할 정도로 조여 오는데?” “그, 그건…! 자네가 변태라서 그러네! 이 몸이 조이는 게 아니라 자네 물건이 더 커지는 걸세!” 이렇게 나왔나. 하여간 말은 잘한다니까. 구원은 살짝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얘가 자기 성벽을 인정하게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단 말이지….” 구원은 디아나의 다리를 잡고 방향을 돌렸다. 디아나가 구원에게 옆을 향하고 앉는 자세로 말이다. 구원은 디아나의 등과 허벅지 안쪽을 받치고, 그대로 일어섰다. 그러자 디아나의 긴 로브가 스르륵 흘러내리며 구원과 디아나가 연결된 부위를 전부 가려줬다. 겉보기엔 아마 구원이 디아나를 허리위치에 안아들고 있는 걸로 밖에 안보일 거다. 구원이 그대로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디아나가 구원을 올려다보며 외쳤다. “뭐, 뭐하는 겐가!” “넌 이런 상황에서 흥분 안한다면서. 그럼 이대로 밖에 나가도 흥분 안 되지?” “흥분이 안 되는 거랑 이대로 나가도 되는 거랑은 별개의 문제일세! 이런 건 상식의 문제일세!” 지당하신 말씀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구원은 상식이 통하는 남자가 아니었다. “미안하지만 난 다른 세계에서 와서 이쪽 상식은 잘 모르겠어.” “허, 헛소리 말게! 자네도 이 정도는…! 잠깐! 엣? 정말로?! 정말로 나갈 셈인가?! 지, 진정하게.” 구원이 그대로 걸음을 옮기자, 디아나가 다시 패닉상태에 빠지며 외쳐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칸막이를 지나 아예 화장실 밖으로 나와 버리자, 디아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고 침묵해버렸다. 지금 소란을 떨면 괜히 더 주목받게 되니 말이다. 디아나는 그저 구원의 가슴에 얼굴을 처박고 몸을 떨고만 있었다. 사실 구원도 홧김에 저지르긴 했지만, 사람들이 보이자 조금 쫄리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화장실로 돌아가서 빼고 나오는 게 낫지 않을까? “아까보다 사람이 더 많아진 것 같네.” 구원이 지나가는 말투로 그렇게 중얼거리자, 안 그래도 강하게 조여오던 디아나의 음부에 더욱더 힘이 들어갔다. 게다가 몸도 더 거세게 떨고 있는 게, 이건 절대 두려움으로 떨고 있는 게 아니다. 이거 주위에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느끼고 있군. 디아나가 주는 쾌감이 강해지자, 구원은 용기가 샘솟는 것 같았다. 그냥 이성을 잃어가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구원은 그대로 원래 앉아있던 테이블을 향해 걸어갔다. “구원씨, 늦으셨…어머? 디아나씨? 무슨 일이에요?” 레이아가 구원과 디아나를 깨닫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화장실에 나와서 보니까 여자 화장실 문 앞에서 엎어져있더라고. 얘 화장실 가기 전부터 테이블에 엎어져 있었고, 혹시 아까 마신 주스에 알코올이라도 들어있었던 거 아니야?” 구원은 시치미를 떼고 말했다. “아무튼 이대로 둘 수도 없으니 난 얘 데리고 먼저 올라갈게.” “그렇군요. 그럼 저희도 이만 올라갈까요?” “네.” 한시라도 빨리 멀어지려고 했는데, 어째선지 위까지 같이 올라가게 돼버렸다. 왠지 품 안에 있는 디아나가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아까부터 음부에는 힘이 안 빠지고 있고. 이러다가 경련이라도 일어나는 거 아니야? “그럼 잘 자.” “네. 당신도 잘 자요.” “안녕히 주무세요.” 윗 층까지 올라와 방문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겨우 사라와 레이아에게서 떨어질 수 있었다. 휴우. 간 떨려 죽을 뻔 했네. 특히 여기까지 올라오는 도중 디아나가 몇 번이나 절정에 달하면서 몸을 떠는 바람에 진짜로 들키는 줄 알았다. 진짜 용케 안 들켰네. 내가 생각해도 쟤들 앞에서 이러는 건 미친 짓이었다. 앞으로는 자중해야지. “흐아아아아아아앙!” 방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디아나의 몸이 지금껏 느껴본 적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요동쳤다. 그리고 밑에서는 푸슛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강렬하게 물이 쏟아져 나왔다. 간신히 억눌러서 참고 있었던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디아나의 음부도 이제껏 없을 정도로 강렬하게 조여 왔고, 그 쾌감에 구원도 그대로 싸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둘은 문 앞에 서서 한동안 절정의 여운에 잠겼다. 한참이 지난 후, 지금껏 구원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던 디아나가 겨우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붉게 충혈 된 눈이 구원을 쏘아봤다. 헐. 진짜 운거였어? “히극. 흐잉. 자, 자네. 히윽. 바, 바보 아닌가?” 아무리 구원이라도 이 표정에 대고 ‘그래도 너도 좋았잖아?’ 같은 소리는 못했다. 분명 디아나는 엄청나게 느끼고 있기는 했지만, 이 표정을 봐서는 쾌감보다 공포가 더 컸던 모양이다. 확실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막 나간 느낌이기는 했다. 아직 스스로의 성벽을 인정도 안 한 애한테 너무 과격한 플레이를 했나. 아무래도 지금은 성벽을 인정하게 만들고 자시고할 때가 아닌 모양이다. “미안. 내가 너무 지나쳤어.” 구원이 디아나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사과하자, 디아나가 주먹으로 구원을 가슴을 마구 때려댔다. “이 변태!” “응.” “자네는 이상 성욕자일세!” “응. 미안.” 그렇게 한동안 디아나는 구원을 계속 매도했고, 구원은 계속해서 사과만 반복했다. “다음부터 또 이러면 결코 그냥 용서하지 않겠네!” “그럼 이번엔 그냥 용서해주는 거야?” “그럴 리가 있나! 자네 하는 거 보고 결정할 걸세!” 디아나는 용서해준다는 거나 다름없는 말을 했다.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관대하다니까. 생긴 건 애 같아 보여도 역시 본질은 할머…누님이다. 내가 이래서 디아나를 좋아한다니까. “그럼 용서받을 수 있게 오늘 밤은 최선을 다해야겠네.” 구원은 디아나를 안은 상태 그대로 침대에 다가가며 말했다. “그, 그렇게 하고도 아직 더 할 셈인가?” “응? 그럼 오늘은 그만해?” 구원도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에, 디아나가 오늘은 그만 하고 싶다고 하면 정말 그만 할 생각이었다. “하여간 자네는…어쩔 수 없는 변태구먼.” 하지만 디아나는 거부하지 않았다.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너도 아직 부족했던 거지? 구원은 신이 나서 침대에 몸을 던졌다. “꺅! 부드럽게 하게! 부드럽게!” “넵. 분부대로 합죠.” 구원은 그날 밤 평소보다 훨씬 더 부드럽게 디아나와 일을 치렀다. 디아나와 할 때에는 어째선지 항상 구원이 살짝 괴롭히는 식으로 일을 치러왔다 보니, 디아나는 이런 식의 행위가 상당히 흡족했던 모양이다. 막판에 이르러서는 언제 울었냐는 듯 만면의 미소를 띠우고 구원에게 매달려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36==================== 밀크 로드 메이커 암살자 레벨이 올라있어. 아침에 일어나서 레벨이 얼마나 올랐는지 확인해보려고 스탯창을 열었을 때, 구원은 그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분명 어제 사냥을 마치고 확인해봤을 때도 암살자 레벨은 여전히 8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암살자 레벨이 13으로 올라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마을로 돌아오고 나서 레벨이 올랐다는 말인데. 마을로 돌아오고 나서 한 일이라고는 밥 먹고 섹스한 것 밖에 없다. 암살자다운 짓을 한 적이 있다면 기껏해야 화장실에 잠입할 때 은신을 쓴 것 정도다. 고작 그런 걸로 레벨이 올랐다고? 음. 모르겠다. 그냥 디아나가 일어났을 때 물어보자. 구원은 암살자에 대해 고민하는 건 잠시 그만두고 이번엔 스킬창을 열었다. 어디보자. 성역 선포가…좋아! 역시 엄청나게 올랐군! 밤사이에 성역 선포 레벨이 무려 9로 올라있었다. 성자의 스킬들은 기본적으로 정기 효율이 좋고, 구원도 관계 시에 스킬을 난사하는 걸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덕분에 지금까지는 그 효과를 전혀 볼 일이 없었지만, 힐링 섹스의 기본 효과는 자연 치유력 증가다. 즉, 생명력 뿐 아니라 정기 회복 속도도 증가하는 거다. 절정 시에 회복되는 건 생명력뿐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기본 효과를 이용해서 구원은 어제 관계하는 내내 성역 선포 스킬을 사용했다. 매력이 극도로 높아져 쓰지 못하게 된 다른 스킬들과 달리, 위력이 낮은 성역 선포는 오히려 관계 시에 적절한 자극을 선사해줬다. 게다가 힐링 섹스의 레벨이 높다보니, 성역 선포만 켜놓고 있으면 힐링 섹스의 회복량 증가 효과로 정기 소모를 전부 커버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섹스 중에는 성역 선포를 무한으로 켜놓을 수 있었던 거다. 쓰레기 스킬이라고 해도, 이왕 배운 건데 이대로 썩히기엔 아까우니까 말이지. 스킬 레벨이라도 왕창 올려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래도 아직 전투 시에 효과를 보기엔 힘들겠지만, 이렇게 스킬 레벨을 계속 올리다보면 언젠가는 효과를 볼 날이 올 거다. 그런 의미에서 구원은 자는 도중엔 꺼놨던 성역 선포를 다시 발동하기로 했다. 아무리 효과가 약해도 도트 데미지가 몇 시간이고 지속적으로 들어가면 나름 위력을 발휘한다. 잘 때까지 계속 켜놓고 자면 디아나가 제대로 잠을 못 잘 테니 자기 전에는 꺼놓고 있었다. 성역 선포를 사용하자, 방 전체가 옅은 황금빛으로 물들었다. 성역의 선포는 레벨이 오를수록 범위가 엄청나게 넓어지다 보니, 이런 식으로 범위를 조절 할 수 있다. 한번 최대 범위로 발동해볼까? 구원의 뇌리에 사악한 생각이 떠올랐다. 스킬 레벨이 9로 오른 만큼, 현재 스킬 범위는 최대 9m. 이 여관의 상당부분을 커버할 수 있는 범위다. 그리고 이 여관에 묵고 있는 투숙객들은 하나같이 전부 모험가들이다. 물론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게다가 여기에 묵는 다는 건 2계층을 모험할 수 있는 레벨, 그것도 샌드 웜을 뚫고 온 중견 모험가들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보니 다들 나름 괜찮은 미모를 자랑하고 있어서 식당에선 꽤나 눈이 즐거웠다. 물론 우리 파티 세 명이 압도적으로 예뻤던 건 말할 것도 없지만 말이다. 이런 미인 모험가들이 잔뜩 묵고 있는 여관 한가운데에서 성역 선포를 최대 범위로 1시간 정도만 발동시켜봐라. 아마 상당히 흐뭇한 광경이 연출되지 않을까? 구원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성역 선포를 발동하려고 하는 찰나, 불현 듯 레이아의 얼굴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잠깐. 이대로 성역 선포를 해버리면, 레이아는 어떻게 되는 거지? 어제 위력 실험할 때는 괜찮았다지만, 과연 지금도 괜찮을까? 그럴 리가. 그때보다 스킬 레벨도 올랐고, 무엇보다 오랫동안 켜둘 거다. 구원은 황급히 범위를 줄였다. 하마터면 이른 아침부터 레이아를 구미호로 만들 뻔 했네. 미인 투숙객들 모두가 발정 난 꿈의 여관은 아쉽지만 접어둬야 할 것 같다. “아응…. 으음….” 성역 선포를 발동하고 대략 30분 정도 흘렀을 때, 디아나가 몸을 뒤척이기 시작했다. 자고 있는 사이에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쾌감을 느끼기 시작한 모양이다. 미묘하게 움직이는 디아나의 허리에 맞춰 구원도 살살 허리를 움직였다. “흐그윽. 하앗. 이, 이건….” 그러자 결국 디아나가 잠에서 깨버렸다. 일어나자마자 경황이 없는 와중일 텐데도, 디아나는 거부하지 않고 바로 구원의 허리 움직임에 순응하여 자기도 움직였다. 그리고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간 후, 디아나가 구원의 가슴을 손바닥으로 찰싹 때렸다. “아침부터 뭐하는 짓인가! 이 느낌은 성역 선포겠지? 얼른 끄지 못하겠나!” 과연 마나에 민감하신 대마법사님. 바로 눈치 채신 모양이다. 구원은 얼른 성역 선포를 껐다. 그리고 한동안 디아나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스킬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 중이란 건 이해해줬지만, 결국 아침부터 켜두는 건 금지됐다. 어차피 요즘 일어나자마자 모닝 섹스를 하는 게 거의 일상처럼 됐으니 상관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런 식으로 잠을 깨는 건 좋은 경험이 아닌 모양이다. 별 수 없나. 다음부터는 행위 중에만 켜두기로 하자. “오크들의 습격이다!” 마침 아침밥을 다 먹었을 때, 갑자기 여관 입구로 누군가 박차고 들어와 소리를 질렀다. “습격?” “음. 말하지 않았나. 텔레포트 마법진이 눈에 띠다 보니 가끔 몬스터들의 습격이 있다고.” 디아나는 태평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도 나가서 싸워야하나?” “딱히 그럴 의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웬만하면 도와주는 게 불문율이긴 하네. 여기가 함락당하면 여길 이용하는 우리도 곤란해지니 말일세.” “잘됐네요. 어차피 오늘도 사냥 하러 갈 생각이었잖아요? 몬스터들 쪽에서 와주면 오히려 편하고 좋네요.” 사라도 습격에 대한 긴장감은 전혀 없이, 전의를 불태웠다. 뭐 그러는 나도 긴장 같은 건 전혀 안하고 있지만. 솔직히 2계층 몬스터들은 아무리 몰려와도 별로 무섭지가 않았다. 성자 스킬을 봉인해도 어느 정도 상대가 가능한데다가, 성자의 손길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면 한 방이면 전부 뻗어버리니 말이다. “그럼 어디 한 번 가볼까.” 구원은 느긋하게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오오. 장난 아니게 많네.” 밖에 나오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장관이었다. 저거 수백 마리는 되는 거 아냐?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서 눈대중으로 짐작이 안 될 만큼 많은 숫자의 오크가 파도처럼 몰려오고 있었다. 저렇게 숫자가 많다보니, 마치 전쟁영화라도 보는 것처럼 지금부터 우리가 직접 싸울 거라는 실감이 안 났다. “왜 저렇게 많아? 1계층에 있던 애들보다도 훨씬 더 많네.” “몇 개의 오크 마을에서 일제히 오는 걸세. 여긴 본래 오크들의 영역이었으니 말일세.” 그러고 보니 디아나가 2계층에서 오크들을 소탕하려고 했었다는 둥 하는 얘기를 했었지. 설마 여기 얘기였나. “그런데 왜 하필 오크들 영역에다가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했데?” “샌드 웜 때문일세. 놈들이 습격을 하면 처치하기 전에 마법진부터 망가질 우려가 있으니 말일세. 놈들이 출몰하지 않는 오크들의 영역에 설치를 한 게지.” 그러고 보니 샌드 웜은 여기서 조금 걸어야 나타나기 시작했었지. 오크들이 샌드 웜의 천적이라도 되는 걸까? 왠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샌드 웜이 한 놈을 습격해서 물면, 나머지 오크들은 물린 녀석에게 신경도 안 쓰고 샌드 웜을 패죽일 것 같으니까 말이다. 하여간 숫자가 많다는 건 무서운 거다. “여러 오크 마을에서 한꺼번에 몰려온다는 건, 초월종도 있는 건가?” 아직까지 2계층에서 초월종을 만난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딱히 두렵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특히 2계층의 오크 초월종이라면 주술사다. 구원이 상성 상으로 절대 우위에 있다는 그 주술사. 저렇게 오크들이 많으니, 오히려 주술사 본인보다는 주술사의 버프가 걸린 주위 놈들이 더 성가실 거다. “네. 몇 마리 보이네요.” 사라가 손으로 차양을 만들고 오크 떼들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대답했다. “혹시 여기서 잡을 수 있겠어?” 놈들과 맞붙기 전에 초월종부터 잡아놓는다면 전투는 훨씬 쉽게 풀릴 거다. 아직 거리가 한참 멀어서 이 근처에서 사냥하는 평범한 궁사라면 절대 못 맞출 거리지만, 우리 사라는 평범한 궁사가 아니니까. 아마 놈들도 이 거리에서 벌써부터 공격이 들어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방심하고 있겠지. “한 번 해볼게요.” 역시나 사라는 믿음직스러운 대답을 해줬다. 못한다는 말을 안 하는 걸 보면, 사라의 성격상 확실히 맞출 자신이 있는 거다. 사라는 화살을 시위에 걸고 평소보다 꽤나 공을 들여 조준했다. 그리고 쐐액하는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어때? 성공했어?” “아뇨. 도중에 다른 오크들이 방패가 되어서 막혔어요. 거리가 조금만 더 가까워지면 앞을 가리는 오크들을 뚫고 맞출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거리에선 힘들겠네요.” 사라가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크들을 관통하고 초월종을 잡으려면 대체 얼마나 강해야 되는 거야. 구원은 살짝 식은땀이 났다. 저번에 내 방어력을 그냥 뚫어 버리고 허벅지를 관통시키기도 했고, 얘랑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싸우지 말아야지. “그럼 쟤들이 좀 더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아니, 마을 근처에서 싸우면 괜히 건물들에 피해만 생기니까 우리가 저쪽으로 더 다가가야 하나?” “조바심 내지 말게. 조금 기다리면 어차피 여길 담당하는 클랜이 나설 걸세.” 디아나의 말대로, 곧이어 한 무리의 모험가들이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모험가들답게 차림은 각양각색이지만, 다들 공통적으로 몸 어딘가에 물방울 모양의 마크를 새겨 넣고 있었다. 클랜의 총 전력인지 수는 꽤 많았다. 그래봤자 저기 몰려오는 오크들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만. 구원의 예상대로 마을에서 떨어진 곳에서 전투를 치르려는 듯, 그 물방울 클랜원들은 계속해서 전진해나갔다. “뭔가 호령을 하거나 할 줄 알았는데, 그런 거 없네.” 그들은 다른 모험가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일 없이, 자기들끼리만 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애초에 여기 모험가들이 도와주는 건 선의에 의한 거지 의무가 아니지 않나. 자유로운 걸 좋아하는 모험가들 상대로 명령한다고 통솔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일세. 그리고 무엇보다, 저들은 자기들만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보이고 싶은 거겠지.” “쟤들만으로 저 많은 수를 처리할 수 있다고?” “흠. 아마 가능은 할 걸세. 다만 저들만으로 막으려면 피해가 꽤나 막심하겠지. 하지만 어차피 다른 모험가들도 도와줄 테니 일종의 허세를 부리는 걸세.” 거 참 피곤하게 사네. 하지만 클랜의 명예와도 관계하는 일일 테고, 저런 게 보통인 걸까? 일단 나도 클랜장이다보니 허세라고 마냥 나쁘게 보이진 않았다. 나도 클랜의 명예를 위해서 저렇게 허세를 부려야할 날이 올지도 모르고. 잠깐만. …명예? 그러고 보니 지금 현재 구원의 명성은 바닥이었다. 아니, 전에 길드 직원들의 대화를 생각해보면, 오히려 마이너스 수치에 도달해있었다. 지고의 대마법사님을 반반한 외모만으로 꿰어내서 빈대 붙는 기둥서방이라는 이미지니까. 이거 어쩌면 기둥서방 이미지를 청산하고, 제대로 명성을 날릴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물론 디아나의 명성을 생각해보면, 고작 2계층 몬스터를 때려잡는 걸로 기둥서방 이미지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아무 능력도 없이 외모만으로 빈대 붙고 있다는 얘기는 들어가게 만들 수 있을 거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안 받고 나 혼자만의 힘으로 쓰러뜨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사라, 디아나, 레이아. 전투가 시작되면 너희는 일단 대기하고 있어.” 구원은 지평선을 가득 매우 듯 쳐들어오는 오크들의 오른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는, 이라니요? 구원은요?” “난 혼자 돌격 좀 하고 올게.” 구원은 이번엔 왼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에?! 안돼요!” 그러자 제일 먼저 우리 천사님이 반대를 하고 나섰다. “걱정 마. 성자의 손길을 쓸 테니까. 그거 한 방에 몬스터들 픽픽 쓰러지는 거 레이아도 봤잖아.” “그, 그래도….” 레이아는 불안한 눈동자로 구원을 쳐다봤다. “굳이 혼자 돌격하려는 이유가 뭔가요?” 그거야 기둥서방 이미지를 벗어버리기 위해서지. 하지만 얘들한테 대놓고 그렇게 말하기는 조금 쑥스러웠다. 애초에 얘들은 기둥서방이라고 생각도 안하고 있을 테니까. “명색이 클랜장인데 내가 너무 명성이 없는 것 같아서. 전에 디아나도 말했잖아. 명성이 필요할 때도 있는 법이라고. 지금이 명성을 얻을 좋은 기회 아니야?” 그래서 구원은 살짝 이유를 바꿔 말했다. 게다가 이렇게 말하면 디아나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흠. 그렇군. 자네도 일단 생각이란 걸 하고는 있었구먼.” 역시나 디아나는 구원의 말에 찬성하고 나섰다. 말투가 살짝 그랬지만 말이다. 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아무 생각 안하고 사는 놈 같잖아. “정말 괜찮을까요?” “여차하면 사라양과 이 몸이 화력을 지원하면 되지 않나. 레이아 양도 멀리서 치료를 해주면 되고. 어차피 성자의 손길에 스치기만 해도 쓰러지는 녀석들이니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걸세.” 하지만 디아나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인 보람은 있었다. 사라와 레이아는 살짝 불안해보였지만, 디아나가 설득하는데 힘을 보태줬다. “그럼 난 먼저 가볼게. 너희는 성자의 손길에 쓰러진 오크들을 처리해줘.” “잠깐 기다리게.” “응?” “아무리 쉬운 상대라도 방심은 금물일세. 마나가 부족해지거나, 위험해지는 상황이 오면 곧장 후퇴하는 걸세.” “네. 누나.” 구원은 디아나를 향해 장난스럽게 경례를 하고, 오크 떼를 향해 달려 나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디아나와 키스하는 건 아직 조금 더 얘기가 진행되야 나올 것 같습니다. 열세번째냥이 // 역시 티가 났군요. 쓰다 보니 너무 길어지더군요. 이러다가 씬만 3편을 써야할 것 같아서 묘사도 좀 줄이고 도중에 적당히 마무리했습니다. 요즘 씬을 쓰면 너무 길어져서 고민이네요. SheerBliss // 설명이 부족했네요. 디아나의 옆모습이 의자에 앉은 자세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산초나베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137==================== 밀크 로드 메이커 앞서 나가던 물방울 마크의 클랜원들은 마을에서 어느 정도 떨어지자 다들 멈춰 서서 각자 전투에 대비했다. 물론 혼자서 눈에 띄겠다는 목적을 가진 구원은 그들이 멈춰 선 곳을 지나쳐서도 계속해서 달려 나갔다. “앗, 잠깐! 당신 뭔가요?!” 뒤에서 당황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구원은 깔끔히 무시했다. 이런 일은 무엇보다 임팩트가 중요하다. 여럿이 난전을 펼치는 와중에 무쌍을 찍는 것과, 혼자 달려들어 무쌍을 찍는 것. 임팩트가 큰 쪽이 어느 쪽인지는 누가 봐도 명확했다. 오크 떼에 가까워질수록, 1계층 오크들과 이놈들과의 또 다른 차이점을 알 수 있었다. 1계층의 오크는 부락 전체가 떼로 몰려나와 싸울 때도 질서란 게 없었다. 그냥 되는대로 달려 나와 마구잡이로 싸울 뿐이었다. 하지만 이놈들은 마치 군대처럼 오와 열을 맞춰 진군해오고 있었다. 이것만 봐도 주술사 초월종의 통솔력이 얼마나 굉장한지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주술을 통해 더 강화되기도 하는 모양이라니까. 2계층에 있는 몬스터치고는 지나치게 위험한 녀석들이긴 하다. 이제 오크들의 얼굴 표정이 보일 정도의 거리까지 와도, 놈들의 진열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바로 앞에 있는 놈들만으로도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뭐, 상관없지만. 놈들이 제대로 진열을 갖추고 있는 건 구원에게 아무런 문제가 안됐다. 얼마 전에 광역 도발기를 배운 참이니까. 그럼 간다! 어느 정도 거리가 가까워졌을 때, 구원은 성역 선포 스킬을 최대 범위로 설정하고 발동했다. “쿠뤠에엑!” 질서정연하게 진군하던 오크들 군세 한쪽에 혼돈이 발생했다. 구원을 중심으로 9미터 이내에 있는 오크들이 진열이고 뭐고 죄다 무시한 채 구원에게 달려들기 시작한 거다. 저기 멀리서 다른 오크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온 몸에 문신을 새겨놓은 초월종이 시끄럽게 꽥꽥 떠들면서 필사적으로 진열을 가다듬으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구원의 스킬 범위 안에 들어오게 된 오크들은 전혀 통솔이 되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성역 선포가 너무 잘 먹히는데? 원래 성욕이 강한 오크라서, 미약한 자극에도 주체를 못하고 덤벼대는 건지도 모르겠다. 광기에 찬 눈빛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오크들을 바라보며, 구원은 손발에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자세를 잡았다. 성역 선포 스킬을 계속 발동해두고 있으면 정기 소모가 극심하기 때문에 싸울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그사이에 최대한 많은 오크들을 쓰러뜨려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구원은 놈들 사이에 파고들어 마치 춤이라도 추듯 가볍게 움직이며 한 명씩 툭툭 건드리기 시작했다. 강하게 때릴 필요는 없다. 데미지를 주려는 게 아니니까. 그저 스치듯 건드리기만 해도 성자의 손길은 확실히 효과를 발휘한다. 구원의 손발에 닿은 놈들은 여지없이 몸을 부르르 떨며 아래쪽에서 액체를 내뿜고 쓰러졌다. 평소라면 내뿜어지는 액체에 기겁을 하며 피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걸 피할 시간에 한 놈이라도 더 많은 오크를 건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조금 찝찝하긴 하지만, 어차피 마석을 캐면 몸에 묻은 것들은 전부 사라질 거다. 차례차례 밀려들어오는 오크들을 건들며 구원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목표는 정해져있다. 저기 저 초월종이다. 초월종만 전부 해치워도 오크들의 전력을 상당부분 깎아낼 수 있을 거다. 구원은 오크들의 벽 사이로 툭 튀어나와있는 돼지 머리를 바라보며 일직선으로 곧장 전진했다. 초월종 근처에는 마치 호위라도 하듯 다른 오크들보다 제대로 차려입은 오크들이 둘러싸고 있었지만, 놈들 역시도 성역의 범위에 들어오자 정신줄을 놓고 구원에게 달려들었다. 다만 초월종은 이름값을 하는지 성역의 효과에 살짝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명색이 초월종인데 이정도로 이성을 잃지는 않는다는 건가. 하지만 성자의 손길을 맞으면 어떻게 될까? “쿠웨엑! 쿠뤡!” 아무리 외쳐봤자 네 부하들은 이미 틀렸어. 구원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놈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쿠웨에엑!” 오오. 버텼어. 구원의 주먹이 닿자마자, 놈은 허벅지를 오므리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덕분에 온 몸을 감싼 비계도 출렁출렁 흔들려서 미관상 상당히 보기 안 좋았다. 하지만 놈은 버텨냈다. 눈을 시뻘겋게 붉히고, 아랫도리를 감싸고 있는 이상한 문양의 천도 높이 텐트를 쳤지만, 놈은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지지대 삼아 쓰러지지 않았다. 2계층에 들어와서 내 성자의 손길을 맞고 쓰러지지 않은 건 네가 처음이야. 구원은 가벼운 감탄을 담아서 놈의 복부지방을 연속으로 두드려 팼다. “쿠웩! 켁! 쿠륵!” 안 그래도 전사 타입이 아니라 마법사 타입의 몬스터다. 맷집도 상대적으로 약할 텐데 이렇게 주술도 사용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얻어터지면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놈은 결국 절정을 맞이하여 행복한 미소를 띠우고 뒤로 벌러덩 쓰러졌다. 왠지 지폐를 꽂아줘야 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퀘에에에에엑!” 그리고 일대에 혼란이 야기됐다. 구원이 초월종에게 다가갈 때부터 점점 흐트러지기 시작하던 오크들의 대열은, 초월종이 쓰러지자 그대로 붕괴했다. 오크들은 자신의 전투본능에 모든 것을 맡기고 그저 앞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 이래야 오크답지. 구원은 새로 성역에 들어오는 오크들을 쳐내며 정기를 확인했다. 슬슬 한 번 돌아가서 정기를 채우고 와야 하나. 초월종을 한 마리밖에 못잡은 건 아쉽지만, 괜히 욕심 부리다가 다치면 혼날 테니까. 일단 한 번 돌아가자. 결심을 내린 구원은 뒤를 돌아봤다. …가관이네. 구원이 지나온 곳에는 절정에 달해 쓰러진 오크들이 1자로 길을 만들고 있었다. 게다가 놈들의 몸은 쓰러지면서 싸지른 하얀 액체들로 범벅이 되어 있어서 참으로 더러워 보였다. 이거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네. 하지만 이놈들이 쓰러져있는 이 모습이 내 활약을 단적으로 나타내주는 모습이다. 구원은 당당하게 놈들을 짓밟으며 동료들에게로 걸어갔다. 근데 이거 마석은 언제 캐지? 그냥 내버려두고 가기엔 아깝다. 돈이 궁한 처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아까운 건 아까운 거다. 하지만 사방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와중에 마석이나 캐고 있을 수도 없어서, 구원은 일단 그대로 돌아왔다.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는 전투가 벌어진 곳에서 조금 후방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라는 특유의 사정거리를 이용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재주 좋게 오크들을 잡아가고 있었고, 레이아는 부상을 입고 후퇴한 모험가들을 치료해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둘이 열심히 움직이는 와중에도 디아나는 오크들이 있는 곳까지 마법의 사정거리가 닿지 않는 건지,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서서 전투를 관전하고 있었다. 너 어디 높으신 분이냐. 아니, 뭐 따지고 들면 높으신 분 맞기는 하지만. “나 왔어. 거봐, 내가….” “음? 히익! 가, 가까이 오지 말게!” 구원이 다가가자, 디아나가 질색을 하면서 비명을 질렀다. “뭐, 뭐야?! 왜 그래?” “가만히! 거기 가만히 있게!” 디아나는 필사적으로 외친 후 빠르게 뭔가 마법을 발동했다. 그리고 디아나의 지팡이 끝에서 커다란 물방울이 소환되어 구원에게 날아왔다. 그걸 보고 나서야 구원은 디아나가 질색을 한 이유를 깨달았다. “야, 이 인정머리 없는 것아! 너…어푸푸.” 구원의 항의는 전신을 감싸는 물방울에 가로막혀 허무하게 사라졌다. 구원을 감싼 물방울은 마치 세탁기라도 돌리듯 한동안 거세게 휘몰아치더니, 그대로 바닥에 가라앉았다. “너 너무한 거…어푸.” 심지어 한 번도 아니었다. 디아나는 차례차례 계속해서 물방울을 생성해내더니 거의 10분 동안 구원의 전신을 세탁했다. “…이제 만족했냐?” 한동안 물방울에 시달린 구원은 기진맥진해서 말했다. 전투하고 온 것보다 더 지치는 것 같아. “으, 음. 훤칠하니 보기 좋구먼. 그런데 대체 어쩌다 그런 꼴까지 된 건가?” 디아나도 조금 너무했다는 생각은 들었는지, 구원에게서 눈을 피하며 말을 돌렸다. “그야 저 한가운데 파고들어서 싸우다 보면 이렇게 되지. 초월종은 아예 한 방에 쓰러지지도 않더라.” “그렇구먼.” 구원이 대답하며 다가가자, 디아나는 미묘하게 몸을 움찔하며 뒷걸음질 쳤다. “…야. 그렇게 하고도 아직 뭐 묻어있을 것 같냐?” “그, 그런 거 아닐세.” “그럼 방금 뒷걸음 친 건 뭔데?” “이, 이 몸이 말인가? 그럴 리가?” 디아나는 과장스럽게 팔을 붕붕 흔들며 대답한 후, 주저주저하며 구원에게 다가왔다. 그래도 구원이 아무 말 없이 빤히 쳐다보고 있자, 안절부절못하며 허둥대더니 결심한 표정을 지은 후 눈을 꼭 감고 구원에게 안겨왔다. “에잇! 어, 어떤가.” “흠. 뭐 인정해주지.” 구원은 그 귀여운 모습에 입가가 씰룩이려고 하는 걸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왜 돌아온 건가요? 설마 어디 다치기라도 했나요?” “네에?! 구원씨 다치셨어요?!” 사라와 레이아도 하던 일을 멈추고 구원에게 다가왔다. 얘들도 설마 내가 완전히 깨끗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온 건 아니겠지? 아직도 디아나가 찰싹 붙어있는데, 평소라면 은근히 질투하는 모습을 보여줄 사라가 아무 말이 없으니 더더욱 수상했다. 아니야. 동료를 의심하지 말자. 아니겠지. 사라는 둘째 치고 우리 천사님이 그럴 리가 없어. “아니. 그냥 마나가 떨어져서 좀 쉬러 왔어.” “그, 그렇군요. 다행이에요. 정말, 놀래지 마세요.” 레이아가 손끝으로 구원의 가슴을 가볍게 토닥였다. 구원은 레이아의 손끝이 닿은 부분부터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은 감각을 맛봤다. 크흑. 레이아 누님. 누님이 그렇게 걱정해 주시는데 이 구원이 어떻게 다치겠습니까. “그래도 어때? 나 싸우는 거 봤지? 굉장하지 않았어?”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엄청난 공훈을 세웠다고 생각한다. 이 전투의 mvp를 뽑는다면 틀림없이 나라고 생각될 만큼. “네. 저한테도 보일 정도로 구원씨가 간 쪽은 진형이 붕괴되는 게 보였어요.” 레이아가 만면의 미소를 띠며 말했다. 레이아한테도 보일 정도였다면 다른 모험가들의 뇌리에도 내 모습이 확실히 각인됐겠군. 그럼 정기가 회복되는 대로 다시 가서 전부 휩쓸고 다니면서 철저하게 진형을 붕괴시켜볼까. “그, 그러게요.” 하지만 사라는 약간 석연찮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래? 뭔가 문제라도 있었어?”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그…아무것도 아니에요.” 사라는 애매모호하게 말을 아꼈다. 대체 왜 그러지? “흠. 됐네.” 그때까지 구원에게 찰싹 붙어있던 디아나가 몸을 떨어뜨리며 말했다. “응? 뭐가?” “마나 말일세. 자네가 부족하다고 하지 않았나.” 디아나의 말을 듣고 시야 구석을 확인해보니, 어느 샌가 정기가 가득 차있었다. “오오. 이런 마법도 있었어?” “마법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마나 전달일세.” 이러면 쉬지 않고 계속해서 싸울 수 있잖아. 나 이러다가 진짜 전설이 되는 거 아냐? 혜성같이 나타난 2계층의 오크 슬레이어. 홀로 수백 마리의 오크군과 맞서다. 같은 느낌으로. “그럼 어디 다시 한 번 가볼까!” “음. 가서 제대로 명성을 떨치고 오게나.” 디아나는 구원의 등을 팡팡 두드리며 말했다. 구원은 그대로 기세 좋게 달려 나가려다가 멈칫했다. 아참. 그 전에 물어볼 게 있지. “그런데 마석은 어떻게 하면 좋아? 캐서 올 수는 없잖아.” “보통 이럴 때는 전투가 마무리 된 후, 전투에 참여한 모든 모험가들이 마구잡이로 캐는 게 불문율이라네. 어차피 누가 뭘 잡았는지 확인할 방법도 없으니 말일세.” 과연. 그냥 빨리 캐가는 놈이 임자라는 건가. 그럼 일단 마석은 신경 쓰지 않고 전투에만 집중하면 되겠군. “사라. 다른 초월종은 또 어디에 있어?” “네? 그…저기에요.” 사라는 주저하는 느낌으로 한 쪽을 가리켰다. 좋아. 저기란 말이지. 이번에도 초월종을 쓰러뜨리고 와주지. “앗! 자, 잠깐만요.” 하지만 사라가 그런 구원을 막아섰다. “왜 그래?” 아까부터 반응이 미묘하네. “아, 아뇨. 그…조심해서 다녀오라고요.” 사라는 부끄러운지 구원의 눈을 마주보지 못하고 그렇게 말했다. 뭐야. 그런 거였어? 하여간 얘도 귀엽다니까. “걱정 마. 이번에도 아까처럼 파바박 정리하고 올게.” “네…아, 아까처럼 말이죠….” 구원은 사라를 향해 이빨을 빛내며 상큼하게 미소지어준 후, 곧장 사라가 가리켰던 방향으로 돌진했다. “으, 으헛!” 구원이 다가가자, 근처에서 전투를 벌이던 모험가들이 움찔대며 거리를 벌렸다. 뭐야. 벌써부터 내가 가까이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두려워하는 모험가가 생긴 건가. 하긴 오크 상대로 너무 철저하게 무쌍을 찍기는 했지. 걱정 마세요 아가씨들. 전 몬스터한테만 잔혹하지 같은 인간, 특히 당신들 같은 미인에게는 따뜻한 남자입니다. 구원은 모험가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상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고 나서 구원은 곧장 성역 선포를 사용했다. 성역의 범위 안에 모험가들이 있기는 했지만, 오크들 어그로만 끌어서 금방 해치우고 떠날거니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을 거다. 그 짧은 순간동안 쾌감을 줄 수 있을 만큼 위력 있는 스킬도 아니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38==================== 밀크 로드 메이커 구원이 성역 선포를 하는 순간, 범위 안에 있는 모든 오크들이 일제히 구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심지어 다른 모험가들과 싸우고 있던 오크들은 모험가들의 공격에도 개의치 않고 구원을 향해 달려들 정도였다. 다른 때라면 스틸 문제로 시끄러워 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같은 상황에선 괜찮겠지.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여 몰려오는 오크들을 순식간에 정리했다. 오크들은 여지없이 뒤로 벌러덩 쓰러지며 하얀 액체로 분수 쇼를 펼쳤다. 그 기세가 엄청나서 주변에 있던 모험가들에게도 끼얹어질 정도였지만, 모험가들은 피할 생각도 않고 멍하니 입을 벌린 채 구원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훗. 순식간에 정리하는 모습이 너무 멋있었나. 아예 눈을 못 떼는 군. 사실 나도 눈을 못 떼겠다.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이 입을 벌리고 단체로 얼굴에 하얀 액체가 뿌려지는 광경을 보니, 저도 모르게 엄한 생각이…아냐. 지금은 이럴 때가 아니지. 구원은 여기서 조금 더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자제하기로 했다. 이런 광경이 흔히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목표를 달성하는 게 우선이다. 게다가 전투가 전부 마무리되고 나면, 저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날 저렇게 선망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거다. 좋았어.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보다는, 미래를 즐기기 위해서 나아가자. 지금부터 난, 전설이 되는 거야! 그 이후로 구원은 전장을 종횡무진으로 휘저으며 가는 곳마다 오크들의 진형을 파괴했다. 정기가 아슬아슬해 질 때까지 초월종을 처리하며 전장을 휘젓다가, 정기가 떨어지면 디아나에게 돌아가 회복 받는다. 어차피 디아나는 전투 지원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마나는 충분했고, 구원의 정기 회복은 바로바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전장을 휘저으며 몇 마리째인지 모를 초월종을 쓰러뜨렸을 때, 구원은 문득 주변에서 싸우는 소리가 줄어든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성역의 영향을 받아 이쪽에 돌진해오는 오크들을 가볍게 처리하고, 구원은 주위를 둘러봤다. 주변은 하얀 액체로 샤워를 한 오크들의 시체로 뒤덮여있었다. 두 발로 서있는 오크들은 이제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그마저도 모험가들에 의해 처리되고 있었다. 드디어 끝난 건가. 대체 얼마나 싸운 거지? 시간을 확인해보니 이미 시간은 저녁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나서 거의 곧바로 전투를 시작했으니, 점심도 거르고 하루 종일 전투만 한 셈이 된다. 지금까지는 전투로 고양되어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한 번 그렇게 의식을 하고나니 맹렬하게 배가 고파졌다. 다 때려치우고 밥부터 먹으러 가고 싶어졌지만, 구원은 강철의 의지로 참았다. 지금 이 전투의 주역은 누가 뭐래도 나다. 주인공이 전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밥을 먹으러 가서 안 보인다니. 그럴 수는 없지. 행복사한 오크들의 시체 한 가운데에서 구원은 양 팔을 넓게 벌리고 고개는 하늘을 향해 빳빳이 세우면서 똥폼을 잡았다. 잘 봐둬라. 지금이 아니면 내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영영 없을지도 모르니. 그리고는 살짝 실눈을 떠서 주위를 살펴봤다. 다들 이쪽은 아랑곳하지 않고 마석을 캐기 바빴다. …그래.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짓인데, 전공을 올린 사람을 칭송하기 보다는 일단은 마석 캐는 게 더 중요하지. 그래도 구원이 지금 함부로 다가가기 힘들 정도로 위엄을 내뿜고 있는 건 확실했다. 그 증거로 구원의 주변에는 마석을 캐러 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초월종의 시체도 쓰러져 있는데 말이다. 구원은 일단 분위기에 맞게 마석부터 챙기기 시작했다. 마석을 하나하나 캘 때마다 더러워진 몸이 깨끗해져가는 느낌은 언제 느껴도 신선했다. 마석을 전부 캐고 나서도 여전히 구원의 주위로 모험가들은 전혀 다가오지 않고 있었다. 시선은 느껴진다. 사방팔방에서 엄청나게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은 느껴졌다. 하지만 그 중 누구도 다가올 생각은 안하고 있었다. 심지어 구원이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모세의 기적처럼 사람들의 물결이 벌려지며 구원과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젠장. 너무 활약해버렸나. 내 생각대로라면 지금쯤 난 수많은 미녀 모험가들에게 둘러싸여 칭송받고 있었어야 했는데. 사람이 너무 특출하게 뛰어나면 인간관계에 이런 식으로 문제가 생기는 구나. 구원은 디아나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름 석 자만 대도 상대방이 껌뻑 죽으며 제대로 말도 못 붙이는 디아나는, 항상 이런 기분을 맛보고 있는 거겠지. 앞으로 조금 더 잘해주자. 하지만 그런 구원의 다짐은 채 몇 분도 가지 못했다. “오. 왔는가.” 디아나는 양 볼을 크게 부풀이고 뭔가를 오물오물 먹으며 구원을 향해 손을 척 들었다. “너 뭐 먹냐?” “사막 도마뱀 꼬치라네. 요즘은 이런 것도 팔더군. 세상 참 변했구먼. 처음 여기 텔레포트 마법진을 만들 땐 이런 건 생각도 못했는데 말일세.” 그러니까, 그런 말을 하면 괜히 더 할머니 같게 느껴지니까 그만둬라. 아니, 그보다…. “어디서 파는데?” “그야 마을이지 어디겠나?” “뭐? 마을은 대체 언제 갔다 왔는데? 마석은?” “무슨 소린가. 자네도 알잖나. 이 몸은 나이프 같은 건 안 들고 다니네!” 디아나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마법이 있잖아! 바람 마법!” “다들 열심히 마석을 캐고 있는데, 혼자서 마법으로 싹 쓸어버리는 건 너무 몰상식한 행위 아닌가. 이 몸 보고 고작 푼돈 때문에 그런 일을 하라는 겐가?” 아오. 말이라도 못하면. 구원은 디아나와 말싸움에서 이기는 건 포기했다.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말게. 여기 자네 몫도 사왔네. 이거 먹고 화 풀게.” 디아나는 구원을 달래듯이 꼬치 하나를 내밀었다. 이걸로 용서할까보냐. 적어도 내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먹을 수도 있었잖아. 넌 나중에 나랑 잘 때 보자. 뭐, 일단 먹을 거지만. 구원은 꼬치를 한 입 베어 먹으며 사라와 레이아를 쳐다봤다. 사라는 순식간에 한 손을 등 뒤로 싹 숨기며 딴청을 피웠다. 입가에 양념이나 닦고 딴청 피워라. 구원이 그래도 사라를 지긋이 바라보자, 사라는 옆구리에 차고 있던 주머니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 그래도 마석은 캤어요.” 그나마 사라는 양심이 있는 애였다. 다행이다. 나이프도 있는 애가 마석도 안 캐고 먹기만 한 거였으면 슬펐을 거다. 그래도 내가 오기 전에 먹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지만. 그리고 무엇보다도 구원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건, 우리 천사님마저 나를 기다리지 않고 꼬치를 먼저 먹고 있었다는 점이다. 물론 레이아는 나이프도 없고 디아나처럼 마법으로 해체 가능한 것도 아니다. 설령 나이프가 있었다고 해도 있었다고 해도 레이아가 나이프를 들고 시체를 해체하는 장면이 상상은 안 되기도 하고. 그래도 먹는 걸 조금 기다려 줄 수는 있잖아. 레이아는 귀와 꼬리가 축 처진 상태로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죄송해요…. 저…너무 배가 고파서….” 그러고 보니 레이아도 생긴 거랑 다르게 의외로 많이 먹었었지. 아니, 먹은 게 전부 가슴으로 간다고 생각해보면, 생김새에 걸맞게 많이 먹는 건가. 아무튼, 저렇게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있으면, 구원도 원망스러웠던 마음이 씻은 듯 사라져갔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그랬겠어. 특히 레이아는 먹으면 먹을수록 가슴으로 갈 테니까 한 끼도 굶게 할 수 없지. 오히려 잘 한 거다. “아냐. 잘 했어. 괜히 여기서 나 기다린다고 굶고 있어봐야 뭐하겠어. 먼저 먹고 있는 게 낫지.” “거 뭐랬나. 이 몸이 말하지 않았나. 레이아양을 내세우면 괜찮을 거라고.” 옆에서 디아나가 사라에게 귓속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 들린다 이것아. 하여간 영악해 빠져가지고서는. 하지만 디아나의 말대로, 지금 쟤들한테 뭐라고 하면 레이아한테도 뭐라고 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쟨 어젯밤에 나한테 그렇게 당하고도 저러는 게 신기하다니까. 저것도 일종의 연륜인건가? “그래서. 어때. 이걸로 내 명성이 자자해졌겠지?” “아….” 구원의 말에 셋이 동시에 구원에게서 시선을 피했다. “뭐야? 왜 그래?” “아, 그, 그러네요. 적어도 이름은 널리 퍼지게 되지 않겠어요?” 석연찮은 반응이다. 구원은 셋이 그런 태도를 취한 이유를 저녁때가 돼서야 알 수 있었다. 하루 종일 원 없이 싸웠으니, 오늘은 이 이상 사냥을 나서지 않고 쉬기로 했다. 마을에 들어와서도 계속해서 사방에서 시선은 느껴졌다. 다들 구원을 바라보며 무언가 수군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말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면, 다들 황급히 시선을 피하고 딴청을 피웠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위해 묵고 있던 여관으로 들어섰을 때, 큰 소리로 구원을 맞이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오오! 드디어 납시셨군! 다들! 오늘의 히어로님의 행차시다!” 호쾌하게 생긴 건장한 사내 한 명이 있는 힘껏 박수를 치며 외쳤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서 휘익 휘익하고 손으로 휘파람 부는 소리까지 들렸다. 여관 1층의 식당에 자리 잡고 있는 모험가 모두가 구원을 바라보며 환영하고 있었다. 문제는 대부분이 남자였다. 중간 중간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띠고 있는 여자들도 있었지만, 절대 다수가 남자였다. 여기 남자 모험가가 이렇게 많았어? 싶을 정도로 사내새끼들 밖에 없었다. “자, 자. 이리로 와서 무용담 좀 들려달라고.” 처음 큰 소리를 쳤던 사내는 식당 가운데의 테이블로 구원을 이끌었다. “무슨 무용담? 너희도 모험가면 다 봤을 거 아냐.” “그야 물론 두 눈으로 똑똑히 봤지만 어떻게 한 건지 알 수가 있어야 말이지. 대체 그 밀크 로드는 어떻게 만든 거야?” 남자는 묘하게 친한 척을 하며 구원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말했다. 떨어져라. 이 땀내 나는 놈아. 언제 봤다고 친한 척이냐. “뭐? 뭔 로드?” “밀크 로드 말이야! 밀크 로드! 크하하하! 누가 지었는지 이름도 잘 지었어! 밀크 로드! 아주 그냥 지나갈 때마다 정액의 길이 만들어 지더군! 크하하하! 지금 자네 별명은 뭔지 알아? 밀크 로드 메이커야! 밀크 로드 메이커! 크하하하! 겨우 2계층에 다니는 모험가가 벌써부터 닉네임이라니! 거 부러워 죽겠네!” 거기까지 듣자, 구원도 슬슬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런 젠장. 이거 히어로가 아니라 완전히 개그 캐릭터 취급이잖아. “그 기센 여자들이 멍하니 오크들의 정액을 뒤집어쓰는 꼴이란. 대체 어떻게 한 거야? 비결 좀 알려주지 그래? 크하하하!” “…알려줄까?” “응? 뭐라고?” “어떻게 하는 지 알려줄까?” “오오! 그냥 해본 말인데 정말로?! 하지만 난 같은 남자새끼 좆물 싸지르게 만드는 취미는 없어서…흐끄으윽!” “이렇게 하는 거야 인마.”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어깨에 걸쳐졌던 사냐의 손을 가볍게 치웠다. 물론 사내가 허벅지를 오므리며 땅바닥에 주저앉아버린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응? 이렇게. 잘. 한 번. 온 몸으로 느껴봐. 어때? 좀 알 것 같아?” “히극! 하악! 잠! 그만! 히익! 끄아악!” 구원이 툭툭 건드릴 때마다 움찔움찔 하던 놈은, 몇 번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안색이 창백해졌다. “이 새끼 몇 번 싸지도 않았으면서 얼굴 하얘지는 거 봐라. 그딴 정력으로 여기까지 올 레벨은 어떻게 올렸냐.” “그, 그만해요. 그러다가 정말로 죽겠어요.” 남자라면 질색을 하는 사라지만, 과연 그대로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지 구원을 말렸다. 그러고 보니 이 놈, 이제는 엎어져서 건드리면 움찔 거리기만 할 뿐 별다른 신음성도 안내게 돼버렸다. 그러게 왜 주제도 모르고 설치냐. “또 궁금한 사람 더 있냐?” 구원이 주변을 살벌하게 둘러보며 말하자, 지금까지 재미있다는 듯이 이쪽을 보고 있던 시선들이 한 순간에 사라졌다. 다들 구원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고작 이걸로 내 울분은 풀리지 않았다. 하루 종일 그 고생을 했는데, 얻은 거라는 밀크 로드 메이커라는 같잖은 별명뿐이라니. “너 아까 보니 궁금한 것 같던데.” “아, 아뇨! 그럴 리가요!” “아니, 궁금해 보여. 네놈 밀크로도 길을 만들어 줄까? 앙?” “히, 히익!” 구원이 아까 히죽히죽 웃던 한 놈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말하자, 놈은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양손을 휘휘 저었다. “그쯤 하게나. 자기보다 약한 자들을 너무 놀리는 거 아닐세.” 디아나가 점잖게 타일렀지만, 구원은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아니. 그럴 순 없지. 그래. 아까 보니 남자상대로만 가능하다고 착각하는 것 같던데. 어디 여자상대로도 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줄까?” 구원이 이번에는 식당 안에 있던 몇 안 되는 여자 모험가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그러자 구원의 뒤통수에 가벼운 충격이 있었다. “화난 척 하면서 결국 그게 목적이었나!” 뭐야. 얘가 갑자기 왜 그래. 난 그냥 저기 있는 여자 모험가한테 성자의 손길을…. “응? 아, 아냐! 성희롱 하려던 거 아냐! 난 그저 이런 식으로 오해를 풀기 위해….” “흐아아아아아앙!” 내가 너희들이 있는데 굳이 미모수준도 떨어지는 모험가한테 성희롱을 할 이유가 없잖아. 구원은 오해 받은 게 억울하여 여자 모험가에게 가볍게 손을 댔다. 여자가 순식간에 절정에 달하자, 구원은 다시 무게를 잡고 모험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봤냐? 이런 식으로 여자상대로도….” “뭘 당당히 성희롱하고 있는 건가요!” “아니, 진짜, 잠깐, 야, 오해!” 하지만 구원의 변명은 통하지 않았다. 정말로 화났는지, 사라의 진심을 담은 손바닥이 구원에게 작렬했다. 사라의 민첩이 구원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건지, 구원은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크흑. 뼛속까지 시리다. 얜 분명 주 직업은 궁사인데 왜 활뿐만 아니라 육탄전도 이렇게 아픈 거야. 그쯤 되자 모험가들도 구원 일행을 상종하면 안 될 위험한 놈들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식당은 아까까지의 소란스러웠던 분위기에서 180도 반전되어, 이제 소란스러운 건 구원 일행 밖에 없었다. 다른 모험가들은 최대한 구원 일행에게서 떨어져서 묵묵히 자신의 앞에 놓인 음식을 처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모습에서는 얼른 음식들을 처리하고 저 위험한 놈들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여실히 드러나 있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기습 연참! 139==================== 밀크 로드 메이커 “자, 잠깐. 내가 남자만 사정시킬 수 있는 놈이라고 오해받으면 주위 시선이 어떻겠어. 난 오해를 풀기 위해 그런 거지 결코 성희롱이 목적이 아니었어.” “그래도 방법이란 게 있잖아요!” “직접 안보여주면 안 믿을지도 모르잖아! 게이로 오해받으면 어떡하라고!” 구원의 영혼이 담긴 외침에 결국 오해는 풀릴 수 있었다. 뭐, 이런 미인들 셋이랑 같이 다니는 시점에서 게이라고 오해할 놈이 몇이나 있겠냐마는. “알겠냐! 난 남자만 싸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냐! 오히려 남자까지 그렇게 만들 수 있는 건 덤! 여자를 상대할 때야 말로 내 진가가 발휘되지! 응? 알았냐고!” 구원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열심히 음식을 처리하던 모험가들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마구 끄덕였다. 구원은 흡족한 마음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구원을 개그 캐릭터 취급하긴 했지만, 정말로 승전 파티 같은 걸 하려고 하긴 했었나보다. 테이블 위에는 엄청난 수의 음식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이 음식을 먹기에는 분위기가 애매해져버렸다. 저녁은 다른데 가서 먹을까. 구원이 여관을 나서기 위해 문을 앞에 서는 것과 동시에 안으로 들어오는 모험가가 있었다. “앗. 여기 계셨군요.” 모험가는 구원의 얼굴을 보더니 말했다. 음? 아는 사람인가? 잠깐 머릿속을 뒤져봤지만 기억에 없는 얼굴이었다. 애초에 내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그럼 그건가? 아까 전투를 보고 내 팬이 된 사람인가? 역시. 싸우는 방식이 조금 그랬어도 그렇게 활약한 거다. 팬이 한둘쯤 생겨도 이상할 건 없지. 여기 있는 놈들은 시커먼 사내새끼들이라 보는 눈이 없었던 거야. 자세히 보니 꽤나 괜찮게 생긴 얼굴이었다. “찾고 있었어요. 괜찮으시다면 저와 동행해주실 수 있을까요?”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바로 이렇게 꼬시려고 하다니. 꽤나 대담하네. “글쎄요. 무슨 일이죠?” 하지만 구원은 조금 뜸을 들였다. 엄청나게 끌리는 외모도 아닌데 괜히 받아들였다가 사라가 질투하면 곤란해지니 말이야. 이거 어쩌면 좋을까. 인기가 많아지니 이런 고민도 하게 되는구나. 하지만 여자의 대답은 구원의 예상을 조금 벗어나있었다. “앗. 그러고 보니 용건을 말 안했네요. 실례했습니다. 저희 클랜장님께서 이번 전투에서 활약하신 그쪽 분께 저녁이라도 대접하고 싶다고 하셔서요.” 응? 클랜장? 자세히 보니 여자의 가슴팍에는 물방울 모양의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 젠장. 그럼 그렇지. 여자한테 인기는 무슨. 아니, 좋게 생각하자. 클랜장이 이렇게 저녁을 대접하고 싶어 한다는 말은, 적어도 오늘 내 전투를 마냥 개그로만 보지는 않았다는 거다. “저 혼자 만요? 동료들이 있어서 혼자 가는 건 조금 곤란하네요.” “앗, 물론 동료 분들이 계신다면 같이 오셔도 됩니다.” “그럼 좋습니다.” 어차피 다른 곳에서 저녁을 먹으러 나가려던 참이었다. 구원은 바로 승낙하고 모험가를 따라나섰다. “저희 오아시스 클랜에 어서 오십시오.” 그리고 대면하게 된 클랜장은 꽤나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는 여인이었다. 혹시나 싶어서 애널라이즈를 사용해봤지만, 역시나 레벨은 확인할 수 없었다. 디아나도 피해는 있을지언정 이 클랜원들만으로 그 오크들을 전부 막는 게 가능은 할 거라고 했었지. 2계층에만 틀어박혀있는 클랜이라고 해도, 얕볼 수는 없다는 말이다. “덕분에 큰 피해 없이 오크들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오아시스 클랜을 대표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까 여관에 모여 있던 놈들과는 꽤나 다른 반응이었다. 역시 한 클랜의 수장정도 되면 내 진가를 알아보는 건가. 아니. 아까 그 놈들이 보는 눈이 없는 놈들일 뿐,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내 진가를 알아봤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역시 오늘 한 고생이 마냥 헛수고는 아니었다. “아뇨. 별 말씀을.” 어차피 고맙다고 식사까지 대접해준다는 상대다. 구원은 굳이 거들먹거리지 않고 평범하게 겸손을 떨었다. 아까 그 놈들과 대비되어 진가를 알아봐줘서 고맙다는 마음도 있었고 말이다. “오히려 제가 싸우는 방법이 꽤나 독특하다 보니, 같이 싸우던 분들에게 실례를 끼친 건 아닌지 모르겠군요.” 아까 구원의 어깨에 손을 얹고 친한 척 했던 놈이 분명 그랬었다. 그 기 센 여자들이 멍하니 어쩌고저쩌고. 분명 구원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꽤나 많은 모험가들에게 오크 정액을 부X케 시켰고, 그 중에는 여기 클랜원들도 분명 있었을 거다. “그거야…. 하지만 싸우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고, 결국 덕분에 희생은 최소화됐으니까요.” 클랜장은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역시 오크의 정액을 뒤집어쓴 게 좋은 기분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혹시 이 사람도 내 근처에서 싸우다가 뒤집어썼던 걸까? 아무튼 이 클랜장마저 이런 반응이라면, 오크 정액을 뒤집어 쓴 다른 여자들의 반응은 안 봐도 뻔했다. 혹시 밀크 로드 메이커인지 하는 웃겨빠진 별명도 그 남자새끼들이 날 놀리려고 만든 게 아니라, 오히려 오크 정액을 뒤집어 쓴 여자들이 화나서 만든 별명일지도 모르겠다. “하, 하지만 정말 독특한 방법으로 싸우시더군요. 대체 어떻게 한 건가요?” “전 이방인이라서요. 특수 클래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 참고로 제가 싸울 때 썼던 기술들은 몬스터상대로만 가능하거나, 남자상대로만 가능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원래는 여성을 상대로….” “그, 그런데 식사는 언제 가능할까요? 아침 식사 후 전투 때문에 아무것도 못 먹어서요.” 구원이 열심히 자기 PR을 하려고 했을 때, 사라가 갑자기 끼어들며 말했다. 아니, 너 일단 도마뱀 꼬치인지 뭔지 먹었잖아. 혹시 내가 저 사람을 꼬시는 거라고 생각하고 질투한 건가? 귀엽기는. 하지만 구원은 그런 의도로 말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애널라이즈로 레벨이 확인도 안 될 정도로 레벨 높은 사람이 나와 잘 거라고 생각하기도 힘들고. 혹시 그 여관에 있던 놈들 말고도 내가 남자에게만 쓸 수 있다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을 까봐 말해두는 거다. 여기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이니, 이 사람에게 말해두는 것만큼 오해를 푸는데 효과적인 방법은 없겠지. 뭐, 홍보 효과를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앗, 죄송합니다. 말이 너무 길어졌네요.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곧바로 상다리가 휘어질 정도로 많은 음식들이 테이블 위에 옮겨져 왔다. 돈 좀 쓴 티가 보이네. 하긴 오늘 번 돈만 해도 얼마겠어. 내가 쓸어 담은 마석만 계산해도 상당한 금액이 나올 텐데, 전투에 참가한 인원이 가장 많았던 여기 클랜은 말할 것도 없다. 오아시스 클랜장은 구원에게 꽤나 관심이 많은지, 식사를 하면서도 이것저것 물어봤다. 사라가 중간 중간 끼어들며 어떻게든 화제를 돌리려고 노력했지만, 그 노력도 무상하게 구원은 성자라는 직업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었다. “놀라운 직업이군요. 그런 직업이 존재한다니. 그렇다면 구원씨는 레벨 업 걱정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과연 클랜장을 맡고 있는 만큼, 꽤나 핵심을 찔러오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 레벨 업 걱정이 없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여자를 상대할 때 무조건 절정에 달하게 만들 자신이 있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여자가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게 조금 어색했다. 부끄럽지도 않은 걸까? “뭐, 솔직히 말하면 그렇죠.” 구원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뻔뻔하게 말했다. 그러자 오아시스 클랜장이 구원을 쳐다보는 눈이 마치 유혹이라도 하는 것처럼 요염하게 빛났다. 그리고는 결코 구원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듯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혹시 지금 가입해계신 클랜이 있나요? 없다면 저희 클랜은 어떠신가요? 저도 성자라는 직업을 한 번 경험해보고 싶네요. 물론 지금은 레벨 차이가 나서 불가능할 테지만, 구원씨라면 금방 올리실 수 있을 거고, 저희 클랜에 들어오시면 구원씨의 레벨 업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어요.” 오오. 뭐야 이거. 나랑 자고 싶다고? 게다가 자기랑 잘 수 있는 레벨이 될 때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아? 그거 완전 키잡이잖아. 나 지금 여자가 키잡해준다고 유혹하고 있어. 심지어 그렇게 말해주는 상대가 상당한 미인이야. 구원은 이 세계에 떨어져서 정말로 다행이라고 다시 한 번 느꼈다. 여신님 사랑합니다! “미안하지만, 이미 클랜은 있네. 심지어 이 자가 바로 클랜의 클랜장일세.” 오아시스 클랜장의 유혹을 칼같이 거절한 건 디아나였다. 구원이 디아나를 쳐다보니, 상당히 불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리 태평한 디아나라도, 자기 클랜의 클랜장을 다른 클랜이 빼내려고 하는 건 불쾌한 모양이다. 그리고 이건 구원의 바람이 들어간 부분도 있겠지만, 살짝 질투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디아나가 이렇게 질투하는 낌새를 보인 건 처음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자, 아까 꼬치를 먹을 때는 그렇게 영악해 보였던 디아나가 지금은 또 엄청나게 귀여워보였다. “그러신가요? 혹시 클랜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세이비어스입니다.” “흠…들어본 적 없는 클랜이네요. 역시 저희 클랜에 들어오는 게 더 좋지 않을까요? 아, 클랜원 분들이 걱정되시는 거라면 걱정 마세요. 구원씨 클랜에 소속된 분들도 전부 저희 클랜에….” 하지만 디아나의 말에도 오아시스의 클랜장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보였다. 아마 디아나의 정체를 알았다면 이런 식으로 말하지는 못했을 텐데 말이야. “자네 이 몸이…!” 디아나는 던전에서는 마법사 특유의 커다란 모자를 푹 눌러써서 자신의 외모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고 있었다. 자기 정체가 알려지면 주목을 엄청나게 받을 거고, 특히 던전 안에서 마주치는 마법사들마다 엄청나게 들이댈 테니까. 하지만 디아나는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자기의 정체를 밝히려고 입을 열었다. 그렇게 내가 유혹되는 상황이 싫었던 걸까? 구원은 디아나의 머리에 손을 얹어 말을 멈추고 디아나 대신 대답했다. “아뇨. 거절할게요.” “네? 어째서죠?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희 클랜에 들어오시는 편이 더 좋아 보이는데요?” “제가 만든 클랜이라 애착이 있어서요. 그리고 무엇보다 얘들이랑 같이 있고 싶거든요. 그쪽에서 아무리 저희 클랜원을 다 받아준다고 해도, 거기 들어가면 얘들이랑 있는 시간은 줄게 되잖아요?” 질투처럼 느껴지는 디아나의 행동에 마음이 따뜻해진 탓인지, 평소라면 낯간지러워서 못할 말들이 술술 튀어나왔다. “앗, 혹시 그런 사이셨나요? 죄송해요. 전 그런 줄도 모르고….” 오아시스 클랜장은 구원의 말을 듣고 곧장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래도 상식은 있는 사람이구나. 오해하는 것처럼 얘들이랑 그런 사이는 아니지만. 뭐, 그걸로 납득해준다면 오해하게 내버려두자. 디아나도 구원과 마찬가지 의견인 듯, 오아시스 클랜장의 말을 딱히 부정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일행은 오아시스 클랜을 뒤로 했다. 구원은 건물을 나서자마자, 디아나를 살짝 떠봤다. “야 너 좀 귀엽더라.” “으음? 갑자기 무슨 소린가?” “아까 오아시스 클랜장이 나 유혹하니까 욱하는 표정 지었잖아. 그렇게 싫었어?” “다, 당연하지 않나. 그…감히 이 몸이 소속된 클랜을 집어 삼키려고 하다니!” 어라? 생각했던 거랑은 조금 다른 반응이 돌아왔다. 조금 더 부끄러워하는 반응을 보일 줄 알았는데. “그, 그보다 자네야 말로 뭔가. ‘그리고 무엇보다 얘들이랑 같이 있고 싶거든요.’라니. 이 몸이 그렇게 좋나? 응?” 게다가 디아나는 반격까지 해왔다. “잘도 그런 부끄러운 말이 튀어나오는구먼. 어디, 그렇게 이 몸이 좋으면 조금 쓰다듬어주기라도 하련?” 디아나는 갑작스런 반격을 먹어 아무 말도 못하는 구원의 옆구리를 콕콕 찔러대며 놀렸다. 젠장. 뭔가…뭔가 반격을 해야 하는데…. “그래! 좋아 죽겠다! 쓰다듬어줘!” 훗. 어떠냐. 말로 못 이기면 뻔뻔하게 나가기 작전이다. “으음?!” 디아나도 이 대답은 예상외였는지 살짝 주저했다. “그, 그런가. 그럼 조금 쓰다듬어주지.” 그리고는 주저주저 구원의 머리에 손을 댔다. 얘가 괜히 더 부끄럽게 왜이래. 평소에는 심심할 때마다 막 손대는 주제에. “구, 구원씨. 아까 말한 얘들 안에는 건 저도 포함된 건가요?” 그 어색한 분위기를 깨준 건 우리 천사님이었다. 나이스. 레이아. 구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레이아의 질문에 과장되게 대답했다. “당연하죠! 오히려 천사님의 지분이 90%….” 거기까지 말했을 때 마침 레이아 옆에 있던 사라의 얼굴에 눈이 갔다. “천사님도 당연히 포함되죠! 천사님이 포함 안 될 리가 없잖아요!” 구원은 급격히 방향을 수정했다. 사라야. 눈이 무섭다. “다행이다…. 얘라고 하셔서 전 또 저만 포함 안 되는 줄 알고….” 아뇨. 그렇게 따지면 레이아 누님보다 여기 이 꼬맹이가 압도적으로 나이 많으니까요. 얘들이라고 한 건 그냥 제 말버릇 문제에요. 그래도 혼자 착각했다가 다시 안도하는 레이아 누님의 모습은 상당히 흐뭇했다. 역시 천사님만이 내 마음의 오아시스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제대로 전해지게 쓴 줄 알았는데 설명이 조금 부족했나 보네요. 애들 모두 저리 될지 몰랐습니다. 디아나는 구원이 당연히 초월종만 기습하면서 전선을 무너뜨리지, 반경 9미터를 모조리 휩쓸며 다니는 짓을 할 거라곤 생각 안했습니다. 너무 멀어서 구원이 싸우는 모습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처음 구원이 초월종 잡고 돌아왔을 때 디아나는 구원의 모습을 보고 평소보다 더 기겁을 하죠. 하지만 초월종을 잡는 게 의외로 힘든가 보다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그리고 레이아는 초월종이 쓰러진 후의 모습을 보고 진형이 무너지는 게 보였다고 한 건데, 그걸로 구원은 자기가 전부 휩쓸면서 다니는 게 잘 하고 있는 짓이라고 오해를 합니다. 유일하게 제대로 본 사라만 뭔가 말하려고 주저하지만, 자기보다 경험 많은 디아나가 아무 말 안하니 다른 모험가들은 저런 전투도 딱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나보나 싶어서 결국 아무 말 안합니다. 그리고 디아나가 사태를 정확히 파악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넌 다음이었죠. 꼬치 부분은 저도 다시 읽어보니 히로인들이 너무 구원을 부려먹는 것처럼 그려졌더군요.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제 불찰입니다. 그래서 살짝 내용을 더 첨가했습니다. 조금은 그런 느낌이 줄어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 세계는 남자 모험가들의 수가 워낙 적다보니 서로에게 유대감을 느끼고, 처음 보는 사이라도 마치 알고 지내던 친구처럼 친하게 지냅니다. 그래서 친한 친구들끼리 짓궂게 놀리는 느낌으로 구원을 대한 겁니다. 레이아마저 나서지 않은 건 그걸 아니까 그랬던 거죠. 그걸 모르는 구원은 모르는 놈들이 자길 보고 웃어대니 화난 거고요. 이건 나중에 관련 내용이 더 나올 예정입니다. 140==================== 밀크 로드 메이커 “그럼 일단 마을로 돌아갈까.” “무슨 소리에요? 지금 마을에 있잖아요.” 사라가 구원의 정신상태를 의심하는 것같은 눈초리를 보냈다. 내 정신은 말짱하니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아니. 여기 말고. 지상으로 올라가자고.” “뭣이?! 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린가?!” 그러자 옆에 있던 디아나가 격하게 반응했다. 그렇게 싫을까. “어차피 오늘 전투로 엄청나게 벌었고, 성장도 상당히 했잖아. 한 번 쯤 돌아갈 때도 됐지. 레이아도 한 번 신전에 돌아가고 싶을 테고.” 사실 이건 변명이고, 솔직히 말하면 지금 여관으로 돌아가는 건 썩 내키지 않았다. 아까 그 깽판을 쳤는데 거기 있던 모험가들이랑 얼굴이라도 마주치면 어색하잖아. 그리고 어차피 한 번 돌아가기는 해야 했다. 1계층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하고, 2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을 찾는 여정을 거친 후 또 여기 머무르며 사냥까지 했으니 말이다. 던전에 머무른 기간은 이미 최장기록을 돌파한지 오래였다. “하, 하지만….” “하지만이고 자시고 어차피 평생 안돌아갈 것도 아니잖아?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으윽.” “구원씨, 절 위해서 그러시는 거면 괜찮아요. 오늘은 여기서 묵죠? 어차피 오늘은 제 차례니, 지금 돌아가도 신전에는 못 돌아가요.” 디아나가 보기 안쓰러웠는지, 레이아가 그런 제안을 했다. “그래도 굳이 이런데서 잘 필요 없잖아. 괜히 돈 내고 시설도 더 불편한 곳에서 묵을 필요가 없지. 레이아도 이왕 잘 거면 클랜 하우스의 침대가 더 좋지?” “그, 그거야….” 거짓말을 못하는 레이아는 대답하지 못하고 말을 흐렸다. 여기 여관의 시설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디아나의 저택과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손색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이 몸의 저택 따위보다 이곳의 시설이 훨씬 훌륭하지 않나! 이 몸은 이왕이면 이곳에서 묵고 싶군!” 하지만 디아나는 포기하지 않고 무리수를 던졌다. “그 말 그대로 바네사한테 전해줘도 되지? 200년 넘게 보필했는데, 돌아오는 건 한낱 여관보다 시설 관리를 못했다는 소리라니. 바네사 엄청 슬퍼하겠지. 이거 어쩌면 그 무표정이 눈물로 얼룩지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자, 자네 그게 사람으로서 할 짓인가! 알겠네! 가세! 가면 될 것 아닌가!” 바네사까지 걸고 넘어지자 결국 디아나는 더 이상의 저항을 포기했다. 진작 그럴 것이지. 그렇게 일행은 디아나의 저택으로 도착했다. 방금 전까지 2계층의 한복판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도시 안에 있다니. 신기한 기분이다. “다녀오셨습니까. 텔루나님. 여러분.” 저택의 정문에 들어가자, 정원을 손질하던 메이드가 공손히 인사를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저택 사방에서 로브를 입은 미인들이 순식간에 튀어나왔다. “뭣이! 텔루나님!?” “텔루나니이이이임!” 정말로 말 그대로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심지어 저택의 발코니에서 이쪽으로 날아오는 사람마저 있었다. “으윽!” 디아나는 질색하는 표정으로 한 걸음 물러섰지만, 그 정도로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을 꺾이지 않았다. 그들은 구원과 사라, 레이아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순식간에 디아나를 둘러쌌다. “어서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진짜로 디아나가 올 때까지 정문만 주시하고 있었던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될 정도의 반응이었다. 하긴 우리가 던전에서 오래 있었다는 말은, 이 사람들도 그동안 디아나를 못 봤다는 얘기가 된다. 디아나와 같이 산다는 꿈에 부풀어서 여기 왔을 텐데, 정작 디아나는 오랫동안 코빼기도 안보이고 있었으니 이런 반응도 이해가 됐다. “그럼 디아나는 바쁜 모양이니 우린 먼저 들어가 있자.” “잠깐! 자네! 이 몸을 이대로 두고 갈 셈인가?!” “응. 그럴 셈인데. 그럼 수고해.” 구원은 쿨하게 디아나를 내버려두고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뒤에서 디아나가 배신이라는 둥 자네가 이럴 줄 몰랐다는 둥 소란 피우고 있었지만, 알까보냐. 그러게 내가 열심히 마석을 캘 때 편하게 꼬치나 먹고 있으래. 구원은 복수를 다짐했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 “다녀오셨습니까.” 저택의 홀에는 이미 바네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아까 했던 농담, 정말로 한 번 말 해볼까? 구원의 마음속에 악마가 속삭였다. 저 무표정이 무너지는 모습 한 번 보고 싶지 않아? 응. 무지 보고 싶어. 구원은 곧바로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갔다. “아, 바네사. 글쎄 아까 디아나가 말이야.” “아닐세!” 구원이 채 말을 꺼내기도 전에 뒤에서 디아나가 들이닥쳤다. 물론 주위에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을 주렁주렁 달고 말이다. 쳇. 아깝다. 이렇게 된 이상…. “다녀오셨습니까. 디아나님. 그래서 뭐가 말씀이시죠?” “글쎄 디아나가 언제나 바네사가 저택에 있어줘서 듬직하다고 그렇게 칭찬을 하더라고. 근데 지금은 또 아니라네.” “자, 자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렇게 직접 말하면 이 몸이 부끄럽지 않나!” 디아나를 놀려먹기 위해 변화구를 날렸지만,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역시 연륜의 힘인가. 순발력이 장난 아니야. 하지만 디아나도 꽤나 식겁했는지, 구원을 엄청나게 노려보고 있었다. 이 이상 장난치려고 하면 폭발하겠지? “자, 그럼 레이아. 우린 방으로 갈까. 얘들아 잘 자.” “앗, 네. 여러분 안녕히 주무세요.” 구원은 디아나가 폭발하기 전에 얼른 자리를 이탈했다. 그리고 레이아의 구미호화 극복을 위한 훈련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우선은 또 저번처럼 같이 씻을까?” “네.” 구원은 욕조에 물을 준비하면서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훈련을 할지 생각했다. 저번에는 애무에도 어느 정도 버티는 모습을 보여줬었다. 이성을 잃고 구미호로 변해버린 건 분명…내가 쌌을 때다. 본인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아슬아슬했지만 변하지 않았던 걸 생각해 봤을 때, 아마 트리거가 된 건 정액이다. 정액은 구미호가 정기를 빨아들이는 매개체 역할도 하는 모양이니, 아마 확실하겠지. 그렇다면 이번엔 레이아가 씻겨주는 건 포기해야 하나.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아쉬웠다. 저번 경험이 그렇게 좋았다보니 더더욱. 그래. 일단 씻겨주는 건 그대로 하자. 이번엔 나 스스로에게 절정 속박을 걸면 되겠지. “하아. 하아. 하앗.” 그래서 지금 상황에 이르렀다. 구원이 레이아를 씻겨줄 때까지는 저번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구원은 씻겨준다는 대의명분을 가지고 레이아의 몸 이곳저곳을 어루만졌고, 레이아는 절정까지 달했지만 구미호로 변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레이아가 구원을 씻겨주기 시작하면서 나타났다. 아직 구원의 물건까지는 가지도 않았고, 팔을 지나 가슴을 씻겨줄 때쯤부터 레이아의 입에서 달뜬 숨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확실히 저번에도 날 씻겨 줄 때 더 위험한 순간이 많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이른 타이밍부터 이러지는 않았는데. 저번과 뭐가 다른 걸까? 잠깐 고민해본 결과, 답을 내릴 수 있었다. 그렇구나. 저번에는 비교적 행위의 텀이 짧았고, 이번엔 상당히 오랜만에 하는 거구나.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가. “하앗, 하앗. 후훗. 어때요? 기분 좋으신가요?” 레이아는 평소 모습으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요염하게 눈웃음치며 구원의 가슴을 살살 어루만졌다. 씻어준다기보다는 거의 애무에 가까운 동작이었다. “레이아. 지금 이거 씻는 거니까. 아직 섹스하는 거 아니야.” “후훗. 구원씨도 참. 저도 그 정도는 알아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아는 구원의 가슴을 어루만지던 양손을 옆으로 쭈욱 미끄러뜨려 구원의 등 뒤로 돌렸다. 즉, 끌어안는 자세가 되어 찰싹 밀착했다. 아니, 완전 모르고 있잖아. 이게 어떻게 씻겨주는 거야. “레이아. 정신차려. 지금은 그냥 씻는 중이야. 아직 아니야.” “후훗. 안다니까요. 봐요. 제가 이렇게 씻겨 드리잖아요.” 그와 동시에 구원의 다리에 간질간질한 뭔가가 닿았다. 바로 레이아의 꼬리였다. 레이아는 구원의 정면에서 완전히 밀착한 상태로 꼬리로 구원의 다리를 휘감았다. 비눗물에 젖은 꼬리는 마치 부드러운 목욕타올처럼 구원의 다리를 어루만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레이아는 꼬리를 움직이는 것과는 별개로 상체로 원을 그리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면에서 밀착해있다는 말은 당연히 레이아의 가슴과 구원이 가슴이 맞닿아있다는 말이 되고, 레이아의 상체 움직임은 그 거대한 가슴을 구원의 가슴에 비벼오는 결과를 낳는다는 말이다. 설마 이건 말로만 들어봤던 가슴으로 씻어주기! 이걸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이야. 구원은 자신의 볼을 타고 흐르는 따뜻한 감촉이 느껴졌다. 남자라도 눈물이 흐를 때는 있는 법이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후훗. 그렇게 좋으신가요?” “그, 그야 당연…!” 구원은 벅차오르는 감동으로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레이아의 얼굴을 쳐다보고…어? 레이아 눈이…? 어느 샌가 레이아의 눈은 점점 더 빛을 내뿜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런 젠장! 레이아가 정상이면 이런 행동을 스스로 할 리가 없지! 너무 감동적인 플레이였기 때문에, 그만 상황파악을 못하고 즐기고 말았다. 하지만 다행인 점은, 아직 완전히 구미호로 변한 건 아니라는 점이다. “레이아! 정신 차려! 전보다 더 빨리 변하면 어떻게 해!” 아무리 텀이 길었다지만, 그래도 전보다 퇴보하면 안 되잖아. 구원은 레이아의 어깨를 잡아서 일단 자신의 몸에서 떨어뜨렸다. 아까완 다른 의미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 스스로 이런 환상적인 감촉과 멀어져야 한다니. 하지만 이건 레이아와의 신뢰와도 연결되는 문제였다. 구원은 레이아를 도와주는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아…네, 네. 그렇죠. 저 힘낼 게요….” 레이아는 살짝 멍한 듯한, 달콤한 목소리를 내며 말했다. 목소리는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눈에서 나던 빛은 그 힘이 살짝 약해졌다. 레이아는 다시 손을 뻗어 구원의 몸을 어루만져갔다. 그러다가 다시 은근슬쩍 가슴으로 씻겨주면서 유혹하는 것 같은 자세를 몇 번이나 취했지만, 구원은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그런 레이아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다독여줬다. 그렇게 구원의 정신을 엄청나게 갉아먹은 목욕시간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남은 건 이제 구원의 중심부에 우뚝 선 물건뿐이었다. 레이아도 멍한 상태지만 여길 만지는 게 가장 위험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아는 건지, 아니면 그저 맛있는 걸 가장 마지막에 먹는 타입인 건지 여길 마지막까지 씻지 않고 내버려두고 있었다. 레이아는 바로 무릎을 꿇고 얼굴의 정면에 구원의 물건이 오도록 앉았다. 그리고는 곧장 입을 크게 벌리고 혀를 내밀었다. “그럼…아앙….” “잠깐! 왜 입으로 하려고 하는데! 씻겨주는 거니까! 그냥 씻겨주고 끝나는 거니까!” “앗, 그랬죠….” 레이아는 여전히 살짝 멍한 말투로 대답하더니, 구원의 물건을 양손으로 쥐었다. 그리고 양손을 빙글빙글 돌리며 구원의 물건을 위아래로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그 엄청난 테크닉에 구원은 바로 스스로에게 절정 속박을 걸었다. 절정 속박은 싸는 것만 막을 뿐, 감각을 못 느끼는 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괴로워졌다. 당장이라도 절정 속박을 풀고 시원하게 싸지르고 싶었지만, 구원은 이를 악물며 참았다. 어차피 조금만 참으면 이따가 레이아의 몸 안에 마음껏 쌀 수 있어. 조금만 참자. 조금만. “레, 레이아. 이제 됐어. 충분히 깨끗해진 것 같아.” “응…봉부분은 그러네요. 하지만 여긴 아직….”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아는 한 손으로는 물건 아래에 달린 알주머니를 어루만지고, 나머지 한 손의 손바닥은 물건의 끝부분에 가져다대 빙글빙글 돌렸다. 으아아아! 진짜 절정 속박 그냥 풀까?! 구원의 인생에서 가장 긴 10초였다. 하지만 결국 구원은 견뎌냈다. 구원은 레이아의 눈이 다시 빛나려고하는 걸 보고, 곧장 물건에서 레이아의 손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레이아를 반 바퀴 돌려서 등을 돌리게 만든 후, 팔 째로 끌어안고 욕조에 앉았다. 좋았어. 이걸로 레이아의 움직임은 봉인했다. 이 상태로 조금 열기를 식히면, 레이아도 제 정신으로 돌아오겠지. “이제 넣으시는 건가요?” 하지만 구원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자세 덕분에 당연히 구원의 물건은 레이아의 엉덩이 골 사이에 끼게 됐는데, 레이아는 엉덩이를 위아래로 움직이며 구원의 물건을 자극해오기 시작했다. 젠장. 아까부터 레이아인지 구미호인지 애매한 상태로 색기있게 공격해오기는. 분명 구미호로 변한 건 아닌데, 그렇다고 완전히 제정신도 아니다. “레이아. 그냥 구미호 상태가 안되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자기가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하는 거니까. 정신 차려.” “후훗. 구원씨도 참. 저 완전히 제정신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아는 꼬리로 구원의 물건을 돌돌 말듯이 감싸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죄송합니다. 원래 이번 편에서 레이아 씬까지 완전히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너무 졸려서 도저히 더이상 쓸 수가 없었습니다. 141==================== 밀크 로드 메이커 아니, 어딜 어떻게 봐도 제정신이 아니잖아. 분명히 눈에서 나는 빛 자체는 완전히 구미호로 변했을 때보다 약하지만, 그 눈동자는 정상이 아니었다. 초점이 안 맞는다고 해야 할지, 툭 터놓고 말해서 맛이 간 눈이었다. “아니. 레이아 너…으윽!” 구원이 입을 열었을 때, 물건을 감싸고 있던 꼬리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기습공격에 구원은 몸을 움찔 떨었다. 위험한데. 절정 속박이 걸린 상태가 아니었으면 방금 걸로 분명 쌌을 거다. 갑작스러운 쾌감이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냥 꼬리로 감싸 움직이는 거라고 하기에는 너무 심각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래. 마치 구미호를 상대로 할 때의 그 이상할 정도의 쾌감처럼 말이다. “레, 레이아. 너….” 구원은 화들짝 놀라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거기에는 9개의 꼬리가 살랑거리고 있었다. 다만 8개의 꼬리는 평소보다 꼬리의 건너편이 그대로 비쳐 보일 정도로 투명했다. 젠장.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지? 물건이 음부 가까이 닿은 게 문제였나?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계속 이러고 있을 의미가 없어졌다. 나도 더 이상 참기 힘들고. 이대로 하자. 구원은 레이아의 허리를 양 손으로 붙잡고 그 몸을 들어올려, 물건 끝에 레이아의 음부를 맞대었다. “후훗. 이제 넣으시는 건가요?” 레이아는 물건을 감싸고 있던 꼬리를 움직여 각도를 조절하고, 그대로 꼬리를 스르르 풀며 몸을 아래로 가라앉혔다. 레이아의 몸 안에 물건이 뿌리까지 들어갔을 때, 구원은 스스로에게 걸었던 절정 속박을 풀었다. 이미 진작 한계치에 도달해있던 물건은, 절정 속박을 풀자마자 바로 정액을 분출했다. 그와 동시에 레이아의 몸도 부르르 떨렸다. “흐아아아앙! 하아아아아…. 좀 더…. 좀 더 주세요….” 레이아는 아직 더 부족하다는 듯이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정 직후라 민감해진 물건에 다시 강렬한 쾌감이 전해졌지만, 그래도 아까보다는 조금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할 여유가 생겼다. 일단 레이아의 지금 이 상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금은 이제 평소와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구미호의 모습이었지만, 삽입하기 전 모습은 평소 구미호로 변했을 때보다 눈동자의 빛도 적었고 꼬리도 훨씬 더 투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레이아가 완전히 구미호의 인격이 된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상당히 정신이 나가서 욕망에만 충실하고, 목소리나 얼굴이나 평소 모습으론 상상이 안 될 정도로 색기가 넘쳐흐르지만, 그래도 일단 레이아의 정신이 조금은 남아있는 것 같았다. “흐응! 흐앗! 하앗! 좋아요! 구원씨도 좋나요?” 일단 존댓말로 말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구원에게 그 구미호 특유의 속박기술도 걸지 않았다. 구미호가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의 쾌감은 준적이 없으니, 걸었지만 풀렸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아예 걸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렇다면 이건 어느 정도 훈련이 먹히고 있다고 봐도 되는 거 아닐까? 아직 구미호의 본능에는 이기지 못하고 이런 모습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구미호의 인격이 된 건 아니니 말이다. 그래도 열심히 도와준 보람이 있구나. “구원씨…아음…. 츄릅.” 그때 레이아가 구원의 몸에 등을 밀착시키더니, 고개를 들어 구원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댔다. 훈련의 성과가 어느정도 있다는 건 파악했으니, 이제는 좀 딴 생각하지 말고 즐겨볼까. 지금 레이아가 내 몸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있는데 딴생각만 하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 구원은 곧바로 레이아의 가슴을 양손으로 움켜쥐었다. 언제 만져도 훌륭한 감촉이다. 특히 손가락에 힘을 주어 강하게 움켜쥐면 손가락 사이로 넘쳐흐르듯 볼록 튀어나오는 부분이 개인적으로 참 보기 좋았다. 그렇게 가슴을 움켜쥔 상태에서 구원도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아앗! 좋아요! 좀 더!” 레이아는 기쁜 듯이 허리를 좌우로 흔들며 응수해줬다. 목소리 자체는 구미호로 변했을 때처럼 색기가 철철 넘치는 목소리지만, 말투는 평소 레이아처럼 존댓말을 쓰다 보니 미묘하게 청순한 느낌도 나는 것 같았다. 무슨 말이냐고? 한 마디로 말해서 지금의 레이아가 무지막지하게 매력적이라는 말이다. 둘이서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여대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사정감이 차올랐다. 참을 필요는 없지. 어차피 구미호 상태를 풀려면 정기를 주입해줄 필요가 있으니까. 꽤나 오랜만에 하는 거라 한두 번으론 끝나지 않을 거다. 구원의 물건이 움찔대는 것을 느꼈는지, 레이아가 구원을 바라보고 눈웃음치며 말했다. “흐읏! 쌀 것 같나요? 좋아요! 싸주세요! 제 안에! 듬뿍 주세요!” 그렇게 유혹하듯 애원하듯 말하는 그 요염하게 말하며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는데, 이걸로 흥분 안 할 남자가 있을 리가 없었다. 레이아 누님. 너무 야하시잖아. 구원의 사정감은 한 번에 한계까지 치솟았다. “크윽. 쌀게!” “네! 언제든지 싸세요! 하앗! 흐응! 흐아아아아앙!” 구원의 사정과 동시에 레이아도 다시 한 번 절정을 맞이하며 몸을 떨었다. “흐아아아…. 좋아…. 좋아요….” 레이아는 애교부리는 것처럼 구원의 몸에 기대서 구원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에 흥분한 구원은 사정하는 와중에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었다. “흐아. 구원씨, 하읏. 으음. 하음. 츕.” 결국 레이아는 그날 다섯 번째 사정을 맞이하고서야 구미호 상태가 풀렸다. 인격까지 완전히 구미호 상태가 된 건 아니었으니 혹시 구미호 상태가 풀려도 기절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역시 그렇게까지 일이 잘 풀리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오늘은 구미호가 아니라 레이아와 섹스한다는 느낌이 팍팍 들어서, 평소보다 훨씬 만족스러웠다. 오늘은 이정도로 만족할까. …그런데 결국 거품도 안 씻어내고 욕조에서 그대로 해버렸네. 아무리 그래도 이대로는 자면 안 되겠지? 구원은 레이아와 스스로의 몸에 묻은 거품을 깨끗이 씻어내고 침대에 누웠다. 물론 힐링 섹스를 위해 잠시 뽑아놨던 물건을 다시 삽입한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잠들기 전에 한 가지 유혹에 빠졌다. 성역 선포를 사용하고 자면 안 될까? 디아나와 잘 때는 다음 날도 사냥이니 디아나를 푹 자게하기 위해서 자제했지만, 어차피 내일은 휴일이다. 그리고 레이아도 기절한 거나 마찬가지니 웬만해선 중간에 깨지 않을 거다. 그럼 성역 선포의 레벨을 올리기엔 최고의 타이밍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가 나밖에 없는 이 저택에서 밤새 성역 선포를 켜놓고 자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너무 궁금했다. 좋아. 켜놓고 자자. 이런 건 결단이 빠른 게 내 수많은 장점 중 하나다. 구원은 곧장 성역 선포를 발동했다. 범위 설정은 물론 최대치인 반경 11미터. 낮에 전투를 하면서 계속 켜놓고 있었던 탓에 레벨이 조금 더 올라서 범위도 늘어났다. 그래도 이 저택을 감싸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말이다. 이걸로 사라나 디아나의 방까지 닿으려나? 음…모르겠다. 에잇. 닿으면 좋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일단 자자.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구원이 눈을 떴을 때 이미 레이아는 깨어나 있었다. “흐읏!” 부스스 눈을 뜬 구원과 눈이 마주치자, 레이아는 바로 눈을 피했다. 그리고는 아예 얼굴을 구원의 가슴에 파묻어 버렸다. “레이아? 왜 그래?” 하지만 레이아는 대답이 없었다. 그저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은 듯 필사적으로 가리고 있었다. 귀도 아래로 접혀서, 레이아의 우울한 마음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레이아?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어젯밤부터 계속 연결되어있었으니까. 무슨 일이 있었으면 나도 알았겠지. 구원이 계속해서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어보자, 레이아가 꺼질 듯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음란한 여자라 죄송해요.” 이번에도 역시 지난밤에 있었던 일은 전부 기억이 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건 저번에 다 얘기가 끝난 일 아닌가? “괜찮아. 저번에도 말했잖아. 체질 때문에 그런 거니까 어쩔 수 없어.” “그런 게, 그런 게 아니에요. 이번엔…완전히 제 의사였어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저번에는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는 와중에 의식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정도였어요. 하지만 어제는 달라요. 완전히 의식이 있었어요. 하지만…하지만 참을 수 없었어요. 구원씨의 물건을 보니까 어떻게든 안에 담고 싶어져서…. 전 욕망에 져버렸어요. 이런 음란한 여자라 죄송해요. 아아 여신님. 전 대체 어떻게 하면….” 레이아는 자신이 욕망에 졌다는 사실이 상당히 충격적인 모양이었다. “자, 자. 레이아. 괜찮아. 네 의지가 약한 게 아니야. 체질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거야. 반대로 생각하면 구미호 상태가 되고도 의식은 있었으니 특훈의 성과가 나온 거잖아. 오히려 기뻐할 일이지. 이대로 더 익숙해지면 그런 욕구도 조절할 수 있게 될 거야. 네가 음란한 게….” “아니에요! 제가 음란한 거예요!” 평소 독실한 레이아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일이었던 걸까. 구원이 다독여줘도 레이아는 고개를 흔들며 강하게 부정했다. “그렇지 않다니까. 들어봐. 아마 넌 정기를 흡수하는 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걸 거야. 그래서 본능적으로 구미호 상태가 되는 거고. 그러니 네가….” “그치만…! 그치만 지금도 이렇게 하고 싶은 걸요!” 레이아는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맺은 채로 구원을 쳐다봤다. “어젯밤에 정기는 필요한 만큼 전부 흡수한 거죠? 그런데 지금도 당장 허리를 흔들고 싶을 만큼 구원씨를 원하는 걸요! 역시 체질과 관계없이 제가 음란한 거예요!” 레이아가 엄청난 커밍아웃을 해왔다. 그러면서 정말로 더 이상 참기 힘든지 슬슬 허리를 꿈틀대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가. 지금 당장이라도 하고 싶은 건가. 구원은 물건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흐윽! 구원씨! 구원씨!” 구원의 물건에 힘이 들어가자, 결국 레이아도 참지 못하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도 못 참겠다. 일단 한 번 하고 생각하자. 그렇게 아침부터 한 바탕 폭풍이 몰아친 후, 절정을 맞이한 레이아는 다시 침울해져버렸다. 이거 어떻게 달래줘야 하지. 구원은 머리를 쥐어 감싸고 고민에 빠졌다. 그런데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은데…. 흐억! 맞다! 성역 선포! 자기 전에 켜둔 성역 선포는 여전히 발동중인 상태였다. 구원은 당장 성역 선포를 껐다. “저…레이아?” 구원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이거 말 안하면 안 되겠지? “흐윽. 뭔가요?” “그게…레이아가 그런 기분이었던 건 내 스킬 때문인 것 같은데.” “…에?” “그게 힐링 섹스가 발동 중이면 성역 선포를 계속 유지할 수 있거든. 그래서 스킬의 위력도 올릴 겸 자기 전에 켜놨었어. 그러니 레이아는 몇 시간동안 성역 선포를 계속….” “…그럼 저…음란한 게 아닌가요?” “응. 전혀! 오히려 전부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 구원은 두 손을 모으고 빌었다. 하지만 레이아는 화내지 않았다. “다행이다….” “…화 안내?” “화 낼 일이 뭐 있나요. 구원씨는 그저 스킬의 강화를 위해서 그러신 거잖아요? 게다가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도 해주셨고. 제가 화 낼 일은 없어요. …살짝 부끄러웠지만요.” 레이아는 살짝 혀를 내밀고 살포시 미소 지으며 말했다. 크흑. 뒤에서 후광이! 구원은 저도 모르게 두 눈을 가렸다. “구, 구원씨 왜 그러세요?” “너무 눈부셔서!” “저, 정말. 구원씨도 참.” 레이아가 구원의 가슴을 가볍게 찰싹 때렸다. 물리 데미지는 전혀 없었지만 구원의 심장을 지격하는 공격이었다. 이 누님은 대체 왜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잘 간질이실까. 아무튼 레이아도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와서 다행이다. 우리 천사님이 침울해져 있으면 나까지 슬퍼지니 말이다. “그래도 정말 특훈이 효과가 있네. 구미호가 되도 이젠 의식은 확실히 있는 거잖아? 이대로 가면 완전히 제어하는 날도 머지않겠는걸.” “앗, 그, 그러네요.” 구원이 웃으면서 말하자, 레이아는 기억났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아, 괜히 말 꺼냈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해도, 역시 스스로 그런 행동을 했다는 건 부끄러운 모양이다. “괜찮아. 부끄러워할 것 없어. 개인적으로 난 엄청 좋았어. 굿 잡!” “흐으윽!” 달래려고 일부러 가볍게 말해봤지만, 역효과였다. 레이아는 귀를 접고, 다시 얼굴을 구원의 가슴에 파묻어버렸다. 이거 다시 회복되려면 한참 걸리겠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42==================== 성자 스킬의 숨겨진 효능 결국 구원이 샤워를 마치고 나올 때 까지도 레이아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구원과 얼굴 마주치기를 부끄러워했다. “레이아. 씻고 밥 먹으러 가야지.” “…네. 곧 갈게요. 먼저 가주세요.” 구원은 어쩔 수 없이 먼저 방을 나왔다. 저기 있어봤자 역효과만 날 뿐이고 말이다. 그냥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라야지. 문 앞에는 웬일로 바네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저택에 있을 때는 바네사가 내 전임 메이드라도 된다는 듯이 행동해왔다. 그래서 아침 시간에는 항상 방 문 앞에 대기하고 있다가 시간이 늦으면 알려주기도 하고 했었는데, 이렇게 모습이 안 보이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른다. 어디 한 번 천천히 저택 안을 돌아다녀볼까. 구원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주변을 살피며 천천히 식당으로 향했다. 자, 과연 밤새 발동시켜둔 성역 선포는 어떤 결과를 불러왔을까. 구원은 제일 먼저 양 옆의 방문에 귀를 가져다대봤다. 분명 내가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는 둘 다 빈 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과 그 수행원들도 저택에 묵는 상황. 누군가가 이 방을 배정받아 살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기대감을 가지고 방문에 귀를 대고 안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지 들어보려고 했지만,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그래. 이사 온 애들은 전부 여자일 텐데 아무리 그래도 내 바로 옆방에 묵게 하진 않겠지. 하지만 이 저택이 그렇게 방이 넘쳐나는 게 아니다. 옆옆방, 그게 아니면 그보다 더 옆방엔 누가 살고 있겠지? 방 하나하나가 디아나의 명성에 걸맞게 호화로운 방이기 때문에, 물론 넓이도 상당하다. 덕분에 발동시켜 놨던 성역 선포의 범위를 생각해보면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대충 눈대중으로 계산해봤을 때 기껏해야 옆으로 서너 칸 떨어진 방 정도다. 구원은 차례차례 방문에 귀를 가져다댔지만, 기대하던 소리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이런 젠장. 설마 아무도 영향을 안 받은 거야? 제발. 그럴 순 없어. 처음 상상했던 것처럼 여러 미녀들이 자위 삼매경에 빠진 그림은 바라지도 않는다. 단 한 명. 적어도 단 한 명이라도…. 하지만 방문 하나하나를 확인할 때마다 구원의 기대는 차례차례 배신되어갔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방문에 귀를 가져다댔을 때, 뒤에서 구원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가 있었다. “…뭐하시는 겁니까?” 바로 바네사였다. “어? 응? 아냐. 아무것도. 안녕. 바네사. 잘 잤어?” “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바네사는 평소와 전혀 다를 것 없는 무표정으로 구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 살짝 의심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니, 그게 옆방에서 무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라고. 그런데 내가 알기론 옆방은 빈 방이거든? 그래서 그럼 혹시 그 옆방인가? 아니면 또 그 옆방인가? 하다가 여기까지….” 구원은 그 눈초리에 찔려서 횡설수설 떠들었다. “소리? 아시다시피 이쪽은 전부 빈 방입니다만.” 하지만 바네사는 냉혹한 현실을 구원에게 알려왔다. “그, 그래? 난 또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이 이쪽 방에 배정받은 줄 알았지.” “마법사 협회에서 오신 분들은 전부 저택의 오른쪽에 방을 배정했습니다.” 참고로 나를 포함한 우리 클랜원들의 방은 전부 저택의 왼쪽에 있는 방들이었다. 한마디로 정 반대편에 위치한 곳에 배정되었다는 말이다. 젠장. 그럼 그쪽 사람들은 완전히 포기해야겠군. 그럼 이제 믿을 건 사라랑 디아나밖에 없다. 걔들 방이 성역의 범위에 닿을 거리던가? 층이 다르다보니 잘 모르겠다. 구원은 미약한 기대를 품고 바네사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자네 왔는가.” “좋은 아침이에요.” 하지만 역시나 구원의 기대는 보란 듯이 배반당했다. 사라도 디아나도 둘 다 멀쩡한 얼굴로 식탁에 앉아있었다. 아니, 디아나는 살짝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디아나의 방이 사라의 방보다 내 방에서 더 멀다. 사라가 영향을 안 받았으면 디아나도 영향을 안 받았을 테니, 저 피곤한 표정은 다른 이유 때문일 거다. 예를 들어 지금 테이블에 앉아있는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이 밤늦게까지 괴롭혔다던가. 저 표정을 보면 역시 방까진 닿지 않은 모양이다. 자위로 해소하고 왔다고 해도, 내 스킬을 아는 둘이라면 따지고 들었을 거다. 저렇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건, 아예 성역의 영역 밖에 있었다고 봐야겠지. “응. 좋은 아침. 둘 다 잠은 푹 잘 잤어?” “네. 아무리 여관에서 잤다고 해도 역시 던전을 나와 자는 건 다르네요.” “음. 그거야 그렇구먼….”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봤지만, 둘 다 별다른 의심 없이 대답했다. 뒤에 늘어서있는 메이드들 중에도 딱히 흥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메이드는 없는 것 같고, 이거 완전 꽝이네. 어쩔 수 없지. 그냥 성역 선포의 레벨이 올랐다는 사실에나 만족하자. 그리고 뒤이어 레이아까지 도착한 후, 아침 식사가 시작됐다. 레이아는 아직도 부끄러운지, 가끔 구원과 눈이 마주치면 살포시 얼굴을 붉히고 배시시 웃었다. 가련하시다. 구원은 식사를 하면서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하석 쪽에 위치한 사람들이 아마 각 학파에서 데려온 수행원들일 거다. 예상대로 전부 젊은 여성이었다. 훌륭해. 역시 머리로 먹고사는 마법사들답게 내 의도를 완벽히 간파했군. 이왕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살게 된 거니 가볍게 통성명이라도 하며 대화도 나눠보고 싶었지만, 다들 그럴 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채 열기가 느껴지는 시선으로 디아나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렇게 추종하던 디아나를 드디어 보게 된 거니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어쩔 수 없지. 이름 같은 건 어차피 계속 지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테고, 지금은 저대로 내버려두자. 식사를 마치고, 구원은 레이아와 함께 신전으로 향했다. 대사제와의 약속으로 마을에 돌아오면 꼭 한 번은 들러야하니 말이다. 이제 와서 눈치 챈 거지만, 아마 사라가 저번에 따라왔던 건 날 감시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 신관들은 다들 한 미모 자랑하는 사람들뿐이니 말이다. 질투한 거겠지. 하지만 저번에 구원이 대사제와 진지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이번에는 따라오지 않았다. “음? 그 얼굴…어떻게 된 거죠?” 응? 얼굴? 아, 그러고 보니 매력 왕창 찍고 나서 처음 보는 건가. “그냥 좀 레벨이 올라서요.” “대체 그 사이에 레벨이 얼마나 올랐기에….” 폭렙이라도 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대사제는 아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아뇨. 그렇게 많이 오른 건 아니에요. 다만 제 성자라는 직업이 조금만 레벨이 올라도 이렇게 얼굴에 확 티가 나는 직업이거든요.” 사실 성자의 레벨 업으로 오르는 매력 자체는 다른 스탯과 마찬가지로 1이지만, 스킬 계수는 매력이니 아주 틀린 말도 아니다. “그렇군요. 역시나….” 그제야 납득한 듯 대사제는 진지한 표정으로 끄덕였다. 그리고 또 다시 공부가 시작됐다. “…그래서, 이 세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혼혈이죠. 특정 종족이라고 칭해도 그 종족의 특징이 가장 강하게 나온 사람일 뿐, 순혈인 경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그렇구나. 과연 이런 세계관이다 보니 다들 피가 섞여있는 건가. “그럼 순혈은 아예 없는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보통 순혈주의자들이 자기들끼리 순혈을 유지한다던가 하는 경우도 있을 법 한데 말이야. “네. 순혈만을 고집하여 스스로의 가능성을 한정시키는 건 여신님의 가르침에 반하니까요. 제가 아는 한 이 세계에서 순혈 종족인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어요.” “네? 누구요?” “구원씨도 아시잖아요? 같은 클랜원이시니.” “아, 디아나!” “네. 제가 알기론 그 분이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다른 종족의 피가 섞이지 않으신 분이시죠.” 과연. 그런 건가. 디아나가 유일한 순혈 엘프였다니. 앗, 그러고 보니…. 디아나의 얘기가 나오니 문득 떠오르는 게 있었다. 마침 좋은 기회니 한 번 물어볼까? “그런데 대사제님. 질문이 있는데요. 이 세계에서 키스는 어떤 의미를 가지나요?” “네? 그야 물론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행위죠. 당신이 있던 세계에선 달랐나요?” 대사제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뭔가 좀 더 다른 의미는 없나요?” “네. 적어도 제가 알기론 그래요.” 그렇다는 건 뭐야. 디아나가 키스를 거부하는 건 그냥 단순히 날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거란 말이야? 키스에 다른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하지만 그 반응은 절대 그것만이 아닌 것 같았는데…. 내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것뿐이라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아니, 그렇지 않다. 절대 그것만은 아닐 거다. 무엇보다 디아나가 단순히 사랑운운 때문에 키스를 거부한 거라면,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요즘엔 키스해도 되냐고 물어보면 디아나가 꽤나 고민하는 반응을 보였으니 말이다. 소위 말하는 떡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아예 마음이 없는 반응은 아니었다. 하지만 단지 그런 이유만으로 거부하는 것 같지 않으니 애먹고 있는 건데 말이야. “뭐 문제 있나요?”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계속해주세요.” 그렇게 구원은 한동안 상식 공부를 계속했다. 공부를 마치고 나서도 구원은 대사제와 차를 마시며 한동안 잡담을 나눴다. 주로 레이아의 근황에 관련된 얘기였다. “그럼 호전이 되고 있는 건가요?” “네. 조금씩이지만 확실히 나아지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레이아도 의식을 잃지 않기도 했고요.” “그렇군요. 역시 당신과 같이 다니게 하는 건 옳은 선택이었네요. …처음에는 걱정도 했지만요.” “하하. 걱정 마세요. 레이아의 안전은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확실히 지킬 테니까요. 제가 이래 봬도 던전에서 날아다니거든요.” “네. 그러고 보니 들었어요. 이번에 2계층에서 꽤나 활약했다죠?” 대사제가 깐깐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게 꽤나 장난기 있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으윽. 벌써 여기까지 소문이 퍼진 건가. 물론 소문이 퍼지라고 한 행동이었지만, 저 표정을 보면 마냥 좋은 소문만 난 건 아닌 것 같다. “밀크 로드 메이커라고 했던가요? 꽤나 재밌는 별명까지 얻으셨더군요. 설마 그 직업을 가지고 그런 식으로 전투를 할 줄이야. 여신님을 모시는 입장에선 불경한 느낌마저 드는 전투법이지만, 기발하기는 하네요.” 젠장. 역시나. 그놈의 밀크 로드. 게다가 불경하다니. 여신의 가르침이 그렇다보니 성직자 입장에선 그런 인상까지 받는 건가. 그럼 설마 티는 안냈지만 레이아도? 이건 변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아뇨. 불경하다니요. 오히려 전 그 야만적인 몬스터들에게 여신님의 가르침을 전파하고 있는 거라고요.” “…정말 발상은 기발하시네요.” 구원이 되는대로 내뱉은 변명에, 대사제는 기가 차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서, 같은 남성 모험가에게도 여신님의 가르침을 전파한 건가요?” 그 소문까지 퍼진 건가. “그, 그건 뭐…하하. 어떻게 아셨어요?” “남성 모험가끼리의 분쟁은 상당히 드문 일이니까요. 아무래도 소문이 퍼지기 마련이죠.” 대사제는 이상한 말을 해왔다. 남성 모험가끼리의 분쟁이 드물어? 어째서? 오히려 만나기만 해면 으르렁 거려야 정상 아닌가? 전부 경쟁자잖아? “분쟁이 드물어요? 어째서?” “네? 그야 워낙 수가 적으니까요. 서로 같은 처지로서 유대감을 느끼고 보통 다들 친하게 지내잖아요. 당신은 안 그런가요?” 전혀 안 그런데. 유대감은 무슨. 전부 경쟁자라는 인식밖에 없는데. 다른 남자 모험가가 있다는 건, 어떤 미인이 그 놈이랑 자고 있다는 말이 되잖아. 언젠가 나와 자게 될 지도 모를 미인이 말이다. 그것뿐 만이면 다행이지. 개중에는 내 여자를 가로채려고 노리는 놈들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기 놈들은 그런 의식이 없는 건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구원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모험가만 놓고 보면, 남성이 여성에 비해 압도적으로 수가 적다. 즉, 잡히는 대로 여자를 골라먹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귀찮게 남의 여자를 뺏어먹으려는 놈이 있을까? 물론 그런 성벽이거나, 여자가 엄청나게 예쁘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귀찮게 남의 여자를 뺏을 노력을 하기 보다는 그냥 자기 주위에 있는 여자를 골라 먹을 거다. 그렇다면 다들 다툼 없이 친하게 지내는 것도 수긍이 간다. 서로 안전한 놈이라는 게 확실하면, 몇 없는 같은 처지의 동지끼리 친근감이 느껴질만도 하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여관에 남자들이 대부분 모여 있었지. 설마 남성 모험가 친목회 같은 거라도 있는 걸까? 그리고 내 어깨에 손을 얹었던 그 놈도 처음 보자마자 이상할 정도로 친근하게 굴었다. 테이블에 정말 파티라도 할 것처럼 음식을 잔뜩 쌓아두고 있었고. 난 그저 놀리기 위해서 그러는 줄 알고 그랬는데, 설마 그게 진짜로 그냥 친근감이 느껴져서 그런 거였나? 난 그것도 모르고 남들 다 보는 앞에서 개망신을 톡톡히 시켰는데. 그뿐만이 아니다. 직접 당한 놈 말고도, 다른 놈이 보기엔 갑자기 혼자 파티 분위기를 초친 또라이로 보였을 거다. 설마 내가 이 세계의 남자 모험가들이 그런 유대감으로 뭉쳐있는지 알았겠냐. 설명 좀 해주지. 내 스킬 봤으면 내가 이방인이란 것쯤은 알았을 것 아냐. 물론 그때 내가 그런걸 설명해 줄 분위기는 아니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아무튼 미안하게 됐네. 구원은 뒤늦게 진상을 깨닫고 미안한 마음이 생겼다. 다음에 만나면 사과라도 할까? 적어도 내가 직접 손을 봤었던 그 놈한테는 미안하다는 한 마디 정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레이아와 처음 할 때도 아침에 일어나서 맨정신인 레이아와 한 번 더 했었죠. 구원이 바라는 건 그런 게 아니라, 밤새 찐득하게 맨정신인 레이아의 반응을 즐기면서 하는 겁니다. 이번에도 결국 레이아가 스킬의 영향에 발정이나서 급한 불을 끄는 것처럼 한 번 한게 전부니까요. 143==================== 성자 스킬의 숨겨진 효능 그리고 사과할 기회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대사제와 대화를 마친 후, 딱히 할 일도 없었기 때문에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느긋하게 길거리 음식이나 먹고 주변에 지나다니는 예쁜 여자들이나 감상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유독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이 사방에서 느껴졌다. 원래 마을을 돌아다니다보면 시선이 많이 느껴지기는 했었다. 우리 파티가 워낙 미인들만 모여 있는 파티여야 말이지. 그리고 나도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나름 괜찮은 마스크였는데, 매력을 왕창 올린 이후로는 길을 돌아다닐 때마다 여성들의 시선이 모이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지금 날 보고 쑥덕거리는 사람들의 시선에서는 평소와 조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역시 소문이 퍼진 걸까. 계속 신전에만 있었을 대사제조차도 소문을 알고 있었던 거다.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고 생각하는 게 이상했다. 젠장. 밀크 로드 메이커라니. 하필 소문이 퍼져도 그딴…. 그나마 다행인 점은, 날 보는 시선들이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거다. 아니, 오히려 부정적인 시선 보다는 호기심에 찬 시선들이 많았다. 아마 직접 오크들의 정액을 맞은 게 아니다보니 그런 것도 있을 거다. 동물원의 원숭이가 아니니 저런 시선으로 바라봐지는 것도 그다지 좋은 기분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부정적인 것 보다는 나았다. 어쩔 수 없나. 이미 소문은 퍼진 상황이고. 구원은 얼굴에 철판을 깔기로 했다. 자, 보고 싶으면 봐라. 스킬이 궁금하면 직접 와서 물어봐라. 난 여기 있다! 구원은 아예 벤치에 자리 잡고 앉아서 사람들이 잘 볼 수 있게 당당히 고개를 들었다. 호기심은 있어도 직접 확인하고 싶은 사람은 없었는지, 그런 구원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구원과 시선을 마주치면 무안한 듯 시선을 피해버렸다. 왜 저렇게 숫기가 없는 걸까. 내 스킬이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와서 물어보라고. 난 직접 시범까지 보여주며 친절히 알려줄 생각이 있는데. 특히 미인들이라면 대환영이다. “히, 히이이익!” 구원이 , 갑자기 겁에 질린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응? 뭐지? 소리 난 곳을 바라보니, 웬 시커먼 사내새끼 하나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넘어져있었다. 놈은 겁에 질린 눈동자로 이쪽을 바라보며 최대한 멀어지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그저 바닥에서 흐물흐물 댈 뿐이었다. 구원도 본 기억이 있는 얼굴이었다. “오오! 야! 너 잘 만났다!” “히이익! 오지 마! 대체 왜 여기에! 2계층에 있는 거 아니었어?!” 바로 어제 여관에서 구원의 어깨를 감싸고 껄껄 웃어대다 호되게 당한 그 놈이었다. 놈은 구원에게 당한 게 트라우마가 됐는지, 구원이 다가가자 기겁을 했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바지에 오줌이라도 쌀 기세였기 때문에, 구원은 일단 다가가던 발을 멈추고 말했다. “야. 그렇게 쫄지 마라. 사과하려고 그러는 거야. 내가 저번엔 미안했다.” “가, 갑자기 무슨 수작이지?” “수작은 무슨. 듣자하니 여긴 남자 모험가들끼리 다들 사이좋게 쎄쎄쎄 하면서 지낸다며? 난 이방인이라 몰랐어. 네가 그냥 시비 거는 줄 알았지. 그걸 알았으면 내가 그렇게 심하게 대했겠냐. 미안.” 구원은 가벼운 말투로 사과했다. 너무 성의가 없는 거 아니냐고?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성의를 보이는 건 상대가 미인일 때뿐이다. “하핫. 이 녀석이 바로 그 녀석이야? 밀크 로드 메이커?” 넘어져있는 남자의 옆에 있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넌?” “아아. 내 이름은 포츠. 그쪽과 마찬가지로 모험가다.” 남자는 재밌는 걸 쳐다보는 눈으로 구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녀석은 본 기억이 없는 놈이다. 말 하는 걸 보니 어제 그 자리에 있던 놈은 아닌 모양이다. “지금부터 한 잔 하러 가는 길인데, 같이 어때?” 놈은 꽤나 친근한 어투로 말했다. 과연, 이런 느낌인가. 솔직히 사내새끼들이랑 필요 이상으로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말이야. 그럴 시간이 있으면 미인이랑 친해지는 게 훨씬 이득이다. 하지만 모처럼 저쪽에서 권유해준 거다. 남자 모험가들이 어떤 느낌으로 어울리는 지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이거 어쩔까. “뭐, 뭐어어?! 포츠 너…!” 하지만 바닥에 엎어져 있는 놈은 구원과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좋아. 결정했다. “마침 잘 됐네. 안 그래도 심심했는데. 좋아. 가자.” 구원은 즉답했다. 하지 말라면 하고 싶어지는 게 인간의 심리라는 거다. “시원시원하니 좋군! 그럼 가자고, MRM.” “구원이다. 그 이상한 별명으로 부르지 마라.” “오케이. 구원. 가자고.” 그래서 사내새끼 셋이서 대낮부터 술집에 찾아가게 됐다. “하지만 성자라니. 그거 부러워 죽겠네. 그럼 잠자리도 엄청 편하겠네? 스킬 한 번이면 여자들이 막 질질 싸냐?” 사내새끼들이 모이면 결국 얘기가 음담패설로 흘러간다는 건 이 세계에서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아니, 이런 세계이니 오히려 원래 세계보다 더 노골적으로 음담패설이 튀어나오는 것 같았다. “뭐 그렇지. 오히려 요즘은 너무 강해져서 스킬을 안 쓸 정도야.” 알콜이 적당히 들어간 구원도 아무렇지 않게 밤 생활을 털어놨다. “그 정도란 말이야? 대체 얼마나 강하길래?” “궁금하면 직접 한 번 경험해볼래? 바로 체험시켜 줄 수 있어.” 구원이 말하자 포츠 옆에 있던 브린이 몸을 움찔 떨었다. 일단 오해가 풀리고 괜찮은 척 하고 있지만, 그래도 트라우마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닌 모양이다. 구원이 무슨 말을 할 때마다 덩치에 안 맞게 깜짝깜짝 놀라는 것이, 제법 놀리는 보람이 있는 놈이었다. “워워. 진정해. 난 브린 같은 꼴 당하고 싶은 마음 없다고.” “뭐야?! 구원, 너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지? 그럼 저 녀석한테 한 방 먹여줘.” “그럴까? 이거 어쩔 수 없지. 난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구원은 아무렇지 않게 포츠에게 손을 뻗었다. “하하. 그렇게 화내지 말라고. 그냥 농담이잖아. 잠, 잠깐. 장난이었다니까?” 포츠는 구원의 손을 필사적으로 피하며 다급하게 외쳤다. “나도 장난이야. 스킬 발동 안했어.” “무서운 장난 하지 말라고.” 포츠는 이마에 땀을 훔치는 시늉을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런 스킬은 밤에 네 동료들한테나 사용하라고. 듣자하니 상당히 미인이라면서?” “넘보면 죽인다.” “하핫. 걱정 말라고. 옛날이라면 모를까. 이젠 완전히 마음을 고쳐먹었으니까.” “마치 옛날이었다면 넘봤을 거란 얘기처럼 들리는데?” “그야, 옛날엔 어렸으니까 말이야. 너도 모험가니까 잘 알잖아. 남자 모험가란 건 성욕이 강하지 않으면 못해먹는 직업이라고. 나도 한때는 자제 못하고 설치기도 했었지.” “그런 놈이 지금은 왜 마음을 고쳐먹은 건데?” “그야 당연히 사랑의 힘 아니겠어? 사랑의 힘! 난 여기서 진정한 사랑을 만났단 말씀이지.” “저거 또 시작이네.” 아무래도 자주 이러는 모양인지, 옆에서 브린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케이트라고 하는데, 글쎄 얼마나 예쁜지….” 그리고 한동안 포츠의 여자 친구 자랑이 계속됐다. 이놈은 취하면 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유형인지, 했던 얘기를 또 하고 또 하면서 여자 친구 자랑을 늘어놨다. 이거 못 들어주겠네. 네가 백날 떠들어봤자 우리 사라 디아나 레이아 중 한 명만 데리고 와도 네 여자 친구는 상대도 안 되거든? 구원이 더는 들어주기 귀찮았다. 그냥 이놈 성자의 손길로 기절시켜 버릴까. 취기가 돌아서 그런지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위험한 생각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구원이 진지하게 고민하던 찰나에, 녀석을 부르는 목소리가 있었다. “포츠!” “오오! 케이트!” 아무래도 실컷 자랑하던 그 여자 친구가 행차하신 모양이다. 너 여자 친구 덕분에 산 줄 알아라. 조금만 늦었으면 성자의 손길이 작렬했을 거였다. “지금 뭐하는 거야?! 저녁에 만나기로 한 거 잊었어?” “응? 오오! 미안!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다니! 용서해줘! 새 친구를 만나서 말이야!” 그러면서 포츠는 구원에게 어깨동무를 해왔다. 여기 놈들은 왜 이렇게 스킨십을 좋아하는 거야. 떨어져라. 땀내 나는 사내새끼랑 붙어있고 싶은 마음 없다.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물론 아니지! 지금부터 벌충할게. 그럼 난 이만 간다! 나중에 또 보자고!” 포츠는 테이블에 은화 몇 개를 던진 다음, 얼른 여자 친구를 데리고 술집을 떠났다. “…뭐야 저거?” “처음 봤을 때는 저런 놈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케이트씨를 만난 이후론 아예 바보가 돼버렸어.” 브린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포츠가 없어지니 술자리도 당연히 파토가 났다. 사내새끼 둘이서 술 마시는 그림은 너무 우중충하니 말이다. 적당히 시간도 때웠으니 구원은 딴 길로 새지 않고 곧바로 저택에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도 남자들끼리 이런 술자리를 가진 건 상당히 오랜만이라 즐거웠다. 여자들이랑은 하기 힘든 음담패설도 맘 편히 주고받을 수 있었고 말이다. 남성 모험가들이 이렇게 초면에도 잘 노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가끔씩 이라면 이런 식으로 노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나 왔어!” 구원은 저택에 들어오자마자 큰 소리로 외쳤다. 취기가 더해져 상당히 기분이 고양된 상태라 그런지 생각보다 더 큰 목소리가 나와 버렸다. “오셨습니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 바네사! 기다리고 있었다니?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 “네. 안내하겠습니다.” 꽤나 급한 일인지, 바네사는 무슨 일인지 설명도 하지 않고 척척 걸어갔다. 그리고 바네사가 안내한 곳은 바로 구원의 방이었다. 응? 대체 내방에 무슨 일이지? 혹시 방 안에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건가 싶었지만, 바네사의 뒤를 따라 들어간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바네사? 대체 무슨….” 쿵! 구원이 바네사를 향해 돌아보려고 했을 때, 갑자기 몸이 벽 쪽으로 밀어붙여졌다. 그리고는 바네사의 손이 뻗어져 나와 구원의 머리 옆 벽을 쿵하고 때렸다. 어, 어? 뭐야 이거? 벽쿵? 나 지금 벽쿵 당한 거야? 이건 원래 남자가 여자한테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알딸딸하게 취해있던 구원은 순식간에 술이 확 깼다. “…설명하십시오.” 바네사는 구원의 눈동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무뚝뚝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 눈동자는 왠지 이글이글 불타는 것 같았다. “뭐, 뭘요?” 저도 모르게 존댓말이 튀어나올 정도의 박력이었다. “제 몸에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설명하십시오.” “저기, 미안하지만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시치미 떼지 마십시오. 이 저택에서. 아니, 이 세계에서 이런 기술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잖습니까.” “저기, 시치미 떼는 게 아니라 정말로 무슨 말인지 모르겠거든? 몸이 어쨌는데?” 바네사는 한동안 구원의 눈을 빤히 쳐다보고 침묵했다. 그리고 구원의 말이 진실이라고 판단했는지, 이내 다시 입을 열었다. “……흥분되어 있습니다.” 으, 응? 흥분이라니. 화나서?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건 아닐 거다. 이런 기술을 운운했으니, 성적으로 흥분하고 있다는 말이겠지. 구원은 바네사의 얼굴을 곰곰이 살펴봤다. 그러고 보니 평소와는 다르게 뺨이 희미하게 상기되어 있었다. 그럼 눈동자에서 느껴졌던 열기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하지만 구원은 짐작 가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난 아침에 저택을 나가서 이제 막 들어온 상황인 걸. 내가 뭘 할 수 있었겠어. 시간 상 바네사한테 뭘 하려면 아침밖에…. 잠깐. 아침? 구원은 뇌리에 한 가지 가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바네사. 혹시 어젯밤에 어디서 잤어?” “옆방에서 잤습니다.” 역시나. 거기 빈 방이라면서. 네가 자고 있었던 거냐. “아…그게 말이야. 내 스킬 중에 성역 선포라는 스킬이 있거든? 일정 범위 내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효과가 발동하는 스킬인데, 스킬 강화 좀 하려고 밤새 켜놨었어.” 바네사가 정확히 레벨이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애널라이즈로 확인이 안 될 정도로 고 레벨이다. 이런 애들한텐 내 스킬이 잘 먹히지도 않을 텐데. 밤새 켜뒀으니 오랫동안 스킬에 노출돼서 그런가? 하지만 이상한 일이다. 바네사가 성역 선포의 영향을 받은 거라면, 지금까지 흥분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 설마 얘 200살도 넘었다는 애가 자위 같은 것도 모르는 건 아니겠지? “…고의가 아니었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해소가 됩니까?” “그야 당연히 절정을…. 혹시 자위 같은 거 어떻게 하는지 몰라?” 물어보기 상당히 힘든 질문이었지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바네사는 볼을 살짝 더 붉히더니 대답했다. “이미 시험해 봤습니다. 소용없었습니다.” 시험해 봤다니. 그럼 이 무뚝뚝한 애가 대낮부터 자위삼매경에 빠졌단 말이야? 그거 꼴리는…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소용없었다니?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의 뜻입니다. 자위를 했지만 몸의 열기가 식지 않았습니다.” 뭐야 그거. 난 그런 거 모르는데. 자위로도 해소가 안 되는 최음효과라니. 그런 게 있으면 오히려 내가 어떻게 하는지 알고 싶다. “…짐작 가는 바가 없으신 겁니까?” 바네사는 살짝 불안한 말투로 말했다. “잠깐만. 생각 좀 해볼게.” 구원은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리고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몬스터들도 내 스킬에 맞으면 주변에 여자들이 있어도 나한테만 달려들었지. 혹시 이거…내 스킬로 흥분하면 나밖에 해소시켜줄 수 없는 거 아냐? 이성보다 본능으로 행동하는 몬스터들은 본능적으로 그 사실을 깨닫고 나한테 덤벼든 거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어쩌면 내 스킬로 흥분한 사람은 나만 해소시켜줄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 “…한 마디로 말해서, 제 몸을 식히려면 구원님께 안겨야한다는 말씀이십니까?” 바네사는 여전히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구원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 그렇게 되려나?” 바네사의 레벨이 나와 비슷했다면 굳이 섹스까지 갈 필요는 없을 거다. 성자의 손길로 절정을 느끼게 만들면 그만일 테니까. 하지만 바네사는 성역의 영향을 밤새 받고도 이정도로 멀쩡하게 버틸 수 있을 만큼 구원과 레벨 차이가 많이 났다. 가장 위력이 강한 스킬인 성자의 손길이라고 해도, 절정 상태를 만들려면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단 하나. 아무리 레벨 차이가 많이 나는 고 레벨이라도 무조건 절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스킬 최후의 자존심뿐이다. “…알겠습니다.” 바네사는 대답과 동시에 입고 있던 집사복을 하나하나 벗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44==================== 성자 스킬의 숨겨진 효능 바네사는 자신의 피부를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지 담담하게 옷을 벗어나갔다. 원래 성격이 무뚝뚝하니 그런 걸까? 아니면 자기 몸에 자신감이 있어서? 그것도 아니면 지금 하는 일은 그저 필요에 의한 일일뿐이니까? 아마 그 전부겠지. 그렇게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가는 바네사의 몸을 구원은 멍하니 쳐다봤다. 거의 남장에 가까운 차림으로 돌아다닐 때도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벗으니 역시 장난이 아니었다. 집사복 안에 꾹꾹 눌려져있던 가슴은 앞단추를 풀자마자 튀어나올 기세로 모습을 드러내며 그 존재감을 뽐냈고, 그 이래로 이어지는 탄탄한 복근도 섹시한 느낌을 줬다. 그리고 무엇보다, 바네사가 팬티와 바지를 한꺼번에 잡고 내릴 때, 바네사의 고간과 팬티 사이로 끈적끈적한 액체가 이어졌다가 끊어졌다. 우와. 진짜냐. 얘 이 덤덤한 표정으로 바지 안에는 이런 상황이었어? 설마 내가 저택에 오기 직전까지 자위라도 하고 있었던 건가? 아무튼 사라나 디아나, 레이아와 비교 해봐도 전혀 꿀리지 않는 미모였다. 아니, 레벨이 레벨인 만큼 어쩌면 더…아니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그래도 나한텐 우리 애들이 최고지. 전체적으로 여자치고 근육질이라는 인상이 있었지만, 그래도 과도하게 울퉁불퉁한 건 아니었다. 딱 여성미를 간직하는 범위 안에서 근육질이라는 느낌이었다. 레벨도 높은 애가 직업이 집사 하나일 리는 없고, 전사형 직업이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어, 어?” 바네사가 완전히 알몸이 될 때까지 매혹된 것처럼 그저 멍하니 쳐다만 보고 있던 구원은 난데없이 부유감을 느꼈다. 알몸이 된 바네사가 구원의 몸을 번쩍 들어 올린 것이다. 그것도 이른바 공주님 안기라는 자세로. 바네사는 구원을 들고 걸음을 옮겨서, 그대로 침대에 사뿐히 내려줬다. 구원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대로 가만히 옮겨졌다. 결코 힘으로 벗어날 수 없어서 가만히 있었던 게 아니다. …뭐야 이거. 엄청 복잡한 기분이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바네사는 덤덤한 표정으로 구원의 바지에 손을 뻗었다. “자, 잠깐. 씻지도 않고 이대로 하게?” “…….” 바네사는 살짝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나지막하게 뭔가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허공에서 거대한 물덩이가 두 개 생겨 각각 구원과 바네사의 몸을 휘감았다. 뭐야. 마법도 할 줄 알아? 아니, 생각해보면 디아나 곁에서 200년 넘게 모신 앤데 마법정돈 할 줄 아는 게 당연한 건가. 그럼 뭐야. 힘도 세고, 마법도 할 줄 알고, 얘 못하는 게 뭐야. “이걸로 됐습니까?” 바네사는 덤덤하게 말하고는 다시 구원의 바지에 손을 댔다. 직업 상 남의 옷을 입혀주거나 벗겨주는 건 익숙한지, 자연스러운 손놀림으로 벨트를 풀고 바지의 앞섶을 풀어헤쳤다. 그리고 팬티가 내려간 순간, 바네사의 알몸이 드러난 순간부터 이미 풀 발기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구원의 물건이 튀어나온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구원의 물건이 모습을 드러내자, 지금까지 표정변화 없이 덤덤했던 바네사의 눈동자가 조금 크게 뜨여졌다. 후훗. 그래. 아무리 너라도 이런 물건을 만나는 건….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하지만 바네사는 곧 다시 무표정을 만들고, 순식간에 구원의 물건을 잡고 그 위에 올라타 자기 음부에 맞댔다. “어? 잠깐 기다…크으윽!” 그리고 구원이 말릴 틈도 없이 허리를 쑥 내려 한 번에 끝까지 전부 삽입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뇌를 태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압도적인 쾌감이 구원을 덮쳤다. 하지만 구원은 온 몸에 힘을 꽉 주고 버텼다. 이대로 쌀 수 없어. 오기로라도 버텨내겠어. 아무리 레벨 차이가 난다고 해도, 이대로 맥없이 싸버리는 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앨리시아나 전생 전 디아나와 했을 때처럼 경험이 없었을 때랑은 다르단 말이다. 그때보다는 레벨 차이가 덜 나는 건지, 아니면 매력 스탯이 말도 안 되게 높은 효과인지, 그래도 앨리시아나 전생 전 디아나와 비교해보면 버틸만했다. 물론 비교적 그렇다는 거지, 조금만 힘을 빼면 바로 싸버릴 정도로 엄청난 쾌감이었지만 말이다. “하아….” 바네사도 흥분한 몸에 구원의 거대한 물건이 들어오자, 레벨 차이에도 불구하고 느낌이 오긴 오는 모양이다. 볼을 붉히고 살짝 달뜬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반응은 그게 다였다. 바네사는 곧바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냥 넣은 것만으로도 이렇게 버티기 힘든데, 바네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당연히 맥없이 싸버리고 말 거다. 그렇게 되기 전에, 구원은 스스로의 몸에 절정 속박을 걸었다. 곧이어 뇌를 긁는 것 같은 쾌감이 구원의 몸을 덮쳤다. 그냥 당해도 미칠 것 같을 텐데, 이렇게 절정 속박이 걸린 상태에서 당하자 정말로 돌아버릴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절정 속박을 풀어버리고 편해지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구원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리고 온갖 스킬들을 발동시켰다. 이제는 손을 움직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성기로 성자의 손길 발동에 성자의 성수, 그리고 성역 선포까지. 그리고 손에도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켜 바네사의 커다란 가슴을 붙잡고, 발악하는 것처럼 그대로 허리를 쳐올리며 액티브 스킬들을 계속해서 사용했다. 물론 그렇게 강하게 움직일수록 뇌는 더 타들어가는 것 같았지만, 구원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움직였다. 하지만 아무리 오기로 버텨봤자 곧 한계는 찾아왔다. 절정 속박이 풀리는 시점에서, 구원은 도저히 스스로에게 다시 절정 속박을 걸 엄두가 안 났다. 만약 지금 한 번 더 걸고 버티면 확실히 미칠 거야. 그럼 남은 몇 초동안, 조금이라도 더 바네사에게 자극을 주겠어! 절정 속박의 지속 시간이 점점 줄어가는 걸 보며, 구원은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크아아아악!” 그리고 절정 속박이 풀린 순간, 구원의 시야는 새하얀 빛으로 가득 물들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고, 곧바로 구원의 시야는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구원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방금 레벨 업과 힐링 섹스로 생명력이 회복 안됐으면, 확실히 복상사로 죽었을 거야. 섬뜩한 얘기지만, 구원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죽지 않았으니까. 한 번 경험해봐서 죽지 않을 거란 것도 알았고. 그보다는 눈앞의 광경이 더 신경 쓰였다. 어느 샌가 서로의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바네사의 얼굴이 있었다. 바네사는 정말 드물게도, 입술을 꽉 깨물고 눈썹을 찌푸린 채 뭔가를 참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으으으으으읏, 으응! 하아아아아아앙!” 바네사는 필사적으로 신음소리를 참으려고 한 모양이지만, 결국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는 듯이 입이 벌어지며 그런 요염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야 얘도 사람인데 당연히 그걸 버틸 수 없겠지 힘들겠지.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필사적으로 스킬을 사용하며 몸을 달아오르게 만들었고, 최후의 자존심으로 마무리를 한 거다. 최후의 자존심은 내가 느낀 쾌감의 일정 수준으로 상대도 느끼게 해주는 스킬. 게다가 남아있는 정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상대에게 많은 쾌감을 전달한다. 절정시 정기를 정확히 확인한 건 아니지만, 3, 4천정도 남아있었다고 가정해보면, 바네사는 내가 느낌 쾌감의 3, 40%의 쾌감을 느낀 거다. 그것만으로도 일반적으로 절정 시에 느끼는 쾌감과는 비교도 안 되는 쾌감을 맛봤을 거다. 오히려 조금이라도 참아내려고 한 것이 신기한 수준이다. “흐앗. 하앗. 하앗.” 바네사는 전신을 미약하게 떨면서, 구원의 얼굴 옆에 고개를 파묻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구원은 과연 지금 바네사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너무 궁금했다. 확인해볼까. 구원은 살짝 바네사의 어깨를 잡고, 서서히 위로 들어 올렸다. 아니, 들어 올리려고 했다. 바네사도 구원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구원을 껴안고 팔에 힘을 줘서 버텨냈다. 뭐, 뭐야 이거! 구원은 손에 힘을 더 주려다가 그냥 그만뒀다. 여자가 싫어하는 짓을 억지로 하는 건 매너가 아니지. 결코 힘으로 져서 그런 게 아니다. 암. 그렇고말고. 내가 지금 보너스 스탯이 얼마나 쌓여있는데 힘으로 지겠어. 구원은 몸을 끌어안고 달라붙어있는 바네사의 등 뒤를 살살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때? 나도 제법 쓸 만하지?” “……뭐, 그럭저럭 쓸 만하군요.” 바네사는 한참 숨을 고르더니, 그렇게 내뱉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미 그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뭐? 그럭저럭? 구원은 오기가 생겨서 다시 한 번 하려고 했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정기가 바닥나 있었으니 말이다. 이대로 다시 해봤자 혼자 찍 싸고 끝나는 게 다다. 최후의 자존심은 다 좋은데 정기를 몽땅 다 쓰는 게 흠이란 말이야. 하긴, 그것마저 없으면 너무 사기스킬이긴 하지. 아무튼 바네사와의 행위는 이대로 끝낼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젠장. 더러운 레벨 차이. 언젠가는 저 얼굴이 쾌락에 풀린 표정이 되는 걸 꼭 보고 말겠어. 바네사는 구원의 물건을 뽑고 일어서더니, 스스로의 가슴과 성기를 만지면서 뭔가를 확인했다. 심지어 그 와중에도 무표정이었다. 얜 진짜 부끄럽지도 않나. “정말로 구원님과의 행위로 절정을 느끼니 몸의 열기가 식었군요.” 아, 그걸 확인하고 있었던 거냐. 이건 구원에게도 필요한 정보였다. 그렇다는 말은 아까 생각했던 가설이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진다는 얘기로군. 설마 내 스킬에 이런 비밀이 있었을 줄이야. 악용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정말 별별 짓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한 효과였다. 뭐, 안 할 거지만. 이걸 이용해서 행위를 하면 강간이나 마찬가지잖아.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해서 여자랑 자고 싶을 정도로 여자가 궁한 것도 아니고. 그런 놈이 밤새 성역을 그런 식으로 발동시켜 놨냐고? 그건 그거다. 그냥 자위로도 해소 될 줄 알았으니까, 혹시 여자들이 자위하는 모습이라도 목격하게 되면 꼴리겠다는 지극히 신사다운 발상으로 벌인 일이었다. 설마 나도 이렇게 될 줄 알았겠어? “그럼 전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혹시 필요한 일이 있으시다면 테이블 위의 벨을 울려주십시오.” 바네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무뚝뚝한 얼굴로 스스로의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어? 벌써 가게?” 아무리 필요에 의해 한 거라지만, 좀 여운이라든가 느끼면서 천천히 돌아가도 되잖아.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지체됐습니다. 제가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면 다른 사람에게 들킬 겁니다. 구원님도 디아나님께 들키면 곤란한 거 아니십니까?” 당연히 곤란하지! 그것도 그냥 곤란한 정도가 아니다. 디아나는 전에 저택의 고용인들에게 손을 대지 말라고 똑똑히 경고했었다. 아무리 불가항력이었다지만, 바네사와 한 걸 들키면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다. 애초에 원인 제공도 내가 한 거니 말이다. 이거 어쩌면 목숨이 위험할지도…. “저…바네사? 부탁이 있는데. 제발 이 일은 우리 둘만의 비밀로….” “네. 알겠습니다.” 구원의 부탁에 바네사는 의외로 승낙해줬다. …이거 이상하지 않아? 디아나에게 상당히 충직한 바네사다. 그런 바네사가 디아나가 금지한 일을 보고하지 않고 비밀로 해준다고? “바네사. 혹시 너도 디아나한테 나랑 섹스하지 말라는 소리 들었냐?” 그러자 그때까지 무표정이던 바네사의 어깨가 움찔하고 떨렸다. 이거 정답이군. 우와! 설마 바네사가 성욕을 못 이겨서 디아나의 말도 어기고 나랑 섹스를 하다니! 라고 평소 같았으면 장난을 쳤을 텐데. 괜히 장난쳤다가 바네사가 욱해서 디아나에게 사실대로 보고해버리면 나만 손해다. 구원은 튀어나오려는 장난기를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그래. 우리 꼭 비밀로 하자.” “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옷을 다 챙겨 입은 바네사는 구원에게 인사를 하고 방문을 나섰다. “구원님.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네사가 다시 찾아왔다. 구원이 방문을 나서자, 바네사가 언제나처럼 앞장서서 안내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구원은 생각에 빠졌다. 저 집사복 안에 그런 몸매가 숨어있단 말이지. 갑자기 집사복이 섹시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큰일 났네. 앞으로 얘 볼 때마다 꼴리면 어쩌지. 식당에 도착하자, 다들 이미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게다가 레이아의 모습도 보였다. “어? 레이아. 오늘은 신전에서 묵는 거 아니었어?” “아, 네. 앞으로는 잠은 여기서 자려고 해요. 그러는 편이 언제든지 던전에 갈 수 있고, 구원씨도 편하시죠?” “그야 그렇긴 한데. 괜찮겠어?” “네. 걱정 마세요.” 레이아는 두 주먹을 쥐어 가슴 앞으로 모으고 파이팅 포즈를 취했다. 음. 가련하시다. “그럴 줄 알았으면 나도 신전에서 기다리다가 레이아랑 같이 올 걸 그랬네.” “그러는 자네도 꽤나 늦게 온 모양이네만. 대체 언제쯤 온 겐가?” 갑자기 옆에서 디아나가 기습을 가했다. 아니. 그냥 평범한 질문이겠지만, 찔리는 게 있는 구원으로서는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디아나의 뒤에 가만히 서있는 바네사도 살짝 움찔하는 것처럼 보였다. “바, 방금! 방금 막 왔어! 그게 2계층에서 나한테 친한척하다가 당한 남자 모험가 있잖아. 걔랑 만나서 사과도 할 겸 같이 술이나 한 잔 마시고 왔어. 설마 남자 모험가들 사이에 그런 암묵의 룰이 있었다니. 대사제님이 말해주시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니까.” “음? 자네 몰랐던 겐가? 과연. 그래서 그때 그렇게 손을 심하게 쓴 거였구먼.” “응. 그래서 이왕 만난 거 사과도 할 겸 한 잔 하고 왔지.” “흠. 그렇구먼. 저녁을 먹을 수 있겠나?” 휴우, 아무래도 의심은 피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평범히 대화하고 있는 건데 엄청 긴장되네. “아 괜찮아. 저녁 생각해서 안주도 없이 가볍게 마셨거든.” 사실 안주도 먹으면서 꽤나 거나하게 마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지금 무척이나 배가 고픈 상태였다. 아까 운동을 좀 격렬히 했어야 말이지. 구원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기를 입으로 옮겼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전 퇴근하고 와서 글을 12시까지 그냥 쭉 쓰다가 12시가 되면 쓴 만큼 전부 올립니다. 고로 절단한 게 아닙니다! 애초에 더 올릴 뒷내용이 없는 거지요. 그리고 원래 바네사랑 하는 건 3화에서 앨리시아랑 할 때처럼 그냥 구원이 찍 싸고 마는 걸로 끝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댓글을 보니 그렇게 쓰고 끝내면 안될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겨서 조금 늘렸습니다. 그래도 기본 틀이 변한 건 아니라서 아무리 길게 쓰려고 해봤자 이게 한계네요. 145==================== 성자 스킬의 숨겨진 효능 일단 돌아온 시간을 속여 알리바이를 만들어 냈지만, 그렇다고 해서 위기가 끝난 건 아니었다. 오히려 가장 큰 고비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일단 변명을 준비하기는 했다. 바네사와 일을 치르고 나서, 스탯 창을 확인 한 이후에 침대에 누워서 식사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 어떻게 변명할지 고민했었다. 통할지 안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밖에 없다. 사라가 방에 찾아오자, 구원은 최대한 평정을 가장하고 맞이했다. “오, 어서와. 아직 안 씻었지?” “씻었는데요?” “뭐?! 왜! 어째서!” “왜, 왜요? 뭐 문제 있어요?” “당연하지! 같이 씻기로 했잖아!” “무슨 소리에요? 저번에 같이 씻었잖아요?” “설마 그 한 번으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뭐에요? 당연히 한 번이 끝이죠. 그럼 얼마나 같이 씻으려고 했는데요?” “당연히 평생이지! 내 약속은 그 무엇보다도 무겁다고. 한 번으로 끝날까보냐.” 물론 이건 그냥 억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일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사라의 정신을 흐트러뜨리는 게 필요하다. 저번에도 그렇게나 부끄러워했으니, 어쩌면 이번에도 잘 먹힐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억지를 부리고 있는 거다. 실은 나도 바네사랑 일을 치른 다음에 씻었기 때문에 굳이 다시 씻을 필요는 없는데도 말이다. “당신 제 부탁도 하나 들어주기로 한 건 기억하고 하는 말인가요? 당신이 그럴수록 제 부탁도 무거워질 텐데요?” …그러고 보니 그런 약속도 했었지. 하지만 이제 와서 겁먹을 수는 없다. 설마 얘가 나한테 터무니없는 부탁을 하겠어. “물론 알고말고. 하지만 상관 안 해. 어차피 네 부탁이라면 전부 들어줄 각오는 있어.” 구원은 진지한 얼굴로 딴에는 멋있어 보이는 대사를 날렸다. “…그렇게 말해도, 전 이미 씻었다고요?” 역시나 사라의 거부 반응이 살짝 약해졌다. 생긴 거랑 다르게 이렇다니까. 물론 그래서 더 좋지만. “뭐 어때. 다시 씻으면 되지. 자, 자. 이리로 와.” 구원은 사라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사라를 방 안의 욕조로 이끌었다. “자, 잠깐만요. 여기서 같이 씻자고요?!” “당연하지. 여기 아니면 또 어디서 씻으려고. 이 저택에 남자는 나밖에 없잖아. 내가 씻을 데는 여기밖에 없어.” “하, 하지만….” 여관에서는 그래도 욕실이 따로 있었으니 떨어져서 씻을 수 있었지만, 이 욕조에 둘이 들어가면 싫어도 밀착해있을 수밖에 없다. 사라도 그걸 깨달았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지만, 이제 와서 거부하기는 늦었다. 구원은 욕조에 물을 채우고 순식간에 알몸이 되어 욕조 안에 들어갔다. “자, 뭐해. 빨리!” “아, 알았어요.” 사라는 얼굴을 붉히고 천천히 옷을 벗어갔다. 그리고는 알몸이 되어 조심조심 욕조로 들어왔다. 어차피 볼 거 못볼 거 다 본 사이인데 이제 와서 부끄러워할 필요가 뭐가 있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굳이 입 밖에는 내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은 사라가 부끄러워하면 부끄러워할수록 얼버무리기 좋을 테고. “꺄악! 뭐, 뭐하는 거예요? 우리 씻는 거죠?” 욕조 안에 들어와서도 어쩔 줄 모르고 그냥 가만히 서있는 사라를 구원은 정면에서 와락 껴안았다. 사라는 긴장했는지, 몸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응. 씻어야지. 내가 씻어줄게.” “무, 무슨 소리에요. 애도 아니고. 혼자 씻을 수 있어요.” “에이 그러지 말고. 둘이서 각자 씻기엔 욕조가 너무 좁잖아?” “하, 하지만!” “하지만? 뭐 문제 있어?” “…부, 부끄럽잖아요.” “그래? 그렇게 부끄러워?” “다, 당연하잖아요!” “그럼 먼저 나부터 씻어줄래?” “네, 네?!” “내가 씻어주는 것보단 덜 부끄럽지 않아?” 실은 이게 왜 부끄러운지도 이해 못하는 내 입장에선, 씻어주는 게 더 부끄러운지 씻어지는 게 더 부끄러운지 전혀 모르겠지만. 구원은 일단 사라가 먼저 씻어주는 쪽으로 유도했다. 사실 태연한 척 하고 있지만 지금 심장은 엄청나게 두근대고 있는 상황이었다. 혹시라도 내가 먼저 씻어주는 상황이 되면, 아직 비교적 멀쩡한 상태인 사라도 금방 눈치를 챌 테니 말이다. “으으…알았어요. 뒤로 도세요.” 한참을 고민하던 사라는 결국 자기가 씻어주는 게 그나마 덜 부끄럽다고 판단했는지, 그렇게 말했다. 물론 구원은 두말할 것도 없이 사라를 껴안았던 팔을 풀고 얼른 뒤로 돌았다. “정말 애도 아니고…. 이런 게 하고 싶어요?” “내가 있던 세계에선 남자는 몇 살을 먹어도 애라는 말이 있지. 이런 게 하고 싶냐고? 당연하잖아!” 구원은 뻔뻔하게 대답했다. 곧이어 등 뒤로 사라의 거품을 잔뜩 묻힌 손의 감각이 전해져왔다. 레이아처럼 남을 씻어주는 게 익숙한 손놀림은 아니었지만, 그 어설프지만 열심히 하려는 손놀림이 기분 좋게 느껴졌다. “어때요? 이렇게 하면 되요?” 막상 씻어주기 시작하자, 사라는 생각했던 것만큼 당황하지 않고 몸을 씻어주기 시작했다. 이럼 안 되는데. 어쩔 수 없지. “응. 딱 좋아. 굳이 지적할 게 있다면 손 말고 다른 데로도 문질러주면 좋을 것 같아.”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예를 들어 가슴으로….” 짝! 구원이 차마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등 뒤에 화끈함 감각이 전해져왔다. 크윽. 이게 말로만 듣던 등짝 스매쉬인가. 얘 대체 저번 오크 토벌에서 레벨이 얼마나 오른 거야. 아파 죽겠네. “그런 소리 할 거면 혼자 씻으세요!” “미안! 주제넘었어! 손으로 충분해! 제발 그만두지 말아주세요!” 구원은 정말로 욕조를 벗어나려는 사라를 필사적으로 만류해서 겨우 붙들어놓을 수 있었다. 휴우. 역시 한 번에 거기까지 요구하는 건 너무 무리수였나. 하지만 그때, 등 뒤로 뭉클한 감촉이 전해져왔다. “오오! 사, 사라야!” 구원은 감격에 차서 말을 잊지 못했다. “차, 착각하지 말아요! 앞쪽을 씻어주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닿는 거예요!” 사라의 말대로, 뒤에서 구원의 몸 앞쪽을 씻어주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끌어안는 자세가 되면서 가슴이 닿은 거였다. 그래. 충분히 납득이 되는 이유였다. 하지만 내가 말하자마자 바로 앞을 씻어준 건 설명이 안 된단다 사라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해준다니까. 이러니 내가 좋아할 수밖에 없지. 진짜 사랑한다 사라야. 입 밖으로 내면 부끄러워하면서 등짝 스매시를 날리고 떨어져 버릴 테니 말은 안하겠지만. “하아, 흐읏, 후우.” 그저 밀착하고 있을 뿐이지만, 사라도 이 상황이 은근히 흥분되는 모양이다. 구원의 귓가를 사라의 달콤한 소리가 간질이기 시작했다. “후웃. 자, 다 됐어요.” 팔 다리를 다 씻어주고, 어째선지 다시 한 번 몸 앞쪽을 씻어준 사라가 구원의 몸에서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구원은 그 전에 사라의 손을 붙잡아 몸에서 떨어지지 못하게 했다. 덕분에 사라는 다시 한 번 구원의 등 뒤에 가슴을 밀착시키는 자세가 됐다. “아직 안 씻어준 데가 한 군데 남아 있잖아?” 그래.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어줬지만, 아직 한 군데 사라가 그냥 지나친 부위가 있었다. 구원은 사라의 양 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바로 우뚝 선 물건을 향해 말이다. “여, 여기는 혼자….” “이왕 해주는 거 끝까지 전부 해줬으면 좋겠는데. 오늘 밤을 위해선 여기가 제일 청결해야 되지 않겠어?” 사라는 결국 머뭇거리는 손동작으로 구원의 물건을 양손으로 잡았다. “으윽. 왜, 왜 커져있는 건가요.” “그야. 너같이 예쁜 애랑 이러고 있는데 당연히 커지지.” “하여간 말은 잘하시네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는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저하는 것 같던 손놀림도, 점차 격렬하게 변해갔다. 그리고 곧 대딸을 해주는 것처럼 됐다. “하앗, 하앗, 하앗.” 사라도 이젠 완전히 흥분했는지, 등 뒤에 밀착시킨 가슴을 미묘하게 비벼오기 시작했다. 좋아. 좋은 상태로 달아오르기 시작했군. 하지만 곧 자신의 그런 모습을 깨달았는지, 화들짝 놀라면서 손을 떼려고 했다. “다, 다 됐어요!” 물론 구원은 그렇게 손을 떼게 두지 않았다. 사라의 손을 덮듯이 감싸 쥐고 한 손을 물건 끝에, 나머지 손은 주머니 쪽으로 가져갔다. “아직 여기가 덜 씻어진 것 같아. 특히 껍질 부분이.” 물론 거짓말이다. 그럴 리가 없잖아. 난 청결한 남자니까. 하지만 뒤에 있기 때문에 구원의 물건이 보이지 않는 사라는,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한 손은 불알을 감싸 쥐고 이리저리 부드럽게 굴리며, 한 손으로는 물건 끝 부분의 껍질 쪽을 꼼꼼히 씻어주기 시작했다. “하앗, 하앗, 하앗, 이, 이걸로 됐나요?” “응. 완벽해.” 애초에 쌀 때까지 대딸을 시키려는 게 아니었다. 문제는 사라를 흥분시키는 거지. 그리고 방금 그 목소리로, 구원은 사라가 완벽하게 흥분했다고 확신했다. “그럼 이제 내가 씻어줄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지. 구원은 얼른 뒤를 돌아 사라를 바라봤다. 그리고는 탄력 있는 사라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들고 있어도 전혀 쳐지는 부분 없이 탄력 있는 팔을 지나서 몸통 쪽을 만지기 시작하자, 사라의 얼굴이 더욱더 붉어졌다. 눈동자도 살짝 멍해지는 것이, 이젠 완전히 행위를 할 때의 표정이었다. 좋아. 이쯤 되면 괜찮겠지. 구원은 복부를 어루만지던 손을 등 뒤로 돌리고 쭉 내려서, 사라의 엉덩이를 움켜쥐었다. “하응으으읏!” 그러자 사라가 까치발을 들며, 격렬하게 반응했다. 역시 이것만으로 가볍게 절정에 달해버리는 구나. 이렇게까지 분위기를 만든 게 아니면 위험했겠어. 구원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 판단은 너무 이른 거였다. “하앗, 하앗, 자, 잠깐만요.” “응? 왜 그래? 그냥 씻어주는 거잖아? 혹시 흥분돼? 사라 변….” “네. 너무 흥분되네요. 이상한데요.” 구원은 얼버무리려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분노가 부끄러움을 이겼는지, 사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흥분된다는 말을 내뱉으며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구원을 쏘아봤다. “당신, 지금 레벨 몇이에요?” “으, 응? 갑자기 레벨은 왜?” “지금 제 레벨이 61이에요. 당신보다 레벨이 훨씬 높을 텐데 이렇게 느끼는 건 이상하잖아요. 마치 당신 레벨이 저보다 훨씬 높을 때 같아요.” 누, 눈치 챘니? “하하. 우리 사라. 같이 씻는 게 많이 흥분된 모양….” “농담 아니에요.” ‘이건 레벨 문제가 아니라 네가 너무 흥분해서 느끼는 거야!’ 작전은 가볍게 분쇄되어 버렸다. 아니 그건 그렇고 61이라니. 설마 어제 오크 토벌하면서 얘도 폭업한 거야? 진짜 용사 너무 사기 아니냐. 첫 번째 작전이 실패했지만, 아직 구원에게는 패가 남아있었다. “그게 말이지. 실은 어제 레이아랑 하는데 조금 일이 잘 풀렸거든. 그래서 레이아가 진짜 열심히 봉사를 해오는데, 그 모습이 너무 예쁜 바람에 그만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많이….” “뭐, 뭐에요?! 하, 하지만 레이아는 아직 레벨이 낮잖아요?! 아무리 많이 했어도 제 레벨을 뛰어넘는 건 불가능할 텐데요?” ‘사라의 질투심을 유발해 판단력이 흐려지게 만들기’ 작전도 가볍게 분쇄되어 버렸다. 심지어 질투심은 질투심대로 유발된 건지, 사라의 안광이 더욱더 매서워지는 효과만 낳았다. 나 이거 잘못하면 초상 치르는 거 아니야? 젠장. 이제 마지막 수단이다. 이것마저 실패하면 그냥 무릎 꿇고 빌자. “아, 알았어. 사실대로 말할게. 실은 매력을 찍었어.”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아, 그러고 보니 얘한테는 아직 세부 스탯에 관한 설명을 안했던가. “그러니까 저번에 내가 갑자기 잘생겨지고 스킬이 강해진 적이 있었잖아.” 구원은 디아나에게 했던 것처럼 사라에게도 세부 스탯에 대한 설명과, 매력을 올리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말해줬다. “그러니까 저번에 갑자기 그렇게 된 건 매력을 엄청 올려서 그런 거고, 이번에도 저번만큼은 아니지만 매력을 올렸다고요?” “으, 응.” 과연 통할까. 구원은 두근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사라를 쳐다봤다. “당신 바보 아니에요?! 이보다 더 매력을 올려서 어쩌려고 그래요?! 지금도 저희한테는 스킬도 못 쓰는 수준이잖아요! 대체 무슨 생각으로 매력을 더 올린 거예요?!” 좋아 먹였다! 사라는 화를 내는 모양이었지만, 바네사랑 한 걸 들키는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다. 구원은 올라가려는 입 꼬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대답했다. “하, 하지만 상상해봐. 만약 성역 선포만으로 오크들이 성자의 손길을 맞은 것처럼 쓰러진다면? 멋질 것 같지 않아?” “그 정도 수준이면 저희가 실수라도 스킬에 맞게 되면 큰일 날 정도잖아요! 저번에도 던전에서 손길을 저랑 레이아한테 맞춰놓고! 진짜 바보 아니에요?!” “미안! 내 생각이 짧았어! 앞으로 매력은 안올릴게!” “당연하잖아요! 이 이상 강해지면 어떻게 상대하라고 거기서 매력을 더 올려요!” 사라는 분개하고 있었지만, 구원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바네사야. 내가 이렇게 힘들게 우리 비밀을 지키고 있다. “미안해. 대신 오늘은 내가 특별히 더 즐겁게 해줄게.” 구원은 웃으면서 사라의 몸을 어루만졌다. “그런 걸로, 잠깐, 흐응, 흐앗, 잠깐 떨어져요!” 사라는 몸을 만져지자 움찔움찔 반응하더니, 구원을 밀어냈다. “왜, 왜?” 설마 아직 뭔가 더 꼬투리 잡을 게 남아있나? 완벽히 속여 넘긴 거 아니었어? 사라는 아직 분노가 가라앉지 않은 눈동자로 구원을 쳐다봤다. 하지만 이어지는 사라의 말은 구원의 예상을 벗어난 질문이었다. “당신 어제 레이아와 그렇게 했다는 것도 거짓말 아니죠?” “으, 응?” “역시….” 예상외의 질문에 구원이 당황하자, 사라는 혼자 결론을 내린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구원을 한동안 쏘아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그래서. 레이아가 어떤 식으로 봉사해줬다는 건데요?” 예전에는 바보같이 눈치 채지 못했지만, 지금은 확실히 안다. 사라가 키스에 집착한 것도, 스스로 나서서 대딸이나 펠라를 해준 것도. 전부 날 좋아하기 때문에 다른 여자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질투심의 발로로 그런 거다. 그리고 그건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적용되는 모양이었다. 하여간 예뻐 죽겠다니까. “왜? 말하면 해주려고?” “뭐, 뭐에요? 제가 왜요? 그냥 물어보는 거잖아요.” 말은 이렇게 하면서 결국 해줄 게 뻔했다. 구원은 참지 못하고 사라를 껴안았다. “사라야. 너 진짜 예쁜 거 알아?” “그, 그러니까 착각하지 말아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구원을 밀어내려고 했지만, 그 힘은 아까보다 현저히 약했다. 구원은 그런 사라의 머리 뒤를 받치고 그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갔다. 물론 사라는 고개를 피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오늘 밤 역시 즐거운 밤이 될 것 같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원래는 전편과 이번편 내용을 한 편으로 쓸 생각이었는데, 바네사랑 하는 게 길어지면서 이렇게 됐네요. 스테이터스 창 확인은 그냥 글에서 생략된 거지 구원은 제대로 확인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테이터스 창은 분량 늘리기 처럼 느껴져서 되도록 안 쓰려고 하거든요. 구원이 바네사와 하면서 복상사를 할 뻔 한 것은 바네사의 레벨이 디아나 때처럼 압도적으로 높아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러면 삽입하자마자 버티지도 못했었죠. 바네사와의 차이는 앨리시아 때 수준입니다. 다만 자신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 쾌감을 극대화시키는 짓을 하는 바람에 복상사할 뻔 한 거죠. 한마디로 자업자득입니다. 물론 그래도 레벨이 상당히 오르긴 했지만요. 146==================== 성자 스킬의 숨겨진 효능 다음날 아침 구원은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뜰 수 있었다. 얘 어제 엄청 예뻤지. 아니, 물론 평소에도 엄청 예쁘지만. 어젠 특히 더 예뻐 보였다. 아닌 척 하면서 레이아가 뭘 어떻게 해줬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는데, 솔직히 레이아의 그 테크닉은 말해준다고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구원은 여러 체위로 어떻게 허리를 돌리면 기분이 좋은지 말해줬는데, 사라는 그걸 충실히 실행해줬다. 덕분에 어제는 평소처럼 구원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기보다 사라가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플레이를 듬뿍 즐겼다. 물론 나중에 가서는 사라가 너무 느끼는 바람에 도저히 스스로 움직일 상황이 아니게 되어서, 그때부턴 평소처럼 구원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며 계속 행위를 이어갔지만 말이다. 아무튼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행위를 즐긴 구원은 상당히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평소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애정표현을 하게 됐다. “잘 잤어?” “네. 구워…아음. 으음.” 사라가 일어나자마자, 구원은 살며시 얼굴을 가져가 키스를 했다. 물론 아직도 물건이 이어져 있다고는 해도, 섹스 중인 건 아니다. 섹스 중이 아닐 때에 키스를 하는 건 처음이었지만, 사라는 고개를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며 혀를 얽혀봤다. 맞닿은 입술사이로 사라의 애정이 듬뿍 전해져왔다. 진하게 모닝 키스를 마치고도, 두 사람은 얼굴을 떨어뜨리지 않고 지금 거리에서 서로를 마주봤다. “어제 엄청 좋았어.” “네. 저도….” 그렇게 말하던 사라의 얼굴이 갑자기 평소와 다름없는 쿨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도중에 갑자기 부끄러워진 걸까? 방금 전까지 부드러운 표정이었던 만큼 왠지 화난 표정처럼도 보였다. “사라?” “전 기분 좋았지만, 당신은 그렇지도 않았죠?” 그리고 사라는 갑자기 엉뚱한 말을 시작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하지만. 저보다 훨씬 레벨 높은 사람이랑 한 거죠? 그런 사람이랑 비교하면 저로 만족할 리가 없잖아요.” “그, 그게…!” 사라의 기습공격에 구원은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역시….” 정정하자. 사라는 평소와 다름없는 쿨한 얼굴이 된 게 아니었다. 엄청나게 화가 나서 오히려 무표정이 된 거였다. 사라는 그대로 구원의 몸에서 일어나서 바닥에 떨어져있던 옷을 주섬주섬 주워 입기 시작했다. 구원은 바로 사태를 파악했다. 바로 레벨 업 때문이다. 애널라이즈로 확인해보니, 사라의 레벨은 64였다. 내가 사라보다 레벨이 낮다면, 말이 안 될 정도로 레벨이 오른 거다. 그야 당연히 의심을 하게 되지. 솔직히 말하자면 이것도 원래는 계획이 있었다. 당연하다.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변명을 만들어놓고 이런 당연한 부분에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았을 리가 없지 않은가. 원래 구원의 계획은 이랬다. 일단 매력을 올려서 그런 거라고 사라를 납득하게 만든 다음에, 한숨도 안자고 밤새 사라를 괴롭힌다. 많이 하면 사라가 레벨 업을 왕창해서 내가 레벨이 더 높은 게 들키는 거 아니냐고? 천만의 말씀. 이럴 땐 오히려 역발상이 필요하다. 괜히 들키는 게 무서워서 조금밖에 안하면 오히려 더 의심을 받을 거다. 오늘은 별로 하지도 않았는데 레벨이 많이 올랐다면서 말이다. 그래서 구원은 철저하게 사라를 괴롭히기로 마음먹었었다. 사라가 몇 번이나 한 건지 도저히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기절을 하더라도 상관하지 않고 끊임없이 계속해서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사라가 기절했을 때 밖에다가 싸는 거였다. 만약 처음 한 번만 사라의 안에 싸고, 나머지는 전부 사라가 기절한 틈에 밖에다가 쌌다면 사라에게 의심받는 상황은 생기지 않았을 거다. 하루 종일 한데다가, 경험치도 그다지 많이 오르지 않았을 테니 의심할 여지가 없지. 하지만 구원은 그러지 못했다. 이렇게 완벽하게 계획을 세워놓고 왜 실행을 못했냐고? 단순하다. 그냥 사라한테 푹 빠져서 까먹은 거다. 그런 걸 생각하면서 행위를 하기에는, 어제 사라가 너무 예뻤다. 그리고 매력을 올려서 이렇게 됐다고 납득시키는 과정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보니, 방심한 부분도 있었겠지. 그 결과가 지금 이 상황이다. “잠깐, 잠깐만 사라야. 내 말 좀 들어봐.” 구원은 일단 변명을 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억울한 감도 없지 않아 있기는 하다. 바네사랑 한 건 불의의 사고 같은 거였다. 물론 고의가 아니라고는 해도 원인 제공은 내가 한 거고, 그걸 또 거짓말로 넘어가려고 한 건 내 잘못이 맞다. 하지만 잘 설명만 하면 사라를 납득시킬 수 있는 수준인 거 아닐까? 적어도 저 바람핀 남자친구를 보는 것 같은 눈빛과, 버림받은 여자 같은 비통한 표정은 조금 완화시킬 수 있을 거다. “당신 지금 레벨 몇이에요?” 어느새 옷을 다 주워 입은 사라는 냉랭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6, 68….” 구원의 대답을 듣자, 사라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많이도 올랐네요. 상당히 레벨이 높은 여자랑 잔 모양이죠? 당신이랑 잘 레벨이 높은 여자라면…오아시스 클랜장? 그렇군요. 어제 저희 몰래 2계층에 다녀오신 건가요?” 사라의 오해가 엄청나게 커지기 시작했다. 구원은 이대로 놔두면 정말로 위험해질 거라는 판단에 일단 사실부터 말하기로 했다. “아, 아니야! 바네사야! 바네사랑 했어! 내가 발정난 것도 아니고 얼굴 한 번 본 게 다인 오아시스 클랜장을 찾아가서 했겠어?” 하지만 사라의 얼굴은 더욱더 구겨졌다. “뭐라고요?! 바네사요?! 그럼 이 저택에서, 저희가 있는 곳에서 당당하게 했다는 말이잖아요! 당신 너무 뻔뻔한 거 아니에요?!” “아니, 당당한 게 아니라….” “성자는 좋겠네요. 바네사같이 레벨 높은 여자랑 자도 제대로 절정으로 이끌 수 있는 모양이고. 아, 설마 매력도 그래서 더 올린 건가요?” “아, 아냐! 매력 올린 건 거짓말이었어! 예전에 한번 왕창 올린 이후로 한 번도 안올렸어!” “흥. 과연 그건 정말일지.” “사라야. 들어봐. 내가 바네사랑 잔 건….” “아뇨. 변명할 거 없어요. 생각해보니 당신이 누구랑 자던 저랑 상관없잖아요?” 그럼 지금 네가 그렇게 화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유는 뭔데? 같은 말은 당연히 하지 못했다. 사라의 마음을 알면서 그런 말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구원은 쓰레기가 아니었다. 사라는 말과는 다르게, 방문을 거칠게 열었다. “잠깐만. 내 얘기 좀 끝까지 들어보라니까. 갑자기 어딜 가려고?” “저도 레벨 높은 남자 하나 꼬셔서 잘 거예요!” 사라는 그렇게 내뱉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뭐, 뭐어?!” 구원은 화들짝 놀라서 황급히 사라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곧 자신이 알몸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젠장. 큰일 났다. 지금까지 사라가 다른 남자랑 잔다는 협박을 한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는 그저 구원의 질투심을 유발하기 위한 사라 나름의 밀당이었을 거다. 그런데 지금은? 장담컨대 지금 같은 위기상황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구원은 바닥에 떨어져있던 옷을 대충 걸쳐 입고 황급히 방문을 나섰다. 그리고 마침 바네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구원님.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미안 지금 바빠!” “네?” 물론 아침 같은 걸 먹을 때가 아니었다. 구원은 빠르게 내뱉고 사라를 쫓아 저택을 나섰다. 뒤에서 바네사가 의아해하는 것 같았지만, 설명할 틈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황급히 저택을 나서도 사라의 모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런 젠장. 하여간 얜 왜 이렇게 빠른 거야. 하지만 찾는 걸 포기할 수도 없었다. “혹시 어두운 와인빛 머리카락을 한 여자가 달려가는 거 못 봤나요?” 구원은 길에 있는 사람을 닥치는 대로 붙잡고 사라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다행히 사라의 외모는 눈에 띈다. 그것도 엄청나게. 그냥 미모만으로도 눈에 띄는데, 머리카락 색깔마저 독특했다. 판타지세계이다 보니, 각양각색의 컬러풀한 머리색을 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어두운 와인빛 머리카락은 지금까지 사라말고는 본적이 없었다. 덕분에 사라가 지나가는 걸 본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네? 아, 아까 저쪽으로 달려가는 걸….” “감사합니다!” 구원은 길가는 사람마다 붙잡고 사라의 행방을 물어봤다. 그리고 그 도착지는 모험가 길드였다. 구원은 점점 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모험가 길드로 갔다는 말은, 사라가 자기가 내뱉은 말을 실천할 생각이 있다는 거 아닌가? 이 도시에서 아무 사전 지식도 없이 무작정 레벨이 높은 사람을 찾으려면, 일단 모험가 길드로 가는 게 제일일 테니 말이다. 구원은 조바심이 나서 모험가 길드로 쳐들어갔다. 그리고 곧장 레이첼 누님에게 달려갔다. 안내원을 하면서 계속 여기 앉아계셨을 테니, 아무래도 목격 확률이 제일 높은 건 안내원들이다. 특히 레이첼 누님은 사라의 얼굴도 알고 있으니, 설명할 필요도 없어서 더 좋았다. “레이첼 누님! 혹시 사라 못 봤어요?” “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에요? 그렇게 당황해서.” “그게, 조금 싸워서요. 그래서 사라가 뛰쳐나갔는데. 여기로 온 것 같거든요. 혹시 못 보셨어요?” “글쎄요. 저는 못 봤네요. 한번 확인해드릴까요?” “네? 어떻게요?” “잠시만 기다려보세요.” 레이첼 누님은 가볍게 윙크를 하고는, 한쪽 귀에 손을 가져다대고 사라의 용모를 설명하며 본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다. 저것도 마법인가? 아무래도 저렇게 안내원들끼리 의사소통할 수 있는 모양이다. “찾았어요. 20분 전 쯤에 던전에 들어가는 걸 본 사람이 있다고 하네요.” 20분 전이라니. 아무리 내가 수소문하면서 오느라 느려졌다고는 해도 너무 빠르잖아. 저택에서 여기까지 날아오기라도 했나. “감사합니다!” 구원은 인사를 하고 얼른 던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일단 텔레포트 마법진의 길드 직원에게 혹시 사라가 텔레포트를 이용했는지 물어봤다. 길드 직원은 사용하지 않은 것 같다고 대답해줬지만, 확실하지 않은 애매한 말투였다. 그도 그런가. 아무리 사라의 용모가 눈에 띄어도, 이 마법진은 모험가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곳이다. 일일이 다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겠지. 게다가 엄청나게 고레벨 모험가들도 사용할 테니, 예쁘다는 특징은 소용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거 그럼 어쩌지. 텔레포트를 사용했는지 안했는지도 확실하지 않을뿐더러, 길드 직원의 말을 믿고 사용하지 않았다고 가정하더라도 사라를 찾는 건 쉽지 않을 거다. 일단 던전 안에서 수소문을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애초에 모험가를 만나는 경우 자체가 드문데 수소문이 가능할 리가 없다. 게다가 괜히 사라를 찾는다고 던전에 들어갔다가 엇갈리기라도 하면? 그렇게 생각하자 그냥 여기서 사라가 나오는 걸 기다리는 게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조금 안심한 것도 있다. 던전이라니.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엄청나게 안달 났었지만, 행선지가 던전이라고 하니 아무래도 안심이 될 수밖에 없었다. 고레벨 모험가를 꼬시려면 아무래도 길드 안에서 꼬시는 게 좋다. 던전 안으로 들어서면,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도 사라가 갈 수 있는 곳은 한정되어있다. 당연히 거기서 고레벨 모험가를 만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것도 남자 모험가를 말이다. 그냥 여기서 계속 기다리고 있을까. 좋아. 여기서 기다리다가, 사라가 나오면 그때 무릎이라도 꿇고 빌자. 그때쯤이면 화도 어느 정도 풀렸을 거고, 얘기를 들어줄 거다. “여어. MRM! 여기서 뭐하시나?” 그렇게 한동안 던전 입구에서 죽치고 앉아있자, 갑자기 뒤에서 얼빠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포츠였다. “그 별명으로 부르지 말랬지. 공중의 면전에서 싸고 싶냐?” “으헥. 봐달라고. 농담이잖아.” “형은 지금 농담할 기분 아니다.” “왜? 아니, 말하지 말아봐. 내가 맞춰보지. 어디보자…그래. 여자 친구랑 싸우기라도 했나보지?” 좋아. 이놈은 한 번 험한 꼴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구원은 즉시 성자의 손길을 발동했다. “자, 잠깐. 갑자기 왜 다가오는데? 장난이지? 구, 구원씨? 잠깐!” “그러니까 사람을 갑자기 왜 놀리는 거예요.” 그때 놈의 옆에서 여자가 끼어들었다. 확실히 이름이…케이트였나? 놈이 그렇게 침을 튀어가며 칭찬을 한 것 치고는 꽤나 평범한 외모였다. 아니, 확실히 예쁘장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우리 애들이랑 비교하면 좀…. 우리 애들이랑 비교하는 건 너무 심했나? 하긴, 포츠놈이랑 비교해보면 여자가 훨씬 아까워 보이기는 한다. “이 친구가 풀죽은 거 같아서 기운 좀 차리게 해주려고 그런 거잖아.” “부탁한적 없다.” “뭐, 아무튼 여자 친구한테는 잘 해줘야 한다고? 날 봐라. 언제나 이렇게 케이트와….” “그런 사람이 어제 약속은 늦었어요?” “그런 말 하지 마. 케이트. 그래서 밤에 확실히 벌충했잖아.” “다른 사람 앞에서 무슨 얘길 하는 거예요!” 부부싸움은 다른데 가서 해주면 안 될까? 내 인내심도 한계가 있는데. 구원은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여 진지하게 고민했다. 진짜 이놈한테 써버릴까. 아니, 이대로 쓰면 그냥 싸버리고 끝이잖아. 차라리 마나를 조금 담아서 위력을 약하게 만들면, 내가 싸게 만들어 줄 때까지 욕구 해소도 못 하는 지옥을 선사할 수 있다. 좋아. 그렇게 만들어 주자. 이런 놈한테는 제대로 된 지옥을 보여줄 필요가 있어. 안 그래도 짜증난 상태였던 구원의 마음속에 악마가 자리 잡는 건 순식간이었다. 구원이 의식을 집중시키고 마나를 약하게 담아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켰을 때, 놈이 부부싸움을 끝내고 다시 말을 걸었다. “그럼 우린 가보지. 여자 친구는 잘 달래주라고. 아디오스!” “안녕히 계세요.” 놈은 말을 마치고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슬쩍 모험가 카드가 빛나는 부분이 보였는데, 아무래도 2계층으로 향한 모양이다. 아깝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지옥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운이 좋은 놈이군. 그건 그렇고 2계층이라. 관심 없어서 애널라이즈로 확인은 안 해봤지만, 저 녀석도 나랑 비슷한 레벨인가 보다. 하긴, 브린이랑 같이 다니는 시점에서 알만한 사실인가. 아무튼 저런 녀석에게 더 이상 신경 쓰고 있을 이유는 없다. 지금 중요한 건 사라다. 구원은 다시 시선을 던전 입구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저 멀리서 익숙한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멀어서 얼굴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저 머리카락 색은 확실하다. 사라다. 구원은 황급히 사라에게 달려갔다. “사라야!” 가까이 다가가서 본 사라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일단 온 몸이 피범벅이었다. “어, 어디 다친 거야?!” “아니요….” 사라는 혼란스러운 눈동자로 구원을 바라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하긴 생각해보니 그랬다. 여기서 나왔다는 건 1계층의 입구 부분을 돌아다녔다는 말인데, 거기 몬스터들 상대로 사라가 이렇게까지 다칠 수가 없다. 그렇다는 말은, 화풀이로 1계층 몬스터들을 학살하면서 마석도 안 뽑고 온 건가. 활을 챙겨간 것도 아니니, 맨손으로 몬스터들을 상대했다면 이 모습도 충분히 설명 가능하다. 화풀이라…. 구원은 사라가 살짝 무서워졌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어제 연재를 안 했으니 연참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불가능했습니다. 원래 바네사랑 한 건 안 들키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 스토리가 수정됐거든요. 그래서 원래 예정해뒀던 스토리랑 짜 맞추느라 한 편 쓰는 것도 엄청 오래 걸렸네요. 147==================== 성자 스킬의 숨겨진 효능 하지만 이대로 무서워하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자기가 잘못한 상황에서 피투성이가 된 사라에게 다가가는 건 엄청나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지만, 구원은 일단 사라에게 더 다가갔다. 그리고는 도망가지 못하게 사라의 두 손을 꽉 잡았다. 그러자 사라가 움찔거리며 손을 뒤로 빼려고 했다. 손을 잡는 것조차 이런 반응이라니…. “사라야. 들어봐 내가 바네사랑 하게 된 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어.” “…그러시겠죠.” 사라의 반응은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약간 미적지근했다. 몬스터를 때려잡으며 스트레스가 조금 풀린 걸까? 아니, 그건 아닌 것 같다. 화가 풀린 거랑은 조금 다른 반응이다. 이 반응을 뭐라고 해석해야 할까. 그래. 마치 그런 일에 신경 쓸 여유가 없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게 말이 돼? 딴 여자랑 했다는 걸 알자마자 저택 밖으로 뛰쳐나갈 정도로 격렬한 반응을 보였던 앤데, 이제 와서 그런 걸 신경 안 쓰게 된다고? 말이 안 되잖아. 날 좋아하는 마음이 갑자기 확 식어버린 게 아닌 이상…. 거기까지 생각한 구원은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얘 맺고 끊는 게 확실한 성격이지. 이대로는 정말 위험하다. 비난하는 것보다 무관심이 더 무섭다더니. 지금이 딱 그런 상황이다. “사라야. 들어봐. 알고 보니 내 스킬에 나도 몰랐던 특수한 효과가 있었어. 바네사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자게 된 거야. 생각해봐. 내가 아무리 꼬셔봤자 바네사 성격에 그런 게 아니면 나랑 잤겠어?” 사라는 구원의 말을 듣고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눈을 감고 뭔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곧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구원을 쳐다봤다. 그 표정은 언제나의 냉정한 표정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죠?” 다행이다. 이렇게 물어볼 정도의 관심은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다. “스킬에 맞으면 몬스터들이 너희가 가까이 있어도 무시하고 나한테만 달려들잖아? 알고 보니까 내 스킬에 맞은 상대는 내가 해소시켜주지 않으면 계속 성욕이 해소가 안 된다고 하더라. 바네사가 우연히 내 스킬에 맞았는데, 그런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딱 한 번 잔거야.” “우연히 스킬에 맞아요? 우연?” “그게, 성역 선포의 위력을 강화하려고 밤새 켜놓고 잤거든. 그런데 하필 바네사가 성역의 범위 안에 있었다네.” “성역 범위 안에 누가 있을지 알고 그걸 켜놓고 자요?” 오히려 누가 있을 걸 기대하고 켜놓은 거였지. 사실대로 말하면 된통 깨지겠지? 하지만 여기서 더 거짓말을 하는 위험을 감수할 수도 없었다. “사실 살짝 기대…잠깐. 화내지 말고 들어봐. 결코 범위 안에 있는 여자들을 어떻게 해보려는 속셈은 아니었어. 내가 변태긴 하지만, 마음도 없는 여자를 그런 방법까지 사용해서 억지로 안을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야. 너희가 있는데 내가 뭐 하러 그런 짓을 하겠어. 난 그냥 혹시 범위 안에 있는 애들이 자위하는 거라도 구경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그런 순수하게 변태적인 발상으로….” “…지금 자기가 무슨 얘기하는 건지 이해하는 거예요?” 응. 바보 같은 소리라는 건 잘 안다. 근데 그게 사실인 걸 어떻게 해. “그리고 당신 스킬에 영향 받으면 당신이 해소시켜 주기 전까지 해소가 안 된다면서요? 자위만 하고 끝난다고 생각했다고요?” “스킬에 그런 효과가 있는지 그때까지는 나도 정말 몰랐어. 바네사가 그렇게 된 덕분에 처음 알게 된 거야. 하늘에 맹세코 사실이야. 믿어줘.” 사라는 구원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구원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사라를 쳐다봤다. 이번에는 정말로 전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하아. 그렇게 바보 같은 소리를 늘어놓으니까 오히려 의심하는 게 바보 같아지네요.” 결국 사라가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믿어주는 이유가 조금 석연치 않았지만, 일단 믿어주는 모양이다. “믿어 주는 거야?” “좋아하지 말아요.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당신이 바네사랑 한 건 변함이 없고, 저한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도 변함이 없으니까요.” 안도하는 구원을 사라가 쏘아보며 말했다. “애초에 거짓말은 왜 한 거죠? 피치 못해 그렇게 된 거라면,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했으면 됐잖아요.” 그 말대로다. 결국 괜히 거짓말로 모면하려다가 오히려 더 꼬여버리게 됐으니 말이다. 내가 바네사랑 잤다고 순순히 말하지 못한 이유라…. 그거야 명백하다. 하지만…아니. 사실대로 말하자. 구원은 마음을 다잡았다. “그거야. 널 좋아하니까. 괜히 다른 여자랑 잤다는 얘기를 해서 미움 받고 싶지 않았어.” 사라를 그저 모험가 동료로만 여겼다면 다른 여자랑 잔 걸 숨길 이유가 전혀 없다. 오히려 레벨이 높아졌다고 자랑을 해도 될 정도다. 결국 바네사랑 잔 걸 숨긴 이유는 이런 이유 밖에 없었다. 디아나나 레이아도 있으니, 지금까지는 대놓고 이렇게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피하고 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럴 수는 없었다. “흐음….” 구원은 꽤나 각오를 하고 한 말이었지만, 사라는 뭔가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면서 뒤를 돌았다. 그리고는 다시 몸을 돌려 구원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데 제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죠?” 심지어 말도 돌려버렸다. 뭐야 이거. 하지만 구원은 순순히 대답했다. “넌 예뻐서 눈에 띄니까. 수소문하면서 다니니까 쉽게 찾아올 수 있었어. 아무리 그래도 던전 안에서 그렇게 찾는 건 불가능하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지만.” “그럼 아까 같이 있던 모험가는 뭔가요?” “응? 그냥 지나가던 놈이야.” “그런 것 치곤 꽤나 친해 보이던데요? 원래 알던 사이 아닌가요?” “친해 보이기는. 어제 그 2계층에서 나한테 당한 놈이랑 한 잔 했다고 했잖아. 그때 마침 그 놈 옆에 아까 걔도 있었거든. 그래서 같이 한 잔 한 게 다인 놈이야.” “…그렇군요. 당신에게 당한 사람과 같이 있었다는 건, 아까 전 그 사람도 2계층에서 모험가 생활을 하는 모양이죠?” 사라는 이상할 정도로 집요하게 포츠에 관한 질문을 했다. “그런 모양이던데. 왜 그래? 서, 설마…너 그런 놈한테 관심 생긴 거야?” “네. 상당히 관심이 생기네요. 기회가 되면 소개시켜 줄래요?” 사라는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라고?! 그 놈의 어디에 관심이 생기는데! 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능력으로 보나 어딜 봐도 내가 더 낫잖아! “싫어!”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저 스스로 접촉해보죠. 같은 2계층에서 모험하다보면, 언젠간 만날 일도 있을 거고.” “뭐, 잠깐만. 사라야. 내가 잘못했다니까? 농담이지?” “농담 아닌데요?” 사라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사라야. 제발 그러지 마. 내가 잘못했어. 좋아해. 너랑 이런 식으로 끝나고 싶지 않아.” 구원은 바로 매달렸다. 그냥 사라가 구원에게 복수하려고 질투심을 유발하는 것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괜히 그런 가능성을 믿고 대범하게 나서고 싶지는 않았다. 설령 사라가 진심일 가능성이 1%라도 존재한다면, 그를 막는 게 최우선이라고 생각했다. “저택으로 돌아가죠. 옷에 피가 묻어서 찝찝하네요.” 하지만 사라는 냉정하게 구원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저택을 돌아가는 내내 구원은 사라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야. 그런 놈의 어디가 마음에 드는데?!” 결국 그런 소리까지 나와 버렸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사라가 멈춰 섰다. “누가 그 사람이 마음에 든다고 했어요?” “뭐, 뭐?” 사라는 뭔가 고민하는 것 같더니,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그 사람은…할아버지의 원수에요.” 그리고 사라는 갑자기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발언을 터뜨렸다. “뭐? 잠깐. 응? 뭐라고?” 너무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라, 구원은 당황해서 몇 번이고 되물어봤다. “그 사람이 몇 달 전 저희 마을에 와서, 절 강간하려다가 할아버지를 죽였어요.” 그 말을 이해한 순간, 구원은 머리에 피가 쏠렸다. “뭐?! 강간?!” “당하진 않았어요. 말했잖아요. 제 첫 상대는 당신이라고. 강간을 시도했지만, 할아버지께 들켰어요. 그러다가 몸싸움으로 번져서 할아버지를 죽이고 달아났죠. 그리고 전 그 복수를 위해 여기에 온 거예요.” 좋아. 결정했다. 죽여 버리자. 그 새끼 어쩐지 처음 볼 때부터 마음에 안 들었다니까. “잠깐만요. 어디가세요?” “지금 2계층에 있을 테니까 가서 죽여 버리고 오게.” 하지만 사라는 그런 구원의 앞을 막아섰다. “이래서 말 안하려고 한 거예요. 이건 제 복수에요. 당신의 손에 피를 묻힐 순 없어요.” “난 널 위해서라면 그런 것 쯤 아무렇지도 않아!” “제가 싫어요! 아시겠어요? 이건 제 문제에요. 당신이 간섭하시면…앞으로 당신이랑은 말도 안할 거예요.” 사라는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구원도 이대로 물러날 순 없었다. 예전에 맹세했잖아. 사라의 목적이 뭐든 간에, 난 그걸 도와줄 거라고. 물론 그 맹세가 아니더라도, 사라의 복수를 그냥 알아서 하겠거니 하고 지켜보고만 있는 건 싫었다. “그럴 순 없어. 어떻게 네 일을 모른척해. 네 문제는 내 문제나 마찬가지야. 아니면, 우리 관계가 그 정도밖에 안 돼?” 구원은 사라가 그저 단순한 동료라고는 생각지 않고, 사라도 그렇게 생각해 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구원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사라도 살짝 마음이 흔들리는 모양이었다. “일단 말이라도 해줘봐. 어떻게 복수할 생각인데? 네 할아버지를 살인한 거면, 그냥 감옥에 처넣을 수 있는 거 아니야?” “제가 살던 마을은 작은 화전촌이었어요. 제대로 된 영주도 없는 곳이었죠. 그런 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제대로 처벌해 줄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냥 감옥에서 썩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어요.” “그 말은 네가 죽일 거라는 말이야?” “네.” “그럼 네가 범죄자가 되어버리잖아.” 사라의 복수는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쓰레기 같은 놈 하나를 죽이기 위해 사라가 범죄자가 되는 건 싫었다. “던전을 이용해야죠. 던전 안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이면….” “하지만 모험가 카드는?”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그러고 보니 얘는 처음 모험가가 될 때 설명을 안 들었었지. “모험가 카드에 보면 상태란이 있잖아. 모험가 상대로 살인을 저지르면 거기에 표시가 돼.” 던전 안에서 사람의 눈이 없는 틈을 타 다른 모험가를 급습하고 이득을 취한다. 당연히 누구나 생각해볼 수 있는 범죄다. 길드는 이를 막기 위해 모험가 카드에 한 가지 조치를 취했다. 모험가 사이에 불상사가 발생하면 모험가 카드에 표시가 되도록 말이다. 세부 스탯도 없는 이 세계에서 모험가 카드에 상태란이 있는 건 그런 이유였다. 모험가가 모험가를 죽이면, 상태란에 살인자라는 표시가 뜨게 된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둘 다 모험자인 경우에만 그런 모양이지만 말이다. 이걸 이용해서 모든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게 아닌지 물어봤지만, 그건 또 아닌 모양이다. 마나가 어쩌고 복잡하게 설명을 해줬지만, 솔직히 이해는 안 되서 그냥 흘려들었다. 그땐 그게 나한테 필요한 정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었고. “…그렇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복수를 포기할 수는….” 역시 사라는 그 사실을 몰랐던 모양이다. 그래도 물론 복수를 포기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 난 그런 쓰레기 때문에 네가 범죄자가 되는 건 싫어. 같이 천천히 생각해보자. 어떻게 하면 완벽한 복수를 할 수 있는지. 나도 같이 고민해볼게.” “구원…네. 알았어요.” 결국 사라도 구원이 복수를 돕는 걸 승낙하는 모양이었다. “자네들 어떻게 된 건가? 그, 그 모습은?!” “사라씨! 어디 어디 다치셨어요?!” 저택에 돌아오자, 디아나와 레이아가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야 그런가. 아침도 안 먹고 갑자기 집을 뛰쳐나갔으니. “아, 아뇨. 이건 제 피가 아니에요. 잠깐 몬스터를 사냥하고 왔거든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전 샤워 좀 하고 올게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아침부터 어떻게 된 건가? 설명을 해주겠나?” “음….” 솔직히 짧은 시간동안 너무 많은 사건이 벌어져서, 구원도 머릿속으로 다 정리가 안됐다. 일단 간단한 경과만 말할까. “바네사랑 섹스한 걸 사라한테 걸렸어.” 어차피 사라한테 들킨 거다. 얘들한테도 들키는 건 시간문제.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얼른 고백해 버리는 게 좋겠지. “흠. 그렇구먼. 그래서 사라양이 뛰쳐나간 건가. 응? 잠깐. 뭐라고? 누구랑 섹스를 해? 에? 뭐야아아아?!” 디아나는 일견 냉정하게 대답하는 것 같더니, 곧 구원이 한 말을 이해하고 멱살을 잡을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 뒤에서는 바네사가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떡 벌린 채 아연한 표정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미안 바네사. 들켜버렸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48==================== 성자 스킬의 숨겨진 효능 아침에 일어난 사라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감에 젖어있었다. 일어나자마자 구원이 키스를 해 올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섹스 중이 아닐 때 키스하는 건 처음이네. 그렇게 생각하니 부끄러운 기분도 들었지만, 그래도 마주 닿은 입술을 떼어낼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어제 엄청 좋았어.” 진한 키스 후 입술이 떨어지고, 구원이 사랑을 속삭이는 것 마냥 말할 때까지만 해도 천국에 있는 기분이었다. 나도 엄청 좋았어. 이렇게 좋을 수 있다니. 아무리 구원이 나보다 레벨이 낮더라도, 이렇게 좋으면 레벨이 오르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레벨을 확인한 사라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은 감각을 맞봤다. 64라니. 간밤에 레벨이 3이나 올랐다. 아무리 좋았다고 해도, 그게 가능할까? 아니, 지금까지 경험 상 불가능할 거란 건 확실했다. 그렇다면 답은 단 하나. 구원의 레벨이 나보다 높다는 얘기가 된다. 난 용사의 특성 상 지난 전투로 레벨이 상당히 올랐다. 그런데 그런 나보다 구원이 레벨이 높아?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구원이 고레벨의 여성과 잠을 자는 거다. 보통 남자라면 고레벨의 여성과 잠을 자서 레벨 업을 하는 게 불가능하겠지만, 성자라는 특수 직업을 가진 구원이라면 가능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차갑게 얼어붙었던 머리에 피가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솔직히 말하면, 구원이 디아나나 레이아와 자는 것도 그다지 탐탁지 않았었다. 하지만 둘은 같이 생사를 함께하는 소중한 동료다. 레벨 업 효율이 가장 좋은 구원과 자는 걸로 던전에서의 생존율도 올라가게 되니, 어쩔 수 없다. 게다가 둘 다 그것 말고도 구원과 자야만하는 이유가 있다. 때문에 사라는 자신의 마음속에 치밀어 오르는 독점욕을 억누르고 디아나나 레이아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여기서 만족을 못하고 고레벨 여성과 잠을 잤다고? 아냐. 아직 확정된 건 아냐. 사라는 최대한 냉정을 가장하고 구원을 떠봤다. 하지만 사라의 기대를 배반하고, 구원이 다른 여성과 잠을 잔 건 명백해보였다. 사라는 머릿속에서 뭔가 뚝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감정이 격해서 구원을 마구 쏘아붙였는데, 심지어 같이 잔 게 바네사라고 하는 거다. 그럼 뻔뻔하게도 동료들이 모두 있는 이곳에서 당당하게 바람을 폈다는 말 아니야?! 사라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저도 레벨 높은 남자 하나 꼬셔서 잘 거예요!” 나오면서 그런 말까지 내뱉고 말이다. 레벨 높은 남자를 만나려면? 당연히 모험가 길드다. 저택을 빠져나온 사라는 모험가 길드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솔직히 구원에게 너무 화가 나서,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막상 모험가 길드에 도착해서 다른 남자 모험가들의 면면을 보니, 꼬실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그 사건 이후로, 남자들은 전부 쓰레기로 보인다. 유일한 예외가 있다면 구원이다. 그런데 저런 남자들을 내가 나서서 꼬신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혐오감이 치솟아 올랐다. 하지만 이대로 저택에 돌아갈 수도 없었다. 구원에게 화가 풀린 것도 아니고 말이다. 던전이나 들어가 볼까? 다른 생각할 것 없이 사냥에만 몰두하다보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지도 모른다. 사라는 곧장 던전으로 향했다. 하지만 곧 아무런 장비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도 입구 근처에 있는 몬스터들은 괜찮지 않을까? 그래. 난 용사잖아. 괜찮을 거야. 사라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몬스터들을 때려잡았다. 역시나 생각한 대로, 입구에 있는 몬스터들은 두 주먹만으로도 아무런 피해 없이 사냥할 수 있었다. 오히려 주먹을 한 대만 맞춰도 퍽퍽 터져나가서 허무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사라는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구원 바보! 멍청이! 바람둥이!” 차례차례 다가오는 몬스터를 구원이라고 생각하면서 주먹을 휘두르니,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것도 잠시, 사라는 자기가 하고 있는 짓이 허망해졌다. 하아…. 나 지금 뭐하고 있는 걸까.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 마석을 캐는 건 신경도 안 쓰고 때려잡기만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머리에 피가 올라 있을 땐 못 느꼈지만, 조금 흥분이 식고 나자 엄청나게 찝찝했다. …돌아가자. 지금쯤이면 구원도 조금 반성을 했을 거다. 내가 다른 남자랑 잔다는 얘기만 나와도 그렇게 기겁하던 구원이니, 현관 앞에서 똥마려운 개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을지도? 사라는 던전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입구에 다가가자, 저 멀리서 구원이 서있는 게 보였다. 설마 내 뒤를 쫓아온 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지금 상황도 잊고 구원에게 달려갈 뻔 했다. 하지만 사라는 다리를 멈췄다. 아니야. 이 상황에서 이러면 내 화가 다 풀렸다고 생각할 거야. 아직 화가 다 풀린 건 아니다. 그럼 전혀 아니지. 그저 아까보다는 조금 냉정하게 생각할 여유가 있을 뿐이다. 구원도 뭔가 변명을 하려는 것 같았고, 어디 그 변명이라도 들어볼까. 사라는 최대한 차가운 표정을 만들고 구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곧 구원이 혼자 있는 게 아니란 걸 알 수 있었다. 구원의 옆에는 웬 남자 모험가 하나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구원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사라는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그 남자다.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그날 이후로 단 한순간이라도 잊은 적은 없었다. 할아버지를 죽인 원수. 그저 죽여야 한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차서, 사라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더듬으며 활을 찾았다. 물론 없는 활이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하지? 주먹으로 때려잡아야하나? 그렇게 생각하자, 사라는 몸이 떨려왔다.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그날과는 모든 것이 다르다. 사라는 이제 그 누가 봐도 중견 모험가라고 하기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라는 몸이 떨렸다. 설마 겁먹은 거야? 그렇게 찾아 헤맸던 할아버지의 원수가 눈앞에 있는데? 아무리 자신을 질책해 봐도, 떨리는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그 남자가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 사라질 때까지, 사라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가만히 서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 사라를 발견한 구원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하지만 사라는 거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저 복수를 실행하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는 마음만이 가득했다. 그리고 구원이 완전히 다가와 사라를 부르자, 문득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그 남자와 구원은 아는 사이처럼 보였다. 대체 어떻게 알게 된 거지? 구원은 이방인이다. 이 세계에 떨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나를 만났고, 그 이후로는 거의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쭉 같이 행동했다. 그동안 구원이 저 남자와 만나는 건 본적도 없다. 그럼 나랑 만나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단 말이야? 설마 나한테 처음 접근한 것도…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아무리 그래도 말이 안됐다. 그동안 구원의 모습은 누구보다도 잘 지켜봐왔다. 조금 바보 같고, 애 같은 면도 있는 사람이지만, 그런 교활한 사람은 아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연기를 하면서 날 속여 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리고 남자 모험가들은 원래 초면에도 친한 척 한다고 하잖아? 구원도 그걸 배운 모양이니, 그냥 초면에 어울린 것일 수도 있다. 분명 그런 걸 거야. 아니,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좋아. 확인해보자. 사라가 곰곰이 생각하는 와중에도, 구원은 바네사와 잔 이유를 변명하고 있었다. 솔직히 지금은 이게 궁금한 게 아니지만, 여기서 갑자기 모험가 얘기부터 하는 건 이상하니까. 신중히 접근하자. 사라는 일단 구원과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구원과 얘기를 하면 할수록, 구원을 의심하는 게 바보 같아 졌다. 메이드가 자위하는 걸 보고 싶어서 성역 선포를 사용했다니. 진짜 바보 같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사실이라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이런 바보 같은 남자가 그 남자와 짜고 계획적으로 나한테 접근했다니. 지금까지 모습이 전부 거짓말이라니. 말도 안 되지. 하지만 사라는 쏘아붙이는 걸 멈추지는 않았다. “애초에 거짓말은 왜 한 거죠? 피치 못해 그렇게 된 거라면,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했으면 됐잖아요.” 그래. 거짓말만 안했으면 내가 이런 바보 같은 고민은 안했어도 됐잖아. 잠깐이지만 구원까지 의심한 자신이 바보 같아져서, 사라는 더욱더 책망하는 말투가 됐다. “그거야. 널 좋아하니까. 괜히 다른 여자랑 잤다는 얘기를 해서 미움 받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구원은 사라의 눈을 똑바로 보고, 그렇게 대답했다. 위험해. “흐음….” 사라는 최대한 냉정한 목소리를 내며, 몸을 뒤로 돌렸다. 구원의 그 한마디로, 사라는 자신의 얼굴이 헤실헤실 풀어지는 게 느껴졌다. 나야 말로 진짜 바보 아니야? 방금까지 어설프게 의심이나 하고, 또 좋아한다는 한 마디에 바로 헤실 거리기나 하고. 진짜 자기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았다. 할아버지의 원수를 찾았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사라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래. 할아버지의 원수를 찾았는데 뭐하고 있는 거야. 구원과 함께 있다 보면, 구원밖에 머릿속에 안 들어오는 바보가 되는 것 같다. 사라는 마음을 다잡고, 그 모험가에 대한 단서를 잡기로 했다. “…그런데 제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거죠?” “넌 예뻐서 눈에 띄니까. 수소문하면서 다니니까 쉽게 찾아올 수 있었어. 아무리 그래도 던전 안에서 그렇게 찾는 건 불가능하니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야 했지만.” 예뻐…아니. 안 돼. 정신 차리자. 지금은 복수가 먼저야. “그럼 아까 같이 있던 모험가는 뭔가요?” “응? 그냥 지나가던 놈이야.” 그렇게 말하는 구원의 표정은 정말 별거 아니라는 표정이었다. 다행이다. 딱히 친한 것도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사라는 만약을 위해 한 번 더 떠보기로 했다. “그런 것 치곤 꽤나 친해 보이던데요? 원래 알던 사이 아닌가요?” “친해 보이기는. 어제 그 2계층에서 나한테 당한 놈이랑 한 잔 했다고 했잖아. 그때 마침 그 놈 옆에 아까 걔도 있었거든. 그래서 같이 한 잔 한 게 다인 놈이야.” 그러고 보니 어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했지. 사라는 이제야 완전히 안심이 됐다. “…그렇군요. 당신에게 당한 사람과 같이 있었다는 건, 아까 전 그 사람도 2계층에서 모험가 생활을 하는 모양이죠?” “그런 모양이던데. 왜 그래? 서, 설마…너 그런 놈한테 관심 생긴 거야?” 게다가 구원은 사라가 계속 그 남자에 대해 물어보자, 질투까지 하는 것 같았다. 관심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죽여 버리고 싶으니까. “네. 상당히 관심이 생기네요. 기회가 되면 소개시켜 줄래요?” 하지만 사라는 일부러 오해를 사는 말투로 대답했다. 나한테 그렇게 마음고생을 시켰으니, 자기도 한 번 마음고생 좀 해보라지. “싫어!” 구원은 마치 어린애가 떼쓰는 것처럼 외쳤다. 풋. 귀엽기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저 스스로 접촉해보죠. 같은 2계층에서 모험하다보면, 언젠간 만날 일도 있을 거고.” 그래. 신중하게 가자. 그 남자만 생각하면 머리에 피가 끓어올랐지만, 조급하면 일을 그르칠 뿐이다. 그동안 길드에 있을 때마다 주변을 살피며 그 남자를 찾아봐도 전혀 실마리조차 없었는데, 2계층을 다닌다는 걸 알게 된 것 만으로도 큰 수확이잖아. 우리는 구원 덕분에 빨리 빨리 레벨 업을 하고 엄청난 속도로 던전을 돌파하고 있지만, 다른 모험가들이 보면 이건 말도 안 되는 속도다. 그 남자도 분명 2계층에서 한참을 머물었을 거고, 앞으로도 한참을 2계층에서 머물 거다. 냉정하게 기회를 엿보다가,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그 목숨을 거둬주겠어. “뭐, 잠깐만. 사라야. 내가 잘못했다니까? 농담이지?” “농담 아닌데요?” “사라야. 제발 그러지 마. 내가 잘못했어. 좋아해. 너랑 이런 식으로 끝나고 싶지 않아.” 사라가 계속 오해를 사게 말을 하자, 구원이 바로 매달렸다. 저 말을 들으니 바보 같게도 바로 용서해주고 싶어졌지만, 사라는 꾹 참았다. 아니야. 마음 약해지지 말자. 적어도 저택에 돌아갈 때까지는 마음고생하게 내버려 둬야지. 이 사람은 가끔 이런 식으로 마음고생을 해봐야 내 마음을 알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솔직히 이번 편은 같은 내용 다른 시점이라 쓸까 말까 고민했습니다. 그래도 그냥 해설도 겸해서 썼습니다. 내용 부풀리기처럼 느껴지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지만, 같은 날 연참으로 올리는 거니 봐주세요. 149==================== 성자 스킬의 숨겨진 효능 구원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시선이 따갑다. 구원의 앞에는 사라, 디아나, 레이아가 구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디아나는 분노로 이글이글 거리는 눈동자로. 레이아는 어째선지 실망했다는 눈동자로. 그리고 사라는 평소처럼 쿨하고 도도한 눈으로. 아니, 사라 넌 용서해 준 거 아니었냐? …응. 아니었네. 생각해보니 사라가 바네사랑 잔 걸 용서해 준다고 한 적은 없었다. 그리고 따가운 시선은 비록 앞에서 느껴지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제일 강렬한 시선은 옆에서 느껴지고 있었다. 바네사 너 그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구나. 옆에서 마찬가지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바네사는 구원을 살기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바네사…자네마저….” 앞에서 디아나가 침통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풉.” 상당히 무거운 분위기지만, 그 대사에 구원은 그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았다. 네가 무슨 카이사르냐. “지금 이 상황이 웃기나?” “아뇨.” 하지만 구원은 곧바로 정색을 하고 대답해야했다. “이 몸이 분명히 말했을 텐데. 우리 애들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바네사를 건드려?” “디아나님. 제가 바네사랑 자게 된 건 피치 못할 사정이….” “닥치게!” “네.” 구원은 닥쳤다. 지금은 말을 꺼낼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일단 욕 좀 먹고, 분위기가 진정되면 그때 가서 이유를 말하자. 그래도 늦지 않을 거다. “바네사. 자네도! 이 몸이 이 남자는 조심하라고 하지 않았나! 자네를 믿고 이 남자의 시중은 자네에게 전담시킨 건데! 어쩌다가 마수에 빠지게 된 건가?!” 지금에서야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 나만 메이드가 아니라 집사인 바네사가 시중을 들었던 이유가 드디어 밝혀졌다. 아무리 그래도 날 너무 못 믿는 거 아니냐? 게다가 마수라니…. 꼬신 거 아닌데. 애초에 난 그렇게 재주 좋은 놈이 아니다. 연애 경력 제로인 내가 딱 봐도 최악의 난이도로 보이는 바네사를 꼬셨다고? 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디아나님. 그런 게 아닙니다. 제가 이 남자와 자게 된 건 피치 못할 사정이 있습니다.” “자네까지 그런 소리를 하는 겐가? 뭔가? 어디 한 번 말해보게. 그 피치 못할 사정이란 걸.” 뭐야 이 차별. 미묘하게 상처받는데. 아무튼 발언권을 얻은 바네사는 구원과 자게 된 경위를 상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네사의 말이 이어질수록, 디아나의 표정이 점점 더 구겨졌다. “자네 바본가! 이 몸이 자면서 성역 선포는 사용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거야 던전에서 푹 자지 못하면 위험하니까 그런 거지. 던전을 나와서까지 스킬 강화를 안 할 이유는 없잖아?” “이유야 차고 넘치지 않나! 주변에 누가 있을 줄 알고 범위 기술을 사용하는 겐가!” “설마 내가 해소시켜주지 않으면 안 될 줄 알았겠어? 성역 안에 누가 있더라도 그냥 자위로도 해소될 줄 알았지.” “그게 말이 되나! 그런 걸로 해소가 되면 몬스터들이 왜 자네에게만 달려들겠나!” 디아나는 이마에 혈관까지 띄우고 구원을 매도했다. 조금만 더 나가면 아예 발로 밟을 기세였다. 그런데 잠깐. 얘 지금 뭐라고 했지? “너…설마 알고 있었어? 내 스킬에 당한 사람은 나 말고 해소 못시켜주는 거?” “당연하지 않나! 그럼 이 몸이 스킬 연구라고 옆에서 지켜보면서 그런 분석도 안할 줄 알았나?!” “그럼 왜 말 안 해줬는데?” 그러자 디아나가 살짝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그, 그야…알려줬으면 자네 성격에 악용할 것이 뻔하지 않나!” 응. 뭐 솔직히 그건 그래. 만약 디아나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 알려줬다면, 한창 섹스밖에 머릿속에 없었던 구원은 보이는 여자마다 스킬을 사용하려고 들었을 거다. 디아나와 첫 경험 때는 죽을 걸 알고도 전생 전의 디아나에게 박아 넣기까지 했으니. 디아나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이상하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구원은 최대한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날 그렇게 못 믿었던 거야? 난 우리가 제법 두터운 신뢰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좋아. 당황하기 시작했어. 이틈에 적당히 마무리하자. “디아나가 알려주기만 했다면 애초에 이런 불상사는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괜찮아.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잖아? 앞으로 조심하면 되지.” “이, 이…. 잘못은 자네가 해놓고 어딜 책임 전가 하려고 드는 겐가!” 하지만 구원의 속셈은 통하지 않았다. 크윽. 역시 이렇게 적당히 얼버무릴 수 있을 정도로 만만한 상대는 아닌가. “하지만 그렇잖아? 너희도 내가 바네사랑 자게 된 이유는 방금 설명으로 납득했잖아? 몰랐던 걸 어떻게 해. 앞으로라도 조심해야지.” 구원은 배 째라 작전으로 나가기로 했다. 이정도로 납득가게 이유를 설명해줬으면 충분하잖아. “구원씨…그렇게 무책임한 태도라니. 실망이에요.” 하지만 구원은 천사님의 한마디에 바로 태세전환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그런 표정으로 절 바라보지 말아 주세요. 레이아가 저런 눈빛으로 쳐다보자, 아무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어도 일단 사죄부터 해야 할 것 같은 죄책감이 밀려들어왔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이 죄를 어떻게 갚아야 할까요?” “…그렇군. 일단 앞으로 우리 애들은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고 맹세하게.” “네. 맹세합니다.” “건드리면 자네 밑에 달려있는 물건을 잘라버리는 걸세?” “…잠깐만요. 제가 나서서 건드리지만 않으면 되는 거죠?” “지금 뭐라고 했나?” “아뇨. 아무 말도요.” “그리고 바네사 자네는 앞으로 이 자의 시종은 그만두게.” “…네.” 바네사는 풀죽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 무표정이 저렇게까지 되니까 미안해지네. 이거 내가 나설 수밖에 없겠지? 지금의 살벌한 디아나한테 의견을 내는 건 상당히 용기가 필요했지만, 구원은 그래도 입을 열었다. “아니. 잠깐만. 그건 아닌 것 같아.” “뭐? 자네 지금 이 상황에서도 바네사를 노리는 겐가?!” “아냐. 잠깐 진정하고 내 말 좀 들어봐.” 디아나가 다시 꼭지가 돌려고 하는 걸 구원은 필사적으로 달랬다. “내가 바네사랑 붙어있고 싶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 네가 그런 명령을 하면 마치 바네사를 못 믿겠다는 것처럼 해석되잖아. 바네사도 어쩔 수 없이 나한테 안긴 거고, 피해자나 마찬가지인데 그런 건 너무해. 그런 식으로 명령을 내리면 평생 너만 모셔온 바네사가 어떤 기분이겠어?” “으윽…. 하, 하지만….” 구원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여긴 건지, 디아나의 기세가 약해졌다.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내 시중은 바네사한테 맡겨서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줘야하지 않을까?” 디아나가 바네사를 쳐다보자, 바네사가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이번엔 결코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알겠네. 이번에 이 남자와 그런 일이 생길 것 같으면 아예 물건을 잘라 버리게.” “네.” 바네사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어? 야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이거 완전 내가 내 무덤 판 건 아냐? “…고맙습니다.” 하지만 바네사가 구원에게만 들릴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구원은 아무래도 좋아졌다. 설마 진짜로 자르기라도 하겠어. 그렇게 해명하는 자리가 일단락되는 분위기가 되자, 구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헉!” 하지만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던 여파로, 다리가 전기로 지지는 것 같이 저려왔다. 구원은 중심을 잡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하필 바네사 쪽으로. 든든한 바네사는 구원이 쓰려져 와도 넘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 미동도 없이 버텨냈다. 덕분에 마치 구원이 바네사에게 안겨 붙는 것 같은 자세가 돼버렸다. “말 끝나기가 무섭게…! 바네사!” “네. 자르겠습니다.” 바네사가 당장 구원의 바지를 벗기려고 들었다. 물론 생명보다 소중한 것에 위협을 느낀 구원은 필사적으로 바지를 끌어올렸다. 으아아. 얘 왜 이렇게 힘이 센 거야. “자, 잠깐! 너희도 어떤 상황인지 봤잖아! 다리가 저려서 그랬어! 이런 건 봐줘도 되잖아?! 잠, 진짜로?! 말로, 말로 하자!” 구원은 필사적으로 발버둥 쳐서 겨우 물건은 사수할 수 있었다. “풉. 농담일세. 제대로 달려있는 소중함을 알았으면 앞으로 잘하게. 달려있을 때 말일세.” “안심하십시오. 저도 디아나님의 농담에 어울렸을 뿐입니다.” 아니. 너희 눈빛은 진심이었어. 구원은 이 주종이 살짝 무서워졌다. 일이 일단락되자 이미 시간은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을 먹고 드디어 언제나의 일상이 펼쳐졌다. 레이아는 신전으로 갔고, 디아나는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에게 마법을 가르쳐주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사라와 구원은 구원의 방에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지 법의 눈을 피해서 사라의 복수를 이룰 수 있을까. 디아나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우리끼리 이렇게 고민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답변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일단 아무리 사라의 할아버지를 죽인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라고는 해도, 둘이 계획하고 있는 일은 엄연한 범죄다. 괜히 다른 사람까지 더 말려들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게 둘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포츠를 던전에서 죽이기만 하는 거라면 간단하다. 포츠가 싸우고 있을 때 포츠에게 성자의 손길이나 파동 같은 걸 사용하면 된다. 놈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상황에서 몬스터와 제대로 싸울 수는 없을 거다. 그렇게 간접적으로 몬스터에게 죽게 만드는 것도 모험가 카드에 기록되지 않겠냐고? 만약 공격을 한다면 모험가 카드에 기록이 남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마탑에서 마법사의 실드를 통과하는 걸로, 성자 스킬이 공격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했다. 다만 시야가 탁 트인 2계층에서 포츠에게 몰래 접근하는 게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그건 내가 암살자 레벨을 올리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포츠를 죽일 수 있는지 없는지가 아니었다. 바로 포츠가 던전에서 싸울 때는 바로 옆에 케이트가 있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저번에 놈이 케이트의 자랑을 떠들었을 때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놈은 케이트와 이 도시에서 만났다. 사라의 할아버지를 죽인 이후에 만난 거다. 한마디로 케이트는 사라의 복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던전에서 몬스터와 싸우는 도중에 포츠를 죽여 버리면? 당연히 같이 있던 케이트도 죽게 된다. 포츠가 죽은 다음에 구해주면 되지 않겠냐고? 그것도 불가능하다. 포츠가 갑자기 이상한 반응을 보인 후에 몬스터에게 당하고, 직후에 바로 구원 일행이 구해주러 나타난다. 누가 생각해봐도 수상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케이트는 포츠의 시신을 수습하려고 하겠지. 당연히 바지에 싸지른 정액도 확인이 될 거고, 그렇게 되면 빼도 박도 못하고 구원이 범인이란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그래서 지금 사라와 구원은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관계없는 사람을 말려들게 하지 않고 포츠만 깔끔하게 죽일 수 있을까. 이럴 줄 알았으면 고아원에서 카일의 거시기는 터뜨리지 말 걸 그랬다. 암살자인 놈에게 부탁하면 일이 좀 편해졌을 지도 모르는데. 이제 내 말은 죽어도 안 들으려고 하겠지? 아냐. 쓸 수 없는 패를 아쉬워해봤자 쓸데없는 짓이지. 어차피 놈에게 의뢰를 해서 포츠를 죽여 봤자, 비밀을 아는 사람이 하나 더 늘어날 뿐이다. 이 일은 어디까지나 우리 손 안에서 처리를 해야 한다. 아무리 고민해도, 마땅한 해결책은 튀어나오지 않았다. “역시 그냥 제 활로 처리해버리는 게….” 사라가 안달 난 표정으로 말했지만, 구원은 그런 사라를 진정시켰다. “사라. 진정해. 할아버지의 원수를 눈앞에 두고 안달 나는 건 알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침착해야지. 그런 쓰레기 때문에 네 인생이 망가지면 저승에 계신 할아버지께서 기뻐하시겠어?” “하지만 그래도…!” “그리고 나도 그런 쓰레기 때문에 너랑 헤어지고 싶지 않아. 둘이서 좀 더 고민해보자.” “……네.” 하지만 결국 그날은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포츠의 운명은 사라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부터 이미 정해놨습니다. 150==================== 성자 스킬의 숨겨진 효능 놈은 던전 안에서는 무조건 케이트와 붙어있을 테니, 아무래도 케이트를 배제하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아예 포츠와 함께 케이트까지 기절시켜서 우리 범행을 못 보게 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그것도 생각만큼 쉬운 얘기가 아니다. 케이트를 기절 시켜서 포츠를 처리한다고 해도, 그 케이트를 안전한 장소까지 옮기거나 케이트가 눈을 뜰 때까지 옆을 지켜줘야 한다. 2계층에서 안전한 장소라고 하면 당연히 마을이다. 거기까지 옮기는 동안 시야가 탁 트인 2계층에서 다른 모험가에게 들키지 않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옆을 지켜? 갑자기 기절한 다음에 눈을 떴을 때 우리가 옆에 있고 포츠는 죽었다고 하면 과연 어떤 바보가 의심을 안 할까? 그럼 아예 놈이 케이트와 떨어져 혼자 있을 때를 노려? 그러려면 놈이 지상에 올라왔을 때를 노리는 수밖에 없다. 우리 손으로 죽일 수는 없으니 몬스터에게 던져줘야 하는데, 놈을 마을에서 몬스터가 있는 곳까지 끌고 가면서 다른 사람의 눈에 안 뜨이는 건 불가능하다. 게다가 놈은 케이트와 둘이서 2계층을 드나드는 모험가다. 겉모습만 봐도 놈이 전사 타입, 케이트가 마법사 타입이니, 탱커역할도 놈이 맡고 있을 거다. 즉, 2계층의 몬스터 정도가 되지 않으면 놈을 순식간에 죽이는 건 힘들 거다. 놈 스스로 혼자 2계층에 오게 만들 방법은 없을까? 그러기엔 구실이 없다. 놈 혼자만 2계층에 불러내는 건 너무 수상하다. 게다가 만약 2계층으로 부르는 걸 성공했다고 해도, 놈이 2계층에 오기 전에 다른 사람에게 그 사실을 말한다면? ‘구원이 2계층으로 부르더라고. 무슨 일일까?’ 라고 말이다. 그 이후에 놈이 죽으면 당연히 의심 받는 건 나다. 으음…. 어렵다 어려워. 완전 범죄란 것도 쉬운 게 아니구나. “구원씨?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세요?” 옆에서 레이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구원을 들여다봤다. “하루 종일 사라양과 틀어박혀 있기나 하고. 자네들 무슨 일 있었나?” 디아나도 살짝 뚱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바네사랑 잔 것에 대한 분노가 완전히 풀리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유를 듣고 이성적으로는 납득했지만, 감정적으론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인 걸까. 그나저나 얜 하루 종일 마법사 협회 애들한테 둘러싸여 있었으면서 내가 사라랑 붙어있었던 건 또 어떻게 파악했대. 솔직히 말하자면, 디아나한테 조언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디아나라면 모든 변수를 고려해서 가장 완벽한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디아나까지 범죄 행위에 끌어들이는 건 아무래도 꺼려진단 말이지. 무엇보다 사라가 그걸 원하지 않는다. 솔직히 나도 제 3자의 입장에서 억지를 부려 도와주게 된 건데, 내 맘대로 디아나까지 끌어들일 수는 없다. “아니, 그냥 스킬 연습 좀 했어. 성자 스킬들은 마법사들이 마나를 다루는 것보다는 전사들이 몸에 마나를 불어넣는 거랑 비슷하잖아. 그래서 사라한테 조언을 얻으면 조금 더 익히는 게 빠르지 않을까 싶어서. 그런데 그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아서 말이야. 조금 그 생각을 한 거야.”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거짓말이었지만, 디아나와 레이아가 납득하기엔 충분한 변명이었던 모양이다. “흠. 그렇군. 자네도 성실할 때가 있기는 있구먼.” “그래도 식사할 때까지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맛있는 밥은 맛있게 먹어야죠.”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테이블에 놓인 음식을 하나 집어 구원의 입에 가져다줬다. 크흑. 녹는다. 녹아. 디아나야. 너도 좀 본받아라. 뭐? 자네도 성실할 때가 있기는 있어? 아무리 분노가 아직 다 안 풀렸다지만, 너무하지 않냐? 오늘 밤에 네 차례란 건 알고 그러는 거지? 구원은 밤에 소소한 복수를 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일단은 밥부터 먹어야지. 레이아 말대로, 이렇게 진수성찬을 앞에 두고 딴 생각을 하느라 맛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건 아까운 짓이다. 그리고 밤이 되어, 디아나가 구원의 방에 찾아왔다. 사라하고 레이아는 같이 씻는 데 성공했으니, 이제 디아나하고만 성공하면 된다. 하지만 저 뚱한 표정을 보니, 아무래도 오늘은 그런 제안을 해봤자 성공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같이 씻는 건 다음을 기약하자. 씻고 나오자, 디아나는 이미 옷을 다 벗고 침대에 누워있었다. 구원이 슬며시 다가가 그 몸을 가볍게 쓰다듬자, 디아나가 흠칫하며 몸을 떨었다. “흐으응읏.” 디아나는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면서도, 어째선지 구원을 노려봤다. “자네 바네사와 어쩔 수 없이 한 번만 했다고 안했나?” “응? 그런데?” “지금 레벨이 몇인가?” “68.” 구원이 대답하자마자, 디아나가 구원의 가슴을 퍽하고 때렸다. 물론 전혀 아프진 않았지만, 갑자기 이유 없이 맞게 되니 아무리 그래도 살짝 욱했다. “잠깐. 갑자기 왜 그래? 적어도 이유라도 말하고 때려.” “바네사와 한 번만 해서 자네 레벨이 그렇게 오를 리 없지 않은가! 어차피 넣자마자 쌌을 주제에! 이 몸이 자네 스킬 연구를 하면서 그 정도 계산도 못 할 줄 알았나! 사실대로 말하게! 몇 번이나 했나!” 엄청난 오해를 사고 말았다. 그런 것까지 전부 계산하고 있었던 거냐. 하긴 스킬 연구를 한다고 해서 이것저것 알려줬으니 디아나가 오히려 나보다 그런 계산이 더 정확할 지도 모르겠다. 얘 혹시 내 레벨만 듣고 내가 간밤에 몇 번 했는지까지 계산 가능한 거 아니야? 구원은 디아나가 살짝 무서워졌다. “오, 오해야. 아무리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라고 그래도 동정처럼 넣자마자 싸기엔 자존심 상해서, 스스로 절정 속박을 걸고 했거든. 그래서 복상사당할 수준까지 참다가 싸서 그래. 알잖아? 최후의 자존심 스킬은 내 쾌락에 비례하는 쾌락을 상대한테 전해주는 거.” “뭐라고?! 넣자마자 싸기 자존심 상한다는 핑계로, 스스로 절정 속박을 걸어놓고 마음껏 바네사와 즐겼다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구원이 한 말고 내용은 같은데 디아나의 어투에는 가시가 돋쳐있었다. 이대로 말이 길어지면 또 디아나가 질책할 것 같아서, 구원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다음 행동에 나섰다. 바로 한 손으로는 디아나의 허벅지를, 한 손으로는 가슴을 어루만진 거다. “잠, 히아앙! 아직 이 몸의 말이, 흐응!” 반응 좋고. 역시 레벨 빨이 최고야. 가볍게 어루만진 것만으로도, 디아나가 재밌을 정도로 몸을 퍼덕이며 반응을 해왔다. 구원은 디아나의 몸을 쓰다듬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은 우리 둘만의 시간이잖아. 언제까지 바네사 얘기만 하려고 그래. 난 지금 바네사가 아니라 너랑 이러고 있는 거라고.” 논리적으로 이길 수 없으면 감정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 구원의 감정적인 호소가 먹혀들은 건지, 아니면 그저 쾌락이 정신이 없을 뿐인 건지. 디아나는 달콤한 신음소리만 내뱉을 뿐, 더 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어루만지는 것만으로도 디아나는 충분히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구원은 이정도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정신을 집중하고 손에 미약하게 기운을 모았다. 약하게, 최대한 약하게. 강렬한 쾌감을 선사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절정에 도달하기는 힘들 정도로. “흐이이잉!” 그렇게 미약하게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여 디아나의 허벅지 안쪽을 쓰다듬자, 디아나의 허리가 한순간 공중으로 치솟았다가 다시 침대 위로 떨어졌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증폭된 쾌감에 반응한 것일 뿐, 절정까지 도달한 것 같지는 않았다. 좋아. 여기까지는 내 의도대로 되고 있군. 구원은 그대로 디아나의 허벅지를 계속해서 쓰다듬었다. 주로 허벅지 바깥쪽을 크게 어루만지다가, 가끔씩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파고들게 했다. 하지만 음부에는 결코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천천히, 느긋하게 음부 주변만 애태우듯 애무한다. “흐응. 흐읏. 하읏.” 디아나는 달콤한 숨을 내쉬며, 점점 눈의 초점이 안 맞아가기 시작했다. 음부에는 닿지도 않고 있는데,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린 애액으로 구원의 손을 질척하게 젖어갔다. 만약 지금 손가락으로 가볍게 음핵을 튕겨주기만 해도, 디아나는 순식간에 절정에 다다를 거다. 하지만 구원은 그러지 않았다. 대신 디아나의 허벅지와 가슴에서 손을 떼고 떨어졌다. “후응. 흐응. 하아…헷? 왜…왜애? 왜 그만….” 쾌락에 젖어있던 디아나는, 갑작스레 모든 쾌감이 사라지자 애타는 눈동자로 구원을 쳐다봤다. 게다가 혀가 풀려서 발음이 살짝 새는 게 귀여워서 구원은 당장이라도 다시 해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우리 목적은 그냥 섹스를 하는 게 아니잖아. 스킬 연구가 목적이지.” “그, 그게 지금 무슨 상관….” “내 스킬에 당하면 내가 해소시켜 주기 전까지 해소가 안 된다. 이것도 확실히 증명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멍한 눈으로 구원을 쳐다보던 디아나는 처음엔 그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점차 이해가 되기 시작한 듯, 얼굴이 새빨개지기 시작했다. “무, 무슨 소린가! 그럴 필요 없네! 이미 이 몸이 충분히 확인을…!” “하지만 네 몸으로 직접 확인해 본 게 아니라, 옆에서 지켜보고 마나의 흐름을 관찰한 게 다잖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지. 그럴 거면 애초에 네가 이렇게 나랑 정기적으로 잘 이유가 어디 있겠어?” “그, 그건…하지만…!” 디아나는 반박할 말이 궁해졌는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솔직히 여기서 ‘그럼 이제부터 자네랑 안자겠네!’ 같은 말을 해버리면 오히려 내가 곤란해지지만, 도박이 먹혀든 모양이다. “자, 그럼 어서 실험해보는 게 어때?” “그, 그게 무슨 소린가. 뭘 하라는 건가?” “에이. 알면서 왜 그래. 지금 여기에 나랑 너밖에 없는데. 내가 해소를 시켜주는 거 말고 다른 방법으로 해소를 시도해보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 없잖아?” “으으…하지만…하지만….” 디아나는 머뭇머뭇 거렸다. 그러더니 구원을 바라보며 슬쩍 다리를 벌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으로 음부를 벌리려다가…아무래도 거기까진 부끄러운지 음부에서 손을 때고 허벅지 안쪽에 손을 뒀다. 딱히 벌리지 않더라도, 여전히 음부에서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어서 충분히 요염해 보였다. “자, 자네도 하고 싶지 않나?” 자기 딴에는 유혹하려고 요염한 목소리를 낸다고 낸 것 같은데, 그 목소리는 엄청나게 떨리고 있어서 솔직히 요염해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괴력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 디아나가 마치 남자를 유혹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인 거다. 저걸 보고 흥분하지 않으면 남자가 아니다. 구원은 당장이라도 디아나를 덮치고 싶어졌지만, 스스로의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았다. “응. 하고 싶어. 그래도 참을게. 네 연구를 위해서.” “그, 그러지 않아도 되네. 참을 것….” “아냐. 난 나보다 네가 더 중요해. 참을게.” “히, 히이잉.” 구원이 단호하게 말하자, 디아나는 눈가에 살짝 눈물이 고이며 그런 귀여운 소리를 냈다. “정말로? 정말로?” “응. 정말로.” 이렇게 당황하는 디아나를 보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디아나는 완전히 패닉상태에 빠져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하지만 구원의 스킬의 영향을 받으며 절정 직전까지 갔던 몸이 식은 게 아니다. 오히려 애태워질 대로 애태워지고 절정에는 도달하지 못해서, 디아나는 지금 머릿속이 점점 그 생각밖에 안날 정도일 거다. 아무리 유혹해도 검증을 끝내기 건까진 구원이 안아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달았는지, 디아나는 결국 자신의 손을 다시 한 번 음부로 향했다. 이제 슬슬 참는 것도 한계에 가깝겠지. “그, 그럼 하겠네.” 어지간히 패닉상태인 모양이다. 애초에 스킬 연구는 디아나 자신을 위한 거니까 딱히 구원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다. 아니, 오히려 자위하는 모습 자체를 보여줄 필요도 없다. 자위를 하는 동안 구원에게 뒤돌아서 있으라고 하면, 구원은 디아나를 보고 있을 구실이 없다. 하지만 디아나는 지금 그런 생각을 할 정도의 정신은 없는 모양이다. 새빨간 얼굴로 구원을 바라보고 착실히 보고를 했다. 그리고 음부를 가져간 손가락을 조심조심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음. 흐응. 흐앙.”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물고기인간 // 물에는 적용 안됩니다. 다만 물에 섞여있을 구원의 침에 성자의 성수 효과가 담겨 있으니 어느 정도 먹히기는 합니다. 돌떵이불떵이 // 물론 안 됩니다. app2225 // 본편에 답을 달았습니다. 151==================== 성자 스킬의 숨겨진 효능 음부 위에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손가락은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흥분한 몸을 식히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는 있지만, 마치 자위를 처음해보는 사람 같은 움직임이었다. “디아나. 설마 자위가 처음이야?” “흐앙. 흐응. 하앗. 다, 당연하지 않나!” 디아나는 눈가에 살짝 눈물이 고인 채 대답했다. 우와. 너 나이가 몇 살인데 자위가 처음이냐. 그러고 보니 대딸 같은 것도 처음이라고 했었고, 얘는 나이에 비하면 이런 쪽 경험이 너무 없었다. 원래 성욕 같은 게 없었던 건가? 아니, 하지만 노출증이 자극 될 때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헉. 설마 그것도 내가 개화시킨 건가? 디아나가 필사적으로 자긴 노출증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걸 보면, 어쩌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거 살짝 미안해지네. 하지만 그건 그거. 이건 이거다. 지금은 이 상황을 즐겨야지. “디아나 그렇게 만져봤자 별로 기분 좋아지지 않잖아. 먼저 손가락으로 겉에서부터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구원은 디아나에게 자위 하는 방법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물론 여자가 자위하는 방법 같은 걸 알 리가 없지만, 여자를 애무하는 방법이라면 잘 알고 있다. 기본은 같으니 그걸 알려주면 되겠지. 디아나의 손 위에 내 손을 겹쳐서 알려주면 최고겠지만, 그렇게 해서 절정에 달하면 내가 해소시켜 준 걸로 인식할 수도 있다. 아직 그 부분은 명확하지 않은 만큼, 말로 알려줄 수 밖에 없었다. “그래. 그렇게 손바닥으로는 음핵부분을 자극하면서, 손가락 하나 넣어봐. 안쪽까지 닿지는 않더라도, 네가 특히 기분 좋은 곳이 있잖아? 거기 자극하는 거야. 예를 들어 이쪽 부분.” 구원은 디아나가 어딜 자극하면 느끼는지 완벽하게 꾀고 있다. 디아나의 몸에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아랫배 쪽의 한 부분을 가리키자, 디아나가 그 부분까지 손가락을 집어넣으려는 듯 손목을 굽히고 더 깊숙이 쑤셔넣었다. “흐이이잇! 흐앗! 흐아아앙!” 그리고 구원이 지도해 준지 얼마 되지 않아서, 디아나는 몸을 웅크리며 침대에 얼굴을 처박고 부르르 떨었다. 확실히 절정에 달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선생이 좋으면 학습 속도도 빨라진다니까. 구원이 묘한 성취감을 느끼고 있을 때, 침대에 웅크려있던 디아나가 갑자기 구원을 덮쳐왔다. 구원의 몸 위로 올라타 한 손으로 빳빳이 선 물건을 잡고, 그대로 자신의 음부에 맞댄 후 허리를 내리려고 했다. 물론 그걸 그대로 용납해줄 구원이 아니었다. 디아나가 허리를 내리기 직전에, 구원이 양 손으로 디아나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디아나의 몸을 고정시켰다. “왜애! 왜애애!” 디아나는 반쯤 이성을 잃고 구원의 물건에 맞닿아진 음부를 꿈틀댔지만, 구원은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검증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제대로 보고를 해줘야지.” “보면 알잖아! 안되네! 전혀 해소 안 되네! 그러니 얼른!” “넣어줬으면 좋겠어?” 구원이 웃으면서 말하자, 디아나도 드디어 구원이 자길 놀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다. 욱하는 표정을 짓더니, 어떻게든 허리를 내려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물론 디아나가 아무리 힘을 써봤자 구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씨잉. 넣어줬으면 좋겠네! 이제 됐나!” 결국 못 참겠는지, 디아나는 구원을 노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응. 말 안 해도 알아. 음부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내 물건 전체를 적시고 있는데 그걸 모르면 바보지. 하지만 구원은 그것만으로 용서해주지 않았다. 아직 낮에 당한 게 있으니 말이다. “글쎄. 어쩔까…. 낮엔 자르려고 했던 물건이잖아? 이제 와서 넣어주길 원한다는 건 좀….” “자,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 안하면 자네가 절조 없이 물건을 아무렇게나 휘두르고 다닐 거 아닌가! 흐아앙!” 결국 디아나는 반쯤 울면서 외쳤다. 어? 잠깐. 울 것 까진 없잖아. “아, 알았어. 미안. 내가 잘못했어.” 구원은 얼른 디아나의 허리를 내렸다. 구원의 물건이 디아나의 안쪽을 끝까지 한 번에 관통했다. 디아나의 음부는 겨우 만난 구원의 물건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주름하나하나가 섬세하게 얽매여왔다. 하지만 그런 아래쪽과는 정반대로, 위쪽에선 디아나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새빨개진 눈으로 구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히끅. 자네가. 흐극. 자네가.” 뭐가 그렇게 억울한지 마치 어린 애처럼 계속해서 ‘자네가’ 만을 연호하는 디아나를 보자, 구원의 죄책감이 극대화됐다. “미안. 미안하다니까. 그만 울어.” “흐끅. 아, 안 울었네!” 아니, 너 눈 빨갛거든. 디아나는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지, 구원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하지만 그 허리는 쾌락을 탐하듯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 그래도 하긴 할 건가 보다. 뭐, 당연한가. 안하면 해소가 안 될 테니. 구원은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천천히 허리를 뒤로 뺐다가 다시 앞으로 내밀자, 곧바로 디아나의 몸에 반응이 왔다. 설마 이거 한 번만으로? 디아나가 절정에 달하긴 했지만, 구원은 허리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나 역시도 디아나의 자위를 보며 계속 참아온 거다. 게다가 디아나가 몸을 떨면서 물건에 가해지는 자극도 더 강해졌다. 겨우 한 번 피스톤질 하고 다시 멈춰있으라니. 고문이잖아. “히아아앙! 흐아앗! 하앗!” 구원이 허리를 움직이면서 점점 속도를 붙이자, 디아나의 등이 활처럼 휘었다. 그러자 구원의 가슴에 처박고 있던 얼굴도 자연히 위를 향하게 됐다. 디아나를 내려다보던 구원의 얼굴과 정확히 마주보도록 말이다. 눈물로 엉망진창이 된 얼굴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다아나는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구원은 생각에 빠졌다. 절조 없이 휘두르고 다닌다라…. 절조라는 단어에 구원은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표현을 하면 마치 우리가 사귀는 사이 같잖아. 적어도 그냥 평범한 동료나 스킬 연구 대상을 상대로 선택할 단어는 아닌 것 같았다.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것일 지도 모르지만…. 구원은 한 번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디아나와 관계를 맺을 때는 언제나 한 번은 무조건 키스를 해도 되냐고 물어봤었다. 하지만 이번엔 묻지 말고 해보자. 물론 디아나의 의사를 무시하고 하려는 게 아니다. 난 어디까지나 하려는 제스쳐를 취할 뿐, 그걸 허락할지 말지는 디아나가 정하는 거다. 구원은 서서히 허리의 움직임을 늦췄다. 그리고 디아나를 똑바로 마주본 채로, 그 얼굴 양 옆에 손을 가져다댔다. “디아나….” 구원이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자, 디아나의 눈동자가 떨리는 게 보였다. “아….” 그리고 둘의 입술이 맞닿기 직전에, 그 사이로 파고 들어와 가로막는 작은 물체가 있었다. 바로 디아나의 손이었다. 역시 안 되나. 그냥 내 착각이었던 걸까? 별 의미 없이 사용한 단어 하나하나에 너무 깊게 생각한 건가? 구원이 실망한 표정을 짓자, 디아나가 살짝 주저하며 말했다. “아, 아직 이 몸도 마음의 준비가….” 그 말에 구원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자 디아나가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했다. 아직? 마음의 준비? 그 말은 즉…. “디아나!” “꺅!” 구원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디아나를 꽉 껴안았다. 그리고 그 격렬한 감정에 몸을 맡겨 그대로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히앗! 잠! 자네! 하읏! 너무 격렬…!” 말은 그렇게 하면서 너도 안쪽이 꾹꾹 조여오고 있잖아. 구원은 격렬하게 움직이며 디아나를 바라봤다. 살짝 벌려져 달콤한 한숨을 내뱉고 있는 연분홍빛 입술이 평소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키스하고 싶다. 하지만 안 되겠지? 그래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니까. 마치 먹이를 눈앞에 두고 기다리라는 명령을 받은 강아지처럼, 구원은 애가 탔다. 키스가 아니더라도, 이 감정을 좀 더 분출하고 싶다. 구원은 입을 디아나의 긴 귀에 가져갔다. 처음엔 가볍게 버드 키스를 하는 것처럼 쪼아대다가, 곧 핥아 먹을 기세로 끈적끈적하게 혀를 얽혔다. “히그읏. 귀, 귀느은…!” 역시 엘프하면 귀지. 그 공식은 디아나에게도 통하는지, 디아나는 민감하게 반응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구원은 결국 정신 줄을 놓고 밤새 진하게 디아나를 탐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여느 때처럼 먼저 눈을 뜬 건 구원이었다. 간밤은 지금까지의 경험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밤이었다. 이 입술이 조금만 더 기다리면 내 차지가 될 수 있다는 말이지. “아음…쭙.” 자고 있는 디아나의 입술에 살짝 엄지손가락을 가져다대자, 디아나가 미묘하게 입술을 오물거리며 엄지손가락을 물어왔다. 그렇게 단호하게 거절했던 키스를 허락한다는 말은, 역시 디아나도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말이겠지? 그렇다면 메이드나 바네사와 하는 걸 엄격하게 금지시킨 것도 질투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디아나가 무척 귀엽게 느껴졌다. 짐작할 수도 없을 만큼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는 애가, 연애는 서툴러서 그런 식으로 밖에 표출을 못하다니. 어떻게 귀엽게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귀엽기만 한 게 아니다. 간밤에 쾌락을 참지 못하고 허덕이는 모습은 섹시하기 그지없었다. 그 이성적인 디아나조차 쾌락을 참지 못하다니. 구원은 성자 스킬의 위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러니 디아나가 말을 안 해줄 만도 하지. 잘만 활용하면 대부분의 여자는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정도로 위력적인 효능이 아닐 수 없었다. …응? 잠깐. 대부분의 여자는 마음대로 할 수 있어? 구원의 뇌리에 엄청난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래. 대부분의 여자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 바네사마저도 참지 못하고 날 덮칠 만큼. 그럼 바네사보다 훨씬 레벨도 낮고, 디아나보다 훨씬 이성적이지도 못할 다른 평범한 여자는? 아무리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고 해도, 내 스킬 한 방이면 과연 참는 게 가능하기나 할까? 뇌리에 악마가 자리를 잡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구원은 저도 모르게 계획을 짜고, 그 계획을 몇 번이나 검토해봤다. 완벽하다. 이거라면 완벽하게 포츠 녀석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 이대로만 한다면, 놈에게 죽는 것보다도 더한 지옥을 경험하게 만들 수 있다. 물론 그 다음에는 깔끔하게 죽여 버릴 수조차 있다. 하지만 이 방법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이건 내 복수가 아니라 사라의 복수다. 내가 일방적으로 포츠 놈을 처리한 다음에 결과만 보고할 수도 없는 일이다. 복수를 할 거면 그 과정과 결과를 사라가 옆에서 지켜보며 상세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 복수를 하기 위해선 내가 다른 여자랑 자야 한다. 그것도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여러 번 자야할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복수를 하고 싶다고는 해도, 사라가 이런 방식에 찬성해줄까? 그 질투심 강한 사라가? 바네사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한 번 잔 것 가지고 저택을 뛰쳐나갔던 앤데? 하지만 이것만큼 완벽한 복수 방법도 달리 떠오르지 않았다. 모든 방면으로 완벽한 복수 법이다. 죽이기 전에 놈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완전히 빠져 살아갈 기력도 잃었을 때 실낱같은 희망을 준다. 그리고는 가차 없이 죽인다. 심지어 그 모든 과정에서 우리 손은 전혀 더럽히지 않을 수 있다. 이보다 더 완벽한 복수가 있을까? 아니 없다. 구원은 단언할 수 있었다. 그래. 사라가 동의하든 안하든, 일단 얘기는 해보자.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욕을 바가지로 먹겠지만, 그래도 물어는 봐야지. “으음….” 구원이 마음속으로 결심을 했을 때, 디아나가 천천히 눈을 떴다. “잘 잤어?” 디아나는 아직 덜 깬 듯 구원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리고는 커다란 눈이 몇 번 깜박깜박 거리더니 큼지막하게 떠지고, 얼굴은 순식간에 귀 끝까지 새빨개졌다. “으아아아아아!” 그리고는 양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안았다. 이 모습을 보아하니, 간밤에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어떤 대사들을 읊었는지 기억이 난 모양이다. 뭐, 살짝 대담한 일을 많이 벌였지. 다리를 벌려 유혹하려고 하고, 고백 비스무리한 말을 하고. “디아나. 괜찮아. 진정해. 귀여웠어.” “흐아아아앙!” 진정시키려는 구원의 말은 오히려 막대한 데미지를 입혔는지, 목소리에 울음기까지 섞이기 시작했다. “잊게! 간밤의 일은 완전히 잊게! 그땐 이 몸이 제정신이 아니었네! 빨리 그 뇌를 비우게!” 디아나는 그렇게 외치며 구원의 머리를 퍽퍽 때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손으로 가리고 있던 디아나의 얼굴이 드러났는데, 역시나 눈가에 살짝 눈물이 고여있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마법사란 애가 기억을 물리적으로 잊게 만들려고 하냐. 심지어 아무리 쳐봤자 간지럽지도 않다. 그래도 뭐…귀여우니까 됐나. 구원은 일단 맞장구라도 쳐주기로 했다. “응. 잊었다. 아~완전히 잊었다.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지? 전혀 기억이 안 나네?” “히이이잉!” 하지만 그 말은 오히려 디아나의 멘탈에 결정타를 날린 모양이었다. 디아나는 그대로 구원의 몸 위에 웅크리고 쓰러져버렸다. “디, 디아나?!” …대답이 없다. 단순한 시체인 모양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52==================== 복수 구원이 아무리 불러 봐도, 디아나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시험 삼아 허리를 가볍게 쳐올려보자, “흐잉!” 이란 귀여운 소리를 내더니 구원의 가슴을 퍽 때리고 다시 조용해졌다. 일단 살아는 있는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일단 이대로 내버려 둘까. 구원은 물건을 뽑고 살며시 디아나의 아래에서 빠져나왔다. 그러자 디아나는 곧바로 이불을 뒤집어썼다. 구원이 샤워를 마치고 나와도, 여전히 침대 위에는 동그란 이불 덩어리만 놓여있었다. “디아나. 슬슬 씻어. 밥 먹어야지.” 하지만 역시나 대답은 없었다. 혹시 저 이불 덩어리 안에는 아무것도 없고, 디아나는 방을 나간 건가? 검지를 들어 콕하고 찔러보자, 이불 덩어리가 움찔하고 떨렸다. 뭐야. 아직 있잖아. 하지만 아무래도 나로선 저런 상태의 디아나는 회복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그런데 디아나님은? 어젯밤은 같이 주무신 것 아니었습니까?” 문 앞에는 여느 때처럼 바네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아…응. 안에 있어. 한 번 들어가 봐.” 구원은 바네사에게 모든 걸 맡기고 먼저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사가 준비되고 다른 모두가 도착한 다음, 마지막으로 디아나가 도착했다. 이제 멘탈이 조금 회복된 건가? “디아나. 괜찮….” “자, 자네! 그러고 보니 어제 알려준 마법 말이네만….” 구원이 말을 걸려고 하자, 디아나가 고개를 홱 돌리고 마법사 협회의 사람에게 말을 걸었다. 디아나가 자기 스스로 쟤들한테 먼저 말을 걸다니. 아직 회복이 다 된 건 아닌 모양이다. 덕분에 디아나가 먼저 말을 걸어준 마법사는 거의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 직전의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언제까지고 이런 상태로 있을 수도 없다. 일단 대화를 하는 데 성공하면 조금 더 상황이 나아질 것 같은데. 무슨 수를 써야하지 않을까. “그런데 구원씨. 저 오늘 고아원에 갈 예정이에요.” 구원이 디아나를 빤히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있자, 옆에서 레이아가 살짝 구원에게 몸을 가까이 가져다대며 말을 걸었다. “아, 그래?” “…네.” 생각하던 중에 갑자기 말을 걸어오니 일단 반사적으로 그렇게 대답한 건데, 레이아가 살짝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러지? 아, 고아원에 갈 때는 같이 가기로 했었지. “그럼 나도 같이 가야지. 신전에 갈 때 나도 불러줘.” 카일놈의 더러운 마수에서 레이아를 보호해야 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오늘은 카일에게 볼 일도 있고 말이다. “네!” 역시 그것 때문이 맞았는지, 구원의 말에 레이아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음. 가련하시다. 역시 천사님에겐 미소가 어울려. 레이아와 신전에 가기 전에, 구원은 사라를 붙잡고 단단히 일러뒀다. “알겠지. 절대 혼자서 처리하려고 하지 마. 나도 열심히 생각해보고 있으니까. 절대로, 절대로 혼자 일을 벌이려고 하면 안 돼.” 아침에 생각했던 작전도 지금 말할까 했지만, 이제 곧 레이아와 나가야 하는데 지금 말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긋하게 생각할 시간이 있을 때 말을 해야지. “…네.” 나는 사라 같은 경험이 없으니, 사라의 심경을 완전히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얘기만 들어도 눈이 돌아갈 만한 상황이라는 건 짐작이 가능했다. 솔직히 불안 불안해서 곁에 두고 싶지만, 내가 계속 붙어있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약속이다? 꼭이야? 이 약속 어기면 나 네 얼굴 두 번 다시 안 볼 거야.” “알겠어요.” 사라에게 두 번 세 번 다짐을 받고, 그것도 불안하여 아예 바네사까지 찾아가서 얘기를 해뒀다. “바네사. 오늘만 사라한테 몰래 사람을 붙여서 감시해줄 수 있어?” “…무슨 일이시죠?” “사실 사라는 사정이 있어서 강해지려는 욕구가 강하거든. 이렇게 며칠 동안 쉬면 안달이 나서 혼자서라도 던전에 들어가려고 할지도 몰라. 그동안은 내가 붙어 있으면서 마크를 했는데, 오늘은 아무래도 좀 떨어져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혹시 사라가 혼자 던전에 가려고 하면 좀 막아줘.” 사람 하나 묻으려고 던전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걸 사실대로 말할 수는 없는 일이니, 이렇게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철저하게 대비를 해두고 나서야, 구원은 고아원을 향할 수 있었다. 먼저 신전에 들러서 물건들을 챙기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먼저 고아원에 간 모양인지 레이아와 둘이서 고아원에 가게 됐다. “미안해. 괜히 우리 편의 봐준다고 저택에 묵느라 이런 것도 혼자 늦어지고.” “아니에요. 제가 좋아서 저택에 묵는 건데요. 그리고 혼자가 아니에요. 구원씨도 같이 가주시잖아요.” 레이아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 누님님은 대체 어디까지 천사 같은 걸까. 대체 왜 직업이 그냥 사제인지 이해가 안 된다. 성녀 같은 거라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잖아. 오히려 우리 천사님 말고 누가 성녀에 어울린다는 거지? 아니, 뭐 실제로 성녀라는 직업이 진짜 있는 건지 어떤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 둘이서만 가니까 꼭 데이트 같네.” “그, 그러네요.” 구원의 말에 레이아는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뒤에 있는 꼬리가 붕붕 세차게 흔들리며 레이아의 감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이거 살짝 좋은 분위기 아냐? “아….” 때마친 나란히 걷던 구원과 레이아의 손이 살짝 닿았다. 레이아의 손가락이 움찔하고 오므려졌지만, 곧 다시 구원의 손끝에 맞닿아졌다. 그리고 주저하듯, 조심스런 움직임으로 구원의 손가락에 레이아의 손가락이 얽혀왔다. 겨우 손을 마주잡고 걸을 뿐인데, 구원은 뇌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감각을 맛봤다. 위험해. 너무 달달해서 제 정신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아. “레이아 누나!” 하지만 그 달콤한 시간은 순식간에 끝을 맞이했다. 저 멀리 고아아원이 보일 즈음이 되자, 꼬맹이들이 우르르르 달려 나왔다. 마주잡고 있던 레이아의 손은 순식간에 떨어져서 아이들을 끌어안았다. 젠장. 하여간 꼬맹이란 것들은 하나같이 눈치란 게 없어요. 니들 그렇게 레이아가 좋으면 연애 사업은 방해하지 말고 응원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애초에 레이아 말고 다른 사제가 먼저 와 있을 거 아니야. 왜 나와 있는 건데? 뭐 꼬맹이 상대로 욱 해봤자.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구원은 일단 여기 온 다른 목적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야. 꼬맹아. 카일은 어디 있냐?” “꼬맹이 아냐! 세렌! 전에도 말했잖아.” 몰라. 꼬맹이들 이름이 일일이 저장될 공간 따위 내 머릿속엔 없다. “그래. 세렌아. 카일 어디 있냐?” “카일 아저씨? 저기!” 아저씨라. 뭐 그런 나이이긴 하지. 그래도 얼마 전까진 말 놓고 지내던 사이였을 텐데, 바로 그렇게 적응이 되는 걸까? 꼬맹이들의 적응력은 무섭다. 꼬맹이가 가리킨 방향에 가자, 카일이 뒷짐을 지고 서있었다. “어서 오시오.” 구원이 다가오는 걸 눈치 챈 카일은 여유로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뭐야 이거. 솔직히 말하면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온 거다. 남자의 생명을 끝장내버린 거니 말이다. 그때 당장은 그다지 실감이 안 났겠지만, 이쯤 되면 슬슬 엄청나게 실감이 되고 있을 거다. 그래서 이놈이 날 보자마자 달려들 것도 상정해 놓고 있었다. 그런데 카일의 태도는 너무 평온했다. “너 뭔 일 있었냐?” “그게 무슨 말이오?” “아니. 너 나 보고 화도 안나?” “분노에 휩싸이면, 그 화가 자신도 화를 입히는 법이라오.” 그렇게 말하는 놈의 눈동자에선 일종의 현기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말투도 이상하고. 알 두 개가 날아가 버리더니 아예 해탈해버렸나. 마치 알을 날려대는 기계 스님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뭐, 아무튼 이쪽을 적대시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잘 된 일이다. 얼른 용건부터 말하자. “너 혹시 암살자 일 의뢰하면 하냐?” 카일은 대답을 하지 않고 구원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그대 안에 어둠이 도사리고 있군.” 이거 은근히 빡친다. “그래서. 한다는 거야. 안 한다는 거야.” “그 누구도 다른 이의 목숨을 앗아갈 권리는 없소.” “상대방이 다른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범이라고 해도?” “복수는 정의가 아니오.” 원래 암살이나 하던 변태 새끼가 놀고 있네. 안 할 거면 됐다. 어차피 이쪽은 처음부터 기대도 하지 않았으니. 카일이 말하는 게 상당히 짜증났지만, 구원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애초에 이놈이 이렇게 된 건 내 책임도 있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럼 그건 됐고.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암살자 레벨이란 게 암살 말고 다른 방법으로 오르기도 해?” “암살 말고 다른 방법? 예를 들어 어떤 방법 말이오?” “예를 들어 그냥 은밀한 행동을 취한 다던가 말이야.”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어서, 구원은 그렇게 얼버무렸다. 지금까지 암살자 레벨이 딱 두 번 올랐었다. 그리고 그 두 번 다 남에게 들키지 않게 몰래 섹스를 했을 때 올랐었다. 하지만 솔직히 그게 암살과 관련된 행동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이놈을 찾아온 거다. 암살자가 본업이었던 이놈이라면 뭔가 아는 거 아닐까? “흠…. 미안하지만 짐작 가는 바가 없소.” “잘 생각해봐. 혹시 암살이 아니더라도, 훈련 중에 은밀 행동을 하면 오른다거나 한 적 없어?” “없소. 그게 가능했다면, 암살자 길드에서도 굳이 암살만으로 암살자들을 키우지는 않았을 거요.” 카일은 깊게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단언했다. 암살만으로 암살자들을 키웠다니. 그 말은 즉, 카일 뿐만 아니라 카일이 있던 암살자 조직에서 암살자들을 키우던 놈도 나와 같은 방법으로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거다. 하지만 실제로 내가 그런 방법으로 레벨이 오른 이상, 암살 이외의 방법으로밖에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는 카일의 말은 틀렸다. 그럼 일종의 히든 피스라고 봐야 하는 건가? 암살자들은 단지 그런 행위로도 암살자 레벨이 오른다는 걸 몰랐을 뿐이고? 하긴 모를만하기는 하다. 다른 사람이 옆에 있는 상황에서 안 들키게 섹스를 하는 게 흔한 경험은 아니지. 우연히 발견한 놈이 있어도, 다른 암살자들과 방법을 공유하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이고. “궁금한 점은 더 없소?” “응? 응. 더 없어. 왜?” “그럼 이 몸은 실례하겠소.” 카일은 그렇게 말하더니, 곧장 레이아를 향했다. 이 새끼 해탈한 줄 알았더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그냥 컨셉이었나. 구원은 황급히 레이아에게 붙었지만, 레이아를 바라보는 카일의 눈은 완전히 평온함 그 자체였다. 전에 보였던 그 변태 같은 욕망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진짜 해탈한 건가? 저 눈은 컨셉질만으로 만들 수 있는 눈이 아니다. 다가오는 카일을 보고 레이아가 살짝 움찔하자, 카일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상태에서 말했다. “걱정 마시오. 예전과는 다르다오. 전 이제 조화의 길을 걷고 있소. 욕망에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오. 그저 못 다한 감사의 인사를 드리기 위해 찾아왔소.” “…네?” 놈의 말에 레이아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그러니까 레이아는 널 구해준 일 같은 거 기억 못한다니까. 아무튼 카일과의 일은 일단락되고, 레이아와 고아원 아이들을 돌봐주고 빈민가를 한 바퀴 돈 후 저택으로 돌아왔다. 하루 종일 지켜본 결과, 카일이 해탈한 건 역시 컨셉이 아니었다. 꼬맹이들한테도 은근슬쩍 물어봤는데, 저번에 우리가 다녀온 이후로 계속 저 상태라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이제 카일이 레이아에게 찝쩍대는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고아원에 따라가지 않을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레이아와 같이 있는 시간은 치유가 되니 말이다. “사라!” 저택에 돌아온 구원은 곧바로 사라를 찾아갔다. “왜, 왜요?” “나 없는 동안 얌전히 있었지?” “제가 어린앤가요. 걱정 마세요. …당신이 두 번 다시 얼굴을 안 본다는데 참아야죠.” 사라는 살짝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뭐야. 그 말, 고백으로 받아들여도 되는 거지? “그래서. 뭐하고 있었어?” “여기 앉아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계속 생각해봤어요. 하지만 역시 뾰족한 방법은 떠오르지 않네요. 아무래도 그 케이트라는 여자를 치우지 않고는 일을 벌일 수가 없어요.” 사라는 미간에 살짝 주름을 만들며 대답했다. 구원은 그런 사라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눌러서 펴주며 말했다. “나도 계속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한 가지 좋은 계획이 떠올랐어. 그것도 놈의 최대한 고통스럽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말이야. 다만 이 계획을 실행하려면 딱 한 가지 문제가 있는데 말이야.” “문제요? 어떤 문제죠? 일단 얘기라도 해봐요. 지금으로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에요.” 얘기하면 사라한테 욕부터 먹겠지? 하지만 정말 이 방법 말고는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구원은 사라에게 오늘 아침 떠올린 계획을 상세히 설명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전 모든 히로인을 동등히 사랑합니다. 표지가 전생 전 디아나인 건…사실 첫 히로인인 사라로 하려고 했는데 사라 머리색이 워낙 특이해서 자유롭게 이용 가능한 일러 중에서는 적당한 일러를 찾을 수 없었어요. 정신병원탈출자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153==================== 복수 구원이 말을 이어나갈 때마다 사라의 표정은 점점 더 안 좋아졌다. 심지어 사라의 손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움찔움찔 떨리는 것 같아서, 구원은 황급히 양 손으로 사라의 손을 감쌌다. “하고 싶은 말은 알겠어. 하지만 그 전에 이거 하나는 분명히 말할게. 내가 하고 싶다는 게 아냐. 어디까지나 이런 방법도 있다고 제안하는 거지. 이것 외엔 아무런 방법도 떠오르지 않고 있잖아? 물론 선택은 네 몫이야. 난 어디까지나 네 의견에 따를게.” “안돼요. 싫어요.” 구원의 말을 듣고, 사라는 생각해볼 것도 없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 방법대로라면 케이트란 사람의 도움이 필수 불가결인 거잖아요?”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거절당하면 그때 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하면 그만이야.” “하지만 그 여자가 그 남자에게 말해버리면요?” “그럼 어쩔 수 없이….” “역시 싫어요.” 사라는 단호하게 말했다. 복수 하나만을 바라보고 온 사라가 저렇게 반대를 하다니. 역시 케이트의 협력 이전에, 그냥 내가 다른 여자랑 자야 한다는 사실이 싫은 거 아닐까? “알았어. 그럼 다른 방법을 한 번 생각해보자.” 그걸 아는 구원은 이유도 묻지 않고 쿨하게 대답했다. “네. 그리고 미안해요. 당신이 기껏 절 위해서 생각해 준 건데.” “아냐. 괜찮아. 분명 또 다른 방법도 떠오를 거야.” 오히려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맙다. 말하기 전에는 그렇게 다른 여자랑 자고 싶냐고 질책당하며 귓방망이라도 한 대 맞는 거 아닐까 싶었는데. 사라의 나에 대한 신뢰도가 살짝은 올라간 걸까? 구원은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사라를 다독이고 방을 나섰다. 그리고 다음 날, 일행은 다시 던전에 향하기로 했다. 참고로 레이아의 구미호화는 진전이 없었다. 이번에도 저번과 마찬가지로 의식은 있지만 욕구를 자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밤새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래도 두 번 연속해서 그 상태가 됐다는 건, 저번에 그 상태가 된 게 우연의 산물은 아니라는 얘기다. 확실히 예전보다는 나아졌다는 증거니, 좋아할 일이겠지. 그래도 그런 모습을 보여준 건 부끄러운지, 레이아는 아침에 일어나서 한참 꼬리를 파닥파닥 거리며 부끄러워했지만 말이다. 던전에 가기 앞서, 사라는 후드 망토를 하나 구입했다. 2계층에는 포츠가 있을 테니 말이다. 녀석도 사라의 얼굴은 기억하고 있을 테고, 그럼 앞으로 무슨 일을 꾸미든 일이 힘들어질 거다. “오오. 그러니까 이제 진짜 궁사 같아.” “그럼 지금까진 궁사처럼 안보였단 말인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솔직히 활이랑 오른 손의 검지 중지 약지만 끝까지 덮은 장갑을 제외하면, 그냥 가죽 갑옷을 입은 게 전부였으니 말이야. 역시 판타지 세계에의 궁사하면 후두 망토를 두르고 있어야지. 이건 로빈 후드 때부터의 전통이라고. 2계층에 도착한 일행은 곧장 사냥을 개시했다. 저번 오크 토벌에서 다들 직업 레벨이 엄청나게 올랐다. 직접 적 한가운데서 무쌍을 찍었던 구원과 멀리서 오크들을 대량 학살한 사라는 물론, 끊임없이 생겨나는 부상자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아낌없이 회복 마법을 사용해줬던 레이아 역시 직업 레벨을 엄청나게 올릴 수 있었다. 덕분에 안 그래도 쉬운 전투가 더더욱 쉬워졌다. 이제는 진짜 성자 스킬의 도움 없이도 2계층 몬스터들 상대로는 당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말은 즉 디아나가 할 일이 아예 없어졌다는 말이다. 디아나는 그저 일행을 졸졸 따라오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하는 게 없었다. “디아나. 심심하지 않아?” “…괜찮네.” 그렇게 대답하면서, 디아나는 고개를 홱 돌려 시선을 피해버렸다. 참고로 디아나는 아직도 나를 살짝 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니, 뭐 이해는 한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오면서, 아마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을 테니. 보통 사람보다 훨씬 더 당황하고 부끄러워하는 것도 이해는 한다. 그래도 언제까지 그럴 건데. 너무 그렇게 상대 안 해주면 슬슬 나 상처받는다. 역시 저대로 스스로 회복되길 기다리는 것보다는, 내가 나서서 극약처방이라도 하는 게 좋을까? 아무튼 그런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불가능하다. 우선은 사냥에 집중하자. “그래도 이렇게 여유로우면 사냥하는 느낌이 안 드네. 상처받을 일이 없으니 레이아는 성장도 더뎌지고.” 그래 전투가 너무 수월해지니 이런 문제점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전투를 할 때마다 레이아 누님의 손길을 느끼며 정신적인 피로를 회복했는데, 그게 없어지니 죽을 맛이었다. 천사님의 손길이…. 내 마음의 오아시스가…. “그렇지만도 않아요. 다른 스킬들도 많이 익혔으니까요.” 레벨이 많이 오른 레이아는, 각종 버프 스킬들을 왕창 익혀왔다. 이제는 방어력뿐만 아니라 온갖 스탯에 버프를 줄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전투가 더 쉬워져 버렸지만 말이다. 크흑. 난 누님의 손길이 그립다고요. “앗, 그리고 스태프 공격 스킬도 더 익혀왔어요! 이번에야 말로 저도 불침번을 설 수 있어요!” 레이아는 주먹을 불끈 쥐고 의욕을 보였다. 응. 귀엽다. 그리고 불끈 쥔 두 주먹 사이로 가슴이 모아져서, 귀여운 와중에 섹시함까지 더해져 무지막지하게 매력적이다. 하지만…. “안 돼. 그래도 혼자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레이아는 바로 귀와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시무룩해졌다. 으윽. 저런 모습을 보면 약해지는데. 아냐. 그래도 안 되는 건 안 돼. 괜히 불침번을 서게 했다가 불상사가 일어나면 어떻게 하려고. 아직 마을 주변에서 사냥을 하니 불침번을 설 일도 없지만, 구원은 마음을 굳게 다잡았다. 그렇게 거의 나들이 간 기분으로 돌아다니며 사냥을 마치고, 마을의 여관을 향했다. 그리고 여관에 들어가자마자, 기분 나쁜 얼굴과 대면했다. “여어! MRM!” 1층의 식당에서 포츠와 케이트가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재수도 더럽게 없지. 하필 또 이렇게 얼굴을 마주치네. 같은 계층에서 사냥을 하면 당연히 얼굴을 마주치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그게 또 그렇지만도 않다. 던전 안은 낮과 밤의 경계가 없다. 모험가 그 비싼 시계를 우리처럼 던전에 가지고 다닐 리도 없으니, 당연히 던전 안에서 모험가들의 생활 패턴도 각자 달라진다. 그러다 보니 작정하고 여관에서 죽치며 기다리고 있기라도 하지 않는 이상, 같은 계층에서 사냥을 한다고 해도 얼굴을 마주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하지만 이놈과는 그 낮은 확률을 뚫고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게 된 거다. 이것도 악연이라고 해야 할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한다. 한 번만 더 날 그 별명으로 부르면 네놈의 그 자랑스러운 여자 친구 앞에서 비참한 꼴로 만들어주지.” “오오. 그거 무섭군 그래. 그런데 옆의 아가씨들은 네 동료인가? 캬~소문대로 장난 아니게 미인들이로군.” “포츠!” “아아. 걱정 마. 당연히 나한텐 케이트가 제일 예뻐. 그냥 친구 여자니까 빈말을 해 준거지.” “놀고 있네. 어딜 어떻게 봐도 우리 애들이 훨씬 예쁘거든?” 구원은 그렇게 말하며 사라를 뒤에서 꼭 껴안았다. 왜 예쁘다고 자랑하면서 하필 후드를 뒤집어쓰고 있어서 얼굴도 안 보이는 사라를 껴안았냐고? 이러지 않으면 사라가 지금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사라의 몸은 지금 구원의 품 안에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훗. 사람 취향은 제각각인 법이지.” “그 말 그대로 돌려주마.” 케이트한텐 미안한 말이지만, 만약 케이트의 매력 수치가 지금보다 10배는 더 높아져도 우리 애들 발뒤꿈치도 못 쫓아올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나저나 넌 왜 던전에 있는 거야?”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도 그렇잖아. 저번 오크 토벌로 한 몫 단단히 벌은 거지? 저번에 참가한 다른 놈들은 지금 다들 돈쓰기 바쁘다고. 브린 녀석은 앞으로 한 달은 던전에 들어오지 않을 거라고 하던데?” “날 그런 녀석들이랑 똑같이 취급하지 마라. 나에겐 네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숭고한 목적이 있다.” 그래. 마왕 토벌이라는 숭고한 목적이 말이야. “핫. 숭고한 목적은 무슨. 너도 그런 거냐? 전투가 좋고 강해지는 게 좋다는 변태 같은 케이스냐?” “변태라뇨! 사과하세요! 향상심을 가지는 건 좋은 거라고요!” 드물게 레이아 누님이 화를 내며 나섰다. 덕분에 구원은 뻗으려던 손을 멈췄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내 성자의 손길이 작렬할 뻔 했다. 청순하신 레이아 누님이 눈을 이글이글 불태우며 화를 내자, 포츠 녀석도 기세가 눌렸는지 나불대던 입을 멈췄다. “그래 포츠! 아무리 그래도 실례야!” 포츠와는 다르게 케이트는 상식이 있는 모양이었다. 진짜 어쩌다가 포츠 같은 놈이랑 눈이 맞은 거지? “미안. 잘못했어. 내가 말이 심했어. 화내지 마. 내 사랑.” 대체 누구한테 사과하는 거냐. 구원은 더는 상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멀리 떨어져있는 비어있는 테이블로 향했다. “이봐! 어디 가? 이왕이면 같이 한 잔 하자고!” “됐다. 난 우리 애들이랑 마시는 게 더 좋다!” “헹! 나도 우리 케이트랑 마시는 게 더 좋거든?!” 그럼 그 케이트랑 잘 마셔라. 앞으로 같이 마시게 될 수 있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정말 실례되는 사람이네요!” 웬만하면 사람을 싫어하는 일이 없는 레이아도 화를 냈다. 그것만으로도 포츠 놈이 얼마나 쓰레기인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천사님이 저렇게 화를 내주시니, 쓰레기와 대화해서 더러워졌던 귀가 정화되는 것 같았다. “…저주를 걸었네.” 그리고 조용히 있던 디아나도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응? 갑자기 무슨 말이야?” “온 몸에 힘이 평소보다 살짝 덜 들어가는 저주를 걸었네. 지속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네만.” “화내주는 건 고맙지만, 뭐 하러 그런 쓸데없는 짓을…. 보아하니 쟤들도 사냥을 마치고 온 모양인데.” “남성은 발기가 잘 되지 않는 부가 효과도 있지.” 소소하게 무서운 저주였다. 아니, 잠깐 같은 모험가들끼리 저주는 걸어도 되는 거야? 그건 공격으로 인식 안 되나? “모험가끼리 적대하는 행위를 하면 카드에 기록이 남지 않아?” “치명적인 저주도 아니고, 그 정도는 괜찮네. 조금만 더 강하게 걸었으면 문제였겠지만 말일세.” 아무래도 디아나는 모험가 카드가 적대행위라고 인식하는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도 그런가. 이런 것도 다 마법일 텐데. 얘가 모르면 누가 알겠어. 살짝 기대했는데 아쉽게 됐다. 혹시 카드에 기록이 안 남게 적대행위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포츠를 처리하는 데 지금처럼 골머리를 썩이고 있지 않아도 되는데. “고마워. 나 때문에 화 내준 거지?” “…으, 으음.”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조용해져 버렸다. 이제 좀 괜찮아진 건가 싶었는데 또 이러네. 너무 부끄럼을 많이 타는 거 아니냐. “…구원.” 그리고 포츠와 마주친 이후로 계속 조용히 있었던 사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어제 구원이 말했던 계획. 그대로 실행해주세요.” 사라는 떨리는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하지만 확실한 의지를 담아서 말했다. 푹 눌러쓴 후드의 틈새에서 사라의 아름다운 두 눈이 활활 불타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심이야?” 구원은 상당히 놀랐다. 솔직히 스스로 제안한 거지만, 사라가 그 계획을 허락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기엔 사라의 질투심이 장난 아니고, 무엇보다 너무 음흉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사라의 복수심을 너무 얕본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지금 포츠의 모습을 보고 더 열이 받은 것도 있겠지.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저렇게 느긋하게, 옆에 여자 친구까지 끼고 행복해 보이는 모습을 보여주니 말이다. 그야 꼭지가 돌아가지 않는 편이 이상하다. “네. 진심이에요.” “…알았어.” 사라의 확고한 대답에 구원도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소리인가요? 계획이라니?” 옆에서 듣고 있던 레이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디아나도 신경 쓰였는지, 이쪽을 힐끔거렸다. 부끄러워하든지 관심을 가지든지 한 가지만 해라. “응? 아냐. 아무것도.” “치이. 뭐에요? 둘만의 비밀인가요?” 레이아가 일부러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입을 삐죽였다. 평소 같으면 저 표정 한 방에 바로 비밀 같은 건 내팽개치고 이실직고 했겠지만, 과연 이번만은 그럴 수도 없었다. 구원은 애매한 미소로 얼버무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조금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표지가 디아나가 맞기는 한데 전생 전의 디아나입니다.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에서 가져온 거라 소설상의 묘사랑 완벽히 일치하는 모습도 아니고요. 지금 디아나는 표지 모습보다 훨씬 어린 모습이라고 생각해주세요. 레이아의 가슴은 표지보다 미묘하게 살짝 더 큰 수준입니다. 머리색은 사라는 어두운 와인 빛. 레이아는 금발이죠. 154==================== 복수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 구원은 포츠를 예의주시했다. 마침 타이밍 좋게 디아나가 그런 저주까지 건 상황이다. 디아나가 내 계획을 알고 그런 건 아니지만, 이 상황을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구원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성자의 파동을 날릴 준비를 했다. 물론 그냥 날리면 안 된다. 그냥 성자의 파동을 날리면 케이트는 순식간에 절정에 달해버릴 거고, 그게 내 짓이란 것도 단번에 들킬 거다. 구원은 마나의 흐름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성자의 파동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건 처음이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순 없었다. 실패할 수는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내야만 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집중한 결과, 구원은 겨우 극소량의 정기만 사용하여 성자의 파동을 발동시킬 수 있었다. 이제는 이걸 타이밍에 맞춰 날리기만 하면 계획의 첫 단계는 완성된다. 포츠 녀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케이트를 바라보며 헤실헤실 웃고 서로 먹여주기도 하면서 닭살 커플 짓을 계속했다. 죽여 버리고 싶다. 내가 왜 저런 모습을 계속 보고 있어야 되지? 그래도 이건 인내와의 싸움이다. 저렇게 좋아 죽는걸 보면 분명 식당 안에서도 더 대담한 짓을 벌일 거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때가 찾아왔다. 포츠가 팔을 뻗어 케이트의 허리를 휘감고 그대로 자기 쪽으로 끌어들였다. 케이트는 다른 사람의 눈도 있으니 살짝 거부하는 것처럼 포츠의 가슴을 밀었지만, 포츠의 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거부하는 척만 하는 것일 뿐 케이트도 싫은 건 아닌 모양이다. 죽여 버리고 싶다. 공공장소에서 무슨 짓이냐. 지금 날릴까? 아니, 그래도 끌어안는 것만으로 쾌감을 느끼면 조금 부자연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구원이 고민할 것도 없었다. 왜냐하면 케이트의 허리를 휘감았던 포츠의 손이 은근 슬쩍 내려가며 케이트의 엉덩이로 향했기 때문이다. 케이트는 포츠의 손을 찰싹 때리면서도 밀어내지는 않는 앙탈을 부렸다. 죽여 버리고 싶다. 포츠의 손이 케이트의 엉덩이를 꽉 움켜잡았을 때, 구원은 이 분노를 모두 담아 성자의 파동을 날렸다. 물론 그 대상은 포츠가 아니다. 케이트다. 구원의 눈에만 보이는 성자의 파동이 케이트의 몸에 닿자, 케이트는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얼굴도 붉게 상기됐고, 표정도 살짝 풀렸다. 저 모습을 보니 제대로 먹힌 모양이다. 절정에 달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확실히 쾌감을 느낀 모습이었다. “구원씨? 왜 그러세요?” 구원이 계속 포츠 쪽만 주시하느라 말이 없자, 레이아가 살짝 고개를 기울여 구원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그리고는 구원의 시선이 향한 곳을 쭉 따라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구원을 홱 돌아봤다. “저, 저런 거에 관심 가지시면 안돼요!” 저런 거라니. 확실히 공공장소에서 너무 나가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들 딴에는 애정행각인데 더러운 거 말하듯이 말하는 건 좀 불쌍하지 않냐? 물론 포츠가 아니라 케이트가 말이다. 포츠는 존재 자체가 더러운 거 맞다. “관심이라니. 그런 거 아니야.” 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쪽에 눈을 떼지는 않았다. 물론 저런 행위에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고, 하물며 보고 싶지도 않다. 눈앞에서 당당하게 저러고 있는 걸 보면 열 받으니까. 하지만 스킬을 사용한 결과를 지켜볼 필요는 있었다. “저, 정말…!” 구원이 눈을 떼지 않는 걸 어떻게 생각한 건지, 레이아는 얼굴을 찌푸리며 뭔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구원의 손에 갑자기 복슬복슬한 뭔가가 만져졌다. 응? 뭐지?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각이다. 시선을 내려 확인해보니, 손에 잡힌 물건은 바로 황금빛으로 빛나는 레이아의 꼬리였다. 꼬리를 타고 쭈욱 시선을 이동시켜 보니, 레이아가 이쪽에 등을 돌리고 앉아서 엉덩이를 살짝 내민 채 꼬리를 구원에게 뻗고 있었다. 자세가 야하다. “레, 레이아?!” “꼬, 꼬리 정도는 만지셔도 돼요. 그, 그래도 꼬리만이에요? 다른 데는….” “레이아!” 구원은 참지 못하고 레이아를 껴안았다. 우하하. 봤냐. 쓰레기야. 너만 식당에서 그딴 짓 할 수 있는 거 아니거든? 게다가 우리 애들이 훨씬 예뻐! “꺄악! 구, 구원씨! 다른 데는 안 된다니까요! 이런 데서는…!” “이런 데가 아니면 된다는 말이지?!” “그, 그건…!” 퍽! 그때 식탁 밑에서 뭔가가 구원을 걷어찼다. 물론 확인해보지 않아도 누가 그랬는지는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하나도 안 아팠거든. 사라가 걷어찬 거였으면 이정도로 끝나지 않았을 거다. 디아나는 여전히 아무 말도 안하고 있었지만,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구원을 노려봤다. 그 눈에는 살짝 배신감마저 엿보이는 것 같았다. “여, 역시 이런 데서 너무 파렴치한 짓을 하는 것 좋지 않지. 암, 그렇고말고. 그냥 꼬리로 만족할게.” 구원은 레이아의 몸을 해방시키고 얼른 꼬리를 붙잡았다. 비록 내가 외세의 압박에 굴했다지만, 꼬리까지 포기할 생각은 없어. 구원은 성심성의를 다해서 레이아의 꼬리를 쓰다듬었다. 손질이 얼마나 잘 된 건지, 털 한 올 한 올이 비단같이 부드럽게 느껴졌다. 구원이 쓰다듬을 때마다 바르르 떨리는 것도 기분 좋은 감촉에 악센트를 줬다. 훌륭해. 역시 우리 천사님이 최고야. 구원은 흡족한 기분으로 다시 포츠 쪽을 쳐다봤다. 하지만 거기엔 이미 아무도 없었다. 황급히 자리를 뜬 듯, 어질러진 테이블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사라 쪽에 시선을 보내자, 사라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성자의 파동을 보내자마자 바로 침실로 가버리냐. 거 자제력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놈들일세. “그럼 우리도 이만 일어날까?” 이 이후에 벌어질 일에는 100% 확신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래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보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두 손을 레이아의 꼬리에서 떼고, 구원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구원의 손이 꼬리에서 떨어지자, 레이아가 살짝 안타까운 눈초리로 구원을 쳐다봤다. 그렇게 안타까운 표정 하지 말아주세요. 저까지 안타까워지잖아요. “그, 그럼 우린 먼저 올라가 볼게.” 구원은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아서 얼른 사라를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당연한 얘기지만, 포츠의 방이 어딘지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구원이 살짝 막막해하고 있자, 사라가 잠시 눈을 감고 귀를 기울이더니 앞장섰다. “이쪽이에요.” 이 여관은 그 나름대로 방음이 되어있는 곳이었지만, 그래도 사라의 뛰어난 청각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완전히 인간 레이더네. 아니, 잠깐. 그럼 평소에 내가 다른 애들이랑 자는 소리도 다 들렸다는 거 아니야. 이 질투심 강한 애가 그걸 다 듣고 있으면서 참았다는 게 대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구원은 앞장서서 걷던 사라를 살며시 껴안았다. “…뭐에요?” “아니. 혹시 네가 분노를 못 이기고 튀어나갈지도 모르니까.”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니에요.” 하지만 사라도 싫지 않은 듯, 구원에게 안긴 상태로 걸어갔다. “여기에요.” 사라가 가리킨 곳은, 우연하게도 구원이 잡은 방의 바로 옆방이었다. 구원과 사라는 일단 자신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곧장 방 천장의 판자를 뜯었다. 물론 옆방을 엿보기 위해서다. 옆방이라고 해서 벽에 구멍을 뚫고 엿보면 바로 들킬지도 모르잖아? 그래도 조금 암살자 레벨이 오른 덕분에, 이 정도는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천장을 타고 옆방의 위로 향한 구원과 사라는, 그대로 구멍을 뚫고 아래를 엿봤다. 단단하게 두꺼운 판자였지만, 구원은 손가락을 세워 힘을 주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구멍을 낼 수 있었다. 암살자의 스킬인 암습도 섞어서 뚫으니, 아무런 소리도 없이 조용히 구멍이 뚫렸다. 아래에서는 예상대로 포츠와 케이트가 정사를 벌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사를 벌이려고 하고 있었다. “자기가 먼저 그렇게 만져놓고 뭐하는 거야!” 케이트는 살짝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포츠를 다그쳤다. “미, 미안! 이게 왜 이러지? 평소엔 안 이러는 거 알잖아? 오늘따라 이상하게 이러네.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포츠는 당황해서 자기 물건을 잡고 열심히 세우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지만,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디아나의 저주가 제대로 먹힌 것 같군. 디아나는 약하게 했다고 했지만, 저 정도면 충분히 무서운 저주였다. “줘봐!”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케이트가 포츠의 물건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음. 쮸읍. 쩝.” 그리고 곧바로 야릇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구원도 신전에서 그동안 상식 공부를 하면서 어느 정도 이 세계의 상식에도 익숙해졌다. 일반적으로 모험가들은 섹스의 목적이 레벨 업이기 때문에 저런 행위는 선호하지 않는다. 그나마 남자들은 여자를 느끼게 만들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지만, 여자는 그냥 넣고 흔들기만 해도 남자를 싸게 만들 수 있다 보니 굳이 저런 행위까지 하려 들지 않는다. 포츠와 케이트가 그저 몸의 상성이 좋아서 같이 다닐 뿐인 모험가 파티는 아니라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다. 그렇게 한동안 빨아주다가, 케이트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 “기분 좋지 않아?” “아니. 그럴 리가. 엄청 기분 좋아.” “그런 것 치곤 평소보다 물렁한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내가 그 몸으로 확인시켜줄게.” 케이트는 불만족스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포츠는 그걸 무마시키려는 건지 얼른 케이트를 눕히고 물렁한 물건을 케이트의 안쪽에 구겨 넣었다. “으응. 하앙.” 그래도 남자가 저 레벨까지 올렸다는 건 어느 정도 기술이 있다는 소리다. 그 기술이 어디 가는 건 아닌지 케이트가 달뜬 신음을 내뱉기 시작했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케이트가 만족할 일은 없을 거다. 구원은 곧장 성역 선포를 발동했다. 범위는 둘이 뒤엉켜있는 침대를 완전히 감쌀 정도로. 성역 선포만으로 만족시킬 수 있을 만큼의 파괴력은 없지만, 분위기는 고조시킬 수 있다. 둘의 허리 움직임이 점점 더 격렬해져 갔다. 그리고 케이트가 만족하려는 모습을 보였을 때, 구원은 바로 성역 선포를 중단했다. 내 성역에 영향을 받은 상태에서 만족을 해버리면 그냥 쟤들 좋은 꼴만 해준 거니 말이다. “하아아아앙!” “후욱. 후욱. 어때? 기분 좋았지?” “부족해!” “어, 어?!” “아직 부족해!” 성자의 파동을 맞고, 성역에까지 영향을 받은 거다. 당연히 케이트가 저 정도로 만족할 리가 없었다. “오늘은 적극적인데? 좋았어. 오랜만에 제대로 한 번 힘을 써볼까?” 포츠는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는지, 겁 없는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흔들었다. 에라이. 힘을 쓰기는. 이거나 먹어라. 구원은 곧장 놈에게 성자의 파동을 날렸다. “후으읍!” 기세 좋게 허리를 흔들던 포츠는, 몇 번 흔들지도 못하고 그대로 허무하게 싸질렀다. “…지금 뭐하는 거야?” 우와 무서워. 케이트의 싸늘한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여자를 만족 못시키면 저런 목소리를 내는 구나. 뭐, 나는 평생 들을 일 없는 목소리지만! “아, 아니. 잠깐. 어, 어라? 잠깐만. 네가 너무 좋아서 그랬어. 잠깐만 기다려. 바로 세울게.” 쯧쯧. 애쓴다 애써. 아무리 레벨이 올라도, 남자가 한 번에 할 수 있는 한계치가 늘어나는 건 아니다. 나는 되살아난 자존심 스킬로 정기가 남아있는 한 무한으로 세울 수 있지만, 다른 남자들은 기껏해야 하룻밤에 두세 번. 아무리 많아도 열 번은 채우지 못할 거다. 저 상태라면 더 볼 것도 없겠네. 구원은 사라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 손짓을 하여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 돌아와 사라의 얼굴을 보자, 사라는 분노 때문인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저렇게 행복해 보이니 화가 나겠지. 구원은 사라를 살며시 감싸 안고 키스를 했다. “어차피 저 놈은 이제 끝이야. 오히려 지금 행복하면 행복할수록 나락에 떨어졌을 때 고통은 더 클 거야. 그러니까 지금은 신경 쓰지 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복수는 잊고 나랑 하는 거에 집중해줘.” 그러자 사라가 구원에게 달려들어 정열적으로 키스를 했다. “저 스스로는 그렇게 못해요. …그러니까 잊게 만들어주세요. 당신 말고는 아무 생각도 안 날만큼 격렬하게.” “맡겨만 줘.” 구원은 사라를 끌어안고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55==================== 복수 침대에 누운 구원과 사라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의 옷을 벗겨갔다. 거의 찢을 기세로 거칠게 서로의 옷을 벗긴 둘은 순식간에 전라가 됐고, 곧바로 서로에게 빨려들 듯이 입을 맞췄다. 살며시 손을 내려 사라의 음부에 손을 가져다대자, 이미 어느 정도 젖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아까 성역 선포를 사용했을 때, 사라도 범위 안에 있었던 거다. 분노에 불타오르던 머리와는 별개로, 몸은 스킬에 제대로 영향을 받고 있었던 모양이다. 구원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삽입부터 했다. 사라의 음부는 언제나처럼 구원의 물건을 맞이해줬다. 마치 구원의 물건 모양에 딱 맞춰진 듯이 밀착된 사라의 음부는 여느 때처럼 강렬하게 구원의 물건을 꾹꾹 조여 왔다. 그 기분 좋은 압박감을 느끼며, 구원은 강하게 허리를 흔들었다. “흐앙! 하앙! 하앗! 너, 너무 격렬해요!” “아무 생각 안 날 정도로 격렬하게 해줬으면 하는 거잖아?” 그렇게 말하며 구원의 사라의 몸 이곳저곳을 어루만졌다. 그러고 보니 안 씻었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쾌감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와는 다른 느낌에 더 흥분되기까지 했다. 땀으로 젖은 사라의 몸은 그 탄탄한 몸매가 번들거리며 더욱더 강조되는 것 같아서 평소보다 더 야릇한 느낌을 줬다. 구원은 땀으로 미끈거리는 사라의 몸을 구석구석 어루만지다가, 그대로 꽉 껴안았다. 그러자 사라도 양팔과 다리를 이용해 구원에게 매달리는 것처럼 마주 안아왔다. 구원은 그런 사라를 들쳐 안고 그대로 포츠가 묵는 방과 맞닿은 벽 쪽으로 걸어 나갔다. “흐앙! 뭐, 뭐하는…!” “들려주자고. 너 같은 놈보다 우리가 훨씬 더 행복하다고 말이야.” 뭐, 실제로 들릴지 어떨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실제로 지금 나도 옆에서 포츠나 케이트 소리는 안 들리니까. 그래도 혹시 알아? 엄청나게 크게 신음 소리를 내면 들릴지. 구원은 사라의 등을 벽에 기대게 만든 다음, 그대로 사라의 엉덩이를 꽉 붙들고 허리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흐아앗! 으읍! 하앙! 하아앗! 흐으읍!” 사라는 아무리 그래도 이런 소리를 들려주고 싶지는 않은지 구원의 목을 감싸 안고 격렬하게 입을 맞추려고 했지만, 너무 강렬한 쾌감에 못 이겨 가끔씩 입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사라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구원의 입술을 찾았다. 가끔 사라가 구원의 입술을 너무 세게 깨물어 피가 배어나오기도 했지만, 어차피 힐링 섹스 덕분에 그 정도 상처는 쉽게 낫는다. 둘은 입안에 퍼지는 비릿한 피 맛마저 흥분의 촉매로 삼으며 격렬하게 서로의 입술과 혀를 탐했다. “흐으으으으읍!”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라는 구원을 꽉 끌어안으며 절정에 달했다. 사라는 팔과 다리로 구원을 꽉 껴안고 공중에 매달려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참을 떨던 사라는, 사지에 스스르 힘이 풀리며 그대로 구원에게 기대는 자세가 됐다. 그렇게 되면 음부에 박힌 물건과, 사라의 엉덩이를 잡고 있던 구원의 손만이 사라의 몸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고 있게 된다. “흐아아앙!” 자연스럽게 빳빳이 선 물건이 사라의 안쪽 더 깊숙한 곳을 뚫을 기세로 박혀들었고, 사라는 절정의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등을 활자로 휘며 연속으로 절정에 달했다. “아직 이정도론 부족하지? 머릿속에 내 생각만 날 정도로 해줄게.” 멍한 표정으로 완전히 축 늘어진 사라를 보며, 구원이 말했다. 구원은 물건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 사라의 다리 한쪽을 넘겨 옆으로 넘겨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사라의 손이 자연스럽게 벽을 집게 되자, 그대로 구원은 허리를 밀어붙였다. 일명 후배위라고 부르는 자세다. 사라는 지나친 쾌감으로 다리가 풀려서 제대로 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지만, 구원이 사라의 허리를 단단히 잡고 지탱하여 이 자세로 하는 걸 강행했다. “이, 이미…흐아앙!” 사라가 꺼져갈 듯 작은 목소리로 뭐라고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다시 시작된 강렬한 자극에 하던 말을 멈추고 신음성을 내질렀다. 구원의 키가 크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이런 체위를 즐길 때 무릎을 굽혀야 한다. 그나마 파티원 중 가장 키가 크기도 하고, 원래 모델처럼 다리가 긴 늘씬한 체형인 사라는 구원이 무릎을 굽히지 않아도 이런 체위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사라가 제대로 다리에 힘을 주고 힘껏 까치발을 들어야 겨우 높이가 맞는 거다. 지금처럼 다리가 풀려서야 그게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사라는 발을 공중에서 대롱대롱 흔들며 그저 구원이 주는 쾌락에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행위가 계속 될수록 사라의 상체는 벽을 주르륵 미끄러지듯 내려가며 점점 아래로 향했고, 그럴수록 사라의 하트모양 엉덩이가 더욱더 도드라져 보였다. 구원은 그 중에서도 한 곳에 눈이 갔다. 바로 엉덩이의 한가운데에서 미묘하게 움찔움찔 떨리고 있는 구멍에 말이다. 콩깍지가 씌어서 그런 게 아니라, 사라의 그곳은 전혀 더러워 보이지 않았다. 구원은 살짝 손가락을 세워 그 곳에 손끝을 가져다댔다. “흐읏! 거, 거기는! 안 돼! 더러워요!” 사라가 화들짝 놀라서 소리쳤지만, 구원은 평온한 목소리로 달래듯 말했다. “괜찮아. 네 몸에서 더러운 곳은 없어.” 구원은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에 살짝 힘을 줬다. 이미 음부에서 흘러나온 애액이 엉덩이 골을 타고 흠뻑 적셔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구원의 손가락은 큰 저항 없이 한 마디가 들어갔다. “안 돼! 안 돼! 안 돼애!” 구원이 거기서 더 손가락을 집어넣으려고 하자, 사라는 울먹이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좌우로 거세게 저었다. 으음…. 아직 이 이상은 힘드나. 구원은 거기서 손가락을 더 넣지는 못하고, 그대로 미묘하게 손가락을 앞뒤로 움직였다. 공포심 때문인지 수치심 때문인지 강하게 거부하기는 했지만, 섹스 애널라이즈로 확인해 보면 여기가 사라의 최고 성감대다. 느끼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 증거로, 항문을 자극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물건에 느껴지는 압박감이 더욱더 거세지기 시작했다. 뭐, 이쪽은 느긋하게 개발해주자. 사라는 이제 거의 머리카락이 땅에 닿을 정도로 상체를 수그리고 있었기 때문에, 구원은 사라의 가슴을 잡아 상체를 들어올리고 그대로 점점 더 앞으로 나아갔다. 자연스럽게 사라는 점점 더 밀착되는 형태가 됐고, 결국 벽과 구원의 사이에 낀 상태가 됐다. 사라는 한쪽 팔을 뻗어 구원의 목을 감싸고 그대로 고개를 들어올렸다. 사라의 눈동자는 초점이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멍했지만, 구원도 사라가 뭘 원하는 지 알아채고 곧바로 고개를 내려 입을 맞췄다. 얜 정말 키스하는 거 좋아한다니까. 사라가 키스를 원할 때마다 구원은 사라가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 사라도 그런 기분을 담아서 키스를 원하는 것일 거다. 구원도 사라에게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하듯이 그 입술을 빨았다. 그렇게 구원과 사라는 포츠의 방과 마주한 벽에서 사라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격렬하게 행위에 몰두했다. 도중부터 사라는 포츠고 뭐고 전부 잊은 듯 구원의 행위에만 열중하며 크게 신음성을 내질렀다. 구원은 정신을 잃은 사라를 살며시 침대에 눕히고 다시 천장 안에 올라갔다. 물론 옆방의 상황이 어떻게 됐나 관찰하기 위해서다. 구원은 아까 뚫었던 구멍에 눈을 가져다댔다. 먼저 침대 위를 바라보자, 포츠만 대자로 뻗어서 자고 있었다. 기분 탓인지 얼굴이 살짝 핼쑥한 느낌이었다. 뭐, 그래봤자 꼴좋다는 생각밖에 안 들지만. 그보다 케이트는 어디 있지? 침대 위에는 포츠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방 안을 꼼꼼히 살펴보자, 곧 케이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케이트는 벽의 구석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었다. 방이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뭔가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구원은 제대로 보이지 않는 걸 집중해서 바라보기 보다는, 청각에 신경을 집중시켜봤다. 그러자 미묘한 물소리와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흐윽! 하읏! 왜…어째서…!” 찔꺽찔꺽하는 음란한 물소리와 함께, 케이트의 안타까운 신음소리가 작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저쪽 벽은 내 방과 마주하고 있는 벽이다. 굳이 저기서 저러고 있다는 건, 혹시 사라의 신음 소리가 들린 걸까? 아무튼 저 모습대로라면 계획은 완벽히 성공한 모양이다. 디아나나 바네사도 버텨내지 못했던 거다. 고작 저런 여자애가 견뎌낼 수 있을 리가 없지. 다만 케이트가 디아나나 바네사와 다른 점은, 구원이 뭔가를 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다. 어떻게 풀면 좋을지 알 수 없는 갈증을 해소시키기 위해, 케이트는 열심히 혼자서 자위를 하고 있는 거다. 더 보고 있을 것도 없다. 구원은 방으로 돌아가 천장의 판자를 적당히 끼워맞추고 침대에 누워있는 사라를 끌어안았다.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여자의 자위를 보고 온 거다. 어느 샌가 다시 준비를 마친 물건을 그대로 사라의 안에 집어넣었다. 물론 다시 하려는 건 아니다. 그냥 자기 전에 힐링 섹스의 효과를 받기 위해서 넣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 감촉에 사라는 눈이 떠졌나 보다. “으음…구원…하음. 쮸릅.” 눈을 반쯤 뜨고 멍한 표정으로 잠에서 깬 사라는, 그대로 구원의 얼굴을 감싸 안고 입을 맞췄다. 하지만 입술을 부비는 힘은 점점 더 약해졌고, 결국 사라는 다시 쌔액쌔액 귀여운 숨소리를 내며 잠이 들었다. 으아아. 기대시켜 놓고 잠드는 건 너무하잖아. 그렇다고 다시 깨울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지. 내일 아침을 기약하자. 구원은 사라를 꼭 껴안고 눈을 감았다. 다음 날 아침, 사라와 시원하게 아침부터 한 판 더 하고 식당으로 내려온 구원은 산뜻한 기분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하지만 아직 포츠와 케이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자는 시간이 동일했으니, 놈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시간에 맞춰 생활 패턴을 맞추고 있을 거다. 그럼 슬슬 나올 때가 됐는데…. 식사를 마치고 슬슬 나갈 준비를 했을 쯤에야, 드디어 놈들은 모습을 드러냈다. 포츠와 케이트 둘 다 눈 밑에 검은 기미가 보였다. 뭐, 이유는 서로 다르겠지만 말이다. 포츠는 드물게도 기죽은 표정으로 케이트에게 싹싹 빌고 있었고, 케이트는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포츠를 쏘아보고 있었다. “여어. 왜들 그러시나. 오늘은 사이가 별로인 모양이네?” 물론 구원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녀석에게 다가가서 깐죽댔다. “야. 지금 바쁘니까….” “흐음. 남녀가 자고 나와서 남자가 여자한테 빌고 있다라…. 이거 왠지 상상이 되는데? 지금 내 상상이 맞는 거야? 아니라고 해줘 포츠. 우린 남자 모험가잖아.” “당연히 아니지! 날 뭐라고 생각하고!” 케이트는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남자 친구가 망신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인지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팔짱을 낀 채 침묵을 지켰다. 사실 지금도 만족이 안 돼서 욱씬욱씬 쑤실 텐데, 꽤나 근성은 있는 여자군. 하지만 저것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혹은 포츠가 제 컨디션만 찾으면 해소시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두고 보자고. “하긴 그렇겠지? 나도 어제 너무 불타올라서 말이야. 그만 벽에 쿵쿵 소리가 울릴 정도로 해버렸는데 옆방에 폐가 안됐는지 모르겠어.” 구원이 그렇게 말하자, 케이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서, 설마 당신이 옆방의 절륜…!” “응? 뭐라고?” 구원이 시치미를 떼고 물어보자, 케이트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다.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역시 자위할 때 우리 방에서 새어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하고 있었던 거군. 오히려 잘 됐다. 이걸로 케이트의 머리엔 내 절륜함이 제대로 인식됐을 거다. “그래? 그럼 우린 이만 가볼게. 잘 있으라고.” 구원은 포츠를 가볍게 툭 치고 자리로 돌아왔다. “…흐음. 그런가. 간밤에 그렇게 불타올랐는가.” 지금껏 눈도 안 마주치던 디아나가 눈에서 레이저라도 쏘아낼 기세로 구원을 노려보고 있었다. “아, 아니. 난 원래 그러잖아. 너희랑 할 때도 마찬가지….” “옆방까지 소리가 들리려면 대체 얼마나 불타올라야 가능한 건가요?” 처, 천사님?! 분명 포츠를 놀리고 온 거였는데, 대체 왜 내가 위기에 빠진 거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BORNTOK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고기좋아요 // 디아나는 그때 구원의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부끄러워하느라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여관에서 성역 선포를 사용할 때는 레이아가 구미호로 변할 위험이 있어서 스킬 범위를 최소로 설정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사라의 오감이 뛰어난 이유는 궁사와 용사, 사냥꾼 직업의 특성 때문입니다. 당연히 직업 레벨이 오를수록 민감해지고, 사라는 얼마 전에 직업 레벨이 대폭 올랐죠. 156==================== 복수 “그, 그냥 좀 놀리려고 그런 거야. 사실 내 방이 쟤들 옆방이었거든. 너무 불타오르기는 평소랑 똑같지 뭐.” 말을 해놓고 구원은 아차 싶었다. 황급히 사라 쪽을 바라보자, 기분 탓인지 후드에 덮여있는 어깨가 축 처진 것 같았다. “아, 아니! 그러니까! 평소처럼 불타올랐다고! 난 언제나 너희와 잘 땐 최고로 불타오르거든! 사랑한다!” “고, 공공장소에서 무슨 말을 큰 소리로 하는 겐가!” 구원이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외치자, 디아나가 구원의 머리를 콩하고 쥐어박았다. 그리고는 아픈지 손을 호호 불면서 이쪽을 노려봤다. 아니, 네가 쥐어박은 거잖아. 왜 노려보냐. 그래도 구원의 혼의 외침에 납득은 한 모양이다. 레이아도 평소의 포근한 표정으로 돌아와서 생긋생긋 웃으며 디아나의 주먹을 치료해줬다. 역시 천사님은 저런 표정이 제일 어울려. 물론 살짝 삐친 얼굴도 가련하고 귀여우시지만, 우리 천사님까지 그래버리시면 내 마음의 오아시스가 사라져 버리잖아. 아무튼 그렇게 해서 겨우 사냥을 나갈 수 있었다. 사냥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장해 없이 진행돼서, 지루한 반복 노동처럼 느껴졌다. 이정도 실력이라면 슬슬 초월종을 찾아다니며 간을 보고, 나아가서 다음 계층까지 노려봐야 할 수준이다. 하지만 구원은 아직 그러지 않았다. 초월종을 찾으러 다니면 예기치 못한 트러블이 일어나 생활 패턴이 바뀔 수도 있으니 말이다. 모처럼 포츠 일행과 옆방에 심지어 생활 패턴도 비슷하다는 절호의 찬스다. 우선은 사라의 복수를 돕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리고 저녁시간이 되어 식당에 가보니, 포츠와 케이트가 이미 식사를 하고 있었다. 너희들 우리보다 늦게 일어나지 않았었냐? 제대로 사냥은 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모험가들은 원래 저게 보통인가? 우리가 너무 빡빡하게 사냥을 하는 것뿐이야? 뭐, 별로 관심은 없지만. 어쨌든 잘 된 일이다. 구원은 식사를 하면서 놈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걱정 마. 아까 싸우는 거 봤잖아. 어제는 이상하게 몸에 힘이 잘 안 들어갔었지만, 오늘은 달라. 확실하게 만족시켜 줄게.” “알았어. 그럼 얼른 먹고 방에 가자.” “하핫. 우리 이쁜이. 왜 그렇게 달아오르셨을까? 그렇게 못 참겠어?” 케이트의 안달 난 말에, 포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좋아하지 마라. 저거 너 때문에 달아오른 거 아니다. 흡족하게 웃으며 식사를 계속하는 포츠와는 달리, 케이트는 제대로 식사도 하지 않으며 계속해서 포츠를 다그쳤다. 그야 하루 종일 저 상태였을 테니까. 안달 나겠지. 오히려 사냥을 아무 문제없이 끝낸 게 신기한 수준이다. 둘이서만 다니는 것도 그렇고. 저 둘, 보기완 다르게 실력이 좋은 건가? 아무튼 저 상태라면,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포츠만으론 도저히 만족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거다. 그때가 바로 내가 나설 때다. 구원은 머릿속으로 다시 한 번 계획을 정리하며 둘이 위로 올라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하지만 계획은 계획이고, 우선은 할 일이 있다. 오늘은 디아나와 잘 차례지만, 구원은 지금 혼자서 방에 앉아있었다. 아침에는 질투를 보였던 디아나지만, 그 이후로는 다시 구원과 눈도 잘 마주치지 않게 됐다. 대체 언제까지 부끄러워하고 있을 건지. 과연 이렇게까지 오래 끌자, 단순히 디아나가 부끄러워서라는 이유만으로 구원을 피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짐작 가는 것은 단 한가지뿐이다. 바로 키스다. 디아나에게 키스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평소 반응을 보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건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그런 행위를 거의 허락이나 다름없는 발언을 한 거다. 그렇다면 지금은 디아나가 말했던 그 마음의 준비라는 걸 하는 도중이라는 걸까? 아니면 분위기를 타서 섣불리 그런 발언을 한 것을 후회하고 있어? 아니, 후회하는 건 아닐 거다. 일단 아침에 질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디아나가 날 좋아하는 거라는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내가 직접 행동에 나서볼까. 아무리 기대려도 오지 않는 디아나에게 내 쪽에서 가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앞에는 디아나가 우물쭈물하며 서 있었다. “와…왔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차례를 빼먹을 생각은 없었던 모양이다. 구원은 디아나의 팔을 잡고 침대에 앉혔다. “디아나. 우리 얘기 좀 해.” “뭐, 뭔가. 어울리지 않게 진지한 얼굴로. 그만두게. 자네에게 그런 얼굴은….” 디아나는 여전히 구원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며 농담하는 투로 넘어가려고 했지만, 구원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나 진지한 거 맞아. 대체 요즘 왜 날 그렇게 피하는데?” “피, 피해? 이 몸이 말인가? 대체 언제….” “전에 잤을 때부터 계속. 봐. 지금도 나랑 눈도 안 마주치고 있잖아.” 구원이 디아나의 얼굴을 감싸 잡고 자신과 얼굴을 마주보게 만들었지만, 디아나는 여전히 눈을 돌려 시선이 마주치는 걸 피했다. “저번에 키스를 기약하는 말을 해서 그래? 혹시 후회하고 있어? 괜히 분위기에 휩쓸려서 나 같은 놈이랑 그런 약속을 하게 돼서? 그럼 제대로 그렇게 말해. 받아들일 테니까.” “그, 그런 거 아닐세! 그런 거…아니란 말일세!” 구원의 말에 디아나는 당황하며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휴. 다행이다. 사실 나도 받아들인다고 말은 했지만, 만약 디아나가 진짜로 후회한다고 말했으면 멘탈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었을 거다. “이, 이 몸도…! 하지만…!” “괜찮아. 말해봐 뭣 때문에 그러는데?” “자네는 이 몸과 키스를 하는 것의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네!” “전혀 몰라도 상관없어.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든, 난 다 받아들일 수 있어.” 구원의 흔들림 없는 발언에, 디아나의 눈동자가 거세게 출렁였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두려움 같은 게 남아있는지, ‘하지만…그래도….’ 같은 말을 하면서 본인과 키스를 한다는 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말하는 건 주저했다. 그래. 여기선 너무 몰아붙이지만 말고, 조금 유예기간을 주자. 얘도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다고 했으니까. “디아나 잘 들어. 키스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는, 네 마음이 준비 됐을 때 말해줘도 돼. 하지만 이것 하나만 기억해 둬.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든, 난 다 받아들일 수 있어. 오히려 난 지금 당장 네 입술에 입을 맞추고 싶은 기분이야. 그러니까 아무런 걱정도 할 필요 없어. 알았지? 그러니까 이제 날 피해 다니는 건 그만둬. 네가 그러면 미움 받는 것 같아서 슬퍼지잖아.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구원이 엄지를 뻗어 디아나의 아랫입술을 쓰윽 훑으며 말하자, 디아나가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은 한 편으론 감동받은 것 같으면서도 한 편으론 울 것 같은, 여러 감정이 담긴 표정이었다. “알겠…네.” 하지만 이제 하나는 확실해졌다. 디아나가 그때 키스를 약속한 건 분위기를 타서 그런 게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진지하게 고민할 정도로 날 좋아하고 있는 거다. 키스는 또 뒤로 미뤄두게 됐지만, 그걸 확인한 것만으로도 지금 나눈 대화에 충분한 가치는 있었다. 구원은 신이 나서 소리쳤다. “좋아. 그럼 진지한 얘기는 이걸로 끝. 이제 할 일을 해볼까?” “…할 일?” “그야 당연히 섹스지! 섹스!” 구원의 외침에 디아나의 몽롱한 표정이 한 순간에 와르르 무너졌다. “자, 자네! 기껏 분위기 잡아놓고 마지막에 한다는 말이 그건가!”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너도 그러려고 왔잖아.” “이 몸이…! 이 몸이 어쩌다 이런 남자를…!” “그래서 안 할 거야?” “할 걸세! 할 거네만!” 디아나는 뭐가 그리 억울한지 발을 동동 굴렸다. 미안. 디아나. 네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닌데, 사실 난 그렇게 오글거리는 분위기 너무 오래 유지 못하겠어. 물론 아까 한 말에 거짓말은 없다. 전부 내 진심을 그대로 담아서 말한 거다. 그래도 그거랑 내 성격이 이런 거랑은 별개의 문제다. “그럼 하자고. 씻고 왔지?” “그야 씻고 오기야 했네만…!” “뭐야. 준비 확실히 마치고 왔잖아. 그럼 바로….” 구원은 디아나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 들어 올리고 그대로 벽 쪽으로 걸어갔다. “자, 잠깐! 그쪽으로 가는 겐가!” 디아나는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외쳤다. 또 노출 플레이라도 할까봐 그러는 거야? 미안하게도 오늘은 노출 플레이를 하려고 그러는 게 아냐. 아니, 다른 사람에게 과시한다는 측면에서는 일종의 노출 플레이라고 봐도 되는 건가? “아침에 질투했잖아. 내가 사라랑 할 때 옆방에 울릴 정도로 불타올랐다고 하니까. 그러니까 너도 똑같이 해줄게. 내가 너희랑 할 땐 언제나 불타오른다는 걸 증명해주겠어.” “아, 아니네! 굳이 그럴 것 없네! 그러지 않아도 이 몸은 충분히 믿고…!” “에이. 사양할 것 없어.” “사, 사양하는 게 아닐세!” 좋으면서 앙탈은. 신이 난 구원은 그대로 디아나의 옷을 벗겨나갔다. 벗긴 옷을 아무렇게나 바닥에 팽개치고 음부에 손을 가져다댔지만, 과연 아직 젖어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원은 이곳을 순식간에 젖게 만들 수 있는 마법의 말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디아나. 기억나?” “뭐, 뭐가 말인가?” “이쪽 벽 건너편 방이 포츠랑 케이트가 묵는 방이라는 거 말이야. 기억나지? 옆방이라고 했던 거.” 구원이 그런 말을 하자마자, 디아나는 흠칫하고 몸을 떨었다. “가, 갑자기 그 얘긴 왜 하는 건가?” “아무래도 걔들한테 나랑 사라가 하는 소리가 들린 모양이더라고. 그럼 이제부터 우리가 하는 소리도….” “흐, 흐그읏.” 디아나는 눈을 그렁그렁 거리며 입술을 꽉 다물고 뭔가 참는 소리를 냈다. 하지만 몸은 정직했다. 아까부터 조심스레 만지작거리던 디아나의 음부에서, 애액이 흘러나오는 양이 갑자기 확 늘어났다. “흥분했어? 갑자기 엄청나게 젖었네.” 구원이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크게 찔꺽찔꺽 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움직이자, 디아나의 얼굴이 귀 끝까지 순식간에 빨개졌다. “자, 자네 손이 기분 좋아서…!” “정말 이유가 그것뿐이야?” “그, 그럼 그거 말고 또 뭐가 있단 말인가!” 하여간 자기가 노출증이 있다는 건 죽어도 인정을 안 하네. 구원은 여기서 더 디아나를 괴롭혀서 노출증이 있다는 걸 인정하게 만들고 싶어졌지만, 곧 포기했다. …뭐 됐나. 오늘은 봐주자. 안 그래도 큰 고백을 한 직후이다. 이것까지 괜히 서두를 필요는 없지. 구원은 디아나의 엉덩이를 받쳐 들고, 그대로 디아나의 음부에 물건을 집어넣었다. “히으으읏!” 구원에게 매달려 몸을 부르르 떠는 디아나를 바라보며, 구원이 짓궂게 말했다. “사라랑 할 때는 이 상태에서 진하게 키스를 하면서 했었는데.” 원래 이런 행위 도중에 다른 여자의 이름을 꺼내는 건 금기겠지만, 구원은 일부러 도발하듯 말했다. 이런 말 하나로 디아나의 결심도 조금 더 빨라지지 않을까하는 기대도 담아서 말이다. “히으읏!” 디아나는 살짝 슬픈 표정을 지으며 눈동자를 그렁그렁 거렸다. 구원은 그런 디아나의 얼굴을 향해 살며시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댔다. “흐읏!” 사라와 했다는 도발이 먹힌 걸까? 아니면 아까 구원과 진심이 담긴 대화를 나눠서? 구원의 얼굴이 다가오는 걸 빤히 보면서도, 디아나는 얼굴을 피하지 않았다. 이번엔 손으로 막을 수도 없다. 디아나의 양 손은 구원의 등 뒤로 둘러져서 꽉 매달려있는 상태니까. “…흐에?” 둘의 입술이 맞닿기 직전, 구원은 살짝 고개를 둘려 디아나의 뺨에 입을 맞췄다. 아직 안 해. 아니, 이런 방법으로는 안 해. 그렇게 애를 태웠는데 이제 와서 이렇게 허무하게 할 수는 없지. 우리가 처음 키스를 하는 건, 네가 스스로 직접 할 때야. 구원의 마음이 전달됐는지, 디아나도 입술을 내밀어 구원의 뺨에 입맞춤을 했다. 새가 쪼는 것처럼 입술로 쪽쪽 소리를 내며 뺨에 키스를 해오는 디아나의 행동에서, 지금 당장 키스할 결심을 못해서 미안하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렇게 디아나와 찐득하게 서로의 뺨에 키스를 하며 행위에 몰두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점점 행위도 격렬해지면서 디아나도 옆방에 들릴지도 모른다는 부끄러움 같은 건 잊고 크게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쾅! 쾅! 슬슬 스퍼트를 가해보려고 했을 때, 누군가 방문을 거칠게 두드렸다. 응? 뭐지? 이 시간에 사라나 레이아가 찾아올 일은 없을 텐데. 구원은 디아나와 연결 된 그대로 방문으로 향했다. “흐엣! 자, 잠깐! 자네! 미쳤는가!” “괜찮아. 문틈으로 고개만 살짝 내밀어서 확인할 거야.” “그, 그래도…!” “너무 소란피우면 들킨다.” 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문을 살짝 열었다. 그러자 디아나는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얼마나 조용히 있기 위해 필사적인지, 구원의 어깨를 꽉 깨물어서 목소리를 꾹 참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고기좋아요 // 그쪽 얘기였군요. 정확히 말하면 욕구 불만이었다고 보기엔 살짝 애매합니다. 본편에는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았지만, 성자 스킬로 발정 상태가 유지되는 건 딱 성자 스킬로 느낀 만큼의 흥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케이트가 완전히 발정 났던 바네사나 디아나에 비해서 더 잘 버티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134화에서는 쾌감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시점에서 스킬을 중단했기 때문에 욕구 불만 상태까지는 가지 않고, 그냥 평소보다 살짝 몸이 후끈해진 정도로만 느꼈을 겁니다. M.F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슈리온 // 안 오릅니다. 무조건 제대로 된 곳으로 할 때에만, 그것도 여자는 남자의 씨를 안으로 받아야지만 오릅니다. 157==================== 복수 하지만 그 와중에도 물건에 느껴지는 압박감은 엄청나서, 디아나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었다. 하여간 중증이라니까. 살짝 열린 문틈에 얼굴을 내밀어 확인해보니, 문 앞에 서있는 건 예상외의 인물이었다. “케이트? 무슨 일이야?” 케이트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씩씩거리며 서있었다. 분명 사라나 레이아가 무슨 일이 생겨서 찾아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 당신들! 시끄러워요! 옆방에….” “흐아아앙!” 케이트가 뭐라고 외치는 동안에도 이를 앙다물고 필사적으로 참던 디아나가 결국 참지 못하고 크게 신음성을 내며 절정에 달해버렸다. 그러게 소리를 참을 거면 그냥 가만히 있지 왜 은근슬쩍 허리를 돌려. “아, 미안. 뭐라고?” “그, 그러니까…그게…그…. 아, 그, 그래! 시끄럽다고요!” 케이트는 구원을 바라보며 그렇게 외쳤지만, 정작 정신은 디아나가 절정의 여운을 느끼며 내뱉는 달뜬 신음소리에 가있는 것 같았다. 케이트의 얼굴에 부러운 표정이 스쳐지나가는 걸 구원은 놓치지 않았다. “아, 혹시 옆방까지 들렸어? 미안. 걱정 마. 보시다시피 이제 조금 있으면 얘도 정신을 잃을 테니까.” “뭐, 뭐요?! 저, 정신을 잃어?!” “응.” “흐이이이이잇!” 구원이 대답하면서 살짝 허리를 쳐올리자, 디아나가 좋은 반응을 보여줬다. 케이트에게 디아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겠지만, 이 신음성만으로 상황을 전달하기엔 충분했던 모양이다. “아, 알았어요!” 케이트는 그렇게 내뱉고 마치 도망치듯 그 자리를 벗어났다. 훗. 뭐 이런 거지. 구원은 문을 닫고 디아나의 얼굴을 쳐다봤다. “디아나. 괜찮…디, 디아나?!” 디아나는 완전히 풀려서 헤실헤실한 표정으로 온몸을 마구 경련시키고 있었다. …아차. 얘 같은 중증 노출증 환자한테 이런 플레이는 너무 자극이 강했나. 사실 케이트한테 내 절륜함을 어필도 할 겸 놀리기도 할 겸해서 말 한 거였는데, 정말로 곧 정신을 잃을 지도 모르겠다. 결국 완전히 이성을 잃은 디아나는 제정신으로 돌아오는 일 없이 얼마 안가서 정신을 잃었다. 으음. 얜 노출증을 자극하면 야해져서 플레이가 재밌긴 한데, 조금만 지나치면 플레이를 오래 지속 못하는 게 문제네. 기회를 봐서 조금 훈련시킬 필요가 있지도 모르겠다. 뭐, 얘가 따라 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정신을 잃은 디아나를 침대에 눕히고, 구원은 다시 천장을 뜯었다. 물론 옆방의 상황을 엿보기 위해서다. 그렇게 도발을 한 거다. 지금쯤 케이트도 제대로 된 해방감을 맛보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겠지? 어쩌면 어제처럼 우리 방 쪽 벽에 기대서 자위에 빠져있을지도 모른다. 기대를 하면서 구멍을 들여다봤지만, 그곳에 케이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혹시 또 잘 안 보이는 곳에 있는 건가 싶어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 봐도, 포츠의 요란한 숨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이 방에 없다고? 설마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다른 남자라도 찾으러 간 건가? 이 여관에는 다들 모험가밖에 없다. 그것도 다들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모험가들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여기서 만나는 남자 모험가들은, 다들 어느 정도 섹스 테크닉이 보증된 사람들이란 말이다. 케이트는 그런 모험가들을 노리고 지금 방에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봤자 케이트가 만족할 일은 없겠지만. 아무튼 좋은 기회다. 구원은 얼른 방으로 돌아와 천장을 고쳐두고 밖으로 나왔다. 자, 과연 케이트가 어디 있을까. 이미 남자를 하나 잡아서 다른 방에 들어갔다면 어쩔 수 없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지. 하지만 아직 남자를 물색 중인 상황이라면? 바로 계획의 다음 단계가 진행되는 거다. 식당에 내려오자, 케이트의 모습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케이트는 혼자서 커다란 맥주잔을 들이키고 있었다. 오, 설마 이런 상황에서도 남자를 찾는 게 아니라 혼자 술을 마시며 달래고 있었다고? 내가 좀 얕봤다. 대단한 근성이야. 그만큼 포츠를 향한 마음은 진심이라는 걸까? 뭐, 좋다. 둘의 감정이 진심이면 진심일수록, 포츠가 느낄 절망감도 커질 테니. 하지만 케이트에게 다가가보니, 그게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케이트는 술잔을 벌컥벌컥 들이키면서,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두 곳을 번갈아가며 주시하고 있었다. 누가 봐도 굶주린 짐승의 눈빛이다. 이 경우엔 식욕이 아니라 성욕에 굶주린 거지만. 그런데 이러면서 왜 아직도 이러고 있는 거지? 주위를 둘러보자, 곧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혼자 있는 남자 모험가가 없었다. 케이트가 번갈아가며 쳐다보는 곳에는 각각 남자 모험가가 앉아 있기는 했지만, 둘 다 여자 모험가를 끼고 있는 상황이었다. 저래서야 도저히 유혹할 수가 없지. 더할 나위 없는 절호의 찬스다. 좋아. 가볼까. 아무리 계획된 것이라고는 해도, 스스로 여자를 꼬시는 거다. 익숙지 않은 상황에 구원은 살짝 긴장하면서 케이트에게 다가갔다. “여기도 맥주 한 잔 주세요.” 구원은 주문을 하면서 케이트의 맞은편에 허락도 없이 털썩 앉았다. 케이트는 그제야 구원을 알아챈 듯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다, 당신이 여기 왜…?” “혼자 심심해 보여서 말이야. 이왕 마시는 거, 얼굴도 아는 사이끼리 같이 마시자고.” “같이 있던 여자는 어떻게 하고요?” “말했잖아. 곧 정신을 잃을 거라고. 지금은 위에서 기분 좋은 숙면에 빠져계시지.” “기분…좋은….” 케이트의 숨소리가 거칠어지는 게 느껴졌다. “아깐 미안했어. 하지만 잘도 우리 소리가 들렸네. 그쪽도 포츠랑 한창 즐겼을 거 아냐? 우리 쪽에 신경 쓸 여유가 있었어?” 아까 긴장한 게 무색할 정도로 말이 술술 나왔다. 어째서일까? 이유는 간단했다. 케이트를 상대할 때는 우리 애들을 상대할 때의 그 떨림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 물론 우리도 즐겼어요! 그쪽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말이죠!” “…거짓말이네.” 구원은 케이트의 눈을 빤히 바라보면서 무게를 잡은 후,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 뭐라고요?!” “난 이런 건 직감적으로 알거든. 괜히 성자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란 말씀이지. 단언할 수 있는데, 댁은 포츠와의 행위에 만족을 못하고 있어.” “당신이 뭘 안다고…!” 케이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치려고 했지만, 구원이 살짝 그 어깨를 눌러 자리에 앉게 하며 말했다. “말 했잖아. 안다니까. 직감적으로. 성자란 직업은 그냥 몬스터를 싸지르게 만다는 개그 직업이 아니야. 성에 굶주린 여성들에게 쾌락을 전달하여 몸도 마음도 만족시켜주는 직업이지. 그러려면 누가 성에 굶주렸는지 정도는 당연히 알아야하지 않겠어? 내가 봤을 때, 당신은 지금 굶주려있어. 그것도 내가 지금까지 봐왔던 그 누구보다도.” 케이트는 더 이상 항변하지 못했다. 거세게 요동치는 그녀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구원이 나지막하게 유혹하듯 말했다. “만족시켜줄까?” 평소 하는 짓이 그래서 잘 부각되진 않지만, 지금의 난 엄청난 미남이다. 안 그래도 커스터마이징으로 잘생겼던 외모는, 보너스 스탯을 매력에 찍으면서 광채를 더했다. 그 사라나 디아나마저 인정한 외모다. 그런 미남이 이런 식으로 유혹하는데 안 넘어올 여자가 과연 몇이나 될까? 그것도 포츠랑 헤어지고 나랑 사귀자는 게 아니다. 그냥 단순히 하룻밤을 즐기자는 것에 불과하다. 이 여자도 모험가인 이상, 포츠랑 만나기 전에는 여러 남자와 잠을 잤겠지. 그냥 그 수많은 남자들 중 한명이 더 추가되는 것뿐이잖아? “다, 당신이 포츠보다 절 더 만족시킬 수 있다는 건가요?” 거 봐라. 흔들리잖아. 조금만 더 흔들면 넘어오겠군. “당연하지. 난 성자라고. 이 세상에서 나보다 섹스를 잘하는 남자는 없어.” 구원은 확신을 가지고 단언했다. “어때? 내 말이 맞지?” “흐아앙! 하아앙! 흐아아악!” 케이트는 내 물음에 제대로 대답도 하지 못하고 헐떡였다. 이번 한 번으로 끝낼 생각은 없다. 포츠를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트리기 위해서는, 케이트와 몇 번이고 몸을 겹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케이트에게 나와 몸을 겹치는 기쁨을 철저하게 인식시켜놓을 필요가 있었다. “이봐. 묻고 있잖아. 포츠랑 하는 것보다 훨씬 기분 좋지?” 구원은 평범한 크기의 케이트의 가슴을 꽉 움켜쥐며 말했다. “좋아! 좋아아아!” 그 감촉마저도 쾌감으로 느끼는지, 케이트는 몸부림을 치며 외쳤다. “그럼 확실히 말해. 누구랑 하는 게 누구보다 훨씬 기분 좋은지. 네 입으로 제대로.” 구원은 분위기를 타서, 어딘가에서 들어본 적 있는 말을 해봤다. “다, 당신과의 섹스가! 포츠랑 하는 것보다! 훨씬 기분 좋아아아!” …엄청 쉽네. 예상은 했지만, 케이트는 구원과 몸을 겹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완전히 함락됐다. 그냥 섹스를 하는 것만으로도 미칠 지경일 텐데, 구원은 성자의 손길까지 약하게 발동하여 케이트의 온몸을 어루만졌다. 녹아내리지 않는 게 이상한 거다. “하앙! 하앗! 왜! 왜 이렇게 좋은 거야?! 흐으으응! 이런 거, 이런 거 처음이야…!” “당연히 처음이겠지. 나랑 자는 게 처음인데.” 나 말고는 이런 쾌감을 줄 수 없다는 오만한 발언이었지만, 케이트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굉장해! 굉장해! 나, 나 또!” 이 발언에서 알 수 있겠지만, 케이트는 절정에 달하는 게 처음이 아니었다. 처음 절정을 느낀 순간 몸 안에 있던 발정 효과는 완전히 사라졌겠지만, 그래도 케이트는 계속해서 구원에게 안겨 허리를 흔들었다. “흐아아아앙!” 케이트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절정에 달해도, 구원은 허리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구원은 그렇게까지 기분 좋지는 않았다. 하아…. 역시 우리 애들이 최고야. 그래도 오래 흔들다보니 슬슬 느낌은 오기 시작했다. “나도 슬슬 쌀 것 같은데.” 쾌락에 허덕이던 케이트는 구원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 듯 고개를 들었다. “아, 안에는…!” “응? 레벨 업 하려면 안에다 싸야지.” “하, 하지만 포츠한테…!” 응. 알고 한 말이야. “음…하지만 난 안에 싸는 게 기분 좋은데. 그렇게 안에 싸지 말아 줬으면 좋겠어?” “으흐으응! 으응!” 대답하는 거냐. 신음 소리를 내는 거냐. 뭐,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걸 보면 대답하는 거겠지. “그럼 마셔줘.” “흐으응! 무, 무슨…!” “난 안에 안 싸는 게 좋단 말이야. 질 안이 안 되면 입 안에라도 싸야지. 어쩔래? 그게 싫으면 그냥 이대로 안에 싼다.” 이렇게 봉사해 줬으니까, 이왕이면 평소엔 좀처럼 할 수 없는 체험이라도 해봐야지. “하으응! 마, 마실게! 마실 테니까 안에는!” “그래 그럼.” 구원은 허리 움직임에 스퍼트를 올렸다. “하응! 흐앙! 하악! 나 미칠 것 같아! 흐아아앙으으읍! 읍! 으읍!” 그리고 케이트가 절정에 달하는 것과 동시에 물건을 뽑아서 케이트의 입안에 쑤셔놓고 사정을 했다. “흐으읍! 흐읍! 꿀꺽. 꿀꺽. 흐읍. 푸하아아.” 끝부분을 케이트의 입안에 넣은 상태로 뿌리부분을 훑으며 안쪽에 남아있는 것까지 모조리 쏟아낸 구원은, 그제야 느긋하게 물건을 뺐다. 케이트는 한 번에 쏟아져 나온 정액을 차마 다 삼키지 못해서, 코에서까지 흘러나올 정도였다. 구원은 케이트가 숨을 고르는 걸 잠시 지켜 본 후, 여전히 빳빳하게 서있는 물건을 내밀었다. 그러자 케이트는 당연하다는 것처럼 구원의 물건을 물고 혀로 깨끗하게 핥아갔다. 포츠 녀석 이런 쪽으론 교육 잘 시켰네. “어때? 만족했지?” 구원의 물음에, 케이트는 구원의 물건을 입 안에 넣은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여기까지네.” 구원이 물건을 뽑아서 집어넣으려 하자, 케이트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 하지만 당신 거긴 아직…!” “내 여긴 몇날며칠을 해도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나랑 그렇게 하게? 서로 파트너가 있는데 슬슬 돌아가야지.” 구원의 말에 케이트는 퍼득 정신을 차린 듯 주변을 살폈다. “지, 지금 시간이…!” “걱정 마. 아직 일어날 시간은 아니니까. 그럼 난 먼저 간다.” 구원은 말을 마치고 곧장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몸을 구석구석 깨끗하게 씻고, 디아나가 누워있는 침대에 파고들었다. 디아나는 여전히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구원은 흐뭇한 미소를 짓고 디아나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다가, 빳빳하게 선 물건을 디아나의 안에 집어넣었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여자와 자고 와서 이렇게 다시 디아나의 안에 넣는 건 상당히 양심이 찔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매번 이러고 자던 걸 오늘만 안하면 괜한 의심만 받을 거다. 미안해. 디아나. 내가 앞으로 더 잘 해줄게. “흐으으으응.” 구원이 물건을 넣자, 디아나의 음부가 마치 환영이라도 하듯이 꾹 조여 왔다. 그래. 이 느낌이야. 역시 우리 애들이 최고야. 다른 여자를 안았는데도, 우리 파티원들이 최고라는 사실만 새삼 깨닫게 된 밤이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58==================== 복수 “…라는 일이 어제 있어서 말이야.” 으드득. “사, 사라야?” “…왜요?” 아니, 무섭다고. 구원은 지금 사라에게 어젯밤에 일어났던 일을 보고하고 있었다. 내가 생각해낸 작전대로 하기로 하면서 거의 모든 일을 내가 주도하게 됐지만, 이 복수는 사라의 복수다. 당연히 사라는 복수의 과정을 전부 상세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디아나가 깨어난 후에, 먼저 방을 나와서 이렇게 다른 여자와 잔 것을 사라에게 보고하고 있는 거지만…사라의 표정이 엄청나게 무서웠다. 저 눈은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눈이야. 으드득. 그리고 그 고운 입술을 비집고 뭔가 심상찮은 소리가 들려온다. “사라야? 이거 다 계획의 일부라는 거 알지? 네가 하라고 했잖아.” 구원의 말에 사라의 얼굴이 표독한 표정에서 한 순간에 슬픈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차. 이 말은 너무 비겁했나. 사라도 이런 방법을 원해서 이 방법을 택한 건 아니었을 텐데. “알아요. 알지만….” “미안.” 구원은 사라를 껴안고 그 머리를 다독여줬다. “그래도 그런 표정 지을 거 없어. 어제 케이트랑 하면서 진짜 놀라울 정도로 아무 감정도 안 생기더라. 케이트랑은 그냥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뿐이야. 나한텐 너희뿐이야.” “…이럴 때는 너희가 아니라 너뿐이야 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 아니. 그건….” 예상외의 말에 구원은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이렇게 직접적인 표현을 하다니. 그래도 전에는 왠지 모르게 사라가 스스로의 마음을 감추려고 하는 것 같았는데, 요즘 들어 갑자기 적극적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뭐 좋아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 구원의 품에서 떨어졌다. 그 얼굴은 언제나의 쿨한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어쨌든 알려줘서 고마워요. 또 뭔가 진행이 되면 알려주세요.” “고맙긴. 당연한 일이지. 맡겨둬.” 사라와 식당에 내려가 있자, 곧 디아나와 레이아도 내려왔다. 디아나는 식당에 내려오자마자 살짝 움찔움찔하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케이트가 없는 걸 확인하자 안심했는지, 잽싸게 이쪽으로 달려와 구원을 노려봤다. 아니, 그러니까 미안하다니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구원은 디아나에게 엄청나게 갈굼을 먹었다. 확실히 디아나의 성벽을 알고 있으면서 연결된 채로 문을 열어버린 건 내 잘못이기 때문에, 구원은 순순히 디아나의 비난을 받아들였다. 다만…. “심지어 그 상태로 허리까지 흔들다니! 자네 제정신인가! 이 몸이 참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는지….” 사실까지 왜곡시키면서 비난을 받는 건 참을 수 없었다. “아니. 허리는 네가 흔들었잖아. 이 노출증아. 누가 보니까 정신줄 놓고 허리를 비벼댄 주제에. 그리고 참기는 무슨. 완전히 소리란 소리는 다…죄송합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구원이 팩트로 공격하자, 디아나의 큼지막한 눈동자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구원은 다시 순순히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불리하면 저러는 거 너무 치사하지 않냐? 어떻게 이기라고. “그렇네! 전부 자네 잘못일세!” 디아나는 그렇게 한참 구원을 매도했다. 하지만 지금 저 표정을 보면, 아직도 화가 다 가신 건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이런 게 어제처럼 얼굴도 안 마주치려고 했던 것 보다는 낫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제 한 대화가 효과는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아서 구원은 흡족했다. “걱정 마. 케이트도 얼굴을 못 봤으니 누군지 모를 거야. 그런 높은 신음소리로 누군지 알겠어?” “그, 그렇게 높은 신음 소리는 안냈네! 그리고, 이 몸인지 모른다고 해도 여기 셋 중 한 명이라고는 생각할 것 아닌가!” “그럼 어때. 오히려 우리 사이가 돈독하다는 걸 자랑….” “자랑할 방법이 없어서 그런 방법으로 자랑하나!”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구원씨? 무슨 말씀이세요? 신음 소리? 자랑?” 가만히 듣고 있던 레이아가 결국 궁금증을 못 참겠는지 질문해왔다.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어젯밤에 살짝….” 구원의 대답에, 레이아는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귀엽다. “흐응. 오늘도 따돌리시는 건가요. 어젠 사라씨랑. 오늘은 디아나씨랑 그렇게….” 아니, 오히려 플레이의 과격함을 따지면 레이아랑 할 때가 최고니까. 너도 요즘은 의식이 있으니까 알잖아? 구미호 상태가 된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 그럼 내일은 레이아랑 이런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오늘 밤 과격하게 하면 돼지! 그럼 아무 문제….” “문제투성이네!” “바보 아니에요?!” 동시에 태클이 들어왔다. 하지만 레이아는 구원의 대답에 만족했는지, 살짝 입을 뻐끔거리며 미소 지었다. 그 입모양을 읽어보니 이랬다. “약속이에요?” 물론입니다. 레이아 누님! 사랑합니다! “…잠깐 시간 있나요?” 그렇게 노닥거리고 있자니,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말을 걸었다.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 케이트가 복잡한 표정으로 서있었다. 디아나는 케이트를 보자마자 움찔하면서 구원의 품안에 파고들어 얼굴을 감췄다. 아니, 그러면 어제 그게 너라고 괜히 더 티내는 것 같잖아. 구원은 품안에 파고든 디아나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아니. 난 우리 애들이랑 식사중이라서 말이야. 미안하지만 다른 여자가 끼어들 틈은….” “헛물도 적당히 켜시죠?! 저도 포츠랑 먹을 거거든요! 그냥 잠깐 둘이서 할 말이 있는 것뿐이에요!” 케이트는 욱하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보아하니 발정상태가 풀려서 꽤나 살만한 모양이군. 하지만 그런 거라면 잘 됐다. 사실 할 말이 있는 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둘이서?” “그, 그래요. 문제 있어요?” “뭐, 좋아. 잠깐 얘기 좀 하고 올게.” 케이트는 구원을 데리고 여관 구석으로 끌고 갔다. “그래서, 할 말이란 게 뭔데?” “…착각하지 마세요.” “응?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어제 전 술에 취해서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러니까 착각하지 말라고요. 전 당신한테 아무런 감정 없으니까요. 그리고 어제했던 말들도 전부 술김에 나온 헛소리에요. 전부 잊으세요. 당신과 전 어제 아무 일도 없었던 거예요.” 과연. 어제 있었던 일을 전부 술기운 탓으로 돌릴 셈인가. 어제의 행위와는 별개로, 일단 포츠를 향한 마음이 진심이기는 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 마음이 언제까지 계속 유지될 수 있을까? 나는 계획이 다음 단계로 진행될 때라는 걸 깨달았다. “그쪽이야말로 착각하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뭐에요?” “대체 내가 왜 그런 착각을 해야 하지? 혹시 내가 그쪽에 마음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구원이 차갑게 내뱉자, 케이트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 하지만 어제 당신이 먼저….” “말했잖아. 난 직업 특성상 욕구불만인 사람들이 싫어도 눈에 보인다고. 난 그저 눈앞에 그런 사람이 있으니 도와준 것뿐이야. 생각해봐. 네 눈앞에서 물에 빠진 사람이 있는데, 팔만 뻗으면 쉽게 구할 수 있어. 그럼 너도 구하겠지? 그거랑 마찬가지야. 미안하지만 너한테는 아무런 감정도 없어.” 구원의 말에 케이트는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구원은 대답은 정확히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었겠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너한테 관심 없다는 소리를 들으면 여자로서 자존심이 상하겠지. 솔직히 미안한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어떻게 없겠어. 우리의 복수 대상은 어디까지나 포츠. 케이트는 거기에 말려든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딱 잘라 말하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에도 더 유리했다. “그, 그거 잘 됐네요. 그럼 우린 어제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거예요. 제 말 알겠죠?” “원래부터 그럴 생각이었어. 너도 나도 각자 서로 파트너가 있잖아. 어제 일은 잊고, 서로 파트너에게나 잘 해주자고. 뭐, 네 쪽 파트너가 잘 해줄 가치가 있는 놈인지는 의문이지만.” “뭐에요?! 그게 무슨 소리죠?!” “강간마에 살인범. 그런 놈이 정말로 잘해줄 가치가 있는 놈인지 의문이라는 말이야.” “……잠깐만요. 그게 무슨 소리죠?” 내 중얼거림에, 케이트는 아까완 달리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질문했다. 이 반응을 보니 역시나 로군. 얘는 포츠가 과거에 어떤 짓을 저질렀는지 전혀 모르는 거야. 뭐, 포츠놈이 그걸 직접 말해줬을 리도 없고, 그러지 않는 이상 모르는 게 당연한 거지만. 문제는 얘가 그걸 알고도 포츠를 계속 사랑한다고 지껄였을 때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런 변수 때문에 나도 많이 고민을 했다. 이대로 케이트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은 채 계획을 진행하는 편이 더 확실한 거 아닐까? 솔직히 말해서 내 성자의 능력만 있다면 충분히 케이트를 함락시킬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케이트 역시 또 하나의 피해자나 마찬가지라는 점이 그런 생각에 발목을 잡았다. 물론 내가 쓰레기이기는 하지만, 역시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될 수 없어. 이미 한 번 케이트에게 함정을 걸어 관계를 맺어놓고 무슨 헛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이 이상 쓰레기가 될 각오는 없었다. 케이트가 만약 모든 사실을 알고도 포츠를 감싼다면 그땐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우선은 사실을 밝히고 결정권을 주자. 그렇게 결심한 거다. “역시 모르면서 사귀고 있었군. 의뢰를 받고는 힘없는 화전민 마을에 가서는 아녀자들을 닥치는 대로 겁탈. 그리고 그를 저지하려는 마을 사람들을 무참하게 살해. 그리고 자신을 모르는 이 던전 도시로 도주. 전부 포츠가 한 짓이야. 포츠 녀석이 이 도시로 온 거, 그리 오래 되지 않았지?” 나는 포츠의 행적을 살짝 과장해서 말해줬다. 미안한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어차피 사라의 마을에서도 그런 거다. 딴 데서 또 그러지 않았으리란 법도 없고, 만약 그러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미안한 마음은 눈곱만큼도 들지 않았다. “…….” 내 입에서 나온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케이트의 눈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좋아. 이 반응을 봐서는, 포츠를 감싸줄 것 같진 않군. “미, 믿을 수 없어요! 당신은…당신은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아는 거죠?!”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케이트는 일단 내 말을 부정하기 시작했다. 뭐, 그야 그렇겠지. 하루 관계를 가진 것에 불과한 타인과, 자신의 남자친구. 어느 쪽을 믿을지는 뻔한 건가. “그 녀석한테 강간당하고 가족을 잃은 사람을 알고 있거든. 실은 난 그녀의 부탁으로 녀석을 처리하러 온 거야.” “뭐, 뭐에요?! 그, 그럼 당신 설마 어젯밤…!” “아니. 그건 아니야. 아까 말했다시피, 너와 관계를 맺은 건 정말로 그냥 사람 돕기에 지나지 않아. 아무리 여자 친구라고 해도, 넌 놈의 죄와 아무런 관계가 없으니까. 관계없는 사람까지 말려들게 만들 정도로 난 쓰레기가 아니야. 놈과는 달리 말이야.” “…….” 케이트는 내 대답에 뭐라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듯 눈동자를 떨었다. “아무튼 얘기는 이걸로 끝이지? 잘 가라고.” “자, 잠깐만요!” “또 뭐야?” “…당신. 정말로 포츠를 처리할 셈인가요?” “그래. 설마 말릴 셈인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어. 죄인을 감싼다는 건 너도 그 죄에 관계하게 된다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너도 처리할 수밖에.” “읏…! 그, 그런 거…! 누가 강간마에 살인범을…! 당장 헤어질 거예요!” 내가 계속해서 압박해오자, 케이트는 홧김에 내뱉듯 그렇게 외쳤다. 좋았어. 별로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몰아친 보람이 있었군. 케이트는 이제 완전히 내 말을 믿는 눈치였다. 솔직히 증거를 대라고 하면 곤란했는데 말이야. 왜냐하면 그런 거 전혀 없으니까. 굳이 증거를 대자면 사라의 마을까지 케이트를 데려가는 건데…과연 그렇게까지 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포츠 몰래 케이트와 거기까지 다녀오는 것도 불가능하고 말이다. “그런가.” “그래요. 이제 그런 쓰레기와 전 아무런 관계도 없어요! 그 남자가 그런 범죄자였다니! 조금 밝히긴 해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그렇게 외치는 케이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드디어 다음 단계로 접어들 말을 내뱉었다. “복수하고 싶지 않나?” “뭐, 뭐라고요?” “자신의 범죄행위를 모조리 숨긴 채, 본성을 숨기고 네 앞에서 착한 척을 하고 있었던 놈이다. 아마 이대로 갔다면 결혼까지 했을 지도 모를 놈이고, 그렇다면 넌 아무것도 모른 채 평생 최하급 범죄자와 함께 인생을 보냈을 지도 모를 일이지. 하마터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질 뻔 한 거야. 복수하고 싶지 않나?” “그, 그건…하지만 어떻게….” “간단해. 놈에게 똑같은 아픔을 맞보게 해주면 되는 거야. 사랑하는 사람에게 배신당하는 아픔을. 적어도 지금의 놈이 너에게 빠져있다는 건 사실인 모양이니까.” “……그 말은 즉…계속 그 쓰레기와 애인 행세를 하면서 당신을 도우라는 건가요?” 내 말을 듣고 잠깐 생각하던 케이트는, 조금 냉정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쳇. 역시 그렇게 간단히 넘어갈 정도로 바보는 아니라는 건가.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 나도 놈도 모험가. 내가 직접 놈을 처리할 수는 없지. 하지만 놈을 이대로 그냥 감옥에 처넣는 건 내 의뢰인의 요구에 반하는 거야. 나 혼자선 손을 쓰기 힘들어. 도와줬으면 좋겠어.” “역시 절 이용하려고 접근한 거잖아요!” “믿을지 믿지 않을지는 자유지만, 그것만큼은 절대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어. 애초에 네가 거기서 그렇게 욕구불만에 시달리고 있을 거라고 내가 어떻게 알았겠어? 내가 네 욕구불만을 조장했다고 라도 말하고 싶은 건가?” “그, 그건…. 읏…아무튼 싫어요. 그런 쓰레기와 계속 애인 행세를 하다니. 당장 헤어질 거예요.” 내 질문에 케이트는 대답할 말이 궁한 건지, 잠시 날 노려보다가 그렇게 내뱉었다. “물론 그냥 도와달라고는 안 해. 나도 힘든 부탁을 한다는 자각은 있어. 그러니 날 도와준다면 상응하는 대가를 주도록 하지.” “상응하는 댓가라고요?! 그런 쓰레기와 붙어있는 것에 상응하는 댓가가…!” “지금까지 맛본 적 없을 극상의 쾌락을 주지. 어제 경험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극상의 쾌락을.” 그래. 케이트에게 진실을 밝히기 전에 한 번 관계를 가진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좋으나 싫으나, 케이트의 몸에는 어제 나와의 행위로 얻은 쾌락이 확실히 각인되어있을 거다. 그런 쾌락을 맛보고, 그보다 더한 쾌락을 주겠다는데 과연 거절할 수 있을까? “읏…!” 과연 내 말에 고민되기 시작한 건지, 케이트의 눈동자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나, 난 그런 여자가….” “그래. 거절하는 건가. 알았다. 힘든 부탁을 해서 미안하군.” “자, 잠깐만요! 아직 거절한단 말은…!” “그럼 뭐지?” “읏…새, 생각할…조금 생각할 시간을 주세요.” 결국 케이트는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그렇게 내뱉었다. “좋아. 그럼 결정하게 되면 내게 말하라고. 어떤 결정을 내리던 말이야.” 떨리는 눈을 한 채 고개를 끄덕이는 케이트를 뒤로하고, 구원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무슨 얘기를 하신 건가요?” 자리에 돌아오자마자, 레이아가 구원에게 물었다. 디아나도 관심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힐끗힐끗 이쪽을 보는 게, 신경은 쓰이는 모양이다. 사라는 이미 무슨 얘기를 했는지 짐작하고 있겠지. 살짝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별 거 아니야. 그제도 어제도 잘 때 너무 시끄럽게 굴었으니까. 옆방까지 다 들려서 시끄러우니까 조금 조용히 하라고 한 소리 들었어.” “읏!” 구원의 말에 디아나가 말없이 구원을 토닥토닥 때렸다. 그러니까 그렇게 때려봤자 네 손만 아프다니까. “그런가요. 그럼 오늘은 자중해야겠네요.” 아니, 레이아 누님. 누님이 그러기로 마음먹어서 자중할 수 있어지면 우리가 그동안 그렇게 고생할 필요도 없었잖아요. 자중 가능하세요? “아니. 난 외세의 압력에 굴하지 않아. 오늘도 옆방에 들릴 정도로 격렬하게…!” “그런 건 좀 굴하게!” 소란스런 아침식사를 마치고 사냥에 나선 일행은, 오늘은 한 번 초월종을 찾아보기로 했다. 케이트 쪽에는 일단 밑밥은 다 뿌려놨으니 말이다. 이젠 슬슬 사냥에도 신경을 써야할 때다. 그래서 구원은 텔레포트를 타고 길드에 올라가서 2계층의 지도 하나를 사왔다. 길드의 지도에는 초월종의 위치도 표시되어 있으니 말이다. 다만 2계층의 지도는 그다지 도움이 되는 건 아니라는 모양이다. 표식이 될 만한 것도 마땅찮은 광활한 사막의 지도다 보니, 정확성이 다른 계층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나. 그래도 구원에게는 사기적인 맵이 있다 보니, 초월종의 대략적인 위치만 알아도 크게 도움이 된다. “그러고 보니 여기 계층의 주인은 어떤 몬스터야?” 솔직히 초월종이라고 해봤자, 전혀 긴장은 되지 않았다. 오크 토벌 때 이미 오크 초월 종들을 몇 마리 상대해봤으니 말이다. 웬만하면 봉인해둘 생각이지만, 정 위험하면 성자 스킬을 써서 무력화 시기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걱정이 될 리가 없었다. “거대한 샌드 웜일세.” “그래? 얼마나 큰데?” “흠. 그렇군. 몸 둘레가 10m가 조금 안 될 걸세.” 그건 또…. 더럽게 크네. 입 벌리면 날 옆에서부터 한입에 집어넣을 수 있는 크기란 거잖아. “그런 놈 상대로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흠. 근접전은 확실히 힘들지. 보통 탱커 여럿이 앞에 나서서 막고 그 사이에 원거리 공격으로 끝장을 내네. 탱커들의 수고가 크지. 몇몇 공격들은 정말로 위험해서 말일세.” 전략 자체는 우리 파티의 기본 전략이랑 별 다를 게 없었다. 탱커가 중요하단 말이지. 또 내가 활약해야겠군. 하지만 오늘은 일단 초월종이다. 구원은 지도를 보고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초월종이 있는 곳을 향했다. “근데 왜 하필 쟤네야….” “당신이 여기로 인솔한 거잖아요?” 아니, 그야 그렇긴 한데. 막상 저 모습을 보니 싸우기 싫어진다. 저 멀리에서 엄청난 규모의 검은 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딱히 구름을 이루고 있는 모기의 개체수가 더 많은 건 아니다. 규모가 더 큰 건 그냥 단순하게 구름을 만들고 있는 모기들의 크기가 더 크기 때문이다. 디아나의 말에 따르면, 모기떼는 원래 무리를 지어 다니는 놈들이기 때문에 초월종이라고 해도 일반 모기떼들을 더 이끌고 다니는 건 아니라는 모양이다. 다른 초월종이 꼭 주위에 일반 몬스터를 이끌고 다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말이다. 다만 저 검은 구름을 구성하는 모기 한 마리 한 마리가 일반 모기들보다 강화된 초월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상대하기 껄끄럽다면 이 몸이 나서겠네.” 구원의 표정이 안 좋은 걸 보고, 디아나가 마법을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구원이 그런 디아나에게 손을 들어 막았다. “아니. 일단 우리가 해볼게. 디아나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줘.” 초월종을 상대하는 건 우리가 얼마나 성장을 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그리고 직업 레벨을 더 올리기 위해서다. 그래서 일부러 성자 스킬도 어그로 끌기용으로 성역 선포만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벌써부터 디아나에게 의지할 수는 없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제르디엘 // 포츠가 죽인 건 사라의 할아버지입니다. 18화에서 사라를 강간하려다가 할아버지를 죽이고 도망간 모험가가 바로 포츠에요. 스온 // 모험가 카드에 기록이 남는 건 던전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모험가 동시에 살인이 벌어지면 알아낼 방법이 없어서 그런 겁니다. 모험가끼리 죽였 때, 정확히는 던전 도시의 모험가 카드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끼리 죽였을 때만 기록이 남습니다. 그리고 이 던전 도시의 모험가 카드만 그런 기능이 있죠. 사라의 할아버지는 던전 도시에서 모험가 생활을 한 적 없고, 포츠도 그때 이 던전 도시 소속 모험가도 아니었습니다. 19화에 보면 포츠가 던전 도시로 가서 한탕 할 계획이라는 구절이 있죠. 159==================== 복수 구원은 각오를 다잡고 모기떼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일행과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진 시점에서 성역 선포를 사용했다. 와라! 벌레들아! 나도 이제 무투가 레벨이 상당히 높다고! 순순히 당하지는 않겠다! 성역 선포를 사용하자마자, 모기떼들이 쓰나미처럼 구원에게 몰려들어왔다. 시야 전체가 새카매지는 걸 바라보며, 구원은 생각했다. 아니, 어쩌면 당할지도 몰라. “으아아아아!” 구원은 살풀이라도 하는 것처럼 양 손을 흔들었다. 일견 마구잡이로 흔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투가의 레벨이 올라가면서 구원도 무술이 상당히 몸에 익었다. 구원의 손에는 닿기만 하면 모기를 분쇄시킬 수 있는 힘이 확실히 담겨 있었다. 단, 손에 닿아 분쇄되는 모기보다 몸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먹는 모기가 훨씬 더 많았지만 말이다. “이 몸이 돕는 게 낫지 않겠나?” 멀리서 디아나가 큰 소리로 물어봤지만, 구원은 손을 흔들었다. “아냐! 안 그래도 요즘 다칠 일도 없었는데 잘 됐어! 오히려 레이아도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야! 이대로 우리끼리 잡을게!” 구원은 아직 성자의 손길도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이런 걸 보고 괜한 오기라고 한다. 하지만 사라의 공격과 구원의 공격으로 모기떼는 확실히 그 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흐하하! 봤냐! 이 벌레들아! 난 해냈어!” 그리고 한동안 투닥거린 후, 겨우 마지막 남은 모기가 땅으로 떨어졌다. “뭐 하러 이런 고생을 한 건가? 성장 효율을 생각해봐도, 차라리 이놈들은 이 몸이 얼른 처리하고 다른 놈을 상대하는 게 효율이 더 좋은 것 아닌가?” 디아나에게 정곡을 찔렸지만, 구원은 가볍게 무시했다. “이런 건 달성감이 중요한 거라고. 전에는 이런 식으로 못 잡았던 놈들을 이제는 잡을 수 있게 됐다. 이런 게 성장의 원동력도 되는 거 아니겠어?” “흠. 그렇군. 이런 방식이 통한 것도 자네의 성장보다는 레이아양의 치유량이 늘어난 덕분으로 보이긴 했네만.” “자, 그럼 얼른 마석을 캐볼까!” 디아나의 팩트 폭력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구원은 말을 돌렸다. 보통 모기떼들은 마석을 캐지 않고 버리는 게 일반적이지만, 그래도 이놈들은 명색이 초월종. 그냥 버리고 가는 건 아깝다. 놈들에게서 마석을 분리하자, 일반 모기에게서는 안 나오는 아이템이 하나 더 드랍됐다. 바로 모기의 꼬리였다. “뭐야 이거. 이런 거 어디다 쓰라고.” “흠. 애초에 모기가 주는 물건들은 쓸 일이 거의 없으니 말일세.” “그냥 버릴까.” 아무리 인벤토리가 무한이라지만, 구원은 쓸데도 없는 것까지 전부 담아놓고 다니는 성격이 아니었다. 모기의 꼬리를 휙휙 공중으로 던졌다 받으며 버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구원은 실수로 모기의 꼬리를 떨어뜨렸다. 모기의 꼬리는 우연히도 옆에 있던 선인장에 박혔고, 갑자기 거대한 땅울림이 느껴졌다. “뭐, 뭐야 이거?!” “이, 이 몸에게 물어봐도 모르네. 자네 뭘 한 건가?!” 땅울림이 점점 더 심해지는 와중에, 갑자기 밟고 있던 모래가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모래의 소용돌이 가운데가 움푹 꺼져가는 것을 보고, 구원은 즉각 반응했다. 디아나와 레이아를 양팔에 끼고, 훌쩍 뛰어 뒤로 물러났다. 혹시 빨려 들어가는 게 아닐까 싶어서 취한 행동이었지만, 소용돌이는 금방 잦아들었다. 가운데 큼지막한 구멍만을 남기고 말이다. “…뭐지?” 땅울림이 완전히 멎은 후 구멍 안쪽을 살펴봤지만, 그 안은 완전히 새카만 어둠뿐이라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잠깐 기다려보게.” 디아나가 주문을 외우더니, 밝게 빛나는 구체를 하나 만들어냈다. 그 빛나는 구체를 구멍 안쪽으로 이동하게 만들어 비추자, 드디어 구멍 안쪽이 선명하게 보였다. “동굴이네.” 그것도 꽤나 복잡한 형태의 넓은 동굴로 보였다. 마치 던전 안의 비밀 던전이라는 느낌이다. 하지만 갑자기 왜 이곳의 입구가 열린 걸까? 그냥 모기떼 초월종을 잡아서라고 하기엔 디아나도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우리가 처음 잡은 몬스터도 아니고, 놈들을 잡는 것만으로 열리면 분명 소문이 났을 거다. 그 이후로 한 거라곤 꼬리를 놓친 것 밖에 없는데. 잠깐. 모기가 어떻게 짝짓기를 하더라? 분명 꼬리 끝에 달린 생식기로…. 구원은 대충 상황이 파악됐다. 저거 그냥 꼬리라고 나온 게 아니었나. 구원이 여전히 선인장에 박혀있는 꼬리를 뽑아들자, 과연 선인장에는 움푹 패어진 구멍이 있었다. “어떡할래? 지금 들어가 볼까?” “어차피 그냥 지나칠 생각도 없잖아요?” 뭐 그렇긴 하지. 하지만 의욕을 보이는 구원과 사라를 디아나가 제지했다. “아니. 적어도 지금은 그만두는 게 좋겠네.” “응? 왜?” “1계층에서 있었던 일을 잊었는가? 일방통행이면 어쩌려고 그러나?” “아….” 확실히 그건 그렇다. 이 안쪽에서 어떤 몬스터가 나올지도 알 수 없는 이상, 함부로 들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1계층에서 헤맬 때는 적어도 오크들 덕분에 음식 걱정이라도 없었지. 이 동굴이 일방통행인데다가 식재료를 드랍하지 않는 몬스터만 우글우글 거리는 곳이라면 최악의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대로 그냥 지나치기는 조금 아쉽지 않아?” “음. 물론 그냥 지나치자는 말은 아닐세. 이곳을 살펴보는 건 모기떼 초월종을 한 번 더 잡아서 꼬리를 하나 더 확보한 이후로 하세.” 과연. 그런 방법이 있구나. 구원도 디아나의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파악했다. 즉, 이런 거다. 만약 이곳이 일방통행이라 안쪽에서 갇힌다고 해도, 위에서 누가 통로를 열어주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 그렇게 이곳이 일방통행인지 아닌지 쉽게 확인이 가능하니, 꼬리를 두 개 확보해서 그것부터 해보자는 얘기다. 하지만 그 많은 모기떼에서 꼬리는 하나밖에 나오지 않았다. 하나를 더 얻으려면 당연히 모기떼 초월종과 다시 싸워야 된다는 얘기가 되는데…. 구원이 싫은 표정을 짓자, 디아나가 구원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놀리듯 말했다. “왜? 다시 싸우긴 싫나? 제대로 부탁만하면 이 몸이 잡아주지 못할 것도 없네만.” “으으음. 우리 성장은 아까 전투로 충분히 확인했으니, 괜한 걸로 힘 뺄 필요도 없지. 좋아 디아나. 다음 전투는 네게 맡긴다!” “그게 제대로 부탁하는 태도인가?” “부탁드립니다. 디아나님.” “음.” 구원이 고개를 숙이자, 디아나가 흡족한 미소를 띠우며 구원의 머리에 손을 올려 토닥이며 말했다. 그래서 지도를 보며 다른 곳에 있는 모기떼 초월종을 찾아갔다. 그 꼬리가 성기 쪽 드랍템인 게 확인 된 이상, 일단 한 번은 성자 스킬을 맞출 필요가 있다. 구원이 어느 정도 다가가서 성역 선포를 사용하자, 곧바로 모기떼들이 몰려왔다. 으으윽. 커다란 벌레 새끼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적응이 안 돼. “디아나 부탁할게!” 구원이 외치자마자, 눈앞에서 커다란 폭음과 함께 공기가 진동했다. 콰아아앙! 전투는 너무 허무하게 끝이 났다. 나는 대체…아까 왜…그렇게 의미 없는 발버둥을…. “너, 너무 낙담하지 말게나. 단순히 상성 문제 아닌가.” 구원의 표정이 안쓰러워보였는지, 아까는 놀려먹던 디아나도 구원을 토닥였다. 역시 그렇지? 그냥 상성 문제지? 내가 약한 게 아니지? “그래요. 구원씨도 충분히 강하세요.” 옆에서 레이아도 구원을 껴안았다. 당연히 팔에는 뭉클한 감촉이 전달 되었다. 황홀한 감촉이야. 사실 그렇게까지 좌절한 건 아니지만…좀 더 이러고 있자. “…정말로?” “그럼요. 언제나 듬직하시고 멋지세요.” “크흑! 레이아! 역시 너밖에 없어!” 구원은 레이아의 풍만한 가슴에 달려들었다. 레이아는 그런 구원에게 미소 지으며 부드럽게 끌어안아줬다. 하아…치유된다. 역시 내 마음의 오아시스. 구원이 안면 전체로 부드러운 감촉을 만끽하고 있자, 등 뒤로 서늘한 살기가 꽂혔다. “구원. 연기인 거 다 보이니까 그만 떨어지죠?” “애초에 먼저 다독여준 건 이 몸이네만.” 나, 난 나쁘지 않아! 이 가슴이 나쁜 거야! 출렁출렁 흔들리면서 날 유혹하니까! “…죄송합니다.” "후훗. 괜찮아요." 구원의 음흉한 마음이 들켜도, 여전히 미소 지어주는 건 레이아뿐이었다. 역시 우리 천사님이 최고야. 이번에도 그 많은 모기 시체 중에서 꼬리가 단 하나밖에 드랍되지 않았다. 그 많은 모기 중에 꼬리를 드랍한 놈이 유독 특수한 개체였던 걸까? 아무튼 그렇게 해서 순조롭게 모기의 꼬리를 하나 더 획득한 일행은 곧장 아까의 그 장소로 돌아왔다. 선인장에 나있는 조그만 구멍에 꼬리를 박아 넣자, 이번에도 여지없이 동굴로 향하는 구멍이 열렸다. “그럼 우리가 먼저 가볼게.” “네. 조심하세요.” “응. 입구가 닫히고 대충 10분정도 지나도 다시 입구가 열리지 않으면 열어줘.” 먼저 동굴에 들어가는 건 구원과 디아나로 정했다. 우선 가장 튼튼한 구원이 들어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디아나의 마법이 없으면 저 어둠속에서 제대로 확인을 할 수 없으니 말이다. 구원과 디아나가 동굴 안으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들어왔던 통로가 요란하게 닫혔다. 구원은 일단 구멍을 찾기에 앞서 지금 들어온 공간부터 살펴봤다. 자, 과연 여기가 뭐하는 곳일까. 디아나가 빛나는 구체를 천장 쪽으로 이동시켜 이 공간의 전체를 밝혔다. 구원과 디아나가 들어온 곳은 제법 거대한 공동이었다. 그리고 벽면에는 점액질의 뭔가가 꿈틀대고 있었다. 뭐야 저거?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해보자, 그건 곤충들의 알이었다. 벽 전체에 무수하게 많은 곤충의 알이 뒤덮여있었다. “과연. 아무래도 2계층의 곤충형 몬스터들은 이런 식으로 자라나고 있었던 모양이구먼.” 디아나는 흥미롭다는 듯이 침착하게 말했지만, 구원은 솔직히 말해서 조금 질려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수가 너무 많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 알들이 전부 한꺼번에 부화라도 하면 상당히 고역을 치를 거다. 그리고 부화장으로 보이는 이곳에 다 자란 몬스터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것도 이상했다. 그냥 잠시 자리를 비운 것뿐이고, 언제 다시 무수히 많은 벌레들이 들이닥칠지도 모른다. 레이아가 없는 지금은 힐을 기대할 수 없으니, 그렇게 되면 상당히 위험해질 거다. 일단 얼른 이 자리를 빠져나가자. 들어왔던 곳의 벽 쪽을 살펴보니 조그맣게 구멍이 나 있었다. 구원은 얼른 모기의 꼬리를 구멍에 가져다댔다. 그러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다시 통로가 생겼다. 다행이다. 일방통행은 아닌 모양이다. “일방통행은 아니었던 모양이네요.” 구원과 디아나가 나오자, 사라가 안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들어가자마자 거의 곧바로 나왔는데도 모기 꼬리를 움켜쥐고 선인장 앞에 서있는 것이, 상당히 걱정됐던 모양이다. 귀엽기는. “응. 안쪽은 아마 벌레 몬스터들의 서식지인 것 같아. 일단 들어가자마자 알이 무수하게 깔려 있는 것이, 제대로 탐험해 보려면 마음 단단히 먹어야겠던걸?” “그러면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탐험할래요? 어차피 슬슬 저녁시간이죠?” 그 말대로다. 사냥을 마치기엔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가끔은 괜찮겠지. 일행은 조금 이른 시간에 여관에 돌아왔다. 그리고 여관 입구에서 포츠 일행과 딱 마주쳤다. “그 쪽도 지금 돌아오는 모양이지? 웬일로 빠르잖아.” “뭐 그렇지.” “그럼. 그럼. 너무 사냥만 하는 것보단 적당히 벌고 적당히 즐기는 게 최고지.” 놈은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쾌활하게 말했다. 옆에서 케이트는 나랑 눈도 못 마주치고 거북해 죽으려고 하고 있었지만. 물론 난 그런 거 없이 케이트와 포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저 모습을 보니, 역시나 케이트는 포츠와 헤어지지 않은 거군. 그렇다는 말은…. “오늘은 유독 기분이 좋아 보이네? 어젠 죽을상이더니.” “어제가 컨디션이 별로였던 거야! 난 기본적으로 유쾌하다고? 뭐, 굳이 말하자면 우리 케이트와 즐거운 밤을 보낸 게 이유이려나.” 포츠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는 케이트의 허리에 팔을 둘러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정작 그런 케이트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포츠에게 어색하게 안겼지만, 포츠은 눈치 채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대체 얼마나 둔한 거야. 게다가 이 녀석. 어제 잠자리가 충분히 만족스러운 잠자리였다고 생각하는 건가. 미안하지만 만족한 건 너뿐이다. 케이트를 만족시켜 준 건 나거든. “뭐야. 케이트. 부끄러워하는 거야? 괜찮아. 모험가잖아? 오히려 이런 건 자랑할 일이라고.” 심지어 놈은 케이트가 부끄러워한다고 생가갛는 건지, 케이트의 속마음도 모르고 들뜬 목소리로 지껄여댔다. “그래. 그래. 둘이서 잘 먹고 잘 살아라.” 구원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눌 필요를 못 느끼고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식사를 하면서 구원은 포츠와 케이트를 주목했다. “내 말이 맞지? 그제는 그냥 컨디션이 나빴던 거라니까. 어젠 엄청 좋았잖아?” “으, 으응.” 케이트의 석연찮은 대답을 그저 부끄러워하는 걸로 판단한 건지, 놈은 흡족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늘밤도 끝내주는 밤으로 만들어 줄게.” 퍽이나 그러겠다. 하지만 좋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포츠와 다시 한 번 관계를 가지게 되면, 케이트는 나와의 차이를 더 현격하게 느낄 수 있을 거다. 어제 얻은 쾌감은 나에게 밖에 얻을 수 없다는 걸 다시 실감하게 되겠지. 그렇다면 결정도 더 빨라질 거다. 뭐, 포츠와 아직 애인 행세를 계속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미 결심은 거의 굳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놈들은 황급히 위층으로 사라졌다. 이걸로 됐다. 그럼 어디 한 번 포츠와 내 차이를 확실히 느껴보라고. 저쪽은 이걸로 신경 꺼도 된다. 그보다 구원은 구원대로 할 일이 있었다. “구, 구원씨. 들어갈게요.” 물론 할 일이란 레이아의 구미호화 치료를 말하는 거다. 레이아는 드물게도 주저하는 것 같은, 부끄러운 표정으로 방 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자주 볼 수 있었던 반응이지만, 요즘 들어서는 이런 행위에도 익숙해진 덕분에 볼 수 없었던 반응이다. 대체 왜 그러지? “레이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 아뇨. 그런 건 아니지만…. 그…오늘은 격렬하게 하는 거죠?” 레이아는 두 볼을 상기시키고 부끄러운 듯이 말했다. 설마 아침에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는 건가?! 구원은 가슴이 벅차올랐다. “레이아!” 그대로 레이아에게 달려들어 키스를 하려고 했지만, 직전에 겨우 멈출 수 있었다. 키스도 구미호가 정기를 흡수하는 행위. 입을 맞추는 순간 바로 구미호로 변하게 될 거다. 레이아와의 행위는 그냥 단순히 즐기기 위한 게 아니라, 구미호화 치료라는 목적이 있다. 이대로 욕망에 몸을 맡길 수는 없지. 적어도 레이아의 허락을 맡기 전에는 말이다. 구원은 머리를 풀가동하여 순식간에 변명을 만들어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흑월접, 읽는다곰 // 모험가 카드가 파기되어도 이미 길드에서 모험가 카드의 원본이라고 볼 수 있는 물건을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소용이 없습니다. 2화에서 보면 먼저 종이에 손을 얹어서 스태이터스가 표시되게 만들고 카드를 건네주죠. 그 종이가 카드의 원본으로, 길드에서 보관 중입니다. 이 종이와 모험가 사이에 마나가 이어져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갱신이 되는 거죠. 음란서기 // 목적을 설정은 해놨는데, 아직 소설 상에는 떡밥만 살짝 나오고 그 목적이 명확히 나온 적은 없습니다. 이 세계의 여신이 왜 구원을 데려왔는지 이유가 안 나왔죠. 그 내용이 나오려면 아직 조금 더 얘기가 진행되야 할 것 같습니다. Flyn // 그냥 몬스터에게 죽게 만드는 건 힘든 이유가 구원이 고찰하는 장면에서 설명이 되어있습니다. 주로 케이트 때문에 힘들다는 이유였죠. lithelly //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런 쪽으로 경험이 없어서 뭐라고 확답을 드릴 수가 없네요. 일단 완결부터내고 알아보겠습니다. 160==================== 복수 “레이아. 오늘은 평소랑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훈련을 해볼까 하는데.” “평소랑 다른 방법이요?” “응. 평소에는 서서히 고조시키면서 자연스럽게 구미호 상태로 만들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시작부터 화끈하게 나가서 한 번에 구미호 상태로 만들어보는 거야. 그 상태에서도 레이아의 의식이 남아있으면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는 증거고, 만약 의식을 잃어버리면 그냥 변하는 방법이 달라서 의식이 남았던 거라고 봐야겠지. 결과가 어느 쪽이 됐든, 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 한 번 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해.” 좋아!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논리야. 왜 이런 쪽이 관련되면 이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걸까. 스스로의 재능이 두렵다. “시, 시작부터 화끈하게…. 네. 그, 그러네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레이아는 결심을 한 듯 가슴 앞에서 두 주먹을 꼭 쥐고 두 눈을 꽉 감은 채로 대답했다. 어쩜 이리 귀여우실까. “응. 그럼 바로….” 구원은 옷 위에서 한 손으로는 레이아의 가슴을, 한 손으로는 음부를 어루만지며 바로 키스를 감행했다. 한껏 긴장한 상태로 구원을 기다리던 레이아는, 구원과 입술이 맞닿자마자 갑자기 양손으로 구원의 머리를 잡아왔다. 그리고는 구원의 입 안에 곧장 자신의 길고 가는 혀를 집어넣어왔다. 역시 한 번에 변해버렸네. 이렇게 되면 평소에 의식이 있었던 건 그냥 구미호로 변화는 과정이 천천히 진행돼서 그랬던 거라고 봐야하나? 아니. 아직 그렇다고 확정된 건 아니다. 구원은 옷 위로 레이아의 몸을 어루만지며 반응을 살폈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강렬한 쾌감을 느끼는 건 아닐 거다. 하지만 아직까지 구원의 몸에 속박이 걸릴 낌새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레이아가 의식이 있다고 확신하기에는 레이아의 반응이 너무 격렬하게 적극적이다. 의식까지 날아가서 완전히 구미호가 됐을 때와 의식이라도 남아있는 상태는 미묘하지만 레이아의 태도에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전자였다. “뭐해? 집중 안 해?” 봐라. 색기가 뚝뚝 묻어나는 목소리에 반말까지. 어떻게 봐도 구미호잖아. 왜 속박은 안 거는데? 구원이 살짝 생각에 빠져있느라 반응을 하지 않고 있자, 레이아는 더는 못 참겠다는 듯이 구원의 옷에 손을 대고 찢을 것 같은 기세로 벗겨갔다. 그렇게 구원의 물건이 드러나자, 레이아는 손으로 물건을 잡고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며 황홀한 듯이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아아…. 아~음.” 그리고는 한 입에 구원의 물건을 삼켰다.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강렬하게 빨아들여 입 안을 진공상태로 만든 다음에, 레이아는 구원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요염하게 눈웃음 지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앞으로 전진시켰다. 꽉 오므려진 입술이 물건을 타고 서서히 내려오는 감각은 황홀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레이아의 얼굴은 그 도톰한 입술이 물건의 뿌리 끝부분까지 완전히 닿고, 그 오뚝한 코가 구원의 아랫배에 완전히 밀착이 되어서야 겨우 멈춰 섰다. 물론 물건의 길이 상 이렇게 밀착하려면 당연히 구원의 물건은 입안을 넘어 목구멍 깊숙한 곳까지 도달해있다는 말이 된다. 괴롭지 않은 걸까? 레이아는 여전히 눈웃음을 지은 채로 구원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 상태로 혀를 움직여 구원의 물건을 핥던 레이아는 다시 천천히 고개를 뒤로 뺐다. 쭈우우우웁. 퐁. 공기 빠지는 소리와 함께 다시 구원의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아는 자심의 침으로 범벅이 된 구원의 물건을 붙잡고 위아래로 흔들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준비 된 모양이네.” 그리고는 구원의 위로 올라와서 요염하게 다리를 벌렸다. 마치 구원에게 보여주듯이 다리를 벌리고 치마 안에 숨겨져 있던 팬티를 보란 듯이 옆으로 젖히더니, 허리를 내리며 음부의 입구를 구원의 물건 끝에 맞댔다. 그리고는 손으로 구원의 물건 각도를 조절한 후에, 한 번에 끝까지 구원의 물건을 집어넣었다. “하으으으으응!” 레이아는 못 참겠다는 듯이 양팔로 자신의 몸을 끌어안으며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절정의 여운에 잠기는 것도 잠시, 레이아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구원의 가슴에 자신의 가슴을 맞대게 만들고 격렬하게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구원은 그 모습을 보면서 이 질문을 입에 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레이아? 의식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물론 레이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레이아는 그런 것보다 지금 이 행위에 집중하라는 듯이, 구원에게 진하게 입을 맞췄다.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나. 책임감 때문에 확인을 해보긴 했지만, 어차피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거란 건 알고 있었다. 어차피 내일 아침에 레이아에게 확인해보면 될 일이다. 지금은 일단 이 상황을 즐기기로 하자. 구원이 레이아의 몸을 끌어안고 키스에 응하자, 레이아의 눈이 초승달 모양으로 가늘게 떠졌다. 구원은 열심히 혀를 움직이며 양 손을 아래로 내려 레이아의 엉덩이를 잡았다. 가슴도 가슴이지만, 여기도 역시 훌륭하시다. 사라의 엉덩이가 조금만 눌러도 튕겨 나올 듯 탄력 넘치는 느낌이라면, 레이아는 어디까지고 손가락이 파고들 수 있을 것 같은 극한의 부드러움을 맛보게 해준다. 구원은 잠시 그 감촉을 즐기다가 힘차게 허리를 쳐올렸다. “흐으읏! 하아앗! 하앙!” 그러자 레이아의 입술이 구원과 떨어지며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뭐해? 집중 안 해?” 구원은 아까 레이아가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며 레이아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자 레이아가 다시 빨려들 듯이 구원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문댔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흐응! 흐읏! 흐앙! 하아아아아앗!” 얼마 지나지 않아, 레이아는 등을 활모양으로 만들고 고개를 천장으로 향하며 성대하게 절정에 달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레이아의 거대한 가슴이 구원의 눈앞에서 출렁거리게 된다. 가슴에 맞대고 문질러주는 것도 좋았지만, 이렇게 눈으로 보는 것도 좋다. 역시 가슴은 어떤 상황에서도 최고야. 그렇게 몸을 빳빳이 세우고 부들부들 떨던 레이아는, 곧 힘없이 쓰러졌다. 하지만 정신을 잃은 것은 아니다. 레이아의 얼굴이 닿아있는 구원의 가슴에 갑자기 간질간질한 느낌이 들었다. 확인해보니, 레이아가 구원의 가슴에 혀를 내밀고 핥고 있었다. 처음에는 혀를 기게 하듯이 쭈욱 핥아 올리다가, 구원의 유두 쪽에 가자 간질이듯 할짝할짝 핥아댔다. 수인족의 특징인지 레이아의 혀는 다른 사람보다 길고 얇아서, 이렇게 할짝할짝 하고 있으면 가슴에 닿을 때마다 혀가 눌려 접히는 것 까지 생생히 보여 유독 야릇해보였다. 그리고 유두를 빨리는 감촉 역시, 생각보다 훨씬 기분 좋았다. 처음에는 남자가 이런 곳을 빨리는 건 좀 그렇다는 거부감이 살짝 있었지만, 막상 당해보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을 정도였다. 이것도 구미호의 테크닉인가. 개발당하는 기분이다. 레이아도 아직 할 마음 가득인 모양이고, 그건 구원 역시도 마찬가지다. 구원이 다시 허리에 힘을 줘서 움직이려고 했을 때, 또다시 방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냐…. 좋을 때니까 방해하지 말라고. 그대로 레이아를 안아들고 방문을 살짝 열어 확인해보자, 역시나 문 앞에 서있는 건 케이트였다. “다, 당신….” “흐으음! 쮸릅.” 케이트가 뭔가 말을 하려고 했지만, 차마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레이아가 구원의 고개를 감싸 자신을 향하게 만들고 그대로 찐하게 입을 맞췄기 때문이다. 물론 구원의 위에서도 재주 좋게 빙글빙글 허리를 돌리고 있어서, 찔꺽찔꺽하는 야릇한 소리가 열려진 방문 사이를 통해 복도에 울려 퍼졌다. 케이트는 입을 뻐끔뻐끔 거리며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말문이 막혀있었다. “아, 미안. 시끄럽다고? 자제하도록 노력해볼게.” 우리 구미호님이 정말 자제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구원이 다시 문틈 사이로 얼굴을 비추고 대답하자, 레이아가 방해된다는 듯이 문을 쾅 닫아버렸다. “그, 그런 게…!” 닫히는 문틈사이로 케이트가 뭔가를 외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복수를 결심하고 찾아온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극심한 쾌락에 판단력이 흐려진 건 레이아뿐만이 아니었다. 구원은 복수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레이아와의 행위에 열중했다. 구원이 침대로 걸어가는 사이에도, 레이아는 공중에 매달린 채 격렬하게 허리를 돌렸다. “그래서. 결국 어젠 의식이 있었어, 없었어?”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구원은 레이아가 일어나자마자 질문부터 했다. “네엣?! 그, 그러니까. 그게…. 그….” 구원에게 질문을 받자마자 레이아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그게…그러니까….” 오오. 자기 자신과 싸우고 있어. 저 반응만 봐도, 이미 대답은 나온 거나 마찬가지다. 어제 레이아는 분명 의식이 있었다. 다만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성격상 고민하고 있는 거겠지. 저렇게 거짓말을 할 수 없어서 고민하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의식이 있었어요! 죄송해요! 흐으윽!” 심지어 레이아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사실을 고했다. 장하다 레이아! 그래야 우리 천사님이지! “죄송할 게 뭐있어. 의식은 있었어도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진 않았던 거지? 괜찮아. 괜찮아.” 구원이 그 등을 토닥여주자, 레이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보다 더 심했어요. 의식은 있었지만, 마치 꿈이라도 꾸는 것처럼 멍하게…!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안 그러면 제가 구원씨에게 반말을 하고, 그런 야한 행동을 하고, 심지어 다른 사람 앞에서까지 그런…그런…! 흐윽! 여신님 죄송해요!” 말하면서 자신이 한 일이 점점 더 확실하게 기억이 나기 시작했는지, 레이아는 다시 침몰해버렸다. 특히 아무리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지만, 다른 사람 앞에서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게 데미지가 큰 모양이었다. “그럼. 믿고말고. 걱정 마. 일부러 그런 게 아니잖아. 게다가 모습은 안 보였고. 여신님도 분명 이해해주실 거야.” “정말로,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세요?” “그럼. 난 여신님이 이 세계에 보낸 성자잖아. 말하자면 여신님의 사도 같은 존재라고. 내 말 믿어.” 구원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대답했다. 이거 혹시 이런다고 천벌 받지는 않겠지? 진짜 신이 있는 세계이다 보니, 살짝 무서워졌다. 그래도 레이아에게 위로는 된 모양이다. 레이아는 눈가의 눈물을 닦으며 대답했다. “네…. 믿을게요.” “그리고 나도 어제 엄청 좋았어. 레이아가 어제 얼마나 섹시했는지….” “흐아앙!”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기 위해서 한 말이었지만, 그 말에 레이아가 다시 한 번 침몰했다. 그 이후로 다시 구원이 필사적으로 레이아를 달랬지만, 그럴 때마다 레이아는 오히려 부끄러워 죽으려고 했다. 아무래도 내가 없는 편이 마음을 다잡기 수월할 것 같다. 결국 구원은 쫓기듯 먼저 방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방문을 나서자마자 구원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케이트였다. 케이트는 핏발이 선 눈으로 구원을 노려보더니, 그대로 구원의 손목을 잡고 어딘가로 데려가려고 했다. 물론 구원은 끌려가지 않았지만. 훗. 힘으로 날 이기고 싶으면 적어도 바네사 수준은 되고나서…아니. 바네사한테도 지지는 않았지만! 신에게는 아직 120의 보너스 스탯이…! 구원이 끌려가지 않자, 케이트가 구원을 홱 돌아봤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너 눈에 핏발 서서 무섭다고. “왜? 무슨 일인데?” 일단 그렇게 거드름피우며 물어는 봤지만, 대충 무슨 일인지 짐작은 갔다. 드디어 결심을 한 건가. “따라와요!” 케이트가 구원을 끌고 간 곳은 여관의 빈 방이었다. 준비성도 좋지. 미리 잡아둔 건가. “잠깐. 뭐하는 건데?” 빈 방에 들어오자마자 케이트가 곧장 옷을 벗으려고 하는 걸, 구원은 뜯어 말렸다. “보면 몰라요? 하자고요!” “아니. 갑자기 무슨…. 복수에 대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에요! 여자가 어떤 상태인지 보기만 해도 안다면서요?” “그야 알지. 하지만….” “하지만은 무슨 하지만이에요! 눈앞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도와준다면서요?” 케이트는 상당히 신경질적이 되어있었다. 어젯밤에 방문을 두드린 다음부터 밤새 기다린 모양이니, 뭐 이해는 한다. 그리고 아마 어젯밤 포츠에게 전혀 만족하지 못한 거겠지. 이번엔 스킬조차 걸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렇게 처음보다 훨씬 더 참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건, 역시 나와의 현격한 차이를 느껴버린 거겠지. “그것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지. 난 지금부터 동료들이랑 사냥을 가야 한다고.” “하지만 그럼 제 몸은…!” “그걸 나한테 말해도 말이지. 아님 뭐야? 내 의뢰를 도와줄 결심이라도 선거야?” “그, 그건…! 하지만…!” 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어서도, 케이트는 선뜻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질질 끄는 동안에도 포츠와 계속 애인 행세를 하고 있는 거다. 차라리 한시라도 빨리 도와주겠다고 대답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되는데 말이지. 이렇게까지 고민하는 이유를 모르겠네. 뭐, 아무튼 이 반응을 봐서는 케이트의 결심이 굳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였다.. “아직 결심한 게 아니라면 난 가겠어. 다음번에는 제대로 결심한 다음에 찾아오라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61==================== 복수 결국 구원 일행이 식사를 다 마칠 동안, 케이트와 포츠는 식당으로 내려오지 않았다. 일단 그쪽에는 신경 끄고, 구원은 어제 발견한 그 동굴로 향했다. 쌍방통행이 가능하다고 밝혀진 시점에서 더 이상 주저할 필요는 없다. 디아나가 마법으로 만들어낸 빛에 의지하며, 일행은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디아나의 마법은 직시하면 눈이 아플 정도로 상당히 밝게 빛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공동 전체를 밝히는 건 불가능했다. 시야는 밖에 있을 때보다 현저히 좁다. 그래서인지 동굴에 내려오고 나서도 레이아는 별 반응이 없었지만, 사라는 내려오자마자 숨을 크게 들이 삼켰다. “이건…확실히 너무 많네요.” “그렇지? 무슨 알이….” “아뇨. 알 말고 벌레들이요.” 구원은 사라가 내뱉은 말을 곧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잠시 굳어졌다. 그리고 곧이어 등 뒤로 차가운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어제완 다르게 주변이 묘하게 소란스러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바사삭 샤샤샥 같은, 벌레가 기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눈에 힘을 주고 주위를 둘러보자, 제대로 보이는 건 아니지만 거뭇거뭇한 그림자들이 재빨리 움직이고 있었다. “이런 젠장!” 구원은 생각할 것도 없이 성역 선포를 최대 범위로 발동시키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무수히 많은 벌레들이 구원을 향해 몰려왔다. 거리가 수 미터 정도로 가까워지자, 구원은 드디어 녀석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바로 몸길이가 1미터정도는 되어 보이는 개미들이었다. 놈들이 구원과 맞닥뜨리기 전에, 뒤에서 파티원들이 각각 전투를 개시했다. 사라와 화살을 날렸고, 레이아는 모두에게 버프를 걸어줬다. 요즘엔 전투에 거의 참여하지 않고 관찰만 하던 디아나 역시도 이번에는 도울 때라고 판단했는지 마법을 날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많은 수의 개미들이 구원에게 도달해 공격을 가했다. 사라의 화살은 애초에 한 번에 다수의 적을 상대하는 것보단 한 마리씩 차곡차곡 정리해 나가는 스타일이니 어쩔 수 없다. 원래 이렇게 많은 수를 상대할 때는 디아나의 마법이 가장 의지가 되지만, 오늘은 어째선지 디아나의 마법이 평소만큼의 위력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위에 빛을 띄워놓으면서 동시에 마법을 사용하니까? 아니면 이 동굴이 무너질지도 몰라서? 이유야 어찌됐든 디아나도 한 번에 몇 마리씩밖에 몬스터를 잡지 못하는 이상, 내가 분발할 수밖에 없다. 구원은 손발에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사방에서 덮쳐드는 놈들을 하나하나 쳐냈다. 녀석들은 성자의 손길에 스치기만 해도 맥없이 쓰러져버렸지만, 아무리 그래도 전부 해치우기엔 그 수가 너무 많았다. 결국 놈들을 전부 정리하는 것보다, 구원의 정기가 바닥나는 게 더 빨랐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사라!”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모기의 꼬리를 꺼내 사라를 향해 힘껏 던졌다. 경황이 없어서 그만 전력으로 던져버렸지만, 사라는 기세 좋게 날아온 꼬리를 멋지게 받아냈다. 이 어둑어둑한 와중에도 대단하네. 사라는 자신이 받아낸 물건이 무엇인지 확인하고는, 곧바로 구원의 의도를 이해한 듯 통로를 열었다. “사라, 레이아, 디아나 순으로!” 어차피 모든 몬스터의 어그로는 내가 끌고 있기 때문에 쟤들이 빠져나가는 건 문제가 안 될 거다. 쟤들이 다 나갈 때까지 조금만 더 버텨볼까. 하지만 시야 때문에 디아나는 빠져나가지 않고 통로 앞에서 외쳤다. “구원. 자네도 오게!” 디아나의 외침에 구원은 바로 전력을 다해 달렸다. 당연히 개미들도 구원을 향해 달려들었지만, 디아나가 지원해주는 덕분에 구원이 한 발 앞서 통로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기서도 구원은 달리던 기세를 멈추지 않고, 그대로 디아나를 안아 들은 채로 내달렸다. 디아나는 구원에게 안겨 뒤로 마법을 날려대면서도 왠지 기뻐 보이는 것 같았다. 디아나는 상기된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러니 옛날 생각나는구먼.” 고블린 사냥할 때 말하는 건가? 하여간 태평한 녀석이다. 구원이 통로를 빠져나오자, 바로 통로가 닫히기 시작했다. 개미 몇 마리는 구원을 따라 출구 가까이까지 빠져나왔지만, 통로가 닫히면서 그대로 매장되어 버렸다. “으어어. 죽겠다.” 통로가 닫히는 걸 확인한 구원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정기가 정말 1도 안 남고 완전히 바닥났으니 말이다. 이 정기란 거, 아예 바닥이 날 때까지 사용하면 꽤나 지친다. 체력적으론 문제가 없는데 정신적으로 지친다고 해야 할지. 말로 표현하기엔 조금 힘든 감각이었다. 그나마 생명력은 레이아가 지속적으로 치유해준 덕분에 크게 깎이지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구원씨!” 구원이 바닥에 드러눕자 걱정이 됐는지, 레이아가 쏜살같이 구원에게 달려들었다. 역시 천사님이야. 또 약한 모습을 보이면 전처럼 무릎베개라도 해주시려나? 아니. 너무 욕망에 몸을 맡기지 말자. 약한척하면 괜히 우리 천사님에게 걱정만 더 끼칠 테니. 이럴땐 남자답게 안심시켜 드려야지. “걱정 마. 레이아. 그냥 마나가…으읍.” 하지만 레이아가 구원에게 달려들어 해준 건 무릎베개가 아니었다. 진하디 진한 키스였다. “잠깐?!” “뭣?!” 뒤에서 사라와 디아나도 숨을 집어삼키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엇보다 제일 놀란 건 구원이었다. 레이아 누님. 위기를 돌파했으니 감성적이 되는 건 이해하지만, 너무 대담하시잖아요. 물론 전 행복합니다만. 심지어 레이아의 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길고 가는 혀를 내밀어 구원의 입술사이를 날름날름 핥으며 비집고 들어와서, 그대로 구원의 혀를 찾아 얽혀왔다. “아음. 츄릅. 하음.” 그 엄청난 혀 놀림에 사라와 디아나도 할 말을 잊은 듯 멍하니 둘의 키스를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마냥 좋았던 구원도, 과연 여기까지 오자 위화감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대담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테크닉이 너무 대단하다. 이 혀 놀림은 도저히 레이아가 맨 정신으로 보일 수 있는 테크닉이 아니다. 구미호라도 되지 않는 이상은. 구원이 힐끗 생명력 게이지를 확인하자, 역시나 생명력이 줄어들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명백하다. 구원의 성역 선포에 계속 영향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젯밤이 레이아의 차례였기 때문에 완전히 구미호로 변한 건 아닌 듯, 눈에는 은은한 빛이 뿜어져 나올 뿐이었다. 손을 내려 레이아의 엉덩이 근처를 만져보니, 만져지는 꼬리도 단 하나다. 꼬리도 실체화 될 정도까지 생긴 건 아닌 모양이다. 구원의 손이 꼬리에 닿자, 레이아의 꼬리가 기쁜 듯 구원의 팔을 둘둘 감쌌다. 구미호의 본능이 발동되어서 그런지 이런 행위 하나하나조차 요염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상태를 만끽하는 건 위험하다. 주로 생명력 측면에서. 힐링 섹스의 영향도 없이 그저 일방적으로 정기가 흡수되고 있기 때문에, 구원의 생명력은 착실히 깎여나가고 있었다. 모처럼 위기를 넘겼는데 이런 식으로 죽을 수는 없지. “레이아. 으읍. 새, 생명력이.” 계속해서 문대지는 입술 틈 사이로 구원이 힘겹게 말을 꺼내자, 레이아는 깜짝 놀란 듯 몸을 확 뒤로 젖히며 구원과 떨어졌다. 그리고 동시에 두 눈에서 옅게 새어나오던 빛도 완전히 사라졌다. 역시 어젯밤을 같이 보낸 덕분에 곧바로 이성을 되찾은 모양이다. “에, 아, 그….” 레이아의 시선은 구원을 향했다가, 여전히 이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사라와 디아나를 향하고, 땅에 처박혔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도망치고 싶은지 몸이 움찔움찔 떨렸지만, 그래도 레이아는 시선을 다시 구원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어 구원의 가슴을 쓰다듬었다. “자, 자네들 지금 뭐하는 겐가!” 그리고 드디어 경직에서 풀린 듯, 디아나가 큰 소리로 고함쳤다. “치, 치료를….” 레이아는 깜짝 놀란 듯 꼬리를 파르르 떨었지만, 그래도 구원의 가슴을 어루만지는 손을 떨어뜨리진 않았다. 그러고 보니 다시 생명력이 차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내 치료를 우선하는 건가. 역시 천사님이야. “아까 말일세! 키스로 치료라도 했다고 주장할 셈인가!” 디아나는 진심으로 화가 난 듯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디아나. 진정해. 다 설명할 수 있어.” “그러시겠지! 자네도 좋다고 레이아양의 엉덩이를 만져댔으니 말일세!” “아니, 그건 꼬리 확인을 하려고….” “레이아양한테 꼬리가 달려있는 게 하루 이틀인가!” 이건 안 되겠다. 디아나는 분노로 맛이 가서 완전히 대화를 할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 디아나의 분노를 잠재워준 건 사라였다. “…디아나. 일단 얘기라도 들어보죠.” 표정을 보니 이쪽도 분노의 불길일 온 몸을 뒤덮은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지만, 사라는 화나면 점점 더 차가워지는 성격이라 다행히 일말의 이성은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말이지….” 하지만 막상 설명하려고 하니 말문이 막혔다.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하려면 레이아가 구미호로 변하는 조건부터 구미호가 됐을 때의 특징까지 모든 걸 설명해야한다. 구미호의 모습은 독실한 레이아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모습이기 때문에, 그동안 대사제에게밖에 밝힌 적이 없는 얘기다. 그런 얘기를 구원이 함부로 꺼낼 수도 없는 일이었다. “왜요? 설명이 안 되나보죠?” 이거 이대로 가면 사라도 슬슬 폭발할 것 같은데. 진퇴양난이란 이럴 때를 두고 하는 말인가. 구원이 대답을 못하고 있자, 옆에서 레이아의 부드러운 손이 구원의 손을 감싸 안았다. “구원씨. 괜찮아요. 사라씨와 디아나씨에게라면.” 이 상황을 만든 게 자신의 행동이라는 책임감 때문이지, 아니면 그동안 사라와 디아나와 쌓은 신뢰 때문인지 레이아는 그렇게 말했다. 구원은 그런 레이아를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인 후 설명을 했다. 레이아는 성적 자극에 취약해서 어느 정도 자극을 받으면 이성을 잃고 구미호가 된다. 구미호가 되면 정기를 흡수하는 것에만 열중하게 된다. 방금 레이아는 성역 선포의 효과를 오래 받아서 잠깐 이성을 잃고 반쯤 구미호가 된 상태였다. 구원이 레이아의 엉덩이 부근을 만진 건 꼬리가 늘어났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나마 어젯밤이 레이아의 차례여서 정기가 충분히 보충되었기 때문에, 키스로 정기를 흡수하는 정도로 끝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구원이 설명을 해나갈수록 사라와 디아나의 표정은 미묘하게 변했다. “잠깐. 정기를 흡수하는 것에만 열중하게 된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 하필 궁금한 부분이 그거야? “그야 그…. 알잖아? 섹시하게 돼서. 아까처럼 고도의 테크닉으로…뭐, 그런 거지.” 구원의 대답에 사라와 디아나는 더더욱 심각한 표정이 됐다. “그 말은 즉….” “야. 그 정도로 됐잖아. 어쨌든 이걸로 납득한 거지?” 디아나가 뭔가 더 묻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구원은 디아나의 질문을 멈췄다. 여기서 더 말했다간 옆에 있는 레이아의 얼굴이 폭발할 거야. 디아나도 레이아의 얼굴을 바라보고는 불만족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이걸로 위기는 벗어날 수 있었어. 사라도 디아나도 착잡한 표정이었지만, 레이아도 원해서 이렇게 된 게 아닌 이상 더 이상 뭐라고 할 수는 없을 거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얘들은 기본적으로 이해심이 있고 착하니 말이다. “아무튼 좋은 사냥터를 발견했네. 이렇게 사냥하다가 마나가 회복되면 다시 들어가서 사냥하고. 1계층에서 고블린이나 오크의 서식지에서 사냥할 때처럼 가능한 거 아니야? 아니, 도망가기도 편하니 오히려 더 좋을지도.” “…그러네요. 당신이 성역 선포만 좀 더 주의해서 사용하면요.” “응. 미안. 아깐 너무 갑작스레 벌어진 일이라 그랬어. 앞으론 레이아에게 안 닿는 범위까지만 사용할게.” “…레이아양에게만 안 닿게 하는 게 아니라 이 몸들에게도 안 닿게 하는 걸세.” 디아나는 뭔가를 참는 듯이 억눌린 목소리로 말했다. …응? 그러고 보니 셋 다 얼굴이 너무 빨갛다. 사라와 디아나는 분노로 인해서, 레이아는 부끄러워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반응을 보니 설마…. 그러고 보면 미약하게나마 레이아의 구미호의 본성이 튀어나올 정도로 성역의 효과를 받은 거다. 마찬가지로 성역의 효과를 받은 사라도 디아나도 완전히 멀쩡할 리가 없었다. 레이아 역시도 직접적인 행위는 없었으니, 구미호 상태만 풀렸을 뿐 미약한 욕구불만 상태가 해소된 건 아닐 거다. 셋 다 미묘하게 허벅지와 허벅지를 비비며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특히 디아나의 반응이 점점 더 격해졌다. 아까까지는 이런저런 사건들이 연속으로 일어나서 정신이 없었지만, 이렇게 일단 일단락되고 나자 주변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즉, 밖에서 달아오른 상태가 된 자신 말이다. “그…일단 여기서 성자의 손길로 해소시켜줄까?” “바보 아니에요?!” 응. 나도 그냥 던져본 말이야. 정말로 그랬다간 디아나는 완전히 발정이 나버릴 거고, 레이아는 다시 구미호로 변할지도 모른다. 구원은 일단 제일 위험해 보이는 디아나를 들쳐 업고, 곧장 여관에 돌아가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유리낙엽 // 이번 파트는 유독 씬이 줄줄이 이어지는 파트라 적당히 조절하고 있습니다. 각각을 전부 길게 써버리면 감당이 안 돼서요. 세르카디아 // 그렇군요. 솔직히 저런 게 있기만 해도 모험가들 사이에 다툼을 막는 효과가 있을 거란 생각에 별 생각 없이 만든 설정이었습니다. 그런 세계관이 소설의 분위기와 맞기도 하고요. 설정을 좀 더 다듬어야겠네요. 살인뿐만 아니라 위해를 가해도 실시간으로 기록이 남는 거니, 길드에 이런 사건만 전담하는 직원들이 있어서 길드에 보관된 종이에 위해나 살인 같은 내용이 갱신되면, 바로 갱신된 시간을 확인한다. 그리고 그 시간과 모험가들의 증언을 기반으로 사태 파악에 나선다는 설정이 있으면 조금 더 납득이 될까요? 162==================== 복수 구원은 여관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자신의 방에 돌진했다. 구원이 가타부타 말도 없이 곧장 방에 들어오자, 사라와 레이아도 얼떨결에 따라 들어왔다. “좋아. 다들 벗어. 지금 한번에….” “뭐에요?” “구원씨 그런 건 안돼요.” 사라는 차가운 눈빛으로 구원을 바라보며 차갑게, 레이아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타이르듯이 구원에게 말했다. 디아나까지도 힘없이 구원의 등 뒤를 한 대 톡 쳤다. 아직 그 정도 이성은 있는 건가, 아니면 본능적인 움직임인가. 분위기에 휩쓸려서 어쩌면 먹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렇게 만만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하핫. 당연히 알지. 농담이야. 그럼 디아나부터 할 테니까 너희는 잠깐 나가있을래? 방에 있으면 내가 찾아갈게.” 구원은 황급히 농담으로 얼버무렸다. 하지만 사라도 레이아도 여전히 어딘가 석연찮은 표정이었다. “왜 하필 디아나부터죠? 오늘은 원래 제….” 과연. 그런 건가. 이해했다. 사라야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원래 자기랑 자는 날인데 다른 여자들도 모두 안는 것도 맘에 안 드는데, 그것도 첫 주자가 자신이 아니다. 충분히 열 받을 일이지. 그런데 말이야. “지금 얘가 제일 시급해.” 구원은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실제로 디아나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아까부터 계속해서 달콤한 한숨이 귓가를 간질이고 있었고, 마치 고간을 내 등 뒤에 문지르려는 듯이 디아나의 귀여운 엉덩이가 묘하게 씰룩대고 있었다. 그나마 내가 디아나의 받치는 손으로 엉덩이를 꽉 잡고 있어서 아직까지 들키지는 않고 있지만, 위험하다. 무엇보다 디아나의 고간부분과 맞닿은 등 뒤에 습기가 느껴졌다. 가죽갑옷을 입고 있는데도 말이다. 로브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뿐, 이미 질척질척하게 젖었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저기 체질상 문제가 있는 레이아마저 이 정도는 아닌데, 너 너무 심하게 흥분한 거 아니냐? 정기가 바닥날 때까지 성역 선포를 사용하고 있었으니 꽤 오래 영향을 받은 건 맞다. 하지만 그래봤자 성역 선포다. 요즘 레벨이 조금 올랐다고 해도, 태생적으로 다른 스킬들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위력이 낮다. 그 증거로 사라는 아직까지 그나마 멀쩡한 모습이었다. 하여간 진짜 변태라니까. “알았어요. 그럼 제 방에 있을게요.” “구원씨. 기다릴게요.” 구원의 진지한 목소리에 사라와 레이아는 구원의 등 뒤에 축 처져있는 디아나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을 나섰다. 방문이 닫히자마자, 구원은 얼른 디아나를 침대에 내려놓고 로브와 모자를 벗겼다. 역시나 디아나의 얼굴을 완전히 녹아있었고, 몸도 후끈후끈했다. “아니, 성역 선포가 이 정도 위력은 없잖아. 왜 이렇게 흥분한 건데, 이 변태 아가씨야.” “자네가…자네가 잘못한 걸세….” 네. 네. 그러시겠죠. 저렇게 달콤한 목소리로 떼를 쓰면, 더 뭐라고 할 마음도 들지 않는다. 구원은 디아나의 스커트를 벗기고, 바로 팬티의 양옆에 손을 가져가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팬티의 중앙과 디아나의 고간사이로 끈적끈적한 액체의 다리가 이어졌다가 끊어졌다. 야하다. 그리고 한편으론 걱정된다. 이렇게 홍수가 난 거면, 대체 지금 내 등 뒤는 어떻게 돼있는 거지?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구원은 갑옷을 벗은 다음 일부러 등 뒤쪽은 확인도 안하고 인벤토리에 처박은 후, 디아나를 끌어안았다. 디아나도 구원을 마주 안으며 급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마음만 앞 설뿐이다. 디아나는 허리만 움직여서 구원의 물건을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재주가 좋지 않았다. 구원의 물건이 음부를 스치면서 미끄러지기만 하고 들어가지는 않자, 디아나는 점점 더 애가 타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움직임은 더더욱 성급해져서, 당연히 삽입은 점점 더 늦어졌다. 그 모습이 조금 재밌었다. 구원은 디아나의 그런 모습을 조금 더 보기 위해서, 일부러 힘을 줘서 물건을 꿈틀꿈틀 움직였다. “이이익. 이익.” 저렇게 급하면 그냥 손을 내려서 잡고 집어넣으면 될 텐데. 어째선지 디아나는 구원을 껴안은 팔을 풀지 않고, 허리 움직임으로만 물건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히이이잉.” 아, 위험해. 좀만 더 하면 울겠다. 적당히 놀려야지. 구원은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디아나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물건을 집어넣었다. “하으으으응!” 오랫동안 애태운 난 덕분인지, 그것만으로 디아나는 간단하게 절정에 달해버렸다. 구원은 자신의 몸 위로 쓰러져 부들부들 몸을 떠는 디아나가 충분히 안정될 때까지 기다린 후, 입을 열었다. “기분 좋아?” 구원의 가슴에 닿은 디아나의 얼굴이 미묘하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오, 드물게 순순히 인정하네. “그럼 나 이제 가도 돼지?” “……에?” 구원의 말에 디아나는 고개를 번쩍 들어 구원을 쳐다봤다. “오늘 목적은 스킬의 영향을 없애는 게 목적이잖아? 한 번 절정까지 갔으니 충분하지? 다른 애들도 기다…농담이야. 농담. 조금만 더 하자.” 디아나의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보고, 구원은 심각한 죄책감에 사로잡혀 바로 허리를 움직였다. “흐으응! 흐읏! 흐읏!” 디아나는 다시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헐떡였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구원의 눈동자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디아나는 구원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올려 구원의 목을 감싸고 그대로 자신 쪽으로 당겼다. 디아나는 몸집이 작은 만큼,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아예 얼굴이 닿을 수가 없다. 응? 잠깐. 지금 키스하려는 거야? 하지만 디아나의 입술은 구원의 입술에 닿지 않았다. 대신 구원의 목을 새가 쪼듯이 쪽쪽 키스해댔다. 처음엔 목부터 시작한 키스는, 점점 구원의 얼굴 쪽으로 올라오더니 턱을 지나 그대로 볼로 향했다. 구원의 볼에 몇 번이나 키스를 하던 디아나는 살짝 고개를 떼고 구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이 몸도…이 몸도….” 그렇게 주저하는 디아나를 보며, 구원은 그 머리를 토닥였다. “괜찮아. 급할 거 없어. 너무 안달하지 않아도 돼. 난 디아나가 정말로 결심했을 때 하고 싶어.” 아까 전 레이아와 그렇게 진하게 키스하는 모습을 봤으니, 아마 디아나도 뭔가 느끼는 바가 있겠지. 하지만 질투심이나 그런 것에 맡겨 성급하게 해버리기 보다는, 정말로 디아나가 마음속에서부터 나와 하고 싶다고 생각하여 하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한다. 구원의 말에 디아나는 어딘가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키스의 대신이라는 듯이 구원의 뺨에 쪽쪽 입을 맞췄다. …결국 디아나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삽입만 하고 바로 다른 방에 가려고 했던 건 물론 농담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것도 다 디아나가 너무 귀여운 게 문제야! …응. 알아. 내 자제력 문제지. 정신을 잃은 디아나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구원은 황급히 레이아가 묵고 있는 방으로 향하려고 했다. 아차, 그 전에 적어도 물건은 닦고 가야지. 아무리 레이아가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디아나의 애액이 듬뿍 묻은 물건을 레이아에게 내미는 건 매너 위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황급히 물건만 씻고 레이아의 방문 앞에 갔을 때, 갑자기 안에서 문이 벌컥 열렸다. 아차, 디아나랑 너무 오래 끌어서 레이아도 더는 참지 못하게 된 건가. 그 예상은 절반만 들어맞았다. 참지 못하게 된 건 맞았다. 그런데 참지 못하게 된 게 레이아는 아니었다. 바로 구미호였다. 보랏빛으로 선명하게 빛나는 눈, 완전히 구현화 돼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9개의 꼬리. 그리고 요염한 미소까지. 오랜 방치에 레이아가 더는 참지 못하게 된 모양이다. 오랜만에 이성을 완전히 잃은 구미호 상태로 변해버린 것 같았다. 왜 이성을 완전히 잃었다고 생각 하냐고? 간단하다. 우리 천사님의 이성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었다면 이렇게 새하얀 알몸을 그대로 드러낸 채 밖에 나올 생각을 하지는 않았을 거 아냐. “뜨헉!” 구원은 황급히 레이아의 어깨를 잡고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복도에 누군가 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 우리 천사님 알몸은 나만의 것이야. 구미호 상태가 된 레이아도 문 앞에서 갑자기 구원과 맞닥뜨릴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 그대로 끌려들어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문을 닫자마자 곧바로 구원의 몸이 움직이지 않게 됐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이군. 하지만 말이다. 중요한 걸 잊고 있지 않냐? 지금 내 손은 네 어깨를 잡고 있는데? 구원은 주저 없이 성자의 손길을 사용했다. 물론 위력은 최대한 줄여서 말이다. 우리 천사님을 복상사시킬 수는 없지. “흐히이이잇!” 위력을 줄였다지만, 그래도 충분했다. 구원에게 어깨를 잡힌 레이아는 선 채로 부들부들 떨면서 절정에 달했다. 이렇게 똑바로 선 모습으로 절정을 달하는 모습을 보는 건 또 각별한 맛이 있었다. 가랑이 사이로 애액이 터져 나오며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커다란 가슴은 물결치듯 부들부들 떨렸다. 확실히 절정에 달했지만, 디아나 때처럼 절정에 달했으니 스킬 영향은 다 풀렸지? 라고 말 할 수도 없다. 구미호 상태를 해제시켜주지 않으면. 구원은 레이아의 허리를 감싸 끌어안고 그대로 침대에 옮겼다. 침대에 다가선 구원은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침대 한가운데가 다른 곳과 확연히 비교될 정도로 색이 진했다. 살짝 손을 가져다 대서 확인해보니, 그곳은 따뜻하고 축축했다. 구원은 그제야 레이아가 구미호로 변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확실히 이상했다. 레이아가 내 방에서 나갈 때만 해도, 확실히 몸은 달아올랐겠지만 구미호 상태가 될 정도는 아니었다. 키스로 정기도 흡수했었으니, 거기서 더 흥분하거나 몸에 자극을 가하지 않는 이상 구미호로 변할 일은 없었을 거다. 하지만 레이아는 이렇게 구미호로 변했다. 자위를 한 거다. 구원이 디아나와 하는 데 열중하느라 너무 늦어져서. 침대에서 알몸이 되어 식지 않는 몸을 진정시키느라 혼자 자위를 하는 레이아를 상상하니, 구원은 머리가 폭발할 것 같았다. 젠장. 난 왜 조금 더 빨리 오지 않은 거지. 조금만 더 빨리 왔다면 우리 천사님의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을 뇌리에 새겨놓을 수 있었는데! 하지만 아무리 후회해봤자 이미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다. 구원은 레이아의 다리를 양쪽으로 활짝 벌려 음부를 확인했다. 아까 절정에 달한 영향인지, 아직까지도 음부가 꿈틀대며 그 안쪽에서 진한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구원은 그대로 바지를 내리고 자신의 물건을 집어넣었다. “꺄아흐으으응!” 레이아는 기분 좋은 콧소리를 내며 다리를 접어 구원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요염한 허리를 돌려 구원의 물건에서 정액을 쥐어짜내려는 듯이 움직였다. 물론 참으려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지만, 구미호 상대로 그러는 건 멍청한 일이다. 얼른 싸서 구미호 상태를 풀어주는 게 낫지. 구원은 참지 않고 거세게 허리를 흔들어 곧바로 레이아의 안에 정액을 분출했다. “흐으으으읏!” 그와 동시에 레이아도 다시 한 번 몸을 떨며 절정에 달했다. 어제도 레이아와 했던 거다. 이 한 번으로 구미호 상태는 풀리고 정신을 잃겠지. 하지만 구원의 예상은 다시 한 번 빗나갔다. “하으응. 구원씨이이….” 구미호 상태가 어느 정도 풀린 건 맞는 모양이다. 하지만 레이아는 정신을 잃지 않았다. 몽롱한 표정으로 구원을 바라보며, 녹아내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다시 허리를 요염하게 움직였다. 레이아의 의식은 어느 정도 돌아왔지만, 몸은 아직 구미호의 욕망이 남아있는 상태인 것 같았다. 이거 설마…. 구미호 상태에서 정기를 원하는 양이 늘어나고 있어? 그게 레이아가 구미호 상태에 익숙해지는 것과 관계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한 발만으로 레이아의 구미호 상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았다는 거다. 구원은 다시 한 번 레이아를 끌어안고 허리를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하으응. 하앗. 구원씨이이.” 그래도 정기를 한 번 흡수한 게 효력은 확실히 발휘하는지, 레이아의 의식은 역대 최고로 확실한 상태인 것 같았다. 평소에는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녹아내릴 듯 요염한 목소리였지만, 이렇게 구원의 이름을 불러주는 걸 보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흑월접 // 그렇게 전부 길게 쓰다가는 제가 못 버텨서요. 오늘만 해도 짧게 짧게 썼는데 두 편을 써도 씬이 다 안 끝났…. 세르카디아 // 없앨 정도로 애매한 설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의문점에 대한 답변은 저번 편 답변으로 충분히 된 것 같네요. 도즈 // 저번 편 마무리를 살짝 수정했습니다. 사라는 비교적 멀쩡하게요. 12시 아슬아슬할 때까지 쓰다가 급하게 마무리하느라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성역 선포가 더 강하게 묘사되어 버렸네요. 163==================== 복수 구원은 레이아의 부름에 응답하듯 힘차게 허리를 움직였다. 레이아는 그런 구원의 머리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려다가, 갑자기 멈춰서는 구원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응? 왜 그러지? 그리고는 길게 혀를 뻗어 구원의 입술이 아닌, 목을 핥기 시작했다. 레이아의 혀는 보통 사람보다 길고 얇아서 이렇게 핥아 올리면 자연스럽게 몸이 흠칫흠칫 떨렸다. 레이아는 마치 혀로 구원의 몸을 닦아주기라도 하듯이 길게 핥아 올리면서 점점 구원의 얼굴 쪽을 향했다. 목을 깨끗하게 핥아 올리고, 턱을 지나 그대로 뺨으로. …어라? 이 루트는…. 구원의 뺨까지 전부 깨끗하게 핥아 올린 레이아는, 그제야 만족한 얼굴로 구원의 입술에 달라붙었다. 이, 이거…지금 행동은 그런 의미지? 레이아 본인이 질투심을 느껴서 한 행동? 아니면 먹잇감을 다른 여자한테 뺏기기 싫다는 구미호의 본능에서 나온 행동? 물론 지금 물어봐도 대답해줄 리는 없다. 구원은 레이아와 입을 맞추며 허리를 흔드는 것에 열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구원이 한 번 더 안에 싸고 나서야, 레이아는 겨우 정신을 잃었다. 레이아에게 이불을 덮어주며, 구원은 생각에 빠졌다. 대체 왜 정기가 필요한 양이 늘어나게 된 걸까? 그래도 정기를 흡수하자 레이아의 의식은 어느 정도 돌아오게 됐었다. 그렇다면 레이아가 구미호 상태에 점점 익숙해지는 것과 관계가 있는 걸까? 아무튼 이렇게 고민하고 있어봤자 답은 나오지 않는다. 디아나에 이어 레이아까지 제법 장기전이 돼버린 탓에, 사라를 엄청 오랫동안 기다리게 만들어버렸다. 사라는 제일 영향이 적은 모습을 보여줬으니 버티는 건 그나마 괜찮겠지만, 그만큼 이성도 또렷할 거다. 그 질투심이 강한 사라다. 시계를 보면서 구원이 다른 여자 둘과 얼마나 했는지 계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솔직히 가기 조금 무서울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 갈 수도 없다. 구원은 황급히 몸을 씻었다. 이번엔 저번 실수를 거울삼아서 물건뿐만 아니라 몸과 얼굴까지 깨끗하게. 그리고 크게 심호흡을 해서 마음을 다잡은 다음 방을 나섰다. “앗, 저기…!” 구원이 방을 나서자, 동시에 다른 방의 문이 벌컥 열리며 사람이 나왔다. 바로 케이트였다. 타이밍도 좋네. 설마 기다리고 있었다가 타이밍 맞춘 건 아니겠지? 케이트는 구원을 보자마자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모양이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사라가 폭발하기 직전일 지도 모른단 말이야. “미안. 나중에.” 구원은 케이트가 뭐라고 하려는지 듣지도 않고 곧장 사라의 방에 들어갔다. “빨리도 오셨네요.” 역시나 예상대로라고 할까. 방에 들어가자마자 사라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시선이 구원에게 꽂혔다. “미안! 디아나는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였고, 레이아는 기다리는 동안 한 번 더 구미호 상태가 돼버려서. 정말 미안해.” “그래도. 그래도 오늘은 제 차례였는데….” 사라는 이성적으론 이해해도, 감성적으론 받아들이기 힘든지 구원을 노려보는 눈에 힘을 풀지 않았다. “지, 진정해. 그래도 나랑 밤을 같이 지새우는 건 너니까….” “그건 당연하잖아요! 제….” 똑똑. 사라가 폭발하려고 했을 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사라는 일단 심호흡을 해서 숨을 고르며 턱짓으로 문을 가리켰다. 구원이 방문을 열고 나가보자, 거기 있는 건 케이트였다. “이봐요….” “미안. 지금 좀 바빠.” 구원은 황급히 문을 닫았다. “…누구에요?” “그게…케이트.” “그 사람이 갑자기 제 방문은 왜 두드리죠?” “아까 여기 들어오다가 마주쳤거든. 나한테 할 말이 있는 모양이야.” “…할 말? 그 일인가요?” “그래. 아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 다만 알다시피 도와주는 대가로 내가 내건 조건이….” 지금 케이트의 대답을 들으면 영락없이 케이트와 관계를 가져야 할 거다. 때문에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한 사라 상대로 웬만하면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었다. 이 복수는 사라의 복수. 자초지정을 전부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그렇군요.” 내 대답에 역시나 사라는 그다지 좋지 않은 표정을 했다. 애초에 사라는 케이트를 끌어들이는 작전을 별로 탐탁지 않게 여겼으니까. “…하지만 저 사람도 결국 제 복수를 도와주기 위해 찾아온 거겠죠….” 하지만 결국 결심한 건 사라다. 사라도 그걸 알고 있기 때문인지, 반쯤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사라야….” 그런 구원을 보고 사라는 충격적인 제안을 했다. “…좋아요. 하지만 대신 조건이 있어요. 여기서 하세요.” “응? 뭐, 뭐라고?” “어차피 밤새 할 건 아니잖아요? 여기서 하고 내보내세요. 저랑 하다가 중간에 나가서 저 여자랑 하느니, 그게 나아요.” “하, 하지만 그…괜찮겠어?” “뭐가요? 어차피 제 복수를 위해서 하는 거잖아요? 제가 시야가 닿는 범위 안에서 계획을 진행시켜야하는 거 아닌가요?” 아니, 물론 그렇기는 한데…. “아니면, 저 여자랑 할 때는 저한테 못 보여줄 행위라도 하는 모양이죠?” “그럴 리가! 난 떳떳해! 저번에도 말했다시피 쟤한테는 아무 감정도 없어. 다 너를 위해 하는 거야.” “그럼 이번에도 저를 위해 여기서 하시죠.” 사라는 그렇게 말하더니 옷장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저기서 지켜볼 셈이야? 정말로 여기서 하라고? 여러모로 불안한 점은 있었지만, 그래도 사라의 말에 따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여기서 거부해버리면 진짜 켕기는 게 있는 것처럼 되어버리니까. 구원이 문을 열자, 케이트는 여전히 문 앞에 서있었다. “…무슨 일이야?” “여, 여기서는 조금 하기 힘든 말인데요.” 응. 그 발정 난 것 같은 표정만 봐도 알 것 같아. 오늘밤도 역시나 포츠와의 행위에 만족을 못한 건지, 아니면 아예 포츠와 관계 자체를 가지지 않은 건지, 케이트의 표정은 완전히 달아오른 여성의 그것이었다. “이 방엔 지금 나밖에 없어. 들어와서 얘기해.” “네? 하지만….” 케이트는 방 안에 들어와 둘러보고는,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사람이 있었던 거 아닌가요?” “그럴 리가.” 케이트는 이상하단 표정이었지만, 이내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듯 구원을 쳐다봤다. “당신 지금 시간 있어요?” “무슨 시간?” “그, 그러니까 저랑 잘 시간이요.” 어지간히 애가 탔던 모양이다. 아주 대놓고 자자고 그러네. “시간이라면 있지. 하지만 그 말은 즉, 결심이 섰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그, 그건…. 아, 아직 당신이 주겠다는 쾌감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겠어요. 그러니까 일단 시험하는 의미에서 한 번….” “어허. 어디서 공짜로 대가를 얻으려고. 전에도 말했다시피, 난 상대를 보면 어떤 상태인지 알아. 넌 지금 욕구불만 상태야. 스스로 아무런 대가도 없이 내게서 쾌락만을 얻겠다고? 그렇게는 안 되지. 욕구만 풀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찾아가라고. 포츠와 하는 게 싫다면 다른 모험가를 붙잡고 하면 되는 일이잖아?” “다른 사람으론 안돼요! 전혀 안된다고요! 당신이! 당신이 아니면!” 뭐야. 이미 다른 사람으로 시험해본 거냐. 이 말을 포츠가 들었어야 하는데. 평소 대가리가 비어서 만사가 유쾌한 그놈이라도,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저런 말을 내뱉는 걸 들으면 절망했을 텐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나중엔 녀석이 있을 때도 저런 말을 내뱉길 기대하는 수밖에. “하아…. 어쩔 수 없군. 좋아. 시범기간이란 말이지? 이번만이다? 벗어.” 결국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너무 내빼다가는 결국 내게 얻었던 쾌락의 추억도 희미해질지 모를 일이고. 결심을 빨리 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한 번더 쾌락을 맛보게 해줄까. 구원이 말하자. 케이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옷을 벗었다. 아래쪽은 이미 홍수가 난 상태였다. 얼마나 심각한지 팬티는 제 기능을 전혀 못하고 있었고, 애액이 허벅지를 지나 종아리까지 타고 흐르는 상태였다. “완전히 홍수가 났네. 그렇게 내 물건이 그리웠던 거냐?” “그, 그런 건…!” “왜? 아냐? 그럼 나 말고 딴 놈 찾아가. 나도 대가없는 쾌락을 줄 생각을 하니 그다지 의욕이 안 생기니까.” “으, 으윽.” 케이트는 구원을 노려봤지만, 그래도 달아오른 몸에는 저항할 수 없는 듯 그대로 팬티를 내렸다. 축축히 젖은 음부에 구원은 곧바로 물건을 삽입했다. “흐으으읏!” 구원이 넣자마자 케이트는 바로 절정에 달해버렸다. “됐지? 하여간 이렇게 민감해져서는. 내가 제안했던 보상은 너한테 딱 맞는 보상이었던 모야인데? 왜 아직 결심을 못하는 거야? 날 도와주면 이 쾌락을 계속 맛볼 수 있다고?” 케이트의 결심을 보채기 위해 그렇게 말해봤지만, 이미 물건에 온 정신이 팔린 케이트는 그런 거 아무 상관없다는 듯이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 만족했을 거 아냐? 쾌감은 충분히 맛봤지? 떨어져.” “다, 당신은 아직 만족 못했으니까….” “아니. 난 너 말고도 우리 애들이랑 만족하면 되니까. 이제 떨어져.” “미안해요. 거짓말이에요. 실은 제가 아직 부족해요. 조금만. 조금만 더….” 조금 강한 척 하려고 했던 케이트는 구원의 반응에 바로 말을 바꿔 사과했다. 그 표정은 마치 사막에서 며칠 동안 물 한 모금 못 마시다가 오아시스라도 찾은 사람처럼 환희에 차있었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너무 쉽다. 아무리 성자의 위력이 대단하다고는 해도, 이 반응은 너무 심한데? 역시 케이트가 그냥 정조관념이 없고 쾌락에 약할 뿐인 건가. 구원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후 기계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미안한 얘기지만, 얘 진짜 별로네. 방금 전에 디아나랑 레이아와 하고 온 덕분에, 더욱더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역시 우리 애들이 유독 명기인 건가. 이러다가 우리 애들이랑 할 때밖에 못 느끼는 불감증이 되는 거 아냐? “흐아앙! 하앗! 이거! 이거 좋아! 좋아아앙!” 구원의 기계적인 움직임에도 케이트는 충분한 듯 한껏 소리를 내질렀다. 뭐, 난 계속 싸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 섹스 부스트가 중첩되어서 케이트는 장난이 아니겠지. 이렇게 기교 없이 흔들어도 케이트는 이제껏 맛보지 못한 쾌감을 맛보고 있을게 분명했다. 그렇게 케이트가 몇 번이나 절정에 달했을 때 즈음에, 섹스 부스트 중첩의 효과인지 구원도 겨우 신호가 왔다. 구원은 아무 말고 없이 물건을 뽑아내서 케이트의 얼굴 앞으로 가져갔다. 케이트는 자석이 달라붙듯 자연스럽게 구원의 물건 끝부분을 삼키고 혀를 움직여 자극했다. 구원은 그대로 케이트의 머리를 붙잡고 앞뒤로 움직이며 정액을 토해냈다. 구원의 물건이 완전히 정액을 토해낸 후에도, 케이트는 사랑스럽다는 듯이 구원의 물건을 정성스럽게 핥았다. “후우…. 어때? 이걸로 만족했지?” “네, 네에.” 케이트는 마음 속 깊이 만족한 표정이었다. “그럼 서비스는 이걸로 끝이야. 다음에는 진짜로 결심한 다음에 찾아오라고.” “으읏…. 아, 알겠어요….” 케이트는 여전히 결심하기 두렵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마지못해 수긍했다.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결심을 안 하는 거지? 그냥 조금 도와주면 그만이잖아. 딱히 심한 거 시킬 생각도 없는데 말이야. 그냥 지금처럼 나랑 바람피우면서, 포츠의 멘탈을 박살내놓기만 하면 그만이다. 쉽잖아? 아무튼 케이트를 얼른 보내버리고, 구원은 황급히 옷장으로 향했다. “사, 사라야?” 안 그래도 사라를 의식해서 평소보다 더 무덤덤하게, 무뚝뚝하게 케이트를 대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다른 여자랑 섹스하는 걸 정면에서 본 거다. 그 질투심 강한 사라가. 복수 때문이라고는 해도, 충격을 받았겠지. 구원은 떨리는 손으로 옷장 문을 열었다. “흐윽. 흐으으윽.” 사라는 두 무릎을 끌어안은 채 소리를 죽이고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구원은 강렬한 죄책감에 휩싸였다. 젠장. 아무리 그래도 역시 보여주는 건 아니었어. “사, 사라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 그 여자, 당신에게 완전히 헤어 나오질 못해서….” “응. 그래도 봤잖아? 난 전혀 관심 없는 거.” “다, 당신도 허리를 마주 흔들고….” “그렇게 하면 안 끝나니까 그랬던 거지. 빨리 끝내려고 그런 거였어. 너하고 할 때완 다르게 그냥 기계적으로 움직였잖아.” “마, 마지막엔 입에까지….” “그, 그건…그…그렇게 안하면 포츠한테 들키잖아. 아직 그럴 타이밍이….” 분명 계획을 생각하고 실행한 행동이긴 하지만, 이 세계에서 그런 행동은 마치 정말 둘이 사랑해서 바람피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사라가 제일 충격 받은 것도 마지막의 그 행위였겠지. 덕분에 구원이 살짝 말을 더듬자, 사라가 눈물이 흐르는 눈으로 구원을 노려봤다. 그러더니 두 주먹으로 눈가를 마구 비벼서 눈물을 닦았다. 다시 드러난 사라의 눈은 무언가의 결심과 질투로 불타고 있었다. 사라는 구원을 밀치고 옷장에서 나오더니, 그대로 구원을 욕실로 끌고 갔다. “사, 사라야? 으윽. 자, 잠깐. 조금만 살살….” 그리고는 구원의 물건에 물을 끼얹더니, 손에 비누거품을 내서 빡빡 문지르기 시작했다. 구원의 물건에서 케이트의 흔적을 아예 지워버리겠다는 듯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문질러 깨끗하게 씻어내더니, 물건을 꽉 잡고 그대로 고개를 숙였다. “그런 여자보다, 그런 여자보다 내가 훨씬 더…!” 사라는 질투심에 불타는 눈으로 구원의 물건을 입안에 담았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구원이 알려줬던 모든 기교를 총동원하여 구원의 물건을 자극해나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64==================== 복수 그렇게 박박 닦아내고도 만족하지 않았는지, 사라의 움직임은 마치 구원의 물건을 닦아내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입술을 꽉 조이고 고개를 앞뒤로 움직여 강하게 봉 부분을 훑어냈다. 그렇게 몇 번이나 왕복하여 물건을 닦아낸 다음, 이번엔 자신의 타액으로 덮어씌우기라도 하려는 듯이 낼름낼름 구원의 물건을 핥아갔다. 처음엔 물건 끝부분에 키스라도 하듯이 입을 맞추고 혀를 뾰족하게 세워 요도구를 핥더니, 얼굴을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뿌리부분까지 샅샅이 핥았다. 물건에서 사라의 혀가 안 닿은 부분이 없을 정도로 샅샅이 핥은 이후에는, 물건을 손으로 살짝 들고 주머니부분까지 샅샅이 핥았다. 하는 행동만 보면 완전히 헌신적인 봉사인데, 사라의 두 눈은 살짝 이쪽을 노려보고 있어서 묘한 기분이었다. 주머니부분까지 완전히 혀를 다 기게 만든 이후에, 사라는 혀를 내밀어 뿌리부터 끝부분까지 길게 쓰윽 핥아 올렸다. 그렇게 끝까지 올라간 사라는 다시 한 번 구원의 물건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는 이번엔 강하게 빨아들이며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고, 그러면서 혀까지 움직이는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했다. 그리고 목구멍을 이용해 구원의 물건을 뿌리 끝까지 삼키려고까지 했지만, 과연 아직 그렇게까지 하는 건 버거운 모양이다. 몇 번이나 시도를 해봤지만, 결국 사라의 눈가에 눈물만 살짝 고이는 결과가 됐다. 하지만 그러고도 사라는 포기하지 않고 구원을 더 자극하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이번엔 얼굴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마치 입으로 꽈배기라도 꼬듯이 자극하는 기술까지 구사하기 시작했다. 알려주지도 않은 기술까지 응용해서 사용하다니. 이쯤 되면 그냥 배우는 게 빠른 정도가 아니다. 내 물건을 기분 좋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가짐 없이는 절대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사라야. 사랑한다. 구원은 그런 사라의 머리에 살짝 손을 얹고 물건에 느껴지는 쾌감을 한껏 즐겼다. “사라야. 이제 슬슬….” 구원은 이제 쌀 것 같으니 슬슬 직접 삽입하자는 의미로 말한 거였지만, 사라는 구원의 행동과 다른 행동을 취했다. 빨아들이는 힘을 더 강하게 하고, 격렬하게 고개를 앞뒤로 움직였다. “어? 사라야. 나 슬슬 싼다니까?” 사라의 예상외의 행동에 반사적으로 허리를 뒤로 빼려고 했지만, 사라는 팔을 뻗어 구원의 허리 아래쪽을 꽉 붙들고 놓아주지 않았다. “크윽!” 결국 구원의 물건이 사라의 입안에서 폭발했다. “으읍! 으음. 읍. 응긋. 아음.” 사라는 그래도 입술에 힘을 꽉 줘서 구원이 사정을 끝낼 때까지 입을 떼지 않았다. 구원이 긴 사정을 끝내고 나서, 그제야 사라는 구원의 물건에서 입을 뗐다. 그러면서도 끝까지 입술을 꽉 오므려서 입 안에 있는 것들이 한 방울도 새어나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살짝 볼이 부풀어있는 걸로 봐서, 분명 아직 저 입 안에 정액이 그대로 남아있다. 사라는 시선을 우왕좌왕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더니, 결국 눈을 꼭 감고 목울대를 울리기 시작했다. 꿀꺽꿀꺽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의 부풀어 올랐던 볼이 점점 원상태로 돌아갔다. “으…써…아, 아니. 그, 그게….” “괜찮아. 원래 그런 거야. 고마워.” 케이트와는 다르게, 사라의 지금 행위는 명백하게 애정에 기반을 둔 행위다. 구원이 감격한 표정으로 사라의 머리 위에 얹었던 손으로 쓰다듬자, 사라는 얼굴을 붉히고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는 구원의 물건 끝에 아직 다 나오지 못한 정액이 맺혀있는 걸 보고, 부끄러움을 얼버무리듯이 다시 한 번 구원의 물건을 입에 담았다. 이것도 아직 알려주지 않았다고 할까 알려줄 기회가 없었던 행위지만, 아마 아까 케이트가 한 걸 보고 배운 거겠지. 그냥 겉 표면을 닦아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요도구에 남아있는 정액까지 완벽하게 빨아냈다. 이렇게 뒤처리까지 완벽하게 해낸다는 건, 아까 케이트가 하는 걸 눈물을 흘리면서도 끝까지 놓치지 않고 다 봤다는 거다. 진짜 여러모로 대단한 애다. 벌써부터 이미 충분히 만족하여 마음이 충만해졌지만, 아직 본편은 시작도 안했다. 사라는 그대로 구원을 살며시 밀어 눕히더니, 구원의 위로 올라가 걸터앉았다. 오늘은 자기가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기분인 걸까? 아니, 그렇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날 더 기분 좋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야겠지. 구원의 물건을 배에 닿도록 눕히고 그 위에 걸터앉은 사라는, 허리를 앞뒤로 흔들어 구원의 물건을 자신의 갈라진 틈에 비비듯 자극했다. 사라의 음부에서는 이미 구원의 물건을 다 적시고도 남을 정도로 많은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얘도 성역 선포의 영향을 받고 아직까지 버티고 있었던 거다. 이렇게 돼 있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이걸 참으면서 나한테 입으로 해주는 걸 우선한 건가. 구원은 사라가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몰랐다. 일단 사라를 꽉 껴안고 키스를 하려고 했지만, 사라는 미묘하게 고개를 뒤로 빼며 주저하는 기색이었다. 응? 키스를 거부한다고?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사라가? 잠깐 의아한 마음이 생겼지만, 구원은 곧 사라가 왜 그러는지 이해했다. 아…아까 내걸 삼켜서 그런 건가. 입 안에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게 전부 삼켰지만, 그래도 아직 그 맛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닐 거다. 하지만 구원은 개의치 않았다. 아니. 솔직히 자기 정액 맛을 맛보는 건 거부감이 들지만, 그것도 전부 사라가 날 사랑하는 증거라고 생각하면 참을 수 있다. 거부감보다는 사라와 키스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훨씬 더 컸다. “괜찮아. 난 너랑 키스하고 싶어.” 구원은 사라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 막상 입을 맞추자 부드러운 입술의 감각이 뇌를 녹이는 것 같아서, 맛 같은 건 아무래도 좋을 지경이었다. 구원과 가볍게 키스를 하고 떨어진 사라의 얼굴은 감격에 찬 표정이었다. 네가 왜 그런 표정을 지어. 그런 표정은 오히려 내가 지어야지. 그리고 사라는 뭔가 결심을 한 표정을 지었다. 손을 내려 구원의 물건이 위를 향하도록 세우고, 허리를 움직여 구원의 끝부분에 자신의 입구가 맞도록 조절했다. 하지만 그 표정이나 행동이 살짝 어색했다. 이건 많이 해본 거니까 그럴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물건의 끝에 닿는 감촉도 뭔가 평소와는 다른 것 같았다. …뭐지? 고개를 들어 물건 쪽을 살펴보고, 구원은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자, 잠깐! 사라야! 스톱! 멈춰!” “…왜요? 역시 더럽나요?” “아니. 전에 말했듯 네 몸에 더러운 곳 따윈 없어. 그런 게 아니라, 찢어져!” 구원의 외침에 사라의 몸이 움찔 떨렸다. 그랬다. 사라는 무려 항문 성교를 시도하려고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할 수 있는 그런 행위가 아니다. 경험이 없는 구원이라도 그 정도는 알았다. 평범한 사람도 처음 할 때 억지로 넣으면 찢어진다고 하는데, 하물며 구원의 물건은 평범하다는 말이 절대 어울리지 않는 크기다. 이런 흉악한 물건을 경험도 없는 사라의 항문에 억지로 넣으면? 바로 유혈사태가 일어나 버린다. 힐링 섹스가 있지 않냐고? 글쎄다. 그게 과연 항문 성교에서도 제대로 발동이 될까? 힐링 섹스의 설명에는 섹스 시에만 발동된다고 정확히 명시가 되어있다. 게다가 이런 세계관이다. 항문 성교로 힐링 섹스가 발동이 될 확률보다는, 안 될 확률이 훨씬 높아 보였다. 만약 발동이 된다고 해도, 지금 시도하는 건 도박이다. 사라의 예쁜 엉덩이가 피로 물드는 걸 걸고 도박을 할 생각은 없었다. “마음은 정말 기뻐. 나도 언젠간 꼭 해보고 싶어. 그런데 오늘은 아냐. 여기는 조금 더 느긋하게, 제대로 준비를 한 다음에 하자.” 구원의 말에 사라는 고개를 끄덕이고 손으로 잡고 있던 물건의 각도를 살짝 바꿨다. “하으으읏.” 사라가 성역 선포의 효과를 받고 대체 몇 시간이 지난 걸까? 드디어 구원과 사라는 하나가 됐다. 구원은 지금까지 사라가 자신의 욕구를 풀기보단 구원의 쾌감을 우선해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이 격렬하게 허리를 쳐올렸다. “구원. 구워언!” 사라는 계속해서 구원의 이름을 부르며 구원의 입술을 쪽쪽 쪼아댔다. “기분 좋아요? 네? 기분 좋아요?” 지금은 나보단 네가 더 기분좋아져야할 때인데 말이야. 얘는 이런 때마저 내 쾌감을 우선시하는 건가? “물론이야. 엄청 기분 좋아.” “그 여자보다 더?” 과연. 그런 건가. “당연하잖아! 그걸 말이라고 해?” 구원은 대답하면서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허리를 더 격렬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하지만 역시 싫어요! 당신이 다른 여자랑 자는 건 싫어요! 쭉 저하고만…!” “괜찮아. 케이트한테는 아무 감정도 없어. 내가 좋아하는 건 너지 케이트가 아니야.” “정말이죠? 마음 바뀌면 안 돼요? 믿어도 되죠?” “물론이지. 아니면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해?” “아니, 아니. 믿어. 믿어요.” 구원과 사라는 몇 번이나 입을 맞추며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싸줘요. 듬뿍. 그 여자는 못해본 경험을. 저한테 가득.” 사라는 허리를 크게 위아래로 흔들며, 구원의 물건을 짜내듯이 강하게 음부를 조여 왔다. 구워은 입술을 맞대고 크게 허리를 흔들다가, 신호가 오자 허리를 꽉 눌려 사라의 음부에 강하게 밀착시켰다. 사라의 끝부분까지 닿고도 만족하지 못한 듯 그 안을 비집고 들어갈 기세로 허리를 밀어붙인 다음, 구원은 물건을 폭발시켰다. “큭! 사라!” “네! 하응! 하읏! 하음! 으음! 으으읍! 흐으으응!” 구원의 사정과 동시에 사라로 몸을 떨며 절정을 맞이했다. 사라도 나도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서로의 입술에서 떨어지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참동안 서로의 입술을 탐하며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 있다가, 절정의 여운이 완전히 가시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떨어졌다. 너무 오래 붙어있던 탓인지, 입을 떨어뜨리자 그 사이에서 타액의 다리가 길게 늘어졌다. 구원은 그런 사라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정 불안하면, 우리 계획은 중단하자. 다른 계획을 생각해보는 거야.” 나름 결심을 하고 한 말이었지만, 사라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아뇨. 이대로 진행해요. 이미 그 여자랑 자버린 건 돌이킬 수 없잖아요. 여기서 중단해버리면, 그거야 말로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바람피운 것처럼 되어버리잖아요.” 바람이라고 하면 마치 우리가 사귀는 사이…아니, 확실한 말만 주고받지 않았다 뿐이지 서로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알고 있는 상태니까. 이제 와서 아직 사귀는 사이는 아니니 바람은 아니라고 할 상황은 아니다. “그야 그렇지만…. 정말 괜찮겠어?” “네. 여기서 멈추면, 당신한테도 그 여자한테도 실례가 되어버리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전 당신을 믿어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구원을 꽉 껴안았다. 구원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냄과 동시에, 절대 마음은 주지 말라고 재차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알았어. 믿…으음.” 구원이 대답하려고 하자, 사라가 가볍게 키스를 하여 구원의 말을 막았다. “그리고 지금은 복수도 다른 여자 얘기도 전부 잊고, 당신만을 생각하고 싶어요. 그렇게 만들어줄 수 있죠?” “물론이지. 알잖아? 그게 내 특기인거. 이 시간뿐만 아니라, 언제 어느 때라도 머릿속에 내 생각밖에 안 나게 만들어줄게.” 구원은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사라의 엉덩이를 단단히 붙잡은 채로 일어섰다. 아직 욕실 안이니까 말이야. 제대로 찐하게 즐기려면 역시 침대가 편하지. 구원은 물건을 뽑지 않고 사라와 연결 된 상태에서 그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 발 한 발 내딛는 것만으로도 충격이 가해지면서 쾌감이 느껴졌는데, 사라는 팔다리를 구원에게 둘러 꽉 매달린 상태로 허리까지 움직였다. 이동하는 시간마저도 아까우니 즐기자는 생각이다. 좋아. 그럼 나도…. 구원은 사라의 엉덩이를 붙잡고 있는 와중에 손가락을 하나 쭉 뻗어 그 가운데로 향했다. “흐으응! 구, 구워언!” 아까는 스스로 여기에 물건을 집어넣으려고까지 했으면서, 이렇게 내가 만지려고 들면 또 부끄러운 모양이다. 사라는 힘을 꽉 줘서 내 손가락이 침입하는 걸 막았다. 하지만 구원은 안달내지 않았다. 힘이 들어가 단단히 막혀있는 그곳을 노크하듯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도 언젠간 나한테 주는 거지? 그런 지금부터 길을 들여놓지 않으면.” 구원의 말이 통한 건지, 몇 번을 톡톡 두드리다가 부드럽게 문지르니, 사라의 힘이 풀어져갔다. 구원은 사라를 바라보고 씨익 웃으며 손가락 한마디를 부드럽게 침투시켜갔다. “흐으응!” 역시 여기 반응이 좋아. 앞으로 여기로 하게 될 날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구원은 그 날 밤새 사라와 뒤엉키면서 엉덩이 쪽도 손가락으로 철저하게 공략했다. 부끄러워는 하더라도, 가장 느끼는 성감대다. 덕분에 사라도 바라던 대로 다른 건 모조리 잊고 나와의 행위에만 몰두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65==================== 복수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조용한 숨소리를 내며 아직 잠들어있는 사라의 얼굴을 바라보며 구원은 조용히 몸을 비틀었다. 으어어어. 죽고 싶다. 만족스러운 밤 아니었냐고? 그야 물론 만족스러운 밤이었지. 어제도 사라는 엄청나게 예뻤고 반응도 최고였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대체 어젠 왜 그런 말을 내뱉은 거지? 아니, 물론 진심이었다. 사라를 좋아하는 것도 진심이고, 케이트에게 크게 정을 주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 것도 진심이다. 하지만 말이지, 표현 방법이란 게 있잖아? 어제는 너무 분위기에 취해버렸다. 내가 원래 분위기에 취하면 조금 심하게 분위기를 타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어제는 그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덕분에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을 줄줄이 해버렸다. 그것도 서로 죽고 못 사는 닭살 커플들 사이에서나 할 말들을 말이다. 내 머리에서 어떻게 그런 말들이 튀어나왔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아냐. 진정하자. 진정해. 어제 분위기를 탄 건 나 혼자가 아니다. 사라도 평소와는 다르게 자신의 감정에 엄청나게 솔직했고, 평소라면 안 할 말들을 했었다. 나만 태연하게 있으면, 사라도 굳이 언급을 하지는 않을 거다. 평소처럼 있자. 평소처럼. 구원은 호흡을 가다듬고, 사라가 깨어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사라가 깨어나자, 평소처럼 부드럽게 말을 걸었다. “사라야. 잘 잤어?” 하지만 사라가 막 잠을 깨서 멍한 상태였을 때 그런 말을 건 것은 실수였다. 사라는 구원의 가슴에 얼굴을 문대면서, 평소보다 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네. 정말 머릿속에 당신 생각밖에 안 났어요. 꿈에서까지….” 크허윽. 안다. 알아. 사라에게 그럴 뜻은 없었을 거다. 하지만 겨우 다잡고 있던 구원의 멘탈을 흔들기에는 충분한 말이었다. 구원도 반사적으로 사라가 했던 말을 언급했다. “그, 그거 잘 됐네. 안 그래도 나만을 생각하고 싶었잖아?” “네 정말…로…흐읏…!” 그렇게 애교 부리듯 말하던 사라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더니, 곧 제정신을 차린 듯 반쯤 감겨있던 눈이 크게 떠졌다. 사라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아직 연결되어있는 구원의 물건이 주는 쾌감에 다시 쓰러져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 얼굴은 잘 익은 홍시처럼 새빨갰다. 역시 얘도 어제 분위기에 취해서 했던 말들이 부끄러운 모양이다. 좋아. 이대로 공격하자. 얘를 부끄럽게 만들어서 내가 했던 말들은 언급하지 못하게 하는 거야. “아, 아니. 그러니까. 저…차, 착각하지 말아…!” “착각이야?” “그…그러니까!” 사라는 평소처럼 튕겨보려다가, 구원이 그렇게 말하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다가 결국 부끄러움이 한계치를 넘어선 모양이다. 얼굴에서 김을 뿜을 기세로 허둥지둥 대더니, 결국 주먹을 치켜들었다. …어? 사라야. 잠깐만. 그 주먹은 대체 무슨 의미…. 명치에 꽂히는 화끈한 감각과 함께, 구원은 정신을 잃었다. “으음.” 구원은 잠에서 깼다. 그러자 먼저 잠에서 깬 듯, 사라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왠지 조심스러운 손길로 구원의 가슴부근을 쓰다듬으면서 말이다. “일어났나요?” “응. 네가 먼저 일어나다니 별 일…아니. 이상하잖아.” “네? 무슨 일 있었나요?” 사라는 놀라울 정도로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을 지으며 시치미를 뗐다. 대체 내가 얼마나 기절해있었던 건지, 그 사이에 마인드 컨트롤은 끝난 모양이다. “너…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구원은 별 말 없이 넘어가기로 했다. 없던 일로 넘어가면, 그 닭살 돋는 발언들에 대한 언급도 없어질 테니 나 역시 좋다. 명치를 맞은 충격도 전혀 남아있지 않았고. 기절할 정도의 충격이었는데 데미지가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게 이상하다고? 이상할 거 없다. 아직도 힐링 섹스는 발동중이거든. 그러니 그냥 넘어가자. 마지막으로 살짝 놀리는 걸 끝으로. “그냥 신기해서. 먼저 일어났는데 이거 그대로니까 말이야. 너도 이러고 있으면 좋아?” 구원은 허리를 가볍게 쳐올리며 말했다. “흐으응. 그럴 지도요.” 하지만 사라는 순순히 인정했다. 역시 완전히 평소와 같은 건 아닌 것 같다. 식사를 하는 내내, 일행은 사이에는 어색한 공기가 감돌았다. 사라도 디아나도 레이아도 전부 어제 대단했으니 말이다. “…디아나.” “뭐, 뭔가?!” “…레이아.” “네, 네에?!” 어색해. 어색해 죽을 것 같아. 평소에는 같이 자면서 부끄러운 일이 생겨도, 둘만이 그런 거니 나머지 둘과 얘기를 하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그리고 1 대 1이면 식당에 내려오기 전에 어느 정도 커버를 하고 오지만, 오늘 디아나랑 레이아는 그럴 시간도 없었다. 결과 이런 상황이다. 이렇게 전원이 부끄러워하면, 어떻게 분위기를 수습하기가 힘들었다. 이럴 땐 내가 뭔가 말을 해서 분위기를 전환해야 할 텐데. 무슨 말을 하지? 뭔가 화제 거리가…. 아, 그래.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미안한데, 식사하고 곧장 사냥은 못갈 것 같아.” “네? 무슨 일 있나요?” 사라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이쪽을 쳐다봤다. 또 케이트한테 무슨 수작을 부릴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걱정 마. 이젠 정말로 케이트가 도와준다고 하기 전까진 안 할 생각이야. 케이트는 두 번이나 나랑 하면서 천국을 맛봤으니, 이제 전보다 더 나와의 쾌락이 몸에 각인되어버렸을 거다. 이미 성을 알대로 안 여자가 그런 쾌감을 경험한데다가, 그 쾌감을 줄 수 있는 사람과 거의 매일 얼굴을 마주친다. 과연 참을 수 있을까? 아마 결심을 하는 건 시간문제일 거다. 지금 사냥을 바로 못가는 건 다른 문제다. “갑옷이 조금 말이야.” “네? 갑옷이요? 어제 갑옷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심하게 다치셨던 건가요?” 구원의 말에 레이아가 깜짝 놀라며 구원에게 달려들 기세로 말했다. 자신의 부끄러움 보다는 타인의 상처를 더 신경 쓰는 저 태도. 역시 천사님이다. “아니. 그런 거 아냐. 레이아가 제때제때 제대로 치료해준 덕분에 몸은 멀쩡했어. 다만 갑옷에 디아나가 좀….” “음? 이 몸?” 이름을 불린 디아나가 의아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짐작 가는 거 없어?” “…전혀 없네만.” 그러면서도 디아나는 여전히 구원과 제대로 눈은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로? 보면 기억날지도. 내 갑옷 등 부분에 네….” “으아아아!” 구원이 그렇게 말을 하면서 인벤토리에서 갑옷을 꺼내자, 디아나가 거의 다이빙하듯이 구원의 갑옷에 달려들었다. “이렇게 보관하면 상태가 그대로 보존되니까 말이야. 아직 따끈따끈….” “으아아아! 으아아아!” 봐라. 보여주니까 제대로 기억났잖아. 디아나는 구원의 갑옷을 끌어안고 온몸을 이용해 필사적으로 가렸다. “디아나? 대체 왜 그래요?” “몰라도 되네! 자네들은 몰라도 되네!” “디아나. 식당에서 너무 시끄럽게 떠드는 건 매너 위반이야.” “이 몸이 지금 누구 때문에…! 으아아아! 아무것도 아니네! 아무것도 아니야!” 디아나는 욱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구원이 힘을 줘서 갑옷을 빼내려고 하자 바로 태세를 전환해서 애원했다. 솔직히 다른 사람이 봐도 애액이 묻은 거라고 생각은 못할 텐데 말이야. 디아나 입장에선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겠지. 아무튼 의도대로 됐다. 아까까지 식탁 위를 지배하고 있던 어색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무튼 그래서 갑옷을 조금 정비해야 돼. 미안하지만 조금만 기다려줄래?” “네…. 뭐, 그러세요.” 사라와 레이아는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지만, 어쨌든 고개를 끄덕였다. 구원이 식사를 마치고 방에 돌아가려고 하자, 디아나가 불안한 얼굴로 따라왔다. “이 몸도 도와주겠네.” “응? 그래? 굳이….” “아니. 이 몸이 마법으로 하는 편이 더 완벽할 걸세.” 디아나는 굳이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안 닦고 또 뭔가를 꾸민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가? 진짜로 그냥 닦기만 하고 올 생각이었는데. 아무튼 뭐, 이렇게 기대를 해주시니 기대에 응할 수밖에. “으아. 끈적끈적하게 묻어있네. 대체 얼마나 흥분한 거야.” “자, 자네가 괜히 스킬을 이 몸에게까지 닿게 해서 그런 것 아닌가!” “같이 영향 받았던 사라와 레이아는 너만큼 심하지는 않았잖아. 심지어 레이아는 그런 체질인데도. 그냥 순순히 인정하는 게 어때? 너 진짜로 중증의 노출증이라니….” “아닐세! 이 몸은 그런 게 아닐세!” “이걸 보고도….” “아아아아!” 디아나는 안 들린다는 듯이 양손으로 귀를 막고 큰 소리를 냈다. 네가 무슨 애냐. 나이도 제일 많으면서. 그리고는 황급히 물을 소환해내서는, 구원의 갑옷을 뒤덮었다. “가죽 갑옷을 물로 닦아도 돼?” “물이 남는다면 문제겠지만, 이 몸처럼 모든 수분을 완벽히 제어할 수 있다면 문제없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평소보다 정신을 집중해 물을 컨트롤했다. 그렇게 디아나가 세척하고 드러난 갑옷에는, 아직 미약하지만 얼룩이 남아있었다. 그 비밀 던전에서 여기까지 오는 동안 얘가 한참을 비벼댔으니 말이다. 그럴만하지. “역시 완벽히 닦이진 않네.” “한 번 더 하면….” “그래도 별로 티도 안 나는데 괜찮지 않아?” “누가 알아채고 물어보면 뭐라고 할 셈인가?!” “그야 우리 귀여운 디아나의 성수….” “얼른 주게!” “농담이야. 농담. 그냥 한 마디 해주면 돼지.” “뭐라고 말인가?” “등 뒤의 얼룩은…남자의 훈장이다!” “자네 바보 아닌가?!” 디아나는 참지 못하고 구원의 가슴을 토닥토닥 때렸다. 하하핫. 간지럽다 간지러워. 적어도 아까 사라처럼 명치를 파고드는 공격 정도는…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냐. 디아나는 이게 좋다. 응. 이대로 있어줘. 결국 디아나는 구원의 손에서 다시 갑옷을 빼앗아 몇 번이나 세척을 시도한 끝에 완벽히 얼룩을 지울 수 있었다. 갑옷을 세척하고 방에서 나오자, 동시에 옆방의 문도 열렸다. 엄청난 기시감이 느껴진다. 어제도 이런 일이 있지 않았나? 하지만 방에서 튀어나온 건 케이트가 아니라 포츠였다. “으어어어어.” 그것도 거의 다 죽어가는 포츠였다. “…뭐하냐 너?” “훗….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선…가끔 자신을 희생해야할 때도 있는 법이야. 그녀를 한 순간이라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내 생명도 불태울 수 있는 남자니까.” 놀고 있네. 꼴을 보아하니 포츠와의 관계에 만족을 못한 케이트한테 제대로 쥐어 짜인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이 놈 어제 내내 한 번도 안보였잖아. 혹시 케이트가 하루 종일 이놈을 쥐어짜다가 도저히 만족을 안 되서 나한테 온 건가? 그럼 뭐야. 생명만 불태우고 행복하겐 못 만들어줬잖아. 아무튼 포츠는 피골이 상접해 죽어가고 있었다. 이거 계속 케이트한테 성자 스킬만 걸어두면, 알아서 복상사나 쇠약사로 죽는 거 아닐까? 물론 그렇게 두진 않을 거지만. 그렇게 그냥 죽으면 자기가 왜 죽는지 모를 거 아냐. 계획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든, 결국 마지막에 이놈이 죽기 전에는 자신이 왜 죽는지 알려줄 계획이다. 그것도 사라가 직접 나서서 말이다. 그래야 제대로 된 복수라고 할 수 있지 않겠어? 아무튼 이런 놈의 사정보다, 지금 놈의 모습에서 더 중요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케이트는 이놈의 실체를 다 알고도 계속 관계를 가졌단 말이야? 어째서? 설마 완벽한 연기를 위해서? 날 도와줄 결심을 하는 동안 포츠에게 의심을 받으면 안 되니까, 거기까지 연기를 한 거야? 그렇게까지 하면서 왜 내게 도와주겠다는 대답은 미루고 있는 거지? 이해가 안 되는데. 언제 한 번 제대로 얘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래. 열심히 불태워라.” 아무튼 구원은 일단 놈에게 신경을 끄고 갈 길이나 가기로 했다. “자네도 조금은 저 자를 본받는 게 어떤가?” 그런 구원의 옆에서, 디아나가 살짝 부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응? 뭐가?” “뭐라니. 그…태도 같은 거 말일세.” 아무것도 모르는 디아나에게는, 저 놈이 그냥 자기 여자한테 헌신적인 남자로 보이는 모양이었다. 물론 진실을 아는 구원은 저런 쓰레기를 본받으라는 말 자체가 욕처럼 느껴졌다. 디아나는 아무 잘못이 없지만, 구원은 자기도 모르게 살짝 가시 돋친 말투로 말했다. “뭐야. 디아나는 나보다 저런 놈이 더 좋다는 거야?” “그, 그런 말은 안하지 않았나. 이, 이 몸은….” 구원의 말투에 디아나도 당황해서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고 구원도 아차 싶었다. 얘는 그냥 아무것도 몰라서 이렇게 말 한 건데. 그렇다고 미안하다고 하는 것도 조금 이상한 상황이고. 으음…. 좋아. “역시 내가 좋지?” “으음. …아니,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하는 겐가! 설마 이러려고 일부러 화난 척을…!” 유도 심문에 넘어갈 뻔 했던 디아나는 얼굴을 붉히며 구원을 토닥토닥 때렸다. 부끄러워 하기는. 키스도 예약된 사이인데. 구원이 대답 없이 장난스럽게 웃자, 디아나가 더욱더 얼굴을 붉히며 구원을 토닥토닥 때렸다. 하하핫. 간지럽다. 간지러워. 누가 때리는 중인가? 그런 것도 공격이야? 더 세게 때려 보라고! “…너무 안 오시는 것 같아서 와보니…상당히 사이좋은 모습이시네요. 정말 갑옷 정비를 하고 온 건가요?” 그때 뼛속까지 한기가 스며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샌가 복도에 서 있는 사라가 팔짱을 끼고 차가운 눈빛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잠깐만. 사라야. 너 말고. 네 공격은 안 돼. “구원씨…. 설마 그런 일 때문에 사냥 가는 것도 미루고 디아나씨랑 방에 가신 건가요?” 사라의 옆에 있던 레이아도 실망스러운 눈빛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천사님.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제가 세게 때려 보라고한 건 정신 공격 얘기가 아니에요. 둘이 보기엔 나랑 디아나가 얼른 한 판 하고 온 다정한 모습으로 보이는 걸까? 둘은 엄청난 오해를 하고 있었다. 토닥토닥 때리느라 자연스럽게 디아나도 내 쪽에 달라붙어있는 상황이었으니, 그렇게 보였을 수도 있다. 게다가 디아나는 원래 힘이 약해서, 자기 딴엔 때린다고 하는 것도 앙탈로 보이는 수준이니까. “아, 아닐세! 오해일세!” 디아나는 황급히 구원에게서 떨어지며 외쳤다. “디아나. 그러니까 이런 곳에서 큰 소리를 내는 건….” “누구 때문인가!” “…당신은 일단 해명부터 해보시죠?” “전부 포츠 녀석이 문제입니다.” 구원은 모든 죄를 포츠에게 돌리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66==================== 복수 포츠 방패의 효과로 무사히 위기를 넘긴 일행은 다시 그 비밀 던전, 일명 개미굴로 향했다. 어제의 실패를 교훈삼아 제대로 전략만 짜면, 이 개미굴은 그 어느 곳보다 훌륭한 사냥터였다. 몬스터 웨이브처럼 계속해서 몰려나오는 적들을 그저 때려잡기만 하면 되는데다가, 여차할 땐 도주도 용이하니 말이다. 전략이라고 해봤자 거창한 걸 생각한 건 아니다. 그냥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는 입구 쪽에 있고, 구원은 셋에게 닿지 않는 범위까지 전진하여 성역 선포를 사용하는 게 전부다. 성역 선포의 범위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해도, 범위를 줄여버리면 성역에 닿지 않아서 후위 쪽으로 빠져나가는 몬스터들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니 아예 구원이 멀찍이 떨어져 최고 범위로 성역 선포를 사용하는 게 낫다는 계산이다. 그리고 디아나는 빛을 만들어 시야만 밝혀주고, 공격 마법의 지원은 하지 않기로 했다. 한 번에 소탕하려는 게 아닌 이상, 굳이 디아나까지 공격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디아나의 임무는 시야를 밝히는 것과, 모기의 꼬리를 들고 있다가 구원이 신호를 하면 바로 통로를 여는 것으로 한정했다. 일행들과 거기까지 말을 맞추고, 구원은 다시 개미굴로 향하는 통로를 열었다. 어제와는 다르게, 구원이 앞장서서 내려가자마자 갑자기 개미들이 맹렬하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거. 이놈들 단체로 왜 이래. 생각해보니 대답은 간단했다. 어제 성역의 영향을 받았던 놈들이 구원을 보자마자 달려든 거다. 현재 놈들의 상태는 발정 상태로 하루 동안 방치 당했던 케이트랑 비슷한 상태다. 개미 몬스터들이 발광하는 걸 보니, 구원은 살짝 케이트한테 미안한 감정이 생겼다. 하루 종일 방치당하면 이정도 수준이구나. 바네사는 레벨이 높아서 그나마 멀쩡한 거였어. 아무튼 여기서 녀석들을 일일이 때려잡을 수는 없다. 구원은 우선 이 공간의 중앙을 향해 달려 나갔다. 그리고 개미떼들에게 둘러싸여 치열한 혈투가 벌어졌다. 적당히 개미들과 싸우다가, 정기가 소모되면 디아나에게 신호를 보내 통로를 열고 빠져나간다. 그리고 휴식을 취하면서 정기가 전부 회복되면 다시 개미굴에 들어간다. 참 간단하면서도 효율적인 루틴이다. 그리고 우리 파티는 정기를 회복하는 것도 빠르다보니, 그 효율은 훨씬 더 상승했다. “그런데 디아나. 마나를 전달할 땐 원래 이렇게 찰싹 붙어있어야 하는 거야?” “다, 당연하지 않나! 그럼 이 몸이 좋아서 자네에게 달라붙어있는 걸로 보이나?” 그렇지?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물론 디아나가 찰싹 달라붙어있는 게 싫은 건 절대 아니다. 옆에선 레이아 누님이 치료를 해준다면서 쓰다듬어 주시고, 앞에선 디아나가 찰싹 달라붙어있다니. 오히려 행복한 순간이다. 아무리 휴식중이라고는 해도, 사냥 중에 이런 행복한 경험을 해도 되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다. 다만…. 사라야. 눈이 무섭다. 구원이 디아나에게 굳이 물어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냥 노닥거리는 게 아니라 필요에 의한 행동이란 게 밝혀졌으니 방해도 못하고, 사라는 그냥 구원은 노려보기만 했다. 안 그래도 질투심이 강한 앤데, 갈수록 더 강해지는 것 같단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개미굴에서 사냥을 하다가 여관으로 돌아왔다. 효율적으로 사냥을 할 수 있다 보니, 굳이 전처럼 밤늦게까지 사냥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 사냥을 마치는 시간은 평소보다 조금 더 이른 시간이 됐다. 식당에서는 또 포츠와 마주쳤는데, 놈은 아직도 피골이 상접해있었다. 아직 회복을 못한 건지, 아니면 그사이에 또 케이트한테 시달린 건지. 혹시 케이트, 의심받지 않으려고 평소보다 포츠와 더 관계를 맺거나 그러는 건 아니겠지? 아무튼 저 모습을 보아하니 사냥도 제대로 못한 것 같고, 저러다가 그냥 위로 올라가버리는 거 아냐? 그러면 케이트도 따라서 위로 올라가 버릴 텐데. 이왕이면 그 전에 케이트와 제대로 다시 한 번 얘기를 해보고 싶은데 말이야. 얘들이 위로 올라가 버리면 언제 다시 이렇게 얘들을 만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그렇다면 케이트도 아마 포츠와의 애인 행세를 그만둘 테고, 지금까지 진행해왔던 일들이 전부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 없이, 케이트가 결단을 내리는 건 구원의 생각보다도 훨씬 빠른 타이밍에 이루어졌다. 그 결단은 포츠의 한 마디에 의해서 촉발되었다. “아무래도 일단 위로 올라가야겠어.” “그게 무슨 소리냐?” 디아나와 진한 밤을 보내고, 구원은 먼저 식당에 내려와 있었다. 식당에는 여전히 피골이 상접한 포츠가 스프를 깨작이고 있었다. 놈은 구원을 보자마자, 딱히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랑하듯이 그런 말을 했다. “우리 케이트가 요즘 나를 너무 사랑해서 말이야. 안 되겠어. 일단 위로 올라가서 확실히 사랑해주지 않으면.” 아무래도 이런 꼴이 돼서도 여자 친구와의 관계는 자랑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정작 그 여자 친구는 구원과 눈도 못 마주치면서 우물쭈물 대다가, 포츠의 발언에 화들짝 놀랐다. “잠깐. 포츠. 위로 올라간다고?” 예전 같았으면 남들 앞에서 무슨 소리냐고 핀잔을 줬을 텐데,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었다. “그래. 이런데서 이러지 말고, 위로 올라가서 진득하게 하자고. 케이트도 그게 낫지?” “그, 그야…으, 으응….”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놈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후, 어떠냐는 듯이 구원을 쳐다봤다. 어떻긴 뭘 어때. 저 반응을 보고도 그런 표정이 나오냐? 케이트 쟤 위로 올라간다고 하자마자 내 눈치 엄청 살피고 있는데. 누가 봐도 나랑 멀어지는 게 싫어 보이는 반응이다. 아니. 그 이전에 너랑 있는 게 어색한 반응이라고. 좀 눈치 채라. 하지만 포츠 녀석은 피폐해진 상태라 케이트의 얼굴에 제대로 신경을 못 쓴 건지, 아니면 그냥 멍청한 건지 눈치를 못 챈 기색이었다. “그래…. 뭐 그러든지 말든지.” 아니, 그냥 멍청한 게 맞는 것 같다. 어쩌면 그냥 눈이 장식인 걸지도. 이놈도 눈이 있다면, 내 옆에 절세미인 세 명이 항상 붙어 다니는 걸 봤을 텐데. 아니, 사라나 디아나는 얼굴을 가려서 안보이니 그나마 이해한다. 그런데 우리 천사님 얼굴을 똑똑히 봤을 거 아냐? 그런 미인이랑 같이 다니는 사람한테, 비교적 평범한 자기 여자 친구 자랑을 할 마음이 들어? 쓰레기이긴 하지만, 진짜 저 콩깍지 하나 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놈이다. 저렇게 케이트를 좋아하는 만큼, 더 고통스럽게 될 테지만. 그건 그렇고 이제부터 어쩐다. 쟤들이 그냥 이대로 올라가버리면, 구원으로선 정말로 케이트와 만날 방도가 없어진다. 슬슬 제대로 케이트와 대화를 나눠서 결심을 하게 만들고 싶은데 말이야. 어느 쪽이든 말이다. 케이트가 도와주지 않겠다고 하면, 그건 그거대로 계획을 수정해서 진행시켜나갈 필요가 있으니까. 빨리 결정해주지 않으려나. “…이봐요.” 하지만 구원보다 더 안달이 난 건 오히려 케이트 쪽이었던 모양이다. 구원이 식사 도중에 잠시 화장실에 들르기 위해 자리를 일어났을 때, 타이밍을 보고 있었는지 케이트가 곧장 뒤따라와 구원을 불렀다. “응?” “그, 그게…저…저 오늘 위로 올라가는데요.” 케이트는 말 꺼내기 어려운 듯 주저주저하면서 입을 열었다. “응. 아까 들었어. 그때 옆에 있었잖아?” 하지만 구원은 냉정하게 대답했다. 누가 봐도 구원이 바라던 기회가 찾아온 상황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한다. 주도권을 뺏기면 안 된다. “그…재촉하지 않는 건가요?” 지금까지 결심을 미룬 건 너잖아.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하지만 그런 속마음과는 달리, 구원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응? 내가 왜?” “하, 하지만…이대로 제가 도와주지 않으면 당신도…..” “전혀. 물론 네가 도와주면 좀 더 쉽게 놈을 절망으로 빠뜨릴 수 있겠지만, 아니면 아닌 대로 다른 계획을 진행해나가면 그만이야. 어차피 위로 올라가면 이렇게 빈번하게 만나기도 힘들 테고. 네가 내 제안을 거절한 걸로 간주하고 일을 진행해나가겠어.” 살살 간을 보려고 하는 케이트의 반응을 보고, 구원은 냉정하게 말했다. 얘한테 사실을 대부분 털어놨다고는 하나, 처음에 한 번 관계를 맺은 건 완전히 내가 함정에 빠뜨린 거다. 그거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한 번은 봐줬다. 저번에 결심을 하지 않았는데도 관계를 맺어준 것으로 말이다. 하지만 두 번은 없다. 이 이상 질질 끌려 다닐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읏…그, 그런…. 그, 그래. 그럼 한 번만. 한 번만 더 저와 관계를 맺어 주세요. 그렇다면 확실히 결정을….” 내 반응이 예상 외였던 건지, 케이트는 살짝 안달 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반응을 보고, 나는 역시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자긴 결심을 하지 않으면서 계속 이대로 질질 끌어서 나와의 관계만을 이어나갈 속셈이었던 거다. 미안한 마음에 한 번 대가없이 관계를 가져준 게 실패였던 건가. 사람의 마음은 간사한 법이니까 말이야. 그야 대가 없이 계속 쾌락만을 얻을 수 있다면, 그야 최고겠지. “그렇게 한 번만, 또 한 번만 하다가는 끝이 없어.” 케이트를 바라보는 시선이 점점 차가워지는 걸 스스로도 자각하면서도 구원은 냉정하게 말했다. 나는 할 만큼 했다. 포츠를 처리하기 전에 진실을 알려줬고, 선택권도 줬다. 유일하게 얘한테 잘못한 것도 이정도면 충분히 보충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더는 끌려 다닐 필요가 없다. “하, 하지만…. 그래. 지금 절 만족시켜주면 대신….” 케이트는 어떻게 해서든 나와 더 관계를 가져보려는 것 같았지만, 내 표정이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단 사실을 깨달았는지 목소리가 점점 더 줄어들었다. “대신….” “후우…. 결심이 서지 않는 거라면 이 얘긴 여기까지 하는 걸로 하자.” 그런 케이트를 바라보다가, 구원이 냉정하게 말했다. “애초에 왜 그렇게까지 고민하는 건지 모르겠군. 난 꽤나 괜찮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읏…고민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아, 아무리 당신이 주는 쾌락이 좋아도, 포츠가 아무리 쓰레기라도, 제 손으로 살인은…!” ……네? 아니. 잠깐. 뭐라고요? “자,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살인이라니?” “당신이 말했잖아요! 그 사람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배신하는 고통을 맞보게 해주겠다고. 그 사람이 사랑하는 제 손으로 직접 그 사람을 죽이라는 거 아닌가요?!” “아, 아냐! 오해야!” 대체 무슨 착각을 하는 거야. 얘가 사람을 쓰레기로 만들려고 하네. 남의 손을 빌려서 죽인다니. 아무리 그래도 관계없는 사람을 그렇게까지 말려들게 하진 않는 다니까. “오, 오해? 그게 무슨 말이죠?” “무슨 말이긴. 말 그대로의 의미야. 살인같은 건 생각도 안 했어. 내 말 뜻은 그냥 지금처럼 나랑 바람피우는 것처럼 행동하면서, 포츠의 신경을 살살 긁기만 하라는 거였어. 그럼 널 좋아해마지 않는 포츠도 미쳐 날뛸 거 아니야?” “아, 그, 그런….” 케이트도 그제야 자기가 착각을 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어쩐지 이상하더라! 이미 나와 관계를 맺고, 또 계속 맺으려고 하는 이상 그렇게까지 고민할 일이 아니었는데도! “하아…그래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물을게. 할 거야 말 거야?” “저, 정말로 그렇게만 하면, 제 욕구를 채울 때까지 쭈욱 관계를 가져준다는 건가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영원히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지. 나도 언제까지 얽매일 수는 없고. 하지만 적어도 포츠가 처리될 때까지는 계속 관계를 가져주지. 어때? 나쁘지 않은 제안이지?” 얘가 누굴 얽매려고 들어. 아무리 그래도 무기한이란 조건을 내걸 수는 없잖아. “으윽…. 조, 좋아요. 당신의 제안. 수락하겠어요. 정말로 전 이런 식으로 당신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 남자의 속만 긁어 놓으면 되는 거죠?” “그래. 가끔 일부러 그럴듯하게 티도 내주면서 말이야. 아, 가끔 내 쪽에서 너와 관계를 원할 때도 있을 거야. 적절한 타이밍에 포츠의 속을 긁기 위해서 말이야. 너도 쾌락을 얻을 수 있는 거니까, 그 정돈 받아줄 거지?” 드디어 계획에 진척이 보인다는 생각에, 구원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단 질문 형식으로 물어보기는 했지만, 굳이 대답을 듣지 않아도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케이트는 구원이 원할 때 결코 거절하지 않을 거다. 조건이 포츠를 죽이는 거라고 착각했을 때조차 그렇게 고민할 정도인 거다. 나와의 관계를 피할 리가 없지. 평범한 사람이 살인마저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큰 쾌감을 주는 성자의 능력에 살짝 오싹해지면서도, 나는 겉으론 전혀 속내를 티내지 않았다. “좋아요. 그 조건, 받아들이죠.” “좋아. 그럼 조건이 성립된 기념으로 한 번 만족시켜주지.” “네? 자, 잠깐만요. 여기에서요?” “그래. 여기에서. 너도 방금까지 한 번만 더 만족시켜달라고 매달렸잖아? 걱정 마. 너 하나 만족 시키는 데 얼마 걸리지도 않아.” 구원은 케이트의 스커트에 손을 집어넣어 곧장 팬티를 내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67==================== 복수 그렇게 나와의 쾌락을 원했던 케이트였지만, 발정 난 상태는 아니었다. 그 증거로, 팬티를 내리고 음부에 손을 가져가도 질척질척한 느낌은 나지 않았다. 그저 약간 습한 정도라고 할까? 발정이 나진 않았지만, 이렇게 헤어지면 언제 또 나와 만날지 알 수 없다보니 조바심이 나서 그렇게 매달렸던 거겠지. 결국 케이트에게 집중하기 위해 일단 위로 올라가기로 결심한 포츠의 결단이 포츠에게 독으로 작용하게 된 거다. 포츠. 이제부터 느끼게 될 고통을 충분히 기대하고 있으라고. 그래봤자 사라가 느꼈던 고통의 새 발의 피도 안 되겠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서 있는 힘껏 네놈을 고통스럽게 만들어주지. 구원은 케이트의 손을 붙잡아 남자 화장실로 끌고 들어왔다. 어차피 방금 일을 마치고 나오면서 아무도 없었던 건 이미 확인됐으니 말이다. 남자 모험가의 수가 확연히 적다보니, 애초에 남자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 경우 자체가 엄청 드물다. 그게 또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네. 화장실의 한 칸으로 들어간 구원은 허벅지까지 내려가 있던 케이트의 팬티를 아예 벗겨버렸다. 이거 어쩌지. 화장실 바닥에 둘 수도 없고. …일단 주머니에 넣자. 구원이 케이트의 팬티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 다리를 벌리려고 하자, 케이트가 미약하게 저항했다. “자, 잠깐만요. 여기서 하면 끝나고 제대로 씻지도….” “씻을 필요가 뭐 있어. 어차피 안에 쌀 것도 아닌데.” 물론 마지막에는 포츠에게 모든 걸 밝힐 생각이지만, 아직은 포츠에게 이 관계를 들켜서는 안 된다. 조금씩 조금씩 야금야금 놈의 정신을 갉아먹어야 더 고통스럽지 않겠어? 우선은 조금씩 케이트가 바람피우고 있다는 의심만 하게 만드는 거다. 하지만 확신을 가질 수 없고, 어디까지나 심적으로 불편한 상황만 되도록. 내가 안에 싸버리면 케이트의 레벨이 오를 거고, 그럼 당연히 포츠에게 들켜버리게 된다. 그러니 나는 아직 케이트의 안에 쌀 생각이 없었다. “다리 벌려.” 아무리 스스로 쾌락을 원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남자 화장실에서 갑자기 관계를 맺을 거라곤 꿈에도 생각지 않고 있었겠지. 주저주저하던 케이트였지만, 결국엔 순순히 다리를 벌렸다. 역시 그렇게나 쾌락을 원했던 건가. 진짜 성자의 힘이 대단하긴 하다니까. “흐읏! 하앗! 어, 어째서 이렇게 잘 하는 거야…!” 그냥 음부를 어루만질 뿐인데, 케이트는 재밌을 정도로 무릎을 부들부들 떨었다. 벌써부터 서있기 힘들어진 모양이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난 이정도로 끝낼 생각이 없는데. 말했잖아. 이제껏 느낀 적 없는 쾌락을 보여준다고. 그렇게 원했던 쾌락을 어디 한 번 실컷 느껴보라고. 하지만 시간을 오래 끌 수는 없었다. 구원도 원래는 화장실에 볼 일을 보려고 온 거다. 큰일을 봤다고 하면 어느 정도 얼버무릴 수 있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 선까지만 통용될 거다. 짧은 시간에 강한 쾌감을 느끼게 만들려면, 역시 그 방법 밖에는 없겠지. 그래서 구원은 한 손으로 케이트의 입을 틀어막고 바로 성자의 손길을 약하게 사용했다. “흐으으으읍!” 그것만으로 케이트는 가볍게 절정에 달해버렸다. 케이트 구원에게 기대 겨우 바닥에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표정이 멍하니 풀어졌다. 하지만 구원은 케이트가 절정의 여운에 잠길 틈도 주지 않았다. 바로 케이트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자신의 물건을 케이트의 음부에 잇댔다. “자, 잠깐…. 지금으으으응!” 집어넣자마자 케이트는 두 번째 절정을 경험했다. 이른바 멀티 오르가슴이란 녀석이다. 한번 싸고 나면 현자타임이 오는 남자와는 다르게, 여자는 연속으로 몇 번이고 절정에 도달할 수 있다는 모양이니까. 여자로 태어난 기쁨을 알려주도록 하지. “흐잇! 흐읏! 하응! 히앗!” 구원이 허리를 쳐올릴 때마다, 케이트는 놀라울 정도로 간단히 절정에 달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거 너무 쉬운 거 아냐? 이 부근에서 단둘이 사냥하는 이상, 얘도 우리랑 레벨이 그렇게 많이 차이나지는 않을 거다. 애널라이즈를 사용하여 케이트의 레벨을 확인해보자, 역시나 구원과 그다지 차이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디아나나 레이아와 비교하면 레벨이 높을 정도였다. 그런데도 케이트는 너무 간단하게 절정에 달해버렸다. 우리 애들보다 나랑 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렇지 않으면 다른 뭔가가 있는 건가? 아무튼 뭐 이렇게 간단하면 나야 편하지. 구원의 허리놀림에 케이트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그저 흐느끼기 만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 때, 화장실로 누군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아우. 야. 구원. 있냐?” 바로 포츠였다. 녀석은 귀찮은 목소리로 화장실에서 구원을 찾았다. “흐읍!” 그 목소리를 듣고, 그때까지 쾌감에 미쳐 흐느끼던 케이트는 황급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필사적으로 소리를 죽였다. 오오. 장하다. 장해. 너도 포츠의 애인을 연기해야 한다는 자각은 있구나? 아니. 그냥 지금 들켜버리면 더는 나와의 쾌락을 맛볼 수 없으니 그런 것뿐인가? “응? 포츠? 왜?” “아니. 너네 동료 중 한 명이 너 화장실 가서 너무 안 온다고 좀 봐달라고 해서. 뭐하냐? 변비야?” 이거 재밌는 상황이 돼버렸다. 원래 이번 섹스는 포츠와 관계없이 케이트에게 계약 성립금을 지불하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조금은 이용해볼까? 물론 지금 당장 포츠에게 들킬 순 없으니까 포츠가 고통받거나 하진 않겠지만, 나중에 사실을 깨달았을 때 과연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구원은 마음속으로 살며시 미소 지으며 허리를 천천히 흔들었다. 케이트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구원은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어. 얼른 싸버려야 되는데 잘 안 나오네.” 구원이 말하는 싸야하는 건 큰 게 아니라 정액이지만 말이다. “넌 모험가가 무슨 변비냐. 건강한 게 우리 최고 장점 아니냐?” 놈은 구원이 있는 걸 확인한 다음에도 화장실에서 나가지 않았다. 아무래도 소변을 보려는 모양이었다. “그러는 너도 죽을 것 같은 얼굴이었잖아.” “그야. 너. 이건 사랑의 증거지. 인마. 사랑의 증거. 케이트가 날 그렇게 원했다는 증거 아니겠냐?” 하핫. 사랑의 증거라. 놀고 있네. 그렇게 널 원했다는 여자애가 지금 네 옆에서 나랑 떡치고 있는데 말이지. 구원은 여전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아무리 허리를 천천히 움직여도, 케이트의 음부에서 찔꺽찔꺽하고 울리는 소리가 완전히 안 들리는 건 아니다. 신경 쓰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소리지만, 케이트 입장에선 신경이 엄청 쓰일 수 밖에 없겠지. 케이트는 소리를 줄여보려는 건지 음부에 힘을 꽉 줬다. 오. 뭐야. 하려고 마음먹으면 할 수 있잖아. 이러니까 그나마 조금 낫네. 그래봤자 우리 애들한테는 안 되지만. “그건 그렇고 진짜 빨리 싸야 되는데. 좀 더 힘주면 쌀 수 있으려나?” 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허리에 힘을 줘 케이트에게 꽉 밀어붙였다. 케이트는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어떻게든 참아내려는 것 같았지만, 끝부분을 빙글빙글 문지르는 구원의 움직임에 결국 또 절정에 달해버렸다. 푸슛 푸슛 하는 소리와 함께 성대하게 물을 내뿜으며 절정에 달했지만, 케이트는 그래도 입을 꽉 틀어막아 목소리는 새어나오지 않게 했다. 근성 있는 아가씨네. “그걸 나한테 왜 물어보냐. 더럽게.” “아무튼 난 싸고 갈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해줘.” “알았다.” 소변을 마친 포츠가 화장실을 나서는 소리가 들렸다. 포츠가 나간 후에도, 쾌락에 반쯤 정신이 나간 케이트는 여전히 입을 틀어막고 있었다. 내가 그손을 톡톡 쳐서 이제 소리 내도 된다는 제스처를 취하자, 케이트가 날 노려보면서 말했다. “흐윽. 자, 잠깐만요. 아무리 그래도오오옹!” “응? 뭐라고 했어?” “하히이. 해, 해응악.” 케이트는 크게 절정에 달해 혀가 완전히 풀린 상태에서도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구원은 깔끔하게 말을 끊었다. “미안. 뭐라고 하는지 모르겠어.” 대신 더 강하게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뭐라고 더 말을 하려고 시도하던 케이트는, 끝내 포기하고 구원에게 매달려 흐느끼기만 할 뿐이었다. 그리고 대충 10분정도 더 그렇게 허리를 흔들자, 케이트의 반응이 약해졌다. 후욱 후욱 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몸은 떨고 있지만, 팔다리에 들어간 힘이 현저하게 약해지고 신음 소리도 줄어들었다. 마치 더 이상 소리를 낼 힘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이런. 난 아직 싸지도 못했는데. 상대가 너무 쉽게 느껴버리면 이게 문제다. 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구원은 한 번 더 허리를 쳐올려 마지막으로 케이트가 절정을 느끼게 만든 후, 물건을 뽑았다. 구원이 물건을 뽑고 떨어지자, 문에 기대있던 케이트는 주르륵 미끄러지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너무 심하게 해버렸나. 하지만 그 누구에게도 느낄 수 없는 쾌락을 원한 건 케이트니까. 난 원하는대로 해준 것 뿐이라고. “케이트? 괜찮아? 정신 차려.” 구원이 가볍게 케이트의 몸을 흔들자, 완전히 초점이 풀려있던 케이트의 눈동자에 빛이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 “여, 여긴….” 아무래도 순간적으로 의식이 날아갔던 모양이다.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핀 케이트는, 구원을 보고 지금 상황이 기억이 난 모양이다. “정신을 잃은 것 같아서 내 맘대로 마무리 지었어. 어때? 이정도면 만족했어?” “네…. 정말 어떻게 되는 줄…잠깐. 마무리?!” 케이트는 화들짝 놀라더니 자신의 음부에 재빨리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아아. 걱정 마. 난 아직 안 쌌어.” 구원의 말에 안도의 케이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야? 그 반응? 마치 들키면 큰일 난다는 반응이네? 그렇게 약속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거야?” “이, 이건…하아. 그 남자와 애인 연기를 계속하고 있다 보니까 저도 반사적으로 가끔 이러네요. 강간마에 살인범이란 걸 안 순간부터 정은 완전히 떨어졌는데도.” 과연. 그냥 조건 반사라는 건가. “그런 것보다….” 케이트의 시선이 아직 빳빳하게 서있는 구원의 물건으로 향했다. 뭐야. 더 해달라고 할 셈이야? “당신도 만족해야겠죠?” 케이트는 그렇게 말하면서 스스로 다리를 벌리려고 했다. “아니. 내가 싸려면 한참 더 해야 돼. 그냥 여기까지 하자. 어차피 오늘은 널 만족시키는 게 목적이었으니까. 넌 만족한 거지?” 솔직히 내가 지루도 아니고, 아마 여기서 케이트가 진하게 입으로 해주면 금방 쌀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네가 도와주는 대가로 난 이렇게까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하, 하지만 그래선….” 그냥 보여주기식 행위에 불과했지만, 케이트는 내 행동에 충분히 감동한 모양이었다. “그냥 깨끗하게만 해줘. 이 상태론 나갈 수도 없으니까.” 솔직히 물건만 깨끗이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구원의 물건부터 하반신 전체가 케이트가 내뿜은 애액에 흠뻑 젖어있었으니까. 하지만 케이트는 눈앞에 놓인 구원의 물건에 혀를 내밀어 꼼꼼하게 핥아갔다. 완전히 내 물건에 포로가 된 모양이었다. 뭐, 이걸로 케이트도 더 협력적으로 움직일 마음이 들 테고, win-win이란 거겠지. “그만 됐어. 일어나봐 너도 닦아줄게.” 구원은 케이트를 일으켜 세우고 주머니에 넣어놨던 케이트의 팬티를 꺼냈다. “자, 잠깐만요!” “어쩔 수 없잖아. 닦을 거라곤 이것밖에 없는데. 아니면 다른 거 뭐 있어?” 응. 사실은 있다. 화장실이니 말이지. 싸고 나서 닦을 건 있어야하지 않겠어? 하지만 쾌감의 여운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건지, 케이트는 옆에 벽에 걸린 휴지를 가리키지 않고 침묵했다. 케이트의 다리를 타고 흐르는 애액을 팬티로 꼼꼼히 닦아주고, 구원은 다시 케이트에게 그 팬티를 입혔다. “흐으읏!” 파고들 정도로 꽉 올린 후에 잠깐 가운데를 문질러주자, 흠뻑 젖어 제구실을 못하게 된 팬티 너머로 케이트의 음부 모양이 확실히 보였다. 만약 이걸 포츠 놈이 본다면 재밌을 텐데 말이야. 이 정도라면 케이트도 너와의 행위에 만족 못해서 자위라도 하고 왔다는 식으로 얼버무릴 수 있을 테고. “좋아. 이걸로 완벽해. 그럼 먼저 가봐.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동시에 나가면 이상할 테니까.” “네…. 앗, 그, 그리고….” “응?” “약속…꼭 지키셔야 해요.” “그쪽이야말로.” 케이트는 다시 한 번 구원에게 다짐시키고 밖으로 나갔다. 계획이 제대로 진행돼가고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면서,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수건과 갈아입을 옷을 꺼냈다. 난 당연히 이대로 안 나가지. 바지까지 흠뻑 젖었는데 뭐라고 변명하라고. 애처럼 소변을 흘렸다고 할 수도 없고. 구원은 적신 수건으로 몸을 깨끗이 씻은 후 옷까지 갈아입고 화장실을 나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자른 게 아니라 거기까지 밖에 못 쓴 상태였어요. 올리고 나서도 밤을 불태우며 쓰고 있었습니다. 168==================== 복수 “…상당히 늦으셨네요.” “아, 미안. 싸는 게 오래 걸려서. 변비인가?” 구원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사라에게는 일의 경과를 알려줘야 하니 나중에 사실대로 말해야겠지만, 디아나와 레이아 앞에서 정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옷도 갈아입었으니, 시치미만 떼면 들킬 리가 없다. 평소에 귀찮…아니. 나만의 패션철학을 고집해서, 모든 옷을 같은 색 같은 모양으로 골라 인벤토리에 넣어둔 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자네 밥 먹는데 그게 무슨 소리인가!” 구원의 능청스러운 말에, 디아나는 구원을 타이르듯이 떼기! 하는 표정을 지었다. 거 봐. 아침에 나 옷 입은 거 봤던 디아나도 눈치 못 채잖아. “변비…구원씨? 이리로 와주세요.” 레이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손에 빛을 두르더니, 구원의 아랫배를 살살 문지르기 시작했다. 누, 누님. 그렇게 아래쪽을 문지르시면 겨우 죽여 놨던 제 아들이 다시 반응을…. “어, 어머.” 그런 짓을 하고 정작 나는 안 싸서 기운 넘치는 물건이 바지를 뚫을 기세로 솟아올랐다. 레이나는 살짝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부끄러운 듯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구, 구원씨도 참. 아직은 안 돼요. 밤까지 기다려주세요.” 그러면서도 아랫배를 어루만지는 손은 멈추지 않았다. 분명 하는 행동 자체는 청순하시고 착한 것 같은데, 왠지 구원에겐 요염하게 느껴졌다. 이거 내가 이상한 거야? “그, 그쯤하면 변비는 다 나은 거 아닌가?” 레이아가 구원의 배를 어루만지는 손을 멈추지 않자, 디아나가 살짝 안달 난 목소리로 말했다. “네? 으음. 어떨까요. 구원씨? 어떤 것 같으세요?” 그, 그야. 전 당연히 더 해주셨으면 좋겠죠. 그보다 손을 좀 더 아래로…. 구원의 마음속 소리가 들렸던 걸까? 레이아는 정말로 손을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구원은 욕망에 이성을 잃을 뻔 했지만, 문득 한 가지 위화감을 느꼈다. 다른 사람이 저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우리 천사님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행동해? “흐헉! 괘, 괜찮아! 괜찮아진 것 같아!” 레이아를 쳐다보자, 그 눈이 살짝 빛이 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위험했다. 어째 요즘 우리 천사님이 점점 구미호 상태로 빠지기 쉬워진 것 같단 말이야. “…그런데 구원.”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사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레이아랑 이렇게 노닥거렸는데도, 질투심 강한 사라가 아직까지 말리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라 구원은 괜히 더 불안해졌다. 혹시 들킨 건 아니겠지? 아니. 어차피 나중에 얘기할 거지만. 그렇다고 사라가 이런데서 폭발이라도 해버리면 곤란하다. 구원은 반사적으로 케이트 쪽을 힐끔 쳐다봤다. 케이트는 포츠와 대화를 하면서도 어딘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불편한 듯이 계속해서 스커트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흠뻑 젖은 팬티는 갈아입지 않은 채로 식사를 이어나가는 모양이었다. “으, 응? 왜 그래?” “지금 화살이 얼마나 남아있나요? 부족하면 사냥에 가기 전에 더 사야 될 것 같은데요.” 하지만 구원의 불안한 예감과는 다르게, 사라는 착실하게 사냥을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휴. 뭐야. 괜히 걱정했네. “아. 그러네. 조금 보충해두는 게 좋을지도.” 개미굴에서의 사냥의 단점이라면, 시체들에서 마석을 캐낼 시간이 없다는 거다. 당연한 얘기지만 화살을 회수할 시간도 없다. 어차피 돈은 마력초와 1계층 텔레포트 장소의 대관비로 충분히 벌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벌이보다는 성장을 우선하여 개미굴에서 사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얼른 다녀오죠.” “응. 그러자.” 당연한 얘기지만 구원도 따라가야 한다. 인벤토리가 없으면 그 많은 화살을 다 옮길 수 없으니 말이다. “흠. 이 몸도 따라가겠네.” “응? 아냐. 괜찮아. 얼른 다녀올 테니까 여기 있어. 어차피 화살을 왕창 사려면 위로 올라가야 할 텐데 번거롭게 따라올 필요 없어.” 2계층에도 화살을 파는 곳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과연 대량으로 구매하려면 위로 올라가는 게 낫다. “아니. 딱히 번거롭지는 않네만.” “그, 그래요. 다 같이….” “괜찮아요. 얼른 다녀올게요.” 왠지 따라오려고 하는 디아나와 레이아를 2계층의 여관에 남겨두고, 구원과 사라는 도시로 올라왔다. 그리고 위로 올라오자마자, 뜬금없이 사라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화장실에서 뭐 했어요?” “…응?” 그 기습 공격에, 구원은 순간적으로 사라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여자와 뭘 했냐고요,” 무려 사라는 내가 화장실에서 케이트와 뭔 짓을 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심지어 오늘 아침에 같이 나온 디아나마저 눈치 못 챘는데. “당신도 화장실에서 한참 있었고, 그 여자도 비슷할 정도로 화장실에서 상당히 오래 있었죠. 그걸 보고도 제가 눈치 못 챌 줄 알았어요?” 그러고 보니 사라가 다른 애들과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나와 케이트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별 의심 안 가는 상황도, 사라가 보면 의심이 가게 된다는 말이다. 구원은 잠깐 당황했지만, 그래도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그래. 어차피 얘기하려고 했고, 사라와 단 둘이 있는 지금이 기회다. “사실 또 계획에 진전이 있었어. 케이트가 드디어 협력을 해주기로 했어. 그러니 이제 포츠를…사, 사라?” 구원이 케이트와 관계가 있었다는 걸 인정하자마자, 갑자기 사라가 구원의 손을 덥석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사라가 도착한 곳은 바로 길드 바로 앞에 있는 여관이었다. 사라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구원을 여관으로 끌고 가더니, 그대로 침대에 던지듯 눕혔다. …어? 이거 왠지 데자부가…. 그러고 보니 이 여관도…. “말해요.” “뭐, 뭘?” “그 여자한테 했던 거요.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다. 자세하게.”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옷을 전부 벗어던지고, 구원의 옷도 거칠게 벗겨 나갔다. “그, 그러니까 케이트가 협력해주기로 해서, 그 대가로 쾌락을 느끼게 해줬어. 덤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위해서라도 케이트는 포츠가 있는 데서 나랑 하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도 있고 말이야. 그래서 포츠가 바로 옆 식당에 있는 화장실에서 한 거야.” “그래서. 행위는 어떻게 했는데요?” 아무래도 사라는 일의 진행 상황보다, 구원이 케이트와 어떤 식으로 관계를 맺었는지가 더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처음엔 음부를 어루만지고….” 그러자 사라가 구원의 손을 잡아서, 자신의 음부에 이끌었다. 사라는 질투로 인해 분노한 얼굴이었지만, 그 음부는 살짝 젖어있었다. “똑같이 만져요. 흐으으읏! 그, 그리고요?” 똑같이 하라는 소리에 구원은 살짝 성자의 손길을 사용했다. 사라는 갑작스런 쾌감에 한 순간 눈이 풀리는 것 같았지만, 다시 눈동자에 힘을 주고 구원을 바라보며 다음엔 어떻게 했는지 추궁했다. “케이트가 한 번 절정에 달한 다음에 여유를 안주고 바로 삽입을….” 구원의 말을 들은 사라는 바로 구원의 위로 올라타 스스로 한 번에 끝까지 삽입해버렸다. “하으으으응!” 과연 이번엔 더 말을 이어갈 수 없었는지, 사라는 삽입하자마자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구원의 몸 위로 쓰러졌다. 하지만 사라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계, 계속 똑같이….” “진짜로? 괜찮겠어? 케이트는 아예 녹여버리려고 좀 험하게….” “괜찮으니까!” 사라의 외침에, 구원은 이제 될 대로 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절정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사라의 몸을 붙잡고, 그대로 강하게 허리를 쳐올렸다. 사라는 정신 차릴 새도 없이 계속해서 밀고 들어오는 쾌감에 어쩔 줄 몰라 했다. 혹시 이렇게 거칠게 하는 게 취향인가? 평소보다 더 느끼는 것처럼도 보였다. 그 모습을 보자 이대로 계속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괴롭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구원도 케이트랑 그렇게 해놓고도 참고 있었던 거다. 평소보다 훨씬 빨리 한계가 찾아왔다. “사라야. 나 슬슬….” “그, 그 여자한테는 어떻게 했는데요?!” 아, 이렇게 느끼면서도 거기에 끝까지 집착하는구나. 대단한 집념이 아닐 수 없었다. “걔랑 할 땐 안 쌌어. 일방적으로 만족시켜주고 끝이었어.” 구원의 대답에 사라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그럼 이대로….” 말하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어. 구원은 몰려오는 사정감에 순응하며 막판 스퍼트를 가했다. “구원! 구원! 구원! 구워어어어언!” 사라는 몇 번이나 구원의 이름을 부르면서, 구원의 사정과 동시에 다시 한 번 절정을 맞이했다. 구원의 몸 위에 축 늘어져서, 사라는 애정이 듬뿍 담긴 시선을 구원에게 보냈다. “역시 제가 더 좋죠?” “그야 물론이지. 당연한 소리를.” 구원의 대답에 사라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 여자하고 할 때는 왜 안 싼 건가요?” “그야 뭐…어쩌다보니까.” 구원은 살짝 얼버무렸다. 케이트에게 좀 더 확실한 믿음을 주기 위해서라는 대답보다는, 이런 식으로 얼버무려서 사라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게 만드는 게 더 좋을 것 같았으니까. 구원의 예상대로 사라는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그 여자와 한 다음엔 꼭 저한테 오세요. 다른 사람에겐 말할 수 없는 거고, 구원도 싸지 못한 상태론 괴롭죠?” “아니, 하지만….” “어차피 그 여자와의 일이 어떻게 되가는 지는 저한테 얘기해줘야 하잖아요. 아니면 뭐에요? 저한테 숨길 생각이에요?” “아니. 그럴 리가. 알았어. 케이트랑 하고 나면 바로 너한테 보고할게.” “좋아요. 그 여자한테 한 건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얘기해야 되요.” 사라는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어째선지 음부를 꽉 조여 왔다. …이거 어쩌면, 사라가 위험한 취향에 눈을 떠버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여자도 너무하네요. 자기만 만족했다고 이렇게 빳빳이 선 걸 그대로 내버려두다니.” “아예 기절했었으니까 말이야. 그래도 마지막에 핥아 주….” 구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사라는 허리를 들어 구원의 물건을 뽑아내고, 그대로 아래로 기어가 구원의 물건을 덥석 물었다. “자, 잠깐. 사라야. 걘 뽑아주려는 게 아니라 그냥 깨끗하게 만들어 주려고만….” 구원의 말에도 불구하고, 질투에 불탄 사라는 구원의 물건을 강하게 빨아들였다. 결국 구원은 사라의 입 안에 한 번 더 사정하게 됐다. “왜 이렇게 늦었는가!” “미안! 하필 길드 앞에 있는 가게는 화살이 다 떨어져서. 다른 가게를 찾아보느라 늦었어.” 구원이 황급히 변명했지만, 디아나는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았다. “정말로 화살만 사고 온 것이겠지?” “그, 그럼. 그럼 뭐 우리가 다른 짓이라도 하고 왔겠어?” 그 눈초리에 찔린 구원은 쓸데없는 말이 길어졌다. 그러니 더더욱 의심스러워 보였겠지. 디아나의 뒤에서 안 그래도 표정이 좋지 않던 레이아가 더 슬픈 표정이 되어버렸다. “구원씨….” 그렇게 구원에게 살며시 다가온 레이아는, 아까처럼 구원의 하복부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레, 레이아 누님? 전 변비 치료는 아까 다 끝난 거 아니었나요? 구원은 당황스러웠지만, 그 순간 한 가지 가정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이, 이거 설마…. 등 뒤가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는 게 느껴졌다. 우리 천사님이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하지만, 만의 하나 지금 그런 상황이라면? 구원은 바로 결단을 내리고 스킬을 발동했다. 언급은 잘 안 하고 있지만 실은 성자의 손길 다음으로 많이 쓰고 있는 그 스킬을 말이다. 가라! 되살아난 자존심! 구원의 물건이 순식간에 바지를 뚫을 기세로 솟구쳐 올랐다. 그 모습을 보고, 천사님이 평소와 같은 포근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네. 별 일 없으셨던 모양이에요.” 레이아는 정말로 아까와 같은 행동을 했을 때 구원이 바로 서는지 확인했던 거였다. 처, 천사님! 제가 그렇게 못미더웠던 건가요?! 아니 뭐…사라랑 하고 온 건 맞으니까 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 천사님한테까지 인식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 구원은 자기가 한 짓은 생각도 안하고 슬픔에 빠졌다. 하지만 그렇게 슬픔에 빠져있을 시간도 없었다. 왜냐하면 어째선지 디아나와 사라가 욱하는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자네는 아까 화살을 사러 가기 전에도 그렇고! 간밤에 이 몸과 한 건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겐가?!” “어?!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정말로요. 당신 디아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으세요?” 사라도 같은 심정인 모양이다. 아니, 사라는 오히려 방금 하고 온 직후니 더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다. 하지만 방금 하고 왔다고 티를 낼 수도 없으니, 디아나의 지원 사격에 나섰다. 아오. 스킬로 세웠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럴 리가! 난 디아나한테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만족하고 있어! 디아나는 최고야! 오히려 더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어서 더 못하니까 이렇게 되는 거야!” 구원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외쳤다. “이, 이런 곳에서 무슨 소리를 크게 떠드는 건가!” 그 말은 디아나에겐 제대로 먹힌 모양이었다. 디아나는 부끄러워하면서 구원에게 고함치긴 했지만, 그래도 분노는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다만 사라는 그렇지 않았다. “디아나가 그렇게 최고란 말이죠….” 아, 아니. 네가 디아나한테 지원 사격까지 해줘서 이렇게 된 거잖아. 구원은 억울해 죽을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69==================== 복수 하지만 구원에게 상황을 수습할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포츠라는 이름의 기회가 말이다. “뭐가 이렇게 소란스럽나 했더니. 뭐냐 구원. 또 너야? 하여간 능력이 안 되면 고생하….” “꺼져요.” “네, 넵!” 구원일행이 소란피우는 걸 보고 주제넘게 참견하려던 포츠는 사라의 살벌한 목소리를 듣고 바로 찌그러졌다. 사라는 진짜로 저 놈을 죽이고 싶어 하다 보니, 목소리에 담긴 살기가 장난 아니었으니 말이지. 아무리 눈치 없는 포츠라도 저런 살기를 받고 나댈 수는 없는 모양이다. “낄 때 안 낄 때 구분하게.” “그쪽보단 우리 구원씨가 훨씬 더 능력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뒤이어 우리 여성진의 집중 포화까지 이어졌다. 사라야 바로 험한 말 나가는 게 당연하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 천사님마저 얼굴 몇 번 본 게 전부인 포츠한테 가차 없었다. 그리고 구원은 천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포츠에게 말을 걸었다. 어차피 이 멍청한 놈은 말을 걸면 또 바로 나대줄 거다. 내부의 다툼을 진정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부에 공동의 적을 만드는 거지. “넌 위로 올라간다면서 왜 아직 안가고 여기 있냐?” “좀 더 여기 있기로 했다. 우리 마음씨 착한 케이트가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줘서 말이야.” 포츠는 그렇게 말하며 옆에 있는 케이트의 허리에 팔을 둘러 끌어안았다. 정작 그 케이트는 그런 포츠가 불편하단 표정을 지으면서 구원을 힐끔 바라봤다. 과연. 그런 건가. 주머니 사정말이지…. 협력하기로 약속을 한지 얼마나 됐다고, 케이트는 벌써부터 한 건 제대로 해주신 모양이다. “역시 남자는 여자를 잘 만나야 한다니까. 저런 무서….” 포츠는 중간에 사라의 눈치를 살피고 하던 말을 삼켰다. 후드를 깊숙이 눌러쓰고 있어서 사라의 얼굴은 코 아랫부분 정도밖에 안보이지만, 녀석도 명색이 모험가. 저렇게 강렬한 살기는 느낄 수 있나보다. 그런데 그 잘 만났다는 네 여자, 지금 입고 있는 속옷이 다른 남자로 인해 흠뻑 젖어있는데 말이지. 갈아입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묘하게 가랑이를 모으고 있는 불편한 자세를 보니 그 가능성은 낮아보였다. 그리고 포츠의 말을 듣고 자극을 받았는지, 레이아가 갑자기 구원의 팔에 팔짱을 껴왔다. 구원을 올려다보는 레이아의 표정을 보고, 구원은 직감적으로 정답을 깨달았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다시없을 절호의 찬스야! 나머지 팔로 사라와 디아나를 한꺼번에 껴안아 끌어당기고는, 구원은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게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내가 여자들은 참 잘 만났어.” “구원씨….” 역시 구원의 행동은 정답이었다. 레이아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구원의 팔에 더더욱 밀착해왔다. 구원도 행복해졌다. 결코 팔에 느껴지는 훌륭한 감촉 때문만이 아니다. 저 미소만 봐도 난 얼마든지 행복해진다. 물론 그렇다고 이 훌륭한 감촉이 필요 없다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무척 필요하다. 살아가는 활력소가 된다. 사랑합니다, 레이아 누님. “여자들 말이죠….” “으, 으음. 이 몸이 좋은 여자이긴 하지. 언제부터 자네 여자가 됐는지는 모르겠네만 말일세.” 사라와 디아나는 살짝 불평을 했지만, 그래도 구원에게서 떨어지려고 하지는 않았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크윽. 그, 그래봤자 우리 케이트가 최고다!” 구원이 여자 셋을 끼고 승리자의 미소를 짓자, 포츠는 지지 않겠다는 듯이 케이트를 더 꽉 끌어안았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걔 나 때문에 속옷 흠뻑 적시고 있다니까. “훗. 그러냐.” 구원은 더 상대할 가치도 없다는 듯이 콧방귀를 한 번 껴주고 여관을 나섰다. 멍청한 녀석. 케이트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고. 하지만 뭐, 내 위기를 구해준 건 감사하도록 하지. 물론 그렇다고 네 과거를 용서해 줄 건 아니지만 말이다. 개미굴에서 사냥을 하고 오고 나서, 구원은 곧바로 다음 작전을 개시하려고 했다. 사냥을 빨리 마치고 오다보니, 여관에 도착했을 때 바로 식사를 하기엔 조금 이른 시간이었다. 그래서 각자 자유 시간을 조금 즐기게 됐다. 물론 구원은 그 시간을 이용해 케이트와 좀 더 작전을 진행시키려고 했지만, 어떻게 알았는지 사라가 찾아왔다. “구원. 지금부터 그 여자를 만나는 거죠?” “으, 응? 응. 물론 하고 나서 너한테도 말하려고 했어.” 구원은 찔리는 것도 없는데 괜히 말을 더듬었다. 아무리 공인된 거라고 해도, 이렇게 다른 여자를 만나러 간다고 선언하는 건 역시 어색했다. 심지어 상대는 서로 제대로 말만 안했다 뿐이지 거의 사귀는 거나 다름없는 사라니까 말이다. “알아요. 믿어요. 그런데 어디서 할 셈이죠?” “응? 뭘?” “뭐겠어요. 그 여자를 어디서 안을 거냐고요. 전처럼 또 화장실에서 할 건 아니잖아요?” “그야 물론 방을 하나 더 잡아서….” “제 방에서 하세요.” “응. 네? 뭐, 뭐라고요?” 구원은 당황해서 그만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제 방에서 하라고요. 앞으로도 계속 그 여자와 관계를 맺을 땐 제 방을 이용하세요. 걱정 마세요. 문에 열쇠를 집어넣는 소리가 들리면 전 알아서 숨을 테니까요.” 아니. 그 말은 즉, 훔쳐보겠다고 당당히 선언하는 거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왜요? 어차피 저한테 보고할 거니까, 처음부터 제가 지켜봐도 문제될 거 없잖아요? 아님 뭔가요? 저한테는 말 못할 행위라도 할 생각인가요?”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너 전에 울었잖아.” “그, 그건…괜찮아요. 이번엔 참을 수 있어요.” 참을 거면 애초에 안보는 게 낫지 않냐? 그런 말이 목구멍 안쪽을 맴돌았지만,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사라의 열기가 느껴지는 시선을 보아하니, 저 고집을 꺾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알았어.” 구원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포츠를 찾아갔다. 식당에서 녀석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지만, 꽤나 사냥하는 시간이 짧은 모양이니 이 시간엔 돌아와 있을 거다.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는 게 아니라면 좋을 텐데. 다행이도 녀석은 방에 있었다. “누구세…앗.” 구원이 포츠의 방문을 두드리자, 케이트가 문을 열어줬다. “응? 구원? 무슨 일이냐?” 포츠는 막 씻고 나온 건지, 허리에 수건 한 장만 두르고 방 안에 서있었다. 사내놈의 몸 따위에 흥미가 없는 구원은 얼른 시선을 돌려 케이트를 쳐다봤다. “응? 너희가 왜…아. 방 잘못 찾았다. 옆방에 가려고 했는데.” 구원은 그렇게 능청을 떨면서 케이트를 바라보며 미묘하게 고개를 까딱였다. 케이트도 구원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미묘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멍청한 포츠는 눈치 채지 못했다. 그저 구원이 당황해서 이리저리 두리번거린 걸로 보인 모양이다. 저렇게 둔해서야. 내 계획대로 케이트를 의심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네. “멍청하기는. 문 앞에 숫자는 안 보이냐.” 글쎄. 과연 멍청한 게 누굴까. “미안. 미안. 일 봐라.” 구원은 그렇게 말하고 옆방으로 향했다. 물론 가는 척만 한 거다. 방문이 닫히고도 복도에 서서 기다리고 있자, 곧 케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일인가요?” “그래. 가자.” 아까 방에선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주제에, 이렇게 밖으로 나온 케이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구원에게 다가왔다. 구원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바로 사라의 방으로 케이트를 데리고 갔다. 방에는 이미 사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전처럼 옷장에라도 숨어있는 걸까? “하지만 왜 이 시간에 하는 건가요? 뭔가 의미라도 있는 건가요?” 케이트는 의아한 눈빛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너 아직 포츠랑 하기 전일 거 아냐? 아니 그 모습을 보면 바로 직전이었나. 그런 때에 네가 갑자기 방을 빠져나오면, 그 포츠도 뭔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겠어? 물론 이번엔 그렇게 시간을 오래 끌 생각은 없지만, 이런 사소한 의심에서부터 사이가 뒤틀리는 법이지.” “당신도 꽤나 성격이 나쁘시네요.” “후하핫. 그런 말 해봤자 나한텐 아무런 타격도 없다. 사실이니까.” “인정하는 건 가요….” “뭐, 농담은 그만하고. 놈을 지옥에 빠뜨리기 위해서라면 더 한 짓도 해보이겠어. 놈은 그 정도 죄를 지은 거니까.” 내가 이번엔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케이트가 뭔가 복잡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넌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 대충 포츠와 계속 애인인 척만 해주고 있으면, 나머지 계획은 내가 다 알아서 진행할 테니까. 그러니까 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구원은 말을 하면서 바지와 속옷을 벗었다. “그렇게 바라던 쾌락이나 충분히 느끼라고. 그걸 위해서 나한테 협력하고 있는 거잖아?” 빳빳이 선 구원의 물건을 흔들리는 눈동자로 쳐다보던 케이트는, 이내 결심을 한 듯 무릎을 꿇고 앉아서 구원의 물건을 입에 담았다. “응? 뭐야? 이러면 나만 만족하잖아. 넌 필요 없어?” “…아침엔 저만 만족했으니까요. 일단 한 번은 당신부터….” “그 말은 즉, 한 번으로 끝낼 생각 없다는 얘기인가. 그거 무서운데?” 구원의 너스레에 케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구원의 눈에서 물건 쪽으로 옮기고, 혀를 움직이는 일에 열중할 뿐이었다. 구원은 그런 케이트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물건에 느껴지는 쾌감에 집중했다. 역시 경험이 많은 건지, 꽤나 빠는 게 능숙했다. 다만 한 가지 불만족스러운 점이 있었다. “이왕 입으로 해줄 거면 끝까지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는데.” 케이트는 뿌리까지 제대로 빨아주지 않았다. 사라가 해줄 때는 사라의 경험도 별로 없는데다가, 입으로 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니 그렇게 무리하게 끝까지 삼켜달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꽤나 풍부할 케이트가 제대로 하지 않는 건 불만족스러웠다. 하지만 구원의 말에 케이트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걸 끝까지요?” “응? 왜? 포츠 상대로 많이 해봤을 거 아냐.” 포츠의 이름이 나오자 케이트의 표정에 살짝 구겨졌다. 이제는 혐오감까지 가지게 된 건가. 뭐, 착한 줄 알았던 남자친구가 실은 강간마에 살인범이란 걸 알게됐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반응인가. 구원이 허리를 한 번 내밀자 다시 물건 쪽에 집중했다. “그, 그래도 이런 건 처음이란 말이에요?” “이런 거라니?” “이렇게 큰 거 말이에요.” 케이트의 말에 구원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거 알아서 포츠와 비교할 떡밥을 막 던져주네. “포츠랑 그렇게 차이나?” “그, 그건…당연하잖아요! 굳이 그 남자가 아니라 그 누구와 비교해도 마찬가지라고요.” 케이트는 포츠의 이름을 꺼내는 것만으로도 자신과 엮는 기분이 들어서 싫었던 건지, 표정을 구기면서 굳이 그런 말을 했다. “싫은 건 알겠지만, 이왕이면 제대로 포츠와 비교해줘. 익숙해져야지 나중에 포츠 앞에서 제대로 말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연습한다는 기분으로.” “하아…이것도 협력의 일종이란 건가요.” “뭐, 그런 거지.” “좋아요. 알았어요. 커요! 당신께 훨씬 더 커요! 이렇게 큰 건 다 못 삼키겠다고요!” “누구 거랑 비교해서 크단 거야?” “그, 그러니까…포, 포츠보다….” 포츠의 이름을 말하는 것 만으로도 구겨지는 이 표정. 게다가 내 물건이 훨씬 우월하다는 선언까지. 정말로 포츠가 여기 없는 게 아쉽기 그지없었다. “그런가. 포츠보다 내 게 훨씬 더 큰가. 역시 큰 게 더 좋은 거야?” “계속하는 건가요?” “응. 이왕이면 포츠가 봤을 때 더 충격 받을 수 있도록 연기까지 섞어주면 금상첨화겠는데?” “하아…설마 복수는 핑계고 그런 성벽인 건 아니겠죠? 이러고 제대로 만족시켜주지 않으면 알아서 해요. 그, 그건…사람마다 달라요. 크면 아프다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말하면서, 케이트는 제대로 연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뭐야. 잘 하잖아. 배우가 될 소질이 보이는 것 같은데? “일반적인 여자들 얘길 묻는 게 아니잖아. 넌 어떤데?” “저, 저는 적당한 크기가….” 포츠가 충격을 받기 위한 행동. 즉, 케이트는 포츠를 여전히 좋아한다는 느낌으로 말할 필요가 있다. 잘 알고 있잖아. 제대로 대답하지 않고 계속해서 대답을 회피하려고 하는 모습이라니. 구원도 정말로 포츠가 앞에서 보고 있다는 기분으로 연기를 해보기로 했다. 그렇다면 계속 이렇게 대답을 피하게 놔둬선 안 되지. 그럼 어쩌면 좋을까…좋아. 주관식 질문에 회피한다면, 객관식으로 물어보면 된다. 무조건 한 가지 답을 고를 수밖에 없도록 말이다. “그렇게 말하면 잘 모르겠는데. 그럼 내 거랑 포츠 것 중 어느 쪽이 더 케이트한테 적당한 크기인데?” “그, 그건….” 구원이 도주로를 완전히 차단하자, 케이트는 제대로 당황한 표정을 지어줬다. 하지만 입술을 꽉 깨물고 굳은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아마 케이트는 순순히 대답을 해줄 생각이었겠지만, 상황을 더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거짓말 할 생각은 하지 마. 만약 포츠 게 더 좋으면, 넌 포츠보다 기분 좋지도 않은 나랑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거야.” 구원의 말을 들은 케이트는 잠깐 무슨 말이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알았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눈을 내리깔았다. 그리고 전부 포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당신 거요….” “솔직하네.” 구원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케이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말을 포츠한테도 들려주고 싶은데. 포츠가 여기 없다는 사실이 정말 안타까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아직은 포츠한테 보여줄 때가 아니니 말이다. 케이트의 이런 모습을 포츠에게 보여주는 건 좀 더 준비가 갖춰진 다음의 이야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70==================== 복수 케이트는 정말로 아침에 내가 못 쌌던 게 미안했는지, 내 물건을 더욱더 열심히 빨기 시작했다. “열심이네. 얼른 빨리 한 번 싸게 만들고 이걸 넣고 싶어? 포츠보다 더 좋으니까?” 케이트는 다시 또 냐는 표정이 됐다. 흥분하는 와중에도 포츠의 이름이 나오면 식어버리니까 적당히 하라는 표정이었다. 미안하지만 내 목적은 포츠니까 말이야. 조금 후에 쾌감은 실컷 느끼게 해줄 테니까, 지금은 좀 더 내 연습에 어울려 달라고. “대답해.” “…네. 어서 하고 싶어요.” 케이트는 이제 완전히 포기한 건지, 대답을 회피하려고도 하지 않고 순순히 인정했다. “그렇게 원한다면 응해드려야지. 준비해. 한 발 싸줄게.” 구원의 말에 케이트는 입으로 거칠게 물소리를 내며 아까보다 더 빠르게 고개를 앞뒤로 움직였다. 구원은 그런 케이트의 입 안에 사정을 시작했다. 성자의 성수라는 선물을 정액에 듬뿍 담아서 말이다. “으음. 츄릅. 으읍. 으으으읍! 흐읍. 꿀꺽. 꿀꺽. 하앗. 하앗. 하앗.” 연습이 덜 돼있기 때문에, 성자의 성수는 아직 제대로 효과를 약화시킬 수 없었다. 때문에 구원의 정액을 삼킨 케이트는 바로 발정 난 표정이 되어 구원을 올려다봤다. 구원은 아직 케이트의 입안에 있는 물건으로 감겨오는 혓바닥을 꾹꾹 누르며 물어봤다. “맛있게 먹네. 그게 맛있어?” “마, 마히써요….” 성자의 성수로 한껏 민감해진 혓바닥을 꾹꾹 누르자, 케이트는 몸을 흠칫흠칫 떨면서 어눌한 말투로 대답했다. 혓바닥을 눌리는 쾌감만으로 가볍게 절정에 달한 모양이다. 구원은 물건을 뽑은 다음, 검지와 중지를 케이트의 입 안에 집어넣고 이리저리 놀리며 혀를 괴롭혔다. 그때마다 케이트의 몸이 움찔움찔 떨리며 가랑이 사이의 바닥이 흠뻑 젖어갔다. “그럼 그쪽도 준비는 충분히 된 것 같으니, 준비운동은 이쯤하자. 이제 고대하시던 본편으로 넘어가볼까.” 구원은 케이트의 팬티를 벗기고 그대로 삽입했다. 흠뻑 젖어있던 케이트의 음부는 커다란 구원의 물건도 아무런 저항 없이 부드럽게 맞이해줬다. 역시 우리 애들이랑 비교하면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이번엔 즐길 거리가 하나 생겼다. 구원이 손가락에 힘을 줘서 케이트의 혓바닥을 꾹꾹 누를 때마다, 케이트의 몸도 움찔움찔 떨리며 음부를 꽉 조여 왔다. 그렇게 케이트의 조임을 자신이 조절해가며, 구원은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강하게 밀어 붙이면서 혓바닥을 눌러도 보고, 일단 부드럽게 집어넣은 후 빼면서 혓바닥을 눌러보기도 하고. 끝부분에 맞대고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혓바닥을 눌러도 보고. 구원이 변칙적인 타이밍으로 강약을 조절하며 케이트의 몸을 가지고 놀자, 케이트의 얼굴이 점점 풀어졌다. 눈동자의 초점은 안 맞게 됐고, 혓바닥은 길게 내밀어 굳이 입 안에 손가락을 넣지 않아도 누를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좋아?” “”조하앙! 조하아앗! “누구보다?” 그 질문에 케이트가 잠깐 제정신을 차리는 것 같았지만, 손가락을 세워 쭉 내밀어져있는 혓바닥을 부드럽게 쓰윽 훑어 내리자 바로 표정이 다시 풀어졌다. “포츠보다! 포츠보다 조아아앗!” 거 봐. 포츠 이름이 나와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줬지? 나 이런 남자라니까. “왜 좋은 걸까? 그냥 단순히 포츠보다 커서? 아니면 테크닉이 좋아서?” “전부우! 전부우우우우!” 케이트는 한 번 벽을 허물자 더 이상의 저항을 포기했는지, 케이트는 정신줄을 놓고 달콤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럼 제대로 말해봐. 누가, 누구보다, 어떻게 더 기분 좋은지.” “구, 구원씨가! 포츠보다! 훨씬 더 크고! 섹스도 잘 해서 기분 좋아아아앙!” 그렇게 외치면서 케이트는 성대하게 물을 뿜으며 절정에 달했다. 내가 먼저 질문을 하긴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포츠의 멘탈을 부수는 연습에 동참해주다니. 역시 얘한테 협력을 요청하길 잘했단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허공을 멍한 눈동자로 쳐다보는 케이트를 향해 구원은 재차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자기 남자보다 다른 남자가 훨씬 더 좋다고 선언하면서 절정을 느끼다니. 포츠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미안, 미하흐응! 하, 하지만! 흐읏! 하지만 기분 좋은걸!” “그럼 포츠한테 사과해. 그렇군…. 이제부터 절정을 느낄 때마다 포츠한테 사과하는 거야. 뭐라고 사과해야 될지는 알고 있겠지?” 구원은 그렇게 말하며 허리를 거세게 밀어붙였다. 그러자 케이트는 바로 사과를 해왔다. “미아앙! 포츠으, 미아아앙!” 사과인지 신음소리인지 제대로 구분이 안 되는 소리였지만 말이다. “뭐야? 벌써? 아까 막 느낀 직후잖아. 너무 빠르지 않아?” 구원의 말에도 케이트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사과를 반복할 뿐이었다. “미아앙! 미아아앙!” “그렇게만 말하면 뭐가 미안한지 모르잖아. 자, 제대로 뭐가 미안한지 말해.” “다르으응! 다른 남자로 느껴서 미아응! 포츠보다, 포츠보다 더 기분 좋아져서 미아으으응!” 포츠의 이름만 나와도 식어버린 반응을 보이던 케이트였지만, 느끼는 내내 그런 문답이 반복되자 슬슬 아무래도 좋아진 모양이다. 아니. 아무래도 좋아진 걸 넘어서, 그런 배덕적인 대답을 하고 있는 자신에게 흥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할 정도였다. 그 증거로 케이트 미안하다는 말을 그저 절정의 신호처럼 사용하며 끊임없이 느끼고 있었다. 구원은 케이트가 몇 번이나 절정에 달하든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물건에 사정감이 느껴질 때까지 계속해서 허리를 흔들었다. “미아아앗…. 미아앙….” 구원이 사정감을 느낄 때가 되자, 케이트는 크게 소리 지를 힘도 없다는 듯이 축 늘어져서 의미 없는 사과만 반복하게 됐다. 구원은 슬슬 사정하기 위해 물건을 뽑고 케이트의 입 안에 넣으려다가, 문득 아침에 봤던 사라의 이긴 것 같은 미소가 떠올랐다. 좋아. 지금은 싸지 말자. 구원은 케이트를 흔들어 정신을 차리게 했다. “케이트. 정신 차려. 케이트.” 꽤나 그렇게 흔들자, 눈물로 범벅된 케이트의 눈에서 점점 초점이 돌아왔다. “괜찮아? 설 수 있겠어?” “네, 네에….” 평범한 사람 상대로는 절대 경험 못할 연속적인 쾌감을 느꼈으니, 보통이라면 일어날 힘도 없이 축 늘어져야 한다. 하지만 구원과 할 때는 절정에 달할 때마다 크게 회복되는 힐링 섹스가 발동된다. 정신만 제대로 차리면, 몸을 가누지 못할 리는 없었다. “나…아…아아….” 케이트는 바닥을 짚고 상체를 일으키더니, 자신의 얼굴을 부여잡고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어떤 말들을 외쳐댔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아…하아…이렇게나 몰아붙이다니. 앞으로 그 남자 이름만 들어도 당신과의 행위를 떠올려 버리겠어요….” “그거 괜찮네. 그걸 알면 포츠 녀석 얼굴이 상당히 볼만해 지겠는데?” “당신 복수에는 좋을지 몰라도 제 인생에는 전혀 좋지 않다고요.” “미안. 미안. 앞으로는 자중할게. 그래도 이렇게나 협력해줘서 고마워. 설마 절정 중에도 계속 내 질문에 대답해줄 줄은 몰랐어.” “그, 그건….” 역시 그런 배덕적인 대답에 스스로 흥분한 게 사실이었는지, 케이트는 조금 무안하단 얼굴로 시선을 홱 돌려버렸다. “아무튼 오늘은 이정도로 할까 하는데? 어때? 넌 충분히 만족했어?” “…그렇네요. 이 이상 여기 있으면 과연 포츠의 의심을 살 것 같기도 하고.” “살짝은 의심 받아도 돼. 그 놈은 둔하니까 이쯤은 하지 않으면.” “뭐, 그건 그렇지만요. 하아. 이런 쾌감을 맛보고 또 그 남자와 잘 생각을 하니 조금 우울해지네요.” “미안. 계속해서 협력 부탁해.” 포츠 녀석. 내일 또 자기가 케이트를 엄청 만족시켰다면서 좋다고 떠들어대겠지? 그래. 그런 거짓된 행복에라도 빠져있어라. 곧 절대 그런 기분을 느끼지 못하게 될 테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요. 저도 원하는 게 있어서 이렇게 협력해주는 거니까요. 그, 그보다 당신. 이번에도….” “응? 아, 괜찮아. 이번엔 나도 어느 정도 만족했고, 남은 건 우리 애들한테 풀면 되지.” 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옷장 쪽을 힐끔 쳐다봤다. “하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이렇게 저만 만족하고 가기엔 미안해서….” 아니. 너만 나가면 바로 할 수 있어. “괜찮아. 어차피 내가 만족하려면 그거야 말로 끝이 없을 걸? 넌 제대로 설 수도 없게 될 정도로.” “그, 그렇게나….” 구원의 말을 들은 케이트는 군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그런데 만족했으면 얼른 돌아가는 게 좋지 않아? 뭐라고 변명하고 나왔는지는 몰라도, 포츠가 기다릴 텐데?” “아앗! 그, 그러네요! 저 그럼 가볼게요! 고마웠어요!” 고맙기는. 이번엔 케이트 쪽에서 요구한 게 아니라, 내가 불러낸 거라는 사실을 잊은 걸까? 뭐, 아무튼 쾌락을 얻었으니 고맙다는 건가? 케이트는 황급히 팬티를 입고, 그대로 방을 나갔다. 참고로 팬티만 벗기고 했기 때문에 케이트의 치마는 애액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그나마 치마 색도 어두운 색이고 그 위에 마법사용 로브도 두르고 있으니 포츠가 눈치 채지 못할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지만, 들키면 들키는 대로 재미있겠네. 쟤 변명은 생각해두고 있는 걸까? …뭐.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멍청한데다가 콩깍지까지 제대로 씐 포츠다. 눈치 채더라도 저게 애액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할 거다. 그보다 난 이쪽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구원은 여전히 빳빳이 선 물건을 가릴 생각도 안하고 그대로 옷장을 향해 걸어갔다. 옷장을 활짝 열자, 안에서 무릎을 끌어안고 앉아있는 사라의 모습이 드러났다. 사라는 질투에 의한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새빨개진 눈으로 구원을 매섭게 쳐다보고 있었다. 눈가에는 살짝 눈물이 맺혀있는 것 같았지만, 울지 않겠다고 한 약속 때문인지 입술을 꽉 깨물며 간신히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번에도 안 쌌어. 잘했지?” “…처음에 한 번 쌌잖아요.” “너도 봤으니 알잖아. 그건 어쩔 수 없었어. 그보다는 그 이후로 한 번도 안 싸고 참은 걸 대견히 여겨줬으면 좋겠는데.” 사라는 대답을 하지 않고 옷장에서 빠져나와서는, 바로 구원의 팔을 붙잡고 욕실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구원은 움직이지 않았다. 사라가 뭐하냐는 듯이 돌아보자, 구원은 입을 열었다. 아침부터 느꼈던 의혹을 한 번 확인해보지 않으면. “그래서 말이야. 지금 당장 싸고 싶은데.” 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케이트의 애액으로 번들거리는 물건을 내밀었다. 표정은 뻔뻔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실은 엄청나게 긴장됐다. 안 그래도 나한테 데미지를 정통으로 넣을 수 있는 사라가 상대다. 만약 화가나서 물건에 공격이라도 하면…. 그런 생각이 들자, 구원은 자신의 행동이 후회됐다. 역시 이러는 게 아니었어. 지금이라도 미안하다고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구원이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 번들거리는 구원의 물건을 고민스러운 눈동자로 쳐다보던 사라가 조심스레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구원의 물건을 잡고는 위 아래로 서서히 흔들었다. 케이트의 애액 덕분에 미끈미끈 잘 미끄러져서, 마치 로션을 바르고 대딸을 쳐주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열심히 움직이는 손과는 다르게, 사라의 얼굴은 살짝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다른 여자 게 이렇게….” 지금까지 대딸해주는 것처럼 움직이던 사라의 손의 움직임이, 마치 구원의 물건에서 케이트의 애액을 닦아내려는 것 같은 움직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는 도저히 안 되겠는지, 무릎을 꿇고 구원의 물건을 삼켰다. 사라의 부드러운 입술이 끝부분의 볼록한 곳을 지나, 물건의 중간까지 삼켜갔다. 평소라면 여기까지가 사라의 한계였다. 하지만 사라는 거기서 더더욱 머리를 전진시켰다. 이, 이건 설마…. 그리고 그냥 입안과는 조금 다른 감촉이 물건 끝에 닿았다. 사라의 목이다. 사라는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으면서도, 구원의 물건을 전부 삼키기 위해 머리를 전진시켜나갔다. 구원은 사라가 왜 이러는지 알 수 있었다. 아까 내가 케이트한테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는 거다. 구원이 감격스런 표정으로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자, 사라가 어떠냔 표정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역시 네가 최고야.” 구원의 말에 사라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고개를 앞뒤로 흔들었다. 케이트와 하면서 이미 싸기 직전의 상태까지 와있었던 구원은 바로 신호가 왔다. “사라!” 구원의 외침에 사라는 물건을 중간까지만 물고, 끝부분을 혀로 강하게 자극했다. 설마 이번에도 입으로 받아줄 생각인가? “큭!” 구원의 예상대로, 구원이 사정을 할 때도 사라는 계속해서 끝부분을 자극하며 입에서 물건을 빼지 않았다. 레벨 업에 특히 민감한 사라가 이런 행위를 해주는 건 특히 더 애정이 담겨있는 것 같아서, 구원은 사랑스러워 미치겠단 표정으로 사라를 쳐다봤다. 하지만 정작 사라는 어딘가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여전히 구원의 물건을 물고 있는 상태였다. 볼도 살짝 부풀어있는 걸로 봐서는, 아직 삼키지도 않은 모양이다. 왜 불만족스러운 표정이지? “왜 그래? 뱉게? 휴지라도 가져다줄까?” 하지만 사라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여전히 물건을 물고 있어서, 솔직히 흥분됐다. “그럼 왜? 아, 설마….” 구원은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지, 진짜로?” 그것만으로 구원이 하고자하는 말이 전달됐는지, 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구원은 두 눈을 딱 감고 스킬을 사용했다. 사라가 물고 있는 정액에, 성자의 성수를 말이다. 스킬이 발동되자 몸을 한 번 크게 움찔거린 사라는, 그대로 정액을 꿀꺽꿀꺽 삼켜갔다. 그리고는 곧바로 구원을 덮치듯이 달려들었다. “이걸 다른 여자한테 넣어도…절대 마음은 주면 안돼요.” “당연하지.” 구원의 대답에 사라는 만족스런 미소를 짓고 바로 키스를 했다. 그리고 성자의 성수로 혀가 민감해진 덕분에, 혀를 집어넣자마자 바로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하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사라는 허리를 움직여 구원의 물건을 스스로의 음부에 집어넣었다. 이미 질척질척하게 젖어있는 그곳은 구원의 물건을 부드럽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래선 모르겠네. 케이트의 애액으로 젖은 물건을 내밀었던 건, 그걸로 사라가 흥분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래선 과연 사라가 이 상황에 흥분해서 젖은 건지, 아니면 그냥 성자의 성수에 민감해진 혀가 유린당해 젖은 건지 알 수 없었다. 에잇. 새로운 취향에 눈을 떴으면 어떻고 안 떴으면 어때. 어차피 사라는 사란데. 구원은 그냥 이 쾌감이나 즐기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71==================== 복수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구원은 노크 소리에 눈을 떴다. …응? 뭐야. 지금 몇 신데…. 시야 구석의 숫자가 오전 5시 43분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즉, 엄청나게 이른 아침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저마다 제각각의 생활패턴을 가지는 이 던전 안에서 시간은 큰 의미가 없었다. 일단 우리 파티원은 아닐 테고, 혹시 여관 사람인가? 구원은 잠이 덜 깬 머리로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몸 위에서 곤히 잠들어있는 레이아를 살며시 껴안았다. 가슴에 느껴지는 한없이 부드러운 감촉, 물건에 느껴지는 꿈틀꿈틀 자극적인 쾌감. 떨어지고 싶지 않다. 이대로 레이아가 일어날 때까지 이러고 있고 싶다. 어제는 케이트에 이어서 사라. 그리고 그날 밤 차례였던 레이아까지 안은 나였지만, 그럼에도 아들은 여전히 힘을 잃지 않고 딱딱해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노크를 한 사람이 누군지 확인하려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제길. 누군지는 몰라도 쓸데없는 용건이기만 해봐라. 구원은 강철 같은 의지력으로 물건을 꺼내고, 레이아를 살짝 침대 위에 눕혀준 다음 몸을 일으켰다. “아, 안녕하세요. 잘 잤나요?” …그러고 보니 얘가 있었지. 대충 옷을 입고 문을 열자, 그 앞에는 케이트가 어딘지 계면쩍다는 표정으로 서있었다. “그래. 무슨 일이야.” “그게 말이죠…. 아, 알잖아요?” “아니. 우리가 눈빛만으로 서로의 생각을 읽는 관계는 아니잖아. 똑바로 말로 해줄래?” “읏…세, 섹스에요! 섹스! 세…으읍!”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나는 소리치는 케이트의 입을 황급히 틀어막아야만 했다. 저기서 곤히 자고 있는 레이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러게 왜 꼭 이런 말을 하게 만들어요?” “아니. 그, 뭐냐.” 혹시나 그 일 때문에 찾아온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일말의 희망에 걸고 있었는데 말이야. 진짜 이런 꼭두새벽부터 섹스하러 찾아온 거냐. “애초에 어제 저녁에 그렇게 만족시켜 줬잖아? 혹시 무슨 일 있었어?” “포츠와 하고 나니 조금 부족해진 거예요! 당신을 돕기 위해 연기하다 이렇게 된 거니, 당신도 협력하세요!” 이제 완전히 정색하고 나서는 케이트는, 당연한 거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뭐, 확실히 당연한 권리이고, 나로선 당연한 의무이기도 했다. “그런가. 그럼 포츠랑 할 때 조금 티가 났겠네? 어때? 포츠 녀석. 조금은 눈치 챈 것 같아?” “아뇨. 아마 눈치 채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그 남자에겐 제대로 연기를 했다고 생각해요. 그…당신이 해준 걸 떠올리면서요.” 아니. 내가 해준 걸 떠올리면서 운운은 굳이 그렇게 정직하게 얘기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야. “그런가. 그 놈 대체 얼마나 둔한거야? 아니. 둔하더라도 좋아하는 여자면 좀 더 신경써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에요. 저도 콩깍지가 벗겨지고 나니 점점 더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지는 중이에요. 어쩌다 저런 것과 사귀게 됐는지.” 케이트는 가차없이 그런 말까지 했다. 이 말만 들어도 포츠는 거품 물고 기절할지도 모르겠네. “…뭐. 아무튼 알았어. 일단 가자.” 솔직히 말해서 이런 시간부터 이러는 건 조금 귀찮은 느낌도 있었지만, 약속은 약속. 케이트도 이렇게 성실히 협력해주고 있는데, 나도 나 몰라라할 수는 없지. 구원은 자신의 방에서 나와서, 잠깐 생각했다. 사라는 케이트와 할 때 자신의 방을 이용하라고 했지만, 과연 이런 시간에는 자느라 못 숨는 거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라가 말한 바로 다음에 다른 데서 하는 것도…. 일단 가보자. “잠깐 기다려.” 구원은 케이트를 문 앞에서 기다리게 하고, 먼저 방안에 들어갔다. 사라는 구원이 들어오는 소리에 잠이 깼는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비비며 구원을 바라봤다. “…구원…? 무슨 일이에요?” “그게, 케이트가 찾아와서 말이야.” 그 말만으로 사라는 구원이 왜 왔는지 눈치 챈 모양이다. 잠이 덜 깬 멍한 표정은 순식간에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바뀌어 구원을 노려봤다. 하지만 스스로 한 말은 지킬 셈인지, 대견하게도 아무 말 없이 옷장으로 들어갔다. 진짜 여기서 하라는 거냐. 이른 아침부터 무슨 짓이냐고 화라도 냈으면 순순히 다른 곳으로 갔을 텐데. 아무튼 사라가 저렇게까지 하니 할 수 없지. 구원은 케이트를 방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리고는 옷을 벗기면서 물어봤다. “그런데 어젠 포츠한테 뭐라고 했어?” “뭐, 뭘요?” “옷도 안 벗고 하는 바람에 치마까지 흠뻑 젖었었잖아. 설마 그것도 안 들켰어?” “시, 식당에서 지나가다가 테이블에 있는 잔을 건드려서 쏟는 바람에 젖었다고 했어요.” 일단 들키긴 들켰었나보다. 그래도 그런 식으로 속여 넘길 수 있다니. 역시 여자란 무섭네. “그, 그런데 당신은 안 벗나요?” “응? 나야 뭐, 지난밤에 이미 충분히 만족했으니까. 오늘은 그냥 손으로 만족시켜줄게.” “잠깐만요. 그런가하아앙!” 살짝 실망스러운 표정은 지었던 케이트지만, 구원이 성자의 손길을 약하게 발동하는 순간 눈이 풀렸다. “걱정 마. 난 물건만 훌륭한 게 아니거든. 이것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거야. 충분한 대가가 될 거라고 장담할게.” 케이트는 그 날 아침, 구원의 손만으로 셀 수 없을 만큼 절정에 달했다. “어때? 좋았지?” 구원의 물음에, 케이트는 몽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 애무랑 포츠의 섹스. 어느 쪽이 더 좋았어?” “당신의…애무….” “얼마나?” “비교도…비교도 안 될 만큼….” “좋아.” 이 세계에 녹음기 같은 게 없다는 게 참으로 애석하기 그지없다. 아니. 디아나한테 부탁하면 마법으로 어떻게 만들어줄지도 모르지만, 그걸 어디다 쓸 거냐고 물어보면 할 말이 없어지니까 말이야. 구원은 충분히 만족한 케이트를 보고 뿌듯한 마음으로 보내줬다. 다만 이번엔 삽입 없이 애무만으로 저렇게 됐기 때문에, 힐링 섹스의 효과를 못 받게 된 케이트는 일어서자마자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케이트는 도움조차 요청하지 않고, 떨리는 다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겨우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케이트를 보내자마자, 옷장에서 사라가 튀어나와 구원을 덮쳤다. 구원은 사라 역시 손으로 충분히 만족시켜준 다음에야 사라의 방을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아침 식사 시간. 케이트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포츠만 혼자서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궁상맞게 혼자 뭐하냐? 애인이랑 싸우기라도 했어?” “훗.” 구원이 시치미를 떼고 물어보자, 포츠가 그 어느 때보다 당당한 미소를 선보였다. “케이트라면 지금 다리가 풀려서 못 일어나고 있어. 여신님은 대체 왜 나에게 이정도로 강한 정력을 주신 걸까? 그리고 우리 상성은 왜 이렇게 좋은 걸까? 구원. 왜라고 생각해?” 내가 여신님한테 묻고 싶은 말이다. 여신님은 대체 왜 나한테 이렇게 강력한 정력을 주고 이 세계로 데려온 걸까. “그래. 너 잘 났다.” “그래! 난 잘났어! 케이트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다고!” 놈은 이 며칠간 케이트를 만족시키지 못했던 게 상당히 쇼크였는지, 상당히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그렇게 혼자 꿈속에 있으라고. 네가 그렇게 기뻐할수록, 절망도 더 커질 테니까. 그리고 케이트는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구원을 원해왔다. 아침에도 자신이 말을 건 주제에, 저녁 식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구원에게 말을 걸어 온 거다. 심지어 이 시간에 유혹하는 건 포츠의 의심을 사기에 적절한 시간이라는 대의명분도 있으니, 더더욱 거리낄 게 없었겠지. 설마 저정도로 성욕이 왕성할 줄이야. 이래선 굳이 내가 케이트를 꼬드길 일은 없다고 생각해도 되겠네. 사실 저녁 식사 이후로는 우리 애들과의 시간이 시작되기 때문에, 케이트와 하는 게 그리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오늘밤은 마침 케이트와의 관계를 알고 있는 사라의 차례였다. 구원은 사라의 방에서 케이트를 녹여주고, 뒤이어 달려드는 사라와 진한 시간을 보냈다. 이번에 케이트와 할 때, 구원은 한 번도 싸지 않았다. 그저 철저하게 케이트만 만족시켜줬다. 물론 사라가 보고 있어서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다음 계획을 위해서 말이다. “그럼 슬슬 시간이 됐나.” “네? 뭐가요?” 절정의 여운에 빠져 품안에서 축 늘어져있는 사라를 부드럽게 눕혀주고, 구원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잠깐 케이트한테 갔다 올게.” “…뭐, 뭐에요?! 구원 당신!” “잠깐. 기다려. 화내지 마. 그런 거 아니야. 제대로 설명해 줄게.” 구원은 사라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여 납득시키고,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지금 이 시간쯤이면, 포츠와 케이트도 한창하고 있을 거다. 그래도 일단 확실히 하기 위해, 구원은 천장으로 올라가 전에 뚫어놨던 구멍으로 포츠의 방을 확인해봤다. “어때?! 좋아?! 좋지?!” “응, 으응. 아앙. 포츠. 좋아. 아앙.” 오오. 역시 하고 있네. 케이트가 침대에서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고, 그 위에 포츠가 완전히 덮어진 채로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침대 옆의 램프에 불이 들어와 있는 덕분에, 구원의 눈에는 케이트의 표정이 꽤나 확실히 보였다. 엄청 기분 좋아 보이는 목소리와 다르게, 케이트의 얼굴은 쾌감과 거리가 먼 표정이었다. 포츠에게 실망하고, 이런 행위 자체가 허무하고, 아니 그 이전에 포츠와 닿는 것 자체가 싫다는 표정이었다. 저렇게 싫어하면서도 나에게 협력을 해준다는 건, 역시나 그렇게나 나와의 섹스를 원한다는 거겠지. 포츠는 케이트와 상체를 딱 붙여 얼싸안고 허리를 움직이는 것에만 집중하느라, 케이트의 표정까지는 보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진짜 둔하디 둔한 놈 같으니라고. 저렇게까지 눈치를 못 채면 재미가 없잖아. 그럼 포츠가 인생을 좀 더 스릴 있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줘 보실까. 구원은 천장에서 내려와, 바로 포츠의 방으로 향했다. 가볍게 노크를 해봤지만, 방문이 열릴 기색은 없었다. 이것들 봐라? 쾅! 쾅! 쾅! 문이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조절하며 세게 때리자, 그제야 기분 나쁜 표정의 포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너머로 케이트가 침대에서 이불로 몸을 가린 채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냐?” 녀석은 한창 즐기고 있을 때에 방해받아서 상당히 기분이 안 좋은 것 같았다. 물론 녀석이 기분이 나쁘든 말든 구원은 별로 신경 안 썼다. “너희들 시끄럽다고. 옆 방 사람 잠 좀 자게 조용히 좀 해라.” 구원의 말에, 포츠는 입가를 씨익 올리고 썩소를 지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내가 너무 강해서 우리 케이트 목소리가 조절이 안 되겠는데.” “…아. 그러시냐.” “더 볼일 없지?” 포츠는 그렇게 내뱉고 황급히 문을 닫았다. 하지만 문이 닫히기 전에, 구원은 제대로 케이트를 바라보고 살짝 고개를 저었다. 만약 케이트가 오해해서 빠져나오려고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번엔 그런 거 아니라고. 문이 열린 그 순간부터 케이트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내 행동을 놓치지는 않았을 거다. 케이트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 구원은 케이트가 알아들었다고 확신했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그냥 떡밥을 던져놓는 거다. 포츠가 케이트를 의심할 떡밥을. 아무리 둔한 놈이라도 바로 눈앞에서 나와 케이트가 눈빛을 주고받았는데 눈치 못 챌 리가 없지. 분명 포츠는 문을 닫자마자 케이트를 추궁할 거고, 케이트는 시치미를 뗄 거다. 하지만 그걸로 된 거다. 그렇게 조금씩 쌓여가는 의심에 놈은 점점 스트레스를 받으며 말라죽을 테니까. 문이 닫히자마자, 난 아무런 미련도 없이 뒤로 돌아 사라의 방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방안에서 사라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 사라?” 구원은 순식간에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폈다. 창문은 제대로 잠겨있었고, 아까 벗어던진 사라의 옷가지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그리고 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사라의 가방 역시도 건드린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구원은 계속 복도에 있었지만, 사라가 방에서 나오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물론 천장을 타고 있었을 때 사라가 나왔을 수도 있지만,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나 구석에 있는 가방을 생각해보면 사라가 방에서 나왔다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사라가 무슨 디아나처럼 노출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면…. “범인은 이 안에 있어!” 구원은 그렇게 외치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구원이 향한 곳은 말할 것도 없이 옷장이었다. “…사라야, 뭐하니?” 옷장 안에는 알몸의 사라가 웅크리고 앉아있었다. “이, 이건 그러니까….” “그냥 밑밥을 깔기 위해 가는 거라고 했잖아. 아님 뭐야? 내가 그렇게 못미더웠어? 너한테 그런 말을 하고도 케이트를 데려올 거라고 생각한 거야?” 구원이 일부러 충격 받은 표정을 만들며 슬픈 목소리로 말하자, 사라가 눈에 띠게 당황했다.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그게…! 그래! 그 여자가! 그 여자가 눈이 돌아가서 당신을 따라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너 지금 중간에 그래! 라고 외쳤잖아. 그래놓고 변명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솔직히 사라가 새로운 취향에 눈을 뜬 거 아닌지 의심하고 있던 상황이라, 구원은 사라의 행동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사라가 당황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좀 더 놀리기로 했다. 구원은 삐진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아 몰라. 기분 다운됐어.” “아으…아아…으으…. 에잇!” 사라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헤엄시키며 당황하더니, 묘한 기합소리를 냈다. “이, 이래도요?” “뭐…흐헉!” 구원은 눈동자만 옆으로 굴려서 사라의 모습을 확인하고, 그만 얼빠진 소리를 내버렸다. 사라가 늘씬한 두 다리를 양옆으로 활짝 벌리고, 왼손의 검지와 중지로 V자를 만들어 자신의 음부를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른손으론 적당한 크기에 완벽한 형태를 자랑하는 자신의 가슴을 주무르며, 구원을 향해 섹시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상당히 부끄러운지 그 얼굴은 새빨갰고, 눈가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이, 이래도 기분 다운됐어요?” “아니! 전혀! 엄청 최고야!” 구원은 황급히 바지를 벗어던지고, 하늘을 향해 업된 자신의 물건을 사라를 향해 돌진시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연참을 해보려고 했는데 다음 편은 조금 분량이 부족하네요. 어쩌면 1 ,2 시간 후에 한 편이 더 올라올 수도, 안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그 시간이 되어 관측하기 전까진 알 수 없죠. 슈뢰딩거의 다음 편. 세르카디아 // 아무래도 사라 파트다 보니 사라에게 비중이 너무 몰리는 것 같아서 다른 히로인들 얘기도 중간 중간 넣었는데, 그러다 보니 이 파트가 너무 길어졌네요. 정작 케이트의 분량은 생각보다 적은데 말이에요. 저도 이제 케이트와 사라에만 초점을 맞춰서 제대로 진행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다크체리 // 포츠는 케이트와 만나고 극단적으로 사람이 변한 케이스입니다. 구원이 포츠와 처음 만나서 술을 마실 때, 포츠가 그걸 암시하는 말을 하죠. 슈리온 // 경험치는 기여도에 따라 분배되는 게임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상대방이 절정에 달하면, 자신의 기여도만큼 경험치가 분산되서 들어옵니다. 물론 제대로 삽입을 하고 있는 사람만요. 상대방을 절정 상태로 이끄는 데 기여는 했지만 삽입을 안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 그사람의 기여도만큼의 경험치는 몽땅 버려집니다. 사이닉 // 2층이 아니라 2계층입니다. 계층은 던전의 환경이 완전히 변하는 걸 기준으로 나누는 하나의 거대한 구역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요. 계층의 수는 생각하시는 것보다 많지 않을 겁니다. 172==================== 복수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방을 나선 구원의 눈에 처음 들어온 건, 구원의 방문 앞에서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케이트였다. “구, 구원씨? 없나요?” 케이트는 상당히 애타는 목소리로 구원을 부르며 방문을 두드렸다. 나 오늘 거기에서 안 잤어. 그런가. 그걸 모르는 케이트는, 구원이 의도적으로 안 나오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너 거기서 뭐하냐?” “앗, 구, 구원씨!” 등 뒤에서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케이트는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만면의 미소를 지었다. “앗, 그, 어젠 다른 방에서 잤나보네요.” “응. 그래서, 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네. 어제 일 말인데요. 당신을 따라가지 않았어도 괜찮았던 게 맞는 거죠?” “응. 맞아. 어때? 포츠가 뭐라고 하지 않든?” “그야 뭐라고 했죠. 그렇게 대놓고 눈빛을 보냈으니까요. 전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 뗐어요.” “좋아. 잘했어.” “앞으로 구체적으론 어떻게 할 셈인 건가요? 협력하고 있는 이상, 저도 더 정확한 계획을 알고 싶은데요.” “그렇네. 간단히 말하면 떨궜다 올리고 다시 떨구기 작전이야.” “네? 뭔가요, 그게?” “우선 포츠가 널 의심하게 만드는 거야. 서서히 조금씩 단서를 주면서. 하지만 결정적인 단서는 주지 않는 거지. 어디까지나 포츠 혼자만의 착각이라고 오해하게. 그렇게 점점 말려들면서 놈의 피가 점점 말라갈 때, 내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해주려고 해. 그렇게 붕괴 직전이었던 둘의 사이는 원상복구. 아니 그 이상으로 진전! 해피엔딩! 이라고 놈이 생각했을 때 다시 철저히 지옥으로 떨구는 거지.” “……당신 진짜로 성격 나쁘네요.” “뭘. 놈이 한 짓을 생각하면 당연한 거지.” “하지만 그렇다면 당신이 얼굴을 내민 건 안 좋았던 거 아닌가요? 당신이 중간다리가 되어준다면서요?” “물론 다른 놈이 그 역할을 맡는 게 좋았겠지만, 딱히 맡길 놈도 없었고 말이야. 어차피 그 정도론 크게 의심 안 할 테니까. 앞으론 내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방향으로 놈의 신경을 긁는 수밖에.” “그렇군요. 그게 좋겠어요.” “아무튼 그 얘기를 하려고 온 거야? 다른 용무는 없고?” 얘기라면 나중에 얼마든지 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이렇게 아침 일찍부터 찾아온 거다. 다른 용무가 없을 리가 없지. “아, 네. 뭐, 그렇죠.” 하지만 케이트는 내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건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아침부터 또 케이트와 한 판 해야 되나 체념하고 있었던 나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아니. 물론 그런 약속이니까 케이트가 원하면 해주겠지만 말이야. “그래. 그럼 확인했으니 됐네. 잘 가.” 구원은 케이트의 마음이 변할 새라, 그렇게 말하고 발걸음을 식당으로 돌렸다. “앗….” 케이트는 이게 아닌데 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구원은 이미 자리에서 사라진 이후였다. 그리고 그날 구원이 사냥을 마치고 오자마자, 포츠와 함께 식당 테이블에 앉아있던 케이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구원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짓을 했다. 아무리 포츠 자리에서 안 보이는 쪽 손이라고 해도, 저렇게 파닥대면 옆에 있는 포츠한테 들킬 것 같은데.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을 정도로 케이트는 다급한 모양이었다. 구원은 느긋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 화장실로 꺾이는 복도에 들어서자마자, 등 뒤에서 케이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요!” “뭐야. 그렇게 큰 소리로. 식당까지 들리겠네.” “지금 해요!” “야. 너 너무 대놓고 그러는 거 아니냐? 전에 계획 얘기해줬잖아. 어디까지나 결정적인 증거는 남기지 않고….” “그런 거 관계없이 전 지금 당신이랑 하고 싶다고요!” …그러냐. 뭐, 약속은 약속이니까. “여기서 해도 절대 포츠한테 안 들킬 자신 있지?” “걱정 마요. 그 바보 남자. 오히려 이 정도는 해야 조금은 의심을 할 정도예요.” 뭐, 나보다 놈과 오래 알고지낸 얘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냉정한 판단으론 안 보였지만, 얘도 포츠한테 들키면 그날로 나와의 관계는 끝이란 걸 알고 있을 테니까. 결국 나는 스킬을 풀로 사용하여 짧은 시간 안에 케이트를 철저히 느끼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디아나에게만 전념하고 난 다음 날 아침. 식당에 있던 포츠와 케이트의 모습이 조금 이상했다. 일단 둘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기는 하지만,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평소에는 찰떡같이 붙어있던 둘이 서로 마주 보며 앉아있었고, 포츠의 시끄러운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케이트는 케이트 대로 화난 표정을 짓고 있고, 포츠는 포츠대로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짐작컨대 그런 거겠지. 드디어 포츠가 케이트의 바람을 의심했지만, 케이트는 오히려 자기가 화를 내면서 부정했다. 케이트만큼은 정말로 좋아하는 포츠는, 의심을 하면서도 케이트에게 기가 눌려서 제대로 자기 발언을 못하고 있는 거다. 좋아. 잘하고 있어. 케이트. 바로 그거야. 둘만 있었다면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로 완벽한 연기다. 아니. 저건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짜증내고 있는 건가. 어차피 케이트는 포츠를 진심으로 싫어하게 됐으니까 말이야. 강간마에 살인범이란 말을 들었을 때부터 식었던 감정은, 나와의 관계를 거듭하면서 증오에 가까운 감정으로까지 변해갔다. 아마 날 이렇게 열심히 도와주는 건, 케이트가 정말로 포츠를 싫어하게 됐다는 것도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거겠지.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그날 밤. 레이아가 샤워를 하러 들어간 사이, 구원은 다시 천장을 탔다. 참고로 레이아는 요즘 갑자기 구미호로 변해도 제대로 의식을 유지하기 위한 훈련을 하고 있는 중이라, 같이 씻지 못하게 됐다. 같이 씻으면 구원부터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이곳저곳 애무해버리니 말이다. 레이아의 알몸이 눈앞에 두고, 심지어 직접 손에 거품 칠을 하고 씻어주면서 애무까지 발전을 안 할 남자가 어디 있을까? 적어도 정상적인 남자라면 그럴 수 없다. 그래서 요즘 레이아와는 아예 같이 씻지 않고 있다. 슬프지만, 레이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천사님을 위해선 데 이 정도쯤이야. 그리고 옆방에선 또 포츠가 케이트의 위에 올라가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나처럼 성자란 직업으로 버프를 받는 것도 아닌데 저렇게 매일같이 해대는 걸 보면, 확실히 여기에 다닐 수준으로 레벨을 올린 모험가답게 정력은 어느 정도 되는 모양이다. 그래봤자 요즘 나와 빈번하게 관계를 맺는 케이트를 만족시켜줄 수준은 안 되겠지만. 게다가…. “좀 제대로 못해? 진짜 요즘 왜 그래? 모험가가 아닌 남자도 이거보단 잘 하겠다!” “뭐! 케이트! 그건 아니잖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요즘 계속 딴 남자 언급이나 하고! 너 진짜 바람피우는 거 아니지?!” “뭐?! 당신 의처증까지 있어?! 아니. 내가 당신 아내도 아니니까 더 최악이네! 어떻게 아냐고?! 내가 당신 만나기 전까지 아무하고도 안 잤을 것 같아?! 당신이랑 처음 할 때, 나 처녀였어?! 아니지?!” “그, 그건…!” “애초에 말이야! 포츠 당신이 바람피우니까 지금 날 그렇게 몰아붙이는 거 아냐?! 자기 양심의 가책을 줄이려고?!” “뭐어?! 케이트! 너 내가 그런 남자로 보여?!” “그럼 당신은 내가 그런 여자로 보인다는 말이야?!” 우와. 연기 박력 죽이네. 케이트야. 너 진짜로 배우해도 되겠다. “그, 그건…!” “흥! 식었어! 잘 하지도 못하는 게 의심까지! 빼!” “자, 잠깐 케이트…!” 거기까지만 보고, 구원은 다시 자신의 침실로 돌아왔다. 다시 한 번 생각하지만, 케이트에게 협력을 요청한 건 정답이었어. 그런 흡족한 생각을 하면서, 구원은 때마침 샤워를 마치고 나온 레이아를 껴안았다. 으음. 이 부드러운 감촉. 역시 최고야. 레이아를 껴안고 숙면을 취한 다음 날 아침에 방을 나서자, 또 다시 케이트가 문 앞에 서있었다. 케이트는 구원을 살짝 노려보더니, 예상 외의 말을 중얼거렸다. “당신 설마 훔쳐보기 같은 취미도 있나요?” “무, 무슨 소리야?” “어젯밤, 봤죠?” “그, 그걸 어떻게?” “포츠를 절망에 빠뜨리는데 그렇게 열심인 당신이, 정작 포츠의 상태 보고는 전부 저한테 전해 듣기만 한다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방 안을 꼼꼼히 살펴봤더니 천장에….” 진짜냐. 난 케이트한테 들킨 것도 몰랐는데. “포츠는 모르지?” “당연하잖아요. 그런 둔감 쓰레기가 알 리가 없죠.” 어제 포츠와 싸우던 연기의 감정이 아직 남아있는 건지 케이트의 입은 어느 때보다도 더 험악했다. “휴우. 미안. 미안. 네 말대로 스스로 진행상황을 파악해놓고 싶어서 말이야.” “적어도 협력하는 저한텐 미리 말해줬어도 되잖아요?” “깜빡했지 뭐야. 미안해.” “뭐, 됐어요. 그런 것보다…한 번 하죠?” “응? 급한가봐?” “당연하잖아요. 그걸 말이라고 해요? 이거 봐요.” 케이트는 자신의 스커트를 확 걷어 올렸다. 케이트의 스커트 안은 대단했다. 이미 팬티는 예전에 그 기능을 상실하여 안쪽 모습을 투명하게 비춰주고 있었고, 거기서 흘러나온 액체는 허벅지를 타고 종아리까지 흘러내려온 상황이었다. 그나마 포츠와 제대로 했으면 이정도까진 안 됐겠지만, 어제 포츠와 어중간하게 끝난 게 케이트를 이런 상황까지 몰아넣었나보다. “우와. 잘도 참았네. 날 위해서 미안해.” “괜찮아요. 어차피 이렇게 참은 다음 하면 더 기분 좋기도 하고.” 얘 진짜 섹스 좋아하는구나. 혹시 내가 각성시킨 거 아니겠지? 아무튼 구원은 케이트를 데리고 사라의 방으로 향했다. 전처럼 사라가 숨을 걸 확인한 후 케이트를 방 안으로 들인 구원은, 삽입하고 허리를 몇 번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케이트를 간단히 절정에 달하게 만들었다. “하아…어째서 이렇게…. 다른 남자들과는 비교도….” 아무리 흥분했다지만 너무 간단하게 절정에 달해버리자, 케이트는 허망한 표정이었다. 그 이후로도 구원은 허리를 몇 번 더 흔들어서 케이트를 몇 번이나 절정하게 만들었다. “후우. 이걸로 됐지? 그럼…아, 아니다. 어제 모습을 보니 슬슬 일을 더 진행 시켜도 될 것 같아. 그렇군…오늘 밤에 내가 이렇게 네 방문을 두드릴 거야. 이 노크 소리가 들리면 방에서 빠져나와. 알겠지?” 구원은 바닥을 독특한 리듬으로 두드리며 말했다. “진행시킨다니…또 이상한 타이밍에 부르려는 건 아니죠?” “어떻게 알았어? 미리 변명 준비해놔.” “하아…알았어요.” 케이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밤에 할 거란 말과, 시험할 거란 말. 그걸로 구원이 어떤 타이밍에 방문을 두드릴 건지는 이미 예상을 하고 있겠지. 오늘은 사라의 차례이기 때문에, 밤에 일을 벌이기에 딱 좋은 날이다. 오늘을 기점으로 포츠와 케이트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게 될 거다. 그리고 그날 밤. 구원은 천장을 뜯고 포츠와 케이트의 방 안을 엿봤다. “케이트. 오늘도….” “뭐어? 당신….” 어젯밤에 화냈던 걸 아직도 풀어주지 못했는지 케이트는 포츠에게 대놓고 안기기 싫단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포츠는 굴하지 않았다. “어젠 내가 잘못했다니까. 괜한 의심을 했어. 사과 할 테니까. 응? 자, 이리 와봐.” “흥….” 포츠가 필사적으로 다독여도, 케이트는 완강히 관계를 거부하면서 계속해서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 그런가. 내가 신호를 보낸다고 했으니까 타이밍을 재고 있는 건가. 미안. 케이트 네가 포츠에게 안기기 전까지 문을 두드릴 생각은 없어. 그게 더 극적이잖아? 그리고 결국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노크 소리가 들리지 않자, 케이트는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포츠에게 안기기 시작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포츠의 숨소리가 거칠어지기 시작했을 때, 구원은 천장을 내려왔다. 포츠가 싸기 전에 얼른 가지 않으면. 황급히 포츠의 방문 앞으로 달려간 구원은 아까 케이트에게 알려줬던 박자대로 문을 쾅쾅 두드렸다. “씨발! 뭐야!” 싸기 직전에 방해를 받아 상당히 열 받은 건지, 포츠가 욕설을 내뱉으며 방문을 열었다. 물론 구원은 문이 열리기 전에 암살자 스킬을 발동해서 기척을 죽이고 숨었다. 또 다시 얼굴을 보일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얼마 후, 케이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와, 진짜로 나왔네?” “다, 당신이 불렀잖아요?!” “뭐, 일단 오라고.” 구원은 케이트를 방으로 데려왔다. 당연한 얘기지만, 사라는 옷장에 숨어있다. “포츠한텐 뭐라고 하고 나왔어?” “뭐라고 하긴요. 또 싸우고 나왔어요.” “그렇군. 좋아. 그럼 다시 돌아가.” “뭐, 뭐라고요?” “응? 왜? 더 볼일 있어? 난 그냥 이런 때까지 나가버리는 널 보고 포츠의 의심을 증폭시키려고 했을 뿐이니까, 이미 목적은 달성했는데.” 구원의 말에 케이트는 황당한 표정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왜? 안 가? 혹시…여기 남아서 나랑 하고 싶어?” 과연 그건 포츠한테 백 프로 들킬 테니까 이왕이면 삼가고 싶은데. 아슬아슬할 때까지만 몰리고 결국 결정적인 증거를 안 주는 게 내 계획이라고. “이…! 당연하잖아요!” 하지만 약속은 약속이고, 어쩔 수 없지. 뭐, 금방 보내고 제대로 닦으면 안 들키겠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토므스크 // 레이아가 맞습니다. 그 전편에 사라와 한 건 식사 전이었고, 그날 차례는 레이아였으니까 밤은 레이아와 보냈죠. 중간 과정이 생략되서 혼란을 드린 모양이네요. 173==================== 복수 그로부터 며칠 후. “하아…죽고 싶다.” 포츠가 우울한 표정으로 술을 들이키며 중얼거렸다. “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 무슨 일인데 이러고 있는 거야? 죽고 못 살던 여자 친구는 어디가고 혼자서.” 포츠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앉은 구원은 시치미를 떼고 물어봤다. 장소는 2계층 여관의 식당. 사냥을 마치고 돌아온 구원은 식당에 홀로 앉아서 술을 들이켜고 있는 포츠를 발견했다. 구원 일행이 식사를 마친 이후에도 포츠는 죽기 일보 직전의 표정으로 계속 술을 마시고 있었기 때문에, 구원이 포츠의 테이블을 찾아온 거다. “그 케이트가 문제라고오오오! 으아아아! 케이트으으으!” 시끄러 인마. 취했다고 소리 지르지 마라.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너와 케이트 사이가 문제란 건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어. 모를 리가 없잖냐. 내가 그렇게 만든 건데. 뭐, 이 멍청한 놈은 상상도 못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케이트의 바람 의혹이 불거지기 시작한 건, 내가 놈들의 방문을 두드리고 케이트와 눈빛을 주고받았을 때부터다. 그렇게 힌트를 줬는데도, 이 멍청한 놈은 날 전혀 의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딱히 날 믿는다기보다는, 지금 이 상황의 시발점이 그때라고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고 할까? 때문에 놈은 이렇게 나에게도 아무렇지 않게 푸념을 늘어놓는 거다. 아무튼 그날 이후로도, 구원과 케이트는 포츠의 의심을 증폭시키기 위해 다양한 행위를 해왔다. 일단 케이트는 포츠와 잠자리를 가진 이후에는 무조건 구원을 찾았다. 심지어 내가 딴 놈이 싼 곳에 박는 건 싫어한다는 걸 알자, 그 이후로 포츠가 싸는 건 전부 입으로 받아 주고 있다고 했다. 이 세계에서 입으로 해주는 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행위. 때문에 포츠는 케이트를 의심하면서도 한편으론 믿고 있다는 복잡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상황이었다. 덤으로 케이트를 제대로 만족시켜주지도 못하고 있어서, 요즘 제대로 레벨도 못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게다가 포츠가 식당에서 분위기를 잡으며 키스를 하려고 했을 때, 키스를 하기 전에 빠져나와 구원의 물건을 입으로 빨아준 적도 있었고. 심지어는 딱 한 번뿐이지만 구원이 안에 싼 직후에 그대로 포츠에게 가서 안긴 적도 있었다. 솔직히 케이트의 안에 쌌을 때는, 우리끼리 결전의 날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포츠는 멍청하게도 스스로 허리를 흔드는 도중 케이트와의 결합부에서 거품 섞인 하얀 액체가 나오자, 케이트가 너무 느끼는 바람에 진한 애액을 흘리는 거라고 착각을 해버렸다. 당연히 포츠는 오히려 더 좋아하며 날뛰었고, 그 멍청한 모습에 천장위에서 포츠와 케이트를 지켜보고 있던 구원과 사라는 맥이 빠져서 그냥 구원의 방으로 돌아와 섹스나 했다. 아니. 딴 놈이 안에 싼 정액을 보고 착각해서 오히려 의심이 줄어든다니. 말이 돼? 포츠 녀석이 생각보다 훨씬 더 멍청한 까닭에 구원과 케이트의 행위는 점점 더 에스컬레이트할 수밖에 없었고, 겨우 포츠와 케이트의 관계를 점점 더 삐걱대게 만들 수 있었다. 그 닭살 커플이, 이제 와서는 매일 만나면 싸움이 끊이지 않는 매일을 보내고 있을 정도로 말이다. 아무튼 그렇다보니, 인생이 케이트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포츠 입장에선 지금 죽을 맛인 거다. 계속해서 사랑하는 케이트와의 관계가 삐걱대고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놈의 케이트를 향한 마음은 진심인지, 케이트를 의심하는 자신에게 자괴감 같은 것마저 갖고 있는 모양이었다. 의심이 아니라 사실이지만 말이다. 녀석의 얼굴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피폐해져갔고, 이대로 가면 우리가 아무 손을 안 써도 자살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자살을 하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꼴이다 싶었지만, 그래도 좀 더 확실하게 가야겠지. 그리고 지금이 바로 그럴 기회라고 생각됐다. 마침 오늘 밤은 사라의 차례. 일을 벌이기에 딱 좋은 날이다. 구원 일행도 슬슬 도시로 한 번 올라갈 때도 됐으니, 더 길게 끌 것도 없다. 이렇게 놈의 정신을 갉아먹어 놨으니, 이제는 뛸 듯이 기쁘게 만들어 줄 차례다. “뭐. 그 여자 친구가 어쨌는데?” “오히려 내가 묻고 싶어! 요즘 잠자리에서 케이트도 엄청 느끼고 있고, 상성도 점점 더 좋아져서 케이트의 안은 그 어느 때보다 최고고, 지극 정성으로 나한테 봉사해주고, 그런데 왜 요즘 그렇게 의심되는 행동을 하는 거냐고! 게다가 걸핏하면 화를 내고! 방금도….” 그러니까 화를 내는 거다 멍청한 놈아. 케이트가 엄청 느끼는 게 아니라, 나한테 느끼고 갔으니 만족한 표정을 짓는 거고, 상성이 좋아진 게 아니라 내가 안에 한 번 싼 덕분에 케이트의 레벨이 올라서 좋게 느껴지는 거고, 지극 정성으로 봉사하는 게 아니라 네가 안에 못 싸게 하려고 입으로 해주는 거다. “쯧쯧. 여자 친구 자랑을 그렇게 해대더니 결국 하나 있는 것도 관리를 못하냐? 이 형님을 본받아라. 이 형님은 셋이나….” “염장질 할 거면 꺼져!” 이 새끼가 자기는 지금까지 만날 때마다 실컷 나랑 비슷한 짓을 한 주제에…. 하지만 참아준다. “후우…. 잘 들어라. 셋이나 데리고 다니면서 아무 문제없이 화목하게 지내고 있는 이 형님께서 불쌍한 네 놈에게 조언 한 가지 해주지.” “…뭔데.” 놈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지, 구원의 거들먹거리는 말투에도 간절한 눈빛을 보내왔다. “살다보면 여자와의 사이가 조금 틀어질 수도 있어. 하지만 끊을 수 없는 진정한 유대가 있다면, 그것도 결국 한 순간의 해프닝에 불과하지. 지금 케이트와의 사이가 삐걱거리는데 그 이유를 모른다면, 그 알 수도 없는 이유를 어떻게든 알아보려고 하는 것보단 진정한 유대를 형성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지.” 구원은 마치 연애 박사라도 된다는 듯이 떠들어댔다. 원래 이런 건 말만 그럴듯하게 하면 어떤 헛소리를 해도 그럴듯하게 들리는 법이다. 특히 취한 놈 상대로는 더없이 효과적이지. “그 네가 말하는 진정한 유대라는 게 뭔데?” “멍청한 놈. 남녀 사이에 헤어질 수 없는 진정한 유대가 뭐 얼마나 있겠냐?” “…그렇군! 케이트를 임신시키면 되는 건가! 아, 하지만 아직 피임 마법이….” “멍청한 놈아! 네 머릿속에는 그딴 생각밖에 없냐?! 임신시키기 전에 해야 될 게 있잖아!” “뭐? 해야 될 거?” “프러포즈 말이다. 프러포즈!” 구원의 외침에 포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뭔가 깨달은 얼굴이 됐다. “프러…포즈…!” “내가 살던 세계에선 제대로 성공한 프러포즈 하나로 결혼생활 평생이 행복해진다는 말이 있지. 여자들은 원래 그런 거에 껌뻑 죽는 법이거든. 평생 자신만을 바라보며, 평생 책임지겠다는 진실한 마음을 담은 로맨틱한 프러포즈. 아무리 요즘 너희 둘 사이가 삐걱대고 있다고 해도, 케이트가 널 좋아한다는 건 변함이 없을 거 아냐? 그럼 로맨틱한 프러포즈 한 방으로 너희 둘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든 간에 전부 해결될 거다.” “그런가…! 그런가…! 아, 하지만….” “응? 또 뭐가 문젠데? 설마 아직 결혼할 맘이 없다고 하려는 건 아니겠지? 너 그렇게 좋아 죽으면서 정작 결혼할 생각은 없다니 그거 완전….” “아냐! 당연히 결혼하고 싶지! 하지만 돈이….” “…너 지금까지 벌어둔 돈은 뒀다가 어디에 썼냐?” 2계층에 다닐 정도의 모험가라면, 당연히 버는 것도 상당한 수준이 된다. 당연히 모아둔 돈도 있을 거다. 이 멍청한 놈 혼자라면 모를까, 케이트도 붙어있는데. “난 한 순간 한 순간을 최대한 즐기며 살아간다고! 당연히 모은 돈 같은 건 없다!” “그게 자랑이냐. 케이트가 그걸 그대로 내버려 뒀어?” “당연하잖아. 어차피 수입 대부분은 케이트가 관리하고 있고, 내가 쓰는 돈은 다 쓰라고 준 용돈이니까 아무 문제없었지.” 용돈 받아서 사는 처지였냐. 이거 완전히 꽉 잡혀 살고 있었네. “…좋아. 반지 살 돈 정도는 빌려주지.” “뭐?! 정말로?!” “그래 인마. 친구 좋다는 게 뭐냐?” “너, 너…좋은 놈이구나!” 포츠는 구원의 두 손을 힘껏 움켜잡았다. 손 떼라. 땀내 나는 사내새끼랑 스킨십할 생각 없다. 특히 너 같은 쓰레기와는 더욱더. “그래서. 얼마면 되는데?” “헤헷. 이왕이면 많이….” 놈이 비굴하게 두 손을 맞잡은 모습을 보고, 구원은 쿨하게 인벤토리에서 금화를 한 움큼 꺼냈다. 어차피 돈이야 다시 회수할 수 있을 거고, 이정도 쯤이야 뭐. “자. 가져가라.” “이, 이렇게나?!” “주는 게 아니라 빌려주는 거니까 나중에 반드시 갚아라.” “다, 당연하지! 걱정 마! 내가 케이트랑 잘 되면 평생 은인으로 모시면서 배로 갚을게!” “오냐. 그럼 얼른 갔다 와라. 제대로 된 반지를 사려면 위로 올라갔다 와야 할 것 아냐? 얼른 안 가면 오늘 안에 못 온다.” “그, 그렇지! 그럼 난 이만!” 포츠는 언제 죽을 것 같은 얼굴이었냐는 듯이, 희망의 끈을 잡은 듯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여관 밖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저 미소가 포츠가 지을 마지막 미소가 될 거다. 실컷 웃어둬라. 이제 이 앞으론 절망스런 미래밖에 남지 않았으니. 구원은 일단 지금 일어난 일을 설명하기 위해 사라의 방으로 찾아갔다. “…그렇군요. 그럼 드디어….” “그래. 드디어야.” “…알겠어요.” 어차피 놈이 반지를 사고 오려면 꽤나 시간이 걸릴 거다. 구원은 사라와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해 충분히 얘기해서 말을 맞추고 난 후, 포츠의 방으로 향했다. 포츠는 혼자 식당에서 마시고 있었지만, 케이트가 어디 간 건 아닐 거다. 오히려 한바탕 싸우고 포츠가 방에서 쫓겨난 거라고 보는 게 맞겠지. 구원은 노크도 없이 바로 문을 열어봤다. 생각대로 문은 잠겨있지 않았고, 그 안에는 케이트가 혼자 있었다. “포츠 당시…구, 구원씨!” 문이 열리자마자 케이트는 짜증스런 표정으로 뭔가를 외치려다가, 구원의 얼굴을 보고 바로 표정을 바꿔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연기 엄청나네….” “뭐, 그렇죠.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드디어 때가 됐어.” “그렇군요. 그럼….” “그래. 계획대로 일단 포츠의 청혼을 받아줘. 그리고 있는 힘껏 행복하게 해줘. 부탁할게.” “하아…. 역시 그런가요. 뭐, 좋아요. 대신. 알고 있겠죠?” “그래. 잊을 수 없는 쾌락을 맛보게 해줄게. 그럼 나중에.” 나는 그렇게 말하고. 문을 열었다. 고작 이런 말만 하고 나가려는 거냐고? 물론 아니지. 내가 연 건 이 방에 딸린 욕실의 문이다. 그리고 욕실에서 난 꽤나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젠장. 너무 빨랐나. 아니. 그래도 늦는 것보단 낫지. 오랜 계획의 끝이 드디어 찾아온 거다. 몇 시간이고 기다려주겠어. “케, 케이트!” “시끄러워! 뭐야?! 갑자기 소리나 지르고!” 욕실 문에 귀를 대고 있자, 둘의 대화소리가 내게도 또렷하게 들려왔다. “케이트. 할 말이 있어.” “뭐야?! 당신 또 뭘 저질렀어?” “그게 아냐. 들어줘 케이트.” 케이트의 앙칼진 반응에도, 포츠는 굴하지 않고 여느 때와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많이 생각해봤어. 갑자기 우리 사이가 왜 이렇게 됐는지.” “그거야 당신이 항상항상항상 사람을 의심하니까 그런 거잖아?!” “맞아. 내 믿음이 부족했어. 그리고 내가 너무 믿음직스럽지 못하기도 했지. 하지만 케이트. 이해해줘. 그런 의심조차도 다 널 사랑했기 때문에 그런 거였어.” “그런 입 발린 소리, 누구라도…!” “그러니까 케이트. 나와, 아니. 저와 결혼해주세요. 지금부턴 어떤 순간에도 난 널 믿고, 그리고 또 네가 믿을 수 있는 남자가 되고 싶어. 앞으로 계속. 쭉 너와 함께 지내면서.” “아……!” 오오. 잘 했다. 포츠. 내 조언을 반쯤 배끼긴 했지만, 그래도 뭐, 나름 훌륭한 프로포즈였다고. 축하한다. 진심으로 말이야. 지금 이 순간 네 행복을 가장 바라고 있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사라와 나일 테니까. “다, 당신…정말로….” “그래. 앞으로 다신 널 의심하지 않겠어. 그러니까 케이트.” 의혹이 있고 아무 것도 판명되지 않았는데 성급하게 ‘다신 널 의심하지 않겠어.’라니. 뭐, 네가 그렇게 멍청하니까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리기는 하는 거지만 말이야. “나와…겨, 결혼 해주겠어?” 놈은 답지 않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케, 케이트?!” “지금까지…괜히 화내고 해서 미안해…. 나…당신이 날 그렇게까지 생각해줄 줄은…!” “케, 케이트! 그, 그럼…!” “네. 저도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케이트!” 저런 행복해 보이는 목소리라니. 아마 천장에서 보고 있을 사라는 당장이라도 쳐죽이고 싶을 정도로 분노하고 있겠지. “그리고…나 당신에게 또 하나 고백할 게 있어.” …응? 잠깐만. 뭐야. 고백이라니. 이런 건 예정에 없었는데? “지금까지 내가 계속 화냈던 이유는….” 잠깐만! 씨발! 설마 배신할 생각은 아니겠지?! 난 욕실 문을 박차고 나가려고 했지만, 그것보다 케이트의 말이 조금 더 빨랐다. “당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있기 때문이었어.” ……응? “뭐, 뭐? 케이트?! 정말이야?!” “…응. 실은 피임 마법을 날짜를 잘못 계산해서…. 왠지 요즘 식욕이 없고, 계속 짜증이 나고, 그래서 검사를 해봤는데…. 나 당신 이외에 다른 남자와는 관계를 맺은 적도 없고….” “그, 그럼…!” “응. 그러니까 내 배에는…당신과 나 사이의 아이가 있는 거야.” “케, 케이트으으!” 어휴. 놀래라. 진짜 깜짝 놀랐네. 케이트 저 녀석. 그런 애드리브를 할 거면 좀 미리 말해달라고. 설마 내가 지금까지 해온 애드리브에 대한 복수는 아니겠지? 하마터면 뛰쳐나갈 뻔 했잖아. “케이트! 사랑해!” “응. 나도. 와 줘….” “어, 어?! 하지만 아이가….” “괜찮아. 오히려 며칠 지나면 그때부터 못하게 될 걸? 그러니까 지금 충분히 해둬야지. 무엇보다…이런 날 안하면 언제 하겠어?” “케이트으으으으!” 포츠는 목소리만 들어도 행복해 죽을 것 같다는 게 전해져오는 목소리로 케이트의 이름을 불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고솜히 // 구원의 방입니다. 케이트가 전에 항의하러 온 적이 있기 때문에 구원의 방이 자신의 방 옆방이란 걸 알고 거길 노크한 거죠. 174==================== 복수 “아, 자, 잠깐.” 포츠는 당연히 케이트에게 달려들었겠지만, 케이트의 목소리가 그걸 제지했다. “응? 왜 그래?” “그러고 보니, 나 아직 씻질 않았어.” “괜찮아! 그런 거 전혀…!” “안 돼. 내가 신경 쓰여. 이제 남편 되실 분에겐 항상 깨끗한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은 걸.” “케, 케이트으으으윽….” “그러니까 조금만 기다려. 금방 씻고 올 테니까.” “그, 그럼 나도…!” “안 돼. 나와 이런 특별한 날은…알지?” “응!” 아니. 뭘 알았단 건데. 그냥 변명이 생각 안 나서 얼버무렸을 뿐이잖아. 뭘 넘어가고 있는 거야. 케이트의 편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심코 포츠의 행동을 지적하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리고, 드디어 케이트가 욕실 안으로 들어왔다. 케이트는 일단 샤워기에 물을 틀어 물소리가 나게 하고는 입을 열었다. “후우…떨려라. 이정도면 됐죠?” “완벽해. 너. 나한테 성격 나쁘다고 하더니 너도 진짜 못됐잖아.” “다, 당신이 시킨 거잖아요.” “중간에 내가 안 시킨 애드립도 있었는데 말이야. 뭐야 애는.” “그냥. 어차피 결혼하는 거니까 그러면 더 좋아할까 하고. 요즘 짜증낸 것도 말끔히 설명되고 좋잖아요?” …여자란 무서워. 얘한테 협력을 요청해서 정말 다행이야. “뭐, 아무튼 그럼.” “꺅!” “시작해볼까?” “하아…드디어….” 구원은 케이트에게 달려들어 마구잡이로 옷을 벗겨 바닥에 던져버렸다. 이런 소소한 것도 다 극적인 상황을 만드는 연출이 되는 법이다. 그리고 곧장 자신도 옷을 벗었다. 그리고는 마치 확인하듯이 손을 케이트의 음부에 가져갔다. “왜 벌써 젖은 거야?” “그, 그거야….” “방금까지 포츠랑 있어서?”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그럼 끔찍한 농담 그만두시죠!” “미안. 미안. 그럼 역시 나 때문인가.” 이제부턴 포츠가 들어도 상관없다. 아니. 오히려 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으로, 나는 케이트에게 말을 건냈다. 평소의 연기 연습이 드디어 빛을 발할 때다. 뭐, 지금까지 모습을 봐선 케이트는 전혀 연습이 필요 없었던 것 같지만. “그래요. 그러니까 책임지라고요.” 케이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으로 두 다리를 잡고 활짝 벌렸다. 나는 그런 케이트의 안에 바로 물건을 삽입했다. “하아아! 흐으으응! 역시 좋아아앙!” 물건이 삽입되는 순간 케이트는 구원의 몸 위에서 정신줄을 놓고 흐트러졌다. 구원은 그런 케이트의 허리를 잡아 뒤를 돌아보게 만들고, 그대로 안은 채 욕조 가장자리에 걸터앉았다. 욕실로 들어오면 바로 볼 수 있게 문 쪽을 향해서 말이다. 그리고는 케이트의 두 다리를 활짝 벌리게 만든 다음, 두 손으로 평범한 크기의 가슴을 힘껏 주무르며 허리를 쳐올렸다. “하앙! 좋아! 이거 좋아앙! 깊이이잉!” 케이트가 쾌락에 절은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을 때, 드디어 욕실의 문이 열렸다. “케이…! 케, 케이…트…?” 포츠의 얼빠진 목소리와 함께, 바닥에 반지가 떨어져 또르르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포츠의 얼빠진 표정을 보며, 구원은 한 번 더 허리를 쳐올렸다. “하으으응!” “포, 포츠. 이건…. 흐응.” “안녕? 신음소리 들리자마자 들어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늦었네? 왜 그래? 현실도피라도 하고 싶었어? 야, 케이트. 포츠가 왔으니까 잠깐 멈춰. 말하기 힘들잖아.” “하응. 싫어…. 그치만…이거 기분 좋은 걸…. 흐읏. 나, 나아….” “이…이 개새끼가아아!!” 잠깐 동안 입을 멍하니 벌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이쪽을 바라보던 포츠는, 이내 정신을 차린 듯 괴성을 지르며 이쪽으로 달려들려고 했다. 그래. 달려들려고 하기는 했다.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포츠가 달려들기 전에, 구원이 먼저 성자의 파동을 포츠에게 날렸다. 요즘 부쩍 쓸 일이 많아져서, 이제는 성자의 파동의 강약을 조절하는 것도 자유자재였다. 사정을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사정 아슬아슬한 상태까지 쾌감을 느껴, 도저히 당장 싸버리지 않고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쾌감. 딱 그만큼의 쾌감만 느낄 정도로 조절하여 포츠에게 성자의 파동을 날렸다. 이놈이 싸기 직전까지의 쾌감이 어느 정도인지 어떻게 그렇게 잘 아냐고? 그야 연습 대상이 이놈이었거든. 포츠에게 자괴감을 주기위해서, 구원은 가끔 포츠와 케이트가 들러붙는 걸 천장에서 엿보며 이놈에게 성자의 파동을 날렸었다. 포츠는 구원의 스킬을 맞을 때마다 바로 사정을 할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자신이 조루가 됐다는 자괴감까지 폭발하여 더 케이트와의 사이가 삐걱댔다. 라고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냥 스킬만 날리기는 심심해서 연습도 할 겸 위력을 조절해가면서 날리다 보니, 이놈이 어느 정도 위력으로 성자의 파동을 맞으면 싸는지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모습이다. 성자의 파동을 맞은 포츠는 그대로 다리가 풀려 바닥에 넘어졌다. 놈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분노에 몸을 맡겨 바지를 찢어버릴 기세로 벗어버리더니, 있는 힘껏 자신의 물건을 붙잡고 위아래로 쓸어내리기 시작했다. “씨발 새끼야아!! 당장 케이트한테 떨어져!” 그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달리, 포츠의 목소리와 표정엔 분노와 살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케이트한테 떨어지라니. 오히려 케이트가 나한테 더 달라붙고 있는 거 안보이냐? 설마 이걸 보고도 사랑하는 자기 여자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는 거야? “포, 포츠 당신 지금 뭐하는….” 과연 케이트도 갑자기 포츠가 자위를 해대자 놀랐는지, 두 눈을 크게 뜨고는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질렀다. “어…? 씨, 씨발…! 씨발!” 포츠가 갑자기 자위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고, 케이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포츠도 자기가 갑자기 왜 이러는지 이해가 안 되는 듯, 당황해서 욕설밖에 내뱉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그사이에도 포츠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뭐, 뭐야 너. 설마 그런 성벽도 있었어? 어…음…그래. 사람은 원래 다양한 법이니까. 그런 성벽이 있으면 진작 말하지 그랬어. 그럼 괜히 지금까지 숨길 것도 없었는데. 그럼 좀 더 어울려줄게.” 구원은 그렇게 말하며 케이트를 일으켜 세우고 허리를 움직이며 천천히 포츠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포츠의 눈앞에 케이트와 구원의 연결부위가 보이는 위치까지 다가간 다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응! 하앗! 구원씨! 좋아앙!” 포츠는 그런 구원과 케이트를 죽일 것 같은 눈초리로 바라보며, 힘차게 자위를 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바닥에 싸버렸다. “포, 흐응! 포츠, 당신….” 포츠가 자위를 시작하고 순식간에 사정까지 해버리자, 케이트는 안 그래도 증오로 변해가던 포츠에의 마음이 폭발한 모양이다. 내 물건에 맘껏 느끼면서도, 한껏 경멸하는 눈초리로 포츠를 쳐다봤다. “아, 아니야! 씨발! 그런 거 아니야! 이건 씨발 그런 거 아니야!” 포츠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정이 끝나고도 빳빳한 자기 물건을 놓지 않았다. 오히려 아까보다 더 격렬하게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야 그렇겠지. 내가 싸게 만들기 전까지, 놈은 계속 저 상태니까. 그리고 놈은 다시 허무하게 바닥에 사정했다. “우와아. 자기 여자 친구가…아니. 방금 프로포즈를 승낙 받았으니 이제 아내인가? 아내가 남한테 안기는 걸 보면서 연속으로 싸지르다니. 너 대체 얼마나 변태인 거야.”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 이 씨발 새끼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포츠는 손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최악이야.” “케, 케이…트…? 지, 지금 뭐라고?” 케이트의 말에, 포츠는 이 세상이 끝난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두 눈에서 눈물이 주르륵 떨어졌다. “그런 게 아님 뭐야? 원래 조루야? 그러니까 케이트를 만족 못시켜주지. 잘 봐. 여자는 이렇게 만족시키는 거야.” 구원은 허리를 강하게 쳐올리면서, 그대로 성기에 성자의 손길을 둘렀다. 그것도 어느 정도 마나를 담은 성자의 손길을 말이다. “흐히이이이잉!” 케이트는 역대 최고로 성대하게 물을 뿜으며, 그대로 절정에 달해 버렸다. 고장 난 기계처럼 허리를 앞뒤로 덜컥덜컥 떨면서 움직이던 케이트는, 그대로 구원의 앞으로 축 늘어졌다. “이런. 너무 좋아서 정신을 잃어버렸네.” 구원은 케이트의 허리를 붙잡아 케이트가 넘어지는 걸 막았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케이트의 얼굴이 포츠의 얼굴과 마주보는 위치에서 멈춰졌다. 즉, 지금 포츠는 절정에 달해 완전히 풀어진 케이트의 표정이 똑똑히 눈에 들어오는 상황이란 거다. 그리고 구원과 케이트의 위치상, 케이트가 성대하게 싼 물들은 포츠의 몸 위로 후두둑 떨어졌다. 심지어 높게 튀어오른 물은 포츠의 얼굴까지 닿을 정도였다. “아, 아아…아앗.” 놈의 멘탈은 그걸로 산산이 부서진 것 같았지만, 그래도 구원은 멈추지 않았다. “아, 나도 슬슬 쌀 것 같아. 어디다 싸지? 안에 싸도 상관없겠지? 앗, 그러고 보니 나 피임 마법을…뭐, 임신했다는 모양이니 상관없나.” 구원은 능청스럽게 말했다. 물론 이것도 당연히 거짓말이다. 내 피임 마법은 우리 대마법사님이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니 말이다. “아, 아아…? 아, 안 돼애! 제발! 뭐든 할 테니까…! 제발 그것만은! 야 이 씨발 새끼야!” “미안. 쌌어.” 구원은 기절한 케이트를 껴안은 상태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놈도 눈앞에 결합부가 있다 보니 똑똑히 보일 거다. 케이트와 구원의 연결 부위에서 정액이 차고 넘쳐 흘러나오는 광경이 말이다. “케, 케이…쿨럭.” 포츠는 완전히 멘탈이 깨져서, 입을 헤 벌리고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면서 필사적으로 자위를 하더니, 이내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입에서 피를 한 움큼 토하고 자신이 싸지른 정액 위로 엎어졌다. 피까지 토하다니. 이거 생각보다 훨씬 반응이 격렬한데? 구원은 우선 구원은 기절한 케이트를 침대 위로 살며시 내려두고, 포츠에게 성자의 파동을 한 번 더 사용해 발정 상태를 풀었다. 그리고는 방안에 있던 의자에 놈을 앉히고, 인벤토리에서 옷가지를 꺼내 놈의 양 손과 양 발을 의자에 꽁꽁 묶었다. 놈을 묶는 작업이 끝났을 때, 지금까지 천장에서 보고 있었을 터인 사라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런 쓰레기라도 자기 여자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었나 보네요.” “그러게. 덕분에 놈이 지금 지옥 같은 경험을 하고 있는 거지만 말이야.” “하지만 아직 부족해요. 이 자는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파멸시키겠어요.” 역시 사라의 복수심은 이정도로 사그라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포션을 하나 꺼내 놈의 머리 위로 부었다. 정신적 충격으로 기절한 놈한테도 포션이 먹힐지는 의문이었지만, 다행이 제대로 먹힌 모양이었다. 포션을 붓고 얼마 지나지 않아 놈이 눈을 떴다. 놈은 자신이 묶여있는 상황인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일단 질질 짜기 시작했다. “씨발…케이트…안 돼…그 배애는 내, 나와의 아이가….” “무슨 소리야? 네 애라니?” 구원은 포츠의 정면에 얼굴을 들이밀고 웃으며 말했다. “뭐, 뭐라고?” “확실히 아이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말이야. 정말로 네 애일까? 설마 나랑 케이트의 관계가 오늘 처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아, 아아, 아아아…?” “흥!” “히이이이잉!” 내가 다시 한 번 허리를 쳐 올리자, 케이트는 그 지독할 정도의 쾌감에 강제적으로 정신을 각성했다. “케이트. 말해줘. 지금 어떤 기분이야?” “좋아아아! 좋아아아앙!” “포츠보다?” “응! 으응! 당연히, 하앙! 당연히잉! 그딴 놈 상대도 안 돼애!” “왜 좋은 거야?” “구원씨가 훨씬 더 크고, 단단하고! 기분 좋은 곳에 닿고! 아무튼 최고야앙!” “그렇구나. 포츠걸론 안 닿는 거야?” “무리! 그딴 조루새끼! 쓸데없이 빠른데다가 작기까지 해서 정말 하나도 쓸데가 없어! 여자 하나 제대로 만족 못시키는 조루새끼!” “케, 케이…아, 아, 아아아….” 케이트의 독설을 한 마디 한 마디 들을 때마다, 포츠의 얼굴은 수명이 10년씩 깎여가는 것처럼 처참하게 변해갔다. “구원씨만…흐응! 이 자지만 있으면 돼! 하아앙!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어!” “케…흐윽…왜, 왜 나한테….” 보통이라면 일단 나한테 달려들려고 해봐야 정상이겠지만, 놈은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 그럴 기력마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프로포즈를 성공하여, 인생 최고의 기분을 맛보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자신의 프로포즈를 받아준 사랑하는 여인은 다른 남자의 위에서 헐떡이고 있고, 그 남자는 자신에게 프로포즈를 종용해준 친구. 아직 완전히 미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신기할 수준이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어제 예상들 하신 대로 연참각이 맞았는데, 포츠의 멘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것 같아서 지우고 다시 썼습니다. 사실 지금도 제 생각만큼 제대로 표현됐는지 살짝 자신이 없네요. 175==================== 복수 “왜인지 궁금해?” “뭐, 뭐?” “몇 달 전에, 네가 한 여자를 강간하려다가 실패하고 그 할아버지를 죽인 다음 도망쳐 나온 사건 기억나?” “뭐?! 그, 그게 무슨?!” “그래. 기억나나보네. 그 여자가 지금 내 여자거든.” 그리고 포츠의 뒤에 서있던 사라가 구원의 옆으로 이동했다. “오랜만이군요. 드디어 이렇게 만났네요.” “네, 네가 그 때 그…여자…?” 후드를 벗은 사라의 맨얼굴을 보고도, 포츠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그때 그 여자가 맞냐는 듯이. 그리고 당연히 그 표정은 사라의 심기를 건드렸다. “자기가 강간하려던 여자의 얼굴이 기억도 안 난다고요? 대체 얼마나 많이 그랬으면….” 사라는 손찌검을 하려고 했지만, 구원이 황급히 그 손을 잡았다. 벌써 때려버리면 기록이 남는다고. 조금만 참아. “아, 아냐! 그때랑 얼굴이…!” 과연. 그러고 보니 사라는 그때에 비해 레벨이 비교도 안 되게 많이 올라갔다. 당연한 그에 따라 외모도 몰라볼 정도로 예뻐졌다는 말이다. 나야 계속 같이 지내면서 같이 성장했으니 그 차이를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뭐, 좋아요. 그래서. 어떤가요?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뺏긴 기분이.” 사라는 애써 차가운 표정을 만들고, 포츠에게 질문했다. 하지만 그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눈은 시뻘겋게 충혈 돼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포츠를 찢어 죽이고 싶다는 듯이. “그런…그런 이유로 케이트에게 저런 짓을 했다는 말이야?!” 하지만 포츠는 정신을 못 차렸는지, 그딴 소리를 지껄였다. “뭐? 너….” “시발! 난 미수였잖아! 결국 강간 안 당했잖아! 대주지도 않은 년이 복수랍시고…!” “당신은 우리 할아버지를 죽였잖아요?!” “그 미친 할아범이 달려든 게 잘못이잖아! 나 같은 모험가가 손녀 레벨을 올려줘서 팔자좀 피게 해주겠다는데….” “이익!” 냉정을 가장하고 있던 사라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포츠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물론 그 전에 구원이 사라를 꼭 껴안고 말렸다. “사라. 진정해. 여기서 이 새낄 죽여 버리면 지금까지 한 노력이 전부 물거품이 돼.” 사라는 씩씩 크게 숨을 들이키다가, 결국 참을 수 없는지 눈물을 흘렸다. “뭐. 그래도 네가 끝까지 쓰레기라 다행이다. 나도 맘 놓고 케이트를 타락시킨 보람이 있어.” “타, 타락…?” “그래. 너 때문이야. 얜 한시라도 남자가 박아주지 않으면 안되는 몸이 되어버렸거든. 아마 내가 이대로 내버려두면 거리 한복판에 알몸으로 가서 아무 남자한테나 대주고 다니지 않을까? 이것도 다 너 때문이야.” “우, 웃기지마! 케이트는 그런….” “평소에 그런 모습을 안 보인건, 내가 만족시켜주고 있었기 때문이야. 너랑하기 전에도, 너랑 한 후에도. 특히 너랑 하고 난 후에는 오히려 욕구불만만 커져선 얼마나 날뛰어 대는지. 야. 기억하냐? 너 케이트가 새하얀 물 질질 흘리니까 좋아했잖아. 그거 내 정액이야.” “무, 무…!” “그 이전에 말이야. 너 전에 내가 화장실에 있을 때 대화한 적 있었지? 그때도 케이트는 내 위에 걸터앉아서 앙앙 울부짖고 있었어. 포츠 같은 조루새끼론 만족을 못하겠으니, 제발 제 음란한 몸을 식혀주세요 라고 말이야.” “으, 으아아아악! 아아아악! 씨바아아알!” 내가 그렇게까지 도발하자, 포츠도 슬슬 화낼 기력이 생긴 모양이다. 그래. 화내라고. 절망하는 모습도 좋지만, 볼썽사납게 분노로 물든 모습도 보고 싶었거든. 우리 사라의 분노는 그 정도론 끝나지 않는다고. 물론 내 분노도 말이야. “어디 거기서 열심히 발버둥 쳐보라고. 사랑하는 케이트가 내 물건에 앙앙 신음하는 모습을 잘 지켜보면서 말이야.” “하으응! 하앙! 좋아! 구원씨의 자지이이!” “끄아아악! 씨바아알! 개새끼야아아아! 그만해! 그만해애애! 야! 거기 여자! 너 저 새끼의 여자라면서!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를 안는데 괜찮은 거냐?! 말려! 말리라고오오!” “물론 장이 끊어진 것처럼 속이 뒤틀려. 하지만….” 사라는 놈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고 조금은 기분이 풀렸는지, 아까처럼 이성을 잃지는 않고 냉정하게 대했다. “네 그 쓰레기 같은 얼굴이 더더욱 쓰레기같이 뒤틀린 걸 보고 있으면 좀 괜찮아지는 기분이야. 그러니까 난 신경 쓰지 말고 잘 관찰해. 네 전 여자가 섹스에 미친 암퇘지로 추락한 광경을.” “끄아아악! 죽여 버릴 거야! 씨바아아알! 죽여 버릴 거야아아아!” 그 이후로 한 동안 포츠의 앞에서 케이트와의 화려한 과시 플레이가 계속됐다. 그동안 포츠는 완전히 멘탈이 깨져서,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면서 완전히 맛이 간 목소리로 끊임없이 케이트의 이름만 중얼거릴 뿐이었다. “케이트…케이트으…케이트으으으….” 물론 난 일말의 동정심도 들지 않았다. 결국 끝까지 자기가 한 잘못은 제대로 반성도 안 한 쓰레기가, 자기 일이 되니 슬퍼할 뿐이다. 동정할 여지가 전혀 없잖아? 아니. 그보다 이제 슬슬 좀 눈치 채라고. 나 언제까지 얘랑 박고 있어야 되는데? 슬슬 케이트도 지쳐서 나가떨어지려고 하고 있잖아. 너 손 풀렸어 이 새끼야! 자기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거냐?! 좀 달려들라고! 마무리 좀 하자! 우리의 마지막 계획은 이랬다. 포츠가 먼저 날 공격하게 만드는 거다. 물론 위험하기는 하지만, 난 내 내구와 그리고 무엇보다 내 성자 스킬을 믿었다. 그것 때문에 이렇게 케이트와 박으면서도, 난 단 한 번도 싸지 않고 참고 있었다. 만에 하나 생명이 위험할 정도로 치명상을 입더라도, 바로 싸버리면 힐링 섹스로 치유된다. 그렇게 명분을 얻고, 어디까지 정당방위란 명목 하에 포츠를 죽이는 거다. 솔직히 이 마지막 계획만은 사라도 많이 반대했었다. 물론 포츠를 죽이는 게 싫은 게 아니라, 내가 너무 위험하단 이유로. 하지만 이런 방법이 아니면 확실하게 놈을 죽일 방법이 없었다. 물론 놈을 죽이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내 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인생사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법. 평범한 세계에 살던 내가 게임 속 세계와 똑같은 세계에 떨어지는 사건도 살다보면 일어나는 거다. 평생 고통에 빠져 괴로워하며 살라고 살려뒀더니, 놈이 정신을 차리고 우리에게 복수를 해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리고 그 복수가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가능성도. 그런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존재하는 한, 놈의 목숨은 확실히 여기서 끊어버리는 게 좋았다. 사라는 차라리 유인해서 몬스터에게 쓰러지게 하자는 둥 여러 제안을 했지만, 어느 것도 전부 너무 불확실했다. 역시 확실한 방법은 이 손으로 직접 죽이는 것뿐이야. 살인에 대한 두려움이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이런 쓰레기를 죽인다고 크게 양심의 가책을 느낄 것 같지는 않았다. 특히 놈이 아까 사라에게 보여준 태도를 보고, 내 결심을 더더욱 굳어만 갔다. 그러니까 쓰레기. 얼른 덤비라고. “끄으으윽…아, 아, 아아?” 완전히 쉰 목소리로 비명을 질러대던 놈은, 드디어 자신의 손이 자유롭다는 걸 깨달았는지 머리를 쥐어뜯던 자신의 양 손을 내려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놈을 일부러 못 본 척 하면서, 더 신나게 허리를 흔들었다. “어때? 좋지? 저 녀석에게 계속 감상을 말해달라고!” “흐응! 조, 하앙…!” “히, 히잇, 히잇, 끼에에에엑!” 놈은 자유로워진 자신의 손을 보고 히죽히죽 웃더니, 어디서 꺼낸 건지 갑자기 나이프를 꺼내서 자신의 다리를 묶고 있던 끈까지 자르고 내게 돌격해왔다. 좋아! 쓰레기!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 “아, 안 돼애애애!” 모든 것이 예상대로 흘러갔다고 느꼈을 때, 갑자기 케이트가 상체를 일으켜서 포츠와 내 몸 사이를 막아섰다. “끄억…꺽…꺼억….” 나이프가 살을 꽤뚫는 소리와 함께, 케이트의 입에서 피거품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망할! 갑자기 무슨 짓이야! 놈이 미쳐서 내게 달려들게 할 거란 건 사전에 미리 말해 줬잖아! 설마 쾌감이 너무 지나쳐서 정신이 나가버린 건가?! 젠장! 나는 일단 황급히 포츠의 몸을 밀쳤다. 포츠도 설마 자신이 케이트를 찌를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는 듯, 나이프를 단단히 쥔 채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케, 케이…아, 아아, 아아아….” 놈의 절망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난 지금 그런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직이야. 아직 늦지 않았어. 다행이도 치명상을 입었을 때의 보험은 이미 생각해뒀다. 물론 치명상을 입을 거라고 상정한 대상은 나였지만, 케이트의 경우라도 충분히 적용 가능한 보험이었다. 내 이 힐링 섹스란 보험은 말이다. 나는 바로 가능한 스킬을 전부 발동하고, 케이트가 절정에 달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 다행히 그동안 계속 민감해져왔었던 케이트의 몸이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조차 다시 절정에 이르게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좋아. 이대로 몇 번만 더 느끼게 하면…! “아아아아아아악!” 내가 그렇게 케이트의 치료에 열중하는 동안, 앞에서 그런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난 그쪽엔 눈길도 주지 않고 케이트의 치료에만 전념했다. 그리고 몇 번의 절정 후, 드디어 케이트의 안색이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후우. 심장 떨려라. 설마 다 잘되다가 마지막에 이런 예기치 못한 사태가 일어나게 될 줄이야.” 그렇게 중얼거리며 고개를 들어올린 구원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이건 또 예상외의 광경이었다. 포츠가 자신의 귀에 나이프를 깊숙이 틀어박고 있었던 거다. “사라. 이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그런가. 내가 손을 쓸 필요도 없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가. 마지막까지 쓰레기인 최악의 인간이었지만, 적어도 케이트를 향한 마음만은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우린 그야말로 최고의 복수를 했다는 건가. 뭔가 내 손으로 쳐죽인 것보다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결말이기는 했지만. 뭐, 이렇게 된 건 이렇게 된 대로 됐나. 아무리 정당방위라도 내 손으로 죽인 것보다 길드의 의혹이 더 줄어들기도 할 테고. “으음….” “케이트! 괜찮아?!” 예상외의 결과에 잠깐 굳어버렸지만, 그래도 구원은 케이트의 신음소리에 곧 정신을 차리고 케이트를 바라봤다. “아, 아아…구, 구원씨…포츠가….” 눈을 뜬 케이트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살짝 안색이 창백해지면서 중얼거렸다. “그래…. 결국 이런 선택을 해버리더군….” 포츠에게 감정은 전혀 없어졌고, 죽일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때 사귀었던 남자가 눈앞에서 자살을 한 거다. 아마 상당히 충격적이겠지. 케이트는 망연자실한 눈으로 포츠의 시체를 바라봤다. 뒷수습은 의외로 간단하게 끝나버렸다. 던전 도시 소속의 모험가가 던전 도시 소속의 모험가를 해코지하면 기록이 남는다. 그 시스템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해코지를 해도 똑같이 적용되는 모양이다. 스스로 자살했다고 모험가 카드에 확실히 기록이 남은 포츠는, 길드에서 잠깐의 조사를 거치고 치정싸움 끝에 자살로 처리됐다. “케이트. 괜찮아?” “네. 뭐, 당신에게 협력할 때부터 이렇게 될 건 알고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저도 모험가라고요. 당신이 그렇게 걱정할 만큼 연약하지 않아요. 시체 따윈 항상 보는 걸요.” 그건 몬스터의 시체지 사람 시체가 아니잖아. 그런 말은 도저히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나와의 섹스에 빠져서 그렇게 쾌락만 탐했던 색정광 케이트의 얼굴이, 오늘은 왠지 좀 다르게 보였다. “사실 좀 후련한 느낌도 있네요. 그동안 그렇게 고생했잖아요? 드디어 한 건 끝냈다는 기분이에요.” 케이트는 오히려 날 달래주듯 그런 말까지 해왔다. 아니. 달래줄 건 없지만 말이야. 조금 예상외의 결말을 맞이하게 돼서 끝맛이 안 좋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그…앞으로 어쩔 생각이야?” 케이트는 포츠와 둘이서 모험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모험가 생활을 혼자서 할 수는 없으니, 포츠가 죽은 지금 막막할 거다. “글쎄요? 어떻게 할까요?” 케이트는 뭔가를 말해주길 바라는 눈빛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구원도 케이트의 눈빛이 어떤 뜻인지 이해했다. 사실 케이트와는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력해온 관계에 지나지 않는다. 이쪽의 용무가 없어졌으니, 그냥 쿨하게 헤어져버려도 그만인 관계란 거다. 하지만 구원은 그렇게 냉정하게 케이트를 쳐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다른 것보다 마지막에 날 감싼 것. 케이트는 나중에 계획을 망쳐서 미안하다고 사과해왔지만,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무의식중에 날 감쌀 정도로 나에게 빠져있다는 거다. 이대로 헤어지면, 과연 케이트는 정상적인 생활을 보낼 수 있는 걸까? 케이트에게 감동받고 마음이 생겼다든가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앞으로의 생활을 걱정해줄 동정심 같은 건 생겼다. 하지만 이대로 헤어지지 않으면 어쩔 건데? 그렇다고 해서 지금 케이트가 원하는 대로 파티에 포함시켜 같이 데리고 다녀? 고작 동정심 때문에, 파티 전력에 아무런 필요도 없는 마법사를? 사라는 둘째 치고, 디아나와 레이아를 납득시킬 방법이 없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을지 머리를 굴려서 절충안을 생각해봤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76==================== 복수 “그…너만 괜찮다면, 우리 클랜 하우스에서 지내지 않을래?” “네? 그, 그 말은 저도 구원씨 파티에….” 역시나 케이트가 원했던 건 이거였다는 듯이 케이트의 얼굴빛이 확하고 밝아졌다. 하지만 구원은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었다. “아니. 미안해. 우리 파티에는 마법사가 들어올 자리가 없어.” “…그렇군요. 아뇨. 알아요. 그렇겠죠. 신경 쓰지 말아요. 애초에 우린 그런 관계였는걸요. 협력이 끝나면 끝날 관계. 이제 와서 구차하게 매달리진 않아요.” 케이트는 그렇게 말했지만, 얼굴에는 실망스런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 변명이 아냐. 정말이야. 너도 마법사면 알 거 아냐? 지고의 대마법사란 이름을.” “네? 자, 잠깐만요. 갑자기 텔루나님 얘기가 왜 나오는 거죠?” “나랑 같이 다니던 애들 중에 제일 조끄맣고 마법사 모자 뒤집어쓰고 있던 애 있지? 걔가 지고의 대마법사 다이애나 텔루나야.” “뭐, 뭐에요?! 잠, 엣?! 농담이죠?!” 케이트의 씁쓸해하던 표정이 일변해서 경악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아니. 농담이 아냐. 너도 내가 걔한테 디아나라고 부르는 거 한 번쯤은 들어봤잖아? 걔 애칭이 디아나야.” “정말로?! 그 텔루나님?! 농담이 아니라요?! 그 당신한테 찰싹 달라붙어있던 말투 이상한 꼬맹…유독 고귀해보이셨던 분이?! 잠깐. 그럼 당신 텔루나님이랑 어떤 관계에요?!” 찰싹 달라붙어있다니. 남들이 보기엔 그렇게 보였던 건가. 그리고 예상대로, 케이트는 디아나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어쩌면 마법사 협회 내부의 사람들 말고, 모험을 다니는 마법사들에게 디아나가 가출을 그만 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는 구원의 가정은 맞아떨어졌다. 계속 이상했단 말이지. 아무리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다지만 그 많은 마법사 모험가들 중 아무도 디아나를 신경 쓰지 않는 다는 게 말이다. 역시 마법사 협회 쪽에서 정보를 차단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해야 하나? 뭐, 디아나도 그게 편한 것 같으니 아무 문제없지만. 오히려 디아나가 시켰을 수도 있다. “어떤 관계라…. 글쎄. 앞으로 키스할 약속을 주고받은 사이?” “거, 거짓말 하지 말아요! 그 오랜 세월동안 어떤 남자에게도 마음을 준 적 없다는 텔루나님이 그럴 리가…!” “거짓말이라니. 난 그런 걸로 거짓말 안 해. 직접 데려와서 확인이라도 시켜줄까?” “자, 잠깐! 그러지 마요! 믿을게요! 믿으면 되잖아요! 그럼 정말로 텔루나님의 남자?!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이렇게 좋은 남자가, 대형 클랜에 소속되지도 않고 있을 리가 없는데!” 디아나의 남자라니. 디아나가 내 여자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는데. 케이트는 패닉상태가 되어서 소리 질렀다. 그리고는 문득 뭔가 생각난 듯, 창백한 안색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잠깐. 잠깐잠깐잠깐. 기, 기다려 봐요. 그럼 혹시, 혹시 저랑 관계를 맺던 밤에, 당신 방에선 텔루나님과 자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는 거예요?!” “응.”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아, 아아…이, 이 죄를 대체 어떻게….” 역시나 마법사들 사이에서 디아나의 위상은 엄청나구나. 케이트의 반응은 거의 믿고 있던 신을 본의 아니게 모독한 독실한 신자의 표정이었다. 솔직히 얜 그동안의 쾌감에 중독되어서라도 절대 내게 떨어질 수 없게 된 거 아닐까 걱정했는데, 이 반응을 봐선 오히려 쾌감보다 디아나가 더 심각한 문제인 모양이었다. “케이트 일단 진정해봐.”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구원씨…구원님은 텔루나님을 놔두고 어떻게 저 같은 여자랑…!” “님이라니. 그냥 평소처럼 불러. 아무튼 그래서 우리 파티에 마법사의 자리가 없어.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우리 클랜 하우스로 오지 않을래? 어차피 갈 데도 없잖아?” “거에 텔루나님도 계실 거 아니에요! 대체 어떤 얼굴로 텔루나님을 보라고…!” “그래도 너 원래 마탑에 있었다면서. 각 학파의 수장들과 에이스들이 전부 모인 꿈의 자리인데. 마법사로서 욕심 생기지 않아?” “그,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케이트와의 관계를 가지면서, 케이트의 신상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원래 케이트는 모험가가 아니라 마탑의 마법사였다. 그리고 마탑에 볼 일이 있어서 방문한 포츠가 케이트에게 한 눈에 반해서 집요하게 쫓아다닌 끝에, 둘이서 모험가 생활을 하게 된 거다. 그렇다면 케이트도 모험가 생활을 계속하기보다, 우리 클랜 하우스에서 지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각 학파의 수장들이 모여 있고, 거기에 시중이란 명목으로 각 학파의 우수한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리고 구원은 그들 사이에 케이트를 꽃아 줄 능력이 있다. 그렇게 되면 나도 케이트를 계속 지켜봐줄 수 있고, 케이트도 마법사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 하는 꿈의 장소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다. 구원이 그런 제안을 케이트에게 하자, 케이트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정보를 들어 정신이 없는 것 같았다. “에? 각 학파의 수장님들이 전부? 수제자도 모여 있어? 거기에 제가? 아니 잠깐. 지금 클랜 하우스가 텔루나님의 저택이라고…?!” “그래. 어때?” “자, 잠깐. 너무 갑작스런 얘기들이 많아서 정리가…. 그, 그러니까….” 너무 엄청난 제안에 케이트는 공황상태에 빠진 모양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자신이 감히 지고의 대마법사님의 남자를 건드리고 있었다는 공포가 더 큰 모양이었다. 디아나의 이름이 나온 직후부터, 묘하게 구원의 반대편으로 몸을 빼고 있었다. “혼란스러운 건 이해해. 그래도 마법사들한텐 꿈의 장소잖아? 아무튼 잘 생각해봐. 결심이 서면 디아나의 저택으로 찾아와. 마법사들의 성지인 모양이니, 장소정도는 알지? 정문에서 내 이름을 대면 들여보내줄 거야.” 결국 그 자리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케이트를 향해 그렇게 말하고, 구원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방에는 사라가 어딘가 공허한 눈으로 우두커니 서있었다. “…끝났네요.” “그래. 조금 예상외의 결말을 맞이하게 됐지만. 기분은 좀 어때?” “…그러네요. 신기한 기분이에요. 솔직히 아직 실감이 안나요.” “확실히 조금 김빠지는 모양새로 끝나긴 했지만, 그래도 놈이 느낀 고통은 굉장했을 거야. 네가 느낀 고통을 전부 갚아줬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느낄지 몰라도, 확실한 복수였어.” “알아요. 오죽했으면 스스로 목숨을 끊었겠어요. 하지만 뭔가…마음 한 구석이 텅 빈 기분이에요. …이럴 것 같았으면 복수 같은 건 안할 걸 그랬나 봐요.”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걸 위해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 “그랬죠.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복수밖에 머릿속에 없었어요. 하지만 사실 당신과 만나고, 함께 지내면서 복수보다 당신을 생각하는 일이 더 많아지기 시작했어요. 그에 따라 제 안의 복수심은 점점 작아져만 갔죠. 그 남자를 보고 느낀 기분도, 복수심보단 할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이 더 컸던 것 같아요. 할아버지를 죽인 남자가 저렇게 멀쩡히 살아있는데, 전 복수도 잊고 당신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더 지독하게 마음을 먹고 복수를 실행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상관없는 당신까지 끌어들여서….”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내가 원해서….” “아뇨.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당신이 원해서 그랬다고 하지만, 제 입장에선 마찬가지에요. 전 복수를 위해 당신의 호의를 이용한 거예요.” “상관없어. 난 전혀 신경 안 써.” “제가 신경 써요. 정말로, 그런 짓은 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라는 어딘가 불안정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구원은 그대로 두면 사라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사라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구원은 그렇게밖에 해줄 말이 없었다. “그 남자도…. 할아버지를 죽였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어요. 정말로, 정말로 이걸로 된 걸까요?” 역시 포츠가 그런 식으로 죽은 건, 사라에게도 적지 않은 충격을 준 것 같았다. 어쩌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포츠의 사랑에 뭔가 미안한 기분이 든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원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놈은 대가를 치룬 것뿐이다. 아니. 애초에 정말로 사랑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까? 그냥 케이트를 찌른 사실과 관계없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져서 목숨을 끊은 것에 지나지 않을까? “당연하지. 넌 당연한 복수를 한 거야. 네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어.” 구원은 사라가 어디 가지 못하도록 꽉 끌어안았다. 그러나 사라의 몸의 떨림이 서서히 잦아들었다. “놈은 당연한 대가를 치른 것뿐이야. 네 행동은 정당하니까, 놈한테 미안한 마음이 들 이유는 전혀 없어.” 사라는 구원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제 진정된 걸로 보이는 사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치사하네요.” “뭐가?” “이런 상황에서도, 당신이 안아주고 위로해줘서 기뻐하는 제가 있어요. 이기적이죠?” 역시 완전히 진정되지는 않았나. 사라는 아직 불안정한 상태라서 그런지, 평소보다 훨씬 더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토로했다. “이기적이기는. 오히려 난 기뻐. 네가 그런 식으로 날 생각해준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네가 아무리 이기적이라도, 난 다 받아줄 수 있어.” “…왜 저한테 그렇게까지 해주는 건데요?” “그거야 당연히….” 구원은 사라를 쳐다봤다. 여러 감정이 휘몰아쳐 불안정해 보이는 표정, 하지만 그 눈동자에는 어떠한 기대가 담겨져 있었다. 구원은 그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좋아하니까 그러지.” 구원의 말을 듣고, 사라의 눈동자가 일렁였다. 사라는 울 것 같은 표정이 됐지만, 구원을 끌어안고 그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 우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역시 전 이기적이고, 비겁해요. 당신이 그런 대답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런 질문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이런 비겁한 여자라도 당신이 받아들여준다고 한다면, 절 좀 더 받아들여주세요. 당신과 더 깊은 관계가 되고 싶어요. 단순한 모험가 동료 관계가 아닌, 좀 더 깊은 관계가.” 구원도 사라와 그런 관계가 되고 싶은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디아나와 레이아도 있어서, 지금까지 사라의 마음을 알면서도 직접적인 말을 하는 건 피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역시 언제까지나 결정을 회피할 수는 없었다. 사라가 이렇게 고백해온 거다. 이제 결정할 때가 온 건가? 이런 순간이 오니, 디아나와 레이아의 얼굴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특히 디아나하고는 나중에 키스를 할 약속까지 주고받은 거다. 과연 이대로 사라 하나만을 선택하는 게 옳은 걸까? “사라. 비겁한 건 나도 마찬가지야. 네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일부러 아무 말 않고 있었어. 하지만 역시 난….” “알아요! 당신이 다른 두 사람에게도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지금은 그저 당신이 절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관계가 되고 싶은지. 그것만 말해줘요.” “…그야 물론 너도 좋아해. 너와 더 깊은 관계가 되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야.” “구원!” 사라는 구원의 목에 매달려서 애달픈 표정으로 키스를 했다. 서로 꽉 끌어안고 혀와 혀가 얽히는 진한 키스 후에, 사라가 지근거리에서 구원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했다. “…전에 약속한 적 있었죠. 제가 말하는 건 뭐든지 하나 들어주겠다고.” “그랬지.” 설마 그 약속을 이런 타이밍에 꺼낼 줄이야. 혹시 그때부터 이런 상황을 대비하고 아껴둔 건가? 아무튼, 이제는 정말로 마음을 굳힐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 절 당신의 여자로 삼아주세요.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감정을 품고 있어도 상관없어요. 다만 약속해줘요. 언제까지라도 저에 대한 마음이 식지 않겠다고. 언제까지나 제 곁에 있어주겠다고.” 사라의 부탁은 구원이 예상했던 것과 비슷한 내용이면서, 한편으론 전혀 예상치 못했던 내용이었다. 저 말은 마치, 구원이 다른 여자를 더 만들어도 계속 자신만 좋아해준다면 상관없다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뭐? 하지만….” “괜찮아요. 디아나와 레이아의 마음을 알면서도, 제가 이렇게 먼저 새치기를 해버린 걸요. 그리고…. 자신의 복수를 위해 당신이 다른 여자를 안도록 만든 저한테, 당신을 독점할 권리는 없는 걸요.” “사라, 그건…!” “정말로 괜찮아요. 아니면 당신은 디아나와 레이아를 포기할 수 있는 건가요?” 비겁하지만, 구원은 대답할 수 없었다. “지금은 그런 얘기보다, 대답해줘요.” “…그래. 지금부터, 그리고 언제까지나. 넌 내 여자야. 너 앞으로 후회해도 소용없다?” “…응. 구원이야말로.”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케이트는 처음부터 히로인 후보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저택에서 지내면서 마법사로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줬습니다. 슈리온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177==================== 복수 그렇게 한동안 지근거리에서 서로를 빤히 바라보던 구원과 사라는, 맞추기라도 한 듯 동시에 시선을 돌렸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부끄럽네. 가슴 한편이 근질근질하다고 해야 할지, 정체모를 감각이 온몸을 지배했다. 젠장. 이런 건 나답지 않아. 그래. 서로 관계를 확실히 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딱히 변하는 건 없잖아. 애초에 이렇게 고백하기 전부터 서로 사귀는 거나 마찬가지인 행동을 했었는데. 뭘 이제 와서 부끄러워하고 있는 거야. 구원은 마음을 다잡고 사라를 끌어안은 팔에 힘을 줬다. 그리고 그대로 들어올려서, 사라를 침대 위로 사뿐히 던졌다. “그럼 우리 관계를 확실히 한 기념으로, 몸에도 확실히 우리 관계를 새겨두도록 할까.” “자, 잠깐. 구원. 이런 분위기에? 정말 머릿속에 그런 생각밖에….” “그리고 넌 머릿속에 그런 생각밖에 없는 남자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한 여자고.” 구원의 말에, 가볍게 항의하려던 사라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시선을 피했다. 훗. 이겼다. 구원은 순식간에 사라를 알몸으로 만들고, 그 음부에 손을 가져다댔다. “흐응! 바, 바보!” “그런데 사라.” “왜, 왜?” “왜 젖어있는 거야?” “그, 그거야! 구원이 만지니까…!” “아니. 내가 만지기 전부터 확실히 젖어있었어. 시치미 떼지 말고 솔직히 말해. 왜 젖어있었어?” 하지만 사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손을 뻗어 구원의 물건을 꽉 쥐어왔다. “그렇게 말하는 구원도 벌써 이렇게 커져 있잖아.” “난 원래 네 벗은 몸만 봐도 서는 변태라 그래. 앗, 그럼 사라도 설마….” “아, 아니거든?!” 사라는 말로는 구원을 도저히 못 이기겠는지, 구원을 밀치고 그 가랑이 사이에 파고 들고 앉아서 물건을 핥기 시작했다. 시끄럽게 하지 말고 행위에나 집중하라는 무언의 시위인 건가. 하지만 구원은 입을 다물지 않았다. 구원은 상체를 일으키고 손을 뻗어서 사라의 젖어있는 음부를 만지작거렸다. “야. 솔직히 말해봐. 뭐 땜에 젖었어?” 사라는 대답하는 대신 입을 크게 벌려 구원의 물건을 입 안에 넣었다. “솔직히 말해봐. 우리 사이에 뭘 창피해하고 그래? 아니면 대답하지 못할 만큼 부끄러운 이유야?” 구원이 그렇게 말하자, 손가락에 닿은 사라의 음부가 움찔하고 떨리는 게 느껴졌다. “뭐야? 진짜로? 과연 어떤 이유일까….” 구원은 한번 생각해봤다. 포츠에게 복수한 쾌감으로? 일단 이건 아니다. 일단 사라가 그런 거에 희열을 느껴 적시는 성격도 아니고, 사라의 말을 들으면 복수의 쾌감도 거의 없었던 모양이고. 그럼 설마…. “너…내가 케이트랑 하는 거 보고 흥분한 거야?” 전부터 계속 들었던 의혹이었다. 설마 이번에도 살짝 발동을 했던 건가? “그, 그런 거 아니야! 그냥 질투…!” “그럼 질투해서 젖은 거야? 그것도 충분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사라는 구원의 물건에서 입을 떼고 항의하려고 했지만, 구원의 말에 할 말이 없어졌는지 다시 물건으로 고개를 처박았다. “앗, 너 설마 다른 여자를 만들어도 된다고 한 것도…으악. 죄송합니다. 너무 나댔어요. 용서해주세요.” 구원은 기세를 타서 사라를 더 놀리려고 했지만, 이내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사라가 이를 세워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내 물건이 아이언 페니스로 다른 부위보다 방어력이 뛰어나다곤 해도, 사라의 무식한 공격력까지 막아낼 수 있으리란 보장은 없었다. 물건을 건 도박을 할 생각은 없다. 구원이 조용히 하자 사라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구원의 물건을 몇 번 더 쪽쪽 빨더니, 몸을 일으켜서 음부를 구원의 물건에 맞댔다. “조용히 하고. 행위에나 집중해. 내 몸에도 우리 관계를 확실히 새기는 거지?” “그야 당연하지.” 구원은 사라의 허리를 붙잡고, 거세게 허리를 올려붙였다. “하응! 구원! 구원! 좋아! 좋아해!” “그렇게만 말하면 잘 모르겠는데. 뭐가 좋다는 거야? 내가? 아니면 나랑 하는 섹스가?” “둘 다! 당신이라면, 당신과 하는 거라면 전부 다 좋아!” 구원의 짓궂은 질문에, 사라는 허리를 흔들며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렇게 솔직하게 대답해버리면 또 내가 부끄러워져 버리네. 구원은 사라의 솔직한 태도에 더 놀릴 생각을 못하고, 그냥 허리를 움직이는데 집중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라가 구원이 그러도록 놔두지 않았다. “구원 당신은? 당신은 어떤데?” “그, 그야 나도….” “안 돼. 제대로. 나처럼 확실히 말해줘. 확실히 몸에 새겨주는 거지?” 어, 어라? 왜 갑자기 공수가 역전…. “구원!” “그래! 좋아한다! 나도 너랑 하는 거면 전부 다 좋아!” 구원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외쳤다. 으아아. 부끄러워 죽고 싶다. 얜 어떻게 이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거지? 구원의 말이 만족스러웠는지, 사라는 상체를 기울여 구원의 머리를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좀 더. 좀 더 들려줘. 좀 더 새겨줘. 날 당신만의 여자로 만들어줘.” 구원과 사라는 거칠게 서로를 탐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많은 일이 있었던 밤이다. 구원과 사라가 맺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디아나와 레이아가 일어날 시간이 됐다. 아쉽지만 할 수 없지. 이제 이렇게 이어진 이상, 어차피 시간은 말 그대로 평생 있다. 너무 조급하지 말고 느긋하게 즐기자. “사라 슬슬….” “응. 마지막. 마지막으로 하응! 한 번 더…. 하으으으읏!” 사라는 구원의 위에서 물건을 뽑아낼 기세로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이더니, 몸을 떨며 구원의 몸 위로 쓰러졌다. 동시에 구원도 사라의 안에 다시 한 번 사정했다. 구원의 몸 위에서도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절정의 여운을 느끼던 사라는, 마치 심장소리를 듣는 것처럼 얼굴을 구원의 가슴에 대고 손가락으로 구원의 가슴에 빙글빙글 원을 그렸다. “좀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이 기분을 계속 느끼고 싶어.” “걱정 마. 지금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평생에 걸쳐서 계속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줄게.” “후훗.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네.” “그 사이에 너한테 물들었나보지. 왜 싫어?” 사실 지금은 분위기를 타서 아무렇지 않지만, 또 나중에 기억해내면 이불킥을 할지도 모른다. 뭐, 그땐 그때지. “아니. 엄청 좋아.”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구원의 가슴에 뺨을 부비부비 문질러댔다. 사라와 대화를 하면서, 구원은 문득 위화감을 느꼈다. 아까까지 섹스에 빠져서 신경을 못 썼는데…. “그런데 사라.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응? 뭔데?” “…너 왜 반말이냐?” 그랬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사라가 계속 반말을 하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구원이 그러라고 했잖아?” 뭐? 내가 그랬다고? 대체 언제? “나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걸. 구원이 친애의 증거로 서로 반말하자고 한 거.” 으…응? 서로? 그럼 나도? 아니, 내가 반말 한 건 처음 만났…아. “기억났어?” “어…응. 너 기억력 엄청 좋네.” “당신과 있었던 일이라면, 전부 기억하고 있어.”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배시시 웃었다. 하지만 확실히 그때라면, 사라도 나에 대한 감정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을 때였다. 진짜 잘도 기억하고 있네. “그래서, 내가 반말하는 거 싫어?” “아니. 괜찮아. 내가 하라고 한 건데 뭐. 근데 조금 어색하네. 연하한테 반말을 들어서 그런가?” “풋. 뭐야? 그럼 오빠라고 해줄까?” 사라는 장난스럽게 그렇게 말했지만, 오빠라는 그 단어는 구원의 심금을 울렸다. 오빠…좋은 울림이다. “응.” 구원이 엄청나게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정작 말을 꺼낸 사라가 부끄러워졌는지 얼굴을 붉혔다. “사, 상황 봐서. 가끔 생각나면 불러줄게.” “그래….” 구원이 풀죽은 표정을 짓자, 사라가 당황한 듯 허둥댔다. 그리고는 우리 둘 말고는 아무도 없는 방안을 휙휙 둘러보더니, 부끄러운 목소리로 조용하게 말했다. “왜, 왜 그런 걸로 풀이 죽는 건데. 그…오, 오빠….” “풀 안 죽었어! 나 완전 기운 넘쳐!” “꺅! 아, 안에서 또 커졌어! 시간 없다면서!” “그러니까 얼른 끝내야지.” “잠, 정말로, 흐앙!” 결국 디아나가 뭐하고 있는 거냐고 문을 쾅쾅 두드릴 때까지, 구원은 사라와 계속해서 관계를 맺었다. “정말로 자네들은 믿을 수가 없군! 조금 강해졌다고 정신이 헤이해진 것 아닌가?!” 식사를 하면서 디아나는 구원을 향해 엄청나게 화를 냈다. 레이아의 시선도 그리 곱지는 못했다. “미안해. 간밤에 잠을 못 자서 그래.” “그, 그,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하는 건가! 간밤에 둘이서 잠을 못잔 게 지금 자랑이라고…!” “아, 아니야. 오해하지 마. 그런 거 아니야. 밤에 사건이 일어났었단 말이야.” “사건이요? 무슨 일 있었나요?” “그래. 실은 포츠가 죽었어.” “네에?!”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치정 싸움으로 자살했대. 우린 옆방이라 소리가 들려서 말이야. 모르는 사이도 아니니까 그냥 지나칠 수도 없잖아? 놀란 케이트를 달래주고 하느라 밤을 지새웠다고.” 디아나와 레이아에게 우리가 복수를 했다고 말할 수도 없으니, 구원은 그렇게 얼버무렸다. 아예 포츠가 죽었다고 밝히지 않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만, 그러면 또 케이트를 저택에 들일 작업도 해야 하니, 그냥 밝히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아무튼 그래서 케이트가 갈 데가 없어진 것 같아서 말이야. 어차피 걔도 마법사니까 우리 저택에서 다른 마법사 협회 애들이랑 지내게 하면 어떨까 하는데. 디아나. 힘 좀 써줄 수 있겠어?” “음? 저택에서 다른 이들과 잘 지내도록 말인가? 아니. 이 몸이 나서는 건 역효과일세. 오히려 시샘을 한 몸에 받고 견디지 못할 테지. 어차피 그냥 아는 사이 정도 아닌가? 자네가 그렇게까지 신경써줄 필요는 없을 텐데?” “그래도 불쌍하잖아.” “자네가 언제부터 그런…아니. 잠깐. 자네 설마 그 케이트란 여자를….” “아니. 그런 거 아니야. 사라도 같이 있었다니까. 그렇지? 사라?” “응. 괜찮아요. 디아나. 걱정할 거 없어요.” “음? 사라양까지 그렇게 말한다면….”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어딘가 찝찝한 얼굴이었다. “아무튼 디아나가 안 된다면, 내가 직접 잘 지내달라고 말해볼 수밖에 없겠네.” “음? 자네가 말인가? 아무리 그래도 우리 애들이 자네 말을 들을 리가….” “걱정 마. 방법이 있거든.” 아주 걔들이 껌뻑 죽을 딜을 하면, 걔들도 들어줄 거다. “아무튼 그런 고로. 오늘 사냥은 중지다. 일단 위로 올라가자고.” “응. 그래. 그게 좋을 것 같아. 요즘 너무 사냥만 했으니까. 가끔은 휴식도 취해줘야지.” 평소와는 너무도 다른 사라의 말에, 디아나와 레이아가 움찔하고 반응했다. “저…사라씨? 지금 그 말투는….” “네? 뭐가요?”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레이아는 뭔가 물어보려고 했지만, 사라의 태연한 반응에 입을 다물었다. 물어보고 싶지만, 한편으론 묻기 두렵다는 표정이었다. “뭐, 신기하긴 하네. 그 사라가 사냥을….” 거기까지 말하던 구원은, 또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눈치 챘다. 지금까지 계속, 사라가 사냥을 열심히 하는 건 용사의 사명감 때문에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서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아무도 그런 말은 하지 않았지만, 마왕을 물리치기 위해 고향을 떠난 용사는 너무 정석적인 스토리잖아? 그런데 사라는 말했다. 포츠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고향을 나선 거라고. …어라? 그럼 마왕은? 젠장. 내가 왜 이걸 지금까지 눈치 채지 못한 거지? “구원? 왜 그래?” “아…응. 얘들아. 나 좀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지금 이 세계에 마왕은 있는 거지?”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하는 건가. 마왕이라니.” “동화책 얘기라도 하시는 건가요?” “잠깐만. 진짜로? 농담 아니라? 그, 그래. 디아나. 혹시 네가 옛날에 용사와 함께 봉인한 마왕 같은 거….” “그러니까 그런 거 없네. 무슨 소리인가. 마왕이라니.” 혹시나 싶어 옛날이야기까지 물고 늘어져봤지만, 디아나는 그런 거 없다고 확실히 못 박았다. 그럼 난…지금까지 왜 그렇게까지 열심히 던전을 다니면서 그 고생을…. 아니, 원래 마왕을 잡으려는 것도 사라를 돕기 위해서였고, 포츠를 처리한 걸로 사라를 돕는다는 목적 자체는 이뤘으니 상관없지만. 그래도 이건…. 지금까지 모험가로서 열심히 던전을 다닌 게 전부 쓸데없는 짓이었다고 생각하니 허무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78==================== 복수 저택에 돌아오자마자, 사라가 구원에게 달라붙었다. “구원. 지금부터 할 일 있어?” “응? 왜?” “그냥. 구원이 할 일 없으면 같이 있고 싶어서.” 어제까지의 사라와 너무도 다른 직설적인 표현에, 옆에서 듣던 디아나와 레이아의 어깨가 움찔하고 떨렸다. “음…. 그럼 잠깐만 내 방에서 기다릴래? 우선 마법사 협회 사람한테 케이트 얘기부터 좀 해두려고. 얘기 끝나면 곧장 갈게. 어차피 나도 너한테 할 말이 있고.” “할 말?” “아, 응. 그런 게 있어. 아무튼 다녀올게.” 마법사는 디아나를 제외하면 다들 각자 소속된 학파가 있다. 그 중 케이트가 소속된 학파는 화염 마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이그니스 학파라고 들었다. 구원은 그 이그니스 학파의 수장을 찾아갔다. “실례합니다.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음? 별 일이군. 자네가 날 찾아오다니. 무슨 일인가?” 사실 같은 저택에서 살고 있기는 하지만, 구원과 마법사 협회 사람들은 그다지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기껏해야 마주치면 인사를 하는 정도일까. 마법사 협회 사람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시선이 디아나를 향해있는 경우가 많고, 디아나가 없을 때도 묘하게 구원을 피하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디아나가 바네사의 경우처럼 나랑 얽히지 말라고 주의를 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구원도 딱히 마법사 협회 사람들에게 볼 일이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눈 적이 거의 없었다. “사실 부탁이 있어서 말이에요.” “음? 부탁?” “실은 제 친구라고 할 수 있는 마법사가 저택에 묵게 될 것 같은데, 그렇게되면 아무래도 계속 던전에 들락날락 거리는 저희보단 그쪽 분들과 같이 지내게 되지 않겠어요? 게다가 같은 이그니스 학파의 마법사니, 잘 좀 지내달라고 부탁하고 싶어서요.” “과연. 텔루나님의 저택에 낙하산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따돌림 당하지 않도록 보살펴 달라는 얘기인가?” 이 사람도 과연 연륜이 있다 보니 그 정도 속뜻은 바로 읽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역시 디아나 관련 일이 아니면 그 나이와 위치에 상응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왕이면 마법도 가르쳐주거나….” “그 말은 제자로 들여 달라는 얘기로 들리네만? 미안하지만 난 철저하게 실력주의라서 말이네. 그런 정체도 알 수 없는….” “앞으로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던전에서 일주일이상 지내지 않고 돌아오겠다고 약속드리죠.” “일단 실력 파악 정도는 해보지.” 그래봤자 디아나 관련이 되면 이렇게 돼버리지만. 역시 디아나가 던전에만 가면 너무 오래 자리를 비우는 게 싫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이그니스 학파의 수장과 딜을 만족스럽게 성공시키고, 구원은 바네사를 찾아갔다. “그런 고로. 케이트란 애가 오면 방 하나 내줘.” “…디아나님은 허락하신 겁니까?” “여긴 내 클랜 하우스니까 맘대로…아니 미안. 디아나한테도 이미 얘기해뒀어.” 구원은 허세를 부려 보려다가 바네사의 날카로운 눈빛을 보고 바로 포기했다. 결코 얘한테 힘으로 질 것 같아서 그러는 게 아니다. 바네사의 충성심을 높이 사서 져줬을 뿐이다. 난 친절하니까 말이지. “디아나님이 허락하셨다면…알겠습니다.” 그렇게 케이트 관련 조치를 모두 끝내고, 구원은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사라가 침대에서 뒹굴 거리고 있다가, 구원이 들어가자 파바박 소리를 내면서 일어났다. “구, 구원. 왔어? 얘기는 잘 끝냈고?” “…너 거기서 뭐했냐?” “뭐, 뭐가? 아무것도 안했는데?” 눈을 돌리고 딴청을 피우는 게 무진장 수상했지만, 뭐 이번엔 넘어가자.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얘기가 있었다. “사라. 할 얘기가 있어. 거기 앉아봐.” “뭐, 뭐야. 갑자기 또 무게 잡고.” 사라는 의아해하면서도, 얌전히 침대위에 앉았다. “너…용사지?” 구원은 드디어 사라에게 이 질문을 했다. 지금까지는 언젠가 사라 스스로 밝힐 거라고 생각하고 조용히 있어줬다. 하지만 사라의 목적이 마왕 토벌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 이상, 확인할 필요가 생겼다. “어, 어떻게 알았어?” “지금까지 말 안하고 있었지만, 난 사실 다른 사람의 레벨과 직업을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어.” “뭐?! 그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니. 그땐 아직 능력 개발이 덜 돼서 레벨밖에 몰랐어. 네 직업을 알게 된 건 한참 후야. 아무튼 그래서, 너 용사 맞지?” “으, 응…. 미안. 계속 말 하려고 했는데, 한 번 타이밍을 놓치고 나니까 계속 말 할 기회가 없어서.” “아니. 괜찮아. 사과할 필요는 없어. 그보다 궁금한 게 있는데.” “응? 뭔데?” “너 대체 왜 용사인 건데?” “엣? 뭐, 뭐라고?” “그러니까 왜 용사냐고.” “왜 용사냐고 물어봐도…. 그게 무슨 소리야?” “용사라면 보통 마왕 토벌이 목적이잖아! 그런데 이 세계는 마왕도 없다고 하고! 그럼 용사는 대체 뭐 하러 있는 건데?!” “나, 나한테 물어봐도 몰라, 그런 거! 왜 갑자기 그렇게 열을 내?” “네가 용사란 사실을 알았을 때부터 내가 마왕 토벌을 준비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뭐어?!” 구원의 말에 사라는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그러다가 이내 눈이 점점 더 가늘어지더니, 못참겠다는 듯이 폭소했다. “아하하핫! 뭐야 그거? 지금까지 그런 착각을 하고 있었던 거였어? 귀여워!” “나, 남자한테 귀엽단 말 하지 마! 애초에 마왕 토벌 같은 걸 할 것도 아니면 용사란 건 왜 숨긴 건데?!” “그치만…할아버지가 그렇게 말했는걸. 용사를 이용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우리 아버지도 뭔가 안 좋은 일을 당한 모양이고. 하, 하지만 구원한테는 정말로 말 하려고 했어! 그런데 뒤늦게 밝히자니 조금 쑥스러워서….” “…그런가. 결국 마왕은 정말로 없는 건가….” “풉!” “웃지 마!” “아, 알았어. 아, 안 웃을…게.” 야. 용사가 있는 세계에 떨어져서 마왕이 있을 수도 있다고 착각하는 게 그렇게 웃기냐? 사라는 얼굴이 시뻘게지고,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겨우 웃음을 참았다. “후우. 후우. 그래서, 할 얘기는 이걸로 끝이야?” “그래.” “그럼 나랑 같이 나가자.” “응? 어딜?” “그냥 여기저기. 우리 정식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첫 날이잖아? 나, 구원이랑 데이트 하고 싶어. …싫어?” “그럴 리가! 지금 바로 나가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사라의 솔직한 모습에, 구원은 두말할 것도 없다는 듯이 사라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같이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맛있어 보이는 게 있으면 먹으면서 평범한 데이트를 즐겼다. 사라는 지금까지의 쿨한 모습은 가면에 불과했다는 것처럼, 행복한 미소를 띠고 구원과의 데이트를 즐겼다. 반말도 그렇고, 저 미소도 그렇고, 사람이 갑자기 저렇게 변할 수가 있구나. 어쩌면 할아버지의 복수라는 짐을 내려놓고, 드디어 진짜 사라의 모습이 드러난 건지도 모르겠다. 남을 경계하는 쿨한 모습이 아니라, 저렇게 환하게 웃을 줄 아는 모습이 사라의 원래 모습일지도. 환하게 웃는 사라는 정말로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워서, 구원은 그 모습을 직시하기 힘들 정도였다. 지금까지 사라와 계속 함께 다녔던 구원마저 이런 거다. 다른 남자들의 시선도 사라에게 집중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구원과 사라가 액세서리 가게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하고 있었을 때, 용기 있는 남자가 한 명 등장했다. 가게의 종업원인 그 남자는 사라의 미모를 칭송하며 이것저것 액세서리를 추천하기 시작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꼬셔보려는 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사라가 너무 예쁘다보니 대화라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느낌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구원은 우월감에 젖었다. 봤냐? 이게 바로 내 여자야. 그리고 사라로 말할 것 같으면…. “필요 없어요.” “하지만 손님. 손님 같은 분께는….” “이봐요. 제 말 안 들려요? 필요 없다고요. 괜히 방해하지 말고, 다른 손님한테나 신경 쓰시죠?” “…네, 네. 죄, 죄송합니다.” 구원과 보내는 둘만의 시간이 방해받아서 짜증이 난 모양이다. 원래 다른 남자상대로는 유독 쿨한 사라지만, 이번엔 쿨한 걸 뛰어넘어 살벌한 모습으로 종업원을 쫓아냈다. 방금까지 구원을 향해 방긋방긋 웃던 여자가 자신을 오물이라도 보는 듯이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쏘아붙이자, 종업원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 자리를 뒤로 했다. “구원. 이건 어때?” 그리고 사라는 다시 구원을 바라보고 방긋 웃으며 머리핀을 집어 들었다. “무, 무서워….” “응? 뭐가? 이게?” 사라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머리핀을 바라봤다. 아니. 머리핀 말고, 네가 말이야. 네가. 역시 나를 대하는 태도가 변했어도, 사라는 사라였다. 환하게 웃을 줄 아는 모습이 사라의 원래 모습이기는 무슨. 쟨 쿨한 게 원래 모습이고 내 앞에서만 특별한 거였어. 뭐, 내 입장에선 전혀 나쁠 거 없지만 말이다. 그리고 사라와 액세서리를 구경하던 도중, 구원은 한 가지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특별할 것 없는, 그냥 흔하게 생긴 진주 목걸이였다. 하지만 구원이 주목한 건 그 목걸이가 외관 때문이 아니다. 아니. 어떤 의미론 외관 때문이 맞지만, 구원이 주목한 이유는 좀 더 기능적인 측면 때문이다. “사라. 잠깐만 여기 있어. 점원한테 뭐 좀 물어보고 올게.” “응? 뭘?” “그런 게 있어. 아무튼 다녀올게.” 구원은 가게 안의 점원에게 다가가, 자신이 생각한 모양의 액세서리를 주문할 수 있는지 물어봤다. “네? 물론 가능이야 합니다만, 그런 걸 대체 어디에 쓰시려고….” “그건 알 것 없고요. 아무튼 되는 거죠? 그럼 그렇게 만들어 주세요. 외관상 예쁘게 만들기보다는, 최대한 튼튼하게 만들어주세요. 얼마나 걸리나요?” “말씀하신 대로 바꾸는 건 간단한 작업이니,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아마 30분 정도면 가능 할 것 같은데, 그럼 그렇게 만들어드릴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네. 그럼 제작이 완료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구원은 종업원에게 액세서리 제작을 의뢰하고,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에게 돌아왔다. “꺼지시죠.” “히이이익!” 그 사이에 또 한명의 희생자가 나온 모양이다. “앗, 구원 왔어? 무슨 얘길 하고 온 거야?” “응? 아니. 그런 게 있어.” 구원은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스스로의 입 꼬리가 씨익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왠지 미소가 음흉해.” …너 진짜 날카롭구나. “그, 그래? 네가 너무 예뻐서 그런가?” “피이. 바보.” 사라는 부끄러운 듯이 구원의 가슴을 살짝 때리며 말했다. 크흑. 가슴을 울리는 공격이다. 물리 공격과 정신 공격이 복합된 고도의 기술이었다. 봤냐? 얘가 이런 애가 애인이야! 부럽냐?! 참고로 정신 공격은 말 할 것도 없고, 물리 공격 쪽도 꽤나 먹혔다. …물리적으로도 가슴이 울렸어. 성자가 성행위 전반에 버프를 받는 것처럼, 용사란 것도 전투와 관련된 행동 전반에 전부 버프를 받는 것 아닐까? 이런 가벼운 공격이 내 방어력을 흔들다니…. 사라와 사귀기 위해서, 튼튼한 몸은 기본인 모양이다. 액세서리 가게에서 사라 몰래 특별히 주문한 물건과, 그리고 또 몇 가지 액세서리를 사고 나서 가게를 빠져나왔다. 그렇게 사라와 조금 더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세시가 다 되가는 무렵에 저택으로 돌아왔다. 아직 시간이 한참 있는데 왜 벌써 돌아왔냐고? 그야 사라와 내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역시 사귀기 시작한 첫 날인데, 아침에 그건 너무 어중간했지.” “피이. 변태.” “뭐야?! 너도 동의해서 이렇게 일찍 돌아온 거잖아! 내가 변태면 너도 변태다!” 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를 침대에 던지고,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꺄아악! 변태한테 습격당해!”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목소리는 즐거운 것 같았고, 몸도 살짝살짝 비틀어서 구원이 벗기기 쉽도록 만들어주고 있었다. 사라. 이 앙큼한 계집애 같으니라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79==================== 복수 “그래서, 싫어?” 사라의 앙큼한 반응에 카운터를 날리기 위해, 구원이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사라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갑자기 돌변한 구원을 보고, 사라의 눈동자가 크게 일렁였다. 그러더니 사라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 시선을 피하고,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부끄러운 듯이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 좋아….” 훗. 결국 강하게 나가면 이럴 거면서. 사라의 대답에 구원은 승리자의 미소를 지으며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구원의 반응을 보고, 사라는 속았다는 표정이 됐다. “씨, 씨이!” 그리고는 긴 다리를 구원의 허리에 둘러 꽉 붙잡더니, 그래도 반 바퀴 빙글 돌아 구원과 자리를 바꿔 자신이 위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는 이번엔 사라가 구원의 옷을 벗겨주기 시작했다. “적극적인데? 오늘은 다른 여자랑 하지도…커헉!” 사라의 공격이 정통으로 들어왔다.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와?!” “아, 아니. 죄송합니다. 그냥 좀 흥분에 조미료를 첨가할까 해서….” “난 그런 취미 없거든!” 우리 애들은 왜 하나같이 자기 성벽을 부정하려고 드는 걸까. 뭐, 확실히 쿨하게 인정하기에는 하나같이 조금 특이한 성벽이긴 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지금은 나한테 집중해!” “걱정 마. 난 언제나 너한테 집중하고 있어.” “바, 바보!” 크헉! 이, 이번엔 왜 때리는데?! 느끼한 것도 무릅쓰고 꽤나 좋은 말을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 쓸데없는 말만 하는 입은 막는 게 좋을 것 같아.”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구원의 입을 틀어막았다. 물론 자신의 부드러운 입술로 말이다. 이거, 그냥 네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뿐이지? 구원은 입안으로 침투해서 진하게 얽혀오는 사라의 혀에 자신의 혀를 감으면서, 사라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꽉 쥐었다. 처음에는 혀를 빙글빙글 돌려서 사라의 혀와 서로 얽히게 만들다가, 이내 혀를 쭉 뻗어 사라의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마치 입 안의 감촉을 하나하나 확인하듯이 혀로 부드럽게 쓸어내리다가, 안 쪽 잇몸에서 입천장 쪽으로 혀를 쭉 미끄러뜨렸다. 그리고 민감한 그 입천장 쪽을 혀로 노크하듯 톡톡 건드리자, 사라의 몸이 움찔움찔하고 반응을 했다. 혀를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바로 눈앞에 있는 사라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풀리는 게 보였다. “흥분했어?” “으흠. 쭙. 하앗. 조, 조금…흥분했을지도….” 사라의 대답에, 구원은 찹쌀떡 같은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던 손을 미끄러뜨리듯 사라의 고간 쪽으로 이동시켜서, 일자로 꼭 닫혀있는 음부의 선을 따라 그리듯 손가락으로 쓰윽 훑어 올렸다. 그러자 꼭 닫혀있던 사라의 음부에서, 과즙이 터져 나오듯 감미로운 꿀물이 꿀렁꿀렁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금?” “흐으응! 조, 조금 많이….” “좋아. 사람은 그렇게 솔직해야지. 그럼 상으로….” “하으으읏! 하, 한 번에…!” 구원은 사라의 엉덩이를 잡아 올려 위치를 조정한 후, 한 번에 끝까지 깊숙이 물건을 박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양 손으로 사라의 엉덩이를 단단히 잡아 고정시키고, 구원은 더 이상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왜, 왜애?” “뭐가?” “왜 안 움직여?” “움직여줬으면 좋겠어?” 구원이 짓궂게 말하자 사라는 살짝 삐진 표정을 짓더니, 스스로 움직이려는 듯 허리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라의 허리가 미묘하게 꿈틀대기 시작했다. 어, 어어?! 구원은 황급히 근력에 보너스 스탯을 더 투자했다. 후우…. 더러운 용사 보정. 하마터면 남자의 자존심이 무너질 뻔 했다. 하지만 구원은 그런 내색은 전혀 하지 않고, 능글맞은 표정을 유지하며 다시 입을 열었다. “움직여줬으면 좋겠어?” 사라는 온 힘을 다했던 건지 씨익씨익 거리면서 구원을 노려보더니, 결국 입을 삐죽 내밀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응.” “글쎄. 어쩔까. 이대로 사라 안을 내 물건 모양으로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벼, 변태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관계가 확실해진 기념이잖아? 몸에도 충분히 새겨놓지 않으면.” “대체 당신과 잘 때마다 힐링 섹스 핑계대면서 얼마나 넣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 이미 옛날에 당신 모양으로 됐거든….” 사라는 구원을 매도하려다가, 부끄러운 듯이 조그만 목소리로 그런 말을 해왔다. 크흑. 사, 사라야. 그렇게 귀여운 건 반칙 아니냐? 구원은 당장이라도 허리를 움직이고 싶어졌지만, 필사적으로 참았다. 안 돼지 안 돼. 이렇게 사라를 애태운 건, 한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이다. “크, 크흠! 아무튼! 사라가 내 부탁을 하나 들어주면 나도 움직여 줄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하는 부탁이라면 어떤 종류의 부탁일지는 듣지 않아도 뻔했다. 사라도 그걸 아는지, 얼굴을 붉히고 음부에 힘이 꽉 들어가며 부끄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떤 부탁?” “어려운 부탁은 아니고, 그냥 선물 하나를 받아줬으면 좋겠어.” “응? 선물?” 구원의 말이 의외였는지, 사라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엄청 변태 같은 부탁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김이 빠졌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하지만 사라야. 방심은 금물이라는 말 아냐? 변태 같은 부탁 맞아. “그래. 선물.” 구원은 그렇게 말하며, 사라가 안 보이게 인벤토리에서 한 가지 물건을 꺼냈다. 오늘 액세서리 가게에서 주문한 특주 품을 말이다. 그 정체는 바로 끈 하나에 구슬이 줄줄이 꿰여있고, 끝에는 고리 형태의 손잡이가 달려 있는 물건. 일명 애널 비즈라고 불리는 물건이었다. “받아줄래?” “으, 응? 응. 선물이라면 당연히 기쁘게…흐읏! 가, 갑자기 뭐하는…!” 사라가 대답하자마자, 구원은 바로 애널 비즈의 끝을 사라의 엉덩이에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굳게 닫힌 그곳을 풀어주기 위해서, 빙글빙글 마사지하듯 돌렸다. “선물. 기쁘게 받아준다면서?” “이, 이런 선물…이 변태!” “넌 그런 변태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한 애고.” 구원이 카운터를 날리자 사라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빨개진 눈을 구원을 노려봤다. “자, 힘 빼. 그렇게 딱딱하게 힘주고 있으면 안 들어가잖아.” “아, 안 들어가도…흐읏!” 사라는 저항하듯이 엉덩이에 힘을 주고 있었지만, 구원이 강하게 한 번 허리를 쳐올리자 바로 힘이 풀렸다. 그리고 사라의 힘이 풀린 타이밍에, 애널 비즈의 구슬 하나가 쏙 하고 사라의 엉덩이 사이로 들어가 모습을 감췄다. “변태…! 이런 게 대체 뭐가 좋은 거야…!” 말과는 다르게, 사라의 눈은 쾌감으로 인해 게슴츠레하게 풀려갔다. 아니, 이거. 너 좋으라고 하는 거야. 섹스 애널라이즈로 보면 네 최고 성감대는 여기니까. 너도 실은 완전히 느끼고 있잖아. 엉덩이에 구슬 하나가 들어간 다음부터 음부에 느껴지는 감촉도 더 좋아지고 있고. 물론 나도 이런 플레이를 즐긴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래서, 싫어?” “싫…!” “정말로?” 사라는 고개를 홱 돌려 시선을 피해버렸다. 하여간 귀여운 것. 구원은 애널 비즈를 살살 가지고 놀면서, 동시에 허리를 강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응! 하앗! 구원! 흐읏! 구워언!” 그러자 사라가 구원에게 매달려 쾌감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사라의 엉덩이에도 다시 힘이 빠지기 시작한 건 말할 것도 없겠지. 구원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구슬을 하나 더 사라의 엉덩이로 집어넣었다. “흐읏! 이, 이거! 느낌이 이상…! 하읏! 하아아아앙!” 결국 사라는 먼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그렇게 좋아?” 사라는 고개를 세차게 도리질 치면서 부정하려고 했지만, 구원이 애널 비즈의 구슬을 하나 더 집어넣자 바로 구원의 위에 쓰러지며 허리를 더더욱 세차게 부들부들 떨었다. “우리 사이에 숨기는 건 없기야.” “하읏! 좋아! 좋아!” “역시 좋아하잖아. 사라도 변태네.” “다, 당신이! 흐읏! 당신이 해주는 거니까!” 야. 놀리려고 그랬는데 그렇게 말해버리면 내가 할 말이 없어져 버리잖아. 사라의 귀여운 모습에 구원도 더는 놀릴 생각을 하지 않고, 행위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고 허리를 열심히 놀리는 와중에도 구원은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구슬을 뺐다가 집어넣었다가를 반복하면서, 애널 비즈를 점차 사라의 엉덩이 안으로 집어넣었다. “흐으으읏! 좋아! 좋아해요! 구원! 사랑해요!” 그리고 사라는 완전히 이성을 잃고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존댓말?” “흐응! 미, 미안! 너, 너무 기분 좋아서 신경을…! 흐으으응!” 아, 그런가. 계속 존댓말을 쓰던 애가 한 순간에 말투를 바꾼 거다. 역시 의식해서 사용하고 있었던 건가. 존댓말이 튀어나오려는 건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반말을 했을 사라를 생각하니, 구원은 또 가슴속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그럼 지금은 존댓말해도 돼.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즐기자고.” 하지만 사라는 거세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어! 이건…친애의 증표로! 그러니까, 하읏! 당신만은…당신에게만은…! 흐으응! 하응! 좋아! 좋아해!” 사라는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돼서 문장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서도, 그런 기특한 말을 해왔다. “크윽! 사라! 나도 좋아해!” “으음! 하음. 쭙, 으으음.” 구원은 사라와 키스를 하면서 강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물론 손가락 하나는 애널 비즈의 고리에 집어넣고 애널 비즈도 같이 움직여주는 걸 잊지 않았다. “하으으으응!” 그리고 저녁 시간이 될 때까지, 구원은 계속해서 사라를 안았다. “좋았어?” 서로 마지막으로 절정에 달하고 나서, 구원은 자신의 몸 위에 엎어져있는 사라를 바라보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응….” “여기도?” 구원이 애널 비즈의 고리에 집어넣은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면서 말하자, 사라가 몸을 움찔하고 떨더니, 구원의 가슴을 퍽 하고 때렸다. “흐읏! 바보! 선물이라면서 기대했더니 이런 변태 같은 선물이나 준비하고! 이제 얼른 빼!” “기대했다니. 어떤 선물을 기대했는데?” “몰라!” 사라는 삐진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예를 들면 이런 거?”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사실 액세서리 가게에서 사라 몰래 산 건, 애널 비즈 하나만이 아니었다. “결혼반지처럼 거창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런 관계가 된 걸 기념하는 의미에서…자, 잠깐만! 왜 우는데?” “몰라! 바보!” 사라는 그렇게 말했지만, 바보라고 매도하는 목소리에는 기쁨과 애정이 듬뿍 담겨져 있었다. “그럼 내가 껴줄까?” 사라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왼손을 내밀었다. 구원은 그 약지에 반지를 껴주고 고개를 끄덕였다. “응. 잘 맞네.” 사실 사이즈 조절 기능이 달려있는 만큼, 안 맞을 수가 없지만 말이다. 이런 기능이 없었으면 몰래 반지를 사는 건 꿈도 못 꿨을 거다. 판타지 세계 만만세라는 거지. 사라는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바라보며, 더더욱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했다. 울정도로 기뻐해주는 건 나도 기쁘지만, 역시 이런 근질근질한 분위기가 계속 되는 건 도저히 못 참겠다. 좋아. 그렇다면…. “그럼 내 선물, 계속 몸에 지니고 있어 줄 거지?” “응. 흐윽. 응. 언제까지나 계속….” 사라는 눈물을 훔치면서 필사적으로 대답했다. “아니. 선물에는 애널 비즈도 포함이니까 언제까지나 계속은 좀…크헉! 잠, 잠깐! 흐헉! 사라야 잠깐만! 농담! 농, 나 죽어!” “이런 상황에서! 모처럼 좋은 분위기였는데! 당신이란 사람은! 당신이란 사람은!” “우, 우는 것 좀 멈추게 하려고! 사, 사라님! 진짜로 아픈데요?!” “당신은 좀 아파봐야 돼요!” 사라는 진짜 화난 건지, 존댓말까지 쓰면서 무차별로 구원을 공격해댔다. 젠장. 왜 이렇게 센 거야! 이렇게 되면 조금 비겁하지만…! “사라야. 그렇게 휘두르면 반지에 흠이…!” 그러자 사라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그리고는 황급히 자신의 왼 손을 들어 반지를 살펴봤다. 휴우. 다행이다. 이걸로 목숨은 건졌…크헉! 왜, 왜…?! 반지가 무사한 걸 확인한 사라는, 이번엔 오른손으로만 구원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바네사가 부르러 올 때까지, 사라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여자가 최고로 감동받은 순간에는 절대 농담을 하면 안 된다. 구원은 소중한 인생의 경험을 하나 더 얻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80==================== 레이아의 진심. 그리고 디아나, 또 다시 “…늦었구먼.” 식당에 내려가자마자, 디아나가 기분 나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레이아도 말은 안하고 있지만, 불안한 표정으로 구원과 사라를 쳐다봤다. “미안. 미안. 조금 일이 있어서. 그렇지, 사라?” “응…. 응? 네?! 아, 응. 네.” “…자네들 계속 같이 있었던 건가?” “그렇게 됐네.” “왠지 묘하게 친해진 것 같군.” “그야 뭐….” 구원은 대놓고 말하기도 쑥스러워서, 사라를 바라보며 얼버무렸다. 정작 그 사라는 구원의 시선에 신경 쓸 때가 아닌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불안한 표정으로 눈동자가 이리저리 헤엄치고 있었다. 다리도 자세히 보면 살짝 오므리고 있는 상태로 불안 불안하게 걷고 있고. “하읏….” 그리고 의자에 앉았을 때 야릇한 소리까지. 이쯤 되면 사라가 왜 그러는지 알겠지? 그래. 사라는 지금 내가 준 선물을 두 개 다 그대로 몸에 지니고 있었다. 바네사가 부르러 오자 겨우 구원을 때리던 손을 멈춘 사라는, 만신창이가 된 구원의 얼굴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구워언! 괜찮아?!” 네가 이렇게 만든 거다 이 아가씨야. “…이게 괜찮아 보여?” “미, 미안해…. 하지만 구원이….” “변명 따윈 필요 없어. 내 요구를 들어주기 전엔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 “무, 무슨….” “내 선물을 둘 다 그대로 지니고 있어.” 구원의 말에, 사라는 순간적으로 다시 화난 표정을 지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모습을 보고 구원은 순간적으로 쫄았지만, 사라도 구원의 얼굴을 보고 더 때릴 수는 없었는지 주먹을 휘두르지는 않았다. 대신 새빨간 얼굴로 구원을 노려봤다. “지, 진짜…. 변태 아니야?” “어차피 여긴 나중에 나한테 줄 예정이었잖아? 이렇게라도 풀어놓지 않으면 찢어질걸?” “그, 그래도…!” “으아아. 얼굴이, 가슴이, 너무 욱신거려.” “으윽! 그, 그래도 이걸 언제까지…!” “내일모래면 다시 네 차례잖아?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 “3, 3일이나 이러고 있으라고?!” “아아악! 얼굴이! 가슴이!” “알았어! 하면 되잖아! 하면! 이 변태!” “좋아. 그럼 얼른 한 판 더 하고 밥먹으러가자.” “뭐, 뭐?! 한 판 더해?” “그럼 이대로 내려갈까? 힐링 섹스로 치료는 하고 가야지.” 그래서 현재 이 모습이라는 얘기다. 사라는 식탁에 앉아서도, 불안정한 모습으로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당연한 얘기지만, 주위 소리는 전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으으으으으음….” 디아나는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구원과 사라를 쳐다봤다. 사라는 디아나와 레이아의 시선에는 눈치 채지도 못하고, 테이블 위에 놓인 물만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아앗!” 그리고 이쪽을 불안한 눈으로 쳐다보던 레이아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자신에게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자, 조용히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그 꼬리는 축 처져있고, 귀도 완전히 접혀서 아래로 처지고 있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표정은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아마 엄청나게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았다. “레, 레이아? 왜 그래?” 평소 레이아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리액션에 구원은 깜짝 놀랐다. 레이아는 한참 아래로 숙이고 있다가, 겨우 고개를 들고 구원을 쳐다보며 말했다. “사, 사라씨 손에…반지가….” 그렇게 말하는 레이아의 눈은 그렁그렁 물이 차올라서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뭐, 뭣이?!” 이번엔 디아나가 벌떡 일어났다. 재빨리 사라의 손을 바라보더니, 반지를 확인하자마자 살기가 느껴지는 얼굴로 구원을 노려봤다. 정작 사라로 말할 것 같으면…. “네?! 앗, 네. 구원이 줬어요.” 정신이 딴 데 가있는 듯, 별거 아니라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해 버렸다. 아니, 뭐. 딱히 숨길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담담하게 알린 거 아니냐? 적어도 좀 기뻐하면서 말하라고. 엉덩이에 꽂힌 것 때문에 그럴 때가 아니란 건 알지만. “내 언젠간 이럴 줄 알았네! 어쩐지 요즘 묘하게 친하더라마는!” 디아나는 살기가 줄줄 새어나오는 표정으로 구원을 바라보며 험악하게 말했다. 장담컨대, 구원은 디아나가 저렇게 화난 표정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디, 디아나. 진정해.” “지금 이게 진정하게…! 후욱…. 후욱….” 디아나는 뭔가를 더 외치려다가, 테이블에 앉아있는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을 보고 애써 호흡을 가다듬었다. “…식사나 하지.” 그리고 역대 최고로 거북한 식사 시간이 흘렀다. 디아나는 말은 안하고 있지만 구원만 바라보며 살기를 줄줄 흘리고 있었고, 레이아는 사라와 구원을 번갈아 보면서 비탄에 빠진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사라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얼굴로, 엉덩이 쪽에만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솔직히 기쁜 마음도 있었다. 이유는 단순하다. 저런 반응을 보여준다는 건, 역시 쟤들도 나한테 마음이 있다는 반증이 되니까. 하지만 이렇게 분위기가 험악해질 줄은 몰랐다. 그냥 평소처럼 토닥토닥 거리면서 질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세계는 일부다처도 인정해주는 세계라는 점도 한몫해서,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참고로 이 세계는 여신이 여러 가능성을 낳도록 권장하는 만큼, 굳이 일부일처제만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남자든 여자든, 능력만 있다면 얼마든지 일부다처나 일처다부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래도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남과 공유한다는 게 쉬운 건 아니라서, 보통은 일부일처를 선호한다고 하지만 말이다. 대사제님의 교육 시간에 그 말을 들은 이후로, 구원은 하렘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보통은 일부일처제를 선호한다고 하지만, 난 보통이 아니다. 능력도 있고, 세 명 모두와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세 명 모두 기본적으로 서로 잘 지내고 있었다. 하렘 같은 건 언젠가 자연스럽게 완성되겠지. 라고 방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자만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 대체 어떻게 이 분위기를 수습해야 될까. 걱정 마! 사라와 사귀게 됐지만, 난 너희들의 사랑도 전부 받아줄 수 있어! …말하자마자 뺨에 손바닥부터 날아오는 거 아닐까? “그럼. 설명해보겠나.” 식사가 끝나고, 자리를 물리자마자 자리에 남아있던 디아나가 구원과 사라를 추궁하듯이 그렇게 말했다. “보이는 대로야. 사라랑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된 건데….” 구원이 말하자마자, 디아나의 귀여운 입에서 으드득하고 전혀 귀엽지 않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호오…. 그, 그렇고…그런 사이…. 사라양과 말인가? 이, 이 몸과…이 몸과 그런 약속까지 한 주제에…!” 디아나는 구원을 죽일 기세로 노려봤다. 그런 약속이라는 건, 키스하기로 예약해 둔 걸 말하는 것일 거다. 그렇다는 말은, 디아나의 저 살기도 질투로 인한 것. 두려워할 건 없다. 용기를 가지고,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자! “걱정 마! 디아나! 난 하렘왕이 될 남자다! 사라뿐만 아니라 너희 모두의…!”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겐가?!” 어, 어라? 솔직히 화낼 거라곤 생각했지만, 그래도 이런 험악한 반응이 아니라 좀 더 귀여운 방향으로 화낼 거라고 생각했다. “자네는 사라양을 보기 미안하지도 않은 겐가?!” 아, 그런 건가. 사라를 대신해서 화내준 건가. 역시 디아나도 착해빠졌다. 그래서 더 좋은 거지만. “아니, 그건 사라도….” 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동의를 구하듯 사라를 쳐다봤다. 식사를 하면서 애널 비즈의 이물감에 익숙해진 건지, 사라도 아까보다 훨씬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진짜 최악이야. 사귀기로 한 바로 당일에 다른 여자를 꼬시다니.” 사, 사라야?! 생각지도 못했던 사라의 배신에, 구원의 머릿속은 패닉상태가 됐다. 구원은 사라의 어깨를 꽉 끌어안고 귀에 입을 댄 후 빠르게 속삭였다. “아니. 아니. 아니. 사라야. 얘기가 다르잖아.” “뭐가요?” “너도 분명 인정해준다고…!” “그러네요. 디아나와 레이아와 잘 되도 인정해드릴게요. 그런데 제가 도와드린다는 말은 한 마디도 안한 것 같은데요?” 그, 그랬다! 생각해보니 당연한 얘기였다.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를 꼬신다는데, 세상에 대체 어느 여자가 그걸 도와줄까. “호, 호오. 배짱도 두둑하군. 지금 이 몸의 눈앞에서 사이 자랑 하려고 노닥거리는 겐가?” “아, 아니. 디아나님. 진정하세요. 그런 게 아니라….” “지금 이 몸이 진정하게 생겼나?! 이 몸을 그렇게 그런 식으로 꼬드겨 놓고…. 으으, 으으윽…!” 디아나는 눈가에 살짝 눈물까지 맺히기 시작했다. “이젠 모르네! 둘이 잘 먹고 잘 살게!” 디아나는 그렇게 외치고, 순신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잘 먹고 잘 살라니. 애도 아니고….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디아나!” 구원은 바로 디아나를 쫓아가려고 했지만, 당장 그럴 수는 없었다. “구원씨….” 왜냐하면 이 자리에서 구원을 추궁하던 건 디아나뿐만이 아니었으니까. 레이아는 아까부터 구원의 이름만 부르면서, 비통한 표정으로 계속 구원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디아나처럼 살기까지 뿜으며 호통치며 화내는 것도 그렇지만, 이것도 역시 정신 공격이 장난 아니었다. 우리 천사님이 저런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자살욕구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올 정도의 파괴력이었다. “레, 레이아. 그러니까….” “흐윽!” 처, 천사님! 레이아는 비통한 표정으로 식당을 나가버렸다. “큰일 났네.” 사라는 그 모습을 보고 짧게 상황을 평가했다. “너, 너! 너무한 거 아니냐?” “지금 구원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 사귀자고 하자마자 그 날 바로 자기 여자 엉덩이에 이상한 걸 꽂아놓고, 그 상태로 자기 여자는 방치한 채 다른 여자를 꼬드기려고 한 사람이?” 사라는 입을 삐죽이며 새초롬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응. 미안. 생각해보니 너무한 건 나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수도 없었다. 사라의 도움은 포기하자. 지금은 우선 디아나와 레이아와 제대로 대화를 나눠야 돼. 어차피 오늘 밤은 디아나와 보낼 차례다. 구원은 디아나는 밤새 듬뿍 얘기를 나누며 설득하면 되니, 우선은 레이아의 방에 찾아갔다. 하지만 레이아는 어지간히 충격받았는지, 아무리 노크를 해도 방문을 열어주려고 하지 않았다. “레이아! 레이아! 문 좀 열어봐! 다시 제대로 얘기를…!” “저…구원님?” 구원이 레이아의 방문을 두드리고 있자, 뒤에서 한 메이드가 말을 걸어왔다. “응?” “레이아님이라면 오늘은 신전에서 주무신다고 하시면서 방금 나가셨습니다.” “…아, 응. 그래. 고마워.” 쪽팔린다. 빈방에 대고 필사적으로 외쳐댄 거야? 그리고 신전이라니. 마누라가 싸우고 집나가서 친정으로 가버리면 이런 기분일까? 구원은 참담한 기분을 뒤로 한 채 일단 자기 방으로 돌아왔다. 조금 냉정해질 필요가 있겠어. 레이아를 쫓아가기엔 늦었고, 디아나는 곧 얼굴을 보게 될 거다. 무작정 들이닥치지 말고, 일단 할 얘기를 정리해보자. 일단 내가 진심으로 너희 모두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이해시켜야 돼. 그리고 디아나는 약속 운운도 했었다. 그 약속을 했던 내 마음에 한 점 거짓도 없었다고 제대로 알게 해줘야 한다. 구원은 그렇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디아나를 기다렸다. 하지만 한참이 지나도, 디아나는 구원의 방에 찾아오지 않았다. 이거 설마…. 불안한 예감이 등줄기를 짜르르 울리며 스쳐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설마 레이아에 이어서 디아나도?! 구원은 황급히 디아나의 방으로 달려갔다. 디아나의 방문에는 양옆에 메이드 둘이 나란히 서 있었다. “디아나는 안에 있어?” “네?! 네. 그, 그런데요?” 구원이 메이드의 어깨를 잡으며 말하자, 메이드는 화들짝 놀라면서 우물쭈물 대답했다. 다행이다. 디아나마저 어디 딴 데로 가버렸으면 어쩌나 싶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그렇게 스킬 연구를 중시하던 디아나다. 웬만한 상황이라면 만약 나랑 자는 게 별로라도 스킬 연구 때문에 찾아오긴 했을 거다. 그런데 자기 차례도 무시하고 이렇게 내 방에 찾아오지 않았다는 건, 지금 디아나의 심경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말해주고 있는 거다. 구원은 각오를 다지고, 디아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81==================== 레이아의 진심. 그리고 디아나, 또 다시 “구, 구원님 들어가시면…!” 메이드들이 당황해서 구원을 뜯어말리려고 했지만, 구원은 그를 무시하고 디아나의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인가. 아무도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디아나는 침대위에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엎드려있었다. “미안. 내가 맘대로 들어왔어.” 들어온 사람이 구원일 거라고는 예상 못했는지, 구원이 대답하자 디아나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자네가 여기 어쩐 일인가. 이 시간이면 사라양과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 네 차례인 거 잊었어?” “자, 자네는 사라양과 그런 관계가 되고 나서도 이 몸과 할 생각이라는 말인가?” “그럼 넌 안 할 생각이야? 네가 평생을 바쳤다는 마법의 또 다른 가능성을 내 스킬 연구로 알아보려는 거 아니었어?” 구원은 일부러 일단 스킬 관련 얘기를 꺼내 관계부터 가지도록 유도했다. 지금 이렇게 화난 상태의 디아나와 얘기해봤자 제대로 된 설득이 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단 디아나가 좀 더 솔직해지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구원이 제일 자신 있는 건 역시나 섹스다. 디아나를 솔직하게 만드는 데 이것보다 더 효과적인 행위는 없겠지. 역시나 마법을 언급하자, 디아나의 말문이 막혔다. 디아나는 한참을 말없이 가만히 있더니, 이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뒤 돌아보고 있게.” “뭐? 그게 무슨….” “아무튼 돌아보고 있게!” 디아나의 고함에 구원은 일단 뒤를 돌아봤다. 설마 이래놓고 갑자기 도망가거나 하지는 않겠지? 일단 디아나의 말대로 뒤를 돌자, 뒤에서 바스락바스락하고 디아나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을 그렇게 움직이더니, 이제는 심호흡하며 숨을 가다듬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뭐하는 거지? “후우. 됐네.” 다시 뒤를 돌아 침대쪽을 바라보자, 디아나가 오도카니 침대 한가운데에 앉아있었다. “디아나 너….” “…뭔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구원은 디아나가 뒤를 돌아보게 만들고 무엇을 했었는지 짐작이 갔다. 디아나의 눈가는 새빨갰고, 희미하게 물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 설마 내가 들어올 때까지 울고 있었던 건가. “그럼 얼른 끝내지. 사라양에게 미안하니 말일세.” “사라 얘기는 지금 할 필요 없잖아.” “뭔가? 자네 같은 남자도 이런 상황에서 사라양 이름이 나오면 양심이 쿡쿡 쑤시는 모양이지?” “당연히 사라한테 미안한 감정은 있어. 하지만 지금 내가 사라 얘기를 할 필요 없다고 한 건 그런 이유가 아니야. 모르겠어?” “뭘 말인가?” “지금 이 순간에는 디아나 너한테만 집중하고 싶은 거야.” “…흥. 말은 잘 하는군.” 역시 지금 상태론 제대로 얘기가 안 될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실력을 발휘해볼까. 구원은 디아나에게 다가가, 일단 그 옷을 차례차례 벗겼다. 꽤나 화려하고 복잡해 보이는 구조의 드레스였지만, 실상은 등 뒤의 끈 몇 개만 풀면 스르륵 흘러내려가 순식간에 알몸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드레스였다. 디아나는 저녁 식사 때, 즉 나와 사라와의 관계를 알기 전에도 이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 말은 즉 디아나도 원래 나와 할 생각이 넘쳐났었다는 얘기고, 나와 사라와의 알고 그만큼 충격을 받았다는 얘기도 된다. “말은 번지르르하게 했지만, 결국 자네는 그저 이 몸과…흐읏…하, 하고 싶으응.” 그러니까 이렇게 가시 돋친 반응을 보여주는 거겠지. 구원은 한 손은 디아나의 몰캉몰캉한 가슴 바깥쪽을 부드럽게 주무르며, 한 손으로는 디아나의 허벅지를 닿을 듯 말 듯 스치듯이 쓸어내렸다. “정말로? 정말로 디아나는 내가 그냥 그뿐인 놈이라고 생각해?” 구원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디아나에게 물었다. “그, 그럼…흐읏. 하앗. 흐, 흥!” 디아나는 반사적으로 긍정하려다가, 구원의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대답해봐 디아나.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으윽. 으으응!” 디아나는 신음소리를 억누르려고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구원은 디아나의 몸의 어디를 만지면 어떻게 반응하는지 구석구석까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자신이 있었다. 구원은 중요한 성감대를 직접 건들지 않으면서도, 디아나가 흐느끼게 만들었다. 가슴을 어루만지는 손을 여전히 원을 그리듯 바깥쪽을 주무르면서, 결코 유두 쪽에는 닿지 않도록 했다. 허벅지를 만지던 손은 크게 어루만지면서 점차 허벅지 안쪽으로 향해갔다. 그리고는 음부에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애매한 위치의 허벅지 안쪽까지 손을 넣어 깊게 훔친 후, 다시 손을 빼고 애태우듯 허벅지 바깥쪽을 어루만졌다. “흐으읏!” 구원의 손이 허벅지 안쪽 깊숙한 곳에 파고들 때마다, 디아나가 안타까운 듯 허벅지 사이를 비비며 자신의 음부에 자극을 가하려고 했지만, 구원은 손을 쏙 빼서 피해버렸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이 과정에서 구원은 한 번도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디아나도 알고 있을 거다. 분명 스킬 연구라는 명목으로 관계를 가지는 건데, 디아나는 그것에 대해서 어떤 불평도 해오지 않았다. 좋아. 슬슬 대화를 해볼 때인가? “디아나. 키스하고 싶어.” 구원이 그 말을 꺼내자마자, 지금까지 가만히 흐느끼던 디아나의 얼굴이 다시 분노로 불타올랐다. “자네는 아직도 그런 말을…!” “디아나!” “뭐, 뭔가?!” “넌 내가 정말로, 그냥 성욕에 미친놈이라 너한테 이런 말을 한다고 생각해? 너하고 키스하고 싶어 하는 것도, 그냥 섹스할 때 쾌감을 더 높이기 위해서 그러는 거라고?” “그, 그건….” “아니잖아? 그러니까 너도 그게 아니란 걸 아니까, 나랑 키스할 마음을 먹은 거잖아?” “그, 그렇지만…그렇지만…! 자네는 이 몸과 그런 약속까지 해놓고 사라양을 택하지 않았나!” “그러니까 그만 사라 얘기는 그만해! 그런 건 관계없어! 내가 사라를 좋아한다고 해서, 널 좋아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야!” 구원의 말을 듣고, 디아나가 멍하니 입을 벌리고 구원을 쳐다봤다. “자, 자네. 지금 스스로가 얼마나 쓰레기 같은 발언을 했는지 아는가?” “상관없어. 난 원래 쓰레기야.” “이,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오면 이 몸도 할 말이 없군.” “그래. 그러니까 사라는 일단 생각하지 말고, 네 진심을 들려줘. 난 너랑 지금보다도 더 깊은 관계가 되고 싶어.” 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를 어루만지던 손을 이동시켰다. 각각 볼록하게 솟은 유두와, 줄줄 물이 흐르는 음부로 말이다. “히야아앙! 그, 그 말은 이 몸을 첩으로 삼고 싶다는 말인가? 지고의 대마법사라고 불리는 이 몸을?” 디아나도 구원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건 깨달아 줬는지, 아니면 그저 갑자기 찾아온 더 큰 쾌감 때문인지 살짝 흔들리는 눈동자로 구원을 쳐다봤다. “처, 첩이라니! 당치도 않아! 누군 본처고 누군 첩이고 그런 게 어디 있어? 난 너희 모두를 동등하게….” “그, 그걸로 사라양이, 히앙! 나, 납득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네만.” “그건 내가 잘 설득할 거야.” “그리고 이 몸도 마찬가지 일세. 이 몸이 얼마나 오랫동안 아무와도 이어지지 않고 홀로 지냈다고 생각하는 겐가? 이왕이면 이 몸의 남자는 이 몸만 바라봐줬으면 좋겠군.” 디아나의 말에 구원은 말문이 막혔다. 사실 저게 당연한 거다. 세상의 그 누가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싶어 할까. 하렘으로 좋은 건 결국 나밖에 없다. 다 내 욕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러면. …그냥 이대로 우리 관계를 끝내자는 거야? 디아나는 정말로 그러고 싶어?” “그, 그건…. 이렇게 애태워놓고 이대로 관계를 끝낼지 물어보는 건 협박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이, 일단 그만 애태우고 넣으라는 말일세!” 디아나는 호통을 치면서 구원을 향해 다리를 벌렸다. “디, 디아나!” 구원은 감격에 차서 얼른 디아나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허리를 밀어 넣었다. “흐, 흐으읏! 그, 그런 표정 지을 거 없네! 이건 그저 자네가 너무 애태워서 그런 것일 뿐, 이 몸이 아직 자네와 함께 한다고 정한 건 아니니까.” “뭐? 그럼…?” “물론 상대가 사라양이 됐든 누가 됐든 질 생각이 없네. 이 몸은 천재들이 넘쳐나는 마법사의 세계에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간 몸일세. 암. 그렇고말고. 겨우 한 남자의 마음속에서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는 걸 못할 리가 없지. 절대 이 몸만 바라보게 만들 수 있네.” 디아나는 마치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로선 그냥 누가 최고랄 것 없이 다들 사이좋게 지내주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그건 너무 꿈같은 얘기인가. 일단은 저렇게라도 납득을 하게 만들고, 앞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네와 함께 하는 건 별개의 얘기일세. …일단은, 지금부터 자네 행동을 보고 고민해보도록 하지.” 드디어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 같아서, 구원은 활짝 웃었다. “그, 그러니까 벌써부터 그런 표정…흐으으응!” “지금부터 하는 행동을 보고 정한다는 건, 그냥 나랑 함께 있고 싶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설마 내가 섹스로 널 만족 못시킬 거라고 생각하건 아니겠지?” “이, 이 몸이 말한 지금부터 행동을 본다는 건 성행위를 말한 게 아닌…흐으응!” 솔직히 옛날이라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섹스 중에 디아나를 방심 상태로 만들어서 키스까지 유도할 자신도 있었다. 이렇게 디아나의 마음이 나한테 기울어진 지금이라면 말이다. 그걸 안했던 건 어디까지나 디아나의 선택을 존중했기 때문이다. 디아나가 뭐라고 항변하는 것 같았지만, 반쯤 허락받은 거나 다름없는 생각에 구원은 신이 나서 허리를 흔들었다. “흐응! 하앗! 흐아앙! 잠, 흐읏! 자네 너무 신나아앙!” “어때? 이래도 좀 더 두고 봐야 될 것 같아? 이래도?” “하아아아! 흐응! 흐으으응!” 디아나는 신음을 내지르느라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그저 구원을 꼭 껴안았다. 구원은 허리를 흔들면서, 한 손으로 디아나의 입술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네 입술은 내꺼야. 알겠어? 이 입술도, 혀도, 전부 내꺼야.” 구원은 마킹을 하듯이 디아나의 부드러운 입술 전체를 쓰윽 훑었다. 그리고 검지와 중지를 디아나의 입 안에 넣고, 그 혓바닥을 희롱했다. “이 감촉을 잘 기억해둬. 디아나. 네가 나한테 입술을 바칠 때, 처음부터 이렇게 진하게 키스해줄 테니까.” 구원이 말하자, 디아나는 몸을 흠칫흠칫 떨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음부가 물건을 꾹꾹 조여 왔다. “너한테 키스는 남들과 다른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고, 거기에 각오도 필요한 것 같으니 지금 강요는 안 해. 하지만 디아나. 이거 하나는 지금 여기서 확실히 해줬으면 좋겠어.” “머, 하응. 멀 마힌가?” 혀를 희롱당하고 있는데다가 신음까지 흘리고 있는 디아나는 확실치 않은 발음으로 되물었다. “나에 대한 네 감정 말이야.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실히 말해줘.” “그, 그허히까! 하읏! 자네가 아프로…! 햐앗! 흐읏. 잠…!” 그래 그렇게 나온다는 말이지. 구원은 그대로 디아나를 안아들고, 문 쪽으로 향했다. 아무래도 여기서 디아나를 더 솔직하게 만들려면, 디아나의 이성을 더 무너뜨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난 디아나의 이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알고 있지. “머, 머하는…!” “지금부터 네가 나에 대한 마음을 알려줄 때까지 끝장을 볼 생각이라서 말이야. 그럼 네가 말할 때, 누군가 증인이라도 있는 게 좋지 않겠어?” “그, 그 말으으응!” 구원의 말에, 디아나의 음부가 격렬하게 반응해왔다. 안 그래도 홍수 상태였던 그곳은, 엄청난 상태가 돼버렸다. 디아나의 애액이 물건을 타고 내려와 허벅지까지 적시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래. 문 앞에 메이드 둘이 지키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 둘한테 증인을 시키면….” 문에 거의 다 다가가자, 디아나가 도리질을 치며 황급히 구원에게 말했다. “아, 안 돼네! 좋아! 흐읏! 좋아하네! 자, 됐나! 이제…!” “응. 기뻐. 나도 좋아해. 디아나. 그러니까 메이드들 앞에서 다시 한 번 말해줄래?” “아, 안대! 안대네! 정말로…! 히으읏!” 구원은 문고리에 손을 걸치고, 디아나를 바라봤다. “디아나. 네 아래쪽은 안 돼는 것 같지 않은데? 어쩔까? 열까?” “아, 안대애…. 안대네…. 안대애애.” 디아나는 마치 자기 자신에게 말하듯이 계속해서 안 된다고 중얼거렸다. “열게.” “흐으으으으응!” 구원은 문고리를 돌려 딸깍하는 소리만 내고 문을 열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에 등을 돌리고 있는 디아나는 소리만 듣고 문이 열렸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디아나는 구원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온 몸을 퍼덕이며 역대 최고로 크게 절정에 달했다. 구원은 그걸 이용해서, 짓궂게 말했다. “디아나. 다시 한 번 말해줘야지. 날 어떻게 생각한다고?” “조하아아아. 조하하네에에.” “고마워. 기뻐” 구원은 디아나를 데리고 다시 침대로 돌아갔다. 너무 엄청난 쾌감에 기절한 건지, 디아나의 몸은 축 늘어져있었다. 침대에 누워 자세를 편안하게 해주고, 디아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아까 내가 방에 들어오기 전에 얼마나 울었던 건지, 아직도 눈가가 새빨갰다. 구원은 그런 디아나의 눈가를 살며시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 “이기적인 놈이라 미안해. 그래도 이거 하나는 약속해. 절대 널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으응….” 디아나가 낮게 신음하며 볼을 구원의 가슴에 비볐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모욕감 // 작품 설정상 남자 수가 적은 게 아니라, 레벨이 높은 남자 수가 적은 겁니다. 남녀 성비 자체는 비슷합니다. 섹스로 레벨 업이 되니, 모험가들 같은 경우에는 필요에 의해 자주 하게 되지만 그 행위 전부에 사랑이 담겨 있는 건 아니죠. 여기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사랑을 하고, 독점욕도 있습니다. 182==================== 레이아의 진심. 그리고 디아나, 또 다시 “잘 잤어?” 다음 날 아침. 먼저 일어나서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던 구원은, 디아나가 일어나자마자 사랑스럽다는 시선을 보내며 인사했다. 하지만 디아나는 꽁한 표정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뭘 그렇게 쳐다보는 겐가?” “뭐겠어. 당연히 디아나지.” “…이 몸도 자네도 그렇게까지 바보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네만, 일단 확인하는 걸세. 설마 자네, 어제 그걸로 이 몸이 자네의 여자가 됐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어제 키스 한다고….” 구원은 말에, 디아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분노로 물들었다. “이 몸이 언제 키스한다고 그랬나?!” 으…응? 생각해보니 좋아한다고만 했지, 딱히 키스를 다시 약속하지는 않았다. “그, 그래도 날 좋아한다고….” “어제 한 말은 전부 무효일세! 무효! 절정에 달할 듯 말 듯한 상태로 계속 희롱하면서 그렇게 괴롭혀놓고, 정말로 이 몸과 진심으로 대화했다고 생각하는 겐가!” “디, 디아나? 지, 진정해.” “애초에 뭔가 어제 그 태도는! 평생을 결정하게 될지도 모르는 대화를 하면서, 여성을 그렇게 가지고 놀아서 제대로 생각도 못하게 만들어?! 그리고는 그 상태로 자기 좋을 대로 구슬린 다음 진심이 통했다?! 장난하나!” “아, 아니. 난 그저 네가 조금 더 솔직해지도록….” “그러면 아예 자백제를 투여한 다음 대화를 나누지 그랬나! 응?! 더 솔직해지게 말일세!” 디아나의 격렬한 반응에, 구원은 드디어 디아나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이해했다. “디아나. 미안 내 생각이 짧았어. 하지만 난 정말로 그런 의도로 그런 게 아니라….” “그런 의도로 그런 게 아니면 뭔가?! 자네 머릿속에는 항상 그 짓 할 생각밖에 없는 겐가?! 게다가 쓸데없이 기술만 좋아져서는 이 몸을 그런, 그런…! 이, 이 몸의 마음도 모르고…!” 디아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다가 다시 눈을 매섭게 뜨고 구원을 노려봤다. “…뭘 커지고 있는 겐가? 이 와중에도 자신있는 섹스로 해결을 하려고 하는 겐가!” “아니. 잠깐만 기다려. 그런 거 아냐. 네가 위에서 움직이니까 반응한 것뿐이….” “시끄럽네! 자네는 근성부터 틀렸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구원의 가슴을 토닥토닥 때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전혀 아프지 않았고, 하는 행동만 보면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저 표정을 보면 절대 흐뭇해하고 있을 수 없었다. 이건 정말 억울하다. 고자가 아닌 이상 네 명기에 집어넣고 위에서 그렇게 움직이는데 반응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 애초에 지금 위에 있는 건 디아나니까, 빼고 말하면 되는데. 게다가 디아나는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말까지 했다. “그렇게 아무 여자나 꼬드기려는 태도나! 섹스로 뭐든 해결하려고 드는 태도나!” 응. 이건 확실히 흘려들을 수 없다. 내가 잘못한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아무 여자나 막 건드리고 다닌 적은 없다. “섹스로 해결하려고 든 건 사과할게. 네 말대로 내 생각이 짧았어. 어떻게든 해봐야겠다는 생각에, 무의식적으로 제일 자신 있는 걸로 해결하려고 했나봐. 하지만, 그래도 하나는 정정해줘. 아무 여자나라니, 난 너랑 사라랑 레이아밖에…!” 하지만 구원의 발언은 디아나의 화를 부추기는 결과만 낳았다. 디아나는 이마에 혈관까지 꿈틀거리며 눈을 파르르 떨었다. “호, 호오. 그러신가. 이 몸과 사라양뿐만 아니라, 레이아양까지. 그거 참 자랑이구먼!” 디아나는 구원의 가슴을 토닥토닥 때리던 손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디아나의 몸에서 엄청난 마나가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디, 디아나님? 지금 뭐 하시는….” “자네가 했던 것처럼 이 몸도, 가장 자신 있는 걸로 자네를 훈계해주려고 말일세.” 자, 잠깐만! 사라는 그나마 물리 공격이니까 버텼지, 디아나가 마법으로 공격하면 알짤 없이 죽을 거다. “디, 디아나님. 이, 일단 화를 가라앉히시고….” “이 몸이 어제 앞으로 자네 하는 걸 보고 결정하겠다는 말이 섹스를 뜻하는 게 아니라고 멈추라고 했을 때, 자네는 어떻게 반응했나? 이 몸 말대로 멈췄나?” 그, 그런 말을 했었나? 솔직히 중간부턴 너무 신나서 그냥 흐름에 몸을 맡긴 덕분에 잘 기억이…. “그, 그게…저….” “…설마 기억조차 못하는 건 아니겠지?” “에, 에헤헤헤.” “역시 자네는 혼 좀 나봐야 하네!” 콰앙! 굉음이 울리는 것과 동시에, 구원은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잃는 순간, 몸에 느껴지는 고통보다는 디아나의 울 것 같은 표정이 더 인상에 남았다. “어머? 일어났네?” 다시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들려온 건 사라의 목소리였다. “…사라? 여기는….” “디아나 방이잖아.” “디아나 방에서 왜 사라가…그래! 디아나는?!” 정신을 잃기 전 상황이 기억 난 구원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여기 없어. 아까 단단히 화가 나서 나가던데? 대체 디아나한테 무슨 말을 한 거야?” “아, 아니. 딱히 대단한 말은…. 그냥 난 디아나도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말했을 뿐이야. 그런데 그 과정이 조금 말이지….” “뭘 어쨌는데?” “그게…디아나가 계속 화난 상태니까, 조금 솔직해지도록 섹스로….” “당신 바보 아냐?!” “여, 역시 사라 생각에도 그래?” “당연하잖아! 일생일대의 고백을 하면서, 섹스로 정신을 쏙 빼놓고 방심 상태로 만든 다음에 억지로 대답을 들으려고 하다니, 알고는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바보였다니….” 너무 바보바보 하지 마라. 상처 받잖아. 그리고 그 바보를 좋아하는 너도 제 얼굴에 침 뱉기다. “그, 그래도 디아나한테 했던 말들은 전부 진심이었는데. 전부 진심을 담아서 한 말이었다고.” “그럼 차라리 화난 상태라도 좋으니까 그대로 말하지 그랬어. 당신이 정말 진심이고, 디아나도 당신에게 마음이 있었다면 알아줬을 텐데. 왜 섹스로 그런….” “그거야, 결국 내가 제일 자신 있는 게 그거니까. 무의식적으로 기대버린 것도 있을 거고…. 으아아아! 어떻게 하지?! 어쩌면 좋지? 어때? 디아나 화 많이 난 것 같았어?” “응. 그렇게 화난 거 처음 봤어.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거 아냐? 디아나가 당신한테 마법을 쓴 건 처음이지?” “…어쩌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만약 내가 그 대답을 알고 있다고 해도, 알려줄 것 같아? 내 입장에선 당신이 디아나랑 잘 되면 괜히 연적만 늘어나는 건데?” “…그렇지. 미안해. 너한테 이런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미안한 짓인데.” “아, 아니. 사과할 정도는….” 구원이 솔직하게 사과하자, 사라가 오히려 당황한 눈치였다. “기운 내. 난 당신의 밝은 모습이 좋으니까.” “사, 사라야…!” 사라의 상냥함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그,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그래. 한 번 실패했다고 풀죽어 있는 건 나답지 않다. 다음부터 같은 실수를 안 하면 되는 거지. 디아나한테 솔직히 사과하고, 다시 내 진심을 얘기해보자. 내 착각이 아니라면, 한 번 더 찬스는 있을 거다. 지금까지 디아나와 쌓아올린 감정이, 이 실패 한 번으로 전부 사라질 정도로 얕은 감정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니까. “사라, 나 다녀올게!” “응. 다녀와. 응원은 안 할 거지만.” 말은 저렇게 하지만, 역시 사라는 상냥하다. 사라에게 용기를 북돋아진 구원은 당장 바네사한테 달려가려고 했다. “그런데 구원.” “응?” “그대로 갈 거야?” 훗. 하여간 귀엽다니까. 구원은 사라에게 다가가 가볍게 키스를 했다. “다녀올게.” 갑자기 키스를 당한 사라는 멍하니 구원을 바라보다가, 새빨개진 얼굴로 말했다. “바, 바보! 이런 거 말고, 옷 말이야! 옷!” …응? 구원은 그제야 자신이 아직도 알몸이라는 사실을 눈치 챘다. 크, 큰일 날 뻔 했네. 하마터면 디아나를 보기 전에 잡혀 들어갈 뻔 했다. 게다가 착각해서 사라한테는 그런 느끼한 짓을…. 구원은 황급히 옷을 꺼내 입었다. “그, 그럼 다녀올게.” “…응.” 사라와도 살짝 무안해진 상태로, 구원은 바네사에게 향했다. 사라는 디아나가 화를 내며 나갔다고 했지만, 우리의 만능 집사 바네사라면 디아나의 행방을 알 거다. 구원은 바네사를 찾아가, 곧장 용건을 말했다. “바네사! 디아나 어디 있는지 알아?” “…오히려 제가 묻고 싶습니다만. 디아나님께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하지만 바네사는 이쪽과 완전히 적대 모드였다. “미안. 내가 너무 경솔하게 생각해서 디아나한테 실수를 했어. 그래도 사과하려고 해. 한 번만 도와줘.” 구원이 순순히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자, 바네사가 이쪽을 바라보던 시선이 그나마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아마. 솔직히 얜 너무 포커페이스라 표정을 못 읽겠어. “…저도 디아나님이 어디 계시는지 모릅니다. 화가 난 상태로 아무 말도 없이 나가셨습니다.” 젠장. 바네사한테도 아무 말 없이 나간 건가. 이거 정말 단단히 화가 났구나.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구원은 당장 발걸음을 뒤로 돌렸다. “어디 가시는 겁니까?” “일단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수소문이라도 해보게!” “이 도시가 얼마나 넓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차라리 여기서 얌전히 디아나님의 귀가를 기다리시는 게 낫지 않습니까?” 바네사는 마치 시험이라도 하듯이 구원을 지긋이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기다려?! 난 지금 조금이라도 빨리 디아나와 얘기가 하고 싶어!” 구원은 당장 저택을 뛰쳐나갔다. 하지만 디아나를 수소문해서 찾는 건 생각보다 훨씬 힘든 일이었다. 지난번에 사라를 같은 방식으로 찾은 적이 있으니 이번에도 혹시나 싶었는데, 현실은 가혹했다. 사라를 쫓을 때와 다른 점이 너무도 많았다. 일단 시간. 시간을 확인해보니, 기절하기 전과 비교해서 벌써 2시간이나 경과한 상태였다. 그것만으로도 곧장 뒤를 쫓았던 사라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난이도가 올라간다. 그리고 또 하나. 그건 바로 디아나가 종적을 감추는 걸 엄청나게 잘한다는 거다. 그 광신도 같은 마법사 협회 사람들에게도 들키지 않고 숨어 지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만약 디아나가 어디로 향했는지 감추기로 마음먹고 이동했다면,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겠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뭐? 은발 은안에 귀가 긴 유독 아름다운 엘프? 게다가 마법사 로브를 두르고 있을 거라고? 자네 뭐 지고의 대마법사님이라도 찾고 다니나? 크하하하.” 디아나의 외견을 설명하면, 지금 눈앞에서 웃고 있는 아저씨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고의 대마법사를 떠올리며 폭소할 뿐이었다. 아오. 썅. 지고의 대마법사 찾는 거 맞거든?! 그렇게 말해봤자 바보취급 당할 게 뻔하기 때문에, 구원은 아무 말 않고 자리를 뒤로 해야 했다. …안되겠다. 한동안 디아나의 용모를 설명하며 수소문을 해봤지만, 의욕만 앞세워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을 뿐이었다. 그냥 바네사 말대로 저택에서 얌전히 기다릴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역시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건 내 성미에 안 맞았다.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아무것도 없을까? 수소문 같은 건 기대할 수 없는 지금, 디아나를 찾기 위해서는 디아나가 과연 집을 나서서 어디로 갔을지 생각을 해봐야한다. 디아나는 나 때문에 뛰쳐나갔다. 그렇다면 혹시, 나와 뭔가 추억이 있을 만한 곳에 가지는 않았을까? 자만하는 건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이거 말고는 딱히 구원이 생각해낼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구원은 짐작이 가는 곳을 차례차례 둘러보기로 했다. 디아나와 처음 만났던 여관. 디아나에게 처음 옷을 사줬던 옷가게. 디아나와 추억이 있는 곳은 꼼꼼히 살펴봤지만, 디아나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역시나 그렇게 일이 쉽게 풀릴 리는 없다는 건가. 하지만 이곳들을 제외하고 나면, 정말로 짐작 가는 바가 없다. 난 내가 본 디아나만 알고 있을 뿐이니까. 나와 만나기 전 디아나가 어디에 어떤 추억을 가지고 있는지, 이런 때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 젠장. 내가 디아나를 이렇게 몰랐나? 이제는 정말로 짐작 가는 곳이 한 군데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구원의 뇌리에 천사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레이아라는 이름을 가진 천사의 얼굴이 말이다. 그래. 디아나에게 정신이 팔려서 잠깐 신경을 못 썼지만, 지금 급한 불을 꺼야 하는 건 디아나뿐만이 아니다. 어젯밤에 신전에서 잠을 자러 돌아간 레이아 역시 급한 건 마찬가지다. 내 착각이 아니라면, 레이아가 요즘 저택에서 잠을 잔 건 나에게 호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었다. 그냥 파티에 애착이 생겨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구원은 레이아도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기 시작했다는 쪽에 더 무게를 싣고 있었다. 사라나 디아나와 잘 되가니까 그냥 자신감 과잉이 된 건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간에 구원의 생각이 맞는다고 한다면, 레이아가 신전으로 돌아가서 잠을 잔 건 상당히 위험한 신호다. 어차피 디아나는 지금으로선 찾을 방법이 없다. 디아나는 저택에 돌아왔을 때 차분히 얘기해보도록 하고, 우선은 어디에 있는지 확실한 레이아와 먼저 얘기를 해보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Brokenherat // 여자가 남자보다 고렙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구원이 특이한 경우지, 다른 남자들은 할 수 있는 횟수가 한정돼있으니까요. 단순히 횟수만 비교해도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압도적으로 많이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꼭 고렙은 고렙과 해야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복상사 하지 않을 수준의 레벨만 데려다가 왕창 따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고레벨이 저레벨을 대량 학살한다고 해서 경험치가 아예 안들어오는 건 아니죠. 효율이 조금 떨어질 뿐. 예를들어 고레벨 남자 A가 있다고 칩시다. A는 거의 무조건 자신과 비슷한 레벨대의 여자와 해야 됩니다. 쌀 수 있는 횟수가 한정되어 있으니, 그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레벨을 올려야 하니까요. 하지만 A를 상대하는 비슷한 레벨대의 여자는, A를 상대하고나서 A가 나가떨어져도 다른 남자를 더 상대 가능합니다. 결과적으로 A보다 여자가 더 레벨이 높아지죠. 183==================== 레이아의 진심. 그리고 디아나, 또 다시 “레이아라면 지금쯤 언제나 가는 고아원에 가있을 거예요.” 그리고 구원은 당장 신전으로 향해서, 대사제에게 레이아의 행방을 물었다.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잠깐만요. 어디 가려는 거죠?” “네? 그야 당연히 레이아한테….” “교육을 받으러 온 게 아니었나요?” “아, 아하하. 저기, 그게, 오늘은 조금 바쁜 일이 생겨서요. 나중에 다시 올게요.” “…그러고 보니 어젯밤엔 그 애가 오랜만에 여기서 잤었죠. 혹시 레이아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겠죠? 전에도 얘기했다고 생각합니다만, 우리 레이아를 울리면 가만두지 않겠어요.” “무, 무슨 일이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잠깐 오해가 생긴 것뿐이에요. 대사제님이 보기엔 제가 레이아를 울릴 놈으로 보입니까?” 마치 장모님에게 압박받는 사위가 된 심정으로, 구원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서, 저도 당신에게 조금 신뢰가 생기고 있었어요. 모쪼록 제 신뢰를 배신하지 않기를 바라죠.” “무, 물론입니다. 믿어주십쇼! 그럼 오늘은 이만!” 대사제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압박감을 뒤로 하고, 구원은 재빨리 고아원으로 향했다. 빈민가라는 이름답게, 거리는 정리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서 고아원으로 가는 길은 상당히 복잡했다. 하지만 맵이 있는 구원에게 한 번 가본 곳을 다시 찾아가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고아원에 도착하자, 레이아가 건물 밖에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었다. 아이들과 놀아주며 언제나처럼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레이아를 보고, 구원은 조금 안심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 저 미소야. 저 미소가 바로 내 마음의 안식처야. 아직 이쪽을 알아채지 못한 레이아에게 다가가며, 구원은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다. “레이아!” “엣?! 아…. 구, 구원씨….” 하지만 레이아의 그 환한 미소는, 구원의 얼굴을 보는 순간 순식간에 흐려졌다. “여긴…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냐니?! 그야 당연히…!” 구원은 레이아에게 당장이라도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 싶었지만, 숨을 고르고 참았다. 디아나를 설득할 때 실패한 것도, 이렇게 서두르다가 행동이 앞서서 그렇게 된 거다. 조금 진정하자. 그리고 레이아와 진심을 털어놓기엔 주변에 시선이 너무 많았다. 일단은 평소처럼 행동하면서 레이아의 저 슬픈 표정부터 조금 완화시키고, 기회를 노리자. “당연히…네가 여기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왔지. 전에 말 했잖아. 여기 올 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서 꼭 나랑 같이 오자고.” “하, 하지만….” “뭐하고 있었어? 도와줄게.” 그때 꼬맹이들도 구원을 발견하고 이쪽에 다가왔다. “앗, 레이아 누나 남자 친구다!” 나이스 어시스트다. 꼬맹이들아. 그동안 귀찮은 것도 무릎 쓰고 좀 놀아준 보람이 들게 만들어주는구나. “얘, 얘들아! 그런 거 아니야! 구원씨한테 실례잖니!” 레이아는 평소보다 강한 어조로 아이들을 타일렀다. “괜찮아. 애들한테 왜 그래? 레이아답지 않게.” “하, 하지만…!” “괜찮다니까. 자, 얘들아. 형이랑 뭐하고 놀까.” 구원은 일단 평소처럼 애들을 데리고 놀아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곤혹스런 표정을 짓던 레이아도 일단은 다시 아이들을 보살피기 시작했다. “어머? 왔네요. 오늘은 웬일로 세트로 안 오나 싶었더니.” 그리고 곧 고아원 안쪽에서 크리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리스의 말로 보나, 아까 대사자와의 대화로 보나, 레이아는 다른 사람들에게 구원과 무슨 일이 있었다는 티를 내지 않았던 모양이다. 마냥 가련하게만 보이지만, 심지가 굳다고 해야 할지. 역시 레이아다. “그냥 조금 늦잠을 자서. 너도 마나풀 서식지에서 나왔나보네?” “그럼요. 그때부터 얼마나 지났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보다 당신.” “응?” “레이아랑 무슨 일 있었죠?” 말 자체는 의문형이었지만, 크리스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느껴졌다. 어, 어라? 레이아가 티 안내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어떻게 알았어? 레이아가 말해줬어?” “레이아가 자기 힘든 일을 다른 사람한테 말할 리가 없잖아요? 당신 레이아랑 같이 다닌 시간이 얼만데 아직까지 그런 것도 몰라요? 그냥 보면 알아요. 저기 안보여요? 레이아가 당신을 볼 때만 마치 비극의 여주인공 같은 표정이 되잖아요.” 진짜다. 구원이 레이아 쪽을 보자 레이아는 바로 고개를 홱 돌렸지만, 그 사이에 힐끔 보인 레이아의 표정은 확실히 크리스가 말한 대로 비극의 여주인공 같은 표정이었다. “…괜찮아. 약간 오해가 생긴 것뿐이야. 내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어. 맡겨둬. 대사제님한테도 그렇게 얘기하고 왔는걸.” “꼭 그러길 바랄게요. 레이아를 울리면 대사제님한테 갈 것도 없이 제가 당신 가만 안 둘 거예요.” 크리스는 구원에게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아이들에게 향했다. 이거 왠지 점점 더 부담감이 심해지는 걸? 아니. 어차피 여기서 제대로 못하면 레이아를 잃을 뿐이다. 그것보다 더 끔찍한 것도 없으니, 부담감이 더 심해질 것도 없지. 구원은 아이들과 놀아주면서 기회를 살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아이들의 낮잠 시간이 돼서야 겨우 레이아와 조금 얘기할 시간이 생겼다. “레이아. 오늘은 왜 나한테 얘기도 없이 혼자 온 거야?” “하, 하지만…. 사라씨가…. 구원씨야 말로 사라씨와 같이 안계시고 여기 오셔도 괜찮으세요?” “당연히 괜찮지. 왜? 내가 너 도와주러 오면 사라가 뭐라고 할까봐?” “그, 그런 건 아니지만…. 그래도 구원씨는 이제 사라씨와….” 레이아는 가련한 표정으로 말했다. 꼬리도 귀도 힘없이 축 쳐져서, 보는 내 마음이 쿡쿡 쑤실 정도로 애처로운 모습이었다. 역시 우리 천사님한테 이런 모습은 어울리지 않아. 한시라도 빨리 레이아에게 내 진심을 전하지 않으면. 하지만 막상 얘기를 하려고 하니, 꽤나 용기가 필요했다. 디아나의 경우와는 다르다. 디아나는 그 누구에게도 한 적 없는 키스를 약속한 것도 있어서, 얘기만 제대로 하면 날 확실히 받아들여 줄 거라는 확증이 있었다. …뭐, 그 얘기도 제대로 못해서 이 지경이 되기는 했지만. 아무튼 디아나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레이아는? 아무것도 없다. 있는 거라곤 요즘 레이아와도 분위기가 좋았다는 구원 혼자만의 생각과, 사라와의 관계를 알리자 레이아가 슬퍼했다는 정황상 증거뿐이다. 만약 레이아가 날 좋아한다고 해도, 그 마음이 과연 내 하렘 선언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로 클까? 솔직히 자신이 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된다. 그래도 하는 수밖에 없었다. “레이아. 잘 들어. 그래. 난 사라와 깊은 관계가 됐어.” “흐윽.” 구원이 말하자, 레이아가 마치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축 처진 귀를 양 손으로 접듯이 덮어버리고, 고개를 저었다. 구원은 그런 레이아의 손목을 붙잡아 귀에서 떨어뜨려놓고, 말을 이어나갔다. “들어봐 레이아. 하지만 내가 사라와 깊은 관계가 됐다고 해서….” “레이아. 슬슬 환자분들을 보러…어머.” 구원이 레이아에게 마음을 토하려고 했을 때, 마치 노리기라도 한 것 같은 타이밍에 방해가 들어왔다. “크리스 너….” “어머. 미, 미안해요. 중요한 얘기 중이었나 보네요? 그런 전 밖에서 기다릴게요.” 다행히 크리스는 눈치가 빨라서, 금방 자리를 비켜줬다. 하지만 크리스가 자리를 피해줬다고 해서, 이미 깨진 분위기까지 원상복구 되는 건 아니었다. “…기, 기다려요, 크리스! 저도 지금 갈 거예요.” 레이아는 자리를 벗어날 기회를 얻었다는 듯이 순식간에 크리스를 따라가 버렸다. “그대 안에 혼돈이 있소.” 어느 샌가 다가온 카일이 한 손을 구원의 어깨에 얹으며 말했다. 시끄럽다. 고자 돼서 강제 해탈한 짝퉁 땡중놈아. 카일의 손을 뿌리치고, 구원은 레이아의 뒤를 쫓았다. 밖에 나가자, 크리스가 이쪽을 보며 미안하다는 듯이 두 손을 모았다. 늦었다, 이것아. 넌 내가 레이아랑 잘 되길 기도해라. 잘못되면 평생 원망해줄 테니까. 그리고 빈민가를 돌아다니면서 치료를 하는 동안, 아까까지는 볼 수 없었던 레이아의 이상 행동이 시작됐다. 레이아는 평소에 빈민가 사람들을 치료할 때도 손에 빛을 두르고 치유 마법을 사용해왔다.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신성력을 아끼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을 치료해 줄 수 있다는, 레이아 특유의 천사 같은 마음씨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오. 레이아님. 오늘도 치료를…잘 부탁드립니다.” “앗, 네…. 에잇.” 허리에 문제가 있는지 웬 노인이 상체를 걷고 허리를 내밀자, 레이아의 손이 방황했다. 그리고 레이아는 어째선지 구원의 눈치를 보더니, 손을 허공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노인의 허리에 직접 빛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오, 오늘은 직접 어루만져주시지 않는 겁니까?” “네? 앗, 네. 그게, 이제는 저도 성장해서 이 정도는 괜찮아요.” 레이아의 대답에 노인은 실망스런 표정을 지었다. 역시나 저런 노인일지라도, 레이아가 직접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걸 기대했던 모양이다. 쌤통이다 이것아. 마치 너 때문이라고 하는 것처럼 이쪽을 노려보는 노인에게 구원은 코웃음을 쳤다. 그리고 그 다음 환자도, 또 다음 환자도, 레이아는 직접 손을 대지 않고 치료를 했다. 레이아가 성장을 해서 이러는 게 아니라는 건, 그 다음 환자에서 밝혀졌다. 다음 환자인 여성 환자에게는 평소처럼 손을 대서 치료를 한 거다. 그렇다면 아까 그 변명은 뭐였던 거지? 설마 거짓말을 한 거야? 그때부터 구원은 레이아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리고 한 가지 사실을 눈치 챘다. 레이아는 남자 환자들을 대상으로 할 때 치료만 신성력 소모가 더 큰 원거리 치료를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접촉 자체를 피하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구원도 레이아가 다른 남자를 피하는 건 좋았다. 하지만, 그래도 저건 아니다. 저런 건 평소 천사 같은 레이아로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행동이다. 구원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레이아의 손을 붙잡았다. “레이아, 잠깐 나 좀 봐. 크리스, 미안한데 잠깐만 혼자서 치료 하고 있어줘.” “구, 구원씨…?!” “네? 혼자서는…! 다, 다녀오세요.” 크리스는 불평을 하려고 했지만, 구원이 노려보면서 입을 벙긋벙긋하자 금방 말을 바꿨다. 제대로 입모양을 읽은 모양이다. ‘아까 방해’ 라고 한 입모양을 말이다. 그리고 구원은 레이아를 데리고 무작정 사람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구, 구원씨. 어디에 가시는 거예요?” 레이아는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상황도 마음에 안 든다. 레이아가 나를 향해 저런 목소리를 내다니. 역시 죽이 되든지 밥이 되든지 간에 확실히 할 필요가 있겠어. 구원은 레이아를 데리고 좁은 골목길로 들어간 다음,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 “레이아. 우리 얘기 좀 하자.” “얘, 얘기요? 이런 곳에서요?” 레이아의 불안한 표정과 몸짓을 보고, 구원은 괜히 더 슬퍼졌다. 그리고 천사님을 저렇게 만든 자기 자신에게 짜증이 났다. “…갑자기 이런 데로 끌고나온 건 미안해. 그래도 도저히 당장 얘기하지 않으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어, 어떤 얘기를….” “…그렇군. 일단, 레이아. 오늘 조금 이상했잖아? 왜 그런 거야?” 솔직히 바로 하렘 선언부터 할 용기는 없어서, 구원은 비겁하지만 일단 변화구를 던졌다. 레이아가 먼저 자신의 심경을 말해주도록 말이다. “이, 이상하다니요? 저는 평소처럼….” “아니. 전혀 평소 같지 않았어. 성장을 해서 신성력 소모가 더 큰 방법으로 치료를 해도 된다니. 내가 아는 레이아라면 절대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아. 내가 아는 레이아라면, 아무리 자기 자신이 성장해도 계속 효율적인 방법으로 더 많은 사람을 치료해주려고 할 거야.” 구원의 말에 레이아의 눈동자가 거세게 떨렸다. 하지만 곧 레이아가 구원을 원망스런 눈동자로 쳐다봤다. “구원씨가…구원씨가 절 얼마나 아신다고 그런 말을 하시는 건가요?” 마냥 천사 같던 레이아가 저런 표정으로 저런 말을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서, 구원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전편에서 구원이 디아나를 찾으러 뛰쳐나가는 부분부터 내용을 전부 수정했습니다. 디아나를 찾다가 포기하고 레이아부터 찾아가는 방향으로요. 앞으로 생각해둔 전개로 가려면 이쪽이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요. Damaoka, 슈리온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184==================== 레이아의 진심. 그리고 디아나, 또 다시 “구원씨는 언제나 절 천사라고 말해주시면서 칭찬해주시지만, 전 구원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저도 사람이고, 감정이 있어요! 항상 구원씨가 그리는 이상적인 모습만 보여줄 수는 없단 말이에요!” 마치 울분을 토하는 것처럼 레이아가 외쳤다. “레, 레이아….” “그리고! 아까 그 모습은 오히려 구원씨가 이상적으로 생각하시던 모습 아닌가요?!”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상상조차 못했던 레이아의 모습, 그리고 상상치도 못했던 말에 구원은 그저 계속해서 당황할 뿐이었다. “그렇잖아요?! 사라씨를 좋아하시는 거죠?! 사라씨도 그렇잖아요! 다른 남자들은 철저히 피하고, 구원씨만 바라보고! 구원씨가 원하시는 모습이 그런 모습 아니었나요?! 그래서 사라씨를 택한 거 아닌가요?!” 말을 마치고, 레이아의 커다란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잠깐 기다려. 지금 뭐라고 한 거지? 그러니까, 레이아의 그 행동들이 사라를 따라한 거라고? 일부러 다른 남자들과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대화도 평소보다 적었던 게? 그리고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던 거짓말까지 한 게? 레이아가 그런 식으로 사라를 따라한 건, 말할 것도 없이 나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나에 대한 레이아의 마음이 그만큼이나 크다는 말도 된다. 기쁜 마음과 당혹스런 마음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 섞여서, 구원은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었다. “이미 늦은 건 알아요! 구원씨는 이미 사라씨를 택하셨는 걸요! 하지만…그래도 전…!” “…아, 그…잠깐만.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정리해보자. 우선 레이아. 내가 그런 모습을 좋아한다는 건 틀렸어. 아니. 물론 사라의 그런 모습도 좋아하는 건 맞아. 하지만 그건 사라여서 좋아하는 거지, 그런 행동을 한다고 누구나 다 좋아하는 건….” 구원이 거기까지 말하자, 레이아의 눈에 맺혀있던 눈물이 결국 한 방울 주르륵하고 떨어졌다. 으아아아! 이러면 나 좋아한다고 고백이나 마찬가지인 말을 한 애한테 여자 친구 자랑만 하는 또라이같잖아! “우, 울지 마! 얘기 끝까지 들어!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난 레이아는 평소의 레이아 대로 있는 게 제일 좋다는 거야!” “하지만 결국 사라씨와…!” “그러니까 사라는 사라! 레이아는 레이아! 그래. 난 사라를 좋아해. 그래서 깊은 관계가 됐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이아를 좋아하지 않는 건 아니야.” “그, 그게 무슨….” “난 욕심이 많은 쓰레기라서, 사라와 그런 관계가 됐다고 너를 향한 마음을 간단히 접을 수 없어. 사라를 좋아하는 만큼 레이아 역시 좋아한단 말이야. 레이아만 허락해 준다면 레이아와도 사라 같은 관계가 되고 싶을 정도야.” 이런 젠장! 하나하나 차근차근 얘기하자고 해놓고 멍청하게 또 고백부터 해버렸다! 어쩌다가 이런 얘기가 된 거지? “그,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래! 레이아한테는 레이아만의 매력이 있으니까, 다른 사람을 흉내 내려고 어울리지 않는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레이아는 구원의 말을 듣고 여러 가지 반응을 보여줬다. 처음에는 멍한 표정이었다가, 점점 구원이 한 말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는 듯이 감격에 찬 표정으로 변하고, 마지막엔 뭔가를 깨달은 듯 다시 슬픈 표정을 바뀌었다. “하지만 사라씨는….” 역시 우리 애들은 하나같이 다 착해빠져서 문제다. 솔직히 내가 얘들 입장이라면, 다른 애인이 있든 말든 일단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지는 걸 중시할 거다. 그런데도 디아나도 레이아도 사라를 걱정해서 자신이 물러서려는 반응을 보여준다. 여기서 사라가 인정해줬다고 하면, 훨씬 일이 잘 풀릴 거다. 레이아도 아무 부담감 없이 나에 대한 감정을 고백해줄 거다. 하지만 구원은 그럴 수 없었다. 그러면 마치 다른 사람과 이어지는데 사라를 이용하는 것 같잖아. 사라는 나 같은 쓰레기의 욕심을 이해해준 거다. 다른 여자를 더 꼬드기려는 시점에서 헛소리라는 생각밖에 안 들겠지만, 그래도 사라를 이용하지 않는 게 마지막까지 지켜야할 선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사라는 신경 쓰지 말고, 지금은 네 진심을 들려줘. 레이아. 난 널 좋아해. 아니, 사랑해. 넌 날 어떻게 생각해?” “하지만…하지만 전…구원씨가 생각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에요….” “그러니까 아까 그건….” “아니에요!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전 구원씨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기적이고, 질투도 심한 여자에요. 구원씨한테 사랑받은 자격은 없어요. 사라씨와 디아나씨가 구원씨를 두고 다툴 때는 언제나 착한척하면서 구원씨의 마음을 사려고 했고, 구원씨가 사라씨나 디아나씨와 조금만 친한 모습을 보여줘도 언제나 질투하면서 은근 슬쩍 방해도 했고. 구원씨가 눈치 채지 못하셨을 뿐이지 전 구원씨가 생각하는 것만큼 착한 여자가 아니에요. 그런데도…. 그런데도 구원씨는….” 레이아는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는 것처럼 구원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면서 구원을 쳐다봤다. 레이아가 그런 짓도 했었나? 레이아는 저렇게 말하지만, 구원은 짐작 가는 바가 전혀 없었다. 그냥 내가 맨날 레이아한테 좋아서 매달린 기억밖에 없는데. 그리고…. “그게 어때서?” 레이아의 속내가 내가 지금까지 멋대로 생각했던 레이아가 아니더라도, 전혀 상관없었다. 본심이 어쩌고 해도, 결국 내가 지금까지 본 레이아는 거짓이 아니다. 그리고 저렇게 고백해오는 시점에서 역시 레이아는 천사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조그만 이기심이나 질투심조차 죄책감을 느낄 정도라니. 대체 사람이 얼마나 착해야 이렇게 되는 걸까? “네?!” “그게 어때서 그래? 이기적인 거 좋잖아.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래. 그렇게 따지면 난 혼자서 너희들을 독차지하려는 쓰레기인걸. 그리고 질투? 그 정도면 귀엽잖아. 오히려 더 질투해줬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야.” “하, 하지만….” “그리고 무엇보다. 말 했잖아? 난 레이아를 좋아한다고. 레이아가 어떤 마음으로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내 마음은 변치 않아. 난 레이아라서 좋은 거야. 레이아가 자기 마음에 솔직하게 행동하는 건데 내가 그걸 왜 싫어해? 사랑받을 자격이라니? 나한테 사랑받는데 자격같이 거창한 거 필요 없어. 오히려 내가 너한테 사랑받는데 자격이 필요하다면 모를까.” “구, 구원씨….” 레이아가 눈물을 흘리며 구원에게 매달렸다. “그러니까 레이아. 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딱 하나. 네 진심만 말해줘. 날 어떻게 생각해?” “좋아해요! 구원씨가 절 구원해주신 그날부터, 계속 좋아했어요!” “나도 좋아해. 우리 둘이 서로 마음만 통하면, 그걸로 된 거잖아?” “정말로, 정말로 저 같은 여자를 받아주셔도 괜찮으세요? 전 정말로….” “괜찮아. 얼마든지 받아줄게. 그러니까 네 진심을 마음껏 나한테 부딪혀도 돼.” “구원씨…!” 레이아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눈물을 흘리면서 구원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구미호 상태가 아닌 레이아와 처음 맞춘 입맞춤은 달콤하고 황홀한 맛이 났다. 마치 내 전부가 빨려 들어갈 것 같이…뭐?! 전부 빨려 들어가?! 설마?! 살짝 눈을 떠서 시야 구석을 바라봤다. …역시 빨리고 있어. 생명력 게이지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이런 젠장. 좋은 분위기에서. 구원은 황급히 레이아에게서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레이아는 구원에게서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는 듯이, 다리까지 구원의 허리에 휘감았다. “구원씨. 구원씨. 구원씨. 사랑해요. 누구보다. 사라씨보다도. 누구보다도 더. 그러니까 더. 더 절. 저만을 바라봐요….” 쪽쪽 쪼아대듯이 키스를 하면서, 레이아는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그 눈빛은 이미 요사로운 보랏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등 뒤에는 아홉 개의 꼬리가 넘실대고 있었다. …완전히 구미호로 변했는데, 제대로 말을 하고 있다. 설마 드디어 구미호 상태에서 완벽히 컨트롤이 가능해진 거야? 이 타이밍에? 뭐야 이거. 무슨 만화도 아니고. 이럼 마치 사랑의 힘으로 각성이라도 한 것 같잖아. “레이아? 정신이….” “구원씨. 사랑해요. 구원씨. 구원씨.” 응. 아니었다. 그래 그럴 리가 없지. 레이아는 그저 말을 반복할 뿐, 완전히 이성이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구원이 아무리 말을 걸어도, 계속 같은 말만을 반복했다. 그나저나 이거 어쩌지. 아무리 인적이 드문 골목이라지만, 언제 누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다. 그리고 레이아는 섹스를 한 번 하기 전에는 구미호 상태가 풀리지 않는다. 일단 여기서 한 판 해야 되는 건 확정이다. …들키지 않겠지? 만약 누군가에게 들켜서, 레이아와의 사이가 또 서먹해지면 진짜 죽고 싶어질 거다. 겨우 이렇게 서로 마음이 통했는데. 구원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보려고 하자, 바로 레이아가 양손으로 구원의 얼굴을 감싸서 고정시키고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좀 더 저만을. 저만을 바라봐주세요. 구원씨. 구원씨.” 에잇. 모르겠다. 일단 레이아부터 원래 상태로 만들고 생각하자. 그러려면 일단 이 자세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 레이아가 자신의 다리를 구원의 허리에 휘감고 안겨있는 덕분에, 도저히 물건을 꺼낼 수가 없었다. “레이, 으읍. 레이아. 이것 좀….” 구원이 물건에 힘을 줘서 어필하자, 레이아가 요염하게 허리를 움직여 옷 위로 자신의 음부를 구원의 물건에 비벼댔다. 구미호가 된 레이아의 행동은 역시나 요염하기 그지없어서, 그 행동만으로 엄청나게 자극이 됐다. 으아아. 미치겠네. 흔드는 건 좋은데 일단 넣고 하자. 구원은 팔에 힘을 줘서 허리에 감긴 레이아의 다리를 풀고, 겨우 바지의 앞섶을 풀러 물건을 꺼냈다. 하지만 레이아가 떨어진 것도 잠시, 레이아는 다시 구원의 허리에 다리를 감고 허리를 움직였다. 구원의 물건은 드러난 상태지만, 여전히 레이아는 옷을 입은 상태. 레이아가 사제복 너머의 음부로, 완전히 드러난 물건을 자극해왔다. 마치 신성한 존재를 더럽히는 것 같은 배덕감에 구원은 평소보다 더 흥분이 됐다. 구원은 한 손으로 레이아의 엉덩이를 꽉 붙잡아 잠깐 허리를 떨어뜨리고, 나머지 손을 움직여 레이아의 사제복 치마부분 앞면을 옆으로 넘겼다. 사제복은 개조 이후로 차이나 드레스 같은 모양으로 옆이 깊게 파여서, 쉽게 옆으로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레이아가 다시 자신의 음부를 물건에 비벼올 때, 레이아의 엉덩이 뒤로 팬티를 잡고 간신히 옆으로 넘겼다. 드디어 음부와 물건이 맨살 대 맨살로 마주하게 되자, 레이아는 마치 기름칠을 하듯이 자신의 음부에서 흘러나온 액체를 구원의 물건에 쓱쓱 발랐다. 그리고는 곧장 구원의 물건을 집어삼켰다. “히으으응으응읍!” 레이아가 신음성을 올리려는 것을, 구원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아 간신히 막았다. “흐응읍! 흐읍! 흐으으읍!” 그렇게 손에 입을 막히고도, 레이아는 끊임없이 턱을 움직이며 뭔가 말하는 것 같았다. 입모양은 보이지 않지만, 구원은 레이아가 뭐라고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이거 아마도 내 이름을 연호하고 있는 거겠지? 레이아는 다시 키스하고 싶다는 듯이 고개를 내 얼굴 쪽으로 향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미안 레이아.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야. 이해해줘.” 키스로 소리를 막는 건,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 그럴 의지가 있을 때나 통하는 거다. 이렇게 정신을 놓고 신음소리를 줄의 의지가 없는 상대한테 키스를 해봤자, 소리가 새어나오지 않게 막는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 구원이 단호하게 말하자, 레이아가 불만스런 표정으로 입을 막은 손바닥을 날름날름 핥아왔다. 그 간지러운 느낌에 깜짝 놀라서 그만 손을 뗄 뻔 했지만, 구원은 간신히 참았다. 하지만 레이아의 공격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9개의 꼬리를 이쪽으로 향하게 하더니, 각각 다른 부위를 간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꼬리 두 개는 다리를. 또 두 개는 팔을. 하나는 목을 휘감고 구원을 고정시켰다. 그리고 나서 두 개로는 구원의 양 가슴을 간질이고, 하나는 구원의 복근을, 하나는 구원의 엉덩이 쪽으로 돌려 위험한 부분을 간질이는데, 그 쾌감이 장난 아니었다. 지금까진 구미호가 전력을 다한 게 아니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었다. 이 요망한 구미호 같으니라고. 난 남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이런 짓을 하다니. 남한테 들키면 결국 나중에 부끄러워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거든? 구원은 바로 반격을 가하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85==================== 레이아의 진심. 그리고 디아나, 또 다시 레이아가 꼬리로 팔다리를 구속하고 있다지만, 정작 허리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긴 팔다리도 내가 조금만 힘을 주면 움직일 수 있는데도, 레이아의 꼬리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 참고 있는 것에 불과하지만. 아무튼 구원은 자유로운 허리를 뒤로 뺐다가 힘껏 밀어붙였다. 그 한 번의 움직임에 레이아는 벌써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그 와중에도 꼬리를 움직여서 계속 구원을 자극하는 건 구미호의 본능이라고 해야겠지. 그 증거로, 구원의 손바닥을 핥던 혀는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다. 구원은 레이아의 반응에 만족하며, 이번에는 짧게 끊어 치듯 허리를 움직였다. “히읍! 흣! 흡! 흐읍!” 분명 손으로 입을 단단히 막고 있는데도 레이아의 가는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솔직히 들키는 거 아닐까 엄청 신경 쓰였지만, 이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는 거라면, 빨리 싸버려서 구미호 상태를 해제시키는 거다. 그러는 편이 들킬 확률을 줄여줄 거다. 최대한 빨리 싸기 위해서, 구원은 물건 끝의 민감한 부분을 긁듯이 허리를 움직였다. 하지만 썩어도 성자. 자기 자신이 기분 좋아지기 위해서 움직인 거지만, 무의식적으로 또 레이아의 민감한 부분을 자극해 버렸다. 레이아는 구원의 허리에 감은 다리에 꼬옥 힘을 줘서 물건의 뿌리 끝까지 집어 삼키고, 그대로 허리를 빙글빙글 돌렸다. …역시 구미호. 내가 기분 좋아지는 것만 놓고 생각해본다면, 스스로 움직이는 것보다 레이아가 움직이는 게 확실히 더 기분 좋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안 움직일 건 아니지만 말이다. 어차피 레이아는 구미호의 본능 때문에 기절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쾌감에 녹아내려도 허리는 무의식적으로 움직인다. 구원은 허리를 짧게 끊어 치면서, 남아있는 한 손으로 레이아의 큼지막한 가슴을 만졌다. 하아. 역시 최고야. 이 가슴을 만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것 같아. 아무 생각 안하고, 그저 가슴에만 집중하게 된다. “하아아앙! 하아앗! 하앗! 구원씨! 구워으응읍! 츄릅! 흐읍! 구원씨이잉!” 뜨헉! 너무 가슴에 집중해서, 실수로 입을 막던 손도 내려서 가슴을 만지고 말았다. 입이 막혀 있을 때도 계속해서 고개에 힘을 주고 있던 레이아는, 손이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바로 구원의 입술에 달라붙었다. 역시 입술을 맞대고 있어도, 레이아가 소리를 죽일 생각이 없다보니 엄청 소리가 샌다. 아니. 소리가 샌다고 할까, 그냥 울려 퍼지고 있다. 키스하는 중간 중간에 내 이름을 연호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원래대로라면 당장이라도 다시 저 입을 틀어막아야 하겠지만, 구원을 그럴 수 없었다. 젠장. 이 마성의 가슴 같으니라고. 두 손이 용접이라도 된 것처럼 떨어지지 않아! 아니, 천사님 가슴이니까 마성의 가슴이 아니라 신성의 가슴인가? 어감이 이상하네. 아무튼 그런 이유로, 구원은 레이아의 가슴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 이걸 만지고 있는 게 내 흥분도 더 북돋아지니까. 이건 결코 나 스스로의 만족만을 위한 게 아니야. 내가 흥분해서 빨리 싸야 레이아의 구미호 상태도 빨리 풀리니까. 그걸 위해 이러는 거야. 구원은 그렇게 자기변호를 하면서, 레이아의 가슴을 꽉 주물렀다. “하응! 구원씨이!” 안 그래도 내 손바닥에 다 잡히지도 않는 가슴인데, 레이아는 그걸 내 손바닥에 밀어붙이듯이 가슴을 쭉 내밀었다. 입술, 가슴, 음부. 전신으로 레이아를 느끼며 그렇게 움직이고 있자니, 슬슬 구원도 사정감이 몰려왔다. “레이아 슬슬 쌀게.” 어차피 제정신이 아닌 이상 대화를 하는 건 의미 없는 짓이겠지만, 그래도 구원은 그렇게 말했다. 구원의 말을 알아들은 건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구원이 쌀 거란 걸 알아챈 건지, 레이아는 구원의 목에 두른 팔에 더 꽉 힘을 주고 키스를 해오며 허리를 격렬히 움직였다. “흐으으으으으읍!” 그리고 구원의 사정과 동시에, 레이아도 절정에 달했다. 레이아는 구원을 꼭 끌어안은 채로 바들바들 떨면서 절정의 쾌감을 즐겼지만, 구원은 그 기분 좋은 쾌감에 빠져있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멀리서 아는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레이아! 아이참, 대체 어디 간 거야?” “흐헉!” 구원은 기겁해서 자기도 모르게 괴성을 지르고 말았다. “응? 거기 누구 있어요?” 큰일 났다! 이리로 오잖아!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떨어져서…. 구원이 허리에 둘러진 레이아의 다리를 황급히 내렸을 때, 크리스가 구원이 있는 골목으로 진입했다. 아직 물건은 안 뺐는데! 하지만 늦었다. 지금 빼면 확실히 들킨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구원이 크리스 쪽으로 등을 돌리고 있어서 크리스가 보기엔 그냥 구원과 레이아가 끌어안고 있는 걸로 보일 거라는 점이다. 구원은 바지 앞섬만 풀고, 레이아는 치마앞부분과 팬티만 젖혀놓고 이어진 거였으니 말이다. “…둘이서 이런 곳에서 뭐하는 거예요?” “야, 너 진짜 타이밍…. 지금 바쁘니까 조금만 있다 와라.” 구원은 얼른 크리스를 쫓아내기 위해서 다급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구원은 손으로 저에 가라고 휙휙 내저었다. “무슨 소리에요? 레이아, 대답해봐. 혹시 구원씨가 무슨….”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있냐. 얘 지금 기절했는데. “흐윽. 흑.” 참고로 이거 우는 거 아니다. 절정의 여운을 느끼며 내는 신음소리를 가슴에 파묻혀서 내다보니 흐느끼는 것처럼 들리는 것뿐이다. 덤으로 몸까지 바들바들 떨고 있어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진짜로 우는 것처럼 보일 거다. “야. 너 좀. 친구가 인생 최고로 중요한 순간을 맞이했는데 방해하고 싶냐? 그렇게 눈치가 없어?! 뭐하는 건지 궁금하면 나중에 물어봐!” “바, 방해…. 미, 미안해. 그럴 생각 없었어.” 그리고 구원은 그걸 레이아가 감격에 차서 우는 걸로 포장했다. 구원의 으름장에, 크리스의 발걸음 소리가 황급히 멀어져갔다. …갔지? 구원은 힐끔 뒤를 돌아봐 확인을 했다. 좋아. 갔네. 크리스가 멀어진 걸 확인하고 나서, 구원은 재빨리 뒷정리를 시작했다. 일단 물건을 뽑…기 전에 인벤토리에서 수건을 꺼냈다. 그 수건을 이어진 부분에 꼼꼼히 맞대고, 구원은 물건을 뽑았다. 물이 터져 나오는 소리와 함께, 이음부에서 레이아의 애액과 구원의 정액이 뒤섞인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그냥 뽑으면 큰일 날 뻔 했네. “레이아. 레이아. 정신 차려.” 구원은 황급히 뒤처리를 마치고, 레이아를 흔들어 깨웠다. “으음…구원씨…?” 레이아는 멍한 눈동자로 구원을 올려다봤다. 섹스의 여운이 아직 사라지지 않아서 상기된 얼굴로 이렇게 바라보는 모습은 상당히 섹시해보였다. 레이아는 잠깐 동안 그렇게 멍하니 구원을 올려보다가, 점차 의식이 확실해지는 듯 눈이 커지더니 구원과 황급히 떨어졌다. 마치 구원을 피하는 것처럼 말이다. “레, 레이아?! 왜 그래?!” “엣, 엣? 여긴…? 왜 구원씨가…앗…. 아아….” 레이아는 섹스하기 전 상황이 기억이 안나는 듯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더니, 점차 기억이 나기 시작한 모양이다. 떨리는 눈으로 구원을 바라보더니, 눈물을 한 방울 주르륵 흘렸다. “흐윽….” “왜, 왜 그래, 갑자기?!” “아니…흑. 아니에요. 저, 저…너무 기뻐서….”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필사적으로 눈물을 닦으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그 두 눈에서 눈물은 하염없이 흘렀다. “레이아….” 구원은 그런 레이아의 모습이 사랑스러워서 어쩔 줄 몰랐다. 안 그래도 천사인데 이런 모습까지 보여주시면 나보고 어쩌라는 거지. 만약 내 눈이 멀면 레이아가 너무 눈부셔서 그런 거다. “저 그럼…이대로 계속 구원씨를 좋아해도 되는 거죠?” “당연하지! 오히려 내가 부탁하고 싶을 정도야!” “구원씨!” 레이아는 구원에게 매달려 흐느꼈다. 구원은 그런 레이아를 안아줬다. “대사제님이랑 크리스가 레이아 울리면 가만 안 둘 거라고 했는데, 결국 이렇게 울려버렸네.” “아뇨. 흑. 이렇게 우는 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에요.” 레이아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구원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눈부시다. 이게 다른 사람이었다면 여기서 드립을 날렸을 텐데.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 털이…라든가. 이렇게 우는 것만? 잠자리에서도 실컷 울고 싶지 않아? 라든가. 하지만 우리 천사님의 미소를 보면 내 더러운 머리가 정화되는 느낌이라 도저히 그런 드립을 날릴 수 없었다. 구원은 그저 레이아를 꼭 안아주면서, 울음이 멎을 때까지 다독여줬다. “이제 진정했어?” “네….” 레이아는 구원의 품에서 조금 부끄러운 듯, 그래도 싫지는 않은 듯이 살포시 웃음 지었다. “그래도…조금 분해요.” “뭐가?” “이런 때에 키스조차 제대로 할 수 없는 제 자신이요.” “그게 무슨 소리야. 자.” 구원은 레이아의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어, 어째서….” 레이아는 당황한 얼굴로 손을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댔다. “그야. 방금 막 구미호 상태를 풀어 줬으니까. 잠깐 동안은 안 변할 거야.” “풀어…아…아앗!” 레이아는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 역시 경황중이라 거기까지 제대로 생각이 미치지 않았을 뿐, 구미호로 변했을 때의 기억도 제대로 있는 모양이다. “이, 이런…이런 곳에서…. 저….” “괜찮아. 아무도 못 봤어.” 사실 크리스가 보기는 했지만, 레이아는 그때 기절한 상태였으니 그건 모를 거다. 이건 레이아의 정신 건강을 위해 비밀로 해두자. “그런데 레이아도 대담하네. 먼저 키스를 하고.” 레이아가 어느 정도 진정된 것 같아서, 구원은 살짝 농담을 던져 분위기를 가볍게 만드려고 했다. “그, 그건…어쩔 수 없잖아요. 전 그만큼 구원씨를 조, 조, 좋아했는걸요….” 하지만 레이아의 반격기가 구원의 심장을 그대로 직격했다. “그, 그리고…구원씨라면 어떻게든 해주실 거라고 믿었으니까요….” 심지어 반격기로 끝나지 않고 후속타를 넣는 콤보까지 발동시켰다. 그, 그만둬! 내 심장의 HP는 이미 제로야! “구, 구원씨? 갑자기 왜 그러세요? 어디 아프세요?” “레이아가 너무 예뻐서 심장이 아파.” “구, 구원씨도 참!” 레이아는 구원이 놀린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을 고개를 돌리며 꼬리로 구원을 가볍게 톡 때렸다. “크헉!” 결국 결정타를 먹은 구원은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 “앗. 레이아. 저, 그, 얘기 다 끝났어?” 겨우 레이아와 돌아오자, 크리스가 호기심 넘치는 얼굴로 다가왔다. “네. 잘 끝났어요.” “어떻게 잘 끝난 건데. 얼른 알려 줘봐.” “넷?! 아, 그, 그게…구원씨!” 레이아의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에 구원은 바로 나섰다.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 네 눈에는 저기 병으로 고통 받는 빈민가의 사람들이 안 보이냐? 지금이라도 당장….” “그런 사람이 치료 중에 레이아를 끌고나갔어요? 그리고 당신이랑 레이아가 얼마나 오래 자리를 비웠는지 아세요? 벌써 제가 다 끝냈거든요?!” 미안. 레이아. 난 무력해. 사실 크리스한테 미안한 것도 있어서 더 함부로 말을 못하겠다. 레이아하고는 정말 대화만 하려고 한 거였는데, 예기치 못한 해프닝이 벌어져서 시간이 엄청나게 오래 걸렸으니까. 덤으로 마지막에 크리스가 찾아왔을 땐 크리스 잘못도 아닌데 눈치 없다고 핀잔이나 줬고. 마지막엔 나중에 물어보라고까지 했다. 응. 크리스한테 할 말이 진짜 아무것도 없네. “미안.” 구원은 도움을 청하는 레이아에게 두 손을 모았다. “자, 자. 빨리 실토해. 말 안 해주면 밤새 붙잡고 안 놔줄 거야.” “그, 그런! 오늘 밤은 안돼요!” 레이아가 당황해서 외쳤다. 그러고 보니 오늘밤은 레이아 차례지. 어…? 그럼 어쩌면 오늘 밤에는 구미호 상태가 아닌 레이아랑 즐길 수 있는 거 아냐? “응? 밤이 왜? 뭐야, 레이아! 지금 둘이 잘됐다고 그런 식으로 자랑하는 거야! 에잇! 에잇!” 크리스가 열 받은 표정으로 레이아의 옆구리를 콕콕 찌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크리스는 솔로인 모양이다. 얼굴도 반반하니 마음만 먹으면 남자 하나둘쯤은 쉽게 꼬실 수 있을 텐데 저렇게 화낼 필요가 있나? “꺄악! 크, 크리스! 그만해요! 구, 구원씨!” 미안. 레이아. 난 무력해. 그리고 솔직히 멈추고 싶지도 않아. 크리스가 콕콕 찌를 때마다 출렁이는 저 가슴 좀 봐. 역시 우리 천사님이 최고야. 레이아의 도움 요청을 무시하고, 구원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미인 둘이 엉겨 붙는 모습을 바라봤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화이트프레페 // 디아나가 그런 이유는 (아마도) 다음 파트에서 나올 겁니다. 186==================== 레이아의 진심. 그리고 디아나, 또 다시 “괜찮아?” “후우우우. …네. 가요.” 저택 앞에서 레이아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굳은 의지가 담긴 눈동자를 빛냈다. 그리고 구원의 손을 마주잡고 있던 손에 힘을 꼬옥 쥐었다. 아무래도 무척이나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긴장할 필요는 딱히 없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저렇게 스스로에게 기합을 넣는 레이아의 모습이 귀여워서 말없이 지켜만 보고 있었지만. 하긴 나도 마냥 흐뭇해 있기만 할 때는 아니다. 레이아를 설득하는데 성공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가 고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가장 어려운 상대를 남겨두고 있으니 말이다. 지고의 대마법사라는 명성을 전 세계에 떨치고 있는 디아나다. 당연히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도 장난이 아니게 높을 거다. 절대 쉽게 생각할 상대가 아닌데, 그런 실수까지 해버렸으니. 안 그래도 높은 난이도를 급상승시켜 버린 꼴이다. 지금부터 디아나를 설득할 생각만 해도 골이 아플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하는 수밖에 없지. 슬슬 디아나도 돌아올 시간이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저택에 돌아와 있을지도 모른다. 구원도 각오를 다지고, 저택으로 들어갔다. “…다녀오셨습니까.” 저택 입구에는 바네사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표정이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얘 지금 기분 엄청 나쁜 거 같은데? “어. 응. 다녀왔어. 거기 가만히 서서 뭐하고 있어?” “…디아나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뭐? 아직 안 왔어?” “…네.” 그렇게 말하면서 바네사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구원과 레이아의 마주잡은 손을 쳐다봤다. “구원님은, 디아나님을 찾으러 가신 게 아니었습니까?” 구원은 그제야 바네사가 왜 화가 났는지 눈치 챘다. 한시라도 디아나와 얘기하고 싶다면서 뛰쳐나간 놈이, 다른 여자랑 사이좋게 손을 붙잡고 온 상황이니 말이다. “아니, 그게 말이지. 말로는 다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있었거든.” 구원은 바네사에게서 슬쩍 시선을 피하며 얼버무렸다. 마음이 아프다. “하, 하지만 아직도 안 왔다니. 슬슬 돌아올 때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평소라면 그랬겠죠.” 엄청 가시가 돋쳐있다. 게다가 내가 죄인인지라 뭐라고 할 말도 없다. “그, 그래도 아직 식사 시간까지 조금 더 시간이 남았고, 곧 오겠지? 그래. 디아나가 식사 시간에 빠진 적은 없잖아?” “…….” 자신을 안심시키듯 말하는 구원에게, 바네사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정원을 통과하고 건물로 들어가자, 홀에는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머? 구…원. 왔어.” 지금 레이아와 마주잡은 손을 보고 명백하게 목소리 톤이 떨어졌는데. “…그 모습을 보니. 레이아하고는 잘 풀린 모양이네.” 역시나 인정해준다고는 했지만, 이렇게 눈앞에서 다른 여자와도 맺어진 모습을 보면 화가 나는 모양이었다. “어, 응. 뭐, 그렇지. 덕분에.” 구원이 곤란해 하고 있자, 레이아가 살짝 구원의 앞으로 나섰다. 마치 사라에게서 구원을 보호하듯이 말이다. “사라씨. 죄송해요. 사라씨와 그런 사이인 건 알지만, 저도 제 마음에 거짓말을 할 수는 없었어요. 지금부터 잘 부탁 드려요.” “…네.” 역시 레이아는 강하다. 그저 한 없이 가련하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상황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맞닥뜨리는 그 굳은 의지에, 구원은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절대 다른 뜻으로 떨리는 게 아니다. 왠지 사라와 레이아 사이에 전기가 파지직 파지직 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이거랑 내 몸이 떨리는 건 아무런 관계가 없다. “자, 구원씨 아앙 하세요.” “아, 아앙….” 그리고 식사 시간에도, 레이아는 구원에게 찰싹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레이아가 이렇게 챙겨주는 건 당연히 기쁘다. 기쁘기 그지없다. 다만, 주위의 시선이 따가웠다. “레, 레이아. 구원도 밥 정도는 혼자서 먹을 수….” “그래도. 내버려두면 구원씨는 고기만 골라서 드시는 걸요. 골고루 먹지 않으면 중요한 때에 제대로 힘을 못 쓰게 될 거예요.” 지, 지금 묘하게 힘을 강조한 것 같은데. 설마 그 힘써야 할 중요한 때라는 게, 오늘밤을 말하는 건 아니겠지? “그렇군요. 그런 이유라면….” 갑자기 옆에서 사라도 구원에게 딱 달라붙어서 음식을 입으로 옮겨주기 시작했다. “자, 구원. 여기. 이것도 좀 먹어봐.” 명백히 레이아를 견제하는 행동이었지만, 레이아는 예상외의 반응을 보였다. “어머? 사라씨도 구원씨에게 힘을 붙여주시려는 건가요? 고마워요.” “네? 아뇨. 구원은 저하고도 사귀고 있으니까, 딱히 레이아가 고마울 일은….” “그래도…오늘 밤은 제 차례인 걸요.” 레이아는 요망하게 꼬리를 살랑거리면서 살짝 눈웃음 쳤다. 여, 역시나?! 아니. 뭐 나도 물론 밤에 힘 쓸 생각은 가득하지만, 그래도 설마 우리 천사님이…. 물론 살짝 요염하신 천사님도 최고지만! “으, 으으으윽!” 레이아에게 카운터를 제대로 맞은 사라는 마치 따지듯이 구원을 쳐다봤다. 아니, 나보고 어쩌라고. 구원은 슬며시 시선을 피해서 여자들의 기 싸움에 말려들지 않도록 노력했다. 지금의 난 그저 밥 먹는 기계에 불과해. 입에 음식이 들어오면, 그저 씹어서 삼킬 뿐. 참고로 디아나는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 꽤나 오랫동안 기다렸지만, 너무 시간이 늦어서 어쩔 수 없이 식사를 먼저 시작하게 됐다. 그래서 사라와 레이아 사이에 껴서 행복하면서도 살짝 오싹한 체험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론 디아나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아침에 나갔던 애가, 대체 이 시간까지 뭐하고 있는 거지? 디아나 상대로는 쓸데없는 짓이겠지만, 걱정도 됐다. 설마 무슨 일이라도 당한 거 아니겠지? 아니. 그럴 리 없다. 그 디아나다. 지고의 대마법사 디아나. 아무리 전생으로 약화됐다고 하지만, 그 연륜까지 어디 가는 건 아니다. 디아나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리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였다. 디아나가 자기 의지로 저택에 돌아오지 않고 있는 거라는 뜻이니까. “텔루나님은 어떻게 되신 거지? 오늘은 하루 종일 안 보이시는군.” 식사 시간이 지나고 하늘이 완전히 새까맣게 물들어도, 디아나는 결국 저택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쯤 되자 마법사 협회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술렁임이 커질 때마다, 구원의 불안감도 서서히 커져만 갔다. 어떻게 하지. 어쩌면 좋지. 이거 설마, 아니 그래도…. 아니겠지? 머릿속으로는 애써 부정하려고 했지만, 한 가지 가정이 계속 머리에 떠올랐다. 얘…. 설마 또 가출한 거 아니야? “…저기 말이지. 레이아. 정말. 정말 미안한데.” “…알아요. 디아나씨 때문에 불안하신 거죠? 나가서 찾아보실 생각이신가요?” 구원이 운을 떼자, 레이아가 다 안다는 표정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응.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어. 이대로라면 디아나뿐만 아니라, 레이아한테도 실례를 할 것 같아.” 이대로 레이아를 안아도, 분명 내 머릿속에는 디아나에 대한 걱정만 가득할 거다. 그런 건 디아나와 레이아 둘 모두에게 실례라고 생각했다. “…좋아요. 다녀오세요.” 레이아는 슬프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괜찮겠어?” “…네. 저도 디아나씨의 기분은 잘 아니까요. 얼른 찾아서 달래주세요.” “레이아…고마워.” “괜찮아요. 앞으로 평생 이 얘기 할 테니까요. 두고 보세요. 맺어지고 처음 보내는 밤을 바람 맞은 여자의 한은 무섭다고요.” 레이아는 구원에게서 마음의 짐을 덜어주려는 건지, 농담조로 윙크하며 말했다. 대체 왜 이렇게 착하실까. 스스로는 천사가 아니라고 하지만, 역시 레이아는 천사가 틀림없다. “레이아! 사랑해!” “네. 저도…그…사, 사랑해요….” 구원은 레이아를 꽉 껴안았다. 그리고 레이아가 낮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이대로 키스를 할 수 없다는 게 이렇게 분하다니. 레이아도 같은 생각인지, 구원을 애처로운 눈빛으로 올려봤다. 그러다가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를 세워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대더니, 그대로 손가락을 구원의 입술에 살며시 가져다댔다. “밤은 제가 예약해놨으니까요. 디아나씨랑 잘 되셨다고 저 바람맞히시면 안돼요.” “당연하지! 그럴 리가 있겠어! 그럼 다녀올게!” 구원은 입술에 닿은 레이아의 손을 꼭 붙잡고 그 손가락에 진하게 키스를 한 다음, 일어났다. “네. 다녀오세요.” 레이아는 구원이 키스를 했던 부분을 요염하게 핥으며 말했다. 저 모습을 보니, 당장이라도 하고 싶어졌다. 그러려면 한시라도 빨리 디아나를 찾아야만 한다. 좋아. 빨리 끝내버리자고. 기다려라 이 가출 소녀…라고 하기에는 나이가 좀 많지만 어쨌듯! 네가 어디 숨어있던, 반드시 찾아내주마! 저택을 뛰쳐나온 구원은 잠깐 멈춰 서서 생각을 해봤다. 수소문도 통하지 않고, 그렇다고 디아나가 갈만한 곳은 이미 낮에 전부 찾아본 상황이다. 막무가내로 뛰쳐나오긴 했지만, 대체 어떻게 디아나를 찾아야 하는 거지? 광장 한복판에 멈춰 서서 머리를 쥐어뜯던 구원은, 갑자기 한 가지 생각이 번뜩였다. 잠깐만. 왜 꼭 디아나가 멀리 갔을 거라고 생각한 거지? 발상을 전환해보자. 온갖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디아나다. 모습을 숨기는 건 일도 아닐 거다. 그렇다면, 그렇다고 한다면. 굳이 멀리 가는 게 아니라, 가까이서 내가 무슨 짓을 하는지 지켜보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구원은 길게 숨을 들이 키고, 광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외쳤다. “디아나아아아아아!” 밤이라고 하지만, 여긴 던전 도시다. 주위에 지나가는 사람도 꽤나 있었지만, 구원은 그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잠깐의 쪽팔림 따위, 디아나를 찾을 수 있다면 아무것도 아니지. “디아나아아아아! 보고 있는 거 아니까 빨리 나와아아아아!” 하지만 역시나 무반응이었다. 하긴 디아나가 계속 날 지켜봤다고 한다면, 레이아와 낮에 일을 치렀던 것도 다 보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난 낮에 레이아와 한 다음 암살자 레벨이 올랐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암살자 레벨이 오르는 조건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은밀하게 섹스를 하는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 즉, 그 예상이 맞는다고 한다면, 레이아와의 행위를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하기엔 너무 아쉬웠다. 혹시 화나서 나갔다가 내가 저택에 돌아온 이후로 지켜보고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고. 좋아.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 구원은 만약 디아나가 듣고 있다면, 튀어나올 수밖에 없는 말을 외치기로 했다. 소문이 퍼지면 디아나의 평가를 떨어뜨리는 말이지만, 설령 지나가면서 다른 사람이 듣더라도 이걸 그대로 믿지는 않겠지. 그냥 웬 미친놈의 헛소리로만 판단할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구원은 바로 다시 숨을 들이켰다. “지고의 대마법사! 다이애나 텔루나는! 노ㅊ…!” “세이비어스의 클랜장 구원. 맞습니까?” 구원이 차마 다 외치기도 전에 누군가 구원에게 말을 걸었다. 다만, 디아나는 아니었다. 아니. 아예 얼굴도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장담하는데, 지나가면서 얼굴도 마주친 적 없었을 거다. 왜냐하면 이정도로 예쁜 여자를 봤으면 잊으려고 해봐야 잊을 수가 없었을 테니까. 구원에게 말을 건 사람은 그 정도로 상당한 미모를 자랑하는 여기사였다. 두꺼운 기사 갑옷을 입고 있어서 몸매는 잘 모르겠지만, 갑옷 위로 드러난 얼굴은 상당히 예뻤다. 기사라는 직업 때문인지 표정은 무표정했지만 말이다. 아니, 이건 직업 때문이 아닌 것 같은데. 바네사의 무표정과는 조금 다르다. 바네사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은 무표정이라고 한다면, 이 여기사는…그래. 마치 따분하다는 표정이었다. 아무튼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 덕분에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눈이 높아진 구원이 보자마자 예쁘다고 판단할 정도의 미모를 자랑하는 여기사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은…퇴근하고 12시까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글만 써야 돼서 힘들어요…. 그래도 오늘은 해냈습니다. 히로인은 더 등장시킬지 말지 고민 중입니다. 가볍게 한두 번 하는 여자들은 더 나오겠지만, 메인 히로인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저도 모르겠네요. Tigerfish, 알테니아, 느블르스브그으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187==================== 던전 도시의 영주 “제가 구원은 맞습니다만, 그쪽은 누구신지?” 갑자기 본적도 없는 미인이 갑자기 말을 걸어온 거다. 그것도 디아나의 이름을 외치고 있을 때. 당연히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실례했습니다. 제 이름은 실비아 바벳. 왕실 친위대 소속의 기사입니다.” 실비아라는 이름의 기사는 자신의 가슴 앞에 박힌 문양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 그런 거 보여줘도 난 모르거든. “그래서, 그 왕실 친위대의 기사님이 저한테 무슨 용무이신지?” “지금부터 저와 함께 영주성으로 가주셔야겠습니다.” 과연 판타지 세계의 기사라는 걸까? 꽤나 고압적인 말투였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할 일이….” “저야 말로 죄송하지만, 이건 권유가 아닙니다.” 그래. 애초에 온건하게 갈 생각은 없다는 거지. “이유는? 갑자기 끌고 가려고 하는 거야. 뭔가 이유는 있겠지?” 실비아의 태도를 보고, 구원도 바로 그에 맞게 태도를 바꿨다. 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상대의 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게 바로 나란 남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대가 친절하다고 나도 친절하리란 보장은 없지만. “세이비어스 클랜의 클랜장 구원. 당신이 쿠데타를 꾀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영주님은 이를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여겨, 당신을 소환한 겁니다. 얌전히 따라오시길 바랍니다. 저도 난폭한 짓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뭐요?” 전혀, 진짜, 요만큼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을 들어서, 구원은 벙찌고 말았다. 쿠데타? 내가? “잠,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쿠데타? 뭔가 착각한 거 아냐? 동명이인이라던가….” 이 세계에 구원이라는 이름의 동명이인이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하지 않고는 참을 수 없었다. 아니 다른 것도 아니고 쿠데타라니. 맨날 던전에 틀어박혀 있었던 내가 말이야? 차라리 사기죄나 살인 같은 죄로 잡아간다고 하면 이해라도 하지. “착각? 지고의 대마법사 텔루나님의 저택을 클랜 하우스로 삼아서 활동 중인 세이비어스 클랜의 클랜장 아닙니까?” “아니, 그건 맞는데….” “그럼 착각이 아닙니다. 당신은 지고의 대마법사님을 부추겨 마법사 협회 산하에 있는 모든 학파의 수장들을 자신의 클랜 하우스로 모으게 했습니다. 이는 마법사 협회를 예전처럼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그 목적이 쿠데타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 또한 제기되었습니다.” “뭐? 아니, 그건…!” 구원은 황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을 모을 때, 그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디아나도,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도 바보가 아니다. 아니, 오히려 다들 천재 중의 천재들이다. 당연히 그에 따른 대처도 알아서 잘 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뭐? 쿠데타 의혹? “잠깐. 잠깐만요. 잠깐만 기다려 봐요.” “변명이라면 됐습니다. 어차피 영주님께 가면 기회는 충분히 드릴 테니, 변명은 그때 가서 하시죠. 그럼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아니. 잠깐만요. 그게, 디아나, 아니지, 어떻게 된 일인지 지고의 대마법사님이 다 설명해줄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 지고의 마법사님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태란 말이에요. 방금 제가 외치는 거 들으셨겠지만, 안 그래도 열심히 찾고 있는 중이거든요. 제가 찾는 즉시 얘기해서….” “텔루나님의 지혜를 빌려, 말을 맞추겠다는 말을 당당히도 하시는군요.” “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영주님께서는 당신이 혼자 있을 때를 노려 텔루나님과 말을 맞추기 전에 데리고 오라고 하셨습니다. 순순히 따라오시죠.” “아니, 하지만….” “마지막 경고입니다. 당신이 납득할 정도로 충분히 설명은 드렸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상 저항한다면, 힘을 억지로라도 끌고 가겠습니다. 난폭한 짓은 하고 싶지 않으니, 순순히 따라오시죠.” 더는 말하기 귀찮다는 듯이, 실비아는 힘을 줘서 말했다. 결국 구원은 순순히 실비아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죄목이라면 모를까, 쿠데타 의혹으로 끌고 가겠다는데 반항하면 정말로 큰일이 날 것 같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해진 점은 있다. 지금 디아나는 확실히 날 지켜보고 있지 않다는 거다. “하아….” 실비아를 따라가면서, 구원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실비아는 자신의 실력에 어지간히 자신이 있는 건지, 구원을 전혀 구속하지 않고 그냥 앞장서서 걸어갔다. 덕분에 죄인이 된 기분은 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막막한 건 마찬가지였다. 설마 집나간 애 찾으러 나왔다가 끌려가게 되다니. “하아…. 이봐요. 그…기사님?” “바벳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뭡니까?” “따라가는 건 좋은데, 우리 클랜 하우스에 연락은 좀 넣어줄 수 있을까요? 제가 갑자기 없어지면 애들이 걱정할 텐데.” “그런 부분은 걱정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영주님은 그렇게 꽉 막히신 분이 아닙니다. 당신을 데려가는 것도 사정을 들어보기 위한 겁니다. 당신이 정말로 결백하다면, 아마도 그리 오래 붙잡혀 있지는 않을 겁니다.” 저거, 돌려 말해서 클랜 하우스에 연락은 하지 않을 거라고 얘기하고 있는 거지? 구원은 다시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가는 동안 변호할 말이라도 생각해두자. 실비아의 말처럼 정말로 영주가 꽉 막힌 사람이 아니라면, 사정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이해해 줄 거다. 난 그냥 마법사 협회 애들을 달래기 위해서 일부만 디아나의 저택에 살게 한 거라고 말해주면 된다. 마법사들의 디아나 사랑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할 테니까. 영주성으로 가는 길은 꽤나 멀었다. 보통 영지라면 영주성이 가운데에 있고, 그를 중심으로 도시와 논밭이 퍼져나가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여기는 던전 도시. 도시의 중심은 던전 입구와, 그를 둘러싼 길드다. 그리고 영주성은 고급 주택가의 가장 외각 쪽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고급 주택가를 지나는 도중에 클랜 하우스도 지나쳤지만, 안에 연락을 하는 건 실비아가 용납하지 않았다. 디아나와 접촉할 수도 있다나 뭐라나. 말을 맞추고 할 것도 없이, 정말로 그냥 빠순이들 소원 좀 들어준 건데. 아무튼 그렇게 꽤나 오래 걸어서, 구원은 드디어 영주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영주성은 엄청나게 으리으리했다. 아무리 영주성이라지만, 너무 으리으리하게 지은 거 아냐? 구원이 촌놈처럼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살피고 있자, 실비아가 말을 걸어왔다. “성이 신기하신 모양입니다?” “아, 네. 제가 살던 세계에 이런 양식의 건물은 남아있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대단하네요. 한낱 영주성이 이 정도라면, 대체 이 나라의 수도에 있는 왕성은 얼마나 대단한 건가요?” 어차피 내 소재를 파악하고 찾아온 사람이다. 내가 이방인이라는 것도 이미 파악하고 있을 테니, 굳이 그 부분은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 성이 다른 곳에 비해서 유독 화려하기는 합니다. 여기는 대대로 왕족이 직접 다스리는 곳이니까요.” “아, 그렇군요. 왕족이 직접 다스린다니. 그렇다면 이렇게 으리으리한 것도 납득…네? 잠깐만. 뭐라고요? 그럼….” “네. 당신을 소환하신 이곳의 영주님도 왕족이십니다. 모쪼록 실례되는 행동은 하지 않기를.” “저 왕족을 대하는 예절 같은 거 전혀 모르는데요?” “괜찮습니다. 이방인이시니, 그저 실례되는 행동만 안 하시면 됩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영주님은 그렇게 꽉 막히신 분이 아닙니다.” 실비아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면서, 성 안을 걸어 나갔다. 왕족을 만나는 건데 너무 대충인 거 아냐? 그런 의문점이 생겼지만, 그 의문점은 곧 풀렸다. “바벳님! 안녕하십니까!” “음.” 만나는 사람들마다 실비아에게 각 잡고 경례를 하는 것이다. …이거 어쩌면, 내 생각보다 훨씬 높은 사람인 거 아냐? 난 이미 그런 사람한테 반말까지 했었고…진정하자. 그래봤자 얘가 우리 디아나보다 직급이 위겠어? 솔직히 지금까지 들었던 디아나의 명성을 생각해 보면, 왕족이라고 해도 디아나가 꿀릴 것 같지는 않았다. 난 지고의 대마법사님한테도 처음부터 말 놓고 지냈던 놈이야. 그렇게 생각하자, 구원의 머리도 좀 차분해졌다. 설마 별 일이야 있겠어? 실비아를 따라갈수록, 점점 주변에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어지기 시작했다. 아까는 관리들로 보이는 사람들과 기사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메이드들 정도밖에 보이지 않게 됐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유독 화려한 문의 앞이었다. 다만 그 크기는 성 안의 다른 방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접견실 같은 곳이라면 아마 문의 크기가 클 테니, 어쩌면 여긴 영주 개인의 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접견실이 아니라 이런 곳으로 부른다고? 구원이 의아해할 틈도 없이, 실비아가 방문을 노크했다. “실비아 바벳입니다. 들어가겠습니다.” 그러더니 안에서 어떤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는데, 마음대로 문을 열어버렸다. 잠깐. 왕족이라면서. 실례되는 행동은 하지 말라면서. 넌 이래도 되는 거냐? 구원은 당황했지만, 그 당황은 더 큰 당황으로 뒤덮어 씌워졌다. “후욱. 후욱. 후욱. 후욱.” “흐음. 하읏. 후읏. 흐응.” 방문을 열자마자, 누가 들어도 떡치는 소리로 밖에 안 들릴 남녀의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기다려, 당황하지 마라. 이건 공명의 함정이다. 들리기엔 이렇게 들려도, 막상 안에 들어가 보면 운동 중이었습니다 같은, 허무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게 뻔하다. “따라오시죠.” 봐라. 실비아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있잖아. 아무리 표정이 적은 사람이라도, 자기 군주가 떡치는 소리가 들리는데 저렇게 무표정으로 있는 건 있을 수 없지. “흐응!” 응. 아니야. 떡치는 소리 맞아. 방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방 한가운데에 놓인 커다란 침실에서 남녀가 후배위 자세로 뒤엉켜있는 모습이었다. 남자는 엄청난 근육질로, 척 보기에도 엄청나게 강해보이는 인상이었다. 다만 엄청나게 단련되어 강인해 보이는 몸과는 다르게, 얼굴은 평범했다. 왕족한테 이런 말하면 실례가 되겠지만, 솔직히 길가다 마주쳐도 아무도 신경 안 쓸 것 같은 외모였다. 반면 네발로 엎드려있는 여자의 미모는 엄청났다. 얼굴이면 얼굴. 몸매면 몸매. 뭐 하나 빠질 것 없이 완벽했다. 굳이 흠을 찾자면, 조금 심하게 퇴폐미가 느껴지는 점이라고 할까. 닳고 닳은 특급 창녀라는 느낌이었다. 영주를 상대하는 거니, 진짜 특급 창녀일지수도 있지만. “말씀하신대로 세이비어스 클랜의 클랜장. 구원을 데려왔습니다.” 실비아가 말하자, 남자는 실비아를 힐끔 보더니 다시 허리를 움직이는데 집중했다. 뭐야 저거. 싸가지 없는 거 봐라. 그리고 인마. 허리를 흔들 거면 좀 제대로 흔들어라. 그게 뭐냐. 힘만 있는 힘껏 주고 있지, 기교가 전혀 없잖아. 네 눈엔 여자가 별로 못 느끼고 있는 게 안보이냐? 그나마 창녀니까 신음소리를 내주는 거지, 다른 여자 같았으면…. “흐음. 저 사람이? 수고했어. 실비아.” ……엥?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구원은 잠깐 머리가 정지했다. 지금…저 여자가 말한 거야? 잠깐. 뭐야.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그럼 저 퇴폐미 흘러넘치시는 분이 왕족? 그럼 뒤에서 열심히 박아대고 있는 저 근육질 몰개성남은 뭔데? “이제 됐어. 그만 싸고 가.” 여자가 말하자, 남자가 엄청나게 자존심 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미 하반신 쪽은 한계였는지, 곧바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뭐야? 다 쌌으면 얼른 빼고 가.” 으드득. 남자는 이를 갈았지만, 여자의 말대로 바로 물건을 빼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작아. 남자의 물건 따위에 관심은 없지만, 싫어도 눈에 들어와 버렸다. 근데 진짜 불쌍할 정도로 작네. 남자는 어째선지 구원을 노려보더니, 그대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방문을 빠져나갔다. 원래 다른 놈이 저러면 구원도 화가 나야 정상이지만, 이번만큼은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아무렇지 않았다. 그저 연민의 감정만 샘솟아 올랐다. 강하게 살아라. 언젠간 네 것도 볕들 날이…미안. 거짓말은 못하겠다. “후우…그래서. 그쪽이 구원이라고?” 역시나 이 여자가 영주가 맞는 모양이다. 여자는 자신의 몸을 가릴 생각도 안한 채로, 퇴폐미 듬뿍 묻어나는 요염한 얼굴로 구원을 뜯어봤다. “얼굴은 반반하네. 좋아. 벗어봐.” “…네?” “뭐야? 귀 안 들려? 벗으라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88==================== 던전 도시의 영주 “자,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응?” “너 영주는 맞는 거지?” “그래. 내가 여기서 제일 높으신 분이야.” 구원은 당황해서 반말로 말했지만, 영주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대답했다. 실비아 말대로 꽉 막힌 사람은 아닌 모양이다. 뭐, 내 앞에서 당당히 떡치던 사람이 꽉 막힌 사람이면 그건 그거대로 웃기지만. 지금도 알몸이고. 꽉 막히지 않은 걸 아득히 넘어서서, 심각하게 자유분방한 것 같다. “그럼 나한테 먼저 물어볼 게 있지 않아? 갑자기 벗으라니 이상하잖아. 질문하기 전에 신체검사라도 할 셈이야?” “후훗. 신체검사 좋네. 우선 물건 크기부터 검사….” “지금 농담할 때야? 무슨 쿠데타 의혹이니 뭐니 말했었잖아?! 엄청 심각한 거 아니었어?!” “그런 건 그쪽을 데려오기 위한 구실일 게 뻔하잖아. 아니면 뭐야? 할 생각이야? 쿠데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럴 줄 알았어. 애초에 디아나님이 그럴 리가 없잖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가능하셨던 분이 이제 와서 무슨…. 그 디아나님이 남자 하나에 낚여서 쿠데타를 일으킨다는 것도 이상하고. 어머님도 너무 겁이 많다니까.” 영주는 정말로 가벼운 말투로 별 일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잠깐. 어머님? 영주는 자기라면서? 왕족이 어머님…. 이거 설마…아니. 아닐 거야. 제발 아니라고 해줘. 내 공주님에 대한 환상을 깨지 말아줘. “뭐어?! 그럼 난 왜 부른 건데?!” “궁금해서. 당신 성자라는 특수직업 덕분에 섹스를 엄청나게 잘 한다면서?” “뭐, 뭣?!” 대놓고 섹스를 잘해서 데려왔다는 대답에, 과연 구원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구원이 당황하든 말든, 영주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도발하듯이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던 얼굴에, 살짝 진지한 빛을 띄우고 말이다. “잘 들어. 다른 세계에서 온 성자씨. 왕족이란 말이지. 기본적으로 심심한 거야. 이런 태평성대에선 어차피 일은 밑에 사람들이 다 해줘서 할 건 없고. 그렇다고 함부로 밖에 싸돌아다닐 수도 없고. 그럼 내가 여기서 뭘 하면서 심심함을 달랠 거라고 생각해?” “세, 섹스…?” “정답이야. 그러니까 벗어.” “아, 아니. 그래도 그렇지 아무나 데려다가 이런 짓을 한 단 말이야?” “아무나라니. 이래 뵈도 상대역은 엄선하고 있어. 당신은 내 귀에 소문이 들릴 정도로 유명해졌다는 얘기야. 자랑하고 다녀도 돼.” “그래도 왕족이라면서 정조 관념 같은 건….” “정조…. 후훗. 그런 건 말이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 사람이나 챙기는 거야. 어차피 정략 결혼할 게 뻔한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것 같아?” 영주는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다시 도발하듯이 요염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럼 설명은 충분하지? 벗어?” “아니. 잠깐 기다려.” “또 뭐야?” 영주는 슬슬 짜증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구원도 물러설 수 없었다. 오히려 화내야 될 건 이쪽이다. 그럼 정말로 그냥 섹스 한 번 해보려고 불렀다는 얘기잖아. 아니, 물론 이렇게 예쁜 여자랑 섹스를 할 수 있는 건 좋다. 성격은 좀 그렇지만, 확실히 외모는 예쁘니까. 사실 지금도 계속 내 시선은 영주의 전신을 훑듯이 스캔하고 있는 중일 정도다. 하지만, 그래도 적절한 때라는 게 있잖아! “난 지금 엄청 바쁘다고! 미안하지만 그런 얘기라면 돌아가겠어.” “쿠데타 의혹으로 불려온 당신이. 내 허가도 없이 맘대로?” 구원은 욕설이 나오려는 걸 간신히 참았다. 침착하자. 종잡을 수 없는 여자지만, 그래도 대화가 안 통하는 상대는 아닌 것 같다. 차분히 얘기하면 분명 설득할 수 있을 거다. “이봐요. 영주님. 저도 남자라서 당신 같이 좋은 여자랑 할 기회를 놓치긴 싫어요. 그렇긴 한데, 지금 타이밍이 너무 안 좋단 말이죠. 제가 정말 일생일대의 순간에 끌려온 거라서, 꼭 돌아가야 하는데. 오늘은 일단 이대로 보내줄 수 없을까요?” “일생일대의 순간? 어떤 순간인데?” 정말로 구원의 절박함이 느껴져서 물어봤다고 하기 보단, 그냥 호기심이 동해서 물어본 표정이었다. 참고로 이 여자, 구원이 좋은 여자라고 할 때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지고의 대마법사님과 살짝 개인적인 일이 생겨서 말이죠.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그러니까 그 일이 뭐냐고 묻고 있잖아. 말해봐. 들어보고 납득되는 이유면 보내줄 수도 있어.” 역시 그냥은 안 보내주는군. 어쩔 수 없지. 대충이나마 설명을 할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 구원은 대충이나마 자신의 현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그 설명을 들은 영주는…. “아하하하하하. 뭐야 그게? 디아나님과 잘 돼가면서, 다른 여자들한테도 문어발을 걸쳤다고? 당신 제정신이야?” “아니, 하지만 이 세계는 능력만 되면 일부다처도 일처다부도 허용된다고….” “그거야 자기 능력을 과시하려는 귀족들 중에 그런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당신 말대로 전부 다 사랑한다면서 문어발을 걸치는 사람은 좀처럼 없을 걸? 그것도 디아나님 상대로? 오히려 디아나님이 문어발을 걸친다면 이해를 하겠는데 말이야.” 뭐, 뭐야?! 아니, 그래도 섹스하면서 설득할 때 디아나는 그런 얘기 안 했는데. 아무리 내가 애태워서 제정신이 아니었다지만, 그래도 그 디아나다. 그때 했던 얘기들이 완전히 진심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디아나가 화낸 이유는 문어발보다는, 내가 섹스로 농락하면서 꼬드기려고 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뿐일 수도 있지만. “애초에 말이야. 디아나님과 당신이 그런 사이라는 건 정말이야? 그냥 당신 혼자만의 착각 아니야?” “아니야! 우린 정말로….” “뭐 당신의 착각이든 아니든, 재밌는 얘기네. 좋아. 재밌어 보이니까 조금 협력해줄게.” 영주는 쿡쿡 웃으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난 하나도 재미없거든. 나한테는 앞으로의 인생이 걸린 문제라고. “그럼 가도 된다는 거죠?” “아니.” 이 여자가 장난하나. “가서 어쩌려고? 디아나님이 집에 안 돌아오신다면서? 어디 계실지 짐작 가는 곳은 있고?” “아니. 그래도 돌아다니다보면…!” “디아나님이 당신과 마주할 마음이 없는 이상, 당신이 찾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당신 지고의 대마법사님을 너무 얕보는 거 아니야?” 말 안 해줘도 그런 건 알고 있다. 그래도 이 방법밖에 없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후훗. 그런 표정 짓지 마. 말 했잖아? 협력해준다고.” “…왕족이라면 디아나를 찾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설마. 그 분이 작정하고 숨으시면 이 세상에서 찾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하지만 당신 말대로 그 분이 정말로 당신을 좋아하시는 거라면, 방법이 없지는 않지. 실비아.” 영주는 그렇게 말하더니, 지금까지 구원의 옆에 우두커니 서있던 실비아에게 말을 걸었다. “네.” “디아나님의 저택에 사람을 보내서 전해. 지금 이 자가 나한테 불려와 있다고 말이야.” “네.” 실비아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그대로 방을 나갔다.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요.” “어머, 모르겠어? 간단한 얘기야. 디아나님이 정말로 당신에게 신경 쓰고 있으신 거라면, 마냥 숨어계시진 않을 거야. 적어도 당신 상태를 살피기 위해 저택을 엿보기라도 하시겠지. 그런데 숨어서 저택을 확인해보니 당신 모습은 없고, 좀 더 상황을 파악해보니 나한테 붙들려있다고 하잖아. 그럼 디아나님도 행동에 나서지 않겠어? 디아나님이 날 모르시는 것도 아니고.” 영주의 논리정연한 말에 구원은 그대로 설득당하고 말았다. …일리 있다. 적어도 내가 마을을 싸돌아다니면서 디아나를 찾는 것 보다는, 이쪽이 훨씬 더 디아나와 만날 확률이 높을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예쁘기만 하고 정신 나간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머리는 돌아가는 모양이다. 하긴,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왕족이라고 해도 이런 곳의 영주가 될 수는 없었겠지. “이해했어?” “…네. 그, 감사….” “좋아. 그럼 벗어.” “뭐어?!” “뭘 그렇게 놀라? 그럼 이대로 가만히 여기서 지내게 해줄 줄 알았어?” “아니. 내가 디아나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얘기 들었잖아! 그 얘기를 듣고도….” “그 얘기를 들었으니까 오히려 더 서둘러야지. 당신이 디아나님이랑 완전히 맺어지면 이제 아예 맛볼 기회가 없어지는 거잖아? 어차피 디아나님 말고도 다른 여자가 더 있다면서? 갑자기 왜 정조를 지키려는 척이야?” “아니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디아나가 화나서 뛰쳐나갔는데 그 사이에 또 다른 여자랑 섹스하는 건 이상하잖아. 나라도 그 정도 상식은 있다고.” “…그러네. 확실히 그건 그럴 지도 모르겠네.” “휴우. 이해해주는 거지?” “응. 이해는 했어. 그러니까 벗어.” “아니, 잠깐만! 이해했다면서!” “그래. 당신 심경은 이해했어.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참을 필요는 없잖아?” 뭐, 뭐 이런 여자가…! “계속 그렇게 버티고 있을 거면 나도 다 생각이 있어.” “새, 생각?” “그래. 디아나님을 찾는데 협력 안 해줄 거야. 아니. 오히려 방해할 거야. 그러니까 선택해. 지금 그 자리에서 벗고 디아나님을 쉽게 찾을지, 아니면 그렇게 안 벗고 버티다가 디아나님을 영영 못 만나게 될지.” “…댁 말이야. 성격 나쁘단 소리 많이 듣지?”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걸? 2순위 왕위 계승권자인 이 펠리시아님 앞에서 당당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으아아악! 결국 말해버렸어! 2순위 왕위 계승권자면 빼도 박도 못하고 공주잖아! 내 공주에 대한 환상이!” 브로큰 판타즘을 직격으로 맞은 구원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절망했다. “다, 당신 정말로 무례하네. 그것도 왕족모독인 거 알아? 지금 여기 착한 나밖에 없으니까 망정이지 큰일 날 발언이라고.” “시, 실례했습니다. 그만 본심이….” “…뭐 좋아. 그래서, 어쩔 거야? 벗을 거야? 말 거야?” “다, 다시 생각해보면 안 될까요? 공주님께서 저같이 무례한 남자와 살을 맞댈 필요는….” “확실히 당신은 무례하지만, 그래도 섹스는 잘 하는 거지?” 남자의 자존심이란 녀석이 방해를 해서, 도저히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없었다. “뭘 그렇게 고민해? 어차피 닳는 것도 아니잖아?” “아니, 그래도….” “좋아. 서비스 왕창 해줄게. 정 디아나님께 들키는 게 무섭다면, 이건 어때? 내가 절정 직전에 당신한테 말 해줄게. 당신은 타이밍을 맞춰서 물건을 빼는 거야. 그럼 레벨 업도 안 할 테고, 디아나님한테 들킬 일도 없지? 잘 선택해. 내가 이렇게까지 서비스해주는 경우 흔치 않다고?” “…제안은 고마운데, 불가능해요.” “응? 뭐가?” “그러니까. 저랑 섹스하면서 제정신을 유지하면서 절정 때마다 일일이 알려주는 게 불가능하다고요.” 구원의 말에, 펠리시아는 입을 멍하니 벌리고 구원을 쳐다봤다. 한동안 그렇게 쳐다보더니 다시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구원을 쳐다봤다. “정말 잘하나봐? 자신감이 대단하네. 그런 말을 하면 더 먹고 싶어지잖아. 그럼 서비스는 없던 걸로 하지 뭐. 자, 그럼 어쩔래? 벗을 거야? 말 거야?” 젠장. 괜한 말을 한 건가. 펠리시아의 눈은 점점 더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으로 변해갔다. “아니, 그래도….” “벗어. 어차피 당신한테 선택권은 없어. 5초 이내로 안 벗으면, 아까 말했던 협력은 전부 취소할 거야. 디아나님의 저택에는 알리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계속 당신을 여기 가둬둘 거야. 5…4…3….” 젠장. 벗는 수밖에 없는 건가. 확실히 얘가 협력을 안 해주면, 나로선 디아나를 찾을 수단이 막막하다. 미안. 디아나. 이것도 전부 널 만나기 위해서야. 난 이 여자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어! 정말이야! “2…1….” “알았어! 벗을게! 벗으면 되잖아! 이 색정광아!” “새, 색정…! 당신 어떤 의미론 정말 대단하네. 만약 못하기만 해봐. 디아나님과 그렇고 그런 사이이건 뭐건 간에 왕족모독죄로 즉각 처형해 줄 테니까.” “미안하지만 그럴 일 없네요! 난 섹스에 관해선 무적이거든!” 구원은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바지를 내렸다. 그렇게 드러난 구원의 물건을 보고, 펠리시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뭐야 그거?! 잠깐, 가짜 아니지?” 펠리시아는 재빨리 다가와서 구원의 물건을 잡고 위아래로 훑었다. 우와. 무슨 테크닉이…. “꺄아! 딱딱해! 좋아! 이런 건 처음 봐! 자랑할 수준은 되는 모양이네!” 펠리시아는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며 말했다. 당연히 처음 보겠지. 이런 걸 몇 번씩 본 적이 있다고 하면 오히려 내가 놀랄 거다. 그런데 말이야, 말할 때는 물건이 아니라 사람 얼굴을 보고 말해라. 펠리시아는 그대로 구원의 물건을 쥐고 침대 쪽으로 이끌더니, 구원을 눕혔다. 이미 그 눈은 맛이 가서, 완전히 색욕에 물들어있었다. 침대에 눕혀진 구원의 위로 올라탄 펠리시아는 구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도 내 침실에서 시체 치우긴 싫으니까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당신 레벨 100은 넘지?” “응? 아니. 73인데.” “…에?” 당장이라도 구원의 물건을 삽입하려던 펠리시아의 움직임이 뚝 하고 멈췄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89==================== 던전 도시의 영주 “겨우…73…?” “겨우 73이라니. 2계층에 다니는 모험가치고는 꽤 높은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이상하잖아! 당신 2계층에서 오크 수천마리 사이에 단신으로 파고들어서 헤집어놨다면서! 혼자 초월종까지 잡고!” 그런 것까지 조사가 끝난 건가. 보기완 다르게 의외로 꼼꼼한 성격인 모양이다. 하긴, 자기랑 떡칠 남자를 고르는 건데 꼼꼼하게 조사해보는 게 당연한 건가. “그거야 뭐…아무튼 레벨은 73이야. 거짓말 같으면 모험가 카드라도 꺼내서 보여줄 수 있어.” 구원의 말에 펠리시아는 미간을 모으고 구원을 노려봤다. “겨우 73레벨짜리가 지금까지 섹스를 잘한다느니 뭐니 떠들어댔던 거란 말이야?” “나 이 세계에 온지 그다지 오래 되지도 않았다고. 몇 달 만에 1레벨에서 73레벨이 된 건 엄청난 성장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자랑하던 것 치곤 너무 낮잖아! 자기보다 레벨 조금 높은 여자들만 꼬드겨서 섹스만 했어도 100은 금방 찍었을 텐데! 그동안 대체 뭐한 거야?!” “그거야 뭐…이, 이래 뵈도 순정남이라서….”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는 괜히 예쁜 여자랑 섹스한다고 고르고 고르다보니 사라랑 하게 됐고, 그 이후론 디아나까지 만나서 다른 여자는 웬만하면 눈에 안 들어오다 보니 능력을 이용해서 효율적으로 레벨을 올릴 일이 별로 없었다. “그래도 특수 직업이라고 했으니, 복상사당하지 않을 방법정도는 있겠지?” 펠리시아는 한참동안 구원은 노려보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날카롭네. 아마 그냥 내뱉은 말이겠지만, 정답이다.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 성자도 사람이야. 사람. 너무 좋으면 당연히 그대로 복상사하지.” 물론 구원은 거짓말을 했다. 얘들아 보고 있니? 내가 이렇게 정조를 지키는 사람이야. 하지만 구원의 말에도 펠리시아는 여전히 갈등하고 있었다. 마치 이대로 놔줄 수 없다는 듯이, 구원의 물건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주고 놓으려 하지를 않았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걸로….” “기다려. 누가 맘대로 일어나도 된다고 했어?” 구원은 은근슬쩍 일어나려고 했지만, 펠리시아에게 바로 제지당했다. “으, 응? 하지만 그렇잖아? 너도 침실에서 시체 치우기는 싫다면서?” “레벨이 낮다고 해서, 내가 이 좋은 물건을 이대로 포기할 것 같아? 레벨이 낮으면, 올리면 되지! 밖에 누구 없어!” “…무슨 일이십니까?” 펠리시아가 외치자, 바로 실비아가 들어왔다. 우리 클랜 하우스에 연락은 마치고 온 걸까? “지금부터 사람을 준비해. 레벨은…80레벨부터 120레벨까지 5레벨마다 세 명씩. 당신 80레벨 정도는 문제없이 만족시킬 수 있겠지? 아니, 만족시키지 못하면 안 될 거야.” “자, 잠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뻔하잖아? 지금부터 레벨 업 하는 거야. 날 안을 수 있는 레벨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이런 미친. 그러니까 지금 각 레벨대의 여자를 전부 데려와서 내 레벨을 올리겠다는 얘기야? 얘 진짜 왕족은 왕족이구나. 남들은 상상도 못할 발상을 태연하게 한다. “아니, 아무리 여자가 많아도 내 정력이 그렇게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구원은 당연히 거짓말을 계속했다. “당신 성자라면서? 섹스 관련 특수직인 거지? 그것도 못하면 대체 할 수 있는 게 뭔데?” “그거야 여성들에게 기쁨을 주는 거지.” “그럼 당신이 싸기 전에 얼마든지 상대 여자를 기쁘게 만들 수 있다는 거잖아. 아님 뭐야. 당신 그런 능력을 가지고 그것도 못 할 만큼 조루야?” “조루라니! 내 정력이 얼마나…앗.” 이런 젠장! 또 도발에 넘어가고 말았다. 남자의 자존심을 살살 긁으면서 도발하다니. 이 녀석, 심리전 솜씨가 보통이 아니야. “그럼 됐잖아? 실비아, 그럼 내가 말한 대로….” “잠깐!” “또 뭐야?” “…할 수 있어.” “응?” “…그러니까, 사실은 복상사 안하고 그쪽과 할 수 있어.” 구원은 바른대로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렇잖아? 무한 레벨 업을 하려고 여자 여러 명이랑 미친 듯이 섹스하는 것과, 그냥 얌전히 펠리시아랑 딱 한 번만 하는 것. 우리 애들한테 이 사실을 들켰을 때 어느 쪽을 더 싫어할지는 명백하니까 말이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아까 한 말은?” “미안. 거짓말이었어. 그렇게 말하면 그냥 넘어 갈 줄 알고….” “핫. 그러니까. 뭐야? 정말로 나랑 하기 싫어서 거짓말을 했다고? 이 나랑?” 펠리시아는 살짝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표정이었다. “분명 댁은 예쁘지만, 말했잖아. 내가 이래 뵈도 꽤나 순정남이라니까.” “그런 사람이 세 명을 동시에 애인으로 삼으려고 그래?” “어, 어쩔 수 없잖아! 셋 다 좋아한단 말이야!” “…후우. 바보 같은 얘기지만, 딴엔 진심인 모양이네. 좋아. 착한 내가 이번만큼은 용서해줄게.” “봐 주는 거야?” “그래.” 그렇게 말하면서, 펠리시아는 다시 구원의 위로 올라탔다. “저…펠리시아님?” “왜?” “봐준다면서요?” “그래. 거짓말한 건 용서해줄게. 그런데 누가 섹스도 안한다고 했어?” 펠리시아는 그렇게 말하고, 그대로 구원의 물건을 한 번에 끝까지 삽입했다. 미안. 디아나, 사라, 레이아. 난 최선을 다했어. “흐읏! 역시 크긴 크네. 여기까지 닿는 건 처음이야.” 펠리시아는 신기한 듯이 자신의 하복부를 어루만졌다. “음…이쯤인가?” 그러면서 장난스럽게 자신의 복부를 가리키는데, 그 요염한 모습에 구원도 저도 모르게 물건에 힘을 더 주고 말았다. “꺄악! 뭐야? 여기서 더 커지는 거야? 대단해.” 감탄하는 펠리시아를 바라보면서, 구원은 생각했다. …어라? 생각보다 버틸만하네? 복상사를 언급하기에, 넣자마자 싸버릴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럼 그대로 최후의 자존심을 발동하고, 정기가 바닥나서 더는 못한다는 핑계로 그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펠리시아의 안은 구원의 예상보다 훨씬 더 버틸만했다. 물론 레벨 차이가 있다 보니 쾌감이 엄청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전생 전 디아나는 비교하기도 민망할 정도고, 앨리시아나 바넷사와 했을 때랑 비교해 봐도 이쪽이 훨씬 버틸만했다. 왜 그런 걸까? 펠리시아가 섹스를 한두 번 해본 애도 아니고, 어느 정도 레벨이면 복상사할지 모를 리가 없다. 그렇다면 보통 사람들은 100 레벨은 넘어가야지 펠리시아와 안전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럼 난 뭐지? 왜 이렇게 버틸 수 있지? 설마 성자란 직업과 높은 매력 수치의 보정이 이렇게나 큰 차이를 만드는 건가? …뭐 좋다. 아무튼 버틸 수 있으면 좋은 거지. 그럼 얼른 끝내야…. “…그런데. 역시 레벨 때문인가? 그다지 좋진 않네. 물건만 크고.” 펠리시아의 실망감이 듬뿍 담긴 한 마디에, 구원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대충하다가 끝내려는 마음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모든 수를 동원해서 이 여자를 쾌락의 구렁텅이에 빠트려버리겠다는 생각만이 가득해졌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은 스킬을 발동해야 한다. 구원은 가지고 있는 모든 스킬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주위에는 성역 선포, 성기와 양 손에는 성자의 손길, 침과 쿠퍼액에는 성자의 성수. 그리고 섹스 애널라이즈까지. 이 모든 걸 순식간에 발동한 구원은, 펠리시아의 몸 중 유독 밝게 빛나는 곳들을 터치해나갔다. 솔직히 몸에서 안 빛나는 곳을 찾는 게 더 힘들어서, 섹스 애널라이즈는 거의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지만. “흐으읏! 가, 갑자기 뭐야?! 뭐야 이거?!” 이정도로 놀라서야 쓰나. 진짜 시작은 이제부터인데. 구원은 스스로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 그대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혹시 몰라서 절정 속박을 걸긴 했지만, 역시나 이 정도라면 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적어도 펠리시아를 한 번 느끼게 할 때까지는 충분히 버틸 수 있을 거다. “마, 흐응! 말도 안 돼! 하으응! 겨, 겨우 73 레벨이!” “이걸 원하고 부른 거잖아! 자! 어때?! 좋냐?! 좋아?!” “좋, 흐응! 좋아! 더! 더!” 어디 언제까지 더해달라고 할 수 있나 보자. 구원은 허리를 쳐올리며 생각했다. 아직 조금 더 부족해. 뭔가 더 할 수 있는 건 없을까? 그래. 그러고 보니 이런 스킬도 있었지. 구원은 자신의 성기가 진동하는 스킬, 바이브 페니스도 발동했다. 사실 엄청 옛날부터 배우고 있었던 스킬이고 디아나 상대로도 스킬 연구라는 명목 하에 몇 번 쓴 적이 있지만, 이걸 쓰면 내 물건이 마치 여성용 자위기구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걸 때질 때가 아니야.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도록 만들어주지! “흐으으응! 헷?! 이, 이거 뭐야앙! 아, 안에서! 떨려…!” “성자의 힘을 똑똑히 보여주지!” 구원은 허리를 한 번 움직일 때도 전부 스킬을 사용했다. 이렇게까지 하면 웬만한 여자들은 미쳐버리거나 복상사할 테지만, 상대는 나보다 훨씬 레벨이 높다. 어차피 스킬 위력도 반감돼서 들어갈 테니, 그런 걸 걱정할 필요는 전혀 없겠지. “흐응! 하읏! 좋아! 좋아앙! 이, 이거 좋아!” 역시나 펠리시아는 그냥 이 상황을 즐기고만 있었다. 젠장. 언제까지, 언제까지 그렇게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나 보자고! 섹스에 의한 쾌감보다는, 자존심을 건드린 것에 대한 승부욕에 불타서 구원은 필사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그렇다보니 당연히 자신이 받고 있는 쾌감 쪽에는 신경이 덜 쓰이게 됐고, 더 오래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흐읏, 하읏, 잠깐, 지, 진짜로? 흐응! 내가? 내가 고작, 흐읏! 73레벨짜리 남자보다 먼저…흐으으으응!” 펠리시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외치더니, 이내 구원의 위에서 허리를 활처럼 휘며 절정에 달했다. “후욱. 후욱. 어, 어떠냐…?” 펠리시아는 고개를 천장으로 향하고 있어서 그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보지 않아도 이 떨리는 몸을 보면 알 수 있다. 그 닳고 닳은 창녀같은 요염하면서 여유로운 얼굴은, 지금쯤 쾌락에 넋이 빠져 엉망진창이 되어있을 거다. 하지만 구원의 예상과는 다르게, 절정의 여운을 듬뿍 느끼고 다시 고개를 내린 펠리시아의 얼굴은 아까전과 변함이 없었다. 고작해야 얼굴이 살짝 더 상기된 정도에 불과했다. “하앗, 하앗, 7, 73레벨 치곤 꽤나 제법이…흐응!” 이런 젠장! 여유부리고 있기는! 내가 오늘 그 표정이 무너질 때까지 끝장을 본다. 구원은 쫑긋 솟은 펠리시아의 유두를 비틀 듯이 꼬집으면서 다시 허리를 올려쳤다. 지금부터 네가 울면서 빌 때까지 허리를 멈추지 않겠어! “좋아! 더, 더 세게! 흐응! 흐응! 아, 아까보다 더…!” 그야 당연하지. 너랑 내 레벨 차이가 몇이라고 생각한 거냐. 네가 한 번 절정에 달한 순간 나 레벨 업 했거든? 물론 여전히 펠리시아와 구원의 레벨 차이는 컸다. 구원이 온갖 보정들을 받아서 버티고는 있었지만, 슬슬 한계에 가까웠다. 바네사와 했을 때도 경험했던, 쾌락에 뇌가 전기로 지져지는 것 같은 감각. 여기서 괜히 오기를 부리면서 더 버티면 내가 죽을 거라는 건 자명했다. 하지만 적어도, 적어도 한 번이라도 더 이 여자를…! “흐응! 하읏! 하아앙! 나, 나 또…!” 좋아, 간다! 구원은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강렬하게 올려붙이는 허리 움직임에, 펠리시아의 표정도 살짝 풀리기 시작했다. “나, 나, 히아아아앙!” 지금이다! 펠리시아가 절정에 달했을 때, 구원은 자신의 몸에 걸려있던 절정 속박을 풀었다. “헷?! 뭐, 뭐야 이, 히이이이이이이잉!” 절정 도중에 최후의 자존심의 능력으로 한 번 더 절정에 이끈다. 뇌가 타버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강렬한 쾌감의 일부를 전달받은 거다. 그것만으로도 강렬했을 텐데, 절정 도중에 그걸 받았다. 당연하지만 펠리시아는 그대로 고꾸라져 기절해버렸다. “페, 펠리시아님!” 그러고 보니 쟤 안 나가고 있었구나. 옆에서 지켜보던 실비아가 당황해서 펠리시아에게 달려들었다. “걱정 마. 너무 좋아서 기절한 것뿐이야.” 정기를 전부 소모해서 침대에 축 늘어진 구원은 당황한 실비아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부들거리는 팔을 들어서 자신의 가슴에서 파묻고 있는 펠리시아의 얼굴을 확인했다. 좋았어. 그 닳고 닳은 창녀 같이 여유로운 느낌은 어디에도 없고, 완전히 쾌락에 미쳐 풀어진 펠리시아의 얼굴이 드러났다. 이 얼굴이 보고 싶었단 말이지. 구원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도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구원은 무릎을 꿇고 손으로 땅을 짚은 채 좌절한 포즈를 짓고 있었다. …해버렸다. 섹스는 대충해서 넘기고 디아나나 기다릴 작정이었는데, 그만 도발에 넘어가서 진심으로 해버렸다. 으아아아! 난 왜 이렇게 남자의 자존심만 건드리면 확 도발에 넘어가버리는 거야! 그리고 저 여잔 왜 이렇게 남자의 자존심을 은근 슬쩍 긁으면서 도발하는 데 능숙한 거야! 이래선 대체 우리 애들을 다시 만날 때 어떤 얼굴로 만나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일요일이니 밤 새서 쓰고 바로 투척합니다. 그리고 디아나 걱정해주시는 분들. 걱정 마세요. 이번 에피소드 디아나도 엮이는 에피소드입니다. 190==================== 던전 도시의 영주 “자기, 거기서 뭐해?” 그리고 그런 구원과는 다르게, 뒤에서 펠리시아가 배부른 고양이처럼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구원의 등 뒤로 엉겨붙어왔다. 가증스런 여자지만, 역시 외관은 훌륭하기 짝이 없었다. 공주라고 하니 어렸을 때부터 좋은 것만 먹고 자라면서 온갖 관리는 다 받았겠지. 뒤에서 살며시 엉겨 붙는데, 등에 닿는 감촉이 장난 아니었다. “보면 모르냐. 절망하고 있잖아.” “왜? 어제 안 좋았어?”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아무튼 거기서 그러고 있지 말고, 이리 와서….” “안한다.” “응?” “이제 안한다고.” “이제 와서 갑자기 왜 그래? 어제는 그렇게 정열적으로 허리를 흔들었으면서.” “그땐 잠깐 정신이 나갔던 거라고! 이제 난 어떤 얼굴로 우리 애들을 봐야 되는 건데!” “그냥 시치미 떼면 되잖아.” “그게 가능할 것 같아?! 너 때문에 지금 내가 레벨이 몇이나 올랐다고 생각하는 거야?!” “어머, 정말?! 그럼 이제 어제보다 더….” “그러니까 이제 너랑 안한다고!” “여긴 그렇게 생각 안하는 것 같은데?” 펠리시아는 손을 뻗어 구원의 물건을 움켜잡고, 그대로 부드럽게 위아래로 흔들어줬다. “노, 놓지 못해?! 이건 생리적인 현상이야! 원래 남자는 자고 일어나면 선다고!” “정말로? 다른 이유는 전혀 없고?” 펠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등 뒤에 닿은 뭉클한 가슴을 더 밀어붙여왔다. 그러면서 나머지 한 손도 뻗어서, 구원의 알을 쥐고 손 안에서 굴리듯이 부드럽게 쓰다듬어왔다. 그러니까 얜 이런 걸 왜 이렇게 잘 하는데?! 이 세계에서 보통 이런 건 좋아하는 사람한테만 해주는 거 아니었어? 혹시 귀족들 사이에선 이런 게 기본 소양이야? “지, 진짜로 떨어지지 못해? 이 이상 하면 나도 더는 신사적으로 대하지 않겠어.” “어제도 그다지 신사적이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신사라기보다는 한 마리 짐승처럼…꺄아.” 구원의 협박에도 펠리시아는 전혀 겁먹은 기색이 아니었다. 꺄아라니. 네 외모를 생각해라. 하나도 안 어울리거든? “이, 이게 정말로…!” “뭐 좋아.” 구원이 정말로 화를 내려고 했을 때, 펠리시아가 타이밍 좋게 슬쩍 떨어졌다. “우선 이런 걸 하려고 해도 체력이 있어야지. 밥부터 먹자.” “그러니까 안 한다니까!” “그건 두고 보면 알겠지. 그래서 밥 안 먹을 거야?” “으윽.” “그렇지? 괜히 화내고 있지 말고 자기도 밥 먹게 옷이나 입어. 아니. 그냥 이대로 여기서 먹을까? 응. 그래. 그러자. 실비아.” 펠리시아는 자기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정하더니, 바로 실비아를 불렀다. 하지만 정작 그 실비아는 대답이 없었다. “응? 실비아?” “네, 넷?! 네! 펠리시아님! 무슨 일이십니까?!” 실비아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무언가를 곱씹고 있다가, 두 번이나 이름을 불리고야 겨우 반응했다. “왜 그래? 어디 몸이라도 안 좋아?” “아니, 아닙니다. 그런 거 아닙니다. 말씀하십쇼.” “정말이지? 무리하면 안 돼?” 아무래도 펠리시아와 실리아는 평범한 주종관계가 아닌 모양인지, 그 펠리시아도 실비아의 저런 반응에는 걱정스런 얼굴을 했다. “네. 걱정 마십쇼.” “응. 그럼 오늘 아침은 여기서 먹을 거니까, 준비해줘.” “넷. 바로 하달하겠습니다.” 실비아가 나갔다가 들어오고 얼마 되지도 않아서, 방 안에 엄청난 양의 음식들이 옮겨져 왔다. “어때? 맛있겠지?” “흥. 나도 디아나네 저택에서 이정도 수준으로 먹으면서 지냈거든.” “그래? 하긴 디아나님의 저택이면 그럴 수도 있겠네. 하지만 음식 수준은 몰라도, 이렇게 먹는 건 거기서 경험해보지 못했을 걸?” 펠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구원의 위에 걸터앉으려고 했다. “잠깐 기다려! 갑자기 또 무슨 짓이야?!” “어머, 정말로 몰라서 물어? 자기도 대충 예상이 되잖아? 이걸 여기에 넣고 먹으면….” 그렇게 말하면서 펠리시아는 검지를 세워 구원의 기둥 아래쪽을 쓰윽 하고 훑어 올렸다. 그리고 끝을 지나며 구원의 물건을 살짝 튕기고, 그대로 검지를 자신의 음부 쪽으로 향했다. “정말 황홀할 것 같지 않아?” 도톰한 입술을 구원의 귓가에 가져가 살짝 귓불을 깨물며, 녹아내릴 것 같이 요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마치 매혹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그 행동 하나하나가 미칠 듯이 요염하게 보였다. 아마 대부분의 남자는 이거 한 방에 전부 넘어가겠지. 그래. 대부분의 남자라면 말이다. 하지만 구원은 그 대부분에 속하지 않았다. 사라, 디아나, 레이아라는 외모라면 누구한테도 꿀리지 않는 미녀 삼인방과 매일 밤을 뒹군 구원이다. 이런 쪽의 내성은 충분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대로 넘어가버릴 뻔 했지만, 이건 내 의지가 약하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만큼 펠리시아의 색기가 강렬하다고 봐야겠지. “그, 그렇군. 알려줘서 고마워. 나중에 우리 애들이랑 한 번 해볼게.” 구원이 그렇게 대답하자, 펠리시아는 아까까지의 요염한 표정을 싹 지우고 뾰로통한 표정이 됐다. 그리고 구원의 물건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찰싹 때리며 말했다. “남자가 패기 없기는. 여자가 이렇게 유혹하는데, 남자라면 그대로 박고 만족시켜 줘야 되는 거 아니야? 아니면 뭐야? 자신 없어?” 그 한마디에 구원은 또 다시 욱하고 넘어갈 뻔 했다. 참자. 참아야 된다. 구원아. 똑같은 수에 또 넘어갈 수는 없어. “어, 어제 그렇게 당하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나 보지? 레벨도 훨씬 낮은 나한테 박혀서 울던 애가….” “어머, 그랬던가? 음…. 한 번 더 되새겨주면 기억날 것 같기도 한데….” “안한다고!” “쳇. 패기 없긴.” 구원이 외치자, 펠리시아는 다시 한 번 구원의 물건을 찰싹 때렸다. “때리지 마라! 너 그게 얼마나 섬세한 물건인지 아냐?” “어머? 그래? 미안 이렇게 딱딱하니까 그럴 줄 몰랐네. 그럼 내가 호 해줄게.” 펠리시아는 그대로 구원의 바로 앞까지 얼굴을 가져다대고, 호호 입김을 불면서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돼, 됐으니까 떨어져!” “왜? 하고 싶어졌어?” 그래. 젠장. 솔직히 죽을 것 같다. 무슨 신종 고문이냐? “그렇게 하고 싶으면 굳이 참을 거 없는데. 난 언제나 열려있어.” 펠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리를 활짝 열었다. 으아아아아! 그만해! “밥! 밥이나 먹자! 밥이나! 다 식겠네.” “어머, 정말. 아이참. 자기가 계속 뻗대니까 그런 거 아냐.” 이게 내 잘못이냐?! 구원은 속으로 자기가 오는 온갖 신들을 부르며 기도를 드렸다. 여신님, 사라님, 디아나님, 레이아님. 저를 유혹에서 빠지지 않게 하소서. 솔직히 더는 버티기 힘듭니다. “흥. 하는 수 없지. 우선 식사부터 하고 다시 얘기하자.” 무슨 얘기를 자꾸 더 하자는 거야. 난 할 얘기 없다. 이것아. “실비아. 실비아도 같이…실비아?” “네, 넷!” 그 실비아는 무려 구원과 펠리시아를 보며 자신의 음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다만 표정은 어디까지나 무표정으로, 기분 좋다는 표정은 전혀 아니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오히려 짜증스런 표정으로 보일 정도였다. “시, 실비아!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이, 이건 그러니까….” “혹시 실비아도 이 물건을 보니까 흥분돼?!” 펠리시아는 정말 놀랍다는 듯이 구원의 물건을 잡으며 말했다. “아, 아뇨. 전혀요.” “그럼 방금 그건 어떻게 된 거야?” “그, 그러니까. 어제 펠리시아님이 저 남자와 하는 걸 본 다음부터 왠지 모르게 생소한 감각이 몸에 계속 남아있어서. 가라앉지를 않고 있습니다.” 실비아는 담담한 목소리로 아무렇지도 않게 이실직고했다. 흐음. 흐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반응이군. “당신, 실비아한테 뭔가 했어?” “아니. 무슨 소리야. 난 어제 댁한테만…앗.” 그, 그러고 보니…어제 성역 선포를 사용할 때 범위 설정을 어떻게 했더라? 대충 줄이긴 한 것 같은데, 나도 머리에 피가 쏠려서 완벽하게 범위 설정을 신경 쓰지는 않았다. 혹시 실비아도 범위 안에 있었던 건가?! 아니, 하지만 이상하다. 어제 실비아가 날 끌고 올 때 반응을 봐선, 실비아는 확실히 나보다 레벨이 높다. 그것도 날 100레벨 정도로 착각하고 있었는데도 그런 자신감을 보인 거다. 심지어 왕실 친위대 기사라잖아. 아마 엄청나게 레벨이 높을 거다. 그런데 겨우 성역 선포를 잠깐 켜둔 거에 반응을 한다고? 내가 최후의 자존심을 발동하는 순간, 기력이 0이 돼서 성역 선포도 자동으로 꺼졌다. 그러니까 실비아가 성역 선포의 영향을 받았던 건 기껏해야 내가 펠리시아와 섹스하는 동안만이다. 겨우 그 정도 영향을 받았다고 해서, 나보다 한참 레벨 높은 기사님이 반응할 정도로 성역 선포가 강력한 스킬은 아닌데? “역시 뭔가 한 거지?!” “자, 잠깐만. 미안해. 그런데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그냥 스킬 중에 범위 스킬이 있는데, 아마 거기에 저 기사님도 말려들어간 게 아닐까하는….” “지금 당신이 일부러 그랬는지 추궁하는 거 아니야!” “으, 응? 그럼 뭔데?” “실비아가 느꼈단 말이야! 그 실비아가!” “그, 그게 왜?” “실비아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다고!” 뭐, 뭐어?! 그럼 저 기사님이 불감증이란 말이야? 구원이 실비아를 바라보자, 실비아는 살짝 부끄러운 듯이 시선을 피했다. “그…이게 섹스의 쾌감인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생소한 감각이 몸을 타고 흐르고 있는 건 확실합니다.” “당신! 지금 당장 실비아랑 섹스해!” “뭐, 뭐?! 아니 방금 전까지 자기랑 하자던 애가….” “난 됐으니까 실비아랑 해! 지금 당장!” “가, 갑자기 왜 그러는데?” “모르겠어?! 실비아가 지금 처음으로 여성의 기쁨을 맛 본 거라고! 한마디로 당신은 실비아를 느끼게 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그렇구나. 이게 여성의…. 구원씨.” “네, 네?” “저도 부탁드립니다. 이 기회를 놓치면 저는 평생 다시 이런 감각을 맛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제발 저에게 여성의 기쁨을 알려주십시오.” 무뚝뚝한 기사님이 이렇게 고개를 숙여 부탁하니, 구원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펠리시아처럼 대놓고 유혹하는 경우라면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거절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부탁하다니. 그것도 평생 느껴본 적이 없어? 그건…사람으로서 조금, 아니 굉장히 많이 불쌍했다. 내가 여기서 거절하면, 실비아의 말대로 얘는 앞으로도 평생 섹스의 쾌감은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하지? 사라, 디아나, 레이아의 얼굴이 머릿속에 아른거렸다. 또 배신해야 되는 건가? “역시…바람은 못 피우겠어. 삽입은 안 돼.” 그래. 벌써 한 번 바람을 피운 거다. 여기서 또 다시 우리 애들을 배신할 수는 없었다. “뭐?! 당신 그러고도…!” “삽입은 못하지만, 대신 애무로 느끼게 해주는 것 까진 가능해. 그걸로 괜찮다면….” 그래서 구원은 이런 선택을 했다. 어차피 실비아가 한 번 절정을 느끼게는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역 선포로 달아오른 몸이 평생 진정되지 않을 테니까. 솔직히 나보다 훨씬 레벨 높은 사람을 애무만으로 절정으로 이끌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구원은 자신의 능력과, 그 짧은 시간동안 성역에 노출된 것만으로 묘한 감각을 느끼게 된 실비아의 몸을 믿기로 했다. “그걸로 괜찮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바로 무거운 갑옷을 철컹철컹 소리를 내며 벗어갔다. 그렇게 두터운 갑옷 속을 벗고 밖으로 드러난 실비아의 몸은, 생각한 것 보다 훨씬 가늘고 호리호리했다. 이 몸으로 저 갑옷을 입고 제대로 서있는 것조차 신기할 정도로 가녀린 몸. 기사로서는 그다지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 몸이었지만, 여자로서는 바람직하기 그지없는 매력적인 몸이었다. 갑옷을 벗은 실비아는 그대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안에 입고 있던 옷까지 벗어던졌다. 순식간에 알몸이 된 실비아는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제게 여성의 기쁨을 알려주십시오.” 덤덤한 표정에 덤덤한 목소리였지만, 구원은 그 눈동자에 희미하게 희망과 기대가 담겨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좋아. 해보자고. 구원은 일단 섹스 애널라이즈를 발동해서 성감대를 파악하기로 했다. 하지만 섹스 애널라이즈를 발동해도, 실비아의 몸에서 빛나는 곳은 단 한군데도 보이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설마 성역 선포로 실비아 떡밥 던진 걸 눈치 채시는 분이 계실 줄이야. 자연스럽게 넘어갔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191==================== 던전 도시의 영주 뭐, 뭐야 이거?! 설마 레벨이 너무 높아서 실패한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다. 그동안 섹스 애널라이즈의 레벨도 많이 올라서, 나보다 레벨이 상당히 높은 사람들의 성감대도 볼 수 있게 됐다. 실비아는 성역 선포까지 통할 정도의 레벨인 거다. 섹스 애널라이즈로 성감대가 확인 불가능할 만큼의 고 레벨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대답은 하나. 불감증이라는 증상에 걸맞게, 정말로 성감대 자체가 없는 거다. 하긴 그도 그렇다. 이 레벨까지 올리려면,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많은 남자들을 상대해봤을 거다. 그리고 그 중에 실비아와 비슷한 수준의 고 레벨도 분명 있었겠지. 그런데 단 한 번도 쾌감을 못 느꼈다고 한 거다. 이거 어쩌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만만치 않을지도 모르겠는데. 구원은 일단 손을 뻗어 실비아의 가슴을 주물럭대봤다. 그 어느 곳도 성감대가 아니라면, 다른 여자들이 일반적으로 잘 느끼는 곳을 만지는 게 좋겠지. 그건 그렇고 작네. 호리호리한 몸매답게, 가슴 역시도 그다지 없었다. 내가 지금까지 맨가슴을 본 여자들 중 제일 가슴이 작은 디아나보다도 작다. 아니, 이건 디아나와 비교하는 것도 실례될 정도다. 이건 작다고 하기 보단, 거의 없다고 봐도 좋을 수준이었다. 솔직히 만지는 맛도 없는 가슴이지만, 지금은 내 기분 좋으라고 만지는 게 아니니까. 지금은 실비아를 빨리 절정으로 이끄는 것에만 집중하자. 하지만 구원이 아무리 만지작거려도, 실비아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완전히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때? 기분 좀 좋아지는 것 같아?” “…아니요. 전혀 좋지 않습니다. 다른 남자들이 만지던 것과 별반 차이가 없군요.” 성자의 레벨이 올라가면서 웬만한 여자는 애무만으로 절정을 느끼게 할 수 있게 된 구원의 테크닉이지만, 실비아에겐 아무 소용도 없는 모양이었다. 역시 실비아의 체질은 테크닉으로 어쩔 수 있는 수준이 아닌 모양이다. 구원은 바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했다. “흐으응!”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자마자, 실비아의 반응이 극적으로 변했다. 지루한 듯이 무표정했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다리를 후들후들 떨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이, 이건! 흐읏! 이런 느낌이…!” 그 생소한 감각에 실비아는 어쩔 줄 몰라 했다. 역시 스킬에는 잘 느끼는 군. 성자의 손길 같은 경우는 무조건적인 쾌감을 선사하니까 말이다. 설령 성감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쾌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민감하게 반응하네. 그렇게 좋아?” “흐읏! 그, 그런 게 아니라…흐응! 이, 익숙지 않아서…!” 아무튼 이렇게 느껴준다면 나한테는 잘 된 일이다. 얼른 보내버리고 끝내야지. 삽입은 안하고 그냥 어루만지고 있을 뿐인 데다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죄책감을 안 느낄 수는 없었다. 구원은 기세를 몰아 주저앉아있는 실비아의 음부에도 손을 가져다댔다. “흐으읏!” 실비아는 흠칫흠칫 몸을 떨며 격렬하게 반응했다. 하지만 구원은 음부에 가져다댄 손을 움직이며, 곤혹해했다. “저…실비아?” “흐읏! 네, 넷…?” “진짜로 기분 좋은 거 맞아?” “네, 흐읏. 처, 처음 느껴보는 감각이…흐응!” 실비아는 그렇게 말했지만, 구원은 도저히 그걸 곧이곧대로 믿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실비아의 음부는 젖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응만 보면 홍수가 났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실비아의 음부는 고작해야 살짝 습한 정도였다. 아니, 아무리 불감증이라고 해도 느끼면 젖어야 정상 아냐? 대체 이건 뭔데? 실비아의 가슴과 음부를 계속해서 주물럭거리면서, 구원은 생각에 빠졌다. 대체 뭐가 문제일까? 성자의 손길은 불감증인 실비아에게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다. 실비아가 굳이 느끼는 척 연기할 이유가 전혀 없으니, 그건 확실하다. 그럼 왜 음부는 젖지 않는 걸까? 너무 빨래판이라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가슴 한가운데에 돌기도 그다지 딱딱해지지 않고 있었다. 그럼 반응만 격렬할 뿐, 실상은 그다지 쾌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말이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구원은 심각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문득 어떤 얘기가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고통을 느껴본 적 없는 사람은, 남들은 내색도 안하고 넘어갈 아주 미세한 고통만 느끼게 되도 죽을 것 같이 고통스러워한다고. 물론 그런 고통으로 죽지는 않는다. 단지 그 사람이 그렇게 느낄 뿐. 만약 실비아의 상태가, 그것과 같다면? 한 번도 쾌감을 느낀 적이 없어서 아주 미세한 쾌감에도 격렬히 반응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게 큰 쾌감이 아닌 거라면? 그렇다면 모든 아귀가 맞아 떨어진다. 나보다 레벨이 압도적으로 높을 실비아에게 내 스킬이 통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렇게 쾌감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는데도 신체에 반응은 그다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도. 하지만 내 가정이 맞는 가정이라고 한다면,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내가 아무리 스킬을 쓰면서 발버둥 쳐봤자, 결국 실비아를 절정으로 이끌 수는 없게 된다는 문제가 말이다. 설마 또 바네사 때처럼 최후의 자존심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건가? 안 돼. 그럴 순 없어. 바네사 때와는 상황이 너무 다르다. 안 그래도 디아나가 화나서 가출한 상황인데, 두 번이나 잘못을 저지를 수는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었다. 성자의 손길까지 써버린 이상, 지금 멈추면 실비아는 아까보다 더 큰 쾌감을 평생 느끼며 살아가야한다. 어떻게든 한 번 절정을 느끼게 만들어서 풀어줘야 했다. 어떡하지. 어쩌면 좋지. 그렇다고 해서 스킬을 마구 남발할 수도 없었다. 힐링 섹스의 영향을 받지 않는 이상, 스킬을 남발해버리면 바로 정기가 바닥나버릴 거다. 결국 가장 효율이 좋은 성자의 손길로 어떻게 해서든 실비아가 절정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된다는 말인데. 구원은 일단 최선을 다 해봤다. 딱딱해 질 듯 말 듯 미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유두를 검지와 중지사이에 끼우는 것처럼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 상태도 유두를 살살 굴리면서 가슴을 크게 주무르기도 해보고, 당기면서 자극도 해봤다. 그리고 음부를 만지는 손으로는 엄지로 음핵을 살살 문지르면서, 검지와 중지는 안으로 침투시켰다. 별로 젖어있지는 않아서 손가락을 넣는 것도 살짝 버거울 정도로 빡빡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집어넣을 수는 있었다. 그 상태로 검지와 중지를 살짝 오므려서, 이른바 지스팟이라고 불리는 곳을 살살 자극했다. 성감대가 전혀 없는 애한테 이게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구원은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구원이 아무리 손가락을 움직여도, 실비아의 반응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구원의 테크닉은 전혀 통하지 않고, 철저하게 성자의 손길이 주는 만큼만의 쾌감만 느끼고 있는 모습이었다. 젠장. 역시 안 된단 말인가. …에잇 모르겠다. 일단 시간을 끌어보자. 이대로라면 절대 실비아는 절정에 달할 수 없지만, 지금 펠리시아와 실비아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는 상태다. 오히려 실비아가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으니, 구원이 잘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일단 지금 상태를 유지하면서, 어떻게든 돌파구를 생각해보자. 계속 고민하다 보면 뭔가 새로운 방법이 생각날지도 모를 일이고. 하지만 역시나 구원의 생각만큼 쉽게 일이 풀리지는 않았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펠리시아가 간섭을 하기 시작한 거다. “자기, 그냥 눈 딱 감고 실비아하고도 하면 안 될까?” “어, 엉? 뭐, 뭘?” “뭐기는. 섹스지 뭐겠어.” “지, 지금 잘 하고 있잖아. 뭐 하러….” “하지만 너무 오래 걸리잖아. 얼른 실비아하고 한 번 하고, 이어서 나하고도….” “아니, 그러니까 안 한다니까!” “아이참. 빼지 말고. 어젠 그렇게 격렬하게 안아줬잖아.” “오해할 소리 하지 마라! 따지고 보면 어제 난 너한테 강간당한 거잖아! 도망갈 길을 전부 막아놓고 억지로 삽입한 주제에!” “에이, 자기도 좋았으면서 왜 그래. 삽입한 다음엔 자기도 맘껏 즐겼잖아.” “아, 아무튼 안 한다고!” “흥이 안 나서 그래? 그런 내가 또 어제처럼 그럴 맘이 들게 해줄까? 나 이래 뵈도 꽤 잘해.” 아니 너 그냥 척 보기에도 잘 해보여. 펠리시아는 요염하게 웃으면서 네발로 구원에게 기어오더니, 그대로 구원의 물건에 달라붙어왔다. “여긴 벌써 이렇게 커졌으면서 왜 빼는 걸까. 하아아아. 역시 멋져. 지금까지 본 남자 중에서도 단연 최고야.” 펠리시아는 황홀한 듯이 중얼거리면서, 사랑스럽다는 듯이 구원의 물건에 뺨을 문질렀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물건을 두 손으로 잡고, 그대로 입을 벌렸다. 잠깐만! 이상하잖아! 이 세계에서 그런 건 특히 좋아하는 사람한테나 해주는 거라면서! “잠깐 스톱! 멈춰!” “아이참. 왜 또? 이번엔 내가 일방적으로 자기를 기분 좋게 해주려고 하는 거잖아.” “웃기지 마! 그렇게 정신 쏙 빠지게 만들어 놓고 집어넣을 셈이잖아!” “어머, 들켰어?” “아까 네 입으로 말했거든! 아무튼 멈춰!” “그래도 여기는 해줬으면 하는 것….” “네가 계속하면 난 여기서 실비아 만지는 거 멈춘다.” “읏!” “제 욕심 때문에, 충실한 신하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쾌감을 제대로 끝까지 느껴보지도 못하고 어중간하게 끝내고 마는 거야. 그리고 다시는 쾌감을 느낄 기회가 찾아오지 않겠지. 상상만 해봐도 고통스러울 것 같지 않아?” “자, 자기. 그런 걸로 협박하다니. 좀 치사한 것 같지 않아?” “애초에 먼저 협박을 한 게 누군데! 이상한 핑계를 만들어서 끌고 오더니, 이상한 협박으로 여기서 못 나가게 만들고!” “핑계는 아니야. 정말로 어머니께서 확인해보라고 하셨는걸.” “아무튼! 네가 이대로 계속하면 난 이 손을 멈춘다! 실비아의 이 표정을 봐! 이 기분 좋은 표정이 안타까워서 찌푸려지게 만들고 싶어?” “흐응! 하으읏! 페, 펠리시아니임! 흐읏! 저, 전 신경 쓰지 마시…흐응!” “설마 그렇게 만들고 싶진 않겠지? 이렇게 충성스런 애를 말이야.” “흐응! 하응! 페, 펠리…흐앗!” “알았어! 알았다고! 안 하면 되잖아! 자기 두고 봐.” 역시나 예상대로 펠리시아는 실비아를 꽤나 아끼는지, 실비아를 걸고넘어지면서 협박하자 순순히 물러났다. 저런 미인이 섹스하자고 달려드는데 이렇게까지 하면서 거절해야 하는 처지라니.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는 상상도 못했던 상황이다. “실비아 어때? 곧 할 것 같아?” 펠리시아는 그래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실비아가 절정에 달한 다음을 노릴 생각인 모양이었다. “흐읏. 자, 잘 모르겠습니다. 이, 이대로 가면 절정이란 걸 느끼는 겁니까?” “그, 그럼! 그건 내가 보장할게!” 구원은 당황해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미안 실비아. 아마 이대로 계속하면 절정은 영원히 못 느낄 것 같기는 해. 이거 대체 어쩌면…. 똑똑. 그 순간,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펠리시아님. 알현을 요청하는 분이 계십니다.”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다시 오라고 그래!” 바쁘긴 무슨. 넌 거기서 구경만 하는 게 전부잖아. 대체 또 무슨 일을 벌이려고. “하, 하지만 펠리시아님. 알현을 요청하신 분이 지고의 대마법사님이십니다. 사, 상당히 급하신 용건이신지, 곧장 여기로 오시려고 하는 걸 필사적으로 막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 순간, 구원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아니, 구원뿐만이 아니다. 방 안에 있던 세 명 모두의 움직임이 동시에 멈췄다. 그리고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건 펠리시아였다. “지, 지금 준비할 테니 잠깐만 기다리시라고 전해!” “그, 그럼 나도….” “무슨 소리야? 자기는 여기서 실비아랑 있어!” “뭐? 너야 말로 무슨 소리야. 디아나가 왔는데 당연히 내가 가봐야지.” “그럼 실비아는? 이대로 방치할 셈이야?!” “아니, 그건 아니지만 우선 디아나를….” “내가 가서 잘 말해둘 테니까 걱정 말고 실비아랑 계속하고 있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자기 애인이 왔는데 다른 여자랑 이런 짓을 계속하고 있으라니.” “애인은 무슨. 고백했다가 싸우고 디아나님이 집 나갔다면서?” “그, 그건 잠깐 트러블이 있었던 것뿐이야! 애초에 그 전부터 사귀는 거나 마찬가지인 사이였거든?!” “흥. 글쎄. 과연 디아나님도 그렇게 생각할까?” “디아나가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네가 이러쿵저러쿵 할 게 아니잖아! 그건 내가 직접 만나서 담판을 지을 거야!” “정말로? 우리 불쌍한 실비아를 내버려두고?” “실비아는 갔다 와서 어떻게든….” “실비아!” “후우. 네, 넷? 앗, 네!” 구원은 이미 손을 뗐지만, 실비아는 그동안 스킬에 당한 쾌감이 몸에 남아있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엘리트 기사답게, 펠리시아가 부르는 소리에 바로 정신을 차리고 구원에게 달려들었다. “우왓! 자, 잠깐! 뭐하는 거야!” “미안해 자기. 하지만 이대로 보내기엔 자기가 너무 매력적이잖아. 내가 자기 대신 디아나님하고 잘 말해보고, 어떻게 됐는지 알려줄게.” 그게 무슨 말이냐고 따지기도 전에, 구원은 뒤통수에 강한 충격을 느끼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kazto // 이 글은 처음 연재될 때부터 비축분이 없었습니다. 항상 그 날 써서 그 날 올리고 있죠. 슈리온 // 구원 성격이 저래서 가벼워 보이기는 하지만, 강간당한 거 맞습니다. 구원이 힘으로 이길 수 없는 실비아를 배치해놔서 길을 막아놓고, 선택지를 준 것 처럼 보이지만 자기가 원하는 대답만을 하도록 강요했죠. 그리고 결국 구원의 의지를 무시하고 억지로 자기가 삽입했고요. 시작만 보면 완벽한 강간입니다. 삽입하고 나서는 구원도 도발에 넘어가서 마구 해댔지만요. 192====================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하아….” 저택을 뛰쳐나온 디아나는, 가슴속에서 복잡하게 얽힌 감정을 다 토해내듯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지고의 대마법사라고 불리는 이 몸이, 지성의 화신이라 자부하는 이 몸이 그렇게 감정만 앞세운 행동을 하고 집에서 뛰쳐나오게 될 줄이야. 이번만 그런 게 아니다. 언제나 그렇다. 구원과 함께 있으면 언제나 답지 않게 그만 감정적으로 행동해버린다. 전부 구원이 문제다. 이 몸이 세계 최고의 마법사로 추앙 받고 난 이후로 이미 셀 수도 없이 많은 시간이 흘렀다. 이 몸과 대등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사람들은 전부 여신의 곁으로 돌아간 지 오래. 이제 이 세계에는 얼굴만 마주쳐도 스스로를 낮추고 존대를 해오는 사람밖에 남지 않게 됐다. 이 세계에서 자라지 않은 이방인이라고 해도 그건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이 몸의 용모만 보고 들이대는 자들도 있었지만, 이 몸의 위치와 위상을 알게 되면 지레 겁먹고 아부를 떨기 바빴다. 그에 반해 구원은 어떤가? 이 몸의 정체를 알고 난 이후에도, 편히 말하라는 한 마디에 바로 반말을 한 녀석은 처음이다. 그뿐인가? 구원은 그 이후로도 전혀 이 몸을 어려워하지 않았다. 아니, 어려워하기는커녕 이 몸의 외모만 보고 자신의 손아래 누이 취급을 할 때마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종종들 정도로 친근하게 대했다. 너무 멍청해서 이 몸의 위치가 실감이 나지 않는 것 아닌가? 그런 의혹도 들었지만, 가끔 이 몸이 화낼 때 바로 비는 걸 보면 그건 또 아닌 모양이었다. 하여간 이상한 남자다. 덕분에 이 몸도 저 남자와 있다 보면 그만 과거의, 원시 마법을 연구하던 모임에서 가장 막내였던 시절의 이 몸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 같았다. 그만 지금의 위치도 잊고 어렸던 시절로 돌아가 어리광도 부려보고, 감정적이 되기도 하고. 그것 때문에 지금 이렇게 저택 밖에서 있는 거지만 말이다. 하지만 구원도 구원이다. 성자 특유의 정신을 쏙 빼놓는 쾌감을 절정에 달하기 바로 직전까지만 계속 주면서 애태우고, 그러면서 입으로는 계속 달콤한 말들을 쏟아냈으니까. 안 그래도 신경 쓰이는 남자에게 저런 걸 당해버리면, 그만 이성보다 감성이 우선시 되어버리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래서 그만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에 구원의 제안을 승낙하는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래선 안 되는데. 하렘이라니. 절대 그럴 수는 없다. 물론 이 몸 정도나 되는 사람이 다른 여자와 한 남자를 공유할 수 없다는 자존심 같은 것도 없다면 거짓말이 된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구원이 이 몸만을 바라봐주길 원하는 건, 이 몸뿐만이 아니라 구원을 위해서 그러길 바라는 것이기도 하다. 사라양이나 레이아양에게 미안하기는 하다. 특히 사라양과 맺어진 다음에도 구원이 바로 저렇게 들이댔다는 걸 생각해보면, 사라양은 구원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를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것도 허락했다는 얘기겠지. 그걸 생각해보면 더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구원이 저들과 영원을 맹세할 정도로 깊이 빠져들기는 원하지 않았다. 구원이 그러도록 설득하기 위해선 이 몸의 사정을 전부 솔직하게 말하는 게 제일이겠지만, 지금까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이 몸의 사정을 전부 밝히고 나서도 거절당한다면, 구원이 하렘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만 실패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구원이 이 몸과의 관계를 완전히 포기하고, 단절해버릴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 두려움 때문에 선뜻 사정을 밝히지 못했고,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사라양에게 추월당하고 말았다. 그래도 이 몸과는 키스까지 약속한 사이였는데. 다른 사람과는 다르게 격식 없이 대하는 태도에 끌리게 된 것이지만, 그런 구원이기 때문에 이 몸과 키스를 약속하고도 다른 여자와 깊은 관계가 됐다는 게 아이러니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이 몸과 키스를 약속한 이후엔 다른 여자와 대화하는 것도 눈치를 살폈을 텐데. 아무튼 이렇게 뛰쳐나온 이상, 곧바로 저택에 다시 들어갈 수는 없었다. 지금은 머리를 식혔지만, 구원의 얼굴을 보면 또 다시 감정적으로 변하게 될 거다. 우선 조금 돌아다니면서 머리를 더 식히자. 그리고 각오를 다지자. 디아나는 그 와중에도 챙겨온 애용하는 로브를 푹 뒤집어쓰고, 마을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정처 없이 무작정 돌아다니기만 하는 건 아니다. 각오를 다지기위해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그러려면 구원과 추억이 있는 곳들을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감정을 재확인하는 게 제일 좋겠지. 우선은 제일 먼저 구원과 만났던 여관이다. 식당에서 식사를 하다가, 처음 듣는 직업의 존재를 알고 구원에게 접근했었지. 그땐 설마 상대에게 이런 감정을 품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었지만. 식당을 확인해보니, 그때 구원이 앉아있던 테이블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앉아있었다. 으으음. 어쩔 수 없지. 기다리도록 할까. “손님? 왜 이런데서….” “신경 쓸 것 없네. 일 보게.” 살짝 곤란한 듯이 영업 스마일을 띠우며 다가오는 종업원에게 쿨 하게 대답하고, 디아나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기다렸다. 식당에는 그 외에도 빈자리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꽤나 시선을 받았지만, 디아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차피 남들이 힐끗힐끗 시선에는 익숙해진지 오래다. 시선을 받은 이유가 지금과는 조금 다르긴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기다림 끝에 테이블이 비자마자, 디아나는 누가 또 앉을세라 잽싸게 테이블에 착석했다. 아직 테이블이 치워지기도 전이 종업원이 살짝 당황했지만, 디아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역시 추억이 담겨있는 곳은 다르군. 여신의 축복을 받았다고까지 칭해지는 뛰어난 머리덕분에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은 없지만, 여기 앉으니 구원과의 추억이 더 선명해지는 기분이었다. “저…손님? 주문하실 거라도 있으신가요?” 한동안 추억에 잠겨있자니, 어느 샌가 테이블은 말끔히 치워져있었다. 이런. 이 몸씩이나 되는 사람이 이렇게 시간가는 줄 모르고 멍하니 있다니. “음? 그렇군. 그렇다면 아침 식사를 하나 내주겠나. …그렇군. 이것과 이것, 그리고 이것도 주게나.” 디아나는 자신이 아침도 먹지 않고 뛰쳐나왔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식사를 주문했다. 물론 구원과 처음 식사를 같이했을 때 시켰던 음식 그대로. 식사를 마치고 여관을 빠져나온 디아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다음엔 어디에 가볼까. 그렇군. 여관 다음에는 역시….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시야 한 구석에 익숙한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디아나는 반사적으로 숨고, 그대로 마법까지 사용했다. 완전히 투명해지는 마법은 아직 레벨이 부족하여 사용이 불가능하지만, 그 비슷한 마법은 사용할 수 있었다. 이걸 사용하면, 이쪽을 유심히 보지 않는 이상 존재를 들키진 않을 거다. 디아나가 봤던 사람은 급하게 달리느라 이쪽을 신경 쓸 겨를도 없었는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방금 디아나가 나왔던 여관으로 들어가 버렸다. 물론 그 사람이 누군지는 말 할 필요도 없겠지. 바로 구원이었다. 혹시 이 몸을 찾으러 나온 건가?! 분명 싸우고 나온 것인데도, 디아나의 마음은 환희로 물들었다. 으윽. 안되지 안 돼. 이렇게 쉬워서야 대체 어쩌자는 겐지. 진정하지 않으면. 아직 기뻐할 때가 아니지 않은가. 디아나가 마음을 다잡는 사이, 구원이 실망스런 표정으로 터벅터벅 여관에서 걸어 나왔다. 당연한 결과라네. 이 몸이 마법사 협회의 눈을 피해 몇 년 동안 자유롭게 다녔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일세. 하지만 구원은 곧 마음을 다잡은 듯,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디아나는 숨어서 바로 그 뒤를 쫓았다. 구원이 도착한 곳은 바로 옷가게였다. 그걸 안 순간, 디아나는 다시 한 번 감격했다. 역시 이 몸을 찾으러 다니는 거였군! 게다가 이 몸과 마음이 완벽히 통하지 않는가! 이 몸이 가려고 했던 곳도 바로 여기였다네! 디아나는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로브의 끝을 꽉 움켜쥐었다. 이 옷가게는 구원이 이 로브를 사줬던 바로 그 곳이다. 구원이 처음으로 이 몸에게 뭔가를 선물해줬던 곳. 사실 선물이라고 하기엔 조금 어폐가 있었지만, 그래도 구원이 처음 뭔가를 준 곳이라는 것에 의미가 있다. 그래서 디아나는 저택에 돌아온 이후로도 쭉 이 로브만 입고 다니는 걸 고집하고 있었다. 사실 저택에는 이 로브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호화로운 효과를 가진 로브들이 즐비해있지만, 굳이 사막 도마뱀의 숨통으로 강화까지 해가면서 특별한 효과도 없는 이 로브를 입고 다닌 거다. 구원이 처음 준 선물이니까. 그리고 구원이 여관 다음에 바로 이곳으로 왔다는 건, 이 로브를 특별히 생각하는 게 디아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말이 된다. 마치 서로의 마음이 완전히 통한 기분이 들어서, 디아나는 옷가게로 들어가는 구원의 뒷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게 보였다.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끌어안아주고 싶었지만, 디아나는 꾹 참았다. 싸우고 뛰쳐나갔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끌어안는 건 너무 이상해보일 거고, 자칫하면 구원의 하렘을 인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또 하나, 구원이 이다음에 어디로 갈지가 너무 기대됐다. 이 몸을 찾으러 다니는 이상, 구원이 돌아다닐 곳은 분명 이 몸과의 추억이 있는 곳일 터. 디아나는 아까 느낀 그 마음이 통하는 느낌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었다. 좋아. 이 몸도 생각해보도록 할까. 다음 갈 곳은…그렇군. 클랜 신청을 위해 옷을 사러 갔던 옷가게? 아니지. 순서를 따지자면 그 전에 휴일에 돌아다녔던 곳을 먼저 들리겠군. 디아나는 앞으로 구원이 갈 곳을 예상하면서, 구원의 뒤를 미행했다. 그렇게 구원이 디아나를 찾아다니고, 디아나는 그 뒤를 미행하는 시간이 한동안 계속됐다. 구원이 가는 곳과 디아나의 예상했던 곳이 완벽히 일치할 때마다, 디아나는 구원과의 연결이 더 강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역시 이 몸의 마음에 거짓말은 할 수 없겠군. 이 몸은 구원과 함께 있고 싶다. 그리고 구원도 반드시 그럴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사정을 말하면, 구원도 반드시 이해해줄 테지. 디아나는 그동안 다잡을 수 없었던 마음을 드디어 다잡을 수 있었다. 좋아. 구원에게 제대로 말하자. …마지막으로 구원이 어디로 가는지 확인하고. 솔직히 구원과 디아나가 함께 갔던 곳은 전부 들른 것 같아서, 디아나도 더 이상은 짐작 가는 곳이 없었다. 구원도 그건 마찬가지인지 한동안 멈춰 서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래도 뭔가 생각난 곳이 있는지 다시 걸음을 옮겼다. 디아나는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구원의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 구원이 도착한 곳은 신전이었다. 으음? 신전? …그러고 보니 이곳도 구원과 오기는 왔었던 곳이지. 이 몸보다는 레이아양과의 추억이 어린 곳이니 생각지 않고 있었지만. 구원도 이 몸이 신전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 건가?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엔, 구원의 발걸음이 너무도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구원이 도착한 곳은 대사제가 있는 곳이었다. 그러고 보니 구원은 대사제에게 교육 같은 걸 받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대사제라면 모든 걸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조언을 들으러 온 건가? 하지만 잘못 생각했네. 이 몸을 찾을 거면 차라리 아까 길드에 갔을 때 길드장을 찾아가는 게 더 나았을 걸세. 그쪽이 디아나와 친분도 있으니, 그나마 디아나가 갈만한 곳을 더 제시해줄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뭐, 구원도 최선을 다 해서 생각한 후에 이곳에 왔을 테니까 비난할 수는 없지. 그럼 이쯤 돼서 그만 나타나줄까. 이미 각오는 다졌다. 이제 구원에게 사실을 말하고, 받아들여주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디아나는 자신에게 걸어뒀던 마법을 풀고, 방문의 손잡이에 손을 얹었다. 디아나가 막 방 문을 열려고 했을 때, 안쪽에서 구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사제님! 안녕하세요! 갑자기 들이닥쳐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레이아는 어디 있나요?!” 디아나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또 뭔가가 뚜둑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93====================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믿을 수 없군! 정말로 믿을 수 없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정신을 차려보니 디아나는 어느 샌가 신전의 밖에 있었다. 거기에서 디아나는 애꿎은 나무를 퍽퍽 걷어차면서 성질을 부렸다. “얘야. 여신님이 지켜보시는 곳에서는 행실을 바르게….” “지금 누구보고 애라는 겐가! 이 몸이 못해도 네 녀석의 100배는 더 살았겠다, 이 녀석아!” “죄, 죄송합니다.” 신전에서 나온 한 아저씨가 디아나를 타일렀지만, 디아나의 날 선 목소리에 바로 깨갱하고 물러섰다. 그 표정은 마치 미친놈은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표정이었지만, 디아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지금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는 분을 도저히 삭힐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솔직히, 이성적으로 이해는 됐다. 구원은 이 몸조차도 더는 짐작 가는 곳이 없을 정도로 꼼꼼하게 이 몸과의 추억이 있는 곳들을 찾아다녔고, 더는 찾을만한 곳이 없었을 거다. 그렇다고 무작정 찾아다니기엔, 이 몸의 숨어 다니는 능력이 너무 뛰어나다. 그래선 평생가도 이 몸을 찾을 수 없을 거다. 그러니 돌아다니면서 이 몸을 찾는 건 포기하고, 얌전히 이 몸이 돌아오길 기다리는 게 현명한 판단이다. 그리고 덤으로 그 시간동안, 이 몸과 마찬가지로 구원과 사라양과의 관계가 진전된 것에 충격을 받은 레이아양을 달래주려는 속셈일 거다. 그래. 합리적인 판단이지. 이성적으론 충분히 이해가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감성적으로 납득이 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 감히 이 몸을 찾는 걸 포기하고 다른 여자를 달래주러 가버려? 이런 근성 없는 녀석! 바람둥이 녀석! 디아나는 애꿎은 나무를 퍽퍽 걷어차며 분풀이를 했지만, 분은 전혀 삭혀지지 않았다. 오히려 나무를 차던 발만 아파져서, 디아나는 발길질을 멈췄다. 어젯밤에 외박을 했던 레이아양을 찾으러 갔단 말이지. 좋아. 두고 보게. 그럼 오늘은 이 몸이 외박을 해주겠네! 아니, 아예 가출을 해주지! 어디 며칠 동안 실컷 마음고생이나 좀 해보게나! 디아나는 곧장 아까 갔던 여관으로 향했다. 가출을 한다면서 구원이 한 번 들른 적까지 있는 여관에 묵는 다는 건, 그래도 구원이 찾아와주길 바란다는 마음이 살짝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국 그 날 구원이 다시 여관으로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고 나자, 디아나도 살짝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만약 어제 구원이 레이아양을 찾아가서, 레이아양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면? 그래서 사라양과 레이아양에게 둘러싸여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면? 그렇게 이대로 이 몸이 돌아가지 않더라도 행복하게 지내며, 점차 이 몸을 잊는다면? 겨우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런 최악의 가정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이대론 안 된다. 물론 구원에게 화는 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구원을 평생 안보고 살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오히려 평생 보고 살고 싶은 상대이니만큼, 그렇게 화가 났던 거다. 불안해진 디아나는 저택의 상황을 엿보기로 했다. 어디까지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나 엿보기만 하는 거다. 상황을 전혀 모른 채로 여기 틀어박혀만 있으면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일단 상황을 보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결정하자. 솔직히 아직 레벨이 부족하여서, 마법을 쓴다고 해도 저택을 엿보다가는 들킬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있기엔 너무 불안했다. 디아나는 마법을 사용하여 저택에 접근했다. 그리고 저택에 접근하자마자 바로 바네사에게 들켰다. 역시 이 몸이 저택을 맡긴 사람답게 유능하군. 너무 유능해서 이럴 땐 문제지만. “디아나님!” “쉬잇! 조용히! 조용히 하게! 이 몸이 마법까지 써서 은밀하게 온 거 모르겠나?!” 하지만 바네사라면 괜찮다. 이 몸이 어떤 억지를 부리더라도 따라와 줄 테니까. 오히려 잘 됐다. 바네사에게 정황을 묻고, 이 몸이 여기 온 건 비밀로 하라고 하면 바네사는 그대로 비밀로 할 거다. 설령 구원이 아무리 캐물어도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크흠. 흠. 아닐세. 그, 그런데 말일세. 지금 그 자는 뭘 하고 있나?” “구원님 말입니까? 그게….” 이름을 호명하지 않고 애매하게 물었지만, 바네사는 바로 알아들었다. 하지만 평소 바네사답지 않게 꽤나 애매한 태도를 취했다. “왜 그러나? 무슨 문제라도 있나? 얼른 말해보게.” 그 태도에 디아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바네사를 닦달했다. 설마 하루 만에? 하루 만에 이 몸을 잊고 사라양이나 레이아양과 같이 노닥거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레이아양이 외박했을 때는 바로 달려간 주제에! 하지만 곧이어 바네사가 내뱉은 대답은, 디아나가 상상도 못했던 대답이었다. “어젯밤에 디아나님을 찾으러 간다고 나가셔서 아직까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영주성에서 연락이 왔습니다만….” “음? 갑자기 영주성 얘기는 왜 나오나?” “그게, 구원님은 지금 영주성에 갇혀있으신 모양입니다.” “뭣이? 그게 대체 무슨 소린가?” “성에서 나온 사람의 말에 따르면, 쿠데타를 일으킬 목적으로 디아나님의 저택에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을 전부 불러 모았다는 혐의를 조사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그건 이미 이 몸이 잘 얘기해 뒀다고 생각하네만?” “네. 그러니 그 이유는 그저 구실에 불과하고, 아마 구원님을 부른 진짜 목적이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진짜 목적? 서, 설마…!” 디아나는 이곳의 영주가 누구인지 생각하고, 바로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펠리시아 공주. 몇 년간 본 적은 없지만, 공주가 어렸을 때 잠깐 성에 머물면서 선생 역할을 해준 적도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머리가 잘 돌아가는 총명한 아가씨였지만, 쾌락을 너무 좋아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레벨을 올려서 나쁠 건 없다. 아니, 오히려 좋은 일들만 가득하다. 때문에 귀족들 사이에서 호색한 것은 욕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주는 살짝 그 도가 지나쳤다. 상대가 유부남이든 뭐든 간에, 밤일을 잘 한다는 소문만 들리면 가리지 않고 꼬드겨서 어떻게든 잠자리를 가졌다. “…바네사. 자네도 공주가 그런 일로 구원을 불렀다고 생각하나?” “네.” “지, 지금 당장 협회의 수장들을 불러 모으게! 영주성에 가야겠네!” “넷!” 바네사가 준비를 하는 동안, 디아나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 남자는 어떻게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사고를 칠까! 이 몸이 저택을 엿보러 왔기에 망정이지! 설마 벌써 당한 건 아니겠지?! “디아나!” “디아나씨!” 그리고 저택 안쪽에서 사라와 레이아가 달려왔다. “디아나! 지금까지 대체 어디에…!” “미안하네만. 그 얘긴 나중에 하세. 우선은 구원을 여기로 끌고 와야겠네.” “하, 하지만 구원씨는 지금 쿠데타 혐의로 조사를 받는 중이시라고….” 그런가. 레이아양은 모르는 겐가. 하긴. 공주가 아무리 방탕한 생활을 해도, 그 소문이 귀족들과 전혀 관계가 없던 사라양이나 레이아양에게까지 들어가진 않았겠지. 바네사도 공주에 관한 얘기는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괜찮네. 이 몸이 누구인가. 지고의 대마법사일세. 걱정 말고 자네들은 여기서 기다리게나.” “기다리라고요? 아뇨. 저희도 같이….” “아니. 미안하지만 이번 일에서 자네들이 할 일은 없다네. 오히려 영주성에 입장도 불가능할 걸세. 얌전히 여기서 기다려주게.” 솔직히 말하면 사라양과 레이아양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있기도 힘들었다. 앞으로 자신이 구원에게 할 말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그리고 둘 다 영주성에서 아무런 도움도 안 될 거라는 것도 사실이었고. 그렇게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이 모이자마자, 디아나는 바로 마차를 타고 영주성으로 향했다.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을 데려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쿠데타인지 뭔지 하는 말도 안 되는 혐의에 대한 해명을 위해서. 그리고 그래도 공주가 구원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다면,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아쉽게도 지금의 디아나는 영주성에서 마음대로 활개 칠 힘이 없다. 하지만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이 모두 모인다면? 이들만으로도 영주성 하나를 뒤집어엎기엔 충분하고도 남는다. 평소라면 절대 협력하지 않을 사람들이지만, 디아나의 명령이라면 기꺼이 영주성을 뒤집어엎어줄 거다. 지고의 대마법사라는 이름의 힘은 대단해서, 아무런 약속도 잡지 않았는데도 디아나는 영주성의 알현실까지 거의 직통으로 올 수 있었다. “공주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겐가!” “텔루나님! 제발, 제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지금 공주님께서 준비를….” “대체 뭘 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가! 애꿎은 사람에게 쿠데타 혐의를 씌웠으면 바로 튀어나와야 할 것 아닌가?! 지금 대체 얼마나 기다렸다고 생각하는 겐가?! 이 몸이 그렇게 한가해보이나?!”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다만 이른 아침인지라, 공주님께서도 조금 더 준비하는데 시간이 필요하십니다.” “에잇! 준비는 무슨! 됐네! 자네! 공주가 있는 곳으로 안내하게! 이 몸이 직접 가겠네!” 앞을 막는 대신의 말은 충분히 일리가 있는 말이고, 솔직히 그다지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지만 디아나는 억지를 부렸다. 이러는 동안에도 구원이 무슨 짓을 당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고, 공주님 납십니다!” 디아나가 알현실을 박차고 나가려고 했을 때, 드디어 공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디아나의 앞을 막고 있던 대신이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디, 디아나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건강해보이셔서….” “인사치레는 됐네! 구원은 어디 있나?!” “넷? 디, 디아나님?” 공주는 깜짝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디아나를 쳐다봤다. “쿠데타 혐의를 조사한다면서 데려갔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어디 있나?!” “그게, 지금 저희 기사가 조사 중이에요. 물론 저는 디아나님께서 그럴 생각이 없다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그 남자에게까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지는 알 수 없는 거니까요. 혹시 디아나님에게 이상한 바람을….” “자네는 이 몸이 남자의 꾐에 넘어가 쿠데타를 일으킬 사람으로 보인다는 겐가!” “아, 아뇨! 그럴 리가요! 하지만 디아나님의 곁에 저희 왕국에 반감을 가진 남자가 있다면….” “그럼 어쩔 거란 건가?! 자네는 이 몸의 곁에서 구원을 떼어놓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디, 디아나님? 진정하세요. 언제나 온화하고 침착하셨던 디아나님께서….” “지금 이게 침착할 일인가! 자네가 이 몸의 남자를 붙잡아두고 있지 않나!” “네? 디, 디아나님의 남자?! 하지만 그 남자는 고백했다가 디아나님이 화나서 나가셨다고….” 구원 그 자는 대체 그 사이에 공주한테 무슨 얘기를 한 게야! 처음 보는 여자에게, 이 몸과의 일을 그렇게 주절주절! 공주가 그런 일까지 알고 있다니 구원에게 더 열이 받았지만, 그래도 지금은 우선 구원을 여기서 데리고나가는 게 먼저다. “자네 뭔가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군. 내 이 참에 똑똑히 말해두지. 자네들도 잘 듣게. 알겠나? 구원은 말일세. 이 몸의 남자일세! 건드리는 자가 있다면 용서치 않을 걸세!” 디아나는 공주부터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까지 얼굴을 쭉 훑어본 후, 알현실이 떠나가라 소리 질렀다. 이걸로 구원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했을 뿐 아니라, 견제의 뜻도 담겨있었다. 내 남자니까 넘보면 가만 안두겠다는 뜻의 견제 말이다. 디아나가 외치자, 공주의 안색이 살짝 파리해졌다. 그 얼굴을 보고, 디아나는 자신의 생각이 들어맞았음을 확신했다. “알았으면 얼른 이 몸을 구원에게 안내하게.” “하, 하지만 디아나님. 저도 왕족으로서 왕국에 대해 반감을 가진 자에 대한 조사는….” 하지만 공주는 끈질겼다. 이건 확실히 구원과 했군. 구원과 해서, 그 맛을 잊을 수 없게 된 거다. 그러니 이 몸이 확실히 못을 박았는데도, 이렇게 버텨보려고 하는 거다. 디아나는 그 사실을 파악하고 점점 더 분노했지만, 그럴수록 머리는 더 식어갔다. 그래. 이게 원래 이 몸의 성격이다. 구원이 상대가 아니라면, 원래는 이렇게 분노해도 이성을 유지하고 냉정하게 움직이지. “호오. 그렇단 말이지. 알겠네. 왕국의 존폐가 걸린 일이니 어쩔 수 없지. 그런데 공주, 이 몸이 구원에게서 재밌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네.” “네? 갑자기 무슨….” “구원이 원래 있던 세계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더군. 누군가 이유도 없이 널 싫어한다면, 싫어할 이유를 만들어주라고.” “그, 그런가요? 재밌는 말이네요.” “그래. 이 몸도 처음 들었을 땐 웃어넘겼지만, 지금은 그 심정을 알 것 같군. 누군가 이 몸이 쿠데타를 일으킬 거라고 모함한다면, 진짜로 그 쿠데타를 일으켜주자고 말일세.” “네, 네에?!” “자네들! 지금부터 쿠데타일세! 전 세계의 마법사들에게 연락하게! 앞으로 이 왕국은 이 몸이 다스리는….” “자, 잠깐! 잠깐만요! 디아나님! 진정하세요! 바로 안내해드릴게요! 절 따라오세요! 구원은 이쪽에 있어요!” 영주성의 전 병력을 합쳐봐야, 여기 있는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이 동시에 날뛰면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공주는 바로 꼬리를 말고 디아나를 안내했다. 하지만 앞장서는 공주의 발걸음은 무겁고 느렸다. 마치 가고 싶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뭐하는 겐가. 안내하는 것 아니었나?” “네, 네에…. 저기…. 디아나님. 전 정말로 그 남자가 디아나님과 진지하게 그런 관계일 거라곤…. 그냥 허세를 부리는 거라고….” 공주는 무척이나 겁먹은 모습이었다. 하긴 공주가 기억하는 이 몸의 모습은, 언제나 느긋하고 태평한 모습이었을 테니. 이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 봤을 거다. “자네가 구원을 데려가서 무슨 일을 벌였을지는 이미 짐작하고 있네. 하지만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 않나. 앞으로 조심하면 되네.” “저, 정말이요?” “그렇다네. 그러니 그냥 안내나 해주게.” 솔직히 말하면 무진장 화가 났지만, 참기로 했다. 이 몸의 잘못도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을 불러 모을 때 언질만 할 게 아니라, 왕성까지 가서 좀 더 확실히 일을 처리했으면. 아니, 어젯밤에 괜히 외박한다고 집을 비우지만 않았으면. 그렇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거다. 그와 별개로 공주의 문란함에도 화가 나긴 했지만,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다. 공주도 구원이 허세를 부리는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고. 하지만 이제 이 몸의 남자라고 확실히 못을 박아뒀으니, 공주도 다신 구원에게 손을 뻗을 엄두를 내진 못할 거다. 그러니까 이번 딱 한 번만 참자. “디, 디아나님. 제가 먼저 들어가서….” “자네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이미 짐작하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이제 와서 흔적을 감춰봤자 소용없네.” “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앗! 디아나님!” 그렇게 생각한 것도 방의 문을 열 때까지 만이었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침대에 누워있는 구원과,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구원의 위에 올라타려고 하는 기사의 모습이 있었다. 디아나는 벌써 몇 번째일지 모를, 자신의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 이, 이 몸의 남자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겐가아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원래 디아나 시점은 한 편으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쓰다보니 생각보다 길어지더군요. 부분부분 잘라냈는데도 두 편이 될 줄이야…. 194====================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 이, 이 몸의 남자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겐가아아!” 어렴풋한 의식 속에서 문득 그런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막 기절에서 깨어나 멍한 머리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기에 앞서서 좀 더 직접적이고 단순한 것들을 먼저 깨달았다. 우선 방금 들린 목소리가 디아나의 목소리라는 것. 그리고 물건 끝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으로, 지금 삽입하기 직전이라는 것. 이것들을 종합하여, 구원의 멍한 머리는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디아나아아! 내가 잘못했어어어!” 구원은 자신의 위에 있는 여성을 꽉 끌어안았다. 하지만 뺨에 닿는 감촉이 뭔가 허전했다. 디아나가 원래 셋 중에 제일 작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작았었나? 이건 작다는 수준을 뛰어 넘어서 없는 수준인데? “미안해! 그 사이에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으면 살까지 빠져버리다니! 안 그래도 작던 가슴이! 흐으윽! 디아나아아아!” “무, 무, 지금 뭐라고 했나? 가, 가슴이 뭐 어째?” 그러자 옆에서 디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정면이 아니라 옆에서. 그제야 구원은 막 깨어났을 때 들렸던 목소리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다. 이 몸의 남자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겐가. 확실히 그렇게 말했었지? 그 말은 즉, 지금 내가 끌어안고 있는 게 디아나가 아니라는…. 구원은 주저주저하면서 고개를 들어 자신이 끌어안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나른해 보이는, 하지만 미약하게 열기를 띠고 있는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뜨허어어억!” 구원은 바로 위에 있던 실비아를 밀쳐냈다. 어쩐지 가슴이 작더라니! 그래.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그렇게 줄어들 리가 없지! “디아나님! 오해입니다! 전 디아나님이라고 생각하고!” 실비아를 밀쳐내고, 구원은 바로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얼핏 보인 디아나는 마치 이쪽에 달려들다가 그대로 멈춘 것 같은 자세로 굳어져 있었다. 그리고 화를 내야하는지, 아니면 좋아해야하는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표정으로 구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확실히 구원의 발언만 놓고 보면 때려죽여도 시원찮은 기분이겠지만, 그래도 구원은 실비아를 디아나로 착각하고 벌인 일이다. 즉, 깨어나자마자 디아나에게 사과하면서 엉겨 붙을 정도로 디아나를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디아나는 주먹을 들고 우왕좌왕하더니, 결국 주변을 둘러보며 일갈했다. “둘만 있고 싶네! 다들 나가게!” 야. 아무리 그래도 여기 영주성인데. 그런 게 통할 리가…. “네, 넷! 다들 나가죠. 그럼 디아나님. 편히 계세요.” 통했다. 펠리시아는 마치 잘 됐다는 듯이 사람들을 물리기 시작했다. 너 왜 그렇게 공손하냐? 그런 이미지 아니었잖아? 마치 건드리면 터질 폭탄을 대하는 것 같은 태도였다. 디아나와 펠리시아의 말에, 방 문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뭔데 여기 이렇게 사람이 많아. 나 지금 전부 벗고 있잖아. 이거 무슨 수치 플레이야? 구원은 슬그머니 이불을 끌어당겨 하반신을 덮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 행동은 정면에서 뻗어져 나온 손 하나에 제지됐다. 사람들이 빠져나가는 와중에도, 실비아는 나가지 않고 오히려 구원의 물건을 덥석 잡아온 것이다. “시, 실비아?!” 구원이 놀라는 것보다 먼저, 펠리시아가 비명을 지르는 것처럼 실비아의 이름을 불렀다. “이…!” “누가! 실비아를 끌고 와!” “넷!” 그리고 옆에서 디아나가 이글이글 불타는 눈동자로 뭔가 외치려고 했을 때, 펠리시아가 사람을 시켜 실비아를 끌고 갔다. 실비아는 열기를 띤 눈동자로 구원을 바라보면서, 맥없이 끌려 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방 안에는 구원과 디아나만이 남겨졌다. 구원은 아직도 상황 파악이 제대로 안 되고 있는 상태였고, 디아나는 화는 났는데 그걸 쏟아내지는 못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한동안 방 안에 정적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정적을 먼저 깬 건 디아나였다. “아무 말이라도 해보는 게 어떤가? 자네 이 몸에게 뭔가 할 말 없나?” “어…음…. 미안. 난 디아나 가슴이 작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 구원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디아나의 주먹이 연속으로 날아와 꽂혔다. 물론 구원이 느끼기에는 토닥토닥 수준으로 그치는 공격이었지만 말이다. “자네는! 정말로! 이 몸에게! 제일 처음 할 말이! 그것이란 말인가!” “아니! 아니야! 잠깐만! 막 깨어나서 정신이 없어서 그래! 잠깐만 기다려봐!” 구원은 디아나의 양 주먹을 마주잡듯이 양 손으로 잡아 멈추고, 잠깐 생각에 빠졌다. 내가 정신이 나갔지.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들려고 그딴 발언을. 어떻게 디아나가 갑자기 내 앞에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찾아 헤맸던 디아나다. 상황 파악은 나중에 하고, 우선은 디아나를 만나면 제일 처음 하려던 말을 하자. 디아나에게 할 말은 애초에 정해놓고 있었다. “디아나, 전엔 미안했어. 그래도 난 진심이었어. 진심으로 널 사랑해. 그러니까 어디가지 마. 계속 내 곁에 있어줘.” “으, 으, 으으….” 디아나는 얼굴이 귀 끝까지 새빨개져서, 정체불명의 행동을 취했다. 아마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려고 한 것 같은데, 두 손 다 붙잡혀져 있는 바람에 몸만 꿈틀댄 모양이다. “이, 이 몸이 자네 같은 남자와….” “하지만 네 남자인 거지?” 디아나는 확실히 아까 그렇게 말했다. 내 남자에게 무슨 짓이냐고. 아까는 너무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서 그 뜻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흘려 넘겼지만, 지금은 확실하게 그게 무슨 뜻인지 알 만큼 정신을 차렸다. “그, 그건…! 그러니까! 이, 이 몸은 그저…!” “디아나. 전에는 괜히 섹스로 정신을 빼놓고 진심을 듣는다는 헛짓을 해서 미안해. 하지만, 그래도 난 디아나가 날 생각하는 마음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진 않아. 그러니까 사라와 레이아와 함께 계속 내 곁에 있어줘. 난 너희 모두를….” 그때까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마냥 부끄러워하던 디아나였지만, 사라와 레이아의 이름이 나오자 갑자기 뭔가 기억난 듯이 얼굴색이 변했다. “그건 안 되겠네.” 달콤한 말에 부끄러워하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뭔가를 결심한 듯이 굳은 표정으로 디아나는 그렇게 단언했다. 설마 거절당할 거라곤 생각 못해서, 구원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솔직히 말해서 너무 자만하고 있었다. 디아나가 날 좋아하는 건 확실하니, 진심으로 설득하면 마지못해서라도 넘어와 줄 거라고 생각했다. “디아나….” “그래. 인정하지. 이 몸은 자네에게 마음이 있네. 키스를 약속할 만큼 말일세. 지금 당장이라도 자네에게 키스를 하고 싶을 정도네.” “그러면 하면 되잖아! 나도 언제든지…!” “하지만 자네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을 주고 있는 상황에선 안 되네.” 공주도 그렇게 말했었고, 역시 디아나정도 위치의 사람은 다른 여자들과 한 남자를 공유하는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걸까? 디아나가 날 좋아하는 감정은, 다른 여자와 공유할 거라면 차라리 관계를 끊어버릴 거라고 생각할 수준밖에 안 되는 걸까? 하지만 디아나의 말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디아나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고 말을 고르듯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그러니 구원. 이 몸을 선택해주게.” “뭣…! 그게 무슨…!” “무슨 말인지 자네도 잘 알잖나. 사라양이나 레이아양에겐 미안하지만, 이 몸만을 바라봐주게. 자네가 그러겠다고 말해준다면, 이 몸은 평생 자네와 함께 하겠다고 맹세하지.” “디아나. 지금 나한테 너하고 사라와 레이아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하는 거야?” “그 말대로일세.” “정말로, 정말로 그 두 가지 선택밖에 없을까? 넷이서 다 같이 사이좋게 지낸다는 선택은 없을까? 내가 이기적인 건 알아. 하지만 그래도….” “이 몸을 선택하면 사라양과 레이아양과 얼굴도 보지 말자는 게 아닐세. 오히려 지금처럼 지내도 되네. 단, 그녀들에게 진심이 되지 말게. 자네의 진심은 이 몸에게만 있는 걸세.” 이건 디아나 나름의 중재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구원에게는 더욱 가혹하게 들렸다. 그러면 사라와 레이아는 가볍게 가지고 노는 정도로만 상대하라는 말이잖아. “디아나. 너도 잘 알잖아. 내가 그렇게 요령 좋은 놈이 아니라는 거. 그렇게는 못해. 그냥 사라하고 레이아도 받아들여주면 안 될까? 그 둘을 받아들여줘도, 너한테 절대 소홀히 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게. 최선을 다해서 있는 힘껏….” “그런 문제가 아닐세! 이 몸이 받아들인다든가 하는 문제가 아니란 말일세! 이 몸은 자네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왜 그걸 몰라주나! 자네는 이 몸과의 키스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건지 전혀 모르고 있네!” “그야 당연히 모르지! 말해준 적이 없잖아! 대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건데?!” 구원의 외침에 디아나는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굳은 눈동자로 구원을 곧게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자네는…영원히 산다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으…응?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에, 구원은 살짝 당황했다. 다른 사람이 말했으면 도 같은 거 안 믿는다고 대응했겠지만, 상대는 디아나다. 전생 마법을 이용하면 아마도 영원히 살 수 있을 디아나. 저런 말을 꺼낸 것도 뭔가 의미가 있을 거다. 생각해보자. 그래. 디아나는 영원히 산다. 그리고 난 그렇게 살지 못한다. 내가 평생 디아나와 붙어있어도, 디아나 입장에서 나와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지금까지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갈 시간과 비교하면 찰나에 불과한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게만 집중해줬으면 한다는 말일까? 그렇게 생각해보니, 이 이상 막무가내로 하렘을 주장하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구 하나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난 대체 어쩌면 좋지. “미안해. 영원히 사는 널 상대로 이런 말을 하는 내가 이기적이란 건 알고 있어. 그래도….” “이 몸 얘기가 아닐세.” “응?” “자네 자신이 영원히 산다는 걸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은 걸세.” “그게…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의 의미일세. 이 몸과 키스를 하게 되면, 이 몸과 생명을 공유하게 되네.” 그렇게 말하는 디아나의 표정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마치 거절당할까봐 겁을 내는 것처럼. “어…그러니까…너랑 키스하면 나도 영원히 산다고?” “…그렇다네. 그 말 대로일세.” “…그럼 좋은 거 아냐?”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닐세! 자네는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거 아닌가?! 영원히 사는 걸세! 아는 얼굴들이 차례차례 떠나가도, 세상에 홀로 남겨져서 영원히!” 물론 구원도 그 정도는 상상할 수 있다. 그런 주제의 영화들도 본 적 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디메리트를 감수하더라도 디아나가 말한 영원한 삶에는 압도적인 메리트가 하나 있었다. “홀로 남겨진다니. 너랑 키스해서 영원히 사는 거면 둘이서 남겨지는 거잖아. 영원히 사는 것에 그 어떤 힘든 일이 있더라도, 너랑 영원히 살 수 있는 거라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것들 이상으로 너랑 영원히 살 수 있다는 게 기뻐. 아무리 생각해봐도 좋은 거잖아?” “자, 자, 자네란 남자는…!” 디아나는 크게 감동받았는지, 눈동자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구원을 쳐다봤다. “뭐야? 그럼 지금까지 내가 영원히 사는 건 싫다고 널 거절할까봐 말 못하고 있었던 거였어?” “하, 하지만, 하지만 과거에 이미 한 번 거절당한 적이 있단 말일세!” “응? 설마 나 말고도 키스하려고 했던 사람이 있었어?” “그렇…앗! 아닐세! 자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었네! 마법사 협회의 전신이 되는 조직에서! 다들 차례차례 죽어가니 쓸쓸해져서, 마지막 남은 친구에게 같이 살아달라고 했던 것뿐이었네! 심지어 상대는 여자였네!” “그, 그럴 수가! 디아나가 동성애도 커버 가능했었다니! 설마 사라와 레이아를 포기하게 만들려는 것도…!” “그, 그런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자네 지금 이 몸과 장난…장난이구먼! 진지한 얘기 중에 무슨 짓인가!” 디아나는 드디어 구원이 장난치고 있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너무 심각해 하기에 분위기 좀 풀어주려고 그런 건데. “아, 아무튼! 자네도 이 몸을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군. 자네도 이 몸의 마음을 알았겠지? 이 몸은 자네를 생각해서 말한 걸세. 사라양과 레이아양에게는 진심을….” “아니. 그 둘도 진심으로 대할 거야. 너랑 마찬가지로.” 안심해서 말하는 디아나에게 구원은 오히려 당당하게 하렘을 선언했다. 디아나가 독점욕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니라 날 생각해서 하렘을 거부하는 거였다면, 오히려 디아나를 설득할 자신이 생겼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95====================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디아나가 했던 말들을 곰곰이 생각해보자. 사라나 레이아와 계속 같이 있어도 되지만, 정을 붙이지 마라. 이건 디아나 본인의 독점욕 때문이 아니라, 구원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디아나와 키스를 하면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종합해보면 이런 뜻이다. 사라나 레이아에게 정을 주면, 수명이 한정되어있는 그녀들이 먼저 떠나갈 때 힘들어지는 건 구원 바로 너다. 그러니 정을 주지 말고 자신만 바라봐 달라. 정말 기특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디아나의 말대로 해줄 수는 없었다. 디아나의 그런 의도를 전부 파악하고도, 구원은 사라와 레이아도 진심으로 대하겠다고 대답한 거다. “무, 무슨! 자네 이 몸의 말이 이해가 안 되는가!” “잘 이해하고 있어. 사라와 레이아에게 진심이 되면, 언젠가 있을 이별이 더 괴로워질 테니까 마음을 주지 말라는 거지?” “그, 그걸 알면서…!” “그걸 알면서도, 진심으로 대하겠다고 한 거야. 디아나. 물론 사라와 레이아의 수명이 다 해서 이별하게 될 땐 슬플지도 몰라. 하지만….” “슬플지도 모르는 게 아니라, 확실히 슬프네! 자네는 그 고통을 못 겪어 봤으니 그렇게 쉽게 생각하고 있는 걸세!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그래. 네 말대로 난 아직 겪어보지 못해서 상상하는 것밖에 할 수 없어. 네 말대로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슬플지도 모르고, 감당하기 힘들지도 몰라. 하지만 미래에 슬플 걸 걱정하느라 지금 사라와 레이아를 좋아하는 마음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아. 너도 그런 겁쟁이를 좋아하는 게 아니잖아?” “하지만! 그래도!” “그리고 나중에 내가 힘들어할 때가 와도, 난 과거의 디아나처럼 홀로 남는 게 아니잖아?” “으윽!” “그렇잖아? 나만 디아나의 곁에 있어주는 게 아니야. 디아나도 계속 내 곁에 있어주는 거지?” “으으…으으…으아아아!” 디아나는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보자 대답하기 부끄러운지, 다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이상한 소리를 냈다. 너무 창피한 나머지 그대로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손은 여전히 나한테 잡혀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파닥거리는 것 말고는 아무 동작도 취할 수 없었다. “어딜 도망가려는 거야? 뭐야? 설마 그때 되면 나 버릴 생각이야?” “자네 바보 아닌가! 그럴 리 없지 않은가! 엘프의 키스는 평생 단 한 사람만을 바라보겠다는 영원의 맹세일세!” “그런 걸 여자한테 하려고 했단 말이야?! 역시 디아나는…!” “그런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아아! 이 몸이 여성한테 그런 제안을 했을 정도로 정든 사람과 영원히 이별하는 게 힘든 거라는 뜻일세!” “그래도 난 네가 곁에 있어줄 테니까 괜찮아.” “으으으으! 자네 자신이 지금 얼마나 뻔뻔한 얘기를 하는 건지 알고 있는 건가?! 다른 여자랑 헤어져서 슬퍼하면 이 몸에게 위로해 달라고 하는 것 아닌가!” 디아나는 그렇게 외쳤지만, 구원에겐 그냥 마지막 발버둥으로 보였다. 이미 디아나의 마음은 완전히 설득된 것 같았다. “나 원래 이기적이고 뻔뻔한 놈이잖아. 디아나도 그 정도는 알고 날 좋아한 거 아니었어?” “으으윽. 여, 역시 자네와 키스하는 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어허. 그렇겐 안 되지.” 구원은 디아나의 양손을 놔주고, 대신 양 볼을 감싸듯이 디아나의 얼굴을 잡았다. “난 이기적이고 뻔뻔할 뿐만 아니라 끈질기기도 해서 말이야. 넌 나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한 시점에서 끝난 거야. 이제 늦었어.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한다고 해봤자 안 놔줄 거야.” 구원은 그대로 디아나의 얼굴에 자신을 얼굴을 가져다댔다. “자, 잠깐 기다리게! 마지막으로 잘 생각하게! 이 몸과 키스하면 이제 돌이킬 수 없어진다네! 정말로 영원히…!” “너 꼭 나보고 키스하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 같다?” “그런 게 아니라 평생을 좌우할 결정이니 신중히 생각하고 결정하라는 걸세! 나중에 가서 후회한다고 해도 되돌릴 수 있는 것이…으읍.” 계속해서 파닥거리며 떠들어대는 디아나의 귀여운 입을, 구원은 자신의 입으로 틀어막았다. 바로 눈앞에서 디아나의 커다란 눈망울이 진동하듯이 떨리는 게 보였다. 그 눈동자를 보면서, 지금까지 디아나와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정말 길었다. 대체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걸린 건지. 구원은 감격에 벅차서 한동안 그러고 있다가, 천천히 디아나의 입술에서 떨어졌다. 입술을 맞대고 있는 시간은 길었지만, 혀도 넣지 않고 입술도 움직이지 않은, 말 그대로 맞대고 있을 뿐인 키스였다. “우선은 처음이니까 가볍게. 키스가 처음이신 우리 대마법사님한테 앞으로 다양한 키스를 잔뜩 알려줄 테니까 잘 배우라고.” 디아나는 구원이 떨어진 후에도 입을 살짝 벌리고 한동안 멍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딘가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어투로 말했다. “이제 정말로 돌이킬 수 없네. 이건 이 몸의 마법으로도 풀 수 없는 주박일세. 아니, 풀 수 있어도 풀어주지 않을 걸세. 자네는 이제 영원히 이 몸과 함께 살아가야하는 걸세.” “바라던 바야.” 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새가 쪼는 것처럼 다시 가볍게 디아나의 입술에 입술을 맞추고 떨어졌다. 그러자 디아나는 그제야 키스를 했다는 실감이 나는 건지, 얼굴을 붉히며 파닥댔다. “이제부터 잔뜩 할 텐데 그렇게 부끄러워해서 어떻게 해?” “시, 시끄럽네! 이 몸이 대체 얼마나 오랜 세월을 거쳐서 드디어 처음 키스를 처음 했다고 생각하는 겐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거쳤는데?” “3…! 말할 것 같나! 자네 바보인가?!” “이제 평생 같이 지낼 사인데 뭐 어때서 그래? 그래서 3 다음 나올 단위가 뭐였는데? 천? 만?” “시끄럽네! 조용히 하게!” “부끄러워할 것 없다니까. 디아나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시끄럽다는 말 안 들리나?” “…죄송합니다. 너무 기어올랐습니다.” 더 이상 말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긴 디아나의 냉철한 목소리에 구원은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역시 몇 살을 먹어도, 여자에게 나이 얘기는 금기인 모양이다. “어서 옷이나 입게. 얘기가 일단락 됐으니 일단 여기서 나가세나.” 그러고 보니 아직도 알몸이었다. 인벤토리에서 옷을 꺼내 입으면서, 구원은 다시 디아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너도 은근히 겁이 많네. 그럼 지금까지 키스를 못했던 게 내가 거절할까봐 그런 거였어? 내가 거절할 리가 없잖아?” “시, 시끄럽네! 이 몸이 그 친구에게 거절당하고 얼마나 상처받았었는지 아는가! 겁을 좀 먹어도 이상할 거 없지 않은가!” “그런 것 치곤 저번에 섹스할 땐…아, 그래서 그렇게 가출할 만큼 화났던 거구나. 제대로 하렘은 거절하려고 했는데 내가 억지로 승낙하게 만들어서.” “그렇다네! 자네 잘못이 얼마나 큰지 알겠는가?!” “그래도 이렇게 잘 풀릴 거였으니까, 결과적으론 그것도 괜찮았던 거 아냐?” “뭐가 괜찮나! 전혀 안 괜찮네!” “어떤 점이?” “이, 이 몸도 고백은 그런 상황보단…아무튼 전혀 안 괜찮았네! 자네는 여심이란 걸 전혀 모르네!” 다 말해놓고 얼버무리려고 하기는. 저거 분명 얼버무리는 척 하면서 대놓고 자기 소망을 말 한 거겠지? 고백은 섹스하면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상황에서 받고 싶다고. 좋아. 그럼 그렇게 해줘야지. 좋아하는 여자가 그걸 원한다는데 당연히 해줘야지. 구원은 인벤토리에서 한 가지 물건을 더 꺼냈다. “디아나.” “뭔가?” “이거 받아줄래?” 구원은 불퉁한 태도의 디아나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반지 케이스를 열어서 내밀었다. “이, 이건…!” 내가 반지를 사면서 사라 것만 샀을 리가 없잖아. 어차피 셋 모두와 이런 관계가 되길 원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세 개를 샀다. “손을 내밀어줄래?” “…….” 디아나는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왼 손을 내밀었다. 구원은 그 손을 붙잡고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조용히 약지에 반지를 껴줬다. “좋아해, 디아나. 앞으로도 나랑 쭉 같이 있어줘.” 디아나는 손을 얼굴 앞으로 들어 멍하니 반지를 보더니, 뒤로 홱 돌아버렸다. “왜, 왜 그래? 마음에 안 들어?” 이 기회를 놓치면 오히려 더 어색해질 것 같아서 바로 실행한 건데. 역시 장소 세팅 같은 것도 제대로 해서 하는 게 좋았을까? 그래도 고급 호텔처럼 잘 꾸며진 영주성에서 하는 거라 나름 운치는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그런, 그런 거 아닐세.” 하지만 이어서 들려온 디아나의 목소리에, 구원은 디아나가 왜 뒤를 돌았는지 깨달았다. “디아나. 제대로 얼굴을 보여줘.” “자, 흑. 잠깐만 기다리게.” “싫어. 지금 보여줘. 네 기뻐하는 얼굴이 보고 싶어.” 구원의 말에, 디아나는 천천히 다시 뒤로 돌았다. 디아나의 얼굴은, 예상대로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역시 보여주는 건 부끄러운지, 디아나는 구원에게 매달리듯 끌어안고 구원의 가슴에 얼굴을 박았다. “예쁜데 왜 숨기려고 그래?” “…역시 자네는…여심을 너무 모르네.” 그렇게 말하고, 디아나는 한동안 구원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들썩이던 디아나의 어깨가 드디어 진정되는가 싶더니, 디아나가 툭하고 말을 내뱉었다. “…어서 가세. 한시라도 빨리 저택으로 돌아가고 싶군.” “응. 나도 마찬가지야.” 구원은 디아나를 안아 들고 그대로 방 밖으로 나왔다. 밖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문을 열자마자 펠리시아의 얼굴이 보였다. “앗! 디아나님! 그리고 자ㄱ…구원. …보아하니 잘 된 것 같군요.” 그렇게 말하는 펠리시아의 얼굴은 어딘지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기분 탓인지 시선도 내 얼굴이 아니라 고간을 향하고 있는 것 같고. 아니. 역시 기분 탓이 아니다. 이 색정광 공주 같으니라고.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생각이 나냐? “덕분에 잘 됐어. 보다시피 말이야. 그럼 우린 이만!” 이 세계에 막 오자마자 댁 같은 미인이 섹스하자고 엉겼으면, 아마 정신 못차리고 댁한테 푹 빠졌을 텐데. 날 늦게 만난 자신의 악운을 탓하라고. 펠리시아와 더 엮여봤자 더 좋을 게 없을 거라는 생각에, 구원은 황급히 밖으로 향했다. 뭔가 까먹은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이렇게 생각나지 않는 걸 보면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닐 거다. 펠리시아와 마찬가지로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을 이끌고, 밖에서 기다리던 바네사가 모는 마차에 탑승하여 일행은 순식간에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구원의 품에 안겨있던 디아나는, 저택에 돌아오자마자 구원의 손을 이끌고 방으로 향하려고 했다. 물론 그 전에 앞을 가로막는 존재들이 있었지만 말이다. “구원!” “구원씨!” 물론 사라와 레이아 얘기다. 둘은 구원이 어지간히 걱정됐던 건지, 잠도 제대로 못 잔 것처럼 보였다. 그러고 보니 얘들 입장에선 내가 밤에 디아나를 찾는다고 뛰쳐나가더니, 그대로 소식이 없다가 다음날에나 돌아온 거다. 그야 걱정할 만도 하지. “어디 다친 곳 없으세요?” 레이아는 파티에서 힐러 역할을 맡은 사람의 본능인지, 구원의 몸을 이곳저곳 만지면서 몸을 확인했다. 구원과 디아나의 손이 이어져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말이다. “괘, 괜찮아. 미안해. 갑자기 영주성에 끌려가서 말이야. 걱정했지? 그래도 아무 문제없었어.” “다행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아는 구원의 품에 꼭 안겨들었다. 마주잡고 있는 디아나의 손에 힘이 꽉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물론 근력의 차이 때문에 전혀 아프진 않았지만, 디아나의 얼굴을 보기 무서워졌다. “레, 레이아? 난 괜찮으니까 잠깐 떨어….” “싫어요.” 레이아는 구원을 끌어안은 상태로 고개를 좌우로 격하게 흔들면서 거부했다. 으어어. 레이아 누님. 누님은 그렇게 흔들면 같이 흔들리는 게 있어서 위험하단 말이에요. 진짜 위험해. 설 것 같아. 이 상태로 서면 안 그래도 한계에 가까원 보이는 디아나가 폭발할 거다. 참아라, 아들아. 지금은 안 돼! 하지만 레이아는 그런 구원의 기분을 아는 건지, 살짝 볼을 상기시키면서 말했다. “괜찮아요.” “뭐, 뭐가?” “가기 전에 제가 한 말 잊으셨어요?” “그게, 미안. 영주성에서 너무 정신이 없어서 지금 잘 기억이….” “밤은 제가 예약해놨으니까요. 디아나씨랑 잘 되셨다고 저 바람맞히면 안돼요.” …기억났다. 당연하지! 라고 당당히 대답했던 것까지 전부. …이거 어쩜 좋지. 물론 약속은 지켜야겠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레이아랑 방으로 들어가기에는, 마주잡은 손에 힘이 점점 강해져가는 디아나를 보기 너무 무서웠다. 구원이 식은땀을 흘리며 우물쭈물하고 있는 사이에, 먼저 행동에 나선 건 다름 아닌 디아나였다. 디아나는 레이아와 구원 사이로 파고들어, 둘을 떨어지게 만들었다. “꺄악. 디, 디아나씨. 디아나씨 차례는 그제 밤이었잖아요. 오늘은 제 차례….” “그런 거 모르네! 에잇!” 디아나는 떼쓰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뭔가 정체 모를 마법을 사용했다. “엣?! 꺄악!” 레이아가 마법을 맞고 몸을 움츠린 사이에, 디아나는 구원을 붙잡고 그대로 저택 밖으로 달려 나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96====================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잠깐만요, 디아나!” “자네들 막게!” “네, 넷?!” 마법에 당하지 않은 사라가 그 앞을 막아섰지만, 디아나는 무려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을 방패로 세웠다. 저렇게 써도 되는 거냐. 쟤들 저래 뵈도 일단 나름 높으신 분들 아니었어? “자, 이 틈에 가세!” 디아나는 구원의 손을 붙잡고 그대로 저택을 빠져나왔다. 구원도 너무 순식간에 일이 전개돼서 엉겁결에 디아나를 따라 나오고 말았다. 그리고 저택이 안 보일 정도로 멀어졌을 때가 돼서야 구원은 걸음을 멈췄다. “잠깐, 잠깐만. 디아나.” 디아나에게 이끌려 저택 밖으로 나온 구원은 디아나를 멈춰 세웠다. “뭔가?” “나중에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이 몸이 그걸 왜 걱정하나? 감당은 자네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구원의 걱정 섞인 말에, 디아나는 뻔뻔하게도 그렇게 대답했다. “뭐, 뭐라고?!” “그 정도도 감당하지 못하면서 하렘을 꾸릴 생각이었던 겐가?” “…돌아가자! 지금 당장!” 솔직히 이 상황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면 어떻게 커버할 자신이 전혀 없었다. 지금이라도 레이아한테 돌아가서…. “…진심인가?” “당연하지! 아무리 천사 같은 레이아라도 이건 화 낼 거라고!” “…그런가. 알겠네. 돌아가세.” 의외로 디아나는 저항하지 않고 깔끔하게 승낙해줬다. “어? 정말로?” 너무 깔끔하게 승낙해주는 바람에 오히려 내 쪽이 놀라서 되물었을 정도였다. “음. 이 몸은 처음으로 키스를 바친 날 쓸쓸하게 홀로 남겨져서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겠네.” 디아나는 비극의 여주인공처럼 불쌍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으며 쓸쓸하게 말했다. “전혀 안 괜찮잖아!”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럼 괜찮을 줄 알았나?! 자네는 아직도 이 몸에게 키스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모양이구먼! 당연히 안 괜찮네! 지금 돌아가면 영원히 저주할 걸세!” 구원의 외침에, 디아나는 쓸쓸한 표정에서 순식간에 욱하는 표정으로 변해 일갈했다. “무서운 소리 하지 마라! 네가 저주 같은 말을 하면 그냥 위협하는 걸로 안 들리잖아!” “위협 아닐세!” 그럼 더 문제잖아! “자네 미래의 일을 두려워해서 지금의 감정에 거짓말을 하는 겁쟁이는 되고 싶지 않다고 안 했나?” “아니, 그래도 그거랑 이거랑은….” “뭐가 다른가?! 이 몸은 홀로 남겨져도, 자넨 레이아양과 하니 그만이라는 말인가!” “무,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럴 리가 없잖아! 알았어! 오늘은 둘이서 이대로 돌아가지 말자!” 결국 구원은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미안 레이아. 이 벌충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할게. “…정말인가? 레이아양에겐 뭐라고 말할 셈인가?” 구원이 결단을 내리자, 디아나가 살짝 걱정하는 말투로 말했다. 넌 지금 돌아가기 싫은 거냐, 아니면 돌아가고 싶은 거냐. 정작 가지 말자니까 걱정할 거면, 처음부터 이런 짓을 벌이지 말라고. 뭐, 이런 짓을 벌인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니까 나도 이런 결단을 내린 거지만. 그리고 레이아한테 뭐라고 말할 거냐고? 그런 거 생각해놨을 리가 없잖아! 원래 지금을 즐기려면 나중 일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는 거야! “몰라! 일단 가자!” “어딜 말인가?” “아무데나! 아무튼 데이트 느낌 나는 곳으로! 계속 여기서 이러고 있을 것도 아니잖아?” “데, 데이트….” “그래! 팔짱이라도 낄래?” 구원이 팔을 내밀자, 디아나는 주저주저하면서도 살그머니 그 팔을 붙잡았다. 방금 전에는 그렇게 날 끌고 오더니, 막상 의식해서 팔짱을 끼려니까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렇게 디아나와 팔짱을 끼고, 구원은 그냥 아무 가게나 닥치는 대로 들어가서 구경을 했다. 거리에 맛있어 보이는 게 있으면 이것저것 사먹어도 보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윈도우 쇼핑도 하면서 말이다. “저것도 맛있어 보이네. 디아나 먹을래?” “으, 음.” “아, 그래도 좀 양이 많아 보이네. 하나 사서 둘이 나눠 먹을까?” “그, 그러세.” 그리고 그러는 내내 디아나는 평소보다 확연히 말수가 적었다. 얘가 안 어울리게 왜 이렇게 부끄럼을 타. “언제까지 부끄러워하고 있으려고 그래?” “어, 어딜 봐서 이 몸이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겐가.” “그냥 봐도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로 보여. 답지 않게 말도 없이 조용히 하고 있잖아.” “자네는 대체 이 몸을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몸은 원래 과묵하고 무게감 있는 마법사들의 정점일세!” 웃기고 있네. 평소에는 아무거나 질문해도 신나서 떠들어대는 주제에. “그래. 그래. 그럼 데이트할 때만이라도 좋으니까 그 무거운 입 좀 열어줘. 나 혼자만 신난 것 같잖아. 아님 뭐야? 디아나는 재미없어?” “아, 아니네! 그런 거 아니네! 이 몸도 충분히 즐기고 있네!” “그럼 조용히 있지 말고 좀 더 즐거운 티를 내 달라고. 그래. 이번엔 어디 갈지 네가 정해봐. 어기 가고 싶은 곳 없어?” 아예 디아나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내가 정하는 건 눈에 들어오는 곳으로 한정돼버리니까. 디아나라면 내가 모르는 괜찮은 곳을 많이 알고 있겠지. “가고 싶은 곳? 그런 걸 물어봐도…으음…. 딱히 없네. 그냥 자네가 정해주게.” “에이. 그러지 말고. 정말로 한 군데도 떠오르는 데가 없어?” “어, 어쩔 수 없지 않나! 이 몸은 데이트 같은 게 처음이란 말일세!” 아니, 그건 나도 별 다를 거 없거든? 기껏 해봐야 너희들이랑 해본 게 전부인데. 물론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는다. 남자는 쓸데없는 오기를 부릴 때도 있는 법이다. …그 오기 때문에 펠리시아랑은 그렇게 해버리게 되기도 했지만. 아무튼 디아나가 저렇게 말하니, 다시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문득 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응? 디아나. 저긴 뭐하는 가게야?” 다른 가게와는 달리 창문 하나 없어서,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 가게였다. 창고 같은 곳인가 싶었지만, 그런 게 이런 상점가에 있을 리가 없다. 살짝 구석진 곳에 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상점가에 있는 가게였다. 무엇보다 건물엔 제대로 간판이 걸려있었다. 필립의 가게라는, 이름만 봐서는 뭐하는 가게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간판이었지만 말이다. “음? 이 몸도 처음 보는 가게로군.” 디아나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한 번 들어가 볼까. “어서 오십시오. 오호. 커플이신가요? 이거 또 보기 드문 손님들이 오셨군요.” 가게 안에 들어가자마자, 수상한 목소리가 구원과 디아나를 맞이했다. 그리고 구원은 이곳이 뭐하는 곳인지 바로 눈치 챘다. 이걸 보고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하지. 가게 안의 선반에는 각양각색의 양물이 진열되어있었으니 말이다. “여, 여기는?!” 디아나는 가게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석화라도 걸린 것처럼 몸이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설마 이런 가게였을 줄이야.” “이런. 모르고 들어오신 겁니까? 호기심이 많으신 분들이군요. 하지만 모처럼 이렇게 오셨으니 한 번 구경이라도 하고 가시는 게 어떠십니까?” “그럼 그럴까.” “뭐, 뭣이!” 옆에서 깜짝 놀라는 디아나를 이끌고, 구원은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살짝 호기심 같은 것도 있었다. 성인용품점 같은 곳엔 이 세계에 오기 전에도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구원은 살짝 두근두근 하면서 가게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제일 임팩트있는 게 양물들이 전시된 곳이라 처음 눈에 들어왔을 뿐, 그밖에도 꽤나 재밌는 것들이 보였다. 젤이라든가, 물건에 끼우는 걸로 보이는 링 같은 거라던가. “이런 거 재밌어 보이네. 진짜 이거 끼우고 하면 더 기분 좋은 걸까?” “이, 이 몸이 알 리가 있나! 그런 거 물어보지 말게! 애초에 자넨 그런 거 필요 없지 않나!” “훗. 그야 그렇지. 저런 건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는 패배자들이나 쓰는 물건일 뿐. 나쯤 되면 전혀 필요 없는 물건이지.” “그래! 자네는 대단하네! 그러니 얼른 나가세!” “왜? 좀 더 보고가자. 재밌잖아.” 디아나는 얼른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구원은 좀 더 둘러보기로 했다. 가게 안을 둘러보면, 여성용은 기껏해야 딜도 밖에 안보이고, 나머지는 전부 남성이 사용하는 섹스 보조 기구들이었다. 이런 점에서 이 세계의 남자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실감이 됐다. 하긴, 이 세계는 여자들이 느끼는 척 연기를 해도 통하지 않는다. 경험치가 들어오는 걸로 바로 확인이 되니 말이다. 레벨 업이 아니더라도 섹스는 할 텐데, 매번 자기만 느끼면 자괴감이 장난 아니겠지. 이런 걸 사용해서라도 여자들을 느끼게 만들어주고 싶은 거다. 그런데도 고레벨에 여자들이 많은 걸 보면 크게 성과는 없는 것 같지만 말이다. 아니, 애초에 이런 도구들을 사용해서 상대를 절정으로 이끌면 과연 경험치가 제대로 들어오긴 할까? 전투에서 무기를 사용한다고 반칙이 아닌 것처럼, 도구를 사용해도 경험치는 제대로 들어올 것 같기도 하고. 아니, 그래도 자기 능력으로 느끼게 한 건 아니니 그만큼 경험치는 반감되는 걸까? 모르겠다. 이건 제대로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겠군. “주인장. 여기 이거랑, 이거랑…아, 이것도 살까?” “필요 없다고 안 했나! 이런 걸 왜 사려고 그러는 겐가! 자네는 그런 거 없어도 충분하니 얼른 나가세!” “고마워. 그래도 모처럼 왔는데 아무것도 안사고 나가는 건 미안하잖아.” 결국 구원은 고집대로 물건을 몇 개 샀다.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 좀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디아나가 하도 보채는 바람에 결국 대충 눈에 띤 것 몇 개만 사고 나와야했다. 여긴 기억해 뒀다가 나중에 혼자 또 와보자. “자, 그럼 디아나.” “뭔가?” “당장 실험해보자.” “이럴 줄 알았네! 이래서 얼른 나오자고 한 거였는데!” “하지만 디아나도 궁금하지 않아? 도구를 써도 과연 경험치가 제대로 들어오는지 말이야.” “안 들어오네! 당연한 것 아닌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야? 설마 디아나…!” “해본 적 없네! 그런 걸 꼭 해봐야 하나! 다 얘기를 들어봐서 아는 걸세!” “그렇구나. 아무튼 그럼 이것들은 레벨업에 하등 도움이 안된다는 거 아니야. 그럼 저 가게는 대체 뭐 하러 있는 거야?” “보면 모르겠나?! 말 그대로 쾌락만을 위해 있는 존재하는 파렴치한 가게일세!” 과연. 그래서 디아나가 그렇게 있기 싫어한 건가. “하지만 디아나. 발상을 전환해봐. 오히려 우리가 저 가게에 같이 들어간 건 부끄러운 게 아니야.”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생각해봐. 우리가 별 사이 아니라면, 레벨 업에도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이런 도구를 같이 사겠어? 저기 같이 들어간 건, 우리가 레벨 업을 신경 쓰지 않고 쾌락만을 추구할 수 있는 사이라는 뜻이잖아. 우리가 이렇게나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광고하고 온 거라고.” “그, 그건!” “그렇지? 우리가 맺어진 기념으로 가기에 딱 적당한 장소였지?” “으…으으! 자네는 말이라도 못하면…!” 디아나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좋아. 이 기세를 몰아서! “그런 의미에서 사랑하는 디아나한테 곧장 이 물건들을 사용해볼까.” “역시 그러려고 달콤한 소릴 늘어놓은 거였나!” “무슨 섭섭한 소리를. 그렇게 사랑한다는 건 진심이라고? 그러니까, 응? 괜찮지?” “아, 알겠네! 알겠으니까 그런 물건 들이밀지 말게! 우선 어디 여관으로….” “여관을 찾아갈 시간이 어디 있어?” 구원은 디아나의 손을 잡고 그대로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왔다. 좋아. 지나가는 사람은 전혀 없군. “자, 자네, 서, 설마 여기서 하자는 건 아니겠지?” “응? 맞는데?” “바보 아닌가! 이 몸이 이런 곳에서 할 것 같은가!” “왜? 뭐 어때서 그래?” “그걸 정말 몰라서 묻나! 누가 지나가다 보면 어쩌려고 그러나!” “당당히 보여주면 되지. 우리가 이렇게 사랑하는 사이라고….” “그 말 하나로 뭐든지 전부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게!” 칫. 역시 안통하나. 그럼 이번엔…. “디아나. 잘 들어봐. 여기서 하나는 건 날 위해서가 아니야. 오히려 널 위해서 그러는 거야. 왜 몰라주는 거야?” 디아나가 아까 했던 말을 따라 해봤다. 자기가 했던 말이니 먹히겠지?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여기서 하면 네 성벽이 더….” “자네 아직도 그 소린가! 그런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이 몸의 말까지 인용하기에 대체 얼마나 대단한 이유인가 싶었더니! 잠깐이나마 진지하게 생각했던 이 몸이 바보였네! 아니, 바보는 자네일세!” “그래. 나 바보 맞아. 디아나밖에 모르는 바….” “자꾸 헛소리 할 텐가!” 살짝 진심이었는데…. 아무튼 이대로 포기할 생각은 없다. 구원은 다시 진지한 표정을 만들고 디아나에게 말했다. “디아나. 이제 평생 같이 지낼 사인데 숨기는 거 없이 솔직해지자고. 솔직히 너….” “그런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아무래도 디아나는 한사코 인정하지 않을 셈인가보다.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방금 산 물건들을 사용해보는 건 뒤로 미루자. 우선은 얘가 솔직해지게 만들어주겠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97====================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그래. 알았어. 그럼 우선 여관으로 가자.” “…무슨 꿍꿍이인가?” 구원은 순순히 그렇게 말했지만, 디아나는 오히려 더더욱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꿍꿍이는 무슨. 말했잖아. 난 널 위해서 밖에서 하자고 한 거라고. 그런데 네가 그런 취향이 아니라고 하니, 밖에서 할 이유가 없지. 내가 그런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 가자.” 구원은 디아나의 손을 잡고 골목을 빠져나가며 말했다. 지금 한 말은 진심이다. 정말로 디아나가 그런 성벽이 있으니까 밖에서 하자고 한 거다. 이왕 하는 거 디아나가 더 흥분해주는 게 좋잖아? 애초에 난 진짜로 밖에서 한다고 더 불타오르거나 하지 않는다. 그 증거로 사라나 레이아한테는 밖에서 하자고 한 적이 전혀 없다. 뭐 솔직히 디아나랑 밖에서 하게 되면 앵앵거리는 게 귀여워서 괴롭히는 맛이 있으니 더 불타오르는 점이 없다곤 못하겠지만, 이건 밖에서 하는 걸 좋아하는 거랑은 다르다. 어디까지나 디아나를 괴롭히는 게 좋은 거다. …더 쓰레기 같은가? 아무튼 디아나가 저렇게 반대를 하니, 더는 밖에서 하자고 우길 수도 없었다. 계속해서 이렇게 밀어붙이면 디아나는 튕겨나가 버린다는 걸 바로 얼마 전에도 겪으면서 충분히 깨닫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우선은 여관으로 간다. 밖에서 하게 된다면, 그건 디아나가 자기 성벽을 인정하게 만든 다음이다. “어디로 가는 겐가? 이 몸이 알기론 여기서 가장 가까운 여관으로 가려면 반대쪽으로 가야하네만.” 나도 맵이 있으니 그 정도는 안다. 일부러 이쪽으로 가는 거지. 그런데 얜 여관 위치 같은 걸 잘도 기억하고 있네. 역시 가출의 프로에게 여관 위치의 파악은 생명과도 같은 건가. “가장 가까운 곳으로 갈까? 디아나도 그렇게 빨리 하고 싶어?” “그, 그럴 리가 있는가! 이 몸은 단지 효율적으로….” “뭐야. 난 디아나랑 당장이라도 하고 싶은데. 디아나는 그렇지 않구나. 살짝 실망이네.” “그, 그런 게 아니라…! 이 몸 역시…으아아아! 자네는 빨리 하고 싶다는 자가 돌아가는 건 대체 뭔가!” 구원이 가볍게 잽을 날리며 흔들어주자, 디아나는 패닉상태가 돼서 떼쓰듯 억지로 화제를 다시 구원에게 돌렸다. 역시 귀엽다. 뭐, 일단은 이쯤 놀려둘까. 더 놀리는 건 여관에 가서 하도록 하자. “모처럼 여관에 가는 거니까, 그냥 가까이 있는 곳에 가는 건 멋이 없잖아?” “음? 고급 여관에도 가자는 겐가?” “그것도 좋지만, 뭐 따라와 봐.” 구원이 도착한 곳은 바로 디아나의 저택으로 가기 전까지 묵었던 그 여관이었다. 구원은 그 중에서도 자신이 묵었던 바로 그 방을 잡았다. 다행이 방은 비어있었는지, 제대로 그 방에 묵을 수 있었다. “우리가 서로 마음이 통하고 처음 하는 거니까, 이왕이면 처음 했던 곳에서 하는 것도 꽤나 운치가 있는 것 아니겠어?” “…밖에서 하려고 했던 자가 잘도 말하는군.” 디아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 얼굴은 한껏 감동받은 표정이었다. 커다란 눈동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입술을 꾹 깨물어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고 있는 모습이었다. 울정도로 감동할 줄은 몰랐는데. 이런 별것도 아닌 것에 감동해주는 건 고맙지만, 지금부터 즐거운 시간이 시작되려는데 이런 분위기여선 뭔가 시작하기 힘들다. “이제 여기서 디아나가 로브 아래에 아무것도 안 걸치고 등장해주면 완벽….” “자네 바보 아닌가!” 결국 디아나에게 한 대 맞았다. 다만 의도는 먹혀서, 디아나는 더 이상 눈물을 글썽이지는 않았다. “모처럼 이 몸이 감동하고 있는데! 자네는 정말 분위기를 망치는데 일가견이 있군!” “겨우 이런 걸로 그렇게 감동해서 어쩌려고 그래?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이야기는, 이것보다 훨씬 더 감동적인 얘기가….” “자네 말일세. 적당히 얼버무리면 다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게.”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는 살짝 화가 죽은 모습이었다. 역시 디아나야. 사랑한다. “자, 자. 화내지 말고 이리 와.” 구원은 디아나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디아나는 역시나 키스가 아직 익숙지 않은 모양이다. 일부러 천천히 얼굴을 가져다댔는데, 그 사이에 다양한 감정이 휘몰아치는 게 얼굴에 고스란히 들어났다. 처음에는 깜짝 놀라는 표정. 그리고는 다가오는 내 얼굴을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눈동자를 좌우로 헤엄치면서 당황하는 표정. 그리고 결심한 듯이 눈을 꼭 감고 입술을 살짝 내밀기까지. 과묵하고 무게감 있는 마법사들의 정점님. 표정으로 마음이 다 드러나고 있는데요? 구원은 입술이 맞닿자 순식간에 얌전해진 디아나를 침대로 이끌어 부드럽게 눕혔다. 그리고 그 위를 덮어 입술을 쪽쪽 쪼듯이 맞추면서, 디아나의 옷에 손을 가져다댔다. 디아나는 키스를 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신이 쏙 빠졌는지, 몽롱한 표정이 되어 옷을 벗기는 내 손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혹시 아까 밖에서 키스하면서 꼬드겼으면 그대로 할 수 있었던 거 아닐까? 뭐, 꼭 밖에서 하고 싶었던 것도 아니니 상관없지만. 구원은 계속해서 옷을 벗겨갔다. 로브를 제외하고. 먼저 상의를 벗기고, 그리고 아래에 입은 긴 치마도 벗기고. 입고 있는 것이 로브와 속옷만이 남게 되자, 과연 디아나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자네 왜 로브는…흐읍!” 구원은 그 입술을 입술로 틀어막고, 그대로 혀를 집어넣으려고 했다. 처음 느끼는 감각에 디아나는 몸을 움찔 떨면서 딱딱하게 굳어졌다.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는지, 인중에 닿던 디아나의 숨결이 갑자기 멈췄을 정도였다. 디아나는 처음이다 보니 키스하면서도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지만, 혀로 이빨을 톡톡 두드리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입이 벌어져갔다. 그대로 혀를 넣고 디아나의 입 안 곳곳을 누비자, 디아나의 표정이 다시 몽롱하게 풀어졌다. 하지만 역시나 디아나가 혀로 맞대응해오는 일은 없었다. 역시 앞으로 가르쳐줘야 할 게 많겠군. 다만 여기저기 내 혀가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움찔움찔 몸을 떨며 반응해오는 것이, 디아나가 응수해오지 않아도 꽤나 키스하는 보람이 있었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디아나와 키스를 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했지만 말이다. 혀로 디아나의 혀를 마는 것처럼 한 번 쓰윽 핥아주고, 입을 뗐다. “흐읍! 푸하. 하아. 하아. 이, 이건….” “딥 키스라고 하는 거야. 어땠어?” “어, 어땠냐고 물어봐도 뭐라고 해야 좋을지…그…조, 좋았네.” 오오. 역시나 사람은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건가. 웬일로 솔직한 디아나가. 구원은 그런 디아나에게 다시 한 번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가 떨어지고, 그대로 디아나를 일으켜 세웠다. “디아나. 잠깐 여기 서봐.” “으음? 뭔가?” 디아나는 무슨 일을 하는 건지 모르겠단 얼굴을 하면서도 침대 앞에 섰다. 네가 정신이 쏙 빠진 사이에 로브 빼고 전부 벗겼거든. 음. 역시 이렇게 보니 그때랑은 느낌이 전혀 다르군. 특히 로브의 윗부분의 부풀어 오른 부분이…아니, 물론 지금 디아나도 좋다고. 이대로 평생 자라지 않아도 좋을 만큼…은 아니지만 아무튼! 자라났으면 하는 건 다양한 모습의 디아나를 보고 싶어서 그런 거지, 결코 지금의 디아나가 별로라서 그런 게 아니다! 오히려 너무 좋다! …난 대체 누구한테 변명을 하고 있는 거지. “…왠지 시선이 야릇하네만.” “당연하지! 지금부터 디아나랑 이런 짓 저런 짓을 할 건데!” “자, 자네도 참 이럴 땐 대책 없이 당당하구먼.” 디아나의 차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자, 디아나는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보다 디아나. 슬슬 로브를 벗어줘.” “음? 그게 무슨…핫! 자, 자네 말일세!” 디아나는 그제야 자신이 알몸에 로브만 입고 서있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그때 그 기분을 다시 느껴보겠어. 부탁해 디아나 누나.” “누…으윽.” 구원이 두 손을 모으고 부탁하자, 디아나는 하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로브를 벗어갔다. 제대로 부탁하면 넘어가준다. 역시나 디아나 누나. 가슴 앞에 달린 끈을 푼 것만으로 로브가 바닥에 스르르 떨어지면서, 감춰져있던 디아나의 몸을 드러났다. 역시 성장이 끝난 후랑 비교할 것도 없어. 디아나는 디아나라는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다.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이제는 완전히 내 여자라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었다. 구원은 디아나의 알몸에 매료된 듯이 멍하니 그저 바라만 보게 됐다. 알몸을 드러내고도 당당했던 첫 만남과는 달리, 디아나는 내 시선이 상당히 부끄러운 듯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왜, 왜 그렇게 빤히 보고만 있는 건가.” “너무 예뻐서. 처음 만났을 때도 이랬잖아. 뭘 새삼스럽게.” “그,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지 않나! 이젠 자네도 익숙해 졌을 것 아닌가!” “네 몸에 익숙해질 일은 평생 없을 걸. 얼마나 시간이 흘러도 매료될 자신이 있어.” “그, 그게 자신할 일인가?!” 디아나는 귀까지 새빨개져서 소리쳤다. 칭찬하는 거니까 솔직히 기뻐하면 좋을 텐데. “그러는 디아나야말로, 처음이랑 다르게 왜 이렇게 부끄러워해? 처음 만났을 땐 당당히 벗었잖아.” “그때하고 지금하고 같나! 그땐 자네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었을 때 아닌가!” “그럼 지금은 내가 너무 좋아서 그렇고?” “으, 으윽…! 어, 얼른 시작이나 하게!” 디아나는 더 이상 말을 이어나가지 못하고 내 위로 덮치듯 달려 들어왔다. 물론 이런다고 디아나를 놀리는 걸 멈출 생각은 없지만. “하지만 역시 그런가. 디아나는 처음 봤을 때 나한테 아무 감정도 없었나. 난 처음 봤을 때부터 한 눈에 반했는데.” “이, 이 몸은 예쁘니….” “난 멋지지 않고?” “으…으으…지, 지금은 이 몸이 자넬 더 좋아하니 비긴 거 아닌가!” “그게 무슨 소리야. 아직도 내가 더 좋아하거든?” “이 몸 말고 다른 여자를 둘이나 더 끼고 있는 주제에 잘도 말하는군.” “…죄송합니다.” 생각해보니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 적당히 놀리다 끝낼 걸 왜 괜히 더 놀려서 내가 내 무덤을 팠지? “사죄의 의미로 지금부터 천국을 보여줄게.” 더 이상 말로 이길 수 없어졌으니, 바로 행동으로 나서기로 했다. 디아나의 알몸을 끌어당겨 다가오게 만들고, 그대로 가슴에 손을 댔다. “히으으응! 엣?! 자, 잠깐! 히읏! 잠깐 멈춰보게!” 가슴에 손을 대자마자 디아나가 너무 격렬하게 반응하는 바람에, 구원은 잠깐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응? 왜 그래?” “하앗. 하앗. 후우우. …자네 저번처럼 또 매력을 올렸는가?” 디아나는 숨을 고르며 겨우 진정시키더니, 갑자기 그런 걸 물어봤다. “응? 아니?” 무슨 일인지 파악을 못하고 별 생각 없이 대답했지만, 그렇게 쉽게 대답하는 게 아니었다. 대답을 듣는 순간, 디아나의 얼굴이 갑자기 귀신같이 변했다. “그럼 이게 순순히 레벨이 올라서 그렇다는 말인가! 자네 대체 공주랑 몇 번을 해댄 건가!” …아차! 너무 정신없이 일이 확확 진행되는 바람에 잊고 있었다! 나 또 레벨 엄청 올랐었지! “디, 디아나님? 잠깐 진정하시고….” “이게 진정할 일인가! 이 몸은 완전히 자네가 당했다고만 생각했건만! 이제 보니 자네도 꽤나 즐기신 모양이구먼! 그런가! 이 몸이 성으로 쳐들어 간 건 오히려 즐거운 한 때를 방해한 건가!” “미안! 공주가 별거 아니라고 비웃으니까 그만 머리에 피가 쏠려서! 너도 자기 남자가 밤일도 제대로 못한다고 비웃음 당하는 건 싫잖아?” “그렇다고 해서 실전으로 증명하길 바랄 정도는 아니네!” 응. 그야 그렇겠지. 당연한 얘기다. “정말 미안해! 그래도 나 이래 뵈도 끝까지 저항했어! 공주가 강제로 삽입하기 전까지는 너희를 생각해서 공주 알몸을 보고도 도망가려고 했었다고! 그런데 삽입하고 내가 아무 짓도 안하니까 공주가 비웃는 거에 울컥해서 그만…. 네가 와서 방해라는 생각은 전혀 안했어! 기절에서 깨어나자마자 네 이름 부르면서 껴안았던 걸 봤으니 알잖아?” 그래도 억지로 당했다는 애를 더는 추궁하기도 힘들었는지, 디아나는 후욱 후욱 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 말…정말이겠지?” “그럼! 뭣하면 공주한테 직접 물어봐도 좋아.” “…알겠네. 그래도 다음은 없네.” “물론이지. 앞으론 너희랑 계속 붙어서 한시도 안 떨어질 건데 그럴 일이 생기겠어?” 구원은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가 딴 생각이 들지 않도록 다시 가슴을 주물 거렸다. “히응! 으으…. 역시 더 좋아하는 쪽이 손해를 보게 되는군.” “고마워. 디아나. 사랑해.” 구원은 그렇게 말하며 디아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98====================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디아나와 입술을 맞대고 혀로 디아나의 혀를 계속해서 자극하자, 디아나도 주저주저하면서 혀를 내밀어오기 시작했다. 그 혀를 가볍게 빨자, 디아나가 다시 몸을 바르르 떨었다. 아예 숨이 멈췄던 아까하고는 대조적으로, 이번엔 거칠게 몰아쉬는 디아나의 숨결이 얼굴에 닿았다. 하지만 그렇게 숨쉬기 힘들어하면서도, 디아나는 얼굴을 떨어뜨리려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 쪽에서 내 얼굴을 붙잡고 떨어지기 싫다는 듯이 매달렸다. 태어나서 처음해본 키스의 맛에 완전히 매료된 모습이었다. 결코 능숙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열심히 입술을 쪽쪽 빨아오는 그 부드럽고 감미로운 느낌에 나도 매료돼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마냥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지. 여기 온 목적을 상기해보자. 물론 처음을 되새긴다는 감동적인 연출을 하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또 다른 목적도 하나 있지 않았던가. 디아나의 바람에 응하기 위해 혀를 여기저기 놀리며, 손으로 디아나의 가슴을 천천히 어루만져갔다. “하읍! 흣! 조, 조금만 약하게 하게! 키, 하읏, 키스에 집중을….” 약하게 하라고 해도, 이 이상 어떻게 약하게 하라는 거야. 스킬을 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강하게 자극한 것도 아니다. 심지어 유두 쪽은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냥 가슴 바깥부분만 살짝 만졌을 뿐인데. 지금 디아나가 너무 심하게 느끼는 건 단순히 레벨 차이 때문이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 그리고 어떻게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할 생각이 없었다. 디아나는 이렇게 정신을 놓고 느껴줄 필요가 있다. “괜찮아. 키스도 내가 잘 리드할 테니까. 디아나는 맘껏 즐기기만 해.” 구원은 그렇게 말하고 디아나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러고 나서 깨물었던 부분을 혀로 날름날름 핥아주자, 디아나의 표정이 몽롱하게 풀렸다. 좋아. 좋은 느낌으로 풀려가고 있군. 그럼 슬슬 다음 스텝으로 가 볼까? 구원은 디아나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끼우고 들어올려서, 그대로 침대에 다시 눕혔다. 그리고는 기대에 찬 눈동자로 쳐다보는 디아나의 시선을 받으며 옷을 벗었다. 옷을 벗고 다시 디아나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자, 디아나는 살며시 다리를 벌려줬다. 그 사이로 드러나는 음부에서는, 디아나가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지 말해주듯이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하지만 구원은 아직 디아나가 바라는 걸 줄 생각이 없었다. 물건 끝을 디아나의 음부에 맞췄다가, 음부의 선을 따라 미끄러뜨리듯 그 위로 비비고 지나가게 만들었다. 삽입하진 않았지만, 물건이 음핵을 자극하는 쾌감도 상당했는지 디아나는 살짝 고개를 위로 향하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아직 절정에 달한 건 아니겠지? 레벨 차이가 나다 보니, 이런 조절이 꽤나 어렵다. “하으응! 후우, 후우우. 후, 후훗. 자네도 긴장했나? 자네답지 않은 실수를 하는군.” 다행히 아직 절정까지 느낀 건 아닌 모양이다. 디아나는 잠깐 숨을 고른 후에 애써 여유로운 미소를 만들어 보이며 구원에게 그렇게 말했다. 미안한데 실수한 거 아니야. 일부러 그런 거야. 구원은 그대로 바이브 페니스를 발동시켰다. “역시 자네도…히그으읏! 히, 이건! 자네! 스, 스킬은…!” 물건을 음부의 위에 맞대고 그대로 바이브 페니스를 발동하자, 디아나는 몸을 펄떡이며 쾌감에 흐느꼈다. “괜찮아. 이건 쾌감을 주는 스킬이 아니라, 그냥 진동만 하는 스킬이니까.”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나도 알고 있다. 괜찮을 리가 없다. 물론 성자의 손길같이 직접 쾌감을 주는 스킬과 비교하면 훨씬 낫기야 하겠지만, 이렇게 진동하는 것만으로도 격렬히 애무를 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줄 수 있다. 특히 물건이 음부 위, 음핵에 맞대어져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그 효과가 배가 된다. 하지만 그런 사실들을 전부 무시하고, 계속해서 바이브 페니스를 발동시켰다. “아, 안 괜…히읏! 안 괜찮…흐읍. 읍. 쪽. 하음.” 디아나는 고개를 흔들며 부정하려 했지만, 구원이 입을 맞추고 다시 혀로 입 안을 자극하자 표정이 몽롱하게 풀어졌다. 그러면서도 허리를 덜컥덜컥 고장 난 것처럼 떨리는 것이, 여간 느끼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떨어대니 고정이 안 되네. 크기와 경도에 자신이 있는 내 물건이라 허리를 살짝 누르는 것만으로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디아나가 워낙 격렬하게 허리를 떨어대다 보니 자꾸 물건이 음부 옆으로 미끄러졌다. 그렇다면…. 구원은 벌어져있는 디아나의 다리를 잡아서 오므리게 만들고, 그 사이로 물건을 끼웠다. 이거 괜찮네. 디아나는 물론 나한테 가해지는 자극도 강해졌다. 그리고 그대로 키스를 하려고 하니 디아나의 허리도 자연스레 위로 들렸고, 그에 따라 디아나가 음부를 위로 향하게 만들고 내가 그 위에 덮어져서 위에서 아래로 찍어 누르는 체위가 완성됐다. 구원은 그대로 키스를 하면서, 마치 정말로 삽입이라도 한 것처럼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디아나의 부드러운 허벅지 사이로 물건이 들락날락하는 감각은, 생각보다 훨씬 신선하고 기분 좋았다. “흐응! 자, 잠깐! 하읏! 잠깐 멈추게 자네! 흐읏! 안 넣었네!” 응. 알고 그러는 거야. 디아나도 내 물건이 음부 위와 음핵을 쓸고 지나가며 자극할 때마다 허리를 떨면서 느꼈지만, 역시 이것만으론 불만족스러운 모양이었다. “제대로…히긋! 제대로 넣고…!” “하지만 넣기 전에 충분히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되잖아? 안 그래도 디아나는 작으니까 제대로 풀어놓지 않으면 아플 거 아니야.” 사실 성자라는 직업이 너무 사기적이다 보니, 지금까지 그런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지만 말이다. 내가 건드려서 제대로 안 젖은 애라고는 단 한 명도…아. 그러고 보니 한 명 있었다. 실비아. …어라? 그러고 보니 실비아 걔…. “충분하네! 이만하면 충분하네! 자네도 보면 알잖나!” 뭔가 떠오르려고 했지만, 흥분해서 외치는 디아나의 목소리에 바로 뭘 떠올리려고 했는지 잊어버렸다. 그래. 지금 실비아가 중요한가. 눈앞에 우리 사랑스런 디아나가 있는데. “그러고 보니 듬뿍 젖었네. 왜 이렇게 젖었을까? 오늘은 별로 만진 것도 없는데.” “지금도 계속해서 떨리고 있지 않나!” “아, 이거? 이게 그렇게 좋아?” 구원은 물건에 힘을 줘서 디아나의 음부를 누르듯이 밀착시키며 말했다. “흐으으응! 조, 좋네! 좋으니까….” 디아나는 계속 괴롭혀져서 이제는 튕길 정신머리도 없는지, 솔직하게 바로 인정했다. “뭐가 좋은데?” “그, 그러니까 자네 물건이….” “내께 어떻게 좋은 건데?” “떠, 떨리는 게….” “디아나는 떨리는 게 좋구나. 그럼 이 떨리는 게 그대로 안에 들어가면 더 기분 좋을 것 같아?” 디아나는 진동하는 물건이 자신의 안으로 들어오는 상상이라도 했는지, 몸을 흠칫흠칫 떨었다. “그렇네! 그러니까 어서…! 흐아아아앙!” 디아나의 말이 끝나기 전에, 구원은 허리를 쭉 뺐다가 물건의 위치를 조정하고 그대로 아래로 찍어 눌렀다. 진동하는 물건이 한 번에 끝까지 꿰뚫는 감각에 디아나는 성대하게 절정에 달하며 바들바들 떨었다. 자세 상 다리가 위를 향하고 있었는데, 발가락 끝에 힘이 들어가 꽉 오므라진 상태로 바들바들 떨리는 것이, 얼마나 디아나가 느끼고 있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이쯤하면 됐나. 구원은 그제야 바이브 페니스를 껐다. 밑밥은 깔았으니 계속 이걸 쓰고 있을 필요는 없다. 계속 물건이 떨리다보니 자극은 더 강해지지만, 역시 난 음미하듯이 맛보면서 즐기는 게 더 좋다. 계속 떨리면 아무래도 디테일한 느낌을 맛보긴 힘드니 말이다. “기분 좋았어?” “하앗. 하앗. 다, 당연하지 않은가. 레벨이 대체….” “꼭 레벨 때문이야? 난 디아나가 나보다 훨씬 레벨이 낮아도, 디아나랑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렇게 좋은데.” “우윽. 이, 이 몸도 그건…자, 자네는 그런 부끄러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구먼.” 나도 분위기 타서 그래. 안 그래도 분위기 깨지면 바로 이불 킥하면서 부끄러움에 떨 테니까 괜히 상기시키지 마. “그래도 진심이야. 자, 디아나.” 구원이 디아나를 안는 자세를 취하자, 디아나도 팔을 들어 구원의 목을 감아왔다. 구원은 그대로 디아나를 일으켜서, 마주보고 앉은 자세로 만들었다. 그 자세에서 디아나와 입을 맞추면서, 구원은 이번에는 천천히 맛보듯이 허리를 부드럽게 움직였다. 물건에 가해지는 자극은 조금 줄어들지만, 이런 식으로 하는 것도 애정이 느껴져서 좋다. 디아나의 입술을 쪽쪽 빨면서 부드럽게 움직이다가, 구원은 자연스럽게 사정했다. 디아나도 그에 맞춰서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뇌를 긁는 것 같은 강렬한 쾌감이 아니라, 부드럽게 고양돼가며 절정에 달하는 쾌감. 가끔은 이런 것도 좋네. “좋았어?” 디아나는 대답 대신에 구원의 혀를 날름날름 핥는 걸로 자신의 감정을 전했다. 서투르지만, 애정이 느껴지는 풋풋한 딥 키스. 사랑스럽다. 이런 모습을 보니 이대로 계속해서 섹스를 하고 싶어졌지만, 일단 참기로 하고 디아나를 살며시 들어 올려서 결합을 풀었다. “아…. 왜, 왜 그러나? 더 안하나?” 계속 구원의 입술을 탐하던 디아나는, 결합이 풀리자 그제야 입술을 떼고 안타까운 소리를 냈다. 매일 한 번 시작하면 끝장을 볼 때까지 미친 듯이 해댔는데, 갑자기 이러니 당황한 모양이다. “데이트 도중에 내가 억지로 끌고 온 거잖아. 이대로 내일까지 계속 섹스만 해버리면 디아나한테 미안해서 어떻게 해. 대충 씻고 나서 좀 더 데이트하다가 오자. 어차피 밤은 길잖아?” “미, 미안할 건 없네만….” “뭐야? 디아나는 이대로 계속 하고 싶어?” “으윽. 아니, 아닐세! 나가세나.” 구원은 말에 디아나는 황급히 일어났다. “같이 씻을까?” “아, 안 되네!” 이 틈을 노리고 아직 포기하지 않았던 대계를 실행시키려고 해봤지만, 디아나는 맹렬히 거부했다. “왜? 이제 같이 씻는 건….” “같이 들어가면 어떻게 흘러갈지 뻔하지 않나! 데이트는 하려는 거 아니었나?!” 하긴. 그건 그렇지. 그래. 이번엔 깔끔히 포기하자. “알았어. 그럼 먼저 씻고 나와.” “음.” 디아나가 욕실로 들어가자, 구원은 아까 샀던 물건들을 꺼내서 침대 위에 늘어놓았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디아나가 노출증을 인정하게 만들기 프로젝트가 실패한다. 잘 생각해서 할 말을 정하자. 구원이 팔짱을 끼고 성인 용품들을 내려다보면서 생각에 빠진 사이에, 디아나가 욕실에서 나왔다. “자네 뭐하고 있나? 음? 그, 그것은! 대체 그런 것들은 또 왜 꺼내놓고 있는 겐가!” “아니, 그러고 보니 기왕 산 건데 안 써봤구나 싶어서.” “그런 건 필요 없다고 안했나! 자네는 그런 거 없어도 충분하네!” “응. 고마워. 그래도 이걸 쓰면 더 좋아질지도 모르잖아? 디아나는 어떨지 궁금하지 않아?” “전혀 궁금하지 않네! 그런 게 대체 무슨 소용인가? 그런 물건으로 기분 좋아진다니 이해할 수가 없군!” “그래도 이거 봐. 이건 진동하는 녀석이라고. 디아나 아까 떨리는 게 좋다면서?” 구원은 엄지손가락 크기 정도의 동그란 물건을 집어 들고 말했다. 원래 세계에서 일명 로터라고 부르던 것과 꼭 닮은 물건이었다. 이 세계에도 이런 게 있구나. 심지어 이건 마법으로 진동하는 거라서, 거추장스런 끈 같은 것도 달려있지 않았다. 마력을 불어넣고 무선 리모컨 같은 걸 조작하는 것만으로 간단하게 진동시킬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 이 몸이 떨리는 게 좋다고 한 건 상대가 자네이니까 그런 걸세! 물건이 떨린다고 좋아할 리 없지 않나!” “에이. 해본적도 없으면서 장담은. 그래도 여자가 좋아하라고 만든 건데, 써보면 마음이 바뀌지 않을까?” “그럴 리 없네!” “장담할 수 있어?” “당연한 것 아닌가!” 디아나는 자신이 성인 용품 따위에 느끼지 않을 거라고 확신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디아나가 평소 밝히는 것도 아니니, 로터 따위로 느끼지 않을 지도 모른다. 아니, 느끼기는 하더라도 나랑 할 때처럼 흐트러지지는 않겠지.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럼 시험해볼래?” “음? 그, 그게 무슨 소린가?” “디아나가 느낄지 어떨지 말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99====================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무, 무슨 소릴 하는 겐가! 지금부터 데이트 아닌가!” “디아나가 정말로 느끼지 않는다면, 데이트하면서 이걸 하고 있어도 전혀 문제될 거 없잖아.” “그, 그건 그러네만! 그렇다고 해서!” “설마 자신 없어? 사실은 이런 도구로 느낄 것 같아?” “그, 그럴 리가 있는가! 이 몸은 지고의 대마법사일세! 이성의 화신이라고 불리는 이 몸이….” “그럼 한 번 해봐도 되잖아.” “흥. 그럴 필요성을 전혀 못 느끼겠군.” “에이. 실은 자신 없지?” “…자네 말일세. 이 몸이 자네도 아니고, 그런 어설픈 도발이 먹힐 거라고 생각하지 말게.” 전혀 안 통했다. 디아나는 나랑 있으면 조금 애같이 되는 면이 있으니까, 먹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래도 판단은 제대로 내리는 모양이다. “그럼 이건 어때? 나랑 내기를 하는 거야. 만약 디아나가 정말로 안 느끼면, 내가 뭐든지 디아나가 원하는 거 하나 들어줄게.” 생각해뒀던 방법이 먹히지 않아서 그냥 던져 본 건데, 갑자기 디아나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뭐든지? 정말로 뭐든지 말인가?” “내,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문제없네. 자네가 할 수 있는 걸세. 좋네. 그 내기 받아들이지!” 디아나가 엄청난 기세로 떡밥을 물었다. 물론 물라고 던진 떡밥이지만, 이렇게 나오니까 불안해지네. 대체 나한테 뭘 시키려고 그러는 거지? “그, 그래? 그럼….” 구원은 로터를 집어 들고, 새로 갈아입은 디아나의 팬티 안으로 집어넣었다. “흐읏! 자, 자네가 만지는 건 반칙일세!” “걱정 마. 그냥 위치 조정만 하려고 하는 거야.” 구원은 제대로 로터가 디아나의 음핵이 위치하는 곳에 자리 잡도록 만들고, 리모컨을 조작하여 스위치를 켜봤다. “흐응. 후, 후훗. 이 몸이 고작 이런 것에 느낄 거라고 생각하는가. 각오하는 게 좋을 걸세.” 로터가 진동하기 시작하자 디아나는 잠깐 미간을 찡그렸지만, 이내 자신만만한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이거 점점 더 불안해지는데. …괜찮겠지? 그래. 괜찮을 거야. 난 네 성벽을 믿는다! “음. 이제 나왔는가. 자, 그럼 얼른 가세.” 구원이 씻고 나와서도 디아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침대 위에 앉아있었다. 구원은 그 모습을 보고, 바로 치마를 걷어봤다. “으읏! 뭐하는 겐가!” 치마 아래 숨겨져 있던 팬티는 여전히 로터가 볼록 튀어나와서 진동하고 있었다. “아니. 미안. 너무 멀쩡해보여서 그만.” “그러니까 말하지 않았는가. 이쯤은 참을 수 있다고. 쓸데없는 의심하지 말고 얼른 가기나 하세.” 아, 역시 느끼긴 하는 모양이다. 아깐 절대 안 느낀다고 하더니, 이젠 참을 수 있다고 미묘하게 말이 바뀌었다. 좋아. 이정도면 충분하겠군. 디아나의 노출증과 합쳐지면 승기는 충분하다. 구원은 마음속으로 승리를 확신하군 밖으로 나갔다. 역시나 밖에 나가자마자, 디아나가 갑자기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긴 로브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엉덩이도 살짝 뒤로 빼고 다리를 오므리고 있는 것 같았다. “디아나? 왜 그래?” “으, 음? 아, 아무것도 아닐세!” “그래? 그럼 어서 가자.” 구원은 디아나의 손을 붙잡고 광장으로 갔다. 마침 광장에는 조그만 공연이라도 시작된 건지, 사람들이 엄청 몰려있었다. 이거 하늘이 날 돕는구나. 구원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인파 사이로 끼어들어갔다. “사람 엄청 많네.” “하아, 하아, 그, 그렇군.” 주위에 사람이 많아질수록, 디아나의 태도도 점점 더 수상쩍어져갔다. 얼굴이 붉게 상기되고, 숨도 입으로 쉬면서 점점 더 호흡이 거칠어지고 있었다. 그나마 잘 참고 있는 거라고 봐야 되나. 원래는 노출증을 조금만 자극해도 거의 정신줄을 놓는 수준이었는데. 어지간히 내기에서 이기고 싶은 모양이었다. 물론 구원도 이대로 질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역시 디아나는 대단하네.” “뭐, 뭐가 말인가?” “디아나가 얼마나 예쁘면 공연을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이 다 디아나만 보잖아. 옆에 있는 나까지 자랑스러워진다니까.” “흐으으응읏!” 그 말 하나에 디아나의 무릎이 꺾였다. 옆에서 구원이 제대로 허리를 감싸 안아 지지했기 때문에, 디아나가 바닥에 주저앉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디아나? 왜 그래?” “아, 아무, 흐읏. 아무 것도 아닐세!”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선을 이리저리 방황시켰다. 구원이 한 말이 거짓말도 아니라서 디아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은 꽤나 많았고, 디아나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 더더욱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이, 일단 여기서 빠져나가세.” “그게 무슨 소리야? 공연은?” “저, 저런, 하읏. …것보단 자네와 둘이서 오붓하게 있고 싶군.” 오호라. 이런 식으로 사람이 없는 곳으로 유도한다는 말이지. 물론 이대로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조금만 더 보고 가자. 이제 재밌는 부분인 것 같은데.” “으으…으으으읏!” 디아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구원의 팔에 매달려 바들바들 떨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구원도 공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눈은 공연 쪽을 향하고 있었지만, 모든 신경을 디아나 쪽에 집중시키고 있었다. 디아나는 다리를 오므리고 필사적으로 참으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참으려고 할수록 더 의식해버려서 더 느끼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 모양이었다. 허벅지 사이를 비비듯이 다리를 꼬물꼬물 움직이고, 손도 자신의 고간에 가져가려는 제스처를 취하다가 고개를 붕붕 흔들며 참는다. 그 모든 동작에서 디아나의 고뇌가 느껴졌다. 그러니까 순순히 인정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고집을 부릴까. 나한테 노출증인 게 들킨다고 해서 내가 디아나를 이상한 눈으로 볼 것도 아니고, 나랑 둘만의 비밀이니까 소문이 퍼질 일도 없는데 말이다. “흐으으으으읏!” 그리고 결국, 디아나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절정에 달했다. 자신의 옷소매를 꽉 깨물고 어떻게든 버텨서 소리는 안 냈지만, 딱 붙어있는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얘 지금 치마 들쳐보면 장난 아닐 거다. “디아나.” 구원이 불러 봐도, 디아나는 대답도 안 하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아니, 이건 대답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고 봐야겠지. 이쯤 해둘까. “히야악!” 구원이 그대로 디아나를 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아들자, 디아나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이상한 소리 내지 마라. 안 그래도 주목받고 있는데 시선이 더 몰리잖아. 구원은 그대로 디아나를 안고 어디 사람이 없을만한 곳으로 왔다. “하앗, 하앗, 하앗.” 구원은 디아나를 적당한 벽에 기대도록 세웠다. 디아나는 아무런 반응도 못하고 그저 거칠게 숨만 몰아쉴 뿐이었다. 그대로 치마를 걷어붙이고 팬티에서 손을 가져다대자, 예상대로 디아나의 팬티는 그 안이 투명하게 비춰 보일 정도로 홍수가 나있었다. 아니, 팬티뿐만이 아니다. 애액이 허벅지와 종아리를 지나 복숭아뼈가 있는 곳까지 흘러내리고 있었다. 구원은 일단 로터의 진동을 멈추고, 디아나의 팬티에서 로터를 꺼내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내기는…으읍!” 그리고 구원이 승리 선언을 하려던 찰나에, 디아나가 구원을 덮쳐왔다. “흐읍. 쪽, 하압, 흐음.” 쪽쪽 서툴게 구원의 입술을 빨아오면서, 손으로는 구원의 바지를 벗기려고 필사적이었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오히려 잘 벗겨지지 않는지, 짜증을 내다가 결국 바지 앞섶을 부욱 찢어버렸다. 내가 워낙 튼튼해서 디아나의 공격을 토닥토닥이라고 표현하니 디아나가 마냥 약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디아나도 이젠 중급 모험가 수준의 레벨을 지니고 있다. 아무리 힘이 약해도, 레벨에 따라 모든 능력치가 보정을 받는 이 세계에선 레벨만 높으면 스탯의 차이는 극복할 수 있다. 디아나도 역시 레벨 덕분에 평범한 마을 사람들보다는 힘이 세다. 당연히 바지를 찢는 건 일도 아니었다. 구원의 바지를 찢은 디아나는 그대로 양물을 쥐고 자신의 허리를 들어 삽입하려고 했다. “자, 잠깐만 디아나!” 상황이 이렇게 되자, 디아나의 노출증을 자극하려고 했던 구원이 오히려 당황해버렸다. 하지만 구원의 제지에도, 눈이 돌아간 디아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하려고 했다. “아,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하긴 좀 그렇잖아? 누가 보면 어쩌려고….” 아까 전과는 상황이 반대가 돼버렸다. 이번엔 디아나가 눈이 돌아가서 밖에서 하려고 하고, 구원이 꺼림칙해하는 상황이 되었다. 구원이 계속 피하려고 하자 디아나는 짜증난다는 듯이 뭔가 중얼거리며 마법을 사용하더니, 그대로 허리를 들고 구원의 물건을 자신의 음부 속에 받아들였다. “하으으으응!” 으아아악!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이런 큰 소리를! 구원은 황급히 손을 들어 디아나의 입을 틀어막았다. 누, 누가 듣진 않았겠지? 구원은 필사적으로 주변을 살폈지만, 디아나는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 야. 진짜로 누가 보면….” 그때 구원과 디아나가 있던 골목에 누군가 접근해왔다. “흐읍! 흐읍! 흐읍!”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는 디아나가 주는 쾌감과, 누가 접근하고 있다는 긴장감에 구원은 미칠 것 같았다. “야, 야. 잠깐만. 진짜로 멈춰. 누가 진짜로….” 물론 눈이 돌아간 디아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구원은 디아나를 벽 사이에 두고 꽉 밀착해서, 아예 움직이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렸다. 디아나는 애달픈 듯이 어떻게든 허리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구원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어차피 이렇게 눈이 돌아간 디아나의 옷을 제대로 입히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면 아예 디아나가 안 보이게 만들자. 이렇게 밀착해있으면, 조그만 디아나의 몸은 내 몸에 가려져 보이지 않을 거다. 그 상태로 구원은 긴장한 채 이쪽으로 다가오는 발소리를 들었다. 발소리는 골목으로 점점 더 다가올 때마다, 디아나의 음부는 구원의 물건을 더욱더 꾹꾹 조여 왔다. 그 느낌에 당장이라도 허리를 움직이고 싶어졌지만, 구원은 필사적으로 참았다. 내가 욕망에 충실한 놈은 맞지만, 그래도 이정도로 상황을 파악 못하는 놈은 아니야. 하지만 디아나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게다가 움직이지 않아도 심리적 자극이 너무 컸던 걸까? 결국 디아나는 아래쪽에서 애액을 뿜어대며 절정에 달해버렸다. 구원은 그 강한 조임에 저도 모르게 허리를 한 번 앞뒤로 왕복시키고 말았다. “히으읍!” “응?” 미약하게 디아나의 목소리가 새어나가자, 다가오던 발소리가 잠깐 멈춰 섰다. 하지만 이내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자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발소리가 다시 이어졌다. 그렇게 이쪽으로 다가오던 발소리는, 골목 입구를 그대로 지나가며 다시 멀어졌다. 후우. 이거 엄청 살 떨리네. 구원이 조금 떨어지자마자, 디아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다시 맹렬히 허리를 움직여왔다. 디아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구원은 참고 있는 자신이 바보 같아졌다. 에이. 모르겠다. 들키면 들키는 거고. 누가 오면 그냥 때려서 기절시켜버리자. 구원은 디아나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떼고, 그대로 디아나에게 입을 맞췄다. “흐읍! 하음! 쭙. 하앗.” 디아나는 기쁜 듯이 구원에게 매달리며 바로 자신도 대응을 해왔다. 그대로 구원이 허리를 강하게 밀어붙이자, 디아나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좋지? 좋지? 이 노출증아?” “좋네! 히으윽! 좋네에에엣!” 디아나는 구원에게 입을 맞추면서 필사적으로 허리를 흔들었다. 디아나의 신음소리와, 찔꺽찔꺽 거리는 애액 소리, 그리고 퍽퍽하고 디아나와 구원의 살이 부딪히는 소리까지. 이젠 어떻게 변명도 할 수 없는 소리가 골목 안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구원과 디아나는 오로지 쾌락만을 탐하며 허리를 움직였다. “간다! 디아나!” “오게! 히극! 흐으으읍!” 구원과 디아나는 서로의 입술을 밀어 붙이듯 강하게 문지르며 동시에 절정에 달했다. 바들바들 떨리는 디아나의 엉덩이를 꽉 쥐어 자신의 허리 쪽으로 밀착시키고, 구원은 한동안 그 여운을 맛봤다. 하지만 쾌락의 파도가 지나가고 나자, 다시 상황이 파악되기 시작했다. 으아아. 아무리 그래도 이런데서 얼마나 시끄럽게 해댄 거야. “디, 디아나 이제 슬슬…디아나?!” 한 번 제대로 했으니 디아나도 이제 어느 정도 진정이 됐겠지. 그렇게 생각한 구원은 디아나에게 말을 걸어 옷이라도 정돈하려고 했지만, 디아나는 막대한 쾌감에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정말이라니까. 저기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 같다니까.” 그리고 설상가상으로, 명백히 이쪽을 목표로 다가오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구원은 일단 디아나를 끌어안은 채 자리를 뜨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00====================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일단 사람이 오는 소리가 들려서 디아나와 연결된 채로 자리를 떴지만, 계속 이러고 돌아다닐 수도 없었다. 다시 골목길을 돌아다니며 주변에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게 되자, 일단 찢어진 바지를 갈아입기 위해 황급히 디아나를 떼어놨다. “히으응!” 기절한 와중에도 느끼기는 하는지, 연결이 풀리자 디아나는 야릇한 신음 소리를 내며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 디아나가 얼마나 느꼈는지 증명이라도 하듯이, 연결이 풀리자마자 내 물건에 막혀서 나오지 못하고 있던 애액이 음부에서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 이러고도 자기가 노출증이 아니라고 우기다니. 디아나는 대충 로브로 가려놓으면 티가 나지 않으니, 구원은 일단 자신의 바지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바지를 갈아입고 주변을 살피며 디아나의 하반신을 수건으로 닦아주는 사이에, 디아나가 눈을 떴다. “으으…이, 이 몸은….” “깨어났어?” “으음? 핫! 여, 여기는…! 자네 지금 뭐하는 겐가!” “보면 몰라? 닦아주려고 하는 거잖아.” 방귀 낀 놈이 성낸다고, 자기가 덮쳐온 주제에 이제 와서 이런 반응이라니. 뭐, 나도 그렇게 될 걸 알고 그런 상황을 만든 거니 뭐라고 하긴 힘들지만 말이다. “그, 그런가…이, 이 몸은….” “내기는 내가 이긴 걸로 봐도 좋겠지?” “우, 우우윽.” 디아나는 살짝 울먹이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도구로도 느끼잖아.” “아, 아닐세! 고작 그런 걸로 이 몸이…!” “도구로 느낀 게 아니라면 뭔데?” “그, 그러니까 이건…상황이….” “드디어 인정하는 거야? 자신이 노출광이라고.” “노, 노출…그런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그럼 이건 뭔데?” “히아아앗!” 구원은 아직 드러나 있는 디아나의 음부에 검지를 넣고, 그대로 몇 번 휘저은 뒤에 디아나의 눈앞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를 맞붙였다가 떨어뜨렸다. 엄지와 검지에는 질척한 애액이 길게 다리를 만들면서 이어졌다가 떨어졌다. “이, 이건…그, 그러니까….”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밖에서 갑자기 그렇게 덮쳐버리면 어떻게 해? 사람이 와도 무작정 허리를 흔들려고 하고. 그렇게 보여주고 싶었어? 하여간 나보고 변태라면서 자기도 여간….” “그, 그런 거 아닐세!” 그렇게 외치면서도 내 말에 아까 기억이 되살아나며 흥분되는 건지, 디아나의 음부에서 다시 애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 변태가. 모처럼 닦아주고 있는데 이게 뭐하는 짓이야. “그, 그러니까. 이 몸이 마법을 쓰지 않았나! 인식저하 마법! 웬만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사람들한테 들킬 염려는….”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사람들이 신경을 안 쓸 정도라고?” “그…그건…완벽하진 않네만 그래도….” “그리고 이건 뭔데?” “히야아앙!” “너 아까 일 생각하면서 또 적시고 있잖아. 아예 바닥에 애액으로 웅덩이가 생기겠네. 여기뿐만이 아니야. 광장에도, 아까 했던 곳에도 네가 흘린 애액으로 웅덩이가 생겼을 걸? 사람들이 보면서 뭐라고 생각하겠어?” “흐으읏!” 그 말도 또 디아나의 성벽을 자극했는지, 디아나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이번엔 푸슛하고 애액이 물총처럼 뿜어져 나왔을 정도였다. “야. 변태.” “이, 이 몸은 변태가 아닐세! 자, 자네 때문일세! 자네가 그렇게 가까이 붙어있으니….” “그러니까, 넌 노출증이 아니라 내가 옆에 있어서 흥분한 거다?” “바, 바로 그걸세!” “그래도 충분히 변태잖아. 고작 옆에 좀 붙어 있었다고 그렇게 흥분해버리다니. 대체 머릿속에….” “조, 좋아하니까 어쩔 수 없지 않나!” 윽. 이렇게 대놓고 좋아한다고 직구를 던져오면, 일방적으로 공격하기 힘들어지는데. 아냐. 그래도 디아나가 스스로 노출증을 인정하게 만들 절호의 찬스야. 이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몰라. 여기선 마음을 굳게 먹고…. “아님 뭔가? 자네는 이 몸과 있을 때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야….” 그런 생각 안 든다고 대답하려고 했지만, 입을 열기 바로 직전에 말문이 막혔다. …어? 잠깐만 기다려봐. 뭐야 이거? 디아나는 별 생각 없이 외친 말일 수도 있지만, 이 이상 없을 정도로 훌륭한 카운터였다. 그런 생각이 안 든다고 대답하면, ‘자네는 이 몸을 좋아하긴 하는 건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같은 말을 외치며 디아나가 화를 낼 거다. 아니, 그 정도면 그나마 다행이지. 최악의 경우 ‘그럼 이 몸과는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겠군!’ 같은 말을 하면서 관계를 거부해버릴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대답하면, ‘그럼 자네도 이 몸과 똑같이 변태 아닌가!’ 라는 대답으로 내 공세를 벗어날 거다. 뭐야 이거. 젠장. 과연 지고의 대마법사님이란 건가. 이런 식으로 카운터 펀치를 날릴 줄이야. “그야 나도 당연히 디아나랑 있으면 그런 생각이 들긴 하지.” 결국 구원은 디아나가 뭐라고 할지 알면서도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지금 이 몸에게 변태라고 하는 겐가!” 거 봐라. 하지만 그래도 아직 포기할 수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정신줄 놓고 골목길로 끌고 가서 섹스를 할 정도로 흥분하는 건….” “그건 다 이 몸이 자넬 더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니겠나! 자네는 사라양과 레이아양도 있으니 이 몸을 그만큼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걸세!” 크윽. 이, 이 녀석. 남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와서 공격하다니. 그래.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알겠다. 네가 계속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다 생각이 있어. “…무슨 소리야! 나도 얼마나 널 좋아하는데! 사람이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던 것도 모르고! 알았어! 참을 필요 없단 말이지?!” 구원은 그렇게 외치면서 바로 기껏 갈아입은 바지를 다시 벗으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뭐, 뭐하는 겐가!” “나도 이제 안 참을 거야! 지금 한 번 더 해!” 이렇게 된 이상 야외 플레이를 몇 번이고 하면서 인정하게 만들어 주겠어. 디아나도 자기가 한 말과, 한 행동이 있으니 쉽게 거절하진 못할 거다. “여, 여기서 말인가?!” “그래! 디아나도 아까 그랬으니 상관없지?” “하, 하지만 방금 막 한 직후 아닌가!” “널 향한 내 마음은 그 정도로 사그라질 정도로 작지 않아! 내 마음의 크기를 보여주겠어!” “우윽!” 내 외침에 디아나는 얼굴을 붉히고 머뭇거렸다. 음. 내가 생각해도 꽤나 멋진 말을 한 것 같다. 이런 상황만 아니었으면 더 멋진 말이었을 텐데. “자, 잠깐. 지, 진심인가?” “그럼 당연하지. 널 향한 내 마음이 거짓이라는 거야?!” “그, 그런 게 아니라…. 으으…. 으으으으….” 디아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벗어나보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쓸데없는 저항에 불과했다. 좋아하는 만큼 같이 있으면 그런 기분이 든다는 떡밥은 네가 먼저 던진 거니까 말이야. 후훗. 그 매서운 카운터를 설마 이런 식으로 받아칠 수 있을 줄이야. 역시 난 천재인가 봐. “구, 구원!” 머리를 부여잡고 고민하던 디아나는, 갑자기 내 이름을 부르며 안겨 붙어왔다. 자기가 먼저 엉겨 붙다니. 자포자기 한 건가. “세, 섹스도 좋지만 이 몸은 자네와 데이트가 더 하고 싶네. 즐거운 시간은 밤에 가지도록 하고, 이 몸을 위해서 조금만 참아줄 수는 없겠나?” 아니었다. 오히려 디아나는 이 상황을 타계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를 꺼냈다. 바로 애교라는 무기를 말이다. 내 가슴에 얼굴을 부비부비 문지며 간절히 올려다보고, 검지를 세워서 가슴에 한 편에 원을 그리며 처음 들어보는 것 같은 아양 떠는 목소리를 내는 디아나. 그 모습에 구원은 그만 격침돼버렸다. 그래. 노출증을 인정하게 만드는 게 뭐 얼마나 중요한 거라고. 제일 중요한 건 이렇게 귀여운 디아나랑 같이 있는 거 아니겠어? “그, 그럴까? 그럼 디아나를 위해서 조금만 참을까?” “으, 음. 고, 고맙네.” 디아나는 스스로 애교를 부렸다는 사실이 상당히 부끄러운 듯,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움츠러들면서 말했다. 하긴, 평생 이런 식으로 애교라고는 한 번도 부려본 적이 없을 것 같기는 하다. 만약 있더라도 엄청나게 오래 전, 디아나가 겉모습뿐만 아니라 정말로 어렸을 때 일이겠지. 노출증을 인정하게 만들겠다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지만, 이렇게 디아나가 애교를 부렸다는 사실만으로 오늘 같이 다닌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그럼 가자.” 구원은 그런 디아나를 보고 가볍게 키스를 해준 후 손을 붙잡고 드디어 미로처럼 얽힌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음?” “키스하면 너랑 수명을 공유한다고 했잖아.” “그렇다네.” “근데 이렇게 막 키스해도 전혀 변한 게 안 느껴지는데. 뭔가 마법진 같은 거라도 화려하게 튀어나오거나 그래야 되지 않아?” 다시 정처 없이 이곳저곳 돌아다니던 도중,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얘기하면서 디아나에게 키스를 하려고하자, 디아나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 물론 그런다고 포기할 내가 아니라서, 고개를 돌려도 뺨에 입을 맞춰줬지만 말이다. “사, 사람들 보는 앞에서 무슨 짓인가!” “뭐 어때. 어차피 영주성에서도 우리 사이를 큰 소리로 떠들고 다닌 주제에. 내 남자라느니 뭐라느니.” “그, 그건…아무튼! 이 몸과의 수명 공유는 마법이 아닐세.” “응? 그랬어? 그럼 뭐야?” “엘프들의 종족 특성이라고 보면 되네. 다른 장수족들과 달리, 엘프는 평생 동안 단 한사람만을 바라보니 말일세. 그런데 만약 그 대상이 단명하는 종족이라면 너무 비극적이지 않겠나? 그러니 여신님도 엘프들에게 이런 특성을 부여해주신 것이겠지” “엘프들의 특성? 하지만 내가 전에 신전에서 대사제님한테 물어봤을 때 대사제님은 모른다고….” “이 세상에서 순수한 엘프라고는 이제 이 몸 정도이니 말일세. 모르는 게 당연하네. 다른 이들은 피가 섞이며 자연스레 그런 특성도 사라져갔지.” 그러고 보니 대사제님도 그런 말을 했었다. 디아나는 순수 엘프니 뭔가 다를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평생 한 사람만 본다니 대단하네. 디아나는 정말 평생 나만 바라보는 거구나.” “그, 그렇다네. 평생의 영광으로 알고 감사하게나. 아, 그리고 이 몸이 자네만 바라본다고 해서 자네가 막나가도 되는 건 절대 아닐세. 명심하게나.” “그럴 리가 있겠어? 날 뭘로 보고. 근데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그렇게 평생을 바치기로 한 사람이 만약 자기를 버리면 엘프들은 어떻게 해?” “뻔한 걸 묻는 구먼. 그야 복수에 미쳐서 그 사람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하네.” 뭐야 그거. 무섭잖아. 나한테 해당하는 얘기도 아닌데 괜히 섬뜩해지는 기분이었다. “그, 그렇구나. 하하핫. 그래도 우린 그럴 일 없으니 다행이네.” “음. 이 몸도 자네가 그럴 리는 절대 없다고 믿네.” 디아나는 정말로 한 점의 의심도 없는 표정으로 구원을 쳐다봤다. 엘프가 마음을 준 상대는 상대도 자신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특성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다. 만약 그랬으면 하렘 얘기를 꺼낸 순간 찔렸을 거라는 거 아니야. 등 뒤가 괜스레 축축하게 젖어왔다. 아무튼 그런 있지도 않은 얘길 상정하고 긴장할 필요는 없다. 내가 디아나를 버릴 일도 없고,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지. 구원은 디아나와 팔짱을 끼고 다시 오붓하게 데이트나 즐기기로 했다. 디아나와 돌아다니는 사이에 해도 점점 저물어가 어느새 밤이 되었다. 모험가의 도시인 이 도시는 밤이 되어도 여전히 환하게 불을 밝히고, 낮과 다름없는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구원은 슬슬 여관으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물론 디아나와 돌아다니는 게 재미없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평생 이러고 살고 싶을 정도로 즐거웠다. 다만 밤에는 밤에 할 일이 있다. 그리고 슬슬 여관으로 가고 싶었던 건 디아나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데이트로 한껏 기분이 좋아져 방실방실 웃는 얼굴의 디아나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구원의 옷소매를 끌어당겼다. “자네, 슬슬 졸리지 않나?” “그러고 보니 그러네. 그럼 슬슬 여관으로 돌아갈까?” 디아나도 가서 바로 잘 생각은 절대 없을 거다. 그냥 부끄러워서 저렇게 표현한 거겠지. 구원은 디아나의 마음을 이해하고 발걸음을 여관 쪽으로 돌렸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거리 저편이 소란스러워졌다. 뭔가 하고 보니, 병사들이 손에 종이 한 장을 들고 제각기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응? 뭐지? 순찰치고는 너무 요란한데?” “그렇군. 뭔가 사건이라도 일어난 모양이구먼.” 뭐, 그래봤자 우리랑은 관계없는 얘기다. 얼른 여관으로 돌아가서 디아나랑 즐거운 시간이나 보내자.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을 때, 나이 지긋한 병사 하나가 구원에게 다가왔다. “실례합니다.” 그리고는 손에 든 종이와 구원의 얼굴을 비교해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세이비어스 클랜의 클랜장. 구원님 맞으십니까?” “네? 그런데요?” “찾았다! 여기다!” 늙은 병사는 큰 소리로 외쳐 주변 병사들을 불러 모으고 다시 구원을 쳐다봤다. “영주님께서 구원님을 찾으십니다. 동행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뭣이? 지금 뭐라고 했나?” 병사에게 대답한 건 옆에서 순식간에 저기압이 된 디아나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01====================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그, 그러니까 영주님께서 구원님을….” 병사는 디아나의 정체를 알고 있는 건지, 아니면 방금까지 방실방실 웃던 예쁜 여자가 갑자기 살기를 띠고 노려봐서 겁먹은 건지 곤혹스런 얼굴로 말꼬리를 흐렸다. “공주가 대체 무슨 일로 이 자를 찾는다는 말인가?!” “저, 저도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시급히 데려오라는 명령만 받았을 뿐입니다.” 과연 나도 공주의 집념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걔도 진짜 징하다. 아침에 그 태도를 보면 디아나한테 제대로 혼쭐이 난 모양인데, 그러고도 또 나를 찾아? 머릿속이 너무 쾌락에 절어서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해진 건가? 게다가 이렇게 병사들을 왕창 푼 건 또 뭐야. 차라리 전처럼 그냥 실비아 혼자서 찾아오게…어? 실비아? 으허헉! 서, 설마! “이 몸들이 성에서 나오고 아직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아직 반성을 안했단 말인가!” “지, 진정해 디아나. 그렇게 말 해봤자 일개 병사가 자세한 사정을 알 리가 없잖아? 이 사람들은 그저 시킨 대로 따른 것뿐이야.” 살기를 뿜어내는 디아나에게 얼른 달라붙어 진정시켰다. 게다가 내 짐작이 맞는다면,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당장이라도 성에 가봐야 한다. “…그렇군. 이보게. 공주에게 가서 전하게. 장난으로 봐줄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말일세. 계속 이 몸의 남자를 노리면 이 몸도 정말로 가만있지 않을 걸세. 알겠나? 알겠으면 가보게.” “네? 하, 하지만….” “하지만 뭔가? 이 몸의 말을 듣지 못하겠다는 겐가?” 저렇게 날 지켜주려고 애쓰는 디아나에게 정말 하기 힘든 말이지만, 제대로 말 해야겠지? “…저, 디아나 누나?” “으, 음? 뭔가? 갑자기 왜 그러나?” “정말 미안해. 미안한데 나 저 병사들 따라 성에 가봐야 될 것 같아.” “뭣이?! 지금 공주에게 지금 이 상황에서 그런 말이 나오나? 이 몸과 데이트 도중에?! 공주와 한 번 잔 것이 그렇게 좋았나?!” 야. 아무리 그래도 일반 병사들 앞인데 공주와 잤다느니 하는 말은 하지 말아주자. 걔도 밑에 사람들한테는 나름 위엄을 유지하고 싶을 것 아니야. …아마. 그렇겠지? “그럴 리가 있어? 너 나랑 오늘 하루 종일 그렇게 얘기를 하고도 날 의심하는 거야?” “그럼 뭔가?! 뭔데 이 몸을 내팽개치고 성에 가려는 건가!” “나도 그러고 싶지는 않지만, 지금 성에 안가면 아마 한 여자의 인생이 돌이킬 수 없게 될지도 몰라. 너도 아침에 봤지? 네가 왔을 때 내 위에 올라타 있던 여자.” “…갑자기 실비아양 얘기가 왜 나오는 겐가?” 아, 실비아하고도 아는 사이였구나.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만. “음…그게 말이지…실은 말이야…그러니까…말하기 전에, 화 내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래?” “못하겠네.” 캬. 단호하시네. 단호박인줄. …에잇 모르겠다. 화내도 그냥 달게 받아들이자. “실은 실비아가 내 스킬에 영향을 받아서 지금쯤 눈이 돌아간 상황일지도….” “자네 이 몸이 없는 사이에 공주뿐 아니라 실비아양까지 손을 댔단 말인가!” 으아아. 역시나. 디아나는 분노의 불길이 온 몸에서 넘실대는 환영이 보일 정도로 분노했다. “아니야! 실비아한테 손을 댄 건 아닌데, 공주 도발에 넘어가서 전력을 다할 때 성역 선포를 쓴다는 게 그만….” “자, 자네는 도대체 생각이 있는 겐가 없는 겐가!” “미안! 정말 미안!” 디아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구원을 마구잡이로 때리기 시작했다. 그 토닥토닥 공격을 맞으면서 구원은 생각했다. 그래도 여기 같이 있는 게 디아나라 정말 다행이야. 사라였으면 처음 한 방에 죽었겠지? “아, 아무튼 그래서 아무래도 성에 가야될 것 같아. 그대로 놔둘 수도 없잖아? 혹시 그대로 방치하다가 미쳐버리기라도 하면….” “으으…! 자네란 남자는! 자네란 남자는!” 디아나는 구원을 엄청나게 노려보다가, 이쪽을 멍하니 보고 있는 병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네들은 뭘 멍하니 보고 있는 겐가! 급히 데려가려고 찾아온 것이면 마차 같은 거라도 준비해놨을 것 아닌가! 어서 안내하게!” “앗! 넷! 이, 이쪽입니다.” 병사는 디아나의 분노에 찬 시선을 받고 움찔거리면서도 곧장 구원을 안내했다. 괜히 미안하네. 얜 지금 나 때문에 화난 건데. 그래도 역시 디아나는 디아나다. 이렇게 화났는데도 결국 성에 가자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마법사들이 그렇게까지 디아나를 따르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디아나도 가게?” “그럼 자네 혼자 갈 셈인가? 응? 왜? 이 몸이 같이 있으면 즐기시는데 방해되나?” “그럴 리가 있겠어?! 괜히 같이 가서 우리 디아나 마음 상할까봐 그랬지. 같이 가주면 나야 당연히 기뻐.” “이런 상황에서 입에 발린 소리 해봤자 하나도 기쁘지 않네.” “미안….” “흥.” 방금까지 생글생글 웃으면서 즐겁게 데이트를 즐겼던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디아나는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정말 미안해. 오늘은 모처럼 디아나랑 단 둘이서만 보낼 생각이었는데.” 마차에 타고 성에 가면서, 구원은 계속해서 디아나에게 사과했다. 사과하면서, 한편으론 지금 이 상황이 조금 웃기기도 했다. 정말 기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디아나와 단 둘이 지내기 위해서, 레이아와의 약속까지 깨버리고 디아나의 억지를 들어준 거다. 그런데 결국 끝까지 디아나와 단 둘이 보내지 못하고 이렇게 또 다른 여자와 살을 맞대러 가게 된다니. 어떻게 생각해보면 디아나도 뿌린 대로 거두는 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레이아한테는 또 뭐라고 해야 되지? 그걸 생각하니 또 머리가 복잡해졌다. …부탁한다. 미래의 나. 알아서 잘 처리해줘라. 아무튼 계속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려 이쪽을 보지 않던 디아나도, 내가 계속해서 사과하자 계속 그러고 있기도 그랬는지 겨우 이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명심하게. 자네는 그저 스킬의 영향만 해제해주러 가는 걸세. 결코 즐기러 가는 게 아닐세.” “그럼 당연하지. 안 그래도 너 오기 전에 섹스 안하고 풀어주려고 내가 엄청나게 노력했었어. 성자의 손길을 켜고 아무리 만져도 끝까지는 못 느끼는 것 같아서 실패했지만.” “잠깐. 지금 성자의 손길로 만졌다고 했나? 성역 선포가 아니라?” “응? 그야 그렇지. 실비아 걔 나보다 레벨도 훨씬 높을 텐데 공주랑 하는 동안 잠깐 성역에 영향 받았다고 그렇게 발정이 나겠어? 그 정도였으면 나도 이렇게 급하게 성으로 가자고는….” “어쩐지 이상하다 싶더라니! 자네 바보 아닌가! 왜 그 상태로 방치한 겐가!” “그야 그 전에 디아나가 왔으니까 그렇지. 나한텐 네가 훨씬 더 중요하니까, 너랑 얘기하다가 그만 까먹….” “자, 자네가 이 몸을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고, 고맙…아무튼! 그래도 잊어버릴 게 따로 있지 않나! 자네 말대로라면 정말로 위험한 상황 아닌가! 성자의 손길로 계속 어루만져지고 그대로 하루 종일 방치 됐다는 얘기 아닌가!” 아까까지 화난 표정이던 디아나는, 실비아가 걱정되는지 구원에게 화내는 것도 잊고 그런 얘기를 했다. 그리고는 마부 석을 바라보며 소리 질렀다. “이보게! 조금 더 속도를 높이게! 한시가 급하네!” 그리고는 다시 구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잘 듣게. 가자마자 얼른 실비아양과 그냥 한 번 해버리게.” “으, 응? 진심이야?” “으윽. 이 몸도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않나! 하지만 명심하게! 자네 보고 즐기라고 하라는 게 아닐세! 스킬 효과만 풀고 바로 떨어지는 걸세!” 디아나는 정말로 탐탁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구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야 물론이지. 어차피 걜 만족시키려면 최후의 자존심을 써야 될 텐데, 그거 한 번 쓰면 정기가 몽땅 사용되는 바람에 더 하기도 힘든 거 알잖아.” 누구보다 내 스킬을 잘 알고 있는 디아나다. 내 말에 납득은 했지만, 그래도 역시 내가 다른 여자를 안는다는 건 탐탁지 않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실비아를 구하는 걸 우선시하는 점에서, 역시나 디아나도 착해 빠진 애다. 그렇게 마차 안에는 뭐라고 표현 못할 미묘한 공기가 흐르는 와중에, 드디어 영주성에 도착했다. 성에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리고 있던 펠리시아가 황급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구원! 드디어 왔군요! 당신 대체 실비아에게 무슨 짓을 한건가요!” “설명은 나중일세. 지금 당장 실비아양에게 안내하게.” “앗, 디아나님도 오셨나요?! 죄송합니다. 제가 이렇게 구원을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다 알고 왔으니 설명은 됐네. 그보다 한시가 급한 것 아닌가? 실비아양은 어디에 있나? 어서 안내하게.” “아, 네. 그랬죠. 절 따라오세요. 이쪽이에요.” 역시나 실비아 때문에 부른 거였구나. 얼마나 당황한 건지, 무려 공주가 직접 안내까지 해줬다. 공주의 안내를 받으며 어떤 방으로 들어가자, 거기에는 실비아가 구속돼있었다. 잘못 말한 게 아니다. 왕실 친위대의 기사라는 작자가, 화려한 기사갑옷을 입은 사람들 여럿에게 마치 한 마리 짐승처럼 구속되어 있었다. “으으읍! 으으으으읍!” 실비아는 정말로 눈이 돌아간 모양이었다. 전에 봤던 약간 나른해 보이는 무표정의 실비아는 온데간데없고, 거기엔 마치 성자의 손길에 당한 몬스터처럼 눈을 시뻘겋게 붉히고 입은 재갈 같은 걸로 틀어 막힌 채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옷까지 완전히 벌개 벗고 있어서, 정말로 사로잡힌 짐승 같은 꼴이었다. 얼마다 발버둥을 거세게 치는 건지, 위에서 기사들 몇 명이 달라붙어서 억누르고 있는데도 기사들의 몸까지 들썩들썩 들릴 정도였다. 과연 왕실 친위대라는 이름은 허명이 아니라는 건가. 아니, 그런데 대체 그동안 성에서 뭔 짓을 했기에 저렇게 억누르고 있는 거지? “…자네 대체 얼마나 오래 만졌던 겐가?” 저 모습을 보니, 과연 디아나도 기가 찼던 모양이다. “그, 그게. 최대한 삽입까진 안 갈려고 노력하다보니….” 내가 누굴 위해서 삽입을 안하려고 노력했는지는 디아나도 잘 알겠지. 때문에 디아나도 더 이상 추궁은 못하고, 그저 한숨만 내쉬었다. “…하아. 얼른 끝내고 오게. 이 몸은 다른 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응? 여기서 지켜볼 거 아니었어?” 여기까지 오면서 한 말을 생각해보면, 내가 하다가 즐기지 못하도록 감시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당연하지 않은가? 자네가 다른 여자와 하는 꼴을 어떻게 참으면서 보고 있나? 아무리 이 몸이라고 해도 그렇게까지 참을성이 강하지는 않다네. 안 그래도 예전에 자네와 사라양이 하던 걸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는 예전 일을 떠올렸는지, 잠깐 잠잠해졌던 살기가 다시 강해져갔다. 으아아. 난 또 괜한 말을 해서. 역시 사라가 특수한 케이스였구나. 보통은 이런 반응이 정상이겠지. “아, 알았어. 얼른 끝내고 찾아갈게. 기다리고 있어.” “…얼른 끝내고 오게.” 디아나는 구원을 노려보면서 그렇게 말하더니, 씩씩거리면서 방을 빠져나갔다. 얼른 끝내고 디아나나 달래주러 가자. “그럼 공주님. 이제 슬슬 실비아도 놔주는 게 어때?” “…그렇군요. 당신들. 수고했어요. 이제 그만 물러나세요.” 펠리시아가 명령하자, 실비아를 억누르고 있던 기사들은 서로 눈짓을 하더니 동시에 실비아의 몸에서 손을 뗐다. “으으으읍!”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실비아가 괴성을 지르며 이쪽으로 달려들었다. 자기 입에 묶인 재갈을 푸를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이쪽으로 달려온 실비아는, 그대로 내 멱살을 붙잡더니 그대로 바닥에다 메다꽂았다. 나도 반사적으로 저항해보려고 했지만, 이성을 잃고 전력으로 덤벼오는 실비아에게는 전혀 상대가 안됐다. 그래. 네 맘대로 해라. 어차피 실비아의 목적은 나한테 해코지하는 게 아니다. 나랑 떡을 치려는 거지. 아깐 반사적으로 움직였지만, 애초에 나도 그럴 목적으로 온 거니 반항할 필요는 없었다. 구원은 그냥 실비아에게 몸을 맡기기로 했다. 실비아는 그렇게 날 바닥에 눕힌 다음, 바로 내 바지를 찢어버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오늘 벌써 바지가 두벌이나 찢어졌군. 도망 안가니까 그냥 좀 곱게 벗겨주면 안되냐? 뭐, 이성을 잃은 애한테 말해도 소용없으니 가만히 있었지만 말이다. 내 바지를 벗긴 실비아는, 그대로 내 몸 위로 올라탔다. 실비아는 이미 알몸이었기 때문에 내 물건 위로 열기를 띈 실비아의 음부의 감촉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이미 물건을 받아들일 준비는 끝났다는 듯이, 물건에 닿는 음부는 마치 마시멜로처럼 부드럽게 풀어져있었다. 게다가 물까지 줄줄 흘리면서. 전에는 그렇게 만져대도 물기하나 없이 딱딱했던 음부가 지금은 이런 상태라니. 이렇게 될 때까지 방치해놨다고 생각하니 새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미안하다. 그래도 네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각을 곧 맛보게 해줄 테니까 말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200화 축하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02====================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말로 강간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펠리시아와 할 때는 그나마 펠리시아의 동작이 나긋나긋하고 부드러워서 강제로 하게 되도 이런 기분이 들지는 않았는데. 가냘프고 예쁘게 생긴 애가 눈이 돌아가서 날 덮치려고 하니 묘한 기분이었다. 때문에 위에 올라탄 실비아가 그대로 삽입을 시도하려고 한 것도 번번이 실패했다. 그도 그럴게, 아직 물건이 딱딱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기분이 너무 묘하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그나마 물건을 세울만한 요소가 있다면 그건 실비아의 알몸인데, 이렇게 짐승처럼 덮쳐오는 모습을 보면 그것도 그다지 도움이 안됐다. 역시 나도 그렇게까지 변태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아직 딱딱해지지 않은 물건을 붙잡고 어떻게든 삽입을 해보려고 했던 실비아는, 번번이 실패하자 짜증난다는 듯이 거친 동작으로 허리를 움직여댔다. 애액이 줄줄 흐르는 음부의 선을 따라 그리듯 물건을 앞뒤로 비벼온다. 보통이라면 엄청나게 흥분되는 상황이지만, 눈이 돌아간 실비아가 있는 힘껏 마찰을 해오니 오히려 아파서 더 세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아직 세우지 않아서 아이언 페니스도 발동이 안 된 상태니 말이다. 그리고 뭔가 고 레벨치고 묘하게 동작도 뻣뻣하고. 이정도 레벨을 올리려면 상당히 경험이 풍부할 텐데, 그럼 아무리 이성을 잃었어도 무의식적으로 움직임은 부드러워야 되는 거 아닌가? 어쩔 수 없지. 마냥 이러고 있을 수도 없고, 게다가 조금만 더 놔두면 마찰로 껍질까지 까질 기세다. 일단 스킬로 세우자. 하지만 되살아난 자존심을 발동하기 전에, 그 모습을 옆에서 보고 있던 펠리시아가 천천히 구원의 고간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어머? 곤란한 모양이네? 도와줄까?” 그러고 보니 아까 실비아를 구속하고 있던 기사들은 전부 방에서 나갔는데, 어째선지 펠리시아는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펠리시아는 내 다리 사이에 네발로 기어오면서 파고들더니, 여전히 요염하기 그지없는 동작으로 내 물건 아래쪽 주머니를 천천히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야. 너 뭐하는 거야?!” “응? 자기가 곤란한 것 같으니까 도와주려고 하는 거잖아?” “크윽!” 한 손은 내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나머지 한손으로는 주머니 속의 알 두 개를 비비듯이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펠리시아의 기교는 역시나 대단했다. 과연 취미가 섹스인 여자. 장난 아니다. 당장 손 떼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 기교가 너무 대단해서 잠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리고 펠리시아의 행동은 확실히 도움이 되기는 했다. 아직 되살아난 자존심은 발동도 하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아무 반응 없던 물건이 빳빳하게 세워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펠리시아가 순수하게 선의로 도와줬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다 꿍꿍이가 있으니 도와준 거지. 디아나랑 얼른 끝내고 오겠다고 약속을 한 거다. 이 이상 분위기에 휩쓸릴 수는 없었다. “야! 이제 딱딱해졌으니까 떨어져!” “어머 정말로? 내 도움이 더 필요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면서 펠리시아는 내 가랑이 사이에 가까이 가져갔던 얼굴을 들고 위로 눈을 치켜뜨면서 요염하게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엄지와 검지를 O자로 만들어서 내 물건의 뿌리부분을 붙잡고 미묘하게 위아래로 움직이며 자극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이게 진짜 창녀야 공주야. “피, 필요 없으니까 떨어져!” 하지만 난 참아냈다. 봤냐? 내 강철 같은 의지를. 디아나가 이 모습을 봤어야 하는데. “어머, 그래? …뭐 좋아.” 펠리시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웬일로 순순히 내 물건을 잡고 있던 손을 떼고 떨어졌다. 이렇게 순순히 떨어져주니까 오히려 더 께름칙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얘가 아니니까 일단은 놔두자. 내 위에서 강력하게 허리를 움직이던 실비아는, 물건이 딱딱해진 걸 눈치 채고 다시 아래로 손을 뻗어 내 물건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는 대충 자기 음부 쪽으로 맞대더니, 바로 허리를 강렬하게 내려찍었다. “으아아아악!” 만약 아이언 페니스가 발동중이 아니었다면 무조건 꺾였을 거야.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실비아의 움직임은 거칠었다. 심지어 삽입은 되지도 않았다. 실비아는 짜증이 나는지 계속해서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며 삽입을 시도했지만, 그때마다 삽입시도는 번번이 실패했다. 아까도 느꼈지만, 얘 진짜 왜 이렇게 못해? “뭐야. 역시 내 도움이 필요하잖아.” 아직도 내 가랑이 사이에 자리 잡은 상태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펠리시아는 희희낙락하면서 다시 내 물건의 뿌리부분을 잡았다. 어쩐지 순순히 물러난다 싶더라니. 이럴 줄 알고 그랬던 건가. 하지만 어떻게 도와준다는 거지? “얘 지금 눈 돌아가서 네가 말해도 안 멈출 것 같은데 어떻게 도와준다고?” “자기가 잠깐만 실비아 잡고 고정시키고 있어봐. 그럼 내가 넣어줄게. 있는 힘껏 하면 잠깐은 멈출 수 있지 않아?” 가능한지 어떨지는 둘째 치고, 확실히 괜찮은 방법이기는 했다. 왠지 펠리시아의 의도대로 계속 일이 흘러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만, 이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지. 이건 어디까지나 필요에 의한 협업에 불과해. 어떻게든 물건을 삽입해보려고 내 배의 약 30cm 위에서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실비아의 엉덩이를 받치듯이 잡고, 팔에 온 힘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역시나 나 혼자만으로 실비아를 멈추고 있는 건 불가능했다. 과연 기사들 여러 명이 달라붙어서 겨우 구속하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단 몇 초라도 버텨보려고 엉덩이에 힘까지 빡 주고 젖 먹던 힘까지 다 해봤지만, 실비아는 별다른 저항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처럼 허리를 계속해서 움직였다. 아무리 레벨 차이가 난다지만, 나도 어디서 힘으로 꿀리는 건 아닌데.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믿을 건 보너스 스탯밖에 없다. 하지만 레벨이 오를수록 다른 스탯이 필요해지는 경우가 올지도 몰랐다. 고작 여자에게 삽입을 하려는 목적으로 무작정 근력에 과투자를 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실비아의 엉덩이를 받치는 팔에 힘을 주고, 실비아의 움직임을 멈출 수 있을 때까지 근력을 1포인트씩 올리기 시작했다. 10포인트, 20포인트, 점차 투자하는 포인트가 많아지고, 50포인트쯤 투자했을 때 겨우 실비아와의 힘겨루기가 동률을 이루기 시작했다. 덩치는 내 절반도 안 되게 가녀린 주제에 대체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거야. 진짜 판타지 세계는 말도 안 되는 일투성이라니까. “어머? 잠깐만 멈춰도 대단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멈췄네? 자기 생각보다 훨씬 대단하구나?” “야. 힘드니까 빨리 넣어!” 생각 같아선 내가 스스로 넣고 싶었지만, 이렇게 온힘을 팔에 싣고 있어야 겨우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지금 이 상태로 허리를 움직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알았어. 기다려봐 자기.” 나는 그렇게 팔을 부들부들 떨면서 온힘을 다하고 있는데도, 펠리시아는 여유로운 동작으로 다시 상체를 숙이며 내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어왔다. 야. 그냥 집어넣기만 하면 되는데 그렇게 숙일 필요는 없잖아. “어머. 어떡해. 빨개진 거 봐. 아프겠다. 내가 호 해줄까?” 내 물건에 콧김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펠리시아는, 과장스럽게 들릴 정도로 안타까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내 물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왔다. “야. 이 무슨…!” “호~.” “으윽!” 물건에 입김이 닿는 순간, 기분 좋은 소름이 쫙 돋으며 팔에 힘이 순간적으로 훅 빠졌다. 다행이도 힘이 빠진 건 찰나의 순간이었고, 곧바로 다시 힘을 줬기 때문에 실비아의 엉덩이가 내 물건을 내려찍는 사태는 면할 수 있었다. 위험했다. 하마터면 물건 부러질 뻔 했어. “야! 이게 뭐하는 짓이야! 너 이대로 계속 시간 끌면 실비아가 더 위험해지는 거 몰라?” “미안. 자기. 얘가 너무 불쌍해보여서. 이제 진짜로 넣어줄게.” 펠리시아는 별로 미안하지도 않다는 듯이 가볍게 웃으며 내 물건을 붙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며 말했다. 그래도 일단 여기서 더 장난칠 생각은 없는 건지, 그대로 내 물건을 실비아의 음부에 맞대기 시작했다. “실비아가 이렇게 젖다니. 이런 건 처음 봤어. 역시 자기는….” 펠리시아는 황홀한 목소리로 뭔가 더 말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내가 뭐 어쨌다는 건데. 그렇게 말 끊으면 궁금하잖아.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끝까지 해라. “자, 됐어. 자기. 이제 그대로 실비아를 내리면 돼.” 물건의 각도를 고정시키도록 잡은 펠리시아의 말을 듣고, 실비아를 받치고 있던 팔을 조금씩 내려갔다. 천천히 음부를 파고드는 물건의 감촉이 더 애달픈 건지 실비아는 더욱더 날뛰려고 했지만, 실비아 맘대로 하게 놔두면 또 아픈 경험을 할 건 분명했다. 안달 나더라도 천천히 물건을 끝까지 집어넣고 난 후에, 드디어 팔에 힘을 풀 수 있었다. 후우. 힘들었다. 삽입 한 번 하려고 대체 이게 무슨 짓인지. 하지만 보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실비아의 안은 자잘한 주름들이 마치 빨판처럼 물건에 달라붙어 꾹꾹 조여 주면서, 명기라고 부르기에 차고 넘치는 훌륭한 감각을 제공해줬다. 우리 애들은 물론이고, 펠리시아에 실비아까지. 역시 이 세계는 예쁠수록 명기인 게 맞았어. 하지만 다행이도 실비아 역시 복상사를 할 수준은 아니었다. 펠리시아와 했을 때와 비교하면 역시나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다행이다. 이것도 그나마 펠리시아와 했을 때 레벨이 오른 덕분이겠지. 내가 팔에 힘을 풀자마자, 실비아는 다시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랑이 사이에서 여전히 내 알들을 어루만지는 펠리시아와는 대조적으로, 기교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그저 거칠기만 한 허리움직임이었다. 게다가 아직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키지 않아서 그런지, 실비아는 삽입을 하고 움직이고 있는데도 전혀 느끼는 모습이 아니었다. “으으으으읍! 흐으으읍!” 오히려 삽입을 했는데도 전혀 기분 좋아지지 않자 안타까운지, 실비아는 더 거칠게 허리를 움직였다. 핏발이 선 눈동자로 내려다보는데, 마치 날 기분 좋게 만들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협박하는 것 같았다. 걱정 마라. 내가 누구냐? 나 성자야. 성자. 곧바로 물건에 성자의 손길을 사용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야. 넌 손 떼라.” 그렇다. 펠리시아는 아직도 내 물건에서 손을 떼지 않고 있었다. 실비아와 연결되고도 아직 조금 드러나 있는 밑동부분을 잡고, 부드럽게 위아래로 쓰다듬고 있었다. 얘가 계속 내 물건을 잡고 있으면 성자의 손길을 쓸 수가 없잖아. “아이참. 왜 그래, 자기? 제대로 도와줬잖아. 이렇게 더 도와줄 테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펠리시아는 실비아의 음부 밑으로 드러난 내 물건의 뿌리 부분을 날름날름 핥기 시작했다. 별로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역시 잘하긴 엄청 잘한다. 안 그래도 실비아의 안이 기분 좋은데, 펠리시아의 혀까지 날름날름 뿌리부분과 주머니부분을 간질여주자 천국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었다. “으윽! 그, 그래도 안 돼! 떨어져! 너 이러는 거 디아나가 알면….” “자기만 말하지 않으면 괜찮잖아. 나도 비밀로 할 테니까. 나하고 자기, 그리고 실비아만의 비밀이야. 그러니까 자기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즐기자. 바람피우자는 게 아니잖아? 서로한테 감정이 있는 게 아니니까 바람피우는 게 아닌 걸. 그냥 서로 기분 좋아지려고 그러는 거잖아. 응? 할짝.” 펠리시아가 요염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물건을 핥아대는데, 솔직히 말해서 조금 흔들렸다. 내가 우리 애들은 배신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이렇게 펠리시아를 거부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고자는 아니다. 이렇게 예쁜 여자가 이렇게 애교를 부리고, 나한테 좋은 조건들만 줄줄이 말하면서 유혹하는데 세상에 어떤 남자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 그러니까 지금 나랑 섹스 프렌드가 되자고?” “응? 섹스 프렌드? 섹스하는 친구 사이? 후훗. 그거 좋네. 응. 그러자, 자기. 나하고 섹스 프렌드 사이가 되자. 어때?” 펠리시아는 섹스 프렌드라는 말을 몰랐는지, 잠깐 생각하더니 요염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고귀하신 공주님은 섹스 프렌드란 말을 들어본 적도 없는 건가. 묘한 데서 얘가 공주란 걸 실감하게 된다. “흐으읍!” 그러고 보니 펠리시아랑 얘기하는 동안 계속 멈춰있느라 실비아는 본의 아니게 방치하고 있었다. 아무리 거칠게 움직여도 전혀 기분 좋아지지 않자, 실비아는 나보고 어떻게 좀 해보라는 듯이 내 허리를 탁탁 두들겼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03====================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그리고 그 실비아의 신호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 난 그냥 얘 상태를 치료해주려고 온 거야. 그냥 기분 좋게 섹스하려고 온 게 아니야. 펠리시아의 제안이 너무 달콤해서, 하마터면 그냥 넘어가버릴 뻔 했다. “싫어. 바람피우는 게 아니긴 무슨. 떨어져.” “아이참. 자기….” “안 떨어지면 이대로 실비아 방치하고 난 돌아간다.” 솔직히 펠리시아가 여기서 더 유혹하면 넘어가지 않을 자신이 없어서, 강경책을 꺼내기로 했다. 실비아는 왕실 친위대 소속의 기사라고 했으니, 꽤나 중요한 인물일 거다. 게다가 펠리시아도 실비아를 위해 병사들을 그렇게 풀어서 날 찾았을 정도다. 자기 성욕을 위해 실비아를 버리지는 못하겠지. “칫. 그럼 빨리 해.”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펠리시아는 자기 유혹이 먹히지 않자, 퇴폐미 철철 흐르는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입술을 삐죽 내밀고 귀엽게 토라진 표정을 지으며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떨어지기 아쉽다는 듯이 미련 철철 흐르는 눈동자로 내 물건을 바라보더니, 이내 방 안의 한 편에 있는 의자에 가서 앉았다. 아마 상당히 자존심이 상했을 텐데, 그래도 방에서 나갈 생각은 없는 건가? 팔짱을 끼고 우릴 관찰하는 모양이, 순전히 자기 성욕 때문에 여기 있는 게 아니라 일단 실비아의 상태를 보려는 의도도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디아나가 나한테 섹스하고 오라고 하는 걸 들었으니 내가 섹스하면 실비아의 상태도 괜찮아질 거라고 추측은 가능했겠지만, 아직 자세히 설명을 한 건 아니니까 말이다. 아무튼 펠리시아가 그렇게 떨어지고 나자, 드디어 나도 전력을 다할 수 있었다. 물건에 정기를 집중시켜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키는 것과 동시에, 위에서 격렬하게 움직이던 실비아의 음부에서 결국 내 물건이 쏙하고 빠져버렸다. 아니, 내 물건 길이가 얼마나 긴데 그걸 빠지게 만들어. 진짜 옆에 있는 펠리시아하고는 다르게 기교라곤 찾아볼 수가 없는 움직임이었다. 모처럼 음부는 명기인데 이래선 보물을 썩히는 꼴이네. 내 물건이 빠지자, 삐진 표정으로 여길 바라보고 있던 펠리시아가 움찔하면서 일어났다. 와 너 아직 포기 안했냐. 진짜 근성 하나는 대단하다. 그런데 진짜로 펠리시아의 도움이 다시 필요한 상황이기는 했다. 그렇게 힘들게 넣었는데 다시 빼버리다니. 실비아 얘 혹시 펠리시아 도와주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야? 뭐, 이 정신 나간 표정을 보면 도저히 일부러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긴 힘들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이 펠리시아에게 다시 도움을 청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상황이 반전됐다.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킨 내 물건이 음부에 닿자, 실비아가 스턴건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에 힘이 쫙 풀리며 그대로 내 위로 늘어졌기 때문이다. “후우. 후우우. 후우우우.” 하지만 절정에 달했거나, 기절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실비아는 어떻게든 쾌감을 더 맛보려고, 축 늘어진 상태로도 내 물건에 음부를 비비며 움찔움찔 거렸다. 덕분에 삽입도 쉬워졌다. 축 늘어진 실비아의 엉덩이를 잡고 가볍게 들어 올리자, 아까 그런 괴력을 발휘했던 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웠다. 진작 이렇게 할 걸. 실비아의 엉덩이를 잡고 들어 올려 음부 입구에 내 물건 끝을 맞대고, 그대로 실비아를 내리며 허리를 올려붙였다. “흐으으으읍!” 성자의 손길을 두른 물건의 위력은 굉장해서, 그 실비아 역시도 느끼는 모습을 보여줬다. 솔직히 전에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만질 때 크게 효과가 없었으니, 이번에도 큰 기대는 안 했는데. 역시 하루 종일 방치되어서 달아오른 덕분인가? 아무튼 성자의 손길이 먹히니 나로선 다행이다. “흐읍. 흐읍. 하앙. 하앗. 핫.” 일단 쾌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실비아도 아까보다는 조금 정신이 안정되기 시작한 모양이다. 무식하게 힘에만 맡기는 거친 움직임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잡아먹을 듯 흉포한 눈빛에도 점점 이성의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드디어 자기 입에 재갈이 물려져 있다는 걸 깨달은 듯, 거추장스럽다는 듯이 재갈을 풀러 바닥에 던져버리고 귀여운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좋아. 드디어 좀 제대로 해보겠군. 일단 실비아를 안아들고 침대에 가기로 했다. 아까 실비아한테 메다 꽂힌 바람에, 푹신푹신한 침대를 놔두고 여태 바닥에 누워있었으니까 말이다. 실비아를 안아들고 침대로 올라간 다음, 정상위 자세로 실비아의 허리를 붙잡고 힘차게 앞뒤로 움직였다. 이성이 사라지면 본성이 드러난다고, 아무래도 실비아의 취향은 거친 플레이인 모양이니 강하게. 하지만 실비아의 거칠기만 했던 움직임과는 다르게 그저 힘으로만 움직이는 게 아니다. 제대로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부위를 파악하듯이 음부 안쪽 이곳저곳을 찔러가며 반응을 관찰했다. “흐응! 흐읏! 하앗! 핫!” 하지만 역시나 어딜 찔러도 실비아의 반응에 큰 변화는 없었다. 일단 제대로 느끼기는 하는 모양인데, 어딜 찌르든지 별 상관이 없다니. 역시나 방치 플레이로 몸이 달아올랐다고 해도, 없던 성감대가 생기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이렇게 느끼는 건 순전히 스킬에 의한 영향이라는 거다. 그럼 어디 한 번 다른 스킬도 시험해볼까? 전에는 어떻게든 삽입을 안 하고 끝내려고 성자의 손길만 계속 썼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어차피 얘가 얼마나 느끼든 말든, 결국 내가 싸면서 최후의 자존심을 사용하면 끝나는 문제니까. 그러니까 맘 편히 먹고, 어디 여러 가지 스킬들이나 시험해볼까? 먼저 페니스 스매쉬. 페니스에 힘을 모아 강하게 음부 안쪽을 강타하는 기술이다. 아무래도 전투 중에도 사용하는 성자의 손길보다 자주 쓰지는 않다보니 레벨이 낮아서 위력은 약하지만, 스킬 레벨이 같다면 오히려 성자의 손길보다 위력이 더 높은 스킬이다. “흐으으으응!” 페니스에 힘을 모아 실비아의 배 안쪽가지 뚫을 기세로 강렬하게 허리를 찌르자, 실비아의 몸이 마치 생선처럼 펄쩍 뛰어오르며 반응했다. 역시 쾌감을 부여하는 스킬이면 전부 먹히기는 한다는 거군. 이후로도 여러 가지 스킬을 시험해봤다. 페니스 스매쉬나 성자의 손길같이 쾌감 자체를 부여하는 스킬은 제대로 먹히는 반면, 바이브 페니스처럼 간접적으로 쾌감을 유도하는 스킬은 전혀 먹혀들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그 스킬을 시험해볼까. 원래대로라면 성자의 손길 다음으로 바로 써봤을 스킬이지만, 실비아의 몸이 특이하다보니 일부러 마지막까지 남겨놓은 스킬이 있었다. 바로 성자의 성수다. 직접적으로 쾌감을 부여하는 스킬은 아니지만, 민감하게 만들 수는 있는 스킬이다. 과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절대 쾌감을 느끼지 않는 실비아의 몸도, 이 스킬을 이용해 민감해지게 만들 수 있을까? 어차피 오늘만 지나면 실비아와 할 기회 따위 다시는 없을 텐데도, 괜히 떨리는 느낌이었다. 좋아. 그럼 간다. 일단 실비아의 안쪽 제일 깊숙한 곳, 나 말고는 닿지도 않을 수준으로 끝까지 물건을 박았다. 그리고 물건 끝에 느껴지는 가로막힌 부분의 입구를 찾아 고정시킨 다음, 물건 끝에서 새어나오는 쿠퍼액에 성자의 성수를 발동했다. “으읏?! 흐읏?! 흐으으응?! 히, 이건?!” 그러자 실비아는 깜짝 놀란 듯이 두 손으로 자신의 하복부, 지금 내 물건의 끝부분이 위치해있을 만한 곳을 감싸 안으면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뭐야. 역시 먹히잖아. 아니, 아직 속단하긴 이른가. 좀 더 검증을 해보자. 허리를 빙글 빙글 돌리면서 성자의 성수가 발동된 쿠퍼액을 실비아의 안쪽에 골고루 문질러 발라주고, 일단 허리 움직임을 멈췄다. 허리를 멈추자, 실비아가 구원의 애타는 눈동자로 쳐다보며 재촉하는 시선을 보냈다. 말은 없었지만, 처음 봤던 그 나른해 보이는 무표정과 너무 대비되는 표정이라 실비아가 얼마나 재촉하는지 느껴졌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실비아는 스스로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느낄 때면 움찔움찔 떨기는 하지만, 허리 움직임은 전혀 없는 것이 마치 어떻게 움직여야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아까 완전히 정신이 나갔을 때 아무 기교 없이 흉폭하게 움직인 것도 그렇고, 얘 대체 평소에 어떤 식으로 섹스를 한 걸까? 아무리 불감증이라도 일단 하긴 했을 거 아냐.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하려던 거나 마저 하자. 움직임을 멈춘 상태에서, 물건에 계속 발동되고 있던 성자의 손길을 껐다. 이 상태로 느낀다면 정말로 성자의 성수가 먹히는 거다. 나도 모르게 조금 긴장돼서 한 번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한 번 허리를 움직였다. 아까 쿠퍼액을 발랐던 곳을 최대한 자극하려는 듯이. “흐아아앙! 흐으응! 흐으으응!” 잠깐 움직임이 멈추자 왜 더 안하냐는 시선을 보내오던 실비아는, 움직임이 재기되자 다시 높게 신음 소리를 흘렸다. 좋았어! 제대로 통하잖아! 이쯤 되면 성자의 성수는 확실히 통하는 거지만, 혹시 모르니 섹스 애널라이즈까지 사용해볼까? 섹스 애널라이즈를 발동하자 실비아의 배 안쪽에서 미약하게, 아주 희미하지만 핑크색 빛이 보였다. 그동안 섹스의 조미료 정도로만 사용해왔었는데, 성자의 성수 생각보다 훨씬 괜찮잖아? 없는 성감대도 만들어 준다니. 괜히 성자의 손길 하나로만 해결해보려고 개고생했었네. 진작 성자의 성수도 섰으면 얘도 방치할 일 없이 끝났을 지도 몰랐는데. 만약 이대로 꾸준히 성자의 성수를 사용해주면, 언젠간 실비아의 체질도 개선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뭐, 다시 할 기회는 없을 테니까 쓸데없는 가정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됐으니 지난 일을 후회해봤자 소용없는 짓이다. 궁금점은 풀렸으니 이제 최대한 빠르게 끝을 내볼까. 다시 시 물건에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쿠퍼액에는 여전히 성자의 성수를 발동시킨 채로 허리를 움직였다. 쿠퍼액이 발리고 물건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실비아는 재밌을 정도로 바들바들 떨었다. 하지만 반응이 이렇게 격렬해도, 도저히 절정에 달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역시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그저 쾌감에 대한 내성이 극도로 낮아서 그런 것뿐이라는 얘기다. 절정을 느끼게 하려면 더 큰 쾌감이 필요하다는 거지. 오히려 실비아가 절정에 달하는 것보다, 내가 먼저 싸는 게 빠를 것 같았다. 사실 지금도 꽤나 위험했다. 스킬들을 시험해보는 동안 꽤나 시간도 지났고 말이다. 이 레벨 차이를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던 게 용한 거지. 그럼 슬슬 쌀까. 어차피 이제 더 궁금한 것도 없고, 내가 싸기만 하면 실비아의 발정 상태도 풀릴 거다. 실비아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아 고정시키고, 허리를 앞뒤로 강하게 움직이며 사정감을 고조시켜갔다. 실비아도 슬슬 끝이 다가온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는지, 몸을 더더욱 딱딱하게 굳히며 쾌감에 대비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침대에 누운 실비아의 몸 위에 쓰러지듯이 내 몸을 덮고 꽉 끌어안아 물건을 음부 끝까지 박은 후, 사정했다. “하응! 흐읏! 흐응! 하아아아아아앙!” 그리고 내가 사정함과 동시에, 실비아는 이제껏 없을 정도로 몸을 세차게 퍼덕거리며 절정에 달했다. 얼마나 강하게 퍼덕이는지, 위에 덮인 내 몸도 덩달아 들썩들썩 들릴 정도였다. 사실 나도 멀쩡하지는 못했다. 애초에 싸는 게 목적이니 절정 속박을 쓰진 않았지만, 스킬을 시험해보는 동안 도중에 싸버릴 수도 없어서 꽤나 힘줘서 참고 있었다. 레벨이 높은 애를 상대로 그런 짓을 했으니, 사정하는 순간 몰려오는 쾌감이 장난 아니었다. 하지만 이 쾌감과 비슷한 수준의 쾌감을 실비아도 맛봤을 테니, 이제 발정 상태는 풀렸겠지. 쾌감의 여운이 다 끝나고 몸을 일으키자, 아니나 다를까 실비아는 기절한 상태였다. 어쩐지 내가 몸 위를 덮고 있어도 반응하나 없이 움찔거리기만 하고 조용하더라. “후우. 후우. 겨, 겨우 끝났다.” 이제 곧장 디아나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겠지만, 아무래도 정기를 전부 쏟아낸 직후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간신히 실비아에게서 떨어진 후에, 그 옆에 벌러덩 눕는 게 고작이었다. “끝났어?” 그러고 보니 얘도 있었지. 도중부터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꿋꿋이 방에서 안 나가고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답하기도 귀찮아서 고개를 끄덕이자, 펠리시아가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실비아가 왜 저렇게 됐던 건지 설명해주겠어?” 과연 아무리 성욕에 찌든 것처럼 보여도 일단은 공주에 영주다. 사태 파악은 제대로 할 셈인 모양이었다. 구원은 힘들었지만 일단 심호흡을 해서 숨을 고르고, 펠리시아에게 왜 실비아가 이렇게 됐는지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그러니까…. 자기 스킬에 당하면, 자기가 풀어줄 때까지 계속해서 그 영향이 유지된다고?” “뭐, 요약하자면 그런 거지.” “과연. 그래서 실비아는 자기가 준 쾌감이 계속 몸을 떠도는 상태라 그렇게 됐던 거라고. 확실히 자기가 준 쾌감이 계속 몸 안을 떠돈다고 생각하면, 그 모습도 납득이 되네. 심지어 해소도 안 된다니. 내가 똑같이 당했으면 미쳐버렸을지도 몰라.” “그래. 내가 그렇게 위험한 놈이다. 그러니까 더 이상 나한테는….” “하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펠리시아가 득달같이 달려들어 내 물건을 자기 입안에 넣었다. “야, 야 너 뭐하는 거야?! 지금 내가 하는 말 못 들었어?!” “이허헌 자히호 아앙 한 언 어 해야에이?” “말할 거면 입에 넣은 건 빼고 말해라.” 명색이 공주란 애가 예절은 밥 말아먹었나. “하음. 쭈우우웁. 하아. 전에도 느꼈지만, 자기 건 닿으면 더 민감해지는 것 같아. 이것도 스킬이지? 그럼 자기 이제 나랑 한 번 더 해야겠네?” 공주는 입술을 오므리고,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내 물건을 강하게 쪼옥 빨아들여 안에 조금 남아있던 정액을 자신의 입 안으로 모았다. 그리고는 입을 아앙 벌려 자기 입안에 담긴 내 정액을 보여주더니,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 그대로 꿀꺽 삼켜버렸다. 성자의 성수가 걸려있던 내 정액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04====================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펠리시아가 정액을 삼키는 모습을 보면서, 구원은 생각했다. 역시 얘가 머리가 좋긴 좋은 모양이구나. 머리 좋은 애들의 특징 중 하나는, 머리를 쓰지 않아도 될 때까지 머리를 쓰려고 한다는 점이다. 지금만 봐도 그렇다. 차라리 그냥 물건을 문 상태로 계속해서 쪽쪽 빨아댔으면 내가 눈이 돌아갔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니. 물론 그래도 난 강철 같은 정신력으로 버텨낼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하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자기 몸을 담보로 협박을 하는 것보다는 나랑 할 확률이 높았을 거란 얘기다. 그런데 저런 씨알도 안 먹힐 협박을 하다니. 펠리시아가 막 정액을 삼킬 때는 잠깐 당황했지만, 잘 생각해보면 내가 펠리시아와 해야 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우선 성자의 성수의 효능. 이 스킬은 쾌감을 주는 스킬이 아니다. 그냥 민감하게 만들어주는 스킬이다. 즉, 내가 굳이 풀어주지 않아도 그냥 민감해져만 있을 거라는 얘기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그것만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이 올 정도로 불편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얜 다르잖아? 보아하니 틈만 나면 섹스를 하는 모양인데, 오히려 민감해져 있으면 평소보다 잘 느끼게 되고 더 좋은 거 아니야? 그리고 성자의 성수의 위력. 펠리시아와 실비아와 섹스를 하면서 내 레벨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펠리시아와는 상당히 레벨 차이가 났다. 즉, 스킬의 위력도 상당히 반감되는 상태라는 얘기다. 얘도 방금 말하지 않았던가. ‘자기 건 닿으면 더 민감해지는 것 같아.’라고. 바꿔 말하면, 스킬에 영향을 받아도 저렇게 애매모호한 표현을 할 정도로 스킬의 영향이 미약하다는 얘기다. 시험 삼아서 섹스 애널라이즈를 사용해서 살펴본 결과, 역시나 입에 비해서 가슴이나 음부 같은 곳의 성감대부분이 압도적으로 밝게 빛나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입에서 나는 밝기가 더 강해졌는지 어떤지 구분도 안 됐다. 실비아는 아예 빛나는 곳이 없었으니까 미약하게 빛이 생겨도 바로 티가 났지만, 얘는 애초에 틈만 나면 덮치려고 할 정도로 섹스를 좋아하는 애잖아. 실비아는 쾌감이란 걸 아예 모르던 몸이라 미약하게 민감해지게만 만들어도 격렬하게 반응을 보였지만, 얘는 지금 저렇게 협박하면서도 실은 본인도 스킬에 영향을 받았는지 긴가민가할 거다. 아마 네가 지금 마신 정액에는 스킬이 안 담겨 있다고 말해도 믿을 정도로 말이다. 마지막으로, 난 지금 정기가 다 빠져서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귀찮은 상태였다. 오죽하면 바로 디아나한테 안가고 여기 이렇게 누워 있겠어. 그런데 이런 상태로 섹스를 한 번 더 하자고? 누구 죽일 일 있나. “아니. 뭘 한 번 더 해야 돼. 나 지금 마나 다 떨어져서 너랑 하면 복상사로 죽는데.” “으, 응? 자, 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그럼 나보다 레벨도 훨씬 높은 너희랑 아무 조건 없이 무한정으로 섹스가 가능한 줄 알았어? 그럼 진즉에 너보다 레벨이 높았겠지. 그것도 전부 스킬이야. 마나 다 쓰면 나도 그냥 복상사 해.” 사실 복상사한다는 것도 틀린 말인 게, 같은 레벨의 다른 모험가들과는 다르게 난 공주랑 한다고 복상사할 수준은 아니다. 공주는 아직도 내가 자기랑 하면 복상사할 수준의 레벨이라고 생각할 거다. 그런데 성자의 버프가 마나로 유지되는 거고, 마나가 다 떨어졌다고 거짓말을 해버리면? 방금 전 실비아처럼 눈이라도 돌아가지 않는 이상, 도저히 손을 댈 수는 없겠지. 지고의 대마법사라고 칭송받는 디아나가 날 자기 남자라고 선언을 한 직후다. 몰래 하는 거라면 모를까, 하면 복상사한다고 나와 버리면 펠리시아 입장에서도 답이 없을 거다. “뭐, 뭐? 그럼 난 어떻게 하라고?” “뭘 어떻게 해. 그냥 그대로 살아.” 그냥 방금 마신 정자에 스킬의 영향이 없다고 말하면, 그걸로 그냥 깔끔하게 해결될 지도 몰랐다. 하지만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고, 이런 식으로 넌 스킬의 영향을 받았지만 그대로 살라는 식으로 말했다. 어디까지나 자기가 성자의 성수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굳게 믿도록 말이다. 아니, 물론 영향은 받고 있지만, 체감은 크지 않을 거다. 하지만 플라시보 효과라는 게 있지 않은가? 체감이 크지 않아도 스킬 영향 받고 있다고 확언을 해버리면, 왠지 더 민감해진 것처럼 느낄 수도 있겠지. 그걸 노린 거다. 어디 고생 좀 해보라고 말이다. 한 번도 아니고 번번이 날 노리려고 든 대가라고 생각해라. “아, 아이참. 장난하지 마, 자기. 자기도 실비아가 어떻게 됐는지 봤잖아?” “장난 아니거든. 실비아는 쾌감을 주는 스킬에 영향을 받아서 그런 거야. 몸에 계속 쾌감이 남아있는 상태인데 절정에 달해도 해소가 안 되니 미치는 거지. 그런데 네가 영향을 받은 스킬은 그냥 단순히 민감하게 만들어주는 스킬이거든. 네가 실비아처럼 될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걱정 마. 오히려 섹스할 때 민감해져서 더 좋은 거 아냐? 뭐, 입이 민감해져봤자 얼마나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걱정 안 될 리가 없잖아?! 자기 때문에 지금도 이렇게 민감해져 있단 말이야.” 펠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요염하게 자기 스커트를 걷어 살짝 속옷이 드러나게 만들었다. 아마 나랑 실비하가 하는 걸 보면서 흥분이라도 한 거겠지. 이미 팬티가 흠뻑 젖어서 애액이 허벅지를 타고 흐르고 있었다. “입이 조금 민감해졌다고 갑자기 그렇게 젖을 리가 있냐. 그건 그냥 네가 변태라서 그런 거지.” “아냐! 입 안이 너무 민감해서 말할 때마다…하응. 젖는단 말이야. 못 믿겠으면 시험해 봐도 좋아.” 내가 정말로 안 하려고 한다는 걸 깨닫고 안달이 났는지, 펠리시아는 요염하게 신음소리를 흘리면서 내 얼굴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대고 입을 아앙하고 크게 벌렸다. 분명히 일부러 신음 소리는 낸 걸 텐데, 연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섹시하고 자극적이었다. 크게 벌린 입에서는 붉은 혀가 날름날름 거리며 도발적으로 이쪽을 유혹하는 것 같았다. 진짜 색기 하나는 내가 본 그 어떤 여자들보다도 단연 최고다. 사라, 디아나, 레이아 때문에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내가 흔들릴 정도라니. 마치 주변 풍경이 일그러지면서, 펠리시아 하나에게만 모든 신경이 집중되는 것 같은 강렬한 유혹.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가락을 세워 검지와 중지를 그 요염하게 벌려진 입 안에 넣어버리고 말았다. 내 손가락이 입 안에 들어가자, 펠리시아는 기다렸다는 듯이 혓바닥을 손가락에 돌돌 말듯이 얽혀오며 야릇하게 빨아댔다. 그러면서 자신의 입이 민감해졌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애타는 신음 소리를 내며 구원을 유혹했다. 그러면서 천천히 옷을 벗어 나가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요염한지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음. 흐읍. 쭈읍. 하아. 그래. 자기. 하응. 분명 여신님이 자길 이 세계에 보낸 것도….” “으아아악!” 하지만 펠리시아가 여신을 언급하는 바람에, 구원은 다시 그 매혹이라도 걸린 것 같은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자, 자기?” 위험했다. 진짜로 위험했다. 얘가 여신님을 언급하는 바람에 레이아가 연상되는 바람에 겨우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래. 안 그래도 레이아와의 약속을 깨고 나온 거잖아. 디아나하고 있는 것도 레이아한테 미안한 일인데, 거기에 더해서 한 번 더 배신을 하라고? 그럴 수는 없지. 펠리시아가 여신님을 언급해줘서 정말 다행이다. 그대로 쪽쪽 빨아대면서 유혹만 했으면 정말로 어떻게 될지 몰랐다. 아마 날 더 완벽히 설득하기 위해서 ‘여신님이 날 여기 보낸 건 이런 짓을 하라고 보낸 거다.’라는 얘기를 하려고 했던 거겠지. 하지만 그게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역시 얜 쓸데없이 너무 머리를 쓰려고 해서 문제라니까. “도저히 안 되겠다! 난 간다!” “자, 자기?! 기다려!” 그 사이에 움직일 힘 정도는 생긴 덕분에, 구원은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여기 계속 있다가는 정말로 그대로 먹히고 말 거야. 방 밖에 뛰쳐나간 구원은 그대로 문 앞에 서있던 메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요! 디아…지고의 대마법사님은 어디 있어요?” “네? 꺄악!” 메이드는 이쪽을 보더니,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두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다만 손가락 사이사이는 활짝 벌려져 있어서, 그 틈으로 드러난 눈동자는 어느 한 곳을 뚫어져라 주시하고 있었다. 심지어 조그맣게 ‘우와….’ 라고 감탄사까지 내뱉기 시작했다. 앗, 그러고 보니 옷을 벗은 채로 그냥 나왔네. 하지만 다시 방 안에 들어가서 옷을 입고 나올 수는 없었다. 저기엔 발정 난 서큐버스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앉아있으니까. 오히려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언제 또 저 음마가 튀어나올지 모른다. “빨리 안내해주세요! 지고의 대마법사님은 어디 있어요?!” “앗, 네, 넷. 아, 안내하겠습니다.” 내가 알몸으로 다급하게 외치자, 메이드는 당황하면서도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런 메이드의 뒤를 따라가면서, 구원은 방금 전 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 역시 이상하다. 물론 펠리시아가 엄청나게 예쁘고, 색기 넘치는 건 맞다. 하지만 나도 우리 애들에게 그동안 엄청나게 단련이 된 몸이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유혹에 넘어가버린다고? 물론 내가 좀 욕구에 충실하고 섹스에 눈이 돌아가는 놈은 맞지만, 그래도 방금 전은 너무 이상했다. 정말 매혹이라도 걸린 것처럼 그냥 몸이 움직였다고 해야 되나. 이런 경험은 지금까지 딱 한 번 밖에 해본 적이 없다. 바로 전생 전 디아나의 모습을 처음 봤을 때다. 물론 디아나는 공주와 다르게 너무 성스러워 보여서 오히려 만질 생각이 안 들고 몸이 굳어졌지만, 아무튼 매혹상태에 걸린 것처럼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된다는 건 같았다. 그러고 보니 디아나가 그때 그런 얘기를 했었다. 너무 높은 매력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혹과 같은 효과를 가진다고. 어쩌면 펠리시아도 그런 것일 지도 모르겠다. 수도 없이 남자와 섹스를 하면서 색기를 쌓게 되었고, 그로 인해 섹스하자고 유혹할 때에 한정하여 상대를 매혹할 수 있게 된 거다. 그렇게 생각하자, 내가 펠리시아한테 유혹 당할 때마다 유독 정신을 못 차리는 것도 납득이 됐다. 저거 진짜로 서큐버스 같은 거 아니야? 이런 세계관이다 보니, 더더욱 그런 의심이 커져갔다. 서큐버스가 아니더라도, 조상을 타고 올라가면 그 비슷한 종족이 있었던 게 분명해. 서큐버스의 피가 흐르는 게 아닌 이상 어떻게 저럴 수 있어. 구원은 펠리시아가 서큐버스라고 혼자서 납득을 했다. “여, 여기입니다.” 그렇게 생각에 빠져있던 사이에 어느 샌가 디아나가 머무르는 방에 도착한 모양이다. 메이드는 방문을 가리키면서, 시선은 여전히 내 물건 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래. 좀처럼 볼 수 없는 훌륭한 물건이기는 하지. 맘껏 봐라. 언제 또 이런 걸 보겠냐. 어차피 알몸으로 여기까지 걸어온 거다. 아예 정색하고 쿨해지기로 했다. 디아나가 머무르는 방은 내가 있던 방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뭐, 당연한 얘기인가. 아무튼 디아나와 같이만 있게 되면, 제아무리 공주라는 위치에 있는 펠리시아라도 함부로 나한테 손을 댈 순 없게 될 거다. 구원은 메이드가 노크를 하기도 전에, 얼른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디아나!” “푸우웁! 뭐, 뭔가! 자네 왜 알몸인가?!” 방안에서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던 디아나는, 내가 들어가자마자 입 안에 있던 차를 성대하게 뿜었다. “그, 그야…디아나를 보고 싶어서 얼른 왔지!” “그럼 거기서 여기까지 다 벗고 왔단 말 아닌가?! 자네 바본가!” “뭐야. 난 디아나를 빨리 보고 싶어서 얼른 왔는데, 디아나는 아닌가봐?” “아무리 그래도 정도라는 게 있지 않나! 정도라는 게!” 디아나에게 다가가 껴안으려고 하자, 디아나는 기겁을 하면서 몸을 피했다. “야. 그렇게 피하면 나 상처받잖아. 오히려 난 지금 칭찬받아도 될 상황인 것 같은데.” “다른 여자를 안고 온 주제에 무슨 칭찬을 바라는 겐가! 심지어 실비아양이 그렇게 된 건 완전히 자네 잘못 아닌가!” 아니, 그거야 그렇지만. 실비아 안은 거 말고, 펠리시아의 유혹을 이겨내고 온 거 말이야. 그런 말이 목구멍을 거쳐서 입안까지 맴돌았지만, 결국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찔리는 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디아나한테 얘기하면 왠지 남자답지 못하게 고자질하는 것 같잖아. 그리고 디아나가 알게 되면 분명 소동이 엄청나게 더 커질 거다. 요즘 너무 사건이 연달아 터지다 보니 더 이상 일이 더 커지는 건 웬만하면 사양하고 싶었다. 펠리시아야. 내가 너 한 번 살려준 거다. 나한테 고마워해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공주랑 할 거라고 생각하신 분들이 많네요. 제 딴에는 이번에 공주랑 안 할 거라는 떡밥을 꽤나 던졌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에요. 신하의 고통은 영주도 느껴봐야죠. 이번엔 공주가 방치됩니다. 205==================== 영주성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아무튼 몸을 씻고 옷까지 말끔하게 꺼내 입은 후에, 디아나와 성을 나갈 준비를 했다. 역시 디아나의 위엄은 대단해서, 그렇게 집요하게 유혹했던 펠리시아가 여기로는 올 생각을 못하는지 조용했다. “그럼 여관으로 돌아갈까?” “음.” 사실 밤이 너무 늦었다보니, 그냥 여기서 자고 가는 게 여러모로 더 나은 선택일 거다. 하지만 구원은 펠리시아라는 음마와 같은 장소에 있으면 또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서 불안했고, 디아나 역시 서로의 마음이 통하고 처음 보내는 밤은 처음 관계를 맺었던 그 여관에서 보내고 싶은 모양이었다. 구원과 디아나는 준비를 마치고 방문을 나섰다. 방문을 나가자마자,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메이드 하나가 성 밖으로 가는 길을 안내했다. 다만 그 발걸음은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정도로 확연히 느렸고, 스쳐지나가던 다른 메이드와 눈빛을 주고받기까지 했다. 누가 봐도 명백하게 뭔가를 꾸미고 있다. “디아나님. 구원. 돌아가시는 건가요?” 역시나.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펠리시아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까완 옷을 제대로 다 차려입고 완전히 공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아니, 뭐 진짜 공주 맞긴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제대로 차려입고 있어도, 펠리시아를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몸이 움찔움찔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까의 유혹할 때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말이다. 게다가 저렇게 차려입고 있어도 퇴폐미 가득한 얼굴 자체가 변하는 건 아니고. 가만히 있어도 그냥 사람을 유혹하는 페로몬을 뿜어내는 것 같았다. 얜 그냥 존재 자체가 색기 덩어리야. 하지만 펠리시아는 움찔움찔 떠는 구원의 모습에 눈길도 주지 않고 가만히 디아나의 대답만을 기다렸다. 저 멀쩡한 표정을 보니, 역시나 성자의 성수의 영향은 크지 않은 모양이었다. “음. 실비아양의 상태는 안정됐을 테니, 이 몸들은 이만 가보겠네.”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직 구원을 그냥 보낼 수는 없어요. 성에서 아침까지 기다려…흐응. 흐음. 흠. 죄송해요. 성에서 아침까지 기다려주실 수는 없을까요?” 어, 어라? 조금 영향이 있긴 있는 건가? 방금 그 콧소리. 살짝 상기된 표정. 곧바로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분명히 느꼈을 때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입은 인간의 몸에서 주름이 가장 많은 곳이라고 할 만큼 자주 움직이는 곳이다 보니, 약간 민감해진 정도로도 생활에 영향이 아주 없을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실비아처럼 그렇게 정신 줄을 놓아버릴 수준까지 갈리는 없으니, 또 섹스해서 풀어줄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자업자득이지 뭐. “음?” 디아나는 살짝 기분 나쁜 듯이 눈썹을 움찔거렸지만, 이어져서 나오는 펠리시아의 변명은 지극히 타당한 이유였다. “디아나님을 못 믿는 건 절대 아닙니다만, 아직 실비아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어요. 실비아가 깨어나서 완전히 괜찮아진 걸 확인하게 될 때까지, 구원을 여기서 내보낼 수는 없어요. 아침이 되면 실비아도 정신을 차릴 테니, 오늘은 성에서 묵고 가시는 게 어떠신가요?” “으음….” 저렇게 나오니, 아무리 디아나라도 마냥 떼를 부리며 나갈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로서는 펠리시아가 그냥 실비아 문제만을 이유로 저렇게 제지하는 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거 또 무슨 꿍꿍이를 벌이려고 그러는 거지. 빤히 펠리시아를 쳐다봤지만, 펠리시아는 내 시선을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 넘겼다. “알겠네. 어쩔 수 없군.”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디아나님.” 펠리시아는 그렇게 눈웃음 짓고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공주가 저렇게까지 대우하다니. 역시 디아나야. “그럼 편안한 밤 되세요. 실비아가 깨어나면 사람을 보낼게요.” “음. 알겠네.” 펠리시아는 우아하게 인사를 하고, 그대로 몸을 돌려 사라졌다. 끝까지 나한테는 시선 한 번 주지 않은 채로. 저러니까 더 수상해. 대체 무슨 꿍꿍이지? 뭐, 디아나랑 딱 달라붙어 있을 거니 걱정할만한 일은 벌어지지 않겠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쟤가 이렇게 붙잡아두고 있는 이유가 실비아 하나 때문일 리가 없는데.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옆에 있던 디아나를 끌어당겨 꽉 껴안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디아나랑 떨어지지 말아야지. “가, 갑자기 왜 그러나.” “아니, 그냥. 붙어있고 싶어서.” “후훗. 어리광 부리는 겐가? 어디 이 몸이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길 바라나?” 디아나는 내가 어리광을 부린다고 생각했는지, 까치발을 들고 기쁜 얼굴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왔다. 넌 그냥 네가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냐. 뭐, 상관없지만. 아무튼 디아나와 딱 달라붙어서, 아까 디아나가 대기하고 있던 그 방으로 다시 돌아갔다. “미안해. 저택까지 뛰쳐나와서 같이 보내려고 했는데, 이렇게 돼 버려서. 여관도 모처럼 처음 만난 날이랑 같은 곳을 잡았는데.” “음…. 뭐 어쩔 수 없지 않나. 너무 신경 쓰지 말게.” 디아나도 아쉬운 모습이었지만, 날 생각해서 일부러 더 티를 내지 않으려는 건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했다. “디아나!” 그 모습이 너무 기특해서, 디아나를 다시 꽉 끌어안고 그대로 디아나의 뺨에 내 뺨을 부비부비 문댔다. “으윽. 자네가 애인가!”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날 밀쳐내려는 동작은 취하지 않았다. 역시 나이가 있으니 이해심도 많다니까. 이걸 말하면 때려죽이려고 들 테니 절대 입 밖으로 내진 않겠지만. 하지만 그렇군. 이렇게 기특한 디아나한테, 뭔가 기념에 남을만한 걸 해주고 싶어졌다. 섹스는 매일 하는 거다 보니, 아무리 잘 해줘도 특별한 날을 위한 추억으로는 남을 것 같지 않았다. 그럼 선물인데, 반지는 이미 줬고, 이제 디아나에게 줄만한 거라곤 아까 샀던 성인용품밖에 없었다. 이걸 줘서 가지고 놀면 그건 날 위한 거지, 디아나를 위한 게 아니다. 뭔가, 뭔가 디아나를 위해서 해줄 수 있을만한 일이 없을까? 디아나를 꼭 끌어안은 채로, 간만에 스태이터스 창과 스킬 창을 모조리 펼치고 생각에 잠겼다. 우와 실비아랑 해서 레벨이 더 올랐네. 이제 100 레벨도 머지않았구나. 100레벨이 만렙은 아니지만, 그래도 레벨이 세 자리수가 된다는 건 특별하게 다가오는 법이었다.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디아나를 위해 해줄 수 있을 만한 것. 디아나를 위해…앗. 그렇게 고민하던 찰나, 시야에 한 가지 스킬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이게 있었지. 예전에 디아나하고 대화를 하면서 이 스킬에 관한 얘기가 나왔던 걸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하지만 이 스킬을 배우려면 레벨이 100이 돼야 한다. 내 레벨은 지금 96. 100레벨이 되려면 아직 조금 더 남았다. 실비아나 펠리시아를 찾아가서 한 번만 더 하면 100레벨이 될 것 같기는 한데.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내가 100레벨을 찍으려는 건, 어디까지나 그 스킬로 디아나를 기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그런 거다. 그런데 디아나를 기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바람을 피우다니. 완전히 본말전도가 되어버리잖아. 게다가 사실 이 스킬이 제대로 발동할 거라는 확신도 없었다. 만약 눈 딱 감고 걔들이랑 섹스해서 레벨 100을 찍었다고 치자. 그런데 스킬이 발동이 안 되면? 그냥 바람만 피운 게 돼버린다. 그러면 진짜 변명거리도 없어진다. 오늘은 지나가버리게 되겠지만, 그래도 우리 애들이랑 하면서 꾸준히 레벨을 올려서 100을 찍자. 그렇다면 당장 지금부터 해야겠지. “디아나.” 디아나의 기다란 귓가에 부드럽게 속삭이면서, 구원은 천천히 디아나의 옷을 벗겨나갔다. “모처럼 분위기를 잡는가 싶더니 또…. 자네는 그렇게 하고도 또 섹스 생각이 나는 겐가?” “디아나가 상대니까 그런 거지.” 디아나는 살짝 질린 것 같은 말투로 말했지만, 난 당당하게 말했다. 게다가 이번엔 성욕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라고. 너한테 깜짝 선물을 해주고 싶어서 이러는 거지. 물론 이유야 어찌됐든 디아나랑 하면 나도 좋긴 하겠지만 말이다. “아무리 씻었다곤 해도 아까까지 다른 여자를 안던 몸으로 이 몸을….” “그러니까 더 디아나랑 해야지. 네 몸으로 덧씌워줘야 하지 않겠어? 아니면 내가 실비아와의 기억을 가진 채로 잠들길 바라는 거야?” “하여간 자네는 이럴 때만 혀가 잘 굴러가는군. 말이나 못하면…으읍.” 디아나의 입에 입술을 틀어막고 그대로 혀를 넣어 톡톡 두드리듯 부드럽게 입 안을 어루만져주자, 디아나는 쫑알거리던 입을 멈추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잠깐 동안 입을 맞추다가, 천천히 입술을 떼고 디아나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때? 키스할 때도 잘 굴러가지?” “…이렇게 잠깐 해봐서는 잘 모르겠군.” 하여간 요 앙증맞은 것 같으니라고. 영주성 안이라는 것도 잊고, 구원과 디아나는 밤새 서로의 몸을 탐했다. 다만 레벨 차이가 더 벌어져있다 보니, 밤새 디아나의 레벨만 왕창 오르고 정작 내 레벨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조급하지 말고 천천히 하도록 할까. 다음 날 아침. 그렇게 격정의 밤을 보내고도 여전히 일찍 일어난 난, 디아나의 뺨에 붙은 머리카락을 넘겨주면서 그 얼굴을 쳐다봤다. 어젯밤도 무척 만족스러운 밤이었지만, 역시나 레벨 차이가 너무 나다보니 디아나가 조금 버거운 기색이었다. 스킬을 전혀 쓰지 않았는데도 거의 복상사를 할 지경이었다. 이거 역시 스킬이 필요하겠는데. 이런 경우를 대비하는 스킬 역시 존재하긴 했다. 게임을 하다보면, 파티의 레벨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안정이 됐을 때 갑자기 저레벨 동료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하렘 판타지 게임이다 보니 말이다. 여자 동료가 무수히 많이 생기는 구조상 그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이럴 경우, 레벨을 올리는 게 문제다. 내가 이 세계에 들어온 계기가 된 게임처럼 섹스가 직접적인 레벨 업 수단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레이트 어스 게임은 성장을 위해서 어떤 방식으로든 섹스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나마 게임에서 복상사하는 시스템은 없었으니 복상사를 걱정할 필요는 없었지만, 레벨 차이가 너무 나면 아무래도 섹스가 재미 없어져버린다. 박고 몇 번 흔들지도 않았는데 여자가 축 늘어지며 기절해버리니 말이다. 섹스를 즐기라고 만든 게임인데 그래서야 되겠는가? 그걸 잘 알고 있는 그레이트 어스사는 이런 경우를 대비한 스킬도 물론 준비해 두고 있었다. 바로 약자 태세라고 하는 스킬이다. 자신의 레벨을 임의로 낮게 만들어서, 저 레벨과의 섹스도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스킬이다. 다만 이 스킬엔 두 가지 단점이 있는데, 하나는 상대방의 레벨 업이 그만큼 느려진다. 만약 내가 약자 태세를 써서 레벨을 50인 것처럼 꾸미고 섹스를 하면, 날 상대하는 여성은 정말로 50레벨과 섹스한 것만큼의 경험치 밖에 얻지 못하게 된다. 즉, 즐거운 섹스를 위해 성장은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다. 이건 뭐 별로 큰 문제는 아니다. 어차피 사라, 디아나, 레이아 모두 성장이 조금 더뎌지는 걸 감수하더라도 복상사할 정도로 정신없는 섹스보단 나랑 같이 즐기고 싶어 할 거다. 다만 또 한 가지 단점이 있는데, 그건 바로 습득 가능 레벨이 너무 높다는 거다. 고레벨 유저를 위한 스킬이니만큼, 이 스킬은 대대로 습득 레벨이 높았다. 그리고 지금 스킬 창을 확인해본 결과, 성자가 약자 태세를 배울 수 있는 레벨은 무려 100이었다. 한마디로 지금 못 배운단 얘기잖아! 그렇다고 100레벨을 찍을 때면 사라나, 디아나, 레이아도 골고루 레벨이 올라가서 약자 태세를 쓸 일이 없어지게 돼버린다. 뭐 이런 게 다 있어? 짜증나서 스킬 창을 꺼버리고, 다시 디아나를 쳐다봤다. 그냥 우리 애들이 버틸 수 있을 만큼 레벨을 올리는 게 더 빠르겠다. 위에서 곤히 자고 있는 디아나가 깨지 않도록, 살금살금 허리를 움직여갔다. 얘들 레벨을 올리려면 아무튼 내가 많이 싸야 되니 말이다. “으응. 흐응. 흐읏. 아, 아침부터 하는 겐가….” 내 딴에는 최대한 살짝살짝 움직인다고 한 거였는데, 아무래도 디아나 입장에선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앗. 미안 깼어?” “으응! 으, 으음. 자네가 움직이는데 어떻게 안 일어날 수가 있나.” “미안. 안 깨우려고 했는데.” “흠. 괜찮네. 그보다 일어나자마자 또 하고 싶어진 겐가?” 잠이 덜 깨서 살짝 멍해 보이는 디아나는, 마치 놀리기라도 하듯이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사실 디아나의 레벨 업 때문에 그런 거지만, 이럴 땐 저 장난에 넘어가 주는 게 정답이겠지. “자고 있는 네가 좀 예뻐야 말이지.” “흐, 흐음. 자, 자네도 어쩔 수가 없구먼.” 내가 바로 인정할지는 몰랐는지, 디아나는 시선을 피하면서 살짝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곧 다시 내 얼굴을 마주보고, 스스로 허리를 살짝살짝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몸이….” 똑똑. 디아나가 뭔가를 더 말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자, 잠….” 디아나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견이라도 하는 듯이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뭔가를 외치려고 했지만, 그보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게 더 빨랐다. “실례합니다.” “햐아아아앙!” 지금 우리가 누워있는 침대는 일명 공주님 침대라고 불리는, 커튼을 두를 수 있는 호화찬란한 침대였다. 덕분에 누가 들어온 건지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를 들어보니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누, 누구야?!” “아, 일어나 계셨습니까. 아침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거, 거기 테이블에 나둬.” 아무래도 아침을 가져온 메이드가 노크를 했는데도 대답이 없으니 자는 줄 알고 들어온 모양이다. 방에 들어오는 순간 디아나의 신음소리를 들었을 테고, 우리가 뭘 하는지 예상이 될 텐데도 메이드의 목소리는 전혀 흐트러짐이 없었다. 이 성에선 이게 일반적인 건가? 다들 그 서큐버스 같은 공주 때문에 익숙해져 버린 거야? 그나마 커튼 덕분에 메이드 쪽에서 우리 모습이 명확히 보이진 않겠지만, 노출증이라는 특수 성벽을 가진 우리 디아나에게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단지 행위 중에 누군가 들어왔다는 사실만이 중요할 뿐. 메이드가 테이블 위에 식기를 놓는 소리를 들으면서, 디아나는 바로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위험해보일 정도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의외의 반전. 사실 씬만 쓰는 것 같아도 의외로 스토리 진도는 빼고 있었습니다. 다음 스토리를 위해 100 레벨을 목표로 하고 있었죠. 206==================== 불감증 치료 “야. 노출증.” “노, 노출증 아닐세!” 내 가슴에 고개를 처박고 필사적으로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면서, 디아나는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어제 오늘 사이에 이렇게 몇 번이나 노출증 의혹을 보여준 거다. 자기가 생각해도 그냥 아니라고 우기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느꼈는지, 디아나의 목소리엔 살짝 자신감이 없었다. 일단 메이드가 테이블에 식사를 차릴 때까지는 내가 디아나를 꽉 껴안고 붙잡아서 어떻게든 디아나가 정신줄을 놓고 움직이려는 것은 막았다. 하지만 그렇게 움직이지 못하게 막아도, 식기를 놓는 소리와 옷이 스치는 소리로 메이드의 기척이 느껴질 때마다 디아나는 몸을 크게 움찔움찔 떨며 음부를 꾹꾹 조여 왔다.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아, 고마워. 나중에…큭, 먹을 테니까 그만 나가도 돼.” “네. 그럼 방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혹시 다른 필요한 일이 있으시다면 불러주십시오.” 그리고 세팅을 마친 메이드와 내가 대화하는 사이에, 디아나는 결국 절정에 달했다. 전혀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저 남 앞에서 이러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흥분해서 절정까지 달한 거다. 망가진 기계처럼 허리를 앞뒤로 덜컥덜컥 움직이면서 절정에 달한 디아나는, 나도 차마 움직임을 완벽히 억누를 수 없을 정도였다. 너무 세게 잡고 있으면 디아나가 다칠 위험도 있으니까 말이다. 덕분에 메이드에게도 허리가 움직이면서 발생한 찔걱찔걱 거리는 음란한 액체소리가 확실히 들렸을 거다. 하지만 메이드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익숙한 일이라는 듯이, 아무 말도 없이 방을 나갔다. “야. 괜찮냐?” “하악. 하악. 하악. 하악.” 메이드가 나가는 소리를 확인하고, 바로 디아나의 어깨를 붙잡고 상체를 세워서 얼굴을 확인해봤다. 디아나는 입가에 침까지 흘리면서 칠칠맞지 못한 표정으로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 “그렇게 좋았어? 너 방금 움직인 것 때문에 애액 소리가 메이드한테도 들렸….” “흐이이이잇!” 그리고 내 말을 듣자마자 디아나는 다시 허리를 덜컥 덜컥 떨면서 음부에서 분수를 뿜더니, 그대로 퓨즈가 끊어진 것처럼 축하고 늘어졌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디아나가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직후, 아까의 대화로 이어진다. “아니라고 우기는 건 너무 뻔뻔한 거 아니냐?” “어, 어쨌든 아닐세!” “이대로 문 열고 나가면 밖에 메이드가….” “우, 우우….” “미안. 장난이었어. 장난. 밥이나 먹자.” 울려고 하는 건 치사하지 않냐? 아무래도 얘가 인정하게 만드는 건 지금으로선 포기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시간은 말 그대로 영원히 남아있다. 부대끼고 살다보면 언젠간 자기도 인정할 날이 오겠지. 그리고 얘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플레이를 못 즐기는 것도 아니고. 식사를 한 후에 씻고 나와서야, 디아나는 겨우 부끄러움이 좀 가신 모양이었다. 우아하게 차를 마시면서, 디아나는 벽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이 세계에서 시계는 꽤나 비싸다고 들었지만, 역시 영주성. 이런 방에도 시계가 있었다. “흠. 늦는구먼.” “실비아가 아직 안 깨어난 모양이지.” “흠. 음? 그러고 보니 실비아양은 불감증 아니었나? 자네 스킬은 제대로 통하던가?” “응. 평생 쾌감이란 걸 모르고 살아서 그런지, 반응이 장난 아니던데? 나보다 레벨도 훨씬 높은 애가 마지막엔 결국 기절해버렸고. 그래서 아직 안 깨어났을 수도 있어.” “흠. 그런가. 으음…. 자세히 얘기해보게.” 디아나는 내가 다른 여자와 잔 얘기를 듣는 건 싫지만, 그래도 마법사로서 호기심은 생기는 듯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잠깐 끙끙대면서 고민하는 것 같더니, 결국 호기심이 이겼는지 질문을 던졌다. “자세히 얘기하라고 해도…. 일단 섹스 애널라이즈로 확인을 해봤는데, 성감대가 전혀 안보이더라. 그래서 어딜 만져도 반응이 없었어. 그런데 쾌감을 주는 스킬을 사용하니까 제대로 느끼더라고. 단, 바이브 페니스 같이 직접 쾌감을 부여하는 스킬이 아닌 경우엔 먹히지 않았어. 아, 그리고 성자의 성수를 사용하니까 일시적으로나마 성감대 같은 게 생기긴 하더라.” “흠. 성감대가 전혀 없어도 강제적으로 쾌감을 줄 수 있다니. 역시 자네 스킬은 하나같이 규격 외로군.” 뭐, 그야 성자란 직업 자체가 아마 여신이 관련된 직업일 테니까. 사실 원래 세계의 그레이트 어스 게임사 자체가 이 세계의 여신이 관련된 게 아닐까 추측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레이트 어스가 기본 직업으로 설정한 성자 역시 여신이 관련된 직업이라고 추측하는 거지. 여신의 사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직업이기도 하고. 게다가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이 세계로 끌려 왔으니, 아귀가 딱딱 들어맞잖아? 왜 하필 그 많은 플레이어 중에 날 골랐고, 무슨 이유로 끌고 온 건지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공주도 그렇더니, 실비아하고도 아는 사이였나 봐? 불감증인 건 어떻게 알았대?” “이 몸이 성에 머물면서 선생 역할을 맡아준 적이 있네.” “너 각 학파를 전전한 거 아니었어? 성엔 무슨 일로 머물었는데?” “자네? 모르는가? 학파 수장 중에 켈리…금발을 어깨까지 늘인 자가 있지 않았나. 그 자가 바로 이 나라의 궁정 마법사라네. 당연히 왕성에 머물렀지.” “뭐?! 그런데 왜 성에 안 있고 우리 저택에 있는 거야.” “자네가 그러라고 하지 않았나.” 그럼 자기 일도 때려 치고 왔단 말이야?! 아니, 과거형으로 말하지 않은 걸 보면 지금도 궁정 마법사인가? 아무튼 진짜 걔들의 디아나 사랑은 소름 돋는 수준이었다. 이러니까 쿠데타니 뭐니 하는 말도 나오는 거지. “아무튼 그때 여왕의 부탁으로 잠깐 공주를 가르친 적이 있다네. 어렸을 때부터 공주와 단짝이었던 실비아양도 같이 말일세. 그때부터 실비아양의 체질은 유명했지. 레벨이 높은 남성들은 모조리 초대해서 안기게 해보기도 하고, 마법사나 성직자들을 불러서 치료도 해보려고 했다네.” “그럼 너도?” “음. 이 몸도 확인해보긴 했었지. 하지만 결국엔 아무도 치료할 수 없었네. 그래서 실비아양의 집안, 바벳 백작가도 포기하고 받아들인 모양일세. 여신님이 이 세계에 선사하신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안타깝지만, 그래도 장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 않나?” “그래? 무슨 장점이 있는데? 난 짐작도 안 되는데.” “전혀 느낄 수 없다는 말은, 상대하는 남성의 레벨이 아무리 높아도 문제없다는 얘기 아닌가. 복상사의 걱정 없이 치료를 위해 초청됐던 고레벨 남성들과 몸을 섞어서, 실비아양은 어렸을 때부터 엄청난 성장을 보였지.” 아, 그런 건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섹스할 때 실비아의 반응이 이해가 갔다. 어쩐지 그 레벨 치고는 너무 못하더라. 그렇다면 그 레벨 치고는 경험 자체가 얼마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치료 목적이라고 했으니, 스스로는 움직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분명 그럴 거다. 정신을 좀 차린 이후에는 느끼면서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으니 틀림없다. “앗, 그러고 보니….” “음? 뭔가?” “내 스킬은 내가 만족시켜주지 않으면 풀리지 않는 거잖아? 그럼 실비아한테 성자의 성수를 걸고 그대로 방치하면, 실비아도 성감대를 가질 수 있는 거 아니야?” 스스로 자초해서 입안이 민감해진 공주처럼 말이다. 가슴이나 성기에만 성자의 성수를 발라주고, 그대로 방치하면 실비아도 정상적인 성감대가 생기는 거 아닌가? “흠? 호오. 그렇군. 충분히 가능할 걸세.” 디아나도 그 생각은 못했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말 나온 김에 실비아가 일어났다는 연락을 받고 가면 얘기해볼까?” “지금 말인가? 자네 정말 괜찮겠나?” 디아나는 의아한 듯이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나도 알아. 레이아 말이지. 하지만 성자의 성수 좀 바르는 게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어차피 이제 내가 여기 올 일이라곤 없을 텐데, 지금 아니면 언제 말하겠어.” “흠. 하긴 그렇군.” 다신 올 일 없다는 내 얘기가 맘에 들었는지, 디아나는 흡족한 미소를 띠우며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때, 노리기라도 한 것처럼 다시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노크소리를 듣자, 왠지 디아나가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아까 전 생각이라도 난 걸까? “들어와.” “실례합니다. 바벳님이 눈을 뜨셨다고 하십니다. 영주님께서 여러분을 찾으십니다.” “타이밍도 좋네. 그럼 가 볼까?” 메이드의 안내를 따라 한 방에 도착하자, 공주와 실비아가 있었다. 실비아는 완전히 정상 컨디션인 듯, 전에 봤던 나른해 보이는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니, 무표정을 넘어서서 살짝 시무룩해 보이기도 했다. 대신 펠리시아가 살짝 상기된 얼굴로 입 안이 불편한 것처럼 손으로 뺨을 감싸고 있었지만 말이다. “디, 후응. 디아나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분명 성자의 성수 영향이 그리 크진 않을 텐데. 역시 섹스 중독 서큐버스라 그런지 그 미약한 감각에도 흥분되는 모양이다. “어제는 그러한 추태를 보여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실비아가 한 발 앞으로 나와서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깊게 사과를 했다. “아, 아니. 오히려 사과할 건 나지. 내가 그렇게 만들어 놓고 간 건데. 미안해.” “그렇다네. 전부 이 자와 거기 있는 공주의 잘못이니 실비아양은 크게 개의치 말게.” 내가 실비아와 한 건 맘에 안 들지만, 그래도 실비아에게 잘못이 없다는 건 디아나도 이해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 감사합니다.” “몸은 완전히 괜찮아졌지?” 어차피 내 스킬의 영향이 풀린 건 알고 있었지만, 그걸 확실히 하기 위해 지금까지 남아있었던 거니, 일단 물어봤다. “네. 전혀 문제없습니다.” 거 봐라. 내가 뭐라고 했어. 펠리시아에게 그것 보라는 듯이 눈빛을 보내고, 다시 실비아에게 눈을 맞췄다. 아까 디아나와 한 얘기를 꺼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보다 할 말이 있는데.” “네? 할 말이요?” 어째선지 실비아보다 공주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너 말고 말이야. “네 불감증. 내가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네?” 실비아는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여전히 나른해 보이는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공주한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제 네가 그렇게 됐던 건 내 스킬의 영향이 안 풀리고 계속 남아있었기 때문이야. 내가 해소시켜주지 않는 이상, 내 스킬은 계속 몸에 남아있거든. 너도 느꼈봤으니 알겠지? 내가 줬던 쾌감이 계속 몸 안에 남아있는 느낌.” “네. 지금껏 느낀적 없었던 감각이 계속 몸을 자극하여 그만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미안…. 크흠. 아무튼! 그걸 이용해서 널 치료해 줄 수 있어. 내 스킬 중에는 쾌감을 주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냥 민감하게만 만들어주는 스킬도 있거든. 그걸 이용하면 네게도 성감대가 생기는 거지. 즉, 불감증을 치료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내 말을 들은 실비아는 멍한 얼굴로 잠깐 그 말의 의미를 되새겨보더니, 점차 눈동자가 크게 뜨이면서 놀란 표정이 됐다. “저, 정말입니까?! 그럼 어제 당신에게 안겼던 그 감각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겁니까?!” 아까의 무표정이 거짓말처럼, 실비아는 내 멱살을 잡을 기세로 달려들어 큰 소리로 외쳤다. “그, 그래. 해줄까?” “네! 꼭 부탁드립니다!” 생각보다 실비아에게는 훨씬 더 간절한 문제였던 모양이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네. 아예 평생 쾌감을 모르고 쭉 살았다면 모를까, 나 때문에 절정의 쾌감을 맛보게 돼버린 거다. 그걸 딱 한 번만 맛보여주고, 앞으로는 다시 맛볼 수 없게 된다니. 지옥이 따로 없겠지. “좋아. 그럼 벗어.” “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린가!” 여지껏 가만히 듣고 있던 디아나가 갑자기 내 옆구리에 펀치를 날리며 말했다. 자기가 때리고 아팠는지, 주먹을 호호 불면서 디아나는 울상을 지은 채 날 올려다봤다. “아니. 이상한 의미로 말한 거 아니야. 성감대를 만들어 주려고 해도 이상한 데 만들면 일상생활에 방해될 거 아니야. 제대로 음부에다가 만들어줘야지.” “그러면 그렇다고 말을 하게! 갑자기 벗으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는가! 실비아양이 어떻게 생각하겠나!” 실비아라면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순순히 벗고 있는 중인데? 뭐, 그래도 내 잘못인 건 맞으니까 항의는 안 하겠지만. 귀엽게 주먹을 호호 불고 있는 디아나에게 괜히 대꾸 했다간, 다음번엔 토닥토닥 공격이 날아올 거다. 그럼 저 귀여운 손이 더 다치게 되잖아? 그렇게 둘 순 없지. 훗. 나란 남자. 왜 이렇게 착한 거냐. 실비아는 얼마나 간절했는지, 디아나와 펠리시아도 같이 있는 자리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옷을 전부 벗어던졌다. 뭐 나도 디아나가 같이 있어주는 편이 좋다. 괜한 오해를 사지 않고 떳떳이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실비아는 수치심이란 게 아예 없는 건지, 옷을 다 벗은 후 가랑이 사이를 만지기 좋게 다리를 살짝 벌리고 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디아나의 전생 마법은 신체나이를 아예 과거 시점으로 돌려버린 겁니다. 레벨로 봉인한 게 아니라요. 크려면 디아나가 전에 말했듯이 많은 세월이 흘러야 되죠. 207==================== 불감증 치료 가랑이를 벌리고 선 실비아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구원은 스스로의 입에 손가락을 넣었다. 그리고 침에 성자의 성수를 발동시킨 후, 손가락에 침을 잔뜩 묻혀 실비아의 음부에 가져다댔다. 섹스를 할 때는 뭔 생각이었는지 제일 안쪽에 성자의 성수를 듬뿍 발랐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그래선 안 된다. 거기에 발라버리면 성감대가 생겨도 성감대를 자극할 수 있는 사람이 몇 없어질 테니까 말이다. 내가 데리고 살면서 섹스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과 섹스할 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니 그냥 음핵 쪽과 입구 가까운 곳의 안쪽에만 발라주면 되겠지. 그러니 손가락이면 충분하다. 성기를 넣어야 했다면 애초에 디아나가 저렇게 가만히 지켜보고 있진 않았을 거다. 음부 안쪽에 성자의 성수를 바르는 작업을 하는 동안, 당연한 얘기지만 이미 발라진 곳을 건드릴 수밖에 없었다. 분명 미약한 자극일 텐데도, 쾌감에 익숙지 않은 실비아는 요염한 목소리를 내며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으응. 읏. 흐읏. 하응.” 네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는 잘 알겠는데, 제발 목소리 좀 참아주면 안될까? 뒤에서 내 뒤통수를 꿰뚫는 디아나의 날카로운 시선이 따끔따끔 느껴지는데. 역시 치료인 걸 알아도, 다른 여자의 음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모습이 마땅찮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겉보기에는 그냥 완전히 애무나 마찬가지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해도 어중간하게 끝낼 수도 없는 노릇이라, 디아나가 폭발하지 않기를 빌면서 구원은 계속해서 음부의 안쪽에 성자의 성수를 발라갔다. 미약하게 쾌감은 느끼고 있어도 실비아의 음부는 여전히 젖어 오진 않았기 때문에, 도중에 침을 몇 번이나 다시 손가락에 바르면서 작업을 해나가야 했다. 귀엽게 음핵을 감싸고 있는 껍질을 벗겨내어 음핵부분에 골고루 발라주고, 검지와 중지를 음부 안쪽에 넣어 주름 하나하나 사이에도 전부 성자의 성수가 닿도록 발라준다. 이렇게 손가락을 넣고 있으면, 알아서 꾹꾹 조여 줬다가 풀어 줬다가 하는 것이 역시 실비아도 명기란 걸 실감하게 된다. 아침부터 디아나랑 찐하게 하고 왔는데도 흥분되네. 하지만 그렇다고 욕망에 몸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 자연스럽게 부풀어 오르는 성기를 애써 무시하며, 구원은 실비아의 음부에 성감대를 만들어주는 작업을 끝마쳤다. “좋아. 이쯤 하면 됐겠지.” “응? 그게 끝이야? 그러면 음부에만 성감대가 생긴 것 아니야? 음부로밖에 느끼지 못하다니. 실비아가 너무 불쌍하잖아.” 부풀어 오른 성기 때문에 어정쩡하게 허리를 뒤로 빼며 일어서려고 하자, 펠리시아가 그런 말을 해왔다. …그게 불쌍한 거야? 그냥 네가 색정광이라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니고? 하지만 난 여자가 아니다보니, 대놓고 반박할 수는 없었다. 그럼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실비아는 어떻게 생각해? 뭐 더 해줬으면 싶은 거 있어?” “섹스 해줬으면 좋겠….” “안 되네!” 와. 얘 진짜 겁도 없네. 그 펠리시아도 디아나 앞에선 얌전해지는데, 진짜 뵈는 게 없나? 겉보기엔 꽤나 욕구란 게 별로 없어 보이는 성격으로 보이는데, 의외로 욕구에 엄청 솔직한 타입이었다. “난 할 생각 없으니까 진정해 디아나. 얘도 그냥 쾌감에 익숙지 않아서 이런 걸 거야. 그런 거 말고, 어디 더 성감대로 만들어줬으면 싶은데 있냐고.” “…그런 거라면 딱히 없습니다.” 실비아는 음부에 성감대가 생긴 것으로 만족하는 모양이었다. 섹스는 하지 못해서 유감인지 축 늘어져있었지만. 애초에 나 말고 다른 남자랑 해도 즐길 수 있도록 이렇게 만들어준 거잖아. 딴 놈이랑 하라고. 내가 할 거였으면 이렇게 성감대를 만들어주는 작업도 필요 없어. “그래. 그럼 이걸로 끝이야.”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실례합니다만, 저 먼저 나가봐도 되겠습니까?” 실비아는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깊게 인사하더니, 얼른 나가고 싶은 듯이 다리를 움찔움찔 떨었다. “실비아? 어디 가게?” “시험하러 갑니다.” “앗, 응. 다, 다녀와.” 실비아의 당당한 태도에 펠리시아도 살짝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으며 허락해줬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실비아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더니, 옷을 챙겨 입고 쏜살같이 방을 빠져나갔다. “그럼 우리도 이만….” “자, 잠깐만 기다려.” 이제 그만 가보려는 구원을, 펠리시아가 필사적인 모습으로 막았다. 또 왜 그러는데?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는 결국 아무 일도 없었다. 분명 얘가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우릴 붙잡아 놓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 가기 전에 자…구원한테 잠깐 할 말이 있는데.” “응? 뭔데? 말 해.” “그, 그게…. 되도록 둘이서만 얘기할 수 없을까?” 펠리시아는 디아나의 눈치를 보면서 여기서 말하기엔 곤란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럴 순 없지. 디아나가 없는 데서 또 뭔 짓을 하면서 유혹하려고. 솔직히 말해서 매혹이라는 의심이 생기고 난 이후로, 얘가 계속 유혹해오면 거부할 자신이 없어졌다. 그건 의지로 어떻게 되는 게 아니잖아. “음? 구원과 말인가? 공주. 이 몸도 의심하는 건 아니네만, 설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아니겠지? 이자는 이 몸의 남자일세.” 디아나가 살짝 눈썹을 찌푸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나한테 말하는 건 부끄러워하는 주제에, 이럴 땐 얼굴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말하네. 아무튼 펠리시아와 단 둘이 얘기하는 건 나도 꺼려지지만, 얘가 대체 우릴 왜 붙잡아두고 있었는지 궁금하긴 했다. “좋아. 그럼 저쪽으로 갈까.” “자, 자네 무슨…!” “무슨 얘길 하려는 건지는 몰라도, 남한테 들려주기 곤란한 얘기라면 어쩔 수 없잖아. 괜찮아. 그냥 저기 너 보이는 데서 얘기하잔 거니까. 나 믿지?” 디아나의 시야가 닿는 범위 안이라면, 제아무리 공주라도 대놓고 유혹해 올 수는 없을 거다. 만약 공주가 대놓고 유혹해서, 내가 매혹에 빠져버리는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디아나가 어떻게든 해주겠지. 펠리시아와 같이 방안의 창가 쪽, 속삭여 얘기하면 디아나에게 목소리가 닿지 않을만한 곳까지 이동했다. 그리고 구원은 펠리시아에게 할 말 하라는 듯이 고개를 까닥였지만, 펠리시아는 아무래도 디아나의 시선이 신경 쓰이는지 입을 여는 것을 주저하고 있었다. “뭔데? 나 바쁘니까 빨리 해라.” “자기도 진짜 대단하네. 나 이래 뵈도 공주인데.” “그래. 날 잡아먹으려고 안달난 공주지.” “무슨 소리야. 난 오히려 자기가 날 잡아먹어 줬으면 하는 건데.” “할 말 없냐? 그럼 난….” “자, 잠깐만 기다려, 자기. 정말 이대로 갈 거야? 나한테 건 스킬 안 풀어주고?” “풀어줄 필요 있어? 밤새 그렇게 지냈으니 잘 알거 아니야. 너 그대로 있어도 실비아처럼 정신 나갈 일 없으니 안심해.” “하, 하지만 자꾸 입안이 신경 쓰인단 말이야.” “그냥 나랑 하고 싶은 게 아니고?” “그 이유도 전혀 없다곤 안하겠지만….” 이렇게 솔직하게 나오는 걸 보면, 입 안이 신경 쓰인다는 게 사실이긴 한 모양이다. 그래도 풀어줄 생각은 없었지만. 이대로 얘기를 이어나가면 또 얘가 유혹을 해올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그보다 나도 너한테 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응? 뭔데?” “너 결국 밤새 우릴 왜 붙잡아두고 있었던 거냐? 실비아는 그냥 핑계지? 밤사이에 또 뭔 짓을 벌일 줄 알았더니, 그런 것도 아닌 모양이고.” “자기 대체 날 어떻게 보는 거야? 나 정말로 실비아를 걱정했단 말이야. 게다가 디아나님이 바로 옆에 있는데 무슨 짓을 벌일 리가 없잖아? 아무리 나라도 그 정도 분별력은 있어.” 그걸 바꿔 말하면, 디아나만 없었으면 뭔가 했을 거란 얘기잖아. “그래서? 잡아놓고 있었던 이유는 정말로 그냥 실비아 때문이었다고?” “그, 그리고 만약 내가 어떻게 돼버리면 풀어줄 사람이 자기 밖에 없잖아.” 평소엔 섹스하려고 별 짓을 다 하는 애도, 막상 정신줄 놓고 쾌락을 탐하는 짐승이 되는 건 두려웠던 모양이다. 이렇게 보면 또 답지 않게 귀여운 구석도 있네. 잠깐이나마 그런 생각이 들고, 자기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귀엽다니. 상대는 호시탐탐 내 몸을 노리는 음마다. 그런데 잠깐 평범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이런 생각이 들어? 큭. 이것도 매혹의 힘인가. 무서운 녀석. “아, 아무튼. 별 일 없으면 난 이만 간다.” “저, 정말로? 난 이대로 두고?” “그래. 뭐, 만약 내가 널 성자의 손길만으로 절정에 보낼 수 있는 레벨이 됐을 때도 기억하고 있으면 풀어주러 올 수도 있겠지.” “그, 그게 언제인지 알고! 이게 무슨 고문이야!” “훗. 순진한 날 유혹했던 대가다. 어디 말할 때도, 뭘 먹을 때도 성적으로 흥분하는 고통을 느껴보라고. 그리고 그때마다 네가 유혹하려했던 내 얼굴도 떠올리면서 안타까움에 떨어라. 크하하하하.” 흥이 나서 나도 모르게 살짝 악당 삘 나게 말했지만, 펠리시아는 오히려 그 말을 듣고 왠지 몸을 흠칫흠칫 떨었다. …놀리려고 한 말인데 그 표정은 대체 뭐냐? 신변에 위협이 느껴져서, 얼른 디아나에게 달려갔다. “음? 얘기는 다 끝났나?” “응. 이제 돌아가자.” “무슨 얘기였나?” “아…그냥 쿠데타 관련해서 자기가 잘 처리해준다는 얘기였어. 네 앞에서 또 쿠데타 얘기가 나오면 화낼 거라고 생각했나봐.” 공주한테 성자의 성수가 적용되어 있단 얘기를 하려면, 공주가 내 물건을 빤 것 까지 얘기해야한다. 물론 그 상황에서 내가 찔리는 건 전혀 없었지만, 그래도 디아나가 폭발할 게 뻔하니 그냥 둘러대기로 했다. “흠. 그렇군. 언제 한 번 왕성에 다녀오긴 해야 할지도 모르겠구먼.” 내 말에 납득했는지, 디아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중얼거렸다. “미안해. 괜히 내가 협회 수장들을 전부 모이게 만들어서.” “괜찮네. 이 몸을 위한 것 아니었나. 그리고 이 몸도 자네와 같이 있을 수 있는 게 그…기쁘네.” 크으. 너 왜 이렇게 귀엽냐? 살짝 부끄러워하는 디아나를 꽉 끌어안고, 그대로 성을 빠져나왔다. 공주는 끝까지 미련 철철 넘치는 표정으로 날 바라봤지만, 디아나가 옆에 있으니 뭐라고 더 말 할 엄두는 내지 못하고 그대로 날 배웅할 수밖에 없었다. 성을 빠져나왔을 때는 디아나를 껴안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 나왔지만, 저택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이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게 스스로도 느껴졌다. 하지만 그도 그럴게, 진짜 아무 생각도 안 해놨단 말이야. 더러운 과거의 나 같으니라고. 일은 자기가 벌여놓고 뒤처리는 전부 미래에 떠넘기다니. 타임머신이 있으면 가서 한 대 때려주고 싶다. 이런 시답잖은 생각까지 들 정도로, 지금 머릿속이 패닉상태였다. 역시 화났겠지? 내가 사라와 사귄다는 걸 알았을 때도 화내기 보단 스스로 슬픔에 잠겨있기만 했던 레이아다. 애초에 레이아가 제대로 화난 모습이라고는 본적이 없다. 그래서 더 대책이 세워지지 않았다. 뭐 어떻게 반응할지 예상이라도 돼야지 대책을 세우든가 말든가 하지. 단 하나 확실한 건, 레이아가 지금쯤 무척이나 화났을 거란 거다. 이런데 발걸음이 안 느려지게 생겼어? “하아…꾸물대봐야 레이아양이 화난 시간만 더 길어질 뿐일세.” 디아나도 내가 왜 이렇게 꾸물대는 건지 이해하는 듯, 한숨을 쉬며 그렇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네가 말하지 마라! 애초에 누구 때문에 레이아가 화났다고 생각하는 건데!” “세 명 모두를 자기 여자로 만들려고 한 자네 때문 아닌가.” 크윽. 치, 치사하게 정론을…. “흠. 자네는 자업자득이네만, 레이아양에게는 미안한 것도 사실이니 이 몸도 같이 가서 사과를 해주겠네. 그러니 어서 가세나.” 일단 디아나도 미안한 마음은 있었던 모양이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기며, 구원은 저택으로 향했다. “…돌아오셨습니까.” 저택 안에 들어가자, 여느 때처럼 바네사가 마중 나와 인사를 해왔다. 하지만 저택 안은 의외로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했다. 아니 뭐, 저택 안에 들어오자마자 레이아나 사라가 덤벼들어 소리 지를 거라곤 생각 안했지만 말이야. “어, 응. 그…지금 분위기가 어때? 특히 레이아가 지금….” “모르겠습니다.” “응?” 내가 지금 잘못 들었나? “디아나님과 구원님이 저택을 나가신 이후로 방에 들어가셔서 한 번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기 때문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야. 그게 더 무서운데. “흠. 자네 큰일 났구먼.” “나도 알고 있거든!” 아무튼 이러고 있어봐야 소용없다. 한시라도 빨리 레이아의 화를 달래주지 않으면. 저택 안인데도 불구하고, 구원은 전속력으로 레이아의 방문 앞까지 달려갔다. “레이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백우사신 // 까먹었을 리가요. 소설 내 시간으로 구원이랑 디아나가 저택 뛰쳐나오고 아직 24시간도 안 지났어요. t산백 // 조금 다릅니다. 엘프는 신체나이가 최고 전성기 시점, 즉 20대 초반 정도 나이까진 정상적으로 성장하다가 거기서 성장이 멈춥니다. 그리고 수명이 다 돼 가면 다시 나이를 먹기 시작하죠. 전생 전 디아나가 20대 후반의 모습으로, 수명이 다 돼 가서 나이를 먹기 시작한 시점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되려면 한참 남았고, 전에 디아나가 했던 말은 20대 초반의 모습까지 성장은 몇 년 지나면 될 거라고 한 얘기였죠. 파천제 // 이벤트성으로 잠깐 변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닙니다만, 완전히 누님 모습으로 고정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면 레이아랑 분위기가 겹…. Brokenherat // 레벨이 엄청 높아지면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디아나가 괜히 계속 마나 소모해가면서 그럴 이유가 없죠. 굳이 그러려면 구원이 부탁해야 될 텐데, 계속 변신한 채로 있어달라는 부탁을 하면 디아나의 지금 모습이 별로라고 얘기해버리는 꼴이 되죠. 208==================== 레이아의 마음 레이아의 이름을 외치며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문은 굳게 잠겨서 열리지 않았다. “레, 레이아? 레이아 누님? 천사님? 저 왔는데요? 잠깐 문 좀 열어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아무리 문을 두드려 봐도, 방 안에선 그 어떤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거 내 얼굴도 보고 싶지 않다는 뜻이지? 망했다. 우리 천사님이 제대로 화나셨나봐. “정말로 레이아가 여기 있는 거 맞을까? 혹시 없는 거 아닐까?”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막상 이런 일이 닥쳐오니 현실도피가 하고 싶을 정도였다. “적어도 레이아님이 저택에서 나가시는 걸 본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지만 등 뒤에서 내 현실도피를 차단하는 냉정한 대답이 들려왔다. 언제 따라온 건지, 바네사가 조용히 내 뒤에 서있었다. 난 분명 전력질주해서 왔는데, 어떻게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멀쩡한 얼굴로 저기 서있을 수 있는 거지? 대체 집사란 건 스탯 보정이 어떻게 되먹은 직업인 거야. “생각보다 상황이 더 심각한 것 같구먼.” 그리고 뒤늦게 따라온 디아나가 복도 저편에서 다가오면서, 내 모습을 보고 말했다. “이거 어떻게 열 수 없어?” “왜 없겠나. 하지만 맘대로 열고 들어가도 되겠나?” “으윽…. 그야 화내겠지. 그래도 이대로 있는 것 보단 훨씬 나을 거야. 열어줘.” “흠. 알겠네.” 디아나가 눈짓을 하자, 바네사가 주머니에서 열쇠 꾸러미를 꺼냈다. 몸에 딱 맞는 집사복을 입고 있는 바네사의 주머니에 도저히 들어갈 것 같지 않아 보이는 크기의 열쇠 꾸러미였다. 저 집사복, 설마 주머니가 아공간 주머니 같은 건가. 역시 대마법사의 집사. 마법을 얼마나 처바른 옷인 거야. 아무튼 바네사는 열쇠로 문을 열어주고, 다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분명 열쇠 소리가 들렸을 텐데도, 여전히 방에선 그 어떤 반응도 없었다. “그냥. 나 혼자 들어갈게. 디아나 넌 같이 사과하러 안 와도 돼.” “그래도 괜찮겠나?” “응.” 이렇게까지 레이아가 화난 상태에서 주범인 디아나가 같이 들어가면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 같았다. 차라리 지금은 내가 먼저 들어가고, 디아나는 나중에 혼자 사과하라고 하자. 요동치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려 노력하면서, 구원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곧장 레이아의 모습이 눈에 띄지는 않았다. 설마 진짜로 집 나간 거 아니야? 바네사가 못 본 것뿐이고?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침대의 이불 위쪽으로 황금빛 세모난 귀가 빼꼼 나와 있는 게 보였다. 두껍고 푹신푹신한 이불 아래 있다 보니, 아무리 레이아의 볼륨감 넘치는 몸매라도 티가 안 났던 모양이다. 자, 자나? 하지만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귀가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역시 그럴 리가 없지. “저기…레이아?” 하지만 레이아는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간신히 귀만 살짝 보이는 상태로 엎어져서 레이아는 철저히 반응하지 않을 속셈인 것 같았다. 침대 머리맡까지 다가갔지만, 여전히 레이아는 엎드려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이쪽에 시선조차 주지 않았다. “정말 미안해!” 나는 그 자리에서 바닥에 쿵 소리가 나도록 무릎을 꿇고 빌었다. 끌고 간 건 디아나니 뭐니 변명을 해봤자, 결국엔 내가 선택한 거다. 전부 내 잘못이니, 변명해봤자 아무 소용없는 짓이다. 그저 용서를 바라며 빌 수밖에. 내가 너무 요란하게 무릎을 꿇자 깜짝 놀란 건지, 아마 레이아의 엉덩이가 있을 거라고 짐작되는 곳의 이불이 위로 살짝 들어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갔다. “정말 미안해! 그런 약속을 해놓고도…!” “…약속.”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있어서 목소리가 잘 들리진 않았지만, 레이아가 뭔가 말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잠깐 사과의 말을 멈추고, 레이아의 목소리에 귀를 귀울였다. “약속…지키실 거라고…믿고 있었는데. 계속…기다렸는데….” 크허억.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가 되어 심장에 꽂혀온다. 저 대사만으로도 약속을 어긴 자신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죄악감이 샘솟는데, 목소리마저 애달프기 그지없어서 그 효과는 배가 됐다. “으윽…미, 미아….” “…구원씨는 거짓말쟁이.” 내가 재차 사과를 하려고 했을 때, 레이아가 살짝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한쪽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며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그 눈동자는 아마 밤새 울었는지 새빨개져 있어서, 내게 마무리 일격을 가하는 데 충분한 위력을 발휘했다. “으윽. 레, 큭, 레이아. 정말, 정말 미안해. 내가, 내가 생각이 없어서….” 지금까지 무의식중에 외면하고 있던 죄책감이 레이아의 새빨개진 눈동자를 보자 폭발해서, 볼썽사납게도 눈물이 나버렸다. 이러면 안 되는데. 남자답지 못하다든가 그런 문제가 아니다. 잘못은 내가 다 해놓고, 뭘 잘했다고 뻔뻔하게 우는 거야. 이 이상 없을 추태잖아.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어떻게든 눈물을 멈춰보려고 했지만, 한번 터진 눈물샘을 마를 줄을 몰랐다. “구, 구원씨?! 지금 우는 거에요?!” 내가 갑자기 질질 짜기 시작하자, 역시 천사 그 자체이신 우리 레이아 누님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나보다. 아까까진 이쪽을 보지도 않으려고 했으면서, 화들짝 놀라서 상체를 일으키고 내 쪽을 쳐다봤다. 그렇게 드러난 레이아의 두 눈은 완전히 새빨갰고, 지금까지 레이아의 얼굴이 파묻혀있었던 베개는 딱 봐도 색이 진한 것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 모습에 미안함이 더 폭발해서, 내 눈물샘도 더더욱 폭발해버렸다. “미안해. 레이아. 내가 생각이 없어서 미안해. 멍청해서 미안해.” 너무 강하게 깨물어 피가 터져버린 아랫입술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사과했다. “자, 잠깐. 진정해요 구원씨. 괜찮아요. 괜찮으니까 울지 마시고….” “아니야. 괜찮지 않아. 정말 미안해. 근데 대체 어떻게 사과해야 좋을지 모르겠어. 바보라서 미안해.” 누가 봐도 레이아가 동정심 때문에 저러는 건 명백했다. 지금 이 상황은, 그저 쓰레기같은 내가 착한 레이아의 동정심을 자극해서 사태를 모면하려는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선 안 된다. 물론 내가 쓰레기라는 건 부정하지 않지만, 그래도 이런 때까지 그러고 싶진 않았다. 동정심이 아니라, 제대로 레이아의 마음을 풀어줘서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레이아의 말을 부정하면서 사과의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사과하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대체 어떻게 해야지 용서를 구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덤으로 터져버린 눈물샘도 마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구, 구원씨. 괜찮아요. 괜찮으니까요. 울지 마세요.” 레이아는 침대에 내려와서 자신의 가슴에 내 얼굴을 감싸 끌어안고, 그렇게 다독여줬다. 하지만 레이아가 저렇게 나올수록 죄책감은 더더욱 강해져서, 오히려 눈물이 점점 더 기세 좋게 쏟아져 나올 뿐이었다. 얼마나 죄책감이 강했는지, 뺨에 레이아의 가슴이 마구 문대지는 상황에서도 행복한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평소라면 환장을 했을 텐데. “미안해. 내가 죽일 놈이야.”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인 걸요?” 레이아는 내 얼굴을 끌어안고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대체 레이아는 왜 이렇게 대책 없이 천사 같은 거야. 잘못한 건 난데 왜 레이아가 날 달래주고 있는 거야. 일단 내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 이상 계속 이런 상황이 유지될 것 같았다. 우선 심호흡이라도 하면서 울음부터 멈추자. 제대로 사과하는 건 그 다음이다. 하지만 심호흡을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해도, 좀처럼 울음이 멈추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눈물이 많은 타입은 아닌데, 이상할 정도로 계속 눈물이 나네. “이제 조금 진정이 되셨나요?” 그렇게 레이아의 품안에서 한참을 훌쩍인 다음에야 겨우 울음을 멈춘 날 가만히 쓰다듬으면서, 레이아가 여전히 천사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서 미안해.” “아뇨. 구원씨의 그런 모습은 처음 봐서, 조금 귀여웠어요.” 으으윽. 그러니까 왜 이렇게 천사 같은 거예요! 사실 진짜 천사 맞지?! 실은 날개도 꺼낼 수 있는 거지?! 이대로라면, 내가 약속을 깬 것도 흐지부지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럴 순 없지. 쓰레기라도 쓰레기 나름대로의 선이란 게 존재한다. 이번 일은 제대로 사과하고 용서를 받아야 할 일이야. 적어도 난 여전히 붉은 레이아의 눈가를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있겠다고 좋아할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었다. “약속을 어긴 거 정말 미안해.” 레이아의 품에서 살짝 떨어져 레이아 마주보고, 고개를 푹 숙이면서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사과했다. “…괜찮아요. 사실 구원씨가 돌아오지 않으셔서, 많은 생각을 했었어요. 혹시 이대로 버려지는 걸까? 날 좋아한다고 해줬던 건 그냥 동정심이 아니었을까? 역시 늦게 만난 나같은 것 보다 구원씨는 사라씨나 디아나씨가 더 좋은 게 아닐까….” “그,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런 거 아니야! 절대 그렇지 않아! 누굴 더 좋아하고 누굴 덜 좋아한다니! 내 주제에 어떻게 그래?! 하물며 동정심이라니! 절대 그런 거 아니야!” 레이아가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솓아올라 다시 한 번 눈물이 나올 뻔 했지만, 아까 너무 울어서 눈물샘이 마른 건지 이번엔 어떻게든 참을 수 있었다. “네. 구원씨가 우는 걸 보고 저도 그게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그러니까 괜찮아요.” “하지만 그렇게 쉽게 용서해주면 내가 납득이 안 돼. 어떻게든 널 울린 책임을 지고 싶어. 뭐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네? 응…. 그러네요. 그렇다면 저도 사라씨처럼 반지라도….” “그건 안 돼.” “네, 네에?!” 설마 거절당할 거라곤 생각 못했는지, 레이아는 살짝 울상을 지었다.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니니까 울지 말아요, 천사님. 레이아는 아직 디아나도 반지를 끼고 있는 것 못 봤으니 저런 요구를 한 거다. 인벤토리에서 레이아를 위해 샀던 반지를 꺼내 내밀면서, 거절한 이유를 말했다. “반지는 원래 주려고 했던 거니까 그 걸로는 보상이 안 돼. 다른 요구사항을 말해봐.” “구, 구원씨…!” 하지만 레이아는 다른 요구사항을 말해보라는 내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반지를 보면서 감격스런 표정만을 지었다. “이거 말고 또 바라는 거 없어?” “그, 그렇게 말하셔도….” “널 밤새 울린 거잖아. 네가 그런 기분이 들게 했는데 고작 이런 걸로 해결한다는 건 내가 납득이 안 돼. 부탁이야. 뭔가 내가 널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을까?” “그러면…그러면 저도 디아나씨처럼 하루 종일같이 있어주세요.” “하, 하지만 고작 그런 걸로…!” “고작 그런 게 아니에요. 전 구원씨하고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한걸요. 구원씨가 같이 있어주는 게 저한테는 무엇보다도 더 큰 보상이에요.” “레, 레이아아아!” 레이아가 너무 천사 같아서, 결국 다시 눈물샘이 폭발해버렸다. 나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애를, 하루 종일 방치했다니. 난 대체 얼마나 쓰레기인 거야. 레이아를 꼭 껴안고, 또 바보처럼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다. “미안했어. 레이아. 이렇게 착한 레이아를 두고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정말이에요. 이제 저한테 소홀히 하면 계속 이번 일로 못살게 굴 테니까 각오하세요. 앞으로 조심하셔야 돼요.” 레이아는 내가 갑자기 끌어안자 살짝 놀랐는지 몸을 움찔 떨었지만, 이내 날 마주 안아주며 살짝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응. 내가 앞으로 진짜 잘할게.” “후훗. 자, 그럼 구원씨. 입술 내밀어주세요.” 으, 응? 여기서 키스하면 구미호가 될 텐데? 아니, 상관없나. 어차피 오늘은 하루 종일 레이아와 있기로 한 날이다. 대낮부터 구미호로 변하면 어때. 바로 떨어져서 레이아가 말한 대로 입술을 내밀었지만, 레이아가 하려는 건 키스가 아니었다. 레이아는 부드럽게 빛나는 손가락으로 내 입술을 가볍게 어루만져줬다. 살짝 따끔한 느낌이 지나가더니, 이내 간질간질한 느낌과 함께 입술이 치료되는 게 느껴졌다. 아, 그러고 보니 아까 피 났었지. 힐끔 내려다보니 레이아의 가슴에도 내 입술에서 난 피가 묻어있었다. “후훗. 키스할 줄 알았나요? 하지만 아직 안 돼요. 모처럼 구원씨를 독점할 수 있는 날인데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보내긴 싫은 걸요. 조금만 참아주세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도 키스하고 싶다는 듯이, 부드럽게 내 입술을 어루만졌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레이아는 천사인데 왜 다들 얀을 외치시는 거지? 209==================== 레이아의 마음 “그럼 우선 밥이나 먹으러 갈까?” 일이 일단락되고 난 다음, 마음을 다잡고 쾌활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단락됐다고 해도, 솔직히 내가 제대로 사과했다는 느낌보단 레이아가 너무 천사 같아서 포용해줬다는 느낌이었지만. 하지만 레이아도 내가 어두운 분위기로 축 처져 있는 걸 바라진 않을 테니까. 천사님이 하루 종일 같이 있고 싶은 나는 그런 내가 아닐 거다. 그러니 평소처럼 돌아가,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하자. “어제부터 계속 방에 있었다면서? 배고프지?” 청순하게 생겨서 별로 안 먹을 것 같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레이아는 꽤나 많이 먹는 타입이다. 이해한다. 저 가슴을 유지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만약 나 때문에 어제 굶어서 저 가슴이 1그램이라도 줄어들게 됐다면, 난 결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거다. “네. 가요.” 레이아는 내가 내민 손을 붙잡고 다가오더니, 그대로 내 팔을 휘어감아 자신의 품으로 꼭 끌어안으며 매달렸다. 역시. 행복하다. 이걸 위해서라면 난 뭐든 할 수 있을 거야. “으, 으음. 나왔는가.” 방문을 열고 나가자, 바로 문 앞에서 디아나가 엉거주춤 서서는 어색하게 손을 들어 올리며 인사했다.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나한테는 전부 내 잘못이니 뭐니 한 주제에, 실은 정말로 미안하긴 했던 모양이다. “앗, 네….” 레이아는 내 팔을 더더욱 강하게 끌어안은 채로, 어색하게 대답했다. 레이아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어제 혼자 남겨지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디아나다. 끌려 나가고 나서는 나 스스로 결정했다고 하지만, 결국 원인을 제공한 건 끌고 나간 디아나니까. 난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면서 용서를 받았지만, 과연 레이아가 디아나도 쉽게 용서해줄까? …뭐 용서해주겠지. 천사님이 괜히 천사님이겠어? 잠깐동안 레이아와 디아나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미묘한 정적이 흘렀다. 레이아는 내 팔을 더더욱 꽉 끌어안으면서 디아나를 미묘한 표정으로 쳐다봤고, 디아나는 나와 레이아가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꽤나 신경 쓰이는지 계속 힐끔힐끔 쳐다보며 다리를 미묘하게 움찔움찔 떨었다. 그리고 난 그 레이아가 꽉 끌어안는 바람에 더더욱 팔에 생생하게 전해지게 된 가슴을 감촉을 느끼고 있었다. 일단 난 사과했으니 말이다. 디아나야. 이젠 네 차례다. 어디 고생 좀 해봐라. 그렇게 미묘한 대치가 이어졌지만, 디아나는 일단 사과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레이아양에겐 정말 미안하게 됐네. 이 몸이 오랜 세월에 걸쳐 드디어 반려를 만났다고 생각하니 너무 들떠서 말일세.” 꽤나 놀랐다. 디아나가 누구한테 머리를 숙인 건 처음 아니었던가? 난 맨날 신경 안 쓰고 놀려먹어서 잊기 십상이지만, 이래 뵈도 그 펠리시아가 함부로 못 대할 정도로 높으신 분이다. 설마 이렇게까지 미안해할 줄이야. “…반려? 구원씨, 결국 디아나씨를 선택….” “아니, 나한텐 레이아도 반려니까! 반지도 줬잖아?!” “앗, 그, 그런 건가요. 반려….” 레이아는 아직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던 건지, 한 손으로 자신의 뺨을 감싸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내 팔을 끌어안고 있는 손을 풀지 않는 것이 레이아의 좋은 점이다. “디아나씨. 괜찮아요. 고개를 드세요.” “이 몸을 용서해주는 겐가?” “저도 디아나씨 마음은 이해하니까요.” 역시나 천사님. 이럴 줄 알았다니까. 너무 이렇게 착하기만해서 지금까지 어떻게 세상을 살아왔는지 궁금할 정도다. 그리고 앞으로 손해만 보고 사는 게 아닌가 걱정 된다. 역시 내가 옆에 달라붙어서 지켜봐주지 않으면 안 되겠군. “앗, 그래도 대신 오늘은 제가 구원씨를 독점할 거예요.” “으, 으음.” 레이아의 말에 디아나는 쓴 표정을 지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자기는 날 독점했어도, 다른 여자가 날 독점하는 건 싫은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내 하렘이란 상황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역시 싫은 건 싫은 건가. 하긴 나 같아도 그럴 것 같기는 하다. 미안한 말이지만, 이건 정말로 시간밖에 해결해줄 수 없는 문제다. 그냥 다들 익숙해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지. 아무튼 디아나의 사과도 우리 천사님이 한없이 넓은 포용력으로 받아들여줘서, 같이 식당으로 향하게 됐다. 그리고 식당으로 가자, 바네사가 불러온 건지 이미 사라가 식탁에 앉아있었다. “…왔나요.” 어, 어라? 어쩐지 엄청 노려보고 있는데? “사, 사라? 혹시 화났니?” “그럼 안 날거라고 생각했나요?” 레이아한테 고백한 날 같이 밤을 보내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는 사실이 너무 임팩트가 커서, 지금까지 레이아만 신경 쓰고 있었다. 솔직히 사라는 스스로 먼저 다른 여자들과 사귀는 것도 인정해 주겠다는 발언도 했었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화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건 내 오산이었던 모양이다. 다시 말투도 존댓말로 돌아간 걸 보니, 이거 상당히 화나있는 것 같은데. “저기, 레이아. 오늘 계속 같이 있어주겠다고 말한 직후라 미안한데, 아주 잠깐이면 되니까….” “싫어요.” “으, 응?” “저번에도 그렇게 말하시고 절 내버려두셨잖아요?” 용서해주긴 했지만, 그래도 천사님 안에서 내 말에 대한 신뢰도가 대폭 깎인 건 어쩔 수 없는 문제인 모양이다. 자업자득이라서 뭐라고 할 말도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사라는 이대로 달랠까. “사, 사라야? 왜 그래? 너 내가 다른 여자하고 깊은 관계가 되도 인정해준다고….” “그건 당신이 절 소홀히 대하지 않았을 때 얘기죠! 당신 어젯밤은 제 차례였던 거 알고 있는 건가요?” …그러고 보니 순서대로 따져만 보면 그랬다. 엄밀히 따지면 레이아와 약속했던 밤은 그대로 영주성에 끌려갔었던 날이다. 어젠 사라 차례였지. “미, 미안.” “게다가 그 모습! 레이아하고는 잘 풀린 모양이네요! 오늘도 레이아랑 보낼 셈인 거죠?!” “그, 그래도 레이아는 처음 고백하고 계속 방치되어있었으니까 네가 이해 좀 해주면 안 될까?” “저도 고백하고 며칠 안 지났거든요?!” “그래도 넌 고백한 당일엔 디아나 차례였는데도 밤 되기 전까지 실컷…앗.” “…지금 그게 무슨 소린가?” 실언이 나온 걸 인지하고 황급히 스스로의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니,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일단 진정하면 안 될까? 디아나.” “그냥 고백만 한 게 아니라, 그날 둘이서 실컷 같이 뒹굴기까지 했었다는 말인가!” 디아나의 분노가 나와 사라를 향해 터져 나왔다. “사, 상관없잖아요. 어차피 차례는 밤에 누구와 지낼 건지 정한가고, 낮에는 뭘 하든.” 사라는 아예 정색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그럼 이 몸도 아무 잘못 없지 않나! 이 몸도 낮에 저자를 끌고 다닌 것 밖에 없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디아나는 어제 밤새도록….” “이 몸도 밤에는 별로 같이 못 있었네! 저 자는 어젯밤에 다른 여자와 뒹굴었으니 말일세!” “자, 잠깐만! 디아나 너 오해받을 소리 하지 마라!” “뭐가 오해받을 소리인가?! 이 몸이 어디 틀린 말 했나?!” “아니 여러모로 생략이 너무 됐잖아?! 난 어쩔 수 없이….” “뭐가 어쩔 수 없었나! 자네가 조심만 했으면 벌어지지도 않았을 일 아닌가?!” 크윽. 난 대체 언제 얘한테 정론대결에서 한 번 이겨보냐. “…구원씨.” 디아나와 사라의 설전을 가만히 옆에서 듣고만 있던 레이아가 나지막하게 내 이름을 불렀다. “설명해주실 수 있죠?” “무, 물론이지.” 레이아에게 묘한 박력을 느끼면서, 난 그제와 어제 벌어졌던 일들을 필사적으로 설명했다. 권력과 무력을 앞세운 펠리시아 공주에게 덮쳐진 가련한 나. 그리고 그 와중에 발동한 성역 선포가 실비아에게도 영향.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실비아와의 성교. 그리고 밝혀지는 실비아의 기구했던 운명. 성자 스킬을 이용해 실비아를 구원해준 것까지.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드라마가 한 편 완성됐지만, 우리 여자들의 반응은 냉혹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말해서 전부 구원 잘못이라는 거잖아요.” “이 몸이 말하지 않았나.” “구원씨, 왜 더 조심하지 못하신 건가요?” 사라와 디아나는 원래 저러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레이아의 저 말과 책망하는 것 같은 눈동자가 내 심장을 사정없이 쑤셔댔다. “정말로 구원을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은데요?” “동의하네.” “역시 다른 분들이 보기도 구원씨는 매력적이신 분이니까요.” 이상하다. 분명 아까까진 자기들끼리 싸우는 분위기였는데. 어느 샌가 내가 공적이 돼서 서로 의견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됐다. “역시 한명은 꼭 달라붙어서 감시하는 편이….” “차라리 정조대를….” 게다가 점점 더 얘기가 뒤숭숭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안 된다. 내 본능이 그렇게 속삭이고 있었다. “자, 잠깐만 기다려! 아무리 그래도 정조대는 너무하잖아?! 너희들 날 그렇게 못 믿는 거야?!” “당신이 지금 그런 말이 나와요?” “그래. 확실히 내가 좀 이성보다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있기는 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희들을 향한 마음이 변하는 건 아니야. 내가 몸과 마음이 같이 따라가는 게 아니란 건 누구보다 사라 네가 잘 알잖아?” “으윽!” 그 말에 사라는 날 책망하던 걸 잠깐 멈췄다. 사라도 내가 뭘 얘기하는지 잘 알 거다. 바로 케이트 얘기다. 그렇게 몸을 겹쳤지만, 결국 난 케이트에게 전혀 마음을 주지 않았다. 그리고 복수를 위해 케이트를 안아달라고 했던 사라이기 때문에, 더더욱 내 말을 긍정할 수밖에 없을 거다. “다시 한 번 말할게. 사라야. 오빠 믿지?” “그야…. 믿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른 여자랑 자게 된 건 미안해. 하지만 설명한대로 정말 어쩔 수 없어서 그랬었다니까.” “…응.” 좋아. 설득했다. “훈훈한 분위기를 풍기는 와중에 미안하네만, 이 몸은 자네를 못 믿겠네. 애초에 갑자기 사라양이 설득된 이유도 모르겠군.” 훗. 디아나야. 사라가 설득된 이상, 너 혼자만의 발악은 아무런 소용이 없단다. “레이아는? 레이아는 나 믿지?!” “네?! 네. 물론 구원씨는 믿어요.” 갑자기 자기한테 얘기가 돌려져서 깜짝 놀랐는지, 레이아는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역시 천사님. 천사님은 그렇게 말해줄 거라고 믿었어요. “사라도 레이아도 이렇게 날 믿어주는데, 디아나는 날 못 믿는 거야? 설마 고백한지 며칠 됐다고 벌써 사랑이 식은 건….” “그, 그럴 리가 있겠나?! 그런 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 뭐야?! 정조대라니. 어떻게 그렇게 끔찍한 발상을 할 수 있어?! 날 향한 네 마음은 고작 그 정도야?!” “우웃. 그, 그것이….” 이겼다. 디아나의 말문이 막힌 순간, 난 승리를 확신했다. 너무 쓰레기같이 이긴 거 아니냐고? 정조대 같은 걸 차고 다니는 것보단 쓰레기가 되는 게 나아! “애, 애초에 사라양은 갑자기 왜 저자에게 설득당한 겐가?!” “하지만, 정말로 마음이 흔들리진 않을 거라고 믿는 걸요. 어차피 본처는 저고….” “잠깐 기다리게. 뭔가 그 말투는. 마치 자네만 본처인 것처럼 얘기하지 말게.” 그리고 또 갑작스럽게 사라와 디아나의 혈투가 다시 벌어지기 시작했다. “앗, 그렇군요. 그래도 어차피 처음은 저니까요.” “어, 어, 어쩌다 고백은 자네가 먼저 했을지 모르겠네만, 애초에 이 몸은 저자와 미래를 약속하고 있었네! 확정되는 게 조금 더 빨랐다고 해서….” “하지만 먼저 만난 것도 저고, 애초에 전 구원이 꼬드겨서 파티가 됐는걸요? 구원도 그때부터 날 좋아했던 거지?” 화, 화살을 이쪽으로 돌리지 마라. “아니, 뭐, 예쁘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솔직히 처음 만났을 땐 사랑보단 성욕 때문에 들이댄 거였긴 하지만, 그걸 말할 수는 없지. “그것 봐요. 저도 처음 봤을 때부터 구원이 신경 쓰였어요. 앗, 그런 구원하고 난 디아나를 만나기 전부터 서로 좋아한 거네? 고백이 너무 늦었잖아.” “그, 그래도 어차피 결국 승자는 이 몸일세! 어차피 이 몸의 허락이 없는 한 저자의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말일세! 저자에게 피임 마법을 걸고 있는 게 누구라고 생각하는 겐가!” 잠깐만. 뭐야 그거. 나도 지금까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그런 건 다른 마법사한테 풀어달라고 하면….” “이 몸의 모든 마법사들이 존경하는 지고의 대마법사! 게다가 이미 저 자는 이 몸의 남자라고 영주성에서 공표까지 했네! 그 상황에서 다른 마법사가 저 자의 몸에 손을 댈 것 같은가?” …진짜네. 그럼 나 진짜로 디아나 허락 없이는 다른 애들이랑 애 못 가지는 거야? “그럼 제가 오늘부터 마법 배울 거예요!” 사라는 용사 보정으로 진짜로 쉽게 배울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섭다. 용사 보정이 정확히 어떤 건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상황을 대체 어쩌면 좋지? 역시 내가 나서는 게 낫겠지? 솔직히 저 지뢰밭 사이로 돌진하긴 무섭지만, 그래도 이것도 하렘을 꾸린 자로서의 숙명. 받아들이자. 본처고 뭐고 그런 게 어디 있어. 다들 똑같이 좋아하는데. “구원씨.” 내가 사라와 디아나 사이를 중재하려고 했을 때, 옆에 있던 레이아가 내 팔을 더 꽉 끌어안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여기서 조용히 식사를 하긴 힘들 것 같은데, 그냥 방에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고 저흰 방으로 갈까요?” 레이아가 포근한 목소리로 그런 달콤한 제안을 해왔다. 난 다시 한 번 시선을 식탁 쪽으로 향했다. 용사와 대마법사가 내 본처 자리를 놓고 박 터지게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래. 저 피 튀기는 곳 사이에 내가 굳이 들어갈 이유가 뭐 있겠어. 둘 다 적당히 싸우다가 지치면 알아서 관두겠지. 서로 말싸움을 하느라 이쪽에 신경을 안 쓰게 된 사라와 디아나를 뒤로 하고, 난 레이아와 함께 방으로 돌아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10==================== 레이아의 마음 “그럼 지금부터 뭘 하지? 레이아는 뭐 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방에 식사를 가져오게 만들어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구원은 옆에 있는 레이아를 바라보며 물어봤다. 왜 둘이서 먹는데 레이아와 마주보고 있지 않고 옆에 있냐하면, 식사하는 동안 레이아가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나한테 먹여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기가 먹는 것보다 나한테 먹여주는 걸 더 우선할 정도였다. 몇 끼를 굶었으니 먹는데 집중하고 싶었을 텐데도. 물론 그래서 나도 레이아에게 먹여줬다. 레이아는 역시나 무척 배가 고팠던 건지, 내가 음식을 입에 가져다 줄때마다 보는 사람도 행복해지는 것 같은 미소를 띠우며 받아먹었다. 많이 많이 먹었으면 좋겠다. 절대 가슴 때문에 이러는 게 아니다. 그냥 레이아가 먹는 모습이 좋은 거다. 정말이라고? 아무튼 그래서 서로의 입에 음식을 넣어준다는, 누가 옆에서 봤으면 때려죽이고 싶었을 광경을 연출하며 레이아와 식사를 마쳤다. 사라와 디아나가 봤으면 지뢰밭이 여기까지 확산됐겠지만, 방 안에 둘 만 있는데 뭐 어때. 그러고 보니 그 둘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아직도 싸우고 있나? 아직 여기에 난입하지 않은 걸 보면 그럴 가능성도 있었다. 좋아. 걔들이 여기로 난입해오기 전에 어서 탈출하지 않으면. 레이아는 턱에 손을 가져다대고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잠깐 생각하는 표정을 짓더니,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하고 싶은 거…. 글쎄요. 전 구원씨와 같이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해서. 죄송해요. 제가 같이 있자고 했는데 아무 생각도 해놓지 않아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생각해볼게요.” 그리고는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더니, 레이아가 내려놓은 결론은 이거였다. “전 그냥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 좋은데…. 그냥 어디 나가지 말고 둘이서 여기서 느긋이 같이 지내는 걸론 안 될까요?” 역시 천사였다. “안 될게 뭐 있겠어?” 사실 용사와 대마법사가 언제 쳐들어올지 몰라서 여기 계속 있기엔 조금 똥줄이 탔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천사님이 여기서 같이 있자는데 어떻게 거절하겠어. 그리고 정말로 둘이서 노닥거리기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사실 처음에는 사라와 디아나가 언제 올지 조마조마 하기도 했었다. 용사 파티가 다가오는 걸 알아도 도망가지 않고 마왕성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마왕의 기분이 공감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레이아와 노닥거리는 사이에 그런 건 깨끗하게 잊어버리고 그저 이 시간만을 즐기게 됐다. 둘이서 마주보고 하릴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발코니에서 풍경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같이 서있기도 하고. 역시 가슴뿐만이 아니라, 레이아는 그 존재만으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무 말하지 않고 그저 둘이서 같이 있기만 하는데도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고, 편안하게 흘러가는 시간. 사실 사라나 디아나하고는 둘이서 같은 시간을 보낸다고 느끼는 경우가 꽤나 많았다. 내가 맨날 기절할 때까지 섹스하는 것도 아니고, 섹스하고 나서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같은 시간을 공유하다가 잠드는 경우도 꽤나 많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레이아는 섹스가 끝나면 무조건 기절했기 때문에, 이렇게 단 둘이서만 같은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드는 경우가 없었다. 고아원에 도우러 갔을 때는 또 다른 성직자들도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확실히 단 둘이라고 느끼게 되는 시간을 보내고 나니, 새삼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레이아의 분위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걸로 괜찮은 걸까? 나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레이아도 정말로 만족하고 있는 걸까? “레이아.” “네?” “정말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걸로 괜찮은 거야?” “네!” 그렇게 대답하면서 지은 레이아의 미소는 정말로 눈이 부시도록 빛이 나서, 잠깐이나마 레이아가 재미없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조차 바보 같아 질 정도였다. 역시 천사님이야. 그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고 레이아의 허리에 팔을 둘러 더 밀착하도록 끌어안으면서, 침대 위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침대에 누워서 레이아의 부드러운 몸을 전신으로 느끼고 있지만, 음흉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 물론 가슴팍에 느껴지는 레이아의 부드러운 가슴이나, 내 다리 위로 올라온 레이아의 부드러운 허벅지의 감촉은 훌륭했다. 이 이상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하지만 음흉한 마음이 들기보다는, 그저 치유되는 느낌이었다. “졸리신가요?” “음…아니.” 위험해. 그대로 잠들 뻔했네. 졸린 건 아닌데, 너무 편안하다보니 왠지 몸이 나른해지면서 그대로 잠들 것 같았다. “괜찮아요. 졸리면 이대로 주무셔도.” “하지만 모처럼 레이아와 같이 있는 건데….” “괜찮아요. 전 이렇게 구원씨 옆에서 바라만 보고 있는 걸로도 좋은 걸요.” 아무리 그래도 자고 있는 나보다는 깨어있는 나랑 지내는 게 더 좋겠지. 하지만 이성은 안 되다고 계속해서 경고를 보내는데도, 몸은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편안한 분위기와, 옆에 밀착된 레이아의 따뜻한 몸에서 느껴지는 포근함. 그리고 살살 가슴팍을 어루만지듯 쓰다듬어주는 레이아의 부드러운 손길. 마지막으로 귓가에 자장가처럼 속삭여주는 레이아의 달콤한 목소리까지 더해져서, 내 의식은 점점 더 몽롱해져갔다. “후훗. 안녕히 주무세요.” 그리고 그 목소리를 끝으로, 내 의식은 완전히 끊어졌다. “흐으으으으응!” 그리고 다시 일어났을 때, 몸이 엄청나게 상쾌했다. 숙면을 취한 것처럼 몸이 가벼운 것이, 아무래도 잠깐 잠이든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이런 망할.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잔거지? 오늘은 레이아를 위한 날이었을 텐데. 불현 듯 그런 생각이 들어서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그 전에 위화감을 눈치 챘다. 뭔가, 말도 안 되게 기분 좋은데? 물론 레이아와 같이 있는 시간은 행복해서, 그것만으로도 기분 좋았다. 그러니까 그렇게 잠에 들어버린 거지. 하지만 이건 그런 식으로 기분 좋은 게 아니었다. 콕 찍어 말하자면, 성적인 의미로 하반신이 기분이 좋았다. “하앗. 하앗. 하앗. 하앗.” 그리고 귓가에 들려오는 거친 숨소리. 전신에 느껴지는 마쉬멜로 같이 부드러운 물건이 부들부들 떨리는 감촉. 심지어 어느새 벗겨진 건지, 그 감촉은 피부에 직접적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아니. 이렇게 된 경위는 전혀 짐작이 안 되지만, 내가 어떤 상황에 놓인 건지는 파악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겠지. 슬며시 눈을 뜨자, 역시나 예상대로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구미호로 변한 레이아가, 내 몸 위에서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광경 말이다. 또 어쩌다가 구미호로 변한 거지? 설마 내가 또 나쁜 잠버릇이 발동해서 레이아의 전신을 애무하며 자극이라도 했나? 이미 던전에서 그런 적이 있기 때문에,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었다. 그냥 잠든 것도 모자라서 레이아의 이성도 잃게 만들어 버리다니. 처음에 레이아가 분명히 말했었는데. 모처럼 둘만의 시간이니까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보내기는 싫다고. 스스로의 한심함에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 아무튼 지금 이 사태를 먼저 해결하는 게 급선무다. 구미호 상태에서 스스로 삽입을 한 건지, 이어져 있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아무리 내가 구미호를 쉽게 요리한다지만, 자는 사이에 키스만으로 생명력을 빨렸다면 나라도 죽었을 테니까 말이다. 분명 구미호 상태에서는 처음에 한 번 당한 이후로 나랑 삽입 잘 안 하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이것도 레이아가 구미호 상태에 익숙해진 덕분이라고 생각해야 될까? 힐링 섹스가 발동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생명력을 빨면 나라도 죽는 다는 걸 레이아는 알고 있으니 말이다. 미약하게 남아있는 레이아의 이성이 나와 삽입하도록 구미호 상태를 컨트롤 한 거다. 전부 내 예상에 불과하지만, 그렇게 믿어야지. 역시 레이아 누님은 천사야. 그건 그렇고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이러고 있었던 걸까? 창 사이로 붉은 노을이 스며들어 오는 저녁 시간. 내가 잠들기 전에 몇 시였는지 확실하진 않지만, 그리 오래 잔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내 위에서 부들부들 떨어대고 있는 레이아를 보면, 분명 이건 절정에 달했을 때 반응이다. 아무리 내가 대단해도 자느라 어떤 스킬도 발동하지 않았는데, 구미호가 넣자마자 절정에 달하진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이러고 나서 꽤나 시간이 지났다는 얘기인데. 생각을 하면서, 물건에 느껴지는 쾌감에 반응해서 반사적으로 허리를 한 번 처 올렸다. “흐아아아아아!” 가볍게 쳐올린 것뿐인데, 반응은 극적이었다. 내 몸 위에서 엎어져있던 레이아의 등이 활처럼 휘면서 들썩이더니, 다시 내 몸 위로 엎어지면서 위험하게 느껴질 정도로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흐아아아…하아아…하아아아…하아….” 마치 신음소리를 내고 싶지만, 성대가 말을 듣지 않는다는 듯이 그런 풀어진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살짝 고개를 돌려서 레이아의 얼굴을 확인하자, 구미호로 변해 섹시한 표정을 짓고 있어야 할 레이아의 얼굴이 완전히 풀어져있었다. 얼마나 쾌감이 엄청났는지 헤 벌려진 입에서 삐져나온 혀마저 힘이 풀린 듯 바닥 쪽을 향해 있었고, 그 혀끝에는 타액이 뚝뚝하며 침대 시트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많이 심각하지 않아? 내 예상이 맞는다면, 구미호는 성자처럼 성행위 자체에 일종의 버프 같은 걸 받을 거다. 그런데 그런 구미호가 겨우 허리 한 번 쳐올렸다고 이렇게까지 정신을 못 차리다니. 이게 말이 될 리가 없…앗. 레벨. 그러고 보니 마지막으로 레이아와 한 후에 레벨이 엄청나게 올라버렸다. 디아나와는 사정이 다르다. 디아나는 펠리시아랑 한 후에 다음날 낮에 몸을 겹쳤고, 그 뒤에 실비아와 한 후에 다시 밤에 몸을 겹쳤다. 중간에 한 번 디아나의 레벨을 올려줄 기회가 있었던 거다. 하지만 레이아는 다르다. 펠리시아와 실비아를 통해 올린 레벨의 위력을 중간 쿠션 없이 한 번에 경험해 버린 거다. 그야 구미호가 성행위에 보정을 받는다고 해도 어떻게 견뎌낼 수준이 아니지. 그렇게 따지고 보면, 레이아와 이어진 것도 내가 깨어나기 직전일 거다. 아니, 삽입을 해서 내가 깼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레이아가 절정에 달한 모습이라 자는 사이에 꽤나 오래 당했다고 생각해버렸지만, 이 모습을 보아하니 그냥 정말로 삽입하자마자 절정에 달한 모양이니까. 하지만 이대로 행위를 그만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구미호 상태를 해제시키지 않고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게다가 레벨이 100이 돼서 약자 태세를 배울 때까지 계속 레이아와 안하고 지낼 것도 아니잖아? 레이아의 레벨을 올리기는 해야한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레이아가 구미호가 돼서 이성을 잃은 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는걸. 사태 해결을 위해서,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흐으읏. 하, 하아, 하아아아….” 얼마나 쾌감이 엄청난 건지, 레이아는 신음소리도 크게 내지 못하고 꺼져갈 듯 희미한 목소리로 달뜬 목소리만 내뱉을 뿐이었다. 이거 딜레마네. 일단 내가 안에 한 번 싸기만 하면, 레벨 차이가 크다보니 레이아의 레벨도 엄청 오를 거다. 그렇게 한 번만 레벨을 올려줘도 상당히 편해질 거다. 하지만 빨리 싸기 위해 허리를 강하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우리 레이아가 복상사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렇다고 이렇게 느긋하게 움직이니, 레이아가 쾌감에 너무 오랫동안 노출돼버렸다. 아마 뇌를 태우는 것 같은 쾌감이 계속 이어지고 있을 테지.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면 좋을 텐데, 레이아는 기절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기절을 못한다고 봐야겠지.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어도, 이어지는 쾌감에 강제적으로 깨어나 버리는 거다. 이대론 도저히 안 되겠다. 물론 레이아가 느끼는 모습은 좋아하지만, 정도란 게 있지. 게다가 정말로 복상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어서, 일단 물건을 뺐다. “흐으읏. 하아아. 하아.” 물건을 뺐는데도, 레이아는 엎어진 채로 그 어떤 움직임도 취하지 않았다. 여전히 구미호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몸을 움직일 힘마저 없다는 얘기다. 그런 레이아의 머리맡으로 다가가서, 레이아의 입에 물건을 가져다댔다. 결코 내 쾌감을 위해 이러는 게 아니다. 이렇게 해서 쾌감을 높인 다음, 싸기 직전에 레이아의 안에 싸려는 계획인 거다. 아무래도 섹스 상태에서 쾌감을 받은 게 아니라 레벨 업 효율은 많이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선 이 방법이 제일 나은 방법일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211==================== 레이아의 마음 내 물건이 입에 닿자, 레이아는 바로 혀를 내밀어 기둥부분을 핥아주기 시작했다. 혀끝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기 힘든 모양이다. 그래서 평소보단 조금 서툴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구미호의 기본기가 어디 가진 않았다. 역시나 구미호의 본성. 아무리 움직이기 힘든 상황에서도 정기는 탐하는구나. 처음에는 힘이 없어서 평소보다 서툴게 느껴졌던 레이아의 입놀림이었지만, 내 물건에서 일방적으로 정기를 빨아들일 수 있는 환경이 되자 점점 힘이 돌아오는 모양이었다. 파르르 떨면서 조심스레 핥아가던 레이아의 혀는 점점 더 대담해지더니, 어느 순간 내 물건을 붙잡고 목 깊숙한 곳에 넣으면서 제대로 자극해주기 시작했다. 그래. 역시 이래야 구미호답지. 내 가랑이 사이에 얼굴을 묻고 열심히 봉사해주는 레이아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으면서, 이런저런 확인을 했다. 너무 기분 좋다보니 그만 행위에만 열중해버릴 것 같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지금은 내 쾌감보다 레이아의 구미호 상태를 해제시키고, 나와 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로 레벨을 올려주는 게 급선무다. 일단 생명력 게이지를 확인해보자, 역시나 줄줄 새어나가고 있었다. 힐링 섹스가 없으니 어쩔 수 없나. 레벨이 오르면서 생명력도 많이 올랐으니 좀 괜찮을 줄 알았는데, 구미호에게 빨아들이는 생명력도 늘어나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그다지 차이가 없었다. 구미호의 정기 흡수라는 거, 체력에 비례해서 생명력을 빨아들이는 스킬이었던 건가? 아니면 그동안 구미호도 성장하면서 흡수하는 양이 늘어난 건가? 아무튼 마냥 이렇게 빨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내가 싸기 직전의 상황이 되거나 생명력이 간당간당해지면, 바로 레이아의 입에서 물건을 뽑고 아래쪽에 삽입해서 싼다. 간단한 계획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구미호의 구속을 풀어야 하는데. 스킬을 쓰면 레이아가 복상사할 수도 있고. 이걸 대체 어쩌…어?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문득 내가 레이아의 머리를 어루만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구속 안 걸렸잖아. 다시 레이아의 얼굴에 주목해본다. 시선을 내 물건에 고정시키고, 요염한 표정으로 맛있다는 듯이 정신없이 물건을 빨고 있는 레이아. 누가 봐도 이성이라곤 한 조각도 남아있지 않은 모습이었다. “레이아? 혹시 이성이 있어?” “으음. 주릅, 하음. 흠. 쩝. 쯉.” 혹시나 싶어서 말을 걸어봤지만, 돌아오는 건 철저한 무시였다. 우리 천사님이 조금이라도 이성이 있다면 날 무시할리는 없으니, 이성이 없는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구속이 안 된 이유는 단 하나. 그런가. 구미호 상태에서도 드디어 학습을 한 건가. 매번 구속을 걸 때마다 나한테 철저히 깨졌으니 말이다. 아무튼 나한테는 잘 된 일이다. 타이밍을 놓칠 염려도 없이, 난 그냥 레이아의 입 안이나 즐기기로 했다. 볼이 홀쭉해질 정도로 강하게 빨아들이며 목구멍 깊숙이까지 내 물건을 받아들이는 구미호의 기술에, 꽤나 레벨 차이가 나는 데도 서서히 사정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구미호 특유의 쾌감을 증폭시켜주는 묘한 기운이 이럴 때도 도움이 될 줄이야. “레이아. 슬슬 쌀 테니까 떨어져.” 레이아의 어깨를 두드리며 일단 말을 걸어 봤지만, 역시나 레이아는 철저하게 무시했다. 뭐,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지. 강제로 할까. 레이아의 머리를 양 손으로 잡은 후 허리를 뒤로 빼려고 하자, 레이아가 안 그래도 강하게 빨던 입에 힘을 더 줘서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마치 떨어지기 싫다는 듯이 입안을 진공상태로 만들고 입술이 물건에 찰싹 달라붙어 빨아들이는 그 모습이, 평소 레이아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야한 모습이라 그대로 싸버릴 것 같았다. 으윽. 안 되지 안 돼. 내가 지금까지 뭘 위해서 이러고 있었던 건데. 난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아내고, 억지로 허리를 빼냈다. 내 물건이 완전히 뽑힐 때까지, 레이아의 입술이 물건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장면이 엄청나게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난 해냈다. 참아냈다고. 레이아는 불만스런 표정으로 이쪽을 쳐다보더니, 다시 내 물건을 빨기 위해 고개를 내밀려고 했다. 그렇게 안달하지 말라고. 너도 입보단 아래쪽이 더 좋잖아? 내 물건에 달라붙으려고 하는 레이아의 어깨를 잡아 억지로 뒤로 눕히고, 레이아의 다리를 양쪽으로 벌렸다. 음부에 내 물건이 닿자, 레이아는 그제야 내 의도를 이해한 듯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유혹하듯이 허리를 움직이며 음부로 내 물건을 비벼댔다. “하응. 흐읏. 하앗.” 아직 삽입도 안했는데 구미호가 이렇게 느끼는 걸 보면, 역시나 레벨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내 경우엔 레벨보다 성자 레벨이 올라간 게 훨씬 더 영향이 크겠지만 말이다. “흐으으으으읏!” 그렇게 레이아의 가랑이 사이에 자리를 잡고 물건을 집어넣자, 레이아의 다리가 쫙 펴지면서 바들바들 떨렸다. 발가락 끝까지 힘이 꽉 들어간 걸로 보아, 삽입만으로 절정에 달한 모양이다. 느끼고 있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난 이미 싸기 직전까지 자극된 물건을 폭발시키기 위해서, 허리를 흔들었다. “하아앙! 아아앗! 흐아아앗!” 절정 와중에 더욱더 쾌감이 휘몰아치자, 레이아는 정신을 못 차리고 몸을 떨었다. 그리고 내 사정과 동시에 레이아의 몸이 침대에서 붕 뜰 정도로 격렬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축 늘어져버렸다. 하지만 역시나 이것만으로 구미호 상태가 해제되진 않았다. 한 번 허리를 더 찔러서 기절상태에서 강제로 깨어나게 만들고, 다시 레이아의 입에 물건을 가져다댔다. 레이아가 빨아주고, 쌀 때가 되면 아래에 삽입해서 싼다. 이 사이클을 몇 번 반복하는 사이에, 결국 구미호의 정기가 채워진 모양이었다. “흐으으응!” 레이아가 몸을 떨면서 절정에 달함과 동시에, 엉덩이 부근에 나있던 보랏빛 꼬리 8개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걸로 일단 구미호상태는 해제됐다. 이제 레벨만 해결하면 되는 건가. 애널라이즈로 확인해보니, 레이아의 레벨은 내 생각보다 훨씬 괜찮게 올라있었다. 이정도면 이제 스킬 없이하는 섹스에 복상사할 수준은 아니지 않을까? “하으읏!” 시험 삼아 허리를 한 번 흔들어보자, 레이아가 요염한 신음소리를 흘렸다. 하지만 아까와 같이 한 번 허리를 흔들었다고 몸을 떨며 절정에 달하는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기절해있는 상태라 반응이 약할 뿐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레이아가 정신을 완전히 잃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이 사이에 레벨을 올려두는 게 레이아의 정신 건강상에도 좋겠지. 아무리 구미호 상태라고 해도, 요즘 레이아는 희미하게 기억이 남아있으니 말이다. 사실 기절한 사람 상대로 계속 허리를 흔드는 건 나도 재미가 없어서 선호하진 않지만, 지금은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지. 레이아가 기절한 사이에 레벨을 올려주고, 정신을 차린 레이아와는 다시 평범하게 섹스를 즐긴다. 구미호 상대로 하는 섹스가 평범한지는 둘째 치고, 이게 내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 계획은 초장부터 물 건너가게 됐다. “흐으읏. 구, 구원씨…?” 레벨이 조금 올랐다고 해도 복상사를 안 할 정도이지 쾌감이 강한 건 마찬가지다. 그 너무도 강한 쾌감에 레이아가 강제로 기절에서 깨어나 버린 것이다. 그것도 방금 구미호 상태가 해제된 만큼, 완전히 제정신인 상태로 말이다. 제정신으로 나와 이어져 있는 경험이라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말곤 거의 없는 만큼, 레이아는 정신을 차리고도 순간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인 것 같았다. “정신이 들어?” 레이아가 완전히 정신을 차린 이상, 기절한 상태일 때 마구 해서 레벨을 올려놓겠다는 계획은 물 건너갔다. 나는 일단 허리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네…. 이, 이건….” “내가 잠에서 깨보니 넌 이미 구미호 상태더라고. 어떻게 된 건지 기억 안나?” “…앗.” 아무래도 기억이 난 모양이다. 레이아는 두 손으로 입을 가리고 갑자기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죄송해요. 죄송해요. 전, 전 그저….” “응? 뭐가? 갑자기 왜 그래?” 레이아는 울먹이면서, 갑자기 사과를 해왔다. 갑자기 사과해도 곤란한데. 나 자는 사이에 뭔 짓이라도 한 건가? “구원씨가 잠드신 얼굴이 너무 귀여우셔서 저도 모르게 그만 입맞춤을….” 레이아가 갑자기 구미호가 된 이유가 밝혀졌다. 그런데 그게 사과할 이유가 되나? 부끄럽긴 하지만, 솔직히 기분 좋은데. “그걸 왜 사과해?” “하지만, 하지만 구미호로 변할 걸 알고 있었는데도, 입맞춤을 했잖아요. 구원씨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왜 위험해져? 괜찮아.” “아뇨. 괜찮지 않아요. 아무리 구원씨라도 힐링 섹스가 발동 안하면 위험한 거죠? 그런데도 구원씨가 잠든 사이에….” “하지만 삽입했잖아? 아마 구미호의 본능에 완전히 지배당한 상태였다면, 그냥 입으로 하려고 했을 거야. 그런데 삽입했다는 건, 레이아의 의지가 개입된 거지?” “그래도…. 그래도….” “괜찮아. 내가 위기를 구하려고 그동안 컨트롤 못했던 구미호 상태의 행동을 잠깐이나마 비틀기도 한 거잖아? 그만큼 사랑한단 뜻 아냐? 오히려 더 기뻐.” “구원씨….” 레이아는 뭔가 애틋한 표정을 지으면서, 날 바라봤다. 그렇게 볼 것 없는데. 오히려 자는 사이에 키스 한 번 했다고 이렇게 사과하는 레이아가 너무 착한 거지. “괜히 분위기 어두워지는 얘기는 이걸로 끝. 우리 좀 더 건설적인 얘기를 하자.” “네? 건설적인 얘기요?” “응. 레이아는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이라고 생각해?” 레이아는 다시 한 번 상황을 파악하듯이 시선을 이리저리 돌린 후, 여전히 이어져 있는 성기쪽을 확인한 다음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얼마나 부끄러운 건지, 머리 위에 쫑긋 솟아 있던 귀마저 아래를 향해 접혔다. “어, 어떤 상황일까요?” “구미호 상태가 된 레이아가 아니라, 제정신인 레이아랑 제대로 밤새 할 수 있는 상황.” 레이아가 기절한 사이에 싸질러서 레벨을 올려놓겠다는 계획은 파투 났지만, 그렇다고 레이아와 섹스를 여기서 멈출 건 아니었다. 이 좋은 기회를 어떻게 놓쳐. 기절했을 때보다 부드럽게만 하면 되지. “흐으읏.” 레이아는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가리고 움츠러들었다. 구미호 때의 요염한 레이아 누님도 좋지만, 역시 이렇게 귀엽고 청순하신 레이아 누님도 최고다. “그렇게 얼굴을 가려버리면 키스를 못하는데. 설마 나 자는 사이에는 해놓고, 이런 때 안할 셈이야?” “우, 우읏….”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레이아는 살짝 울먹이는 목소리를 내면서도 천천히 얼굴을 가렸던 두 손을 치웠다. 하지만 역시나 부끄러운 듯, 바로 앞에 있는 내 눈은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했다. “저, 저기…부, 부드럽게 해주셔야 되요? 흐으읏!” “앗, 미안.” 레이아가 청초한 모습으로 부끄러워하는 게 너무 예뻐서, 그만 물건이 꿈틀대버리고 말았다. 그 자극만으로 상당한 쾌감이 느껴졌는지, 레이아가 달콤한 신음소리를 냈다. “걱정 마. 부드럽게, 최대한 부드럽게 할게.” 마치 스스로 다짐하듯이 그렇게 말하고, 레이아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레이아는 처음엔 살짝 어색한 듯이 내 혀가 입안에 들어와도 가만히 있더니, 이내 자신의 혀도 내 혀에 감아오면서 호응을 하기 시작했다. 그 혀 놀림은 꽤나, 아니, 상당한 수준의 기교를 자랑했다. 오히려 내가 깜짝 놀라서 그만 입을 떼버렸다. “앗, 이, 이상했나요?” “아, 아니. 미안. 부끄러워한 것 치곤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어.” “그, 그게…어째선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알 것 같아서요. 좋으셨나요?” “응. 엄청 좋았어.” “그럼 다행이에요.” 레이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가련하게 웃었다. 너무 예쁘잖아.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다시 한 번 입을 맞췄다. 살짝 자신감이 생긴 듯, 이번에는 레이아도 처음부터 꽤나 적극적으로 호응해왔다. 다만 레이아의 원래 성격이 성격이다 보니, 구미호 때처럼 끈적끈적한 느낌보다는 필사적으로 열심히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전히 부끄러운 듯 볼도 붉게 물들어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더욱더 색다르게 다가왔다. 표정이나 몸짓은 부끄러워하면서, 날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 필사적이고, 기교는 구미호 때와 마찬가지로 능숙하다. 이거 완전 사기잖아? 지금까지 제정신인 레이아와 제대로 섹스를 하게 되는 걸 계속 꿈꾸긴 했지만, 막상 제대로 할 기회가 오게 되자 내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최고였다. 역시 천사님은 내가 함부로 판단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니란 건가. 당장이라도 욕망에 몸을 맡긴 채 거칠게 허리를 흔들고 싶어졌다. 이거 레이아보다 내가 더 문젠데? 부드럽게 해야 되는데. 과연 끝까지 제대로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들면서도, 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슬슬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12==================== 레이아의 마음 평소의 청순함을 유지한 채로 구미호의 기교를 발휘하는 레이아를 상대로 폭주하지 않는 건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부끄러운 듯이 소리를 죽이고 얼굴을 빨갛게 붉히면서도, 율동하는 허리 움직임은 음란하기 짝이 없었다. 정상위 체위로 허리를 움직이기가 쉽지 않을 텐데, 레이아는 내 허리에 다리를 두르고 허리를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내 쾌감을 극대화시켰다. 하반신만 보면 내 정액을 전부 뽑아낼 기세로 움직이는데, 상반신은 청순하게 얼굴을 붉히고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 모습을 보고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어. 솔직히 내가 허리 움직임을 멈추고 레이아의 움직임만을 즐겨도 금방 싸버릴 것 같은 수준이었다. “구원씨…. 괜찮아요. 더 하고 싶은 대로 하셔도 돼요.” 하지만 저런 기특한 말들이, 내가 욕망에 몸을 맡기고 움직이려는데 오히려 제동을 걸었다. 난 아직 한 번도 싸지 않았지만, 그사이에 레이아는 벌써 몇 번이나 절정을 맛봤다. 기절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인데, 거기에 더해 레이아는 허리를 움직이면서 저렇게 말하는 거다. 자신은 괜찮으니까 내가 더 기분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레이아의 기특한 마음씨에 폭주하려던 이성을 다잡고, 난 최대한 스스로가 빨리 쌀 수 있도록 움직였다. 누군가 이런 날 칭찬해줬으면 좋겠다. 누워도 형태가 무너지지 않고, 탱탱함과 부드러움을 간직한 채 여전한 크기를 자랑하는 레이아의 가슴. 이런 가슴이 눈앞에서 허리 움직임에 맞춰서 유혹하듯 흔들리고 있는데도, 손도 대지 않고 참고 있는 거다. 얼른 레이아가 레벨이 올라서 저 가슴에 달라붙고 싶다. “흐읏. 하앗. 구, 구원씨…괜찮아요.” 내 시선을 느꼈는지, 레이아는 쾌감에 흐느끼면서도 팔을 X자로 만들어서 자신의 가슴을 모아 강조하는 자세를 취했다. 으아아아. 이러지 마. 안 그래도 참기 힘든데 왜 이러는 거야. “괜찮아요. 구원씨 하고 싶은 대로 하셔도. 흐읏. 제 몸은 흣, 전부 구원씨 거예요.” 두고보자. 나중에 네가 지금 이렇게 말한 걸 후회할 정도로 만져줄 테니까. 그래도 내가 가슴을 만지지 않고 버티고 있자, 레이아는 팔을 뻗어서 내 목에 휘감았다. 키스하려는 건줄 알고 레이아가 당기는 대로 상체를 숙였는데, 레이아는 더욱더 대담하게 행동했다. 키스를 한 건 맞았다. 다만, 키스를 하면서 내 가슴에 자신의 가슴을 비벼오기 시작한 거다. 내 유두에 자신의 딱딱하게 솟아오른 유두를 빙글빙글 돌리듯 비벼오는데, 그 익숙지 않은 쾌감에 그만 사정을 해버리고 말았다. “흐읏, 하앗, 하앗, 기, 기분 좋으셨나요?” 레이아는 자신이 절정을 느꼈을 때보다 훨씬 더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물어봤다. 키스를 하면서 젖은 입술, 쾌감을 느끼면서 붉게 달아오른 눈꼬리. 분명 아까까진 마냥 청순해 보이는 얼굴이었는데, 이젠 잘 모르겠다. 청순한 얼굴인 건가? 아니면 섹시한 얼굴인 건가? 확실한 건, 남자의 이성을 마비시키기엔 충분한 얼굴이라는 거였다. “레이아!” “넷? 흐으으으으읏!” 그때부터 살짝 기억이 애매했다. 난 그저 미친 듯이 허리를 흔들었고, 레이아는 거기에 동조해줬다. 다행인 점은, 레벨이 오른 덕분에 레이아가 복상사를 하진 않았다는 점이다. 정신을 차려보니, 레이아는 침대 위에서 대자로 뻗어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난 양손으로 레이아의 가슴을 각각 한 쪽씩 잡은 채, 입마저 레이아의 유두를 강하게 빨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한 거지? 살짝 허리를 들어서 물건을 뽑자, 그동안 막혀있던 레이아의 음부에서 정액과 애액이 섞인 액체가 터져 나왔다. 많이도 쌌네. “흐으읏!” 물건을 뽑아내는 느낌이 또 쾌감을 자극했는지, 레이아는 신음성을 흘리며 몸을 퍼덕였다. 그리곤 멍한 눈동자로 날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 그만하시는 건가요?” “으, 응. 밤도 늦었고 이제 좀 쉬어야지.” “충분히 만족하셨나요?” “응. 최고였어.” 다른 무엇보다 내가 만족했는지를 먼저 확인하다니. 역시 천사야. 내 대답을 듣고 레이아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살며시 몸을 일으키면서,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내 몸을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는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들어가서, 내 물건을 혀로 핥아주기 시작했다. 일부러 쾌감을 자극한다는 느낌보다는, 정말로 깨끗하게 닦아줄 목적으로 핥는 느낌. 물론 그래도 충분히 기분 좋은데다가, 무엇보다 레이아의 그런 모습이 자극적이라 힘이 빠지려던 물건이 다시 꼿꼿하게 서버리고 말았다. 레이아는 다시 힘이 돌아온 내 물건을 쥐고 장난스럽게 시선을 위로 올려다보며 미소 짓더니, 계속해서 물건을 깨끗하게 빨아줬다. 물건 끝에 쪽하고 키스를 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핥는 걸 멈추고, 레이아는 다시 내 물건 위로 올라타서 삽입을 시도했다. 어? 또 하려고? “레이아, 안 힘들어?” “조금 힘들어요. 그게, 구원씨 너무 격렬하신 걸요.” “미, 미안.” “괜찮아요. 그만큼 제가 좋았다는 거죠?” “응. 최고였어.” 레이아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입을 맞춘 후, 내 가슴에 기대어 누웠다. 허리를 움직일 생각은 없는 걸 보니, 그냥 힐링 섹스를 위해 삽입한 모양이다. 그렇겠지. 레이아도 많이 지쳤을 텐데. 실망 같은 거 안 했다. 정말이다. 내가 레이아의 머리를 조용히 쓰다듬어주자, 레이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라씨하고 디아나씨가 부럽네요.” “응? 갑자기 왜?” “그게, 그 두 분은 항상 이런 기분을 맛보는 거잖아요?” 아니. 항상은 아니야. 기절할 때까지 하는 경우도 많거든. 뭐, 레이아하고 비교하면 이렇게 섹스가 끝난 후 여운을 즐기는 시간이 많았던 건 사실이지만. “저 결심했어요. 이제부턴 더 적극적으로 구미호 상태를 극복할 거예요.” “그건 지금까지도 충분히 노력하고 있었잖아?” “…솔직히 말하면…최근엔 조금 나태했어요.” “응?” “그, 그게…어차피 구미호 상태를 완전히 극복하지 않아도, 구원씨하고만 하면 문제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리고…구미호 상태가 낫지 않으면 언제까지나 구원씨와 있을 수 있는 구실도 있는 거고요…. 저…못됐죠?” 과연. 그러고 보니 얼마 전까지는 계속해서 확실하게 진전되는 느낌이 있었는데, 최근 들어선 조금 정체기에 들어서고 있었다. 그냥 점점 더 극복하기 힘든 과정으로 넘어가고 있는 단계라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레이아의 심리도 작용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못됐다니. “아니. 그럴 리가. 오히려 엄청 기뻐. 레이아가 날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고, 고마워요. 그러니까 저 다시 힘낼게요. 앞으로도 구원씨와 이렇게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더 늘어날 수 있도록.” “응. 그렇게 해줘. 나도 레이아가 레이아인 채로 섹시해지는 모습을 더 보고 싶어.” “네? 세, 섹시?” “응. 자각 못하고 있었어? 레이아, 의식이 제대로 있어도 구미호 때 기술을 전부 제대로 발휘하고 있어서 엄청 섹시….” “구, 구원씨도 참! 몰라요!” 레이아는 부끄러운 듯이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꼬리로 내 허벅지를 탁탁 때렸다. 하지만 곧 때린 게 미안하다는 듯이, 복슬복슬한 꼬리가 방금 때렸던 내 허벅지를 감싸며 부드럽게 문질러왔다. 이런 부분이 요염하고 섹시하단 건데. 혹시 구미호의 기술 이전에, 그냥 본성 자체가 무의식중에 섹시한 거 아닐까? 자각이 없으니까 더 위험하다. 안되겠어. 역시 내가 평생 옆에 끼고 지켜보는 수밖에. 그렇게 레이아와는 처음으로 노닥거리면서, 어느 순간 스르르 잠이 들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다음 날 아침. 나보다 먼저 일어나있었는지, 눈을 뜨자마자 레이아의 목소리가 인사를 해줬다. 미묘하게 꿈틀대며 쾌감을 자극하는 허리 놀림. 가슴에 맞닿은 풍만한 감촉. 그리고 인사를 건네오며 가볍게 쪽하고 입술에 맞닿는 부드러운 감촉. 눈뜨자마자 천국에 있는 기분이었다. “왜 그러세요? 그런 표정을 지으시고.”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어.” “아, 안돼요.” 내 말에 레이아는 화들짝 놀라면서, 어디 못가게 하려는 것처럼 날 꽉 끌어안았다. 오오. 가슴이! 가슴이! “장난이야. 장난. 널 두고 내가 어떻게 죽어. 그냥 일어나자마자 모닝 키스를 받으니까 행복해서 그런 거야.” “구, 구원씨 참….” “레이아도 잘 잤어?” 나도 레이아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고 물어보자,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쪽. 네. 그래도 이제 방에서 나가면 다시 제 차례가 올 때까지 키스도 못하게 된다는 건 아쉽네요.” “그럼 다음 이틀 동안 못하는 만큼 지금 실컷 해둬야겠네.” “…네.” 레이아는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싫지 않다는 듯이 내 입술에 다시 입술을 맞댔다. 그리곤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자연스럽게 허리가 움직이면서, 다시 침대가 삐걱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행복하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둘이서 같이 서로의 몸을 씻어주면서 장난까지 친 후에 식당으로 내려갔다. 식당에 가자마자 우릴 반겨준 건, 터지기 일보 직전의 폭탄이었다. “좋아 보이네.” “아주 얼굴이 헤실헤실 풀어져 있구먼.” 아니, 이미 터져버린 폭탄일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에게 푹 빠져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나 지뢰밭에서 빠져나온 거였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사라씨. 디아나씨.” 사라와 디아나의 얼음장같이 차가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레이아는 아무렇지도 않게 평소처럼 인사를 했다. 역시 천사님이야. 저런 사악한 시선을 통하지 않는 건가. 뭐, 저 차가운 시선은 온전히 날 향해 있으니 그런 것도 있겠지만. “네, 네? 아, 네. 잘 잤어요? 레이아.” “네. 무척요.” “그, 그거 다행이네요.” 레이아가 정말로 순수하게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하자, 사라는 이게 아닌데? 라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대답했다. 디아나도 맥이 빠졌는지, 눈에서 힘을 풀고 한숨을 지으면서 말했다. “자넨 레이아양에게 감사하게. 이 몸이 레이아양과의 밤을 망치지만 않았었다면 어제도 쳐들어갔을 걸세.” 아, 그래서 어제 결국 안 오고 조용했던 거구나. 그렇게 싸우다가 내가 사라진 걸 알고 화는 났지만, 그래도 레이아의 중요한 날을 두 번이나 연속해서 망칠 엄두는 안 났나보다. 우리 애들이 이렇게 착하다니까. “당연하지. 레이아님 완전 천사….” “앙? 지금 뭐라고 했나?” “디, 디아나도 사라도 완전 천사라니까.” 내 대답에 디아나는 완벽하게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나름 흡족한 수준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생각해보니 애초에 싸울 이유도 없는 것이었네.” “오? 그건 또 무슨 심경의 변화야?” 설마 이대로 서로서로 사이좋게 하렘을 만들면 된다는 얘기인가! 이해해 줬구나, 디아나! 드디어 내 완벽한 하렘 라이프가…! “어차피 시간은 이 몸의 편이니 말일세.” “잠깐만요. 디아나. 그게 무슨 소리에요?” “훗. 자네들 수명이 얼마나 길 것 같나? 백년? 이백년? 어차피 그 시간만 지나면 해결될 문제라는 걸세.” “무슨 소리에요? 구원도….” “훗. 저 자는 이 몸과 수명을 공유하게 됐네. 즉, 영생을 얻은 거지.” “뭐, 뭐에요 그게! 치사하잖아요!” 응. 사이좋게 하렘은 무슨. 디아나는 몇 백 년 후까지 내다본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알겠나! 시간은 이 몸의 편이라는 걸세!” 디아나는 승자의 미소를 지으며, 고양된 목소리로 승리를 선언했다. “그럼 몇 백 년 후엔 독차지 할 수 있으니까 지금은 우리가 독차지하게 해줘요. 이제 디아나 차례는 빼도 되죠?” 하지만 역시나 사라는 만만치 않았다. “뭐, 뭣이?! 그거랑 이거랑은 다른 문제일세!” “뭐가 달라요! 몇 백 년 후면 독차지 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러면 지금은 조금 양보해줘도 되잖아요! 디아나는 좀생이!” “조, 좀생…지고의 대마법사라고 칭송받는 이 몸이 좀생이…! 조, 좀생이라도 상관없네! 이 몸은 포기 못하네!” 순식간에 어제에 이어서 2차전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이번에도 우리 천사님을 데리고 도망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언제까지 회피할 수도 없는 문제지. 여기서 확실히 말해두자. “다들 그만해! 난 바보라서 나중 일 같은 건 몰라! 그냥 지금에 최선을 다 하면서 살 뿐이지. 그러니까 너희 모두 최선을 다해서 사랑해 줄 거야! 그걸로 됐잖아?” 아마 나중에 이 발언을 돌이켜보면 이불을 뻥뻥 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이게 먹혔다는 거다. “아니면 뭐야? 지금 내가 너흴 사랑해주는 방식이 불만족스러워? 난 최선을 다할 셈이었는데.” “부, 불만족스럽다는 게 아니라….” 내가 뜨거운 시선으로 눈을 곧게 마주보며 말하자, 사라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렸다. “이, 이 몸은 애초에 싸울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디아나도 중얼거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가 밀고 나가면 져준다. 역시 내가 여자들은 정말 잘 골랐다니까. 사랑한다, 얘들아. “저도 지금으로 충분히 행복해요.” 옆에 있던 레이아가 팔짱을 껴오면서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 헤헷. 저도 지금 행복해요. “읏! 레이아만 치사해요!” “역시 가슴인가!” 하지만 팔에 닿은 가슴의 감촉에 얼굴이 헤벌쭉해진 게 문제였던 걸까? 진정돼가던 국면에 다시 불이 붙었다. 역시 하렘이란 어렵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13==================== 실비아의 각오 “후우…잘 먹었다. 그런데 이제 뭐하지.” 이번에는 어떻게든 상황을 진정시키고,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사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던전에 가는 거 아니었어?” 당연히 던전에 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표정이었다. 던전. 던전 말이지…. “응? 뭐야 사라는 나랑 노는 거보다 던전에 가는 게 더 좋아?” “아, 아니. 그건 아니지만….” 사라가 이렇게 반응할 걸 알고, 일부러 얼버무렸다. 그도 그렇잖아? 애초에 말이야. 이제 던전에 갈 필요가 없잖아? 내가 던전에 다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미인을 만나기 위해서. 레벨만 올린다고 무조건 미인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던전 깊은 곳으로 가면? 거기에서 만나는 모험가들은 못해도 평균이상은 되는 미인들의 천국이다. 하렘왕을 꿈꾸는 자로서, 원래는 그런 목적으로 던전을 다녔었다. 하지만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와 만났다. 하나만 있어도 차고 넘치는 미인들을 셋이나 만난 거다. 게다가 이 셋만으로도 감당하기 힘든데, 여기서 더 미인을 찾겠다고 던전 심층으로 내려가는 건 미친 짓이지. 그런데도 줄 곳 던전에 다녔던 건, 사라를 위해서였다. 처음 만났을 때 사라의 목숨을 위험하게 만들었던 빚을 갚기 위해서. 같이 마왕을 토벌하고, 영웅이 되기 위해서. 그래서 착실히 무투가의 레벨을 올려가면서, 전투의 기본기를 다지며 던전을 다녔었다. 하지만 사실은 어땠는가? 이 세계에 마왕 따위는 없었다. 사라가 레벨을 올리는데 열심이었던 건, 그저 할아버지의 복수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복수는 끝났다. 이유를 길게 늘어놨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더 이상 던전에 갈 이유가 없다는 거다. 생활비? 돈은 이미 고정으로 들어오는 수입이 있다. 매달 길드와 신전에서 돈만으로도 4명이서 먹고 살기엔 차고 넘친다. 물론 디아나의 저택에서 이렇게 호화스러운 생활을 누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긴 하지만. 음…. 이대로 기둥서방이 되긴 싫으니, 역시 돈을 더 벌긴 벌어야 되겠지? 아무튼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전처럼 빈번하게 던전에 갈 필요는 없다는 거다. 그냥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면서 가끔 심심하면 던전에 가는 걸로 충분하지. 대놓고 그냥 놀면서 살겠다는 말을 하기엔 찔리니까 얼버무렸지만, 사라도 디아나도 레이아도 던전에 갈 이유는 없을 거다. 사라는 던전에 다니던 이유를 해결한 상태. 디아나는 성자 스킬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했지만, 어차피 성자 레벨은 섹스로 오른다. 자기 몸으로 맛보면서 스킬들을 강화하고 늘릴 수 있으니, 굳이 던전에 갈 필요가 없다. 레이아에 이르러서는 그저 우리를 위해서 따라온 것에 불과하다. 던전에 갈 아무런 이유가 없다. 좋아. 결심했어. 오늘부터 모험가 생활은 휴업이다. “음?! 오늘 던전에 안 간다는 말인가?!” 하지만 어째선지 디아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응. 그럴 생각인데. 왜?” “그, 그것이….”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옆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아, 과연. 디아나는 던전에 갈 이유가 하나 있기는 했구나. 마법사 협회 사람들이 들러붙는 걸 피할 목적으로. 음…그래도 모험가는 휴업하겠다고 결심한 직후라서, 고작 그런 이유로 던전에 가긴 귀찮단 말이지. “야. 너 안 그래도 또 가출해서 이번엔 별로 놀아주지도 않았잖아. 가끔은 좀 놀아주고 해라.” 내가 말하자, 불안한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던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이 다들 함박미소를 지었다. 날 바라보며 썸즈 업을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포인트를 땄군. 미인들이긴 해도 저런 아줌마, 아니 할머니들 포인트를 따서 무슨 소용인가 싶긴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디아나도 마찬가지 아니냐고? 누가 디아나보고 할머니래. 디아나는 디아나니까 문제없다. “잘 가~.” “으아아. 자네 두고 보게!” 넌 명색이 대마법사면서 엑스트라a가 내뱉을 만한 대사를 하냐. 그런 말을 하면서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에게 안겨서 끌려가는 디아나에게 손까지 흔들어주면서 배웅하고, 사라와 레이아를 쳐다봤다. “그럼 디아나 빼고 우리끼리 재밌게 놀까?” “정말 못됐다….” 그 모습을 보고 사라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뭐야. 사라는 같이 안 놀려고?” “아니.” 결국 사라도 나랑 같이 놀고 싶긴 한 모양이었다. “죄송해요. 전 조금 신전에 볼 일이 있어서요.” 하지만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갑자기 무슨 볼 일? 설마 자긴 어제 날 독점했으니, 오늘은 사라에게 양보하겠다는 마음인 건 아니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착해빠졌잖아. “레이아? 어제 나랑 둘이서 있었다고 사양할 거 없어.” “사, 사양이라니.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정말로 볼 일이 있어요.” “정말이지?” “네. 전에 말했잖아요? 저도 구원씨 생각처럼 마냥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아냐. 넌 그렇게 생각 안할지 몰라도, 마냥 착한 사람 맞아. 아니, 그 수준을 뛰어 넘어서 천사야. 엔젤이야. 내 눈에는 네 등 뒤로 지금도 날개가 보여. 아아. 천사님. “으음…. 그렇다면 뭐….” “흥. 왜? 나랑 둘이 있기 싫은 모양이다?” “아니아니아니. 그럴 리가. 세상에 어떤 남자가 우리 사라랑 둘이 있기 싫어하겠어.” “후훗. 구원씨. 그럼 전 신전에 다녀올게요. 너무 사라씨하고만 친해지셔서 저 잊으시면 안돼요?” “헤헷. 물론이죠. 천사…으아악.” 결국 사라에게 허벅지를 꼬집혔다. 네가 꼬집으면 진짜 아프다니까. 피멍들었을지도 몰라. 뭐, 금방 낫긴 하지만. “어머.” 레이아가 손에 빛을 머금고 내가 꼬집혔던 부위를 살살 만져줬다. 꼬집힌 부위가 허벅지다보니, 자연스럽게 고간근처까지 손이 닿았다. 게다가 허벅지를 만지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있다 보니, 마성의 골짜기가 바로 내려다보였다. 역시 천사님이 최고야. 설 것 같다. “으윽….” 내가 헤벌쭉해지자, 사라는 또 응징을 하고 싶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럼 또 레이아만 좋은 일을 시켜줄 거란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럼 다녀올게요.” “응. 다녀와.” 레이아마저 배웅해주고, 이제 단 둘이 남게 된 상황에서 사라를 쳐다봤다. “사라야. 삐졌어?” “흥. 내가 삐질 일을 했단 자각은 있나보네?” “에이. 너랑은 이제부터 단 둘이 있을 건데, 같이 못 있을 레이아한테 저 정도 서비스는 해줘야지.” “…정말로 그게 다야?” 아니, 미안. 사실 그냥 헤벌쭉거린 거 맞아.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상대는 천사님이라고! 불가항력이라고! 라고 말할 수 있을 리도 없어서, 그냥 얼버무리기로 했다. “그럼 지금부터 둘이서 뭐하고 놀까?” 사라의 옆구리를 껴안고 바싹 끌어당기자, 사라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마지 못한다는 듯이 끌려왔다. 아, 논다고 하니까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내가 준 장난감은 어쩌고 있지? 망했다. 까먹을 게 따로 있지 하필 그걸 까먹었냐. 변명을 좀 하자면, 그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다. 솔직히 까먹어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건들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사라 입장에선 그렇지 않았겠지. 그러고 보니 원래는 그제가 자기 차례라고 화냈었지. 응. 화 낼만 하네. 오히려 그 정도로 화내고 말아준 게 고마울 정도다. 역시 사라 얘가 생긴 건 좀 차가워 보여도 실은 이렇게 착해요. 하지만 아까 의자에 앉을 때 별 반응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익숙해 진 건가? 아님 그냥 화나서 뽑아버린 건가? “사라. 가자. 따라와.” “으, 응? 갑자기 어딜?” 당장 확인해보기 위해서, 사라의 손을 붙잡고 침실로 들어갔다. 침실에 들어가자마자 사라의 허리를 눌러서 이쪽에 엉덩이를 내밀게 만들고, 그대로 바지에 손을 댔다. “꺄악! 가, 갑자기 뭐하는 거야!” 사라는 화들짝 놀라서 자기 바지를 붙잡았지만, 난 그 손을 풀고 말했다. “가만히 있어봐. 확인할 게 있어.” 그대로 바지와 팬티를 한꺼번에 잡아서 내리자, 위로 솟은 사라의 탄력있는 엉덩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음. 역시 언제 봐도 훌륭한 엉덩이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양 손으로 사라의 엉덩이를 붙잡고 양옆으로 활짝 벌리고 그대로 드러난 구멍을 확인하자, 역시나 보여야할 게 보이지 않았다. 원래 여기에 고리가 삐져나와있어야 하는데. 어디 간 거야. “사라야. 내 선물은?” “아직도 하고 있을 리가 없잖아?!” 역시 그런 건가. 사라는 자기 엉덩이를 붙잡아 벌리고 있는 내 손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치우더니, 팬티와 바지를 잡아 올려 입고 뒤를 돌아서 내 쪽을 쏘아봤다. “아직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다니, 양심이 너무 없는 거 아니야?” “미, 미안.” “애초에 거긴 볼일을 보는 곳이라고! 그렇게 며칠이나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크윽. 너같이 예쁜 애들은 똥 안 쌀 거라고 생각했단 말이야. 내 환상을 깨지 말아줘. “3일만 있으면 뺄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버텼는데! 지금 며칠이 지났다고 생각하는 거야?!” “미안! 정말 미안! 나도 3일이면…응? 3일? 잠깐만. 그럼 3일은 끼고 있었다는 소리야?” “지,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아니. 중요해. 대답해봐. 3일은 끼고 있었다는 소리야?” “그, 그건…그런데….” “그 사이에 볼 일은? 한 번도 안했어?” “그, 그게…그러니까…응. 당연하잖아.” 사라는 누가 봐도 거짓말이란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했다. “정말로?” “으, 응….” “정말로?” “으윽…. 그래! 알았어! 했어! 볼 일 보고 다시 넣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혹시 몰라서 이상한 기구까지 사서 뱃속을 깨끗하게 만들고 넣고! 그런데도 구원은 빼줄 생각은 안하고 딴 데 돌아다니고 있고!” 결국 사라는 폭발해서 될대로 되라는 듯이 폭로해버렸다. 스스로 다시 넣기까지만 한 게 아니라, 심지어 관장도 한 모양이다. “기구까지 샀어? 엉덩이 안쪽을 깨끗하게 해주는 거?! 관장?!” “어, 어쩔 수 없잖아! 어차피 엉덩이로 하려면 그런 것도 필요한 거지?! 나 혼자 사는데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아?!” …사실 얘도 엉덩이로 하는 거 기대하고 있었던 거 아닐까? 성감대도 그쪽이 제일 강하고. “미안해. 사라가 나랑 엉덩이로 하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난 바보같이 생각도 못하고.” 사라의 엉덩이를 붙잡아서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가볍게 입술에 입을 맞추고 말했다. “어, 엉덩이로 하려고 노력한 거 아니거든!” 사라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그렇게 외쳤지만, 그다지 설득력은 없었다. “좋아. 그럼 사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당장 해볼까.” “그, 그러니까 기대 안했다니까. 사람 말 듣고 있어?!” 응. 응. 네가 원래 앙탈부리는 성격이란 건 잘 알고 있어. 내가 너랑 좀 오래 같이 있었냐. “그래서, 그 관장 기구 어디 있어?” “…내, 내 방 서랍에….” “좋아. 당장 가자.” 내가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는 후회. 들켜버렸다는 부끄러움. 그리고 앞으로 행해질 행위에 대한 기대감. 그런 복합적인 감정이 떠올라 새빨갛게 익은 상태로 굳어진 사라를 끌어안고, 희희낙락해서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을 열자, 마침 바네사가 노크를 하려고 했다는 듯 손을 들고 서있었다. “바네사? 무슨 일이야? 우리 지금 바쁜데.” “벼, 별로 바쁜 건….” “아냐. 엄청 바빠.” 부끄러워졌는지 빠져나가려는 사라의 입을 틀어막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입을 막히자 빠져나오려는 기색 없이 가만히 있는 걸 봐선, 역시 사라도 앙탈을 부린 것에 불과했다. “…바쁘신 와중에 죄송합니다만, 구원님께 손님이 오셨습니다.” “응? 나한테? 디아나한테 온 게 아니라?” “네.” 누구지? 딱히 짐작 가는 사람이 없는데. “기대하게 만들어놓고 미안해, 사라. 일단 손님이 누군지 부터 확인해보자.” “그, 그러니까 처음부터 기대 같은 거 안 했다니까.” 그렇게 말하는 사라의 얼굴에는 실망감과 안도감이 어우러져 드러나 있었다.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바네사를 따라서 접객실로 가자, 거기에는 예상치도 못했던 인물이 앉아있었다. 바로 헤어진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실비아였다. 이젠 다시 볼 일 없을 거라고 하고 왔는데, 설마 이렇게 빨리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아니, 애초에 여긴 왜 온 거지? 그땐 정신없어서 제대로 감사 인사를 못했으니, 이제라도 제대로 하러 온 건가?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런 표정은 아니었다. 거의 울기 직전의 표정으로, 불안한 것처럼 안절부절 못하는 저 모습을 보고 어떻게 감사 인사를 하러 왔다고 생각할까. “앗, 구원님.” 실비아는 내가 방 안에 들어가자마자 벌떡 일어나서 다가오더니, 그대로 쿵 소리가 나도록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고개를 숙이면서 애절하게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절 당신의 여자로 삼아주십시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쉽게도 아직 엔딩은 멀었습니다. 풀어놓지 않은 떡밥이 많아서요. 당장 전전편만 봐도 나중에 나올 스토리의 떡밥을 미약하게 던진지라…. 끝날 것 같은 분위기가 난 건, 아마 제가 쓸 때 드디어 사각관계가 좀 정리된다고 생각하면서 쓴 거라 그런 것 같네요. 214==================== 실비아의 각오 으드드득. 실비아가 무릎을 꿇으면서 말하는 것과 동시에, 사라의 입에서 그런 험악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라 입에서 들린 소리 맞지? 내 팔에서 들린 소리 아니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아니더라도 아픈 건 마찬가지지만.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아픈데. 사, 사라야? 손에 힘 좀 풀어주면 안될까? 피가 안 통하는데. 아니 부러질 것 같은데. 으아아아. 부러져부러져부러져. 사라의 손을 탁탁 치면서 탭하자, 사라가 간신히 손에 힘을 살짝 풀었다. 이거 옷 걷으면 분명 손 모양으로 피멍 들었을 거야. 하지만 사라는 전혀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살벌한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눈빛이란 건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거겠지. “저 스스로를 변호할 기회를 주세요.” “…좋아요. 해보시죠.” 존댓말까지. 진짜 화났잖아. “다른 여자가 나 좋다고 찾아오는 것까지 제 잘못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잘난 게 죄는 아니잖아요?” 눈앞의 사라와 뒤에 서 있던 바네사, 그리고 방금 자길 내 여자로 삼아달라고 부탁했던 실비아마저 어이없단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지? 사실이잖아?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나 이래 뵈도 잘나가는 남자야. 손만 살짝 스쳐도 여자들이 끔뻑 죽는다고. 성적인 의미로. 특히 실비아. 넌 그런 눈으로 보면 안 되지. 너 지금 뭐 하러 온 건데. “그래서, 갑자기 이 여자가 찾아와서 저런 말을 하는데, 당신이 잘났다는 거 말고 다른 이유는 전혀 짐작 가는 바가 없다고요?” “아뇨. 사실 그게…여기 얘가 바로 전에 말했던 제가 그 성감대 만들어준…으아아악!” 이번엔 사라가 내 옆구리를 꼬집기 시작했다. “엄살은…완전히 당신 때문이잖아요!” 아니, 엄살이 아니라 네가 이러는 건 진짜 아프다니까. 너도 아프라고 꼬집는 거잖아. “그래도! 그래도 거절할 건데 이러는 건 부당하잖아!”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사라의 손에서 힘이 풀렸다. 하아…진짜로 옆구리 살 떨어져 나가는 줄 알았다. 천사님이 보고 싶다. 어서 부드러운 손길로 쓰담쓰담 해줬으면 좋겠다. 이거 천사님이 돌아오기 전에 나아버리겠지? 젠장. 자연회복력이 높은 게 이럴 땐 안 좋군. “제대로 거절할 거라고요?” “무, 물론이죠. 당연하신 말씀을.” “그런데 왜 말은 더듬어요?”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조금 아깝…아닙니다. 어떻게 제가 우리 아름다우신 세 분을 두고 그런 생각을. 당연히 거절해야죠.” 방금 느껴진 그거. 명백하게 살기였다. 사라는 그래도 고백할 때 다른 여자들도 인정해준다고 말했으니까, 농담 삼아 해본 말인데. 그때 그건 디아나하고 레이아만 지정한 거였나? 아니, 말투를 생각해보면 그건 아니었는데. 그럼 막상 다른 여자가 더 꼬이려고 하니 화나는 건가? 이게 맞는 거 같다. 하긴 당연한가. “그럼 빨리 해. 나랑 하던 거 마저 하고 싶지 않아?” 내가 확실히 거절한다고 대답하자, 그제야 사라는 눈에 힘을 풀고 말투도 반말로 다시 바뀌면서 살짝 애교를 부렸다. 여자란 무섭다. 상대가 우리 예쁜 사라가 아니었으면 여성 불신에 걸렸을 거다. 그런데 너 아까까진 엉덩이로 하는 거 결사반대 하지 않았냐? 다른 여자를 쳐내기 위해서라면 엉덩이쯤은 내줄 수 있다는 각오인 거야? 아니면 그냥 엉덩이로 하고 싶었던 거야? 뭐 좋다. 그거야 이따가 직접 하면서 반응을 보고 확인하면 되는 일이니. 참고로 난 사라가 좋아할 거라고 확신한다. 이건 그냥 내 감이 아니야. 섹스 애널라이즈를 믿는 거지. “그런 고로 미안하지만….” “부탁드립니다!” “대체 이러는 이유가…흐합! 핫! 피했…잠깐! 우리 대화로 해결합시다!” 다시 사라의 손이 내 옆구리를 포착하는 걸 보고, 이번엔 화려하게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속도는 사라가 훨씬 빨랐고, 한 번은 피했어도 두 번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내 옆구리는 사라의 손에 사로잡혔다. 다행이 아직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사라의 눈빛은 언제든지 꼬집을 수 있다고 협박하고 있었다. “말해봐요.” “그냥 순수하게 호기심이 생겨서 사정만 들어보려는 거예요.” “다른 뜻은 없고요?” “물론이죠. 제가 어느 안전에 감히.” “…믿을 거야.” 간신히 사라의 손에서 옆구리를 해방시킬 수 있었다. 떨렸지? 옆구리야. 이제 다신 널 인질로 잡히지 않을게. 자연스럽게 양손을 허리위로 올려서 옆구리를 가드하고, 다시 실비아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대체 이러는 이유가 뭔지 얘기라도 들어봅시다. 실비아양. 댁 내가 친절하게 성감대까지 만들어 줬잖아. 그것만으로는 만족 못하겠다는 거야?” “친절을 베풀어주신 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하지만…다른 남성과는 아무리 몸을 섞어도 그때의 그 느낌은 맛볼 수 없었습니다.” “그거야 나랑 비교하면 다른 남자들이 불쌍해지지.” “아뇨. 그게 아닙니다. 펠…공주님께서 말씀하시길, 하다 보면 약하게나마 절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구원님과 할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전 아무리해도 다른 남성과는 절정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절정을 느낄 수 없어? …혹시 나 뭐 실수했나? “자세히 말해봐.” “자세히 말하라고 하셔도…그저 절정을 못 느낄 뿐입니다.” “쾌감은 느껴지고?” “네. 그건 문제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쾌감이 지속돼도, 절정에 달하진 못했습니다. …그렇군요. 다른 남성에게서 얻을 수 있는 쾌감이 훨씬 약하긴 했지만, 마치 구원님이 처음에 애무만으로 제게 걸린 스킬 효과를 풀어주려고 하셨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실비아의 말을 듣고 나서야, 드디어 뭐가 문제였는지 깨달았다. 응. 내가 잘못했네. 즉, 이런 거다. 내가 만들어준 성감대만으로는 절정에 달할 수준의 쾌감을 얻을 수 없다. 아마 레벨 차이 때문에 성자의 성수의 위력이 반감돼서 그런 거겠지. 완벽하게 내 실수다. 성자의 손길로 절정에 보내지 못한 경험을 하고도 이런 실수를 반복하다니. 얘가 쾌감을 느낀 건, 그냥 몸이 쾌감에 익숙지 않아 민감하기 때문이다. 겉으론 느끼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절정에 달할 수준까진 도달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젠장. 디아나한테 좀 더 자세히 설명해줬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텐데. 디아나라면 바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내가 성감대를 만든다고 얘기했을 때 말렸을 거다. 실비아와 한 경험을 자세히 말하면 괜히 디아나가 화내는 시간만 길어질 테니, 간략하게 말한 게 이런 화를 불러일으켰다. “잠깐만요.” 그때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사라가 나섰다. “그러니까 당신은, 고작 쾌감을 얻기 위해서 지금 구원의 여자가 되겠다는 말인 건가요?” “…고작 쾌감? 고작 쾌감이라고 하셨습니까?” 사라의 말을 들은 실비아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눈동자를 활활 불태우며 말했다. “당신 같은 평범한 여성은 모릅니다! 평범하게 여성으로서의 쾌감을 즐길 수 있는 당신 같은 사람은! 당신이 평생 쾌감을 모르고 살았던 제 기분을 아십니까?! 처음으로 여성의 기쁨을 맛볼 수 있게 됐을 때의 그 기분을 아십니까?!” 실비아는 그 작은 몸집에서 나오는 거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박력 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그 피를 토하는 것 같은 처절한 외침에, 사라조차도 한 발짝 뒤로 물러날 정도였다. “야. 기분은 알지만, 그래도 굳이 내 여자가 될 필요 없어. 아마 네가 못 느끼는 건, 너랑 내 레벨 차이 때문에 스킬 위력이 약해져서 그런 거야. 가서 조금만 기다려봐. 내가 레벨만 올리면….” “아뇨. 성감대가 생기고 다른 남성들과 몸을 겹쳐본 이후로, 전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제게 여성으로서의 기쁨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건 구원님밖에 없다고요. 부탁드립니다. 절 당신의 여자로 삼아주십시오. 그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사정이 딱한 건 알겠는데. 나도 이미 장래를 약속한 여자가 셋이나 있는 몸이라서 말이야. 너도 들었잖아? 디아나가 날 자기 남자라고 선언한 거. 그거 누가 봐도 내 남자니까 건드릴 생각 말라고 한 거잖아.” “…저도 디아나님께 신세를 진 적이 있는 몸. 디아나님의 상대께 정식으로 연을 맺어달라는 염치없는 부탁을 하는 게 아닙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연을 맺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당신의 여자로 곁에 두고 계셔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생각나실 때 한 번씩 제가 여성의 기쁨을 느끼게 해주십시오.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발을 핥으라면 핥겠습니다. 언제든지 옷을 벗으라면 벗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옆에만 두고 계셔주십시오.” 뭐야 그 조건. 말만 좀 길게 했을 뿐, 쉽게 말해서 성노예처럼 부려도 상관없다는 얘기다. 귀족이라는 애가 성노예를 자처할 정도라니. 그렇게까지 절실한 거였어? 그렇게 상황을 파악하자, 조금 마음이 약해졌다. 물론 남자 입장에서 너무 이상적인 조건이란 이유도 아주 조금 영향이 있었지만, 그건 사소한 이유다. 섹스라면 어차피 우리 애들하고도 실컷 할 수 있다. 마음이 약해진 가장 큰 이유는, 이렇게까지 절실해 보이는 애를 그냥 놔둬도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신이 날 성자란 직업으로 이 세계에 데려온 건, 이런 애들을 구원하라고 데려온 게 아닐까? 그렇게 어울리지 않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을 때, 옆에서 사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구원….” 그래. 내가 우리 애들을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유야 어찌됐든, 이건 거절하는 게 맞다. 괜히 어설프게 쾌감을 알려준 실비아에게도 미안하고, 여기에 성자란 직업을 달고 보내준 여신에게도 미안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매정하게 대놓고 말하기는 미안해서, 조금 돌려 말하기로 했다. “아니, 너 귀족 아니었어? 가문도 그렇고 너 자신도 왕실친위대의 기사인지 뭔지 라면서. 그런 조건을 아무렇게나 내걸어도 괜찮아?” “상관없습니다. 여성으로서의 기쁨을 맞보기 위해서라면, 전 뭐든 내던질 각오가 되어있습니다.” 전에 벗으라니까 바로 옷을 벗어던졌던 거나, 성감대를 만들어준 후 바로 뛰쳐나갔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얜 아무래도 하나에 꽂히면 다 내팽개치고 그것만 쫓는 타입인 모양이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넌 각오가 돼있다고 쳐도 펠리시아 공주는? 너 공주 보좌나 호위 같은 역할 맡은 거 아니야?” 왕실친위대의 기사란 애가 왕도가 아닌 여기에 있는 거다. 그런 이유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공주님께선 기사로 살아가기보다, 한 명의 여성으로 살아가기로 결심한 제 결정을 이해해주셨습니다. 공주님께서 웃는 얼굴로 보내주셨기 때문에, 제가 이렇게 여기 올 수 있었던 거죠.” 그러고 보니 실비아는 지금 갑옷을 걸치고 있지 않았다. 고급스러워 보이기는 하지만, 귀족으로선 간소해 보이는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설마 기사직을 아예 때려 치고 온 건 아니겠지? 아무튼 정말로 각오 하나는 제대로 하고 온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받아줄 수는 없지. “네 가문도 그걸 인정해 준 거고?” “그, 그건….” 역시나 여기선 말문이 막히는군. 그야 그렇지. 그 자유분방한 펠리시아가 인정해준 건 이해가 되지만, 귀족가문에서 자기 가문 사람이 성노예 같은 삶을 사는 걸 인정할 리가 없지. 아니, 솔직히 펠리시아가 웃으면서 보내줬다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그 펠리시아가 웃으면서? 또 뭔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 아냐? “그렇지? 인정 안 해줬지?” “하지만 가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제 결심이 흔들릴 일은 없습니다!” “그게 문제가 아니야. 네가 말한 대로 내 옆에서 그런 생활을 보내면, 그 가문에서 날 어떻게 생각하고 처리하려고 하겠어? 물론 디아나가 옆에 있으니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트러블이 생길 건 분명하지?” “…….” 실비아는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했는지, 아랫입술을 깨물고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딱봐도 머리에 피가 몰려서 즉흥적으로 뛰쳐나온 것 같으니 말이다. 그렇게 냉정하게 생각할 정신은 없었겠지. “…그럼 가문과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고 나면, 절 구원님의 여자로 받아줄 수 있다는 겁니까?” 하지만 포기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당장 가서 담판을 짓고 오겠습니다.” 실비아는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 야! 잠깐!” 붙잡으려고 했을 때, 이미 실비아의 모습은 사라져있었다. 사람 말 좀 끝까지 들어라…. 타입은 전혀 달라도, 묘한 부분에서 친구랑 닮은 기사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15==================== 실비아의 각오 …저거 진짜로 자기 가문 사람들 설득하고 오면 어쩌지? 아니, 만약 그렇다고 해도 거절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귀족 영애가 남의 성노예가 되겠다고 자기 가문을 설득하고 오는 거다. 매정하게 거절하기 더 힘든 상황이 돼버리잖아. 에이. 그래도 설마. 설마 설득이 되겠어? 아무리 내가 성자라는 이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직업이라 자기편에 끌어들이면 이점이 많긴 하다지만. 그리고 디아나의 남자라는 점도 있어서, 자기편에 끌어들이면 지고의 대마법사라는 후광을 등에 업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어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쩌면 설득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딸 하나 버리는 셈 치고 날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는 야심찬 귀족이라면, 가능한 거 아니야? 아냐. 그런 생각하지 말자. 아내도 아니고 심지어 첩도 아니고 성노예 취급인데. 딸을 저런 취급으로 붙어살게 하면서 날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아무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게다가 어렸을 때 불감증을 고쳐주려고 그렇게 노력했다면서? 그만큼 실비아를 사랑했다는 증거잖아. 딸의 행복을 위해서라도…실비아가 내 곁에서 성노예처럼 사는 게 최고의 행복이라고 주장한다면? 만약 실비아의 양친이 진정으로 딸의 행복을 바라고, 이해심이 심각하게 깊은 부모라면? 으아아아아. 생각할수록 머리만 복잡해진다. 예쁜 여자가 성노예로 데리고 살아달라고 부탁하는데, 왜 이렇게 거절할 고민에 머리를 썩혀야하지? 자신의 처지가 개탄스럽다. 아니, 물론 우리 애들한테 둘러싸인 생활에 불만이 있다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최고지만. 이 세상의 다른 여자 전부와 셋 중 뭘 고를 거냐고 물어보면 셋을 고를 거지만. “…구원.” 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고민하고 있자, 옆에서 사라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헉! 왜, 왜?! 제대로 거절했잖아?!” 그 차가운 목소리에, 난 반사적으로 옆구리를 가드하면서 사라 쪽으로 돌아봤다. 설마 이제 독심술도 쓰나? 내가 잠깐 내 처지가 개탄스럽다고 생각한 걸 읽은 건 아니겠지? 그 다음 생각도 읽어줘! 이 세상 다른 여자들 모두 합친 것보다 너희를 택한다니까?! 하지만 사라는 딱히 공격할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냥 조금 진지한 얼굴로 생각에 빠진 표정이었을 뿐이었다. “왜 그렇게 놀라? 나도 옆에서 봤으니까 알아. 모질게 거절 안 한 건 조금 맘에 안 들지만.” 얘가 요즘 매일같이 애교를 부리니 잊을 것 같아지지만, 얘 원래 디폴트 보이스가 차가운 목소리였지. 아무래도 생각에 빠져서 애교를 부릴 생각을 안 하고 말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가운 목소리가 나온 것뿐인 모양이다. 사라의 매력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겉보기에는 쿨한 미녀라는 점이긴 하지만, 이럴 땐 심장에 안 좋다. 그냥 제 발 저린 것뿐이지만.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애원하는 애한테 모질게 굴긴 힘들잖아?” “…하긴 그게 당신의 좋은 점이기도 하지.” 그러고 보니 사라는 얼마든지 모질게 굴 수 있는 애였다. 다른 남자가 자기한테 말만 걸려고 해도 살기를 뿌려대는 앤데. “그런데 방금 그 여자가 다녀간 일, 디아나한테 말하는 게 좋을 것 같지 않아?” “…디아나한테?” “싫은 표정이다?” “그야 또 무슨 소동이…아니, 저러다 만약 진짜 설득하고 오면 곤란하니까 말해야하긴 하겠지만.” “그래. 결국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디아나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사라의 표정은, 어딘지 분해 보였다. 본처 자리를 두고 다투기까지 했으면서, 중요한 땐 디아나를 의지해야 한다는 사실이 맘에 안 드는 모양이다. 걱정 마. 난 그런 거 상관없이 너도 똑같이 좋아하니까. 분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라가 귀여워서, 허리에 팔을 두르고 끌어안은 다음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으응….” 사라는 전혀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끌려 들어와 키스를 받아줬다. 그러고 보니 아까 얘가 뭐라고 했지? 하던 거 마저 하고 싶지 않냐고 하지 않았었나? “방에 가자.” “…디아나한테 얘기는 안하고?” “어차피 터무니없는 내용으로 귀족가문을 설득하려면 하루 이틀로 끝나진 않을 거야. 게다가 아침에 협회 수장들이랑 잘 놀라고 얘기했는데, 이제 와서 방해하기도 미안하잖아? 그냥 저녁에 레이아 왔을 때 얘기하자.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보다?” “네가 아까 말했잖아. 하던 거 마저 하고 싶지 않냐고.” “그, 그건…!” “자, 가자.” 내 설득이 통했는지, 사라는 마지 못하는 기색으로 내 손에 이끌려왔다. 물론 도착한 곳은 사라의 방이다. 엉덩이로 하려면 아무래도 준비가 필요하고, 그 기구가 사라의 방에 있다는 모양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그건 어디 있어?” “그거?” “그 왜 있잖아. 관자….” “나, 나 혼자서 하고 올 테니까 여기 있어!” 사라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침대 옆 서랍에서 작은 약 같은 걸 꺼냈다. 힐끔 보니, 그 서랍 안에 내가 줬던 그 애널 비즈도 들어있었다. 좋아. 저건 이따가 회수해야지. “귀, 귀도 막고 있어!” “에이, 어차피 방음 잘 되서 들리지도 않을….” “막고 있어!” “네.” 얼굴이 새빨개져서 외치는 사라가 귀여워서, 그냥 하라는 대로 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저쪽 보고 있어.” “응.” “왜, 왜 그렇게 실실 웃는 거야?!” “귀여워서.” “으읏…! 가, 갔다 올게!” 사라는 저러다 머리에서 김나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새빨개진 채로, 도망가듯이 화장실로 들어갔다. 저렇게 부끄러워하면서, 결국 자기 스스로 엉덩이 안을 깨끗이 하러가는 사라는 역시 귀엽다. 게다가 저런 모습을 나한테밖에 안 보여준다니. 최고야. 그렇게 귀를 막고 가만히 침대에 앉아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뒤에서 사라가 어깨를 두드려서 나왔다는 신호를 보냈다. 자기 스스로 엉덩이로 할 준비를 마치고 왔다는 사실이 상당히 부끄러운 듯, 사라는 시원스럽게 생긴 눈매에 살짝 눈물을 머금고 이쪽을 노려봤다. 이런 모습도 예뻐 보이는 건, 내가 그만큼 사라한테 푹 빠졌단 증거일까? 아닌가? 그냥 사라가 워낙 예뻐서 이런 표정도 예뻐 보이는 건가? 뭐, 아무렴 어때. “깨끗이 하고 왔어?” “우읏….” 내 노골적인 질문에 사라는 대답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대답이 없다는 건 직접 확인하란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지?” “바, 바보! 깨끗이 하고 왔어! 진짜 바보!” 그렇게 말하면서 다가가자, 사라는 한 발자국 물러나면서 결국 대답해버렸다. 어차피 엉덩이로 하려면 확인하게 될 텐데. 이젠 정말로 피할 수 없게 되자, 절박해져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는 모양이다. “이리 와.” 물론 그런 사라도 내 눈엔 귀여워 보일 뿐이었다. 사라의 허리를 붙잡고 내 쪽으로 끌어당긴 다음, 진하게 키스를 해줬다. 사라의 몸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하지만 내가 혀와 혀가 맞닿으면서 서로 얽히고, 서로의 입 안을 터치하는 사이에 점점 긴장이 풀려갔다. 사라의 몸에서 힘이 빠지고 자연스럽게 내게 기대어 안겨있는 상태가 됐을 때, 한 손을 천천히 사라의 엉덩이 쪽으로 내렸다. “으음…하음…쪽…구워…흐읍!” 내 손이 엉덩이에 닿자, 사라의 몸은 다시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졌다. 괜찮아. 몸에서 힘 빼.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 그런 마음을 담아서, 사라의 탄력 있는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계속해서 엉덩이 표면만을 부드럽게 빙글빙글 돌리듯이 애무하자, 내가 아직 구멍에 닿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사라의 몸에서 다시 천천히 힘이 빠져갔다. 그리고 동시에 사라의 호흡도 천천히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하응! 구원! 쭙. 구원…! 하으읏!” 얼굴에 사라의 거친 숨결이 느껴지고, 바로 눈앞에 있는 사라의 눈동자는 쾌감으로 살짝살짝 흔들리면서 몽롱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라의 최고 성감대는 엉덩이니까. 그야 이렇게 만져주면 쾌감을 느끼겠지. 게다가 지금 나랑 사라의 레벨 차이가 몇인데. 그나마 사라라서 완전히 흐트러지지는 않는 거다. 사라는 전투로도 레벨이 꽤나 잘 오르는 만큼, 원래는 디아나나 레이아에 비해서 레벨이 높았으니 말이다. 사라가 엉덩이를 만지는 손을 의식하지 않고 쾌감에 집중하게 됐다 싶었을 때, 손을 사라의 바지 안으로 집어넣었다. 바지는 물론 팬티 안으로 집어넣고, 우선은 다시 엉덩이를 만져갔다. 옷 위로도 물론 훌륭한 감촉이었지만, 역시 직접만지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아무래도 사라는 다른 둘에 비하면 몸을 쓰는 직업이다 보니, 마냥 부드럽기만 한 게 아니라 꽉 쥐면 손가락을 밀어내는 탄력이 있다. 중독될 것 같은 감촉이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언제까지고 이렇게 만지고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계속 이러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지. 다음 스텝을 향해 나아가지 않으면.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에서 검지를 뻗어, 조심스럽게 사라의 엉덩이 구멍 쪽으로 향했다. “흐으으응!” 내 손가락 끝이 구멍 표면에 닿는 순간, 사라의 몸이 바르르 떨렸다. 일단은 조심스럽게, 주름을 세듯이 표면을 톡톡 두드리면서 긴장을 풀려고 했다. 아무래도 여길 만져지면서 긴장이 풀리기는 힘든지 꽤나 시간이 걸렸지만, 이런 건 시간과의 싸움이다. 손가락의 침입을 거부하듯이 딱딱하게 굳어져 있던 구멍도, 결국 흐물흐물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흐읏. 하읏. 구원, 구원…. 하음….” 그리고 그 와중에도, 사라는 나와의 키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 목에 팔을 두르고 더욱더 적극적으로 매달렸다. 그런 사라의 혀를 혀로 맞아주면서, 손가락에 살짝 힘을 줘서 검지 한 마디를 구멍 안으로 침입시켰다. “하으으읏!” “아얏!” 이게 인과응보라는 걸까? 손가락을 넣는 순간, 당연히 사라는 격하게 반응했다. 사라는 이를 악물면서 신음을 참으려고 했고, 사라의 입 안으로 혀를 집어넣고 있던 내 혀도 하마터면 잘릴 뻔 했다. 다행이 사라가 화들짝 놀라면서 다시 입을 벌렸기 때문에, 혀에서 살짝 피가 나는 정도로 끝날 수 있었다. “미, 미안해. 미안해….” 혀를 맞대고 있다 보니, 내 혀에서 흘러나오는 피의 맛이 사라에게도 느껴진 거겠지. 사라는 눈가에 눈물을 그렁이면서 사과했다. 아니, 그 타이밍에 손가락을 넣은 내가 잘못한 거니까 네가 사과할 필요는 없는데. 사라는 사과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지, 자기 혀를 내 입안으로 집어넣어서 내 혀 곳곳을 터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혀에서 피가 나는 부분을 찾았는지, 열심히 그 부위를 자기 혀로 할짝이기 시작했다. 이러니까 왠지 독특한 방식으로 키스를 하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미안…미안….” 솔직히 난 아픈 것보단 엄청 흥분됐지만, 사라는 진심으로 미안한 듯이 눈물을 그렁이면서 필사적으로 내 혀를 핥아댔다. 너무 그렇게 사과를 하니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막상 사라의 얼굴을 보니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평소와 다르게 눈물을 그렁이면서 필사적으로 혀로 핥으려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말이다. 응. 사라한텐 미안하지만 조금만 더 이러고 있자. 입으로는 사라가 할짝할짝 혀를 핥아오는 걸 느끼면서, 난 검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으아아!” 검지를 살짝살짝 움직이면서 엉덩이 구멍을 풀어주려고 하자, 다시 사라가 몸을 떨면서 반응을 했다. 하지만 이번엔 결코 혀를 물지 않겠다는 듯이,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입을 벌려 소리를 냈다. 신음소리를 참는 것보다, 부끄럽게 신음소리를 크게 내면서도 내게 상처를 안주려는 선택을 한 거다. 하여간 기특하다니까. 사라가 자신의 입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엉덩이 쪽에는 주의가 조금 소홀해졌다. 그 사이에 난 검지를 왕복시키면서, 사라의 엉덩이를 천천히 풀어주기 시작했다. 처음 들어올 때는 힘들었지만, 이렇게 하다 보니 저번보단 확실히 움직이기 수월한 느낌이 들었다. 3일 동안이라지만 애널 비즈를 착용하고 생활했던 덕분인가? 이거라면 정말로 삽입이 가능할 것 같다. “사라…슬슬….” “흐읏….” 사라의 입술에서 입술을 떼고, 살짝 사라와 떨어졌다. 사라는 두려운 듯이 내 쪽을 쳐다봤지만, 내가 괜찮다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자 고개를 끄덕이고 침대 위에서 반대쪽으로 돌아 엎드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시간이 없어서 도중에 끊겼네요. 실비아는 앞으로의 스토리를 위한 장치로 등장시킨 겁니다.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 주세요. 216==================== 실비아의 각오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고, 상체를 숙인 채 엉덩이만 이쪽으로 내민 자세. 엉덩이로 하기 위해선 가장 적절한 자세다. 하트 모양의 탐스러운 엉덩이와, 그 아래로 이어지는 잘록한 허리라인이 강조되어서 굉장히 보기 좋은 광경이었다. 편안한 바지 차림으로도 이렇게 몸의 굴곡이 강조될 수 있다니. 레이아처럼 이곳저곳이 빵빵한 타입은 아니지만, 역시 사라도 끝내주는 몸매다. 마냥 지켜보고 싶어지는 광경이지만 언제까지고 지켜보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 나는 사라의 바지와 팬티를 한 번에 잡고, 사라의 허벅지 중간정도까지 내렸다. 왜 벗기다가 마냐고? 모처럼 사라가 이렇게 자세를 잡아주고 있는데, 다시 일으켜서 전부 벗기기는 좀 그렇잖아? 역시 아까 엉덩이를 만지는 걸로 무척이나 흥분했는지, 사라의 음부는 이미 질척질척하게 젖어있었다. 어중간하게 바지를 내린 덕분에, 팬티와 음부 사이에 이어진 끈적끈적한 끈들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야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런 내 감상과는 대조적으로, 움직이기 힘들어진 사라는 더욱더 긴장되는 모양이었다. 얼굴은 베개에 파묻고 있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하트모양의 탐스러운 엉덩이는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괜찮아. 사라야. 긴장 풀어.”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붙잡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으, 응…응….” 하지만 사라는 신음소리인지 대답인지 모를 소리를 흘리면서도, 몸의 떨림은 좀처럼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살짝 억지로라도 강행해서, 쾌감으로 긴장을 덮어씌우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레벨 차이가 있는 만큼, 제대로 시작하면 긴장할 여유도 없이 쾌감에 빠지게 되겠지. 그렇다곤 해도, 곧장 삽입을 할 수는 없었다. 엉덩이와 음부는 구조가 다르니 말이다. 게다가 내 물건은 크기가 크기인 만큼, 아무리 사전 준비를 했다곤 해도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디아나랑 성인용품점에 갔을 때 젤이라도 사오는 건데. 난 섹스하면서 윤활액이 부족할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생각에,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아니, 뭐 정상적으로만 한다면 틀린 생각은 아니었는데 말이야. 실제로 지금도 사라의 음부에선 애액이 줄줄 흘러넘치며 반쯤 허벅지에 걸쳐져있는 팬티 위로 뚝뚝 떨어지고 있으니까. 에잇. 없으면 없는 대로, 있는 걸 활용하는 수밖에 없잖아. 한 손은 여전히 사라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빙글빙글 돌리듯이 부드럽게 애무하면서, 한 손을 엉덩이 가운데로 향했다. 하지만 오늘 목표로 하는 그 구멍이 아니다. 그 아래쪽의, 익숙한 구멍으로 향했다. “흐으으응!” 내가 언제 엉덩이로 파고들지 긴장하고 있던 사라는, 음부에 손이 닿자 쾌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안심한 모양이었다. 부들부들 떨리던 엉덩이가 조금 잠잠해졌다. 포기한 게 아니니까 아직 안심하긴 이른데 말이야. 손가락으로 사라의 음부에서 흘러나와 허벅지를 타고 내려가는 애액을 퍼 올리듯이 쓰윽 훑어 올린 후, 애액을 음부에 다시 집어넣기라도 하려는 듯이 음부 입구에서 손가락을 움직였다. 어느 정도 음부에 애액이 가득 찬 느낌이 들자, 그대로 검지와 중지를 세워서 사라의 음부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흐응! 하으읏! 히으응!” 그러는 동안 사라의 엉덩이가 다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긴장 때문에 그런 게 아니다. 쾌감 때문에 그런 거다. 그 증거도 있다. 손가락 두 개로 틀어막고 있는데도, 그 틈 사이로 애액이 푸슛푸슛하고 터져 나왔으니까. 사라는 몸을 쓰는 직업이라서 그런지, 몸의 탄력만큼이나 음부의 조임도 훌륭했다. 설령 손가락 하나를 넣더라도, 손가락이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틈새 없이 꽉꽉 조여 대니 말이다. 그런 사라의 음부에 손가락 두 개를 넣고 있었는데도 그 사이로 애액이 터져 나온 거다. 사라가 얼마나 흥분한 건지 짐작이 갔다. 아마 이렇게 느끼는 건, 음부에서 느껴지는 쾌감 때문만은 아닐 거다. 앞으로 있을 행위에 대한 기대감도 분명히 있을 거라고, 난 멋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이런. 일부러 집어넣었는데 다시 새어나왔네. 그렇게 기대돼?” 살짝 사라를 떠봤지만, 사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엉덩이를 부들부들 떨었다. 대답을 듣고 싶었지만, 이런 상태에선 어쩔 수 없나. 다시 하던 일에나 열중하자. 새어나간 애액들도 다시 퍼 올려 집어넣을까 생각해 봤지만, 딱히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안에 넣었던 게 새어나간 게 아니라, 새로 애액이 더 생기면서 밀리듯이 터져 나온 거니까. 안에 있는 걸로도 충분하겠지. 난 음부에 넣고 있던 검지와 중지에 애액을 듬뿍 묻히기 위해서 손가락을 휘젓기 시작했다. “흐으읏! 하아앗! 흐으응!” 절정의 여운이 다 가시지도 않은 채 사라는 다시 신음성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절정까지 느끼게 해줄 생각은 없었다. 검지와 중지에 애액이 듬뿍 묻었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난 가차 없이 손가락을 뽑았다. “흐으읏!” 손가락을 뽑아내려고 하자, 사라의 엉덩이가 그러지 말라는 것처럼 내 손가락을 따라 내밀어졌다. 하지만 사라의 그런 노력에도 상관없이 손가락이 완전히 뽑히자, 사라는 드디어 베개에 파묻고 있던 얼굴을 살짝 들어 올려 이쪽을 노려봤다. 흥분으로 상기된 뺨. 살짝 울상 짓고 있는 눈으로 이쪽을 안타까운 듯이 쳐다보는 사라를 타이르듯이 엉덩이를 어루만지던 손에 살짝 힘을 담아서 쥐었다. 음. 손가락을 튕겨내려고 하는 반발력이 훌륭하기 짝이 없다. “보채지 마. 오늘 하려던 건 여기가 아니잖아?” 미약하게 붉어질 정도로 힘을 담아서 엉덩이를 쥔 후에, 다시 그 부분을 어루만졌다. 이번엔 간지럽히는 것처럼 부드럽게, 손바닥과 엉덩이 표면에 닿을 듯 말 듯 한 느낌으로 스치듯이. “히으읏. 구, 구워언….” 그 느낌에 사라는 다시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사라의 애액이 듬뿍 묻은 검지와 중지를 세워서, 이번에야 말로 목표하고 있던 구멍에 가져다댔다. 일단 구멍의 입구부터 적시듯이 살살 애액을 펴 바른 다음, 검지부터 구멍 안으로 살살 집어넣기 시작했다. 사라도 최대한 힘을 빼려고 노력하는 중인지, 아니면 그저 힘을 줄 정신마저 없는 건지 이번엔 아까보다 저항감이 조금 적다. 수월하게 엉덩이 안쪽으로 들어간 검지를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엉덩이 안쪽에 애액을 펴 바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동안 검지를 움직이다가 손가락을 뽑자, 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위험해. 조금 재밌을지도. 다시 한 번 해보려는 마음도 살짝 들었지만, 참았다. 괜히 가지고 놀다가 사라가 삐져서 관계를 거부해버리면 골치 아프니까. 안 그래도 방금 그게 상당히 부끄러웠는지, 사라는 이제 손으로 베개를 접듯이 끌어안아서 귀까지 막고 얼굴을 완전히 감싸 안아버렸다. 그렇게 뽑아낸 검지위에 중지를 얹듯이 겹치고, 이번엔 한 번에 두 손가락을 엉덩이에 침입시키기 위해 내밀었다.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을 때보다는 저항감이 상당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두 손가락을 전부 집어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손가락을 전부 집어넣고, 살짝 손가락 사이를 벌려보려고 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일단 애액부터 바를까. 중지에 묻어있는 애액마저 엉덩이 안에 철저히 발라나가자, 사라의 몸이 다시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집어넣은 손가락의 세 번째 마디, 즉 사라의 엉덩이 입구 부분이 강렬하게 조여오기 시작했다. 엉덩이가 조여 오는 것과 동시에, 사라의 음부에서 다시 한 번 애액이 분출됐다. 역시나 최고 성감대. 섹스 애널라이즈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라 역시 엉덩이로 엄청나게 느끼는 모양이다. 손가락 두 개를 집어넣고 움직이자마자 절정에 달하다니. “사라, 엉덩이가 그렇게 좋아?” 손가락을 집어넣고 있는 손의 반대쪽 손, 엉덩이를 어루만지던 손에 살짝 힘을 주면서 일부러 살짝 짓궂은 목소리를 내며 물어봤다. 그러자 사라는 부정하듯이 베개에 파묻을 얼굴을 좌우로 세차게 흔들었다. 역시나. 베개로 귀를 막고 있는 것 같아도 전부 들리는 모양이다. “에이. 좋았던 것 같은데? 그럼 이 애액은 뭐야?” “흐으응!” 엉덩이 구멍에서 손가락을 뽑고, 허벅지 사이에 걸쳐진 팬티 위로 뚝뚝 떨어지는 애액을 퍼 올려 음부에 찰싹 소리가 나도록 가져다대자, 사라는 고개를 저으면서 다리를 파닥파닥 거렸다. 한사코 아니라고 주장하고 싶은 모양이다. 뭐, 제대로 된 대답을 듣는 건 삽입한 이후의 재미로 남겨둘까. 여기서 더 놀리면 뛰쳐나가 버릴 것 같고. 사라의 음부에서 흘러나온 애액을 퍼서, 이번엔 그대로 엉덩이 쪽으로 향했다. 그리곤 다시 손가락을 집어넣고 애액을 펴 바른다. 그 작업이 몇 번이나 반복되는 사이에, 사라의 엉덩이도 점점 더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마치 엉덩이 구멍에서 애액이 흘러나오는 것같이 보일 정도로, 엉덩이 구멍이 번들거렸다. 게다가 그러는 동안 사라도 벌써 몇 번이나 절정을 맞봤기 때문에, 몸 전체에 힘이 빠져서 축 늘어져 있었다. 무릎을 세우고 있는 자세 덕분에, 오직 엉덩이만이 하늘을 향해 높이 치솟아 올라 있었다. 두 손으로 사라의 엉덩이를 한쪽씩 쥐고 좌우로 활짝 벌리자, 번들거리는 엉덩이 구멍에서 미묘하게 애액이 새어나오는 게 보였다. 좋아. 이정도면 준비는 충분하겠지. 드디어 나도 즐길 시간이 왔군. 뭐 사라 몸을 가지고 노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긴 했지만, 역시 제대로 즐기는 건 삽입을 했을 때부터지. 난 그대로 바지의 앞섶을 풀고 빳빳하게 세워진 물건을 꺼냈다. 내 물건 끝이 엉덩이 구멍에 닿자, 힘없이 축 늘어져있던 사라의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그리고 그동안 기껏 풀어놨던 엉덩이 구멍에 다시 힘이 꽉 들어가서, 물건의 침입을 철저하게 막았다. 물건을 엉덩이 입구에 대고 빙글빙글 돌려가며 침입을 시도해봤지만, 엉덩이 안으로 집어넣는 것은 요원해보였다. “사라. 힘들겠지만, 긴장하지 말고 힘 빼려고 해 봐.” 양손으로 부드럽게 엉덩이를 어루만지면서 말하자, 사라가 머뭇머뭇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뿐이다. 엉덩이에 들어간 힘은 좀처럼 빠질 생각을 안했다. 어쩔 수 없나. 나는 일단 물건을 엉덩이 구멍에서 뗐다. 그리고 그대로 그 아래의, 애액이 흘러넘치고 있는 구멍에 물건을 돌진시켰다. “흐으으읏!” 이건 예상 못했다는 듯이, 사라의 종아리가 들어 올려지고 등이 활모양으로 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등이 활모양으로 휘어지면서 사라의 상체가 공중에 들어올려졌다. 나는 사이를 놓치지 않고, 사라의 얼굴이 다시 베개에 파묻히기 전에 사라의 가슴을 움켜쥐며 그 상체를 공중에 고정시켰다. 탄력 있고 쫀득쫀득한, 만질 맛 나는 가슴을 주물럭거리면서 그대로 사라의 고개가 이쪽을 향하도록 했다. 엉덩이로 얼마나 느낀 건지, 사라의 평소의 쿨한 표정으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얼굴이 풀어져있었다. 내가 그 얼굴에 얼굴을 가져다대자, 사라는 한쪽 팔을 자신의 어깨 너머로 돌려 내 목을 붙잡고 그대로 키스를 했다. 사라와 진하게 키스를 주고받으면서, 한편으론 허리를 살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 손으론 여전히 사라의 가슴을 움켜쥐고, 나머지 한 손은 다시 사라의 엉덩이로 향한다. 엉덩이 윗부분에 살짝 손을 올려놓고 엄지를 뻗어서 사라의 엉덩이 구멍을 살살 만지자, 사라는 다시 움찔하고 몸을 떨었지만 그뿐이었다. 물건이 자기 음부 안쪽에 들어와 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아니면 그저 쾌감에 정신이 없어진 것뿐인지, 그 이상의 반응은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게 사라의 엉덩이를 살살 어루만지면서 허리를 움직이다가, 점점 허리의 움직임을 격렬하게 바꿔갔다. “흐으응, 흐응, 흐읏, 하읏!” 그 키스를 좋아하는 사라마저도, 키스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키스를 하기엔 불편한 자세도 한몫했을 거고, 레벨 차이 때문에 쾌감을 더 극심하게 느끼는 것도 거들었을 거다. 허리 움직임이 거칠어지자, 사라는 내 목에 감았던 팔을 다시 침대위로 돌려 상체를 지지했다. 하지만 그러고도 버틸 수 없었는지, 그대로 상체가 침대위로 무너지면서 다시 엉덩이만 들어 올린 자세가 됐다. 나도 사라의 상체를 더 이상 지지하지 않고 가슴에서 손을 떼어 양손으로 사라의 엉덩이를 붙잡았다. 그리고 엉덩이 구멍과 내 물건이 이어진 부분이 잘 보이도록 엉덩이를 양손으로 벌리면서, 그대로 허리 움직임을 가속화했다. “흑, 흐읏, 흣, 하앗!” 그리고 사라역시 쾌감에 몸을 맡겨 엉덩이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엉덩이 구멍도 다시 풀어져 있었다. 타이밍을 보던 난 허리 반동을 이용하여 물건을 뽑아서, 그대로 사라의 엉덩이 구멍에 삽입했다. “엣?! 흐으으으으읏!” 음부를 왕복하면서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애액투성이가 된 물건은, 미끄러지듯이 한 번에 끝까지 엉덩이 안쪽으로 들어갔다. 조금 강행한 면이 있어서 걱정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사라가 다치진 않았다. 아니, 다치기는커녕 오히려 엄청나게 성감을 자극 받은 모양이다. 물건을 넣은 순간, 뿌리부분이 꽉 죄여오며 사라의 엉덩이가 부들부들 떨렸다. 그리고 허벅지 부분이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내 허리와 사라의 엉덩이가 완전히 밀착해있어서 보이진 않지만, 어떻게 된 건지는 안 봐도 뻔했다. “드디어 들어갔네? 막상 넣으니까 괜찮지?” “하…하호….” 사라는 잘 돌아가지 않는 혀를 움직여 날 비난했다. 하지만 날 노려보는 눈동자에는, 정말 화났을 때처럼 힘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다. 이 정도는 그냥 애교로 노려보는 수준이다. 난 몸을 숙여서 그런 사라의 뺨에 살짝 입술을 맞춰주고, 그대로 허리를 살짝살짝 왕복하기 시작했다. 처음 맛보는 사라의 엉덩이 느낌을 구석구석 확인하듯이. 사전에 안에 발라 뒀던 애액들과, 음부를 왕복하면서 흠뻑 젖은 물건 덕분에 꽤나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유일한 장애라면, 너무 강하게 조여 오는 엉덩이 입구 정도다. 엉덩이는 음부와는 또 다른 쾌감을 제공해줬다. 음부처럼 물건을 자극하는 오돌토돌한 돌기들이 엄청 많거나 한 건 아니지만, 사방에서 부드럽게 조여 오는 압박감이 굉장했다. 특히 내 물건이 뿌리 끝까지 전부 들어가는 게 굉장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뿌리부분을 강렬하게 조여 오는 그 쾌감. 음부와는 다르지만, 중독될 것 같은 쾌감이라는 건 변함이 없었다. “하으읏. 하앗. 하으으응!” 사라의 엉덩이를 붙잡고 천천히 음미하듯이 허리를 왕복시키자, 사라는 양손으로 침대 시트를 꽉 움켜잡으면서 그대로 속절없이 간단하게 절정에 달했다. 그러면서 물건의 뿌리 부분을 아까보다 더 강하게 조여오자, 나도 더 이상 참기 힘들어졌다. 처음 맛보는 느낌의 쾌감이라는 것도 있지만, 사라가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주고 있다는 정신적인 만족감이 엄청나게 사정감을 이끌어냈다. “사라. 쌀 것 같아.” “흐읏, 응…응….” 쾌감에 흐느끼면서 고개를 끄덕이는 사라에게, 나는 다시 한 번 짓궂은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어디에 쌀까?” “흐읏, 으…응?!” “이대로 싸면 레벨 업에 전혀 도움이 안 되잖아. 넌 계속 나랑 레벨 차이 때문에 더 심하게 느낄 거고. 어디 싸는 게 좋을 것 같아?” “그, 흐읏, 그야….” “아, 참고로 난 이대로 싸고 싶네. 이래도 레벨 업에 관계없이 싸는 게, 더 애정이 느껴지는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아?” 치사하다고? 응. 알아. 사라가 할 대답은 이미 내가 정해놓고 있었어. 난 그저 사라 입에서 내가 원하는 대답이 나오는 걸 듣고 싶은 것뿐이야. “흐, 흐읏! 바, 바보….” 사라도 그걸 깨달았는지, 고개를 돌려서 날 쏘아봤다. 하지만 이렇게 쏘아봐도, 결국 사라 입에서 어떤 대답이 나올지는 알고 있었다. “이, 이대로….” “응? 뭐라고? 잘 안 들리는데?” “이, 이대로 싸라고 바보야!” “응? 사라는 그걸 원해?” “이…그래 바보야!” “알았어.” 원하는 대답을 들은 나는, 그대로 강하게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읏, 하읏, 지, 진짜 바보…흐으으으응!” 그리고 내가 사정하는 것과 동시에, 사라도 오늘 최고의 절정에 달하면서 몸을 떨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17==================== 실비아의 각오 난 굳이 되살아난 자존심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전혀 힘을 잃지 않는 물건으로 계속해서 사라의 안을 휘저었다. 그리고 사라 역시도 아무런 저항 없이, 아니 크게 절정에 달한 이후로는 오히려 자신이 적극적이 돼서 허리를 흔들었다. 지나친 쾌감으로 인해 긴장감이나 수치심 같은 건 완전히 날아간 모습이었다. 그렇게 사라와 나는 새로운 쾌감에 제대로 빠져버렸다. …너무 심각하게 제대로 빠져버려서 문제일 정도로 말이다. 대낮부터 시작된 행위는 점심과 저녁을 거르고, 한밤중이 돼서야 겨우 진정될 기미를 보였다. 돌이켜보면 도중에 바네사가 부르러 오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무시하게 되어버렸다. 이번엔 정말 사라 잘못이다. 난 밥 먹으러 가려고 했다. 정말이다? 그런데 사라가…사라가… ‘여기로는 안 해주는 거야? 엉덩이로만 하고 끝내는 건 쓸쓸해….’ 같은 귀여운 소리를 하니까! 그러면서 자기 음부를 살짝 벌리기까지 하니까! 그러니까 괜히 다시 불타올라버렸잖아! 그 상황에서 밥 먹고 나서 하자고 할 수 있는 남자가 어디 있겠어! 그렇지? 이번엔 정말로 내 잘못이 아니지?! 그렇다고 해도 디아나나 레이아한테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활활 타오르는 불길에 장작을 집어넣는 격이 돼버릴 거다. …내일 걔들 얼굴 어떻게 보지. “…배고파.” 이제 와서 살짝 후회하는 나랑은 다르게, 사라는 만족스런 얼굴로 군살 하나 없이 매끈한 자신의 복근에 손을 가져다대며 말했다. 그야 대체 몇 시간을 해댔는데. 배고프지 않은 게 이상하지. “그래? 지금이라도 뭐 좀 가져오라고 시킬까?” 난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의 복부에 손을 가져다댔다. 크으. 이 11자형 복근 좀 봐. “으응! 그렇게 하고 또 하고 싶은 거야?” 사라의 복근을 천천히 쓰다듬자, 사라가 허벅지를 오므리며 몸을 살짝 꿈틀거렸다. 그리고는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봤다. 표정은 저러면서도, 손은 내 물건으로 가져가서 위아래로 부드럽게 훑어주기 시작했다. 여러 액체로 흠뻑 젖어있는 내 물건 위로, 사라의 손이 찔꺽찔꺽 소리를 내면서 위아래로 흔들렸다. 하복부를 쓰다듬는 게, 겨우 내려간 사라의 스위치를 다시 올려버린 모양이다. “너하고 라면 언제까지나 할 수 있어.” “난 조금 자신 없을지도. 그렇게 하기엔 얘가 너무 절륜해.” 그럴 만도 하다. 특히 아까 레벨 차이가 많이 났을 때는, 몇 번이나 기절을 했었으니까.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사라는 누워있던 살짝 상체를 돌려 내 가랑이 사이로 얼굴을 가져간 후, 물건의 끝에 쪽 하고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그리곤 입을 크게 벌려서, 내 물건을 쏙하고 삼켰다. …너 방금 한 말이랑 행동이 너무 다르지 않냐? 뭐, 나야 행복하지만. 그대로 사라가 빨게 내버려둔 채로, 난 침대 옆의 테이블 위에 놓인 종에 손을 뻗어서 메이드를 불러 요깃거리를 부탁했다. 부탁할 땐 문 너머로도 할 수 있었지만, 음식을 가져올 때는 방 안에 메이드를 들일 수밖에 없었다. 과연 사라도 메이드 앞에서 계속 빨고 있기는 창피한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쏙 숨어버렸다. 덕분에 내가 대충 옷을 걸치고 음식들을 받게 됐다. 그리고 음식을 먹으면서도, 사라와의 행위는 계속됐다. 물론 격렬하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우선 내가 의자에 앉고, 사라가 그 위에 앉으며 물건을 결합시키는 자세로 식사를 했다. 도중에 살짝살짝 허리를 움직이면서 쾌감을 맛보긴 했지만, 기본적으론 앞으로의 행위를 위해 힐링 섹스를 발동하고 있는 휴식시간이었다. 그리고 식사가 끝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다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라와의 행위는 결국 말 그대로 하루 종일 계속됐다. “자네는 짐승인가! 어떻게 인간이 밥도 안 먹고 하루 종일 할 수가 있나!”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역시나 우리 디아나님은 무척 화가 나 계셨다. 아니, 디아나뿐만이 아니다. 레이아마저 살짝 입술을 삐죽이면서 나와 일부러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그나마 얘들이 질투로 이러는 걸 알기 때문에, 귀여워 보인다는 게 다행이다. 만약 다른 이유로 이렇게 화내는 거였다면 식은땀 좀 흘렸을 텐데. “짐승이라니. 야. 아무리 그래도 낭군님한테 짐승은 너무하지 않냐.” “나, 낭, 이 몸의 낭군님이니까 더 화나는 게 아닌가!”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자기랑 한 것도 아니고. “자네는 아무것도 안하고 낮부터 그게 뭔가!” “그래도 어젠 낮부터 하게 된 명백한 이유가…앗.” 그러고 보니 까먹고 있었다. 실비아 얘기 해줘야 되는데. “디아나. 밥 먹고 시간 좀 내줘. 할 말이 있어.” “말 돌리지 말게!” “아니, 말 돌리는 게 아니라 정말로. 의외로 중요한 얘기야. 아, 레이아도 같이 얘기하자.” “네? 저도요?” “응.” “…그렇게 중요한 여기서 얘기하지 그러나?” 어떤 얘기라고 생각한 건지, 디아나도 레이아도 화내는 걸 멈췄다. 오히려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기대하는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부담되게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봐. 뭘 기대하는지 몰라도, 그런 얘기 아닌데. “여기선 조금…개인적인 얘기야.” 아무리 그래도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까지 전부 모인 자리에서, 실비아가 성노예로 받아달라면서 찾아왔단 얘기는 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내 얘기가 더 기대를 자극했는지, 디아나도 레이아도 조용히 수긍했다. 하지만 그래선 안됐다. 당장 얘기를 해야 됐다. 아니, 얘기 했어도 늦었나. 어제 얘기를 하지 않은 시점에서 이미 늦은 거구나. 왜냐하면 식사를 마치고 디아나와 레이아를 불러 얘기를 하려고 했을 때, 손님이 찾아왔기 때문이다. “구원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서, 설마…!” “네.” 부정해주길 바랬건만. 바네사는 확실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가문을 설득하고 온다면서? 이렇게 빨리 오는 게 말이 돼? “아…지금 얘기하려던 내용의 당사자가 온 모양이야.”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당사자?” 기대하던 표정을 짓고 있던 디아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가서 말하자.” 어제와는 달리 여자 셋을 모두 거느리고, 실비아가 기다리는 접객실로 향했다. 방안에 들어가자마자, 제일 먼저 눈에 띤 건 방 한가운데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실비아의 모습이었다. “말씀대로 가문의 허락을 받고 왔습니다! 그러니 이제….” “아니. 가문 허락 받는다고 널 받아준다는 얘기는 한 번도 한적 없는데.” 과연 여기까지 와서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할 수 없었다. 아니, 그러면 내 목숨이 위험하다.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고 계시는 것 같은 우리 대마법사님께서 폭발할지도 모르니까. “엣?” 실비아는 내 대답을 전혀 상정하지 않고 있었다는 듯이,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험해. 가녀린 몸집이랑 그 동작이 너무 잘 어울려서 조금 귀엽다. 귀족 영애라 그런지 외모는 확실히 좋단 말이지. “받아줘? 그게 무슨 소리인가?” “응…그러니까 말이지. 얘가 자길 내 여자로 삼아달라고 어제 찾아와서 말이야.” “네에?! 구원씨….” 디아나가 욱하는 표정으로 뭐라고 외치기 전에, 먼저 레이아가 내 팔에 매달리며 그러지 말라는 듯이 애처로운 표정으로 날 올려다봤다. “아니. 확실히 거절했어. 거절했는데….” “어, 어제는 가문의 허락을 받으시면 받아 주신다고…!” “야. 내가 언제 그랬어. 잘 생각해봐. 분명히 널 받아주면 너희 가문이 귀찮게 굴 거라고 말은 했지만, 그것만 없으면 받아주지 않는다는 얘기는 안했잖아?” “으, 으윽…그, 그럴 수가…그럼 전 어떻게 해야….” “애초에 정말로 가문의 허락을 받고 온 건 맞아? 귀족가문에서 딸이 그런 조건으로 남자한테 붙어산다는데 허락할 리가 없잖아?” “정말입니다! 정말로 저는…!” “잠깐 기다려 보게.” 나와 실비아의 사이에 디아나의 차가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디아나는 화를 삭히지 못하겠다는 듯이 후욱 후욱 하고 심호흡을 하더니, 다시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하나씩, 차근차근 얘기를 해보게. 도저히 얘기를 따라갈 수가 없군. 우선 실비아양이 자네의 여자가 되고 싶다고 찾아왔다고?” “응.” “…실비아양? 이자는 몸의 남자라는 선언까지 들었을 텐데도 그러는 건 합당한 이유가 있겠지? 아니, 있어야 할 걸세. 이 몸의 기억이 정확하다면, 이자가 자네에게 성감대까지 만들어준 걸로 기억하네만.” 차분한 말투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는 명백한 분노가 담겨져 있었다. 살짝만 건드려도 펑하고 터져버릴 것 같은 모습이었다. 실비아도 그런 디아나의 모습에 완전히 기가 죽어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어제 나한테 했던 설명을 다시 반복했다. 실비아의 말이 이어질수록, 디아나도 레이아도 표정이 애매해졌다. 분명 화를 내야할 상황은 맞지만, 그냥 마냥 화내기엔 실비아가 딱하다는 표정이었다. “실비아양. 자네 사정은 딱하네만….” “부탁드립니다! 제 인생을 구원해 줄 수 있는 건 구원님의 성자의 힘밖에 없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디아나님과 다른 분들의 폐는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저 시간 날 때, 가끔씩이라도 좋으니 안아주시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흣!” 실비아의 그 외침을 듣고, 내 팔에 매달려있던 레이아가 어째서인지 흠칫 떨었다. “성자의 힘…여신님께서 주신 힘으로 구원…읏, 하지만….” 그리고 조용하게 뭔가를 중얼거리며 갈등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 그리고 절 곁에 두시면 좋은 점도 많습니다! 이, 이래 뵈도 외모는 나름 자신이 있고, 또…앗! 구원님의 레벨 업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전 다른 남자와는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 구원님이 안아주지 않는 날은 항상 레벨 업에 힘쓰겠습니다! 그러면 구원님이 가끔 절 안기만 하셔도 레벨이…!” “아니 그런 문제가 아니라 말이야.” 와, 이렇게 필사적으로 나오니까 진짜 거절하기 미안해지네. “실비아양. 일단 성으로 돌아가게.” “부탁드립니다! 제발….” “일단 이 몸들끼리 얘기를 해보고 다시 자네를 부르겠네. 이 몸이 약속하지. 그러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게.” “으윽…. 저, 정말이십니까?” “이 몸의 말을 못 믿겠다는 말인가?” “그, 그건…알겠습니다….” 디아나의 확고한 말투에, 실비아는 결국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일어나서 터벅터벅 밖으로 나갔다. “저러니까 괜히 불쌍하네.” “자네 때문 아닌가! 자네 때문! 대체 실비아양에게 쾌감을 왜 알려줘서는!” 그리고 실비아가 나가자마자, 디아나는 평소 모습으로 돌아와 화를 내기 시작했다. 두 주먹으로 가슴을 토닥토닥 때리는 공격은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멀쩡한 얼굴로 맞아주고 있으면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난 필사적으로 아픈 척을 했다. “으악! 미안!” “이제 어쩔 생각인 겐가! 저 모습을 보아하니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걸세!” “…쟤 그렇게 집념이 강해?” “그 반대일세! 이 몸은 실비아양이 저렇게 무언가에 집착하는 걸 본적이 없네! 그런 실비아양이 저런 태도를 취하니 더 걱정인 걸세!” “그래도 거절해야지 어쩌겠어. 안 그래?” 동의를 구하듯이 애들의 얼굴을 둘러봤지만, 방금 실비아의 필사적인 모습을 봐서 그런지 셋 다 석연찮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읏….” 특히 레이아는 내 말에 도저히 긍정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그대로 시선을 피해버렸다. “하지만…저 분을 구원해줄 수 있는 게 정말 구원씨 뿐이라면….” “레, 레이아! 무슨 소리에요?!” “죄송해요. 하지만 저도 구원씨에게 구원을 받은 몸이니, 저분의 심정은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저분도 저처럼 구원씨가 아니면 안 되는 몸이라면….” 과연. 레이아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건가. 그래서 아까부터 반응이 이상했구나. 하지만 그건 너무 이타적인 생각 아닌가? 사람인 이상, 레이아에게도 독점욕이란 게 있기는 할 거다. 그런데도 자기 독점욕보다 남을 돕는 걸 우선시하려 하다니. 그런 게 레이아의 좋은 점이긴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런 의견은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자네는 어떻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나? 이 몸들에게 미안하다든가 그런 생각을 빼놓고 한 번 말해보게. 자네는 어떻게 하고 싶나?” 디아나가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한 눈으로 날 쳐다보며 물어봤다. 나에게 선택하라는 듯이. 내 선택에 모든 걸 맡기겠다는 듯이. 그 눈을 똑바로 마주보면서, 나는 머릿속으로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 진지하게 생각해봤다. “나는….”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Stereo // 관장약도 마법 물품이라 그럴 걱정 없습니다. 오뭬 // 포츠가 딱 그런 마인드로 사라랑 하려고 한 거였죠. 218==================== 실비아의 각오 “내 생각엔 역시 거절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진심인가? 실비아양 정도면 남성들이 상당히 좋아하는 외모라고 생각하네만?” “물론 나도 남자니까, 혹하는 마음이 전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 되겠지. 하지만 난 그보다 너희를 사랑하는 마음이 훨씬 더 커. 괜히 마음에도 없는 여자를 받아서 너희가 불편해지는 건 싫어.” 그래. 내가 낸 결론은 이거다. 쓰레기 새끼가 왜 갑자기 이제 와서 착한 척 하냐고? 눈치 보는 거 아니냐고? ……완전히 부정하진 않겠어. 아니, 생각해봐. 그럼 눈치 안 보게 생겼어? 분명 디아나가 마치 내 의견에 따르겠다는 듯이 말하긴 했다. 자신들을 신경 쓰지 말고 내 소신껏 말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실비아를 받아들이고 싶다고 말하면, 과연 얘들이 좋아할까? 천만의 말씀. 분명 엄청나게 싫어할 거다. 사라나 디아나뿐만 아니라, 이미 실비아를 받아들이라고 말했던 레이아마저도 내심 속상할 거다. 내가 아무리 여자 마음을 모르는 놈이라곤 해도, 그것도 모를 정도로 멍청하진 않다. 난 확신한다. 이게 분명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나와 두 눈을 마주치고 똑바로 바라보던 디아나의 표정만 봐도 그건 확실했다.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던 디아나는 내 말을 듣자마자 표정이 화악하고 밝아지더니, 순식간에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이 몸이 아까도 말했네만, 이 몸들을 신경 쓸 게 아니라….” “어떻게 그래. 너희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어. 그리고 그것뿐만이 아니야. 실비아를 받아들이면, 반드시 너희와 지내는 시간에도 영향이 있을 거야. 아주 조금이라고 할지라도, 너희와 지내는 시간이 줄어들게 되겠지. 난 그런 건 싫어.” “흐, 흐흠. 그, 그런가…?” 장담할 수 있다. 얘 지금 속으로 엄청나게 좋아하고 있다. 만약 얘도 레이아처럼 꼬리가 달려있다면, 지금 엄청난 기세로 붕붕 휘둘리고 있을 거다. 고개를 돌려 레이아를 바라보자,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론 죄책감이 뒤섞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레이아는 너무 착하다보니 실비아를 받아들이라고 말했지만, 역시 독점욕이란 게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그리고 사라로 말할 것 같으면, 감격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내 진지한 표정이 되어 뭔가를 골똘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라의 반응이 신경 쓰이긴 하지만,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어. “그리고 만약 실비아를 받아들였다는 게 소문이 나면, 온갖 여자들이 내 은총을 받기 위해 달려들 거 아냐? 그걸 일일이 다 받아주면 아무리 내가 절륜하다고 해도 전부 감당할 자신이…잠깐! 농담! 농담이야!” 농담 좀 한 건데 바로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이 날아왔다. “자네는 항상! 이런 상황에서 꼭 그렇게 분위기를 깨야 성이 풀리나!” “다들 너무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아, 아무튼! 실비아한텐 미안한 일이지만, 난 거절할 생각이야. 레이아도 기껏 실비아를 생각해서 허락해줬는데 미안해.” “아뇨….” 그렇게 고개를 젖는 레이아의 모습에서, 레이아가 진심으로 날 좋아한다는 게 느껴졌다. 레이아는 처음부터 내 성자의 힘을 여신님이 보내준 선물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믿음이 지금도 변치 않았다면, 실비아 같은 사람을 구해주는 게 성자의 의무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신앙심이 깊은 레이아인 만큼 그 생각은 확고하겠지. 그런데도 계속해서 실비아를 구해주라고 주장하지 못 한다는 건, 그만큼 날 좋아하고 독점하고 싶은 마음 역시 크다는 얘기가 된다. “구원.” 그때 갑자기 사라가 내 이름을 불렀다. “응?” “난 당신이 그 여자를 안아도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까 난 전혀 신경 쓸 것 없어.” “뭣?! 사라양!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디아나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줬다. 얜 또 갑자기 무슨 소리야. 내가 다른 여자랑 자는 걸 보면 흥분하는 성벽이 갑자기 또 도졌나. 눈이 흥분한 사람 눈 같지는 않은데. “그냥 다시 한 번 깨달았을 뿐이에요. 구원이 설령 다른 여자랑 육체관계를 맺더라도 절대 마음이 흔들릴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렇다면 사람 하나 구하는 셈 치고 받아들일 수 있어요.” 아무래도 사라는 복수를 마치고 나한테 고백하면서 했던 말을 다시 떠올린 모양이다. 케이트와 아무리 해도 흔들리지 않았던 나. 그리고 나한테 다른 여자가 더 생기더라도, 자신을 계속 바라봐 준다면 전혀 상관없다는 생각. 믿어주는 건 기쁘지만,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니까. 괜히 나까지 결심이 흔들리려고 하잖아. 디아나의 얼굴을 힐끔 보자, 디아나는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이중에서 실비아와 가장 인연이 깊은 건 디아나이니, 제일 동정심이 생기는 것도 디아나일 거다. 그런데도 내가 다른 여자를 안는다는 사실이 싫어서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던 거다. 자신마저 그랬는데 나머지 둘이 이렇게 나와 버리니 당황스럽겠지. 이해한다. 나도 비슷한 기분이거든. 이럴 땐 확실히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믿어줘서 고마워. 그래도 역시 거절하는 게 좋겠어. 실비아한테는 미안하지만 말이야.” 애초에 성자라고 해도, 여신이 나한테 뭔 사명을 전달하면서 보낸 것도 아니고. 굳이 내가 도울 수 있다고 해서 전부 도우면서 살아갈 필요는 없지. 솔직히 실비아처럼 예쁜 애를 성노예처럼 부릴 수 있는 기회라는 건 남자로서 엄청나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지만, 결국 나랑 계속 살 건 실비아가 아니다. 여기 있는 셋이지. 나한테는 제일 소중한 사람들을 챙기는 게 최우선이다. “그, 그런가….” 디아나는 안도하는 것 같은, 하지만 죄책감이 남아있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만 끝까지 반대하는 입장을 취했다는 게 마음에 걸리는 걸까? “그런 표정 지을 거 없어.” “음….”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하자, 디아나는 드물게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품에 안겼다. “미안하네…. 이 몸이 욕심쟁이라.” “미안할 게 뭐있어? 그만큼 날 좋아한다는 거잖아? 그리고 넌 선택권을 줬잖아? 이건 내가 결정한 거야. 네가 미안해할 건 하나도 없어.” “그렇게 말하면 꼭 허락해준 저랑 레이아는 디아나만큼 구원을 좋아하지 않는 다는 것처럼 들리는데?” “구원씨…! 아니에요! 저도 구원씨를 사랑해요!” 사라가 살짝 삐진 것 같은 말투로 말하자, 레이아가 물기어린 목소리로 말하면서 내 팔을 꼭 끌어안았다. 크흑. 레이아누님. 제가 그걸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천사님 마음은 팔에 닿은 가슴의 촉감보다도 더 확실하게 느껴집니다. “물론 알지!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너희가 나한테 푹 빠진 건 충분히 알고 있어!” “흥. 과연 어떨지.” “방금 전까지 날 믿겠다는 애가 그러기냐?” “구원이…꺄악!” 뾰루퉁해있는 사라의 허리를 끌어당겨, 뜨거운 입맞춤으로 내가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알려줬다. 진한 입맞춤을 하고 나자, 사라는 뾰루퉁한 표정을 풀고 기분 좋은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구원 당신 이제 큰일 났어.” …응. 나도 너랑 키스하면서 도중에 느꼈어. 내 팔을 끌어안고 있는 레이아와, 내 품에 안겨있는 디아나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게. “어제 사라양과 하루 종일하더니 심각하게 친밀해진 모양이구먼.” “구원씨…역시 처음만난 사라씨가 제일….” “아, 아냐! 그런 거 아냐! 난 너희 다 똑같이 좋아해! 그러니까…자, 잠깐! 디아나! 거긴 안 돼!” 디아나는 무려 무릎을 올려 차서 날 공격하려고 했다. 내 허리를 부둥켜안고 딱 달라붙어있는 상태다 보니, 그 상태로 무릎을 올리면 타격점이 어디가 될지는 뻔했다. 내 고간이다. 아무리 디아나의 물리 공격이 아무렇지 않다고 해도 말이야. 알은 안 되잖아, 알은. 방어력 덕분에 의외로 아무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걸 실험해볼 생각은 죽어도 없었다. “너 거기 치면 평생 자식 못 본다?!” 내 협박이 먹혀들었는지, 디아나는 쳐올리려던 무릎을 멈췄다. 하지만 공격을 그만둘 생각은 없는지, 내 허리를 안고 있던 팔을 풀어서 결국 토닥토닥 공격을 시작했다. 위험했다. 방금 디아나 무릎이 알 끝에 스쳤어. 하지만 이렇게 토닥토닥 공격이라면 얼마든지 받아줄 수 있다. 일단 디아나에게 내가 디아나도 사라만큼 좋아한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기로 했다. 물론 방법은 사라와 동일하게. “바, 방금 사라양과 맞댄 입술을…으으음.” 디아나는 뭐라고 저항하는 것 같았지만, 입술이 맞닿자 금방 조용해졌다. 혀를 집어넣자, 까치발을 들고 자기도 필사적으로 내 입술에 달라붙으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할 정도였다. “그렇지? 사라만큼 너도 좋아한다는 거 확실히 알겠지?” “으, 으음….” 디아나는 얼굴을 붉히면서 손등으로 내 침이 묻은 입술을 닦으려다가 멈칫했다. 그리곤 입술에 바른 립스틱을 바르게 펴듯이 입술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귀엽다. 그럼 이제 레이아만…아차. 옆을 바라보니, 레이아가 엄청나게 기대에 찬 눈동자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이거 어쩌지. 키스하면 구미호로 변할 텐데. 하지만 레이아만 키스를 안 하면, 레이아는 엄청나게 상처를 받을 거다. 어쩔 수 없지. “치, 침실로 갈까?” “당신, 방금 똑같이 좋아한다고 해놓고 레이아만 차별하는 거야?!” 그렇게 말하는 사라는 왠지 눈이 무서웠다. 이건 누가 봐도 발동 걸린 눈이다. 내가 다른 여자랑 키스하는 것만 봐도 발동 걸리는 구나. “어, 어쩔 수 없잖아! 레이아는 키스하면 변하니까!” “…괜찮아요. 구원씨.” “으, 응?” “어쩔 수 없는 걸요. 하는 수 없죠. 전 구원씨를 믿으니까 괜찮아요. 대신 제 차례 때 잔뜩 키스해주셔야 되요?” 그렇게 말하는 레이아는 의외로 실망한 표정이 아니었다. 평소와 달리 부드러운 미소를…아니, 평소랑은 조금 느낌이 다른가? 미묘하게 어딘가 다른 것 같은데, 어떻게 다른지 콕 찝어 말할 수는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 정말 그걸로 괜찮겠어?” “네.” 레이아는 살포시 웃으면서 말했다. 역시 천사님이야. 내 팔에 닿고 있는 가슴크기 만큼이나 마음도 넓으셔. 치유된다. 아무튼 결론이 나왔으니, 미룰 필요는 없다. 거절할 거면 당장 가서 거절의 의사를 밝히는 게, 차라리 실비아를 도와주는 길이겠지. “그럼 일단 성으로 갈까?” “음? 지금 말인가?” “응. 디아나가 아까 약속했잖아. 우리끼리 얘기 해보고 부른다고. 그런데 쫓아내고 얼마 되지 도 않은 애를 다시 부르긴 미안하고, 직접 가서 거절의 뜻을 전하고 오자.” “흠. 그도 그렇군.” “나도 같이 갈래.” “저, 저도요.” “너희도? 하지만…특히 레이아는….” 안 그래도 실비아와 자신의 처지를 동일시하면서 동정하고 있었던 만큼, 거절하는 자리에 따라가면 괜히 마음만 불편해지는 게 아닐까? “괜찮아요. 이것도 구원씨의 곁에 있는 사람으로서 필요한 거라고 생각해요.” 레이아는 가슴 앞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굳은 의지가 엿보이는 눈동자로 말했다. 솔직히 내 곁에 있는데 그런 거창한 각오 같은 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레이아가 저렇게 결심한 거다. 이해해줘야겠지. “알았어. 같이 가자.” “네.” 그렇게 이번엔 디아나의 마차를 타고 영주성으로 향하게 됐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전혀 인연이 없던 곳인데, 이렇게 빈번히 드나들게 되다니. 하지만 정말로 이번이 마지막이다. 실비아에게 거절의 말만 전하면 다신 영주성에 올 일이 없다. “오, 오셨습니까! 그, 그래서 얘기는….” 영주성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실비아가 튀어나왔다. 상당히 긴장돼 보이는 모습을 보니, 또 거절하기 미안해졌다. 하지만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지. 과연 여기서 복도 한 가운데서 거절하고 가버리는 건 너무 예의가 없는 것 같아서, 일단 어딘가 차분히 대화할 수 있는 곳으로 안내를 부탁했다. 그러자 전에 실비아가 포박되어 있던 방으로 안내됐다. 아마 여기가 실비아의 방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어째선지 도중부터 펠리시아도 합류하게 됐다. 얜 영주라는 애가 할 일도 없나. “그, 그래서 얘기는 끝나셨습니까?” “응. 그게 말인데. 미안하게 됐어.” “…네?” “역시 널 받아들일 순 없을 것 같아.” “자,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정말로 주제넘게 애인자리를 원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데리고 다니면서 가끔 절 상대로 성욕만 풀어주시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실비아가 절박하게 외치면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다들 실비아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시선을 피해버렸다. “아…읏…!” 실비아는 자기가 아무리 외쳐도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건지, 눈물을 그렁이면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럼…그럼 적어도 마지막으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실비아는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다시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보며 말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19==================== 실비아의 각오 “부탁?” “네. 적어도…적어도 제 몸에 걸린 구원님의 기술을 다시 풀어주십시오.” “뭐?! 그걸 풀려면…!” “제 말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탁드립니다! 어차피 끝까지 닿을 수 없는 쾌감이라면, 오히려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것보다 훨씬 고통스럽습니다!” 실비아의 말에 나는 아무런 할 말이 없어졌다. 확실히 이건 실비아 입장에서 생각해볼만한 문제였다. 어설프게 도와준다고 나선 게 오히려 화가 된 셈인가. “그리고…그리고 제게 마지막 추억으로 삼을 수 있는 경험을 주십시오….” 실비아는 내게 매달려 간곡하게 부탁했다. 실비아가 이런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다는 디아나의 말은 아무래도 사실인 모양이다. 그 증거로 뒤에서 지켜보던 펠리시아가 실비아가 저렇게 나올 줄 예상 못했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실비아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하게.” 그리고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예상외의 인물이 먼저 대답을 했다. “디, 디아나?” “어차피 자네 성격에 저런 부탁까지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지 않나.” 확실히 방금 그 부탁은 거절하기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되는 걸까? 디아나의 마음은? 아니, 디아나뿐만이 아니다. 사라와 레이아도 마찬가지다. 내 마음을 짐작했는지, 디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네. …이 몸도 자네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란 말일세.”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시선을 피했다. 아무래도 아까 자신만 반대를 했던 게 계속 마음에 걸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신경 쓸 거 없다니까 그러네. 그 정도 이기심은 사람으로서 당연히 있는 거지. 하여간 우리 애들은 하나같이 착해 빠졌다니까. 구원은 디아나의 머리를 쓱쓱 어루만져주고, 사라와 레이아를 향해 돌아봤다. 사라와 레이아도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셋의 의견을 전부 확인하고, 나는 다시 실비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알았어. 네 몸이 어설픈 쾌감만 느낄 수 있게 만들어버린 건 확실히 내 잘못이고. 무책임하게 굴 수는 없지.” “감사합니다!” “아니, 감사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내가 사과를 해야 할 일이야. 정말 미안해.” “…아닙니다.” 실비아는 이제야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내면서 대답했다. 진짜 죄책감이 장난 아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내가 이렇게 예쁜 애도 찰 수 있을 만큼 대단한 남자라고 장난이라도 쳤을 텐데.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고 그냥 미안한 마음만 들 정도로 죄책감이 굉장했다. 이대로 얘랑 오래있으면, 정말로 데리고 살아달라는 걸 거절 못하게 될지도 모르겠어. 최대한 빨리 끝내버려야…아니, 그래도 마지막 추억이라는데 최대한 빨리 싸버리고 끝내는 것도 실례인가. “구원. 우린 그럼 나가있을게.” “응. 기다려줘.”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가 나가고 이제 방에는 셋만 남게 됐다. 왜 둘이 아니라 셋이냐고? 왜겠어? “야. 넌 왜 안 나가? 넌 친구가 마지막 추억을 간직하고 싶다는데도 남아있고 싶냐?”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목소리가 차가워지는 게 느껴졌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잖아. 정도란 게 있지. 게다가 얘랑 우리 애들이 아무도 없는 상태에서 얘랑 있는 건 위험하다. 언제 그 매혹이 발동될지 모르니까. 으아아. 얘도 데리고 나가라고 할 걸. 사라도 디아나도 레이아도, 실비아의 모습에 너무 인상적이라 펠리시아의 존재를 잊었는지 그냥 나가버렸다. “…나갈 거야. 내가 그렇게까지 눈치 없는 사람인줄 알아?” 하지만 내 걱정과는 다르게, 펠리시아는 잠깐 몸을 흠칫하고 떨더니 뾰루퉁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대답만 했을 뿐, 여전히 그 자리에 굳건히 서서 나갈 생각을 않고 있었다. “야. 뭐해? 나가.” “흐읏, 나, 나갈 거라니까!” 내가 다시 한 번 말하자, 펠리시아는 다시 한 번 몸을 흠칫흠칫 떨었다. 그리고 동시에, 뭔가 뚝뚝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물 떨어지는 소리다. 호화스런 드레스에 가려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 펠리시아의 가랑이 사이에서 떨어진 소리다. 자세히 보니 펠리시아의 얼굴이 붉다. 게다가 요염했다. 아니. 요염한 건 원래부터 그런 얼굴이었지만, 뭔가 묘했다. 마치 흥분한 것처럼. 뭐야? 나 아직 아무것도 안했는데? 그렇지? 성역 선포 같은 것도 발동 안했지? 실수로 발동시킨 거 아니지? 응. 정말로 아무것도 안했다. 그런데 쟤 저 반응은 뭐야. “야. 너 왜 흥분하고 있냐?” “흐, 흥분 안…하읍!” 평소같으면 흥분한 걸 인정하고 바로 나한테 들이댈 애가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심지어 말하다가 혀가 이에 닿았는지, 입을 감싸며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안 그래도 요염한 애가 다리를 오므리고 엉덩이를 살짝 뒤로 뺀 채로 신음하니, 그것만으로 유혹하는 것 같았다. 뭐야 저거. 새로운 방식으로 유혹하는 건가. 안 돼지 안 돼. 저 매혹에 넘어가선 안 돼. “야. 빨리 나가라고 했다?” 펠리시아의 매혹에 걸려 버릴까봐 두려워서, 나도 모르게 말투가 강해졌다. “흐읏! 나, 나갈 거야!” 내 말에 펠리시아는 왠지 더 느끼는 것 같은 얼굴로 울상을 지으면서 한 발 한 발 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로 펠리시아가 방을 나가고 나서 바닥을 확인하자, 역시나 투명한 액체가 방울방울 떨어져 있었다. 만져보지 않아도 확실하다. 저거 애액이다. 펠리시아 쟤는 진짜 만년 발정기인가. 뭐, 지금 쟤가 문제가 아니지. “음…그럼 할게?” “부탁드립니다.” 어색하다. 하지만 하는 수밖에 없다. 실비아를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히고, 천천히 옷을 벗겨나갔다. 역시 가녀리다. 전에 날 내동댕이쳤던 힘은 어디서 나온 거고, 평소에 기사 갑옷은 어떻게 입고 있는 건지 의문스러울 정도로 가녀린 몸이다. 안 그래도 선이 가는 가슴도 완벽한 빨래판이라, 얼핏 보면 여성적인 매력은 전혀 없을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가녀린 와중에도 허리가 잘록하게 들어가 있고 허리에서 골반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여성적인 곡선을 그리고 있어서, 이렇게 벗겨놓고 보면 제대로 여성미를 느끼게 해줬다. “구, 구원님?” 덕분에 전부 벗기고 나서도, 그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뚫어지게 쳐다만 보고 말았다. 역시 예쁘긴 예쁘다. 만약 우리 애들을 만나기 전에 얘를 만났으면, 내가 먼저 어떻게든 꼬드겨보려고 졸졸 쫓아다녔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 응. 미안. 시작할게.”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감상을 늘어놔봐야 소용없는 짓이지. 지금은 할 일이나 마저 하자. 하지만 실비아가 마지막으로 느낄 쾌감이라고 생각하니, 마냥 기계적으로 할 수만도 없었다. 위선일지도 모르지만, 아니 제대로 도와주지도 않는 주제에 이러는 건 완벽히 위선이지만, 그래도 제대로 해주고 싶었다. 우리 애들한테 해주는 것처럼 제대로 말이다. 실비아의 한쪽 가슴에 얼굴을 가져가 유두를 입에 머금고 혀로 살살 굴리면서, 한 손은 실비아의 가랑이 사이로 이동시켰다. 물론 스킬들을 전부 발동시키고. 이게 없으면 실비아는 아예 느끼질 못하니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라고 해야겠지. 성자의 손길을 발동시킨 채로 일자로 닫힌 음부를 조심스레 벌려 그 안쪽을 만져봤지만, 실비아의 가랑이 사이는 조금 습하기만 할뿐 애액은 흘러나오지 않고 있었다. “흐으응! 구, 구원님…!” 몽롱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실비아의 얼굴을 보면, 역시나 반응은 있다. 그때랑 똑같다. 그저 실비아는 익숙지 않은 감각에 민감히 반응할 뿐, 몸 자체는 애액을 흘릴 정도로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비록 헛수고라는 걸 알고 있어도, 나는 애무를 계속해나갔다. 적어도 실비아에게 제대로 된 섹스를 하는 기분이라도 맛보게 해주고 싶어서. 성역 선포와 성자의 성수, 성자의 손길까지 동원하여 계속해서 애무를 이어나갔지만, 결국 이렇다 할 성과는 낼 수 없었다. 이제 슬슬 삽입을 해야 되는데…. 이거 어떻게 삽입해야 되지? 나는 괜찮다. 아이언 페니스도 있으니, 고작 마찰열 때문에 다칠 일은 없다. 하지만 실비아는 아니다. 안 그래도 큰 내 물건으로 젖지도 않은 음부에 넣었다가는 바로 안쪽이 찢어질 거다. 전에는 그나마 실비아가 완전히 발정이 나서 물을 뚝뚝 흘릴 때니까 삽입할 수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얘 다른 남자들이랑 할 때는 어떻게 한 걸까? “실비아?” “으흣…하앗, 하앗…으헤?” “너 평소에 삽입은 어떻게 해?” “아….” 실비아는 몸을 일으켜 침대 옆에 있는 서랍 쪽으로 손을 뻗으려다가, 다시 그냥 내 쪽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내 물건을 잡아가면서, 아련한 눈동자로 올려다봤다. “그, 방금 구원님께서 제게 해준 것처럼, 여성이 남성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은 없습니까?” …위험해. 얘 왜 이렇게 귀여운 짓을 하는 거야. 지금 살짝 반할 뻔 했어. 남성 경험이라고는 거의 치료를 위한 일방적인 행위밖에 없다시피 한 실비아는, 섹스 중에 허리를 흔들지도 않을 정도로 성생활에 관련한 지식이 전무하다. 그런데 제대로 도와주지도 않는 날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 방법을 물어보는 거다. 솔직히 엄청나게 갈등됐다.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쾌감을 느끼는 섹스가 될 테니, 제대로 경험하게 해주자고 결심했다. 그러려면 이런 것도 제대로 알려주고, 경험하게 해줘야하지 않을까? 하지만 실비아가 나에게 일방적으로 해주는 건 스킬 해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행위다. 우리 애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라고 믿지만, 어쩌면 바람피우는 거라고 생각될 수도 있는 행위다. 하지만 난 결심을 굳혔다. 제대로 알려주고 경험하게 해주자. 이건 절대로 바람피우는 게 아니니까 말이지. “음…그러니까 우선 검을 잡는 것처럼 쥐고…아니, 그렇게 말고 반대로. 역수검을 쥐는 것처럼. 그래. 그렇게 쥐고 위 아래로 흔들어봐.” “네. …음…응. 이, 이걸로 끝입니까?” “…그렇군. 손은 그대로 움직이면서, 끝에 입을 맞춰. 으윽. 그래.” “죄, 죄송합니다. 아팠습니까?” “아니, 기분 좋아서 그랬어. 계속해.” 실비아는 한 점의 의심도 없이 순진한 눈동자로 내가 말하는 걸 그대로 따랐다. 물건 끝에 키스하듯이 입을 맞추고 낼름낼름 쿠퍼액을 핥은 후, 그대로 조그만 입을 벌려 내 물건을 삼켜갔다. 입이 작다보니 아무래도 물건 끝 쪽밖에 삼킬 수 없는 모양이었지만, 실비아는 그 상태에서 필사적으로 혀와 손을 움직였다. …이거 진짜 위험해. 나쁜 맘이 들 것 같아.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다보니, 아무리 변태같은 플레이를 시켜도 고분고분 들을 것 같다. 그렇군. 예를 들어 일명 똥까시라고 불리는, 엉덩이를 핥아주는 행위라든가. 검은 욕망이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려고 했지만, 난 이성을 총동원하여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그, 그쯤 하면 됐어.” “후앗…하앗. 헤엣?” 실비아는 내 물건 끝을 여전히 입에 머금은 채로, 손의 움직임도 멈추지 않고 날 올려다봤다. 이 이상 실비아가 필사적으로 봉사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내 이성이 먼저 버티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너 평소 삽입은 어떻게 해?” “앗, 그,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고 침대 옆 서랍에서 기다란 통을 꺼냈다. 그리고는 통을 쭉 짜서 자신의 손에 끈적끈적한 액체를 묻히더니, 그대로 내 물건에 펴 바르기 시작했다. 손놀림이 어설프다. 도저히 지금껏 해왔던 동작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실비아는 내 물건에 젤을 전부 바르고 나서는, 침대에 누워서 다리를 양옆으로 활짝 벌리고 자신의 두 손으로 음부를 양쪽으로 벌렸다. “여, 여기에는 구원님이 발라주실 수 있겠습니까? 그게, 구석구석 바르지 않으면 조금 아픕니다.” 아까의 그 어설픈 손놀림으로 보아, 아마 평소엔 남자가 실비아의 음부에 발라주고 삽입하는 게 전부였겠지. 치사하게 가르쳐준 걸 바로 응용해먹다니. 조금 귀엽다고 생각해 버리잖아. 난 실비아에게 젤이 담긴 통을 건네받아서, 활짝 벌리고 있는 실비아의 음부에 그대로 짜냈다. “히긋!” 그 차가운 감촉 때문인지, 실비아의 몸이 잠깐 움찔하고 떨렸다. 그리고 음부 위에 짜인 젤에 손을 가져가, 그대로 손가락을 집어넣어 구석구석 바르기 시작했다. 분명 앞으로 섹스도 할 건데, 이게 더 야한 행위처럼 느껴지는 건 왜 일까? 뭔가 배덕감이 장난 아니다. 또다시 잡념이 생기려는 걸 머리를 흔들며 훌훌 털어버리고, 난 그대로 실비아의 음부에 물건을 가져갔다. “흐으윽! 구, 구원님…! 하읏! 허, 허리는 흑, 어떻게 움직이면…으읏!” 실비아는 익숙지 않은 쾌감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여전히 날 기분 좋게 하기 위한 방법을 물어왔다. 젠장. 그러니까 기특한 짓 하지 말라고. 충동적으로, 그리고 습관적으로 입술이 실비아의 입술 바로 앞까지 갔다. 하지만 실비아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성생활에 관한 지식은 없더라도, 키스의 의미를 모르진 않을 거다. 이 세계에선 오히려 섹스보다 키스가 더 사랑을 나타내는 행위인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피하지 않는다는 건, 얜 정말로 자신이 말했던 대로 나한테 모든 걸 바칠 각오가 되어있었다는 거다. 그게 쾌락만을 위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정말로 그에 상응하는 각오를 했었다는 건가. 나는 습관적으로 키스를 하려고 가져가던 얼굴을 위로 들고, 그대로 물건에 전달되는 느낌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레벨 차이가 있는 만큼, 이렇게 쾌감에만 집중해버리니 곧바로 사정감이 몰려왔다. “구, 흐극! 구원님! 하읏!” “슬슬 싼다.” “넷, 네엣! 흐으으으응!” 내가 사정하는 것과 동시에, 최후의 자존심으로 쾌감을 전달받은 실비아는 작살 맞은 물고기처럼 몸을 퍼덕이며 절정에 달했다. 역시나 절정은 실비아의 뇌가 느끼기엔 너무 거대한 감각이었는지, 실비아는 절정을 느끼는 도중에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역시…전….” 나 역시 막대한 쾌감에 실비아의 몸을 붙잡고 쾌감에 견디는 것만으로 벅찼지만, 그 와중에 실비아가 기절하면서 뭔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오늘은 일을 쉬는 날입니다. 그런 기념으로 밤새 써서 한 편 더 올립니다. 요즘 연참을 너무 안 했으니까요. 220==================== 실비아의 각오 최후의 자존심을 사용한 덕분에 정기를 모두 소모한 난, 일단 그 자리에서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몸을 가눌만해지자, 기절한 실비아의 몸 위에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나왔다. “앗, 구원.” “끝났는가?” “괜찮으세요?” 방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메이드의 안내를 받아 우리 애들이 모여 있던 곳으로 가자, 다들 황급히 내게로 다가왔다. “응. 스킬은 제대로 풀어주고 왔어.” “…실비아양은 그걸로 납득하던가?” 디아나는 석연찮은 표정으로 실비아의 상태를 물어봤다. “글쎄. 기절해버려서 잘 모르겠네. 하지만 어쩌겠어. 납득하겠지.” “만약 실비아양이 그걸로 납득 못한다면…. 여, 역시 이 몸도 실비아양을 받아들이는 걸 인정….” “괜찮다니까.” 디아나까지 이렇게 말하자, 방금 실비아한테 잠깐 끌렸던 게 괜히 더 찔리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살짝 오기 같은 게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한 번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했었는데, 이제 와서 말을 바꿔 받아들이겠다고 말하는 건 남자답지 못한 것 아니냐는 오기 말이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받아들이면, 실비아와 한 번 자고 나니 끌려서 마음이 바뀐 거 아니냐는 오해를 낳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건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랬다. 그래서 디아나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쓰다듬으며 흐트러뜨리고, 일부러 강한 말투로 괜찮다고 근거 없이 확언했다. “아무튼 볼 일은 끝났으니까 돌아가자. 그러고 보니 펠리시아는?” “앗! 그, 그러고 보니…! 구원! 또 뭐 당하지 않았어?!” 역시 실비아의 임팩트가 너무 커서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나보다. 사라가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외쳤다. “걱정 마. 너희 나가고 바로 펠리시아도 따라 나갔어. 난 너희랑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뇨. 아까 구원씨가 있던 곳에서 나오고는 한 번도 못 봤어요.” 하긴, 나갈 때 모습을 보면 완전히 발정 난 상태였지. 어디 아무 남자나 붙잡아서 떡이나 치고 있는 건가? 아무튼 그렇다면 굳이 펠리시아한테 간다는 말을 하고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펠리시아한테 굳이 간다고 알리려는 것도, 기절한 바람에 직접 전할 수 없는 실비아 때문인데. 그냥 근처에 있는 메이드한테 전해달라고 부탁하지 뭐. 그렇게 우리는 다시 디아나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뭔가, 드디어 실비아와 관련된 이야기가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하자 시원섭섭한 기분이었다. 마지막에 그런 기특한 모습을 보고 나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야. 난 우리 애들만 바라보면 돼. 어차피 이제 다시는 만날 일도 없잖아? …없겠지? 없을 거야. “…겨우 이제 좀 안정이 되는 기분이구먼.” 디아나도 나와 같은 심정인 모양이다. 안심한 것 같은, 그러면서 한 편으론 착잡한 것 같은 미묘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에잇. 이렇게 복잡한 기분일 땐 디아나를 놀리는 게 제일이다. “그래봤나 넌 다시 마법사 협회 사람들한테 끌려갈 거지만 말이야.” “무, 무슨! 자네 오늘도 던전에 안 갈 생각인가?!” 디아나는 생각지 않고 있었다는 듯이, 화들짝 놀라며 외쳤다. 음. 예상대로 좋은 반응이다. 그냥 좀 과하게 칭송받는 것뿐이니 부려먹으면서 편하게 지내면 좋을 텐데 말이야. 뭐, 나 같아도 나한테 그렇게 들러붙는 애들 상대로 익숙해지기는 힘들 것 같지만. “응? 던전? 뭐야? 디아나 던전 가고 싶어?” “그, 그런 건 아니네만!” 내가 놀리는 것처럼 말하자, 디아나는 살짝 욱하는 반응을 보이며 대답했다. 아까 실비아와의 관계를 중재할 땐 상당히 냉정하게 상황을 주도했던 디아나가, 내가 놀릴 땐 이렇게 애처럼 반응해서 바로 낚인다. 역시 재미있어. 내가 이래서 디아나만 놀리기를 못 끊는다니까. “그럼 안가도 상관없겠네.” “그, 자, 자네는 던전 아래로 내려가는 게 목표 아니었나?!” 그러고 보니 디아나한테는 마왕이니 용사니 그런 설명 하나도 없이 그저 던전에 다니기만 했다. 내가 여타 다른 모험가들처럼, 던전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모험심을 가지고 던전에 다니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 뭐, 확실히 안전이 확보되는 수준에서 게임하는 기분으로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지도 모른다. 어차피 시간은 말 그대로 무한히 있으니까. 하지만 적어도 오늘 갈 건 아니야. “응? 딱히? 사라나 레이아는 오늘 던전에 가야할 일 있어?” “아니.” “아뇨! 전혀 없어요!” 사라는 쿨하게, 그리고 레이아는 어째선지 강력하게 던전에 용무가 없다는 걸 어필했다. 또 습관처럼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가슴 앞에 모으면서.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레이아는 가슴이 커서 저러면 그냥 팔로 가슴을 모으는 것 같은 자세가 돼버린단 말이지. 정말 훌륭한 습관이 아닐 수 없다. “다들 갈 일이 없으면 오늘도 갈 필요 없겠네.” “그, 그런가….” 살짝 시무룩하고 있어. 티는 안내려고 하는 모양이지만, 속마음이 뻔히 보인다. 지금 열심히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에게서 벗어날 생각을 강구하고 있을 거다. “그래! 오늘은 이 몸의 차례이니, 자네는 오늘 하루 종일 이 몸과 어울려줘야겠네!” “디아나, 차례는 그냥 밤의 차례라고….” “어제 하루 종일 구원을 독차지하고 있었던 사라양이 말하긴가?!” “어머, 그러네요. 그럼 디아나 때문에 낮은커녕 밤의 차례마저 뺏겼던 레이아가 대신 한 마디 해주세요.” “그, 그건 치사하지 않나…!” “후훗. 괜찮아요.” “으, 음?” “괜찮아요. 디아나. 하지만 어제 사라씨처럼 독차지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다 같이 다니는 건 어떠세요?” “오, 오오! 괜찮겠나! 물론 이 몸은 찬성일세!” 레이아의 관대한 말에 디아나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드디어 디아나도 천사님의 진면목을 알아보기 시작한 모양이다. “가끔은 그런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게다가 사라까지 찬성해버리니, 내 의견은 상관없이 결정이 된 거나 마찬가지다. 나도 딱히 반대하려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조금 재미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조금은 싫어하길 바랐는데. 어차피 디아나의 목적은 나랑 데이트하는 게 아니라, 마법사 협회 수장들을 피하는 것이었다 이거지? 물론 서로 싸우면서 수라장이 되는 것보단 훨씬 낫지만 말이야. 뭘까, 이 기분은? 날 두고 서로 싸우지 않으니 미묘하게 섭섭한 마음도 든다. 애초에 갑자기 이런 분위기가 된 이유가 궁금하다. 분명 전까지만 해도 날 두고 박 터지게 싸우는 분위기 아니었나? 왜들 갑자기 이해심이 깊어졌어? 아니, 물론 레이아는 그런 싸움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위치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말이야. 실비아 때문에 내부 결속이 강해진 건가? “그렇게 정했으면 여기서 내리세.” “응? 여기서?” “당연하지 않나! 저택에 가면…아, 아무튼 여기가 마침 번화가이기도 하고, 돌아다니기에는 좋은 위치 아닌가!” “알았어. 내리자 내려.” 결국 바네사 혼자 마차를 이끌고 저택에 보낸 후, 우리는 번화가에서 데이트를 즐기기로 했다. 그리고 셋 모두와 확실히 마음을 전달하고 처음 하는 단체 행동은, 내가 아까 바랐던 대로 박이 터졌다. “구원, 이거 어떤 것 같아?” “오 예쁘네. 살짝 드러난 허리 라인이 섹시해서 아주 좋아.” “하여간 엉큼하다니까. 그런 것만 보이지?” “구원씨 저는요?” “천사님은 그냥 가만히 서계시기만 존재감이 넘쳐흐르시죠.” 특히 가슴의 존재감이 끝내주시지. 디아나 머리에 얹어 놓으면 디아나는 보이지도 않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물리적인 의미로. “흠. 이, 이 몸도 스타일은….” “넌 일단 가슴부터 좀…잠깐! 농담! 농담이야! 정말로! 내가 디아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키스해줄까?!” “이런 공공장소에서 할 것 같나!” “그럼 공공장소에서 알을 노리는 것도 그만둬줬으면…진짜 장난이었다니까?!” 응. 여러 가지 의미로 박 터졌다. 서로 또 이렇게 견제하니 고생스럽긴 하지만, 그런 만큼 얘들이 날 좋아하고 있다는 실감도 난다. 어라? 얼마 전까지는 수라장이 벌어지면 식은땀만 났는데, 지금은 고생해도 살짝 즐기는 경지에 도달했어. 이거 혹시 하렘왕에 한 발자국 가까워진 거 아니야? …응. 실비아를 거절한 시점에서 하렘왕이니 뭐니 다 헛소리지. 젠장. 조금 잊으려고 했는데 다시 생각나버렸다. 꿀꿀한 생각은 야한 생각을 해서 잊는 게 최고야. “좋아! 필립의 가게에 가자!” 거기라면 맘껏 꿈을 꿀 수 있어. “필립의 가게? 거기가 어딘가요?” “갈 것 같나!” “구원, 모처럼 다 같이 다니는데 그런데 가고 싶어?” 필립의 가게가 뭐하는 곳인지 모르는 레이아는 순진한 얼굴로 되물었지만, 아픈 기억이 있는 디아나는 바로 폭발해버렸다. 그리고 사라마저 날 차가운 눈동자로 쳐다보며 힐난했다. …응? 잠깐. 사라는 왜? “사라 네가 필립의 가게가 어딘지는 어떻게 알아?” “으, 응?! 그, 그게! 그러니까…!” “아! 너 설마 관…!” “꺄악! 바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거야!” 사라가 귀여운 비명을 내지르며 황급히 내 입을 틀어막았다. “음? 관?” “디, 디아나는 몰라도 돼요!” “둘만의 비밀이란 건가? 자네와 이 몸 사이에 말 못할 것이 어디 있다고 그러나. 뭔가? 말해보게.” 뭔가 특별한 비밀이라고 생각했는지, 디아나는 살짝 삐진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궁금하면 알려주도록 하지. 난 디아나의 귀에 입을 가져다대고, 최대한 달콤한 목소리로 조그맣게 속삭였다. “관장.” “자, 자네 바보인가?! 엣?! 잠깐! 사라양이 관…으읍!” “바보! 그걸 왜 말해!” “아니, 궁금해하길래….” “진짜 자네는 어디까지 바보인지 모르겠군!” 또 이러네. 분명 둘이 투덕거리려는 분위기였는데 어느새 공격 대상이 나로 바뀌었다. 그래. 내가 바로 이 한 몸 희생하여 내 여자들의 싸움을 중재하는 이 시대의 성자지. 아, 참고로 천사님께서는 그 사이에 계속 나와 팔짱을 끼고 내 정신을 치유해주고 계셨다. 얼마든지 매도해봐라. 이 팔에 닿은 부드러운 촉감이 계속 느껴지는 한, 난 언제까지고 버틸 수 있어. “아무튼 가자! 필립의 가게!” “안 가!” “갈 것 같나!” 훗. 너희들이 아무리 튕겨봤자, 결국 내가 강행하면 따라올 거란 걸 난 잘 알고 있지. 어디 내가 가는데도 안 따라오고 버티나 보자. “서, 성인 용품점…. 구원씨, 저 구미호로 변하면 제대로 책임져주셔야 되요?” 하지만 옆에서 중얼거리는 레이아의 한 마디에, 난 바로 생각을 바꿨다. “역시 모처럼 다 같이 다니는 데 그런 파렴치한 가게에 가는 건 잘못된 생각이지. 세상에 그런 파렴치한 가게가 버젓이 존재한다니. 믿을 수 없다니까.” 옆에 있는 레이아가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짓는 것처럼 보이는 건 기분 탓일까? 그래. 기분 탓일 거야. 우리 천사님이 그럴 리가 없지. 우리 천사님은 언제나 맑고 깨끗하고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이시라고. 그렇게 우리는 가끔은 투닥대기도 하면서, 다 같이 즐겁게 마을을 돌아다녔다. 물론 그밖에 문제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처음 보는 남자 모험가를 만났을 때가 인상적이었다. “이봐! 형제!” 놈은 보자마자 내 어깨에 팔을 두르더니, 쾌활하게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처음 보는 놈이다. 아무리 남자 모험가들끼리 친하게 지낸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너무 친근하게 굴잖아. 입에서 알콜향이 나는 것이, 대낮부터 꽤나 취한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내가 모험가라는 건 어떻게 알았지? 아, 이렇게 예쁜 여자를 셋이나 끼고 있는데 모험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이상한 건가. “캬. 부럽다. 부러워. 하나같이 제수씨들이 미인이네. 어때? 우리 애들이랑 같이….” 놈이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 뒤편의 여성 모험가들을 가리킬 때, 사라가 행동에 나섰다. “죽기 싫으면 꺼져.” 크으. 과연 사라야. 살기가 유형화되어 사람을 찌르는 것 같다. “네.” 아무리 취했어도 모험가는 모험가인 모양이다. 저 무지막지한 살기는 무시하려고 해도 무시할 수 없었는지, 놈은 슬그머니 내 어깨에서 팔을 내리고 자기가 가리켰던 여성 모험가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가자마자 엄청나게 구박받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술김에 한번 허세를 부려본 것인 모양이다. 어쩐지 여자들 표정이 이상하더라. “흥! 자, 구원 어서 가자!” 그리고 놈이 사라지자마자, 사라는 살기를 싹 지운 채 미소를 지으면서 내 팔에 안겼다. 봤냐? 이 미소는 나만을 향하는 미소야. 그 이후로는 별 탈 없이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리고 적당히 저녁시간 때가 됐을 때 저택으로 돌아가서, 저녁을 먹고 밤의 준비를 시작했다. 깨끗하게 씻고 디아나의 방으로 찾아가려고 했을 때,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응? 내가 가려고 했는데, 디아나가 내 방으로 온 건가?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문을 열자 거기에는 레이아가 서 있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무한의기사왕 // 펠리시아의 입에 걸린 성수 얘기라면, 물론 구원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다만 고작 그것 때문에 저렇게까지 발정하는 건 아닐 거라고 생각한 거죠. 분명 하룻밤동안 멀쩡했던 걸 확인했고, 성수가 계속 걸려있다고 해서 효과가 더 강해지는 것도 아니니까요. 왜이리들다재밌지 // 외모에 대한 평가는 구원의 주관이 들어가있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구원의 눈에 히로인 삼인방만큼이나 예쁜 여자는 현재로선 존재하지 않죠. 221==================== 실비아의 각오 “레이아? 웬일이야? 무슨 일 있어?” “네? 후훗. 아니요. 그냥 키스를 받으러 왔어요.” 이 시간에 갑자기 찾아오다니,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당황했지만, 레이아의 태연하게 말했다. 오히려 당황한 내 모습이 살짝 귀엽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면서 웃었다. 으윽. 저런 표정으로 바라보면 왠지 약해지는데. 아니, 근데 잠깐만. 키스? “키스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아침에 저만 해주지 않으셨잖아요. 잊으셨어요?” 레이아는 살짝 토라진 얼굴로 말했다. 평소엔 차분하고 청순한 분위기의 누님이시면서, 저런 귀여운 표정도 어울리시다니. 역시 사기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지. “키, 키스는 네가 구미호가 되니까….” “네. 그러니까 문제 될 것 없게 밤에 찾아왔어요.” “아니, 그러니까 오늘은 말이지….” 말 꺼내기 힘들었다. 이렇게 대놓고 차례를 지키라는 말을 꺼내는 건 무척이나 힘들었다. 하지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은 디아나 차례….” “아뇨. 제 차례에요.” 응? 이게 무슨 소리야? 어제가 사라 차례였잖아? “디아나씨는 저번에 두 번 연속 구원씨를 차지하셨잖아요. 그러면 한 번은 건너뛰어야 공평하지 않을까요?” 아닌가요? 라면서 우아하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천사님을 보고, 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구나. 아침에 혼자 키스를 못 해도 아무 내색도 안 한 것도, 낮에 디아나가 자기 차례라면서 데이트를 주장할 때 너그럽게 다 같이 다니자고 한 것도, 이런 이유가 있었어! 아니, 물론 우리 천사님 본연의 성격도 포함되어 있을 거다. 하지만 아무리 천사님이라도 나와 관련되면 조금은 이기적이 되기도 한다. 평소라면 귀엽게 토라지는 표정이라도 지었을 텐데, 오늘은 그런 것도 없이 유독 너그러우셨다. 고백할 때 말했던, 난 모르지만 사실 알고 보면 욕심쟁이란 건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거였나. 겨우 이런 걸로 스스로를 그렇게 평가하는 점에서 역시나 천사님이지만, 아무튼 굉장하다. 공명도 울고 갈 책사야. 나 지금 소름 돋았어. “구원씨?” “응. 레이아 말이 맞네.” “후훗. 그렇죠?” 레이아는 살포시 웃으면서, 뒤에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난 얼른 레이아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대로 번쩍 들어 올려 침대로 이동했다. 디아나는 어쩌냐고? 자기 때문에 레이아와의 약속을 한 번 깬 적이 있으니, 그 반대 상황이 생겨도 디아나가 한 번은 이해해야지 뭐. 침대에 눕혀지자, 레이아는 살며시 눈을 감고 가만히 입술을 내밀었다. 역시 아름다우시다.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은 입술이다. 하지만 난 일단 참았다. 대신 손가락을 레이아의 입술에 맞대고, 가볍게 옆으로 쓰윽 훑었다. “…구원씨?” “지금 바로 키스해버리면 곧장 구미호가 될 텐데? 이제부터 다시 제대로 노력하는 거 아니었어?” “앗…그, 그러네요. 잊고 있었던 건 아니에요! …하지만 아침부터 쭉 기다려왔는걸요.” 레이아는 살짝 눈을 깔고,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면서 말했다. 크윽. 가련하시다. “그러면 오늘은 그냥 키스할까?” “…으음. 아뇨. 훈련을 도와주세요. 대신 내일 아침에라도 잔뜩 해주셔야 되요?” 레이아는 정말로 진지하게 한참을 고민하더니, 결국 구미호 제어 훈련을 하는 걸로 정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고 싶어 하는데, 내일 아침까지 미루는 건 조금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러면 이건 어때? 지금부터 훈련을 할 건데, 내가 정한 목표치를 달성하면 바로 키스해줄게. 레이아도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는 것보단 이게 좋을 거고, 눈앞에 보이는 목표가 있으면 훈련도 좀 더 잘되지 않겠어?” “네. 그럴게요.” 어떤 훈련을 할 건지, 목표가 뭔지 물어보지도 않고 레이아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도 다 날 믿고 있으니까 가능한 거겠지? 역시 천사님이야. “그럼 지금부터 애무를 할 거야. 절정까지 구미호가 되지 않고 버텨봐.” “네, 네? 하지만 그…저, 절정까지 구미호가 되지 않는 건 이미 넘어간 단계 아닌가요?” “아니. 전혀 달라. 지금까지는 몸을 닦아주면서 자극을 했었잖아. 레이아도 몸을 닦고 있을 뿐이라고 자신을 속일 수 있으니, 성행위라는 의식이 옅어져서 절정까지 버틸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이번엔 달라. 완전히 성행위라고 인식하고 있으면서, 절정에 달할 때까지 변하지 않고 버티는 거야. 조금 더 심화된 단계라고 할 수 있지.” 내가 생각해도 훈련 계획 한 번 잘 짰어. 어떻게 이런 생각이 튀어나올까. …뭐, 둘 다 씻은 상태니 서로 씻어줄 일이 없으니 튀어나온 생각이지만. “그렇군요! 역시 구원씨는 저에대해 제대로 생각해주고 계셨군요!” 레이아가 감격스런 목소리로 내 목을 끌어안았다. 가슴에 뭉클한 감각이 맞닿아서, 행복해 죽을 것 같다. “뭐, 뭐 그렇지!” 양심 없는 놈이라고? 이 정도 거짓말을 용서해 줘라. 남자란 때론 허세를 부릴 때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레이아의 초롱초롱한 눈을 정면으로 마주보기는 힘들었지만 말이다. “그럼 바로 시작할게.” “네!” 레이아는 의욕을 보이면서, 또 두 주먹을 가슴 앞에서 움켜쥐었다. 물론 그에 따라 두 팔 사이에 가슴이 모아지면서, 깊은 골짜기가 생겼다. 누워있는데도 이 정도 파괴력이라니. 역시 천사님이야. 아니, 이건 레이아가 천사인 거랑 상관없나? 아무튼 이걸로 처음 손댈 곳은 정해졌다. 나는 누워있는데도 볼록 솟아올라 있는 레이아의 가슴에 손을 뻗었다. 크으. 이 느낌. 행복해. 팔에만 닿아도 행복하지만, 역시 이렇게 손으로 만지는 게 제일이야. 옷 위로 만지고 있는데도, 손바닥이 가슴에 용접될 것 같을 정도로 레이아의 가슴은 명품이었다. 전에는 그래도 일단 씻어주면서 자극하는 거라 이렇게 까지 만지지는 못했지만, 지금은 대놓고 애무를 하는 상황이다. 전혀 거리낄 것 없이 이 가슴만 주무르고 있을 수 있다. “흐응! 하읏! 구, 구원씨, 제 가슴, 흑, 좋으세요…?” “응. 사랑해.” 나도 모르게 그 어느때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대답해 보렸다. “후, 후응! 후훗, 마, 맘껏 만져도 돼요. 흐읏! 구원씨 것이니까요.” 처, 천사님! 저도 천사님 것이에요! 나는 감격해서 더욱 열심히 가슴에 달라붙었다. 이래 뵈도 레이아의 구미호 극복 훈련을 위해 행동하고 있기는 했다. 지금 이렇게 옷 위로 만지고 있는 것도 레이아의 훈련을 위해서 그러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직접 만지는 것보단 자극이 덜해서 버티기 쉬울 테니 말이다. 하지만 방금 레이아의 천사 같은 말로 그런 생각은 전부 머릿속에서 날아가 버렸다. 직접 만지고 싶어! 아니, 만지는 것만으론 만족 못해! 물고 빨고 하고 싶어! 그런 생각을 담아, 바로 레이아의 사제복에 손을 댔다. 레이아는 쾌감에 흐느끼고, 구미호가 되지 않게 버티면서도 살짝살짝 몸을 비틀어 내가 옷을 벗기기 쉽게 도와줬다. 그리고 드러나는 압도적인 볼륨감의 가슴. 역시 최고야.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아. 평생 이것만 바라보고 살 수 있을 것 같아. 물론 만질 거지만! “하읏! 구, 구원씨, 후훗. 흐응!” 레이아는 흐느끼면서도, 내 머리를 끌어안고 조심스레 쓰다듬어줬다. 나는 검지와 중지 사이에 레이아의 유두를 끼우듯이 가슴을 움켜잡고, 천천히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원을 그리듯이 돌려갔다. 손가락 사이로 넘쳐흐를 것 같은 이 감각. 도저히 한 손으로 한쪽 가슴이 다 잡히지 않아. 그렇게 주무르다가 이번엔 검지와 중지 사이를 오므려 유두를 잡고, 그대로 당겨봤다. 원뿔 모양으로 당겨지는 가슴은, 그래도 형태를 크게 무너뜨리지 않고 탄력을 유지했다. 레이아라면 자기 유두도 혀로 핥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니, 분명 가능하다. 엄청 야하겠지. 특히 평소 청순한 레이아가 그렇게 하면 더더욱. 나중에 레이아가 구미호 상태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되면 꼭 한 번 해달라고 부탁해야지. 유두를 당기고 있던 손가락을 살짝 놓자, 가슴이 푸딩처럼 출렁이면서 제자리를 찾아갔다. 난 그대로 얼굴을 가져다대, 한쪽 유두를 입 안에 넣고 혀로 살살 굴렸다. 물론 한 쪽 손으론 계속해서 반대편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하읏! 흐읏! 으응!” 레이아의 신음 소리가 점점 더 높아져갔다. 그러고 보니,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손도 어느샌가 멈춰있었다. 설마 슬슬 한계인 건가? 고개를 들어 확인해봐야겠지만, 이 가슴에서 떨어지고 싶지는 않았다. 꼭 고개를 들어야만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지. 나는 비어있는 손을 레이아의 엉덩이 부근으로 내렸다. 어디보자. 꼬리가…. “하으으읏!” 내 손이 꼬리에 닿자, 레이아는 몸을 움찔움찔 떨었다. 그리고 분명히 처음엔 하나밖에 만져지지 않던 꼬리가, 순식간에 여러 개로 늘어났다. “레이아. 키스하고 싶잖아? 참아야 돼.” “흐읏, 네, 네엣!” 내 말이 통한 듯, 다시 레이아의 꼬리가 하나로 줄어들었다. 레이아는 꼬리도 민감하구나. 그러고 보니 들은 적이 있다. 고양이는 꼬리의 뿌리 부분에 신경이 밀집해 있어서, 엉덩이를 팡팡 쳐주면 좋아한다고. 그런데 레이아는 고양이가 아니라 구미혼데? 여우는 개과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꼬리 근처에 신경이 몰려있을까? 잠깐 고민하다가, 스스로 바보같은 생각을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바보야. 여긴 판타지 세계잖아. 애초에 여우 쪽 수인이라고 여우와 특징이 전부 일치할거란 보장도 없는데 뭘. 궁금한 건 직접 확인해보면 되지. 제일 간편하게 확인해볼 수 있는 건 섹스 애널라이즈를 써서 레이아의 뒷모습을 보는 거지만, 이 가슴에서 입을 떼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좀 더 원시적인 방법으로 알아볼 수밖에. 나는 손바닥으로, 레이아의 꼬리 뿌리 부근 엉덩이를 톡톡 두드렸다. 오오. 부드러운 살결이. 탄력 있는 사라와는 또 다른 매력의 부드러운 살결이…! 중독될 것 같다. “하으응! 하아앗! 히으윽! 구, 구원씨이!” 그리고 반응을 보아하니, 여우가 이러쿵저러쿵은 둘째 치고 레이아의 이곳이 민감한 건 틀림없는 모양이었다. 전에 봤을 땐 섹스 애널라이즈를 쓰고 앞모습을 봤을 때 제일 큰 성감대였던 가슴과 동시에 만져주니, 레이아는 숨이 넘어갈 것처럼 신음성을 내질렀다. “흐으으으으으읏!” 그리고 곧이어 순식간에 절정에 달해버렸다. 다리로 내 허리를 감싸 안고 부들부들 떠는 레이아의 몸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면서, 나는 드디어 고개를 들었다. 결국 레이아는 끝까지 구미호로 변하는 걸 참아냈다. 절정에 달할 때 순간적으로 손에 닿는 꼬리의 수가 늘어났지만, 의지의 힘인지 결국 레이아는 구미호로 변하는 걸 이겨냈다. “축하해, 레이아. 이걸로 또 한 단계 넘어섰네.” “하읏, 하앗, 하앗, 네, 네에…. 저…추, 축하 선물은….” “그렇지. 당장 줘야지.” 몸을 위쪽으로 이동시켜 레이아의 얼굴 앞에 얼굴을 가져가자, 레이아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 목을 안아왔다. 키스를 하게 되는 것만으로 이렇게 행복한 미소를 짓는 천사님이라니. 난 정말 행복한 놈이다. 그리고 진한 키스가 이어졌다. 처음에는 그저 입술을 맞대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는 듯이 입술을 부벼댔지만, 이내 레이아의 독특한 느낌의 혀가 내 입안으로 파고들며 기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아, 변했구나. 변화는 키스하는 방법만이 아니었다. 내 허리를 감싸 안고 있던 다리에 의지하여, 레이아의 허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커져있는 내 물건을 허리 움직임만으로 손쉽게 집어넣어 버렸다. “하으읏!” 이제부턴 또 다시 천사의 얼굴로 색기를 뿌려대는 구미호와의 시간이다. 레이아와 뜨거운 밤을 보내고 난 다음 날 아침. 아직 레이아는 일어나지 않은 시간에, 난 뭔가를 깨달았다. 방문이 조금 열려있었다. 일단 바네사나 메이드는 절대 아닐 거다. 걔들이 허락 없이 문을 열리가 없다. 마법사 협회 사람들도 당연히 아니다. 걔들도 허락 없이 문을 열리 없을 뿐 아니라, 나한테 볼 일도 딱히 없을 거다. 그럼 저택에서 남은 사람은 두 명뿐. 어제 하루 종일 같이 뒹굴었던 사라가 또다시 밤에 날 찾아와? 당연히 아닐 거다. 처음부터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원래 자기 차례였던 디아나다. 내가 안 오니까 무슨 일인지 확인해보러 왔다가, 레이아와 내 모습을 보고 그대로 문도 안 닫고 가버린 건가. 아무리 그래도 디아나한테 구미호와 하는 모습은 좀 자극이 강했을 텐데. 안 그래도 셋 중 섹스에 관한 진도는 제일 느리다고 할 수 있는 디아나다. 아직 디아나는 자기가 나서서 제대로 나한테 뭔가 행위를 해준 적도 없으니 말이다. 이거 좀 위험한가? “으음…구원씨….” 내가 식은땀을 흘리고 있자, 레이아가 잠버릇인지 팔을 뻗어 내 머리를 껴안았다. 뺨에 닿는 부드러운 가슴이 정신을 안정시켜준다. 역시 천사님이야. 자면서도 날 케어해주시다니. 좋아. 덕분에 냉정해졌어. 일단 뺨에 닿는 이 감촉을 만끽하고, 나중 일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이틀 연속 밤새서 연참! 어째 밤에는 글이 더 빨리 써지는 것 같네요. 평소에도 이 시간에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선무하 // 피임 마법은 구원에게 걸려있기 때문에, 실비아에게 걸려있지 않더라도 임신은 안 됩니다. 그래서 히로인 삼인방도 스스로에게 피임 마법은 걸고 있지 않죠. 어차피 히로인들이 상대하는 건 구원 하나니까요. 슈리온 // 던전 빼면 안 됩니다. 일단 제목을 저렇게 한 이유가 있어요. 중간에 바뀐 제목이긴 하지만요…. 페이필리아 // 사실 제 안에 잠든 연쇄절단마가 깨어나…죄송합니다. 222==================== 실비아의 각오 “구원, 좋은 아침. 레이아도 좋은 아침이에요.” “잘 잤나?” 레이아와 함께 식당에 내려오니, 사라와 디아나가 평소와 다름없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이상하다. 디아나가 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이지? 식당에 내려오는 동안, 과거의 나를 원망하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어떻게 디아나를 풀어줘야 할까? 아니, 풀어주기보다는 오히려 당당히 나가야 하나? 네 인과응보로 차례가 밀린 거라고? 아냐. 논리적으론 맞는 말일지 몰라도, 디아나가 감성적으로 대응하면 골치 아파질 거야. 그냥 아침밥을 먹기도 전에 디아나의 손을 잡고 침실로 끌고 가버려? 많은 고민을 했었다. 식당에서 얼굴을 마주치자마자 디아나가 호통을 칠 것도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 반응은 뭐야?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잖아? 설마 방문을 연 게 디아나가 아닌가? 아니, 그럴 리가. “여러분, 좋은 아침이에요.” “으, 음….” 레이아가 웃으면서 인사하자, 디아나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렸다. 저 반응은 역시…. 방문을 연 건 디아나가 맞았다. 그런데도 저런 반응이라는 건, 의외로 쉽게 인정하려는 건가? 하기는 그도 그렇겠다. 디아나도 레이아한테 정말 미안해하고 있었으니, 이번 일은 불문에 붙이려고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응. 그게 맞는 것 같아. 내가 우리 위대하신 대마법사님의 넓은 마음을 너무 무시하고 있었어.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레이아와 얘기가 끝난 상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디아나는 얘기가 끝나고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 방에 왔다가, 구미호가 된 레이아의 절륜한 테크닉을 보고 화들짝 놀라서 문 닫을 생각도 못하고 도망간 거고. 그 모습을 상상하니, 살짝 흐뭇해졌다.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애가 섹스하는 모습에 화들짝 놀라서 도망가다니. 역시 디아나는 귀여워. “디아나.” “…뭔가?” 내가 혼자 흐뭇해하면서 말을 걸자, 디아나는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어라? 그러고 보니, 눈을 안 마주친다. 언제나처럼 격렬히 화내는 것도 아니고 목소리도 평소처럼 침착하지만, 눈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아깐 차를 마시느라 눈을 마주치지 않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게 아닌 모양이다. 나는 상체를 숙여서 얼굴을 디아나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아래쪽으로 옮겨봤다. 그러자 디아나는 고개를 옆으로 홱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다시 상체를 움직여 디아나의 시선 방향으로 얼굴을 옮기자, 이번에도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는 디아나. 질까보냐. 네 고개 움직임과 내 상체의 움직임. 무엇이 더 빠른지 철저히 알려주겠어. 그리고 나는 디아나의 앞에서 상체를 화려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에잇! 대체 뭔가?! 우읍!” 훗. 이겼다. 마법사가 무투가에게 민첩으로 이기려고 들다니. 백년…아니, 얜 그거보다 오래 살았지. 만년은 이르다! 결국 나와 시선이 마주쳐버린 디아나가 살짝 화난 기색으로 고함을 쳤다. 그리고 디아나의 얼굴이 멈춘 틈을 타서, 난 가볍게 그 입술에 입을 맞췄다. “아까부터 시선을 안 마주치잖아. 무슨 일 있어?” “이, 일은 무슨…그런 거 없네….” 키스 한 방에 바로 기세가 약해지는 디아나도 귀엽다. 그나저나 역시 사전에 얘기가 됐던 건지도 모르겠군. 이렇게 직접적으로 물어봤는데도, 어제 일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다니. “아침부터 디아나랑…어머? 구원, 그러고 보니 왜 레이아하고 내려오는 거야?” “전에 디아나랑 나가버려서 디아나하고 연속 두 번 하게 됐잖아. 그러니까 디아나 차례가 한 번 밀린 거지. 그렇지, 디아나?” “으, 으음….” 이제는 디아나가 인정하고 있다고 확신을 가진 상태라서, 대놓고 이렇게 얘기할 수 있었다. 디아나는 별로 맘에 들진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앗, 그런가! 으음…? 아, 그렇구나.” 그리고 내 대답을 들은 사라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우리 디아나가 이런 면에서 참 착실해요.” “누가 우리 디아나인가. 누가.” 내가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하자, 디아나는 살짝 뾰루퉁한 얼굴로 말했다. 그러면서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치우지 않는 게, 역시 디아나다. “응? 우리 디아나 아냐?” “우, 우으읏!” 할 말 없으면 토닥토닥 공격이라니까. 토닥토닥 공격에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머리를 쓰다듬자, 디아나도 팔을 뻗어서 내 머리를 마구 흩뜨려 놓기 시작했다. 하핫, 얼마든지 해라. 난 머리 따위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다! 아무튼 다행이다. 진짜 긴장했는데. 이걸로 마음을 놓고 식사를 할 수 있겠어. “오늘도 던전에 안 갈 셈인가?” 식사를 마치고 나자, 디아나가 불안한 얼굴로 운을 뗐다. 그런 얼굴 하지 마라. 괴롭히고 싶어지잖아. 하지만 기특하게 어제 레이아와 잔 걸 넘어가준 디아나다. 여기선 나도 관용을 베풀어볼까. 저기서 귀를 기울이며 눈을 번뜩이는 마법사 협회 사람들이 조금 걸렸지만, 얜 너희 디아나가 아니라 우리 디아나거든. “음…. 그럼 갈까? 던전.” 솔직히 가봤자 전처럼 의욕 있게 사냥을 할 생각은 안 들 것 같지만 말이야. 누군가 목표를 줬으면 좋겠어. 게임처럼 던전의 마지막에 도달하면 세계를 위협하는 마왕 같은 최종보스가 기다리고 있다든지, 그런 전개라도 있으면 조금 의욕이 생길 텐데. 그렇게 오래 살았다는 디아나가 그런 건 없다고 못을 박아버렸으니, 기대조차 할 수 없는 게 슬프다. “앗, 미안해. 던전에 가는 거, 내일로 미루면 안 될까?” 하지만 예상외로 사라가 그런 말을 했다. “왜, 왜 그러나, 사라양?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겐가?” “이, 일이라고 할까…미안해요, 디아나.” “드무네 사라가 볼 일이라니. 무슨 일인데?” “볼 일은 아니지만…아무튼 던전에 가는 게 급한 일도 아니잖아?” “뭐, 그렇긴 하지. 그럼 디아나. 미안한데 던전은 내일 가자.” “으, 으으읏!” 그렇게 원망스런 눈초리로 쳐다보지 마라. 이번엔 내 잘못이 아니잖아? “두, 두고 보게나!” 결국 마법사 협회 사람들에게 끌려가면서, 디아나는 또 악역 엑스트라A같은 대사를 내뱉었다. “자, 그럼 사라는 볼 일이 있다고 했고, 레이아는 오늘 뭐 할 일 있어?” “네. 오늘도 던전에 가는 게 아니라면, 저는 고아원에 가 보려고 해요.” “그럼 같이 가자.” “네!” 역시 천사님이야. 최고로 눈부신 미소다. 같이 지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난 행운아야. “아, 나도 같이 갈래.” “응? 너 볼 일은?” “지금 당장 일이 있는 게 아니야. 아무튼 괜찮지? 괜찮죠, 레이아?” 지금 당장 일이 있는 게 아니라면, 던전에 가도 됐던 거 아니야? 뭐, 얘가 일부러 디아나를 엿 먹이려고 그런 것도 아닐 테고. 뭔가 이유가 있겠지. “네.” 그렇게 해서, 사라와 레이아와 같이 고아원에 가게 됐다. “아, 구원님.” 그리고 저택을 나서려고 할 때, 어째선지 바네사가 평소보다 살짝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날 불러 세웠다. “응?” “음…그게…조심…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뭐야. 바네사답지 않게. 무슨 일인데?”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뭐야. 괜히 마음에 걸리게. 바네사가 저런 반응을 보였던 이유는, 저택에서 나가자마자 바로 알 수 있었다. 엄청나게 바라보고 있어. 실비아 쟤 지금 뭐하는 거야? 대귀족가의 영애라는 애가, 왕실친위대의 기사라는 애가, 벽 뒤에서 고개만 배꼼 내밀고 스토커처럼 몰래 날 훔쳐보고 있었다. 자기는 몸을 숨긴 채 몰래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시선이 너무 강렬해서 도저히 눈치 채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야. 실비아. 할 말 있으면….” 앗, 도망갔다. 대체 뭘 어쩌자는 거야. 진짜 스토커라도 될 셈인가? 뭐, 신경 쓰지 말자. 어차피 아무리 용을 써봤자 디아나의 저택에 침입하는 건 불가능…아, 그래서 바네사가 그렇게 피곤한 표정이었던 건가. 그 철인 집사가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들다니. 밤새 침입시도를 대체 몇 번이나 했던 거야. 나는 실비아가 훔쳐보고 있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갈 길이나 가기로 했다. 당장은 그냥 보기만 할 뿐, 그 이상의 위협은 없어 보이니까. 오히려 내가 다가가려고 하면 도망가는데, 무슨 위협이 있겠어. 그리고 난 신전에 향했다가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돌봐주고 빈민가를 돌아다니며 병자들을 치료할 때까지, 시종일관 실비아의 시선을 느끼는 처지가 됐다. 대체 뭐가 하고 싶은 걸까? 자기를 의식해달라는 어필? 아니면 이렇게라도 곁에 계속 있다 보면, 언젠간 나랑 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정말 그걸로 괜찮은 거냐? 귀족 영애 겸 왕실친위대 기사. 공주 곁에서 공주를 호위하는 게 네 역할 아니었냐? 갑옷을 입고 있는 걸 보면, 기사직을 완전히 때려치운 건 아닌 모양인데. 뭐,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지. 솔직히 강렬한 시선이 계속 뒤통수를 콕콕 찌르니 무지막지하게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뿐이다. 그렇게 결국 저택에 돌아올 때까지, 계속해서 실비아는 우리 꽁무니를 따라다녔다. 저택에 돌아온 다음에는 어떻게 됐냐고? 몰라. 바네사가 알아서 막아주고 있겠지. 덕분에 바네사의 모습이 안 보인다. “이, 이 몸만 빼놓고 잘 놀다 왔는가?” 그보다는 디아나의 멘탈이 더 걱정이다. 요즘 계속해서 던전에 가고 있지 않다보니, 조금만 더 지나면 다시 멘탈이 터져 가출이라도 할 기세였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던전에 가긴 해야겠다. 일단 오늘 밤에도 케어를…아니, 잠깐. 디아나가 한 번 밀린 거잖아? 순서가 어떻게 되는 거지? 디아나가 밀리고, 레이아 다음이니 사라 차례인가? 아니면 레이아에게만 한 번 양보한 거니, 오늘은 디아나 차례? 모르겠다. 에이, 몰라. 방에서 기다리면 알아서 오늘 차례인 애가 오겠지. 결국 생각하길 포기하고, 나는 여자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그리고 내 방에 찾아온 건 사라였다. 역시 사라 차례가 맞았구나. 하긴, 디아나와의 탈주로 차례가 밀린 건 레이아뿐만이 아니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다. “구원.” 사라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내 목에 팔을 두르고 진하게 키스를 해왔다. 사라가 셋 중 가장 키가 크긴 하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훨씬 작다. 이렇게 서있는 상태라면, 까치발을 들고 몸을 최대한 바짝 밀착시켜야 겨우 입술이 닿을 수 있었다. 나는 밀착된 사라의 탄력 있는 몸을 전신으로 느끼면서, 천천히 사라의 옷을 벗겨갔다. 스르륵하고 사라의 옷이 바닥으로 흘러내리면서, 모델같이 늘씬한 사라의 몸이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자, 이번엔 사라가 내 목에 두르고 있던 팔을 풀어 내 옷을 하나하나 벗겨가기 시작했다. “아음…후아. 벌써 서있네? 흥분했어?” 그리고 내 물건이 드러나자, 여전히 키스를 하면서 한 손으론 내 물건을 잡고 쓸쓸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그리곤 입을 뗀 후, 귀엽다는 표정으로 날 한 번 바라본 다음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눈앞에 내 물건이 위치하도록 무릎을 세우고 앉은 사라가 천천히 입을 벌려 내 물건의 끝부분을 입에 넣었을 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렸다. “어, 어,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인가!” 디아나였다. “디, 디아나?! 여긴 왜…?!” “왜?! 왜라고 물었나?! 어제도 이 몸을 바람맞히고 레이아양과 그런…그런…그런데 오늘은 사라양하고! 게다가 사라양도 그런…!” 디아나는 혼란스러운 건지 부끄러운 건지 화난 건지 모를 표정으로 고함을 지르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아마 그 전부겠지만. 눈이 빙빙 돌아가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던 디아나는, 갑자기 나한테 돌격해왔다. “자, 잠깐만요! 디아나?!” “오늘은 이 몸 차례일세!” 그리고 내 몸에 태클을 하듯이 밀어 침대에 눕혀버렸다. 솔직히 평소 같으면 디아나가 민다고 해서 밀리지 않았겠지만, 나도 몸에 힘을 빼고 그저 사라의 봉사를 느끼려는 와중에 기습을 당한 거라 속절없이 밀려버렸다. 그리고 디아나는 그대로 내 고간 위로 걸터앉았다. “잠깐만! 얘기 끝난 거 아니었어?!” “무슨 얘기 말인가! 어제도 이 몸이 방문을 열었다가 어떤 기분이 들었는데! 자네라는 인간은!” 디아나는 그렇게 외치면서, 허리를 살짝 들고 자신의 치마부분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곧이어 물건 끝에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닿는 게 느껴졌다. 디아나의 드레스에 가려 보이지는 않았지만, 보이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이 됐다. 디아나의 음부가 내 물건 끝에 맞닿은 거다. 하지만 디아나는 아직 전혀 젖지 않은 상태였다. 이 상태로는 삽입이 될 리가 없다. 그나마 내 물건은 잠깐 사라의 입에 들어갔다 나왔기 때문에 젖어있었지만, 이것만으론 턱없이 부족하다. “야, 잠깐. 그래도 너무 방식이 과격하잖아. 옆에 사라도 있는데!” “…엣?!” 디아나는 순간적으로 분노에 눈이 돌아갔던 모양이다. 내 말을 듣고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파악했다는 듯이 사라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이내 엄청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아아앗!” 아, 이거 스위치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23==================== 실비아의 각오 디아나가 크게 신음성을 내지르는 것과 동시에, 물건 끝에 맞닿은 음부에서 끈적끈적한 액체가 울컥울컥 튀어나오는 게 느껴졌다. 아직 삽입도 안했는데, 순수하게 노출의 쾌감만으로 이렇게 애액이 줄줄 흘러나올 정도로 느끼다니. 우리 대마법사님은 대체 얼마나 변태인걸까. 그런 위치에 안 맞게 변태인 부분도 귀엽고 최고지만. 게다가 상황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갑작스럽게 흥분을 느끼는 바람에 디아나의 다리에 힘이 풀려버렸고, 그에 따라 디아나의 몸이 아래로 쑥 가라앉았다. 물건이 끝에 닿던 말랑말랑한 감촉의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감촉이 느껴진 바로 다음 순간, 내 물건은 디아나의 안쪽 끝부분을 꿰뚫을 기세로 박혀 들어가 있었다. “히그으으으읏!” 노출의 쾌감에 더해져 안쪽을 꿰뚫는 쾌감까지. 이 콤보 공격은 디아나의 이성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모양이었다. 디아나는 내 위로 덮듯이 엎어지면서 허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삽입만으로 절정에 달한 거다. 가슴에 살짝 축축한 느낌이 드는 것이, 입에서 침이 흘러나오는 것도 컨트롤 할 수 없을 정도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노출증 스위치가 올라간 디아나가 이정도로 만족할 리가 없었다. 몸은 절정의 여운에 빠져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아나는 내 위에서 필사적으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철저하게 디아나 자신이 쾌감을 얻기 위한 허리 움직임이었다. 제일 깊은 부분을 가장 느끼는 디아나는, 내 물건 끝을 음부 최심부에 비비듯이 허리를 앞뒤로 비벼댔다. 물론 디아나 자신의 쾌감을 위한 허리 움직임이라고 해서 내가 기분 좋지 않은 건 아니다. 오히려 노출증이 자극되어 흥분한 디아나의 음부는 내 물건을 짜낼 기세로 오물오물 움직이며 자극해왔다. 전혀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금방 쌀 수 있을 정도로 자극적인 움직임이었다. 거기에 허리 움직임까지 더해지니, 내가 받는 쾌감도 상상이상이었다. 당장이라도 허리를 올려붙이고 싶어졌지만, 나는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기엔 후환이 두려운 일이 남아있으니까 말이다. 나는 시선을 사라의 얼굴로 향했다. 사라는 멍하니 입을 벌리고, 디아나가 내 위에서 흐느끼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의 입에 들어와 있던 물건이, 순식간에 다른 여자의 몸 안에 박혀있는 거다. 사라도 아직 상황 파악이 잘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점점 사태가 파악되는지 사라의 눈에 빛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니, 저 눈은 그냥 사태를 파악했다는 정도를 넘어섰다. 이쪽을 바라보는 사라의 눈은 이성의 빛이 돌아오는 걸 넘어서서, 활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사라도 성벽이….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냉정하게 상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거 되겠는데? 다음 순간, 나는 있는 힘껏 허리를 올려쳤다. “하으읏!” 그리고는 침대의 반동을 이용해서, 짧게 끊어 치듯이 허리를 올려쳤다. “아앗, 앗, 핫, 읏, 흣, 아읏!” 탁탁탁탁하고 짧은 간격으로 리드미컬하게 안쪽을 두드리자, 그때마다 디아나가 숨이 끊어질 듯 달콤한 한숨을 내뱉었다. 디아나의 어깨를 잡고 살며시 상체를 들어 올리자, 쾌감에 빠져 몽롱하게 풀린 표정을 띠우고 있는 디아나의 얼굴이 보였다. 칠칠맞게 입에서 침이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마저도 예쁘고 귀엽다. “분명 처음 닿았을 땐 젖어있지도 않았는데. 왜 갑자기 이렇게 흥분하고 있을까?” 아래로 흘러내리는 침을 마시고 그대로 타고 올라가듯 고개를 올려 디아나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춘 후, 허리를 짧게 끊어 치면서 놀리듯이 말했다. “하응! 핫! 흐읏! 아, 아니, 흐앗!” 그러자 디아나는 고개를 좌우로 가로저으면서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뭐가 아니라는 거야? 설마 흥분하고 있는 걸 부정하는 건 아니지?” 드레스 위로 디아나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음…역시 드레스 위로는 찾기 힘드네. 분명 딱딱하게 서 있을 텐데. 아 여기 있다. “흐아으응!” 겨우 찾아낸 유두를 드레스 위로 가볍게 꼬집자, 디아나의 허리가 좌우로 꿈틀거리면서 떨렸다. 이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는지, 디아나는 그저 아니라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말이야 디아나, 고개를 아무리 저어봤자 허리를 그렇게 움직이고 있으면 설득력이 전혀 없다고. “분명 디아나가 흥분하기 시작한 게…그래. 사라가 옆에…으읍.” 이성은 완전히 날아간 모양이지만, 사라에게까지 노출증을 들키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게 만든 모양이다. 내가 노출증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기 전에, 이번엔 디아나가 내 입술에 달라붙어 키스를 해왔다. 쪽쪽하고 어설프지만 열심히 지극정성으로 내 입술을 빨아대는 디아나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놀리는 건 이쯤 해둘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모처럼 이런 기회가 찾아온 거다. 좋아하는 여자 둘을 동시에 안을 수 있는 기회. 이 기회를 잘 살려서 둘 다 서로의 성벽을 인정하게 만들면,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계속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렘왕을 꿈꾸는 자로서 바라지 마지않는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이런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 순 없지. 나는 약해지려는 마음을 굳게 다잡고, 디아나의 입술을 살짝 떨어뜨린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사라한테 잘 보이게, 스커트를 들어 올려볼까?” “흐앙! 아, 안대네! 흐읏! 안, 하앗!” 내 말에 사라에게 결합부를 보여주는 상상이라도 한 건지, 디아나가 더더욱 음부를 꾹꾹 조여 댔다. 그러면서 마치 자신의 고간을 내 고간에 부비부비 비벼대듯이 허리를 꿈틀꿈틀 움직였다. 안쪽에 비벼대는 거 참 좋아한다니까. “왜? 자랑하고 싶지 않아? 우리 사이가 얼마나 좋은지 사라한테 보여주는 거야.” 정공법이 안 먹힌다면 이건 어떠냐. 디아나가 노출로 쾌감을 얻는 다는 걸 인정하게 만드는 것 보다는, 우선은 스스로 노출을 하도록 이끄는 거다. 그렇게 하다보면 점점 스스로 그 상황을 더 즐기게 될 거고, 결국엔 인정하겠지. “흐읏! 흣! 흐응?!” 게다가 지금 디아나는 이성이 날아가서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다. 사라에게 우리 사이를 자랑한다는 이유를 덧붙이자, 디아나의 눈빛이 살짝 떨리면서 고민하는 것 같았다. 좋아. 이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시간을 안주고 몰아붙이면, 대부분은 성공하게 돼있는 법이지. 나는 그대로 디아나의 다리를 잡고, 그대로 디아나의 몸을 반 바퀴 돌렸다. 내 물건에 틈 하나 없이 꽉 달라붙어 있던 디아나의 안쪽 주름들이, 방금 그 동작으로 내 물건을 긁듯이 돌아가며 강렬한 쾌감을 선사했다. 혹시 이렇게 디아나의 몸을 빙글빙글 돌리기만 해도 상당히 새로운 방식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게 아닐까? 원래세계에서라면 지속하는 게 절대 불가능한 플레이겠지만, 평범한 인간을 아득히 초월한 스탯을 가진 지금의 나로서는 충분히 가능하다. 아, 그래도 디아나가 어지러울 테니 결국 여기서도 불가능한 건 마찬가지 인가. 아무튼 디아나가 나와 같은 방향을 향하도록 몸을 반 바퀴 돌리고 난 후, 난 디아나의 허벅지를 붙잡고 그대로 일어섰다. 디아나가 앞으로 꼬꾸라지지 않도록 상체를 뒤로 기울여 내 몸에 안정감 있게 등을 기댈 수 있도록 만들고, 나는 그대로 사라를 향해 걸어갔다. “하응! 흐읏! 하으읏!”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반동으로 안쪽을 찌르는 물건에 디아나는 어쩔 줄 몰라 하며 흐트러졌다. 그리고 아까 내 물건을 빨던 자세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세우고 앉아있는 사라는, 눈을 이글이글 불태우며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사라의 바로 앞까지 이동하자, 자세 상으로 사라의 얼굴 바로 앞에 나와 디아나의 결합부가 놓이게 됐다. 아직 드레스의 스커트 자락에 가려져서 연결된 모습이 직접 보이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자, 디아나. 스커트를 걷어 올려. 사라한테 우리 사이를 자랑하는 거야.” “아, 아, 아, 아앗….” 디아나는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단 얼굴로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하지만 그 얼굴은 흥분으로 인해 기다란 귀 끝까지 붉게 물들어 있었고, 허리는 여전히 스스로 꿈틀꿈틀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그 눈을 가만히 마주보고 있자, 디아나는 머뭇머뭇 거리면서도 양손을 내려 자신의 스커트 자락을 움켜잡았다. 하지만 마지막 결심을 하지 못하겠는지, 그 이상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면 이미 다 넘어온 거나 마찬가지지. “뭐해? 자, 어서.” “흐아앙!” 내가 팔을 살짝 내리면서 허리를 올려붙이자, 디아나는 반사적으로 스커트를 움켜잡은 양 손을 자신의 허리 부근까지 끌어올렸다. “그래. 이제 사라한테 제대로 보이겠네.” 말은 이렇게 짓궂게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조금 무서웠다. 안 그래도 이쪽에 고정되어 있던 사라의 커다란 눈동자에, 내 굵은 물건이 꽉 틀어박혀 한계까지 벌려진 디아나의 핑크빛 음부가 고스란히 비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라의 눈동자는 이젠 언제 터질지 모를 정도로 이글이글 불타고 있어서, 나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 하지만 이미 여기까지 와버린 거다.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다. “아, 아아…아앗, 읏! 흐으으으읏!” 한편 제대로 노출을 해버린 디아나는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해버렸다. 찔꺽찔꺽 소리를 내며 마찰하는 결합부 사이로, 디아나의 애액이 뿜어져 나왔다. 그 애액의 일부는 사라의 얼굴까지 닿았지만, 사라는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가만히 우리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흐읏, 지, 하응! 지금 우, 움직이면…! 히극!” 나 지금 무서워서 가만히 있는 중이거든? 지금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건 너야 이 아가씨야.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내 입은 전혀 다른 말을 내뱉었다. “팔 내리지 마. 제대로 사라한테 보이게 스커트 꽉 붙잡고 있어.” 살며시 내려가려고 했던 디아나의 팔은, 내 말을 듣고 움찔하면서 움직임을 멈췄다. “흐앗! 항! 이, 이건 안…! 후앗! 앗, 앗, 앗, 아아아앗!” 그리고 절정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디아나는 등을 활모양으로 휘면서 또 다시 격렬하게 절정에 달해버렸다. 안 그래도 노출 상황에서 절정을 느끼면 평소보다 더 큰 쾌감을 얻는 디아나인데, 멀티 오르가슴을 느끼게 되자 디아나의 허리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졌다. 위아래로 크게 부들부들 떨면서 몸을 뒤로 젖혔는데, 그 움직임에 그만 깊숙이 박혀있던 내 물건이 빠질 정도였다. 그렇게 디아나는 격렬히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힘이 빠진 듯 앞으로 축 늘어졌다. 디아나의 허벅지를 잡고 있던 손을 디아나의 배 쪽까지 둘러서, 겨우 다이나가 앞으로 꼬꾸라지는 건 막을 수 있었다. 음부에서 빠져나온 물건 위로, 디아나의 애액이 뚝뚝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대체 디아나의 음부는 얼마나 홍수가 나있는 걸까? 보고 싶은 마음이 강했지만, 그보다는 일단 나도 싸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디아나가 절정에 달하면서 음부의 움직임이 엄청나게 활발했기 때문에, 나도 사정감이 밀려오고 있던 상황이었다. 조금만 더 디아나 안에 있었으면 쌀 수 있었을 텐데. 연속으로 절정을 느끼고 축 늘어져있는 디아나 입장에선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애초에 혼자서 이렇게 느껴버린 얘가 나쁜 거다. 어차피 삽입하면 곧 쌀 수 있을 테니, 조금만 더 버텨줘. 나는 다시 디아나의 몸을 살짝 들어 올리고 물건을 디아나의 음부에 조준했다. 하지만 내가 디아나의 몸을 내리기 전에, 물건이 따뜻한 무언가로 감싸이는 느낌이 들었다. “하음…쭈우웁. 쪽. 흐읍. 쭙.” 그리고 디아나의 몸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아래쪽에서 야릇한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물건이 빨려들 것 같이 강렬한 쾌감에 휩싸였다. “으, 으윽!” 안 그래도 폭발 직전이었던 물건은, 느닷없이 찾아온 그 쾌감에 저항할 생각도 못하고 바로 사정해버렸다. “으음…읍, 읍. 흐읍. 꿀꺽. 꿀꺽”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음란한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쪼오옥. 꿀꺽. 아음…할짝, 할짝, 하음. 쪽.” 내 사정이 끝나고 정액을 모두 삼킨 다음, 사라는 한 번 다 강하게 흡입하여 물건 안쪽에 남아있던 정액까지 말끔하게 뽑아내 삼켰다. 그리고는 다시 내 물건 위로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흥분을 돋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마치 청소를 하는 것 같은 혀의 움직임이다. 혀가 물건 전체를 이곳저곳 누비며, 깔끔하게 묻어있던 액체를 핥아간다. “아, 아아….” 상체가 숙여져 자연히 시선이 아래로 향하고 있던 디아나는, 그런 사라를 보면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드디어 만족할 만큼 청소가 끝났는지, 사라가 몸을 일으켜 정면에서 날 쳐다봤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어제는 공지도 없이 연재를 쉬어서 죄송합니다. 실은 많은 분들이 예상하신 대로 어제 연참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오늘 올라온 두 편이 바로 어제 올리려고 했던 분량이죠. 그런데 조아라 서버가 터졌는지 12시에 접속이 안 되더군요. 20분 정도 새로고침을 해봤지만 고쳐질 것 같지가 않아서 그냥 포기하고 잤습니다. 224==================== 실비아의 각오 “으음…읍, 읍. 흐읍. 꿀꺽. 꿀꺽”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음란한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쪼오옥. 꿀꺽. 아음…할짝, 할짝, 하음. 쪽.” 내 사정이 끝나고 정액을 모두 삼킨 다음, 사라는 한 번 다 강하게 흡입하여 물건 안쪽에 남아있던 정액까지 말끔하게 뽑아내 삼켰다. 그리고는 다시 내 물건 위로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흥분을 돋우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마치 청소를 하는 것 같은 혀의 움직임이다. 혀가 물건 전체를 이곳저곳 누비며, 깔끔하게 묻어있던 액체를 핥아간다. “아, 아아….” 상체가 숙여져 자연히 시선이 아래로 향하고 있던 디아나는, 그런 사라를 보면서 의미를 알 수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드디어 만족할 만큼 청소가 끝났는지, 사라가 몸을 일으켜 정면에서 날 쳐다봤다. 사라는 일어나있지만, 물건은 여전히 무언가에 감싸져있었다. 아마 사라가 손으로 내 물건을 잡고 있는 모양이다. 사라는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내 눈을 마주보면서, 물건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부드럽게 날 뒤로 밀었다. 내가 디아나를 끌어안은 채로 주저앉듯이 침대 위에 걸터앉자, 사라는 살며시 내 손을 풀고 디아나를 옆으로 치웠다. “으읏, 흣.” 디아나는 여전히 몸이 민감한 상태인지, 사라의 손이 닿자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평소의 디아나라면, 이렇게 노출로 발정한 상황에선 나하고 더 하고 싶어서 달려들 거다. 하지만 지금은 멀티 오르가슴으로 극심한 쾌감을 맛본 직후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 사라가 밀어내는 대로 옆으로 밀려나 그대로 널찍한 침대위로 굴러갔다. 눈동자를 이렇게 이글이글 불태우고 있으면서도, 일단은 조심스런 손동작으로 디아나를 치워준 부분에서 사라의 상냥함이 엿보였다. 하지만 사라의 상냥함을 엿볼 수 있었던 건 딱 거기까지였다. 디아나가 내 몸 위에서 치워지자마자, 사라는 내 상체를 강하게 밀어 침대위로 눕혔다. 그리고는 내 물건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면서 그대로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디아나와 하면서 묻었던 애액은 사라가 전부 핥아냈지만, 대신에 사라의 타액이 물건 전체에 묻어있었기 때문에 사라의 손은 내 물건 위에서 찔꺽찔꺽 야릇한 소리를 내면서 미끄러졌다. “나랑 하고 있던 주제에, 디아나로 싸기나 하고. 게다가 아직도 이렇게 빳빳하게 세우고…!” 아니아니아니. 무슨 소리야. 디아나로 쌌다는 건 부정 안 한다. 마무리는 사라의 입에 하는 꼴이 됐지만, 디아나로 완전히 달궈지고 폭발만 사라의 입에 한 거니까. 하지만 지금 빳빳하게 서 있는 건 누가 봐도 너 때문이잖아. 하지만 질투와 흥분으로 눈이 완전히 맛이 가있는 사라에게 그런 말이 통할 리가 없었다. 사라는 그대로 내 위에 올라타더니, 내 물건을 자신의 음부에 맞댔다. 아까도 그렇고, 오늘도 그렇고. 오늘은 연이어서 이렇게 시작하네. 물건에 맞대어진 사라의 음부는 이미 질척질척할 정도로 젖어있었다. 평소에는 일자로 꽉 닫혀있는 음부는 이미 내 물건을 받아들일 준비가 완벽히 끝나서 흐물흐물하게 느껴질 정도로 풀려있었다. “흐으으으으읏!” 눈을 위험할 정도로 빛내고 있는 사라는 그대로 주저 없이 내 물건을 끝까지 받아들이고, 허리를 위아래로 크게 슬라이드 시켰다. “디아나랑…! 하읏! 그렇게, 흣!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그렇게 말하면서 스스로의 말에 더더욱 흥분했는지, 사라의 허리 움직임이 점점 더 빨라져갔다. “나랑 하려고 했으면서! 흐읏! 디아나랑 먼저…! 히읏!” 무언가를 참으려는 듯 눈썹을 찌푸리고, 하지만 쾌감을 전부 참을 수 없는지 눈동자가 서서히 풀려가면서, 사라는 강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나는…! 내가…! 내가 더…!” 사라는 그렇게 외치면서, 이번엔 상체를 숙여 내 가슴에 입을 맞추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 유두에 혀를 굴려가면서,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구원은, 이런 것도 좋아하지?” 맛이 간 눈으로 날 올려다보면서 내 가슴에 혀를 기게 하는 사라의 모습에 나도 흥분이 최고조가 됐다. 사라의 엉덩이로 손을 뻗어서, 꽉 움켜쥐자 고무공처럼 탄력 있는 감촉이 손안으로 가득 퍼졌다. 나는 그대로 사라의 엉덩이 구멍을 어루만졌다. 아까 무릎을 세우고 앉아서 나와 디아나의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을 때, 이미 음부에서 흘러내린 애액이 여기까지 충분히 적셨던 모양이다. 마치 엉덩이 구멍에서 애액이 흘러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그곳도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그 덕분에,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자 엉덩이는 간단하게 침입을 허락해버렸다. “흐으으읏! 잠, 히읏! 거긴 안, 흐윽! 하으으으응!” 그리고 그 감각에 사라는 손쉽게 절정을 맞이해버렸다. 사라는 뺨을 내 가슴에 대고 엎어진 채, 내 유두를 핥던 혀는 칠칠맞게 축 늘어진 상태로 전신을 바들바들 떨었다. 나는 그대로 사라의 엉덩이를 잡고 살짝 들어 올려서, 물건을 뽑아냈다. “아, 아아…나, 난 왜…?” 절정의 쾌감으로 부들부들 떨면서도, 사라는 안타까운 목소리를 올렸다. 디아나는 몇 번이나 절정에 달하든 상관없이 내가 쌀 때까지 했는데, 자신은 한 번 절정에 달하자마자 뽑는 게 싫은 모양이다. 과연. 질투심에 흥분하는 성벽이라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다른 여자와 섹스하는 상황에 한정될 뿐인 모양이다. 이런 식으로 질투하는 건 흥분보다는 슬픈 감정이 더 큰 건가. 하지만 걱정 마. 이대로 끝내려는 거 아니니까. 나는 사라를 돌아 눕혀서 침대 위에 네발로 기는 자세를 취하게 했다. 역시 사라는 이 구도가 최고라니까. 저 급격히 꺾이는 허리 라인이 참을 수 없게 만든다. 나는 양손으로 사라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좌우로 활짝 벌렸다. 엉덩이가 벌어지면서 일자로 닫혀있던 음부가 찔꺽하는 소리를 내며 벌려졌다. 그렇게 벌려진 음부에 다시 물건을 맞대었을 때, 문득 옆에 누워있는 디아나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노출로 스위치가 켜져서 몸은 아직 발정이 난 상태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서 힘든 모양이다. 허벅지를 맞비비며 꿈틀거리기도 하고, 손을 자신의 음부 쪽에 가져다대면서 자위 비슷한 것도 해보려는 것 같았지만 스위치가 들어간 디아나가 만족할 만큼의 쾌감을 얻을 수 없었는지 끙끙대면서 안타까운 신음성만 흘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도와줄까. 난 디아나의 음부에 손을 뻗어서, 그대로 손가락을 넣고 살짝 구부려서 지스팟을 자극해줬다. “흐으으응!” 그러자 디아나는 바로 높은 신음성을 흘리면서 몸을 떨었다. 역시 내가 최고지? 손가락을 그대로 구부린 채로 팔을 진동시키자, 디아나의 음부에서 애액이 터져 나왔다. “이렇게 적시고. 사라가 보고있는데 부끄럽지도 않아?” “흐으응! 하읏! 하앗!” 디아나는 이제 고개를 저어 부정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저 쾌감에 흐느끼기만 했다. 그렇게 디아나에게 손장난을 하고 있자, 불현 듯 물건이 엄청난 쾌감에 휩싸였다. 내가 물건 끝을 음부에 대고 삽입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자, 사라가 참지 못하고 엉덩이를 내밀어 내 물건을 뿌리 끝까지 집어넣은 것이다. “흐아아아아앗! 후웃, 흣, 여, 여기 집중해! 하앗, 지금 구원이랑 하고 있는 건 나란 말이야!” 한 번에 내 물건을 뿌리까지 삽입한 쾌감에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사라는 엉덩이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내 치골에 바싹 붙이고 좌우로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이 그렇게 매력적일 수 없었다. “미안. 미안. 당연히 사라한테 집중해야지.” 한 손으론 여전히 디아나의 지스팟을 자극하면서, 나는 있는 힘껏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치골 부위로 사라의 엉덩이를 때리기라도 하듯이, 물건 끝부분이 음부에 아슬아슬하게 걸릴 정도로 허리를 길게 내뺐다가 한 번에 앞으로 밀어붙였다. 팡팡팡하고 내 허리와 사라의 엉덩이가 맞부딪혀 나는 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사라의 위로 솟은 탄력 있는 엉덩이가 출렁출렁 물결쳤다. 허리를 움직이면서 엉덩이를 움켜진 손의 엄지를 뻗어 엉덩이 구멍을 자극하니, 사라는 팔로 상체를 지탱하고 있기 힘들 정도로 쾌감을 느끼는지 점점 상체가 침대로 가라앉아갔다. “흐읏! 구원! 구원! 구워언!” 이제는 상체가 완전히 침대에 파묻힌 채, 엉덩이만 위로 든 상태로 사라는 쾌감에 흐느꼈다. 앞에선 사라의 출렁이는 하트모양 엉덩이가 계속해서 내 허리에 팡팡 부딪히고 있고, 그 옆에선 디아나가 지스팟을 자극당해 신음에 떨고 있다. 그 평소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경에 나는 빨리도 다시 사정감이 몰려왔다. “크윽. 사라! 슬슬!” “응! 구원! 같이! 같이…!” 엉덩이만 들어 올린 상태에서도 열심히 엉덩이를 흔들며, 사라는 쾌감에 전 신음성을 내뱉었다. “하으으으으읏!” 그리고 내가 마지막으로 힘껏 허리를 사라의 엉덩이에 짝 소리가 나도록 부딪혔을 때, 사라는 또 한 번 절정에 달해버렸다. 나도 그 타이밍을 노려서 사라의 안에 잔뜩 싸지르려고 했지만, 문뜩 어떤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나는 황급히 스스로에게 절정 속박을 걸어 사정을 막았다. “흐읏, 구, 구원…?” 자신의 배 안을 채우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의아한지, 사라는 절정을 느끼면서도 고개를 뒤로 돌려 의아한 목소리를 올렸다. 하지만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사라의 음부에서 물건을 뽑은 후, 디아나의 얼굴 앞에 물건을 가져갔다. “디아나, 빨아줘. 아깐 사라가 그랬으니까. 이래야 공평하지?” “흐으읏!” 어째선지 신음소리가 사라에게서 터져 나왔다. 가만 보니 높게 솟아있는 엉덩이의 가운데, 방금 전까지 내 물건이 들어가 있었던 갈라진 틈에서 새로운 애액이 울컥울컥 새어나왔다. 하여간 얘도 변태라니까. 그런 의외의 일면도 사랑스럽지만. “흐읏, 에, 빠, 빨아…?” “그래. 디아나의 소중한 키스를 이 녀석에게도 맞보게 해줘.” 입으로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디아나는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내가 물건을 입술의 바로 앞까지 밀어붙이자 결심을 한 듯 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쪽하고 정말로 키스하는 것처럼 내 물건에 입술을 맞추는 디아나. 디아나가 오랜 세월 소중히 간직해왔던 키스를, 내 입술뿐만 아니라 물건에도 맞보게 해주는 기념비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어찌하면 좋을지 모르겠는지, 디아나는 물건 끝에 그대로 입술을 맞춘 채 날 올려다봤다. 하지만 나도 사정하려던 걸 억지로 멈춰놓은 상황이라서 말이야. 천천히 알려주는 건 나중에 하기로 하자. 나는 그대로 허리를 전진시켜나갔다. 그러자 디아나의 입이 천천히 벌어지면서 내 물건을 머금기 시작했다. 물건 끝부분의 부풀어 오른 곳을 전부 머금었을 때, 나는 스스로에게 걸린 절정 속박을 풀어버렸다. “으으읍!” 내가 사정하는 것과 동시에, 디아나의 볼이 점점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햄스터 같아서 귀엽다. 하지만 디아나는 처음 맛보는 정액이 조금 쓴 듯, 눈썹을 찌푸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디아나. 쓰면 뱉어도 돼.” 오늘은 처음 입으로 해주려고 한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친절하게 말했지만, 디아나는 여전히 물건을 머금은 상태에서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사라를 힐끗 보더니, 그대로 꿀껄꿀꺽 입 안에 있던 정액을 삼켜가기 시작했다. 하긴, 아까 사라가 빨아주는 걸 눈앞에서 봤었지. 경쟁 심리가 작동한 모양이다. 그렇다면…. “삼킨 거야?” 내가 기쁜 듯이 말하자, 디아나도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물건 끝을 물고 있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물건이 미묘하게 자극 돼서 그런지, 그 동작이 상당히 야릇하게 보였다. “그럼 빨아서 물건을 깨끗하게 해줘. 아까 사라가 하는 거 봤지? 이번엔 네가 사라 앞에서 내 물건을 빠는 거야.” “흐으으읍!” 사라 앞에서 라는 키워드가 디아나의 노출증을 또 다시 자극한 모양이다. 디아나는 허벅지를 오므리고 움찔거리면서, 내 물건을 할짝할짝 핥기 시작했다. 아, 참고로 내 한쪽 손은 뒤로 돌려서 여전히 디아나의 음부에 박혀있다. 그러니까 누워있는 디아나에게 물건을 빨리고 있는 상황에서도 디아나가 허벅지를 오므리는지 알 수 있지. 물건을 깨끗하게 빨고 나자, 노출증이 다시 한 번 자극된 디아나가 나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그동안 쉬면서 몸을 움직일 체력이 생겨난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특이 성벽이 자극된 건 너 혼자만이 아니거든. 사라 역시도 솟아올라 있는 엉덩이 사이로 애액을 뚝뚝 흘리면서 우리 모습을 보고 있었다. “하으으응!” 나는 달려들려고 하는 디아나를 그대로 눕히고, 물건을 다시 한 번 사라의 음부에 박아 넣었다. 그리고 양 손으로 각각 사라의 팔을 붙잡아서 강제로 상체를 들게 만들었다. 그 상태로 허리를 밀어붙이면서, 디아나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갔다. 누워 있는 디아나 위로 다가가, 그 위에 사라가 덮어지도록 만든다. 둘은 그렇게 침대 위에서 서로 끌어안은 자세가 됐다. 그 상태로 둘의 다리를 활짝 벌려 서로의 음부가 딱 맞닿도록 만든 다음, 나는 사라의 음부에서 물건을 빼고 둘의 음부 사이에 물건을 집어넣었다. 음부 겉의 말랑말랑한 감촉이 물건을 360도 전체에 맞닿는 감촉. 삽입한 게 아닌데도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자 충분히 기분 좋은 쾌락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이 몸에게, 이 몸의 안에…!” “구원, 구원…!” 하지만 둘에게는 그다지 만족스런 상황이 아닌 모양이다. 내가 둘 중 누구한테 넣을지 재고 있다고 생각하는 듯, 둘은 각자 허리를 움직여 내 물건을 자신의 음부에 넣으려고 애썼다. 그러다 보니 둘의 음부가 맞닿은 상태로 힘겨루기라도 하는 것처럼 위아래로 씰룩씰룩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원!” 이런 너무 요염한 광경이라 그만 넋 놓고 보고 말았다. 안 되지 안 돼. 그런 우선 디아나부터…. 딱히 디아나가 더 좋아서 디아나부터 하는 건 아니다. 난 여기 없는 레이아를 포함해서 셋 모두를 똑같이 사랑하니까. 다만 둘의 특이 성벽을 고려해봤을 때, 디아나한테 넣어주는 편이 더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히아아아앙!” “흐으윽!” 거 봐라. 디아나는 눈앞에 있는 사라에게 보여 진다는 사실에 흥분하고, 사라는 내가 눈앞에서 다른 여자와 한다는 사실에 흥분한다. 내가 디아나의 음부에 넣고 힘차게 허리를 흔드는 사이에, 사라의 음부에서 애액이 새어나와 우리의 결합부 사이로 뚝뚝 떨어졌다. 나는 그런 사라의 엉덩이를 붙잡고, 손가락을 다시 엉덩이 구멍으로 집어넣었다. 그렇게 나는 밤새도록 번갈아가면서 사라와 디아나를 안았다. 과연 둘이 교대로 상대하다보니 한 쪽이 기절해도 다른 한 쪽과 계속해서 할 수 있어서, 정신을 차려보니 한 숨도 자지 않은 채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25==================== 실비아의 각오 창밖으로 해가 뜨는 걸 보고 나서, 나는 밤새 이어졌던 광란의 행위를 겨우 멈추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행위를 멈추려고 해도, 특이 성벽을 자극받던 둘은 여전히 이성이 마비된 듯 나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나한테는 더없이 행복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래도 언제까지 이러고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나는 일단 둘 다 기절시키기로 했다. 기절했다가 깨어났을 때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면, 어느 정도 이성이 돌아오겠지. 물건에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위아래로 겹쳐져 있는 둘의 음부를 번갈아가면서 찔러댄다. 막상 해보려고 하니 여러모로 힘든 기술이었지만, 평균을 아득히 상회하는 내 신체능력은 한 번의 실패도 없이 둘의 음부를 번갈아가면서 정확히 찌르게 해줬다. “하으읏!” “흐아앙!” 참고로 그동안 체위를 바꿔가면서 계속 즐겼기 때문에, 처음 둘을 겹쳤을 때와는 달리 지금은 디아나가 사라의 위에 덮어져 있었다. 밤새 지속된 쾌감에 둘 다 몸이 축 늘어져서, 이제는 서로 완전히 달라붙어 있었다. 나한테 박히면서 둘이서 키스를 한다든가 그런 전개도 잠깐 상상했었지만, 저렇게 딱 달라붙어 있으면서도 둘은 서로에게 다른 행위를 일절 하지 않았다. 역시 쓰리썸을 하다가 여자 둘이 레즈 행위로까지 하게 되는 건, 창작물에서나 있을 수 있는 건가. 하긴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다. 만약 내가 다른 남자와 여자 하나를 두고 쓰리썸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남자와 키스 할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아무튼 이렇게 성자의 손길까지 사용하고 번갈아가면서 음부를 찌르자, 둘은 금방이라도 절정에 달할 것처럼 쾌락에 절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실비아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하면서 레벨이 또 올랐었으니까 말이야. 스킬까지 사용하면 그야 당연히 쾌감이 장난 아니겠지. 아, 그러고 보니 내 레벨이 대체 몇이나 올랐지? 조금 이따가 확인해봐야겠다. “하으으으읏!” “히아아아앙!” 그리고 내가 폭발을 하는 것과 동시에, 둘도 성대하게 절정에 달하게 됐다. 나는 사정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사라와 디아나를 번갈아가면서 찔러댔다. 성자의 손길까지 겪으며 절정을 맞본 둘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몸을 축 늘어뜨렸다. 그렇게 밤새 계속된 첫 쓰리썸은 막을 내리게 됐다. 나는 물건을 뽑고, 둘을 양 옆구리에 각각 끌어안은 채로 침대 위에 벌러덩 누웠다. 그럼 어디 레벨 확인을 해볼까? 이름 : 구원 종족 : 인간 24 직업 : 성자 100 / 모험가 46 / 무투가 57 / 암살자 17 레벨 : 100 생명 : 25700/25700 정기 : 10000/10000 근력 : 250 내구 : 198 민첩 : 190 체력 : 178 지력 : 109 정신 : 142 매력 : 233 보너스 스탯 : 205 상태 : 보통 정확히 100이었다. 이러면 이제 디아나와 전에 말했던 그 스킬을 찍을 수 있게 되는 건가? 나는 스킬 창을 열어서 우선 그 스킬에 스킬 포인트를 하나 투자했다. 스킬 창에는 그 밖에도 여러 스킬 칸들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100레벨은 단순히 레벨이 세 자리 수가 됐다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나 같은 경우에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100레벨은 레벨 제한이 걸리는 첫 번째 구간이다. 이 세계가 게임과 어디까지 똑같을지는 모르지만, 내가 했던 게임에는 레벨 제한과 전직 시스템이 존재했다. 첫 번째 레벨 제한 구간인 100레벨을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면 이런 식이다. 일단 섹스만 해대서 레벨을 올린다고 해도, 100레벨이 되면 더 이상 레벨이 오르지 않는다. 그 뿐만 아니라 이렇게 레벨 제한이 100인 경우에는, 스테이터스 역시 250까지밖에 올릴 수 없다. 레벨 제한을 풀기 위해서는 자신의 직업 중 하나를 전직 시킬 필요가 있는데,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전직 조건은 다음과 같다. 먼저 직업 레벨이 레벨 제한이 걸린 최고치에 도달할 것. 그리고 그 직업에 관련된 스테이터스가 최고치에 도달할 것. 예를 들어서 마법사가 100레벨 제한을 풀고 싶다면, 마법사 레벨을 100까지 올리고 지력과 정신 스탯을 각각 250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 아까 내가 나 같은 경우는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한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일단 성자 같은 특수직처럼 일부 직업은 전직이라는 개념이 없다. 물론 그렇다고 레벨 제한도 없이 그냥 그 이상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특수직이라고 할지라도, 레벨 제한을 풀려면 다른 일반 직업들과 마찬가지로 직업 레벨 100과 관련 스탯 250이라는 조건을 달성해야 한다. 하지만 성자라는 직업의 특성상, 레벨이 100이 되면 성자 레벨도 당연히 100이 된다. 레벨은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게다가 성자의 직업 관련 스탯은 매력이다. 현재 내 매력은 233. 그냥 보너스 스탯 17만 투자하면 끝날 얘기라는 거다. 나는 매력에 보너스 스탯을 17 투자해서 250을 찍었다. 어때요. 레벨 제한 풀기 참 쉽죠? 애초에 내가 하려던 게임은 난이도 극악의 하드코어 게임으로 설계된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다른 게임들보다 쉽고 간편하게 즐기면서 여러 여성들과 므흣한 상황을 즐기는 데 중점을 둔 게임이다. 그런 게임의 주인공이 가지는 직업인데, 레벨제한을 풀기 힘들게 만들어놨을 리가 없잖아. 손쉽게 레벨 제한을 풀고, 나는 다시 생각에 빠졌다. 내가 전에 디아나의 얘기를 들으면서 떠올렸던 것도 레벨 제한과 관련된 얘기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디아나는 100레벨 제한은 확실히 풀었을 거다. 하지만 레벨 제한 구간이 100만 있는 게 아니다. 디아나가 평소에 했던 말들도 생각해 봤을 때, 디아나가 그 다음 레벨 제한 구간에 걸려서 더 이상 성장을 못하고 한계에 부딪힌 거라면 정확히 아귀가 들어맞는다. 평소에 보여줬던 레벨을 초월한 스킬에 대한 집착. 이는 디아나가 더 이상 레벨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의미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도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방금 찍은 그 스킬을 사용하면 말이다. 문제는 그 스킬이 제대로 작동을 할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일단 게임에서 배울 수 있는 스킬은 전부 배울 수 있는 것 같으니 배우긴 했지만, 발동 조건부터가 애매하기 짝이 없다. 뭐, 발동할지 안 할지는 사용해보면 알게 되겠지. 지금 당장 사용해볼까? 아니, 디아나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자. 깜짝 선물도 좋지만, 만약 스킬이 발동 된다고 쳐도 어차피 지금 당장 디아나의 레벨 제한을 풀어줄 수 있는 것도 아닐 테니 말이다. 그리고 나는 분명 수락할 거라고 확신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디아나가 수락한 다음에 사용하는 게 좋을 테고. 그렇게 결정하고 나서, 나는 다시 한 번 스킬 창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전직이 없다고는 해도 과연 100레벨. 이것저것 배울 수 있는 스킬들이 생겼다. 전에 봐뒀던 약자 태세도 그렇고, 그리고 또…응? 저 스킬은 뭐지? 스킬 창을 살펴보던 도중, 처음 보는 스킬을 발견하게 됐다. 심지어 레벨 제한이 100인데도, 스킬을 이미 배우고 있는 상태였다. 성자의 진심 1 액티브 스킬 소모 : 자원 100 성자의 기운을 온몸에 둘러 대상에게 주는 쾌감이 증가합니다. [1분]동안 접촉한 대상에게 [20]만큼의 쾌감을 추가로 줍니다. 이 기술은 시전자의 의지로 해제할 수 있습니다. 성자의 손길의 스킬 설명과 거의 완벽하게 똑같다. 다른 건 자원 소모량과 스킬의 위력, 그리고 기운을 온몸에 두른 다는 점뿐이다. 응? 잠깐만. 성자의 손길을 온몸에 둘러? 그건…전에 내가 했던 거잖아?! 그럼 설마?! 거기까지 생각하자, 한 가지 가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래 뵈도 그레이트 어스의 게임은 철저하게 해봤다고 자부하는 게이머다. 그레이트 어스 게임에 나오는 스킬들은 줄줄이 꿰고 있고, 처음 이 세계에서 스킬 창을 살펴봤을 때도 아직 배우지 못하는 스킬까지 포함하여 모든 스킬들을 한 번씩 훑어봤었다. 장담할 수 있는데, 그때는 분명히 성자의 진심이라는 스킬이 없었다. 하지만 이 세계는 완벽히 게임과 같은 세계가 아니다. 스킬을 배울 수 있는 방법 역시도 게임 시스템에 의존하기만 할 필요는 없다. 그 말은 바꿔 말하면, 게임 시스템으로 존재하지 않는 스킬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게다가 스킬을 배울 수 있는 최소 레벨이 100인데도 이미 배워져 있다는 점이 내 가정을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즉, 성자의 진심이라는 스킬은 내가 만들어낸 스킬이라는 말이다. 전에 딱 한 번 성자의 손길을 온 몸에 두르는 걸 성공했을 때 말이다. 이걸로 드디어 온몸에 성자의 손길 두르기가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를 알게 됐다. 이래 뵈도 꾸준히 연습을 하면서 계속 시도는 해보고 있었다. 어쩐지 한 번도 성공을 못하더라. 새로운 스킬을 만들어 낸 건 좋았지만, 그 스킬이 게임 시스템에 등록되면서 레벨 제한이 100으로 올라버린 거다. 그러니 아무리 시도해 봐도 번번이 실패를 하지. 그럼 이건 게임 시스템에 오히려 발목이 잡힌 경우란 건가? 마냥 치트급 시스템인줄 알았던 게임 시스템에 이런 단점이 존재할 줄이야. 뭐, 내가 또 사기급 스킬을 만들어 내리란 보장도 없으니, 그다지 큰 단점처럼 느껴지지는 않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걸로 드디어 온몸에 성자의 손길 두르기가 사용가능하게 됐다. 그것도 정신을 집중해서 정기를 가다듬을 필요 없이, 게임 스킬을 발동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위력은 아직 스킬 레벨이 낮아서 성자의 손길보다 떨어지지만, 기본 배율이 좋은 만큼 스킬 레벨을 올리다보면 언젠가는 성자의 손길의 위력을 아득히 초월하게 될 거다. 게다가 이 스킬은 섹스할 때뿐만 아니라 던전에서 사냥할 때 오히려 진가가…아니, 이제 던전에 갈 필요 별로 없잖아. 섹스할 땐 괜히 정기 소모율도 높은 성자의 진심을 쓸 것도 없이, 성자의 손길만으로 충분하고. 1레벨 기준으로 위력은 성자의 손길보다 고작 2배밖에 안되는데, 정기 소모량은 100배나 된다. 에이 뭐야. 이거 완전 쓰레기 스킬이네. 나는 바로 흥이 식어서 스킬 창을 닫고, 양 옆에 누워있는 사라와 디아나를 끌어안았다. 저런 쓰레기 스킬을 고찰하는 것보다, 이렇게 우리 애들 촉감이나 즐기기는 게 백배 천배는 더 유익하겠다. 그나저나 나도 드디어 쓰리썸에 성공했구나. 정작 하는 동안은 머리가 미약에 절은 것처럼 그냥 쾌락만 추구하게 돼서 잘 실감이 안 났지만, 이렇게 두 여자를 동시에 끌어안고 온몸에 닿는 부드러운 살결을 만끽하자 급격하게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음. 하렘왕에 한 발 더 다가간 기분이군. 이제 레이아까지 끌어들여서 넷이서 즐기게 되면 완벽하겠어. 그러면 서로 차례다 뭐다 다툴 필요도 없고, 나도 행복하고. 완전 해피엔딩이잖아? 잠? 그런 거 힐링 섹스만으로 충분해! …라고 생각했던 때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더 할 말은 남아있는가?” “에, 에이. 왜 그러세요? 마치 제가 죽기라도 할 것처럼.” “그럼 살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요?” 무서워. 무서워 사라야. 현재 나는 침대 아래로 내려가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디아나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거기에 정좌하게!’ 라고 외쳤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잖아. 게다가 사라마저도 허리에 손을 올리고 차가운 눈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앞에 뻗은 늘씬한 다리가 아름답기 짝이 없었지만, 그걸 감상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둘은 거의 동시에 눈을 떴다. 둘 다 내 팔을 베고 나를 향해 누워있었기 때문에, 눈을 뜨자마자 서로 눈이 마주쳤을 거다. 눈이 마주친 둘은 처음엔 쑥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붉혔다. 아니, 어쩌면 흥분했을지도 모른다. 섹스는 멈췄지만, 서로 알몸으로 나에게 달라붙어 있는 상황은 여전히 둘의 특이 성벽을 자극했을 테니까. 만약 여기서 내가 둘에게 성적 쾌감을 줬다면, 둘은 다시 쾌락에 허덕였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섹스가 끝났다고 생각한 나는 그러지 않았다. 그 뿐만 아니라 눈치도 없어서, 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멍청한 소리를 내뱉었다. “좋은 아침. 둘 다 잘 잤어? 간밤엔 정말 끝내줬어. 앞으로는 계속 같이….” “…자네 거기 정좌하게.” “으, 응?” “거기에 정좌하게!” “넵.” 그리고 아까의 상황으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응. 그래. 다시 생각해 보니 그렇더라. 둘이 완전히 이성이 돌아와 있다면, 둘이서 동시에 나한테 안기는 걸 좋아할 리가 없지. 나도 잠깐 쾌락과 행복에 뇌가 절어서 맛이 갔었나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쓰다가 의자에 앉아서 잠깐 졸았더니 오늘은 연재가 조금 늦어졌네요. 226==================== 새로운 동료 “알겠나? 이 세상은 쾌락이 전부가 아니란 말일세! 자네는 걸핏하면 쾌락에 빠져버리는 경향이 있네!” 오랜만에 시작된 우리 대마법사님의 설교에, 나는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다 인정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섹스하는 중에는 좀 더 쾌락을 중시해도 상관없잖아? “그래요. 굳이 제 눈앞까지 다가와서 디아나와 하다니. 제정신으로 한 거예요?” 너희 둘 다 그걸로 엄청 흥분했잖아. 라고 말하면 진짜로 싸대기 맞겠지? “하지만 이왕 하는 거 즐기는 게 좋잖아? 하는 도중에까지 너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디아나도 사라도 하는 동안은 엄청 좋아하지 않았어?” “조, 좋아하지 않았네! 오해할 소리 하지 말게!” “그, 그래! 누가 그런…! 난 구원이랑 둘이서 하는 게 좋단 말이야!” 밤새 그렇게 즐겨놓고 여전히 노출증은 인정하지 않을 셈인 모양이다. 다만 사라는 그래도 조금 찔리는지 완전히 부정하지 못했지만 말이다. 말투도 다시 반말이 됐고. 사라는 케이트 때 이미 빼도 박도 못할 전과를 만들어 놨으니, 부정하기 힘든 건가. “이 몸 역시 자네와 둘이 하는 게 훨씬 좋네!” “그래?” “그래!” “당연하지 않나! 그런데 뭐? 계속 둘이서 같이 해?” “하, 하지만 나도 나만 좋으라고 그런 말 한 게 아니야. 제대로 너희 생각도 해서 계속 같이 하자고 한 거란 말이야.” “그게 어떻게 우릴 생각한 거란 말이야!” “생각해봐. 앞으로 계속 같이하면, 둘의 차례인 이틀 동안 연속해서 계속 나랑 잘 수 있잖아. 어때? 너희도 좋지 않아?” “그, 그건…!” 내 물음에, 사라와 디아나는 일순 반박하지 못했다. 당황한 둘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고 무언으로 뭔가를 확인하나 싶더니, 이내 결론이 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많이 할 수 있다고 좋은 게 아닐세! 알겠나? 이런 건 횟수보다는 질이 더 중요한 걸세! 질이!” “그래! 구원은 여자 맘을 몰라도 너무 몰라!” “한마디로 말해서 나랑 둘이 하는 편이 더 애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 원래대로 각각 혼자 안기는 게 더 좋다고?” “으, 응….” “그, 그런 걸세….” 내가 직설적으로 바꿔서 물어보자, 사라와 디아나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부정하지 않았다. 하긴 나도 솔직히 그건 느끼긴 했다. 확실히 둘이 동시에 안는 건 쾌감 자체는 엄청났지만, 애정을 속삭이는 시간은 좀 줄긴 했다. 한명만 상대할 때는 상대가 지쳤을 때 행위를 조금 멈추고 키스를 하거나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둘을 상대할 때는 끊임없이 계속 행위만 해나갔으니 말이다. 사라와 디아나가 싫어한 이유를 알게 되자, 이렇게 혼나는 게 오히려 기뻐졌다. 딱히 마조히즘에 눈을 떠서 그런 게 아니라, 사라와 디아나가 애정을 갈구하는 게 느껴져서 말이다. 그래. 둘을 동시에 상대하는 게 좋긴 했지만, 계속 하게 되면 오히려 둘이서 하는 게 식상해질지도 모를 일이고. 이런 건 생각날 때 가끔 해주는 게 오히려 임팩트가 느껴지고 좋은 거겠지. 어차피 한 번 하게 됐으니 다음에도 또 이런 상황을 만드는 건 쉬울 거다. 이 둘이 가진 특이 성벽의 상성이 좋기도 하고 말이다. 한 번 하고 나면 또 지금처럼 혼나겠지만, 그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그러니까 평소에는 둘이 원하는 대로 일대일로 상대하자. “왜 갑자기 실실 웃는 거야? 구원 당신 지금 혼나는 중인 거 알지?” “응. 나도 사랑해.” “바, 바보! 갑자기 무슨 말이야!” 화내면서도 미묘하게 입 꼬리가 올라가면서 좋아하는 사라는 역시 예쁘다. “아읏…!” 그때 갑자기 디아나가 이상야릇한 신음성을 흘렸다. 디아나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디아나가 미묘하게 다리를 오므리고 손으로 고간을 가리며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고간 쪽에 시선을 집중하니, 디아나의 손 아래로 허벅지를 타고 내 정액이 흐르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안쪽에 있던 정액이 이제야 흘러나온 모양이다. 그리고 그걸로 디아나는 현재 자기 모습을 재확인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사라도 있는데 알몸으로 서서, 음부에서 내가 싼 정액을 흘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디아나의 얼굴이 순식간에 귀 끝까지 빨개졌다. 그리고 허벅지를 타고 내 정액뿐만 아니라, 투명한 물까지 흐르기 시작했다. “아, 아무튼 앞으로도 따로 안길 걸세! 알았나!” 다시 노출증 스위치가 켜지려고 하는 디아나는, 그 말만 남긴 채 황급히 욕조로 뛰어가서 커튼을 쳤다. “아, 디아나! 나도 같이 할까?” “돼, 됐네!” 노출증으로 다시 달아오른 몸을 혼자서 식히긴 힘들 테니 그렇게 제안했는데, 디아나는 깔끔히 거절해버렸다. 어쩌려고 저러지? 욕실에서 자위라도 할 셈인가? “…….” 그리고 사라 역시도 자신의 모습을 재확인한 모양이다. 가만히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려 몸을 가렸다. 이제 와서 가려봤자 무슨 소용이냐. 어차피 디아나는 커튼 쳐서 안 보이니까 그냥 있지. “그러고 보니, 사라.” 나도 다시 이불 안으로 들어가서, 사라를 옆구리에 끌어안으며 말했다. 사라는 전혀 싫어하는 기색 없이 내 옆구리로 끌려 들어와, 내게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응?” “어제 던전에 가는 건 왜 거절한 거야? 결국 하루 종일 나랑 같이 있었잖아.” “그, 그거야….” “그거야?” “내 차례니까…엉덩이 준비를 던전 쪽에서 할 수는…이, 이상한 거 물어보지 마! 바보야!” 둘한테 동시에 혼나는 위기는 잘 넘겨놓고, 결국 마지막에 한 대 맞고 말았다. 하지만 사라의 귀여운 모습을 봤으니 이해득실을 따지면 오히려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그보다 엉덩이 준비 하고 온 거였구나. 그런 줄 알았으면 엉덩이로도 할 걸. 슬쩍 사라의 엉덩이를 만지려고 했지만, 손바닥으로 손등을 한 대 더 찰싹 맞았을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몸은 계속 나한테 기대고 있는 사라는 귀엽다고 생각한다. “안녕히 주무셨…어머? 왜 세 분이서 같이 내려오시나요?” 식당에 내려오자, 레이아가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물었다. “그, 그러니까…이건….” “어쩌다 보니 셋이서 했어.” “당신 진짜 바보 아니에요!” 사라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소리쳤다. 옆에선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이 시작되고. 왜? 숨겨서 뭐 어쩌게? 그리고 이렇게 자극을 하면 혹시 레이아도 같이 하게 될 수도…그래도 역시 그건 교리 상 힘든가. “…어머. 그럼 오늘은 제 차례인가요?” 지금 순간적으로 우리 천사님 목소리 톤이 낮아진 것 같은데. 내 기분 탓이겠지? 그래. 기분 탓일 거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천사님인데. 그럴 리가 없지. “응.” “뭣?!” “왜? 맞잖아? 둘이서 또 같이하긴 싫다면서?” “그, 그건 그렀네만!” “그럼 너희 차례 한 번 씩 지나갔으니 레이아 차례 맞잖아. 그러게 왜 사라 차례에 난입해 와서는. 넌 오히려 사라한테 사과해야 되는 입장 아냐?” “으, 읏…?! 아, 으…사, 사라양, 미안하게 됐네.” 디아나가 연속 두 번 하고 차례를 넘긴 거니 순서상 분명 사라가 맞다. 어젯밤엔 순간적으로 화가 나서 난입했지만, 디아나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내 말에 디아나는 복잡한 얼굴로 결국 솔직하게 사라에게 사과를 했다. “괜찮아요.” 사라도 그런 디아나의 얼굴을 보고 그냥 곧바로 사과를 받아줬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 애들은 하나같이 다들 착하다니까. “잘했어.” 자기 차례가 그렇게 넘어갔는데, 사과까지 하게 된 디아나는 기분이 참 복잡하겠지. 나는 디아나의 기분을 헤아려서 가볍게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전에도 생각했네만, 자네는 대체 이 몸이 몇 살이라고 생각하고 이렇게 위로하는 겐가.” “나이가 뭐가 중요해. 내 여자란 게 중요하지.” “…….” 디아나는 아무 부정도 하지 않고 결국 내 손이 머리를 쓰다듬도록 나뒀다. 가만히 앉아 내 손길을 느끼는 디아나는 물론, 이런 때엔 분위기를 읽고 질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사라와 레이아도 역시 전부 사랑스럽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은 오랜만에 던전을 가려고 해.” “음! 찬성일세!” 식사를 마치고 내가 얘기를 꺼내자마자, 디아나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겠지. 너 때문에 가는 거니까. 집에 있기 싫어서 던전에 들어가는 모험가라니. 수많은 모험가들 중에서도 그런 이유로 던전에 가는 건 아마 우리밖에 없을 거다. 그래서 다 같이 저택 밖으로 나오게 됐다. 앗, 그러고 보니 저건 어쩌지. “뭐, 뭔가 저건?!” 과연 디아나도 바로 눈치를 챈 모양이다. 그나저나 이런 아침부터 있다니. 대체 언제부터 여기서 내가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아니, 잠을 자긴 한 걸까? “뭐긴 뭐겠어. 내 스토커가 돼버린 실비아양이지.” 그래. 저택에 나가자마자, 엄청나게 강렬한 시선이 느껴져서 도저히 눈치 채지 못할 수가 없었다. 내 말을 듣자, 디아나는 살짝 죄책감을 느끼는 표정이 됐다. 그러니까 네가 죄책감 느낄 필요 없다니까 그러네. 나는 디아나의 머리를 가볍게 톡톡 두르려줬다. “어제도 그랬던 겐가?” “응. 그래도 어젠 빈민가라고 해도 도시 안쪽이었으니까. 오늘은 던전에 갈 건데 설마 따라오겠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따라왔다. 아무래도 난 스토커란 존재를 조금 얕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설마 2계층의 텔레포트까지 탈 수 있었을 줄이야. 아니, 레벨만 보면 충분하고 남지만, 기사라는 애가 여기 텔레포트를 등록할 필요가 있어? “가끔 범죄를 저지른 모험가가 던전에 틀어 박혀서 숨어 지내기도 하니까 말일세. 여기 영주성에서 근무하는 기사 같은 경우는 특별히 텔레포트 등록을 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네.” 라는 게 디아나의 설명이었다. 완전히 권력남용이잖아. 스토킹 하는데 쓰라고 준 권한이 아닐 텐데? 아무리 그래도 던전에서까지 저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라, 나는 일단 실비아와 접촉을 시도하기로 했다. “야! 너 잠깐 이리….” 하지만 내가 다가가자, 실비아는 당황한 모습으로 황급히 도망가 버렸다. 아오. 어쩌란 거야. 그래. 설마 사냥할 때도 쫓아오겠어? …쫓아오잖아. 실비아의 집념은 대단했다. 대체 저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저렇게 쫓아오는 걸까. 2계층은 시야가 탁 트인 곳이다 보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모습이 보였다. 본인은 선인장 뒤에 숨는다고 숨어있는 모양이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네가 몸이 가냘픈 건 인정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야. 심지어 두꺼운 기사 갑옷까지 입고 말이야. 정말로 선인장에 몸이 가려질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저대로 놔둘 수는 없겠지?” “으음.” 실비아의 능력이면 2계층 몬스터들을 상대로 지기는 힘들 거다. 하지만 던전에서는 항상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우린 지금부터 개미굴에 갈 생각인데, 그럼 실비아는 확실히 여기서 고립된다. 어쩌면 우리가 다시 나올 때까지 개미굴 입구 쪽에서 죽치고 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혼자 있다가 만약 초월종이라도 만나면? 내 쪽에 너무 신경을 기울이다가 기습이라도 당하면? 만에 하나라도 당할 확률은 존재한다는 거다. 도저히 그냥 놔둘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디아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미안한 얼굴로 실비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다시 실비아 쪽을 쳐다봤다. 좋아. 이렇게 탁 트인 공간이라면, 도망가기 전에 내 목소리를 확실히 들을 수 있겠지. “야! 실비아! 이리로 와! 또 도망가면 앞으로 평생 내 얼굴 못 볼 줄 알아라!” 성노예 취급해도 상관없으니 받아달라고 했던 애를 거절한 주제에, 참으로 뻔뻔한 말이 아닐 수 없다고 스스로도 생각한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우선은 쟤 안전부터 확보해야지. 내 외침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선인장 뒤에 보이던 실비아의 갑옷이 움찔하고 떨리더니, 결국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왔다. “아, 안녕하십니까.” “오냐. 안녕하다. 우리 한참 전에 만난 것 같은데, 인사 참 빨리도 한다.” “죄, 죄송합니다.” “일단 먼저 물어보자. 너 이게 뭐하는 짓이냐?” “그, 그게…적어도 멀리서 모습이라도 보고 싶어서…그것조차 안 된다는 말입니까?” 이,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엄청 나쁜 놈 같잖아. 아니, 나쁜 놈 맞나? 잠깐, 그래도 이상하잖아?! 분명 얘가 나한테 원하는 건, 몸의 쾌락이었다. 이렇게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좋은, 플라토닉 러브가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갑자기 모습이라도 보고 싶다니.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저번 화에서 새로 등장한 스킬명을 성체화에서 성자의 진심으로 바꿨습니다. 성자의 손길의 발전형이니 성자의~로 통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탈주본능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x8w // 지적 감사합니다. 뵈도라고 쓴 건 수정했습니다. 다만 다행이라고 쓴 건 어디에 그렇게 썼는지 몰라서 고치지 못했습니다. 저번 화에는 없더군요. 사실 문법을 제대로 알고는 있는데, 신경을 안 쓰고 방심하면 왠지 그렇게 써버리게 되네요. 요즘 시간에 쫓겨서 쓰느라 맞춤법에 제대로 신경을 못 써서 그렇게 쓴 것 같습니다. 던전은 이제 곧 나올 겁니다. 227==================== 새로운 동료 “그럼 내가 다가가니까 도망은 왜 간 건데?” “그, 그건…막상 다가오시면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어서….” 완전히 사랑에 빠진 소녀 같은 반응이었다. 실제로 지금 이렇게 대화를 하면서도, 실비아는 나와 눈도 못 마주치고 시선을 내리깐 채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아니, 그런 반응은 이상하잖아. 네가 나한테 원하는 건 쾌락이잖아? 아님 뭐야? 너 나 좋아해? 뭐 내가 좀 잘나긴 했지만….” “조, 좋아해…? …그런가.” 그렇게 물어봤는데, 어째 실비아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의 마음을 확인이라도 하듯이 가슴에 손을 가져다댔다. “구원님께서 제게 마지막 쾌락을 주신 그 순간부터, 계속 구원님의 얼굴만이 머릿속에 아른 거렸습니다. 그리고 가슴 한 구석이 계속 따뜻하고, 간지럽고, 안타깝고. 그래서 얼굴이라도 보고 싶어서. 저, 이게 좋아한다는 감정입니까? 이런 감정은 처음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지 말라고 부모님께 안 배웠냐. 라는 말은 도저히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았다. 한 손을 여전히 자신의 가슴 위에 얹은 채로 질문하는 실비아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겠어. 뭐야? 그러니까 내가 마지막에 너무 잘해줘서 나한테 반하기라도 한 건가? 아니, 그건 아닌가. 내가 한 건 그저 쾌락을 준 것 뿐이다. 얘는 익숙지 않은 느낌에 그만 착각을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아니. 나랑 한 게 너무 좋아서 그냥 안 잊히는 것뿐이겠지.” “…그런 겁니까?” 솔직히 단언할 만큼 나도 확신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차피 내가 얠 받아들이는 걸 거부한 이상, 그런 걸로 해두는 게 서로를 위한 거 아니겠어? “그래. 그러니까 그만 쫓아다니고 돌아가라.” 솔직히 말하면 실비아가 이러면 이럴수록 점점 더 귀여워 보이기 시작해서, 나는 일부러 매정하게 말을 했다. 하지만 실비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싫습니다.” “뭐, 뭐라고? 왜?” 설마 거절할 거라곤 생각도 못해서, 잠깐 당황해버렸다. “제 감정의 정체가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좀 더 구원님의 얼굴을 보고 있고 싶습니다. 구원님께 폐는 끼치지 않겠습니다. 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그러니까 그것만은 용서해주십시오.” 실비아는 무려 당당하게 스토킹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나랑 시선도 마주치지 못하는 주제에 대단한 아가씨가 아닐 수 없었다. “아니, 위험하다고. 너 여기가 어딘지 제대로 알고는 있냐?” “저도 던전에 관한 얘기는 풍문으로 들었습니다. 2계층 수준의 몬스터정도는 아무 문제없습니다.”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는 법이라고. 뭔가 점점 더 설득하기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실비아양.” “네, 넵!” 디아나가 말을 걸자, 실비아는 나와 대화할 때와는 또 다른 의미로 몸이 딱딱하게 굳는 게 보였다. “자네 그냥 이 몸들을 따라다니게나.” “허, 허락해주시는 겁니까?” “멀리서 따라다니라는 게 아닐세. 같이 행동하자는 걸세.” “네, 네?!” “디아나?” “어쩔 수 없지 않나. 실비아양은 자네를 쫓아다니는 걸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이니, 적어도 이러는 게 안전하지 않겠나. 실비아양이면 전력에도 큰 도움이 될 거고 말일세.” 디아나는 저렇게 말했지만, 사실 그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계속 실비아에게 미안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으니, 적어도 가까이서 내 얼굴을 보게 만들어 준 게 아닐까? 역시 착해 빠졌다니까. 너 그러다 언제 다른 여자한테 나 뺏겨도 모른다? 뭐, 그럴 일 없을 거지만. “알겠어. 적어도 이번 탐험동안은 어쩔 수 없지. 자, 실비아. 내 얼굴이 보고 있고 싶은 거지? 이렇게 가까이 있는 편이 더 잘 보인다고.” 나는 아래를 향하고 있는 실비아의 얼굴을 양 손으로 잡아서 억지로 위를 향하게 만들고, 지근거리까지 내 얼굴을 가져다댔다. “아, 아으…아으으.” 실비아는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서 필사적으로 눈동자를 옆으로 향해 시선을 피했다. 내 얼굴이 보고 싶다면서. 왜 보라고 들이대면 시선을 피하는 건데. 그러자 옆에서 토닥토닥하고 디아나가 공격을 해왔다. “파티원으로 받아들이라고 했지 자네가 꼬드기라곤 안했네!” “꼬, 꼬드긴 거 아니야! 그냥 잘 보라고!” “자네 얼굴로 그러는데 꼬드긴다고 생각하지 않을 여자가 몇이나 되겠나! 생각을 좀 하게!” “내 얼굴이 왜?!” “그, 그건…그러니까….” 아, 억울해서 소리쳤는데, 생각해보니 잘생겼단 뜻이구나. “응? 내 얼굴이 어때서 그런 건데? 응? 좀 말해보라니까?” “이, 이이…시끄럽네!” 하하핫. 네 토닥토닥 공격 따윈 간지럽지도 않다! “훗. 디아나도 예뻐.” “우으으읏!” “…구원. 던전 안에서 노닥거리는 건 적당히 하시죠.” “넵. 죄송합니다.” 결국 보다 못한 사라가 차가운 말투로 끼어들었고, 난 바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너무 약한 거 아니냐고? 너희도 사라의 저런 표정을 보면 저절로 그렇게 될 거야. 사실 어제 둘이서 동시에 나한테 안긴 것 때문에, 사라와 디아나는 오늘 아침부터 계속 서로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다들 모여 대화는 하는데, 미묘하게 사라와 디아나만 서로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직접적인 대화도 주고받지 않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디아나와의 대화에 끼어들었다는 건 어지간히 보기 짜증났단 소리겠지. 실제로 말투도 존댓말이었고. “아, 아무튼 사라하고 레이아도 실비아를 임시 파티원으로 받아들이는 건 괜찮지?” “…후우. 응. 이런 경우엔 어쩔 수 없네.” “짧은 기간이지만, 잘 부탁 드려요. 실비아씨.” 그렇게 결국 실비아도 임시로 파티에 껴서 같이 행동하게 되어버렸다. “에, 엣?!” 정작 같이 다닌다고 말한 적 없는 실비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말이다. 스토킹을 할 거면 적어도 이렇게 될 각오는 하고 있었어야지. 하지만 솔직히 던전 탐험이라고 해도, 솔직히 긴장감은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예전에 돌아다닐 때도 여차하면 성자 스킬을 쓰면 된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다. 레벨이 엄청나게 오른 거다. 성자라는 직업 덕분에, 내게서 레벨이 오른다는 건 모든 스탯이 상승한다는 걸 의미한다. 게다가 이 세계는 레벨에 따른 보정도 있다. 즉, 굳이 성자 스킬을 쓸 것도 없이, 무투가로서 싸워도 여기 계층 몬스터에겐 질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거기에 성자 스킬이라는 보험, 그리고 레벨이 더욱더 올라서 막강해진 디아나라는 2차 보험까지 있다. 긴장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이정도 수준이면 곧장 3계층으로 향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거다. 아니, 오히려 3계층 몬스터들마저 쉽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3계층으로 향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강해져야한다는 목적이 있었다면 3계층으로 향했을 테지만 말이야. 우리가 던전에 온 목적은 단 하나다. 그저 디아나가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될 이유가 필요한 것뿐이다. 그러니까 3계층엔 가지 않는다. 전처럼 강해지기 위해 노력하기 보다는, 그냥 정말로 탐험하는 기분으로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는 탐험을 하기에 아주 좋은 장소를 알고 있다. 이 도시의 모험가 중 그 누구도 발을 들이지 않은 곳 말이다. “…역시 부활했군.” 개미굴의 입구가 있는 곳 근처에 가자, 시끄러운 모기떼들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바로 모기떼 초월종이다. 뭐, 안 온지 오래되기도 했으니 예상은 했지만 말이야. “흠. 그렇구먼. 이 몸이 처리하겠네.” “아니. 기다려봐.” 디아나가 손을 들어 허공에 마법진을 그리려고 했지만, 그 전에 내가 한 발 앞서 나갔다. “저 놈들은 나한테 맡겨둬.” “…자네 그 고생을 하고도 또 그런 말이 나오는가? 질리지도 않는구먼.” 또 내가 성역 선포를 쓸 거라고 생각했는지, 디아나가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구원. 실비아씨가 있다고 괜히 허세 부리지 말고, 여긴 디아나한테 맡기자.” “구원씨. 다치시는 건 싫어요.” 얘, 얘들아? 너희 나 믿는 거 아니었어? 이대론 안 되겠어. 파티장으로서, 아니 그 이전에 남자로서 신뢰성을 회복해야겠어. “아니. 나한테 맡겨. 성역 선포와는 다르다고, 성역 선포와는!” “음? 자네 다른 스킬이라도 더 배운 겐가?” 그러고 보니 아직 말을 안 했다. 디아나한테는 그 스킬도 말을 해야 되는데. 뭐, 그건 나중에 하기로 하고. “훗. 보고 있으라고.” 조금 더 다가가자, 검은 구름을 연상케 하는 초월종 모기떼도 이쪽을 발견했는지 급속도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자, 와라! 놈들이 다가오는 걸 바라보면서, 나는 자신만만하게 성자의 진심을 사용했다. 이걸로 난 완벽해졌어. 이제부터 너희는 내가 공격해도 쾌감을 느끼고, 너희가 날 공격해도 쾌감을 느낀다. 이도저도 못하는 쾌락 속에서 쓰러지는 게 좋을 거다! 모기떼가 내 몸을 덮듯이 달려들어도, 나는 팔을 벌리고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어차피 내 몸에 빨대를 꼽기 위해 닿는 순간 픽픽 나가떨어질 거다. 내가 할 일은, 그저 가만히 서서 승리의 쾌감에 도취되는 것 뿐. 이윽고 모기떼가 내 전신을 감쌌다. 아마 밖에서 보면, 내 몸이 모기떼들에 둘러싸여 사람모양 검은 구름으로 보일 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놈들이 내 몸에 착지하는 순간 거짓말처럼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따끔거리는 가벼운 고통이 느껴짐과 동시에,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디아나님! 마법 좀 부탁해요!” 쏴아아아. 내 외침과 동시에, 정수리부터 폭포처럼 쏟아지는 물줄기에 내 온 몸이 흠뻑 젖었다. 덕분에 모기떼들도 일제히 쓸려나갔지만 말일세. “나이스! 디아나! 레벨이 올라서 그런가? 마법 영창 속도도 엄청 빠르네!” “아니, 확실히 레벨이 오른 덕분이기도 하네만, 애초에 이렇게 될 것 같아서 미리 준비해두고 있었네.” 좋아해야할지 슬퍼해야할지 모를 회답이 돌아왔다. 좀 믿어줄 수 없었니? 아니, 뭐 덕분에 살았지만. 나는 발에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바닥에 쓸려나간 모기들을 짓밟으면서 슬픈 기분이 됐다. 그나마 곧장 달려와서 치료를 해주는 레이아의 손길만이 위안이었다. “애초에 뭘 하려고 했던 거야? 성역 선포가 아니라면서 왜 가만히 있었어? 자살이라도 할 셈이었어?” 사라도 놀랐는지, 살짝 책망하는 말투로 말했다. 젠장. 이럴 셈이 아니었는데. “온 몸에 성자의 손길을 두른 것과 같은 효과가 나는 스킬을 익혔단 말이야. 원래대로라면 내 몸에 닿자마자 이놈들이 쓰러져야 하는데, 스킬 숙련도가 낮아서 그 정도 위력은 안나왔나봐.” “서, 성자의 손길을 온 몸으로…?!” “응. 이제 굳이 안 때리고 방어만 해도 몬스터 놈들의 주의를 집중시킬 수 있어. 엄청 편하겠지?” “그, 그러네.” 하지만 사라의 얼굴에는 약간 질린 표정이 띠워져있었다. “그, 그래도 성자의 손길만큼은 위력은 없는 것 아닌가?” “지금으로선 그렇지. 아직은 숙련도가 낮아서 1/20도 안 돼.” “그, 그렇구먼. 그거 다행…안타깝구먼.” 디아나까지도 살짝 질린 표정이었다. 왜 이런 표정을 짓지? 다행? 아, 과연. 내가 잠자리에서 써먹을까봐 겁먹은 건가. 하긴 성자의 진심이 원래 성자의 손길 위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면, 확실히 엄청나긴 할 거다. 좋아. 기대하는 것 같으니 얘들한텐 다음에 시험해주자. 아,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열심히 내 몸을 치료해주고 계시는 천사님은 예외다. 천사님은 맨 정신으로 성자의 손길을 느낀 적이 없으니, 그 위력이 제대로 실감 안 되는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모기떼 초월종도 잡았으니, 이제는 개미굴에 들어가서 본격적인 탐험을 시작할 때다. 앗, 그러고 보니 거기에 가려면 실비아가…뭐, 얜 모험가가 아니니까 상관없으려나. 아니, 그래도 일단 비밀은 유지해야지. “실비아.” “네, 네!” 여전히 실비아는 나와 똑바로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방금까지 나한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던 주제에, 막상 내가 자길 보면 시선을 돌린다. “눈감아.” “네, 네?!” 내가 정면에 서서 말하자, 실비아는 뭘 기대한 건지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얼마나 당황했는지, 드디어 내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다시 순식간에 고개를 돌렸지만. 왜 이렇게 놀라는 거야? “뭐하는 짓인가! 이 몸은 자네를 믿고 실비아양을 파티로 받아들였건만!” “…응? 그게 무슨…아, 아니야! 키스하려던 거 아니야!” “이 바람둥이!” “그러니까 아니라니까!” 얘네 아까까진 서로 시선도 안 마주쳤으면서 왜 이럴 땐 이렇게 호흡이 좋아?! 역시 같이 밤을 보낸 효과가…라고 말하면 맞아죽겠지? “구원씨…전 구원씨를 믿어요.” “역시 저한텐 천사님밖에 없어요!” “앗! 레이아, 치사해요!” “이, 이 몸도 믿는 건 마찬가지일세! 애초에 그러니까 실비아양을 데려 다니자고 한 것 아닌가!” “저, 저 역시…!” 레이아가 대화의 흐름을 바꿔준 덕분에 내게 걸려있던 의혹은 어느새 흐지부지 되고, 누가 더 날 믿는지 서로 언쟁하기 시작했다. 역시 천사님이 최고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실비아는 공주와 다르게, 지금까지 머리를 굴린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언제나 그냥 있는 그대로를 직설적으로 말했죠. 228==================== 새로운 동료 “아무튼 실비아, 미안하지만 눈 좀 감고 있어줘. 그냥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비밀이 있어서 그러는 거니까 오해하지 말고.” “…네. 알겠습니다.” 실비아는 일순간 씁쓸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 제대로 눈을 감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양 손바닥으로 눈까지 확실히 막았다. 젠장. 귀엽잖아. 그리고 말은 또 왜 저렇게 잘 들어. 아무튼 나는 실비아가 눈을 가린 걸 확인하고는, 일단 모기떼의 사체를 해체하기 시작했다. 모기떼를 해체하는 것보단 그 시간에 다른 몬스터를 잡는 게 효율이 좋다지만, 어차피 시간 때우기니까 말이야. 게다가 이건 초월종이니 다른 모기떼랑 다르게 나름 수입도 짭짤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모기의 꼬리를 하나 더 습득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꼬리도 비밀 열쇠의 기능을 하는 이상, 아마 양물취급인 건 확실할 거다. 그렇다면 레이아의 스태프 강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어? 그런고로 모기떼에서 꼬리를 하나 더 찾아낸 다음, 나는 비밀통로를 열기 위해 선인장으로 다가갔다. 힐끔 곁눈질로 실비아가 여전히 눈을 가리고 있는 걸 확인한 다음 선인장에 모기의 꼬리를 꽂아 넣자, 땅울림과 함께 개미굴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땅울림동안 실비아는 당황했는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움찔움찔 거렸지만, 결국 끝까지 눈에서 손을 떼지는 않았다. 기특하다. “이제 됐어. 눈에서 손 떼도 돼.” “네. 이, 이건…?” 실비아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평지에 갑자기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만한 크기의 구멍이 뚫려있자 놀란 모양이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이건 다른 사람들한테 절대 말하면 안 된다?” “네. 알겠습니다.” 실비아는 끄덕끄덕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입은 왜 가리냐. 지금 말하지 말라는 게 아니잖아. 뭐, 귀엽지만. “그럼 가볼까?” 나는 별 긴장감도 없이 개미굴에 발을 내디뎠다. 알고 있다. 그로부터 한참이 지났으니, 다시 입구부터 개미들이 바글바글하겠지. 하지만 이제는 무투가 레벨을 올린다고 성자 스킬은 어그로를 끄는 데만 사용할 것도 아니니까 말이야. 긴장할 필요는 전혀 없지. 레벨이 올라 한층 밝아진 것 같은 디아나의 빛 마법을 따라 개미굴에 들어서자, 역시나 무수히 많은 개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럼 가볼까. 아, 실비아 넌 그냥 전투에는 참가할 필요…아니, 얘들 곁에 있다가 혹시 내가 놓치는 몬스터가 있으면 처리를 부탁할 수 있을까?” “네. 맡겨주십시오.” 아무리 무투가 레벨을 올릴 필요가 없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벨을 올릴 수 있는데 일부러 경험치를 나눠줄 필요는 없다. 게다가 무엇보다 실비아는 우리 파티의 고정 멤버가 아니다. 괜히 실비아와 같이 싸우면서 전위 2인 체제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실비아가 빠졌을 때 후유증이 생길 위험이 있다.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전위에서 나와 같이 싸워야 할 포지션인 실비아는 우리 애들과 같이 후위로 배치시켰다. “자네, 알고 있겠지만 성역 선포는 절대 금지일세!” 내가 앞으로 달려 나가자, 디아나가 뒤에서 절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래. 내가 아무리 멍청해도 또 실비아가 성역 선포에 영향 받도록 하겠어? 걱정 마. 아니, 쟤는 그걸 걱정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밖에서 또 흥분해 버릴까봐 걱정하는 건가? 그렇다곤 해도 이렇게 많은 수를 상대로 성역 선포만큼 어그로를 끌기 좋은 스킬도 없다. 성자의 진심을 쓴다고 해도, 모든 몬스터가 날 공격하러 오는 건 아니니 말이다. 날 무시하고 뒤쪽을 향하는 놈들까지 잡아두려면, 역시나 성역 선포는 필요하다. 그래서 난 눈대중으로 후위와의 거리를 확인하고, 활발히 움직여도 절대 후위까진 닿지 않을 범위로 성역 선포를 발동했다. 그리고는 성자의 진심을 사용해 개미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성자의 진심은 역시나 성자의 손길만큼의 위력은 나오지 않아서, 스치기만 해도 몬스터들이 픽픽 쓰러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근력은 250. 즉, 첫 레벨 제한을 풀기 전의 한계치에 도달해있는 상황이다. 스치면 쓰러지는 수준은 아니라고 해도, 제대로 맞추기만 하면 여기 몬스터들은 한 방에 찌부러진다. 이게 딱 좋은 수준일지도 모르겠군. 게다가 예전의 성자의 손길처럼 몬스터들이 나에게 공격하기 위해 닿는 순간 일시적으로 스턴 상태가 되기 때문에, 꽤나 테크니컬한 전투를 구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투가 레벨을 올릴 필요성은 못 느끼고 있지만, 성자의 진심의 레벨은 솔직히 얼른 올리고 싶었다. 아무리 내가 우리 애들이랑 관계를 가질 때 스킬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강력하면 할수록 마음이 든든해지고 남자로서 자신감이 생기는 게 성자의 스킬 아니겠어? 그렇게 전투가 한동안 이어졌다. 나는 더 이상 전투 직의 레벨을 올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디아나와 레이아는 그런 사정까지는 잘 모른다. 그래서겠지. 나와 사라의 공격만으로 개미떼들이 처리되는 것 같자, 디아나는 마법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기만 했다. 사실 디아나나 레이아에게 이제 전투직 레벨을 올릴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하기도 힘든 게, 지금까지 마왕 토벌을 목적으로 전투직 레벨을 올렸다는 사실을 말해봐라. 우리 천사님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실 거고, 디아나는 그걸로 한참을 놀려댈 거다. 앞으로도 마왕이 어쩌고 운운은 영원히 나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하고 있어야지. 아무튼 개미굴 입구 쪽 방의 몬스터를 소탕하는 건 나와 사라만으로 꽤나 간단하게 처리가 됐다. 전엔 디아나의 마법까지 동원하고도 그 고생을 했었는데, 이렇게 간단히 끝나게 될 줄이야. 역시 이 세계는 레벨이 최고야. “구원씨!” 그리고 방의 소탕이 끝나자마자, 레이아가 잽싸게 나한테로 달려왔다. 같은 파티라고 해서 생명력 게이지가 보이는 게 아니니, 앞에서 혼자 분투한 내가 엄청나게 상처를 입었다고 생각하는 걸지도 모른다. 사실 데미지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지만, 딱히 치료를 받을 필요까진 없는 수준인데 말이야. 하지만 손에 밝은 빛을 머금고 내 몸을 어루만지는 레이아에게 그런 말을 전할 수는 없었다. 아니, 나는 오히려 더 아픈 척을 하면서 레이아에게 엉겨 붙었다. “아야야. 레이아. 여기도 어루만…치료해줘.” “후훗. 네. 여기요? 아니면 더 안쪽인가요?” 내가 허벅지 안쪽을 가리키자, 레이아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살짝 장난까지 쳐줬다. 하지만 이내 다시 진지한 표정을 짓고, 열심히 치료에 전념했다. 정말로 걱정해서 이렇게 열심히 치료해주시는데 미안해요, 천사님. 하지만 우리 천사님 손길이 좀 좋아야죠. 전투가 끝날 때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여기저기 만져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던전에 올 보람은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목적으로 던전에 다니면 천벌 받으려나. “디아나. 지금부터는 마법을 아낄 필요 없이 그냥 적당히 써줬으면 좋겠어.” 치료가 끝나고 개미 몬스터들의 사체에서 마석을 캐면서, 나는 디아나에게 말을 걸었다. “음? 그러면 자네와 사라양의 직업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이 몸은 가만히 있는 편이 좋지 않겠나? 실비아양도 그래서 뒤로 물린 것이라고 생각했네만.” “그건 그런데, 솔직히 우리 레벨이 이제 2계층에서 돌아다닐 레벨은 아니잖아? 여기는 그냥 뭐하는 곳인지 정체가 궁금해서 와본 거고 말이야. 그러니까 레벨 업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탐험 속도를 높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흠…. 뭐, 자네가 그렇다면 이 몸은 상관없네만.” 전에는 그렇게 효율적인 레벨 업에 집중하던 내가 이런 말을 한다는 사실에 디아나는 다소 의아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납득은 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 이후로 디아나가 마법을 난사하게 되자, 개미굴의 소탕이 몇 배는 더 속도가 빨라졌다. 과연 레벨만 오르면 알아서 직업 레벨도 올라가는 대마법사님답다. 개미굴은 커다란 방들이 짧은 통로를 통해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복잡한 구조를 하고 있었지만, 시야 구석에 맵이 떠올라있는 나에게 복잡한 길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솔직히 복잡한 맵의 구조보다는 방에 달려있는 개미의 알들이 더 신경 쓰였다. 처음에는 방에 있는 알들을 전부 깨면서 전진했지만, 서너 번째 방부터는 그냥 방치하면서 전진해왔다. 그도 그럴게, 알이 너무 많단 말이야. 바닥을 제외하고는 벽부터 천장까지 빼곡히 알들이 박혀있는데, 전부 터뜨리면서 가기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마석이라도 나오면 그나마 낫겠는데, 아무 보상도 없다보니 더더욱 그랬다. 결국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다는 이유만으로 그 많은 알들을 전부 깨면서 전진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을 내리고, 우리는 알들을 방치한 채로 전진하고 있었다. 그렇게 개미굴을 전진해나가자, 튀어나오는 몬스터들 중에 더 크고 강한 몬스터가 있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초월종이라고 불릴 수준은 아니었다. 마석도 초월종치고는 너무 초라했고. 아마 1계층의 고블린과 홉고블린 같은 개념의 상위 몬스터겠지. 개미 몬스터니까 일개미와 병정개미 정도 되려나? 그렇게 방을 전진할수록 일개미보다 병정개미의 비율이 점점 더 늘어났다. 그리고 결국 모든 개미들이 병정개미로 변했다고 느껴졌을 때, 드디어 초월종으로 보이는 놈이 나타났다. 몸 길이는 대략 3미터 정도. 아니, 아무리 초월종이라지만 일반 몬스터랑 몸 크기가 너무 다른 거 아니야? 병정개미도 기껏해야 1미터 정도인데. 몸집이 워낙 크다보니, 그 턱에 달린 이빨이 마치 장검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래봤자 2계층의 몬스터다. 2계층의 오크 초월종도 지금보다 레벨이 훨씬 낮을 때 이미 잡은 전적이 있는데, 고작 저런 놈한테 겁먹을 필요가 없지. 나는 기합을 넣듯이 두 주먹을 한 번 강하게 부딪히고, 놈을 향해 달려갔다. 어디 근력 250의 위력을 쬐끔만 맛 보거라! 아무런 스킬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하게 힘으로만 휘둘러지는 주먹이 놈의 안면에 제대로 틀어박혔다. 퉁! 그리고 뭔가 둔탁한 소리가 나면서, 내 주먹이 튕겨져 나왔다. 뭐야 이거? 물리 내성? 놈 역시 충격이 전혀 없는 건 아닌지 휘청대고 있었지만, 그래도 찌부러지지 않고 여전히 제대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중요했다. 설마 2계층에서 근력 250의 공격력을 버텨내는 놈이 있을 줄이야. 얕봐도 너무 얕봤나. 과연 초월종은 다르군. …이라고 내가 생각할 것 같아?! 나는 곧장 주먹에 성자의 손길을 둘렀다. 애초에 내가 오크 초월종을 잡았던 것도 때려잡은 게 아니라 말려 죽인 거거든! 나는 성자의 손길을 두른 주먹을 그대로 초월종에게 연속해서 휘둘렀다. 오라오…앗. 이건 저작권에 걸리려나? 아무튼 러쉬다! 키에에에! 결국 몇 대 때리지도 않은 시점에서, 놈은 이상한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훗. 이겼다. 정정당당하게 싸우라고? 무슨 소리야? 대체 성자한테 뭘 바라는 건데? 무투가? 그건 그냥 몸놀림을 거들 뿐이지. 난 성자라고! 초월종이 처음 등장한 이후로는, 꽤나 빈번하게 초월종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그냥 시간 때우기 용도였는데, 이렇게 맵을 완성시켜가면서 개미굴을 탐험하다보니 조금 열중해버렸다. 위험이랄 게 전혀 없다보니, 게임하던 생각이 나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어느덧 시간을 보니 저녁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온 거야? 맵을 확인해보니, 엄청나게 안쪽까지 들어왔다. 이거 출구로 나가려면 전투 없이 걷기만 해도 한참 걸리겠는데? 어쩌면 한밤중이 될지도 모르겠어. “얘들아. 슬슬 돌아….” 쿠구구구궁. 돌아가자고 말을 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공간 전체가 떨리는 것 같은 거센 진동이 느껴졌다. 콰아아아앙! 그리고는 갑자기 벽 한 쪽이 폭발하듯 무너지더니, 놈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 공간 전체를 가득 메울 것 같이 거대한 크기. 등에 달린 날개. 누가 봐도 내가 이곳의 보스라고 주장하는 것 같은 풍채의 몬스터. 바로 여왕개미의 행차셨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29==================== 새로운 동료 여왕개미의 포스가 너무 압도적이라 그쪽에만 시선을 뺏겨버렸지만, 무너진 벽에서 튀어나온 건 여왕개미 혼자만이 아니었다. 역시 무리지어 생활하는 몬스터들의 보스답게, 그 주변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초월종이 밀집해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상당히 쫄렸다. 아무리 우리 파티가 2계층에서 사냥하기에 차고 넘치는 스펙을 자랑한다고 해도, 이렇게 많은 수를 한 번에 상대하는 게 가능할까? 나는 떨리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무의식중에 스탯 창을 열어 내 스탯을 확인했다. 그리고 스탯 창을 보자마자 바로 안정을 되찾았다.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상대 가능한 게 당연하잖아? 안되면 보너스 스탯을 매력에 몰아주고 성자의 손길로 때려주면 끝날 일이다. 게다가 이제 매력에 보너스 스탯을 몰아줘도, 잠자리에서 여자들이 복상사할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아직 스킬 포인트를 찍진 않았지만 100레벨을 찍어 약자 태세도 배울 수 있으니 말이다. 좋아. 자신감이 생겼다. 한 번 해 보자고. 그래도 처음부터 보너스 스탯을 매력에 전부 투자하기는 아깝다. 일단은 그냥 해보고, 안되면 올려야지. “구원님! 저도 전위에서 싸우겠습니다!” 내가 잠깐 동안 멈춰있자, 실비아도 위기 상황이라고 느낀 모양이다. 검 손잡이에 손을 얹고 이쪽으로 다가오려고 하고 있었다. “아니. 넌 그대로 거기 있어.” “하지만…!” 실비아는 비통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네 실력을 의심하거나, 믿음직스럽지 못해서 그런 게 아니야. 하지만 네가 내 곁에서 싸우면, 성역 선포를 못 쓰게 되잖아! “오히려 이번에야말로 적들이 후위에 붙으면 위험해. 게다가 이번엔 내가 다 붙들고 있지 못할 수도 있어. 넌 거기서 계속 후위를 지켜줘. 믿을게.” “읏…넵! 맡겨주십시오!” 내가 믿는다는 말을 하자마자, 이번엔 감동받은 표정으로 굳게 자리를 지키고 서는 실비아. 쟤 공략 난이도가 너무 쉬운 거 아니냐? 섹스할 때 그렇게 어색했던 걸 보면 지금까지 제대로 된 남자친구 하나 없었던 것 같은데. 어떻게 그랬지? 얼굴도 이쁘고, 꼬드기기도 이렇게 쉬운데? 뭐, 아무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나는 여왕개미를 향해 돌진하면서, 성자의 진심을 발동했다. 그리고 후위에서 적당히 멀어진 시점에서 성역 선포까지. 성역 선포를 발동하자마자, 여왕 개미와 개미 초월종들이 일제히 이쪽을 바라보는 광경에는 조금 쫄았다. 하지만 난 내 성자의 손길을 믿어! 주먹에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나는 달려가던 기세를 멈추지 않은 채 여왕개미의 다리를 공격했다. 키에에에엑! 내 주먹이 여왕개미에게 닿는 순간, 공간 전체가 진동하는 것 같은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여왕개미가 몸부림쳤다. 그리고 동시에, 벽 전체에 깔려있던 개미알들이 일제히 터져나갔다. 그리고 안에서 갓 태어난 개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놈들은 끈적이는 액체를 걷어내더니, 이내 여타 병정개미들과 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기세 좋게 날 향해 몰려들었다. 만약 여기 있는 알들만 부화한 거라면, 솔직히 크게 걱정은 안 됐다. 어차피 성역 선포의 효과 덕분에 놈들은 나를 향해서만 돌진해올 거다. 그리고 놈들의 수가 아무리 많아봐야, 근접공격밖에 할 수 없는 놈들은 결국 한 번에 날 공격할 수 있는 숫자가 한정되어 있다. 둘러싸여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고, 전신을 개미에게 물린 채로 성자의 손길을 두른 채 발버둥치는 모양새가 되긴 했지만, 어쨌든 난 목숨이 위험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알들을 그냥 방치하면서 지나쳐왔다. 만약 방금 전 그 울음소리로, 다른 방에 있던 알까지 부화해버렸다면? 물론 우리 애들도 강해지기는 했지만, 나만큼 많이 레벨이 오른 건 아니다. 기껏해야 나랑 하면서 복상사 걱정 없이 즐길 수 있을 수준까지 올린 것에 불과하다. 실비아라는 보험을 남겨두긴 했지만, 실비아가 나처럼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몽땅 끌 수 있는 건 아닐 거다. 아니, 그래도 아직 다른 방의 알들이 부화했다고 생각하는 건 이르…. 콰아아앙! 그때 커다란 폭발음이 들려왔다. 디아나의 마법이다. 하지만 폭발음이 들려온 거리가 상당히 멀다. 개미들에게 둘러싸여 주변 상황이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디아나가 내 주변의 개미들을 처리한 게 아니라는 것 말이다. 그리고 아까부터 사라의 화살이 날아오는 빈도도 눈에 띄게 줄었다. 한 발 한 발 마다 개미들을 줄줄이 엮어내며 내 몸에 붙은 개미들을 떨어뜨려주던 화살이. 그것들이 의미하는 건 단 하나였다. 젠장. 역시 다른 방의 알들도 부화한 건가. 여성들은 전 방에서 들어오는 통로 쪽에 뭉쳐있었다. 전 방을 완전히 소탕한 상황에서 새로운 방으로 들어올 때는 보통 거기 위치를 잡는 게 제일 안전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게 독으로 작용했다. 아마 뒤에서 몰려오는 개미들을 막느라 정신이 없겠지. 그나마 내 몸으로 들어오는 회복 마법의 존재 덕분에, 여성들이 아직 위험한 상황이 아니란 건 알 수 있었다. 콰아아앙! 이번에는 가깝다. 하지만 뒤에서 몰려오는 적들을 전부 처리한 건 아닐 거다. 그러기엔 우리가 무시하고 지나쳐온 알들이 너무 많았다. 아마 내가 개미들에 둘러싸여 모습도 보이지 않게 되자, 다급해진 디아나가 내 주변으로 한 방 날린 거겠지. “얘들아! 난 괜찮아! 여긴 나 혼자 맡고 있을게! 우선은 뒤에서 몰려오는 적들에게 전념해!” “하지만…!” 누군가 반발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미들이 내는 소리에 파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괜찮아! 제발 너희 안전부터 챙겨줘! 나 믿지!” 일단 다시 한 번 소리쳐서 안심시키고, 나는 눈앞의 적들을 상대하기로 했다. 뒤부터 정리하고 도와달라고 했지만, 정말로 우리가 지나쳐온 모든 방들의 알이 부화한 거라면, 뒤에서 오는 적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더 많을 거다. 내가 이놈들을 처리하는 속도가 더 빨랐으면 빨랐지, 뒤쪽 적들이 먼저 정리되진 않겠지. 좋아. 해보자고. 먼저 팍팍 정리하고 멋있게 구해주러 가자.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나는 아직 여유가 있었다. 실제로 지금도 온 몸이 둘러싸여 있긴 하지만, 개미들은 성자의 손길에 스치기만 해도 픽픽 쓰러져갔다. 그나마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초월종들은 몇 대를 더 때려야 했지만, 이 정도는 매력 스탯을 더 올리면…! 하지만 스탯 창을 열고 매력을 찍기도 전에,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졌다. 이번엔 또 뭐야?! 내가 눈을 감거나, 눈앞이 뭔가로 막힌 게 아니다. 그저 방이 어두워진 것뿐이다. 하지만 방 제일 위쪽에 디아나가 빛의 구체를 띄워놓고 있을 텐데?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자, 나는 왜 갑자기 방이 어두워졌는지 알 수 있었다. 여왕개미가 빛의 구체를 가리듯이 내 머리 위를 날고 있었다. 덩치가 무식하게 큰 만큼, 그 날개 짓만으로도 풍압이 느껴질 정도였다. 개미주제에. 왜 저러고 있는 거지? 쟤도 내 스킬에 적용받고 있을 테니 나한테 달려들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의문은 곧바로 풀렸다. 놈이 내 머리 위에서 그대로 뚝 떨어져 내렸기 때문이다. “이런 미친…!” 아오. 내가 요즘 욕 끊으려고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 애들한테 내 이미지 나빠지면 어떡하려고! 하여간 몬스터란 놈들은 일생에 도움이 안돼요! 라고 혼자 허풍을 떨어봤지만, 위험한 상황이라는 건 전혀 변함이 없었다. 나는 두 팔을 들어 머리 위를 막고 온 몸에 힘을 줬다. 버텨줘라! 내 근력 250! 덤으로 내구도 250! 콰아아앙! 이게 몬스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다. 믿겨지냐? 내 팔? 다행이 무사하다. 적어도 부러지진 않은 모양이다. 다만 끼고 있던 건틀렛이 짜부라진 것 같지만. 여왕개미의 몸무게가 얼마나 나갔던 건지, 발을 딛고 있던 땅이 움푹하고 꺼졌다. 그리고 그 충격으로 나는 뒤로 벌러덩 넘어져버렸다. 그러자 여왕개미는 더욱더 동체를 내려 나를 깔아뭉개왔다. 뿌지직!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주위에 있던 개미들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나? 나는 괜찮다. 이놈이 떨어지기 직전에 보너스 스탯으로 내구를 250까지 올려놨거든. 온몸이 쑤시고, 무엇보다 기분이 더럽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한테 밀착한 게 네놈의 패인이다. 나는 일단 온 힘을 다해서 놈들 들어보려고 했지만, 놈은 얼마나 무거운지 근력 250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보너스 스탯을 더 투자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별로 그럴 필요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결국 그냥 성자의 손길을 놈에게 계속 때려 박기만 하면 끝날 문제니까. 자, 천국으로 보내주지. 나는 대자로 누운 상태로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놈의 몸을 툭툭 쳤다. 키에에에에엑! 그래. 그래. 내 성자의 손길이 좋은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그렇게 몸통을 내 몸에 비벼대지 말아줄래? 이 발정 난 것아. 내 물건이 아무리 크다곤 하지만, 그래도 너한테 들어갈 크기는 아니에요. 들이대는 건 동족한테 해라. 동족한테. 계속해서 성자의 손길을 때려 박고 있자, 날 깔아뭉개고 있던 놈의 배가 점점 홀쭉해지는 게 느껴졌다. 덕분에 지면과 놈의 배 사이에 조금 틈이 생겼다. 나는 놈이 더 몸을 내리기 전에, 재빨리 옆으로 굴러 놈의 아래에서 탈출했다. 후우. 상쾌한 지하 공기맛. 역시 안기는 건 우리 애들한테 안기는 걸로 충분해. 탈출에 성공하여 놈을 다시 마주보자, 나는 왜 놈의 배가 홀쭉해졌는지 깨달았다. 알을 낳고 있었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큰 알들을 왕창. 저러니까 그렇게 무거웠지. “그거…우리 애는 아니지? 내가 애는 낳지 말라고 했잖아! 낙태비까지 줬는데, 왜…!” 키에에에에에! 거 농담도 못하겠네. 놈의 울음소리와 동시에, 방금 낳은 따끈따끈한 알이 터져나가면서 부화가 시작됐다. 아니 이상하잖아. 방금 낳은 게 왜 바로 부화돼. 아무리 몬스터라고 해도 기본적인 상식은 좀 지켜주자 우리. 그렇게 부화된 놈들은 하나같이 전부 초월종이었다. 젠장. 빨리 끝내고 뒤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애들도 도와줘야하는데. 도저히 끝이 안 보이네. 그나마 아까 여왕개미가 팀 킬을 한 덕분에 주변 상황이 보일 만큼은 일반 개미의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초월종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상황은 전혀 진전된 게 없다고 봐야겠지. 나는 고개를 돌려 뒤쪽의 상황을 살짝 살펴봤다. 거기엔 예상대로, 아니 예상을 뛰어넘는 숫자의 개미들이 여성진을 둘러싸고 있었다. 실비아가 앞에서 열심히 막아주고 있었지만, 혼자서 사방에서 몰려드는 적들을 전부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라와 디아나도 공격을 엄청나게 퍼붓고 있었다. 사라는 화살을 관통시켜서, 디아나는 폭발 마법으로 한 방 한 방마다 엄청난 숫자의 개미를 줄여갔지만, 압도적인 물량 앞에서는 과연 전부 막아내기 힘든 모양이었다. 젠장. 저래서는 누구 하나 크게 다쳐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인데. 사라는 그나마 괜찮겠지만, 디아나나 레이아는 공격 한 대만 맞아도 입는 데미지가 상당할 거다. 특히 레이아가 공격당하면 회복할 사람이 없어져서 상황은 더 절망적이 될 거다. 키에에에! 내가 잠깐 한눈을 팔고 있자, 여왕개미가 어딜 보냐는 듯이 초월종을 이끌고 달려들었다. 젠장. 넌 대체 체력이 얼마나 좋은 거냐. 내 손길에 그렇게 싸질렀으면 슬슬 뻗을 때 안 됐냐? 나는 성자의 손길을 감싼 주먹을 휘두르면서, 고민에 빠졌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 애들이 완전히 안전해지도록 만들 방법이 하나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쓰면 또…. 아니, 그래도 잠깐이잖아. 잠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꺄아아악!”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뒤에서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이런 젠장! 그래. 지금이 그딴 거 고민하고 있을 때야?! 나는 곧장 성역 선포를 최대 범위로 설정하고 다시 발동했다. 그러자 뒤에서 개미들이 이쪽으로 우루루 몰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뒤에서 오는 놈들도 내가 어그로 끌 테니까 너흰 옆으로 빠져서 공격에 집중해!” 그래. 아무리 실비아가 민감하다고 해도, 잠깐 성역 선포 영향을 받았다고 미친 듯이 발정하기야 하겠어? 솔직히 내가 그동안 스킬을 걸고 풀어주지 않은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일단 예전에 2계층에서 모험가들과 오크 상대로 수성전을 할때만 해도 그렇다. 성역 선포를 발동하고 그렇게 돌아다녔지만, 그때 영향 받은 모험가들도 잠깐밖에 영향을 안 받아서 그런지 큰 탈 없었잖아? 게다가 대사제마저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증명한답시고 성자의 손길로 만진 적 있다. 그런데 멀쩡했잖아? 분명 잠깐이면 실비아도 멀쩡할 거야. 실비아가 발정하기 전에, 아니 그보다 레이아가 구미호가 되기 전에 최대한 빨리 끝내버리면 문제없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연휴기념 한 편 더 투척! 이제 자러 갑니다. 230==================== 새로운 동료 나는 후위에 있던 넷이 옆으로 빠지는 걸 곁눈질로 확인하면서, 앞뒤로 달려드는 적들을 상대했다. 역시 많기는 더럽게 많다. 하지만 사라와 디아나도 옆으로 피해서 정비가 끝나면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을 테니, 의외로 쉽게 끝날지도 모른다. 사실 더 빨리 끝내려면 내가 매력 스탯을 더 투자하는 게 가장 좋겠지. 아까 올리려고 했던 타이밍에는 여왕개미의 방해를 받아서 결국 못 올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전투를 최대한 빨리 끝내려고 하는 건, 뒤에 있는 애들이 성역 선포로 발정하기 전에 끝내기 위해서다. 아까라면 모를까 이제 와서 매력 스탯을 올려버리면, 아예 발정시켜버리겠다고 노리는 꼴이 되어버린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어차피 지금도 초월종이 몇 대만 때리면 나가떨어지는 상황. 변수는 저 더럽게 덩치 큰 여왕개미지만, 저 여왕개미의 존재가 꼭 마이너스 요소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수도 있었다. 아까 모습을 보면 여왕개미는 자기 동족들을 다치게 만드는 걸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으니까 말이야. 성자의 손길 때문에 발정이 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얼마든지 더 낳을 수 있다는 자신감인지는 몰라도, 충분히 이용해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말이야. 키에에에에에! 여왕개미가 다시 한 번 괴성을 내지르며 내 쪽으로 돌진해왔다. 여전히 시끄럽기 짝이 없는 소리지만, 이젠 저 소리로 부화할 알도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은 편했다. 나는 뒤쪽을 힐끔 보고는 뒤에서 몰려오는 개미들과 나, 그리고 여왕개미가 일직선상에 놓이도록 이동했다. 여왕개미는 정말로 눈에 보이는 게 없는 듯, 내 몸보다도 더 거대한 집게 턱으로 앞에 있는 모든 것을 분쇄하며 일직선으로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까 물리공격에 저항력이 있는 것처럼 내 공격도 완화시켰던 초월종들이 여왕개미의 집게 턱에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썰려나가는 모습을 보니, 솔직히 조금 불안해졌다. 하지만 겁먹을 순 없지. 난 애초에 그런 거 모르는 남자라고! 이 구원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성감대가 없는 애도 싸게 만드는 성자님이라고! 나는 정면에서 달려드는 여왕개미를 마주보면서 피하지 않고, 오히려 양손바닥을 번갈아 내밀며 성자의 파동을 연속해서 날렸다. 키이이이잇! 아까보다 괴성이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하지만 이쪽을 향해 돌진하는 기세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맹렬해졌다고 보는 게 맞겠지. 그렇게 여왕개미가 코앞까지 다가오자, 나는 곧바로 다음 동작을 취했다. 놈의 덩치가 워낙 크다보니, 이렇게 근접한 상황에서 옆으로 피해봤자 이미 늦었다. 하지만 놈의 덩치가 크다는 건, 놈의 몸과 지면 사이로 나 정도는 충분히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이 남아있다는 소리도 된다. 나는 곧장 슬라이딩을 해서 놈의 몸체 밑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놈이 내 몸 위를 그대로 지나치는 동안, 놈의 배를 성자의 손길을 두른 주먹으로 마구 연타했다. 어때? 지리지 않니? 그러니까 오빠의 쩌는 테크닉에 얼른 지리고 복상사나 하렴! 그런 생각을 한 순간,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여왕개미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앞으로 돌진하던 기세를 멈추지 않은 채 고꾸라졌다. 어? 아니 잠깐! 싸는 건 좋지만 내 위는 완전히 통과하고 나서…! “꾸에에엑!” 이건 결코 내 입에서 나온 소리가 아니야. 그저…아무튼 아니야. 앞으로 고꾸라지는 여왕개미의 몸에 온몸이 깔아뭉개진 채로 마찰당해서 상당히 불쾌했지만, 실은 그다지 데미지가 크지는 않았다. 아까와는 다르게, 놈의 무게가 심각하게 무겁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내가 무리하면 들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수 있을 정도까지는 몸무게가 줄었다. 그렇구나…. 너 애 낳고 다이어트 성공했구나! 장하다! 그거 엄청 힘들다던데! 뭐, 난 남자라 모르지만. 아무튼 그래서 난 쓰러진 놈의 몸을 살짝 들어 올리고 밑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직 조금 꿈틀대는 게 죽은 것 같진 않아 보이지만, 이렇게 늘어져있는 걸 보면 상당한 데미지…쾌감이 있었을 거다. 그리고 이렇게 쾌감에 늘어져있을 때 연속해서 쾌감을 줘서 미치게 만드는 게 복상사의 기본이지. 나는 늘어져있는 놈의 몸 위로 올라나서, 다리로 놈의 몸마디 사이를 단단히 감싸 몸을 고정했다. 이렇게 올라타서 보니 장관이었다. 주변에 이놈이 팀 킬한 개미들의 터진 시체가 사방을 물들이고 있었다. 갓 태어난 어린놈도 있는데 이 얼마나 불쌍한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걱정마라. 너희 엄마도 곧 너희 곁으로 보내줄게. 역시 어린 애는 엄마가 곁에 있어 줘야지. 크으. 난 왜 이렇게 착한 걸까. 나는 두 주먹을 들고 성자의 손길로 감싼 후, 그대로 파운딩 펀치를 하듯이 내리쳤다. 움찔! 내 주먹이 닿은 순간, 위에 올라탄 내 몸이 격렬하게 흔들릴 정도로 여왕개미가 반응을 시작했다. 반응 좋고! 나는 떨어지지 않도록 다리에 힘을 더욱 꽉 주고, 더욱더 거세게 주먹의 비를 내렸다. 쿠이이이익! 아마도 나를 떨어뜨리고 싶은 모양인지, 놈이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연하지 못해 슬픈 개미는, 등에 있는 나에게 닿을 수단이 전혀 없었다. 날개까지 퍼덕이면서 발버둥을 쳐대지만, 나는 날갯죽지보다 위쪽에 올라탄 상황이라 영향 받을 일도 없다. 오히려 주변의 개미들만 죽어나가는 상황이었다. 과연 성역 선포야. 여왕개미의 발버둥에 죽어나가면서도 나한테 다가오려고 애쓰는 꼴이라니. 상황이 이렇게 되니 조금 재밌어졌다. 마치 내가 여왕개미를 타고 조종하는 것처럼 개미들을 학살하고 있는 그림이니 말이다. 원래 세계에서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 게임에 등장하는 드래곤 나이트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 적 있다. 그냥 기사랑 드래곤이 따로따로 싸우는 게 더 강하지 않아? 굳이 타고 있는 이유가 뭔데? 기사는 드래곤 위에 타고 있으면 검이 제대로 닿지도 않을 거 아니야? 검기만 날리면 된다고? 마나 낭비잖아? 그래. 인정하지. 그땐 내가 너무 부정적이었어. 막상 개미에 타보니 드래곤 나이트의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이거…재밌다! 나는 여왕개미의 몸 위를 엉금엉금 기어서, 아예 놈의 머리 위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양 손으로 놈의 더듬이를 붙잡은 후, 성자의 손길로 컨트롤을 시작했다. 왼손에만 성자의 손길을 쓰면 놈이 왼쪽으로 돌고, 오른 손에만 성자의 손길을 쓰면 놈이 오른 쪽으로 돈다. 개미의 최고 감각 기관인 더듬이를 직접 자극하기 때문인지, 성자의 손길을 쓸 때마다 여왕개미는 즉각적으로 반응을 해왔다. “흑흑! 엄마가 미안해! 하지만 아들, 딸, 걱정 마. 고통은 한 순간이야. 엄마도 곧 따라갈게!” 나는 말 못하는 여왕개미를 대신해서 그 심정을 말해주면서, 주변의 개미들을 무차별로 학살했다. 여왕개미가 주변을 학살하고, 저기 구석에선 사라와 디아나가 여왕개미와 떨어진 적들에게 무지막지한 원거리 공격을 날려댔다. 덕분에 내가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개미들의 수가 줄어가기 시작했다. 다만 유일한 걱정거리라면 내 몸에 힐이 들어오고 있지 않다는 건데. 설마 레이아 벌써 발정해서 구미호가 된 건 아니겠지? 설마 그렇겠어? 아닐 거야. 성역 선포를 사용한지 얼마나 됐다고. 게다가 전에는 내가 애무로 절정에 한 번 보낼 때까지도 참았었잖아. 제대로 확인해보고 싶었지만, 발버둥 치는 여왕개미의 위에선 시야가 너무 흔들려 도저히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드디어 때가 왔다. 키에에에에! 지속된 성자의 손길에 드디어 미쳐버렸는지, 여왕개미는 더듬이 컨트롤도 무시한 채 이리저리 구르기 시작했다. 그 발버둥이 얼마나 격렬한지, 나도 더듬이를 놓치고 그대로 공중에 내던져졌다. 하지만 공중에 붕 뜨고 땅에 떨어지는 순간까지 나는 계속해서 성자의 파동을 날려댔다. 누가 봐도 마지막 발악에 불과하다. 이럴 때 막타를 제대로 넣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딜러라고 할 수 있지. 나와 같은 의견인지, 방의 통로 쪽 통로에서 몰려오는 개미들을 공격하던 사라와 디아나 역시 여왕개미에게 공격을 집중시켰다. 쿠구구궁! 그리고 드디어 여왕개미의 몸이 무너져 내렸다. 여왕개미는 비통한 울음소리를 한 번 더 내지르더니, 그대로 땅에 쓰러져 결국 움직이지 않게 됐다. “좋았어!” 여왕개미가 쓰러지고 난 이후에, 뒷정리는 참 간단했다. 어차피 초월종들은 여왕개미 근처에 호위하듯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아까 발버둥 칠 때 전부 쓸려나갔다. 남은 일은 통로 쪽에서 몰려오는 병정개미들을 처리하는 것 뿐. 어차피 쟤들은 성자의 손길 한 방에 쓰러지는 애들인데다가, 통로에서 몰려오니 틀어막기도 쉽다. 나는 통로 쪽으로 달려가면서, 성역 선포의 범위를 다시 확 줄였다. 좋아. 이걸로 완벽해. 그렇게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레이아도 실비아도, 성역 선포 때문에 발정할 일은 없겠지. 저기에서 노출증 대마법사님도 잘 버티고 마법을 써대고 있으니까. 병정개미를 상대하는 건 손쉬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었다. 안 깨고 온 알들이 좀 많았어야지. 결국 병정개미들이 더 이상 몰려오지 않게 된 건, 시간상으로 한밤중이 됐을 때였다. “허억, 허억, 허억, 드디어 끝났나.” 100레벨로 오르며 무지막지하게 올랐던 내 정기도 완전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아니, 사실 여왕개미를 물리친 시점에서 이미 간당간당했다. 그래서 병정개미를 상대할 때는 성역 선포만 잠깐잠깐 켜주면서 공격은 기본적으로 사라와 디아나에게 맡기는 전법을 취하느라 더 오래 걸렸다. 여왕개미가 튀어나온 게 저녁시간이었으니, 거의 반나절동안 전투만 한 거다. 어차피 2계층에선 위험도 없으니 시간 때우기로 온 거였는데 왜 이렇게 빡세게 전투를 하게 된 건지. 당장이라도 뒤로 벌러덩 드러눕고 싶었지만, 나한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었다. “얘들아 괜찮아?!” 나는 황급히 여성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면서 외쳤다. 넷 다 하나같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역시 그 많은 수를 상대로 공격을 한 번도 받지 않을 수는 없었는지, 다들 군데군데 옷이 찢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특히 제일 앞에서 공격을 전부 틀어막고 있던 실비아는 번쩍이던 갑옷이 여기저기 상처투성이가 되어 꼴이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기절한 건지, 레이아의 곁에 누워서 꼼짝을 안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아의 회복 마법으로 치료는 끝난 건지, 그나마 상처는 없어 보인다는 게 천만 다행이었다. “구원이야말로 괜찮은 거예요?” 하지만 쟤들이 보기에는 자기들보다 내 안부가 더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사라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런 사라를 힘 있게 꽉 끌어안아줘서, 내가 아직 멀쩡하다는 걸 증명해줬다. “구원씨…! 흑, 죄송해요. 저, 신성력이….” 그리고 뒤에서는 레이아가 제대로 서지도 못한 채 울면서 말했다. 과연. 어쩐지 회복이 안 들어오더라. “괘, 괜찮아! 울지 마! 난 튼튼해서 전혀 문제없어!” 사실 한 번 생명력이 아슬아슬해져서 인벤토리에 있던 비상용 포션도 몽땅 마셨지만, 이건 레이아에게 비밀로 해두자. “디아나도 괜찮아?” “음. 미안하네. 이 몸이 있었으면서도….” “미안할 게 뭐 있어. 전생해서 레벨이 떨어졌으니 어쩔 수 없잖아. 신경 쓰지 마.” 디아나는 아무래도 풀이 죽어있는 모양이었다. 나는 디아나는 머리를 가볍게 툭툭 쳐주고, 레이아에게 다가갔다. “실비아는 왜 그러고 있는 거야?” “그게, 초월종에게 기습당한 절 감싸려고 하시다가 큰 부상을 당하셔서….” 하지만 실비아에게 눈에 띠는 부상은 보이지 않았다. 아, 레이아가 회복 마법을 전부 실비아에게 퍼부은 건가. 하긴, 그런 게 아니고서야 레이아의 신성력이 바닥날 리가 없지. 나중엔 내가 어그로를 전부 끌어서 후위는 공격을 전혀 당하지 않았을 테고, 그런데도 나한테 들어오는 회복 마법이 없었는데 말이야. 레이아의 말을 듣고 나자, 뒤에서 든든하게 버티며 애써준 실비아에게 고마운 마음이 더욱더 커졌다. 그리고 동시에 죄책감도 장난 아니게 느껴졌다. 아주 잠깐이지만, 크게 다친 게 레이아가 아니라 실비아여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 거다. 힐러가 다치면 치유해 줄 사람이 없으니 차라리 실비아가 다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거다. 라고 자신을 속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건,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안다. 그러니까 죄책감도 더 컸다. “괜찮은 거야?” “일단 보이는 상처는 전부 치료했어요. 하지만 아직 정신도 돌아오지 않으셨고, 내상이 어떨지는…. 흑, 죄송해요. 제가 부족해서….” “아니야. 레이아는 충분히 최선을 다 했어.” 레이아의 말을 듣고, 나는 고민에 빠졌다. 아니, 고민할 것도 없나. 나는 결단을 내리기로 했다. “얘들아. 정말 미안해. 미안한데, 잠깐만 자리 좀 비켜줘. 아무래도 힐링 섹스를 써야겠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저번 화에서 매력 스탯 안 찍었습니다. 찍으려는 순간에 시야가 어두워져서 그냥 넘어가 버렸어요. 다시 보니 제가 좀 알아보기 힘들게 썼네요. 조금 문장을 수정했습니다. 231==================== 새로운 동료 그래. 이런 걸로 고민하는 게 이상한 거지. 실비아는 실비아 나름대로 사심이 있어서 우리와 행동을 같이했다는 건 잘 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이렇게 온몸을 던져서 다른 애들에게 갈 공격을 막아준 실비아의 행동을 폄하할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더 높게 평가해줘야 한다. 저 고레벨 기사가 여기서 심하게 다칠 정도면, 제대로 방어도 못하고 그냥 몸으로 아무렇게나 막았다는 소리다. 그런데 그런 애를 치료할 수단이 있으면서,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는 건 우리 애들을 배신하는 짓이라고 치료를 안 해? 그런 건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 그 누구도 원치 않을 거다. 우리 애들은 그런 애들이 아니라고, 나는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었다. “…알겠네. 그렇게 하게.” 이번에는 전과 다르게 디아나가 가장 먼저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실비아의 일로 신경을 쓰고 있던 디아나로서는 아마 속죄의 기회가 온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론 전혀 속죄할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고마워. 디아나. 사랑해.” “마, 말 안 해도 알고 있네. 호색한.” 바로 허락한 주제에 이제 와서 호색한이라니. 부끄러워하기는. 나는 손을 뻗어서 디아나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줬다. “그러니까 이 동작은 뭔가. 이 몸은 어린애가 아닐세.” 디아나는 새초롬하게 이쪽을 쏘아봤지만,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치우지는 않았다. “구원.” 그리고 사라가 다가와 나를 한번 꼭 끌어안았다. “난 구원을 믿어. 그러니까 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리고는 다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나에게서 떨어졌다. 내가 레이아에게 다가가자, 레이아는 여전히 눈물을 떨어뜨리면서 날 쳐다봤다. 눈물을 흘리는 모습 역시 그림이 될 정도로 아름다우시지만, 역시 천사님은 미소 짓고 있으시는 게 제일 어울린다. “구원씨…죄송해요.” “아니야. 이젠 아무 걱정 말고 전부 나한테 맡겨둬.” “흑…네!” 내가 레이아의 눈물을 엄지로 쓰윽 닦아주자, 레이아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역시 레이아는 웃는 모습이 제일이야. 나는 셋의 허락을 받고, 주위를 둘러봤다. 개미들의 사체가 널브러져 있는 빈 공터. 제대로 소탕을 끝냈으니, 여기는 물론 우리가 지나왔던 방들에도 한동안 몬스터가 튀어나올 일은 없을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상 얘들과 떨어져 있는 건 불안했다. 그런 일이 있은 직후였는데, 또 만약의 사태가 벌어지면 어쩌려고. 그래서 난 인벤토리에서 텐트를 꺼냈다. 텐트는 바닥에 못을 박아 고정시키는 부분만 빼곤 이미 설치된 상태로 인벤토리에 넣어뒀기 때문에, 이렇게 꺼내면 바로 사용할 수 있었다. 이래 봬도 나날이 인벤토리에 챙겨놓고 있는 물품이 충실해져가고 있다고. …디아나의 저택에 있던 걸 가져온 거지만. 기둥서방 아니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필사적으로 일했었다고! “디아나, 피곤할 텐데 미안하지만 부탁 하나만 할게. 혹시 텐트 안쪽의 소리를 차단하는 마법은 쓸 수 있어?” “음? 여기서 할 생각인가?” “응. 텐트 곁에 있다가, 혹시 다른 몬스터가 튀어나오면 바로 불러줘. 너희랑 떨어져있기는 불안하네.” “…으음. 알겠네.” 아무리 그래도 다른 여자와의 섹스를 도와주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는 건 조금 미묘한 기분이었나 보다. 디아나는 살짝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이내 승낙해줬다. “고마워.” 나는 그런 디아나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고, 실비아를 안아 들어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텐트 안에 깔린 푹신한 이불에 실비아를 눕히고, 나는 천천히 실비아를 뜯어봤다. 확실히 겉보기에 상처는 없어 보이지만, 안색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나저나 성노예로 들어온다고 했을 때도 걷어 찼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다시 섹스를 하게 될 줄이야. 결과적으로 놓고 보면, 스토킹까지 한 실비아의 끈질김이 승리한 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실비아의 갑옷을 하나하나 벗겨갔다. 왕실친위대의 기사답게 호화롭지만 실용적인 두꺼운 갑옷을 벗기고 나자, 어떻게 이런 갑옷을 입고 움직였는지 신기할 정도로 가냘픈 몸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슴은 없지만, 역시 아름다운 몸이다. 가슴은 없지만. 이런, 이렇게 보고 있을 때가 아니지. 다른 이유도 아니고 치료 목적으로 하는 거다. 한시라도 빨리 삽입해서 기본 치유력부터 높여놓지 않으면. 나는 실비아의 허벅지를 붙잡아 양쪽으로 확짝 벌리고, 그 가운데에 예쁘게 닫혀있는 핑크빛 음부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검지와 중지를 말랑말랑한 음부 양쪽에 대고 활짝 벌려 안쪽 모습을 드러내게 만들었다. 애액이 전혀 없는 만큼, 꽉 물듯이 달라붙어 있던 살이 억지로 떨어지는 것처럼 끈적끈적한 느낌을 주면서 음부가 천천히 벌려졌다. 그렇게 한 손으로 실비아의 핑크빛 속살과 그 안의 구멍이 완전히 바깥공기를 쐬게 만든 채로, 난 인벤토리에서 러브 젤을 꺼냈다. 나에게 전혀 쓸모없고, 살 시간도 없었던 러브 젤을 어떻게 가지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 거다. 실비아와 마지막으로 할 때, 내가 러브 젤을 건네받아서 실비아의 음부에 발랐잖아? 사실 그러고 나서 그만 인벤토리에 넣어버렸다. 고의가 아냐. 습관적으로 넣은 거라고. 인벤토리란 게 너무 편리하다보니, 손에 있는 걸 쓰고 그냥 인벤토리에 넣어버리는 게 완전히 습관이 되어버렸다. 저택에 돌아오고 나서 뒤늦게야 내가 실수로 러브 젤을 가져왔단 걸 깨달았지만, 그렇다고 이걸 또 돌려주러 가는 것도 이상하잖아? 어차피 잘나가는 귀족 영애시니 러브 젤 한두 개 없어졌다고 아까워 할 것 같지도 않았고. 그래서 계속 인벤토리에 처박아두고 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설마 그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세상 오래 살고 봐야 한다. 나는 활짝 벌려진 핑크빛 음부에 러브 젤을 천천히 떨어뜨렸다. 구멍에 맞춰 조금씩 흘리자, 천천히 구멍에 들어가는가 싶더니 이내 넘쳐흘러서 아래로 타고 내려가는 모습이 상당해 야릇하게 보였다. 아니, 그러니까 이런 생각 할 때가 아니라니까. 아무튼 이런 때에도 남자의 본능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나는 계속해서 잡생각이 들려고 하는 걸 바로잡고, 검지를 이용해 흘러넘치는 러브 젤들을 실비아의 음부에 꼼꼼하게 잘 넣어줬다. 그리고는 바지를 벗어 이미 빳빳하게 세워진 물건을 실비아의 음부 입구에 가져다댔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실비아의 음부와, 살짝 차가운 러브 젤이 물건 끝에 닿는 느낌이 꽤나 자극적이었다. 그대로 허리에 힘을 줘서 물건을 밀어 넣자, 음부 안 쪽 주름들의 틈 사이로 러브 젤이 퍼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물건은 음부 안쪽까지 확실히 박아 넣자, 굴곡이 심한 음부가 내 물건을 꽉 물어왔다. 하지만 내 물건이 안쪽까지 확실히 닿았는데도, 실비아의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으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아무리 기절한 상태라고 해도, 보통 이렇게 박아 넣으면 쾌락에 몸부림 칠 텐데. 과연 성감대 제로의 여자. 성자 스킬을 쓰기 전엔 꼼짝도 안 한다 이건가. 이러니까 마치 진짜 같이 만들어진 자위기구를 쓰고 있는 기분이었다. 나는 하지만 지금 굳이 성자 스킬을 써서 실비아를 자극할 필요는 없었다. 힐링 섹스가 진가를 발휘하려면, 실비아가 절정을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어차피 스킬을 써봤자, 그걸로 얘가 절정을 느끼게 만들 수는 없다. 결국 내가 얘를 느끼게 만들 수 있는 수단은 최후의 자존심 하나. 그러니 실비아는 그냥 이대로 자게 놔두고, 나 혼자 빨리 싸서 최후의 자존심이나 발동하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아니, 잠깐 기다려봐. 정말로 빨리 싸는 게 최선인가? 실비아의 생명력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보이는 게 아니다. 하지만 레이아가 모든 신성력을 다 투자해서 겨우 이렇게까지 회복시킨 거다. 어쩌면 힐링 섹스 한 번 만으로는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고 힐링 섹스의 액티브 효과를 여러 번 발동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실비아를 절정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최후의 자존심을 발동하면 무조건 정기를 전부 사용하니 말이다. 최고로 강력한 스킬인 만큼, 패널티도 큰 스킬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차라리 힐링 섹스의 액티브 효과보다는 패시브 효과, 즉 섹스하고 있는 동안 자연 치유력 증가를 오래 발동하고 있는 게 더 좋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하면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조금씩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잖아. 실비아하고는 아직도 레벨 차이가 있는데다가, 그렇지 않아도 실비아는 명기다. 이렇게 박고 있는 것만으로도 움직이지 않고 참을 수 있을만한 자극이 아니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스스로에게 절정 속박이라도 걸어서 최후의 자존심 발동을 늦출 각오는 있었다. “으, 으음….”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실비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쾌감 같은 강렬한 자극은 없지만, 이렇게 허리를 움직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몸도 흔들릴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눈이 떠진 거겠지. 이왕이면 몰래 치료를 마쳐서 실비아에게는 나와 섹스했단 사실을 들키지 않고 싶었지만. 그도 그럴 게, 다시 한 번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미련이 더 커질 거 아냐? 안 그래도 스토킹을 할 정도로 미련이 철철 넘치는 모양이었는데. “엣, 엣?!” “깨, 깨어났어?” 하지만 이렇게 깨어난 걸 억지로 다시 기절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머릿속으로 정리하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건 말이지….” “흐윽.” 어, 어?! 눈물?! 실비아는 눈을 뜬 실비아는 상황 파악이 안 되는 듯 천천히 주변 상황을 둘러보더니, 갑자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젠장. 역시 아무리 얘가 나한테 안기고 싶어 한다고 해도, 자는 와중에 동의도 없이 이렇게 덮쳐지는 건 무서운 건가. “자, 잠깐! 이건 강간이 아니라 말이야. 아니, 동의 없이 한 건 맞지. 미안해. 그런데 말이야….” “아닙니다.” “으, 응?” “슬퍼하는 게 아닙니다.” 실비아는 눈 옆을 타고 아래로 떨어지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로, 날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분명 이러고 있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만큼은 아무 말 않고 그냥 평범히 절 안아주실 순 없겠습니까?” “뭐? 하지만….” “부탁드립니다.” 실비아는 여전히 울먹이는 목소리로, 하지만 젖은 눈으로 곧게 내 눈을 마주보면서 말했다. “…알았어.” 안 그래도 얘한테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가, 지금은 우리 애들을 대신하여 부상을 입은 은인이기도 했다. 이런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할 수는 없었다. 나는 잠깐 멈춰있던 허리를 다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으읏!” 그러자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도 없었던 실비아가 신음성을 흘리기 시작했다. 누가 들어도 쾌감을 느껴 새어나온 신음성이었다. …어? 나 아직 아무 스킬도 발동을 안했는데? “하읏, 흣, 하앗!” 하지만 실비아는 분홍빛 입에서는 계속해서 달콤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시, 실비아? 기분 좋아?” “흐읏, 네, 네! 기분…하읏! 좋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물어봤는데, 실비아는 정말로 느끼고 있었다. 연기를 의심할 수도 없다. 음부 쪽에서 점점 끈적한 애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합부의 찔꺽거리는 소리가 명백하게 점점 더 커져갔다. 그리고 연기가 아니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하나 더 있었다. “구, 흐읏, 구원님! 저, 저…하으으으읏!” 실비아가 몸을 떨면서 그대로 절정에 달해버렸다. 그리고 아까보다는 명백하게 얼굴색이 좋아졌다. 힐링 섹스의 액티브 효과, 절정 시에 생명력 회복이 발동된 거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거지? 섹스 애널라이즈를 사용해봤지만, 여전히 실비아의 몸에는 한군데도 빛나는 곳이 없었다. 대체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구원님! 하읏! 구원님!” 실비아는 어떻게 허리를 움직여야 될지도 몰라서 그냥 날 끌어안기만 한 채로, 필사적으로 내 이름을 부르며 흐느꼈다. …일단 치료에 전념하자. 굳이 최후의 자존심을 사용하지 않아도 실비아가 절정을 느낄 수 있게 된 만큼, 치료도 간편해졌다. 나는 우선 고찰은 뒤로 미루기로 하고, 실비아가 최대한 많이 절정을 느끼도록 허리를 움직이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연휴 기념 밤 새서 연참 2탄! 이제 밤낮이 바뀐 몸으로 화요일에 출근을 어떻게 할지 걱정되네요. 232==================== 새로운 동료 제대로 느끼게 된 실비아와 하는 건 참 신기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평범하게 성감대가 있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이렇게 레벨 차이가 나면 이렇게까지 느끼진 않는다. 실제로 바네사나 펠리시아와 할 때도, 최후의 자존심을 사용하고 나서야 겨우 절정을 느끼게 할 수 있었고. 하지만 실비아는 내가 싸기도 전에 벌써 몇 번이나 절정에 달해버렸다. 마치 나와 이러고 있는 것만으로도 극심한 쾌감을 느끼는 것처럼. 나보다 레벨이 훨씬 높은 애가, 연속해서 절정에 달하는 거다. 한 번 허리를 움직일 때 마다 스스로의 레벨이 올라가는 게 느껴졌다. 그에 맞춰서 실비아가 주는 쾌감도 조금 느슨해졌다. 물론 실비아의 안이 별로라는 얘기가 아니다. 오히려 더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레벨이 어느 정도 맞춰졌다고 해도 실비아가 명기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으니 말이다. 아까까지는 쾌감이 너무 강렬해서 오히려 조금 고통스러울 정도였다면, 이제는 제대로 쾌감을 즐길 수 있는 적당한 수준까지 조절된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되고나니, 과연 실비아의 안에 싸야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이미 실비아의 안색은 눈에 띠게 좋아졌다. 벌써 몇 번이나 절정에 달한 거다. 생명력이 보이는 게 아니니 확신을 가질 수는 없지만, 아마 완치된 상태겠지. 이제 더 이상 실비아와 하고 있을 이유는 사라졌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말이다. 다만 방금 전까지 무지막지하게 강렬한 쾌감으로 자극 당해서 이제 조금만 더 흔들면 쌀 것 같은 물건을 그냥 빼버린다는 걸, 내 아들은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싸! 싸! 싸라고! 이 상황에서 안 싸면 넌 남자도 아냐! 물건 쪽에서 본능이 끊임없이 그렇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그래도 내 뇌 한구석에서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하지만 그래도 이미 더 이상 섹스할 필요가 없는데 섹스를 이어가는 건 셋을 배신하는 게 아닐까? 이미 쑤실 대로 쑤셔놓고 이제 와서 무슨 헛소리야! 지나가던 똥개도 그것보단 더 제대로 된 판단을 하겠다! 제대로 된 판단이 뭐냐고? 바로 안에 싸는 거지! 결국 이성과 본능의 싸움은 본능이 이겼다. 나는 아랫배로 실비아의 음부를 강타하듯 허리를 밀어붙이고, 그대로 사정을 했다. “흐으으읏!” 그리고 최후의 자존심은 발동하지도 않았는데, 실비아는 내가 싸는 것에 맞춰서 지금까지 이상으로 큰 절정을 느꼈다. 등이 활모양으로 휘어서 바닥에서 붕 뜨게 됐고, 다리로는 내 허리를 단단히 붙잡은 채로 몸을 바들바들 떠는 실비아의 모습은 역시나 엄청나게 예뻐 보였다. “하앗, 하앗, 기, 기분 좋으셨습니까?” 게다가 먼저 이런 걸 신경 쓰는 부분까지 완벽하다. 이거 허리 돌리는 방법만 조금 전수해주면 정말로 완벽…아니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내 얘긴 됐어. 그보다 몸은 좀 어때?” “그, 그게…기, 기분 좋았습니다.” “아니, 기분 좋았는지 묻는 게 아냐. 기억 안 나? 너 다쳤었잖아. 아직도 어디 아픈 데가 있냐고.” 물론 얘가 갑자기 왜 느끼게 됐는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일단 제일 먼저 확인해 봐야할 사항은 이거였다. 그래서 일단 물건도 빼지 않고 있는 거다. 대답에 따라서 힐링 섹스를 계속 발동해야 할지 말지를 정할 테니까. “네? 앗, 그, 그러고 보니…다른 분들은 무사하신 겁니까?!” “그래. 네 덕분에 말이야. 정말 고마워.” 나와의 섹스에 빠져서 잠깐 잊고 있었을 뿐, 기억이 안 나는 건 아닌 모양이다. 기절하기 전 상황이 떠오르자마자 다른 애들의 안부부터 묻다니. 얘도 참 어지간하다. “아, 아닙니다. 다른 사람도 아닌 구원님의 부탁이었으니까요.” 내 부탁이면 목숨을 바쳐서라도 들어주겠다는 거냐. 얘 정말로 나한테 신체적 쾌감만 원하는 애가 맞는 걸까? 얘랑 얘기하고 있다 보면, 꼭 얘가 나를 정신적으로도 좋아하고 있다고 착각에 빠질 것 같다. “그래서 네 몸은 어떤데? 괜찮아?” “네. 아무 문제없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그 대답을 듣자마자, 나는 아직도 내 허리를 감고 있는 실비아의 다리를 푼 후 결합을 해제했다. “아….” 내가 떨어져나가자, 실비아는 안타까운 신음성을 내뱉었다. “그런 얼굴 하지 마라. 이것도 치료를 위해서 한 거니까.” “치료…말입니까?” “그래. 나는 섹스하는 도중 상대를 치료할 수 있는 스킬이 있거든.” “…그렇습니다.” 노골적으로 실망한 얼굴이다. 하긴, 기절한 후에 일어나보니 나랑 섹스하고 있었던 거다. 얘 입장에서는 기대할만하기도 했지. 이거 괜히 미안해지네.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말이야.” “…네. 말씀하십시오.” “너 아깐 어떻게 느낀 거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시무룩해져 있던 실비아는 내 질문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 그대로, 어떻게 느꼈냐고.” “그야 구원님과….” “하지만 난 아무 스킬도 안 썼는데.” “네?!” 실비아는 깜짝 놀란 표정이 됐다. 아무래도 실비아 본인 역시도 어떻게 느꼈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솔직히 나도 관심이 생겼다. 맘 같아서는 데리고 다니면서 제대로 조사하고 싶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러면 안 되겠지. 도와줄 게 아닌 이상, 여기서 그만 관심을 끊는 게 좋을 거다. “아무튼 몸이 괜찮아 졌으면 정리하고 나가자.” 나는 인벤토리에서 젖은 수건을 꺼내 실비아에게 건네주고, 스스로도 옷을 정리하고 나왔다. “끝났어.” 실비아가 아직 몸단장을 끝내지 않았을 때 내가 먼저 텐트 밖으로 나가자, 밖에서 안절부절 못하는 느낌으로 서있던 셋이 동시에 나에게 달려왔다. 그 사이에 마석을 분리하는 작업은 다 끝내놓은 건지, 방 한 편엔 마석과 아이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저거 다 팔면 돈 장난 아니겠네. “구원!” “전부 끝난 건가?” “수, 수고하셨어요. 저…실비아씨는 괜찮나요?” 명백히 일 치르고 나온 모습인 내게 신경이 쓰이면서도, 일부러 그쪽 언급은 하지 않고 실비아의 안부부터 묻는 얘들은 역시 천사다. “괜찮아. 완벽히 치료했어.” “그, 그렇군요. 다행이에요.” “한 때는 어찌되나 싶었는데.” “그러게 말일세. 이걸로 한시름 놓았구먼.” 하지만 완벽히 치료했다는 말은 실비아가 몇 번이나 절정에 달했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대답을 들은 셋의 표정은 미묘해졌지만, 그래도 안도하는 기색이 더 강했다. “정말이야. 솔직히 우리 레벨이면 직업 레벨이 조금 낮아도 2계층에서 위험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고생인지.” 나는 괜히 실비아 관련으로 얘들이 더 신경 쓰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너스레를 떨었다. “흠. 그거 말이네만. 이 몸 생각엔 아무래도 여긴 2계층이 아닌 것 같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처음 등장했던 몬스터들은 확실히 2계층 몬스터 수준이었지만, 깊이 오면 올수록 몬스터들이 강해지지 않았나? 그 몬스터들은 확실히 2계층의 수준을 뛰어넘고 있었네. 게다가 마지막에 등장했던 그 여왕개미. 그 몬스터는 2계층의 주인보다 훨씬 더 강한 것 같더군.” “그 말은 즉,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이미 3계층에 들어섰다는 말이야?” “아니, 그건 아닐세. 3계층은 여기와 기후가 완전히 다르네. 1계층과 2계층의 차이 이상으로 극심하게 말일세. 게다가 몬스터들이 2계층 수준은 확실히 아니었네만, 그렇다고 3계층의 몬스터라고 하기에는 조금 약했네. 굳이 분류하자면 여기는 2.5계층 이라고 봐야 될 걸세.” 과연 그런 건가. 하지만 납득이 되는 설명이었다. 여기는 뭔가 느낌이 던전 안의 던전이란 느낌이었고. 원래 그런 데는 다른 데보다 몬스터가 더 강하잖아? 그럼 혹시 여기도 게임처럼 뭔가 보상이 있는 거 아닐까? 보통 던전의 보스를 잡으면 뭔가 있는 법이잖아? 하지만 탐험을 더 하기에는 과연 시간이 너무 늦었다. 어차피 전부 소탕해서 공터가 된 거다. 탐색은 내일 이어서 해도 충분할 테니, 오늘은 그만 자는 게 좋겠지. “아무튼 탐색은 내일 이어서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여기서 야영하자.” 마을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다. 텐트를 몇 개 더 꺼내서 준비하고, 불침번 순서를 정한 후 오랜만에 야영을 했다. 그리고 다음 날,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탐색을 할 준비를 했다. 참고로 인벤토리에서 따끈따끈한 음식을 꺼내면서 힐끔 실비아의 눈치를 살폈지만, 실비아는 전혀 감탄한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나와 눈이 마주쳐서 부끄러워할 뿐이었다. 과연 귀족 영애. 아공간 주머니 같은 게 익숙한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우리가 향한 곳은 바로 여왕개미가 튀어나온 곳이었다. 무너진 벽 너머 건너편으로 가보니, 거기는 누가 봐도 보스 룸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이었다. 거대한 공간 이곳저곳에 깨진 알들이 산개해있고, 정면의 벽에는 거대한 마석이 반쯤 박힌 채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우와. 저건 또 뭐야. 무슨 마석이 저렇게 커?” 내 몸보다도 훨씬 더 큰 크기의 마석이었다. 저거 하나만 가져다 팔아도 평생먹고 살 수 있는 거 아닐까? “으음?” 하지만 디아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뭔가 문제 있어?” “마석에서 마력이 느껴지지 않네. 하지만 저렇게 빛나는데 마력이…잠깐만 기다려보게. 으앗!” 디아나는 마법사로서의 호기심이 발동됐는지, 급하게 마석으로 다가가려다가 바닥에 있는 깨진 알 껍질을 밟고 미끄러질 뻔 했다. 물론 그 전에 내가 멋지게 캐치했지만 말이다. 우리 예쁜 대마법사님한테 상처 하나 나게 놔둘까보냐. “엇차. 조심해. 안 그래도 여긴 발밑이 어지러우니까.” “으, 음. 그렇구먼. 그럼 업게!” 이 뻔뻔한 거 봐라.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 한다는 게 딱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지. “…응? 야. 너 도와줬더니….” “잊었는가? 자네는 이 몸이 원하면 언제든지 이 몸을 업어야 된다는 약속이 있었잖은가.” 그러고 보니 그랬다. 하여간 기억력도 좋아요.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에휴. 그래. 업혀라.” “불만족스러워 보이네만?” “아닙니다. 제가 어찌. 이렇게 저도 즐길 수 있는데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를 업고, 손을 뒤로 돌려 디아나의 귀여운 엉덩이를 가볍게 토닥였다. “히읏! 이, 이런 데서 무슨 짓인가!” “응? 조금 젖은 것 같은….” “그럴 리 없지 않나! 어서 마석에 가기나 하세!” 디아나는 내 머리를 토닥토닥 때리더니, 마석을 가리키며 외쳤다. 알았어. 나도 여기서 진짜로 그럴 기분이 들게 만들 생각은 없어. 디아나를 업고 마석으로 다가가자, 디아나는 다시 진지한 얼굴이 되어 마석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나한테 업힌 채로. 뭐, 상관없지만 말이야. 로브 너머로 말랑말랑한 디아나의 허벅지가 만져져서 오히려 이득 본 기분이다. 그나저나 진짜 엄청나게 크네. 이거 가지고 돌아가면 이제 정말로 평생 돈 벌 필요도 없는 거 아닐까? 아니, 그건 아닌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나는 이제 수명이 무한이었지. “어때?” “음…. 기묘하구먼. 마석이 이렇게 눈앞에 있는데도, 마나의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네. 아무래도 이렇게 잠깐 본다고 정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구먼.” “그래? 그럼 고민할 거 없이 그냥 가져가버리자. 가져가서 제대로 연구해보면 되지.” “으음. 아니, 그것도 불가능할 것 같네. 아무래도 이 마석은 던전을 이루는 핵 중 하나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구먼. 마나가 느껴지지 않으니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런 곳에 박혀 있다는 말은 그런 뜻이겠지.” “즉 다시 말하자면?” “이 마석을 억지로 벽에서 빼내려고 하면, 우리가 있는 이 공간 자체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는 말일세.” 뭐야 그거. 던전 마지막 방에는 보상이 있는 게 정석 아니야? 끝까지 트릭이라니. 만약 디아나가 없이 나 혼자 왔다면, 분명 저거 뽑고 땅속에 매장됐을 거다. “흠. 계속 보고 있어봐야 더 알 수 있는 것도 없겠군. 이건 내버려두고 주변이나 더 살펴보세.” “그래. 그럼 내려….” “뭔가 이 몸이 계속 업혀있는 게 불만인가?” “아니. 그럴 리가. 디아나라면 평생 업고 살 수 있어.” “흐, 흠. 당연하지 않은가.”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는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줬다. 어쩌면 얘가 나한테 업혀있고 싶어 하는 거, 그냥 단순히 머리 쓰다듬기 좋은 위치라 그런 거 아닐까? 평소엔 까치발을 하고 팔을 뻗어야 겨우 손이 내 머리에 닿는 키라서, 내가 숙여주지 않으면 제대로 쓰다듬지도 못하니 말이다. “잠깐, 디아나! 치사해요!” 하지만 이렇게 우리 둘이서만 노닥거리고 있는 걸 계속 지켜보고 있을 사라가 아니었다. 아까는 정말로 발밑이 어지럽기도 했고, 마석을 살펴본다는 대의명분도 있어서 조용히 있었던 것뿐이라는 듯이, 사라가 내 팔에 달라붙어왔다. “그래요. 구원씨. 저희도 조금 더 신경써주세요.” “헤헷. 물론이죠.” 천사님도 살며시 내 팔을 안아오면서, 조금 애교부리는 것 같은 말투로 말했다. 이런 말투로 말하는 천사님도 아름다우시다. “잠깐, 자네! 뭘 헤벌쭉하고 있는 겐가!” 어쩔 수 없잖아. 우리 천사님이 이러시면 남자란 생물은 다 이렇게 된다고. 그렇게 우리끼리 노닥거리는 모습을, 멀리서 실비아가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33==================== 새로운 동료 결국 디아나가 나한테 업히고, 사라와 레이아가 각각 양 팔에 달라붙은 상태에서 방 안을 조사하게 됐다. 사실 그래도 될 정도로 조사는 손쉽게 끝이 났다. 방 안에는 깨진 알의 조각들이 산란해 있을 뿐, 숨겨진 보물 같은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주목할 만한 것은 있었다. 거대한 마석이 박혀있는 곳을 처음에는 벽 양쪽으로 사람 두 명 정도가 나란히 들어갈 수 있을 크기의 틈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 벽 너머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벽 너머에는 넓은 공간이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여전히 사람 두 명 정도가 나란히 지나다닐 수 있을 넓이 정도의 통로가 반대편 틈까지 이어져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틈과 틈을 잇는 통로의 한 가운데에,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 있었다. “이거 역시 3계층으로 내려가는 길이겠지?” 역시 그 여왕개미도 계층의 주인 같은 종류였구나. 디아나의 말을 들어보면 모험자 길드에 알려진 루트의 2계층 주인보다는 훨씬 강한 모양이지만, 아무튼 그 여왕개미도 3계층으로 내려가는 길을 지키고 있었던 거다. 어째 난 다음 계층으로 넘어갈 때마다 비밀 루트로 가는 것 같네. “그래 보이는데? 어떻게 할 거야? 한 번 내려가 볼까?” 사라 얘는 겁도 없나. 어제 하마터면 큰일 날 뻔한 경험을 하고도, 어제 싸웠던 개미들보다 강한 몬스터들이 득실거릴 다음 계층으로 넘어가는 게 전혀 무섭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3계층이라고 해도 일반 몬스터는 병정개미보다 조금 더 강한 정도일 거고, 여왕개미 같은 놈이 득실거릴 리는 없긴 하지만. 하지만 그냥 가기엔 한 가지 사실이 걸렸다. “그야 물론…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냥 가도 될까?” “응? 무슨 뜻이야?” “2계층에 올 때도 갑자기 더워져서 고생했었잖아. 3계층은 그런 거 없겠어?” “왜 없겠나. 3계층은 온통 눈으로 뒤덮인 추운 곳이라네. 그래도 걱정 말게. 이 몸이 있으니 아무 문제없네.” 그러자 뒤에서 바로 디아나의 자신만만한 목소리가 들렸다. 등에 업혀있으니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디아나는 오랜만에 자신의 활약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내심 기쁜 모양이었다. 하긴 여왕개미랑 싸울 때는 체면을 구겼으니 더욱 그렇겠지. “역시 우리 대마법사님. 믿음직스럽다니까.” “흐잇!” 나는 디아나의 엉덩이를 가볍게 톡톡 때려주자, 곧바로 괴상야릇한 신음성과 함께 머리에 디아나의 꿀밤이 날아왔다. 어제 싸우면서 내구 250을 찍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더 안 아픈 것 같다. “야. 살살 때려. 손 다칠라.” “이, 이익! 무식하게 튼튼해서는! 자넨 돌 머리가 자랑인가!” 하하하. 자랑이다. 분하지? “야. 돌 머리라니. 난 머리만 단단한 게 아니라 온 몸이 단단하다고. 물론 제일 단단한 데는 아래에 달린….” “그럼 거길 공격해도 된다는 말인 겐가?” “죄송합니다.” 아무리 디아나의 공격이 약해도 거길 공격받긴 싫은 게 남자의 본능이다. 그렇게 쓸데없는 농담 따먹기를 하면서, 우리는 길을 따라 내려갔다. 개미굴이 이미 2계층보다 조금 아래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인지, 1계층에서 2계층으로 내려가는 통로보다는 조금 짧게 느껴지는 시점에서 우리는 통로의 끝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막혀있었지만 말이다. 통로의 끝은 새하얀 벽으로 가로막혀 더 이상 길이 이어져 있지 않았다. “막다른 길이네요.” 앞서가던 우리가 멈춰 서자 왜 그런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통로가 그리 넓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내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레이아가 뒤에서 까치발을 한 채 배꼼 얼굴을 내밀고 말했다. 젠장! 디아나를 업고 있지만 않았다면 등에 가슴이 닿았을 텐데! 아니, 가죽 갑옷을 입고 있으니 어차피 감촉은 느껴지지 않나. 역시 사람은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돼. 지금 만지고 있는 디아나의 말랑말랑한 허벅지 감촉이나 계속 즐기자. 아, 디아나의 허벅지가 레이아의 가슴보다 못하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만약 둘 다 즐길 수 있다면 둘 다 즐기고 싶다는 얘기일 뿐이야. “앗, 차가!” 나보다 앞장서서 걷고 있던 사라가 그 벽면에 살짝 손을 대보더니, 황급히 손을 땠다. 아무래도 이 하얀 벽은 눈인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주변 온도도 꽤나 내려간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눈에 막혀서 온도가 차단된 것 뿐, 이미 3계층에 도달해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떻게 할까? 더 이상 못 갈 것 같은데.” “무슨 소리인가? 사라양. 조금만 옆으로 비켜보게.”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내 어깨 너머로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주문을 외우지도, 허공에 마법진을 그리지도 않았는데 디아나의 손바닥 앞에 사람 머리통만한 화염구가 생성됐다. 오오. 이제 이 정도 영창 없이도 사용가능해진 거구나. 디아나는 여전히 내 어깨 너머에 손을 내민 채로, 화염구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화염구가 눈의 벽 쪽으로 다가가자, 근처의 눈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어떤가? 이걸로 갈 수 있게 됐다네.” “역시 디아나야. 잘했어.” “흐흠. 뭐 당연한 걸세.” 그러게 말하는 디아나는 말과는 다르게 상당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얘 정도 위치면 이런 말은 수도 없이 들었을 텐데. 그래도 기분 좋은 건 좋다는 건가? 아니면 내가 해줘서 그런 건가? 마음 같아서는 또 다시 엉덩이도 톡톡 쳐주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참기로 했다. 아무리 나라도 때와 장소는 구분할 줄 안다. 마법을 사용하는 중에 방해를 할 수는 없지. …저 화염구가 나한테 날아올지도 모를 일이고. 그렇게 디아나의 화염구로 눈을 녹이면서 전진을 시작했지만, 앞뒤좌우위아래가 전부 눈으로 뒤덮여 있는 건 아무래도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갑자기 눈이 무너져 내리면서 생매장되는 건 사양이다. 디아나도 그걸 알고 있는지, 길을 정면으로 뚫는 게 아니라 위쪽으로 비스듬하게 뚫어나갔다. 그렇게 5분정도 눈 속을 헤치며 나간 결과, 드디어 바깥 공기를 쬘 수 있었다. “추워!” 눈을 뚫고 나가자, 그동안 눈에 차단되어있던 3계층의 차가운 공기가 한 번에 밀어닥쳤다. 가죽갑옷을 뚫고 차가운 한기가 뼛속까지 강타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나마 나하고 사라는 나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천 옷을 입고 있는 디아나와 레이아는 죽을 맛이겠지. 특히 내 리퀘스트로 개조가 왕창 돼서 몸에 달라붙고 노출까지 생긴 레이아의 사제복은 이 추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거다. 레이아는 세모난 귀가 머리에 딱 붙도록 접고, 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그러면서도 싫은 소리 한 번 안 내는 게 역시 천사님다웠다. 딱딱딱딱. 그리고 우리 천사님보다 더 한 애가 한 명 있었다. 소리가 들리는 곳에 시선을 돌리니, 실비아가 이빨만 딱딱 부딪히면서 완전히 얼어붙어있었다. 호화로운 판금갑옷은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 듯, 갑옷에 서린 서리가 애처로워 보이기까지 했다. 비싸 보이는 갑옷인데, 이런 상황을 상정한 대책은 되어있지 않은 모양이다. 하긴 그러고 보니 대사제님과의 상식 수업에서, 이 나라는 1년 내내 기후가 온화하다고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굳이 갑옷에 방한 대책을 할 필요는 없었겠지. 내가 저 상황이었으면 당장 뒤로 돌아서 왔던 길을 되돌아갈 텐데. 이런 상황에서조차 나하고 있고 싶은 걸까? 아니, 그냥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것뿐인가? “디아나! 방한대책은?!” “이제 됐네.” 나도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디아나에게 외치듯 물어보자, 디아나는 곧바로 대답을 해줬다. 그리고 대답과 동시에, 디아나의 몸을 중심으로 화악하고 따뜻한 열기가 퍼져나갔다. “오, 오오!” 나는 뒤에 업고 있던 디아나를 얼른 앞으로 옮기고 꼬옥 끌어안았다. 귀엽게 생긴 생체 난로구나. 내가 그렇게 디아나를 껴안고 있자, 곧바로 레이아도 정면에서 디아나에게 달라붙어왔다. 역시 견실하게 참고 있긴 했어도, 춥긴 추웠던 모양이다. “으윽! 수, 숨이! 에에잇! 어서 그 가스…떨어지게! 달라붙지 않아도 제대로 춥지 않게 만들었네!” 왜 그렇게 레이아의 가슴을 적대하는 거냐. 너도 한 천년 후쯤엔 저렇게 될 거잖아. 자기도 미래엔 거유가 될 주제에, 레이아가 파티에 들어온 이후론 묘하게 거유를 적대하게 된 디아나였다. 이러다가 나중에 자기도 커지면 큰 가슴이 싫다면서 다시 전생해버리는 거 아닐까? 그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야지. “하지만 이러고 있는 편이 더 따뜻해요. 디아나씨도 따뜻하게 만들어 드릴게요.” 하지만 레이아는 한 발도 물러나지 않은 채, 디아나를 꼭 끌어안았다. 오히려 자신의 꼬리를 디아나의 몸에 감으면서, 더욱더 꼭 끌어안았다. 평소 레이아의 성격이라면 디아나가 이렇게 싫어하는 모습을 보고 바로 물러났겠지만, 방금 전의 추위가 어지간히 싫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레이아의 가슴은 디아나의 얼굴에 짓눌린 채 이리저리 형상을 바꿨다. 부럽다. 대신할 수 있다면 대신하고 싶다. “으, 으윽! 자, 자네가 어떻게 해보게!” 디아나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내게 부탁을 해왔다. 훗. 그런 얼굴로 부탁받으면 거절할 수 없지. “레이아. 그쯤 해둬. 그렇게 가슴을 밀어붙이고 싶으면 나한테….” “구원?” 조금 장난 친 것뿐인데, 곧바로 사라가 3계층의 기온만큼이나 차가운 눈빛으로 날 쏘아봤다. 하여간 농담이 안통해요. 그런 질투심 강한 점이 또 사라의 매력 포인트이긴 하지만. “저기 실비아를 봐. 아까 전까지만 해도 얼어있었는데, 지금은 녹아가고 있는 중이잖아. 디아나한테 떨어져도 괜찮을 거야.” “…네.” 레이아는 살짝 아쉬워하는 얼굴로 디아나에게서 떨어졌다. 그렇게 상황이 일단락되고, 겨우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은 커다란 언덕 위였다. 즉, 2계층으로 가는 통로는 이 눈으로 된 언덕의 아래쪽에 파묻혀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러니 아직까지 저 비밀 통로가 발견이 안 됐지. 2계층 때는 오크 주둔지의 한복판으로 이어져있더니, 3계층에선 눈 밑이냐. 정규루트가 아닌 쪽의 통로는 하나같이 위치가 변태 같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그걸 또 발견해버린 난 대체 얼마나 변태냐는 얘기가 되어버리나. 아무튼 2계층 때처럼 몬스터들의 주둔지 한복판에 위치하는 건 아닌 만큼, 이번이 그나마 나은 경우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돌아갈 때 다시 저 밑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싫은 기분이 되지만 말이다. “실비아도 괜찮아?”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결국 어제도 실비아와 섹스를 하게 됐던 거다. 괜히 눈치가 보였기 때문에, 사실 오늘은 하루 종일 실비아하고는 변변히 대화도 안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까지 아무 말도 안 건넬 수는 없지.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까까지만 해도 얼어있던 실비아는, 내가 말을 걸자 바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응이 이렇게 기특하니까 오늘 하루 종일 말 안 건 게 또 죄책감 생기네. 나는 그런 죄책감을 속이듯 바로 시선을 딴 데로 돌렸다. “디아나. 어때? 여기가 어딘지 알 것 같…아니다.” “뭔가. 그 반응은. 자네 이 몸을 무시하는 겐가? 2계층 때도 결국 이 몸이 말한 방향으로 가서 마을을 찾지 않았었나!” “오오. 그랬지. 역시 우리 대마법사님은 기억력도 좋으셔. 그럼 여기도 어딘지 알 것 같아?” “전혀 모르겠네!” 어쩌란 거야. 자랑스러운 듯이 가슴 내밀지 마라. 레이아랑 비교하면 있는지 티도 안 나는 수준인 주제에. 아니, 아무리 그래도 레이아하고 비교하면 불쌍한가. 좋아 인심 썼다. 지금부턴 실비아하고 비교해서 거유라고 불러주지. 물론 내 마음 속에서만 그렇게 부른다는 거다. 이런 걸 입 밖으로 냈다간 여기에서 쥐도 새도 모르게 매장될 거다. 나는 그렇게 혼자 결론을 짓고, 주변을 둘러봤다. 이리저리 지형이 굴곡지어있고,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도 간간이 보였다. 허허벌판이던 2계층과 비교하자면 장소를 구분하기 쉬워 보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2계층과 비교했을 때의 얘기다.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여 있는 만큼 3계층 역시도 위치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아보였다. “그럼 일단 조금 돌아다녀볼까? 주변에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 파악하면 대충이나마 위치를 특정 지을 수 있겠지.” 맵퍼가 아니라서 주변 풍경에 별로 신경을 안 써서 장소 구분을 못하는 것뿐이지, 디아나가 기억력 자체는 엄청나게 좋으니 말이다. 몬스터만 보면 대강의 위치정도는 바로 파악할 수 있을 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34==================== 새로운 동료 3계층은 이동하는 것마저 고역이었다. 발은 눈에 푹푹 빠지고, 계속 내리는 눈 때문에 시야는 좁아서 탐험하기엔 최악이었다. 2계층은 시야라도 넓어서 좋았는데. 만약 생체난로 디아나마저 없었다면 어땠을지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다른 놈들은 우리보다 환경도 열악할 텐데 잘도 이런 데를 모험할 생각이 드나보네. 그러고 보니 실비아는 괜찮은 건가? 나도 이렇게 발이 푹푹 빠지는데, 걘 판금 갑옷을 두르고 있잖아? 나는 뒤를 돌아 애들을 살펴봤다. 사라는 원래부터 가벼운 몸놀림을 살려서 눈 위에서도 미끄러지듯 자연스럽게 걷고 있었다. 마치 무협에서 말하는 답설무흔처럼 발자국도 거의 남기지 않고 있다. 진짜 용사라는 직업이 사기이긴 사기인 것 같다니까. 그리고 레이아도 의외로 눈 위를 사뿐사뿐 쉽게 걷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수인족이니 만큼, 의외로 신체능력이 좋은 것 같단 말이야. 디아나랑은 다르게,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서 거의 지치는 모습도 잘 못 보는 것 같다. 이미 직업레벨을 한계치까지 올려서, 스탯은 진즉에 최고치일 디아나는 지금도 내 등 뒤에 업혀있는데. 그리고 제일 걱정스러웠던 실비아도 의외로 고생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나보다 발이 덜 빠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비싸 보이는 갑옷인 만큼, 방한기능은 없어도 경량화는 완벽히 되어있다는 건가. 실비아는 이런 행군 중에도 여유로운 모양이다. 나와 시선을 마주치자 얼굴을 붉히고 흠칫하면서 시선을 피했다가, 이내 자기가 먼저 보고 있었던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용기를 내서 다시 나와 시선을 마주친다. 그리고는 새빨간 얼굴로 부끄러워하면서도 배시시 웃는다. 그러니까 귀여운 짓 하지 마라. 정들라. 나는 다시 시선을 정면으로 향했다. 고개를 돌리는 와중에 실비아의 표정이 시무룩해지는 게 보였지만, 신경 쓰지 않을 거다.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난 우리 애들만으로 충분하단 말이야! “그건 그렇고 안 나오네. 몬스터. 너무 추워서 다 얼어 죽었나. 인기척 하나 없네.” “흠. 이상하긴 하구먼. 슬슬 한두 마리쯤 보여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말일세. 이건 마치…앗.” “응? 왜 그래?” “다들 발밑을 조심하게!” 우르르르. 마치 디아나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디아나의 외침과 동시에 땅울림이 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발밑의 눈들이 무너져 파티의 진형이 무너진 순간, 땅 밑에서 놈이 몸을 드러냈다. 반투명한 재질로 이루어진 거대한 동체. 이른바 아이스 골렘이라는 녀석이었다. 그래. 이런 놈이 숨어 있으면 그야 인기척 같은 게 안 느껴지겠지. 거의 3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몸집이었다. 과연 3계층. 초입부터 몬스터들 스케일이 장난 아닌데? “설마 골렘이 있을 줄이야. 이 몸이라는 사람이 방심했네. 아무래도 이 몸들이 있는 곳은 3계층의 초입이 아닌 모양이구먼.” 아, 어쩐지. 초입이 아닌 건가. 걸으면서 들었던 얘기인데, 3계층은 1계층과 마찬가지로 아래를 향해 여러 층들이 이어져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즉 1계층으로 비유하자면 여긴 토끼들이 나오는 곳이 아니라, 고블린이나 오크가 등장하기 시작하는 곳 쯤 되는 모양이다. 개미굴에서 그다지 오래 내려오지 않았으니, 완전히 3계층 초입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긴 개미굴 자체도 가끔 아래로 이어지는 방들을 지나왔었으니, 3계층 중간과 이어져있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나. 예상외의 사태이기는 하지만, 겁먹을 건 없었다. 애초에 2.5 계층의 정도 난이도라는 개미굴을 하루 만에 보스까지 뚫고 온 우리들이다. 아무리 3계층이라고 해도, 고작 일반 몬스터 하나에 일일이 겁먹을 거라면 애초에 처음부터 내려오지도 않았다. 게다가 저렇게 약점이 훤히 보이는 녀석 상대로 겁먹을 필요가 없지. 얼음으로 이루어져 몸이 반투명한 만큼, 마석이 박혀있는 부분도 완전히 보였기 때문에 상대하긴 쉬워보였다. 예전에 내가 중성화 시켜줬던 늑대개들처럼, 마석부분만 공격하면 의외로 쉽게 처리가 될 거다. 쐐액! 사라도 나와 같은 마음인지, 내가 자세를 바로 잡기도 전에 먼저 일어나 일단 화살부터 한 발 날렸다. 하지만…. 투욱. 아무리 사라라고 해도, 마나도 싣지 않은 화살로 두꺼운 골렘의 몸통을 완전히 관통하는 건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사라의 화살은 마석에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는 수준에서 더 이상 박히지 않고 멈췄다. 저만큼이라도 박아 넣은 사라의 공격력이 대단한 건지, 아니면 대놓고 약점을 드러내놓고 있는 만큼 골렘의 방어력이 엄청난 건지. 아무튼 일단 어그로부터 끌자. 나는 등에 업힌 디아나를 사뿐히 내려놓고, 성자의 진심을 발동하면서 골렘에게 돌진했다. 그리고 놈과의 거리가 1미터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 잠깐. 이런 놈한테도 내 스킬이 통하나? 딱 보기에도 일단 감각기관 자체가 없어 보이는 놈이다. 아니, 애초에 생물도 아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절대로 성자 스킬이 통하지 않을 상대다. 하지만 난 성감대가 아예 없는 실비아도 느끼게 한 경험이 있다. 혹시 이런 놈에게도 통하는 거 아닐까? 통하든 통하지 않든, 일단 내가 어그로를 끌어야하는 건 변함이 없다. 게다가 이미 지척까지 다가온 거다. 일단 한 방 때리고 봐야지. 콰앙! 내 주먹과 골렘의 주먹이 서로 맞부딪히며 굉음을 만들어냈다. 나도 근력이 250이나 되는 만큼, 놈의 주먹이 쩌저적 하고 살짝 금이 갔다. 하지만 체급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놈은 한 발자국도 밀려나지 않은 반면, 나는 공중에 떠서 후방으로 거의 1미터쯤 날려져버렸다. 게다가 이거, 뼛속까지 시리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주먹을 부딪히는 순간, 뼈를 얼리는 것 같은 한기가 주먹을 타고 어깨까지 관통했다. 생명력 게이지를 보니, 병정개미에게 백번 이상은 물려야 입을 데미지를 한 번에 입었다. 아무리 그래도 일반 몬스터가 이정도 데미지는 이상하다. 내 내구가 250인데. 마법 공격이라면 또 모를까…앗. 그런가. 설마 이 녀석, 평타가 물리 데미지와 마법 데미지가 섞인 복합 공격인 건가. 까다로운 놈이네. 심지어 제일 까다로운 점은 그게 아니었다. 놈에게 입은 데미지는, 곧 이어 날아온 우리 천사님의 회복 마법으로 금방 회복될 수 있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놈에게 성자 스킬은 통하지 않았다. 내가 후방으로 날아간 사이에, 놈은 그대로 날 무시하고 후위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야! 나랑 놀다 말고 어디가!” 얼른 다시 놈에게 달라붙어 놈의 다리를 열심히 공격해봤지만, 놈은 내 주먹질보다 사라와 디아나의 공격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다리에 금이 가면서 점점 깨져가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놈은 거대한 몸을 계속해서 사라와 디아나 쪽으로 옮겨 거대한 주먹을 날렸다. 하지만 우리 파티에는 탱커가 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말씀! 어느 샌가 앞으로 튀어나온 실비아가 장식용 검처럼 보일만큼 호화로운 검을 들고 골렘의 주먹을 막아섰다. 게다가 심지어 실비아는 몸이 날아가지도 않았다. 나보다 덩치도 훨씬 작은 주제에. 역시 이 세계는 레벨이 전부인가. “잘 했어! 실비아!” 사실 골렘은 덩치만큼 움직임도 느려서, 실비아가 막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큰 피해는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라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피할 수 있을 거고, 디아나에게는 실드가 있으니 말이다. 레이아는 디아나의 뒤에 위치하고 있으니 걱정 없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비아의 행동을 칭찬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내 칭찬에 실비아는 일순간 배시시 웃으면서 날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무표정으로 골렘을 쳐다봤다. 일견 따분해 보이기까지 하는 무표정.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났을 땐 저런 표정이었지. 요즘 저런 표정 짓는 걸 하도 못 봐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실비아가 본격적으로 방어를 나섰다. 실비아도 역시 도발기 같은 건 없는지 골렘은 계속해서 사라나 디아나를 집중적으로 노렸지만, 그때마다 실비아가 한 발 앞서 막아내면서 훌륭히 탱킹을 수행해내고 있었다. 성자 스킬의 어그로 능력에 너무 익숙해져있던 나로서는 흉내내기 힘든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실비아가 막아서는 사이에 나와 사라는 계속해서 골렘의 몸을 공격했다. 내 주먹이 놈의 다리 한 쪽을 부수고, 사라의 화살이 놈의 양팔을 박살냈을 때, 드디어 뒤에서 영창을 마친 디아나의 강렬한 화염 마법이 골렘의 몸을 강타했다. 푸시시식. 아니, 강타했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군. 얼마나 힘을 준 건지, 놈의 몸은 화염 마법이 채 닿기 도 전에 녹아 내려서 그대로 마석만 남긴 채 물이 되어버렸다. “흠. 미안하네. 아무래도 온도 조절 마법과 이정도 위력의 공격 마법을 병행해서 사용하려면 아무래도 조금 시간이 걸려서 말일세.” 멋지게 마무리를 지은 디아나는, 그렇게 별거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오오. 오랜만에 대마법사님 같아. “아냐. 잘 했어. 실비아도 잘 했어.” “아, 아닙니다.” 실비아는 얼굴을 붉히고, 다시 시선을 피했다. 저러면서 또 내가 눈 돌리면 나만 빤히 쳐다보겠지? 저렇게 부끄러워하면서 스토킹할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한 걸까? “그래서, 디아나. 여기가 어딘지 좀 알 것 같아?” “음. 아무래도 3계층의 초입에서 세 층 정도 내려온 곳이라고 생각되네. 그것도 정규 루트와는 상당히 동떨어진 곳일세.” “3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은 어디에 있는데?” “이곳보다 아래층에 존재한다네. 아무래도 눈으로 무너지기 쉬운 곳에 설치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일세.” 그 말은 즉, 여기서 더 내려가면 바닥이 눈이 아니란 건가. 아무튼 여기가 정규 루트에서 멀리 떨어진 곳인 이상, 더 있어봐야 소용없을 것 같다. “그럼 일단 돌아갈까? 3계층을 더 돌아다니려면 준비를 좀 하고 와야 할 것 같아.” 처음부터 원정을 나오려고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인벤토리에 음식도 넉넉히 쌓아두지 않았다. 물론 만약을 대비해서 그럭저럭 며칠은 버틸 양이 있지만, 골렘 같이 먹을 수도 없는 놈들이 계속 튀어나오면 그것도 한계가 있겠지. 아니, 애초에 난 이제 딱히 던전을 탐험할 이유가 없단 말이야. 뭐 하러 위험을 감수하면서 던전을 돌아다니려고 하겠어. 그래서 우리는 결국 탐험을 중지하고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디아나의 마법으로 눈을 헤치고 개미굴로 돌아가서, 그곳을 통해 다시 2계층으로 빠져나간다. 그저 걷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개미굴에는 여전히 개미들이 조금씩 튀어나왔다. “전부 소탕했던 건 아닌 모양이네요.” “그러게. 하긴, 어지럽게 얽혀있는 방들을 전부 들러본 것도 아니니까.” “흠. 그러면 다시 올 때 또 그 여왕개미를 상대해야 될지도 모르겠구먼.” “응? 어차피 다시 와봤자 이쪽 통로는 정규 루트랑 멀리 떨어져 있잖아. 다시 오게?” “당연하지 않은가. 여왕개미가 있던 그 마석은 연구할 가치가 충분한 물건일세.” 아,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젠장. 귀찮아져서 한동안은 던전에 또 안 올 생각이었는데. 결국 또 던전에 와야 되는 건가. 디아나의 저 모습을 보면, 오랜만에 또 연구할 거리가 생겨서 그런지 의욕에 불타는 것 같았다. “어차피 내 스킬만 먹히면 네 한계도 뛰어넘을 수 있을 텐데.” 뭐, 먹힐지 먹히지 않을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론 안 먹힐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음? 그게 무슨 말인가?” “아, 미안. 말 안하고 있었지. 나 레벨 100 넘었어.” “뭐, 뭣이?! 그걸 왜 이제 말하는 겐가! 그, 그렇다는 말은?!” 디아나가 멱살을 잡을 기세로 내게 달려들었다. “그래. 내가 전에 말했던 스킬, 일단 배우긴 했어. 정말로 사용가능할지 어떨지는 둘째 치더라도 말이야.” “당장 시험해보게!” “자, 잠깐 진정해.” “지금 진정하게 생겼나! 자네 말을 믿는다면, 이 몸의 숙원이 이루어질지도 모를 일이란 말일세!” “야. 이것도 성자 스킬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그런데 여기서 쓰라고? 애들 다 보는 앞에서?” “으읏!” 역시 부정하고 있어도, 자기 특이 성벽에 대해 자각은 하고 있는 모양이다. 디아나는 당장 숙원을 이루고 싶다는 마음과, 여기서 성자 스킬에 느껴버리면 돌이킬 수 없어진다는 사실을 두고 심각하게 갈등하는 것 같았다. “으, 으으…그럼 오늘 밤에 꼭….” “오늘은 레이아 차례인데. 너 저번에 사라랑 할 때 난입해서 차례 지나 갔잖아.” “으으! 으으으!” 어쩌라고. 말을 해라 말을. 내가 심술궂게 말하자, 디아나는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 토닥대더니, 이내 포기하고 레이아 쪽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살짝 눈을 치켜뜨고, 최대한 귀엽고 깜찍한 표정을 지으려고 애쓰면서 입을 열었다. 익숙하지 않은 표정을 억지로 지으려고 하는 게 눈에 보였지만, 원판이 워낙 예쁘다보니 그런 모습마저 애교로 보인다. 역시 얼굴이 깡패로군. 그나저나 그런 표정 지을 거면 나한테나 좀 해줘라. “저…레이아양. 자네에게 꼭 좀 부탁할 것이 있네만….” “네. 말씀하세요. 저번에도 제 차례를 무시하고 구원씨를 납치했던 디아나씨.” 우와. 놀래라. 우리 천사님이 반격기를 날렸어. 하긴, 방문도 걸어 잠그고 그렇게 펑펑 울 정도였으니. 아무리 천사님이라도 앙금이 조금 남아있긴 했던 건가? “우우읏.” 반격기를 맞은 디아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눈물을 글썽였다. 그런 디아나의 모습을 보고, 레이아는 곧바로 곤란한 표정이 되어 당황스럽게 말을 이었다. “조, 조금 장난친 거예요. 울지 마세요.” “아, 안 울었네!” “차례를 바꿔달라고 말씀하고 싶으신 거죠? 네. 좋아요.” “저, 정말인가! 고맙네!” 야. 울다가 웃으면…아니, 거기에 털 나봤자 어차피 보게 될 건 나니까 더 말하지 말자. 우리 애들은 그런데 털 안 나! “아니에요. 참는 건 조금 힘들겠지만, 대신 저도 이틀간 구원씨를 독점할 수 있게 되니까요.” 역시 천사님은 천사님이셨다. 이걸로 디아나도 천사님의 위대함을 좀 깨달았겠지. “자, 그럼 얼른 돌아가세! 서두르게!” 디아나는 신이 나서 내 팔을 잡고 끌어당겼다. 이 장면을 조금만 비틀어서 해석해보면, 얼른 섹스하고 싶다고 조르는 디아나의 모습이 된다. 그렇게 생각하니 저렇게 신난 모습도 요망해보이기 시작했다. 크으. 내 발상력에 건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plepolipa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신왕일묘 // 네. 알고있습니다. 다만 전 사실 그런 세세한 부분도 현실 세계의 동물들과 완벽히 같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판타지 세계의 몬스터니까요. 그래도 일단 모기나 개미의 성별은 현실과 비슷하게 설정했는데, 성기 드랍 부분에서 그 사실을 유추할 수 있죠. 주인공은 전투 방식상 발정시킬 수 있는 수컷에게선 100% 확률로 성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모기떼 중에선 그 수많은 모기 중 성기를 드랍한 게 단 한 마리였고, 개미에게서는 아예 성기가 드랍되지 않았죠. 235==================== 사도 임명 개미굴에서 개미들의 잔당이 튀어나오기는 했지만, 어차피 그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심지어 초월종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다보니, 들어올 때와 달리 나갈 때는 상당히 편하게 빠져나갈 수 있었다. 사실 여왕개미에게 고생을 조금 해서 그렇지, 우리가 던전에 들어온 건 이제 겨우 이틀째다. 평소보다 훨씬 짧게 머물었던 셈이지만, 디아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텔레포트 쪽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자, 빨리 가게. 빨리. 자네 오늘따라 왜 그렇게 걸음이 느린가?” 우리가 누구 때문에 던전에 왔던 건데. 뭐, 디아나로선 평생 쫓았던 꿈이 이뤄질지도 모르는 상황인 거다. 이해는 충분히 되지만 말이야. 그렇게 이틀 만에 던전에서 다시 밖으로 돌아온 우리는, 곧장 저택으로 향했다. “흠. 그럼 이 몸들은 이만 실례하겠네. 미안하네만 저녁식사는 함께할 수 없을 지도 모르겠구먼. 그럼 좋은 밤 되게.”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디아나는 사라와 레이아를 돌아보고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내 소매를 이끌고 얼른 침실로 가자는 듯이 이끌기 시작했다. 좋은 밤 되라니. 지금 초저녁이다. 이것아. 게다가 저녁까지 안 먹어? 대체 얼마나 할 셈인 건데? 스킬 발동하는 건 한 번만 해도 충분하거든? 하여간 요망한 것 같으니라고. 나는 디아나가 소매를 잡고 이끄는데도,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물론 디아나가 이렇게 보채는 게 싫은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좋아 죽겠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게 있잖아? “실비아. 넌 언제까지 따라오려고?” 그랬다. 던전을 빠져나오고, 저택의 정문 앞까지 도착한 시점에서도 실비아는 우리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내가 말을 걸자, 실비아는 들켰다는 듯이 몸을 움찔 떨더니 살며시 시선을 피했다. “구원씨. 벌써 시간도 늦었잖아요. 이런 시간에 여자 혼자서 돌아다니게 하는 건 위험해요. 오늘은 그냥 실비아씨도 저택에 머무르게 하는 건 어떠세요?” 그 모습을 보고, 옆에서 천사님이 안쓰럽단 표정으로 천사님다운 말씀을 하셨다. 역시 레이아는 실비아의 처지를 자신과 동일시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실비아가 불쌍해 보이는 모양이다. 내 여자가 자신을 두둔해 줄지는 몰랐는지, 실비아는 감격에 찬 눈초리로 레이아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거 우리 천사님의 진가를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는데. 너무 유명해져서 넘보는 놈이 생기면 곤란한데. 물론 곤란해지는 건 내가 아니라 넘보는 놈의 생명이지만. 사실 레이아의 말에 태클 걸 게 한두 가지가 아니기는 했다. 일단 지금은 늦은 시간이라기엔 아직 해도 저물지 않은 초저녁이고, 무엇보다 저렇게 호화로운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님이 이 시간에 혼자 돌아다닌다고 위험할 리가 있나. 장담하는데 술에 취해 꽐라가 된 놈도 저 갑옷 앞에선 얌전해질 거다. 하지만 우리 천사님이 착한 마음씨로 그런 얘기를 하시는데, 그런 사소한 부분에 태클을 걸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나도 일단 말은 저렇게 했지만, 실비아를 내쫓을 생각은 없었다. 이틀간의 짧은 임시파티였다고는 해도 같이 고생한 사이 아닌가. 심지어 실비아는 우리 애들을 대신해서 큰 부상까지 입었었고. 마냥 매정하게 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사실 난 실비아의 처우를 두고 한 가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아직 결단을 내린 건 아니지만, 일단 오늘은 저택에 머무르게 하는 게 좋겠지. “그래. 그럼 방은….” “그런 건 바네사에게 말하면 알아서 할 걸세.” 디아나는 이제 내 뒤로 돌아와서 등을 떠밀기 시작했다. 너무 그렇게 보채지 마라. 괜히 더 놀리고 싶어지잖아. 뭐, 놀리는 건 조금 나중에 하기로 하고, 나는 일단 디아나에게 떠밀려서 침실로 향했다. “자, 그럼 뭘 어떻게 하면 되나?” “으음…. 잠깐만, 머릿속으로 정리 좀 하고. 우선 먼저 씻고 올래? 난 그동안 할 말을 정리하고 있을게.” “으음…. 그, 그런가….” 기대의 눈빛을 보내던 디아나는, 내 말에 살짝 시무룩해졌다. “미안. 미안. 한 번에 설명하기엔 조금 복잡해서 그래. 아니면 나랑 떨어지기 싫어서 그래? 같이 씻을까?” “음. 그러세.” 으, 응? 정말로? 예상과는 다르게, 디아나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엔 같이 씻자고 해도 그렇게 앙탈 부리면서 거부했던 주제에. 부끄러운 것보다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이 더 큰 건가. 아무렴 어때! 같이 씻을 수 있으면 나야 좋지! 물론 같이 씻게 된 건 기쁘지만, 그렇다고 해서 머릿속으로 정리해놓고 있지 않으면 또 디아나에게 구박을 들을 거다. 나는 욕실에 들어가 몸을 씻으면서, 일단 머릿속으로 어떻게 설명할지 정리를 하기로 했다. 얼른 정리하고 디아나와의 혼욕을 만끽해야지. 일단 내 예상이 맞는다고 한다면, 디아나는 100레벨의 제한을 풀고 그 다음의 상한선에 도달하게 된 거다. 레벨 제한을 푸는 방법은 항상 동일하다. 직업 레벨을 한계치까지 올리고, 그 직업에 관련된 스탯 역시 한계치까지 찍어서 전직을 하면 된다. 아마 디아나도 직업 레벨을 한계치까지 올리는 건 이미 마쳤을 거다.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얘기는 괜히 나오는 게 아닐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난 디아나의 지능이나 정신 스탯 중 어느 한 쪽이 한계치에 도달하지 못한 거라고 예상했다. 나처럼 보너스 스탯으로 스탯을 찍을 수 있는 게 아닌 이상, 이 세계 사람들이 스탯을 올리는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으니 말이다. 스탯과 관련된 행동을 통한 자연성장과, 직업 레벨을 올려서 얻을 수 있는 스탯. 둘 다 지금의 디아나로서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단 자연 성장은 스탯이 커지면 커질수록 성장하기 힘들어진다. 디아나가 몇 레벨 제한에 걸린 건지 정확히는 몰라도, 그쯤 되면 이미 자연 성장으로 스탯을 올리기는 불가능하다고 봐야할 거다. 그리고 직업 레벨을 올리는 것 역시, 이미 마법사 계통 직업 레벨을 한계까지 찍은 디아나로선 올리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내가 기대하는 게 바로 100레벨에 새로 찍은 스킬, 사도 임명이다. 게임마다 이름은 달랐지만, 이 스킬 역시도 그레이트 어스의 게임에는 단골로 등장했던 스킬 중 하나다. 여기서는 성자라는 직업에 걸맞게 스킬 이름이 사도 임명, 대상이 되는 사람을 사도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이 스킬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대상을 나에게 종속화 시키는 스킬이다. 다른 게임의 펫 시스템을 생각하면 더 이해하기 쉽겠지. 그렇게 나에게 종속된 npc는 그때부터 나 자신의 것을 보는 것과 마찬가지로 스탯 창이나 스킬 창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포인트를 분배해 관리도 할 수 있다. 게임으로 치면 진정한 동료가 되는 셈이다. 종속시키지 않은 캐릭터라고 해도 동료로 만들고 같이 싸울 수 있지만, 아무래도 스탯과 스킬을 내가 직접 관리하는 캐릭터들과는 성장 면이나 사용 가능한 전술 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사도 임명의 효과는 그뿐만이 아니다. 일단 스킬의 레벨에 따라서 나에게 종속된 모든 캐릭터들에게 추가로 보너스 스탯이 주어진다. 아무래도 고레벨 캐릭터들을 종속시킨 경우, 이미 성장이 거의 다 끝난 상황이라서 레벨을 올려 분배할 수 있는 보너스 스탯 자체가 적으니 말이다. 레벨이 한계치에 도달해서 아마 앞으로 분배할 보너스 스탯이 0에 가까울 디아나로서는 다행이 아닐 수 없는 효과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게 하나 남아있는데, 사도 임명의 스킬 레벨이 상승할수록 대상 캐릭터와의 속궁합이 좋아진다. 안 그래도 우리 애들은 명기중의 명기인데, 만약 여기서 속궁합이 더 좋아지면…크흐흐흐. 크흠. 나도 모르게 그만 경박한 웃음을 흘리고 말았군. 아무튼 이 사도 임명이라는 스킬을 통해서, 디아나를 한 번 더 전직시키고 레벨 제한을 풀 생각이라는 얘기다. 다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점이 있다. 우선 스킬 레벨. 당연한 얘기지만, 현재 내 사도 임명의 스킬 레벨은 고작 1이다. 즉, 얻을 수 있는 보너스 스탯도 1밖에 되지 않는다. 아무리 그래도 디아나가 겨우 스탯 1이 부족해서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전직을 못하고 있지는 않았겠지. 즉, 디아나를 전직시키려면 스킬 레벨을 더 올려야하고, 이 스킬의 레벨을 올리려면 사도 임명을 많이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내게 사도 후보라고는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밖에 없다. 만약 남은 스킬 포인트를 여기에 몽땅 투자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디아나를 전직할 수 있을 만큼 스킬 레벨이 충분할지 어떨지 모를 일이다. 그래도 이건 그나마 해결책이 있다. 바로 부족한 스탯과 관련 된 다른 직업을 가지게 하면 될 일이니 말이다. 세부 스탯의 개념이 없는 여기 사람들은 직업을 여러 개 가지는 것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맞는 말이기는 하다. 어차피 직업 하나만 쭉 파고들어도 평생 통달하기는 힘들 테니 말이다. 하지만 수명이 무한인 디아나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굳이 보너스 스탯을 늘리려고 노력하지 않더라도, 사도 임명을 통해 디아나의 정확한 스태이터스를 파악하고 관련 직업을 더 가지도록 조언을 하는 것만으로도 디아나의 전직에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스태이터스 운운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하나 남아있는데, 바로 스킬을 발동하기 위한 조건이다. 스킬 발동 방법 자체는 간단하다. 대상과 섹스를 해서 안에 한 발 싸고, 그대로 인장을 새기면 완료된다. 다만 섹스를 한다고 모두 사도로 임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사도 임명을 위해선 조건이 필요한데, 그 조건이란 게 바로…상대방의 호감도 100. 즉, 호감도가 최대치일 것이 바로 사도 임명을 발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그래. 그 호감도 맞다. 게임에서 히로인 공략이 얼마나 진행됐는지 손쉽게 알아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바로 그 호감도. 당연한 얘기지만, 게임이 아니라 현실인 이곳에서 호감도 수치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대로라면 애널라이즈의 레벨 1부터 호감도 자체는 보여야 정상이다. 하지만 내게 보이는 건 레벨과 직업 레벨뿐. 아무리 만능처럼 보이는 게임 시스템이라고 할지라도, 현실에서조차 감정이라는 애매한 것에 수치를 매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즉, 애초에 호감도 자체가 없는 이 현실 세계에서는 사도 임명이 발동 될지 안 될지도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발동되지 않을 거라는 데에 무게 추를 싣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현실에 적용하기엔 너무 애매한 개념이잖아? 사라나 디아나, 레이아 모두 게임이라면 호감도 100을 찍었을 정도로 날 좋아하고 있다는 건 믿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나같이 바보 같은 놈을 그렇게 믿고 따라줄 리가 없지. 하지만 아무리 얘들이 날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게임 시스템이 그걸 호감도 최대치로 인정할지 어떨지는 별개의 문제다. 좋아. 일단 생각은 정리됐군. 그럼 이제 디아나와의 혼욕을…. “다 씻었나? 그럼 나가세.” 머릿속으로 정리를 마치고 이제 목욕을 즐기려고 하니, 이미 디아나는 깨끗이 씻은 상태였다. 게다가 어느 샌가 나도 씻는 걸 마치고 있었다. 이런 젠장! 안 돼! 어떻게 잡은 기회였는데! 하지만 기대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디아나를 더 기다리게 만들 수도 없었다. 제길…다음 기회엔 꼭 저 파릇파릇 탱탱한 몸을 욕실에서 만끽해주겠어.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억지로 욕실을 나섰다. 그래. 우리 디아나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도 기회는 많을 거야. 지금은 지금 즐길 수 있는 걸 즐기자. 하지만 그 전에 앞서, 나는 디아나에게 설명부터 하기로 했다. 욕실에서 씻는 내내 그 생각을 한 만큼, 설명은 간단하고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었다. 게임 운운은 내가 설명하기 힘드니 빼놓고 말이다. 뭐, 우리 디아나는 똑똑하니까 알기 힘들게 설명해도 다 알아들었겠지만. “흠. 이해했네. 결국 그 사도 임명이라는 게 사용 가능한지 확인하려면 직접 시험해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구먼.” “뭐, 그렇게 되지.” “알겠네. 그럼 당장 시작하세.” “그 전에 일단 확인할 게 있어.” “또 뭔가?” “만약 이 스킬이 성공한다면, 넌 영원히 나한테 종속되는 거야. 그 각오는 돼있어?” 새삼스럽지만, 그래도 일단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말을 듣자마자, 디아나는 불쾌하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나에게 안겨들었다. 까치발을 해도 닿지 않는 내 입술에 닿기 위해 폴짝 점프를 해서 내 목에 팔을 두르고, 그대로 밀어붙이듯이 자신의 입술을 내 입술에 비벼왔다. 서로 욕실에서 막 나온 상태라서 둘 다 알몸인 상황. 덕분에 입술뿐만 아니라 전신에 디아나의 부드러운 감각이 그대로 전달됐다. “이제 와서 그런 질문에 대답해야할 필요를 못 느끼겠구먼. 아니면 이 이상의 증거가 필요한 겐가?” 하긴 키스를 통해 수명을 공유하게 된 애한테 새삼 그런 질문을 할 필요는 없었나. “아니. 미안. 내 생각이 좀 짧았어.” “알면 됐네. 알면. 그럼 시작하세나.”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동침 순서는 사라-디아나-레이아 였죠. 사라와 디아나가 한꺼번에 끝났으니, 레이아부터 시작해서 원래대로라면 순서가 레이아-사라-디아나-레이아 가 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디아나와 레이아가 순서를 바꿔서 디아나-사라-레이아-레이아가 된 거죠. 레이아가 이틀 독점하기 전에 사라가 하루 낀 겁니다. 사라 빼먹은 거 아니에요. 236==================== 사도 임명 디아나의 말을 듣고, 나는 디아나의 몸을 살짝 들었다가 그대로 땅에 내려줬다. 그리고는 의아해하는 그 얼굴을 보면서, 짓궂은 미소를 띠웠다. “그렇게 나랑 섹스하고 싶어?” “으읏. 또 뭘 하려고 그러는 겐가?” 디아나는 대충 앞으로 벌어질 일이 예상이 된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뭘 하기는. 별 거 아냐. 그냥 말이지, 섹스를 하려면 일단 내 물건이 커질 필요가 있잖아?” “무슨 소린가. 자네 물건은 이미…왜 작아져있는 겐가!” 그러니까 작다고 하지 마라. 서지 않은 상태라고 해라. 내 물건은 서기 전에도 크다고. 이거 남자한텐 민감한 문제란 말이다. 아무튼 디아나가 저렇게 외치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방금 디아나가 내게 찰싹 달라붙어서 키스를 할 때, 실은 빳빳하게 커져있는 상태였거든. 디아나도 자신의 복부에 내 물건의 감촉을 확실히 느꼈을 테니, 저런 반응을 보여도 이상하지 않지. 하지만 말이야, 디아나. 네가 한 가지 간과한 게 있어. 난 이래 봬도 마나 컨트롤을 꾸준하게 열심히 훈련해왔다. 이제 강해질 필요는 없다지만, 난 마나를 싸움보다 다른 때에 더 자주 쓰니까 말이다. 그렇게 노력을 거듭한 결과, 이제 모든 스킬을 마나 컨트롤만으로 사용 할 수 있게 됐다. 물론 게임 스킬을 사용하는 것처럼 쓰는 것만큼 간단히 쓸 수는 없었지만, 마나 컨트롤을 통한 스킬 사용은 그만큼 응용력이 뛰어나니 각자 장단점이 있다. 즉,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면, 되살아난 자존심 스킬을 반대로 응용해서 내 의지로 물건을 죽일 수도 있게 됐다는 말이다! 이게 펠리시아한테 끌려갔을 때부터 가능했다면 그때부터 있었던 수많은 사건들이 없던 일이 될 수 있었을 텐데. 뭐, 과거 일은 됐다. 중요한 건 현재지. “그런 고로 디아나. 세워줘.” “으으…자네란 남자는! 자네란 남자는! 이런 때마저 그러고 싶나?!” “무슨 소리야! 오히려 이런 때니까 이러고 싶은 거지!” 디아나가 날 매도했지만, 난 오히려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지금 급한 건 내가 아니라 디아나니까! 쓰레기 같다고? 뭘 새삼스럽게. 나 쓰레기 맞아! “어,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겐가….” “예로부터 왕자님을 일으켜 깨우는 건 공주님의 키스라고 정해져있는 거 아니겠어?” 성별이 바뀐 거 아니냐고? 세세한 거에 일일이 신경 쓰지 마. 내 말을 정확히 이해했는지, 디아는 살짝 눈을 치켜뜨고 날 노려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고 무릎을 꿇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해주는 디아나는 역시 최고라고 생각한다. “자네는 대체 이 몸의 키스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는 겐가.” 디아나는 무릎을 꿇고 아래를 향해 늘어져 있는 내 물건에 손을 가져다 대서 90도 각도로 세웠다. 그리고는 눈앞에 있는 내 물건을 잠깐 노려보더니, 불만스런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러고 나서 곧바로 내 물건 끝에 정말로 키스하듯 쪽하고 입을 맞췄다. “고마워.” 내가 부드럽게 디아나의 흐르는 것 같은 은발을 쓰다듬어주자, 디아나는 기분 좋다는 듯이 살짝 눈을 가늘게 떴다가 다시 물건을 노려봤다. “키스를 해도 일어나지 않네만.” “그러게. 왜 그럴까? 키스가 부족했던 거 아닐까?” “키스 한 번에 바로 일어나지 못하다니. 하여간 칠칠맞지 못한 건 주인과 꼭 닮은 녀석이로구먼.” 내 아들한테 너무 그러지 마라. 넌 곧 그 칠칠맞지 못한 녀석으로 실컷 울게…오오. 디아나는 곧이어 쪽쪽하고 계속해서 내 물건에 키스를 했다. 사실 디아나의 키스에는 남다른 의미가 담겨 있는 만큼, 이런 행위를 쉽게 허락해줄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역시 사라하고 같이 잤던 게 효과를 발휘하는 모양이다. 사라에게 보인다는 상황에 흥분해서 이미 한 번 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사라가 내걸 빠는 모습을 봤으니 경쟁심도 자극 됐을 거다. 디아나는 내 물건 끝에 쪽쪽하고 키스를 하면서도, 자신이 잘하고 있는 게 맞는지 불안한 듯 힐끔힐끔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안색을 살폈다. “괜찮아. 잘 하고 있어. 그래도 이왕이면 끝부분뿐만 아니라 물건 전체에 골고루 네 키스를 맛보게 해줄 수 있을까?” 나는 디아나의 머리에 가볍게 손을 얹고, 부드러운 은발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음. 이렇게 말인가?” 디아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내 물건 전체에 쪽쪽하고 키스를 이어나갔다. 위쪽이나 옆 부분은 물론, 물건을 직각으로 들어 내 배에 닿게 만들고 아래쪽까지 골고루 키스를 해줬다. 역시 머리가 좋은 애는 뭘 시켜도 알아서 응용까지 해가면서 잘 한다니까. “음. 흐응. 쪽. 흣. 쪽.” 키스를 하면서 디아나도 서서히 흥분되기 시작했는지, 이제는 중간 중간 달콤한 신음소리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아, 디아나. 거기서 혀를 내밀어봐.” 그리고 디아나의 키스가 내 물건의 아래쪽 기둥과 주머니가 맞닿는 뿌리 부분에 닿았을 때, 난 새로운 주문을 했다. “음? 이어케 마이가?” 혀 내민 상태에서 말하는 디아나도 귀엽다. “응. 그 상태로 혀를 대고 끝까지 쭉 핥아 올려줘.” “아아음. 쪽.” 디아나의 말랑말랑한 혀가 내 물건 아래쪽을 타고 쭉 올라오는 감각에 나는 허리가 움찔움찔 떨릴 정도로 쾌감을 맞봤다. 게다가 물건 끝까지 다 올라오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마무리로 키스까지 해주다니. 역시 디아나는 최고야. “이제야 커진 겐가. 처음부터 이렇게 할 걸 그랬구먼.” 디아나의 말대로, 방금 그 한 방에 내 물건은 최대 크기로 팽창되어 버렸다. 어쩔 수 없잖아. 되살아난 자존심을 사용할 때와는 마나의 흐름을 반대로 유지하면서 안 세우고 있었지만, 결국 그것도 다 내가 집중을 해야지 가능한 거라고. “그럼 준비는 끝난 것 같구먼.” 내 물건이 커졌으니 더는 해줄 필요가 없다는 듯이, 디아나는 곧장 일어나서는 침대에 가서 누웠다. 뭐, 봉사 받는 건 일단 이정도로 만족할까. 이 이상 지체하면 정말로 화낼 것 같고. 이번엔 내가 괴롭혀주기로 하자. “무슨 소리야. 준비는 나만 끝났지. 아직 네 준비가 남아 있잖아.” “이, 이 몸의 준비는 이미 끝났네.” 하지만 디아나는 예상외의 대답을 했다. 누워있는 디아나에게 다가가서 부끄러운 듯 오므리고 있는 다리를 살며시 벌려보자, 디아나의 귀여운 핑크빛 음부 사이로 이미 꿀물이 흐르고 있는 상태였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물론 분위기상 디아나도 흥분한 것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는…. 그때 문득 내 시야에 디아나의 꼼지락 거리는 손이 눈에 들어왔다. 티 나지 않게 최대한 조심히 꼼지락거리고 있지만, 딱 걸렸다. 그 손을 잡고 가까이서 보자, 애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디아나는 손에 묻은 애액을 이불에 닦아서 증거인멸 하려고 했던 모양이다. “이게 뭐야? 너 내거에 키스하는 도중에 자위했어?” “그, 그냥 일을 빨리 치르기 위해서 준비한 것뿐일세.” “그러니까 했다는 거네. 그 디아나가 말이지. 자위를 어떻게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순진무구했던 우리 디아나가 이제는….” “우으으읏! 자, 자네가 알려주지 않았는가!” “그럼 어디 한 번 얼마나 잘 하게 됐는지 검사해볼까? 지금 다시 한 번….” “아, 안 할 걸세! 어서 넣기나 하게!” 디아나는 들켜서 부끄럽다는 듯 새빨개진 얼굴로 외쳤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알았어. 그럼 디아나가 아까부터 계속 원하던 이걸 넣어줄게. 자, 어디에 넣어줬으면 하는지 알려줘.” 디아나는 내게서 시선을 피한 채로, 양 손을 자신의 가랑이쪽으로 내렸다. 그리고는 손가락을 가지런히 모은 채로, 손끝으로 자신의 음부 살을 잡고 양쪽으로 활짝 벌렸다. 뻐끔뻐끔 거리면서 꿀물을 내뱉고 있는 핑크빛 속살이 어서 넣어달라는 듯이 유혹하는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건을 디아나의 안쪽 끝까지 한 번에 삽입했다. “흐으으으읏!” “디아나, 사랑해!” “이, 흐응, 이 몸도 사랑하네! 으읍!” 나와 디아나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로를 끌어안고 입술을 맞췄다. 그렇게 몸이 완전히 밀착된 상태에서, 나는 허리를 위아래로 강하게 흔들었다. “흐읍! 흐응! 흡! 하음. 흣!” 디아나는 쾌락에 눈동자가 몽롱하게 풀어지면서도, 내 입술에 맞대고 있는 입술은 떼지 않았다. 오히려 떨어질 수 없다는 듯이, 다리를 내 허리에 휘감고 꽉 끌어안아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내 물건이 음부 안쪽을 이곳저곳 쑤실 때마다 디아나의 사지에서는 점점 힘이 빠져갔다. “아, 아, 아, 안 대! 키, 키스…으음.” 몸에서 힘이 빠지면서 나와 조금 떨어지자, 안타까운 신음성을 흘리면서도 다시 입술을 댈 수는 없어 어쩔 줄 몰라 하는 디아나. 나는 그런 디아나의 입술에 살며시 다시 입을 맞춰주고, 이번엔 내가 쪽쪽하고 디아나의 얼굴에 버드키스를 했다. 처음엔 입술에서 볼을 지나, 귓불로. 그리고 기다란 귀 끝까지. “흐아앙! 귀, 귀는 안대네! 거, 거기느으은!” 디아나의 귀에 후우하고 살짝 입김을 불어주자, 디아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절정에 달해버렸다. “먼저 느낀 거야? 스킬 발동 하려면 디아나가 아니라 내가 느껴야 하는데.” “미, 후응! 미안하네! 흐읏. 하, 하지만!” 아니, 딱히 미안해할 건 없는데. 네가 절정을 느꼈어도 난 계속 허리를 움직이는 중이니까. 지금처럼. “아, 잠, 기다, 또, 흐으으응!” 절정을 느끼는 와중에도 내가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자, 디아나는 양 손으로 이불을 꽉 말아 쥐고 고개를 좌우로 거세게 흔들면서 다시 한 번 몸을 세차게 떨었다. 쭉 뻗어져서 파르르 떨리는 양 다리가, 지금 디아나가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 같았다. “미, 미아, 미안하네!” 디아나는 그러면서도, 스스로도 허리를 움직여 주려고 꿈틀댔다. 몸에 힘이 풀려서 그다지 움직이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내 쾌감을 증가시켜주기 위해 노력하는 그 자세만으로 난 충분히 정신적 충족감을 맛볼 수 있었다. 게다가 연속된 절정으로 인해 평소보다 더 주름들을 밀어붙이며 오물오물 내 물건을 씹어오는 디아나의 명기가 내 사정감을 더더욱 이끌어냈다. 일단 한 번 쌀까. “디아나. 나도 쌀게!” “으, 으음! 와주게! 이, 이 몸도 다시…으으으읏!” 그리고 이번엔 나와 디아나가 동시에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사도 임명 스킬을 사용했다. 쾌락에 빠져있다고는 해도, 해야 할 건 잊지 않고 제대로 하는 게 바로 나란 남자다. 스킬을 사용하자, 내 눈 앞에 한 가지 문양이 떠올랐다. 안쪽에 복잡한 무늬가 그려져 있는 하트마크와 양 옆의 천사 날개. 내가 우리 클랜 문양으로 삼았던 바로 그 문양이다. “후웃. 후우. 후우. 어, 어떤가? 성공했는가?” 디아나도 그렇게 쾌락에 허덕였지만, 잊고 있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당연한가. “음. 우선 이 스킬을 사용하면 네 몸에 인장이 새겨지게 되거든. 디아나는 어디가 좋아?” “으음? 인장? 문신 같은 겐가?” “응. 뭐 그렇지. 아, 몸에 뭐 새기는 게 싫어도 걱정 마. 농도는 나중에도 마음대로 조절이 가능하거든. 완전히 투명하게 해서 보이지 않게 만들 수도 있어.” “그건 별로 신경 쓰지 않네. 아니, 오히려 보이는 게 좋겠구먼. 위치는…자네가 원하는 곳에 하게.” “그래? 그렇다면….” “흐읏!” 나는 한 손으로 디아나의 하복부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음…이쯤인가? 응. 맞네. 손끝에 느껴지는 감촉을 확인하고, 나는 곧장 그곳에 인장을 새겼다. 디아나의 매끈한 하복부, 정확히는 배꼽에서 몇 센티 정도 아래에 예의 문양이 새겨졌다. 농도는 일단 피부가 살짝 탄 정도로만 보일 정도로 옅게. 디아나는 보이는 게 좋다고 했지만, 이렇게 예쁜 피부에 진한 문양이 새겨지는 건 아까우니 말이야. 디아나의 요망만 없었다면 투명하게 하고 싶을 정도다. “흐으으으읏!” 그리고 인장이 새겨짐과 동시에, 디아나가 인장이 새겨진 하복부를 양손으로 끌어안고 몸을 떨면서 신음했다. “디, 디아나? 왜 그래? 아파?” “아, 후응! 아니, 이건…흐읏!” 디아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자신의 하복부를 끌어안은 채로 한참을 흐느꼈다. 내가 슬슬 힐링 섹스의 액티브 효과라도 발동시켜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디아나는 겨우 흐느낌을 멈추고 내 얼굴을 바라봤다. “미안해. 난 그렇게 아플 줄 몰랐어.” “아니. 전혀 아프지 않았네. 그저…너무 행복했네.” “행복해?” “음. 이 몸이 전부 자네에게 종속되는 것 같은…황홀한 감각이었네. 묻지 않아도 알겠군. 스킬은 성공한 게지?” “그래. 성공했어. 디아나 넌 이제 완전히 내꺼야.” 그렇게 말하고 나니, 슬슬 나도 실감이 됐다. 그 조건을 통과하고 스킬이 사용된 거다. 호감도 최대지. 게임이 아닌데도, 죽을 때까지 아니 죽어서도 오직 한 사람만을 바라보도록 프로그래밍 된 그 수치를 현실에서 통과한 거다. 디아나가 얼마나 날 사랑해주고 있는 건지 나로선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바보 같은 소리 말게. 키스를 한 순간부터 이 몸은 이미 자네의 것이었네.” 디아나의 행복해 보이는 미소가, 처음 만났던 전생 전의 그 모습보다도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37==================== 사도 임명 “그래서, 이제 자네에게는 이 몸의 스탯이라는 것이 보이는 겐가?” “아, 잠깐만 기다려.” 이름 : 다이애나 텔루나 종족 : 하이 엘프 2954 직업 : 마법사 86 / 모험가 86 레벨 : 86 생명 : 9300/9300 정기 : 17200/17200 근력 : 38 내구 : 42 민첩 : 83 체력 : 92 지력 : 250 정신 : 250 매력 : 250 보너스 스탯 : 1 상태 : 보통 참으로 극단적인 스탯이 아닐 수 없었다. 아무래도 전생이란 건 스탯 자체는 그대로 유지하는 모양이다. 한계치를 뛰어넘은 스탯은 제한에 걸려 250으로 감소되어 있는 것 같고. “디아나. 너 전생 전에 레벨이 몇이었어?” “500이었네. 지금까진 그것이 사람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한계치라고 알려진 레벨이었지. 애초에 도달한 사람도 이 몸 밖에 없고 말일세. 하지만 자네 말대로라면 그 이상도 올라갈 수 있다는 게지? 이 몸의 스탯을 보니 어떤가? 가능할 것 같나?” 500이라니. 디아나는 전직을 한 번은커녕 두 번이나 한 상태였다. 이 세계가 게임과 같다고 가정한다면 레벨 제한은 100, 250, 500에 한 번씩 있고, 최종 레벨은 999까지 올릴 수 있으니까. “음…그게 말이지, 잔뜩 기대하게 만들어 놓고 미안해. 아직은 알 수 없어.” “…음? 그게 무슨 말인가.” “일단 레벨을 250까지 찍어서 전직을 더 해야 얘기가 될 것 같아. 말했다시피 100레벨까지는 스탯을 250까지밖에 못 올리거든. 지금은 제한에 걸려서 지능 정신 매력이 전부 250으로 표시되는 바람에 어떤 스탯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 수가 없네.” “…그런가.” “그,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 마. 언젠가는 250 레벨에도 도달할 거고, 그러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거야. 조금 나중일이 되는 것뿐이지, 이렇게 사도 임명이 성공한 이상 확실하게 네 레벨 제한은 풀 수 있을 거야.” “후훗. 괜찮네. 실망하지 않았네. 이렇게 행복한 기분에 휩싸여있는데다가, 드디어 완벽한 실마리도 잡은 걸세. 실망할 리가 있겠는가. 오히려 이 몸이 답지 않게 너무 조바심을 낸 것 같아서 미안하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하복부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그러고 보니 이 문양…클랜의 마크와 같은 문양으로 보이네만.” “맞아. 실은 이거 생각하고 만든 거야.” “한 마디로 자네는 클랜 문양을 장비에 새기고 돌아다닐 이 몸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었다는 얘기로구먼.” “아니, 그냥 떠오르는 문양이 그거밖에 없어서…미안. 실은 조금 그런 기분을 내기도 했어.” “사과할게 뭐 있겠나. 굳이 클랜 마크라고 얘기하지 않더라도, 자네가 말하면 이런 문양정도는 언제든지 새겨줄 수 있었을 걸세.”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머리에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줬다. 오랜만에 느끼는 디아나의 연상 같은 모습이다. 평소에는 조금 애같이 굴기도 할 때도 있지만, 역시 2954살은 달라. 제대로 연상다워야 할 땐 연상답게 행동해준다니까. “그런데 색이 이래서야 잘 표시도 나지 않는구먼. 조금 태운 정도 아닌가. 자네는 이 정도로 괜찮겠는가?” “응. 괜찮아. 오히려 아예 안보이게 설정하고 싶을 정도야. 디아나의 깨끗한 피부에 흔적이 남는 건 싫어서 말이야. 아예 지금이라도 안보이게 설정해줄까? 말만 해. 언제든지 바꿀 수 있으니까.” “아니. 이대로 남겨주게. 자네의 것이 됐다는 표식을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구먼.”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인장을 어루만지는 디아나의 손 위에, 나도 내 손을 겹쳐 올렸다. 그러자 디아나가 행복한 표정으로 갑자기 기습적인 질문을 했다. “그러고 보니 왜 여기에 남긴 겐가?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겐가?” “응? 아, 아니! 딱히 특별한 이유는 없어! 정말이야!” 여기게 새긴 이유라니.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 분위기에서 말하면 혼날 거라는 건 확실히 알았다. “…말 하게.” “저, 정말이라니까?” “화 안 낼 테니 말 해보게.” “…정말로?” “음.” “그냥 네가 제일 잘 느끼는 데가 여기니까. 봐봐. 지금 이렇게 살짝 눌러보면 내 물건 끝이 만져….” “자넨 정말 바보인가아아아!” 역시 화내잖아. “어쩔 수 없잖아! 우리 섹스 중이었다고! 섹스하는 중에 인장을 새기라면 그런 곳밖에 생각 안 나는 건 어쩔 수 없잖아! 그리고 실용적인 측면도 있다고! 봐! 이제 이렇게 간단히 인장이 보이는 곳을 찔러주면!” “흐이이잇! 우, 움직이지 말게! 자네 지금 혼나는 중일세!” 한 번 싸기는 했지만 우리는 여전히 물건을 뽑지 않고 연결된 상태였다. 내가 가볍게 허리를 움직여 물건 끝으로 인장이 새겨진 부위를 배 안에서 누르듯 자극하자, 디아나가 몸을 파르르 떨면서 신음했다. 사도 임명에 서로의 속궁합도 상승 시켜주는 효과가 있어서 그런 건지, 미묘하게 아까보다 반응이 더 좋은 것 같기도 했다. “흐읏! 머, 멈추라고 하지 않았나!” “그리고, 굳이 그런 이유만 있는 게 아니야. 난 디아나의 이 매끈한 복부도 좋아한다고. 어떻게 이렇게 군살하나 없을 수 있는 건지. 2954살 먹을 동안 자연 성장으로 근력 내구 민첩이 전부 100이 안 된다는 건 평생 운동과는 담쌓고 살았다는 소리일 텐데. 아, 그래도 매력이 한계치에 걸릴 만큼 높으니 그 영향인가.” “…잠깐 기다려보게.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응? 아, 디아나 너 지력이나 정신뿐만 아니라 매력도 한계치를 넘었는지 250이더라. 역시 디아나야. 관련 직업도 없는데 이런 매력 수치라니. 예뻐 죽겠다니까.” “고, 고맙…아니 그게 아닐세! 그 전에 뭐라고 했나?!” “응? 근력 내구 민첩이 전부 100이 안 된다는 거? 신경 쓰지 마. 마법사니까 그럴 수도….” “그 전에 말일세!” “응? 그 전에? 2954살 먹을 동안 자연 성장으로….” “나, 나, 나, 나이는 어떻게 아는 겐가아아아!” “아니, 그게, 이것도 스탯창에 다 나와있….” “잊게! 잊어버리게! 자네는 못 본 걸세!” “으악! 야! 눈 찌르지 마! 그런다고 안 보이는 거 아니거든?! 괜찮다니까. 네가 나보다 나이가 2천살 넘게 더 많아도….” “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 “알았어! 미안해! 다 까먹었어! 난 아무것도 몰라! 우리 디아나는 액면가 그대로 파릇파릇해!” 더 이상 얘기하면 디아나의 멘탈이 완전히 파괴될 것 같아서, 나는 어쩔 수 없이 소리쳤다. 어차피 나이 많은 건 알고 있었는데. 뭘 이제 와서 그러는지. 아무래도 구체적인 숫자가 언급되는 건 싫은 모양이다. 나이가 2천…아니 거의 3천살 가까이 차이 난다고 해도, 난 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다. 만약 나이가 한 2, 30 살 차이가 났으면 신경 쓰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3천살이라니. 너무 많아서 오히려 실감도 안 된다. “으으으…으으으으으….” 지금도 멘탈에 상당히 데미지를 입은 듯, 디아나는 이불을 뒤집어써서 얼굴을 가리고 신음했다. “왜 그렇게 신경을 써? 난 전혀 신경 안 쓴다니까 그러네.” “으으…거짓말일세. 실은 속으로 할망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지?!” 자기가 예쁘단 걸 확실히 자각하고 있고, 언제나 자신만만한 디아나가 이런 발언까지 하다니. 나이가 발각된 게 어지간히 쇼크였던 모양이다. “야. 생각을 해봐. 내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아직도 네 안에서 이렇게 커져있겠어?” “으으. 자네는 스킬로…히약! 으읍. 으음. 츄릅. 하음.” “정말 내가 그런 놈으로 보여? 날 못 믿겠어?” “…믿네.” 나는 이불을 걷고 디아나에게 진하게 키스를 해준 후에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키스를 마친 디아나는 몽롱한 표정이 되어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드디어 내가 진심이라고 이해해준 모양이다. 하여간 손이 많이 가는 애라니까. “그래. 그러니까 네가 2…아무튼 전혀 신경 쓸 거 없어. 넌 그냥 나한테는 사랑스러운 디아나야.” 역시 직접 숫자를 언급하는 게 문제인가. 2라고 말하자마자 디아나가 다시 울먹이는 표정이 돼서, 나는 바로 말을 바꿨다. “그러니까 그런 쓸데없는 거에 신경 쓰지 말고, 즐기자고.” “흐읏! 자, 자네는 항상 좋은 분위기에….” “무슨 소리야. 이건 널 위해서라고. 아무리 시간이 해결해준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레벨을 꾸준히 올릴 때 얘기지.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하지 않으면 언제 레벨 250을 찍겠어.” 게다가 디아나의 속살이 아까부터 계속 내 물건에 조금의 빈틈도 없이 완벽히 밀착하여 꾹꾹 자극하는 바람에, 참고 있기 정말 힘들었다. 이것도 다 사도 임명 덕분에 속궁합이 더 좋아져서 그런 거라고. 아니, 그런 거랑 상관없이 그냥 디아나가 명기라서 그런 건가. 나는 디아나의 하복부에 새겨진 인장에 손을 얹고, 물건으로 그 손을 찌르려는 듯이 디아나의 안쪽을 찔러 올렸다. “어때? 역시 여길 찔러주니까 좋지? 이젠 눈으로 보이게 위치도 표시해놨으니까 더 잘 찌를 수 있어.” “흐읏! 바, 바보! 히읏! 하앙!” “그러고 보니 너 목욕할 때 메이드들 시중도 들지? 메이드들도 이 인장을 보면, 이제 네가 제일 느끼는 곳이 어딘지 다 알겠네? 자기 성감대를 표시하고 다니는 변태 주인님이라고 뒤에서 소근 댈지도.” 뭐 마법사뿐만 아니라 저택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다들 디아나를 엄청나게 존경하는 모양이니, 그럴 일은 절대 없겠지만. “아, 안…! 하으으응!” 하지만 디아나는 그만 그런 상상을 해버리고 말았나보다. 디아나는 세차게 도리질을 치면서, 양 손으로 하복부의 인장을 가리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여간 얘도 참 변태라니까. “왜 가리는 거야? 더 잘 보여줘. 네가 날 좋아한다는 증거잖아?” “흐읏! 하, 하지만! 하읏! 흐응!” “역시 네 말대로 조금 더 진하게 만들어줄까?” “아, 안 돼네! 흐응! 그, 그건!” “왜? 갑자기 부끄러워졌어? 내 거라는 표식이 부끄러워?” “흐윽! 바, 바보! 그런 게 아니란 거 알잖나!” 내가 계속 짓궂게 질문하자, 디아나는 거의 울먹이는 표정이 되어 말했다. 미안해. 디아나. 너랑 하면 왠지 괴롭히고 싶어지거든. 하지만 아무래도 이제 그만 해야겠지? 더 괴롭히면 진짜로 울 것 같다. 내가 디아나를 괴롭히고 싶어지는 건 어디까지나 디아나의 반응이 귀여워서 그런 거지, 우는 모습이 보고 싶은 건 아니니까. “지, 진하게 하게!” 하지만 디아나는 거기서 대화를 더 이어갔다. 아오. 진짜 왜 그러니. 그만 괴롭히려고 해도 자기가 더 괴롭혀달라고 보채는 꼴이네. “정말로? 다른 사람들이 네 최고 성감대를 보게 될 지도 모르는데?” “흐으으으으응! 사, 상관, 흣, 없네!” 디아나는 그렇게 외치면서 결국 절정에 달해버렸다. 노출증을 말로 조금 자극해준다고 절정에 달해버리는 디아나는 역시 최고로 귀엽고 예쁘다. “상관없어? 왜? 생각해보니 그게 더 좋을 것 같아? 남한테 보이면 느끼는 변태씨?” “흐읏! 그, 그런 거…! 그런 것보다 이 몸이 자네 것이란 걸 알릴 수 있다는 게 더 행복하네!” 야. 그렇게 기특한 말을 해 버리면 내가 더 괴롭힐 수 없게 되어 버리잖아. 왜 이렇게 기특한 거야. “디아나! 사랑해!” “흐읏! 이, 이 몸도 사랑하네!” 나는 앉은 자세로 디아나의 상체를 끌어올려서 내 위에 앉은 자세로 만들고, 진하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우리는 디아나의 레벨 250을 위해 그날 밤새 서로의 몸을 탐했다. “아침이네.” “…그렇구먼.” 밤새 나한테 시달려서 마지막엔 거의 탈진한 상태로 나에게 안긴 디아나가, 축 늘어져서 내 가슴에 기댄 채 대답했다. “슬슬 아침 먹을 준비 해야겠지?” “…안 되네. 조금 더 이러고 있게.” “웬일이야? 응석도 부리고. 밤새 안겨놓고도 부족해?” “레이아양과 차례를 바꿨으니, 이제 다시 이 몸의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한참 걸릴 것 아닌가. 적어도 오늘은 아슬아슬할 때까지 이러고 있고 싶네.” “그러자 그럼.” 귀엽게 애교를 부리는 디아나의 모습에, 나는 디아나를 끌어안고 그대로 벌러덩 침대에 누웠다. “그러고 보니 디아나. 이제 네가 더 성장할 수 있는 단서는 완벽히 잡은 거잖아. 그런데 던전에서 본 그 마석 조사하러 갈 거야?” “당연한 것 아닌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걸세. 마법의 연구는 끝이 없는 법이라네. 이건 순전히 이 몸이 감이네만, 그 마석을 연구하면 뭔가 엄청난 걸 알아낼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드네.” 아무래도 디아나는 던전에 다닐 이유가 생겨버린 모양이다. 뭐, 그건 상관없다. 전에는 사라를 위해 던전에 다녔던 거, 이번엔 디아나를 위해 다닌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하지만, 역시 계속 던전을 다니자면 생각해야할 것이 있었다. 그래. 역시 그러는 게 좋겠지. 나는 머릿속으로 계속 날 향해 뜨거운 시선을 보내던 스토커를 떠올리고, 한 가지 결심을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38==================== 사도 임명 “아,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결국 우리는 바네사가 부르러 올 때까지 계속 침대에 누워서 노닥거리다가, 겨우 식사를 하러 내려왔다. 식당에는 사라와 레이아, 그리고 실비아가 이미 자리에 앉아있었다. 실비아는 나와 아침부터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게 상당히 어색한 듯, 얼굴을 붉히고 거의 소리치듯이 외쳤다. “구원씨, 디아나씨. 안녕히 주무셨어요?” “좋은 아침이야. 디아나도 좋은 아침이에요. 그 얼굴을 보면 하려던 일은 잘 풀린 모양이네요.” “음. 알겠는가?” 디아나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가슴을 쭉 폈다. 기분 탓인지 살짝 허리도 내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설마 인장을 자랑하고 싶은 건가. 그만 둬라. 물론 사도 임명 스킬이 성공한 건 나도 무척이나 기쁘지만, 그 인장이 자랑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니잖아? 사실 인장은 덤 같은 거라서, 진하기뿐만 아니라 위치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난 그대로 디아나의 하복부에서 옮기지 않았다. 할 땐 즉석에서 그냥 생각해낸 발상이지만, 저 위치 좋지 않아? 디아나의 변태 성벽 자극하기도 좋고. 식사를 하는 내내, 실비아의 시선이 계속해서 느껴졌다. 하지만 정작 내가 마주보면 시선을 피했다. 솔직히 말해서 귀엽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로, 역시 얘가 적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비아.” “콜록! 네, 넵! 안 쳐다보겠습니다!” “아니. 뭐, 봐도 상관없어. 닳는 것도 아니고. 그보다 너 밥 먹고 바로 돌아가지 말고, 잠깐 저택에 있어줄 수 있어?” “네, 넷? 괜찮겠습니까?” 만약이란 게 있으니 일단 물어봤지만, 역시나 실비아는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래. 그리고 얘들아. 밥 먹고 할 얘기가 있어.” “할 얘기?” 다들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고 날 쳐다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쫄렸다. 분명 욕먹겠지. 어떤 의미로든 욕은 먹을 거다. 내가 생각해도 완벽히 이기적인 행동이니까. 하지만 설령 이기적인 놈이라고 욕을 먹더라도, 난 이미 결심을 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난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를 데리고 내 방으로 갔다. 참고로 실비아는 일단 옆방에 대기시켜놨다. “할 말이라니.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 “응. 그게 말인데, 우리 앞으로도 계속 던전에 다닐 거잖아?” “음. 그게 어쨌다는 건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실비아를 서브 탱커로 우리 클랜에 넣고 싶어.” “뭐? 구원 당신….” “하, 하지만 클랜 마크는…!” “어머….” 역시나 셋 다 복잡한 표정이 됐다. 디아나는 우리 클랜 마크의 기원이 뭔지 알게된 만큼, 다른 의미에서 반발을 하게 된 모양이지만. “어떻게 들릴지는 잘 알아. 하지만 이번에 던전을 다녀오면서 서브 탱커의 존재를 실감했어. 아마 실비아가 없었더라면 너희 누구 중 하나는 크게 다쳤을지도 몰라. 게다가 골렘처럼 내 성자 스킬이 먹히지 않는 놈들이 더 등장할 수도 있잖아. 그런 놈들 상대론 오히려 실비아가 나보다 더 탱킹을 잘 하잖아. 역시 서브 탱커는 필요해.” “하, 하지만 자네! 우리 클랜에 들어온 다는 건 이 문양을 새긴 다는 거고…!” “아, 오해하지 마.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나한텐 어디까지나 너희가 최고야. 실비아를 내 여자로 삼거나 그럴 생각은 없어. 솔직히 저번처럼 불가피한 상황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니, 앞으로 실비아하고 섹스를 전혀 안 할 거라곤 말 못하겠어. 하지만 그런 때가 아니라면 관계는 철저하게 던전을 같이 다니는 동료로서만 유지할 생각이야. 이기적인 말이란 건 알지만….” “하지만 실비아씨가 구원에게 원하는 건 쾌락이잖아? 그런 조건으로 우리 클랜에 들어오려고 할까?” “내 자만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 얼굴만이라도 보고 싶다면서 스토킹까지 했던 애잖아? 그냥 계속 곁에서 보게 해줄 테니까 따라 다니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구원씨, 하지만 그건 너무….” “그래. 실비아한테는 너무 잔인한 일이겠지. 게다가 한 번 거절했던 애를 이번엔 필요하다고 데리고 다니려는 거니, 염치도 없는 짓이고. 하지만 난 그 무엇보다도 너희 안전이 더 중요해. 앞으로도 계속 던전에 갈 거라면 실비아의 존재는 반드시 필요해. 미안한 얘기지만 이용할 수 있다면 이용해주겠어.” 내가 굳은 목소리로 말하자, 다들 고민하는 얼굴로 말이 없어졌다. 그리고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사라였다. “난 반대야.” “미안. 사라. 네가 반대하더라도 난 강행해야겠어. 너희가 위험에 처하는 것 보단….” “내가 좋아하는 남자는 남의 감정을 이용해서 사리사욕만 채우는 남자가 아니야. 난 우리를 위해서라는 이유로 내 남자가 그런 사람이 되는 거 싫어.” “하지만 사라야….” “그러니까!” 사라는 내 말을 끊으면서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니까 실비아씨를 안아도 돼.” “뭐?” “실비아씨가 원하는 건 그거잖아? 일방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서로 원하는 걸 챙기는 관계가 되라는 말이야. 어차피 구원 태도를 보면, 그 정도로 나에 대한 마음이 변하진 않을 거라고 믿으니까.” “저도 사라씨하고 같은 생각이에요. 구원씨 말대로 실비아씨를 대하는 건, 실비아씨가 너무 불쌍해요.” 이어서 레이아도 내 손을 잡고, 자신의 가슴팍에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음. 어차피 자네는 이 몸들에게 푹 빠져있으니 말일세. 고작 육체관계로 마음이 흔들리지는 않을 거라고 믿네. 그러니 이 몸도 육체관계 정도는 허락하지.” 마지막으로 디아나가 자신의 하복부에 가만히 손을 얹고 말했다. “너, 너희들…!” “앗! 그렇다고 착각하지 마! 어디까지나 우리 차례는 다 지키면서 틈날 때 가끔씩 이라면 해도 된다는 얘기니까! 그리고 구원이 우릴 배신하지 않을 거라고 믿으니까 허락해주는 거야!” “응. 당연하지. 난 너희만 있으면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 없어!” 이렇게까지 믿어주는데 내가 어떻게 배신을 할 수 있겠어. 나는 감격해서 눈앞에 있는 사라를 꼭 끌어안았다. 이런 애들한테 사랑받다니. 난 정말 복에 겨운 놈이야. “절대 잊지 마. 배신하면 용서 안 할 테니까. 본처는 어디까지나 나야.” 사라가 내게 안긴 채로 다짐을 하듯 속삭였다. “자네는 혼란을 틈타 무슨 얘기를 하는 건가! 본처는 이 몸일세!” 그리고 바로 디아나가 항의를 했다. 아니, 그러니까 그냥 사이좋게 너희 다 본처 하면 안 되니? “흥. 디아나가 아무리 그래봤자 결국 처음 만난 건 저에요.” “훗. 고작 그런 이유로 본처를 자칭하는 겐가?” 평소라면 저 말에 순서는 상관없다고 외쳤을 디아나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오히려 여유로운 표정을 짓고, 갑자기 자기 치맛자락을 높이 들어올렸다. 물론 갑자기 노출증이 심각해져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디아나는 치마 자락을 들어올리고, 자신의 하복부에 그려진 문양을 가리켰다. “보게! 먼저 만난 사람은 자네라고 할지라도, 결국 증표를 먼저 받은 건 이 몸일세! 자네 몸에는 이런 것이 있는가?!” 아침부터 자랑하고 싶어 하는 것 같더라니, 결국 저지르는 군. 너 팬티 다 보인다. “…구원. 설명해줄 수 있지?” 자기 치마를 들치고 속옷까지 보여주면서 한 디아나의 도발은, 옆에서 보기엔 살짝 바보같이 보였지만 사라에게는 제대로 먹힌 모양이었다. 사라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 채 내 얼굴을 쳐다봤다. 기분 탓인지, 옆에 있는 레이아도 내 손을 끌어안고 있는 힘이 더 강해진 것 같았다. “아니 그게….” “호감도라고 불리는, 사랑하는 마음의 지표가 최대치에 달했을 때에야 사용 가능한 스킬이 성공한 흔적일세! 이 몸은 이 자와 완벽하게 마음이 통했음을 증명한 걸세!” “야. 넌 좀 조용히 해봐라. 이 노출광아. 자기 최고 성감대를 남한테 보여주면서 뭘 자랑스럽게 떠들고 있냐. 변태 같으니라고.” “흐아아아앗! 그, 그런 거 아닐세!” 내 말에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치마를 황급히 내렸다. 역시 승리감에 취해서 잠깐 거기까지는 생각이 못 미쳤던 모양이다. 디아나를 간단하게 침묵시키고, 나는 사라를 쳐다봤다. “그냥 디아나의 한계를 뛰어넘는데 필요한 스킬이 그거라 제일 먼저 디아나한테 쓴 것뿐이야. 순서가 무슨 상관이 있겠어? 걱정 안 해도 너한테도….” “지금 당장 해.” “으, 응?” “오늘은 내 차례잖아? 지금 당장 해.” “하지만 사라씨. 저번에 사라씨가 차례는 밤에 국한 된 얘기라고 하지 않으셨나요?” 사라의 강력한 주장은, 레이아의 반격에 바로 무산됐다. “네? 그건…!” “그러니까 구원씨. 어떠세요? 지금부터 저하고….” 내가 아무리 둔하다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지금 둘 중 누군가에게 사도 임명을 하러 가면, 나머지 하나한테는 평생 구박받는다. “아, 안 해! 둘 다 안 해! 파렴치하게 대낮부터 무슨 말들을 하는 거야!” “뭐?! 그런 걸 구원이 말할 자격이 있어?!” “파, 파렴치하다니요. 여신님께서….” 둘 다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쿨하게 무시하기로 했다. “아무튼 그런 건 밤에 할 거야! 지금은 실비아한테 얘기하러 가야지! 사실 실비아한테는 아무 말도 안하고 너희랑 먼저 상담한 거라, 같이 얘기를 해볼 필요도 있단 말이야!” 그렇게 내뱉고, 나는 도망가듯이 옆방으로 달려갔다. 이런 땐 일단 자리를 피하고, 조금 냉정해졌을 때 다시 대면하는 게 상책이다. 캣 파이트 가운데에 남자가 껴있으면 좋을 게 하나도 없어. “앗! 구원씨!” “도망가지 마!” 미안하다. 밤에 네가 그만 하라고 빌 때까지 괴롭혀줄 테니까 좀 참아라. 나는 옆방으로 재빨리 들어가 문을 닫았다. 이렇게 하면 또 실비아와 뭔 짓을 했냐고 오해를 하겠지만, 서로 투닥 거리느라 어느 한 쪽 편도 못 들고 이도저도 못하는 것 보다는 차라리 내가 공공의 적이 되는 게 낫다. 멍한 얼굴로 오도카니 앉아있던 실비아는, 내가 들어오자 깜짝 놀라서는 온 몸을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혔다. “실비아. 얘기 좀 하자.” “네, 넵! 하십시오!” 실비아는 양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고 외쳤다. 그렇게 각 잡지 마라.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니까. 하지만 막상 얘기를 하려고 하니, 뭐부터 얘기해야할지 좀 막막했다. 에잇. 이런 건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는 게 최고지. “실비아. 너 내 동료가 돼라!” “넵! 엣? 네?” 쉽군. 역시 사람은 말할 때 본론부터 말해야 돼. “좋아. 네라고 했지? 그럼 너 오늘부터 우리 클랜이다?” “엣? 네? 엣?” “너 전에 말했잖아. 데리고 다니면서 가끔 안아주기만 하면 충분하니까 제발 곁에 있게 해달라고. 그 말대로 해주겠다는 말이야.” “에?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래.” 실비아는 내 말이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손을 들어 자기 뺨을 꼬집었다. 말랑말랑한 뺨이 거의 1센티 가까이 늘어난 모습이 귀여웠다. “아프지 않아. 역시 꿈….” “꿈 아니거든!” “흐아아아아!” 내가 아주 약하게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실비아를 터치하자, 실비아는 제자리에서 펄쩍 뛰어오르면서 야릇한 소리를 냈다. “혹시 생각이 바뀌어서, 그런 조건으로 있기 싫다고 한다면….” “아닙니다! 있고 싶습니다! 하, 하지만 디아나님이나 다른 분들은…?” “일단 설득했어. 걔들 시간에 방해만 안 되면 상관없대. 하지만 정말 괜찮은 거지? 나 진짜 시간 남아돌 때나 가끔 안을 거야? 그리고 다른 셋처럼 대하지도 않을 거고.” “…그 정도는 각오하고 있습니다. 곁에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조건을 받아들였다고 감사인사를 받는다는 건 묘한 기분이었다. 오히려 이런 애를 아무 때나 안을 수 있다니, 내가 감사해도 모자를만한 일인데. “하지만 그 전에 확인할 게 있어. 너 가문의 허락은 제대로 받은 거지? 그리고 공주한테도. 기사는 때려 친 거야?” “가문은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어머니께선 제가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시면서, 제 의견을 존중해주셨습니다. 공주님께서도 마찬가지이십니다. 기사는 그게…사실 공주님께서 제게 임무를 내려 여러분에게 붙였다는 식으로 얘기가 되어 있습니다. 아직 그만두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구원님이 그만두라고 하신다면…!” “아니, 굳이 그만둘 필요는 없어. 그건 너 편한 대로 해. 아무튼 널 우리 클랜으로 들이려고 하는데 말이야. 일단 제대로 조건을 얘기할게.” 나는 실비아에게 아까 우리 애들이 말했던 조건들을 설명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내 마음은 셋에게 있고, 실비아는 필요에 의해 영입하는 거라는 것 까지. 동료 사이에 제일 중요한 건 신뢰를 형성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괜히 어설프게 숨기는 것 보다는 다 까놓고 얘기하는 게 좋겠지. 실비아는 살짝 씁쓸한 표정이 됐지만, 그래도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전부 숙지했습니다. 곁에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니, 나야 말로 고마워. 그럼 오늘부터 같은 클랜원으로서 잘 부탁해.” “넵! 잘 부탁드립니다!” 실비아는 내가 내민 손을 굳게 마주잡고 외쳤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39==================== 사도 임명 손을 마주잡고 위아래로 몇 번 흔든 후 손을 떼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실비아가 붙잡은 손을 놔주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얼굴이 묘하게 붉었다. 게다가 가랑이를 오므리고 허벅지끼리 미묘하게 비벼대고 있었다. 아까 그 성자의 손길 한 번으로 이렇게 되어버린 건가. 아까 성자의 손길로 터치를 할 때, 내가 풀어주지 않는 한 스킬의 효능이 얘 몸속에 계속 남아있을 거란 사실을 까먹은 건 아니다. 하지만 뭔가 뒤 구린 감정 없이 섹스를 할 수 있게 되자, 마음이 가벼워 져서 그냥 가볍게 장난을 친 거였다. 게다가 아까 그 손길은 정말로 최소한의 위력으로 한 거다. 아무리 실비아가 쾌감에 대한 내성이 없어서 반응이 민감하다고는 해도, 겨우 그걸로 이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할 일은 아닐 텐데. 아니면 지금부터 나와 섹스를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자주 하진 않을 거라고 못 박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 동료로 맞아들인 때에는 바로 해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미안하게도 지금 당장 실비아를 안을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자기랑 자자는 사라와 레이아에게 도망쳐서 이리로 온 건데, 여기서 실비아하고 해버리면 나중에 감당이 안 되잖아. 아무리 내가 웬만한 건 미래의 나에게 떠넘긴다고 해도, 그건 정말로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일이 아닌 것 같아. “야. 말해두겠는데, 지금 당장 너랑 섹스할 거 아니다.” “핫! 아, 아뇨! 그런 의미로 잡고 있었던 거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내 말을 듣자, 실비아는 깜짝 놀라며 바로 손을 뗐다. 하지만 말과는 달리, 표정은 살짝 시무룩해졌다. “방금 약하게 스킬 쓴 것 때문에 못 참을 것 같아?”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참을 수 있습니다!” “…만약 못 참겠으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꼭 말해야 된다?” “네, 네. 알겠습니다.” 얘도 일단 부끄러운 감정이 없는 건 아닌지,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이거 조금 미안하네. 나도 사라랑 레이아한테 도망쳐온 상황만 아니라면 얘랑 한 번 해보고 싶긴 한데 말이야. 물론 실비아의 외모가 훌륭하니 안고 싶다는 남자로서의 본능도 있지만, 그보다 한 가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다. 대체 얘는 전에 어떻게 그렇게 느꼈던 걸까? 섹스 애널라이즈를 사용해 봐도 여전히 성감대는 한군데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치료를 위해 했을 때, 분명 성자 스킬을 쓰지도 않았는데 계속해서 느끼고 있었다. 한때 디아나마저 치료를 위해 조사했다 실패했다고 했던 불감증이 말이다. 어떻게 된 건지 호기심이 생기잖아. “그, 그럼 전 구원님께서 안아주실 때까지, 계속 레벨을 올리고 있으면 됩니까?” 그때 실비아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해왔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네? 그야 구원님의 던전행이 더 편해지시려면….” “금지야.” “네?” “너 이제 다른 남자랑 자는 거 금지야. 난 딴 놈이 안은 여자 안는 거 싫어.” 실비아가 한 말을 이해하는 순간, 생각을 이어나가는 것보다 먼저 내 입에서는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곰곰이 생각하자면, 내가 얘한테 다른 남자랑 자지 말라고 하는 건 이상했다. 내 여자로 인정한 것도 아니잖아? 게다가 자주 안진 않을 거라고 못까지 박아둔 상태고. 그런데도 다른 남자랑 자지 말라고? 이기적이기 그지없는 발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비아가 다른 남자한테 계속 안길 거라고 생각하니 열불이 뻗쳤다. 사라나 디아나한테 독점욕이 강하다고 하면서, 결국 독점욕이 제일 강한 놈은 나였다는 말이다. “읏…넷!” 하지만 그 이기적인 발언에, 어째선지 실비아는 행복한 미소를 띠우며 힘차게 대답했다. 그 미소를 보자 왠지 죄책감이 더 강해지는 것 같아서, 나는 시선을 피하며 화제를 돌렸다. “아, 아무튼! 동료도 됐으니까 너 그 말투 좀 어떻게 안 되냐?” “말투…말입니까?” “그래. 너 귀족 영애라면서. 평소에도 그런 말투를 쓰는 건 아닐 거 아냐.” “그, 그게…실은 평소에도 이런 말투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미안할 건 없는데. 평소에도 그런 말투라고?” “네…. 실은 어렸을 때부터 기사단에 소속되어 있어서….” 아, 그러고 보니 디아나도가 그런 말 했었지. 불감증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레벨은 엄청 높았고, 덕분에 어린나이에 걸맞지 않은 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그 영향인 건가. “그래. 뭐 평소 말투가 그런 거면 억지로 바꿀 필요는 없어. 편안한대로 해. 다만 그 구원님이란 건 어떻게 안 되겠어? 내가 님자 붙여서 부를 정도로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그냥 편하게 구원이라고 불러.” “네, 네?! 하, 하지만 어떻게….” “어떻게고 자시고. 너 처음 만났을 땐 그냥 구원이라고 불렀었잖아.” “죄, 죄송합니다! 그, 그때는…그게….” “아니. 질책하는 게 아니야. 오히려 그때처럼 편하게 부르라는 거지.” “그, 그럼…. 구, 구, 구….” 네가 비둘기냐. 구구구 거리게. “그, 그냥 구원님이라고 부르면 안 됩니까? 구원님은 구원님입니다!” 결국 실비아는 날 편하게 부르지 못하고, 울먹이면서 그런 말을 외쳤다. 그게 울먹이면서 할 말이냐? 그러니까 왠지 내가 괴롭히는 것 같잖아. 그래. 그냥 너 좋을 대로 해라. 나는 깔끔하게 포기하기로 했다. “얘기 끝났어.” 실비아와 얘기를 하면서 나름 시간이 흘렀다. 이쯤 되면 사라와 레이아도 조금 진정됐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 내 방으로 돌아갔다. 해산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는 여전히 내 방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실비아와 대화할 때는 방해될까봐 찾아오지 않았다니. 역시 우리 애들은 착하다니까. 그리고 실비아와 하지 않고 참은 나는 천재가 분명해. 셋은 방 안의 테이블에 앉아서 다들 우아하게 티타임을 즐기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없으면 다들 친하기는 하단 말이야. 중간에 내가 끼면 경쟁심이 폭발하는 모양이지만. 만악의 근원은 나인가. 내가 들어오자마자, 다들 내 몸을 위에서 아래로 쭉 스캔하는 것 같았다. 역시 한 판하고 왔는지 아닌지 확인하고 있어. 기분 탓인지, 레이아의 콧망울이 귀엽게 움직이는 게 냄새까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아무튼 찔리는 게 없는 나는 당당하게 실비아를 소개했다. “그런고로 얘도 오늘부터 우리 클랜이니까, 다들 잘 부탁해.” “자, 잘 부탁드립니다!” 실비아는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허리를 90도로 꾸벅 접으며 인사했다. “음. 환영하네.” “새삼스럽지만 잘 부탁드려요.” “후훗. 잘 됐어요.” “감사합니다. 디아나님. 사라님. 레이아님.” “사, 사라님?!” “실비아씨. 이제부터 동료니까 그렇게 존칭으로 부르실 필요는 없어요.”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구원님의 부인 분들께 그런….” “부, 부인이라니…. 아직 결혼은 안했어요.” 사라야. 쿨한 표정 무너졌어. 좋아하는 거 다 티난다. 물론 그런 사라도 사랑스럽고 좋지만. 아무튼 실비아가 녹아드는 건 생각보다 훨씬 손쉬워보였다. 어떻게하면 우리 애들의 마음에 들 수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 아니, 그런 계획적인 발언이라기보다 그냥 진심으로 한 말 같기는 하지만. “그럼 새 동료가 들어온 기념으로 오늘 점심은 외식이라도 할까?” 실비아와의 인사가 끝나고, 다들 받아들여주는 분위기 속에서 그런 제안을 했다. 예로부터 판타지 세계에서 동료들끼리 친해지기 위해서는 같이 술을 마시는 게 최고였지. 게다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면, 낮 시간 동안 누가 먼저 사도 임명을 받을 건지 다툴 일도 없어지니까 말이야. 내 머리도 나름 잘 돌아가지 않냐? “좋구먼! 아주 좋은 생각일세! 그러세!” 그러자 어째선지 디아나가 반색을 하며 찬성했다. 뭐야. 왜 이렇게 좋아해? “야. 그러고 보니. 너 왜 여기서 태평하게 이러고 있냐?” “그, 그게 무슨 말인가? 당연히 자네가 실비아양과 잘 얘기했는지 걱정돼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 아닌가!” “그럼 얘기 잘 된 거 확인했으니까 이제 마법사 협회 애들한테 갈래?” “시, 식사는 어쩌려고 그러는 겐가?! 외식은?!” 역시 그거였군. 사도 임명으로 다툴 필요도 없는 디아나가 계속 여기 눌러 앉아있었던 이유가 그거였어. “음. 역시 식사는 집에서….” “무슨 소리인가! 이런 경사스런 날엔 외식이 좋네!” “너야 말로 무슨 소리야. 바네사가 우리 식사를 위해서 얼마나 애써주는데. 집 요리가 웬만한 음식점들보다 훨씬 맛있잖아. 안 그래?” “으읏…. 그, 그건….” 디아나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대답을 못하고 울상을 지었다. 역시 괴롭히는 보람이 있다니까. 괜히 사도의 인장을 자랑해서 날 고생하게 만든 벌이라고 생각해라. 이렇게 계속 애태우다가 마지막에…. “후훗. 구원씨. 너무 그렇게 디아나씨를 괴롭히면 안 돼요.” “네. 미안해요. 천사님.” 더 괴롭혀 주려고 했지만, 우리 천사님의 부드러운 한 마디에 나는 바로 마음을 바꿨다. 하아…. 어쩜 이리 착하실까. 정화된다. 역시 천사님이 최고야. 그렇게 그 날은 다 같이 나가서 식사를 하고, 돌아다니면서 실비아를 파티에 융화시키는 데 전념했다. 처음에는 딱딱하게 굳어서 긴장해있던 실비아였지만, 저녁 즈음에는 긴장도 풀린 모습이었다. 특히 실비아가 꼬박꼬박 존대를 하며 내 아내 취급을 해주는 게 주요했던 모양인지, 셋 다 실비아를 상당히 맘에 들어 하는 눈치였다. 내가 조금 질투심이 생길 정도로 말이다. 아니, 부인 소리 듣는 게 좋은 건 알겠는데, 너무 맘에 들어 하는 거 아니냐? 나도 좀 신경써줘라. 여자 넷에 남자 하나가 돌아다니는 거다. 어느 샌가 자연스럽게 쇼핑을 하게 되는 흐름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남자는 끼어들 수 없는 여자들끼리의 대화가 시작되어 버렸다는 얘기다. 나 완전히 편리한 짐꾼 역할 아니냐? 인벤토리가 있으니 힘들진 않지만 말이야. 나도 좀 얘기에 껴줄…아니다. 생각해보니 여기 옷가게잖아? 으읏. 완치된 줄 알았던 예전의 트라우마가…. 드레스 한 벌 고르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 게 말이 돼?! 역시 내가 끼는 건 아닌 것 같아. 그냥 너희끼리 즐겁게 쇼핑해줘. 그렇게 한 발자국 떨어져서 나 홀로 고독한 싸움을 하고 있을 때, 문득 나처럼 일행과 한 발자국 떨어져서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바로 레이아였다. “레이아? 왜 그러고 있어? 같이 쇼핑 안 해?” “아, 구원씨. 후훗. 전 괜찮아요. 이렇게 구원씨 옆에 있는 게 더 좋은 걸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살며시 내 팔을 끌어안았다. 날 생각해주는 건가. 역시 천사님은 레이아야. 응? 반대로 말했나? 아니, 딱히 틀린 말 같지도 않은데. 하지만 그러면서도, 레이아의 시선은 계속해서 쇼핑을 즐기고 있는 사라와 디아나, 실비아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저 눈동자에 담긴 감정은 뭘까? 부러움…인가? 아니, 부러워 할 거면 그냥 같이 껴서 쇼핑하면 되잖아. 돈은 버는 대로 제대로 분배하고 있으니, 레이아가 딱히 부족한 것도…잠깐. 그러고 보니 레이아는 버는 돈을 어디다 쓰는 거지? 관장약 사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사라는 종종 혼자서라도 나가서 쇼핑 같은 걸 한다. 디아나는 말할 것도 없다. 애초에 저 저택에 돌아가는 비용을 전부 부담하고 있는 거니까. 하지만 레이아는? 그러고 보니 우리 파티에 들어오기 전에는, 돈을 전부 빈민가 사람들을 돕는데 쓰느라 스태프도 못 사서 재료를 구하고 있었다. 솔직히 파티에 들어온 이후로도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다들 자기 몫의 돈을 어떻게 쓰든 자기 마음이란 생각도 있었고, 이제 마나풀 서식지를 발견했으니 빈민가에 레이아가 그만큼 자기 돈을 쓰지 않아도 괜찮을 거란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내 생각이 짧았다는 걸 깨달았다. 상대는 우리 천사님이다.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고, 남을 돕는 데 쓰는 돈을 줄일 사람이 아니란 거다. 지금도 설마 버는 족족 빈민가 사람들을 돕는데 쓰고 있는 건가. 그러고 보니 옷도 항상 사제복이다. 그렇다고 사제는 항상 사제복만 입고 있어야 하냐면, 그건 아닐 거다. 처음 저택에 왔을 때 디아나의 드레스를 빌려 입은 적도 있었으니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40==================== 사도 임명 그렇게 생각하니, 이렇게 나와 붙어있는 레이아가 마냥 행복할 거라곤 생각되지 않았다. 우리 천사님도 같이 쇼핑을 즐겼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이걸 대놓고 말하기에는 민감한 일이었다. 자기 돈을 어떻게 쓰든 상관 안 하는 게 좋을 거라는 내 마음엔 변함이 없다. 게다가, 말해봤자 통하지 않을 거다. 레이아는 분명 자신의 사치보다 다른 사람들 돕는 걸 우선시 할 테니까. 좋아.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단 하나지. “얘들아! 실비아가 동료가 된 기념으로 오늘은 내가 한 턱 쏜다! 다들 가지고 싶은 거 마음껏 골라!” 그래. 내 돈으로 사준다고 하면 된다. 그리고 덤으로라고 말하면 표현이 조금 그렇지만, 아예 모두에게 한턱 쏘기고 했다. 레이아 혼자만 사주면 다른 애들은 편애라고 생각할 테고, 레이아 입장에서도 불편할 테니 말이다. “구, 구원씨?” 내 말에 제일 먼저 놀란 건 역시나 레이아였다. “자, 레이아도 여기서 이러지 말고 같이 가서 골라봐. 이런 기회 흔치 않다고.” “구원씨, 절 위해서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레이아는 내가 왜 이러는지 깨달은 모양이다. 뺨을 한껏 상기시키고, 눈동자를 그렁이면서 내 팔을 끌어안은 손에 힘을 꽉 줬다. “무슨 소리야? 나 좋으라고 하는 건데. 레이아가 예쁘게 차려 입으면, 결국 그걸 보는 게 누구겠어? 나 아냐? 그러니까 얼른 가서 예쁜 옷도 좀 사고 예쁘게 꾸며봐. 날 위해서.” “…구원씨.” 레이아는 자신의 얼굴을 내 얼굴에 천천히 가져오더니, 입술과 입술 사이의 거리가 1cm정도 남은 시점에서 멈췄다. “정말. 이럴 땐 제 몸이 너무 싫어져요.” 그리고는 아쉽다 못해 분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돌려 내 뺨에 키스를 했다.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레이아에겐 미안하지만, 레이아로선 너무 드문 표정을 볼 수 있었던지라 솔직히 나는 득본 기분이었다. “구원씨. 정말 사랑해요.” “나도 마찬가지야. 자, 그럼 다른 같이 애들이랑 쇼핑하러 가 봐.” “네! 구원씨를 위해서 열심히 꾸밀게요!” 레이아는 다시 한 번 나를 꼬옥 끌어안고, 기쁜 느낌으로 사라와 디아나, 실비아가 있는 곳으로 종종 걸어갔다. 옷을 보고 있는 애들에게 다가가서, 행복한 웃음을 띠우며 자신도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 가벼운 발걸음을 보니, 나는 절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오랜만에 제대로 한 건 한 기분이다. 잠깐 트라우마도 잊고 흐뭇한 기분으로 바라보자, 활기찬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와아. 실비아씨 허리둘레가 그것밖에 안되세요? 부러워요. 그에 비하면 전 살만 쪄서…. 혹시 괜찮은 다이어트 방법 같은 거 없을까요?” 어? 아니, 잠깐만! 꾸미러 가라고 보냈더니 그게 무슨 소리야! 넌 살찐 게 아니야! 거기서 줄어들면 안 돼! “아, 아닙니다. 전 오히려 레이아님이 부럽습니다. 그…아무튼 부럽습니다.” 그래! 실비아는 제대로 알고 있잖아! 바로 그거야! 실비아 파이팅이다! 솔직히 말해서 저기 가면 휘말릴까봐 한발자국 떨어져 있었던 거지만, 이렇게 된 이상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나는 얼른 애들이 쇼핑하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래. 레이아는 지금 그대로가 제일 좋다고. 다이어트 같은 거 할 필요 없어.” “네? 그래도….” 레이아는 부러운 표정으로 실비아의 호리호리한 몸을 쳐다봤다. 정작 그 실비아는 부러운 표정으로 네 가슴을 보고 있는 거 안 보이니? “아무튼 필요 없어! 난 지금 그대로의 레이아가 최고로 좋아! 1kg도 줄일 필요 없어! 네 몸무게가 1kg 줄어들면, 내가 사랑한 대상도 이 세상에서 1kg 사라지는 거잖아. 난 그런 거 싫어.” “구, 구원씨.” 언젠가 인터넷에서 본 오글거리는 대사였지만, 이런 상황에선 적절하게 먹혔다. 좋았어. 이걸로 우리 천사님의 가슴은 사수해낼 수…. “어딜 보고 얘기하는 겐가 어딜 보고!” “어머. 그럼 구원은 몸무게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다는 얘기야?” 가슴을 사수해낸 건 좋지만, 어느 샌가 사라와 디아나도 곁에 있었다는 게 문제지만. “역시 가슴인가! 가슴이 그렇게 좋은가!” 디아나야. 근력 38짜리가 그렇게 토닥토닥 때려봐야 네 손만 아프다니까. 아프지 않은 건 둘째 치고, 제대로 위기 상황이었다. 젠장. 모처럼 좋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옷가게랑 나는 상성이 안 좋아. 아무튼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드디어 사라에게 사도 임명을 사용할 시간이 됐다. 내가 실비아에게 클랜 가입 권유를 하는 동안, 사라와 레이아는 디아나에게 사도 임명에 관한 설명을 들었던 모양이다. 사라는 상당히 기대하는 얼굴로 날 침대에 이끌었다. “그렇게 기대돼?” “당연하잖아.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계속 빨리 하고 싶었단 말이야. 치사하게 디아나한테 먼저 해주고.” “아니, 그건 디아나의 성장을….” “알아. 나도. 그래도 질투하게 된단 말이야. 어쩔 수 없잖아.” 사라는 살짝 입술을 삐죽이면서 말했다. 나밖에 볼 수 없는 쿨하지 못한 사라의 모습이다. 나는 그런 귀여운 사라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사라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잠깐. 흐읏. 거긴…스킬 쓰려면 앞으로 해야 되는 거 아냐?” “걱정하지 않아도 제대로 해줄 거야. 뭘 그렇게 안달 내? 밤은 길고, 오늘 밤은 밤새 너하고만 있을 거라고. 너도 조금 느긋하게 즐겨.” “흐으응!”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의 탱글탱글한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손가락을 밀어내듯 강한 반발력을 자랑하는 탄력 있는 엉덩이는 역시 최고야. 하지만 사라는 그래도 역시 얼른 사도 임명부터 마치고 싶은 모양이었다. 엉덩이를 타고 흐르는 쾌감에 흐느끼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손을 아래로 뻗었다. 내 물건을 제대로 포착한 사라의 손은, 그대로 앞뒤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요즘은 잘 하니까 딱히 알려주지도 않는데, 날이 갈수록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 같다. “그렇게 말하는 구원도 여기는 이렇게 커져 있잖아. 실은 구원도 얼른 넣고 싶지?” 그리고는 요염해보일 정도로 도발적인 미소를 지은 후에, 내 유두를 살짝 핥았다. “전에 보니 디아나는 이런 거 안 해주더라? 역시 내가 최고지?”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으로 내 물건을 훑었고, 입으론 내 유두를 날름날름 핥아갔다. 과연. 사라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오는 건, 단순하게 얼른 사도 임명을 하고 싶다는 이유 때문만은 아닌 모양이다. “앗, 앞에서 뭔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아직도 느긋하게 하고 싶어?” 사라는 내 물건을 훑던 손의 검지를 내밀어, 물건 끝부분을 콕콕 찌르며 자극을 했다. 검지로 터치를 하듯 끝부분을 몇 번 찌르더니, 이번엔 지그시 누르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자극을 가해가는 사라의 손. “으윽.” 그 자극에 나는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렸다. 얘 진짜 학습능력이 왜 이렇게 좋은 거야? 용사의 특성인 거야, 아니면 타고 난 거야? “후훗. 귀여워.” 젠장. 계속 이렇게 당하기만 하다가는 밤 자리에서 무적의 신화를 자랑하던 내 위엄이 위험하겠어. 내가 너보다 그런 방면에선 몇 수나 위인 구미호 상대로도 이긴 사람이야, 이것아! “귀엽다니. 이게 오빠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사라를 뒤집고 침대머리 쪽으로 몰아넣었다. “꺄악!” 사라는 살짝 의도적으로 내는 티가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나에게 거스르지 않고 오히려 순응하듯이 침대 머리 쪽으로 떠밀렸다. 그리고는 침대의 헤드보드 부분에 손을 올리고, 엉덩이를 쭉 내밀었다. 골반은 넓지만 허리는 가늘어서 완벽한 곡선을 그리는 허리 라인과, 이 또한 완벽한 하트모양을 자랑하는 엉덩이는 역시 예술이었다. “뭐야? 안 해?” 내가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 사라가 살랑살랑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면서 내 쪽을 돌아봤다. 왠지 얘 의도대로 흘러간 기분이 드는데. 하지만 전부 네 뜻대로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밤 자리에서 날 도발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어주지. 나는 양손으로 사라의 엉덩이를 꽉 잡아 고정시킨 후, 물건을 사라의 음부 아래쪽 허벅지 사이에 밀어 넣었다. 그리고는 아래에서 위로 물건으로 음부를 누르듯이 자극하면서 살살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하응! 왜, 왜?” “뭐가? 이것도 기분 좋지 않아?” “이런 거 말고! 하읏, 너, 넣어줘!” …야. 좀 괴롭히려고 했는데, 이렇게 순순히 부탁하면 괴롭힐 맛이 안 나잖아. 나는 사라의 허벅지 사이에서 물건을 빼냈다. 이미 물건은 사라가 흘린 애액으로 흠뻑 젖어있어서, 언제라도 들어갈 수 있게 준비를 마친 상황이었다. 나는 그 상황에서 한 가지 스킬을 사용했다. 그리고는 흠뻑 젖은 물건을 사라의 엉덩이 안으로 집어넣었다. “흐으으읏! 이 바보야! 흐읏! 거, 거기 아니…하앙! 항! 흐읏! 하앗!” 사라는 울상을 지으면서 외쳤지만, 내가 허리를 흔들기 시작하자 바로 쾌감에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냥 집어넣었는데 아무 말도 없는 걸 보니, 아무래도 씻을 때 준비를 해뒀던 모양이다. 뭐야. 결국 자기도 여기로 할 생각이 있었다는 거잖아. 그럼 스킬은 괜히 쓴 건가? 내가 쓴 스킬은 별거 아니다. 클리너 페니스라는, 그냥 물건에 닿은 부위를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스킬이다. 아무 걱정 없이 엉덩이로도 즐길 수 있는 게임에서 이런 스킬이 왜 있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 거다. 세상은 넓고 변태는 많다고, 세상에는 참 변태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 많아서 말이다. 게임사 입장에선 그런 여러 변태들의 취향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서, 갖가지 설정이 마련되어 있었다는 말이다. 이 스킬은 그런 특수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스킬이다. 나는 그런 취미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설정에서 꺼두고 있었고, 게임을 하면서 이 스킬을 한 번도 배운적이 없었다. 덕분에 지금까지 까먹고 있었는데, 얼마 전 100레벨을 찍고 다시 스킬 창을 쭉 살펴보다가 생각이 나서 찍었다는 거다. “흐으응! 바보! 흐읏! 바보!” 사라는 날 비난하면서도, 내 허리 움직임에 극심한 쾌감을 느끼는 듯 자기도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물건에 닿은 걸 전부 깨끗하게 만든다면서, 어떤 원리로 애액은 그대로인 걸까. 아니, 별로 궁금하진 않지만. 편하면 됐지 뭐. 나는 허리에 힘을 줘서 사라를 더 강하게 밀어붙였다. 처음엔 침대 헤드보드에 손을 대고 있던 사라는, 점점 자세가 무너지면서 상체가 헤드보드 너머 벽에 완전히 밀착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흐응! 흐읏! 하읏!” 얼굴과 가슴이 벽에 완전히 밀착된 상태로, 사라는 엉덩이만을 내민 채 신음성을 흘렸다. 나는 그런 사라를 보며, 살짝 상체를 숙여서 그 깨끗한 등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반듯하게 아름다운 척추라인을 따라 혀로 쓱 핥아 올리자, 사라의 등이 부들부들 떠는 게 느껴졌다. 등은 평소에 만져질 일이 적은 만큼, 이렇게 자극을 받으면 민감하게 반응한다니까. 그대로 등을 타고 올라가서 사라의 목을 핥고 있자니, 사라가 이쪽을 돌아보면서 내 입술을 원한다는 듯이 입술을 내밀었다. 내가 그쪽으로 얼굴을 가져가자, 내 아랫입술을 혀로 살짝 깨물면서 쪽쪽 빨아주는 사라. 여전히 키스는 좋아한다니까. 그리고 내 입술이 떨어지자, 살짝 울먹이는 말투로 말했다. “나, 나한텐 그 스킬 안 써줄 거야?” “그럴 리가 있겠어?!” 나는 그 귀여운 모습에 엄청나게 죄책감이 들어서, 당장 엉덩이에서 물건을 뽑고 사라의 음부에 삽입했다. “흐으으으읏! 구, 구원! 구원!” 역시 섹스는 애정이 최고의 조미료구나. 최고 성감대가 엉덩이인 것과 상관없이, 음부에 삽입된 사라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절정에 달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더 이상 애태울 수 없단 생각에 허리 움직임에 박차를 가했다. “사라야. 나도 슬슬….” 그리고 사라의 안에 사정을 하면서 사도 임명을 발동하자, 여지없이 내 눈에 문양 위치 설정창이 떴다. 이런 거, 위치는 처음부터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지. 사실 이걸 위해서 일부러 후배위 자세를 만든 거였으니까. 나는 사라의 엉덩이 골 위쪽, 전문용어로는 엉치뼈라고 하는 곳에 문양이 오도록 설정했다. 문양의 아래쪽, 하트모양의 뾰족한 부분이 정확히 엉덩이 골 끝에 위치하도록. 좋아. 완벽해. 하트 모양은 물론, 날개 모양도 둥근 엉덩이 라인을 강조하듯 펼쳐져 있어서 섹시 해보였다. 문양의 농도는 디아나와 마찬가지로 살이 살짝 탄 정도로 보이게 옅게. “하아아아앙!” 그리고 여지없이 사라도 자신의 문양이 새겨진 곳을 양손으로 감싸며 신음했다. 벽에 대고 있던 손이 뒤로 돌아 간 거다. 자연히 사라의 상체는 스르르 미끄러져 베개에 얼굴을 박고 엉덩이를 내민 꼴이 됐지만, 사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행복감에 부들부들 떨었다. “사라. 이걸로 너도 이제 완벽힌 내께 된 거야.” “응…응….” 사라는 행복감에 떨면서도, 간신히 목소리를 짜내 내 말에 대답해줬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41==================== 사도 임명 “구원…. 구원….” 사도 임명이 성공한 이상, 더 이상 후배위 자세를 유지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사라를 반 바퀴 돌려서 나와 마주보게 만들고, 바로 키스를 했다. 사라는 양손으로 내 뺨을 감싸고 행복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내 입술에 달라붙었다. “나…행복해….” 우리는 그대로 사라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섹스에 빠졌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당연한 얘기지만 먼저 눈을 뜬 건 나였다. 어제는 특히 격렬했으니까 말이야. 사라도 사도 임명을 받은 게 그렇게 좋았는지, 평소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달려들어서 엄청 불타올랐다. 사라는 평소보다도 더 늦게 일어날지도 모르겠는걸. 그럼 어디 사라가 일어날 동안 스탯 창과 스킬 창이라도 확인해볼까. 어제는 결국 서로 너무 불타올라서 확인도 못하고 넘어갔으니 말이야. 스킬 창 하니까 하는 얘기지만, 참고로 디아나의 스킬 창은 배울 수 있는 모든 스킬이 스킬레벨 max로 전부 찍혀 있었다. 과연 대마법사님이라고 할까. 게다가 배운 스킬이 너무 많아서, 다 확인하는 것도 포기하고 그냥 스킬 창을 닫아버렸다. 아마 디아나가 더 스킬을 배우려면, 내가 성자의 진심을 개발한 것처럼 디아나 역시 스스로 스킬을 개발하는 방법밖에 없을 거다. 그럼 어디 우리 사라도 한 번 확인해볼까? 이름 : 사라 아우덴 종족 : 마인 21 직업 : 용사 87 / 모험가 46 / 궁사 76 / 사냥꾼 57 레벨 : 93 생명 : 18000/18000 정기 : 8700/8700 근력 : 238 내구 : 198 민첩 : 248 체력 : 169 지력 : 179 정신 : 187 매력 : 250 보너스 스탯 : 2 상태 : 보통 …뭔가 신경 쓰이는 게 엄청나게 많은 스탯 창이었다. 일단 전반적으로 엄청나게 높은 압도적인 스탯. 뭐야 이거. 나보다 레벨도 낮은 주제에 스탯 총합은 나보다 높은 거 아냐? 아니, 물론 보너스 스탯을 포함하면 내가 더 높겠지만, 그래도 말도 안 되게 높은 수치다. 심지어 매력은 벌써 한계치를 찍고 있다니. 아니, 이건 뭐 예쁘니까 그나마 이해가 가는 수준인가. 그 외에는 근력과 민첩이 두드러지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고루고루 엄청나게 높은 능력치를 자랑했다. 사라의 이 스탯은 순전히 관련 행동으로 인한 상승과 직업 레벨 상승으로 만들어졌다는 건데. 사라의 직업 레벨 중 제일 높은 건 역시 용사다. 그렇다면 혹시 용사라는 직업도 성자처럼 레벨 업을 할 때마다 모든 스탯을 올려주는 걸까? 뭐야 그거. 게다가 전투 시에 보정도 들어갈 거 아냐? 오히려 성자보다 더 좋은 거 아냐? 역시 용사란 직업은 사기였어. 아니, 물론 나한테 성자랑 용사 중 하나만 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망설임 없이 성자를 선택할 거지만.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으며 기회를 줘도 매번 성자를 선택할 거지만. 그래도 역시 용사의 사기성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사라의 스킬 창에는 이 높은 스탯을 설명해줄 수 있는 스킬이 존재했다. 용사의 혈통 MAX 패시브 스킬 전쟁신의 가호를 받고 태어난 용사. 그들은 전투를 통해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합니다. 전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모든 능력에 대한 성장 속도가 대폭으로 증가합니다. 사라의 스킬 창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용사 스킬이 바로 이거였다. 단순한 설명의 스킬이었지만, 정말 사기적인 스킬이 아닐 수 없었다. 이 스킬 하나로 사라가 전투 시에 레벨 업 속도가 엄청나게 빠른 것도, 직업 레벨의 성장이 빠른 것도, 관련 행동으로 인한 스탯 상승 량이 많은 것도 모조리 설명이 가능했다. 심지어 스킬 레벨들도 상당히 높았다. 사라가 저레벨때부터 화살에 마나를 담아 날려대던 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게이머의 관점으로 보자면, 이상의 것들이 엄청나게 신경 쓰이는 점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난 게이머가 아니다. 사라의 남자로서 그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들이 있었다. 우선 이름. 사라 아우덴. 지금까지 사라는 자신의 성을 말해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숨기는 거라곤 생각되지 않는다. 사도 임명까지 성공한 애라고. 나한테 숨기는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애초에 사라는 전에 복수를 마친 후, 나에게 자기 과거를 얘기를 전부 해줬었다. 그렇다면 나오는 대답은 단 하나, 사라 자신도 스스로의 성을 모른다는 얘기가 된다. 그럼 사라에게 본인의 성을 알려주는 게 좋을까? 하지만 그 전에 생각해봐야할 문제가 있었다. 과연 사라가 자신의 성을 알고 싶어 할까? 사라의 과거 얘기를 들어보면, 사라와 마찬가지로 용사인 사라의 아버지는 이미 죽은 걸로 생각된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이 용사라는 직함을 보고 사라의 아버지를 이용하려고 했다고도 했다. 사라만 봐도 용사란 게 얼마나 대단한 직업인지 알 수 있는데, 고작 평범한 모험가들이 이용해먹을 수 있지는 않을 거다. 그렇다면 높으신 분들이 관여되어 있다는 얘기가 되고, 그렇다면 디아나 역시도 사라의 아버지를 알고 있을 거다. 즉, 사라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기 혈족에 대한 진상을 파헤칠 수 있었다는 거다. 하지만 사라가 디아나에게 그런 내용으로 상담을 하는 모습은 전혀 못봤다. 용사라는 직업을 숨기기 위해서? 그건 아닐 거다. 사라와 디아나 사이에도 그 정도 신뢰관계는 구축되어 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사라는 자신의 성이나 아버지에 대해 파고들 생각이 전혀 없다는 거다. 괜히 성을 알려주면, 신경 쓰이게 만들어서 스트레스만 받게 만드는 꼴이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이건 좀 대화가 더 필요할 것 같군. 그렇게 사라의 성은 나중에 사라와 대화해보고 알려줄지 말지 정한다고 쳐도, 사라의 스탯 창에는 여전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제일 신경 쓰였다. 마인이라니. 저 종족명은 대체 뭐야? 당연한 얘기지만, 사라한테 물어봐도 모를 거다. 자기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애가 뭘 알겠어. 하지만 엄청나게 신경 쓰이는 종족명이 아닐 수 없었다. 용사라는 직업이랑 너무 안 어울리는 종족 아니야? 원래대로라면 용사는 주인공, 마인은 적이잖아. 아니, 반대로 생각해보자. 혹시 용사의 혈통이 대대로 마인인 거 아닐까? 아까 전에 봤던 용사의 혈통이란 스킬을 보면, 아무래도 용사는 유전인 모양이니까. 마인이라는 이름에 왠지 편견이 생기기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보면 꽤나 그럴싸했다. 용사의 혈통 스킬의 설명을 보면, 용사는 전쟁신의 가호를 받고 태어났다고 설명되어있다. 이 세계에서 떠받들어주는 여신은 분명 전쟁신이 아니라 대지신이었다. 이 세계의 신이란 게 꼭 날 여기로 데려온 여신만 있는 건 아닐 테지만, 적어도 신전의 상식 교육에서 그 이외의 신이 있다는 얘기를 들어보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생각할 수 있는 가설이 하나 있었다. 혹시 용사도 다른 세계에서 온 게 아닐까? 전쟁신이 다스리는 세계의 용사를, 이 세계의 여신이 납치해온 거다. 바로 나처럼. 그리고 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종족명이 바로 마인인거지. 솔직히 가지고 있는 퍼즐 조각이 너무 적어서 끼워 맞추기 수준의 억지 설명이지만, 그럴싸하잖아? 적어도 이론상 모순되는 점은 없어 보였다. …으아아. 이게 대체 뭐가 뭔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스탯 창이나 스킬 창만 조금 보려고 했던 건데, 엄청나게 머리가 아파져왔다. 분명 처음에는 그냥 엄청나게 예쁘기만 한 시골 처녀인줄 알았더니, 사라 얘는 대체 정체가 뭐야. 딱히 사라 잘못은 아니지만, 머리가 아파진 난 심술부리듯 사라의 볼을 콕콕 찔렀다. “으음…구워언…? …아음.” 그리고 그 감각에, 사라가 잠에서 깨어났다. 사라는 잠에서 덜 깨 멍한 눈으로 날 쳐다보더니, 자신의 볼을 찌르고 있는 내 손가락을 깨닫고는 그대로 덥석 물고 쪽쪽 빨았다. “으어어!” “후훗. 뭐야? 이상한 소리 내고.” “갑자기 손가락을 빨리면 누구라도 이상한 소리가 나온다고!” “구원이 괜히 자는 사람 볼을 찌르니까 그런 거 아냐.”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장난스럽게 내 손가락을 날름 핥았다. 이, 이 요망한 것 같으니라고! 내 물건이 아직도 자기 안에 들어가 있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당장 사라의 안쪽에 몽둥이찜질을 해주고 싶어졌다. “그런데 왜 그런 표정 짓고 있었던 거야?” “응? 그런 표정이라니?” “왠지 구원답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 고민이라도 있어?” 아무래도 사라가 내 얼굴을 보고 있었던 건, 그저 단순히 잠에 덜 깨서 그랬던 것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라 나름대로 장난을 쳐서 내 기분을 달래주려고 한 건가. 나는 뭔가 가슴이 벅차올라서, 사라의 머리를 난폭하게 쓰다듬었다. “꺄아악! 뭐하는 거야? 이걸로 얼버무릴 생각이야? 아님 뭐야? 나한테도 말 못할 고민이야?” “아니. 그럴 리가.” 애초에 고민이라고 할 것 까진 아니다. 그냥 별 거 아니…라고 하기엔 좀 그런가. 우리 사라 문제니까 별거 아니진 않다. 아무튼 고민이 아니라 혼자 괜히 생각이 복잡해진 것뿐이니까. “사라야. 너 말이야. 네 아버지에 대해서 더 알아볼 생각은 없어?” “응?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그렇잖아. 아마 디아나는 알고 있을 거야. 그냥 질문 한 마디면 바로 대답이 나올 수도 있어. 애초에 용사란 게 흔한 게 아니잖아? 그런데 궁금하지 않은 건가 싶어서. 사람들한테 이용당하다 돌아가신 거지?” “…할아버지가 하셨던 말을 생각해보면 아마…. 하지만 별로 더 알고 싶은 마음은 없어.” “왜? 궁금하지 않아?” “그야 아예 궁금하지 않은 건 아냐. 어떻게 이용당했다는 건지, 어떻게 돌아가신 건지. 물론 궁금해. 하지만 그걸 안다고 해서 내가 어떻게 할까? 복수를 해? …디아나가 힘을 빌려주면 분명 가능은 할 거야. 하지만…복수는 이제 지긋지긋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아빠를 위해 복수를 하겠다는 생각도 안 들어. …내가 매정한 걸까?” “…아니. 지극히 정상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해.” 사라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니. 아무래도 사라는 한 번의 복수를 통해서 복수의 허무함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역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성을 말해주면서 네 아버지 단서를 찾았느니 뭐니 떠들지 않기를 잘 했어. 나는 사라의 머리를 이번엔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미안해. 괜한 말을 해서.” “아니야. 오히려 신경써줘서 기뻐. 하지만 갑자기 그런 생각은 왜 하게 된 거야?” “…실은 말이지. 사도 임명으로 보이는 네 스탯 창에 네 성도 나와 있었어.” “응?” 사라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얘도 은근 머리가 좋은 앤데, 이것만으론 이해가 바로 안 되는 걸까? “아니, 그러니까 내가 성을 알려주면 네 아버지….” “나 내 성 알아.” “으, 응? 뭐?” “나 내 성 안다고.” “그럼 나한테는 왜 얘기 안 해줬어?” “이, 일부러 숨긴 거 아니야. 그냥 익숙하지 않아서 말하지 않은 거야. 애초에 나도 모험가 카드에 나오는 걸 보고 처음 알았던 거란 말이야.” …아. 모험가 카드. 이런 멍청한! 나 완전 바보 아니냐?! 내가 왜 그걸 까먹고 있었지?! “설마 까먹은 거야? 모험가 카드에 이름 나오는 거? 후훗. 바아보.” “바보라고 하지 마라! 내가 바보면 그 바보를 좋아하는 너도 바보거든!” 젠장. 내 나름대로 신경써주려고 얼마나 생각을 거듭했는데. 나는 황급히 모험가 카드를 꺼내서, 거기에 나와 있는 사항을 확인해봤다. 솔직히 만들 때 빼고 자세히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단 말이야. 텔레포트 할 때 빼곤 꺼낼 일도 없고. 좀 까먹을 수도 있잖아. 이름. 레벨. 직업. 상태. 좋아. 역시 모험가 카드에 종족은 나와 있지 않았다. “그럼 너 혹시 마인은 뭔지 알아?” “응? 마인? 그게 뭐야?” “뭐긴 뭐야 네 종족이지.” “…응?” “스탯 창에 나온 네 종족. 마인이라고 나오는데?” “흐응. 특이한 종족이네. 용사라서 그런가? 지금까지 계속 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보통 사람이랑 뭐가 다른 걸까? 겉모습은 차이 없어 보이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라는 아무래도 마인이란 개념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았다. 그저 순수하게 호기심을 드러내면서, 새삼스레 자기 몸을 이곳저곳 만져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만져봤자 탄력 있는 극상의 몸매밖에 안 만져 지니까 소용없어. 내가 한 군데도 빠짐없이 전부 만지고 물고 빨고 해봤으니 잘 안다. 하지만 저 반응을 보면, 이 세계엔 마인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는 걸까? 내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도 마인이란 게 매체마다 달라서 딱 이거다 하고 정해진 건 없었지만, 기본적으로 뭔가 악독하고 악마 같은 놈들을 지칭하는 용어 아닌가? 좋은 의미로 쓰이는 건 본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이 세계에는 마인이란 용어가 없는 거란 가능성이 커지는 군. 사라가 기본적으론 시골 처녀라 상식이 조금 부족한 부분도 있는 것 맞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마인이 내가 생각하는 개념이 맞는다고 가정하면 모를 리가 없을 거다. 결국 마인에 대한 해답은 풀리지 않은 채, 수수께끼는 깊어져만 갈 뿐이었다. 에잇. 모르는 사람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봐야 소용없지. 이럴 때는 우리 클랜의 지혜 주머니. 지고의 대마법사 디아나한테 물어보는 수밖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사도 임명이 디아나 관련 스토리인 것처럼 떡밥을 던졌던 건 페이크였습니다. plepolipa, 누굴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선무하 // 던전에 다닐 뚜렷한 목표가 곧 생길 겁니다. 히로인이 늘어날지 안 늘어날지는 미정이네요. 파이팅맘 // 전직 관련 설명이 나온 화를 보시면, 성자 같은 특수직은 전직이 따로 없다고 설명되어있습니다. 242==================== 사도 임명 “마인? 뭔가 그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아나도 마인이라는 건 들어본 적 없는 모양이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는 이 얘기를 하기 위해서 디아나를 따로 불렀다. 메이드들의 귀에 들어가 봤자 좋을 게 없다는 생각에 말이다. 디아나는 내가 불러서 기쁜 건지, 아니면 마법사 협회 사람들에게 시달리지 않아서 기쁜 건지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따라왔다. 하지만 마인에 대해 질문하자,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오히려 내게 마인이 뭔지 되물었다. “아니, 모르면 됐어. 실은 사라한테 사도 임명을 하고 스탯 창을 확인해보니까 사라의 종족이 마인이라는 종족이더라고. 디아나는 뭐 아는 게 있나 싶어서.” “아무리 이 몸이라도 이 세계의 모든 종족명을 다 알고 있는 건 아닐세. 자네는 이 세계에 얼마나 많은 종족들이 있다고 생각하는 겐가. 이 세계에 원래부터 있던 종족만이라면 모를까, 예전에는 여러 세계에서 다양한 종족의 이방인들이 수도 없이 흘러들어왔던 걸세. 아마 사라양의 조상 중에 그런 식으로 흘러들어온 이방인이 있었던 것이겠지.” 디아나는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 내가 아침에 생각했던 것처럼, 디아나 역시도 그냥 수많은 이방인의 피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역시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건가. 마인이라는 단어가 주는 선입관이 너무 강해서 쓸데없이 심각하게 생각했던 모양이다. 만약 내가 지금 게임을 하고 있는 거라면 100% 뭔가의 떡밥이라고 생각하고 파고들어 봤겠지만,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가. 응.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자, 잠깐 기다리게. 할 말은 그게 전부인가?” 내가 방을 나가려고 하자, 디아나가 왠지 안절부절못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나하고 같이 있고 싶다는 생각도 있겠지만, 그것보단 더 큰 이유가 있겠지. “야. 그래도 너 좋다고 쫓아다니는 애들이잖아. 가서 좀 놀아줘라.” “무, 무슨 소린지 모르겠구먼. 그리고 쫓아다닌다고 다 놀아주면 철이 안 드는 법일세.” “그 누님들 나이가 몇인데 철이 드네 마네 하냐? 아, 하긴 너에 비하면….” “지금 뭐라고 했나?” “아뇨. 우리 디아나는 언제 봐도 파릇파릇하고 탱탱한 것 같다고요.” 역시 놀리는 것도, 디아나가 받아주는 수준에서 해야지. 너무 나가는 건 좋지 않다. “하아. 어쩔 수 없구먼. 던전에서 발견한 마석 얘기도 해봐야 할 테니.” “응? 그 사람들한테도 얘기하게?” “음. 이 몸이 거기에 눌러 앉아 연구할 수는 없는 일 아니겠나. 며칠 동안은 이 몸도 살펴볼 계획이네만, 지속적으로 알아보는 건 그 아이들에게 맡길 생각이네.” “그렇게 되면 개미굴에 들어갈 방법도 알려줘야 겠네.” “흠. 생각해보니 그렇구먼. 이 몸이 말해두면 그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말할 리는 없다고 생각하긴 하네만….” “아니. 이왕 이렇게 된 거, 길드 쪽에 연락해서 공개해버리자.” “음? 그래도 되겠는가?” “응.” 어차피 마왕 토벌 같은 거창한 목적이 사라진 이상, 던전에 대한 욕심도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내가 무슨 모험심이 투철해서 저 던전을 누구보다도 빨리 답파하고 말겠다는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차라리 성기가 열쇠가 된다는 것을 공개하면, 모험가로서 명예도 얻고 덤으로 길드에서 보상도 받는 게 좋겠지. 다만 문제는 성기가 커진 상태로 드랍하는 조건을 밝힐 것인지 어떨지 인데. 열쇠란 걸 밝히면, 커진 상태의 성기 수요가 증가할 거다. 그럼 성기를 파는 게 돈이 더 되긴 하겠지만, 문제는 내가 성자라는 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는 거다. 내가 성기를 어떻게 얻는지 다른 놈들도 금방 알게 될 테지. 그렇다면 아예 처음부터 성기 드랍 조건도 공개해서 명예와 보상금을 챙기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말하자면, 인벤토리에 쌓여있는 성기들을 전부 처리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저거 숨기느라 계속 인벤토리에 쌓아놓고만 있었단 말이지. 그나마 오크 같이 원래 성기가 드랍 되는 놈들 것은 팔고 있었지만, 다른 놈들 것은 쌓여만 가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었다. “그럼 길드에 갈 준비를 해야겠구먼!” “아니, 그냥 나 혼자 가도…그래. 같이 가자. 준비하고 와. 난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시무룩해지는 디아나를 보고 마법사 협회 애들이랑 놀아주란 말을 할 수도 없어서, 그냥 같이 가기로 했다. 사실 요즘 마법사 협회 누님하고도 좀 친해져서 살짝 미안한 마음이 생겼지만 어쩔 수 없지. 처음에는 디아나의 광신도같아 보였지만, 요즘엔 디아나 성분을 적절히 보충해서 그런지 다들 거대 협회의 수장답게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주게 됐다. 덕분에 식사 중에 대화도 간간히 하고, 저택에서 오가며 인사도 하게 되면서 꽤나 친해졌다. 나이로만 따지면 할머니뻘인 사람들에게 내가 누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다 친해졌기 때문이지. 미안하군. 누님들. 디아나는 내거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래서 나는 디아나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현관에서 대기하게 됐다. 여자의 준비는 원래 오래 걸리는 법. 이런 건 가만히 기다려줄 수 있는 게 좋은 남자란 거겠지. 참고로 오늘은 개별 행동을 하기로 해서, 다들 저택에 없었다. 레이아는 여느 때처럼 신전에 갔고, 사라도 뭔가 살 게 있다면서 밖으로 나갔다. 어제 쇼핑을 해놓고 또 살게 있다니. 여자란 왜 저렇게 쇼핑을 좋아하는 걸까? 그러고 보니 신전도 한 번 가긴 해야 되는데. 대사제님한테 안부를 물으러 간지도 한참 된 것 같다. 솔직히 이제 상식 수업은 안 들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대사제님도 요즘은 날 믿게 돼서 크게 신경 안 쓰는 눈치였지만, 그거 꽤나 도움 되고 재미있단 말이지. 무엇보다 예비 장모님인데 잘 보여서 나쁠 건 없지. “흠. 미안하네. 시간이 조금 걸렸구먼.” 내가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고 있자, 디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디아나의 은발과 잘 어울리는 새하얀 드레스를 잘 차려 입은 그 모습은 마치 요정처럼 깜찍했다. 게다가 긴 머리도 양 갈래로 묶고 있어서, 안 그래도 귀여운 얼굴이 더 어리고 깜찍해보였다. “음? 실비아양도 같이 가는 겐가?” 그렇게 완벽하게 외출 준비를 마친 디아나는, 오자마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응? 그게 무슨…우왁! 너 언제부터 있었냐?” 디아나가 바라보는 쪽을 향해 돌아보자, 그곳엔 실비아가 가만히 서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그, 그게…방에서 나오셨을 때부터…. 그…폐가 되신다면….” “아, 아냐. 그런 거 아냐. 그럴 리가 있나. 그래. 너도 같이 가자.” 그러고 보니 얘는 단순하게 날 가까이서 보고 싶단 이유로 스토킹까지 했던 애다. 다른 용무가 있다고 어디 갈 애가 아니지. 아침에 너무 조용히 있어서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나는 실비아의 머리를 가볍게 툭툭 두드려주고, 같이 길드에 가기로 했다. 디아나는 바로 내 팔에 팔짱을 끼고 매달렸지만, 실비아는 뒤에서 가만히 쫓아오기만 했다. 성노예라기 보다는, 뭔가 애완 동물을 데리고 다니는 기분이다. 아니, 애초에 실비아가 말했던 성노예 같은 조건으로 우리 클랜에 넣은 것도 아니긴 하지만. “실비아. 너무 뒤에서 쫓아오지 말고 좀 붙어.” “네? 하지만 디아나님의 방해가….” “길드에 일 보러 가는 건데 그런 게 어디 있어. 그치? 디아나?” “음. 같은 클랜 아닌가. 실비아양도 너무 눈치 볼 것도 없네.” 사도 임명을 받은 이후로 디아나도 좀 관대해진 건지, 아니면 실비아가 너무 불쌍해 보여서 그런 건지, 그것도 아니면 정말 내가 실비아에게 마음을 주지 않을 거라고 믿는 건지, 디아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해줬다. 이렇게 질투를 안 해주니까, 그건 그거대로 뭔가 복잡한 기분이다.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디아나까지 그렇게 말해주자, 실비아도 그제야 내 옆에서 걷기 시작했다. 디아나처럼 딱 붙는 건 아니고, 손이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뭐, 실비아의 입장에선 이 정도가 적당한 거리일지도 모르겠다. 나로선 좀 더 양손의 꽃 같은 기분을 만끽하고 싶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지. “아, 길드에 가기 전에 잠깐 들를 곳이 있어.” 그렇게 길드로 향하던 도중,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성기의 특수 드랍 조건을 공개할 거라면, 그 전에 내가 가진 성기들을 비싸게 팔아먹는 게 좋지 않을까? 돈이 궁한 것도 아니고, 길드에서도 꽤나 엄청난 보상금을 줄 것 같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득볼 수 있는 건 최대한 보는 게 좋겠지. 그래서 우리는 길드에 들어가기 전에, 근처에 있는 잡화점 한스 & 에리나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어서 오세요! 오, 자네인가. 그제 오더니 또 온 겐가?” “손님이 자주 와주면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무슨 말버릇이야. 이 곰탱이는.” “하핫. 그냥 드문 일이라서 좀 놀란 것뿐일세. 요즘은 드물지 않았나?” 이젠 날 상대하는 방법도 완전히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 넘기는 한스였다. 옆에선 에리나씨가 그런 우리 모습을 보면서 쿡쿡 웃고 있었다. 여전히 둘이 동갑이란 게 믿기지 않는다니까. 진짜 사기 치는 거 아냐? 평소 같으면 한스를 무시하고 에리나에게 계산을 부탁했겠지만, 아무리 나라도 디아나 앞에서까지 그럴 용기는 없었다. 아니, 평소에 에리나한테 계산한 게 딱히 바람필 의도로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냥 단순히 곰 같은 사내새끼보단 깜찍한 아가…아줌마가 낫다는 생각에 그런 것뿐이야. “오늘은 특별히 아주 귀한 아이템들을 가지고 왔다. 감사하도록.” “귀한 아이템 말인가?” 사내새끼가 고개 들이밀지 마라. 나는 카운터의 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성기들을 종류별로 각각 하나씩 올려뒀다. “…이게 뭔가?” “보면 몰라? 성기잖아. 몬스터의 성기.” “처음 보는 종류들이로군.” “그러니까 귀한 아이템이지. 프리미엄이 붙어서 비싸게 팔리지 않겠어?” “흠. 역시 소문은 사실이란 말인가.” “응? 잠깐만. 소문? 무슨 소문?” “자네 모르는가? 자네 모험가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해지지 않았나. 그 왜 밀크 로드….” “네가 그건 또 어떻게 알아?!” “하핫. 모험가들 상대로 장사하는 거 아니겠나. 그 정도는 다 귀에 들어오게 되네. 아무튼 전에 사막 오크의 성기가 대량으로 들어온 적이 있었다네. 그래서 물어보니 자네의 이름이 나오는 거 아니겠나. 밀크 로드 메이커는 성자라는 특수직을 가지고 있어서, 질 좋은 성기를 드랍하게 만드는 능력이 있다나 뭐라나. 모험가들 사이에선 꽤나 소문이 도는 모양일세.” 이런 젠장! 뭐 그런 미친 소문이! 사실 2계층에서 오크 웨이브를 저지했을 때, 발기된 성기가 대량으로 유출되기는 했다. 성역 선포를 켜고 다니면서 미친 듯이 쓸고 다녔었는데, 전투가 끝난 이후로 그 오크들의 마석을 내가 전부 회수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그래도 오크는 원래 성기를 드랍하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 그런 미친 소문이 돌고 있었을 줄이야. 질 좋은 성기를 드랍하게 만드는 능력이 어디 있어?! 그냥 발기하는 동안 잡으면 되니까 그렇게 나오는 거지! 좋아. 이걸로 완전히 결심이 섰다. 내 명예를 위해서라도, 성기 드랍 조건은 무조건 밝힌다. 아니, 잠깐.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잖아? 만약 게임이라면 특정 직업으로만 잡았을 때 드랍 가능한 레어 아이템이 존재할 리가 없다. 그러면 바로 망겜 소리 듣겠지. 하지만 이 세계에선 꼭 그렇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설마 진짜로 발기가 조건이 아니라, 내 스킬에 맞는 게 조건은 아니겠지?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확인을 해볼 수도 없는 게, 성자 스킬을 쓰지 않고 대체 무슨 수로 몬스터를 발기시켜? “아무튼 이거 각각 가격 좀 매겨봐!” “흠. 잠깐만 기다려 보게나. 어디보자…이건 제법 단단하군. 좋은 소재가 되겠어. 이건….” 한스는 몬스터의 성기를 들고, 뭔가 돋보기 같은 것도 꺼내서 꼼꼼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곰 같은 사내새끼가 성기를 손에 들고 꼼꼼히 살펴보는 광경이라니. 끔찍하기 짝이 없다. 심약한 사람이 보면 트라우마에 걸릴 레벨 아니야? 나는 우리 귀여운 두 여자의 시력 보호를 위해, 양팔로 각각의 머리를 껴안고 두 눈을 꼭 가려줬다. 내가 안자마자 실비아는 딱딱하게 굳어졌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이것도 다 네 안구 보호를 위해서야. 가만히 있어. “각각 이정도 가격으로 어떤가?” 그렇게 한참을 살펴보던 한스는, 드디어 감정이 끝났는지 꽤나 괜찮은 가격을 제시해왔다. 저 중엔 1계층에서 잡았던 고블린의 성기까지 있는 걸 감안해서 생각해보면, 그 레벨대 몬스터에게서 드랍된 물건들 치곤 가격이 상당히 셌다. 이거라면 협상할 필요도 없겠군. “좋아. 그럼 그 가격으로 계산해줘.”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인벤토리에 있는 성기들을 모조리 꺼냈다. 당연한 얘기지만, 성기들은 카운터를 가득 메우는 것도 모자라서 바닥에 쌓여가기 시작했다. “자, 잠깐! 이게 뭔가?!” “뭐긴 뭐야. 네가 방금 감정한 물건들이지. 아 개수는 다 세어놨으니까 걱정 마.” 인벤토리에 넣어두면 x몇 개로 나오거든. “아, 아무리 그래도 한 번에 이렇게 많은 양을 다 살 수는 없네!” “그래? 안사면 후회할 텐데. 장담하는데 이거 엄청 팔릴 거야. 이정도 구비해놔도 없어서 못 구할 정도일걸?” 완전히 근거가 없는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다. 열쇠라고 밝혀지는 순간, 직접 구하기 힘든 모험가들은 사려고 나설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다만 내가 드랍 조건도 밝혀버릴 거라는 게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으음…. 그 말. 확신은 있는 건가?” “그건 나한테 묻지 말고, 상인으로서 네 감에 물어봐야지. 살 거야, 말 거야? 안 살 거면 그냥 딴 데 팔게.” “자, 잠깐 기다리게. 거 왜 그렇게 급하나. 사겠네. 사면 될 거 아닌가!” 역시 거래에는 배짱이 최고야. 내가 몰아붙이자, 한스는 결국 백기를 내걸고 몽땅 사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한스에게 모든 악성재고를 떠넘기고, 우리는 가게를 나섰다. 그럼 이제 저 성기들이 드랍되는 조건을 알려주러 가볼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43==================== 사도 임명 “그럼 용무는 마쳤으니 길드로 가볼…실비아?” 한스를 엿 먹이고 상쾌해진 기분으로 가게를 나서려고 했는데, 실비아의 상태가 이상했다. 방금 내가 눈을 가리기 위해 머리를 감싸 안았던 자세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서 미동도 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실비아?” 눈앞에서 손바닥을 펴고 휙휙 움직여 봤지만 눈동자에 반응이 전혀 없었다. 시험 삼아 손가락을 코앞에 가져다대보자, 숨도 쉬지 않고 있다는 게 확인되었다. “디아나. 얘 위험한데. 숨도 안 쉬어.” “음? 갑자기 왜 그러나?” “글쎄…. 난 그냥 눈 가리고 있었던 것 밖에 없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실비아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가볍게 툭툭 두드려봤다. “흐엇! 허억! 허억! 허억!” 그러자 갑자기 실비아가 전원이 켜진 것처럼 숨을 몰아쉬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 구, 구원님! 아,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는…! 언제 어디서나 구원님이 원하시면 안기는 건 각오할 생각이었습니다만, 그래도…!” 한참이나 숨을 안 쉬고 있던 실비아는 숨을 무척이나 가쁘게 몰아쉬고 있었고, 얼굴도 익은 것처럼 새빨개져있었다. 눈동자도 그렁그렁 거리는 것이, 어떻게 보면 절정에 달한 여자처럼 보일 정도로 색기가 있었다. 게다가 저런 말까지 떠들어대자, 마치 내가 혼란을 틈타 실비아에게 뭔가를 한 것같은 분위기가 됐다. 심지어 나마저도 잠깐 고민했을 정도다. 혹시 내가 나도 모르게 성자 스킬이라도 쓴 거 아니야? 나는 내 몸 안에 흐르는 마나를 점검해 봤다. 응. 아니다. “응? 야! 잠깐! 오해할 말 하지 마라! 디아나, 나 진짜로 눈만 가려주고 있었어! 그렇잖아?” 디아나의 눈이 점점 더 의심하는 눈초리로 변하기 시작해서, 나는 다급히 외쳤다. “에? 누, 눈…? 죄, 죄송합니다. 저, 저도 참. 구원님이 끌어안아주시니 저도 모르게….” “어휴, 아무튼 정신 차렸으면 가자. 어서 길드에….” “히익!” 내가 실비아의 손을 잡고 가게를 나서려고 하자, 실비아는 화들짝 놀라면서 황급히 내 손을 피했다. 뭐야. 그 반응. 상처받는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실비아가 다급히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 아닙니다! 그런 거 아닙니다! 다만, 너무 갑자기 구원님께 닿으면 심장이 터질 것 같아서…. 아, 앞으론 제게 닿기 전에 한 마디 해주실 수 없겠습니까? 시, 심장에 안 좋습니다!” 실비아는 정말로 심장에 안 좋다는 듯이, 자신의 왼쪽 가슴을 움켜쥐고 말했다. 움켜쥘 만큼 가슴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심장에 안 좋은 건 나다 이 녀석아. 옆에서 느껴지는 디아나 시선이 무서워 죽을 것 같단 말이다. “…그래. 실비아양. 제가 그 손을 잡아도 괜찮겠습니까?” “그, 그럼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실비아는 두 눈을 꼭 감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내게 내밀었다. 저러면서도 자세 자체는 춤 신청을 허락한 귀족 영애가 손을 내미는 것처럼 우아한 것이, 참 뭐라 말하기 힘든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그래. 얼른 길드에 가자.” 나는 그 손을 붙잡고, 이번에야 말로 가게를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또 다시 실비아가 그 행동을 제지했다. “죄, 죄송합니다! 잠깐만 기다려줄 수 없겠습니까?” “응? 또 왜?” “그, 그, 그게…화장실…그래! 화장실이 급합니다! 주인장! 잠깐 화장실 좀 빌릴 수 없겠습니까?!” 너무 긴장했더니 오줌이 마려워졌다든지, 뭐 그런 걸까? 실비아는 미묘하게 다리를 오므려 안짱다리를 만들고 절박하게 외쳤다. “앗, 네. 저기 문을 통해 안쪽으로 들어가시면 왼쪽에 있습니다.” 에리나씨의 안내를 받아, 실비아는 다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아무튼 귀족 영애답지 않게 소란스러운 녀석이 아닐 수 없었다. 분명 처음 만났을 때는 절대 저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말이야. “후우우우.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화장실에 다녀온 실비아는 약간 평소 컨디션을 되찾은 듯, 어떻게 보면 살짝 멍해 보이고 어떻게 보면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나타났다. 얼굴이 번들번들 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일까? “그래. 그럼 가…손잡아도 되냐?” “네, 네. 물론입니다.” “그래. 가자.” 나는 실비아의 손을 붙잡고 끌고 가면서, 이번에야 말로 가게를 나섰다. 볼일을 마치고 와서 행복해 보였던 실비아는 다시 새빨개지고 움직임이 로봇처럼 어색해졌지만, 일일이 신경 썼다가는 평생 길드에 못갈 것 같다. 이거 나중에 어떻게 조치를 취하든가 해야지. 길드장은 안내 데스크의 레이첼 누님에게 말하는 걸로 간단하게 만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디아나가 없었으면 이렇게 간단히 만나기는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네. 뭐, 디아나가 그래서 따라온 건 아니겠지만. “오랜만이군요. 여러분. 오늘은 어떤 일로 오신 건가요? 디아나 당신이 절 직접 찾아올 정도면 꽤나 중요한 일인 모양이죠?” “음. 지금부터 이 자…이 몸의 낭군님께서 말해줄 걸세.” 디아나는 어째선지 중간에 내 호칭을 바꿔 말하고, 내 팔에 꼬옥 매달렸다. 팔에 닿은 디아나의 체온이 살짝 올라간 게 느껴졌다. 부끄러워할 거면 그냥 바꿔 부르지 않았으면 됐을 텐데. “디아나, 그렇게 견제하지 않아도 당신 남자에게 눈독들이거나 하진 않아요. 애초에 영주성에서 당신이 그 사람 때문에 난동을 피웠다는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다고요. 뭐, 당신이 그러는 걸 보니 신기하기는 하네요.” “따, 딱히 그런 의미로 낭군님이라고 부른 것이 아닐세!” 레이첼 누님이 성숙해진 것 같은 외모의 길드장은 살짝 어이없다는 듯이, 하지만 생긴 것처럼 성숙한 대응을 보였다. 과연. 디아나가 갑자기 호칭을 바꿔 부른 건 그런 이유 때문이었던 건가. 디아나는 황급히 부정했지만, 누가 봐도 그런 의미로 부른 거다. 하긴 길드장도 꽤나, 아니 상당히 미인이긴 하지. 나는 흐뭇한 심정으로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걱정 마라. 아무리 예쁘다고 해서 내가 너희를 놔두고 다른 여자한테 혹하겠냐. 외모만 보면 길드장과 판박이인 레이첼 누님에게는 예뻐서 다가간 거 아니냐고? 그건 애초에 사라도 만나기 전 일이니 노카운트다. “그럼 용건을 들어볼까요?” “네. 실은 저희가 던전 탐험 중 엄청난 비밀을 하나, 아니 둘 밝혀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비밀이죠. 안내 데스크에서 말해도 보상금 같은 건 나오겠지만, 워낙 중대한 발견이라, 이왕이면 길드장님께 직접 얘기하고 싶어서요.” “그렇게까지 말하니 기대되는군요. 어디 한 번 들어보죠.” “듣고 놀라지 마십시오. 그게 말이죠. 남성형 몬스터를 발기시킨 채로 잡으면 발기된 양물이 드랍됩니다.” “………. 흐, 흐음. 그, 그렇군요. 특수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얻을 수 있는 물건들은 꽤나 있었지만, 설마 그런 조건으로 그런 물건을 얻을 수 있을 줄은 몰랐네요.” 만약 나 혼자서 길드장을 찾아와서 이런 말을 떠벌였으면 바로 쫓아냈겠지. 하지만 내 옆에는 지고의 대마법사 디아나가 붙어있다. 길드장은 내 말을 듣고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이, 더듬거리면서 말했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헤엄치는 것이, 진짜 곤란한 표정이었다. 성숙한 금발 벽안의 누님이 저런 표정을 지으니까 그 갭이 꽤나…아니야.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미안. 디아나. 내가 딴 생각을 할 수 없게 나에게 힘을 줘. 나는 팔에 매달린 디아나의 감각에 신경을 집중했다. 후우. 디아나 성분이 보충되면서 내 머릿속의 마구니가 사라지고 있어. “물론 이것만으로 엄청난 발견을 했다고 떠벌일 생각은 없습니다. 진짜 중요한 건 그렇게 얻은 몬스터 성기의 쓰임새죠.” “네? 뭐라고요?” 이번에야 말로 길드장은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고, 이 미친놈이 무슨 헛소리를 하냐는 표정이 됐다. 몬스터 성기의 쓰임새라고 해봐야, 보통 사제용 스태프의 재료가 되는 것과, 여성용 자위기구 대용으로 쓰이는 정도가 전부니까. “실은 말이죠. 놀라지 마십쇼. 이 성기, 각각 종류별로 던전 곳곳의 비밀 통로를 여는 열쇠가 됩니다.” “그렇…네? 뭐, 뭐라고요?! 디아나?!” 충격적인 사실에 길드장은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서 외쳤다. 역시 레이첼 누님의 어머니이신 만큼 길드장도 꽤나 훌륭한 흉부를 가지고 있어서, 자리에 박차고 일어난 길드장의 가슴이 이리저리 거세게 출렁였다. 훌륭한 무브먼트다. 뭐, 그래봤자 우리 천사님만큼은 아니지만! “음. 사실일세. 지금까지 이 몸들이 발견 한 건, 1계층 늑대개의 소굴에서 1계층 마지막 층으로 이어지는 통로와 1계층 중간에 고블린 부락으로 이어지는 통로, 그리고 2계층의 비밀 장소로 이어지는 통로일세. 2계층의 비밀 장소는 그대로 3계층의 중간층으로 이어지더군.” “다, 다음 계층으로 이어지는 다른 길까지 발견했다고요! 그, 그렇다면! 디아나! 왜 그걸 이제야 밝힌 건가요?! 그게 사실이라면…!” “아니. 자네 생각을 알겠네만, 이게 도움이 되지는 않을 걸세. 생각해보게. 열쇠는 성기일세.” “그, 그렇군요. 실례했어요.” 길드장과 디아나 사이에서 뭔가 알 수 없는 말들이 오갔다. 지금은 분위기를 깨기 그러니까, 나중에 디아나한테 물어보자. “아무튼 당신이 말한 대로 대단한 발견임에는 틀림없네요. 확실히 던전 탐험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발견이에요.” 길드장은 차분해진 목소리로 자리에 앉아서, 턱을 괸 채 말했다. “비밀로 하면서 이익을 독점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렇게 밝혀주신 점 길드를 대표해서 정말 감사드려요.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보수를 준비하고 싶지만, 조금 기다려주실 수 있겠어요? 규정은 규정이니만큼, 우선은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서요.”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다. “네. 아, 그리고 비밀 통로도 포함된 지도도 그려드릴게요.” 길드장의 명령으로 레이첼 누님이 지도를 그릴 종이와 펜을 준비해주셔서, 나는 맵을 보고 그대로 종이에 따라 그렸다. 그러자 옆에서 보고 있던 디아나가 생각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비앙카. 사실이 확인되면 바로 대대적으로 발표를 할 셈인가?” “네. 그래야죠. 모험가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면, 던전 탐험의 범위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거예요.” 비앙카라는 건 아무래도 길드장의 이름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2계층의 개미굴로 이어지는 비밀 통로는 비밀로 해주게. 거기서 조금 조사할 것이 있어서 말일세. 뭐, 밝힌다고 해도 모기의 성기를 얻을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되겠냐마는 말일세.” “모, 모기의 성기….” 길드장이 질린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주시겠어요? 전 그냥 스킬을 사용한 것뿐이에요. 하지만 듣고 보니 그랬다. 동물 계열이나 아인종 계열의 몬스터들은 모험가들이 한 꺼풀 벗거나 해서 어떻게든 발기를 시킨다고 해도, 곤충 계열 몬스터들은 과연 내가 아니면 성기를 얻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것 같았다. 이거 왠지 돈 냄새가 나는데. “그럼 길드에의 협력 정말 감사드립니다. 지도까지 포함해서, 확인이 되는 대로 클랜 하우스에 저희 길드 직원이 직접 찾아가 보수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모쪼록 앞으로도 다른 발견을 하시게 된다면, 꼭 길드에 보고를 부탁드려요.” 지도 작성을 마치자, 길드장이 깊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며 말했다. 클랜 하우스까지 찾아오는 서비스라니. 이번 발견이 길드 입장에서 정말로 대단하긴 했던 모양이다. “디아나. 아까 길드장이랑 얘기했던 건 뭐야?” 길드를 나오자 마자, 나는 당장 디아나에게 아까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음? 뭐가 말인가?” “아까 길드장이랑 말했었잖아. 열쇠가 성기니까 도움이 안 될 거라는 둥.” “아아. 그거 말인가. 실은 말일세, 심층을 공략하는 자들이 더 아래로 내려가고 있지 못하는 이유가 길을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네. 물론 그곳의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강력하고, 잠깐만 방심해도 전멸을 피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그곳을 탐험할 수 있는 모험가들은 존재하니 말일세. 하지만 아무리 돌아다녀도 더 아래로 내려가는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얘기일세.” “뭐? 그러면 진짜로 성기 얘기가 도움이 됐던 거 아냐?” “아니, 그건 아닐세. 자네도 3계층에서 만났던 아이스 골렘에게는 성기를 얻지 못하지 않았나?” “뭐? 그, 그럼 설마?” “음. 지금 발견 된 가장 아래쪽의 던전의 몬스터들은 모두 생명체가 아닐세.”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44==================== 사도 임명 디아나의 그 대답은 내게 있어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 생명체가 아니라니. 그러면 성자 스킬은 모조리 봉인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리에겐 이제 실비아라는 든든한 탱커가 한 명 더 있다는 거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성자 스킬이 전혀 쓸모가 없어진 다는 건 뼈아팠다. 이참에 그냥 탱커는 실비아한테 맡기고, 난 딜러가 되어버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무투가라는 직업이 탱커보다 딜러가 어울리는 직업이기는 하다. 일반적인 게임이라면 보통 딜러로 많이 사용되고, 필요하다면 서브 탱커 역할도 겸할 수 있는 정도다. 그리고 서브 탱커가 가능한 것도, 어디까지나 가벼운 몸놀림을 살려 회피율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거다. 무투가는 딱히 어그로를 끄는 스킬을 배우는 게 아니니 말이다. 방어용 스킬이라고 해도, 스톤 스킨 같이 자신의 방어력을 올려주는 스킬을 배우지, 남을 커버할 수 있는 스킬은 배우지 못한다. 내가 지금까지 메인 탱커를 할 수 있었던 건, 어디까지나 보너스 스탯으로 인한 높은 방어력과, 성자 스킬의 뛰어난 어그로 능력 덕분이었다. 이거 말뿐만이 아니라, 정말로 딜러로 전향해볼까? 무투가라는 내 직업만 놓고 보면 확실히 끌리는 선택이지만, 역시 그렇게 결단을 내리기에는 주저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파티 전체로서 생각해보면, 딜은 레벨에 비해 무식할 정도로 강한 사라와 디아나 덕분에 차고 넘치니 말이다. 우리 클랜에 필요한 건 어디까지나 후위를 든든히 지켜줄 수 있는 방패. 실비아가 있다고는 하지만, 실비아 혼자서 탱커를 하는 건 버거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미덥지 못한 건 아니다. 개미굴에서도 그렇게 분전해줬으니까. 하지만 역시 만약을 위해서라도 탱커가 둘은 있는 편이 든든하니까 말이야.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내 사랑스런 여자들이 목숨을 잃는 거다. 그래. 역시 나도 탱커를 계속 하긴 해야 돼. 그렇다면 역시 생명체가 아닌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뭔가, 뭔가 할 수 없을까? 방어에 특화된 다른 직업을 가져봐? 아니, 그러면 또 그 직업 레벨을 올리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한참 전에 가졌던 암살자의 레벨 업도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인데. 차라리 실비아한테 방어의 요령을 특훈이라도 받아 볼까? 전에 보니 검 하나만으로 꽤나 능숙하게 전방위를 커버하던데. 나는 옆에서 가만히 서있는 실비아를 쳐다봤다. 어? 잠깐만. 그러고 보니…. “너무 그렇게 어려운 표정 짓지 말게. 몬스터들이 전부 생명체가 아니라는 건, 지금까지 사람이 도달한 가장 마지막 계층이나 그렇다는 얘기일세. 3계층은 기껏해야 아이스 골렘 정도이니, 그렇게 고민할 것 없네.” 디아나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한 듯, 까치발을 들고 팔을 위로 쭉 뻗어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나는 디아나가 쓰다듬기 쉽게 허리를 조금 굽히고, 디아나를 마주보며 미소지어줬다. “응. 그래. 천천히 생각해볼게.” 게다가 어쩌면 이미 실마리를 잡은 걸지도 모르거든. 이걸 말하면 디아나의 기분이 나빠질 가능성도 있으니,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겠지만. “그럼 이만 저택에 돌아가자.” “음? 이왕 이렇게 나온 걸세. 조금 돌아다니는 게 어떻겠나?” “아니. 미안. 갑자기 볼 일이 생각났거든.” 디아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만, 나는 한시라도 빨리 방금 생각난 아이디어를 확인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디아나 너, 어차피 마법사 협회 누님들한테 그 거대한 마석 얘기도 해야할 거 아니야. “그, 그런가….” 디아나는 살짝 시무룩해져서 말했지만, 이번만은 어쩔 수 없지. “그럼 이 몸은 저 아이들에게 조금 이야기를 하고 오겠네.” 저택으로 돌아오고 나서, 디아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법사 협회의 누님들에게 향했다. 이걸로 이제 저녁 식사 때까지는 나와 실비아의 단 둘이 된다는 거다. 좋았어. 그럼 어디…. 나는 아까 전에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확인하기 위해, 디아나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곧장 실비아에게 말을 걸었다. “실비아.” “네, 넵!” 실비아는 내가 부른 것만으로도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대답했다. 이것도 어떻게 해야 할 것 같은데. 얜 어째 가면 갈수록 더 나한테 긴장하는 것 같단 말이야. 오히려 처음 만났을 땐 귀찮다는 듯이 끌고 가려고 하고, 벗으라면 그냥 훌훌 벗어버리고 긴장은 눈곱만큼도 안했었는데. 아무튼 얘가 긴장하지 않도록 만드는 건 나중 일이다. 우선은 확인부터 하자. “전에 던전 안에서 나랑 섹스했을 때 기억해?” “네?! 아, 넵!”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당황하면서도, 착실하게 대답하는 실비아. 저렇게 일일이 과장되게 반응하니, 왠지 내가 괴롭히는 것 같은 기분이 됐다. “그때 너 엄청 느꼈잖아. 기억해?” “으, 으아아…. 네, 네에….” 실비아는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부끄러워 죽을 것 같다는 듯이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싸고 대답했다. 가만 놔두면 쥐구멍이라도 찾아내서 틀어박혀버릴 분위기였다. 이러니까 정말로 괴롭히는 것 같잖아. 분명히 말해두지만, 나는 딱히 실비아를 괴롭히기 위해서 이런 질문을 하는 게 아니다. 확실한 목적이 있어서 물어보는 거라고. “그때 말이야. 난 분명 스킬을 전혀 안 썼었거든. 그런데 넌 마지막까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어. 왜 그랬다고 생각해?” 그래. 아까 생각났던 아이디어라는 게 이거다. 분명 난 아무것도 한 것 같지 않은데, 불감증인 실비아가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거다. 혹시 그 이유를 밝혀낼 수 있다면, 생명체가 아닌 몬스터에게도 제대로 쾌감을 전달할 수단이 생기는 건 아닐까? 그것만 성공한다면, 성자 스킬과 곁들여서 제대로 어그로를 끄는 게 가능해질지도 모른다. “네, 네에?!” 내 질문을 듣고, 실비아는 정말로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실비아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단 본인에게 물어보는 게 필요하긴 할 것 같아서 물어본 것뿐이다. “아, 확실한 이유는 너 자신도 모르겠지. 그냥 그때 느꼈던 감각을 상기시키고, 나한테 설명해줘. 그때 넌 깨어나자마자 갑자기 느끼기 시작했잖아? 어떤 감각이었어? 내가 스킬을 썼을 때처럼, 나하고 닿은 부분에 직접 쾌감이 느껴졌었어?” “그, 그게…그러니까….”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점점 다가가면서 말하자, 실비아는 너무 긴장한 나머지 거의 기절할 것 같은 표정이 됐다. 아무리 그래도 저렇게까지 긴장하는 건 역시 이상하단 말이야. 몸까지 휘청휘청 거리는 것이, 정말로 쓰러질 것 같았다. 나는 그 위태위태한 모습에, 일단 양 어깨를 잡아서 쓰러지지 않도록 지지했다. “히야아아앗!” 하지만 실비아는 깜찍한 비명 소리를 내지르면서, 그대로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 미안. 건드릴 땐 말 하라고 했었지.” “이, 이 느낌이입니다아….” 실비아는 왠지 혀가 풀린 것처럼 말을 늘어뜨리면서 대답했다. “응?” “그러니까, 그게, 쾌, 쾌감…이, 이거…..”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거의 울먹이듯이 말했다. 어느 샌가 다리는 다시 안짱다리가 되어있었고, 손은 아랫배 쪽을 향하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고간을 억누르려다가 자중하고 아랫배에서 멈춘 느낌이었다. 이 반응, 분명 한스 & 에리나에서도 봤던 반응이다. 서, 설마…. 나는 뭔가 촉이 와서, 실비아를 데리고 황급히 침실로 들어갔다. 그 사이에도 나한테 계속 닿아있는 실비아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지. “실비아. 벗어봐.” “지, 지금 말입니까?” “그래. 지금 당장.” “으, 으으…아, 알겠습니다.” 실비아는 새빨갛게 익은 얼굴로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굳은 의지를 담은 눈길로 가만히 계속 쳐다보고 있자, 뭔가 자포자기한 느낌으로 천천히 자신의 바지에 손을 가져다댔다. 처음 만났을 땐 벗으라니까 주저 없이 바로 벗어던졌던 것과는 천지차이의 반응이다. 저렇게 주저하면서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결과를 보기도 전에 내 가정에 확신을 가졌다. 원래는 판금갑옷 안에 받쳐 입는 용도인지 상당히 질긴 질감의 바지가 내려가자, 흠뻑 젖어있는 실비아의 속옷이 드러났다. “이거…왜 이렇게 된 거야?” “으읏…. 죄, 죄송합니다….” “아니. 꾸짖는 게 아니야. 정말로 순수하게 궁금해서 그래. 방금 내가 만져서 이렇게 된 거야?” “아, 아뇨. 그게…잡화점에서….” 과연. 아무래도 그때 화장실에 갔던 건, 일을 보기위해 갔던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만지면 느끼는 거야?” “으읏…. 네….” “어째서? 혹시 왜 그런지 알겠어?” 내 스킬이 뭔가 부작용이라도 일으킨 건가? 아니, 그렇다면 사라나 디아나, 레이아도 진즉에 같은 증상을 보였어야 한다. 그렇다면 실비아의 불감증과 내 스킬이 뭔가 시너지 효과라도 낸 걸까? “그, 그게…해, 행복해서요….” 하지만 실비아의 대답은 내 예상을 한참 벗어난 것이었다. “해, 행복해서어?!” 아니, 확실히 들어본 적이 있기는 하다. 남자가 섹스할 때 느끼는 쾌감은 물건에 느껴지는 감촉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반면, 여성은 섹스 시의 분위기가 쾌감을 느끼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한다고. 그리고 남자마저도 정신적 쾌감으로 사정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이 가슴으로 해줄 때. 나도 레이아가 구미호화 됐을 때 경험한 게 전부이기는 하지만, 둘째가라면 서러울 기교를 가진 구미호마저도 가슴으로 해줄 때 감각이 음부에 삽입했을 때의 감각보다는 떨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 레이아가 가슴으로 해준다는 정신적 만족감으로 쾌감을 느꼈던 거다. 남자마저도 그런데, 여성의 정신적 만족감이 극대화된다면? 몇 번이고 절정을 느껴도 이상하지 않다. 저번에 던전에서 실비아와 했을 때처럼. 수수께끼는 의외로 간단하게 풀려버렸다. 예상과는 다르게 생명체가 아닌 몬스터를 상대할 때에 도움이 되는 내용은 아니었지만, 대신에 실비아가 더더욱 귀여워 보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런가. 나랑 섹스한다는 상황만으로 그렇게 느낄 정도로 정신적 만족감을 얻은 건가. 과연 귀족 영애의 신분으로 스토커 짓까지 했던 애답다. 그리고 아마 실비아가 불감증이란 것도 크게 영향을 미쳤을 거다. 얘가 아무리 날 좋아한다고 해도, 사라나 디아나, 레이아 이상으로 날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셋보다 더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역시 몸으로 쾌감을 느낄 수 없는 만큼 정신적인 의존도가 커졌다고 생각해야겠지. 심지어 얘는 섹스할 때뿐만 아니라 그냥 내가 건드리는 것만으로도…아니 잠깐.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위험하잖아. “실비아. 너 그럼 내가 건드리기만 해도 이렇게 돼버리는 거야?” 나는 흠뻑 젖어서 안쪽의 핑크빛 음부가 전혀 감춰지지 않은 실비의 팬티를 손가락으로 쓰윽 훑으면서 말했다. “흐으읏! 네, 네에! 그, 그치만! 어, 어쩔 수 없잖습니까! 구원님이 제게 닿아주시고, 행복하고, 저번에 구원님께서 주신 쾌감도…!” 실비아는 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간신히 버티고 서서 떠듬떠듬 외쳤다. 그 말을 듣고, 나는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아, 그러고 보니 나 저번에 얘한테 성자의 손길 쓰고 아직까지 방치하고 있었지. 혹시 정신적 쾌감뿐만 아니라, 그것까지 작용해서 이렇게 된 거 아냐? 왠지 그럴듯했다. 그래. 그게 아니라면 만지기만해도 이렇게 흠뻑 젖는 건 이상하지. 이 고지식한 녀석. 못 참겠으면 그냥 말 하라니까 계속 참고 있었던 건가. “아…미안. 지금부터 안아줄게.” 나는 실비아에게 급격하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팬티를 콕콕 찌르면서 말랑말랑한 음부의 감촉을 즐기고 있던 손을 뗐다. 아무래도 비 생명체 몬스터를 상대하는 방법을 찾는 것보다, 이쪽이 더 급해보였다. 그래. 마지막 계층에 도달하려면 디아나 말대로 한참 남았으니까. 몬스터 상대법은 그동안 느긋하게 생각해보자. “저, 정말이십니까?!” 내가 안는다고 말해주자, 실비아는 얼마나 기뻤던 건지, 얼굴을 가리던 양손마저 내리고 활짝 웃었다. 하지만 너무 좋아한 게 부끄럽다는 듯이, 곧바로 다시 양손으로 자기 얼굴을 가렸다. 으아아아. 귀여운 짓 하지 마라. 그렇게 좋아하니까 방치해뒀던 게 더 미안해지잖아. “그래. 하여간 너도 참. 못 참겠으면 말하라니까.” 나는 늘어가는 죄책감에 괜히 실비아를 구박하면서 그 팬티를 벗겼다. 팬티를 허벅지 중간 정도까지 내리자, 실비아의 음부와 팬티 사이로 끈적끈적한 애액의 선이 이어졌다. 다른 애들 상대로는 이제 제법 익숙해진 광경이지만, 러브 젤이 없으면 삽입도 힘들었던 애가 이렇게 되니까 꽤나 각별한 느낌이 들었다. “실비아. 침대로 갈까.” “넵! 으아아아!” 만약 실비아에게 레이아처럼 꼬리가 있었다면 지금 맹렬하게 흔들리고 있겠지. 왠지 강아지 같은 반응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실비아의 무릎 뒤와 등을 받치고 들어 올리자, 실비아는 어쩔줄 모르겠단 얼굴로 온몸을 배배 꼬면서 꿈틀댔다. 그와 동시에, 뚝뚝하고 바닥에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이 소리, 설마 애액 떨어지는 소리야?! 지금 이걸로?! 진짜 중증이네.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45==================== 사도 임명 실비아를 침대에 내려놓자, 실비아는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두 다리를 양옆으로 활짝 벌렸다. 마치 언제든지 내 물건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미묘하게 움찔 움찔대며 애액을 내뱉고 있는 핑크빛 음부가 무척이나 음란해보였다. 게다가 실비아 이 녀석, 차마 내 얼굴을 마주볼 수 없다는 듯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얼굴을 가리면서 다리는 활짝 벌리고 있다는 그 갭이 오히려 더더욱 이상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그리고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손가락 사이가 활짝 벌려져 있어서, 그 사이로 커다란 눈동자가 내 얼굴을 엄청나게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스토커 짓 할 때도 느꼈지만, 얜 시선이 너무 강해서 다 느껴진다. 나 말고 다른 데를 볼 때는 오히려 멍하고 시선에 힘이 없으니, 그만큼 날 좋아한다는 뜻이겠지. 저렇게 빤히 쳐다보면서도, 내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치려고 할 때만 샥하고 손가락 사이를 닫아서 눈동자를 가린다. 부끄러워하든가 빤히 쳐다보든가 둘 중 하나만 해라. 하나만. 뭐 아무튼 이렇게 준비가 완료된 상태이니, 애무는 안 해도 상관없겠지. 나는 곧바로 바지를 벗고 물건을 삽입하려고 했지만, 물건 끝이 음부 입구에 닿기 바로 직전에 움직임을 멈췄다. 아니, 잘 생각해보자. 전에 나 스스로가 실비아에게 말했던 것처럼, 실비아와 이렇게 관계를 가질 기회는 그다지 많지 않을 거다. 먼 훗날 우리 파티의 전반적인 레벨이 실비아의 레벨을 뛰어넘게 된다면 그때는 실비아의 레벨 업을 위해서 관계를 많이 가지게 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드물게 관계를 가질 때 철저히 더 잘해줘야 하지 않을까? 애무당하는 기분도 좀 맞보게 해주고 말이다. 안 그래도 몸의 쾌감보다는 분위기로 느끼는 애다. 그냥 바로 삽입하고 흔들기 보다는, 단계를 밟아가면서 해주는 편이 좋겠지. 나는 허리를 다시 뒤로 빼고, 대신 실비아의 납작한 가슴에 입을 가져다 댔다. 음. 안 그래도 없는 가슴이 이렇게 누워있으니 정말로 없군. 보통은 이렇게 입을 가져다대면, 입술에 뭉클한 감각이 전해지기 마련인데 말이야. 가끔 디아나를 놀릴 때 뼈가 닿느니 뭐니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얘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뼈가 닿을 수도…아니 그런 슬픈 고찰은 그만두자.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좋은 거 아니겠어? 기본적으로 거유파였던 나지만, 이 세계에 와서 점점 수용 폭이 넓어지기 시작했다. 예쁘고 어울리면 모두 좋다! 그리고 실비아의 가슴은 예쁘고, 실비아한테 잘 어울린다! 그럼 된 거야! 게다가 흉부에 체지방율이 적더라도, 가운데에 볼록 솟아올라 있는 작은 콩은 확실히 있다. 이렇게 입으로 애무하는 데 그 나름의 즐거움은 느낄 수 있다는 말씀이다. 나는 혀를 뾰족하게 만들고, 벌써 딱딱하게 굳어있는 실비아의 유두를 빙글빙글 굴리듯이 애무했다. “히아앙! 아, 아으으으…. 구, 구원님…. 저…저, 젖어 있습니다! 이미 젖어 있습니다!” 내 혀가 가슴에 닿자 실비아는 침대에서 몸이 펄쩍 뛰어오를 정도로 깜짝 놀라더니, 바들바들 떨면서 필사적인 느낌으로 그런 커밍아웃을 해왔다. “어…응. 아는데. 보란 듯이 활짝 벌리고 있잖아. 잘 보여.” “아으으으…그, 그러니까! 그러니까 가슴은…. 가슴은….” 실비아는 부끄러워 죽을 것 같다는 듯이 온몸을 꿈틀대면서 꾸물꾸물 거리더니,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응? 설마 부끄러워하는 거야? 그럴 필요 없어. 네 가냘픈 몸에 아주 잘 어울려. 응. 예뻐.” “하으으. 그, 그런 것이 아니오라….”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진 건지, 실비아의 말투가 점점 더 괴상한 존대가 되어가기 시작했다. 아니오라라니. 사극 찍니? 하긴 이 세계는 배경이 중세 서양에 가깝고, 얘도 귀족 영애니 아예 못 쓸 말투가 아니기는 하겠지만. “응? 그럼 가슴 말고 다른 데 해줄까?” 너무 애처로운 모습으로 대놓고 싫다는 티도 못 내고 가슴은…가슴은…이라고 중얼거리는 실비아의 모습을 보니, 과연 가슴을 계속 애무하기는 미안해졌다. 하긴 절친이라는 펠리시아 공주도 가슴은 엄청 컸었지. 실비아가 스스로의 외모에 관심 있는 타입으로는 안보이지만, 의외로 가슴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는 실비아의 가슴에서 입을 떼고, 대신 이번엔 입술을 실비아의 목덜미에 가져갔다. “흐아아아아!” 그러자 실비아는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지르는 건지, 아니면 기분 좋은 쾌감에 신음성을 지르는 건지 구분이 안가는 미묘한 소리를 내지르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나는 그 고운 목덜미에 가볍게 키스를 해준 후에, 혀를 내밀어 목덜미를 타고 쭉 위로 올라갔다. 가늘고 하얀 목덜미를 타고 올라가, 예쁜 v라인의 턱을 지나서 볼까지. 입술이 볼에 도착한 다음, 이번에도 가볍게 키스를 해주자 실비아가 화들짝 놀라서 눈을 가리고 있던 양손을 뗐다. 그러자 바로 눈앞에 있는 나와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에, 엣…?” 실비아는 상황 파악이 안 된다는 듯이, 그렇게 뭔가 맥 빠진 소리를 흘리면서 눈을 끔뻑끔뻑 거렸다. 나는 그런 실비아의 눈을 진지하게 마주보고 있다가, 다시 한 번 가볍게 그 볼에 키스를 해줬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조금 더 입술에 가까운 위치에. 뭐, 입술에 한 건 아니니까 이 정도는 우리 애들도 봐주겠지. 바람피운 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이건 애무의 범주에 들어간 행위다. “아, 아, 아…으아…으아아….” 볼에 두 번째 키스를 받자, 전원이라도 켜진 것처럼 멈춰있던 실비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볼부터 시작해서 점점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순식간에 귀 끝까지 새빨개졌다. 그리고는 온몸이 진동이라도 하듯 바들바들 떨기 시작하더니, 다시 양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면서 온 몸을 배배 꼬기 시작했다. “흐아아아앙!” 그리고 내 하반신, 실비아의 음부 근처에 축축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시선을 살짝 아래로 내려보니, 제대로 분수를 뿜으면서 절정에 달하고 있는 중이었다. 과연 분위기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여자. 이것만으로 절정에 달하는 거냐. 분명 처음엔 불감증이라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반대로 너무 쉬워진 거 아니냐? “그렇게 좋았어? 그럼 어디 다시….” “흐아아아! 아, 아, 아, 안 됩니다!” “으, 응?” 이번에는 귀에 키스를 해주기 위해서 실비아의 귓가에 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속삭이자, 실비아가 맹렬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외쳤다. “왜? 이번에도 별로였어? 하지만 여긴….” “흐으읏! 그, 그런 게 아니오라! 그런 게 아니오라! 더, 더 이상 하면 저, 행복해서 죽습니다! 정말로 죽습니다!” 아, 다행이다. 놀래라. 역시 싫은 건 아니었구나. 오히려 그 반대였다. 아무래도 실비아가 이렇게 필사적으로 외쳤던 건,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기를 감지하고 살기 위해 몸부림을 쳤던 것에 불과한 모양이다. 하지만 죽는다니…. 복상사 말하는 거지? 과연 이런 식으로 느끼는 것도 복상사를 당할 수 있는 걸까? 과연 그걸 시험해볼 생각은 없었으므로, 나는 행위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 힘들면 여기서 그만 둘까?”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아까 삽입부터 할 걸 그랬나. 삽입을 전혀 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나와 섹스했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가 전에 얘한테 사용했던 성자의 손길도 아직 풀리지 않았을 거다. 아까 잡화점에서도 절정에 달한 모양이지만 풀리지 않았었고. “그, 그건….” 내가 그만 둘지 물어보자, 이번엔 아까까지와는 다른 의미로 실비아는 울 것 같은 표정이 됐다. 그리고는 눈을 굴리면서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와. 엄청 고민하고 있어. 실비아의 속마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생존본능이냐, 쾌락추구냐. 두 가지 본능이 충돌하며 갈등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전생 전 디아나에게 삽입하기 전의 날 보는 것 같았다. 그래. 그 맘 내가 잘 안다. 그리고 네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도 잘 알고. “차, 참을 수 있습니다. 꼭 참겠습니다. 부, 부디 끝까지….” 거봐. 역시나. 결국 실비아의 안에서 쾌락을 추구하는 본능이 승리한 모양이다. 실비아는 여전히 양쪽으로 활짝 벌리고 있는 다리 사이, 음부 쪽에 양 손을 가져가더니 음부 양 옆의 도톰한 살을 붙잡고 양쪽으로 활짝 벌렸다. 핑크빛 속살이 모습을 드러내고, 그 가운데 더 잘 보이게 된 구멍에서 아직도 애액이 꿀렁꿀렁 새어나오고 있었다. 나는 허리를 살짝 앞으로 내밀어서 물건 끝을 실비아의 음부 입구에 맞대었다. “흐으으읏!” 그것만으로도 실비아는 몸을 부르르 떨었고, 음부에서 새어나오는 애액의 양이 늘어난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난 아직 삽입은 하지 않았다. 빳빳하게 선 물건을 한 손으로 붙잡고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말랑말랑한 음부 살을 물건 끝이 헤치고 지나가며 위아래로 쓰다듬는 감촉을 즐겼다. 물건 끝에 느껴지는 감촉이 훌륭한 것은 물론이요, 물건 끝으로 예쁜 음부가 벌려졌다 다시 닫혔다 하면서 모양이 변하는 걸 보는 것도 꽤나 좋은 여흥이 됐다. “하으읏! 흐응! 하아아….” 솔직히 말하면 좀 더 느긋하게 이 감촉을 즐기고 싶었지만, 과연 이 이상 하는 건 실비아를 괴롭히는 게 돼버리겠지. 얘는 자기주장도 안하고 그저 어디까지나 참으면서 받아들이려고 하니까, 아무리 나라도 괴롭힐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단 말이지. 나는 실비아의 음부를 물건으로 가지고 놀던 걸 멈추고, 드디어 입구에 물건을 정조준 시킨 후 그대로 허리를 밀어 넣었다. “하으으으으응!” 실비아의 좁은 살들을 헤치고 나아가면서 가장 끝의 가로막힌 부분까지 물건을 전진시키자, 실비아가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애무만으로 행복해 죽을 것 같다고 한 애니까, 바로 움직이면 분명 목숨이 위험할 거다. 그런 의미에서 난 삽입한 직후 움직임을 멈추고 실비아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다. “하아앗! 흐으윽! 하응! 흐아앗!” 하지만 실비아의 반응은 더더욱 격렬해져갔다. 마치 내가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고 있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아, 그런가. 분위기로 느끼는 만큼 허리를 흔들지 않아도 섹스중이라는 사실 만으로 흥분해버리는 건가. “히으으으읏!” 난 분명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데도, 실비아는 스스로 몸을 꿈틀대면서 다시 한 번 간단히 절정에 달해버렸다. 주, 죽진 않겠지? 그래. 이제 삽입했으니 힐링 섹스도 제대로 발동하고 있잖아. 아무리 그래도 죽진 않을 거야. 아무래도 내가 적극적으로 허리를 흔들면서 얼른 한 발 싸고 끝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실비아의 허리를 붙잡고 그 하반신을 공중에 고정시킨 다음, 맹렬하게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사라처럼 골반이 넓어서 여성미가 물씬 풍긴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이런 자세가 되니 실비아도 실비아 나름대로 여성적인 라인이 만들어졌다. 전체적으로 가냘픈 와중에도 허리 부분이 더 쏙 들어가 있어서, 허리와 골반 쪽의 라인은 확실히 살아있기도 했고. “흐아아앙! 하으응! 하앗! 구, 구, 흐으으응!” 그러자 안 그래도 멀티 오르가슴을 느낄 정도로 흥분하던 실비아는, 반쯤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일 정도로 신음성을 흘렸다. 내가 허리를 부딪칠 때마다 실비아의 음부에서 찔꺽찔꺽하면서 안에 있는 애액이 밖으로 터져 나왔다. 이렇게 허리를 흔든다고 해서 실비아의 몸이 쾌감을 느끼는 건 아니겠지만, 내가 허리를 흔들어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한 모양이다. 그렇게 까지 날 좋아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도 실비아가 더더욱 예뻐 보였다. 나는 실비아의 몸을 일으켜 세워서 나와 마주보고 앉는 자세를 만든 다음에, 그대로 꽉 껴안고 허리를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리고 실비아의 귓불을 입술로 살짝 깨물었다. 그리고는 귀에 한숨을 불어넣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실비아. 슬슬 쌀게. 마지막엔 동시에. 알았지?” “흐으으응! 네, 네! 차, 참겠, 흐윽! 구, 구원님! 구원니이이임!” 실비아는 그 선언만으로도 한계에 가까워진 모양이다. 양 팔다리로 내 몸이 으스러질 정도로 꽉 껴안았다. 그대로 몸을 덜컥덜컥 거린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으응! 죄, 죄송합니다! 저, 저, 흐으으으으윽!” 실비아는 어떻게든 참아보려고 한 모양이다. 무의식중에 내 어깨를 깨물기까지 하면서 어떻게든 버티려고 발버둥 쳤지만, 결국 내가 싸는 것보다 조금 앞서서 지금까지 이상으로 강렬한 오르가슴을 느끼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실비아가 절정에 달하면서 더더욱 꽉 물어주는 음부의 감촉과, 부들부들 떨리면서 전달되는 진동의 쾌감, 그리고 어깨에 느껴지는 아릿한 통증까지 살짝 스파이스가 되어 나도 바로 실비아의 안에 사정을 할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46==================== 사도 임명 실비아는 그대로 몸을 세차게 떨면서 절정을 느낀 후, 온몸에 힘이 풀리면서 내게 기대듯 축 늘어졌다. 날 꽉 껴안고 있던 팔다리에도 힘이 풀려서, 침대위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졌다. 너무나 강렬한 쾌감에 기절이라도 한 걸까? 숨은 쉬고 있으니, 적어도 죽진 않다. 나는 아직 물건 안에 남아있는 정액을 실비아의 안에 뽑아내기 위해서, 허리를 미묘하게 상하로 흔들었다. 기절한 상태라고는 해도, 실비아의 음부는 여전히 꽉 조여진 상태. 내 물건을 꽉 붙들고 안에 있는 정액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뽑아내줬다. 다만 내가 이렇게 허리를 흔들어도, 실비아는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보통은 기절한 상태라도 내가 허리를 흔들면 쾌감이 느껴져서 반응하기 마련인데 말이다. 이렇게 기절을 한 상태에선 전혀 반응을 안 한다는 것이, 실비아가 분위기로 쾌감을 느낀다는 사실에 신빙성을 더해줬다. 그렇게 실비아의 안에 남은 모든 정액을 쏟아내고, 나는 문득 한 가지 실험을 하고 싶어졌다. 그러고 보니, 과연 얘 상대로도 사도 임명을 사용할 수 있을까? 이미 사도 임명을 받은 사라와 디아나는 물론, 아직 사용하지 않은 레이아의 경우는 사전에 사도 임명이 성공할 거라고 확신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얘는 비교적 날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과연 사도 임명이 될까? 아니, 하지만 이렇게 좋아해주고 있는 거다. 내가 자신의 안에 싸준다는 사실만으로 기절할 정도의 쾌감을 느끼는 앤데, 이정도면 사도 임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시험 삼아서 사도 임명을 발동해봤다. 그러자 내 눈앞에 복잡한 문양이 그려진 하트 마크와 양 옆에 날개가 달린 문양이 떠올랐다. 실비아의 몸 어딘가에 이 문양을 새기도록. 역시 발동되는구나. 나는 실비아의 몸 어디에 인장을 새길지 곰곰이 고민하다가, 한 가지 사실이 떠올라 곧바로 스킬 발동을 취소해 버렸다. 그래 난 그냥 사도 임명이 되는지 궁금했을 뿐이야. 얘한테 사도 임명을 사용할 수는 없지.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 그럼. 아무리 그래도 우리 천사님보다 먼저 해줄 수는 없지. 그래도 사도 임명까지 사용가능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니, 실비아가 더 예뻐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애들한테 의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은 한다지만, 나도 남자란 말이야. 이렇게 예쁜 애가 그렇게까지 날 좋아해준다는데, 좋지 않을 리가 없잖아. 나는 실비아의 복슬복슬한 느낌이 나는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아, 그러고 보니 실비아가 깨어나기 전에 물건을 뽑지 않으면. 습관상 계속 박아두고 있었지만, 얘는 계속 박아두고 있었다가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다시 정신없이 절정에 달할 거다. “으읏….” 쾌감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속살을 헤치고 박혀있던 두꺼운 몽둥이가 빠져나가는 감각이 느껴지기는 하는 모양이다. 내가 물건을 뽑자, 실비아가 미묘하게 눈썹을 찌푸리면서 낮게 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내 물건이 완전히 뽑혀짐과 동시에, 실비아의 안에서 엄청난 기세로 정액와 애액이 뒤섞인 액체가 쏟아져 나왔다. 푸슛, 푸슈슛하고. 오줌을 한참 참았다가 싸는 것도 저만큼 맹렬한 기세로 뿜어져 나오지는 않을 거다. 내, 내 탓이 아니라고? 성자 레벨이 오르면서 내 정액량이 다른 남자들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방금은 딱 한 번 밖에 안 쌌다고. 내 탓일 리가 없잖아? 내가 박고 있는 동안 실비아가 너무 많이 느껴서, 안에 막혀 있던 애액이 터져 나온 거다. 행위 도중에도 틈 사이로 일부 새어나오기는 했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일부에 불과했다는 얘기지. 하핫. 내 물건이 워낙 커서 말이지. 게다가 실비아의 조임이 좋은 것도 있고. 꽉 틀어 막혀져 있었다는 얘기다. 아무튼 나는 물건을 뽑고, 침대의 헤드 보드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그리고 내 다리 사이에 실비아를 앉히고, 내게 등을 기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인벤토리에서 수건을 꺼내서, 실비아의 흠뻑 젖은 하반신만이라도 꼼꼼히 닦아줬다. 언제 일어날지 모를 만큼, 일단 여기라도 깨끗하게 해놔야지. 그렇게 실비아의 하반신을 깨끗이 닦아주고 나서, 나는 실비아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실비아가 깨어날 때까지 이대로 쓰다듬고 있어야지. 음. 복슬복슬. 좋은 감촉이다. “으으음….” 하지만 내가 쓰다듬은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실비아가 정신을 차렸다. 좀 더 이 감촉을 만끽하고 싶었는데. 아, 얘가 깨어난 거랑 상관없이 계속 만지고 있어도 돼나. “여, 여기는….” “일어났어?” “히야아앗! 구, 구원님?!” 실비아의 귀에 입을 가져다대고 나지막하게 말하자, 실비아는 튕겨 오르듯 펄쩍 뛰어서 일어나면서 외쳤다. “아, 이리로 와. 머리 더 만지게.” “네, 네, 네엣?!” 무슨 상황인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눈이 팽팽 돌면서도, 그대로 무릎 꿇고 앉아서 내게 머리를 내미는 실비아. 음. 순종적이고 좋다. “너 나랑 섹스하다 기절했잖아. 기억 안나?” “엣?! 아, 아으, 아으으으….” 실비아는 그제야 우리 둘 다 알몸인 걸 파악하고, 얼굴을 가리면서 부끄러워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핫! 하면서 고개를 들고, 내 어깨를 살폈다. “으으읏! 죄, 죄송합니다!” 내 어깨에 이빨모양으로 피가 묻어있는 걸 보고, 실비아는 울상을 지으면서 사과했다. 그리고는 내 어깨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간 후, 피가 묻은 곳을 할짝할짝 핥기 시작했다. 전에도 느꼈던 거지만, 정말로 강아지 같다. 혹시 견인족의 피 같은 거라도 섞여있는 게 아닐까? “아, 괜찮아. 다 나았어. 그냥 피만 묻어있는 거야. 전에 내가 섹스할 때 회복된다고 얘기해줬잖아. 기억 안 나?” “우읏…. 그래도 죄송합니다….” 나는 실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지만, 실비아는 기어코 내 어깨에 묻은 피를 한 방울도 남김없이 혀로 핥아 먹었다. “하아…하아….” 뭔가 중간부터 숨소리가 좀 거칠어진 것 같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깨에 입을 대기 위해서 내 품에 안겨 있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 응. 그런 거라고 생각하자. “그래서, 실비아. 확인할 게 있는데.” “하아…네? 앗, 넵! 말씀하십시오!” “이제 전에 걸어뒀던 성자의 손길도 풀린 거잖아? 아직도 내가 닿기만 해도 쾌감이 느껴지고 그래?” “네? 아, 아, 아으으….” 미안한 표정으로 내 어깨를 핥는데 열중하던 실비아는, 그제야 내가 아직도 자기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모양이다. 순식간에 부끄러운 표정으로 움츠러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머리를 만지고 있으니, 그걸 방해할 수는 없다는 듯이 필사적으로 머리 위치는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몸을 부들부들 떨게 됐다. 귀여운 녀석. 시선을 실비아의 하반신으로 내려보니, 음부에서 다시 애액을 흘리는 것 같진 않았다. 아까 닦아준 상태 그대로 뽀송뽀송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역시 만지는 것만으로 그렇게 느꼈던 건, 성자의 손길의 효과가 남아있었던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였어. 다행이다. 만약 살짝 닿은 것만으로 계속해서 그렇게 느껴댔다면, 상당히 난감했을 거다. 던전에서 같이 전투를 하다보면 서로 몸이 닿는 일이 생길지도 모를 일이고, 그게 아니더라도 일상생활에서 일단 불편하다. 뭐, 지금도 느끼지 않는 만큼 그나마 괜찮은 레벨일 뿐, 충분히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레벨이지만 말이다. 만지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부끄러워하면 어떻게 살겠어. 아무래도 얜 특훈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뭐, 일단 씻고 올까. 어때? 실비아? 같이 씻을래?” “네, 넵?! 그, 그건…!” 실비아는 딱딱하게 굳어져서 움직임을 멈췄다.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같이 씻다가 행복에 겨워서 행복사할지, 아니면 눈물을 머금고 나와 씻는 걸 포기할지 고민되는 모양이다. 이쯤 해둘까. 저 반응을 봐서는, 진짜로 내가 씻어주면 얘 죽을지도 몰라. “그럼 먼저 씻고 와. 찝찝하지?” “으, 으읏. 네, 네에….” 실비아는 다행이라는 듯이, 하지만 한편으론 아쉽다는 듯이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 터덜터덜 힘없이 욕조로 걸어갔다. “실비아.” “네, 넵!” 둘 다 씻고 완전히 옷을 입을 상태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실비아와 마주봤다. “지금부터 특훈을 시작한다.” “특훈…말입니까? 어떤 특훈을…? 히야아앗!” 실비아는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내가 머리를 어루만지자마자 바로 펄쩍 뛰어올랐다. “바로 이거야. 이 반응. 부끄러운 건 알겠는데 넌 너무 정도가 심해.” “아, 아으으….” “그러니까 지금부터 나와의 스킨쉽에 익숙해지는 특훈을 시작한다.” “네, 넵?!” “자, 그러니까 일단 여기 앉아!” 나는 침대의 헤드 보드에 기대고 앉은 채로 스스로의 다리 위를 가리켰다. “……구, 구원님의 다리 위에 말입니까?” “그래. 아, 이러면 불편한가? 좋아. 이럼 됐지? 여기 앉아!” 이번에는 다리를 살짝 벌려 다리 사이에 공간을 확보하고, 거기를 가리켰다. “그, 그런 문제가….” “실비아. 이것도 다 특훈이야.” “하, 하지만….” “실비아.” “네, 넵!” “내 곁에만 있게 해주면 내가 언제 뭘 요구하더라도 다 듣는 거 아니었어? 어서 와. 이건 명령이야.” 나는 어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을 사용했다. 사실 저 조건은 실비아가 처음 자길 받아달라고 했을 때나 말했던 거지, 내가 얘를 우리 클랜으로 받아들이면서 저 조건을 내건 건 아니지만. 실비아에건 분명 저 말이 먹힐 거다. “아으으…네….” 실비아는 꾸물꾸물대면서도, 결국 내 다리 사이에 앉았다. 하지만 나한테 기대지 않고 등을 꼿꼿이 세운 채로, 최대한 나와 안 닿으려고 하고 있었다. 어딜. 그래선 특훈이 안 되잖아. 나는 양 팔로 실비아를 덥석 껴안고, 그대로 내쪽으로 끌어당겼다. “흐아아아아!” 실비아는 반사적으로 도망치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두지 않았다. 실비아를 껴안은 팔에 힘을 꽉 주고, 다리로도 실비아의 다리를 구속하여 도망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가만히 있어. 이건 특훈이야. 오늘부터 넌 내 스킨십에도 평범한 반응을 보일 수 있을 때까지 매일 특훈할 거야.” “아으, 아으, 아으으으….” 살짝 실비아의 어깨 너머로 그 얼굴을 들여다보니, 실비아는 눈동자가 팽팽 돌아가면서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나는 이렇게 패닉 상태에 빠진 사람을 제정신으로 돌리는 방법을 한 가지 밖에 알지 못한다. 바로 더 큰 충격을 주는 거지. 나는 실비아의 몸을 꽉 끌어안은 자세를 유지한 채로, 실비아의 정수리에 뺨을 대고 부비부비 문질러댔다. “히으읏! 으아아! 으아아아아!” 실비아의 몸이 펄쩍하고 뛰어오르더니, 이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체온도 급속도로 올라가는 것이, 굳이 확인해보지 않더라도 얼굴이 새빨개져 있을 거라는 게 예상이 됐다. “도망갈 생각하지 마라. 이대로 익숙해지는 거야.” 실비아는 결국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그대로 내게 안긴 채 저녁때까지 부비부비를 당해야했다. 하아아. 복슬복슬한 감촉이 왠지 치유된다.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아. “구원! 나왔…뭐하는 거야?” 저녁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사라가 기세 좋게 내 방에 들어왔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들어왔던 사라는, 내가 실비아에게 부비부비하는 모습을 보자 급속도로 목소리 톤이 가라앉았다. “사, 사라님! 사, 살려….” “야. 그게 무슨 말이야. 살려달라니. 자기도 좋아서 부끄러워하는 거면서. 아, 사라야. 오해하지 마. 이거 특훈하는 거야.” 실비아는 사라를 보자마자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짜냈지만, 나는 그 말을 끊으며 황급히 사라에게 대답했다. 사라에게 이 모습을 들켰을 때는 순간적으로 나도 쫄았지만, 생각해보니 이건 바람피우는 게 아니잖아. 난 당당해. 정당한 이유가 있어서 이러고 있는 거라고. “…특훈?” “응. 얘가 나한테 닿기만 해도 너무 심각하게 부끄러워하잖아. 같은 클랜인데 언제까지 그런 반응이면 피곤하지 않겠어? 게다가 전투 중에도 이래버리면 위험하기도 하고. 그러니까 익숙해지기 위해서 특훈하는 거야.” “흐이이잉….” 내 대답을 듣고, 사라는 나와 실비아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기 시작했다. 부끄러움에 부들부들 떨면서 온 몸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채 표정은 거의 울기 직전인 실비아를 보고, 사라는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아…. 구원. 실비아씨를 괴롭히는 것도 적당히 해둬. 불쌍하잖아.” 과연 사라도 이런 상황에는 질투하기에 앞서 한심하단 생각부터 들은 모양이다. 매섭게 치솟아 올라갔던 눈매도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괴롭히다니. 만약 전투 중에까지 얘가 이런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해봐.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만들 수도 있다고. 난 어디까지나 우리 모두를 위해….” “아아. 응. 알았어. 알았어.” 흠. 사라의 성의 없는 반응이 납득이 되는 건 아니지만, 뭐 일단 이해는 한 모양이니 넘어갈까. 사라가 질투심이 폭발해서 화내지 않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47==================== 사도 임명 “그래서. 사라 넌 무슨 일…아니.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웬일이야? 그런 차림을 다 하고.” 그랬다. 사라는 지금 바지 윗단이 상당히 짧은, 거의 골반 중간에 걸치고 있는 수준의 바지를 입고 있었다. 상의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길이지만, 바지 윗단이 짧은 만큼 11자 복근이 선명한 매끈한 배의 아랫부분이 절반 이상이나 드러나 있었다. 늘씬한 모델 체형의 사라에게는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차림이지만, 한편으로 무척이나 위화감이 드는 모습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게, 얘 피부 노출을 엄청나게 싫어한단 말이지. 예전에 그 망할 포츠 놈에게 강간당할 뻔한 과거가 있는 만큼, 사라는 나 이외의 남자들을 싫어하는 것은 물론 시선을 받는 것조차 싫어한다. 그리고 자신이 얼마나 예쁜지 잘 알고 있는 사라는, 자신이 피부 노출이 많은 옷을 입으면 남자들이 빤히 쳐다볼 거란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라는 언제나 피부노출이 극단적으로 적은 옷을 입고 있었다. 나로선 모델 같은 체형의 사라가 그런 식으로 옷을 입는 건 보물을 썩히는 꼴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과거가 과거인 만큼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망할 포츠 새끼. 더 괴롭히다 죽였어야 됐는데. 설마 자살할 정도로 멘탈이 약한 녀석이었을 줄이야. 아무튼 그런 사라가 저렇게 하복부를 드러낸 바지를 입고 있는 거다. 뭔가 심경의 변화라도 생긴 걸까? “후훗. 알겠어?” 내 질문을 받은 사라는 아까 전 방에 들어왔을 때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기쁜 듯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리고는 빙글하고 반 바퀴 돌아 내 쪽을 향해 등을 돌리더니, 척하고 모델처럼 자세를 잡으면서 뒤를 돌아 이쪽을 바라봤다. “쨘! 이거 봐. 어때?” 그 뒷모습을 보고 나서야, 나는 사라가 갑자기 왜 저런 차림을 하고 나타났는지 깨달았다. 과연 어제 그렇게 쇼핑을 해놓고 오늘 또 뭔가 사러간 건 이걸 위한 거였나. 바지 윗단이 짧은 만큼 바지가 사라의 엉덩이 위쪽에 걸쳐져 있었고, 그 위로 내가 어제 새겨준 사도의 인장이 확실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문양이 완전히 드러나는 것에 집착한 건지, 아슬아슬하기는 하지만 하트모양의 끝부분까지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말은 즉 사라의 엉덩이 골 아슬아슬한 부분까지 노출하고 있다는 뜻으로, 자칫 잘못하면 더 깊은 곳까지 보일 위험이 있는 차림이었다. 뭐 어울리냐 안 어울리냐로 말하자면, 확실히 어울렸다. 저렇게 적당히 노출을 하니, 안 그래도 모델 같았던 체형이 빛을 발하면서 모델포스가 제대로 뿜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어…음…엄청 예뻐. 최고야. 오늘은 그걸 사러 간 거였어?” “응.” “그럼 나한테 말 하지. 같이 가서 골라줬을 텐데.” “후훗. 놀래키고 싶었단 말이야.” “구원이 깜짝 놀란 표정을 보니, 서프라이즈는 먹힌 것 같네.” “응. 진짜 엄청 예뻐. 그런데 사라야, 한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응? 뭔데?” “너 가게에서 여기까지 그 차림으로 온 거야?” “그런데?” “남자들이 힐끔힐끔 안보든?” 내 말을 들은 사라의 표정이 한 순간, 아주 잠깐이지만 쓰레기를 쳐다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깐으로, 사라는 다시 환하게 웃으면서 날 쳐다봤다. “그야 보긴 봤지만, 그래도 이걸 자랑하고 싶은 걸.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어.” 디아나도 그랬었지만, 사라 역시도 우리 사이를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저렇게 눈에 보이게 생겼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기쁜 모양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사라가 나와 실비아의 이런 모습을 보고도 바로 화를 가라앉힐 수 있었던 이유도 설명이 됐다. 실제로 지금 내 품에 있는 실비아는 사라의 그 인장을 보고 살짝 시무룩한 표정이 됐다. 동시에 부러운 눈빛으로 사라의 엉덩이 위에 있는 인장을 빤히 쳐다봤다. 이거 좀 미안해지네. 얘도 사도 임명이 가능한 상황이었지만, 내가 일부러 안 한 거니까 말이다. 뭐, 그래도 안 하는 게 정답이겠지. 애초에 얜 다른 셋 같은 위치로 우리 클랜에 받아들인 게 아니니까. 대신 너무 이렇게 시무룩해져 있는 건보기 좀 그러니까, 주의를 딴 데로 돌려야지. 나는 실비아를 꽉 껴안고 있던 손으로, 실비아의 옆구리에 간지럼을 태우기 시작했다. “꺅! 하으…아으으으….” 그러자 실비아는 자신이 내게 안겨있는 상황이란 게 다시 생각난 모양이다. 사라의 인장에 집중하느라 잠깐 멈춰있던 몸이 다시 부끄러움에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좋아 실비아는 이걸로 됐어. 그럼 다시 사라와의 대화에 집중해볼까. 다른 남자의 시선에 받는 혐오감보다도, 나와의 관계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니. 참으로 바람직한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솔직히 나로선 다른 놈들이 사라를 그런 눈으로 쳐다본다는 게 맘에 안 들기는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른 놈들의 눈을 일일이 전부 뽑아버릴 수도 없는 일이고, 다른 놈들을 신경 쓰느라 예쁜 차림을 하지 말라는 것도 웃긴 일이다. 이 미묘한 기분은, 예쁜 여자를 데리고 다니는 남자의 숙명이란 거지. 다른 사람의 시선은 이미 예전에 포기했다. 레이아의 사제복을 착 달라붙는 옷으로 개조한 시점에서 말이다. 뭐 인장을 성감대에 박아논 거라서 더 미묘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저게 성감대 표시란 걸 모를 테니까 상관없겠지. 아, 그러고 보니 사라한테도 말 안했었구나. 그러니까 저렇게 드러내고 있는 거겠지만. 이 사실은 사라에게 평생 비밀로 하자.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사라의 모습을 뇌리에 똑똑히 새기기 위해서, 다시 한 번 사라의 뒷모습을 천천히 훑어봤다. 정말 예쁘다. 늘씬늘씬 하면서도 골반이 넓은 사라가 저렇게 골반 중간까지 내려오는 타이트한 바지를 입고 있으니까, 정말 화보라도 찍는 것 같다. 응? 그러고 보니…. 나는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데 사라야.” “응?” “그 바지, 꽤나 아래까지 내려와 있잖아.” “응.” “속옷은 어쨌어?” 그랬다. 사라는 지금 원래대로라면 속옷의 윗부분이 확실히 보여야할 부분까지 드러내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사라의 바지 위로 속옷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었다. “후훗. 궁금해?” 내 질문에 사라는 살짝 요염해보이기까지 하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응. 엄청 궁금해.” 머릿속에서 온갖 상상이 난무했다. 마이크로 비키니 같은 모양의 속옷부터, T팬티, C팬티까지. 그 어떤 걸 입더라도, 모델같은 사라에겐 무척이나 잘 어울리고 섹시할 게 뻔했다. 보고 싶다. 엄청나게 보고 싶다.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알아보는 게 어때?” 그, 그 말은 즉…직접 벗기란 말이렷다! 이 앙큼한 것! 남자의 애간장을 녹이는 방법을 잘 알고 있잖아! 나는 당장이라도 사라에게 뛰쳐나가려고 했지만, 품안에 실비아가 있는 바람에 실패했다. “사라. 이리 와.” “실비아씨도 있는데?” 저 말은 즉, 실비아를 내보내야지 바지 안이 어떻게 돼있는지 확인시켜 주겠다는 얘기였다. 젠장. 결국 사라가 여유만만 했던 건 그냥 단순히 사도 임명을 받아서 우월감이 생긴 것 때문만이 아니었구나. 이렇게 될 걸 예상하고, 곧 단 둘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까 잠깐 질투심을 억누른 것뿐이었어. 하긴 이 질투심 강한 애가 자기가 조금 더 우위인 입장에 있다고 질투를 안 할 리가 없는데. 하지만 이거 어쩌지. 아직 실비아의 특훈이 끝나지 않았는데. 게다가 실비아는 나하고 섹스를 마친 직후다. 섹스를 하고 나서 ‘이제 너한테 용무는 끝났으니까 나가봐. 난 본처랑 놀 거야.’ 라고 하는 건 아니지 않나? 아무리 실비아와 우리 애들 사이는 다르다고 명백히 선을 그어놓고 있고, 나도 그에 맞춰 행동하려고 노력한다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진짜로 성노예 취급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잖아. 난 그렇게까지 악독한 놈은 되지 못한다고. 사라는 나와 실비아가 섹스를 했단 사실까진 모른다. 정말로 그저 특훈이란 명목 하에 내가 실비아를 괴롭히고 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만약 알았더라면, 우리 착한 사라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실비아를 내보내라는 사인을 보내진 않았을 거다. 얘도 일단 실비아를 불쌍하게 여겨서 자는 걸 허락한 애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 방금 실비아랑 섹스했는데, 섹스만 하고 바로 내쫓긴 미안하잖아? 같은 말을 사라에게 할 수도 없었다. 진퇴양난이란 바로 이런 걸 두고 말하는 건가. “어떡할래?” 사라는 다시 반 바퀴 빙글 돌아 나와 정면으로 마주본 후, 미소 지으면서 천천히 침대로 다가왔다. 젠장. 이거 어떻게 하면 좋지. 실비아를 내보내자니 실비아한테 너무 미안하고, 그렇다고 내보내지 않으면 사라가 삐질 게 분명하고. “그야….” 똑똑. 내가 어떻게 할지 고민하면서 입을 열었을 때, 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구원님. 사라님. 실비아님. 저녁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평소와 다름없이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바네사의 냉철한 목소리가 식사시간을 알려왔다. 정말 무감정한 목소리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한줄기 빛을 내려주는 구원의 목소리로 들려왔다. 참고로 말하지만 내 목소리라는 거 아니다. “…타임 오버네.” 그렇게 말하는 사라는 살짝 목소리의 톤이 내려가 있었다. 바네사에게 방해받았다고는 하지만, 내가 바로 실비아를 내보내지 않은 게 맘에 안 드시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래도 바네사의 핑계를 댈 수 있으니, 그나마 나은 상황이다. “그, 그러네. 얼른 밥 먹으러 가자. 에이. 그렇게 삐지지 마. 네 바지 안쪽은 나중에 확실히 확인해 줄 테니까.” 나는 실비아를 살짝 들어서 옆으로 치우고, 사라에게 다가가면서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흥. 삐진 거 아니거든.” “그럼 다행이고. 자, 얼른 가자. 그거 아직 다른 애들한테는 안 보여줬지? 가서 자랑하자.” 나는 사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서, 생각나는 대로 아무 말이나 내뱉으면서 사라의 허리에 팔을 둘러 끌어안았다. 매끈한 맨 살이 닿아서 끌어안는 감촉이 훨씬 더 좋아졌다. 여러모로 우수한 바지가 아닐 수 없었다. “실비아. 뭐해. 어서 와. 너도 가야지.” “네, 넵.” 그렇게 나는 사라와 실비아를 데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내가 방금 했던 말이 새로운 폭탄을 터트릴 불씨가 될 거란 것도 모른 채로. “음. 사라양. 드물구먼. 그런 차림을 하다니.” “그러네요. 사라씨, 잘 어울려요.” 식당에는 이미 디아나와 레이아가 먼저 와있었다. 그리고 과연 디아나와 레이아도 여자라는 건지, 사라가 과감하게 하복부를 노출한 패션을 하고 있다는 것에 바로 주목했다. “후훗. 고마워요. 사실 이렇게 피부를 드러내는 게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구원과의 사랑의 증거를 가리고 싶지 않아서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사라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뒤로 돌면서 엉덩이 위의 인장을 강조하듯이 살짝 엉덩이를 내밀고 포즈를 잡았다. 그러면서 시선은 날 향하고 있었는데, 내게는 그 눈빛이 마치 ‘이렇게 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구원이 방금 자랑하라고 했으니까 하는 거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면 ‘흥. 바로 날 선택 안 해? 실비아씨가 그렇게 좋단 말이지? 어디 한 번 혼나봐라.’ 라고 말하고 있거나. 사라의 도발은 확실하게 엄청난 파장을 가지고 왔다. “뭐, 뭐, 뭐, 뭣…?!” 디아나는 고장난 기계처럼 말을 더듬으면서 차마 문장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있었고, “사, 사라씨도 받으셨던 건가요?” 레이아는 셋 중 자신만 사도 임명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풀죽은 모습이 됐다. 사실 어젯밤을 사라와 잤으니 사라도 사도 임명을 받았을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겠지만, 이렇게 직접 눈으로 확인하게 되면 역시 충격이 더 큰 모양이다. “흐, 흥! 그, 그래봤자 이 몸도 있다네! 이 몸이 더 먼저 받았네!” “네. 스커트를 들어 올리는 변태같은 짓이라도 하지 않으면 드러나지도 않는 곳에요. 전 이렇게 드러낼 수 있는 곳에 새겨준 걸 보면, 구원도 상당히 자랑하고 싶었나 봐요.” “흐, 흐이이잉! 구워어언!” 방금 전에 나한테 삐진 덕분에 공격성이 강해진 사라가 쏘아붙이자, 디아나가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날 쳐다봤다. 그리고는 어린 애가 고자질 하듯이 사라를 가리키면서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마 사라의 말이 사실인지 대답해달라는 거겠지. 사, 사라님! 삐진 건 잘 알겠으니까, 제발 도발 좀 살살 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 디아나가 멘탈에 막대한 타격을 입고 유아 퇴행할 정도로 울먹이잖아요! 게다가 너도 그렇게 함부로 드러낼 수 있는 위치에 새긴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너 거기서 바지가 1센티만 더 내려가도 엉덩이 골이 보이는 건 알고 하는 소리지? 너도 지금 상당히 노출이 심한 상태라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48==================== 사도 임명 물론 디아나는 인장의 위치가 그보다 조금 더 낮은 만큼, 그마저도 불가능하긴 하지만, 그래도 네가 그렇게 자랑할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디아나 너한텐 전에 내가 왜 그런데다 인장을 새겼는지 알려줬잖아! 사라도 똑같아! 누군 자랑하고 싶고, 누군 숨기고 싶고 그런 게 아니야!” 나는 디아나가 울음을 터뜨리기 전에, 황급히 외쳤다. 하지만 너무 황급히 외치느라, 해선 안 될 말까지 하고 말았다. 젠장. 난 바보야! 사라에겐 평생 비밀로 하자고 다짐한지 얼마나 됐다고! “뭐? 무슨 소리야? 인장의 위치에 이유도 있었어? 무슨 이윤데?” “그, 그러니까…어…음…그게…묵비권을 행사합니다.” 디아나는 그나마 제일 정상적인 성감대라고 할 수 있다. 음부 안쪽이니까. 성감대에 새겼다는 사실 자체로는 화는 냈어도, 이상한 곳이 성감대라고 알리는 꼴은 아니니까 그나마 나았다. 하지만 사라는 아니다. 엉덩이가 성감대라 엉덩이에 새겼다고 말해봐라. 게다가 사라는 저걸 드러낸 채로 오늘 거리를 활보하다 온 상황이라고. 사라가 날 죽이려고 들 거야. “말해.” “그, 그냥 어울려서요. 우리 사라 엉덩이가 얼마나 예쁜지….” “구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말할게. 사실대로 말해.” “그…귀좀 빌려도 되겠습니까?” 사라의 포스에 눌려서, 나는 모든 걸 포기하고 사라의 귀에 입을 가져다댔다. “넌 엉덩이가 성감대라…쿠웨엑!” 내가 차마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사라의 강렬한 보디 블로우가 내 옆구리를 강타했다. “진짜 바보 아니야?! 잠깐, 그럼 난 밖에서 그걸…진짜 바보! 바보! 왕 바보야!” “크헉! 잠, 쿠허억! 사라님, 잠깐 제 말 좀…!” 결국 내가 사라에게 두들겨 맞는 걸로 식사 전 소동은 일단락 될 수 있었다. …내 한 몸 희생해서 우리 애들끼리 전쟁이 일어나는 건 막았으니, 이걸로 된 거야. 난 만족해. 날 그렇게 때리고도 전혀 화가 풀리지 않은 사라는 식사내내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는 다들 식사를 마치자마자 재빨리 식당을 뒤로 했다. 아까의 그 당당했던 모델 워킹은 어디 갔는지, 손으로 자신의 엉덩이 위쪽 인장을 가리면서 새빨개진 얼굴로 쏜살같이 달려 나간 바람에, 어떻게 제지할 틈도 없었다. 그나마 자기가 먼저 다 먹었는데도 남들이 다 식사를 마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사라가 무의식 레벨에서 예의 바른 애라는 건 확인할 수 있었지만. 젠장. 나중에 꼭 달래주지 않으면. 맘 같아선 지금 당장 달래주러 가고 싶었지만, 지금 가면 또 사라의 무시무시한 손맛을 맛보게 될 게 뻔했다. 물론 난 직업이 무투가인 만큼 근접전 자체는 내가 더 세다. 저항하려면 저항할 수 있고, 어렵지만 제압할 수도 있긴 있을 거다. 하지만 우리 사라한테 난폭한 짓을 할 수는 없잖아? 사라의 화가 조금 식기를 기다릴 수밖에. 그리고 또 한 가지, 아까부터 풀죽어있는 레이아도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안 됐다. 혼자 사도 임명을 못 받았다고 식사 전부터 지금까지 저렇게 풀죽어 있잖아. 빨리 레이아에게도 사도 임명을 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나마 사라는 저렇게 화나는 일 있으면 바로 스트레스 발산이라도 하지, 우리 천사님은 마음에 꼭꼭 담아놓는 타입이라서 더 위험하다. 우리 천사님의 그런 모습을 보는 건 저번 한 번 만으로 충분해. “그럼 일단 레이아. 방에 가자.” “네? 벌써부터요?” “그래. 얼른 가자.” 내가 사라를 달래주기 위해 달려갈 줄 알았는지, 레이아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단은 네가 먼저야. 나는 레이아의 손을 붙잡고 침실로 향했다. 물론 사라를 어떻게 달래줄지 생각하면 골치가 아픈 것도 사실이었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레이아를 상대할 때는 레이아에게만 집중하는 게 매너 아니겠어? 나는 레이아를 침대위에 눕혔다. 긴 머리카락이 아직도 덜 말라서 미묘하게 젖어있는 것이, 분명 밖에 나갔다 온 다음 식사 전에 샤워를 마치고 온 거다. 나도 실비아와 한 후에 샤워를 했으니, 새삼 샤워를 다시 할 필요는 없겠지. “그럼 레이아. 오늘은 특훈은 그만두고 바로 사도 임명부터 할까?” 얼마 전에 새롭게 각오를 다지면서 특훈을 열심히 하기로 한 레이아였지만, 과연 이런 때까지 특훈부터 들어가고 싶진 않을 거다. 하지만 내 물음에 레이아는 살며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제대로 특훈부터 해주세요.” “응? 사도 임명 당장 받고 싶은 거 아니었어?” “물론 당장 받고 싶어요. 구원씨와의 관계를 확실히 드러낼 수 있는 표식인 걸요. 지금 당장 받고 싶어요. 하지만…어차피 오늘 받을 수 있는 거잖아요? 조바심 낼 건 없죠. 그리고…저 어제 밖에서 구원씨에게 키스 못 했을 때, 정말 분했는걸요. 사도 임명을 빨리 받고 싶은 것과 마찬가지로, 구원씨에게 마음껏 키스할 수 있는 몸도 빨리 되고 싶어요.” 아무튼 우리 천사님은 어쩜 이렇게 하는 말 하나하나가 다 예쁘실까. 정말로 남자가 원하는 이상적인 여자를 일부러 연기하라고 해도 이렇게는 못할 거다. 이건 타고 난 거야. 타고난 천사라니. 하아…역시 천사님은 레이아야. “그렇구나. 그럼 어디….” 나는 그런 레이아의 위를 덮듯이 올라가서는, 그대로 레이아의 이마에 키스를 해줬다. 그리고 눈꺼풀, 귀, 코, 뺨 입술만 남겨놓고 얼굴 여기저기에 가벼운 버드 키스를 해줬다. “흐읏, 후훗, 훗.” 레이아는 살짝 간지러운 듯이 웃으면서, 미묘하게 눈동자에서 보랏빛 안광이 은은하게 새어나왔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고, 이내 다시 레이아의 눈은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일단 입술 말고는 다 괜찮은 모양이네. 완전히 구미호화를 컨트롤 할 수 있을 때까지, 나한테 키스하고 싶으면 대신 얼굴 아무데나 하면 되겠다.” “후훗. 네. 그럴게요.”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레이아는 손을 입으로 가져가서 쿡쿡 웃으면서 말해줬다. “그럼 특훈 말인데…. 저번에는 결국 나한테 애무 당하면서 절정에 달하는 것 까진 버텼잖아. 그럼 다음 단계는 역시 직접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해.” “직접적인 행동이요?” “응. 정기를 흡수하는 직접적인 행동. 예를 들어 키스나 펠라, 섹스 같은 행동들. 하지만 아직 그런 걸 바로 해서 버틸 수 있는 단계까진 아니겠지. 전에도 바로 구미호가 되어버렸고. 그래서 말인데. 중간단계를 생각해봤어.” “그게 뭔가요?” “바로 타액이야. 키스나 펠라, 섹스 이 모든 행위의 공통점은 결국 네가 내 타액을 몸 안으로 받아들이는 행위라는 거지. 즉, 지금부턴 타액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할 때라고 생각해.” “과, 과연. 그렇군요.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되나요?” “그렇군. 우선은…침이 몸에 묻는 건 문제 없는 거잖아? 다른 곳에 키스를 하는 건 괜찮은 모양이고.” “네. 아주 살짝 위험했지만요.” “그럼 다음 단계는 정액이 몸에 묻는 상황을 견뎌내는 거야.” “그, 그렇군요.” 일견 황당하게 들릴 수도 있는 얘기지만, 난 진지했다. 실제로 얼굴에 정액이 튀어서 레이아가 구미호로 변한 적도 있었고 말이다. 하지만 지금과 그때는 다르다. 레이아도 구미호 상태에 많이 익숙해졌으니, 지금이라면 견뎌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레이아도 그걸 알기 때문에, 당황하면서도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레이아 부탁해.” “네, 네?” “그게, 정액을 몸에 묻히려면, 일단 정액이 있어야하지 않겠어?” “그, 그러네요.” 내 말의 뜻을 이해한 건지, 레이아는 화악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구원씨가 침대에 누워주세요.” 레이아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결심한 표정으로 두 주먹을 가슴 앞에서 불끈 쥐고 말했다. 누워있는데도 저러니까 가슴에 골짜기가 생기다니. 역시 레이아의 가슴은 국보급이야. 지방 한 줌 안 남는 실비아와는…슬픈 생각은 그만두자. 나는 얼른 레이아가 말하는 대로 레이아의 옆에 누웠다. 그러자 레이아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내 몸 위로 올라탔다. 결심한 표정이라도 얼굴은 귀 끝까지 새빨개져 있었고, 내 머리 옆을 짚고 있는 팔은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역시 자기가 나서서 정액을 뽑아내는 건 여간 부끄러운 게 아닌 모양이다. 내 입장에서 생각하면 레이아가 나한테 봉사해주는 모습이 이젠 그리 낯설지 많은 않지만, 레이아 입장에선 그게 아니다. 어디까지나 구미호가 됐을 때 그렇게 봉사를 해줬던 거다. 그나마 구미호가 안 된 상태로 봉사를 해줬을 때도 거의 구미호가 되기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왔다 갔다 했던 거라서, 완전히 맨 정신이라고 보긴 힘들었을 때였다.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살짝 안쓰럽기는 했지만, 그 이상으로 흥분도 됐다. 그 천사님이 맨 정신으로 내 정액을 뽑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거야. 흥분되지 않을 리가 없잖아? “저…그, 그럼 실례할게요.” 레이아는 부끄러움을 감추고 애써 가련하게 미소 지으면서 말한 후에, 내 바지에 손을 댔다. 그리고는 엉금엉금 기어서 내 가랑이 부분 위에 얼굴이 올 위치까지 후진한 후에, 내 바지 앞섶을 천천히 풀기 시작했다. “꺄악!” 바지 앞섶이 완전히 풀어지자, 이미 최고 크기로 커져있던 내 물건이 그대로 튀어나오면서 레이아의 안면에 가볍게 찰싹하고 부딪혔다. “미, 미안!” “괘, 괜찮아요. 그, 버, 벌써 커져있으시네요.” 그야 천사님이 바지 앞섶을 풀러주시는데 세상에 어떤 남자가 안 커져있겠어요. 레이아는 내 물건이 찰싹 때리고 간 얼굴을 감싸 안으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평소 레이아의 포근한 미소와는 다르게 살짝 무리하는 것 같은 경직된 미소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 긴장한 표정과는 전혀 다르게, 레이아는 스스로가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른 애들처럼 지금부터 뭘 해야 될지 물어보지도 않고, 극히 자연스런 동작으로 나머지 한 손을 뻗어 내 물건을 움켜쥐었다. 물건의 크기와 강도를 확인하고 그에 맞춰 쥐는 방법을 바꾸는 것처럼 손을 꾸물대면서 몇 번 고쳐 쥐기를 반복하던 레이아는, 이내 만족스런 위치를 찾았는지 손가락을 오므려 다섯 손가락이 모두 내 물건에 밀착하도록 꼭 쥐고 그대로 위아래로 흔들며 훑기 시작했다. 물건 끝부터 뿌리까지 확실하게 자극할 수 있도록 크게, 그러면서도 악력에 강약을 주면서 물건을 자극해가는 그 솜씨는 과연 대단했다. 아마 프로들도 이보다는 못하지 않을까? 내가 경험한 사람 중에서 굳이 레이아와 비슷한 기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꼽자면, 펠리시아 공주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걔도 참 대단하네. 레이아는 구미호의 영향으로 이렇게 잘한다고 쳐도, 걘 뭐야? 진짜 서큐버스 아냐?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얼굴은 긴장으로 경직된 미소를 짓고 새빨개져있지만, 손은 프로보다도 더 뛰어난 손놀림으로 대딸을 쳐주는 천사님. 이 광경만으로도 난 이미 쌀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모처럼 찾아온 기회다. 이대로 싸기엔 너무 아깝지 않냐는 악마의 속삭임이 내 귓가를 간질였다. 그리고 내 안의 천사와 악마가 다시 한 번 격돌했다. 안 돼. 무슨 소리야. 이건 레이아의 특훈을 위해서라고. 특훈을 돕는 거라고 해서, 내가 즐기지 않을 이유는 없잖아? 하지만 그래봤자 대딸이 전부라고. 입으로 하는 순간 바로 구미호로 변할 거란 말이야. 너야말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왜 손 말곤 입 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레이아의 가장 큰 무기가 뭔데? 뭐? 그야 물론 가…슴…. 그래. 잘 알잖아. 아직도 즐기면 안 될 것 같다는 헛소리를 할 셈인가? 그럴 리가! 내 안의 천사가 악마의 꾐에 넘어가 버렸다. 둘이서 굳게 악수를 하는 장면이 떠오름과 동시에, 내 입이 멋대로 추가 요구를 내뱉기 시작했다. “레이아. 그, 손으론 조금 느릴 것 같아. 이왕이면 가슴도 써주지 않겠어? 정액 전에 쿠퍼액을이 가슴 같은 데에 닿으면, 그것도 유의미한 특훈이 될 거라고 생각해.” 심지어 나 스스로가 감탄할 정도로 논리마저 완벽했다. 욕망을 위해서라면 천재가 될 수 있는 남자. 구원이라고 불러다오. “네, 네? 가, 가슴. 네. 그, 그러네요.” 우리 천사님은 나에게 설득당해서, 위아래로 훑고 있던 손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서,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러나는 압도적인 볼륨의 가슴. 속옷마저 벗어서 완전하게 봉인이 풀린 그 마성의 흉부를, 레이아는 천천히 내 고간 사이로 가져갔다. 의식하지 않았는데도 기대감으로 내 물건이 움찔움찔 떨리는 게 느껴졌다. “꺄악. 후후. 가만히 있으세요.” 레이아는 그게 내가 일부러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까보다는 살짝 긴장이 풀린 미소를 짓고, 한 손으로 내 물건을 잡아서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는 자신의 상체를 이동시키면서 가슴 사이에 물건이 들어가도록 위치를 조정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어…죄송합니다. 씬 중간에 끊겼네요. 연참이니까 봐주세요. 249==================== 사도 임명 그리고 드디어 내 물건이 레이아의 커다란 가슴 사이에 파묻혔다. 뭉클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내 물건을 양옆에서 느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가슴골에 파묻혀 있는 것만으로도, 그저 한없이 부드러운 감각만이 느껴져서 꽤나 기분이 났다. 하지만 물론 그걸로 끝날 리가 없었다. 레이아가 스스로의 가슴을 받치듯이 붙잡고, 살며시 내 물건을 압박하는 것처럼 가슴을 모았다. 내 물건이 가슴에 파묻혀 가슴골 위로 끝부분만 보이게 됨과 동시에,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는 부드러운 물체가 정확하게 기분 좋을 정도로 내 물건을 압박하는 감각이 느껴졌다. 역시 레이아의 가슴은 대단하단 말이야. 설마 내 자랑스러운 아들이 끝부분만 보일 정도로 파묻히게 되다니. 내가 감탄하고 있는 사이에, 제대로 자세를 잡고 준비를 마친 레이아의 움직임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처음에는 스스로의 가슴을 출렁출렁 흔드는 것처럼 가볍게 손을 위아래로 흔들면서 가슴을 물결치게 만들었다. 마치 내 물건을 간지럽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가슴이 출렁출렁 움직이면서 물건을 부드럽게 자극해왔다. 처음에는 좌우의 가슴을 동시에 상하로 움직이면서 물건을 자극했다. 그러더니 레이아는 이번엔 조금 움직임을 바꿔서, 좌우의 가슴을 각각 반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른쪽 가슴이 올라왔다가, 왼쪽 가슴이 올라왔다가. 좌우에서 번갈아가면서 물건을 자극하는 것도 꽤나 색다른 쾌감을 가져왔다. 솔직히 물건에 느껴지는 쾌감만 놓고 보면 직접 삽입하는 것만큼 강렬하진 않았지만, 출렁출렁 부드럽게 물결치는 가슴을 바라보면서 물건이 부드러운 살결에 간질여지는 쾌감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이런 건 가슴으로밖에 느낄 수 없는 쾌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청순하신 레이아 누님이 이런 걸 해주고 있다는 게 좋았다. 레이아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로, 그러면서도 시선은 자신의 가슴골 위에 솟아나있는 내 물건의 끝에 고정된 채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어라? 레이아의 눈이…. 내 물건 끝을 계속해서 빤히 쳐다보던 레이아는 자연스럽게 입을 아앙 벌리고, 수인족 특유의 얇고 긴 혀를 내민 후 천천히 고개를 숙여 내 물건 끝에…. “잠깐 스톱!” 레이아의 혀가 내 물건에 닿기 직전에, 나는 얼른 레이아의 입을 틀어막아서 레이아가 구미호가 되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었다. 손바닥에 닿는 매끌매끌한 레이아의 혓바닥 감촉이 이건 이거대로…. “앗,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아냐. 그만큼 열중해서 해주고 있었단 뜻이니까. 난 기뻐. 그래도 일단은 특훈이니까. 내 맘 알지?” “네. 힘낼게요.” 레이아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끄덕였다. 내 물건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마음을 다잡는 와중에도, 한편으론 열심히 가슴으로 내 물건을 자극하고 있는 레이아 누님은 정말 천사였다. 그렇게 스스로 가슴을 출렁이면서 내 물건을 자극하던 레이아는, 이번엔 가슴을 꾸욱하고 가운데로 모아서 내 물건을 강하게 압박했다. 강하게 압박한다고 해도 레이아의 가슴이 너무 몰캉몰캉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압박감이 심한 건 아니었지만, 확실히 아까보다 조금 자극이 더 강해졌다. 레이아는 그렇게 가슴으로 내 물건을 압박한 상태에서 가슴을 위아래로 움직여서 내 물건을 자극하려고 했지만, 마찰력이 심해진 만큼 아까처럼 움직이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그러자 어째선지 레이아의 얼굴이 더더욱 새빨개지기 시작했다. 저 표정은…그래. 어쩔 줄 몰라서 당황한 표정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어떻게 해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새빨개진 느낌이었다. 레이아는 새빨개진 얼굴로 잠깐 고민하더니, 이내 상체를 조금 일으켜서 나에게서 떨어졌다. “레이아?” “조,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양손으로 내 물건을 붙잡고, 손가락을 뻗어서 검지로 내 물건 끝을 살살 자극하기 시작했다. 아니, 자극한다기보다 이건…내 물건 끝에서 새어나오고 있는 쿠퍼 액을 살살 펴바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렇게 물건 끝의 갓 부분에 쿠퍼액을 전부 펴발라 적시고, 이번엔 자신의 손바닥을 내 물건 끝에 대고 빙글빙글 돌렸다. 그리고 그대로 내 물건을 붙잡고,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위아래로 움직였다. 손바닥에 묻은 쿠퍼 액을 바르고 있는 거다. 그렇게 물건 전체에 내 쿠퍼 액을 펴바른 다음에, 레이아는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슴 사이에 내 물건을 끼웠다. 그리고 이번에도 아까와 마찬가지로 가슴을 양옆에서 누르듯 가운데로 모으면서 물건을 꼬옥 압박하더니, 그대로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끌거리는 쿠퍼액을 물건 전체에 바른 만큼, 아까보다는 훨씬 더 부드러운 느낌으로 가슴이 움직이면서 내 물건을 자극해왔다. “하으읏….” 하지만 우리 천사님은 그것만으론 불만족스러운 모습이었다. 새빨개진 얼굴로 눈썹을 가볍게 찌푸리고 눈가에 살짝 눈물을 매단 채, 잠깐 원망하는 눈초리로 내 물건 끝을 바라 봤다. 레, 레이아 누님이 갑자기 저련 표정으로 바라봐주시니까 이건 이거대로…아니! 난 M이 아니야! 굳이 말하자면 S라고! 내 마음속 외침과는 별개로, 내 물건에는 더더욱 힘이 들어가면서 흠칫흠칫 떨렸다. “으으읏….” 그리고 레이아는 그걸 재촉의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뭔가 자포자기한 느낌으로 눈을 꼬옥 감더니, 고개를 숙이고 혀를 내밀었다. “잠깐! 레이아!” “괘, 괜찮아요. 그런 거 아니에요.” 레이아는 부끄러움에 죽을 것 같단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혀끝이 내 물건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고개를 멈췄다. 그리고 레이아의 핑크빛 혀를 타고 끈적끈적한 침이 주르륵하고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레이아의 침은 그대로 내 물건 끝에 떨어져서, 내 물건을 타고 레이아 자신의 가슴골 사이로 사라져갔다. 그런 일견 천박해보이기까지 할 수 있는 행동은, 평소 레이아로서는 절대로 상상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지금 레이아는 구미호가 아니라 완전히 제정신이다. 쿠퍼액이 가슴에 닿아서인지 가끔 눈동자에 안광이 생길 때가 있기는 하지만, 대화도 제대로 되고 이성도 완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레이아가 이렇게까지 해준다는 건, 역시 그만큼 날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는 거겠지. 그런 레이아의 모습을 보고, 내 물건은 다시 한 번 흠칫흠칫 꿈틀댔다. “정말. 보채시면 안 돼요. 제대로 해드릴 테니까요.” 레이아는 부끄러워하면서도, 여전히 포근한 목소리로 달래듯이 말한 후 가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이아의 타액까지 윤활유가 되어서, 이제는 정말로 미끌미끌 미끌어지는 것처럼 레이아의 가슴이 상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리 가운데로 꽉 모아 압박하고 있어도, 부드러운 소재의 한계 상 압박감은 딱 쾌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는 수준에서 그친 채로 내 물건을 감쌌다. 그리고 레이아의 잡티하나 없고 비단같이 부드러운 살결이 맞닿는 감촉과, 저 청순한 얼굴로 이런 짓을 해주고 있다는 시각 효과까지. 덤으로 물건 끝에 닿는 레이아의 달콤한 한숨까지 어우러져서, 다른 데선 절대 맛볼 수 없는 쾌감이 물건 끝부터 척추를 타고 전기가 흐르듯 짜르르 흐르며 뇌까지 이어지는 것 같았다. “하앗, 하앗, 하아앗.” 그리고 이렇게 해주면서 레이아 자신도 흥분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가슴이 최고 성감대인 레이아니까, 이렇게 가슴이 계속해서 자극되는 상황이 흥분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내 물건 끝에 계속해서 달콤한 한숨을 내뱉던 레이아는 다시 손의 움직임을 바꿨다. 아까처럼 좌우의 가슴을 번갈아가면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강한 압박감을 유지한 채로 움직인다는 게 아까와는 다른 점이다. “하읏. 흐읏. 하아. 흣.” 그리고 차이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레이아는 좀 더 가슴을 모아서, 자신의 양 유두가 서로 맞닿게 만들고 있었다. 그 상태로 좌우 가슴을 번갈아가면서 움직이니, 이미 딱딱하게 커져있는 유두가 서로 비벼지기 시작했다. 나에게 봉사하면서 스스로의 쾌감도 추구하는 고도의 테크닉이었다. 과연 구미호의 기교. 요망하기 그지없다. 손을 뻗어서 나도 레이아가 더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저 부드러운 가슴을 주무르고 빨고 핥고 하고 싶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모처럼 레이아가 이렇게 스스로 봉사를 해주고 있는데, 그걸 방해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건 레이아의 특훈이기도 했다. 원래 목적은 정액을 뽑아내어 그게 피부에 닿는 상태에서 구미호가 되지 않는 게 특훈의 목적이었지만, 지금 보니 이렇게 레이아가 나에게 봉사하면서 구미호로 변하지 않고 버티는 것도 충분히 특훈이 되는 것 같았으니까. 나는 눈물을 머금고 레이아의 가슴을 만지는 건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이따가 특훈 끝나면 두고 보자고. 레이아가 스스로도 느끼기 시작하자, 내 물건에 느껴지는 자극에도 색다른 맛이 더 추가됐다. 레이아가 쾌감에 움찔 움찔 떨면서, 그 진동이 내 물건에도 고스란히 느껴지기 시작한 거다. 이제는 부끄러움이 아닌 쾌감 때문에 빨개진 것처럼 보이는 레이아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나는 서서히 사정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레이아. 나 슬슬….” “흐읏. 네, 네엣!” 레이아는 내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가슴의 위치를 조절했다. 뿌리부터 쭉 감싸주던 가슴의 위치를 조금 위로 이동시켜서, 내 물건 끝이 레이아의 가슴골에 완전히 파묻혀 안 보일 위치로. 그 상태에서 레이아가 가슴을 움직이자, 가장 민감한 물건 끝이 이리저리 자극하여 고조되던 사정감이 한 번에 끝까지 올라갔다. “크윽! 레이아!” 결국 난 레이아의 가슴 안에서 성대하게 사정했다. 분명히 완전히 가슴에 파묻힌 상태에서 사정을 했지만, 만족감이 너무 컸던 모양이다. 레이아의 가슴골 위로 새하얀 정액이 뭉글뭉글 솟아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분수처럼 정액이 튀어 오르면서 레이아의 가슴을 넘어 얼굴까지 튀었다. “흐으으읏!” 그리고 내가 사정을하는 것과 동시에, 레이아도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가볍게 절정에 달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절정의 여운에 부들부들 떨면서도, 레이아는 가슴을 움직이는 손을 멈추지는 않았다. 물건에 남은 마지막 한 방울까지 뽑아내겠다는 듯이, 가슴을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내 물건의 봉 부분을 쭈욱쭈욱 쥐어짜듯이 훑어줬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레이아의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쫑긋쫑긋하고 머리 위에 난 세모난 귀가 떨리는 모습이 왠지 치유된다. 그나저나 역시 내 예상이 맞았네. 이렇게 레이아가 봉사를 계속해주고 있다는 말은, 레이아가 아직 제정신이라는 얘기겠지. 역시 이제 피부에 정액이 닿는 정도로는 변하지 않을 정도로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게 된 거다. “레이아. 엄청 좋았어.” “그, 그런가요? 다행이에요.” 내 물건에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정액을 짜낸 다음에, 레이아는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부끄러운 듯이 미소지었다. 얼굴에 정액이 튀어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청초한 분위기를 가릴 수는 없었다. 역시 천사님이야. “미안해. 얼굴까지 튀어서.” “앗,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만큼 기쁘셨다는 거죠? 오히려 기뻐요.” 다시 한 번 말하지. 역시 천사님이야. 레이아는 그렇게 배시시 웃으면서, 얼굴에 묻은 정액을 손가락으로 훑어 올린 다음…자신의 손가락에 묻은 정액을 낼름 핥아먹었다. 내가 막을 틈도 없이. “…아.” 아마 무의식중에 그런 행동을 했던 거겠지. 레이아의 이 기교는 전부 구미호의 본능이 기반이 되는 만큼, 방금 그 행동도 구미호의 본능에 따라 자연스럽게 행동했던 것에 불과할 거다. 그리고 정액을 핥은 레이아의 눈동자에서 서서히 안광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구미호로 변해가는 신호였다. 모처럼 구미호로 변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는데, 막판에 실수로 변해버리다니. 뭔가 게임에서 이기고 승부에서 진 기분이로군.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50==================== 사도 임명 눈동자뿐만 아니라, 엉덩이에서도 레이아가 구미호로 변해가고 있는 모습이 보여졌다. 누워있는 내 물건에 가슴을 닿게 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레이아는 엉덩이가 치솟아 올라간 자세를 취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내게는 레이아의 엉덩이가 잘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살랑살랑 흔들리던 엉덩이 위쪽에서, 보랏빛 마력으로 이루어진 구미호 꼬리가 점점 개수를 늘려갔다. 이윽고 완전히 9개의 꼬리를 가지고 눈에서 요사로운 안광을 쏟아내는 구미호로 변한 레이아는, 그대로 자신의 가슴에 끼워져 있는 내 물건으로 고개를 처박았다. 그리고는 마치 빨판으로 흡입이라도 하듯이 쭉쭉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야. 방금 가슴으로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전부 뽑았잖아. 그렇게 빨아봤자 더 안 나온다. 뭐, 오래 빨면 다시 생성되긴 하겠지만. 아무래도 특훈은 여기까지인 모양이군. 나는 내 물건을 맹렬히 빨아대는 레이아의 얼굴을 양손으로 부드럽게 감싸고, 그대로 들어 올려서 물건을 입에서 뽑았다. 요즘은 구미호가 되도 속박도 걸지 않고 내가 리드하면 그대로 따라와 주는 레이아이기 때문에, 억지로 뽑는 느낌은 아니었다. 구미호는 아쉬운 듯이 입맛을 다시기는 했지만 말이다. 너무 그렇게 아쉬워하지 마라. 특훈이 끝났으니, 이젠 네가 그렇게 고대하던 사도 임명을 해줄 차례라서 뺀 거니까. 아니, 그래도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사도 임명을 하는 건 좀 아닌가? 디아나나 사라때를 생각해보면, 사도 임명이 되는 순간 엄청난 행복감이 온 몸을 뒤덮는 모양이었다. 우리 천사님도 그 기분을 제대로 맛보게 하려면, 역시 사도 임명은 맨 정신일 때 해야겠지. 물론 그렇다고 해서 지금 해야 할 일이 변하는 건 아니다. 레이아를 맨 정신으로 만들려면 얼른 싸질러서 구미호 상태를 풀어야 하니까. 나는 그대로 레이아를 눕히고, 레이아의 다리를 활짝 벌렸다. 아까 절정을 느낀 시점에 알고 있었던 거지만, 레이아의 음부는 언제라도 날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그리고 준비가 끝난 건 나 역시 마찬가지다. 구미호로 변하자마자 레이아가 쪽쪽 빨아준 덕분에, 내 물건은 줄어들 틈도 없이 최대 크기를 유지한 채로 있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내 물건을 레이아의 음부에 삽입했다. “흐으으읏!” 그리고는 레이아의 머리 양 옆에 손을 짚고 거칠게 허리를 흔들었다. 단숨에 뿌리까지 박았다가, 물건이 완전히 뽑히나 싶을 정도로 허리를 뒤로 빼고, 다시 한 번에 뿌리 끝까지 삽입하는 걸 반복한다. 가슴으로 해주는 것도 좋았지만, 이렇게 직접 삽입하는 것도 역시 좋았다. 그냥 우리 천사님은 온 몸이 다 좋아. 구미호 역시도, 아까 느꼈던 그 가벼운 절정만으론 부족하다는 듯이, 침대에 누워서도 재주 좋게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자신과 내가 받는 쾌감을 증폭시켰다. 출렁출렁. 그리고 내 허리 움직임과 레이아의 허리 움직임에 맞춰서, 레이아의 거대한 가슴도 커다랗게 물결쳤다. 얼굴에 묻었던 정액은 레이아 스스로가 닦아냈었지만, 가슴골 안에 싼 흔적은 그 거대한 가슴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렇게 누워있으면 가슴이 살짝 퍼지면서 가슴과 가슴 사이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에, 내가 싸지른 정액이 확실히 보였다. 뭔가, 이렇게 누가 봐도 가슴에 조준해서 싼 것 같은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이상야릇한 상상이 자극돼서 더 흥분됐다. 그러고 보니 아까 결심한 게 있었지. 나는 바로 레이아의 커다란 가슴에 손을 뻗었다. 출렁출렁 흔들리는 레이아의 가슴을 잡고 부드럽게 어루만지다가, 유두를 꼬집듯 잡으면서 살짝 당겨보기도 하고, 딱딱해진 유두를 빙글빙글 돌리듯이 손가락 끝으로 가지고 놀기도 했다. 후우. 훌륭해. 이 가슴이라면 몇날며칠을 가지고 놀아도 질리지 않을 거야. 그렇게 가슴을 가지고노는 와중에도 나는 허리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슬슬 사정감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길게 뽑았다가 쑤시면서 움직이던 허리 움직임에 변화를 줬다. 레이아의 안에 깊숙이 박은 상태에서, 짧고 빠르게 연속으로 안쪽을 찌르는 것 같은 움직임으로. 구미호 상태를 풀기위한 것도 있으니까, 사정감이 몰려오면 참지 않고 그냥 바로 싸야 한다. 나는 마지막으로 레이아의 안쪽 가장 깊은 곳을 비비듯이 물건 끝을 문지르면서, 그대로 참지 않고 사정을 했다. “흐으으으으응!”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한 번의 사정으로 구미호 상태가 해제되지는 않았다. 내가 사정함과 동시에 자신도 절정을 맞이한 레이아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빙글빙글 돌리는 허리 움직임을 멈추지는 않았다. 오히려 더 해달라는 듯이 음부 안쪽이 꾹꾹 조였다가 풀어졌다가 하면서 내 물건의 크기가 줄어드는 걸 막았다. 원하신다면 더 해드려야지. 나는 결합을 풀지 않은 상태에서 레이아의 다리를 잡고 그대로 몸을 반 바퀴 돌려서, 이번에 후배위 자세를 하도록 만들고 허리를 움직였다. “흐아아앙! 하앙! 흐앙!” 상체가 레이아의 등 뒤에 밀착하도록 숙이고, 중력에 따라 아래를 향해있는 바람에 평소보다 더 큰 것처럼 느껴지는 레이아의 가슴에 손을 뻗어 주무른다. 허리는 레이아의 부드러운 엉덩이 살에 찰싹찰싹 소리가 나도록 부딪히면서 강렬하게 움직였다. 몇 번은 노크하듯이 짧고 빠르게 안쪽을 두들기다가, 허리를 길게 빼서 강하게 한 번 쑤신다. 그리고는 다시 노크하듯 짧게 두들기다. 때로는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물건 끝으로 음부 안쪽에 원을 그리면서 문지르듯이 자극해준다. “흐으으읏!” 그렇게 한동안 허리를 움직이자, 결국 레이아의 팔에서 힘이 풀렸다. 앞으로 고꾸라져 상체를 침대위에 파묻고, 엉덩이만 간신히 들어 올린 자세로 레이아는 절정에 달했다. 이렇게 상체를 침대에 파묻고 있자, 뒤에서 바라봐도 커다란 가슴이 상체 옆으로 삐져나와 있는 게 보였다. 과연 레이아님. 압도적인 크기를 자랑하신다. 바들바들 떨면서 음부를 꾹꾹 조여오는 레이아의 속살을 맛보면서, 나도 허리 움직임에 스퍼트를 가했다. 자, 이번엔 우리 천사님으로 돌아와라. “흐아아아아아앙!” 그런 염원을 담아서 사정을 하자, 높이 치솟아있는 레이아의 엉덩이가 부들부들 떨리면서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는 온 몸에 힘이 빠진 듯, 엉덩이마저 스르르 내려갔다. 기절한 건가. 그럼 이대로 우리 천사님이 깨어나실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얘기다. 일어나시면 바로 사도 임명을 사용해서 천국을 보여드려야지. 천사님에게 천국을…큭큭. 나는 나도 몸을 레이아의 등에 상체를 밀착시킨 채로 레이아를 껴안고, 그대로 옆으로 빙글 굴러서 둘 다 옆을 향해 눕는 자세가 되도록 만들었다. 물론 물건은 여전히 레이아의 안쪽에 박혀있는 상황. 나는 한 팔은 쭉 뻗어서 레이아에게 팔베개를 만들어주고, 나머지 손은 레이아의 가슴을 주물거리면서 레이아가 깨기를 기다렸다. “으음….” 거의 새벽 무렵이 돼서야 레이아는 눈을 떴다. 우리가 저녁을 먹고 바로 방으로 들어왔으니, 꽤나 시간이 흐른 상황이었다. 뭐 난 그동안 우리 천사님의 가슴 감촉을 만끽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지만. “일어났어?” “네? 앗, 구원씨? 하읏!” 레이아는 급히 뒤를 돌아서 날 바라보려다가, 여전히 음부에 박혀있는 내 물건 때문에 신음했다. “그럼 곧바로 해줄게.” “네? 뭘요.” 뭐기는. 이런 거지. 나는 곧바로 사도 임명을 발동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분명히 정기는 소모됐는데, 내 눈앞에는 아무런 표식도 뜨지 않고 무반응. 원래대로라면 인장을 새기기 위한 설정 화면이 떠야 되는데. 나는 등 뒤로 기분 나쁜 식은땀이 주르륵 흐르는 게 느껴졌다. “구원씨?” 내 반응이 조금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는지, 레이아가 의아한 눈동자로 고개만 뒤로 돌려서 날 쳐다봤다. 그 맑고 깨끗한 눈동자를 바라보자, 나는 마음이 조금 차분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 우리 천사님이 사도 임명 조건 미달일리 없잖아. 다른 누구도 아니고 천사님이라고? 뭔가 다른 문제가 있을 거야. “아, 그, 그게. 사도 임명 해야지.” “앗, 제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주신 건가요?” “응. 아무래도 맨 정신일 때 하는 게 좋지 않겠어?” “고마워요…. 그,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응. 그럼….” 살짝 긴장하는 레이아를 끌어안고, 나는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으읏! 구, 구원씨?” “그게. 싸야 되니까. 아까 싸고 좀 시간이 흘러서 발동이 안 되는 모양이야.” “그, 흐읏, 그렇군요. 하읏!” 그래. 그런 게 분명하다. 게임에서는 싸고 나서 결합을 풀기 전까지 언제라도 가능했었지만, 여기선 조금 조건이 다른 거겠지. 애초에 호감도라는 눈에 보이는 수치도 없는데 스킬이 발동되는 거니까, 게임이랑 조금 다를 뿐일거야.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듯 되뇌면서, 열심히 허리를 움직였다.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서 쾌감에만 신경을 집중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레이아의 몸은 최고여서 금방 사정감이 몰려왔다. 애초에 레이아의 안쪽에 박은 상태로 지금까지 계속 가슴을 만지작거리면서 흥분하고 있었던 것도 빨리 사정감이 몰려온 이유 중 하나겠지만. “그럼 레이아. 쌀게.” “하으읏! 네, 넷! 구원씨! 구원씨!” 레이아는 옆으로 누운 상태에서도 재주 좋게 허리를 움직이면서 내 사정감을 최대한 끌어올려줬다. “흐으으으응!” 레이아의 가슴을 살짝 자국이 남을 정도로 강하게 잡으면서, 나는 그대로 레이아의 안에 사정했다. 무척 기분 좋았지만, 지금은 그보다 긴장감이 더 컸다. “하앗, 하으, 후우, 구, 구원씨?” 사정을 하고 나서도 내가 사도 임명을 발동하지 않고 있자, 레이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래. 긴장할 거 없어. 이번엔 잘 될 거라고. 나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다시 한 번 사도 임명을 발동했다. “떴다!” 그러자 내 눈앞에, 인장을 새기기 위한 설정창이 나타났다. 나는 기쁜 마음에 일단 인장을 새기기 전에 레이아와 키스부터 했다. “뭐가 말인가요…으읍. 하음. 구원씨….” 궁금한 게 있어도, 내가 키스를 하면 일단 그것부터 최우선적으로 응해주는 레이아. 그래. 이런 천사님이 사도 임명을 못할 만큼 나에 대한 호감도가 낮을 리 없잖아. 살 떨리게 하고 있어! 나는 결합을 풀지 않은 채로 위를 향해 누워서 레이아가 내 위로 올라가게 만들고, 그대로 레이아의 몸을 빙글 돌려 나와 마주보게 만들었다. 우리 레이아에게 인장을 새긴다면 역시 여기지! 바로 레이아의 가슴 위쪽 말이다. 하트의 뾰족한 끝 부분이 정확히 골자기가 시작되는 부분에 오도록 만들고, 나는 그대로 인장을 새겼다. “흐아으으응!” 레이아는 자신의 가슴을 양팔로 감싸고, 행복에 찬 신음성을 흘리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가슴의 골짜기 위에 하트 모양이 자리 잡고 있고, 그 양옆으로 쇄골 아래 라인을 따라 그리듯 날개가 펼쳐져 있는 모양의 인장. 얼핏 보면 목걸이로 보일 정도의 위치에 인장이 새겨져있었다. 사실 레이아의 위치는 세 군데를 놓고 고민했었다. 일단 등 뒤. 문양에 천사 날개가 달려있으니까 말이야. 등 뒤에 천사 날개가 새겨져있는 천사님이라니. 어울리지 않아? 하지만 이 생각은 제일 먼저 기각됐다. 디아나와 사라는 그런 곳에다가 새겨놓고, 레이아만 성감대에 새기지 않는 건 차별이잖아. 차별은 좋지 않지. 난 셋을 모두 평등하게 사랑한다고. 그렇게 해서 남은 두 개가 한쪽 가슴에 조그맣게 직접 새기느냐, 아니면 지금 새긴 것처럼 간접적으로 표시하느냐였다. 이건 사라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야. 사라도 사실 한쪽 엉덩이 위에 직접 새길까 고민했었으니까. 결국 사라와 마찬가지로 간접적인 부위에 새기게 됐다. 이렇게 보니 얼핏 보기엔 목걸이처럼 보이기도 하는 것이, 무척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인장 위치도 나중에 재설정이 가능하긴 하지만, 이왕이면 한 번 할 때 제대로 하는 게 좋지 않겠어? 아무튼 정말 다행이다. 스킬 실패했을 때는 진짜로 심장이 철렁였는데. 그런데 정말로 그냥 싸고 나서 시간이 좀 지났기 때문에 스킬 발동에 실패한 건가? 지금까지 스킬이 게임과 달랐던 적은 없는데. 아니면 뭔가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걸까? 곰곰이 생각하면서 아직도 행복감에 떨고 있는 레이아를 천천히 살펴보던 난,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레이아의 가슴에 묻어있던 정액이 흔적도 없이 완전히 사라져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어제 딱 사도 임명 실패하는 부분까지 쓰고 끊으려고 했는데, 왠지 모르게 엄청나게 글이 길어졌네요. 설마 다음날까지 연참을 하고 나서야 아슬아슬하게 그 내용을 쓸 수 있게 될 줄이야. 사도 임명 실패에서 끊으면 싫어하는 독자님도 계셨을 테니 어찌 보면 다행인 걸지도…. 실비아의 외모 묘사는 사실 일부러 안 하고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묘사 없이 독자님들 상상에 맡기는 게 더 나을까 싶어서요. 그래도 역시 외모 묘사는 하는 게 좋은 모양이네요. 나중에 기회를 봐서 자연스럽게 외모 묘사가 나오도록 하겠습니다. 251==================== 사도 임명 아까 후배위로 하면서 상체가 완전히 침대에 파묻혔었으니, 그때 이불에 닦아진 건가? 아니, 그렇다고 하기에는 너무 깨끗하다. 정액이 묻었었던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그리고 아까 레이아가 엎드려있던 부분을 손으로 만져 봐도, 이불은 그저 땀으로 젖어있을 뿐 정액이 묻은 흔적은 없었다. 잠깐. 구미호는 정액이나 타액같은 걸 빨아서 정기를 흡수하잖아? 만약 입이나 음부로 받는 게 아니라, 피부로도 흡수할 수 있는 거라면? 그리고 그렇게 정액에서 정기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정액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거라면? 만약 이 가정이 맞는다면, 많은 부분이 설명 가능해진다. 레이아의 가슴에 정액이 묻어있지 않은 것도 피부를 통해 흡수됐기 때문이고, 사도 임명이 발동하지 않은 것도 내가 안에 쌌던 정액이 다 흡수되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정액이 완전히 흡수되어 사라져버렸기 때문에, 관계 후에 발동할 수 있다는 사도 임명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게 된 것이다. 당장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어. 그저 호기심이 발동하여 그런 게 아니다. 만약 이게 사실로 확인된다면, 앞으로 레이아와의 관계에 엄청난 진전이 있을 거다. 레이아가 기절하는 과정 없이 바로 맨 정신인 레이아와 섹스가 가능해지는 거다! 무슨 소리냐고? 생각해봐라. 정액이 피부에 닿아도 구미호로 변하지 않는 다는 건 아까 전에 이미 확인을 했다. 그러니까 레이아와 섹스를 하기 전에 먼저 정액을 피부에 싸서 흡수 시키고, 구미호 상태로 변하지 않을 만큼 충분히 정액을 흡수시킨 다음에 섹스를 하면 되는 거다. 게다가 그럴 때의 장점은 그저 맨 정신인 레이아와 섹스가 가능해진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무려 합법적으로 언제든지 레이아에게 대딸이나 젖치기같은 봉사를 요구할 수 있게 되는 거다. 한 마디로 말해서, 천사님을 통해 정말로 천국으로 가는 문이 열리는 거다! 나는 확인을 위해서, 바로 상체를 일으켜서 레이아의 가슴에 달라붙었다. 혀를 길게 내밀어서 레이아의 유두를 희롱하는 느낌으로 타액을 묻혀 나갔다. 기분은 혀로 천국의 문을 두들기는 기분으로. 머릿속에서는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천재 싱어송라이터의 대표곡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꺄앗! 흐, 흐으읏! 흐아아앙!” 안 그래도 사도 임명을 받은 쾌감에 떨고 있던 레이아는, 내가 가슴에 달라붙어 유두를 자극하자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연속으로 오르가슴을 계속해서 느끼는 것처럼, 다리로 내 허리를 감싸 안고 팔로는 내 머리를 꽉 끌어안은 채로 쾌감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면서 음부가 꾹꾹 조였다 풀어졌다를 반복하면서 꾸물꾸물 움직이기까지 해서, 내 물건에 황홀한 감각을 선사해줬다. 미안해요. 천사님. 그래도 이건 앞으로의 우리 성생활을 위해 꼭 확인이 필요한 거예요. 레이아의 유두에 충분히 타액을 묻히고도, 나는 계속해서 레이아의 가슴에 매달려있었다. 으윽. 실험을 위해선 떨어져서 경과를 지켜봐야 되는데. 마성의 가슴이야. 한 번 닿으면 떨어지고 싶지가 않아. 그렇게 한참동안 레이아의 가슴에 매달려 있었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도 없었다. 이제 슬슬 경과를 지켜봐야지.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하는 수 없이 레이아의 가슴에서 입을 뗐다. “하으, 하아, 하아, 구, 구원씨….” 레이아도 이제 조금 진정이 된 건지, 부들부들 떨리던 몸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흥분은 남아 있어서, 음부 안쪽은 여전히 엄청나게 꿈틀대면서 내 물건을 자극하는 중이었지만. 허리를 흔들고 싶다. 이대로 마구잡이로 흔들어서 레이아의 안쪽에 듬뿍 싸고 싶다. 아니, 잠깐만. 굳이 내가 이렇게 참을 필요 있나? 솔직히 침보다는 정액으로 확인하는 게 더 눈에 잘 들어오고 확실하잖아? 그래. 그러자. 나는 더 이상 참지 않고 레이아를 뒤로 넘어뜨렸다. 그리고는 정상위 자세로 허리를 움직였다. “흐아아앙! 흐앗! 하앗! 흐읏!” 겨우 안정을 되찾으려고 하고 있었던 레이아는, 다시 한 번 신음소리를 흘리면서 나에게 꼬옥 매달렸다. 그런 레이아에게 키스를 해주면서, 나는 최대한 빨리 싸기 위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레이아는 나와 키스를 하면서도 몇 번이나 절정에 달하고 있는 건지, 꽤나 혀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혀를 움직여서 내 키스에 응해주고 있었지만. 평소엔 잘 할 수 없는 만큼, 이렇게 할 수 있을 때는 최대한 애정을 담아서 즐기고 싶다는 것처럼. 역시 천사님은 최고야. “흐으으응!” 그리고 레이아가 몇 번인지 모를 절정에 달했을 때, 나는 꽉 조여지는 레이아의 음부의 감촉을 느끼면서 물건을 뽑아냈다. “흐으읏!” 물건 끝의 갓 부분이 안쪽을 긁으면서 나오는 감각에 레이아는 다시 한 번 절정을 느꼈는지 음부에서 애액이 튀어나왔다. 나는 그렇게 바들바들 떨고 있는 레이아의 음부와 아랫배 위로 물건을 올려놓고, 그대로 레이아의 다리를 잡아서 오므렸다. 레이아의 부드러운 허벅지가 내 물건을 꽉 잡아주게 되자, 나는 허리를 흔들어 폭발 직전이었던 물건을 폭발시켰다. 물건 끝에서 정액이 기세 좋게 쏟아져 나와서 레이아의 온 몸에 뿌려졌다. 각도를 살짝 아래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얼굴까지 닿지는 않았지만, 가슴까지 튈 정도로 기세가 좋았다. 가슴과 배를 거쳐 옴폭 들어간 배꼽에 웅덩이가 생길 정도였다. 내가 싼 거긴 했지만 엄청난 양이다. 성자 레벨이 오르면서 양도 많아졌단 말이야. 정액양이랑 정력은 그다지 관계없다고 생각하는데. 하긴, 여기 여신님이 그런 여신이니까. 아이를 듬뿍듬뿍 낳으라는 의미에서 이렇게 된 건가? “하으으으….” 구미호인 레이아는 역시 정액이 몸에 닿는 것만으로도 뭔가 남들과는 다른 감각을 맛보는지, 정액이 몸에 닿자 야릇한 신음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살짝 풀죽은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하앗, 하아, 하읏, 구, 구원씨…왜 밖에…?” “아, 미안. 확인해 볼 게 있어서. 어쩌면 네 구미호 상태에 관해서 지금까지 이상으로 한 번에 진전이 있을지도 몰라.”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나는 레이아에게 아까 생각했던 내 가정을 얘기해줬다. 물론 합법적으로 레이아에게 봉사를 요구할 수 있다는 흑심은 숨기고 말이다. “그, 그게 정말 사실이라면…!” 내 얘기를 듣고 나자, 레이아는 얼굴을 환하게 밝히면서 반색했다. 응. 응. 역시 너도 처음부터 맨 정신으로 할 수 있게 되는 게 기쁘지? “그렇다면 이제 구원씨에게 마음껏 키스를 할 수 있는 거군요!” …난 쓰레기야. 생각이 글러 먹었어. 그리고 레이아님은 역시 천사였어. “구, 구원씨? 왜 그러세요? 아닌가요?” “아, 아니. 맞는 말이야. 응. 나도 레이아와 맘껏 키스를 할 수 있게 되고 싶어.” 거짓말 아니다! 정말이다! 다만 아까는 욕망에 눈이 멀어서 거기까지 생각이 안 미쳤을 뿐이지. “그나저나 사도 임명은 어때? 맘에 들어?” 어차피 정액이 흡수되는 걸 관찰하려면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좋다. 나는 레이아의 음부에 물건을 다시 삽입하고, 그동안 레이아와 대화를 하기로 했다. “앗, 네! 고마워요. 구원씨. 저 무척 행복해요.” 레이아는 자신의 가슴 위에 새겨진 인장을 사랑스럽다는 듯이 조심스런 손놀림으로 살며시 어루만지면서, 정말로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보는 사람 모두가 행복해 보이는 미소. 역시 레이아는 천사야. “그럼 이제 저한테도 알려주시겠어요?” “응? 뭘?” “인장을 이곳에 표시한 이유요. 디아나씨나 사라씨와 같은 이유인 거죠? 저 실은 조금 궁금했단 말이에요. 그래도 구원씨가 제게도 인장을 새겨주실 때까지 참고 있었어요. 이제 저도 알 자격이 생긴 거죠?”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귀엽게 혀를 내밀고 장난스런 미소를 지었다. “자격이라니. 굳이 인장을 새기지 않아도 레이아는 처음부터 알 권리가 있었어. 그러니까 인장을 거기에 새긴 이유는 말이지….” 나는 그러면서 살짝 말하기가 주저됐다. 아무리 우리 천사님이라도 이건 좀 화내지 않으실까? 게다가 디아나나 사라와는 다르게, 천사님은 가슴이 조금 파인 옷만 입어도 바로 인장이 드러나는 위치다. “네. 이유는요?” 하지만 그렇다고 말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제 와서 성감대에 인장을 새기는 미친짓을 한 게 조금 후회되기 시작했다. 에잇. 모르겠다. 난 우리 천사님의 한없이 넓은 마음을 믿어! “그게…레이아는 서, 성감대가 가슴이라….” “네, 네엣?!” 과연 이번엔 레이아도 놀랐던 모양이다.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날 쳐다봤다. 하지만 이내 다시 포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날 쳐다봤다. “후훗. 과연. 그렇군요. 그래서 사라씨가 그렇게 화나셨던 거군요.” “레이아는 화 안 내?” “네. 어차피 다른 사람들은 이게 그런 의미인줄 모를 테니까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목걸이 위치에 옅은 문신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물론 사라씨나 디아나씨처럼 이유를 아는 분께 보이는 건 조금 부끄럽지만…그래도 괜찮아요. 저도 사라씨나 디아나씨의 인장 위치를 봤고, 무엇보다 구원씨의 애정 표시인걸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조심스럽게 자신의 인장이 새겨진 위치를 쓰다듬었다. 역시 천사님은 천사님이었어. 게다가 방금 그 말로 인해서, 나는 사라의 화를 풀어줄 단서도 잡았다. 포용해줄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도움까지 주시다니. 역시 여러모로 천사님이신 레이아였다. 그렇게 레이아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가끔 아무 이유도 없이 키스도 하고, 서로 장난으로 간지럼도 치면서 시간을 보냈다. 참고로 말하지만 서로 간지럼을 태우면 백이면 백 내가 진다. 저 꼬리가 존재하는 한 내가 레이아를 이기는 건 불가능해. 아무튼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나는 계속 레이아의 몸에 뿌렸던 정액을 신경 쓰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드디어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서서히 줄어가던 정액은, 배꼽에 웅덩이가 만들어져있는 부분만 빼고 말끔하게 사라져있었다. 역시 정액이 흡수된다는 가정은 맞았던 거다. “으응!” 레이아는 가슴을 만져보니, 언제 정액이 묻었냐는 듯이 보드라운 감촉을 자랑했다. 물론 땀에 젖어서 살짝 매끄러운 감촉이 있긴 했지만, 정액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역시 정액이 흡수되는구나. 이걸로 굳이 섹스할 필요 없이 정기 흡수가 가능해졌어. 구미호로 변하지 않고 맨 정신을 유지한 채로도 구미호의 욕구를 해소시킬 수 있는 거야.” “네! 그럼 이제 키스도 맘껏 가능하고요!” “응!” 나와 레이아는 환하게 웃으며 서로 입술을 맞부딪혔다. “하지만 대단하세요. 어떻게 깨달으신 거예요?” “실은, 아까 사도 임명이 발동을 안 하더라고. 하지만 레이아의 마음이 사라나 디아나보다 약하다고 생각하기 힘들잖아? 그래서 생각했지. 혹시 정기를 흡수하면서 음부 안에 있는 정액이 전부 사라진 건 아닐까 하고.” “아, 그렇…네?” 내 말을 듣고, 레이아의 환한 미소가 딱딱하게 굳었다. “왜, 왜 그래? 괜찮아. 이렇게 사도 임명이 성공한 걸로 네 마음은 잘 알게 됐고….” “아, 아뇨! 그게 아니에요! 으, 음부 안쪽에 쌌던 정액이 사라졌다고요?” “으, 응.” 레이아가 어째선지 필사적인 얼굴이 되어 외치는 바람에 나도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 그러면…구원씨의 아이는….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간 꼭 낳고 싶은데…. 전….” 레이아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 그런가. 하긴 정액이 흡수 돼버리면 당연한 얘기지만 애도 가질 수 없게 된다. 난 솔직히 아직 아이를 낳게 될 게 먼 미래의 얘기처럼 느껴져서 거기까지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괘, 괜찮아. 너무 걱정 마. 내가 누구야? 성자 아니겠어? 분명 뭔가 방법이….” 내가 필사적으로 달래주자, 레이아도 굳은 결심을 한 눈동자로 날 쳐다보면서 끄덕였다. “…그러네요. 구원씨. 역시 구미호 상태를 제어하는 특훈은 계속해야겠어요.” “응?” “제가 구미호 상태를 완전히 제어할 수 있게 되면, 정액을 흡수하지 않는 방법도 알게 되지 않겠어요? 모처럼 이제 다시는 구미호로 변하지 않을 방법을 발견해주셨는데, 정말 죄송해요. 그래도 전 구미호 상태를 완전히 제어하고 싶어요.” “아니야. 미안하기는. 나도 언젠가 레이아와의 아이를 가지고 싶은 걸. 기쁜 마음으로 협력할게.”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레이아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나는 레이아가 안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레이아의 봉사를 아무 때나 요구할 수 없는 건 조금 아쉽지만, 지금 그게 중요하겠어? 하지만 레이아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이런 말을 해줬다. “그, 그래도…언제 제어가 완벽히 가능해질 지도 모를 일이고, 시간도 많으니까요. 가끔은 구원씨와 처음부터 맨 정신으로 즐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역시 레이아는 천사님이었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구미호 상태는 아예 다른 인격체 취급이 아닙니다. 술에 취하면 성격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것과 비슷한 경우라고 보면 됩니다. 레이아가 구미호의 종족 본능에 따라서 움직이게 되는 거죠. 고로 레이아와 구미호에게 각자 사도 임명을 걸 필요는 없습니다. 252==================== 사도 임명 천사님의 그런 말을 듣고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아침까지 밤새 자지 않고 이어져있었다. 레이아는 도중에 한 번 기절했다가 깨어난 덕분인지, 특별히 힘든 기색도 없이 청순한 얼굴로 밤새 요염한 허리 놀림을 보여줬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바네사가 아침 식사 준비를 알리러 왔을 때가 되어서야 우린 겨우 행위를 멈췄다. “그럼 갈까?” “네…앗, 구원씨 먼저 내려가 계세요.” “응? 왜?” “저는 조금 준비할 게 있어요. 먼저 내려가 계시면 저도 곧 따라갈게요.” 방금 전까지 계속 몸을 겹치고 있었으니 그렇게 보이는 걸까? 레이아는 평소보다 살짝 요염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응. 그럼 먼저.” 방에서 나온 난 아무생각 없이 식당으로 향하려고 하다가, 문득 사라 생각이 나서 발길을 사라의 방으로 돌렸다. 원래대로라면 사라가 먼저 식당에 도착해있겠지만, 어제 그렇게 부끄러워하면서 뛰쳐나갔었으니까 말이야. 어쩌면 아직 방에 있을지도 모른다. 똑똑. “네.” 문을 두들기자, 역시나 사라는 아직 방에 있었다. 목소리는 꽤나 쿨한 것이, 평소와 다름없는 사라다. 문을 두드린 게 나란 걸 모르니까 그런 거겠지만. “사라, 들어갈게.” 나는 사라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문을 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사라는 이쪽에 등을 돌리고 침대를 향해서 서있었다. 상반신은 제대로 옷을 갖춰 입고 있지만, 하반신에는 속옷만 두른 채로 모델처럼 허리에 손을 얹고 당당하게 서있었다. 침대 위에는 바지 두 개가 놓여있는 것을 보니, 어떤 바지를 입을지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다. 보나마나 그 인장이 드러나는 윗단이 짧은 바지와, 평범한 바지 중에서 고민하고 있는 거겠지. 저걸 고민하고 있다는 걸 보면, 역시 인장을 드러낸 것에 대한 부끄러움이 어제보단 많이 희석된 모양이다. “구원….” 사라는 고개만 돌려서 날 돌아보면서,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하지만 내겐 그 모습이 화난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뭐라고 해야 할까. 그래. 이미 화는 다 풀렸지만, 억지로 화난 척을 하고 있는 모습처럼 보였다. “어젠 부끄러운 경험을 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그 인장을 왜 그런 위치에 새겼는지 미리 말해줬어야 했는데.” “…흥. 정말이야. 바보.” “그래도. 사라야. 내 말 좀 들어줘. 딱히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너도 내가 알려주기 전까지 몰랐던 것처럼, 다른 사람도 왜 그런 위치에 인장을 새겼는지 전혀 모를 테니까. 그걸 알고 있는 건 나와 너, 디아나와 레이아 뿐이라고. 넌 그냥 당당하게 그저 나와의 사랑의 증거라고 자랑하고 다니면 될 거라고 생각해. 너도 그걸 아니까 지금 그렇게 뭘 입을지 고민하고 있는 거지?” 나는 사라에게 다가가서, 오른손으로 엉덩이 위에 있는 인장을 조심스레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건….” 역시나. 방에서 혼자 곰곰이 생각해본 사라는, 그런 결론에 도달했던 거다. 어차피 남들은 절대 모르는 거니까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었다고. 지금 이렇게 화난 척을 하는 건, 어제 그렇게 뛰쳐나가놓고 이제 와서 아무렇지 않은 태도로 대하기 조금 무안해서 그런 것뿐일 거다. “정 남들한테 보이는 게 싫으면, 아예 투명하게 만들어줄까?” “아, 안 돼, 이 바보야! 그런 게 아니잖아! 그리고 이미 볼 사람들은 다 봤잖아! 이제 와서 숨길 이유가 없잖아!”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홱 돌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인장이 눈에 보이는 건 기쁜 건가. 나는 그런 사라가 무척이나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사라의 얼굴에 왼손을 뻗어서 내 쪽을 바라보도록 돌리고, 그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췄다. “정말 미안해. 내가 어떻게 하면 용서해줄 수 있을까?” “벼, 별로 그렇게까지 화난 건 아닌데….” 내가 그렇게 계속 사과하자, 사라도 더 화내기는 무안한지 결국 내 몸에 살짝 기대면서 아까보다 훨씬 힘이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 그리고 속옷 엄청 예뻐.” 나는 다시 한 번 사라에게 키스를 하면서, 인장을 어루만지던 오른손을 내려서 사라의 팬티에 감싸인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그랬다. 평범한 바지와 인장이 보이는 바지 중 뭘 입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말은, 바꿔 말해서 둘 중 뭘 입어도 괜찮을 속옷을 입고 있다는 말을 뜻한다. 사라는 평범한 속옷보다 상당히 천의 면적이 작고 위치가 낮은, 일명 로우 라이즈 팬티라고 불리는 종류의 속옷을 입고 있었다. 사실 방 안에 들어왔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게 이거였지만, 일단 달래주는 게 먼저라서 일부러 그쪽으로 신경이 안 가도록 주의하고 있었다. 이제야 제대로 보게 되는데, 진짜 섹시하다. 사라의 지방 하나 없는 탄탄한 11자 복근과의 시너지효과가 장난 아니야. “흐읏. 이것도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한 거였는데. 맥 빠지게 보였잖아. 바보.” 사라는 엉덩이를 만지는 내 손을 가볍게 찰싹 때리면서, 내 얼굴을 살짝 노려봤다. 하지만 화는 전부 풀렸는지, 눈에 살기는 전혀 없어서 오히려 귀여워 보이는 표정이었다. 사라가 진심으로 노려보면 안 그래도 쿨한 외모까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위압감이 장난 아니니까 말이다. 다 티가 난다. “맥 빠지게라니. 그럴 리가 있나. 엄청 섹시해. 최고야. 지금 당장 덮치고 싶을 정도야.” “그럼 왜 안 덮치는 건데?” “덮쳐도 돼?!” “안 돼. 바아보. 내가 창피한 경험을 하게 만든 벌이야. 내일까지 만지지도 못하게 할 거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손을 찰싹 쳐냈다. 그리고는 침대 위에 놓인 바지 중 하나를 손에 들고 잽싸게 입어 버렸다. 내일까지라니. 뭐 사라 차례가 내일이니까 그런 거겠지만, 벌치고는 상당히 짧은 기간이네. “그럼 가자.” 그리고 사라가 고른 바지는 역시나 인장이 다 드러나는 바지였다. 내가 인장 쪽으로 다시 손을 뻗으려고 하자, 사라가 그렇게 두지 않겠다는 듯이 내 팔에 팔짱을 끼고 방을 나섰다. “어머. 구원씨. 사라씨하고 화해하셨나보네요?” 그리고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내 눈에 제일 먼저 들어온 건 사제복이 아니라 평상복을 입고 있는 레이아와, 역시나 평소와는 다른 느낌의 드레스를 입은 채로 레이아를 노려보고 있는 디아나였다. 레이아의 옷은 아마 그제 쇼핑을 하면서 샀던 옷이겠지. 레이아와 잘 어울리는 청순한 느낌의 새하얀 원피스였는데, 목 부분이 꽤나 대담하게 파여 있는 옷이었다. 덕분에 사도의 인장은 물론, 가슴골까지 꽤나 엿보일 정도였다. 청순미와 섹시미를 동시에 잡다니! 과연 구미호! 요망하기 그지없다. “레, 레이아, 그 옷…!” “어, 어떤가요? 어울리나요?” “응! 엄청 어울려!” “후훗. 고마워요. 사실 가슴이 너무 드러나는 것 같아서 조금 부끄럽지만, 모처럼 구원씨가 사주신 거니까 힘내봤어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나는 이 세상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과거의 나야. 옷가게에서 한턱 쏘기로 한 건 최고의 선택이었어. “…나 때랑은 반응이 엄청 다른 것 같은데?” “그, 그럴 리가! 너도 엄청 섹시해! 다만 화내고 있는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하기 힘들어서 그랬을 뿐이야! 정말이야!” “흐음….” 사라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날 쳐다봤다. 아무래도 믿어주지 않는 모양이다. “으으윽…역시 가슴인가! 가슴인 겐가! 게다가 인장의 저 위치…으으윽….” 그리고 내 말을 믿지 않는 건 사라뿐만이 아니었다. 디아나는 정말로 분개한 표정으로 레이아의 가슴을 바라봤다. 야. 가슴이랑 적대하지 마라. 가슴은 좋은 거라고. 너도 나중에 저거랑 비슷한 크기로 자라나잖아. 그리고 그렇게 분개하는 디아나 역시도 가슴이 엄청나게 대담하게 파인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노출도만 놓고 보면 레이아 이상이다. 과연 아직 성장도중인만큼 레이아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지만, 역시 디아나도 디아나 나름대로의 매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러는 디아나도 별 일이네. 그렇게 노출이 심한 옷을 입고.” “흥. 가슴에 빠져서 이제야 눈치 채는 겐가.” “아니. 처음부터 눈치 채고 있었어. 그냥 어쩌다보니 말거는 순서가 나중이 됐을 뿐이지. 진짜로 예뻐. 그런데 정말로 웬일이야?” “흠. 놀라지 말게.” 예쁘단 말에 조금은 기분이 풀렸는지, 디아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식탁 아래로 가려져있던 디아나의 전신이 눈에 들어오게 됐다. 디아나의 드레스는 무려 세로로 찢어지기라도 한 것처럼, 목부터 가슴, 배꼽을 지나 하복부까지 가운데 부분이 쭉 패여서 노출이 되어있는 드레스였다. 음부가 아슬아슬하게 보이지 않는 위치까지 대담하게 파여 있는 그 드레스는, 디아나의 하복부에 새겨진 인장이 드러날 정도였다. 과연 날개마크까지 전부 드러나진 않았지만, 하트마크는 확실히 전부 보인다. “어떤가!” “엄청 예뻐. 엄청 예쁜데 말이야….” “음? 뭔가? 불만인가?” “그런 옷은 천 년 정도 나이를 더 먹고…아니! 그런 게 아니라!” 위험해. 하마터면 말실수 할 뻔 했네. 확실히 저렇게 너무 노골적으로 노출이 되어있다 보니, 전생하여 어려진 디아나에게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전생 전의 디아나였다면 엄청난 섹시미를 자랑했겠지만, 아직은 저런 옷을 입기엔 조금 이른 느낌이 들었다. 예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디아나한텐 더 어울리는 차림이 많이 있잖아. 자기 매력을 더 살리는 옷을 입자고. 하지만 이거 그대로 말하면 삐지겠지. 신중하게 말을 골라야할 때다. “예쁘긴 해. 그리고 나와의 관계를 증명하는 인장을 드러내려는 그 노력도 무척 기뻐. 그런데 말이야. 그 옷 아무리 그래도 노출이 너무 심하지 않아?” “조금 그렇긴 하네만. 그래도 이 정도는….” “아냐. 마음은 기쁜데, 그런 옷 입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어째서인가?” “네가 그러고 다니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네 대담하게 노출된 속살을 보게 되는 거 아니겠어? 난 그런 거 싫어. 네 속살은 나만 보고 싶어.” 좋아! 완벽해! 이걸로 디아나가 저런 차림을 하는 건 막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뭐 완전 거짓말도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딴 놈이 저렇게까지 노출하고 있는 디아나를 보는 건 싫으니까. “하지만 말일세.”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의 시선이 사라와 레이아를 왕복했다. 정확히는 대담히 노출되어있는 사라의 매끈한 하복부와, 역시나 대담히 노출되어있는 레이아의 가슴팍을. 으윽. 젠장. 사라나 레이아는 좋아해놓고, 자신만 노출이 너무 심하다가 제지시키는 건 이상하다는 건가. 네 노출이 제일 심하니까 그런 거잖아. 지금 레이아와 사라의 노출 부위를 합친 것보다 네 노출이 더 심하다고. 하지만 이런 말은 통하지 않을 거다. 디아나는 분명 불공평하다고 여기겠지. 젠장. 결국 공평하게 처리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 나는 눈물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사, 사라나 레이아도 마찬가지야! 너희가 그렇게 노출한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싫어. 그러니까 그런 옷은 입지…입지…저택에서만 입고 다녀!” 어쩔 수 없잖아! 디아나까지 포함해서 섹시하긴 하단 말이야! 저 모습을 어떻게 그냥 포기해! “자네도 참 욕심쟁이로구먼. 보이는 것까지 혼자 소유하고 싶다는 겐가.” “그래! 불만 있어?! 너흰 내꺼야!” “흐, 흠. 그런 거라면 알겠네.” 디아나는 덤덤하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지만, 좋아하는 게 다 티나는 얼굴로 말했다. “구원씨가 그러길 원하신다면….” “하여간 욕심쟁이라니까.” 레이아와 사라도 기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젠장. 그래 이걸로 된 거야! 다들 좋아하니까 다 잘 된 거잖아?! 밖에서 이런 모습들을 좀 못 보면 어때?! 저택에서 맘껏 보면 되지! 젠장! …밖에 나가기 싫어졌다. 던전같은 데 가지 말고, 평생 저택에서 살면 안 될까? …안되겠지? “음. 그러고 보니 자네. 던전에는 다시 언제 갈 겐가?” 마치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디아나가 그런 질문을 던졌다. “일단 길드에서 보상을 받고 천천히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왜?” “음. 그 마석을 연구하려면, 이왕이면 그 여왕개미가 다시 부활하기 전에 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 뭐, 이번엔 다른 이들도 같이 가는 거니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상관은 없겠지만 말일세.” “아, 그런가. 마법사 협회 사람들한테 얘기는 끝났고?” “음. 문제없네.” 던전. 던전인가…. 결국 가야된단 말이로군. 그래도 아직 길드의 보상을 못 받았으니까. 적어도 오늘은 아니야. 게다가 모처럼 이틀 연속 레이아 차례인데 던전에 가면 레이아가 얼마나 섭섭하겠어. 그래. 오늘은 저택에서 느긋하게 지내면서 눈 호강이나 하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53==================== 사도 임명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맹렬하게 심심해졌다. 디아나는 마법사 협회에 사람들에게 파묻힌 상태로 유괴됐고, 레이아는 오늘 고아원에 갈 예정이라면서 신전으로 갔다. 원래대로라면 나도 레이아를 따라가야 하겠지만, 오늘은 길드 사람이 오기로 한 날이라서 집을 지키게 됐다. 뭐, 내가 없더라도 바네사가 알아서 응대하고 보수도 받아 놓겠지만, 다들 알잖아? 택배가 오는 날에는, 아무리 하찮은 택배라도 왠지 집을 지키고 있어야할 것 같은 이 기분. 지금 내가 딱 그런 기분이었다. 일단 카일 녀석도 해탈해버렸으니, 굳이 고아원에 따라가지 않더라도 괜찮긴 할 거고. 천사 같은 레이아도 그걸 잘 이해해줘서, ‘그럼 다녀올게요.’ 라고 부드럽게 웃어주고 고아원으로 갔다. 오늘 밤도 레이아 차례니까, 이 미안한 감정은 밤에 충분히 보답해주자. 나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별로 할 일도 없어 보이는 사라하고 같이 노닥거리려고 했지만, 그것 또한 거절당했고. 슬쩍 다가가서 끌어안으려고 했더니, 사라는 가벼운 몸놀림으로 내 포옹을 피하고 내 손을 가볍게 찰싹 때렸다. 그리고는 ‘내일까지 참아!’ 라고 한 마디 내뱉은 후 그대로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그냥 끌어안고 노닥거리려고 한 것뿐인데…. 뭐 계속 그러고만 있으면서 섹스를 안 할 자신은 없었지만. 사라도 같이 있으면 결국에는 몸을 겹치게 될 거란 걸 알고 딴 데로 가버린 거겠지. 쓸쓸하다. 아무튼 그런고로 나는 지금 정원의 볕 좋은 곳에 대자로 누워서 맹렬하게 심심해하는 중이었다. 정원을 손질중인 메이드가 가끔 힐끔힐끔 쳐다봤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치마 속을 들여다보려는 게 아니니까 난 신경 쓰지 말고 할 거 하세요. 뭐, 보이는 위치에 오면 보겠지만. 그렇게 얼마 동안 광합성을 즐겼지만, 역시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젠장. 바람도, 햇볕도, 그늘도 딱 좋은데 왜 잠이 안 오는 거야! 어제 밤 샜으니까 잠 좀 오라고! 빌어먹을 힐링 섹스! 아아! 이대론 안 돼! 뭔가, 뭔가 할 걸 찾아야 돼! 내가 무슨 식물도 아니고, 이대로 광합성만 하면서 지낼 순 없어! 사람은 심심해서 죽을 수도 있는 생물이라고! 내가 몸을 벌떡 일으키자, 시야 구석에서 뭔가 움찔하고 떨리는 게 보였다. 그게 뭔지는 말 할 것도 없겠지. 실비아였다. 실비아는 나와 거의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몰래 날 엿보는 중이었다. 그래. 그러고 보니 쟤가 있었지. 이제 같은 저택에서 지내는 사이니까, 저렇게 스토커처럼 쳐다보고만 있지 말고 당당하게 같이 놀면 될 텐데. “실비아.” 나는 실비아에게 가볍게 손짓했다. “네, 넵!” 실비아는 쭈뼛쭈뼛하면서도 이쪽으로 다가왔다. 무서워하지 마. 해치지 않아요. 나는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실비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 “……?” 실비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내가 뻗은 손 위로 가볍게 손은 얹었다. 마치 사교장에서 춤 신청을 받은 귀족 영애 같은 그 행동을 보면 역시 얘도 귀족 영애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 들게 됐다. 아무튼 난 그 손을 붙잡고, 그대로 실비아의 손을 확 끌어당겨서 내 허벅지 위에 앉혔다. “꺅! 구, 구, 구원님?!” 그러자 실비아의 전신이 순식간에 새빨갛게 물들면서 딱딱하게 굳어졌다.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난 실비아를 꽉 끌어안고, 그대로 그 정수리에 뺨을 부비부비 비벼댔다. “우아, 아, 아, 아아아!” 실비아는 마치 이럴 줄 몰랐다는 듯이, 에메랄드빛 눈동자를 배신감에 물들이면서 날 쳐다봤다. 눈은 그렇게 뜨고 있지만 몸은 솔직하잖아. 정신적 충족감과 부끄러움이 혼합되어서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고? 크큭. 상황이 이러니까 분위기를 타서 살짝 악당 기분도 내봤다. “어제 하던 특훈, 마저 해야지. 오늘은 어제에 비해서 좀 발전된 모습을 보여 달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실비아의 어깨 위에서 일자로 가지런히 잘린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에 코를 가져다대고 쓰읍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음. 향기롭다. 머리카락도 유난히 부드럽고. 이렇게 껴안고 있으니까 정말로 애완동물을 껴안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거라면 몇 시간이고 버틸 수 있겠군. 좋은 장난…할 거리를 찾았어. 실비아의 부끄러움증 치료도 도와주고, 덤으로 나도 시간을 때울 수 있고. 이거야말로 일석이조. “말해두겠는데. 도망갈 생각하지 마. 익숙해질 때까지 특훈은 계속될 거니까.” “으아아아…. 으으으…. 저, 저 죽….” “걱정 마. 사람은 아무리 부끄러워도 그런 이유론 죽지 않아.” “하, 하, 하, 하지만 시, 심장이…!” “응? 여기?” “흐아아아앙!” 내가 실비아의 심장 부근, 즉 왼쪽 가슴을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쿵쾅쿵쾅 거세게 맥박 치는 심장의 고동을 느끼려고 하자, 실비아는 반사적으로 도망가려고 다리를 파닥거렸다. 놔주지 않을 거지만. “저, 저, 화, 화장실….” 응? 그러고 보니 실비아의 고간이 닿아있는 허벅지 쪽이 살짝 습해진 느낌이 드는데? 가슴이 성감대는 아닐 지라도, 내가 가슴을 만져준다는 사실에 흥분한 모양이다. 이거 또 섹스로 풀어 줘야하나? 아니, 그래도 스킬을 쓴 건 아니니까 그럴 필요까진 없겠지. 나라고 항상 발정만 난 건 아니다. 지금은 이대로 맨질맨질 복슬복슬 치유 타임을 즐기고 싶다. “괜찮아. 이대로 있어.” “히으으응….” 진짜로 강아지 같다. 실비아는 눈을 꼭 감고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필사적으로 부끄러움을 버티기 시작했다. “…구원님.” 그렇게 한창 실비아로 즐기…특훈을 도와주고 있을 때, 바네사가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뭐하시는 겁니까?” 평소에는 정말로 용건밖에 말하지 않는 바네사지만, 과연 이 모습을 보고도 한 마디 하지 않을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응? 아니, 얘가 부끄러움을 너무 잘 타서 조금 특훈을…그보다 무슨 일이야?” “길드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젠장. 좋을 때였는데. 하지만 애초에 내 목적이 길드 사람을 기다리는 거였으니, 이대로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안. 실비아. 특훈은 나중에 해야겠네.” 내가 귓가에 입김을 불어넣으면서 속삭이자, 실비아는 몸을 파르르 떨더니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몸을 놓아주자마자, 후다다닥 튀어나가서 그대로 모습이 안 보이게…아, 벽 뒤로 숨어서 보고 있잖아. 그러니까 저럴 거면 그냥 붙어 있으라니까. 뭐, 일단은 저대로 놔두자. 나는 뒤에 실비아라는 꼬리가 붙은 채로 바네사에게 안내되어 길드 직원을 만나러 갔다. 접견실로 들어가자, 금발 벽안 거유에 인텔리 느낌이 나는 외모를 가진 여성이 테이블에 앉아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 “레이첼 누님! 웬일이세요? 누님은 안내원 아니셨어요?” “안녕하세요. 안내원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일을 해요. 아무래도 구원씨가 정산을 받을 땐 꼭 저한테 오시니까, 어머…길드장님께서 세이비어스 클랜의 상대는 제가 적임이라고 생각하신 모양이에요.” 나이스 길드장님! 처음 만났을 때처럼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속셈은 없지만, 역시 이왕이면 이런 미인이 상대해주는 게 좋지. 게다가 그 미인이 대하기 편한 익숙한 상대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그럼 보수 얘기를…하기 전에 저 뒤에 분은?” “아, 괜찮아요. 저희 클랜이에요. 신경 쓰지 마세요.” 레이첼 누님은 내 뒤에서 스토커처럼 졸졸 따라온 실비아가 꽤나 신경 쓰이는 눈치였다. 뭐, 나도 처음엔 시선이 신경 쓰였었지. 이젠 좀 익숙해졌지만. “그런가요? 그럼…일단 구원씨가 말해주신 내용의 대부분은 확인이 가능했어요. 남성형 몬스터에게서 성기를 얻는 방법. 그리고 비밀통로들의 존재도요.” “아, 그렇군요. 그런데 이건 그냥 순수한 호기심에 물어보는 건데요. 몬스터한테서 성기 드랍을 확인할 때 어떤 방법을 쓰셨는지 아세요?” “그, 그건….” 그러자 레이첼 누님의 볼이 살짝 붉어졌다. 명백하게 부끄러워하는 표정이었다. 본인이 한 게 아닐 테니 저런 표정을 지을 것 까지는…아니. 잠깐. 방금 안내원 말고도 이런저런 일을 한다고 했지? “응? 설마 누님이 직접 확인하셨어요?” “그, 네, 네. 아무래도 안전하게 확인을 하기 위해서는 레벨 높은 사람이 해야 했고, 하루 만에 여러 몬스터들을 전부 조사하려면 여러 사람이 나섰어야 했으니까요. 이래 봬도 제가 길드 내에서도 꽤나 레벨이 높은 편이거든요.” 그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예전에 섹스 애널라이즈를 시도하려고 그렇게 도전해봤다가 실패했던 아픈 추억이 있으니까. “그렇군요. 그래서 어떻게 확인하신 거예요?” “비, 비밀이에요.” 몬스터의 성기를 세우기 위해서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짓을 한 모양이다. 이거 망상이 부풀어 오르는군. 오크의 성기를 세우기 위해서 금발 벽안 거유의 인텔리 계열 엘프 누님이 므흣한 행동을…으읏. 설 것 같아. 그뿐만이 아니다. 이 누님이 확인을 위해서 입에 담지 못할 행동을 했다는 말은…다른 모험가들도 성기를 얻기 위해서 비슷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거잖아? 성기의 입수법은 길드를 통해 대대적으로 발표될 테니까. 호기심 많은 모험가들이 시도해보지 않을 리가 없다. 그러면 던전에서 그런 모험가들을 만날 수도 있다는 거고! 역시 성기의 입수법을 공개하는 건 최고의 선택이었어! 나는 스스로의 혜안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역시 난 천재야. 당장 던전에 가보고 싶어졌다. “아무튼 그렇게 대부분은 확인이 가능했어요. 하지만 딱 하나 확인하지 못한 부분이 있어요.” “네? 뭔가요?” “바로 모기의 성기와, 그걸 이용해서 갈 수 있다는 개미굴이에요.” “아…. 과연.” 하긴. 아무리 이 누님이나 다른 길드 직원들이 섹시한 행동을 해도 그건 확인하기 힘들겠지. “그래서 길드에서 세이비어스 클랜에 정식으로 의뢰를 하려고 해요. 저희 길드 직원을 한 명 데리고, 아까 말했던 사실들을 확인시켜줄 수 있을까요?” “네. 물론이죠. 문제없어요.” 어차피 디아나의 마석 연구를 위해 한 번 더 가려고 했었던 곳이다. “그럼 다음번 던전에 가실 때 제게 얘기를 해주세요.” “누님이 따라가시는 건가요?” “네. 말했잖아요? 세이비어스 클랜의 일은 아무래도 제 담당이 될 것 같다고. 왜요? 저론 불만인가요?” “그럴 리가요! 저야 오히려 좋죠!” “다행이네요. 요즘은 예전처럼 꼬셔주질 않으니까 이제 저한텐 흥미 없어진 줄 알았어요.” “그, 그건 그런까….” “후훗. 농담이에요. 농담. 디아나님이 영주성에서 구원씨를 이 몸의 남자라고 선언한 거, 꽤나 소문이 나 있다니까요?” 레이첼 누님은 장난스런 미소를 짓고 귀여운 동생을 쳐다보는 시선으로 날 쳐다봤다. 젠장. 놀려진 건가. “그럼. 여기 보수에요. 일단 모기의 성기와 개미굴에 관한 정보도 포함된 금액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첼 누님은 테이블 위에 턱하고 척 보기에도 묵직해 보이는 금화 보따리를 올려놨다. “선불로 주셔도 괜찮은 건가요?” “네. 다른 사실들이 다 사실로 확인 됐는데, 설마 그것만 거짓말이겠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디아나님이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하실 분도 아니고요.” “으윽. 역시 저보단 디아나를 신용한 거군요.” “후훗. 디아나님을 제외하고도 신용받고 싶으시다면, 앞으로도 좀 더 노력해서 더 유명해지세요. 저한테 성자의 전설을 보여주실 분이니까, 그 정도는 간단하죠?” “네! 그럼요!” 저 여유로운 분위기. 역시 누님은 최고야. 아니, 레이첼 누님이 좋다는 게 아니라고? 애초에 사라는 나이에 비해서 어른스럽고, 디아나는 우리 파티의 최고 연장자고, 레이아는 누님 그 자체고. 응. 그럼. 그럼. “자, 그럼….” 레이첼 누님을 배웅하고 나서, 나는 다시 등 뒤를 홱 돌아봤다. 실비아가 황급히 도망가려고 했지만,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몸이 굳는 실비아를 내가 따라잡지 못할 리가 없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아까 못다한 특훈을 재개해야지.” “사, 살려….” “그러니까 이런 걸론 안 죽는대도.” 저녁 시간이 되어서 다들 모일 때까지, 나는 이리저리 도망가려는 실비아를 꽉 끌어안고 그 감촉을 즐겼다. 하아…치유된다. 얘 진짜 내 애완동물로 삼아버릴까. 성적인 의미가 아니라 진짜 순수한 의미로.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소제목은 주말에 바꾸겠습니다. 254==================== 사도 임명 “그런고로 우린 내일 던전에 간다!” 저녁식사 시간. 모두가 모였을 때 나는 기세 좋게 선언했다. 그러자 내 주위에 앉은 셋이 동시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참고로 실비아는 나와 가장 멀리 떨어진 자리에 앉아있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것을 보니, 특훈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다. 이왕이면 쟤 특훈이 어느 정도 진전이 생긴 다음 던전에 가고 싶지만, 너무 미루는 건 안 좋겠지. 이번엔 마법사 협회 사람들도 함께 가니까, 위험에 빠질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자네 갑자기 왜 그렇게 의욕적인가?” “수상해…. 구원. 솔직히 말해. 무슨 꿍꿍이를 꾸미는 거야?” 날 그렇게 좋아한다는 애들이 날 순수하게 믿어주지 않다니. 세상은 왜 이 모양일까. 아니, 뭐. 꿍꿍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모험가들이 몬스터 상대로 어떻게 성기를 얻어내는지 궁금하잖아?! 이건 남자의 본능 같은 거라고! “레이아 누니임! 쟤들이 나 안 믿어요!” “후훗. 네.” 나는 일부러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곧장 레이아의 가슴에 안겼다. 레이아 누님은 부드러운 표정과 가슴으로 날 받아주셨다. 후우. 그래. 천사님이 있는 한 세상은 아직 살만해. “하, 할 말 없으면 레이아씨한테 기대는 거 다 보이거든!” “그렇다네! 틈만 나면 가슴에 기대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일세!” 쳇. 들켰나. 역시 사라는 핵심을 찌르는군. 그러면서도 질투하는 모습이 귀엽지만. 그리고 디아나야. 아무리 그래도 레이아 누님을 가슴이라고 부르는 건 너무하지 않냐? “뭐, 장난은 그만하고.” “어머. 장난이었나요?” “아뇨. 레이아 누님의 가슴은 장난이 아니…크흠. 아, 아무튼!” 이 이상 말하면 사라와 디아나가 폭발할 것 같아서 난 그쯤 하기로 했다. 레이아 누님도 알아들으셨겠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포근한 미소를 짓고 계시고. “길드에서 사람이 왔는데, 모기의 성기와 개미굴에 관련해선 확인이 불가능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우리가 던전에 갈 때 길드 사람을 한 명 데리고 확인시켜 달래.” “과연. 그런 겐가.” “흐음…. 그래서 내일 간다고…?” 사라는 어쩐지 기분이 안 좋아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내일 사라랑…으윽. 그래서 아까도 그렇게 틱틱댔었구나. 하지만 그런 이유로 질질 끌었다간 평생 던전에 못 가게 될 거다. 미안 사라야. 다음에 안을 때 정말 잘 해줄게. 그리고 던전에 간다고 해서 반드시 같이 못 자게 되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그래. 길드에서 보수도 선불로 받은 이상, 빨리 확인시켜주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미안. 사라야. 조금만 참아줘.” “아, 아니. 으, 응…. 괜찮아.” 내가 사라와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품기자, 사라도 오히려 삐져서 미안하단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일이라. 그럼 준비를 조금해야겠구먼.” “아, 혹시 마석 연구에 뭐 더 준비해갈 게 있었던 거야? 그렇다면 굳이 내일이 아니라도….” “아니. 가져갈 물건들을 확인만 하면 되네. 자기 전에 끝날 테니 신경 쓰지 말게나. 그런데 말일세. 내일 던전행은 3계층까지 갈 겐가?” “일단 길드 사람에게 개미굴이 3계층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건 확인시켜줄 생각인데. 왜?” “음. 그런 거라면 됐나. 아니, 본격적으로 3계층을 드나들 생각이라면 아무래도 방한 도구를 준비해야하지 않겠나. 이 몸의 마법에만 의존하면 여차할 때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말일세.” “아, 그런가. 그래도 3계층 풍경만 잠깐 보고 오는 거니까. 내일은 괜찮겠지.” “음. 알겠네.” 그렇게 우리는 내일 던전행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나름의 준비를 마치고, 밤이 돼서야 각자 방으로 갔다. “후훗. 이틀 연속이라니. 디아나씨와 순서를 바꾼 보람이 있네요.” 나와 같이 내 방에 들어온 레이아 누님은, 기쁜 표정으로 내 팔에 매달려 지긋이 가슴을 눌러왔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가 정말로 기분 좋아보였다. 저도 팔에 닿은 감촉이 정말로 기분 좋습니다. “그럼 같이 씻을까?” “후훗. 네!” 나는 레이아를 허리를 끌어안아 들고 욕조로 향했다. 레이아는 다리를 내 허리에 둘러서 꽉 매달린 다음 부드러운 손길로 내 옷을 하나하나 벗겨줬고, 나도 한 팔로는 레이아를 단단히 지지한 상태로 레이아의 옷을 벗겼다. 허물을 남기는 것처럼 바닥에 옷을 떨어뜨리면서 욕조로 향한 우리는, 욕조에 도착했을 때는 둘 다 서로 전라 상태가 되어있었다. “그럼 우선 씻기는 것부터!” “꺄악! 후훗.” 이미 이 단계는 통과한 예전에 상황이기 때문에, 이걸로 레이아가 구미호가 되는 일은 없었다. 내가 레이아를 씻겨주면서 은근 슬쩍 애무를 해 레이아가 절정에 달했을 때도, 레이아가 날 씻어줬을 때도. 예전에는 내 물건을 씻기면서 결국 대딸을 해주는 것처럼 되어버렸고, 그대로 내 정액을 뒤집어써서 구미호로 변했었지.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레이아는 내 물건을 깨끗하게 닦아주면서도 유혹에 빠지지 않았다. 뭐, 숨이 거칠어지면서 살짝 흥분한 모습이 되긴 했지만, 이건 허용 범위 안이다. “그,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할까?” 서로 몸을 전부 씻고 나서, 나는 미약한 기대감을 품고 레이아에게 물었다. “네? 뭘 말인가요?” “그러니까, 그, 오늘은 맨 정신으로 할래? 아니면….” “아….” 레이아는 그제야 내 말뜻을 깨달은 듯, 살포시 얼굴을 붉혔다. “그, 그럼…특훈으로요….” “…그, 그런가…. 응. 역시 결심하고 하루도 안 돼서 특훈을 소홀히 하는 건 안 되겠지.” “여, 역시 맨 정신으로….” “아니. 미안해. 나도 언젠간 꼭 레이아와 아이를 가지고 싶어. 오늘은 특훈을 하자.” 상냥한 레이아는 내 표정을 읽고 바로 말을 바꿔주려고 했지만, 나는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내 욕망만을 위해서 레이아를 안는 게 아니니까. 언제나 레이아만 양보하게 만들 수는 없지. 하지만 정액이 몸에 닿는 특훈까지는 성공한 상황이다. 다음 특훈 목표는 무엇으로 잡아야할까? 음부…는 역시 아직 위험할 테고. 그럼 입이군. 그럼 드디어 키스에 버티는 훈련을 할 차례인가? “레이아. 그럼 이번에는 입에 타액이 닿아도 버티는 훈련을 하자.” “네? 그럼….” “그래. 키스야.” 나는 레이아의 턱을 가볍게 잡고, 레이아의 눈동자를 쳐다봤다. 레이아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내 눈동자를 마주 본 후,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나는 나머지 손으로 레이아를 허리를 붙잡고 끌어안으면서 그대로 레이아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으음…쭙. 하음. 흐음.” 입술이 맞춰지자, 자연스럽게 내 혀와 레이아의 혀가 서로 얽히면서 서로의 입안을 이리저리 자극했다. 하지만 뭔가 평소완 느낌이 다르다. 기교가 대단한 건 여전하지만, 구미호의 잡아먹을 듯 강렬한 키스가 아니었다. 마치 맨 정신의 레이아처럼 다정한 키스. 나는 레이아의 입술에서 천천히 입을 뗐다. “레이아?” “아…네….” 내 입이 떨어지고 나서도 혀를 내민 채로 살짝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이던 레이아는 성욕에 물든, 하지만 아직 맨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얼굴로 대답했다. “키스를 해도 변하지 않게 된 거야?” “그, 후우, 그런 모양이에요. 조금 견디기 힘들지만요.” 레이아는 성욕을 참기 힘든지 허벅지를 맞비비고 엉덩이를 꿈틀꿈틀 떨면서도, 맨 정신에 키스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게 기쁘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참기 힘든 것 같네. 오늘은 키스를 성공한데 만족하고, 바로 시작할까?” “후읏, 부, 부탁드릴게요.” 역시 참기 힘들었는지, 레이아는 내게 매달리며 말했다. 나는 그런 레이아를 안아 들어서 내 위에 걸터앉게 만들고, 그대로 물건을 음부에 삽입했다. “흐으으응!” 그러자 레이아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순식간에 꼬리 여덟 개가 더 늘어났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도 평소와의 차이점이 나타났다. “구원씨! 구원씨!” 레이아가 마치 맨 정신인 것처럼 애타게 내 이름을 부르면서 허리를 흔들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내 뺨을 감싸 안고, 그대로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대고 달라붙어왔다. 이번 키스 역시도 평소 구미호와는 다른, 조금 더 상냥한 느낌의 키스였다. 욕망에 점철되어있는 만큼 완전히 맨 정신의 레이아와는 조금 느낌이 달랐지만, 그래도 구미호냐 레이아냐를 두고 본다면 레이아 쪽에 가까운 키스였다. “레이아, 너…!” “흐응! 네! 하읏! 흐읏!” 레이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욕망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허리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그때마다 내 가슴팍에 닿은 레이아의 거대한 가슴이 출렁출렁 흔들리면서, 기분 좋은 감각을 선사해줬다. 역시 레이아의 정신이 있어. 하지만 어떻게? 아무리 그래도 어제 오늘 사이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진전이 있을 리가…아, 그런가! 혹시 사도 임명 때문인가! 솔직히 말하면 사도 임명과 구미호와의 상관관계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지만, 어제와 오늘 다른 점이라면 그것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사도 임명을 한 뒤로도 맨 정신인 레이아와 밤새 노닥거리느라 스탯 창이나 스킬 창 같은 걸 하나도 확인하지 않았었다. 지금이라도 확인을…. “구원씨! 하음! 흐읏! 쭙. 쮸릅. 하읏!” 일단 한 번 싸서 레이아 좀 진정시키고 확인하자. 나는 일단 레이아의 움직임에 맞춰서 허리를 움직이는데 집중했다. “흐으음. 흐읏. 흣, 하으으으응!” 안 그래도 흥분상태였던 레이아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나도 그런 레이아의 감각을 맛보면서 그 안에 사정을 했다. “흐으으읏!” 어제 밤새 그렇게 해댔던 거다. 내가 한 번 사정을 하자마자, 레이아의 보랏빛 꼬리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하읏, 하읏, 구, 구원씨….” 그리고 애초에 맨 정신이었기 때문인지, 레이아는 구미호 상태가 풀려도 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인지, 내 몸에 매달려서 가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나는 그런 레이아의 등을 살며시 쓰다듬으면서, 레이아가 진정될 동안 상태창을 열어봤다. 이름 : 레이아 엔네뒤티아 종족 : 구미호 25 직업 : 사제 100 레벨 : 100 생명 : 12000/12000 정기 : 20000/20000 근력 : 116 내구 : 105 민첩 : 147 체력 : 138 지력 : 243 정신 : 248 매력 : 250 보너스 스탯 : 10 상태 : 보통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점은 없는 스탯이 었다. 아니. 레벨이 좀 높긴 하지만, 이건 어제 사도 임명을 받고도 그렇게 해댔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다. 보너스 스탯도 사도 임명으로 준 세 개 말고 일곱 개나 더 있는 상태고. 종족이 구미호인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거니 그다지 신경 쓰이지 않았고, 성도 사라와 마찬가지로 길드 카드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을 거다. 굳이 말하자면 스탯이 전반적으로 엄청 높다는 게 신경 쓰이긴 했지만, 그것도 뭐 종족 특성일 수도 있는 거니까. 제일 놀라운 건 사제 레벨이 100이라는 사실이었다. 뭐, 레이아는 나나 사라와 다르게 던전에 안 갈 때도 항상 신전에 다니면서 사제 레벨이 올랐겠지만, 그래도 100이라니. 그럼 전직도 할 수 있는 거잖아? 나는 보너스 스탯을 이용해서 지력과 정신을 250까지 올렸다. 그러자 스탯 창에 사제라고 쓰여 있는 곳 옆에 전직 버튼이 생겨났다. 전직 버튼을 누르자, 레이아의 몸에서 성스러운 밝은 광채가 쏟아져 나와 방 안을 가득 메웠다. 한동안 방 전체를 환하게 비추던 빛은, 대략 1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자 서서히 줄어들더니 이내 사라졌다. 전직 한 번 요란하네. 사제라서 그런 건가? 다시 한 번 스탯 창을 확인하니, 레이아의 직업이 사제에서 대사제로 제대로 변했다. 오오. 우리 천사님이 던전 도시 신전의 최고 관리자와 동급이 됐어. 직업명만 그런 거고, 레벨은 대사제님 쪽이 훨씬 높겠지만. “하아, 하아, 구, 구원씨…? 이건…?” 이제야 좀 대화를 할 수 있는 상태가 된 건지, 레이아가 고개를 들어 날 쳐다봤다. 아직도 몸은 축 늘어져서 나에게 기대고 있고 숨은 가쁘게 몰아쉬고 있기는 했지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것이 정말로 깜짝 놀란 모양이다. 하긴 자기 몸이 갑자기 발광하면 그야 깜짝 놀라겠지. “아, 미안. 먼저 얘기했어야 했는데. 레벨이 100이 되어있길래 전직 시켰어. 이렇게 몸이 빛날 줄은 몰랐네.” “저희 성직자들은 여신님께 한 발 더 다가갈 때, 그분의 은총을 받으니까요. 하, 하지만 어떻게 제가 대사제가….” 어떻게냐고 물어봐도…. 그냥 스탯 올리고 전직 버튼 누른 게 전부인데. 레이아는 자신이 대사제가 됐다는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지, 본인이 방금 구미호로 변하고도 의식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망각한 모양이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55==================== 사도 임명 “그렇게 놀랄 일이야?” “저, 사실 오늘 대사제가 되는 의식을 치렀었어요. 빈민가의 여러분들을 치료하는 동안 사제 레벨이 100이 됐거든요. 하지만 여신님께서 아직 전 부족하다고 생각하신 건지….” 과연. 그런 일이 있었던 건가. 아마 레이아는 정신력 수치가 낮아서 전직에 실패했을 거다. 그러니까 이렇게 놀란 거겠지. 전혀 몰랐다. 저녁 식사 시간에도 그런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았었는데. “그런 중요한 일을 왜 나한테 말 안했었어?” “하, 하지만…구원씨를 실망시켜드리고 싶지 않았는걸요.”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그런 걸로 레이아한테 실망할 리가 없잖아? 레이아. 네 가슴에 새겨진 인장은 그냥 네가 날 좋아한다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냐. 나도 그만큼 널 좋아한다는 걸 의미하는 거라고.” “구, 구원씨…. 흐윽. 죄송해요.” 레이아는 감격에 찬 얼굴로 눈물을 그렁그렁 글썽이더니, 이내 한줄기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사과했다. “아니, 죄송할 것 까진 없는데. 괜찮아. 울지 마. 미안해. 괜히 책망하는 것 같은 말투를 써서.” “아니에요. 저 기뻐요.” 레이아는 자신의 눈물을 훔치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음. 역시 레이아는 미소가 제일이야. 나는 그런 레이아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고, 전직에 대한 설명을 계속해줬다. “아무튼 조건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전에 디아나의 한계를 돌파하느니 뭐하느니 얘기하면서 잠깐 말했었잖아? 그거랑 같은 원리야. 네가 전직을 하기 위해 필요한 수치를 조금 올려준 거야.” “그랬군요…. 그럼 절 대사제로 만들어주신 건 어떻게 하신 건가요?” “응? 그러니까 수치를….” “아뇨. 원래 대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조건을 갖춘 자가 두 분 이상의 대사제님들 앞에서 맹세를 하고, 신전 안에 있는 기도의 방에서 기도를 올려야 해요. 그리고 그 중에서도 여신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만이 대사제가 될 수 있고요. 하지만 구원씨는 지금….” 아, 과연. 직업마다 따로 전직 방법 같은 게 있는 건가. 그러고 보니 아까 의식이니 뭐니 얘기했었지. 그리고 난 그 절차를 생략하고 전직을 시켜버려서, 레이아가 이렇게 놀라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도 성자의 힘 중 하나야. 뭐, 완전히 성자만의 힘은 아니지만.” “완전히 성자만의 힘이 아니라니요?” 성자란 직업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게임 시스템도 있어야 되거든. 하지만 이걸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하나. 가상현실 게임은커녕 게임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이 세계 사람들에게 이 개념을 설명해주긴 조금 힘들었다. “호, 혹시 그것도 여신님이 주신 힘인가요?” 내가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곤혹해하고 있자, 레이아가 그런 질문을 해왔다. “응? 응. 뭐, 그렇지…?” 게임을 하면서 이 세계로 날아온 거고, 여기 보낸 게 아마 여신님일 테니까.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다. 아니, 그 게임마저 이 세계의 여신님이 관계되어있다는 의혹이 있는 이상, 분명 이 게임 시스템 자체도 여신님이 주신 힘일 거다. “역시 구원씨는…!” 내 대답을 듣고서 레이아의 눈이 훨씬 더 반짝반짝 빛났다. 아까 내가 사랑을 속삭인 것과 시너지 효과까지 발휘한 건지, 눈빛이 거의 스토커짓 할 때의 실비아만큼이나 애틋해졌다. 혹시 내가 여신님이 보내준 그분의 사도 같은 거라고 생각하게 된 거 아냐? 사실 난 여신 얼굴은 본적도 없고, 왜 여기로 보냈는지도 모르는데. 나는 레이아의 반짝거리는 눈동자가 살짝 부담됐다. 화제를 돌려야겠어. 똑똑. 그때 방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밤중에 실례합니다. 구원님. 레이아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바로 바네사였다. 갑자기 무슨 일 있냐니. 정말 뜬금없는 얘기가 아닐 수 없었지만, 안 그래도 화제를 돌리려고 했던 내 입장에선 아주 좋은 상황이었다. “아니. 별 일 없는데? 무슨 일이야?” “이 방의 안에서 갑자기 환한 광체가 쏟아져 나오는 걸 목격했습니다.” 아, 과연. 그게 밖에까지 보인 건가.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은 게 다행인 수준이었다. “아, 별거 아니었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했습니다.” 나는 바네사를 돌려보내고 다시 레이아를 바라봤다. 레이아는 이렇게 연결된 상태에서 다른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는 게 창피한지, 아까의 그 반짝이는 눈빛보다는 창피한 기색이 더 강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좋아. 이 틈을 노려서 화제를 바꿔볼까. “그런 것보다 레이아. 구미호 상태를 극복한 소감은 어때?” “네? 아…아앗!” 역시 전직의 충격으로 잠깐 까먹고 있었을 뿐인 것 같다. “구원씨! 저, 저…!” “응. 축하해.” “네!” 레이아는 내 목을 꽉 끌어안으면서, 그대로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부딪혀왔다. 레이아와 키스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입술뿐만 아니라 가슴팍에도 말랑말랑 묵직한 중량감이 느껴져서 두 배로 기분이 좋다. “하지만 갑자기 어떻게 된 걸까요?” “아마 사도 임명의 영향이 아닐까? 어제와의 차이점은 그것밖에 없으니까.” “그렇군요. 역시 여신님의 힘, 그리고 구원씨 덕분이군요.” 솔직히 말하자면 사도 임명 때문이라는 추측뿐이고, 정확히 왜 이렇게 된 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좋은 게 좋은 거지. “그래. 그런데 레이아. 구미호가 됐을 때 이성은 유지하고 있던데, 어때? 구미호의 힘 같은 걸 컨트롤 할 수는 있겠어?” 그래. 정신을 잃지는 않게 된 건 무척이나 기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이거다. 애초에 특훈 목적은 구미호의 힘은 컨트롤할 수 있게 돼서,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였으니까. “그게…아뇨…. 사실 구미호가 됐을 때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그게….” 역시나. 삽입하자마자 구미호 상태가 된 것도 그렇고, 욕망을 못 참은 것도 그렇고. 아직 갈 길이 먼 모양이다. “그래도 일단 이성을 잃지는 않게 됐으니까, 지금까지 이상으로 진전 속도도 빨라질 수 있을 거야. 같이 완전히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네!” “하지만 오늘은 구미호 상태가 풀렸으니까 더 이상 특훈이 불가능하겠네.” “그, 그러네요. 그럼….” 레이아는 내 가슴에 손을 대고 살짝 뒤로 밀었다. 내가 그대로 침대 위에 벌러덩 눕자, 레이아가 천천히 허리를 들어서 내 물건을 뽑아냈다. “레이아?” “흐읏…구, 구원씨가 아까 하고 싶어 하셨던 거…지금부터 해드릴게요.” 레이아는 내 물건이 배에 닿도록 젖히고, 그대로 그 위에 음부를 걸치고 걸터앉았다. 그리곤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내 가슴에 스스로의 가슴을 얹으면서 몸 전체를 밀착해왔다. 위험해. 이것만으로 기대감이 하늘을 뚫을 것 같아. 레이아의 풍만한 가슴이 내 심장의 고동으로 물결치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였다. “흐읏…그, 그럼 시작할게요.” 행동만 놓고 보면 음란하기 그지없지만, 역시 부끄러운 모양이다.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레이아는 새빨갛게 붉어진 얼굴을 내밀어 내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천천히 몸을 뒤로 빼기 시작했다. 물건이 레이아의 부드러운 음부 살을 지나서 하복부, 배꼽, 배를 지나 가슴에 도착해서야 겨우 레이아는 몸을 멈췄다. 이것만으로 벌써 행복해죽을 것 같아. 하지만 물론 이걸로 끝일 리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레이아는 자신의 가슴 양 옆을 손으로 잡아서, 자신의 가슴 사이에 있는 내 물건을 꾸욱하고 압박해왔다. 뿌리부터 가슴에 파묻힌 내 물건 전체에 물컹물컹한 느낌의 기분 좋은 중량감이 전해져왔다. 유일하게 파묻혀있지 않은 끝부분은 레이아의 달콤한 숨결이 간질여주면서, 조금 안타까운 기분이 됐다. 레이아는 그런 내 기분을 알았는지, 시선을 들어서 날 올려다보면서 가련하게 미소지었다. “그, 그럼 실례할게요.” 네! 맘껏 실례해주세요! “아아음….” 그리고 입을 크게 벌려서, 유일하게 바깥공기를 쬐고 있던 내 물건 끝부분을 그대로 입 안에 집어넣었다. “하음. 쭈릅. 쪽. 흐읍.” 레이아는 고개를 움직여서 짧은 구간을 왕복시키는 것 보다는, 혀를 움직여서 물건 끝을 낼름낼름 핥아주는 걸 선택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혀가 물건 끝을 핥아주는 것과 동시에, 내 물건 전체를 압박하고 있던 가슴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제는 특훈 때문에 해주지 못했던, 가슴으로 애무해주면서 빨아주는 플레이다. 내가 손을 뻗어서 레이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그때까지 부끄럽다는 듯 축 처져있던 레이아의 세모난 귀가 쫑긋쫑긋 움직였다. “레이아. 최고야.” 내 칭찬이 기쁜 건지, 레이아는 더더욱 열심히 혀와 가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음. 쭙. 흐음. 아음. 쭈릅.” “으윽. 레이아….” 내가 사정의 신호를 보내도, 레이아는 여전히 내 물건 끝에서 입을 떼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열심히 혀와 가슴을 움직이면서 내 사정감을 도와줬다. “흐으음. 흐읍. 읍. 흣. 후우우우. 읍. 읍. 꿀꺽. 꿀꺽.” 그리고 내가 사정하는 동안에도, 레이아는 양 볼이 볼록하게 빵빵해지면서도 끝까지 내 물건 끝을 물고 놓지 않았다. 이윽고 내 사정이 끝나자, 그때까지 입으로 정액을 받아주던 레이아가 정액을 꿀꺽꿀꺽 삼키기 시작했다. “꿀꺽. 흐음. 쭈우우웁. 꿀꺽. 하아아아. 하아, 하아. 하음.” 자신의 입 안에 담아뒀던 정액을 모조리 삼키고 난 후에도, 물건을 입에서 떼지 않고 이번엔 내 물건 안쪽에 남아있을 정액까지 쭉 빨아서 삼켜주는 레이아. 입으로 그렇게 빨아주면서, 가슴도 내 물건을 짜내듯이 아래에서 위로 꾸욱꾸욱 누르며 압박해줬다. 레이아는 그렇게까지 하고 나서야 겨우 내 물건에서 입을 뗀 후, 이번엔 표면에 묻어있는 정액을 닦아주겠다는 듯이 혀를 뻗어 할짝할짝 핥아줬다. 처음부터 끝처리까지 흠잡을 수 없이 완벽했다. 하지만 그렇게 음란한 행동을 하는 와중에도, 레이아의 얼굴은 청순하기 그지없었다. 레이아가 청순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부끄러워하면서도 이런 행동을 해주니까 오히려 더 흥분되는 거지만. “어떠셨나요? 그…기분 좋으셨나요?” “응. 최고였어.” “다행이에요.” 레이아는 정말로 행복한 듯이 웃으면서, 귀를 쫑긋거리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 그럼 이번에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아는 스스로의 허벅지를 꾸불꾸불 움직이면서 애원하는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응. 역시 이런 행동을 하면 스스로도 흥분되긴 하겠지. 게다가 아무리 구미호 상태가 풀렸다고 해도, 종족이 구미호인 이상 그 체질이 어디 가진 않을 거고. “그럼! 이번엔 내가 해줄 차례지!” 나는 바로 상체를 일으켜서 레이아를 끌어안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떴다.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이틀 연속 천사님과의 밤은 최고였어. 구미호가 빨리 풀리고, 정신도 계속 있었던 만큼 갖가지 플레이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레이아. 오늘 던전에 가도 괜찮겠어?” 식사 준비를 위해서 레이아와 같이 욕조에 들어가 몸을 씻겨주면서, 나는 레이아에게 질문을 했다. “네? 무슨 말이신가요?” “아니. 대사제가 됐으니까 신전에 보고해야 되는 거 아닌가 싶어서.” “아, 후훗. 그런 거라면 괜찮아요. 물론 나중에 얘기를 드리러 가야 하지만, 구원씨의 뜻에 따라는 게 우선인 걸요. 분명 여신님도 그걸 원하실 거예요.” 으윽. 원래 레이아가 내 말이라면 웬만하면 다 들어주는 천사이긴 했지만, 그래도 신전 관련 일과 대립되도 간단히 내 편을 들어줄 정도는 아니었는데. 날 덜 사랑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만큼 레이아가 독실하다는 얘기다. 애초에 레이아의 사랑은 사도 임명이 성공한 시점에서 보장된 거고. 역시 어제의 일로 내가 하는 일은 전부 여신님의 뜻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살짝 부담되지만, 그렇다고 그걸 부정하면 레이아가 실망할 것 같고. 그래. 좋게 좋게 생각하자. 애초에 여신님이 날 이 세계에 보낸 데는 뭔가 이유가 있을 거고, 아직까지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면 여신님의 의도대로 일이 흘러가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겠지. 그럼 내 행동이 전부 여신님이 뜻이란 것도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하자. 불경하고 오만한 생각이라고? 그런 여신님이 심판을 내리시든가 하시겠지. 진짜로 신이 있는 세계니까. “구원씨? 왜 그러세요?” “응? 아니. 아무것도 아냐. 이번엔 내가 씻겨줄게.” 그래. 나답지 않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있겠어? 다 될 대로 되겠지. 지금은 눈앞의 가슴에 집중하자. 이런 가슴을 두고 딴 생각을 하다니. 그거야말로 불경하기 짝이 없다. 나는 손에 거품을 잔뜩 묻히고 레이아의 가슴에 손을 뻗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56====================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안녕하세요. 레이첼 누님. 저번에 말씀하셨던 의뢰하러 왔어요.” 오늘은 던전에 가기 위해서, 아침 식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길드로 왔다. 디아나의 마석 조사뿐만 아니라 길드에서 직접 의뢰한 내용도 처리해야 하니, 던전에 들어가기 앞서서 레이첼 누님을 픽업하기 위해 찾아왔다는 얘기다. “어머, 안녕하세요. 구원씨. 빨리 오셨네요. 그, 그런데 뒤에 분들은….” 날 보고 여느 때처럼 미소를 지으면서 인사하던 레이첼 누님은 내 뒤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살짝 당황한 표정이 됐다. 언제나 안내 데스크에 앉아서 영업 미소를 짓고 있는 인텔리 계열 누님의 이런 표정은 처음 보는군. 꽤나 깜찍하잖아. 뭐, 당황하는 기분은 이해가 되지만. “마법사 협회의 각 학파 수장 누님들이에요.” “여, 역시나…의뢰를 한 건 저희니까 이런 말 할 입장은 아니지만, 너무 거창하지 않나요?” “아, 저 누님들은 전에 디아나가 말했던 마석 조사 때문에 같이 가게 된 거에요.” 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는 나였지만, 실은 나도 좀 거창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법사 협회의 망토에는 각 학파의 심벌이 새겨져 있는데, 그 색도 입고 있는 마법사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뒤에서 디아나를 감싸고 옹기종기 모여 있는 누님들의 망토색은 전원이 은색. 최고의 마나 효율을 자랑한다는 값비싼 광물로 만들어진 저 망토가 바로 최고위 마법사의 상징이라고 한다. 입고 있는 본인들 말로는 미스릴이 중요한 게 아니라 디아나의 은발과 비슷한 색이라 게 더 중요하다는 모양이지만. 디아나의 머리색은 좀 더 흰색에 가까운 백은발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뭐, 디아나의 아름다운 머리색을 재연할 수 있는 소재 따윈 존재하지 않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우리가 바로 최고위 마법사다!’ 라고 광고하고 다니는 것 같은 인물들이 우르르 몰려다니고 있으니, 당연히 현재 엄청나게 주목받는 중이었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우리와 지나치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저거, 마법사 협회의 수장님들이 전부 모여 있는 거 아냐?” “저분들이 왜 저렇게 모여계시는 거지? 혹시 최심부에서 뭔가 심각한 문제라도 생긴 거 아냐?” “저기 가운데에 있는 아이는 누구지? 누군데 저렇게 저분들이 둘러싸고 있는 걸까?” “앗, 저기 봐! 저 흑발 흑안의 미남! 밀크 로드 메이커 아냐?!”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릴 바라보면서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마지막은 누구냐! 어떤 놈이 밀크 로드 메이커라고 불렀어! 뭐, 미남이라고 불렀으니까 이번만 특별히 용서해 주지. 미남이라.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야.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지. 그래. 문제는 저렇게 대놓고 시선을 무진장 끌고 있는 마법사 협회 누님들이다. 나도 처음엔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하러 갔을 때처럼 관련 학파 한 명만 데려갈 줄 알았는데, 디아나의 말에 따르면 그럴 수 없다는 모양이다. “아무리 전생을 하여 약해졌지만 이 몸이 한 눈에 해석할 수 없었던 마석이라네. 조사하는데 꽤나 애먹을 것이 분명하니, 정확한 조사를 위해선 이 자들의 도움이 필요할 걸세.” 라는 게 디아나의 말이었다. 그럼 적어도 저 눈에 띄는 망토라도 좀 어떻게 할 수 없을까요? 라고 물어봤지만, 그 역시도 거절당했다. 디아나님을 상징하는 은색을 버릴 순 없다나 뭐라나. 참고로 말해서 같은 집에 살면서 좀 친해진 건지, 요즘 저 누님들도 디아나를 텔루나님이 아닌 디아나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디아나는 저 누님들이랑 놀아주는 걸 그렇게 질색하면서도 결국 친해지고 있긴 하단 말이지. 귀여운 녀석. 아무튼 저 누님들이 다른 망토를 입는 건 한사코 거부하는 바람에, 나도 포기하고 그냥 이대로 왔다는 얘기다. 훗, 괜찮아. 주목받는 건 이미 익숙해져있다고. “아무튼 갈까요? 누님.” “앗, 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누님은 안내 데스크에 ‘옆쪽 창구를 이용해주세요.’ 라는 팻말을 걸어놓고, 그대로 안쪽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내 다시 모습을 드러낸 누님은, 판타지 세계의 엘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마치 나뭇잎을 모아서 그대로 옷으로 만든 것 같은 모양의 경갑이었다. 정말로 갑옷 역할을 할 수는 있는 걸까? 뭐, 던전에 간다니까 입고나온 걸 보면, 갑옷 역할이겠지만. 아무튼 매일 정장 차림만 보던 레이첼 누님의 이런 모습은 꽤나 신선했다. “그럼 갈까요?” “네.” 레이첼 누님과 같이 일행이 기다리고 있던 뒤편으로 가자, 마법사 협회 누님에게 둘러싸여있던 디아나가 쏜살같이 내게 다가왔다. 야. 같이 연구하러 가는 건데 좀 놀아줘라. 그렇게 탈출하지 말고. “음? 조사에 레이첼양이 같이 가는 겐가?” “앗, 네. 잘 부탁드려요 디아나님.” “음. 그럼 얼른 가세나.” 텔레포트 마법진을 지나 2계층의 마을로 도착하자, 역시나 이번에도 시선이 엄청나게 몰렸다. 저 대단하신 분들이 2계층엔 대체 무슨 일로?! 라는 반응이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첼 누님. 몬스터 성기나 비밀 통로에 관한 얘기, 아직 길드에서 공개하지 않은 건가요?” “네. 이왕이면 한 번에 발표하기 위해서 준비 중이에요. 이번에 제가 나머지 정보도 확인했다고 보고하면, 바로 발표할 것 같네요.” “과연. 그럼 그때까지 개미굴은 좀 숨길 필요가 있겠네요. 그나저나 레이첼 누님.” “네?” “안 더우세요?” 그야 시원해 보이는 차림이긴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레이첼 누님의 저 옷, 피부 노출이 꽤나 많단 말이지. 우리처럼 옷에 더위 방지용 강화를 물론 했겠지만, 저렇게 피부 노출이 많으니 과연 의미가 있을지 조금 의문이었다. 더위랑 별개로 강렬한 빛은 꽤나 따갑다고. “괜찮아요. 마법을 쓰고 있거든요.” 레이첼 누님도 내 시선을 눈치 챘는지, 피부 노출이 있는 가슴골에 살짝 손을 얹으면서 말했다. “자네 대체 어딜 보면서 말하는 겐가?” “으, 응? 아니. 그냥 순수하게 걱정이 돼서 말 한 거야. 가슴 안 봤어!” 반사적으로 말해놓고, 나는 아차 싶었다. 디아나가 언제나 레이아의 가슴을 질투하니까, 레이아만큼은 아니더라도 확실히 거유인 레이첼 누님의 가슴을 무의식중에 언급하고 말았다. 정말로 가슴 본 거 아닌데! “그 말은 가슴을 봤다고 실토하는 걸로 들리는데?” “역시 가슴인가!” 레이아의 영향으로 요즘 거유를 적처럼 생각하게 된 디아나가 바로 화를 내면서 내게 토닥토닥 공격을 해왔다. 야. 레이아는 몰라도 레이첼 누님한테까지 질투할 거 없잖아. 성장하면 레이첼 누님보다 네가 더 크다고! 뭐, 지금은 작지만. “어머, 부끄러워요. 그래도 아름다우신 세 분을 놓고 제 가슴을 봐주시다니 조금 영광이네요.” 레이첼 누님은 상황을 파악한 건지, 살짝 즐거운 말투로 그런 공격을 해왔다. 누님 지금 즐기고 계시죠!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구원씨….” 레이아 누님이 실망스런 표정으로 내 팔을 끌어안으면서 가슴을 꾹 눌러왔다. 심지어 저기 실비아마저 실망스런 표정으로 자신의 납작한 가슴을 내려다보고 있는 걸 보니, 내가 가슴을 안 봤다는 사실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모양이다. 정말이에요! 제가 거유를 보고 싶으면 천사님 가슴을 봤겠죠! “아니야! 난 정말 억울해!” “변명하지 마!” 결국 사라에게까지 꼬집히고, 아무 오해도 풀리지 않은 채로 우리는 개미굴로 향하게 됐다. 진짜로 억울해….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정말로 레이첼 누님의 가슴을 쳐다봐주겠어! 맘껏 즐겨주겠어! 아무튼 한바탕 소동이 있었던 후에 개미굴로 가기 위해서 마을을 나섰는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지금 우리 뒤를 따라오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는 거다. 이렇게 대단하신 분들이 2계층에 와있는 거다. 그야 당연히 궁금하겠지. 이해한다. 하지만 뒤를 밟는 건 좀 매너가 없는 행동 아닐까? 처음에는 그냥 신기해서 쳐다만 보는 줄 알았다. 이 마을은 2계층을 탐험하는 모든 모험가들의 거점이 되는 곳. 마을 근처에는 모험가들이 많은 게 당연하니까. 그런데 마을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곳까지 이동할 때도, 우리 뒤에 꽤나 많은 수의 모험가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일단 꽤나 멀찍이 떨어져서 몬스터들과 전투하는 척이나 탐험하는 척을 하고 있지만, 명백히 우리 뒤를 밟고 있었다. 시야가 탁 트인 2계층인 만큼, 전부 빤히 보인다고. 높으신 분들 뒤를 따라가다 보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따라오는 사람들이 엄청 많은데. 쟤들 어떻게 할 수 없을까?” “흠. 왜 없겠나. 자네.” “네.” 디아나가 가볍게 눈으로 신호를 보내자, 마법사 협회의 누님들이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우리 뒤를 밟던 모험가들이 갑자기 동요하는 게 보였다. “뭐야? 뭘 한 거야?” “투명화 마법일세. 저자들 눈에는 이 몸들이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보이겠지.” 디아나는 가슴을 쭉 펴고 자랑스럽게 대답했다. 아니 이 마법 네가 쓴 게 아니잖아. 왜 네가 그런 표정을 짓냐? 물론 레벨이 높아지면 디아나도 이쯤은 그냥 가능하겠지만 말이야. “후우. 피곤하구먼. 자네. 업어주게.” 게다가 점입가경으로, 디아나는 한 건 했다는 표정으로 내게 업히려고 했다. 그러니까 네가 마법을 쓴 게 아니잖아. 뭐, 예전에 약속한 게 있으니까 업긴 업겠지만 말이야. “앗, 디아나님. 그런 것이라면 제가….” 내가 디아나를 업기 위해서 몸을 낮추려고 하자, 마법사 협회의 누님 한 분이 곧바로 마법을 썼다. 그러자 디아나의 몸이 두둥실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러자 디아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안 좋아졌다. 누님. 얘 진짜로 피곤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전생을 했어도 일단 레벨이 100가까이 되는 앤데, 고작 그거 걸었다고 피곤해하겠어요? “……고맙네.” “아닙니다!” 누님. 저거 진짜로 고맙다는 뜻 아니에요. 저렇게 대단하고 덤으로 미모도 출중하신 마법사 협회의 수장들이 왜 하나같이 결혼을 안했는지, 아니 못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저 누님은 디아나를 위해서 한 행동인데, 저걸로 디아나한테 찍히는 건 불쌍하니까. 내가 좀 도와줄까. “누님. 죄송한데 저희한테도 그 마법좀 써주실 수 있을까요?” “응?” “아무리 투명 마법을 걸었다고는 해도, 발자국은 남으니까요. 좀 더 확실히 따돌리려면 그게 좋을 것 같아서요. 부탁드립니다.” “흠. 확실히 철저히 하는 게 좋긴 하겠구먼.” 넌 몸도 튼튼한 놈이 갑자기 웬 투정이냔 표정을 짓고 있던 누님은, 디아나의 말을 듣고 바로 전원에게 공중부양 마법을 걸어줬다.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필요 없지만 말이야. 모험가들은 그래도 안 들키게 미행한다고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따라오는 중이었고, 그 정도 거리면 우리가 있는 곳으로 도착할 때 쯤 발자국은 바람에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될 거다. 그걸 알고 있으니까 투명 마법만 걸었던 거겠지만, 디아나가 철저히 하는 게 좋겠다는데 누가 토를 달겠는가. 누님. 누님은 모르시겠지만, 방금 저한테 빚 하나 진거라고요. “저 초월종을 잡으면 성기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군요.” 투명 마법과 공중부양 마법을 써서 우리는 순식간에 모기 초월종이 있는 곳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몬스터는 사람보다 감각이 예민한 건지 중간에 만난 모기 몬스터들은 투명 마법을 써도 이쪽에 달려들었지만, 물론 다가오기도 전에 마법을 맞고 사라졌다. “네. 잠깐만요. 제가 먼저 성자스킬을 써야 하니까요. 모기들이 저한테 충분히 다가오면 잡아주세요.” 저 많은 모기들 중 어떤 게 수컷인지 모르는 이상, 스킬을 쓰려면 성역 선포를 써야한다. 그러려면 일단 나 혼자 일행과 떨어져서 모기들만 범위에 들어오도록 만들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실비아는 성역 선포를 받으면 민감하게 반응할 테니까. 내가 실비아를 힐끔 곁눈질로 바라보자, 날 빤히 보고 있던 실비아가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니까 보려면 그냥 대놓고 보래도 그러네. 넌 집에 가면 지옥의 특훈이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아라. 아니지. 쟤 같은 경우는 특훈이 싫어서 죽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너무 좋아서 그러는 거니까, 지옥의 특훈이 아니라 천국의 특훈인가? 아무튼 기대해라. 나는 실비아를 철저하게 훈련시키기로 굳게 다짐하고, 모기떼에게 다가갔다. 모기떼와의 전투는 묘사할 것도 없을 정도로 싱거웠다. 내가 다가가서 성역 선포를 쓰고, 놈들이 나에게 달려들자 마법 한 방 맞고 펑! 이다. 괜히 성자 스킬로 잡아보겠다고 쇼하지 않는 이상, 얘들보다 허무한 상대도 없다. 얘들은 오히려 전투보다 마석 캐내는 게 귀찮단 말이지. “이게 성기…? 저, 정말로 곤충에게서도 다른 부위가 나오는 군요.” 레이첼 누님은 모기의 꼬리를 들고 감탄한 표정으로 말했다. “훗. 제게 걸리면 곤충이든 뭐든….” 잠깐만. 이거 자랑할 게 아닌 거 아닌가? “구원씨. 그 모기의 성기, 샘플용으로 하나 얻고 싶은데 길드에 팔 수 없을까요? 가격은 후하게 쳐드릴게요.” “네. 물론 가능하죠.” 어차피 성기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후한 값에 사준다면 나야말로 고맙지. 그렇게 얻은 모기 성기를 레이첼 누님께 건네주고, 우리는 드디어 개미굴에 들어갔다. 들어가기 전에 일단 사라가 주변을 둘러보면서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이 안찼는지 마법사 협회 누님들은 침묵 마법에 환영 마법 등등 온갖 마법을 사용하여 개미굴의 존재를 완벽히 은폐했다. 경쟁적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걸 보니, 아까 디아나가 철저히 하는 게 좋겠다고 했던 걸 아직도 의식하고 있는 모양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챕터명은 주말에 바꾸겠습니다. 너무 밀려서 편수 확인하면서 바꾸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안톤엄마나날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257====================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여기가 개미굴…확실히 2계층과는 조금 느낌이 다르네요.” 레이첼 누님은 개미굴로 내려가는 통로의 벽을 만지면서 중얼거렸다. 그런가? 동굴 같은 구조라고해도 사암 동굴이라는 느낌이고, 내가 보기엔 그냥 사막의 연장선으로 보이는데 말이야. 하긴 이 누님은 길드 직원. 그것도 길드장의 딸이다. 던전에 관해서는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도 전문가일 테니까, 뭔가 차이점이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겠다. 키기기긱. 키기긱. 좁은 통로를 1열로 내려가서 개미굴의 첫 번째 방에 도착하자, 그곳에는 무수히 많은 개미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역시 부활해있구나. 저번에 그렇게 말끔하게 소탕했는데도 이렇게 우글우글 거리다니. 뭐, 그래도 아직 초월종은 부활하지 않았을 테니까. 잡몹 정도는 금방 처리할 수 있지. “구원씨, 잠깐만요.” 성역 선포를 쓰기 위해 앞으로 나가려고 했을 때, 뒤따라서 통로를 빠져나온 레이첼 누님이 말을 걸었다. “제가 먼저 상대해 봐도 될까요?” “네? 쟤들을요?” “네. 이곳의 몬스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요.” “하지만 위험하지 않을까요?” “걱정 마세요. 고작 2계층 몬스터보다 조금 강한 수준의 상대에게 당할 정도로 호락호락하진 않거든요.” “으음…그래도 만약이란 게 있으니까요. 저도 같이 갈게요.” 여차하면 성역 선포를 써서 어그로를 몽땅 끌 수 있으니까. 실비아처럼 쾌감에 대한 내성이 약한 게 아닌 이상 잠깐 성역 선포의 영향을 받았다고 발정할 리도 없으니까, 안전책으론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머. 후훗. 그럼 부탁할게요.” 레이첼 누님은 조금 의외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귀여운 동생을 보는 것처럼 미소 지으면서 대답했다. “실비아. 그럼 다른 애들 좀 부탁할게.” “네, 넵!”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실비아는 긴장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검집에서 검을 빼는 모습은 극히 자연스러운 걸 보아서, 나로 인한 긴장과는 별개로 전투에 그다지 지장은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특훈을 안 할 건 아니지만. 뭐, 실비아가 긴장한다고 해도 그다지 위험할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말이야. 아직 통로를 다 빠져나오진 않았지만, 마법사 협회 누님들 중 한 명만 있어도 여기서 몬스터는 그냥 쓸어버릴 수 있을 거다. 그러니까 실비아가 나하고 눈만 마주쳐도 긴장하는데도 던전에 내려온 거다. “과연. 디아나님 말씀대로, 입구 쪽 개미들은 그다지 강하지 않네요. 2계층 몬스터랑 그다지 차이 없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가 레이첼 누님과 같이 개미들에게 다가간 건 괜한 짓이었다. 레이첼 누님은 그야말로 엘프라는 느낌이 절로 드는 경쾌한 몸놀림으로 사방에서 덮쳐오는 개미들의 공격을 화려하게 피해내고, 마법을 사용해서 개미들을 상대했다. 보고있냐? 디아나야. 이게 바로 엘프의 몸놀림이란 거다. 그런데 하나 남은 순혈 엘프라는 애가 운동부족이라니. 부끄럽지도 않냐? 뭐, 운동하면 운동하는 대로 토닥토닥 공격이 아파질 테니까, 그건 그것대로 싫었지만. 응. 내가 잠깐 잘못 생각했어. 역시 디아나는 지금 이대로가 제일 좋아. “고마워요 구원씨. 알아보는 건 이정도면 된 것 같아요.” “네. 그럼 누님들! 공격해주세요!” 콰과과과광! 내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방 안을 가득 메우던 개미들이 일제히 순식간에 증발했다. 뭐야 이거…무서워…. 역시 그냥 디아나 빠순이들이 아니었구나. 뭐 알고 있었지만 말이야. …앞으로 좀 더 저 누님들이랑 친하게 지내자. “여, 역시 대단하시네요.” 옆에 있던 레이첼 누님도 과연 이 위력엔 놀랐는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누님도 굉장하시던데요? 무영창 마법만으로 개미들을 상대하셨잖아요.” 그랬나. 이 누님은 영창도, 마법진도 없이 마법을 사용하면서 개미를 상대했었다. 마법 전사라는 느낌이라고 할까? 주먹을 뻗으면 맹렬한 바람이 휘몰아치면서 경로상의 개미들을 꿰뚫었고, 손바닥을 내밀면 물의 방벽이 생성되어 회피 불가능한 공격을 차단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아니 상당히 멋있었다. 배울 수 있다면 배우고 싶을 정도로. “네? 후훗. 아뇨. 이건 무영창 마법이 아니라 정령 마법이에요. 길드에서 출발할 때부터 미리 불러두고 있었거든요.” 레이첼 누님은 그렇게 웃으면서 양 손을 가슴께로 들어 펼쳤다. 그러자 그 손바닥 위에 각각 연녹색이 섞인 하얀 정령과, 물빛의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그만 녀석들이 손바닥 위에서 꼼지락 꼼지락대는 것이 꽤나 귀엽다. “오오! 과연!” “정령은 처음 보시나요?” “네. 엄청 신기하네요. 혹시 이거, 저도 배울 수 있을까요?” “글쎄요. 친화력을 확인해보지 않으면 뭐라고 말씀드리기 힘드네요. 정령 마법은 그 어떤 마법보다도 선천적인 친화력이 중요한 마법이거든요. 나중에 디아나님께 물어보시는 게 어떤가요?” 친화력은 아마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 지금 몸이 게임 시작 시에 생성되는 캐릭터와 동등한 조건이라고 가정한다면 말이다.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는 모든 직업을 가질 수 있으니까. 그보다 디아나 말이지. “디아나요? 쟤도 정령 마법을 쓸 줄 알아요? 한 번도 못 봤는데.” 내 질문에, 레이첼 누님은 왜 그렇게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물론이죠. 세계 최고의 대마법사님이라고요? 정령마법을 잘 안 쓰시는 건, 그저 마나 효율이 안 좋아서 그러신 것뿐일 거예요.” 과연. 그런 건가. 정령 마법이란 건 마나를 많이 잡아먹는 마법인가보다. 정령을 계속 불러두고 있어야 하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가. “무슨 얘기를 하는 겐가? 이 몸의 이름이 들린 것 같네만.” 레이첼 누님과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자니, 뒤에있던 일행들이 모두 다가왔다. “아, 정령 마법이 신기해서. 디아나. 너도 쓸 수 있다면서?” “음. 물론일세. 현존하는 마법 중 이 몸이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 존재할리 없지 않은가?” “그럼 혹시 나중에 나도 배울 수 있을까?” “음? 배우고 싶은 겐가? 그럼 나중에 이 몸이 친화력을 확인해주겠네. 대신…알고 있겠지?” 디아나는 흔쾌하게 수락하면서 내게 손을 뻗었다. 좋아. 이거 기대되는군. 그러고 보니 예전부터 몸을 씻는 마법 하나만큼은 꼭 배우고 싶었는데, 정령 마법을 배우면 그것도 가능한 거 아냐. 아주 좋다. 나는 바로 디아나를 업었다. “디아나님. 피곤하시면 제가 마법을….” “아뇨. 어차피 할 일도 없을 테니까 제가 업고 갈게요.” 아무튼 우리는 개미굴을 나아가기 시작했다. 개미굴은 정말로 언제 소탕이 됐냐는 듯이 개미들로 빽빽했지만, 방금 스스로 말했던 대로 내가 할 일이라곤 전혀 없었다. 개미들은 얼굴이 보이는 순간 소멸되어 버렸고, 그런 마법사 협회 누님들의 활약 덕분에 우리는 그냥 산책하는 것처럼 길을 따라 걸어 나가기만 하면 됐다. 그나마 잠깐 멈췄을 때는, 병정개미와 초월종이 처음 등장했을 때였다. 앞서 나왔던 개미들과 마찬가지로 레이첼 누님이 상대를 해보겠다면서 잠깐 전투를 했거든. 하지만 그 이외에는 정말로 그냥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던전 안에 있는데도 이렇게 심심함을 느끼게 되다니. 너무 심심한 나머지 업혀있는 디아나의 허벅지를 주물럭거리기도 했지만, 그것도 계속할 수는 없었다. 디아나가 ‘이런 곳에서 무슨 짓인가! 자네 바보인가!’ 라면서 머리를 토닥토닥 때려왔으니까. 솔직히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은 간지럽기 그지없어서 아무런 데미지도 없었지만, 뒤에서 바라보는 마법사 협회 누님들의 시선이 너무 무서워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눈앞에서 몬스터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보고도 저 시선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난 담이 크지 않아.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실비아라도 데리고 놀…특훈이라도 할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실비아를 쳐다보자, 이쪽을 빤히 바라보면서 졸졸 따라오던 실비아가 새빨개져서는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훗. 설마 내가 디아나를 업고 있다고 해서 방심한 건 아니겠지? 그렇게 시선을 피해봤자 여긴 개미굴의 안. 네게 도망갈 곳 따윈 없단다. “실비….” “여긴 마치 던전 안에 또 다른 작은 던전이 있는 것 같네요.” 내가 실비아를 부르려고 했을 때, 옆에서 레이첼 누님의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비아야. 너 운이 참 좋구나. “역시 그런가요?” “네. 2계층으로 묶어서 생각하기에는 나오는 몬스터들의 수준도 너무 다르고, 무엇보다 기후도 다르니까요. 지금까지 던전의 계층을 나누는 가장 큰 기준이 바로 기후의 변화 여부였거든요.” 그러고 보면 이 안은 전혀 덥지 않다. 아니 오히려 서늘할 정도다. 그냥 강렬한 빛이 있고 없고의 차이라고 생각했는데, 레이첼 누님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 모양이다. “만약 이런 식으로 작은 던전들이 던전 각지에 더 있는 거라면, 정말로 던전 탐험의 패러다임이 바뀔지도 모르겠어요. 성기를 얻는 건 직업 때문이라고 해도, 이런 곳을 발견하시다니. 구원씨는 참 대단하시네요.” “후훗. 구원씨는 여신님이 보내주신 분이니까요.” 레이첼 누님과 대화를 하고 있자, 갑자기 팔에 누군가 달라붙는 감촉이 느껴졌다. 그리고 동시에 뒤에서 ‘으윽…가슴이….’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옆을 쳐다 볼 것도 없이, 귓가를 간질이는 이 천사 같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한 명밖에 없다. 젠장. 갑옷을 입고 있는 게 이렇게 슬플 줄이야. 갑옷만 없었으면 지금 내 팔은 부드러운 언덕에 파묻힌 황홀한 감각을 맞보고 있었을 텐데. 천사님의 가슴이 맞닿고 있을 디아나의 허벅지가 부럽다. 정작 그 디아나는 뒤에서 ‘가슴…가슴….’이라고 트라우마에 걸린 것처럼 중얼거리고 있었지만. 안 되겠어. 이 이상 디아나가 가슴을 미워하게 되면, 정말로 성장하고 나서도 자신의 거유를 싫어하게 될지도 몰라. 디아나의 가슴에 대한 증오심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내가 크기에 상관없이 가슴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어 줘야지. 나는 레이아의 반대편 쪽으로 고개를 돌려서, 디아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디아나. 너무 그렇게 싫어할 것 없어. 난 크기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지금 등에 닿고 있는 네 가슴도 레이아와 마찬가지로 최고야.” “그, 그런…자네는 바보인가! 이 몸이 속을 것 같나! 갑옷 때문에 아무것도 안 느껴지지 않나!” 디아나는 처음엔 살짝 부끄러워하는 것 같더니, 이내 내 말의 오류를 깨닫고 내 머리를 토닥토닥 때려왔다. 쳇. 들켰나. 목소리만 잘 깔아서 분위기 잡으면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우리가 그런 바보 같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레이아와 레이첼 누님의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여신님이요? 그야 이방인은 모두 여신님이 보내주신 거지만….” “아뇨. 구원씨는 평범한 이방인분들과는 달라요.” 레이아는 신뢰의 눈빛을 반짝이면서 날 쳐다봤다. 으윽. 그렇게 쳐다보면 살짝 양심이…. 딱히 내가 속인 건 없지만 왠지 모르게 거짓말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내가 진짜 여신님이 보낸 사도 같은 거였다면 좋았을 텐데. 아니, 굳이 그런 게 아니더라도 여신님이 날 여기로 보낸 이유만이라도 알면 좋겠는데. 단서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단서는, 내가 게임을 통해서 이 세계로 날아왔다는 점. 그리고 그 게임의 목표는 던전 클리어였다. 물론 그 이후로도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노닥거리거나 새로운 캐릭터를 공략하는 등 컨텐츠는 풍부했겠지만, 일단 표면적인 스토리의 목표는 던전 클리어였다. 그렇다면 여신은 던전을 클리어 하라고 날 보낸 걸까? 하지만 왜? 무슨 이유로? 적어도 현 상황에서 던전이 세상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고 있다.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갖가지 재료들과 마석으로 사람들은 풍족한 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니까. 방치하면 몬스터들이 넘쳐나서 던전 밖으로 기어올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도 끊임없이 생겨나는 모험가 지망생들이 있는 한,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한 없이 낮아보였다. 그럼 대체 굳이 날 이 세계에 보내서 던전을 클리어하게 하는 이유가 뭔데? 진짜 던전 깊숙한 곳에 디아나도 모르는 마왕이 잠들어있다든가, 뭐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런 결론이 안 나오는 고찰을 반복하고 있자, 뒤에서 디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가 바로 그 마석이 있는 곳일세.” “오오. 이것이….” “확실히 디아나님의 말씀대로, 상당히 독특한 느낌의 마석이군요.” 확실히 이 누님들은 디아나를 좋아하는 만큼이나 마법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마석을 발견하자, 다들 어린애처럼 눈을 빛내면서 강렬한 호기심을 드러냈다. 거대한 마석이 있는 방은 여왕개미나 초월종은 한 마리도 없이 고요했다. 역시나 예상대로 아직 리스폰되지 않은 모양이다. “그럼 이 몸들은 지금부터 마석 연구를 할 생각이네만, 자네들은 어쩌겠나?” “음…글쎄. 그냥 구석에서 시간이나 때워야지. 아니다. 그동안 사라랑 레이아, 실비아 데리고 개미들 잡으면서 직업 레벨이나 좀 올릴까.” “저, 그런 거라면 한 가지 부탁을 해도 될까요?” “네? 무슨 부탁이요?” “이곳에서 3계층으로 이어져있는 거죠? 거기까지 안내를 부탁드릴 수 없을까요?” “네? 하지만 디아나가 없으면 좀 추울 텐데….” “그거라면 괜찮아요. 저도 어느 정도 비슷한 마법을 쓸 수 있거든요. 물론 디아나님 같이는 못하겠지만요.” 과연. 던전에 들어올 때 의문이었던 피부노출 많은 옷을 입고도 사막에서 멀쩡했던 이유가 드디어 밝혀졌다. 정령을 계속 꺼내두고 있었다고 하니, 그걸로 온도 조절을 한 걸까? “그런 거라면…디아나. 우리끼리 갔다 와도 괜찮지?” “음. 다녀오게나.” 어차피 정말로 3계층으로 이어지는지 확인만 하는 거라면, 그다지 오래 걸리지도 않는다. 우리는 디아나와 마법사 협회 누님들과 헤어져서, 3계층으로 통하는 벽 뒤의 통로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Tigerfish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저작권엔 신경 쓰고 있었는데 실수로 써버렸네요. 하죠칸 //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디아나는 일행 중 신체 나이가 가장 어린 깜찍한 아가씨인데 말이죠. 258====================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3계층으로 간다고 해도, 그냥 통로를 따라가서 확인만 하고 오면 끝나는 간단한 작업이다. 가는 도중에 몬스터를 만날 일도 없으니, 사실 이렇게 우르르 몰려갈 필요는 없지만 말이야. 하지만 나와 레이첼 누님이 통로로 향하자, 당연하다는 듯이 디아나를 제외한 일행들은 우릴 따라왔다. 사라와 레이아는 물론, 실비아까지. 실비아 넌 나랑 눈만 마주쳐도 도망갈 준비를 하는 주제에 따라오긴 따라오는 거냐. 의외로 고지식한 부분이 있는 사라는 마법사 협회 누님들에 의해 안전한 상황에서도 나보다 후방에 서서 따라왔었지만, 과연 몬스터 출몰 위험이 아예 없는 곳에서까지 그럴 생각은 없었나보다. 이번엔 내 옆에 찰싹 붙어서 걷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팔짱을 끼거나 하는 건 아니고, 그저 새초롬한 표정으로 옆에서 걷는 것뿐이다. 아닌 척 새초롬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아까 전에 있었던 소동으로 레이첼 누님을 살짝 경계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얘도 참 생긴 것만 보면 절대 이런 짓 안하게 생긴 애가 가끔 이렇게 귀여운 짓을 한다니까. 걱정 마. 레이첼 누님이 예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바람은 안 피워. 나한텐 너희가 최고야. 난 사라의 허리 아래쪽, 사도 인장이 새겨져있을 부분에 손을 올리고 사라를 내 쪽으로 더 바싹 끌어당겼다. 그러자 사라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내 쪽으로 쓱 끌려 들어왔다. 표정은 여전히 새초롬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귀여워보였다. “앗, 사라씨만 치사해요.” 그러자 레이아가 반대편 팔에 팔짱을 끼고 자신의 풍만한 가슴을 밀어붙여왔다. 그리고 그렇게 내가 사라와 레이아를 끼고 있는 모습을, 레이첼 누님이 귀엽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레이첼 누님도 사라가 살짝 자신을 경계하고 있단 사실을 눈치 챘는지도 모른다. “양손의 꽃이네요.” 라고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날 놀려왔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 목소리에 질투심 같은 건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는 3계층으로 향하는 통로를 내려갔다. 양 옆에 둘이 찰싹 달라붙어있는 상태지만, 걷기 힘들다든가 좁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건 따로 있었다. 젠장. 내가 왜 갑옷을 안 벗고 왔을까. 여긴 몬스터도 안 나오는 구역인데. 3계층으로 이어지는 이 통로는, 경사가 꽤나 급한데다가 잘 포장된 길도 아니다. 당연히 바닥은 울퉁불퉁하고, 그만큼 옆에 걷고 있는 레이아의 가슴도 내 팔에 찰싹 달라붙어 출렁출렁 튀어 오르고 있었다. 난 왜 저 느낌을 맛보지 못하고 있는 건데! 갑옷만, 갑옷만 없었다면…크흐흑! “어머. 막다른 길이네요.” 그렇게 길을 내려가던 도중, 앞장서서 가던 레이첼 누님이 걸음을 멈췄다. 레이첼 누님은 빛나는 마석을 들고 있었는데, 저게 바로 마력을 불어넣으면 발광하도록 가공된 랜턴 같은 것이라고 한다. 빛을 비춰줄 디아나가 없는 만큼, 레이첼 누님이 저걸 들고 앞장서고 있었다는 얘기다. 확실히 시야를 확보할 정도는 됐지만, 과연 디아나의 마법처럼 주변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밝진 않았다. 그래서 앞쪽의 눈으로 막힌 곳이 그냥 벽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 거기 눈으로 막힌 거예요. 이 통로 출구는 눈 아래에 파묻혀 있는 상태거든요.” “어머, 정말이네요. 이건 조금 귀찮긴 하겠네요.” 레이첼 누님은 살짝 눈의 벽에 손끝을 댔다가, 황급히 떼면서 말했다. 차가운 곳에 닿았던 손끝을 살짝 입가에 가져가서 입김을 불어넣는 모습이 살짝 요염하시다. “귀찮다니, 뭐가요?” “사실 전 화염 마법을 사용하지 못해서요. 그래도 괜찮아요.” 레이첼 누님은 손을 앞으로 뻗어서, 개미들을 공격할 때처럼 맹렬한 바람을 일으켰다. 디아나의 화염마법을 썼을 때 보단 조금 과격한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눈을 헤치고 길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저는 잠깐 밖을 확인해보고 올게요. 눈까지 본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확실히 3계층인지 모습을 확인해야 하니까요.” “네? 혼자 가시게요?” “네. 어차피 정말 3계층이 맞는지 확인해보고 오는 것뿐인걸요. 그리고 사실…여러분 모두에게 한기를 차단하는 마법을 사용하는 건 조금 벅차서요.” 과연. 화염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만큼 그런 부분에서 살짝 취약점이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위험하실 텐데요.” 아무리 이 누님이 개미들을 학살했다고는 해도, 그 정도는 우리 파티에서 레이아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앞에서 나오는 아이스 골렘은 차원이 다르다. 혼자 못 잡을 건 없겠지만, 꼭 아이스 골렘이 하나라는 보장도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서 가는 건 위험하게 느껴졌다. “괜찮아요. 정말로 잠깐 얼굴만 내밀고 올 건데요.” “그래도요. 그럼 누님. 저 하나한테만 더 스킬을 써주는 건 어때요? 그것도 힘드신가요? 아무래도 한 명은 더 붙어 가야할 것 같아요. 만약을 생각해야죠.” “그런 거라면….” 내가 굳은 표정으로 완고히 말하자, 레이첼 누님도 계속 혼자 간다고 우길 순 없었는지 꺾여줬다. 기분 탓인지 볼이 살짝 붉은 것처럼 보였다. 오, 레이첼 누님. 저렇게 연상의 여유 있는 누님이라는 느낌이면서, 실은 강압적인 남자가 취향이신가? 응. 알아. 너무 나갔지. 그냥 눈이 휘날리면서 온도가 내려갔으니 볼이 상기된 것뿐이겠지. 그리고 만약 정말로 강압적인 남자가 취향이라고 해도, 그걸 알아서 뭐 어쩔 건데? 내가 꼬드길 것도 아니고, 다른 남자를 소개시켜줄 것도 아니고. “그럼 내가 레이첼 누님이랑 같이 갔다 올게.” “굳이 구원이….” “여기서 내가 제일 적임인거 사라도 알잖아?” 아까 개미들을 상대하면서 보여준 모습을 생각해보면, 레이첼 누님은 딜러로 분류하는 게 맞겠지. 그렇다면 마찬가지로 딜러인 사라가 따라가는 건 그다지 좋지 못한 선택이다. 그리고 혼자서 스스로의 몸을 지킬 수 없을 레이아가 따라가는 건 어불성설. 나와 마찬가지로 탱커 역할도 할 수 있는 실비아라면 가능하겠지만…. “그, 그렇다면 제가…!” “아니. 내가 갈게. 남자인 내가 안전한 곳에 있으면서 여자한테 위험한 걸 시키는 건 안 내켜.” “하, 하으으으….” 자신이라면 적임일 거라고 기세 좋게 나섰던 실비아는, 내 말에 바로 기세가 죽으면서 무너져 내렸다. 사실 여자 모험가가 남자 모험가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이 세계에선 안 어울리는 발언이겠지만, 그게 뭐 어쨌단 말인가? 난 이 세계 출신이 아니라고. 20년 넘게 고정돼있던 사고방식을 이제 와서 이 세계의 상식에 맞게 전부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게 하기도 싫고. “응…조심해서 다녀와.” 결국 사라도 알고는 있었지만 그냥 투정부려 본거였다는 듯이, 살짝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말했다. 나는 사라의 엉덩이 위쪽 사도 인장이 새겨진 부분을 장난스럽게 톡톡 건드려 주고, 레이아에게도 인사를 했다. “그럼 금방 다녀올게.” “네. 다녀오세요.” 레이아는 자신의 사도 인장이 새겨진 부분에 살며시 손을 올리고 말했다. 으윽. 천사님.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아무리 그래도 남들 다 보는 앞에서 천사님 것을 만지긴 힘들어요. 가슴은 아니라고 해도, 저길 만지면 남들이 보기엔 가슴골에 손을 집어넣으려는 것처럼 보일 거다. 천사님 인장은 나중에 듬뿍 만져주자. 그런 다짐을 하고, 나는 레이첼 누님과 눈으로 이뤄진 통로를 향했다. “무척 사이가 좋으시네요.” “네? 하핫. 이것도 다 제 인덕이죠.” “후훗. 정말로 그런가 봐요.” 으아아. 능청 떤 걸 정면으로 긍정해주면 오히려 부끄러운데! 누님이란 존재는 어쩌면 나 같은 놈한테 하드 카운터일지도 몰라. 그래도 좋지만. 아무튼 그렇게 레이첼 누님의 마법으로 눈을 파헤쳐나가면서, 우리는 겨우 3계층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네. 역시 3계층이군요. 역시 조금 춥네요. 여기가 어딘지 정확한 위치는 아직 확인 못하셨다고 하셨죠?” 레이첼 누님은 자신의 노출된 피부를 살짝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화염 마법을 쓸 수 없는 만큼, 확실히 디아나 때보다는 피부에 한기가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난 전신이 덮여있어서 괜찮았지만, 레이첼 누님은 조금 추울지도 모른다. “네. 조만간 본격적으로 탐험하게 되면 보고할게요.” 나는 인벤토리에서 로브를 꺼내 레이첼 누님의 어깨에 둘러주면서 대답했다. 레이첼 누님은 조금 놀란 듯이 살짝 눈이 커졌지만, 이내 고개를 살짝 숙여 감사의 뜻을 전하면서 로브 앞섶을 동여 맺다. “후훗. 부탁드릴게요. 그럼 돌아…꺄악!” 쿠구구궁 레이첼 누님이 웃으면서 몸을 돌리려는 순간, 갑자기 땅울림과 동시에 우리가 지나왔던 통로가 무너져 내렸다. 레이첼 누님은 뒤를 돌던 찰나에 일어난 땅울림에 쓰러질 뻔 했지만, 아직 가만히 서있던 난 무게 중심을 잡고 레이첼 누님이 넘어지기 전에 캐치해낼 수 있었다. 진짜 몬스터란 놈들은 양반이 못되는구나. 내가 따라왔으니 망정이니. 우리의 전방 약 5미터 정도 앞에, 거대한 아이스 골렘이 눈 속에 파묻혀있던 몸을 일으키면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 제가 앞에서 막고 있을 테니까, 누님은 공격을 부탁드릴게요.” “네, 네.” 내가 품에 안겨있는 레이첼 누님에게 말을 걸자, 레이첼 누님이 당황해서 자세를 고쳐 잡으면서 대답했다. 사실 나도 조금 떨렸다. 저번엔 탱커 역할을 완전히 실패했던 아이스 골렘을 상대로 다시 탱커를 맡게 된 거다. 이번엔 잘 할 수 있을까? 잘 할 수 있겠지? 실비아한테 요령도 배웠으니까. 사실 실비아의 특훈 명목으로 마냥 끌어안고 놀기만 한 게 아니다. 일단 탱커의 요령같은 것도 물어보긴 했었다. 뭐, 말로만 설명을 듣고 실전 연습 같은 건 전혀 안했지만. 아무튼 실비아에 따르면, 딜러 진들이 공격하는 타이밍에 맞춰 공격함으로서 어그로를 먹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이쪽의 공격력이 더 약하더라도, 딜러진의 공격에 맞춰서 공격하면 가까이 있는 이쪽을 더 주목하게 된다나. 사라와 디아나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질 때 그런 짓을 하는 건 지금의 나로선 힘들겠지만, 딜러가 레이첼 누님 하나만 있는 상황에선 어떻게든 될 거다. 나는 주먹을 움켜쥐고 아이스 골렘에게 돌진했다. 성자 스킬은 전혀 필요 없다. 순전히 공격력과 방어력에 의존하는 육탄 승부다. 나는 저놈의 얼음을 부숴버리겠단 각오로 주먹을 뻗었다. 콰드드득! 하는 시원한 얼음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놈의 다리에 금이 갔지만, 그뿐이다. 놈은 아무런 데미지도 없다는 듯이 내게 주먹을 뻗어왔다. 뭐, 첫 어그로를 먹기 위해서 때린 것뿐이니까 괜찮지만 말이야. 전혀 분하지 않다. 정말이라고? 젠장. 요즘 무투가 스킬 레벨을 올릴 시간이 없었단 말이야. 레이첼 누님은 개미를 상대할 때와는 다르게 원거리 공격을 행하려는 듯, 멀리서 바람 마법을 날려댔다. 골렘의 몸이 부서지는 걸 보니, 마법의 위력은 한 방 한 방이 사라의 화살 한 발과 비슷한 정도의 위력으로 보였다. 용사 사라의 공격력이 그만큼 엄청난 건지, 아니면 그냥 바람 마법과 아이스 골렘의 상성이 나쁜 건지. 아무튼 나쁘지 않다. 이대로 내가 어그로만 먹고 있으면, 이 놈 한 마리 정도는 가볍게 처리 가능할 거다. 나는 레이첼 누님을 곁눈질하여 공격 타이밍을 읽으면서, 그에 맞춰서 아이스 골렘에게 공격을 가했다. 결국 시간은 좀 걸렸지만 아이스 골렘의 어그로를 뺏기는 일 없이, 가볍게 놈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럼 가볼…누님 조심하세요!” “네? 꺄악!” 아이스 골렘의 마석을 회수하고 레이첼 누님을 돌아봤을 때, 누님 뒤편으로 또 뭔가가 나타난 게 보였다. 거센 눈발에 제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얼핏 보기엔 사람 형체로 보였다. 하지만 이런 던전 한복판에서 사람 형체를 하고 있다고 방심할 수는 없지. 나는 황급히 레이첼 누님에게 달려가서 팔을 붙잡고 누님의 몸을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러자 바로 누님의 머리가 있던 자리에 날카로운 창이 지나갔다. 역시나 몬스터인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마도 새벽에 한 편 더 올라갈 겁니다. 제가 다 쓰기 전에 잠들지 않는다면. 멀라몰라머 // 아닙니다. 성역 선포가 다른 스킬들에 비해서 위력이 무척이나 약한만큼, 정말로 잠깐 걸리는 건 괜찮은 수준입니다. 걸린 사람은 스스로 체감하기 힘들 정도로 조금 성욕이 늘어난 정도의 효과만 영구히 가지게 되는거죠. 만약 성역 선포에 잠깐 영향 받았다고 실비아처럼 되어버리면, 구원이 밀크 로드 메이커라는 별명을 얻었을 때 주변에 있던 모험가들을 전부 찾아가서 풀어줘야 합니다. 14C2A58H2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259====================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레이첼 누님을 끌어안음과 동시에, 갑자기 온 몸에 한기가 엄습해왔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말이다. “레, 레이첼 누님. 온도 마법….” “앗, 죄송해요.” 레이첼 누님이 가볍게 손짓을 하자, 바로 다시 주변 한기가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갑작스런 일로 잠깐 마법이 끊겼던 모양이다. 아무튼 레이첼 누님을 등 뒤로 보내면서 다시 앞을 보니, 거리가 가까워진 덕분에 창을 휘두른 놈의 얼굴이 좀 자세히 보였다. 온몸이 비늘에 덮이고 파충류의 얼굴을 가진 일명 리자드맨이라고 불리는 놈들이었다. 그것도 한 놈이 아니라 세 놈이 있는 걸 보니, 대충 감이 왔다. 이 녀석들이 고블린이나 오크 같은 포지션의 3계층 몬스터로군. 바꿔 말하면 그다지 강한 몬스터는 아닐 거란 얘기다. 겉모습만 봐도 아이스 골렘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약해보이고. 서걱. 거봐. 약하잖아. 아니, 레이첼 누님이 강하신 건가? 뒤에서 날아온 레이첼 누님이 날린 날카로운 바람이 바로 리자드맨 한 놈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역시 아이스 골렘은 그냥 상성 문제였구나. 내가 어그로를 끌 것도 없이, 나머지 두 놈도 곧바로 머리통이 날아가면서 허무한 최후를 맞이했다. “그, 그럼 빨리 가죠! 이쪽으로 파시면 되요!” 리자드맨들이 쓰러지자마자, 나는 맵을 보고 방향을 가리키면서 황급히 말했다. 레이첼 누님이 바로 한기를 차단하는 마법을 다시 써주긴 했지만, 그래도 몸 상태가 정상은 아니었으니까. 레이첼 누님의 마법은 따듯해지게 만드는 게 아니라 그저 춥지 않게 만들어주는 거다. 하지만 그 마법으론, 마법이 풀렸을 때 내 몸을 파고든 한기를 완전히 없애주지 못했다. 가죽 갑옷을 입은 몸통부분은 괜찮지만, 철을 두르고 있는 손이나 발은 말도 못하게 차가웠다. 물론 건틀릿이나 부츠 안에도 가죽을 덧대고 있었지만, 그래도 차가워진 철의 감촉을 완전히 막아줄 순 없었다. “네? 갑자기 왜 그렇게…아, 미안해요.” 레이첼 누님은 내 표정을 보고 어떤 상황인지 이해를 했는지, 갑자기 내 손을 자신의 풍만한 가슴팍으로 꼭 끌어안아줬다. 따듯한 레이첼 누님의 체온이 차가워진 내 건틀릿을 녹여주는 게 느껴졌다. “누, 누님?! 그럼 누님도 추우신 게…?!” “어머, 이런 상황에서도 제 걱정이신가요? 제 실수였으니까요. 이 정돈 괜찮아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구원씨. 조금 멋있었어요.” “아, 아뇨. 별 말씀을.” “후훗. 구원씨는 모험가에, 그렇게 예쁜 분들도 데리고 다니시면서 아직도 그렇게 파릇파릇한 반응을 보여주시네요.” “그, 그야…레이첼 누님이 그러시면 누구나….” “어머, 꼬드기는 건가요? 안돼요. 디아나님한테 혼나긴 싫은 걸요. 아, 이렇게 해드린 것도 다른 사람들에겐 비밀이에요?” “네, 넵.” 레이첼 누님은 잠깐동안 그렇게 내 손을 끌어안고 있더니, 이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떨어져서 방금 내가 가리켰던 곳을 가리켰다. “이쪽으로 파면되나요?” “네, 네.” 솔직히 말하자면 건틀릿에 막혀서 가슴의 부드러운 감촉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래도 왠지 레이첼 누님 얼굴 보는 게 어색했다. 레이첼 누님도 막상 해놓고 괜한 짓을 했단 생각이 들었는지, 이쪽으로 고개 한 번 안 돌리고 묵묵히 앞장서서 눈을 파내려갔다. “구원!” “구원씨!” “구원님!” 그리고 사라와 레이아, 실비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자마자, 셋이 동시에 나에게 달려들었다. “어떻게 된 거야? 갑자기 눈이 무너져 내려서 걱정했잖아.” “괜찮으신 거죠?” 사라는 내 멱살을 잡을 기세로 다가와선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고, 레이아는 회복 마법을 손에 두르고 내 몸 이곳저곳을 만져댔다. 심지어 실비아마저 내게 딱 붙어서 내 안색을 엿봤다. “괜찮아. 갑자기 아이스 골렘이 나타나서 잠깐 무너진 것뿐이야. 가볍게 해치우고 왔어.” “정말 안 다쳤지?” “그럼. 그런 몬스터보다 평소에 네가 때리는 게 더….” “바보야!”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자 안심했는지, 사라가 새초롬한 표정으로 내 가슴을 찰싹 때렸다. 크흑. 그래. 이게 더 아프다고. 왜 갑옷을 입었는데 데미지가 뚫고 들어오지?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인가? 아무튼 내가 능청떠는 모습에 다들 안심한 모양이다. 겨우 안심한 표정으로 내게서 조금 떨어졌다. 음. 사랑받는다는 건 역시 기쁜 거야. “그런데 실비아. 너 이제 좀 극복된 모양이다? 나한테 딱 달라붙고.” “넷?! 앗, 으아?! 아, 아니?! 죄,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하긴. 상관없는데. 오히려 왜 떨어져. 어디 더 붙어봐. 특훈의 성과를….” “히아아아아!” 내가 실비아의 머리를 턱 잡고 그대로 품에 끌어당기려고 하자, 실비아가 귀여운 소리를 내지르면서 순식간에 후다다닥 사라의 뒤로 숨었다. 왜 하필 사라의 뒤냐? 본능적으로 내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애를 짐작한 건가. “구원. 그러니까 실비아 좀 그만 괴롭히라니까.” “아니, 딱히 괴롭힌 건…죄송합니다.” 실비아야. 너 나중에 저택에서 두고 보자. 부비부비 세 시간 코스의 지옥, 아니, 천국을 보여주지. 아무튼 그렇게 3계층의 모습도 무사히 확인하고, 우리는 디아나가 있는 여왕개미의 방으로 돌아갔다. “디아나. 어때? 일은 잘 되가?” “음? 돌아왔는가. 아니. 잘 되고말고, 아직 시작 단계일세. 일단 마석에서 뻗어져나가는 마나의 흐름을 분석중이네만. 아마 완전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며칠 걸릴 걸세.” “그럼 여기서 묵어야겠네?” “음. 심심하면 사냥이라도 다녀오게나. 이 방을 거점으로 삼으면 안전하게 사냥이 가능하지 않겠나?” 지당하신 말씀이다. 다만, 예전처럼 그렇게 무투가 레벨을 올릴 이유가 딱히 없다는 게 문제이긴 하지만. “앗, 그런 거라면 전 먼저 길드로 돌아가 볼게요.” 그때 레이첼 누님이 타이밍을 노린 듯 그런 말을 해왔다. “네? 혼자서요?” “네. 어차피 이곳 몬스터들 상대론 저 혼자서도 충분할 테니까요.” “그래도 혼자서 던전을 돌아다니시는 건…. 저희도 호위로 따라갈게요. 디아나, 괜찮지?” “음. 물론일세.” “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으셔도….” “어차피 할 게 없어서 사냥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겸사겸사 마을까지 왕복하면서 오는 것도 나쁘지 않죠 뭐.” 레이첼 누님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누님이 신경 쓰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말했다. 아까 그런 일이 있었기 때문인지, 레이첼 누님이 저런 표정을 지으면 왠지 아까 전 기억이 떠오른단 말이야. 그래서 아까와 마찬가지로 나와 사라, 레이아, 그리고 실비아가 2계층의 마을까지 다녀오게 됐지만, 정말로 특별한 일이 없었다. 특히 갈 때는 레이첼 누님이 무쌍을 찍어주신 덕분에 괜히 따라가는 우리가 무안할 지경이었다. 마을에 도착해서, 레이첼 누님은 우릴 돌아보면서 언제나처럼 사무적인 미소가 아닌, 조금 더 진심이 담긴 것 같은 미소를 보여줬다. “그럼 여기서 헤어져야겠네요. 여러분 정말 고마워요.” “아뇨. 저흰 그냥 따라오기만 했지 한 것도 없는걸요.” 정말로 한 게 없다. 실은 레이첼 누님도 괜히 이동속도만 느려져서 거추장스럽다고 생각한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지만 레이첼 누님은 내 말에 고개를 저었다. “아뇨. 지금 말고도 전부 다요.” 그렇게 말하면서 다른 애들은 안 보이는 각도에서 살짝 내게만 윙크를 하는 레이첼 누님. 누님. 꼬드기는 게 안 된다고 하셨으면 누님도 저한테 그러지 마세요. 괜히 설레잖아요. “그럼 여러분. 다음에 봐요.” 레이첼 누님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이내 텔레포트 마법진 쪽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걸로 한 건 해결했네.” “그러네요. 이제 디아나씨의 연구가 끝나기만 기다리면 되겠어요.” 그래. 그리고 디아나의 연구가 끝나고 다시 여기 올라올 때쯤이면, 길드에서 내가 알려준 정보를 대대적으로 발표하여 모험가들 사이에 널리 퍼진 상태일 거다. 그렇다면 몬스터들 상대로 성기를 세우려는 모험가들의 모습을…크크큭, 크, 크흠. 아니. 딱히 이상한 생각을 한 건 아니라고? 그저 어떻게 세우려는 건지 궁금할 뿐이야. 그럼. 나한텐 우리 애들뿐이라니까. 내가 이래 봬도 저 레이첼 누님이랑 묘한 분위기가 되고도 그냥 넘어간 사람이에요.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다시 디아나가 기다리는 개미굴로 돌아갔다. 그리고 디아나가 연구를 하는 며칠 동안, 여왕개미의 방을 거점으로 삼아서 개미들 퇴치나 계속했다. 개미들의 방은 우리가 지나온 길 말고도 무수히 퍼져있어서, 정말로 무한 사냥이 가능했다. 이러니까 그렇게 토벌하고 난 후에도 금방 개미들이 채워지지. 그렇게 우리가 사냥을 하는 동안, 디아나와 마법사 협회 사람들은 밤을 새면서까지 마석에 매달려서 뭔가를 조사했다. “흐으음….” “왜 그래? 연구가 잘 안 돼?” 식사를 하면서도, 디아나는 뭔가 안 풀린다는 얼굴로 낮게 신음했다. 디아나의 이런 얼굴은 처음이다. 도와주고 싶지만, 나로선 도와줄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게 더 안타까웠다. 마석 녀석. 내 여자가 저런 표정을 짓게 만들다니. “아니. 잘 안 된다고 할까…오히려 연구 자체는 제법 잘 됐네. 오히려 꽤나 많은 걸 알 수 있었지. 다만 알게 되면 알게 될수록 나오는 결론이 터무니없어서 말일세.” “그게 무슨 말이야?” “저 마석은 예상대로 던전을 이루는 중핵 중 하나로 보이네. 그저 던전의 틀만 구성할 뿐만 아니라, 저 마석의 기운이 던전의 기후나 생활하는 몬스터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걸로 보이네. 다만 말일세. 아무래도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 문제일세.” “응? 그게 왜? 어때서?” “잘 생각해보게. 저 물건이 인위적으로 조작된 물건이라는 말은, 바꿔 말해서 이 던전 자체를 누군가 만들었다는 얘기가 되네. 그 끝이 어딘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광대하고, 살고 있는 몬스터의 종류만 수백, 수천 종이 넘어가는 이 던전을 말일세. 그런 건 세계 최고의 마법사라고 불리는 이 몸조차도 꿈도 못 꿀 얘기일세. 아니. 오만해질 생각은 없네만, 애초에 이 몸은 이 몸보다 뛰어난 마법사를 본적이 없네. 그럼 대체 누가 이런 던전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는 말인가? 여신님이 아니고서야….” 얘기를 하면서 점점 더 머리에 열이 올라오는 건지, 디아나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열변을 토했다. 하지만 디아나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마지막 말이 난 오히려 걸렸다. “만약 정말로 여신님이 이 던전을 만들었다면?” “글쎄. 그렇게 생각하기는 힘들구먼. 여신님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만드신 존재일세. 만약 여신님이 이 던전을 만들었다면, 대체 어떤 목적으로 이곳을 만들고 여기 있는 몬스터들을 만드셨다는 말인가? 차라리 이곳에 있는 몬스터들을 다른 생명체들처럼 세계 각지의 생태에 맞는 곳에 배치하시는 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지 않나?” 그도 그렇다. 게다가 내가 말해놓고 스스로 반박하긴 좀 그렇지만, 나에겐 디아나가 모르는 또 한 가지 반박 근거가 있었다. 애초에 난 여신님이 날 여기 보낸 이유가 던전을 클리어하게 만들기 위해서라고 추정하고 있으니까. 만약 이 던전을 여신님이 만드신 거면, 굳이 자기가 만든 던전을 다른 세계 사람을 보내서 클리어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 진짜 성격 더러운 오락거리로 생각하는 거면 몰라도. …아니겠지? 그럼. 이렇게 좋은 능력을 주고,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신 여신님인데. 그렇게 성격 더러운 짓을 할 리가 없지. 하지만 그렇다면 내가 원래 세계에서 해왔던 게임들과, 이 던전의 기믹이 같은 건…. 키기기긱. 그때 멀리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응? 지금 이거 무슨 소리지?” “저, 저기!” 귀가 밝은 사라가 소리가 난 곳을 가리켰다. 사라가 가리킨 곳은 바로 디아나가 연구 중인 마석이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마석 앞에서 뭔가 거대한 덩어리가 보였다. 덩어리는 점차 크기가 커지면서, 일정한 형체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그래. 전에 봤던 그 여왕개미의 형체를 말이다. “뭣?! 다들 조심…!” 나는 식기를 내던지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콰아아아앙! 하지만 여왕개미는 태어나는 것과 동시에 흔적도 없이 소멸됐다. 그러고 보니 누님들이 계셨죠. “흠. 저 마석은 설마 계층의 주인까지 만들어내는 것인가. 흥미롭구먼.” 디아나도 아무렇지 않은 태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야. 그렇게 나한테 아무 반응안하면 오히려 더 쪽팔리잖아. “구원. 그냥 자리에 앉아.” “…응.”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다. 이미 땅 속에 파묻힌 개미굴 안이지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새벽에 올릴 거라고 했는데 거의 아침이 되어버렸네요. 왠지 글이 잘 안써지더군요. 고립을 기대하신 분들껜 죄송합니다. 구원은 맵이 있어서 웬만하면 고립시키기 힘들어요. Tigerfish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인비 // 자세히 보시면 그다지 부주의하게 쓰지 않았습니다. 구원이 성역 선포를 파티원 이외의 사람이 영향 받도록 쓴 적은 2계층 오크 공방전 때, 바네사 때, 실비아 때밖에 없습니다. 실비아로 한 번 데인 다음에는 단 한번도 다른 사람에게 쓴 적이 없죠. 실비아 외의 사람은 잠깐 영향 받아도 괜찮을 거라는 독백도 상황을 보시면, 레이첼이 만약 위기에 처하면 구하는 용도로 쓰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구할 수 있는데 죽게 내버려두는 것보단 훨씬 나으니까요. 무엇보다 레이첼이나 마법사 협쇠 사람들은 구원보다 레벨이 훨씬 높아서 정말로 아무런 영향이 없습니다. 성역 선포로 정말 영향을 느낄 정도의 사람이면 실비아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닌 이상 구원보다 레벨이 낮거나 비슷하다는 건데, 그 경우엔 성자의 손길만으로 간단히 풀어줄 수 있고요. 260====================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디아나의 말에 따르면, 마석에 적용된 마법적 술식은 디아나조차 전혀 생각지 못했을 정도로 엄청나다고 했다. 같이 따라온 마법사 협회의 수장 누님들은 눈앞에 보면서도 거의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모양이고, 디아나조차도 골치를 썩일 만큼 말이다. 한마디로 마석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흔적이 있고, 그걸 또 누가 만들었냐는 최대의 수수께끼만 신경 쓰지 않으면, 최고의 마법연구 재료라는 얘기다. 디아나는 저 마석 연구가 내 성자 스킬 연구와 동급으로 마법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거라고까지 했다. 그런 말까지 들으니 왠지 쓸쓸…아니, 이런 걸로는 쓸쓸하지 않아! 애초에 디아나는 그런 거랑 상관없이 날 좋아하는 거니까. 음. 그렇고말고. 아무튼 마석이 여왕개미까지 만들어내는 걸 보고 더더욱 의욕이 폭발한 디아나와 누님들은 마석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평소엔 디아나를 둘러싸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만 짓던 누님들이 진지한 얼굴로 디아나와 마법적 토론을 했고, 디아나 역시도 평소엔 그렇게 질색하더니 이번엔 스스로 누님들에게 둘러싸여서, 오히려 신나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즉,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면, 며칠째 디아나가 안 놀아줘서 심심하단 말이다. 슬슬 어두운 개미굴에 처박혀있는 것도 지겨웠고. 개미들을 상대하는 것도 지겨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석 연구는 대충 그쯤하고 가자고 말할 수도 없었다. 난 좋은 남자니까 말이야. 내 여자의 앞길을 막을 순 없지. 그래서 난 디아나가 놀아주지 않는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서, 다른 애들과 전력으로 놀기로 했다. 가장 먼저 타깃이 된 건 제일 가까이에 있는 사라였다. 사라는 오늘 사냥에서 썼다가 회수한 화살들을 늘어놓고, 일일이 촉의 마모된 정도나 깃이 망가지지는 않았는지 대가 휘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제대로 확인 해주지 않으면 생각만큼 위력이 나오지 않거나, 최악의 경우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화살이 날아갈 수도 있다는 모양이다. 나는 그런 사라의 등 뒤에 조용히 다가가서 확 끌어안았다. “사라야!” “꺄악! 가, 갑자기 뭐야?!” “하핫. 그렇게 놀랐어?” “바, 바보야! 놀라서 하마터면 화살로 찌를 뻔 했잖아!” 시선을 내려서 내 허리 부근을 바라보니, 사라의 손이 화살하나를 움켜쥐고 내 옆구리를 찌르기 직전인 상태에서 겨우 멈춰있었다. …앞으로 사라한테 장난칠 때는 조금 더 조심하자. 특히 손에 무기가 될만한 게 있을 때는. 크흠. 아무튼 지금은 안 다쳤으니까 됐어. 나는 뒤에서 사라를 끌어안은 채로, 부드러운 머릿결의 감촉을 맛보면서 그 귓가에 입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 달콤한 목소리로 사라의 귓가에 속삭였다. “오빠랑 좋은 거 할까?” “흥. 내 차례에 그렇게 기대한다고 해놓고 던전에 들어온 사람이 이제 와서?” 내가 사라를 끌어안은 팔을 올려 은근슬쩍 사라의 가슴아래에 손을 가져다대자, 사라가 그 손을 찰싹 쳐내면서 말했다. 아, 역시 그거 좀 삐져있었구나. 뭐, 다음 사라 차례를 기대한다는 반응을 그렇게 잔뜩 해놓고, 정작 당일에는 던전에 와버린 내 잘못이긴 하지만. “응? 무슨 소리야? 갑자기 웬 섹스 얘기야? 설마 좋은 거라는 게 섹스 얘기인줄 알았어? 에이. 아무리 나라도 다른 사람도 다 보는 앞에서 그런 걸 하나고 꼬드기지는 않아. 그런 생각을 하다니. 사라 응큼….” “찌를 거야.” “죄송합니다.” 얜 왜 아직도 내 옆구리에서 화살을 안 치우고 있는 거야. “그래서. 결국 뭘 하자는 거야?” “음. 사실 나도 뭘 할지 정하진 않았어. 그냥 심심해. 놀아줘.” “하아…. 구원 당신 애도 아니고 말이야. 난 화살들을 살펴보느라 바빠. 구원도 할 일이 없으면 뭔가 생산적인 일이라도 하는 게 어때? 예전처럼 마나를 다루는 연습이라도 하면 되잖아.” “훗. 천재인 이 몸은 이미 마나의 컨트롤 방법을 완벽하게 숙지했다는 말씀.” 그래. 알게 모르게 계속 연습을 해온 덕분에, 나도 이젠 마나를 꽤나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됐다. 적어도 지금 배운 스킬들은 전부 마나 운용만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위력도 조절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면 다른 연습이라도 하면 되잖아. 구원이 우리 파티 중에서 전투직 레벨은 제일 낮은 거 알지?” 으윽. 아픈 데를 찌르다니. 사라는 그렇게 일침을 가하고는, 내가 뒤에서 끌어안은 것에 신경도 쓰지 않고 다시 화살들을 점검해나갔다. 고지식한 사라로서는 일단 하던 일을 전부 마치고 싶은 거겠지. 괜히 화살 점검을 대충 했다가 만약 화살이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면 정말로 큰 일이 날 수도 있는 거니까 이해는 한다. 아무래도 더 이상 귀찮게 굴 수는 없을 것 같군. “흑. 사라 요즘 사랑이 식었어.” 나는 장난조로 과장되게 말하면서 사라에게 떨어지려고 했다. “자, 잠깐!” 그러자 이번엔 사라가 내 팔을 꽉 붙잡고, 자기를 끌어안도록 만들었다. “아, 안 식었거든! 하지만 화살 점검은 정말로 중요하단 말이야. 그러니까 잠깐만 이러고 기다려. 얼마 안 남았으니까 금방 끝내고 놀아줄 테니까.” 아무래도 내가 장난 식으로 던진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사라는 방금까지 보여줬던 쿨한 태도가 순식간에 무너져서는 안절부절 못했다. “크, 크큭.” “왜, 왜 웃는데?” “하하핫. 아니. 미안. 응. 안 식은 거 나도 알아. 사라 귀여워. 최고야.” “이, 이씨! 바보야!” 내가 장난쳤다는 걸 깨달았는지, 사라가 새빨개진 얼굴로 홱 돌아봤다. 노려보면 쿨한 얼굴과 시너지를 발휘하여 엄청 무서운 사라였지만, 이번만큼은 사라가 노려봐도 전혀 무섭지 않았다. “어허. 오빠한테 바보라니. 됐으니까 넌 빨리 화살 점검이나 마저 해. 난 네 말대로 이 상태로 기다리고 있을…크헉.” “저리 가, 이 바보야!” 결국 난 사라한테 등짝 스매쉬를 얻어맞고 쫓겨나야했다. 등은 아프지만 마음은 풍족해졌다. …등은 아프지만. 이거 분명히 등에 손바닥 모양으로 자국 남았을 거야. 아무튼 사라와 놀 수 없게 된 나는, 다음 타깃을 찾아 헤맸다. 아직도 열띤 토론중인 디아나나 마법사 협회 누님들과 놀아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 소거법으로 남은 건 레이아와 실비아. 이 둘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레이아는 지금 기도 중이었다. 레이아는 저렇게 하루에 두 번씩 빠지지 않고 여신님께 기도를 드린다. 신전에서 자랐기 때문에 습관이 됐다나. 과연 던전 탐험 중에 시간을 꼬박꼬박 지킬 순 없으니 그날마다 기도드리는 시간에 변동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잠들기 전에라도 꼭 기도는 드리고 잠이 드는 레이아였다. 한 마디로 지금 방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 방해하면 정말로 레이아가 화난 표정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건 그거대로 조금 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 천사님께 미움 받으면서까지 보고 싶은 마음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천사님이라면 놀아달라고 어리광부려도 저 가슴만큼이나 거대한 포용력으로 다 받아들여 줄 텐데.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사라 말대로 정말로 생산적인 일이라도 할까. 이런 곳에서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이라고는 하나밖에 없다. 바로 특훈이다. “실비아.” “히극!” 나는 아까부터, 아니 아침에 눈을 떴을 때부터 전투 때만 제외하곤 줄곧 날 바라보던 실비아를 향해 몸을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친 실비아는 몸을 움찔 떨었지만, 아쉽게도 이 방에서 도망갈 곳은 없었다. 내가 먹이를 눈앞에 둔 포식자처럼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자, 실비아의 얼굴에 점점 더 동요의 빛이 퍼져나갔다. “왜 그런 표정을 지어? 지금 할 일 없지? 그럼 특훈해야지?” 나만 빤히 바라보고 있던 애가 할 일이 있을 리가 없다. “아우…그, 그러니까 구원님. 저기, 그러니까, 전투는 아무 문제없었고….” “응. 그랬네.” 확실히 이 며칠사이에 느낀 건데, 실비아의 이런 반응은 전투 때에 아무런 지장도 주지 않았다. 아마도 탱커를 맡고 있는 만큼, 자신이 실수하면 다른 사람도 위험해진다는 생각으로 집중하는 거겠지. 덕분에 가끔 나와 몸이 닿아도 전투 때에는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전투가 끝나면 다시 부끄러워 죽으려는 것 같았지만. “그, 그러면!” 실비아는 도망갈 구석이 생겼다고 생각했는지, 환한 표정을 지으면서 외쳤다. 하지만 말이다. 실비아. 겨우 하나 남은 놀이 상…특훈 상대를 내가 놔줄리 없잖아? “그래도 할 거야.” “왜, 왜 말입니까?” 환했던 실비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무룩해졌다. 너 나한테 닿으면 너무 좋아서 그렇게 과민반응 하는 거 아니었냐? 좋아 죽을 정도의 행위를 해주겠다는데 시무룩해지다니, 얘도 참 복잡한 녀석이다. “그냥. 전투 땐 지장 없어도 일상생활에서 매번 그러는 건 마찬가지잖아. 난 일상생활에서도 좀 더 편해지고 싶다고.” 완전 거짓말이다. 사실 오히려 계속 이런 반응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나중에 실비아가 나와의 접촉에 익숙해져서, 내가 안아도 무반응이면 좀 서운할 것 같아. “그런고로 얌전히 특훈을 받아라.” “아으…아으으으….” 내가 손을 뻗자, 실비아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면서 어떻게든 도망갈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아님 뭐야? 실비아는 나한테 닿는 게 싫은 거야? 전엔 내 곁에 있고 싶다고 그렇게 애원했으면서. 벌써 감정이 식었어?” “아, 아닙니다! 그런 거 아닙니다! 계속 곁에 있고 싶습니다!” “그럼 내 곁에 더 잘 있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지. 왜 도망갈 생각을 해?” “그, 그건…그러니까 너무 좋아서 심장이….” “음…못 믿겠는데. 실비아. 나한테 믿음을 줘. 자, 난 여기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을게. 어디 네가 정말로 나와 있고 싶은지 증명해 줘봐. 스스로 특훈을 시작하는 거야.” “아, 아아…으으으….” 내가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말하자, 실비아의 내면에서 갈등이 커지는 게 눈으로 보였다. 한 발은 도망가려는 것처럼 뒤를 향하고, 한 발은 다가오려는 것처럼 내 쪽을 향한 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게 꽤나 귀엽다. “실비아?” “이야아앗! 에잇! 흐아아아…으아아아.” 결국 실비아는 뭔가 힘 빠지는 기합소리와 함께 내게 몸통 박치기를 하듯이 찰싹 달라붙더니, 그대로 온 몸에 힘이 빠지면서 흐물흐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훗. 걸려들었군. 내가 사라한테 장난치는 모습도 계속 지켜보고 있었던 주제에 똑같은 방법으로 걸려들다니.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나는 내 품에서 녹아내리는 중인 실비아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히아앗?!” “별로 이상한 짓도 안했는데 그렇게 비명 지르지 마라. 주위 사람들이 오해하잖아.” 나는 실비아의 허리를 잡고 들어올리고, 바닥에 양반다리 자세로 주저앉았다. 그리고 내 다리 위에 실비아를 올려놓은 채로 꽉 끌어안았다. 그러자 실비아의 몸이 다시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가녀린 와중에도 나름 포동포동함을 자랑하는 실비아의 엉덩이가 내 물건에 닿아서 진동을 하니, 이건 이거대로 꽤나…. “흐아아…구, 구원님…커, 커지….” “아, 응. 미안. 생리현상이야.” “으아아아…더, 더 커지…하으으….” “야. 그래도 하진 않을 거니까 적시지 마라.” “노, 노력하게…히으응….” 노력한다고 될 문제가 아닌 것 같긴 한데. 뭐 나름 분발하는 모습이 귀여우니까 계속 이러고 있어야지. “며칠 동안 마법으로만 씻었는데도 좋은 냄새가 나네. 향수 같은 거라도 가져왔어?” 내가 실비아의 정수리에 코를 가져다대고 냄새를 맡으면서 말하자, 실비아의 몸이 파르르르 떨렸다. “아, 아뇨. 그런 건….” “그런데도 이렇게 좋은 냄새가 나는 거야? 그럼 체질인가? 신기하네. 그럼 혹시 맛도 있는 거 아냐? 한 번 먹어볼까?” “네, 넷?! 흐아앗?!” 나는 실비아가 놀라는 것과 상관없이, 실비아의 귓불을 입술로 가볍게 깨물었다. 맛은 모르겠지만, 말랑말랑한 감촉이 꽤나 흡족하다. “왜 그렇게 놀라? 그렇게 귀여운 반응을 보여주면 더 괴롭히고 싶어지잖아.” “귀, 귀여…?! 아, 아, 아, 하으으으….” “어라? 실비아? 실비아?!” 내가 실비아의 귓불을 오물거리면서 귓가에 속삭이자, 결국 실비아는 한계에 달한 듯 갑자기 온 몸의 기능을 정지하고 털썩 고개를 떨궜다. 기절까지 할 정도였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61====================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자네 뭐하는 겐가?” 그렇게 소란을 피우고 있자, 토론에 집중하고 있던 디아나마저도 이쪽이 신경 쓰인 모양이다. 디아나가 이쪽으로 다가와서 내가 기절한 실비아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불퉁한 표정으로 말을 걸어왔다.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얘가 나한테 닿기만 해도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면서 기겁하니까 조금 익숙해지게 만들려고 했는데, 조금 가지고 놀…닿는 면적이 많았다고 기절해버렸네.” “자넨 그런 말로 이 몸이 납득할 것 같은가?” 쳇. 역시 안 통하나. 어떡하지. 어떻게 변명을 해야 실비아로 놀다가 기절시켰다는 이 상황을 납득시킬 수 있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사라는 화살 정비한다고 안 놀아주고! 레이아는 기도중이고! 디아나는 토론에 빠져있으니 방해할 수 없고! 그럼 실비아랑 놀 수밖에 없잖아!” 나는 일단 어린 애처럼 떼써보기로 했다. 그러자 찌푸려져 있던 디아나의 눈썹이 꿈틀거리더니, 이내 불퉁한 풀어지면서 살짝 능글맞은 느낌으로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흠. 그렇구먼. 자네, 이 몸이 놀아주지 않아서 쓸쓸했던 겐가?” 나를 놀리는 것처럼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다가와, 요 녀석 요 녀석 이라는 느낌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왔다. 내가 앉아있는 덕분에 내려다보면서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다는 사실이, 디아나는 더더욱 기쁜 모양인지 평소보다 쓰다듬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음. 왠지 열 받는다. 아니, 물론 실비아 건을 그냥 넘긴 건 의도대로 됐고, 나이를 생각해도 디아나가 날 이렇게 대하는 게 맞는 거지만 말이야. 그래도 디아나한테 이런 취급을 당하는 건 뭔가 굴욕적이야. 디아나는 괴롭혀줘야 제 맛인데! “흠. 흠. 대답하지도 못하면서 부끄러워하는 걸 보니 정말인 모양이구먼. 자네도 귀여운 구석이 있지 않은가.” 내가 굴욕에 떨면서 대답을 못하고 있자, 디아나는 더 신이 났다. “그렇게 귀여우면 좀 놀아줘.” “흠. 거기 앉아서 조금만 기다리게나. 이 몸도 조금만 대화하고 오늘은 슬슬….” “그럼 토론하는 동안 끌어안고 있을래.” 어린애 취급을 했다 이거지. 그렇담 철저하게 어린애처럼 굴어서 곤란하게 만들어주지. 나는 인벤토리에서 침낭을 꺼내서 기절한 실비아를 넣어주고, 디아나에게 다가가 확 껴안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디아나가 토론하고 있던 자리로 향했다. 후하하. 이번엔 네가 부끄러움에 떨어봐라. “후흠. 자네는 어쩔 수 없구먼.” 어, 어라? 이런 반응을 기대한 게 아닌데? 괴롭혀 줄려고 한 거였는데, 디아나는 오히려 뭔가 만족한 느낌으로 미소 지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오히려 날 양반다리 자세로 만들고 그 위에 앉아서 내 품에 더 깊이 파고들어오기까지 했다. 아까 실비아를 껴안았던 자세와 똑같은 자세다. 좋아. 아직 하늘이 내 반격의 기회를 전부 빼앗진 않은 모양이군. “뭐야. 디아나 너 그렇게 여유 있는 척 해놓고 실은 실비아가 부러웠던 거야?” “무슨 소리인가? 끌어안고 있을 거라고 말한 건 자네 아닌가? 자네야말로 이 몸에게 하고 싶었던 걸 실비아양에게 한 것 아닌가?” 하지만 한 번 주도권을 가져간 디아나는 이번에도 여유로운 반응을 보여줬다. 젠장. 이게 바로 연륜이란 건가. 연륜을 언급하면 확실히 이길 수 있겠지만, 디아나를 울리면서까지 이길 생각은 없었다. 나이 말고도 디아나의 평정심을 흐트러트릴 수 있는 뭔가를 찾아야 해. 그래! 가슴을…! 젠장! 방금 끌어안고 있었던 실비아보단 디아나가 더 커! 이래선 공격할 수가 없잖아! “후훗. 그렇게 이기려고 들지 말고 가만히 있게.” 내가 반격을 못하고 있자, 디아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내 몸에 푹 몸을 기댔다. 말랑말랑하고 기분 좋은 중량감이 느껴져서, 전의가 꺾일 것 같다. 치사하게 미인계를 사용하다니. 이런 거에 굴복할 내가…으윽. 하지만 엉덩이가 말랑말랑해. 그래. 그냥 이 상황을 즐기면 되잖아. 난 대체 뭐랑 싸우려고 하고 있는 거지? 그렇게 내 전의가 완전히 꺾여갈 때쯤,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찾아왔다. “햣!” 내게 안긴 채로 마법사 협회 누님들과 대화를 나누던 디아나가 갑자기 움찔 놀라면서 몸을 떨었던 거다. “디아나님? 왜 그러십니까?” “아, 아, 아, 아무것도 아닐세! 신경 쓰지 말게! 아니, 잠깐 기다리게나!” 디아나는 다급하게 외치고는 뭔가 마법을 사용하더니, 날 올려다보면서 외쳤다. “자, 자네! 뭐하는 겐가! 왜 커지는 겐가?!” 우릴 바라보고 있는 누님들의 표정이 어리둥절한 걸로 봐선, 아마 방금 사용한 마법은 소리를 차단하는 마법인 모양이다. “디아나가 말랑말랑해서.” “자넨 바보인가?! 조금 때와 장소를 가리게!” 내 대답을 듣고 디아나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꾸짖듯이 말했다. 말랑말랑한 디아나의 감촉에 취해있던 나는, 그제야 겨우 내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는 걸 깨달았다. “이대로 살짝 팬티만 옆으로 걷고 삽입하면 모르지 않을까?” “무, 무, 무,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겐가?! 진심인가?!” “완전 진심이야. 디아나, 생각해봐. 다른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멀쩡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실은 로브에 감춰진 아래론 몰래 섹스하고 있는 자신을. 기분 좋을 것 같지 않아? 너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거야.” 응. 알아. 헛소리인거. 애초에 삽입하고 있는 상태라면 모를까, 이제 와서 그러려면 삽입하려고 시도하는 시점에서 들킬 거다. 그리고 우리 변태 아가씨 디아나가 남들 앞에서 삽입해있는데, 아무 내색 안하고 있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아, 아, 안 되네! 자네, 그건 정말 안 되네!” 조금만 생각해봐도 당연한 얘기지만, 조급해진 디아나는 그런 것 까진 생각이 미치지 않는 모양이었다. 마치 내가 당장 넣기라도 할 것처럼, 당황해서 날 밀쳐내려고 했다. 물론 난 그런 디아나를 놔주지 않고, 오히려 더 꽉 끌어안으면서 속삭였다. “후하하. 어떠냐. 당황했지? 결국 이기는 건 나다!” 놔주지 않을 거야. 나랑 같이 기분 좋은 거 하자?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그러자 디아나의 목소리 톤이 갑자기 순식간에 낮아졌다. 당황해서 빨개져있던 얼굴도 순식간에 평소대로, 아니 그보다 더 냉정하게 변해있었다. “응? 갑자기 왜 그…앗.” 속마음이랑 할 말이랑 반대로 나갔다! “그러니까, 이 몸을 놀리려고 그랬다는 말인 게지?” 디아나는 자신을 끌어안고 있는 내 팔을 붙잡고 풀더니, 그대로 일어나서 날 내려다봤다. “디, 디아나님? 그러니까 이건….” “자네는 바보인가?! 대체 생각이 있는 겐가?! 없는 겐가?! 농담으로 할 게 있고 안 할 게 있지 않은가?!” “아냐. 들어봐! 너랑 하고 싶었던 건 진심….” “더 질이 나쁘네!” 디아나는 분기탱천해서 내 머리를 마구잡이로 때리기 시작했다. 물론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디아나야. 토닥토닥 공격은 좋지만, 머리 말고 다른 데를 때리지 않을래? 머리는 피부가 얇고 근육이 없어서 딱딱해. “으으으….” 디아나도 그걸 깨달았는지, 몇 번 때리다가 아픈 듯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자기 주먹을 호호 불었다. “괜찮아?” “쓸데없이 튼튼해서는…. 이렇게 된 이상. 자네들! 이 자를 혼쭐…!” “디아나님! 죄송합니다! 봐주세요!” 야, 아무리 그래도 남을 동원하는 건 치사하잖아?! 나는 바로 디아나에게 엎드려 조아릴 수밖에 없었다. “잘못한 걸 인정하는가?” “네. 죽을죄를 졌습니다.” “그럼 벌을 받아야겠구먼.” “무, 무슨 벌을…?” “그대로 앉아있게.”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아까처럼 다시 날 양반다리 자세로 만들고 그 위에 앉았다. “역시 다시 커지는구먼.” “아니, 그러니까 이건 정말로 생리 현상인데.” “알고 있네. 알겠나? 이제부터 자넨 그렇게 커져 있는 상태로 괴로워하고 있게나. 그게 벌일세.”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팔을 붙잡고 그대로 자신의 몸에 둘러서 끌어안게 만들었다. 아니, 그게 왜 벌이야. 발정 난 원숭이도 아니고, 커져있는 상태로 못하게 한다고 해서 그렇게 괴롭거나 하진 않아. 물론 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오히려 이렇게 안고 있는 건 포상이라고 생각되는데. 역시 이러니 저러니 해도 디아나는 실비아가 부러웠던 건가. 으이구. 요 깜찍한 녀석. “뭘 능글거리는 겐가? 다른 벌을 원하는 겐가?” “아니. 그럴 리가!” 나는 디아나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디아나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흠. 그럼 됐네.” 디아나는 만족한 얼굴로 손을 휘저었다. “…아나님?” 그와 동시에 그동안 고요했던 주변 말소리들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얘 마법 썼었지! 그럼 얘가 방금 공격 명령한 것도 안 들렸다는 얘기잖아?! 디아나의 얼굴을 내려다보니, 디아나가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었다. 이 요망한 것. 하여간 머리는 좋다니까. 역시 디아나를 이기기는 힘든 건가. 뭐, 밤에는 이기니까 상관없지만. 나는 더 이상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 이 감촉이나 즐기기로 했다. 디아나의 몸은 평소보다 조금 체온이 높아서 따뜻한데다가, 정말로 말랑말랑하고 파릇파릇 탱탱해서 끌어안고 있는 감촉이 일품이었다. 아, 왠지 잠 오기 시작했어. 게다가 디아나와 누님들이 나누는 대화는 정말로 이해 불가능한 단어들의 나열이라서, 한층 더 내 수면욕을 북돋았다. “자네. 일어나게.” “아음…. 냠냠. 마쉬멜로….” “히앗! 자, 잠꼬대 하지 말고 일어나게!” “으음?” 뭔가 소란스러워서 눈을 떠보니, 바로 눈앞에 디아나의 새빨개진 얼굴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디아나의 말랑말랑한 볼 살을 빨아먹고 있는 중이었다. “응? 내가 지금 뭘…. 할짝.” “히아앗! 지금 건 일부러 아닌가?! 자네 처음부터 일어나 있었던 게지?!” 내가 입을 내면서 디아나의 볼을 낼름 핥아주자, 디아나가 귀여운 비명을 지르면서 외쳤다. “그럴 리가. 진짜 지금 일어났어. 그보다 얘기는 끝났어?” “크흠. 음. 끝났네. 이제 마을로 돌아갈 테니 준비하게나.” “응? 돌아가게?” “음. 계속 여기에만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나.” “얼른 일어나. 구원 빼곤 다들 준비 끝났어.” 옆을 보니 사라가 살짝 차가운 눈빛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내 앞에 있는 디아나의 볼을 보고 있었다. 내가 자는 도중에 무의식적으로 쪽쪽 빨아들인 탓인지, 디아나의 볼 한가운데에 키스마크가 남아있었다. “흠…. 이거 흉 지는 건 아닐지 모르겠구먼.” 디아나는 그렇게 걱정스러운 듯 말하면서도, 왠지 가슴을 쭉 펴면서 말했다. “야. 그게 가슴 펴면서 말 할 일이냐. 예쁜 얼굴에 흉 지면 큰일이잖아. 이거 어쩌지? 레이아. 혹시 치료 가능해?” “앗, 네. 물론이에요.” “음?! 아, 아니…앗….” 내가 레이아에게 도움을 청하자, 레이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서 순식간에 디아나의 뺨을 치료해줬다. 디아나는 뭔가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그 전에 치료가 먼저 끝났을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네. 이걸로 깔끔히 없어졌어요.” 레이아는 디아나의 뺨을 치료해주고, 언제나처럼 천사같이 웃으면서 미소지었다. 역시 천사님이야. 어쩜 저리 마음씨도 고우실까. 어쩌면 경쟁상대라고도 볼 수 있는 디아나의 얼굴에 흉이 남는 걸 걱정해주시다니. “고, 고맙네. 그런가…깔끔히 없어졌는가….” 디아나는 어째선지 고개를 떨어뜨리면서 말했다. 천사님의 등 뒤로 보이는 후광에 차마 직시할 수 없는 건가. 그 심정 충분히 이해한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며칠 동안의 긴 개미굴 체험을 끝내고 드디어 밖으로 나갔다. 오랜만에 밝은 곳에 오니까 감회가 새롭다. 물론 개미굴에서도 자기 전엔 항상 빛 마법으로 밝았지만, 역시 마법으로 만들어진 빛과는 느낌이 다르다. 아니, 잠깐만. 여기 던전 안도 어차피 땅 속이잖아. 그리고 디아나의 말에 따르면, 던전은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럼 이 빛도 마법으로 만들어진 빛인가? 혼란스럽다.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가. 지금 내가 주목해야하는 건 그런 쓸데없는 것이 아니다. 그래. 레이첼 누님이 길드로 돌아가고 며칠이 지난 거다. 지금쯤이면 내가 길드에 보고한 정보들도 대대적으로 발표가 끝난 시점이겠지. 그렇다면! 지금 이 던전에는! 몬스터의 성기를 세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험가들이! 크크큭. 벌써부터 상상력이 폭발한다. 이렇게 시야가 탁 트인 2계층이다. 분명 마을로 돌아가는 도중 모험가무리 한 둘 쯤은 만나겠지. 나는 가슴에 큰 꿈을 안고 눈을 번뜩이면서 마을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62====================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자네 왜 그렇게 두리번거리는 겐가?” 개미굴을 나와서 마을로 돌아가는 도중, 디아나가 뒤에서 의아한 듯 질문했다. 왜 그렇게 두리번거리기는. 당연히 모험가들을 찾기 위해서지! 못해도 평균이상은 된다는 미모를 가진 모험가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몬스터의 성기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거라고! 라고 솔직하게 말할 용기는 내게 없었다. “그야 주위를 경계하기 위해서지. 이렇게 우리 디아나를 업고 가고 있는데, 만약 기습이라도 당하면 큰일 아니겠어?” 그래. 지금 디아나는 현재 나에게 업혀있는 중이었다. 아까 디아나가 내 품에 안겨서 토론을 한 덕분인지, 이번엔 디아나가 업힐 때 아무도 공중부유 마법을 써준다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누님들도 조금은 눈치가 생기셨군요. 그렇게 눈치가 길러지다 보면 언젠간 좋은 남자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나이가 조금 많긴 하지만, 뭐 능력이랑 외모는 출중하신 분들이니까. “흠. 흠. 기특한 말도 할 줄 아는구먼. 이것도 전부 이 몸의 교육 덕분인가.” 디아나는 흡족한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아니거든 이것아. 난 원래 기특한 놈이었다고. 아까 한 번 이겼다고 기고만장해져서는. 넌 밤에 꼭 두고 보자. “기특하긴 하네만, 그래도 그렇게 경계할 거 없네. 저자들이 있지 않은가.” 디아나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는 마법사 협회 누님들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아니. 물론 누님들은 믿음직스럽지만, 그래도 만약이란 게 있으니까. 순간적인 기습은 아무리 누님들이라도….” “이제 곧 있으면 마을이잖아. 이 근처 몬스터들은 웬만하면 다른 모험가들이 상대하고 있다고. 봐, 저기처럼.” 옆에서 걷고 있던 사라도 디아나를 거들어서 어깨에 힘 빼라는 식으로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주물주물 주무르면서 말했다. 얜 힘도 있는 만큼 꽤나 시원하다.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어디?!” 나는 맹렬한 기세로 사라를 향해 고개를 돌려 질문했다. “으, 응? 뭐가?” 평소 보기 힘든 내 모습 때문인지, 사라도 쿨한 표정을 무너뜨리고 살짝 당황했다. 귀엽다. 아니, 아무튼! “그러니까! 어디서 모험가들이 싸우고 있는데?!” “저, 저기….” 사라는 곤혹해하면서도 손가락을 세워 지평선 쪽을 가리켰다. 사라가 가리킨 곳을 바라보자, 확실히 뭔가 작은 점들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젠장. 너무 작아서 잘 안 보여. 그렇다면…! “저거 좀 위험해 보이는데?! 좋아! 가서 도와주자!” “응? 그게…어머?” 사라가 의아한 목소리를 냈지만, 난 신경 쓰지 않고 쏜살같이 튀어나갔다. 힘내라 내 다리! 바람을 가르고, 사막의 모래를 헤치며, 나를 모험가들의 곁으로 인도해라! 저 여성들의 분투가 끝나기 전에! 아무리 걷기 힘든 사막이라고 해도, 내가 전속력을 발휘하면 이정도 거리쯤은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나는 순식간에 모험가들이 전투를 하고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으아아아아!” 덕분에 내 뒤에 업혀있던 디아나는 마치 놀이동산의 절규머신이라도 탄 것처럼 비명을 지르면서 내게 꼭 안겨왔지만 말이다. 훗. 녀석. 그렇게 꽉 끌어안다니. 내가 그렇게 좋냐? 아무튼 전투 현장에 도착한 나는 호기심에 두근두근 요동치는 심장을 억누르면서 현장을 바라봤지만, 이내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모험가들이 싸우고 있는 몬스터들이 바로 전갈이었기 때문이다. 쟤들한테선 성기가 안 나온단 말이지. 이 세계 몬스터와 내가 있던 세계의 동물들은 겉모습이 비슷하다고 해서 같은 생물인 건 아니다. 저 전갈 역시도 마찬가지. 이 세계의 전갈은 수컷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만나지 못한 건지는 몰라도, 전갈에게선 지금까지 성기를 얻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애초에 얻을 수 있다고 쳐도 모험가들이 어떻게 전갈 상대로 성기를 얻겠어? 한 마디로 말해서, 꽝이라는 말이다. “쳇…아니, 이게 아니지. 후우. 다행이다. 위험한 상황은 아닌 모양이네. 내가 잘 못 본거였어.” “꺄아아악!” “무슨 소리인가. 위험한 상황이 맞는 걸로 보이네만?” 우리 눈앞에 있는 모험가는 셋으로, 원래는 전갈 한 마리를 상대하려다가 한 마리가 더 끼어든 상황인가 보다. 전위 둘이서 각각 한 마리씩 전갈을 맡고는 있지만, 척 보기에도 힘이 부쳐보였다. 하지만 난 그 어느 때보다 냉정한 얼굴로 말했다. “여긴 2계층이라고. 게다가 마을 주변. 여기 마을까지 도착한 애들이 고작 저런 약소 몬스터 두 마리 상대로 고전하는 게 말이 돼? 그럼. 말이 안 돼지. 안 도와줘도 될 거야.” 나는 빠르게 내뱉고는, 바로 자리를 뜨려고 했다. 저 녀석들이랑 엮이면 분명 뭔가 더 귀찮은 일이 일어날 거야. 내 감이 외치고 있어. 하지만 내가 자리를 뜨는 것보다, 모험가들이 날 발견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게 더 빨랐다. “야! 구원! 도와줘!” “대체 누구신데 아는 척을 하시는지?” “우리 셋을 한꺼번에 안겠…!” “그럼! 도와줘야지! 우리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하지만 그 전에 할 게 있지. 도와…달라고는 확실히 말했으니까 이건 생략하고. 혹시 우리가 구해준 다음 전리품….” “그런 건 됐으니까!” 알아. 농담 한 번 해본 거야. 나는 디아나를 바닥에 사뿐히 내려주고, 전갈에게 다가가 사커킥을 날렸다. 콰지직! 전갈은 내 발길질 한 번에 그대로 짜부라지면서 생을 마감했다. 그래도 며칠 동안 개미굴에서 무투가 레벨을 올린 보람이 있기는 하군. 뭐, 그게 아니더라도 2계층에서 제일 약한 전갈 따위는 한 주먹 거리였겠지만. “후우. 이걸로 됐지? 그럼 조심해라.” 발길질 두 번으로 가볍게 전갈 두 마리를 처리한 나는, 쿨하게 자리를 뜨려고 했다. “자, 잠깐 기다려! 왜 그렇게 급해?” 왜 그럴 거 같냐? 다 네가 아까처럼 괜한 말을 할까봐 그러는 거 아니냐. 이 망할 여자야. 나는 나름 야성미를 풍기는 칸나를 지긋이 노려봤다. 뭐, 야성미가 풍긴다고 해도 겉모습뿐으로, 실상은 방금 봤던 대로 무지막지하게 약하지만. 그래. 지금 눈앞에 있는 셋은 전부 면식이 있는 애들이었다. 바로 아라크네 길드의 밑바닥을 깔아주는 모험가. 칸나, 세레나, 에이미 삼인방이었다. “뭔가 더 볼 일이라도 있냐?” “아니, 그러니까 그게….” “구원씨. 혹시 마을로 가시는 길이십니까?” 칸나가 뭔가 우물쭈물하고 있자, 세레나가 나섰다. “그런데?” “그러면 부탁하나 드릴 수 없을까요? 염치없는 부탁인 건 압니다만, 저희도 마을까지 동행시켜주십시오.” 응? 마을까지 동행시켜달라고? 마을까지의 거리는 정말로 멀지 않았다. 아무리 빈번하게 몬스터를 만나봐야 고작 두세 번 정도 더 만나는 게 고작이겠지. 그런데 지금 그게 무섭다는 거야? 그럼 애초에 여기까진 어떻게 왔는데? 척 보니 셋 다 그다지 상처는 입고 있지 않았다. 상태가 만전인 상태인데도 2계층의 가장 약한 몬스터도 못 잡는 애들이 여기 있다는 건…. 내가 지긋이 노려보자, 칸나가 찔리는 것처럼 몸을 움찔하고 떨면서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세레나가 살짝 부끄러워하는 표정으로 담담히 말했다. “저희 같은 대형 클랜원은 도달하지 못한 텔레포트 마법진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텔레포트로 계층을 이동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효율적이니까요.” “텔레포트 등록제는 실력 없는 모험가가 괜히 깊은 계층을 도전하다가 허무하게 죽는 걸 방지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들었는데?” “물론 그래서 저희같이 도달하지 못한 계층을 텔레포트로 이동할 때는 인솔자를 데리고 오는 것이 필수입니다. 다만….” 그렇게 말하면서 세레나는 칸나를 힐끔 쳐다봤다. 과연. 사정을 대충 알 것 같다. 원래는 인솔자를 동원하여 안전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기 위한 클랜 전용 시스템이지만, 저 칸나가 인솔자 없이도 막무가내로 2계층에 온 거다. 세레나와 에이미는 그런 칸나에게 끌려온 거고. “하아. 알았다. 마을까지 데려다주지. 조금만 기다려. 나도 동행이 있으니까. 조금 있으면 올 거야.” 칸나는 둘째치고, 세레나나 에이미는 불쌍하니까 어쩔 수 없지. 친구 잘못만나서 무슨 고생이냐. “정말로?! 고마워?! 역시 너 좋은 놈이구나! 약속은 잘 안 지키지만!” 아오! 저 놈의 입 좀 꿰매 버리고 싶다. 마을로 데려가 준다니까 다시 기운이 난 듯, 칸나가 친한척하면서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그나저나 소문 들었어. 요즘 활약이 굉장하더라? 얼마 전엔 엄청난 발견까지 했다고 하고.” “아, 역시 길드에서 발표 했어?” “응. 덕분에 지금 다들 난리도 아니야. 던전 탐험의 패러다임이 바뀔 거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니까. 평소엔 그렇게 느긋하던 앨리시아씨마저 던전 탐험에 빠져서 요즘 인솔도 잘 안 해주고.” 칸나는 살짝 재미없다는 듯이 말했다. 과연. 그런 사정이 있었던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얘들이 이렇게 위험에 처한 것도 나랑 완전히 관계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거군. 뭐, 그래봐야 자업자득인 건 변함없지만. “그나저나 구원씨 일행은 누구신가요? 전에 봤던 사라씨 말씀하시는 건가요?” 에이미도 나랑 만나서 꽤나 반가운 듯, 내가 다가와서 활기차게 말했다. “응. 물론 사라도 있고. 거기에 또…저기.” “구원! 아무리 그래도 혼자 그렇게 달려가면 어떡해!” 내가 손으로 뒤를 가리키자, 마침 사라가 날 따라잡으면서 핀잔을 줬다. 그리고 사라의 등뒤로 다른 사람들도 줄줄이 따라오고 있었다. “엣….” 그건 과연 누가 낸 소리였을까? 사라의 뒤로 따라오는 사람들을 보자, 아라크네 클랜 삼인방의 몸이 동시에 돌처럼 굳어졌다. 그래. 저 은색 망토를 보고 쫄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지. “구, 구원…아니. 구원씨? 구원님? 그게, 그, 일행들이라는 게 저분들…인가요?” 그 칸나마저도 저렇게 쫄은 걸 보면, 확실히 저 누님들 파워가 대단하긴 대단한가보다. 지금 내 옆에 있는 게 지고의 대마법사 다이애나 텔루나라고 밝히면 기절하는 거 아닐까? 조금 보고 싶다. “어머? 에이미씨? 오랜만이에요.” “레이아! 레이아가 여긴 어떻게?!” 그리고 의외로 아는 사이도 있었다. 아, 둘 다 성직자니까 그다지 의외는 아닌가? “전 구원씨와 같이 다니고 있어요.” 레이아가 살며시 내 옆으로 다가와서 팔짱을 끼자, 에이미의 눈이 휘둥그렇게 커졌다. “뭐? 그 레이아가? 대, 대체 어떻게?!” 레이아가 나와 같이 다니는 걸 아직도 몰랐다니. 이 아가씨. 신전에는 거의 안가는 모양이군. 과연 성직자 주제에 4p를 하자고 꼬드겼던 아가씨답다. 아니, 그러고 보니까 진짜 문제였던 거 아냐? 성직자들 사이에선 금기라면서? 이거 생긴 거랑 다르게 완전히 발랑 까진 아가씨였네. 아무튼 그 발랑 까진 아가씨도 마법사 협회 누님들과 같이 다닌다는 사실이 부담되는지, 레이아에게 찰싹 붙어서 최대한 그쪽으로 눈을 안 돌리려고 했다. “대, 대체 저 분들이 어떻게 다 모여계시는 거야? 혹시 여기 싸움판이라도 되는 거야?” …그러고 보니 저 누님들 원래 디아나를 두고 다투느라 사이가 안 좋았다고 했었지. 요즘은 다 같이 디아나를 둘러싸고 하하호호 하는지라 전혀 그렇게 안보이지만. 과연. 이 삼인방이 이렇게 쫄아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냥 높으신 분들이 부담스럽단 이유 때문만은 아닌 모양이다. “후훗. 그런 거 아니에요. 이분들은 그러니까…잠깐 구원씨를 도와주러 오신 거예요.” 레이아는 잠깐 생각하다가, 디아나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내 핑계를 댔다. 웬만하면 정체를 밝히기 싫어하는 디아나를 배려해준 거다. 덕분에 셋이 날 보는 시선이 엄청나게 부담스러워졌지만. “대, 대단해…어떻게 이 분들을 전부…. 난 그런 사람이랑 4p….” “크흠! 크흐흠! 아무튼 다들 모였으면 마을로 돌아가자! 빨리 가서 오랜만에 침대에 좀 눕고 싶네!” “음. 그러세.” 디아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게 다시 업혔다. 그리고 그런 디아나를 둘러싸듯이 마법사 협회 누님들이 주변에 원을 그리면서 모여들었다. 내가 디아나를 업고 있으니, 겉보기엔 날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보일 거다. “그럼 가실까요?” 게다가 누님들 중 한 분이 이쪽을 바라보면서 존댓말까지 썼다. “호, 혹시 엄청나게 높으신 분이었어? 난 그런 분께….” 칸나가 옆에서 번민하는 게 보였다. 훗. 호가호위라는 게 바로 이런 기분인가. 나쁘지 않은 기분이야. 나는 삼인방의 오해를 풀어주지 않고, 마을로 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저번화 레이아가 디아나의 뺨 치료해주는 부분을 아주 살짝 바꿨습니다. 구원이 먼저 치료를 해달라고 레이아에게 부탁하는 걸로요. 263====================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나는 호가호위를 즐기면서도 은근슬쩍 삼인방에게 신경을 기울였다. 세레나는 그나마 차분한 성격이라서 별로 경계가 안 되지만, 칸나나 에이미는 요주의 인물이다. 칸나는 일단 생각이 없고, 에이미는 성직자 주제에 4p를 꼬드겼을 만큼 발랑 까진 애다. 언제 어느 때에 폭탄발언을 할지 몰라. 물론 내가 쟤들과 4p 약속을 했을 때는 아직 우리 애들과 이렇게 사랑하는 사이가 아니었으니 따지고 보면 아무 문제없었던 행동이다. 게다가 결국엔 까먹고 하러 가지도 않았으니, 정말로 양심에 찔릴 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녀석이 그렇게 이성적으로만 작동하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안 들키는 게 제일이지. 그렇게 경계를 하면서 얼마 멀지 않은 마을까지 갔지만, 결국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에이미는 레이아에게 딱 달라붙어서 나와 어떤 관계인지 이것저것 물어보고는 분위기를 파악했는지 나와 있었던 과거 얘기는 하지 않았고, 칸나에 이르러서는 나와 마법사 협회 누님들 눈치를 보느라 입을 열 처지가 아닌 걸로 보였다. 야생녀답게 상하관계가 명확한 사람에겐 약한 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아무 일 없이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제 얼른 얘들이랑 헤어지면 돼. “칸나! 세레나! 에이미! 너희들!” 하지만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향해 달려오는 인물이 있었다. “애, 앨리시아씨!” “교관님이라고 불러라! 앨리시아 교관님이라고! 그보다 너희들 멋대로…! 어? 구원? 네가 왜 얘들이랑 파티를 맺고 있어?” 앨리시아는 삼인방을 보고 화난 얼굴로 달려왔지만, 이내 내 얼굴을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마법사 협회의 누님들을 보고는 살짝 놀란 것 같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조금 놀라기만 했을 뿐이다. 삼인방처럼 겁에 질리는 일 없이, 당당하게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과연 거대 클랜의 간부님이란 건가. “아니, 딱히 파티를 맺고 있는 건….” “아항. 알겠다. 칸나가 그렇게 너랑 한 번 해봤어야 했다고 분해하더니, 결국 다시 약속을 잡은 모양이지?” “…한 번 해봐?” “‘다시’ 약속을 잡는다?” 갑자기 내 주변 온도가 급속도로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위험해. 이 전개는 위험해. 삼인방을 경계하고 있었더니 설마 다른 놈이 튀어나와서 폭로를 할 줄이야. “야, 야. 그,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당황하면서, 우리 애들에게 안보이게 열심히 윙크와 눈짓을 해가면서 앨리시아에게 내 의사를 전달했다. 야. 이것아. 분위기 파악 좀 해라. 지금 나한테 업혀있는 디아나나, 내 옆에서 걷고 있는 사라는 안보이냐? 저기 에이미랑 걷고 있는 레이아도 나랑 가까이 있고, 뒤에 있는 실비아도 나한테 뜨거운 눈빛을 보내고 있을 텐데? 넌 그 전부를 보고도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냐? 나는 열심히 얼굴 근육을 움직여가면서 무언의 어필을 해봤지만, 앨리시아는 눈치가 없는 건지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건지 오히려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 윙크는 뭐냐? 야. 병아리. 너 지금 나까지 꼬드기는 거냐? 쟤들이랑 끼어서 5p를 해보시겠다고? 핫! 요새 좀 잘나간다고 너무 기고만장한 거 아냐? 동정 때였을 때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지? 너 같은 건 나한테 넣기만 해도 예전처럼 찍 싸….” “야 이 멍청아! 넌 왜 그렇게 눈치가 없냐! 그러니까 그 레벨 찍도록 남자가 없지!” “뭐, 뭐, 뭣! 그,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이야!” 나는 결국 앨리시아가 분위기 파악을 해주기를 포기하고, 화를 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앨리시아가 남자가 있는지 없는지는 전혀 모르지만, 뭐 아무리 예뻐도 저 성격에 있을 리가 없지. 그리고 저렇게 반응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내 예상은 맞았던 모양이다. 저 눈치 없는 여자한테 더 막말을 퍼부어서 울게 만들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구원. 저랑 잠깐 얘기 좀 하죠.” “호오. 사라양도 이 자와 할 말이 있는가. 그거 우연이구먼. 이 몸도 그렇다네.” “구원씨. 저기, 얘기 좀 들려줄 수 있을까요?” 위험해. 진짜로 위험해. 사라는 내 팔을 꽉 붙잡고 마치 처음 만났을 때처럼 냉랭한 말투로 말하는데, 위압감이 장난 아니었다. 심지어 존댓말까지 쓰고 있고. 디아나는 업혀 있어서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지금 내 목에 둘러진 팔에 힘이 들어가 있는 게 결코 기분 탓이 아닐 거다. 힘이 들어가 있다고 해도 디아나의 근력 문제 때문에 내 목이 졸려질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디아나가 토닥토닥 공격을 할 때처럼 웃어넘길 분위기가 절대 아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레이아로 말하자면, 눈이 죽어있었다. 생기라곤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마치 감정이 죽은 것 같은 눈동자로 날 쳐다보고 있는 레이아는 정말로 박력이 넘쳤다. 사실 냉랭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사라나 목에 두른 팔에 힘을 주고 있는 디아나보다, 레이아가 제일 무서웠다. 마치 ‘저게 사실이면 구원씨도 죽이고 저도 죽겠어요.’라고 말할 것만 같은 포스가 느껴졌다. “자, 잠깐! 잠깐만 기다려 얘들아! 내게 스스로를 변호할 기회를 줘! 사라 넌 일 단 팔 좀 놔주지 않을래? 부러질…아니. 그냥 붙잡고 있어도 되니까 내 얘기 좀 들어줘.” 저거 나중에 손 떼면 손 모양으로 피멍들어있을 거야. “내가 쟤랑 한 건 모험가들 사이의 전통이라는 신입생 환영회인지 뭔지에 당한 거야! 난 오히려 피해자라고!” “뭐? 야! 그때 너도….” “넌 좀 닥쳐봐! 이 남자 한 번 못 사겨본 눈치 없는 년아! 네가 길드에서 내 멱살 잡고 여관까지 끌고 가서, 내 바지 벗기고 동정 따먹었잖아?! 내 말 틀려?!” “아, 아니….” 과연 천하의 앨리시아도 남자 한 번 못 사겨본 눈치 없는 년이란 말을 듣고는 조금 멘탈에 데미지가 있었던 모양이다. 어울리지 않게 풀이 죽어서는 힘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난 앨리시아의 그런 모습을 보고도 전혀 미안하지 않았다. 헹! 넌 좀 더 상처 입어봐야 돼! 그래야 눈치란 게 좀 생기지! “들었지? 난 그 신입생 환영회라는 녀석에 일방적으로 당한 거라고. 그것도 이 세계에 떨어지고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때, 아직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파악도 못하고 있었을 때에 당한 거였단 말이야. 당연히 사라도 만나기 전이었고. 알겠지? 난 피해자야!” 내 필사적인 자기변호에 조금 설득이 됐는지,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그럼 그렇게 당당한 구원씨. 저기 셋과는 어떻게 된 건지 변명을 한 번 해보시죠? 저 셋과 만난 건, 저는 물론 디아나하고도 만난 다음이었을 텐데요?”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쟤들이 내 스킬을 보고 몬스터 물건이나 세우는 이상한 스킬 취급을 하잖아. 그래서 홧김에 내가 이 스킬로 너희 셋을 동시에 상대해도 천국을 보여줄 수 있다고 하니까 그럼 해보란 얘기가 돼서…으아아악! 부러져부러져부러져!” “호오오오. 그러니까 이 몸들 몰래 저자들과 만나서 여자 셋을 동시에 안았다는 겐가. 어쩐지 이 몸과 사라양을 동시에 안을 때도 익숙한 것 같더라니….” “아니야! 오해야! 쟤들이랑 안 잤어! 너희도 아까 들었잖아?! 칸나가 나랑 자봐야 했다면서 아쉬워했다고! 여자를 동시에 안아본 건 너희랑 할 때가 처음이었어!” “거짓말하지 마요! 여자 셋을 동시에 안을 약속까지 해놓고 안했다고요?!” “정말이야! 왜냐하면 까먹…난 그때도 너희를 사랑했으니까! 부끄러워서 말은 안하고 있었는데, 난 사실 그 이전부터 너희를 좋아하고 있었어! 그래서 괜히 다른 여자랑 자는 게 꺼려져서 안 갔다고!” 우리끼리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이런 말을 하게 될 날이 올 줄이야. 부끄럽다.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다. 지금이라면 접시 물에 코 박고도 죽을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내가 부끄러운 만큼, 그 효과는 발군이었다. 사라와 디아나의 손에서 힘이 확 풀어지는 게 느껴졌으니까. 으아아. 드디어 팔에 피가 통한다. “정말이지? 믿어도 되지?” 드디어 다시 반말을 해주는구나. 사라야. “그, 그럼. 사라야. 오빠 못 믿어?” “아니….” 내가 최대한 진지한 표정으로 사라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자, 사라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먼저 시선을 아래로 피했다. 좋아! 됐다! “크, 크흠. 기특한 생각도 했었구먼. 그렇게 이 몸이 좋았던가?” 그리고 디아나 역시도, 내 목에 둘렀던 팔을 풀고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뭔가 조금 자랑스러워하는 게 열 받긴 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지. 얜 밤에 무조건 울린다. 사라와 디아나는 그렇게 화가 풀렸지만, 그 당시 아직 아는 사이가 아니었던 레이아는 해당사항이 없는 얘기였다. 레이아는 여전히 박력있는 표정으로 에이미를 바라봤다. “정말로 구원씨랑 안 잤나요?” “으, 응! 응! 정말이야! 우리 그날 기다리고 있었는데, 전부 바람맞았어! 정말이야! 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얼굴 한 번 못 봤어! 정말이야!” 에이미는 겁에 질린 소동물처럼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얼마나 필사적인지, 정말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해가면서 사용할 정도였다. 넌 그래도 분위기 파악은 잘 하는구나. 성직자의 금기도 쉽게 깰 정도로 발랑 까진 애지만. “그렇군요.” 그리고 그제야 레이아의 눈동자도 점점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내 팔을 살짝 껴안으면서 다시 평소처럼 천사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죄송해요. 구원씨. 사실 저하고는 만나기도 전의 일이었는데, 저도 참…. 제가 잠깐 어떻게 됐었나 봐요. 괜히 구원씨를 의심만하고….” “아, 아냐. 나도 만약 레이아가 나랑 만나기 전에 다른 남자 여럿이랑 한꺼번에 잤단 소릴 들으면 마찬가지로 화났을 텐데 뭘. 당연한 거야. 전혀 신경 쓸 거 없어. 오히려 질투해줘서 기뻐.” 나는 이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는 사실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그래도 이번 일로 확실히 알게 된 게 있다. 진심으로 화나면, 이 중에 레이아가 제일 무섭다. 기억해두자. 아무튼 우리 애들이 일단락된 상황에서, 나는 다시 한 번 앨리시아를 노려봤다. 앨리시아는 아직 멘탈에 데미지가 조금 남아있는 듯, 살짝 풀죽은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있었다. “너 아직도 거기서 뭐하냐? 얘들 데려가려고 온 거지? 남의 클랜 분열시키려고 들지 말고 얼른 데려가라. 자, 가라. 가.” 나는 훠이훠이 하고 손을 내저으면서 앨리시아를 쫓아내려고 했다. “어…응…. 아니, 아니 잠깐만! 기다려!” “또 뭔데?!” “할 말이 있어.” “나는 할 말 없거든?! 얼른 꺼져!” “아니,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후우. 야. 기다려봐. 사적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야. 잠깐 일 얘기를 하려는 거다.” 내 계속되는 냉랭한 태도에, 앨리시아는 멘탈의 상처보다 분노게이지가 더 올라간 모양이다. 다시 눈에 힘이 들어가고 입이 험해지면서 욕설이라도 내뱉으려는 것 같았지만, 이내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저래 봬도 일단 감정 조절을 할 줄 아는 모양이다. 대형 클랜의 간부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는 건가. “일 얘기?” “그래. 길드에서 이번에 대대적으로 새로운 정보를 발표했지. 정보 제공자는 세이비어스 클랜의 클랜장, 구원이라고 하더군. 너 맞지? 그렇게 독특한 이름은 달리 없을 거고, 칸나에게 들었던 전투방식대로라면 그 정보를 제공한 건 네가 맞을 거야. 그렇지?” “그래. 그런데?” 앨리시아가 말하는 길드 발표라는 건 들어보지 않아도 뻔한 내용들이었다. 내가 순순히 인정하자, 앨리시아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너희 클랜, 정확히는 너한테 제안이 있어. 아니, 의뢰라고 하는 편이 좋겠군. 너, 우리 클랜이 몬스터들의 성기를 수집하는 것 좀 도와주지 않겠어?” “뭐?” “너도 길드에 정보를 팔 때부터 짐작하고 있었겠지만, 너같이 특수 능력이 있는 게 아닌 한 성기를 얻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성기를 세우기만 하면 된다지만, 전투 중에 그게 어디 쉬운 일이어야 말이지. 그래서 손쉽게 세울 수 있는 너한테 부탁을 하고 싶다는 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칸나, 세레나, 에이미 삼인방은 32화 후반부부터 몇 화 동안 잠깐 등장했던 인물들입니다. 261화의 레이아 행동 수정 말입니다만, 분위기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구원이 말하자마자 레이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치료한다는 대목으로 전과 같은 분위기는 풍기게 만들었죠. 다만 수정 전은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서 어느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도록 조금 모호하게 바꾼 겁니다. 264====================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안 되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디아나가 먼저 반대를 하고 나섰다.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는 내 목을 꼭 끌어안았다. 아까 화났을 때랑은 느낌이 조금 다르다. 아까는 온몸을 휘감는 분노에 자신도 모르게 팔에 힘이 들어간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마치 날 뺏기지 않겠다는 듯이 끌어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응? 왜?” “아, 아무튼 안 되네!” 이렇게까지 반대할 일인가 싶어서 물어봤는데, 디아나는 디아나답지 않게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대답을 해왔다. 어차피 우리가 싸우면서 성기는 얻게 될 거고, 보수만 괜찮다면 해도 좋을 의뢰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우리 디아나가 이렇게까지 싫어하는 거다. 앨리시아에겐 미안하지만 거절하도록 할까. “야. 그러니까 네 말을 성기를 건네 달라는 거잖아. 그런 거라면 길드 근처에 있는 한스 & 에리나라는 잡화점에 가봐. 거기에 내가 성기를 대량으로 납품해놨거든.” “대형 클랜의 정보력을 우습게보지 말라고. 그 정돈 이미 진작 파악하고 있었어. 하지만 거기 있는 건 기껏해야 1, 2계층 몬스터의 성기잖아? 그런 상층의 몬스터라면 우리도 얼마든지 성기를 얻을 수 있어. 우리 클랜이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야. 좀 더 높은 층의, 싸우는 것도 벅찬 몬스터의 성기를 얻고 싶은 거지.” “뭐? 그렇다면….” “그래. 내가 말하는 의뢰라는 건, 네가 우리 클랜이 다니고 있는 심층을 따라다니면서 성자의 스킬을 써주길 바라는 거야.” “구원. 절대 안 돼.” “구원씨. 저도 반대에요.” 앨리시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양 옆에서 사라와 레이아가 내 팔을 꼭 끌어안으면서 디아나와 마찬가지로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이봐. 너무 그렇게 겁먹을 거 없다고. 그 녀석에겐 생체기 하나 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철저히 지키도록 노력할게. 응? 그러니까 잠깐만 그 녀석을 빌려줘. 잠깐만 쓰고 돌려줄 테니까….” “절! 대! 안 돼요!” 앨리시아는 나름 친근한 말투로 사라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앨리시아가 말을 할 때마다 사라의 분노 게이지가 급상승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사라는 누가 봐도 알 정도로 앨리시아를 경계하고 있었다. 아니, 사라뿐만 아니라 디아나나 레이아도 마찬가지다. 과연. 그런 건가. 나는 그제야 얘들이 왜 이렇게 반대하는지 이해를 했다. 나도 처음엔 앨리시아처럼 내가 혹시 다칠까봐 반대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분명 그런 이유도 있겠지.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그게 아니었다. 얘들은 자신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나와 앨리시아가 붙어 있게 되는 것을 경계하는 거였다. 아까 앨리시아가 빌려달라거나 잠깐 쓰고 돌려준다고 말했을 때, 날 붙잡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 걸로 보아 확실하다. “야. 앨리시아. 그런 거라면 얘들도 같이 데려갈 수 있을까?” “응? 그 사람들이 없으면 스킬을 못 쓰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닌데.” “그렇다면 데려가는 건 조금…심층 탐험은 위험하다고? 물론 네 안전은 우리가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내겠지만 말이야. 돌봐줘야 될 상대가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안전을 보장하긴 힘들어.” “미안. 그렇다면 역시 의뢰는 거절해야겠어.” “야, 야. 그러지 말고. 우리 사이에 그러기냐?” “우리 사이가 뭐 어떤 사인데.” “너 이 누나가 동정 딱지 떼준 것도 까먹은 거야?” “으아아악! 팔이!” “어머. 미안해.” 앨리시아가 내 동정 언급을 하자마자, 사라의 손에 힘이 무지막지하게 들어갔다. 내 비명을 듣고 바로 힘을 빼긴 했지만, 사라는 말과는 다르게 전혀 미안한 표정이 아니었다. 야. 앨리시아. 이 멍청한 녀석아. 네가 내 동정을 따먹어서 얘들이 지금 이렇게 반대하고 있는 거라고. 눈치 좀 채라. “역시 거절….” “야, 그러지 말고 한 번만 따라와 줘라. 너랑 아는 사이란 걸 안 다음부터 미리엘…우리 클랜장이 얼마나 닦달을 하는지 귀찮아 죽겠단 말이야.” “결국 모험심보단 네가 귀찮아서 그런 거였냐.” “물론 모험심도 불타오르고 있지만 말이야. 네 덕분에 요즘 던전 다닐 맛이 난다고. 그러니까 응? 부탁 좀 하자. 안전하게 뒤에서 따라다니면서 스킬만 써주면 되는 간단한 일이잖아? 보수도 상당히 괜찮다고?” “대형 클랜의 간부님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니. 보수가 얼마나 괜찮은데 그래?” “무려 던전행 한 번에 2천 골드나…!” “야. 됐다. 돈이라면 차고 넘쳐.” “잠깐! 잠깐 기다려! 그 뿐만이 아니야! 무려 정보도 공유해 준다고!” “정보? 무슨 정보?” “네 도움을 받아 얻은 성기로 발견하게 된 비밀 통로는 전부 너희 클랜과 공유해주지. 어때? 이정도면 상당히 괜찮지 않아?” “그건 좀 괜찮긴 한데….” “구원. 절대 안 돼.” “구원씨 가지 마세요.” “음. 이 몸의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까진 절대 안 되네!” “모래도 괜찮아? 야. 장난. 장난이야!” 다들 너무 진지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살짝 장난삼아서 바닥의 모래를 집으려는 제스처를 취했더니, 디아나가 곧바로 토닥토닥 공격을 해왔다. “하지만 저 조건은 상당히 괜찮은 것 같은데.” 아라크네 클랜은 전에 클랜 하우스에서 봤다시피 인원이 무진장 많다. 그야말로 우리와는 비교하는 것도 부끄러울 정도로. 물론 그 인원들 중 심층에 다니는 모험가들은 극히 일부밖에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우리 클랜보다는 사람이 많을 거다. 그런 클랜이 먼저 비밀 통로를 탐색하고 알려준다는 건, 상당히 좋은 조건이다. 뭐, 그것도 아라크네 클랜이 확실히 정보를 공유해줄 때에만 그런 거지만. “얘들아. 나, 한 번 해보고 싶은데.” “구원!” “너희가 뭘 걱정하는지는 알아. 하지만 걱정 마. 내가 그럴 사람이야?” “뭘 당연한 소릴 하고 있는 거야! 이 호색한아!” “정말로? 내가 진심으로 그럴 것 같아?” “그건….”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면서 되묻자, 사라는 살짝 눈을 피하면서 대답을 흐렸다. 얘들도 알고 있을 거다. 특히 실비아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특히 절실히 깨달았을 거다. 물론 다른 이유 때문에 결국 실비아를 파티에 들이게 되긴 했지만, 셋 모두가 찬성하는 와중에도 난 실비아를 내 여자로 받아들이는 걸 거부했었다. 지금도 내 나름 셋과 실비아는 차별화하고 있을 생각이다. 물론 특훈이라는 명목 하에 스킨십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그냥 장난 같은 거고. 진심으로 사랑을 속삭이거나, 행위로 유도하거나 하는 건 일절 없었다. 얘들도 그걸 보면서 나에 대한 믿음이 더욱 더 커졌을 거다. 다만 내 동정을 뺏어간 여자가 상대다보니 질투심에 눈이 멀어서 이렇게 나오는 거지. “오빠 믿지?” “믿지만…믿기는 하지만 그래도 저 여잔….” “걱정 마. 예전에는 정말로 이 세계에 오고 아무것도 모를 때 얼떨결에 당한 것뿐이야. 지금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아.” “보자보자 하니까 이것들이. 야! 나도 병아리새끼 좆같은 건 관심 없거든?! 나도 맘만 먹으면 원하는 대로 남자 골라서 따먹을 수 있어! 내가 뭐가 아쉬워서…!” 알았으니까 넌 좀 닥치고 있어봐라. 내가 지금 누구 의뢰를 받아주려고 이렇게 얘들을 설득하고 있는 지 알기나하냐? 내가 그런 마음을 담아서 앨리시아를 찌릿 노려보자, 앨리시아도 드디어 분위기를 좀 읽어줬는지 조용히 해줬다. 아까 넌 그렇게 분위기 파악을 못해서 지금까지 남자도 못 만들었단 소리가 효과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는걸. 뭐, 지금도 혼자서 조그맣게 구시렁거리고 있기는 했지만, 저 정도는 봐주도록 하지. 나는 다시 사라와 레이아를 번갈아 쳐다보고, 뒤에 업힌 디아나의 허벅지도 꼭 끌어안아 주면서 말했다. “얘들아. 난 저 의뢰를 한 번 해보고 싶어. 보수만 좋은 게 아냐. 한 번 심층이란 곳이 어떤 곳인지 이 눈으로 직접 보면서 경험해보고 싶어.” 조금 치사한 말이었나. 내 말에 다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애틋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남자가 이렇게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해보고 싶다는데, 막을 여자는 없겠지. 심지어 착해빠진 우리 애들이 그럴 리는 절대 없다. “그런 거라면 이 몸과 여기 이 자들을…아니. 아무것도 아니네. 알겠네.” 디아나는 순간 마법사 협회의 누님들을 가리키면서 뭔가 제안을 하려고 했지만,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확실히 여기 누님들을 대동하면 심층 탐험을 할 수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건 제대로 된 탐험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게다가 이 누님들은 던전 탐험에 관해서는 초보자다. 애초에 모험가 카드 자체가 없었고, 2계층에 텔레포트로 내려올 때도 디아나가 뭔가 말을 하고 나서야 통과할 수 있었으니까.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던전 탐험은 또 다른 문제니까 말이다. 우리 디아나는 내게 심층 경험을 시켜주겠다는 이유로 그런 누님들에게 심층 탐험을 강요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구원씨…. 네. 알겠어요.” “절대로 바람피우면 안 돼. 그리고 스킬은 꼭 몬스터한테만 쓰는 거야! 사람한테 쓰면 안 돼!” 결국 디아나뿐만 아니라 레이아나 사라도 내가 의뢰를 받는 걸 허락해줬다. “고마워. 얘들아. 난 진짜 행운아야.” “그걸 이제 알았어? 그러니까 앞으로 잘 해.” “응. 물론이지.” 나는 사라와 레이아를 꽉 끌어안아주고, 디아나의 엉덩이를 가볍게 톡톡 두드려준 후 다시 앨리시아를 쳐다봤다. “그래. 의뢰를 받아들이지. 하지만 그 전에 하나 확인할 게 있어.” “…뭔데?” 눈앞에서 우리가 이렇게 알콩달콩 거리는 게 눈꼴 시렸던 건지, 앨리시아는 별꼴이란 표정으로 우릴 쳐다보면서 말했다. “내가 얻은 성기로 발견한 비밀 통로는 우리한테 알려준다고 했는데, 그 말을 어떻게 믿어? 너희가 발견 못했다고 잡아떼면 그만 아니야?” “응? 그거야…. 그렇다면 우리 클랜장하고 마나의 계약이라도 하면 되잖아? 우리 클랜장도 마법을 쓰니까!” 앨리시아는 잠깐 당황하더니,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외쳤다. “너 그거 절대 클랜장이랑 미리 얘기해둔 거 아니지? 자기 클랜의 클랜장을 그렇게 팔아먹어도 되냐?” “괜찮아! 어차피 닦달했던 건 클랜장이었으니까!” 하여간 성격 한 번 화끈하긴 하다니까. “음? 잠깐만. 자네 클랜장이 마법사였던 겐가?” “응? 아니? 순수 마법사는 아니고, 마법검사인데…아, 하지만 마법도 사용하니까 마나의 계약을 하면 제대로 지킬 거야. 정말이야!” “아니. 의심하는 게 아닐세. 그런가. 마법을 사용하는 겐가. 구원. 아라크네의 클랜장을 만나러 갈 때에는 이 몸도 같이 가도록 하세. 제대로 마나의 계약을 맺는지 확인해주도록 하지.” 디아나야. 속셈이 그것뿐만이 아니라는 게 뻔히 보인다. 뭐, 상관없지만 말이야. “아무튼 의뢰는 알겠어. 며칠 내로 너희 클랜 하우스에 가서 자세한 얘기를 할게. 보다시피 오늘은 막 던전행을 마치고 돌아온 거라서 말이야.” “그래. 그럼 며칠 내로 꼭 와야 된다. 꼭이야!” “알았다니까 그러네. 클랜장한테 얘기나 잘 해놔.” “그거야 걱정 마라. 애초에 닦달한 건 클랜장이라니까. 아! 드디어 그 귀찮은 잔소리에서 해방된다!” 이 녀석 아예 속마음을 숨길 생각도 없네. 뭐, 상관없지만. “그럼 우리도 이만. 가자! 이것들아! 특히 칸나, 넌 각오해라!” “왜, 왜 나만….” “보나마나 네가 세레나하고 에이미를 끌고 간 거잖아! 돌아가면 지옥을 보여줄 테니까 각오하라고!” “자, 잠깐만! 앨리시아씨! 교관님! 아으윽!” 앨리시아는 내게 손을 한 번 흔들더니, 그대로 칸나의 귀를 붙잡고 끌고 갔다. 그리고 세레나와 에이미가 우리에게 꾸벅 인사를 하더니, 그대로 앨리시아와 칸나의 뒤를 쫓아갔다. “저건 언제 봐도 성격 한 번 화끈하다니까.”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응? 뭐가?” “강제로 당한 게 전부라면서? 그런데 왜 그렇게 친해 보이는 거야? 그냥 저 사람 성격이라고 생각했는데, 방금 구원 말을 들어보니까 그 이후로도 만난 적 있는 모양이네?” “응. 혼자 마을을 돌아다니다가 클랜 하우스에 초대돼서 권유도 받은 적도….” “우리랑 만난 이후에?” “응. 아, 레이아는 만나기 전…잠깐만. 사라야.” “호오. 그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에서 권유를 받은 겐가. 대체 어떤 식으로 권유를 받은 겐가? 이 몸이 듣기론 아라크네의 권유 방식은 상당히 화끈하다고 알고 있네만.” “잠깐만요. 디아나님?!” “…구원씨?” 으악! 천사님! 제발 그 눈은 그만두세요! 앨리시아는 떠난 이후로도 문제를 남기고 가는 녀석이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65====================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운 좋게도 앨리시아와 만났을 때가 레이아를 길드에서 처음 만난 그날이었던 걸 기억해 낼 수 있었기 때문에, 오해는 쉽게 풀 수 있었다. 레이아와 만난 것이 점심 즈음이었으니, 즉 아라크네 클랜 하우스에 오래 있었던 게 아니라는 말이 되니까 말이다. 게다가 내가 그 때 유혹에 빠졌다면,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지도 않았을 거고. “나 참! 사람을 그렇게나 못 믿다니! 난 너희들한테 실망했어!” 오해를 모두 풀어준 다음, 내가 일부러 화난 척하면서 말하자, 우리 애들은 다들 미안한 표정이 돼서 내게 달라붙어왔다. 이렇게 울상을 지으면서 내게 매달려오니, 바로 화가 풀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좋아하는 애들이 이러는 데 어떻게 화가 안 풀리겠어? 긴장을 풀면 바로 표정이 헤실헤실 풀릴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을 조금 더 즐기기 위해서 일부러 안면 근육에 힘을 주고 화난 표정을 지어보였다. “미안하네. 용서해주게나. 그래. 이 몸이 쓰다듬어 주겠네.” 아니. 그러니까 내 머리를 쓰다듬는 건, 나보다 네가 더 좋은 거잖아. 뭐, 나도 좋긴 하다만. “정말 미안해. 어떻게 하면 용서해줄래? 구원이 시키는 대로 다 해줄게.” “정말로 시키는 대로 다?! 그, 그럼 마침 오늘 밤은 사라 차례니…크흠. 내가 지금 뭘 원해서 화를 내는 게 아니잖아.” 위험해. 지금 살짝 가면이 벗겨질 뻔 했어. 아니. 지금은 가면이 벗겨지더라도, 이 기회를 이용해서 사라에게 이런저런 요구를 하는 게 더 이득인가? “죄송해요. 구원씨. 저도 참….” “아, 아니. 미안해할 거 없어요. 응. 저야 말로 죄송합니다.” “구, 구원씨? 그렇게 화나셨나요?” 내가 존댓말을 사용하자, 레이아가 살짝 충격 받은 얼굴로 날 올려다보면서 말했다. 아니. 이 존댓말은 그냥…왠지 모르게. 응. 그냥 왠지 모르게 튀어나온 거야. 역시 천사님은 이렇게 온화하실 때가 최고야. 내가 이런 천사님의 화난 모습을 궁금해 했었다니. 앞으로 다시는 그런 황당무계한 호기심을 품지 말자. 절대로. 하지만 그건 그렇고 내가 셋한테 구박받는 와중에도 아무도 안 말려주다니. 너무하지 않아? 실비아는 그래. 그렇다 쳐. 쟤도 입장 상 표현을 안했을 뿐, 생각해보면 질투하는 입장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마법사 협회 누님들은…아니지. ‘감히 디아나님을 배신하다니!’라면서 오히려 공격에 가담해오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하나. 아무리 내가 요즘 누님들과 조금 친해졌다고 해도, 결국 디아나와 비교해보면 보잘 것 없는 친분일 테니까. 나 진짜 살아있는 게 다행이네. 그렇게 오해가 모두 풀리고 나서, 우리는 저택으로 돌아갔다. 며칠 동안 개미굴에서 지내면서 햇빛이 그리웠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자고 입을 맞춘 것도 아니었는데, 어느새 다 같이 정원에 모여서 일광욕을 즐기게 됐다. 먼저 레이아가 정원의 커다란 나무에 기대어 앉았고, 그다음 살짝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날 바라보면서 자신의 허벅지를 가리켰다. 저 동작은 즉, 그러라는 말이죠? 나는 사양하지 않고 바로 레이아의 허벅지를 베고 벌러덩 드러누웠다. 이렇게 누울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역시 박력 있네. 원래도 나무 밑이긴 했지만, 레이아의 거대한 가슴이 얼굴에 더더욱 완벽하게 차양을 만들어줬다. 이 광경은 레이아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광경이다. 천사님만 만들어낼 수 있는 광경이라니. 그럼 이 광경이 바로 천국의 모습인가? 내가 천국을 만끽하고 있자, 내 양 옆으로 사라와 디아나가 찰싹 달라붙어 누워왔다. “또 레이아한테만 정신을 뺏기고. 나도 까먹으면 안 돼?” 아까 오해를 해서 나한테 조금 심하게 대한 직후이기 때문일까? 사라가 평소완 다르게 질투심을 억누르면서 귀여운 말투로 말했다. 그러면서 내 한 쪽 다리 위에 자신의 허벅지를 올리고, 다리를 꼬면서 몸을 찰싹 밀착해왔다. “이, 이 몸도 잊지 말게나!” 그런 사라의 모습을 보고 디아나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날 꼬옥 껴안아왔다. 하지만 사라나 레이아에 비하면 볼륨이 부족하단 자각이 있는 건지, 묘하게 자신감이 없는 태도였다. 왠지 가슴은 되도록 밀착하지 않으려는 것 같고. 괜찮아. 넌 너만의 매력이 있으니까. 나는 그런 마음을 담아서 팔에 힘을 줘 디아나를 꼭 껴안아줬다. 그러자 디아나는 그제야 함박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내 가슴에 자심의 뺨을 부비부비 비벼왔다. “흠. 흠. 자네도 참. 이 몸이 그렇게 좋은가?” 얜 한 번 잘 해주면 자신감이 급상승해서 이렇게 기어오른단 말이야. 아니, 원래 자기 자신한테 자신감이 넘치는 타입이긴 하지만 말이야. 이런 모습을 보면 또 괴롭혀서 시무룩하게 만들어주고 싶은 게 사람 심리란 거다. 뭐, 귀여우니까 됐나. 괴롭히는 건 나중에, 그래. 밤에 하도록 하자. “실비아. 너도 거기 있지 말고 여기로 와.” 우리 애들 셋에게 둘러싸인 상태로, 나는 고개를 살짝 돌려서 말했다. 내가 고개를 돌린 방향에는 저 멀리서 실비아가 이쪽을 부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몸 절반은 나무 뒤로 숨기고 있는 것이, 영락없이 스토커의 모습이었다. “네, 넷?! 하, 하지만 어디에….” 어디에? 왜 내 몸을 훑어보면서 그런 말을 하는데? 아, 설마…. “야. 내가 언제 너한테 나보고 달라붙으라고 했냐. 그냥 거기서 그러지 말고 가까이 오라고.” “앗, 넷! 그, 그렇군요.” 역시나. 아무래도 실비아는 또 특훈을 생각했던 모양이다. 아무리 네가 좀 애완동물 느낌 나고 귀엽다곤 해도 말이다, 이렇게 우리 애들이랑 달라붙어 있는 상태로 널 껴안고 부비부비 할 생각은 없다 이것아. 실비아는 내 말 뜻을 그제야 제대로 파악했는지, 살짝 안도한 표정으로 하지만 한편으론 실망한 표정으로 다가와 앉았다. 정작 껴안으면 파닥파닥 거리면서 도망가려고 하는 주제에. 막상 안 껴안아 준다니까 실망하는 거 보게. 아무튼 좋아. 이걸로 완벽해. 미인 넷에게 둘러싸여 일광욕. 그야말로 하렘을 이룬 자만이 할 수 있는 전유물. 지금 이 순간. 난 그 누구보다도 하렘왕에 가까운 남자다. 이 세계에 왔을 때의 꿈을 이룬 기분이군. 나, 정말로 하렘왕이 된 걸까? 아니. 이 정도로 만족할 순 없지. 진정한 하렘왕이라면, 이후에 다 같이 목욕이라도…. “이렇게 다들 모여 있으니 다시 한 번 얘기를 해두고 싶은 게 있네.” 내가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있을 때, 옆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던 디아나가 문득 그런 말을 꺼냈다. “응? 무슨 얘기?” “이 몸들이 연구했던 마석에 관한 얘기일세.” 그렇게 운을 띄운 후, 디아나는 얘기를 풀어나갔다. 요약해보면 이런 얘기였다. 일단 저 마석이야말로 던전을 이루는 핵과 비슷한 존재라는 것. 또한 디아나의 예측이 정확하다면, 저 핵과 같은 존재가 던전 이곳저곳에 존재할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 핵들이 연결되어서 뭔가의 마법 술식을 이루고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한다. 하지만 그 술식을 파악하기에는 너무나 고차원적인 술식이고, 우리가 발견한 마석으론 그 술식의 극히 일부밖에 관찰할 수 없으며, 또한 마석에 포함된 마나가 말도 안 되게 방대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그 술식을 파악하기 힘들다고 한다. 뭐, 대부분은 개미굴에서 다 들은 내용이었지만, 그래도 모두 모인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제대로 얘기하고 싶었던 거겠지. “그러니까 디아나는 던전을 탐험하면서 그 마석과 비슷한 마석을 더 발견해내고 싶다는 거지?” “음. 그뿐만이 아닐세. 이 몸은 저런 걸 만들어낸 인물이 그대로 죽었다고는 도저히 생각하기 힘드네. 저렇게 막대한 마나를 다루고, 저렇게 엄청난 술식을 만들어낸 자가 말일세. 정말로 근거 없는 예측에 불과하네만, 어쩌면 저걸 만든 인물은 던전 깊은 곳에 아직도 살아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군. 만약 그렇다면, 이 몸은 꼭 그자를 만나보고 싶네.” 아무래도 디아나는 던전을 탐험할 이유가 생긴 모양이다. 디아나가 그렇다고 한다면, 나도 기꺼이 같이 던전을 탐험해줘야지. 게다가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다. 굳이 디아나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던전을 탐험할 동기가 생겼다. 바로 전에 디아나가 신이 아닌 이상 저런 게 가능할 것 같지가 않다고 했던 말이 걸렸기 때문이다. 디아나는 자신이 그렇게 말한 주제에 신이 던전을 만들었다는 가정은 전혀 하지 않는 모양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아무래도 저 던전은 정말로 신이 만든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든단 말이지. 내가 즐겨왔던 그레이트 어스의 게임들과 저 던전의 기믹이 같다는 것이 내 의심에 불을 지폈다. 만약 정말로 던전을 신이 만들었다고 한다면, 난 그걸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던전을 공략하는 게임을 통해서 이 던전 도시로 차원이동한 건 절대로 우연이 아닐 테니까. 여신님은 분명 던전 공략을 위해서 날 이 세계에 보낸 거다. 하지만 저 던전은 여신이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 앞뒤가 안 맞잖아? 굳이 뭐 하러 그런 짓을? 이런 훌륭한 세계를 만든 여신님을 의심하고 싶진 않지만, 정황상 의심을 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있던 세계에서 본 소설들도 그런 식의 소설들이 많았기 때문이지, 더더욱 그런 식으로 생각이 유도되기도 했다. 성격 고약한 신이 순전히 자신의 유희를 위해서 사람들을 굴리며 즐거워한다든가, 뭔가를 시험하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사람을 굴리고 그걸 통과한 사람에게 또 다른 의무를 부과한다든가. 뭐, 그런 소설에 비하기에는 여기 여신님은 지금 나한테 아무것도 강제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만약의 사태가 벌어진다면, 결국 내가 정보를 얼마나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180도로 달라질 수도 있을 테니까. 나는 내가 사랑하는 얘들이 있는 이 세계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 그런데 만약 여신이 날 던전 탐험하라고 보낸 이유가 자격이 충분한지 보기 위해서고, 던전을 답파하는 즉시 신들의 싸움 같은 데로 끌려간다면? 만약 내게 정보가 있다면, 일부러 던전을 답파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끌 수 있을 거다. 그러니까 난 던전 탐험을 통해서 저 던전이 대체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진 건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다행이도 내 곁에는 세계 최고의 마법사 디아나가 있다. 전에 발견했던 마석 같은 물건을 더 발견하고, 그 술식인지 뭔지를 더 해석하다 보면 답이 보일지도 모른다. 사실 앨리시아의 의뢰를 받아들인 것도, 이런 이유가 가장 컸다. 나를 위해서든 디아나를 위해서든 앞으로 우린 던전을 탐험을 나서야할 거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 숙련된 모험가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건 앞으로의 행보에 큰 도움이 될 거다. 이 눈으로 심층을 보고 싶다는 건, 말 그대로 심층의 경치나 몬스터들을 보고 싶다는 뜻만 있는 게 아니었다는 말이다. 심층에서 싸우는 모험가들의 전투방식을 이 눈으로 직접보고,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 보이겠어. 물론 우리 파티엔 모험에 익숙한 디아나가 있어서 도움을 주긴 하지만, 그래도 직접 보면서 경험하는 것과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역시 직접 경험해보는 게 제일이야. 그게 아니라면 내가 그런 의뢰를 받을 리가 없지. 고작 며칠 동안이라곤 해도 우리 애들이랑 떨어져 있어야 하는 거다. 으아아. 왠지 얘들이랑 떨어져있을 생각하니까 벌써부터 뭔가 가슴 한편이 답답해지기 시작했어. 이렇게 다들 달라붙어서 일광욕을 하고 있으니,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그냥 의뢰 때려 칠까? 응. 알아. 그냥 해본 말이야. 던전이 만들어진 목적을 파악하는 건, 앞으로 얘들과 오래오래 이렇게 지내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잠깐 떨어져 지내는 건 그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일이라고 생각하자. “디아나. 우리 꼭 그 마석의 비밀을 파헤쳐보자.” “음. 물론일세.” 디아나는 내가 자기 일처럼 나서준다는 게 기특하다는 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왔다. 뭐, 자기 일 맞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 모든 게 내 추측에 불과하다. 어쩌면 여신님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날 이 세계에 던져놓은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거창한 게 아닌 아무 사소한 이유로 던져놓은 것일 수도 있다. 괜한 걱정을 끼치긴 싫으니까, 지금은 잠자코 있도록 하자. 그보다는…. “꺄악!” “으앗! 갑자기 무슨 짓인가!” 아라크네의 의뢰를 수행하러 가기 전까지, 가능한 한 최대한 얘들을 성분을 보충해둬야지. 나는 머리를 레이아의 허벅지에 더 깊숙이 파묻으면서, 양 손으론 사라와 디아나를 꼭 끌어안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시간 후쯤에 한 편을 더 올릴 예정입니다. 내용이 길어지면 조금 더 걸릴지도 모르겠네요. 266====================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아니야! 그게 아니야!” 일광욕을 즐기다가 저녁 식사를 먹고, 지금은 한밤중. 사라와 함께 방에 들어온 난, 눈앞에 있는 사라를 바라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뭐가 또 아니란 거야?! 이 정도면 됐잖아?!” “아냐! 좀 더 이렇게 자연스럽게…알잖아?!” “모른다고!” 사라는 반쯤 울상이 되어서 소리 질렀다. 아, 그 표정 조금 좋을지도. 나는 사라를 바라보고 답답하단 표정을 지으면서, 그래도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잘 들어. 우선 티스푼을 자연스럽게 바닥에 떨어뜨리는 거야. 일부러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정말로 실수처럼 보이는 게 중요해. 일부러 떨어뜨리는 게 보이면 조금 너무 노골적이라서 오히려 흥이 식으니까. 실수로 떨어뜨리고, 당황하면서 바닥에 떨어진 티스푼을 줍는 거야. 이땐 다리를 굽히지 않고,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엉덩이를 내밀어 팬티가 살짝 보이도록….” “이 변태야!” “남자가 변태인 게 뭐가 나빠! 어차피 내 여자한테만 이러는 건데!” “뭐, 뭐 이런….” 내가 오히려 정색하며 외치자 사라는 당황하는 것 같았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더더욱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래서 안 할 거야?! 이상하다아? 아까 사라가 분명…. 내가 잘못 들었었나?” “이, 이 씨…하, 하면 되잖아 이 변태야! …씨잉.” 지금 뭐하는 짓이냐고? 보면 몰라? 메이드 플레이잖아! 그랬다. 사라는 지금 내 앞에서 저택의 메이드들이 입는 메이드 복을 입고 있었다. 게다가 다른 메이드들처럼 정갈하게 입은 게 아니라, 상당히 섹시하게 어레인지해서. 머리위에는 카츄샤, 그리고 목에는 초커. 여기까진 평범하다. 하지만 그 밑으로는 평범하지 않았다. 쇄골부터 어깨까지 가슴 윗부분을 훤히 드러내고, 가슴만 간신히 가려주는 상의. 물론 그 밑으로 이어지는 매끄러운 복부 역시도 전혀 가려지지 않고 고스란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치마 사이즈 역시 상의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작아서, 거의 타이트스커트처럼 사라의 볼륨 있는 엉덩이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물론 안에 속치마를 입을 공간 따윈 전혀 없었다. 게다가 길이도 짧아서 그 밑으로 뻗은 가터벨트의 끈까지 고스란히 다 보였다. 그 가터벨트의 끈으로 말하자면, 한 쪽은 허벅지 중간에 걸쳐져있는 다리 밴드에 연결되어있었고, 나머지 한쪽은 허벅지 중간까지 올라오는 길이의 스타킹에 연결되어 있었다. 허벅지 중간에 다리 밴드를 매고 있는 매끈한 맨다리와, 반들거리는 검은색 스타킹에 감싸인 다리가 대조를 이뤄서 안 그래도 섹시한 사라의 다리를 더욱더 강조해주고 있었다. 이런 옷들을 어디서 구했냐고? 바네사한테 혹시 없냐고 물어보니까 있었다. 디아나는 여기 말고도 상당히 많은 장소에 저택을 가지고 있고, 이건 그 중 더운 지방의 저택에서 사용하는 메이드 복이라는 모양이다. 메이드들은 둘째 치고, 바네사 자신은 여기뿐만 아니라 디아나를 따라 여러 저택을 전전하면서 총괄을 담당하니 종류별로 다 가지고 있다나 뭐라나. 아무튼 빌려줄 수 있냐고 물어보자, 바네사는 뭐에 쓰려는지 짐작했다는 듯 ‘…돌려주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말하면서 쿨하게 빌려줬다. 자기 건 다시 한 벌 구하려는 걸까? 언젠간 이런 옷을 입은 바네사도 한 번 보고 싶긴 하다.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만. “알겠지? 진짜 메이드처럼 하는 거야?” “진짜 메이드는 이런 차림 안 한다고….” “무슨 소리야? 그거 바네사 옷이라고?” “여기서 입는 옷은 아니잖아?!” 아아. 안 들려 안 들려. 원망하고 싶으면 뭐든 하겠다고 했던 너 자신을 탓하라고. 그래. 사라가 지금 이러고 있는 이유. 그건 바로 낮에 앨리시아로 인해 생긴 오해를 풀고 나서 뭐든 하겠다고 했던 걸 내가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애초에 구원. 당신 사실 그때 화 안 났었지?” “무슨 소리야? 내가 얼마나 서운했는데! 넌 날 그렇게 의심하고도 그런 말이 나와?!” “우읏…. 미, 미안….” 아니. 저렇게까지 미안해하길 바란 건 아닌데. 야. 치사하게 울먹이지 마라. 괜히 마음 약해지잖아. “아, 아무튼! 미안하면 어서 다시 해봐!” “응…. 그, 그럼 주, 주인님? 차를 가져왔습니다.” 사라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가 앉은 테이블에 찻잔을 올려줬다. “응. 한 잔 따라 줄래?” “네. 그럼….” 내가 찻잔을 들자 사라는 그 잔에 차를 따르고, 그 옆에 있는 설탕에 손을 뻗었다. “설탕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럼 한 스푼만 부탁할까.” “네. 아, 어머…!” 사라는 여전히 딱딱한 미소를 지으면서 떨리는 손으로 티스푼으로 설탕을 퍼 올리다가,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뭐, 살짝 어색해보이기는 했지만, 이제 나도 슬슬 이 구간을 반복하는 건 질리니까 그냥 넘어가주자. 사라는 살짝 내 눈치를 살피다가, 내가 아무 말도 안하고 있자 살짝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다음 행동으로 넘어갔다. “죄, 죄송합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내 쪽으로 등을 돌리고, 아까 내가 말했던 대로 무릎을 굽히지 않고 다리를 쭉 편 상태로 상체만 숙여서 티스푼을 주우려고 했다. 그러자 타이트한 치마가 위로 따라 올라가면서, 사라의 섹시한 속옷이 힐끔 보였다. 하지만 내가 느긋하게 그 모습을 바라볼 틈도 없이, 곧바로 사라는 티스푼을 줍고 곧게 서서 치마 밑단을 잡고 아래로 끌어내렸다. 오래 보여주지 않아서 오히려 애가 타게 만들다니. 가르쳐주지 않아도 이런 건 잘하네. 소질이 있어. “그, 그럼…어맛!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티스푼을 들어올린 사라는, 이번엔 내가 들고 있던 찻잔을 팔꿈치로 쳐서 차를 흘리게 만들었다. 이미 스푼을 줍는 동작만 몇 번을 지적해 오고 있었다. 그동안 차는 완전히 식어있었기 때문에 바지가 축축해져서 찝찝하다는 것 말고 데미지는 없었다. 하지만 난 사라를 올려다보면서 짜증스럽다는 말투로 말했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자네 신입이라고 했던가? 하여튼 이번 메이드는 덜렁대는군. 교육이 덜 됐어.” “이 씨…죄, 죄송합니다.” 순간 욱해서 본성이 튀어나오려고 했던 사라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했는지 마음을 다잡고 다시 연기를 이어나갔다. “이 바지, 아끼는 바지인데 말이야. 어떻게 해줄 건가?” 나는 사라에게 거들먹거리면서, 차에 젖은 바지부분을 가리켰다. 참고로 바지는 가랑이 부분이 아니라, 허벅지 안쪽 부분이 젖어있었다. 나로선 가랑이 부분을 적시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조준이 조금 빗나간 모양이다. 사라한테도 바지를 젖게 만들라고만 했지, 가랑이를 노리라고 말하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이 이후의 전개는 사라에게 전혀 말해두지 않았다. 지금부턴 순전히 애드립만으로 이 메이드 플레이를 즐겨야한다. “네? 아, 그, 그러니까…당장 가서 빨아올…까요?” 사라는 내 눈치를 살피면서, 이게 정답이 맞냐는 듯이 물었다. 틀렸어. 자기 입으로 변태라고 해놓고, 그 변태가 그냥 바지를 빨아오게 시키고 끝낼 것 같아? “아니. 이 자리에서 당장 닦아줬으면 좋겠는데.” “그렇다면….” 사라는 손수건을 꺼내서 내 바지를 닦으려고 했지만, 나는 손을 들어서 그 움직임을 제지했다. 그리고는 사라의 목을 감싸고 있는 초커를 붙잡고, 그대로 아래로 내려 사라의 얼굴을 내 허벅지부분까지 내려오게 만들었다. “아무리 흘린 것이라고 해도 차는 차. 차는 입으로 마시는 것 아니겠나?” “네? 그, 그러니까 그 말은….” “마시게.” 사라는 내 말이 진심인지 아닌지 파악하려는 듯 고개를 들어서 내 눈을 빤히 쳐다봤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로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하는지 갈등하는 메이드로 보일 거다. 역시 연기는 애드립이야.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진행해나가니까, 이렇게 자연스럽다니.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할 걸 그랬나? 아니, 하지만 스푼을 아래로 떨어뜨리고 주우면서 무방비하게 드러나는 팬티란 것도 한 번 보고 싶었으니까 됐어. 여기 메이드들은 너무 철저해서 그런 걸 볼 수가 없단 말이야. 바네사가 너무 교육을 잘 시켜놨어. “그,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결국 내가 진심이란 걸 파악한 듯, 사라는 주저하면서도 내 허벅지 안쪽에 입을 가져다대고 바지의 젖은 부분에 키스마크라도 남기려는 듯이 쪽쪽 빨아먹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사라의 머리에 손을 얹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바로 내 고간 쪽으로. “여기도 부탁하네.” “네? 하지만 여긴….” “내 눈에는 차에 흠뻑 젖은 걸로 보이는데. 아닌가?” “그, 그러네요….” 사라는 소리 없이 입모양만으로 살짝 변태라고 중얼거린 후에, 내 고간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내 고간 주변에 쪽쪽 하면서 열심히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라도 내 목적이 정말로 바지를 적신 차를 빨아내는 게 아니란 걸 깨달은 만큼, 아까 허벅지를 빨 때와는 다르게 움직임이 완전히 키스하는 것처럼 변해있었다. 사라의 키스 공세를 받은 내 물건이 분기탱천하여 불쑥 솟아오른 건 말할 것도 없겠지. “으윽! 이게 무슨 짓인가!” “응? 왜 그…아니, 넷?!” 갑자기 불쑥 화를 낸 나에게 사라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 연기 까먹지 마라. 넌 지금 메이드다. “내가 차를 빨아내라고 했지 언제 키스를 하라고 했나! 이런 파렴치한 메이드를 봤나?! 물건만 보면 달려드는 것인가?! 색골 같으니라고!” “뭐?! 이 씨! 야! 구원!” 결국 사라가 화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서 날 노려봤다. 아오. 야. 연기 좀 제대로 하자니까. 이건 어디까지 그런 플레이야. 플레이. “지금 오빠한…주인님한테 야라니! 말 다했나?!” “그래! 다했다! 뭐?! 파렴치?! 색골?!” “네 동생이 어떻게 되도 좋다는 말이지?” “뭐?! 그게 무슨 헛소….” “알겠나. 넌 지금 동생을 인질로 잡혀있는 메이드에 불과해. 내 말 알아듣겠나?” 나는 사라에게 지금 상황을 설명조로 말했다. 아깐 신입 메이드냐고 확인했었는데, 설정이 바뀌지 않았냐고? 세세한 건 신경 쓰지 마! 중요한 건 메이드 플레이를 계속 즐기는 거잖아. 그리고 생각해보니까 사라한텐 순종적인 메이드보다 이런 설정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아. 내 필사적인 눈짓과 대사를 통해, 사라는 겨우 내 마음을 알아준 모양이다. 그래. 파렴치하단 말도, 색골이란 말도 다 설정이야. “큭…뭘 원하는 건데…?” 하지만 이게 다 설정이란 걸 알아도, 더는 하기 싫은 모양이다. 사라는 더 이상 순종적인 메이드 연기를 거부하고, 인상을 찌푸리며 그렇게 내뱉었다. 하지만 저 표정이나 말투가, 동생을 인질로 잡혀 강제적으로 메이드를 하고 있다는 설정에는 딱 들어맞았다. 역시 사라는 순종적인 연기보다 이런 연기가 더 어울린다니까. 아깐 내가 생각이 짧았어. “네 파렴치한 행동 때문에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말이야. 책임을 져야겠단 생각이 안 드나? 이대론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겠어. 책임을 지고 원래대로 만들어놓게.” 나는 바지 앞섶을 풀고 빳빳하게 선 물건을 꺼내면서, 그렇게 내뱉었다. “원래대로? 어떻게?” 사라는 여전히 살짝 눈썹을 찌푸린 채로 되물었다. 나는 그런 사라의 목에 걸린 초커를 붙잡고, 다시 한 번 사라의 얼굴을 내 고간 사이로 끌고 왔다. “뭘 이제 와서 모르는 척 시치미를 떼는 건가. 그저 아까 자네가 하던 걸 더 열심히, 정열적으로 하면 되네. 시키지도 않았으니 하는 걸 보면 좋아하는 거지? 그런 짓.” “누, 누가…?!” “흥. 시치미를 떼는 건가. 뭐 좋아. 네가 좋아하든 말든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넌 지금 내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거지.” 내가 연기를 계속하자, 사라는 ‘진짜로 계속하게?’라는 표정을 짓고 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나는 그런 사라에게 엄지를 척 들어줘서 계속하란 싸인을 보내자, 사라가 살짝 싫은 표정이 됐다. “큭…이 변태…!” 분명 아까랑 같은 대사지만, 인질을 잡혀 어쩔 수 없이 메이드가 되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처지의 여자가 내뱉는 말이라고 생각하자 상당히 각별하게 다가왔다. “훗.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간에 키스를 해대던 파렴치한 여자한테 그런 말을 듣고 싶진 않군. 자 어서 시작하게.” 나는 사라의 머리에 손을 얹고, 그대로 내 고간으로 끌어당겼다. 사라는 반항적인 눈을 하고 날 노려보면서도, 입은 크게 벌려 내 물건을 천천히 그 입 안으로 넣어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원래 씬까지 다 쓸 계획이었는데 쓰다보니 재밌어져서 분량이 길어졌네요. 고로 씬은 다음 화에. 267====================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그런 사라를 보고 나는 사라의 머리에 얹고 있던 손에 힘을 줘서 사라의 움직임을 멈췄다.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올려다보는 사라를 바라보면서, 나는 고개를 가로젓고 입을 닫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닫으라고? 입에 넣으려는 거 아냐?’ ‘아무튼 닫아봐.’ 우리는 서로 아무런 말도 없이 눈빛만으로 이와 같은 대화를 주고받았다. 이신전심이라는 거지. 사실 직접 말로 하는 게 더 명확히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겠지만, 그러면 모처럼 이렇게 역할놀이에 심취해있는데 흥이 깨지잖아. 말로하나 눈빛으로 다른 대화를 주고받나 어차피 역할이 깨진 건 마찬가지 아니냐고? 이런 건 기분의 문제야. 기분의 문제. 사라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일단 입을 닫았다. 그래. 그걸로 됐어. 억지로 이런 일을 하게 된 반항적인 메이드인데, 순순히 입을 벌리는 건 이상하잖아. 나는 사라의 입술이 꼭 오므라지는 것을 보고나서야 다시 사라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말랑말랑한 사라의 입술이 물건 끝에 닿게 되고서도 조금 더 당기자, 사라의 꼭 오므라진 입술 틈을 내 딱딱한 물건이 파고들어갔다. 하지만 아주 약간의 전진만이 가능했을 뿐, 물건은 곧 사라의 건강한 치아에 틀어 막혀 전진을 멈췄다. “동생이 인질로 잡혀있는데도 그런 반항적인 태도라니. 당장이라도 험한 꼴을…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난 관대하니까 말이야. 마지막으로 기회를 한 번 더 주지. 뭘 해야 할지는 잘 알고 있겠지?” 의아한 얼굴을 하고 있던 사라는 그제야 내가 왜 입을 닫으라고 했는지 파악했다는 듯, 살짝 질렸단 눈으로 날 쳐다봤다. 저 한심하단 표정이 지금의 상황과 엄청 어울린다. 역시 사라는 이런 역할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어. 사라야. 넌 이런 연기의 천재야! 그리고 덤으로 즉석에서 이런 생각을 해낸 나도 천재야! 후우…. 하고 사라는 가볍게 한숨을 쉬듯 콧김을 내뿜고는 천천히 입을 벌려갔다. “그래. 이제야 조금 고분고분해질 생각이 드는 모양이군. 앙탈부리는 건 아무 도움도 안 된다고. 실은 좋아하잖아? 이런 거.” 내가 비열한 웃음을 띠우면서 놀리듯 말하자, 연기인 걸 알면서도 사라는 조금 울컥한 모양이다. 날 올려다보는 눈에 다시 힘이 들어갔고, 반항이라도 하듯 내 물건을 가볍게 깨물었다. “훗.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켜보겠다고 반항하는 건가? 귀여운 앙탈이로군.” 하지만 내겐 통하지 않았다. 연기를 위해 참은 게 아니라 정말로 아프지 않았다. 왜냐면 내겐 아이언 페니스라는 스킬이 있거든. 다른 곳도 웬만큼 튼튼한 나지만, 이렇게 서있을 때의 물건은 특히 더 튼튼하다고. 덕분에 사라가 가볍게 깨문 정도로는 오히려 독특한 자극을 유도하는 것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사라가 진심으로 깨물면 아프겠지만, 우리 사라가 그럴 리가 없으니까. 나는 비열한 표정을 유지한 채로, 사라의 머리에 얹은 손에 힘을 줘서 사라의 얼굴을 앞뒤로 왕복시켰다. “읍…큭…흐읍…읍…으읍…읍….” 앗, 조금 깊었나? 목구멍을 찔린 건지, 사라의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혔다. 미안. 정말 미안해. 나는 손의 움직임을 살짝 늦추면서, 사라에게 괜찮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사라는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힌 상태에서도, 고개를 살짝 끄덕여줬다. 휴우. 다행이 크게 아프진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이번엔 목구멍을 찌르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나는 다시 움직임을 가속했다. 그건 그렇고, 눈가에 살짝 눈물까지 띄우면서 저런 표정으로 날 노려보니까 진짜 분위기 사는구나. “뭐하는 거지? 입에 넣기만 하면 다인가? 전혀 기분 좋지 않군. 설마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아깐 그렇게 열렬히 키스를 해왔던 녀…여자가 말이야.” 응. 알아. 사라야. 아무리 연기라도 욕은 좀 그렇지? 미안. 너무 분위기를 탔어. 그러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마. 실감나는 연기이긴 한데, 좀 무섭다야. 특히 내 물건이 네 입 안에 있으니까 더더욱. “후우…. 으응. 흡. 쪽. 쭈웁. 으음….” 사라는 다시 한 번 거칠게 콧김을 내뿜더니, 이내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 물건을 혀와 입술을 이용해 자극하기 시작했다. 이제 사라의 머리 위에 얹은 손에는 전혀 힘을 주지 않고 사뿐히 올려놓고만 있었지만, 사라의 머리는 열심히 앞뒤로 움직였다. “그래. 하려고 하면 잘 하잖아. 많이 해봤나보지?” 이 대사도 마음에 안 들었는지, 사라의 눈매가 다시 한 번 살짝 날카로워졌다. 분명 난 메이드 플레이를 즐기는 중인데, 왠지 줄타기하는 기분이야. 물론 그런 떨리는 마음은 겉으로 전혀 내색을 하지 않은 채, 나는 사라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그런 식으로 얼른 내 물건을 진정시켜보라고. 열심히 하면 할수록, 봉사 시간도 짧아진다는 걸 명심하면서 말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오른손은 여전히 사라의 머리에 얹은 채로 왼손을 테이블 위로 뻗었다. 그리고는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에 다시 차를 따르고, 느긋한 동작으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응. 식어서 엄청 맛이 없어. 이래 봬도 진짜 메이드를 시켜 가져온 고급 차인데, 식으면 고급이건 뭐건 아무 소용없는 법이다. 하지만 맛이 없다고 하더라도, 난 굴하지 않는다. 이런 건 분위기가 중요하니까. 위로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면서, 아래로는 펠라를 받고 있다는 이 연출이 중요한 거야. 나는 맛없는 차에도 굴하지 않고, 정말로 차를 음미하듯이 가끔 코로 향까지 즐기는 시늉을 하면서 느긋하게 차를 마셔갔다. 차를 마시는 와중에는 시선을 절대 아래로 내리지 않는다. 그러면 의식하고 있다고 인정하는 꼴이니까. 시선을 결코 아래를 향하지 않으면서 물건에 느껴지는 쾌감만을 즐기고, 사라가 내 물건을 빨면서 나는 소리를 BGM으로 삼아서 차를 즐긴다. 이거야 말로 메이드를 가진 귀족만이 즐길 수 있는 사치. 편견 아니냐고? 이런 세계에선 귀족들이 차라리 수준이 맞는 다른 귀족이랑 즐기지, 레벨 낮은 메이드에게 봉사를 시키진 않을 거라고? 시끄러워. 내 꿈을 부수지 마라. 그렇게 찻잔의 차를 다 비우고 난 후에야, 나는 시선을 다시 아래로 향했다. “응? 아직도 하고 있는 건가? 하여간 쓸모없는 메이드…크흠! 내가 이렇게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보니 그쪽도 슬슬 뭔가 마시고 싶어진 건가? 아까보다 더 열성적으로 빠는 것 같군. 혹시 흥분한 것 아닌가?” 사라도 연기인 거 다 알 텐데 너무 쪼는 거 아니냐고? 명심해. 지금 사라 입에는 내 소중이가 물려있어. 그러면서도 아슬아슬한 범위까지 도발하는 나도 나지만. 신사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아무튼 나는 사라를 도발하면서, 한쪽 다리를 뻗어 발끝을 사라의 가랑이 사이로 향했다. 물론 직전에 신발은 벗어뒀다. “으응?!” 엄지발가락 끝으로 사라의 음부를 팬티 너머로 살짝 터치하자, 이미 그곳은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게 느껴졌다. “하핫. 정말로 흥분하고 있지 않은가?! 이 변…음란한 메이드 같으니라고! 그렇게 내 물건을 빠는 게 좋았던 건가?! 좋아. 그렇게 좋아하니 슬슬 포상을 주도록 하지! 간다! 바닥에 흘리지 않도록 전부 받아 마셔라!” 나는 사라의 머리에 얹은 손에 힘을 줘서 최대한 내 고간으로 바짝 끌어당기고, 그대로 사정을 시작했다. “으음…응…읍. 으읍. 흡. 쪽. 흐으읍! 후우. 후우. 으응. 읍. 읍. 꿀꺽. 꿀꺽. 응읏. 후웁. 하아….” 사라는 눈가에 살짝 눈물을 띄우면서도, 꿀꺽 꿀꺽 내 정액을 전부 삼켜나갔다. 그 와중에 바닥에 흘리지 말라는 내 말을 기억해냈는지, 턱 아래로 양 손을 받쳐서 접시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기특하기 짝이 없었다. “후우…쭈우우웁. 하아…. 아음. 쪽. 아음. 자, 이걸로 됐지?!” 그렇게 내 정액을 물건 안쪽에 남아있는 것까지 전부 빨아먹고, 혀로 낼름낼름 핥아서 청소까지 해준 다음에 사라는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 마치 이걸로 플레이는 끝이라는 것처럼. 물론 난 이대로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무슨 소리인가? 내가 아까 분명히 말했을 텐데? 다시 원상태로 만들어 놓으라고. 네 눈엔 이게 원상태로 돌아간 것처럼 보이나?” 난 여전히 빳빳이 서있는 물건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뭐?! 하지만?!” “하지만이고 자시고 간에, 난 이 녀석이 원상태로 돌아갈 때까지 그만할 생각은 없네. 하지만 그렇군. 아무래도 그 어설픔 입 기술로 원상태로 돌아가긴 힘들겠어.” “뭐라고?!” 야, 야. 연기라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마라. 물론 이 상황에서 그 표정이 잘 어울리기는 하는데, 너 그거 절대 연기로 화난 표정 짓는 거 아니지? 하지만 소중이가 사라의 입에서 해방된 상태이기 때문에, 나는 좀 더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뭘 그렇게 놀라는 건가? 너도 실은 원하고 있는 거지? 이렇게 될 정도로 적시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 그건…!” 내가 사라의 애액으로 젖은 엄지발가락을 보여주면서 말하자, 사라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당황했다. “아니라고 말하는 건가? 그렇다면 어디 한 번 내기를 하도록 하지. 만약 젖어있지 않다면 나도 그냥 이대로 끝내주지. 자, 직접 치마를 걷어서 보여주게.” “그러니까 그건…!” “걷어.” “으, 으윽….” 내가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조로 말하자, 사라는 살짝 울상을 지으면서도 치마 끝을 잡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다른 사람이 이랬으면 진즉에 맞아죽었겠지만, 내가 강하게 나가면 조금 약해지는 사라는 역시 귀엽다. 하지만 나는 그런 흐뭇한 감정은 전혀 겉으로 티내지 않고, 냉정한 표정을 유지한 채 시선은 사라의 치마에 고정시켰다. “아, 알았어…하면 되잖아. 하면….” 사라는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자포자기한 표정으로 천천히 치마를 말아 올렸다. 참고로 저렇게 말아 올리는 이유는 애태우려는 게 아니다. 그저 너무 타이트한 치마라서 한 번에 걷어 올릴 수 없을 뿐이다. 덕분에 팬티가 끝부분부터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게 돼서, 더 눈요기가 됐지만 말이다. 그리고 치마가 골반 중간정도까지 말려갔을 즈음에는 이미 팬티 전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전에 그 사도 인장이 드러나는 바지를 입었을 때 안에 입고 있었던 그 로우 라이즈 팬티였다. “훗. 내기는 내 승리로군. 흠뻑 젖다 못해 속이 전부 투명하게 비쳐 보일 정도 아닌가. 게다가 그 팬티는 뭔가? 유혹하고 있는 겐가?” “이익…!” “그럼. 내기는 내가 이겼으니 다시 봉사를 받아볼까. 이번엔 입이 아니라 다른 봉사로 말이야. 자, 어떤 구멍을 써서 어떻게 해야 될지는 잘 알고 있겠지?” 나는 빳빳이 선 물건을 앞으로 내밀 듯이 상체를 의자에 깊숙이 파묻고는 사라를 향해 능글맞은 시선을 던졌다. “으윽…저, 정말로 아직 계속할 셈이야?” “말하지 않았나. 내 물건이 원상태로 돌아갈 때까지 계속할 거라고. 오래 끌기 싫으면 내 물건이 원래대로 돌아오도록 최대한 노력해보게.” 아마 사라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물어본 거겠지만, 나는 여전히 연기를 고수했다. 사라야. 이게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내가 여기서 그만 두겠어. 우리 조금만 더 즐기자. “자,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인가. 어서 시작하게!” “알았어. 하면 되잖아! 하면!” 사라는 원망스런 눈초리로 날 바라보면서 그렇게 외치더니, 팬티 양옆에 손을 걸치고 천천히 내려갔다. “아, 잠깐 속옷은 벗지 않아도 되네. 그대로 입고하게.” “뭐?” 모처럼 그런 속옷을 입고 있는데 잠깐 눈요기만 하고 벗어버리긴 아깝잖아. 사라는 황당하단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두 손을 모으고 부탁하는 자세를 취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팬티를 다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뒤로 돌아서, 의자에 앉아있는 나를 향해 천천히 엉덩이를 내밀었다. 그리고는 팬티를 살짝 옆으로 젖히고는, 내 물건 끝을 자신의 음부에 조준했다. “아, 잠깐.” 내 물건이 사라의 음부에 맞닿았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사라를 제지했다. “또 뭔데?!” 계속되는 요구에 슬슬 사라도 이성에 한계가 찾아오는 모양이다. 하지만 난 굴하지 않았다. 메이드 플레이에서 이 대사를 듣지 않고 어떻게 제대로 메이드 플레이를 했다고 자부할 수 있겠어. “삽입 전에 내가 말하는 대로 복창하게.” 나는 사라의 귀가에 입을 가져가서, 그 앞으로 할 대사를 말해줬다. “이, 이, 이, 이 변태가 진짜!” 역시나 사라는 폭발 직전까지 갔지만, 나는 내밀어진 엉덩이 위에 있는 사도 인장을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애원의 시선을 보냈다. 부탁해. 부탁할 게 사라야. “후우…후우…진짜 어쩌다 내가 이런 변태랑….” 내 간절한 표정을 보고, 사라는 분을 못 이기겠다는 듯 씩씩거리면서도 결국 내가 원하는 대사를 읊어주려는 모야이었다. 역시 사라야. 사랑한다. “지금부터…제 음부로…으드득. 구원님의 물건을 봉사하겠습니다.” 중간에 으드득거리는 잇소리가 정말로 연기에 혼이 실려 있는 느낌이다. …연기 맞지, 사라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또 끊겼…. 268====================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연기인 건지 진심인 건지 전혀 분간이 안 될 만큼 박진감 넘치는 이가는 소리였지만, 그래도 일단 사라는 자신이 내뱉은 대사대로 봉사를 해줄 생각은 있는 모양이었다. 대사를 내뱉고 나서, 천천히 엉덩이를 가라앉혀가면서 삽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손으로 물건을 고정시키지 않고 그저 허리 움직임만으로 삽입을 하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사라는 현재 뒤를 돌아서 엉덩이만 내민 자세이다 보니 더더욱. 사라가 엉덩이를 내릴 때마다 내 물건이 앞뒤로 미끄러지면서 삽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몇 번 삽입이 실패하고 나자 사라도 안달이 난 건지 행동이 더 조급해졌고, 그럴수록 더더욱 삽입은 어려워져갔다. 그냥 손으로 내 물건을 잡고하면 될 텐데. 방금 음부로 봉사한다고 했던 만큼 다른 부위는 일체 써선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사라는 양 손을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서 상체를 지지하고, 필사적으로 엉덩이만 움직여서 삽입을 하려고 했다. 뭐, 손을 쓰는 것보다 이런 자세가 더 음란해 보이는 건 사실이지만 말이야. 게다가 내 물건 미끄러지면서 사라의 엉덩이 골이나 가지런히 모아져있는 다리 사이를 들락날락거렸기 때문에, 삽입은 하지 않았지만 그 나름대로 자극이 있기는 했다. 자, 어떡할까. 고생하고 있는 사라를 도와줘야할까? 나름대로 자극이 있다고는 하지만, 나 역시 애가 타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약한 자극이 지속되다보니, 좀 더 강렬한 자극을 받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내가 삽입을 도와주는 건, 내가 연기하고 있는 설정과 맞지 않는다. 연기를 계속하려면 느긋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조롱하듯이 얼른 삽입하라고 말해야한다. 어떡하지? 이대로 연기를 그만둬야 되나? 그래. 어차피 듣고 싶은 대사도 들었고, 사라의 귀여운 모습도 충분히 봤고. 이제 슬슬 연기는 그만두자. 사라가 메이드 복을 벋은 것도 아니니까, 메이드 플레이는 시각적 효과만으로도 충분하잖아. 계속되는 삽입 실패에 애가 탄 나는 결국 연기를 포기하고 스스로 삽입을 하기로 했다. 조급하게 움직이던 사라의 허리를 한 손으로 붙잡아 움직임을 멈추고, 나머지 손으로는 스스로의 물건을 잡는다. 그리고는 물건을 조절하여 사라의 음부에 맞댄 후, 허리를 조금 띄워서 끝부분만 살짝 삽입을 했다. 그리곤 물건을 잡고 있던 손도 사라의 허리로 옮기고, 양손으로 붙잡은 사라의 허리를 한 번에 끌어당겼다. 이미 충분히 젖어있던 사라의 음부는 내 물건을 순식간에 끝까지 받아들이고 환영한다는 듯이 꾹꾹 조여 왔다. “흐으으으읏!” 그리고 연속된 삽입 실패로 애가 타있던 사라는 내 물건이 삽입됨과 동시에 몸에 힘이 빠지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가볍게 절정에 달한 모양이다. 덕분에 무릎에 손을 올려 지지하고 있던 상체는 앞으로 푹 쓰러져서, 사라는 엉덩이만 내게 걸친 채로 앞으로 늘어져있는 자세가 됐다. 나는 그렇게 바닥과 수평을 이루고 있는 사라의 상체를 끌어당겨서, 내 몸에 기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고 속삭였다. “처음 하는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삽입을 못하는 거야? 결국 내가 해야 했잖아.” “흐읏! 죄, 죄송합니다.” 으, 응? 내가 삽입한 시점에서 연기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한 말이었는데, 사라는 이것 역시도 연기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사과를 해왔다. “핫, 아, 아니! 이건…!” 하지만 이내 사라는 스스로 한 말에 화들짝 놀라면서 얼버무리려고 했다. 아, 역시 절정에 달해서 정신이 없다보니 그냥 나온 말이었던 건가. 하지만 이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다. 끝났다고 생각한 기회를 모처럼 사라가 이렇게 살려줬는데 말이야. “훗. 이제 좀 메이드로서의 자신의 처지가 이해되기 시작한 모양이지?” “그, 그러니까 이건…!” “그럼 어디 우리 메이드의 봉사를 받아볼까? 삽입은 내가 해줬으니, 움직이는 건 알아서 할 수 있겠지?” “흐으읏!” 내가 사라의 엉덩이 옆을 가볍게 찰싹 때리면서 말하자, 사라는 고개를 뒤로 돌려 원망스럽다는 눈초리로 날 쳐다봤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스스로 움직여주기는 할 모양이다. 사라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하반신에 힘을 줬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어울려주는 사라였다. 사랑한다. 사라야. 이렇게 내 몸에 등을 기대고 앉은 상태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려면, 당연하지만 하체에 의존해야한다. 하지만 사라는 방금 절정으로 하체에 힘이 빠진 건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모양이었다. 사라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려서 날 원망스런 눈초리로 쳐다보고는, 천천히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상체가 바닥과 수평을 이룰 정도로 앞으로 숙이고, 사라는 팔을 뻗어 양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그렇게 마치 네발 동물처럼 양손 양발로 바닥을 짚고 나서야, 사라는 천천히 몸을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자에 앉아있는 나를 향해 엉덩이를 내밀고, 네발로 선 자세로 스스로 움직이는 메이드복의 사라. 그야말로 주인님께 봉사하는 메이드라는 느낌의 자세였다. 사라는 그저 하반신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상반신을 이용해서 움직이기 위해 이런 자세가 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겠지만 말이야.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는 거다. 역시 얜 천부적인 자질이 있는 것 같아. 나는 열심히 몸을 앞뒤로 움직이는 사라를 내려다보면서, 부드럽게 그 엉덩이를 쓰다듬어줬다. 작은 면적의 팬티에 감싸여있기는 탐스런 엉덩이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야릇해보였다. 내 손이 엉덩이에 닿자 사라는 순간적으로 몸을 흠칫하고 떨었지만, 그래도 신경 쓰지 않고 허리를 움직여갔다. 하지만 그렇게 무시하고 움직이는 것도 오래 가지는 않았다. 내가 엄지를 뻗어서 팬티 위로 훤히 드러나 있는 사도 인장을 어루만지자, 사라의 몸이 부들부들 진동을 했다. “엉덩이를 만져주는 게 좋나보지?” “하응! 흐읏! 그, 그런 게…!” “말 대답하는 건 상관없지만, 그렇다고 움직이는 걸 멈추지 말고.” “흐으응!” 내 차가운 말투에, 사라는 흠칫 몸을 떨면서 다시 잠깐 멈춰있던 엉덩이를 다시 움직였다. 나는 그 감촉을 음미하면서, 다시 한 번 사라의 엉덩이를 관찰했다. 팬티는 딱 음부만 드러날 정도로 옆으로 젖혀져서, 도톰한 음부 살 옆에 끼워져 있었다. 나는 그 팬티에 손가락을 걸고 옆으로 더 젖혀서, 꽉 오므라져있는 귀여운 항문까지 드러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엄지로 주름을 세듯이 살살 그 입구를 자극해줬다. “하읏! 자, 잠…흐읏! 거, 거긴…!” “왜? 그렇게 다급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여기가 민감한 모양이지?” “자, 흐읏, 잠깐, 하응, 저, 흣, 정말로…!” 사라는 정말로 다급하게 외쳤지만, 나는 사라의 엉덩이를 자극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아까 사라가 호응해준 걸로, 지금의 난 완전히 메이드를 괴롭히는 주인님 기분이다. S에 눈을 뜬 난 누구도 막을 수 없다고. 게다가 사라 역시도 저렇게 다급하게 외치면서도, 허리 움직임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더 가속화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이건 말로는 싫어하면서도 실은 더 해줬으면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문제없겠지? 그런고로 나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라의 엉덩이를 계속해서 자극했다. “잠…진짜…흐읏! 하읏! 흐응! 하으으으응!” 결국 사라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이번엔 제대로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몸이 축 늘어져서, 더 이상 엉덩이도 움직이지 않고 그저 부들부들 떨기만 하고 있었다. 뭐, 사라의 안쪽은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내 물건을 자극해주고 있었지만 말이야. 나는 일단 사라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연기를 계속하려면 이렇게 사라가 절정에 달하자마자 바로 닦달해야 하지만, 나는 정말로 사라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어디까지나 괴롭히는 기분이란 걸 느끼고 싶은 것뿐이지. 그런고로 정말로 힘들 일은 시키지 않는다. 음. 나도 꽤나 좋은 놈이라니까. “후욱. 후욱. 하앗. 흐읏.” 그렇게 사라가 절정의 여운을 충분히 만끽할 때까지 기다리고, 사라의 숨이 어느 정도 고르게 된 시점에서 난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스스로 움직이다가 먼저 가다니. 이런 음란한 메이드 같으니라고. 나한테 봉사하는 거 아니었어?” “이…!” “뭔가 할 말이라도? 난 아직도 이렇게 팔팔한데 말이야.” “흐으응!” 내가 가볍게 허리를 찔러 올리자, 사라는 다시 한 번 신음성을 내뱉으면서 허덕였다. 그리고는 날 돌아보면서 두고 보란 표정을 짓더니, 다시 천천히 엉덩이를 움직여갔다. “그래. 그거야. 이번엔 제대로 내가 싸게 만들어 보라고.” 나는 느긋한 말투로 말하면서, 사라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주물렀다. 후우. 역시 이 감촉은 안심되는군. 두근두근 맥박 치던 심장이 안정되어가는 게 느껴진다. 아니, 방금 사라 표정에 쫄아서 두근거리던 게 아니다. 정말이라고? 지금의 난 주인님이니까 말이야. 사라는 이번에야 말로 정말로 싸게 만들겠다는 듯이, 아까보다 더 현란하게 엉덩이를 움직였다. 앞뒤로 움직일 뿐만 아니라 좌우로도 위아래로도 변칙적인 움직임을 가하면서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때론 엉덩이를 빙글빙글 돌려대기도 했다. 여전히 손으로 바닥을 짚은 자세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사라의 엉덩이가 유독 강조되고 있었고, 때문에 물건에 느껴지는 쾌감뿐만 아니라 시각적 효과까지도 최고였다. 스스로 움직이는 것도 좋지만, 때론 이렇게 일방적으로 봉사 받는 것도 꽤나 좋네. 굳이 메이드 플레이가 아니더라도, 이런 건 앞으로도 종종 부탁하자. 나는 그렇게 결심을 하고, 사라의 엉덩이를 주물럭거리면서 물건에 느껴지는 쾌감에 정신을 집중했다. “흐읏! 읏! 응! 어, 언제, 흐읏! 싸는 거야?!” 한동안 열심히 엉덩이를 움직이던 사라가, 고개를 돌려서 다시 내 쪽을 돌아보면서 다급하게 외쳤다. 몸이 조금씩 떨리기 시작하는 것이, 슬슬 또 한계가 찾아온 모양이다. “왜 싸줬으면 좋겠어?” 나도 슬슬 쌀 것 같았지만, 나는 그런 건 겉으로 일체 티를 내지 않은 채 여유로운 척을 하면서 말했다. “으으으…흐읏! 하으으…그, 그래! 그러니까! 하응! 얼른!” 날 잠깐 노려보던 사라는, 이젠 정말 한계가 다가왔는지 결국 자존심을 굽히면서 외쳤다. 좋아. 사라야. 방금 그거 엄청 좋아. 도도한 메이드를 결국 물건으로 굴복시킨 악덕 주인님의 기분이다. “좋아. 그럼 싸주지. 어디로 받아야할지는 잘 알지?” “응…응! 흐읏, 그러니까, 하응! 그러니까 어서!” “간다!” “흐으으으으읏!” 나는 끝까지 사라에게 봉사 받는다는 스탠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일부러 사라의 몸에서 손을 떼고 그대로 사정을 했다. 그리고 내가 사정하는 것과 동시에 또 한 번 절정에 달한 사라는 몸을 부들부들 떠는 와중에도 엉덩이가 내 하복부에 밀착할 정도로 꾸욱 엉덩이를 내밀어 와서, 몸 안쪽 깊숙한 곳에 내 정액을 모조리 받아냈다. 그렇게 둘이 동시에 절정을 맞이하고 나서 잠깐 동안 여운을 즐긴 후에, 나는 사라의 상체를 다시 끌어올려 안았다. 그리고는 그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고 속삭였다. “그렇게 내 아이를 가지고 싶었나보지? 엉덩이를 밀어붙여 안쪽에 정액을 받다니.”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의 매끈한 하복부를 쓰다듬자, 사라의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사라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날 돌아보더니 사라는 평상시 말투로 말했다. “이제 한 번 쌌으니까 슬슬 연기는 됐잖아?” 역시 어느 정도 연기였던 건가. 소질 있네. 그 정말로 화난 표정이 전부 완전히 연기라고 생각하긴 힘들었지만. 하지만 정말로 화난 게 아니라면, 좀 더 즐겨도 상관없겠지? 처음 맛보는 주인님 기분에 나는 꽤나 기분이 고양된 상태였다. “무슨 소리야? 내 물건은 아직도 이렇게 팔팔한데. 아까도 말했지만, 내 물건이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는한….” “그러니까. 더 하시겠다?” 사라의 안광이 순간적으로 번뜩인 기분이 들었다. 아니. 기분 탓이겠지. 사라가 화낸 건 전부 연기였어. 연기. “당연한 말을….” “그렇단 말이지.” 사라가 조그맣게 중얼거리더니, 여전히 물건이 연결된 상태에서 재주 좋게 몸을 빙글 돌렸다. 나와 마주본 자세가 된 사라는 자연스런 동작으로 내 양팔을 붙잡더니, 내 등과 의자의 등받이 사이로 끼워 넣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힘으로 저항하려면 저항할 수 있었겠지만, 나는 지금 이게 뭐하는 건가 싶어서 아무 저항도 없이 그대로 당해버렸다. “지금 뭐하는 거야?” “잘도 지금까지 날 메이드 취급하면서 가지고 놀았겠다.” “잠깐! 네 동생이…!” “동생은 이미 내 직속 기사단원들이 구출해냈다고 연락이 왔어! 이 저택도 이미 제압이 끝난 상태! 이제 남은 건 당신뿐이야!” 뭐?! 잠깐만! 뭐야 그 설정?! 직속 기사단원이라니! 사라 너 높으신 분이었어?! “그렇게 계속하길 원한다면 계속해줄게. 한 방울도 남지 않을 때까지 쥐어짜주겠어.” 사라의 눈이 먹이를 노리는 맹수의 눈으로 변해있었다. “큭! 나를 성행위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성자 스킬 쓰면 앞으로 구원이랑 말도 안 할 거야.” 잠깐만! 그럴 때만 연기 그만두는 거야?! 게다가 말도 안 한다니 뭐야?! 치사하잖아! “내가 스킬로만…!” “기교 부려도 삐질 거야.” 삐지는 건 또 뭔데?! 아니, 귀엽긴 하지만. 그래도 치사하잖아! “그러니까 가만히 당하고 있으라고?” “내가 일방적으로 봉사해주길 원했던 건 당신 쪽이잖아?” “아니, 그런 내가 주도권을 잡고 있을 때….” “시끄러워. 얌전히 당하고 있어.”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하복부에 힘을 꽉 줘서 안에 있는 내 물건을 강하게 압박하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이제부턴 내가 당하는 차례인 모양이다. 젠장. 내가 웬만하면 낮에는 져주니까 밤에는 좀 이겨도 상관없잖아. 밤에도 이렇게 당하게 되면 내 아이덴티티가…. 주도권이 잡힌 채로 당하는 것도 상당히 기분 좋아서 배로 분했다. …나중에 이런 플레이도 또 해달라고 부탁해야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69====================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아침식사를 마치고나서, 나는 오늘은 또 뭘 하면서 시간을 때울지 생각했다. 사라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 때문에 나랑 얼굴 마주치기 부끄러운지, 식사를 마치자마자 잽싸게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중간부턴 자기가 신나서 리드한 주제에 이제 와서 부끄러워하기는. 참고로 어젯밤의 그 메이드복은 내 인벤토리 안에 고스란히 잠들어있다. 바네사가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니까 말이야. 모처럼의 호의를 거절할 수는 없지. 이건 앞으로도 내가 유용하게 써주자. “그럼 이 몸은 잠깐 길드에 좀 다녀오겠네.” 그리고 디아나 역시도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를 일어났다. “길드에? 무슨 일로?” “거대 마석에 관한 일로 할 얘기가 있어서 말일세.” 그렇게 운을 띄우면서, 디아나는 설명을 해줬다. 디아나의 예상대로라면 그 거대한 마석은 미궁 곳곳에 존재할 거고, 그렇다면 우리보다 먼저 그와 같은 마석을 발견하는 모험가들도 나타날 거다. 그리고 십중팔구 모험가들은 그 거대 마석을 캐내려고 하겠지. 마석이 미궁의 기틀이 되고 있는 만큼, 만약 모험가들이 거대 마석을 캐내면 돌이킬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그에 관한 경고도 겸해서, 길드에 얘기를 하러 간다는 모양이다. 아쉽다. 모처럼 오늘 밤은 디아나 차례인 만큼, 디아나랑 놀아 보려고 했는데. 던전에서 디아나를 괴롭히기로 다짐했으니까 말이야. 낮에 실컷 놀아서 띄워주고, 밤에 괴롭히면서 떨어뜨리는 작전을 실행할 예정이었는데. 너무 짓궂은 거 아니냐고? 후훗. 이것도 다 애정이 있어서 그러는 거야. “그럼 나도 같이 갈까?” “으음…. 아니. 이건 클랜 관련 일이 아니라 마법사 협회 관련 일이니 말일세. 이자들과 함께 가겠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 보려고 했지만, 디아나는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렇게 얘기했다. 뭐, 솔직히 내가 따라가 봤자 할 건 아무것도 없지만 말이야. 거대 마석에 대한 대화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될 테고.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지.” 낮에 디아나를 띄워주고 밤에 떨어뜨리기 계획은 쿨하게 포기하도록 할까. 그냥 밤에 괴롭히기만 하자. “후우….” 하지만 내 대답을 듣고, 디아나는 어째선지 한숨을 쉬면서 내게 다가왔다. “그럼 표정 짓지 말게나. 다른 사람들에게 위험이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니만큼, 제대로 경고를 하러 가야하지 않겠나. 이 몸이 길드에서 돌아오면 제대로 상대를 해주겠네.”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는 의자에 앉은 내 머리를 자신의 가슴팍으로 끌어안은 후에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아무래도 내 표정이 쓸쓸해보였던 모양이다. 아니, 그냥 널 더 효과적으로 괴롭힐 작전을 실행할 수 없어서 살짝 실망한 것뿐인데. 으읏. 이렇게 갑자기 포근하게 대하지 마라. 양심이 찔리잖아. “아니, 그런 게….” “후훗. 부끄러워하는 겐가?” 진짜로 그런 거 아닌데 말이야. 오랜만에 제대로 맛보는 디아나의 누님모드에 더 이상 반박하기도 무안해져서, 나는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럼 다녀오겠네.” 디아나는 한동안 내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면서 만끽하더니, 아쉬운 표정으로 떨어졌다. 떨어질 때 살짝 보였던 건데, 내 머리를 끌어안기 위해서 까치발을 하고 있었다. 훗. 귀여운 녀석. “응. 다녀와.” “음.” 내가 보답이라도 하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디아나는 만족스런 표정으로 마법사 협회 누님들을 이끌고 식당을 나섰다. 하지만 디아나까지 나가버리면 대체 난 뭘 해야 되지? 역시 남은 희망은 천사님밖에 없는 건가. “구원씨, 저 오늘 신전에 가서 대사제가 된 걸 얘기하려고 하는데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레이아가 생긋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꺼냈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저번에 나한테 아무 말도 안하고 대사제가 되는 의식을 치르러 갔을 때,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었냐고 뭐라고 했던 만큼, 이번엔 제대로 가기 전에 얘기를 해준 모양이다. “아, 응. 그럼 같이 갈까?” “네!” 내가 먼저 같이 가자는 말을 꺼내자 천사님은 환한 미소를 지으셨다. 이런 사소한 걸로 저렇게 행복해하시는 레이아 누님은 역시 천사님이 분명해. 어차피 나도 딱히 할 일도 없었으니, 레이아와 같이 할 일이 생겼다는 건 기쁜 일이다. 대체 아라크네 길드와 약속한 의뢰는 갈 생각도 안하고 뭐하는 짓이냐고? 그런 거 벌써 갈 리가 없잖아? 고작 며칠이라곤 해도 우리 애들과 떨어지게 되는 거라고. 적어도 각자 한 번씩 안아주기 전까진 안 갈 거다. 고로 의뢰를 하러가는 건 아무리 빨라도 내일모레 이후다. 게다가 어차피 그게 아니더라도 신전엔 한 번 가야 하기도 했고. 대사제님 만난 지 꽤나 오래 됐단 말이야. 가자마자 혼나는 건 아니겠지? 애초에 교육을 받으러오라고 했던 이유 중 하나가 내가 정말로 레이아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던 만큼, 요즘엔 날 꽤나 믿으시는 눈치시니 그다지 깐깐하게 굴진 않으시겠지만. “그럼 갈까! 그 전에…실비아.” “네, 넷?!” 나는 레이아에게 팔을 내밀어서 팔짱을 끼게 만들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여전히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실비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너도 거기서 그러고 있지 말고 이리로 와라. 어차피 할 일도 없지?” 어차피 내가 말하지 않으면, 또 자기 딴에는 몰래 따라오는 거라면서 스토킹을 해올지도 모른다. 그러기 전에 나는 먼저 선수를 쳤다. “네, 넷?! 하, 하지만….” 레이아와의 데이트를 방해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실비아는 당황하면서 레이아의 눈치를 살폈다. 훗. 넌 너무 네 기준으로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군. 우리 천사님의 도량은 그런 일반적인 사람의 기준으로 측정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애초에 사람이 아니라 천사니까! “후훗. 그래요. 실비아씨. 저희와 같이 가요.” 거 봐라. 레이아는 생긋 웃으면서 나와 팔짱을 낀 팔과는 반대쪽 팔을 내밀어 실비아에게 손짓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 역시 레이아는 천사야. “저, 정말로 괜찮으신 겁니까?” “후훗. 네.” 우리 천사님의 넓은 그릇을 함부로 재단하려 하지 마라. 나는 쭈뼛쭈뼛 다가온 실비아를 얼른 낚아채어 옆구리에 끼었다. “히아아앗!” 실비아는 내 갑작스런 행동에 놀라서 도망가려고 했지만, 내 옆구리에 끼인 시점에서 이미 늦었다. 게다가 살짝 다리에 힘이 풀린 건지, 파닥거리기만 할 뿐 제대로 힘도 못내고 있었다. “후하하핫. 이제 도망 못 간다.” “으아아…으아아아….” “구원씨. 실비아씨를 너무 놀리면 안돼요.” “네. 죄송합니다.” 뭐. 그래도 놔주진 않을 거지만. 이것도 다 특훈의 일환이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훈련을 멈추지 않는 나란 남자.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다니까. 나는 한쪽에 레이아, 한쪽에 실비아라는 남이 보면 부러워 죽을 양손의 꽃 상태로 신전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실비아는 계속 새빨개진 상태로 부들부들 진동했고, 그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꼭 가녀린 아녀자를 추행하는 놈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신전으로 향하는 동안 우리를 향한 시선이, 특히 나와 실비아를 번갈아 보는 시선이 엄청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나는 신경쓰지 않았다. 나 자신이 정말로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게 생각한다면,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 신경 쓸 필요 없는 거야. 하지만 신전에 가까워질수록 거리에 사람들이 늘어만 갔고, 그에 따라 우릴 바라보는 시선도 점차 늘어만 갔다. 그리고 결국 불의를 보면 참을 수 없는 정의감 넘치는 청년까지도 등장했다. “잠깐만! 거기! 잠깐 멈춰보실까!” 꽤나 시원스런 이목구비를 가진 청년이 우리 앞을 막아섰다. 아마 신전에 신관을 구하러 가는 모험가인 모양이다. 척 봐도 모험가 같은 차림을 하고 있었고, 그 뒤로 마찬가지로 모험가 차림의 여자들이 셋이나 있었다. 나랑 비슷하게, 여자 여럿에 남자 하나가 모인 모험가 파티인거겠지. 뭐, 이 세계에서 남자가 낀 파티는 대부분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무슨 일이지?” “지금 무슨 일이라고 했나?! 뻔뻔하기 그지없군! 백주대낮에, 그것도 신전 앞에서 아녀자를 희롱하다니! 여신님 보기 부끄럽지도 않은 건가!” “희롱하다니. 거 참 사람 듣기 안 좋은 말을. 얘 지금 싫어하는 게 아니라, 좋아 죽으려고 그러는 거야.” 남자 모험가들끼리는 기본적으로 친하게 지낸다. 난 지금 평범한 천 옷차림이니 저쪽은 날 모험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겠지만, 난 일단 앞을 막아선 호청년에게 친밀하게 얘기해보려고 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얼른 그녀를 해방시켜줘라!” 호청년은 내게 성큼성큼 다가오면서 외쳤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실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팔을 풀어줬다. “흐앗, 하악, 하악, 하악.” 내게서 해방되자마자 실비아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몇 발자국 떨어지더니, 그 자리에서 주저앉으면서 심장부근을 움켜쥐고는 급히 숨을 몰아쉬었다. “괜찮으십니까?” 그리고 그런 실비아에게 호청년이 다가가서 걱정스런 얼굴로 물었다. 얼핏 보기엔 흑심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자연스런 동작은 이런 식으로 여자를 꼬셔본 게 한두 번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얼씨구. 정의로운 척 하더니 결국 그게 목적이었냐. 하지만 나는 그런 호청년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아무리 실비아를 다른 셋과는 달리 애인 같은 관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래도 지금은 내가 안고 있는 여자다. 다른 놈이 들이대면 물론 화가 난다. 이전의 나라면 바로 놈에게 제재를 가했겠지. 하지만 사도 임명 이후로, 나에게도 조금 여유가 생겼다. 내가 싫어할 짓을 우리 애들이 절대 할 리가 없지. 실비아는 사도 임명을 하지 않았다곤 하지만, 일단 사도 임명이 가능한 것 까지는 확인했으니까. “저놈이 어디 이상한 곳을 만지기라도….” 놈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어깨에 팔을 두르려고 했지만, 겨우 숨을 고른 실비아가 그 팔을 냉정하게 쳐냈다. “저놈이란 건 혹시 구원님을 말하시는 겁니까?” “네, 네?!” “저 분은 당신 같은 미천한 사람이 놈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분이 아니십니다.” 오오. 실비아야. 나랑 대면할 때완 다르게 말 잘하잖아. 게다가 미묘하게 깔보는 것 같은 느낌이 완전 귀족님 같다. 그러고 보니 나랑 처음 만났을 때도 존댓말만 할 뿐 미묘하게 귀찮은 표정을 짓고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었지. 나는 감상에 빠지면서 흥미롭게 호청년과 실비아의 대화를 들었다. “하, 하지만 저 놈…저 사람은 방금 당신을 희롱하지 않았습니까!” 호청년은 다시 나를 놈이라고 부르려다가, 실비아의 눈매가 매서워지자 바로 정정했다. 응. 평소엔 멍한 표정의 미녀의 눈매가 날카로워지면 무섭지. 이해한다. “희롱? 아뇨. 그저 안고 있었을 뿐인데요.” “하, 하지만 얼굴이 시뻘개져서 싫은 표정으로…!” “너무 좋아서 심장 고동을 억누를 수 없었던 것뿐입니다만.” 실비아는 나와 얘기할 때와는 달리, 전혀 부끄럼을 타지 않고 덤덤하게 얘기했다. “네, 넷?!” “볼일 없으면 좀 비켜주겠습니까?” “앗, 넷!” 실비아의 덤덤하지만 확실한 말투에, 호청년은 당황해서 바로 옆으로 비켰다. 실비아는 후욱 후욱 하고 심호흡을 하더니, 눈을 꼬옥 감고 다시 내 옆으로 쭈뼛쭈뼛 다가왔다. 준비됐으니까 다시 안으라는 의사표명인 모양이다. 후훗. 안기 전부터 저렇게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게 귀엽다. “흐아아앗!” 나는 그런 실비아를 다시 옆구리에 꽉 끌어안고는, 그 귓가에 입을 가져다댔다. “그렇게 좋아?” “아우으으…조, 좋습니다아아….” 이거 귀에다가 조금만 더 입김을 불어넣으면 녹아내릴 수도 있을 거 같은데. 한 번 시험해볼까. 하지만 내 생각을 읽었는지, 레이아가 내 팔을 끌어안은 팔에 힘을 줘서 물컹한 가슴을 밀어오면서 말했다. “구원씨. 실비아씨를 너무 놀리지 마시라니까요. 그러시면 떽! 이에요.” “헤헷. 죄송해요. 레이아 누나.” 실비아야. 천사님 덕분에 살았구나. 나는 천사님의 귀여우신 호통에 바로 실비아 괴롭히기를 포기했다. 청순하고 어른스러우시면서 귀여우시다니. 최고야. 실비아 괴롭히기를 포기한 나는, 멍하니 우릴 보고 있는 호청년을 바라봤다. “이봐.” “응, 아니, 네?!” 아까 실비아가 내가 높으신 분인 것처럼 말을 한 덕분에, 호청년은 내게 존대를 해야 하는 건지 말아야하는 건지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그러니까 내가 얘 좋아하는 거라고 말 했잖아. 앞으론 사람 말 좀 잘 들으라고. 애초에 말이야. 여신님 보기 부끄럽지 않냐 느니 어쩌니 했는데, 내 옆에 사제님이 계시는 건 안보였나 보지? 내가 정말로 신전 앞에서 아녀자를 희롱하는 거면 사제님이 아무말 않고 있을 리가 없잖아?” “응? …앗.” 호청년은 그제야 레이아의 존재를 눈치 챈 모양이다. 하긴 커스텀한 사제복이니까 조금 알아보기 힘들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괘씸하기 짝이 없다. 제대로 봤으면 분명 사제복이라고 알 수 있는 옷인데 말이야. 그 말은 이놈은 레이아보다 실비아에게만 주목하고 있었다는 소리다. 이 막대한 가슴의 격차를 앞에 두고 말이 돼? 이 새끼 이거 로리타 콤플렉스인지 뭔지 그런 거 아냐? 그러고 보니 놈의 뒤에 있던 여성 모험가 셋도 미묘하게 어려보이는 얼굴에 발육부진의 기미가 엿보였다. 겉으로 보기엔 정의감 넘치는 호청년인데 말이야. “그래서. 사과의 말은?” “죄, 죄송합니다.” “뭐가?” “괜한 오해를 해서 죄송합니다!” 호청년은 그래도 기본적으론 꽤나 괜찮은 놈인 건지, 내가 말하자 순순히 고개를 숙이면서 곧바로 사과를 해왔다. 뭐, 그래봤자 취향은 그렇고 그런 놈이지만. “그래. 그럼 앞으로 조심하고. 모험가 동지끼리 다음에 만나면 인사나 하자고.” “네. 응? 모험가? 아앗!” 놈은 그제야 자기가 존댓말을 할 이유가 없단 걸 깨달았는지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뒤로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70====================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어머, 꽤나 오랜만이군요.” 대사제님의 방에 들어가자마자, 역시나 바로 한 소리 들어버렸다. 아무리 신뢰를 쌓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일단 매번 공부하러 들르겠단 약속이 무효화된 건 아니었는데 말이야. 역시 무단으로 빼먹은 건 문제였나. 참고로 양옆에 찰싹 붙어있던 레이아나 실비아하고는 일단 떨어진 상태다. 과연 나도 신전에서까지 양옆에 여자를 낀 상태로 돌아다닐 정도로 철면피는 아니다. 내 입장에서 보면 여긴 처가댁이나 마찬가지고, 대사제님은 장모님이나 마찬가지인 거니까 말이야. 나도 그 정도 상식은 있다고. “죄, 죄송합니다.” 내가 곧장 사과하자, 어째선지 오히려 대사제님이 당혹스런 표정이 됐다. “네? 아, 아뇨. 책망한 게 아니에요. 그저 순수하게 오랜만이라고 말한 것뿐이에요.” “앗, 그렇군요. 네. 오랜만입니다. 대사제님.” 아무래도 내 오해였던 모양이다. 대사제님은 꽤나 깐깐해 보이는 페이스의 소유자이시니 말이야. 지레 겁먹었네. “그래서 무슨 일이시죠? 아무래도 교육을 받으러 오신 건 아닌 것 같군요.” 대사제님은 내 옆에 있는 레이아와, 조금 뒤에 떨어져있는 실비아를 향해 시선을 보내면서 말했다. 처음 보는 사람이 저렇게 뒤에 떨어져서 따라오고 있는데다가, 심지어 심장부근을 움켜쥐고는 하으, 후아, 흐앗 같은 이상한 소릴 내뱉고 있는 상황이다. 꽤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일 텐데도,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만으로 끝내고 내게 용건을 물어보는 점은 과연 대단했다. 어른의 풍격이 느껴져. 그러고 보니 몇 살인 걸까? 레이아가 어머니처럼 생각할 정도니, 적은 나이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하지만 겉보기엔 30대 초반의 미인으로 밖에 안 보인다. 이 세계는 당최 외모로 나이를 짐작하기가 쉽지 않으니 곤란하단 말이야. 뭐, 그런 분야의 끝판 왕이라고 볼 수 있는 디아나를 곁에 두고 있는 내가 따질 입장은 아니지만. “대사제님. 사실 오늘은 제 전직에 관한 일 때문에 구원씨가 같이 오시게 됐어요.” 내가 대답하기보다 더 먼저, 레이아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꺼냈다. 하지만 그 말을 듣고, 어째선지 대사제님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이번엔 결코 내 착각이 아니다. “전직? 레이아, 그런 거라면 전에도 말했지만 그렇게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당신은 누구보다도 독실한 사람이니까요. 아직 때가 아닌 것뿐이에요. 조만간 여신님께서도 당신을 인정해줄 때가 올 거예요. 그보다 당신. 그런 일로 찾아오다니 레이아를….” “아, 아뇨! 대사제님! 그런 게 아니에요!” 레이아는 자신의 말에 대사제님이 오해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황급히 대사제님을 말렸다. “저, 대사제가 됐어요!” “…네? 뭐라고요?” 레이아의 고백에 대사제님은 무슨 소리인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눈썹을 찌푸리고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면서, 레이아가 한 말을 곰곰이 되씹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저 대사제가 됐어요.” 레이아가 다시 한 번 말하자, 대사제는 그제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레이아를 바라봤다. “그게 대체 무슨…아니, 대체 어떻게 의식을 치른 거죠? 저 말고 다른 대사제 분에게 부탁을 한 건가요?” 그렇게 말하는 대사제님은 살짝 쓸쓸한 표정이었다. 레이아도 그걸 알았는지, 살며시 대사제님께 다가가서 대사제님의 두 손을 꼭 붙잡고 자신의 가슴으로 끌어안았다. 역시 저거 습관이었구나. 나한테만 하는 게 아니었어. 아무리 그래도 나 말고 다른 사내놈한테 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살짝 주의해줘야지. 나 말고 다른 놈이 저 감촉을 맛보게 할 순 없지. “아니요. 의식은 치르지 않았어요.” “…자세한 말을 들어볼까요.” 레이아의 말에, 대사제님은 드디어 생각하길 포기했단 표정으로 말했다. “네, 그게 말이에요….” 레이아는 차분한 목소리로 내가 레이아를 전직시켜준 경위에 대해서 설명을 시작했다. 얘기가 점점 진행될수록 대사제님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지만 한 편으론 왠지 모르게 그럴 것 같았다는 표정으로 대사제는 날 지긋이 바라봤다. 전자의 감정은 이해가 되지만, 후자는 대체 뭐지? “그러니까, 요약하면 당신의 힘이란 거군요.” “네. 레이아도 놀라긴 하던데, 그렇게 놀랄 일인가요? 다른 직업은….” “성직은 다른 직업과 달라요. 순전히 여신님께서 내려주시는 직업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직업을 마음대로 전직시킬 수 있는 당신은 역시나….” 대사제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말을 흐렸다. 그러더니 이내 평소보다 더 사무적인 표정으로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래서, 당신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요.” “네? 뭔데요?” “그 성직자를 전직시키는 힘. 레이아 이외의 다른 사람에게도 사용 가능한건가요?” “대사제님!” 대사제의 물음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건 레이아였다. 레이아는 평소와는 다르게 격한 반응을 보이면서 대사제님을 향해 외쳤다. 하지만 대사제님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여전히 시선을 내 두 눈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미안해요. 레이아. 당신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이건 꼭 알아야만 하는 일이에요.” 대사제님의 표정을 보면, 정말로 본인도 심정적으론 이러고 싶지 않다는 게 보였다. 그건 나보다 대사제님과 훨씬 오래 알고지낸 레이아가 더 잘 알거다. 때문에 레이아는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서, 불안한 눈동자로 날 쳐다봤다. 괜찮아. 레이아. 그런 표정 지을 거 없어. “그래서 어떤 거죠?” “레이아 이외의 다른 사제들을 전직시켜주는 건 아마 불가능해요.” “어째서죠? 당신들의 설명에 따르면, 전직을 시킬 수 있었던 것도 일종의 스킬 효과인 거죠? 그렇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충분히 사용 가능한 것이 아닌가요?” “그 스킬의 발동 조건이 꽤나 까다로워서요.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발동되지 않아요.”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그 주체가 누구인지 설명하지 않았을 뿐. 내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발동하지 않는 건지,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면 발동하지 않는 건지. 후자가 정답이기 때문에, 사실 레이아가 아니더라도 날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충분히 발동이 가능하다. 이미 실비아 같은 경우도 있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굳이 애매모호한 표현을 썼다. 아마 진실을 알리게 되면, 날 정말로 사랑하기 위해서 정말로 많은 여자들이 노력하고 들이댈 거다. 굳이 사제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예전의 나였다면 당장 진실을 밝히고 그런 상황을 즐겼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이 이미 셋이나 있고, 덤으로 실비아까지 붙어 있는 상황이다. 과연 여기서 여자를 더 늘리고 싶단 욕망은 그다지 없단 말이지. 내 대답을 듣자, 레이아와 대사제님 둘이서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대사제 역시도 내가 무분별하게 아무나 전직시켜줄 수 있는 사태는 원치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조금 다른가. 내게 그런 게 가능한지 확인한 거니까 말이야. 아마 성직자로서의 대사제님은 내가 모두를 전직시켜줄 수 있기를 바랐겠지. 하지만 레이아의 어머니 같은 입장으로서는 그걸 원치 않았을 거고. 저 안도의 한숨은, 레이아의 어머니로서 내뱉은 거라고 생각하는 게 맞을 거다. “그런 조건을 다시다니. 역시 여신님이시군요.” 대사제님은 어째선지 여신님에 대한 신앙심이 더 깊어진 모습이었다. 아니, 뭐 성자 자체가 여신님이 내려준 직업이라고 봐야 될 테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레이아가 전에 했던 말도 마냥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네? 뭐가요?” “당신이 여신님의 대리자라 것 말이에요.” “네, 네에?!” 아니. 레이아도 요즘 들어서 유독 더 그렇게 생각하는 거 같긴 했지만, 설마 대사제님까지 그런 말을 하실 줄이야. 표정을 보면 완전히 진담은 아닌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마냥 농담 같지도 않았다. “뭘 그렇게 놀라나요? 본인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그렇게 여신님의 은총을 한 몸에 받으시고는.” “은총이라니…아니, 뭐 틀린 말은 아닌데 말이에요.” “당신 정말로 이 세계에 올 때 아무 말도 여신님께 못 들었나요? 혹시 뭔가 사명을 지니고 이 세계에 온 게 아닌 건가요?” 내 애매모호한 태도가 재밌었던 건지, 대사제님은 살짝 눈웃음을 치면서 놀리듯이 말을 했다. 그렇게 말해도 말이야. 정말로 아무것도 못 들었다고. 애초에 여신님 얼굴도…아니. 굳이 말하자면 한 번 보기는 봤구나. 처음 게임 시작할 때 오프닝에서. 분명 그때 오프닝 동영상에서 여신이 튀어나와 뭐라고 한 마디 하긴 했었는데. 뭐였더라? 꽤나 오래돼서 정확히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아마 ‘섹스를 통해 성장해라!’였던가? 그 비슷한 미친 소리였다. 하지만 그렇게 말해줘도 믿어주지 않겠지. 여신님이 섹스 많이 하라면서 보냈어요. 라니. 말하는 즉시 어떤 취급을 당할지 모른다. 이 세계는 섹스가 성장 수단이면서, 미묘하게도 정조 관념 같은 게 없는 건 또 아니니까 말이야. 성장을 위해서 가장 무분별하게 섹스를 해대는 모험가조차, 임자가 생기면 그 사람하고만 할 정도다. 그런데 이미 임자가 셋이나 있는 내가 ‘여신님이 섹스 많이 하라고 보냈어요.’라고 하면, 분명 여신님이 그러실 리 없다고 반박해올 거다. 그러니 내가 할 말은 정해져있었다. “아뇨. 정말로 아무 소리도 못 들었는데요.” 여신님과 내 명예를 위해서, 그 오프닝 얘기는 꺼내지 말자. “정말인가요? 그저 당신이 잊고 있을 뿐인 건 아닌가요?” 그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순 없지만 말이야. 나는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바로 이 세계에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그 사이에 뭔 일이 있었는데 내가 잊고 있을 뿐일 가능성도 있다. 원래 세계에 있을 때 봤던 여러 창작물에서도 그런 식의 전개는 꽤나 흔했고. “일단 제가 기억나는 건 없네요.” “그렇군요. 만약 이럴 때 여신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확인해 볼 수도 있었을 텐데요.” “지금은 그런 사람이 없나보죠?” “…그러고 보니 아직 그 얘기는 교육 시간에 하지 않았었죠. 실은 그래요. 저희 성직자들 입장에선 부끄러운 얘기지만, 지금은 아무도 여신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죠. 원래는 대대로 성녀님들 사이로 여신님의 목소리를 듣는 방법을 전수되고 있었지만….” “지금은 그 성녀님이 안 계시는 건가요?” “네. 그래요. 성녀가 될 최소 조건을 가진 대사제님은 몇 분인가 계셨지만, 그 누구도 여신님의 선택을 받지는 못하셨죠.” 성녀가 될 최소 조건…아, 직업 레벨을 말하는 건가. 게다가 말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성녀는 대사제에서 전직할 수 있는 모양이다. 그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거잖아? “그런 거라면 걱정 마세요! 제가 언젠가 레이아를 성녀로 만들 수 있을 테니까!” 어차피 던전에 계속 다니다보면 성장은 하게 될 거고, 언젠가는 레이아를 성녀로 만들 수도 있을 거다. “그렇군요. 그건 무척이나 기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요….” 하지만 그래도 대사제는 뭔가 석연치 않은 태도였다. “그래도 뭔가 문제가 있나요?” “레이아가 성녀가 된다고 해도, 이미 실전된 기술까지 복원할 수는 없는 거니까요.” 대사제는 그런 생각을 하자 우울해졌는지, 이마에 살짝 주름을 만들면서 중얼거렸다. “할 수 있는데요?” “네? 그게 무슨 말이죠?” 대사제님께는 사도 임명에 관한 모든 걸 다 설명한 건 아니니까, 꽤나 놀라신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꽤나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대대로 여신님의 목소리를 듣는 방법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는 건, 한 마디로 말해서 스킬이잖아? 그럼 스킬 창에서 포인트를 투자하기만 하면 끝나는 간단한 일이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는 사도 임명을 한 다음에 스킬 창을 확인해본 적이 없구나. 사도 임명을 한 직후에는 레이아가 너무 요망했으니까 말이야. 윽. 그 생각은 지금 여기서 하지 말자.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서는 건 위험해. 나는 머릿속에서 스물스물 기어오르는 번뇌를 억누르고, 레이아의 스킬 창을 열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어! 있잖아! 그리고 목표로 하는 스킬은 꽤나 쉽게 찾을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파들, x8w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271==================== 깊어져가는 던전의 비밀 스킬을 쉽게 찾은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배울 수 있는 스킬로 표시되어있었거든. 응? 성녀만 배울 수 있는 스킬 아니었어? 아니, 그냥 성녀들 사이에 전해져 내려왔을 뿐, 성녀가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건 아니었던 건가? 아무튼 레이아의 스킬 창에는 확실히 여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스킬이 배울 수 있는 상태로 존재하고 있었다. 사도 임명을 하고도 레벨을 꽤나 올린 덕분에, 레이아는 현재 스킬 포인트가 몇 포인트 존재하고 있었다. 어차피 대부분의 스킬은 신전에서 직접 배울 수 있을 거고, 게다가 레이아는 자원 봉사를 열심히 하는 만큼 스킬 레벨 성장도 무척이나 빠를 거다. 그 증거로 현재 레이아가 배우고 있는 스킬들은 하나같이 스킬 레벨이 꽤나 높은 상태였다. 그러니 굳이 스킬 포인트 하나를 아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나는 레이아의 스킬 창에서 발견한 ‘여신 강림’이라는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했다. 우우우우웅. 스킬 포인트를 찍는 것과 동시에, 갑자기 귀에서 이명 같은 게 들렸다. 기분 탓인지, 주변 공기가 조금 무거워진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시야 한 구석에서 강렬한, 하지만 그러면서도 눈부시지는 않은 따뜻한 빛이 넘실거렸다. 바로 레이아의 몸에서 말이다. 레이아가 대사제가 될 때도 비슷한 현상이 있기는 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멀리까지 퍼져나가는 느낌의 빛이었다. “레이아!” 내가 레이아의 어깨를 붙잡으면서 레이아를 부르자, 그때까지 감겨 있던 레이아의 눈이 천천히 뜨였다. 이제는 익숙해진 예쁜 황금빛 눈동자지만, 역시 평소와는 조금 느낌이 다르다. 눈뿐만이 아니라, 그냥 레이아의 전신이 그랬다. 몸에서 빛이 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안 될 정도로 분위기가 평소와는 달랐다. 뭔가 신성해 보인다고 할까. 아니, 물론 우리 천사님은 언제나 신성해보였지만, 지금은 그런 게 아니다. 마치 인간이 아닌 것 같은 느낌마저 받았다. 눈을 뜨고 날 곧게 바라보던 레이아는 역시 평소와는 다른 분위기를 뿜어내며 가볍게 미소 짓고는, 입을 열었다. “드디어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군요. 그것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이른 때에. 정말로 잘 해주셨습니다.” 분명 레이아가 입을 열어 말하고 있었는데, 목소리는 레이아의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 들은 적 있는, 그래. 게임 오프닝에서 들었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역시 여신이 레이아의 몸을 빌린 건가. 아니, 여신 강림이라는 스킬 명으로 조금 짐작은 했지만 말이야. 보통 강림이라고 하면 말이야, 뭔가 하늘에서 빛 한줄기가 내려오고, 그걸 타고 공중에서 스으윽하고 나타나는 그런 거잖아? 왜 빙의를 하고 있는 건데. 게다가 내가 스킬 포인트를 찍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말이다. 이거 절대 레이아가 스킬을 사용한 게 아니다. 던전에 관련해서 여신에 대해 약간 의혹이 생기고 있었던 만큼, 이렇게 멋대로 레이아의 몸을 빌려 나타나는 여신이 마냥 좋게 보이지만은 않았다. 혹시 이대로 여신이 계속 우리 천사님의 몸을 맘대로…아니. 여신이 날 농락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건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다. 그것도 근거라곤 여신이 던전을 만든 것 같다는 내 추측밖에 없을 정도로 가능성이 낮은 가정 말이다. 지나친 생각은 그만두자. “…여신님?” 나는 일단 정체를 확인하는 것도 겸해서 말을 걸었다. “그래요. 성자 구원. 우선 감사와 칭찬의 말을 전해야겠군요. 당신이 지금까지 보여준 성과는 제 기대를 아득히 뛰어넘은 것이었습니다. 전생술을 사용하여 무한한 생명을 얻은 하이 엘프와의 교류를 통해 무한한 생명을 획득하고, 용사와 구미호에게 사도 임명을 내리다니. 게다가 선천적인 체질로 고통 받던 아이를 구원해주기까지. 정말로 훌륭합니다. 이 이상 없을 정도의 성과입니다. 던전 공략이 생각보다 지지부진하기는 하지만, 그것도 허용 범위. 당신이 해온 일들을 생각하면 사소한 일이겠죠. 과연 당신을 계약자로 선택한 제 눈은….” “자, 잠깐만요.” 여신님의 말을 도중에 끊어도 되는 건지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나는 도저히 말을 끊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다행이도 여신님이 빙의한 레이아는 전혀 불쾌한 표정을 짓지 않고 조용히 내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정말 다행이다. 여신님의 본거지라고 할 수 있는 신전 안에서, 여신님이 불경하다고 외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 싶었는데. 하지만 그걸 걱정하면서까지 여신님의 말을 끊은 건, 도저히 묻지 않곤 견딜 수 없는 단어가 지금 여신님의 말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저…계약자란 게 대체 뭔가요? 무슨 계약이요?” “…….” 내 질문에, 여신님도 허를 찔렸는지 멍하니 입을 벌리고 벙찐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신성하게 벙찐 표정이라니. 안 어울리는 조합이다. “…성자 구원. 당신이 게임을 통해서 이 세계로 오게 된 건 기억하십니까?” “네. 물론이죠.” “당신은 평소 게임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보는 건 물론, 게임을 받고도 내용물을 꼼꼼히 살펴보는 성격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네. 설명서까지 확실히 읽는 성격이죠.” 대체 여신이 그런 것까지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조금 의구심이 들었지만, 그건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신이니까 말이야. 그 정도는 알 수 있는 거겠지. “그럼 게임을 인스톨할 때 나오는 주의사항도 제대로 읽으셨겠죠?”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인스톨할 때 나오는 주의사항이라니. 이번엔 내가 당황할 차례였다. “…아, 아뇨. 인스톨은 항상 디폴트 폴더에 하니까, 그냥 다음만 연타하고 설치되는 동안 설명서나 읽었는데요.” 나는 차마 여신님의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했다. “이럴 수가!” 내 대답을 듣고, 여신님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올렸다. 으아. 신성한 목소리로 저러시니까 왠지 죄악감이…. 내가 딱히 잘못한 부분은 없는 것 같은데 말이야. “혹시나 싶어서 설치 전의 주의사항에도 써 놓고, 인스톨이 되는 동안에도 계속 반복 재생되도록 만들어놓았는데…. 구원씨의 디스크에만 추가 사항을 넣기 위해서 열심히 추가 작업을 하고, 그 디스크가 제대로 구원씨에게 갈 수 있도록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네. 생각해보니 제가 잘못한 부분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감히 설치 전 주의사항을 소홀히 하다니. 그러니까 제발 그 신성한 목소리로 그런 말을 중얼거리는 건 그만둬주세요. 여신님의 목소리는 중얼거리는 소리조차도 왠지 공간 전체를 울리듯이 퍼져나갔고, 당연히 옆에서 그걸 듣고 있는 대사제님마저 황당한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으윽. 그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지 마! 대체 요즘 누가 그런 걸 일일이 읽냔 말이야! 살짝 의기소침하게 중얼거리던 여신님은, 살짝 고개를 좌우로 흔들더니 표정을 다잡고 다시 날 쳐다봤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놀랍군요. 계약의 내용을 전혀 모르고도, 이렇게까지 성과를 낼 수 있다니. 역시 제 사람 보는 눈은 정확했다는 거겠죠.” 날 선택한 본인이 꽤나 자랑스러우신지, 가슴을 펴고 말했다. 마치 디아나가 생각나는 행동이지만, 몸이 레이아인 만큼 박력이 장난 아니다. 그, 불경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엄청나게 강조되고 있는데요. 게다가 몸에 딱 붙도록 개조된 사제복이라서 더더욱. 잠깐. 그렇다는 말은…우리 디아나도 성장만 하면 항상 이런 광경을 볼 수 있다는 말인가?! 디아나야. 얼른 무럭무럭 자라라. 아, 물론 지금 상태도로 전 충분히 좋습니다만. 윽. 여신님을 앞에 두고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아무튼 나는 여신님이 화나지 않으셨단 걸 확인하고, 다시 한 번 설명을 요구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 계약이란 게 대체 뭔가요?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설명해주실 수 없을까요?” “…그렇군요. 제 본의는 아니었지만,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이 세계에 오게 된 거니까요.” 본의는 아니라는 말에 왠지 힘이 들어간 것처럼 느껴진 건, 내 기분 탓일까? “하지만…지금은 시간이 없군요.” “네? 그게 무슨….” “이 이상은 이 아이의 몸에 지장이 생길 우려가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아의 몸에 빙의해있는 여신님은 살짝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얹었다. 그 말은 즉, 더 이상 빙의해있으면 레이아가 위험하다는 말인가?! 그럼 안 되지! “그러니까 성자 구원. 우선은 이것만 명심해두십시오. 던전의 가장 깊은 곳. 지금은 아무도 가지 못하게 된 그곳을 목표로 하십시오.” 그 말만을 남기고, 레이아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레이아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던 빛이 서서히 줄어들어가더니, 이내 레이아가 힘을 잃고 휘청거렸다. “레이아!” 물론 레이아가 쓰러지기 전에 내가 받아냈지만 말이야. “으음…구원씨…저….” 아무래도 정신을 잃은 건 아닌 모양이다. 레이아는 현기증이라도 나는 것처럼 내 품에서 스스로의 얼굴을 감싸 쥐고 살짝 고개를 흔들더니, 이내 멀쩡한 얼굴로 두 다리에 힘을 주고 제대로 섰다. “레이아, 괜찮아?” “후훗. 네. 물론이에요. 하지만 설마 여신님께서 제 몸을 빌리시다니….” “기억이 나는 거야?” “네. 여신님이 하신 말 한 마디 한 마디까지 전부 기억이 나요.” “그래서, 여신 강림 스킬을 배운 느낌은 어때?” “…그렇군요. 제 몸이지만,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은 신기한 느낌. 하지만 싫은 기분은 결코 아니고…. 신비한 경험이네요.” 일단 레이아의 반응을 봐서는, 레이아에게 뭔가 문제가 있었던 건 아닌 모양이다. 뭐, 생각해보면 그도 그런가. 여신이 사제의 몸을 통해 신언을 전달한 건데, 그걸로 뭔가 문제가 생기면 그거야말로 문제지. “하지만….” “응?” “어째선지 다시 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요. 이상하네요. 분명 쓰는 방법은 알 것 같은데 말이에요.” “아, 그거라면….” 간단한 얘기다. 저 여신 강림이라는 스킬, 이 게임의 스킬 중에는 드물게도 쿨 타임이 존재하는 스킬이었다. 마냥 마나만 있다고 쓸 수 있는 스킬이 아니라는 말이다. 게다가 쿨 타임은 무려 1년. 스킬 설명으로 봤을 때 레벨을 올리면 쿨 타임이 줄어드는 모양이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무식하게 긴 쿨 타임이 아닐 수 없었다. 고작 몇 분 대화를 나누는 게 전부인 스킬인데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레이아가 무사한 걸 확인하자 안심이 됐다. 그리고 아까 여신님이 했던 말에 대해서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던전을 향하라고 했던 여신님의 마지막 말에 대해서 말이다. 이왕이면 빗나가길 바랐지만, 역시나 내 예상대로 여신님은 던전을 답파시키기 위하여 날 이 세계로 보낸 것이었다. 하지만 내 예상이 맞는다면, 저 던전은 여신이 만든 거다. 굳이 자기가 만든 던전을 끝까지 가보라고 하는 이유가 대체 뭐냔 말이야? 정말로 던전을 답파하는 과정이 뭔가의 시험이거나, 그도 아니면 정말로 순수하게 그저 유흥을 즐기기 위해서 이런 짓을 했단 말이야? 아니, 하지만 아까 그 여신님을 봐라. 물론 외모는 레이아였지만, 태도를 보면 대충 그 사람의 됨됨이를 짐작할 수 있는 법이다. …상대는 사람이 아니지만. 아무튼 그렇게 신성하고 친절해보였던 분이, 그런 고약한 짓을 하기 위해서 날 이 세계로 보냈다고? 내가 그런 진실을 믿고 싶지 않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도저히 그렇겐 생각되지 않았다. 이래 봬도 사람 보는 눈은 있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우리 애들을 봐라. 얼마나 이쁘고 착해. 게다가 원래 여신님은 아무 말도 없이 날 이 세계로 보낼 계획이 아니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즉, 여신님은 내가 그 뭔지 알 수 없는 여신님의 목적에 대한 설명을 읽고도, 이 세계에 올 것을 선택할 거라고 생각하신 거다. 그렇다면 그렇게 나쁜 의도일 리는 없는 거 아닐까? 아니. 하지만 계약이라고 했다. 서로 주고받는 게 있다는 말이다. 아마 내가 받은 건 이 힘이다. 나만이 적용되는 게임 시스템과, 이런 세계에선 더욱더 압도적인 효과를 자랑하는 성자로서의 힘. 지금까지 유효활용하고 있었던 만큼, 이 힘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그 누구보다도 내가 제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 힘이 조금 두렵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받은 게 큰 만큼, 여신님의 요구사항도 뭔가 엄청난 것이었던 게 아닐까? 으아아!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그래! 결정했어! 일단 던전은 계속 다닌다! 어차피 여신님이 그러라고 하기도 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원래 던전에 대해서 알아볼 생각이었다. 일단 원래 예정대로 나는 나대로 여신님의 목적이 무엇일지 파헤쳐본다. 그래도 여신님이 직접 나서서 설명까지 해주려고 했던 만큼, 마음의 짐이 조금 덜어진 느낌도 들었다. 설마 별 일이야 있겠어? “대사제님! 이건 대체!” 내가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했을 때, 누군가가 노크도 없이 방문을 열고는 방 안으로 들어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72==================== 성자 구원 방에 들어온 건 한 명이 아니었다. 다수의 사제들이 놀란 얼굴로 대사제님을 쳐다봤다. “바, 방금 그건…밝은 빛과 함께 여신님의 목소리가 들렸는데요! 제가 제대로 들은 게 맞나요?!” 아, 어쩐지 작은 목소리마저 선명하게 들린다싶었더니, 여신님의 목소리는 이 방뿐만이 아니라 더 넓은 곳까지 퍼져나간 모양이다. 설마 내용까지 확실히 들리진 않았겠지? 그거 들렸으면 꽤나 쪽팔린데. 여신님과 계약하고 왔을 터인 놈이 부주의로 인해 계약 내용은 아무것도 모른 채 던져졌단 사실이 소문이라도 나봐라. 아무리 철면피인 나라도 꽤나 창피하다. 아니, 그래도 보통 인스톨 할 때 나오는 문구를 전부 읽는 놈은 없잖아?! 여신님도 좀 더 보통 사람들이 읽을 만한 곳에…이 이상은 불경죄로 천벌 받을 거 같으니까 그만두자. “당신들이 들은 대로에요. 여신님이 레이아의 몸을 빌려 저희 앞에 나타나셨습니다.” 대사제님 역시도 꽤나 혼란스러워보였지만, 그래도 역시 이 거대한 던전 도시의 신전을 관리하는 대사제님이었다. 대사제님은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면서 사제들에게 사실을 말해줬다. “역시! 아, 그렇다면…!” 여신님이 강림했단 사실이 그렇게 기쁜 건지, 사제들이 하나같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뭐, 대사제님 말에 따르면 여신님이 강림하지 않은지 꽤나 지난 모양이니 말이야. 교단의 숙원 중 하나가 풀렸으니 기쁘겠지. “네. 레이아가 새로운 성녀 후보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아니, 성녀가 되는 건 이미 확정이라고 봐야겠지요. 뭐니 뭐니 해도….” 하지만 대사제님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대사제님은 꽤나 복잡한 얼굴로 날 쳐다봤다. 마치 이걸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하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시선을 레이아쪽으로 한 번 돌리더니, 이내 결심한 표정으로 다음 말을 내뱉었다. “성자 구원이…여신님의 사자께서 선택한 사제이니까요.” 그 말과 동시에, 방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집중됐나. 훗, 그래. 내가 좀 대단하긴…잠깐만. 왜 일제히 날 바라보면서 양손을 모으는 건데?! 무지막지하게 부담되는데?! “여신님의 사자….” 방 안에 들어온 사제 무리 중 누군가가 그렇게 동경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저, 대사제님…?” “소피아라고 불러주시면 됩니다. 구원님.” “아뇨아뇨. 그럴 수는….” “구원님 곁에도 대사제가 있는데, 절 대사제라고 부르면 혼동되기 쉽잖아요?” 대사제님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레이아가 있었다. 아, 그도 그런가. “그, 그럼 소피아…씨. 저한테 왜 존대를 하세요. 구원님이라니. 그러실 필요 없어요.” “아뇨. 여신님의 사자께 무례한 행동을 할 수는 없지요. 성자 구원님. 당신은 역시나 여신님에게 사명을 받고 이 세계에 온 것이었군요. 그 과정에서 이해하기 힘든 사고가 있었던 모양이지만, 그래도 당신이 여신님의 사자라는 것에 변함은 없습니다.” 그래. 하긴. 인스톨이니 게임 설명서니 그런 단어를 이해하기 힘들긴 하겠지.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러니 앞으론 저희 교단이 앞으로 구원님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응?! 아니, 필요 없는데! 지원은 이미 우리 디아나가 해주는 걸로 충분하고도 남아! 그러니까 괜히 그런 기대에 넘치는 표정으로 보지 마! 부담스럽잖아! “네?! 아뇨! 그러실 필요는…애, 애초에 말이죠! 그, 대사, 소피아씨 혼자서 정하실 문제가 아니잖아요?!” “걱정 마십시오. 교황청에 계시는 교황님께서도 같은 결정을 내릴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군요. 불안하시다면 지금 당장 연락을 하도록 하죠.” “아니, 그러실 필요는…!” “그럼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소피아 대사제님은 그렇게 말을 하고 방을 나섰다. 뭐야 이거. 갑자기 스케일이 엄청나게 커졌는데. 내 목표는 그냥 적당히 우리 애들이랑 뒹굴 거리면서 잘 먹고 잘 사는 건데. 신전에서 이렇게 나와 버리면 전력으로 던전 탐험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는 거잖아! 하지만 그런 본심을 입 밖으로 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지금 난 신전 안에 있으니까. 그것도 날 향해 눈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는 사제들에게 둘러싸여있는 상황이다. 저런 불경한 말을 했다간 정말로 무슨 꼴을 당할지 몰라. 게다가 꼭 그런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내가 그런 말을 하면 우리 레이아가 실망하게 될 거다. 그런 꼴은 못 보지. 아무튼 소피아 대사제님이 나가자마자, 그동안 눈을 초롱초롱 빛내던 사제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날 향해서가 아니라 레이아를 향해서. 힐끔힐끔 쳐다보는 걸 보니 관심은 있는 모양이지만, 아무래도 바로 말을 걸기는 부담되는 모양이었다. “레이아! 성녀가 된 거야?!” “아뇨. 아니에요. 이제 막 대사제가 된걸요.” “그런 거야? 하지만 그럼 여신님께선 어떻게 강림을…?” “그건…구원씨께서 제게 뭔가를 하시니까, 그냥 왠지 모르게 할 수 있게 됐어요.” “오오오!” 레이아. 레이아까지 그러지 말아줘. 부담감이 더 커지잖아. “그, 그런데 말이야. 그럼 구원님과 레이아는…그…결혼하는 거야?” “네?! 그, 그야 언젠가는….” 부끄러워하는 레이아 누님은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좋았지만, 이 전개는 왠지 좋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언젠가는 이라니. 왜 당장하지 않는 거야? 어차피 서로 마음이 통하고 있다면, 당장하면 되잖아? 여신님께서도 분명 축복하실 거야. 성녀가 될 사람과 여신님의 사자가 결혼한다니. 로맨틱해….” 이봐. 거기 이름 모를 사제. 넌 그냥 자신이 생각하는 로맨틱한 장면이 보고 싶을 뿐인 거 아냐? “다녀왔습니다.” 그때, 소피아 대사제님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꽤나 빠르잖아. 신전 내에 마법으로 된 전화 같은 거라도 존재하는 건가? “어떻게 됐나요?” “그렇군요. 일단 구원씨가 여신님의 사도인 것이 확실하다면, 전폭적인 지원은 당연하다는 것이 모든 교황청에 계신 여러분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쉽사리 믿어질 일은 아닌 모양인지라….” 소피아는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휴우. 다행이다. 아니, 미안할 거 없어요. 진짜로. 오히려 덥석 믿어버리고 지원해준다고 나서면 어쩌나 싶었는데. “추기경 한 분이 직접 오셔서 확인하시겠다고 합니다.” “역시 그렇…아니. 잠깐. 네?!” “마법사 협회를 통해 오시게 될 테니,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모릅니다. 바쁘신 게 아니라면, 조금만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아니, 바쁘진 않은데 말이야. 오히려 시간이 남아돌기는 하는데 말이야. 곤혹하는 나를 놔두고, 사제들은 다시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대사제님!” “네?” “저희끼리 생각해봤는데요. 신전에서 구원님과 레이아의 결혼식을 준비하는 건 어떤가요? 무척 로맨…성녀가 안 계셔 다들 은연중에 불안해하는 지금, 모두에게 힘이 될 거라도 생각해요.” 라고 외친 건, 아까도 로맨틱이니 뭐니 떠들어대던 머리가 꽃밭인 사제였다. 야. 아무리 그래도 저 깐깐한 소피아 대사제님이 그딴 말에 넘어갈 것…. “흠…. 확실히 그러네요. 추기경님이 오시면 얘기를 해볼 가치가 있겠어요.” 넘어갔다! 심지어 엄청나게 손쉽게! 레이아를 힐끔 바라 보고 그런 말을 한 걸 보니, 아무래도 소피아 안에 잠든 어머니의 마음이 발동한 모양이다. 그래. 딸의 행복을 바라는 건 모든 어머니들의 공통적인 마음일 테니까. 나도 소피아가 레이아를 정말 친딸처럼 애지중지하고 잘 챙기는 게 흐뭇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말이야, 그래도 이런 전개는 바라지 않았는데! “구원씨….” 볼을 살포시 붉히고 전혀 싫은 표정이 아닌, 오히려 행복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레이아가 날 바라봤다. 저 면전에다대고 아직 결혼 생각은 없단 소릴 할 수도 없고. 미치겠네. 아니, 우리 천사님과 결혼하는 게 싫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좋다. 그야 당연하지. 천사님과 결혼할 수 있다는데 싫어할 남자가 어디 있어? 문제는 말이야.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나는 우리 애들 셋을 동등하게 좋아한다. 결혼은 아직 먼 얘기라고 여기고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긴 하지만, 일단 막연하게나마 생각해본 적이 있기는 하다. 만약 결혼을 하게 되면 셋과 동시에 결혼식을 치르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그도 그렇잖아? 만약 셋 중 하나와 먼저 결혼식을 치러봐라. 분명 나머지 둘에게는 평생 시달리면서 살 거다. 그런데 갑자기 신전 주최로 레이아와 결혼이라니. 주최가 주최고 의도가 의도인 만큼, 셋과 동시에 결혼식을 치르는 건 절대 불가능하겠지. 그러니까 이 결혼 얘기는 회피하는 게 제일이다. 레이아에게는 미안하지만 말이야. 그럼 어떻게 얘기를 해야 레이아에게 상처주지 않고 결혼식 얘기를 무효화할 수 있을까. “실례할게요. 소피아 대사제.” 그렇게 내가 머리를 쥐어짜고 있을 때, 또 다른 인물이 소피아의 방으로 들어왔다. 다른 성직자들보다 조금 더 화려한 성직자복을 입고 있는, 이건 또 엄청난 미인이었다. 뭐, 이 세계는 성직자들이 기본적으로 다들 미남미녀인 것 같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 미인은 마치 고위귀족이라도 되는 마냥 고고한 시선으로 주변을 스윽 훑어봤다. 고고한 걸 넘어서서 조금 오만하게까지 보이는, 그야말로 서민을 깔보는 전형적인 귀족 아가씨처럼 보였다. “직접 보는 건 오랜만이군요. 인사는 아까 했으니 생략하도록 할게요.” 그 미인의 시선은 소피아와 레이아, 그리고 다른 사제들을 지나서, 방 안에서 유일하게 남성인 나에 이르러서야 멈췄다. 뭐냐. 그런 내려다보는 것 같은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공주마저도 나한테 그런 시선을 보낸 적이 없는데. 뭐, 펠리시아는 공주치고 좀 특이한 녀석이기는 했지만. “이 사람이 바로 그 여신님의 사자라는 사람인가요?” 그 미인은 시선을 내게 고정시키고, 뭔가를 파헤치는 것처럼 나를 빤히 쳐다봤다. “네.” “흐으으으음….” 소피아 대사제의 대답에도, 그녀는 지긋이 나를 관찰하는 시선을 보내왔다. 야. 초면에 좀 무례한 거 아니냐? “소피아 대사제님. 이거 누구에요?” “이, 이거?! 지금 이거라고 했어요?!” 내 말에, 그녀는 바로 히트업해서 덤벼들 태세였다. “그게 싫으면 적어도 자기소개라도 해라. 초면인 사람 무례하게 빤히 쳐다보지 말고.” 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난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태도에 따라 맞춤 대응을 추구하는 성격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잘해주는 상대한테 무조건 잘해주는 건 아니지만. “제 얼굴도 모르다니. 열두 추기경 중 하나인 저, 마틸다를 모른다는 말씀이신가요?!” “응. 몰라. 뉘신지?” 얘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여기로 직접 온다던 추기경인 모양이다. 빨리도 왔네. 그런데 추기경이면 상당히 높은 사람이잖아? 종교의 높은 사람이면 좀 더 고귀하고 인자해야 되는 거 아니냐? 태도가 왜 이래? 우리 천사님의 반의반만이라도 좀 닮아봐라. “이, 이이익! 소피아 대사제! 이 남자가 여신님의 사자라는 게 정말인가요?!” “네. 여기 있는 모두가 여신님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습니다.” “믿을 수 없는데요?!” “후하하. 네가 믿을 수 있냐 없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사실이 그렇다는 게 중요한 거지. 알았으면 얼른 이 여신님의 사자에게 납작 엎드려 발이라도….” “구원씨.” “응. 미안. 레이아. 내가 너무 나댔지?” 시건방진 애가 분해하는 걸 보니까 너무 통쾌해서 말이야. 앗, 젠장! 그러고 보니 얘 때문에 나 스스로 내가 여신의 사자란 걸 인정해버렸잖아! 젠장…. 도움이 안 되는 년 같으니라고…. “으으윽….” 하지만 내 말에 자존심을 무척이나 상처받은 모양이니, 그거 하나만큼은 통쾌하다. “소피아 대사제나 여러분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 자가 어떤 속임수로 모두를 희롱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어요! 지금도 증명 가능한,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요!” “실전됐다던 여신 강림까지 재현해줬는데 못 믿네. 그럼 어디 한 번 실전된 기술이 더 있으면 말해봐. 레이아에게 배우게 해주지.” “뭐, 뭐라고요?! 그, 그럼…이 상처를 고쳐보시죠!” 마틸다는 자신의 소매를 걷고는, 팔에 난 상처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번개가 내리쳐 검은 흉터를 남긴 것 같은, 무척이나 기괴한 모양의 상처였다. 뭐야 저거. “고대의 저주를 받은 흔적이에요. 예전에는 저런 강력한 저주도 치료할 수 있는 신성마법도 있었다고 문헌에 있기는 하지만….” 내 의문을 알아챘는지, 뒤에서 소피아 대사제님이 설명을 해줬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73==================== 성자 구원 그렇군…. 사실 마틸다가 분해하는 얼굴을 더 보고 싶어서 그냥 해본 말이었는데. 설마 진짜로 또 실전된 기술이 존재했다니. 대체 기술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진짜 괜찮은 거냐? 이 종교. 아무튼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아니지만 말이야. 나는 마틸다의 왼팔을 다시 한 번 쳐다봤다. 원래 세계에서 번개 맞은 사람의 흉터를 본적이 있는데, 딱 그런 모양의 상처였다. 한줄기 굵은 선이 팔을 휘감고 있었고 그걸 중심으로 사방으로 잔가지가 뻗쳐있는 것 같은 모양의 흉터. 다만 번개 맞은 사람과는 다르게 붉은색 흉터가 아닌 검은색 흉터였지만 말이다. 마치 흑룡파라도 쓸 수 있을 것 같은 팔이다. 만약 내가 저런 상처를 가지고 있다면 붕대로 감은 다음에 ‘크큭. 조심해. 이 팔에는 흑염룡이 잠들어있다고.’라든가 ‘이미 늦었어. 푸는 방법을 잊어버렸거든.’같은 헛소리나 해대면서 꽤나 들떴겠지만, 여자로서 저런 흉터를 가지고 있는 건 꽤나 힘들겠지. 특히나 스스로에게 무척 자신 있어 보이는 미인으로서는 더더욱. 하지만 이미 소피아 대사제님이 예전엔 저런 걸 풀 수 있는 스킬도 있었다고 확실히 말했다. 그렇다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저주라는 말이다. 그저 레이아의 스킬 창을 열고, 스킬 포인트를 하나 분배하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하지만 말이야. 바로 그렇게 치료해주기는 괘씸하지 않아? 얘 입장에선 내가 성공하면 치료가 돼서 좋고, 실패해도 날 씹을 수 있으니 좋은 거잖아? 내가 정말로 여신님의 사자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라면서 은근슬쩍 이런 딜을 하다니. 정말로 괘씸하기 짝이 없다. 아니, 치료해주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물론 내가 좀 쓰레기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눈앞에 별다른 힘도 들이지 않고 치료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데도 괘씸하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안 해줄 정도는 아냐. 저런 흉터를 보고 있으면 동정심도 생기기는 하고 말이야. 마틸다도 오늘 처음 보는 나에게 저런 흉터를 보이는 건 부끄러운지, 입술을 꽉 깨물고 소매를 걷은 팔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으니까 더더욱. 하지만 치료해주기 전에, 조금 가지고 노는 건 괜찮잖아? “그렇군. 고대의 저주 말이지…. 그래서 정확히 효과가 뭔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건데?” 저주라고 불리는 만큼, 그냥 보기 싫은 흉터가 있다는 게 전부는 아닐 거다. “그, 그건….” 일단 괴롭히기 전에 저주의 정체부터 파악해보려고 물어보자, 갑자기 그렇게 기가 세보이던 마틸다가 살짝 눈가에 눈물을 띄우면서 말을 흐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강렬한 눈빛을 발하면서 날 노려봤다. “그런 건 상관없잖아요?! 당신은 그저 이 저주를 회복할 수 있는 기술을 복원시키기만 하면 되는 거에요! 그러면 여신님의 사자로 인정해주겠어요!” “이거 말 돌리는 게 수상한데? 확실히 말해라. 무슨 저주야? 혹시 치료를 시도하는 사람한테 반사되는 효과라도 달린 거 아냐 이거?” “뭐, 뭐 뭣?! 사람을 뭘로 보고! 정말 무례하군요! 저 추기경이에요! 추기경!” “그래. 그래. 그리고 난 네가 그렇게 신앙하는 여신님의 사자고.” “전 아직 인정 안 했어요!” “끝까지 저주에 대해선 말 안하는 걸 보니 이거 진짜로….” “구원씨. 구원씨가 생각하시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안심하세요.” 내가 마틸다를 계속 추궁하려고 하자, 레이아가 내 팔을 살며시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응? 레이아는 이게 뭔지 알아?” “네. 저뿐만이 아니라 다들….”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다들 알고 있지만, 말하긴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그보다는 불쌍하다는 표정이었다. 심지어 사제들뿐만 아니라 실비아마저도. 혹시 이 저주, 유명한 건가? 하긴 그도 그렇겠네. 열두 명밖에 없다는 추기경이 걸린 고대의 저주. 오히려 유명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도 나한테 알려줄 생각이 없는 걸 보면, 뭔가 그럴만한 사정이 있는 거겠지. 그래. 일단 이건 그냥 넘어가주지. 애초에 이런 걸로 가지고 놀려던 게 아니었으니까. “그렇군. 꽤나 힘든 저주인 모양이네.” “알았으면…!” “즉, 그 저주를 풀 수 있는 기술이 실전된 지금. 치료를 하려면 나한테 기댈 수밖에 없다는 말이렷다.” “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요?!” “으응? 아니. 그냐앙? 어쩔까아? 치료해줄까아? 으음. 하지만 이 시건방진 태도를 보고 있으니까 조금 말이야…. 여신님의 사도인지 알아본다면서 은근슬쩍 사심을 채우려는 것도 그렇고…. 어떻게 할까아?” 짜증난다고? 알아. 그게 목적이거든. 내 예상대로, 마틸다는 날 노려보면서 팔뿐만이 아니라 전신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다, 다, 당신이 실전된 기술을 말해보라고 했잖아요! 잔말 말고 정말로 여신님의 사자라면 치료나 하시죠! 그게 불가능하다면 전 당신을 여신님의 사자로 절대 인정하지 않겠어요!” “그러시던가.” “뭐, 뭐요?!” “그러시라고. 솔직히 네가 날 여신님의 사자로 인정하든 말든 전혀 관심 없어. 교단의 지원? 필요 없어. 너 내가 누군지는 아냐? 난 지원이 필요한 입장이 아냐. 그리고 내가 여신님의 명을 받들어 목표를 이뤘을 때, 교단에서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면 여신님이 어떻게 생각하실까?” “으, 으읏…!” 훗. 이겼다. 마틸다의 분해하는 표정을 내려다보면서, 나는 승리의 쾌감에 빠졌다. “그러니까 정말로 치료해주길 원한다면 말이야. 빌어봐.” “비, 빌어…?” 마틸다는 마치 ‘나한테 그런 소릴 한 건 네가 처음이야.’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물론 드라마처럼 그런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반했다는 표정은 아니었다.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는 표정이었지. 그도 그럴게, 이 세계는 모든 사람들이 여신님을 섬기는 세계다. 그리고 마틸다는 그런 단일종교 세계에서 열두 명 밖에 없다는 추기경님이시다. 그런 추기경님께서 누군가에게 빌어야할 경험을 몇 번이나 해봤겠어? “그래. 거창한 말은 필요 없고. 부탁드립니다. 절 치료해주세요라고. 아, 그리고 시건방지게 굴어서 죄송….” “구원씨.” 내가 신나서 떠들자, 결국 다시 레이아가 내 팔을 꽉 붙잡았다. 내가 레이아를 쳐다보자, 레이아가 타이르는 것처럼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흔들었다. “다른 분의 약점을 파고들어서 그러시면 안 돼요.” 이런 분해하는 표정이 꼴 보기 좋아서 너무 들떴나. 남들이 보면, 아니 굳이 제삼자의 시선으로 보지 않아도 완전히 약점 있는 애를 괴롭히고 있는 거였으니까. 레이아 앞에서 못난 모습을 보여 버렸네. 괴롭히는 건 이쯤 해둘까. 마틸다도 이쯤 되면 조금 반성을 했겠지. 앞으론 그렇게 오만하게 굴지 마라. “응. 야. 넌 우리 레이아한테 감사해야 된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마틸다에게 한마디 해주고, 레이아와 단단히 팔짱을 꼈다. 저 풍만한 언덕으로 사심을 채우려는 게 아니다. 필요한 일이니까 이러는 거야. 뭐, 기분 좋은 건 부정 안하겠지만. “그럼 스킬을 배우게 만들게. 아까처럼 또 배우자마자 발동되어버릴 수도 있고, 현기증 같은 게 생길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 “네.” 이 세계의 사람이 스킬 포인트 분배로 스킬을 배우는 감각은 나완 다를지도 모른다. 나는 게임할 때의 감각 그대로 스킬을 배우고 사용하지만, 아무래도 여기 사람들은 다를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애초에 게임 시스템은 나만 사용할 수 있는 특전일 테고. 나는 스킬 창을 열고 레이아의 스킬을 하나하나 찬찬히 살펴봤다. 레이아는 기본적인 저주 해제 마법은 이미 배우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마틸다의 저주를 풀기 위해 필요한 스킬은 이게 아니겠지. 어디보자. 고대 저주 해제…강력한 저주 해제 스킬이…찾았다! 레이아의 스킬 창에는 강력한 저주를 해제할 수 있다는 스킬이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다. 어휴.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떠들어 놓고, 없으면 어쩌나 싶었네. 제대로 있잖아. 역시 여신님이 주신 시스템이야. 없을 리가 없지. …못 배우지만. 그랬다. 확실히 스킬이 존재하긴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배울 수 있는 레벨이 무려 250. 그것도 대사제에서 한 번 더 전직을 하고 나서야 배울 수 있는 스킬이었다. 이거 실컷 놀려놓고 이제 와서 뭐라고 변명을 해야 되지. “어…음…야. 아니. 추기경님. 그게 말이죠….” “…설마 이제 와서 못하겠다는 건 아니겠죠?” 내 반응에서 뭔가를 캐치해냈는지, 마틸다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아니, 그게 말이야. 그 저주를 해제할 수 있는 스킬이 있기는 있어. 있기는 있는데 말이야.” “그런데 뭐요? 제가 아직도 부탁드린다는 말은 안 해서 그런 건가요? 알겠어요. 제대로 부탁….” “아니! 아니야! 하지 마! 그런 건 됐어! 난 그렇게 쪼잔한 놈이 아니거든. 문제는 그 스킬이 말이야. 적어도 사제 레벨이 250은 돼야지 배울 수 있어서 말이지. 아직 우리 레이아가 배울 수가….” “뭣?! 그렇게 잘난 듯 떠들어놓고 지금와서 그런 소리인가요?!” 응. 미안. “그, 그럼 저 사람 말고,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건….” “응. 그건 불가능해. 사랑하는 사람만 가능하거든.” 원래라면 레이아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쳐다보면서 말해야 할 대사지만, 과연 이 상황에서 염장까지 지르기는 미안했다. 그런 내 말을 듣고, 마틸다의 표정이 엄청나게 구겨졌다. 그러더니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푸욱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그러시겠죠. 그럴 줄 알았어요. 뭐, 애초에 기대도 안 했어요.” 아니. 표정 보니까 엄청 기대했다가 실망한 거 같은데. 야. 진짜 미안하다. “역시 당신이 여신님의 사자라는 건 사기인 모양이군요. 여러분이 들었다는 그 여신님의 목소리도, 뭔가 속임수를 쓴 것에 불과하겠죠.” “아니에요. 마틸다 추기경님. 구원씨는….” “당신은 조용히 하세요. 듣자하니 당신의 몸으로 여신님이 오셨다고 하는데, 애초에 당신 이제 막 대사제가 된 거잖아요? 어쩐지 이상했어요. 대사제의 몸에 여신님이 내려오신다니. 그건 성녀님만이 가능한 거잖아요? 당신도 이 사람과 한패 아니에요? 여신님의 섬기는 몸으로서 부끄러운 줄….” 이게 듣자듣자 하니까. 난 솔직히 좀 미안한 짓을 했으니까 뭐라고 해도 상관없는데, 감히 우리 레이아한테까지 뭐라고 해? 심지어 레이아가 자길 몇 번이나 감싸줬는데. “야. 넌 그럼 사기꾼이랑 여신님을 이용해서 사기나 치고 다니는 애를 여신님이 대사제로 인정해줬다는 거냐? 그거야말로 신성모독 아냐?” “읏…! 실례. 말이 조금 심했네요. 그건 사과하죠. 아무튼 전 당신을 여신님의 사자로 인정할 수 없어요!” 과연 그렇게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던 건지, 마틸다는 일단 사과를 하기는 했다. 다만 말투가 싸가지 없는 건 여전했다. 아무리 추기경이라지만, 성직자란 애가 신성 모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발언까지 하고도 이런 태도라니. 뭘 믿고 이러는 거지? 아무튼 마틸다가 이렇게 나오는 이상, 내가 여신의 사자라는 건 인정되지 않을 모양이다. 별로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애초에 교단의 지원 같은 건 필요도 없었고. 괜히 사람들이 떠받들게 되면 그건 그것대로 부담스러울 것 같고. 다만 이 싸가지 없는 애한테 사기꾼 취급당한다는 것 하나만은 불쾌하기 짝이 없지만, 증명할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혹시 실전된 기술이 더 있지 않으려나? “그렇다면, 레이아가 여신님을 몸에 받아들인 그 기술을 저희에게 알려주면 되는 게 아닐까요?” 그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소피아 대사제님이 그런 제안을 해왔다. “네?” “레이아가 여신님을 몸에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건, 다시 말해서 대사제라면 할 수 있다는 거잖아요? 그러면 저나 마틸다 추기경께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주면, 무엇보다 확실한 증거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오오오! 과연 소피아 대사제님! 머리도 좋으셔! 가만히 생각해보면, 여신님이 강림했던 걸 증명하기에는 오히려 이게 더 확실하다. 게다가 난 여신님과 이어서 더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 오히려 이게 더 좋다. 내가 사기꾼이 아니란 것도 밝혀지고, 이 세계로 날아온 목적도 알 수 있고. 일석이조란 거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진작 이랬어야했는데. 나도 여신님을 만나고 정신이 없긴 없었던 모양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0분 이내로 한 편 더 올릴 예정입니다. 274==================== 성자 구원 “그럼 되겠구나! 레이아! 부탁할게!” “그, 그게 말이에요…. 구원씨….” 내가 활짝 웃으면서 레이아를 바라보자, 레이아가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응? 왜 그래?” “그게…어떻게 알려드려야할지 모르겠어요.” “그건 또 무슨 말인가요?” 레이아의 말을 듣고, 마틸다가 따지듯이 되물었다. 넌 우리 말 안 믿는 거 아니었냐? 왜 또 들이대. “어떻게 하면 여신님을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는 왠지 모르게 알 수 있는데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냥 할 수 있다고 밖에는.” “그저 신성력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면 되는 거잖아요?” “아뇨. 신성 마법을 사용하는 것과는 느낌이 달라요. 신성력을 운용하는 게 아닌, 뭔가 다른 감각이에요. 죄송해요. 어떻게 설명을 못하겠네요.” 아, 혹시 그런 건가. 여신 강림이란 스킬은 마나, 즉 신성력을 소모하지 않는다. 그냥 소모값 없이 쿨 타임만 존재하는 스킬이다. 때문에 신성력을 운용해서 사용하는 다른 스킬들과는 느낌이 다를 거고, 그래서 레이아가 설명을 못하고 있는 건가. 게다가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도 누군가에게 배운 게 아니라, 나에 의해서 강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거다. 더욱더 설명하기 곤란할 거다. “역시 당신들 수상해…. 정말로 거짓말하는 거 아니에요?” 하지만 이런 레이아의 태도가 의혹을 부추기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마틸다 추기경. 레이아는 그럴 아이가 아닙니다. 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봐온 제가 보증하죠.” “소피아 대사제가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래도 당신이 여신님의 사자라는 말은 못 믿지만요!” 과연 이런 큰 신전을 맡고 있는 만큼 소피아 대사제님은 신뢰도가 높은 인물인 모양이다. 마틸다는 레이아에대한 의심을 접어주면서도, 여전히 나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뭐 아까 깐죽댄 게 있으니까 이렇게 적대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그래라. 그럼.” 나는 그래도 잘못한 게 있으니 마틸다의 태도를 쿨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니, 애초에 난 딱히 너한테 믿어달라고 한 적 없다니까. 하지만 마틸다는 내가 쿨하게 받아들여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여전히 날 매도했다. “애초에 말이죠. 자신 스스로의 힘을 증명하지 않고, 사랑하는 사람만 능력을 깨우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든가. 이상하잖아요? 저 레이아라는 사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걸 이용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이번엔 또 이상한 추측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아니. 나도 내 힘을 증명하려면 증명할 수는 있다고? 근데 너 또 내가 다른 사람한테 성자 스킬을 쓰면 연기 아니냐면서 안 믿을 거 아니야. 그렇다고 너한테 쓰면 또 안 먹힐 테고. 추기경이면 레벨도 엄청 높을 테니까. 이래저래 귀찮기 짝이 없는 녀석이었다. “이 여자한테 빈대 붙어사는 기둥서방 같으니라고!” 내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더더욱 화가 났던 건지, 마틸다가 결국 내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내뱉었다. “기둥서방 아니거든!” 안 그래도 우리 디아나 때문에 그런 소리 안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딴 소리 지껄이지 마라! “아니기는 뭐가 아니에요! 이 기둥서방!” 이, 이, 이 쪼끄만 게 보자보자 하니까! 내가 기둥서방이란 말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걸 눈치챘는지, 마틸다는 계속해서 그쪽을 공략해왔다. “아니라면 뭔가 스스로의 힘을 증명해보시죠? 여자한테 기대지 말고요. 이 기둥서방!” “오냐. 알았다. 나중에 후회나 하지 마라.” 나는 애널라이즈를 사용해서 주변에 있는 사제들을 스캔하기로 했다. 레이아한테 성자 스킬을 쓰면 또 연기라고 난리칠 거고, 그렇다고 고레벨 상대로 스킬을 쓰면 피곤해진다. 딱 실비아 발정 사건의 재래가 되겠지. 그러니까 적당한 레벨의 사제를 잡아서 성자 스킬을 써주겠다는 거다. 당사자가 되는 사제에겐 미안하지만, 난 기둥서방 소리를 저렇게 듣고도 참을 수 있을 정도로 인내심 많은 놈이 아니거든. 나는 무작위로 애널라이즈를 발동하면서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럴 것도 없이, 처음 애널라이즈를 사용한 상대부터 이미 성자 스킬을 사용하기에 적합한 레벨이었다. 그래. 정말로 의외지만, 눈앞에 있는 마틸다 추기경이 바로 그랬다. 뭐야? 추기경이란 건 직업명이 아니라 그냥 직위명이었어? 마틸다도 소피아나 레이아와 마찬가지로 직업명은 그저 대사제였다. 게다가 레벨도 고작해야 실비아 수준. 아니. 고작 실비아 수준이라고 하는 건 실비아한테 실례인가. 걔도 일단 왕실친위대라는, 이름만 들어봐도 이 나라의 최고위 집단이란 걸 알 수 있는 곳의 기사였으니까. 펠리시아와의 친분을 생각하더라도, 실비아 정도면 원래 엄청난 수준이겠지. 아무래도 주위에 디아나나 마법사 협회 누님들같이 세계 최고의 사람들이 몰려있다 보니, 레벨에 대한 감각이 이상해진 모양이다. 아무튼 그런고로 마틸다는 충분히 내 성자 스킬로 정복할 수 있는 상대라는 거다. 실비아는 정신적 쾌감을 느끼기 시작한 이후로 내가 삽입만 해도 연속 오르가슴을 엄청나게 느끼게 됐으니까 말이다. 덕분에 난 실비아를 우리 파티로 받아들이고 아직 한 번 밖에 하지 않았는데도 꽤나 레벨이 올랐다. 물론 아직 실비아의 레벨을 따라잡으려면 멀었지만, 그래도 성자 스킬이 효력을 발휘할 정도로는 차이가 좁혀졌다. 나는 마틸다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어깨를 덥석 잡았다. “지, 지금 뭐하는 거예요? 나, 난폭한 짓은….” 어깨를 잡는 내 손에서 묵직한 힘을 느낄 수 있었던 거겠지. 마틸다는 살짝 겁먹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기센 태도를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었다. 그래. 그 태도가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기대된다고. “뭘. 걱정 마. 난폭한 짓 같은 건 안 해. 오히려 천국을 보여주려는 거야. 보고 싶은 거잖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게 아닌, 나 자신의 힘을. 자 온 몸으로 느껴라. 이게 바로 여신님한테 받은 힘이다.” 나는 마틸다의 어깨를 잡은 양손에 성자의 손길을 풀파워로 발동했다. “하응…으으읍!” 마틸다는 스스로가 낸 소리에 놀랐는지 얼른 입을 틀어막았지만, 이미 늦었다. 내가 성자의 손길을 발동한 순간 마틸다의 두 다리가 안쪽으로 꺾이듯이 확 오므라지면서 바들바들 떨렸고, 두 눈은 몽롱한 빛을 띠기 시작했다. “흐읍! 흐읍! 흐으읍!” 마틸다는 뭔가 더 말하고 싶은 모습이었지만, 스스로 입을 틀어막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오호라. 과연 추기경님. 조금 버티시는데? 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얘가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도 다 레벨이 나보다 높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평생 버티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차피 이렇게 내 스킬로 쾌감을 느끼게 된 이상, 후유증이 남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조건 한 번은 절정을 느끼게 해야 된다. 나는 한 손으론 여전히 마틸다의 어깨를 붙잡아 쓰러지지 않게 만든 채로, 나머지 한 손을 천천히 마틸다의 목 쪽으로 이동시켜갔다. “그렇게 고집부리고 버티려고 하지 말고 순순히 느끼라고. 여신님이 주신 이 힘에 감동하면서 말이야.” “아, 아, 아, 아, 아으으읍!” 내 손이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스치듯이 목을 쓰윽 훑어 올리자, 마틸다의 몸이 더욱더 거세게 진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 마틸다의 목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이번엔 새빨갛게 달아오른 귓불을 향해 손을 뻗었다. “자. 이걸로.” “흐으으으응!” 내가 마틸다의 귓불을 검지와 엄지사이에 두고 비비듯이 문지르자, 마틸다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절정을 느끼고 말았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성대하게 절정이라니. 어떠냐 이것아. 부끄러워 죽을 것 같지? 그러게 왜 날 도발해. 아, 그러고 보니 사제들은 다른 사람에게 행위 보여주는 게 금기라고 했었는데. …뭐 섹스를 한 게 아니니까 괜찮겠지? 나는 힐끔 눈을 돌려서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폈다. 응. 다들 놀라기만 하는 걸 보면 괜찮은 모양이다. 그럼 어디…. 나는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마틸다와 눈높이를 맞췄다. “어때? 이걸로 조금 여신님의 힘을….” 나는 고소해하는 속마음은 전혀 겉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어디까지나 여신님의 힘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런 거라고 말하듯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아, 아, 아, 안 돼애애!” 하지만 마틸다는 갑자기 날 밀쳐내더니, 방 밖으로 후다닥 달려 나가버렸다. “뭐, 뭐야. 저거.” “구, 구원씨! 괜찮으세요?!” 그리고 어째선지 레이아가 안색을 창백하게 만들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레이아뿐만이 아니다. 실비아도 내게 달려들어 갑자기 하의를 벗기려고 들었고, 주변 사제들도 걱정스런 얼굴로 날 쳐다봤다. “아니. 뛰쳐나간 건 마틸다잖아. 왜 날 그런 눈으로 보는데? 쟤한테 밀쳐진 정도론 아무렇지도 않다고. 내 힘이….”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실비아는 필사적인 얼굴이 되어서 내 바지를 붙잡고 외쳤다. 아니, 왜 그렇게 필사적인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바지 좀 놓고 얘기하면 안 될까? 진짜 벗겨질 거 같은데. 얘 대체 왜 이러는데? 평소엔, 아니, 여기 올 때까지만 해도 내 몸에 닿으면 부들부들 떨던 애가. 실비아뿐만 아니다. 레이아까지도 내 바지를 붙잡고 벗기려고 하고 있었다. “으앗. 얘들아. 잠깐. 바지는 대체 왜….” 설마 방금 마틸다한테 성자 스킬 썼다고 질투하는 거야? 여기서 하고 싶어질 정도로? 아니, 레이아도 실비아도 그런 성격은 아닐 텐데? 하지만 내 물음에도, 레이아와 실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마치 바지를 벗기는 게 최우선이란 것처럼 내 바지에 달려들었다. 필사적이 된 실비아의 힘은 과연 나도 버티기 버거웠고, 결국 난 바지가 벗겨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물론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얘들아! 잠깐만! 진짜로?! 팬티도?!” 아니아니아니. 그건 아니잖아. 얘들아. 주변에 사람들 있는 거 안보여? 특히 레이아. 성직자는 남들한테 보여주는 거 금지잖아! 하지만 내 필사적인 저항에도, 팬티는 사수할 수 없었다. 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소중이를 지켜주던 최후의 보루는 힘없이 그 끝을 맞이했다. 그리고 내 옷을 벗기자마자, 레이아와 실비아는 물건에 얼굴을 바싹 들이밀었다. 처음에는 빠는 것부터 시작하려는 건가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모양이다. 둘은 내 물건을 조심스레 손으로 들고 면밀하게 여기저기 관찰을 시작했다. 그리고 360도 전체를 전부 관찰하는 걸로 모자라서, 내 물건을 손으로 훑어서 조금 커지게 만들고는 다시 면밀하게 관찰하고 나서야, 둘은 내 물건에서 얼굴을 뗐다. “후우우우우.” “하아아아. 다행이에요.” “대체 왜 그러는 건데?” 갑자기 많은 사제들이 보는 앞에서 물건을 노출을 하게 된 나는 불퉁한 표정으로 말하면서 내 위에 덮어져있는 실비아를 치우려다가…아예 그냥 꽉 끌어안아버렸다. “그게…히아아아아앗! 구, 구, 구, 구원님! 보, 보, 보, 볼에! 다, 닿았…!” “뭐냐 너. 방금은 아무렇지도 않더니.” “바, 방금은 피, 필사, 아, 안, 저, 저 죽…흐아아아아.” 그 말을 끝으로, 실비아의 몸이 갑자기 축 늘어져버렸다. 뭐야 얘. 기절했잖아. 나는 그제야 실비아를 옆으로 치웠다. 그러자 주변에서 조그맣게 ‘꺄아아악!’ 하는 새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래. 나도 내 아들이 큰 거 알아. 감탄할 거 없어. 나는 인벤토리에서 새 팬티를 꺼내 입고, 다시 바지를 입었다. “그래서. 레이아랑 실비아는 뭐 때문에 갑자기 이런 짓을 한 거야?” 나는 마찬가지로 안색이 새파래져서 필사적으로 내 옷을 벗겨갔던 레이아를 향해 물었다. “그, 그게…구원씨가 저주에 걸렸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돌아온 대답은, 이건 또 내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대답이었다. “저주? 무슨 저주? 설마 그 마틸다가 걸렸던 저주?” 그러자 레이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틸다 추기경이 걸린 저주와 같은 저주는 아니지만요. 그 저주로 인한 2차 저주가 걸리지 않았을까 걱정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주의를 드렸어야 했는데. 정말 죄송해요.” “그 저주가 대체 무슨 저주인데 그래?” “그게,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성불구자가 되는 저주에요.” 레이아의 그 짧은 말에, 나는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75==================== 성자 구원 아니, 소름돋고 있을 때가 아니지! “잠깐 실례!” 그렇게 말하고, 나는 방금 입었던 바지의 앞섶을 다시 풀었다. 그리곤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잡아서 앞으로 쭉 당겨 물건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곧바로 되살아난 자존심을 사용했다. 그러자 내 아들이 순식간에 최대 크기로 솟아오르면서 바지 위로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주변에서 그 모습을 보고 ‘와아아아….’같은 탄성이 튀어나왔지만, 지금 난 그런데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후우우. 다행이다. 제대로 기능하잖아. 식겁했네. 내가 물건을 바라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는 걸 보고, 레이아가 스윽하고 내 앞을 가로막는 것처럼 다가왔다. 그리곤 살며시 내 양손을 붙잡아 바지에서 손을 떼게 만든 후, 부드러운 손놀림으로 다시 바지 앞섶을 매줬다. “괜찮아요. 저주에 걸렸으면 그곳에 검은 흉터가 생겨야 하거든요. 아까 면밀히 살펴봤지만,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았어요.” 과연. 그래서 내 물건을 그렇게 빤히 쳐다본 거였나. 나는 레이아의 말에 안심하면서, 물건의 크기를 줄어들게 만들었다. 그건 그렇고 마틸다 저 녀석 뭐야. 완전 걸어 다니는 폭탄이잖아. 아니. 마지막에 날 밀치면서 뛰쳐나간 걸 보면 본인도 저주를 전염시킬 생각은 전혀 없었던 모양이지만 말이야. 그래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다. “대체 저 저주는 대체 뭔데? 갑자기 왜 나한테 전염되려고 한 거야? 내가 쟬 절정하게 만들어서?” “…아뇨.” 제일 의심되는 조건이 절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아닌 모양이었다. “그럼?” “…그러네요. 마틸다 추기경님도 계시지 않으니. 처음부터 자세하게 설명해드릴게요.” 레이아는 그렇게 운을 떼면서,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원래 마틸다 추기경님은 대륙 전체에 그 명성이 자자할 정도로 무척 인자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어요.” 처음부터 믿을 수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아니, 우리 천사님이 거짓말하고 있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래도 저 시건방지기 짝이 없는 마틸다가? 내 표정을 읽었는지, 레이아는 쿡쿡하고 입을 가리면서 살포시 웃으면서 말했다. 우리 천사님이야말로 대륙 전체에 명성이 자자해야 할 사람인데.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마틸다 추기경님이 방금 전까지 보여줬던 태도는 그분의 원래 모습이 아니세요. 마틸다 추기경은 아무튼 친절하시고, 만인을 사랑하는, 자애에 넘치시는 분이셨어요. 그야말로 여신님의 분신이 아니냐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그 누구보다 성녀에 가까운 분이셨죠.” 지금 모습으로선 도저히 상상이 안 되는데 말이야. 시건방지고 틱틱대고 오만해 보이는 눈초리하며, 뭐 하나 맞아떨어지는 모습이 없다. “하지만 어느 날 한 저주에 걸린 여성을 만나게 된 거예요. 그녀는 고대 유물을 조사하다가 저주에 걸리게 된 모양이에요. 그 저주는 고대의 저주 중 하나라고 알려진 저주로,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는 무척 위험한 저주였죠. 저주에 걸린 여성 본인은 검은 흉터를 몸에 지니게 되고, 그 여성이 사랑하는 사람을 모두 성불구자로 만들어버리는 저주. 사랑도 교접도 할 수 없게 만드는, 그야말로 여신님의 말씀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 같은 저주였죠.” “그러…아니. 잠깐만. 저주에 걸린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 성불구자가 된다고?” 그 설명이 정말이면, 방금 내가 겪었던 상황이 여러모로 이상하지 않아? “네. 하나하나 천천히 설명 드릴게요. 마틸다 추기경은 그 저주 걸린 여성을 만나고, 어떻게든 구해주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여신님이 이 세상에 내려주신 축복을 더 이상 경험하지 못하는 건 너무 슬픈 일이니까요. 하지만 현재 저희에게 남아있는 저주 해제 마법으로는 도저히 그 저주를 풀 방법이 없었죠. 그래서 마틸다 추기경님은 결심을 하신 거예요. 본인의 몸에 그 저주를 가둬 먼저 여성을 구원해주고, 본인에게 옮겨진 저주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해제할 방법을 찾아보겠다고요. 하지만….” 아까 봤던 마틸다의 모습으로는 도저히 상상하기 힘들지만, 얘기만 들어보면 심각하게 착해빠진 녀석이었다. “하지만 저주를 해제할 수 없었다고?” “아뇨. 앗, 물론 그것도 그렇지만요. 다른 문제가 하나 있었어요.” “어떤 문제?” “그게, 그…마틸다 추기경님은 아무래도 무척이나 쉽게 사람을 좋아하게 되시는 분인 것 같으셔서….” “…잠깐만.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 상대방이 성불구자가 되는 저주지?” “…네. 원래부터 모두를 사랑하시는 자애로우신 분이라고는 알려져 있기는 했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아무튼 저주에 걸린 후, 마틸다 추기경은 다른 사람이 조금만 친절하게 대하면 바로 사랑에 빠지는 성격이신 게 판명됐죠.” “잠깐. 그럼 방금 난….” “그게, 성자의 손길을 쓰시면서 마틸다 추기경을 부드럽게 어루만지셨잖아요? 그리고 마지막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셨고….” “그것만으로?! 그것만으로 좋아하게 된다고?! 대체 쟨 얼마나….” “저, 저도 설마 그 정도까지라고는 생각지 않아서 미리 주의를 안 드렸었어요. 그, 구원씨가 마틸다 추기경님께 보여주신 태도만 유지하시면 아무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마틸다 추기경님 본인 앞에서 무척이나 반하기 쉬운 성격이라고 말씀드리기도 힘들어서…죄송해요.” “아니. 레이아가 죄송할 건 없는데. 하지만 고작 그런 걸로 반하…아니. 난 저주에 걸리지 않았으니까 아직 반한 건 아닌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그건 그거대로 자존심 상하는….” “구원씨.” 드디어 긴장이 풀린 내가 조금 농담조로 말하자, 레이아가 ‘안돼요.’라고 하듯 타이르는 말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네. 죄송합니다.” “아무튼 얘기를 계속할게요. 마틸다 추기경님도 처음에는 본인이 그렇게까지 반하기 쉬운 성격이란 걸 인정하지 않으셨다고 하지만, 결국 몇 번의 소동 끝에 인정하실 수밖에 없게 되셨죠.” 몇 번의 소동이라니…걘 대체 지금까지 몇 명이나 고자로 만들었다는 거야. “그래서 마틸다 추기경님은 다른 사람이 본인에게 친절하게 대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하게 됐고, 저런 태도를 연기하게 되셨다는 말이에요.” 그걸로 레이아의 기나긴 설명이 끝났다. 과연. 듣고 보니 마틸다 걔 진짜 불쌍한 애네. 그 틱틱대는 모습을 생각하면 진짜 연기인지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레이아가 그렇다는데 그런 거겠지. 거 괜히 너무 놀려먹었나? 아니, 오히려 걔 상대로는 그렇게 대하는 게 맞는 건가? 사정을 알고 나니 죄책감이 엄청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괜히 친절하게 대하면 저주에 걸린다는 모양이니까. 아까처럼 대하는 게 정답이겠지. 그리고 마치 타이밍을 노리기라도 하듯이, 마틸다가 한 명의 사제에게 안내되어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아무래도 내가 설명을 듣는 동안 소피아 대사제님이 사람을 시켜서 마틸다를 찾아오게 만든 모양이다. 역시 유능하셔. “…….” 방에 들어온 마틸다는 마치 죄인처럼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가끔 눈동자만 움직여서 힐끔힐끔 날 쳐다보는데, 그 눈빛에는 동정심, 연민, 죄책감 같은 감정이 가득했다. “야. 너 왜 날 그런 표정으로 보냐?” “하,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 마틸다의 시선이 정확해 내 고간으로 꽂혔다. 아, 이거 혹시 사제한테 얘기 못들은 건가? “그 눈은 뭐냐? 나 고자 아니거든?” “엣? 거, 거짓말!” “내가 그런 거짓말을 왜 해? 자!” 내가 되살아난 자존심을 사용하자, 바지 앞섶이 불룩하고 솟아올랐다. “거, 거짓말…어째서…?” 그런 내 모습을 마틸다가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쳐다봤다. “왜? 혹시 너 진짜로 나한테 반하기라도 했냐?” “아, 아니거든요?!” 마틸다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부정했다. 아까도 생각했지만 말이야. 그렇게 반하기 쉽다는 애가 이렇게까지 맹렬하게 부정하면 그건 그거대로 자존심 상한단 말이지. 뭐, 고자 될 생각은 없으니까 다행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래서. 소피아 대사제님. 얜 대체 왜 다시 부른 거예요?” “왜 소피아 대사제는 존칭이면서 전 얘라고 부르는 거죠?!” “그야 넌 친…넌 그냥 얘로 충분해.” 위험했다. 반사적으로 또 농담이 튀어나올 뻔했어. 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넌 친하니까 얘라고 하는 거지.’라고 했으면 또 소동이 일어났을 거다. 이거 말 하나하나를 전부 조심하면서 막대해야 되는 것도 의외로 귀찮네. “무슨 논리인가요?! 그건!” 마틸다는 어째선지 아까보다 더 분한 얼굴로 나한테 엉겨왔다. 넌 자기가 남자한테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 좀 가만히 있어라. 괜히 엉기지 말고. “시끄러. 그래서 소피아 대사제님?” “네. 마틸다 추기경님. 구원님이 여신님의 사자라는 건 결국 인정해주시는 건가요?” “그, 그건…그….” “뭐야. 아직 인정 못하겠다는 거냐? 그럼 내가 다시 한 번 천국을….” “이, 인정할게요! 인정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겁먹지 마라. 그러니까 괜히 더 하고 싶어지잖아. 머리론 불쌍한 애니까 놀려먹으면 안 된다는 걸 알아도, 막상 눈앞에서 저 틱틱대는 태도를 보고 있으면 놀려먹고 싶어진다. 옛날에 틱 장애를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봉사활동 했을 때를 생각하게 하는군. 그때도 틱 장애에 걸린 사람은 본의 아니게 시도 때도 없이 욕한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었는데도, 계속 욕을 듣다보다 화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었지.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그런데 마틸다 추기경님. 한 가지 제안이 있는데요.” “네? 뭐죠?” “성자 구원과 성녀 후보 레이아의 결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잠깐만요! 소피아 대사제님! 왜 또 그 얘기를! 대사제님은 얘기를 하면서, 레이아를 바라보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셨다. 으아. 저거 완전 딸을 시집보내는 어머니의 눈빛이야. 완전히 딸의 행복만을 바라고 계셔. “겨, 겨, 겨, 결혼이요?! 이 사람이?!” 마틸다도 그 얘기가 무척 의외였던 건지, 당혹스런 목소리로 외쳤다. “네. 여신님의 사자와 성녀 후보의 결혼소식이 알려지면, 성녀가 부재중이라 불안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큰 희망이 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저희가 직접 두 사람의 결혼식을 열어주는 건 어떨까요?” “그, 그건…! 하지만 그런 건…!” 딸의 행복을 위해서 팍팍 밀어붙이는 대사제님을 상대로, 마틸다는 어째선지 결혼에 대해서 부정적인 듯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힘내라! 넌 할 수 있는 아이야! 직접 응원하면 또 반하느니 어쩌니 소동이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나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마틸다를 응원했다. 마틸다는 힐끔 내 눈치를 살피더니,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떼를 쓰듯이 외쳤다. “그런 건 안 돼요! 이런 사람을 저희 모두가 직접 나서서 축복해주다니! 있을 수 없어요!” “네? 하지만 아까는 구원님이 여신님의 사자라는 걸 인정하신다고….” “어디까지나 임시로 그렇게 판단한다는 거예요! 확실히 이 사람이 보여준 힘이 대단하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 속단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이 건은 보류에요! 이 자가 뭔가 그럴듯한 공훈을 세우거나, 다시 한 번 여신님이 강림하시는 걸 제 두 눈으로 보게 되기 전까지는 절대 이 자가 여신님의 사자라고 공표해서는 안 돼요!” 잘한다! 바로 그거야! 애초에 나도 마틸다의 태도에 욱해서 그런 거지, 귀찮게 여신님의 사자라면서 떠받들어지는 건 싫었으니까. 교단의 지원이란 것도 필요 없고. “하지만 여신님의 목소리는 저와 여기 있는 모두가….” “어, 어쩔 수 없네!” 소피아 대사제님이 다시 반론을 하기 전에, 나는 황급히 외쳤다. “응!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마틸다 추기경님이 그렇게까지 말하시니…잠깐. 너 나한테 반하지 마라.” “아, 안 반하거든요!” 도저히 믿을 수가 있어야지. 내가 아까 그렇게 갈궜는데도, 부드럽게 좀 만져줬다고 반할 것 같이 된 애니까. 아니, 갈구던 애가 갑자기 어루만지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거니까 더 효과적이었던 건가? 아무튼! “소피아 대사제님. 신경써주신 건 감사합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저도 아직 여신님의 사자를 자처하기에는 스스로가 부족한 것 같아요. 아까 대사제님도 들으셨겠지만, 제가 여기 올 때 조금 착오가 있었거든요. 아직 여신님이 절 이 세계로 보내신 이유도 정확히 모르는데, 여신님의 사자를 자처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좋아. 완벽해. 여신님의 사자인 주제에 여신님의 의도도 모르는 놈이란 타이틀이 붙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도 이 위기를 넘기기엔 이러는 게 최선이겠지. 이거라면 레이아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않고 결혼을 피할 수 있어.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소피아 대사제님은 살짝 아쉽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내 말을 순순히 수긍해주셨다. 옆에 있는 레이아도 표정은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살짝 귀가 쳐진 것을 보면 조금 실망한 모양이다. 미안 레이아. 결혼식은 이왕이면 나중에 다른 애들이랑 같이 하자. “아무튼 저흰 볼 일 끝났으니 그럼….” “자, 잠깐 기다리세요!” 어차피 여기 온 목적은 원래 레이아가 대사제가 됐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였다. 볼일을 마친 나는 기절한 실비아를 들쳐 업고 황급히 자리를 피하려고 했지만, 그 앞을 마틸다가 막아섰다. 넌 또 왜?!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76==================== 성자 구원 “그, 그러니까…그게…그래요! 저도 같이 가야겠어요!” “뭐? 넌 또 왜?!” “아까도 말했잖아요? 제 눈으로 직접 여신님이 강림하는 걸 보기 전에는 당신을 여신님의 사자로 인정하지 않겠다고요.” “그거랑 네가 날 따라오겠다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데?” “여신님이 언제 또 강림하실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아니. 얘가 뭘 모르네. 여신님을 강림시키는 법을 깨우친 거라니까. 레이아의 의지로 여신님을 몸에 받아들일 수 있어. 그런데 한 번 여신님을 강림시키고 나면 다음에 또 강림시킬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해서 지금은 못하고 있는 것뿐이야. 나중에 다시 할 수 있게 되면 내가 레이아를 데리고 와서 보여줄게. 그럼 되잖아?” “아뇨! 당신이야 말로 뭘 모르시는군요. 성녀 후보였던 제가 그걸 모를 것 같나요? 하지만 여신님의 강림은 꼭 성녀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일어날 때도 있어요. 여신님이 저희에게 전할 말씀이 있으실 때 말이에요.” 과연. 그러고 보니 내가 스킬을 찍자마자 여신님이 바로 강림했었지. 그건 레이아가 발동한 게 아니라, 여신님이 직접 레이아의 몸으로 강림해온 거였다는 말인가. “하지만 그것도 시전자가 여신님을 몸에 받아들일 수 있을 때나 가능한 거지? 그런 게 아니라면 아직 나와 얘기가 덜 끝난 여신님이 지금 당장이라도 또 강림해 오셨을 테니까. 아직 1년이나 남았으니까 따라올 필요 없어.” “하, 하지만….” 내 말에 마틸다는 이게 아닌 데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안절부절 못했다. 이거 왜 이렇게 따라오려고 기를 쓰지? 진짜 나한테 반한 거 아냐? “…야. 너 진짜 나한테 반한 거 아니지?” “아, 아, 아니거든요!” …무지무지 수상한데. 나는 마틸다의 눈동자를 지긋이 바라봤다. “…읏!” 그러자 마틸다는 내 눈을 1초도 제대로 마주보지 못하고, 고개를 홱하고 돌려버렸다. 뭐야. 이 불안한 반응은. 나는 혹시나 싶어서 다시 한 번 되살아난 자존심을 사용해봤다. 이상하다. 분명 제대로 커지는데. “왜, 왜, 왜 갑자기 절 보고 커지는 건가요?!” “너 보고 커진 거 아냐! 네 반응이 하도 수상해서 제대로 작동하나 확인해본거야!” 이게 우리 레이아가 오해하면 어쩌려고 그딴 망발을 하고 있어. 나는 황급히 반박하고 레이아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이다. 전의 그 눈은 나오지 않았어. 아니. 그때가 잠깐 이상했던 것뿐이고, 보통 이게 정상이지만 말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천사님이신데. “아무튼! 1년 후에 쿨타임이 다 돌 때쯤에 다시 널 부를게. 그럼 됐지?” “자, 잠깐만요! 그게…그, 그래! 기록을 보면 역대 성녀님들마다 여신님을 받아들일 수 있는 주기가 달랐어요! 그리고 공통적으로 성녀 경력이 길어지실수록 그 주기가 짧아지셨죠! 저 분도 성장하시면 그 기간이라는 게 줄어들 수 있는 거 아닌가요?!” …확실히 쿨 타임이 줄어들 요소는 몇 가지 있다. 레이아의 레벨과 스탯의 성장. 여신 강림 스킬 레벨의 성장. 그리고 사제의 기본 패시브 스킬인 신앙심 스킬 레벨의 성장. “그래도 1년이나 남은 기간이 갑자기 하루가 되거나 하진 않을 거야. 그러니까 넌 그냥 돌아가서 얌전히 기다려.” “으으으으윽!” 마틸다는 일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듯이 발을 동동 굴렸다. 나한테 반한 게 아니라면 대체 왜 저렇게 따라오고 싶어 하는 걸까? “좋아요! 제가 따라가는 건 포기하죠! 대신! 앞으로 정기적으로 여기에 보고를 하러 와야 해요! 기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말이에요! 전 다음에 여신님이 강림하실 때까지 여기에 머물며 기다리기로 하죠!” 마틸다는 결국 살짝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채로 날 노려보면서 패배 선언을 했다. 뭔가 맘대로 조건을 걸긴 했지만, 저 정도 조건이면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다. 어차피 그게 아니더라도 레이아는 여기 신전에 계속 들락날락할 테고, 나도 소피아 대사제님 얼굴을 보러 종종 올 테니까. “네? 마틸다 추기경님이 여기에 머무르시는 겁니까?” 하지만 이번엔 어째선지 소피아 대사제님이 곤혹스런 표정이 됐다. “네. 교황청에서 여기까지 오는 것도 시간이 걸리니까요. 만약 그것 때문에 여신님을 만나 뵐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면 전 참을 수 없을 거예요.” “그, 그렇군요. …구원님. 잠깐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구원님이라고 부르지 말아 주세요. 그냥 전처럼 편하게 대해주세요. 어차피 아직 여신님의 사자라고 정식으로 인정된 것도 아니잖아요?” “하지만 전 이 두 눈으로 직접…후훗. 알겠어요. 그럼 그렇게 하죠. 그래서 잠깐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내 곤란한 표정을 읽었는지, 소피아 대사제는 마치 귀여운 아이를 보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승낙해줬다. 그리고는 밖으로 나가면서 나에게 손짓하여 둘이서만 얘기하고 싶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갑자기 무슨 얘기지? 내가 소피아 대사제를 따라서 방문을 나서자, 소피아 대사제가 내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걸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마틸다 추기경님을 당신 저택으로 데려가주실 수 없을까요?” “네? 그건 또 왜….” “아까 레이아가 설명 드렸다시피, 마틸다 추기경께선 지금 남성분과 만나기 매우 위험한 상태에요. 하지만 여기는 던전 도시의 신전. 아시다시피 모험가들이 항상 드나들고, 그게 아니더라도 무척이나 많은 수의 남성 신도들이 매일 찾아오는 곳이죠. 이렇게 사람이 몰리는 장소에 마틸다 추기경이 계시는 건 조금 곤란해요. 하지만 당신 저택이라면, 당신을 제외하고는 전원 여성밖에 없는 거죠?” “제일 중요한 제가 남잔데요?” “그건 그렇지만…왠지 모르게 당신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그리고 정 불안하시면 저택에서도 되도록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레이아에게 상대하게 하는 방법도…라니. 말해놓고 보니 제가 너무 이기적이군요. 죄송해요. 잊어주세요. 마틸다 추기경님은 저희 쪽에서 어떻게 해서든 남성분과 마주치지 않도록 만들어 보이죠.” 소피아 대사제님은 결연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잠깐만요.” 나는 그런 소피아 대사제의 팔을 붙잡았다. “제가 마틸다를 데려가죠.” “네? 하지만….” “괜찮아요. 생각해보니까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저만 조금 조심하면 되죠. 지금까지도 그렇게 대화하면서 저주에 안 걸렸으니까, 충분히 조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소피아 대사제는 미안한 얼굴로 몇 번이나 날 말렸지만, 나는 굴하지 않고 마틸다를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아무리 그래도 마틸다가 여기 있는 건 너무 위험하잖아. 솔직히 마틸다 걔가 태도는 그 모양이지만, 외모 하나만큼은 추기경이라는 직함이 무척이나 잘 어울릴 정도로 예쁘다. 그런 애가 돌아다니는데, 아무리 신전 안에 있는 사제라고 해도 껄떡대는 남자가 한 명도 없을까? 당연히 있을 거고, 마틸다는 또 그게 좋다고 반하겠지. 수많은 피해자들이 발생하게 될 거고, 이 신전의 명성도 급락하게 될 거다. 내가 나 한 몸 바쳐서 그런 비극을 막자고 생각할 정도로 착한 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여신님이 보낸 거니까 말이야. 여신님이 섹스 왕창 하라고 보냈는데, 설마 그런 저주에 걸리겠냐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있었다.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내가 절정까지 보내줬는데도 일단 마틸다가 나한테 반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미묘하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아직까지 괜찮았던 거다. 분명 앞으로도 어떻게든 될 거다. “레이아. 마틸다를 저택에 데려가려고 하는데, 괜찮을까?” “네. 저도 그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레이아는 아마 나와 소피아 대사제가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짐작하고 있는 거겠지. 나에게 다가와서 걱정스런 눈빛을 보내면서도,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리고는 내 팔에 팔짱을 껴서 그 풍만하신 흉부를 밀착시키신 후, 마틸다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되도록 마틸다 추기경님의 상대는 제가 하도록 할게요. 구원씨는….” “응. 나도 험한 꼴 보긴 싫으니까. 부탁할게.” 레이아의 말에 나도 조그맣게 대답을 해주고, 나는 마틸다를 향해 말했다. “그런 고로 마틸다. 넌 나랑 같이 저택에 가줘야겠다. 너도 그게 더 편하지?” “저, 정말인가요?!” 대체 나한테 반하지도 않았다는 애가 뭐가 그렇게 기쁜 건지, 마틸다는 얼굴에 화색을 띄면서 좋아했다. “야. 나도 어쩔 수 없이 승낙하는 거지, 내가 친절해서 그런 게 아냐. 그러니까 반하지 마라.” “아, 안 반하거든요! 누가 당신 같은 남자한테! 당신 같은 남자는 제 쪽에서 사양이에요! 오죽하면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도 제가 반하지 않고 있겠어요?! 그런 남자는 처음이에요! 정말 남자로서 매력이 없으시네요!” 넌 지금 그게 자랑이라고 떠들고 있는 거냐? 응? 이렇게 대화 조금 하면 무조건 반하는 게 자랑이라고? 자랑 아니거든?! 아오! 저거 진짜 연기하는 거 맞아? 일일이 신경을 긁네. 반박하고 싶다. 반박하고 싶어서 미치겠다. 내가 조금만 진심으로 나서면 너 같은 건 순식간에 반하게 만들 수 있다고. 내가 진짜 남자로서 매력이 그렇게 없으면, 여신님이 날 이 세계에 자신의 사자로서 보냈겠냐고. 하지만 내 반박에 마틸다가 수긍해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또 문제가 되어버린다. 자칫하면 내가 고자가 될 수도 있게 되는 거니까. 하여간 이러나저러나 귀찮은 녀석이 아닐 수 없었다. “레이아. 집에 가자.” “잠깐만요! 제 말은 무시하는 건가요? 반박의 여지도 없으신가 보죠?!” 내가 무시하고 레이아에게 말을 걸자, 마틸다가 제대로 상대해달라는 듯이 엉겨왔다. 아 좀 그만 엉겨라! 넌 좀 자기 입장을 자각하라고! 나는 마틸다가 입 다물고 따라오도록, 레이아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그대로 입술 박치기를 감행했다. 또 다시 사제들 사이에서 ‘꺄아아악!’하는 환성이 터져 나왔다. 아까부터 생각했는데 말이야. 너희 참 리액션 잘해준다. “구, 구원씨도 참….” “뭐, 뭐, 뭐 뭐하는?!” 정작 기습 키스를 당한 레이아는 살포시 얼굴만 붉히고 내 가슴을 꼬리 끝으로 가볍게 살짝 때리는 수준의 반응을 보였는데, 마틸다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소리를 질렀다. 나는 그런 마틸다에게 우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봤냐? 내가 진짜 전혀 매력이 없으면, 우리 천사님 같은 사람이 날 좋아해주겠어? 나는 그렇게 마틸다를 침묵시키고는, 여전히 기절해있는 실비아를 들쳐 업으려고 했다. “으응…구원니임…?” 그러자 때마침 정신을 차린 실비아가 눈을 떴다. 좋은 타이밍이네. 마틸다를 좀 더 확실히 침묵시키기 위해서 추격타를 가해볼까. “일어났어? 엿차.” 나는 실비아를 그대로 안아들고, 그대로 볼과 볼을 부비부비 비볐다. “……엣?” 그러자 막 눈을 뜬 실비아의 움직임이 다시 뚝하고 멈췄다. “아, 아, 아, 아, 아, 우아으으으으….” 그리고는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뚝뚝 끊어지는 소리를 내뱉더니, 결국 다시 한 번 기절해버렸다. “훗. 봤냐? 좋아서 기절까지 하는 거? 이게 바로 그 매력 없는 남자의 마성이란 거다. 난 매력이 없는 게 아냐! 그저 너한테 매력을 보여줄 필요가 없을 뿐이지! 내가 뭐 하러 너 따위에게….” “구원씨. 그러지 마세요.” 더 말하면 내 말이 심해질 거라고 생각했는지, 레이아가 살며시 내 팔에 매달려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천사님은 너무 착하시다니까. 내가 그런 말까지 들었는데도…아니. 생각해보니까 아무리 레이아가 천사님이라지만, 내가 욕을 먹을 땐 화를 내긴 한다. 실제로 포츠 녀석도 꽤나 싫은 눈치였고. 그렇다면 마틸다는 딱한 사정이 있으니까 이렇게 대해주는 건가. 그래. 생각해보면 쟤도 딱한 애인데 내가 너무 심했나. 태도가 저러니까 나도 모르게 욱해서 그만. 나는 레이아의 말대로 마틸다를 도발하는 건 멈추기로 했다. “…….” 이미 늦은 것 같지만 말이다. 마틸다는 만화라면 쿠구궁이라는 글씨가 머리 위를 짓누르고 있을 것 같이 충격 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니, 관심 없는 남자가 너 따위한테 잘 보일 필요 없다고 한 것 정도로 저렇게까지 충격 받을 필요 없잖아? 저런 표정을 보고 있으니까 엄청 미안하긴 한데, 저거 또 솔직히 사과하면 반할지도 모르는 거다. “자, 가자.” 나는 어쩔 수 없이 사과도 하지 않고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77==================== 성자 구원 “…지쳤다.” “수, 수고하셨어요.” 저택에 돌아온 후, 나는 완전히 진이 빠져 있었다. 레이아가 그런 내 팔을 꽉 끌어안아주면서 옆에서 다독여줬다. 역시 나한테는 천사님밖에 없어. 왜 이렇게 진이 다 빠졌냐고 하면, 말할 것도 없이 마틸다 때문이다. 신전에서 내가 마지막에 한 말 때문에 완전히 풀이 죽은 마틸다는, 우리와는 조금 떨어져서 터벅터벅 따라왔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어딘지 상처받은 표정의 굉장한 미인이 혼자서 거리를 쓸쓸하게 걷고 있는 거다. 그런 마틸다를 노리는 남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든 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때 대화가 또 가관이었는데. “당신같이 아름다운 아가씨가 왜 혼자서 쓸쓸히 길을 걷고 있는 건가요?” “네? 저, 아름답나요?” “물론이죠. 제가 본 그 누구보다….” “스토오오옵!” 멀리서 봐도 마틸다가 남자한테 반하려고 하고 있는 게 확연했다. 내 눈엔 마치 마틸다의 눈동자가 하트 모양으로 변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본 나는 도저히 나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 뭐야 당신?!” “뭐긴 뭐야 얘 일행이지! 꺼져!” “뭐? 하지만…!” “마틸다! 너 내 일행 맞지?” “네?! 네!” 내가 마틸다를 곁으로 끌어들이면서 말하자, 어째선지 마틸다는 내 품에 폭 안겨오더니 이번엔 날 바라보면서 눈동자가 하트로 변하려고 하고 있었다. 으악! 딴 놈 아들 구하려다가 내 아들이 죽게 생겼네! “야! 넌 방금 전에 내가 그렇게 매력 없다고 설파한 주제에, 이렇게 쉽게 반하려고 하냐?!” “핫! 바, 반하지 않았거든요?!” 그제야 마틸다는 정신을 조금 차렸는지, 몽롱해져가던 시선이 조금 돌아오면서 외쳤다. 나는 황급히 마틸다와 떨어져서는, 마틸다를 꼬시려던 남자에게 말했다. “야. 넌 나한테 평생 감사하면서 살아야 된다. 자신의 행운에 감사하면서 얼른 가봐.” “무, 무슨 소리를….” “가라고.” “칫…!” 남자는 이해가 안가는 표정이었지만, 내가 살짝 살기를 띄며 말하자 기가 죽었는지 그대로 도망치듯 사라졌다. 후우. 마틸다 얘는 뭔 애가 고작 예쁘단 말 한 번 들었다고 반하려고 하냐? 그런 얼굴로 태어났으면 살아오면서 지금까지 예쁘단 말 정도는 질리도록 많이 들었을 거 아냐. 나는 도저히 한마디 하지 않고는 지나칠 수 없어서 마틸다를 돌아봤다. “야 넌….” “당신…저 분을 도와주기 위해서 나선 건가요? 의외로 친절한 구석이….” 하지만 돌아온 건, 다시 몽롱해져가는 마틸다의 시선이었다. “아니거든! 네가 불행해지는 꼴이 보고 싶어서 방해한 거거든!” “어, 어쩜 이렇게 성격이 나쁠 수가…?!” 내 화려한 순발력에 의해서, 겨우 마틸다가 나에게 반하는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아직 설 수 있지? 아들아. …응. 선다. 다행이다. 나는 마음 같아선 기특한 아들 녀석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은 심정이 됐다. 나 자신의 명예는 시궁창으로 던져버리는 꼴이 됐지만, 그래도 아들은 지켜냈어. 이게 바로 부성애라는 녀석인가. 아무튼 내가 상상도 못할 인간쓰레기라고 생각하게 된 마틸다는 다시 멀찍이 우리와 떨어져서 걷게 됐고, 또 다시 다른 놈팡이가 꼬여왔다. 그때마다 나는 아까와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는 거다. 신전에서 저택으로 올 때까지 쭉. 아예 떨어져서 걷지 말고 붙어 다니라고 말을 해보기도 했지만, 마틸다의 저 성격 때문에 그것도 불가능했다. “왜요? 저랑 같이 걷고 싶으신가보죠?” 라고 말을 하면, 대답할 방법이 없잖아. 같이 걷고 싶다고 하면 반할 거고, 걷기 싫다고 하면 ‘그럼 이대로 갈래요.’라고 대답하고. 덕분에 떨어져서 걷는 마틸다에게 놈팡이가 꼬일 때마다, 그걸 도와주는 과정을 반복해야 했다. 그래도 덕분에 확실히 알게 된 건 하나 있다. 이거 신전에 놔뒀으면 분명 하루에 적어도 수십 명은 피해자가 생겼을 거야. “음. 자네 왔는가. 현관에서 뭘 하고 있는…그 여자는 누구인가?” 아무래도 디아나는 이미 길드에 다녀온 모양이었다. 하긴 그냥 레이아가 대사제가 된 걸 보고만 하고 오는 것 치곤 우리가 좀 오래 걸리기는 했지. 아무래도 이대로 쉴 시간은 없는 모양이다. “아, 디아나는 모르나보네. 마틸다 추기경이야.” “음? 마틸다 추기경…? 뭣?! 잠깐! 떨어지게나!” 디아나는 잠깐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화들짝 놀라서 내 허리를 양손으로 끌어안고 황급히 마틸다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끌고 가려했다. 물론 내가 그대로 버티고 서있었기 때문에 끌고 가진 못하고 그냥 낑낑대기만 했지만. 역시 디아나도 마틸다 추기경의 소문은 알고 있는 건가. 반응을 보니 얼굴은 처음 보는 모양이지만, 이게 위험물이라는 건 꽤나 유명한 모양이다. 나는 그런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괜찮아. 걱정할 거 없어.” 난 지금 수많은 남성들을 구제해주는 대가로 자신의 명예를 희생한 덕분에, 마틸다 안에서 평가가 바닥을 치는 중이거든. 그런데도 내가 조금만 잘해주려고 하면 표정이 몽롱해지니까 방심할 수는 없지만. 나쁜 남자라고 생각하면서도 조금만 잘해주면 반하려고 한다니. 대체 얼마나 반하기 쉬운 성격인 거야. 지금까지 나쁜 놈한테 안 걸리고 자란 게 신기할 정도다. “이 분은 누구신가요? 초면에 꽤나 무례하시네요?” “이 저택의 주인인 다이애나 텔루나다. 너도 이름은 들어봤겠지?” “다이…지고의 대마법사?! 당신 같은 사람이 어째서….” “지금 이 몸의 낭군님께 당신 같은 사람이라고 한 겐가?” 디아나는 여전히 내 허리에 달라붙어서, 마틸다에게 극도로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나, 낭군…?!” “아무튼 자세한 얘기를 해줄 테니까 일단 좀 방에 들어가자. 그리고 마틸다 얘는 바네사한테 얘기해서 방 하나 내줄 수 있을까?” “음?! 자네 설마….” 디아나가 나를 의심스런 눈초리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갑자기 여자를 데려와서 방 하나 내주라고 하면, 그야 오해할 만하겠지. 하지만 디아나야. 생각을 해봐라. 상대는 좋아하면 고자로 만들어 버리는 애라고? “아냐. 아냐. 오해하지 마. 그 증거로 자. 봐. 알겠지?” “자, 자네 바보 아닌가?! 이런 데서 무슨 짓인가?!” 나는 무죄 증명을 위해서 바로 되살아난 자존심을 썼다. 내 허리에 달라붙어있던 디아나는 몸에 내 물건이 부풀어 오르는 감각이 느껴지자, 화들짝 놀라서는 내 배를 찰싹 때렸다. “우오우.” “왜, 왜 이상한 소리를 내는 겐가?!” 아, 미안. 내 물건이 좀 크잖아? 네가 배라고 때린 데까지 커져있었거든. 게다가 찰싹 때린다고 때려봤자 디아나다. 주먹 쥐고 진심으로 때려도 토닥토닥 밖에 되지 않는 디아나. 그런 디아나의 손바닥이 내 물건을 기습적으로 건드렸으니, 그야 이상한 소리가 나오지. “아, 아무튼 이걸로 내가 무죄란 건 알겠지? 그럼 방에 가자. 설명해줄게.” “잠깐! 저도 같이…!” “아니. 넌 됐으니까.” 무사히 저택에 돌아왔으니까 더 이상 너랑 엮일 생각은 없다. 앞으로 너랑은 최대한 얼굴도 마주치지 않겠어. 나는 시무룩해진 마틸다를 바네사에게 맡기고, 디아나와 레이아를 데리고 내 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실비아양은 왜 자네에게 업혀있는 겐가?” 그리고 뉴 페이스가 사라지자 드디어 눈치를 챈 건지, 디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묘하게 불퉁한 표정인 것이, 자기 지정석을 뺏겼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야. 내 등이 딱히 네 지정석은 아니거든? 그야 언제든 업어주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말이야. “응? 얘? 기절했거든.” “또 무슨 짓을 한 겐가?” “아냐. 별일 안했어. 그렇지 레이아?” “네. 그냥 많은 분들이 보는 앞에서 끌어안고 뺨과 뺨을 부비부비 하신 것 밖에 없으셨어요. 후훗. 실비아씨도 부끄럼이 많으시네요.” 으악! 레이아! 그렇게 자세하게 말할 필요는 없었는데! “별일 하지 않았는가!” 결국 오늘도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을 맞는 꼴이 되어버렸다. 뭐 디아나의 공격은 귀여우니까 상관없지만 말이야. 아무튼 방에 도착한 우리는, 사라까지 불러서 한꺼번에 사정을 설명하기로 했다. 처음 사라는 여전히 어젯밤 일이 부끄러운지 쭈뼛쭈뼛 거리면서 내 방에 들어왔지만, 다들 모여 있는 걸 보고는 쿨한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내게 다가왔다. 살짝 아쉬워 보이는 게, 어쩌면 나랑 단 둘이 얘기하길 기대한 건지도 모르겠다. 메이드한테는 그냥 할 얘기가 있으니까 사라를 데려와 달라고만 말했으니까 착각한 건가. 귀엽기는. “구원? 할 얘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아, 응. 새로 식객이 한 명 더 늘었거든. 사정을 조금 설명해주려고.” 나는 레이아를 통해서 여신이 강림한 것, 그 때문에 내가 교단의 성자로 떠받들어질 뻔 했지만 증거 부족으로 유보된 것, 그리고 마틸다가 우리 저택에 식객으로 살게 된 것까지 차례로 설명해나갔다. “…사정은 알겠어. 하지만 굳이 우리 저택에 데려올 필요는 없지 않아? 신전에 있으면 되잖아.” “말했잖아. 그렇게 되면 매일 엄청난 피해자가….” “피해자라고 해봐야 죽는 것도 아니잖아?” “그런 말 하시면 안 돼요. 사라씨. 모처럼 여신님이 이 세상에 내려주신 축복을 받지 못하게 되는 건걸요. 그런 건 너무 불쌍해요.” “하지만 여기 두면 구원이 그렇게 될 위험성도 있는 거잖아요? 전 다른 사람들보다 구원이 더 소중한 걸요.” “으음….” 레이아도 그 말에는 반박하지 못하고 살짝 곤란한 표정만 지어보였다. “자, 자. 둘 다 그만 해. 어차피 우리 저택에 둔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난 걔랑 마주치지 않을 생각이니까. 그리고 어차피 걔한테서 내 인상은 최악이라서 그나마 딴 놈들보단 좀 반하기 힘들 거야.” “무슨 짓을 한 거야?” “…그냥…. 많은 일들이 있었어.” 자신의 명예를 희생해서 무수히 많은 딴 놈 아들들을 구해낸 나야말로 진정한 성자가 아닐까? 내 직업 성자 말고 일반적으로 쓰이는 그 성자 말이다. “구원씨. 힘내세요. 저는 다 아니까요.” “천사님!!” “우는척하면서 은근슬쩍 가슴에 달라붙지 말게!” 쳇. 걸렸나. 하여간 가슴에 관해서는 유독 날카롭다니까. “아무튼 알겠네. 자네가 교에서 인정받기 위해서인데 이 몸도 협력을 해야지.” 디아나는 내가 교에서 인정받게 된다는 사실이 꽤나 흡족한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게 명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디아나이기도 하니, 이 상황이 꽤나 맘에 드는 전개인 걸지도 모른다. 교에서 레이아와 내 결혼식을 치러주려고 했다는 얘기는 빼먹었으니까 그런 거겠지만. 그건 그냥 말 안하고 있는 게 맞는 거겠지? “디아나까지 그렇게 말한다면…. 대신 구원은 절대 그 추기경이란 사람한테 가까이 가면 안 돼!” 사라도 결국 맘에 안 들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게 재차 강조를 했다. “걱정 마. 내가 너희같이 예쁜 애들을 놔두고 어떻게 고자가 돼.” 암. 그럼 그렇고말고. 얘들을 곁에 두고 고자가 되면, 살아도 산 게 아닐 거다. 나는 결연한 얼굴로 셋을 동시에 끌어안으려고 했지만, 반응은 의외로 차가웠다. “구원씨도 참….” 레이아는 그나마 살짝 눈을 흘기면서도 싫지 않은 듯 내 품에 안겼지만. “자네는 걱정해주고 있는데도!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런 생각밖에 안 드나!” 디아나는 그런 말을 하면서 토닥토닥 공격을 해왔다. “하여간 엉큼해가지고는!” 그리고 추가타로 사라까지. 잠깐! 디아나는 몰라도 사라 넌…! “크어억…! 큭…! 아, 안심시켜 주려고 그런 건데…. 레이아….” “네. 구원씨 저 여기 있어요.” 그나마 레이아가 사라의 공격을 받고 쓰러지는 날 가슴으로 받아줘서 고통이 반감됐다. 이 가슴이야 말로 내가 꿈꾸는 유토피아. 온갖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나만의…. “그러니까 은근슬쩍 가슴에 달라붙지 말게! 큰 것이 그렇게 좋은가! 큰 것이!” “구원 이 변태가!” 결국 이날도 마틸다로 시작된 소동은 내가 사라의 공격을 받고 기절하는 걸로 끝났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78==================== 성자 구원 한차례 소동이 지나가고 저녁 식사 시간. 드디어 모두가 한 자리에서 대면하게 됐다. 지금까지 마틸다를 상대할 때마다 쓸데없이 정신력을 소모해야했던 나지만, 이렇게 다들 모여 있으니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이제 내가 일일이 마틸다를 상대할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아라크네 클랜 말이야. 일단 한 번 가서 의뢰 수행 일정을 논의하는 게 좋겠지?” 처음에는 그냥 가서 의뢰만 하고 오면 된다고 가볍게 생각했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니 그럴 리가 없었다. 앨리시아가 했던 말을 생각해보면 아마 계약은 아라크네 클랜장과 직접 하게 될 텐데, 그 거대 클랜의 수장이 언제 올지도 모를 날 무작정 기다리기만 하고 있을 수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음. 그렇구먼. 그곳에 가야 할 때는 꼭 이 몸도 함께 가세.” 디아나는 뭔가 사명감을 띈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까 거기 클랜장이 마법을 쓴다고 들었을 때도 저랬었지. 지고의 대마법사라는 타이틀로 압박이라도 할 셈인가? 디아나의 원래 성격과는 무척이나 안 어울리는 행동이지만, 그만큼 날 생각하는 마음이 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지. “애초에 말이야. 구원은 의뢰 기간을 어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거야?” “왜? 며칠 동안 나 못 볼 생각하니까 쓸쓸해?” “…당연하잖아 바보야. 그리고 걱정도 된단 말이야.” 크헉. 야. 갑자기 왜 그렇게 솔직하게 구는 거냐. 살짝 놀려줄 생각이었는데, 예상외의 카운터펀치를 맞아버렸다. 사라도 방금 날 때려서 기절까지 시킨 게 꽤나 미안했던 모양이다. 식탁 아래로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게 한 손을 뻗어서 아까 때렸던 복부를 살살 어루만져 줬다. “사라…. 걱정 마. 그다지….” “잠깐만요! 며칠 동안 못 본다니, 그게 무슨 소리죠?!” 내가 그런 사라의 손을 테이블 밑에서 꽉 잡아주면서 부드럽게 말하려고 했을 때, 레이아의 옆에 앉아서 얘기를 듣고 있던 마틸다가 끼어들었다. 사라는 모처럼 분위기가 잡혀가는 걸 방해받은 게 짜증났는지, 미묘하게 표정이 안 좋아졌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야. 넌 진짜 낄 때 안 낄 때 구분 좀 해라. 그렇게 눈치가 없냐? 아, 하긴. 눈치가 있으면 아무 놈팡이한테나 그렇게 쉽게 넘어갈 리가 없나. 나는 눈치 없는 마틸다에게 한 마디 하고 싶어졌지만, 마틸다를 상대하는 건 이제 내가 아니다. “구원씨는 다른 클랜의 의뢰로 며칠 자리를 비우게 됐어요.” 옆에 앉은 레이아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마틸다에게 설명을 해줬다. 그래. 이제 저택에 들어온 이상 내가 마틸다를 상대할 필요는 없는 거다. 나는 아들의 안전을 위해서 마틸다와 최대한 대면하지 않고, 지금처럼 불가피하게 대면할 일이 있어도 철저하게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 그런…! 저도 따라가겠어요!” 하지만 우리 천사님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데도, 어째선지 마틸다는 여전히 나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게다가 왠지 충격받은 얼굴이고, 하는 말도 가관이다. “네가 거기를 왜 따라가.” 아, 결국 쟤랑 대화해버렸다. 하여간 저거 사람이 말을 안 하고는 버틸 수 없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니까. 일부러 저러는 거 아냐? 일부러 눈도 안 마주치던 내가 입을 열었단 사실이 기쁜 건지, 마틸다의 눈가가 미묘하게 촉촉해져 갔다. 아오.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내 아들은 괜찮은 거겠지? 나는 황급히 되살아난 자존심을 사용했다. 휴. 다행이야. 아직 괜찮아. “…구원…?” 정정하자. 괜찮지 않아. 지금 내 아들이 생명의 위기에 처했어. 무슨 얘기냐고? 지금 상황을 잘 생각해봐라. 사라가 내 복부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내 물건은 커지면 배꼽 너머까지 올라간다. 당연히 복부를 만지던 사라도 내 물건이 커지면 알게 된다. 그리고 사라 입장에서 보면, 마치 내가 마틸다와 대화를 하자마자 물건이 커진 것처럼 생각될 거다. 사라는 내 물건이 커지자마자, 복부를 만지던 손으로 물건을 덥석 잡고는 꽉 쥐었다. 물론 달콤한 자극을 가하기 위해서 잡은 게 아니다. 오히려 끔찍한 고통을 가하기 위해서 잡은 거지. “…이, 이건 대체 어떻게 받아들이면 될까요?” 아마 역대 최고로 분노에 휩싸인 건지, 사라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야. 적어도 내 아들은 놓고 말하자. 걜 인질로 잡는 건 너무 비도덕적이야. 아직 손에 힘이 들어가진 않았지만, 내 대답여하에 따라서 안에 쥐고 있는 게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듯 이미 손아귀에 묵직한 힘이 모여져 있는 게 느껴졌다. “아냐! 아냐! 아냐! 오해야!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냐!”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뭔지 말해보죠?” “쟤 표정이 이상하니까 불안해져서, 그냥 정상 작동 되나 확인해본거야!” 내 말을 듣고 나서야, 사라의 손아귀에서 느껴지던 묵직한 힘이 빠져나갔다. 그리고 사라는 방금 전의 분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로, 부끄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다. “정말! 착각하게 만들지 마!” 큭. 젠장. 난 아무 잘못 안했는데. 뭐라 하고 싶은데, 저 부끄러워하는 표정이 매력적이라서 또 뭐라고 못하겠다. 그래. 이럴 땐 뭐라고 하기 보다는 너스레를 떨면서 넘어가주는 대범한 남자가 되자. “미안. 미안. 그런데 방금 너무 아팠는데, 사라가 좀 쓰다듬어 줄래?” “이, 변태야!” 그렇게 말하면서도 살며시 내 물건을 쓰다듬어주는 사라는 역시 최고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지금 여기가 우리 둘만 있는 공간이 아니라는 거지만. “자네들 지금 무슨 얘길 하고 있는 겐가?” 디아가 의심스럽기 짝이 없다는 표정으로 우리를 지긋이 쳐다봤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무튼! 마틸다 넌 왜 따라온다는 건데?!” 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 황급히 마틸다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마치 불속으로 뛰어들어가는 불나방의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 사라가 만져주고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사라가 만져주는데 어떤 남자가 성기능을 상실하겠어. 용사님의 손길이다. 분명 저주도 이겨낼 수 있을 거야. “제가 무엇 때문에 여기 왔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언제 여신님이 강림하실지 모르는 이상, 정 항상 당신들과 함께 할 의무가….” “아니. 여신님은 레이아 몸으로 강림하시잖아. 그러니까 그 말대로라면 넌 레이아랑 같이 붙어있어야지. 이번에 레이아는 같이 안 가.” “엣…?” 마틸다는 그게 정말이냐는 듯이 레이아를 쳐다봤다. 그리고 레이아가 고개를 끄덕여주자, 순식간에 시무룩한 표정이 됐다. 그러니까 나한테 반한 것도 아닌 주제에 왜 그런 표정이 되는 건데? “그, 그럼 언제쯤 오는 건가요?” “아니. 모른다니까. 그걸 정하러 한 번 가볼 예정이라고. 애초에 내일 당장 의뢰하러 던전에 틀어박힐 것도 아니고.” “그, 그런가요.” …저거 진짜로 나한테 안 반한 거 맞아? 수상하단 말이야. 게다가 오는 도중 예쁘단 소리만 들어도 반하려고 하는 걸 똑똑히 봤기 때문에, 더욱더 미심쩍었다. 솔직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 마틸다에게 찝쩍거리던 놈팡이들보다는 어딜 보나 내가 훨씬 좋은 남자인데 말이다. 하지만 사라의 손이 닿고 있는 물건은 여전히 팽창한 상태였다. 으윽. 그러고 보니 사라 얜 아직도 만지고 있네. 사라야. 슬슬 그만두지 않으면 위험할 거 같은데. 내 물건이 움찔움찔 떨리기 시작하는 게 느껴졌는지, 그제야 사라는 손을 뗐다. 나와 몇 번이고 몸을 겹쳐온 만큼, 내가 쌀 타이밍은 정확이 알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여기서 싸는 건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도중에 멈추는 것도 꽤나 괴로웠다. 사라도 내 표정을 통해 내 마음을 짐작한 모양이지만,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손을 뗐다. 그리고는 살짝 장난스런 표정으로 혀를 배꼼 내밀고는 다시 식사에 집중했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도 복수를 위해서 식탁 아래로 손을 뻗었다. 사라는 감이 좋으니까 들키지 않도록 암살자의 묘리를 담아 손을 움직여 은밀하게 사라의 가랑이 사이로 접근한 후, 손가락으로 가볍게 중심부분을 긁어줬다. “흐읏!” 기습 공격에 깜짝 놀란 사라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봤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마틸다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훗. 한 번 밤에 진 이상 나도 이제 낮에 지고만 있진 않을 거라고. “크흠. 그래. 그러니까 마틸다 넌 여기서 레이아하고 같이 있어.” “그래요. 추기경님. 그동안 저하고 같이 있어요.” “그, 그러네요.” “같이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건 어떠신가요? 아이들이 무척 귀엽답니다.” “그렇군요. 그것도 여신님의 은혜를 베푸는….” 우리 천사님의 유도에 따라 훈훈한 대화를 하기 시작했지만, 나는 또다시 껴들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우리 천사님은 순순하셔서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않으시는 것 같으니, 내가 나설 수밖에. “야. 너 그건 괜찮은 거냐?” “뭐가 말이죠?” “아니. 그러니까 애들 상대론 반하지 않는 거냐고.” 그래. 고아원에는 당연히 남자 아이들도 잔뜩 있다. 그밖에 어른 사내놈도 한 명 있기는 하지만, 걘 이미 고자니까 신경 쓸 거 없겠지. 하지만 애들은 아니다. “뭐, 뭐…절 뭐로 보고!” 과연 스스로 잘 반한다는 걸 인정하고 있는 마틸다도 그걸 순순히 인정하긴 힘들었는지, 화를 내려고 했다. 하지만 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애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야. 똑바로 대답해. 안 반한다고 확신할 수 있어?” “읏…그, 그건….” 내 진지한 표정에 놀랐는지, 마틸다가 살짝 몽롱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야,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나는 위기를 감지하고 황급히 레이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레이아. 미안한데 마틸다가 있는 동안 고아원에 가는 건 좀 참아줘.” “네. 그럴게요.” “마틸다와 어디 갈 일이 있으면 꼭 마차를 타고 가도록 하고.” “절 위해서 그렇게나….” “널 위해서 그러는 게 아니거든! 이 아동성애자 녀석아!” 아오 진짜 귀찮아 죽겠네. 저건 진짜로 틈만 보이면 반하려고 드네. 대화하는 것 만으로 정신력이 뭉텅뭉텅 깎여가는 느낌이다. “아, 아동성애자 아니거든요! 실례인 것도 정도가 있어요!” “그럼 그냥 수비범위가 넓은 거냐? 아이부터 할아버지까지 남자면 다 좋은 거냐?!” “이, 이이익! 그래도 당신 같은 사람한테는 안 반하거든요?! 이 매력 없는 남자!” “매력 있거든! 내가 진심이 되면 너 따윈 그냥…!” “그럼 어디 한 번 그 진심이란 걸 보여줘 보시죠!” 그렇게 말하는 마틸다의 눈동자가 왠지 기대로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일까? 덕분에 난 순식간에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위험해. 하마터면 도발에 넘어갈 뻔했어. 저거 날 고자로 만들려고 작정을 했나. 나는 마틸다에게서 눈을 떼고, 식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왜 갑자기 조용히 있는 거죠? 뭔가 말을 해보시죠?” 참자. 참아야 한다. “역시 자신 없는 거죠? 매력 없는 남자.” 참아야 한다. “어쩜 저리….” “이 몸의 낭군님을 흉보는 건 그쯤 해두겠나?” 디, 디아나야아아아! 난 지금 맹렬히 감동하고 있다! “넷?! 앗, 죄송해요. 전 그런 뜻이 아니라….” “됐네. 사정은 알고 있으니. 그쯤하고 식사나 하게.” “네….” 헤헹. 꼴좋다. 제아무리 추기경이니 뭐니 해도 우리 디아나한테는 안 되지! 내가 디아나에게 감사의 눈빛을 보내자, 디아나가 엣헴하는 표정으로 가슴을 폈다. 응. 잘했어. 잘했어. 상으로 머리라도 쓰다듬게 해줄까? 내가 살짝 머리를 내밀자, 디아나가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쓰다듬어왔다. 원래는 오늘 밤에 디아나를 실컷 괴롭힐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기특한 디아나를 너무 괴롭힐 순 없지. 조금 강도를 약하게 하도록 하자. 응? 기특하면 괴롭히지 않아야 되는 거 아니냐고? 그건 아니지.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야. 지금 디아나가 잘했다고 해서, 내가 전에 괴롭히기로 마음먹은 게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니까. 나는 밤에 디아나를 어느 정도 약하게 어떤 식으로 괴롭힐지 생각하면서 식사를 계속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79==================== 성자 구원 “오오! 이게 말로만 들어왔던 그 욕실인가! 훌륭해!” 전체가 고급스런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거대하고 호화로운 욕실 한가운데 서자, 나도 모르게 탄성이 터져 나왔다. 그도 그럴게, 욕조 구석에 조각된 석상들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장면 같은 거 실제로 본 건 처음이라고. 게다가 자세히 보면 이음매가 전혀 없었다. 바닥뿐만 아니라 바닥과 벽, 바닥과 석상까지 욕실의 그 어디에도 이음매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거대한 대리석을 통째로 깎아서 욕실을 만들어 둔 것 같은 곳이다. 대체 이 욕실 하나만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갔을까? 아마 내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돈이 들어갔겠지. “자네 너무 과장이 심하구먼.” 뒤따라 들어온 디아나는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귀엽다는 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디아나가 똑바로 선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면 내 몸에 딱 밀착하여 까치발을 들고 팔을 쭉 뻗어야 겨우 가능하므로, 누님 모드가 되어 귀엽다는 표정은 하고 있지만 사실 꽤나 필사적인 디아나였다. 그렇게 귀엽단 표정 짓지 마라. 나 같은 것 보다 네가 훨씬 더 귀여우니까. 평소 같으면 살짝 몸을 숙여서 쓰다듬기 쉽게 만들어 줬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러지 않았다. 욕실에 들어와 있다는 건 우리 둘 다 전라가 되어있다는 얘기로, 그 상태에서 디아나가 스스로 밀착해있는 건데 내가 왜 몸을 숙이겠어. 과연 신체나이 최연소. 몸 전체가 파릇파릇하고 탱탱하기 그지없다. 전신으로 디아나의 감촉을 느끼면서, 겉으론 그런 내색을 전혀 안 한 채로 대답을 했다. “과장이라니. 그런 거 아냐. 진짜 대단하네. 사라나 레이아가 좋아할만 해.” 그래. 우리는 지금 저택 안에 있는 거대 욕실에 들어와 있었다. 나만 빼놓고 애들끼리 모여서 우후후 떠들었다는 그 욕실 말이다. 저택에서 지낸지도 꽤나 오래됐지만, 여기 들어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에부터 한 번 들어오고 싶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여긴 암묵적으로 금남의 구역이었으니까 말이다. 우리 애들은 물론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과 고용인들까지 저택에 여자가 한둘이 아닌데, 누가 쓰고 있을지 모르는 이상 함부로 들어오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오늘 마음먹고 디아나에게 부탁해보자, 식사 때부터 줄곧 누님모드를 유지 중이던 디아나가 흔쾌히 승낙을 해줬다. 저택의 모두에게 오후 열시까지는 전부 욕실 이용을 마치도록 얘기를 해두고, 지금은 이렇게 우리가 전세를 내게 됐다는 얘기다. 과연 사라나 레이아가 얘기했던 목욕시중 들어주는 메이드 같은 건 없었지만, 이 욕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거 다시 한 번 꿈이 부풀어 오르는걸. 언젠가는 이 욕실에서 꼭 우리 애들이랑 하렘 플레이를 해보고 말겠어. 아니, 굳이 섹스까지 가진 않더라도 말이야, 다 같이 모여서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부드러운 살결을 느끼며 씻어보고 싶어.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훌륭한 욕실이었지만, 난 일부러 그런 내색을 하지 않고 디아나에게 말했다. “여기에 시중들어주는 메이드만 있었으면 완벽…아야. 아파 디아나.” “아프라고 때린 걸세! 자네는 이 몸과 이렇게 있는데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가!” 쳇. 오늘은 모처럼 누님 모드가 유지중이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안 되나. 디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바로 토닥토닥 공격을 해왔다. 물론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아픈 척 안하면 더 화낼 테니까 적당히 아픈 척 해줬다. “뭐야? 질투하는 거야? 그럴 거 없어. 엉큼한 생각으로 한 얘기 아니야.” “엉큼한 생각이 아니면 무슨 생각으로 한 말이란 말인가!” “아니. 그냥 메이드들이 수발을 들어주면서 씻는 경험이란 걸 해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야. 대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서. 가끔 새로운 경험도 해보고 싶어지는 법이잖아?” “…되도 않는 거짓말하지 말게.” 나는 최대한 맑은 눈빛으로 말할 셈이었지만, 디아나는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딱 잘라 말했다. 어떻게 알았지. 으윽. 그렇게 변태를 보는 눈으로 바라보지 마라. 어쩔 수 없잖아! 메이드의 목욕시중은 남자의 로망이라고! “하아…어쩔 수 없구먼.” 하지만 이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디아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메이드 불러오게?!” “자넨 바보인가! 그럴 리가 있겠는가! 어쩔 수 없으니, 이 몸이 목욕시중을 들어주겠다는 말일세!” 뭐야. 그런 얘기인가. “뭔가? 불만이라도 있는 겐가?” 물론 그럴 리가 없다. 불만 같은 건 전혀 없다. 오히려 디아나가 목욕시중을 들어주다니 사치도 그런 사치가 없고 생각한다.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인벤토리에 있는 바네사의 메이드 복을 디아나에게 입혀서 메이드에게 목욕시중을 받는 기분이라도…사이즈가 안 맞나. 제길! 카추샤라도 씌워볼까? 아냐. 관두자. 괜히 혼나기만 하겠지. “아니! 불만 같은 건 전혀 없어! 다만….” “다만 뭔가?” “너 스스로 씻을 수는 있어?” “음?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니. 목욕시중 받는 게 익숙할 거 아냐. 혼자 씻을 땐 마법으로 씻는 모양이고. 남 씻겨주는 거 의외로 힘들다고. 하물며 만약 디아나가 혼자서도 못 씻는 애라면….” “자네는 대체 이 몸을 뭐라고 생각하는 겐가. 쓸데없는 걱정 말게. 이 몸이 처음부터 이런 위치였다고 생각하는 겐가? 이 몸도 예전엔 선천적으로 마법을 쓸 줄 아는 게 전부인 평범한 사람이었네.” “응? 하이 엘프잖아? 날 때부터 높으신 분 아니었어?” “그야 엘프들 중에선 하이 엘프가 제법 특별시 되는 존재이기는 했네만, 이 몸이 어렸을 땐 이 몸 말고도 하이 엘프들이 꽤나 있었다네. 지금 같은 위치는 아니었지. 하물며 엘프들끼리 모여서 살 때는 특별시 되는 사람이라고 해도 지금처럼 누가 시중을 들거나 하진 않았으니 말일세. 아무튼 이 몸도 어렸을 땐 혼자 씻으면서 지냈다는 얘기일세.” “그래도 그게 대체 몇 천 년 전….” “며, 몇 천 년까진 안 되네!” “하지만 디아나가 여렸을 때면 거의 삼천….” “으아아아아! 으아아아아! 시끄럽네! 시끄럽네!” 디아나는 듣기 싫다는 듯이 귀를 막고 소리를 질렀다. 전에도 그랬지만, 얜 나이 얘기만 하면 멘탈이 나가네. 그렇게 나이 얘기가 싫은 걸까? 난 별로 신경 안 쓰는데 말이야. “알겠네! 자네가 정 그렇게 말 하면 안 씻겨주면 될 것 아닌가!” “아니, 잠깐만요! 디아나님! 그건 아니죠!” “흥! 뭐가 말인가?! 이 몸은 모르네!” “부탁드립니다! 디아나님! 제발 씻겨주세요! 디아나님의 목욕시중을 받아보고 싶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솔직하게 그렇게 부탁하면 됐지 않은가.” 내가 필사적으로 허리를 숙이면서 부탁하자, 싫은 기분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디아나는 투덜거리면서도 내 손을 붙잡고 욕조로 들어갔다. 휴. 십년감수했네. 이거 목욕시중 들어준다는 얘기 맞겠지? 전에 그렇게 나이 얘긴 터치 안하겠다고 다짐해 놓고는 나도 모르게 그만 너무 나가버렸어. 하여간 디아나도 디아나라니까! 놀릴 때마다 그렇게 반응이 재밌으니까 자꾸 놀려주고 싶어지잖아! 나는 그렇게 불합리한 생각을 하면서 디아나를 옆으로 바싹 끌어당겼다. “둘이서 쓰기엔 좀 많이 넓네. 전세내서 사치 부리는 기분이긴 한데, 너무 텅텅 비어서 조금 쓸쓸한 느낌도 드네.” 2, 30명은 가뿐히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크기의 욕조다. 그런 욕조에 단 둘이, 그것도 디아나는 내게 찰싹 달라붙어 있는 상황이다. 괜히 더 넓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런 말을 해도 메이드를 불러와 채우진 않을 걸세.” 하지만 내 말을 듣고, 디아나는 불퉁한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내 허벅지를 가볍게 찰싹 때렸다. 쳇. 들켰나. 하여간 눈치도 빠르다니까. “정말. 자네는 이 몸과 같이 들어와 있으면서도 어째서 계속 메이드 얘기만 하는 겐가.” 내가 너무 메이드 얘기만 한 걸까? 디아나는 조금 쓸쓸한 느낌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런. 이건 안 된다. 분명 오늘은 디아나를 괴롭히기로 마음먹은 날이기는 하지만, 난 딱히 디아나가 슬퍼하는 걸 보고 싶은 게 아니다. 이런 식으로 괴롭힐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 그냥 메이드 얘기하면 디아나가 질투하는 게 귀여워서…아야. 그러니까 아프다니까, 디아나.” “아프라고! 때린 걸세! 자네는 정말로! 어쩜 그리 짓궂은 겐가!” 그렇게 날 토닥토닥 때리면서도, 디아나는 아까보다 표정이 훨씬 좋아져 있었다. 스스로를 희생하면서까지 여자의 마음을 풀어주는 나야말로 진정한 신사라고 생각한다. “그럼 어디 우리 디아나의 목욕시중을 받아볼까?” “기어오르지 말게! 정말이지….”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욕조에 박힌 마석을 조작하였다. 그러자 욕조의 물이 미끌미끌하게 거품이 나는 재질로 바뀌었다. “잠깐 기다려보게. 그러니까 스펀지가….”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디아나는 목욕 용품이 어디 있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어쩔 수 없지. 진정한 신사인 내가 다시 한 번 도움을 줘보도록 할까. “스펀지같은 게 무슨 필요가 있어?” “무슨 소리인가. 스펀지가 없으면 무엇으로 몸을 씻겨준다는 말인가.” “이걸로 씻겨주면 되잖아?” “…뭘 가리키면서 말하는 겐가? 자네가 가리키는 곳에는 이 몸밖에 보이지 않네만.” 내가 다른 걸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이라도 한 건지, 디아나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너 가리킨 거 맞아.” “음? ……자네는 바보인가!” 내 말에 잠깐 무슨 말인지 생각을 하던 디아나는,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쿠아아앙! 하고 화를 내면서 내게 달려들었다. “그런! 파렴치한 걸! 누가! 한단! 말인가!” 저 표정은 그거다. 지금까지 태어나서 그런 일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는 표정이다. 극심한 부끄러움에 파워 업한 건지 평소보다 더 양 주먹에 힘을 실어져 있는 것 같았다. 그래봤자 토닥토닥이지만 말이다. 디아나야. 주먹을 쥔다고 다가 아니란다. 주먹을 쥐어도 손바닥 쪽으로 때리면 아무 의미가 없어. 네 공격은 힘도 문제지만 그냥 자세부터 토닥토닥이야. 귀여우니까 앞으로도 절대 알려주지 않을 거지만. “사, 사라나 레이아는 해줬는데…!” 나는 가슴을 토닥토닥 때려오는 디아나에게 아픈 척을 하면서 그렇게 외쳤다. 그러나 디아나의 움직임이 뚝하고 멈췄다. “잠깐. 지금 뭐라고 했나?” “그러니까 사라나 레이아는….” “둘 다 말인가?! 레이아양은 몰라도 사라양까지 말인가?!” 자신만 뒤쳐졌다는 사실이 꽤나 충격적인 건지, 디아나는 충격 받은 표정으로 외쳤다. 만화라면 머리 위로 쿠구궁 이라는 글자가 짓누르고 있을 것 같은 표정이다. 좋아. 내 의도는 생각 이상으로 먹혀든 모양이다. “그래. 사라 걔 의외로 나랑 둘이 있을 땐 꽤나….” “으으윽!” 오오. 디아나의 눈에서 질투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어. “알겠네! 이 몸도 해주겠네!” 디아나는 호기롭게 일어나서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외치기만 했을 뿐, 그 다음 동작은 이어지지 않았다. “디아나? 뭐해?”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하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몸으로 씻겨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디아나다. 갑자기 하려고 해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안 오겠지. 이거 어쩌면 생각보다 더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디아나에게 부끄러운 욕실 플레이를 주입시킬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이런 저런 플레이가 떠오르면서 스스로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띄워지는 게 느껴졌다. “일단 자기 가슴에 거품을 묻혀봐.” “가, 가슴 말인가?!” “그래.” “으윽. 하지만….” “부끄러워할 거 없어. 난 지금 디아나의 가슴도 좋아한다니까.” “매일 레이아양의 가슴만 쳐다보는 자네가 그런 소릴 하는 겐가?” 매일이라니…뭐, 매일 보고 있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남자의 본능이라고! “에이. 디아나가 몰라서 그렇지 실은 디아나 가슴도 몰래 쳐다보고 있어.” “그, 그게 자랑이라고 떠들고 있는 겐가!” “아무튼 난 디아나 가슴도 좋아한다고. 왜? 내가 좋아해주는 게 싫어?” “그, 그런 건 아니네만…으윽. 하여간 말이라도 못하면….” 디아나는 복잡한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화내면서도 조금 기뻐하는 디아나는 역시 귀엽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응?” “하지만 전에 뼈가 닿아서 아프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것도 기억하고 있는 거냐. 언제 적 얘기야. 하여간 기억력도 좋아요. “그거야 디아나랑 놀고 싶어서 장난친 거지. 상식적으로 네가 실비아처럼 아예 없는…아무튼 뼈가 느껴질 리가 없잖아?” “…정말인가?” “그럼그럼.” “으으으으음….” 내 설득이 제대로 먹혀든 모양이다. 디아나는 의심스런 표정을 지으면서도, 천천히 스스로의 가슴에 거품을 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은 내일 노력해보겠습니다. Tigerfish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280==================== 성자 구원 하지만 가슴에 비눗물을 묻히고 문질러서 거품을 낸 후에도, 디아나는 얼굴을 붉히고 가만히 날 쳐다만 봤다. “뭐하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대충 짐작하고 있잖아?” 머리 좋은 디아나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나는 목욕의자에 앉아서 디아나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을 했다. “이, 이런 발상을 하다니…. 어찌 이리 파렴치할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디아나는 머뭇머뭇 내게 다가왔다. 하지만 역시 부끄러운지, 그대로 내 옆을 지나 뒤로 휙 돌아갔다. 그리고는 ‘우읏!’ 이란 이상한 기합소리를 내면서 내 뒤에 찰싹 매달려왔다. 그리고는 내 귓가에 입김을 불어넣듯이 중얼거렸다. “…이런 것이 좋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는구먼.” “좋지 않을 리가 없잖아? 디아나랑 찰싹 붙어있는 거라고? 왜? 디아나는 나랑 이렇게 붙어있는 게 싫어?” “그, 그건…에잇! 시끄럽네! 집중해야하니 조용히 하게!” “넵.” 하여간 우리 디아나는 부끄럼쟁이라니까. 디아나는 내게 호통을 치고는, 천천히 몸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사라나 레이아와는 또 다른 느낌의 부드러운 감촉이 내 등을 천천히 자극해나갔다. 몸집이 작은 만큼 내 등 전체를 씻어주려면 이리저리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서, 뒤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상상만으로도 흐뭇해졌다. “어, 어떤가?” “응. 최고야.” “하지만 레이아양과 비교하면….” “그런 소리 하지 말라니까. 난 디아나도 좋다니까 그러네. 내 말 못 믿겠어? 자.” 나는 등 뒤로 손을 뻗어서 디아나의 손목을 붙잡고, 그대로 당겨 내 물건을 잡게 만들었다. “거봐. 얼마나 좋으면 벌써부터….” “역시 이럴 셈으로 이렇게 씻겨달라고 한 것 아닌가!” 디아나는 내 물건에서 손을 떼고, 떼끼! 하는 느낌으로 내 아랫배를 찰싹 때렸다. 하지만 상반신을 열심히 움직여서 내 등을 씻겨주는 건 멈추지 않았다.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아까보다 움직임이 적극적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 자기 가슴도 좋다고 해준 게 꽤나 기분은 좋은 모양이다. 좋아. 좀 더 칭찬해줄까. “아무튼 정말로 내가 좋아하는 건 알겠지? 디아나 가슴도 충분히 부드럽고 좋다니까. 특히 가슴 중간에 딱딱하게 솟은 돌기가 등을 씻을 때마다 마찰되면서 좋은 자극이….” “자네는! 바보인가! 꼭! 한 마디가! 많네!” 일단 이번엔 놀리는 게 아니고 칭찬해줄 셈이었는데. 디아나는 내 말을 듣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내 등에서 떨어지더니, 토닥토닥 공격을 해왔다. “야. 칭찬해준 거였는데.” “그게 칭찬인가?! 응?! 그게 칭찬인가?!” 흥분하고 있단 사실이 들킨 게 꽤나 부끄러웠는지, 디아나는 좀처럼 토닥토닥 공격을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직접 행동으로 막을 수 밖에 없나. 나는 뒤로 빙글 돌아서 디아나를 꼭 껴안았다. “우앗!” 새빨개져서는 두 눈을 꼭 감고 내 등을 토닥토닥 때려대던 디아나는, 갑작스레 내 품에 안기게 되자 깜짝 놀라서 귀여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난 오히려 디아나도 나랑 같은 맘인 것 같아서 기뻐.” 디아나를 내 위에 걸터앉게 한 상태로 끌어안고, 나는 디아나의 촉촉이 젖은 은발에 얼굴을 파묻으며 속삭였다. “그 말만 들으면 꽤나 낭만적인 말로 들리는구먼. 이렇게 된 주제에.” 디아나는 자신이 걸터앉고 있는 내 물건으로 손을 뻗으면서 말했다. 지금 디아나는 내 물건의 봉부분에 정확히 음부가 맞닿은 채로 걸터앉은 채 나와 꼭 껴안고 있는 상태다. 때문에 내 물건을 잡으려면, 팔을 뒤로 돌려서 자신의 엉덩이 너머로 튀어나와있는 내 물건 끝부분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물건 끝을 손바닥으로 자극하는 것 같은 모양새가 돼서 꽤나 기분 좋았다. “그러니까 나도 디아나랑 같은 마음이란 거지.” “이 몸은 자네같이 엉큼한 생각은 하고 있지 않네만. 햐앙!” 나는 물건에 힘을 줘서 한번 크게 껄떡이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내 물건 위에 올라타 있던 디아나의 몸이 들썩였고, 나와 딱 달라붙어있던 디아나의 가슴은 내 가슴팍을 제대로 자극했다. “이렇게 딱딱해져있는데도?” “이, 이건…생리현상일세! 생리현상!” “생리현상 말이지….” “뭐, 뭔가?! 불만 있는가?!” 사실은 좀 더 괴롭히고 싶지만, 여기서 더 괴롭히면 삐져서 씻겨주는 걸 중단할 수도 있으니까. 일단은 여기까지만 하자. 우리 순진한 디아나를 속여서 싶은 게 아직 많이 남아있으니까. “아니. 디아나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나는 디아나의 등에 양팔을 둘러서 꼭 껴안고, 그대로 뒤로 발라당 넘어졌다. 매트가 있으면 참 좋았을 테지만, 평범한 욕실에서 그런 것까지 바라는 건 사치겠지. 어차피 내 몸은 튼튼하니까 맨바닥에 이렇게 누워도 그다지 타격은 없다. 내가 뒤로 넘어가 드러누운 덕분에, 디아나는 내 위에 찰싹 달라붙어 엎드린 자세가 됐다. “그럼 디아나. 이번엔 앞을 씻어줘. 하는 방법은 아까랑 똑같게. 알겠지?” “하여간 자네는….” “부탁할게. 모처럼 여서 같이 씻는 거잖아.” 내가 그렇게 부탁하자, 디아나는 할 수 없단 얼굴로 천천히 내 위에서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상체를 내 몸에 완전히 밀착시키고, 상하 5센티 정도만 왕복하듯 움직이는 게 전부였다. 온몸이 밀착해있으니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한 걸까? “디아나. 거품을 가슴에만 냈으니까, 그래선 가슴밖에 안 씻기잖아. 가슴으로 몸 전체를. 알겠지?” “우으으읏!” 역시 디아나도 내가 이런 부탁을 할 걸 알고는 있었던 모양이다. 그냥 부끄러워서 하지 않았을 뿐. 디아나는 날 살짝 노려보더니, 그래도 천천히 몸을 아래로 미끄러뜨려갔다. 디아나의 말랑말랑한 가슴이 내 복부를 씻겨주고, 그대로 더 아래로 내려가 물건까지 닿았다. 내 물건이 디아나의 가슴 한 가운데에 위치하게 됐지만, 과연 물건을 감싸오는 감각은 없었다. 굳이 끌어 모으면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디아나의 지금 크기로는 조금 벅차니까 말이야. 그럼 물건은 어떻게 씻겨달라고 부탁해야 할까. 역시 정석인 음부로 씻겨주기를 부탁해야 하나? 아니, 하지만 그건 제일 마지막으로 미루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디아나는 이미 행동에 나선 상태였다. 자신의 가슴골에는 파묻을 생각도 하지 못한 건지, 아니면 그런 발상 자체가 없었던 건지, 디아나는 내 물건을 손으로 붙잡고 자신의 한쪽 가슴만을 이용해 집중적으로 문지르기 시작했다. 말랑말랑한 가슴의 감촉이 느껴지는 와중에 딱딱하게 솟은 돌기가 스쳐지나가는 것이 좋은 자극이 되어서, 굳이 가슴 사이에 끼는 게 아니더라도 충분히 훌륭한 자극이었다. 역시 디아나는 머리가 좋아. 하지만 디아나는 정말로 그냥 씻겨주기만 할 셈인 모양이다. 내가 그렇고 그런 속셈으로 이런 부탁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 말이다. 적당히 가슴으로 물건을 문질러서 어느 정도 깨끗해진 것 같아지자, 더 이상의 자극을 가하지 않고 디아나는 바로 몸을 아래로 미끄러뜨리려고 했다. “잠깐. 디아나.” “음? 뭔가? 여기는 이미 충분히 깨끗해졌네만.” 내가 물건을 더 자극해달라는 부탁을 할 거라도 생각했는지, 디아나가 먼저 선수를 쳤다. 훗. 하지만 난 그런 부탁을 하려는 게 아니라는 말씀. “아니. 과연 팔다리는 가슴으로 씻겨주기 힘들 거 아냐.” “음. 그렇구먼. 그럼 팔다리는 스스로 씻겠나?” 드디어 이 부끄러운 행위에서 해방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디아나의 표정이 화악 하고 밝아졌다. 이거 저런 표정 짓고 있으니까 부탁하기 미안해지네. 의도치 않게 띄워 올렸다가 떨어뜨리는 방식의 괴롭히기를 하는 꼴이 되어버렸잖아. 이런 식으로 괴롭힐 생각은 없었는데. 뭐, 그래도 부탁은 할 거지만. “아니. 그러니까 팔다리는 가슴 말고 다른 부드러운 곳으로 부탁해.” “음? 가슴 말고? 어딜 말하는 겐가?” “여기 있잖아. 여기.” 나는 상체를 일으켜서, 디아나의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주물렀다. “흐아앙! 바, 바보인가! 여기로 어떻게…!” “디아나는 안 해주는 거야?” 디아나가 새빨개져서 소리치려고 했지만, 나는 미리 준비해뒀던 대사를 내뱉었다. 애초에 디아나가 가슴으로 씻겨줄 결심을 하게 된 원인을 생각해보면, 이 말은 분명히 먹힐 거다. “으, 으윽…. 그…사라양이나 레이아양도 이런 걸 해준 겐가?” 역시나. 디아나는 내가 말한 뉘앙스를 눈치 채고는 고뇌하는 표정으로 그런 질문을 던져왔다. “응.” 그리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거짓말을 했다. 미안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이 결정에 후회는 하지 않을 거다. 남자란 때론 대의를 위해서 거짓말을 할 필요도 있는 법이야. 가슴으로 씻겨주는 걸 상상도 못했던 디아나다. 분명 이 거짓말은 먹혀들 거야. “으으으으으으음….” 역시 거짓말이란 걸 눈치 채지는 못한 모양이다. 그래도 디아나는 아까보다 훨씬 더 고민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고민하고 있다는 건, 등을 떠밀어주면 넘어올 수 있다는 뜻도 되는 법이지. “디아나. 부탁해.” 나는 디아나를 끌어안으면서 입술에 키스를 했다. “으음. 하음. 음. 흐음….” 과연 키스에 약한 디아나답게, 내가 키스를 해주자 바로 표정이 풀어졌다. 디아나가 표정이 풀어진 틈을 나서, 나는 디아나를 끌어안고 욕조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욕조에 끝에 걸터앉아서 디아나를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나는 다음 행동을 위해 바삐 움직였다. 욕조에서 비눗물을 떠서 디아나의 엉덩이에 묻히고, 그대로 주물주물 엉덩이의 감촉을 즐기면서 거품을 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입술은 계속해서 디아나의 입술에 비벼대는 걸 잊지 않는다. 아무리 키스에 황홀해하고 있다지만 이걸 묵인해주고 있다는 건, 결국 디아나도 해줄 맘을 굳힌 거라고 봐도 되겠지. 엉덩이에 충분히 거품을 내고, 나는 살며시 디아나의 입술에서 입을 뗐다. “디아나. 그럼 부탁할게.” 이미 사전 준비는 끝났다. 거품도 충분히 냈고, 디아나의 엉덩이는 이미 내 한 쪽 허벅지에 올라탄 상태니, 이젠 그저 허리만 움직이면 되는 간단한 일이다. “정말로…으읍. 으음. 쭙.” 디아나가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나는 틈을 주지 않고 다시 입술박치기를 감행했다. 그래. 정말로 해주길 원해. 디아나는 한숨을 쉬듯이 후우하고 크게 콧김을 내뱉었다. 그러면서도 입술을 떼려고 하지는 않는 게 정말 귀엽다. 내가 혀를 디아나의 입안에 넣고 보채듯이 톡톡 디아나의 혀를 두드리자, 디아나는 어쩔 수 없다는 느낌으로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 번 허리를 앞뒤로 왕복시키자마자, 디아나의 움직임이 우뚝하고 멈췄다. 드디어 디아나도 눈치를 챈 모양이다. 그래. 허벅지에 걸터앉아서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는 건, 엉덩이가 아니라 음부로 씻겨주는 거나 마찬가지란 사실을 말이다. 후하핫. 이제 와서 눈치 채도 늦었다. 난 처음부터 이걸 노린 거였거든. 디아나는 얼굴일 새빨개져서 입술을 떼려고 했지만, 내가 그 타이밍을 노려서 디아나의 혀를 입안에 넣고 빨아주자 입을 떼지 못했다. 역시 너도 이대로 키스를 중단하기는 싫지? 혀를 빨아주는 것만으로 입술을 떼지 못하는 디아나는 최고로 귀엽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농후한 키스를 계속하면서, 멈춰있는 디아나의 엉덩이를 톡톡 두들겨서 재촉을 했다. 내 재촉에 당황한 디아나는 머뭇머뭇하면서도 결국 허리를 앞뒤로 왕복하기 시작했다. 지고의 대마법사라고 칭송받는 그 디아나가 음부로 몸을 씻겨주다니. 나보다 사치스런 목욕을 경험해본 놈이 이 세상이 존재하기는 할까? 나는 디아나의 사랑스러움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그에 보답하듯 혀를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그렇게 한쪽 허벅지를 충분히 문지르고 나자, 디아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런 디아나를 안아들고, 바닥에 다리를 펴고 앉았다. 이거라면 문제없지? 디아나는 그대로 내 다리 아래쪽으로 내려갔고, 나는 상체를 숙여서 계속해서 디아나와 키스를 유지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1시 전후로 다음 편을 올릴 예정입니다. 평일에 12시까지 두 편을 쓰긴 힘드네요. 281==================== 성자 구원 그리고 한 쪽 다리를 씻은 다음에는 반대쪽 다리로 넘어와서 허벅지부터 아까 전과 같이 왕복하면서 씻겨주기를 반복했다. 마지막 즈음에 이르러서는, 디아나의 허리 움직임이 거의 내 다리를 이용해서 자위를 하는 것 같은 움직임처럼 되어있었다. 맞닿은 입술 위로 디아나의 거친 콧김이 느껴졌고, 음부를 비벼대는 다리에는 디아나의 음핵이 커져 비벼지는 게 느껴졌다. 이거 디아나도 상당히 흥분한 모양이네. 디아나가 충분히 흥분한 걸 확인 한 후에, 나는 천천히 입술을 뗐다. 디아나는 나와 입술이 떨어지는 게 못내 아쉬운지, 끌까지 혀를 내밀고 조금이라도 나와 더 오래 닿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 디아나의 혀끝에서 내 입으로 이어진 침이 상당히 야릇하게 느껴졌다. “디아나. 이번엔 팔을 부탁해도 될까?” “으음.” 완전히 달아오른 디아나는 이제 거부할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천천히 일어섰다. 다리가 살짝 후들거리는 게 조금 불안정해 보이는데 괜찮은 걸까? 주의하고 있다가 디아나가 쓰러질 것 같으면 바로 잡아주자. 나는 일어선 디아나의 허벅지 사이로 팔을 쑥 집어넣었다. “흐으으읏!” 내 팔이 지나가면서 음부를 스치자, 디아나가 상체를 숙이면서 신음했다. 안 그래도 후들거리던 다리도 결국 풀려 버렸지만, 내 팔이 든든히 버티고 있기 때문에 넘어질 일은 없었다. “자, 디아나 한 손은 내 어깨를 짚고, 반대 손은 내 손을 잡고.” 디아나는 한쪽 팔은 등 뒤로 돌려서 씻겨주는 쪽의 손을 꽉 깍지를 끼면서 마주잡고, 나머지 손은 내 어깨를 짚어서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는 다시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충분히 달아올랐기 때문인지, 후들거리는 다리와는 다르게 그 허리 움직임은 꽤나 급박했다. 이제는 날 이용해서 자위하는 것 같이 씻기는 게 아니라, 그냥 정말로 자위를 하고 있었다. “흐읏, 하윽! 흐앗! 하응!” 상체는 거의 엎드리는 것처럼 앞으로 숙여져서는 내 귓가에 귀여운 신음성을 흘려대고 있었다. 아마 한 손을 뒤로 돌려 내 손과 깍지를 끼고 있지 않았다면, 그냥 앞으로 넘어졌을 거다. 그리고 내 팔에는 비누거품뿐만이 아니라 디아나의 애액도 같이 발라지고 있는 중이었다. “왠지 아까보다 더 미끄러운 느낌이네. 이거 비눗물 느낌이 아닌 것 같은데?” “흐읏! 그, 그런 거 아닐세!” “뭐가 그런 게 아니라는 거야? 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으으읏! 아, 아무튼 그런 거 아닐세!” 디아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리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이제 씻는 건 그만 두고 제대로 한 판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슬슬 디아나를 괴롭혀볼까? “앗, 으응! 읏, 하응! 흐아아…엣?” 디아나의 허리 움직임이 더욱더 격해지면서 절정에 달하려고 하는 타이밍에, 나는 디아나에게 절정 속박을 걸었다. “이, 이거! 이거…!” “왜? 무슨 일 있어?” “지금 무슨 일 있냐고 물었나?! 자네가 절정 속박을 걸지 않았나!” “그래. 만약을 위해서 걸었어. 하지만 디아나가 절정에 달할 게 아니라면 아무 문제없는 거잖아? 내 팔에 묻은 거 애액이 아닌 거지?” “그, 그건 그렇네만…!” “그럼 계속 부탁해도 될까?”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디아나는 울먹이면서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게, 디아나는 딱 절정을 느끼려던 타이밍에 절정 속박에 걸려버린 거다. 지금 몸 전체가 쾌감에 달아올라 있는데 절정을 느끼지는 못해서 무척이나 힘들겠지. 다리는 이미 완전히 풀려 있었고, 몸을 안타까운 듯 배배꼬면서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허리를 또 움직여봐라. 안 그래도 달아오른 몸을 식힐 방법도 없이 계속 열만 더 내는 꼴이다. “이, 이이익…흐이잉….” 아까 애액이 아니라고 한 이상 자존심 때문에 이제 와서 말을 바꿀 수는 없고, 그렇다고 참고 움직이기엔 쾌감이 너무 강렬하다. 결국 디아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울상이 되어버렸다. “으앗! 잠깐! 디아나! 알았어! 울지 마!” “아, 안 울었네!” 뭐, 확실히 아직 눈물은 안 나왔지만, 거의 울기 직전이잖아. 나는 얼른 깍지 끼고 있던 손을 풀었다. 그리고 앞으로 무너져 내리는 디아나의 몸을 부드럽게 받아서, 내 위로 걸터앉게 만들었다. 이미 말랑말랑하게 풀릴 대로 풀려서 내 물건이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음부에 물건을 조준하고, 그대로 디아나의 몸을 내리면서 절정 속박을 푼다. “흐아아아아앙!” 내 물건이 삽입되는 것과 동시에, 디아나는 날 꽉 끌어안으면서 절정에 달해버렸다. “그렇게 기분 좋았어?” “하웃, 하앗, 후앗, 후우. 모, 모르네! 바보!” 나는 바로 귓가에 속삭였지만, 디아나는 절정의 여운 때문에 한참동안 대답을 못했다. 그리고 겨우 숨을 고르고 난 후에야, 날 토닥토닥 때렸다. “미안. 미안. 디아나가 너무 귀여워서.” 나는 웃으면서 디아나의 얼굴에 얼굴을 가져다댔다. “으음…음?” 내가 얼굴을 가져다 대자 디아나는 날 토닥토닥 때리면서도 같이 키스를 하기 위해 고개를 내밀었고, 나는 입술과 입술이 맞부딪히기 직전에 고개를 돌려서 키스를 피했다. 덕분에 내 뺨에 키스를 하게 된 디아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뭐하는 겐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 번 키스를 하려고 하는 디아나를, 나는 또 다시 직전에 고개를 돌려서 피한다. “쪽. 이익! 뭔가 대체! 으음! 으음! 이게 무슨 짓인가!” 결국 몇 번 키스를 시도하려했지만 내가 계속 피하자 화가 났는지, 디아나는 양 손으로 내 얼굴을 붙잡고 다시 한 번 키스를 하려고 했다. 키스를 그 누구보다도 중요시하는 디아나인 만큼, 제대로 키스를 안 해주는 건 화가 나는 모양이다. 하지만 디아나가 내 얼굴을 아무리 세게 붙잡아 봤자, 내 목힘을 이길 수는 없다. 나는 다시 한 번 디아나의 키스를 피했다. “우으으으읏!” 디아나는 결국 내 얼굴을 놔주고는 주먹을 불끈 쥔 채로 토닥토닥 때리기 시작했다. “키스하고 싶어?!” “자넨 하기 싫은 겐가?!” 야. 울먹이면서 그런 말 하지 마라. 괜히 양심이 찔리잖아. 당연히 하고 싶지. 다만 지금은 원하는 게 있을 뿐이야. “디아나가 내 부탁 하나만 들어주면 나도 바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텐데.” “또, 또 뭘 부탁하려는 겐가?!” 본능적으로 위기감이 들었는지, 디아나가 불안한 표정으로 외쳤다. “별거 아냐. 그냥 우리 저쪽으로….” “안 되네!” 내가 입구 쪽을 가리키자마자, 디아나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외쳤다. 사실 저 문 밖으로 나가도 바로 복도로 나가지는 건 아니다. 이렇게 거대한 욕실인 만큼, 복도에서 여기로 들어오기 전에 먼저 탈의실이 존재했다. 그러니까 여기서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복도까지 소리가 새어나갈 일은 좀처럼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이렇게 소리가 울리는 욕실에서도 디아나가 맘껏 신음성을 흘린 거겠지. 하지만 디아나야. 싫다고 하면서도 네 음부는 꽉 조여오고 있단 사실은 알고 있니? “안 돼?” “절대! 안 되네!” 아마 이대로 밖으로 나가는 상상이라도 한 거겠지. 음부가 꽉 조여 오는 건 물론, 미묘하게 하앗 하앗 하고 입에서 내뱉는 숨도 아까보다 거칠어졌다. 그래도 거부하는 걸 보면, 아까 절정을 느껴서 이성이 조금 돌아온 모양이다. “그럼 어쩔 수 없네.” 나는 깔끔히 포기하고 디아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엣?” 내가 이렇게 깔끔히 포기할 줄은 몰랐는지, 디아나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 놀라? 내가 뭐 강요라도 할 줄 알았어? 난 디아나가 싫어하는 짓은 안 해.”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다시 한 번 디아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그제야 디아나는 안심한 듯, 빙긋 웃으면서 이번엔 자신이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자네도 조금 철이 든 모양이구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남자 구원이라고 불러다오.” “기어오르지 말게.” 디아나는 내 가슴을 가볍게 찰싹 때리고는, 그래도 웃으면서 내 입술에 키스를 했다. 슬슬 시간이 다 됐나. “그런데 디아나.” “음?” “우리 분명 열두시까지 욕실을 쓴다고 말했었지?” “음. 그랬었지. 그게 왜…서, 설마!” “지금 열두시 넘었네?” “아, 아, 아아…!” 그래. 실은 내가 노리는 건 시간을 끄는 거였다. 우리가 욕실을 전세 냈다고는 하지만, 무기한으로 전세를 낸 건 아니다. 열시부터 열두시까지. 우리가 저택의 모두에게 말한 이용 시간은 단 두 시간이었다. 애초에 디아나는 욕실에서 섹스를 할 거라곤 생각도 안 하고 있었고, 그냥 씻기만 할 거라면 두 시간은 차고 넘치는 시간이다. 디아나는 두 시간도 넉넉히 잡았다고 생각하고 얘기 했던 거겠지.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나랑 서로 껴안고 장난치면서 시간을 허무하게 낭비하고, 내 몸을 씻겨주는 동안 언쟁도 하고 부끄러워하느라 머뭇거리기도 하면서 시간이 상당히 지체됐다. 결국 두 시간이 지났는데도 나 한 명도 다 씻지 못했고, 이렇게 섹스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누가 들어올지도 모르겠네.” “하으으으읏!” 이 저택은 밤에도 잠을 자지 않고 일을 하는 메이드들이 있고, 디아나는 그런 메이드들에게 언제든 욕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있었다. 그런 디아나의 관용적인 태도가, 이번엔 독이 된 거다. “빼, 빼, 빼, 빼야….” “빼라고? 진심이야?” “흐으으응!” 내가 허리를 강하게 한 번 쳐올리자, 언제 누가 들어올지 모른다는 긴장감에 흥분된 디아나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디아나는 한 번 절정에 달했으니 상관없겠지만, 나는 아직 한 번도 못 느꼈다고. 이 상태에서 빼라는 건 너무하지 않아?” “히읏! 하읏! 하, 하지만….” “괜찮아. 설마 시간이 다 됐다고 바로 누가 오겠어?” 나도 딱히 누구한테 섹스하는 걸 보여줄 생각은 없다. 디아나랑 다르게 그런 성벽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누가 올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을 촉매로 삼아서 디아나와 유사 노출증 플레이를 즐기고 싶은 것뿐이다. 우리 디아나는 이런 상황만 되도 무척이나 흥분하는 귀여운 아이니까 말이다. “하, 하지만…!” “괜찮아. 괜찮아.”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바로 허리를 움직였다. “흐아앗! 저, 정말로! 흐응! 하응! 히으으응!” 디아나는 잠깐 저항하려는 것 같았지만, 곧바로 표정이 풀어지면서 쾌감에 신음하기 시작했다. 과연 노출증 대마법사님. 노출하는 상황이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 이렇게 흥분하다니. 이거 상당히 중증이다. 이쯤 되면 이제 슬슬 디아나 스스로도 인정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말이야. 뭐, 오늘은 노출증을 인정하게 만들 셈은 없으니까, 그냥 즐기기나 하자. “그렇게 좋아? 목소리가 크네? 만약 지금 탈의실 쪽에 누군가 들어와 있으면….” “히그읏! 히읏! 하읍! 으응읍!” 내가 디아나의 성벽을 살살 자극하는 말을 하자, 디아나는 양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입 막아 버리는 거야? 난 디아나랑 키스하고 싶은데.” 하지만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내가 아니다. 난 그런 디아나의 손 위에 키스를 하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으으읍! 으읍! 하읏! 하응! 흐으읍! 으읍!” 디아나는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면서 고민하더니, 결국 자신의 입에서 손을 떼고 곧바로 내 입술에 입술 박치기를 감행했다. 중간에 잠깐 신음성이 새어나가는 사이에, 디아나의 음부가 더 꽉 조여진 것은 애교다. 다음은 뭐라고 말하면서 디아나를 자극해줄까.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탈의실 쪽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디아나님과 구원님은 안계실까?” “12시까지 나가신다고 하셨잖아? 괜찮겠지.” “하지만….” “그리고 구원님이라면 보이더라도 괜찮을 것 같지 않아? 잘하면 그 소문의 정력을 직접…꺄악!” 문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였지만, 내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일단 저 마지막에 말한 메이드가 누군지 무척 궁금하다. 아니, 바람피울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냥 남자로서 본능적인 호기심이랄까. “흐읍! 하읍! 으읍!” 디아나는 아직 메이드들의 목소리를 못 들은 건지, 여전히 나에게 매달려서 키스를 하면서 허리를 흔들었다. 이거 어쩌지. 디아나를 자극하기 위해서 누가 올지도 모른다고 떠들긴 했지만, 실제로 이런 모습을 보여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는 재빨리 주변을 둘러봤다. 역시 저곳 밖에 없나. 커다란 욕조 한가운데에 있는 석상. 마치 분수처럼 사방에 물을 뿌려대고 있는 그 석상의 뒤로 나는 재빨리 이동했다. 내가 그렇게 다급히 움직이는데도, 흥분한 디아나는 뵈는 게 없는지 그저 열심히 허리를 흔들 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석상 뒤로 이동하자마자, 드르륵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거봐. 역시 아무도 없지?” “그러네.” 다행이야. 아슬아슬하게 타이밍이 맞았어. 아무래도 석상이 우리 모습을 제대로 가려주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걸로 문제는 끝이 아니었다. “흐으으읍!” 메이드들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디아나가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 아, 아….” “쉿. 조용히. 가만히 있으면 안 들킬 거야.” “흐읏. 하읏. 그, 그러면서 허리는 왜, 왜 움직이는 겐가?!” 디아나는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생판 얼굴 모르는 남도 아니고 매일 얼굴을 마주 볼 메이드들에게 이런 모습을 들킬 수 없다는 자존심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의 플레이 덕분에 조금 익숙해진 건지, 전처럼 바로 눈이 돌아가서 쾌감에 정신을 놓아버리진 않은 모양이다. 뭐, 그래도 지금 허리를 움직이고 있는 건 내가 아니라 디아나지만. “디아나. 똑바로 봐. 움직이고 있는 건 내가 아니야.” “흐읏! 하앗! 그, 그럼…히긋! 이 몸이 움직이고 있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흐으응!” 그 말대로인데. 그나마 석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소리 때문에 소리가 묻히고 있기는 했지만, 이대로 가면 들키는 건 시간문제일 거다. 나는 살짝 고개만 내밀어서 메이드 둘을 쳐다봤다. 둘은 이쪽을 향해 등을 돌리고, 벽 쪽의 조각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물을 받아 몸에 끼얹고 있는 중이었다. 이거 찬스 아니야? 지금이라면 저 둘에게 들키지 않고 사태를 마무리 할 수 있다. 나는 애널라이즈로 둘의 레벨을 확인하고, 둘이 기절할 정도로, 하지만 복상사는 하지 않을 정도로 강도를 조절하여 성자의 파동을 날렸다. 뭐. 내가 둘이 등을 돌린 사이에 몰래 빠져나가기라도 할 줄 알았어? 그럴 리가 없잖아? 나는 성자의 파동을 날리고는, 곧바로 디아나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는 척하면서 귀를 막고 진하게 키스를 했다. “흐아아앙!” “히아아앙!” 그리고 성자의 파동을 맞은 둘이 신음성을 흘리면서 바닥에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앉아있었으니까 그렇게 다치진 않았을 거다. 둘이 움직이는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걸 확인하고, 나는 그제야 디아나의 귀에서 손을 뗐다. “디아나. 그렇게 움직이면 메이드들한테 들릴 거야.” “흐읏! 하,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디아나는 눈이 점점 풀려가고 있었다. 허리 움직임도 점점 더 격해져가는 것이, 이제 슬슬 정신줄을 놓으려는 모양이다. “어쩌면 저 둘, 이미 눈치 채고 있을지도. 실은 귀를 바싹 세우고, 우리가 섹스하는 소리를 엿듣고 있는 게….” “흐아앙! 하앙! 흐으읏!” 디아나는 그만 하라는 듯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도, 허리는 더더욱 강렬하게 방아를 찧었다. “아예 나가서 보여줄까? 디아나가 평소에는 절대 보여주지 않을 흐트러진 표정을 짓고, 내 위에서 스스로 요염하게 허리를 흔들면서 절정에 달하는 모습을.” “흐으응! 아, 안 돼…그, 그것만은…하으읏!” “안된다면서 디아나 음부는 꽉 조여 오는데?” “그, 그런 게 아니….” “입이랑 음부. 난 대체 어딜 믿어야 될까?” “자, 자네…히으읏! 저, 정말로….” “알겠어. 디아나.” “아, 알아주는….” “음부를 믿으면 되지?” “뭐, 뭐…!” 나는 그대로 디아나를 꽉 껴안고 석상에 숨기고 있던 몸을 옆으로 뺐다. “흐아아아아앙!” 그와 동시에 디아나의 허리가 덜컥덜컥 흔들리면서, 디아나는 최고로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절정에 달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82==================== 의뢰 준비 “자네는! 생각이! 있는 겐가! 없는 겐가!” 토닥토닥토닥토닥. 디아나는 내 배위에 올라타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상반신 전체를 무차별로 구타했다. 그런 것 치고 효과음이 이상하다고? 이래 봬도 디아나 입장에선 전력으로 때리고 있는 거다. “지, 진정해 디아나. 결국 안 들켰으니까 괜찮….” “그런! 문제가! 아닐세! 자네는 항상! 항상! 이런 게 그렇게 좋은 겐가?!” 아니, 굳이 말하자면 이런 걸 좋아하는 건 넌데. 난 그냥 널 괴롭히는 게 좋은 거고. 이거 지금 말하면 큰일 나겠지? “미안. 미안. 디아나가 너무 귀여워서.” “입에 발린 말을 하면 다 용서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게!” “입에 발린 말이라니. 그런 거 아냐! 난 디아나가 정말로 너무 귀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고!” 나는 일부러 목소리를 키우고 진지한 얼굴로 외쳤다. “아, 아무튼 용서 안 할 걸세!” 내 기세가 워낙 강했던 탓인지 디아나도 살짝 당황한 듯 했지만, 그래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깝다. 조금 넘어올 것 같았는데. “알겠어. 일단 여기서 나가고 얘기하자. 계속 이러고 있다가 저 사람들이 깨어나면 곤란하잖아?” 그랬다. 우린 여전히 욕실에 있었다. 욕실의 한 가운데서 여전히 내 물건은 디아나에게 박혀있는 상태로, 디아나는 기승위 자세로 날 때리고 있었던 거다. “읏…!” 분노에 휩싸여 잠깐 잊고 있었던 것뿐인지, 디아나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아니면…계속 이러고 있을까? 쟤들이 일어나든 말든, 계속.” 나는 상체를 일으키고 유혹하듯이 디아나의 귓가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아, 아, 안 되네….” 그러자 디아나의 몸이 다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고, 음부는 내 물건을 꾸욱하고 조여왔다. 좋아. 잘 넘긴 것 같군. “그렇지? 그러니까 일단 나가자.” 어차피 노출 플레이는 한 번 즐겼으니까 오늘은 이만 됐다. 나머지는 방에 돌아가서 즐기기로 하고, 우리는 당장 결합을 풀은 후 욕실을 빠져나갔다. 탈의실에 도착하고 나서야, 디아나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잠깐 기다려보게.” 옷을 다시 입기 전에, 디아나는 마법으로 물을 소환하여 자신과 내 몸을 깨끗하게 씻어냈다. “목욕하러 온 보람이 없네.” “누구 때문인가! 누구 때문!” “하핫. 미안. 미안.” “정말이지….” 하지만 그러면서도 디아나는 더 이상 아까처럼 화낼 생각은 없는 것 같아보였다. 아까 실컷 때려서 스트레스 발산이라도 한 걸까? “그럼 방에 가서 계속하자.” “자넨 그러고도 계속할 셈인 겐가?” “응? 그럼 계속 안 할 셈이었어?” “웃, 그, 그건….” “오늘이 지나면 또 언제 다시하게 될지 모르는데, 오늘은 진하게 하자고.” “음? 그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아라크네 클랜의 의뢰를 하러 가야 되잖아.” “자네 설마 아직도 아라크네 클랜에 안 가고 있었던 이유가….” “그래. 적어도 너희 셋을 한 번씩은 안아주고 가야되지 않겠어?” “자네란 남자는 정말이지….” 디아나는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진짜 너희 생각밖에 모르는 남자지?” 물론 난 아랑곳하지 않고 뻔뻔한 태도를 유지했지만. “후훗. 그래. 그렇구먼.” 내 너무 뻔뻔한 태도에, 디아나는 화내는 것도 바보 같아 졌는지 웃으면서 대답했다. “칭찬을 해주고 싶으면 해줘도 된다고. 특별히 머리를 쓰다듬을 수 있는 권리를 주지.” “무슨 소리인가. 이 몸이 특별히 쓰다듬어주는 걸세.” 그렇게 말하고는 디아나가 내게 찰싹 달라붙어 머리를 쓰다듬어왔다. 이제 아까의 유사 노출 플레이로 화났던 건 완전히 풀어진 모양이다.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최고 연장자답게 애교가 잘 먹힌 다니까.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는 방으로 돌아가 행위를 계속했다. 이번엔 괴롭히거나 노출 플레이 같은 거 없이, 쪽쪽 키스하고 서로 장난치고 웃고 떠들면서 알콩달콩하게 말이다. “그런 고로 오늘은 아라크네 클랜에 가서 얘기 좀 해보려고 하는데. 같이 갈 사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디아나는 이미 같이 가는 게 확정이지만, 의뢰 얘기를 하면서 다른 애들의 의견이 필요해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네. 그럼 나도 같이 가.” “음…저는 괜찮아요. 오늘은 마틸다 추기경님께 저택과 주변을 안내해드릴게요.” 사라는 역시나 따라오길 희망했지만, 레이아는 마틸다의 마크를 담당하기 위해 따라오지 않는 걸 선택했다. 레이아 덕분에 자기도 뭔가 말하려고 했던 마틸다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 레이아. 그리고 마틸다 넌 끼어들 데가 아니거든? 차라리 실비아라면 모를까 네가 왜 끼어들려고 하냐. “저, 전….” 정작 우리 파티원인 실비아는 자기가 껴도 좋은 자리인지 알 수 없다는 듯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말이다. 봤냐 마틸다? 너도 실비아의 반이라도 좀 본받아 봐라. “실비아도 같이 갈래?” “네, 네!” 내가 우물쭈물하는 실비아에게 말을 걸어주자, 실비아의 얼굴이 화악하고 밝아졌다. 전에 다른 놈이랑 대화할 땐 전혀 이런 인상이 아니었던 주제에, 나한테 이러는 모습을 보면 진짜 강아지 같다니까. 꼬리라도 있으면 좌우로 맹렬하게 흔들리고 있었을 거다. 너무 그렇게 좋아하지 마라. 괜히 그러니까 놀려주고 싶어지잖아. “그럼 가는 동안 나랑 꼭 붙어서 가면 같이 가게 해줄게.” “에, 엣?” “참고로 내가 앞에 폭 안겨서 같이 걷는 거야. 양 팔로 단단히 붙잡고. 1분마다 한 번씩 귓가에 달콤한 목소리로 실비아를 칭찬해댈 거야. 예를 들어서…실비아. 오늘도 예쁘네. 이런 식으로.” “우, 우우…!” 내가 느끼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실비아가 의자 등받이로 몸을 기울이면서 심장부근을 움켜잡았다. 농담삼아 해본 건데 진짜로 먹히는 모양이다. 지금 내 옆에선 사라가 별꼴이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는데. 사라야. 나도 내가 느끼하게 말한 거 아니까 그런 표정은 그만둬주지 않을래? 미묘하게 상처받는데. “어쩔래? 그래도 같이 가고 싶어?” “우으으으으읏…!” 오오. 고민하고 있어. 고민하고 있어. 이거 좀 더 괴롭히면 반응이 더 재밌을 것 같은데? “뭘 고민하는 거야? 오히려 더 기뻐해야 되는 거 아냐? 넌 내 곁에 있고 싶었던 게….” “그만하지 못하겠나.” 결국 디아나한테 꿀밤을 맞았다. 저 디아나의 불퉁한 표정은, 과연 실비아를 그만 괴롭히라는 의미인 걸까? 아니면 실비아에게 질투를 해서 그런 걸까? “아무튼 그럼 사라, 디아나, 실비아랑 같이 다녀올게. 레이아. 혼자 남겨둬서 미안하지만 잘 부탁해.” “네. 다녀오세요.” “혼자라니! 전 무시하는 건가요?!” 아니, 그러니까 마틸다 넌 항상 왜 끼어들데 안 끼어들데 분간을 못하고 끼어드는 거냐. “내 여자들 중 혼자라는 의미다! 내 여자 중! 네가 내 여자냐?! 왜? 내 여자라도 되고 싶어?” “읏! 다, 당신은 절 당신의 여자로 만들고 싶었던 건가요?” 아니, 그러니까 왜 이런 상황에서 눈이 하트가 되는 건데?! “아니거든! 이런 걸로 반하지 마라!” “바, 반하지 않았어요! 누가 당신 같은 남자에게!” 역시나 마틸다와의 대화는 같은 패턴으로 끝나게 됐다. 슬슬 이 대화에 익숙해지고 있는 자신이 두려워. 이러다가 너무 익숙해져서 언제 한 번 방심해버리는 거 아니겠지? 잠깐 방심하게 되면 바로 고자가 되는 거다. 아무리 그래도 방심의 대가로 고자는 너무하잖아. 나는 어젯밤에 있었던 디아나와의 플레이를 되새기면서 경각심을 일깨웠다. 그래. 고자가 되면 앞으로 그런 좋은 일을 못하게 되는 거야. 방심하지 말자. 그렇게 우리는 레이아를 저택에 홀로 놔두고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로 향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그, 그, 그, 그럼…! 아무쪼록, 저, 적당히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실비아가 두 눈을 꼭 감고 양 팔을 내게 활짝 벌렸다. “응? 뭘?” “그, 그러니까…껴안고 1분마다….” “아, 그거 그냥 장난 좀 친 거야. 설마 내가 진짜로 그러겠어? 너 그거 진짜로 당하면 십중팔구 심장마비로 죽는다.” “웃! 그, 그렇습니까….” 부정하지는 않는 걸 보니, 실비아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실비아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도 아니고, 아쉽긴 아쉬운 거냐. “역시 껴안….” “히야아아아악!” 내가 기습적으로 실비아를 껴안자, 실비아는 화들짝 놀라서 후다다닥 사라의 뒤로 숨었다. 너무 급작스런 일이라 나도 반응하지 못하고 그냥 놔줘버렸다. 치사하게 사라의 뒤에 숨다니. 스토커 짓을 하면서 내 약점을 파악했다는 거냐. “구워언….” “아니, 그냥 좀 장난…내가 잘못했다. 사과할게. 미안합니다.” 사라가 턱하고 옆구리를 잡는 바람에, 나는 곧바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사라야. 방금 옆구리를 잡는 손에 실린 묵직한 힘은 도저히 농담으로 지나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는데. 너 그냥 실비아한테 장난쳤다고 화난 거 아니지? 아무튼 사라와 디아나를 각각 옆구리에 끼고, 실비아는 사라를 사이에 두고 내 맞은편에 서서 우리는 나란히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로 향했다.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는 우리 저택과 마찬가지로 고급스런 주택이 늘어선 이 지구에 있는 만큼, 그다지 멀지는 않았다. 뭐, 같은 지구라고 해도 우리 저택은 영주성 근처 쪽에,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는 길드 쪽에 위치해있으니 거리가 아주 가까운 건 아니었지만. “여기가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 “굉장하지? 우리 저택보다 크지 않아? 나도 저번에 봤을 때 깜짝 놀랐다니까.” “흠. 크기만 크다고 다가 아닐세. 이 몸의 저택으로 말하자면….” 내 말에 디아나는 살짝 자존심이 상한 건지, 그렇게 항변하려고 했다. 엇차. 착각하지 말라고. “그야. 물론 나도 우리 저택이 최고라고 생각해. 무엇보다 우리 저택에는 그 어느 건물에서도 볼 수 없는 게 포함되어 있는걸.” “음? 자네가 본 것 중에 그런 게 있었나? 창고는 위험한 물건이 많으니 아무리 자네라도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엄중히 관리하라고 바네사에게 말해뒀네만.” …대체 창고에 뭘 처박아두고 있는 거냐. 괜히 신경 쓰이잖아. “아니. 물건 말고 주인 말이야. 주인. 우리 디아나를 다른 저택에서 어떻게 보겠어.” “음? 흐, 흠. 하여간 자네는 사탕발림이 갈수록 능숙해지는구먼.” 그렇게 말하면서도 좋아 죽겠는지, 디아나는 까치발을 하고 팔을 뻗어 내 머리를 헝클어뜨리듯 강하게 쓰다듬었다. 아라크네 클랜 하우스는 그 거대한 저택답게, 문 앞에서 경비원 몇몇이 지키고 있었다. 공통점이라고는 갑옷에 새겨진 거미모양의 클랜 마크밖에 없고 경비원들의 갑옷 모양이 제각각인 걸 보아, 아마 저들도 클랜의 일원이겠지. “안녕하세요. 여긴 아라크네 클랜의 클랜 하우스입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꽤나 풀어진 모양새로 웃고 떠들던 그들은, 우리가 다가오자 순식간에 기세를 정돈하면서 말했다. 과연 웃고 떠들던 건 풀어진 게 아니라, 그래도 될 정도로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건가. “안녕하세요. 저흰 세이비어스 클랜의 사람들로, 여기 클랜장을 만나러 왔습니다. 아마 앨리시아가 의뢰 관련으로 얘기를 해뒀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네? 아, 아아! 그럼 당신이 바로 그 밀크 로드 메이커!” 내 말을 듣자마자, 경비원이 뭔가 깨달은 표정으로 외쳤다. 젠장. 그 소문 여기까지 난 거냐. 뭐, 얘들도 모험가일 테니 당연한 거지만.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앨리시아 교관장을 불러오겠습니다.” 오오. 교관장이라니. 앨리시아 걔 간부라더니 진짜로 직급 좀 되는 모양이네? 그나저나 이 경비원들의 시선은 뭘까. 내 정체를 밝힌 뒤부터 묘하게 먹이를 노리는 매의 시선으로 날 쳐다보는데. 한 둘이 아니라 전부가. 원래 있던 세계에서 엄청 예쁜 여자에게 노출도 높은 옷을 입히고 남자들 사이에 던져두면 딱 이런 시선을 받았을 거란 느낌이 드는 시선이었다. 역시 이 클랜의 여자들은…. 나는 예전에 디아나에게 들었던, 이 아라크네의 남자 클랜원들의 최후가 연상되어 저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니야. 이겨내자. 난 성자라고. 섹스론 최강이야. 아무것도 두려울 건 없어. 오히려 당당히 있어주자. 그렇게 시선을 이겨내고 있자, 저 멀리서 경비원이 앨리시아를 데려오는 게 보였다. 앨리시아는 멀리서 날 발견하자마자, 경비원을 놔두고 전력질주를 해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구워어어언!” 뭐, 뭐야. 뭔데 저런 기세를 풍기면서 달려와? “너 이 자식! 왜 이제 온 거야?!” 앨리시아는 내게 수비 자세를 취해야 되나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 정도로 맹렬한 기세로 달려오더니, 그대로 내 머리를 확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기뻐서 달려온 모양이다. 헷갈린다고 이것아. 뭐, 대신 가슴에 얼굴을 파묻게 해줬으니 용서해주겠지만. “다, 당장 떨어지지 못해요?!” “이 몸의 낭군님께 달라붙지 말게!” 아, 역시 얘들은 앨리시아를 경계하는 구나. 어쩌다 보니 동정만 떼였을 뿐이지, 우린 딱히 그런 관계가 아닌데 말이야. 하여간 귀여운 녀석들이라니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어제 연참하고 늦잠 잤더니 퇴근하고 의자에 앉아서 조금 졸았네요. 283==================== 의뢰 준비 “자, 자. 진정해. 질투할 거….” “구원도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셈이야?!” “그러고 보니 그 처자도 꽤나 가슴이 크구먼! 응?!” 어, 어라? 앨리시아한테만 화난 거 아니었어? 예상외의 공격을 받은 난 당황해서 앨리시아의 가슴에서 얼굴을 떼려고 했다. “…야. 앨리시아.” “응? 뭐냐 갑자기?” “…좀 놓지?” 그랬다. 딱 봐도 전사 타입인 앨리시아는, 힘이 무식하게 강했다. 대체 얼마나 무식하면 내가 몸을 미는데 꿈쩍도 안하는 거야. 아니, 힘으로 진 건 아니다. 그럼. 내 보너스 스탯이 몇인데. 올인하면 이 정도쯤은 아무 문제없지. 다만 안 할 뿐이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렇게 조금이라도 더 오래 내 가슴에 닿고 싶었냐? 그런 어이없는 얘기까지 해가면서? 동정을 바친 이 누님 품이 그렇게 그리웠어?” “…뭐?” 이, 이 정신 나간 년이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구우우워어어언!” “야, 야. 농담 아니고 진짜 위험해. 놔!” 내가 다급하게 말하자, 앨리시아가 고개를 숙여서 내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훗. 늦게 온 벌이야. 내가 이틀 동안 우리 클랜장한테 얼마나 시달렸는데. 너도 좀 당해봐라.” 앨리시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제야 겨우 날 놔줬다. 겨우 이틀 안 왔다고 이러는 거냐?! 호탕할 정도로 시원스런 미소가 더 열 받는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사라야! 디아나야! 오해야! 저런 남자 한 번 못 사겨본 애 품 따위 관심도 없어! 오빠 믿지?” 나는 앨리시아의 팔에서 힘이 빠지자마자 앨리시아를 황급히 밀쳐내며 외쳤다. 내 그 필사적인 모습에, 둘 다 믿음이 생긴 모양이다. 디아나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누가 오빠인가 누가.” “헤헷. 누나. 나 믿지?” “떼끼! 되도 않는 애교 부리지 말게나.” 되도 않는 애교라니. 충분히 먹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구원. 나한테 딱 붙어있어야 돼.” 사라는 뭔가 사명감에 불타는 것처럼 살짝 내 앞을 막아서기까지 했다. 뭔가 남녀 역할이 바뀌지 않았냐? 아니, 이 세계는 이게 정상인가? 미묘한 기분이다. 아니, 듬직하긴 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 사라에게 위험시 당하고 있는 앨리시아로 말하자면, 아까 내가 한 말이 비수에 박힌 모양이었다. “야! 내가 지금까지 남자 한 번 못 사겨본 거에 네가 뭐 보태준 거 있어?!” “인정하는 거냐. 안 사귄 게 아니라 못 사귄 거라고.” “그런 거 아냐! 이 새끼가 진짜…!” “푸풉! 앨리시아는! 사귀고 싶어도! 사겨줄 남자가 없었대요!” “그, 그런 거 아니라니까! 내가 맘만 먹으면! 이 씨…!” 앨리시아는 분을 못 참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잘못하면 한 대 치겠다? 중요한 의뢰를 맡은 이 귀중한 몸을 말이야! 크하하하! 그러게 왜 나한테 그런 어쭙잖은 도발을 걸어. 그것도 이미 약점도 파악된 애가. 난 남의 약점을 사정없이 파고들 수 있는 남자라고. “그럼 얼른 너희 클랜장한테 안내나 해주시지. 기다리고 있는 거잖아?” 나는 승리자의 미소를 짓고 아직도 씩씩대는 앨리시아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두들겼다. “두고 보자….” 진득한 원한을 담아서 중얼거리고는, 앨리시아는 몸을 돌렸다. 뭐, 저래도 시원시원한 성격이니까 또 금방 풀어지겠지. 앨리시아의 말에 따르면 아라크네 클랜장은 현재 자신의 방에 있다는 모양으로, 앨리시아는 절차를 전부 무시하고 집무실이 아니라 곧장 그쪽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래서 우리는 클랜원들의 숙소로 사용되는 건물에 들어가게 됐고, 전에도 본 적 있는 그 광경을 맞닥뜨리게 됐다. 반라의 여성들이 당당하게 돌아다니고 있는 그 천국 말이다. 심지어 여긴 더 레벨 높은 사람들이 사는 구간인지, 다들 전보다 미모 수준이 한 단계 더 올라간 느낌이었다. 그래봤자 우리 애들 수준은 안 되지만, 그래도 역시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 든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이, 이건…!” “이, 이 사람들은 뭔가요?! 부끄럽지도 않은 건가요?” “으와아아….” 디아나, 사라, 실비아도 모두 그 광경에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역시 디아나도 몰랐구나. 하긴 나한테 경고할 때도 그냥 남자가 쇠약사한다는 애매모호한 얘기만 했었으니까. “어때? 굉장하지? 우리 클랜이 자랑하는 레벨 업 시스템이라고.” 앨리시아는 제법 자랑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내가 쳐다봐도 아무렇지도 않게 눈웃음치면서 지나가는 여기 클랜원들도 그렇고, 그걸 또 자랑스러워하는 앨리시아도 그렇고, 역시 여기 클랜 사람들은 다들 어딘가 상식에 문제가 있어보였다. 칸나 파티는 성직자까지 있는데도 4p를 제안해오기까지 했었고. “어딜 보는 겐가! 자네는 보지 말게!” 그래도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디아나는, 까치발을 들고 황급히 내 두 눈을 가렸다. 야. 어차피 저런 거 본다고 내 맘이 변하거나 그러지 않아. 그러니까 그렇게 바들바들 떨면서까지 눈 가릴 거 없어. …치워주세요. “디아나. 괜찮아요. 제가 할 게요.” 디아나가 온 몸을 뻗어서 겨우겨우 내 눈을 가리고 있는 게 안쓰러웠는지, 사라가 바통을 이어받아서 내 눈을 가려왔다. 그러니까 굳이 안 가려도 된다니까. 뭐, 이건 이거대로 등에 사라의 뭉클한 가슴이 닿으니까 괜찮긴 하지만. 결국 난 눈이 가려진 채로 각양각색의 미인들이 반라로 돌아다니는 천국을 그냥 지나쳐야 했다. 저 천국이 내 천국이 될 수 있었는데. 얘들은 저걸 뿌리치고 온 날 좀 더 아껴주고 믿어줄 필요가 있어. 그리고 건물의 최상층으로 올라가서야, 내 눈은 간신히 해방될 수 있었다. 한 층을 통째로 클랜장이 쓰는 건지, 아니면 그냥 우연히 사람이 없을 뿐인 건지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미리엘. 들어간다.” 앨리시아는 그 중 한 방으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노크도 없이 그냥 문을 벌컥 열었다. 방 안에는 방금 샤워라도 한 건지 촉촉하게 젖어있는 굉장한 미인이 홀딱 벋은 채 수건으로 몸을 닦고 있었다. 뭐랄까, 아름다운 것 보다는 잘생겼다는 느낌이 드는 미인이다. 동성에게 엄청나게 인기 있을 것 같다. 머리도 짧게 잘른 상태라, 얼굴만 보면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은 적당하게 근육이 붙은 매끈한 몸매에, 가슴도 엉덩이도 적당히 볼륨이 있어서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인상이었다. 다만 몸 이곳저곳에 보이는 상당히 심각했을 것 같은 상흔들이 옥에 티였지만, 그걸 덮고도 남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였다. 그 미인은 갑자기 문이 열렸는데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이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앨리시아를 쪼아댔다. “앨리시아. 넌 그렇게 한가하게 돌아다닐 시간 있으면, 밀크 로드 메이커인지 뭔지나….” “그러니까 그렇게 보채지 좀 말라고. 안 그래도 데려왔으니까.” “뭐?!” 그제야 미인은 우리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맑고 곧은 눈빛이 인상적인 미인의 시선이 앨리시아, 실비아, 사라, 디아나를 지나서 마지막에 나에게서 멈춰 섰다. “호오….” 그리곤 호기심에 눈을 빛내면서, 몸을 닦던 수건을 찰싹 소리가 날 정도로 기세 좋게 자신의 어깨위로 둘렀다. 그리곤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리고, 수건을 잡지 않은 쪽 손은 허리 위로 올린 채 품평하듯이 날 쭉 훑어봤다. 자기 몸을 가릴 생각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모양이다. 감사하기 그지없…아니, 이게 아니지. 역시 이런 기이한 클랜은 클랜장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다. “그쪽이 밀크 로드 메이커인가.” “구원이다. 그 별명으로 날 부르지 마라.” “하핫. 기세는 좋군. 알았다. 구원. 난 미리엘이다. 그럼 갈까?” 미리엘은 호탕하게 한 번 웃더니, 여전히 옷을 입을 생각도 안하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뭐? 어딜?” “응? 의뢰를 하러 온 거 아니었나?” “갑자기 오자마자 무슨 의뢰야. 의뢰 관련해서 얘기를 하러 왔다고.” “그런가. 별로 얘기할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뭐, 일단 앉아.” 미리엘은 재미없다는 표정이 돼서 방 안에 있는 소파를 가리키고, 자신은 그 건너편 소파에 털썩하고 앉았다. 끝까지 옷을 입을 생각은 없어보였다. 심지어 소파에 앉아서는 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있었다. 덕분에 핑크빛의 잘 여문 꽃잎이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당신. 옷 좀 입는 게 어떤가요?” 그리고 언제 어느 때나 누굴 상대라도 기죽지 않는 사라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내 눈은 다시 양 손으로 꽉 가리고 말이다. 안 돼! 비밀의 크레바스가…! 보는 것 정돈 괜찮잖아! 바람피우겠단 것도 아니고! “응? 딱히 그럴 필요성은 못 느끼겠는데.” 좋아! 바로 그거야! 넌 너답게 살아야 돼! 자신을 굽히지 마라! “역시 이 의뢰는 취소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구먼.” “동감이에요. 너무 위험해요.” “응? 이봐.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무슨 소리야. 구원이라면 의뢰 내내 우리가 철통같이 지키며 안전을 보장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요! 옷 좀 입어요!” “응? 아아. 하핫. 설마 그런 얘기였던 건가. 이거 실례했군.” 미리엘은 호탕하게 한 번 웃더니, 천이 곧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내 눈이 해방되었을 때는, 미리엘의 몸은 이미 옷에 단단히 감싸여져 있었다. 젠장! 그렇게 쉽게 자신을 굽히다니! 난 벌써부터 네놈에게 실망했다! “훗. 이거 소문 이상으로 재밌는 녀석인 모양이군. 그래서, 의뢰에 대해 할 말이란 게 뭐지?” “이것저것 있잖아. 의뢰를 언제부터 언제까지 할 건지. 보수는 어떻게 할 건지.” “뭐야. 그런 거냐. 간단하잖아. 의뢰는 지금 당장이라도 갈 수 있다. 기간은 우리가 목표로 한 놈의 성기를 얻을 때까지. 보수는…그렇군. 의뢰기간동안 사냥으로 얻은 모든 수입의 절반을 주도록 하지. 물론 그쪽이 사냥을 할 필욘 없어. 따라다니면서 돈만 버는 거야. 맘에 들지?” “기간은 목표로 한 놈의 성기를 얻을 때까지라고 했는데, 혹시 그 목표로 한 놈이 누군지 알 수 있을까?” “간단하지. 5계층의 주인이야.” “이 몸은 절대 반대네!” “디아나? 갑자기 왜 그래?” “왜 그러냐고 했나? 5계층일세! 5계층! 지금까지 던전을 가장 깊숙이 파헤친 자들도 6계층에 도달한 게 전부였네. 그런데 5계층의 주인을 상대한다는 걸세!” “그래. 그리고 그 6계층에 도달한 파티 중 하나가 바로 우리 파티지. 걱정 마. 댁 남자는 털 끝 하나 안 다치게 할 테니까. 텔레포트 마법진도 없는 6계층에 들락거리기 위해서, 우리가 얼마나 놈을 상대해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네는 구원의 스킬을 모르니 그렇게 말하는 걸세. 구원의 성자 스킬은 몬스터 상대로 심각하게 효과가 좋은 도발기가 된다네. 성기가 얻고 싶은 게지? 그러면 구원이 성자 스킬을 써야할 거고 말일세. 계층의 주인이 다른 모든 조건을 무시하고 구원만 공격해오는데, 정말로 털 끝 하나 다치게 하지 않겠다고 장담할 수 있겠나?” “음? 흠. 과연. 그런 문제가 있었나. 하지만 걱정할 거 없어. 그러면 우리가 놈을 상대하다가, 마무리를 하기 직전에 그 성자 스킬이란 걸 쓰면 되는 거잖아? 그리고 보통 5계층의 주인은 나하고 우리 간부들 셋 정도면 처리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번엔 그 녀석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클랜 간부 전원이 같이 사냥에 나설 생각이야. 이정도면 조금 안심이 되지?”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있어?” 모처럼 저쪽에서 그렇게까지 해주겠다는데, 나는 호기심이 생겨서 그런 질문을 했다. 아무리 성기를 얻기 위해서라지만, 과 투자하는 느낌이 없잖아 있단 말이지. 얘들은 6계층을 다닌다고 했다. 하지만 나와 다니면서 얻을 건 5계층 몬스터들의 성기라고 한다. 그렇게까지 해서 얻을 필요가 있는 걸까? “그래. 솔직히 말하면, 6계층은 꽤나 돌아봤다고 자부하고 있어. 물론 아직 돌아보지 못한 곳도 많지만, 그래도 중간에 계층의 주인처럼 보이는 녀석도 쓰러뜨렸었다고. 아직도 아래로 내려가는 계층을 못 찾는 다는 건 이상해. 성기로 통할 수 있는 비밀통로가 있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애초에 6계층 녀석들은 성기를 얻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고 말이야. 그런데 얼마 전 2계층에서 소규모 던전을 지나 3계층의 중간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지. 그렇다면 5계층에서 7계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있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 아니겠어?” 그렇게 말하는 미리엘은 눈은 뭔가 확신에 차있었다. 자신이 믿는 길은 무슨 일이 있어도 관철해나가는 사람의 눈이다. 그럼 아까도 옷을 입지 말라고…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판타지골수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284==================== 의뢰 준비 “과연. 대충 납득은 됐어. 그런데 앨리시아가 정보 공유를 해주겠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그 얘기는 없네?” “음? 쳇. 뭐야. 정말로 그 얘기까지 꺼냈던 거냐.” 미리엘이 앨리시아를 바라보면서 못말리겠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려오라고 한 건 미리엘이잖아? 난 잘못 없어.” “그건 그렇지만…뭐, 어쩔 수 없지. 좋아. 그럼 그걸로. 대신 이쪽도 5계층의 주인뿐만 아니라 가는 도중에 만나는 놈들 성기는 몽땅 얻어낼 테니까 각오하라고.” “흠. 역시 이 몸은 웬만하면 거절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그러니까 걱정 할 것 없어. 아라크네 클랜의 간부 전원이라고. 전원. 만에 하나라도 5계층에서 잘못될 일은 없어. 네 남자는 무사하게 돌려준다고 약속하지. 꼬마 아가씨.” 미리엘은 특유의 상큼한 미소를 지으면서 디아나에게 대답했다. 겉모습만 보면 잘생긴 놈이 우리 디아나를 유혹하는 것 같아서 미묘한 기분이다. “흠. 꼬마 아가씨라니. 이 몸이 적어도 자네보다…크흠. 이 몸의 소개가 늦었군. 다이애나 텔루나일세.” 디아나는 자신의 나이에 관해 말하려다가, 내 눈치를 살짝 보고는 말을 바꿨다. 과연 나이를 신경 쓰는 건 내가 있을 때뿐인가. 귀여운 녀석. 앞으로도 종종 놀려줘야지. “…뭐?” 디아나의 자기소개에 과연 미리엘도 말문이 막힌 모양이었다. “동명이인…은 아니겠지. 은발의 엘프고. 이거이거. 실례했군요.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과연. 아무리 특수한 직업을 가지고 있어도 차례차례 새로운 발견을 해대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설마 옆에 있는 게 지고의 대마법사님이었다니.” 야. 성기의 활용법을 알아낸 건 나 맞거든? 뭐, 성자 스킬을 몬스터한테 쓰라고 말해준 건 디아나가 맞긴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미리엘은 상당히 놀란 모양이다. 하지만 뭔가 예상했던 것과는 반응이 달랐다. 마법을 쓴다고 했었으니까, 분명 다른 마법사들처럼 껌뻑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형 클랜의 클랜장으로서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는 걸까? “그쪽도 분명 마법을 쓴다고 했었지.” “잘 알고 있군. 내 소문을 들은 적 있나보지?” “아니. 발견한 비밀 통로는 모두 알려준다는 약속을 어떻게 믿냐고 하니까, 앨리시아가 댁이랑 마나의 계약을 하라고 해서.” “…앨리시아.” “뭐, 뭐? 문제 있어?” “…됐다. 그래. 그럼 지금 당장 마나의 계약을 해주지.” 미리엘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바로 마나가 담긴 목소리로 계약 내용을 읊었다. 디아나가 보는 앞에서 속임수를 쓸 수 있을 리도 없고, 분명한 마나의 계약이었다. “시원하네.” “어차피 약속은 지킬 생각이니까. 리스크가 없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지. 게다가 이쪽이 이렇게까지 해줬으니 이제 위험해서 못가겠단 말은 못하겠지?” 과연. 그런 속셈이었나. “미안. 디아나. 그렇게 돼버렸네.” “으으으으으음.” 디아나는 조금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을 짓더니,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쩔 수 없구먼. 그래서, 의뢰는 언제부터 할 셈인가?” “우린 빠를수록 좋은데…그쪽은 언제부터 출발할 수 있는데?” “그럼 내일부터 하는 걸로 하지.” “음? 내일?” 내일이란 말에 어째선지 디아나가 날 쳐다봤다. “자네 말일세….” “응? 왜?” “대체 실비아양은 또 언제 안은 겐가!” “잠깐 그건 무슨 소리야?” “자네가 그러지 않았나! 다들 한 번씩 안아주기 전에는 의뢰하지 않을 거라고! 그런데 내일 의뢰를 간다는 건, 이미 실비아양을 안았다는 소리 아닌가!” “구원 당신 그런 이유로 의뢰를 안 하고 있었던 거였어? 게다가 실비아하고 벌써…. 확실히 실비아를 안아도 된다고 인정해주긴 했지만, 혹시 우리보다 더 자주하고 있는 거 아니야?” 디아나의 말에 촉발되어서 사라의 눈초리도 날카로워졌다. “잠깐! 오해야! 한 번씩 안아준다는 건 너희랑 레이아까지 셋만 말한 거지! 실비아랑은 던전에 다녀와서 한 번도 안 잤어! 그렇지! 실비아! 너도 뭣 좀 말해봐!” “…네. …사실입니다.” 실비아는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런 실비아의 표정을 보고, 사라와 디아나의 눈에 이번에는 동정의 빛이 감돌았다. “자네 말일세. 아무리 그래도 너무한 것 아닌가.” “진짜로 구원은 섬세함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니까.” 아니. 너희가 무섭게 쳐다보니까 그런 거잖아! 그리고 조금 매정하게 보일지 몰라도, 이게 맞는 거잖아! 실비아를 너희랑 똑같이 대할 수는 없는 노릇 아냐? “이보게. 미리엘이라고 했던가.” “네.” “의뢰는 모레부터 하는 것으로 하세.” “디, 디아나? 갑자기 무슨?” “구원은 조용히 해.” 사라는 풀죽은 실비아의 어깨를 감싸 안고는 다독여주면서 말했다. 억울하다. 그렇다고 내가 진짜로 실비아랑 매일 뒹굴었으면 화냈을 거면서. “모레라…. 그러죠. 이틀정도라면.” “그리고. 이 몸이 자네에게 당부할 말이 있네만.” “말씀하시죠.” “이자는 이래 봬도 이 몸의 남자일세.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알거라고 믿네. 아무쪼록 의뢰를 하는 동안 자네 클랜 사람들이 알아서 잘 대해줄 거라고 믿네.” “…진심이십니까?” “자네는 이 몸이 농담하는 것으로 보이나?” “…알겠습니다. 지고의 대마법사님이 그러길 원하신다면.” 방금 대화를 해석해보자면 이런 뜻이겠지. 디아나는 내 남자니까 손대지 말란 거고, 그에 대해 미리엘은 우리랑 자면 레벨을 엄청 올릴 수 있을 텐데 진심이냐고 물어 본 거다. 아무래도 모험가로서는 레벨 업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다는 것이 믿기 힘든 선택일 테니까. 하지만 디아나는 굳게 고개를 끄덕였고, 미리엘은 그걸 받아들였다. 디아나가 저렇게 못박아두지 않았다면, 여기 클랜 사람들은 호기심 때문에라도 날 덮쳤을 거다. 입구에서 봤던 그 눈빛을 생각해보면 확실해. 디아나는 애초에 이것 때문에 온 거니, 목적은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 이걸로 내 정조는 무사하게 됐다는 거다. 조금 아쉽…아냐! 아쉽지 않아! 난 얘들뿐이야! “그럼 얘기는 끝난 것 같군. 가세.” “아, 입구까지 배웅해드리겠습니다.” 우린 미리엘의 배웅을 받아 클랜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디아나. 의뢰를 모레부터 한다고 한 건 역시….” “며칠 동안은 얼굴도 못 보는 것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실비아양이 너무 가엽지 않나.” “너 내가 실비아를 안은 줄 알았을 때는 화낸 주제에.” “구원도 참! 그거하고 이거하곤 다른 얘기지!” “음! 그렇다네! 자넨 정말 여심이란 걸 모르는구먼!” 아니. 대충 알 것 같기는 해. 얘들도 속으론 복잡한 거겠지. 일단 실비아를 안아도 된다고 허락은 했는데, 막상 내가 몰래 실비아를 안았다는 생각이 들면 화나고. 그렇다고 아예 안지 않겠다고 하면 또 실비아가 불쌍하고. 한마디로 말해서, 사라도 디아나도 너무 착한 게 문제라는 거다. 나는 그저 사라와 디아나를 양옆으로 꽉 껴안아줬다. “사라, 디아나. 사랑해.” “흥. 아무튼 나도 이런 바람둥이한테 빠져서 고생이라니까. 난 구원만 사랑하는데.” “그렇다네. 자,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테니 이번엔 제대로 말해보게. 이 몸의 이름만 부르면서 말일세.” “잠깐! 디아나! 치사하잖아요!” “이런 건 먼저 말한 자가 임자일세!” “그러신가요? 그런데 제가 먼저 구원이랑 사귀게 됐을 때 디아나가 어떤 반응을 보였었죠?”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걸세!” 하여간 얘들은…잘 나가는가 싶더니 결국 이러기냐. 나는 둘의 말다툼에 휘말리기 싫어서, 슬쩍 둘에게서 떨어져 뒤에서 걷고 있던 실비아에게 다가갔다. “실비아.” “네. 구원…히야아아아악!” “넌 뭘 풀죽어 있는 거야. 애초에 쟤들이랑 다른 취급 받을 거란 걸 알고도 내 옆에 있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 “아우, 아우, 아우….” 내가 귓가에 속삭이자, 실비아는 언제 풀이 죽었냐는 듯이 새빨개져서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입을 뻐금뻐금 댔다. “그렇다고 네가 싫다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예쁘고. 부드럽고. 오히려….” “아, 아으으으으….” “구원! 당신은 또 은근슬쩍 실비아하고!” “하여간 조금도 방심할 수 없구먼!” 실비아의 패닉에 빠진 목소리가 컸던 건지, 말다툼을 하던 사라와 디아나가 동시에 이쪽을 향했다. “어? 아니, 얘가 아까부터 너무 풀죽어 있으니까 좀 위로해주려고….” “당신은 누굴 위로할 때마다 그렇게 껴안고 뺨을 얼굴 전체에 문질러대면서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여?!” “왜? 부러우면 사라도 해줄까?” “그, 그런 거 아니거든?!” “……이 몸은 그런 거니 해주게!” 옆에서 잠깐 생각하던 디아나는, 실비아를 빤히 쳐다보더니 뭔가 결심한 얼굴로 외쳤다. “잠깐 디아나!” “사라양. 자넨 아직 멀었구먼. 잠깐의 창피함만 참으면, 행복을 계속 누릴 수 있다는 걸세!” “과연. 디아나야. 연륜이 묻어나는 말씀이로군.” “음. 이 몸이 폼으로 나이를 먹은 게…나이 그리 안 많네!” “누가 뭐래. 자 이리와. 부비부비 해줄게.” 나는 이미 혼절 직전 상태까지 몰린 실비아를 놔주고, 디아나를 끌어안았다. “자네는 언제까지 이런 걸로 이 몸의 기분을 풀 수 있을 거라고…좀 더 강하게 하게! 실비아양은 뺨에 자국이 남을 정도로 하지 않았나!” “분부대로 하죠. 우리 디아나는 말랑말랑하고 좋은 냄새도 나고 참 이렇게 껴안고 있기 좋다니까.” “어딜 만지면서 말랑말랑하다고 하는 겐가! 어딜 만지면서!” 마침 디아나의 배에 팔을 두르고 있었기 때문에, 이상한 오해를 산 모양이다. “아냐. 그런 거 아냐. 말랑말랑하다고 한 건…가슴?” “지금 이 몸을 놀리는 겐가! 왜 의문형인가?! 확실히 말하게!” “그럼 역시 볼이 말랑말랑한 걸로….” “역시란 게 뭔가! 역시란 게!” 디아나는 토닥토닥 내 몸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내게 떨어지라고는 하지 않고 몸을 비벼오는 걸 보면, 부비부비하는 걸 멈추라는 말은 아닌 모양이다. 귀여운 녀석. “으으으으! 치사해! 나도 껴!” 그리고 내가 이렇게 디아나와 노닥거리자 보고만 있기 힘들어진 건지, 사라가 결국 달려들었다. “응? 사라는 아까 필요 없다고 하지 않았었나?” “으읏. …하, 하지만….” “흠. 정 사라도 껴주길 원한다면…그래. 최대한 깜찍한 표정으로 ‘오빠. 사라도 부비부비 해줘.’라고 말하면 생각해보지.” “지, 진심이야?!” “무지막지하게 진심이야.” “으, 으으…. 잠깐의 창피함만 참으면 행복은 계속. 잠깐의 창피함만 참으면 행복은 계속…. 오, 오빠! 사라도 부비부비 해줘!” 사라는 아까 디아나가 했던 말을 빠르게 몇 번 반복하더니, 이내 평소보다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 제 딴엔 깜찍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우와. 사라야. 너 그 표정 진짜 안 어울….” “으, 으아앙! 잊어! 당장 잊어버려!” “야! 잠깐! 아파! 사람 기억이란 건 머리 때린다고 날아가는 게 아냐! 사라야! 미안! 잘못했어! 항복! 실은 무지 귀여웠어!” “잊어버려! 얼른 잊어버려!” “으악! 디아나! 좀 도와…!” “아까보다 힘이 빠졌네. 이 몸이 부끄럼도 참고 해달라고 한 걸세. 좀 더 확실히 하게나.” 도움을 요청해봤지만, 디아나는 도와줄 생각이 요만큼도 없는 것 같았다. 젠장. 여자들이 벌거벗고 다니는 아라크네 클랜 하우스는 잘 빠져나와놓고는, 내가 왜 길거리에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거지. “시, 실비아! 헬프!” “네, 넷?! 하, 하지만….” 심지어 실비아도 날 도와주지 않았다. 큭. 역시 잘 알고 있잖아. 우리 세이비어스 클랜의 서열이 어떻게 되는지 말이야! 절대적인 천사로 군림하는 레이아님이 1위, 각각 물리와 마법을 담당하는 사라와 디아나가 그 아래를 다투며, 클랜장인 나 구원은 실비아 바로 위에 불과하다. 다른 말로 실비아를 제외하면 최하위라고도 한다. 큭. 어쩌다 이런 일이…. 밤일이라면 내가 모두를 이길 수 있는데! 아무튼 그렇게 나는 또 하나의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놀리는 것도 상대를 봐가면서 놀리자. 사라를 놀리다가 사라가 이성을 잃기라도 하면, 감당하기 무척이나 힘들어진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85==================== 의뢰 준비 “구원씨, 다녀오셨….” “천사니임!” 천사님의 얼굴이 보이자마자, 나는 그 넓은 마음을 대변하듯 풍만한 가슴에 달려들어 얼굴을 파묻었다. “우웁!” 나와 레이아의 중간에 뭔가 껴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지금은 그런데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어머. 후훗. 왜 그러세요?” 그래. 이거야. 이거. 역시 내 마음의 안식처는 여기야. “사라가 괴롭혀!” 내가 이길 수 없는 상대가 괴롭힌다면, 그 상대를 이길 수 있는 사람한테 붙으면 된다. 이거야 말로 삶을 살아가는 지혜라는 거지. “구원. 내 핑계대지 마. 그냥 레이아 가슴에 파묻히고 싶은 것뿐이잖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 역시 자기가 조금 심하다고 생각하기는 하는 모양이다. 평소보다 조금 힘이 없는 목소리로 내 등을 가볍게 찰싹 때리는 정도로 끝나고는, 레이아의 가슴에서 떨어뜨리려고 하지는 않았다. 뭐, 그냥 레이아 가슴에 파묻히고 싶은 것뿐이란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사라는 감이 좋단 말이지. 하지만 모처럼 사라도 방해하지 않으니, 지금은 듬뿍 레이아의 가슴을 만끽하도록 해볼까. “으읍! 으으읍! 으으으으읍!” 하지만 나와 레이아의 사이에 있는 것이 무지막지하게 버둥댔기 때문에, 이 즐거운 시간을 계속 즐길 수는 없었다. “뭐야. 디아나. 너도 같이 이 천국을 즐기라고.” “푸하아! 허억. 허억. 으윽. 가슴…가슴이 머리를….” 그래. 나와 레이아 사이에는 디아나가 끼어있었다. 실은 여기 오는 동안 계속 끌어안고 부비부비를 하고 있었거든. 내가 떨어지려고 하면 디아나가 더 하라는 듯이 품에 파고 들어와서, 계속 그 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상태로 내가 레이아한테 달려드니, 내가 끌어안고 있던 디아나는 자연히 우리 사이에 끼었다는 얘기다. 내가 조금 떨어지자마자, 디아나는 황급히 달아나서는 무섭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런. 디아나의 가슴 트라우마를 더 키워버렸나. 이럼 안 되는데. “자. 디아나. 무섭지 않아.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가슴이야.” “히이익! 저, 저리 치우게!” 이건 안 되겠군. 완전히 중증이야. 제길. 이러면 디아나 자신이 거유가 됐을 때 문제가 생기는데. 디아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실비아 쪽으로 다가가서야 겨우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 것 같았다. “후우. 실비아양. 그나마 자네가 있어서 든든하구먼.” 심지어 실비아랑 친분을 더욱 돈독히 다지기 시작했다. 야. 너 설마 아까부터 실비아를 미묘하게 챙겨주는 게 그런 이유 때문에 그런 건 아니겠지? 그러지 마라. 네가 그러면 완전 괴롭히는 거잖아. 넌 확실하게 성장이 보장되어 있지만, 실비아는 나이를 생각하면 더 이상 가망이…큭. 너무 잔인해서 이 이상 얘기조차 할 수 없어. “……네. 감사합니다.” 실비아도 무척이나 미묘한 표정으로 영혼 없는 대답을 했다. 실비아도 알고 있는 거겠지. 애초에 어렸을 때부터 전생 전 디아나와 알고 지냈던 모양이니. 실비아야! 굳이 그런 것까지 의리 있게 대답할 필요는 없어! 나는 실비아의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보여서, 저도 모르게 껴안았다. “흐아아아앗!” “큭. 실비아. 많이 힘들지. 괜찮아. 난 작은 것도 전혀 상관없으니까. 그냥 가슴이면 다 좋아.” “…구원. 당신 그걸 자랑이라고 떠드는 거야?” “그래! 자랑이다! 편식하는 것보단 아무거나 골고루 잘 먹는 게 자랑인 건 당연하잖아! 내 말 틀려?!” “아, 아니 그런 건….” 훗. 이겼다. 사라가 당황해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어. 뭔가 오랜만에 사라를 이긴 기분이야. 나는 사라에게 이겼다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부들부들 진동해대고 있는 실비아를 쓰다듬었다. 레이아와는 달리 가슴은 없지만, 얘를 껴안고 있는 것도 이건 이거대로 치유된다. “저 사람은 매일 저런 건가요?” 레이아와 같이 있던 마틸다가 그런 내 모습을 바라보고는,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레이아에게 말을 걸었다. “후훗. 귀엽죠?” “뭐 조금은…아니, 이상하지 않나요?! 당신은 저런 게 귀여운가요?!” “네. 무척이요.” “…….” 후하하핫. 마틸다야. 아직 멀었구나. 너 같은 게 감히 우리 천사님을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냐? 저 한없이 넓은 마음에 탄복하고, 스스로의 그릇이 작음을 반성해라! “어떻게 저런 게….” 지금 저런 거라고 했냐? 쟤가 지금 날 무시하네. 승리감에 도취된 나는, 그만 해선 안 될 짓을 하고 말았다. “훗. 부끄러워 할 것 없어. 실은 내가 좋은 거지? 솔직하게 말해보라고. 귀여운 아가씨.” 내가 지을 수 있는 최대한 멋진 표정으로, 최대한 멋있는 목소리를 내면서, 마틸다의 턱을 붙잡고 그런 말을 해버린 거다. 그리고 마틸다로 말할 것 같으면, 내게 턱이 잡힌 순간부터 이미 눈이 하트로 변해있었다. “…네. 좋아….” “뜨아아악! 좋아할 리가 없지?! 도도한 추기경씨가?! 나 같은 변태를! 아니면 마틸다 추기경의 취향은 변태였던 건가?! 그런 건가?!” “아, 아니에요! 누가 당신 같은 사람을!” 위험했어. 지금 무진장 위험했어. 제길. 사람이 들뜬 틈을 노리다니. 이 녀석. 나보다 암살자에 소질이 있는 거 아냐? 완전히 자연체가 되어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고자로 만들려 들다니. 아직 고자가 되지는 않았겠지? …다행이다. 제대로 선다. “그래서 구원씨. 의뢰 얘기는 어떻게 되셨나요?” 내가 마틸다와 더 대화하면 위험할 거라고 생각했는지, 레이아가 자연스럽게 마틸다의 앞을 가로막고 서면서 질문을 던졌다. 역시 천사님이야. 배려심마저 완벽하셔. “아, 응. 제대로 됐어. 모레부터 하기로 했어.” “모레…꽤나 급하게 가시네요.” “뭐, 이왕 할 일이라면 빨리빨리 해치우는 게 좋잖아?” “그러네요.” “그리고…모레면 그래도 레이아는 제대로 안고 갈 수 있고.” “후훗. 그럼 오늘 밤…기대할게요.” 요염하시다. 오히려 내가 더 오늘 밤이 기대된다. “응. 맡겨둬. 야. 날뛰지 마라.” “하으으읏. 저, 저 더는…심장이 터져….”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겠냐. 사람 심장이란 건 그렇게 간단히 터지는 게 아냐. 너 진짜….” 아, 이 말은 다른 애들한테 안 들리게 하는 게 좋겠지? 다들 인정해 줬다지만, 그래도 막상 실제로 이런 말 하는 걸 들으면 기분은 별로일 테니까. 나는 벗어나려고 버둥대는 실비아를 꽉 껴안고, 그 복슬복슬한 머리카락 사이에 숨겨진 귀에 입을 가져다댔다. “이정도로 못 참을 것 같으면 나한테 안길 땐 어쩌려고 그래. 이런 것보다 훨씬 더 기분 좋을 거라고? 뇌가 타버릴 정도로….” “아, 아, 아, 아으으….” 상상이라도 한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귓가에 속삭이는 게 행복했던 건지, 실비아는 몸을 부르르 떨더니 그대로 정신을 잃어버렸다. 특훈을 하면 할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것 같단 말이야. 이러다가 진짜로 섹스할 때도 삽입하자마자 기절해버리는 거 아냐? 아무튼 오늘은 실비아와의 섹스를 걱정할 때가 아니지만. 그래. 오늘 자는 건 실비아가 아니다. “구원씨. 저…조금 부탁이 있는데요.” 밤이 되어서 나는 레이아와 같이 욕조에 들어와 있었다. 이미 서로의 몸은 전부 씻겨줬고, 지금은 이렇게 레이아가 내게 등을 기대고 내 품에 안겨서 앉아있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는 나랑 잘 땐 거의 이렇게 같이 씻어주네. 여자로서는 항상 그 으리으리한 욕실에서 씻고 싶을 텐데. 전에 어제 한 번 거기에 들어가 보고 난 이후로, 레이아가 이렇게 매번 나와 씻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 역시 천사님이라니까. “부탁?” “네. 그게, 저…이제 모레부터 며칠 동안은 구원씨를 못 보게 되는 거잖아요?” “뭐, 그렇지.” “그러니까 그…오, 오늘은 좀 더 확실히 그러니까….” 레이아는 이상할 정도로 부끄러워하면서 말을 흐렸다. “괜찮아. 부끄러워할 거 없어. 뭔데 그래? 말 해봐.” “그게…화, 확실히 구원씨의 흔적을 남겨줬으면 해서요….” 레이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손을 가슴 앞에 모은 채 손가락을 꼼지락꼼지락 거리면서 말했다. “레이아!” 이렇게 청순한 모습으로, 이렇게 요망한 말을 하시다니! 나는 레이아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손에 느껴지는 풍만한 감촉이 끝내준다. “꺄아악!” “남길게! 엄청 남길게! 어떻게 하면 돼? 말만 해!” “그, 그게 그러니까, 행위가 되면 제가 조금 이성을 잃고 그만 리드를 하게 되잖아요? 하지만 오늘은 구원씨가 처음부터 끝까지 리드를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구원씨의 사랑이 담긴 행위를 밤새 맛보고 싶어요. 부,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아, 그런 얘기였구나. 난 또. 키스 마크를 몸 이곳저곳에 남겨줬으면 한다든지, 배가 가득 찰 정도로 안에 싸줬으면 한다든지, 뭐 그런 무지막지하게 야한 얘기인 줄 알고 흥분했는데. 아니지. 예상과는 조금 다른 얘기였지만, 그래도 야한 얘기인 건 마찬가지인가? 생각해보니 그렇잖아. 레이아는 흥분하게 되면 구미호의 본능 때문인지 스스로 리드하려고 하는 구석이 있다. 예전처럼 완전히 이성을 잃고 구미호가 되는 거라면 몰라도, 이제는 그 정도는 아니니까 나도 강하게 나갈 수는 없다. 그럴 필요도 없고. 게다가 레이아가 리드하는 것도 그건 그것대로 기분이 좋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리드를 해달라고 하는 건…. “그, 그 말은 즉…레이아가 리드하려고 해도 내가 억누르고 리드하라는 말이야?” “그, 그렇게 되네요.” 레이아는 안 그래도 뜨거운 물에 잠겨있느라 상기되어있던 뺨을 더욱더 붉게 물들이면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내 다리를 간질였다. 어, 어찌 이리 요염하실까. “뭔가 리퀘스트 같은 건 없어?” “리, 리퀘스트요?” “그래. 원하는 플레이 말이야. 언제나 내가 빨아달라느니, 가슴으로 해달라느니 요구만 하니까. 오늘은 철저히 레이아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 글쎄요….” “에이. 부끄러워하지 말고 말해봐.” “그, 그럼….” 레이아는 잠깐 고민하더니, 욕조에서 살며시 일어섰다. 그리고는 몸을 반 바퀴 돌려서 나와 마주보고, 내 반대편에 있는 욕조의 가장자리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올라가 앉았다. 그리고는 양다리를 내 쪽으로 뻗어서, 각각 좌우의 욕조 끝에 발을 올렸다. “제가 했던 것처럼, 구원씨도 입으로 해주시겠어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가리고 있던 양손을 천천히 치웠다. “물론이지!” 나는 당장 레이아에게 달려들었다. 천사님의 요염하기 그지없는 모습에 난 단숨에 최고조로 흥분했지만, 그래도 주의하는 걸 잊지는 않았다. 요염하긴 하지만 그래도 떨어지기 쉬운 자세인 레이아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나서야, 나는 눈앞에 있는 핑크빛 음부를 제대로 바라봤다. 다리를 벌리고 있는 자세라 미묘하게 벌어진 음부가 유혹하듯이 뻐끔거리면서 내 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바로 그 음순에 입술을 붙여 키스를 하려다가…잠깐 멈춰서 생각했다. 그래. 바로 제일 민감한 곳을 공략하는 건 멋없는 짓이지.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레이아의 뽀얀 허벅지에 쪽하고 키스를 해줬다. “흐으읏!” 당연히 내가 음부에 입을 맞출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지, 레이아는 생각지도 못했던 기습에 몸을 꿈틀하고 떨었다. 그러고 보니 아깐 내 착각이긴 했지만, 내 방식대로 흔적을 더 남기는 것도 상관없겠지? 나는 쪽쪽하고 키스를 하면서 레이아의 허벅지를 타고 올라가, 음부에 밀접한 허벅지 안쪽을 강하게 빨았다. “흐으으응!” 입술을 떼자, 붉은 키스 마크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걸로 흔적 하나 남겼네.” “그, 그러네요. 하지만…아직 부족해요.” 앞으로 며칠 동안은 못 볼 거라는 생각 때문인가? 오늘의 레이아는 아직 구미호 상태가 되기 전인데도 유독 요염했다. “걱정 마. 안 그래도 더…!” 내가 이번엔 반대편 허벅지에 입술을 가져다대려고 하자, 레이아가 다리를 오무려서 양 다리를 내 어깨위로 걸치고, 그대로 종아리를 겹치며 끌어당겼다. “그런 것보단, 여긴 어떠세요?” 아무래도 허벅지만으론 애가 타는 모양이시다. 나는 눈앞에 있는 도톰한 음순에 입술을 가져다대어 키스를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hasj12 // 별생각 없이 썼는데 다시 읽어보니 확실히 상황이랑 맞지 않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286==================== 의뢰 준비 도톰한 음순은 레이아의 입술만큼이나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서, 이건 이거대로 꽤나 키스할 맛이 났다. 입술로는 도톰한 음순의 감촉을 맛보면서 혀를 내밀어 그 틈사이로 집어넣자, 골짜기 사이에서 달콤한 꿀물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아까 서로 씻어주기는 했지만, 오늘은 훈련이니 뭐니 이유 붙이지 않고 그냥 씻기만 했다. 뭐, 가슴을 조금 오래 주물럭거린 걸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제대로 애무를 하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애액이 흘러나오고 있다는 건, 레이아 역시도 지금의 이 상황에 제법 흥분하고 있다는 거겠지. “흐으으응!” 고양이가 접시에 담긴 물을 핥아먹듯이 레이아의 계속에서 흘러나오는 꿀물을 혀로 낼름낼름 핥자, 레이아가 다리를 꽉 조이면서 양손으로 내 머리를 붙잡고 자신의 음부에 더 밀착시키려는 듯이 꽉 끌어안았다. 조금 숨이 막혔지만, 그 이상으로 부드러운 레이아의 살결에 파묻혀서 행복하다. 다만, 레이아는 지금 아슬아슬하게 욕조에 걸터앉아있는 상태다. 내 머리를 꽉 끌어안으면서 상체도 앞으로 기울어진 덕분에, 하마터면 그대로 고꾸라질 뻔했다. 내가 허리를 붙잡고 있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어. “꺄아악!” 나는 레이아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아는 내 위에 거꾸로 목마를 탄 자세가 되어서 꽤나 당황했는지, 내 머리를 온 몸으로 감싸왔다. 정수리에 닿는 거대한 가슴의 존재감이 장난 아니다. 시야는 레이아에게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지만, 게임 시스템 창은 그런 것과 상관없이 보이니 아무 문제없다. 나는 맵에 의지해서 침대 쪽으로 다가가, 인벤토리에서 수건을 꺼내 침대에 깔고는 레이아를 그 위에 눕혔다. 레이아는 침대에 누워서야 겨우 놀란 게 조금 진정됐는지, 다리에 힘을 풀고 내 머리를 해방시켜줬다. “정말. 구원씨. 놀랐잖아요.” 내가 고개를 들고 정상위 자세처럼 레이아에게 다가가자, 레이아가 꼬리를 이용해서 내 가슴을 가볍게 찰싹 때리며 말했다. “미안. 미안. 계속 욕조에서 하기엔 위험할 것 같아서.” 나는 웃으며 대답하고, 늘씬하게 뻗은 레이아의 한쪽 다리를 붙잡아서 다시 내 어깨 위로 걸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다리는 종아리를 붙잡고, 그 핑크빛으로 상기된 예쁜 발끝에 키스를 해줬다. “구, 구원씨! 더러워요!” “괜찮아. 레이아의 몸에 더러운 부분 같은 건 없어.” “하, 하지만….” “괜찮다니까. 오늘은 입으로 잔뜩 해줬으면 하는 거지?” 레이아는 화들짝 놀라서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나는 안심시켜주면서 레이아의 발가락을 입안에 넣고 빨았다. 거짓말을 한 게 아니다. 정말로 더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발 냄새는커녕 방금 씻은 덕분인지 은은한 비누향이 나고, 발톱도 가지런하게 잘라져서 발가락이 맨들맨들 광채가 나는 것이 정말로 예뻐 보였다. 난 딱히 발에 페티쉬가 있는 건 아닌데 말이야. 그런 내가 발을 보고 예쁘다고 생각하게 되다니, 역시 레이아는 온몸이 다 예쁘다니까. “흐으읏! 아, 안 돼요…으읏! 저, 정말로…히읏!” 혀를 내밀어서 발가락 사이를 핥아주자, 레이아가 어쩔 줄 모르겠단 표정으로 상반신을 비틀면서 신음했다. 그에 따라 거대한 가슴이 출렁출렁 움직이면서, 박력이 장난 아니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말이야, 누워서도 저 크기는 진짜 사기 아니냐? 잠깐 동안 발을 빨아주다가, 나는 키스를 하면서 레이아의 다리를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발, 종아리, 허벅지. 군데군데 마킹을 하듯이 키스 마크를 남기면서 점점 아래로 내려가서, 이제는 음부에 닿을 차례. 나는 굳이 음부에 닿지 않고 고개를 조금 들어서 아랫배에 키스 마크를 남겼다. “으읏! 구, 구원씨이!” 레이아는 안타까운 듯, 조금 토라진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레이아가 이런 목소리를 내다니. 눈이나 꼬리를 봐선 아직 구미호 상태가 되지는 않은 것 같지만, 그렇게 되기 직전인 걸까? 성욕을 참기 힘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아까 레이아가 한 말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만약 레이아가 구미호가 되어 리드를 하려고 해도, 무시하고 내가 리드해달라는 말말이다. 그러니까 나는 음부는 전혀 닿지 않은 채로, 다시 한 번 이번엔 반대쪽 허벅지에 키스를 했다. 이건 결코 내가 괴롭히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게 아냐. 그저 레이아가 해달라는 대로 해주는 것 뿐이지. 우리 천사님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 없이 괴롭힐 수 있다는 상황에 흥분하는 게 절대 아냐. “흐읏! 거, 거기 말고요!” 레이아는 더는 못 참겠는지, 손을 뻗어 내 머리를 붙잡고 아래로 누르려고 했다. 하지만 레이아의 힘으로 아무리 날 눌러봤자, 내가 꿈쩍도 할 리가 없었다. 나는 레이아가 애태워하는 표정을 힐끔힐끔 곁눈질로 쳐다보면서, 계속해서 음부 주변에만 키스를 해나갔다. 그러자 레이아는 다음 행동에 나섰다. 다리로 내 머리를 감싸고, 허리를 들어서 음부를 내 얼굴에 밀착시켜온 거다. 하지만 나는 입을 굳게 다물고 전혀 애무를 해주지 않았다. “구, 구원씨! 흐읏! 제, 제발!” 레이아는 안타까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허리를 움직여서 음부를 내 입술에 비벼왔다. 솔직히 그 음란한 행동에 내 하반신은 벌써부터 폭발하기 직전이었지만, 나는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 입으로…!” “입으로?” “빠, 빨아주세요! 흐으읏!” 레이아는 그렇게 외치고는 부끄럽다는 듯이 양손으로 얼굴을 가려버렸다. 머리위로 뾰족 솟은 귀도 부끄럽다는 듯이 앞으로 접혀있어서, 음란하게 음부를 밀어붙여오는 허리의 움직임과 그 귀여움의 갭이 심장을 직격했다. 나는 레이아의 허리를 접어 올려 직각상태가 되게 하여서, 레이아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상태로 만들었다. 그리고는 얼굴을 가리고 있는 레이아의 양손을 붙잡고 억지로 떨어지게 만들었다. “왜 가리는 거야? 나한테 좀 더 레이아의 예쁜 얼굴을 보여줘.” “아, 안돼요! 부끄러워요!” 레이아는 얼굴이 드러나자 두눈을 꼭 감고는 새빨개진 얼굴을 좌우로 도리도리 흔들었다. 자세 상 자신의 음부 너머로 내 얼굴이 보이고 있는 상황이니, 더욱더 얼굴 마주치기 부끄럽겠지. 하지만 내가 손을 뻗어서 그 얼굴을 고정시키자, 살짝 물기 어린 눈동자로 날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오늘 구원씨는 왠지 짓궂어요.” “그래서 싫어졌어?” “아뇨. 제가 구원씨를 싫어하게 될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아, 아무리 부끄러워도 역시 그런 건 확실히 말하는구나. “고마워. 나도 마찬가지야. 그럼 상으로….” 나는 레이아의 대답에 마음이 포근해지면서, 괴롭히고 싶은 마음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역시 우리 천사님은 사람의 마음을 정화하는 힘이 패시브로 항시 발동 중이시라니까. 그래서 이제 그만 레이아가 원하는 대로, 음부에, 정확히는 그보다 조금 위쪽의 음핵에 입술을 맞추고는 혀로 날름날름 핥으면서 음핵을 가리고 있는 껍질부분을 벗겨냈다. “하으으읏. 역시 짓궂으세요.” 내가 자신의 음부를 핥고 있는 걸 정면에서 제대로 바라보게 된 레이아는 부끄러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자신이 해달라고 했었던 거고, 게다가 하지 말라고 하기엔 너무 기분이 좋기도 하겠지. 꼬리로는 내 배를 탁탁 두들기면서도, 레이아는 음부를 떼려고는 하지 않았다. 다만 부끄럽지만 기분 좋다는 복잡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흐느꼈다. 음핵이 제대로 드러나게 만든 나는, 이번엔 음부 입구를 조준하여 입술을 맞췄다. 윗입술로는 음핵을 살짝살짝 건드려주면서, 혀는 음부 안쪽으로 침투를 시작했다. “히으읏! 하응! 하읏! 하앗!” 그저 혀가 들어갔을 뿐인데 이런 조임이라니. 레이아의 음부는 포근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내 혀를 붙잡고는 조여왔다. 나는 그렇게 내 혀를 자극하는 주름의 틈을 하나하나 파헤치듯이 혀를 움직이면서 레이아의 안쪽을 자극했다. “하아앙! 흐으읏! 구원씨! 구원씨! 저 이제…!” 슬슬 한계가 다가온 건지, 레이아가 양손으로 밑에 깔린 수건을 꽉 말아 쥐고는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저…! 엣?” 그리고 레이아가 절정에 달하려고 하기 직전에, 나는 혀를 빼고 입술을 레이아의 음부에서 뗐다. “구, 구원씨이…?” 레이아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자신의 음부를 내 얼굴로 밀어붙여왔다. 그런 표정 짓지 마. 절정의 순간에는 최고로 기분 좋게 해주려고 그러는 거니까. 나는 레이아를 바라보면서 상큼하게 미소를 한 번 지어주고, 아까 껍질을 벗기고 윗입술로 살짝살짝 자극해주고 있던 음핵에 입을 맞췄다. “흐아아아아아앗!” 그리고 완전히 충혈된 음핵을 강하게 빨아들임과 동시에, 레이아가 허리를 덜컥덜컥 떨면서 분수를 뿜었다. “아, 아, 아, 아아….” 허리를 직각으로 꺾어서 하반신을 들어 올리고 있는 자세 상, 분수를 뿜으면 그 액체들이 떨어지는 곳은 당연히 레이아 자신의 얼굴 위가 된다. 얼굴로 홍수가 난 것처럼 뿜어져 나오는 스스로의 애액을 뒤집어쓴 레이아는, 전신이 홍당무처럼 새빨개져서 바들바들 떨었다. “그렇게 좋았어?” “으으으읏!” 레이아는 잠깐 동안 멍하니 날 쳐다보더니, 황급히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다리를 파닥파닥 휘둘렀다. “우왓! 레, 레이아?” 물론 전혀 아프지는 않았지만, 레이아답지 않은 돌발행동에 나는 깜짝 놀라서 레이아에게서 떨어졌다. 그러자 레이아는 그대로 다리를 접어서 몸을 동그랗게 말더니, 옆으로 반 바퀴 빙글 돌았다. 즉, 동그랗게 몸을 말고 침대 위에 엎드린 자세가 됐다. 허벅지에 짓눌린 가슴이 옆으로 삐져나온 모습이 엄청나게 흥분됐…아니.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레, 레이아?” 내가 조심조심 레이아의 등에 손을 대고 이름을 불렀지만, 레이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꼬리로 채찍질이라도 하듯이 휘둘러서 내 몸을 한 대 때렸다. 물에 젖은 꼬리가 내 맨몸을 때리자 찰싹하고 크게 소리가 울렸다. 물론 꼬리가 젖어있는 덕분에 소리 크게 울린 것뿐이고 전혀 아프진 않았지만, 레이아는 예상외로 큰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란 모양이다. 동그랗게 말린 등이 움찔하고 떨리더니, 천천히 고개만 돌려서 괜찮은지 확인하려는 듯 내 안색을 살폈다. 부끄러워 죽을 것 같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날 걱정하는 모습이라니. 역시 천사님이야. 나는 우리 천사님의 흐뭇한 모습에 얼굴 근육이 헤실헤실 풀리는 걸 느끼면서,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머리를 쓰다듬었다. “괘, 괜찮아. 부끄러워할 거 없어. 느끼는 모습도 엄청 예뻤어.” “아으으읏!” 그러자 레이아는 다시 고개를 침대에 파묻고는 꼬리를 휘둘러서 날 찰싹찰싹 때렸다. 아, 아까보다 좀 더 약해졌어. 내가 괜찮단 걸 확인했어도 미안한 거구나. 하여간 우리 천사님은. “괜찮아. 괜찮다니까.” 계속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달래봤지만, 아무래도 본인의 애액을 뒤집어쓴 충격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군. 계속 이렇게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조금 강제적이지만, 레이아가 부끄러움을 잊을 수 있도록 만들어줄까. 솔직히 이런 상태의 레이아에게 이런 짓을 하긴 조금 꺼려지지만, 그래도 아까 내가 리드해달라고 하기도 했으니 괜찮겠지? 나는 내 몸을 찰싹찰싹 때려대던 꼬리를 덥석 붙잡았다. 그러자 레이아의 몸이 흠칫하고 긴장됐지만, 그래도 레이아는 여전히 웅크리고 이쪽을 보려고 하지는 않았다. 꼬리에 물기를 짜내듯이 뿌리부터 끝까지 쭈욱 짜 올리자, 꼬리도 성감대인 레이아의 몸이 흠칫흠칫 떨렸다. 이번엔 아까와는 다른 느낌의 떨림이다. 그 증거로, 꼬리 밑으로 보이는 레이아의 음부에서 끈적끈적한 액체가 뚝뚝하고 길게 다리를 만들면서 수건으로 떨어져 내렸다. 엉덩이도 미묘하게 부들부들 떨리는 것이, 정말로 기분 좋은 모양이다. 나는 그렇게 몇 번 꼬리를 쓰다듬어주다가, 꼬리를 들어 올려서 레이아의 등 쪽으로 바싹 붙였다. 그러자 꼬리 아래로 두 개의 구멍이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 중 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음부에 물건을 조준하고는, 그대로 한 번에 삽입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87==================== 의뢰 준비 레이아가 동그랗게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에 엉덩이는 딱 삽입하기 좋은 위치에 있었고, 덕분에 내 물건은 한 번에 뿌리 끝까지 레이아의 음부에 파고들어갔다. 아랫배에 닿는 레이아의 말랑말랑한 엉덩이 감촉이 기분 좋다. 아무튼 내 삽입과 동시에, 레이아의 꼬리의 뿌리부분에서 보랏빛 마력으로 이루어진 꼬리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뒤에서 구미호 상태가 되는 걸 보는 건 또 처음이네. 보통은 눈을 보고 알아차렸었는데 말이야. “하앗, 하앗, 하앗.” 완전히 꼬리가 자라나 구미호로 변신이 끝난 레이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허리를 좌우로 흔들며 엉덩이를 내 아랫배에 더욱더 밀착시켜왔다. 역시 구미호 상태로 변하면 성욕을 참기 힘든 모양이다. 웅크린 자세로 허리만 꼬물꼬물 움직이는 게 상당히 요망해보였지만, 난 역시 이런 것보다 우리 천사님 얼굴을 보고 싶은데. “레이아. 계속 그렇게 나랑 얼굴도 안 보고 있을 거야?” 나는 상반신을 앞으로 숙여서 레이아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고 속삭였다. “……!” 그러자 레이아의 귀가 쫑긋쫑긋하고 움직이더니, 뒤로 팔을 뻗어서 내 목을 감쌌다. 그리고는 진하게 입을 맞춰왔다. 역시. 성욕이 증가하면서 조금 더 본능에 충실해진 모양이다. 하여간 우리 천사님도 참. 나는 입안으로 파고드는 레이아의 혀를 살짝 깨물고, 쭉 빨아들인 후 입을 뗐다. “더, 더….” 레이아는 내 고개를 붙잡고 더 키스를 하려고 했지만, 나는 레이아의 팔을 붙잡고 거부했다. “안 돼. 오늘은 내가 원하는 대로 하는 거지?” 그대로 레이아의 팔을 위로 향하게 만들고, 나는 레이아의 팔 안쪽에 키스를 했다. “하반신은 마킹이 끝났으니까. 이번엔 상반신에 마킹을 해줘야지.” 그리고는 점점 내려와 겨드랑이에 닿자, 레이아의 몸이 움찔움찔 떨리면서 애가 탄다는 것처럼 허리를 움직였다. 조금만 틈을 보이면 바로 자세를 바꿔서 날 올라타고 스스로 허리를 흔들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둘 순 없지. 나는 레이아의 몸을 단단히 붙잡고, 겨드랑이에서 허벅지에 눌러 삐져나온 옆 가슴으로 입을 옮겼다. “하으으응! 구, 구원씨! 제발!” 그 옆 가슴에도 키스 마크를 만들기 위해서 강하게 빨아들이자, 레이아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안타까운 신음소리를 흘렸다. 제발이란 소리까지 나오다니. 아직 상반신은 마킹이 덜 끝났지만 어쩔 수 없지. 우리 천사님이 괴로워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도 없고. 나는 레이아의 허리를 붙잡고 그제야 강하게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흐아앙! 하응! 하앙! 하앗!” 마침내 원하던 걸 얻은 레이아는 맘껏 신음소리를 흘리면서 같이 허리를 흔들어왔다. 그저 내 움직임에 맞춰 앞뒤로 흔드는 게 아니라, 허리를 빙글빙글 돌리거나 좌우로 흔드는 움직임. 그 움직임은 앞뒤로 움직이고 있는 내 움직임과 미묘하게 엇박자를 이루면서, 안 그래도 끝내주는 레이아의 음부가 주는 쾌감을 더욱더 극대화시켰다. “레이아. 슬슬 쌀게. 안에다가 내 흔적을 잔뜩 남겨줄게. 한 방울도 흘리지 말고 잘 받아.” “네, 넷! 네엣! 저, 저도!” 내 변태 같은 대사에도 레이아는 착실히 대답을 해줄 뿐만 아니라, 정말로 음부에 힘을 더 준 건지 뿌리 끝이 아까보다 더 꽉 조여 왔다. “하으으으응!” 그리고 내가 사정하는 것과 동시에, 레이아도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나는 사정을 하면서도 허리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스퍼트를 올렸던 그 속도 그대로, 사정없이 레이아의 음부를 공략했다. “하으읏! 구, 히긋! 구언히?! 하응! 이, 히잇! 흐으으으응읏!” 내 사정없는 허리 움직임에 레이아는 제대로 말을 하지도 못하고 신음하더니, 결국 멀티 오르가슴을 느끼기 시작했다. 혀가 풀려서 발음이 꼬이는 게 묘하게 색기있게 느껴진단 말이야. 나는 완전히 풀려서 입 밖으로 살짝 튀어나온 그 혀를 살짝 빨아주고,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내 흔적을 잔뜩 남겨달라고 한 건 레이아잖아? 배가 더부룩해질 때까지 흔적을 잔뜩 남겨줄 테니까 각오해.” “하읏! 히읏! 네, 가, 각오, 흐응, 할게요읏!” 레이아는 내 말에 몸을 흠칫흠칫 떨면서도, 착실하게 대답을 해줬다. 이렇게 착실하게 대답해주면, 힘내지 않을 수가 없잖아! 그리고 우리는 체위를 바꿔가면서 정말로 레이아의 배가 꽉 찰 정도로 섹스를 했다. 마지막 즈음에는 내가 사정을 하자 우리가 연결 된 사이로 정액이 터져 나올 정도였다. 내가 한 거지만 무서울 정도로 많이 쌌다. 아마 마법이 없었다면 무조건 임신을 했겠지. 게다가 레이아의 몸도 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내 키스 마크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온 몸에 붉은 흉이 남아있었다. “미안. 레이아. 너무 심했나?” 마지막은 내게서 등을 돌린 방향의 기승위로 마무리를 했다. 기승위라고 해도 내가 리드를 한 건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나는 레이아가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도록 팔을 붙잡고 위로 힘껏 쳐올렸고, 멀티 오르가슴을 계속 느껴서 정신이 없는 레이아는 그저 내 행위를 몸으로 받아내는데 필사적이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미묘하게 허리를 꿈틀거려주는 건 과연 구미호라고 할만 했지만. 덕분에 온 몸에 힘이 빠진 지금 레이아는, 행위가 끝나고 내가 팔을 놔주자마자 내 다리 사이에 상체를 파묻고 쓰러져서 거친 호흡만 쏟아내고 있었다. “하응! 흐읏, 아뇨. 제가 부탁한 건걸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아는 착실하게 대답을 해줬다. 이미 구미호 상태는 진즉에 풀린 상태로, 성욕에 넘쳐흐르던 목소리도 평소의 상냥하신 천사님의 목소리로 돌아와 있었다. “혹시 절 생각해서 그만하시는 거면…더 해주셔도 되요. 아음….”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팔을 뻗어서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내 발을 끌어안더니 발가락을 쪽하고 빨았다. “레, 레이아?! 더러…!” “안 돼요. 그런 말씀 하시면. 구원씨 몸에 더러운 부분 같은 건 없는 걸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혀를 뻗어서 내 발가락 사이를 핥기 시작했다. 으윽.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받으니 할 말이 없어! 게다가 엄청나게 부끄러워! 레이아가 아까 발을 빨릴 때 왜 그렇게 신음소리를 냈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사람 발이란 거, 민감한 데구나. “어머. 다시 커졌네요?” “아, 아니. 이건….” “하, 한 번 더…하실래요?” 구미호 상태가 풀려서 청순한 상태가 된 레이아는, 살짝 부끄러워하는 느낌으로 허리를 미묘하게 좌우로 흔들면서 날 유혹해왔다. 그런 식으로 유혹하면 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 아무래도 오늘은 잠을 자지 못하게 될 것 같다. “흐아아아암.” 결국 밤새 행위를 하게 된 나는, 레이아보다 한 발 앞서 식당에 내려왔다. 어라?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저번에 고생하지 않았었나? …뭐 됐나. “아침부터 왜 그렇게 하품을…아니. 말하지 마. 화나게 될 것 같으니까.” 사라는 내 하품을 보고는 말을 걸려다가, 혼자서 그만뒀다. 눈치가 더 늘었구나 사라야. 하지만 이미 늦었다. “레이아랑 밤새 하느라. 한 숨도 못 잤어.” “잠깐! 지금 내가 말하지 말라는 소리 못 들었어?” “응? 제대로 들었는데? 그런데 그냥 사라가 질투하는 얼굴이 보고 싶어서.” “이, 이거 진짜 바보 아냐?!” “오빠한테 바보라니.” “누가 오빠야! 누가!” “자, 사라야. 질투하지 말고 이리와.” 수면 부족으로 평소보다 약간 더 판단력이 흐려진 나는, 겁도 없이 사라의 허리를 끌어안고 내 다리 위에 앉게 만들었다. “놔줘! 이 바보야!” 사라는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렸지만, 평소만큼 힘이 들어가있지는 않았다. 후훗. 귀여운 것. 앙탈을 부리다니. “오빠라고 부르면 놔줄게.” “절대 안 부를 거야!” “전엔 내킬 때 가끔 불러준다고 했었잖아.” “지금 사람을 일부러 놀려놓고 내가 내킬 때라고 생각하는 거야?!” 지당하신 말씀이다. 하지만 여기서 순순히 인정할 순 없지. “아니면…혹시 나랑 떨어지기 싫어서 고집부리는 척하는 거야?” “아니거든!” “흑. 사라가 요즘 애정이 식었어.” “아이 씨이! 정말! …오빠! 이제 됐어?!” “안 돼. 좀 더 애정을 담아서.” “애, 애정을 담으라니….” “애정…없어?” “이, 있어 이 바보…오빠야!” 내가 슬픈 눈으로 바라보자, 사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부끄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오오. 그 부끄러운 목소리 좋네. 이번엔 조금 더 어리광 부리는 목소리로 오빠라고….” “불렀으니까 이제 놔줘!” “그렇게 나랑 붙어있는 게 싫어?” “시, 싫은 게 아니라 이렇게 붙어있으면 식사하기 불편하잖아!” “자네들은 왜 그렇게 아침부터 소란인가?” 내가 사라와 노닥거리고 있자, 디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가 내 무릎 위에 앉기 싫다고 하잖아. 디아나는 앉고 싶지?” “음? 흠. 어쩔 수 없구먼. 자네가 원한다면 이 몸을 끌어안고 있을 수 있는 권리를 주겠네.” 자기가 안기고 싶은 주제에 잘난 척은. “그럴까? 사라야. 그럼 이제 비킬래?” “…싫어.” “응? 으응? 뭐어라고오?” “…시, 싫어.” “왜 싫으실까아? 아까는 그렇게 내려가려고 하더니? 응? 사라야?” “이…구원이 좋으니까 그런 거잖아! 이 바보야!” “아침부터 사라의 사랑 고백이라니. 난 행복한 놈이야.” “진짜 바보야!” 사라는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려댔지만, 졸려서 감각이 좀 둔해진 것도 한몫하여 지금의 나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후하핫. 앙탈부리기는. 귀여운 녀석.” “…그래서 이 몸은 언제 안을 겐가?” “응? 아 그럼 반반씩 앉자.” 나는 사라와 디아나를 각각 한쪽 허벅지에 앉혔다. “이거야말로 진정한 양손의…양발의…양다리의 꽃?” “자네는 양다리가 자랑이라고 떠드는 겐가?” 응…나도 알아. 말하고 보니까 어감이 좀 그렇네. “애초에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겐가. 다들 어디가고. 레이아양은 아직인가?” “레이아라면 마틸다를 데리고 같이 올 거야. 아마 곧 올 것 같은데.” 마틸다는 나랑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민폐인 만큼, 이왕이면 최대한 같이 있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내가 도착하고 나서야 식당에 오도록 하기 위해 레이아가 향했다. 그럼에도 아예 따로 식사를 선택을 하지 않는 나는 정말로 친절한 놈이라고 생각한다. 어쩔 수 없지. 다들 같이 먹을 때 혼자 따로 먹는 건 쓸쓸할 테니까. “그리고 실비아라면 저기.” 나는 식당 구석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실비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자네 이번에는 또 무슨 짓을 한 겐가?” “어? 내가 뭔 짓을 한 건 확정이야?” “당연하지 않은가.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겐가. 그래서, 무슨 짓을 한 겐가.” “별 일 안했어. 몰래 뒤로 다가가서 귓가에 대고 잘 잤냐고 속삭인 것뿐인데.” “그만 두게나. 자네 그러다가 언젠가 실비아양이 정말로 심장마비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러나.” “실비아. 내가 너한테 장난치는 거 싫어?” “우으읏! 조, 좋습니다!” 오오. 목숨이 걸린 일인데도 망설임 없이 좋다고 대답하다니. 실비아야. 난 조금 감동했다. “좋다는데?” “자네나 실비아양이나 참….” 디아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러분 안녕히 주무셨어요.” “좋은 아…!” “으으으음!” 레이아의 등장과 동시에, 사라와 디아나의 표정이 급변했다. 마치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이었다. 왜 그러지? 둘을 안고 있기 때문에 힘들긴 하지만, 고개를 뒤로 돌리자 가까스로 레이아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둘이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지 깨달았다. 그도 그럴게, 레이아는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그 원피스를 입고 있었던 거다. 사라도 디아나도 사도 인장이 드러나는 옷은 입지 않고 있었다. “오. 레이아 그 옷 입었네?” “네. 구원씨가 저희끼리 있을 때만 입으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니까 이럴 때에 자주 입어 두려고요.” “응. 좋네. 예뻐…그리고 너희도 굳이 안 갈아입어도 지금도 충분히 예뻐.” 나는 사라와 디아나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걸 끌어안고 선수를 쳤다. “굳이 드러내 보이지 않더라도 여기 있단 사실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말야.” 각각 사라의 엉덩이 위쪽과 디아나의 아랫배를 톡톡 건드리면서 말하자, 둘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수긍했다. “그런데 구원씨는 양옆에 두 분을 껴안고 뭐하시는 중이었나요?” “정말로 아침부터 파렴치하기 그지없네요!” 레이아는 전혀 질투하는 표정이 아닌, 오히려 여유로워 보일정도로 평소와 다름없는 상냥한 미소로 말했다. 옆에서 마틸다가 뭐라고 하는 소리도 들렸지만, 저건 기본적으로 무시하는 게 좋으니까 신경 쓰지 말자. “응? 아니, 그냥….” “후훗. 그런가요?” 레이아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 웃으면서, 내 맞은편의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나서야 난 레이아의 모습을 제대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레, 레이…!” “레이아. 피부에 붉은 자국들이…키스마크?” 아, 사라 얘 목소리가 다시 평소처럼 차가워졌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88==================== 의뢰 준비 사라의 그 목소리를 듣고, 나는 잠기운이 순식간에 달아났다. “자, 잠깐만. 진정해. 그런 게 아니라….” “뭐가 아니라는 거야? 저거 키스 마크 아니야?” “아니. 맞긴 맞는데….” “흐으응…. 오빤 역시 동생보단 레이아처럼 누나 같은 사람이 취향인가보네? 저렇게 열심히 자기 거라고 마킹도 해놓고. 아, 그래서 나한텐 오빠라고 부르라고 한 거야, 오빠?” 내 평생 오빠라는 단어가 이렇게 무섭게 들린 건 처음이다. “아냐! 그런 거 아냐! 저건 그냥 레이아가 해달라고 해서 그런 거야! 그렇지 레이아?!” “네. 이제 며칠 동안은 구원씨를 못 보게 될 테니까요. 적어도 구원씨의 흔적이라도 가지고 있고 싶어서….” 레이아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면서, 마치 가슴골에 있는 키스 마크와 그 위에 있는 사도 인장을 손끝으로 어루만지듯 살짝 가슴위에 손을 올렸다. 곧바로 대답해준 건 정말 감사한데요, 그렇게 강조하는 것 같은 동작은 그만둬주시면 안 될까요? 사라는 물론, 그 옆에 있는 디아나도 실시간으로 전투력이 올라가고 있는 게 느껴지는데요. “…하지만 너무 과하구먼. 피부에 흉이 지면 어쩌려고 그러나. 구원 자네도 레이아양의 몸에 흉이 남는 건 싫겠지?” 하지만 곧장 화를 내지는 않았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분노를 억누른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 그야 그렇지만….” “그렇다고 하는군. 치료를 하는 게 어떻겠나?” “아뇨. 괜찮아요. 이래 봬도 사제인 걸요. 흉터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잘 안답니다. 이 정도라면 나중에 흉이 남지는 않을 거예요.” “그래도 혹시…!” “혹시 흉이 남을 것 같다면, 여기에 마틸다 추기경님도 계시고요. 마틸다 추기경님이라면 이정도 흉을 없애는 건 간단하시죠?” “네, 네엣?! 네, 네에…그, 그런…데요…?” 마틸다야. 넌 왜 그렇게 쫄아 있는 거냐. 아니, 뭐 이해는 간다만. 나는 마틸다에게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친해질 생각은 없지만. “후훗. 그러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그, 그럼 그땐…으으읏! 자네!” 디아나는 말문이 막혔는지, 날 올려다보면서 레이아를 향해 척하고 손가락질을 했다. 아니, 나보고 뭐 어쩌라고. 애초에 왜 그렇게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데? “왜? 너도 해줄까?” 나는 그런 디아나의 턱에 손을 가져다대고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린 후, 뺨에다가 입을 대고 강하게 빨아들여 키스 마크를 남겼다. “자. 잘 보이게 뺨에 했어. 이걸로 됐지?” “으, 으음…. 바네사!” “네.” 디아나가 바네사를 부르자, 바네사가 바로 손거울을 꺼내 디아나의 얼굴 앞에 가져다댔다. 디아나는 자신의 뺨에 생긴 키스마크를 살펴보더니, 후욱하고 콧김을 뿜었다. 그리곤 이정도로 만족해주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일단 디아나는 어떻게 커버를 친 모양이다. 남은 건 사라뿐이로군. “사라도 그렇게 삐지지 말고.” 나는 사라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고, 그 귀를 살짝 깨문 후에 귓불을 강하게 빨았다. “애초에 나랑 제일 먼저 사귄 게 누군지 잊었어? 왜 그런 말을 한 거야.” “하, 하지만….” “사라.” “응…미안….” 사라도 자기 말이 조금 너무 나갔다는 건 자각하고 있는지, 내가 이름을 부르자 순순히 사과해줬다.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겉으론 그렇게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지했지만, 실은 속으론 엄청나게 안도하고 있었다. 후우우우. 다행이다. 진짜 X 되는 줄 알았네. 사라가 오빠 운운 할 때만 해도 피가 얼어붙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화려하게 이 위기를 헤쳐 나가다니. 나 스스로도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이 느껴졌다. 후훗. 이거 점점 하렘왕의 풍모를 갖춰가는 것 같군. “갑자기 뭘 그렇게 실실 웃어?” 이런. 그만 속마음이 얼굴로 드러나 버린 모양이다. “응? 아니, 사라 엉덩이 감촉이 좋아서.” “이 진짜 바보!” 사라도 제 컨디션을 되찾았는지, 내 가슴을 찰싹 때리더니 일어나서 옆 의자에 앉았다. 하지만 그렇게 사라가 비키자, 디아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옮겨서 내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왔다. “…야. 넌 안 비키냐?” “음? 비켜야하나?” “당연한 소리를…밥은 어떻게 먹게?” “이대로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디아나씨. 그러면 구원씨가 드시기 불편하시지 않을까요?” “흠…. 불편한가?” 디아나는 턱에 손을 대고 생각하더니, 갑자기 레이아를 보고 씨익 웃은 후에 날 쳐다봤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당연히 불편하지. “아니. 그럴 리가.” “그렇다는구먼.” 하지만 불편하단 말을 꺼낼 수 있을 리도 없었고, 디아나는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레이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야. 괜히 우리 천사님 도발하지 마라. 대체 오늘은 왜 그렇게 승부욕을 불태우는 거냐. “으음…그런가요? 하지만 불편해보이시는데…. 아, 그럼 제가 먹여드릴게요.” 식탁의 맞은편에 앉아있던 레이아는 수프를 한 숟갈 뜨더니, 몸을 일으켜서 식탁 중간을 손으로 짚고 몸을 숙여 내게 팔을 뻗어왔다. “자, 아앙하세요.” 그리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내 입가에 수프를 뜬 스푼을 내밀었다. 천사 같은 미소는 물론, 중력의 영향으로 아래로 내려가 더욱더 커보는 가슴과 강조되는 가슴골이 무척이나 보기가 좋았다. 가슴이 깊게 파인 원피스인 만큼, 잘못하면 가슴이 위로 흘러넘칠 것 같다. “무, 무슨 짓인가! 치우지 못하겠나! 실비아양! 실비아양은 어디 있는가?!” 그런 가슴을 눈앞에서 직시하게 된 디아나는, 마치 섬광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두 눈을 가리면서 외쳤다. 야. 그렇게까지 레이아 가슴이 싫냐? 그리고 괜히 실비아한테 상처주지 마라. 실비아의 절벽 가슴이 의지되는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렇게 싫으면 내려가면 되잖아….” “그, 그럴 수 없네! 모처럼 이 몸이 레이아양에게 이긴…아무튼 싫네! 뭔가?! 자넨 이 몸이 위에 앉는 게 싫은 겐가?” 디아나는 무슨 고집이라도 생긴 건지, 죽어도 이 위치에서 벗어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아니. 그림만 보면 네가 완전히 레이아한테 지고 있는 그림인데. 뭐, 이렇게 자존심을 세우려고 하는 디아나도 귀여우니까 상관 없나. “아니, 나야 좋지만…뭐 됐다.” 나는 그냥 디아나의 몸통을 양손으로 꽉 끌어안고, 여전히 스푼을 내밀고 있는 레이아에게서 수프를 받아먹었다. “그걸 받아먹는 겐가!” “내 손은 디아나를 끌어안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럼 디아나가 줄래?” “음!” 내가 말하자, 디아나가 수프를 떠서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내 입으로 옮기려고 했다. 하지만 머리 위에 있는 내 입에 수프를 흘리지 않고 가져다 주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바들바들 떨리는 스푼에서 당장이라도 수프가 흘러내릴 것 같았고, 결국 디아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는 왜 그렇게 쓸데없이 큰 겐가!” “쓸데없다니. 큰 만큼 디아나도 밤에 좋아 죽으려고….” “거, 거기 얘길 한 게 아니잖은가?! 자네는 정말! 바보인가?! 응?! 바보인가?!” “야. 아무리 나라고해도 그렇게 바보바보 연호하면 상처받는다.” “읏. 미, 미안하네.” “안 돼. 용서 안 해줘. 사라도 그렇고 디아나도 그렇고 요즘 날 너무 바보라고 한단 말이야. 그렇군. ‘자네 물건이 큰 건 전혀 쓸데없지 않네. 오히려 큰 것이 무척이나 기분 좋네.’ 라고 말하면 용서해 줄….” “자네란 사람은! 자네란 사람은!” 결국 디아나가 몸을 돌리고 토닥토닥 공격를 시작했다. 야 위에서 그렇게 격렬히 움직이지 마라. 비벼져서 커질 것 같잖아. “후훗. 구원씨. 그럼 제가 계속 먹여드릴게요.” 그리고 그런 나와 디아나와의 대화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레이아가 또 다시 스푼을 내게 내밀어왔다. “가, 가슴 치우게!” 그러니까 그렇게 싫으면 내 위에서 내려오라고. 결국 디아나는 레이아의 가슴골을 계속 직시하게 되는 괴로움을 맛보면서 끝끝내 내 위에서 내려오진 않았다. 과연 대마법사님. 근성 있다니까. 진짜 쓸데없는 근성이지만. “사라. 나랑 잠깐 얘기 좀 하자.”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방으로 돌아가려는 사라를 붙잡고 내 방으로 데려왔다. 뒤에서 날 스토킹하 듯이 따라오는 실비아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게 느껴지기는 했지만, 나는 애써 무시하고는 사라만 데리고 방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네 얘기를 하려는 거니까 조금 참아라. 실비아. “얘기라니? 무슨?” “아직도 화났어?” 내 질문에, 사라는 피식하고 웃더니 내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화 안 났으니까 걱정 마. 오빠.” 응. 뭐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다. 얘가 질투심이 심해서 화를 잘 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뒤끝이 있는 성격은 아니니까. 오히려 화를 내도 그 자리에서 발산하고 풀어버리는 타입이니 상대하기 편한 면도 있다. “그런 얘기하려고 부른 거야? 하여간 구원도 은근히 소심하다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기분은 좋은 듯, 사라는 쿡쿡 웃으면서 날 놀렸다. “아니, 할 얘기란 건 따로 있는데.” “어머? 그래? 무슨 얘긴데?” “그게….” 확실히 할 얘기는 있지만, 대놓고 물어보기 조금 힘든 얘기였다. 바로 실비아와의 섹스에 대한 얘기였으니까. 분명 어제 디아나가 의뢰 일을 이틀 후로 잡았을 때, 같이 듣고 있던 사라도 아무 말 없었다. 그건 즉, 실비아와의 섹스를 인정해주겠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여기서 궁금한 점이, 왜 굳이 이틀 후로 잡았냐는 거다. 그냥 섹스만 하라는 거면, 어제 아라크네 클랜에서 돌아온 후에 실비아와 바로 할 수도 있었다. 그렇다면 오늘 의뢰를 시작할 수도 있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굳이 의뢰 일을 이틀 후로 잡았다는 건, 실비아에게 하룻밤을 양보해주겠다는 말인 걸까? 사라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 이상, 나 혼자선 절대 결론을 내릴 수 없는 얘기였다. “무슨 얘긴데 그래? 혹시 또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어?” 사라의 눈초리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게슴츠레해졌다. “아, 아냐. 얘가 사람을 뭐로 보고. 그, 그게 말이지 사라야…난 실비아랑 오늘 낮에 자야 하는 걸까 밤에 자야하는 걸까?” 나는 결국 마음을 다잡고 사라에게 대놓고 물어봤다. “……바보 아냐?!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사라는 내가 이런 질문을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었는지, 내 가슴을 찰싹 때리면서 말했다. 놀라서 힘 조절이 안 된 건지 조금 아프다. “하지만 생각해봐. 만약 밤에 자란 뜻이 아니었는데 내가 실비아랑 자버리면, 널 바람맞히는 꼴이 되잖아?” “그, 그렇구나…생각 안 해봤어.” 아무래도 사라도 의뢰 일을 정할 때 깊게 생각 안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어쩌면 좋아?” “으, 으음….” 사라는 살짝 날 노려보는 것처럼 바라보면서 고민을 하더니, 이내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후우. 알았어. 이런 날엔 하루정도는 실비아한테도 양보를 해야지.” “정말 괜찮아?” “그래 이 바보야. 나도 너무 욕심 부리다가 구원한테 미움 받는 건 싫고.” “바보는 너야. 날 가지고 욕심 부리는 건 그만큼 날 좋아한다는 건데, 싫어할 리가 없잖아? 아니, 애초에 내가 사라를 싫어하게 될 리가 없잖아?” “피이. 나랑 할 때만 며칠 떨어지게 되니 추억을 쌓기 위해 진하게 한다는 둥 말 안 한 주제에.” “야. 그래도 너랑 할 때도 꽤 괜찮은 추억을 쌓았잖아?” “그 변태 같은 메이드 플레이가?” “변태 같다니. 나 나름 사라랑 정말하고 싶었던 걸 한 건데. 그렇게 싫었어?” “아니, 싫은 건 아니었어! 싫은 건 아니었는데…그래도 좀 더 추억이….” “좋긴 좋았다는 말이네?” “그, 그야 좋기는….” “그렇군. 사라는 변태 같은 메이드 플레이가 좋았다는 건가. 이거 다음에도 더 힘을 내지 않으면 안 되겠군.” “그런 거에 힘 낼 필요 없어! 진짜 이 바보가!” “앙탈 부리지 말고 이리 와. 사라한테도 키스 마크 만들어줄게.” “앙탈 아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는 자신의 뺨을 내 입가로 가져다댔다. 그래. 그래. 역시 솔직한 게 제일이야. “으…뺨을 빨리다니. 이상한 감각이야. 어때? 제대로 남았어?” “응. 제대로 남았어. 내 키스 마크.” “그럼 나도….” 이번엔 사라가 내 뺨에 입을 가져다댔다. “자, 잠깐! 뺨에 하게?” “왜 싫어?” “아니. 그래도 난 밖에 돌아다닐 건데….” “그러니까 내거라고 잘 보이는 곳에 표시해놔야지. 그리고 몸에는 레이아가 벌써 표시해놨을 거 아냐?” 사라는 가볍게 내 뺨을 꼬집으면서 말했다. 뭐, 레이아가 영역 표시한 것처럼 온 몸에 키스마크를 남겨준 건 부정하지 않겠다만. “그래도 널 위한 영역정도는 남겨놨어. 자 이 오빠의 가슴에 키스 마크를 남겨주렴. 뺨보단 심장 바로 위에 사라의 흔적을 남기고 싶어.” “왠지 속는 기분인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는 내 왼쪽 가슴에 입을 맞췄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최고의짝사랑, 누굴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289==================== 의뢰 준비 실비아에게 밤을 양보해준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오늘은 하루 종일 사라와 노닥거리면서 보냈다. 아까 아침 식사 이후부터 계속 안절부절 못하고 있던 실비아는, 저녁식사시간부터는 완전히 시무룩한 표정이 되어서 풀죽어있었다. 실비아도 아라크네 클랜에서 내가 자기를 안을 거란 얘길 들었고, 아마 오늘 낮에 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거겠지. 그리고 저녁시간 이후로는 난 무조건 그날 같이 잘 애랑 지낸다. 그러니 실비아는 지금 내가 자신을 안겠다고 한 걸 까먹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 일부러 깜짝 놀라게 해주기 위해서 아무렇지 않은 티를 내면서 낮 동안 사라와 노닥거리기는 했는데, 저렇게 풀죽은 모습을 보니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저렇게까지 시무룩해할 거면 직접 나한테 말하면 될 텐데. 굳이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내가 전에 말하지 않았었나? 안기고 싶으면 말하라고. 난 우리 애들 눈치가 보이니까 직접 나서서 적극적으로 실비아를 안을 생각은 없지만, 실비아가 말하면 언제든 안아줄 생각 정도는 있는데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시무룩한 상태인 실비아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우리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식당을 빠져나갔다. 평소엔 항상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실비아지만, 저녁 식사 이후로는 방해하지 않겠다는 듯이 스토킹을 안 하고 곧장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 실비아였다. 낮에는 나랑 사라가 노닥거리는 걸 뒤에서 부러운 듯 쳐다보면서도 졸졸 따라다녔는데 말이야. 스토커도 스토커 나름의 철칙이란 게 있는 걸까? 실비아가 식당을 빠져나가자마자, 이미 식사를 마치고 애들과 잡담을 하고 있던 나는 곧장 실비아의 뒤를 쫓았다. 비록 레벨은 낮지만 이래 봬도 암살자란 직업도 가지고 있는 나다. 발소리를 죽이고, 기척을 최대한 숨긴 채로 실비아의 등 뒤로 접근했다. 완전히 풀이 죽은 실비아는 내 접근을 눈치 채지 못했는지, 내가 바로 등 뒤에 붙어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터덜터덜 힘없이 걸음을 옮겼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큰 소리로 외치면서 실비아의 몸을 꽉 껴안았다. “붙잡았……크헉!” 아니, 껴안으려고 했다. 내 양팔이 실비아의 몸을 감싸려는 찰나, 갑자기 시야가 반전하면서 몸이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그리고 직후, 온몸을 엄습하는 통증과 함께 내 몸이 바닥으로 메다 꽂혔다. 이 감각, 낯설지 않다. 언젠가 한 번 맛본 적 있는 감각이야. “누…구, 구원님?! 으아, 으아, 괘, 괜찮, 괜찮습니까?!” 실비아는 멍하게 생기 없는 눈으로 날 내려다보다가, 습격자의 정체가 나라는 것을 확인하고는 당황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손을 가슴께로 들어 올려서 손바닥을 이쪽으로 향하고, 손을 뻗어야할지 말아야할지 고민된다는 듯이 열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모습이 묘하게 귀엽다. “크허억. 쿨럭. 쿨럭. 흐억. 크하악. 나, 나 주, 죽어….” 나는 실비아를 더 당황시키기 위해서, 일부러 과장되게 바닥에 드러누워서 브레이크 댄스를 췄다. 누가 봐도 절대 속지 않을 발연기였지만, 실비아는 속았다. 아니, 속았다기 보다는, 너무 놀라서 진위를 판단할 정신머리가 없어서 그런 것 같았지만. 아무튼. “으, 으아아앙! 죽으면 안 됩니다아!” 정말로 큼지막한 눈동자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실비아가 바로 무릎을 꿇고 내 몸에 손을 댔다. 눈물이란 게 저렇게 순식간에 나오기도 하는 거구나. 양심의 가책이 장난 아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는 법. 나는 장난을 계속하기로 했다. 무릎을 꿇은 실비아가 내 몸에 손을 댄 순간, 나는 확하고 몸을 일으키면서 실비아를 끌어안았다. “붙잡았다아!” “히야아아아아악!” 뒤에서 암살자의 스킬까지 쓰고 다가갔을 땐 바로 반응한 애가, 앞에서 이렇게 대놓고 끌어안는데 반응을 못하다니. 뭐, 울고 있었으니까 당연한 건가. 내가 끌어안자마자, 실비아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고양이가 털을 곤두세우듯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놀랐어?” “……히끅. 히끅.” 실비아는 잠시 동안 멍하니 날 올려보더니,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아직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장난치고 이정도로 죄책감이 든 게 대체 얼마만일까. “미안. 장난이 좀 심했지.” “…아닙니다. 등은 괜찮으십니까?” 실비아는 양손으로 눈물을 쓱쓱 닦고는, 그래도 내 몸을 걱정하는 것처럼 물어봤다. 닦아도 닦아도 눈물이 계속 흐르는 게 더욱더 애처로워보였다. 그래. 알아. 내가 죽일 놈이다. “아, 응. 괜찮아. 난 튼튼한 거 빼면 시체거든. 그러니까 울지 마.” 나는 손을 뻗어서 실비아의 눈물을 엄지로 스윽 훑어줬다. 하지만 그래도 실비아의 눈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군. 충격 요법을 줘서라도 눈물을 멈추게 할 수 밖에. 나는 고개를 숙여서 실비아의 눈가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혀를 살짝 내밀어, 실비아의 눈물을 핥아먹었다. “히윽! 으아으으….” “눈물 그칠 때까지 계속 핥아먹을 거야.” “그, 그, 그, 그쳤습니다! 그쳤으니까!” 효과는 굉장했다!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은 순식간에 멈추고, 실비아의 몸이 여느 때처럼 진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 실비아는 이래야지. “뭐야? 겨우 이런 걸로 부끄러워하는 거야? 너 지금 나랑 껴안고 있는데?” “엣? 으아, 으아아! 아으으으….” 겨우 현재 우리가 어떤 자세를 하고 있는지 깨달은 실비아는 파닥파닥 거리면서 내게서 벗어나려고 했다. 물론 내게 놔줄 생각이라곤 전혀 없었다. 분명 아까 메칠 때 힘을 생각해보면 얘가 나보다 근력이 낮은 건 아닐 텐데 말이야. 이렇게 내 팔을 못 벗어나고 있다는 건, 실은 의외로 바둥거리는 척만 하고 있는 거 아냐? 뭐, 그럴 리 없나. 방금 내 발연기에 속아서 진짜로 울기까지 한 앤데. “실비아. 오늘은 너에게 긴히 할 말이 있다.” 나는 실비아의 복슬복슬한 머리카락에 얼굴을 파묻고,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며 속삭였다. “하, 햐, 햘 말, 말입니까아?” “그래. 난 오늘 너랑 잔다.” “넵?! 아팟! 네엣?!” 실비아는 얼마나 놀란 건지, 혀를 깨물고도 입을 떡 벌리면서 놀랐다. 크게 벌려진 입 안으로 보이는 핑크빛 혀끝에서 새빨간 피가 배어나오고 있었다. 으음. 이거 완전히 키스할 타이밍인데. 우리 애들 같았으면 당장에 키스를 해서 혀끝에 나는 피를 빨아먹었을 거다. 하지만 상대가 실비아이기 때문에, 나는 주저하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실비아한테는 일부러 키스를 안 하고 있었다. 이 세계에서는 섹스보다 오히려 키스가 더 연인관계를 나타내는 지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우리 애들 셋과는 구별을 짓기 위해서, 일부러 실비아하고는 섹스할 때조차도 키스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스스로도 느끼고 있기는 했다. 내가 얘를 우리 애들과 이런 식으로 구분 짓는 건, 더 좋아하는지 아닌지의 문제보다는 오히려 오기에 가깝다는 걸 말이다. 나도 남자다. 이렇게 예쁜 애가 날 이렇게 좋아해주고, 또 이렇게 같이 지내는데 끌리지 않는 게 이상하지. 우리 애들에 대한 애정과는 또 별개로 말이다. 그걸 스스로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실비아에게 더 매정하게 군 감도 없잖아있었다. 아무리 끌리더라도, 이미 셋이나 임자가 있는 이상 참는게 좋은 거겠지. 이미 셋이서 서로 인정해준 것만으로도, 걔들은 나에게 많이 양보해준 거다. 게다가 실비아를 안아도 된다고 한 것조차, 날 믿기 때문에 거기까지 양보해준 거다. 그래. 난 틀리지 않았어. 이게 맞는 거야. 나는 마음을 다잡고, 실비아와 키스를 하고 싶은 감정을 꾹 억눌렀다. “너랑 잘 거라고. 오늘 밤은 재우지 않을 거야.” “흐아아아…아, 안 댑니다아…. 저, 저….” “뭐가 안 돼? 나랑 자기 싫다고? 나 갈까?” “아, 아닙니다! 그런게 아니오라!” 내가 살짝 떨어지려고 하자, 실비아는 화들짝 놀라서 날 붙잡았다. “어떻게 하고 싶다고? 확실히 말해.” “아우…가, 같이 자고 싶습니다.” “난 잘 생각 없는데?” “그, 그게 무슨….” “무슨 말인지 너도 잘 알잖아. 자, 다시 말해봐. 나랑 뭘 하고 싶어?” “세, 세, 세, 섹스 하고 싶습니다!” 예전에 박력 있게 자길 성노예로 삼아달라고 했던 실비아는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실비아는 두 눈을 꼭 감고 겨우 섹스라는 단어를 외쳤다. “밤새 한 숨도 안자고 할 건데? 그래도 상관없어? 버틸 수 있어?” “하우…괘, 괜찮습니다! 구원님과 밤을 보낼 수 있다면…죽어도 좋습니다!” 아니, 죽으면 내가 곤란한데. “무슨 소리야. 내가 하는 말은 뭐든 듣겠다고 한 애가. 날 놔두고 먼저 죽으려고?” “하으으으으…쥬, 쥭어도 버티겠습니다아.” 죽어도 죽는 걸 버티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나는 실비아를 들어 올리고 그대로 내 방으로 향했다. “흠. 그럼 일단 씻을까.” “네, 넵!” “같이 씻을래?” “네헵?!” 실비아의 시선이 욕조와 나 사이를 쉴새없이 왕복하기 시작했다. 고민하고 있군. 귀여운 어린 양 같으니라고. “왜 싫어?” “아닙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사, 살아남을 자신이 없습니다….” 야, 어디 전쟁가냐? “그, 그래…. 그럼 따로 씻자.” “네….” 실비아는 안타까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시무룩해져서 중얼거렸다. 두 번 다시없을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야. 너무 그렇게 풀죽지 마라. 괜히 물어본 내가 미안해지잖아. “너무 실망하지 마. 나중에 특훈의 성과가 나와서 내가 끌어안아도 떨지 않고 버틸 수 있게 되면 상으로 같이 씻어줄게.” “저, 정말입니까?!” 방금 전까지 시무룩했던 실비아의 얼굴이 화악하고 밝아졌다. 애도 참 표정 변화가 심하단 말이야. 분명 처음 만났을 땐 표정변화 하나도 없이 시종일관 멍한 표정이었는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만 이러는 건가? “그래. 그러니까 오늘은 먼저 씻어!” “가, 감사합니다! 얼른 끝내고 오겠습니다.” 실비아는 허리를 90도로 꾸벅 숙였다. “안 돼. 밤새 뒹굴 거니까 시간 걸리더라도 구석구석 꼼꼼히 닦아.” “네, 네에….” 실비아는 그러고는 욕조로 들어가 커튼을 쳤다. 그러고 보니 쟤 귀족이잖아. 혼자 씻을 수 있긴 한 걸까? 여기 와서도 목욕은 아마 계속 그 큰 욕실에서 메이드들의 시중을 받으면서 했을 거고, 던전에선 디아나가 마법으로 간단하게 씻겨줬었다. 혼자 씻은 적이 있기는 한 걸까? 걱정된다. 이거, 이거, 어쩔 수 없군. 내가 직접 씻겨주는 수밖에 없는 건가. 결코 처음부터 노린 게 아니다. 실비아가 욕조에 들어가고 난 다음에야 그런 생각이 든 거니까 어쩔 수 없다. 지금 커튼 너머로 물어보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런 멋없는 짓을 할 리가 없잖아? 궁금한 건 얼굴을 맞대고 직접 물어본다. 이거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이라고. 그런고로, 그럼 어디 한 번 저 욕조에 난입해볼까 합니다. 나는 우선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은신 스킬을 사용해서 기척을 완전히 감췄다. 그리고 살금살금 욕조로 다가갔다. 일단 욕조에 달려있는 마법을 조작할 수는 있는 건지, 욕조에 물이 채워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순 없다. 저걸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혼자 몸을 씻는 방법을 안다고는 장담할 수 없으니까. 나는 조심스레 커튼을 붙잡고, 확 옆으로 젖혔다. “실비아!” 마음 같아서는 바로 욕조에 다이빙도 하고 싶었지만, 아까의 전례가 있는 만큼 그건 자제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런 내 선택은 정답이었다. “……!” 실비아의 주먹이 순식간에 내 명치 바로 앞까지 날아왔거든. 하지만 내가 아까 전의 일로 학습을 했듯이, 실비아 역시도 학습을 한 모양이다. 주먹은 내 몸에 닿기 직전에 멈췄고, 잠깐 동안 주먹을 뻗은 자세로 굳어있던 실비아는 바로 욕조에 쭈그리고 앉았다. “구, 구, 구원님?! 무, 무, 무슨 일로…?!” “응? 생각해보니까 귀족 아가씨인 실비아가 혼자 씻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서 내가….” “씻을 수 있습니다! 기사 수행을 하면서 혼자 많이 씻어 봤습니다!” “그래서 내가 씻겨주려고.” 나는 실비아의 말을 무시하고 욕조 안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90==================== 의뢰 준비 “씨…히읍…!” 열심히 씻을 수 있다고 주장하려던 실비아는, 내가 욕조에 들어가자마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멍하니 서서 뭐해? 역시 씻을 줄 모르잖아. 사람 몸이란 건 말이야. 원래 씻기 전에 조금 따뜻한 물에 담구고 있어야 잘 씻어진다고. 자, 앉아.” “…….” 내 말에 거역할 수 없는 실비아는, 조용히 욕조에 몸을 담갔다. 물론 내가 앉은 쪽의 반대편에, 웅크리고 앉아서 최대한 나한테 닿지 않으려는 듯이. 다리를 접어서 끌어안고, 몸을 웅크린 채 내 쪽을 경계하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경계하는 표정이랄까, 긴장한 표정이었지만. 그러면서도 때론 시선이 내 몸을 스캔하면서 멍해지는 게 조금 귀엽다. “실비아.” “네, 네힛?!” 얼마동안 실비아가 긴장을 풀 수 있는 시간을 준 후 내가 말을 걸자, 멍하니 날 쳐다보면서 입 꼬리를 흐물흐물 움직이던 실비아가 깜짝 놀라서 삑사리를 냈다. “내가 무슨 말 할지 알지?” “모, 모르겠습니다!” 실비아는 거의 울먹이면서 대답했다. 얘가 나한테 거짓말을 하려고 하네. 겨우 이런 질문에 울먹인다는 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다는 거잖아. “정말로?” “정말입니다!” 웬만하면 솔직하게 사실을 고하는 실비아였지만, 이번만큼은 생명의 위기를 느꼈는지 필사적으로 모른다며 고개를 붕붕 저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내가 알려줄게. 이리로 와서 앉아.” “안 됩니다! 안 됩니다! 절대 안 됩니다! 죽습니다!” “내 명령이라면 목숨도 걸 수 있는 거 아니었어?” “우읏! 하, 하지만…!” “명령이야. 와.” “히우으으읏….” 실비아는 삶을 포기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쪽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설마 얘가 지금 나한테 반항하는 건가? 잠깐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비아를 자세히 관찰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확실히 실비아는 내 쪽으로 다가오려고 하고 있기는 했다. 욕조에 잠긴 발가락만 꼼지락 거리면서 지렁이보다 느린 속도로 꼼지락꼼지락 천천히 전진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지만. 그래도 이게 얘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거겠지. 나는 그 모습이 재밌어서 가만히 지켜보기로 했다. 실비아는 열심히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조금씩 조금씩 내게 다가왔고, 점점 다가올수록 몸이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시선은 계속 내 물건에 고정되어있었다. 긴장해서 시야가 좁아진 건지, 내가 살짝살짝 손을 흔들어 봐도 전혀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우…코피 나올 거 같아.” 실비아는 내 종아리 사이까지 다가오더니, 양손으로 자신의 코를 부여잡으면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으, 응? 뭐라고?” 네가 무슨 벗은 여자 알몸을 본 사춘기 남자냐. “네? 무슨…히야아악! 아,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실비아는 그제야 자기가 뭐라고 말했는지 깨달았다는 듯, 황급히 푸다닥거리면서 내게 멀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내가 아니었다. 한참 걸려서 기껏 여기까지 다가왔는데 도로 멀어지는 꼴을 가만히 내버려둘까 보냐. 그런 게 아니라는 듯 좌우로 거세게 흔들리는 실비아의 손을 붙잡고, 나는 실비아의 내 몸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히야읏! 아, 아, 아, 아으으읏…! 하앗! 하앗!” 아까 날 메쳤던 몸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가녀린 몸이 내 품안으로 쏙 들어와 안겼다. 얼마나 긴장한 건지, 쓸데없는 지방이라곤 전혀 없는 가슴너머로 실비아의 고동소리가 두근두근 시끄러울 정도로 전해져왔다. “그럼 이제 씻어볼까? 누가 먼저 씻겨주기로 할까? 네가? 내가?” “흐엣?! 자, 잠깐 마음의 준비를…!” “우리가 지금 욕조에 몸 담그고 얼마나 지났다고 생각하는 거야? 이미 충분하잖아. 언제까지 이러고 있게?” “하, 하지만…!” “못 정하겠으면 내가 먼저 실비아를 씻겨주는 걸로….” “제가! 제가 먼저 씻겨드리겠습니다!” “오, 적극적이네. 그렇게 내 몸을 구석구석 만지고 싶어?” “구, 구석구석…! 아으아으아으….” 아니라곤 말 안하는 점이 참 솔직하기 그지없다. “그럼 부탁할게.” “네, 네잇!” 네가 무슨 내시냐. 뭐, 그렇다고 해도 지금은 아직 실비아를 괴롭힐 생각이 없었다. 적어도 실비아가 날 씻겨줄 동안은 말이다. 너무 괴롭히다가 정말로 심장마비라도 걸리면 큰일이고. 조금은 쉴 틈을 주자. 내가 얠 씻겨줄 차례가 될 때까지는 말이야. “하앗, 하앗, 하앗. 구, 구원님의 몸….” …뭐, 쉴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보기완 다르게 완력이 있는 실비아는, 타올에 거품을 내고 내 몸을 힘차게 벅벅 문질러갔다. 처음에는 하악하악 시끄러울 정도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지만, 내 몸을 씻겨가는 동안 실비아의 숨은 점차 골라졌다. 그리고는 열심히 내 몸을 씻기는 것에만 열중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전투 때도 나한테 별로 반응하지 않았었지. 집중력이 굉장해서 뭔가에 집중하면 다른 건 생각나지 않는 타입인 걸까? 예상 외로 실비아가 너무 멀쩡해서, 난 조금 재미가 없어졌다. 원래는 내가 씻겨줄 때가 될 때까지 자중할 생각이었지만, 조금 놀라게 해줄까. 많이는 필요 없고, 그냥 실비아가 내 몸을 다시 의식할 수준까지 집중력을 흐트러트리기만 하면 된다. 마침 등을 씻겨주고 있으니, 가슴으로 씻겨주라고 해볼까? 아니, 실비아한테 그런 명령을 하는 건 그냥 괴롭히는 건가. “구원님. 다리를….” 내가 고민하고 있을 때, 실비아가 마침 좋은 타이밍에 그런 부탁을 해왔다. “아, 일어설까?” “부탁드립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서, 물건을 빳빳하게 세웠다. 뒤를 향하고 있기 때문에 실비아는 아직 내 물건이 보이지 않을 거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열심히 내 다리 뒷부분을 씻겨주고 있는 실비아의 손길을 느끼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럼 돌아주십시오.” “응!” “엣? 흐아아아아! 이, 이, 이건…!” 내가 몸을 돌리는 것과 동시에 빳빳하게 섰던 내 물건이 실비아의 뺨을 찰싹 때렸다. 처음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던 실비아는 천천히 손을 올려서 자신의 뺨에 밀착해있는 내 물건을 만졌고, 그제야 사태가 파악됐다는 듯이 온몸을 진동시키기 시작했다. “아, 미안. 실비아의 벗은 몸을 보니까 커져버렸어.” “저, 저, 저 따위의 몸을 보고 여, 영광입….” 실비아는 여전히 한 손은 내 물건을 잡은 채, 나머지 손으로 왠지 자신의 가슴을 가리면서 말했다. “실비아.” 나는 무릎을 꿇어 실비아와 눈높이를 맞추고 그 턱을 한 손으로 들어올리면서 눈동자를 지긋이 바라봤다. “네, 네힛?!” “그렇게 자기 비하를 하지 마. 자기 외모에 자신감 있는 거 아니었어? 나한테 처음 받아달라고 했을 땐 분명 그렇게 말 했었잖아. 왜 그런 소리를 해? 가슴 크기랑 상관없이 넌 예뻐. 네가 그렇게 자기 비하를 하면, 널 보고 커져버린 나까지 비하하는 꼴이 되어버리잖아.” 그리고는 될 수 있는 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폼 좀 잡아 봤어. 방금 발기한 물건으로 뺨을 때린 놈이 할 말은 아니지 않냐고? 나도 알아. 그래도 어때. 중요한 건 실비아한테 먹히느냐 먹히지 않느냐 인걸. 그리고 내 행동은 실비아에게 확실히 먹혀들었다. “구, 구, 구, 구!” 실비아는 자신의 심장부근을 부여잡고, 비둘기라도 된 것처럼 구구구거렸다. “응?” “하으읏!” 내가 빙그래 미소지어주자, 실비아는 그대로 눈이 돌아가면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시, 실비아?!” 나는 실비아가 욕조 물에 처박히기 전에 황급히 끌어안았다. 하지만 실비아는 대답이 없었다. 그냥 시체인 모양이다. “……주, 죽었어.” 실비아 향년 23세의 꽃다운 나이에 행복사라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그 아리따운 삶을 마감하다. “아, 안 쥭었슙니다아.” 장난이다. 알고 있었어. 제대로 살아있다고 말이야. 심장도 제대로 뛰고 있었고. 오히려 너무 심하게 뛰고 있어서 문제일 정도다. 너무 행복한 상태라 정신 쪽은 살짝 문제가 생긴 것처럼 보였지만. “괜찮아? 씻는 건 조금 쉬었다가 할까?” 왜 고작 씻는 것에 휴식시간까지 넣어야 하는 건지 참으로 의문이었지만, 실비아가 이런 상태니 어쩔 수 없지. “아, 아닙니다! 계속, 계속 하겠습니다.” 내가 걱정스럽게 말하자, 실비아는 양손으로 자신의 뺨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기합을 넣으며 대답했다. 이런 행동을 보면 얘도 생긴 거랑 다르게 육체파라는 게 실감이 된다니까. “그래. 그럼 계속 부탁해.” 조금 불안하긴 했지만, 실비아가 괜찮다니 괜찮겠지. 너무 응석을 받아주는 것도 좋지 않고 말이야. 오히려 이것도 특훈이라고 생각하자. 설마 레이아 말고도 섹스하는데 특훈을 해야 될 상대가 생기게 될 줄이야. 인생이란 모르는 거다. 나는 다시 무릎을 펴고 일어나, 실비아의 코앞에 물건을 들이밀었다. 방금 그렇게 소동이 있었는데도, 내 물건은 전혀 굴하지 않고 여전히 빳빳하게 강도를 유지 중이었다. “네, 네엡!” 그렇게 대답하면서, 실비아는 떨리는 두 손을 천천히 내 물건 쪽으로 가져갔다. “뭐야? 다리 앞쪽은 안 씻어주게?” “핫! 아, 아닙니다! 지금부터….” “아항. 그렇게 내 물건이 만지고 싶었어? 실비아도 야하네. 과연 데리고 다니면서 섹스만해주면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한 여자답군.” “으아! 아, 아, 아, 아닙니다!” “뭐가 아니야? 내 물건 따윈 만지고 싶지 않았다고?” “그, 그런 게…! 흐이이잉. 전, 전 그냥, 그냥…!” “알아. 장난이야. 장난. 진정해. 자, 어서 다리부터 씻겨줘.” 실비아가 다시 또 울 것 같아서, 나는 다급히 진정시켰다. 반응이 좋아서 놀리는 보람은 있지만, 너무 저자세라서 가끔 내가 완전 나쁜 놈 같이 느껴진단 말이야. 우리 사라나 디아나는 놀려도 바로 반격해오고, 레이아는 놀려도 포근하게 감싸주니까 이렇게 죄책감은 안 생기는데. 실비아는 발부터 시작해서 열심히 다리를 씻겨줬지만, 위로 올라오면 올라올수록 점점 행동이 더 느려졌다. 그리고 내 물건 근처까지 올라와서는 완전히 손이 멈춰버렸다. 나는 그런 실비아의 양손을 붙잡고, 내 물건을 쥐게 만들었다. 내 물건에 닿자마자 실비아의 손이, 아니 몸 전체가 덜덜덜덜 진동을 시작해서, 움직이지도 않고 있는데 벌써부터 조금 기분이 좋았다. “거긴 섬세한 곳이니까 손으로 씻겨줘.” “으아으아우…. 네, 네헵!” “오늘 밤 내내 실비아를 괴롭혀줄 곳이니까 구석구석 깨끗하게 말이야.” “흐, 흐으으읏!” 내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실비아는 갑자기 고개를 푹 숙였다. 마치 내 물건을 양 손으로 붙잡고 매달려있는 것처럼, 물건에 무게가 실렸다. 그 상태로 실비아의 허리가 움찔움찔 떨리기 시작했다. “야…너 설마….” “아, 아힙, 아힘이다아….” 아니긴 뭘 아냐. 혀까지 완전히 꼬였는데. 아무래도 실비아는 방금 내 말에 절정을 느낀 모양이다. 아마 나랑 섹스하는 상상이라도 한 거겠지. 과연 몸이 아닌 마음으로 절정을 느끼는 여자. 이거 우리 애들 중에서 제일 절정 느끼기 쉬운 거 아냐? 레벨도 제일 높고 불감증인 실비아가 어쩌다가 이런 꼴이 됐는지. 감개무량할 따름이다. “야. 그래도 제대로 씻겨는 줘야 한다?” 이렇게까지 씻겨주는데 지장이 생기면 스스로 씻을 법도 하지 않냐고? 뭘 모르는 말씀. 지금까지 아리따운 아가씨가 부드러운 손으로 열심히 씻겨줬는데, 갑자기 스스로 씻어봐라. 죽고 싶어질 거야. 실비아 때문에 커진 물건을 씻어야 할 때 특히 더. 실비아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푹 숙인 고개를 끄덕끄덕 위아래로 움직이더니, 내 물건을 붙잡은 양손을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말 할 것도 없이 완전히 대딸이었다. 기분 좋기는 했지만, 일단은 대딸보단 씻는 게 목적이니까. 얼른 씻고 다음 진도로 나가야지. “실비아. 봉부분만 씻겨줄 게 아니라, 주머니 부분이나 끝부분도. 민감한 부분이니까 조심스럽게 주의하면서. 아, 거기 굴곡진 틈 사이도 제대로.” …뭐? 이왕 씻는 건데 제대로 씻는 게 좋잖아. 이건 결고 대딸하는 법을 강의하고 있는 게 아니야. 결국 실비아는 내 물건을 한 번도 정면으로 마주보지 못하고 물건 씻기를 마쳤다. 그리고 최대 난관인 물건을 지나가자,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하앗, 하앗, 하앗, 구, 구원님. 끄, 끝난…겁니까?” 실비아는 하얗게 불태운 모습으로 가뿐 숨을 몰아쉬면서 물었다. “그렇단다. 실비아야. 영원한 목욕은 없는 법이지.” “해, 해, 해냈습니다!” 실비아의 얼굴이 마왕의 토벌하고 모든 사명을 끝마친 용사마냥 환하게 빛이 났다. 너무 그렇게 좋아하지 마라. 너무 좋아하니까 좌절하게 만들고 싶어지잖아. 실제로 실비아의 앞에는 그저 어둠만이 보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응. 이제 내가 실비아를 씻겨주기만 하면 끝이네.” “아, 아, 아, 으아아아아아아…!” 실비아는 무릎을 꿇은 채 양손으로 욕조 바닥을 짚고, 이 세상의 끝이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절규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리액션이 과하지 않냐? “흐윽. 어머니. 아버지. 실비아는 먼저 갑니다. 제 무덤에는 짧은 생이지만 행복했노라고….” 심지어 혼자서 뭔가 유언 같은 걸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과장이 너무 심하다니까. 괜찮아. 죽진 않을 거야. …아마.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91==================== 의뢰 준비 “벌써부터 그런 반응이어선 섹스는 어떻게 하려고 그래?” “우…하, 하지만….” “하지만 뭐? 너 나랑 섹스하기 싫어? 나 그냥 갈까?” “아, 아, 안됩니다! 흐아아아….” 내가 살짝 욕조에서 나가려는 척을 하자, 실비아가 당황해서 황급히 내 몸을 끌어안고 말렸다. 그리곤 내 가슴에 뺨을 찰싹 붙인 채 흐물흐물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완전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행복해보이네. 이제 죽어도 좋아?” “네…핫! 으아아! 아, 안됩니다!” “안 돼. 이미 늦었어. 죽여줄게.” 나는 실비아의 등에 양손을 가져갔다. “흐이잇!” “피부 매끈매끈하네. 과연 귀족 영애님. 손질이 잘 되있어.” “으아아아…가, 가, 가, 감사….” “고마운 건 나지. 이렇게 잘 가꾼 몸을 고스란히 나한테 바치는 거니까.” “히으으으….” 등을 어루만지면서 그냥 조금 닭살 돋는 말을 던지는 것뿐인데, 그것만으로 실비아는 이제 거의 한계 같았다. 눈이 핑글핑글 돌고 있는 것이, 지금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다. “흐읏! 으응! 히읏!” “방금 그렇게 느끼고는 벌써 또 한계야?” “으읏, 죄, 죄송…히으으응! 합니다….” “아니, 사과할 건 아닌데 말이야. 제대로 느껴주는 건 나도 기쁘고. 다만, 너 절정에 달할 땐 제대로 보고하면서 느껴야 한다?” “보, 흐윽, 보고…말입니까?” “그래. 우리 괘씸한 실비아가 제대로 섹스를 하기도 전에 얼마나 느꼈는지 카운트 해둬야지. 난 이렇게 빳빳하게 서있는데도 꾹 참고 실비아를 씻겨주고 있는데 말이야.” “우읏…죄, 하응! 차, 참겠….” 실비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몸에 힘을 꽉 줬다. 하지만 이런 건 원래 참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야. 오히려 참으려고 하면 참으려고 할수록 더 의식이 되는 건지, 실비아의 몸의 떨림이 점점 더 거세져갔다. “후으읏! 으읏! 흐응!” 몸에서 점점 힘이 빠지면서 실비아의 등이 활모양으로 휘면서 내 몸에 바짝 밀착하게 됐는데, 덕분에 내 물건 끝이 실지아의 옴폭 패인 배꼽으로 들어갔다. 그 상태에서 실비아의 몸은 점점 더 크게 떨려왔고, 특히 허리 부근의 떨림이 점차 심해졌다. 그리고 내 손이 등에서 엉덩이부근으로 내려가자, 이제는 자신의 음부를 내 허벅지에 비벼대듯이 움찔움찔 떨기 시작했다. “흐으응…흐아으으읏!” “기분 좋아?” 내가 실비아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주무르면서 속삭이자, 실비아는 이제 대답할 여력도 없다는 듯 얼굴을 내 가슴에 파묻은 채 고개만 끄덕이면서 흐느꼈다. “하지만 아직 좀 더 기분 좋아질 수 있어. 자….” 나는 실비아의 엉덩이를 주무르던 손을 살짝 내리고, 실비아의 허벅지 안쪽으로 손을 미끄러뜨렸다. 그리고는 실비아의 음부에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은 채, 허벅지 안쪽에 손을 왕복시키면서 씻겨나갔다. “하으으으! 으으응! 하아아앙!” 음부에 닿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닿지 않자 더 안타까워졌는지, 실비아는 내 허벅지에 비벼대던 음부를 더 강하게 마찰시켜갔다. “오르가슴을 느낄 땐 보고하는 거 잊으면 안 돼.” “지, 히으응! 지금! 저, 저…! 히으읏! 흐아아아앙!” 내 경고와 동시에, 실비아는 그렇게 외치면서 허리를 앞뒤로 덜컥덜컥 고장 난 것처럼 움직이면서 절정에 달해버렸다. 내 가슴에 뺨을 대고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면서, 실비아는 그저 허리만 간헐적으로 움찔움찔 떠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아까 것까지 포함해서 벌써 두 번째. 아직 절반도 안 씻었는데 벌써부터 이래서야….” “제…흐읏, 제성햠니다아….” 쾌감으로 뇌가 곤죽이라도 된 것 같은 반응이다. 뭐, 정신적 쾌감으로 오르가슴을 느끼는 애니까 더 그런 것도 있겠지만. 하지만 이래서야 정말로 너무한 거 아닌가? 아직 섹스는 시작도 안 했다고? 나도 섹스하고 싶은 걸 필사적으로 참으면서 이러고 있는 건데! 물론 실비아를 괴롭히는 건 이건 이거대로 나름 즐겁긴 하지만, 그래도 역시 빳빳하게 선 물건을 계속 방치한 채로 이러는 건 조금 괴롭다. 좋아. 이제부턴 나도 조금 즐기면서 해볼까. 나는 축 늘어진 실비아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고 들어 올린 후, 180도 빙글 돌려서 내게 등을 기대고 앉게 만들었다. 빳빳하게 선 내 물건 위에 실비아를 앉히고, 실비아의 다리를 가지런히 모아서 내 물건을 그 부드러운 허벅지로 꽉 잡아준다. 전체적으로 가녀리고 호리호리한 몸매라서 실비아의 음부 바로 밑은 허벅지가 맞닿지 않고 공간이 조금 넉넉하게 남았지만, 그런 건 내 물건의 크기로 커버할 수 있었다. 가슴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 쓸데없는 살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실비아이기 때문에 과연 이 자세는 어떨까 생각했지만, 의외로 괜찮았다. 살집은 없지만 허벅지와 음부의 부드러운 살결이 물건을 감싸는 감촉은 꽤나 훌륭했다. 좋아. 이걸로 됐어. “흐으으으응!” 내가 시험 삼아서 허리를 살짝 앞뒤로 움직여보자, 실비아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몸을 더더욱 깊숙이 내 품안에 가라앉혔다. 허리는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고, 물건에 맞닿아있는 음부에서는 푸슛푸슛 애액이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 딱히 허벅지 사이에 물건을 비벼대는 유사 성행위를 할 생각은 없다. 적어도 나 스스로는 말이다. 지금은 그냥 잠깐 위치가 제대로 됐는지 시험을 해봤을 뿐이야. 난 이대로 계속 실비아의 몸을 씻어나갈 거다. 그럼 비벼주는 건 실비아가 알아서 해줄 거라는 계산이다. 잠깐 허리를 움직인 정도로 이렇게 반응할 정도면, 분명 내가 씻겨주는 동안 열심히 허리를 움직여 주겠지. 아무리 내 물건과 맞닿아있다고는 하지만, 물에 잠겨있는데도 분수를 뿜는 게 느껴질 정도면 상당히 격렬히 뿜어댔다는 얘기니까. 그건 그렇고 실비아가 절정을 느낀 횟수는 한 번 더 추가해서 총 세 번인가. 보고하지 않은 건 괘씸하지만, 이번엔 어쩔 수 없었다는 걸로 넘어가주지. 다음은 없다고? 아무튼 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을 계속 하기로 했다. 할 일을 하면서 쾌감도 느낄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행위다. 최고 아냐? 난 역시 머리가 좋아. 나는 스스로 자화자찬하면서 실비아의 귓불에 손을 가져다댔다. 역시 여기도 제대로 씻겨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이번엔 어떤 귀여운 반응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흐, 으, 아…우…. 우아….”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검지와 엄지로 비비듯이 실비아의 귀여운 귀를 열심히 문질러대도 실비아의 반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저 목에서 저도 모르게 새어나오는 것 같은 신음소리를 흘리면서, 가끔 허리부근을 움찔움찔 떨 뿐이었다. 물론 귀를 만진 것만으로도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게 엄청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 내가 만지는 애는 다름 아닌 실비아다. 내가 끌어안기만 해도 기절하려고 하는 바로 그 실비아. 이 반응은 이상하지 않아? 나는 고개를 숙여서 내 품안에서 축 처져있는 실비아의 얼굴을 엿봤다. …아아. 과연. 이래서 그랬던 건가. 실비아의 표정을 보자마자, 나는 실비아의 반응을 바로 납득할 수 있었다. 실비아의 눈은 위로 까뒤집혀져서 거의 흰자만 보이는 상태가 되어있었고, 헤 벌린 입에서는 귀여운 혀가 축 늘어진 채 살짝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 혀끝에서 침이 뚝뚝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게, 실비아가 현재 스스로의 몸 컨트롤이 얼마나 안 되고 있는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시험 삼아서 실비아의 눈앞에 손바닥을 펼친 채 좌우로 흔들어봤다. 결과는 역시나 무반응. 뭐, 애초에 눈동자가 까뒤집혀져 반쯤 보이지 않는 모습에서 이미 예상하고 있었지만 말이야. 이거 어쩌지? 살짝 허리를 앞뒤로 흔들면 여전히 움찔움찔 반응하는 것이, 완전히 기절하지는 않은 모양이지만 말이야. 스킬을 쓰지 않는 이상 신체적 쾌감은 전혀 느낄 수 없는 실비아다. 아예 정신을 잃었으면 아무리 성감대를 자극해봤자 전혀 반응이 없을 테니까. 일단은 실비아가 조금 몸을 가눌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하나? 자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반응도 거의 보이지 않는 애를 가지고 노는 것도 재밌지 않으니까. 그렇다고 해서 몸 앞부분을 씻겨줬다가는,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정신을 잃어버릴 거다. 그래. 이틈에 제일 반응이 평범할 팔을 씻겨주는 걸로 하자. 아무리 실비아라고 해도, 팔을 씻겨주는 걸로 정신을 잃지는 않을 거다. …아마. 나는 축 늘어진 실비아의 팔을 붙잡고 어깨부터 마사지하듯 힘있게 씻겨나갔다. 역시 가늘다. 이 가녀린 팔에서 어떻게 내 몸을 메칠 수 있을 정도의 괴력이 나오는 걸까. 아무리 이 세계가 스탯으로 능력치가 결정되는 세계라고는 해도, 보통 실비아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잘 없을 텐데 말이야. 사라만 해도 몸 전체가 튕길 듯 탄력 있는 몸을 하고 있고, 앨리시아도, 그리고 어제 봤던 미리엘도 여자치곤 상당히 근육이 발달한 몸매였다. 얜 태생이 귀족 영애니, 뭔가 근육이 커지지 않게 관리라도 받은 걸까? 뭐,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말이야. 난 근육이 있든 없든 예쁘면 그만이란 사상의 소유자니까. 물론 너무 우락부락한 건 조금 그렇지만, 이 세계는 우락부락한 여성이 웬만해선 나오기 힘든 구조로 되어있다. 그렇게 우락부락해질 정도로 단련을 하려면 자연히 레벨도 그 나름대로 올려야 할 테고, 그러면 레벨 보정으로 미모에도 보정이 들어가서 보기 근육도 보기 좋은 수준으로 바뀐다. 참 잘 만들어진 세계란 말이야. 역시 여신님이야. “하우으으으…구, 구원니임….” 아무래도 좋을 생각을 하면서 한 팔을 다 씻기고, 나머지 한 팔도 손끝까지 다 씻겼을 때, 그때까지 축 늘어져있던 실비아의 손이 내 손에 깍지를 끼면서 꽉 붙잡았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 “네헤…저허….” 여전히 혀가 풀린 걸 보니 아직 완전히 몸을 가눌 수 있게 된 건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대답을 할 수 있을 정도로는 회복된 모양이다. 이제 슬슬 다음 진도를 빼볼까. 나는 실비아와 깍지를 낀 손을 천천히 풀고, 양손으로 실비아의 목을 감쌌다. 매끈한 목을 지나서, 판판한 실비아의 가슴에. 사실 여기도 조금 놀리면서 괴롭히고 싶지만, 이 이상 자극하면 그냥 바로 기절을 해버릴 것 같아서 나는 참기로 했다. 제길. 중요한 포인트를 그냥 지나쳐야 한다니. 맛있는 건 나중에 먹는 내 습관이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이야. “우읏, 읏, 우으으읏….” 애무를 하는 것이 아닌 정말로 씻기만 하는 무미건조한 손놀림으로 실비아의 가슴을 씻겨주고 아래로 내려가려고 하자, 움찔움찔 떨며 신음하던 실비아의 입에서 구슬픈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실비아? 왜 그래?” “구, 구원님은…역시 저처럼 가슴이 없는 건 싫으십니까?” 역시 엄청 신경 쓰고 있었구나. 가슴이 작은 거라고 말하지 않고 없는 거라고 말하는 점에서, 특히 실비아의 처절함이 느껴졌다. 난 이 가슴도 나름 개성적이고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실비아야.” “네, 네엣?” “아무래도 넌 날 얕보고 있는 모양이구나. 난 말이지…가슴이라면 다 좋아!” “히야아아아아앗!”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실비아의 가슴 판에 손을 대고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볼록 솟아오른 실비아의 유두를 빙글빙글 돌렸다. “모처럼 사람이 기절하지 않도록 그냥 지나쳐줬더니, 뭐가 어쩌고 어째? 이젠 몰라! 기절하든지 말든지! 그렇게 원하는 것 같으니 철저히 이 납작한 가슴을 괴롭혀주지. 내 가슴 사랑을 보여주겠어!” “흐앗! 제, 히응! 제셩! 하응! 제셩합니다아!” “이미 늦었어!” 내가 실비아의 유두를 붙잡고 꼬집듯이 앞으로 끌어당기자, 실비아의 허리가 앞뒤로 덜컥덜컥 떨리면서 다시 한 번 분수를 뿜었다. 아, 내 물건도 비벼져서 엄청 기분 좋아. “아직 부족하냐?! 더 해줬으면 좋겠지?! 더?!” “제, 흐잉! 제성, 흐으으응!” 결국 나는 실비아를 가슴으로 두 번 더 절정에 달하게 만든 후에나 그 유두를 해방시켜줬다. “이걸로 만족했겠지?” “네, 네헤에엣….” 실비아는 허벅지사이를 마찰시키면서, 완전히 풀린 혀로 멍하니 대답했다. 박아달라고 유혹하고 있는 거냐? 이 녀석. 아직 목욕타임은 끝나지 않았다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92==================== 의뢰 준비 나는 다시 축 늘어진 실비아의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넣고,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이제 기절하든 말든 신경 안 쓰기로 마음먹은 거다. 난 철저하게 내 할 일을 해주겠어. “실비아. 이제부터 다리를 씻어줄 테니까 제대로 서있어. 명령이야.” “하앗, 하아, 하아읏, 네, 후읏, 네헤….” 나는 실비아를 돌아 세워서 내 쪽을 바라보게 만들고, 양팔로는 내 어깨를 짚게 만들었다. 실비아의 가녀린 다리는 허벅지가 맞대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좌우로 심하게 후들거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왕실친위대까지 올라간 기사님이시다. 실비아는 근성으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제어하며 어떻게든 버텨내고 서있었다. 나는 그런 실비아의 힘겨워 보이는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그 귀여운 발에 손을 뻗었다. 발목을 잡아서 발을 들어올리고,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꼼꼼하게 씻겨준다. 내 손가락이 발가락 사이로 파고들어 갔을 때 실비아의 한발로 버티고 있던 실비아의 무릎이 풀썩 꺾였지만, 그래도 실비아는 내 어깨를 짚은 양팔에 힘을 줘서 근성으로 쓰러지지 않고 버텨냈다. 그래봤자 쓰러지는 건 시간문제로 보이지만. 나는 양손으로 실비아의 발목을 감싸고 그대로 쭉 종아리를 지나 허벅지 위쪽까지 쓸어 올렸다. “하으으응! 크흐응! 크흣! 흐으응!” 물론 한 번이 아니라 계속해서 몇 번이나. 실비아의 왼쪽 다리를 쓸어 올릴 때는 내 왼손이, 오른쪽 다리를 쓸어올 릴 때는 내 오른손이 실비아의 음부에 아슬아슬하게 닿을 정도까지 올라갔기 때문에, 그때마다 실비아의 다리는 더욱더 후들후들 떨렸다. “실비아. 그렇게 다리를 오므리고 있으면 씻어주기 힘들잖아. 좀 더 제대로 다리를 펴고 서.” “네, 흐으응! 네에엣!” 실비아는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끄덕이면서 필사적으로 다리를 벌렸다. 그러자 실비아의 가랑이 사이에서 끈적끈적한 액체가 길게 늘어지면서 욕조 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나는 그렇게 애액을 끊임없이 생성하고 있는 비부에 무신경하게 손을 가져다댔다. “흐으으응!” 그저 닿은 것뿐인데, 드디어 실비아의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렸다. 뭐, 내가 가랑이 사이에 넣은 손으로 버티고 있으니 쓰러지지는 않았지만. 하지만 손바닥이 축축하다. 이 녀석 또 절정에 달했어. 대체 몇 번째야. 난 아직 한 번도 못 쌌는데. 정말로 괘씸하기 짝이 없다. 정말 이 녀석 나랑 섹스하면 버틸 수 있는 거야? 여기서 스킬까지 써버리면 얜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대체 전엔 어떻게 버틴 거지? 응? 잠깐. 나는 뭔가가 마음에 걸렸다. 그러고 보니 오히려 스킬을 썼을 때 더 잘 버텼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실비아는 언제나 생사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흐느끼므로 비교하기 힘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스킬을 쓸 때 이정도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거 설마…. 나는 한 가지 가정을 생각해냈다. 당장 시험해보지 않으면. 나는 음부아래를 받치고 있던 손을 살짝 뺀 후, 중지와 약지에 성자의 성수를 담은 침을 묻히고 다시 손을 허벅지 사이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손가락 두 개를 살짝 접어서 실비아의 음부 안쪽으로 침투시켰다. “하으으! 아아…으으읏!” 꾹꾹 조여 오는 음부의 압력을 버텨내면서, 안에 넣은 중지와 약지를 살짝 접어 나는 목적의 장소를 찾아낸다. 일명 지스팟이라고 불리는 곳. 성감대가 없는 실비아에게는 의미 없는 곳이지만, 이왕 성자의 성수를 바르려면 원래 성감대인 장소에 발라주는 게 여러모로 편하잖아? 주로 내가 실비아를 자극할 때 말이야. 그렇게 지스팟에 성자의 성수를 발라주고, 이번엔 직접 입을 가져다대어 음핵에도 성자의 성수를 발라줬다. 이걸로 됐어. 나는 음부 밑을 지지하고 있는 손으로 실비아의 음부 전체를 완전히 덮었다. 그리고 손바닥에 느껴지는 음핵의 느끼면서, 손을 앞뒤로 격렬하게 진동시켰다. “후으응! 하앙! 이, 이거…!” “그래. 기분 좋지?” “우읏! 기, 기분…흐으응! 흐읏!” 실비아는 이제 상체를 완전히 기울여서 내 머리를 끌어안고는 쾌감에 허덕였다. 자, 어디 다시 한 번 느껴봐라. 내 생각이 맞는지 보여 달라고. “흐응! 흐읏! 아, 저, 저, 또…후으으응!” 성자의 성수가 발라져서 일시적으로 성감대가 된 지스팟과 음핵을 사정없이 공략당하여, 실비아는 또 다시 허무할 정도로 간단히 절정에 달했다. “하앗, 하앗, 하앗, 구, 구원니임….” 내 뒷머리에 얼굴을 파묻고, 실비아는 허덕이면서 내 이름을 중얼거렸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원래대로라면, 실비아는 이번에 느끼면서 기절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실비아는 제대로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고, 심지어 절정을 느낄 때 제대로 보고도 했다. 오히려 스킬을 쓰지 않을 때보다 더 또렷하게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거다. 이렇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실비아는 내가 자신을 애무해준다는 정신적 만족감에 쾌감을 느낀다. 그러니 스킬을 쓰지 않고 내가 어루만지면 내가 만져준다는 사실에만 완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그로서 엄청난 쾌감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스킬을 쓰고 어루만지면? 육체적 쾌감에 익숙지 않은 실비아는, 내가 어루만져 준다는 사실보다는 육체적 쾌감에 집중하게 되어버린다. 오히려 정신적 만족감은 떨어지게 되는 거다. 그리고 아무리 실비아가 육체적 쾌감에 익숙지 않다고 하더라도, 실비아의 레벨은 나보다 확연히 높다. 내 스킬로 주는 쾌감보다는 정신적 만족감으로 얻는 쾌감이 더 크다는 말이다. 즉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런 거다. 내가 스킬을 사용해서 실비아를 자극하면 육체적 쾌감을 얻는 대신 정신적 만족감은 살짝 떨어져서, 오히려 전체적인 쾌감의 정도는 떨어지게 된다는 말이다. 덕분에 실비아도 이렇게 기절하지 않고 버티고 있을 수 있는 거고.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하지만 실비아를 더 효과적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아니, 기절시키지 않고 어루만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미 음부를 끝으로 실비아의 전신을 전부 씻기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의미가 살짝 퇴색 되지만 말이다. 아니, 응용하면 지금부터라도 써먹을 수 있나? 내가 실비아의 음부에서 손을 떼자, 실비아의 하반신이 허물어지면서 그대로 찰싹하고 내 몸에 부딪혔다. 여전히 상반신 전체로 내 머리를 감싸 안고 있었기 때문에, 실비아의 하반신의 위치는 조금만 허리를 내리면 삽입할 수 있는 위치로 오게 됐다. “실비아.” “흐잇! 네, 넷?!” 가슴에 닿아있던 내 입이 움직이자 애무하는 거라고 생각한 건지, 실비아의 몸이 다시 움찔하고 떨렸다. “너 내가 씻겨주는 동안 몇 번 절정에 달했는지 기억해?” “흐, 흐에엣?! 그, 그게…그러니까….” 뒤통수언저리에서 실비아의 손가락이 꼬물꼬물 움직이는 게 느껴졌다. 지금부터 세보는 거냐. “여…여섯…번…?” “여덟 번이다 이것아!” “히야아응!” 내가 실비아의 엉덩이를 가볍게 찰싹 두들기자, 실비아가 묘한 신음 소리를 냈다. 자신이 오르가슴을 느낀 횟수마저 틀리다니. 대체 뭘 빼먹은 거야. “난 한 번도 싸지 못했는데 혼자서 여덟 번이나 절정을 느끼다니! 괘씸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죄, 쿠흐응. 죄송합니다.” “죄송하단 말로 끝나면 경차…아니, 이 세계는 경비대? 아무튼 그런 건 필요 없어! 지금부터 벌 받을 시간이다!” “버, 벌…말입니까?” 실비아는 오들오들 떨면서 가련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8번이니까 앞으로 8년 동안은 실비아랑은 쳐다보지도 않는 걸로….”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발 그것만은! 뭐든 하겠습니다! 제발! 구원님!” 실비아는 펑펑 울면서 엄청난 기세로 사과해오기 시작했다. 아니. 농담이야. 8일도 아니도 8년이라니. 그럴 리가 없잖아. 괜히 사람 양심 찔리게 그렇게 울지 마라. “정말이야? 정말 뭐든지 할 거야?” 하지만 난 철면피를 뒤집어쓰고 속마음은 내색하지 않은 채로 실비아에게 계속해서 말을했다. “정말입니다! 뭐든 시켜주십쇼! 그러니 제발!”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알았어. 그럼 우선…스스로 넣어.” “네, 넷!” 실비아는 곧장 내 물건을 붙잡고 스스로 허리를 내려서 한 번에 끝까지 삽입했다. 나랑 얼굴도 마주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게 얼마나 두려웠던 건지, 지금 나랑 이어졌다는 사실에 정신적 쾌감을 느낄 여유도 없는 모양이다. 아무런 쾌감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두려운 눈빛으로 내 눈을 엿보고 있었다. 성자의 성수는 방금 전 절정을 느끼면서 풀렸고 말이지. “그럼…이제 허리를 움직여서 네가 절정에 달한 만큼, 그러니까 8번 날 싸게 만들어.” 실비아는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면서 열심히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역시나 기교는 별로 없지만, 일단 신체능력이 좋은 만큼 빠르고 강하게 움직이면서 내 물건을 자극한다. 그리고 레벨이 높아서 특히 상태가 좋게 느껴지는 음부 안쪽은 무서울 정도로 꾹꾹 내 물건 전체를 쥐어짜듯이 잡아오면서 놔주고 놓질 않는다. 음부에서 빼낼 때마저 끝까지 붙잡고 늘어지겠다는 듯이 물건을 감싸며 올라가는 감촉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기분 좋다. 거기에 더해 지금까지 계속 참아왔던 상황이라, 나는 당장이라도 실비아의 안쪽에 사정을 할 것 같았다. 아니, 이제 이렇게 참을 필요 없나. “실비아 일단 한 번 싼다.” “네! 부탁드립니다!” 내 사정을 유도하듯이 실비아는 열심히 허리를 움직여 줬고, 내 물건이 폭발하는 것과 동시에 허리를 깊숙이 내리고 음부를 앞뒤로 문지르듯 움직이면서 꾹꾹 조여 줬다. “이, 이제 일곱 번….” 그리고 내 사정이 끝나자마자, 실비아는 다시 움직이려고 했다. “실비아 잠깐.” “네, 넷? 뭐, 뭔가 문제라도…?” 아니, 그 태도가 문제인데. 같이 기분 좋아져야지. 그렇게 두려워하고만 있으면 나도 왠지 억지로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안 나잖아. 뭐, 내 탓이지만. 어쩔 수 없지. 방금 알아낸 실비아의 특성을 이용해서 좀 더 오래 하고 싶었는데. 죄책감 때문에 안 되겠다. “실비아. 아까 내가 얼굴도 보지 않을 거라고 한 거 말이야.” “네, 흐윽. 네.” 실비아는 무슨 말을 예상하는 건지, 다시 울 것 같은 표정이 됐다. “농담이었어.” “…에?” “농담이었다고. 아니. 생각을 해봐. 내가 무슨 감정 없는 기계도 아니고. 너한테 그 정도 정도 안 들었을 거 같아? 걱정 마. 이래 봬도 난 꽤나 널 소중히 생각하고 있다고.” 우리 애들이 있으니까 잘 티를 안내는 것뿐이지.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두려워할 거 없어. 그럴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 “아, 아, 아, 구, 구원니임…!” 실비아의 눈에서 다시 눈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울지 말라니까. 어쩔 수 없지. 충격 요법을 사용하도록 할까. “그러니까 이제 좀 느끼는 게 어때?” “네?” 내 생뚱맞은 말에 실비아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실비아. 지금 상황을 봐. 우린 이렇게 연인처럼 서로 끌어안고 앉아서 연결되어있는 상태고, 지금 네 뱃속엔 내가 막 사정을 한 직후야. 뭐 느껴지는 거 없어?” 내가 그렇게 속삭임과 동시에, 실비아가 주는 압력이 꾸우우욱하고 순식간에 상승했다. “아, 아, 아, 아우아아아…!” 그리고는 실비아의 온몸이 다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 이래야 실비아답지. 정신적 쾌감을 덜 느끼게 해서 좀 더 오래 해보려고 했지만, 역시 서로 제대로 쾌감을 느끼면서 하는 섹스가 제일이야. “아, 그래도 기절은 하지 마라. 아직 일곱 번 남았다. 방금 전엔 그동안 쭉 참아 와서 금방 쌌지만, 나머지 일곱 번은 그렇게 쉽지 않을 거야.” “안돼안돼안돼! 안됩니다! 못 버팁니다! 죽습니다!” “힘내. 포기하지 마. 넌 할 수 있어. 뭐든 하겠다고 했던 그 말은 거짓말이었어?” “하지만하지만하지만!” “피임 마법을 뚫고 임신할 정도로 듬뿍 네 배 안에 싸줄 테니까 말이야.” “흐아아아아앙!” 내가 실비아의 배를 어루만지면서 속삭이자, 실비아는 또 다시 절정에 달해버렸다. 이래선 갈 길이 멀었구나. 제대로 일곱 번 쌀 수 있으려나? 실비아야. 얼굴도 안 본다고 한 건 농담이었지만, 여덟 번 쌀 때까지 할 거란 건 농담이 아니었다고? “어쩔 수 없지. 힘든 것 같으니 내가 조금 도와줄까.” 나는 실비아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았다. 물론 내가 이렇게 주도적으로 움직이면 실비아의 정신적 만족감은 더 커지고, 그에따라 실비아는 더 버티기 힘들어진다. “아, 안…흐이이잇!” 그걸 깨달았는지 실비아도 멈춰보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사정 직후에도 힘을 잃지 않고 여전히 늠름한 내 물건을 조금 후퇴시켰다가, 실비아의 안쪽을 강하게 찔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은 밤새 스킬을 아예 안 쓰고 하도록 할까. 나는 지독한 쾌감에 흐느끼는 실비아를 바라보면서, 더욱더 잔인한 결정을 내렸다. “저, 후앗! 죽, 흐잉! 죽어…!” 살아남아라. 실비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93==================== 의뢰 준비 “자네는 대체 실비아양에게 무슨 짓을 한 겐가?” “아니. 그냥 평범하게 한 것뿐인데….” “그럼 저 모습은 뭔가?!” 디아나는 식당 구석에서 찌그러져서 나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있는 실비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걸 나한테 물어봐도…. 야. 실비아.” “히이이익! 네, 넵!” “너 왜 그러냐?” “아, 아,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니긴. 그보다 적어도 대답할 때 정돈 사람 얼굴을 보고 해라.” “히으으응! 아, 아, 안됩니다! 무리무리! 무리입니다!” 내가 실비아에게 다가가서 억지로 얼굴을 돌리려고 하자, 실비아가 바들바들 떨면서 필사적으로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뭐가 무리라는 건데?” “우으으으…지, 지금 얼굴 보면 느낍니다!” 내가 얼굴을 붙잡고 있는 것도 견디기 힘든 건지, 결국 실비아가 양심 고백을 해왔다. “뭐, 뭐?!” “지금 얼굴 보면, 그러니까, 그, 어젯밤 생각이 나서…느, 느껴버립니다!” “…….” 나는 실비아의 얼굴을 놔줄 수밖에 없었다. 그런 거였어? 뭐 확실히 일어났을 때도 기절을 하기는 했지만…그냥 힐링 섹스 때문인 줄 알았는데. 사실 실비아는 오늘 벌써 기절을 한 번 했었다. 어젯밤에 기어코 여덟 번 사정을 끝낸 나는 당연히 힐링 섹스를 위해 실비아와 연결된 채로 잠을 잤고, 아침에 일어난 후에도 실비아가 일어날 때까지 그대로 있었다. 그리고 실비아는 눈을 뜨자마자 멍한 표정으로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커다란 눈을 몇 번 끔뻑끔뻑 움직이더니, 갑자기 급속도로 진동을 시작했다. “구, 구, 구, 엣? 세, 세, 세, 히우으으으으….” 이상이 실비아가 일어나서 다시 기절할 때까지 내뱉은 말의 전부다. 실비아는 일어나마자자 곧장 내 가슴에 다시 얼굴을 처박고 기절하면서, 허리를 부들부들 떨었다. 일어나자마자 절정을 느끼면서 기절하다니. 하여간 곤란한 녀석이 아닐 수 없다. 뭐, 기절한 본인은 이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한 표정으로 기절해있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난 실비아가 다시 일어나기 전에 결합을 풀고 먼저 옷을 입을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 다시 일어난 실비아는 그 이후로 계속 이렇게 나에게서 떨어져서 얼굴도 안보고 있었다. 그게 설마 얼굴만 봐도 위험할 수준이라서 그런 거였다니. 어제 그렇게 해댔으니 조금 내성이 붙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났나? 정신적 만족감으로 쾌감을 느끼는 애한테 너도 나름 소중하다고 했던 게 어쩌면 가장 큰 문제였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걸로 알았지? 난 잘해준 것밖에 없어.” “…그, 그렇구먼.” 실비아의 외침에 과연 디아나라도 기가 막혔던 건지, 디아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우리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구석에 있는 실비아는 무시하고 식사를 하기로 했다. “구원, 아라크네 클랜에는 언제 갈 생각이야?” “응? 밥 먹으면 바로 갈 생각인데.” “꽤, 꽤나 급하게 가네요.” “응. 이런 건 빨리빨리 처리해버려야지.” “준비는 다 끝난 겐가?” “준비랄 게 있겠어? 난 그냥 뒤에서 성자 스킬만 몇 번 쏴주면 되는 건데.” “무슨 소리인가! 5계층에 가는 걸세! 자네 레벨에 5계층에 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제대로 알고 있는 겐가?! 만약의 일이 생기면 이 몸은…이 몸은….” “미안. 그래도 걱정 마. 6계층에서도 날고 긴다는 아라크네 클랜의 간부들이 총출동하는 거잖아. 설마 그렇게 위험하겠어?” “아무리 그래도 던전에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걸세! 당장 실비아양만 해도 개미굴에서 위험에 처한 적이 있지 않은가! 만약 그런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면, 그자들은 스스로의 몸을 던져서 자네를 지키려고 하지 않을 걸세. 결국 마지막엔 스스로에게 달려있다는 말일세.” 그거야 그렇다. 미리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킬 거라고 확언했지만, 막상 자기 목숨이 경각에 놓이게 된 상황이 들이닥친다면 그런 약속을 지킬 수 있을 리가 없다. “응. 미안. 조심할게.” “…여, 역시 의뢰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디아나의 말을 듣고 불안해진 건지, 레이아가 안절부절못하면서 내 안색을 살폈다. “아니. 거기 클랜장이 이미 마나의 계약까지 썼거든. 그렇게는 못해.” “…구원. 정말로 조심해야 돼.” 사라까지도 걱정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내 손을 꽉 붙잡았다. “…이 몸이 레벨만 조금 더 높았다면 같이 따라가겠네만….” 디아나는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사실 준비기간이 한 달 정도 된다면 가능한 얘기이긴 하다. 차라리 실비아와 섹스를 엄청나게 해서 내 레벨을 실비아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그걸 바탕으로 디아나의 레벨을 집중적으로 올려주면 되는 거니까. 뭐, 그러려면 내가 한 달 내내 실비아하고 디아나만 안고 있어야 되기는 하겠지만. 뭐, 아무튼 이래저래 불가능한 얘기라는 거다. “…저, 저기…!” 그때 구석에 처박혀있던 실비아가 갑자기 소리를 높였다. 여전히 내 얼굴을 보기 힘든지 눈은 꽉 감고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 고개는 이쪽을 향해있었다. “그, 그렇다면, 제, 제가 따라가는 건 어떻겠습니까?!” 실비아는 그런 말을 외쳤다. “응? 네가? 아니, 너 레벨이….” 아마 미리엘이랑은 비교가 안 되게 낮을 텐데? 미리엘의 레벨은 내 애널라이즈로 확인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에 반해 실비아의 레벨은 아직 187. 분명 나하고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지만, 그래도 5계층에 가기에는…아니 잠깐. 앨리시아는 실비아보다 레벨이 좀 더 낮지 않았던가? 간부 전원이 간다고 했으니, 분명 앨리시아도 이번 의뢰에 참가할 텐데? “실비아양 자네 기사직 레벨이 어떻게 되는가?” “184입니다.” 예상 외로 엄청나게 높았다. 뭐야 얘. 직업 레벨이란 거 올리기 힘든 거 아니었어? 내 무투가 레벨은 아직도 60대에서 놀고 있는데. 그런가. 어렸을 때부터 레벨은 미리 왕창 올려놨었으니까, 남는 시간에 기사 수행만 엄청나게 한 건가. “흠…확실히 직업 레벨은 충분하네만…게다실비아양은 던전에 익숙지 않으니…5계층의 주인과 싸울 때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고….” 디아나는 턱에 손을 대고 고심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곧 고개를 들고 곧은 눈동자로 실비아를 쳐다봤다. “실비아양, 괜찮겠나? 확실히 자네 직업 레벨은 5계층을 다니는 여타 모험가들에게 전혀 뒤지지 않네. 하지만 자네는 던전에 익숙지 않네. 이 몸들 셋을 감싸기 위해서였다고는 하지만, 고작 2계층 보다 조금 더 강한 개미굴에서 그 정도 상처를 입었을 정도로 말일세. 아마 5계층의 주인과 싸울 때는 그 이상으로 위험할 걸세. 그래도….” 디아나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았다는 듯, 실비아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전 괜찮습니다! 구원님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그보다…그, 여러분이야말로 제가 가도 괜찮은 겁니까?” “음? 무슨 소리인가?” “여러분은 구원님을 며칠 동안 못 보시는데, 저 같은 게 구원님과….” “실비아씨.” 실비아의 말에 레이아가 마치 혼내는 것처럼 실비아의 이름을 불렀다. “저 같은 거라니. 그런 말씀하지 마세요. 실비아씨도 소중한 저의 동료인 걸요.” “그래요 실비아. 그리고 아무리 우리라도 그렇게까지 질투심이 강하지는 않다고요.” 사라도 옆에서 시원스런 미소를 지으면서 긍정해줬다. “어? 질투 안 해주는 거야? 나 상처받았어!” “바보야! 지금은 당신 목숨이 먼저잖아!” 난 괜히 사라를 놀리려다가 한 대 맞았지만. 아무튼 다들 실비아가 의뢰를 따라가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확실히 나로서도 실비아가 따라가면 든든하긴 하다. 얘가 지금은 이렇게 나랑 눈도 못 마주치고 있지만, 또 전투 상황이 되면 제대로 할 일을 할 테니까. 그리고 솔직히 아는 사람이 같이 있는 게 더 편하기도 하고. “하지만 실비아가 따라간다고 해도, 아라크네 클랜 쪽에서 받아들일까? 이미 나 혼자 간다고 얘기해뒀잖아. 걔들 입장에선 짐이 늘어나는 거라고 느낄 수도 있을 텐데?” “음. 그쪽에서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이, 그저 자네의 호위로만 따라가는 거라고 얘기하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실비아양이 던전에서 사용할 짐은 자네가 챙겨 가면 문제없을 테고 말일세. 일단 얘기라도 해보는 게 어떻겠나?” “뭐, 걔들이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일단 얘기를 해볼 가치는 있다는 건가.” “그런 걸세.” “그럼 제가 의뢰를 따라가겠습니다. 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구원님은 절대 안전하게…!” “응. 그렇게 말해주는 건 기쁜데, 이왕이면 네 안전도 챙기면서 하자고. 네가 다치면 우리도 슬프니까.” “하우으읏…네, 네엣….” 힘차게 외치던 실비아의 기세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그럼 실비아양. 아무쪼록 이 자를 잘 부탁….” “잠깐만요!” 그렇게 실비아를 데리고 가는 게 결정됐을 때, 가만히 식사를 하고 있던 마틸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쟨 또 왜 저래? “사정은 전부 파악했어요!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죠! 저도 같이…!” “아니 필요 없어. 그보다 엿듣고 있었던 거냐.” “엿듣다니!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그렇게 당당하게 얘기하고 계셨으면서 무슨 소리인가요?!” 뭐, 그건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남들이 대화하는데 제삼자가 껴드는 건 매너가 아니라고 생각해. “정말 실례되는 남자로군요! 모처럼 제가 도와드리겠다고 하는데.” “아니. 그러니까 필요 없다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죠? 목숨이 걱정 되시는 거죠? 제가 같이 가면….” “아니. 너 뭐 들었냐. 엿들을 거면 좀 제대로 엿들어라. 그쪽 클랜에선 짐이 늘어난다면서 싫어할 수도 있다니까? 실비아는 레벨이 맞는 전투직이니까 그나마 짐이 아니라고 설득할 수 있지만, 넌 사제잖아. 완전히 누가 보호해주지 않으면 안 되는 직업이잖아.” “흐흥!” 마틸다가 갑자기 코웃음을 쳤다. 묘하게 열 받는다. 저거 진짜 연기로 저러는 거 맞아? 원래는 상냥한 성격이라는 거 확실해? “제가 비록 지금은 대사제로 직업을 옮겼지만, 원래는 성기사 출신이었어요. 적어도 그쪽 분만큼은 강할 자신이 있네요.” 내가 알기론 성기사는 아마 100레벨에 전직 가능한 직업이었을 거다. 일단 성직자의 직업은 처음엔 사제로 고정되어있고, 그 이후에 둔기를 이용한 전투와 신체 강화를 주로 사용하는 성직자와 치유 마법을 더 전문적으로 다루는 대사제로 전직이 나뉘는 구조다. 그런데 이 마틸다가 원래는 성기사였다고? 내가 확인을 위해 레이아를 돌아보자, 레이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사정이 대충 짐작은 갔다. 성기사란 건, 아마 대사제보다 대외적인 활동이 많은 위치겠지. 하지만 마틸다는 함부로 밖에 다닐 수 없는 저주에 걸렸으니까 말이다. 그에 따라 신전에서 가만히 지내면서 같은 계열의 직업인 대사제로 직업을 옮긴 거겠지. “아시겠나요? 전투능력도 뛰어나고, 다른 대사제들보다는 조금 뒤쳐진다고는 해도 치유마법마저 가능한 저야말로, 당신을 지킬 수 있는 최고의 인재라는 걸. 그렇군요. 당신이 제발 부탁한다고 머리를 숙인다면 같이 가드리죠!” 마틸다는 자신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아니. 필요 없어.” “어, 어째선 가요!” 그 자신에 찬 얼굴이 순식간에 울상으로 변하며 외쳤다. “너랑 있으면 언제 고자될지 모르잖아.” “그건 제가 좋아해야 가능한 얘기거든요! 누, 누가 당신 같은 사람을!” “마틸다.” “네에….” 내가 목소리를 깔면서 진지한 표정으로 마틸다의 이름을 부르자, 마틸다의 뺨이 곧바로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역시 넌 필요 없어!” “이, 이건 아니에요! 그냥 대답한 것뿐이잖아요?!” 아니기는! 네 방금 눈빛은 완전 사랑에 빠진 여자의 눈빛이었어! 사람이 어쩜 저러냐? 조금 그럴듯한 분위기를 내면서 이름만 불러도 저런 반응이라니! “흠. 마틸다양. 부탁해도 되겠는가?” 하지만 옆에서 듣고 있던 디아나는 갑자기 마틸다에게 그런 말을 건넸다. “디아나?! 너 미쳤어?!” “떼끼! 그게 무슨 말버릇인가!” “하, 하지만! 너도 내가 왜 이러는지 알잖아! 낭군님 고자 만들고 싶어?!” “낭군님이 죽는 것보다는 낫네.” “야! 아무리 그래도!” “그리고. 사실 지금 모습을 보면 그다지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구먼. 여태 잘 해오지 않았나.” “하, 하지만! 그래! 다른 남자도!” “이 몸이 알기론 아라크네 클랜의 간부 중에 남자는 없을 걸세. 5계층에서 다른 남자 모험가를 만날 거라고 생각하기도 힘들고 말일세. 자네만 조심하면 되네.” “구원. 나도 디아나의 말에 찬성이야. 난 구원이 잘 해낼 거라고 믿어.” “그래요. 구원씨. 그리고 만약 구원씨가 불구가 되신다고 하더라도 저희 마음이 변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안심하세요.” 크윽. 사라야. 레이아. 지금의 나에게는 그 다정한 말이 너무 무거워. “결정이군요!” 마틸다는 활짝 웃으면서 날 쳐다봤다. “으악! 이쪽 보고 웃지 마!” “그, 그런 뜻으로 웃은 거 아니거든요?! 정말 실례로군요!”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투표해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294==================== 의뢰 나는 실비아와 마틸다를 데리고 아라크네 클랜 하우스에 찾아왔다. 손주를 챙기는 할머니처럼 이것저것 꼼꼼히 챙겨주는 디아나와, 내 손을 꼭 붙잡고 자신의 가슴에 파묻으면서 잘 다녀오시라고 말해주는 레이아. 그리고 얼굴에 불안한 티는 안 내려고 노력하면서 무사히 안 오면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의미 불명의 말을 건네는 사라의 배웅을 받고나서야 나는 출발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게다가 나서기 직전엔 왠지 애들이 마지막에 실비아를 붙잡고 뭔가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 자기들끼리 쑥덕댄 바람에 괜히 시간을 더 잡아먹어 버렸다. 설마 실비아만 따라온다고 갈군 건 아니겠지? 아니, 우리 애들이 그럴 애들은 절대 아니지만. 그냥 모험가 선배로서 던전이 익숙지 않은 실비아에게 던전에서의 주의사항 같은 걸 말해준 거겠지.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도 꽤나 시간이 지나서, 거의 점심에 가까워질 무렵에야 아라크네 클랜 하우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 마차를 타고 왔으니까 이동시간은 그나마 짧았던 덕분에 그나마 점심 전에는 도착할 수 있었다. 마차로 오게 된 건 마틸다 때문이지만. 가까운 거리라고는 해도 걸어오다가 또 마틸다가 이상한 남자한테 엮이면 귀찮으니까 말이다. 덕분에 내가 마차로 오는 동안 마틸다와 엮이게 됐지만, 뭐 일단 지금은 무사하다. 마차에서 내리기 전에 살짝 확인해봤으니까 확실해. “그래서 얘들 둘도 데려갔으면 좋겠는데.” “굳이 호위를 데려오지 않아도 우리가 알아서 잘 지켜줄 수 있다고 말했을 텐데?” 역시나 미리엘은 그다지 탐탁지 않은 모습이었다. 뭐, 너들을 완전히 믿을 수는 없다고 말하는 꼴이니까 말이야. 자존심을 건드린 거겠지. 미청년같이 시원스레 뻗은 눈매를 조금 찌푸리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 애들이 워낙 걱정이 심해서 말이야. 이해 좀 해줘.” 원래 나이 먹으면 걱정만 는다고들 하잖아. 라는 말은 굳이 생략했다. 디아나야. 내가 이렇게 배려심이 깊단다. “게다가 그 둘도 그쪽 클랜인 거지? 5계층을 다닐 수 있기는 한 건가? 오히려 짐이 늘어나면 곤란한데.” “아, 그건 걱정 마. 얘들 이래 봬도 꽤나 도움이 된다고? 한 명은 왕실친위대의 기사님. 한 명은 세계에서 12명밖에 없다는 추기경님이라고.” “추기경님이라…당신도 드디어 제 위치를 조금 깨달으신 모양이군요. 이래 봬도 라는 말은 꽤나 마음에 안 들지만 말이죠.” 마틸다가 뭔가 떠들어댔지만, 난 철저히 무시하기로 했다. 쟤 상대를 일일이 다 해줬다간 끝이 없으니까. “뭐?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아니, 지고의 대마법사님까지 있는 시점에서 이미 더 말해 입 아픈 얘기인가. 흠…좋아. 그럼 이렇게 하지.” 미리엘은 턱을 괴고 잠깐 생각을 하더니, 몇 가지 조건을 걸어왔다. 일단 실비아와 마틸다는 내 곁에 붙어 있으면서 호위에만 집중할 것. 괜히 전투에 가세한다고 나서봤자, 오히려 팀워크만 흐트러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건 뭐 당연한 거다. 아무리 능력이 되더라도 함께 호흡을 맞추던 파티에 갑자기 외부인이 들어가면 문제가 생기는 건 당연하지. 그리고 나도 개인적으로 얘들은 나하고만 붙어 있었으면 좋겠고. 괜히 위험한 일을 나서서 할 건 없잖아? 그리도 또 하나는 의뢰비용은 전에 말했던 그대로라는 거다. 얘들이 몬스터를 더 잡는다고 거기서 나오는 재료는 우리가 가지는 거 없이, 그냥 한꺼번에 다 모아서 절반을 우리 쪽에 건네주겠다는 얘기 말이다. 이것 역시도 당연한 얘기다. 애초에 얘들은 내 호위에만 전념할 거고, 몬스터를 잡는다고 쳐도 아라크네 클랜의 보호 하에 안전하게 한두 마리 잡는 게 전부일 테니까. 쩨쩨하게 우리가 잡은 건 우리 것이라는 얘기를 할 생각은 없다. “오케이. 오케이. 그렇게 하자고.” 내가 긍정의 의사를 표시하자, 미리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우린 그쪽 널 지키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할 거니까 말이야. 그 둘까진 장담 못해.” 미리엘은 마지막으로 경고하듯이 미리엘이 말을 걸었다. 그렇게 위협하지 마라. 괜히 불안해지잖냐. …정말 괜찮겠지? “아무튼 좋아. 그렇게 정하기로 하고 그럼 슬슬 준비를 해볼까.”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주겠나? 다들 불러오도록 하지.” 아무래도 미리엘은 점심도 먹지 않고 곧장 출발할 생각인 모양이다. 아니면 아침 겸 점심으로 때운 걸까? “그건 그렇고. 설마 왕실친위대의 기사님에 추기경님이라니. 그거 그거지. 귀족님이라는 거지?” 우릴 정문에서 여기 미리엘의 방까지 안내해준 앨리시아가 감탄한 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귀족을 보고 감탄한 것 치고 태도는 그다지 공손하게 변한 것 같지 않지만 말이다. “넌 나가서 준비 안 해도 되냐?” “내 모습을 보면 알잖아? 이미 진작 다 끝났어. 미리엘이 어제부터 얼마나 닦달을 하는지…. 너도 조심해라. 저거 겉보기엔 시원시원해 보여도 은근히 쩨쩨하고 잔소리가 심하니까. 던전에 들어가면 너도 알게 될 거야.” 앨리시아는 허리춤에 매단 꽤나 큼지막한 주머니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확실히 앨리시아는 제대로 무장을 갖춘 상태였다. 하지만 저 주머니, 크기는 자체는 크지만 안에 뭐가 들어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야. 그래도 주머니를 친 걸 보면, 안에 필요한 것들이 들어있다는 거겠지? 그 말은 즉, 공간 마법이 걸린 주머니인가. 과연 대형 클랜의 간부님. 얘들한텐 내 인벤토리 능력도 그다지 자랑할 게 못될 것 같다. “그렇게 쩨쩨한 사람인데 다른 클랜 사람한테 그렇게 뒷담을 까도 되는 거냐.” “괜찮아. 괜찮아. 그런 건 별 신경 안 쓰니까.” 그럼 쩨쩨한 게 아니잖아. “그런데….” “구, 구원님!” 내가 5계층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했을 때, 실비아가 갑자기 내 이름을 외쳤다. “응?” “그, 그게…그러니까….” “갑자기 왜 그래? 말하기 힘든…아, 화장실?” “아, 아닙니다. 그런 게 아니라…아! 그래! 그, 이틈에 저흰 뭔가 준비할 게 없겠습니까?” “아니. 우린 이미 다 준비해서 왔잖아. 갑옷까지 그렇게 차려입고 무슨 소리야?” “그, 그렇군요….” “뭐야. 그 말 하려고 부른 거야?” “네….” 실비아는 왠지 ‘쿠후응.’하고 풀죽은 소리를 내면서 말했다. 대체 뭐지? “그런데 앨리시아. 5계층 말인데. 거기서 나오는 몬스터 얘기 좀 해줄 수 있어?” 일단 디아나에게 듣기는 했지만, 나는 앨리시아에게 다시 질문했다. 디아나가 던전에 다닌 건 아무래도 상당히 오래 전 얘기라고 하니, 그 동안 뭔가 새로운 몬스터를 발견하거나 했을 수도 있으니까. 게다가 아무래도 디아나에게는 들을 수 없는 얘기도 있고 말이다. 디아나는 이미 500레벨을 찍은 상태에서 던전을 탐험했다는 모양이니까, 그냥 압도적인 화력으로 쓸고 다니면서 몬스터들에게 나오는 재료의 활용법이나 몬스터들이 사용하는 기술의 연구에만 몰두한 모양이다. 그래서 몬스터를 상대하는 방법 같은 걸 알려줘도, 솔직히 내 입장에선 별로 도움이 안 된다. 반면 딱 봐도 전사 타입인 앨리시아의 얘기는 아마 상당히 도움이 되겠지. “응? 그렇군. 일단 엄청 커.” 정정하지. 어쩌면 앨리시아 얘기도 그다지 도움은 안 될지도 모르겠다. “야. 그 정도는 나도 들어서 알아. 그런 거 말고, 뭔가 구체적인 정보 없어? 각 몬스터들의 특징이나 상대하는 팁 같은 거 말이야.” “응? 팁? 그렇군….”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해?” 그때 미리엘이 방으로 돌아왔다. “응? 아, 글쎄 앨리시아가 네 흉을 보더라고.” 나는 곧바로 고자질하기로 했다. 전에 우리 애들 앞에서 날 물 먹이려고 했던 대가를 치러라. “어? 야!” “신경 안 쓴다면서?” “그렇다고 그걸 말하냐?!” “훗, 나란 남자는 그런 남자야.” “이게, 지금 그걸 자랑이라고…!” “호오…. 내 욕인가….” “윽. 야. 잠깐 미리엘.” “기억해두지.” “아오! 그런 게 아니라!” 아무래도 미리엘은 이 자리에서 앨리시아에게 뭐라고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쳇. 아쉽다. 쟤가 한 방 먹는 꼴 좀 보고 싶었는데. 뭐, 저렇게 분해하는 걸 보니까 나중에 뭔가 당하기는 당할 모양이지만 말이야. “근데 금방 왔네? 준비는 끝났어?” “그래. 이제 나만 준비하면 끝이지. 조금만 기다려.” 그렇게 말하면서, 미리엘은 벗고 있던 옷을 아무렇지도 않게 훌렁 벗었다. 브라보! 그래! 바로 이거야! 난 널 믿고 있었다! 확실히 온몸이 흉터투성이이긴 하지만, 그걸로 감춰지지 않을 정도로 여전히 멋진 몸매다. 헬스장 모델로 적임일 것 같은 예쁘게 발달한 근육들이 일품이다. 나는 눈을 돌리지 않고 미리엘의 알몸을 대놓고 빤히 쳐다봤다. 그냥 감상만 하는 것뿐이니까. 딱히 바람피우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돈 괜찮잖아? 미리엘도 내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방 한구석에 놓여있던 갑옷들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오오. 지금 허리를 굽히면서 성기가 제대로 보였어. 다듬어진 몸에 잘 어울리는, 꽤나 잘 물어줄 것 같은 성기다. “으아, 아으으, 에잇!” 그때 갑자기 뭔가가 내 시야를 가렸다. 방금 목소리를 들어보자면 실비아라고 생각하는데. 설마 그 실비아가? 만약 질투심이란 게 정말로 생겼다고 해도, 얘가 이렇게 그걸 표출할 거라곤 생각할 수 없는데. 얘는 우리 파티 내에서 자기 위치를 실제보다도 더 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이다. “실비아?” “죄, 죄송합니다! 구원님! 하지만…!” 죄송해? 뭔가 수상하다. 아, 설마…. “너 올 때 셋이 뭐라고 했어?” 그러자 실비아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아, 아, 아, 아무 말 안 했습니다!” 응. 그렇게 오래 붙잡고 있었는데 아무 말 안 했을 리가 있냐?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았던 모양이다. 실비아는 우리 애들에게 호위 외에 다른 임무를 하나 더 부여받은 거다. 내가 아라크네 클랜원에게 손을 못 대게 한다는 임무 말이다. 어쩐지. 아까 앨리시아랑 말할 때도 말을 끊으려고 하더라니. “그래? 그럼 지금 네가 이러는 건, 나랑 껴안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네헵?!” 나는 뒤에서 달라붙어 내 두 눈을 가리는 실비아를 향해 돌아서서, 실비아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좋아. 그렇게 원한다면 던전까지 이러고 가기로 하지.” “히야악! 히으으으으응! 구, 흐응! 구원니임!” 우워! 갑자기 야릇한 신음소리 내지 마라! 내가 깜짝 놀라서 실비아를 끌어안고 있던 손을 떼자, 실비아가 후다다닥 방구석으로 도망갔다. 허억 허억 하고 숨을 몰아쉬면서 두려운 눈초리로 이쪽을 보지 마라. 내가 뭔 짓을 한 것 같잖냐. 그냥 끌어안기밖에 안 했다고. “야. 젖은 건 아니지?” “아, 아, 안 젖었습니다! …아마.” 내가 혹시나 싶어서 질문하자, 실비아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대답했다. 저거 허벅지끼리 비벼대는 게 조금 수상한데. 아무튼 이걸로 실비아가 내 눈을 가릴 수 없게 됐다. 이제 맘껏 미리엘의 알몸을…. “그쪽 클랜도 꽤나 소란스럽군.” 젠장! 왜 벌써 다 입은 거야! 갑옷이란 거 원래 입기 복잡한 거잖아! 시간 좀 더 걸려도 되는 거 아냐?! “저래서야 정말로 던전에서 제대로 싸울 수 있는 건지 의문스럽군.” “괜찮아. 저래 봬도 싸울 땐 제대로 싸우니까.” 하지만 아무리 아쉬워도 다시 벗으란 헛소리를 할 수도 없는 일이라, 나는 퉁명스럽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쳇. 괜찮다고. 그딴 거 안 봐도 어차피 우리 애들 몸매가 훨씬 더 좋거든. 앞으로 며칠 동안은 못 보겠지만…. 젠장. 벌써부터 던전에 가기 싫어졌다. “그럼 갈까.” 미리엘은 내 퉁명스런 표정에 딱히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미리엘을 따라 밖으로 나가자, 거기에는 각약 각색의 차림의 사람들이 총 다섯 명 서있었다. 미리엘과 앨리시아까지 포함해서 정확히 간부 일곱 명. 클랜 이름값을 못 하는군. 이왕 거미를 모티브로 클랜 명을 지었으면 간부도 여덟 명이 있어야 정상 아냐? 상식적으로 말이야. “그런 표정 짓지 않아도 돼. 한 명은 5계층에서 대기하고 있으니까. 약속대로 이번 던전 행에는 간부 전원이 나설 거야.” 내 표정을 읽기라도 한 듯, 미리엘이 그런 보충 설명을 해왔다. 역시 여덟 명이었냐. 클랜 이름 값 톡톡히 하네. 뭐 굳이 간부 숫자가 아니더라도 이름값은 충분히 하고 있지만 말이다. 성행위 후 수컷이 죽는다는 의미에서.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95==================== 의뢰 그렇게 생각하면, 이 여덟 명도 꽤나 무섭단 말이지. 남자를 말 그대로 잡아먹는 클랜의 최고 위치에 군림하는 여덟 명인가. 대체 지금까지 몇 명의 남자를 저세상으로 보냈을까? “이게 바로 소문의 그 성자? 흐으응….” 그 중 뭔가 노출도 높은 옷을 입은 섹시한 누님이 품평하듯이 날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전 먹어도 맛없어요.” 방금 전까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그런 말을 내뱉어 버렸다. “으응? 후훗. 얘 뭐야? 귀엽다아!” 아니, 이래 봬도 덩치도 상당하고.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귀여운 인상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 말을 내뱉은 여성을 다시 한 번 자세히 관찰했다. 일단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의상이었다. 저거 갑옷? 아니 그럴 리는 없다. 아무리 이 세계가 판타지 세계라곤 해도, 저게 갑옷일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게, 그냥 여기저기 드러나서 노출도 높은 전신 레깅스잖아. 등 전체와 허리 양옆까지 크게 구멍이 뚫려있고, 가슴팍과 허벅지 역시 마찬가지로 크게 노출된, 섹시한 전신 레깅스였다. 거기에 가죽장갑과 가죽 부츠를 신었을 뿐인 차림새. 누가 봐도 던전에 갈 차림새가 아니었다. 설마 정말로 저러고 던전에 갈 셈인가? “어머? 누나 몸에 관심 있니? 후훗. 정말 귀여워. 맛. 있. 겠. 다.” 내 시선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그 누님은 허리를 굽히고 가슴을 모으는 섹시한 포즈를 취하면서 말했다. “아뇨아뇨아뇨. 전 정말로 맛없어요.” “그건 내가 먹어보고 판단해.” 이 누님 단호하시네. 단 호박인줄. “안됩니다.” 그때 뒤에서 실비아가 튀어나와서 내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척 막아섰다. 오오. 실비아야. 듬직하구나. “구원님께 손대는 자는 제가 용서치 않겠습니다.” 나에게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인지, 실비아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덤덤하고 침착했다. 역시 내가 상대가 아니라면 이런 태도인 건가. 언제 한 번 나 없을 때 실비아가 어떤지 관찰해보고 싶네. 하지만 그런 실비아의 무감정한 목소리에도 전신 레깅스 누님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응? 얘 뭐야? 뭐야? 쟤 먹으면 얘도 따라오는 거야? 얘 둘이서 같이 이 누나랑 재밌는 거 하지 않을래?” 심지어 좋아하는 눈치였다. 뭐야 저 누님. 심지어 레즈 플레이도도 가능한 타입이야? “흥. 당신 상대론 전혀 재미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비아는 콧방귀를 끼면서 말했다. 그야 그렇겠지. 애초에 실비아는 날 제외하면 그 누가 상대라도 재미없을 테니까. “어머. 그건 모르는 거 아니겠니? 이래 봬도 저 미리엘조차….” “루티아.” “후훗. 부끄러워하긴.” 뭐야? 뭔데? 저 미리엘조차 뭔데?! 궁금하잖아! 왜 거기서 끊어?! 말해줘! 당장! 젠장. 어떤 말이었을지 예상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확실하게 듣고 싶었어. “하지만 얘들 정말 맛있어 보이는 걸. 저기 미리엘. 잠깐 맛보고 가면 안 돼?” “안 돼. 나중에 해.” 나중에 라니 뭐야? 제대로 말리라고. 아니, 말릴 리가 없나. 미리엘도 멀쩡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 남자 잡아먹는 클랜의 장인 거다. 즉, 이런 시스템을 구축한 녀석이 바로 이 녀석이란 말이다. 쩨쩨한 건 둘째 치고, 앨리시아 말대로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되겠어. “아무튼 지금은 가자. 한시라도 빨리 5계층의 성기를 모으고 싶어.” 미리엘은 그렇게 말하고는 앞장서서 저택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서로 자기 소개할 시간도 안 주고 바로 나가는 거냐. 며칠 동안 던전에서 같이 지낼 사이인데 말이야. 네가 방금 이름을 부른 섹시한 누님이 루티아란 것 말고는, 다른 사람은 이름도 모른다고. “자, 잠깐만요! 미리엘! 저기, 내 눈이 잘못된 게 아니라면, 저기 계신 거, 마, 마틸다 추기경님으로 보이는데요?!” 그때 아라크네의 간부들 중 화려한 갑옷차림의 간부가 외쳤다. 자세히 보니 갑옷에 아라크네 클랜의 심볼인 거미 말고도, 여신교의 문양도 새겨져 있었다. 과연. 성기사였던 건가. “그래. 맞아.” “어, 어째서…아니. 그, 안녕하세요. 마틸다 추기경님.” 성기사는 상당히 당황한 모양이다. 마틸다에게 꾸벅 인사를 해봤다. “네. 이런 곳에서 여신님을 모시는 분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죄송해요. 분명 얼굴은 본 기억이 있는데 성함이….” “성기사인 릴리입니다.” “잘 부탁해요. 릴리씨.” “네, 네! 잘 부탁드려요!” 과연 추기경이란 이름이 꽤나 파워가 있는지, 릴리라는 간부는 마틸다 앞에서 꼼짝을 못했다. 마틸다도 예전엔 성기사였다고 하니, 더 대하기 힘든 걸까? 그 모습을 보고, 마틸다는 여봐라는 듯이 날 쳐다봤다. 뭐. 어쩌라고. “그런데 마틸다 추기경님은 어째서 여기에…?” “사정이 있어서 이 자와 같이 가게 됐어요.” 사정이 있기는. 네가 따라오고 싶다고 졸라대서 따라온 거잖아. 그리고 마틸다의 대답과 동시에, 날 바라보는 간부 전원의 시선에 연민의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루티아에 이르러서는 ‘그래서 내 유혹을….’이라고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아직 고자 아니거든! 자! 봐라! 이게 고자로 보이냐?!” 나는 머리에 피가 몰려서 그만 되살아난 자존심을 사용해 물건을 풀발기 시켜버렸다. 그러자 간부들의 눈이 순식간에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으로 변했다. 개중에는 ‘호오….’하고 감탄을 하는 사람까지 있었다. 아, 위험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남자를 잡아먹는 클랜 간부들 앞에서 물건 자랑을 하다니. “시, 실비아 실드!” 나는 바로 실비아의 어깨를 붙잡고 다시 내 앞에 세웠다. “구, 구원님은 제가 지킵니다!” 장하다 실비아. 떨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간부들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내가 만지고 있어서 그런 걸 테니까. 참으로 듬직하기 그지없다. 간부들도 그 모습을 보고 뭔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서 눈빛을 거뒀다. 루티아는 왠지 계속 내 고간 쪽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아무튼 성자뿐만 아니라 저 둘도 같이 가게 됐어. 그럼 통성명은 가면서 하기로 하고, 일단 가지.” 미리엘은 뭐가 그리 급한지 이번에야 말로 밖으로 나갔다. 다들 자유분방한 분위기지만, 그래도 클랜장의 위엄은 살아있는 건지 다른 간부들은 별 군말 없이 그 뒤를 따라 나섰다. 마지막에 루티아가 살짝 윙크를 날린 게 전부였다. “실비아 잘 했어.” 간부들이 다 나가고 나서, 난 따라가기 전에 일단 실비아를 칭찬하기로 했다. 비록 내가 미리엘의 누드쇼를 맘껏 감상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딱 그 선에서 끝낼 생각이었다. 딱히 바람피울 생각은 없으니 말이다. 다른 여자랑 잘 생각은 없다고. 심지어 남자를 잡아먹는 이런 클랜 사람들과는 절대로. “네, 네헷!” 내가 머리를 쓰다듬자, 방금 전의 그 늠름한 모습은 어디가고 실비아는 다시 맥 빠지는 목소리를 냈다. 5계층 역시도 일단 마을은 세워져있다는 모양으로, 우리는 길드에 가서 곧장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미리엘 말대로 길드에 가면서 나머지 사람들과도 통성명을 했는데, 난쟁이족의 키가 작은 귀여운 쌍둥이 마법사가 레아와 리아. 그리고 아가씨란 말이 잘 어울리는 생김새의 음유시인이 힐다라고 했다. 특히 쌍둥이는 우리 클랜에 디아나가 있다는 말을 미리엘에게서 들은 건지,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디아나에 관해 질문하는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이런 귀여운 애들이 남자를 말려 죽였다고 생각하면 섬뜩했지만. 길드에 도착하고 나서는 미리엘이 길드의 직원에게 뭔가 설명을 하고나서야 우리도 텔레포트를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의뢰를 위해 임시적으로 허가를 내린 것뿐이라 모험가 카드에 5계층이 등록되는 건 아니니까, 제대로 5계층을 다니고 싶으면 나중에 직접 등록할 필요가 있다는 모양이다. 뭐, 나도 이런 걸로 요행을 부릴 생각은 없으니까 별로 상관없지만. 그럴 거면 진즉에 디아나한테 부탁해서 전부 뚫었지. 그렇게 해서 우리는 순식간에 5계층에 도착하게 됐다. 그 감상을 말하자면. “…천장이 안 보이는데.” 그랬다. 2계층 때도 상당히 천장이 높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그 이상이다. 위를 올려다보면 파란 하늘만이 보일 뿐이었다. 저거 그냥 천장이 파란 것뿐이란 결론은 아니겠지? “그렇지? 4계층에서 엄청 내려와야 하니까 말이야. 너희도 나중에 고생 좀 할 걸?” 앨리시아는 쾌활하게 웃으면서 내 어깨를 퍽퍽 두들겼다. 아프다 이것아. 내게 물리 데미지를 줘도 되는 여자는 사라뿐이야. “그것 그렇고 마을 엄청 작네.” 그리고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이 바로 마을의 규모였다. 아직 내가 2계층의 마을밖에 가보지 못하긴 했지만, 식당이며 여관이며 들어서서 정말로 마을 같았던 2계층과는 다르게 5계층은 거의 건물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텔레포트 마법진과, 그 양 옆으로 있는 건물 두 개. 그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울타리가 전부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을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한쪽 건물엔 커다랗게 거미 마크가 있는 걸 보아 아라크네 클랜의 건물이고, 다른 한 쪽은 여관인 모양이다. 그 외에는 텔레포트 마법진 주위에 잡상인들이 몇 명 있는 게 다였다. “뭐, 5계층을 이용하는 모험가는 좀처럼 없으니까, 이 정도 규모로 잠 잘 곳만 있으면 충분해. 괜히 규모가 커지면 지키는 것도 일이니까. 그럼 루티아. 지니를 불러와주겠어?” “알았어.” 또 처음 들어본 이름이 나왔지만, 아마 여기서 기다리고 있다는 간부의 이름이겠지. 내 예상은 정확했는지, 루티나는 한 여성을 데려왔다. 뭐라고 할까, 한 마디로 말해서 ‘난 전투밖에 흥미 없다.’라는 대사가 어울릴 법한 날카로운 인상의 미녀였다. “…왔나. 그럼 가지.” 지니라 불린 여성은 이쪽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미리엘을 바라보고는 그렇게 말했다. “음. 그럼 출발하자. 아참. 그 전에.” 미리엘은 걸음을 멈추고 내 쪽을 쳐다봤다. “너희는 웬만하면 중간에서 가만히 있어줘. 구원에게는 수컷 몬스터가 튀어나오면 신호를 줄 테니 그에 맞춰서 성자 스킬을 써주고. 아, 혹시 성자 스킬이란 거, 다가가야만 쓸 수 있나? 일단 2계층에서 오크들 상대로 범위기술을 썼다는 것 같은데.” “잘 아네. 멀리서도 충분해.” “그럼 됐어. 쓸 타이밍도 이쪽에서 지시할 테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 따라와 줘.” 미리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울타리를 나섰다. 울타리를 나서자마자, 그동안 자유분방하게 풀어져있던 아라크네 사람들이 우리를 가운데에 두고 순식간에 대열을 정돈했다. 최전방에는 루티아. 그 뒤로 미리엘이 우리 앞을 막고, 좌우로는 앨리시아와 지니가 든든히 지킨다. 그리고 뒤로는 레아와 리아 자매와 힐다가 자리 잡고, 가장 마지막에는 릴리가 메이스처럼 보이는 둔기를 들고 경계한다. 역시 최상위 클랜답게 할 땐 제대로 하는 애들이구나. 루티아가 제일 앞장서는 게 조금 의아했지만, 조금 지나자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루티아는 도적 계열의 직업을 가진 모양으로, 주로 정찰임무를 맡고 있는 것 같았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전방을 휘젓고 다니면서 몬스터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뭐, 그야 몸이 가벼울 만도 하지. 입은 게 없는데. 아무튼 2계층은 사막, 3계층은 설산이니 5계층은 어떨지 궁금했는데, 의외로 평범한 숲이었다. 분위기만 보면 1계층과 상당히 흡사하다. 다만 푸른 하늘이 보일 정도로 천장이 높고, 나무들도 거대하고 빽빽하다는 차이점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기온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았다. 하지만 층이 내려갔는데 난이도가 내려갔을 리는 없을 테니, 그만큼 몬스터들이 힘들다고 생각해야 되겠지. 긴장 풀지 말자. “잠깐. 전방에 트롤 네 마리. 한 마리는 수컷이야.” 그때 루티아가 신호를 보냈다. “벌써부터 수컷을 만나다니 운이 좋군. 구원. 스킬을 쓸 타이밍은 우리가 알려줄 테니 그때에 맞춰서 써.” “응.” 5계층에서의 첫 전투. 과연 나도 조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내가 직접 싸우지는 않는다고 해도, 성자의 스킬을 쓰는 순간 바로 어그로가 나한테 집중되는 거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그야 긴장할 수밖에. 나는 최대한 긴장을 푸기 위해 심호흡을 하면서, 전투를 눈여겨보기로 했다. 그래. 내가 여기 온 목적을 생각하자. 클랜장으로서 좀 더 보고 배우기 위해서잖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96==================== 의뢰 루티아의 유도를 따라 조금 전진하자, 대략 3미터 정도 크기로 보이는 트롤 네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5계층 몬스터들이 크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네 마리나 뭉쳐 다니는 트롤 같은 놈들이 이렇게 크다니. 혼자 다니는 몬스터는 대체 얼마나 큰 거야? 게다가 덩치도 큰 놈들이 각각 한 손에는 몽둥이까지 들고 있어서 위압감은 배가 됐다. 하지만 긴장한 게 무색할 정도로, 전투는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일단 미리엘, 앨리시아, 루티아, 지니가 각각 한 마리씩 맡아서 어그로를 끌었다. 앨리시아와 지니는 트롤의 공격을 전부 막으면서 큼지막한 상처들을 입히고 있었고, 루티아에 이르러서는 트롤의 공격을 전부 회피하면서 양손에 쥔 단검으로 트롤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빠른 치유속도의 대명사 트롤답게 상처가 부글부글 끓으며 빠르게 치유되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치유속도보다 상처가 늘어가는 속도가 빨라보였다. 셋도 거대한 트롤을 혼자 상대하면서 충분히 대단해보였지만, 제일 압권은 미리엘이었다. 마법검사라는 이름답게 들고 있는 한손 검에서 새빨간 화염이 솟아오르도록 만들더니, 트롤이 상처를 치유하지도 못하게 절단면을 지지면서 순식간에 전투를 끝냈다. 미리엘은 시시하다는 듯이 검을 한번 휙 털어서 검집에 집어넣고는, 다시 우리 앞으로 나와서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저 셋 역시 스스로 한 마리씩 처리하게 내버려둘 생각인 걸까? 그러고 보니 우리 뒤에 있는 애들도 각각 주위를 경계만하고 있을 뿐 도와줄 생각은 없어보였다. 트롤 따위는 혼자 처리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확실히 서로 간에 신뢰가 느껴지는 건 대단하다고 생각 하지만, 뭔가 배울 게 없네. 좀 더 서로 간에 연계를 살려가면서 효율적인 싸움을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곧이어 앨리시아와 지니가 상대하던 트롤도 쓰러졌고, 남은 건 루티아가 상대하던 트롤뿐이었다. 단검으로 스치듯 지나가며 상처를 입히는 전투방식은 치유속도가 빠른 트롤 상대론 상성이 안 좋은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미리엘이 다시 검을 뽑으며 날 돌아봤다. “그럼 구원. 부탁할까.” 상성 문제가 아니라, 아무래도 저게 수컷 트롤이라 일부러 남기고 있었던 모양이다. “알았어. 맡겨둬. 루티아씨! 잠깐 트롤에게서 떨어져주세요!” 나는 한 손을 앞으로 내밀고 성자의 파동을 트롤에게 날렸다. 이거 타겟팅 기술이 아니니까 말이야. 괜히 트롤 주위에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루티아에게 맞으면 귀찮아진다. 루티아도 전투 중에 장난 칠 생각은 없는지, 내 목소리를 듣고 빠르게 트롤에게서 휙 멀어졌다. 그리고 내가 날린 파동은 제대로 트롤에게 명중했다. “좋아! 뒤처리는 맡겼다!” 성자의 파동에 맞은 트롤은 몸을 움찔 떨더니 곧장 성기를 세웠다. 그리고는 이쪽을 향해서 휙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황급히 미리엘의 뒤로 돌아가 숨었다. “고작 손짓 한 번으로 서는 건가. 그동안 우리가 했던 노력은 대체….” 미리엘은 허무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면서 검에 불길이 솟아오르게 만들었다. 그동안 했던 노력이라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꼭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이왕이면 내 앞에서 직접 시범을 보여주면서. 아무튼 미리엘뿐만 아니라 루티아까지 합세했기 때문에, 눈을 시뻘겋게 뜨고 이쪽으로 돌진해오던 트롤은 순식간에 도륙이 났다. 휴우. 다행이다. 딱히 트롤이 무서웠던 게 아니다. 내가 다행으로 여기는 건, 스킬이 제대로 먹혀들어갔다는 점이다. 뭐, 일단 먹힐 거라고 생각은 했으니까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나섰던 거지만 말이다. 근거는 있었다. 실비아한테 내 스킬이 먹히니까 말이다. 물론 레벨 차이로 훨씬 약하게 먹히고, 그나마도 실비아가 쾌감에 익숙지 않으니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긴 했지만, 그래도 먹힌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몬스터들의 지능이 낮아서 그래서인지 어떤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몬스터들 상대로는 성자 스킬이 유독 잘 먹히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이다. 2계층에서 내가 밀크 로드 메이커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었을 때는, 아직 배운지 얼마 되지도 않았던 성역 선포가 오크들에게 전부 먹혔을 정도였다. 그러니 아예 무효화가 될 수준만 아니라면 분명 제대로 스킬이 먹힐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게다가 성역 선포보다 훨씬 위력이 강한 성자의 파동이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정말 다행이다. 만약 파동이 안 먹히면 직접 다가가서 성자의 손길이라도 써야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겉으론 태연하게 미소지으며 시체에서 마석을 수거하는 미리엘에게 다가갔다. “어때? 성기는 제대로 나왔어?” “음. 제대로 나왔어.” 미리엘은 뭔가 거대한 기둥을 손에 쥐고 내게 내밀었다. “으악! 저리 치워!” 내 눈! 저거 안 본 눈 삽니다! 몸집이 3미터나 되는 만큼, 꽤나 엄청난 크기였다. “하하핫. 그나저나 이정도 크기여선 딜도로도 못 쓰겠군. 열쇠, 혹은 성직자들의 스태프 정도로 밖에 쓸 일이 없는 건가.” “아, 미리엘! 그럼 나중에 하나 더 얻으면 나한테 하나…!” “안 돼. 최대한 많이 얻어서 5계층에 다니는 모든 파티에 분배할 생각이니까. 열쇠로 쓰는 게 최우선이야.” 릴리의 부탁을 미리엘은 단칼에 거절했다. 뭐야. 사제만 아니라 성기사도 성기로 무기를 만드는 거였어? 그럼 릴리가 들고 있는 저 둔기가 성기로 만든 거?! 알고 싶지 않은 사실을 또 하나 알아버렸다. 지금도 가끔 우리 천사님이 몬스터 성기로 만든 스태프를 들고 있는 걸 볼 때마다 움찔 하는데. “하지만 꽤나 굉장한 능력이군. 부러울 정도야.” “훗. 어때? 나란 남자. 꽤나 쓸 만한 남자지?” “그렇군. 이왕이면 우리 클랜에서 가지고 싶을 정도야. 앨리시아가 예전에 제대로 했으면….” “그러니까 우리 숙소를 보여줘도 안 넘어왔다니까! 언제까지 그걸로 갈굴 거야?!” 앨리시아는 지긋지긋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때? 지금이라도 생각 없어?” “없는데.” “그거 아쉽군.” 앨리시아와 말하는 걸 봐서는 꽤나 집착했던 모양인데, 의외로 미리엘은 쿨하게 아쉽다는 한 마디만 내뱉고 더 권유를 해오지는 않았다. “그럼 계속 가지.” 우리는 대열을 정돈하고 계속해서 가기로 했다. 아라크네의 면면들은 오기 전에 그렇게 자신감을 내비쳤던 게 이해가 될 만큼 강했고, 사냥은 순조로웠다. 솔직히 말해서 마틸다와 실비아는 괜히 데려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실비아는 그나마 전투 때가 되면 제대로 칼자루에 손을 올리고 주위를 경계했지만, 이동 중에는 나와 딱 붙어서 가야했기 때문에 흐물흐물 풀어지고 가끔 끙끙 대는 게 정말 위험해보였다. “야. 아무리 어젯밤이 그렇게 좋았다곤 해도, 그걸 되새기면서 느끼진 마라.” “아, 아, 아직 안 느꼈습니다!” 아직인 거냐. 하여간 골치 아픈 녀석이 아닐 수 없었다. 왠지 특훈도 하면 할수록 추억만 쌓여서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게다가 마틸다로 말할 것 같으면 완전히 던전으로 관광 나온 아가씨였다. 주변 풍경을 관찰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도 하고, 뭔가 분위기타서 내 팔짱을 끼더니 뺨이 핑크빛으로 물들기까지 했다. “으악! 떨어져!” “사, 사람을 벌레 취급하는 건 그만둬주시겠어요?! 잠깐 실수로 닿은 것뿐이잖아요!” “실수로 닿은 건데 왜 얼굴을 빨개지는데!” “이, 이건…조금 걸었더니 혈액순환이 좋아져서 그런 거예요!” 미묘하게 리얼한 얘기하지 마라! 하여튼 어쩌다 내가 짐덩이를 둘이나 데려와서. 디아나의 걱정이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5계층에 와서 느낀 게, 딱히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지 않아도 위험할 때가 있다는 거다. 일단 몬스터들의 크기가 너무 크다. 처음 만났던 트롤이 알고 보니 5계층에서 가장 작은 몬스터였다는 게 말이 돼? 5, 6미터짜리 덩치를 가진 놈들은 물론,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10미터를 가뿐히 넘어가는 몬스터도 있다는 모양이다. 그런 몬스터의 공격은 그냥 휩쓸리기만 해도 끝장이라는 거다. 그걸 생각하면 확실히 얘들이 붙어있는 게 좋긴 하겠지만 말이야…. “조심해요! 위에요!” 내가 미덥지 않은 시선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 갑자기 뒤에서 그런 외침소리가 들렸다. “응? 위?” 내가 시선을 위로 돌림과 동시에,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졌다. “구원님!” 동시에 거센 바람이 전신을 내리누르듯 몰아닥쳤고, 곧이어 ‘까앙!’ 하고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으십니까?!” 다시 시야가 밝아지고 나서야, 나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엄청난 크기의 괴조가 내 위를 덮쳐왔고, 그 발톱을 실비아가 검으로 막아냈던 모양이다. 하늘이 보인다 싶었더니 새까지 나오는 거냐. 진짜 가지가지 하네. “지니!” “흐으읍!” 미리엘이 지니의 이름을 부르면서 다가가 지니의 대검 위로 올라가자, 지니가 힘껏 대검을 휘둘러 미리엘을 공중으로 날려 보냈다. 뭐야 저거. 게임 기술이냐. 뭐, 게임 시스템을 가진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공중에 떠오른 미리엘은 곧장 검으로 괴조의 날개를 공격했다. 하지만 과연 마법검사님이라도 공중에서 검으로 새를 맞추기란 쉽지 않은 듯, 괴조의 날개를 스치는 것에 그쳤다. 날개에 상처를 입기는 입은 모양이지만, 그래도 괴조는 공중에서 떨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때, 쌍둥이 마법사들의 마법이 허공으로 쏴 올려졌다. 미리엘의 공격을 피하느라 아직 자세를 정돈하지 못한 괴조의 날개에 그대로 쌍둥이의 마법이 작렬했다. “끼에에에엑!” 괴조는 괴성을 질러내며 그대로 땅으로 곤두박질 쳐졌다. 과연.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방금 그 연계기술은, 그냥 주의 분산용으로 사용했다는 말인가. 하여간 화려한 녀석들이다. “이 녀석도 수컷이다! 구원!” 공중에서 접근한 동안 그런 것도 관찰한 거냐. 미리엘의 신호에 나는 바로 성자의 파동을 날렸다. “키에에엑!” “뭣?!” 하지만 녀석은 성자의 파동을 맞고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큭! 구원! 아직 멀었나?!” 아예 처치해버리는 거면 모를까, 저 덩치가 날뛰는 걸 나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억누르고만 있는 건 과연 아라크네 클랜의 간부들도 조금 힘든 건지, 미리엘이 날 닦달했다. 나는 다급하게 다시 한 번 성자의 파동을 날렸지만, 역시나 효과는 없었다. 젠장. 우려하던 사태가 벌어져버린 건가. “아무래도 안 되겠어! 미리엘! 이 녀석은 내가 다가가지 않으면 힘들 것 같아! 조금 더 힘을 빼줘!” “칫! 알겠다!” 내 명령에 맞춰서 미리엘과 앨리시아, 지니, 루티아의 근접 요원 네 명이 동시에 괴조에게 달려들었다. 네 명이 동시에 달려드는 걸 보면, 역시 저 괴조는 보통 몬스터하고는 조금 다른 건가? 날개를 다쳐서 날수 없게 된 괴조는 닥치는 대로 발버둥 치면서 소란을 피웠지만, 넷은 차근차근 상대해가면서 괴조의 힘을 뺐다. 그리고 한참동안 그렇게 투닥거린 다음에야, 겨우 괴조가 힘이 빠진 듯 쌔액쌔액 거리면서 발버둥 치는 힘이 약해졌다. “그 성자의 스킬이란 건, 죽기 전에만 적용 되면 문제없는 거겠지?” “응. 맞아.” “좋아.” 내게 그런 확인을 한 미리엘은, 곧장 괴조의 양 날개를 베어버렸다. “키에에엑!” 괴조는 고통에 꿈틀댔지만, 날개가 완전히 몸체에서 분리된 이상 그다지 큰 위협은 되지 않았다. “이 녀석은 좀처럼 볼 수 없는 녀석이라 꼭 성기를 얻고 싶어. 녀석이 죽기 전에 부탁하지.” “알았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괴조에게 다가갔다. 아무리 날개가 잘렸다고는 하지만, 저렇게 덩치가 큰 거다. 굴러서 뭉개기만 해도 내 몸은 다진 고기가 돼버릴 거다. 나는 신중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녀석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녀석은 날개가 잘린 것에 더해 피까지 많이 흘려서 더는 발버둥 칠 힘도 없는지, 생기 없는 눈동자로 날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내 스킬 중 가장 위력이 강한 성자의 손길을 사용해서 괴조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제발 이건 먹혀라. 이게 먹히지 않으면, 내게는 남은 카드가 얼마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성자의 스킬은 내 최고의 스킬답게 괴조에게도 확실히 먹혀들었다. 오히려 너무 잘 먹혀서 문제일 정도로 말이다. 내가 성자의 손길을 두른 손을 괴조의 머리에 얹자, 괴조가 회광반조라도 일으키듯 눈을 시뻘겋게 붉히면서 고개를 힘차게 내밀었다. 제대로 주의하고 있었을 텐데, 나는 괴조의 부리가 내 배에 다가오는 걸 보면서도 피할 수 없었다. 젠장. 더러운 레벨 빨. 이렇게 빤히 보이는데도 피할 수 없다니. 나는 괴조의 부리가 내 배를 꿰뚫는 더러운 감각을 맞보면서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97==================== 의뢰 “구원님! 구원님!” “구원! 정신 차려요! 구원!” 날 부르는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목소리에, 난 천천히 의식이 각성했다. “흔들지 마. 어지러워.” “구원님!” 내가 눈을 뜨자마자, 딱딱한 뭔가가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 이름에 님자를 붙여가며 부르는 애는 한 명밖에 없지. “실비아야. 판금 갑옷을 입고 그렇게 껴안으면 아무리 나라도 좀 아프단다.” “죄, 죄송합니다.” 일단 분위기가 무거워 보여서 농담을 던져봤는데, 실비아는 미안해할 뿐 분위기가 나아지지는 않았다. 껴안은 팔에도 힘만 조금 풀었을 뿐, 여전히 껴안고 있고. 역시 슬플 때는 스스로 날 껴안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구나.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괴조한테 배가 뚫린 것까지는 기억하는데.” “일어나자마자 거기까지 제대로 기억하는 걸 보면 별 문제는 없는 모양이군. 짜식 그것도 못 피해서 다치기는.” 옆에서 서서 날 내려다보던 앨리시아는 내 옆구리를 한 대 툭 치면서 말했다. 야. 방금 배 다친 사람 옆구리를 때리지 마라. 뭐, 이렇게 옆에서 보고 있었다는 건 그래도 걱정을 하긴 했다는 얘기니까 고맙긴 하지만. “물론이죠. 누가 치료했는데요!” 옆에서 마틸다가 눈가를 훔치면서도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일어날 때 실비아 목소리 말고도 다른 목소리가 더 들렸었는데. “네가 치료한 거야?” “그, 그래요?! 뭐 불만이라도 있나요?!” 그동안 내가 워낙 갈군 덕분인지, 마틸다는 은근히 경계하는 모습으로 대답했다. 아무리 그래도 목숨을 살려줬는데 그렇게 까진 안 한다고. “아니. 고마워. 덕분에 살았다.” “꽤, 꽤나 솔직하시군요.” “이럴 때 정도는 나도 제대로 감사한다고. 고마워. 마틸다.” “아뇨. 전 애초에 이러려고 따라온 거고…그렇게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방금까지 틱틱대는 목소리였던 마틸다의 기세가 갑자기 확 줄었다. 뭔가 몸을 꼼지락 대면서 뺨을 붉히고 쑥스러워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아아. 젠장. 진짜 얜 제대로 감사도 못하겠네. “하긴 그런가. 감사할 필욘 없지. 할 일을 한 건데. 음. 수고했어. 앞으로도 맡은 바 일을 더 열심히 하도록.” 나는 결국 이럴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마틸다. 이것도 다 내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야. “다,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로 무례하네요!” 뺨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던 마틸다는 금새 태도를 바꾸고 다시 틱틱대면서 화를 냈다. 좋아. 이걸로 내 아들은 지켜졌어. “거기서 그럴 게 아니라 일어났으면 밥이라도 먹지.”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미리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서 보니, 앨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아라크네 멤버들은 다들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매정한 녀석들. 아니, 뭐 마틸다가 완벽히 치료할 수 있다고 알았을 테니까 저리 태연히 식사 준비를 한 거겠지만. 릴리라는 성기사는 마틸다를 원래부터 아는 모양이고. “실비아. 난 괜찮으니까. 슬슬 밥이나 먹자.” 나는 여전히 내게 찰싹 달라붙어있는 실비아에게 말을 걸었다. “우읏. 네….” 하지만 실비아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좀처럼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조금 강제로 떨어지게 만들까. “아니면…좀 더 끌어안고 있을까? 내가 안아줘?” “히아앗! 괘, 괜찮습니다!” 역시 잘 먹힌다니까. 실비아는 내게서 후다닥 떨어졌고, 나는 그제야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오오. 상처 하나 없이 깔끔하네. 갑옷은 관통돼서 상당히 보기 안 좋지만.” “미안하군. 우리가 좀 더 주의했어야 했는데. 설마 죽기 직전인 녀석이 그런 힘을 낼 줄이야.” “아니. 나도 예상 못했었으니까 사과할 거 없어. 결국 이렇게 살아있기도 하고. 그나저나 그 놈은 내 배를 관통하자마자 바로 잡은 모양이네?” “잡았다고 할까…널 공격하자마자 그대로 힘이 다해서 죽었지.” “성기는 나왔고?” “그래. 그건 문제없어. 다만 한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왜 아까는 그렇게 다가가야만 했지?” “아…그게 말인데. 실은 다가가서 쓰는 스킬이 가장 강력하거든. 아까 그놈은 멀리서 쓰는 스킬이 안 먹히더라고. 아무래도 내 레벨이 조금 부족한 게 원인인 것 같은데.” “과연. 방금 그 놈은 트롤같은 몬스터에 비하면 확실히 강한 몬스터지. 하지만 그래서야 앞으로가 문제로군. 초월종을 만날 수도 있고, 하물며 우리 목표는 계층의 주인이다. 방금 그놈보다도 훨씬 강한 녀석이지. 아무리 우리라도 네가 계층의 주인에게 다가가게 할 수는 없어.” “으윽. 역시 그래?” “그래. 뭔가 대책을…그런가. 그래서 텔루나님이….” 미리엘은 뭔가 깨달은 것처럼 중얼거렸다. “응? 디아나가 뭐 어쨌다고?” “아니. 그저 내가 잠깐 오해를 했었다는 걸 깨달아서 말이지. 그런 줄 알았다면 클랜 하우스에서 곧장 오는 게 아니었는데.” 미리엘은 뭔가 알 수 없는 소리를 계속 중얼거렸다. “좋아. 그럼 이 근처에서 자고 가는 걸로 할까.” “응? 벌써? 아직 저녁인데?” “응? 정말이군. 막 기절에서 깨어났으면서 시계도 안 보고 잘도 아는군.” 미리엘은 품에서 시계를 꺼내 확인하더니, 신기하다는 눈초리로 이쪽을 쳐다봤다. “아무튼 던전에서 그런 걸 신경 쓸 필요는 없잖아. 너도 막 기절에서 깨어났으니, 오늘은 그만 쉬고 정비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마침 이 근처는 야영하기 적합한 곳이기도 하고.” 뭐, 그렇긴 하지. 낮밤이 없이 항상 같은 밝기를 유지하는 던전에서 그런 걸 따지는 모험가들은 많지 않다. 우리 클랜처럼 꼬박꼬박 시간을 따져가면서 생활리듬을 유지하는 게 이상한 거지, 보통 모험가들은 잘 수 있을 때 자는 편이라고 하니까. “다들! 야영 준비다!” “어머, 여기서 묵는 거야?” “그래.” “후훗. 기대되네.” 루티아가 내 쪽을 바라보면서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구원님은 손끝하나 못 건드립니다!” “후훗. 그렇게 경계하지 마. 그쪽도 덤으로 같이 귀여워해줄 테니까.” 실비아의 냉랭한 태도에도 루티아는 살짝 눈웃음을 짓고는 야영준비를 하러 갔다. 저 사람은 진짜 진심으로 그러는 건지 장난인 건지 분간이 안 된단 말이야. …진심은 아니겠지? 에이 설마. 아무리 그래도 던전 안인데. 아라크네 클랜원들이 분주히 움직인 덕분에 야영 준비는 금방 끝났다. 인원수가 많은 만큼 텐트도 꽤나 여러 개를 쳐놓았는데, 나도 그 중 하나를 배정받았다. “불침번은 우리 쪽에서 맡는 걸로 하지. 너는 최대한 피로를 회복해줘.” 미리엘은 어째선지 피로 회복이란 말에 힘을 줘서 말했다. “그럼. 사양 않고.” 뭐, 오늘도 거의 죽을 뻔 했으니, 푹 쉬라는 의미겠지. 나는 사양하지 않고 미리엘의 제안을 넙죽 받아들였다. 문제는 혹시 덮치러 올지도 모르는 루티아인데 말이야. “실비아.” “네?” “너 오늘 나랑 같이 자야겠다.” “네, 네엡?! 하, 하지만 여, 여긴 던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말 그대로 같이 잠만 잘 거라고. 자는 도중에 누가 덮치면 지켜줘야지.” “아웃. 네, 그, 그렇군요.” “그런 거라면 저도 같이 자드리죠!” 어째선지 마틸다가 끼어들어왔다. “아니 넌 필요 없어.” “어쩜! 은혜도 모르는 사람 같으니!” 야. 그런 말 하지 마라. 괜히 양심에 찔리잖아. 진짜 고맙게 생각은 하고 있다고. “저기 성기사랑 같이 친목이나 다지라고.” “어?! 저, 저랑 마틸다 추기경님이 같이?!” 내게 지목당한 릴리는 무척 당황한 눈치였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았다. 미안하지만 내겐 내 아들의 생명이 최우선이야. “흥. 사람의 선의를 무시하다니. 언젠가 천벌 받을 거예요.” 마틸다는 삐진 듯이 내뱉고는 릴리에게 다가갔다. 미안하지만 난 여신님이 보낸 거라 천벌 같은 거 웬만하면 안 받을 거라네요. “그럼 잘까.” “네, 네헵!” 실비아는 긴장한 모습으로 나와 같이 텐트에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사라가 양보해줘서 기껏 실비아랑 같이 잤는데, 결국 연속으로 실비아랑 이렇게 같이 자게 생겼네. 사라가 알면 분해하려나? “실비아. 진동하지 마라. 잠 안 온다.” “죄, 죄, 죄송합니다. 그, 그런데 구원님?” “응?” “이, 이, 이렇게 끌어안고 있을 필요가 있습니까?!” 실비아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심장부근을 부여잡고 말했다. “난 잘 때 뭐 끌어안고 자지 않으면 잠이 안와.” “그, 그렇습니까….” “사실 끌어안는 것 뿐 아니라 삽입도 하고 자는 게 제일이긴 한데.” “제, 제발 그건! 용서를…!” “뭐야. 실비아 나랑 연결되는 게 싫어?!” “아, 아닙니다! 하지만 다들 들리는 데서…우우읏.” 실비아가 진짜로 울 것 같아서 나는 그만 놀리기로 했다. “알았어. 그냥 끌어안고만 잘테니까 이걸로 참아.” “우으읏. 네….” 삽입하고 자는 것에 비하면 끌어안고 자는 건 현저히 난이도가 낮게 느껴진 건지, 실비아의 몸의 떨림이 조금 약해졌다. 사실 몸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만들려면 힐링 섹스를 발동시키면서 자는 게 제일이기는 한데 말이야. 어쩔 수 없지. 실비아는 삽입하면 진짜로 참지도 못할 거고. “안녕. 벌써 자?” 내가 실비아의 진동을 느끼면서 막 잠들려고 했을 때, 누군가가 우리 텐트로 난입해왔다. “나왔다!” “어머. 뭐니, 그 반응? 누나 조금 상처받는데.” 루티아가 정말로 우리 텐트에 들어온 건다. “무, 무슨 일로 오셨는지?” “후훗. 알면서.” “저, 전 정말로 먹어도 맛이 없어요!” “그건 내가 먹어보고 판단해준다니까.” “구원님께 손대지 마십쇼!” “후훗. 앙칼지네. 걱정 마. 너도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루티아는 실비아의 가슴에 손을 뻗었다. “어때? 기분 좋지 않니? 언니의 손가락 기술은 우리 클랜 안에서도 알아주….” “서투르기 짝이 없군요.” 루티아가 요염하게 말했지만, 실비아는 표정도 변하지 않고 말했다. 그야 그렇겠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실비아를 만져봤자 얘가 느낄 리가. “후훗. 빤히 보이는 거짓말을…어, 어라?” 루티아는 실비아의 고간에까지 손을 뻗었지만, 정말로 젖어있지 않자 당황한 눈치였다. “손 떼시죠. 혹시 겉보기만 잘하는 척 할 뿐 숫처녀 아니십니까?” “뭐, 뭐어?! 수, 숫처….” 실비아는 카운터를 날렸다! 효과는 굉장했다! 루티아는 충격 받은 표정으로 조금 떨어졌다. “소란스럽군. 뭐하는 거지?” 그때 우리 텐트로 또 한 명이 난입해왔다. 바로 미리엘이었다. “미리엘! 말 좀 해줘! 나 테크닉 좋지?” 왜 그걸 동성인 미리엘한테 묻는 거냐? 역시 던전에 오기 전에 살짝 그런 냄새를 풍겼던 것처럼, 얘들 진짜로….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보다 루티아 할 말이 있어.” “뭐야?” “텔루나님의 부탁을 너한테 맡긴다고 했는데, 그거 취소해야겠어.” “뭐?! 그건 무슨 뜻이야?!” “아무래도 텔루나님은 다른 뜻으로 그런 부탁을 하셨던 것 같아. 내가 오해하고 있었어. 기대하게 만들고 미안하지만, 여긴 내가 맡을게.” “안 돼! 내가 얼마나 기대했는데! 그럼 차라리 같이…!” “그럼 효율이 나빠질 뿐이야. 나 혼자 상대하는 게 제일이야. 이해해줘.” 얘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니. 대충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가려고 하기는 하는데 말이야, 이왕이면 내 예상이 틀렸으면 좋겠다. “쳇. 알았어. 대신 미리엘이 나중에 보답해줘야 돼?” “알겠어.” 루티아는 그 말만 남기고, 텐트를 빠져나갔다. 이제 텐트에는 나와 미리엘, 그리고 내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철저히 마크하고 있는 실비아만 남게 됐다. 실비아야. 난 너만 믿는다. “그럼 할까.” 미리엘은 실비아를 신경 쓰지도 않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묻겠는데…뭘?” “섹스.” 젠장! 내 예상이 맞았어! 결국 멀쩡해 보여도 얘 역시 아라크네 클랜의 일원이었어! “거절하겠다면?” “…그런 취미인 건가?” 미리엘은 내 대답을 듣고 잠깐 생각하더니, 어처구니없는 대답을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98==================== 의뢰 “아니거든!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건데! 그럴 리가 없잖아! 상식적으로!” “그럼 정말로 거부한다는 뜻인가?” “그래! 나에겐 이미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왜 너랑 자야하는 건데?!” “텔루나님을 말하는 거겠지? 하지만 그럼 어째서 텔루나님이 그런 부탁을 하신 거지? 그쪽이 시킨 게 아니었나?” “부탁이라니? 무슨 부탁?” “의뢰를 하는 동안 그쪽에게 잘해주라고 무척이나 강조하지 않으셨나. 그건 물론 밤 시중도 포함된 얘기라고 생각하는데.” 미리엘의 말에 나는 잠깐 굳을 수밖에 없었다. “잠깐. 무슨 얘기야?” “응? 그쪽도 제대로 들었다고 생각하는데.” 미리엘의 말에 나는 잠깐 기억을 되새겨봤다. 디아나가 내 밤 시중을 들라는 소리를 했었다고? 곰곰이 생각해봐도, 그런 뉘앙스를 풍기는 대화를 한 적은 없었다. 다만, 확실히 내게 알아서 잘하라는 얘기를 한 적은 있었다. 이거 설마…. “아, 아아! 야! 그게 아니잖아! 그때 그 얘기, 나랑 자지 말란 얘기잖아?!” “응? 그 얘기가 어떻게 그렇게 해석되는 거지?” “너야 말로 어떻게 생각하면 나한테 알아서 잘하라는 얘기를 밤 시중도 들라는 얘기로 해석하는 건데?!” “그쪽이야말로 어떻게 그런 결론이 나오는지 모르겠군. 나도 바보가 아니다. 우리 클랜에 대한 소문정도는 알고 있어. 섹스에 미친, 남자들의 꿈이 이뤄지는 클랜. 그런 클랜에 남자를 맡기면서 잘해주라는 건, 그런 의미잖아?” “아니아니아니. 생각해봐. 이상하잖아?! 디아나는 날 사랑하고 있다고! 다른 여자에게 밤 시중을 들게 하다니, 이상하잖아?!” “사랑하니까 더더욱, 하루라도 빨리 네가 자신에게 어울리는 남자로 만드시려는 거겠지. 그때문에 굳이 레벨이 높은 나에게 그런 부탁을 하신 걸 테고.” “우리 디아나는 그런 여자 아니거든?!” “정말인가? 확신하나?” 미리엘이 너무도 확신에 찬 태도로 말하자, 나는 그렇다고 확신을 하면서도 잠깐 대답을 망설이고 말았다. 내가 대답을 조금 망설이는 걸 보곤, 미리엘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도 사실 너와 자는 게 그다지 내키지는 않아. 난 더 이상 레벨을 올릴 필요도 없으니까, 너랑 자는 건 내가 일방적으로 은혜를 베푸는 것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텔루나님께서 그런 얘기를 하셨을 때는, 솔직히 텔루나님께 실망까지 했을 정도다. 그래서 밤 시중은 루티아에게 맡기려고 했던 거고.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텔루나님은 네 레벨을 올려야 한다고 이미 예상하고 있으셨던 모양이군. 그런 줄도 모르고 텔루나님을 조금 의심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지경이야.” “내키지 않으면 안하면 되잖아?!” “그럴 수는 없지. 네 레벨을 올려야하지 않겠어? 아까 전에는 일반 몬스터 상대로도 그렇게 고전했던 거다. 앞으로 계층의 주인을 상대하기 위해선, 네 레벨을 올리는 게 필수라고 생각되는데. 그리고 최대한 빨리 레벨을 올리기 위해선, 여기 있는 사람 중 레벨이 제일 높은 나와 자는 게 최선이야. 앨리시아에게 듣자하니 넌 레벨이 높은 사람과 자도 멀쩡한데다가, 쾌감마저 느끼게 할 수 있다는 모양이니까. 그것도 성자라는 직업이 가진 힘인 모양이지?” 뭔가 한 번 반박 타이밍을 놓친 사이에, 미리엘은 주장은 점점 더 힘을 얻어갔다. 이거 지금 제대로 반박하지 않으면 진짜로 강간이라도 당할 기세다. “그러니까. 이제 말은 그만하고 하도록 하지. 이러고 있는 시간이 아까워.” 미리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입고 있던 옷을 벗어갔다. 이럴 생각으로 왔기 때문인지 갑옷은 입고 있지 않았고, 순식간에 그 예쁜 나신이 내 눈앞에 드러났다. “으읏!” 내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가로막고 있던 실비아는 어째선지 미리엘을 그만두게 하지 못하고, 뭔가 위축된 듯 살짝 몸을 내 쪽으로 기울였다. 위험해. 진짜 당한다! “잠깐! 잠깐 기다려! 하나하나 정리해가자. 일단 첫째로, 디아나는 그런 이유로 자신의 남자의 밤 시중을 부탁하는 여자가 아니야. 확신하냐고 했지? 확신해. 심지어 우리 저택에 있는 집사도 지금 디아나보다 레벨이 높은데 나랑 자지 못하게 한다고. 그리고 다음으로, 확실히 내가 방금 전에 고전하기는 했어. 하지만 그렇다고 꼭 레벨을 올릴 필요가 있는 게 아니야. 나는 레벨 업 말고도 강해질 수단이 있다고.” 매력 스탯을 올리면 그만이니까 말이지. 다음 레벨 제한은 250레벨이고, 250레벨까지의 스탯 제한은 500이다. 성자 레벨을 올리면 매력 스탯이 자동으로 1씩 올라가는 걸 감안했을 때, 확실히 매력에 100 넘게 과투자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100까지는 찍어도 된다는 거다. 매력에 보너스 스탯 100을 찍어버리면 훈련으로 올라갈 기대치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꼴이 되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매력 스탯의 관련 행위 중에는 섹스도 포함되고, 그 때문에 매력이 모든 스탯 중 훈련으로 올라갈 확률이 가장 높은 스탯이라서 정말 아쉽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강해질 수단이란 녀석이 그렇게 극적으로 강해질 수 있는 건가? 말해두지만 아까 싸웠던 가루다가 강하다고는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 몬스터 중에서 그렇다 뿐이지, 초월종이나 계층의 주인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고. 확실히 계층의 주인에게까지 그 원거리 기술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지는 건가?” 으윽. 그, 그렇게 말하면 조금 자신이 없어지는데. 매력에 100을 찍으면 확실히 강해지기는 하지만, 이 세계는 레벨 보정이란 게 무시하기에는 너무 강력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주저하면 미리엘에게 강간당하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이지. 아무 문제없다고. 그러니까 네가 나랑 잘 필요는 없어. 알겠으면 그만 나가주겠어?” “…그런가. 알았어. 일단 믿어보지.” 일단이란 단어는 필요 없지 않아? 뭐야. 일단이라니. 납득을 한 것 같은 미리엘은, 아무래도 나랑 자는 게 내키지 않았다는 말 자체는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별로 아쉽지 않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텐트를 나갔다. 벗어던졌던 옷은 그냥 손에 들고. 나가면서 보이는 엉덩이가 꽤나 섹시해서 조금 분했다. 야. 아무리 밖에 너희 클랜원밖에 없다지만, 그렇게 나가도 되는 거냐? 진짜 수치심이란 게 없나. 아무튼 다행이다. 만약 루티아가 상대였다면 ‘그럼 이유를 만드는 건 됐어. 난 성자하고 섹스하는 느낌이란 게 궁금해. 그러니까 하자.’라고 나왔을 지도 모를 일이니까. 미리엘이 루티아를 먼저 보낸 건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구, 구원님….” 미리엘이 나가자, 그때까지 어깨에 힘을 팍 주고 내 앞에서 양팔을 벌리고 있던 실비아가 조금 기운 빠진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죄송합니다. 구원님을 지킨다고 말해놓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해서….” “아니야. 내가 쟤랑 자서 레벨 업을 하면 그만큼 다칠 확률도 줄어드는 거니까. 그걸 생각해서 주저한 거지?” 아무래도 정답인 듯, 실비아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시무룩한 표정만을 지었다. “그보다 실비아야. 돌아가면 내 무용담을 나머지 셋한테 똑똑히 전해줘. 온갖 여자들이 유혹해도 너희를 생각하면서 버텨냈다고 말이야.” “네, 넵. 반드시 전하겠습니다.” 내 장난스런 말에도 실비아는 표정을 풀지 않고 성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얜 너무 성실하다고 해야 할지, 나한테 너무 저자세라고 해야 할지. 어쩔 수 없지. 강제로 기분전환 좀 시켜줄까. “그럼 잘까!” “히아아악!” 나는 실비아를 확 끌어안고 뒤로 벌러덩 누웠다. “여, 역시 이 자세로 자지 않으면 안 됩니까?!” “당연하잖아. 익숙해지라고. 내일 밤에는 나랑 섹스도 하게 될지 모르니까.” “네?! 엣?! 세, 섹스?!” “그래. 미리엘한테는 자신 있다고 말해뒀지만, 사람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니까 말이야. 강화를 해도 초월종이나 계층의 주인한테는 내 스킬이 안 먹힐 수도 있는 거고, 그럼 실비아랑 섹스를 해서 레벨을 올려야하지 않겠어? 아니면 뭐야? 내가 정말로 미리엘이랑 섹스해서 레벨을 올렸으면 좋겠어?” 솔직히 말하면 매력을 올린다고 무조건 성자의 파동이 먹힐 거라는 보장이 없는 이상, 오늘도 실비아와 해서 레벨을 올리는 게 좋기는 하겠지만 말이야. 과연 실비아도 이틀 연속으로 날 상대하는 건 힘들겠지. 특히 얘는 다른 애들보다도 유독 더 느끼니까. 실비아야. 내가 이렇게 배려심이 넘친단다. “우웃. 그, 그건 아닙니다만….” “그렇지? 그러니까 빨리 익숙해지라고. 내일 아침에는 오늘 아침처럼 또 잠에서 깨자마자 다시 기절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우으으읏. 노, 노력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실비아의 진동은 약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 나로선 이 진동이 기분 좋았지만. 옆으로 누워서 실비아의 엉덩이 사이에 물건을 껴놓고 자고 있으니까. 그러려면 서야 되는 거 아니냐고? 이미 물건은 옛적에 서있었다고! 젠장. 미리엘 녀석, 벗은 몸이 정말 섹시하긴 했단 말이야. 그걸 참아낸 난 정말로 칭찬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어나자마자 일단 매력에 스탯 95를 투자했다. 100을 찍지 않고 95를 찍은 건, 관련 행동으로 매력이 상승할 여지를 조금이라도 남겨둔 내 소심함이라고 하겠다. 실비아는 어제 그렇게 긴장하다가 결국 늦잠을 잤는지, 내 품에서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좋아. 깰 때까지 코앞에다가 얼굴을 들이밀고 있어줄까. 기절하진 않겠지? 삽입 중이 아니니까 아마 괜찮겠지. “구원! 야! 일어났냐?” 하지만 내 장난이 성공하기 전에, 우리 텐트로 앨리시아가 들이닥쳤다. “응? 뭐야?” “전투다. 수컷 오우거가 나타났어. 빨리 와!” “우, 우으응…? 흐아아앗!” 앨리시아의 목소리에 깬 건지, 실비아가 화들짝 놀라면서 후다다닥 내게서 멀어졌다. 좋아. 실비아의 귀여운 모습도 봤으니 만족이다. “실비아! 가자!” “에, 엣?! 넷?!” 잠에서 깨자마자 눈앞에 있는 내 얼굴을 보고 놀라서 상황파악이 안 되고 있는 실비아의 손을 붙잡고, 나는 황급히 앨리시아를 따라 나갔다. 전투는 우리가 자고 있는 곳에서 일어난 게 아니라,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어쩐지. 근처에서 전투가 벌어졌으면 나도 실비아도 안 깼을 리가 없지. 어째서 야영중인데 조금 떨어진 곳까지 나가서 전투를 하고 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몬스터의 덩치를 보면 그것도 납득이 됐다. 그도 그럴게, 저 녀석 우리 야영지에서도 보이는 걸. 아마 야영지에 피해가 오지 않도록 미리 가서 전투를 개시한 거겠지. “무슨 덩치가 저렇게 커. 저거 초월종?” “아니. 일반 몬스터야. 왜? 쫄았냐?” 그럼 너 같으면 안 쫄겠냐? 나 같은 건 스쳐도 사망할 것 같은 덩치인데. 오우거란 녀석이 보통 판타지 세계의 몬스터 중 최상위에 군림하는 몬스터로 자주 묘사되기는 하지만, 저렇게 클 필요는 없잖아? 너무 커서 눈대중으로 크기를 짐작하기도 힘들었지만, 확실히 10미터는 넘어보였다. 이렇게 키 큰 나무들 사이를 뚫고 보일 정도니까. “참고로 저거랑 어제 싸웠던 가루다하고는 어느 쪽이 더 강해?” “물론 오우거가 조금 더 강하지. 5계층에서 일반 몬스터 중 오우거보다 강한 녀석은 없다고 봐도 돼.” 즉, 매력 스탯을 올리고 처음 스킬을 시험해보기에는 딱 좋은 상대라는 거다. 몬스터의 하반신이 보일 정도로 가까워지자, 오우거를 상대하던 미리엘이 검을 거두고 내게 다가왔다. “구원! 왔나? 어제 말한 대로 조금은 강해졌나? 말해두지만, 이 녀석은 어제 그녀석보다 강해. 그리고 우린 꼭 이 녀석의 성기를 얻고 싶어.” “그럼. 문제없어. 맡겨둬.” 여기서 대답을 주저하면 오늘 밤은 분명 강간당한다. 나는 애써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였다. “좋아. 그럼 신호를 보내면 바로 스킬을 걸어줘.” 미리엘은 그 말만을 남기고 다시 오우거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고는 어제 가루다를 공격할 때처럼 지니의 대검을 이용해 훌쩍 뛰어올라서, 오우거의 어깨 위에 올라타 이리저리 움직이며 머리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보통 상대가 저 정도로 크면 다리부터 공략하는 게 정석 아닌가? 진짜 이 녀석들 싸우는 방식이라곤 도움이 안 되네. 그나마 서로의 연계가 상당히 훌륭해서, 그것만큼은 보고 배울 점이 있기는 했지만. “구원! 지금이다!” 그리고 오우거가 힘을 잃고 무릎을 꿇었을 때, 미리엘이 오우거의 머리 위로 높게 솟아오르며 말했다. 제대로 말은 안했지만 어제 내가 가루다에게 당하게 만들었던 게 미안하기는 했는지, 이번에는 내가 스킬을 사용함과 동시에 끝장을 내려는 모양이다. 검을 아래로 향하고 오우거의 머리를 향해 기세 좋게 하강해갔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얼른 성자의 파동을 오우거에게 날렸다. 제발, 제발 먹혀라! 하지만 성자의 파동이 몸에 닿아도, 오우거는 이쪽을 돌아보지 않았다. 젠장! 안 되는 건가?! 나는 포기하지 않고 두 번 세 번 연달아 성자의 파동을 날려댔다. 그리고 미리엘의 검이 오우거의 목 뒤를 그대로 갈랐다. 젠장. 실패인가? 죽기 직전에 오우거가 이쪽으로 눈을 돌린 것 같기도 했지만, 성공이라고 확신하기에는 애매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오우거의 시체에 다가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ZionJyle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코드표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조아라 작가님들을 대신해서 변명을 조금 하자면, ㄹ과 ㅇ이 붙어있어서 오타가 나는 것일 겁니다. 게다가 맞게 쓴 것보다 틀리게 쓴 게 기억에 오래 남다보니, 전부 틀리는 것처럼 느껴지신 거겠죠. 제 경우만 봐도 얼마 전 294화에 건드리다라는 표현이 몇 번 나왔는데 전부 맞게 썼는걸요. 299==================== 의뢰 “뭘 그렇게 쫄아있냐? 죽은 거 맞으니까 걱정 말라고! 하여간 이래서 병아리는….” 내가 조심조심 오우거 시체에 다가가자 겁먹었다고 생각한 건지, 앨리시아가 내 등을 찰싹 때리면서 쾌활하게 말했다. “겁먹은 거 아니거든.” “그래그래. 자식. 그래도 자존심은 있나보지?” 앨리시아는 내 머리를 팔로 감싸 옆구리에 끼고는 반대 손으로 머리를 마구잡이로 흐트러뜨렸다. 이거 갑자기 왜 이래? 아니, 물론 평소에도 이런 성격이었지만, 그래도 어제 전투 때엔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 그런가. 어제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이거 설마 자기 딴엔 다독이려고 그러는 건가. 앨리시아야. 네가 왜 그 외모에 그 능력으로 아직까지 남자 한 번 못 사겨봤는지 알 것 같다. “야. 진짜 겁먹은 거야? 갑자기 왜 그렇게 조용해?” 역시 걱정 되서 그랬던 건지, 내가 조용히 있자 앨리시아가 살짝 걱정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냥…. 굳세게 살아라. 앨리시아.” “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언젠간 너도 어울리는 짝이 나타날 거야.”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갑자기 그 말이 왜 튀어나와?!” “아니, 아무것도 아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앨리시아의 옆구리에서 벗어나 오우거 시체로 향했다. “야. 이 새끼야! 어딜 도망가!” 훗. 뒤에서 남자 한 번 못 사겨본 패배자의 목소리가 들리는군. 앨리시아가 집요하게 쫓아와서 무슨 개소리냐고 떠들어댔지만, 나는 그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봐주고는 철저히 대답을 회피했다. 오우거 시체에서는 이미 미리엘이 마석을 회수하는 중이었다. 이렇게 덩치가 크다보니, 마석을 회수하는 것도 꽤나 중노동이다. 심지어 마석 크기가 엄청나게 커지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저 덩치에서 주먹크기보다 작은 마석을 파내야 한다니. 디아나에게 들은 얘기지만, 4계층부터는 몬스터들이 가진 마석의 색이 보라색으로 바뀌면서 크기가 줄어든다는 모양이다. 색이 변하는 만큼 포함하고 있는 마나의 순도도 높아져서, 크기가 줄어들어도 마나 함유량은 더 높아진다나. 3계층 몬스터들이 뱉는 마석이 이미 주먹 두 개만한 크기였으니, 마나를 품은 만큼 무한대로 커졌다가는 오우거 같은 녀석들이 가진 마나는 직경 1미터가 넘어갈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모험가들로선 고마운 얘기지. 그러고 보니 얘들은 도축 스킬 같은 걸 익히고 있는 걸까? 애초에 모험가는 길드에서 등록을 하면 얻을 수 있는 직업인데, 길드에서 모험가 스킬을 전수해준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내가 배우고 있는 다른 모험가 스킬인 애널라이즈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쓰는 걸 본적이 없고. 디아나마저도 다른 사람의 레벨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니, 아마 이 세계에서 애널라이즈를 배운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다. 그럼 다른 모험가 스킬인 도축 역시도,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안배우고 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나중에 디아나한테 물어봐야지. 하지만 그런 걱정과는 별개로, 미리엘은 검으로 마석의 위치를 향해 곧장 파나갔다. 오우거를 잡아본 게 한두 번도 아닐 테고, 마석의 위치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리고 드디어 오우거의 몸이 썩어가듯 순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 어떻게 됐어? 나는 오우거의 하반신이 놓여있던 자리에 눈을 돌렸다. 거기에는 뭔가 검붉은 색의, 거대한 기둥이 놓여있었다. “끄아아아악! 내 눈!” 내가 성기를 볼 때마다 이런 반응을 해서 이제 익숙해진 건지, 아라크네 사람들은 내 쪽에는 시선도 주지 않고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쓸쓸하다. 우리 애들이 보고 싶다. “…크군.” “정말 크네. 저런 거, 내 거 안에는 안 들어갈 것 같은데?” “그렇군. 나도 마찬가지야.” 얘들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하잖아! 그럼 저걸 넣어볼 생각이었어?! “…곤란하군.” 뭐가?! 뭐가 곤란한데?! 저게 안 에 안 들어가는 게 그렇게 곤란해?! 정상이잖아?! 오히려 들어가면 곤란한 거 아니냐?! “으음…. 아, 그래! 구원!” 앨리시아가 갑자기 내 어깨를 쳤다. “뭐야?!” “저거 넌 넣고 다닐 수 있지 않아?!” 얘,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거 미친 거 아냐?! 아무리 내가 아까 좀 놀렸다고 해도 그렇지, 그런 농담은 너무한 거 아니냐?!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너도 안 들어가? 칸나에게 들은 얘기론, 넌 손만 대도 물건을 아공간에 넣을 수 있다고 하던데.” “응? 아, 아공간? 아, 아아! 그런 얘기였어?!” “그럼 무슨 얘기라고 생각한 건데?!” “응? 아, 아하하하!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그보다 왜? 아이템은 너희가 가지고 있다가 마지막에 한 번에 정산해주는 거 아니었어? 너희 아공간 주머니도 있잖아?” “우리가 가진 주머니 중에 저걸 집어넣을 수 있는 크기는 없어. 아무리 아공간 주머니라도 입구에 들어가지도 않는 크기의 물건을 넣을 수는 없다고.” 과연. 아까 내 거에 안들어간다느니 뭐니 하는 얘기는 그런 얘기였던 건가. 난 또 얘들이 남자만 잡아먹는 게 아니라 이상 성벽까지 가지고 있는 줄 알고 식겁했네. “그래서, 넌 넣을 수 있는 거야?” “…그야 넣을 수는 있지만….” “있지만 뭐야?” “저거 만지기 싫은데.” “뭔 애새끼 같은 소릴 하는 거야?”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해봐. 너라면 같은 여자 성기를 만지고 싶어?” “…….” 어째선지 앨리시아는 내게서 눈을 돌렸다. “…너 만진 적 있구나. 그랬어. 남자가 상대를 해주지 않으니 결국 여자한테 눈을 돌린….” “그, 그런 거 아니거든 새끼야!” “그, 그래. 그러시겠지. 이해한다.” “이, 이 새끼가! 그러니까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 “그래. 이해한다니까?” “이해한 표정이 아니잖아?!” 시끄러운 레즈비언 녀석이다. 나는 앨리시아를 무시하고 오우거의 성기로 다가갔다. “구원. 미안하지만 부탁할 수 있을까?” 나와 앨리시아의 대화를 들었는지, 미리엘이 진지한 얼굴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 그래.” 어젯밤 이후로 묘하게 미리엘이 대하기 어려워졌다. 미리엘은 아직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지만, 오우거한테 성자의 파동이 먹힌 것도 정말 아슬아슬했고. 이거 들켰다가는 분명 오늘 밤에 강간당한다. 게다가 미리엘 이 녀석, 자기는 더 이상 레벨을 올릴 필요가 없다고 했었지. 그 말은 즉, 바꿔 말해서 레벨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말이다. 레벨 250. 이 녀석은 대체 몇 명의 남자를 희생해서 그 레벨에 도달한 거지? 역시 아라크네 클랜에서 제일 무서운 건 미리엘일지도 모른다. 특히 섹스라는 행위 자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더욱더. “뭐하는 거지?” “잠깐, 잠깐만 기다려.” 내가 오우거의 성기 앞에서 가만히 서있자, 미리엘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젠장. 역시 만질 수밖에 없는 건가. 이딴 거 만지고 싶지 않은데. 지금까지 몬스터 성기들은 만지면서 나름 면역이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큰 건 또 느낌이 달랐다. “에잇!” 그때 앨리시아가 내 손을 붙잡고 그대로 오우거의 성기에 가져다댔다. “끄아아악! 무슨 짓이야?!” “빨리빨리 하라고. 언제까지 그렇게 시간 끌고 있을 거야?! 너 때문에 다들 기다리잖아?” 젠장.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열 받는다. 이 녀석, 분명 방금 전에 내가 놀렸다고 복수한 거야. 하지만 여기서 더 반박해봤자 오우거 성기를 만지고 있는 시간만 길어질 뿐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얼른 오우거 성기를 인벤토리에 넣었다. “크흑. 더럽혀진 기분이야.” “고작 잠깐 만진 것 같고 소란은.” “젠장! 이렇게 된 이상! 가슴으로 정화해주겠어!” 나는 앨리시아의 가슴에 손을 뻗었다. 딱딱해. 그야 그렇지. 갑옷을 입고 있는 걸. “뭐하냐 너? 풉. 뭐야. 말론 그러면서 혹시 동정을 뺏어간 이 몸이 그리웠던 거냐? 갑옷 벗어서 잠깐 만지게 해줘?” 제길. 그래. 얜 이런 애였지. 진짜 싫다. 아라크네 클랜. 뭔 여자들이 하나같이 부끄러운 줄을 몰라. “젠장! 그런 거 아니거든! 그냥 아무나 좋으니 가슴이 만지고 싶었을 뿐이야!” “어머, 그럼 누나가 만지게 해줄까?” “아뇨. 생각해보니까 제가 어리석었네요. 아녀자의 가슴을 함부로 만지려 들다니. 신사로서 그럴 수는 없죠.” “사양하지 않아도 되는데.” 게다가 옆에서 끼어드는 바람에 나는 곧바로 냉정해질 수 밖에 없었다. 분명 매력적인 커다란 가슴이고, 전신 레깅스 상태라 만지는 느낌도 죽일 테지만, 저거 만지면 분명 그대로 덮쳐질 거야. “그건 그렇고, 정말로 스킬이 먹히게 됐군. 하루 만에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거지?” 미리엘은 감탄한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뭐, 뭐어. 난 이방인이니까. 이 세계 사람들이 모르는 기술 한두 개는 가지고 있지. 아무튼 이걸로 내가 너랑 잘 필요는 없다는 걸 알았겠지?” 난 일단 최대한 허세를 부렸다. “그렇군. 앞으로도 부탁하지.” 이젠 돌이킬 수 없어. 오늘부터는 매일 밤 실비아랑 밤새 섹스해서, 어떻게든 계층의 주인에게 도착하기 전까지 레벨을 끌어올린다. 그러고 보니 얘들 전부 내 외모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네. 일단 매력을 95나 올렸으니까, 뭔가 반응이 있어야 되는 거 아냐? 나는 내 옆에서 서있는 실비아를 쳐다봤다. 방금 내가 가슴으로 소란을 피웠기 때문인지, 자심의 가슴을 내려다보면서 조금 시무룩해져있었다. 아냐. 실비아야. 내가 앨리시아의 가슴에 손을 뻗은 건 그냥 걜 골려주려고 그런 거지, 결코 앨리시아 가슴이 커서 그런 게 아냐. “실비아.” “네, 네히이입?!” 나는 실비아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허리를 숙여서 실비아와 눈높이를 마주쳤다. 서로간의 얼굴 거리가 10센티미터 정도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밀착해서, 실비아와 두 눈을 지그시 바라봤다. 실비아는 내 얼굴을 보면서 눈동자가 좌우로 거세게 진동했다. 음. 모르겠다. 얜 항상 이런 반응이니, 매력이 높아져 더 잘생겨진 내 얼굴에 반응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이러는 건지 분간이 안 된다. 역시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나. “나 뭐 변한 거 없어?” “벼, 벼, 변한 거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그게, 그러니까….” 실비아는 당황한 듯 고민했다. 역시 잘 모르는 건가. 스탯이란 게 상대적인 만큼, 어쩌면 레벨이 나보다 훨씬 높은 애들은 그 차이를 잘 모르는 걸지도 모르겠다. “혹시 잘 생겨지지 않았어?” “구, 구원님은 언제나 잘생기셨습니다!” 아니면 그냥 실비아 눈에는 내가 언제나 최고로 보여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역시 잘 모르겠다. 아무튼 오우거의 나머지 아이템들도 수거하고, 우리는 야영을 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거기엔 전투 현장에 혼자 오지 않았던 마틸다가 남아있었다. “다들 어디 갔다가 이제…. 어머. 당신 조, 조금 얼굴이…?” “응?! 얼굴이 뭐?!” 내가 얼굴을 들이밀자, 마틸다가 얼굴을 붉히며 촉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게, 잘생겨지신….” 으악! 너무 흥분해서 그만 폭탄에 불을 붙여버렸어! 어쩔 수 없잖아! 사람인 이상 잘생겼단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 좋단 말이야! “성자 스킬을 강하게 한다고 좀 변하긴 했지! 왜 반했냐? 그럴 리 없지? 나 같은 쓰레기를, 그냥 외모가 좋다고 반할 만큼 쉬운 여자는 아니겠지?!” “다, 당연하죠! 사람을 어떻게 보고!” 후우. 아슬아슬하게 넘겼나? 응. 다행이다. 아직 선다. “역시 내 기분 탓이 아니었나. 뭔가 변한 것 같기는 했지만.” “어머, 우리 귀염둥이. 뭐 했니?” “아, 네. 성자 스킬의 위력은 외모와도 관련이 있어서.” 역시 아라크네 사람들도 눈치는 채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람이 조금 달라 보이면 언급을 해달라고. 괜히 혼자서 안달 났었잖아. 아니, 생각해보면 이게 당연한 건가. 나라도 남의 여자가 평소보다 더 꾸몄다고 해서 예뻐졌다고 막 칭찬하지는 않을 테니. 대놓고 꼬드기는 거잖아. 게다가 그게 어디 높으신 분의 여자라고 생각해봐라. 완전히 권력에 도전하는 거다. 얘들은 내가 디아나의 남자라는 걸 알고 있는 만큼, 말하기 힘들었겠지. “어쩐지 오늘따라 더 맛있…귀여워 보인다 싶었어.” …어쩌면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언급을 안했던 것일 수도 있고. 역시 여기 클랜 사람들은 하나같이 상대하기 힘들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00==================== 의뢰 아침을 상쾌하게 오우거 레이드로 시작한 우리는,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바로 다시 길을 나섰다. 5계층은 2계층과 마찬가지로 층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하나의 넓은 공간으로 이뤄져있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여기에 개미굴 같은 게 또 있을 수도 있다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 또한 하늘은 높고 나무는 크고 몬스터도 크고 전부 큼지막한 이곳은, 계층의 주인까지의 거리도 엄청나게 멀다고 한다. 뭐, 지금 내가 거리가 먼 걸 불평할 처지가 아니지만. 오히려 좀 더 멀었으면 좋겠다. 물론 얼른 의뢰를 마치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너무 빨리 도착해버리면 레벨 업을 할 시간이 없다. 그리고 내 레벨이 부족하다는 걸 들킨 순간 바로 미리엘에게 강간당하는 미래밖에 안 보인다. 게다가 계층의 주인만이 문제가 아니다.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초월종 또한 문제였다. 만약 여기서 초월종을 맞닥뜨리기라도 한다면, 계층의 주인까지 갈 것도 없이 바로 관광코스다. 오우거한테도 아슬아슬했으니 분명 초월종에겐 안 먹히겠지.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어젯밤에도 실비아랑 섹스를 할 걸 그랬나. 그렇게 언제 초월종을 만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안절부절못하면서, 나는 쉴 새 없이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너 아까부터 왜 그러냐?” 결국 옆에서 걷던 앨리시아가 보다 못해 한마디 할 정도였다. “으, 응?! 뭐가?!” “아까부터 똥마려운 개처럼 그러고 있잖아. 뭐 문제 있냐?” “아니. 평생 남자 하나 못 사겨본 네 처지랑 비교하면 아무 문제없어.” 아, 실수했다. 너무 당황해서 그만 공격적으로 말하고 말았어. 나는 말을 내뱉은 순간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이, 이 새끼가 아까부터 진짜! 네가 나 남자 못 만났는데 보태준거 있냐?!” 물론 앨리시아는 바로 불같이 화를 냈다. 심지어 인정까지 해버렸어. 남자 못 만나본거. 갑자기 먼저 시비 걸어서 미안하니까 조금 도와줄까. “그럼 보태줄까?” “뭐, 뭐어?” “그러니까 앞으로 네가 남자를 만들기 위해서, 뭔가 조언이라도 해줄까?” “네가?” “내가 뭐? 어때서? 너 지금 내 모습 안보이냐?” 나는 양팔을 뻗어서 바로 옆에 붙어 따라오고 있는 두 명을 끌어안았다. “히아아아앗!” “꺄아악! 이, 이건…다, 당신…. 역시 당신도 절….” 이제는 익숙한 실비아의 비명은 둘째 치고, 뭔가 위화감이 드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마틸다가 눈동자에 하트를 띄우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으아아악! 깜짝이야! 네가 여기 왜 있어?!” “핫! 다, 당신이 갑자기 끌어안았잖아요?! 이 파렴치한!” 다행이 마틸다는 내가 바로 팔을 떼며 멀어지자 정신을 차린 것처럼 보였지만, 방심할 수 없었다. 방금 역시 당신도 절이라고 했지? 이거 진짜로 위험한 거 아냐? 하지만 되살아난 자존심을 사용하자 바로 내 아들이 반응을 보였다. 다행이다. 방금 전엔 정말로 아슬아슬했을 거야. 하지만 아직 위기는 끝나지 않았었다. “왜, 왜 그렇게 커진 거죠?! 절 끌어안고?! 역시 당신도 절….” 으아아아! 얘 진짜 귀찮아! “아니거든! 우리 실비아 끌어안고 이렇게 된 거거든?!” “흐에에엣?!” 여전히 내 옆구리에 안겨있는 실비아는 스플래시 데미지를 입고 몸의 진동이 더 거세졌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희생이었다. 미안하다 실비아. 내 아들을 지키기 위해선 이럴 수밖에 없었어. “크흠! 크흠! 아무튼! 이렇게 인기 있는 내가 조언을 해주겠다는 거다. 어때? 생각 있어?” “됐어! 그런 건 이미 충분히 들었다고!” 들은 거냐. 내가 언급하기 전부터도, 의외로 신경 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진짜 미안한 짓을 하기는 했네. “그래봤자 같은 여자한테 들은 거지? 남자인 내 조언은 또 다를 수도 있는 거 아냐?” “그, 그럼…어디 한 번 들어나…볼까…?” 앨리시아는 아닌 척 하면서도 결국 관심을 보였다. 역시나. 네가 레즈비언 행위에 빠지게 된 건 그저 남자가 없었기 때문이구나. 불쌍한 것. 이 내가 구제해주도록 하지. “우선 말이지. 앨리시아. 넌 색기가 부족해.” “이 새끼가! 시비 거는 거냐?! 나도 충분히 색기 있거든?! 얼마 전까진 내 안에 넣자마자 싸버리면서 동정 버렸던 새끼가!” “워워. 진정해. 놀리는 게 아냐. 난 진심으로 충고하는 거라고. 물론 네 몸은 색기 있지. 그건 인정해. 하지만 앨리시아. 아무리 하드웨어가 좋아도 소프트웨어가 그 모양이면 말짱 꽝이야.” “좋아.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나한테 시비 걸고 싶다는 건 잘 알았다. 잠깐 저기로 따라와 새끼야! 상대해주마!” “바로 그 태도야! 그 태도가 문제라고 앨리시아! 조금만 애교떨면 남자 같은 건 금방 만들 수 있는 외모를 가지고도 네가 여태까지 남자 한 번 못 사겨본 이유가 바로 그거야! 넌 너무 난폭해! 몸매는 섹시해도 마음속 깊이 이성으로 안 느껴져!” 실제로 나도 얘랑 말할 때는 뭔가 사내놈이랑 대화하는 기분이고. “그래서 남자한테 아양이라도 떨라는 말이냐?! 핫! 그런 짓까지 할 정도로….” “모든 남자한테 다 그러라는 게 아니잖아? 네가 맘에 드는 남자 하나한테만 그러면 돼. 그리고 항상 애교를 떨라는 것도 아니고. 요는 갭이야. 갭.” “…갭?” “그래. 평소에는 남자같고…으악! 잠깐! 욕하는 거 아니니까 좀 계속 들어봐! 평소에는 이성처럼 안 느껴지고 털털한 애가, 가끔씩 보여주는 여자다운 모습. 그것만으로 남자를 뿅 가게 만들 수 있는 거라고.” “…구체적으론 어떻게 하라고.” 앨리시아도 그 정도라면 자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건지, 조금 받아들이는 자세가 됐다. “그러니까 신경 쓰이는 남자한테만 조금 더 여성스럽게, 그렇군. 실비아.” “네, 넵?!” “귀족 영애로서 여성스러운 게 뭔지 앨리시아한테 시범 좀 보여줘.” “……펴, 평안하신지오. 제 이름은 실비아….” “됐다.” “아우우우우….” 그러고 보니 실비아도 남자랑 인연이 없는 삶을 살았었다. 어디 여성스러운 애 없나? 나는 주변을 살펴봤다. 문득 아라크네의 면면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지만, 도와줄 생각은 전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너희 동료잖아. 조금 도와주라고. 젠장. 어쩔 수 없지. 내가 이 한 몸 희생할 수밖에 없나. “앨리시아. 지금부터 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두 눈 크게 뜨고 잘 봐라. 이게 좋아하는 남성을 대할 때 여자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란 거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마틸다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 턱을 손으로 잡아서 위를 올려다보게 만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마틸다.” “네…. 구원씨….” 역시나 마틸다는 순식간에 사랑에 빠진 여자로 변해서 촉촉하고 달콤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좋아. 이 이상은 위험하다. “너 완전 쉬운 여자구나.” “뭐, 뭐라고요!” 나는 곧바로 목소리를 바꿔 비웃듯이 말했고, 마틸다는 바로 격분했다. 후우. 위험했어. “어떠냐. 앨리시아. 잘 봤냐? 이게 바로 여성성이란 거….” “제, 제가 그렇게 여성스럽나요?” 아오. 얘 귀찮아! “그래봤자 마틸다지만!” “그게 대체 무슨 뜻이죠?!” 나한테 반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 이상 마틸다가 들으면 더 귀찮아질 것 같아서, 나는 앨리시아의 머리를 끌어안고 귀에다가 입을 가져다대 속삭였다. “아무튼 잘 알았냐? 방금 저게 여성스러운 태도라는 거야. 내가 이 한 몸 희생해서 보여준 거니 똑똑히 봤겠지?” “저, 저런 걸 나보고 하라는 거냐.” 앨리시아는 답지 않게 자신 없는 태도로 말했다. “뭐야? 저 정도도 못할 것 같아? 그냥 조금 달콤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것뿐이잖아. 거기다 시선에 물기까지 띄면 최고고.” “으으으음….” “좋아. 자신 없으면 어디 지금 연습이라도 해봐.” “여, 여기서?!” “뭐 어때? 내가 보고 평가해줄게. 내 합격점을 받으면, 넌 남자와 그저 섹스를 할 뿐 아니라 더 깊은 관계까지 될 수 있는 여자가 되는 거다. 괜찮아. 너라면 할 수 있어. 일단 하드웨어는 좋으니까.” “일단이라니 뭐냐! 일단이라니!” “칭찬해준 거잖아. 아무튼 자! 해봐! 부끄러워하지 말고!” “으으윽…저런 걸 어떻게….” “분위기라도 잡아줄까? 앨리시아….” “네…으아악! 역시 안 되겠어! 느끼한 얼굴 저리 치워!” 내가 마틸다에게 했던 것처럼 앨리시아의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부드럽게 이름을 부르자, 앨리시아는 한 번 시도를 해보는 것처럼 보이더니 결국 날 밀쳐냈다. 느끼하다니. 충격이다. 난 지금까지 스스로 남자답게 생겼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네가 너무 안하려고 하니까 분위기 좀 잡아준 거잖아. 너 남자 사귀기 싫어?” “관심 없거든! 그러고 보니 어째서 내가 사내새끼가 고픈 것처럼 된 거야! 애초에 네 조언이란 건 그냥 한 번 흥미삼아 들어본 것뿐이었다고!” “에이. 얘 또 그런다.” “너 역시 시비 거는 거지!” 무슨 소리를. 사람이 모처럼 호의를 베풀고 있는데. …뭐, 조금 즐기고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지만. “자, 그러지 말고 한 번 더….” “전방에 사이클롭스 한 마리! 수컷이야!” 하지만 그때 혼자 앞장서서 정찰을 하고 있던 루티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쳇. 휴식 시간은 끝인가. “그런가! 자, 구원! 너도 빨리 성자 스킬을 준비해!” 앨리시아는 뭔가 다행이란 표정으로 재빨리 무기를 그러쥐고 외쳤다. 아니, 준비하고 뭐고 할 거 없이 바로 발동 가능하거든. 게다가 내가 스킬 쓰는 건 마지막이잖아. 이번 녀석도 오우거처럼 레이드하는 방식으로 잡아야하는 건지, 미리엘과 앨리시아, 지니가 쏜살같이 앞으로 튀어나갔다. 실비아와 마틸다는 어제 같은 일은 벌어지게 하지 않겠다는 듯 내 앞을 든든히 가로막고 섰고, 내 뒤에는 아라크네의 후위 진들과 릴리가 굳게 틀어막았다. 맨날 앞에 나가서 싸우다가 이렇게 보호받으니까 참 기분이 묘하단 말이야.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번에도 오우거처럼 성자의 파동 여러 발을 써야 할지도 모르니까. 제대로 긴장하고 있자. 결국 사이클롭스도 아무런 문제없이 잡았고, 그 날은 초월종 같은 것도 만나는 일 없이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지쳤다. 언제 초월종이 나올지 몰라서 전전긍긍하는 것도 꽤나 신경을 갉아먹는 일이었다. 그나마 앨리시아로 놀…앨리시아에게 조언을 해주며 긴장을 풀지 않았으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야. 하지만 난 해냈다. 하루 종일 미리엘에게 내 레벨이 부족하다는 걸 들키지 않았으니까, 일단 한 고비는 넘긴 셈이야. 이제 밤마다 실비아랑 엄청나게 해대서, 초월종과 계층의 주인에게 성자의 파동이 먹힐 정도로 레벨을 올리면 끝이다. 난 해내고 말겠어! “그런고로 실비아. 벗어.” “네, 네헷?!” “뭘 그렇게 놀라. 어젯밤에 설명했잖아. 너랑 섹스해서 레벨 업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지금 이 상태론 레벨이 부족해. 언제 미리엘이 내 레벨을 올려주겠다면서 덮쳐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야. 오늘부터 계층의 주인에게 도착할 때까지, 우리는 하루도 쉬지 않고 섹스를 한다.” “아, 아, 아아….” 실비아는 앞으로의 고난을 예감하는 건지, 얼굴을 감싸 쥐고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표정이야? 나랑 하기 싫어?” “조, 좋습니다! 좋습니다만…살아남을 자신이….” “걱정 마. 나한텐 힐링 섹스도 있으니까. 육체적인 컨디션은 오히려 더 좋아질 거야.” “저, 정신적인 측면은요?” “그거야 네가 노력해야지.” “여, 역시 저…!” “실비아는 내가 다른 여자한테 덮쳐져도 상관없는 거구나.” “아, 아, 아, 아닙니다!” “그럼 얼른 벗어.” “아우으으으으….” “참고로 말하는데, 너 이번엔 기절하면 안 된다? 다른 애들이랑 다르게 넌 기절하면 절정에 달하지도 못하니까. 내 레벨 업이 목적인 이상, 넌 반드시 깨어있어야 돼.” “우으읏! 그, 그런 조건까지….” “왜? 자신 없어?” “아, 아닙니다! 노력 하겠습니다….” 내가 살짝 실망스런 표정을 짓자, 실비아는 고개를 붕붕 흔들더니 자신의 뺨을 양손으로 찰싹 때려 기합을 넣으며 말했다. 아프겠다. “그렇다고 너무 그렇게 긴장할 건 없고. 자기 뺨은 왜 때려. 예쁜 얼굴에 상처 나면 어쩌려고.” “하우우우우….” 하지만 내가 속삭이자 기합이 들어갔던 얼굴을 바로 헤실헤실 풀어졌다. 이거 안 될지도 모르겠는데.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01==================== 의뢰 “그, 그럼 벗겠습니다…. 하앗, 하앗, 하앗.” 역시 분위기로 느끼는 여자. 실비아. 실비아는 옷을 한 꺼풀 한 꺼풀 벗어나갈 때마다 호흡이 점차 거칠어져갔다. 그리고 입고 있던 바지를 벗자 드러난 속옷은 이미 안이 투명하게 비쳐 보일 정도로 흠뻑 젖어있었다. “왜 벌써부터 이렇게 젖은 거야? 역시 기대하고 있었어?” “우, 우으으으…기,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실비아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하지만 제대로 대답을 했다. 이렇게 솔직하게 대답해버리면 나도 더 괴롭히기 힘들어져버리는데 말이야. …뭐 됐나. 오늘은 즐기는 것도 즐기는 거지만, 최우선 목표는 최대한 효율적으로 레벨을 많이 올리는 거다. 이런 표현은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젖어있다면 편해서 좋긴 하다. “그럼 속옷도 벗어야지?” “아우으으…네, 네헤에….”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먼저 팬티부터 내리기 시작했다. 보통은 위쪽부터 벗는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얘도 일단 브래지어를 하기는 하는 구나. 찰 필요가 있는 사이즈인가? 뭐, 예쁘기도 하고 벗기는 맛도 있으니 나로선 좋지만. 아무튼 팬티가 내려가면서 보이는, 흠뻑 젖은 음부와 팬티 사이로 애액의 끈들이 이어지는 모습이 상당히 야릇했다. 그 모습만으로도 이미 물건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다 벗을 때까지 참을 필요도 없나. “실비아!” “네, 으엣?! 흐아아아아!” 나는 얼른 바지 앞섶을 풀고, 실비아가 팬티를 한쪽 다리에서 빼내자마자 그 팔을 잡아 당겨서 내 위에 앉히는 자세로 삽입했다. 그리고 기습을 당한 실비아는 상황이 파악하자마자 바로 절정에 달했다. 시작부터 레벨 업이 순조롭군. “잘했어. 실비아. 이 기세로 더 팍팍 느껴.” “그, 그럼 죽습니다!” “걱정 마. 힐링 섹스가 있는 걸. 적어도 육체적인 요인으론 안 죽어. 그보다, 속옷 귀엽네.” “흐읍! 가, 감사, 으으응! 합니다아….” 내가 속옷 위로 실비아의 평평한 가슴을 쓰다듬자, 우는 목소리를 내던 실비아가 곧장 달콤한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막 가슴에 손이 닿았을 때는 조금 몸이 움츠러들었지만, 그래도 이내 몸을 펴고 내가 만지기 쉽도록 가슴을 내미는 모습이 기특하다. 전에 내가 해줬던 말로, 스스로의 가슴에 대한 콤플렉스가 조금은 줄어든 걸까? “그런데 왜 이렇게 귀여운 속옷을 입고 있을까? 던전 안인데 대체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우웃! 그, 그건…그러니까….” “혹시 이런 상황이 되는 걸 은근히 기대한 거 아냐?” “아으으…그, 그건…흐이이이입!” 나는 속옷 위로 실비아의 가슴을 더듬으면서 볼록 솟은 유두를 찾아냈다. 얘는 신체적으로 느끼는 게 아닌데도 이렇게 신체 반응은 있단 말이지. 애액도 나오고, 유두도 음핵도 커지고. 속옷 위로 그 귀엽게 솟아오른 유두를 붙잡고 살짝 꼬집듯 비틀어주자, 실비아가 다시 몸을 떨면서 절정에 달했다. 실비아는 절정에 달하기 직전에 간신히 손으로 입을 막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묘하게 신음소리를 참으려고 하네. “응? 왜 그래? 소리 들리는 거 부끄러워?” 실비아는 울먹이는 눈으로 날 바라보면서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다. 디아나야. 봤냐? 이게 정상적인 반응이란다. 너처럼 누군가에게 들킬지도 모를 상황일수록 허리를 흔들어대는 게 아니라 말이야. “그럼 실비아는 입을 꾹 막고 있어. 지금부터 신음소리 나올 일이 많이 있을 테니까.” “흐, 흐이잉….” 실비아는 반쯤 삶을 포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걸까. 기분 좋게 해주겠다는 건데. 그나저나 효율적인 레벨 업 방법이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실비아가 효과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방법 말이지…. 역시 정신을 자극하는 게 좋을까? 하지만 또 너무 과하면 기절할 텐데. 에잇. 모르겠다. 일단 해보자. 나는 일단 실비아의 몸을 꽉 끌어안았다. 그것만으로 실비아는 긴장으로 몸을 딱딱하게 굳히면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나는 얼굴로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헤치듯 귓가로 입을 가져가서, 한숨을 불어넣든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실비아의 안, 기분 좋네. 실비아도 내 물건, 제대로 느껴져?” 실비아와의 섹스에서 허리를 움직이는 건 거의 내가 느끼기 위한 행동이지, 실비아를 느끼게 해주기 위한 게 아니다. 물론 허리를 흔들면 실비아도 내가 안아준다는 만족감으로 느끼게는 되지만, 허리를 흔드는 게 필수적인 건 아니란 거다. 요는 그저 나와 섹스하고 있다는 실감을 계속 느끼게 해주면 되는 거다. 그것만으로 실비아는 절정에 달할 수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선 이렇게 달콤한 말을 계속해서 속삭이고, 현 상황을 되새기는 게 최고겠지. “흐, 흐으으읍!” 역시나 내 속삭임에 실비아는 내 가슴에 고개를 처박고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그런 실비아의 머리를 꽉 껴안아주면서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움직이는 폭도 그리 길지 않고 움직임도 느린, 말 그대로 실비아의 안을 천천히 음미하듯이 느긋한 움직임. 나는 그렇게 부드럽게 움직이면서, 다시 한 번 실비아의 귀에 속삭였다. “역시 실비아의 안은 최고야. 나도 모르게 허리가 움직여버려. 실비아도 기분 좋아?” “흐으으읍! 흐읍! 흐으으읍!” 실비아는 내 가슴에 이마를 박고 거칠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아까 전에 느낀 절정의 여운이 다 가시지도 않았을 때 찾아온 멀티 오르가슴. 실비아는 이제 손으로 입을 막고 있을 힘도 없는지, 양팔이 힘을 잃으며 아래로 축 늘어졌다. “흐아, 흐아, 흣, 아, 안 대, 더, 더는 안 댐니다아….” “뭐가 안 된다는 거야? 이제 막 시작한 직후잖아? 힘을 내. 아니면 내가 아라크네 애들한테 당하는 걸 보고 싶어?” “흐, 흐이이잉…. 그, 그거언….” 선택지가 가로막힌 실비아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 와중에도 사지는 축 늘어진 채로 상체만 내 몸에 간신히 기대서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게, 정말로 계속해서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아마 스탯 창을 열어보면, 이 와중에도 계속해서 경험치가 올라가고 있는 게 아닐까? 물론 스탯 창을 열어보는 멋없는 짓은 하지 않았다. 아무리 레벨 업이 최우선 목적이라고는 해도, 그런 짓을 할 수는 없지. “후우.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힘들어?” “아, 아닙니다! 힘내겠습니다! 그, 그러니까…!” 내가 살짝 실망한 목소리로 말하자, 실비아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다리로 내 몸을 꽉 껴안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면서 외쳤다. “걱정 마. 실비아한테 실망한 거 아냐. 오히려 너무 나가서 실비아가 기절하면 그게 더 안 좋으니까. 그럼 이렇게 하자.” “어, 어떻게…말씀이십니까?” “난 쉬고 있을게. 그동안 실비아가 날 기분 좋게 해줘.” “에, 엣?” “내가 쉬고 있으면 실비아도 조금은 덜 느낄 수 있는 거지? 하지만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심심하니까, 그동안 실비아가 뭔가 해줘.” 사실 이렇게 연결되어 있는 것만으로도 실비아는 충분히 느끼는 중이겠지만 말이야. 지금도 계속 몸을 부들부들 떨리고 있고. 하지만 내가 계속해서 말과 행동으로 실비아를 자극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아, 알겠습니다. 흐읏! 후우, 으읏!”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몸을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여전히 팔다리에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 상황인지, 잘 되지 않는 모양이다. 결국 실비아는 상체를 내게 완전히 밀착시키고, 허리만 살살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어떻…흐읍! 습니까?” 솔직히 말하면, 기교 자체는 내가 상대해봤던 모든 여자들 중 최하위다. 애초에 처음부터 스스로 움직인 적이라곤 없던 애였고, 그나마 나랑 할 때도 내가 테크닉을 주입시킬 수 있을 만큼 얘가 제정신도 아니었으니까. 뭐, 굳이 기교가 필요 없을 정도로 명기니까 넣고 있기만 해도 충분히 기분은 좋지만 말이지. “기분 좋아. 가슴도 빨아줄래?” “가, 흐이잉! 하앗, 하앗, 가슴…?” 내 말에 대체 무슨 상상을 한 건지, 실비아는 숨을 헐떡이면서 또 가볍게 절정에 달했다. 역시나 이렇게 허리를 움직일수 있는 건 내가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었으니까 가능한 거였군. 뭔 말만 하면 상상하면서 느끼고 엄청나게 흐트러지네. 하지만 실비아는 그렇게 느끼면서도 내 명령은 충실히 따랐다. 정신없이 눈이 돌아가는 와중에도, 내 가슴팍에 얼굴을 박고 할짝할짝 핥아대는 모습이 정말로 귀엽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는 모습이, 핥으면서도 뭔가 만족감을 얻는 듯 느끼는 모양이지만. “잘하고 있어. 기분 좋아.” “하읏, 흐응! 으으으응!”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속삭여주자, 결국 실비아는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해버렸다. 좋아. 잘 되고 있어. 이대로만 간다면 정말로 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까지 도달하기 전에 충분히 레벨을 올릴 수 있겠어. 나는 실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실비아가 절정의 여운에서 벗어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려줬다. 내가 쓰다듬는 바람에 괜히 더 절정의 여운에서 벗어나는데 오래 걸린 것 같지만, 뭐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리고 겨우 실비아가 어느 정도 안정 됐을 때, 나는 실비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충분히 쉬었어?” “에, 에엣…?” 내 물음에 실비아는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날 쳐다봤다. 왜 그런 표정을 짓지? 나 지금까지 너 쉬게 해주려고 전혀 안 움직이고 있었잖아. 오르가슴 느낀 거 안 보이냐고? 그건 네 책임이지. “그럼 슬슬 나도 다시 움직일게.” “흐엣! 아, 안! 흐으응! 흐앗! 구, 구원님! 잠, 흐읏!” 내가 실비아를 껴안고 허리를 흔들자, 실비아가 다시 내 가슴에 얼굴을 박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원래대로라면 이쯤에서 기절을 했어야하는데. 오늘은 묘하게 잘 버티네. 아, 그런 건가. 느끼는 와중에도 머리 한 편으로는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의식을 계속하고 있어서, 그 덕분에 리미트가 걸려서 기절할 만큼 느끼지는 않고 있는 건가? 그렇다면 오히려 더 잘된 일이다. 나는 신이 나서 실비아를 껴안고 속삭였다. “실비아. 정말 귀여워. 섹시해. 사랑스러워. 이제 나도 쌀게. 잔뜩 느껴.” “흐에엣?! 엣?! 흐잇! 핫! 아, 안! 으응! 흣! 흐으으으응!” 아, 이건 너무 심했나. 내가 칭찬에 결국 실비아는 소리를 죽이는 것도 까먹고는 엄청나게 신음성을 내질렀고, 내가 사정하는 것과 동시에 절정에 달하면서 몸을 축 늘어뜨려 버렸다. “시, 실비아?! 실비아?!” 젠장. 기절했잖아. 잘 버틴다고 너무 나갔나. 하지만 오늘만큼은 기절했다고 그냥 일어날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는 일이다. 실비아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강제로 일어나게 만들어주겠어! 나는 성역선포를 제외한 모든 스킬을 풀가동했다. 자, 얌전히 기절하고 있지도 못할 쾌감에 흐느끼며 눈을 떠라! “으음…으응…응….” ……반응 엄청 약하네. 역시 실비아는 깨어있을 때가 아니면 그다지 느끼지 않는다는 건가! 내 스킬로 인해 흐느끼는 것도, 깨어있을 때나 그렇게 느낀다는 건가! 내가 아무리 열심히 스킬을 사용하면서 몸 구석구석을 자극해도, 실비아는 살짝 몸만 뒤척일 뿐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성자 스킬을 사용하고 이렇게 패배감을 느낀 건 처음이야. 젠장. 그냥 얌전히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자. 일어난 다음부터 제대로 기절하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하면 충분할 거야. 하지만 그것마저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으음…구, 흐으응! 엣?! 이, 하아앗! 구언니임!” 실비아는 기절에서 깨어나자마자 몸을 뒤틀면서 신음하기 시작한 거다. 아! 그러고 보니 얘, 저번 아침에도 깨어나자마자 나랑 연결되어있는 거 보고 기절했었지! 삽입 안 풀었다! “실비아. 침착해. 고작 삽입하고 있는 것뿐이잖아? 기절하면 안 돼!” “그, 흐으응! 그게 아니라! 하읏! 모, 몸이!” 응? 몸이 어쨌다고? …서, 설마. 기절한 동안 깨우려고 사용했던 스킬들의 영향이 계속 몸에 남아있고, 그걸 깨어나면서 한꺼번에 느끼고 있는 건가. “시, 실비아. 참아내. 넌 할 수 있어. 이건 그냥 내가 기절한 네 몸에 사용한 스킬의 영향….” 아, 잠깐만. 이 말을 하면 오히려 더 안 좋은 건가?! 당황해서 말이 헛 나왔다! “죄, 흐응, 하으으응!” 실비아는 결국 깨어나자마자 절정에 달하면서 다시 한 번 기절하고 말았다. 자기가 정신없을 때도 내가 만져줬다는 사실이 그렇게 좋았던 거냐? 분명 마지막에 죄송하다고 하려는 것 같았는데, 기절한 표정은 행복하기 그지없는 표정이었다. 귀엽다. 귀엽긴 한데, 내 레벨 업은 제대로 망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00화 축하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302==================== 의뢰 “우우우…죄송합니다.” “아냐. 내가 너무 신나서 해댄 게 잘못인데 실비아가 사과할게 뭐있어. 오늘부터 다시 힘내자.” “우읏…. 네, 네….” 결국 어젯밤은 생각만큼 레벨 업을 하지 못하고 말았다. 언제 초월종을 만날지 모르는데, 일이 잘 풀린다고 내가 너무 나댔어. 오늘 밤부터라도 다시 힘을 내면 되기야 하지만, 당장 오늘 초월종을 만나버리면 끝장이다. 다만 그런 와중에도 한 가지 희소식은 있었다. 바로 암살자 레벨이 엄청나게 올라간 거다. 아마 다른 사람이 근처에 있는데 들키지 않고 실비아를 느끼게 만들었던 게 주요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도중부턴 실비아가 소리를 참는 것도 잊고 신음성을 질러서 다 들켰겠지만, 그래도 암살자의 레벨이 상당히 낮았던 만큼 처음에 잠깐 올릴 상황이 된 것만으로도 상당히 레벨이 올랐다. 덕분에 민첩이 상당히 올랐으니, 저번에 가루다에게 당했던 것처럼 두 눈 똑바로 뜨고 당하지는…뭐 당하려나. 그래봤자 아직 민첩은 250도 안되고. “무슨 문제라도 있어?” 실비아가 나한테 사과하는 장면이 이상했던 건지, 미리엘이 다가오며 물었다. “아, 아니! 전혀! 아무 문제없어!” 들키면 강간당한다!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가. 그러고 보니 어젯밤은 꽤나 즐겼던 모양이지만….” 역시 미리엘에게도 실비아의 신음소리가 들렸던 모양이다. “으, 응! 그냥 섹스가 하고 싶어서! 실비아를 안으면 기분 좋거든! 결코 레벨을 올릴 목적으로 안았던 게 아니라!” 미리엘에게 위축된 나는 쓸데없는 말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옆에선 실비아가 “하우우….” 같은 소리를 내면서 부끄러워 죽으려고 하고 있고, 멀리선 루티아가 재미있다는 듯이 쿡쿡 웃으면서 이쪽을 바라봤다. “나도 기분 좋을 자신 있는데 한 번 안아볼래? 어젯밤에 저 아이 자지러지는 소리를 들어보니까, 우리 귀염둥이 꽤나 절륜한 모양인데.” “아, 아뇨! 전 지조 있는 남자라서!” “어머. 아쉽네.” 저 사람은 진짜 진심으로 그러는 건지 장난으로 그러는 건지 구분이 안 돼! “루티아. 그쯤 해둬. 그보다 구원. 그렇게 당황할 필요 없어. 난 딱히 하지 말라는 소리를 하고 싶었던 게 아냐. 남자의 성욕이 강하다는 건 나도 알아. 다만 조금 주의를 하고 싶었을 뿐이야. 물론 알아서 잘 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컨디션이 망가지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해두라고 쉬라고 말이야.” “으, 으응! 충고 고마워! 앞으로 조심할게!” 내 말을 들은 미리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식사준비를 하는 곳으로 돌아갔다. “실비아. 오늘부터 목소리는 더 죽여서 하자.” “네, 네헵….” 어차피 힐링 섹스가 있으니 컨디션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그보다는 레벨 업이 중요하지. 아무튼 식사를 마치고 나서, 우리는 원래대로 대열을 유지한 채 길을 나섰다. 오늘 초월종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머리가 복잡했지만, 이걸로 혼자 골머리를 썩여봤자 해결되는 건 없겠지. 그냥 초월종을 만나지 않거나, 만나더라도 그 초월종이 암컷이길 빌자. 나는 괜히 골머리를 썩이지 않기 위해서, 다른 데에 신경을 집중하기로 했다. “그게 아냐. 좀 더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라고! 그래선 마치 먹이를 놓고 미소 짓는 육식동물 같잖아!” “뭐 이 새끼야! 말 다했냐?!” 바로 앨리시아에게 여성스러움을 학습시키는 것에 말이다. 이거 하다 보니 꽤나 재미있단 말이지. “지금은 날 좋아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연습하라고 했지! 뭐야 그 말투는! 여성스런 말투는 어디로 갔어!” “으드득…구, 구원씨?!” “미소가 딱딱해!” 응. 상당히 재밌다. 이 난폭한 육식동물 같은 앨리시아가 억지로 여성스런 미소를 지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난다. 게다가 날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습하라는 말까지 덧붙여서, 다루기도 쉽고. 아아. 재미있다. “이, 이 새끼…끝나면 죽여 버린다….” 그래봤자 어차피 의뢰를 하는 동안은 나한테 손도 못 대면서. 의뢰가 끝나면? 그야 당연히 도망가야지. 게다가 앨리시아도 말은 저러면서도 일단 여성성을 익히려고 노력을 한단 말이지. 진짜 좋아하는 남자가 있긴 있는 모양이지? 이 맹수 같고 남자 같은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라는 게 상상은 잘 안 되지만. 뭐, 난 이 상황을 즐기면 그만이지. “앨리시아씨. 감이 잘 안 오시는 것 같은데, 제가 모범을 보여드릴까요?” 앨리시아가 보고 있기 불쌍했는지, 옆에 있던 마틸다가 그런 제안을 했다. 뭐냐. 사람이 모처럼 즐기고 있는데. 방해하지 마라. “자, 보세요. 구원씨…저 구원씨를….” “으아아악! 거절한다!” 이 녀석 지금 시범 보여준다면서 날 모르모트로 삼았어! 게다가 말하면서 점점 뺨이 핑크빛으로 물드는 게, 분명 말하는 도중에 분위기에 취해서 진심이 돼가고 있었어! 뭐 이런 위험한 녀석이! 건드리지 않아도 터지는 폭탄이라니! 최악이잖아! “시, 실례로군요! 이쪽도 전혀 진심이 아니었거든요?!” “거짓말하지 마! 눈이 진심이었어!” “흥! 자의식과잉이 아니신가요?!” “너흰 또 뭘. 그런 걸로 싸우고 있냐. 그보다 마틸다. 한 번 봐서는 잘 모르겠는데 한 번 더 시범을 보여주겠어? 너 정말로 여성적이네. 꼭 본받고 싶어.” “어머? 그럴까요? 그럼 다시 한 번….” “하지 마! 야! 너 일부러 그러는 거지!” “뭐가?” 이, 이 녀석…이런 식으로 복수를 하다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조금 가지고 놀았다고 고자로 만들려는 건 심하지 않냐?! 그런 식으로 장난도 쳐가면서, 우리는 던전 탐험을 계속했다. 뭔가 새로운 발견을 하려는 게 아니라 빤히 알고 있는 길을 가는 것뿐이라 아라크네 애들도 내심 지루하긴 했던 모양인지, 내 장난을 꽤나 잘 받아줘서 생각만큼 던전 탐험이 재미없진 않았다. 그래도 우리 애들 얼굴이 그립기는 했지만. “곧 야영할 때로군.” 그리고 오후 5시가 됐을 쯤, 앨리시아가 문득 그렇게 중얼거렸다. 얘들은 우리 클랜과는 다르게, 시간이 되면 쉬기보다는 쉴 수 있는 장소를 발견했을 때 쉰다. 아직 시간이 이르더라도, 야영할 장소를 발견하면 거기서 하루를 묵는 거다. 뭐, 아래 계층으로 갈수록 야영하기 쉬운 곳을 찾기는 힘들겠고, 모험가로서는 이게 정석이겠지. 다행이다. 오늘도 결국 이렇게 아무 일 없이 끝나는 건가. “뭐, 그 전에 초월종을 한 마리 잡아야하지만 말이에요.” 하지만 뒤에서 내 허를 찌르는 말이 들려왔다. “그, 그게 무슨…?” “조금만 가면 야영하기 좋은 곳이 하나 있는데, 거기가 바로 초월종의 둥지 같은 곳이거든. 안심해. 초월종 한 마리뿐이고, 다른 녀석은 안 튀어나오니까.” 지금 그 초월종이 문제라는 거다! “수, 수컷?!” “아마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뭐, 네가 그 이상한 발견을 하기 전까지는 몬스터 성별 따위 크게 신경 안 썼으니까, 정확한 건 아니지만.” 왜 나는 이렇게 하나같이 제대로 풀리는 일이 없을까. 성자의 길은 언제나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란 거냐. 이것도 여신님의 시련이라면 받아…들이겠냐?! 들키면 강간당한다고! 어쩌지. 어쩌면 좋지? 내가 대책을 세우기도 전에, 아라크네의 일원들은 다들 무기를 꺼내들고 자세를 잡았다. 어느 샌가 저 멀리서 일반 오우거보다도 훨씬 더 거대한 오우가 한 마리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럼 간다!” 미리엘의 신호와 함께, 아라크네의 전위멤버가 동시에 오우거 초월종을 향해 돌진해나갔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아라크네 클랜원들이 제대로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거의 힘에 맡겨서 찍어누르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제대로 서로를 보안해가면서 연계를 취하고 있었다. 우선 미리엘, 앨리시아, 지니가 오우거를 공격하면서 어그로를 먹는다. 미리엘에게 어그로가 쏠리면 앨리시아와 지니가 힘을 주면서 미리엘은 살짝 빠지고, 앨리시아에게 어그로가 쏠리면 나머지 둘이 힘을 주는 방식으로 환상적인 어그로 핑퐁을 구사한다. 그리고 셋이 충분히 어그로를 먹었다고 생각했을 때 쯤, 나머지 멤버들도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쌍둥이 마법사는 위협적인 마법을 연달아 날려대고, 음유시인인 힐다가 노래를 하자 모두의 몸에 활기가 돌면서 동시에 오우거의 움직임은 조금 둔해졌다. 그리고 루티아는 오우거의 움직임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는 듯, 오우거가 시선을 돌리거나 손에 든 나무를 휘두르려는 움직임을 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계속해서 관절부분을 공격하며 귀찮게 만들었다. 오로지 성기사 릴리만이 날 지키려는 듯 내 앞으로 나와 가만히 버티고 서있을 뿐이었다. 그래. 이런 연계 행동을 보고 싶어서 온 거였다고. 나는 그 환상적인 연계 행동에 잠깐 눈을 뺏겼지만, 이내 그럴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하반신에 걸친 가죽의 중앙부분이 덜렁거리는 것이, 저거 확실히 수컷이다. 뭔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들키게 되는데. …어쩔 수 없지. 도박을 하는 수밖에 없나. 나는 옆에 있는 실비아를 끌어안고 그 귀에 속삭였다. “실비아. 지금부터 내가 조금 무리를 할지도 몰라. 너만 믿을게.” “…네.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전투모드에 들어간 실비아는 바짝 긴장한 채로 힘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젯밤에 그렇게 흐물흐물해지면서 몇 번이나 절정을 느꼈던 애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믿음직스럽다. 나는 실비아의 대답을 듣고 마음을 굳혔다. 좋아. 해보자고. 다른 걸 하려는 게 아니다. 그저 성자의 파동이 먹힐 때까지 계속해서 성자의 파동을 날리려는 것뿐이지. 아마 내 스킬이 먹히지 않는 다는 건, 아예 효과가 0이라는 얘기가 아닐 거다. 다만 초월종이 흥분하지 않을 정도로 효과가 미미하다 뿐이지. 하지만 내 스킬은 한 번 먹히면 해소가 될 때까지 계속 몸에 남아있다. 그 특성을 이용해서 계속, 몇 번이고 스킬을 사용하다보면, 언젠가는 초월종에게도 효과가 나타날 거다. 언제 효과가 나타날지 나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문제지만, 그건 도박을 할 수밖에 없지. 난 해내보이겠어! 내 정조를 걸고! 받아라! 이게 바로 정조의 위기에 처한 성자만이 쓸 수 있다는, 시전자의 생명을 깎아내리는 오의! 다연발 파동궈…성자의 파동! 나는 엄숙한 분위기로 손바닥을 번갈아가면서 앞으로 내밀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내 손에서 뻗어나가는 파동들이 보이지 않아서 얼핏 미친놈처럼 보일 지도 모르지만, 난 지금 한없이 진지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물론 파동을 날리면서 숫자를 세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몇 번 날려야 먹히는지를 알아야, 나중에 또 이런 위기가 닥치더라도 넘길 수 있는 거 아니겠어? 그리고 내가 서른 번쯤 성자의 파동을 날렸을 때, 드디어 오우거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마침 오우거 사냥도 막바지에 이르러서, 놈은 무릎을 꿇고 헉헉대며 힘겹게 숨만 몰아쉴 뿐이었다. “어그로가! 후위진! 공격중지! 마무리는 우리가 한다! 구원! 슬슬 스킬 준비하도록!” 아무래도 미리엘은 후위진의 공격이 너무 강해서 어그로가 뺏겼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전위진들이 마지막 공격을 가하려고 했을 때, 사건이 벌어졌다. “우워어어어어어!” 오우거가 갑자기 상체를 꼿꼿히 세우더니, 큰 소리로 울부짖은 거다. 그리고 동시에 하반신을 덮은 가죽을 뚫을 기세로 물건이 우뚝 섰다. “꺄악!” 우아아아. 굴욕적이겠다. 마침 그 근처에서 트릭키한 움직임을 하고 있던 루티아는, 오우거의 성기가 갑자기 솟아오르는 바람에 맞고 튕겨져 나갔다. 루티아를 성기로 튕겨낸 오우거는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눈을 시뻘겋게 붉힌 채로 나를 향해 돌진해왔다. “큭! 구원씨! 뒤로 빠지세요!” 오우거 초월종 사냥을 지루하다는 듯이 보고있던 릴리는, 바로 방패를 고쳐들면서 말했다. “하아아앗!” 그리고 큰 기합소리와 함께, 방패를 전면에 내세우고는 그대로 돌진했다. 10미터를 가볍게 넘기는 오우거와, 170센티미터도 안 되는 여자가 중간에서 격돌했다. 겉보기에는 끔찍한 결과가 상상되는 격돌이지만, 결과는 생각과는 정반대로 흘러갔다. 릴리의 방패가 제대로 오우거의 발목을 노렸고, 오우거는 그 다리를 중심으로 몸을 휘청거리며 지면에 곤두박질쳤다. 다만 릴리가 한 가지 실수한 것이 있다면, 성자의 스킬에 영향을 받아 맹목적이 된 오우거가 얼마나 집요한지를 계산에 넣지 않았다는 거다. 오우거는 넘어지는 와중에도 몽둥이를 놓치지 않고, 내가 있는 방향으로 휘둘렀다. 넘어지는 기세까지 더해지는 바람에, 몽둥이는 다른 아라크네 클랜원들이 반응조차 할 수 없는 속도로 내게 다가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03==================== 의뢰 저거 맞으면 분명 아프겠지. 아니, 아프다는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다. 저번 가루다 때는 그나마 배만 뚫렸기 때문에 마틸다가 살릴 수 있었지만, 아예 뭉개져서 육포가 돼버리면 아무리 마틸다라도 치료가 불가능하겠지. 게다가 이미 피하기는 늦었다. 오우거의 몽둥이는 본인의 덩치에 걸맞게 컸다. 아마 여기 자라나고 있는 나무를 그대로 뽑아서 몽둥이로 삼은 거겠지. 그냥 나무라도 피하기 힘들었을 텐데, 무식하게 큰 5계층의 나무다. 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이번에는 가루다 때와는 다르다. 그때는 정말로 반응하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공격을 받아서 피할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반응할 시간이 있어도 공격 범위가 너무 넓어서 피할 수 없는 거다. 즉, 저 몽둥이에 맞기 전까지 조금이나마 시간의 여유가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 최후의 비기를 쓸 시간이 있다는 거지. 나는 냉정하게 스탯 창을 열었다. 이름 : 구원 종족 : 인간 24 직업 : 성자 116 / 모험가 58 / 무투가 63 / 암살자 41 레벨 : 116 생명 : 29500/29500 정기 : 11600/11600 근력 : 272 내구 : 273 민첩 : 230 체력 : 206 지력 : 125 정신 : 179 매력 : 361 보너스 스탯 : 121 상태 : 보통 미묘하다. 그래도 레벨이 높은 실비아랑 그렇게 잤으니까, 조금 더 레벨이 올랐어도 됐을 텐데. 100레벨이 넘은 이후로는 레벨 업 속도가 더뎌졌단 말이야. 그럼 이제부터 보너스 스탯을 내구에 투자하면 된다는 건데, 솔직히 말하자면 내구에는 이 이상 그다지 투자하고 싶지 않단 말이지. 성자뿐만 아니라 무투가나 모험가 레벨이 오를 때도, 확률적이라고는 하나 내구 스탯은 오르니까 말이다. 게임이라면 이런 직업들을 가지고는 절대 내구에 50이상 투자하지 않았겠지만, 여긴 게임이 아니다. 죽는 것보다야 낫지. 나는 눈물을 머금고 내구에 보너스 스탯을 분배했다. 1, 2, 3…한꺼번에 올릴 수도 있지만, 그렇게 올리기에는 너무 슬펐다. 내 피같은 스탯. 어떻게 아껴둔 스탯인데. 그렇게 슬픔에 잠기며 내구에 보너스 스탯을 하나하나 찍으면서 오우거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뒷덜미가 잡혀서 뒤로 확 끌렸다. 바로 실비아였다. 넘어진 내 앞에 실비아가 늠름히 서서, 번쩍이는 방패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옆에서 마틸다 역시 방패를 치켜들고 뭔가 기도문 같은 것을 외웠다. 그러자 나와 실비아, 마틸다의 몸이 빛났다. …젠자아아아앙! 얘들 존재를 까먹고 있었다! 스스로는 냉정하게 행동한다고 스탯 창을 열고 스탯을 찍은 거지만, 아무래도 난 전혀 냉정한 상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바로 뒤에 있었던 얘들 존재를 까먹다니. 내 스탯! 내 아까운 스탯이이이이! 심지어 실비아와 마틸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들보다 더 뒤에 있던 음유시인 힐다의 악기에서 찢어지는 것 같은 소음이 들리면서, 넘어지던 오우거의 몸이 시간이 멈춘 듯 공중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그 사이에 쌍둥이 마법사들의 마법이 오우거가 들고 있는 몽둥이에 부딪혀 폭발하며 퍼버버벙하고 요란한 소리를 냈다. 오우거의 몽둥이는 타격을 받고 움푹움푹 패이며 모양이 볼품없어졌고, 그 직후에 다시 오우거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미 심하게 손상된 오우거의 몽둥이는 우리 위로 떨어져 내렸지만, 실비아와 마틸다의 방패에 부딪히면서 그대로 우지끈 부러졌다. 그리고 쿠구궁하는 육중한 소리와 함께 오우거가 안면부터 지면에 격돌했다. 그리고 오우거가 일어나기도 전에, 아라크네의 전위 멤버들이 달려들어 마무리를 지었다. “구원님! 괜찮으십니까?!” 오우거가 움직이지 않는 걸 확인하자마자, 실비아가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물론 괜찮지 않다. 주로 마음이. 나는 얼른 스탯창을 확인해봤다. 내가 내구를 몇이나 찍었지? 내구 366. 보너스 스탯 28. 정확히 93을 투자했다. 즉, 이제부터 무투가나 모험가 레벨을 전혀 안올리고 레벨 250을 찍으면, 정확히 내구가 500이 되는 참으로 다행스러운…다행스러울 리가 있냐! 레벨을 250찍는 동안 무투가나 모험가 레벨을 전혀 안 안올릴 리가 없잖아! 지금부터 무투가나 모험가 레벨을 올리면, 이제 내구 수치가 일정 확률로 하나씩 버려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다. 젠장! 젠자아아앙! 나는 무릎을 꿇은 채 땅을 손으로 짚고 절망했다. “구, 구원님?! 던져질 때 어디 잘못 부딪히셨습니까?! 죄, 죄송합니다! 너무 급했던 나머지 그만!” 실비아가 내 모습을 보고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래. 위기를 잘 넘겼으면 된 거지. 날 위해 애써준 실비아가 저런 표정을 짓게 만들어서 되겠냐. 좋게 좋게 생각하자. 생각해보면 이제부턴 몬스터들에게 공격을 당해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다는 거 아냐?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 내구 수치가 루티아보단 높아졌을 거다. 그러니 결과적으론 참 잘된…크흑. 내가 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 왜 자꾸 눈물이 날까. “아냐. 괜찮아. 아무데도 안 다쳤어.” “정말이십니까?” “후우. 응. 괜찮아. 잠깐 놀라서 그랬어. 구해줘서 고마워.” 나는 최대한 밝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생각해보면 자업자득이다. 실비아에게 너만 믿겠다고 말했으면서, 정작 제일 중요할 때 실비아를 믿지 못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래놓고 실비아에게 더 이상 걱정 끼칠 수도 없지. 지나간 건 지나간 거다. 더는 구질구질하게 생각하지 말자. “아, 아닙니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내가 정상인 반응을 보이자 그제야 안심이 된 건지, 실비아가 내게 살짝 떨어지려고 하면서 말했다. 이제와서 부끄러워진 거냐. 하지만 안 놓친다! “흐아아아!” “포상으로 쓰다듬어주지.” “괘, 괜찮…!” “사양하지 마. 사양하지 마.” 나는 실비아가 도망 못 가게 꼭 끌어안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어뜨렸다. 그리곤 마틸다를 바라보며 최대한 성의 없어 보이는 태도로 한마디 했다. “아, 마틸다도 일단 땡큐.” “일단이라니 뭔가요?! 일단이라니! 정말 당신이란 남자는 실례되기 짝이 없네요!” 제대로 감사하면 너 또 나한테 반하려고 할 거 아냐. 감사 인사를 건넨 것만으로도 어디냐. 이것도 나름 내 아들을 걸고 한 거라고. 마틸다는 발을 동동 구르며 화를 냈지만, 어쩔 수 없다. 원망하려면 네 저주를 원망해라. “구원.” 그사이에 마석을 캐낸 건지, 미리엘이 다가왔다. “아, 미안. 실수로 스킬을 조금 일찍 써버렸어.” 나는 미리엘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사과부터 했다. 내 행동이 자업자득인 이유는 실비아를 못 믿었다는 것 하나뿐만이 아니다. 얘들이 반응을 못하고 오우거가 이쪽으로 방망이를 휘두르게 만든 것도, 다 내가 스킬을 미리 써버렸기 때문이다. “아니. 무사한 모양이니 다행이군. 이번에도 제대로 지킨다는 약속을 못 지키는 건가 싶어서 조마조마했어.” 심지어 미리엘은 날 책망하러 온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내가 스킬을 예상보다 먼저 써버린 바람에 이렇게 됐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도. 어쩌면 얘, 생각 이상으로 좋은 녀석일지도 모르겠다. …뭐, 남자는 잡아먹지만. “짜식. 초월종 보고 쫄기라도 했냐?” 그리고 앨리시아는 생각 이상으로 머리가 속편한 녀석이다. 그래. 넌 계속 그렇게 살아라. “그럼 구원. 부탁하지.” “응? 뭘?” “저것도 우리 주머니엔 안 들어가니까 말이야.” 미리엘이 저 멀리에 있는 검붉은 기둥을 가리켰다. 자, 잠깐만. 내가 지금 정신적으로 데미지를 입은 상태라 연달아 데미지를 입는 건 조금…. “도망가지 마라. 어차피 도망갈 데도 없는 주제에.” 앨리시아가 내 뒷덜미를 잡고 기둥쪽으로 끌고 갔다. 놔, 놔라! 젠장! 무슨 여자가 힘이 이렇게 쎄! 여성성은 어디로 갔어?! 여성성! 내가 보너스 스탯만 근력에 찍어도…지금은 보너스 스탯이 28밖에 없지…훌쩍. 나는 결국 앨리시아에게 손을 붙잡혀 강제로 오우거 초월종의 성기를 만질 수밖에 없었다. “으윽. 앨리시아한테 강제로 더럽혀졌어.” “이, 이 새끼가! 이상한 소리 하지 마! 또 가슴이라도 만지고 싶어서 수작 부리는 거지?” “그래. 그러니까 지금 당장 갑옷 벗어.” “미, 미친놈이! 꺼져!” 내가 당당히 말하자 앨리시아가 오히려 당황한 듯이 날 밀쳤다. 답지 않게 왜 그래?! 만지게 해줄 거 아니면 아예 말을 하지 말던가! 아무튼 오우거 초월종의 잔해들을 처리하고, 우리는 싸움이 벌어진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야영지에 도착했다. 넓적한 바위가 기울어진 채로 땅에 박혀있어서 지붕역할을 하고, 후방도 막아주는 지형이었는데, 그 오우거 초월종이 터를 잡을 만큼 꽤나 넓은 곳이었다. 그곳에 텐트를 치고, 이른 시간이지만 또 하루를 묵게 됐다. 이번에도 역시 나와 실비아, 마틸다는 불침번을 빼줬다. “너 말이야. 불침번도 안서니까 제대로 휴식을 취하라고.” 식사를 마치고 텐트로 들어가기 전, 앨리시아가 그렇게 말했다. “으응? 왜? 부럽냐? 넌 같이 잘 남자도 없는데, 나는 이렇게 언제나 같이 잘 여자가 있어서?” “이, 이 새끼가! 그런 거 아니거든! 나도 같이 잘 남자정도는 위로 올라가면 얼마든지 있어!” “그러시겠지. 말 그대로 같이 자기만 하는 남자겠지만. 푸풉.” “이, 이 개…!” “그럼 먼저 실례!” 나는 앨리시아가 폭발하기 전에 얼른 텐트로 도망갔다. 후훗. 이건 아까 내 손을 더럽힌 복수다. 텐트 안에는 미리 들어가 있던 실비아가 갑옷을 벗은 채 오도카니 앉아서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구, 구원님. 그…오늘도 하는 겁니까?” “응. 걱정 마. 오늘은 활약도 있었으니까, 보답도 겸해서 평소보다 더 잘해줄게.” “그, 그렇습니까….” 그러자 실비아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하여간 귀엽기는. 뭐, 사실 농담이다. 어제가 제대로 망한 만큼, 오늘은 제대로 레벨을 많이 올려야지. 그를 위한 대책도 생각해 놨다. “그럼 실비아. 벗을까?” “우으읏…네에….” 실비아는 천천히 일어나 어제와 마찬가지로 옷을 벗어나갔다. 후훗. 말은 그렇게 하면서 결국 속옷은 젖어 있잖아. 귀여운 녀석. 나는 조금 실비아를 놀리기로 했다. 어차피 제대로 행위를 시작하면 놀릴 수 없을 테니, 시작하기 전에 잠깐 놀리는 것 정돈 괜찮겠지. “언제부터 젖어있었어?” “아우…그, 그건….” “왜 그래? 나한테도 말 못할 비밀이야?” “우으으…구, 구원님이 들어오셨을 때부터…입니다….” “기대하고 있었구나?” “하으으…네, 네에….” 실비아의 얼굴이 불이라도 날 것처럼 새빨개졌다. 이제 슬슬 그만 놀릴까. 레벨 업을 너무 지체할 수도 없고. “자, 이리 와.” 나는 재빨리 옷을 벗고는, 실비아를 끌어당겨 내 위에 앉혔다. “하으응…으읏…으으으읏….” 어제와 마찬가지로 실비아의 안에 삽입은 간단히 이루어졌다. 젖어있는 실비아의 음부는 내 물건을 매끄럽게 받아들이고는 쫀득쫀득하게 달라붙어왔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나는 실수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는 남자. 어제의 패인은 다른 게 아니다. 실비아가 예상외로 잘 버티니까 신이 나서, 최대한 레벨 업 효율을 높여보겠다고 실비아가 잘 느끼게 정신적으로 자극했기 때문이다. 스킬을 사용해서 육체적 쾌감을 주면, 그만큼 정신적으로 신경 쓰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기절할 정도로 느끼진 않는다고 저번에 충분히 깨달았으면서도 말이다. 그러니 오늘은 스킬을 사용해서 철저하게 육체적으로 자극한다. 정신적 자극보다 실비아가 느끼는 쾌감은 조금 낮겠지만, 기절할 수준이 아니란 거지 그것도 충분히 큰 쾌감이다. 기절시키고 기다리고 하는 것보다는, 기절시키지 않고 꾸준히 그 정도 강도로 쾌감을 주는 게 차라리 레벨 업 효율이 좋을 거다. 나는 곧바로 성자의 전력이나 성자의 성수 같은, 직접 쾌감을 주는 스킬들을 전부 사용했다. 육체 이곳저곳을 자극해서, 제 정신이 아니게 만들어 주겠어. 그러면 기절할 정도로 쾌감을 느끼지는 않겠지? 완벽한 작전이다. “엣?! 구, 흐앗! 이, 아, 안대! 흐, 히, 히상! 흐으읏!” 하지만 내 작전은 처음부터 어긋났다. 내가 여러 가지 스킬을 동시에 쓰자마자, 실비아는 감당할 수 없다는 듯이 바로 기절을 해버렸다. “실비아?! 실비아?! 뭐, 뭐야?!” 분명 저번에는 이걸로 제대로 기절시키지 않고 했는데?! 그것도 그리 오래 전 일도 아니다. 던전에 들어오기 전날에 한 거니까, 그사이에 변한 거라곤…매력을…95나…올린 것밖에는…망했다. 저번보다 훨씬 큰 육체적 쾌감에, 익숙지 않은 실비아는 그대로 기절을 해버리고 말았다. 심지어 기절은 했어도 절정에 달할 정도의 쾌감은 아니었는지, 이번엔 절정에 달하지도 않았다. 제기랄. 오늘은 진짜 안 되는 날인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04==================== 의뢰 결국 그 날도 만족스러울 만큼 레벨 업은 할 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어제 내가 오우거 초월종에게 스킬을 쓸 때 성자의 파동을 몇 번 날려야 스킬이 먹히는지 제대로 숫자를 세어놨다는 점이다. 덕분에 초월종을 만나도 별로 문제 될 건 없었다. 여전히 초월종에게 성자의 스킬이 한 번에 먹히지는 않았지만, 대충 몇 번을 써야 먹히는지 정도는 감이 왔으니까. 오랜 게임 경험을 통해 이정도 딜 계산은 나름 자신 있다. “구원 지금이다!” “오케이!” 미리 성자의 파동을 몇 번 먹여놨던 나는, 미리엘의 신호에 맞춰서 마지막 성자의 파동을 날렸다. 그러자 트롤 초월종은 제대로 스킬이 먹힌 듯 움찔하며 날 쳐다봤지만, 이내 앨리시아의 공격에 목숨을 잃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쫄지 않고 했잖아.” “뭐, 난 학습이 빠르거든. 몇 번을 시도해도 여성스런 미소하나 짓지 못하는 누구와는 다르게.” “뭐 이 새끼야?! 말 다했냐?!” “훗. 억울하면 어디 한 번 내가 두근거릴 정도로 여성스런 태도를 보여주시지?” “이, 이 새끼….” 앨리시아는 그러면서도 여성스런 태도를 보일 자신은 없는지, 더는 항변을 못했다. 좋아. 기세를 타서 앨리시아를 더 가지고 놀아볼까? “하지만 묘하군. 트롤 초월종이 단독 행동을 하고 있다니.” 하지만 타이밍을 노리기라도 한 듯 미리엘이 대화에 껴들었다. 쳇. 앨리시아 녀석. 운도 좋지. “트롤은 초월종이라도 단독 행동을 잘 안하는 모양이지?” “잘 안한다고 할까…단독 행동을 하는 트롤을 보는 건 나도 처음이군. 혹시 주위에 같이 다니던 놈들이 있을지도 몰라. 주의하자.” 아무래도 긴장을 풀지 말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왔던 모양이다. 그리고 미리엘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곧바로 트롤이 한 마리 더 튀어나왔다. 놈은 몬스터치고 제법 머리가 돌아가는 건지, 심지어 우리가 트롤의 시체에서 마석을 수거하며 방심하고 있는 틈을 타서 옆을 기습해왔다. “하앗!” 그래봤자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지니의 대검에 기습이 틀어 막혔지만 말이다. 하지만 놈은 공격을 틀어 막히는 것과 동시에 몸을 위로 날려서 지니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리고 이쪽을 향해 다이빙을 했다. 물론 나와 놈의 사이에는 실비아가 방패를 들고 든든히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무서울 건 없었지만. 하지만 역시 놈은 보통 트롤과는 조금 다른 모양이었다. 놈은 손에 쥔 몽둥이를 휘둘러, 실비아의 방패가 아닌 실비아의 바로 앞쪽 땅을 강타했다. “크읏!” 트롤이 보여준 예상외의 돌발행동에 실비아도 미처 대처를 하지 못했는지, 살짝 무게 중심이 앞으로 쏠리면서 넘어지려했다. “위험해!” 나는 뒤에서 실비아의 몸을 붙잡고, 실비아가 넘어지는 와중에도 놓치지 않고 있던 방패 손잡이를 잡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트롤의 몽둥이가 방패를 강타했다. “크윽!” 실비아는 자세가 불안정했기 때문에, 거의 나 혼자 막은 거나 마찬가지다. 엄청난 충격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데미지가 크진 않았다. 물론 트롤의 자세가 불안정했던 덕분에 빗맞은 것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방으로 쭉 밀려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뿐이었다. 아, 그런가. 어제 내구를 올린 덕분인가. 역시 내구를 올린 보람이 있기는 있구나! 내가 언젠가는 빛을 볼 줄 알았다니까! 그리고 트롤의 기습은 그걸로 끝이었다. 순식간에 달려든 아라크네의 멤버들에게 트롤은 순식간에 도륙이 났다. 아무래도 이번 초월종은 암컷이었던 모양으로, 내가 성자의 파동을 쓸 것도 없이 끝났다. “묘하군. 처음에 마치 구원 널 노리려는 것 같았어.” “그, 그러게. 나한테 뭐 원수진 거라도 있나?” 미리엘의 중얼거림에, 나는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했다. 실은 짐작 가는 게 하나 있어. 아까 수컷 트롤에게 성자의 파동을 미리 날려놓는다고 하다가, 실수로 한 발 빗나갔거든.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에 불과하지만, 방금 그 암컷 트롤이 거기에 맞은 거라면 방금 그 행동도 납득이 된다. 물론 한 대 맞았다고 바로 흥분하고 날 맹목적으로 노릴 수준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아무한테도 어그로를 안 끌린 상태에서 나한테 한 방 맞은 거라면 그야 처음엔 나부터 노리겠지. 다음부턴 성자의 파동도 조금 더 조심해서 쓰자. 그래도 녀석이 날 노려준 덕분에 한가지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지금 내 내구는, 제대로 방어만 한다면 초월종의 빗맞은 공격 정도는 버텨낼 수 있는 수준이라는 거다. 그렇게 셋째날도 무사히 위기를 넘긴 이후로는, 밤에 실비아를 안을 때 스킬의 위력을 조절해서 제대로 레벨 업을 할 수 있었다. 역시나 스킬 위력을 적당히 조절하자, 아슬아슬하게 실비아를 기절시키지 않으면서 계속해서 절정에 달하게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 이틀을 그냥 날려버린 건 역시 뼈아팠다. 결국 나는 계층의 주인에게 성자의 파동이 먹힐지 어떨지 애매한 레벨로 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까지 도착해버렸다. “저게 5계층의 주인?” “그래. 지금까지 이상으로 힘든 상대가 될 거야. 저 녀석은 6계층의 초월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녀석이니까. 충분히 주의를 하도록 해.” 괜히 겁주지 마라. 보기만 해도 이미 충분히 강하단 걸 알겠으니까. 회녹색 비늘 피부에 넓은 날개를 가진 파충류. “저거…드래곤?” “와이번이다. 아무리 던전이라도 드래곤을 만난 적은 없군.” “그, 그렇겠지?! 그럴 줄 알았어!” “새끼 또 쫄았냐? 걱정 마라. 이 누님이 든든히 지켜 줄테니.” 쫀 거 아니거든! 다만 상대가 드래곤이면 마법 같은 것도 엄청 써댈 테니까, 만약 스킬 타이밍 잘 못쓰면 큰일 나겠구나 싶었던 것뿐이야. 그나마 요즘 든든한 내구 덕분에 마음이 편했는데, 내구는 물리 방어력만 올려주니까 마법 공격에는 소용이 없단 말이지. 뭐, 드래곤이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하긴 그렇지. 트롤 오우거 사이클롭스 가루다 같은 놈들이 튀어나오다가, 갑자기 보스는 드래곤입니다. 라고 하는 건 역시 밸런스가 너무 안 맞지. “뭐, 그래. 앨리시아. 믿는다.” “어, 어어…갑자기 솔직하잖아?! 갑자기 왜 그러냐?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안하던 짓을 한다는데.” 앨리시아는 살짝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아무리 네가 오는 내내 그렇게 연습하면서도 여성성이라곤 눈곱만큼도 갖추지 못했다고는 해도, 싸움실력 하난 믿음직스러우니까.” “시비 거는 거냐?! 새끼야!” “그럼 가볼까. 구원. 넌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줘. 저 녀석은 범위기가 화려하니까. 스킬을 써야할 때가 되면 부를게.” “어, 그, 그래? 응.” 큰일 났다. 너무 멀어지면 성자의 파동을 미리 날려두지도 못하는데! 하지만 내 심경과는 상관없이, 아라크네의 전위 멤버들은 와이번을 향해 돌진했다. 이제부터 어쩌지. 그동안 실비아와 레벨을 올리면서, 초월종도 이제 성자의 파동 서너 번만 맞으면 스킬 효과가 발휘될 정도가 되기는 했다. 하지만 상대는 계층의 주인. 어느 정도로 강하고, 내 스킬에 어느 정도로 저항하는지 전혀 예상이 안 된다. 차라리 계층의 주인이 1계층 때처럼 일반 몬스터의 강화버전이라면 그나마 조금 예상이라도 될 텐데. 아예 새로운 몬스터가 튀어나와 버리니 감이 안 잡힌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고민하는 와중에도, 와이번 토벌은 점차 진행되어갔다. 전위진들이 어그로를 확실히 먹고, 이제는 후위진들까지 공격에 가담하기 시작했다. 일단 와이번의 공격 패턴이라도 봐둘까. 범위기라는 게 뭔지. 놈의 공격패턴은 상당히 다양했다. 일단 공중에서 날개 짓으로 바람을 일으켜 자세를 흐트러뜨리고, 입에서 뭔가 기파 같은 것을 날려댔다. 드래곤의 브레스 같은 것에 비하면 상당히 볼품없어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위력은 상당한 듯 아라크네 사람들이 그 기파를 무기로 막아냈는데도 뒤로 쭉쭉 밀려나는 모습이 보였다. 저건 마법 공격으로 쳐야하는 건가? 물리 공격으로 쳐야하는 건가? 일단 이펙트만 보면 마법보단 물리 쪽 같기는 한데…확신은 할 수 없다. 아니, 애초에 맞으면 끝이니까 이런 걸 따지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게다가 와이번은 가루다와는 달리 날개도 약점이 아닌 듯, 날개에의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공격을 날개로 막아내는 모습마저 보였다. 심지어는 바닥에 내려앉아서 날개를 마치 거대한 칼날처럼 휘두르는데, 아라크네 사람들의 무기와 부딪히고도 까앙! 까앙! 하고 날붙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기다란 꼬리도 귀찮아서, 채찍처럼 휘둘러지며 머리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공격했다. 그리고 가장 위협적인 공격은 역시 물기 공격으로, 아라크네 사람들마저도 그 공격은 맞받아치지 않고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확실히. 범위 공격이 강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공격이 범위공격이다. 저런 녀석한테 어느 타이밍에 발동할지도 모르는 성자의 파동을 날려야 된단 말이지. 그나마 위안으로 삼을만한 점이 있다면, 덩치가 커서 성자의 파동이 빗나갈 일은 없을 거라는 거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정기를 모았다. 여신님. 보고 계시죠. 당신이 보낸 성자가 지금 위기에 빠져있습니다. 제발 저에게 기적을 내려주세요! 그리고는 티 나지 않도록 몰래 성자의 파동을 한 방씩 날리기 시작했다. 쫄린다. 와이번의 고개가 이쪽으로 돌려질 때마다 몸이 움찔움찔 떨린다. 하지만 나는 똥꼬에 힘을 꽉 주고 버텨내면서 성자의 파동을 날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말이지,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면 차라리 늦는 게 낫다. 빠르면 바로 공격당하고 죽는다. 하지만 늦는다면? 와이번이 다시 나타나길 기다려서 다시 사냥하면 그만이다. 의뢰 기간이 와이번의 성기를 얻을 때까지이고, 계층의 주인은 초월종보다 한층 더 부활이 느리단 걸 생각해보면 여기서 꽤나 오래 버티고 있어야겠지만. 그래도 죽는 것보단 훨씬 낫다. 미리엘에게 내 레벨이 부족하단 것도 들킬 테고, 당하게 될 확률도 상당히 늘겠지만. 으윽. 그래도 우리 애들도 내가 죽는 것보단 그게 낫다고 생각할 거야. 그런 생각이 들자 성자의 파동을 날리는 속도가 자연히 줄었다. 이제는 가끔 생각났다는 듯이 한 번 던져주는 수준이었다. “쿠워어어어어!” 그때 멀리서 와이번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끝난 건가? 아니었다. 오히려 와이번은 사방으로 기파를 날려대고 있었다. 이른바 광폭화 상태라는 녀석이다. 그럼 슬슬 체력이 바닥나기 시작했다는 건가. 나는 슬슬 미리엘이 외칠 거라고 생각하면서 성자의 파동을 연달아 퍼부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 튼튼해보이던 와이번의 날개 한쪽이 드디어 절단됐다. “구원! 지금이다!” 나는 미리엘의 외침과 동시에 성자의 파동을 퍼부었다. 스킬이 효과가 있으면 좋은 거고, 없으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쿠웨에에에에엑!” 정말로 여신님이 도우신 걸까? 내가 퍼부은 성자의 파동을 맞고 와이번이 제대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안 그래도 광폭화 상태였던 와이번이 한층 더 움직임이 거칠어진 채로 아라크네 전위진의 공격을 전부 무시한채 내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아라크네 클랜원들도 슬슬 트러블에 익숙해졌는지, 당황하지 않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아!” 미리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놈의 머리 위로 올라타 머리를 검으로 찍었고, 앨리시아가 날개, 지니가 꼬리에 달라붙어서 놈의 거친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전문 탱커도 아닌 멤버들이 이렇게까지 난폭해진 공격을 완전히 막아내는 건 버거웠는지, 몸에 지금까지 좀처럼 상처입지 않았던 아라크네 멤버들의 몸에서 피가 튀기 시작했다. 그래도 아무도 아프다는 내색을 하지 않은 채, 와이번이 내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막았다. 하지만 그때, 와이번이 지금껏 없던 움직임을 보였다. 바로 뒷다리를 이용해 공중으로 점프를 한 거다. 그리고는 튼튼한 꼬리고 자신의 몸을 지탱하고 선 채, 한쪽만 남은 날개를 휘젓기 시작했다. 전면으로 불어오는 강력한 바람에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몸이 휘청거리면서 대열이 흐트러졌고, 그 타이밍에 와이번의 몸이 다시 땅으로 쿵하고 내리 앉았다. 그 충격으로 전원이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버렸다. “막아!” 그 틈에 와이번은 내 쪽을 향해 돌진하려고 했지만, 곧바로 일어선 미리엘이 다시 머리 위로 올라가 공격을 감행했고, 날 향해 칼날처럼 휘둘러지던 날개는 앨리시아가 막아냈다. 그리고 그 날개 공격을 끝으로 와이번의 몸이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다만, 그 와중에도 와이번은 마지막 힘을 짜내어 입에서 내 쪽으로 기파를 날렸다. “구원님!” “안돼애!” 양옆에서 실비아와 마틸다가 내 쪽으로 달려왔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걸까? 나는 마치 그 모습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보였다. 확실히 실비아와 마틸다는 날 지킬 수 있는 위치였다. 아마 기파가 내 몸에 닿기 전에, 내 앞을 가로막을 수 있겠지. 다만 둘 다 아까의 충격으로 방패를 떨어뜨린 건지 손에 아무것도 쥐고 있지 않았다. 몸으로 막을 생각인 건가? 아무리 얘들이라도, 저걸 무방비하게 몸으로 막는다면 생사를 장담할 수 없다. 달려오느라 아무런 방어자세도 취하지 못하고 있으니 더욱더. 나는 양손을 뻗어 각각 실비아와 마틸다의 가슴팍을 밀쳐냈다. 실비아를 향해 뻗은 손에서 딱딱한 감촉이 전해져왔다. 딱히 가슴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니다. 갑옷을 입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마틸다를 향해 뻗은 손에서는 뭉클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져왔다. 마틸다는 일단 성기사가 아니라 대사제인 만큼, 사제복을 입고 있었던 거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번뜩였다. 그래. 이거라면 어쩌면! 나는 이런 생각이 떠오르게 만들어준 마틸다의 가슴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부드럽게 몇 번 더 주물러준 후에 밀쳐냈다. 죽기 직전에 가슴이라도 만져보고 죽을 생각이냐고? 당연히 아니지! 나는 복부를 향해 다가오는 기파를 바라보면서, 가볍게 점프를 했다. 물론 피할 수 있는 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이거면 충분하다. 준비는 이미 끝났다. 기파가 물리 공격이든 마법 공격이든 상관 없어! 내 물건은 발기하면 모든 공격에 대한 방어력이 폭증한다고! 아이언 페니스의 힘을 똑똑히 봐라! 와이번의 기파가 내 물건에 격돌하는 것을 느낀 순간, 난 눈앞이 깜깜해졌다. “구원니이임!” “꺄아아아악!” 의식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양옆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이 들렸다. 나는 최후의 힘을 짜내서 마틸다의 가슴을 만졌던 손의 엄지를 척하고 세웠다. “좋은 가슴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05==================== 의뢰 “끄아아악! 마이 써어어언!”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눈을 떴다. 하지만 내가 눈을 뜬 곳은 던전이 아니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로는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고, 도처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가 노랫소리처럼 들려오는 정원. 그곳에서 나는 대자로 누워있었던 모양이다. 여긴…우리 저택의 정원? “구원씨? 왜 그러세요?” 옆에서 그립고 포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레이아가 살짝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무서운 꿈이라도 꾼 겐가?” 레이아뿐만이 아니었다. 디아나도 사라도 내 곁에 있었다. “으, 응…. 무서운…무척이나 무서운 꿈을….” “하여간 구원도. 겨우 꿈같은 걸로 소란 피우기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얼굴에 손을 뻗어서 눈가를 부드럽게 매만져줬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까지 흘렸던 건가. 조금 부끄럽다. 하지만 부끄러운 감정보다도 먼저, 다행이란 감정이 피어올랐다. “후, 후우우. 다행이다. 아니, 그게. 들어봐. 진짜 무서운 꿈이었다니까. 내가 던전에서 그만 물건에 공격을 직격당하는 바람에….” 내가 말을 이어나갈수록, 셋의 얼굴이 조금씩 흐려졌다. “얘, 얘들아? 왜 그래?” “그게 말일세….” “그거….” “꿈이 아닌 걸요….” 그렇게 말하면서, 셋의 시선이 동시에 한 곳을 바라봤다. 셋의 시선이 향한 곳을 따라가듯 바라보자, 거기엔 실비아가 마치 벌이라도 받는 것처럼 무릎을 꿇고 양손을 들고 있었다. “우우우…구원님…죄송합니다….” 뭐, 뭐가? 뭐가 죄송한 건데?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지? 아, 아, 아…. “안 돼애애애애!” “구워…아읏!” 또 한 번 시야가 암전했다. 그리고 눈앞에는 실비아가 이마를 움켜쥐면서도, 얼른 내게 다시 달라붙어왔다. “구원님! 괜찮으십니까?!” “아, 아, 아, 아래쪽에 감각이 없는데…의사양반! 어떻게 된 거요?!” 나는 실비아와 같이 내 옆에 있던 마틸다를 향해 외쳤다. “네, 넷?! 큰일이야! 어서 지금부터 치료를…!” 내가 기절한동안 치료 안하고 뭐했는데?! 아니지. 지금 내 유일한 희망에게 그런 폭언을 퍼부을 수는 없지. 추궁은 나중에 하자. 나는 걸레짝이 된 바지를 벗고 마틸다에게 물건을 내밀었다. “가, 갑자기 무슨…!” “부탁드립니다! 당신만이 제 희망이에요!” “네, 네에….” 마틸다는 마치 홀린 것 같은 움직임으로 양손을 뻗어, 내 물건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러자 끔찍한 격통이 물건 전체로 퍼져나갔다. 아들아! 안 돼! 죽으면 안 돼! 아들 녀석의 몰골을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다. 녀석은 날 지켜준 모습 그대로 빳빳하게 크기를 유지한 채로 굳게 서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크기가 더 커져있었다. 피멍이 든 것처럼 검붉은 색으로 부풀어 오른 그것은, 도저히 두 눈으로 직시하고 있기 힘들 정도였다. “마틸다님. 제, 제 아들은 살아날 수 있는 거죠?!” “걱정 마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고쳐보일게요.” 마틸다는 살짝 멍한 느낌으로 말하면서, 내 물건을 양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성기사에서 대사제로 전직을 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추기경답게 손에서는 성스러운 빛이 넘실넘실 흘러나왔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미인이 남들 다 보는 앞에서 내 물건을 어루만져주고 있다는 무척이나 흥분되는 상황이지만, 나는 그런 것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이거라면! 이거라면 내 아들도 나을 수 있어! 힘내라 마틸다! 힘내라 추기경님! 그리고 마틸다가 어루만질수록, 내 아들은 붓기가 빠지고 색이 원래대로 돌아오면서 점차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저 아릿한 통증만이 느껴지던 하반신에도 점점 감각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다친 부위가 다친 부위이다 보니까 심하게 느껴지는 것일 뿐, 의외로 부상 자체는 그리 심각하지 않은 걸지도 모른다. “오, 오오오오!” “후우. 이걸로 됐어요. 하지만 한동안은 무리하지 마시고…꺄악!” “마틸다! 고마워! 사랑한다!” 나는 아들이 살아났다는 사실에 감정에 복받쳐서 마틸다를 끌어안고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 말이나 외쳐댔다. “네, 네…저도 사랑해요….” 그리고 귓가에 마틸다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머리부터 얼음물을 뒤집어쓴 것 마냥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이건 아니거든! 뭘 착각하고 있는 거야! 이건 그저 환자가 의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말한 것뿐이거든!” 뒤늦게 그렇게 외쳐봤지만, 스스로도 깨닫고 있었다. 이미 늦었다는 것을. 지금까지 몇 번이나되는 위기를 잘 회피해왔지만, 이번에는 틀렸다. “저, 저도 그저 환자를 고친 게 기뻐서 그런 것뿐이거든요?! 당신이야말로 착각하지 마시죠?! 정말 자의식과잉 아닌가요?!” 마틸다의 그런 외침도,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내 마음속에는 그저 암운만이 드리우고 있었다. 가까스로 나은 줄 알았더니 마지막에 스스로 실수해서 고자가 되다니. 고자라니. 내가, 내가 고자라니이이! 나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잡고 되살아난 자존심을 사용했다. …어? 선다? “으악! 아파!” 발기가 되면서 다시 아프기는 했지만, 그래도 섰다. “뭐하시는 거예요?! 한동안 무리하지 말란 소리 못 들었어요?! 정말이지…다시 줘요!” 마틸다는 툴툴대면서도 다시 내 물건을 덥석 잡고 치료를 했다. “야. 치료해주는 건 고맙지만 내 물건에 반하지는 마라.” “누, 누가 이런…! 이런….” “으악! 역시 놔!” “아, 아직 안 반했거든요?!” “아직?! 아직이라고 했냐?!” “이, 이건…! 그냥 말실수에요!” 그런 소란을 피우면서도, 내 마음속에는 의혹이 생겨나고 있었다. 아까 전은 아무리 생각해도 늦은 상황이었다. 분명 마틸다는 내게 사랑한다고 똑똑히 말했다. 그런데도 발기가 된다? 혹시 나…저런 류의 저주는 안 통하는 거 아냐? 지금까지도 혹시나, 어쩌면 그럴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었다. 여신님이 굳이 성자라는 직업을 주고는 이 세계에 보낸 거다. 그런데 과연 내 물건이 고작 저런 저주에 발기가 안 될까? 물론 고자가 될 수도 있다는 리스크가 있는 한 시험해볼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니 자연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정말로 나, 고자 저주 안 통하는 거 아닐까? “야. 그래서, 그…괜찮냐?” 소란을 피우고 있는 우리에게 앨리시아가 다가와서 약간 어색하다는 듯이 물었다. 앨리시아는 여전히 온 몸이 피칠갑을 한 상태였다. 그제야 나는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와이번과의 전투가 이제 막 끝나기라도 한 듯, 다들 전투할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 와이번의 시체마저 그대로 남아있었다. “실비아. 나 얼마나 기절해있었어?” “네, 넷? 바로 일어나셨습니다만…그보다 정말로 괜찮으십니까?” 실비아는 여전히 불안한 눈동자로 날 쳐다보면서 말했다. 살짝 울상이 되어있는 게, 뭔가 보호욕을 자극했다. 오히려 내가 지켜지는 입장이지만. “괜찮아. 아마. 성자 스킬 중에 발기하면 물건이 다른 부위보다 훨씬 튼튼해지는 스킬이 있거든. 방금 공격도 일부러 물건으로 받은 거야. 덕분에 조금 다치기만 하고 끝났잖아?” “그, 그렇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뭐야. 그런 거였냐. 난 또 정신이라도 나간 줄 알았잖아. 아무튼 그…미안하다.” 실비아와 앨리시아는 동시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응? 뭐가?” “그…뭐냐…나만 믿으라고 해놓고…있잖냐!” 앨리시아는 이런 말을 한다는 게 어색하다는 듯 얼버무리면서 말했다. 과연. 이 맹수같은 여자도 일단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건가. 하지만 온몸에 피칠갑을 한 여자한테 이런 말을 들으니, 괜히 내가 더 미안해졌다. 얜 충분히 최선을 다한 거였을 테니까. 게다가 나도 이런 분위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지. 다시 한 번 광대가 되 줄까. “그래! 더 미안해해라! 앞으로 돌아갈 때까지 매일 나를 부를 때는 님자를 붙여가며 여성스런 목소리로…끄악!”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야! 아무리 그래도 부상자를 때리는 건 너무하잖아!” “부상은 내가 더 심해 이 새끼야!”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잖아. 아무튼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이걸로 의뢰는 무사히 마치게 됐다. 내 물건도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고, 와이번의 성기도 무사히 얻을 수 있게 됐다. 아직 돌아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시련이 남아있기는 했지만, 일단 고비는 넘긴 거다. “슬슬 그 반응도 질린다. 시간 끌지 말고 빨리해 새끼야.” 와이번의 성기에 선 날 두고 앨리시아가 거칠게 말을 내뱉었다. 아까 놀렸다고 아직까지 삐진 모양이다. 현재는 다들 마틸다에게 치료를 받고, 와이번의 마석까지 캐낸 상황. 이제는 아이템 수거만 마쳐놓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얘들 파티에는 딱히 힐러라고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 굳이 꼽자면 성기사인 릴리지만, 과연 전업 힐러에 비하면 힐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게 궁금해서 말을 들어보니, 얘들 클랜은 전업 힐러를 그다지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기껏해야 중저레벨 단계에서나 있고, 100레벨이 넘어가면 사제들은 전부 성기사로 전직한다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전업 힐러는 혼자서 자기 몸을 지키기 힘드니까, 만약 무슨 일이 생겨서 홀로 떨어지게 되도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한다나. 그래서 치료는 보통 포션으로 때운다고 한다. 포션이 비싸다고는 하지만, 과연 5, 6 계층을 돌아다니는 모험가들의 수입에 비하면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가능한 수준이기도 하고. 이번에는 마침 마틸다가 있으니까 전원 마틸다에게 치료를 받았지만. 졸지에 혼자서 전원의 부상을 치료하게 된 마틸다는 마나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 직접 만져서 치료하는 방식을 취했고, 덕분에 다들 두꺼운 갑옷을 벗고 가벼운 차림이 됐다. 미녀가 미녀의 몸 이곳저곳을 어루만지는 광경은 꽤나 좋은 눈요깃거리였다. 그리고 여기 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은 계층의 주인만 잡으면 몬스터가 잘 다가오지 않으니, 야영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다. 덕분에 모두들 치료가 끝난 이후로도 갑옷을 걸치지 않고 편안한 차림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눈요깃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지만. “너 재밌으라고 이러는 거 아니거든!” 남자라면 누구나 남의 성기 같은 건 만지기 싫다고! 특히 그게 내 몸뚱이만한 성기면 더더욱! 시련 하나. 와이번의 성기를 만져서 내 인벤토리에 넣어야한다. “그래. 앨리시아. 귀엽잖아.” 시련 둘. 내 성기를 제대로 보게 된 루티아의 눈이 더 무서워졌다. 나…정말로 따먹히지 않고 돌아갈 수 있을까? 아니야. 힘내자! 목숨과 성기를 걸면서까지 정조를 지켜냈는데, 이제 와서 따먹힐 순 없어! “쯧. 귀찮은 새끼.” 결국 또 다시 앨리시아가 내 손목을 붙잡고는 와이번의 성기에 가져다댔다. “크으윽! 젠자앙!” 나는 곧바로 손에 닿은 물체를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팔을 휘둘러 앨리시아의 가슴에 뻗었다. 이번에야 말로 물컹하고 부드러운 가슴이 내 손에 들어왔다. “이, 이 새끼가 지금…!” 앨리시아는 당황한 건지 내 손을 뗄 생각도 못하고 얼굴을 붉혔다. “여기도 근육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말랑말랑하잖아? 응?” 뭐, 얘 몸으로 동정을 뗐으니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말이야. “손 안 떼 이…으응!” 앨리시아는 내 도발에 욱컥하려고 했지만, 내가 유두를 꼬집자 자기도 모르게 콧소리를 냈다. 훗. 매력을 그렇게 올린 데다가, 그동안 실비아랑 레벨 업을 하면서 매력도 덩달아 더 올랐다고? 거기에 내 태크닉이 보태면 아무리 레벨이 높은 너라도…! “어머? 어머어머? 지금 앨리시아를 느끼게 한 거야? 레벨도 낮은 우리 귀염둥이가?” “아뇨. 갑자기 만져져서 그냥 당황한 것뿐인 게 아닐까요?” 젠장. 모처럼 앨리시아를 제대로 가지고 놀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루티아가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 무서워서, 나는 그만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장 뒤를 돌아서 도망갔다. “어딜 도망가 새끼야! 너 잡히면 죽었어!” 평소엔 걸걸하게 만져볼 테냐고 도발까지 하던 애가 왜 저렇게까지 화를 내는 거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저번화 마지막 부분의 문장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되살아난 자존심을 안 쓴 게 납득이 되도록요. 12시까지 두 편을 쓰려고 급하게 쓰다가 묘사가 살짝 소홀해졌네요. 306==================== 의뢰 “아파라…앨리시아 저거 힘만 무식하게 세서는. 실비아. 호해줘.” 내가 아무리 도망가 봐야 전력으로 쫓아오는 앨리시아를 따돌릴 수는 없었고, 결국 한 대 맞을 수밖에 없었다. 저거 진짜로 맹수라니까 맹수. “네, 네엣?! 으, 호, 호오…아으….” 실비아야. 그걸 시킨다고 또 진짜로 하냐. 귀여운 녀석. 나는 실비아의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듯 마구 쓰다듬어줬다. 며칠 동안 계속 나랑 잤으니까 이제 좀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실비아는 여전히 내게 닿기만 해도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제는 나도 슬슬 그냥 이대로도 좋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다. 평소엔 아무리 이렇게 제정신을 못 차려도 전투 때는 확실히 하니까. “그럼 잠이나 자자.” 와이번이 자리 잡고 있던 곳을 야영지로 삼은 우리는, 일단 여기서 하루 묵고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시간이 조금 이르기는 했지만, 과연 와이번 사냥은 아라크네 애들도 조금 힘들었던 모양이다. 막판에 내 스킬로 광폭화가 심해져서 부상들을 당한만큼 피로가 평소보다도 더 쌓였겠지. 그래서 지금은 식사를 마치고 텐트에 들어와 있다는 얘기다. “아, 으으….” 또 내게 안겨야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 건지, 실비아는 얼굴을 붉히고 하복부 앞쪽에 양손을 모은 채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아, 오늘은 그냥 잘 거니까 안심해. 와이번도 잡았으니까 이제 급하게 레벨 올릴 필요도 없지. 오랜만에 푹 잘 수 있어. 기쁘지?” “네, 네에….” 내 말에 실비아는 살짝 풀죽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내게 안기는 것도 좋아 죽을 것 같아서 힘들지만, 안아주지 않으면 그건 그것대로 섭섭하다는 거냐. 하여간 복잡한 녀석이다. 나는 그런 실비아를 확 끌어당겨서 품에 껴안았다. “그렇게 안심할 거 없어. 삽입만 안 할 뿐이지 끌어안고 잘 건 마찬가지니까.” “하으으…아우…이, 이러면…푸, 푹 잘 수…!” “응? 내가 푹 잘 수 있다는 얘기였는데? 내가 밤에 푹 자면, 당연히 실비아도 기쁘지?” “아우으…네, 네에이잉….” 실비아는 속았다는 표정으로 반쯤 울먹이면서도, 제대로 네라고 대답을 했다. 역시 얘도 놀리는 보람이 있다니까. 뭐, 놔주진 않을 거지만. 따뜻하고 부드럽고, 끌어안고 자기에 이보다 좋은 게 또 있을까. 나는 실비아를 놔주지 않은 채로 옆으로 돌아누웠다. 그건 그렇고…역시 아까 전에 있었던 일이 신경 쓰인다. 마틸다도 주위 사람들도 평소와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간 느낌이 들지만, 분명 평소와는 달랐다. 마틸다가 끝까지 제대로 고백을 했던 거다. 지금까지 마틸다의 저주에 영향은 사람들의 얘기를 생각해봤을 때, 이번엔 분명히 나도 저주에 영향을 받을 상황이었다. 내 성기가 그런류의 저주에 면역이다? 하지만 난 지금까지 내 능력은 전부 게임 시스템 상으로 표시되는 능력에 국한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나는 스킬에 마나를 더 실어 무리를 해서라도 기술을 강하게 쓰는 게 불가능하다. 다른 애들은 전부 가능한 모양인데도 말이다. 그게 가능했으면 이번에 그렇게 고생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아무튼 그렇게 게임 시스템에 얽매여있는 내가, 게임 시스템에 표시도 안 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명시되지 않은 능력은 별로 원하지도 않고 말이다. 게다가 히든피스란 게 듣기엔 멋있지만, 능력 검증이 안 되면 그냥 아무짝에도 쓸데가 없는 능력에 불과하다. 이런 종류의 히든피스는 내 성기를 제물로 삼아서 성능 시험을 해볼 수도 없는 일이니 더더욱. 그래서 나는 다시 스킬 창을 열어봤다. 만약 저주 면역에 관한 능력이 명시되어 있다면, 스킬밖에 없으니까. 분명 원래 배울 수 있는 스킬 중에 그에 관련된 스킬은 없었지만, 나는 원래 목록에 있던 스킬 이외의 스킬도 스스로 익힐 수 있다는 걸 이미 한 번 경험했다. 바로 성자의 전력을 통해서 말이다. 만약 마틸다의 저주를 막은 능력이 히든피스 같은 게 아니라면, 저주를 받는 순간 뭔가 새로운 스킬을 배웠다는 게 제일 타당한 추론이다. 어디보자. 어디 못 보던 스킬이…정말로 있었다. 불굴의 성욕 MAX 패시브 스킬 그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성욕은 성행위를 방해하는 그 어떠한 장애라도 무효화 시킵니다. 그것이 설령 죽음일지라도. 성행위를 통한 모든 피해와 성행위를 불가능하게 하는 모든 피해에 대해 면역이 됩니다. 그것도 능력이 엄청난 스킬로. 심지어 스킬 레벨도 처음부터 MAX였다. 거기에 설명을 읽어보니, 아무래도 마틸다의 저주를 무효화시킨 것만이 이 스킬을 각성시킨 요소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이 스킬을 각성시키기 위한 행동이라…짐작가는 일들이 너무 많다. 복상사의 위기를 무릅쓰고도 레벨이 한참 높은 디아나와 섹스를 했던 것. 성행위를 통해 상대의 생명력을 빼앗는 레이아와 섹스를 했던 것. 그리고 마틸다의 저주에 영향을 받을 위기까지. 대체 어떤 행동으로 인해서 이 스킬이 각성하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 이거 하나는 확실했다. 내 성기는 이제 무적이다. 역시 여신님이야! 여신님! 전 믿고 있었습니다! 성자의 스킬 중에는 분명 이런 스킬도 있을 거란 걸! 앞으로도 믿고 따르겠습니다! 여신님! 아이언 페니스 X까! 나한텐 불굴의 성욕이 있다고! 자랑하고 다니기에는 스킬명의 어감이 조금 미묘했지만, 그게 어떻단 말인가?! 응? 잠깐만. 설명만 보고 들떴지만, 생각해보니 묘했다. 설명만 보면 성기에 대한 모든 피해를 무효화하는 것 같지만, 그렇게 따지면 마틸다가 고백한 직후 되살아난 자존심을 썼을 때 성기가 아팠던 건 설명이 불가능하다. 나는 다시 한 번 스킬 설명을 꼼꼼히 읽어봤다. 성행위를 통한 피해와 성행위를 불가능하게 하는 모든 피해. 전자는 구미호의 정기흡수나 복상사 같은 걸 말하는 걸 거고, 후자는 한 마디로 말해서 고자가 되는 걸 막아준다는 거다. 전자는 솔직히 별로 필요 없다. 힐링 섹스로 전부 카운터를 칠 수 있으니까. 중요한 건 후자다. 고자가 되는 걸 막아준다니. 그 무엇보다 소중한 스킬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아까 전 상황을 생각해보면 성기 한정으로 무적 상태가 되는 건 아닌 모양이다. 정확히 고자가될 수준의 이상의 피해만 막아준다는 건가. 마틸다의 고백 후에 되살아난 자존심을 썼을 때는, 확실히 아프긴 했지만 물건은 제대로 섰다. 고자가 된 건 아니라는 말이다. 여전히 성기에 데미지가 들어오면 아프다. 여, 역시 아이언 페니스도 최고지. X까라는 말해서 미안해. 불굴의 성욕도 최고지만 아이언 페니스도 최고지. 둘 다 여신님이 주신 내 스킬인데, 둘 다 아껴줘야지. 응. 아무튼 이걸로 더 이상 마틸다도 두려울 게 없다! 내 극상성 카운터가 드디어 없어졌어! 게다가 생각해보면 이것도 성자의 증거로 들이밀 수 있지 않을까? 고대의 저주에도 영향을 안 받는 성기라니. 여신님의 축복이 아니라면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테니까. 그럼 마틸다도 순순히 인정하고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생각해보니 그럴 리가 없잖아. 이 사실을 밝힌다는 건, 마틸다가 대놓고 날 좋아해도 된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내 곁에서 멀어질 생각을 할 리가 없잖아? 그것도 맘껏 좋아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가 되는 거다. 안 그래도 사람한테 그렇게 쉽게 반하는 그 마틸다가 좋아할 수 있는 유일한 상대. 역시 이걸 대놓고 티내는 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틸다가 날 좋아하는 상황이 기분 나쁘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날 곤란하게 만들었던 걸 복수도 할 수 있고, 일단 생긴 것도 미인이니까. 나한테 쉽게 반해주는 미인을 싫어할 남자가 어디 있겠어? 게다가 아무런 리스크도 없는데. 나한테 이미 임자가 있는 게 아니었다면 나도 무척이나 환영했을 거다. 그게 제일 큰 문제지만 말이다. 마틸다가 마음껏 날 좋아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아마 다른 사람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들이댈 거다. 쟨 사랑에 빠지면 뭔가 주위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니까. 그리고 그런 모습을 우리 애들이 보게되면 난리가 나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 거다. 실비아에 이어서 마틸다까지! 물론 우리 애들이 날 싫어하게 되지는 않겠지만, 여성관계에 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게 될 거다. 그래. 역시 이 사실은 계속 숨기고 있자. 하지만 밝히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역시 이렇게 좋은 스킬을 얻게 된 건 기뻤다. 이 기쁜 감정을 다른 사람과도 공유하고 싶다! “실비아, 벌써 자?” 나는 실비아가 자지 않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일부러 질문을 했다. 그도 그럴게, 얘 아직도 나한테 안겨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걸. 하지만 실비아는 내가 뭔 짓을 할지 예상이라도 한 건지, 부들부들 떨면서도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었다. 나는 실비아의 귀에 입을 가져가서 후우하고 숨을 불어넣었다. 실비아의 떨림이 더욱더 거세졌다. 오호라. 이런데도 대답을 안 한단 말이지? “정말로 자나? 만약 안자면서 자는척하는 거면….” “으아으으…아, 안잡니다!” 결국 실비아는 천천히 압박해가는 나에게 굴복하고 말았다. 협박에 쉽게 굴해버리는 여기사님이라니, 분명 이런 느낌의 클리셰가 한때 무척 유행했다고 들었는데. 주로 성인물 위주로. 역시 옛사람들은 뭘 좀 안단 말이야. 뭐, 실비아는 상대가 나니까 이렇게 쉽게 굴한 것일 테지만. “실비아야. 아직 안 졸리면 나랑 조금만 더 놀다 잘까?” “어, 어떤…?” 그냥 들떠서 잠이 안 오는 것뿐이니까 딱히 생각은 안 해봤는데. 원래대로라면 섹스가 최고긴 하지만, 며칠 동안 나한테 시달린 실비아 상대로 또 섹스를 하긴 조금 미안했다. 그리고 위에 남겨두고 온 우리 애들한테도 미안하고. 하지만 역시 이렇게 단 둘이 있으면 그런 쪽으로 밖에 머리가 안 돌아간다. “글쎄. 아, 그럼 실비아가 성감대에 익숙해지는 특훈이라도 할까?” “네, 넷?!” “성자의 성수로 성감대를 만드는 건 딱히 부작용이 있는 게 아니니까. 실비아도 조금 더 몸의 쾌감에 익숙해지도록 훈련하는 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스스로의 손가락을 빨아서 성자의 성수를 발동시킨 침을 묻혔다. 그러고 보니 펠리시아는 어쩌고 있을까? 입에다가 성자의 성수를 묻히고 방치해둔 상태지만, 잘 버티고 있으려나? 뭐,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는 걸 보면 잘 버티고 있는 거겠지. 아무튼 지금은 실비아다. 나는 성자의 성수를 묻힌 손을 실비아의 옷 안쪽으로 집어넣었다. 우선 정석인 유두부터 발라주고, 좋아. 다음은 음부에…. “우리 귀염둥이 자니?” 그때 우리 텐트로 루티아가 들어왔다. 나는 화들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실비아와 떨어졌다. 딱히 숨길 일도 아닌데 말이야. 생각해보면 얘들도 내가 실비아랑 자는 건 알고 있었을 테고. “어머. 안자는 구나. 귀여운 신음소리가 안 들려서 오늘은 일찍 자는 거라고 생각했더니. 오늘은 웬일이니?” 젠장. 역시 실비아랑 계속 붙어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 루티아도 분위기를 파악하고 안 들어왔을 텐데. “누, 누님이야말로 어쩐 일로 오셨는지?” “응? 나야 당연히…알잖니?” 모르겠는데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짐작은 되지만, 그 예상이 틀렸으면 좋겠다. “오늘은 그 애랑도 안 하는 모양이고, 누나랑 어떠니? 매일하지 않으면 쌓이잖니?” 그렇게 말하면서, 루티아는 윗입술을 혀로 낼름 핥았다. 이사람 진짜로 덮치러 왔어?! 그래도 여기 오는 며칠 동안 밤에는 조용했으니까, 그냥 장난으로 유혹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 아뇨! 저기, 그게, 마틸다한테 한동안 무리하지 말란 소리도 들었고, 제 아들도 좀 쉬게 해줘야 할 것 같아서….” “하지만 걔 의견은 다른 모양인데?” 루티아가 내 하반신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물론 내 물건은 우뚝 서있는 상태였다. 그야 그렇지! 루티아가 상체를 숙여서 가슴골을 내 바로 앞에 들이밀고 있는 상황인 걸! 이 상황에서 안서는 게 이상하잖아! 남자로서 자연스런 생리현상이라고! “아, 아뇨! 얘가 요즘 반항기라! 야! 아빠 말 들어!” “쿠쿡. 너무 그렇게 귀엽게 굴지 말아줄래? 더 먹고 싶어졌잖아.” 마지막 말을 내뱉을 때 루티아의 목소리가 조금 더 진지하게 변한 바람에, 나는 팔에 닭살이 돋았다. 이, 이 녀석…진심이야! 이대로라면 잡아먹힌다! “구원님께는 손끝하나 못 댑니다!” 하지만 나에겐 실비아가 있었다. 그래! 실비아! 가라! “어머. 걱정 마렴. 따돌리려는 거 아니니까. 언니가 너도 같이 귀여워해줄게. 언니가 다른 여자들한테도 꽤나 평이 좋단다.” 루티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실비아의 가슴에 손을 뻗었다. “누가 당신 같은 사람에게…흐으응!” 그래! 우리 실비아는 나 말고는…망했다! 방금 가슴에 성자의 성수를 발랐지! 지면 안 돼! 실비아! 버텨내! 넌 할 수 있어! “귀여운 가슴이네. 언니가….” “루티아아아!” 그때 우리 텐트에 또 다른 난입자가 나타났다. 바로 앨리시아였다. “어머 앨리시아. 무슨 일이야?” “몰라서 물어?! 네가 여기 왜 있어?!” “다들 알면서 그런 질문을 하네.” “당장 나와!” “응? 어머, 앨리시아 너 설마….” 그렇게 말하고는 루티아는 앨리시아에게 다가가서 뭔가를 속삭였다. “그, 그, 그런 거 아니거든! 그냥 오늘은 그러니까, 그거 있잖아! 그거!” “흐으으응…. 알았어. 나가자. 미안. 귀염둥이. 누나가 일이 생겨서 못 놀아주겠네.” 루티아는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는 그런 말을 남기고는 텐트를 나갔다. 뭐, 뭐지? 대체 그거가 뭔데?! 뭔데 저 루티아가 순순히 물러나는 거지? “너도 새끼야 조심하고!” 앨리시아는 어째선지 나한테까지 화를 내고 텐트를 나가려고 했다. 나는 그런 앨리시아를 불러세웠다. “야. 앨리시아!” “뭐야?!” “그,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땡큐.” 어찌됐든 내가 앨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는 건 확실하다. 나는 앨리시아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아, 알면 됐어! 알면! 앞으로 나한테 잘해라!” 앨리시아는 그 말만을 남기고 난폭하게 텐트 밖으로 나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07==================== 의뢰 루티아가 돌아갔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라, 결국 나와 실비아는 그냥 얘기나 조금 하다가 잠이 들었다. 뭐, 결국 루티아가 다시 찾아오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드디어 돌아간다는 생각에 들떠서 황급히 텐트를 정리하는 나에게 루티아가 다가왔다. “얘. 누나가 조금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네, 넵?! 뭐, 뭔가요?!” “후훗.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 잡아먹으려는 거 아니니까. 그냥 조금 궁금해서 그러는데, 왜 누나랑 자는 걸 그렇게 싫어하는 거니? 누나가 취향에 안 맞니?” 그렇게 말하는 루티아의 표정은 정말로 그저 호기심이 생겨서 묻는다는 표정이었고, 자괴감이나 주눅 든 느낌 같은 건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뭐, 그야 그렇겠지. 이 외모로 자신감이 없을 수가 있나. “아, 아뇨. 그게, 제가 이래 봬도 순정파라, 우리 애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아서요.” 스스로의 입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 살짝 부끄러웠지만, 그래도 나는 확실히 말했다. 이런 질문을 해오는 걸 보면, 이 누님은 그 서큐버스 공주와는 다르게 대화가 통하는 상대일지도 몰라. “흐으으응. 그러니? 그럼 누나 같은 타입이 싫은 건 아니고?” “그, 그럼요. 당연히 싫은 건 아니죠. 아, 하지만 그렇다고 밤에 오셔도 된다는 건….” “후훗. 당황하기는. 역시 귀엽네.” 루티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쿡쿡 웃고는, 자기 텐트 쪽으로 돌아갔다. 저 반응은 대체 뭐지? 그래서 결국 앞으론 안 덮치겠다는 거야, 아니면 그 순정이 얼마나 갈지 두고 보겠다는 거야. 나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돌아가는 길은 올 때보다 훨씬 더 긴장감이 덜했다. 몬스터들에게 정확한 타이밍에 스킬효과를 발동시킬 수 있으니 일단 안정감이 생겼고, 무엇보다 방어력이 엄청나게 올라간 탓에 긴장도 훨씬 풀어졌다. 물론 간간히 마법 공격을 날리는 녀석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런 놈들은 애초에 후방에 어그로가 튀지 않도록 전위 멤버들로만 싸운다. 후위에 어그로가 튈 일을 원천 차단할 뿐만 아니라, 만약 내 스킬을 맞고 마지막 발악으로 이쪽에 마법 공격을 날려도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있던 쌍둥이 마법사가 마법으로 상쇄시켜버리는 작전이다. 그런고로 나는 아무런 부담감 없이 5계층을 산책하는 기분으로 다녔다. 그러고 보니 원래는 고레벨들의 전투 방법을 자세히 보려고 온 거였는데, 얘들 기본적으로 초월종 이상의 강한 몬스터 상대가 아니면 그냥 막무가내로 싸운단 말이지. 능력이 되니까 그런 짓도 가능한 거겠지만. 뭐, 초월종과 싸울 땐 확실히 연계를 볼 수 있어서 공부도 되고, 무엇보다 5계층 몬스터들의 전투방식을 직접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여기 올 가치는 있었지만. 아무튼 여유로워진 나는 주변에 있는 애들과 장난이나 쳤다. “야. 앨리시아. 어젯밤은 고마웠다. 그런데 어제 루티아를 데리고 나갈 때 말했던 그거가 대체 뭐야? 뭔데 저 누님이 순순히 나간 거야?” “너, 넌 몰라도 돼 인마!” “뭐야? 혹시 야한 거? 역시 남자를 사귀지 못해서 여자랑….” “너 이 새끼 진짜 죽고 싶냐?” “화내는 거 보니까 진짜로 그런 거 같은데?” “이 새끼가 도와줘도…!” “미안미안. 그러고 보니 그랬지. 그럼 보답으로 내가 오늘도 네 여성성 향상에 도움을….” “훗.” …어라? 뭐야 저 미소는? 또 앨리시아가 화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선지 앨리시아는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날 쳐다봤다. “오늘의 내가 어제까지의 나와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앨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갑옷의 흉갑부위만을 끌어내렸다. 물론 갑옷 안에도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가슴이 노출되지는 않았지만, 솔직히 조금 섹시해 보였다. 다른 부위는 전부 단단한 철로 감싸져있는데 가슴부분만 저렇게 드러내니까 괜히 강조가 되잖아. 게다가 크기도 꽤나 크기 때문에 가슴이 천 옷을 뚫고 튀어나올 것처럼 강조되어 있었다. 가슴을 노출시킨 앨리시아는, 이번엔 내 갑옷의 흉갑 부위를 벗겨냈다. 그리곤 내 목에 팔을 둘러 자기 쪽으로 확 끌어당겼다. 서로 갑옷 아래로 천 옷은 입고 있지만, 그래도 앨리시아의 부드러운 가슴이 내 가슴에 밀착되어 형태를 바꾸는 게 똑똑히 느껴졌다. 거기에 더해 앨리시아는 자기 가슴을 내 가슴에 문지르듯이 상체를 움직이면서, 내 귓가에 입을 가져다댔다. “이래도 이 누님이 여성스럽지가 않니?” 조금 사나워 보이는 하지만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평소완 달리 뭔가 섹시한 느낌으로 속삭이는 앨리시아. 얘도 외모가 나쁜 건 아니니, 아니 까놓고 말해 외모는 엄청 좋으니까 엄청 흥분됐다. 솔직히 물건이 설 정도였다. 이렇게 밀착해있으니, 아마 제대로 서면 앨리시아의 다리에도 그 느낌이 전해지겠지. 어제의 사건으로 내 가죽 갑옷의 고간부분은 완전히 파괴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그 누군가가 생각나는 말투 덕분에, 나는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과연. 그렇게 나오겠다 이거지. 하지만 난 지지 않아! 여기서 인정해주면 끝이야! 그럼 더는 앨리시아는 놀릴 수 없게 돼버리잖아! 지금 던전에 있으면서 할 수 있는 내 몇 안 되는 즐거움인데! 나는 물건이 완전히 서기 전에 되살아난 자존심을 쓰는 것과는 반대로 마나를 운용하여 강제적으로 물건을 서지 않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최대한 티 나지 않게 호흡을 가다듬고, 앨리시아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루티아한테 배웠냐?” “뭐, 그, 그게 무슨 소리…!” “무슨 소리기는. 말투만 봐도 루티아한테 배운 게 바로 티 나는데. 어제 같이 동침하면서 잠자리 토크로 전수라도 받았…꾸엑!” “같이 안 잤다고 몇 번을 말해 새끼야!” “쿠헉! 크헉! 그, 그렇다고 비어있는 복부를 때리냐….” 거긴 가루다한테 뚫려서 갑옷도 없다고. 내 방어력이 높지 않았으면 크게 다쳤을 거야. “후욱. 후우…아, 아무튼! 넌 그 길론 틀렸다. 전혀 섹시하지 않아.” “놀고 있네 새끼가. 얼빠진 표정 지어놓고! 물건도…아, 안 섰어?” 앨리시아는 내 고간을 덥석 잡더니, 정말로 당황한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말했잖아. 갭이 중요하다고. 넌 평소엔 전혀 안 그럴 것 같이 생긴 만큼, 여성스런 행동을 연습해야 한다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앨리시아는 섹시한 태도가 잘 먹힐 가능성이 크다. 외모도 그러는 편이 어울리고, 무엇보다 얘가 여성스런 행동을 하는 건 죽었다 깨어나도 불가능 할 테니까. 하지만 난 굳이 이렇게 말했다. 왜냐고? 그게 재밌으니까! 섹시하게 유혹하는 걸 연습하면 금방 익혀버려서 재미없어질 확률이 크다. 방금도 루티아를 흉내 낸 그 말투만 아니었으면 나한테 제대로 먹혔을 거고. “자, 그런 걸로 회피할 생각하지 말고, 오늘도 여성스런 행동을 연습을 해볼까.” 아직 돌아가려면 며칠이나 남았는데, 벌써 얠 가지고 노는 걸 포기할 수는 없다고. “그럼 먼제 제가 또 시범을 보여드릴까요?” 그 때 마틸다가 난입을 해왔다. “아, 아니야. 마틸다가 무리할 필요는….” “어머? 오늘은 웬일로 반응이 격하지 않으시네요? 실은 당신도 살짝 기대하고 계셨던 건가요?” 젠장! 그게 아니야! 그냥 네 저주가 더 이상 안 통한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너무 모질게 대하기 힘들어졌을 뿐이야! 하지만 이대로 미적지근하게 대하면 들킬지도 모른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모질게 대하기로 했다. “아, 아니거든?! 당신도는 뭐야?! 넌 기대하고 있었던 거냐?!” “그, 그런 거…그냥 말이 헛나온 거예요!” “그럼 잘 됐네! 시범같은 거 필요 없어!” “흥! 이제 부탁해도 안 해줄 거예요!” 나도 이제 괜히 너한테 부탁 안 할 거다. 얘가 걸린 저주에 면역이 됐으니 대하기 쉬워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어려워져버렸다. 모질게 대해야 되는 건 마찬가지인 데다가, 진심이 아니다보니까 괜히 나도 미안한 생각까지 들고. 역시 얘랑은 아예 말을 섞지 않는 게 최고인가. 아무튼 그런 식으로 농담 따먹기나 하면서 며칠간 행군을 한 끝에 우리는 드디어 5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이 설치된 곳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루티아는 전에 말했던 내가 순정파라 다른 여자와 자기 싫다는 걸 이해해줬는지, 그 이후로 날 덮치러 오진 않았다.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다 끝나고 돌이켜보니 결과적으론 좋은 추억이 됐다. 레벨도 꽤나 올렸고, 좋은 스킬도 얻었고, 의뢰도 성공적으로 끝났고. 음. 흠잡을 데가 없다. “그럼 여기까지로군. 고생했어.” “아니. 난 따라다니면서 스킬 몇 번 쓴게 전부니까. 고생은 너희가 했지.” 나는 미리엘이 내민 손을 굳게 마주잡았다. “그럼 보수는 어떻게 할까? 우리 쪽에서 한꺼번에 처리하고 그쪽 클랜 하우스에 절반을 보내는 걸로 좋을까?” “아니. 이왕이면 현물로 절반을 줬으면 하는데. 아, 너희를 못 믿겠다는 게 아니야. 재료들을 팔기보단 장비를 강화하는데 쓰고 싶어서.” “그런가. 그럼 돌아가기 전에 일단 우리 클랜 하우스에 들르는 게 어때? 여긴 아이템을 나누기에는 조금 좁군.” 하긴. 이왕이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서 우리 애들 얼굴부터 보고 싶지만, 조금만 더 참자. 조금 늦게 간다고 우리 애들이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텔레포트를 타고 길드로 올라가 마석을 정산한 후에, 일단 마석 정산금은 절반을 건네 받았다. 그리고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의 정원에 도착하여, 우리는 이번 의뢰를 수행하면서 얻은 아이템을 모조리 꺼내기 시작했다. 아라크네의 다른 클랜원들도 궁금했던 건지, 우리가 있는 곳에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일단 아이템 분류는 성기와 성기가 아닌 아이템으로 나누고, 성기는 아라크네 클랜이 전부 가지는 걸로 한다. 그리고 나머지 아이템들은 절반으로 나눠서 우리 클랜과 아라크네 클랜이 나눠가지는 거다. 내가 초월종의 성기를 하나하나 꺼낼 때마다 주변 갤러리들의 분위기는 점점 더 고양되어갔다. 어째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와이번 초월종의 성기를 꺼내자, 주변에서 새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꺄아아악! 뭐야 저거! 저게 성기?!” 비명소리가 뭔가 즐겁게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역시 여기 클랜원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조금 이상해. “후우. 안구가 썩어가는 느낌이야.” 성기들이 모여 있는 곳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역시 다시 봐도 크군. 앞으론 이걸 스스로 들고 다녀야하는 건가. 대형 아공간 주머니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되겠군.” “뭐, 그래도 크기가 큰 만큼 이게 들어갈 틈을 찾는 것도 쉽지 않겠어? 조그만 건 맞는 구멍이 어디 있는지 찾는 것도 일이라고.” “확실히. 그도 그렇겠군.” 미리엘은 내 말이 재밌었던 건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웃으라고 한 말 아닌데 말이지. “그럼 나머지 물건들을 나눠볼까. 내가 분류해주지.” 미리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주저앉고는 손수 종류별로 척척 분류를 해나갔다. 보통 이런 거대 클랜장들은 뭔가 뒤에서 뒷짐만 지고 있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러고 보니 얘는 다 스스로 나서서 하네. 내가 할 소리가 아니기는 하지만. “자, 여기. 다시 한 번, 정말 고생 많았다.” “어, 그래. 너희도. 또 서로 도울 일이 있으면 돕자고.” 미리엘이 분류한 아이템들을 수거하고, 나는 드디어 저택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잠깐 기다려!” 그때 앨리시아가 돌아가려는 날 제지했다. 아, 그러고 보니 나도 얘한테 할 말이 있었는데. 깜박할 뻔 했네. “뭐야?” “너희는 앞으론 어떻게 할 거야? 개미굴 너머라는 3계층 중간을 탐험할 예정인 거냐?” “응? 그야 그런데. 왜?”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냥 궁금해서!” 이상한 녀석. 뭐 아무튼 나도 할 말이 있었으니까 상관 없지만. “그보다 앨리시아. 나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뭐, 뭐?! 뭔데?!” 앨리시아는 갑자기 긴장을 하면서 외쳤다. 너무 그러지 마라. 나도 긴장되잖냐. “그게, 실은 말이지. 지금까지 말 못하고 있었는데. 실은 네가 그때 나한테 가슴 내밀면서 섹시하게 어필했던 거 있잖아? 그거 솔직히 엄청 섹시했어. 그래서 말인데….” “어, 어. 엉….” 어째선지 앨리시아는 점점 더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한쪽 다리를 살며시 뒤로 뺐다. “역시 넌 섹시한 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 그 어설프게 루티아씨 따라하는 말투만 아니면 완벽해. 그러니까 좋아하는 남자가 있으면 그걸로 밀어붙여. 넌 여성스런 태도로 어필하는 건 안 되겠더라. 놀려먹는 게 재밌어서 거짓말했었어! 그럼 이만!” 나는 빠르게 말을 마치고 재빨리 뒤로 돌아서 아라크네 클랜을 탈출했다. 놀려먹을 땐 놀려먹더라도, 마지막엔 제대로 조언을 해주는 나. 착하지 않냐? 아무리 나라도 쟤가 좋아하는 남자한테 계속 여성스런 모습으로 어필하려다가 망하게 되면 미안하니까 말이야. 그걸 보고 또 즐거워할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라고. “이, 이, 이 개새끼야아아아아!” 한동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던 앨리시아가 뒤늦게 표호를 하면서 쫓아왔지만, 나는 아슬아슬하게 도망갈 수 있었다. 앨리시아가 굳어있을 때 미리 도망간 것과 더불어, 암살자 레벨이 오르면서 민첩이 꽤나 올랐던 게 주효했다. “하하핫! 나 잡아…!” “구, 구원님!” “갑자기 혼자 도망가면 어떡해요?!” 하지만 내가 미처 계산하지 못한 변수가 있었다. “계속 도망가보시지?” 젠장! 인질극은 비겁하지 않냐?! “저기…그게…죄, 죄송합니다.” “유언은 그게 끝이냐?! 그럼 죽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99화에서 4계층부터 나오는 마석은 검은색이라는 구절이 있었는데, 마석 색을 검은색에서 보라색으로 수정했습니다. 308==================== 의뢰 “구원! 드디어 돌아왔…꺄아아악! 구원?!” 저택에 돌아가자, 마침 정원 한쪽에서 활쏘기 연습을 하고 있던 사라가 내 얼굴을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그 얼굴 어떻게 된 거야?! 의뢰 그렇게 힘들었어?!” “아니, 이건…그…아무것도 아니야.” 앨리시아를 놀려먹다가 맞아서 이렇게 됐다고 말하기는 너무 민망했다. 마틸다가 있었으니 오는 와중에 치료도 가능했던 거 아니냐고? 그게 말이지. 마틸다 녀석 자업자득이라면서 왠지 자기도 앨리시아만큼이나 화를 내더라고. 덤으로 치료까지 거부하고. 덕분에 앨리시아한테 엉망진창으로 당한 몰골 그대로 돌아왔다는 얘기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사제 신분으로 치료를 거부해도 되는 거냐? 뭐,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양심이 없지는 않으니까 그냥 아무 말 않고 왔지만. “음? 무슨 일인가?!” “구원씨!” 그리고 사라의 비명소리를 들었는지,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디아나와 레이아도 저택에서 뛰쳐나왔다. “자네 그 얼굴 어떻게 된 겐가?” “구원씨! 어쩌다가!” 디아나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고, 레이아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얼른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 신경 쓸 거….” “말하게! 누가 이렇게 만든 겐가?! 상처를 보니 몬스터에게 당한 흔적이 아니구먼! 게다가 실비아양과 마틸다양은 이자가 이렇게 당하도록 무엇을 한 겐가?!” 디아나는 오랜만에 대마법사의 포스를 풀풀 풍기면서 외쳤다. “이 몸의 낭군님을 이런 꼴로 만들다니! 이 몸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 아닌가! 안되겠구먼! 이 몸이 지고의 대마법사라고 불리는 이유를 똑똑히 보여주겠…!” “잠깐! 잠깐 진정해 디아나!” 나는 결국 쪽팔림을 무릅쓰고 이렇게 된 사정을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자업자득이구먼.” “레이아, 이거 치료해줄 필요도 없는 거 아닌가요?” 내 설명을 듣고 나자 디아나는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고, 사라는 더 가차없는 말을 내뱉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네 남자한테 이거가 뭐냐. 이거가. “아하, 아하하하….” 레이아마저도 곤란하다는 듯이 웃을 뿐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치료를 멈추지 않는 레이아는 정말 천사라고 생각한다. “아무튼 별 일 없었던 거지?” “그럼! 내가 누군데!” “흐으음. 내 눈 똑바로 보고 다시 말해봐.” “정말 별 일 없었어!” 나는 사라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다시 말했다. 이번엔 정말로 꿀리는 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오히려 그 수많은 위기 속에서도 정조를 지켜낸 난 칭찬받아 마땅하다. “…정말인가보네.” “사라야. 오빠를 그렇게 못 믿겠냐?” “여자의 순정을 가지고 놀다가 맞고 왔으면서 그런 말이 나와?” 넌 맨날 말싸움하면 약점을 찌르더라. 비겁한 녀석. 용사주제에 그래도 되는 거냐?! “실비아양도 마틸다양도 별 일 없었는가?” “우…네, 네에….” “그럼요.” 마틸다는 당당하게 말했지만, 실비아는 살짝 기죽은 표정으로 말했다. 어라? 실비아 쟤는 또 왜 저래? “실비아씨? 무슨 일 있었나요?” “우…그, 그게….” “구원! 당신 또 뭔 짓 했어?” “아, 아무것도 안했어! 실비아?! 왜 그래?!” “그게, 여러분은 구원님과 만나지도 못하고 계셨는데, 전 구원님과 밤마다….” “아, 뭐야. 그거 때문에 그런 거였어. 휴우. 식겁했네.” 실비아 얘도 참. 그게 양심이 찔려서 실토한 거야? 조금은 약삭빠르게 굴어도 될 텐데. 뭐, 실비아가 그런 애였으면 애초에 나랑 자도 된다고 허락도 못 받았겠지만. “자네가 안심할 타이밍이 아니라고 생각하네만?” 내가 안도하자 어처구니가 없었던 건지, 원래라면 화를 냈어야할 디아나도 조금 맥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기다려봐.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 어차피 얘들이랑 섹스를 하면 바로 레벨을 올리고 매력을 올린 건 들키는 거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숨길 생각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자랑할 생각이었다. 들와봐! 내가 정조를 지키기 위해서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너희가 허락한 실비아만 안으면서 끝까지 버텨냈다고! 나는 벗어서 인벤토리에 넣어놨던 갑옷을 다시 꺼내서 뚫린 부분을 자랑스레 보여주고, 그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도저히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내 분투를 듣고, 우리 애들은 모두 감동에 빠지…지 않았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다치면 어떡하려고 그런 짓을 했어!” “그렇다네! 갑옷이 뚫린 부분을 보면 죽을 수도 있었던 것 아닌가?! 자넨 생각이 있는 겐가!” “구원씨. 왜 그렇게 위험한 짓을 하신 건가요?” 사라와 디아나가 바로 격노를 했고, 레이아마저도 날 타이르듯이 말했다. “왜, 왜 냐니. 정조를….” “우리가 당신 목숨보다 정조를 더 소중히 여길 것 같아?! 목숨이 위험할 정도면 그까짓 거 한 번 해버리면 그만이잖아 이 바보야!” 설마 정조를 지켜냈는데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줄이야! 하지만 사라의 마음이 전해져서 화가 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마음이 따뜻해졌다. 디아나와 레이아도 사라의 말에 공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양 말이 백번 옳네. 이 몸들을 생각해서 그렇게 행동한 건 알겠지만, 자네 목숨을 걸 필요는 없었네.” “그래요. 구원씨. 구원씨가 이 세상을 떠나는 게 저희에겐 그 무엇보다도 슬픈 일인걸요.” “너, 너희들…!” “알겠는가. 물론 이 몸들을 생각하는 그 마음은 기쁘네만, 어쩔 수 없을 때는 그냥 해버리게나.” “그래요. 구원씨가 다른 여자와 몸을 섞더라도 저희를 향한 마음이 변치 않을 거란 건 이미 충분히 알았는걸요. 그리고 저희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가슴 위쪽에 사뿐히 손을 얹었다. 사라는 자신의 엉덩이 위쪽에, 디아나는 자신의 하복부에 각각 손을 얹고 살며시 쓰다듬었다. 내가 만약 다른 여자를 안더라도, 사도의 표식이 있는 한 특별한 사람은 우리뿐이라는 듯이. “어차피 처음부터 세 다리 걸치고 있는 걸 알면서 구원에게 고백한 거고. 거기에 실비아까지 받아들인 시점에서 다른 여자랑 더 자도 그게 그거니까.” 사라는 살짝 삐죽이면서 말했지만, 그게 앙탈에 불과하다는 건 누가 봐도 뻔했다. “넌 그냥 내가 다른 여자랑 자는 거에 흥부….” “이 바보가 진짜!” “크허…응…?” 내가 놀리려고 하자, 사라가 바로 나에게 펀치를 날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아파하려고 했지만, 막상 사라의 주먹을 맞아보자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래. 그러고 보니 내구를 올렸었지. 아깝게도 엄청 많이! 아프진 않은데, 왜 갑자기 이렇게 눈물이 날까. “자, 잠깐! 울 정도로 아팠어?! 미, 미안해!” 사라가 당황해서 펀치가 날린 곳을 쓰다듬었지만, 나는 그 손을 꼭 붙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냐. 하나도 안 아팠어. 그래서 슬퍼진 거야.” 내 중얼거림에 애들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스탯 분배에 망해서 망캐가 된 심정, 너희는 죽어도 모를 거야. “아, 아무튼! 다른 여자와 자도 된다고 해서 아무한테나 막 껄떡거리고 다녀도 된다는 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꼭 그래야할 상황이 오면 해도 상관없다는 거야!” “그거야 당연하지. 내가 너희 놔두고 아무한테나 껄떡거릴 남자로 보여?” “조금.” “그렇구먼. 아무래도 이 몸들이 실수한 것일지도 모르겠구먼.” 사라와 디아나는 살짝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 그럴 수가?! 레이아! 레이아는 나 믿지?!” 나는 일부러 과장되게 당황하며 레이아를 쳐다봤다. 훗. 이게 바로 카운터란 거다. 질투할 준비나 해라. “으으음….” 당연히 레이아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날 그 풍요로운 가슴에 끌어안아주실 줄 알았지만, 의외로 레이아는 고민하는 얼굴로 대답을 주저했다. “레, 레이아?!” “죄, 죄송해요. 저도 분위기에 어울려서 조금 장난을 쳐봤어요.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내가 더욱더 당황하자, 레이아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면서 날 끌어안아줬다. 휴우. 다행이야. 우리 천사님마저 날 안 믿어주면 난 정말 삶에 희망을 잃을 뻔 했어. 하아아. 역시 이 가슴에 안기니까 정신이 안정되는구나. 집에 돌아온 실감이 난다. “자네는 또 가슴에!” “후하하! 그래! 가슴이 최고다! 레이아 누님의 커다란 가슴 최고!” “우, 우으읏…!” 아까 날 놀리려고 한 보답으로 나도 놀려봤지만, 디아나는 예상보다 더 심각한 데미지를 입고 울먹였다. “야, 노, 농담이야! 디아나의 작은 가슴도 최고야!” “작다고 하지 말게! 이 몸도…이 몸도 성장만 하면…!” “그럼. 그럼. 내가 다 알지.” 나는 얼른 레이아의 가슴에서 벗어나 디아나를 끌어안아줬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디아나는 순순히 내 품에 안겨서 허리를 꽉 끌어안고 내 옷에 얼굴을 비비며 눈물을 닦았다. “지금 그게 뭐하는 거야…. 하여간 구원은 오랜만에 우리 얼굴 보면서도 기쁜 내색도 별로 안하고.”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던전에 있는 내내 너희를 얼마나 그리워했는데! 안 되겠어! 지금부터 직접 몸으로…!” “이 변태는 잘나가다가도 꼭 이런 식으로 나온다니까!” “구원씨…아무리 그래도 다른 분들과 같이 하는 건….” “응? 아니, 잠깐만!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냥 껴안으려고! 진짜야! 믿어줘!”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게 성직자들의 금기라는 걸 뻔히 아는데, 내가 미쳤다고 레이아까지 껴서 4p를 시도하려고 하겠어? 하지만 사라는 여전히 의심스런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입 꼬리가 올라가 있잖아? 얘가 오랜만에 보니까 기뻐서 그런지 계속 오빠를 놀려먹으려고 하네? “에잇!” 나는 결국 강제로 셋을 한꺼번에 끌어안았다. “꺄악!” “어머!” 사라는 일부러 내는 티가 나는 비명을 지르며, 레이아는 포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 품에 끌려들어 왔다. “우읏! 가, 가슴을 머리에 올리지 말게!” 이미 내 품에 안겨있던 디아나는 기겁을 했지만 말이다. “…그럼 전 이만 가 봐도 될까요? 피곤하네요.” 그때 한 목소리가 분위기를 깼다. 우리가 노닥거리는 걸 말없이 지켜보던 마틸다였다. 너 아직도 안가고 있었냐. “어, 어. 응. 너도 일단 고생했다.” “……일단 말이죠.” 마틸다는 조금 쓸쓸한 듯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몸을 돌렸다. “마틸다씨 정말 고마워요.” “정말로 고생했네.” “추기경님 다시 한 번 감사드릴게요.” 우리 애들이 날 커버치기 위해서 각자 감사 인사를 전했지만, 마틸다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기 방이 있는 복도 쪽으로 나가 버렸다. 차라리 평소처럼 틱틱댔으면 나도 마음이 편했을 텐데, 저렇게 반응해버리니까 이거 엄청 미안하네. 그래도 쟤 역시 날 도와주려고 따라갔던 거고, 실제로 도움도 상당히 됐는데. 쟤 저주가 나한테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아닌 척 하려고 이렇게 제대로 감사 인사도 못하다니. 역시 이건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마침 마틸다도 없으니 얘들한테 상담이라도 해볼까? 아니다. 생각해보니 그건 얘들을 곤란하게 할 뿐이었다. 마틸다는 실비아와 무척 흡사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아니, 실비아보다는 레이아와 더 흡사한 케이스인가? 실비아는 그나마 다른 사람과 성교를 할 수는 있었지만, 레이아나 마틸다 같은 경우는 다른 사람과 성교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실비아 때도 결국 동정심 때문에 실비아를 데리고 다니도록 허락해준 거다. 내가 마틸다가 걸린 저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걸 알면, 마틸다에게도 비슷한 동정심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저번처럼 또 질투심에 고민하겠지만, 착한 우리 애들은 결국 동정심을 못 이겨서 마틸다마저 허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애초에 그런 고민을 하지 못하도록, 이 얘기는 우리 애들한테도 당분간 비밀로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로 그럼 마틸다를 구제해줄 방법이 없는 걸까? 적어도 저주를 풀 수라도 있으면…. 레이아를 250레벨로 만들면 되는 거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응? 잠깐. 그러고 보니…. “얘들아. 마틸다의 저주에 대해서 궁금한 게 있는데.”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09==================== 의뢰 나는 내가 저주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도록 표현에 조심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마틸다 걔 저주는 여자밖에 걸리지 않는 거야?” “네? 그게 무슨…?” “아니. 숙주가 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그 대상이 성불구자가 되는 거잖아? 그럼 만약 저 저주가 남자한테 걸린다면, 그 남자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도 성불구자가 되지는 않는 거 아닐까 싶어서.” 여자가 성불구자가 된다는 게 상상이 안 되니까. 그런 의미에서 물어본 거다. 다만 처음에 저주 설명을 들을 때 여자를 숙주로 삼는다고 들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말이야. “네. 기본적으로 여성만을 숙주로 삼는 저주로 알려져 있어요.” 레이아는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역시나 그런 건가. 하지만 레이아의 말에서 약간 걸리는 게 있었다. “기본적으로라는 게 무슨 말이야? 뭔가 다른 방법으로는 남성을 숙주로 삼을 수도 있다는 말이야?”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여성을 숙주로 삼은 경우밖에 보지 못했다고 말씀드리는 것이 맞겠네요. 저 고대의 저주는 교에서도 처음 보는 종류의 저주라, 상세한 내용은 전부 마틸다 추기경님을 통해 알아낸 게 전부에요.” “하지만 원래는 다른 사람의 몸에 걸려있던 저주였고, 마틸다도 그걸 자기 몸으로 옮긴 거잖아? 그럼 다른 사람에게 또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 아냐? 남자 성직자도 분명 있을 텐데, 아무도 실험해볼 생각은 안 한 거야?” “물론 그렇지 않아요. 구원씨처럼 만약 남자의 몸에 저주를 옮기면 저주가 효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신 분들도 많았거든요. 마틸다 추기경님께선 스스로 희생하기 위해 다른 분의 몸에 옮기는 건 완강히 거부하셨지만, 결국 그 말에 설득 되어서 다른 남성분에게 저주를 옮기는 것을 허락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결과는?” “결과는 그게…보시는 대로….” “남자의 몸에는 저주를 옮기지 못한 거야?” “정확히 말하자면 남자라서 옮기지 못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에 옮기지 못한 건지는 저희도 잘 몰라요. 저주를 옮기는 방식이…그게….” 나는 우물쭈물하는 레이아를 보고 대충 그 방식이 뭔지 예상이 됐다. “섹스구나.” …응? 아니 잠깐. 원래 저 저주에 걸렸던 사람도 여자라고 하지 않았나? 그럼 마틸다는 그 저주를 자기 몸으로 어떻게 옮긴 거야? “비슷해요. 성기를 맞대고 신성력을 운용하여….” 과연! 섹스가 아니라 그냥 성기를 맞대기만 하면 되는 건가! 그럼 마틸다는 그 원래 저주에 걸렸다는 사람과 가위치기를…! 상상이 부풀어 오른다. “응? 잠깐. 신성력을 운용해야 되면, 사제가 아닌 다른 사람 몸에는 저주를 못 옮기는 거야?” “네. 기본적으론 그래요. 물론 다른 사제가 도와주면 옮길 수도 있겠지만요.” “그, 그렇구나. 말 끊어서 미안해.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된 거야?” “네. 성기를 맞대면 아무래도 마틸다 추기경님께서 상대분을 사랑스럽다고 생각하게 되셔서요. 상대 성직자분은 저주를 옮기기도 전에 성 능력을 상실하는 저주에 걸려버리셨죠. 그래서 남성분이라 저주를 옮기지 못한 건지, 아니면 저주에 영향을 받아서 저주 본체를 옮기지 못한 건지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에요.” “응? 잠깐만. 그러면 마틸다의 저주를 일단 다른 여자 사제에게 옮기고, 그 여자에게서 남자에게 옮기기를 시도하면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거 아냐? 마틸다가 남한테 심하게 잘 반하는 게 문제인 거잖아.” “아뇨. 그것도 해봤어요. 하지만 저 저주는 숙주가 사랑하는 사람만 성불구자로 만드는 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숙주도 이성을 사랑하기 쉽게 만드는 효과도 있었죠. ” “뭐?! 그럼 마틸다는…!” “아뇨. 다른 분들은 마틸다 추기경님만큼 쉽게 반하지는 않는다고 들었으니까 아마 마틸다 추기경님은 원래…아, 아무튼요.” 아, 얼버무리려고 했다. 마틸다…너란 녀석은 대체…. 우리 천사님마저 커버하기 힘들어할 정도라니…. “그렇게 저주에 의해서 사랑하기 쉬워진 상태가 되고, 거기에 이성과 성기를 맞대는 거예요. 억지로 하는 게 아닌 이상, 사랑스런 마음이 들지 않을 리가 없죠. 특히 저희는 여신님의 가르침에 따라 성교는….” 아아. 과연. 그러고 보니 여기 종교애들은 유독 성행위를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제대로 카운터를 치는 저주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고 보니 여신님 입장에서도 엄청 기분 나쁠 저주네. 여신님을 노리고 만든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철저하게 여신님의 가르침에 반하는 저주다. 사랑하는 것도 안 돼, 성행위도 안 돼, 그에 따라 아이를 낳는 것도 불가능해지는 저주. “아무튼 그래서 결국 다른 여자 몸에 옮기고 거기서 또 남자에게 옮기려는 시도도 해봤지만 전부 남자가 고자가 되는 걸로 끝났다고?” “네…. 결국 마틸다 추기경님께서 모든 짐을 짊어지시기로 하시고 다시 저주를….”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상황이었다. 적어도 그냥 저주에 걸린 사람에겐 저주 본체를 옮길 수 없다는 것 일뿐, 남자에게 옮기는 건 가능하다는 것만 확실해져도 내가 한 번 해볼 텐데. 절반의 확률에 걸기에는…아니. 하지만 고작 성기를 맞대는 것뿐이다. 방금 전 불가피한 상황에선 섹스까지도 상관없다고 했으니, 절반의 확률에 걸고 그 정도 시도해보는 건 괜찮지 않을까? 불가피한 상황에선 섹스까지도 상관없다는 말을 방패로 삼아서 아무 여자하고나 마구 섹스를 할 생각은 죽어도 없다. 하지만 얘들도 마틸다가 계속 우리 저택에 죽치고 있는 것보다는, 내가 한 번 성기를 맞대는 걸로 저주를 풀 수 있으면 그렇게 하고 내보내는 게 더 맘 편할 테니까. 그럼 내가 어디 한 번…아니. 잠깐만. 만약 남자한테 저주가 옮겨진다고 해도, 정말 그걸로 끝일까? 저 저주가 숙주를 성불구자로 만다는 게 아닌 이상, 나조차도 저주를 몸에 옮기면 계속 저주의 숙주로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남자가 숙주가 됐을 때 저주가 어떤 작용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여자가 성불구자가 된다는 건 상상이 안 되지만, 내 상상을 뛰어넘는 뭔가가 발동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고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제일 먼저 희생양이 되는 건 내가 사랑해마지 않는 우리 애들이다. …역시 내 몸으로 저주를 옮긴다는 생각은 너무 안일했던 건가. “그래서. 결국 그런 질문을 해댄 이유가 뭔가? 이 몸으로선 자네 몸에 저주을 옮기기 위해 질문을 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네만.” 그때 디아나가 팔짱을 끼고 이 몸을 지그시 노려보며 말했다. …아차! 머릿속이 너무 복잡해지다 보니까, 안 들키게 주의하면서 질문한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아니, 그게….” “말 해. 던전에서 마틸다씨랑 무슨 일이 있었어?” “잠깐! 무슨 일이 있었던 건 확정이야?! 사라 너 너무한 거….” “그럼 아무 일도 없었어?” “이, 있었다면 있었다고도 할 수 있고….” “확실히 말해. 아까 별 일 없었다고 한 건 거짓말이었어?” 젠장. 말할 수밖에 없는 건가. 말 안하면 오히려 더 엄한 오해만 낳을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게 아니라, 던전에 있을 때 어쩌다보니 마틸다한테 좋아한다는 소리를 들었거든. 평소처럼 바로 얼버무려서 아무도 눈치 못 챈 모양이지만, 평소완 다르게 확실하게 끝까지 고백을 들었어. 그런데 그러고도 성기가 기능을 하더라고. 그래서 보니까….” “자네에겐 마틸다양에게 걸린 저주가 통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그런 거지.” “역시 구원씨는…! 하지만 그런 거라면 왜 저희에게 숨긴 건가요?” “그, 그야 실비아 때처럼 또 너희가 맘고생하게 만드는 것도 싫고….” “구원씨….” “으이구. 바보야. 그런 걱정을 해?” “자네는 평소엔 생각이 없으면서 이럴 때는 또 생각이 너무 많구먼.” 레이아는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고, 사라는 내 가슴을 손바닥으로 쓰다듬듯 가볍게 때렸다. 그리고 디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아, 아무튼! 얘길 들어보니까 내 몸에 저주를 옮기는 건 아닌 것 같아. 정확히 말하면 저주가 안 통하는 게 아니라 어떤 저주에도 성불구자가 되지는 않는 거거든. 저주가 숙주를 성불구자로 만다는 효과가 있는 게 아니니, 내 몸으로 옮겨도 저주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을 거야. 남자 몸에 저주를 옮겨도 좋아하는 사람에게 2차적인 효과가 발동할 수도 있으니까. 마틸다에겐 미안하지만, 구해줄 방법이 없는 이상 어쩔 수 없지! 그럼 이 얘기는 끝!” 나는 강제로 이 얘기는 끝내려고 했다. 그래 내가 뭐라고 밑도 끝도 없이 남을 구해주려고 해! 난 그저 여신님이 이 세계에 보낸 성자…어라? 구해줘야 하는 입장인가? 아니야. 아무튼 안 해! 아무리 저 저주가 여신님의 가르침에 정면으로 반항하는 것 같은 저주라고 하더라도, 우리 애들도 피해를 볼 수 있는 한 난 절대 안 하겠어! “그렇구먼. 마틸다양은 안됐지만, 이 몸도 자네의 몸에 저주를 옮기는 건 반대일세.” “우리도 저주를 받을 수 있는 건 둘째 치고, 구원이 다른 여자한테 쉽게 반하게 되면…응. 나도 절대 반대야.” “그래 역시 너희도 싫지? 그러니까 이 얘긴 이걸로 끝내자.” 내가 그렇게 마틸다 얘기를 끝내려고 했을 때,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던 레이아가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이거 왠지 데자뷔가 느껴지는데. “하지만 구원씨. 구원씨가 마틸다 추기경님과 한 번 성행위를 해볼 가치는 있다고 생각해요.”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저주라는 건 원래 각자 저주에 맞는 해주방법이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저희의 신성 마법으로 저주를 해주하는 건 여신님의 힘을 빌어서 강제로 저주를 없애는 것이지만, 본래는 신성마법 말고도 저주를 해주할 방법은 존재해요. 그리고 마틸다 추기경님의 저주를 해제할 방법으로 가장 유력하게 생각되는 것이….” “저주에 걸린 사람과 섹스를 하는 거라고.” “…네.” 레이아도 나에게 다른 여자와 섹스하라고 권하는 것 같은 이 상황이 그리 좋진 않은 듯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래도 제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우리 레이아는 너무 천사같아서 탈이라니까. 레이아가 말을 꺼내지 않았으면 그냥 그대로 흐지부지되고 끝났을 텐데. 이렇게 남을 돕는 걸 우선시해버리는 거다. 우리 천사님은. “그래서, 내가 마틸다와 섹스를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네.” 아차. 이 질문은 너무 레이아 생각을 안 한 질문이었나. 레이아는 괴로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확실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의견은 어때?”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선 해도 된다고 말한 직후 아닌가. 알면서 일부러 묻는 겐가?” “정말이지. 노리고 이런 말 꺼낸 거 아닐까 생각될 정도라니까.” 디아나도 사라도, 탐탁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뉘앙스로 승낙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뭔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르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역시 우리 애들이 동정심에 못이겨서 다른 여자와의 섹스를 허락하는 방향이 되어버렸다. 뭐, 실비아 때처럼 계속 내가 데리고 살아도 되는 게 아니니 그나마 이렇게 결정이 빠른 거겠지. 아니. 하지만 섹스로 해주를 한다는 것도 결국 가능성이 높을 뿐 확실하진 않은 거다. 만약 섹스를 해도 저주가 풀리지 않으면, 그냥 마틸다한테 네가 좋아해도 되는 유일한 남자가 나라고 자백하는 꼴밖에 안 된다. 그러면 또 실비아처럼 계속 데리고 다니게 허락할지 고민해야 되는 상황이 올 거다. 얘들은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도 허락한 걸까? 나는 다시 한 번 애들 눈을 하나하나 똑바로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얘들은 알고도 허락을 한 거라는 걸. 하긴. 나 같은 것보다 훨씬 머리 좋은 애들이다. 나도 생각할만할 걸 생각하지 못할 리가 없지. “너희는 진짜…너무 착해 빠져서 탈인 거 알아?” “그만큼 구원은 성격이 나쁘니까 밸런스는 맞는 거 아냐?” 젠장. 부정하기 힘든 말을 하지 마라! 나도 내가 쓰레기인 건 안다고! “천사님! 사라가 괴롭혀요!” “어머. 후훗.” “그러니까 핑계대면서 은근슬쩍 가슴에 달라붙지 말게!” “정말 방심을 못한다니까!” 결국 그렇게 마틸다와 섹스를 하게 될 처지가 되어버렸다. 정작 마틸다의 의견은 듣지 않았지만, 뭐 걔도 저주 치료를 위해서라고 하면 바로 승낙하겠지.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그냥 살짝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기만 하면…. 아무튼 저주라…정말 섹스로 풀리면 다행이겠는데.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10==================== 의뢰 뭐, 마틸다와 섹스를 한다고 해도 당장 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다. 물론 저주를 풀어줄 수 있다면 최대한 빨리 풀어줘서 마틸다를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는 게 좋겠지만, 그래도 하루 정도는 여신님도 용서해줄 거다. 나도 우리 애들이랑 며칠 만에 만난 건데, 회포는 좀 풀어야지. 사라도 디아나도 레이아도 오랜만에 날 만나서 즐거운 건지 대화가 끊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 몸이 굳이 찾아가서 했던 경고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였다니. 으음…확실히 말하지 않고 조금 에둘러 표현한 이 몸도 잘못이기는 하네만.” “그렇지? 나도 깜짝 놀랐다니까. 역시 아라크네 애들은 하나같이 어딘가 정상이 아니야. 특히 루티아 누님이 들이닥쳤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니까.” “…누님? 호오. 자네가 누님이라고 부르다니. 분명 가슴이 크고 섹시한 처자였겠구먼.” “그야 말할 것도 없이…아니. 그래도 나한텐 디아나 누나랑 레이아 누나가 최고니까.” “흥. 이럴 때만 누나인가.” “에이. 왜 그래. 디아나 누나. 내가 누나 생각 안 했으면, 아라크네 애들이 그렇게 들이대는데도 전부 거절하고 정조를 지켜낼 수 있었겠어? 오히려 아직 칭찬이 부족할 정도야. 좀 더 칭찬해줘.” “알겠네. 알겠네. 그 덩치로 되도 않는 어리광부리지 말게나.”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머리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었다. 과연 할머…최연장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어리광에 약하다. “디아나. 너무 그렇게 어리광을 받아주면 버릇없어져요.” “라고 사라는 내가 디아나하고만 달라붙어있자 질투를 하기 시작했다.” “지, 질투한 거 아니거든?! 그 설명조 말투는 뭐야?!” “훗. 정곡을 찔렸는가.” “그러니까 아니라고 했잖아 이 바보야!” “후훗. 구원씨. 저는 조금 질투할 것 같아요.” “헤헷. 그래? 그럼 저기 질투 안하는 사라는 내버려두고 레이아도 나랑 같이 붙어있자!” “어머!” “씨, 씨잉!” 내가 디아나에게 쓰다듬어지는 채로 레이아를 끌어안자, 사라가 살짝 울먹이면서 날 퍽퍽 때려댔다. 후하핫. 그래봤자 이제 안 아프다! “훗. 오빠라고 부르면 너도 이렇게 끌어안아줄 수도 있어. 어때?” 방어력을 올려서 사라의 공격에 아무렇지도 않아진 나는 굴하지 않고 그런 딜을 걸었다. 자, 어떠냐! 굴욕적인 표정으로 오빠라고 불러봐라! “누가 부를 것 같아! 이 바보야!” 아, 위험해. 이러다 정말로 삐지겠다. 적당히 놀리고 이제 슬슬 사라도 끌어안아줄까. “어머, 그럼 제가 오빠라고 부르면 어떻게 해주실 건가요? 구원 오빠?” 그때 내 무릎에 앉은 레이아가 꼬리로 내 허리를 감싸면서 그렇게 말했다. 크흑. 청순하신 얼굴로 이런 요망한 행동이라니. 이게 바로 구미호의 힘인가! “어, 어떻게 해줄까?” “그럼….” “오, 오빠! 오빠! 됐지?!” 레이아가 살짝 눈웃음을 치면서 뭔가 말하려고 하자, 사라가 결국 참지 못하고 오빠를 연호하면서 내 품에 안겼다. 하여간 얘도 앙탈이 심해서 탈이라니까. “그렇게 내 품이 그리웠어?” 사라는 아무 말 않고 내 허벅지를 꼬집었다. 사라야. 몇 번을 말하잖니. 이제 네 공격은 안 통해. “무식하게 튼튼해지기만 해서는…나도 진심으로 때리면….” 사라의 손에서 새파란 마나가 모아졌다. “오, 오빠를 그런 걸로 때릴 생각은 아니지?” “오빠 하는 거 봐서.” 방패로 막긴 했지만 5계층 초월종의 공격도 막아낸 나다. 사라가 아무리 마나를 실어도 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생각은 하지만 역시 용사라는 타이틀은 무시하기 힘들다. “자네도 참 사라양에게 약하구먼.” “괜찮아. 밤에는 이기니까.” “이 바보가 진짜!” “어허. 오빠라고 안 부르면 다시 떼어놓는다?” “…이, 이 바보 오빠가 진짜!” 사라도 떨어지긴 싫은 모양이다. 귀여운 것. “뭐가 바보야. 사실이잖아. 아까 말했지. 나 던전에서 매력 엄청 올렸다고. 그러고 보니 오늘 밤은 사라 차례네? 두고 봐. 그러고 보니 사라가 방금 날 몇 대 때렸더라?” “자, 잠깐만 기다려. 오빠.” 사라의 안색이 살짝 파래졌다. 좋아. 이 기회에 사라의 폭력성을 조금 줄여볼까. “싫어. 안 기다려. 대충 스무 대 정도 맞았다고 치고. 사라야, 오늘은 내가 스무 번 쌀 때까지만 하자.” “스무…! 그렇게까지 많이는 안 때렸잖아?!” “아냐. 확실히 그 이상은 맞았어. 그치 디아나?” “이 몸을 끌어들이지 말게나. 이 몸을.”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던 손으로 정수리에 가볍게 촙을 날렸다. “응? 사라씨는 왜 저런 반응이신 건가요? 많이 해주시면 기쁜 거 아닌가요?”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이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질문했다. 그러자 사라와 디아나가 경악한 표정으로 레이아를 쳐다봤다. “왜, 왜라니?! 그야…아무리 그래도 스무 번은 힘들잖아요?!” “…그런가요? 확실히 너무 좋아서 조금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대체 레이아양과는 평소 어떤 행위를 하는 겐가?” “펴, 평범히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스무 번 정도라면….” “레이아양이 하는 모습을 조금 보고 싶어지는구먼.” “아, 안돼요. 부끄러운 걸요.” 구미호는 섹스하면 자동으로 생기를 빨아들이니, 레이아는 확실히 다른 애들보다 그쪽 방면의 체력이 더 뛰어나다. 그래서 다른 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뭐, 레이아는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라도 엄청난 기교를 발휘하면서 허리를 흔들기는 하지. “…스무 번…. 좋아! 그 승부 받아들이겠어!” “아니. 승부를 하자는 게 아니었는데.” 뭐, 사라도 묘한 승부욕이 발동해서 스무 번이나 하기로 결심을 한 모양이니 결과적으로 잘 된 건가? 사실 난 그냥 겁이나 줄 생각이었고 진짜 스무 번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사라가 저렇게 결심을 한 이상 나도 그에 응할 수밖에. 좋아. 해주겠어! 스무 번! 그렇게 애들과 노닥거리다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는 내 방에서 사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고로 저녁 식사 때 마틸다에게 저주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당장 마틸다와 섹스를 할 것도 아닌데 괜히 그런 말을 먼저 해서 안달 나게 만들 필요는 없으니까. 그리고 사라로 말하자면 지금 한창 욕실에서 몸을 씻고 있는 중일 거다. 같이 씻자고 꼬드겨봤지만, 오랜만에 하는 거니까 철저하게 몸단장을 하고 싶다는 말에 나는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뭐, 나도 던전에서 오래 있었던 만큼 욕조에 푹 몸을 담구고 느긋하게 씻다가 막 나와서 침대에 누워있다는 말이다. 그나저나 오래 걸리네. 나도 꽤나 오래 씻었다고 생각하는데, 사라는 한참이 지나도록 오지 않고 있었다. 몸단장이라고 했으니, 씻는 것뿐만 아니라 뭔가 예쁜 옷이라고 입고 오려는 건가? 그때 똑똑하고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응? 누구세요?” “나, 나야….” “사라? 웬일로 노크를 해? 그냥 들어오지 않고.” “으, 응. 그럼 들어갈게….”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방안에 들어선 사라는 역시나 내 예상대로 예쁜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마치 베트남의 민족의상 아오자이가 생각나게 하는, 온몸의 라인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옷. 노출은 없었지만 바디라인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그 옷은 모델체형의 사라에게 너무도 잘 어울렸다. 좁은 허리에서 넓은 골반으로 이어지는 라인이 그렇게 섹시할 수 없었다. “그 옷은 뭐야?” “그, 그냥….” “오랜만에 온 나 보여주려고 산거야?” “…그걸 꼭 말로 해야 알겠어? 이 바보….” “고마워. 엄청 예뻐. 자, 사라야. 이리와.” 하지만 내가 불러도 사라는 문 앞에 서서 우물쭈물하기만 하고, 좀처럼 다가올 생각을 못했다. 쟤가 갑자기 왜 저러지? 실비아도 아니고. “사라야. 왜 그래?” “저, 정말로 스무 번이나 하게?” 과연. 아무리 사라라도 겁이 난 모양이다. 하지만 저렇게 약한 모습이 된 사라도 드물다. 나는 조금만 더 장난을 치기로 했다. “그럴 생각인데? 사라는 안 할 셈이야? 아까 승부하자는 건 거짓말이었어?” “웃, 그, 그건 아니지만…알았어!” 사라는 자포자기를 한 건지, 될 대로 되란 표정으로 침대에 다가왔다. 나는 그런 사라를 부드럽게 끌어안고, 손에 느껴지는 감촉에 뭔가를 깨달았다. “사라야. 잠깐 일어나봐.” 사라도 내가 왜 그러는지 안다는 듯, 아무 말 않고 다시 침대 아래로 내려가서 섰다. “뒤 돌아볼래?” 사라는 살짝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뒤를 돌았고, 나는 내 손에 느껴진 감촉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 노출이 없는 줄 알았던 이 옷은 등 전체가 완전히 드러나서, 뒤에서 상반신만 보면 팔에만 뭘 두르고 있지 옷을 입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심지어 엉덩이 골이 아슬아슬하게 보일 정도까지 깊게 파여 있어서, 그 바로 위에 있는 사도 표식은 제대로 전부 보이고 있었다. “이, 이건….” “어때…?” “오늘은 등을 철저하게 공략해달라는 의미…?” “아, 아니거든 이 바보야!” “장난. 장난이야. 엄청 섹시야. 한동안 말을 잃을 정도였어. 역시 우리 사라야.” “누, 누가 우리…!” “…응? 우리 사라 아냐?” “마, 맞긴 맞지만….” 사라는 부끄러워 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아까 반발했던 건 그냥 부끄러우니까 반사적으로 말한 것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덕분에 더 부끄러운 말을 하게 되다니. 사라야. 그런 걸 보고 자업자득이라고 한단다. 아무튼 모처럼 이런 옷을 입고 있으니, 등을 공략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아까 장난이라고 하지 않았냐고? 그거야 그냥 사라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그런 거지. 난 이런 거에 관해선 언제나 진지하다. 장난도 타협도 없어. 나는 사라를 뒤에서부터 끌어안고 침대에 앉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사라의 잡티하나 없이 매끈한 등에 입을 맞췄다. 섹시하게 드러난 견갑골 쪽에 먼저 입을 맞추고, 거기서 점점 위쪽으로 올라가서 목뒤에 키스를 한다. 그리고는 사라의 등 근육을 따라서 가운데에 일자로 파여 있는 섹시한 라인을 따라 쓰윽 핥아 올렸다. “흐으읏!” 그러자 사라는 살짝 몸을 잘게 떨면서 야릇한 신음소리를 냈다. “사라가 여기도 민감했구나. 뒤쪽은 다 민감한 건가? 여기도 뒤가 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보이는 엉덩이 골에 손가락을 하나 집어넣고, 그 손가락 끝에 만져지는 주름진 구멍을 톡톡 건드렸다. “흐으읏! 벼, 변태! 그런 거 아니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손가락을 치우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 행동을 보고, 나는 촉이 왔다. 여길 건드리는데도 치우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다는 말은…. 나는 손가락을 엉덩이 골에 더 깊숙이 집어넣고, 살짝 구부려서 손가락 끝을 사라의 주름진 뒷구멍 안으로 집어넣었다. “흐으응! 버, 벌써 거길…!” 역시나. 애액이 발라진 것도 아닌데 비교적 부드럽게 손가락 한 마디가 사라의 엉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손가락 한 마디가 들어갔는데도 사라는 여전히 내 손을 빼려고 하지는 않았다. “여기 오기 전에 처리하고 왔구나.” 내가 사라의 귀에 대고 속삭이자, 사라의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역시나. 늦은 이유는 그저 씻고 옷을 입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는 말인가. “사라도 기대하고 있었던 거구나.” “기대하는 게 당연하잖아…. 구원이랑 만나고 이렇게 오래 얼굴을 못본 건 처음이었단 말이야. 구원이 던전에 내려가 있는 내내 불안했고, 돌아왔을 땐 기뻤고…당연하잖아.” 아까와는 달리 다른 사람의 눈이 없기 때문일까? 사라는 솔직하게 자신의 기분을 토로했다. “응. 그렇네. 다녀왔어.” “응…. 무사히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야.” 사라는 고개를 뒤로 돌려서 나와 부드럽게 입술을 맞췄다. “그럼 사라가 기대한대로 일단 오늘은 엉덩이로….” “변태야! 그걸 기대했다는 말이 아니거든! 흐으응!” 그러면서도 엉덩이에 넣은 손을 살짝 움직여주니 바로 반응을 보이는 사라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00화를 자축하는 의미에서 일주일 내내 연참을 해봤습니다. 미리 예고했다가 실패하면 어쩌나 싶어서 따로 말하진 않고 했었지만, 다행히도 무사히 성공했네요. 무리해서 연참을 하려다보니 본의 아니게 이상한데서 끊어질 때도 있었지만요. 311==================== 의뢰 “흐으읏! 왜, 왜 이렇게….” “이렇게…뭐?” “기, 하으응! 기분이….” “역시 엉덩이 만져주면 기분 좋은 거구나. 사라는 변태네.” 뭐, 사라가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내 매력이 엄청나게 올라갔기 때문이겠지만. 난 그런 말을 하지 않고 사라를 더 괴롭히기로 했다. “그, 그런…흐으응!” 사라는 항변하려고 했지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엉덩이에 넣은 손가락을 살짝 구부려 자극하자 상체를 앞으로 구부리며 신음했다. 그 훤히 드러난 등을 강조하는 것 같은 자세를 보고, 나는 다시 사라의 등에 입을 맞췄다. “흐읏! 드, 등! 간지러워!” “간지러운 게 아니라 기분 좋은 거겠지. 변태 사라.” “벼, 변태 아닌 걸!” “그럼 이건 뭐야?” 나는 사라의 엉덩이에서 가운데손가락을 빼고, 손을 옷 안으로 더 깊숙이 집어넣었다. 손끝에 음부가 닿을 정도로 손을 깊숙이 집어넣자, 역시나 그곳은 이미 미끌미끌한 액체에 젖어있는 상태였다. “변태가 아니면 왜 이렇게 젖은 거야?” “…히으응! 조, 좋아하는 사람이 만져줘서, 흐읏! 젖는 게 왜 변태야?” “…….” 야. 갑자기 솔직해지지 마라. 할 말이 없어지잖아. 어쩔 수 없지.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나도 좋아하는 사라가 만져주는 행복을 맛보게 해줄래?” 사라의 한쪽 손목을 붙잡고 내 물건 쪽으로 유도하자, 사라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재주 좋게 자신의 등 뒤에 있는 내 물건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엉덩이를 만지면서 벌써부터 이렇게 서있는 게 훨씬 더 변태야.” “좋아하는 사람 몸을 만지면서 서는 게 왜 변태야?” “…치사하게 따라 하기나 하고!” 자기가 한 말이라 반박할 수는 없었는지, 사라는 내 물건을 잡은 손에 꽉 힘을 주면서 말했다. 늘어난 방어력과 아이언 페니스의 합작으로 내 물건에 타격은 전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자극이 강해져 기분만 좋아질 뿐이었지만. “하지만 사실인걸.” 내가 다시 한 번 사라의 등에 키스를 하면서 말하자, 사라의 손에 살짝 힘이 풀렸다. “으응! 아까부터 계속 등에만 키스하고….” “그럼 어디에 해줄까? 여기? 아니면 다른데? 말 해봐. 해달라는 데에 해줄게.” 나는 알면서도 일부러 사라의 음부를 만지작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흐으응! 바, 바보….” 사라는 대답하는 대신, 고개를 뒤로 돌려서 내 눈을 바라보고는 입술을 내밀었다. “말로 안 해주면 모르겠는데. 여기가 움찔대는 걸 보니까 역시 여기 해달라는 건가?” 하지만 난 일부러 질척거리는 애액 소리가 크게 울리도록 손가락을 더 난폭하게 움직이면서 음부를 어루만졌다. 그러자 사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졌는지, 고개뿐만이 아니라 상체 전체를 날 향해 돌렸다. 그리고는 물건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내 목을 껴안더니, 입술박치기를 감행해왔다. 그리고는 스스로가 먼저 혀를 내밀어 내 입술을 비집고 들어왔다. “아음. 쭙. 흐음. 하음.” 그러는 와중에도 나머지 한 손으론 내 물건을 계속해서 쓰다듬어 주는 건 칭찬해줄만 했다. 입술에 키스해달라는 귀여운 목소리를 못들은 건 조금 아쉽지만, 이건 이거대로 좋으니까 됐나. 나는 사라의 음부에서 손을 살짝 빼서, 애액으로 범벅이 된 가운데손가락을 다시 사라의 엉덩이 구멍에 맞대고 힘을 줬다. “흐으으으응!” 아까와 같은 느낌으로 살짝만 집어넣고 자극할 생각으로 힘을 준 것이었지만, 미끌미끌한 애액이 생각 이상으로 윤활제 역할을 톡톡히 해준 바람에 그만 가운데 손가락이 끝까지 쑤욱하고 사라의 엉덩이로 들어가 버렸다. 혀를 내밀어 내 입안을 톡톡 건들며 자극하고 있던 사라는, 온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상체를 내 몸에 깊숙이 기대왔다. 입안에 들어와 있는 혀도 바들바들 떨더니, 힘이 풀려서 떨어져나가려는 게 느껴졌다. 그 혀가 입 밖으로 떨어져나가기 전에 강하게 빨아들이자, 바로 눈앞에 보이는 사라의 눈동자가 몽롱하게 변해갔다. “사라야. 이제….” “응….” 굳이 끝까지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듯이, 사라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에서 살짝 엉덩이를 뗐다. 그리고는 자신의 드레스의 치마부분을 붙잡고는 옆으로 홱 넘겼다. 그러자 치마가 완전히 옆으로 치워지면서 사라의 엉덩이가 훤히 드러났다. 그랬다. 훤히 드러난 등에만 시선이 집중돼서 눈치 못 채고 있었지만, 드레스의 치마 부분은 이제 보니 옆으로도 깊숙이 트여 있는 디자인이었다. 마치 정말로 아오자이 같이 말이다. 그래서 긴 치마를 옆으로 치운 사라의 뒷모습을 설명하자면, 완전히 알몸에 허리에만 긴 천 쪼가리를 두른 것 같은 모양새가 됐다. 그러고 보니 얘 속옷도 안 입고 있네. 애초에 이 옷으로 갈아입을 때 할 생각으로 입었을 테니까 그런 것이겠지만, 참으로 괘씸하기 짝이 없다. 내가 사라의 매끈한 등을 살며시 누르자,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있던 사라의 등이 앞으로 숙여지면서 반대로 엉덩이가 살짝 들어 올려졌다. 그러면서 사라의 두 구멍이 모두 훤히 모습을 드러냈다. “아, 잠깐만.” 내가 물건을 앞쪽 구멍에 맞대려고 했을 때, 사라가 갑자기 다시 상체를 일으켰다. “응? 왜?” “그, 그게…아, 그래. 아직 충분히 커지지 않았잖아? 내가 입으로 해줄까?” 그리곤 날 바라보면서 유혹하듯이 말했다. …수상하다. 엄청나게 수상하다. 갑자기 왜 입으로 해주려고 하는 거지? 물론 사라는 의외로 적극적으로 이런 걸 해주는 타입이기는 했지만, 오늘은 뭔가 느낌이 달랐다. 내가 사라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자, 사라의 눈동자가 살짝 떨렸다. 이거 분명 뭔가 있는데…아, 혹시 그런 건가? “아냐. 사라 몸을 만진 것만으로도 완전히 커져버렸는걸. 이대로 할게.”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사라는 살짝 울상이 되었다. 역시나. 내가 사전에 스무 번이나 할 거라고 선언한 상태니까, 일단 입으로 한 발 빼두려고 한 거구나. 그렇겐 안 되지. 나는 다시 한 번 사라의 등을 밀어서 구멍이 드러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침대 시트까지 축축하게 적실 정도로 흠뻑 젖은 사라의 음부에 물건을 가져다대고, 허리를 앞뒤로 흔들면서 음부 바깥쪽을 자극했다. 사라는 애가 타는지 엉덩이를 이리저리 움직여서 내 물건을 삽입해보려고 했지만, 나는 그때마다 허리를 움직여서 물건이 삽입되는 걸 피했다. “으응! 정말로 할 맘 있는 거야? 이런 때까지 장난이나 치고. 그럴 거면….” 사라가 밀어붙여서 입으로 해준다고 하기 전에, 나는 얼른 변명을 늘어놨다. “아니. 장난치는 게 아니고 조금 고민 되서. 그래. 그럼 사라가 결정해줘. 어디에 넣을까?” “뭐? 어, 어디에 라니….” “알면서 왜 그래.” 사라의 엉덩이 구멍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는 노크하듯이 톡톡 두드리자, 사라의 엉덩이가 움찔하고 떨리면서 더 꽉 오므라졌다. “그, 그건….” “그렇지? 역시 사라도 결정하기 힘들지?” “그, 그런 거 아니야! 여기, 여기 넣어줬으면 하는 게 당연하잖아?!”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엉덩이를 더 들고 한쪽 손을 엉덩이 쪽으로 돌려서 도톰한 음부 옆 살을 붙잡고 옆으로 벌렸다. 그러자 사라의 음부 안쪽에서 걸쭉한 애액이 흘러나오며 내 물건 위로 떨어졌다. 정말로 음란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었다. 아마 사라도 알면서 일부러 이런 포즈를 취한 거겠지? 얘도 참 아닌척하면서 은근히 적극적이라니까. “그렇게 원하신다면.” 나는 물건을 잡아 각도를 맞추고 사라의 음부에 단숨에 끝까지 삽입했다. “흐으으으응! 하아아…. 으응! 흣!” 사라가 내뱉는 달콤한 신음소리 사이에, 뭔가 아쉽다는 느낌의 한숨이 섞여있었던 건 결코 내 기분 탓이 아니겠지. “방금 한숨은 뭐야? 사실은 엉덩이에 넣어줬으면 한 거 아냐?” “하응! 흥! 그, 그런, 흣! 거 아니…!” 내가 물건으로 사라의 안쪽 주름 사이사이를 헤치듯 느긋하게 허리를 왕복하면서 말하자, 사라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부정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평소보다 힘이 없었고, 누가 봐도 그런 게 맞는 걸로 보였다.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알았어. 그럼 사라가 원하는 대로.” “하읏! 그, 그러니까, 흐응! 그런 거…히으으읏!” 이번에는 물건 전체에 사라의 애액을 바르듯이 거칠게 몇 번 왕복하고, 나는 물건을 뽑아서 바로 사라의 엉덩이 구멍에 집어넣었다. 사라의 엉덩이는 꽉 오므려진 채 외부의 침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내 물건의 힘을 막을 순 없었다. 처음 입구를 뚫는 것만 힘들었을 뿐이지, 거길 지나고 나자 윤활유가 듬뿍 발린 물건은 아무런 저항 없이 사라의 안쪽에 끝까지 파고들었다. “흐으으으응!” 사라는 결국 삽입만으로 절정에 달해버렸다. “넣은 것만으로 이렇게 느껴버리다니. 역시 여기 넣어줬으면 했구나.” 사라의 엉덩이 위에 있는 사도의 표식을 어루만지면서 놀리듯이 말했지만, 사라는 상체를 완전히 수그린 채로 몸을 떨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느꼈던 건가? 아무리 사라 성감대가 엉덩이라곤 해도 이건 반응이 조금 과한 것 같은데? “사라? 사라야?” 나는 사라의 팔을 붙잡고 상체를 들어올렸다. 그리고 고개를 이쪽으로 향하게 하여 사라의 얼굴을 살폈다. 사라는 기절이야 하지 않았지만, 완전히 쾌감에 젖어서 얼굴근육이 흐물흐물하게 풀어진 상태였다. 체력 좋은 사라가 이렇게 만들려면 아무리 나라도 꽤나 시간을 들여가 가능한 건데. 왜 이렇게…아, 매력…. “미, 미안 사라야. 괜찮아?” “흐으읏!” 매력 올린 걸 생각안하고 처음부터 너무 강하게 한 거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사라가 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몸을 살짝 흔들며 사라를 불렀다. 하지만 내 물건이 여전히 엉덩이에 깊숙이 박힌 상태에서 몸을 흔들었던 게 안 좋았던 걸까? 사라는 음부에서 분수를 뿜으며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미안. 일단 한 번 뽑을게.” 내가 사라의 허리를 붙잡고 들어 올리려고 하자, 사라가 정신을 조금 차린 건지 힘없이 고개를 흔들면서 엉덩이를 다시 가라앉혔다. “흐으응! 하앗! 하앗! 흐읏! 그, 그냥, 흐읏! 이대로 해….” “뭐? 아, 그래. 그럼 스킬을 쓸까? 내 스킬 중에 레벨이 줄어든 것처럼 느끼게 하는 스킬이 있거든. 그걸 쓰면….” “괜찮으니까!” “이것도 싫어? 대체 왜 그래? 왜 그렇게까지….” “그치만…흐읏. 오랜만에, 으읏, 하는 건데…내가 구원을 전부 못 받아준다니…그런 거 싫단 말이야….” 사라는 살짝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라야…알았어. 그럼 천천히 하자.” 나는 사라의 상체를 꼭 껴안아주고, 일단 사라의 호흡이 정돈될 때까지 이대로 가만히 기다리기로 했다. 여전히 사라는 드레스를 입은 상태였지만, 등과 엉덩이는 훤히 드러나 있으니 맨살끼리 맞닿았다. 매끈매끈한 사라는 이렇게 껴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다. 이왕이면 등이나 목, 귀 같은 곳에도 키스를 하고 싶지만, 지금 그래버리면 사라가 또 흐트러질 테니까. 조금만 참자. “하아, 하아, 하아, 이, 이제 됐어.” “정말 괜찮겠어?” “몇 번이나 똑같은 말 하게 하지 마.”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돌려 내 입을 막듯 키스를 해왔다. 나는 그런 사라에게 응답하듯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흐으읍! 으읍! 으읏! 응!” 그러자 곧바로 사라의 눈이 풀어졌지만,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아마 사라도 멈추길 바라지는 않겠지. 나는 느긋하게 움직이면서 사라의 안쪽을 맛 봤다. 굳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이렇게 느긋하게 움직여도 충분히 기분 좋을 정도로, 사라의 안쪽은 꾹꾹 조여 왔다. 보통은 이렇게 레벨 차이도 벌어지고, 매력 수치 차이도 생기면 쾌감이 조금 떨어질 법도 한데 말이야. 사라와 연결된 나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사라의 안쪽은 여전히 엄청나게 기분 좋다. 이게 바로 용사의 힘…은 아닐 테고. 그럼 사랑의 힘인가? 그런 조금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는 계속해서 사라와 이어져 키스를 했다. “그럼 사라야. 이제….” “으, 흐으응! 응! 흐읏!” 내가 천천히 허리를 흔드는 와중에도, 사라는 계속해서 몇 번이나 절정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절대로 기절하지 않겠다는 듯,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도 몸에 힘을 꽉 주고 버텨내는 모습이었다. 일단 한 번 싸서 사라의 레벨을 올려주는 게 낫겠지? 나는 엉덩이에 삽입해서 아슬아슬할 때까지 허리를 흔들다가, 사정하기 직전에 물건을 빼서 음부에 박고 사정했다. “흐으으으응!” 그와 동시에 사라도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하면서 음부를 끊어질 듯 꽉 조여 왔다. “하읏! 하앗! 흐읏! 하아! 하아아….” 사라는 한참동안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지만, 겨우 정신을 잃지는 않고 버텨냈다. “이제 레벨이 올랐을 테니 사라 너도 조금은…그러고 보니 사라 너. 레벨 100에서 멈췄네.” 그랬다. 사라는 방금 전 행위로 드디어 레벨이 100이 됐지만, 직업 레벨이 부족하여 100 이상 올라가지는 않고 있었다. 큰일 났네. 그럼 계속 아까랑 비슷한 쾌감을 맛볼 거라는 거 아냐? “그, 그래도, 흐읏! 레벨이 오르면서 아까보다 조금은 나으니까…. 후우, 후우. 괘, 괜찮아.” 사라는 애써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래봤자 레벨이 얼마나 올랐다고. 아마 나아졌다는 실감도 잘 안 느껴질 거다. “정말로?” “응…. 그러니까….” “그럼 스무 번 섹스 하기로 한 거, 엉덩이로 한 건 계산 안 해도 되지?” “잠,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에 쌌잖아?!” “레벨 업 때문에 싸는 것만 거기에 싸고 계속 엉덩이로 했으니까 엉덩이로 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뭐 좋아. 그럼 앞으로 엉덩이에 싸는 건 스무 번 횟수에 안쳐도 되는 거지?” 사라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더니, 등 뒤로 손을 돌려 내 옆구리를 퍽퍽 때렸다. 사라의 어깨 너머로 그 표정을 엿보니, 역시나 울상을 짓고 있었다. “잠깐, 농담! 농담이야. 그래! 엉덩이로 하는 것도 제대로 쳐줄게! 이제 앞으로 열아홉 번 남았어!” “흐이잉! 바보야!” 내 말을 들은 사라는 결국 귀여운 울음소리를 냈다. 엉덩이로 해준 것도 계산해준다는데 왜 우는 거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은…풀가동됐던 머리가 조금 쿨다운되면 다시 해보겠습니다. illya, 누굴지? //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312==================== 가정교사 구원 그 이후로 사라는 결국 나와 정말로 열아홉 번을 더 하게 됐다. 레벨 제한이 걸리는 바람에 내가 아무리 사정해도 사라가 레벨 업을 하는 일은 없었고, 때문에 사라는 그 쾌감을 그저 근성으로 버텨내야 했다. 덕분에 사라는 또 다시 던전에 갈 이유를 찾은 모양이다. “빨리 용사 레벨을 올려야겠어….” 아침에 일어나서 내 얼굴을 바라보고 처음 한다는 소리가 이런 소리였으니까. 뭐, 할아버지의 복수를 마친 이후로는 예전처럼 레벨을 올리는 데에 필사적이지 않았으니까.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된 걸지도 모른다. 어차피 던전에는 계속 갈 생각이니까, 사라도 던전에 가는 이유가 없는 것보단 낫겠지. “난 이대로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렇게 못 버티는 걸 보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바보. 한 두 번이면 모를까, 매번 이런 식이었다가는 몸이 못 버텨.” 사라는 내 가슴을 가볍게 찰싹 때리면서 말했다. “그래도 용케 기절은 안 했네.” 그랬다. 사라는 마지막에 내가 스무 번째 사정을 한 걸 확인한 다음에야 정신을 잃었다. “그야…오랜 만에 하는 건데 구원도 중간에 분위기 깨지는 건 싫잖아.” “아니. 사라가 기절해도 난 계속 사라 몸으로 장난 칠 거니까 별로 상관없었는데.” “진짜 변태가!” 사라는 아까보다 조금 더 힘이 들어간 손으로 내 가슴을 때렸다. 물론 전혀 아프지 않았지만. “레벨을 올려야할 이유가 또 있네.” “응?” “이렇게 때려도 반응이 없는 걸 보면 열 받아.” “야. 애초에 오빠를 때릴 생각을 하지 말라고.” “오빠가 맞을 말을 할 때만 때리잖아? 매번 이상한 장난이나 치려고 하고.” 뭐, 내가 평소에 좀 바보 같은 말을 많이 하고, 장난도 많이 치는 건 부정하지 않겠다만. “그럼 사라가 때리는 게 안 아플 때 많이 장난쳐놔야겠네.” “바보! 그런 소리가, 하읏! 잠깐! 흣! 또, 또 하게?!” 참고로 사라는 어젯밤의 여파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는지, 아직도 내 가슴에 뺨을 대고 엎드려서는 축 늘어져있는 상태였다. 힐링 섹스로도 완전히 피로가 안 풀릴 정도라니. 과연 쉬지 않고 연속 스무 번은 조금 과했던 걸지도. 사라가 경쟁심을 불태운 레이아도 사실 중간중간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 했었으니까. 이건 사라한테 비밀로 해두자. “알몸으로 도발한 죄야.” “이, 이건 어제 그대로 잠들었으니까 당연히…! 흐읏! 정말 몰라! 바보!” 그 말은 허락의 의미로밖에 안 들린단다. 사라야. 결국 나와 사라는 아침부터 한 번 더 하게 됐다. “사라양은 어째서…아니. 됐네. 말하지 말게.” 식당에 내려가자, 식당에서 실비아와 뭔가 얘기를 나누던 디아나가 내게 업혀서 오는 사라를 보고는 조금 석연찮다는 말투로 말하다가, 뭔가 깨달은 듯 말을 바꿨다. 처음에 말투가 조금 석연치 않았던 건 분명 자기 지정석을 뺏겼다고 생각했던 것이겠지. 귀여운 것. 참고로 실비아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순식간에 구석으로 후다닥 도망갔다. 쟨 나랑 며칠을 붙어있었는데 아직도 저러네. 결국 던전에서는 언제 전투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긴장감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건가. “어젯밤에 스무 번이나 해서. 난 약속은 지키는 남자거든.” “이 바보야! 부끄러운 말 하지 마!” “됐다고 하지 않았나! 왜 말하는 겐가! 자네 바보인가!” 앞뒤에서 동시에 바보란 소리를 들었다. 심지어 사라는 때리기까지. 나는 얘들의 반응을 못들은 척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디아나. 사라는 어젯밤에 날 위해서 이렇게 노력했는데, 이걸 보고 디아나는 뭐 느끼는 점 없어?” “음? 이, 이 몸은 스무 번이나 안 할 걸세.” 디아나가 신변의 위협을 느낀 듯 양팔로 자기 몸을 감싸 안으면서 말했다. 아니. 난 그냥 오늘 밤에 디아나도 뭔가 날 위해 노력을 하겠다는 대답을 듣고 싶었던 것뿐인데. 하지만 디아나가 저렇게 나온 이상 나도 어울려줄 수밖에. “뭐?! 사라도, 레이아도 하는데, 디아나만?! 애, 애정이 식었어!” “일부러 그러는 거 다 보이네! 아무리 그래도 안할 걸세!” “응? 안한다고? 그럼 오늘 밤은 레이아 차례인가.” “그, 그런 말이 아니지 않은가?!” 디아나는 마치 내가 당장 레이아에게 가기라도 할 것처럼 황급히 내게 다가와서는 허리를 끌어안고 막아섰다. “농담이야. 농담. 디아나랑 하는 것도 오랜만인 건 마찬가지인데 내가 빼먹을 리가 있겠어?” “그런 농담은 하는 게 아닐세!” 디아나는 마치 날 혼내는 것처럼 말하면서 머리 쪽으로 팔을 뻗었다. 내가 고개와 허리를 살짝 숙여주자, 디아나는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머리를 탁탁 두드렸다. “알겠는가!” “네. 죄송합니다. 디아나 누나.” “음. 알면 됐네. 알면.” “어머. 저희가 마지막인가요?” “응. 레이아. 좋은 아침.” “네. 구원씨도 잘 주무셨어요?” “레이아씨에게만 인사라니. 옆에 있는 전 보이지도 않으시는 건가요?!” “아. 너도 있었냐.” “그 무례한 말투는 뭔가요?! 전 추기경이라고요?!” “응. 난 성자인데.” “이, 이이익! 이렇게 말하면 저렇게 말하고!” 훗. 이겼다. 아무튼 레이아와 마틸다까지 식당에 들어온 후, 우리는 식사를 시작하게 됐다. 참고로 말하자면, 디아나가 먼저 식당에 있었던 시점에서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은 이미 전부 도착해 있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저 사람들은 식사시간에 절대로 디아나보다 늦지 않거든. 식사를 하면서, 나는 마틸다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저주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금 알려주는 편이 좋을까? 아니면 디아나와 레이아 순서까지 전부 돌아가며 회포를 푼 다음에 알려주는 게 좋을까. 마틸다랑 한다고 하더라도, 그리 오래 걸릴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냥 저주가 풀리는지 확인만 하면 되는 거니까. 시간만 따지고 보면 낮 동안에 바로 끝낼 수 있다. 오늘 낮에 딱히 할 일도 생각나지 않고 말이다. 아니, 하지만 디아나와 레이아도 아직 안했는데 마틸다를 안아버리면, 둘 다 썩 좋은 기분은 안 들 거다. 내색은 안하겠지만 말이다. 좋은 기분일 리가 없지. 쟤들도 나랑 오랜만에 봐서 기대하고 있을 텐데. 그래도 저주란 게 이왕이면 빨리 풀어줄수록 좋은 거고, 나도 마틸다한테 괜히 맘에도 없는 시비를 안 걸어도 되니 편하고. 으음. 어떡하는 게 좋을까. “아, 그래. 다들 오늘 할 일 없지?” “음? 무슨 일인가?” “의뢰 보수로 5계층에서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을 잔뜩 받아왔으니까. 이걸로 장비 강화나 하러 가자.” 내 여기저기 구멍 난 가죽갑옷도 고쳐야 하고. 분명 받은 아이템 중에 오우거의 가죽이나 트롤의 피 같은 물건도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걸 전부 강화에 때려 박으면 엄청난 물건들이 탄생할 거야. “흠. 매번 들르는 그 처자의 가게로 갈 생각인가?” “응? 그럴 생각인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아닐세. 다만 그 처자가 5계층에서 구한 물건들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이 있나 의문이 들어서 말일세. 확실히 상층의 물건들로 만든 무기나 방어구는 견실해 보였지만, 그곳에서 심층의 물건으로 만든 장비는 본 기억이 없구먼. 단순히 심층의 물건들을 구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네만.” 디아나는 식사를 하면서 덤덤하게 말했다. 과연. 그런 문제가 있는 건가. 내가 지금까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건데, 이 세계의 일반인들의 레벨은 보통 성인 여성은 20대가 많았고, 성인 남성은 10대 초반에서 심하면 한 자릿수인 경우도 많았다. 평범한 생활을 하기에는 그 레벨로도 충분하겠지만, 소위 장인이라고 불리는 경지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레벨이 필요해진다. 물론 전투로도 미약하게나마 레벨이 오르는 만큼, 전투 외의 다른 직업행동으로도 미약하게나마 레벨이 오르기는 하는 모양이지만. 그것만으로 레벨을 올리는 건 한계가 있다. 하지만 모험가들처럼 목숨이 걸린 일이 아니다보니, 웬만해선 아무하고나 마구 자면서 레벨을 올릴 생각은 하지 않는다. 디아나에게 물어보니, 100레벨이 넘어가는 수준의 대장장이는 명장의 반열에 든다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한나는 레벨이 몇이더라. 예전에 한 번 확인은 한 것 같은데, 그냥 습관적으로 애널라이즈를 쓰고 다닌 것뿐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았다. 다만 그다지 높지 않았던 건 확실하다. 높았으면 내 인상에 남아있을 테니까. “뭐, 일단 가보면 알겠지.” 그래서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곧장 한나의 대장간으로 찾아갔다. 참고로 우리라는 건 클랜에 소속된 5명을 말하는 거다. 마틸다는 같이 오지 않았다. 걔가 오면 여러모로 귀찮아지니까 말이야. “이리 오너라!” “어서 오세요.” 대장간에 들어가자, 한나가 아니라 꼬맹이 하나가 우리를 맞이해줬다. 여기 종업원인 난쟁이족 요한이다. “천천히 갈 거다. 손님한테 명령하지 마라.” “네, 네에?!” “거기. 우리 요한을 괴롭히는 건 그만 두시지.” 요한이 당황스런 목소리를 흘리자, 공방 안쪽에서 한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런 한나에게 다가가서, 일단 애널라이즈부터 실행했다. 레벨 43…. 아니, 확실히 일반인치고는 높아. 응. 일반인치고는 엄청나게 높은 수치야. 다만 확실히 높은 수준의 장비를 다루기에는 애매한 수치였다. “뭐냐. 갑자기 사람 얼굴을 빤히 보고.” “아니. 이번에 우리가 5계층 물건을 가져왔는데 말이야.” “뭐?! 5계층?! 너희 3계층에 진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뭐,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무튼 그래서 장비를 강화하러 왔는데. 너 가능하겠냐?” “으음…. 일단 좀 물건들을 볼 수 있을까?” “자. 여기.” 내가 오우거의 가죽이나 사이클롭스의 눈 같은 아이템을 몇 개 꺼내자, 한나가 진지한 얼굴들로 아이템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눈빛이 이글이글 거리는 것이, 일단 이걸로 장비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구는 충만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런 한나의 눈빛은, 아이템을 관찰하면 관찰할수록 점점 더 안타까움으로 물들어갔다. “안되겠군. 난 못하겠어.” “역시 실력이 부족해?” “…그래. 굳이 이걸 이용해 강화를 하자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소재의 성능을 제대로 살리는 건 불가능할 거야. 원한다면 다른 실력 좋은 대장장이를 추천해줄 수는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한나는 미련이 뚝뚝 묻어나는 표정으로 내게 다시 아이템들을 건넸다. 역시 이렇게 되는 건가. 솔직히 말하자면 단골 가게를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한나라는 인물 자체도 꽤나 마음에 든 상태고 말이다.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실력 부족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을 추천해준다는 대장장이가 몇이나 될까? 보통은 돈에 눈이 멀어서 실력이 부족하더라도 그냥 일을 맡으려고 들 거다. 이런 양심적인 가게를 또 찾기란 쉬운 게 아니라고. “네가 실력이 부족한 건 대장장이 레벨이 부족해서야? 아니면 레벨이 부족해서야?”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지?” 내가 그런 질문을 하자, 한나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껄떡거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런 거 아니야. 인마. 나 이래 봬도 꽤나 순수한 놈이라니까. 왜 다들 나를 바람둥이처럼 생각하는 거지? 게다가 만약 내가 한나를 상대하면, 한나는 삽입하는 순간 복상사 확정이다. 뭐, 약자태세를 쓰면 상대할 수 있기야 하다만. “아니. 나도 모험가니까. 만약 레벨이 부족해서 대장장이 레벨을 못 올리고 있는 거라면, 괜찮은 모험가를 추천해줄 수도 있어.” 브린 녀석이 레벨이 몇이더라. 아직 2계층에 있을 테니까 한나의 레벨을 올려주기는 적당한 수준일 것 같은데. “남자친구가 바로 옆에 있는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러자 갑자기 한나가 화를 냈다. 응? 무슨 소리야? 남자친구?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가게 안에는 물건을 둘러보는 몇몇 여성 모험가들과 우리들, 그리고 한나와 요한밖에 없었다. “설마….” “그래.” “너 쇼타….” “귀여운 걸 좋아하는 것뿐이다. 여성스럽지?” 한나는 대장간 일로 단련된 팔로 요한을 끌어안으면서 말했다. “하, 한나. 가게 안에서는….” 너보다 차라리 요한이 훨씬 여성스럽다 이것아. 이 세계는 왜 이렇게 하나같이 유감스런 녀석들이 많을까. 미인이 많은 만큼 괜히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역시 우리 애들이 최고야. 나는 그 사실을 새삼스레 다시 한 번 느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0분 안으로 한 편 더 올릴 생각입니다. 12시까지는 시간이 부족했네요. 313==================== 가정교사 구원 나는 한나에게 껴안긴 요한에게 애널라이즈를 사용했다. 레벨 12. 생각보다는 레벨이 높았다. 이 세계의 성인 남성 평균 레벨을 생각해봤을 때, 저 정도면 어디 가서 꿀리지는 않을 레벨이다. 물론 여자 친구인 한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레벨이지만 말이다. 한나도 아까 보니 대장장이 일에 대한 자부심과 향상심이 굉장한 것 같던데. 이래서야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한나의 실력이 향상되기는 힘들어보였다. 아쉽지만 역시 단골 가게를 바꾸는 수밖에 없는 걸까? “그래. 그럼 추천하는 대장간이나….” “저, 저기!” 그때 요한이 갑자기 소리를 높였다. 내가 요한을 쳐다보자, 요한은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도 뭔가 결심한 얼굴로 날 쳐다봤다. “그, 그게…구원씨는 성자…이신 거죠?” “그런데?” “성자라면 그…역시 잘하시는 거죠?” “뭐가?” “그, 그게…세, 섹스….” 여자애처럼 부끄러워하면서 쥐어짜듯 말하지 마라. 내가 왠지 괴롭히는 것 같잖아. “그래.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부탁드립니다! 저희를 조금 도와주세요!” 요한은 한나의 팔을 풀더니,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 절을 하면서 외쳤다. “요, 요한?!” 한나는 요한의 돌발행동에 상당히 당황한 눈치였다. 솔직히 나도 당황스럽다. 도와달라니…대체 뭘? 한나를 도와달라는 거라면 그냥 섹스해서 한나 레벨을 올려달라는 걸로 받아들였겠지만, 얜 지금 우리를 도와달라고 했다. 우리가 당황하든 말든, 요한은 계속해서 외쳤다. “이대로 저 때문에 계속 한나의 발목이 잡히는 건 싫어요! 그러니까 제발 도와주세요! 구원씨의 기술이라면 저 같은 거라도 한나를 제대로 느끼게 만들 수 있는 거죠?!” 과연. 그런 거였나. 요한은 지금 나한테 섹스 강좌를 해달라고 말하고 있는 거다. “요한씨. 그런 거라면 신전에….” “레이아양!” “앗!” 레이아가 요한에게 뭔가를 말하려고 하는 걸 디아나가 바로 제지했고, 레이아는 깜짝 놀라서 양손으로 자기 입을 가렸다. 미안한데 벌써 다 들었어. 신전이 뭐 어쩌고 어째? 그러니까 신전에서 섹스 강의 같은 것도 해준다는 말이야? 그러고 보니 예전에 신전에서 미아가 됐을 때, 강의실인지 지도실인지 뭔지가 있었는데, 그거 설마…. 나는 우리 애들의 표정을 살폈다. 사라, 디아나, 레이아, 셋 다 망했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오호라. 어쩐지. 그래서 초반에 내가 신전에 갈 때마다 한 명은 꼭 밀착 마크를 했었던 거였군? 뭐, 그건 일단 나중에 우리끼리 있을 때 추궁하기로 하자. “전 이미 10레벨이 넘어서 더 이상 도움을 받을 수 없어요! 하지만 한나와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져서 이제는…부탁드립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솔직히 말하자면, 사내새끼가 아무리 엎드려 절하고 빌어봤자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게다가 다른 것도 아니고 내 테크닉을 알려달라니. 남의 비기는 그렇게 쉽게 알려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고 엄마한테 안 배웠냐? 뭐, 내 진짜 비기는 테크닉보다는 성자의 스킬들이기는 하지만. “그래. 그럼 한나. 추천하는 대장간이나 알려줘.” 나는 요한을 무시하고 아까 하려던 말이나 계속 하기로 했다. “…나도 부탁할 수 없을까?” 하지만 요한을 보고 감동받은 표정을 짓고 있던 한나도 내게 요한과 같은 부탁을 해왔다. “아니. 알려달라고 해도 뭘 어떻게 알려달라는 건데.” “그, 그거야 하는 걸 보면서 조언을….” “남이 떡치는 걸 나보고 팔짱끼고 옆에서 구경만 하라고?” “그, 그럼 구원씨가 다른 분과 직접 하시면서….” “이거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네. 그냥 우리 애들 알몸에 관심있다고 그러지 그러냐?” “아, 아닙니다! 그런 의미가 절대 아니었습니다!” 내 말에 요한은 고개만 들더니 울먹이면서 외쳤다. 그리고 잠깐 고민하더니,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눈물을 삼키면서 쥐어짜는 목소리를 토해내듯 내뱉었다. “그, 그럼 구원씨가 직접 한나와 하면서 알려주십시오!” 그러자 갑자기 내 등짝에 스매쉬가 날라왔다. 전혀 아프진 않았지만. “구원!” “아냐! 오해야! 그냥 포기하게 만들 생각이었어! 누가 설마 저런 말까지 할 줄 알았겠어?!” “저자들의 사정도 딱하니, 그냥 옆에서 보면서 조언 좀 해주는 게 어떻겠나? 자네는 성자 아닌가?” 아니. 니들이 계속 착각하는데, 내 성자는 뜻이 그 성자가 아니거든? 요즘엔 여신님 관련으로 엮이는 바람에 그런 뜻도 포함되어있는 거 아닌지 의심되기 시작했지만, 아무튼 기본적으론 그 성자가 아냐! “하지만….” “부탁드립니다!” 디아나의 말에 용기를 얻은 건지, 요한이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면서 말했다. 놔라. 이놈아. “하지만 옆에서 구경만하면 아무리 나라도 흥분정도는 된다고. 그런데 아무것도 못하다니. 완전 고문이잖아.” “그 정도는 조금 참게. 어차피 밤에는 이 몸들과….” “좋아. 그럼 얘들 하는 거 보면서 느낀 흥분을 전부 오늘 밤 네 몸에 쏟아 부어도 되는 거지?” “으, 음?” “아마 어제 사라보다 더 심하게 당하겠지. 다음날 하루 종일 일어서지도 못할 정도로….” 내가 말을 계속할수록 디아나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어갔다. “자, 잠깐 기다리게.” “나한테 남을 도와주라면서. 그럼 디아나도 그 정도 희생은 해야지. 왜? 못하겠어?” “으윽! 알겠네! 하겠네! 하면 될 것 아닌가!” “정말이지? 오늘 밤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한테 뭐라고 하기 없기다?” “자, 잠깐. 역시 다시 생각을….” “안 돼. 이미 늦었어.” 훗. 이걸로 오늘도 디아나를 괴롭힐 명분을 얻었다. 난 역시 천재가 분명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남자, 구원이라 불러다오. 그리고 생각해보면 내 테크닉을 전수해줘도 그다지 문제될 건 없었다. 다른 남자가 아무리 테크닉을 갈고닦아봤자, 성자의 스킬이 있는 한 날 뛰어넘을 수는 없으니까. 게다가 나는 성자 레벨이 올라갈수록 자연스럽게 테크닉도 더 숙달된다. 결국 다른 남자들이 테크닉으로도 날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조금 은혜를 베풀고 생색내는 정도라면 해줄 수도 있지. “좋아. 그럼 당장 게임을 시작하지.” 나는 목소리를 내리깔면서 말했다. 섹스는 게임이니만큼. “지금 당장 시작하자는 말이야?!” “그럼 뭐 언제하게? 밤에? 아까 우리 얘기 들었으면 알겠지만, 난 밤에 바쁜 사람이다. 생각 없으면 그만두던가.” “…알았다. 지금 사람들을 물리도록 하지.” 한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게 안의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가게 영업을 종료했다. “그럼 너희는 어쩔래? 먼저 돌아가 있을래?” 어차피 오늘 장비를 강화하는 건 글렀다고 보면 된다. 요한이 내 도움으로 조금 성장한다고 쳐도, 한나가 레벨을 올리려면 한참 걸릴 거고. 결국 강화를 하려면 일단 다른 곳을 알아봐야하는 건 마찬가지다. “재밌어 보이는데 우리도 견학하면 안 돼?” “사라야. 너 내가 다른 여자랑 하는 게 좋은 게 아니라 그냥 관음…아파. 사라야.”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 이 바보 진짜! 이젠 아파하지도 않고!” 사라는 분하다는 듯이 내 옆구를 꼬집었다. 일단 아프다고 해줬는데 말이야. 좀 더 아픈 표정을 지을 걸 그랬나. “그럼 너희도 같이 구경할래?” 그러자 레이아가 당황해서 황급히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다른 분들의 행위를 보는 건 구원씨만으로 충분하잖아요? 저희는 먼저 돌아가죠.” 과연 성직자로서 다른 사람의 행위를 볼 수는 없는 모양이다. 레이아는 나서서 다른 사람들을 설득했다. “우리로서도 그랬으면 좋겠군. 구원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까지 보이고 싶지는 않아.” “흠. 알겠네. 자네. 잘하게나.” “응. 최대한 흥분해서 밤에 전부 디아나에게 토해낼게.” “그,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닐세! 자넨 정말 바보인가!” 디아나는 결국 나가기 전에 내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렸다. 귀엽지만, 그래도 난 내 말을 무를 생각은 없었다. 오늘 밤에 보자. “그럼 가자.” 한나는 공방 쪽과는 다른, 창고 같은 곳의 문을 열고 그 안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올라간 곳은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과연. 어쩐지 가게 안보다 공방 천장이 훨씬 높더라니. 이런 식으로 되어있었군. “…그럼 일단 벗고 한 번 해봐.” “넷!” “아, 아무런 조언 없이?” 요한은 내 맘이 변할 새라 잽싸게 옷을 벗었지만, 한나는 조금 불만스런 눈치였다. “일단 뭐가 문제인지 뭐야지 조언을 하든 뭘 하든 할 거 아냐.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 “그야 한 번 하고나면…아무튼.” 한나는 뭔가 말하려다가 요한의 눈치를 보면서 얼버무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한나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는 파악이 됐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네. 보통은 한 번 싸고 나면 다시 서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지. 아, 그래도 내가 성자 스킬을 요한한테 써서 세우면 되는 거니까 문제없나. 요한이 조금 무리하게 되겠지만, 뭐 내가 알게 뭐야. “그건 문제없으니까 걱정 말고. 일단 원래 하던 대로 해봐.” “…그럼….” 한나는 내 눈치를 보더니, 결국 피할 수 없다는 걸 알았는지 옷을 벗었다. 대장간 일을 하면서 단련된 멋진 몸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론 온갖 미녀를 안은 내가 눈이 돌아갈 수준은 절대 아니었지만. 한나는 내가 자신의 벗은 몸을 보고도 별 반응이 없자, 안심이 되지만 한 편으론 자존심 상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자존심 상할 거 없다. 우리 애들이랑 비교하면 웬만한 여자들은 오징어가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니까. 요한이 침대에 올라가서 눕자, 한나가 그 위를 덮듯이 올라탔다. 그리고 아래로 손을 내려서, 일단 자신의 음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으읏! 윽!” 그러는 사이에 요한의 물건은 이미 팽창해있었다. 사내새끼 물건은 그다지 보고싶지 않지만, 도움을 주려면 제대로 봐야할 테니까 어쩔 수 없었다. 젠장. 역시 받아들이지 말 걸 그랬나. 아무튼 요한의 사이즈는 평범했다. 아니, 난쟁이족의 작은 몸집을 생각해보면, 큰 편인 건가? 난쟁이족의 신체구조를 모르니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어쨌든 여자를 만족시키기 힘든 게 사이즈 문제는 아닌 걸로 보였다. 뭐, 애초에 사이즈가 문제였으면 12레벨까지 찍지도 못했나. 한나는 스스로 음부를 어루만지면서 적시더니, 이내 요한에게 걸터앉아서 삽입을 시도했다. 둘의 생김새대로 완전히 한나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요한도 일단 열심히 가슴에 달라붙어서 만지고 빨고 하고는 있지만, 한나는 그 행위에 그다지 느끼지 않는 모양이었다. “으읏!” 그리고 삽입을 하자마자, 요한이 볼품없는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요한이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움직임을 멈췄다. 온몸에 힘을 꽉 주고, 어떻게든 사정을 참아보려고 필사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한나가 허리를 흔들기 시작하자, 그마저도 오래가지 않았다. “윽!” 외마디 비명소리와 함께, 요한의 몸이 침대에 깊숙이 파묻히면서 늘어졌다. “어, 어때?” 그리고 한나가 불안한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봤다. “어떠냐니…응? 설마 방금 그걸로 끝?” “네, 넷….” 요한은 헉헉거리면서 볼품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숨좀 멈춰라. 사내새끼가 헉헉거리는 소리 듣기 싫다. 아무튼 방금 그걸 보여주고 어떠냐니. 평가할 거리가 있긴 해? 나는 할 말을 잊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다른 남자를 찾아보는 게….” “그, 그런 말씀 마시고 제발…!” “으악! 고추 덜렁대면서 다가오지 마라! 넌 답이 없어! 총체적 난국이라고! 내가 어떻게 구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냐!” “우, 우우읏! 그, 그걸 어떻게든…!” 요한은 내 말에 바닥에 허물어지면서 울먹였다. “이봐! 남의 행위를 보자마자 그 말은 심하잖아! 요한. 괜찮아. 난 기분 좋았으니까.” 한나가 어떻게든 수습해보려고 했지만, 요한의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미, 미안. 사내새끼가 알몸으로 달려드니까 나도 모르게 험한 말이….” 나는 요한한테 너무 사실을 적나라하게 말한 게 미안해서, 일단 도움을 주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조언이라…조언…저걸 대체 어떻게 조언해주지? “그래. 일단 말이지. 너희는 삽입을 조금 늦출 필요가 있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연참 성공! 쿠로코의어둠 //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314==================== 가정교사 구원 사실 단기적으로 도움을 주는 거라면 쉽게 가능하다. 요한에게 절정속박을 걸어버리고, 아슬아슬할 때까지 버티게 만들면 된다. 물건이 서지 않으면 성자의 파동 같은 걸로 세우고 말이다. 뭐, 나 스스로 느끼는 게 아니다보니, 절정속박을 걸고 어느 정도 지나면 요한이 복상사를 할지 판가름이 불가능하다는 사소한 단점이 하나 있다는 걸 제외하면 말이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도움을 주면, 결국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거니까. 나는 이왕 도와주는 거 좀 제대로 도와주기로 했다. 그래서 머리를 쥐어짜고 생각해본 결과, 얘들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삽입을 한다는 거였다. 아니, 오래 버틸 자신이 없으면 바로 넣질 말라고. 일단 넣기 전에 애무만으로 파트너를 절정 직전까지 몰아넣으란 말이야. 내가 그런 취지의 설명을 하자, 요한이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과연 성자시군요! 알겠습니다! 한 번 해볼게요!” 일단 요한과 한나는 자리를 뒤바꿔서, 한나가 침대에 눕고 요한이 그 위를 덮치는 자세가 됐다. 요한은 그 자세가 무척이나 어색하다는 듯이 머뭇거리면서도 천천히 한나를 애무하기 시작했다. 다만 한 손을 가슴에, 한 손을 음부에 가져가서는 계속 같은 부위를 단조로운 동작으로 만지작거리는 게 고작이었다. “한나. 어, 어때? 기분 좋아?” 심지어 계속 한나의 안색을 살피면서 이런 식으로 질문만을 던져댔다. “응. 요한 기분 좋아.” 그때마다 한나는 사랑스럽다는 듯이 요한을 쳐다보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는 여유가 넘쳐흘렀고, 쾌감을 참는 것 같은 느낌은 조금도 없었다. “너 진짜 못한다.” 나는 요한의 애무를 보고 딱 한마디로 평했다. “네, 네엣?!” 한나의 말에 자신감을 가져가던 요한은 바로 절망한 얼굴이 됐다. 솔직해서 미안한데, 난 거짓말은 잘 못하는 사람이라. “이걸 일단 어디부터 손봐야 되나. 계속 같은 곳만 만지작거리고, 그마저도 행동은 단조롭고. 그걸로 여자가 느끼면 인마 그 여자는 몸에 바람만 닿아도 흥분하겠다.” “우, 우읏!” “일단 패턴을 바꿔봐. 예를 들면….” 나는 가슴과 음부 말고도 여성들의 성감대를 알려주면서, 요한을 강의해나갔다. 귀, 목, 겨드랑이, 옆구리, 등 같이 기본적으로 사람이 간지러움을 느끼는 부분은 전부 성감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나는 요한에게 여성의 몸을 만지는 방법도 알려줬다. “그게 아니야! 아니, 그렇게 못하면서 레벨은 어떻게 12까지 올렸는데?!” “그, 그게…한나를 도와서 대장간 일을 돕다보니….” 그리고 이제 와서 밝혀진 충격적인 사실. 요한은 섹스로 레벨을 올린 게 아니었다. 이 놈 이거 진짜로 답이 없는 놈이잖아?! “우리 요한을 너무 괴롭히지 마! 요한, 걱정 마. 난 충분히 기분 좋으니까.” “넌 좀 조용히 있어! 그런 식의 거짓말은 아무런 도움도 안 된다고!” “거, 거짓말이 아냐! 정말이야!” 한나는 내가 아니라 요한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신음소리 한 번 안 흘린 애가 참 기분이 좋기도 하겠다.” “나, 난 그냥 그런 소리를 안 내는 타입일 뿐이야!” 그러니까 네가 그렇게 오냐오냐하니까 요한도 자기가 잘하는 줄 알고 이지경이 된 거 아냐. 나는 한나를 무시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 한군데만 하루 종일 만질 거면 움직이는 패턴이라도 바꾸라고! 계속 똑같은 부분만 주물주물주물주물 마사지하냐?!” “우읏! 하, 하지만….” “하지만이 아냐! 이렇게! 이렇게 좀 해보라고!” 나는 성질이 뻗쳐서 그만 한나의 가슴에 손을 대고 이리저리 어루만졌다. “흐으으으으으응!” 그리고 반응은 극적이었다. 내가 가슴에 손을 대자마자, 한나는 눈을 까뒤집으면서 분수쇼를 펼쳤다. 가슴을 잠깐 만져진 것만으로도 지금껏 들어본 적 없었던 신음성을 내지르면서 애액을 뿜어대는 튀는 한나를 바라보면서, 요한은 망연자실한 표정이 됐다. 나는 한나의 반응을 보면서 스스로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지만, 오히려 당당히 나가기로 했다. “뭐? 신음 소리를 안 내? 놀고 있네. 알겠냐? 기분 좋다는 건 그런 걸 말하는 거다.” 물론 한나는 지독한 쾌감에 정신을 잃은 상태지만 말이다. 그나마 반사적으로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는 걸로 보아, 아직 복상사는 당하지 않은 모양이다. “요한. 너도 정신 차려라. 너도 실은 알고 있었지? 모를 리가 없지. 한나랑 해도 레벨이 전혀 안 올랐을 테니.” 그렇다. 이 세계는 기분 좋았다는 선의의 거짓말이 통하는 세계가 아니다. 정말로 상대방이 기분 좋았다면, 레벨을 통해서 즉각 그게 체감되는 세계니까. 그런데도 여자가 내뱉는 선의의 거짓말을 믿는 녀석들은, 그냥 그렇게 믿고 싶어서 믿는다고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는 바보들이다. “아무튼 지금이 기회야. 한나 얘도 몸이 조금 민감해져 있을 테니까, 이제 네가 한번 한나를 기분 좋게 만들어봐. 아, 그 전에 일단 넣어라.” “네, 넷?!” “그렇다고 허리는 흔들지 말고. 그냥 넣고만 있어. 좀 감각에 익숙해지란 말이야. 토끼새끼도 아니고 어떻게 넣자마자 찍 싸고 끝나냐. 차라리 토끼는 허리라도 빨리 흔들지. 넌 뭐냐?” “하, 하지만 레벨이….” “고작 30레벨 차이로 변명하지 마. 난 400레벨 넘는 차이도 극복한 적 있어.” “에, 에에엣…?!” 요한은 아무리 그래도 과장이 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못 믿는 눈치였지만, 거짓말 아니다. 전생 전 디아나가 500레벨이라고 했으니까, 그때 내 레벨이 정확히 기억은 안 나도 400레벨 이상 차이가 났던 건 확실하다. 뭐, 최후의 자존심이나 힐링 섹스가 없었다면 확실히 죽었겠지만. “아무튼 사람은 뭐든 극복할 수 있다는 거야! 근성으로 버텨내!” “네, 넷!” 일단 말은 그렇게 했지만, 과연 성자가 아닌 일반인들로서 레벨 30차이는 상당히 버거운 모양이었다. 요한은 삽입하자마자 숨을 몰아쉬면서 울상을 지었다. “자, 그 상태로 한나의 몸을…아니. 일단 좀 깨우자.” 어차피 레벨 차이가 나는 이상 몸으로 쾌감을 느끼게 하는 건 한계가 있다. 실비아만큼은 아니더라도, 깨어나 있으면 정신적 만족감으로 조금이나마 더 느끼기는 하겠지. “넷! 한나! 한나! 일어나!” “으음…요…으읏! 으으….” 요한이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린 한나는, 날 바라보더니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뺨은 살짝 상기되어있는 것이, 마냥 두렵다는 감정만 느끼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 한나?” 요한도 그 표정에 뭔가를 느꼈는지, 불안한 목소리로 한나를 불렀다. “으, 으응? 응. 요한…기분 좋아….” “으읏…. 꼭…꼭…기분 좋게 해줄게!” 요한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아까보다 더 필사적으로 한나의 몸을 어루만졌다. 간절함이 더해져서 학습효과가 올라간 건지, 아까 내가 했던 설명을 제법 잘 수행하고 있었다. 뭐, 여자 몸을 만지는 방법을 말로만 설명하다보니 역시 한계가 있었지만 말이다. 한나도 아까보다는 조금 더 느끼는 것 같았지만, 역시나 절정을 느낄 만큼은 되지 않았다. 차라리 내가 직접 시범을 보여줄까? 물론 내가 끝까지 간다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애무만 말이다. 어차피 약자태세를 사용하면 아까처럼 한나가 기절하는 일은 없을 테고, 내가 만지면서 한나가 느끼면 요한도 조금이나마 레벨이 오를 테고. 어? 이거 진짜 괜찮은 것 같네. “역시 말론 한계가 있나. 안되겠다. 내가 시범을 보여주지.” “네, 넷?!” “나, 날 또 만진다고?” 내 말에 요한과 한나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한나의 목소리에서 묘한 기대감이 느껴졌던 건 내 기분 탓일까? “걱정 마라. 아까처럼 만지자마자 기절할 정도론 안 할 테니. 강도 조절할 거야.” “하, 하지만….” “학습에 꼭 필요한 거지…?” “뭐, 그렇지.” “그럼 어쩔 수 없지.” “하, 한나?!” 요한은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한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승낙했다. “내가 네 여자를 만지는 게 싫으면 한 번 보여줄 때 잘 보고 배워. 한 번에 못 배우면 계속 만지게 된다.” “으, 으읏…네.” 솔직히 요한한테는 조금 미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저 질투심이 학습효과를 더 끌어올릴 거다. “자. 가슴을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유두를 공략하려 하지 마. 어딜 공략하든 처음엔 가장 큰 성감대는 빗겨가면서, 천천히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거야.” “하읏…. 으읏….” “하, 한나….” 약자태세를 사용해 내 레벨이 30정도까지 느껴질 수준으로 조정했는데도, 한나는 내가 어루만지자 바로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그런 한나를 보면서 요한은 울 것 같은 얼굴이 됐다. “집중해. 한 번에 기억하라고.” “네, 넷!” “그리고 천천히, 천천히 중심으로 다가가는 거야. 그럼 여자는 이제 만져줄 거라고 기대를 하겠지? 하지만 그래도 조급하지 마 일부러 유륜 근처만 어루만지면서 애를 태우는 거야. 그리고 여자가 못 참을 것 같을 때 기습적으로.” “하으으으읏!” 내가 유두를 엄지와 검지 사이에 끼우고 빙글빙글 돌리자, 한나가 바로 절정에 달했다. “어때? 쉽지?” “하, 한나아…우읏.” 이번엔 삽입을 하고 있는 만큼 한나의 절정이 더 크게 다가왔는지, 요한은 울상을 지으면서 뭔가 신음 소리를 냈다. “야. 너 설마 쌌냐?” “하, 하지만….” “하지만이 아냐! 집중하라고! 지금 그게 뭐하는 짓이야! 안 되겠어.” 나는 요한에게 절정속박을 걸었다. “내가 너한테 못 싸게 만드는 기술을 걸었다. 그 상태로 너무 한계까지 버티면 죽을 수도 있으니까, 정 못 버티겠으면 말하라고.” “네, 넷!” “그리고 애무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중요해. 기분 좋냐고 계속 질문하기 보다는, 사랑을 속삭이라고. 분위기만 잘 만들어져도 여자는 느끼는 법이라고.” 그리고 나는 계속해서 한나의 몸 이곳저곳을 어루만지며 강의를 했다. 한나는 그때마다 계속 절정을 느꼈고, 요한은 그때마다 쌀 것처럼 빌빌댔지만 절정속박으로 싸진 못했다. 뭐 중간 중간 정 못 버틸 것 같아서 절정속박을 풀어주긴 했지만. 하지만 어쩐 일인지, 내가 굳이 성자 스킬을 써주지 않아도 요한은 계속 발기가 되는 모양이었다. 조루지만 횟수로 승부한다는 거냐. 이 세계에선 최악의 경우라고 볼 수 있었다. 저래선 여자 레벨만 계속 올려주는 꼴이 되지. 아니, 근데 처음 한나 말을 생각해보면, 요한이 원래부터 이렇게 횟수가 많은 것 같진 않았는데. 아무튼 내 적절한 스킬 활용으로 인해서, 요한도 조금이나마 레벨이 올랐다. 아무래도 한나가 기분 좋다고 했던 게 마냥 거짓말은 아니었던 듯, 내가 만져줘서 절정을 느낄 때도 삽입하고 있던 요한의 경험치가 조금씩은 오른 거다. 뭐, 그게 정신적 쾌감에 의한 건지 육체적 쾌감에 의한 건지는 모르는 거지만. “자, 다 기억했냐?” “우으…한나…한나….” 다만 내 손에 의해 계속 절정을 느끼는 한나를 보면서, 요한의 멘탈이 많이 박살났다는 게 살짝 문제이긴 했지만. “야. 다 기억했냐고 묻잖아. 아니면 다시 한 번 보여줘?” “으읏! 한나는! 한나는 내꺼야!” 그리고 갑자기 요한이 뭔가 폭발하듯이 거칠게 한나를 안았다. 내가 한나를 어루만지는 걸 보고 내면에 잠들어있던 뭔가가 깨어난 모양이었다. “으읏! 요한! 요한!” 그리고 한나는 남자 취향과는 다르게 섹스는 거친 게 좋았던 건지, 아까보다 갑자기 더 반응이 좋아졌다. “한나는! 한나는 내꺼야! 아무한테도 안줘!” “응! 응! 요한! 요한!” …지금 이 연놈들이 강의해주는 사람 옆에 두고 뭐하는 짓이냐. 아니, 이렇게 만들려고 강의해준 게 맞긴 맞지만. 내가 아까 가르쳐준 게 뇌리에 박혔는지, 요한은 거칠게 움직이면서도 어설프게나마 내 가르침을 실천하는 경지까지 이르렀다. “으으읏!” “요하안!” 그래봤자 레벨 차이는 어쩔 수 없어서 요한은 금방 싸버렸지만, 이번엔 한나도 미약하게나마 절정에 달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그나마 내 덕분에 요한의 레벨이 조금 올라서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거겠지. 하지만 이럼 된 거다. 레벨 차이가 있는 만큼, 약하게나마 절정을 이끌어낼 수 있으면 둘의 레벨은 언젠간 맞춰질 거다. “하, 한나?! 지금?!” “응…기분 좋았어….” “하, 한나아!” “요하안!” “…이제 나 가도 되냐?” “앗! 구, 구원씨…아니! 구원님!” 요한은 그제야 다시 내 존재를 깨달았다는 듯, 날 바라보더니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뭐, 뭐야?”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그래. 알면 됐다. 앞으로 평생 위대한 성자 구원을 마음 한 구석에 기리며 살아라.” “네!” 농담이었는데 요한은 정말로 그러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난 간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나는 요한의 감사 인사를 들으면서 대장간을 빠져나왔다. 이걸로 결국 한 건 낙찰인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 진짜 성자다운 일 많이 한단 말이야. 여신님이 관장하는 게 그런 쪽이니만큼, 난 진짜 신의 사도라도 자칭하고 다녀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생각해. 그 정도로 난 오늘도 성자다운 일을 했다. 그런데 이 기분은 뭘까. 분명 성자다운 좋은 일을 하기는 한 건데, 뭔가 열만 받는다. 내가 왜 남의 떡치는 데 그 짓을 해야 했던 거지? 좋은 일이라곤 한나의 몸을 내 맘대로 떡 주무르듯 주무른 거 밖에 없잖아! 확실히 그 점은 좋긴 했지만, 끝까지 하진 않았던 만큼 뭔가 짜증이 솟구친다. 좋아. 이 기분은 오늘 밤 디아나 상대로 전부 풀어버려야지. 나는 디아나에게 어떻게 이 기분을 풀어줄지 생각하면서 저택으로 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15==================== 가정교사 구원 “후우. 후우. 좋아.” 디아나와 어떻게 놀지 결정한 나는, 저택에 들어가기 전에 앞서서 감정연기에 몰두했다. 이런 건 처음 임팩트가 중요하니까 말이야. 심호흡을 해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나는 일단 되살아난 자존심으로 물건을 팽창시켰다. 내 실한 물건은 바지 위로도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로 우뚝 서서는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는 그 상태에서 얼굴은 최대한 무표정을 유지한 채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일명 ‘너무 흥분한 바람에 완전히 이성을 잃고 냉혹한 섹스 머신이 되어버린 구원’이라는 컨셉이다. “오, 오오. 자, 자네 왔는가.” “다녀오셨어요. 구원씨.” “어서와. 그래서 어떻게 됐어? 잘 하고 왔어?” 마침 다들 정원에 있는 테이블에 모여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사라나 레이아는 순수하게 내가 요한과 한나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궁금한 모습이었지만, 디아나는 대장간을 나가기 전에 내가 한 말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어서 실비아와 마틸다도 인사를 해왔지만, 나는 다섯 명의 인사를 전부 무시했다. 전부 무시하고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한 채로 디아나를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이, 이보게. 자네. 왜 그러는가? 무, 무슨 일 있는가?” 내가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디아나의 표정이 더욱더 안 좋아졌다. 디아나의 시선이 잠깐 아래로 내려가서 내 물건을 확인했고, 디아나는 당장 도망가고 싶다는 표정이 됐다. 하지만 지고의 대마법사님의 자존심 때문인지 디아나는 도망가지 않았고, 내가 가까이 다가갈 때까지 계속 무슨 일인지만 물어보면서 자리에 앉아있었다. 디아나 외의 다른 사람들도 불안한 표정으로 왜 그러는지 질문했지만, 나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걱정의 목소리를 싹 다 무시했다. 나는 일단 찻잔을 붙잡고 있던 디아나의 손목을 붙잡았다. 디아나가 흠칫하고 떠는 게 귀여웠지만, 나는 얼굴로는 내색하지 않고 무표정을 유지했다. 그리고 디아나를 이끌고 지금 여기서 가장 가까운 저택 1층의 방으로 테라스를 통해 들어갔다. “여, 여긴…메이드들의 방 아닌가. 여기엔 무슨 일인가?” 여전히 디아나의 말은 무시한 채로, 나는 테라스의 문을 닫고 무성의하게 적당히 커튼을 쳤다. 커튼은 제대로 닫히지 않아서 그 틈새로 밝은 빛이 들어왔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디아나를 쳐다봤다. “지금부터 여기서 할 거야.” “자, 잠깐 그게 무슨 소린가?! 여긴 메이드들이 쓰는 방일세! 게다가 바로 밖에는 다른 이들도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좋은 거 아냐. 난 딱히 그런 취미가 있는 게 아니지만, 우리 노출증 대마법사님이 느끼기엔 최고의 상황이지? “한나와 요한을 도와주면서 느낀 흥분. 너한테 풀어도 되는 거지? 난 지금 당장 하고 싶어. 다른 사람은 상관없어. 할거야. 지금 당장.” “지, 진정! 진정하게!” 일부러 뚝뚝 끊으면서 말을 하자, 디아나는 지금 내가 완전히 이성을 잃었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어떻게든 날 진정시키려고 애썼지만, 물론 나한텐 전혀 통하지 않았다. 애초에 이성을 잃은 게 아니니까. “벗어.” 내가 바지를 벗어버리면서 말하자, 디아나는 완전히 팽창한 내 물건을 겁에 질린 표정으로 바라왔다. “아, 안 되네!” “뭐가?” “그, 그게 아직 젖지도 않았고…자네도 이 몸을 아프게 하고 싶지는 않지 않나?” “그럼 적셔.” “이, 이런 곳에선 무리일세. 일단 자네 방으로 올라가서….” 디아나는 이제 좀 말이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조금 안도하는 표정으로 말했지만, 나는 그 말을 들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내 방에 갈 거면 내가 뭐 하러 그런 연기를 했겠어. 애초에 말이야. 이런 곳에선 젖지 않는다니. 거짓말하지 마라. 너 정도 노출증이면 여기서 나와 연결되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흥분할 수 있잖아. 장담하는데 지금 디아나의 치마를 걷으면 속옷이 젖어있을 거다. 하지만 그건 나중에 확인하기로 하고, 나는 다른 대안을 내놨다. “그럼 내걸 적셔.” “그, 그게 무스…으읏! 잠깐 기다리게! 진심인가? 진심으로?!” 나는 디아나의 머리에 손을 얹고, 살며시 아래로 눌렀다. 디아나는 크게 소란을 피우면서도, 내 손에 눌리는 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얼굴 정면에 있는 내 물건을 망설이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자네. 다시 생각해보게. 이런 곳에서는…으읍!” 나는 쉴 새 없이 재잘거리는 디아나의 입에 물건을 가져다 대서 조용히 만들었다. 억지로 틀어막은 건 아니다. 나로서도 디아나를 아프게 할 생각은 전혀 없으니까. 그냥 디아나가 곤란해 하는 걸 보고 싶을 뿐이다. 그리고 디아나는 입술 끝에 내 물건이 닿자마자, 마치 입이 틀어 막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멈췄다. 그리고는 눈알을 굴리면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코로 포옥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더니 쪽하고 내 물건 끝에 키스를 했다. 이제 좀 할 마음이 생긴 걸까? “으음. 쪽. 쪽. 알겠네. 일단 이 몸이 입으로 진정시켜주겠네. 그러니 조금 진정되면 방으로 올라가서 하세.” 하지만 디아나는 벌어진 커튼 틈 사이를 불안한 눈동자로 힐끔힐끔 곁눈질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조금 볼이 상기된 걸 보면 아예 흥분을 하지 않은 건 아닌 모양이지만 말이야. 역시 직접 삽입하는 게 아니면 이성을 잃을 정도로 흥분하지는 않는 건가. 뭐, 일단 지금은 디아나의 입술 감촉이나 맛보자. 디아나는 쪽쪽하고 내 물건 여기저기에 가벼운 입맞춤을 계속 했다. 그리고는 입을 벌려서 내 귀두 부분만을 간신히 입에 넣고는 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체연령은 최연소인 만큼 가장 입이 작은 디아나는, 여전히 내 물건을 입에 넣기 조금 버거운 모습이었다. 혀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귀두 전체에 혀를 문지르듯이 핥더니, 이번엔 혀를 뾰족하게 세우고 요도를 집중적으로 낼름낼름 핥아간다. “적시라고 했잖아. 좀 더 전체적으로 핥아.” 귀두부분만을 집중적으로 애무해주는 것도 기분 좋았고, 무엇보다 그 디아나가 입으로 봉사해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나는 좀 더 디아나를 보챘다. “으음. 쪽. 너무 그렇게 재촉하지 말게나.” 디아나는 입술을 오므린 채로 천천히 입안에 있던 귀두를 빼낸 후 마지막으로 끝에 쪽하고 키스를 해준 후에 말했다. 여전히 목소리에 조금 여유가 있네. 야. 지금 누가 볼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좀 더 흥분하란 말이야. 디아나는 귀두 끝을 손으로 붙잡더니 물건을 들어 올리고는, 불알 바로 위쪽 물건의 뿌리부분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혀를 내밀어서 물건 끝까지 쭈욱하고 핥아 올렸다. 그리고 이번에는 조금 위치를 바꿔서 아까 입을 맞췄던 곳의 조금 옆에 입을 맞추고, 다시 쭈욱 핥아올렸다. 입이 작아서 다 넣을 수는 없는 만큼, 이런 식으로 적실 생각인 모양이다. “디아나가 이렇게 물건을 열심히 핥고 있는 모습을 보면 다들 뭐라고 생각할까.” 나는 그런 디아나를 바라보면서 말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자, 자네가 시키지 않았나. 게다가 다른 이들도…!” “멈추지 말고 계속해.” “으음. 쪽. 하음. 다른 이들도 볼 생각은….” “과연 그럴까? 내가 그렇게 대놓고 모두가 보는 앞에서 널 이 방에 끌고 들어온 건데? 다들 지금쯤 우리 둘이서 뭘 하는지 궁금해 할걸? 어쩌면 저기 커튼 틈으로 엿보고 있을지도….” “흐으음! 그, 그럴…리가…후욱. 아음.” 내 말에 디아나는 아까보다도 더 밖을 의식하기 시작했고, 우리 노출증 대마법사님은 그게 곧 흥분으로 연결되는 귀여운 사람이었다. 물건을 일사분란하게 핥아 올리는 디아나의 콧김이 아까보다 확실히 더 거칠어졌다. 결국 물건 전체를 남김없이 핥아 올린 디아나는, 이번엔 마치 하모니카를 불듯이 내 물건 옆에 입을 맞추고는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물건을 자극했다. “누가 엿볼지도 모른다니까 더 적극적이 됐네.” “흐읍! 그, 그런 거 아닐세!” 하지만 말과는 다르게 디아나의 얼굴은 확실히 아까보다 여유가 없어보였다. 나는 그런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허리를 살짝 빼고, 그 입 끝에 다시 한 번 물건 끝을 가져다댔다. 디아나는 그러자 이번엔 최대한 입을 벌려 내 물건을 절반부분까지는 입에 넣었다. 거기까지 넣는 게 한계인 디아나는, 그 상태에서 천천히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면서 내 물건을 자극해줬다. 그리고 도저히 입에 들어가지 않는 반쪽은 손으로 잡고 열심히 흔들어줬다. 아까 골고루 윤활유를 묻혀놓은 덕분에, 물건을 쥔 손도 빠르게 미끌어지면서 내 물건을 자극해줬다. “솔직히 말해봐. 디아나도 흥분하고 있지?” “으읍! 으으읍!” 내 물음에 디아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하지만 여전히 물건을 물고 있는 덕분에, 내겐 오히려 그게 더 좋은 자극만이 될 뿐이었다. 그리고 쭙쭙하고 물건을 빨아들이는 소리 사이로, 뭔가 다른 느낌의 물소리가 났다. 빨면서 나는 침소리가 아니라, 뭔가 끈적끈적한 느낌의 액체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 “흐으읍! 흐읍! 흐읍!” 그리고 디아나의 숨소리도 더욱 거칠어졌다. 덕분에 나는 방금 들린 소리가 뭐였는지 바로 눈치 챌 수 있었다. “디아나. 치마 걷어봐.”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빙고. 아무래도 내 예상은 정확했던 모양이다. “어서.” 내가 조금 강한 어조로 말하자, 디아나는 물건을 잡지 않은 한쪽 손으로 치마 끝자락을 붙잡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디아나는 선뜻 치마를 올리기는 부끄러운지, 치맛자락을 붙잡고는 더 이상 손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 대신 주의를 돌리려는 건지, 입과 다른 한쪽 손을 더 열심히 움직여갔다. 나는 더 이상 보채지 않고, 지그시 디아나의 두 눈을 쳐다봤다. 열심히 물건을 자극하면서 내 안색을 살피던 디아나는, 내 무언의 압박을 제대로 알아챈 모양이다. 결국 옆으로 눈을 돌려 피하면서도, 천천히 치맛자락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치마 안쪽에 드러난 속옷은 역시나 흠뻑 젖어있었고, 그 아래쪽 바닥에는 투명한 액체가 고여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더 이상 입만으로 만족할 수 없어졌다. “디아나. 일어서서 속옷 벗어.” “으읍! 음아! 하앗! 읏, 기, 기다리게. 일단 입으로 한 번 하고나면….” “너한테 풀어도 된다고 했던 약속. 제대로 지켜.” 디아나는 그래도 완전히 이성을 잃지는 않은 듯 저항하려 했지만, 내가 한 번 더 말하자 결국 물건에서 완전히 입을 떼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자신의 속옷을 내려갔다. “그럼 여기 손을 대고 엉덩이를 내밀어.” 나는 커튼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으읏! 정말로? 정말로 말인가?” “정말로.” “우, 우, 우으읏….” 디아나는 울상이 되면서도, 결국 커튼에 손을 대고 허리를 숙여서 내 쪽을 향해 엉덩이를 내밀었다. 나는 그런 디아나의 스커트를 걷어 올려서 뽀얀 엉덩이를 드러나게 만들고, 디아나가 충분히 적셔준 물건을 디아나의 음부 끝에 맞댔다. 여전히 애액을 뚝뚝 흘리던 디아나의 음부에 내 물건 끝이 닿자, 질척이는 물소리가 꽤나 크게 들렸다. “내 물건 적셔준 건 결국 아무 쓸모없었네.” “그, 그런….” “그런데 디아나. 그거 알아?” “뭐, 뭘 말인가?” “커튼 뒤에 있는 건 유리문이잖아. 즉. 밖에서 보면 유리문에 디아나의 손 모양으로 커튼이 딱 붙어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지. 그것도 꽤나 낮은 위치에. 밖에 있는 애들이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뭣?! 잠, 흐아아앙!” 역시나 디아나는 너무 흥분하는 바람에 그 사실까진 눈치채지 못했던 모양이다. 내가 그 사실을 상기시켜주자, 물건을 맞대고 있던 음부의 입구에서 애액이 흘러나오는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리고 디아나가 커튼에서 손을 떼려고 하기 전에, 나는 허리를 앞으로 내밀어 물건을 단숨에 삽입했다. “아, 아, 아, 하아아아아아앙!” 결국 디아나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성대하게 절정에 달해버렸다. 물론 디아나가 완전히 앞으로 넘어지기 전에, 나는 디아나의 허리와 가슴에 각각 팔을 두르고 디아나의 상체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은발 사이로 드러난 뾰족한 귀를 살짝 핥은 후에 속삭였다. “방금 신음소리, 분명 밖에 있는 애들한테도 들렸겠지.” “흐으읏!” 안 그래도 절정의 쾌감에 정신이 없던 디아나는 그 말에 다시 한 번 한차례 부르르 떨더니, 이제는 완전히 축 늘어져버렸다. 안 그래도 내 올라간 매력 때문에 엄청 느낄 텐데, 거기에 노출증까지 자극했으니. 그야 기절하겠지. 내가 좀 너무 했나?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11화에서 엉덩이에 마무리 하는 걸 수정했습니다. 엉덩이로 하면 레벨 업이 안 되는 데 그걸 깜빡했네요. 지적해주신 슈리온님 감사합니다. 끊어져 버렸네요…. 아마 잠을 포기하고 쓰면 2…3시간 후까진 올릴 수 있을 수도…. 316==================== 가정교사 구원 하지만 여기서 그만두면 내가 저택에 돌아와서 보여준 모습이 전부 연기였다는 사실을 들켜버리고 만다. 나는 디아나와 연결될 채로 한발자국 더 앞으로 걸어 나가서, 디아나의 얼굴과 상반신이 커튼에 밀착되도록 만들었다. 밖에서 보면 어떤 자세로 섹스하는 건지 완전히 알아볼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응. 맞아. 당연히 알아볼 수 있지. 하지만 난 딱히 신경쓰지 않았다. 애초에 내가 디아나를 갑자기 끌고 들어온 시점에서 다들 내가 디아나와 섹스를 할 거라고 예상했을 거다. 내가 밖에서 뭘 하다가 돌아왔는지를 생각해보면 더욱더. 그러니 어차피 들킨 거 신경 쓰지 말고 하자는 생각이다. 어차피 밖에서 본다고 해도 우리 애들이랑 마틸다밖에 안 볼 테고, 그마저도 디아나의 손이 보인 시점에서 레이아와 마틸다는 자리를 피했을지도 모른다. 실비아는 어차피 나한테 아무 말도 못할 테고, 사라는…나중에 조금 화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 난입하거나 하진 않겠지. …않겠지? 아무리 사라 성벽이 조금 그래도…난 널 믿는다. 사라야. 나는 별다른 기교는 부리지 않고, 그냥 조금씩 허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엄청나게 높아진 매력은 그것만으로도 디아나에게 엄청난 쾌감을 선사했고, 디아나는 강제적으로 기절에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으읏! 여, 흐읏! 여기는….” “몰라. 정원에서 들어온 1층 방. 아마 메이드들이 지내는 방.” 나는 다시 컨셉을 유지하면서 짧게 끊어 말했다. “으으으응! 잠, 흣, 멈추….” 그러자 디아나는 음부 안쪽을 꾸우욱하고 조여 오면서 애타게 말을 했다. 하지만 이미 눈이 반쯤 풀려있는 것이, 이게 마지막 이성을 쥐어짜서 말을 한 거였겠지. “싫어. 난 아직 못 쌌어. 그리고 소리 내면 밖에 들린다.” “흐읏! 흐으읍! 으으읍!”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한 손으로 디아나의 입을 틀어막자, 디아나는 결국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쾌감에 몸을 맡겼다. 아니, 오히려 내 허리 움직임에 동조하면서 스스로도 허리를 흔들어댔다. 내 허리 위치에 맞추기 위해서 까치발을 들어 발끝으로 아슬아슬 서있는 상황이면서도 이렇게 열심히 허리를 흔들다니. 역시 디아나는 변태라니까. “기분 좋아?” “으읍! 으으으읍!” 노출증이 자극되는 것과 내 지나치게 높은 매력이 합쳐져서 머릿속이 곤죽이 될 정도로 쾌감에 절여진 디아나는, 내 질문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노출증을 인정하게 하려고 해도 한사코 아니라고 하던 디아나가, 아무리 쾌감에 맛이 갔다지만 인정을 해버린 거다. 아니. 이건 그냥 나와의 섹스가 기분 좋다는 걸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건가. 좀 더 확실히 해보자. 나는 일단 디아나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뗐다. “그럼 제대로 말해봐. 나는 누구한테 보일지도 모르는 상황에 흥분하는 변태입니다라고.” “하앙! 흐아앙! 흐읏! 하앗! 또, 이 모믄 또오! 흐으응읏!” 하지만 디아나는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주변 상황도 신경 쓰지 않고 맘껏 신음성을 내지르면서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해버렸다. …뭐 됐나. 어차피 얘가 인정하게 만드는 건 반쯤 포기하고 있었고. 상황이 될 때 즐길 수만 있으면 되지 뭐. 나는 디아나의 음부가 꾸욱 조여지는 걸 느끼면서, 슬슬 사정감이 몰려오는 게 느껴졌다. 디아나가 이렇게 요염하게 움직여주는 것도 물론 기분 좋지만, 이번엔 컨셉대로 스스로 움직이면서 싸고 싶다. 나는 디아나의 허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들어 올리면서, 구부렸던 다리를 곧게 펴고 섰다. 애초에 디아나가 까치발을 하더라도, 내가 다리를 살짝 구부리고 있지 않으면 높이가 맞질 않으니까 말이다. 내가 다리를 펴고 서자, 디아나의 다리가 공중에 떠서 대롱대롱 흔들렸다. 앞뒤로 움직이기 힘들어진 디아나는, 그래도 엉덩이를 빙글빙글 돌리면서 계속해서 자극을 탐했다. 이렇게 한 번 발동이 걸려버리면 디아나는 멈추지를 않으니 말이다. 아무리 자신이 절정을 느끼는 중일지라도, 기절하기 전까지는 끊임없이 쾌락을 탐한다. 나는 그런 디아나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는 사정없이 고속 피스톤 운동을 개시했다. “흐으으읏! 으읏! 하앙! 흐으으으응!” 허공에서 대롱대롱 흔들리던 디아나의 다리가 쫙 펴지면서, 디아나는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이미 몇 번이나 오르가슴을 느끼고 있는 디아나는, 이제 입가에 침까지 늘어뜨리면서 제정신이 아닌 모습이었다. 나는 그런 디아나의 턱에서부터 침을 쭈욱 핥아올리고는, 마지막으로 입술에 키스를 했다. 그러자 디아나의 혀가 내 혀를 열렬히 환영해줬다. 역시 이런 상황에서도 키스는 좋아하는구나. 나는 디아나의 혀를 내 입안으로 유도하고 강하게 빨아들이면서 마지막으로 파앙! 소리가 나도록 강하게 디아나의 엉덩이에 내 허리를 부딪쳤다. 그리고는 안쪽 가장 깊숙한 곳에 사정을 시작했다. “흐으으으으응!” 사정하는 것과 동시에 허리를 잡고 있던 손 중 한 쪽 손을 내려서 디아나의 하복부, 사도 인장이 있는 부분을 쓰다듬자, 디아나가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하면서 기절해버렸다. 이거 매력이 너무 높으니까 계속 기절을 해버리네. 역시 매력도 높은 데 노출증까지 자극한 건 조금 너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아마 디아나도 슬슬 100레벨이 가까웠을 거다. 디아나는 레벨이 오름과 동시에 직업 레벨도 오르는 만큼, 사라처럼 100레벨 제한에 걸릴 일도 없다. 아마 싸면 싸는 대로 레벨 업을 할 수 있을 테니, 내 매력에 이렇게 영향을 받는 것도 곧….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갑자기 내 물건에 느끼는 쾌감이 엄청나게 증폭됐다. 디아나가 절정에 달하면서 음부의 압박이 엄청나게 강해졌다든가, 그런 종류의 쾌감이 아니었다.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그저 갑자기 디아나가 주는 모든 쾌감이 강렬해졌다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었다. “으윽! 이, 이건…!” 나는 디아나의 입에서 입을 떼고는 디아나를 제대로 쳐다봤다. 그리고 그 순간, 대체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었다. 디아나가 엄청나게 예뻐 보였던 거다. 아니. 우리 디아나는 원래 예쁘긴 했지만, 아까 전에 비해서 얼굴에 광채가 난다고 느낄 정도로 예뻐 보였다. 갑자기 사람이 엄청나게 예뻐 보이고, 그 사람이 주는 모든 쾌감이 강렬해진다? 그렇게 되기 위한 조건은 둘 중 하나밖에 없다. 하나는 그 사람한테 콩깍지가 씌는 거고, 나머지 하나는 매력 스탯이 엄청나게 올라가는 거다. 일단 전자는 확실하게 아니다. 난 이미 디아나에게 콩깍지가 씐 상황이니까. 더 씔 것도 없지. 그렇다는 말은 매력이 엄청나게 올라갔다는 건데. 나는 디아나의 스탯 창을 열어서 확인해봤다. 레벨 100. 매력 500. 역시나 예상대로인가. 레벨 100이 됨과 동시에 스텟 제한이 풀려서, 단숨에 매력이 다음 최대치인 500까지 올라가버린 거다. 내가 레벨이 더 높고, 게다가 직업이 성자라서 이정도 차이는 버텨낼 수 있으니 망정이지. 심지어 삽입만 한 채로 허리도 안 흔들고 있는데, 방금 쌌음에도 불구하도 다시 사정감이 슬슬 몰려올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물론 기절했다고는 하지만 절정에 달한 디아나의 음부가 꿈틀꿈틀 움직여대면서 내 물건을 자극하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질 수 없지! 난 성자라고! 아무리 매력이 500일 지라도 밤일로는 지지 않아! 나는 승부욕이 발동해서 성자의 전력을 사용하며 허리를 흔들었다. “흐으으응!” 그리고 그 쾌감에 디아나가 다시 눈을 떴다.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이번에는 여기가 어딘지 같은 질문을 할 것도 없이 디아나가 스스로 허리를 꾸물거리며 움직였다. 매력 500의 디아나가 그렇게 스스로 허리까지 움직이자, 내가 느끼는 쾌감은 더욱더 강해졌다. 반면 성자의 전력을 썼다고는 하나, 디아나는 아까보다는 조금 여유가 생긴 모양이었다. 노출증이 자극돼서 느끼는 정신적 쾌감은 여전하지만, 육체적 쾌감은 조금 완화되어서 기절할 수준은 아니라는 느낌이었다. 덕분에 디아나는 기절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고, 나는 곧 다시 사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으윽!” “흐으으으읏!” 내가 사정함과 동시에 디아나도 다시 절정에 달했지만, 나는 전혀 만족스럽지 못했다. 오히려 불안했다. 왜냐하면 내가 레벨이 더 높은 만큼, 둘이 동시에 절정에 달하게 되면 자연히 디아나의 레벨이 내 레벨과 맞혀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디아나가 주는 쾌감도 더 커지게 된다. 이거 조금 위험한 거 아닌가? “뭐, 흐읏! 뭐하는 겐가?! 하응! 움직이게!” 디아나는 이제 말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됐는지, 움직이지 않는 나를 돌아보면서 보채기까지 했다. 하는 말을 봐선 그냥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뿐이지, 이성이 돌아온 건 아닌 모양이었다. “디아나, 잠깐….” “아직 만족 못하는 게지? 계속 참았을 테니 말일세! 이 몸이 전부 받아주겠네! 자! 더 움직이게!” 하지만 디아나는 내 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더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어, 어라? 이거 왠지 아까랑 상황이 반대가 된 것 같은데. “디아나! 잠깐만! 지금 이 문 너머로 애들이! 애들이 보고 있을지도!” 나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밖에 있는 애들을 상기시켰지만, 그 선택이 더 안 좋은 결과를 낳았다. “흐으으읏! 하아앙! 그, 그렇구먼! 밖에는…흐읏! 하지만…이 몸은, 흐읏, 자네를 위해…하으응!” 디아나는 이미 완벽한 자기합리화로 무장한 상태였다. 오히려 밖에 애들이 있다는 사실이 상기되는 바람에 흥분만 더 하게 되어서, 음부의 압박감이 더 강해지기만 할 뿐이었다. 젠장! 분명 냉혹한 섹스 머신 컨셉으로 디아나가 나가떨어질 때까지 괴롭혀줄 생각이었는데! 어쩌다 이런 일이! 안 돼! 질 수 없어! 이건 내 자존심이 걸린 문제야! 급기야 나는 스스로에게 절정 속박을 걸었다. 설마 이걸 스스로에게 다시 쓸 날이 올 줄이야. 절정 속박으로 일단 마음에 조금 여유가 생긴 나는, 디아나가 주는 지독할 정도의 쾌감을 음미하면서 허리를 움직였다. 디아나의 달뜬 한숨, 땀에 젖어 뺨에 달라붙은 머리, 상기된 얼굴. 그 모두가 너무 사랑스럽게 보인다. 진짜 매력이라는 게 엄청나기는 엄청나구나. 솔직히 나 스스로 우리 애들한테 더 이상 반할 수 없을 정도로 반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이상으로 예뻐 보이게 될 줄이야. 물론 매력이 서서히 올라간 게 아니라 갑자기 250이 올라가는 바람에, 일시적으로 더 그렇게 느끼는 것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디아나가 너무도 사랑스러워보여서 자기도 모르게 그 뺨에 입을 맞췄다. 그러자 디아나는 고개를 돌려서 내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하더니, 다리를 한쪽 다리를 빙글하고 들어 올렸다. 디아나가 어떤 자세를 하고 싶은 건지 깨달은 나는, 디아나의 허리를 받쳐서 자세를 바꾸기 쉽게 해줬다. 이윽고 디아나는 몸을 180도 돌려서 나와 마주보는 자세가 됐다. 다리는 내 허리에 휘감고 등은 커튼 너머로 유리문에 기댄 채로, 팔로는 내 목을 휘어 감고는 열렬하게 내 입술을 탐했다. “흐으으으으응!” 그리고는 이윽고 다시 절정에 달했다. 내가 계속 성자의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디아나는 나와 닿으면 닿는 대로 모든 부위에 더 쾌감을 느끼게 되는 거니까 말이다. 훗. 이겼다. 스킬만 아니었으면 졌을 거라고? 무슨 소리야. 성자 스킬들도 자랑스러운 내 능력이라고. 물론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말이다. 디아나는 기절하지 않았고, 절정을 느끼는 와중에도 허리를 흔드는 바람에 쾌감이 뇌를 태울 정도로 강렬했다. 차라리 노출증을 더 자극해서 디아나가 연속 오르가즘 상태에 빠지도록 만들까? 그렇게 하면 확실히 이길 수 있기는 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 이상 여기 있는 건 위험한가. 잠자리에서 이기는 것도 좋지만, 물러날 때는 제대로 파악해야지. 난 디아나처럼 완전히 이성을 잃은 게 아니다. 디아나를 이렇게 만든 이상, 나마저도 판단력을 잃을 수는 없지. 오늘은 노출 플레이를 충분히 즐겼으니, 이제 슬슬 정리를 해야 할 때다. 여기는 메이드들이 지내는 방. 언제 누가 들이닥칠지 모르니 말이다. “디아나. 슬슬 올라가서 하자.” “흐읏! 더, 더어….” “하지만 이 방의 주인이 언제 들어올지….” “흐으읏! 그, 하읏! 그럼….” 디아나는 잠깐 허리를 멈추더니 뭔가 마법을 발동했다. 분명 쾌감 때문에 정상적인 판단을 잃고 있는데도 마법을 쓸 수 있다니. 과연 대마법사님. 게다가 100레벨을 넘어서 전반적인 스탯이 오른 덕분인지 상당히 빠르다. “됐네! 이제 됐네! 어서! 어서 더!” “뭘 한 건데?” “다른 사람들에겐 이 몸들이 안 보일 걸세! 그러니 빨리 더어!” 야. 아무리 우리가 안 보여도, 다른 사람이 들어와 버리면 어떻게 나가려고. “정말 우리가 안 보인다고?” “그렇네! 그러니…!” “그럼 이대로 나갈게.” “…엣?” 나는 그대로 방을 나갔다. “잠…흐으으응!” “왜? 안 보이는 거잖아?” “그렇지만! 그렇지만! 흐읏!” 그때 한 메이드가 저 멀리 복도 끝에서 다가왔다. 디아나는 깜짝 놀라서 스스로의 입을 막았지만,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음부에서 애액을 줄줄 흘렸다. 메이드는 정말로 우리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우리 옆을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메이드가 우리 옆을 지나가 완전히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디아나는 세 번이나 절정에 달하더니 끝내 기절해버렸다. 매력이 500이나 되도 기절할 정도로 느껴버리다니. 과연 우리 변태 대마법사님. 나는 디아나가 기절한 사이에 재빨리 내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고 보니 우리 모습은 안 보인다고 쳐도, 바닥에 떨어진 애액은 우리가 지나가고 나면 보이는 거 아닌가? 뭐, 별로 상관없나. 그리고 우리는 저녁식사도 거른 채로 밤까지 계속 서로의 몸을 탐했다. 매력 500의 디아나를 상대하는 건 꽤나 버거웠지만, 결국 승자는 디아나의 성벽을 집중 공략한 나였다고만 말해두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17==================== 역습의 구원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일어나자마자 디아나에게 안마를 받았다. “자네는! 정말로! 생각이란 걸! 하고! 사는 겐가! 응?! 응?! 어쩔 건가 이제! 다른 자들 얼굴을 어떻게 보나?!” 토닥토닥토닥토닥. 디아나는 조그마한 주먹을 불끈 쥐고 내 가슴을 사정없이 내려쳤다. 얼마나 화가 났던 건지, 평소보다도 훨씬 오래 때리고 있었다. 체력이 얼마 없는 디아나는 잠깐 때리는 걸 멈추고 씩씩 거리면서 숨을 몰아쉬더니, 다시 주먹을 들고 토닥토닥 때리기 시작했다. 이것도 매력 500의 힘인가. 때리는 모습도 엄청 귀여워 보인다. 아니 매력의 힘이 아니라 그냥 원래 디아나는 귀여운 건가. 좀 더 보고 싶다. “디아나. 거기 말고 조금 위. 아니 그보다 조금 옆으로.” “여기 말인가?” “그래. 거기. 아 좋다.” 내 능청스런 반응에 디아나는 자기도 모르게 토닥토닥 때리는 주먹을 가슴에서 어깨로 옮겼다. 디아나의 풀스윙 펀치는 적절한 안마가 되는군. “안마하는 게 아닐세!” 조금 어깨를 때리던 디아나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를 깨닫고 다시 화가 나서 가슴을 때려댔다. “무슨 생각인가! 이제 어쩔 건가?! 응?! 말이라도 좀 해보게!” “어쩌다니…그냥 얼굴 보면 되잖아.” “어제 그런 짓을 대놓고 했는데 어떻게 그냥 얼굴을 보나!” “그런 짓이라니…너와 내가 사랑하는 사이란 걸 보여준 것뿐이잖아. 뭐가 문제야? 아님 뭐야? 디아나는 나랑 그런 관계라고 다른 사람한테 보이는 게 싫어?”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나! 초점 흐리지 말게!” 쳇. 들켰나. 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대마법사님. 하지만 내겐 아직 디아나를 이길 수 있는 비책이 있다. 아니, 비책도 뭣도 아닌가. 어제 내가 했던 행동은 완전히 정당방위니까. 내가 그냥 재미로만 냉혹한 섹스머신이 된 연기를 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다른 데로 가기엔 내가 너무 흥분했었단 말이야. 나 어제 너무 흥분한 나머지 태도도 이상해졌었잖아? 오히려 다른 여자한테 눈길도 안 주고 곧장 디아나를 찾은 걸 칭찬해줬으면 싶은데. 디아나도 어제 그랬잖아. 요한을 도와주면서 흥분하게 되면 네 몸으로 다 받아준다고.” “읏! 그건 그랬지만! 그래도 정도란 게 있지 않나!” “미안해. 그런 거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 받아줘서 고마워. 정말 사랑해.” “으으윽! 으으으윽!” 디아나는 반박할 말을 못 찾았는지, 대마법사답지 않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만 내게 저항했다. 하지만 이내 토닥토닥 때리던 손을 멈추고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어제는 그런 약속을 했었으니 특별히 봐주는 걸세.” “디아나 정말 사랑해.” “이 몸도 알고 있으니까 그만 하게! 하아아. 하지만 다른 이들과는 대체 어떻게 얼굴을 맞대야….” “신경 쓰지 말라니까. 레이아나 실비아는 아무 말도 안 할 거고, 사라는…아마 나한테 화내느라 디아나한테 신경 안 쓸 테니까.” 나야 말로 어쩌지. 그나마 사라의 공격이 안 통한다는 게 진짜 천만 다행이다. 방어력 만세. “에잇! 지금은 그런 것보다!” “흐으읏!” 나는 발기하다 못해 폭발할 거 같은 물건으로 디아나의 안쪽을 찔렀다. 애초에 삽입은 풀지 않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매력 500짜리 애가 내 위에서 계속 격렬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니 그야 폭발할 거 같이 되지. “자, 잠깐 뭐하는 겐….” “디아나가 너무 예뻐서 도저히 그냥 못 뺄 것 같아. 한 번만 더 하자.” “밤새 그렇게 하지 않았나?!” “그래서 디아나는 나랑 한 번 더 하는 게 싫어?” “그, 그런 건 아니네만….” “그럼 됐잖아.” 결국 나와 디아나는 아침부터 한 번 더 하고 식당으로 내려가게 됐다. “안녕.” “네. 안녕히 주무셨어요?” “….” 식당에 들어가자, 역시나 다들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여줬다. 레이아는 조금 뺨을 붉히면서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고, 마틸다는 뭔가 화난 표정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실비아는 내가 들어오자마자 식당 구석으로 쪼르르 도망가더니, 힐끔힐끔 내 눈치를 살폈다. 실비아야. 너란 애는 정말 한결같구나. 언제까지나 그대로만 있어다오. 그리고 사라로 말할 것 같으면, 뭔가 한 마디 하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똑바로 다가왔다. 젠장. 올 것이 왔나. 이 위기는 어떻게 피하면 좋지? 디아나랑 다르게 사라는 화나면 정말로 폭발하는 느낌이니까. 내가 이성을 잃어서 그랬다는 논리적인 변명도 통하지 않을 텐데. 하지만 내게 다가오던 사라는 갑자기 내 옆의 디아나의 얼굴을 보더니 우뚝 걸음을 멈췄다. “음? 왜 그러는가?” “디아나…왜 그렇게 그….” “음? 무슨 일 있나?” “아마 디아나가 너무 예뻐져서 그런 거 같은데.” “으음? 오오! 그러고 보니 어느새 100레벨이 넘었구먼. 어쩐지 어젯밤에 그렇게 했는데도 의외로 상대할만하더라니…크흠! 흠!” 디아나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달았는지, 조금 무안한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디아나는 100레벨이 넘으면서 모든 스탯이 한계까지 올랐으니까 말이야. 갑자기 매력이 500이 됐을 땐 나도 진짜 깜짝 놀랐어.” “음? 이 몸의 매력이 500인가?” “응. 과연 디아나야. 지력이나 정신뿐 아니라 매력도 최고치라니.” “흠. 뭐 당연한 걸세.” 디아나는 가슴을 활짝 펴고 말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의 스탯도 궁금해졌는지, 레이아가 질문을 던졌다. “구원씨. 저는 어떤가요?” “레이아? 레이아는…271이네. 하지만 100레벨 때는 최고치인 250이었고, 아마 레벨이 250되기 전에 레이아도 매력이 500은 되지 않을까? 레이아는 유독 매력의 성장이 빠르기도 하니까. 다른 사람이 보면 사기라고 생각할 정도야. 뭐 레이아도 예쁘니까 나로선 충분히 납득되는 성장이지만.” “구, 구원씨도 참. 너무 그렇게 띄워주시면 부끄러워요.” 그랬다. 구미호의 특성인지 성직자의 특성인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 레이아는 매력의 성장이 엄청나게 빨랐다. 아마 보너스 스탯이 없었으면 나보다도 성장이 빨랐을 거다. “그, 그러고 보니 레이아도 점점 더 예뻐지고 있어…. 구원! 나는?! 나는?!” 우리 대화를 듣고, 사라는 불안한 얼굴로 자신의 스탯을 물었다. “걱정 마. 사라도 최고치야. 레벨이 멈췄으니 제한에 걸려서 250에서 멈춰있지만.” “그러면 한동안은 250에서 고정이라는 말이잖아?!” “뭐 그렇게 되겠지.” “던전에 가자! 지금 당장!” 사라는 오랜만에 투지를 불태우며 말했다. 다들 매력이 250이 넘어가는 와중에, 혼자만 남겨져서 불안해진 모양이다. “걱정할 거 없어. 아무리 네 매력이 제일 낮아도….” “가자! 지금! 당장!” 아, 매력이 제일 낮다는 말은 하면 안 되는 거였나. 괜히 사라의 의지만 더 불태우게 만들고 말았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당장은 불가능하다니까. 애초에 내 갑옷도 박살이…으아앗! 한나한테 다른 대장간 소개 안 받고 왔다!” 나는 그제야 스스로 범한 중대한 실수를 깨달았다. 애초에 어제 우리가 대장간에 갔던 이유가 뭐였는데! 되도 않는 강의를 하느라 진이 빠지는 바람에 완전히 까먹고 와버렸다. “흠. 그런 거라면 이 몸이 사람을 통해서 알아봐줄 수도 있네만.” “으음. 역시 이번에는 그럴 수밖에 없나. 이왕이면 다른 사람이 평가한 사람보다는 스스로 평가한 사람한테 장비를 맡기고 싶었는데.” 굳이 내가 아니더라도 우리 애들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판단했으면 문제없겠지만, 디아나가 말하는 걸 봐선 디아나가 직접 알고 있는 대장장이는 아닌 모양이니까. “저, 저기!” 그때 식당 저 멀리 구석에서 실비아가 손을 들었다. 나는 그런 실비아에게 다가가서, 재빨리 껴안았다. “응? 왜 그래?” “히으읏! 왜, 왜?” “왜라니. 혼자 구석에서 말하면 잘 안 들리잖아. 자 이리 와.” 나는 실비아를 껴안고 억지로 우리 자리 쪽으로 데려갔다. “그래서? 아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 “그게, 그러니까…그….” “실비아양 좀 그만 괴롭히고 놔주게나.” “괴롭히다니. 실비아. 싫어?” “조, 좋습니다!” 실비아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두 눈을 꼭 감고 그렇게 외쳤다. “거봐.” “하아. 그래서야 어디 말이나 제대로 하겠는가?” “하긴 그것도 그렇군. 실비아. 놔줄 테니까 도망가면 안 돼. 명령이야.” 실비아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고나서야, 나는 실비아를 껴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내 품에서 풀려난 실비아는 살짝 아쉬운 얼굴로 급하게 숨을 몰아쉬었다. “하앗, 하앗, 하앗, 그, 그러니까…믿을만한 대장장이가 필요하신 거라면 바벳 가문의 대장장이를 소개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실비아네 가문 말하는 거지?” “네, 넷. 대대로 기사가문이었던 지라, 가문에 소속된 대장장이도 존재합니다. 실력도 괜찮고 성품도 괜찮은 사람으로, 제 갑옷도 항상 그 사람에게 맡겼었습니다.” “과연. 실비아의 갑옷을 만지던 사람이면 확실히 괜찮겠네. 하지만 실비아네 가문이면, 멀리 있는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갑옷을 맡기러 거기까지 가는 건….” “영주성에 가면 텔레포트를 이용하여 바로 물건만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영주성? 거기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맘대로 사용해도…아, 그러고 보니 얘 아직 왕실친위대 소속이었지. 하지만 영주성이라…. 웬만하면 거긴 가기 싫은데 말이야.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마법진까지는 강화할 갑옷들과 재료를 옮겨야 하니, 결국 나도 따라가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냥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는 거라면, 마법사 협회를 통해서는 안 돼?” “마법사 협회도 가능은 하네만, 마법사 협회의 텔레포트는 기본적으로 마법사 협회들끼리만 연결되어 있네. 반면 영주성의 텔레포트는 바벳가와 직접 연결도 가능할 테니까 말일세.” 윽. 역시 바벳가의 대장장이에게 맡기려면 영주성에 갈 수밖에 없는 건가. 아니. 좋게 좋게 생각하자. 어차피 슬슬 펠리시아에게 건 성자의 성수도 풀어줄 때가 되기는 했으니까. “그런가. 그럼 어쩔 수 없네. 밥 먹고 실비아는 나랑 같이 영주성이나 가자.” “음? 설마 둘이 갈 생각인가?” “응. 그래도 일단 영주성인데, 볼 일 없는 사람까지 우르르 몰려갈 수도 없는 일이잖아.” “그건 그렇기는 하네만.” “하지만 구원! 저번에 그 공주님과….” 애초에 갑옷 강화를 서두르는 것도 사라가 던전에 가자고 보채서 그러는 건데, 정작 사라가 반대를 하고 나섰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더 소중하다는 거겠지? “괜찮아. 그때보다 레벨도 올랐고, 무엇보다…실비아.” “네, 넷?!” “공주랑 내가 서로 상반되는 명령을 하면 누구 명령을 들을 거야?” “우….” “실비아 난 널 믿는다.” “…구원님입니다.” 실비아는 조그맣게 ‘펠리시아 미안.’이라고 중얼거린 후에, 그렇게 대답했다. “봤지? 아무 문제없다니까.” 애초에 다 같이 가면 내가 펠리시아한테 성자의 성수 걸고 그냥 와버린 게 들키잖아. 그걸 들키면 또 무슨 꾸중을 들을지. “애초에 저번에 디아나가 그렇게까지 했는데, 아무리 펠리시아라도 또 나한테 들이대겠어?” “흠…. 공주의 성격을 생각해봤을 때는 조금 불안하네만.” 과연 디아나. 정확히 꿰고 있다. “뭐, 괜찮겠지. 이 몸은 자네를 믿겠네.” “그래. 그냥 잠깐 텔레포트만 이용하고 올 거니까. 만약 내가 저녁때까지 안돌아오면 그때 디아나가 다시 마법사 협회 누님들 데리고 쳐들어와줘. 그럼 되잖아?” “흠. 알겠네. 그리고 하나 더 대비를 해놓지.” “응? 대비?” “이 몸의 마차를 타고 가게나. 그리고 마부는 바넷사에게 맡기겠네.” 과연. 일단 문제가 생기면 바넷사가 깽판을 치게 만들 생각인가. 바넷사라면 시종인 신분으로 따라다녀도 아무 문제없을 테니까. “구원씨. 조심하셔야 해요.” “걱정 마. 저번에는 늦었다가 레이아의 눈물까지 봤는걸.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할 거야.” 마침 오늘 밤도 레이아의 차례인 만큼, 나는 레이아의 두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네. 믿을게요.” 레이아는 그 손을 자신의 가슴에 꽉 끌어안으면서 내게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 레이아의 그 마음이 눈과 손을 통해 전달되어왔다. 하아. 역시 치유된다. 아무튼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는 실비아와 함께 바넷사가 이끄는 마차를 타고 영주성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18==================== 역습의 구원 왕실친위대 소속인 실비아와 디아나의 마차 덕분에 프리패스로 영주성 안에 들어간 우리는 일단 펠리시아 공주를 찾았다. 사실 영주성에 들어간다고 해서 꼭 영주와 대면해야 하는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영주와 대면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거다. 영주성에 드나드는 인물이 한둘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영주성의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역시 영주와 대면하고 허가를 받을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실비아를 앞세워서 펠리시아의 행방을 찾은 거지만, 역시나 펠리시아는 이번에도 할 일에 열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공주님. 실비아입니다.” “실비아?! 어서 들어와.” 방 안에 들어가자,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낮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음. 기시감이 장난 아니로군. 그러고 보니 실비아와 소꿉친구라고 했었지. 실비아와는 다른 방향으로 한결 같은 애다. 방 안에 들어서자, 펠리시아는 역시나 한 남자와 뒤엉켜있었다. 남자는 끙끙대면서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상대하는 펠리시아는 상당히 지루해보였다. 아니, 지루하다 못해 짜증나 보일 정도였다. “됐어. 그만 하고 나가.” “…칫.” 남자는 혀를 차더니, 펠리시아에게서 물건을 뽑았다. 그걸 보고 나서야, 나는 그 놈도 초면이 아니라는 걸 떠올렸다. 저 특징 없이 평범한 얼굴. 초등학생 수준으로 작은 물건. 저거 전에도 펠리시아랑 뒤엉켜 있던 놈이잖아? “…큭!” 놈은 어째선지 날 노려보더니 짜증난다는 얼굴로 방을 박차고 나갔다. 뭐야 저거? 내가 쟤한테 뭐 잘못이라도 했나? 아니,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저런 놈이랑 트러블이 있었던 기억은 없었다. 장장 쫓아가서 혼쭐을…내줄 필요는 없나. 다른 놈이 저랬으면 잡아놓고 족쳤겠지만, 저 놈에게는 오로지 동정심밖에 안 생겼다. 불쌍한 놈…. 강하게 살아라. “실비아 무슨 일…자기?!” 펠리시아는 어째선지 내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란 것처럼 벌떡 일어섰다. 뭔가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다시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날 쳐다봤다. “실비아. 데려와준 거야?” “아뇨. 공주님. 그게 아니라….” 펠리시아의 말에, 실비아가 당황해서는 양손을 좌우로 휘저으면서 말했다. 그러면서 내 눈치를 살피는 걸 보니, 뭔가 나한테 숨기는 게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나. 어쩐지 처음 실비아가 올 때부터 뭔가 수상했단 말이지. 펠리시아가 바로 허가를 내줬다고 하니까. 뭔가 꿍꿍이는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었어. 뭐 대충 날 꼬드겨서 자신에게 데려오라든가 그런 말이라도 했던 거겠지. 뭐, 이제 실비아는 완전히 내 편이니까, 실비아가 그런 의도로 날 데려온 건 절대 아니겠지만. “자기 어서와. 실비아와 단 둘이서만 왔다는 건…자기도 내가 그리웠구나?” “놀고 있네. 실비아도 방금 아니라고 했잖아. 얘기 좀 들어라.” 나는 막상 펠리시아와 대면하게 되자 경계심이 생겨서 말을 좀 험하게 했다. 묘하게 끌려들어가는 느낌이란 말이야. 얘 진짜 서큐버스 아냐? 지금도 어째선지 몸을 배배꼬고 있고. “흐으읏! 응? 자기도 내심 내 몸이 그리웠던 거 아냐?” “이건 진짜 머릿속에 그런 짓할 생각밖에 없나. 아냐. 오늘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러 온 거야.” “으으읏!” 아니, 그러니까 방금 내 말의 어디에 그렇게 흥분할 요소가 있는 건데? 얘 진짜 어디 문제 있는 거 아냐? 그리고 저런 모습을 보고도 흥분되는 나도 나다. 진짜 얘랑 있으면 뭐가 이상해지는 기분이야. “하앗, 하앗…테, 텔레포트 마법진? 자기는 이방인이라 잘 모르는 모양인데, 텔레포트 마법진은 꽤나 엄중하게 다루는 물건이야.” “그거야 대충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비아네 가문의 대장장이에게 장비 정비 좀 맡기려고 하는데.” “과연. 그런 거라면…뭐….” “허락한 거지? 그럼 이만.” “자, 잠깐!” “뭐야?!” “당장 갈 필요는 없잖아. 일단 차라도 마시면서 얘기를….” “너랑 할 얘기 없다.” “흐읏! 에, 에이. 자기도 참. 그러지 말고.” 얼굴 상기시키고 허벅지끼리 비벼대면서 숨을 몰아쉬는 애랑 무슨 얘기를 하라는 거냐. 딱 봐도 잡아먹으려고 준비 중인데. “일 없다. 간다.” “실비아! 잡아!” 내가 무시하고 계속 가려고 하자, 결국 펠리시아가 실비아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가만히 우리 뒤에 있던 바넷사가 움직이려고 했지만, 나는 손을 들어서 바넷사를 제지했다. 굳이 네가 나설 필요 없어. 이미 오기 전에 확인했거든. 역시나 실비아는 미안한 표정만 지을 뿐, 움직이지 않았다. “시, 실비아? 뭐…아읏!” 펠리시아는 당황해서 외치려다가 다시 한 번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제야 나는 펠리시아가 중간중간 계속 신음소리를 냈던 이유를 깨달았다. 아, 그러고 보니 성자의 성수가 입에 걸린 상태였지. 여기 온 목적 중에 하나가 그걸 풀어주는 거였는데, 너무 경계하다보니까 까먹고 있었다. 하지만 성자의 성수가 저렇게 강했었나? 레벨도 더 낮을 때 건 거라서 저렇게까지 효과가 강하진 않을 텐데? 아무튼 나는 당황하는 펠리시아를 보면서 입을 열었다. “실비아. 쟤 좀 뒤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아봐. 할 말이 생각났네.” “…공주님. 죄송합니다.” “엣? 잠깐. 실비아? 뭐하는 거야?! 잠…흐읏!” 실비아는 펠리시아의 뒤로 돌아가서 몸을 구속했다. 그러자 바로 방에 있던 메이드들이 달려들었지만, 걔들은 바넷사가 나서서 가볍게 기절시켰다. 저 메이드들도 움직임을 봤을 때 보통 메이드는 아니었는데 말이지. 아마 공주의 호위와 메이드일을 겸하는 애들이었을 거다. 그런 애들을 저리도 간단히 제압하다니. 과연 우리의 슈퍼 집사. 든든하기 짝이 없다. 나는 실비아에게 뒤에서부터 구속당해 움직이지 못하게 된 펠리시아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다가갔다. 상대방이 움직이지 못한다고 해서 조금 여유가 생긴 나를 비겁하다 욕하지 마라. 애초에 저 이상야릇한 매혹 같은 걸 뿌리고 다니는 얘가 나쁜 거라고. “훗. 사랑은 우정보다 위대하다는 거지.” “서, 설마 실비아가 그렇게까지….” 펠리시아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공주님. 한동안 입이 민감해진 감상은 어떠셨는지?” “읏! 그래! 자기 책임져! 내가 이것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말만해도 흥분되고! 음식을 먹을 때도 흥분되고!” 움직이지 못하는 처지가 되자 펠리시아도 여유가 없어졌는지, 조금 반항적인 태도로 외쳤다. 어차피 얘는 상시 발정난 애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평소랑 그다지 차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단 고생을 하기는 한 모양이다. “왜 그래? 그냥 민감하게만 만들어준 거니까, 오히려 할 때 더 느끼고 좋지 않았어?” “으으으읏! 전혀 안 좋았어! 자기랑 하고 나서 다른 남자랑 하는데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게다가….” “응?” “괜히 갈 때 그런 말이나 해서…입으로 느낄 때마다 자기 생각만 나고….” 펠리시아는 분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그런 말도 하긴 했었다. 입으로 느낄 때마다 날 생각하라는 말. 그거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었는데 말이야. 입으로 느낄 때마다 날 자기 맘대로 하려고 한 죄를 참회하란 뜻이었는데, 펠리시아는 오히려 나랑 했던 기분 좋은 행위만 떠올린 모양이었다. “그, 그러냐.” 펠리시아의 반응에 나는 할 말이 없어져서 말을 더듬었다. 젠장. 분하지만 조금 귀엽다고 생각해버렸어. 역시 붙잡혀있어도 저 묘한 매혹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침착하자. “후우. 그래. 자기 생각만 계속 했어. 그러니까 자기야. 책임져줄래?” 펠리시아는 내 태도를 보고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다리를 벌리고 날 유혹했다. “이걸 풀어주려면, 어차피 날 안아야 되지 않아? 같이 기분 좋아지자.” 침착하자! 넘어가면 안 돼! 침착해! 나는 하반신에 피가 쏠리는 게 느껴졌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훗. 그게 또 꼭 그렇지만도 않단 말이지.” 나는 애써 여유있는 미소를 만들어보이고는 말했다. “실비아. 꽉 붙잡고 있어. 내가 말할 때까지 절대 놓지 마.” “네, 넷!” “자, 자기 뭘 할 셈이야?” “걱정 마. 네 바람대로, 기분 좋은 걸 해주려는 거니까.” 나는 펠리시아의 가슴과 음부에 각각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성자의 손길을 발동했다. “흐으으읏! 이, 이건…흐읏! 설마 고작 그 기간 동안, 하읏! 레벨이…?!” “정답. 성자를 너무 우습게 보지 말라고?” 사실 레벨만 따지고 보면 여전히 나보다 펠리시아의 레벨이 더 높다. 하지만 난 얼마 전에 매력을 엄청나게 올렸다는 말이지. 덕분에 이렇게, 굳이 섹스를 하지 않더라도 펠리시아에게 걸린 성자의 성수를 풀어줄 수 있다는 말씀. 이제 펠리시아가 절정에 달하기 전에 내가 유혹당하지만 않으면 된다. “자, 이런 걸 원했지? 제대로 느끼라고. 어때 기분 좋지?” “흐으으응! 흣! 잠깐! 제대로! 하읏! 나, 나랑! 흐읏!” 펠리시아는 쾌감을 느끼면서도 다리로 내 몸을 끌어안으려고 하면서 유혹을 해왔다. 우와. 얜 진짜다. 진짜 요물이야. “젠장! 자! 빨리! 빨리 느끼라고!” 다급해진 나는 펠리시아의 몸을 더 격렬히 애무했다. 이미 부풀어 오를 대로 부풀어 오른 유두를 사정없이 비틀고, 음부에 집어넣은 손가락 두 개도 음부 안쪽 여기저기를 휘저으면서 진동시켰다. “흐읏! 흐응! 흣! 으으응읏!” 그리고 마지막으로 음핵을 손바닥으로 덮고 문지르면서 지스팟 부분을 강하게 자극하자, 결국 펠리시아는 참지 못하고 분수를 뿜으면서 절정에 달했다. 훗. 이겼다. 난 해냈어. 해냈다고! 나는 펠리시아가 절정에 달하자마자 황급히 손가락을 빼내고 떨어지려고 하다가, 음부에 넣던 손가락에 하얀 액체가 묻어있는 걸 깨달았다. …이거 뭐야? 애액은 아닌데…으악! 그러고 보니 우리 왔을 때 얘 딴 남자랑! 나는 그 손가락을 곧바로 펠리시아의 입에 쑤셔넣었다. 왜 펠리시아의 입이냐고? 우리 실비아의 입에 다른 새끼 정액을 넣을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그냥 침대 시트에 문지르고 말자니 찝찝하고. “으읍!” “젠장! 빨아! 빨아서 깨끗하게 해!” “흐으으응!” 그러자 어째선지 펠리시아의 음부에서 다시 한 번 애액이 분출됐다. 뭐야? 왜 또 느끼는 건데? “음아…자, 자기이….” 그리고 펠리시아는 천천히 의식을 잃어갔다. 다만, 그런 와중에도 제대로 내 손가락에 혀를 휘감는 건 칭찬해줄만했다. 진짜 요물이라니까 이거. “실비아. 이제 됐어. 놔줘.” 아무튼 이걸로 펠리시아에게 걸었던 성자의 성수는 풀렸다. 이걸로 됐어. 이제는 텔레포트 마법진만 이용하면 끝이야. “실비아. 펠리시아가 일어나기 전에 얼른 가자.” “…아뇨. 그…텔레포트를 이용하려면 공주님의 허가가 있어야 합니다.” “…정말로?” “네.” 젠장. 펠리시아가 깨어나기 전에 잽싸게 텔레포트만 이용하고 탈출하려고 했던 내 계획이! …어쩔 수 없지. 일단 손이나 씻고 기다리자. 나는 방에 딸려있는 욕실에 가서 손을 최대한 깨끗하게 씻고는 방으로 돌아갔다. 바넷사는 여전히 문 앞에서 가만히 서있었고, 실비아는 조용히 펠리시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미안. 실비아. 얘랑은 친구라고 했지. 괜히 힘든 역할을 맡겨서 미안해.” “아뇨…. 애초에 공주님…펠리시아가 너무했습니다.” 실비아는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지만, 역시나 평소와는 다르게 조금 풀이 죽어있었다. “사죄의 의미로 포옹이라도 해줄까?” “아, 아뇨! 괜찮…히읏! 으아아…!” 역시 실비아는 이렇지 않으면. 풀죽은 건 안 어울린다고. 아아. 따뜻하고 말랑말랑한 게 품 안에서 바르르 떠는 건 왜 이리도 기분이 좋은 걸까. “으음….” 그때 펠리시아가 눈을 떴다. 빨리도 깨어나네. 맨날 해대는 만큼 이런 쪽으로 내성이라도 있는 걸까? 펠리시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나와 내 품에 안겨있는 실비아를 쳐다봤다. “…….” 뭐, 뭐야. 맨날 자기 자기 거리면서 시끄럽던 애가 갑자기 조용하니까 불안하잖아. “뭐야? 할 말이라도? 소원대로 기분 좋게 만들어줬잖아.” “후우. 응. 그러네. 역시 자기는 최고였어. 하지만 역시 조금 부족하네. 직접하고 싶지는 않아?” 펠리시아는 잠깐 한숨을 내쉬더니, 평소대로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조금 황홀한 눈빛을 보아, 아까 내 손으로 절정에 달한 덕분에 날 원하는 마음이 더 강해진 것처럼 보였다. “않아!” “어머. 유감. 그러면 왜 여기서 가만히 있었던 거야? 그냥 갔으면 됐잖아?” “네가 없으면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 없잖아.” “…아아. 그런 거였어. 좋아. 그럼. 잠깐만 기다려.” 역시 평소와는 조금 다른 건지도 모른다. 펠리시아는 의외로 유혹을 그만 두고는, 기절한 메이드들을 깨워서 방에 딸려있는 욕실로 향했다. 절대로 이대로 물러설 애가 아닌데…. 대체 무슨 꿍꿍이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기습 연참! 319==================== 역습의 구원 “구, 구원님. 펠리시아 앞에서는, 그….” 펠리시아가 욕실로 사라지고 난 후에, 품에 안겨있던 실비아가 바들바들 떨면서도 내게 말했다. 응? 아아. 과연. 혹시 펠리시아가 일어나자마자 빤히 봤던 건 내가 아니라 내 품에 있는 실비아였나. 어쩔 수 없나. 펠리시아 앞에서 계속 이러고 있으면 실비아도 싫어할 테니까. 놀 땐 놀더라도 상황은 봐가면서 놀아야지. 나는 일단 품에서 실비아를 해방시켜줬다. 실비아는 벗어나자마자 헉헉하고 숨을 몰아쉬면서 침대에 주저앉았다. 품에 뭔가 없으니까 조금 쓸쓸하다. “바넷사.” “네.” “품에 아무것도 없어서 쓸쓸한데. 바넷…으읍.” 갑자기 바넷사가 내 얼굴에 손을 뻗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걸 틀어막았다. 펠리시아를 기다리는 동안 가만히 있으면 심심하니까 장난이나 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힘으로 막아버리니까 묘한 오기가 생겼다. “끄으으윽! 끄으으으윽!” 안간힘을 써서 안면을 밀어붙였지만, 바넷사의 팔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한발자국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후우. 괜찮은 완력을 소유하고 있군. 뭐, 그냥 장난이라서 내가 전력을 다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러십니까.” “농담인줄 아나본데, 정말이라고? 내가 진심이 되면 얼마든지 네게 다가갈 수 있었어.” “그러십니까.” “얘가 안 믿네? 진짜라니까? 정…읍!”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슬쩍 바넷사한테 다가가자, 바넷사가 다시 한 번 내 안면에 손을 뻗어 틀어막았다. 훗. 바넷사야. 이렇게 틀어막는다고 능사가 아니란다. 물론 네가 여성치고는 키가 매우 크지. 하지만 나는 남자 중에서도 키가 큰 편이란다. 리치 싸움으로 질 리가 없잖아? 나는 안면이 틀어 막혀진 채로, 바넷사에게 손을 뻗었다. 난 분명 바넷사에게 다가갈 수 있다고 했지, 힘으로 이긴다고 한 적은 없거든. 내가 뻗은 손은 곧이어 바넷산의 말랑말랑한…손바닥에 닿았다. “제, 제법 가드가 튼튼하군.” “감사합니다.” 하지만 이걸로 바넷사의 양손을 완전히 봉했다. 그리고 내 손은 아직 하나 더 남아있다고! 나는 나머지 손을 뻗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바넷사의 손에 틀어 막혔다. 아까 내 손을 잡았던 그 손으로. 바넷사야. 아무리 너라고 해도, 한 손으로 내 양손의 힘을 이길 수 있을 리가…! “끄으으으으으응!” 있네. 아니, 집사 힘이 대체 뭐 이렇게 센 건데? 사기 아냐? 하지만 예상외의 사태에도 나는 여유를 잃지 않았다. “훗. 걸려들었군. 바넷사. 지금 내 양손을 모두 잡고 있겠다?” “그렇습니다만?” “받아라! 그리고 쾌감에 떨어라! 내 최강의 스킬! 필살! 성자의 손길!” “읏!” 그러자 바넷사가 황급히 내 양손을 붙잡고 있던 손을 뗐다. 안면을 틀어막고 있는 손은 그대로지만, 이걸로 됐어! 나는 자유로워진 손을 곧장 뻗었다. 그러자 드디어 물컹물컹한 바넷사의 가슴이 만져졌다. 이걸로 바넷사가 당황을 하면 곧장 다가갈 수…! “디아나님께 말하겠습니다.” 하지만 바넷사는 당황하지 않았다. 여전히 내 안면을 틀어막은 채로, 바넷사는 덤덤하게 말했다. “…저기. 기다리다보니 심심해서 장난 좀 친 건데. 봐주시면 안 될까요?” “일단 손부터 떼고 말씀하시죠.” “핫! 죄송합니다. 너무 좋은 감촉이어서 그만. 정말 훌륭한 가슴을 가지고 계시네요.” “…….” 나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면서 사과했지만, 바넷사는 무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 처음에는 그냥 기습적으로 끌어안아서 놀라는 모습이나 조금 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어쩌다가 이런 일이. 심지어 바넷사에게 다가가는 것조차 실패해서, 묘한 패배감만 맛보고 바넷사의 눈치까지 봐야하는 상황이 됐다. “실비아야.” “네, 넷?” “역시 여기서 날 치유해줄 수 있는 건 너밖에 없다.” “으아아아!” “펠리시아가 나오면 놔줄 테니까 잠깐 이러고 있자.” 나는 결국 실비아를 끌어안고 힐링 타임이나 가지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실비아가 슬슬 한계에 달해서 행복사를 하기 직전까지 몰렸을 즈음에, 욕실에서 펠리시아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후아앗! 후아! 흐앗!” 내가 실비아를 놔주자마자, 실비아는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로 힘겹게 방구석으로 달아나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야. 네가 도망가면 어떡하냐. 펠리시아의 마수에서 날 지켜줘야지. 뭐, 바넷사가 있으니까 상관없지만 말이야. “흐으음…실비아가 저렇게까지….” 그리고 펠리시아는 그런 실비아를 보면서 다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얘. 실비아.” “네, 넷…?” 아까 펠리시아의 몸을 구속한 게 미안했던 건지, 실비아는 살짝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했다. “지금은 반말해도 괜찮아. 친구로서 대화하고 싶은 거니까. 혹시 말이야. 내가 구원한테 들이대는 거 싫었어? 내 남자한테 손대지 말라는 느낌이었어?” “내, 내, 내 남자라니 그런 황송한! 그런 거 아니야! 그냥 구원님이 싫어하시니까…!” “그럼 질투심 같은 건 별로 없었던 거야?” “애초에 내가 그런 걸 느낄만한 위치도 아니고.” “그렇구나. 다행이다. 아무리 나라도 실비아한테까지 미움 받기는 싫으니까.” “미워하지 않아.” “응. 고마워.” 그런가. 갑자기 펠리시아가 유혹을 안 했던 건, 실비아를 생각해서였나. 친구가 날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고, 펠리시아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모양이다. 펠리시아는 정말로 안도했다는 듯이, 지금까지 본 것중 가장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뿐이었고, 펠리시아는 다시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다가왔다. “그럼 이걸로 맘 놓고 유혹해도 되겠네.” “아니 안 되지 이것아!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옷이나 입어?” “어머? 왜? 흥분돼? 흥분되면 나한테 풀어도….” 펠리시아가 내게 몸을 기대어 은근슬쩍 가슴을 밀착시켜오면서, 바지 위로 내 물건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강렬하게 펠리시아를 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해! 나는 황급히 펠리시아에게서 멀어졌다. 젠장. 저놈의 망할 매혹. “놀고 있네! 그럼 그러고 텔레포트 마법진까지 가던가! 이 변태녀야!” “흐으응! 자기도 참…정말매정하다니까….” …지금 이 녀석 신음소리 낸 거지? 아니 대체 왜?! 이제 성자의 성수도 풀어줬잖아?! 대체 어디에 신음소리를 낼 요소가 있었는데?! “하아…. 알았어. 일단 갈까.” 펠리시아는 하는 수 없다는 듯이, 메이드들이 준비한 옷을 걸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왜 그렇게 당당한 거야! 아니, 분명 자신감 가질만한 몸매이긴 하지만, 너무 당당하잖아? 심지어 펠리시아는 옷을 입으면서도 윙크를 하거나 슬쩍 아슬아슬한 부분을 보여주는 등 유혹을 계속해댔다. 이게 만약 다른 애였으면 나도 당당하게 몸매 감상이나 했겠지만, 펠리시아가 상대다보니 경계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뭐, 그래도 눈을 떼지 않고 몸매 감상을 하긴 했지만 말이야. 어쩔 수 없잖아. 남자의 본능 같은 거라고. “그럼 가자, 자기. 여기야.” 옷을 갈아입은 펠리시아는, 내가 덮쳐주지 않아서 아쉽다는 듯 조금 입술을 삐죽이면서도 앞장서서 걸어 나갔다. 텔레포트 마법진은 정말로 엄중히 관리되고 있는지, 갑옷을 빼입은 병사들이 주변을 철통같이 통제하고 있었다. 그 철통같은 보안을 모두 뚫고 들어간 방에는 던전에서나 보던 빛의 기둥이 있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방 안에 들어서자, 실비아가 빛의 기둥 앞에 있는 수정구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실비아 바벳이다. 어머니와 얘기가 하고 싶다.” 공주와 대화할 때도 조금 느꼈던 거지만, 실비아는 정말로 상대가 나만 아니면 말투가 덤덤하네. 바넷사처럼 무뚝뚝한 느낌은 아니고, 뭔가 멍한 느낌이다. 아니. 그보다 잠깐. 지금 어머님이라고? “실비아니?” “네. 어머니.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으헉! 수정구에 실비아와 닮은 미인이 비치는 걸 보고, 나는 황급히 방구석으로 자리를 피했다. “어머? 자기, 갑자기 왜 그래?” “아, 아무것도 아냐!” 나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엄청나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야 그렇잖아! 대체 실비아 부모님 얼굴을 어떻게 보라고! 실비아가 나한테 올 때, 가문에 연락하여서 그 성노예 같은 조건을 허락받았다고 했다. 즉, 지금 실비아의 가문 사람들에게 내 인상은 최악일 거란 말이다. 물론 내가 실비아를 성노예 취급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잘 대해주고 있다고도 볼 수 없다. 지금 실비아의 위치는 애매하기 짝이 없으니까. 같은 클랜원으로 받았다고는 하지만, 내가 내킬 때마다 안고 있는 거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실비아의 마음을 완전히 받아준 것도 아니다. 실비아의 마음을 뻔히 알면서 말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나 좋을 대로 실비아를 다루고 있다는 자각이 있기 때문에, 나는 도저히 실비아의 부모님을 뵐 면목이 없었다. 오랜만에 연락을 하게 돼서인지 실비아는 용건인 장비 강화 얘기 말고도 이런저런 얘기를 어머님과 나눴다. 나는 그동안 최대한 수정구에서 멀리 떨어진 구석으로 피해있었고 말이다. 이거 평소랑 입장이 반대가 됐잖아. “실비아. 지금 그 사람과 같이 있어서 행복하니?” “네. 무척.” “그래. 그럼 됐단다. 잘 지내렴.” 제, 젠장! 마음이! 마음이 쑤신다! 실비아야! 넌 대체 왜 그렇게 착한 거냐! 모녀는 마지막에 그런 얘기를 나누고, 서로 작별인사를 나눈 후에 통신 마법을 중단했다. “그럼 구원님. 이제 저기 마법진에 강화할 물품들과 재료를 놔주시면 됩니다.” “직접 가는 게 아니구나.” “네. 어차피 여기서 저희 영지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게다가 매번 다시 검사를 받아야 하니 절차가 복잡합니다. 그냥 물건만 보내는 게 마음이 편하죠.” 과연. 그만큼 보안이 철저히 되어있는 건가. 나는 디아나에게 받아온 아공간 가방을 몇 개 꺼내서, 거기에 갑옷과 재료들을 넣고 마법진 위에 올려놨다. 그러자 실비아가 패널같은 것을 조작해서 마법진을 발동시켰다. “이걸로 끝?” “네.” “받을 때는 어떻게 해?” “아마 강화가 완료되면 저희 집안에서 보내주실 겁니다. 그럼 다시 와서 받아가면….” “젠장. 여길 또 와야 되는 건가.” “어머. 실례네. 모처럼 이용하게 해줬는데.” “아, 그러네. 미안.” “후훗. 미안하면…알지, 자기야?” “몰라 이것아! 바넷사! 마차를 준비해줘! 당장 나가게!” “네.” 철통 경비를 다시 빠져나가자마자, 나는 바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바넷사가 마차를 준비하러 나가자, 기회는 이때라는 듯이 펠리시아가 나에게 달라붙어왔다. “정말로? 정말로 이대로 가게? 이렇게 좋은 여자를 안을 수 있는 기회를 놔두고?” “집에 더 좋은 여자가 기다리고 있어서.” “왜 그렇게 거부하는 거야? 남자라면 좋은 여자를 더 안고 싶은 거 아냐? 특히 자기는 능력이 있잖아?” “난 내 여자만 안는 순수한 남자라.” “피이. 거짓말.” “거짓말이라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그럼 실비아는?” “…뭐?” “아까 실비아는 자기가 질투심을 느낄만한 위치가 아니라고 했어. 게다가 통신 마법을 사용할 때 보여줬던 자기의 태도. 자기는 실비아를 디아나님과 동등한 취급, 즉 자기 여자로 취급하고 있지는 않는다는 거지?” 그때까지 계속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던 펠리시아가 갑자기 표정을 진지하게 바꾸면서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왔다. “그, 그건….” “그러면서 실비아는 안은 거지? 그게 어딜 봐서 자기 여자만 안는 거야?” “아니, 하지만….” “그럼 나도 안아줘도 되잖아. 자기 여자로 삼아달라는 게 아냐. 그냥 서로 잠시 동안의 쾌락을 즐기자는 거지. 내가 실비아랑 다른 게 뭔데?” 펠리시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내 팔에 매달려서 그렇게 얘기했다. 얘, 얘가 갑자기 안 어울리게 왜 이래. 내가 대답을 못하고 있자, 펠리시아는 다시 평소처럼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다를 거 없지? 그러니까 심각하게 생각할 거 없어. 실비아처럼 나하고도….” 그럼 그렇지. 사람 마음 흔들려고 연기한 거였나. 진짜 요물이 따로 없다니까. 나는 마음을 다잡고, 펠리시아와 실비아의 결정적인 차이를 말해줬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20==================== 역습의 구원 “아니. 너랑 실비아는 달라.” “어떤 점이?” “일단 실비아는 날 좋아해. 이게 가장 큰 차이점이지. 난 몸뿐인 관계는 싫거든.” 예전에 철없던 시절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말이지. “어머. 나도 자기를 좋아하는 걸?” “그런 게 아니라고. 너랑은 달라. 잘 봐. 실비아. 날 어떻게 생각해.” “으엣?! 그, 그게…조, 조…아우….” 실비아는 다른 사람 앞에서까지, 특히 친구 앞에서 말하기 부끄럽다는 듯이 제대로 대답을 못했다. 하지만 이거면 충분했다. “봤냐?” “자기, 저 펠리시아도 당신을 사모하고 있습니다. 처음 안긴 그 순간부터 쭉.” 내가 당당하게 펠리시아에게 말하자, 펠리시아가 갑자기 청순한 분위기를 연기하면서 말했다. “장난 아니거든?!” “어머. 나도 장난 아닌걸.” “애초에 날 좋아한다는 애가 아무하고나 자냐? 너 방금 내가 오기 전에도 다른 놈이랑 하고 있었잖아?!” “그거야 자기가 안아주지 않으니까 적적한 몸을 달랜 거지. 감정 같은 건 없는걸. 그리고 실비아도 따지고 보면 쾌감 때문에 자기한테….” “그래도 실비아는 나하고만 자. 난 소유욕이 엄청 강해서 말이야. 내가 안은 여자가 다른 놈한테 안기는 걸 무척 싫어하거든.” “무슨 소리야. 실비아도 자기를 만나기 전에는….” “난 여자의 과거까지 집착할 정도로 속 좁은 놈이 아냐. 문제는 현재지. 실비아는 내가 싫어한다는 걸 안 이후로는 이제 나 말고 다른 남자와는 절대 자지 않아. 그게 너와 실비아의 결정적인 차이지.” “나도 지금 알았는걸. 그럼 나도 지금부터….” “네가 섹스를 안 한다고? 그게 가능할 리가 있냐?” “피이. 하지만 자긴 실비아를 디아나님처럼 자기 여자로 인정하는 건 아니라면서? 그러면서 다른 남자와 섹스를 금지하는 건….” 펠리시아도 함부로 섹스를 끊겠다고 하긴 힘들었는지, 뾰루퉁한 표정으로 말을 돌리려고 했다. “그래. 나 원래 쓰레기야. 그리고 넌 그런 쓰레기하고 한 번 자보려는 색녀고.” “으읏!” 그러자 펠리시아가 다시 몸을 떨었다. …응? 또? 저거 분명 느낀 얼굴이지? 아까도 그렇고 대체 왜…. 하지만 내가 생각을 더 이어가기 전에, 펠리시아가 먼저 입을 열어서 집중을 방해했다. “그, 그러면….” “응?” “정말로 내가 이제부터 자기하고만 잔다고 하면? 그럼 안아줄 거야?” 펠리시아는 내 도발에 넘어간 건지, 아까 하려다 말았던 말을 다시 했다. “풉. 네가?” “어머? 무시하네? 이래 봬도 나, 자제력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야.”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평소엔 자제를 안 하고 있는 것뿐인걸.” 뭐야 그거. 난 공부를 안 해서 못하는 것뿐이지, 맘먹고 하면 잘한다는 그런 심리인 거냐? “그래서, 어때? 자기가 안아준다고 하면 나 이제부터 다른 남자랑은 안 잘게. 어차피 자기만큼 기분 좋게 해주는 남자도 없는걸.” 얘 진짜 이상할 정도로 들이대네. 다른 남자랑 안 자? 내가 만약 널 안는다고 하더라도 몇 번이나 안을 거라고…아, 설마…. “야. 너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응?” “나 실비아 맨날 안는 거 아니다. 오히려 엄청 드물게 안아. 일이주일 정도는 그냥 넘어갈 정도로. 그리고 넌 나랑 같이 다니는 게 아닌만큼, 실비아보다도 더 기간이 길어지겠지. 네가 그걸 참을 수 있다고?” “그럼. 난 한다면 할 수 있는 여자야.” 펠리시아는 내가 넘어왔다고 생각한 건지, 입 꼬리를 씨익 올리면서 대답했다. 하지만 나도 괜히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거든. “못 믿겠는 걸….” “에이. 자기야. 그러지 말고. 속는 셈치고 한 번 믿어봐.” “좋아. 그럼 다음에 내 얼굴 볼 때까지 다른 남자랑 하지 않고 있어봐. 그럼 널 안는 것도 생각해보지.” “정말? 정말이지?” “그래. 정말이야.” “좋아. 약속한 거야?” “그럼. 난 약속은 지키는 남자야.”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훗. 이걸로 완전히 펠리시아를 떼어놓을 수 있게 됐다. 물론 펠리시아를 안을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펠리시아가 저렇게 쉽게 다른 남자와 안자겠다고 하는 건 아마 두 가지 이유가 있었을 거다. 일단 이른 시일내에 다시 내 얼굴을 볼 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장비를 찾으려면 다시 와야 하니까. 하지만 난 장비를 찾을 때도 올 생각이 전혀 없었다. 힘센 바넷사한테 시켜서 찾아오도록 하면 되지 뭐. 그리고 만약 참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날 속일 수 있다고도 생각했을 거다. 다른 남자와 자고도 안 잤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난 애널라이즈로 다른 사람 레벨을 볼 수 있거든. 나에게서 다른 놈과 잤다는 걸 숨기는 건 불가능하다. 만약 진짜로 펠리시아가 다른 남자하고 안자면 어떻게 하냐고? 에이 설마. 저 펠리시아가? 남자하고 안 자? 말이 되는 소리를. 심지어 언제 다시 볼지도 모르는데? 앞으로 평생 안 볼 수도 있는 거다. 그런데도 만약 정말로 다른 남자와 안 잤다면, 펠리시아를 안는 것도 생각해 볼 거다. 생각만 말이다. “어디 한 번 잘 참아보라고.” 속으로는 전혀 믿지 않으면서, 나는 펠리시아에게 미소 지었다. “후훗. 두고 봐. 자기. 난 한다면 한다고.” 약속을 했기 때문인지, 펠리시아는 이번에는 쉽게 날 놔줬다. “그럼 잘 가. 자기. 이번에 자기한테 못 안긴 건 아쉽지만, 약속도 했으니까 이걸로 만족해야지. 그동안엔 자기 손길이라도 되새기면서 참을 게. 다음에 봐.” 그렇게 우리는 서로 웃으면서 헤어질 수 있었다. “…저 구원님.” 마차에 타자, 실비아가 뭔가 주저하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응?” “펠리시아는 정말로 한다면 합니다.” 야, 야. 갑자기 무섭게 왜 그러냐. “하물며 고작 며칠 참는 정도로는….” 휴. 그럼 그렇지. 역시 실비아도 장비를 찾을 때 내가 직접 올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며칠이라니. 나 장비 찾을 때 직접 올 생각 없는데.” “네, 넷? 그럼 다음에 얼굴 볼 때라는 건….” “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지.” “…….” 실비아는 친구가 불쌍하게 생각됐는지, 아연한 얼굴로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보다 실비아.” “넷?” “아까 펠리시아한테는 뭐라고 할 말이 생각 안 나서 그렇게 말했지만, 난 널 내 여자로 생각 안하는 게 아니니까.” “으엣?! 엣?!” “물론 디아나나 다른 애들처럼 대해주지 못하는 건 미안해. 그래도 나는 너도 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어.” “으아…아우으으. 네, 네헤에….” 내가 실비아를 옆구리에 끌어안으면서 말하자, 조금 심각해보였던 실비아의 얼굴이 헤실헤실 풀어졌다. 딱히 펠리시아의 일을 얼버무리려는 게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이지. 실비아가 괜히 그걸로 마음 고생하면 안 되잖아. 안 그래도 실비아의 지금 취급에 미안한데 말이야. “돌아왔는가.” “별 일 없었지?” 저택에 돌아오자, 다들 우리가 돌아오는 걸 기다렸다는 듯이 모여 있었다. 뭐, 펠리시아는 이미 전과가 있으니까 어쩔 수 없는 반응이지만. “구원씨. 여기에요.” 레이아는 내 팔을 끌어안더니, 내 품에 코를 박았다. 하아. 역시 천사님은 치유된다. 날 그렇게 보고 싶으셨던 걸까? “다른 여성분의 흥분한 냄새….” 하지만 레이아는 킁킁하고 냄새를 맡더니, 갑자기 그런 소리를 중얼거렸다. “레, 레이아?! 아니야! 아니니까! 잠깐 기다려! 설명할 수 있어! 실비아도 바넷사도 나랑 붙어있었다고! 별 일 없었다니까! 그렇지 바넷사?!” “네. 펠리시아 공주님도 구원님의 스킬에 걸려있었던 모양으로, 구원님은 그걸 풀어주기 위해서 손으로 펠리시아 공주님을 느끼게 만들었을 뿐이었습니다. 그 외의 공주님의 유혹은 전부 피했습니다.” “구원! 무슨 생각으로 공주님한테 스킬을…! 한참 안 만났잖아?! 공주님 이상해진 거 아냐?” “아냐. 그냥 고생 좀 해보라고 성자의 성수만 발라주고 온 거야. 민감해지기만 한 거였으니까 별 문제 없었어.” 사실 스킬 쓴 것도 숨기려고 실비아만 데리고 간 거였는데, 처음부터 완전히 들켜버렸다. 수인족의 코라는 게 진짜 굉장하구나. 하지만 다행이도 우리의 수퍼 집사 바넷사는 엄청난 신뢰를 받고 있어서, 바넷사가 보증해주자 내게 보내지던 의혹의 눈길도 금방 풀렸다. “다행이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구원씨.” 레이아는 내 품에 안겨서 몸을 문지르면서 말했다. 가슴이 비벼져서 행복하기 그지없지만, 아까 전 일 때문에 왠지 동물 생각이 났다. 고양이들이 자기 냄새 묻힐 때 이런 행동하지 않던가? 혹시 천사님도 내 몸에 남아있는 펠리시아 냄새를 없애려고…아냐. 우리 천사님이 그렇게까지 하실 리 없어. 아무튼 나야말로 깜짝 놀랐다. 앞으로 우리 천사님 속일 생각은 절대 안 해야지. “그런가. 그럼 그밖에 별 일은 없었던 겐가?” “네. 제 구원님께서 심심하시다면서 가슴을 주무르신 걸 제외하고는 딱히.” “잠깐! 바넷사! 그걸 그렇게 말하냐?!” “디아나님께 말하겠다고 얘기한 걸로 기억합니다만.” 그래서 바로 사과했잖아! “자네. 이 몸이 전에 말했던 것 같은데. 기억하고 있나? 바넷사의 몸에 다시 한 번 손을 대면 어떻게 한다고 했는지 말일세. 그것도 뭐? 심심해서 주물렀다고 했는가?” “잠깐! 바넷사의 말에는 어폐가 있어! 그러면 완전히 내가 쓰레기 같잖아! 처음엔 그냥 장난칠 생각으로 다가간 거였는데, 워낙 가드가 단단하니까 조금 오기가 생겨서 어떻게든 놀라게 해보려고…!” 바넷사 저거 나 엿 먹이려고 일부러 오해 생기게 그렇게 말 한 거야! 저 치사한 녀석! 장난 좀 치려고 했다고 해서! 나는 변명하면서 바넷사를 노려봤지만, 바넷사는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으로 가만히 서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가슴을 탐닉했다는 말인가. 저 가슴을 말일세. 하긴 바넷사도 꽤나 훌륭한 가슴을 가지고 있지 이해하네. 그래서. 변명은 그게 끝인가?” “자, 잠깐. 디아나. 넌 지금 가슴에 대한 분노로 눈이 돌아가서 냉정한 판단을 못 내리고 있는 거야!” “무슨 소린가? 이 몸은 지극히 냉정하네만? 애초에 이 몸이 왜 가슴에 분노해야 하나? 이 몸도 성장만하면 말일세!” “그건 성장했을 때 얘기고 지금은….” “…지금은 뭔가?” “아, 아뇨. 성장하면 아름답고 성숙하지만 지금은 귀엽고 깜찍하다고요.” “후훗. 자네 제법 재치가 있구먼.” “하핫. 내가 좀 그렇지?” “음. 그 재치를 발휘해서 이제 다신 못 만날 아들에게도 한 마디 하는 게 어떻겠나?” “진정해 디아나! 얜 그냥 내 아들이 아냐! 우리의 아들이라고! 사라! 레이아! 디아나 좀 말려줘!” “설마 난 화 안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후훗. 다들 너무 그러지 마세요. 구원씨가 평소처럼 조금 장난이 과하셔서….” “뭔가 그 태도는! 자신감인가! 자네는 이길 수 없을 거라는 자신감인가?!” 다행히 우리 천사님은 날 커버해주려고 했지만, 오히려 그게 디아나의 분노에 불길을 끼얹는 꼴이 되어버렸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디아나!” “뭔, 힛!” 나는 디아나의 가슴을 주물 거렸다. “잠, 흐읏! 이런 곳에서!” “나는 디아나의 가슴도 좋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이 가슴도 사랑스런 내 여자의 가슴이라고! 자부심을 가져!” “아, 하읏! 알겠으니까! 히읏! 알겠으니까 떼게!” 내가 필사적으로 가슴을 주물 거리자, 디아나의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그리고 그 입에서는 달콤한 목소리만이 나오게 됐다. 그걸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디아나의 몸에서 손을 뗐다. 이걸로 위기를 넘긴 건가? “자네는! 바보인가! 이, 이런 곳에서! 이런 곳에서 이 몸을…!” 손이 떨어지자마자, 디아나는 나를 토닥토닥 때렸다. 다행이다. 살았어. 아직도 화내고 있는데 뭐가 다행이냐고? 아까랑 화내는 이유가 다르잖아. 적어도 아들의 위기는 넘겼어. 다른 이유로 화나게 만들어서 원래 화났던 이유는 잊어버리게 만든다. 역시 난 천재야…! 디아나에게 토닥토닥 공격을 당하면서도, 나는 저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하필 그걸 또 사라가 본 모양이다. “당신 이제 맞으면서 좋아하는 취미까지….” “어? 아, 아냐!” “미안…내가 평소에 너무 때린 거야…?” “아, 아냐! 그런 표정 짓지 마! 사과하지 마!” 때린 걸 사과하는 건 좋은데, 왜 이런 타이밍에 그런 오해를 하면서 뉘우치는 거야?! 아니니까! 난 맞으면서 좋아하는 변태가 아냐! 오해하지 마! “미안…이제 앞으로는 안 때…응? 이제 그런 취미가 생겼으니까 오히려 때려야 하나?” “그러니까 아니라고!” 사라 쟤가 무서운 소릴 하고 있어! 결국 나는 사라의 오해를 푸는데도 한참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21==================== 역습의 구원 “지쳤다. 왠지 성에 다녀온 것보다 돌아와서 더 진이 빠진 기분이야.” 밤이 되어서, 나는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우면서 말했다. “후훗. 고생하셨어요.” 그러자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레이아가 내 곁에 살며시 앉아서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정말 고생했지. 그러니까 레이아가 달래줘!” “어머, 구원씨도 참. 오늘따라 어리광쟁이시네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얼굴을 가슴으로 꼭 안아줬다. 역시 내 마음의 오아시스는 여기야. 좋아. 오늘은 이대로 레이아가…아, 그러고 보니. “레이아. 궁금한 게 있는데. 질문 하나 해도 돼?” “네? 질문이요? 어떤 질문이신가요?” “어제 요한이 도와달라고 했을 때, 그런 거라면 신전에 가라고 했었잖아. 그거 무슨 뜻이었어?” 이런저런 일이 있었다보니까 이걸 물어보는 걸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앗, 그, 그건….” 레이아는 정말 드물게도 내 대답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조금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나는 내가 생각한 게 맞는 것 같다고 확신을 가지게 됐다. “예전에 내가 신전에서 길을 잃었을 때 갔던 교육장이란 곳과 관계가 있는 거지?” “그건…네….” “정확히는 뭘 하는 거야?” “그게…신전에서는 여신님의 가르침에 따라 올바른 성생활을 하실 수 있도록 아직 미숙한 분들을, 정확히는 레벨 10 이하의 분들을 지도해드리고 있어요.” “전에 보니까 남자만 하는 것 같던데?” 내가 그냥 못 보고 지나친 것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교육장이란 곳에서 길을 잃었을 때 여자를 본 기억은 없었다. “보통은 남성분들이 대상이 되죠. 여성분들도 가끔 오시는 경우가 있지만, 여성분들은 처음 몇 번만 지도해드리면 그 이후로는 오실 일이 없으니까요.” 확실히. 이 세계가 남자한테 각박한 세계이기는 하지. 섹스가 레벨 업 수단이라고 들었을 때부터 이미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이 세계를 알면 알수록 정말로 남자한테 혹독한 세계였다. 생각해봐라. 상대를 느끼게 해야지 레벨 업을 하는 거다. 그런데 만약 처녀 동정끼리 성행위를 하면? 남자는 무조건 싸지만 여자는 웬만해선 절대 느끼지 못한다. 처음부터 일단 차이가 벌어지고 시작한다니. 게다가 그 후 둘이 또 다시 관계를 맺으면? 1레벨 대 2레벨이다. 이제 막 동정 딱지를 뗀 놈이, 고작 1레벨이라고 하더라도 자기보다 레벨 높은 상대를 느끼게 만들라고?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뭐 대부분은 불가능하다고 봐야겠지. 그렇다고 자기랑 레벨이 같은 처녀를 또 꼬드겨? 차라리 경험 있는 2레벨 여자를 느끼게 만들고 말지, 처녀를 느끼게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즉, 정말 재능 있는 소수의 남자를 제외하면 남자는 순수하게 섹스만으로 레벨 업 하는 게 거의 불가능한 구조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신전에서 구제하는 차원에서 강의를 해준다는 걸 거다. 아마 이 세계의 성인 남성 평균 레벨이 10대 초반이나마 될 수 있었던 것도 다 신전의 그런 교육의 덕분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문제는 어떤 식으로 강의를 하냐는 거지만. 뭐, 대충 짐작은 간다. 말하기 곤란해 하는 레이아, 신전에서 봤던 남자들의 흥분한 얼굴.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장이란 곳은 침대 하나가 겨우 놓여있는 크기의 작은 방이 빼곡히 들어선 곳이었다. 성직자들은 행위를 남에게 보여주는 걸 금기시한다.. 뭐, 여기까지 생각하면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나는 굳이 레이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떤 식으로 강의를 해주는 건데?” “그, 그게…실전으로….” “…역시나.” “앗! 그래도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전 안 했어요!” “응. 알아.” 애초에 레이아 나랑 할 때 처녀였으니까. 응? 잠깐. 하지만 레이아는 분명 처음 만났을 때부터 레벨이 10대 후반은 됐던 걸로 기억하는데? 처녀인데 레벨이 그렇게 올랐다고? 물론 레이아는 신전에서 매일 성직자로서 생활했을 테니 직업 레벨을 올리는 행위로 레벨이 어느 정도 올랐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그것만으로 레벨은 10대 후반까지 올렸다고? 아무리 그래도 이상하잖아? 그렇게 올릴 수 있으면 일반 남성들도 레벨이 10대 후반은 됐을 거다. 내가 본 일반 남성들 나이가 20대만 있었던 게 아니니까. 3, 40대 이상의 남자들도 고작해야 10대 초반의 레벨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레이아는 어떻게…. “정말이에요. 원래 교육장의 지도는 레벨이 낮은 자원자들이 맡는 일이고….” 내가 가만히 레이아를 바라보면서 생각에 빠지자, 레이아는 의심받고 있다고 생각한 건지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자원? 레이아 성격이라면 분명 자원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밝힌다는 의미가 아니라, 순수하게 남을 도와주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니까 말이다. 지금도 자기 몫의 돈은 고아원과 빈민가 사람들을 위해서 쓰는 모양이고. “그, 그게…네…자원은…. 하, 하지만! 정말로 안 했어요. 교육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이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끝나버리시는 걸 막기 위해 레벨이 낮은 성직자가 담당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험이 없는 사람이 교육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투입되기에 앞서서 일단 먼저 저희부터 교육을 받게 되요. 어떤 식으로 교육을 하면 되는지 전반적인 강의를 듣고, 마지막엔 실전으로 점검도…그리고 전 그때….” 구미호가 됐다는 건가. 아무튼 이걸로 수수께끼는 모두…아니, 거의 다 풀렸다. 이상하게 성직자들 중에는 레벨이 낮은 사람이 거의 없더라니.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실전 교육이라니. 여신님의 가르침으로도 일단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게 제일인 거지?” “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끼리 행복한 성행위를 가질 수 있도록 저희가 보조하는 거죠. 저희가 교육받으러 오신 분과 하는 건…그냥 성직자로서 맡은 바 사명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아무튼 레이아는 안 해서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내가 너무 이기적인가?” 레이아가 못하게 된 이유가 구미호가 됐기 때문이란 걸 생각해보면, 대놓고 좋아하긴 힘들다. 하지만 난 속으로나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뇨.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기뻐요. 사랑받는 기분인 걸요.” 내 이기적인 말에도, 레이아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기뻐해줬다. 아직 레이아의 레벨이 왜 처음부터 높았던 건지 의문은 남아있었지만, 뭐 일단 이걸로 안심하자. 나는 나도 모르게 조금 무겁게 만들었던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하여 일부러 농담을 던졌다. “이런 걸로 사랑받는 기분이라니. 평소에는 그런 기분이 잘 안 든다고 돌려 말하는 거 아니지?” “어머. 그렇게 생각하신 거라면, 구원씨도 짐작가시는 바가 있으신 모양이죠?” 내 의도를 알아챘는지, 레이아도 평소라면 하지 않은 말을 웃음기 섞인 말투로 말했다. “뭐라고?! 내가 평소에도 레이아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데!” “꺄악!” 나는 그렇게 외치면서 레이아의 위를 덮쳤다. 레이아는 웃는 얼굴을 감출 생각도 없이 일부러 그러는 게 티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순순히 침대 위에 누웠다. 레이아의 몸이 침대에 가라앉자, 동시에 레이아의 몸을 감싸고 있던 수건이 양옆으로 쫙 펼쳐지면서 레이아의 황홀한 몸매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아.” “네. 구원씨.” 우리는 누가 먼저랄 거 없이 서로에게 입을 맞췄다. “그러고 보니 그 교육이란 거 말이야.” 한동안 입을 맞대고 혀가 서로의 입안을 이리저리 오가면서 탐닉한 후에, 나는 입을 떼고 레이아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네?” 그 얘기는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얘기를 꺼내자 왜 그러나 싶었는지, 레이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투입되기에 앞서서 일단 어떤 식으로 교육을 하면 되는지 전반적인 강의를 듣고, 마지막엔 실전으로 점검한다고 했잖아. 레이아가 막힌 건 실전 점검 부분이었지?” “네….” 레이아는 구미호로 변해 한 남자를 죽인 사건이 떠올랐는지 조금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이런. 이거 얘기 괜히 꺼낸 건가? 아니, 그래도 이왕 여기까지 말했으니까 끝까지 말하자. “그럼 어떤 식으로 교육을 하면 되는지 전반적인 강의는 이미 들었다는 거지?” “…구원씨도 참….” 레이아는 그것만으로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은 모양이다. 머리 위에 쫑긋 속아있던 귀를 아래로 접고는 몸을 옆으로 돌리더니, 꼬리로 내 배를 찰싹찰싹 때려왔다. 레이아. 손으로 때리면 찰싹찰싹 소리 나서 아플 것 같으니까 폭신폭신한 꼬리로 때리는 거란 건 알겠는데, 그러면 유혹하는 걸로밖에 안보여. “들었다는 거지?” “네, 네에….” 내가 한 번 더 되묻자, 레이아는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한테 한 번 해줄래?” “네, 넷?” “아니. 이왕 배웠는데 그냥 썩히기는 아깝잖아. 그러니까 어디 한 번 나한테라도…” “정말이세요? 정말 그런 이유 때문이세요?” “미안. 그냥 레이아가 해줬으면 좋겠어. 부탁해!” 레이아가 고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자, 난 차마 거짓말을 계속할 수 없어져서 솔직하게 털어놨다. “정말로 구원씨도 참….” 내 하복부를 때려대는 레이아의 꼬리 공격이 아주 조금 더 강해졌다. “으…안 될까?” 내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레이아는 다시 몸을 돌려 날 정면으로 바라 봤다. 그리고는 두 팔로 내 목을 감싸 안더니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키스로 얼버무리려는 걸까? 뭐, 상관없나. 싫은 걸 억지로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고. 게다가 레이아와의 키스도 충분히 기분 좋고. 레이아와 키스를 할 때는 반드시 내 가슴팍에 저 황홀한 두 개의 언덕이 닿게 되니까 두 배로 행복해진단 말이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레이아가 날 끌어안은 채로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렇게 침대 위를 반 바퀴 빙글 돌아서, 우리는 서로의 위치가 뒤바뀌게 됐다. 내 위에 레이아가 올라탄 자세. 레이아는 풍만한 가슴을 내 가슴팍에 짓누른 상태로 키스를 하면서, 하반신은 살짝 옆으로 옮겼다. “하음…쪽. 그, 그럼…우선은 기본인 참는 것부터 시작해볼까요?” 진한 키스 후에 가볍게 버드 키스를 한 번 더 한 후 입을 뗀 레이아는, 내 옆에서 비스듬하게 위를 덮어 누르는 자세로 말했다. 그리고는 살며시 내 물건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는 다섯 손가락이 모두 내 물건에 완전히 밀착하도록 내 물건을 꼭 말아 쥔 후에, 천천히 손을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교육이니까 스킬 같은 걸 써서 참으시면 안 돼요? 아음….” 그렇게 말하고는, 레이아는 다시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위에서는 레이아의 말랑말랑한 입술이 내 입술을 짓눌러왔고, 그 아래에선 옆으로 비스듬히 누워서도 여전히 내 한쪽 가슴을 완전히 뒤덮으며 묵직한 존재감을 뽐내는 가슴이 짓눌려진 상태에서도 손의 움직임에 따라 몸이 흔들려 이리저리 요동치며 내 가슴을 불타오르게 만든다. 그리고 그 한 층 더 아래에는 레이아의 따뜻한 손길이 내 물건을 부드럽게 자극하기까지. 자극이 너무 강하다. 아니, 애초에 키스를 하는 시점에서 이거 절대 교육할 때처럼 하는 거 아니지. 뭐, 기분 좋으니까 상관없지만 말이야. 내 물건이 반사적으로 움찔거리자, 레이아가 손을 멈추고는 물건 뿌리부분을 꽉 잡아왔다. “하아…. 아직 안 돼요. 좀 더 참지 않으시면, 여성분을 기분 좋게 만들어드릴 수 없다고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치 어린애를 타이르는 듯이,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너무 색기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직…더 참으실 수 있죠?” “으, 응.” “후훗. 좋아요.” 그 평소완 달리 너무나도 요염한 태도에 내가 두근두근 하면서 말하자, 레이아가 상냥하게 미소 지으면서 내 물건뿌리부분을 꽉 잡고 있던 손을 뗐다. 물건을 다시 제대로 잡기 위해 일단 손을 뗀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물건에서 떨어진 손이 향한 곳은 물건의 중간부분이 아니었다. “윽! 레, 레이아?!” “만약 나올 것 같으시면…여기에 힘을 꽉 주시고 참는 거예요. 아시겠죠?” 레이아는 손가락 하나를 세워서 빙글빙글 돌리듯 내 엉덩이 부근을 살며시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윽! 응!” “좋아요. 그럼 다시….” 엉덩이 부근을 만져진다는 생소한 느낌에 저항하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레이아는 그제야 다시 내 물건을 살며시 쥐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뒷 내용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끊은 거 아니에요. 1시간 이내로는 올릴 수 있을 겁니다. 322==================== 역습의 구원 “음아…. 상당히 잘 참게 되셨네요. 제가 알려드린 방법이 조금은 효과가 있는 것 같나요?” 한동안 내게 키스를 하면서 물건을 어루만져주던 레이아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입을 떼고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 그런…가?” 뭐, 사실 손으로 해주는 건 참으려고 마음만 먹으면 참을 수 있는 수준이라 잘 모르겠다. 물론 기분 좋긴 했지만. “후훗. 잘 하셨어요. 하지만 손을 참았다고 안심하시면 안 돼요. 여자의 이곳은…손으로 해주는 것보다 훨씬 기분이 좋으니까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물건에서 뗀 손으로 살며시 자신의 하복부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요염하다. 이것이 바로 구미호의 색기란 건가. “그러니까….” 레이아는 다시 내 위로 올라타서 가볍게 키스를 한 번 해주고는, 천천히 몸을 아래로 이동시켜갔다. “손뿐만 아니라 이것도 참을 수 있으셔야 해요. 아음….” 레이아는 내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가서는, 크게 입을 벌려 내 물건을 삼켜갔다. “윽! 레이아! 근데 이거 절대로 교육 중에 하는 거 아니지?!” “으음? 쪽. 후훗. 글쎄요? 어떠실 것 같나요?” 일단 가르치는 입장으로 하는 거라서 그런 건지, 레이아는 쿡쿡 웃으면서 여유로운 태도로 대답을 회피했다. 아니. 물론 레이아는 평소에도 나긋나긋하고 여유가 넘치기는 했지만, 적어도 밤일할 땐 이러지 않았었는데. “레이아가 대답 안 하면 내가 직접 신전에 가서 체험하면서 알아볼 거야!” “어머, 레벨 10이 넘으신 분들은 더 이상 교육장에서 교육을 받으실 수 없는 걸요.” 조금이라도 레이아를 당황하게 해보려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외쳤지만, 레이아는 그마저도 여유롭게 받아 넘겼다. “그러니까 그런 거에 신경 쓰지 마시고…지금은 참는 것에만 집중해주세요. 하음…. 쭙. 하아…아, 스킬 쓰시면 안 돼요? 쪽.” 레이아는 내 물건 끝을 할짝하고 핥더니, 다시 물건을 입 안에 넣고는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시 생각해봐도 역시 이건 교육으로 할 게 아니야. 아니, 애초에 이런 식으로 빨면서 참으라고 하는 교육이 어디 있어. 레이아는 대체 자기가 얼마나 잘 하는 건지 모르는 건가? 내가 아니었으면 순식간에 끝나버렸을 수준이라고. “으읍! 음!” 내가 또 반사적으로 물건을 움찔거리자, 레이아가 내 물건에서 입을 떼지 않은 상태로 눈을 치켜떠서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한 손으로 내 허벅지를 가볍게 톡톡 쳐서 주의를 끌더니, 다시 그 손을 내 엉덩이 쪽으로 가져갔다. “으으음 으음. 으으음?” 아니, 입을 떼고 말하라고. 물론 물고 있는 상태에서 그러니까 괜히 혀가 물건을 자극하면서 기분은 좋았지만. 하지만 말하는 바는 알겠다. 아까처럼 레이아가 손가락 하나를 세워서 내 엉덩이 부근을 빙글빙글 어루만지고 있었으니까. “알았어. 제대로 참을게.” “흐흠.”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레이아는 내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눈웃음을 치더니 다시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윽. 잠깐만. 대답했는데도 왜 여전히 엉덩이는 계속 만지는데? 그래선 더 참기 힘들어지잖아. 이거 왠지 사라의 기분을 알 것 같아. 사라야 미안. 물론 엉덩이로 하긴 계속 할 거지만, 적어도 다음부터 엉덩이로 할 땐 좀 더 상냥하게 해줄게. “푸하. 후훗. 역시 구원씨. 잘 참으시네요. 제 턱이 먼저 지칠 것 같아요.” 레이아는 살짝 피곤하다는 듯이 물건을 떼고는 턱을 어루만지면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침으로 더 미끄러지기 쉬워진 물건을 한 손으로 훑어주는 게, 그렇게 요염해보일 수 없었다. “그건 안 되지! 우리 레이아의 예쁜 턱이! 자, 어서 내 위로 올라와! 힐링 섹스로 치료를 하자!” 드디어 그 이상야릇한 감각에서 해방된다는 생각에, 나는 얼른 레이아를 보챘다. “후훗. 너무 그렇게 보채지 마세요. 천천히 차근차근. 알겠죠?”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고 내 위로 올라와서 키스를 한 번 해주더니, 내 옆에 누웠다. “이번엔 여성의 몸을 기분 좋게 해주는 방법을 가르쳐드릴게요. 삽입 후에는 일반적으로 여성보다 남성이 먼저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그를 위해 일단 삽입 전에 어느 정도 여성을 만족시킬 필요가 있어요.” “흐음. 여성을 기분 좋게 만드는 방법 말이지.” 드디어 반격의 때가 온 건가.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레이아의 위로 올라갔다. “하, 하지만 생각해보니 역시 이건 구원씨에게 필요 없는 내용일 지도 모르겠네요. 그냥 생략하는 게….” 레이아는 내 미소를 보고 불길한 뭔가를 감지했는지, 조금 당황하면서 말했다. 과연 성직자는 다르군. 불길한 낌새에 민감해. 하지만 그렇다고 이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었다. “아니. 꼭 알려줘. 레이아를 조금이라도 더 기분 좋게 해주고 싶어.” “아우…. 그, 그럼 우선 여성이 민감한 곳을….” 레이아는 부끄러운 표정으로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가면서 여성의 민감한 곳들을 설명해갔다. “그건 일반적인 여성들이 느끼는 곳을 알려주는 거야? 아니면 레이아가 느끼는 곳을 알려주는 거야?” 물론 모범적인 학생인 나는 모르는 것이 있으면 질문도 서슴치 않았다. “네? 그, 그야 일반적인 여성들이….” “그럼 레이아는?” “네?” “레이아가 특히 느끼는 곳은 어디야?” “정말…제 몸은 저보다 구원씨가 더 잘 아시잖아요.” 레이아는 자신의 가슴 위에 있는 사도 표식을 살며시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래도 레이아의 입을 통해 제대로 듣고 싶은데.” “여, 여기요….” 레이아는 자신의 가슴 언저리를 살며시 어루만지면서 얼굴을 붉혔다. “여기?” 나는 레이아가 스스로 만진, 가슴의 바깥부분만을 살며시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흐응! 네, 네엣!” “이렇게만 만져주면 좋은 거야?” 내가 계속 가슴의 바깥부분만 쓰다듬듯이 어루만지면서 말하자, 레이아가 새빨갛게 얼굴을 붉혔다. “조, 조금 더 위…하읏! 위쪽도….” “이렇게?” 나는 레이아의 말뜻을 알고도, 일부러 바깥부분에서 손을 빙 돌려서 레이아의 가슴 윗부분을 만졌다. “정말…짓궂으세요….” 레이아가 살짝 토라진 얼굴을 한 채로 몸을 살짝 옆으로 돌리더니, 내 가슴을 꼬리로 찰싹 때렸다. “미안. 미안. 이걸 원한 거지?” “하으응!” 그제야 내가 레이아의 가슴 가운데를 향해 손을 움직이자, 레이아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몸을 떨었다. “여기만 만지는 걸로 괜찮아?” “흐응! 으읏!” 레이아의 유두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우고는 가슴 전체를 조금 강하게 주무르면서 물어봤지만, 레이아는 흐느끼는데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하지 않는다는 건,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거겠지? 나는 나머지 한 손을 아래로 내렸다. 여전히 레이아의 몸은 옆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곧바로 음부를 만질 수는 없었다. 레이아의 엉덩이 옆쪽 골반과 허벅지 근처를 어루만지면서 고민하다가, 나는 손을 레이아의 엉덩이 쪽으로 미끄러뜨렸다. “하으응! 흐응!” 엉덩이 골을 지나서 음부에 손가락이 닿자, 레이아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거렸다. 아슬아슬하게 절정까진 느끼지 않은 모양이지만, 꽤나 위험했던 모양이다. 역시 높아진 매력은 구미호 상대로도 이렇게 압도적인 효과를 발휘하는구나. “벌써 이렇게 젖어서는…. 레이아 선생님. 여성을 기분 좋게 만드는 강의는 슬슬 끝내도 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하앗, 하앗, 흐읏! 맞아요! 끝내도, 끝내도 될 것 같아요!” 내가 손가락으로 레이아의 음부를 휘저으면서 말하자, 레이아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럼….” 내가 레이아의 한쪽 다리를 잡아서 옆으로 벌리려고 하자, 레이아가 달콤한 숨을 몰아쉬면서도 고개를 저었다. “교육이니까…제가 위로….”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나는 내 몸을 침대에 눕히고는 천천히 내 위로 올라왔다. 절정만 느끼지 못했을 뿐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레이아의 음부는 내 물건 위로 애액을 뚝뚝 흘리고 있었고, 눈도 살짝 풀려서는 상기된 얼굴로 날 내려다봤다. “그럼…사, 삽입 후에는 참는 것뿐만 아니라 제대로 허리를 움직여서 여성을 기분 좋…흐으으응!” 레이아는 살짝 엉덩이를 들고는 자신의 고간 아래로 손을 뻗어서 내 물건을 잡더니, 삽입 전에 먼저 설명부터 하려고 했다. “허리라…이렇게?” 하지만 나는 레이아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허리를 쳐올렸다. 삽입이 되자 레이아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위를 바라보면서 한동안 부르르 떨더니, 이내 몸이 앞으로 허물어지면서 내 몸 위로 축 늘어졌다. 내 가슴위에 뺨을 대고 입에선 침까지 새어나오면서 몸을 바들바들 간헐적으로 떠는 것이, 기습이 너무 효과적으로 들어가서 치명타까지 터진 모습이었다. 이런. 내 매력을 생각해서 조금 자중했어야 했는데. “레, 레이아? 레이아 괜찮아?” 나는 레이아의 어깨를 흔들면서 말했다. 그렇게 흔들자 레이아는 곧 반응을 보였다. 여전히 뺨을 내 가슴에 댄 채로 고개를 위로 들고 내 눈을 올려다보는 레이아의 눈은 이미 보랏빛 빛줄기가 줄줄 새어나오고 있었다. “하앗, 하앗…그럼…계속 할까요? 여기도 일단 여성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위가 있어요. 우선…흐으읏!” 레이아는 아까보다 더 요염해진 목소리로 말하면서 허리를 들어 올리더니, 내 물건 끝이 자신의 지스팟 부근으로 오게 만들었다. 하지만 본인이 하면서도 그 자극을 참을 수 없는 건지, 팔꿈치로 침대를 짚고 버텨서는 고개를 푹 숙이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 와중에도 허리를 내리지 않고 있는 건 대단한 프로정신이었다. “여, 흐읏, 여기 이 부분이, 하앗, 여성이…흐으응!” “레, 레이아. 무리할 필요 없으니까.” 하지만 레이아는 푹 숙인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설명을 계속해나갔다. 분명 몸은 한계라는 듯이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내 물건 끝으로 자신의 지스팟 부분을 비비듯이 허리는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바람에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지금쯤 레이아는 무척이나 요염한 얼굴을 하고 있겠지. 레이아의 얼굴 아래에 있는 내 가슴 위로는 침으로 생각되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고. 나는 살며시 레이아의 머리카락을 걷어서 그 얼굴을 엿봤다. 역시나. 레이아는 얼굴은 완전히 풀려서는 입에서 침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저 상태로 말을 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레이아. 강의는 이제 됐으니까. 응? 이렇게 침까지 흘리면서 못 참고 있는데….” 내가 레이아의 입에서 떨어지는 침에 손가락을 대고 위로 올리자, 레이아가 그 손가락을 반사적으로 날름날름 핥았다. 그리고는 얼굴을 내 가슴으로 내려서 자신이 흘렸던 침을 전부 낼름낼름 핥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이 흘린 침을 전부 핥고 나자, 레이아는 고개를 들고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구원씨가 해달라고…흐읏…하셨으니까…. 끝까지…할…거예요….”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확실히 레이아는 부탁받으면 거절 못하고 웬만하면 해주려고 하는 성격이지만, 그래도 이건…아 그런가. 평소 구미호 상태 때문에 밤에는 웬만하면 뭘 해줄 수 없었던 만큼, 혹시 내게 이런 부탁을 받은 게 기뻤던 걸까? 솔직히 레이아한테도 훈련이란 핑계로 이런저런 행위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는데. 아마 레이아는 훈련으로 한 건 내게 해준 걸로 생각하지 않는 거겠지. “좋아. 그럼 일반적인 여성의 강의는 됐어.” “…에?” “레이아에 대한 강의를 해줘. 레이아가 어떤 식으로, 어떻게 해야지 더 좋아하는지.” “하, 하지만 그건….” 그래. 교육이 아니라 그냥 레이아가 느끼고 싶은 데로 움직이면 그만인 거지. 하지만 뭐 어때? “내가 지금 제일 알고 싶은 건 그거야. 그러니까 괜찮잖아?” “구원씨….” 레이아는 내 입술에 입을 맞추면서 허리를 내려 물건을 끝까지 받아들이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안쪽을 비벼주는 게 좋구나?” 나는 입술을 떼고, 살짝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뭐,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말이야. “하으으응! 네, 네엣! 흐읏! 아기, 아기…흣…가지고 싶으니까!” 놀릴 생각으로 한 말이었는데, 레이아는 완전히 풀어진 얼굴로 마음에 와 닿는 말을 해왔다. “그래. 언젠가 꼭 가지자. 이건 그 연습이란 걸로.” “후후으응! 네, 흐읏, 넷!” 레이아는 쾌감에 흐느끼면서도, 흐드러지게 핀 꽃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레이아. 아이를 가지기 쉽게 제일 안쪽에 쌀게.” “흐읏! 네, 부탁, 흐읏, 부탁드려요!” 우리 천사님께 이런 부탁을 받고 거절할 남자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이미 삽입 전부터 꽤나 참고 있었던 나는 참을 것 없이 레이아의 엉덩이를 붙잡고 아래로 강하게 내리면서 사정을 했다. “흐으으으응!” 허리를 흔드는 와중에 이미 몇 번이나 절정을 느꼈던 레이아는, 내 사정과 동시에 다시 한 번 절정을 느꼈다. 하지만 과연 구미호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실비아를 제외한 우리 애들 셋 중에는 가장 레벨이 높은 값을 한다고 해야 할지. 레이아는 기절하지 않았다. “바로 계속 할게.” “흐으응! 읏! 흐읏!” 레이아는 내 가슴에 얼굴을 박고 고개만을 간신히 끄덕이면서 신음했다. 결국 어느 샌가 교육이란 명분은 완전히 잊고, 나는 그 날 밤새 레이아의 안쪽을 철저하게 공략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연참 성공…. 323==================== 고대의 저주 “사라씨? 왜 그러시나요?” 여느 때처럼 식사를 하고 있자니, 사라가 레이아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의태어로 표현하자면 빤히 라는 말로는 부족하고, 빠아아안히 라고 표현해야 어울릴 정도로. 과연 레이아도 사라가 너무 빤히 쳐다보자 조금 부담스러웠던 건지, 살며시 얼굴을 붉히면서 그런 질문을 할 정도였다. “아, 아뇨. 아무것도.” 사라는 레이아의 질문을 듣고 나서야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는 듯이, 당황해서 고개를 저었다. “역시 우리 천사님이야. 같은 여성마저도 빠져들게 만드는 미모라니까.” “구, 구원씨도 참…너무 그렇게 띄워주시면 부끄러워요….” “그, 그런 거 아니거든?!” 내 장난에 레이아는 예상대로 얼굴을 붉히면서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사라는 예상외의 반응을 보였다. 응? 겨우 이런 장난으로 화를 낸다고? 이번엔 내가 사라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뭐, 뭐야?” “아항.” 과연. 그런 건가. 나는 왜 갑자기 사라가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눈치챘다. 사라는 화를 낸 게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 그냥 목소리를 높인 것에 불과하다. 그것도 내 농담에 반응한 게 아니라, 레이아가 예쁘다는 말에 반응해서. “레이아, 예뻐졌지? 레이아는 구미호인 만큼 엄청 했으니까. 어제도 꽤나 매력이 올랐으니까. 그야 더 예뻐졌겠지.” “웃!”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예상대로 사라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질투나? 아니면 불안해? 혼자만 매력이 250에서 멈춰있어서.” “그, 그런 게….” “아닐 리 없잖아. 사라야 솔직해지자고.” “으읏! 그래 이 바보야! 왜?! 불안해하면 안 돼?!” “안 될 리가. 귀여워.” 나는 살며시 사라를 끌어안아줬고, 사라도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고 내 품에 파고들어왔다. “그래도 걱정할 거 없어. 난 네가 다른 애들보다 매력수치가 조금 낮다고 해서 덜 좋아하거나 하지 않으니까.” “응…그야 믿지만…. 그래도 빨리 던전에 가고 싶어.” “그래. 장비만 오면 바로 갈 테니까.” “응….” 던전이라…. 장비 강화가 끝나자마자 바로 가는 건 상관없지만, 아직 던전에 가기 전에 할 일이 남아있었다. 우리 애들도 전부 돌아가면서 한 번씩 안아줬고, 이제 슬슬 미뤄뒀던 그 문제도 해결할 차례인가. 나는 사라의 등을 쓰다듬어주면서, 마틸다를 힐끔 쳐다봤다. 마틸다는 뭔가 맘에 안 든다는 듯 쀼루퉁한 얼굴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 쟤는 디폴트 표정이 저 표정이지만 말이야. 레이아의 말에 따르면 저것도 다른 사람이 함부로 다가오지 못하게 하기 위한 연기라고는 하는데, 정말일까? 쟤가 원래는 부드럽고 친절한 성격이란 게 도무지 믿겨지지가 않는다. 아무튼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마틸다가 자기 방에 돌아갈 때까지 우리 애들을 붙잡고 잡담을 했다. 그리고 마틸다가 식당을 빠져나간 후에, 모두에게 선언하듯이 말했다. “나 오늘 낮 동안은 마틸다랑 있으려고 하는데.” 돌려 말하는 표현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내 의도는 정확히 전해졌겠지. “흠. 마지막으로 확인하겠네만. 자네가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은 확실한 것이겠지?” “마틸다 추기경님을 구하는 건 좋지만, 구원씨까지 피해가 갈 가능성이 있다면 저도 싫어요.” 디아나는 다시 한 번 확인하듯 질문을 던졌고, 레이아는 답지 않게 조금 이기적인 말을 했다. 뭐, 그만큼 날 좋아한다는 말이겠지. “걱정 마. 정말로 완벽하게 문제없어.” “항상 그렇게 자기를 과신한다니까. 조심해. 그러다 다치지 말고.” 사라는 조금 핀잔 섞인, 하지만 확실히 애정이 느껴지는 말투로 말했다. 나는 힘 있게 고개를 끄덕이고, 마틸다의 방으로 향했다. 제발 잘 풀렸으면 좋겠다. 이건 도박이다. 만약 나와 섹스를 해도 마틸다의 저주가 풀리지 않는다면, 그냥 마틸다가 날 대놓고 좋아해도 된다고 밝히는 것만 돼버리는 꼴이다. 그러면 마틸다 마저도 실비아와 같은 처지가 될 확률이 무척이나 높아진다. 나야 마틸다같은 미인이 좋다고 달라붙으면 썩 나쁘지 않은 기분이겠지만, 우리 애들은 또 맘고생을 할 테니까. 그러니까 나로서도 이 도박은 반드시 성공했으면 좋겠다. “마틸다. 방에 있어?” 나는 가벼운 긴장감을 느끼면서 마틸다의 방문을 두드렸다. “구원씨? 무슨 일이시죠?” 그러자 마틸다가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방문을 열었다. 뭐, 그동안에는 마틸다 방에 한 차례도 방문한 적이 없으니까. 그야 놀랍기는 하겠지. 하지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할까. 괜히 안절부절못하게 만들 필요 없단 생각에 직전까지 밝히고 있지 않았지만, 막상 설명하려니 조금 부끄럽네. 너 나랑 섹스해라! 라고 선언할 수도 없는 거고. 아니지. 여기선 조금 사무적인 느낌으로 설명하는 게 제일 무난한가. “할 얘기가 있어.” “나, 남성분이 아녀자의 방에 홀로 찾아와서 단 둘이 할 얘기요?” 마틸다는 고작 할 얘기가 있다는 말에 뺨을 상기시키면서 사랑에 빠진 여자의 얼굴이 됐다. 목소리도 평소의 틱틱 대는 목소리가 아닌, 빠져들 것 같이 달콤한 목소리다. 진짜 머릿속이 얼마나 핑크빛이면 이렇게 되는 건지. 아무튼 뭐 됐나. “일단 들어간다.” 평소라면 기겁을 하면서 정떨어지는 소리를 했겠지만, 이제는 그렇게 연기를 할 필요도 없으니까. 나는 마틸다의 모습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고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어, 어? 정말로?” 내가 평소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자 마틸다도 꽤나 당황한 모양이었다. 정말로 라니 뭐야. 고백 같은 거 안 한다. “우선 무엇부터 얘기할까…. 그래. 야. 일단 내가 여신님이 보낸 성자라는 말은 했었지? 뭐, 넌 안 믿었지만.” “그, 그게 뭐 어쨌다는 거죠? 전 제 귀로 여신님의 목소리를 듣기 전엔 절대로….” 뭔가 기대하는 표정이었던 마틸다는, 내 말이 예상에서 벗어났는지 조금 풀죽은 표정으로 말했다. “여신님이 날 이 세계로 보낼 때, 성 능력에 특화된 성자라는 직업을 통해 이런저런 힘을 주셨거든. 그래서 난 기본적으로 성기능을 잃을 일이 없어. 그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나는 마틸다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내 할 말만 했다. “네? 그게 무슨…엣? 엣?!” 처음엔 당혹스런 표정을 짓던 마틸다는 잠시 후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놀란 얼굴로 사실이냐는 듯이 내 얼굴을 들여다봤다. “그래. 나도 깨달은 건 최근이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나, 네 저주에도 면역이 있는 모양이다.” 아, 얜 어차피 내가 여신님이 보냈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않잖아. 이것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 믿지 않을지도 모르겠네. 귀찮지만 어쩔 수 없나.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마틸다. 날 어떻게 생각해?” 나는 마틸다의 허리를 끌어안고 몸을 꽉 밀착시킨 후, 그 일렁이는 두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조, 좋아해요….” 음.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나 간단하기 그지없다. 이렇게 쉬워서야 대체 이 나이까지 일상생활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할 정도다. 뭐,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만. 마틸다의 고백을 똑똑히 들은 후에, 나는 되살아난 자존심을 사용했다. “느껴지지?” “네…네에…!” 내가 빳빳하게 선 물건을 마틸다의 하복부에 밀착시키면서 말하자, 마틸다가 몽롱한 표정으로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럼 이걸로 증명은 끝났고.” 나는 마틸다가 확인을 하자마자 바로 허리가 감은 손을 떼고 떨어졌다. “엣?” 왜 그런 표정을 짓는데? 나도 너처럼 사랑이라도 속삭일 줄 알았냐? 그런 표정 하지 마라. 분명 내가 미안해할 생황이 아닌데 괜히 미안해지잖아. “크흠. 아무튼 내가 여기 온 용건을 말하지. 네 저주, 남자와 섹스를 하면 풀릴지도 모른다는 말이 있다면서? 그러니까 나랑 섹스하자.” “…….” 마틸다는 뭔가 참는 듯 부들부들 떨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거, 거절하겠어요!” “응? 왜?” “성행위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하는 신성한 행위로….” “날 사랑하지 않아?” “사랑해요오오….” 뭔가 억지로 화난 목소리를 내는듯한 마틸다에게 다가가서 그 귀에 속삭이자, 마틸다는 바로 몽롱한 표정이 되어서 달콤한 목소리를 냈다. 얘 지금 나랑 장난하나. “핫! 아, 안 돼! 당신은 절 좋아하는 게 아니잖아요?!” 하지만 이내 마틸다는 고개를 휙휙 젓고 자기 뺨을 양손으로 찰싹 때리더니, 다시 억지로 화난 것 같은 말투로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저주를 풀기 위해서 라니까. 너 다른 성직자들하고도 시험해본 적 있었을 거 아니야. 걔들도 전부 널 사랑했던 건….”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그분들은 절 사랑하셨어요. 당신같이….” 아, 진짜 귀찮아 죽겠네. 얘는 어떻게 저주 이외에도 이렇게 귀찮냐. “그럼 나도 이 순간만큼은 널 사랑하면 되는 거지?” “그런 값싼….” “마틸다, 사랑해.” “저, 저도 사랑해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하잖아. 제발 저주 때문에 이런 거라고 말해줘. “그럼 서로의 사랑을 증명하는 행위를 하자. 괜찮지?” “네….” 이거 왠지 내가 순진한 아녀자를 꼬드긴 나쁜 놈같이 돼버린 것 같은데. 아냐! 난 마틸다의 저주를 풀어주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으로 이렇게 하는 거라고. 난 잘못 없어! 젠장. 마틸다 녀석. 너무 구슬리기 쉬워서 오히려 묘한 죄책감을 가지게 만들다니. 아무튼 더 귀찮아지기 전에 빨리 끝내버리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일단 한 번 해서 저주가 풀리는지 확인만하면 되는 거니까. 나는 마틸다의 허리에 팔을 감아서 끌어안고, 그 눈을 빤히 바라보면서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마틸다는 마치 내 눈에 빠져들 것처럼 나와 마주보면서 몽롱한 표정만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마틸다와 마주보면서, 한편으론 재빨리 마틸다의 옷을 벗겨나갔다. 추기경이라는 직책 덕분에 색도 다르고 뭔가 더 화려하기는 하지만, 기본인 구조는 레이아의 사제복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옷이다. 레이아의 사제복을 벗기는 것에 이미 충분히 익숙해져있는 나는, 별 어려움 없이 마틸다의 옷을 벗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마틸다는 자기가 벗겨지고 있다는 건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오로지 내 얼굴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거 진짜 왠지 모를 죄악감이 마음을 쑤시는데. “예쁜 몸…이네….” 그런 속마음과는 상관없이 마틸다의 옷을 벗겨낸 나는, 마틸다의 몸을 내려다보면서 입에 발린 말을 하려다가 잠깐 할 말을 잃어버렸다. 마틸다의 그 번개에 맞은 것 같은 검은 흉터는 왼팔에만 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제복은 온 몸을 꽁꽁 감싸고 있다 보니, 지금까지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검은 흉터는 팔을 감싸며 올라가서 어깨를 통해 왼쪽 가슴으로 뻗어나갔고, 그 대로 곧장 마틸다의 하복부까지 도달했다. 하복부에는 마치 흉터가 뭉친 듯이 검은 흉터가 배배꼬아서 똬리를 틀더니, 다시 왼쪽 다리를 타고 발끝까지 관통했다. 요약하자면, 왼쪽 전신을 저 검은 흉터가 뒤덮고 있다는 말이었다. 아마 하복부에 있는, 뱀이 똬리를 튼 것 같은 흉터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거겠지. “역시…흉측한가요?” 내가 조금 할 말을 잃고 있자, 마틸다가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오른 팔로 자기 흉터를 가렸다. 물론 한 팔로 가릴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전혀 가려지지 않고 있었지만 말이다. 여자가 이정도 수준의 흉터를 가지게 되다니. 저주의 효과와는 별개로, 이것만으로도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겠지.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동정심이 생겨서, 아까보다 조금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 “아니. 그따위 흉터로는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네 몸을 매력적이야.” “아….” 나는 무릎을 꿇고, 검은 흉터가 똬리를 틀고 있는 마틸다의 하복부에 살며시 키스를 해줬다. “그리고…이 흉터도 곧 없앨 수 있을 테니까.” 지금은 도박이니 뭐니 하면서 의심을 가지지 말자. 나와 섹스하는 걸로, 이 저주는 분명 풀릴 거야. 나는 무릎을 꿇은 채로 마틸다의 허리를 휘감아 안고, 그대로 일어났다. “꺄악!” 내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마틸다는 깜짝 놀라서 팔다리를 내 몸에 휘감으면서 달라붙어왔다. 나는 그렇게 마틸다를 들어 올리고 곧장 침대로 향했다. 침대 위에 마틸다를 살며시 눕히고, 나는 다시 마틸다의 눈을 빤히 쳐다봤다. “그럼….” “네, 네에….” 마틸다의 달콤한 목소리를 듣고 마음속에서 솟아나는 죄악감을 얼버무리듯, 나는 바로 성자의 전력을 사용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cafri // 제보 감사합니다. 덕분에 해당 사이트의 공유글은 처리했습니다. 324==================== 고대의 저주 “하으응! 하앗! 다, 당신….” 성자의 전력으로 쾌감을 얻자, 마틸다는 더욱더 사랑에 빠진 얼굴로 내 품에 안겨들었다. 으윽! 죄, 죄악감이! 아무리 저주를 풀어주기 위해서 라고 변명을 해봐도, 이렇게 남의 성격을 이용해서 섹스를 한다는 것에 대한 죄악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 저주를 풀 방법이 이렇게 마틸다와 섹스를 하는 방법밖에 없었던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 레이아의 몸에 저주를 옮긴다는 방법을 사용하면, 이럴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걸 깨닫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그에 대한 말은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마틸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난 그 누구보다도 우리 애들이 최우선이니까. 만약 섹스를 한 번 해서 바로 저주가 풀리는 게 확실했다면, 나도 레이아의 몸에 저주를 옮기고 레이아와 섹스를 했을 거다, 하지만 섹스를 통해서 저주가 풀릴 수도 있다는 건 어디까지나 가능성 높은 가정일 뿐, 확실한 게 아니다. 만약 레이아의 몸에 저주를 옮겼는데 섹스로 저주가 안 풀린다면? 레이아는 말 했었다. 저주는 숙주를 쉽게 사랑에 빠지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물론 마틸다는 원래 성격과 합쳐졌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거고, 다른 사람은 마틸다 정도는 아니라고도 했지만. 그래도 레이아가 나 외의 다른 사람에게 미약하게나마 그런 감정이 생길 수도 있는 거다. 물론 난 우리 천사님이 고작 저주 때문에 나에 대한 마음이 흔들릴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나는 아주 미약한 가능성이라도 생기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럼. 내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한, 절대 그렇게는 못 하지. 레이아에게 일단 옮겨봐서 섹스를 해본 후, 저주가 안 풀리면 다시 마틸다한테 옮기면 되는 거 아니냐고? 물론 그 생각도 해봤다. 바로 기각했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천사님이다. 자신의 몸에 들어온 저주를, 해제가 안 됐다고 다시 마틸다한테 넘겨주려고 할까? 이미 몇 년이나 혼자 저주를 몸에 간직하며 희생해온 마틸다에게? 한 번 풀어보려고 했는데 안 됐으니까, 다시 네가 저주 받고 있으라는 식으로? 도저히 그럴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본인이 희생하려고 할 것이 너무도 뻔했다. 레이아의 그런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나는 일부러 레이아에게 그에 관련해서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마틸다를 안으러 왔다는 말이다. 어쩌면 레이아도 눈치 채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십중팔구는 레이아도 눈치 채고 있을 거다. 아까 전에 일어나서 식당에 내려가기 직전에도 뭔가 말하려고 했었고. 묘한 낌새를 눈치 챈 내가 장난으로 얼버무렸지만 말이다. 레이아도 그 이후로는 다시 뭔가 말하려고 하지 않았으니, 정말로 그에 관련된 얘기를 하려다가 내 의도를 파악하고 입을 다물었다고 생각하는 게 맞겠지.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지금 마틸다한테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렇게나 쉽게 사랑에 빠지는 마틸다가, 잠깐이나마 섹스를 거부까지 했던 거다. 성직자인 만큼, 성행위를 다른 사람보다도 훨씬 각별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 그리고 난 그런 애를 꼬드겨서…젠장. 일단 도와주기 위해서 이러는 건데 어째서 이런 감정을 맛봐야 하지. 어쩔 수 없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는, 그냥 지금만이라도 정말 사랑하는 것처럼 대해주는 것뿐이다. “기분 좋아?” “으응! 읏!” 마틸다는 팔을 뻗어서 내 목을 끌어안고, 내 가슴에 이마를 맞댄 채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우리 애들만큼 흐트러지지는 않았지만, 일단 효과는 있는 모양이다. 얜 레벨이 실비아보다도 조금 더 높은 만큼 조금 불안했는데 다행이다. “그럼 그 기분 좋은 표정을 제대로 나한테 보여줘.” 나는 내 목에 둘러진 마틸다의 팔을 조심스레 풀고 그 몸을 다시 침대에 가라앉힌 후, 빤히 전신을 쳐다봤다. 옷이 탈의되어 이제는 속옷만 입고 있는 마틸다는, 확실히 나올 데는 나오고 들어갈 데는 들어간 멋진 몸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드센 성격이나 이렇게 화려한 몸매와는 조금 어울리지 않는, 새하얗고 청초한 느낌의 속옷을 입고 있었다. 뭐, 드센 성격도 원래 성격이 아니라고 하고, 애초에 성직자니까 오히려 화려한 걸 안 입는 게 당연한 건가? 아무튼 그 언밸런스한 느낌이 오히려 마틸다의 매력을 증가시켜주는 것 같았다. 내가 빤히 쳐다보자 마틸다는 조금 부끄럽다는 듯이 잠깐 눈을 돌렸지만, 이내 다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마치 계속해서 날 보고 있고 싶다는 듯이, 사랑에 빠진 몽롱한 눈으로 지그시. 나는 그런 마틸다의 얼굴에 살며시 얼굴을 가져갔다. “아….” 그러자 마틸다는 살짝 눈을 감고는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이거 기대를 배신해서 미안하네. 나는 마틸다의 입술이 아니라, 그 옆의 뺨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버드키스를 하면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매끈하고 고운 목을 지나서, 쇄골을 지나 가슴으로. 속옷 위로 조금 드러난 윗가슴에 키스를 하자, 마틸다의 몸이 살짝 떨렸다. 나는 고개를 들어서 마틸다에게 살짝 눈웃음을 쳐주고, 속옷 위로 마틸다의 가슴 한 가운데에 입을 가져다댔다. 그리고 탐색하듯이 입술을 움직이면서 속옷 위를 이동하는 중, 드디어 살짝 튀어나온 돌기를 찾을 수 있었다. “흐으응! 흐읏!” 그 돌기를 앞니로 살짝 깨물어주자, 마틸다가 내 머리를 양팔로 꼬옥 끌어안고 허리를 활처럼 휘며 퍼덕였다. 바보네. 성자의 전력은 계속 발동중이라서, 그렇게 나하고 밀착하면 밀착할수록 더 참기 힘들어질 뿐이라고? 나는 마틸다를 자극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오히려 더 박차를 가했다. 손을 팬티 안으로 집어넣어서 이미 젖어있는 그 곳에 검지와 중지를 모아서 찔러 넣고 휘저었다. “흐으읏! 으읏! 으응!” 마틸다는 이제 등이 활처럼 휜 자세로 아예 고정되어서, 허리가 계속 침대에서 붕 떠있는 상태였다. “으응! 저, 저 흐응! 으읏! 엣?” 그리고 마틸다가 절정을 느끼려고 하기 직전에, 나는 일부러 입과 손의 움직임을 모두 멈췄다. “왜, 왜 그러시죠?” 내가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자, 마틸다는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질문했다. 너무 안달내지 말라고. 이 순간만이라도 정말로 마틸다를 사랑하는 것처럼 대해주겠다는 의도도 있었지만, 전희를 이렇게 공들여서 한 건 그런 이유뿐만이 아니었다. 섹스로 저주가 풀릴 수도 있다고 했지만, 정확한 조건이 뭔지는 모르는 거니까 말이다. 삽입이 저주가 풀리는 조건일까? 아니면 여자가 느끼는 게? 그것도 아니면 남자가 안에 싸는 게? 어떤 것이 조건인지 모르는 이상, 전부 시험해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나보다 레벨이 높은 마틸다를 삽입 중에 절정으로 이끌 수 있도록, 이렇게 공들여서 애무를 한 거다. 그냥 삽입하더라도 최후의 자존심을 쓰면 되는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건 정기를 모조리 소모해버리니까 웬만하면 쓰고 싶지 않단 말이지. “이렇게 느끼는 건 아깝잖아. 이왕 느낄 거면 이걸로….” 나는 마틸다와 밀착해있던 몸을 일으키고는 옷을 벗으면서 말했다. “아…괴, 굉장해…그렇게나….” 내 빳빳하게 선 물건을 보고는, 마틸다는 살포시 얼굴을 붉혔다. 너야말로 굉장해. 아까 청초한 느낌의 속옷이라고 말했었지만, 지금 마틸다의 속옷차림은 아까와는 느낌이 전혀 달라져 있었다. 위쪽은 내 침으로 투명해진 속옷 너머로 핑크빛 꼭지가 모습을 보이고 있었고, 아래쪽은 스스로의 애액에 젖어서 투명해진데다가 착 달라붙기까지 해서 음부의 모양을 속옷너머로도 확실히 알 수 있게 보여주고 있었다. “아, 잠깐만요….” 내가 그 흠뻑 젖은 속옷을 살짝 옆으로 넘기면서 삽입을 하려고 하자, 마틸다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왜 그러지? 이제와서 거부하는 건가? 에이 설마. 거부할 거면 진작 했겠지. 게다가 이미 절정 직전까지 달궈놓은 상태다. 얘도 당장이라도 삽입하고 싶을 텐데? 내 의아한 시선을 받아넘기면서 상체를 일으킨 마틸다는 살며시 내 몸을 끌어안고는 날 침대 위에 눕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이번엔 내 배위로 올라타더니, 여전히 사랑에 빠진 얼굴로 내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저만 받는 건 불공평하니까요.” 그렇게 말하고는 마틸다는 천천히 내 얼굴에 얼굴을 가져다댔다. 어? 잠깐. 나는 순간 패닉상태에 빠졌다. 이거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리 최선을 다해 사랑하는 연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연기는 연기다. 마지막 선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마틸다에게 키스만큼은 하지 않고 있었다. 이건 다른 여자와 섹스를 하도록 허락해준 우리 애들을 위해라도 꼭 지켜야 할 선으로 생각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고개를 돌려버릴 용기는 생기지 않았다. 일단 지금껏 잘 만들어온 분위기가 한 순간에 깨져버릴 거고, 무엇보다 마틸다가 받는 상처가 어마어마할 거다. 어떡하지? 어떻게 하면 좋지? 하지만 마틸다의 입술이 내 입술에 닿는 일은 없었다. 마틸다는 순간, 아주 찰나의 시간동안 슬픈 표정을 짓더니 내 뺨에 키스를 했다. 그 의도는 너무도 명확했다. 마틸다는 알고 있었던 거다. 내가 일부러 키스만은 피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런 표정을 지었던 건 정말로 한순간으로, 뺨에 키스를 하고 떨어진 마틸다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랑에 빠진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면서 배시시 웃었다. 그리고는 아까 전에 내가 했던 것처럼 쪽쪽 버드 키스를 하면서 천천히 내려갔다. 목과 쇄골을 지나, 천천히 가슴을 향해서. 가슴에 도착한 마틸다는 정말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 가슴을 쓰다듬더니, 그대로 유두에 입을 가져다대고는 혀로 날름날름 핥으면서 자극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반대쪽 유두는 손가락으로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자극을 하고, 나머지 한 손은 아래로 내려서 내 물건을 천천히 훑어주기 시작했다. 내 가슴에 혀를 기게 하면서도 마틸다의 눈을 계속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자극에 반응하여 몸을 움찔하고 떨 때마다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배시시 웃으면서 더 열심히 자극을 해줬다. “어떤가요? 기분 좋나요?” “으, 응….” 엄청나게 기분 좋았다. 다만, 쾌감이 커질수록 그에 비례하게 죄책감도 커져갔다. 젠장. 난 이런 애한테 거짓 사랑을 속삭인 건가. “다행이다….” 하지만 마틸다는 내 속마음과는 상관없이, 기뻐하면서 계속 봉사를 해나갔다. 어느 정도 가슴을 애무하던 마틸다의 몸이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 근육 패티시라도 있는 건지 내 복근도 사랑스럽다는 듯이 쓰다듬더니, 이번에는 내 물건을 쥐고 끝에 쪽하고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물건을 쥐고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물건 이곳저곳에 입술이 안 닿은 곳이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 쪽쪽하고 버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물론 마틸다는 전혀 그런 의도가 아니었겠지만, 내게는 마틸다의 그 모습이 마치 키스를 못해서 그렇게나마 키스 욕구를 해소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말 늠름하네요. 이런 건 처음 봐요.” “뭐, 뭐. 말했잖아. 여신님의 사도라고. 이쯤이야 뭐.” 내 마음 속에 죄악감이 어떻든 간에, 마틸다가 이렇게 빠져있는 이상 나는 연기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 나는 일부러 허세를 부리면서 대답했다. “그렇군요.” 분명 내가 여신님의 사자라는 걸 믿지 않았던 마틸다는, 내 허세에 별 반발도 없이 수긍한 후에 물건을 입 안에 삼켰다. 그러는 중에도 계속 시선은 내 얼굴을 향한 채로,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배시시 눈웃음을 짓는다. 내가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서 내 물건을 빨아주는 마틸다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자, 마틸다가 마치 응석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자신의 머리를 내 손에 비벼왔다. “하앗. 하앗. 죄송해요. 저 더 이상 참기 힘들어졌어요. 아직 당신이 해주신 것만큼 해드리지 못한 것 같지만…넣어도 될까요?” 마틸다는 그렇게 말하면서 입을 떼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물론이지. 나도 마틸다랑 어서 연결되고 싶어.” “네…흐으으읏!” 스스로 속옷을 옆으로 비끼고는 음부를 내 물건 끝에 맞대더니, 마틸다는 허리를 내려서 내 물건을 완전히 받아들였다. “하앗, 하앗, 하앗, 드, 들어왔어요….” 그리고는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는 뺨을 비벼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일부러 끊은 거 아닙니다. 오늘 퇴근이 평소보다 늦어져서 딱 여기까지밖에 못 썼어요. 웬만하면 씬은 안 끊으려고 노력했는데…. 지금부터 계속 써서 다음 편을 올릴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만약 세 시간 이내에 안 올라오면 그냥 못 쓰고 뻗었다고 생각해주세요. 자드서란 // 저번에도 레이아의 몸에 저주를 옮기면 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있어서 글로 설명을 쓰려고 했었는데, 그만 까먹고 안 썼네요. 그래서 조금 어색하지만 이번 화 초반에 그에 대한 설명을 넣었습니다. 325==================== 고대의 저주 “그럼 움직일게.” 나는 그런 마틸다의 몸을 꽉 끌어안고, 죄책감을 속이듯 쾌감에 몸을 맡겼다. “흐읏! 하응! 흐으응!” 나나 마틸다나 서로 이미 달아오를 때까지 달아오른 상황이었기 때문에, 절정에 달하는 건 순식간이었다. “큭!” “하응! 아, 아아…흐으응!” 내가 사정을 하자, 마틸다는 정말로 행복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내 몸을 꽉 끌어안으면서 자신도 절정에 달했다. 마틸다가 절정에 달한 후에도, 나는 바로 저주가 풀렸는지 확인해볼 생각은 하지 않고 그냥 성자의 전력만을 해제한 채로 마틸다를 꽉 끌어안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저주부터 확인하는 그런 멋없는 짓을 할 수가 없었다. “하앗, 하아, 하아…너무 멋졌어요….” “고마워. 너도 무척 예뻤어.” 내 품에 안겨서 절정의 여운에 빠져있던 마틸다는, 조금 숨을 고른 후에 그렇게 말하면서 내 목덜미에 쪽쪽하고 키스를 했다. 나는 목덜미에 키스를 해오는 마틸다의 머리카락을 그저 쓰다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쪽쪽 키스를 했던 마틸다였지만, 이내 내 물건이 점차 힘을 잃어가자 아쉽다는 듯이 몸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가 일어나지는 못하게 팔을 뻗어 살며시 상체를 누르면서, 마틸다는 천천히 내 가랑이 사이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왼쪽 몸을 이불에 파묻어 보이지 않도록 비스듬히 누워서는, 자신의 애액과 내 애액으로 더럽혀진 내 물건에 입을 가져가서 혀로 물건에 달라붙어있는 액체를 핥아주기 시작했다. 그런가. 사랑한다는 말로 구슬려서 섹스까지 끌고 오기는 했지만, 애초에 섹스를 하는 목적은 밝힌 상태였다. 그리고 사탕발림에 넘어갔다고는 하지만, 마틸다도 그걸 기억하고 있는 거겠지. 그렇기 때문에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즐기기 위해서, 마틸다는 저주의 흔적을 보이지 않으려고 하는 거다. 나는 그런 마틸다의 행동을 보고 안타까워져서, 그냥 천장을 쳐다본 채로 손만 아래로 뻗어 마틸다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물건에 느껴지는 입술의 감촉으로 볼 때, 아마 마틸다는 미소 짓고 있는 거겠지. “고마워요.” 내 물건을 완전히 깨끗하게 청소한 마틸다는, 입을 떼고는 조그만 목소리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내 허리 양 옆에 각각 발을 두고는 침대 위에서 일어섰다. 손으로 음부를 막고 있는 건, 아마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싼 정액이 흘러나와서 내 몸을 더럽힐까봐 그런 거겠지. 그것 말고는 그 어디도 가릴 게 없다는 듯이, 마틸다는 당당하게 자신의 왼쪽 몸을 보여줬다. 그리고 마틸다의 왼쪽 반신에는, 여전히 저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왼팔부터 몸통을 타고 흘러서 다리까지. 여전히 검은 흉터가 왼쪽 몸을 완전히 점령하고 있는 상태였다. “조금 아쉽게 됐네요.” 마틸다는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자신의 흉터를 오른 손으로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저주를 푸는 방법은 섹스가 아니었다는 건가….” “흥 꽤나 유감이겠네요. 그렇게까지 했는데.” 그리고 마틸다는 다시 평소처럼 조금 드센 말투로 돌아와서는 오만한 표정을 짓고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일부러 그러는 게 빤히 보이는 태도였다. 그런가. 저 태도는 정말로 연기였던 건가. “그래도 당신은 다른 사람보다는 그나마 낫네요. 정말로 이 저주에 영향도 안 받고. 덕분에 제 저주도 더 퍼져나가지는 않은 것 같고….” “잠깐. 지금 뭐라고 했어?” 마틸다의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을 듣고, 나는 벌떡 일어나서 마틸다의 어깨를 양 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네, 넷? 뭐가요?” 오만한 연기를 하고 있던 마틸다는 순식간에 그 표정이 깨지면서 당황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저주가 퍼져나간다니 무슨 말이야?” “그, 그게…이 저주에 다른 남성분이 영향을 받으실 때마다 제 몸에 나있는 흉터가 조금씩 퍼져나가요. 처음에는 여기 하복부에 있는 흉터가 전부였는데, 희생이 되신 남성분이 늘어날 때마다 알게 모르게 조금씩 퍼져가면서….” 마틸다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하복부에 뱀이 똬리를 틀고 있는 것 같은 모양의 흉터를 가리켰다. “조금씩이라니…얼마나?” “거, 거기까지는 잘…그냥 얼핏 봐서는 잘 확인되지 않는 수준으로 미약하게요.” “그, 그럼 넌 대체 지금까지 몇 명의 남자를 고자로….” “어, 어쩔 수 없잖아요! 제가 이 저주를 지니고 몇 년을 있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게다가 이 저주는 남성분에게 쉽게 빠져들게 만든단 말이에요! 심지어 당신 같은 사람한테도…!” 마틸다는 무안한 표정으로 외쳤다. 아니, 몇 년이 아니라 몇 십 년이라도 이건 말이 안 돼.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흉터가 퍼져나가서 몸 왼쪽을 완전히 덮으려면, 적어도 수백 명은 족히 고자로 만들었다는 건데. 저주 핑계대지 마라 이것아. 나는 조금 황당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마틸다의 방금 그 발언 때문에 한 번 더 확인할 일이 생겼다. “마틸다.” 나는 다시 한 번 마틸다를 침대 위로 넘어뜨렸다. “꺄악! 뭐, 뭔가요? 당신 용무는 끝난 게….” “상관없어.” 사실 상관있지만, 마틸다에게 아까와 같은 기분을 또 느끼게 만들긴 미안했기 때문에 나는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 “다, 당신은 딱히 절 사랑하는 것도….” 그러자 마틸다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불안정해졌다. 시선도 조금 몽롱해진 게, 진짜 얘 일상생활이 가능한지 의심스럽다. 아니, 불가능하니까 저주의 흉터가 이렇게까지 퍼진 거겠지만. “적어도 널 안을 때 널 사랑스럽게 느꼈다는 건 진심이야. 아니면 내 행동이 전부 거짓말처럼 느껴졌어? 그 쾌감도?”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다시 성자의 전력을 사용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한 가지 결심을 했다. 만약 내 예상이 맞아떨어진다면, 어차피 얘도 그럴 수밖에…. 내 예상이 반드시 맞을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나는 분명 그럴 거라는 근거 없는 확신이 들었다. 이럴 때의 내 예감이란 건 상당한 확률로 들어맞는다고. 그래. 그러니까 이 정도는 괜찮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자, 아까까지 느껴졌던 죄책감도 조금은 줄어들었다. 자기합리화에 불과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게 되는 거니까. “그, 그건 아니지만…. 당신….” 마틸다의 목소리가 다시 완전히 애교떨 듯 달콤한 목소리로 변했다. “그래. 그러니까 한 번 더 하고 싶어. 마틸다도 실은 그렇지?” “네….” 나는 마틸다의 목덜미에 키스를 하면서 침대 위에 안고, 그대로 물건을 다시 삽입했다. “하으읏!” “마틸다. 예뻐.” “아아…네에…다, 당신도…흐읏! 무척….” 마틸다는 달콤한 한숨을 내쉬면서 마찬가지로 내 목덜미에 쪽쪽하고 키스를 해왔다. 아마 다른 사람이 보면 조금 우스워 보이는 광경일지도 모른다. 서로 마주보고 앉은 자세로 연결되어서, 입술이 아닌 서로의 목덜미에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이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정말 정열적으로 열과 성의를 다해서 서로의 목덜미에 키스를 했다. “하읏! 하앙! 흐읏! 어, 어떡해…이, 이런 거…흐읏! 대체 왜…!” 마틸다는 내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 키스를 해대면서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흐느꼈다. 윽. 야. 그렇게 허리 흔들지 마라. 넌 레벨이 높은 만큼, 그렇게 흔들면 나도 금방…. 물론 참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확인을 위해서라면 수차례 사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먼저 싸는 건 자존심 상한다. 아무리 마틸다의 레벨이 나보다 높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나는 성자의 전력뿐만 아니라, 다른 여타 액티브 스킬을 모조리 사용하기 시작했다. “흐으읏! 점점…점점 더…아, 아앗…. 하으으으읏!” 결국 나는 사정 직전에 먼저 마틸다를 느끼게 만들 수 있었다. “예뻐. 마틸다.” “아, 아아…아아아….” 마틸다는 몽롱한 눈을 하고 내 말을 듣더니, 정말로 행복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내 품에 매달렸다. “아, 안 돼! 이거 안 돼! 하으으응!”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이미 몇 번인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절정에 달한 마틸다는, 결국 절정을 느낌과 동시에 기절을 해버렸다. 해냈다. 해냈다고! 나보다 훨씬 레벨 높은 애를 먼저 나가떨어지게 만들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면서 나는 마틸다의 안에서 물건을 뽑았다. 물론 나 역시도 엄청나게 사정을 했다. 어차피 되살아난 자존심으로 무한정으로 할 수 있는 나는, 참을 생각도 않고 신호가 올 때마다 마틸다의 안에 사정을 했다. 덕분에 내가 물건을 뽑자, 마틸다의 음부에서 하얀색 점도 높은 액체가 울컥하고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 야릇한 광경을 보고 다시 물건이 팽창됐지만, 나는 욕구를 억누르고 일단 시야 구석에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 6시라…. 결국 점심도 거르고 저녁까지 내내 한 건가. 이거 큰일 났군. 애들은 분명 짧게 확인만 하고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뭐, 그래도 일단 지금까지 계속 확인을 하기 위해서 한 건 맞으니까. 나중에 변명하면 들어주겠지. 오래한 것보다 더 큰 폭탄도 터뜨릴 셈인데, 이제 와서 이런 걸로 두려워해봤자 소용없나. 나는 일단 기절해있는 마틸다의 몸부터 관찰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아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틸다의 몸에 새겨진 저주의 흔적이 조금 줄어든 거다. 팔과 다리를 감싸고 있는 각 끝부분이 조금씩. 조금씩이라고 해도, 꽤나 오래했던 만큼 손가락 두 마디 정도 길이는 줄어있었다. 아니, 그렇게 했는데 고작 손가락 두 마디 길이밖에 안 줄었다고 해야 되나. 아무튼 저주를 없앨 방법은 알았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섹스가 저주의 해제법인 것 맞았다는 말이다. 다만 저 저주에 영향을 받은 남자들의 숫자만큼 섹스를 해야 되는 게 문제지만. 그래.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 어쩌면 내가 오늘 섹스를 한 것으로, 저주에 영향을 받고 있었던 남자들 중 몇은 그 저주에서 해방됐을지도 모른다. 그건 내일 신전에 가서 확인을 해보면 더 정확해지겠지. 나는 일단 마틸다의 몸을 끌어안고 방 안에 있는 욕조로 향했다. 마틸다는 몸을 다 씻을 때까지도 정신을 차리지 않았다. 나는 그런 마틸다를 침대에 눕혀서 이불을 덮어주고, 방을 나섰다. 깨어날 때까지는 옆에 있어주는 게 신사적인 태도라고 생각은 하지만, 할 일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 일은 마틸다가 없을 때 해결하는 편이 좋겠지. 괜히 같이 있으면 얘기만 복잡해질 것 같고. 어차피 시간도 저녁시간인지라, 나는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셈이었는데, 의외로 다들 이미 식당에 모여있었다. “상당히 늦었구먼.” “응. 확인하는데 시간이 걸려서.” “확인? 그냥 섹스에 빠진 게 아니고?” 디아나도 사라도 상당히 화난 모습이었다. 심지어 레이아마저도 조금 불안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야 화났겠지. 아침 먹자마자 들어간 놈이 저녁시간이 돼서야 나왔으니까. 이해한다. “들어봐. 그게 말이지. 섹스가 저주를 푸는 열쇠가 맞기는 했어.” “뭐?! 그럼 저주를 푼 다음에도…!” “아냐. 근데 한 번만 해서는 안 됐어. 게다가 저주가 다 풀리지도 않았고.”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아무래도 마틸다의 저주에 영향을 받아서 불능이 된 남자의 숫자만큼 섹스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모양이야. 지금까지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쉬지도 않고 계속했는데, 저주의 흔적이 손가락 두 마디 길이정도밖에 안 줄었어.” “뭣이…?! 그럼 대체 마틸다양의 저주에 영향 받은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겐가?!” 디아나도 그렇게 자세하게 알지는 못 했던 건지,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그래도 내 얘기를 듣고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이해는 했는지, 화는 누그러진 것 같았다. 뭐, 이건 어차피 제대로 된 이유가 있었으니까 이해해줄 거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해도 좋다고 먼저 얘기해준 것도 얘들이고. 하지만 지금부터 할 얘기는 조금 다르다. 나는 긴장으로 손바닥이 땀으로 젖는 걸 느끼면서, 말을 계속했다.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야. 그래서 말인데….” 내가 운을 띄우자 다들 뭔가를 알아챈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무래도 마틸다 역시 실비아처럼 내가 데리고 있어야 될 것 같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 성공…. 326==================== 고대의 저주 일단 명분은 있었다. 오히려 실비아 때보다도 훨씬 큰 명분이. 실비아 때는 솔직히 실비아를 받아주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는 없었다. 쾌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뿐이지, 생활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매몰차게 대했던 거고. 하지만 마틸다는 다르다. 마틸다 자신은 저주로 인해 남자들이 올 수 없는 곳에 평생을 갇혀있다시피 지내야할 뿐만 아니라, 수많은 남성들이 고자인 채로 지내야 한다. 비단 마틸다 하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수많은 남성들을 위해서라도 데리고 있으면서 저주를 치료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물론 굳이 내가 마틸다와 섹스를 하면서 저주를 풀지 않더라도, 레이아가 250레벨이 되면 저주를 풀 수 있기는 하다. 문제는 250레벨이 언제 될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지. 안 그래도 100레벨이 넘어가면서 레벨 업이 조금 더뎌지기 시작한 거다. 그런데 언제 될지도 모를 그때까지 마냥 기다리라고하면서 마틸다와 저주에 영향 받은 수많은 남자들을 방치하는 건 너무하지. 이렇게 명분은 확실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불안해하는 건 이유가 있었다. 실비아 때와는 너무 상황이 다르다. 실비아 때의 나는 처음엔 완고하게 거부했었고, 그 다음엔 그냥 파티원으로서 데리고만 다닌다고 했었다. 실비아와 섹스를 해도 된다고 우리 애들이 말해 준 후에야 겨우 가끔 하겠다고 한 정도다. 하지만 지금은 처음부터 내가 먼저 선언해버린 거다. 데리고 있으면서 섹스도 할 거라고. “흠. 그런가. 역시 쉽게 풀리지 않는구먼.” 하지만 디아나는 팔짱을 끼고서, 마치 예상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으, 응? 화 안 내?” “물론 자네에게 다른 여자를 안게 하는 건 기분이 나쁘기는 하네만, 이런 상황에서 화를 낼 정도로 이 몸은 어린 애가 아닐세. 말했잖은가. 어쩔 수 없는 경우에는 다른 여자를 안아도 된다고.” “그래요 구원씨. 너무 그렇게 불안해하지 마세요. 구원씨가 얼마나 고민하셨는지는 충분히 알 것 같아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먹을 꽉 쥔 채 땀에 흠뻑 젖은 내 왼손을 붙잡고는 자신의 가슴사이에 파묻었다. 그리고는 살며시 주먹을 펴게 한 후에, 조심스레 손수건을 꺼내서 땀을 닦아 줬다. 고민이라니. 오히려 내가 마틸다를 데리고 있어야겠다고 말한 직후 대답을 할 때까지 그 짧은 시간동안 얘들이 얼마나 고민을 했을지…. 그런데도 이렇게 오히려 날 다독여주는 모습에, 나는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너, 너희들….” “정말 바보라니까. 아님 뭐야? 혹시 우리가 화날 짓이라도 한 거야?” “아, 아냐! 그런 거 아냐!” “정말로? 수상해….” 아마 날 안심시키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겠지, 사라는 누가 봐도 장난인 걸 뻔히 알 정도로 재미있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 그건….” 하지만 나는 말을 흐릴 수밖에 없었다. “으, 응? 뭐야? 설마 정말로?” 그리고 내 그런 반응에 사라는 당황한 표정이 됐다. “설마 정말로 마틸다씨를 좋아하게 됐다든가, 그런 거야?!” “아니. 그런 거 아냐. 지금은 그런 거 아니지만….” 그래. 확실히 지금 현재는 마틸다에게 사랑한다는 감정을 느끼지는 않는다. 내가 마틸다를 데리고 있겠다고 먼저 말한 이유는 오로지 아까 느꼈던 미안함과 동정심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얘들한테 미안해하는 이유는, 실비아 때도 이랬기 때문이다. 실비아도 처음에는 별 감정 없었다. 그야 생긴 게 예쁘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틈만 나면 심심하다고 끌어안고, 데리고 놀면서 장난치고, 귀여워 죽으려고 하고 있다. 마틸다 역시도 그렇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거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계속 몸을 겹치다보면 그렇게 변하지 않을 자신이 없었다. 나는 중간에 말을 흐렸지만, 다들 내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이해했다는 표정이었다. 얘들도 나와 실비아의 관계가 변화하는 걸 바로 옆에서 직접 봤으니까 말이다. 실비아에 대한 내 감정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겠지. “무슨 말 하려는지 알겠어. 아까 디아나도 말했지만, 솔직히 좋은 기분은 아냐.” 사라는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보더니, 일단 그렇게 운을 띄웠다. “하지만 구원. 내가 좋아하는 구원은 이렇게 수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나 몰라라 하고 버리는 남자가 아냐. 그리고 몸을 겹치면서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을 정도로 매정한 남자도 아니고. …그러니까, 이거 하나만 확실히해줘.”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오른손을 붙잡고 자신의 허리에 둘렀다. 아니. 정확히는 허리에 두르는 식으로 내 손을 자신의 몸 뒤로 가져가서, 엉덩이 위의 사도 표식이 있는 부분에 닿게 했다. “구원의 마음속에서 최고는 나야. 그렇지?” “사라야…. 그야 물….” “자아아암깐 기다리게!” 내가 한껏 감동받으면서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디아나가 고함을 질렀다. “사라양! 지금 그건 뭔가?! 이런 때에 새치기를 할 생각을 하다니!” “쳇.” 디아나가 고함을 지르자, 사라가 살짝 아쉽단 얼굴로 혀를 찼다. “그래요. 사라씨! 너무하세요!” 심지어 레이아마저도 주먹을 꽉 쥐고 아래로 붕붕 흔들면서 화를 내셨다. 화내는 모습마저 귀여우시다. 게다가 주먹을 아래로 흔들 때마다 떨린다. 가슴이. “자네도 자네일세! 뭘 대답하려고 하고 있는 겐가!” 그리고 디아나는 사라뿐만이 아니라 나한테까지 화를 냈다. “어?! 나, 난 그냥…사라가 아까 우리라고 하지 않았던가?” “사라양은 내가 최고라고 했네! 단수형으로!” “부, 분위기에 취해서 잘못 들었나보네.” “어떻게 잘못 들으면 내가를 우리가로 잘못 듣는단 말인가!” “잠깐. 지금 이 상황에서는 잘못 들은 나보다는, 일부러 그렇게 말한 사라한테 화를 내는 게 맞는 거 아닐까?” 나는 일단 비난의 화살을 사라에게 돌리기로 했다. “구원?!” “나는 물론 너희 셋이 최고야. 셋 중 누가 더 좋다든가, 그런 거 없어.” 나는 사라의 시선을 외면하면서, 일단 나부터 변호하기로 했다. 적어도 이 건에 대해서는 난 잘못 없어! “음. 그렇구먼! 사라양! 이 몸과 잠깐 얘기 좀 하는 게 어떻겠나?!” “그래요! 저도 꼭 얘기를 하고 싶어요!” “잠깐.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요. 잠깐 장난 좀 친 거잖아요. 구원이 너무 긴장한 것 같으니까….” “자네가 구원인가!” 잠깐. 그 말은 좀 심하지 않아? 물론 내가 긴장을 풀기위한 농담 같은 걸 자주하는 편이라는 건 인정하는데, 방금 그 말은 마치 욕처럼 들렸는데? 이거 내 기분 탓 아니지? “미안해요. 구원이랑 같이 지낸 시간이 길어서 그만 옮았나 봐요.” 병 아니거든! 바이러스 옮은 것처럼 말하지 마라! “그렇게 은근 슬쩍 자신이 가장 오래 같이 있었다고 자랑하는 겐가?!” “넷?! 아, 아뇨. 이번엔 그런 의미가….” “따라오게! 자네와는 둘이서 진득이 이야기를 조금 해야겠네!” “아뇨! 셋이서요!” 디아나와 레이아는 정말로 화난 표정으로 사라를 식당에서 끌고 나갔다. 그냥 여기서 하면 될 텐데. 일부러 끌고 나가기까지 하다니. 나한테는 들려주기 힘든 얘기라도 하는 걸까? 뭐, 다른 데서 해주면 나도 중간에 치일 일이 없으니까. 나로선 오히려 고마운 일이지만 말이야. 사라도 조금 미안하기는 했는지, 아무런 저항 없이 디아나와 레이아에게 얌전히 끌려갔다. “후우. 일단 한 고비는 넘긴 모양이네. 다행이다. 그렇지. 실비아?” “넷?…히우으으으읏!” 관계가 아예 없는 건 않지만, 자기는 끼어들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겠지. 식당 구석에서 우리가 소란피우는 모습을 반쯤 제삼자의 입장으로 쳐다보면서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실비아는,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가서 기습적으로 끌어안자 저항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품에 끌려 들어왔다. 기습을 당해서 데미지를 더 크게 입었는지, 실비아는 평소보다도 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실비아의 정수리에 뺨을 비벼댔다. “하아아아. 애니멀 테라피라는 게 실제로 효과가 있긴 있구나. 소모했던 정신력이 회복되는 기분이야.” “우아아아…저, 전…동물이…아우우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넌 내 애완동물이라고. 귀여운 강아지 같으니라고.” 응. 부드러운 목소리로 뭔가 그럴듯하게 말했지만, 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완전히 쓰레기다. 하지만 문제는 실비아에게 효과가 있었다는 거다. “우아아…아우으으…으아아아….” 실비아는 내 품에서 어떻게든 도망가려는 듯이 양손을 정면으로 뻗고 있었는데, 그 손의 손가락들이 마치 고장 난 기계처럼 기묘한 각도로 꿈틀꿈틀 움직이기 시작한 거다. 몸도 마치 오르가슴이라도 느끼는 것처럼 오싹오싹 떨리고 있고. “실비아도 실은 되고 싶지? 내 애완동물. 실비아가 인정하면, 앞으로 더 귀여워해줄 지도.” “여, 여기서 더 귀여…저, 정말로 죽….” “그래서 싫어?” “조, 좋습니다아아….” 실비아는 반쯤 자포자기하는 느낌으로 흐물흐물 풀어지며 대답했다. 지금도 죽으려고 하는 와중에 좋다고 대답하다니. 마치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군. 뭐, 그래서 더 귀엽지만. 나는 실비아의 정수리에 계속 뺨을 비비면서 유사 애니멀 테라피를 즐겼다. “자네라는 남자는…!”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다시 식당으로 돌아온 셋은, 실비아를 끌어안고 완전히 릴랙스하고 있는 날 보자마자 울컥한 표정이 됐다. 아, 위험해. 나는 황급히 실비아를 품에서 떼어냈다. “이 몸들이 누구 때문에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자네란 남자는…실비아양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겐가?!” 디아나는 그렇게 외치면서 나에게 다가오더니, 갑자기 내 옆을 보면서 뭔가 처음 화난 거랑은 다른 이유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응? 왜 그러지? 디아나의 시선을 쫓아서 옆을 바라보자,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실비아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힘없이 네발로 바닥을 기어가고 있었던 거다. 내가 있는 곳에서 가장 멀리 있는 구석을 향해. 모습만 보면 몇 번이고 당해버린 모습이었다. 성적인 의미로. “잠깐. 오해야! 그냥 심신의 안정을 위해서 끌어안고 있기만 했어!” “그러시겠지! 물건도 따뜻하게 덥히면서 말이야!” 사라야. 너 혼나고 온 거 아니었니? 아직 기운이 넘치는구나. “정말이야! 벗어서 보여줄까? 물기 하나 없는….” “자네, 지금 스스로의 가랑이를 한 번 보고 말하는 게 어떻겠나?” 나는 디아나의 말에 따라서 자신의 가랑이를 쳐다봤다. …젖어 있잖아. “실비아야!”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처럼 떨던 게 아니라, 정말로 느끼고 있던 거였어?! “정말로 이 바람둥이한테 마틸다씨까지 허락해도 될까요? 저 왠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요.” “정말이구먼. 다시 고민해보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아무래도 셋이서 가서 그냥 사라를 혼내기만 한 게 아닌 모양이다. 과연. 그래서 날 남겨두고 자기들끼리 다른 곳에서 얘기를 한 건가. “잠깐만 기다려보세요.” 그때 레이아가 내 가랑이 사이로 들어와서 앉고는 얼굴을 들이밀었다. “레, 레이아?!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는 건 교리를 어기는 게…!” 나는 당황해서 외쳤지만, 레이아는 그런 의도로 내 가랑이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은 게 아니었다. 바지 위에 닿을락말락한 거리까지 코를 내밀고는, 레이아는 귀엽게 킁킁하고 콧방울을 움직이면서 냄새를 맡았다. “구원씨 말은 정말이에요. 남성분의 흥분한 냄새는 전혀 안 나는 걸요.” 그리고는 다시 일어나서 방긋 웃으며 그런 말을 했다. 이상하다. 분명 평소와 다름없는 천사님 같은 미소고, 지금은 내 결백을 밝혀주기까지 한 건데. 왜 조금 무섭지? “그, 그런가….” 디아나도 조금 당황한 모습으로 내 결백을 믿어줬다. “아무튼. 자네에게 할 말이 있네.” 그리고는 표정을 바로잡더니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이 몸들이 얘기를 해본 결과, 마틸다양을 데리고 있는 건 인정하기로 했네. 정말이지. 이런 상황에서 거부해버리면 이 몸들이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지 않나.” 역시 그렇게 결론이 난 건가. 역시 처음 내 예상대로, 얘들은 자기 욕심을 주장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구하는 쪽을 택했다. 원래는 이런 선택을 하지 않게 만들려고 했었는데 말이야. 결국 이렇게 돼버리네. “미안. 능력 있는 남자를 좋아하게 돼서 고생하네.” 하지만 내가 여기서 우울해하면서 미안해하면 오히려 분위기만 더 가라앉는다. 게다가 받아들여질 마틸다에게 실례란 생각도 들었고. 그래서 나는 일부러 살짝 장난조로 말을 했다. “자만하지 말게! 정말이지. 그리고 이거 하나는 확실히 해두게. 자네에게 최고는 이 몸….” 디아나는 내 머리에 살짝 꿀밤을 먹이더니, 내 손을 붙잡고 자신의 하복부에 가져다댔다. “들일세. 알겠는가?” “디아나. 지금 들을 뺄까 말까 살짝 고민했지?” “아, 안했네! 그보다, 지금 대답을 피하는 겐가?!” “아니. 물론 나한테 최고는 너희들이지. 이건 언제까지고 절대 변치 않을 거야.”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디아나뿐만 아니라 셋을 동시에 껴안았다. “웃…가…우읏….” 이번에도 가운데에 낀 디아나는 가슴 때문에 괴로워보였지만, 그 말을 하게 되면 분위기가 망쳐진다는 걸 알고 있는지 중간에 말을 삼켰다. “마틸다도 인정해줘서 내가 마틸다 대신 감사할게.” “그런데 마틸다 추기경님은 왜 아직까지 안 오시는 건가요?” “응? 아마 아직 기절해있는 거 아닐까?” “구원! 당신 대체 얼마나…!” “어, 어쩔 수 없잖아! 저주를 제대로 알아보려면 여러 번하는 건 불가피했다고! 그, 그럼 난 이만 마틸다한테 내가 데리고 있을 거라고 얘기하고 올게.” “뭣이?! 아직 마틸다양에겐 얘기도 안 했던 겐가?!” 뒤에서 들려오는 고함을 무시하고, 나는 황급히 마틸다가 잠들어있는 방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27==================== 고대의 저주 “마틸다.” 내가 방에 돌아왔을 때, 마틸다는 마침 눈을 뜨는 찰나였다. 자신의 옆이 비어있는 걸 확인한 후 쓸쓸한 표정을 짓던 마틸다는, 갑자기 정면에서 들려온 내 목소리에 깜짝 놀라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자 마틸다 위에 덮어줬던 이불이 스르르 내려가면서, 다리부터 음부 위까지만 아슬아슬하게 가려지는 모양새가 됐다. 얘 이거 일부러 이렇게 의도한 건 아니겠지? 남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모습이다. “네, 넷?!” “역시 저주를 푸는 건 섹스가 맞았어.” 아무튼 나는 알몸에 정신을 뺏기는 일 없이, 당황하는 마틸다를 무시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이런 건 기세가 중요하니까 말이야. “흉터를 봐.” 마틸다는 기절에서 막 깨어난 상태라 혼란스러운 모양이었지만, 일단 반사적으로 자신의 하복부를 살폈다. “아니. 거기 말고. 여기.” 나는 마틸다의 손목을 붙잡고 마틸다의 눈앞에 가져갔다. “어때? 줄어들었지?” “아, 아아…!” “피해 남성이 늘어날 때마다 저주의 흔적이 퍼졌다는 얘기를 듣고 감이 왔지. 아무래도 피해 남성의 숫자만큼 해야지 저주를 완전히 풀 수 있는 모양이야.” 마틸다는 내 얘기를 듣고 있기는 한 건지, 자신의 팔만을 빤히 쳐다보면서 울 것 같은 표정이 됐다. 역시나. 아무리 스스로 자처해서 하는 일이라고는 하지만, 무척 힘들었겠지. 하지만 이제 괜찮다. 내가 완전히 저주에서 해방시켜줄 테니까. “그러니까 마틸다. 너 저주를 풀려면 이제부터 나랑 있어라.” 원래부터 우리 집에 눌러앉아 있던 애한테 이제 와서 이런 말을 다시 하려니까 조금 어색하네. 하지만 뭐, 말 그대로 그냥 같이 있기만 하라는 뜻이 아니니까. “엣?! 엣?! 하, 하지만…당신 곁에 있는 세 사람은…?!” “이미 허락 맡았어. 물론 걔들처럼 너와 정식으로 맺어진다든가, 그런 건 아냐. 그냥 실비아와 비슷하게…무슨 말인지 알지?” 얘도 이 저택에 눌러앉은 지 꽤나 됐다. 그리고 그 시간은, 눈썰미가 아주 없지 않는 한 인간관계정도는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틸다는 그렇게까지 눈썰미가 없는 애는 아니었다. 애초에 던전에 같이 들어갔을 때, 내가 매일같이 실비아와 한 걸 알고 있을 거다. 그런데도 마틸다는 방금 전에 내 곁의 세 사람을 언급했다. 실비아를 빼먹은 거다. 한마디로 말해서, 마틸다도 나와 실비아가 어떤 관계인지는 대충 파악하고 있다는 거겠지. “그, 그건….” “뭐, 맘에 안 들 수도 있겠지. 그래도 너한테 선택권은 없어. 적어도 저주가 풀릴 동안은 말이야.” 사실 마틸다한테 선택권을 주려고 했었다. 마틸다도 내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건 아니라고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선택권을 주는 게 더 잔인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선택권을 준다고 한들, 마틸다에게 거부한다는 선택은 있을 수 없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저 저주에 영향을 받고 있는 건 자신 하나만이 아니니까. 고자가 되어버린 모든 남성들을 위해서라도, 마틸다는 반드시 승낙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러니까 나는 괜히 마틸다를 고민하게 할 거 없이, 내가 조금 악역이 돼서라도 강요하기로 했다. “마틸다. 내 여자가 되어서, 내 곁에 있고 싶지?” “네…. 읏!” 마틸다의 곁으로 다가가서 턱을 붙잡고 고개를 들게 만든 후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자, 마틸다는 바로 몽롱한 표정이 되어서 긍정했다. 하지만 잠깐 동안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고개를 저으면서 자신의 본능에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역시 스스로의 감정을 속일 수는 없는 듯, 다시 고개를 들어 날 바라볼 때도 눈빛은 촉촉하게 젖어있었다. “하나만, 하나만 대답해줄 수 있나요?” “대답?” “네. 당신 말했었죠? 제 저주에 영향을 받지 않는 다는 걸 깨달은 건 최근이라고. 정확히 언제 알게 됐나요?” 질문을 던지면서도, 마틸다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마치 내게 안겨들고 싶은 걸 필사적으로 참으려는 것처럼 말이다. “응? 그게 지금 중요한 거야?” “주, 중요해요. 당신은 어떨지 몰라도, 제게는 무척. 그러니까 제발….” 대답해주세요. 마틸다는 떨리는 눈동자로 내게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던전에서 5계층 주인을 잡고 난 후야. 그때 내가 기절에서 깨어난 후에, 네가 나한테 제대로 사랑한다고 말했었잖아. 그런데도 발기가 되는 게 이상해서 다시 한 번 능력을 살펴보니 어느 샌가 그런 능력이 생겨있더라.” “5계층의 주인을 잡은 후….” 마틸다는 그렇게 말한 후, 갑자기 내 품에 달려 들어왔다. “알겠어요. 저, 당신 곁에 있을게요.” “괜찮아?” “네. 사랑해요….” 마틸다는 아까의 조금 고민하는 것 같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다시 완전히 머릿속이 핑크빛으로 물든 것처럼 몽롱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며 말했다. 이거 진짜로 고민을 하긴 한 건가? 그냥 자기 본능에 이끌려서 결정한 거 아냐? 뭐, 아무래도 좋긴 하지만 말이야. 하지만 이거 곤란하군. 물론 전처럼 사사건건 조금 오만해 보이는 태도로 덤벼드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사랑에 빠진 얼굴로 계속 엉겨 붙는 것도 조금 그랬다. 여러 가지 의미로 말이다. 일단 나도 분위기에 타서 그만 사랑을 속삭여버리게 될 것 같다. 그것만은 자제하지 않으면. 마틸다를 데리고 있는 것까지 허락해준 셋을 위해서 말이다. 아니, 애초에 세 명이 지금 마틸다의 모습을 보면 어떻게 될까? 분명 엄청나게 질투하겠지. “나같은 쓰레기의 곁에 있고 싶어 하다니. 심지어 사랑한다고? 너 남자 취향도 참….” “누, 누가 당신 같은 남자를…!” 내가 그렇게 말하자, 마틸다가 거의 척수반사 수준으로 곧장 그런 반응을 해왔다. 표정을 보니 자기도 꽤나 당황한 모양이다. 마치 이러려고 한 게 아니었는데 해버렸다는 표정이었다. 과연. 그런 건가. 연기를 너무 오래하다 보니까 자기도 모르게 저런 태도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와버리는 건가. “사랑하지 않아?” “사, 사랑해요….” 하지만 다시 부드럽게 속삭이자, 마틸다는 달콤한 목소리로 다시 애교를 떨었다. 위험해. 이거 조금 재밌을지도 몰라. “뭐, 일단 옷부터 입어. 밥이나 먹으러 가자.” “네? 아앗! 다른데 보고 있으세요!” 마틸다는 그제야 자기가 아직도 알몸이란 걸 깨달은 모양이야. 그걸 이제야 깨닫다니. 대체 얼마나 무방비한 거야. 뭐, 머릿속이 반쯤 꽃밭인 애니까 어쩔 수 없나. “보고 있으면 안 돼? 마틸다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보고 싶어.” “좋아요….” “쓰레기한테 알몸이 보이는 걸 좋아하다니.” “다른데…! 정말!” 마틸다는 다시 반사적으로 틱틱대려고 하다가, 자기가 뭔 짓을 하는지 깨닫고는 발을 동동 굴렀다. 정말 위험해. 얘 너무 재밌어. “삐지지 마. 삐지지 마. 귀여워.” “다, 당신도 멋져요.” 그렇게 해서 나는 실비아에 이어서 새로운 장난감…아니, 어중관한 관계를 이어가게 될 애가 하나 더 늘어버렸다. “얘기는 잘 된 모양이구먼.” 식당에 들어가자, 디아나가 이마에 살짝 혈관을 띄우고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응? 어떻게 알았어?” “마틸다양의 저 얼굴을 보고 어떻게 모르겠나.” 나는 마틸다의 얼굴을 봤다. 사랑에 빠진 얼굴로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과연. 그래서 디아나가 뚱한 표정이었던 건가. 허락은 했지만, 막상 이런 모습을 대놓고 보면 기분이 언짢아지는 건 어쩔 수 없나보다. “디아나. 좋아해.”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자네 설마…! 또 이 몸에게 뭔가 잘못이라도 했는가?” “아, 아냐! 그런 거 안 했어!” “그럼 방금 갑자기 좋아한단 말은 왜 한 겐가?” 그야 디아나가 뚱해보여서 기분 좀 풀어주려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무 말이나 속삭여도 바로 풀어져버리는 마틸다를 상대하다 오니까, 그만 반사적으로 너무 쉽게 가려고 해버렸다. 젠장. 마틸다 녀석. 공략 난이도가 너무 낮다보니까, 상대하면 상대할수록 오히려 내 연애 경험치가 깎이는 것 같잖아. 하지만 그걸 대놓고 디아나한테 말할 수도 없었다. 마틸다 대하듯이 대했단 걸 알면 기분이 더 나빠질 테니까. “그, 그러니까…실은 디아나한테 부탁이 있는데.” “음? 부탁? 뭔가?” “오늘 내 무릎 위에서 같이 밥 먹으면 안 될까? 오늘은 왠지 무척이나 디아나 누나한테 응석부리고 싶은 마음이라서.” 하지만 마틸다를 상대하면서 깎인 연애 경험치는 일시적인 것! 그동안 얘들한테 단련된 내 경험치가 어디 가는 건 아니라는 말이다! 나는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뭐, 뭔가. 그런 것이었나. 자네도 참 덩치는 산만하면서 아이같이 응석을 부리는구먼.” “디아나 누나 상대니까 어쩔 수 없잖아.” “흠흠. 그런가. 정말로 어쩔 수 없구먼. 어디, 거기 앉아보게. 오늘만 특별히 해주는 걸세.” 디아나는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다가와서는 까치발을 하고 손을 뻗어서 내 머리를 톡톡 두드리더니, 내 손을 붙잡고 자신이 앉던 의자로 끌고 갔다. 후하핫! 봤냐? 이게 바로 경험! 이게 바로 위기 회피 능력이란 거다! 언제까지 내가 당하고만…! “흐으으으응. 그렇게 디아나랑 먹고 싶었구나. 아예 오늘 밤 차례도 바꿔줄까?” 만약 이 자리에 디아나만 있었다면 완벽했을 텐데. “사, 사라야. 진정해.” “무슨 소리야? 나 엄청 진정하고 있는데. 날뛰고 있는 걸로 보여?” 응. 표정만 무표정하지, 네 등 뒤로는 질투의 불길이 날뛰고 있는 게 보여. “후훗. 사라씨 진정하세요. 오늘은 사라씨와 밤을 보내는 날이니까, 구원씨도 저녁시간정도는 저희를 달려주시려는 걸 거예요. 그렇죠, 구원씨?” 그리고 이런 위기의 순간에 날 구해주는 건 언제나 그랬듯 우리 천사님이었다. 천사님! 사랑해요! 후광이 눈이 부셔요! 그리고 가슴도 최고에요! “여, 역시 레이아야! 내 마음을 잘 아네! 사라는 미안하지만 밤을 기대해줘.” 나는 옆에 앉아서 은근슬쩍 내 팔을 안아오는 천사님께 마음속으로 무한한 감사와 찬양을 외치면서, 사라를 바라보고 말했다. “…….” 어, 어라? 사라의 뒤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노의 불길이…가라앉지 않아? 심지어 더 증폭된 것 같은 기분마저 드는데…. 하지만 그럼에도 사라는 그 이후로는 아무 말 없이 식사를 했다. 뭐야. 왜 저러는 거야. 저러니까 더 무섭잖아. 나는 불안해져서, 식사하는 내내 무릎 위의 디아나나 옆에 있는 레이아보다 정면의 사라에게 더 신경을 쓰면서 농담을 던져댔다. 하지만 사라는 전혀 반응하지 않고, 계속해서 뭔가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분노는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아 보였지만, 그 대신 다른 부정적인 감정도 보이는 것 같고. 대체 뭐지? 결국 식사를 마칠 때까지, 사라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일단 씻고 온다고 하면서 욕실로 가기는 했는데, 설마 이대로 안 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하아아아….” 하지만 내 불안과는 다르게, 사라는 몸을 씻고나서 내 방으로 와줬다. 뭔가 들어오자마자 크게 한숨을 쉬기는 했지만. 사라와 마음이 통하게 된 이후로, 아니. 사라와 몸을 겹친 이후로 나랑 밤을 보내는 걸 이렇게 싫어하는 사라를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았다. “사라? 아직도 화났어?” “아냐. 그런 거 아냐.” 사라는 푸욱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저었다. “…저기 구원. 정말로 디아나나 레이아랑 바꿔줄까?” “사, 사라야?! 나 진짜 뭐 잘못했어?! 말로 해줘!” “아니. 구원이 잘못한 거 없어. 그냥 내 문제야.” “대체 무슨 문젠데? 나한테 얘기를 해줘.” 나는 사라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사라의 몸을 꽉 끌어안고, 그 침울해 보이는 눈동자를 빤히 들여다보면서 말했다. “…그게…난 매력도 낮고….” “그게 무슨 소리야?! 사라는 예뻐!” “나도 그 정도는 알아!” 아, 아는구나. 응. 뭐. 자기 미모에 자신이 있는 건 알았지만. 응. 아니. 그럼 대체 뭐가 문젠데? “하지만 디아나나 레이아와 비교하면…. 그리고 잘은 모르지만 아마 실비아나 마틸다씨마저도….” 과연. 그런 건가. 사라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필 나는 매력을 숫자로 볼 수 있다. 뭐, 사도 임명을 한 사람으로 대상이 한정적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또 하필 그 중에서 사라가 제일 매력 수치가 낮은 거다. 그냥 낮기만 하면 다행인데, 한동안 수치 상승이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그야 불안하겠지. 게다가 내가 식당에서 제일 먼저 들이댄 게 하필 매력이 제일 높은 디아나라는 것도 한몫했을 거다. 어쩌면, 아니 분명 디아나의 매력이 제일 높아서 그랬다고 오해하고 있는 거겠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28==================== 고대의 저주 “사라. 전에도 말했잖아. 매력은 그냥 숫자에 불과해. 애초에 내가 매력수치를 보고 너희를 좋아하는 것 같아?” “그건…아니지만….” “그렇지? 매력만 보고 좋아할 거면 난 지금쯤 아라크네 클랜에 있어야 된다고. 그리고 아까 전도, 딱히 디아나 매력이 제일 높아서 그런 게 아냐. 그냥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디아나가 제일 화난 것 같아보여서 그런 거야. 내 맘 알지?” “응…그랬지. 응! 미안. 갑자기 조금 불안해져서.” 사라는 살며시 내 어깨에 머리를 얹고는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휘휘 젓더니 다시 평소대로 기운을 차리며 사과를 해왔다. “알면 됐어. 알면. 어때? 이제 좀 할 맘이 생겼어?” “…정말로. 이런 변태 상대로 조금이나마 불안해한 내가 바보였어.” 내가 조금 장난스럽게 말하자, 사라는 푹 한숨을 내쉬고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조금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지. 뭐, 이건 그냥 넘어가주는 게 신사란 거겠지. “바보. 바보. 사라는 바보래요.” “이, 이! 자기는 변태면서!” “그리고 넌 그 변태에게 오늘 밤 몸을 맘대로 희롱당하는 거다.” “…정말로 다른 사람이랑 순서 바꾸고 올까.” 사라는 꽤나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매력은 상관없다니까!” “나도 알아들었어! 하지만 어차피 오늘 해봤자 레벨이 오르는 것도 아니잖아? 그럴 거면 다른 사람이랑 순서를 바꾸는 것도….” “무슨 소리!” 나는 문으로 향하려고 하는 사라의 손목을 붙잡고 확 끌어당기면서 말했다. “벌써 오늘 밤은 사라랑 하려고 한껏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다른 사람이랑 할 수는 없지. 그리고 사라. 우리가 꼭 레벨을 위해서 몸을 섞는 관계야?” “그, 그건….” 내가 귓가에 속삭이자, 사라는 간지럽다는 듯이 고개를 움츠리며 말했다. 아니, 정확히는 간지러운 척을 하면서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숨기려고 하는 거다. 나는 그런 사라의 턱을 받쳐서 고개를 들어 올리게 만들었다. 사라는 조금 저항했지만, 이내 목에 힘을 빼고 순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역시나. 이렇게나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오히려 레벨 업이 불가능하니까, 더 순수하게 서로만을 의식하면서 할 수 있지 않겠어?” “응….” 내가 사라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면서 말하자, 사라는 응석부리듯이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눌러왔다. “게다가….” “게다가?” “평소에는 레벨 업을 의식해서 웬만하면 여기에만 쌌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오늘은….” “읏! 이 변태가 진짜!” 내가 바지 위로 사라의 음부를 살짝 어루만지면서 말하자, 사라는 내 손바닥을 찰싹 때렸다. 하지만 그래도 내 손을 치우려고 하지는 않는다. “왜? 싫어? 그럼 평소대로….” “아, 그런가. 자, 잠깐!” 내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사라는 문득 뭐가 생각났다는 듯이 내 말을 멈췄다. 그래. 그래야지. 저번에 네가 레벨 차이로 어떤 꼴을 당했는지 기억하고 있다면 말이야. “왜?” “그…어, 어쩔 수 없으니까. 오늘은 특별히….” “아냐. 사라도 별로 내키지 않는 것 같고. 그냥 평소대로 하자.” “아, 아니야! 해주고 싶어!” “응? 뭐야? 해주고 싶은 거야?” “읏…으, 으응.” “하여간 사라도 변태라니까.” “이, 이게…그, 그러게. 구원한테 옮았나.” 사라는 순간 욱하려고 했지만, 이내 자신을 억누르면서 대답했다. 그러니까 병균처럼 말하지 마라. 내가 어느 정도 변태인건 인정한다만. 남자가 변태라서 뭐가 문제란 거냐! 내 여자한테만, 그것도 합의하에 변태 짓하니까 아무 문제없어! 아무튼 주도권을 잡은 건 나나. 나는 더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그러면 구체적으론 뭘 해주고 싶다는 거야?” “으, 응?” “해주고 싶다고 했잖아. 뭘 해주고 싶다는 건데?” “빠, 빨아준다든지?” 사라는 당황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면서 애매하게 대답했다. 그렇게 어중간한 대답으로 내가 만족할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어디를?” “여, 여기….” 사라가 바지 위로 내 물건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이왕이면 직접 말로 했으면 했지만, 뭐 이정도로 됐나. “아, 삽입 전에 흥분시키고 싶은 거야?” “이, 이! 쌀 때까지 빨고 있고 싶어!” 사라는 결국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외쳤다. 그냥 하면 또 저번처럼 정신도 못 차린 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다가 끝날 테니까 말이야. 사라로서도 꽤나 필사적인 거겠지. “뭐, 사라가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빨게 해줄까?” “이, 이…나중에 두고 봐….” “응? 뭐라고?” “아, 아냐.” 사라는 더 이상 말하면 내가 또 뭔 말을 해올지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즉시 바닥에 무릎을 꿇고, 내 바지를 벗겨냈다. “야. 잠깐. 먼저 입에 넣기 전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인사를 하고…윽.” 물론 난 직전까지도 사라에게 부끄러운 말을 하게 만들 생각이 가득했지만, 이번에는 사라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내가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아직 완전히 커지지도 않은 물건을 덥석 물어버린 거다. “이이 아어어 아우아 오아에어.” 그리고는 뭔가 이겼다는 미소를 지으면서, 날 올려다보고 그렇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것아. 그리고 사라야. 물건을 입으로 빨면서 그런 미소는 좀 아닌 것 같지 않냐? “입에 뭐 넣고 말하지 말라고 안 배웠냐. 일단 말 할 때는 뱉고 말해라. 뱉고.” “어아 애어오 애?” 여전히 사라는 내 물건을 입에 담은 채로 말했지만, 이번엔 왠지 모르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었다. 아마 뱉어도 되냐고 물어본 거다. “아냐. 그냥 해줘.” 나는 결국 사라에게 더 부끄러운 말을 하게 하는 건 포기하고 사라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부끄러운 말을 하게 하는 것도 좋지만, 이 쾌감도 버리기 힘들다. “흐흐음. 아…으읍!” 사라는 여전히 내 물건을 문 상태에서 뭔가 더 말하려다가, 갑자기 커진 내 물건에 갑자기 입이 꽉 틀어 막혀서 살짝 울상이 됐다. 그리고는 마치 갑자기 왜 커졌냐는 듯이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바보야. 그러니까 그렇게 입에 문 채로 말하면 기분 좋다니까. 너도 그걸 아니까 정말 뱉어도 되냐고 물어본 거잖아. “미안. 미안. 너무 좋아서 그랬어.” 뭐, 그래도 여기서 삐지게 만들면 손해 보는 건 나니까. 어디까지나 정도가 중요하다. 정도가. 내가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말하자, 사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콧김을 한번 내뱉고는 나 물건을 천천히 빨아갔다. 역시 잘한단 말이야. 과연 용사님. 배우는 속도가 장난 아니야. 내가 알려준 건 모두 완벽히 습득했을 뿐 아니라, 가끔 응용까지 하면서 내 물건을 공략해온다. 사라는 입술을 꽉 오므리고 혀로 물건 끝을 낼름낼름 핥더니, 내 물건에 혀를 말고는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물건 중간까지, 하지만 점점 깊숙이 받아들이면서 끝내는 내 물건을 완전히 입 안에 넣었다. 물론 얼굴부분만으로 내 물건을 다 넣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에 목도 사용해야했다. 살짝 고개를 틀어서 보니 사라의 목이 부풀어 올라 있는 게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 내 물건을 끝까지 삼킨 상태로 코끝을 내 하복부에 밀착시킨 채로, 사라는 잠깐 움직임을 멈추고 심호흡을 하면서 숨을 골랐다. 하복부에 닿는 사라의 숨결이 묘한 자극을 선사했다. 그리고 사라는 고개를 갸우뚱하는 것처럼 좌우로 흔들면서 천천히 물건을 빼냈다. “으윽!” “하앗, 하앗, 후훗. 역시 이런 것도 기분 좋구나.” 내 물건을 완전히 뱉어낸 사라는, 손으로 내 물건을 훑으면서 기쁨 반 짓궂음 반이라는 느낌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기분 좋았지만, 여기서 주도권을 뺏길 순 없지. “그야. 내 물건을 빨고 싶어 하는 사라의 마음이 너무 잘 느껴져서 말이야. 사라야말로 그렇게 좋았어?” “윽! 바보! 그런 게!” “아냐? 그럼 슬슬 제대로….” “아음!” 대답하기 궁해진 사라는 다시 내 물건을 물었다. 훗. 사라야. 잠자리에서 날 이기려면 한참 멀었다. “그렇게 나랑 말하는 것보다 우선할 정도로 좋구나.” “으으으음!” 사라는 울컥한 표정으로 내 물건을 가볍게 살짝 깨물었다. 크하하하. 사라야. 네가 물고 있는 그게, 5계층 주인의 공격도 막아낸 물건이라는 건 알고 그러는 거냐? 네가 깨무는 건 자극을 증폭하는 역할밖에 안 된다고? 내가 별 반응 없이 씨익 미소를 짓자, 사라는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 좋네. 그 분한 표정. 지금 무릎 꿇고 물건을 빠는 자세와 엄청나게 잘 어울려. “사라야. 슬슬….” 내가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하자, 사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물건의 절반정도까지만 물고 고개를 앞뒤로 빠르게 흔들었다. 그리고 나머지 뿌리부터 절반까지는 손으로 빠르게 훑어주기 시작했다. 그 라스트 스퍼트를 느끼면서, 나는 사라의 입 안에 사정을 했다. “사라야. 삼키지 마.” “응? 으읍!” 삼키라고 한 게 아니라 삼키지 말라고 한 거다. 내 말에 당황한 사라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로 그저 내가 싸는 대로 정액을 입 안에 모으고 있어야 했다. “으으음!” “이제 뺄게. 천천히. 천천히. 흘러넘치지 않게.” 시선으로 왜 삼키지 말라고 한 거냐고 물어보는 사라에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물건을 뺐다. 사라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입술을 오므려줘서, 정액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는 일 없이 물건을 뺄 수 있었다. 정액으로 가득 차 볼이 부풀어 올라서, 평소엔 쿨한 미인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사라의 얼굴이 왠지 귀엽게 보였다. “그럼 이제 입을 벌려서 보여줘.” 내 말에, 사라는 그제야 내가 왜 삼키지 말라고 했는지 눈치 챈 모양이다. 사라는 눈을 날카롭게 만들고 매도하는 것 같은 눈으로 날 쳐다보면서도, 천천히 입을 벌렸다. 하얀 정액이 사라의 입 안에 가득 차있는 걸 보고,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이제 삼켜도 돼.”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라는 정액을 꿀꺽 삼키더니, 바로 날 매도하려 들었다. “진짜 이 변태가! 대체….” “아, 잠깐.” “뭐야?!” “다 삼켰으면 다시 입을 벌려서 제대로 확인시켜줘.” “이, 이이! 아아.” 울컥하면서도 순순히 입을 벌리는 사라였다. 역시. 내 마음을 잘 안다니까. 사랑한다. 사라야. “응. 깨끗하게 제대로 전부 삼켰네.” “이 변태가 진짜! 이런 게 뭐가 좋은 거야?!” 사라 넌 그렇게 싫으면 싫은 티를 바로 내면서도 해주기는 해주니까 오히려 이런 걸 더 시키는 거야. 뭐, 절대로 말하지 않을 거지만. “미안해. 변태라서. 그래도 사라라면 해줄 줄 알았어. 정말 사랑해.” “맨날 그렇게…으읍. 아음. 쭉.” 내가 사라의 입에 키스를 하자, 사라는 순순히 키스에 응해줬다. 방금 정액을 마신 입 아니냐고? 아니야. 이건 우리 예쁜 사라의 입이야. 그런 건 신경 쓰면 지는 거라고. 게다가, 방금 그런 짓을 했는데도 이렇게 키스를 하니까 더 효과적인 거잖아. 사라가 화내려는 와중에 이렇게 순순히 키스에 응해주는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일 거라고. “아음…정말이지. 여긴 또 이렇게 금방 커지고.” “어쩔 수 없잖아. 사라가 귀여우니까.” “바보.” 사라는 가볍게 내 가슴을 찰싹 때리고는, 다시 무릎을 꿇으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사라의 허리를 두 손으로 잡아서 사라가 무릎을 꿇지 못하게 만들었다. “뭐, 뭐야?” “이제 슬슬 사라랑 제대로 하고 싶어.” “엣?! 자, 잠깐! 그, 그래! 이번엔 가슴으로 해줄게!” 아마 고작 한 발 뺀 걸로는 안심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거겠지. 사라는 자기 가슴을 강조하듯 팔로 가슴을 모으면서 필사적으로 날 설득하려고 했다. 으음. 사라의 가슴인가. 나는 사라의 가슴을 쳐다봤다. 레이아의 가슴이 워낙 부각되어서 상대적으로 언급은 안 되고 있지만, 사라의 가슴도 작은 건 아니다. 충분히 있을 만큼은 있는 크기이다. 제대로 가슴을 사용한 플레이도 가능할 정도로는 말이다. 물론 나도 이 가슴으로 하고 싶기는 하지만…. “나중에. 지금은 일단 이쪽부터.” 나는 그렇게 말하고 사라의 바지를 벗겨갔다. “잠, 하, 하지만…!” “난 지금 당장 사라랑 하나가 되고 싶어. 사라는 그렇지 않아?” “읏! 그, 그건…그렇게 말하는 건 치사하잖아.” “미안. 내가 원래 좀 치사해.”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의 바지를 완전히 벗겨내고, 나는 사라를 옮겨서 침대를 짚고 이쪽을 향해 엉덩이를 내밀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이미 젖어있는 음부에 바로 끝가지 삽입을 했다. “흐으으응!” 그것만으로 사라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팔에 힘이 풀려서 상체는 침대에 파묻히고, 무릎도 꺾여서 침대 모서리에 엉덩이만 내밀고 있는 자세로 말이다. 역시 이 차이는 힘든 모양이구나. 나는 일단 사라가 조금 안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허리를 움직이지 않은 채로 상체만 숙여서 사라의 귓가에 입을 가져갔다. “삽입만으로 그렇게 기분 좋았어?” “으응!” 그러자 사라의 몸이 오싹오싹 떨리면서 음부 안쪽이 꾸우욱하고 조여왔다. 아, 이것도 안 되는 거였구나. 나는 하는 수 없이 상체를 다시 세웠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가 삽입한 위로 사라의 엉덩이 구멍이 귀엽게 씰룩대는 것이 보였다.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이렇게 눈앞에 보이면 만지고 싶어지는 게 남자라는 생물이다. 검지손가락 하나만을 세워서, 나는 사라의 엉덩이 구멍 주름을 펴듯이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흐으으으읏!” 역시나 사라는 그것마저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여기는 준비했어?” 내 질문에, 사라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침대 위에 파묻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사라야. 준비성도 철저하다니까. “기대했구나?” 사라는 침대에 파묻힌 얼굴을 약하게 좌우로 흔들었지만, 누가 봐도 앙탈에 불과했다. 뭐, 사라는 지금 여러모로 힘들 테니까 더 추궁하지는 않겠지만.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레벨 업을 의식할 필요도 없으니까, 여기에 맘껏 싸도 문제없겠네.”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사라의 등이 흠칫흠칫 떨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29==================== 고대의 저주 저 반응은, 사라도 기대하고 있는 거라고 해석해도 되겠지? 일단 제대로 음부부터 할 생각이었지만, 사라가 이렇게까지 기대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네. 좋아하는 여자가 원하는 게 있으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먼저 파악하고 들어주는 게 바로 신사란 거다. 나는 사라의 음부에 들어가 있던 물건을 단숨에 뽑아냈다. “흐으으으읏!” 내 물건이 뽑혀나가면서 민감한 곳을 긁기라도 했는지, 그것만으로 사라의 음부에서 애액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나는 애액으로 흠뻑 젖은 물건을 사라의 엉덩이에 맞대고, 천천히 삽입을 개시했다. “아아! 지, 지금은 안…아아앙!” 그리고 내 물건이 엉덩이 안으로 사라지자, 침대위에 축 늘어져있던 사라의 몸이 한번 풀쩍 뛰어오르더니 경련을 시작했다. 나는 부들부들 떨리는 사라의 탐스러운 엉덩이를 진정시키듯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움직일게.” 내 말에 사라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양손으로 침대위의 이불을 꽉 말아 쥐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전부 하게해준단 말이지. 내가 이러니 사라를 안 좋아할 수가 있나. 좋아. 설령 매력이 250에서 고정된 상태라고 하더라도, 사라를 향한 내 마음은 변치 않고 있단 걸 제대로 깨닫게 해줘야지. “사랑해.” “으읏! 하앗! 치, 치사하게 이럴 때만…으으응!” 이럴 때만 이라니. 애정 표현은 꽤나 빈번하게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뭐, 진심이란 건 말보단 행동으로 더 느껴지는 법이니까. 지금은 더 말을 하기 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줄까. 나는 사라의 허리를 양손으로 붙잡고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흐으응! 으읏! 하으응! 으으으읏!” 그러자 사라의 허리가 젖혀지면서 상체가 참대 위로 붕 떠올랐다. 안 그래도 가느다란 허리에서 잘 발달된 골반까지 이어지는 라인이 인상적인 사라인데, 이렇게 등까지 젖히고 있으니 그 라인이 더 강조되어서 더 섹시하게 보였다. 게다가 내 허리와 부딪힐 때마다 출렁이는 탄력 넘치는 엉덩이까지. 나는 한 손으로 사라의 목을 받치고 이쪽을 돌아보게 만든 후 키스를 했다. 키스를 정말 좋아하는 사라는 보통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혀를 움직이지만, 이번만큼은 정말로 그럴 여유가 없는 모양이다. 내 혀가 움직이는 대로, 아무런 맞대응도 하지 못하고 그저 수동적인 태도로 받아들이기만 했다. 그렇게까지 쾌감을 버티는 것에 필사적이란 건가. “사라. 예뻐. 사랑해.” 내가 잠깐 입술을 떼고 그렇게 말한 후 다시 키스를 하자, 사라의 눈이 몽롱하게 풀리면서 몸이 흠칫흠칫 떨렸다. 지금 그걸로 다시 한 번 느낀 건가. 뭐, 허리도 계속 움직이고 있으니까 당연한 거긴 하지만. 사라는 기절까진 하지 않았지만, 다시 몸이 축 늘어져버렸다. 나는 그런 사라의 상체를 살며시 침대 위로 내려주고, 허리 움직임에 집중했다. “사라야. 그럼 나도….” “흐읏! 으응! 읏! 흐읏!” 이번엔 레벨 업에 신경 쓸 필요도 없으니까, 그냥 이대로 사정해도 상관없다. 허리 움직임을 가속하면서 사라에게 신호를 보냈지만, 사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허덕이기만 했다. 뭐, 대답할 여유가 없을 테니까 어쩔 수 없나. 하지만 제대로 알겠다는 듯, 대답 대신 엉덩이를 꾹 조여 왔다. “흐으으으읏!” 그리고 내가 사정을 하자, 사라는 다시 오르가슴을 느끼면서 침대 위에서 퍼덕였다. “어때? 여기로 마무리하는 감각은? 기분 좋아?” “아, 아, 아아…안 돼…안 돼….” 부들부들 떨리는 사라의 매끈한 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물어보자, 사라가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응? 뭐가 안 돼?” “이거…이거 안 돼…. 엉덩이가…엉덩이 망가져….” “뭐?! 우리 사라의 예쁜 엉덩이가! 그건 안 돼지! 좋아! 내가 당장 힐링 섹스로 치료해줄게!” “엣…? 엣? 에엣?! 자, 잠…지금으으으응!” 침대에 축 늘어져서 멍한 느낌으로 중얼거리던 사라는, 처음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 못한 것 같이 멍한 표정으로 날 돌아봤다. 하지만 점점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이해되기 시작한 듯, 다급히 상체를 일으켜 멈추려고 했다. 뭐야. 아직 그렇게나 기운이 남아 있잖아. 하지만 상체를 일으키던 사라는, 엉덩이를 빠져나가는 내 물건의 감촉에 다시 침대로 엎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여기로 해줄게. 우리 사라의 예쁜 엉덩이가 망가지면 큰일이니까 말이야.” “아, 아…아아….” 사라는 절망에 빠진 눈으로, 하지만 자포자기한 것처럼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고 얼굴을 이불에 파묻어버렸다. 결국 나는 밤새 사라의 엉덩이와 음부를 오가면서, 내가 얼마나 사라를 사랑하는지 그 몸에 철저하게 알려줬다. “…정말로 죽는 줄 알았어.” 다음 날 아침, 정신을 차린 사라가 제일 먼저 중얼거린 감상이 바로 이거일 정도로 말이다. “그렇지? 내가 사라를 죽을 만큼 사랑한다는 게 충분히 전해졌지?” “이 변태야! 농담 아니야!” “나도 농담 아니야! 진짜 죽을 만큼 사랑해!” “이, 이…바보가….” 내 가슴을 때리려고 손을 들어 올렸던 사라는, 얼굴을 붉히면서 결국 그 손을 살며시 내렸다. “맞아. 난 너한테 푹 빠진 바보야. 그러니까 매력 수치가 조금 낮다고 자신감을 잃거나, 불안해할 필요 전혀 없어. 내 눈에 보이는 사라는 언제나 최고로 예뻐.” “…바보. 딱히 구원 눈이 아니더라도 난 예뻐.” 자신감 넘치는 내용과는 다르게 사라는 부끄러워하는 말투로 말하면서, 내 입술에 살며시 키스를 했다. “하지만…그래도 역시 던전에는 준비되는 대로 바로 갔으면 좋겠어.” “응? 이대로라면 복상사할 거 같아?” “이 변태야! 알고 있으면 조금 자중하란 말이야!”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야. 사라가 예쁜 게 잘못이야.” “이게 진짜…아무튼 그런 것도 있고. …이왕이면 구원에게 조금이라도 더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걸.” “알겠어. 그럼 강화를 맡긴 장비들만 오면 바로 가자. 하지만 일단 지금은….” “응?” “사라의 엉덩이가 제대로 나았는지 불안하니까 마지막으로 힐링 섹스로 치료를 해놓자.” “이 변태가! 아예 잘 때도 삽입하고 자서 밤새 발동시켜놓고는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냥 하고 싶을 뿐이잖아!” “그럼 그냥 하자!” “이젠 변명도 안 해?!” 좋아하는 여자랑 하고 싶다는데 변명까지 할 필요가 뭐가 있어. 결국 식당으로 가기 전에 우리는 다시 한 번 몸을 겹쳤다. 식당으로 내려가자, 나와 사라말고는 다들 이미 모여 있었다. 물론 그 다들에는 마틸다도 포함되고 있었다. 마틸다는 우아하게 차를 마시면서 디아나나 레이아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저 평화로운 모습을 보면, 일단 모두들 마틸다를 평소와 다름없이 대해주는 모양이다. 정말로, 우리 애들한텐 아무리 감사를 해도 모자를 지경이라니까. “좋은 아침.” 하지만 그 평소와 같은 모습은 내 등장과 함께 깨졌다. “음. 잘 잤는가.” “구원씨. 안녕히 주무셨어요?” 디아나나 레이아는 물론 평소와 다름없는 반응을 보여줬지만, 마틸다는 아니었다. “가, 간밤에는 평온하셨는지요?” 뭐야 그거. 어디 귀족 아가씨냐. 아니, 뭐 추기경이니까 높으신 신분이 맞기는 맞지만 말이야. “뭘 그렇게 긴장하냐? 내가 너무 잘생겨서 제대로 말도 못 붙이겠냐?” “누, 누가 당신 같은…으읏…!” 마틸다는 반사적으로 부정하려다가,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뭘 그렇게 고민하냐. 내가 그 고민을 해결해주지. “하지만 나 같은 놈이 좋은 거지?” “네, 네에….” “그럼 제대로 말해봐.” “당신을 좋아해요….” 내가 다가가서 마틸다의 턱을 짚고 말하자, 마틸다는 바로 몽롱한 표정이 돼서는 중얼거렸다. 역시 이 녀석 재밌어. 문제는 너무 재밌어서, 그만 나도 주변 상황이 안보이게 된다는 거다. “호오오. 허락을 받았다고 아주 당당하시구먼.” “잠깐만. 이건 아냐.” “뭐가 아니란 거야? 왜? 더 해보지?” 망했다. 이거 뭐라고 변명하지? 그냥 재미로 가지고 논 거야! 라고 말해봐? 아니. 그럼 여심을 가지고 논 쓰레기 확정이다. 마틸다가 나한테 좋아한다고 한 거지, 내가 마틸다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안했다고 주장해볼까? 아냐. 그럼 더 쓰레기가 된다. “어, 음…잘못했습니다.” 나는 그냥 솔직하게 사과하기로 했다. “솔직하니 좋구먼. 거기 무릎 꿇게!” “이 바람둥이가 진짜!” 디아나와 사라에게 구박을 받고 나서야, 우리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번만큼은 우리 천사님도 도와주지 않으셔서, 꽤나 힘들었다. 아니. 그나마 솔직하게 바로 사과했으니까 이정도로 끝났다고 봐야겠지. 아무튼 식사를 하면서, 나는 오늘 할 일을 확인했다. “마틸다 너 오늘 용무 없지?” “네, 넷. 그런데요? 무슨 일이시죠?” 결국 나를 어떻게 대할지 정하지 못하고는, 평소처럼 행동하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마틸다는 묘하게 오만해 보이는 그 태도로 내게 대답했다. 연인처럼 대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좀 더 부드럽게 대해도 상관없을 텐데. 그러고 보니 저주도 몇 년이나 걸려있었다는 모양이고, 이미 저 태도가 습관이 돼버린 거 아닐까? “그럼 오늘은 나랑 같이 신전에 가자.” “구원 아까 그렇게…!” “자, 잠깐! 마틸다랑 단 둘이 간다는 게 아니잖아? 너희도 따라오고 싶으면 따라오라고. 어차피 용무가 있어서 가는 거야.” “신전에요? 어떤 용무신가요?” “마틸다의 몸에 있는 저주의 흔적이 조금 사라졌으니까 아마 내 가설이 맞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일단 확인은 해봐야지. 신전에 가서 원래 마틸다가 있던 쪽에 연락을 해보면, 마틸다의 저주에 영향을 받은 남자들 상태가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지 않겠어?” “흠. 그도 그렇구먼. 어쩔 수 없군. 사라양. 레이아양. 저 자가 엄한 짓을 못하도록 잘 부탁하네.” “네. 꼭이요.” 디아나의 말에 레이아가 양손을 가슴 앞에 불끈 쥐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우리 천사님이 저런 대답을 하실 줄이야. 이거 은근히 상처받는다. “디아나는 안 따라가게?” “이 몸은 길드장과 거대 마석과 관련하여 조금 할 얘기가 있네.” 디아나는 정말로 아쉽다는 듯이 대답했다. 거대 마석이라. 그러고 보니 그건 나도 제대로 알아봐야 되는데. 어쩌면 그게 여신님이 날 여기에 보낸 이유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를 일이고. 아무튼 그럼 신전에는 사라랑 레이아, 실비아가…. “아, 맞다. 미안한데 실비아는 여기 남아있어.” “네, 넷?!” 아마도 평소처럼 스토킹이라도 하듯이 따라올 생각이었겠지. 실비아는 충격을 받았는지 울상을 하면서 날 쳐다봤다. “그런 표정 하지 마. 어쩔 수 없잖아. 장비 강화가 끝나면 성에서 연락이 올 텐데, 실비아는 남아있어야지 성에서 장비를 챙겨오지.” 장비 강화가 그렇게 오래 걸리지도 않을 테니, 어쩌면 오늘 안으로 연락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그렇군요.” 실비아는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안으면 기겁을 하면서, 계속 얼굴은 보고 싶다는 건가. “그러니까 그런 표정 하지 말라니까. 뭣하면 가기 전까지 끌어안고 있어줄까? 그거면 어느 정도 보충은 되지?” “웃!” 그러자 실비아는 움찔하면서 고민하는 표정이 됐다. 저 표정은 완전히 행복하게 죽을지 불행하게 살아갈지를 고민하는 얼굴이다. “하아…. 그러니까 실비아를 그만 놀리라니까.” 사라가 한숨을 쉬면서 내 등을 가볍게 찰싹 때렸다. 마틸다한텐 그렇게 질투했으면서, 실비아한텐 상냥하다. 실비아는 제대로 본처취급을 해줘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불쌍해보여서 그런 건지, 묘하게 우리 애들은 실비아한테 상냥하단 말이지. “그런 거라면 나도 남아있을게.” “응? 사라도?” “그래. 아무리 아공간 주머니를 쓰더라도 실비아 혼자 옮기는 건 힘들 테고, 우리 장비 강화를 위한 건데 실비아 혼자 집 보기를 시키는 건 미안하잖아.” 아무래도 사라는 자기가 급하게 던전행을 주장했던 만큼, 장비 관련 일로 실비아만 남기는 게 맘에 걸렸던 모양이다. 하여간 얘는 진짜 생긴 건 냉랭하게 생겨가지고 착하다니까. 뭐, 나 말고 다른 남자한테는 진짜 생긴 대로 놀지만.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까, 레이아. 이 변태를 감시하는 건 레이아한테 부탁할게요.” “네. 맡겨주세요.” 아니, 그러니까 우리 천사님은 오늘따라 왜 저렇게 기합이 들어가 있는 거야. 다른 애들은 원래 그렇다고 쳐도, 천사님이 저러는 건 은근히 상처받는다니까. 아무튼 그렇게 해서 신전에는 레이아와 마틸다라는 성직자 둘과만 같이 가게 됐다. 뭔가 이 둘과만 가면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기분 탓이겠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마 2시간 전후로 한편 더 올릴 수 있을 겁니다. 아마…. 스토리 진행은 착실히 되고 있습니다. 요즘 계속 그쪽 씬만 나온 것 같아도 은근슬쩍 던전 쪽 스토리하고도 연결될 떡밥들을 이곳저곳에 뿌려놨어요. 그리고 변명 하나만 하겠습니다. 씬을 끊은 게 아니었습니다. 원래는 저번 화로 끝낼 예정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요즘 너무 씬만 연달아 나와서 조절 좀 할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오늘 다시 읽어보니까 저렇게 끝내는 건 조금 이상한 거 같더군요. 그래서 안 쓰려던 내용을 조금 더 쓴 겁니다. 그러니까 고의로 끊은 게 아닙니다. 330==================== 고대의 저주 “그럼 전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마부 역할을 한 메이드가 우리를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하면서 말했다. 저주를 풀 방법을 알았다고는 하더라도, 저주가 풀린 건 아니다. 때문에 마틸다가 밖을 나오기 위해서는 여전히 마차를 통한 이동이 필수였다. 하지만 성에 장비들을 가지러 가게 될지도 모르는 만큼 바넷사와 가장 좋은 마차는 저택에 남겨뒀고, 우리는 다른 메이드가 모는 적당한 크기의 마차를 타고 왔다는 말이다. “그럼. 마틸다. 일단 나한테 붙어.” “네? 아앗! 이, 이렇게 대담하게….” “으음. 구원씨.” 내가 마틸다를 끌어안자, 레이아는 조금 토라진 얼굴로 내 반대쪽 팔을 끌어안았다. “아니. 저주 때문에 위험하니까.” 그랬다. 마차로 신전에 도착했다고는 하더라도, 신전은 여전히 엄청난 수의 왕래 객들이 있었다. 특히나 남자 위주로 말이다. 여전히 여자보단 남자 신도들이 압도적으로 많…앗! 그런 건가! 나는 왜 이렇게 신전에 왕래 객들이 많은지를 알 수 있었다. 물론 여기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신앙심이 투철한 것도 있겠지만, 이것들 적어도 반 이상은 교육장 때문에 온 녀석들이야! 그러고 보니 이 세계에 와서 한 번도 창관 같은 걸 본적이 없었다. 보통 이렇게 모험가들이 많은 도시는 창관이 집단으로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도 말이다. 이 세계의 신이 그런 신이다보니 오히려 돈을 주고받으며 섹스하는 건 금기가 돼서 없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순수하게 창관이 있을 필요가 없어서 없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10레벨 이하라면 교육이랑 명목 하에 신전에서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교육이라는 명분이 있다는 건 남자의 자존심을 유지시켜줄 수 있는 수단도 된다. 왜냐하면 이 세계는 섹스로 상대방이 절정을 느꼈다는 걸 경험치 상승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창관 같은 데 가서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는데, 정작 들어오는 경험치가 단 하나도 없었다면? 괜히 돈만 쓰고 자존심만 갈가리 찢기는 꼴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교육이란 명목이 있으면 그나마 자존심이 상할 일은 없다. 이 세계의 시스템 상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다수의 남자들에게 신전의 교육장이란 꿈과도 같은 장소라는 거다. 그리고 이유야 어찌됐든 이렇게 신전에 사람이 몰리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신앙심도 깊어지는 법이다. 서로 윈윈인 관계라고 할까. 만약 이 세계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내가 교육장의 존재를 알았다면 엄청나게…아, 그러고 보니. 과연. 오늘따라 우리 천사님이 왜 그렇게 내 감시에 의욕을 불태우나 했더니. 나한테 교육장의 존재가 들켜서 불안했던 거구나. “응? 구원씨? 왜 그러세요?” 내가 레이아를 빤히 쳐다보자, 레이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레이아. 사랑해.” “후훗. 저도 사랑해요.” 레이아는 싱긋 웃으면서 내 팔에 더더욱 자신의 가슴을 눌러왔다. 진짜 천사라니까. 걱정 마. 내가 레이아가 불안해할 짓을 하겠어? 나는 교육장 쪽으론 눈길도 주지 않고 곧장 대사제…소피아씨의 방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소피아씨.” 대사제님이라고 부르는 게 오래됐던 만큼, 소피아씨라고 부르는 게 어색하다. 게다가 반쯤 장모님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만큼 더욱더. “어머. 어서 오세요. 마틸다 추기경님까지 같이 오셨다는 건…이제 구원씨를 여신님의 사자로 인정하시겠다는 건가요?” 아앗!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지! 어쩐지 여기 셋이서 오는 게 불안하다 싶더라니! 망했다! “…그러네요. 인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게 돼버렸어요.” 그리고 내가 신호를 보내기도 전에, 마틸다는 간단하게 수긍해버렸다. 왜 그렇게 쉽게 수긍하는 거야?! 전에는 자기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진 절대 믿지 않겠다고 우겨댔었잖아! “그 말은…여신님이 또 다시 내려오셨던 건가요?” “아뇨. 그건 아니지만…이 남자. 제 저주에 영향을 받지 않아요.” “네, 네?!” 그렇게나 예상외의 대답이었던 건지, 언제나 차분하던 소피아씨는 조금 당황한 모습으로 마틸다를 쳐다봤다. “게다가 이 사람과의 섹스로 저주가 조금이나마 풀렸어요. 아마 이대로 계속하면, 완전히 저주를 풀 수 있겠죠. 사실 오늘 여기 온 이유는 그 일 때문이에요.” “그, 그렇군요.” 소피아씨는 복잡한 얼굴로 레이아를 쳐다봤다. 딸 같은 레이아가 좋아하는 남자와 상사나 마찬가지인 추기경이 섹스를 했다는 얘기를 들었으니, 그야 마음이 복잡하기도 하겠지. 으윽. 괜히 죄송합니다. 하지만 소피아씨는 이내 표정을 다잡고, 진지한 얼굴로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럼 구원씨. 마틸다 추기경도 성녀가 될 수 있는 건가요?” 역시나. 역시나 이렇게 돼버리나. 젠장. 그래. 이런 흐름이 될 것 같았어. 사라나 디아나랑 같이 왔어야 했는데. “아뇨. 마틸다는 불가능해요.” 앞으로 대화의 흐름이 어떻게 진행될지 뻔히 보였지만, 그렇다고 거짓말을 할 수도 없어서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엣? 불가능한가요?” “그래.” 그러고 보니 얘는 사도 임명에 대해서 모르지. 혹시 자기도 성녀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아, 하긴. 그러고 보니 원래는 성녀 후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여전히 성녀가 될 수 있는 건 레이아 하나군요.” 소피아씨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다시 마틸다를 쳐다봤다. “그럼 마틸다 추기경님. 전에 얘기했던 교단에서 성자 구원과 성녀 레이아의 성혼을 추진하자는 얘기를 교황님께 다시 한 번 건의하고 싶네요.” 으아. 역시 이렇게 돼버리나. 아니. 물론 싫다는 게 아니다. 나도 레이아와 결혼을 하고 싶다. 다만 단독으로 레이아하고만 먼저 하는 건 말이지…. “에, 엣?! 네엣?! 뭐라고요?!” 마틸다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피아씨를 쳐다봤다. “전에도 말씀드린 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차피 성자와 성녀는 이미 상사상애하고 있는 관계입니다. 또한 한동안 성녀가 없어서 침체됐던 교의 분위기를 일신하는 차원에서도 이 얘기는….” “자, 잠깐. 잠깐 기다려주세요. 소피아씨.” “뭐죠, 구원씨? 우리 레이아에게 어디 불만이라도?” 소피아씨는 마치 처음 만났을 때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소피아씨도 내가 왜 이러는지 알고 있으니까, 일부러 더 저런 말을 하는 거겠지. “그건 절대 아니에요! 아니지만, 그게…여신님이 저한테 던전을 가라고 했잖아요? 그런데 여신님의 사자라느니, 그런 소문이 퍼지면 모험가로서 조금 불편할 것 같아요.” “그, 그래요. 결혼이라니. 너무 이른 얘기에요!” 마틸다는 내 말에 필사적으로 맞장구를 쳐줬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한 번 달콤한 말로 꼬드겨두면 효과는 계속 지속되는 모양이다. “마틸다 추기경님. 당신은 지금 냉정함을 잃고 있는 겁니다. 저주 때문에 특히 더 그런 것 같군요. 냉정하게 상황을 보시는 게 어떠신가요?” “읏!” 하지만 소피아씨는 마틸다에게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말투만 존댓말이지 마치 아랫사람을 타이르는 것 같은 태도였다. 그리고 마틸다도 찔리는 구석이 있는 건지, 아니면 소피아씨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건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과연 이런 큰 신전의 최고관리자. 어쩌면 소피아씨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하신 분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구원씨. 여신님의 사자라는 게 알려지면 불편할 거라고 하셨지요?” “네, 네.” “확실히 거친 모험가들 중에는 시기하는 사람이 생길지도 모르고, 던전 안에서 뒤를 캐거나 할지도 모릅니다. 여신님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일거수일투족에도 신경을 써야 하겠지요. 하지만 그런 디메리트 이상으로, 저희 교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윽, 그, 그건…하지만….” “하지만 뭐죠?” 젠장. 장모님처럼 생각하고 있는데다가 지금까지 선생 역할도 해줬던 분인 만큼, 소피아씨가 저렇게 나오니까 기를 못 펴겠네. “그, 그게…그래. 그, 레이아도 불편할 테고.” 결국 나는 레이아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방법밖에 없었다. 만약 여기서 결혼이 결정나버리고, 신전에서 결혼식까지 나와 레이아를 붙잡아 둔다면? 그야말로 답이 없다. 아무리 디아나가 있다고 하더라도, 성자와 성녀의 결혼을 방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전 세계의 마법사? 이쪽은 여신님을 모시는 전 세계의 사람이 같은 편인 거다. 상대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레이아가요?” 소피아씨는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날 쳐다봤다. “네. 레이아도 아직 성녀가 된 게 아니잖아요. 물론 제가 성녀로 만들 겁니다만, 그래도 아직 성녀가 되지 않은 이상 그런 발표를 하는 건 레이아에게 너무 부담을 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레이아?” 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레이아를 쳐다봤다. 솔직히 말해서 구차하기 그지없는 행동이다. 당연히 레이아는 나와의 결혼을 엄청나게 바라고 있을 거다. 저번 밤엔 내 아이를 가지고 싶다면서 그런 플레이를 했을 정도니까. 그런 레이아한테 결혼이 성립되지 않도록 도움을 요청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봐도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네. 성녀가 되기 전까지 그런 발표를 하는 건 너무 부담이 큰 것 같아요.” 하지만 레이아는 내 눈을 빤히 보면서 잠깐 생각을 하더니, 소피아씨를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뭐? 레이아. 하지만….” “괜찮아요. 걱정 하지 않으셔도 돼요.” 소피아씨가 당황하며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레이아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소피아씨의 두 손을 붙잡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전 저의 페이스대로, 느긋하게 관계를 쌓아올리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행복한걸요.” “그래…. 미안하구나.” “아뇨. 언제나 감사하고 있어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내 옆으로 와서 내 팔에 팔짱을 꼈다. “레이아….” 나는 나대로 미안함과 감동에 젖어서 레이아를 바라봤다. “후훗. 왜 그런 표정을 하세요. 정말 괜찮으니까요.” 레이나는 살며시 검지를 내 입술에 가져다 대서 말을 멈추게 하고, 웃으면서 말했다. 크윽. 대체 이분은 어디까지 천사 같은 거야. 아니. 천사 같은 게 아니야. 천사 그 자체지. 오히려 천사가 레이아 같은 거야! “크흠! 아, 아무튼! 제 저주에 대해서 잠깐 교황님과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통신 마법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마틸다도 한동안 조용히 우리 모습을 보다가, 이내 정신을 차린 듯 헛기침을 하고 소피아씨를 향해 말했다. “…그렇군요. 따라오시죠.” 소피아씨는 마틸다를 데리고 방을 빠져나갔다. 그냥 고자 상태에서 해방된 사람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거니까, 굳이 내가 따라갈 필요는 없겠지? 나는 레이아와 함께 여기에서 대기를 하기로 했다. “레이아. 미안해.” 단둘이 되고 나서야, 나는 겨우 레이아한테 사과를 할 수 있었다. “네? 갑자기 왜 그러세요?” “레이아는 분명 나와 결혼하고 싶었을 텐데.” “어머. 마치 구원씨는 그렇지 않으셨다는 것 같네요?” “아냐! 그런 게 아냐! 단지…!” “후훗. 알아요. 구원씨를 따라서 농담 한 번 해봤어요.” 레이아는 쿡쿡 웃으면서 내 정면으로 오더니, 두 손으로 내 손을 감싸듯 잡으면서 말했다. “사과하실 것 없어요. 다 저를 위해서 한 것인 걸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생각해봤어요. 과연 그런 식으로 결혼을 한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행복할지를요. 아마 사라씨와 디아나씨는 괴로워하시겠죠. 그리고 그런 두 분을 보는 구원씨도 괴로워지실 거고요.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그런 구원씨를 곁에서 바라봐야하는 저도 괴로워지지 않겠어요? 그러니까 결혼을 거부한 거예요. 다 저를 위해서 그런 거죠.” “레이아, 그건….” “그리고…벌써부터 성녀라는 직함으로 불리는 게 부담됐던 것도 사실이고요.” 레이아는 장난스럽게 혀를 살짝 내밀면서 말했다. 레이아는 자기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이거 완전히 나를 위해서 그런 거잖아! 나는 참을 수 없어서 레이아를 꽉 끌어안았다. “꺄악!” “레이아. 정말 사랑해. 정말로 내가 평생 잘 할게!” “구원씨. 잠깐 교황님께서…어머.” 내가 레이아에게 그렇게 외쳤을 때, 마침 소피아씨가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정말로 제가 안달할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군요.” 그리고는 레이아와 서로 마주보면서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 성공! ziozia // 걱정 감사합니다. 사실 연말연초가 비수기라 조금 널널해요. 그리고 요즘 조회수나 추천수가 늘어서 글쓰는 게 재밌네요. 331==================== 고대의 저주 “아하하. 그런데 소피아씨, 빨리 오셨네요. 마틸다는요?” 나는 일단 레이아에게서 떨어지려다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굳이 이런 모습을 감출 것도 없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레이아를 더 꽉 껴안은 채로 소피아씨에게 질문을 던졌다. “마틸다 추기경님은 현재 교황님과 대화중이에요. 전 당신을 부르러 왔어요. 저주를 풀 수 있는 당사자 없이 어떻게 제대로 설명이 되겠어요?” 아, 그런가. 레이아와 대화할 생각으로 남아있었지만, 잘 생각해보면 내가 따라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나. 나는 소피아씨의 안내를 받아서 마틸다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렇게 따라간 곳에는 통신 마법과 텔레포트 마법이 혼합된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영주성에서도 본 것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었다. “당신이 구원이로군요.” 내가 방에 들어가자, 마틸다가 몸을 살짝 옆으로 비켰다. 그러자 마틸다의 몸에 가려져있던 수정구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너머로 날 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정구에는 젊었을 때 미인이었을 것을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곱게 늙으신 할머니가 이쪽을 향해서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이거 허를 찔렸네. 이런 세계이다 보니 당연히 교황도 잘빠진 미인일 거라고 생각했던 나는, 그런 교황의 모습에 잠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잖아. 마법사협회 누님들마저도 30대 후반 정도의 미인으로 보이는 세계라고. 내가 그 누님들의 나이를 정확히 아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런데 교단의 최고직위에 있는 분이 이런 올드 레이디라니. 내 추측에 따르면 이 세계의 성직자들은 기본적으로 직업 레벨이 오를 때 매력이 오른다. 그러니 교황씩이나 되는 사람이 매력이 낮을 리도 없다. 그렇다면 이 모습은 그만큼 나이가 많다는 증거인 걸까? “마틸다 추기경에게서 얘기는 들었습니다. 지금 사람을 시켜서 저주에 영향을 받은 자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확인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저와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아, 네.” 그야말로 교황의 표본 같은 차분하고 인자한 말투에, 나는 스스로가 절로 공손해지는 걸 느끼면서 대답했다. 얘기라고는 해도 별 말을 한 건 아니었다.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부터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같은, 정말로 시시콜콜한 얘기들만을 주고받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잡담을 한 후에, 교황은 드디어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했다. “여신님의 사자라고 들었습니다만.” 교황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와서 순간 흠칫했지만, 생각해보니 당연한 거였다. 어차피 저주를 어떻게 풀 수 있었는지 얘기하려면, 그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 “솔직히 그 정도로 거창한 건 아니고요, 그냥 여신님께서 뭔가 목적이 있어서 저를 보내신 건 맞아요.” “후훗. 겸손하시군요. 그게 바로 여신님의 사자라는 겁니다.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여신님의 사자란 걸 공개하기 거부한 건가요?” 그 얘기까지 한 건가. 뭐, 레이아 본인이 결혼은 천천히 생각하겠다고 한 이상, 이제 여신의 사자라고 공표되더라도 별 상관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 면도 없다고는 말 못하겠네요.” 하지만 방금 전까지 그렇게 공개를 반대했던 내가, 결혼이 무산되자마자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꾸는 건 너무 속보이겠지? 나는 계속해서 공개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렇다면 저주에서 해방된 남성분들에게는 저희가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요?” 교황은 여전히 인자한 미소를 지으면서, 전혀 고민하는 기색 없이 그렇게 말했다. “아, 그런가. 그러네요. 그럼 그냥 말 하셔도 돼요.” “정말 괜찮나요?” “네.” “어째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건가요?” 그렇게 질문하는 교황의 눈이 아주 조금 날카로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야…저에 대해서 숨기려면 사제분들이 거짓말을 해야 될 테니까요. 제 이기심 때문에 성직자분들이 거짓말을 하게 만드는 것도 미안하고.” “그렇군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자연히 소문이 퍼질 텐데, 괜찮겠습니까?” “음…뭐 어쩔 수 없죠. 어차피 마틸다의 저주를 푸는 동안 알게 되는 사람도 점점 더 늘어날 거고. 생각해보니 비밀로 해달라고 하는 건 너무 제 생각만 한 거였네요.” “…후훗.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죠.”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교황의 미소에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나저나 교황은 내가 여신의 사자라고 믿고 있는 걸까? 저렇게까지 말하는 걸 보면 의심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뭔가 여신의 사자를 떠받들거나 이용해먹으려는 것 같지도 않고. 뭔가 신기한 사람이다. “아, 아무래도 결과가 나온 모양이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교황은 그렇게 말하고 잠깐 자리를 벗어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수정구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당신의 예측은 정확했던 모양이네요. 저주에 영향을 받았던 사람들 중 23명의 증세가 회복됐다고 합니다.” “23명….” “으읏….” 교황의 말에, 나보다 먼저 레이아와 마틸다가 반응을 보였다. 그나마 옆에 있는 게 천사님이라 천만다행이다. 사라나 디아나였으면 분명 화냈을 거야. 천사님의 목소리도 썩 기분 좋은 것 같지는 않은 느낌이라, 옆을 돌아보기 두려웠지만 말이다. “그, 그렇군요. 그거 잘 됐네요.” “네. 그럼 계속해서 마틸다 추기경을 부탁해도 될까요?” “아, 네. 물론이죠.” “감사합니다. 그럼 마틸다 추기경.” “네, 넷!” “당신은 그곳에서 한동안 저주를 푸는 것에 전념하시길 바랍니다.” “네. 감사합니다. 교황님.” “그럼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그렇게 해서 교황과의 대화가 끝났다. 독특한 분위기 때문에 그다지 긴장도 하지 않았고, 결국 대부분 내가 원하는 데로 풀렸다는 느낌이다. 여신님의 사자라는 소문이 퍼질 수 있다는 게 변수이기는 한데, 이거야 뭐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있을 테니 뭐라고 말하기 힘들고. “뭔가 신기하신 분이네. 그냥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되는 사람이었어.” “당연하죠. 역대 최고의 교황 중 하나라고 칭송받는 분이시라고요.” 마틸다는 정말로 교황을 존경하는지, 자기가 더 뿌듯해하면서 말했다. “그럼 돌아갈까.” 무사히 용무를 마친 우리는, 소피아씨와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신전을 빠져나왔다. “그나저나 역시 내 감은 대단하다니까. 예상이 정확하게 들어맞다니. 나 스스로가 두려울 정도야.” 마차를 타고 저택으로 향하는 도중, 나는 스스로가 대견해져서 자랑스럽게 떠들었다. 만약 딱 한 번만 해보고 저주가 안 풀렸다면서 그대로 포기했으면 어떻게 됐겠어. 하지만 이 얘기는 하면 안 되는 얘기였다. “후훗. 그러네요. 분명 교황님께서 23분이 저주에서 회복됐다고 하셨죠. 그럼 마틸다씨와 23번을 하신 건가요?” 레이아의 말을 듣고, 나는 등뒤가 식은땀으로 축축히 젖어가는 게 느껴졌다. 이 화제는 위험해. 아무리 우리 천사님이라고 하더라도, 이 화제를 계속 이어나가면 안 될 것 같아. “그, 그랬던가? 아무튼 마틸다 넌 참 대단하다. 저주가 23명이나 풀렸는데 고작 저주의 흔적은 손가락 두 마디 정도밖에 사라지지 않았잖아. 대체 몇 명한테 반했다는 거야.” 나는 본능이 주는 신호를 착실하게 받아들여서, 회심의 화제 전환을 시전 했다. “벼, 별로 그런 건! 그렇게까지 반하지 않았어요!” 다행이다. 마틸다가 제대로 받아줘서.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더욱더 마틸다를 몰아붙였다. “무슨 소리야.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 네 몸에 퍼져있는 그 저주의 흔적이 무엇보다도 확실한 증거야. 정말로. 그냥 말만 걸어도 반하는 거 아냐?” “그, 그렇지는….” 마틸다는 스스로 말하고도 조금 자신감이 없는지, 조금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구원씨. 마틸다 추기경님께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저주의 영향이니까 추기경님도 어쩔 수 없으신 거예요.” 그리고 내가 너무 마틸다를 몰아붙이자, 우리 착하신 천사님이 결국 보다 못해서 마틸다를 두둔하고 나섰다. 좋았어. 이걸로 완전히 화제가 전환됐다. 마틸다에게는 조금 미안한 짓을 했지만, 또 달콤한 말로 속삭여주기라도 하면 되겠지. “그, 그래요! 이건 저주의 영향이에요!” 뭐, 그리고 그렇게까지 풀죽은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뭐, 어찌됐든 이제 네가 나만 좋아하면서 피해자만 안 늘리면 되는 거네.” “다, 당신을….” “왜? 나 안 좋아해?” “좋아해요….” 거 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하니까 바로 풀리잖아. “구원씨도 참….” 레이아는 자기도 신경써달라는 듯이 내 팔을 끌어안으면서 가슴을 밀착시켜왔다. 그리고는 내 귓가에 입을 가져와서는 속삭였다. “내일 밤에는 저도 23번 이상 할 거니까요.” 화제 전환에 성공한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그냥 우리 천사님이 봐준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런 협박이라니. 역시 천사님이야. “겨우 그 정도로 괜찮겠어?” “정말….” 레이아는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돌리면서, 하지만 여전히 내 팔을 양손으로 꽉 붙잡은 상태에서 꼬리로 내 허벅지를 찰싹찰싹 때렸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무사히 저택에 도착한 우리지만, 언제나 우리를 마중 나오던 슈퍼 집사 바넷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대신 디아나가 내 쪽으로 쪼르르 다가왔다. “음. 자네도 빨리 왔구먼. 어떻게 됐는가?” “응.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디아나도 벌써 길드에 다녀온 거야?” “음. 어차피 새로 발견한 거대 마석이 있는지 물어볼 겸 잠시 갔던 것뿐이니 말일세.” 과연. 티를 안내고 있을 뿐이지, 여전히 연구에 열심이구나. 디아나도 당장이라도 새로운 마석을 찾으러 던전에 가고 싶었을 텐데, 날 생각해서 보채지 않고 기다려준 건가? 이런 부분에선 역시 연령에 상응하는 여유가 느껴진다니까. “그런가. 그럼 장비가 강화되는 대로 바로 던전에 가자.” “음.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구먼. 안 그래도 사라양과 실비아양이 장비를 가지러 갔다는 모양일세.” “응? 아, 그래서 바넷사가 안보였구나. 그럼 던전에 갈 준비를…아.” 나는 황급히 옆에 있는 레이아를 쳐다봤다. 이번에 던전에 가게 되면, 3계층을 탐험하게 될 거다. 당연히 2계층처럼 거점에서 머물면서 탐험하던 것처럼은 할 수 없을 거고, 그 말은 즉 던전 안에서 섹스를 못한다는 말이 된다. 방금 전까지 내일 밤을 기대하라는 둥 떠든 주제에, 오늘 던전에 가도 되는 걸까? “괜찮아요.” 레이아는 내가 왜 자기를 쳐다봤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듯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으면서 그렇게 말해줬다. “음? 왜 그러나? 뭔가 문제라도 있는 겐가?” “후훗. 아뇨. 아무것도요.” 심지어 마틸다랑 어제 하루 동안 23번 했다는 건 언급도 안 해주시는 이 상냥함까지. 다시 한 번 말하지. 역시 천사는 레이아야. “으음. 뭔가 수상한 냄새가 나는 것 같네만….” 하지만 디아나도 괜히 나이를 먹은 게…아니. 경험이 풍부했다. 나는 수상하다는 듯이 나와 레이아를 번갈아보는 디아나에게 얼른 다가가서, 양쪽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애들이 돌아오는 대로 던전에 가려면 미리 준비를 해둬야지. 어서 가자.” “안을 거면 좀 더 제대로 안게나.” 디아나는 석연찮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을 바꾼 모양이다. “이거면 되겠습니까?” “음.” 내가 디아나의 등과 허벅지를 각각 받치는 자세로 안아들자, 디아나가 만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 목에 팔을 감았다. 그런데 바넷사가 없으면 이거 누구한테 부탁해야하지? 평소에는 던전에 가기 전에 바넷사가 척척 식료품 같은 걸 준비해주니까 편했는데. 물론 데이트겸 다 같이 나가서 살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도 일단 저택에서 기본적인 준비를 해놓고 간 상태에서 추가로 더 사들이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저택에서 살게 된 이후로 바넷사 의존도가 엄청나게 늘었잖아. 아니. 이건 내 잘못이 아니다. 바넷사가 너무 편한 게 잘못이야. 게다가 나는 아직도 바넷사가 전속으로 담당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오늘같이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메이드들하고는 말할 기회도 변변히 없을 정니 말 다했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2시간 전후로 한편 더 올릴 지도 모릅니다. illya, GoodYear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hasj12 // 구원 입장에선 사정을 전부 말하지 않았을 뿐, 솔직하게 사실을 말한 건 맞습니다. 능력문제가 아니라 감정문제 때문에 못하는 거긴 하지만, 어쨌든 못하는 건 못하는 거니까요. 332==================== 구조 의뢰 바넷사가 없으니 평소보다 조금 품목 정리에 고생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디아나가 착착 메이드들을 시켜서 지시를 내려준 덕분에 의외로 쉽게 준비를 마칠 수 있었다. “다녀왔어.” 준비를 마치고 사라와 실비아를 기다리고 있자니,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에 드디어 둘이 돌아왔다. 그저 짐을 가져오기만 했을 텐데도, 사라도 실비아도 어째선지 피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짐이라고 해봤자 어차피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 왔으니까 그다지 무겁지는 않았을 텐데. 뭣하면 바넷사도 있었고. “어서와.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그 공주 대체 뭐야?” 사라는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만나버린 건가. 그것도 하필 사라랑 만나다니. 직접 본 것도 아닌데 사라와 펠리시아의 대치 구도가 눈앞에 생생히 떠오르는 것 같았다. 둘이 엄청 상성 안 좋을 것 같단 말이지. 사라는 쿨한 얼굴로 기분 나쁘면 기분 나쁘다고 딱 잘라 말하는 타입이니까. 아마 공주 앞이라고 할지라도 그다지 태도가 바뀌진 않았을 거다. 애초에 지고의 대마법사가 편하게 부르라니까 바로 디아나라고 존칭 없이 부를 정도고. 자기 자신은 용사님이고. 펠리시아는 펠리시아대로 사라 앞에서는 그다지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을 거다. 아무리 상대가 내 본처라고 하더라도, 디아나 정도가 되지 않는 이상 분명 그랬겠지. “어떻게든 구원이랑 자보려고 발정 난 게 눈에 보일 정도였어! 게다가 구원을 맘대로 자기라고 부르기나 하고!” 역시 내 예상대로의 대화를 하고 온 모양이다. “공주라고해서 전부 자기 맘대로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뭐야?! 그렇게 따지면 나도 용…!” “워, 워. 사라야. 진정해. 중요한 건 내가 걔랑 안 잤다는 거잖아.” 내 앞에선 이제 감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만, 기본적으로 남 앞에선 쿨하기 그지없는 사라가 이렇게 화를 내다니. 게다가 무심코 자신이 용사라는 걸 말하려고 할 정도라니. 정말로 화났던 모양이다. 사실 사라가 용사인 걸 숨길 이유가 이제는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애초에 다른 사람에게 이용당하는 게 싫어서 감춘 거였는데, 어느 누가 지고의 대마법사와 같이 다니는 용사를 이용해먹으려고 들겠어. 그런데도 이렇게 계속 감추고 있는 건, 정말로 별거 아닌 이유 때문이다. 바로 이제 와서 자신이 용사라는 걸 밝히는 게 부끄럽고 어색하다는 이유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난 사라가 용사라고 완전히 내뱉기 전에 제동을 걸어줬다. 그리고 사라야. 아마 펠리시아 걔가 자신감이 넘치는 건, 공주라서 그런 게 아니라 자신의 매력을 믿어서 그러는 걸 거야. 대화를 하다보면 자신이 꼬드기면 안 넘어올 남자가 없을 거란 자신감이 엄청나게 느껴지는걸. 뭐, 난 안 넘어…처음에 한 번 넘어갔구나. 망할 놈의 매혹…. “후우, 후우. 응. 그렇지. 패배자의 말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 없지.” 패배자라니. 그렇게까지 말하는 거냐. 뭐, 날 놓고 벌이는 싸움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사라도 조금 진정한 듯, 숨을 고르면서 냉정한 표정을 되찾았다. “그런데 사라는 그렇다 치고 실비아는 왜…아니다. 미안.” “아닙니다….” 실비아로선 남자 때문에 친구를 두 번이나 배신한 게 돼버리니까 조금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겠지. 게다가 사라와 펠리시아가 말다툼하는 걸 말리는 역할도 했을 테니까. 진짜 고생이 많았을 거다. 나는 수고했단 의미로 실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우으읏!” 아니. 그러니까 이런 걸로 진동하지 마라. 뭐, 얼굴은 행복해보이니 다행이다마는. “아무튼 너희 기다리는 동안 준비는 마쳤는데. 지금 당장 던전에 갈래?” “던전? 응. 가자.” 사라는 펠리시아따위는 신경 안 쓰기로 했는지, 내 팔에 매달려서는 그렇게 말했다. “그럼 다들 장비부터 챙기자.” 우리는 즉석에서 강화된 장비들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5계층 물품들로 강화한 덕분에, 다들 장비들의 모습이 멋들어지게 변해있었다. 물론 내 장비도 그야말로 게임의 고레벨 장비라는 느낌이 나게 변해있었지만, 나는 내 장비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이미 5계층 초월종의 공격도 막아낸 몸이라고. 고작 3계층에 가면서 장비를 신경 쓸 필요가 있겠어? 나는 그보다 우리 애들의 변한 모습에 주목했다. 과연 벗으면 강해진다는 수준으로 모습이 변한 건 아니었지만, 장비의 소재가 튼튼해지고 가벼워진 만큼 두께도 줄어서 그런지 다들 훨씬 더 바람직한 모습이 되어있었다. 사라도, 디아나도, 레이아도, 실비아도, 마틸…어라? 쟨 왜 아직도 여기 있지? “마틸다? 너도 가게?” “네? 그럼 저만 따돌릴 생각이었나요?” “아니. 따돌리는 게 아니라, 넌 갈 필요 없잖아?” “그, 그건…당신의 곁에 없으면 저주도….” “아니. 아무리 나라도 던전에 내려가서까지 섹스는 안 해.” 제대로 던전 안에 있는 마을을 거점 삼아서 돌아다니는 거라면 모를까. 야영하면서 할 정도는 아냐. 아라크네 애들과 다닐 때가 특이한 경우라고. “아님 뭐야? 그냥 나랑 같이 있고 싶은 거야?” 나는 조금 도발하듯이 말을 했다. 이러면 마틸다도 그 연기 모드가 튀어나와서…. “네….” 어, 어라? 야. 모드 전환 왜 안 돼? 여기선 아니라고 틱틱대야할 장면이잖아. 왜 촉촉한 시선을 보내면서 솔직히 대답을 하는데? “뭐, 그, 그럼 상관없지만. 그러면 실비아랑 같이 후방에서 얘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부탁해도 될까?” 어차피 실비아나 마틸다는 3계층에서 레벨을 올릴 수도 없는 수준이다. 그러니 전투는 되도록 넷이서, 아니. 디아나도 빼고 셋이서 하면서 다니자는 계획이다. “네!” 마틸다는 그냥 같이 가게된 것만으로도 기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오랜만에 다시 던전에 가게 됐다. 아니, 물론 나는 오랜만이 아니지만. 오랜만이란 건 이렇게 우리 애들과 같이 가는 걸 말하는 거다. 일단 2계층의 오아시스 클랜이 관리하는 마을로 텔레포트를 타고, 개미굴로 향한다. 원래부터 2계층의 몬스터들은 이제 상대도 안 되는 수준이었는데, 이제 장비로 강화까지 한 거다.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RPG는 레벨과 아이템이 전부라고. 5계층 수준의 장비로 무장한 우리에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사라에게, 2계층 몬스터들은 말 그대로 툭 치면 억하고 죽는 수준이었다. 얼마나 강한지 몬스터들이 보이는 족족 죽어버려서 사라 외의 사람들은 마땅히 할 일도 없이 걷기만 할 정도였다. “그 활. 진짜 사기네.” “후훗. 이런 소재를 가져다줘서 정말 고마워.” 덕분에 혼자서 경험치를 독차지하게 된 사라는, 정말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뭐, 애초에 지금 직업 레벨이 혼자서 유독 낮은 사라니까 별 상관없지만 말이다. 내 무투가나 암살자 레벨이 더 낮지 않냐고? 무슨 소리야. 난 성자라고. 아무튼 강화된 사라의 활이라는 게 정말 어마무지한 녀석이라서, 무려 화살이 없이 활을 쏠 수 있는 활이었다. 장비를 건네받으면서 동봉된 쪽지에 쓰여 있던 설명에 따르면, 이 활을 와이번의 숨통을 이용해서 강화를 했다고 한다. 그래서 활 가운데에 있는 홈에 마석만 끼워 넣으면, 와이번의 기파와 비슷한 구조의 마나 화살을 날릴 수 있는 거라나 뭐라나. 단점이라면 소모될 때마다 마석을 끼워 넣어야한다는 건데, 어차피 던전에서 사냥하다보면 마석은 끊임없이 나오니까 그 정돈 단점도 되지 않는다. 소모품인 화살을 엄청나게 들고 다니는 것보다도 훨씬 낫고. “흐흐흐흥.” 던전을 탐색중이라는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분 좋게 콧노래를 부르는 사라를 보고 있자니 나는 조금 골려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용사 레벨 올라가네.” 나는 사라의 귀에 입을 가져가서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로 속삭였다. “응!” “용사는 레벨이 올라갈 때마다 모든 스탯이 1씩 오르는데. 매력은 한계치에 도달해서 계속 안 오르네. 아아. 아까운 스탯이 공중으로 사라져버리다니.” “잠! 엣?! 정말로?!” “응.” 기분 좋았던 사라의 얼굴이 순식간에 시무룩해졌다. 그냥 조금 놀려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까지 시무룩해하니까 엄청 미안하네. “시, 신경 쓰지 마. 어차피 용사 레벨을 올려야지 그 이상 매력을 올릴 수 있게 되는 거잖아? 그리고 네 매력이 벌써 한계치라는 건, 굳이 용사 레벨이 아니더라도 엄청나게 잘 오른다는 증거야.” 그래. 애초에 사라의 매력은 내 내구처럼 보너스 스탯으로 스탯을 찍어서 버려지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자연 성장으로 올라서 한계치를 찍은 경우니까 말이다. 내 내구야 말로…아니야. 이 이상은 슬퍼지니까 그만두자. “그리고, 100레벨 한계를 넘어서게 되면 내가 또 잔뜩 해줘서 매력을 올려줄게.” “바보야! 앞으론 꼭 직업 레벨도 비슷한 수준으로 올릴 거야!” 사라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주먹을 불끈 쥐고는 눈에 불을 켜고 몬스터를 찾으면서 학살을 해댔다. 그렇게 진행해나가는 건 개미굴에 들어가서도 그다지 변하지 않았고. 화살 회수를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사라는 한 번에 몇 마리씩 개미를 꿰뚫으면서 착착 전진해나갔다. “디아나님!” 그리고 개미굴의 끝에는,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이 거대 마석을 조사하고 있었다. 완전히 여왕개미의 방에 살림을 차려놓은 모습이었다. 이거 그냥 이대로 여기에 텔레포트를 설치해도 되는 거 아냐? 뭐, 그러려면 여왕개미가 태어나자마자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가 항상 대기하고 있어야 되니, 효율측면에서 그러진 않겠지만. 아무튼 우리는 거기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하게 됐는데, 그동안 디아나는 마법사 협회 사람에게 거대 마석의 연구 진척 상황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래?” 식사를 하면서, 나는 그 누구보다도 의욕이 넘치는 사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응? 뭐가?” “여기서 자고 3계층은 내일부터 갈까? 아니면 식사하고 바로 3계층으로 넘어갈까?” “나로서는 바로 3계층에 가고 싶은데…다들 어떤가요?” 사라는 자기주장만 내세울 생각은 없는지, 다른 사람의 안색을 살피는 모습이었다. “음. 그러세.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세.” 디아나는 자신만만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원래부터 던전의 위험함에 항상 주의를 하던 디아나이니만큼 말로 표현 하진 않았지만, 엄청나게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그야 그렇겠지. 디아나가 레벨 한계를 돌파하면서 500으로 껑충 올라버린 스탯이 매력 하나밖에 없는 게 아니니까. 아무리 레벨이 3계층 중반을 다니기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지금의 디아나라면 3계층의 모든 몬스터를 일격에 증발시켜버릴 수 있을 거다.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우리는 식사를 하고, 곧장 3계층으로 향하는 통로로 향했다. 그리고는 눈의 벽에 이르러서, 나는 걸음을 멈추고 모두에게 경계를 하도록 했다. “장비가 강화 되서 별 문제는 없겠지만, 그래도 이제부터 3계층이니까 다들 긴장하고. 특히 마틸다.” “네, 넷?! 뭐죠?!” “나한테 반한 건 알겠는데 너무 그렇게 넋 놓고 나만 보다가 실수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아, 알고 있어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마틸다는 조금 자각이 있기는 있었던 모양이다. 마틸다는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돌렸다. 원래는 성기사였다고 하더라도, 마틸다는 뭔가 아가씨 같은 느낌이 있으니까 말이야. 아라크네와 던전을 했던 것도 내 곁에서 가끔 방어나 치료만 할 뿐 고이 모셔지는 역할이었고, 역시나 이런 던전 탐험은 그다지 익숙지 않은 모양이다. 정작 저기 있는 진짜 귀족 아가씨는 순식간에 던전에 익숙해졌는데. 뭐, 그래서 내가 실비아를 파티에 넣기로 결심하게 된 거지만. “히아웃!” 나는 괜히 실비아가 기특해져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아, 뭐야. 실비아. 전투 모드 풀렸네? 아직 나가기 전이라 그런가?” “으엣? 모, 모드으으으…말입니까?” 실비아는 덜덜덜 진동을 하면서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냐. 나 혼자 헛소리 하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아참. 그리고 디아나.” “음?” “네 자리는 여기야.” 나는 다들 점검을 한 걸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디아나를 끌어안았다. 역시 생체난로는 품안에 두는 게 제일이지. “앗! 구원씨만 치사하세요!” 레이아는 내가 갑자기 왜 디아나를 끌어안았는지 깨달은 모양이었다. 바로 내 정면에서 디아나에게 달려 들어왔다. “우으읍! 가슴! 가슴 치우게!” “방금 전에 마틸다씨한테는 조심하라고 경고했으면서 정작 본인은 지금 뭐하는 거야!” 결국 사라한테 혼나고 나서야 우리는 3계층으로 향할 수 있었다. 전위를 맡아야 하는 나는 당연히 디아나를 뺏겼고, 디아나는 레이아의 품에서 머리 위에 가슴을 올려놓은 채로 고통스런 표정만을 짓고 있게 됐다. 쳇. 내 생체 난로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33==================== 구조 의뢰 “드디어, 드디어 돌아갈 수 있네요!” 3계층의 마을을 보면서, 마틸다가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외쳤다. 울 정도로 기쁜 거냐.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마는. 3계층을 탐험하는 건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손쉬웠다. 대부분의 적들이 사라의 화살 한두 방으로 처리가 되는 수준이라서, 내 나설 일도 별로 없을 정도였다. 그나마 내가 나설 때라면 아이스 골렘이나 초월종처럼 유독 단단한 놈이거나, 리자드맨 같은 놈들이 단체로 튀어나와서 놈들이 이쪽으로 다가오기 전에 화살만으로 전부 처리할 수 없을 때 정도였다. 물론 내가 나설 상황이 되더라도 문제될 건 전혀 없었다. 일단 성자 스킬이 통하는 놈들은 우리 애들에게 안 닿게 주의하면서 성역 선포를 쓰고, 적당히 회피만 하고 있어도 처리가 됐다. 저번에 아라크네 클랜과 던전에 갔을 때, 암살자 레벨이 은근히 많이 올랐으니까 말이다. 저번에 3계층에 왔을 때와 비교해서 민첩이 대폭 높아진 난, 일반 몬스터들의 공격은 거의 맞지도 않을 수준이었다. 게다가 실은 공격을 회피할 필요도 없었다. 맞아봤자 데미지가 전혀 없었으니까 말이다. 뭐, 그냥 맞고 있으면 괜히 올릴 필요도 없는 내구만 자연 성장시키는 꼴이니까 되도록 피했지만. 젠장. 예외라면 성자 스킬이 통하지 않는 아이스 골렘이었는데, 그마저도 내구와 강화된 갑옷의 힘으로 데미지가 전혀 없는 수준이었다. 덕분에 나와 사라를 제외한 나머지는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그냥 걷기만 해도 될 정도였다. 물론 우리 천사님은 그런 내 모습을 보고도 혹시 모른다면서 꼬박꼬박 강화를 걸어주셨고, 디아나도 가끔 마법 공격을 하는 놈들이 튀어나오면 마나를 흐트러뜨려서 방해를 해줬지만. 아무튼 정말로 던전 탐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쾌적하기 그지없었다. 딱 하나. 길을 모른다는 것만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물론 오기 전에 길드에서 지도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말이야, 아직 길드에서도 이쪽 맵에 관련 된 정보는 없었던 모양이다. 2계층에서 2.5계층 수준의 개미굴. 그리고 3계층 중반까지 단숨에 뚫으면서 탐험할 모험가가 별로 없다나. 뭐, 우리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야 그렇겠지만. 아무튼 그런 이유로 정규 루트만 표시되어 있는 길드의 지도와 맵 시스템을 대조하면서 길을 찾아야 했는데, 그게 또 쉬운 일이 아니었다. 3계층은 층으로 이뤄져 있다고 하더라도 나무 같이 뭔가 표식이 될 만한 지형지물 없이 그냥 눈밭이 펼쳐져 있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아무리 맵 시스템이 있다고 하더라도 길을 찾는데 조금 시간이 걸려버렸다. 완전히 길을 찾을 때 까지 우리는 정처 없이 3계층 내부를 돌아다녀야 했고, 그런 상황이 던전 탐험에 익숙지 않은 마틸다에게는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별로 하는 건 없더라도, 역시 항시 긴장한 채로 돌아다니는 건 지치는 거겠지. 게다가 마틸다는 불침번을 서는 것도 이번 탐험으로 처음 해봤다는 모양이고. 아무튼 그런 이유로 마틸다는 지금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3계층의 마을을 쳐다보고 있었다. “다행이네. 제대로 찾아올 수 있어서. 좋아. 그럼 일단 오늘 하루는 여기서 묵을까.” “…엣?” 내 말을 듣자마자, 마틸다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도 떨어진 것 같이 충격 받은 표정으로 황급히 날 쳐다봤다. “오, 오늘은 이라니…그럼 내일부터는 다시 아래로 향할 거라는 말인가요?” “응. 그럴 생각인데. 지금 우리 실력이면 적어도 3계층의 주인까지는 여유롭게 돌파할 수 있을 텐데. 이왕이면 4계층까지 가보고 싶잖아.” “그, 그런….” “너무 그렇게 실망할 것 없네. 어차피 3계층의 주인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으니 말일세.”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디아나도 4계층까지 가보는 건 찬성인 모양이었다. 뭐 그것과는 별개로 디아나 역시 마을로 돌아온 게 기쁜 모양이었지만. “자, 그럼 마을로 돌아 왔으니 이제 그만 떨어지게나.” 디아나는 황급히 레이아의 품에서 벗어났다. 역시 그것 때문에 기쁜 거였냐. 계속 머리 위에 가슴을 올려둔 채로 안겨서 괴로워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중간부터는 레이아가 꼬리로 몸을 감싸줘서, 두 손으로 꼬리의 복슬복슬한 감촉을 즐기면서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싫은 마음이 더 컸던 모양이다. 난 보면서 부러워 죽을 것 같았는데. 천사님의 품에 안겨서, 천사님의 가슴을 머리에 얹고, 천사님의 꼬리 감촉을 즐기다니. 뭐야 그거. 완전히 천국이잖아. 유토피아잖아. “마을까지 안고 있으면 안 돼요?” “안되네! 어차피 춥지도 않지 않나!” 레이아는 정말로 아쉽다는 듯이 디아나를 쳐다봤지만, 우리 대마법사님은 천사님의 저런 눈빛에도 전혀 동요하지 않으셨다. “정말. 다들 어린애도 아니고…. 어서 가죠.” 파티원들 중 가장 어린 사라가 제일 어른스럽게 한숨을 내쉬면서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용사 레벨이 100레벨을 돌파하여 레벨 제한을 푼 덕분인지, 평소의 쿨한 모습을 완전히 되찾은 사라였다. 기분 탓인지 걷는 모습도 더 자신감이 붙은 것처럼 보였다. 뭐, 원래부터 사라는 모델처럼 걷기는 하지만 말이다. 분명 여기로 오기 전엔 시골 아가씨였을 텐데 저런 모습을 보면 신기하단 말이야. 말 그대로 타고난 건가. “그러자 그럼.” “히우으으읏!” 나는 마을에 다가갈수록 전투 모드가 풀려서 은근슬쩍 내게서 도망가려고 하는 실비아의 뒷덜미를 낚아채고는, 마을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3계층의 마을은 조금 신비로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방이 눈으로 둘러싸인 3계층의 한가운데에서 이 마을만이 마치 다른 세상인 것처럼 전혀 눈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텔레포트 마법진에 주변 기온을 높이는 마법도 포함시켰다네. 2계층에서도 마을은 제법 시원하지 않았었나.” 라는 게 디아나의 설명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랬었나. 2계층은 여기처럼 눈에 보이는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니라 별로 신경을 안 쓰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갑옷을 벗고 있어도 별로 덥지 않았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발아래에 밟히던 눈의 감촉이 사라짐과 동시에, 우리는 주변 기온이 확실히 올라간 걸 느낄 수 있었다. 디아나도 주변 온도를 올리는 마법을 쓰고는 있었지만, 언제든 싸울 수 있게 마나 양을 조절한다면서 춥지 않을 정도로만 조절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2계층의 마을과 비교하자면 마을 규모는 확실히 작은 게 보일 정도였다. 이렇게 계층이 내려갈수록 규모가 작아져서, 5계층에 도달하면 그 건물 두 채만 달랑 있는 마을이 되어버리는 건가. 뭐, 던전 안에서 제대로 푹 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거겠지만. 우리는 일단 여관으로 들어가 무장을 풀고는 식당으로 가서 주문을 했다. 마틸다가 아니더라도 다들 며칠 동안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던전을 돌아다닌 게 피곤하기는 했던 모양인지, 다들 얼굴이 웃음기가 감돌았다. “디아나. 우리 실력이면 3계층의 주인 정도는 가볍게 처리할 수 있겠지?” “음. 자네는 5계층에서 초월종의 공격도 막아냈다고 했잖은가. 그렇다고 방심해도 된다는 말은 아니네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걸세. 그리고 계층의 주인을 상대할 때는 이 몸도 뒤에서 미리 공격 마법을 준비하고 있을 거니 말일세.” “아, 계층의 주인을 상대할 때도 같이 싸울 생각은 없구나?” “으음. 후아아…이 몸의 자랑을 하자는 건 아니네만, 그래서야 너무 쉽지 않은가. 3계층의 주인과 싸우면서, 4계층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될지 미리 파악이라도 해두게나.” 디아나는 따뜻한 차를 쪼르륵 마시더니, 노곤노곤하게 풀어진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뭐, 아무튼 긴장하지 말고 여유롭게 하면 되겠지. 일단 당면의 목적이었던 사라의 직업 레벨 올리기는 끝냈으니까.” “음. 이제 이 몸의 목적만 완수하면 되겠구먼.” “거대 마석 찾기? 짐작 가는 곳은 있고?” “음. 일단은 3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짐작하고 있네. 개미굴의 거대 마석도 여왕 개미가 있는 곳에서 발견되지 않았던가.” “과연. 보스가 있는 곳에 거대 마석이 있다는 건가. 응?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1계층의 주인이 있었던 곳에도 거대 마석이 있어야 되는 거 아냐?” 2계층의 주인은 거르고 왔으니까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1계층의 주인의 근처에서 그와 비슷한 물건을 봤던 기억은 없었다. “음. 전에도 말한 적이 있다고 생각하네만, 그 거대 마석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마나의 기운이 거의, 아니 전혀라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느껴지지 않는다네. 던전과 완전히 동화되어서 마치 던전 지형의 일부처럼 느껴지지. 만약 개미굴에서처럼 직접적으로 보이는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지금까지 그냥 지나쳤을 가능성도 있다고?” “음. 그래서 이것만은 이 몸이 직접 확인을 해야 하는 걸세. 거대 마석의 미약한 마나를 느끼고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자는 이 몸을 제외하고는 없을 테니까 말일세.” “하지만 그런 거라면 굳이 3계층이 아니라도 되잖아. 말해줬으면 1계층이나 2계층에 같이 가줬을 텐데.” “괜찮네. 이왕이면 가는 길에 찾아보는 것이 편하지 않나. 1계층이나 2계층의 거대 마석은 3계층에서 확인한 후에 찾아도 늦지 않네.” 디아나는 이렇게 말했지만, 누가 봐도 우리를 배려해준 행위였다. 정말이지. 그러니까 이렇게 연장자답게 배려를 해줄 때는 티라도 조금 내라고. 배려하고 있는 주제에 내색은 안 하니까 항상 애처럼 보게 돼버리잖아. 나는 자연스럽게 디아나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줬다. 아, 이것도 애처럼 취급하는 건가. 뭐, 디아나도 기분 좋은 것처럼 눈을 감고 내 손길을 즐기는 모양이니까 됐나. “정말로 구원으은!” 내가 디아나를 쓰다듬고 있자, 갑자기 옆에서 사라가 내게 달라붙어 왔다. “뭔가 진지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방해 안하고 놔두고 있었는데! 결국은 그렇게 노닥거리기나 하고! 나도 조금 신경써줘!”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가슴에 뺨을 비벼왔다. 어? 뭐, 뭐야? 얘 갑자기 왜 이렇게 어리광을 부려? 진짜 사라 맞아? 누가 변장한 거 아냐? “…사라씨. 술 약하셨군요.” 그런 사라의 모습을 보고, 레이아가 처음 알았다는 듯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어? 뭐야? 누가 얘 술 먹였어?!” “미, 미안해요! 그냥 제가 마시는 걸 보고 맛있어 보인다고 하셔서 조금 나눠드렸는데….” 마틸다가 손에 커다란 잔을 하나 들고는 안절부절못하면서 자백을 해왔다. “얘 한 모금만 마셔도 취한다고! 전에 한 번 취한 이후로 술은 웬만하면 마시지 말라고 말 했었는데! 아니, 애초에 성직자가 술을 마셔도 되는 거야?” “네, 넷?!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아무래도 되는 모양이다. 뭐, 내가 원래 있던 곳과는 종교가 지향하는 바가 여러모로 다르니까 별 이상할 건 없지만. “구워언. 헤헷. 어때? 나 더 예뻐졌어?” “그야. 사라는 언제나 예쁘지.” “정말!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야! 더! 더 예뻐졌냐고 묻고 있는 거야! 어때? 용…으읍. 레벨도 올랐잖아. 예뻐진 것 같아?” 나는 용사라는 단어를 내뱉으려는 사라의 입을 간발의 차이로 틀어막았지만, 사라는 굴하지 않고 내 손을 치운 후 다시 애교를 떨어왔다. 물론 나쁜 기분은 아니다. 좀처럼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애교떠는 모습은 안 보여주는 사라이다 보니, 나도 꽤나 괜찮은 기분이기는 했다. 다만 지금 나와 사라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게 문제였고, 또 하나. “그야 물론. 예뻐진 것 같아.” 오늘이 사라 차례가 아니라는 것도 문제였다. “후훗. 그럼 안고 싶어졌어? 나는 구원한테 안기고 싶어.” 역시나 이럴 줄 알았어. 예전에 사라가 처음 술 마시고 취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나랑 완전히 이어진 지금 이렇게 행동하는 건 당연한 결과지. 내 가슴에 하염없이 뺨을 비벼대면서 제일 어리다는 포지션에 걸맞게 애교를 떠는 사라를 보면 흡족해지기는 했지만, 사라의 귀여운 유혹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중에 무슨 소리를 들으려고 이걸 받아들여. “잠깐 기다리게! 사라양! 오늘은 이 몸의 차례일세!” 옆에서 우리 대마법사님이 눈에 불을 켜고 있는데 말이야. “떨어지게! 오늘은 이 몸 차례일세! 끄으응! 끄으으응!” “응? 구원? 어때? 응?” 디아나는 얼굴이 시뻘게질 정도로 안간힘을 쓰면서 내게 달라붙은 사라를 떼어내려고 했지만, 사라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로 내게 달라붙어서는 애교를 떨어왔다. “자네! 뭔가 말이라도 좀 해보게!” “취한 애한테 말한다고 통할 리가 없잖아….” 어쩔 수 없지. 취후의 수단을 사용할까. 나는 마틸다에게 손을 뻗어서 들고 있던 잔을 뺏고는, 안에 있는 내용물을 입안에 가득 털어 넣었다. 그리고는 사라의 고개를 받쳐 들고는 진하게 키스를 하면서 입에 있던 내용물을 넘겨줬다. “으응! 흐읏! 꿀꺽. 꿀꺽.” 내가 키스를 하자 사라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면서 호응해왔고, 넘겨주는 내용물을 꿀꺽꿀꺽 잘도 받아마셨다. “지, 지금 뭐하는 겐가?!” “차라리 여기서 더 취하면 정신을 잃지 않겠어?” “흐야아앙…. 구워어어언….” “거 봐.” 결국 사라는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잠이 들었다. 훗. 역시 난 천재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34==================== 구조 의뢰 “정말이지. 앞으로 사라양에게 술은 금지시켜야겠구먼.” 디아나는 침대에 걸터앉아서는, 던전 탐험할 때보다 더 피곤하단 얼굴로 중얼거렸다. 레이아 가슴을 머리에 얹고 있는 거랑 방금 전이랑 뭐가 더 피곤했냐고 물어보면 분명 한 대 맞겠지? 응. 자중하자. “어찌 저리 힘이 센 겐지. 역시 취한 사람의 힘은 감당이 안 되는구먼.” 아니. 사라가 취하지 않았더라도 힘으론 너랑 상대가 안 될 텐데. “그래도 사라의 그런 모습은 상당히 귀엽…지금 내 눈엔 디아나밖에 보이지 않지만.” “순발력이 늘었구먼.” 디아나는 기특하다는 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내 순발력은 원래부터 최고 수준이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뭐, 일단 위기는 피했으니까 상관없지만. “그럼 디아나.” “음.” 내가 침대에 앉아서 디아나의 허리를 가볍게 끌어당기자, 디아나는 천천히 이쪽으로 끌려오더니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타서 마주보고 걸터앉은 자세가 됐다. 그 상태로 가볍게 키스를 한 번. 하지만 이내 입술을 떨어뜨렸다가, 서로 마주보고 웃은 후 다시 가볍게 입을 맞췄다. 매번 디아나를 괴롭히는 궁리만 해서 그런지, 이렇게 아무생각 없이 알콩달콩한 느낌으로 시작을 하니까 오히려 신선한 기분도 들었다. 이것도 전부 디아나가 괴롭혀지는 게 너무 잘 어울리는 게 문제야. 반응이 너무 귀여우니까 맨날 괴롭혀주고 싶어지잖아. 우리 키스를 좋아하는 엘프 대마법사님은 나랑 이렇게 마주보고 키스만 하는 게 그렇게 좋은 건지,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질 줄을 몰랐다. “오늘은 묘하게 부드럽구먼. 자네도 던전 탐험으로 지친 겐가?” 그러니까 만족스런 얼굴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괜히 괴롭혀주고 싶어지잖아. “왜? 거칠게 해줬으면 좋겠어?” “떼끼!”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디아나의 엉덩이를 조금 강하게 쥐자, 디아나가 주먹을 쥐고 손바닥 부분을 내 가슴에 툭하고 가져다댔다. “자네는 오늘 가만히 있게. 이 몸이 알아서 다 해주겠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가슴에 얹은 주먹을 펴더니, 내 몸을 살며시 뒤로 밀었다. 우리는 침대 옆에 걸터 앉아있었기 때문에, 이대로 뒤로 누우면 침대에 가로 눕는 게 돼버린다. 나는 디아나가 밀치는 대로 바로 눕기보다는, 디아나의 몸을 끌어안고 살짝 옆으로 돌아서 완전히 침대 위에 올라간 후 침대의 헤드보드에 등을 기대고 비스듬히 누웠다. 그러자 디아나는 곧장 내 위에 몸을 밀착하고 바싹 엎드리면서 다시 입을 맞춰왔다. 뭔가 딱히 다른 자극을 주는 것도 아닌, 그저 순수하게 계속 키스만을 하는 시간이 지나갔다. 가끔 이렇게 느긋하게 키스만 하고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우리 디아나는 키스를 정말 좋아하니까 말이야. 딱히 몸을 애무할 분위기도 아니어서, 나는 마법사 모자를 벗어서 드러난 디아나의 긴 귀나 어루만지려고 손을 뻗었다. 하지만 디아나는 그것마저도 허용하고 싶지 않은 건지, 찰싹하고 가볍게 내 가슴을 때리더니 혀를 조금 강하게 빨아들였다. 마치 키스에나 집중하라고 말하는 듯이. “후아아. 어떤가. 가끔은 이런 느긋한 것도 좋지 않은가?” 한참을 내 입술에서 떨어지지 않던 디아나는, 겨우 만족했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날 내려다봤다. 부드러운 은발이 폭포처럼 흘러내려서 내 얼굴 주변을 덮는 바람에, 디아나의 얼굴밖에 보이지 않게 돼서 그 미소가 평소보다 더 강조되어 보였다. “계속 키스만 하다니. 고작 이러려고 다 알아서 해주겠다고 한 거였어?” 나는 왠지 조금 부끄러워져서, 시선을 피하면서 일부러 도발하듯이 말했다. “쿠쿡. 부끄러운 겐가? 너무 그렇게 보채지 말게. 다 알아서 해줄 테니.” 디아나는 마치 다 안다는 듯이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준 후,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마침 내 고간 부분에 앉아있던 디아나가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니, 물건이 바지 위로도 부드러운 살이 감싸여서 앞뒤로 비벼지는 게 느껴졌다. 디아나는 이걸로 조금 만족했냐는 표정을 지으면서, 다시 한 번 내게 입을 맞춰왔다. 이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두근거리지? 내가 무슨 키스 한 번 못해본 동정도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상할 정도인데. 그저 위로 비벼지고 있을 뿐인데, 물건도 이상할 정도로 반응을 했다. “이렇게 꿈틀거려서는. 자네는 이 몸에게 닿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좋은 겐가?” “당연하지. 그럼 디아나는 아니란 말이야?” 나는 이 이상할 정도의 두근거림을 내색하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냉정을 가장하고는 말을 내뱉었다. 뭐, 디아나가 내 몸에 밀착해있는 이상, 시끄러울 정도로 크게 울리고 있는 고동소리 때문에 별로 소용 없는 허세였을 테지만. “후훗. 물론 이 몸도 좋네. 행복하다네. 정말로.” 디아나는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두근거리는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아무래도 괴로운 모양이구먼. 하여간 자네란 남자는. 어쩔 수 없지. 이 몸이 조금 더 달래주겠네. 하지만….”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 내 바지를 아래로 내리더니, 자신도 스커트 아래로 속옷만을 벗은 후 천천히 삽입을 했다. “흐으응…. 아직 움직이면 안 되네. 오늘은 이 몸이….” “아아! 과연!” 하지만 디아나에 삽입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지금 내가 왜 이렇게 이상할 정도로 두근거리는지 깨달았다. 덤으로 디아나가 이렇게 여유 있는 이유도. 디아나의 매력이 500이나 되기 때문이다. 어쩐지 이상하더라. 내가 이걸 음부 감촉 때문에 기억해내다니. 어쩔 수 없잖아. 디아나가 예쁜 건 원래부터 그랬으니까 잠깐 깜박했다고. 아무튼 전에는 디아나가 노출이란 상황 때문에 엄청 흐트러져서 이렇게 두근두근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으니까 잘 못 느꼈지만, 역시 매력 500이 이렇게 본격적으로 유혹하듯 행동하니까 효과가 장난 아니구나. “뭐, 뭔가?! 왜 그러는 겐가?” “아, 아니. 아냐. 계속해.” “그, 그런가.” 디아나는 뭔가 석연찮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다시 표정을 다잡고 마치 유혹하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키스를 해왔다. 아무리 움직이지 않고 있다지만, 삽입을 한 상태인데 이렇게 여유가 있다니. 나는 조금 고민되기 시작했다. 아마 이대로 흘러가면 오늘 밤은 내가 디아나한테 질 거다. 성자 스킬을 풀가동하거나, 다시 노출증을 자극이라도 하지 않는 한은 말이다. 하지만 어차피 밤에는 매일같이 이겨먹었으니까, 오늘 정도는 져줘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 그러자. 얘가 이렇게 나한테 밤일로 이겨먹을 날이 앞으로 몇 번이나 되겠어. 내 레벨이 오르고 매력 수치의 격차가 좁혀질수록 다시 자연스럽게 원상복구 될 테니까 말이다.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벌써 안에서 움찔거리는구먼. 그렇게 기분 좋은가?” 디아나는 다시 입술을 떼고, 내 귀에 속삭이듯이 말했다. “응. 엄청 좋아. 디아나의 안은 최고야. 안 그래도 명기인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기분 좋아. 특히 안쪽의 주름이….” “웃! 자네는 바보인가! 조금은 부끄러워하게!” 아차. 오늘은 져줄 생각이었는데. 내가 너무 솔직하게, 아니 필요 이상으로 열변을 토하면서 대답하자, 디아나가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려왔다. 아마 디아나는 내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거겠지. 미안 디아나. 부끄러움도 없는 놈이라. 그래도 역습당해서 반대로 자기가 부끄러워하는 디아나는 귀여웠으니까, 이건 이거대로 좋다는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디아나. 이게 끝이야? 이제 내가 움직일까?” “기, 기다려보게! 절대로 움직이지 말게나!”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스스로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뭔가 의도대로 안 풀린다는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표정 지을 거 없어. 사실 여유가 없는 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아까 그런 대답을 했던 것도 사실 평소보다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거다. “어, 어떤가? 흐읏! 아, 안에서 이렇게 맥박치고…하응! 그렇게 좋은가?” 디아나는 자신도 느끼기 시작하면서, 필사적으로 여유를 가장한 채 다시 한 번 물었다. “응. 최고야.” “후훗. 언…히읏! 갑자기 움직이지 말게!” “미안.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너무 기분 좋아서 반사적으로.” “그, 그런가…후, 후훗우응. 나, 나올 것 같으면 흐읏. 언제든 먼저 해도 좋네….” “응. 그럼 먼저.” 나는 딱히 참을 이유도 없어서, 그냥 바로 사정을 해버렸다. 어차피 오늘은 져주기로 하기도 했고, 난 다른 남자들이랑 다르게 장전수가 무한이나 마찬가지니까 아낄 필요가 없기도 하고. 안 그래도 아까부터 계속 안달 나있던 상황이라 슬슬 신호가 오고 있었거든. “엣? 벌써 말인가? 으으응! 아, 안에….” 디아나는 깜짝 놀라서 자신의 하복부, 사도 표식이 있는 부분을 어루만지면서 신음했다. 음부 안쪽이 꽉 조여오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절정에 달한 건 아닌 모양이다. 그건 그렇고 내가 사도 표식 위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잡았단 말이야. 안에 싸니까 딱 저길 만지네. “후훗. 이렇게나 빨리 싸다니. 그렇게 기분 좋았는가?” 전생 전에 삽입했던 걸 제외하면, 디아나보다 내가 먼저 절정에 달한 건 아마 처음일 거다. 디아나는 이겼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날 내려다봤다. 분명 일부러 져준 건데, 막상 이렇게 좋아하니까 뭔가 좀 열 받는다. 지금이라도 노출증을 자극해봐? 아냐. 참자. 오늘은…그래도 조금 열 받으니까 살짝만 괴롭혀줄까. “응…나는 이렇게 기분 좋았는데, 디아나는 별로 안 좋았던 모양이구나….” 나는 일부러 상처받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으엣? 자, 잠깐 기다리게. 그게 무슨….” “디아나…. 사랑이 식었어.” “아, 아, 아, 아닐세!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하는가?! 이 몸도 기분 좋네! 정말일세!” “그럼 증명해줘.” “즈, 증명? 아, 알겠네. 이렇게 으응! 이렇게 하면 되는가?!” 내 말에 디아나는 당황해서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여간 평소엔 침착한 주제에 나에 대한 감정이 관련되면 침착해지지 못한다니까. 귀여운 녀석. 아무튼 나는 디아나를 조금 골려주는 것에도 성공하고, 덤으로 디아나가 열심히 움직여주는 덕분에 기분도 더 좋아져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데 성공했다. “하응! 보게! 이, 이 몸도…! 흐읏! 이 몸도 곧…!” “보라고 해도, 윽! 스커트 때문에 안 보여.” “이러면, 흐읏! 이러면 됐는가?!” 나에 대한 사랑이 식지 않았다는 걸 그렇게 증명하고 싶었던 건지, 아니면 나 말고 다른 사람이 보는 게 아니니까 딱히 거부감이 없었던 건지, 아마 둘 다겠지만. 아무튼 디아나는 자신의 스커트 자락을 들어 올려 결합부를 보여주면서 열심히 허리를 움직였다. “으응! 이, 이 몸은…이 몸은 이렇게나 자네를!” 디아나가 나에 대한 사랑을 외치며 절정에 달하려고 했을 때, 사건이 발생했다. “구워언! 구워어언! 여기 있어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밖으로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온 거다. “흐으읏!” 그러자 디아나의 음부가 긴장과 흥분으로 꽉 조여오기 시작했다. “윽! 괘, 괜찮아. 디아나. 문은 잠갔으니까….” “아아! 치사하게 문 잠가서 따돌리려고 한다 이거지! 에잇!” 우지끈! 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갑자기 열렸다. 아니, 열렸다고 해야 할지, 야생의 드렁큰 사라가 방문을 부수고 나타났다. “엣?! 엣?! 헷?! 흐으으으으읍!” 그리고 스커트를 들어 올린 채로 허리를 흔들던 디아나는 완전히 패닉상태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더니, 이내 내 몸에 축 늘어져 부들부들 떨면서 절정에 달해버렸다. “우왓! 사라야! 문! 일단 문!” 나는 황급히 디아나의 입을 틀어막고, 사라를 재촉했다. “뭐야. 소리 지르지 않아도 그 정도는 안단 말이야….” 사라는 토라진 얼굴로 문을 닫았다. 다행히 손잡이 부분만 망가진 건지, 저렇게 닫아놓으니 겉보기에는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디아나한테만 기분 좋은 거 해주고….” 하지만 정작 사라는 나갈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아니, 오히려 성큼성큼 우리가 있는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걸음이 비틀비틀 거리는 게, 역시나 여전히 취한 상태였다. 다만, 사라의 얼굴이 새빨간 이유가 그것 하나 때문만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하앗, 하앗, 치, 치사해….” 이 녀석…취해서 자기 욕망에 더 솔직해진 상태야. 게다가 자기는 한사코 부정하지만, 얜 내가 다른 여자랑 하는 걸 보면 흥분하는 취향이니까 말이야. “구워어언. 나도….” 사라가 평소엔 절대 내지 않을 귀여운 목소리를 내면서 내 팔에 매달려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일단 디아나 씬은 한 번 제대로 마무리 됐으니까 끊은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335==================== 구조 의뢰 “우왁. 야. 잠깐.” 사라에게 보여 진다는 상황과 더불어 절정까지 느껴버린 디아나의 음부는 무서울 정도로 활발하게 꿈틀거리면서 내게 엄청난 쾌락을 선사했다. 게다가 음부 안쪽만 활발히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아직도 절정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는 바람에, 그 진동이 내 물건에까지 전달되어 기분 좋았다. 안 그래도 디아나의 매력이 500이나 되는 바람에 참기 힘들었었는데, 이렇게 돼버리니 순식간에 다시 신호가 왔다. “윽…!” “흐으응!” 나는 결국 다시 디아나의 안쪽에 사정을 해버렸다. 그리고 디아나는 사라가 보는 앞에서 안쪽에 사정을 당한다는 상황에 흥분한 건지, 내 몸을 꽉 끌어안은 채로 또 다시 몸 전체를 꿈틀거리면서 신음했다. “구워언? 지금 뭐야? 정마알! 치사해! 나도. 나도오오.” 그리고 사라는 그 모습을 보고, 완전히 본능 만에만 충실해진 채로 졸라댔다. 목소리는 답지 않게 귀여운 목소리지만, 질투에 불타올라서 몸이 달아오른 건지 호흡은 꽤나 거칠다. 사라는 그러면서 내 품에 안겨있는 디아나를 떼어내려고…. “스탑! 사라야! 기다려!” “정말! 왜 그래애? 나랑 하기 싫어?” “아니. 그게 아냐.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오늘은 디아나의 날이라고. 사라도 알잖아? 이런 건 지켜줘야지.” 통할지 안통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뭐 솔직히 말해서 절대 안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일단 사라를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사람과 연결된 채로, 술 취해서 나 좋다고 달려드는 애를 설득하는 상황이라니. 내가 생각해도 기묘하기 짝이 없는 그림이다. “그, 그었네! 하응! 으응! 오으은…오늘은! 히읏! 이, 이모므….” 원래 이런 상황이 되면 정신을 못 차리는 디아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 아직 조금이나마 제정신이 남아있는지, 사라를 바라보면서 오늘은 자기 차례라고 주장했다. 제정신이 남아있다고 해봐야 한쪽 볼을 내 가슴에 찰싹 붙이고 늘어진 상태였고, 혀도 풀려서 발음은 꼬여있는 데다가, 심지어 허리까지 움찔움찔 떨 듯이 움직이는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렇게나마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건, 아마 매력 500의 힘이겠지. “무우우우.” 우리가 하는 말을 듣고, 사라는 어린애가 삐진 것처럼 입을 쭉 내민 채 이상한 소리를 냈다. “디아나랑 해야 되니까, 나랑은 못하겠다는 거야아?” 그래도 일단 설득은 통하려는 모양이다. 다행이다. 취해서 성격이 조금 이상해져있지만, 일단 정상적인 판단은 가능한 모양이다. 아니, 정상적인 판단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애초에 다른 사람 방의 문을 뜯고 들어올 생각은 안 하겠지만. 아무튼 지금이라도 말이 통할 것 같으니 다행이다. “그래. 알았으면….” “그럼 기다릴게.” “뭐, 뭐야?!” “여기서 기다릴게. 디아나가 더 못할 때까지. 그럼 나랑 해도 문제없는 거지?” “야, 뭔….” 어떻게하면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거야! 말이 통하기는 무슨! 역시 취한 녀석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 한 건가! “그치만 그치만! 나도 구원이랑 하고 싶단 말이야! 구원은 싫어? 응? 구워언?” 야. 이런 때에 그렇게 애교부리지 마라. 평소에는 그런 모습 안 보여주니까 괜히 두근거려서 승낙할 것 같잖아. 하지만 여기서 승낙하면 끝장이다. 승낙해버리면 나중에 화난 디아나의 기분을 어떻게 풀어줄지…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히그읏! 읏! 으응!” 아니, 뭐. 디아나는 지금 느끼기 바빠서 정신이 없는 것 같기는 하지만. “응? 디아나도 그럼 괜찮죠? 디아나가 못할 때까지 난 옆에서 보기만 할 테니까.” “여, 옆…흐으응! 흐읏! 본…하읏! 흐아앙!” 사라 얘, 디아나 성벽을 알고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디아나의 성벽을 완벽히 자극하고 있었다. 사라는 말뿐만 아니라, 정말로 침대 가장자리에 턱을 괴고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우리 모습을 빤히 보기 시작했다. “으응! 흐읏, 여기서, 여기서 기다릴 테니까 빨리이…구워어언. 나도 빨리 구원이랑…으응!” 아니, 그 뿐만이 아니라, 아예 자위를 하는 모양이었다. 뭐, 침대에 가려져서 사라의 하반신은 보이지 않았지만. 저 목소리를 들어보면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나는 일단 그런 사라를 무시하고, 디아나와의 행위나 집중하기로 했다. “이으읏! 자, 자에! 우, 우응! 움지히는 헨가!” 아니. 내가 움직이기 전부터 넌 스스로 계속 움직이고 있었잖아. 디아나는 시선으로 사라를 가리키면서 말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그래. 사라한텐 신경 쓰지 마. 오늘은 네 차례야. 나와 너만 생각하면 돼.” “하지…우읍. 으음. 쭙. 하음.” 나는 더 항의하려는 디아나의 입에 입을 맞춰서 말을 멈췄다. 안 그래도 이 혼란스러운 쾌감과 미칠 듯한 쾌감 때문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어 정신 없어보였던 디아나는, 내가 키스를 하자 이젠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나와의 키스와 허리 움직임에만 전념했다. “우으으으. 구워어언…. 흐응…하읏….” 전신을 밀착시킨 채 그야말로 서로를 사랑해 마지않는다는 듯 섹스를 하는 우리를 보고 옆에서 사라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이번만큼은 난 전혀 잘못 없어. 전부 난입해온 사라 잘못이야. “흐으응! 흐읏! 으읏!” 물론 디아나가 아무래도 좋다는 듯 나와의 행위에 전념하기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사라가 보고 있다는 상황에 쾌락을 느끼지 않는 건 아니다. 디아나는 상반신을 내게 밀착한 채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며 벌써 몇 번이고 절정에 달했다. “으으으으읏! 하에아…이어…이어 안…흐으음. 쭙.” 그리고 나 역시도, 디아나가 너무 요란하게 계속 움직여대니 사정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나보다 디아나가 훨씬 많이 절정에 달하고 있는 덕분에 체면치례는 할 수 있었지만. “우우우! 구원이 또…디아나! 디아나도 빨리 느껴요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사라가 울먹이면서 디아나의 몸에 달라붙어 디아나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헷?! 흐읏! 안! 흐으으으으응!” 안 그래도 내 사정을 느끼면서 민감해져있던 디아나는, 사라가 몸을 어루만지기까지 하자 결국 절정을 느끼면서 팔다리를 축 늘어뜨리고 기절해버렸다. 나는 쾌감에 뇌가 곤죽이 되어 기절까지 해버린 디아나를 보고,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매력 500을 상대로 기절까지 시켰다는 자그마한 승리감과, 오늘은 져줄 생각이었는데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라는 감정 말이다. 뭐, 어째서 이렇게 된 건지 이유는 알고 있지만 말이다. “구워어어언!” 그리고 디아나가 기절하자마자, 사라가 바로 내게 달려들어왔다. “우왓! 뭐야 너? 진짜 울었어?!” “그치만…그치마아안….” 아니. 아무리 취했다곤 해도, 자기감정에 너무 솔직해졌잖아. 사라가 달려드는 기세는, 기절한 디아나를 옆으로 난폭하게 치워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그러기 전에, 얼른 디아나와의 연결을 풀고 디아나의 몸을 살며시 옆에 눕혔다. 그리고 디아나가 나와 떨어지자마자, 사라가 얼른 내 위에 올라타서 삽입을 해버렸다. 역시나 자위를 하고 있었던 건지, 사라의 음부는 이미 질척질척하게 젖어있었다. 아니. 그보다 바지는 대체 언제 벗은 거야. “흐으으응!” 단숨에 내 물건을 받아들인 사라는 잠깐 부르르 몸을 떨더니, 이내 내 목에 팔을 두르고 키스를 하면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원은! 으응! 구원은 내 건데! 우우으. 구워언! 구워어어언! 좋아해! 좋아해 구워어언!” 원래는 혼낼 생각이었는데, 막상 이렇게 나와 버리니까 도저히 혼도 못 내겠네. “응. 나도 좋아해. 하지만 사라야. 그래도 오늘 이건….” “응…미안. 미안…. 그래도, 그래도 구원이랑…흐응! 참을 수 없었어! 미안해…아음.” 사라는 그렇게 사과를 해오면서도 계속 나를 껴안고 허리를 흔들면서 키스를 해왔다. 그래. 취한 애한테 혼을 내봐야 제대로 먹히기나 하겠어? 나는 그냥 사라의 얼굴에 손을 뻗어서 눈물 자국이나 닦아주었다. 이렇게 울정도로 질투하면서 동시에 흥분하다니. 얘 성벽도 참 특이하단 말이야. 아니, 뭐. 오늘은 취했으니 더 솔직하게 반응했을 뿐이겠지만. 하지만 이제부터 어쩌면 좋을까. 저번에 둘을 동시에 안았을 때처럼 안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랬다가는 사라는 둘째 치고 디아나한테 살해당하도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이대로 사라랑 하다보면 또 결국 디아나도 정신을 차리게 될 거다. 그렇다면 역시 이번에는 역시…. 나는 사라의 허리를 양손으로 단단히 붙잡고 허리를 위로 강하게 쳐올렸다. “흐으으으응! 구워언! 구워어언!” 여태껏 가만히 있던 내가 드디어 움직여준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뻤는지, 사라는 감격한 얼굴로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내 목에 두른 팔에 더 힘을 꽉 주고 자신의 뺨을 내 얼굴에 마구잡이로 비벼댔다. 평소에 쿨한 모습으로 자기를 억누르고 있는 만큼, 취하면 그 반동으로 자기감정에 솔직해지는 건가? 만약 오늘이 사라 차례였으면 나도 귀여운 사라의 모습을 느긋하게 감상하면서 즐겼을 텐데. “그렇게 좋아?” “좋아아! 좋아앙! 구워언! 구원 좋아! 사랑해! 구원만, 흐응! 구원만 있으면!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으응! 나한텐 구원만 있으면 돼! 정말 좋아! 정말 좋아해 구워엉!” 그냥 좋냐고 한 마디 했을 뿐인데, 사라는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격하게 반응을 보이면서 진심을 토해냈다. 얘 분명 저번에도 술 취해서 자기가 뭔 짓을 했는지 전부 기억하지 않았던가? 내일 아침에 술 깨서 자기가 한 말을 기억해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나도 사랑해.” “흐으읏! 응! 응!” 사라는 내 얼굴에 쪽쪽 키스를 하면서 행복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었다. 술 취해서 솔직해지니까 얘가 파티에서 제일 어리다는 게 실감이 나네. 얜 쿨한 분위기 때문에 좀처럼 연하로 안보이니까 말이야. “그럼 사라야. 정말 좋아하는 사라한테 부탁이 있는데.” “부, 흐응! 부탁? 응! 정말 좋아하는 구원의, 하읏! 구원의 부탁이라면 뭐든…!” “느껴줘. 그 어느 때보다. 절대 참지 말고. 모든 쾌락을 솔직하게 받아들이면서 느껴줘.” “응! 그럴게! 그럴게!” 취한 애가 솔직해진 걸 이용해서 이런 짓을 하는 건 조금 미안했지만, 오늘은 사라가 잘못한 거니까 어쩔 수 없다. 나는 사라의 대답을 들으면서, 성자의 전력까지 사용했다. 성자의 손길보다 아직 위력은 떨어지지만, 대신 이렇게 온몸이 밀착해있는 상황에서는 전신에 효과가 생기는 성자의 전력이 더 반응이 좋을 때도 있다. 덤으로 이런 식으로 소소하게 사용해서 성자의 전력 레벨도 올리고 말이다. 나는 성자의 전력 외에도, 할 수 있는 한 모든 스킬을 사용하면서 사라를 자극해갔다. 안 그래도 이제 막 100레벨 제한이 풀린 사라다. 사라는 용사 버프 때문인지 몬스터를 잡아도 레벨이 빨리 오르는 만큼 지금 레벨이 정확히 100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아직 한참 낮은 레벨이다. 그런 사라를 내가 전력으로 자극하니, 사라가 버틸 수 없는 건 불 보듯 뻔했다. “구워어어언! 구워어어언! 흐으으으응!” 결국 사라는 정말로 전혀 참지 않고 내 이름을 떠나가라 부르면서 성대하게 절정에 달해버렸다. 얼마나 쾌감이 심했던 건지, 팔다리로 내 몸을 꽉 휘감고 있는 상태인데도 등과 허리가 고장 난 것처럼 덜컥덜컥 움직여서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 “사라? 괜찮아?” 나는 사라의 이름을 불러봤지만, 당연히 대답은 없었다. 고장 난 것 같은 움직임이 멎자, 사라는 내 품에 안겨서 가느다란 숨소리를 냈다. 절정의 여운 때문에 몸은 아직도 미약하게나마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지만, 사라는 방금 전 쾌락으로 완전히 기절해버린 거다. 뭐, 이게 내가 노리던 바였지만 말이다. 나는 사라와의 결합을 풀은 후, 일단 대충 수건으로 사라와 내 하반신을 닦았다. 그리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져있는 사라의 바지를 주워서 입혀줬다. 우와. 뭐야 이거. 가랑이 부분이 완전히 축축하잖아. 나랑 디아나가 하는 걸 보고 대체 얼마나 흥분했던 거야. 아무튼 그렇게 사라의 옷을 입히고, 나 스스로도 옷을 입은 후, 나는 사라를 안아들고 재빨리 사라의 방으로 향했다. 역시 취한 애가 문단속을 제대로 했을 리도 없어서, 사라의 방문은 잠겨있지 않은 상태였다. 나는 사라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후, 다시 사라의 방을 나왔다. 참고로 열쇠는 문 옆에 놓여있는 걸 발견해서 내가 들고 나와 문을 잠가줬다. 좋아. 이걸로 완벽해. 이제 디아나를 속이기만 하면, 모두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다. 나는 스스로의 완전 범죄에 흡족해하면서 디아나가 있는 방으로 돌아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용사왕히로 // 그에 관한 설정은 짜놨지만 너무 구구절절이 늘어놓는 건 별로일 것 같아서 안 쓰고 있었는데, 나중에 본문에서 설명을 한 번 해야겠네요. 여기서 자세히 답변 드리기엔 너무 내용이 길어서 일단 간단하게 대답만 하고,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소설 본문으로 설명하겠습니다. 1. 네. 다중직업 가질 수 있습니다. 2. 만능스탯, 만능캐가 이론 상으로 가능은 하겠지만 힘듭니다. 3. 스탯 상 정반대 타입의 직업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만 효율적이진 않습니다. 336==================== 구조 의뢰 아직 기절해있는 디아나에게 다가가서 다시 옷을 벗고, 디아나의 안에 삽입을 한다. 그동안 말랐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도 디아나의 음부는 아직 물기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삽입할 수 있었다. 그만큼 아까 전 디아나가 느끼면서 내뿜은 애액의 양이 많다는 거겠지. “으응….” 다행히 도중에 디아나가 깨어나는 일도 없었고, 나는 무사히 삽입을 완료할 수 있었다. 아까 전처럼 디아나를 끌어안고 침대에 반쯤 눕듯이 기대어 앉은 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으응…자, 자네에…?”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디아나가 정신을 차리면서 멍한 느낌의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으이구. 이제 일어났어?” 내가 못 말린다는 듯이 웃으면서 디아나의 뺨을 살짝 꼬집고 흔들어주자, 디아나가 하지 말라는 것처럼 내가 꼬집은 쪽의 뺨을 내 가슴에 대고 비벼왔다. “이 몸은…그러니까…으읏! 사, 사라양은?” 그리고는 자기가 왜 이러고 있는지 기억하려는 듯 잠깐 눈썹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얼굴을 붉히면서 주변을 재빨리 둘러봤다. “으, 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사라라니?” 물론 나는 계획했던 대로 시치미를 떼기로 했다. 일명 ‘사라는 애초에 들어온 적 없었어.’ 작전이다. 디아나는 그냥 순수하게 나랑 하다가 좋아서 기절한 거다. “아까 전에 사라양이 취해서 들어오지 않았나.” “그런 적 없었는데?” “음? 무슨 소리인가? 사라양이 들어와서 자기도 하고 싶다는 둥 떼를 쓰다가, 급기야는 이 몸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고 까지 하지 않았던가.” 의외로 전부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도중부터는 쾌감에 반쯤 정신이 나갔던 걸로 봤는데. 과연 대마법사님이라고 할까.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적 없었다니까. 설마 내가 해준 얘기가 정말로 보이기라도 한 거야?” “음? 자네가 해준 얘기?” “그래. 내가 너 좀 놀려주려고 만약 다른 애가 갑자기 난입해오면 어쩔 거냐고, 상상해보라고 그랬었잖아. 넌 상상만으로도 너무 흥분한 나머지 기절까지 해버렸고. 기억 안 나?”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니 애초에 이 몸이 고작 상상 좀 했다고 기절할 정도로 흥분한다니 있을 수 없지 않은가!” “에이. 얘 또 그런다. 이제 좀 인정해라. 이 귀여운 노출광 아가씨야.” “그러니까 그런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그럼 아까는 왜 기절한 거야?” “그, 그러니까 사라양이!” “그래. 사라가 들어온 걸로 보였다 이거지? 그래서 그게 왜 기절할 정도로 흥분하는 거랑 연결되는 건데?” “그, 그러니까…우, 우우…! 아무튼 그런 거 아닐세!” 디아나는 갑자기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리기 시작했다. “아야. 미안. 미안. 알겠어. 안 놀릴게. 디아나가 너무 귀여워서 장난 좀 쳐봤어.” 나는 아픈 척 엄살을 피우면서, 디아나를 끌어안고 그 등을 다독여줬다. “그런 거 아닐세….” “응. 알았어. 내가 착각했어. 디아나는 그저 나랑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던 거지?” “그, 그렇다네. 정말이지 자네란 남자는….” 디아나는 내 품에 꼭 끌어안긴 채로도 힘없이 몇 번 내 옆구리를 토닥이더니, 이내 날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런 디아나의 반응을 보면서,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완벽해! 완벽하다고! 예상 외로 디아나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던 바람에 조금 진땀을 흘리긴 했지만, 어떻게든 주의를 다른 데로 끄는 것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말로 사라양이….” “아직도 그 얘기야?” “아앙! 가, 갑자기, 으응! 움직이지 말게!” “또 이상한 환각이 보일 정도로 기분 좋게 해줄게.” “그, 그러니까 이 몸은…! 으응!” 디아나한테 져준다는 당초 계획과는 정반대로, 결국 나는 디아나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게 철저히 괴롭히면서 밤을 보내야했다. “하아아암…. 오늘도 던전을 탐험해야하는데, 결국 제대로 잠도 못자지 않았나.” 다음 날 아침. 디아나는 내 가슴을 가볍게 찰싹 때리면서 말했다. “디아나가 너무 귀여운 게 잘못이야. 난 잘못한 거 없어.” “하여간 자네는 말이나 못하면….” 그렇게 말하면서도 싫진 않은지, 디아나는 더 이상 나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뭐, 힐링 섹스 때문에 이 정도는 거뜬하기도 하고 말이다. “그럼 이 몸은 씻겠네.” 결국 어제 사라의 난입은 거의 완벽하게 얼버무릴 수 있었지만, 아직 한 가지 난관이 남아있었다. 바로 사라가 고장 내버린 문이다. 일단 겉보기에는 멀쩡해 보이지만, 손잡이에 손을 대는 순간 바로 고장 났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그러니 디아나가 절대로 손잡이를 만지게 하면 안 된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일은 단 한 가지지. “디아나! 같이 씻자!” “자네는 그렇게 하고도 아직도 그렇게 힘이 남는 겐가?!” 디아나는 살짝 질렸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너무 그러지 마라. 동시에 씻고 나가지 않으면 위험하니까 들어온 거라고. 누가 너랑 한 판 더 하려고 들어온 줄 아냐? …뭐, 결국 한 판 더 했지만. “정말이지 자네는….” “하핫. 미안. 미안. 몸을 씻는 디아나가 좀 예뻐야 말이지. 그럼 레이디. 먼저 나가시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연스런 동작으로 디아나가 나가기 전에 문을 열어줬다. “음.” 디아나는 그런 날 보고 흡족하다는 듯 까치발을 하고 손을 뻗어서 내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준 후 방을 나갔다. 휴우. 이걸로 완벽해. 이제 나가기 전에 여관 주인한테 몰래 수리비만 좀 건네주면 끝이다. 식당으로 내려가자, 레이아와 마틸다라는 성직자 콤비와 실비아는 이미 먼저 내려와 있었다. 마틸다 쟤는 저러다가 남자가 꼬드기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나 없을 때 식당에 먼저 내려와 있는 거야. 뭐, 일단 괜찮은 모양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애초에 3계층 정도 되면 남자 모험가의 수는 위층보다 더 적을 수밖에 없을 거고, 게다가 여기 올 정도의 남자 모험가라면 굳이 이런 데서 여자를 꼬드기려는 노력을 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 “둘 다 미리 내려와 있었네.” “아, 구원씨. 안녕히 주무셨나요?” “좋은 아침이에요.” “조, 좋은 아침이이이임!” 아침부터 말을 더듬기에 잠깐 머리에 손을 얹고 쓰다듬으면서 진정시켜 주려고 하자, 실비아가 진동모드가 됐다. “응. 사라는 아직 안 왔어?” “네. 오늘은 조금 늦으시네요.” 레이아는 사라가 늦는 게 정말로 신기하다는 듯이 말했다. “아아…. 걔 어제 취했었으니까. 숙취라도 하는 건지도 모르겠네. 잠깐 내가 가서 보고 올게.” 어차피 아직 사라 방의 열쇠도 나한테 있다. 나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하고는 사라의 방으로 향했다. “들어간다.” 그리고 나는 노크도 없이 열쇠로 문을 열고는 사라의 방에 들어갔다. “너 뭐하냐?” 예상대로 사라는 이미 일어난 상태였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침대에 엎드려있기는 했지만, 머리카락이 촉촉하게 젖어있는 걸 보니 이미 씻기는 씻은 모양이다.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사라의 등이 흠칫흠칫 떨렸지만, 사라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야 쪽팔리겠지. 나 같았으면 침대나 내 다리, 둘 중 하나가 부서질 때까지 이불 킥을 날렸다. “야. 안자는 거 다 아니까 대답해라.” 나는 이불을 걷고 사라의 엉덩이를 가볍게 찰싹 때리면서 말했다. 음. 탄력 좋고. “햐응!” 사라는 귀여운 신음을 지르면서 잠깐 고개를 들었지만, 이내 다시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생각보다, 아니지. 생각했던 만큼 멘탈에 데미지가 컸던 모양이다. 어쩔 수 없지.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흐아앙! 구워어언! 구원만 있으면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없어어엉!” “꺄아아아아아아아악!” 역시나 효과는 굉장했다. 어제 사라가 했던 부끄러운 대사 중 하나를 잠깐 따라 해보자, 사라는 비명을 지르면서 벌떡 일어나더니 베개를 들고 내 입을 틀어막았다. 뭐, 전에도 취한 다음 날 자기가 한 짓을 전부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번에도 당연히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잊어버려! 잊어버려! 지금 당장 잊어버려!” 그리고 사라는 얼굴이 불이날 것처럼 새빨개져서는 날 퍽퍽 때려댔지만, 아직 사라의 맨손 공격력이 내 방어력을 뚫을 정도는 아니었다. “구워어언! 사랑해애애! 나도 구원한테 안기고 시퍼어엉!” “그, 그렇게까지 이상한 목소리는 안 냈잖아?!” “하긴 나랑 다르게 사라 목소리는 귀여웠으니까. 너 그런 목소리도 낼 줄 아는구나? 다시 한 번 어제처럼 말해보지? 구워어어언!” “흐아아앙! 정말 죽고 싶어!” 내가 계속해서 놀리자, 사라가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쥐고는 바닥에 주저앉으면서 외쳤다. “얘가 큰일 날 소리를 하네. 누구 마음대로 내걸 죽이려고 그래.” “누구 때문이야?!” 사라는 자기가 내거란 건 부정하지 않고, 내 복부를 한 대 퍽 때리면서 외쳤다. “누구 때문이기는. 전에 한 번 그렇게 취해놓고는 또 술을 마신 사라 때문이지.” “우우우우우…!” 사라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밉다는 듯이 날 노려보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 눈빛에 평소 화났을 때 보여주는 박력 같은 건 전혀 없었고, 그저 귀엽게만 보일 뿐이었다. “아무튼 그쯤하고 일단 내려와라. 디아나한테는 내가 잘 얼버무려놨으니까 티 내지 말고.” “…얼버무려? 어떻게?” 역시 내려오지 못한 이유 중에는 디아나를 볼 낯이 없다는 이유도 있었는지, 사라는 불안한 눈초리로 말했다. “그냥. 깨어나서 너 어디 있냐고 그러기에 환각이라도 본 거 아니냐고 했어.” “그 말을 디아나가 그대로 속아줬다고?” “뭐, 제대로 속진 않은 모양이지만, 그냥 얼버무렸어.” 주로 육체적 대화를 사용해서. “아무튼 그러니까 빨리 내려와. 너 하나 때문에 다른 사람들 다 기다리잖아.” “우우우….” 아직 멘탈의 데미지가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사라는, 그래도 내 말을 듣고는 비비적거리면서 일어났다. “구, 구원….” 사라가 일어난 걸 보고 내가 방을 나서려고 하자, 사라가 뒤에서 내 옷소매를 잡아끌었다. “응?” “미안….” “뭐, 괜찮아. 오랜만에 귀여운 사라도 볼 수 있었고.” “우으으…그러니까 그건 좀 잊어줘….” “싫어. 절대 안 잊을 거야. 평생 기억해야지. 구워어어어언!” “이씨이잉!” 사라는 울상을 지으면서도, 하지만 가볍게 내 등을 찰싹 때리기만 하고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크하하하. 일방적인 딜 교환이라는 건 이렇게 기분이 좋은 거구나. 뭐, 너무 놀리면 정말 제대로 삐질 테니까 적당히 해야겠지만. 아무튼 그렇게 사라를 데리고, 다시 식당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다행히 그 사이 마틸다에게 작업을 걸려는 놈팡이는 없었는지, 넷이서 테이블에 음식을 늘어놓고 있었다. “왔군요. 당신과 사라씨 식사는 적당히 주문했어요.” “오. 땡큐.” “사라씨. 숙취는 괜찮으세요?” “네, 넷? 네! 문제없어요.” “흐, 흐흠. 그, 그거 다행이구먼.” 어젯밤 일이 떠오른 건지, 사라와 디아나는 제대로 시선도 못 마주치고 있었다. 하지만 사라는 둘째 치고, 디아나도 부끄러워하다니. 역시 환각으로 얼버무리기에는 어설펐나? 하지만 아직 디아나가 뭔가 말한 건 아니니까, 이대로 잘하면 넘어갈 수도…. “우읏…구원. 미안….” 하지만 사라가 갑자기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디아나를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디아나! 어젯밤은 정말 미안했어요!” 그 너무 갑작스런 행동에, 나는 말리지도 못하고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젠장. 디아나를 보고 나니까 죄책감이 더 강해진 건가. 정직한 건 좋지만, 이런 때까지 그럴 필요는 없잖아! 그리고 그런 사라를 보고, 디아나는 뭐가 미안하냐고 묻지 않았다. 마치 ‘역시 그런 것이구먼.’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시선으로 날 쏘아보기 시작했다. “환각?” “그, 죄, 죄송합니다!” 나는 사라의 옆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일 수밖에 없었다. “하아아. 애초에 어젯밤은 완전히 사라양이 잘못한 것 아닌가. 왜 자네까지 감추려고 한 겐가?” “그, 그게 말이죠. 실은 사라를 기절시키려고 그게….” “했다고 말하는 겐가?” “죄송합니다! 그래도 딱 한 번만 했어요! 기절하고는 바로 사라를 데리고….” 들켰으니 어쩔 수 없지. 나는 필사적으로 변명을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시 전후로 연참 한 번 더 할 수도 있습니다. 337==================== 구조 의뢰 “알겠네. 알겠네. 진정하게. 자네는 이 몸을 어떻게 생각하는 겐가. 어쩔 수 없이 그런 것 아닌가. 게다가 바로 이 몸의 곁으로 돌아오지 않았나. 이 몸이 그런 것까지 화내지는 않네. 자네가 거짓말을 할 필요는 없었던 걸세.” 생각 외로 디아나는 자기 차례에 내가 사라와 몸을 섞은 것 까지는 대범하게 넘어가줄 생각인 모양이다. 크흑. 역시 우리 대마법사님! 그릇의 크기부터 다르셔! “그, 그리고….” “음?” “내가 좋아하는 애들이 서로 싸우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서.” 하지만 용서한다고 하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잘못이 없는 나에게 한정된 거다. 아마 사라한테는 엄청나게 화가 나 있겠지. 아무리 사라가 취했었다고는 하더라도, 애초에 술을 마신 것부터가 문제니까. 나는 사라도 감싸주기 위해서 그렇게 말했다. “흐으음. 이 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네만. 사라양은 뭔가 할 말이 있는가?” “읏! 저, 정말 미안해요! 그, 그리고….” “그리고?” “우읏…다, 다음 제 차례는…디, 디아나한테 양보할 게요….” 사라는 움직이지 않는 입을 억지로 움직이며 말한다는 듯,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 그런가….” 과연 저 대답에는 디아나도 조금 당황했는지 조금 말을 더듬었지만, 그래도 이내 디아나는 크홈하고 귀엽게 헛기침을 한 후에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당연한 거고, 원래 자네는 이 몸에게 더 혼나야 하네. 그 정도 일을 한 걸세. 알고 있는가?” “아, 알고 있어요….” 매번 겁도 없이 우리 대마법사님이랑 정면으로 싸우던 사라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니까 뭔가 조금 신선했다. “하지만 낭군님이 저렇게까지 말하니, 이 몸도 더는 말을 하지 않겠네. 다만. 앞으로 술은 조심하게나.” “우읏. 그, 그럴게요.” 결국 사라의 차례를 한 번 디아나에게 양보하고, 디아나는 용서해주는 걸로 결말이 나는 모양이다. “디아나. 고마워.” 나는 예상보다 훨씬 쉽게 용서해준 디아나에게 감격해서, 그 몸을 꽉 끌어안아줬다. “흐, 흠. 알면 앞으로 이 몸에게 더 잘하게.” “응. 오늘은 내 무릎 위에서 식사할까?” “자네는 이 몸을 어린애라고 생각하는 겐가?” 무슨 소리야. 평소에는 자기가 은근 슬쩍 내 위로 올라타려고 그러면서. 물론 말만 그렇게 했을 뿐, 내가 몸을 들고 무릎 위로 앉히자 디아나는 아무런 저항 없이 가만히 내 품에 파고들어 앉았다. “사라양도 그만 고개를 들게.” “웃. 네….” “너무 그렇게 풀죽을 거 없네. 다 끝난 일 아닌가.” 사라가 너무 풀이 죽어있자 조금 보기 안쓰러웠는지, 디아나가 사라를 다독여줬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사라의 표정이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디아나. 괜찮아. 쟤 표정이 저런 건 너한테 미안해서만 그런 게 아니거든.” “음? 무슨 소리인가?” “구워어어언! 좋아해애애!” “꺄아아아악! 흐아앙! 정마아알!” 결국 사라는 진짜로 울기 시작했다. “으악! 미안! 내가 너무 과했어. 울지 마.” “흐잉…아, 안 울었어….” 사라는 손으로 눈가를 훔친 후, 억지로 평소의 쿨한 표정을 만들어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중얼거렸다. “과, 과연…. 그런 겐가. 자네도 적당히 놀리게나.” “응. 자중할게.” 나는 옆으로 손을 뻗어서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다시 테이블을 둘러봤다. 레이아와 실비아, 마틸다는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는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다 있는 앞에서 떠들어버린 건가. 얘들도 대화 내용을 듣고 대충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짐작을 하겠지. 이거 괜히 사라한테 더 미안해지네. 아니, 애초에 사라가 여기서 갑자기 사과하지 않았으면 이럴 일도 없었겠지만. “자, 자. 다들 뭐해. 식사하자. 식사. 식겠다. 우와. 이거 맛있겠네. 던전 안인데도 제대로 된 음식이 나오는 구나. 아, 하긴 재료는 텔레포트로 가져오면 되니까 상관없나.” 나는 그렇게 억지로 주위를 환기시키면서 식사를 시작했다. “자, 사라야. 너도 좀 먹어 봐.” “응….” 내가 입가에 스프를 가져다주자, 사라는 풀죽은 얼굴로 스프를 받아먹었다. 이런 때에 이런 말을 하기는 조금 그렇다는 건 알지만, 풀죽은 사라는 이건 이거대로 또 귀여웠다. 물론 사라는 평소대로 쿨한 모습이 제일 잘 어울리지만 말이야. 식사를 마칠 즈음에는 사라도 겉보기엔 정상적인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고, 우리는 서둘러 다시 던전에 갈 준비를 했다. 아침에 조금 소동이 있었던 덕분에, 예정보다는 조금 시간이 늦어져버렸다. 뭐, 급한 것도 아니니까 조금 늦었다고 하더라고 별다른 문제는 없지만 말이다. 우리가 다시 장비를 갖춰 입고 아래로 내려왔을 때, 막 여관으로 한 사람이 들어오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실례합니다. 잠시만 주목해주십시오. 방금 전 길드에서 새로 구출 의뢰가 내려왔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마을 안 광장의 게시판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 사람은 그렇게만 말하고는, 다시 바쁜 걸음으로 여관을 나섰다. 아마 다른 곳에도 공지를 전하러 가는 거겠지. 이 마을을 관리하는 클랜의 사람인 걸까? “뭐야 저거?” “아무래도 이 계층에서 모험가들이 조난당한 모양이구먼.” “그런 것도 알 수 있어? 우리도 예전에 조난당했지만….” “그때는 이 몸들 중 아무도 당하지 않지 않았었나.” 그렇게 운을 띄우면서, 디아나는 설명을 해줬다. 모험가 카드는 일반적으로 모험가끼리 싸웠을 때만 누나 누구에게 당했는지 표시되지만, 그 외에도 해당 모험가의 신변에 위협을 알 수 있는 수단이 있다. 바로 해당 모험가의 카드가 없어졌을 때다. 모험가 카드는 모험가 자신의 마나와 연동이 되어 정보를 실시간으로 갱신하는 만큼, 모험가 본인이 죽어버리면 아예 내용 자체가 사라져 버린다. 그를 통해서 굳이 모험가끼리의 다툼이 아니더라도 길드에선 모험가들의 생사를 알 수 있다. 그리고 같이 파티를 맺고 던전에 들어간 모험가들 중 일부만 목숨을 잃은 상황이 되면 길드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조난을 당했다고 판단하고, 그 계층을 다니는 모험가들에게 구조 의뢰를 내린다는 거다. 그를 위해서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꼭 한 번 파티원들끼리 길드 안내원들에게 얼굴을 내미는 게 필요한 것이고 말이다. 길드도 그냥 모험가들을 관리만 하는 곳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의뢰 비용은 물론 구출한 모험가의 주머니에서도 나가지만, 길드에서도 절반을 지원해준다는 모양이다. 같은 계층을 다니는 모험가의 주머니에서 턴 돈만으로는 다른 모험가들이 적극적으로 수색활동을 하게 만들기 힘들 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이게 길드로서도 마냥 손해만은 아니라고 한다. 어차피 길드로서도 모험가는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편이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고, 모험가도 길드에서 자신들을 위해 그렇게까지 해준다는 걸 아니까 마석을 전부 길드에서 정산하더라도 불만으로 생각하지 않는 거다. 이런 것 외에도 길드에서 모험가를 위해 이것저것 편의를 봐주기도 하고 말이다. 뭐, 가끔 연줄을 통해 직접 마석을 정산하는 사람도 있다는 모양이지만, 정말 소수에 불과한지라 그 정도는 길드에서도 눈감아 준다나. 아무튼 우리는 일단 아까 그 사람이 말했던 대로 일단 광장으로 가보기로 했다. 게시판 앞에는 이미 꽤 많은 모험가들이 기웃거리고 있어서 제대로 내용을 보기 힘들었다. 이 마을에 있던 모험가들은 대부분 나온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의 인파였다.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 잠깐만 비켜주세요!” 그리고 그런 모험가들의 인파를 뚫고, 익숙한 얼굴 하나가 튀어나왔다. “어? 레이첼 누님?” “어머! 구원씨!” 바로 길드의 안내 데스크에서 항상 얼굴을 마주하는 레이첼 누님이었다. 레이첼 누님은 우리 얼굴을 보자마자 정말로 기쁘다는 듯이 다가왔다. “벌써 3계층의 마을까지 오신 건가요?” “네. 뭐. 이참에 4계층까지 가보려고요.” “네?! 그렇게 빨리요?! 너무 조급하시면 안 돼요. 성자 전설을 보여주시려면, 이런데서 죽으시면 안 되잖아요?” 레이첼 누님은 안내원 기질이 발동한 건지, 나를 타이르듯이 말하면서 주의를 하기 시작했다. “괜찮네. 이 몸들의 실력이면 충분하네.” “아, 디, 디아나님. 안녕하세요. 그, 그러네요. 디아나님이 계신데 괜한 참견이었네요.” 하지만 디아나가 그렇게 말해주자, 레이첼 누님은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이 누님도 친해지니까 은근히 귀여우시다. 처음 만났을 땐 그렇게 꼬드겨도 얼굴색 하나 안변하고 거절하는 철벽녀였는데. “아뇨.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그런데 레이첼 누님은 여기 왜?” “아, 그렇지! 구원씨! 4계층을 향하실 거면 3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으로 가실 거죠?” “네.” “그러면 저도 데려가주실 수 없을 까요?” “네? 무슨 일이신데요?” “이번에 이 계층에서 모험가들이 조난을 당했어요. 바로 이 사람들인데요…앗.” 그렇게 말하면서 품에서 종이를 꺼내려던 레이첼 누님은, 갑자기 뭔가 생각났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누님? 왜 그러세요?” “아, 아, 아뇨! 그, 그게! 신경 쓰지 마세요! 전 그럼 이만 바빠서 실례할 게요. 구원씨는 전혀 신경 쓰실 필요 없으니까. 그냥 쭉 곧장 3계층 주인에게로 향해주세요.” “네? 방금은 저희와 동행하신다고….” “아, 아뇨! 생각해보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레이첼 누님은 그렇게만 말하고는, 내가 붙잡을 새도 없이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버렸다. 역시 엘프야. 엄청 빠르네. 아니, 뭐 디아나를 보면 엘프라고 다 저런 것 같지는 않지만. 생각해보면 오히려 디아나 쪽이 순혈이잖아. 그냥 레이첼 누님의 특징인가. 아무튼 대체 뭐였던 거지. 대충 예상해보자면, 레이첼 누님은 아마 조난당했다는 모험가들과 아는 사이인 모양이다. 원래부터 친구일 수도 있고, 우리처럼 매번 안내 데스크에서 레이첼 누님이 담당하는 모험가일 수도 있겠지. 아무튼 레이첼 누님은 그 모험가들의 구조를 마냥 모험가들에게 맡겨둘 수 없어서 자기도 내려왔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도와달라고 하려고 했던 거고. 하지만 그렇다면 그냥 도와달라고 했으면 됐을 텐데. 왜 중간에 말을 멈추고 그냥 가버린 걸까? 우리가 도와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내가 그렇게 정 없는 놈이란 이미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게다가 만약 내 예상이 사실이라면, 레이첼 누님은 지금 홀로 그 사람들을 찾으러 나간 거잖아. 물론 전에 봤던 레이첼 누님의 실력이라면, 그다지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사냥이 목적이 아닌 이상, 굳이 몬스터들을 전부 상대할 필요 없이 빠른 몸놀림을 이용해서 도망가 버리면 그만이고 말이다. 아무튼 레이첼 누님 덕분에 구조 의뢰에 더 신경이 쓰이게 된 우리는, 일단 내가 대표로 모험가들의 인파를 뚫고 게시판에 붙어있다는 구조 의뢰 내용을 확인하기로 했다. 거기에는 구조 성공 시의 보수와, 모험가들이 평소 어느 쪽을 사냥하며 돌아다니는지에 대한 설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얼굴 그림이 붙어있었다. 일단 그림을 보기 전에 글 내용부터 읽어보니, 7인 파티 중 네 명이 사망. 살아남은 건 마법사, 도적, 음유시인이라는 살아남기 참 힘들어 보이는 조합이었다. 평소 사냥하는 곳은 3계층의 후반부. 이 정도면 나름 베테랑 모험가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다. 살아남은 셋의 얼굴은 각자 몽타주 기법으로 그린 건지 특징을 잘 살린 그림으로 그려져 있었는데, 셋 다 수인이었다. 한 명은 여성 토인족 도적과, 남성 호인족 음유시인, 그리고 여성 견인족 마법사. 토인족과 호인족은 사람느낌이 많이 나는, 레이아처럼 머리 위에 귀만 쫑긋 나있는 수준이었지만, 견인족은 그냥 얼굴 전체가 털로 뒤덮인 강아지 얼굴이었다. 토인족은 그렇다 치고 호인족과 견인족은 뭔가 몸 쓰는 종족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엄청 안 어울리네. 대체 레이첼 누님은 왜 이 사람들을 구조하는 데 내 손을 빌리려고 하지 않은 걸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의아하기 짝이 없었다. 아무튼 그림의 얼굴들을 제대로 기억해둔 다음에, 나는 다시 인파를 뚫고 우리 애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확인하고 왔어. 토인족 도적과 호인족 음유시인. 그리고 견인족 마법사였어. 굳이 얼굴을 잘 기억하지 않더라도, 이 정도 특이한 조합이면 보자마자 알 수 있겠지.” “그렇구먼. 그럼 그 자들의 구조를 우선할 셈인가?” 솔직히 보수만 놓고 보면 끌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동종업계 사람이 생명의 위기에 처했다는데 마냥 모른 척 하기도 힘들었다. 게다가 레이첼 누님도 신경 쓰이고. “뭐, 찾으러 다닌다고 해도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거란 보장도 없지만 말이야. 그래도 일단 3계층 후반부에서 자주 사냥을 한다는 모양이니까, 어쩌면 마주치게 될 수도 있어. 가는 동안 주변을 잘 살피면서 다니다가, 발견할 수 있으면 구조하자.” “네. 꼭 구하도록 하죠!” 분명 던전에 질색인 표정이었던 마틸다가, 뭔가 사명감을 가진 것처럼 강하게 긍정했다. 과연 추기경님. 사람을 구해야 된다는 생각이 던전에 대한 압박감을 누른 건가. 던전 탐험에서 제일 문제였던 마틸다도 제대로 마음을 다잡은 모양이니, 우리는 장비를 제대로 점검하고 다시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 던전 안쪽을 발을 내디뎠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 성공! 338==================== 구조 의뢰 하지만 던전 안은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넓다. 아무리 우리가 위기에 빠진 모험가들을 구할 결심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리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위기에 빠진 모험가들은커녕, 그들의 흔적조차 발견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안 보이네요….” 지금까지의 긴장하던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간 건지, 마틸다는 열심히 사방을 살피면서 애가 탄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 심정은 이해 안 되는 것도 아닌데, 그렇다고 해서 너무 그렇게 조급해하지 말라고. 어차피 그렇게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했잖아. 우리 말고도 흥미를 가진 모험가들은 많이 있을 테니, 어쩌면 이미 구조되었을 수도 있는 거고 말이야.” “네. 그렇…군요.” 마틸다는 내 말에 수긍하면서도, 여전히 주변을 살폈다. 전혀 면식도 없는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필사적이 될 수 있다니. 여신님의 가르침에 따라 모든 인간을 사랑한다든가, 뭐 그런 건가? 아니. 여신님의 가르침 운운 이전에, 이 정도면 천성인가. 확실히 사랑에 빠지는 속도가 엄청나기는 하지만…아, 이건 별로 상관없나. 아무튼 마틸다 이외에도 다들 해당 모험가들을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주변을 살폈지만, 그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애초에 여긴 항상 눈보라가 휘몰아치고 있으니까, 지형자체는 탁 트여있더라도 시야가 너무 좁단 말이지. 시력이 좋은 사라마저도, 이런 눈보라 속에서 제대로 앞을 보기란 힘든 모양이었다. 결국 그 날은 아무런 단서 없이 탐색을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모험가들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 이제 슬슬 3계층도 막바지까지 내려온 상태. 하지만 여전히 몬스터들은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았고, 덕분에 우리는 좀 더 탐색에 몰두할 수 있었다. 그 모험가들도 3계층 후반부에서 주로 사냥을 한다는 모양이었고, 만약 그들을 찾게 된다면 가장 확률이 높은 건 이 부근이다. “읏!” 점심을 먹고 다시 이동을 개시하려했을 때, 갑자기 사라가 몸을 움찔하면서 걸음을 멈췄다. “사라 왜 그래?” “쉬이잇.” 하지만 사라는 손가락을 세워 입가에 가져다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하면서, 눈을 감고 뭔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눈을 뜬 후, 우리가 가려던 곳보다는 약간 오른쪽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에서 희미하게 비명 소리가 들렸어. 어쩌면….” “그 모험가들일 수도 있다는 건가.” “확실한 건 아니지만. 싸우는 소리도 희미하게 들려와. 그냥 다른 모험가들이 전투를 하고 있는 걸지도.” “뭐, 어찌 됐든 가보는 게 좋겠지. 아니면 아닌 대로 그냥 다시 갈 길 가면 되는 거고 말이야.” 우리는 사라가 가리킨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도착한 곳에는 사라 말대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다만 구조 대상이 된 모험가들은 아니었다. 아니, 심지어 모험가조차 아니었다. 거기서 싸우고 있는 건 바로 길드가 자랑하는 미인 안내원, 레이첼 누님이었다. “꺄아아악!” 그리고 레이첼 누님은 전의 그 위풍당당한 모습은 어디가고,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서 힘겹게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는 중이었다. “레이첼 누님!” 우리는 황급히 레이첼 누님의 곁으로 달려갔다. “구원씨!”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레이첼 누님도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기뻐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절박한 목소리로 자신의 뒤편에 있는 모포 더미를 가리켰다. “도와주세요! 사제님들! 부탁드려요!” 왜 몬스터가 아니라 모포를 가리키면서 외치는 건지, 그리고 왜 굳이 사제를 부르는 건지. 이유는 명확했다. 모포는 희미하지만 마치 숨을 쉬듯 위아래로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설마 레이첼 누님이 찾아내신 건가? “레이아와 마틸다는 우선 부상자의 치료를! 실비아는 둘을 지켜줘! 나머지는 공격! 이번에는 디아나도 부탁해!” 나는 황급하게 명령을 내리고는 몬스터들을 향해 돌진했다. 아이스 골렘 세 마리와 십 수 마리의 리자드 맨. 그리고 일곱 마리의 북금 곰으로 구성된 몬스터였다. 일반적으로 던전을 탐험한다면 절대로 한꺼번에 만날 일 없을 수의 몬스터에, 과연 레이첼 누님도 예전처럼 손쉽게 상대할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레이첼 누님은 물과 바람을 다루는 정령술사. 물은 일단 3계층의 몬스터들 상대로 상성이 너무 안 좋고, 바람 역시도 아이스 골렘 상대로는 상성이 좋지 않다는 걸 이미 저번에 한 번 봤었으니까 말이다. 그건 그렇고 어째서 이 녀석들이 한꺼번에 달려드는 거지? 이건 게임이 아니다. 몬스터들도 엄연히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생물이고, 자기들끼리 다투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종족이 다른 몬스터들끼리 연합하여 모험가를 상대한다는 건 있기 힘든 일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놈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자 바로 풀렸다. 리자드맨의 신호에 맞춰서 북극곰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다. 길러지는 거냐. 자립심을 가지라고. 너희가 리자드 맨보다 더 강하잖아. 북극곰 녀석들아. 그리고 아이스 골렘과 리자드 맨들은 협력해서 싸운다고 하기 보다는, 서로 신경을 안 쓰는 느낌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이스 골렘이 다른 몬스터들을 무시한 채 모험가들만 노리고 있었고, 리자드 맨들은 그걸 잘 이용해먹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디아나! 골렘부터 부탁할게!” 아무튼 일단 적들 중 가장 방해가 되는 건 아이스 골렘이들이다. 나는 쮸쀼쮸쀼 달려들면서 앞발을 휘두르는 북극곰들을 막아서면서 외쳤다. “음. 걱정할 것 없네.” 디아나는 여유로운 느낌으로 말하더니, 화염구 세 개를 소환해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디아나의 주먹만 한 크기였던 그것들은, 점차 크기를 키워가더니 이내 골렘들의 주먹보다도 더 커져서는 맹렬한 불길을 뿜어댔다. 화염구들은 하나하나가 내뿜는 불길이 얼마나 강렬한 건지, 그 열기로 인해 디아나 주변의 눈들이 급속도로 녹아내릴 뿐 아니라 아예 하늘에서 내리는 눈조차 사라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과연 지력 500. 저런 거 맞으면 골렘이고 뭐고 뼈도 못 추릴 거다. 뭐, 애초에 골렘은 뼈가 없지만. 그리고 내 예상은 정확했다. 화염구들이 아이스 골렘을 향해 날아가자, 채 몸에 닿기도 전에 그 단단하던 아이스 골렘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한 거다. 화염구들은 그렇게 골렘의 몸을 녹이면서 관통해 지나갔고, 골렘이 완전히 녹아내리자 이번엔 방향을 바꿔 리자드 맨들이 있는 곳으로 떨어졌다. “퀘에에에에엑!” 예상치 못한 봉변을 맞은 리자드 맨들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로 통구이가 되어버렸다. 물론 놈들도 산개해있었기 때문에 화염구 세 개로 모든 리자드 맨이 전멸한 건 아니었지만, 남은 놈들은 사라의 화살의 좋은 먹잇감이 됐을 뿐이었다. 그러자 통제를 잃게 된 북극곰들이 한층 더 흉포해지면서 날뛰려고 했다. 하지만 너희 상대는 나란 말씀. 아무리 내가 요즘 공격력이 많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말이야. 생명체 상대로, 그것도 고작 3계층 몬스터들 상대로 질 리가 없잖아? 나는 바로 양손에 성자의 손길을 사용하고는, 북극곰을 차례차례 한 번씩 터치했다. “쿠워어어엉!” 그렇게 울지 마라. 이제부터가 시작이잖아? 나는 북극곰들의 움직임이 멈춘 걸 확인하고, 양 주먹을 불끈 쥐었다. “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오라!” 내 회심의 러쉬 공격에, 북극곰들은 벼락이라도 맞은 듯 온 몸을 사시나무처럼 부르르 떨면서 바닥으로 쓰러졌다. 여느 때 같았으면 똥폼이라도 잡으면서 뭔가 결정대사라도 날렸겠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북극곰들이 쓰러지는 걸 확인하고 나자마자, 나는 재빨리 레이첼 누님을 향해 달려갔다. “레이첼 누님! 괜찮으세요?!” “저는 괜찮아요. 그보다 어서 저 사람들을….” 몸 여기저기 상처를 입고 만신창이가 된 것처럼 보이는 레이첼 누님이었지만, 아무래도 상처의 수가 많을 뿐 상처의 깊이 자체는 그리 깊지 않은 모양이었다. 우리가 싸우는 동안 바닥에 주저앉아있었던 레이첼 누님은, 황급히 일어나서는 우리 사제 콤비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다만, 어째선지 그쪽으로 다가가면서도 내 안색을 살피면서 불안에 떠는 것처럼 보였다. 대체 왜 그러는 걸까? “레이아. 마틸다. 어때?” 모포에 있는 건 역시나 모험가들이었다. 토인족 도적, 호인족 음유시인, 견인족 마법사. 역시 구조 의뢰서에 그려져 있던 그들이었다. 레이첼 누님이 발견하신 건가. 하여간 대단한 누님이셔. 하지만 딱 보기에도 그리 희망적인 상황은 아니었다. 살아남았다는 셋을 모조리 구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운이 좋았다고 봐야겠지만, 셋 다 상처가 너무 심했다. 특히 호인족 음유시인은 배가 완전히 뻥 뚫려서는, 안에 있는 내장들이 고스란히 보일 정도였다. 그래도 남자라고 여자들을 지키려고 한 건가? 마치 정면에서 제대로 얻어맞은 것 같은 상처였다. 하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너무 무모했어. 솔직히 말하자면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의 상처였다. 레이아와 마틸다가 둘이서 동시에 호인족 음유시인에게 신성마법을 퍼붓고 있는 게 아니었다면, 분명 시체라고 생각했을 거다. “괜찮아요. 어떻게든 살려 보이겠어요. 어떻게든….” 마틸다는 마치 자신에게 다짐하듯 그렇게 말하면서 신성마법을 퍼부었다. 하지만 위급한 건 이 호인족 음유시인뿐만이 아니었다. 물론 호인족이 가장 상처가 깊긴 했지만, 토인족이나 견인족 역시도 상처가 깊은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호인족은 가만 놔두면 바로 죽을 테니까 레이아나 마틸다도 호인족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건 알겠지만…. 어쩔 수 없지. 일단 가지고 있는 포션을 몽땅 털어서라도 나머지 둘의 응급 처치를 해볼까. “아, 안 돼요!” 내가 일단 견인족 마법사에게 손을 뻗으려고 하자, 갑자기 레이첼 누님이 그렇게 외치면서 나에게 달려들었다. “레, 레이첼 누님?!” “진정하세요! 진정하세요, 구원씨! 죽이면 안 돼요! 이 사람도 모습만 이럴 뿐, 사람이에요!” 필사적으로 날 말리려고 하는 레이첼 누님에, 나는 벙 찔 수밖에 없었다. 죽인다니 뭐야? 모습만 이럴 뿐 사람이라니 뭐야? 아니, 확실히 이 견인족 마법사는 사람이라고 하기 보다는 이족 보행하는 강아지라고 해도 될 수준으로 강아지와 비슷한 외견이기는 했다. 전신이 털로 덮여있고, 주둥이도 길게 나와서 얼굴만 보면 완전히 강아지다. 하지만 난 그런 걸로 차별할 정도로 나쁜 놈이 아니라고. 내가 무슨 수인 족을 외모로 차별하는 그런 놈으로 보이시는 건가? “누, 누님! 진정하세요! 죽일 리 없잖아요?!” “하, 하지만…강아지…보면 전부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싫어하시는 거잖아요?!” 하지만 레이첼 누님은 여전히 내게 달라붙어 떨어지려고 하지 않은 채로, 그렇게 외쳤다. 으, 으응…? 그리고 그 필사적인 외침에, 나는 잠깐 사고가 정지하고 말았다. 대체 이 누님은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지? 이 누님 안에서 내 이미지가 대체 어떻기에 강아지만 보면 전부 죽여 버리고 싶어 하는 사이코패스가…아, 아, 아아아아! 나는 뇌리에 1계층에서 사냥하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난 늑대개를 박멸하다시피 잡았고, 그 이후로도 늑대개의 초월종이 있는 곳의 통로를 이용하기 위해서 계속 꾸준히 늑대개를 잡았었다. 그리고 이 누님은 내가 그렇게 늑대개 사냥에만 몰두하는 이유를 궁금해 하며 질문을 던진 적이 있었다. 그리고 레이첼 누님의 질문에 내가 했던 대답이 바로…설마 그것 때문에 갑자기 그렇게 거동이 이상해지셔서 내 도움도 거절하고 혼자 오신 거였어?! “아, 아니에요! 오해에요! 아니, 그때 제가 분명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그냥 너무 늑대개 사냥만 하니까 무안해져서 농담을 했다고 할까, 아무튼 아니에요!” “거짓말! 그럼 어째서 갑자기 제일 먼저 견인족에게 손을 뻗으려고 한 건가요?!” 그 때 내 대답이 상당히 인상 깊었던 건지, 레이첼 누님은 도저히 못 믿겠다는 듯이 외쳤다. “도와주려고 한 거예요! 포션으로! 자 봐요. 짠!” 내가 인벤토리에 있던 포션을 손바닥 위에 나타나게 하자, 레이첼 누님이 그제야 반신반의한 표정을 지었다. “저, 정말인가요?” “당연하잖아요!” 나는 증명이라도 하듯이 포션을 그대로 견인족의 상처에 뿌렸다. 그리고 나머지 포션도 몽땅 꺼내서 토인족과 견인족의 몸에 뿌렸다. 둘의 안색이 그나마 조금 나아지는 것 같자, 나머지 포션은 몽땅 호인족의 상처에 투자했다. 3계층의 몬스터 상대로는 다칠 일도 없고 사제도 둘이나 되다보니 포션을 많이 챙겨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솔직히 포션이 부족했다. 토인족과 견인족은 그나마 응급 처치 수준은 됐지만, 호인족은 여전히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내가 견인족에게 해코지를 안 한다는 사실에 안심했는지, 레이첼 누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 다행이다….” 그 말을 끝으로, 레이첼 누님의 몸이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누, 누님?!”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연말 송년회는 피할 수가 없네요. 339==================== 구조 의뢰 나는 레이첼 누님이 완전히 쓰러지기 전에 그 허리에 팔을 둘러서 받아낼 수 있었다. 그냥 긴장이 풀려서 힘이 빠진 건 줄 알았는데, 레이첼 누님은 내 팔에 허리를 지지된 채로 축 늘어져버렸다. 그리고 아래를 향하게 된 레이첼 누님의 얼굴 아래로, 붉은 액체가 울컥하고 쏟아져 나왔다. …피? 설마 레이첼 누님의 입에서 나온 건가? 하지만 이렇게 많이? 나는 황급히 레이첼 누님의 상체를 일으켜 안색을 살폈다. 역시나 예상대로, 레이첼 누님의 입가에서 붉은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게다가 얼굴도 새파랗게 질려서, 지금까지 버티고 있었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젠장. 그러고 보니 아까 처음 발견했을 때, 레이첼 누님 몬스터 상대로 고전하고 있었지. 전에 봤을 때처럼 빠른 몸놀림을 살려서 상대하는 게 아니라, 제자리에서 몬스터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냥 뒤에있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설마 상처가 심해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가. 겉보기에는 얕은 상처들밖에 보이지 않는데다가, 멀쩡하게 움직이기까지 했으니 완전히 안심하고 있었다. 나는 황급히 레이첼 누님의 원피스형 옷의 밑자락을 잡고 그 매끈한 복부가 드러날 정도로 끌어올렸다. 입에서 피를 이렇게 흘렸다는 건, 아마 내상을 입었다는 거겠지. 그리고 내 예상대로, 옷을 걷고 드러난 복부에는 곰발바닥 자국이 시퍼렇게 찍혀있었다. 이렇게까지 상처를 입었는데 어째서 이 누님은 그렇게 멀쩡한 척을…그런가. 자기보다 모험가 셋의 상체가 더 심하니까, 이들의 치료를 위해 일부러 괜찮은 척을 한 건가. 아무튼 이대로라면 레이첼 누님도 위험하다. 나는 황급히 레이아와 마틸다를 불렀다. “레이첼 누님도 위험해! 둘 중 하나는 레이첼 누님의 치료를 부탁해!” “하, 하지만 지금 손을 떼면 이 사람이…!” 하지만 내 외침에도, 둘 다 선뜻 손을 떼지 못하면서 당황했다. 젠장! 하필 이럴 때 우리 파티의 약점이 발목을 잡을 줄이야! 우리 파티가 압도적인 스탯과 장비 덕분에 여기를 자유롭게 활보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 근처를 탐험하기에 적합한 레벨은 140대다. 즉, 레벨만 따지고 보면 우리 파티는 레벨이 많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나와 사라, 디아나와는 달리, 레이아의 스탯은 같은 레벨의 여타 다른 모험가들과 비교해서 그렇게 압도적으로 높은 게 아니다. 게다가 마틸다 역시 마찬가지다. 레벨은 높지만, 성기사에서 전직을 한 몸이라서 아마 스탯은 성기사 시절의 스탯을 유지하고 있는 거겠지. 치유 능력이 그다지 뛰어나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사제의 치유 능력을 높여주는 지팡이의 강화 재료는 하필 성기. 5계층에서 나온 아이템 중 성기는 전부 아라크네 클랜에게 양도했기 때문에, 파티의 장비들 중 유일하게 강화를 하지 못한 장비가 바로 성직자들의 지팡이였다.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우리 파티는 이 근처를 학살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정도의 전투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치유 능력은 평균보다 조금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보니 상처가 심한 호인족의 치료에도 이렇게 애를 먹고 있는 거다. 음유시인이라고는 하더라도, 아마 레벨은 140대일 테니 체력은 그런대로 높을 테니까. 이제 어쩌면 좋지? 포션은 방금 전에 몽땅 다 사용해버렸다. 차라리 아까 포션을 조금이라도 나눠서 레이첼 누님에게 사용했다면 이 정도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아니, 이제 와서 그런 생각해봤자 소용없나. 다른 사람을 돌보게 하기 위해 자기 상처를 무식할 정도로 참은 레이첼 누님이 조금 원망스러워 졌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사제 둘 다 손을 못 떼고 포션까지 없는 상황.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그대로라면 그 사람도 위험해요. 남은 포션은 없나요?!” 호인족의 상처에서 손을 떼지 않은 채로, 마틸다가 내 품에 있는 레이첼 누님의 안색을 살피더니 외쳤다. “없어. 방금 게 마지막이었어.” 나는 씁쓸하게 현실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우리 파티는 포션이 그다지 필요한 파티가 아니니까, 가격도 비싼 포션을 그렇게까지 챙겨둘 이유가 없었다. 어차피 제일 앞장서는 나는 상처 입을 일 자체가 별로 없는데다가, 설령 상처를 조금 입더라도 그 정도는 사제 두 명이 나서면 충분할 테고. 만약 나 이외의 다른 사람이 상처를 입더라도,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우리 파티는 전부 내게 안긴 사람들로 구성된 파티니까. 그런데 하필 이런 일이 생길 줄이야. “어, 어떻게 안 되는 건가요?” 마틸다는 자신이 더 힘을 보탤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어쩔 수 없다는 듯 외쳤다. 물론 방법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이왕이면 사용하고 싶지 않은 방법이었지만. “힐링 섹스라면….” 그래. 힐링 섹스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껏 섹스할 때마다 항상 자동으로 발동된 덕분에 스킬 레벨도 어마무지하게 높은 힐링 섹스라면, 이 상황을 한 번에 타개할 수 있었다. 아마 레이아나 마틸다의 치유능력보다도 내 힐링 섹스의 치유 능력이 월등히 좋을 거다. 힐링 섹스도 성자 스킬인 만큼 매력 스탯에 영향을 받고, 스킬 레벨도 높은데다가, 조건부 스킬이라서 그런지 기본 성능도 다른 스킬들에 비해 좋으니까. 만약 저 호인족이 여자였다면, 아마 내 힐링 섹스로 훨씬 손쉽게 치유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니 말 다했지. “뭔가요 그게?” 그러고 보니 마틸다는 아직 모르지. “난 섹스를 통해서 사람을 치유할 수 있어.” “그럼 당장 안하고 뭐하는 건가요?!” 내 말을 듣자마자, 마틸다가 조금의 주저도 없이 그렇게 외쳤다. “뭐? 너 나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그렇게 간단히….” 마틸다가 정말 아무 고민도 없이 외치는 바람에, 나는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그렇게 말해버렸다. “지금 그게 무슨 상관인가요?! 사람의 목숨이 걸린 문제라고요! 당신은 절 모욕하는 건가요?!” 하지만 마틸다는 내 말을 듣고 정말로 모욕당했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외쳤다.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일에, 제 이기심을 내세울 정도로 하찮은 여자는 아니에요! 아니면 뭔가요?! 당신은 자신이 사랑한다는 여자들이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보고 있는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니지만….” 물론 그런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다들 어서 하라고 날 부추길 거다. 굳이 마틸다가 아니라도 말이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조차 다른 여자와 섹스를 제일 주저하는 건 나였다. 우리 애들이라면 무조건 허락할 거라고 믿기 때문에, 내가 정조 관념을 철저히 가지고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내면심리가 존재하는 거다. “그럼 빨리 하세요!” 마틸다의 묘한 박력에 눌려서,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레이아는 치료를 위해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면서도 여느 때처럼 천사같이 미소 지었고, 사라와 디아나 역시도 이미 전에 말하지 않았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실비아조차도 나와 눈이 마주쳐도 피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래. 이런 상황에서 허락을 구하는 건, 우리 애들을 모욕하는 거지. 나는 황급히 인벤토리에서 텐트를 꺼냈다. “잠깐 안에 들어가 있을게.” “전 경계를 하고 있죠. 이럴 때 몬스터가 또 나타나면 귀찮아지니까요.” “음. 그럼 이 몸도 그러도록 하지.” 사라와 디아나는 각각 반대 방향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했고, 실비아는 레이아와 마틸다의 곁에서 검과 방패를 들고 주변을 경계했다. 나는 그런 우리 애들에게 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텐트 안으로 들어갔다. 텐트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레이첼 누님을 눕히고 원피스의 치맛자락을 다시 걷어 올렸다. 골반부근까지, 그러니까 속옷이 드러날 정도로 치맛자락을 걷어 올리고, 속옷을 벗겨서 옆으로 던져 놨다. 어차피 쾌락을 위한 게 아니다. 굳이 옷을 전부 벗길 필요는 없겠지. 나는 레이첼 누님의 속옷만을 벗기고, 바로 가슴과 음부에 손을 댄 후 성자의 손길을 발동했다. “으읏….” 전에 같이 개미굴에 갔을 때는 그렇게나 레벨이 높아보였던 레이첼 누님이지만, 이제는 내 스킬에 제대로 반응을 보일 수준이 되어버렸다. 아니, 물론 아직도 나보다 레벨은 높지만 말이다. 그때보다 내가 레벨이 더 오른 것도 있고, 무엇보다 매력이 어마어마하게 올랐으니, 스킬에 반응을 보이는 건 당연했다. 게다가 내 스킬들 중 위력이 가장 강한 성자의 손길이니까. 적당히 레이첼 누님의 몸을 주물러서 음부를 젖게 만든 후, 나는 바로 바지 앞섶을 풀고는 물건을 삽입했다. “읏…!” 내 물건이 들어가자 레이첼 누님은 잠깐 신음소리를 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다른 것 때문에도 아니고 상처를 입어서 정신을 잃은 거니까 당연한가. 차라리 이대로 끝까지 레이첼 누님이 정신을 잃은 채로 치료를 하고 끝내는 게 오히려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삽입을 하고 나니, 나는 정신적으로 한결 여유가 생겼다. 물론 절정을 느끼게 해서 제대로 치료를 해야겠지만, 삽입만으로도 기본적인 회복 능력이 증가하니까 말이다. 이제 레이첼 누님을 느끼게만 만들면 된다. 그럼 어디 이 누님의 성감대를 확인해볼까.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는 이 누님의 성감대를 알고 싶어서 그렇게 난리를 쳤었는데. 끝끝내 알아보지 못하다가 우리 애들을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확인해볼 생각도 안하게 되어버렸다. 그런 누님의 성감대를 이제 와서 이런 상황에 확인할 생각을 하니, 뭔가 오묘한 기분이었다. 그래도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서라면 반드시 필요한 행위다. 나는 마음속에서 생겨나는 이 오묘한 감정을 억누르고, 최대한 냉정하게 할 일만 하기로 마음먹으며 섹스 애널라이즈를 사용했다. 어디 보자…기본적인 성감대들은 다 적당히 느끼는 수준이고. 제일 밝게 빛나는 곳은…귀? 이건 또 엘프답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어째 우리 쪽에 있는 순혈 엘프보다 이 누님 쪽이 더 판타지 세계의 엘프하면 떠오르는 특징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단 말이야. 아무튼 나는 레이첼 누님의 양쪽 귀에 각각 손을 뻗어서, 그 귓불을 가볍게 문지르듯 비벼줬다. “으응…읏….” 성자의 손길을 사용한 채로 최고 성감대를 어루만져주자, 레이첼 누님은 크게 다쳐 기절한 상태인 데도 미묘하게 신음소리를 흘렸다. 동시에 레이첼 누님의 음부가 꽉 조이면서 내 물건을 자극했다. 레벨이 높은 만큼, 역시 레이첼 누님의 안쪽은 무시무시하게 기분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느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레이첼 누님의 치료를 위해서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쾌감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럴 때 가장 좋은 스킬이 바로 섹스 부스트다. 내가 싸기 전까지, 피스톤 한 번 당 모든 쾌감을 합연산으로 높여주는 패시브 스킬. 성자의 손길과 섹스 부스트가 합쳐지면, 아무리 레벨이 높은 레이첼 누님이라도 연속으로 몇 번이나 느끼게 만들 수 있을 거다. 나는 스스로에게 절정 속박을 걸고,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읏…응…읏…읏…으으읏!”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레이첼 누님이 약하게 절정에 달했다. 좋아. 지금은 깊고 강렬하게 절정에 달하는 것 보다, 이렇게 약하게라도 계속해서 절정을 느끼게 하는 게 중요하다. 아직 내가 싸지 않은 만큼, 섹스 부스트도 계속해서 효력이 강해지고 있으니 점차 느끼기 쉬워지겠지. 나는 레이첼 누님이 깨어나기 전에 승부를 볼 생각으로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며 귓불을 어루만졌다. 물론 아무리 성감대라고 하더라도 한 곳만 계속 어루만지는 건 오히려 쾌감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한 손은 귓바퀴나 귀 안쪽을 섬세하게, 다치지 않도록 손가락으로 어루만지면서, 나머지 한 손으로는 가슴이나 음핵 같은 성감대도 꾸준히 만져준다. “흐응! 으읏! 읏!” 피스톤 운동이 계속될수록 레이첼 누님이 절정에 달하는 주기가 점점 더 짧아져갔고, 그에 따라 파리했던 레이첼 누님의 안색도 점차 원래 색을 되찾아갔다. 아니. 원래 색을 되찾는 걸 뛰어넘어서, 이제는 흥분으로 인해 뺨에 붉은 홍조마저 띨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피스톤 운동을 계속하다보니, 나도 슬슬 참기가 힘들어졌다. 절정 속박으로 억제는 하고 있다지만, 쾌감은 고스란히 느끼다보니 뇌가 버티기 힘든 감각.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끊겼네요. 12시 아슬아슬 할 때까지 썼는데 이게 한계였습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뒷 내용을 써서 2시간 전후로는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레이첼과 전에 했던 대화는 65화에 있습니다. 원래부터 이럴 생각으로 쓴 대화였는데, 이번 내용을 쓰면서 다시 읽어보니 원래 제 의도보다 조금 약하게 썼더군요. 그래서 65화의 해당 대화를 좀 더 강렬한 느낌이 들도록 수정했습니다. 340==================== 구조 의뢰 이런 감각을 느끼는 게 대체 얼마만이더라? 최근 들어서는 좀처럼 느끼지 않고 있었던 감각이라서 그런지, 더 참기 힘들었다. 하지만 욕망에 몸을 맡겨서 이대로 사정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적어도 레이첼 누님의 치료가 완전히 끝났다고 확인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사도 임명을 하지 않은 상대이다 보니 생명력을 확인할 수도 없는 일이고. 대체 어느 정도 수준에서 끝내면 좋은 거지? 얼굴에 혈색이 돌아왔으니까 이대로 끝내면 되는 건가? “으으으응!” 그때 레이첼 누님이 지금까지의 절정보다 조금 더 큰 절정을 느끼더니, 신음소리와 함께 천천히 눈을 떴다. “으응…! 에? 구, 구원씨이잇?! 이게 무스으응!” 레이첼 누님은 자신의 몸에 올라탄 날 보더니, 화들짝 놀라서 날 밀쳐내려고 했다. 하지만 내 가슴에 손을 뻗는 것과 동시에 다시 절정을 느껴버려서, 내밀어졌던 손은 오히려 내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기만 해버렸다. “진정하세요. 누님.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보일지 아는데요, 제가 다 설명할 수 있어요. 결코 욕망에 눈이 멀어서 강간하거나 그런 게 아니에요. 애초에 전 제 여자들이랑 같이 있었다고요. 디아나도 텐트 바로 옆에 있고요.” 이래서 원래 레이첼 누님이 눈을 뜨기 전에 끝내려고 한 건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아니. 오히려 이게 더 나은 건지도 모른다. 상처가 다 회복된 것 같은지 직접 물어보면 되는 거니까. “으응…이, 일단 멈추…흐으응!” 아차.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에,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허리를 멈추자, 레이첼 누님은 그제야 절정을 멈추고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는 역시 내 말을 바로 믿을 수는 없는 듯,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는 날 노려봤다. 다만 그 눈동자가 그저 분노만 띄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묘한 실망감마저 섞여있는 것 같이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일까? 그리고 또 다리는 내 허리에 감아서 단단히 붙잡고 꽉 밀착해있는 게, 노려보는 표정과 너무 어울리지 않아서 조금 웃겼다. 하지만 레이첼 누님으로선 필사적인 거겠지. 아마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거다. 조금이라도 다리에 힘을 풀고 물건이 움직이게 되면, 다시 자신은 지독하게 절정을 느낄 거란 걸. “하앗, 하앗, 하앗, 서, 후읏, 설명…해보시죠.” 다행이 일단 얘기를 들어볼 생각은 생긴 모양이다. 하지만 레이첼 누님은 그러면서도 손을 꾸물꾸물 움직여서 뭔가를 하는 게 보였다. 정령을 소환한 건가. 여차하면 바로 응징을 가하겠다는 거다. 뭐, 상황을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가. 솔직히 도와주면서 이런 취급 받는 게 기분은 썩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누님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니까. 내가 이해할 수밖에. “누님. 자신이 상처를 입고 기절하신 것까지는 기억하세요?” “…….” 레이첼 누님은 여전히 날 노려보면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누님이 다친 걸 숨기셨잖아요. 아마 우리가 누님의 치료를 우선시해서 다른 사람의 치료가 늦어질 걸 염려하신 거겠지만, 덕분에 우리가 가지고 있던 포션을 전부 그 모험가들에게 써버렸어요. 그러고도 호인족 음유시인의 상처는 낫지 않아서 사제 둘이 손을 뗄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요. 그 상황에서 누님이 쓰러져버리니, 어쩔 수 없었어요. 누님을 구하기 위해서 이럴 수밖에 없었다고요.” “그게 무슨 소리죠?” “전 섹스를 통해서 사람을 치료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이런 식으로….” “흐으으으읏!” 나는 누워있는 레이첼 누님의 허리를 붙잡아 들어 올리고, 허리를 살짝 뺐다가 다시 강하게 한 번 박아 넣었다. 레이첼 누님이 다리로 내 허리를 휘감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이 누님은 정령사. 근력이 나보다 높지는 않을 거다. 게다가 방금 전까지 지독하게 연속 절정을 느끼고 있었던 사람이니, 다리에 힘이 제대로 들어갈 리도 없었다. 덕분에 나는 거의 아무런 방해도 없는 것처럼 허리를 움직일 수 있었고, 그 단 한 번의 피스톤에 레이첼 누님은 다시 한 번 몸을 퍼덕이며 절정에 달해버렸다. “저와 섹스할 때 절정을 느끼면 상처가 회복되는 거죠. 어때요? 몸이 좀 더 가벼워졌죠?” “하읏! 으읏! 으응! 후읏….” 레이첼 누님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를 다급하게 끄덕이면서 숨을 고르는데 필사적이었다. 섹스 부스트가 엄청나게 중첩된 덕분에, 그 쾌감이 얼마나 강할지는 나도 잘 알았다. 실제로 나도 지금 엄청난 쾌감이 느껴졌고. 그래도 내가 이렇게 멀쩡하게 행동할 수 있는 건, 아마 불굴의 성욕 때문이겠지. 성행위를 통한 모든 피해에 대해 면역. 이 효과는 아무래도 성기에만 효력을 발휘하는 게 아닌 모양이다. 아무튼 고개는 끄덕였으니, 내 설명은 제대로 전달됐다고 생각해도 되겠지. “아시겠죠? 누님을 구하기 위해서 그런 거였다고요. 애초에 가지고 있던 포션을 조금만 누님한테 투자했으면 이럴 일도 없었는데. 전부 상처를 숨긴 누님 잘못이라고요. 누님. 듣고 있어요?” “흐으읏! 으응! 응읏!” 레이첼 누님이 절정의 여운 때문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내 말에 집중하지 않는 것 같아서, 나는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말했다. 그러자 레이첼 누님은 내 얼굴을 밀쳐내면서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귀가 성감대니까 일부러 귓가에 숨을 불어넣으면서 말하면 그야 다급하겠지. 나도 알면서도 일부러 그런 거다. 구해주고 이렇게까지 의심받는 상황이, 이해는 되더라도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건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 이번엔 제가 묻고 싶은데요. 누님. 이제 상처는 다 나은 것 같나요? 겉에 보이는 상처는 일단 다 나은 것 같지만, 누님은 내상이 심했으니까요. 그것만은 도저히 어떻게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사, 흐읏, 상처…?” “네. 다 나았으면 이제 그만해야죠.” “읏, 아, 안 돼…좀 더….” 마치 발정 난 여자가 좀 쾌락을 애걸하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설마 그렇겠어? 이런 상황에서 말이다. 아무리 쾌감이 크더라도 레이첼 누님 역시 맘도 없는 상대란 몸을 섞고 싶진 않을 테고. 그렇게 철벽같았던 레이첼 누님이니까 말이다. “아직도 좀 더 치료가 필요하다는 건가요?” “으읏…네, 네….” “그럼 조금만 더 실례할게요.” 어차피 섹스 부스트도 많이 중첩된 데다가, 레이첼 누님도 정신을 차리면서 전보다 더 느끼기 쉬워졌다. 절정 몇 번만 더 느끼게 만들면 레이첼 누님도 완전히 치유가 될 텐데,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하으읏! 이, 흐응! 말도…히으응! 귀, 귀느으응! 흐읏! 하으응!” 성자의 손길을 사용해 귀까지 더듬어주자, 레이첼 누님은 거의 자지러질 듯이 연속 오르가슴을 느꼈다. 어느 정도로 느끼는 건지, 중간중간 기절했다가 강렬한 쾌감으로인해 곧바로 다시 깨어나는 걸 몇 번이나 반복할 정도였다. “안 돼! 안 돼! 아으으응! 이제 안 돼! 하으응!” 몇 번인지 모를 기절에서 깨어난 후에, 레이첼 누님은 절박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나는 레이첼 누님이 그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겨우 허리를 멈췄다. 그러자 계속해서 퍼덕이던 레이첼 누님의 몸이 축 늘어져서는 부들부들 잘게 경련만을 했다. “안 된다니. 이제 다 나은 건가요?” “으읏! 으응! 으응!” 레이첼 누님은 신음을 내뱉으며 필사적으로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나는 싸지 않았지만, 굳이 내가 쌀 필요는 없겠지. 불굴의 성욕 덕분에 뇌가 타는 것 같은 느낌도 일정 이상은 안 느껴지는 모양이고. 이대로 절정 속박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가, 나중에 우리 애들한테…. 그렇게 생각하면서 성기를 빼려다가, 나는 움직임을 멈췄다. 잠깐만. 지금 이렇게 버티고 있을 수 있는 것도 불굴의 성욕 덕분이잖아. 섹스 상태가 풀리면 불굴의 성욕도 풀리는 거 아냐? 절정 속박을 계속 유지하면, 이 감각도 계속 느끼고 있어야 된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 지금 내가 이렇게 버티고 있는 건, 불굴의 성욕 효과 중 성행위를 통한 모든 피해에 면역 때문이니까. 삽입을 풀고 성행위가 아니게 되는 순간, 데미지가 고스란히 들어오는 거 아냐?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느 쪽도 확신할 수 없는 이상, 나는 안전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누님. 확인하는 차원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치료하고 풀게요.” 나는 레이첼 누님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절정 속박을 풀어버렸다. 동시에 최후의 자존심도 사용해서, 모든 정기를 쏟아 부어 레이첼 누님을 느끼게 만들었다. “아읏! 아앗! 아아…아아아아아앗!” 최후의 자존심은 쓸 일이 얼마 없다보니 스킬 레벨 자체는 많이 오르지 않았지만, 정기를 모조리 소모하는 특성상 정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효과가 강해진다. 그리고 지금 난 예전에 비해서 정기가 비교도 안 되게 많은 상태였다. 레이첼 누님은 진짜 큰일 나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몸을 떨면서 음부로 애액의 분수를 뿜어냈다. 표정도 완전히 흐물흐물해져서, 하지만 눈은 감지 않고 있다. 마치 기절하고 싶지만 너무도 막대한 쾌감에 기절조차 하지 못했다는 느낌이었다. 그런 레이첼 누님을 바라보면서, 나는 삽입을 풀고 누님을 깔아뭉개지 않게 몸을 옆으로 비끼면서 벌러덩 드러누웠다. 역시 최후의 자존심을 쓰면 정기를 몽땅 소모해버리니까 지친단 말이야. 그나저나 이 누님, 숨을 안 쉬는 것 같은데. 정말 괜찮은 건가? “누님. 괜찮으세요? 누님?” “하아악. 하앗. 하앗. 하앗.” 내가 레이첼 누님의 몸을 살짝 흔들면서 깨우자, 레이첼 누님은 그제야 잊고 있던 숨을 쉬듯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한동안 둘이서 벌러덩 누워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정기를 몽땅 쓰는 바람에 힘이 빠져서, 레이첼 누님은 절정의 여운에 헤어 나오지 못해서. “솔직히 반쯤 농담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성자라는 거, 정말 무서운 직업이네요.” 그리고 한참 후에야, 드디어 숨을 고른 레이첼 누님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듯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그 무서운 성자한테 안 당하려면, 앞으로 자기 상처를 속이거나 하지 말라고요. 포션만 제대로 먹였어도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됐을 텐데.” “그렇군요…미안해요. 당신도 자기 여자가 있는 옆에서 절 안기 힘들었을 텐데, 전 괜히 의심이나 하고.” 내가 조금 핀잔을 주듯 말하자, 레이첼 누님은 곧바로 사과를 해왔다. 아니. 이렇게 바로 사과를 해버리면 핀잔 준 내가 무안해지잖아. “아니, 애초에 저희랑 같이 왔으면 다치실 일도 없었을 텐데. 누님도 참, 설마 그때 제가 했던 얘기 때문에 견인족을 죽일 줄 알았던 거예요?” “그, 그야…그때 구원씨가 했던 얘기를 떠올려보세요. 겁먹는 게 당연하잖아요.” 솔직히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 제대로 기억은 안 나지만, 그렇게 험한 말을 했던가? 그렇게까지 험한 말을 했던 기억은 없는데. “그나저나 그 얘긴 어떻게 기억하신 거예요? 엄청 예전에 그냥 지나가듯 말한 게 전부잖아요. 제가 개를 싫어하는 게 그렇게 인상적이었나요?” “그, 그건…안내원을 하다보면 매일 비슷비슷한 모험가들의 얘기밖에 들을 게 없으니까요. 조금 특이한 얘기는 기억에 잘 남는다고요.” 레이첼 누님은 어째선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게 말했다. 과연. 그런 건가. 하긴. 안내원 일이라는 게 많이 따분하기는 하겠지. “아무튼 결과적으로 다 잘 되서 다행이네요. 구조 의뢰가 내려진 모험가들도 전부 구조했고, 덤으로 레이첼 누님고 구했고.” “덤으로 당신은 저 같은 미인을 안아도 봤고요.” 내가 덤으로라고 말했던 게 기분 상했던 건지, 레이첼 누님이 덤으로라는 단어를 강조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그건 좀….” “왜요? 아니라는 건가요? 주변에 예쁘신 분들이 많다고 해서, 제 미모가 떨어진다고 말하고 싶으신 건가요?” 내가 부정하려고하자, 레이첼 누님은 살짝 상처받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누님. 그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건 반칙이잖아요. 솔직히 반쯤 농담 삼아서 누님이 말한 대로 말하려고 했는데, 저렇게 먼저 선수를 쳐버리니 이어나가기 심히 곤란했다. “아, 아뇨. 덤이 아니라고요.” “어머. 그럼 절 안고 싶었다는 건가요? 디아나님한테 얘기해도 돼요?” “그, 그럼 저 죽어요!” “후훗. 농담이에요.” 레이첼 누님은 언제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냐는 듯이,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사람 상대하는 법은 안내원 생활로 갈고닦았다는 건가. 나는 못 이기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몸을 일으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41==================== 구조 의뢰 좋아. 정기도 조금 회복 됐고, 몸은 여전히 무겁지만 그래도 아까보단 좀 낫군. “그럼 누님. 슬슬 나갈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첼 누님에게 손을 뻗었다. 그저 레이첼 누님을 일으키기 위해서 그런 것뿐이었지만, 어째선지 레이첼 누님이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응? 이거 왜 이러지? 아, 설마…. “그, 그럴까요?” 하지만 몸을 떤 것은 잠시뿐. 레이첼 누님은 애써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 내 손을 마주잡고 몸을 일으켰다. 나는 레이첼 누님이 몸을 일으킨 후에도 누님을 지그시 쳐다봤다. “뭐, 뭔가요?” “누님. 누님 혹시….” “읏! 뭐, 뭔가요?!”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첼 누님의 귀쪽으로 손을 뻗자, 누님은 눈에 띄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얼굴을 붉혔다. 그 모습을 보고, 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역시. 평소에 머리카락으로 귀 가리고 다니는 거, 성감대라 그런 거였군요?” “하아…. 아니거든요.” 내 확신에 찬 목소리에, 레이첼 누님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정색을 하고 부정했다. 어, 어라? 아니야? “그럼 몸은 왜 떠신 건데요?” “그, 그건….” 그러자 레이첼 누님이 다시 얼굴을 붉혔다. “그건?” “그, 그러니까…그게…아, 흐, 흘러나와서….” “네, 넷?!” 생각지도 못한 답변에, 나는 무심코 누님의 고간 근처로 시선을 내렸다. 그러자 레이첼 누님의 눈부시게 새하얀 허벅지를 타고 하얗고 탁한 액체가 주르르 흘러내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대체 얼마나 싼 건가요. 뭔가 닦을 것 없나요?” “아, 넷. 여기요.” 레이첼 누님은 둘째 치고 난 딱 한 발밖에 안 쌌는데.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는 별개로, 나는 인벤토리에서 수건을 꺼내 누님에게 건넸다. “뒤돌아보고 계세요.” 역시 보고 있는 건 안 되는 구나. 나는 미약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순순히 뒤를 돌았다. 그나저나 저 누님. 다시 평정심을 되찾으셨네. 반응이 계속 바뀌니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 “후우…됐어요. 이제 그만 나가죠.” 뒤에서 잠깐 동안 부스럭부스럭 천과 살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다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네. 그럼 수건 이리….” “아뇨. 이건 제가 빨아서 드릴게요.” 내가 수건을 받기 위해 손을 뻗자, 레이첼 누님이 수건을 양손으로 꽉 쥐고 가슴께로 끌어안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거, 제 정액이랑 누님 애액으로 젖어있는 거 아닌가요? “아뇨. 그러실 필요 없는데요.” “제가 그러고 싶어요. 조금은 여자 마음을 이해해주세요.” 내가 그렇게 말해도, 누님은 마치 동생을 타이르듯 그렇게 말하면서 물러설 생각이 없어보였다. 음. 요즘 그래도 여심을 꽤 알게 됐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누님이 왜 수건을 빨아 준다는 건지는 전혀 모르겠다. 난 아직 멀었다는 건가. “그런가요. 그럼 나가죠.” 생각해봤자 모르는 걸 고민해도 어쩔 수 없다.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텐트를 나서려고 했다. 그러자 레이첼 누님이 살짝 내 소매를 잡았다. “아, 그, 그리고…고마워요.” “기분 좋게 해줘서요?” “구.해.줘.서.요! 정말로….” 내가 천연덕스럽게 대답하자, 레이첼 누님은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줘서 대답했다. 그리고는 마치 처음에 내 헌팅을 거절했을 때처럼, 냉랭한 시선으로 날 쳐다봤다. 노, 농담 좀 한 거잖아요.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주세요. 평소에 마석 정산을 받을 때도 자주 농담을 던졌는데, 그때마다 웃으면서 반응해주던 레이첼 누님이 이런 표정을 지으니까 상당히 쫄렸다. 역시 아무리 섹스를 했더라고 하더라도 이런 농담은 안 되는 구나. 결국 섹스도 어쩔 수 없이 한 거고. “아, 아직 그 호인족은 완전히 구한 게 아니니까요. 감사 인사는 전부 완전히 구한 다음에 받을 게요.” 나는 얼버무리듯 그렇게 말하고는 황급히 텐트를 벗어났다. “아….” 뒤에서 뭔가 안타깝다는 소리가 들린 것 같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또 안에서 정액이 흘러나오기라도 한 거겠지. “아, 구원.” “끝났는가.” 내가 나가자, 주변을 경계하고 있던 사라와 디아나가 가장 먼저 날 눈치 챘다. 그러고 보니 치료에 집중하느라 소리를 죽일 생각은 전혀 안하고 있었는데, 저 반응을 보면 디아나가 마법을 걸어준 모양이다. 역시 최고 연장자답게 신경을 잘 써준다니까. “응.” “그런가.” 그리고 내 대답에도, 디아나는 딱 그렇게까지만 말하고 다시 주변을 경계했다. 나는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디아나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고, 구해줬던 모험가들이 누워있는 자리로 이동했다. 거기엔 여전히 레이아와 마틸다가 둘이서 호인족의 상처에 손을 대고 있었다. 호인족의 안색은 여전히 파리했지만, 구멍이 뻥 뚫려있던 복부는 그나마 거의 원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어때? 괜찮은 것 같아?” “네. 일단 고비는 넘겼어요.” 레이아는 상당히 힘든 듯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지만, 그러면서도 따뜻하게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하아…. 상당히 힘들어 보이는데, 괜찮나요? 고비를 넘긴 거라면, 조금 쉬어가면서 하시는 게 어때요?” 뒤따라온 레이첼 누님도 레이아의 말을 들었는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아뇨. 고비를 넘겼다고 하더라도 아직 손을 떼기는 위험해요. 그리고 시작한 치료는 끝마치고 싶은걸요. 아마 저희 둘의 신성력을 전부 사용하면, 완전히 치료를 마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레이아는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가요…. 아, 혹시 구원씨가 치료할 수는 없나요? 제 몸을 치료했던 것처럼 말이에요.” 그리고 잠깐 생각하던 레이첼 누님이 갑자기 뚱딴지같은 소리를 했다.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이 사람 남자잖아요!” “어머?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 아닌가요? 일단 남자도 뒤에 구멍은 있잖아요.” 내가 당황하면서 말하자, 레이첼 누님이 살짝 날 놀리듯 말했다. 누님! 성적인 농담은 안 되는 거 아니었나요?! “혹시고 뭐고 안 되거든요?!” “시험해보셨나요?” “이미 해봤어요!” “어머….” “엣?!” “뭐, 뭐라고요?!” “잠깐 기다리게!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내 대답에, 갑자기 사라를 제외한 전원이 무서운 기세로 날 쳐다봤다. 뭐, 뭐야?! 뭔데?! 뭐 문제 있어?! 내가 당황하고 있자, 디아나가 쏜살같이 달려와서는 날 토닥토닥 때려댔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라니! 남자라니! 자네 그런 취미까지 있었던 겐가?! 아니, 대체 언제 해본 겐가?! 이 몸이 아무리 마음이 넓어도, 남성과 연적이 되기는 싫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평소보다도 훨씬 감정을 실어서 강하게 날 때려댔다. 그래봤자 토닥토닥이었지만, 나는 디아나가 내뱉은 말 때문에 잠깐 사고가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어? 남자? “아, 아, 아, 아니거든! 시험해봤다는 게 남자랑 해봤다는 말이 아니거든! 엉덩이로 해봤다는 거야! 엉덩이로! 당연히 상대는 여자지! 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아니, 사라 말고 전부 내가 남자랑 했다고 생각했던 거야?!” 내가 진심으로 화나서 주변을 둘러보자, 다들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눈을 피했다. 심지어 우리 천사님마저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실 정도였다. 실비아는 원래부터 나와 시선을 잘 못 마주치니 그렇다 쳐도…아니. 지금은 몬스터가 오는 걸 경계하고 있는 상황. 즉, 실비아도 전투모드란 거다. 실비아야. 너마저…나중에 두고 보자. 그나마 사라는 덤덤하다는 게 위안이 됐다. 뭐, 사라는 내가 어떻게 시험을 해봤는지 알고 있으니까 그런 거겠지만. “너희 여태까지 날 그런 눈으로 본 거야?!” “서, 성자라면 혹시 가능할 거라고….” “앙?!”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미안해요!” 마틸다는 뭔가 중얼거리려다가, 내 거친 반응에 바로 꼬리를 내리고 사과했다. “하, 하지만 엉덩이라니. 그것도 굉장하네요. 여기 있는 분들 중 한분이랑 하셨다는 거잖아요?” 아마 내가 이렇게 화를 내게 된 시발점이 됐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낀 거겠지. 화재를 돌려서 날 진정시키려는 건지, 레이첼 누님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당연하죠. 제가 그럼 어디서 딴 여자랑….” 내가 그렇게 대답하려고 했을 때, 이번엔 사라가 쏜살같이 달려와서 날 퍽퍽 때려댔다. 잠깐. 사라야. 주먹에 마나는 실지 마라. 아무리 그래도 마나까지 실으면 아파. “으악! 사라야! 진정해! 내가 너라고 대답한 것도 아니잖아! 그냥 여기 있는 사람 중 하나랑….” “자, 자네 사라양과는 그런 짓까지 한 겐가?!” 응. 완전히 들켰다. “이 바보! 바보! 바보! 바보야!” 사라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날 퍽퍽 때려댔다. “아니. 이번엔 네가 먼저 자백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왜 나한테 달려들어서…으악! 진정해! 미안해! 미안하니까 주먹에 마나 거둬!” 지금 일어났던 일을…있는 그대로 말하지. 분명히 내가 호모로 오해받아서 화내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사라한테 맞고 있는 상황이 됐어.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갑자기 왜 이렇게 된 건지 알 수가 없어. “그렇군요. 이래서 항상 사라씨가 구원씨를 때렸다는 신호가….” 필사적으로 사라를 말리는 와중에, 레이첼 누님이 납득했다는 듯 조그맣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길드에서는 모험가들끼리 피해를 입히면 알 수 있다. 물론 길드가 무슨 학교 선생님도 아니니, 모든 싸움을 전부 뜯어말리는 것도 아니다. 그저 피해를 입히는 정도라면 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그냥 넘어간다. 길드가 먼저 나서는 건 모험가로 인해 다른 모험가가 죽었을 때 뿐. 즉,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면. 사라야. 네가 이렇게 격하게 애정 표현하는 거, 길드 사람들한테 이미 들켰던 모양이야. 아무튼 그렇게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우리는 일단 그 자리에 진을 치고 하루를 묵어가기로 했다. 아직 밤까지는 한참 이른 시간이었지만, 힐러 둘이 마나를 모조리 써버린 상태라서 더 이동하기는 위험했으니 말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모험가 셋을 업고 갈 수도 없는 일이었고. “던전에서 이렇게 호화롭게 식사를 할 수 있다니. 구원씨랑 있으면 정말로 여기가 던전같이 느껴지지가 않네요.” “저랑 있으면 던전에 다닐 맛 날 것 같죠?” “후훗. 그러네요. 길드 일만 아니었으면 같이 다녀보고 싶을 정도에요.” 레이첼 누님과 그런 대화를 나누고 있자, 갑자기 디아나가 우리 사이에 파고들어왔다. “꽤나 사이가 좋아졌구먼.” “야. 애초에 마석 정산을 누가 하는데. 사이좋아진 게 아니라 이 정도는….”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본능적으로 느껴진 위기감에 바로 말을 멈췄다. 잠깐. 원래 이 정도로 친했다고 하면 더 위험한 거 아냐? “이 정도는 뭔가?” “이 정도는 우리 디아나와의 사이랑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거 아니겠어?” “자네 정말로 쓸데없는 것에만 요령이 늘었구먼.” 디아나는 날 보면서 정말로 감탄한 듯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싫지는 않은 듯, 내 쪽으로 엉덩이를 붙이고 더 찰싹 달라붙어서는 스프를 호호 불어댔다. 쓸데없다니. 나한텐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엄청 쓸 데 있다고. 그런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고, 나도 스프를 먹기 위해 스푼을 들었다. “실비아. 진동 좀 멈춰라. 스프를 먹을 수가 없잖아.” “아, 아우. 아우우. 죄, 죄송합니아아….” 하지만 내 품에서 진동해대는 실비아 때문에 도저히 스프를 먹을 수가 없었다. 실비아가 왜 이러고 있냐고? 아까 눈을 돌린 벌이야. 결코 내 취미가 아니야. “엇차. 이런. 실비아. 괜찮아?” 결국 실비아가 너무 진동을 하는 바람에, 스프를 실비아의 다리 위에 흘리고 말았다. “갠, 갠찬, 갠찬슴니다아아….” 응. 전혀 문제없는 모양이다. “그럴 거면 떨어져서 먹으면 되지 않은가.” “안 돼. 이건 벌이야. 아무튼 디아나. 좀 부탁할게.” “하여간 자네란 남자는….” 디아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내게 손을 뻗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먼저 손을 뻗어온 사람이 있었다. “아, 제가 할게요.” 레이첼 누님은 물의 정령을 불러서 바로 실비아의 다리에 묻은 스프를 닦아줬다. “아, 고맙…어라?” “응? 왜 그러세요?” 그러고 보니 이 누님 물의 정령 쓸 수 있잖아. 아까 전에 본인 가랑이는 왜 굳이 수건으로 닦은 거지? “아, 아뇨.” 궁금하기는 했지만, 괜히 여기서 그 말을 했다가는 또 디아나나 다른 애들이 폭발할지도 모른다. 나는 스멀스멀 기어 나오는 호기심을 억누르고 신경 끄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42==================== 구조 의뢰 수건 얘기를 하는 대신, 나는 레이첼 누님이 정령을 부리는 걸 보고 떠오른 또 하나의 생각에 대한 얘기를 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디아나.” “음?” “전에 나도 정령을 다룰 수 없냐고 했었잖아.” “음. 그런 얘기도 했었구먼. 그렇군. 그러면 어디 식사를 마치고 간단하게 기초라도 한 번 익혀보겠나?” “여기서?” “어차피 할 일도 없지 않은가.” 뭐, 그건 그랬다. 아직 눈을 뜨지 못하고 있는 모험가들과 지친 우리 힐러 둘을 위해서 이 자리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한 우리지만, 그렇다고 잠을 자기에는 꽤나 시간이 이르기는 했다. “뭐, 기초를 시작하는 것도 자네가 정령과 친화력이 있을 때의 얘기지만 말일세.” 그러고 보니 전에도 그 얘기를 했었던 것 같다. 우선 친화력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이다. “말해두지만, 그다지 기대는 하지 말게. 자네는 육체파니까 말일세.” “아, 그 문제는 걱정할 거 없어.” “전에도 그랬지만, 상당히 자신만만하구먼.” “뭐 그렇지.” 내 자신에는 근거가 있었다. 그레이트 어스의 모든 게임에 적용되는 시스템이 바로 그 근거였다. 내가 이 세계로 날아오게 된 계기가 된 게임도 그렇지만, 그레이트 어스의 게임들은 하나같이 직업을 여러 개 가질 수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여러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면 우선 가장 먼저, 그러면 직업을 여러 개 가져서 모든 면에서 완벽한 만능 캐릭터를 만들고 무쌍을 찍는 것도 가능한 거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일단 그런 식의 플레이가 가능하기는 했다. 다만, 그레이트 어스는 어떤 제약을 걸어서 그런 식의 플레이를 힘들게 만들었다. 바로 스탯 성장 시스템에 제약을 걸어서 말이다. 일부 특수한 직업을 제외하면, 직업 레벨이 올랐을 때 스탯이 오르는 건 랜덤이다. 내 경우를 얘로 들어 보자. 성자의 경우 레벨 업할 때 무조건 모든 스탯이 1씩 오르게 되지만 무투가의 경우에는 관련 있는 스탯, 그러니까 근력 내구 민첩 체력의 스탯이 랜덤하게 1씩 오른다. 한 번의 레벨 업에 네 가지 스탯이 모두 1씩 오를 수도 있고, 반대로 네 가지 스탯이 전부 다 오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스탯이 오를 확률을 결정하는 게 바로 재능이다. 재능이란 눈으로는 볼 수 있는 숨겨진 스탯같은 녀석인데, 일반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재능. 선천적 재능은 말 그대로 타고나는 재능이다. 태어날 때부터 정해지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재능. 예를 들어 디아나의 경우, 매력에 관련되는 직업이 아무것도 없으면서도 적어도 250레벨까지는 매력을 최고치로 찍고 있었다. 이건 그냥 타고난 재능, 그러니까 날 때부터 예쁘기 때문에 매력 스탯이 오르기 쉬운 거라고 밖에 설명이 되질 않는다. 그리고 후천적 재능은, 바로 직업과 관련이 있었다. 모든 직업을 자유롭게 가질 수 있다고는 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직업 레벨이 높은 직업은 그 사람의 스탯 성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종의 주 직업과 부 직업을 나누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는데, 만약 가장 직업 레벨이 높은 직업이 전사 계열이라면 근력이나 내구 같은 스탯은 오르기 쉬워지고, 반대로 지력이나 정신 같은 스탯은 오르기 힘들어진다. 그리고 만약 둘 이상의 직업의 레벨이 같다면, 가장 먼저 그 레벨에 도달한 직업이 주 직업이 된다. 그렇게 선천적 재능과 후천적 재능이라는 요인이 합쳐져서, 직업 레벨이 오를 때 스탯이 오를 확률을 정하게 된다는 거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 재능이란 녀석은 직업 레벨이 오를 때 스탯이 오를 확률뿐만 아니라, 단련을 통해 스탯이 오를 확률 역시도 관여를 하게 된다. 또 디아나를 예로 들어보자. 디아나의 주 직업은 마법사다. 때문에 근력이나 내구 같은 스탯은 오르기 힘들어 지고, 지력이나 정신 같은 스탯은 오르기 쉬워진다. 그리도 모르긴 몰라도 선천적 재능 역시 비슷할 거다. 근력이나 내구에 대한 재능은 거의 없다시피 할 거다. 그리고 지력이나 정신, 덤으로 매력에 관한 재능은 거의 최고수준이겠지. 때문에 디아나의 스탯이 그 모양이었던 거다. 3천년 가까이 살았다는 애가 아직도 근력이나 내구는 50도 넘기지 못하고 있었고, 반면 지력 정신 매력은 한계까지 찍고 있는 상황. 뭐, 설명이 길어졌지만, 다시 말해서 만능 캐릭터를 키우는 게 무척이나 힘들다는 얘기다. 일단 주 직업과 반대되는 스탯은 관련 직업을 얻더라도 거의 올리기 힘들다고 보면 되니까 말이다. 아라크네의 클랜장 미리엘이 마법 검사라고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검술로만 싸운 것도 그 때문이겠지. 미리엘의 전투 방식을 보면, 마법은 검에 속성을 부여하여 강화하는 데만 사용할 뿐, 싸우는 방식은 거의 검사나 마찬가지였다. 아마 일반적인 방식으로 마법을 사용하기에는 스탯이 모자란 거겠지. 물론 관련 스탯이 비슷한 직업끼리 키우는 것도 별로 의미는 없다. 레벨 업 제한을 푸는 방법을 생각하면 알 수 있겠지만, 한 가지 직업만 올리더라도 관련 스탯은 웬만하면 최고치를 찍을 수 있다. 이미 관련 스탯이 최고치를 찍었는데, 또 그와 관련된 다른 직업을 키워봤자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거다. 물론 직업 레벨에 따른 행동 보정 같은 걸 받기는 하겠지만, 그걸 위해서 그 노가다를 하느니 차라리 주 직업 레벨이나 더 올리는 게 낫다. 애초에 한 가지 직업도 제대로 올리기 힘드니까 말이다. 특히 여기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다. 한 가지 직업이라도 마스터하기란 극히 힘든 일이라는 거다. 미리엘을 봐라. 이미 레벨은 250인 모양이던데, 레벨 한계가 풀리지 않고 있는 것 같잖아. 그렇게 열심히 던전을 다니는 모양인데도 말이다. 물론 이 모든 게 플레이어와는 관련 없는 얘기다. 지금까지 한 얘기는 전부,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동료들을 육성할 때나 생각해야 될 얘기였다. 플레이어의 분신 캐릭터만 놓고 본다면, 이런 얘기들은 거의 상관이 없어진다. 기본적으로 그레이트 어스의 모든 게임은 성인 게임이었고, 플레이어는 그에 관한 직업이 처음부터 주어지니까. 플레이어는 무조건 그 직업이 주 직업인 거다. 내 주 직업이 성자인 것처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식의 플레이를 할 수 없게 만들 수는 없는 일이다. 성자가 주 직업이라도 마법사 플레이나 전사 플레이를 해보고 싶은 유저는 존재할 테니까. 때문에 기본적으로 플레이어는 모든 스탯에 평균 이상의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무투가나 암살자도 레벨이 오를 때마다 적당히 스탯이 오르고 있었고. 말이 길어졌지만, 한마디로 말해서 내 정령에 대한 친화력도 마찬가지로 일정 수준 이상은 기대할 수 있다는 거다. 아니, 정령사라는 직업을 얻으면 내게서 가장 부실한 지력과 정신 스탯을 올릴 수 있어서 오히려 더 좋다고 볼 수 있다. 어차피 정령사라는 직업을 마스터하려는 생각을 가진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그 친화력 확인이라는 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바로 디아나에게 물었다. 참고로 제일 눈이 좋은 사라가 주변의 경계를 나서서 맡아줬고, 실비아와 레이첼 누님은 마법으로 씻기 좋게 식시를 한데 모으고 있었다. 레이아와 마틸다는 환자들을 데리고 텐트 안에서 휴식을 취하게 했다. “흠. 기다려 보게. 우선은 4대 원소 정령과의 친화력만을 확인해보겠네. 그것으로 괜찮은가?” “응.” 어차피 원하는 건 물의 정령이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디아나는 마석을 몇 개 꺼내 손에 쥐었다. 그리고는 그 손을 앞으로 내밀고 주문을 외우면서 천천히 손을 펴자, 손에 있던 마석들이 가루가 되며 떨어져서는 바닥에 마법진을 만들어갔다. “후우. 됐네. 그럼 이 위에 서게.” 내가 마법진 위에 서자, 디아나가 내 가슴에 손가락을 대고는 몸 위에 그림을 그리듯 천천히 움직였다. “이 몸의 손을 따라 마나를 운용하면서 주위에 느껴지는 정령의 기색을 살피…빠르구먼.” 디아나의 말대로 할 것도 없이, 마법진에 올라가자마자 눈앞에 정령과의 계약을 하겠냐는 시스템창이 떴다.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승낙했고, 이내 사대 원소 정령 모두와 계약을 마칠 수 있었다. “호오. 4대 원소 정령을 모두 다룰 수 있는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디아나는 제법이라는 듯 중얼거렸다. “네?! 4대 정령을 모두요?! 굉장하네요. 부러워라.” 그리고 그저 덤덤하게 감탄만 한 디아나와는 다르게,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레이첼 누님은 정말 부러워 죽겠다는 듯이 날 쳐다보면서 말했다. 뭔가 디아나와 반응이 극적으로 다른 것 같은데. 아, 그런가. 디아나도 정령을 다룰 수 있다고 했지. 그리고 아마 얘도 4대 정령을 모두 다룰 수 있을 거다. 이 반응의 차이는, 이미 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라고 봐야 되나. “헤헷. 그런가요? 제가 좀 재능이 넘치기는 하죠.” “떽기. 또 그렇게 금방 우쭐해져서는. 그럼 이 몸의 지도도 더 필요 없는가?” “훗. 물론….” 생각보다 훨씬 손쉽게 정령을 다룰 수 있게 된 거다. 나는 바로 정령을 소환해서는, 시험 삼아 실비아를 씻겨보려고 했다. 왜 실비아냐고? 아무 이유 없어. 그냥 시야에 들어와서. 하지만 나는 곳 게임 시스템을 이용해 정령을 소환하는 것의 중대한 문제점에 대해서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스킬 창을 열었는데, 정령을 이용해 전투를 하는 스킬밖에 보이지 않아.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말로 하면 알아들으려나? “헤이! 정령! 실비아를 씻겨! 워싱!” “엣? 흐아아아!” 내 목소리에 식기를 정리하던 실비아는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두 눈을 꼭 감고 뭔가에 견디려는 듯 몸을 굳혔지만, 손바닥만 한 물의 정령은 꼬물꼬물 움직이면서 날 바라보기만 할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자네 지금 뭐하는 겐가? 그리고 또 가만히 있는 실비아양은 왜 괴롭히는 겐가.” 디아나가 바로 까치발을 하고 손을 뻗어서 내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사라도 그랬지만, 디아나도 실비아를 꽤나 아낀단 말이야. 물린 디아나의 경우, 그냥 본처취급 해줘서 그런 게 전부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야. 실비아가 가슴이 없다고 해서 친절하게 대해주는 건 그만둬라. 그런 유대감은 아무것도 낳질 않아. 애초에 자기는 성장하면 실비아를 배신하게 될 주제에 말이야. “크흠. 괴롭히는 거 아냐. 실비아가 정리하고 있는 식기를 씻으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만 말이 헛나갔어. 아무튼 디아나님. 제게 정령을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주세요.” “음? 아까의 그 우쭐한 태도는 어디로 갔나? 한 번 스스로 해보는 게 어떻겠나?” “네? 우쭐? 누가요? 설마 제가 그랬었나요?” “아무래도 자네의 그 능력도 만능은 아닌 모양이구먼.” 디아나는 안 봐도 뻔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역시 디아나님. 날카로우셔. “후우. 어쩔 수 없구먼. 그럼 이 몸의 얘기를 잘 듣게나.” 하지만 디아나는 그러면서도 내게 정령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정령은 일반적으로 사람의 말이 통하지 않는다. 때문에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마나로 의사를 전달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마치 새로운 언어를 하나 더 배우는 기분이 들 정도로 학습 난이도가 높은데다가, 마나를 세밀하게 운용까지 해야 되서 난이도가 더 높아졌다. 심지어 이게 정령을 다루기 위한 기본과정이라니. 이걸 마스터한 이후로는 정령과 마나의 대화를 통해 유대를 쌓아 친화력을 올려야한다. 정령사라는 거, 진짜 힘든 직업이구나. 디아나가 쓸데없이 정령을 부르지 않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내가 마법을 쓸 수 있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정령으로 마법을 쓰는 것보다는 그냥 자기가 쓰는 게 속편할 것 같아. 그래도 난 해내고 말겠어. 정령으로 몸을 씻을 수 있게 될 그 날을 위해. “그러니까…이렇게?” 하루 만에 마나를 이용해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배울 수도 없는 일이니, 우선은 간단한 대화만 몇 개 배웠다. 일단 언어의 기본이라는 인사부터. 내가 마나를 다뤄서 인사를 건네자, 물의 정령이 꼼지락 거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너무 작아서 이목구비도 제대로 보이지 않을 수준이지만, 이거 인사한 거겠지? 손바닥 위에서 꼬물꼬물 대는 것이, 의외로 귀여울지도 모르겠다. 그런가. 정령사들은 이런 재미로 정령을 다루는 건가. “귀엽네. 이거라면 이제 굳이 실비아가 없어도….” “네, 네에에?” 내가 일부러 그렇게 중얼거리자, 우리의 귀여운 실비아는 또 바로 낚여서 불안한 목소리를 흘렸다. “실비아는 내가 안으려고만 하면 도망 가버리고 말이야. 차라리 정령이 나을지도. 어차피 귀여운 건 마찬가지고. 그렇게 생각 안 해?” “아, 아, 안 합니다!” 실비아는 양 손으로 내 팔을 붙잡고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뭐야. 자기가 더 귀엽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으엣? 아, 아니요. 그, 그런 건 아니지만….” “좋아. 그럼 실비아가 스스로 내 품에 안겨오면 인정해주지.” “엣?” “자, 뭐해. 어서.” 나는 양 팔을 벌리고 실비아와 마주봤다. 실비아는 갑작스런 전개에 몸이 굳어서는,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안 할 거야? 역시 난 정령이랑….” “하, 하겠습니다. 하앗! 하, 후, 후, 후야아아아….” 실비아는 기합을 넣고 필사적으로 내 품에 달라붙더니, 바로 녹아내렸다. 훗. 이렇게 쉽게 낚여서는. 실비아야. 그래서 네가 내 애완동물인…. “이 바보가 진짜! 적당히 안 해?!” 결국 보다 못한 사라가 경계를 하다 말고 날 한 대 때렸지만, 난 내 행동에 한 점 후회도 없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쓰다가 잠깐 졸았더니 시간이…. 343==================== 구조 의뢰 “구원. 교대할 시간 되지 않았어?” 불침번을 서고 있자, 다음 불침번 순서인 사라가 텐트에서 나왔다. 내가 먼저 깨우기도 전에 일어나버리다니, 얘도 참 지나치게 성실하다고 해야 할지. “아,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네. 그래도 미리 일어나다니, 재대로 못 잔 거 아냐?” “괜찮아. 충분히 잤어. 그보다 구원도 그러고 오래 있어서 피곤하지? 어서 쉬어.” 내 걱정스런 말에도, 사라는 오히려 내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물론 불침번은 항상 서는 거니, 원래라면 사라가 저런 표정을 지을 이유가 없다. 사라가 저런 표정을 짓는 건, 말 그대로 정말 내가 오래 이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비아를 놀리다가 사라에게 등짝 스매시를 한 대 맞고는, 나는 사라 대신 주변을 경계하게 됐다. 그리고 그대로 쭉 불침번까지 서게 됐다는 말이다. 그래도 사라가 미안해할 건 없을 텐데. 어차피 주변 경계라고 해봤자, 계속 가만히 서서 주변을 둘러봐야하는 게 아니다. 어차피 주변을 둘러본다고 해봐야 눈 때문에 시야가 좁아서 잘 보이지도 않고, 몬스터가 습격 전에 알 수 있도록 디아나가 알람 마법을 설치까지 해놓았다. 그러니 할 일이라고는 그저 알람마법에 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깨어있기만 하면 되는 거다. 그리고 나는 그 틈을 타서 정령을 소환해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는 정령 언어를 복습하고 있었다. 마나로 이루어진 언어라고 할지라도 결국 언어 습득의 지름길은 최대한 많이 대화를 하는 것이라는 신념하에 계속 말을 해봤다는 거다. 정령 소환을 유지하는 데 마나를 소모하고, 또 대화를 하는 것에도 마나를 사용하니 마나 소모가 심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시간은 상당히 잘 갔다. 불침번 교대 시간이 다 됐는데도 사라를 깨우는 것도 잊을 정도로 말이다. “전혀 피곤하지 않아. 사라가 원한다면 계속 해주고 있어도 될 정도로.” “바보야. 그렇게 무리하면 내일은 어떻게 하려고. 내일은 마을까지 저 사람들을 보호하면서 가야되잖아. 평소보다 더 정신 차리지 않으면 안 돼.” “그거야 사라가 밤새 힐링 섹스를 발동시키게 해주면 아무 문제….” “으이구! 이 변태!” 하지만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냥 장난스럽게 살짝 내 뺨을 꼬집기만 하고는 내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평소라면 또 등짝 스매시를 때려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인데. 아무래도 내가 계속 이러고 있게 만든 게 상당히 미안한 모양이다. “아니. 생각해봐. 어차피 다음 사라차례는 디아나한테 넘겨줬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틈 날 때 안 하면 너 나랑 엄청 오래 동안 못하게 된다?” 사라의 태도가 부드러운 걸 이용해서 나는 한 번 더 유혹을 해봤다. “읏…괘, 괜찮아. 아니, 오히려 내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 거니까. 그 사이에 구원이랑 하면 반성한 게 아니게 되잖아. 참을 거야.” 사라는 처음에는 조금 고민된 듯 바로 즉답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역시 착실한 성격 상 유혹에 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는 화재를 돌리듯, 내 손바닥 위에 있는 정령을 바라봤다. “그 정령 대화라는 건 이제 익숙해졌어?” “응. 일단 얘한테 어딜 씻겨달라고 말하는 건 완벽히 마스터했어.” “왜 또 하필 그런 걸….” 내가 손바닥 위에 있는 물의 정령의 머리에 손가락을 대고는 빙글빙글 어루만지면서 말하자, 사라가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제일 쓸 데가 많으니까. 여러모로.” “하여간. 이 변태는….” “응? 변태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씻기는 게 왜 그런 쪽으로 연결되는데? 우리 사라양은 대체 무슨 생각을 했길래, 씻겨주는 걸 마스터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변태라는 말이 나온 걸까요? 응?” “이, 그, 그건…구원도 그럴 생각으로 그런 연습부터 한 거 맞잖아?!” 사라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당황하더니, 이내 적반하장으로 반격을 해왔다. 뭐, 사라 말대로 그럴 생각으로 이런 연습부터 한 게 맞기는 하지만. 하지만 그걸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응?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사라는 대체 어떤 생각을 한 걸까? 꼭 좀 한 번 나한테 알려주지 않겠어? 우리 변태 사라양?” “이, 이씨! 진짜! 변태는 구원이잖아!” “대체 씻는 다는 걸로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제대로 변명도 못하는 변태양에게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아, 아니다. 하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응. 알았어. 인정해줄게.” “뭐, 뭐야. 갑자기?” 내가 갑자기 더 놀리지 않게 되자, 사라가 오히려 불안하다는 얼굴로 되물어왔다. 뭐긴 뭐야. 추진력을 얻기 위해 잠시 무릎을 꿇은 거지. 네가 되물어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고. “사라는 날 너무 좋아하니까 말이야. 술 취해서 솔직해지면 밤에 남의 잠자리를 습격할 정도로. 그러니까 이렇게 나랑 대화하고 있으면, 생각이 자꾸 그런 쪽으로 연결되는 건 어쩔 수 없지. 그렇지 않아? 사라아아아.” 나는 사라가 술 취했을 때 내 이름을 부르는 것처럼, 늘어지는 말투로 사라의 이름을 불렀다. “이, 바,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 “쉬잇. 소리 지르지 마. 애들 깨겠다.” “으읏! 바, 바보가 진짜…그런 거 아니란 말이야.” 내가 입가에 손을 대고 말하자, 사라는 목소리를 줄이면서도 날 노려보면서 항변했다. “응. 알았어. 그렇다고 쳐줄게. 사라아아아.” “이, 이, 이…씨잉….” 사라는 결국 눈가에 물기만을 머금고 날 노려보는 게 전부였다. “장난이야 장난. 삐지지 마.” “삐, 삐진 거 아니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하지만 내가 그 뺨에 손을 대고 다시 날 바라보게 만든 후 키스를 하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키스를 받아줬다. “하여간 날이 갈수록 능구렁이처럼 여자 마음 다루는 법만 익숙해져서는.” 그리고 입을 떼자, 사라가 조금 분하다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니, 이걸로 화가 풀리는 네가 너무 쉬운 거라고 생각하는데. 물론 사라는 어디의 추기경씨와는 다르게 나한테만 한정적으로 쉬운 여자이기는 하지만. 하여간 귀엽다니까. “삐진 거 풀렸구나?” “아직 덜 풀렸어.” 내가 부드럽게 말하자, 사라는 살짝 오기를 부리듯 입술을 삐죽이면서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라에게 또 입이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맞대면서 부드럽게 말했다. “그런데 사라야.” “응?” 사라는 내 목소리에 이끌리듯이 삐진 표정을 풀면서 조용히 대답했다. “삐진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 “이, 이씨! 얼른 들어가서 잠이나 자!” 결국 나는 등짝 스매시를 한 대 더 맞고 텐트로 돌아가야 했다. 그렇지만 귀여운 사라 얼굴도 봤고, 등짝 스매시는 데미지도 없고. 완전히 이득이다. 내가 사라 때문에 방어력 올린 보람을 느낀다니까.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드디어 구조해준 모험가들이 정신을 차렸다. 애초에 우리 사제 둘이 신성력을 전부 써가면서 몸의 치료는 끝내놨으니, 정신을 차리는 건 당연한 거지만 말이다. “그런가. 우리는…살아난 건가….” 하지만 마냥 기쁘기만 한 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일곱 명 중 네 명은 이미 사망했다고 했었지. 나 같아도 마냥 기뻐하지는 못할 거다. 특히 이 호인족은 파티원 중 유일한 남자. 우리처럼 전부 사랑하는 사이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일단 전부 몸을 섞으면서 정을 쌓은 사이였을 테니까. 여성들끼리 사이도 상당히 돈독했던 건지, 토인족과 견인족은 서로 부둥켜안고 펑펑 울 정도였다. “아니. 은인 앞에서 실례되는 소리를 했군. 미안합니다. 그리고 도와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제 이름은 그렉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내 호인족은 머리를 붕붕 흔들더니,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악수를 청해왔다. 모험가 남자들은 원래 다들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지만, 이 호인족은 날 은인으로 생각하기 때문인지 공손한 어조였다. 그 악수를 받아주자, 꽤나 묵직한 힘이 느껴졌다. 음유시인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것도 종족 특성 같은 건가. 그러고 보니 덩치도 나보다 더 크고. 나도 어디 가서 꿀리는 덩치는 아닌데 말이야. “감사인사라면 저기 레이첼 누님에게 해줘. 저 누님이 먼저 너희를 발견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구하지도 못했을 테니까.” “응? 오오. 안내원양. 정말 고맙습니다.” “아, 아뇨. 전 아무것도 한 게 없는 걸요. 오히려 저도 구해진 입장이고….” 레이첼 누님은 조금 쑥스러운 듯이 웃으면서 두 손을 펴서 가슴 앞으로 들고 양옆으로 휘저었다. 필사적으로 구하러 간 것 치고는, 그다지 친해보이지는 않았다. 응? 별로 친하지도 않은데, 그렇게 필사적으로 구하러 갔다고? 그럼 설마…. 아니, 레이첼 누님이 누굴 좋아하든 나랑 별로 관계없는 얘기기는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다들 정신을 차리게 됐으니, 우리는 그들을 보호하면서 3계층의 마을까지 다시 돌아가는 처지가 됐다. 돌아가는 길은 딱히 특필할만한 사건 같은 것도 없이 평화로웠다. 얼마나 평화로웠냐면, 이동 중에도 틈틈이 디아나에게 정령 언어의 강의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그런 평화롭다고는 하나 전투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냥 순식간에 끝나버려서 별로 의미가 없었을 뿐이지. “대단하군요. 2계층에서 활약했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3계층에서는 본적도 없었는데. 3계층 몬스터들을 이렇게 손쉽게….” 그리고 호인족은 우리의 그런 모습을 보고 크게 감탄하는 모습이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초롱초롱한 눈으로 우릴 보는 데, 그 모습은 나는 내심 상당히 못마땅했다. 감히 누구 여자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거야? 하여간 예쁜 건 알아가지고 말이야. 너 카일이라고 알아? 하프대신 목탁 두드리면서 노래 부르게 만들어줄까? 그리고 결국 호인족의 그 시선이 사건을 하나 발생시켰다. “다들 이렇게 강하고 아름다우시다니. 대단하시군요.” “아, 아름답다니….” 바로 마틸다가 호인족의 그 말에 반응해버린 거다. 놈은 딱히 꼬드기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감탄했을 뿐인 것 같지만. 우리 추기경님은 그런 것도 전혀 상관이 없으신 모양이다. “음? 설마 이런 말이 익숙지 않으신 겁니까? 그럴 리가. 이렇게 아름다우신….” “거기 스탑!” 나는 황급히 끼어들어서 일단 마틸다의 턱부터 낚아챘다. “마틸다. 내 눈 똑바로 봐. 네가 좋아하는 건 누구야.” “아….” 호인족에게 향하려던 시선이 다행히도 나에게 향하면서 마틸다는 몽롱한 표정이 됐다. 후우. 일단 이걸로 또 한 놈은 살린 건가. “야. 거기 호인족.” “아, 그렉이라고 부르시면….” “사내새끼 이름 따위 내가 알게 뭐야. 아무튼 너 제발 허튼소리 말고 가만히 있어라. 얘 마틸다 추기경이야.” “…네?” “교단의 마틸다 추기경. 고자 만드는 저주로 유명한 걔라고. 고자 되기 싫으면 그냥 좀 닥치고 있어라.” 다행히 호인족도 마틸다의 이름은 들어봤는지, 바로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어째선지 이번엔 날 선망의 눈초리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니, 그렇다고 날 보라는 것도 아냐. 그 초롱초롱한 눈 제발 치워! 왜 남자인 나까지 그런 눈으로 보는 건데? 당장 치워! 우리 애들이 오해하면 어떡하려고! “아…그…그게요….” 그리고 핑크빛 분위기에서 벗어난 마틸다는 내 얼굴을 보기 민망하다는 듯이 바닥을 쳐다 보면서 중얼거렸다. “됐어. 변명 같은 거 안 해도. 네가 원래 그런 성격이라는 거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마틸다는 안도하는 듯, 하지만 또 한 편으론 안타까운 듯 조그맣게 입을 달싹거리면서 뭔가 중얼거리려다가 포기했다. 나도 왠지 화가 나서 말을 험하게 해버린 것 같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그걸 또 사과하는 건 뭔가 아닌 것 같아서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조그마한 소동이 일어난 후에도 호인족의 날 향해 보내는 저 한없이 호의적인 시선은 상당히 부담스러웠지만, 아무튼 그 호인족도 함부로 입을 열지 않게 됐다. 그리고 우리는 별 탈 없이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호인족이 대표로 그렇게 말을 했고, 토인족과 견인족도 그에 맞춰서 꾸벅하고 고개를 숙였다. 아무래도 뒤에 있는 둘은 이번 사건으로 상당히 충격을 받은 건지, 마을까지 오는 내내 그다지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래. 얼른 가라. 가서 침울해져있는 네 여자들이나 달래주라고. 나는 훠이훠이 손을 내저으며 대충 인사를 받아주고는 얼른 녀석들에게서, 아니 저 부담스런 호인족에게서 떨어졌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최고의짝사랑 // 사실 그래서 지금까지 일부러 설명을 안 하고 있었는데, 궁금하신 분들도 계신 것 같아서 쓰기로 했습니다. 마법공학해병 // 너무 그런 부분까지 세세하게 따지고 드는 건 독자한테나 작가한테나 별로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일부러 그런 묘사는 안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엉덩이로 할 때도 관장 묘사를 해야 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었죠. 뭔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쓸 지도 모르니 확신은 못하겠지만, 아마 앞으로도 히로인들이 생리하는 모습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신경 쓰이신다면 그냥 구원과 몸을 섰지 않은 날이나, 소설 상 묘사가 안 된 날에 생리를 했다고 생각해주세요. 3일마다 한 번씩 돌아가면서 한다고 해도, 어차피 소설 상에서 연속으로 2바퀴 이상 돌아가게 묘사한 적은 거의 없으니까요. jiho27 // 사실 하루에 두 편 쓰고 한 편만 올리는 식으로 비축을 쌓으려고 시도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그냥 다음 날 안 쓰고 놀게 되더군요. 그리고 쉰 다음 날에는 괜히 더 쓰기 싫어지고요. 휴재를 한다면서 그대로 연중을 해버리는 작가들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그냥 매일 성실히 연재하겠습니다. 344==================== 거대 마석의 정체 “그럼 저도 가볼게요. 다시 한 번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보수는 길드로 오시면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러자 레이첼 누님도 호인족 파티와 같이 가려는 듯 우리 파티에서 떨어져 나왔다. 아마 구조 의뢰의 보수 문제 같은 뒤처리로 같이 처리할 게 남아있으니 그런 거겠지만, 나는 레이첼 누님이 저 호인족을 좋아하는 거 아니냐는 의혹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아니. 그러니까 나는 레이첼 누님과 그냥 치료를 위해서 몸을 한 번 섞었을 뿐, 그런 문제로 이러쿵저러쿵할 사이는 아니지만 말이야. “그럼 우리는 다시 계층의 주인이나 만나러 갈까?” 그렇게 모험가 파티와 헤어지고 나서, 나는 다시 인원이 팍 줄어든 파티를 바라보고는 말했다. “네? 설마 지금 당장 가자는 말인가요?!” 그러자 마틸다가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그동안 별 문제없이 있더니, 다른 사람을 다 도와주자마자 다시 미궁에 있기 싫어진 모양이다. “응. 당연하지. 아직 대낮이잖아.” 아니. 언제나 밝기가 일정한 미궁에서 이런 말은 안어울리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시간은 아직 대낮이라고 해도 좋을 시간이었다. 애초에 저 모험가들을 구해줄 때도 대낮이었던 거다. 그런데 거기서 하루를 묵고, 또 같은 속도로 여기까지 돌아왔으니까. 대낮에 돌아오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하, 하지만…오늘은 쉬고 내일 다시 출발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마틸다는 미련이 뚝뚝 남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로 또 여기서 하루를 소비하고 출발하는 것보다는, 아예 얼른 계층의 주인을 잡아버리고 돌아와서 쉬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데 말이야. “마틸다양 말대로 하세. 아무리 여로가 편했다고는 하나, 며칠동안 던전 안을 돌아다녔던 걸세. 오늘은 푹 쉬고 내일 다시 출발하세.” 하지만 그런 마틸다를 배려해준 건지, 디아나가 그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 파티에서 가장 던전의 주인을 만나고 싶은 건 바로 디아나다. 거기에 그 거대 마석이 또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디아나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데, 나도 마냥 바로 출발하자고 우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하루 묵으러 여관으로 돌아가는 처지가 됐다. 그리고 그곳에는 예상외의 인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 여어, 구원! 우연이로군!” 바로 아라크네의 간부 중 하나이자, 내 동정을 뺏어간 여자. 앨리시아였다. 앨리시아는 날 보자 꽤나 기쁘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히이익!” 그리고 난 그 얼굴을 보자마자 일단 비명부터 질렀다. “뭐, 뭐야 이 새끼?! 사람 얼굴 보자마자 실례잖아!” “네가 나한테 한 짓을 생각해봐라! 비명이 안 나오게 생겼나!” “윽…자, 자업자득이잖아 새끼야!” “아무튼 네가 날 죽도록 팼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저리 가! 다가오지 마!” 나는 곧바로 사라의 등 뒤로 숨어서 외쳤다. 그리고 사라도 비장한 표정으로 내 앞에 척하고 막아섰다. 여전히 앨리시아는 경계되는 모양이다. 앨리시아도 왠지 사라한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하겠는지,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이쪽을 노려보기만 했다. 본능적으로 용사의 힘이라도 느낀 건가? 아무튼 사라가 있어줘서 든든하기 짝이 없다. 그렇게 한참 사라와 눈싸움하던 앨리시아는 결국 마지못해 중얼거렸다. “으윽…그, 그래. 내가 조금 심하긴 한 것 같다. 미안하다.” 솔직히 내가 사과 받을 입장이 아니기는 하니까 저렇게 마지못해 말하는 것도 이해는 가는데, 저렇게 사과하기 싫으면 그냥 나랑 말을 안 하면 그만 아닌가? 아니면 또 나한테 볼 일이라도 있는 건가? 아니, 애초에 여기서 만난 건 우연이다. 볼 일이고 뭐고 없을 텐데. 아무튼 앨리시아가 저렇게 나오니, 이걸 이용해먹지 않을 수는 없었다. “사과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 “이 새…그럼 어쩌라는 건데.”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귀여운 목소리로 ‘우왕! 앨리시아가 너무 미안해쪄요!’라고 외치면 인정해주….” “이 새끼가 아직 덜 맞았지?!” “사라 실드!” “그런 거 없어. 이번엔 구원이 잘못했어.” 나는 다시 한 번 사라의 뒤로 숨으려고 했지만, 사라는 옆으로 홱하고 피해버렸다. 설마 사라가 배신을 할 줄이야!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앨리시아! 협상을 제시한다!” 앨리시아의 주먹이 날아오기 전에, 나는 먼저 선수를 쳤다. “이 새끼가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 “전에 때린 건 용서해줄 테니, 너도 내가 방금 내가 한 소리를 용서해줘라! 어때? 공평하지?” 앨리시아는 경계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할 말만을 내뱉었다. “으, 응?!” “뭐 문제 있어?! 공평하잖아?!” “아, 아니…뭐…그런…가?” 앨리시아는 내 기세에 눌려서 긍정하면서도, 뭔가 석연찮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렇긴 뭐가 그래. 네가 완전히 손해 보는 거지. “아무튼 그래서. 앨리시아. 네가 여기 웬일이냐? 5, 6계층이나 다녀야 되는 거 아냐?” 앨리시아가 더 곰곰이 생각하기 전에, 나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 “그건 다른 놈들이 열심히 하고 있어. 난 원래부터 교육 담당이니까. 이번엔 쟤들 교육으로 온 거야.” 앨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식당의 테이블 쪽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칸나 세레나 에이미라는 아라크네의 삼인방이 죽을 것 같은 얼굴로 테이블에 엎어져있었다. “쟤들 얼마 전까지 2계층도 힘들어하던 애들 아냐?” “언제 적 얘길 하는 거냐. 그리고 사람은 원래 굴리면 굴리는 만큼 성장하는 법이라고.” 그 말을 듣고, 나는 저 삼인방에게 급격하게 동정심이 느껴졌다. 니들 진짜 상관 잘못 만나서 죽도록 고생했겠구나…. 저렇게 하나같이 테이블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도 이해가 됐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강하게 살라고 마음속으로 응원해주는 것 밖에는. “그보다 너희도 이 마을에 도착한 걸 보면, 이제 슬슬 3계층에 자리를 잡고 제대로 둘러볼 생각인 거냐? 그럼 어때? 우리랑 같이….” “아니. 4계층으로 넘어갈 생각인데.” “뭐, 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앨리시아가 갑자기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게다가 그런 반응을 보인 게 앨리시아 하나뿐만이 아니었다. 엎어져 있어도 일단 얘기는 듣고 있었던 건지, 삼인방이 갑자기 고개를 번쩍 들고는 제발 그러지 말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뭐야? 뭔데? 왜 그러는 건데?! “너희 3계층에 온지 얼마나 됐다고…!” “아, 그런데 우리가 조금 세야 말이지. 게다가 5계층에서 얻은 물건들로 장비도 강화하고 나니까 너무 쉬워서 말이 안 나올 정도더라. 사실 그래서 다시 여기 올 것도 없이 바로 4계층에 갈 생각이었는데, 조난당한 모험가를 구조해주느라 잠깐 돌아온 것뿐이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라크네 삼인방은 절망에 빠진 얼굴로 날 원망하듯 노려봤다. 아니. 그러니까 우리가 4계층으로 간다는데 너희가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건데. “그, 그러냐….” 그렇게 중얼거리는 앨리시아는 일이 맘대로 안 풀린다는 것처럼 짜증스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구원. 얘기 끝났으면 얼른 가자.” “음. 이 몸도 어서 식사가 하고 싶구먼.” “구원씨. 이쪽이에요.” 그리고 앨리시아와의 얘기가 끝났다고 판단되자마자, 우리 애들이 나한테 달라붙어서 식당 쪽으로 날 밀어댔다. 그것도 아라크네 삼인방이 앉아있는 테이블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테이블 쪽으로. “이, 이봐! 잠깐! 그럼 같이 식사라도…!” “미안하지만. 파티원끼리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요. 계층의 주인을 잡으러 가는 거니까 전술이라든지 여러모로 할 얘기가 많거든요. 이해해줘요.” 앨리시아가 미련이 남는 듯 우릴 붙잡으려고 했지만, 사라가 냉랭한 목소리로 거절했다. “그, 그런 거라면 나도 도와주지! 3계층의 주인이라면 몇 번이라도…!” “자네가 감히 이 몸에게 조언을 하겠다는 겐가?” “윽! 으으으으…!” 마법사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은 보이지 않겠지만, 아라크네의 간부들에게는 이미 우리 파티에 디아나가 있다는 게 알려졌다. 방금 말을 한 게 누군지 앨리시아도 바로 눈치 챘겠지. 앨리시아는 결국 끙끙거리기만 하면서 더는 우릴 붙잡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앨리시아가 우리한테 저렇게 엉겨 붙으려는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하는 태도만 보면 마치 어떻게든 좋아하는 여자를 꼬셔보려는 남자같은 모습인데, 설마 저 앨리시아가 날 좋아할 리도 없고…아니. 잠깐. 그러고 보니 앨리시아 얘. 레즈 플레이 의혹도 있었잖아. 설마하니 우리 파티 중 누군가가 맘에 드는 거 아냐?! 그러고 보니 아까 사라한테 눈싸움도 졌어! 설마 사라한테 눈독 들이는 건가! “앨리시아!” “뭐, 뭐야?” 내가 이름을 외치자, 앨리시아가 다시 얼굴이 밝아지면서 대답했다. 역시나 좋아하는군. 내가 그럴 줄 알았지. 좋아할 거 없다. 같이 식사하자고 말하려는 거 아니니까. “우리 사라는 못 준다! 이 레즈비언아!” “……뭐 이 미친 새끼야?!” 앨리시아는 한동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굳어 있다가, 맹수처럼 내게 달려 들어왔다. 그러자 이번엔 바로 사라가 내 앞을 가로막고 서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굳이 그런 사라의 앞으로 나섰다. “사라! 위험해! 쟤 저러면 네가 막을 줄 알고 수작부리는 거야!” “그,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 새끼야!” 앨리시아는 날 한 대 치더니, 답답해 미치겠다는 듯 발을 동동 굴리고는 결국 씩씩대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구, 구원 괜찮아?” “사라를 지킬 수 있었으니 난 만족해.” 그럼. 한 대 맞고 내 여자에게 마수를 뻗으려는 사악한 레즈비언을 물리칠 수 있었으니까. 이정도면 값싼 대가라고 봐야지. “이 몸이 보기엔 자네가 뭔가 단단히 착각을 하는 것 같네만.” “어허. 뭘 모르는 소리. 쟤 레즈비언이 확실하다고. 다들 앞으로 조심해.” “흐음. 뭐, 알겠네.” 디아나는 뭔가 더 말하고 싶다는 표정이었지만, 이내 뭔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레이아.” “네?” “치료 좀 해주세요. 하여간 저건 무슨 여자가 힘만 세서는.” “후훗. 네. 이리 오세요.” “결국 또 그건가!” 디아나가 또 다시 질투심을 폭발시키기는 했지만, 나에게는 치료를 위해서라는 확실한 대의명분이 있다. 나는 천사님의 품에 안겨서 힐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래서. 계층의 주인을 상대하는 전술이란 게 뭔데?” 식사를 하면서, 나는 아까 사라가 앨리시아에게 했던 말을 기억하고는 그렇게 물었다. 3계층 몬스터들이 하나같이 너무 쉬워서 별 생각 없이 가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가기는 위험했다. 3계층의 주인이라는 건, 4계층의 초월종과 비슷한 수준으로 강하다는 거니까. “일단 자네는 시작하자마자 성자의 파동을 쓰게.” “응. 그리고?” “적당히 주의를 끌면서 피하고 있으면 이 몸과 사라양이 끝장을 내겠네.” “그리고?” “음? 그게 전부네만. 원래대로라면 공격 패턴을 숙지해서 제대로 맞서는 것이 정석이겠지만, 사라양과 이 몸이 같이 공격한다면 그런 다양한 공격 패턴이 나오기도 전에 끝날 걸세. 그뿐인가. 사라양의 레벨을 올릴 생각이 아니라면, 자네의 성자 스킬만으로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르네.” “아니. 아까 앨리시아한테는 뭔가 거창한 회의라도 할 것처럼 말하지 않았어?” “이 몸은 그런 말 한 적 없네만.” 그러고 보니 그랬지. 내가 자연스럽게 사라를 쳐다보자, 사라는 시치미를 뚝 떼고 말했다. “뭔가 더 준비해야 될 줄 알았는데, 필요 없었던 모양이네.” “사라양도 참 조심스럽구먼.” “던전을 다니는 모험가로서는 기본이죠.” “음. 바람직한 자세일세.” 둘이서 북 치고 장구 치고 아주 잘 논다. 이럴 거면 앨리시아를 그렇게 따돌리지 않았어도…아니. 그 레즈비언이 우리 애들이랑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하게 되면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까. 아마 사라는 내 동정을 뺏어간 앨리시아를 경계해서 그런 거겠지만, 결과적으론 잘 한 일이 되는 건가. 그건 그렇고 사라도 참 질투할 애가 따로 있지. 앨리시아가 나 때리는 걸 봐라. 저게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인가. 앨리시아에 한해서는 절대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사라도 날 때리지 않냐고? 전혀 달라. 사라가 때리는 건 애정이 느껴지지만, 앨리시아가 때리는 건 폭력밖에 느껴지지 않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45==================== 거대 마석의 정체 식사를 마치고 나니, 우리는 급격하게 할 일이 없어졌다. 아직도 시간은 대낮. 여관에만 틀어박혀있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아예 그냥 텔레포트를 이용해 위로 올라갔다 올까도 생각했지만, 이내 그것도 포기했다. 한 번 올라가버리면, 다시 내려오기 귀찮아질 거란 말이지. 귀찮다는 이유로 또 며칠 동안은 던전에 안 오면서 위에서 푹 쉬게 될 거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었다. 던전에 꽤 오래 있기도 했으니 말이다. 4계층까지 돌파라는 목표가 없었다면 벌써 위로 올라갔을 거다. 그렇게 되면 또 우리 착한 디아나는 거대 마석을 조사하고 싶다는 욕구를 억누르고 우리가 던전에 올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려고 하겠지. 그러니까 위에 돌아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할 것도 없다. “심심하네.” “흐아아아아아아.” “그러니까, 자기가 심심하다고 실비아를 괴롭히는 건 그만 두라니까.” 사라는 이제 같은 말을 계속하기도 질린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말이야, 괴롭히는 게 아냐. 실비아도 좋아하고 있다고. 나는 내 품에 안겨서는 어떻게든 도망가 보려고 팔다리를 앞으로 뻗어 허우적대는 실비아를 바라봤다. 응. 이 흐물흐물하게 풀린 표정 좀 봐. 이 표정을 보고 어떻게 괴롭힌다는 말이 나와. “모처럼 하루 쉬는 걸세. 뭔가 하려고 하지 말고 느긋하게 지내면 되지 않겠는가.” 디아나는 따뜻한 차를 쪼르륵 마시면서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분명 얘가 제일 안달하고 있어야 정상인데 말이야. 겉모습만 보면 제일 느긋하게 쉬고 있는 것 같았다. 과연 할머…경험이 많은 만큼 마음이 여유롭다. “그래요 구원씨. 느긋하게 지내요.” 그렇게 말하는 레이아는 의자를 벽난로 가까이 가져가서는 손바닥을 펴서 불을 쬐고 있었다. 여긴 마법 때문에 춥지도 않은데, 레이아는 어지간히 따뜻한 게 좋은 모양이다. 꼬리도 털이 복슬복슬하니, 생긴 것만 보면 우리 중에서 제일 추위를 안 탈 것 같은데 말이지. 뭐, 마음이 따뜻하신 분이니 그만큼 추운 게 싫은 걸 수도.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짓은 절대 안할 것 같은 저 천사님이, 던전에 다니는 내내 싫어하는 디아나를 끝까지 꽉 끌어안고 다니기도 했고. 뭐, 중간부턴 디아나도 포기한 채 레이아의 꼬리를 조물거리면서 힐링하고 있었으니까, 그렇게까지 싫어 한 건 아니었겠지만. 아무튼 날 제외하고는 다들 이렇게 여관에서 느긋하게 쉬고있는 시간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아니. 나도 맘에 안 드는 건 아니지만, 뭔가 좀이 쑤신다고 할까. 방금까지 던전 안을 돌아다니다가 왔으면서, 스스로 생각해도 체력 넘치는 놈이라고 생각한다. “일단…게시판이라도 보고 올까.” 길드 벽에 다닥다닥 의뢰서들이 붙어있는 것처럼, 이 마을의 광장 게시판에는 3계층에서만 할 수 있는 의뢰들이 붙어있었다. 전에는 구조 의뢰만 보고 말았지만, 혹시 계층의 주인에게 가는 도중에 할 만한 의뢰가 뭔가 더 있을 지도 모르고. 응. 그러자. 여기 가만히 앉아있는 것보단 그게 좋을 것 같아. 그렇게 마음먹고 자리에서 일어나기 위해 일단 실비아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지만, 어째선지 품에 있던 실비아가 도망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진동도 멈춰 있잖아. “실비아?” 실비아를 내려다보면서 이름을 불러봤지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허우적대던 팔다리뿐만 아니라, 전신이 축 늘어져서는 내게 완전히 기대고 있었다. 이상한 신음소리 같은 것도 전혀 내지 않고 있고. 이, 이건…. “주, 죽었어….” “그러니까 내가 적당히 하라고 했지.” 내가 행복한 표정으로 잠든 실비아를 내려다보면서 비장하게 중얼거리자, 옆에서 사라가 냉정하게 태클을 걸었다. 아니. 태클 걸어야 할 부분은 거기가 아니잖아. 먼저 죽지 않았다는 부분에 태클을 걸어달라고. …안 죽었지? 나는 혹시나 싶어서 실비아의 가슴에 귀를 가져다댔다. 응. 제대로 심장은 뛰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기절한 사람 가슴까지 몰래 만지다니.” 아니. 이건 누가 봐도 심장 소리를 들으려고 한 거잖아. 나는 계속해서 태클을 걸어오는 사라를 빤히 쳐다봤다. 아항. 자기한테도 신경 좀 써줬으면 좋겠다 이거지? 이 귀여운 것. “아니. 애초에 얜 만질 가슴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런가. 기절한 애는 안 되는 건가. 그럼 네 가슴은 만져도 돼?” “작은 가슴이 뭐 어떻다는 겐가!” 그러자 갑자기 옆에서 느긋하게 있던 디아나가 폭발했다. “지, 진정해. 그게 나쁘다는 게 아니잖아.” “그럼 좋다는 겐가!” “응! 만질 것도 없는 작은 가슴 완전 좋아!” “이 몸은 그래도 만질 것 정도는 있네!” “나도 없는 가슴만 좋다고 하진 않았잖아! 가슴이라면 다 좋다고! 레이아같은 풍만한 가슴도! 사라같이 손에 착 감기는 크기의 가슴도! 디아나처럼 손에 조금 공간이 남을 크기의 가슴도! 실비아처럼 완전 평면 가슴도! 전부…!” “알았으니까 진정해! 이 변태야!”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뜨겁게 열변을 토하자, 사라가 내 등짝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뜯어말렸다. 주변을 둘러보자 어느 샌가 식당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시선이 내게 쏠려있었다. 크흠. 가슴 얘기가 나오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뭘 봐?! 가슴 좋아하는 남자 처음 봐?!” 하지만 그렇다고 부끄러워하면 지는 거다. 나는 오히려 더 당당하게 나가기로 했다. “앉기나 해! 이 바보야!” 그래봤자 사라한테 한 대 더 맞았을 뿐이지만. “하여간 자네란 남자는….” “디아나가 괜히 내 가슴에 대한 사랑을 의심하니까 그런 거잖아. 난 디아나의 가슴도 좋단 말이야.” “아, 알겠네. 이 몸이 잘못했네. 그러니까 이제 그만 하게.” 내가 대놓고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도 더 이상 가슴 얘기를 하기 부끄러워진 모양이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가슴 얘기를 하지 말라고. “잘못한 거 알면 가슴이라도 만지게 해줘.” “여, 여기서 말인가?” “그럼 여기가 아니면 된다는 거야?!” “그러니까 진정하라고. 이 변태야. 아까 게시판 보고 온다고 하지 않았어? 얼른 가자.” 사라는 결국 강경책보다는 회유책으로 나가기로 했는지, 내 팔을 끌어안고는 문 쪽으로 잡아끌었다. 뭐, 그래. 장난은 이쯤 해둘까. “사라도 같이 가게?” “응? 그럴 생각인데? 왜?” “아니. 아무것도. 그럼 너희는 어떡할래?” “으음. 다녀오게나.” 내가 다른 애들을 둘러보면서 말하자, 디아나는 다시 차를 들고 쪼르륵 마시면서 말했다. 얼핏 보면 평정을 되찾은 것처럼 보이지만, 미묘하게 상반신을 옆으로 돌리고 있는 걸 보면 그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괜히 따라갔다가 밖에서 가슴을 만져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죄송해요. 저도 여기 있을 게요. 기절하신 실비아씨를 보살 필 사람도 필요하니까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기절한 실비아를 의자에 앉혀서 자기 옆으로 데려오더니, 다시 벽난로의 불을 쬐었다. 벽난로가 상당히 마음에 드신 모양이다. 왠지 벽난로한테 천사님을 뺏겨버린 기분이야. 사물한테 질투해도 어쩔 수 없지만. 아무튼 디아나와 레이아는 여기 남는다고 하고, 실비아는 기절한 상태. 그렇다면 이제 남은 건…. “그런가. 그럼 사라랑…그리고 마틸다. 너도 따라와.” “네, 넷?! 저도 말인가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요즘 유난히 조용하게 있던 마틸다가 몸을 움찔 떨면서 반응했다. “당연하잖아. 너 나 없을 때 또 다른 남자가 말 걸면 어쩌려고.” “아….” 마틸다는 또 축하고 처진 표정으로 살며시 일어났다. 호인족한테 한 번 그런 모습을 보인 이후로, 마틸다는 계속 나한테 왠지 모르게 주늑 든 태도였다. 예외가 있다면 아까 전, 마을에서 쉬지도 않고 바로 던전에 가겠다고 하니 반박했을 때 정도였다. 그때마저도 뭔가 평소보다는 자기주장이 약한 말투였고. “아, 그러고 보니 나 디아나나 레이아하고 할 말이 있었어.” 그리고 마틸다가 일어나자, 갑자기 사라가 내 팔에서 떨어져서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응? 무슨 얘기?” “구원은 몰라도 돼. 여자끼리 할 얘기니까. 그러니까 게시판은 마틸다씨랑 둘이서 보고 와.” 나도 바보가 아니다보니, 사라의 의도가 빤히 보였다. 마틸다가 호인족에게 반할 뻔한 사건 이후로 너무 기죽어있으니, 좀 풀어주고 오라는 거다. 하여간 진짜 착해 빠져서는. 너희가 그런 태도니까 내 주변에 계속 여자들이 꼬이는 걸지도 모른다고. 뭐, 아무리 그래도 제일 큰 문제는 나한테 있는 거겠지만. 아무튼 사라의 호의를 거절할 수도 없으니, 나는 마틸다와 둘이서 여관을 나오게 됐다. 하지만 풀어주라고 해도, 대체 어쩌면 좋은 걸까. 나는 풀죽어있는 마틸다의 얼굴을 힐끔 들여다봤다. 애초에 얘가 이렇게 풀이 죽어 있다는 건, 다른 놈들보다 날 좋아하는 마음이 좀 더 진심이라고 생각해도 된다는 걸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마틸다를 반하게 만들 땐 그냥 양아치처럼 그 성격을 이용해서 억지로 그렇게 만들었으니, 도저히 나만 특별시할 거라고 생각되진 않는데 말이야. 아니. 그래도 내가 저주를 풀어주니까, 조금은 특별시할 수도 있는 걸까? 그렇게 쉽게…뭐, 얜 원래 쉬운 여자이긴 하지만 말이야. 머릿속이 복잡하다. 게다가 마틸다가 그 호인족한테 호의를 보였을 때 나도 스스로 조금 욱하는 감정이 있었다는 건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냥 마틸다의 기분을 풀어주기만 하는 건 뭔가 아니라는 기분이 들었다. “아…그, 그…미안해요.” 마틸다는 빤히 쳐다보는 내 시선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진 모양이다. 안절부절 못하더니, 결국 힘없이 사과를 해왔다. “왜?” “네, 넷?” “왜 미안한데?” 나는 진심으로 왜 미안한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였다. 우리가 사귀는 사이도 아니고, 저주 탓을 할 거면 나한테 좋아한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호인족한테 그런 걸 나한테 미안해하는 걸까? 뭐, 그렇게 따지면 내가 마틸다한테 욱했던 것도 부당한 거지만, 일단 그건 둘째 치고 말이다. “그러니까, 저도, 저도 이러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하지만 저주에 걸린 이후로는 감정 컨트롤이 안 된단 말이에요….” 하지만 왜 미안하냐는 내 질문이, 마틸다에게는 그저 추궁하는 걸로 들렸던 모양이다. 마틸다는 거의 울먹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마틸다.” “네, 네?” “너 말이야. 나 진심으로 좋아해?” “네…정말 좋아해요.” 나는 정말로 마틸다의 진심을 알고 싶어져서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마틸다는 몽롱하게 얼굴이 풀리면서 간단하게 대답해버렸다. 그러니까 이런 반응을 보이니까 얜 진심인지 아닌지 모르겠다고. “아니. 꼬드기려는 게 아니라 난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네. 진심으로 좋아해요.” 그런 달콤한 목소리로 말해봤자 설득력이 없다니까. 아오 진짜 제대로 얘기가 안 되네. 뭔가 허무해졌다. 얘한테 욱한 것도, 얘가 이렇게 미안해하는 것도 전부. 그래서 나는 머리를 벅벅 긁고 말했다. “됐다. 야. 나한테 미안해할 거 없어. 저주 때문인 거지?” “읏! 그, 그래요. 저주 때문…저주 때문이에요.” 달콤한 분위기가 깨지자 마틸다는 다시 축 처진 표정이 되어서 그렇게 말했다. 사실 레이아가 해줬던 설명을 생각해보면, 저주의 영향은 이렇게까지 크지 않은 것 같았지만 말이야. 마틸다는 한사코 저주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말라니까 그러네. 미안해할 거 없다고. 나도 괜히 욱해서 미안하다. 그러니까 그냥 평소대로 떽떽대라. 축 처져있지 말고.” 나는 마틸다한테 적당히 사과하면서 말했다. 솔직히 다독여줬다고 하기 보다는 억지로 서로 사과한 채 끝낸다는 느낌이 강했지만, 아무튼 지금으로선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였다. 마틸다의 진심을 알 방법이 없는 이상 어쩔 수 없잖아. 진지하게 물어보면 무조건 좋아한다고 해버리니. “누, 누가 떽떽…으으으…! 이, 이건 아니에요!” 아니긴 대체 뭐가 아니라는 거야. 진짜 얘는 어떻게 저주에 영향을 안 받아도 이렇게 일일이 상대해주기 귀찮냐. 이쯤 되면 재능이다. 재능. “너 원래는 이런 성격이 아니라 마치 여신님같이 어느 누가 상대라도 다정한 성격이라는 거, 절대 거짓말이지?” “그, 그건 또 뭔가요?!” 아, 그러고 보니 마틸다가 스스로 그런 성격이라고 말한 적은 없었지. 나도 레이아한테 들은 게 전부니까 말이야. “다정한 건 몰라도, 적어도 원래 이런 성격은 아니란 말이에요.” “그럼 원래대로 행동하면 되잖아. 난 저주도 안 걸리니까, 날 상대로 일부러 그럴 필요는 없는 거 아냐?” “그, 그러니까 이건….” “이건?” “그러니까…너무 오래 이렇게 지내다보니 이젠 습관적으로…아, 아무튼 원래는 이런 성격 아니에요!” “원래야 어쨌든, 그럼 지금은 그게 반쯤 진짜 성격이 돼버렸단 거잖아.” “으읏…!” 마틸다는 반박할 말이 없는지 할 말을 잃었다. “잘 반하면서 떽떽거리기까지 하는 추기경님이라니. 뭐 이런 여자가….” “누, 누군 좋아서 이렇게 된 줄…!” 마틸다는 정말 미워죽겠다는 듯이 날 노려봤다. “그래서 내가 싫어? 난 이렇게 널….” “저도 당신을 좋아해요….” 얘 진짜 나랑 장난하는 거 아니지? 참고로 난 마틸다한테 좋아한다고 안 했으니까. 우리 애들은 배신한 거 아니다. 아무튼 나는 계속 그렇게 마틸다를 가지고 놀면서 게시판으로 걸음을 옮겼다. 응. 끌리는 의뢰는 전혀 없네. 말만한 의뢰라면 몬스터에게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구해달라는 의뢰 정도가 있었지만, 이걸 굳이 의식해서 할 필요는 못느꼈다. 괜히 특정 몬스터만 찾으러 다니기도 귀찮고. 그냥 적당히 사냥하다가 재료가 의뢰 개수만큼 모아지면 그때 받아서 해결해버려도 되겠지. 나는 적당히 게시판을 둘러보고는 아무런 의뢰서도 떼지 않은 채 다시 여관으로 돌아갔다. 이래서야 그냥 마틸다랑 얘기만 하다 돌아가는 게 돼버리네. 그게 뭐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신왕일묘 // 구원의 방어력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앨리시아는 5계층은 물론 6계층도 가끔 갈 정도의 실력자입니다. 포지션도 딜탱이죠. 당연히 구원의 방어력도 아무렇지 않게 뚫립니다. 346==================== 거대 마석의 정체 “레이아. 마틸다의 저주 말이야. 숙주가 사랑에 빠지기 쉽게 만든다고 했잖아.” “네? 네.” 대충 잡담이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을 먹고 밤이 되어서, 지금은 각자 방으로 들어오게 됐다. 나는 레이아와 같이 방으로 들어와서는 그런 질문을 던졌다. 일단 억지로나마 기분을 풀었다고는 하지만, 나는 내심 낮에 했던 마틸다와의 대화가 계속 신경 쓰였다. 눈앞에 없어도 귀찮을 수 있다니. 어떤 의미론 진짜 대단한 애란 말이야. “대체 그 효과가 어느 정도인 거야? 마틸다는 특이한 거라고 했지?” “네…. 아마 추기경님은…그…원래 성품이 그런 게 아닐까하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들었어요. 다른 분들은 그냥 조금 호감이 생기는 정도에서 그쳤다는 모양이니까요.” 레이아는 갑작스런 내 질문에 조금 곤혹해했다. 아무래도 뒷담을 하는 것 같아서 말하기 주저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어차피 마틸다에 대해선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건지, 이내 다시 날 쳐다보고는 제대로 답변을 해줬다. “하지만 보통 말이야. 원래 그런 성격이라면 저주에 걸리기 전부터 뭔가 낌새가 있었어야 정상 아니야? 저주에 걸리기 전에는 그렇게까지 심각한 수준이란 걸 아무도 몰랐던 거지?” “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주에 걸린 마틸다 추기경님은 너무 심각한 수준이셔서…. 결국 저주에 걸리기 전부터 다른 이들을 사랑하시는 분이셨으니, 그 마음이 저주로 더 증폭된 거 아니냐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들었어요.” 과연. 하지만 그런 식의 사랑과 저런 남녀 간의 사랑은 종류가 다른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점은 어떻게 되는 걸까? 아니. 애초에 사랑이라고 뭉뚱그려 말한다고 해도, 그 종류는 여러 가지로 나눠질 수 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 이성으로서 사랑하는 마음 등으로 말이다. 혹시 저주의 발동 조건은 굳이 이성으로서 사랑하지 않아도, 그냥 사랑하는 마음이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닐까? 아니.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틸다의 그 모습은 영락없이 이성으로서 사랑하는 모습이었다. 그렇다면 혹시…으아아. 뭔가 머리가 괜히 더 꼬이는 기분이다. “왜 그러세요? 마틸다 추기경님과 화해하신 것 아닌가요?” “아니. 화해했다고 할지, 애초에 딱히 싸운 적도 없는데 뭐. 일단 미안해하지 말라고 하기는 했지만. 으음…. 에잇!” 나는 결국 생각하길 포기하고 레이아의 가슴에 달려들었다. 그래. 난 지금 우리 천사님이랑 같은 방에 단 둘이 있는데, 왜 다른 여자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거야. 그것도 정말로 날 좋아하고는 있는 건지 어떤 건지 확신도 가지기 힘든 애 고민을. 역시 복잡하게 생각하는 건 역시 성미에 맞지 않는다. 그냥 간단하게 생각하자. 일단 마틸다가 저주를 완전히 푸는 동안은 나한테 안겨야 된다. 난 내가 안는 여자가 다른 놈이랑 연관되는 게 싫다. 그러니 저주를 풀 동안은 내 여자처럼 취급하면서 딴 놈이랑 연관되는 건 철저히 막는다. 마틸다가 날 진심으로 좋아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성격 때문에 쉽게 빠져든 것뿐인지는 둘째 치고 말이다. 좋아.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하자고. 괜히 쓸데없는 고민이나 하고 있는 것보다, 그 시간에 그냥 우리 천사님한테 힐링이나 받는 게 이득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눈앞에 있는 천사님에게나 집중하기로 했다. “후훗. 머릿속이 조금 정리되셨나요?” 아마 난 꽤나 시원스런 표정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레이아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내 머리를 껴안아줬다. “응. 레이아 덕분에. 역시 레이아한테 안기면 진정된다니까.” “후훗. 그럼 이제부터는 저만을 봐주셔야 되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복슬복슬한 꼬리로 내 허리를 휘감고는 키스를 해왔다. “응?” “모처럼 둘만의 시간인데, 구원씨는 아까부터 계속 마틸다 추기경님 생각만 하시는 것 같았으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아는 드물게도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입 꼬리는 살짝 올라가있는 것이, 아무래도 일부러 그런 표정을 짓고 있는 모양이다. 하여간 우리 천사님은 어쩜 이렇게 매력적이실까. “설마 질투하는 거야? 우리 레이아도 질투 같은 거 하는구나.” “정말. 구원씨는 절 대체 뭐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음…천사님?” “정말!” 레이아는 살며시 날 밀쳐서 침대에 눕게 만들고는 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내 얼굴에 그 풍만하고 부드러운 가슴을 살며시 눌러왔다. “그렇게 과대평가하주시면, 저도 더 분발할 수밖에 없잖아요.” “아니. 굳이 분발 안 해도 레이아는 그냥 그 자체로 천사니까.” “너, 너무 그렇게 칭찬하시면 안돼요!” 안면 가득 느껴지는 행복한 감각을 맛보면서 솔직하게 내 생각을 말하자, 레이아는 내 머리를 꽉 감싸 안아왔다. 풍만한 가슴 너머로 두근두근하고 레이아의 고동소리가 더 커진 것이 느껴졌다. “혹시 부끄러워하고 있어?” 이렇게 내 얼굴을 필사적으로 감싸 안고 있는 것도,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감추기 위해서라든가? 레이아는 대답을 하는 대신, 꼬리로 내 허벅지를 가볍게 찰싹 때렸다. “너무 그렇게 놀리시면, 저도 생각이 있어요.” 레이아는 억지로 엄하게 말하려고 하는 티가 확연히 나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동시에 내 물건이 뭔가로 감싸졌다. 처음에는 힘을 줘서 감싸왔지만, 내 물건이 움찔하고 떨리자 바로 살짝 힘이 빠지면서 힘 조절을 하기 시작했다. 굳이 얼굴을 보지 않더라도 너무 세게 한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는 게 확연히 드러나는 그런 조심스런 움직임이었다. 너무 착하다보니 화난척도 제대로 못하는 레이아는 역시 천사님이다. 하지만 이 감촉, 대체 어디로 만지고 있는 거지? 살짝 딱딱하고, 그러면서 폭신폭신한 부분도 있고. 으음. 눈이 가슴으로 가려져있다 보니 도저히 짐작이 안 된다. “생각이라니, 어떤?” 다행히 얼굴이 가슴에 파묻혀있기 때문에 굳이 표정관리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내 살짝 굳은 목소리에 자신감을 얻은 모양이다. 레이아는 평소보다 살짝 짓궂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구원씨도 똑같이 부끄럽게 만들어 드리겠어요. 움직이지 못한 채 어린 아이처럼 제 가슴만 빨면서, 발로 사정하시는 거예요. 아무리 구원씨라도 이런 건 부끄러우시죠?”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아는 내 손을 붙잡고 침대와 내 등 사이에 밀어 넣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물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다시 손을 빼서 움직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그런가! 지금 이거 발로 만지고 있는 건가! 우리 천사님이 발로! 일명 풋잡이라고 불리는 플레이였다. 솔직히 나는 평소 풋잡이라는 플레이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우리 천사 같은 레이아님이 전혀 어울리지 않게 이런 행동을 한다고 생각하니 조금 흥분됐다. 레이아는 날 부끄럽게 만들려고 이러는 것이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오히려 감사해야할 정도로 고마운 행동이었다. 매일 이렇게 새로운 플레이를 들고 오시다니! 더 해주세요! 천사님! 물론 이걸 솔직히 말하면 날 부끄럽게 만들려던 레이아가 반대로 부끄러워하면서 풋잡을 그만둬버릴 거다. 그러니 나는 그냥 닥치고 있기로 했다. “후훗. 벌써부터 부끄러우신 건가요?” 레이아는 내가 부끄러운 나머지 대답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아는 더욱더 활발히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니야, 레이아. 냉정히 생각해 봐. 결국 어디로 하느냐만 다를 뿐이지, 네가 내 물건을 기분좋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어. “크, 크윽! 비록 내가 손을 움직일 수 없더라도!” 물론 나는 그렇게 말하는 대신, 비장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아의 가슴 끝의 돌기를 입술로 가볍게 깨물었다. 레이아도 내 물건을 어루만지면서 살짝 흥분한 건지, 그 돌기는 미약하게나마 딱딱해져있었다. 나는 그걸 입술로 물어서 고정하고는, 고양이가 접시에 있는 물을 마실 때처럼 혀끝으로 가볍게 핥아줬다. 그러자 입술 사이에 있는 돌기가 확연히 알 수 있을 정도로 딱딱해지면서 자기주장을 해왔다. “흐으응! 안돼요! 가만히 있으세요!” 레이아는 마치 어린아이를 혼내는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 번 내 허벅지를 꼬리로 찰싹 때렸다. 그리고는 상체를 일으켜서는 내 가슴 위에 엉덩이를 얹고 앉아버렸다. 안 돼! 가슴이! 아까 어린애처럼 가슴만 빨다가 발로 싸느니 뭐니 했잖아! 그러니까 가슴은 돌려줘! 내 마음의 외침이 닿지 않은 건지 아니면 그냥 무시한 건지, 레이아는 살짝 눈웃음을 짓더니 얼굴마저 돌려버렸다. 등을 돌리고 가슴 위에 앉아 있기 때문에, 이제 내게 보이는 건 레이아의 뒷모습뿐이었다. 잡티 하나 없이 매끈하고 아름다운 등과 풍만한 엉덩이, 그리고 그 아래에서 기분 좋은 듯이 살랑살랑 움직이는 꼬리까지. 분명 레이아는 꼬리도 성감대였지. 가슴 대신 꼬리라도 입으로 물어버릴까?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물건에 느껴지는 감촉이 변했다. 나는 곧바로 꼬리를 물 생각을 포기하고, 레이아가 발 움직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만히 있기로 했다. 아까는 내 얼굴에 가슴을 댄 채로 발로 만지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어설펐지만, 이렇게 앉아서 제대로 내 물건을 바라보면서 움직이니 제대로 할 수 있게 된 모양이다. 레이아는 발바닥을 내 아랫배에 대듯이 두 발을 뻗어서, 그 발 사이에 내 물건을 끼우고는 발을 번갈아가면서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건 뿌리 부분을 붙잡고 빙글빙글 돌리듯이 말이다. 하지만 이내 발을 떼고, 이번에는 한쪽 발의 엄지와 검지 사이에 물건을 끼우려다가…내 물건이 너무 커서 그런지 실패했다. 하지만 레이아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다음 스텝을 밟았다. 이번에는 빳빳하게 서있는 물건 끝에 발바닥을 가져다대더니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나머지 발은 발등으로 내 물건을 지지하듯이 기대서, 물건이 쓰러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굳이 안 그래도 내 물건을 고작 그 정도로 쓰러지지 않을 강도를 자랑하지만, 굳이 여기서 그걸 지적했다가는 레이아도 내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그만둬 버릴 테니까. 어쩔 수 없지. 이 굴욕. 받아들일 수밖에. “끝에서 미끈미끈한 게 나오네요. 발로 만지는 건데도 부끄럽게 흥분하신 건가요?” 그렇게 말하는 레이아의 목소리도 흥분으로 인해서 중간 중간에 달콤한 한숨소리가 섞여있었다. “크윽!”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로 부끄러움을 참는 시늉을 했다. “후훗. 구원씨도 가끔은 그렇게 부끄러워보셔야 해요.” 그러자 레이아는 잘 돼가고 있다고 생각한 건지 고개만 뒤로 돌려서 날 내려다보면서 살포시 웃었다. 평소와 다름없는 천사 같은 미소인데, 자세가 자세다 보니까 왠지 조금 여왕님 미소처럼 보였다. 그리고 레이아는 슬슬 막판 스퍼트를 가할 때라고 생각한 건지, 다리를 벌려서 두 발의 발바닥으로 내 물건을 붙잡고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물건에 느껴지는 감촉은 물론, 귀를 간질이는 레이아의 달콤한 한숨소리, 가슴 위에서 흔들리는 레이아의 풍만한 엉덩이. 그 모든 것이 전부 기분 좋았다. 과연 구미호. 이런 플레이까지 완벽하게 해내다니. “크윽! 레이아!” 나는 굳이 참을 것도 없이, 신호가 오자마자 바로 사정을 해버렸다. “흐읏!” 기세 좋게 내 물건에서 뿜어져 나온 액체를 온 몸으로 받게 된 레이아는, 잠깐 놀라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물건 안쪽에 남아있는 액체를 전부 뽑아내려는 듯 천천히 발을 움직여줬다. 그리고 마지막 한 방울까지 전부 짜낸 후에야, 레이아는 완전히 상체를 돌려서 날 내려다봤다. “어때요? 이걸로 구원씨도 조금 제 기분을 아셨죠?” “응. 엄청 기분 좋…부끄러웠어.” 사정을 끝낸 나는 그만 연기하는 것도 잊고 본심을 말할 뻔했지만, 직전에 가까스로 다시 말을 고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늦었던 모양이다. “네? 기분 좋…으, 으읏!” 날 내려다보면서 미소 짓던 레이아의 얼굴이 살짝 굳더니, 급격하게 새빨개지기 시작했다. “아니. 레이아. 잠깐만.” “우으으으으!” 레이아는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앞으로 정면으로 고꾸라지듯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는 내 다리 사이에 동그랗게 웅크리고 엎드려서는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이 부들부들 떨었다. “괘, 괜찮아. 부끄러워할 거 없어. 섹시했어. 우리 레이아는 여왕님 플레이도 잘 어울…잠깐! 진정해!” 커버를 해보려고 했지만, 오히려 레이아의 부끄러움만 증폭시킨 꼴이 돼버렸다. 레이아는 웅크린 자세에서 꼬리만으로 날 찰싹찰싹 때렸다. 그만 둬! 가슴을 때릴 생각이겠지만, 내 다리 사이에 웅크리고 있는 애가 꼬리를 움직이면 제일 먼저 닿는 게 어디일지 생각해보라고! 물론 이 말까지 하면 레이아가 정말로 부끄러워 죽을지도 모른다. 나는 결국 레이아가 회복될 때까지 꼬리 공격을 맞으면서 다독일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47==================== 거대 마석의 정체 “으아아…우웨에엑! 흐악! 죽어…나 죽어….” 다음 날 아침. 3계층의 주인을 상대하려 밖으로 나가자, 광장에 시체 세 구가 놓여 있었다. 아니. 일단 토악질을 하면서 꿈틀대는 걸 보면 살아는 있는 모양이지만,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모양새였다. “여! 구원! 지금부터 다시 출발하는 거냐?” 그리고 그 앞에는 앨리시아가 맹수를 연상케 하는 시원스런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손을 흔들면서 다가왔다. 만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얘도 참 맺고 끊는 게 확실한 성격이다. 어제 그렇게 헤어졌는데도 오늘은 또 상쾌한 미소로 인사하다니. 하긴.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그렇게 두들겨 패고 헤어진 주제에, 어제 막 만났을 때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인사했지.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긴 하지만. “어…뭐 그런데…앞에 셋은 괜찮은 거냐?” 원래라면 레즈비언 의혹이 있는 앨리시아가 우리 파티에 다가오는 것만으로도 경계해야겠지만, 이 내가 그러는 것도 잊고 절로 먼저 안부부터 묻게 될 정도로 삼인방의 모습은 심각했다. “응? 아아. 쯧. 요즘 애들은 근성이 없다니까. 근성이. 엄살떨지 말고 일어나! 너희보다 늦게 모험가가 된 쟤는 이제 4계층을 향한다는데, 고작 3계층에서 하루 사냥했다고 언제까지 빌빌댈 거야!” 분명 난 괜찮냐고 물은 건데, 앨리시아는 오히려 삼인방을 보채기 시작했다. 앨리시아 쟤, 보기보다 훨씬 더 가차 없구나. 아니. 물론 이미 딱 보기에도 가차 없게 생기기는 했지만, 내 말은 보이는 이미지보다도 훨씬 더 그렇다는 말이다. 이건 귀신 교관 수준이 아니잖아. 게다가 말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얘들이 이렇게 구르고 있는 이유는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더 미안해졌다. 쟤들이 어제 날 원망스런 눈초리로 쳐다봤던 거, 그런 이유 때문이었던 거냐. 참고로 지금은 날 그렇게 쳐다보고 있지 않았다. 애초에 그렇게 쳐다볼 힘도 없어 보였다. 눈에 초점도 안 맞고 있는 것 같고. “야. 아무리 그래도 나랑 비교하는 건 좀 그렇지. 난 성자 아니냐. 성자.” 이 세계에서 제일 처음 성자의 위력을 맛봤다고 볼 수 있는 앨리시아이니까 이 말도 통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앨리시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무슨 소리! 인간은 하려면 뭐든 할 수 있는 법이라고!” “아, 네….” 칸나, 세레나, 에이미. 난 할 만큼 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명복을 빌어주는 것밖에 없어. 무력한 나를 용서해다오. “그나저나 너희, 이제 3계층의 주인을 잡으러 가는 거냐?” “아, 응. 그런데?” “그렇담 도중까지 우리도 같이 가는 게 어때?” “너희랑?” “그런 표정하지 말라고. 끝까지 같이 따라간다는 게 아니니까. 나도 쟤들이 3계층 주인을 상대할 수준이 아니란 건 잘 알아. 그냥 어차피 쟤들 훈련시킬 겸 나가야하니, 도중까지 같이 가자는 거다.” 아니. 어떻게 내 표정을 보고 그런 말이 나오는 거냐. 내 표정은 쟤들이 방해된다는 표정이 아니었어. 물론 쟤들 수준으론 방해밖에 안되겠지만, 그 이전에 쟤들 상태를 봐라. 던전에 나갈 수준이냐? 좀 쉬게 해주라고. “아니. 됐어. 저런 상태인 애들이랑 같이 갔다가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쳇. 역시 그런가. 더 철저히 훈련시키지 않으면….” 앨리시아는 기대도 안했다는 듯이 혀를 차더니, 조그맣게 무서운 소리를 중얼거렸다. 바닥에 뻗어있던 삼인방의 몸이 부르르하고 떨린 건 결코 내 착각이 아닐 거다. 바닥에 처박힌 채 이쪽을 향해있는 칸나의 얼굴이 원망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역시도 말이다. “아, 아무튼 난 간다!” 이 이상 앨리시아와 대화를 나눠봤자 괜히 더 삼인방의 원망만 사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들었던지라, 나는 황급히 대화를 마무리하고는 길을 나섰다. “어, 그래. 나중에 보자.” 나중에 언제?! 설마 4계층에서?! 시체라도 끌고 올 셈인 거 아니지?! 나는 조용하게 삼인방의 명복을 빌어줬다. 3계층의 주인을 만나러 가는 길은 저번보다 훨씬 더 쾌적했다. 저번에는 혹시 주변에 조난당한 모험가는 없는지 주의하면서 가야했기 때문에 속도가 조금 더딜 수밖에 없었지만, 그런 제약마저 없어진 우리는 쾌진격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미궁을 쓱쓱 나아갔다. 게다가 중간까지는 이미 한 번 가봤던 길이라는 점도 한몫 거들었다. 그냥 한 번 가봤던 길은 왠지 이동 속도가 빨라진다는 수준이 아니다. 나 같은 경우는 한 번 지나갔던 길은 맵 시스템에 기록이 되니까 말이다. 지도를 펼쳐서 일일이 확인해볼 것도 없이 나아갈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이점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3계층 몬스터를 손쉽게 잡고 있기는 하지만 레벨 자체는 오히려 몬스터들 수준보다 낮다는 것도 유효했다. 나와 사라는 직업 레벨을 상당히 빠른 속도로 올릴 수 있었고, 특히 사냥을 통해 레벨마저 올릴 수 있는 사라의 성장 속도는 무서운 수준이었다. 저대로 성장하다가는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사라의 공격에 아파해야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묘한 위기감마저 들 정도였다. 아무튼 덕분에 단순히 이동속도뿐만 아니라 사냥속도마저도 더 빨라졌고, 우리는 며칠 지나지 않아서 3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저게 3계층의 주인인가.” “음. 거대한 덩치를 살려서 강력한 범위 공격을 날리는 성가신 녀석이라네. 물론 이 몸들과는 상관없는 얘기지만 말일세. 5계층의 대형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전에 앞서, 미리 맛보기를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 “응? 여기가? 4계층은?” “4계층은 던전 중에서도 특히나 이질적인 곳이니 말일세. 아무래도 그런 경험은 기대하기 힘들지.” 특수한 곳이라…또 뭔가 귀찮을 것 같은 말이군. 뭐, 그거야 나중 일이고 우선은 눈앞에 있는 저 녀석부터 처리해야겠지만. 디아나 말대로, 웅크리고 있는데도 멀리서 확연히 보일 정도로 엄청나게 거대한 덩치였다. 게다가 실루엣도 인간형. 새하얀 털에 뒤덮여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예티인 모양이다. 이곳에 오기까지 예티를 몇 마리 만나기는 했지만, 그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크기. 정말로 5계층에서 봤던 오우거 같이 인간형 거대 몬스터들이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그럼 전에 말했던 대로 내가 먼저 어그로를 끌고, 사라와 디아나가 공격하는 걸로 할까?” “음. 그렇게 하세.” 디아나가 수긍하고 나서야, 나는 계층의 주인에게 다가갔다. 성자의 파동만 써도 어그로는 끌 수 있겠지만, 놈은 그 덩치 때문에 모든 공격이 범위 공격이 될 거다. 이왕이면 우리 애들한테서 떨어진 다음 싸움을 시작하는 게 좋겠지. 게다가 계층의 주인이라고는 하나 예티는 예티. 일반 몬스터와 싸우는 방식 자체가 크게 다르진 않을 거다. 그리고 일반 예티들을 상대해본 결과, 나는 예티를 상대하는데 내가 무척이나 상성이 좋음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예티란 놈들은, 아무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공격하거든. 심지어 모든 공격이 물리 공격이다. 나한테 있어서 이보다 좋은 상대란 있을 수가 없지. “우워어어어어!”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가자, 계층의 주인이 날 알아채고는 괴성을 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런 예티를 여유롭게 바라보면서 성자의 전력을 사용했다. “후워어어엉!” 두 팔을 올리고 묵중하게 다가오는 거대한 주먹을 막아내자, 예티는 본인이 공격한 주제에 이상한 괴성을 내질렀다. 그러면서 놈은 더욱더 거세게 주먹과 발을 휘둘러왔다. 역시 비슷한 건 덩치뿐, 5계층 녀석들과는 다르다. 공격 하나하나가 덩치에 어울리게 크고 굼떴다. 피하려면 얼마든지 피할 수도 있는 공격이었지만, 나는 굳이 피하지 않고 전부 몸으로 방어해냈다. 내가 뭣 하러 성자의 전력을 썼겠어. 놈은 날 공격할 때마다 몸을 움찔 움찔 떨더니, 몇 번째일지 모를 공격에 기어코 주저앉아 버렸다. “조루야! 벌써 지린 거냐?” “쿠우우우….” 내가 가드까지 풀고 양팔을 펼친 채 도발했지만, 놈은 내게 신경 쓸 여유가 없는 모양이었다. 때린 놈이 데미지를 입는다. 이게 바로 반사 딜러의 묘미지. 뭐, 나는 데미지를 준 게 아니기는 하지만. 그리고 놈이 볼품없게 쪼그리고 앉아서 부들부들 떠는 사이에도, 멀리서 바람의 화살이 날아와서는 놈의 몸에 구멍을 뚫어놓고 있었다. 과연 계층의 주인이라는 이름답게 사라도 화살 한 발에 잡거나 하진 못하고 있었지만, 이 정도라면 놈이 쓰러지는 것도 시간문제겠지. 디아나도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화려하게 주문까지 외우면서 준비했던 공격마법을 취소해버렸다. 아무래도 사라와 나한테 경험치를 몰아줄 생각인가 보다. 그뿐만이 아니라, 디아나는 아예 두 눈을 감고는 마치 명상하는 것처럼 가만히 서있었다. 저건 뭘 하는 거지? 아무리 그래도 디아나가 계층의 주인 상대로 저렇게 방심할 리가 없다. 뭔가 하려는 것 같기는 한데…뭐, 상관없나. 나는 다시 계층의 주인에게도 고개를 돌려서 주먹과 발을 휘둘렀다. “쿠워어어어어엉!” 결국 나와 사라의 합공에 의해서 놈은 변변히 저항도 못해보고는 잡을 수 있었다. 죽기 직전 마지막 발악으로 쿵쾅거리면서 날뛰는 바람에 놈 주변의 땅이 모조리 움푹 파일 정도가 되기는 했지만, 우리 애들은 멀리 떨어져있었던 덕분에 특별히 피해는 없었다. “음!” 그리고 놈이 쓰러지자, 그때까지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디아나가 눈을 번쩍 뜨더니 이쪽으로 타다다닥하고 빠르게 달려왔다. “후약!” 아, 넘어졌다. 몸치 주제에 눈 위에서 달려오려고 하니까 그렇지. “디아나. 괜찮아?!” “우으으…자네! 이 몸을 업게!” 폭신폭신한 눈 위에 넘어졌으니 그다지 아프진 않았던 데다가, 쪽팔린 것도 한 몫 한 거겠지. 디아나는 벌떡 일어나서 로브에 묻은 눈을 탁탁 털더니, 날 살짝 노려보면서 그렇게 외쳤다. 혼자 넘어진 주제에 왜 날 그렇게 보는 거냐. “네이. 네이. 어디로 모실까요?” 내가 디아나를 업자, 디아나가 내 어깨 너머로 손을 뻗어서는 척하고 아까 전투 전에 계층의 주인이 웅크려있던 곳을 가리켰다. “저기! 저기로 가게!” 일단 대마법사님의 명령대로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가기는 했지만, 그곳은 그냥 새하얀 빙벽에 가로막혀있는 곳이었다. “여기?” “으으으으음….” 디아나는 대답 대신 빙벽을 노려보면서 낮게 신음했다. “아, 그렇군. 자네. 미안하네만 우선 마석부터 회수해주겠나?”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등에서 내려와서는 다시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디아나가 내 등에서 이렇게 쉽게 내려오다니. 눈앞에 있을지도 모르는 단서에 완전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고, 나는 뭔가 쓸쓸한 기분을 맛봤다. 나중에 실비아라도 껴안아서 이 쓸쓸한 마음을 매꿔야지. 나는 그렇게 다짐하고는, 다시 계층의 주인에게로 다가가서 마석을 캐냈다. 그러자 디아나가 다시 눈을 번쩍 뜨고는 화악하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귀엽다. 일하는 여성이 멋있다는 게 이런 느낌인 건가. 아니, 조금 다른가? 아무튼 디아나는 이제 확신했다는 듯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유래 없이 거대한 화염구를 만들어내어서는 빙벽을 녹여갔다. 하지만 빙벽은 화염구가 닿기도 전에 급속도로 녹아내렸지만, 디아나는 신중하게 화염구를 전진시켜갔다. 마치 실수로 안에 있는 무언가에 상처 입히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뭐, 무언가라고 해봤자 안에 있는 게 무엇일지는 뻔했지만. 섬세한 작업 끝에, 예상대로 빙벽 안에서 언젠가 본적 있는 거대한 마석이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이 몸의 예상은 정확했구먼!” 그래.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까 나도 기쁘다. 뭐, 나도 남의 일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순수하게 마법 연구를 위해 조사하는 디아나와는 목적이 다르기는 하지만, 나로서도 저 마석의 비밀이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거대 마석보다는 던전의 비밀이 궁금한 거지만. 대체 여신은 무얼 위해 날 여기로 보낸 걸까. 그 실마리가 저 거대 마석에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내 추측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다. “자네! 자네! 조금 도와주게!” 디아나는 거대 마석을 직접 만지고 싶은 건지, 위로 손을 뻗으면서 그렇게 외쳤다. 높이가 조금 높은데. 나도 손을 최대한 뻗어야 겨우 닿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이다. 나는 디아나의 몸을 들어서, 아예 무등을 태웠다. “음!” 디아나는 만족스럽다는 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에, 거대 마석으로 손을 뻗었다. 나도 만족스럽다. 말랑말랑한 허벅지가 뺨에 닿아서. “으음…음?! 이, 이건…! 이럴 수가! 아니, 하지만 그럴 리가…!” 내가 뺨에 닿은 감촉을 만끽하고 있을 때, 거대 마석에 손을 대고 눈을 감은 채 한동안 가만히 있던 디아나가 갑자기 당혹스런 목소리를 내뱉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48==================== 거대 마석의 정체 “디아나? 왜 그래?” 디아나의 심상치 않은 반응을 보니, 바로 이 거대마석에서 뭔가 알아내기는 알아낸 모양이다. 혹시 던전이 만들어진 목적과 직결되는 실마리가 아닐까? 나는 기대되는 한편, 조금 불안하기도 한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도록 노력하면서 말했다. “으음….” 하지만 디아나는 자신이 알아차린 사실을 좀처럼 믿고 싶지 않다는 듯, 인상을 찌푸린 채 말이 없었다. 그런 표정 짓지 마라. 예쁜 얼굴에 주름 생길라. 내가 검지로 디아나의 미간을 꾹꾹 눌러주자, 디아나가 잠깐 놀라더니 배시시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군. 자네 이 몸이 개미굴에 있던 거대 마석에 대해서 했던 말들은 기억하는가?” “아, 아마 대부분? 구체적으론 어떤 말?” “거대 마석은 이 몸을 능가하는 마법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 이제는 전설에나 나올 법한 드래곤 하트를 능가하는 마나 덩어리를 다뤄서 만들어 냈다는 것 말일세.” “아, 응. 기억 나. 그런 말 했었지. 그럼 이것도 마찬가지라서 놀란 거야?” 디아나는 자기보다 뛰어난 마법적 지식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은 모양이었으니까 말이다. 마치 신이 만들어내기라도 한 것 같다고 했던가? 솔직히 나는 이 던전을 여신이 만들어 냈다는 가설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렇다면 본인이 만든 이 던전을 왜 굳이 다른 세계에 있던 날 데려와서 돌게 만드는 거냐는 또 다른 의문이 생기기는 했지만. “아니. 그런 것이 아닐세. 애초에 같은 물건이 존재하는 시점에서 비슷할 거라곤 예상하고 있었지. 아무래도 이 마석 역시 개미굴에서 발견한 것을 만든 사람과 같은 사람이 만들었을 거라고 생각되는구먼. 이 몸의 마법적 지식을 한없이 능가하는 고도의 마법적 처리가 되어있네. 또한 담겨있는 마력은 개미굴에서 봤던 것을 능가하기까지 하는구먼. 이건 어디까지나 가설이네만. 전에 봤던 것이 개미굴 전체의 근간을 이루는 마석이라면, 이 마석은 3계층 전체의 근간을 이루는 마석인 것 같구먼. 규모가 큰 만큼 마석에 담긴 마력도 큰 거겠지.” “아, 그럼 마석에 담긴 마력이 워낙 거대해서 놀란 거구나?” 하지만 그 말에도 디아나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니. 그것도 아닐세. 물론 이렇게 거대한 마나가 담긴 물건이 대체 무엇인지 놀랍기는 하네만, 문제는 그게 아닐세. 이 몸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이 마석이 담고 있는 마나의 성질이 개미굴에서 봤던 마석의 마나 성질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 같다는 걸세.” “응? 그 말은 즉?” “어쩌면 개미굴에서 봤던 마석과 이 마석은 같은 생명체에게서 추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걸세. 믿어지는가? 그 옛날 존재했다던 드래곤조차도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마나량일세. 이 마석만 하더라도 그렇네. 모르긴 몰라도 드래곤 하트 수백. 아니, 수천수만 개를 모아야 겨우 견줄 수 있을 정도의 마력을 담고 있네. 그런데 이 마석조차도 어떤 생명체의 일부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걸세. 이게 정말로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이 몸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구먼. 이런 건 불가능하네!” 디아나의 말을 듣고, 나는 머릿속에 한 가지 가설이 떠올라버렸다. “…신의 몸을 토막 내기라도 해서 나눠놓지 않는 이상은 말이지?” “그렇…자네 설마…!” 디아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아 챈 모양이다. 그래. 신화에서는 꽤나 단골처럼 나오는 얘기다. 신의 몸이 대지를 이룬다는 얘기는 말이다. 그 뻔한 신화를 비틀어서, 이 던전이 신의 몸으로 이뤄져있다면? 물론 신화처럼 그냥 신이 쓰러져서 그 몸이 대지가 됐다 수준의 얘기는 아닐 거다. 디아나가 말하기를 마석들은 엄청난 마법적 처리가 되어있다는 모양이니까. 즉, 이런 거다. 여신이 다른 신의 몸을 이용하여 던전을 만들었다. 그 신은 아마 이 세계의 여신이 적대하는 신, 다시 말해 마신 같은 놈이겠지. 하지만 신이란 게 그렇게 간단히 죽는 것도 아닐 거다. 여신은 마신의 몸을 여럿으로 나눠서, 각각 따로따로 봉인해 놨다. 그게 바로 던전의 각 계층이라는 얘기다. 만약 이 가설이 맞는다고 가정한다면, 여신이 날 이 세계로 부른 이유는? 뻔하잖아. 이 마신을 봉인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예 소멸시켜버리라는 거다. 뭐, 이 가설은 여러 가지 의문점이 생기지만 말이다. 일단 제일 처음 떠오르는 의문점은, 애초에 마신을 소멸시키는 게 가능하다면 왜 여신이 직접 하는 게 아니라 나 같은 놈을 불러서 하냐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만약 정말로 목적이 마신을 소멸시키는 거라고 한다면, 그 방법이 대체 뭐냐는 거다. 그냥 던전의 끝까지만 도달하면 그걸로 끝인 걸까?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게다가 각 계층마다 이 거대 마석이 존재하는 거라면, 이걸 어떻게든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게 아닐까? 그냥 계층의 주인만 잡아서는 얼마든지 다시 부활해버리니 말이다. 하지만 전에 만난 여신은 지금까지 해온 내 행동들이 꽤나 흡족한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2계층은 계층의 주인을 만나지도 않고 개미굴을 통해서 3계층으로 갔는데 말이다. 즉, 이 거대 마석을 어떻게 할 필요는 없다는 거다. 설마 마지막 계층에 마신의 핵 같은 게 존재해서, 그걸 없애거나 해야 되는 건 아니겠지? 마왕까진 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이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마신은 아니잖아. 마신은. 온갖 잡념이 머릿속을 휘몰아쳤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느 정도 이 비슷한 전개를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를 뒷받침하는 증거가 눈앞에 나타나니 가슴 한편이 무거워졌다. 더 내 마음을 무거워지게 하는 건, 내가 여신의 명령을 무조건 들어야 되는 상황이라는 거다. 만약 여신이 하는 말을 거절했다가 내게 줬던 이 게임 시스템이나 성자 직업같은 능력을 모조리 빼앗아 버리면? 아니, 그것만으로 끝나면 차라리 낫다. 여신님은 내가 계약을 맺고 이 세계로 왔다고 했다. 물론 전에 만났던 여신님의 성격 상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계약 파기의 대가를 요구할지도 모를 일이다. 예를 들어서 목숨 같은 대가 말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전부 없던 일로 하고 나를 원래 세계로 돌려보낼 수도 있는 일이다. 이 세계에 와서 사랑하는 애들이 이렇게나 잔뜩 생겼는데, 이제 와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니. 원래 세계에서 이 세계로 넘어왔을 때 별로 정신적 데미지가 없었던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지만, 지금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다름 아닌 원래 세계로 돌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그런 일이 일어난 것만큼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얘들아, 역시 여신님이 날 이 세계에 보낸 이유는….” “자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겠네. 하지만 이 몸은 그럴 것 같지 않구먼.” 아마 난 어울리지 않게 꽤나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겠지. 디아나가 날 달래기라도 하듯 머리 위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서 말했다. “그럴 것 같지 않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생각해보게. 여신님께선 자네에게 성자라는 직업을 주고 이 세계에 보낸 것 아닌가?” “응. 그런데?” “만약 자네에게 전투를 시키기 위해서 부르신 거였다면, 성자가 아니라 용사라는 직업을 주셨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나?” 디아나가 그렇게 말하자, 어느새 옆으로 다가와서는 내 얼굴을 불안한 표정으로 들여다보고 있던 사라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그런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나. “그럼 디아나 생각에는 여신님이 날 성자로서 여기 보낸 건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음. 요즘 들어서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네마는, 원래 이 세계에는 자네 이외에도 이방인이 상당히 많이 있었다네. 이 몸도 지금까지 꽤나 많은 수의 이방인을 만나봤지만, 여신님이 뭔가 특별한 직업을 주신 사람은 없었다네. 그런데 자네에게는 특별히 성자라는 직업까지 주시고 보내신 걸세. 거기엔 분명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걸세.” 어쩌면 디아나는 그냥 날 달래기 위해서 그렇게 말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듣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 확실히 전투 능력이라는 면만 놓고 보면 용사라는 직업이 성자보다 압도적으로 좋았다. 레벨 업만 놓고 보면 성자가 더 빠르다고는 하지만, 용사는 사냥을 통해서도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만큼 그게 그렇게 유리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그래. 어울리지 않게 심각한 표정 짓지 마. 그리고 만약 전투 때문에 부른 거면 어때? 상대가 마왕이 됐든 마신이 됐든, 난 언제나 구원 곁에 있을 건데.” 사라가 내 팔을 끌어안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마왕이라는 말에 힘을 주면서 살짝 장난스럽게 웃은 건, 아마 예전에 내가 했던 착각을 떠올렸기 때문이겠지. 사라를 위해서 같이 마왕을 퇴치하겠다던 착각 말이다. 설마 입장이 반대가 될 줄이야. “그래요 구원씨. 설령 여신님이 내려주신 사명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구원씨가 가시는 곳엔 언제나 저도 함께할 거예요.” 레이아도 사라와는 반대쪽 팔을 끌어안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만약 마신과 싸우게 된다면 그런 위험한 자리에 우리 애들은 절대 동석시키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찌됐든 그 마음만큼은 날 든든히 받쳐주었다. “그래. 고마워. 뭐, 애초에 정말로 마신과 싸우라고 부른 건지도 알 수 없는 거고. 다음에 여신님과 대면하게 됐을 때 물어보고 사실이면 그때 가서 고민하면 되지 뭐.” 나는 애써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별 생각 없어 보이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솔직히 마신과 싸우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떨어지지 않았지만, 정말로 혹시 모르는 거잖아? 나는 억지로라도 마음을 편하게 먹기로 했다. “일단…마을로 돌아갈까.”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지금은 더 이상 던전 탐험을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차피 우리가 던전에 들어오고 나서 꽤나 시간이 오래 흘렀다. 2계층의 마을에 머무르면서 사냥했던 때를 제외하면 역대 최장기록을 돌파했을지도 모른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자네라면 분명 4계층도 보고 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말일세. 의외로구먼.” 디아나도 내 마음을 알아주고 최대한 평소처럼 말하려는 건지, 조금 놀리는 것 같은 말투로 말했다. “아, 그것도 그렇네. 혹시 내려가는 길이 길어?” “아니. 다른 계층들 사이를 이동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되게 짧다네.”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가볼까?” 솔직히 마신을 상대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던전 아래로 내려가는 게 조금 싫어지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니, 마신이 상대라면 오히려 더더욱 아래로 내려가서 더더욱 강해져야한다. 어차피 여신님의 요구를 거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굳이 가보겠다면 말리지는 않겠네마는, 지금으로선 추천하진 않네.” “응? 왜?” “장비가 녹이 스는 건 자네도 싫을 것 아닌가.” “잠깐 기다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4계층은 계층 전부가 물로 채워져 있으니 말일세.” 디아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뭐? 그럼 숨은?” “그래서 4계층부터는 파티에 마법사나 정령사가 있는 것이 필수라네.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고가의 매직 아이템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일세.” “…….” 디아나의 태평한 말에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잃고 말았다. 2계층 때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말이야. 이 던전, 왠지 몬스터가 흉포성보다는 환경의 험난함으로 사람을 더 괴롭히지 않냐? 만약 정말로 여신님이 이 던전을 만든 거라면, 정말로 사람이 다가오지 않게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아니. 던전을 이루는 건 마신의 일부라는 가정이 맞는다면, 이 경우는 여신님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었다고 생각하기 보다는 소재가 된 마신이 문제라고 생각해야 되는 건가? “아니. 그래도 그럼 일단 우리는 갈 수는 있다는 거네. 장비는 녹이 슨다고? 어떻게 하면 돼?” “특수한 소재로 코팅을 입혀서 방수상태로 만들어야하네. 그 정도는 위에 있는 그 대장간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걸세.” 결국 또 한나네 대장간에 가야하는 건가. 저번 사건 이후로 걔들 얼굴보기 괜히 무안하단 말이지. 뭐, 단골 가게를 잃지 않기 위해서라는 목적도 있었던 만큼 가긴 갈 거지만. 그렇게 해서 우리는 4계층을 둘러보는 걸 깔끔하게 포기하고 일단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모처럼 강화도 빠방하게 했는데, 장비에 녹이 슬게 만들 수는 없지. 4계층에는 장비를 싹 다 방수 코팅하고 난 다음에나 가기로 하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49==================== 거대 마석의 정체 3계층의 마을로 돌아가던 도중, 나는 문득 어떤 사실이 떠올랐다.. “디아나. 그러고 보니 이번 거대 마석은 제대로 조사도 안 하고 그냥 와버렸네. 미안. 그 생각을 못했어. 다시 돌아갈까?” 애초에 디아나는 거대 마석에 새겨진 마법적 처리를 해석하고, 마법을 더 연구하기 위해서 여기에 온 거였다. 그걸 까먹고 그냥 와버리다니.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마음먹었다고는 하나, 역시 완전히 냉정한 상태였던 건 아닌 모양이다. “아니. 괜찮네.” 하지만 디아나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겠어? 디아나는 저걸 조사하러 온 거였잖아.” 아마도 내 상태를 염려해서 배려를 해주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재차 확인해봤지만, 디아나는 정말로 괜찮다는 얼굴이었다. “이곳의 마석에 가해진 마법적 처리도 개미굴에서 발견한 마석에 가해졌던 것들과 큰 틀은 비슷한 걸로 보였으니 말일세. 어차피 세부 내용은 잠깐 본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이번엔 이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양팔로 레이아의 꼬리를 끌어안고는 뺨을 문지르며 폭신폭신한 감촉을 만끽하는데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3계층에서 탐험하는 내내 그랬지만, 디아나는 지금도 레이아의 품에 안겨있었다.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로군. 이제 레이아의 가슴에 반응도 안 하기 시작했어. 아니, 그걸 잊기 위해서 일부러 꼬리에 집중하는 건가? 어찌됐든 부럽다. 나도 레이아한테 안겨서 머리에 가슴을 얹은 상태로 저 복슬복슬한 꼬리를 만지작만지작하고 싶다. 아무튼 디아나가 모처럼 저렇게 말해주고 있는 거다. 저게 진심인 건지 아니면 날 배려하기 위해서 둘러대는 건지는 몰라도, 일단 지금은 고맙게 생각하고 돌아가자. “겨, 겨우 해를 볼 수 있게 됐네요! 으읏!” 며칠간의 행군 끝에 마을로 돌아온 우리는 곧장 텔레포트를 타고 지상으로 돌아왔다. 마틸다는 햇빛이 얼마나 그리웠던 건지, 감격에 찬 목소리로 외치면서 고개를 들다가 두 눈을 감싸 쥐었다. 저거 바보 아냐? 아무리 그리워도 그렇지, 태양을 직시하는 바보가 어디 있어. “그럼 난 마석 정산하고, 구조 의뢰비도 받고 돌아갈게. 다들 먼저 가 있어.” 나는 언제나처럼 그렇게 말하고는 레이첼 누님에게로 향하려고 했다. 솔직히 오늘은 나도 바로 침대에 누워서 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괜히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면 우리 애들의 걱정만 살뿐이다. “나도 같이 가.” 하지만 평소와 다른 건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사라가 그렇게 말하고는 내 팔짱을 껴왔다. “응? 왜? 뭐 볼 일이라도 있어?” “아니. 그냥 구원이랑 같이 있고 싶어서. 왜? 안 돼?” 갑자기 얘가 왜 이러지? 아, 혹시 날 걱정해서주는 건가? 하여간 얘는 배려를 하면서도 티를 안낸다니까. 그거 손해 보는 역할이라고. “아니, 그럴 리가. 그래. 그럼 같이 가자.” 나는 사라의 엉덩이 위에 있는 사도 인장 부근에 손을 올리고 대답했다. 사라는 곱게 눈을 흘기면서도 내 손을 치우는 대신 옆으로 끌어와서 자기 허리를 감싸안게 만들었다. “이, 이 몸도…우읏! 에잇! 떨어지게! 이제 춥지도 않지 않나!” 우리 모습을 보고 디아나가 달려오려다가, 레이아에게 안겨서 버둥댔다. 지금까지 꼬리 잘 만지고 있었던 주제에 이제 와서 우리 천사님한테 그러지 마라. “조금만 더 이러고 있으면 안 돼요?” “안 되네!” “유감이네요….” 레이아가 정말로 아쉽다는 얼굴로 디아나를 놔주자, 디아나는 쪼르르 달려와서 내 반대 팔에 안겼다. 혹시 레이아, 그냥 추워서 디아나를 안고 있었던 게 아닌 건가? 그러고 보니 어린애 좋아하는 성격이고, 혹시 그래서 그 대용으로 우리 중 제일 작은 디아나를…레이아. 그거 디아나한테 들키면 엄청 화낼 걸. “이 몸도 같이 가세.” “그럼 오늘은 다 같이 가죠.” 레이아까지 그렇게 말하는 걸로, 오늘은 오랜만에 다 같이 마석을 정산하러 가기로 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안내원 누님들이 일렬로 빽빽하게 쭉 늘어서있는 데스크에 우르르 몰려갈 수도 없는 일이다. 다들 뒤에서 기다리고, 레이첼 누님과 대화하는 건 언제나처럼 나 혼자였지만 말이다. “안녕하세요! 레이첼 누님!” “아, 안녕하세요. 구원씨. 기운 넘치시네요.” 내가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기운차게 인사하자, 레이첼 누님이 살짝 피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는 누님은 조금 기운이 없으시네요. 무슨 일 있으세요? 혹시 그 이후로 또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건?!” “후훗. 아니에요. 3계층 마을까지 데려다주셨으면서 무슨 소리세요. 거기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무슨 문제가 생기겠어요. 텔레포트를 타면 순식간인 걸요.” “그래도요.” “네. 덕분에 잘 도착했어요. 마석 정산하러 오셨죠? 어서 주세요.” “어? 오늘은 바로 본론부터 들어가는 건가요? 왠지 차가워요 누님.” “구원씨를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 이렇게 계속 잡담만 하고 있으면, 뒤에서 무서운 눈으로 쳐다보고 계시는 분들한테 나중에 혼나는 건 구원씨잖아요.” 레이첼 누님의 그 말을 듣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볼 뻔 했다. 하지만 상체가 돌아가기 전에, 나는 겨우 몸을 멈출 수 있었다. 좋아. 잘 했어. 뒤돌아봤으면 괜히 더 의심만 샀을 거야. 나는 얼른 인벤토리에서 마석을 꺼냈다. 그러자 누님이 마석을 받아서는 정산하는 기계에 넣고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계가 돌아가는 사이에 나는 다시 잡담을 시작했다. “그 모험가들도 제대로 다 돌아갔나요?” “네. 구원씨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특히 그렉씨가 신신당부를 하시던데요?” “그렉이요?” “구조했던 파티에 있던 호인족 음유시인 말이에요. 설마 기억 못하시는 거예요?” “아, 아아! 걔 말이죠. 아 네.” 당연히 기억 못하지. 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다시 만날 일도 없는 사내새끼 이름을 내가 기억해서 뭐하겠어. 난 그런 걸로 거짓말 안 한다고. “그러고 보니 누님. 그 파티랑은 어떤 사이세요? 그렇게 안색을 바꾸고 구하러 갔으니, 보통 사이가 아니었을 것 같은데.” “후훗. 왜요? 궁금하세요?” “그야 뭐…조금요.” “조금뿐인가요?” “조, 조금 많이?” “뭔가요 그게.” 레이첼 누님은 내 대답이 재미있다는 듯이 쿡쿡 웃었다. 웃기려고 한 말 아니었는데 말이지. 혹시 누님 안에서 내 이미지는 개그 캐릭인 걸까. “그래서 어떤 건가요?” “그냥 언제나 제게 마석 정산을 하던 파티에요. 구원씨 파티처럼요.” “그런 파티를 그렇게 안색이 변해서 구하러 갔다고요?” “음? 의심하시나요? 하지만 정말인 걸요. 아무리 이 일을 오래 하더라도, 익숙한 얼굴들이 어느 날 안 보이게 되는 건 익숙해지기 힘든 일이니까요.” 레이첼 누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조금 씁쓸한 듯이 웃었다. 뭔가 건드리면 안 되는 선을 건드려버린 걸까? 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일부러 말을 돌리기로 했다. “그보다 너무하세요. 누님. 저희 파티처럼 그냥 언제나 마석 정산이나 하던 파티라니요. 저랑 누님 사이가 고작 그것밖에 안됐었나요?” “네, 넷? 그게 무슨 소리세요?” 내 말이 워낙 뜬금없었던 건지, 레이첼 누님이 깜짝 놀라면서 말했다. “앞으로 성자 전설을 써나갈 사람과, 그 전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면서 대대로 전해나갈 안내원 누님이잖아요.” “…그러시겠죠.” 레이첼 누님의 눈길이 다시 싸늘해졌다. 어, 어라? 이 누님, 원래 매번 이 얘기 하면 웃지 않으셨나? “네. 잡담은 여기까지. 정산 끝났어요. 그리고 구조 의뢰비까지 포함해서 여기요. 그리고….” 누님은 내게 돈을 건네더니, 갑자기 몸을 숙였다. 테이블 옆의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려는 모양이다. 이렇게 숙이니까 안 그래도 큰 가슴이 더 커 보이는 구나. 역시 이 누님도 크단 말이야. 저번에 힐링 섹스를 위해서 했을 때 하반신만 벗기고 했던 게 괜히 아쉬워진다. 그때 맨가슴이라도 잠깐 좀 볼 걸…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정신 차려! 가슴의 유혹에 지면 안 돼! 뒤에서 날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을 우리 애들을 떠올려! “자 여기요!” 내가 번뇌와 싸우고 있자, 레이첼 누님이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서는 내게 건내줬다. 이건…수건? “약속대로 제대로 빨았어요. 그럼 이제 돌려드릴게요.” 그렇게 말하면서 수건을 건네는 레이첼 누님의 얼굴을, 나는 무의식적으로 빤히 쳐다봤다. “구, 구원씨? 왜 그러세요?” “아, 아뇨. 아무것도.” 말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거 전에 제가 줬던 수건 아닌데요?’라고. 누님은 내 게임 시스템에 대해서 전혀 모른다. 나는 아이템을 받으면 간단한 설명이 보인단 말이지. 전에 내가 레이첼 누님에게 건네줬던 건 그냥 수건이었지만, 지금 받은 건 무려 엘프의 수건이었다. 아이템 설명에는 엘프가 섬세한 손길로 한 땀 한 땀 만들어서 물기 흡수가 더 잘 된다고 쓰여 있었다. 누가 봐도 다른 물건이잖아. 엘프란 건 레이첼 누님을 말하는 거겠지? 그럼 이건 레이첼 누님의 수제 수건? 그렇다면 원래 내 수건은 어디 간 건데? 아니, 그야 물론 그냥 평범한 수건이랑 누님이 직접 만든 수건을 교환하면 내가 이득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혹시 아무리 빨았다고는 하나, 자기 애액이 묻었던 수건을 다른 남자에게 돌려주기 싫다는 의사 표시인 걸까? 물론 레이첼 누님이 직접 말한 건 아니지만, 은근히 상처받는다. 아니. 상처받을 일이 아닌가? 원래대로라면 이게 보통인 건가? “어…음…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누님 안녕히 계세요.” 나는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하고 그냥 수건과 돈주머니를 인벤토리에 쑤셔 넣었다. “네. 안녕히 가세요. 아, 그리고 구원씨.” “네?” “고생하세요.” “아, 네.” 고생하라니? 뭘? 뭔가 이상하기는 했지만, 아무튼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우리 애들 곁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역시나 사라와 디아나가 의심의 눈초리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뭐가 그렇게 재밌었어?” “입가에 웃음이 사라지질 않더구먼.” “아니. 그냥 우리가 구조해준 애들 잘 돌아갔냐는 소리만 했어. 레이첼 누님도 다시 한 번 고맙다고 하고. 그게 다야.” 중간에 가슴의 유혹에 잠깐 빠지기도 했지만, 결국 번뇌에서 벗어났으니까 괜찮잖아. 그 정도는 봐줘. “그보다 얼른 돌아가자. 빨리 침대에 누워서 쉬고 싶다.” “하여간 자네는 항상 그렇게 엉큼한 소리를 하는구먼.” “우으읏….” 아니. 그런 얘기를 한 게 아니라 진짜 순수하게 침대에 눕고 싶단 뜻으로 말한 건데. 게다가 디아나 너도 기분 좋아 보이잖아. 차례를 뺏긴 사라는 조금 울상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떠들면서 길드 밖으로 나가자마자, 나는 바로 레이첼 누님이 왜 헤어지면서 고생하라고 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덤으로 레이첼 누님이 처음에 그렇게 피곤한 표정을 짓고 있있던 이유도 말이다. “오셨다아아아!” “우와아아! 성자니이이임!” “성자님이다아아아아!” 이 도시는 기본적으로 던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도시다. 당연히 사람이 가장 몰리는 곳은 던전을 중심으로 빙 둘러싸든 세워진 길드고, 그 때문에 길드 건물 주변은 넓은 도로가 잘 정비되어있다. 그런데 그렇게 잘 정비된 넓은 도로를, 수많은 인파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심지어 그 대부분이 남자였다. “성자니이이임! 저희를 구원해주십시오오오오!” 이건 또 갑자기 이게 무슨 소동이야? 설마 마틸다의 치료 때문에 내가 신의 사도라는 게 퍼진 건가?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상하다. 만약 그게 퍼졌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저렇게 광신적으로 구원을 외치는 건 이상하잖아. 여기에 있는 놈들이 전부 마틸다 때문에 고자가 된 사람이라면 모를까. 만에 하나라도 그럴 리는 없었다. 애초에 마틸다는 원래 이 도시에서 지내던 게 아니었잖아. 원래는 여기서 한참 떨어진 교황청에서 지냈던 거고, 당연히 고자가 된 수많은 남성들도 그 근처에서 살고 있을 거다. 고자가 된 사람들이 전부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높으신 분들이 아닌 이상, 여기 있는 놈들이 마틸다의 저주로 고자가 된 놈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었다. 그럼 대체 이 놈들은 뭐란 말이야? 도저히 짐작조차 되지 않았지만, 나는 일단 이 한 마디부터 외치기로 했다. “지금 내 이름가지고 말장난한 새끼 누구야!” 구원이란 이름으로 말장난 할 수 있는 건 나 하나뿐이야! 다른 새끼가 하는 건 용서할 수 없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50==================== 거대 마석의 정체 하지만 그런 내 분노의 외침도, 구원을 목 놓아 부르짖는 광신도들의 함성 앞에서는 그저 조용히 묻혀 사라질 뿐이었다. “디아나. 혹시 목소리를 키워주는 마법 같은 것도 있어?” “으, 음. 필요한가?” 디아나도 이 광신도들의 물결을 바라보며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디아나뿐만이 아니다. 레이아와 마틸다는 얼마나 놀랐는지, 광신도의 물결에 겁을 먹고는 내 뒤에 숨어있는 상태였다. 그리고 나 이외의 남자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라는 온몸이 검은 오라에 휩싸인 것처럼 보일 정도로 엄청난 살기를 내비치고 있었다. 그나마 사라가 이렇게까지 살기를 뿜어내고 있으니, 쉽사리 다가오지 못하고 멀리서 저렇게 외쳐만 대고 있는 거겠지. 이 광신도들은 모험가도 아닌 그냥 평범한 일반인처럼 보이니까 말이다. 실비아마저도 전투 모드로 들어가서 검을 뽑은 채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으니 더욱더 다가오기 힘들었겠지. “응. 걸어줘.” 디아나가 목소리 증폭 마법을 걸어준걸 확인한 후에,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배에 힘을 주고 한 번에 내뱉으며 외쳤다. “다들 닥쳐어어어어어!” 생각보다 목소리가 훨씬 크게 나와서, 주변 일대가 순식간에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크흠. 그럼 거기 너.” “네. 아, 넷!” 살짝 무안해진 나는, 앞에 있던 한 광신도를 가리켰다. “네가 대표로 지금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해봐.” “그, 그러니까…다, 당신께서 여신님께서 보내주신 성자님이란 얘기를 들었습니다.” 지목당한 남자는 조금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이내 기회를 잡았다는 듯 열심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누구한테?” “그게, 여러 소문들이…사제님들도 그렇게 말씀하시고, 어떤 음유시인의 말로는 아무도 치유 못하는 저주에 걸린 추기경님마저 치유해주고 계시다고….” 좋아. 일단 살생부에 제일 처음 이름이 적힐 새끼는 그 호인족 새끼다. 그 새끼 이름이 뭐더라. “그래서?” “네, 넷?” “그래서, 너희는 지금 이렇게 떼거지로 모여서 나한테 뭘 구원해달라고 하는 건데?” “성자님께서 그 위대하신 기술을 전수해주시면, 제 아무리 능력이 안 되는 남자라 할지라도 여자를 기분 좋게 만들 수 있게 된다고 들었습니다.” “그건 또 뭔 개…아, 설마…야. 그건 누구한테 들었는데?” “저,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확실히 구원받은 커플이 하나 있다고….” 요한, 한나 이 새끼들…. 그 호인족 새끼도 그렇고, 여기 새끼들은 왜 이렇게 입이 싸? 그 행동들이 은혜를 원수로 갚게 된다는 거 알고 있냐? “그러니까 즉, 이런 말이렷다. 여기 있는 놈들은 하나같이 여자를 만족시킬 줄 모르는 놈들이라, 나한테 구원을 바라고 있다고?” “그, 그렇습니다! 불쌍한 저희를 제발 구원해주십시오, 성자님!” “구원해주십시오오오!” 사내가 그렇게 외치자, 다른 놈들도 때는 이때다 싶었는지 다시 구원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내 이름가지고 말장난…! 아오! 썅!” 나는 화를 내려고 했지만, 필사적으로 엎드려 조아리며 구원을 외쳐대는 남정네들을 보니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게, 얼마나 필사적이면 이렇게까지 하나 싶었기 때문이다. 여자 한 번 제대로 만족시켜보지 못한 이들은, 지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게 매달리는 거다. 물론 나는 그런 경험이 단 한 번도 없으니 완전히 이해한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되겠지만, 그래도 똑같이 거시기 달고 있는 남자로서 이 자들이 어떤 심정일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물론 불쌍하다고 하더라도, 이건 내가 해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만 말이다. 한둘도 아니고 이 많은 수를 어떻게 일일이 강의해줘? 떼로 모여서 단체 난교라도 벌이면서 강의를 해? 그리고 돌아다니면서 어설픈 놈들은 지적도 해주고? 그런 짓은 죽어도 못한다. 나는 일단 이들을 타일러서 돌려보내기로 했다. “다들 조용히 하고 제 얘기를 들어보시오!” 나는 정말로 성자라도 된 것 마냥 팔을 벌리고 목소리를 내리 깔며 최대한 장엄하게 말했다. 아니. 정말로 성자가 맞기는 하지만, 그 성자 말고 말이야. 내가 외침을 듣고, 구원을 부르짖던 남정네들이 순식간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조용해졌다. 시커먼 사내새끼들이 떼로 모여서 그렇게 쳐다보지 마라. 괜히 때리고 싶어지니까. “여러분의 딱한 사정은 잘 알겠습니다! 저도 힘이 된다면 어떡해서든 돕고 싶은 심정입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전 지금 여러분들을 구원해주는 것보다 더 중대한 일을 하는 중입니다!” 내가 그렇게 외치자, 방금 전까지 기대가 잔뜩 담겨있던 눈동자들이 다들 분노의 빛으로 물들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니들이 지금 성생활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건 지금 내가 하는 일에 비하면 별 중요한 일도 아니라고 말한 거니까 말이다. 하지만 과연 언제까지 그렇게 날 보고 있을 수 있을까 보자고. 나는 바로 등 뒤에 있던 마틸다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는 옆으로 끌어안았다. “이 가련한 여성이 보이실 겁니다! 이 아름다운 여성이 바로 아까 이름이 나왔던 저주받은 추기경, 마틸다 추기경입니다! 시선이 닿는 남성 모두에게 사랑에 빠지고, 그 남성들을 전부 성불능자로 만들어버리는 끔찍한 저주를 혼자 끌어안고 홀로 고생하시던 훌륭한 분이죠!” “히, 히이이이이익!”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순식간에 우리 주변으로 반경 20미터 정도가 공터가 됐다. 어찌나 다급했는지, 밀려서 넘어지고 밟히면서 부상자까지 생길정도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자들은 순식간에 내 주변에서 멀어졌다. 아무리 여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물건이라고 할지라도, 작동이 아예 안 되는 건 두려운 모양이다. 나도 애초에 이걸 노리고 마틸다를 끌어들이긴 한 거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니들 너무 반응이 심한 거 아니냐? 애 울겠다. “가련한 여성…. 아름다운 여성….” 응.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모양이다. 마틸다는 내게 안긴 채 몽롱한 눈으로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내 얼굴만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무튼 의도대로 되가는 거 같으니, 나는 말을 이어가기로 했다. “세상에는 아직도 수천 명의 남성이 저주 때문에 제대로 물건을 세우지도 못한 채 고통받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사정도 딱하나, 아쉽게도 제 몸은 하나뿐! 저는 성자로서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일단 물건조차 세우지 못하는 분들부터 구원해드리는 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되는군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내가 좌중을 둘러보면서 그렇게 말하자, 남자들은 아무 말 못한 채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반쯤은 마틸다와 얼굴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그러는 느낌도 있었지만. 오버하지 마라. 아무리 마틸다라도 너희 같은 놈들이랑 고작 시선이 마주쳤다고…안 반하지? “그, 그렇다면 성자님! 그 분의 저주를 해결하면, 그 다음은 저희 차례인 것입니까?!” 그때 한 용감한 젊은이가 고개를 들고 그렇게 외쳤다. 어지간히도 여자를 만족시켜주고 싶은 모양이다. “물론입니다! 그러니 여신님을 섬기는 신도 여러분, 지금은 안심하고 자리를 떠나십시오. 저주는 꾸준히 치려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렇게 제 길을 막으시면, 그만큼 저주의 치료도 늦어지고, 지금 이 순간에도 물건이 서지 않아 고통 받고 있는 남성들이 더 괴로워하는 시간도 길어지게 되며, 여러분의 성생활이 개선되는 것도 그만큼 늦어지게 될 것입니다!”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어서 머리 양 옆으로 힘차게 들어올리고, 세상에 이보다 더 설득력 넘칠 수 없는 어조로 외쳤다. 그 설득력 넘치는 어조에 수긍한 건지, 구원을 외치던 남자들의 물결이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술렁였다. 좋아. 먹혀들었군. “그럼 저는 곧장 저주를 치료하기 위해서 이만!” 나는 마틸다를 앞세워서 인파를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마틸다를 중심으로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땀내 나는 남자들로 이루어진 물결이 파도치면서 길이 열렸다. 설마 마틸다의 저주가 도움이 될 날이 올 줄이야.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내가 길을 뚫고 가자, 우리 애들도 상황을 눈치 챘는지 황급히 뒤를 따라왔다. “후우. 깜짝 놀랐네. 뭐야 저거. 내가 언제 나올 줄 알고 저렇게나 많은 인원이 길드 앞에 진을 치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사람이 없는 고급주택가에 들어선 후에야, 나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여기는 주로 귀족들이 살고 있는 만큼, 대부분 일반인으로 보였던 그 남자들이 무작정 들이닥치기 힘들 거다. “그만큼 필사적이었다는 것이겠지. 그나저나 어쩌려고 그런 소리를 했는가?” “응? 뭐가?” “나중에 구원해주겠다느니 하는 소리 말일세. 진심으로 한 소리인가?” “아니. 당연히 거짓말인데. 그러네. 이제부터 안 들키게 로브 뒤집어쓰고 숨어 다니면 되지 않겠어?” “자넨 사람의 집념이란 걸 너무 우습게 보는 모양이구먼.” 디아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쪽 방면으론 디아나가 내 선배였지. 내가 끝까지 사람 눈을 피해 다닐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게다가, 자네가 그렇게 말하고 끝까지 아무것도 안 하면 신전에서 나설 수도 있네.” “응? 신전에서? 왜?” “여신님의 사자니 뭐니 자네 입으로 떠들지 않았나. 그런 자가 약속을 안 지킨다고 생각해보게. 어떻게 되겠나? 여신님의 이름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신전에서 자네를 압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가? 아무리 이 몸이라도 여신님의 존엄을 위해 나서는 신전을 압박을 막아주기는 힘드네.” “에, 에이 설마…진짜로?” 나는 우리 파티에서 신전의 뜻을 제일 잘 알고 있을 마틸다를 쳐다봤다. 그러자 어느새 자기만의 세상에서 빠져나와있던 마틸다가 살짝 미안한 얼굴로 시선을 피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어차피 난 마신이랑 싸울지도 모르는 몸이야! 그런 데 신경 쓸 여유가 어디 있어?! 나중 일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돌아가서 좀 쉬자!” 나는 다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외치고는 저택으로 향했다. “다녀오셨습니…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저택으로 돌아가자, 언제나처럼 바넷사가 현관에서 마중을 하다가 그렇게 물었다. 바넷사가 보기에도 우리 표정이 상당히 피곤에 찌든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 “바넷사 너…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거야?” 그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던 거다. 게다가 내가 언제 나올 줄 모르는 상황에서 상시 대기하고 있던 인파만 해도 그 정도였다. 아마 이 며칠 동안 도시 전체에 나에 대한 소문이 진동하고 있었던 거겠지.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하지만 무슨 말인지 바넷사는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드디어 이 슈퍼 집사의 약점을 하나 알게 됐군. 이 녀석, 특별한 일이 아니면 항상 집에만 처박혀 있으니까 소문이 무진장 느려. 뭐, 그래서 그게 어쨌냐고 물어보면 할 말은 없다만. “아니. 아무것도 아냐. 일단 쉬고 싶은데 준비해줄 수 있을까?” “네. 일단 욕실에 준비를 해놓겠습니다.” “그 큰 욕실 말하는 거지? 좋네. 큰 욕탕에서 몸을 푹 담그고 있고 싶어. 그럼 다들 같이 씻으러 갈까?” “은근슬쩍 사리사욕 채우려고 하지 마!” 쳇. 완벽한 작전이었는데. 어째서 들킨 거지. “왜 안 돼?! 그냥 같이 씻기만 할게! 시중드는 메이드들은 물리면 되잖아? 다 같이 사이좋게….” “구원. 나랑 같이 씻어서 그냥 씻기만 한 적이 딱 한번이라도 있었어? 다들 알몸으로 있는 곳에서 무슨 짓을 하려고?” “구원씨…아무리 그래도 다들 계시는 곳에서는….” “그, 그래요! 파렴치한 것도 정도가 있어요!” 심지어 사라뿐만 아니라 천사님마저도 내가 아무것도 안하겠다는 걸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 게다가 이제는 성직자가 레이아 혼자가 아니다보니, 더 반발이 거세졌다. 마틸다 너는 애초에 타겟도…아니, 뭐, 몸매는…응. 그래. 인정해주겠다만. 크윽. “…얌전히 방에서 씻겠습니다.” 치사하게 팩트로 공격하다니…. 결국 선동에 실패한 나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음. 기다리고 있게. 이 몸이 곧 가겠네.” “우으….” 디아나가 기분 좋게 말하자, 날 팩트로 공격하던 사라가 울상을 지었다. 헤헹. 꼴좋다. 사라야. 그게 바로 자업자득이라는 거다. 반대하지 않았다면 적어도 욕실에서 나랑 좋은 일이라도 있었을 텐데. 나는 그렇게 사라를 한 번 웃어주고는, 혼자 쓸쓸히 방으로 돌아갔다. 뭐지. 이 패배감은. 아냐. 잠깐만 기다리면 나에겐 디아나와의 행복한 시간이라는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나는 욕조에 느긋하게 몸을 담그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한 후,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워서 디아나를 기다리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51==================== 거대 마석의 정체 어느새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뺨이 뭔가로 쿡쿡 찔려지는 느낌에 서서히 잠에서 깨어났다. “음. 이런. 깨웠는가.” 눈을 뜨니 바로 코앞에 디아나의 예쁜 얼굴이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딱히 깨울 의도는 없었는지,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이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무의식적으로 그러는 건지, 내 뺨을 찌르는 손가락은 계속해서 움직이면서 콕콕하고 가벼운 자극을 선사했다. 나는 잠에서 막 깬 뇌가 제대로 동작하기도 전에 일단 눈앞에 있는 귀여운 생물체부터 끌어안기로 했다. “우왓! 뭐, 뭔가?! 깨워서 화났는가?!” “디아나 귀여워.” “헷갈리게 하지 말게!” 나는 뺨을 찌르는 손을 무시한 채, 반대쪽 뺨을 디아나의 뺨에 맞대고 부비부비 문지르면서 본능에 솔직한 말을 꺼냈다. 그러자 디아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내 뺨을 찌르던 손으로 내 뺨을 가볍게 꼬집었다. “뭐야? 화났을까봐 무서웠어?” “자네는 또 그러면 그 핑계로 이 몸에게 이상한 짓을 할 것 아닌가.” 아, 그런 의미로. 어째 내 이미지가 가면 갈수록 이상해지는 것 같단 말이야. 뭐, 디아나의 말을 듣자마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이 ‘화난 척 할걸. 좋은 기회를 놓쳐버렸네.’였다는 점에서 놓고 보면, 디아나가 했던 말을 부정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이상한 짓이라니? 예를 들어서?” “아무리 이 몸이라고 할지라도 말일세, 자네가 할 이상한 짓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네.” 조금이라도 더 놀려볼 생각으로 질문해봤지만, 냉정한 상태의 디아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지고의 대마법사님씩이나 되시는 분이 너무 겸손하신 거 아냐?” “그만큼 자네가 독창적인 걸세.” “그거, 칭찬 아니지?” “좋을 대로 생각하게나.” “좋아. 욕한 거라고 생각하고 보복하겠어.” “으햣! 잠깐! 흐양! 이상한 데 만지지 말게!” 내가 디아나의 몸을 여기저기 간지럽히자, 디아나가 몸을 꿈틀거리면서 팔다리를 바동거렸다. 나는 그렇게 한참을 간지럽혀주다가, 정말로 디아나가 숨이 넘어갈 것 같을 즈음에 겨우 손가락을 움직이는 걸 멈췄다. 그러자 디아나는 내 몸 위에 축 늘어져서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흐앗. 하앗. 흐앗. 하앗. 저, 정말이지. 자네는 막 일어난 직후인데도 방심할 수가 없구먼.” 거친 숨소리가 묘하게 색기있게 느껴졌다. 막 샤워를 마치고 왔기 때문에 몸 전체가 상기되어있고, 머리카락도 약간 촉촉하게 젖어있어서 더욱더. 이 모습을 보니, 내가 그렇게 오래 잤던 건 아닌 모양이다.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든 디아나 잘못이야.” “애초에 이 몸이 곧 오겠다고 했는데도 잠든 자네가 문제일세. 그렇게 피곤했는가? 아니면 역시 걱정되는 겐가?” 말하는 내용만 놓고 보면 날 비난하는 것 같았지만, 디아나의 표정은 걱정이 가득했다. 역시 이런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할머…연장자라니까. “아니. 내가 그렇게 복잡한 놈이 아닌 건 디아나도 잘 알잖아?”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의 두 뺨을 양손으로 감싸고 살짝 키스를 했다. 딱히 디아나를 안심시키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처음에는 겁도 먹었고 걱정됐던 게 사실이지만, 3계층의 거대 마석을 조사한 이후로 이미 며칠이나 지났다. 이제는 그냥 될 대로 되겠지 라는 느낌이 강했다. 애초에 던전에 가는 것부터가 이미 목숨을 걸고 하는 거다. 아무리 우리가 지금 파티의 수준보다 낮은 계층에 머물러 있다고는 해도 말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위협이 늘어봤자 크게 다를 거 있겠어? 그리고 여신님도 생각이 있으시면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지시를 내리시겠지. 무턱대도 가능하지도 않은 일을 시키려고 날 이 세계에 데려왔겠어? 그냥 자기위안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미 그렇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그런 언제 하게 될지도, 확실히 해야 하는 건지도 모를 일보다, 눈앞에 있는 디아나의 알몸이 훨씬 중요해.” 걱정스런 표정을 하고 있던 디아나는, 내 그 말에 맥 빠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자네의 그 응큼한 구석은 어떤 의미로는 존경스럽기까지 하구먼.” “존경할만한 낭군님을 둬서 다행이네.” “칭찬 아닐세!” 디아나는 그렇게 외치면서도 내 키스를 피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자신도 내 뺨을 양손으로 감싸 안고는 적극적으로 혀를 얽혀왔다. 우리 대마법사님은 키스를 참 좋아한다니까. 레이첼 누님의 그것보다도 훨씬 길쭉한 디아나의 귀를 살며시 어루만지자, 디아나는 기분 좋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후웅하고 귀엽게 콧바람을 내뿜었다. 나는 내 몸 위에 전신을 찰싹 밀착시킨 채 엎드려있는 디아나의 엉덩이 너머로 손을 뻗었다. 귀여운 엉덩이 골을 지나서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그 안쪽으로 손을 뻗자, 아직 살짝 준비가 덜 된 음부의 감촉이 느껴졌다. 음부에 손끝이 닿자, 디아나는 키스에 집중하라고 말하고 싶다는 듯이 내 혀를 가볍게 앞니로 깨물었다. 얘가 왜 이러지? 어차피 몸을 겹치려고 서로 알몸인 건데, 마치 몸을 겹치는 걸 묘하게 주저하는 것 같은 태도였다. 그렇게까지 키스하고 있는 게 좋은 건가? 걱정 마. 키스도 소홀히 하지 않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대답하듯 디아나의 혀를 가볍게 깨물고는, 아직 덜 젖은 음부를 부드럽게 어루만져갔다. 디아나의 피부는 어느 곳이라도 말랑말랑하고 부드럽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말랑말랑한 살의 감촉이 손끝에 느껴지면서 이리저리 모양을 바꿔갔다. 하지만 그렇게 이리저리 모양이 바뀌는 와중에도 음부는 일자로 꾹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런 음부 입구를 기특하다는 듯이 살며시 어루만져주자, 디아나의 몸이 바르르 떨리면서 음부도 움찔움찔하고 반응을 보였다.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 나는 그 일자로 그어진 선의 아래쪽, 볼록 튀어나온 버튼에 손을 대고는 손을 진동시키면서 꾹하고 눌러줬다. “흐으으으음!” 그러자 그제야 내가 기대하던 반응이 나타났다. 굳게 닫혀있던 디아나의 음부에서 애액이 꿀럭꿀럭하고 쏟아져 나와서 그 주변을 촉촉이 적셔준 거다. 인중을 간질이는 디아나의 거친 숨결이 디아나가 얼마나 기분 좋은지를 말해주고 있었다. 매력이 500이나 되는 디아나이기 때문에,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간단하게 젖어주진 않겠지만 말이야. 스킬도 쓰지 않았는데 이렇게 젖어준 건, 역시나 디아나도 날 받아들일 마음이 충만해있기 때문이겠지. “후아…. 응…. 하는 겐가?” 내가 디아나의 허리에 양손을 가져다대고 살며시 들어 올려서 촉촉이 젖은 음부 입구에 물건을 맞대자, 디아나가 입을 떼고는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시선을 옆으로 향했다. 응? 옆에 뭔가 있는 건가? 디아나가 바라본 쪽으로 시선을 돌려봤지만, 역시나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언제나처럼 방 안을 장식하는 가구들만이 조용히 놓여있을 뿐이었다. “디아나?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디아나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스스로 허리를 내려서 내 물건을 천천히 삽입했다. “흐으응! 후읏, 흐읏, 그, 그럼 움직이겠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 이상하다. 디아나도 그 허리 움직임은 뭔가 자제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적당히 기분 좋게, 하지만 너무 기분 좋아지지는 않게 조절한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물론 매력 500의 디아나의 안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분 좋았지만, 이왕이면 할 수 있는 한 가장 기분 좋게 되는 게 좋잖아. “으흥! 안 되네! 오늘은 이 몸이 움직여줄 테니 자네는 가만히 있게!” 심지어 내가 허리를 움직이려고 하자, 그렇게 제지까지 해왔다. 이건 절대로 뭔가가 있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 사실을 눈치 챘다. “그래?” “음. 불안에 떠는 자네를 위해 이 몸이 특별히이이이잉!” 일단 순순히 대답해서 디아나의 방심을 유도하고, 완벽하게 빈틈을 노려서 순식간에 허리를 쳐올린다. 내가 갑자기 온갖 스킬을 발동하며 허리를 움직이자, 기습을 당한 디아나는 내 몸 위에서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로 고개를 들어 위를 향한 채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래도 매력 수치가 높아서 아직 절정에는 달하지 않은 모양이지만, 내가 주도권을 잡기에는 충분한 기습이었다. “흐앗! 잠, 흐잉! 멈추! 히얏! 이 모미!” 역시나 뭔가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이런 상황에서도 디아나는 끝까지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 저항하려고 했다. 그래봤자 무용지물이지만 말이다. 디아나야. 아무리 네 매력이 높더라도 잠자리에서 진심이 된 성자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레벨도 나보다 높으면 모를까 아직 한참 더 낮으니까 말이다. “디아나. 무슨 꿍꿍이야?” “흐읏! 그, 히응! 그게 무슨…!” 허리를 격렬히 쳐올리면서 그렇게 물었지만, 디아나는 대답할 맘이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시치미를 뗀다 이거지? 나는 디아나의 상체를 끌어안고 반 바퀴 빙글 돌아서 서로의 위치를 바꿨다. 침대에 눕게 된 디아나의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 디아나가 기분 좋은 곳을 철저하게 공략하면서 허리를 빠르게 왕복시킨다. “히으으응! 아, 안대네! 이건! 이흐으응!” “뭐가? 뭐가 안 된다는 건데?” 내가 그렇게 물었지만, 디아나는 대답할 여유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저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면서 양손으로 침대 시트를 꽉 말아 쥐고 쾌감에 저항하려하고 있었다. 아직 부족하다는 거냐. 나는 양손으로 디아나의 허리를 붙잡고 있는 상태에서 엄지를 뻗어 디아나의 하복부, 사도 인장이 새겨져있는 곳을 꾹하고 눌러줬다. 덤으로 성자의 손길도 사용해서. “대답해. 디아나. 뭐가 안 된다는 건데?” “히우으으으으응!” 하지만 디아나는 대답하는 대신 성대하게 분수를 뿜으면서 절정에 달해버렸다. “하으음. 쭙. 하음. 흐음. 흣!” 멍한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는 디아나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자, 디아나는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을 내 목에 걸치듯 끌어안으면서 키스를 받아줬다. 아까부터 보였던 미묘하게 주저하는 것 같던 태도는 완전히 사라져서, 이제는 더 해달라고 조르듯이 음부가 내 물건을 꾹꾹 조여 오며 움직여왔다. 우리 대마법사님이 그렇게 원하신다면 해드려야지. 나는 디아나와 키스를 한 상태에서 다시 허리를 격렬히 움직였다. “흐으으음! 흐읍! 흐읍! 흐으읍! 으읍!” 디아나는 눈이 풀릴 정도로 느끼면서도, 내 입술에서는 필사적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열심히 키스를 해왔다. “흐으으으응!” 하지만 그것도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내가 디아나의 안에 사정을 하자, 동시에 절정에 달한 디아나는 그대로 다시 침대위에 축 늘어지면서 절정의 여운에 허덕일 뿐이었다. 결국 이럴 거면서 아까 전에는 대체 왜 주저하는 반응을 보인 건지…. 이유를 묻고 싶었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도저히 대답해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나는 질문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지금은 그냥 디아나와의 정사나 계속해서 즐기기로 했다. “좋았어?” “하앗, 하앗, 하앗…으음. 쪽.” 그리고 서로 어느 정도 만족할 만큼 섹스를 한 후에야, 우리는 겨우 서로를 격렬하게 탐하던 움직임을 멈췄다. 디아나에게 팔베개를 해준 채로 질문하자, 디아나는 대답대신 애교 부리듯 내게 키스를 해왔다. “그래서, 결국 처음에 그건 뭐였던 거야?” “음? 뭐가 말인가?” “처음에 묘하게 자제하는 것 같이 어색하게 움직였잖아. 그거 뭐였어?” “핫! 아으으….” 내가 그렇게 질문하자, 디아나는 퍼뜩 생각이 났다는 듯이 상체를 일으키려다가 몸에 힘이 풀려서 그대로 다시 침대에 파묻혔다. 하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디아나는 내 몸 위에 머리를 얹고 빙글 돌려서 시선을 옆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옆을 봤었지. 대체 뭐람? 나는 디아나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역시 아무것도 없는…아, 혹시 벽에 있는 시계를 본 건가? “으으음…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구먼. 원래는 한 번만 할 생각이었네만….”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 때문이라는 듯 원망스런 눈초리를 보냈다. “응? 뭐 할 거 있었어?” “그…원래는 오늘 사라양의 차례 아닌가. 한 번만 하고 자네를 사라양에게 보낼 생각이었네.” “응? 하지만 그건….” “물론 사라양이 잘못하기는 했네만, 이 몸도 그렇게까지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닐세. 어차피 그날 사라양도 자네와는 한 번만 한 모양이고, 결국 밤은 제대로 이 몸과 보내지 않았나. 이쯤 했으면 사라양도 충분히 반성했을 테고, 벌은 이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네마는….”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여전히 빳빳하게 서있는 내 물건을 찰싹하고 때렸다. 아무리 그래도 걔한테 뭐라고 하지 마라. 자기도 즐겼으면서. “그러니까, 제대로 하면 너무 느껴서 정신을 놓을까봐 일부러 미적지근하게 했다는 말이야?” 이 귀여운 녀석. 대체 얘는 나이도 많은…아무튼 왜 이렇게 귀여운 걸까. “이, 이 몸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자네가 정신을 놓고 말을 안 들을까봐 그런 걸세!” 누가 뭐라고 했냐? 과민반응하면 오히려 자백하는 것밖에 안 된다고. “디아나는 정말 그걸로 괜찮아?” 디아나가 귀여운 것도 귀여운 거였지만, 그 마음씀씀이도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나는 디아나에게 다시 한 번 확인을 했지만, 디아나는 이미 결심을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서로 바람둥이 낭군님을 좋아하는 걸세. 단순한 자네는 모르겠지만, 이 몸들끼리도 서로 암묵의 룰이라는 녀석을 지키며 생활하고 있다네. 물론 사라양이 한 행동은 괘씸하기 짝이 없네마는, 하룻밤을 완전 뺏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하네.” 그렇게 말하는 디아나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도 어른스러워보였다. 역시 이럴 때 보면 디아나가 최고 연상이라는 게 실감이 난다니까. “알았으면 이제 사라양한테 가주게.” “디아나…너 너무 착해빠진 거 아냐?” “뭐, 뭐어…그리고 이렇게 하면, 앞으로 사라양과의 관계에서 이 몸이 확실히 우위를 잡을 수 있지 않겠는가?” 디아나는 살짝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게 말했다. 별로 그럴 맘도 없었으면서 일부러 그렇게 말하는 게 빤히 보이는 태도였다. “그래. 내일 밤은 내가 최고로 잘 해줄게.” “자네의 잘 해준다는 말에는 불안밖에 느끼질 못하겠네마는…뭐, 기대하겠네.” 나는 우리 디아나의 착한 마음씨에 감동하면서, 옷을 주워 입었다. “잠깐. 가기 전에…으음.” 디아나가 다 말할 것도 없이, 나는 디아나의 입에 진하게 입을 맞춰줬다. 하지만 아무리 호의를 베풀었다고 해도, 디아나 역시 이대로 혼자 남는 건 쓸쓸할 거다. 역시 미안하단 말이야. “디아나.” “음?” “뭣하면 디아나도 같이 갈래?” “자네는 정말로 이럴 때까지! 바보인가! 얼른 가버리게!” 호의로 말한 거였지만, 결국 디아나한테 토닥토닥 공격을 맞고 쫓겨나야했다. 뭐, 야한 마음이 1%도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일단 호의로 말한 것 맞는데 말이야. 방에서 쫓겨난 나는 그대로 사라의 방을 향해 걸어갔다. 시간이 많이 늦은 만큼, 사라는 아마 자고 있을 거다. 이왕 이렇게 가는 거, 어디 한 번 깜짝 놀라게 해줄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52==================== 거대 마석의 정체 나는 곧장 은신술을 발동했다. 그리고는 살금살금 사라의 방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뭐, 이렇게 하더라도 사라가 깨어있으면 분명 들킬 테지만 말이다. 암살자 레벨이 제법 높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스킬 레벨은 많이 낮았다. 게다가 상대는 그 인간 레이더 사라다. 솔직히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날 감지해내더라도 전혀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일단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안되면 그때 가서 포기해도 늦지 않지. 나란 녀석은 왜 이렇게 진취적인 걸까. 나는 스스로의 성격을 자화자찬하면서, 사라의 방문 손잡이에 살포시 손을 올렸다. “흐으응! 구워언! 히으응! 구워어어언!” 문소리가 나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해서 살며시 문을 열어 방 안을 엿봤다. 사라는 자고 있지 않았다. “히으응! 흐읏! 하으응! 구워어어언! 으으읏!” 외로운 나머지 한창 스스로를 달래는 중이셨다. 게다가 반찬은 아무래도 나인 모양이다. 이거 타이밍이 좋을 때 왔다고 해야 할지, 안 좋을 때 왔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사라는 스스로의 행위에 몰두하느라 다른데 신경 쓸 여유가 없는 모양이었다. 내가 문틈사이로 엿보고 있는데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것 같았다. “흐으으읏! 으읏! 으응! 흐으으으응읏!” 침대는 문에서 대각선 방향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사라의 옆모습이 내게는 고스란히 보였다. 행위는 한창 클라이맥스를 향해 치닫고 있는 중인 건지, 사라의 허리가 침대 위에서 살짝 들어 올려졌다. 한손으로는 적당한 크기의 자신의 가슴을 찌부러뜨리듯 강하게 움켜쥐고, 다른 한 손은 자신의 음부에 댄 채로 빠르게 움직이는 그 모습은 그다지 자위에 익숙해 보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야 그렇겠지. 매번 내가 그렇게 만족시켜주는데, 자위할 생각이 났겠어? 오늘이 특수한 경우인 거다. 하지만 그렇군. 이런 일이 또 있을지 누가 알겠어. 사라를 위해서라도 나중에 자위 방법을 철저히 알려줄 필요가 있겠어. 설마 자기 최고 성감대인 엉덩이를 전혀 만지지 않는 자위라니.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됐잖아! 아니. 나중이랄 것 없이, 지금 당장이라도 쳐들어가서 알려줄까?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사라에게 몰래 다가가서 기습적으로 자위 강의를 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지만, 이 보기 힘든 광경을 더 즐기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나는 일단 손에 성자의 손길부터 발동하고 사라의 모습을 빤히 주시했다. 이대로 기습적으로 덮쳐서 성자의 손길로 사라의 자위를 도와줘? 자위행위를 들킨 사라는 부끄러워죽으려고 하면서, 하지만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로 내가 하는 대로 흘러가게 될 거다. 아니면 일단 사라의 자위가 끝날 때까지 눈앞에 보이는 아름다운 광경을 즐기고, 사라가 절정의 여운에 축 늘어져있을 때 덮쳐볼까? 그렇게 고민하면서 사라의 방문 앞에서 문틈을 엿보고 있을 때, 갑자기 내 팔이 뒤로 휙 꺾였다. “움직이지 마라. 뭔가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으응!” 배후에서 갑자기 기습해온 자객은 사라에게 들리지 않도록 무뚝뚝하면서 허스키한 목소리로 조용히 그렇게 내뱉더니, 더욱더 내 팔을 꺾으면서 서서히 내 몸에 자신의 몸을 밀착하다가…내 손을 자신의 몸에 닿게 하고 말았다. 성자의 손길을 발동중인 내 손을 말이다. 그녀는 짧은 신음과 함께 곧바로 몸을 내게서 떨어뜨렸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상황이 파악된 나는 일단 조용히 다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문 너머로 보이는 정말로 흔치 않은 광경을 더 즐길 수 없게 됐다는 데서 오는 짜증스러움과, 앞으로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혼란스러움을 담아서 자객에게 말을 내뱉었다. “뭐하는 거야. 바넷사.” 굳이 뒤돌아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그 이름을 부르면서,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았다. 이 저택에서 내 팔을 저렇게 쉽게 꺾을 수 있을 정도의 강자. 게다가 저 특유의 무뚝뚝하면서 허스키한 목소리.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내가 뒤를 돌아보자, 바넷사가 순간적으로 욱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 철가면의 표정이 살짝이나마 변하다니. 아무래도 상당히 억울한 모양이다. “…구원님이야말로 여기서 은신까지 하시고 뭐하시는 겁니까.” “나야 사라를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그랬지. 그런데 바넷사는 내 얼굴도 못 알아보고 뭐하는 거야.” 응. 나도 잘 안다. 한밤중에 은신을 하고 살며시 아낙내의 방문 문틈을 엿보는 남자. 수상하기 그지없다. 바넷사가 오해할 만도 하다. 게다가 아무리 레벨이 낮더라도 일단 은신을 하고 있었던 거다. 이렇게 어두운 밤중이니 당연히 얼굴을 알아보기는 힘들었겠지. 하지만 나는 뻔뻔하게 나가기로 했다. “…….” 내 뻔뻔한 태도에 바넷사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내 크게 숨을 내쉬면서 마음을 다잡고, 바넷사는 다시 질문을 던져왔다. “…그럼 손에 스킬은 왜 쓰신 겁니까?” “그야 지금부터 즐기려고 했으니까 그렇지.” “…….” 바넷사는 다시 한 번 할 말을 잊었다. “할 말은 그걸로 끝이야? 그럼 난 이만….” “…잠깐만 기다려주십시오. 그…이것만으로도…저번처럼 그렇게…되는 겁니까?” 바넷사는 상당히 말하기 힘들다는 듯이, 그리고 또한 제발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듯이 내게 그렇게 띄엄띄엄 물었다. “그거야 나도 정도를 모르면 뭐라고도…지금 상황은 어떤데? 기분 좋아?” “읏…조금….” 그야 그렇겠지. 레벨이 높은 실비아나 마틸다도 그렇고, 매력이 500인 디아나도 내 스킬에는 제대로 느낄 정도니까. 바넷사의 레벨은 정확히 맞추기라도 한 듯 딱 200이었다. 실비아나 마틸다와 비교해봤을 때 그렇게까지 높은 레벨은 아니다. 뭐, 저번에 나랑 했을 때의 기억을 되새겨보면 당연한 얘기였지만. 이렇게 멀쩡하게 서있는 건, 그냥 바넷사의 정신력이 대단한 거라고 봐야겠지.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는 건가. “야. 그…아무리 그래도 그 상태로 계속 있는 건 못 버티겠지?” “…….” 바넷사는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는 듯 경계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참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는지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그렇게 경계하지 마라. 내가 뭐 널 잡아먹으려고 이렇게 만들었냐? 이번엔 진짜로 그냥 사고였잖아. 아니, 물론 저번에도 사고이기는 했지만 말이야. “하아…그래도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내 레벨이 오른 덕분에 저번처럼 섹스까지 할 필요는 없을 거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바넷사의 표정이 조금 풀어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초창기 사라 때문에 포커페이스를 읽은 건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 사라는 내 앞에선 전혀 포커페이스가 아니니까 말이야. 다시 감을 잃은 걸까. 바넷사의 표정을 전혀 못 읽겠다. “그, 뭐냐. 너도 그 상태면 힘들 테고. 금방 풀어줄게. 일단 내 방이라도 갈까?” “…아니요. 따라오십시오.” 내가 전혀 응큼하게 반응하지 않자 안심한 건지, 바넷사는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걸음을 옮겼다. 바넷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걸음을 걷고 있었지만, 뒤에서 보니 다리가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과연. 바넷사도 보기에만 무표정일 뿐, 꽤나 참기 힘들다는 건가. 내 방은 바넷사가 의도적으로 그렇게 배치한 것도 있어서, 우리 애들 방과는 꽤나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애들뿐만이 아니라 여자들의 방 전부와 떨어진 곳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래서 내 방에 가자는 걸 거절한 거겠지. 바넷사를 따라서 조금 걷자, 아무도 없는 빈방에 도착했다. “여기는?” “비어있는 방입니다. 여기라면 아무한테도 들키지 않을 겁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어쩌기는…그야 만져서 풀어줘야지. 조금 만지게 될 텐데, 괜찮지?” “…그러십시오.” 바넷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제자리에서 양팔을 늘어뜨리고 가만히 섰다. “그럼….” 솔직히 말해서 전혀 흥분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 되겠지. 이 매력적인 몸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다. 저번 경험을 통해서 저 집사복 안에 숨겨져 있는 몸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충분히 아는 만큼 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스킬을 풀기 위한 행위다. 게다가 지금 나는 다른 급한 일도 있었다. 외로움에 허덕이는 사라를 달래줘야 한다는 일이 말이다. 그러니 이 흥분은 나중에 사라의 몸으로 풀기로 하고, 지금은 최대한 빨리 끝내버리도록 하자. “으으읏…!” 나는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는 그대로 양손을 각각 바넷사의 상의와 하의 안으로 집어넣었다. 바넷사는 오기로라도 소리를 내지 않겠다는 듯, 이를 악물고 터져 나올 뻔한 신음을 억지로 억눌렀다. “어차피 여긴 아무도 안 오는 거잖아? 그냥 신음소리 내는 게 어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래로부터 상의에 집어넣은 손을 움직여 브래지어 안으로 침투시켰다. 얘도 다른 메이드들보다 차분한 옷을 입고 있어서 잘 주목이 안 되는 것뿐이지, 가슴이 상당히 크단 말이지. 저번에 사라한테 입혔던 그 메이드 옷, 원래 주인인 바넷사가 입은 모습도 조금 보고 싶어졌다. “으응…괘, 괜찮…큿…습니다.” 바넷사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내가 브래지어 안에 침투시킨 손으로 유두를 꼬집자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아니. 괜찮고 자시고의 문제가 아니라. 소리 내라고 말하고 있는 건데. 혹시 말투가 그래서 제안처럼 들렸어?” “흐윽…그, 그게 무슨…윽…소리십니까?” “그렇게 소리를 죽이고 있으면 충분히 기분 좋아질 것도 느낌이 반감되어버릴 거 아냐. 물론 너도 나한테 만져지는 게 싫겠지만, 나도 얼른 끝내고 사라한테 가고 싶다고. 그러니까 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도 신음소리를 내면서 즐겨버리라고. 조금 부끄러운 소리를 내서, 이러는 시간이 짧아지면 이득 아니야? 그러니까…!” “흐으으으응!” 내가 하의에 집어넣은 손으로 바넷사의 음부를 꾹 누른 채 진동시키자, 바넷사의 입에서 결국 신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흐읏! 으응! 으읏! 하으응! 으읏!” 내 말에 설득당한 건지, 아니면 한 번 터져 나오니 멈출 수 없게 된 건지, 바넷사의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연속해서 터져 나왔다. “그래. 그거야. 제대로 기분 내서 느끼고, 짧고 깔끔하게 끝내는 거야.” “흐으으으읏!” 내가 칭찬하듯 바넷사의 가슴과 음부표면을 부드럽게 손바닥으로 어루만지자, 바넷사의 다리에 살짝 힘이 풀렸다. 물론 그렇다고해서 바넷사가 쓰러지지는 않았다. 내가 음부를 만지던 손을 더욱 깊숙이 집어넣고 그 몸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바넷사의 상체가 내 쪽으로 기울어졌고, 바넷사는 참기 힘들다는 듯이 내 몸을 끌어안고 흐느꼈다. 팔로는 내 몸을 꽉 끌어안고, 얼굴은 내 어깨에 묻은 채, 다리는 쭉 펴고 엉덩이를 뒤로 내뺀 채 흐느끼는 바넷사. 이제는 철벽같던 무표정도 무너져서는, 완전히 여자의 얼굴이 됐다. 설마 바넷사의 이런 표정을 보게 될 줄이야. 나는 뭔가 감개무량함을 느꼈다. 전에는 결국 최후의 자존심으로 절정에 보냈고, 바넷사도 절정 때에만 잠깐 무너진 게 전부였으니 말이다. 이렇게 애무만으로 철벽같던 바넷사를 무너뜨릴 수 있게 될 날이 올 줄이야. 역시 성자는 최고의 직업이야. “흐으읏! 으읏! 으응! 으으으읏!” 내 감개무량함과는 상관없이, 바넷사는 점점 절정으로 치달아가는 중이었다. 뒤로 쭉 내뺀 엉덩이를 움찔움찔 떨면서, 음부를 어루만지는 손에 느껴지는 물기도 점점 늘어가는 게 느껴졌다. 이거 힘드네. 온갖 잡생각을 하면서 어떻게든 흥분을 억누르려고 노력하고 있었지만, 역시 눈앞에서 바넷사의 이런 모습을 보니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내 물건도 바지를 뚫을 듯이 튀어나와서는, 그 끝부분이 상체를 밀착시킨 바넷사의 배에 살짝살짝 닿으며 비벼지고 있었다. 제발 빨리 끝나라. 부처님이 되는 수행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이게 뭐하는 거야. 하지만 바넷사는 느낄 듯 말 듯 하면서도 은근히 그 상태로 시간을 끌고 있었다. 역시 레벨이 레벨이니만큼, 성행위 없이 성자의 손길만으로 절정을 느끼게 하는 건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걸까? “야. 아직이야?” “으응! 곧…흐응! 곧입니다…. 곧…으으응!” 그렇게 말하면서 바넷사가 내 몸을 끌어안은 팔에 더욱더 힘을 줬을 때,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사라편이 두 편이 될 것 같아서 어제는 굳이 한 편만 썼었습니다. 어제 두 편을 쓰면 중간에 끊어졌을 테니까요. 그런데 오늘 쓰다 보니 생각지도 않고 있던 바넷사가 튀어나와서…. 이대로 이어서 써도 사라씬이 중간에 끊길 것 같은데,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네요. 353==================== 거대 마석의 정체 인간은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이론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힘을 발휘할 때가 있다. 나는 지금 그 사실을 그 어느 때보다 실감하고 있었다.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나는 뇌보다도 먼저 몸이 움직였다. 가지런히 모아서 음부 표면을 천천히 쓰다듬던 중지와 약지를 그대로 찔러 넣어 바넷사의 하반신을 제대로 부여잡고, 가슴 표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던 손을 찌부러트릴 듯이 강하게 움켜쥐어서 상반신 또한 제대로 부여잡는다. 그렇게 바넷사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제대로 붙잡은 나는 음부를 쑤시고 있는 손에 그대로 힘을 줘서 바넷사를 들어올리고, 그대로 발소리를 죽인 채 신속하게 방안에 있는 욕조로 돌진했다. 이 방은 내 방과 마찬가지로 방 한 구석에 욕조가 놓여있었고, 물론 제대로 커튼도 달려있었다. 저 커튼 안으로만 들어가면, 일단은 모습을 숨길 수있다. 암살자라는 직업을 얻은 이후로 이보다 더 은밀하고 신속하게 이동한 적은 없지 않을까? 스스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움직임으로, 나는 문이 벌컥 열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커튼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으으으으으읏…!” 불투명한 커튼에 실루엣도 보이지 않도록 욕조에 거의 눕듯이 들어가고, 잡고 있던 바넷사의 가슴을 당겨서 바넷사 역시도 내 몸 위에 바싹 엎드리게 만들었다. 원래부터 이 저택의 방에 딸린 욕조는 내가 발을 쭉 뻗고도 남을 정도로 크기가 넉넉했다. 때문에 남자 치고도 덩치가 큰 나와, 여자 치고 덩치가 큰 바넷사가 들어오기에도 충분한 공간이 있었다. 안 그래도 절정 직전까지 몰려있던 바넷사는, 갑자기 가해진 막대한 자극에 정신을 차리기 힘든 모양이었다. 얼굴이 터질 듯이 새빨개지고, 눈동자가 위로 돌아가기까지 했다. 뇌 전체가 쾌락에 물들어버린 것 같은 그런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바넷사 역시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생각은 있었던 모양이다. 온몸의 근육이 부풀어 오른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딱딱하게 몸을 굳혀서 힘을 주고, 피가 터져 나올 정도로 자신의 아랫입술 꽉 깨물어서, 어떻게든 소리는 내지 않고 버텨냈다. 때문에 나도 온몸이 아파왔다. 바넷사는 내 몸을 꽉 끌어안고 있는 상태였으니 말이다. 내 높은 내구도 소용없다는 듯이 꽉 조여진 갈비뼈와 등뼈가 비명을 질러댔고, 덤으로 음부에 박혀있는 손가락도 무서울 정도로 사방에서 조여와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그런 고통 속에서도 나 역시 소리는 낼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그런데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방안에 들어온 사람이 대체 누구냐는 거다. 나는 조용히 숨까지 참으면서, 갑자기 들이닥친 내방자가 무슨 소시라도 낼지 귀를 기울였다. 대체 누구지? 설마 사라인가? 설마 아까 전에 들킨 건가? 아니. 아까 전에 들킨 거였으면 사라도 대충 사정을 알 텐데? 이거 괜히 숨은 거 아닌가? 차라리 당당히 있을 걸 그랬나? 생각해보니 어디 찔릴만한 짓을 하고 있었던 게 아니다. 섹스를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실수로 걸어버린 스킬을 풀어주려고 흥분까지 억누르면서 기계적으로 만지고 있었을 뿐이다. 제대로 설명만 하면 납득시킬 수 있는 수준의 행위였다. 물론 이렇게 숨어버린 걸로, 제대로 설명해서 납득시킨다는 선택지는 사라져버렸지만 말이다. 이제 와서 다시 나가서 설명을 한다고 하더라도, 그냥 변명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거다. 젠장. 지금만큼은 내 뛰어난 반사 신경이 원망스럽다. 갖가지 상념이 머릿속을 휘몰아쳤다. 이대로 들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일단 사라한테 무진장 얻어맞을 거고, 다른 사람의 귀에도 들어가서…잠깐. 디아나가 전에 바넷사랑 한 번만 더 하면 잘라버린다고 하지 않았나? 물론 그 이후에 잠자리에서 다시 귀엽게 울먹이며 진심으로 자르겠다는 건 아니었다는 뉘앙스의 말을 하기는 했지만, 나도 우리 디아나가 하나밖에 없는 낭군님 물건을 잘라버릴 여자는 아니라고 믿어 의심치 않지만. 그래. 그리고 디아나도 이제는 내가 필요하면 다른 여자랑 해도 된다고 말해줬고…아니. 지금 그런 말에 의지해서 어쩌려고. 애들이 해도 된다고 했으니까 더더욱 내가 마음을 다잡아야했다고 다짐했었잖아. 내가 절망에 빠져있을 때, 커튼 너머로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로 괜찮을까?” “괜찮다니까 그러네. 여긴 다들 이렇게 사용하는 걸. 걱정하지 마.” 사라가 아니었다.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였다. 심지어 방으로 들어온 사람은 둘이었다. 일단 우리 애들이 아니라는 사실에 나는 몸에 긴장이 확 풀리는 걸 느꼈다. 상대가 우리 애들이 아니더라도 지금 이 모습을 들킬 수 없다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무게감이 확실히 달랐다. 긴장이 풀리고 나니, 다음으로 든 생각은 호기심이었다. 대체 누구지? 그리고 여기서 뭐하려는 거지? 다들 이렇게 사용한다니? 대화 내용으로 생각해봤을 때, 일단 저 둘은 이 저택에 살고 있는 사람. 마법사 협회의 사람이나 메이드들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하지만 이 방에서 대체 뭘 한다는…. “그러니까…아음…쪽, 하음.” “흐읍. 쭈읍. 하음….” 혹시나 싶어 말하는 건데. 들려온 목소리는 둘 다 여자였다. 그리고 커튼 너머로, 아무리 들어봐도 키스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 물기 있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뭐야 이거. 아니. 분명 동성끼리만 생활하는 곳에는 동성애자가 생기기 쉽다는 얘기를 얼핏 듣기는 했지만. 그럼 아까 다들 이 방을 사용한다는 건. 그런 의미로 말한 거였어? 우리 저택에 이런 훌륭한 장소가 존재하고 있었단 말이야?! 난 대체 그동안 저택에 살면서 뭘 한 거야! 스스로에 대한 분노와 책망이 온몸을 휩쓸었다. 나는 그동안 저택에 대해서 너무 무관심했어. 조금만 더 주의했었다면, 언제든 가위치기를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는 훌륭한 장소가 바로 근처에 있었다고 하는데도! 아니. 잠깐만. 그럼 설마 바넷사도 여기가 그런 식으로 사용되는 걸 알고? 나는 바넷사를 쳐다봤다. 그리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넷사는 아까 신음을 참느라 온 몸에 힘을 줬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절정까지도 참아버린 모양이다. 아직도 내 몸을 꽉 끌어안고, 반사적으로 움찔움찔 움직이려고 하는 허리에 필사적으로 힘을 줘서 참고 있었다. 얼굴은 여전히 흥분이 극에 달한 듯 눈동자가 반쯤 풀려있었고, 입은 내 가슴에 묻은 상태라 보이지 않지만 옷 너머로 물기가 느껴지는 걸 보니 침을 줄줄 흘리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코로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겠다는 듯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친 느낌으로 숨을 후욱후욱 몰아쉬고 있었다. 그리고 음부는 여전히 내 손가락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조인 채로,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다는 듯 안쪽이 꿈틀꿈틀 움직여댔다. 허리는 움직이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있으면서 음부 안쪽은 제어할 수 없다는 듯 움직이는 모습은, 그저 음란하다는 한 마디로는 설명이 부족할 정도로 야릇해보였다. 하지만 내가 놀란 건 바넷사의 그런 음란한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마치 파충류의 눈처럼 눈동자의 검은자가 세로로 길게 쭉 찢어져있었고, 머리에는 두 개의 거대한 뿔이 생겨나있었다. 그리고 몸에는 여기저기 비늘이 돋아나 있었다. 내가 지금 만지고 있는 가슴이나 음부는 여전히 부드러운 살결이 그대로 느껴지고 있었지만, 팔이나 다리 같은 부분은 완전히 비늘로 덮였다. 게다가 등 뒤를 찌르는 이 날카로운 느낌은…혹시 손톱? 그러고 보니 용인족이라도 했던가. 겉모습은 그냥 인간이랑 전혀 다를 바가 없어서 지금까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용인족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해버린 바넷사는, 지금도 몸은 절정을 원하는데도 억지로 억누르느라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얼떨결에 놀라서 계속 바넷사의 몸에서 손을 안 떼고 있었다. 가슴은 여전히 손 안에서 터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강렬하게 찌부러뜨리고 있었고, 음부에 박한 두 손가락도 끝마디까지 완전히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일단 바넷사가 조금이라도 참기 쉽도록 떼는 게 좋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음부와 가슴에서 손을 떼려고 하자, 바넷사가 제발 그러지 말라는 듯이 고개를 황급히 저었다. 이 상태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여지면 더 참기 힘든 모양이다. “하음…으응…흐읏…아, 좋아….” “흐응. 쪽. 후읍. 흐읏!” 그리고 그 와중에도 커튼 너머에서 들려오는 두 여자의 달콤한 목소리는 더욱더 농후해지고 있었다. 커튼 너머론 두 여자의 신음소리가 들려오고, 몸 위에는 몸매 끝내주는 여자가 찰싹 밀착해서 누워있는데다가, 심지어 그 가슴과 음부에 손을 대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한다니. 뭐야 이거. 신종 고문이야? 지금 내 신체 중 유일하게 움직이는 부분은 아래에 달린 막대기뿐이었다. 그마저도 자의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 흥분한 나머지 자기가 알아서 꿈틀대며 바넷사의 탄탄한 복부를 찌르고 있을 뿐이다. 젠장. 언제까지 이러고 있어야 되는 거야. 쟤들 가위치기 끝날 때까지 이러고 있어야 되는 건가? 내가 왜 사라 방에 바로 안 들어가고 괜히 엿보다가 이런 고생을…. “하으응…후우…좋았어….” “으응…후훗. 나도…거봐. 아무도 안 왔지?” “응….” 그 상태로 대체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드디어 커튼 너머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끝났냐? 드디어 끝난 거냐? 제발 좀 나가라. 진짜 도 닦는 것도 아니고. 미쳐버릴 거 같다. 내 염원이 통했는지, 옷 입는 소리가 들린 후에 둘은 황급히 자리를 빠져나갔다. 드디어! 드디어 해방이다! 문이 닫히고 나서도, 나와 바넷사는 한동안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이제 둘이 확실히 멀어졌다고 생각된 다음에, 나는 바넷사를 쳐다봤다. “바넷…!” “흐아아아아아아아앙!” 내가 이름을 부르기도 전에, 바넷사가 발정 난 짐승처럼 비명같은 신음소리를 내지르면서 그대로 온몸을 들썩였다. 내 몸이 덩달아 들썩일 정도로 격렬하게 움직이면서, 바넷사는 절정에 달해버렸다. 게다가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그렇게 절정에 달한 바넷사는,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한 모양이다. 바넷사는 갑자기 상체를 벌떡 들어올렸다. 내가 바넷사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 상태에서 갑자기 상체가 들리니, 내 팔에 바넷사의 상의가 투두둑하고 터져나갔다. 하지만 바넷사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날카로운 손톱으로 내 옷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어?! 야! 야! 진정해!” 내가 아무리 말려 봐도 소용이 없었다. 바넷사의 눈은 완전히 맛이 간 상태였다. 그야 내가 성자의 손길로 그렇게 어루만지다가 도중에 참게 됐으니 흥분이야 됐겠지. 나보다도 훨씬 더 고통스러웠을 거다. 미쳐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이해는 한다만, 그래도 이대로 흘러가버리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라고! 나도 고자라서 참고 있는 게 아니란 말이다! 물론 그런 설득은 지금의 바넷사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바넷사는 내 상의와 하의 앞부분을 전부 갈가리 찢어발긴 후에, 빳빳이 서있는 물건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허리를 들어 바로 자신의 음부에…넣지 못했다. 음부를 내 손가락이 틀어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음부를 지지하는 팔에 힘을 줘서 필사적으로 그 하반신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야! 진정해! 디아나를 배신할 거야?!” 아무리 설득해도 씨알도 안 먹히던 바넷사가, 디아나의 이름이 나오자 우뚝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그래. 디아나를 생각해. 만약 또 하게 되면 디아나가 얼마나 슬퍼하겠어. 내가 충분히 만족시켜 줄 테니까 진정해.”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성자의 손길을 써서 바넷사의 가슴과 음부를 만지는 손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이렇게 아무런 죄책감 없이 바넷사를 만지는 것도, 어디 “흐으응!” 바넷사는 몸을 움찔하고 떨었고, 그 틈에 나는 자리를 바꿔서 바넷사가 아래로 오게 만들었다. “자, 기분 좋지? 응? 어때? 응?” “흐으응! 좋…흐으읏! 응으으읏!” 바넷사는 눈이 풀린 상태로 입까지 헤벌리고, 평소 모습으로는 상상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흐트러진 채로 그렇게 외쳐댔다. “하앗! 하앗! 하앗! 하아아아아아앙!” 그리고는 다시 음부에서 애액을 내뿜으며 성대하게 절정에 달해버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스프므쯔 // 헉. 그런가요? 쓰다가 도중부터 헷갈렸나보네요. 바네사보다 바넷사가 발음상 더 맞는 것 같으니, 나중에 바네사로 쓴 부분은 전부 바넷사로 수정하겠습니다. 나도말야 // 나이입니다. 디아나의 전생마법은 신체 나이를 과거로 돌리는 마법이지 일부러 레벨을 낮추는 마법이 아닙니다. 레벨은 신체 나이가 과거로 돌아가면서 그 부작용 같은 느낌으로 낮아진 것에 불과하죠. 354==================== 거대 마석의 정체 “어때? 이제 조금 진정했냐?” “하앗, 하앗, 하앗….” 내가 살며시 바넷사의 몸에서 손을 떼고 물었지만, 바넷사는 아무 말 없이 멍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만 보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꽉 쥐고 있었던 건지, 한 쪽 가슴에는 선명하게 손바닥 무늬가 새겨져있었다. 그리고 아까 소리를 참느라 꽉 깨물고 있었던 탓에 아랫입술에는 선명한 붉은 피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섬뜩한 느낌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묘하게 색기있게 보이는 모습이었다.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동안 숨을 허덕이며 말이 없던 바넷사는 겨우 그 말만을 내뱉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나른하다는 동작으로 천천히 자신의 손을 들어서 눈앞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살짝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호흡을 가다듬고는 천천히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머리 위로 길게 나있던 뿔이 사라지고, 눈동자도 다시 원래 인간의 눈동자로 돌아오고, 온몸에 돋아났던 비늘도 사라지면서 날카롭던 손톱도 들어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꼬리도 점차 줄어들더니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다른 수인족들이 이렇게 모습이 변하는 건 본 기억이 없는데 말이야. 레이아도 계속 귀와 꼬리는 달고 있는 상태고. 용인족이라는 종족이 특이한 걸까? 바넷사는 그렇게 완전히 변신을 마친 후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렇게 몸을 일으킨 바넷사의 얼굴은 완전히 평소처럼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다시 한 번.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됐어. 어차피 그대로 했으면 혼나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는데 뭘.” 나는 괜히 무안해져서 그렇게 말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충 해결된 것 같으니 당장 사라한테…아, 옷이 찢겨져 있잖아. 인벤토리에서 옷을 갈아입으려고 걸치고 있던 걸레 쪼가리를 벗어던지자, 온몸이 쓰라리다는 걸 눈치 챘다. 바넷사의 손톱에 여기저기 베인 자국이었다. 이대로 사라의 방에 가면 십중팔구 무슨 일이 있었냐고 추궁당할 거다. 딱히 찔릴만한 일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굳이 알려서 좋을 것도 없는 일이지. 나는 하는 수 없이 상처가 자연치유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어차피 나는 자연치유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상처, 죄송합니다.” “아냐. 어차피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신경 쓰지 마.” 바넷사도 그제야 내 상처가 눈에 들어왔는지, 허리를 90도로 숙여서 사과해왔다. 얘도 옷이 터져 나가있는 덕분에, 큼지막한 가슴이 아래로 출렁하고 흔들리는 게 보였다. 젠장. 그런 거 보여주지 마라. 넌 해소됐을지 몰라도 난 아직 참고 있는 중이라고. “너 남는 옷 없냐?” “없습니다.” 깔끔하게 대답하지 마라. 안 창피하냐? “그러고 방을 나갈 수도 없잖아? 어쩌려고?” “…그건….” “하아…. 전에 네가 줬던 그 더운 지방에서 입는다는 네 메이드복. 그거 지금 나한테 있는데 그거라도 입을래?” “…부탁드립니다.” 바넷사는 살짝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인벤토리에서 메이드복을 꺼내주자, 바넷사가 잠깐 그걸 손으로 듣고 빤히 바라봤다. 사람이 호의로 건네줬는데 그런 표정 짓지 마라. 아니. 무표정이지만 말이야. 왠지 모르게 느껴진다고. ‘이걸 입히고 그 짓을 한 건가….’라고 생각하는 게 말이야. 하지만 이내 바넷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그리고는 물의 마법을 사용해서 자신의 몸을 깨끗이 씻어내더니, 내 몸도 씻어줬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에 쥔 옷을 입어갔다. 원래 바넷사의 옷이기 때문에, 사이즈는 전혀 문제될 게 없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바넷사가 이 옷을 입는 걸 보게 될 줄이야. 사라가 입었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역시 노출이 엄청나네. 저걸 아무렇지도 않게 입고 돌아다니는 지방이란 곳이 어딘지,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아, 참. 그리고 그거 나중에 다시 돌려줘야 한다. 네가 준다고 했던 거니까, 줬다가 다시 빼앗지는 않을 거지?” “………네.” 침묵이 길다 이것아. 바넷사는 옷을 다 갈아입었지만, 그래도 나갈 생각을 안 하고 있었다. 젠장. 입었으면 얼른 나가라. 그런 차림으로 눈앞에 있으니까 괜히 더 흥분되잖아.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이러다가 진짜 성자돼버리겠다. 내 직업 성자 말고 원래 뜻으로 쓰이는 그 성자 말이야. 공자, 석가모니, 소크라테스, 예수, 구원. 음. 위화감이 없군. “한 가지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내 나가라는 시선을 눈치 채지 못한 건지, 아니면 그냥 무시하는 건지 바넷사는 나가지 않은 채로 그렇게 물어왔다. “이미 하나 했네.” “…어떻게 참으실 수 있으셨던 겁니까?” 바넷사는 내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는,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서 그렇게 질문했다. 무시할 거면 처음부터 물어보질 말라고. 그 시선은 끝에는 아직도 빳빳한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내 물건이 존재하고 있었다. “어떻게냐니. 그야….” 사랑의 힘으로 참은 거지 어떻게 참긴 어떻게 참아. 라고 대답해야 하겠지만, 나는 망설이고 말했다. 맨 정신으로 저걸 어떻게 말해. 그것도 우리 애들한테 하는 것도 아니고, 제삼자한테. “역시…제 본모습을 보고 할 마음이 사라지신 겁니까?” “으, 응?” 내가 대답을 주저하고 있자, 바넷사가 예상치도 못했던 말을 해왔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확실히 평범한 인간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는 생김새였지만, 그렇다고 예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애초에 이 세계는 온갖 종족이 뒤섞여있는 세계다. 물론 인간형 종족이 제일 많기는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거다. 그 예로 저번에 구조해줬던 견인족 마법사도 완전히 이족 보행하는 강아지였잖아. 즉, 여기는 미의 기준이 굳이 인간의 기준에 한정되는 세계가 아니라는 거다. 물론 나는 인간만 있는 세계에서 넘어온 거지만, 애초에 얘가 그걸 알고 물어봤을 리도 없다. 참고로 난 온갖 게임에서 얘보다 더 심한 이종족도 많이 경험해봤기 때문에 아무 문제없었다. 내가 살던 세계의 가상현실 게임, 감각은 제한되어있을지 몰라도 보이는 건 완전히 진짜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내가 처음에 이 세계에 왔을 때 게임이랑 구분을 못했지. 게다가 애초에 바넷사는 인간 기준으로 놓고 봐도 예쁜 생김새였다. 비늘이나 뿔, 꼬리 같은 게 돋아난다고 해도, 그게 독특한 매력을 줬으면 줬지 마이너스 요소가 될 일은 없었다. 얘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기가 예쁘다는 건 잘 알고 있을 텐데? 아니. 이거 혹시 예쁘단 소릴 듣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건가? “지금 그거. ‘이렇게 예쁜 날 줘도 못 먹는 병신이 있을 수 있다니. 놀랍다.’라는 뜻으로 말한 거 아니지?” “네, 넷?” “말해두지만 말이야. 내가 병신이라 줘도 못 먹은 게 아니야. 사랑의 힘으로 참은 거라고. 내가 사라나 디아나, 레이아만 없었으면….” “아, 그, 크흠. 그렇습니까. 사랑의 힘입니까.” “굳이 다시 말 안 해도 되거든!” 이거 역시 성격 삐뚤어졌다니까! 전부터 느꼈는데 말이야, 이 녀석 무표정인 주제에 은근슬쩍 남의 아픈 데를 쿡쿡 찔러온단 말이지. “알았으면 괜히 야한 차림으로 흥분시키지 말고 좀 나가라!” “……구원님은 어쩌실 작정입니까?” “상처 나으면 알아서 갈 거다.” “그렇습니까. 그럼 나가서 포션이라도 가져오겠습니다.” “됐어. 고작 이정도 상처에 포션은 무슨. 신경 꺼.”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개라도 내쫓듯 손을 훠이훠이하고 내저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늘은 정말로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오냐. 앞으로 잘 해라.” 바넷사는 그렇게 인사하고는 바닥에 떨어진 나와 자신의 옷의 잔해들을 주워 모아서 끌어안고는 밖으로 나갔다. 옷가지를 주울 때 훤히 드러난 가슴골과 나갈 때 보인 섹시한 뒤태에 눈을 떼지 못한 채 있던 나는, 바넷사가 나가고 난 이후로 슬픔을 듬뿍 담아서 내 아들을 바라봤다. 내 아들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내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면서, 구슬프게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못난 아빠가 미안해…. 조금만 참아. 우리 아들 꼭 호강시켜줄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아들을 위로하듯 손으로 쓰다듬었다. 참고로 말하지만 딸 친 거 아니다. 이렇게까지 참았는데 이걸 손으로 풀기에는 아들한테 너무 미안하니까. 이건 이따가 사라한테 가서 뽑을 거다. “사라야!” 한참 후에 상처가 다 나은 걸 확인한 나는, 얼른 옷을 입고 사라의 방으로 달려갔다. “흐엣?! 엣?! 뭐야?! 뭐야?!” 아무래도 사라는 자기 위로를 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여전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로 누워있던 사라는, 내가 갑자기 방문을 열고 들이닥치자 깜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뭐긴 뭐야! 네 사랑하는 낭군님이지!” 나는 문을 닫고는 황급히 옷가지를 전부 벗어던졌다. 그리고는 곧바로 사라의 침대로 다이빙해서, 사라의 몸을 어루만졌다. “잠, 엣?! 흐앙! 엣?!” 자다가 깬 사라는 상황파악이 안 된다는 듯 그렇게 외쳤지만, 머리와는 별개로 몸은 제대로 내 손놀림에 반응해주고 있었다. 나는 일단 사라의 음부에 손을 가져다댔다. 겉보기에는 그냥 말라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자로 닫힌 음부를 손가락 두 개를 이용해 활짝 벌리자 찔꺽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 안에 고여 있던 액체들이 흘러나왔다. 역시 자위하다가 그냥 잠들어버린 게 맞는 모양이다. “읏! 구원이…흐응! 여긴 왜…?!” “왜? 내가 여기 와서 싫어?” “그…흐윽…그게 아니라…아응…잠깐…흐읏!” “우리 사랑하는 사라 얼굴 보려고 왔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일단 사라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사실 아까부터 키스도 참고 있었단 말이지. 피가 흐르는 바넷사의 아랫입술이 얼마나 요염해보이던지. 무의식적으로 혀를 내밀어 핥아줄 뻔한 순간마저 있었다. 정말로 사랑의 힘이 아니면 큰일 날 뻔 했어. “으응…쭙. 하음…으응….” 사라도 나와 입술이 맞닿자, 궁금증을 풀기보다는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고 생각이 변한 모양이다. 입술을 비집고 들어오는 내 혀를 기쁜 듯이 맞이해줘서는 같이 혀를 얽혀오기 시작했다. 그런 사라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에, 나는 사라의 다리 사이로 몸을 비집고 들어갔다. 그리고 이미 날 맞이할 준비를 끝난 곳에 물건을 맞대고 허리를 앞으로 쑤셔넣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아들이 폭발했다. “흐으응! 읏! 응? 뭐, 뭐야?” 삽입된 순간에 몸을 움찔 떨었던 사라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야 그렇겠지. 내가 넣자마자 싼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으니까. “미, 미안. 드디어 사라 안에 넣는다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참아왔던 쾌감을 폭발시키고 한차례 여운이 지나가자, 나도 왠지 모르게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가. 이런 기분이었던 건가. 그래서 길드 앞에 모였던 그 놈들이 그렇게 필사적이었던 거구나. “…풉.” 잠깐 무슨 말인지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던 사라는, 내 얼굴을 보고 갑자기 웃음을 빵 터뜨렸다. “후훗. 그렇게 내가 그리웠어?” “당연하지. 내가 널 얼마나 안고 싶었는지, 넌 절대로 모를 거야.” “그, 그 정도야?” 내가 엄청나게 진지한 얼굴로 말하자, 놀리는 듯이 말했던 사라는 그 기백에 눌려서 말을 더듬었다. “그래. 그러니까 일단 다시 움직인다.” “응? 으으으응?!” 그렇게 참아왔던 거다. 티를 많이 안내서 그렇지, 진짜로 미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고작 한 번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바넷사 대용으로 그 성욕을 푼다든가, 그런 게 아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라랑 할 생각으로 참았던 거니까. 사라를 위해 참아왔던 성욕을 사라로 푸는 것뿐이다. “사라야. 진짜 사랑해.” “응! 흐응! 으응!” 사라는 신음소리인지 대답인지 모를 소리를 흘리면서, 내 입술에 필사적으로 입을 맞췄다. 하아. 역시 우리 애들이 최고야. 그 사실을 새삼 실감하면서, 나는 사라의 허리를 붙잡고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사라도 도중부터 내가 왜 자신에게 온 건지 묻는 걸 완전히 까먹은 듯, 결국 우리는 정말로 잠도 안자고 밤새 뒤엉켰다. 어차피 내일은 던전에 가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는 괜찮잖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다들 눈치 채셨겠지만, 원래 쓰려고 했던 사라씬은 이런 내용이 아니었습니다. 하룻밤 내용이 너무 길어지니 힘들어서요. 그냥 그 내용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쓰든가 할게요. 355==================== 거대 마석의 정체 “우으으으…난 바보야….” 날이 밝아서 어느 정도 행위도 진정된 후, 내 위에 엎드려서 가슴에 뺨을 대고 축 늘어져있던 사라가 절망스런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바보. 아야. 아파. 사라야.” “이씨. 진짜. 대체 얼마나 튼튼한 거야.” 엄살 피우는 날 보고, 사라가 밉다는 듯이 곱게 눈을 흘겼다. 자기가 스스로 바보라고 하니까 긍정해준 것뿐인데. 공격을 하고 심지어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노려보기까지 하다니. 억울하다. “그래서. 잘 해놓고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우읏…전에 말했잖아. 반성하는 의미에서 디아나가 할 때까지는 정말로 안 한다고.” 과연 그런 의미였나. 나는 사라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었지만, 일부러 한 번 장난을 쳐봤다. “걱정 마. 디아나랑 하고 왔어.”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란 거 알잖아?! 구원도 어쩌려고 이랬어? 심지어 아침까지 해버리고…디아나한테 뭐라고 하면….” 그러자 역시나 사라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지, 한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는 좌절하는 모습으로 외쳤다. “그걸 아는 애가 유혹에 넘어가서 밤새 같이 뒹굴었어?” “구원이 유혹했잖아! 구원이!” 사라는 그렇게 외치고는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려댔다.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는 나머지 상당히 멘탈이 나간 모양이다. 평소엔 대마법사님 상대로도 아무렇지 않게 대항하는 주제에, 역시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약해지는구나. “진정해. 농담이야.” “지금 그런 농담이 나와?!” “아니. 그게 아니라. 디아나한테 허락받고 온 거야.” “하? 엣?” “하엣은 또 뭐야? 갑자기 왜 귀여운 척을 하는…아따가!” “헛소리하지 말고 제대로 설명해!” 이, 이 녀석…손바닥에 마나를 실었어. 방금 전까지는 그래도 그냥 때렸으면서. 귀여운 척이라고 한 게 그렇게 기분 나빴던 거냐. 실은 귀엽다고 해줬으면 좋겠어? “넵.” 물론 이 이상 장난치면 정말로 화낼 것 같아서 시험해보지는 않았다. 나는 순순히 어젯밤에 디아나가 했던 말들을 사라에게 전해줬다. “그래…디아나가….” 사라는 여러 감정이 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사라도 우리 디아나한테 감사하도록. 덤으로 나한테도.” “물론 디아나한테는 감사하지만…구원은 또 뭘 얹혀가려고 하는 거야.” “얹혀가다니. 설령 디아나가 사라한테 가주라고 했어도, 내가 거절했으면 끝났을 일이잖아. 게다가 나도 방해받은 건 마찬가지였다고. 각자 돌아가면서 하는 만큼, 매일 그 시간만큼은 한 명한테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 “나랑 디아나 동시에 안아서 기분 좋았던 주제에….” “음!” 사라는 솔직하지 못한 태도로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내가 과장되게 엄한 표정을 짓자 바로 기죽은 표정이 됐다. “미, 미안해…. 정말로 반성하고 있어. 고마워.” “사랑해는?” “사, 사랑해….” 모처럼 솔직한 사라도 무척이나 귀여웠다. 좋아.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뭔가 더 듣고 싶은 말이라도 들어볼까. 뭘 시켜보는 게 좋을까. 막상 시켜보려고 하니 떠오르는 말이 없네. 일단 사라가 부끄러워 죽을 말이라도 시켜볼까. “아직 부족해. ‘역시 나한텐 구원밖에 없어. 구원을 만난 건 내게 있어서 인생 최고의 행운이야.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사랑해.’라고 해봐.” “이 바보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사라는 내 가슴을 찰싹하고 때렸다. 이번엔 손바닥에 마나를 담지 않아서. “그런 거…굳이 말로 안 해도 원래부터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 좀 알란 말이야. 바보.” 그리고는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듯 고개를 푹 숙여 내 가슴에 이마를 대고는, 조그맣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큭. 뭐야. 이 귀여운 생명체는. “크, 크흠. 직접 말한 건 아니지만, 그 정도로 인정해주지.” “푸훗. 자기가 시켜놓고 고동소리 빨라진 거 봐.” “시끄러! 사라가 갑자기 아들을 조이니까 그런 거잖아!” “아, 안조였어! 이 분위기에서 그런 말이 나와?! 이 변태가 진짜! 흐응! 움직이지 마!” 말로는 그러면서도 제대로 움직이기 쉽게 자세를 잡아주는 사라였다. 역시 어울리지 않게 달달한 분위기가 될 말을 하는 게 아니었어. 하마터면 기습당해서 모처럼 잡은 주도권을 일을 뻔했네. 결국 한 번 더 하고 나서야 우리는 식당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디아나. 저기….” “됐네. 사라양도 반성한 것 같으니 아무 말 말게.” 식당에 내려가자마자, 사라는 제일 먼저 디아나에게 감사인사부터 하려고 했다. 우리 어른스런 디아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받아넘겼지만 말이다. 역시 사라와의 관계에서 주도권운운은 그냥 했던 말인 모양이다. 착해빠져서는. “자네는 왜 오자마자 이 몸의 머리를 쓰다듬는 겐가?” “귀여워서?” “왜 의문형인가. 제대로 귀엽다고 하게.” “디아나 귀여워.” “음.” 그제야 디아나는 만족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로 만족하는 거냐. 게다가 자기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도 치울 생각을 안 하고. 아니. 오히려 날 자기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히더니, 내 무릎 위에 털썩 앉아버렸다. 사라도 그런 디아나의 태도에 감사인사를 할 분위기가 깨졌다고 생각했는지, 그냥 고개만 숙여서 감사인사를 대신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그럼 오늘은 뭘 할까.”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의자에 푹 몸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사라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어젯밤에 다 못 잔 잠을 잔다고 방으로 가버렸고, 레이아도 신전에 볼 일이 있다면서 가버렸다. 고아원에 가는 거라면 나도 같이 갈까 했지만, 저번 일 이후로 왠지 신전에 가는 게 꺼려진단 말이지. 소피아 대사제는 어떻게 설득할 수 있었지만, 성자와 성녀의 결혼이라는 걸 생각해내는 게 꼭 소피아 대사제 하나뿐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었다. 게다가 어제 길드 앞에서 있었던 사건도, 신전 측에 어떻게 전해졌을지 알 수 없는 노릇이고. 신전에 안 간다고 다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는 하지만, 적어도 가는 것보단 안 가는 게 사건 발생 확률이 낮은 건 확실했다. 레이아도 그런 내 마음을 이해해줬는지,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해줬다. 디아나는 여전히 내 무릎 위에서 우아하게 식후 티타임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무튼 나는 지금 할 일이 없다는 거다. 저기 구석에 있는 실비아라도 가지고 놀까? 오늘은 아직 한 번도 장난을 안 쳐서 그런지, 왠지 날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쓸쓸하게 느껴지는데. 그냥 내가 실비아로 놀고 싶어서 그렇게 느끼는 건가? “실비아. 이리 온.” “아, 아우우….” 실비아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발을 질질 끌면서도,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실비아. 내 뒤에 찰싹 달라붙어봐.” “네, 네헷. 히우우….” 디아나가 무릎 위에 있기 때문에 끌어안을 수는 없다. 그래서 오늘은 조금 취향을 바꿔, 뒤에서 실비아가 날 끌어안도록 시켜봤다. 실비아는 의자 너머로 내 등에 찰싹 달라붙더니, 바로 진동을 시작했다. 내 어깨에 올린 그 얼굴을 엿보니, 두 눈을 꼭 감고 필사적으로 뭔가를 참는 느낌이었다. 조금 더 놀려볼까. 나는 고개를 돌려서 그 부드러운 뺨에 살짝 입술을 맞춰봤다. “헷? 엣? 아우…아아아아….” 그러자 실비아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축 늘어졌다. 그러면서도 진동은 멈추지 않다니.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자네. 떨지 말게.” 그리고 그 진동이 내 무릎 위에서 우아하게 차를 마시던 디아나에게는 방해됐던 모양이다. 쳇. 어쩔 수 없나. “실비아. 떨어져도 돼.” “하우읏! 네헤에에….” 실비아는 날 끌어안고 있던 팔에 힘을 풀더니 그대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렸다. 그리고는 다리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채 필사적인 느낌으로 엉금엉금 구석을 향해 기어갔다. 그 정도냐. 배경만 어디 전쟁터 같은 데로 바꿔놓으면 살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는 여기사님으로 보일 정도였다. 실비아도 가지고 놀지 못하게 됐으니, 이제 뭘 하지. 디아나의 의자 역할이 끝나면 그냥 나도 사라처럼 낮잠이나 자러 갈까? 힐링 섹스로 인해 몸이 피로하지는 않지만, 역시 잠을 잔 것과 안 잔 것은 정신적인 측면에서 느낌이 달랐다. 특히 어젯밤은 여러 가지 일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나는 식당 한 구석에 조용히 서있는 바넷사를 힐끔 쳐다봤다. 완벽한 무표정. 어젯밤에 있었던 일이 거짓말 같은 무표정이다. 그러고 보니 메이드 복 돌려받아야 되는데. “저, 저기!” 그때 마틸다가 날 불렀다. 그러고 보니 얘도 레이아를 따라가지 않았네. 드디어 자기가 밖에 나가면 민폐라는 자각이 생긴 건가? “응?” “그, 그게…. 그러니까…할 일이 없으면….” 자기가 부른 주제에 상당히 말하기 곤혹스럽다는 듯, 마틸다는 말하기를 주저했다. 뭐, 저기까지 말한 시점에서 나도 마틸다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 챘지만 말이다. 그런 건 적어도 우리 애들 없는 데서 부탁해주면 안 될까. 신경 좀 써라. 좋았어. 앞으로 저런 말을 못하게, 조금 놀려줄까. “큰 소리로 ‘저와 섹스해주세요!’ 라고 외치면 생각해줄 수도 있어.” “파, 파, 파, 파렴치한…! 당신은 부끄럽지도 않나요?!” “내가 왜? 이제부터 부끄러워질 건 너지. 자, 저택이 떠나가라 큰 소리로….” “자네는 바보인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무릎 위에 앉아있던 디아나가 먼저 반응해서는 토닥토닥 때려댔다. 앞으로 너희 앞에서 저런 말 못하게 훈계시키려고 한 건데. 억울하다. “디아나, 아파.” “거짓말 말게!” 디아나가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리더니, 때린 자기가 아프다는 듯 두 주먹을 호호 불어댔다. “아무튼 마틸다양, 이 자는 오늘….” “우, 으, 으으…저, 저와 섹스해주세요! 으윽. 파렴치한…왜, 왜 제가 이런 말을….” 하란다고 그걸 진짜 하냐. “…이 자는 오늘 볼 일이 있네.” 하지만 그런 마틸다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디아나는 질렸다는 어조로 냉정하게 말했다. “어? 나 할 일 있었어?” “음. 대장간에 가야하지 않겠나. 앞으로 4계층에 가려면 방수코팅은 필수일세.” 아, 그러고 보니 그런 말도 했었지. 게다가 대장간은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볼 일이 있었다. 그 녀석들…. 잘도 떠벌리고 다녀줬겠다. 감히 내 은혜를 원수로 갚아? 두고 보자. 어떻게 해주는 게 좋을까. 아예 고자로 만들어버릴까? 굳이 고아원의 그 녀석처럼 알을 으깨버리지 않더라도, 고자로 만들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그냥 계속 싸게 만들어버리면 된다. 죽기 직전까지 말이다. 그럼 한동안은 서지 않게 되겠지. 그리고 그걸 던전에 다녀와서 대장간에 갈 때마다 해주면…평생 고자화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거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같은 남자로서 그건 너무 잔인한가. 내 여자한테 손을 댔다는 중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말이야. 그렇다면…그래. 그럼 소원대로 한나와 더 잘 할 수 있게 만들어줄까? 약하게 성자 스킬을 걸어놔서, 계속 발정상태로 만들어버리는 거야. 옆에 제대로 파트너도 있겠다, 아주 그냥 하루 종일 계속 하게 만들어버리는 거야. 이거 괜찮은데. “자네. 무슨 생각을 하는 겐가. 얼굴이 음흉하네.” “아니. 아무것도 아냐. 준비됐어? 준비됐으면 얼른 대장간에 가자.” 나는 당장이라도 대장간에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 됐다. “자, 잠깐만요! 그럼 저는…?!” “응? 그야 너는 집 보기지. 밖에 나갈 생각이었어?” “그, 그게 아니라…! 제대로 외쳤잖아요?!” “아, 그거. 미안. 오늘은 안 되겠네. 다음에.” “어, 어, 어쩜 이리…! 그럼 전 뭘 위해…?!” 마틸다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부들부들 떨었다. 미안. 설마 진짜로 할 줄은 몰랐단 말이야. 어째 조금 미안하네. 나중에 기회 봐서 최대한 빨리 한 번 해줘야겠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일단은 대장간에 갈 걸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나였다. “디아나도 같이 갈 거지?” “음. 물론일세.” 뭐가 물론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디아나도 대장간에 같이 가줄 모양이다. “그럼 실비아도…바넷사. 쟤 좀 방에 눕혀 놔줄래?” 실비아는 구석에 도착하기도 전에 힘이 다했는지, 행복한 얼굴로 바닥에 엎어져있었다. “…네.” 그렇게 해서 디아나와 단 둘이 대장간에 가게 됐다. 디아나가 어젯밤에 착한 일을 한만큼, 복이라도 받는 걸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56==================== 거대 마석의 정체 “그럼 자네. 우선 이걸 입게.” 티타임이 끝나고 대장간으로 향하기 전에, 디아나가 뭔가를 꺼내 들어서 내게 건넸다. “이건…로브?” “음. 길드에서의 사건을 생각해보게. 이제 자네도 밖에 나가면 대부분의 사람이 알아볼 유명인이 된 것 아니겠나. 얼굴을 드러내고 다니면 피곤할 테니, 바넷사를 시켜서 한 벌 구해오도록 했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엣헴하고 가슴을 폈다. 확실히.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네. 과연 디아나야.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로브를 받아들기로 했다. “근데 너 묘하게 기뻐 보인다?” “으, 음? 그런가? 흠. 자네와 단 둘이 나가게 되니 그런 것 아니겠나.” 디아나는 이건 또 기특한 대답을 해줬지만, 반응을 보니 그것만이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나도 자기랑 같은 처지가 돼서 기뻐하는 건 아니겠지? 자기도 평소에 밖에 다닐 때는 항상 로브를 뒤집어쓰고 다니니까. 아무튼 나는 받아든 로브를 바로 두르고 후드까지 푹 눌러썼다. 그렇게 입고 나서야 나는 왜 디아나가 묘하게 들떠보였는지 깨달았다. “이거….” “알겠는가?” 내가 그렇게 중얼거린 것 만으로도, 디아나는 얼굴이 파앗하고 밝아지면서 달라붙어왔다. 아무래도 아까는 내가 먼저 알아봐주길 원해서 시치미를 뗐던 것에 불과한 모양이다. 어떻게 모르겠냐. 지금 네가 입고 있는 거랑 완전히 똑같은데. 디아나의 로브는 처음 만났을 때 내가 사준 아무 기능도 없던 로브를 강화하고 강화해서 문양이나 장식 같은 게 나름 화려한 로브였다. 그런데 그것과 똑같이 생긴 걸 하루 만에 대체 어디서 구해온 거지. 물론 겉보기만 그럴 뿐 장비로서는 아무 효과도 없는 평범한 로브였지만 말이다. 자세히 비교해보면 색만 같을 뿐 확실히 질감 같은 건 다르게 느껴졌다. “이런 걸 하루 만에 잘도 구했네.” “음. 바넷사는 바느질도 잘 하니 말일세.” 우리 슈퍼집사님은 이런 것도 할 줄 알았어? 그럼 뭐야? 설마 어제 나랑 그런 일 있기 직전까지 내 로브를 만들고 있었던 거야? 나는 깜짝 놀라서 바넷사를 쳐다봤다. 음. 여전히 훌륭한 무표정이로군. 전혀 감정을 읽을 수 없다. “뭐, 아무튼. 그럼 갈까.” “음!” 나는 디아나와 커플룩 차림으로 밖으로 나갔다. 대장간은 상점가에서도 꽤나 안쪽에 위치한 만큼, 사람 왕래가 많은 곳을 걷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얘기가 들려왔다. 어차피 얘기라고 해봤자 다들 별 시답잖은 얘기에 불과했지만, 유독 내 귀를 간질이는 얘기들이 있었다. “자네 인기인 다 됐구먼.” 디아나의 귀에도 그 얘기가 들렸던 건지, 디아나가 태평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바로 지금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얘기. 성자님께서 저주받은 추기경을 치료하시어 세상의 온갖 고자들을 구원해주는 중이시고, 고자들을 모두 구제하시면 이제는 여자를 제대로 만족시킬 수 없는 남자들을 구원해주실 거라는 얘기 말이다. “이렇게까지 화제가 될 줄이야. 마틸다양의 치료가 끝나면 정말로 교단 측에서 자네에게 부탁해올지도 모르겠구먼.” “…마틸다 걔, 그냥 저주 풀어주지 말까?” “자네 말일세….” “알아. 농담이야. 농담.” 하지만 아무리 나라고 해도, 마을 전체가 그런 소문으로 들썩이고 있으니까 조금은 부담됐다. 어쩌지. 구제해줄 생각 눈곱만큼도 없는데. 애초에 해줄 방법도 없고. 그래. 일단 얼른 대장간에 가서 소문 낸 연놈들부터 족치자. 나는 발걸음을 더욱 재촉했다. “어서오세…히이익!” 대장간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여느 때처럼 인사를 해오는 꼬맹이에게 무서운 기세로 돌진했다. 그러자 녀석은 겁을 먹고 뒤로 엉덩방아를 찍으면서 넘어졌다. “어서오라길래 어서 가줬더니 뭐냐 그 반응은! 여기 접객이 형편없군!” “그, 그 목소리는…구워…으읍!” 이 새끼가 지금 내가 누구 때문에 얼굴 안보이게 로브까지 걸치고 다니는데. 다 들리게 이름을 외치려고 그래? “한나는 어디 있어? 걔도 데리고 같이 사람 없는 데로 안내해.” 내가 조용히 그렇게 협박하자, 꼬맹이는 눈물을 글썽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녀석이 우릴 데려간 곳은 바로 공방이었다. 타이밍 좋게도 한나는 막 일이 끝났다는 듯, 커다란 망치를 내려놓고는 공구가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두꺼운 앞치마를 벗는 중이었다. “요한?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갑자기 왜 마을 전체에 내가 여자하나 제대로 만족 못시키는 사내새끼들을 구해줄 수 있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그 이유부터 들어보실까.” “아차….” 내가 로브를 벗으면서 말하자, 한나는 미안하단 얼굴로 날 쳐다봤다. 이제 와서 그런 얼굴 해봤자 늦었다. “우선 사과부터 할 게. 그러니 자세한 얘기는 요한 멱살부터 놓고 들어주지 않겠어?” “도망가면 바로 고자로 만들어버린다.” 조용히 그렇게만 협박하고, 나는 일단 요한의 멱살을 놔줬다. “자, 그럼 설명해보시지. 어떻게 된 건지.” “…처음에는 요한의 변화를 보고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어.” “앙? 너 뭐 변했냐?” “눈치 못 챘단 말이야?!” 나는 요한을 보고 물었는데, 한나가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듯이 격양해서 소리쳤다. “뭘?” “이렇게 귀여워졌잖아?! 이 변화가 안 보인단 말이야?” “몰라 그런 거. 사내새끼 얼굴 따위 내가 알게 뭐야. 나보다 잘 생겨지고 말해.” “우읏….” 요한은 내 말에 데미지를 상당히 입은 듯, 한나의 품에 안겨서 거의 울먹였다. 너 이 새끼 그래봤자 생긴 것만 꼬맹이잖아. 나이는 먹을 대로 먹은 놈이 어리광부리지 마라. “아무튼 그놈이 내 발톱의 때만큼도 안 되겠지만 잘생겨졌다고 치자. 그게 뭐?” “…다들 요한이 갑자기 어떻게 레벨이 올라갔는지 궁금해 해서, 그냥 사실대로 알려준 것뿐이야. 설마 그렇게 소동이 될 줄은…그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 내가 요한을 무시하자 욱하면서도, 한나는 잘못한 건 아는지 사과를 해왔다. “이보세요. 미안하단 말로 다 끝나면 이 세상에 경찰…경비병은 필요 없어! 어떻게…!” “자, 자, 자네도 조금 진정하게. 어차피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때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던 디아나가 날 다독였다. “우선은 여기 온 목적부터 해결하는 게 어떻겠나?” “목적?” “이번에 4계층에 가게 돼서 장비 전체에 방수 코팅이 필요해. 너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물론이지. 그런가. 그럼 사과의 의미로 전부 무료로 해주지.” 이번에는 자신의 대장장이 실력을 무시당해서 울컥하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한나는 자신을 억누르는데 성공하고는 그렇게 말했다. “이왕이면 최대한 빨리 해줬으면 좋겠네만. 내일까지 가능하겠는가?” 디아나는 마치 용무가 있다는 듯이, 한나에게 그런 부탁을 했다. 여느 때처럼 앞으로 며칠간은 던전에 가지 않을 생각인데 말이야. 이번에는 던전에서 상당히 오랫동안 있기도 했으니까. 무슨 일로 저러는 거지? 나중에 물어봐야겠다. “너희 파티원 전원의 장비를 코팅하면 되는 거지? 그렇군. 지금부터 전념하면 내일 점심까지는 가능할 거야. 최우선으로 처리해주지.” “그런가. 부탁하겠네. 구원. 어서 장비를 건네주게나.” “어, 어. 응.” 나는 얼떨결에 장비를 건네줬고, 한나는 그것들을 받아서 바로 작업에 착수하려는 듯 다시 자리에 앉았다. 뭔가 갑자기 디아나가 끼어들어서 순식간에 얘기가 끝나버렸는데. 내 복수는? 이 갈 곳 없는 분노는 어디에 풀면 좋은 거야? 뭐, 솔직히 그렇게 화난 것도 아니기는 하지만, 이런 건 한 번 확실히 징벌해두지 않으면 계속 기어오른다고. 나는 그런 의미를 담아서 디아나를 바라봤지만, 디아나는 이제 그만 하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네가 그렇게 착해빠졌으니까 마법사 협회 애들도 그렇게 너한테 맘껏 달라붙어서 귀찮게 구는 거 아냐. 아니, 뭐 그게 디아나의 좋은 점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역시 난 그렇게 좋은 놈은 못 될 것 같다. 적어도 협박이라도 해야겠어. “야. 꼬맹이.” “이봐. 뭐라 그러는 건 좋지만, 그럴거면 우리 요한한테 그러지 말고 나한테….” “시끄러워. 다 큰 남자를 그렇게 감싸고만 돌려고 하지 마. 얘도 남자라고. 자기 행동에 책임을 져야지. 넌 무료로 장비를 다뤄주는 걸로 죗값을 치른다지만, 얘는 아니잖아? 네가 항상 그렇게 싸고도니까 얘가 평소에 기도 못쓰고 밤에도 그렇게 힘을 못 썼던 거 아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요한을 감싸려는 한나의 어깨를 양손으로 붙잡아 다시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는 그 몸을 빙글 돌려서 작업대를 바라보게 하고는, 조금 힘을 줘서 어깨를 탁탁 두들겨줬다. “알았으면 넌 작업이나 하라고. 우린 남자 대 남자로서 할 얘기가 있으니까.” 아마 밤에 힘을 못 썼던 게 그 탓이라는 말이 효과적으로 먹힌 거겠지. 한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작업을 개시했다. “그럼 디아나 너도 잠깐만 기다려.” 괜히 더러운 협박을 우리 디아나의 예쁜 귀에 들려줄 필요도 없다. 나는 요한을 붙잡고 구석으로 끌고 가서 협박할 준비를 했다. 이런 건 분위기가 중요하다. 밑의 놈을 갈구기 위해 최적화된 태도. 그래 나는 지금부터 군인이다. 후임을 갈구는 병장이 되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자 자연히 양손이 주머니로 들어가고, 다리는 짝다리를 짚게 됐다. 그리고는 최대한 아니꼽다는 표정을 짓고, 나는 입을 열었다. “이 새끼가 감히 은혜를 원수로 갚아? 뭐, 내가 도와줬다는 걸 알려주면, 나보고 다른 놈들 집집마다 다 돌아다니면서 떡치는 거 봐주고 강의까지 해주라고? 너한테 해주는 것도 좆같았는데?”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군생활이 끝…죄송하면 다야? 앙? 너 미쳤냐? 생각이라는 게 하냐? 정상적인 판단을 해봤을 때, 은혜를 베풀어준 내 정체를 밝히는 게 옳은 판단이라는 생각이 들어?” “우읏…어, 어떻게 사죄를 하면….” “그것도 내가 생각해줘야 돼? 난 생각하기 싫으니까, 네가 어떻게 할지 생각해보라고?” “아, 아뇨…그런 게….” “그래. 오냐. 내가 생각해줄게. 어떻게 벌주는 게 좋을까. 그래. 그럼 도와준 걸 다시없던 걸로 만들어줄까. 요즘 한나랑 잠자리가 잘 되가는 모양인데, 고자로 만들어줘?” “제, 제발 그것만은…!” 녀석은 안색이 새파래져서는 내게 매달렸다. 사내새끼가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뭐 맘에 안 들어? 내가 도와주기 전에도 고자는 아니었다고? 그럼 한나를 못 느끼게 만들면 된다 이건가? 좋아. 당장 한나한테 내가 한 번 따먹어주지. 그럼 한나의 레벨이 올라서 다시 너한테 못 느끼게 될 걸? 뭐, 어떻게 레벨을 다시 맞추더라도 내가 주는 쾌감을 경험한 이상 더 이상 너 같은 놈한테는 못 느끼게 될지도 모르지만…야. 잠깐. 너 왜 커지고 있냐.” “우읏…우으으…. 제, 제발…제발 그것만은….” 녀석은 무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바지를 뚫을 듯 물건을 팽창시키고 있었다. “이 새끼 너 설마…!” “자네. 무슨 소리를 했는지 모르겠네만 그쯤하게.” 요한의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디아나가 내게 다가왔다. “그쯤하면 그 자도 충분히 알아듣지 않았겠는가. 안 그런가?” 디아나의 상냥한 목소리에, 요한은 눈물을 훔치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게. 이쯤하면 충분하겠지.” 나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디아나의 말에 수긍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도와줬다고 생각했던 게 전혀 도와준 게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오히려 미안한 짓만 해버린 거 아냐? 은혜를 원수로 갚은 게 아니라, 원수를 원수로 갚은 게 돼버리는 거야? 아니, 딱히 그게 원수가 될 정도로 내가 잘못한 건 없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크흠. 아무튼 그 뭐냐. 요지는 앞으로 좀 생각하고 조심해서 행동하라는 거다. 도와주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라 나도 좀 욱한 감이 있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나는 놈이 뭐라고 입을 열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쳐서 그렇게 얼버무렸다. 후임 갈구는 병장이 너무 심하게 빙의되는 바람에 말이 생각보다 험하게 나오기는 했어. 특히 한나를 따먹는다 운운은 디아나가 알게 되면 분명 엄청나게 화를 낼 거다. “히끅…네…죄송합니다….” 내 협박이 너무 효과적으로 먹힌 건지, 놈은 완전히 주눅 들어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주눅 든 건 좋은데 말이야, 왜 계속 물건은 커진 상태냐. 이 새끼 역시 그때 이상한 성벽에 눈을 뜬 건…! 그러지 마라. 괜히 미안해지잖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다 큰 새끼가 그만 울고. 형이 가서 음료라도 사줄까?” “훌쩍…저 30살이에요….” 뭐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57==================== 또 다른 용사 “아무리 난쟁이족이라고 하더라도, 저 얼굴은 사기 아니야? 저게 어딜 봐서 서른이야.” 대장간에 장비를 맡긴 후, 나와 디아나는 모처럼 둘이서 같이 나왔으니 같이 돌아다니기로 했다. “아직도 그 얘기인가. 뭐, 확실히 태도가 어린애같은 구석이 있기는 했네만.” 디아나는 뭘 그런 것 가지고 그러냐는 듯이 말했다. 그야 네가 보기엔 그놈이나 나나 비슷한 나이로 보일지는 몰라도…아니. 이런 생각은 그만두자. 우리 디아나는 파티에서 신체연령 최연소를 담당하는 귀엽고 깜찍한 아이니까. 나는 디아나 말대로 그냥 그 꼬맹이에 대한 생각을 그만두기로 했다. 내가 뭐 하러 사내새끼 생각을 계속 하고 있는 거지. 그럴 시간에 차라리 더 유익하고 건전한 생각을 하자. “그러고 보니 디아나. 아까 장비 강화가 내일까지 끝나는지는 왜 물어본 거야?” “음. 그 얘기를 안 했었구먼. 이 몸은 내일부터 던전에 갈 생각이라네.” “뭐?! 잠깐만. 혼자서?!” “그럴 리 있겠는가. 마법사 협회의 아이들과 같이 갈 생각이라네.” “대체 무슨 일로?” “저번에 말하지 않았었나. 아마 각 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에 거대 마석이 있을 것 같다고 말일세. 그런 거라면 1계층과 2계층의 마석도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나? 4계층과 5계층은 나중에 자네와 함께 갔을 때 확인해도 되니 미룬다고 해도 말일세. 게다가 1계층은 이 몸들이 발견한 비밀장소를 통해서 계층의 주인까지의 거리도 짧으니, 지금까지 이상으로 거대 마석을 조사하기 쉬워질 걸세. 지금은 여왕개미가 나오는 곳에 계속 상주하면서 아이들이 연구를 하고 있으니 말일세.” “그거라면 굳이 디아나가 갈 필요는….” “이 몸이 아니라면 거대 마석의 위치를 알아채기는 상당히 힘들 걸세. 이 몸마저도 그동안 눈치를 못 채고 있었던 거니 말일세. 그 미세한 마나의 파동은 이 몸이 가서 확인할 수밖에 없네.” “그래도, 그래도 당장 갈 필요 있어? 던전에 다녀 온지 얼마나 됐다고. 디아나도 좀 쉬어야지.” “후훗. 괜찮네. 이 몸은 마법을 연구하는 것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네. 게다가 이렇게 자네와 있는 것도 다 휴식 아니겠나?” 디아나는 까치발을 들고는 마치 날 기특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기특한 소리는 자기가 해놓고 말이야. 그리고 굳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후드 안으로 넣어야겠냐? 나 얼굴 가리려고 후드 쓰고 다니고 있는 거다만. “그리고 파티에서 디아나만 가는 것도 그래. 아니, 물론 협회 누님들이 같이 가면 1, 2계층에서 위험할 일은 없겠지만 아무리 그래도…역시 나도 같이 갈까?” “후훗. 이 몸이 걱정되는 게 아니라, 이 몸이 시야에 없으면 자네가 불안한 건 아니고?” “뭐, 그렇다고 쳐도 상관없어. 그러니까 나도 같이 갈게.” “아니. 괜찮네. 자네는 여기 남아있게?” “뭐? 왜?” “이 몸의 개인적인 용무에 모두를 말려들게 할 생각은 없으니 말일세. 기껏 던전에서 돌아왔는데 자네가 곧바로 다시 던전에 가버리면, 아직 같이 밤을 지내지도 못한 레이아양은 기분이 어떻겠나? 걱정 말게. 정말로 잠깐 다녀오는 것이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걸세. 내일 바로 출발하면 다음 이 몸의 차례까지는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을 걸세.” 네가 무슨 관우냐. 술이 식기 전에 화웅의 목을 베고 오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다른 애들을 들먹이니 나도 무작정 같이 가겠다고 우길 수도 없어졌다. 디아나 말대로 레이아한테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으윽. 알았어. 그래도 조심해야 돼. 괜히 빨리 다녀오려고 서두르다가 다치기만 해봐.” “후훗. 다치면 어쩌려고 그러나?” “이 몸은 내거야! 다치면 진짜로 가만 안 둬!” “알겠네. 알겠네.” 내가 그렇게 말해도, 디아나는 귀엽다는 듯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옆에서 보면 까치발 들고 팔 쭉 뻗어서 간신히 내 머리를 쓰다듬고 있는 네 모습이 훨씬 더 귀엽고 흐뭇해 보이거든? 게다가 마법 연구하러 가면서도 자기 차례는 꼬박꼬박 챙기기까지 하려고 하는 기특한 녀석인 주제에…잠깐. 그렇다면? “그럼 설마 내일 출발한다는 게, 오늘은 디아나 차례니까? 내일까지 장비 강화를 재촉한 것도 다음 차례까지 돌아오려고?” 내가 그제야 디아나의 의도를 파악하고 그렇게 외치자, 디아나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흐, 흠. 오늘 밤은 최고로 잘 해준다고 한 건 자네 아닌가.” 디아나는 별거 아니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지만, 들켜서 부끄럽다는 듯 얼굴이 새빨개졌다. “으이구. 귀여운 짓은 자기가하고 있으면서 어른스러운 척이나 하고.” 나도 디아나의 후드 안쪽에 손을 집어넣어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후드 틈사이로 살짝살짝 보이는, 햇빛이 반사되어 눈부시게 빛나는 은빛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리듯 마구잡이로 쓰다듬었다. “그, 그만두지 못하겠나?! 여자의 머리를 함부로 만지는 게 아닐세! 그리고 이 몸은 어른일세!” 디아나는 확실히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지, 그렇게 외치면서 내 손을 치우려고 했다. 평소엔 머리 만져도 기분 좋다는 듯이 가만히 있는 주제에. “그럼. 우리 디아나 누나는 어른이지.” “뭔가 그 말투는….” 디아나는 분하다는 듯이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려니, 그래도 내가 머리를 어루만지는 손을 치우지 않자 결국 포기하고는 맘대로 하라는 듯이 가만히 서있었다. “뭐, 아무튼 볼일은 다 봤으니 어디 가서 같이 밥이나 먹고 갈까?” “음. 에스코트하게.” “네. 아가씨. 분부대로 합죠. 어디 원하는 데라도 있어?” “자네와 단둘이 먹을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네.” 디아나의 말은 기쁘기 그지없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음식점이나 데려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모처럼의 기회니 괜찮은 곳에서 식사를 하고 싶잖아. 그래서 나는 일단 귀족가로 돌아간 후, 가본 적도 없는 고급 음식점까지 걸음을 옮겼다. 과연 귀족가에 있는 음식점이니만큼 신분검사도 철저한 곳이었지만, 그 정도는 디아나가 잠깐 후드를 젖히고 신분을 밝히는 것만으로도 쉽게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구먼. 자네가 이곳도 알고 있다니 말일세.” 디아나는 기특하다는 듯이 날 쳐다봤다. 만약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앉아있는 게 아니었다면, 분명 또 내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했을 거다. “후훗. 나란 남자는 항상 준비가 되어있는 남자지.” 실은 그냥 할 일 없이 돌아다녔을 때 봐뒀던 게 우연히 기억났을 뿐이지만, 나는 일단 잘난 척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디아나는 여기 온 적 있나봐?” “귀족가에 위치하고 있을 만큼 유명한 가게이니 말일세. 그야 한두 번은 온 적이 있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주변을 보라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 확실히, 점심시간이란 걸 감안하더라도 이 정도로 사람이 들어차 있다는 건 그만큼 유명한 가게라는 거겠지. 심지어 손님들은 전원 귀족으로 보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성자라…제대로 여성을 만족시키지도 못했던 남자를 순식간에 제구실하는 여엿한 남자로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더군. 자넨 그 소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리고 이렇게 귀족들만 있는 곳에서도, 역시나 내 얘기는 들려오고 있었다. “아, 그 얘기 말인가. 나도 들은 말에 불과하지만, 아무래도 사실 같다고 하더군. 심지어 여신님의 사자라는 소문까지 들려오고 있다네. 교황청에서도 딱히 부정하는 반응은 없고, 그 마틸다 추기경이 정말로 교황청에서 모습을 감췄다는 소문까지 있더군.” “호오…정말로 사실일 가능성이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여신님께서 다시 우리 남성들의 시대를 위해 축복을 내려주시려는 건지도 모르겠군.” 귀족차림의 남성들은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으며 마치 축배라도 들듯이 건배를 했다. 우리 남성들의 시대 좋아하고 있네. 난 그딴 거 안중에도 없거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 거다. “흥! 성자 같은 소리하고 있네! 어디서 사기꾼 새끼가 튀어나와서는.” 두 사람이 건배를 하는 와중에도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는 사내가 중얼거렸다. 차림새는 앞의 둘과 마찬가지로 확실히 귀족같이 옷을 입고 있지만, 얼굴이 심각하게 평범했다. 다른 둘은 그나마 귀족답게 나른 괜찮은 얼굴을 하고 있는 만큼, 그에 비교되어 저 평범한 외모는 못생겨 보이기까지 할 정도였다. “하핫. 뭘 그렇게 화를 내는 건가. 만약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가장 기뻐해야할 사람은 자네 아닌가? 안 그런가?” “뭐야?!” “하하. 자네가 참게. 이 사람 이거, 지금 공주가 상대를 안 해주니 욕구 불만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모양일세.” “하핫. 그런 건가? 하지만 내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어디 한 번 찾아가보는 게 어떻겠나? 혹시 아나? 성자가 자네를 불쌍히 여기고 추기경의 저주보다도 더 우선시해줄지도. 크하하하.” “이, 이…닥쳐! 난 그딴 사기꾼새끼 말은 안 믿어! 어디서 그런 쓰레기 같은 새끼가…!” 놈은 분노에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도, 차마 자신을 놀린 귀족을 욕할 수는 없는지 애꿎은 내 욕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 모습을 보고, 디아나가 푸욱 한숨을 쉬더니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조용히 내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 후 남자들이 앉아있던 테이블로 향했다. “그렇게 말 함부로 해도 되겠나? 그러다가 누가 들으면 성자님이 자네를 구원해주지 않을 지도 모를 일일세? 게다가 그 지고의 대마법사님마저 낭군님으로 인정했다는 소문이 있지 않나. 막연히 사기꾼으로 몰기에는….” “씨발! 지고의 대마법사도 웬…!” “이 몸을 불렀나?” “넌 또 뭐…윽! 서, 설마?!” 도발당한 평범남은 다시 욕을 하려다가, 디아나가 후드를 뒤로 젖히자 깜짝 놀라서 말을 멈췄다. “이 몸을 부른 소리가 들린 것 같네만, 어디 할 말이라도 있는 겐가?” “아, 아니…그게…그러니까….” 놈은 상당히 당황한 듯, 아까의 거만한 태도는 어디 갔는지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 몸의 낭군님 욕도 들린 것 같네만, 어디 그렇게 불만이면 본인에게 직접 얘기하는 건 어떻겠나?”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쪽을 바라봤다. 아까 미안하다고 한 건 이런 뜻이었나. 뭘 이런 걸로 미안할 것까지야. 나는 바로 후드를 벗고 가볍게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저한테 할 말이라도?” “이이익!” 놈은 내 얼굴을 보고, 어째선지 얼굴을 분노로 물들이고는 죽일 듯이 노려봤다. 평범한 얼굴 때문에 완전히 무시하고 있었는데, 살기가 장난 아니다. 이 놈 의외로 레벨 높은 거 아냐? 그럼 레벨도 높으면서 이런 얼굴이란 말이야? 그럼 대체 매력이…. 나는 놈에게 화나기보다, 마냥 불쌍하게만 느껴졌다. 그래. 그 정도면 다른 이유 필요 없이 그냥 세상이 미울만하지. “으드득…아, 아뇨. 할 말 같은 건 없습니다. 괜히 소란 피워서 죄송합니다.” 놈은 연민이 듬뿍 담긴 내 시선을 받고 더더욱 이를 갈면서도, 꾹 참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런가? 그럼 이 몸이 잘못들은 모양이로군.”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과 한 마디 없이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평소 디아나라면 있을 수 없는 태도였다. “이런 소란스런 곳에서는 편히 식사도 할 수 없겠구먼. 가세.” 그리고는 내 팔을 잡은 채로 그대로 가게를 나가버렸다. 가게를 나선 후, 디아나는 날 올려다보면서 미안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모처럼 자네가 에스코트 해줬는데 이 몸이 망쳐버렸구먼. 미안하네.” “아니. 잘했어. 디아나가 안 나섰으면 내가 나서서 괜히 싸움만 날 뻔 했는데 뭘.” 솔직히 저런 녀석 상대로는 화도 나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를 다독여줬다. “게다가 날 위해 화낸 거잖아? 으이구. 우리 디아나는 낭군님 욕먹는 게 그렇게 싫었어?” “다, 당연하지 않은가.” 디아나는 놀리지 말라는 듯이 주먹을 쥐고 손바닥 부분으로 내 가슴을 가볍게 때렸다. “아무튼 저 자는 원래 저런 것으로 유명한 자네. 그러니 자네도 괜히 저 자가 하는 말에 신경 쓸 것 없네.” “응? 아는 사이야?” “아는 사이라고 할 정도로 친한 건 아니네만, 뭐 이름이나 얼굴정도는 알고 있는 수준이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워낙 유명한 인물이다 보니 말일세.” “응?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유명?” “음. 아무리 저런 성격이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세계 유일…이라고 알려져 있는 용사 아니겠나.” 디아나는 유일이라고 말하려다가 내 빤히 얼굴을 보더니, 그렇게 말을 바꿨다. 하지만 나는 그런 디아나의 태도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동요했다. 뭐? 용사? 사라랑 똑같은? 잠깐, 그렇다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58==================== 또 다른 용사 나는 디아나의 말을 듣자마자 불현듯 사라가 가지고 있는 용사의 패시브 스킬명이 떠올랐다. 용사의 혈통. 전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모든 능력에 대한 성장 속도가 대폭으로 증가라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이 사기 스킬의 이름은, 누가 어떻게 봐도 용사라는 직업이 혈통으로 계승된 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아니, 하지만 사라에게는 이제 가족이 아무도 없다고 하지 않았나?.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아버지도 분명…설마 아버지가 죽었다는 건 카더라에 불과하니, 저 녀석이 사라의 아버지라든가 그런 전개는 아니겠지? 아니. 그딴 얼굴로 사라 같은 자식을 낳을 수 있을 리가 없지. 아무리 여기가 판타지 세계라고는 해도, 유전법칙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잖아. 나는 바로 그 가능성을 버렸다. 냉정히 생각해보니, 애초에 사라의 아버지일 가능성은 없었다. 방금 그 녀석은 나이가 내 또래로 보였다. 레벨이 올라가면 보통 외모가 젊어 보인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매력치에 레벨 보정이 들어가서 그렇게 보이는 거다. 살기를 보아하니 레벨은 그럭저럭 높은 모양이지만, 그 레벨 보정으로도 평범하게 보일 정도로 매력이 낮은 놈이 젊어 보일 리가 없지. 그 녀석의 나이는 딱 내 또래 나이 대라는 거다. 이복형제 같은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리 엄마 유전자가 달라도 그렇지 외모 차이가 사라랑 저렇게 심한 놈이 설마 그럴 리가…. 나는 도저히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용사의 혈통이란 스킬, 있어 보이려고 그렇게 지었을 뿐인 거 아냐? 사실 용사는 혈통이랑 아무 관계없는 거 아냐? 아니, 하지만 사라의 아버지도 용사일 거라고 들었던 것 같은데…. “왜 그러는가? 설마 성자님께서는 용사가 그렇게 신기한 겐가?” 그때 디아나가 내 얼굴을 보면서 자기가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는 듯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었다. 그래. 나 혼자 고민하고 있어봐야 무슨 소용이야. 여기 물어보면 대부분의 것은 대답해줄 수 있는 우리의 지혜주머니, 디아나님이 계시는데 말이야. 하지만 신중해야 된다. 이유야 어찌됐든 아직 사라가 용사라는 걸 밝히지 않은 이상, 사라 스스로 밝히기 전에 내가 먼저 말해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디아나. 조금 궁금한 게 있는데.” “음? 뭔가?” “저게 세계에서 유일한 용사라고? 그럼 전에는 또 다른 용사는 없었어?” 그래. 만약 사라의 말대로라면 사라의 아버지는 자신의 직업을 숨기지 않고 당당히 활동했었다는 게 된다. 그렇다면 그걸 디아나가 모를 리가 없지. “왜 없었겠나. 저 자의 집안은 대대로 용사였으니 말일세. 저 자의 어머니도 그랬고, 위로 거슬러 올라가며 계속 용사였네.” 디아나는 내가 원하는 대답은 해주지 않았지만, 한 가지 희망이 보이는 대답을 들려줬다. 분명 방금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가 용사라고 했지? 그렇다면 일단 사라와는 관계없을 가능성이 생겼다는 거다. “용사 집안인가…그럼 다른 용사는 없었던 거야?” “딱 한 번 있었네. 그러니 안심해도 되네.” “뭐, 뭘 말이야?” “…저런 자가 유일한 용사라는 게 꽤나 걱정되어보였으니 말일세. 여신님의 사자라는 자각이 갑자기 생기기라도 했는가?” “아, 아아! 뭐, 그렇지!” 휴. 놀래라. 사라 얘기하는 줄 알고 깜짝 놀랐네. “그럼 이제 용사 얘기는 이쯤해도 되겠는가?” “으, 응?” “자네는 모처럼 이 몸과 단 둘이 있는데 너무 다른 사람 얘기만 하는구먼. 이럴 때는 이 몸에게 완전히 집중해주는 게 예의 아닌가?” “에, 에이. 그냥 궁금해서 그랬지. 디아나도 참. 무슨 사내새끼 얘기에 질투를 해.” “사내 얘기?” “그럼. 용사 남자였잖아? 그럼 설마 저 얼굴로 여자였어?” “으으음…흥!” 나는 능청을 떨어봤지만, 디아나는 날 살짝 노려보더니 정말로 토라졌다는 듯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이런. 아무래도 타이밍이 너무 나빴나. 평소 같으면 이런 일에 삐지지 않고 친절히 알려줬을 디아나지만, 오늘은 모처럼 단 둘이 데이트하는 상황이다 보니 내 질문공세가 유독 맘에 안 들었나 보다. “알았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화 풀어.” “흥! 이네!” “에이. 그러지 말고.” 나는 디아나를 다독여봤지만, 디아나는 끝까지 내 쪽을 바라보지 않고 고개를 휙휙 돌려댔다. “에이 모처럼 데이트인데 정말로 삐져서 이럴 거야? 이래도?” “히야앙! 자, 자넨 바보인가! 밖에서 어딜 만지는 겐가!” 하지만 그 하복부의 사도 인장이 새겨진 곳에 손가락을 대고 간지럽히듯 꿈틀거리자, 디아나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날 토닥토닥 때렸다. “그래. 바보라서 신경을 못 써줬어. 이제 다른 질문 안 하고 디아나만 보고 있을 테니까. 다른 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하여간 자네는….” 내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디아나도 더 삐져있기 힘들다는 듯 그제야 날 제대로 바라봤다. “내일부터 며칠 동안 못 보게 되는 걸세, 제대로 에스코트하게나.” “그럼요. 부인.” “부인?” “아, 나이 많은 숙녀라는 뜻이 아니라. 내 부인이란 뜻으로….” “음! 자, 어서 가세!”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진 디아나였다. 귀여운 녀석. “후훗. 그게 아닐세. 그 포크는 고기를 썰 때 쓰는 걸세. 생선요리는 이쪽을 쓰는 거네.” 다행히 이번에는 둘이서 느긋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무려 나와 디아나가 둘 다 후드를 벗고 있어도 누구하나 간섭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그 사이에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버려서 사람이 빠진 것도 있었고, 아까처럼 시끄럽게 떠드는 놈들도 없었다. 뭐, 애초에 귀족들만 드나드는 고습 식당에서는 시끄럽게 떠들어대던 아까 그 녀석들이 특이한 케이스였지만 말이다. 아무튼 모처럼 이런 식당에서 식사를 하게 됐으니 제대로 격식도 차려가면서 먹어보려고 했지만, 테이블 매너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디아나네 저택에서는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막 먹었으니까 말이다. 테이블 매너에 정통할 디아나마저 나한테 먹여주거나 내가 먹여주거나 하면서 먹을 때도 있었을 정도니 말 다했지. 우리 디아나가 허례허식에 신경 안 쓰는 사람이라서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아무튼 그래서 난 지금 디아나에게 절찬 테이블 매너를 공부중이라는 거다. 디아나는 아까 용사에 대한 정보를 가르쳐줄 때와는 다르게 정말로 즐겁다는 듯이 웃으면서 내게 하나하나 친절히 가르쳐줬다. 테이블 매너는 짜증나지만, 디아나의 저 미소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그러니까 이게 생선 요리에 쓰는 거고, 이게….” “자네, 나이프와 포크를 한 손에 쥐는 것도 매너 위반일세.” “아, 그래? 앗, 이런….” 그러다가 결국 나는 포크 하나를 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내가 황급히 줍기 위해 몸을 숙이자, 디아나가 그런 나를 말렸다. “줍지 말게. 이럴 때는 종업원을 부르는 걸세.” 디아나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종을 흔들어 종업원을 부르고는 포크를 교환했다. “이런 것도 남한테 시키다니. 아무래도 난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아.” “후훗. 그런 자가 이 몸들과 같이 욕실을 들어오려고 했는가? 이 몸들은 몸을 씻는 것도 전부 메이드에게 맡긴다네.” “그런 거라면 걱정 마! 아무 문제없어! 메이드들한테 온몸을 맡길 수 있으니까…!” “음!”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디아나가 다시 눈썹을 찌푸리려고 해서, 나는 황급히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자기가 먼저 얘기 꺼낸 주제에 치사하게…. “하지만 그런가. 땅에 떨어진 포크도 맘대로 못 줍다니. 테이블 아래에 뭐가 있어도 모르겠네.” 이 식당은 긴 테이블보로 테이블 아래가 가려져있어서,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릴 하는 겐가. 뭐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확실히 뭐가 있지는 않겠지만, 뭐가 일어날 수는 있는 거 아냐?” “그게 무…히으으읍!” 디아나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려다가,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테이블 아래에서 내가 신발을 벗고 다리를 뻗어 발끝으로 디아나의 가랑이 사이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뭐, 뭐, 뭐, 뭐하는, 히응….” “봐. 주위에서 아무도 눈치 못 채잖아. 역시 테이블 매너는 위험하네. 둘이 아니라 셋 이상이 같이 먹을 때도, 그중 둘이 이러고 있으면 눈치 못 채는 거 아냐?” “누, 누가 이런 변태 같은…흐읍. 아, 알겠으니 일단 떼게.” 디아나는 필사적으로 신음소리를 억누르면서 누가 보는 게 두려운지 다급하게 말했다. 눈동자가 좌우로 바삐 움직이는 모습이, 상당히 긴장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우리 귀엽고 깜찍한 디아나는 그런 긴장감이 흥분으로 다가오는 애란 말이지. “응? 살짝 젖은 것 같은데?” “그, 흐읍! 그럴 리가 있겠는가?! 어서 떼게!” “정말로? 아니, 젖은 게 맞는 것 같은데. 혹시 지금 이걸로 젖은 거 아냐?” “저, 절대 아닐세!” “그렇다면 그 전에 이미 젖어있었다는 말이구나. 아, 혹시 아까 밖에서 내가 여기 만졌을 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발을 위로 올려서, 사도 인장이 있을 디아나의 하복부 부근을 발끝으로 지그시 눌렀다. “히우으읍!” 그러자 디아나는 다시 양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하앗, 자, 자네란 남자는 정말로…!”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고 날 노려봤다. “쉬잇. 디아나. 테이블 매너. 식사할 때 그렇게 소리 지르려고 하면 안 되지. 식사나 계속 하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발을 다시 내려서 디아나의 음부에 가져다댔다. 다만 자극하려 들지는 않고, 말 그대로 그저 가져다대기만 했다. “하앗, 하앗. 아, 안 치울 셈인가?” “그치만 디아나랑 계속 닿고 있고 싶은걸. 누가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괜찮지 않아?” “자, 자넨 이 몸을…흐읏, 바보로 아는가? 달콤한 말로…얼버무리려고 하지 말게. 괜찮을 리가…하웃.” “지금 그거 내가 그런 거 아니다. 알지?” “우, 우으으읏….” 디아나는 자신의 입을 가린 채, 그저 원망스럽다는 듯이 날 쳐다봤다. 하지만 정말인걸. 난 정말로 그냥 가져만 댄 채로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디아나 혼자서 두 다리를 꼼지락거리면서 허벅지로 내 발을 비벼대다가, 음부에까지 그 자극이 전해진 것뿐이다. “자, 디아나. 얼른 먹자. 다 먹을 때까지 계속 이러고 있을 거야.” “우으읏…!” 디아나는 한 손은 여전히 자신의 입을 틀어막은 채, 나머지 손으로 포크를 쥐었다. 저렇게 입을 틀어막고 어떻게 먹을 셈인 건지.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때가 아니었다. 애초에 포크로 집은 음식이 입 근처까지 옮겨지는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흐으읏…!” 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디아나가 들고 있던 포크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런…아!” 나는 구태여 몸을 숙이려다가, 다시 과장된 동작으로 몸을 일으켰다. “테이블 매너를 잊을 뻔 했네. 이럴 땐 종업원을 부르는 거였지.” “흐으읍! 으읍! 으읍!” 디아나는 제발 그러지 말라는 듯이 손으로 입을 막은 채 고개를 좌우로 필사적으로 저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 그렁그렁 거리는 눈동자가, 절대 이 상황이 싫어서만은 아니라고 느껴졌다. 아니, 오히려….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작은 종을 들고는 바로 흔들어 종업원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응…!” “네?” “응훗후.” 종업원이 오자마자 몸을 움찔 떨면서 자기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던 디아나는, 종업원이 의아한 얼굴을 하자 바로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입에서 손을 뗐다. 새빨개진 얼굴로 눈가에 살짝 눈물이 맺혀있고, 입 꼬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엄청 부자연스럽다. 다만 우리 디아나는 엄청나게 예쁘니까 말이야. 종업원은 디아나의 부자연스런 미소보다는, 디아나처럼 예쁜 애가 자길 보며 미소짓는다는 사실에 더 당황하는 모양이었다.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황급히 시선을 내게로 향할 정도로 말이다. 귀족들이 드나드는 식당의 종업원이면 미인들한테도 꽤나 익숙할 텐데, 역시 우리 디아나야. “하핫. 이런 죄송합니다. 또 포크를 떨어뜨려버려서요.” 나는 말을 할 수 없는 디아나를 대신해서 그렇게 말해줬다. “아, 아닙니다. 죄송하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컴퓨터로만 해서 몰랐는데 어플이 바뀐 모양이네요. 추천방식이 복잡해졌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해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끊은 거 아닙니다. 다음 화는 1시간 안으로 써서 올리겠습니다. 359==================== 또 다른 용사 종업원은 그렇게 말하고는 테이블 위에 새로운 포크를 하나 올려놔주더니, 무릎을 굽히고 바닥에 떨어진 포크를 주우려고 했다. 포크는 또 적절하게 테이블보의 안쪽에 반쯤 들어와 있어서, 종업원의 손은 자연스럽게 테이블보의 안으로 향했다. 저대로 테이블보를 확 걷어 올리면 종업원의 눈앞에 바로 디아나의 가랑이 사이에 발을 집어넣고 있는 내 다리가 보일 거다. 그리고 아마 디아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거겠지. 안 그래도 사이에 있는 내 발을 꽉 붙잡듯 오므리고 있던 허벅지는, 더더욱 힘이 꽉 들어간 채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입 꼬리를 올려 미소를 유지한 채, 신음 한 번 안 흘리다니. 역시 대마법사님의 정신력은 대단했다. 물론 종업원이 테이블보를 걷어서 그 안쪽을 확인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종업원은 포크를 주워들고는 아무것도 눈치 못 챈 듯 별 반응 없이 바로 일어섰다. 그렇다고 해서 내 발을 사이에 꽉 끼우고 부들부들 떨리는 디아나의 허벅지에 힘이 빠진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시다면 또 불러주십시오.” 종업원은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를 하고는 우리 테이블에서 멀어졌다. “으으으으으으읏…!” 그리고 종업원의 모습이 사라진 걸 확인하자마자, 디아나는 양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소리 없는 신음성을 내지르면서 절정에 달했다. 내 발을 사이에 둔 채 허벅지를 급격하게 마찰시키면서. 안 그래도 점점 젖어가던 음부가 닿은 발끝은 이제 애액에 푹 절여졌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흠뻑 젖었다. 그렇게 소리 없는 절정을 경험한 디아나는, 그대로 테이블에 고개를 박고 엎어지려고 했다. 어이쿠. 그건 안 되지.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디아나가 쓰러지기 전에 그 어깨를 붙잡고 지지했다. 푹 젖은 발로 신발 신으니까 엄청나게 찝찝하네. 뭐, 완전히 자업자득이니까 불평할 처지는 아니지만. “디아나, 괜찮아?” “하앗, 하앗, 하앗, 하앗….” 디아나는 대답이 없었다. 다만 그 눈은 확실하게 내게 말하고 있었다. ‘자네 눈에는 이게 괜찮은 걸로 보이나?’라고 말이다. 하지만 눈으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는 여전히 절정의 여운이 온몸을 휘감고 있는 모양이었다. 때때로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디아나는 거친 호흡만을 몰아쉬었다. 나는 일단 물의 정령을 불러내어 바로 내 발과 디아나의 하반신에 있는 물기를 제거하도록 시켰다. 정령술을 배워둔 게 도움 될 날이 설마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이야. 일단 대충 물기를 없앤 나는, 디아나를 일으켜 안고는 종업원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종업원이 오자, 디아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그러면서도 두 팔로 내 목을 끌어안고는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는 모습이 상당히 깜찍했다. 애초에 이렇게 된 게 나 때문인데, 아직도 나한테 이렇게 의지하다니. “동행이 몸이 조금 안 좋아진 것 같아서 그러는데, 어디 쉴만한 곳이 없습니까?” “아, 그렇다면 휴게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종업원의 뒤를 따라가자, 바로 디아나를 눕힐 수 있을만한 긴 소파가 있는 방으로 안내 됐다. 방 자체는 그리 넓지 않아보였지만, 식당에 이렇게 제대로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니까 말이야. 게다가 예상대로 휴게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럼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종업원이 나가자마자, 나는 소파에 눕힌 디아나의 위에 올라탔다. “또, 하앗…또 뭘 하려고….” “에이. 알면서. 디아나도 실은 조금 부족했지?” “아, 아닐세!” “그럼 나랑 하기 싫단 말이야?!” “그, 그런 것이 아니라, 때와 장소를…! 히으으응!” “그렇게 말하면서, 아래쪽에서는 넣어달라고 시끄럽게 아우성인데? 자 들어봐.” 나는 이미 제 기능을 잃어버린 속옥을 옆으로 젖히고, 디아나의 음부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어 살짝 쑤셨다. 그러자 찔꺽찔꺽하는 음란한 소리가 디아나의 음부에서 방 전체로 울려퍼졌다. “흐으읍! 이, 이러다가 누가 오기라도 하면…!” “그럼 당당히 보여주면 되지. 난 숨길 거 없어. 이렇게 예쁜 애랑 이런 사이라는데 뭘 숨길 게 있겠어.” “그, 흐윽! 그런 문제가…! 히으으응!” 이런 상황인데도 용케 제정신을 유지한 채로 항의하는 디아나였지만, 음부에 넣은 손가락을 하나 더 늘리자 바로 항의를 멈추고 흐느꼈다. 나는 그런 디아나를 안아들고, 바로 문의 경첩이 있는 곳 옆으로 향했다. 방 안쪽으로 문이 열리는 구조상, 여기 있으면 문이 열리더라도 조금이나마 몸가짐을 바로 할 여유가 생긴다. 그리고 나는 바람의 정령을 불러내어 주변 소리를 차단해달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정령을 소환하여 지속적으로 마법을 사용하게 하는 건 마나 부담이 심했지만, 그런 건 이제부터 발동할 힐링 섹스로 커버할 수 있었다. 보아하니 디아나한테 성자스킬을 쓸 필요는 없어 보이니 말이다. “그럼 디아나. 넣을게.” “자, 자네 정말로 이런 곳에서…흐으읏!” 나는 바지의 앞섶만을 풀어서 물건을 꺼내고, 디아나의 치마 안에 있는 속옷을 젖혀서 곧장 삽입을 개시했다. “누, 히응! 누가 오면…!” “디아나만 조용히 하고 있으면 괜찮아.” 불안해하는 디아나에게 나는 살짝 도박하는 심정으로 그렇게 대답해줬다. “가, 가능할 리가…하응! 안 되네! 흐응! 정말로! 히으응!” 그리고 내 도박은 아무래도 성공한 모양이었다. 정령을 불러내서 마법을 쓰는 건 전부 마나로 이뤄지는 거니까 말이야. 디아나가 파악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디아나는 소리를 차단했단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정신을 유지하고 항의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 디아나도 이 상황에 흥분하여 제 상태가 아니라는 말이다. 즉, 이 야외 플레이를 더 극적으로 즐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게 소리를 내면 들릴 지도 모른다고? 실은 디아나도 다른 사람한테 자랑하고 싶은 거지? 지고의 대마법사라고 모두의 존경을 받는 디아나가, 이렇게 남자한테 안겨서 헐떡이는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는 거야?” “흐으응! 아, 안대네! 히읏! 하으응!” 디아나는 눈을 그렁그렁 거리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하지만 그 음부는 내 물건을 더더욱 꽉 조여오고 있었고, 허리도 쾌락을 탐하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안 된다고 하면서 사람들 들으라고 그렇게 신음소리를 내고 있잖아.” “이, 이건…흐읏…일부러…으응! 흐읏! 아음!” 디아나는 말하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신음소리가 튀어나오자, 결국 어떻게든 막아보겠다는 듯이 내 얼굴을 끌어당겨서 입을 맞댔다. “뭐야. 결국 디아나도 하고 싶었던 거잖아.” “으음. 하음. 쪽. 흐으음!” 내가 살짝 입을 떼고 놀려 봐도, 한 번 입을 맞춘 디아나는 더 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곧바로 다시 입을 맞춰 와서 혀를 집어넣고 진한 키스를 하면서, 허리를 빙글빙글 돌릴 뿐이었다. “디아나, 좋아?” “좋네…좋으니까 더….” “밖에서 하니까 더 좋지?” “흐으응! 자네와, 히응! 자네와 하니까 좋은 걸세! 흐읏! 그러니 더…더…!” 하여간 디아나는 항상 내가 원하는 대답을 이런 식으로 피해간다니까. 게다가 사람 심리를 정확히 꿰뚫는 대답이란 말이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지만 또 귀엽고 기특한 대답이다 보니 그만 그걸로 만족해버리고 만다. 대마법사님의 두뇌는 지나치게 흥분해서 제정신이 아닐 때조차도 가동 중이라는 건가. 좀 더 흐트러져서, 어떻게 정상적인 판단이 못할 정도로 만들 수는 없을까? 나는 성자의 전력을 사용해봤다. “히으으으으응! 아, 아, 아앗! 으응! 흐으응!” 그러자 디아나는 나한테 제대로 항의도 못한 채로 신음성을 내질렀다. 얼마나 흥분한 건지, 그 키스를 좋아하는 디아나가 쾌감에 흐느끼느라 내 입에서 입을 떼버릴 정도였다. 좋아. 이거라면…! “흐으응! 히읏! 으읏! 으으응! 하으응!” 내가 앞뒤로 격렬하게 허리를 흔들자, 디아나는 다시 키스를 할 생각도 못한 채 그저 내게 매달려서 흐느끼기만 했다. 그 벌려진 입에 입을 맞추고 혀를 집어넣어 톡톡 자극해 봐도, 디아나의 혀는 축 늘어진 채 호응할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다만 내 목에 두른 팔에 힘을 줘서 꽉 끌어안는 걸 보니, 키스는 계속 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동시에 허리에 둘러진 다리도 힘을 줘서 끌어안았으니, 그냥 너무 느껴서 몸에 힘이 들어간 것뿐인지도 모르겠지만. 뭐, 해석은 나 하기 나름이니까. “흐읏! 으읏! 으으으으으으응!” 그리고 얼마지 나지 않아, 디아나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면서 절정에 달해버렸다. 안 그래도 내 물건을 꽉꽉 조여오던 음부는, 이제 너도 그만 싸라고 말하는 듯이 음란하게 주름을 꿈틀꿈틀 움직이며 내 물건을 자극해왔다. 디아나가 절정에 달하는 와중에도, 나는 허리의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디아나의 정신을 빼놓기 위해 오히려 더 열심히 움직였다. “디아나. 나도 슬슬….” “흐응! 으응! 응!” 디아나는 언제든 싸도 좋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절정에 달하는 와중에도 허리를 찔려 제정신이 없을 텐데, 참 고맙기 그지없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여기서 이대로 싸버리면 돌아갈 때 치마 아래로 흘러내릴 수도 있지 않겠어?” “응? 흐응?” 디아나는 멍해진 눈으로 날 쳐다봤다. “그러니까 흔적이 남지 않도록, 입으로 받아주지 않겠어?” “흐읏! 으응! 으읏!” 디아나는 흐느끼느라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지만, 나는 디아나라면 해줄 거라고 믿고 감행하기로 했다. “그럼 디아나!” “흐으으으응!” 내가 마지막으로 디아나의 안쪽을 강하게 찌르고 물건을 빼내자, 디아나가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지지대가 없어진 디아나는 벽에 등을 댄 채 아래로 주르륵 미끄러져 내려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게 됐다. 나는 그런 디아나의 입에 물건 끝을 가져다대고, 디아나의 손을 잡아서 물건을 훑게 만들었다. “우으으으읍!” 그리고 사정이 시작하자, 디아나의 작은 입에 담기에는 너무 많았는지 디아나의 두 볼이 바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야외 플레이에 연속 오르가슴으로 제정신이 아닌 디아나는, 입안이 정액으로 가득차자 더는 생각이 따라잡지 못하게 된 모양이었다. 입안에 가득 찬 액체를 삼키지도 못하고 볼을 부풀려 입안에 담아둔 채, 멍한 얼굴로 날 올려다봤다. “디아나. 부탁이야. 삼켜줘.” “으음. 꿀꺽, 꿀꺽. 푸하아. 하앗. 하앗.” 그리고 디아나는 아무 말 없이 입안에 가득 차있던 액체를 꿀꺽꿀꺽 목구멍 너머로 넘겨갔다. 그렇게 전부 삼키고 나서도, 디아나는 한동안 자리에 주저앉은 채로 멍한 얼굴로 있었다. 좋아. 이 사이에 뒷정리를 해둘까. 나는 물의 정령을 불러내서 우리가 있던 자리의 바닥에 남아있는 흥건한 액체의 흔적을 없애도록 부탁했다. 덤으로 바람의 정령에게도 소리 차단은 그만하고 냄새를 없애주도록 부탁했다. 계속 바람의 정령을 부리고 있던 데다가 성자의 전력까지 사용한 바람에 마나가 조금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어떻게든 뒤처리를 끝마치는 데 까지는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막 뒤처리를 끝냈을 때, 문 너머로 발소리가 들려왔다. 이런, 설마! 나는 황급히 디아나를 일으켜 세우고 허리를 감싸서 내 옆구리에 안았다. “손님. 혹시 컨디션이 나아지는 것 같지 않으시면 이 포션이라도….” 역시나 발소리의 주인은 종업원이었다. 심지어 포션까지 들고 오다니, 아무리 고급 식당이라고 해도 서비스가 너무 과한 거 아냐? 이거 아까 디아나가 자기한테 웃어줬다고 반했나? “아니. 괜찮습니다. 괜찮아진 것 같아서요. 그렇지 디아나?”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옆에 끌어안은 디아나에게 질문했다. 디아나는 입을 열지 않은 채, 그저 방긋 미소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제대로 반응해주는구나. “그렇습니까….” 종업원은 디아나가 미소 짓자 얼굴을 붉히면서도, 어딘가 아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훗. 부럽냐? 이 여자가 바로 내 여자야. “그럼 저흰 자리로 돌아가 보도록 하죠.” 나는 디아나를 데리고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디아나는 더 이상 식사를 계속할 생각이 없는지, 손짓만으로 나가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에 이끌려 내가 디아나를 데리고 식당을 나가자, 디아나는 우선 주위를 둘러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 확인되자, 그제야 다물고 있던 입을 열었다. “자네는!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바보인가! 아니! 확실히 바보네! 바보! 변태!” 특유의 토닥토닥 공격과 함께 말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60==================== 또 다른 용사 “아야야. 디아나. 아파. 그만 때려.” “거짓말 말게! 바보! 변태!” 나는 일단 그 토닥토닥 공격을 맞으면서 몸을 움츠렸지만, 그 행동은 오히려 디아나의 분노만 부추긴 모양이었다. 디아나는 더욱더 강하게 팔을 휘두르더니, 주먹이 아픈지 잠깐 공격을 멈추고 손을 호호 불었다. 그러니까 그만 때리라고 한 건데. “우읏…역시 냄새가….” 자신의 손을 호호 불던 디아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나를 노려봤다. 응? 냄새라니? “게다가 마지막에는 입에다가! 마시게까지 하다니! 이런 게 그렇게 좋은 겐가?!” “응. 솔직히 엄청 좋았어. 그나저나 너 그래서 입 안 열고 있던 거였어? 아야. 아파. 디아나.” “이 냄새를 어떻게 해줄 겐가! 응?! 어떻…으읍.” 나는 울먹이면서 토닥거리는 디아나의 입에 입을 맞춰줬다. 혀를 얽히고 타액이 서로의 입안을 오가게 만든 후에, 나는 입을 뗐다. “이러면 나도 마찬가지지? 이러면 됐어?” 마법으로 입을 헹구게 하는 방법도 있었지만, 모처럼 입에 쌌는데 싸자마자 가차 없이 헹궈버리면 뭔가 조금 아쉽잖아. 변태 같다고? 나 변태 맞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남자가 변태라서 뭐가 나빠! “그,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힘없이 내 가슴을 한 번 톡 치고는 고개를 숙였다. “모처럼의 데이트였는데 말일세….” 아, 그런가. 물론 그런 곳에서 갑자기 야한 짓을 해버린 것도 화를 내고 있겠지만, 디아나는 그뿐만 아니라 모처럼 단둘이 하는 데이트인데 이런 식으로 끝나는 걸 더 화내는 건가. 그건…조금. 아니, 많이 미안하네. “정말 미안! 내가 생각이 짧았어. 그래도 아직 시간 많으니까, 지금부터 제대로 데이트하면 되지. 일단 어디 가서 밥부터 다시 먹을까?” “됐네. 배부르네.” “응? 아까 그걸로 되겠…아….” “무, 무슨 생각하는 겐가! 그런 거 아닐세!” “아니.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아무튼 그런 거 아닐세!” “그래. 정액으로 배부른 거 아니란 거 잘 알았으니까 얼른 다시 데이트나 하러 가자.”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고함을 질렀지만, 그러면서도 순순히 따라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직 데이트는 더 하고 싶은 모양이다. “음. 슬슬 저녁시간이구먼.” 디아나가 저물어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쓸쓸한 듯 중얼거렸다. 하루 종일 같이 다녔는데, 아직도 부족하다는 걸까? “아직 좀 더 놀다 갈까?” 이 도시의 거리는 밤이 되어도 그다지 어두워지지 않는다. 던전에 드나드는 모험가들은 밤낮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까 말이다. 낮에만 여는 가게도 있는 반면 밤에만 여는 가게도 존재한다. 아예 24시간 내내 열어놓고 있는 가게도 존재하고 말이다. 의외로 발달된 기술과 모험가들이 던전에서 가져오는 풍부한 마석의 수에 힘입어, 이 거리는 내가 원래 있던 세계 이상으로 밤에도 충분히 밝고 활기가 넘쳤다. 그러니 디아나에게 그렇게 제안을 해봤지만, 디아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만 돌아가세. 아무리 그래도 다른 이들이 자네 얼굴도 못 보도록 독점하고 있을 수는 없지.” 하여간 착해빠져 가지고. 하긴 오늘은 밤에도 디아나 차례이니, 이대로 놀면 정말로 다른 애들 얼굴도 못보고 디아나랑 붙어있는 꼴이 되어버리긴 하지만. 그래도 디아나는 내일 던전에 가잖아. “괜찮겠어? 충분히 만족했어? 디아나는 내일부터 며칠 동안 날 못 보잖아. 좀 더 이기적으로 굴어도 된다고?” “괜찮네. 어차피 밤에는…최고로 잘해주는 것이지?” “그럼! 물론이지!” “또 이상한 방향으로 힘쓰려고 하지 말고 그냥 평범하게 잘해주는 걸세.” 내 기운찬 대답이 불안했던 건지, 디아나는 다시 한 번 다짐시키듯이 그렇게 말했다. “나만 믿으라니까.” “자네가 좀처럼 믿을만한 행동을 안 보여주니까 그런 것 아닌가.” 뭐, 확실히. 양심상 부정할 수 없는 말이다. 아무튼 디아나의 뜻도 저러니, 우리는 이쯤에서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어머. 구원씨? 디아나씨?” 그리고 막 저택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에, 우리 이름을 부르는 천사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얼굴을 확인할 것도 없이, 나는 바로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눈치챘다. “레이아! 레이아도 이제 돌아가는 길이야?” “후훗. 네.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우연이네요.” 레이아는 방긋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다가와서 팔짱을 껴왔다. 뭉클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내 팔을 감싸왔다. “두 분은 상점가에 무슨 일이세요?” “아, 장비들에 방수 코팅을 맡기러 왔다가 겸사겸사 좀 둘러보는 중이었어. 그렇지 디아나?”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를 바라봤지만, 디아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디아나?” 혹시 아무리 돌아가는 길이라고 해도 데이트를 방해받아서 화난 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디아나의 얼굴을 엿봤지만, 후드 안쪽에 가려진 디아나의 얼굴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오히려 뭔가 불안한 듯이, 눈동자를 미세하게 떨면서 입을 꽉 다물고 있었다. “디아나? 왜 그래?” “구원씨. 혹시 디아나씨한테 무슨 잘못이라도 하신 건가요?” 크윽. 어째서 바로 그런 질문이 튀어나오는 거지. 심지어 천사님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라니. 평소에 해오던 짓이 있으니 그 업보겠지만, 내 여린 마음에는 의외로 데미지가 꽤나 들어왔다. “아, 아냐! 이번엔 아무 잘못 안했어!” “정말인가요?” 하지만 레이아는 마치 뭔가 짐작 가는 게 있다는 듯이 내 얼굴에 더욱더 얼굴을 가까이 가져오면서 조금 장난스러운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예쁜 콧망울이 조금이지만 움찔움찔하고 귀엽게 움직이는 게 보였다. 어? 이거 설마? 아! 그래서 디아나가! “그, 그럼! 정말이고말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황급히 레이아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위험해. 그때 이후로 결국 입안은 헹구지 않았다. 시간이 꽤나 흐르긴 했지만, 설마 냄새가 남아있는 건 아니겠지? 상대가 후각이 좋은 레이아다 보니 갑자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우리 똑똑한 디아나는 레이아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걸 알아채고는 입을 다물어버린 거겠지. “후훗. 그런가요?” 레이아는 뭐가 그리 즐거운지 쿡쿡 웃었다. 하지만 더 이상 추궁할 생각은 없는지, 끌어안은 내 팔을 당기면서 걸음을 옮겼다. 아, 안 들킨 건가? 아니면 눈치 채지 못한 척 해준 건가? “내일은 저도 기대해도 되나요?” 그런 내 의문에 대답해주듯, 레이아가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내게만 들리도록 귓가에 조용히 중얼거렸다. 역시 들켰잖아! 역시 천사님답게 질투하거나 놀리거나 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지만, 역시 이렇게 막상 들키니까 부끄럽다. “그, 그럼….” “후훗.” 크윽. 저 가련한 미소는 역시 천사님 그 자체지만, 지금은 차마 저 얼굴을 똑바로 보기 힘들어. 천사님의 목소리를 들은 건 아니겠지만, 옆에서 디아나가 레이아에게 들키지 않도록 은밀하게 옆구리를 꼬집으며 공격을 해왔다. 그런 디아나에게 열심히 눈으로 사과하면서, 나는 그렇게 양손의 꽃 상태로 저택으로 돌아갔다. “그럼 구원씨. 저는 조금 갈아입고 올 게요.” 저택으로 돌아온 후,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레이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마자, 바로 디아나가 나에게 토닥토닥 공격을 감행했다. “어쩔 건가! 저 반응! 눈치 챘다는 반응 아닌가!” “괘, 괜찮아. 레이아랑도 그 정도는 했어.” “지금 그게 변명이라고 하는 겐가!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젠장. 어떻게 잘 무마해서 즐겁게 데이트까지 하고 왔는데. 하필 막판에 그런 변수가 나타날 줄이야. 아니. 딱히 그게 우리 천사님 잘못이 아니기는 하지만, 오히려 우리 천사님은 알고도 디아나한테 아무 내색도 안 해주시기는 했지만, 우리 똑똑한 디아나가 레이아의 반응을 보고 눈치 챘다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지, 진정해. 밥이나 먹자. 밥 먹으면 입에 있던 냄새도 사라질 거야.” “역시 냄새 나는가?! 흐이잉….” 야. 나이 먹을 대로 먹은 애가 조금 부끄럽다고 울려고 그러냐. “아, 아냐! 그런 뜻으로 한 거 아냐! 디아나한텐 좋은 냄새밖에 안 나!” 나는 토닥토닥 공격까지 멈추고 부끄러워 죽으려고 하는 디아나를 필사적으로 다독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내가 필사적으로 다독인 결과, 디아나는 겨우 진정하고 식사를 하러 내려올 수 있었다. 아직 부끄러운지 레이아와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어? 그러고 보니 실비아는?” 다들 식사를 하러 내려왔지만, 그 중에 실비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는 내 스토커짓을 하느라 항상 동시에 오고, 나와 떨어져서 스토커짓을 못하는 날에는 제일 먼저 식당에 도착하는 애인데. “아침 이후로 나오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아직 주무시고 계신 게 아닌가 싶어서 일부러 부르지 않았습니다만, 부르러 갈까요?” 내 질문에 디아나의 뒤에 무표정으로 서있던 바넷사가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얜 저택 안의 일이라면 모조리 꿰뚫고 있는 것 같단 말이지. 어제 내가 은신 썼을 때도 곧장 나한테 달려왔고. 우연히 지나가고 있었다고 생각하기엔 타이밍이 너무 좋았다. 설마 복도 여기저기에 감시 카메라 같은 거라도 달아놓고 항상 감시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직접 데리러 갈게.” 아침 이후라면 내가 기절시킨 이후를 말하는 걸 거다. 설마 아직까지 기절해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책임감을 느낀 나는 직접 실비아를 데려오기 위해 움직였다. “실비아.” 방문을 노크하면서 이름을 불러봤지만, 방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살짝 문을 열고 방 안을 엿보니, 실비아가 침대에 누워서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게 보였다. 설마 진짜로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속 기절해있는 건 아니겠지? 뺨에 기습 키스 한 번 했다고 그 정도로 뻗어있으면 어쩌자는 거야. “야. 실비아. 야. 그만 일어나.” 나는 침대 언저리에 다가가서 실비아의 몸을 가볍게 흔들었다. “으응…. 엣?!” 실비아는 천천히 눈을 뜨더니, 내 얼굴을 보고는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아, 아으아…왜, 왜 구원님이 여기에…게다가 밤…핫! 꿈?!” 실비아는 주위를 둘러봐서 여기가 자기 방이란 걸 확인한 후, 다시 내 얼굴을 바라보며 패닉 상태에 빠졌다. 그리고 창밖을 바라봐 시각이 날이 저물어가고 있다는 것까지 확인한 후에 더더욱 패닉상태에 빠지는가 싶더니…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그렇게 외쳤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분명 재밌어질 거다. “훗. 실비아, 무슨 소리야. 오늘은 실비아의 차례잖아.” 나는 일부러 그렇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사뿐히 실비아의 머리 뒤에 손을 받혔다. 분명 진동을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실비아는 떨지 않았다. “구원니…구원씨….” 오히려 황홀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천천히 내 입술에 입을 맞추려고 했다. 이, 이 녀석…꿈이라고 생각하고 대담해졌어. 무슨 꿈에서라도 못해본 걸 해보려는 사춘기 남학생의 발상도 아니고. 하지만 미안. 아무리 그래도 아직 키스는 조금…. 실비아라면 우리 애들도 키스 정도는 허락해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물론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래도 지금 이런 식으로 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지금 키스하고 이게 현실이란 걸 밝히면 또 기절해버릴 거 아냐. “실비아.” 그래서 나는 실비아에게 사랑스럽기 그지없다는 눈빛을 보내면서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네, 구원씨….” “이거 꿈 아냐.” “……흐엣?!”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긴 침묵이 이어진 후에, 실비아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아, 아…제, 제가 무슨 짓을…그, 그런 게 아니라…저기…으아…아아….” 실비아의 얼굴이 한계치까지 붉어지나 싶더니, 결국 퓨즈가 끊어진 것처럼 내 팔 안에서 풀썩하고 다시 쓰러져버렸다. 키스를 안 해도 결국 기절해버리는 건 똑같은 거냐. 나는 하는 수 없이 혼자서 식당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구원? 실비아 데려온다고 하지 않았어?” “아, 응. 아직도 자고 있더라. 그래서 그냥 자게 놔두고 왔어.” “이렇게 오래 말인가. 잠을 너무 오래 자는 것도 몸에 좋지 않네만.” “그러게 말이야. 던전에 다녀온 게 생각해보다 많이 힘들었나? 하하.” 실비아야. 미안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61==================== 또 다른 용사 “그럼 다녀오겠네.” 길드의 정문에 다다른 후에, 디아나가 날 돌아보며 말했다. “응. 조심해. 어디 다치지 말고. 필요한 건 다 챙겼어?” “괜찮네. 이 몸이 어린아이인가.”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가 이렇게 챙겨주는 게 마냥 싫지만은 않은 표정이었다. 어젯밤은 결국 약속대로 잘해줬으니까 말이다. 그어떤 변태 같은 행위로도 빠져들지 않고, 철저하게 디아나가 원하는 대로 해줬다. 낮에 그런 짓을 했는데 밤까지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하면 정말 화냈을지도 모르기도 했고, 다음날부터 며칠간 못 보는데 더 장난칠 생각도 안 들었고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충분히 만족시켜준 결과, 디아나는 지금 매우 기분이 좋다는 얘기다. “자네야말로 이 몸이 없는 동안 사고치지 말게.” “에이. 사고는 무슨. 집에 틀어박혀서 애들이랑 얌전히 있을게.” “으음. …적당히 하고 말일세.” “응. 디아나가 돌아오자마자 바로 안아줄 수 있을 정도로 모아놓고 있을게.” “그, 그런 얘기가 아닐세!” 디아나는 내 입을 틀어막고 혹시 누가 들었을까 주변을 살피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제 와서 입을 막아봤자 무슨 소용이냐. “아, 아무튼 얌전히 지내게나! 얌전히!” 디아나는 부끄럽다는 듯 그 말만을 외치고는, 길드 안으로 쪼르르 달려가 버렸다. 그리고 그 뒤를 마법사협회의 누님들도 그 모습을 흐뭇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따라갔다. 자, 그럼 난 디아나 말대로 얌전히 집으로 돌아갈까. 사실 여기까지 따라온 것도 장비를 나르기 위해서였으니까 말이다. 디아나는 던전에 가기 위해서 당연히 장비를 맡긴 대장간에 들러야했다. 대장간에서 바로 던전으로 향할 계획이니 당연히 다른 애들의 장비는 챙기기 힘들었고, 난 그걸 옮기기 위해 따라왔다. 그리고 겸사겸사 길드 앞까지 따라와서 배웅을 하게 됐다는 말이다. 사실 바넷사가 끄는 마차를 타고 왔기 때문에 바넷사에게 장비 운반을 맡기면 되는 문제이기는 했지만, 우리 디아나 얼굴을 며칠 동안 못 볼 거라고 생각하니 쓸쓸해서 말이야. “좋아. 그럼 바넷사. 우선 어디로 놀러갈까?” “………….” “노, 농담이야. 그런 얼굴로 쳐다보지 마라.” 아니. 무표정이지만 말이야. 말없이 무표정으로 빤히 쳐다보는 건 그만두라고. “그러십니까.” 야. 진짜 농담이었거든? 내가 너 같이 목석같은 애랑 놀러가서 뭐하게. 게다가 난 지금 도시 전체에서. 아니, 어쩌면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성자니까 말이야. 지금도 사람들의 시선이 무척이나 따갑다. 어차피 디아나의 마차를 타고 있는 시점에서 들킨 거나 마찬가지니까 로브를 안 걸치고 그냥 왔는데, 이건 상상이상이로군. 차라리 이 시선이 여자들의 시선이라면 참 기분 좋았을 텐데. 사방에서 사내새끼들이 열망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게 그렇게 고통스러울 수 없었다. “자, 얼른 가자.” 나는 호화롭기 그지없는 마차에 올라타고는 바넷사를 재촉했다. 마법사 협회 누님들이 전부 오는 게 아니었다면 작은 마차를 타고 왔을 텐데, 따로 올 수도 없었기 때문에 오늘은 디아나의 저택에 있는 마차 중에서도 가장 크고 호화로운 마차를 타고 왔다. “…왜 거기 앉으시는 겁니까?” 마부석에 앉아있는 날 보고, 바넷사가 또 경계의 빛을 잔뜩 띄운 채로 물어봤다. 쟤는 저번에 자기가 들이대는 대도 내가 끝까지 참아냈던 건 벌써 잊었나. 뭘 저렇게 경계하고 있는 건지. “응? 아, 마차 모는 거 옆에서 직접 한 번 보고 싶어서.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 왜? 안 돼?” “…아닙니다.” 바넷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점프만으로 내 옆에 가볍게 올라왔다. 하지만 바넷사는 앉을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날 내려다보고 가만히 서있었다. 아무리 큰 마차라고 하더라도 마부석 자체는 그리 크지 않았으니, 혹시 내 바로 옆에 앉는 게 싫다는 건가? 과연 나라도 이렇게까지 거부당하면 조금 마음에 상처를 입는데. 나 보기보다 여린 놈이라고. “바넷사?” “네. 출발하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이름을 부르자, 바넷사는 결심했다는 듯이 내 옆에 엉덩이를 내렸다. 바넷사가 여자치고는 꽤나 덩치가 있는 편이다 보니, 엉덩이부터 한쪽 허벅지까지 완벽하게 밀착하게 됐다. 과연. 이건 조금 부끄러울 만 하네. 물론 난 전혀 부끄럽지 않지만. 오히려 즐겁기 짝이 없다. “그러고 보니 바넷사.” “…네.” “옷은?” “……네?” “메이드 복 말이야 메이드 복. 언제 돌려줄 거야? 언제 쓸 일이 있을 줄 모르니까 되도록 빨리 돌려받고 싶은데.” “……돌아가서 드리겠습니다.” 아, 지금 표정은 왠지 모르게 감정을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쓸 일이라고 하지 말고 적어도 입힐 일이라고 하라는 표정이다. “음. 그렇게 해주게….” “카아아악! 퉤!” 내가 디아나의 흉내를 내면서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을 때, 갑자기 가까이에서 그런 천박하기 그지없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웬 평범남 하나가 이쪽을 향해 띠꺼운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바로 어제 만났던 그 용사라는 놈이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까지 만나다니. 저놈 저거 그렇게 날 욕해댔으면서, 실은 스토킹이라도 하는 거 아냐? 실비아처럼 귀여운 스토커라면 모를까, 사내새끼가 그러면 나도 내 자신이 어떻게 나올지 장담할 수 없는데 말이야. 사라와 뭔가 관계있는 놈이라면 모를까, 어제 디아나의 말을 생각해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았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용사에 대해서 자세히 안 물어봤네. 길드에 가던 도중에라도 물어볼 수 있었을 텐데. 디아나와 며칠 못 본다는 생각 때문에 노닥거리는데 집중하느라 그만 깜빡하고 말았다. 아무튼 그건 뭐 나중에라도 물어보면 되는 일이고, 저 놈은 왜 갑자기 튀어나와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거지? 맘에 안 든다 이거냐? 어제도 분명 내 욕을 하기는 했지만, 정작 얼굴 대면하니 제대로 욕도 못하는 찌질한 놈이었는데 말이야. 아, 그런가. 어제는 디아나가 있어서 제대로 욕을 못 한 건가. 일단 난 그 놈의 시비를 받아주기로 했다. 걸려온 시비는 전부 무시하지 않고 받아준다. 이게 내 지론이거든. 나는 바넷사에게 손짓을 하여 마차를 세우게 만들고는, 놈을 업신여기듯 내려다봤다. “야. 거기 못생긴 놈. 지금 나 보고 그런 거냐?” “못생긴 놈?! 지금 나보고 그런 거냐?!” 단순한 새끼. 도발 효과 제대로 먹히네. 역시 저 놈은 생긴 게 상당히 콤플렉스인 모양이다. 혹시 나한테 저렇게 시비를 터는 것도, 잘생긴 날 질투해서 그러는 건가? 뭐, 그렇다고 시비를 건 놈을 봐줄 생각은 없지만. “그럼 지금 여기서 못생긴 놈이 너 말고 또 있냐? 그보다 내가 먼저 물었다. 지금 나 보고 침 뱉은 거냐?” 아무리 길거리라 마차가 천천히 가고 있었다고는 하더라도, 지나가는 마차를 붙잡고 저런 짓이라니. 이거 상상을 초월한 또라이다. “이익…! 그렇다면 어쩔 거냐?!” “일단 묻겠는데, 너 나 언제 봤다고 시비냐?” “네, 네 놈! 날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겠지!” “너같이 생긴 놈을 내가 무슨 수로 기억해. 너 누군데?” “이, 이, 이이이이익!” 놈은 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방방 뛰었다. 응? 설마하니 어제 식당에서 만난 게 전부가 아닌 건가? 저 반응은 도저히 어제 일만으로 날 적대하는 반응이 아닌데. 대체 언제 봤다는 거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짐작 가는 게 전혀 없었다. 애초에 사내새끼 얼굴을 일일이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나는 녀석과 언제 만났는지 기억해내는 걸 쿨하게 포기하고는, 이 싸움에 결착을 내기로 했다. “야. 그런데 너 말이야. 지금 내가 탄 마차에 그려진 인장은 안 보이냐?” “뭐? 그게 무슨 상관…크으윽!” 놈은 그제야 디아나를 상징하는 인장을 확인했는지, 안색이 조금 파래졌다. 이거 진짜 상상 이상으로 멍청한 놈 아니야? “디아나. 뉘신지도 모를 놈이 갑자기 우리 마차보고 시비 거는데 뭐라고 해줄까?” “으드드득…지, 지고의 대마법사님. 죄송합니다….” 내가 아무도 없는 마차 안을 들여다보면서 말하자, 놈이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역시 강자에 약한 전형적인 소인배 같은 모습이었다. “잘 기억해둬라. 못생긴 놈아. 지금 너와 나의 눈높이가 바로 너와 나의 격차다. 외모뿐만이 아니라 모든 면에서 말이야. 알았으면 앞으로 행동 조심해라. 못생겼으면 적어도 마음씨라도 고와야지.” “으드드드드득.” 놈이 고개를 숙인 채 이를 갈든 말든, 나는 할 말만 하고 다시 바넷사에게 마차를 움직이도록 시켰다. 말들이 천천히 움직이는 걸 보면서, 나는 놈에게 한 마디만 더 해줬다. “야. 참고로 지금 디아나 없다. 넌 그냥 나한테 고개 숙인 거야.” “이 개새…!”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놈은 화를 내며 마차로 달려들려고 했지만, 그 다음 이어지는 말에 놈은 바로 걸음을 멈췄다. “마차는 디아나 것이 맞으니까 망가뜨리면 무척이나 곤란해지겠지만.” “크아아아! 두고 보자아아아!” 저런 녀석이 용사라니. 아니, 디아나까지 용사라고 해줬으니 맞기는 맞겠지만 말이야. 보면 볼수록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인배 같은 행동이었다. 일단 애널라이즈라도 써볼까. 나는 마차 옆으로 고개를 빼고 놈에게 애널라이즈를 사용해봤다. 레벨 : 198 직업 : 용사 전사 종족 : 마인 그러자 타이밍 좋게도 애널라이즈의 레벨이 오른 건지, 지금까지 보였던 레벨과 직업 말고도 하나의 정보가 추가로 더 보였다. 어? 잠깐만. 종족이 마인? 이거 사라랑 똑같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마차가 코너를 돌았고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게 됐다. 마인이라니. 분명 어제 디아나의 말을 생각해보면 사라와 녀석의 혈연적 관계는 없는 것처럼 생각됐다. 저 녀석의 가계 말고도 다른 용사가 있었다는 모양이니까 말이다. 유전자 몰빵이 아닌 이상 저런 녀석과 사라가 같은 핏줄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드니, 사라는 분명 그 다른 용사의 핏줄이라고 생각했는데. 게다가 생각해보면 유명한 용사 집안의 딸을 몰래 시골 처녀로 기른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얘기고 말이다. 심지어 용사가 아까 그 놈 하나밖에 안 남았다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하지만 종족이 같다니.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는 건가? 같은 용사에 같은 마인. 우연치고는 너무 기묘하다. 나는 마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인간처럼 생긴 사람에게 무작위로 애널라이즈를 써봤다. 하지만 역시 마인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사라와 같은 핏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용사가문과 사라가 어떤 식으로든 뭔가 관계가 있을 것 같다는 의혹이 점점 커져만 갔다. 전에 디아나는 마인이 그냥 여신님이 다른 세계에서 데려온 수많은 종족중 하나가 아니냐고 했었다. 나도 그때는 그런가보다 싶었지만, 이제는 생각이 바뀌었다. 어쩌면 마인이라는 종족은 용사 혈통과 뭔가 관계가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자 머릿속이 더 복잡해졌다. 안 그래도 던전이란 건 혹시 마신의 육체로 만든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긴 직후니까 말이다. 마신과 마인. 엄청나게 관계있어 보이잖아. 대체 마인이란 종족은 뭐냔 말이야. 물론 마신과 관계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에서도 궁금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 사라가 종족이 마인이라는 거다. 물론 마인이 마신과 관련된 종족이라고 해도 사라에 대한 내 사랑이 변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두려움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종족으로 인한 비극적인 스토리 전개는 이런 판타지 세계의 왕도니까 말이다.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마인에 대해서는 더 자세히 조사할 필요가 있어보였다. 하지만 어떻게? 그 누구보다도 오래 살았을 디아나마저도 마인이란 종족에 대해서 모르는 모양이고. 단서라면…그러고 보니 아까 그 녀석의 집안은 대대로 용사 집안이라고 했었다. 그 말은 바꿔 말하면, 대대로 마인이었다는 가능성도 있는 게 아닐까? 혹시 집안대대로 그에 관한 정보가 전해 내려져 오는 게 아닐까? 디아나에게 그에 대해 자세히 듣지는 못했지만, 저 용사 집안이라는 게 디아나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어져왔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디아나가 모르는 어떤 전승 같은 게 존재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만한 얘기라는 거다. 역시 아까 그 녀석을 다시 한 번 만날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 “구원님.” 내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자, 옆에서 바넷사가 내 이름을 불렀다. “응?” “주제넘지만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 사람은 그쪽 방면으로 유명한 귀족들 사이에서도 가장 예의가 없고 천박한 성격으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맞상대를 해봐야 같이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뿐입니다. 구원님의 행동은 곧 디아나님의 체면과도 이어지게 되니, 아까 같은 행동은 삼가시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아니. 앞으로는 되도록 만나지도 않는 편이 가장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아, 응. 앞으로 조심할게.” 뭐랄까. 이렇게 딱 잘라서 얘기를 들으니 미묘한 기분이다. 솔직히 나도 방금 전에는 비슷하게 유치했다는 자각이 있으니까 말이다. 눈에는 눈, 이에의 이의 전법이었다고 설명해야하나? 아니. 그래도 바넷사가 배려해서 같은 수준이라고 딱 잘라 말해주지 않았으니, 오히려 변명하면 구차해지나? 애초에 배려해준 게 맞긴 맞는 걸까? 나는 바넷사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지만, 여전히 바넷사의 얼굴근육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 방금 말를 어떤 의도로 한 건지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건 그렇다 쳐도 말이야, 나정도로 매력수치 높은 애가 옆에 딱 달라붙어서 이렇게 빤히 바라보면 좀 부끄러워하기라도 해야 정상 아냐? 바넷사를 꼬실 생각이 있는 건 절대 아니지만, 뭔가 패배한 기분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62==================== 또 다른 용사 아무튼 바넷사의 충고를 받아들여서, 나는 그 쓰레기 용사를 찾아가는 건 조금 미루기로 했다. 물론 만나기는 만날 거다. 다름 아닌 사라를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만난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디아나가 돌아온 후에 상담해서 만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었다. 디아나가 자기 없는 동안 사고치지 말라고 하기도 했고, 그 쓰레기는 강자에 약한 버러지다 보니 디아나만 보면 설설 기어 댔으니까 상대하기도 편할 거고 말이다. 디아나는 다음 자기 차례 때는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했으니 3일만 참으면 된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일단 순순히 저택으로 돌아왔다. “…여기까지 따라오는군요.” 저택에 도착한 후 마차에서 내리려고 했을 때, 갑자기 바넷사가 중얼거렸다. “으, 응? 뭐가?” “아까 그 자, 계속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바넷사는 그렇게만 말했지만, 나는 무슨 뜻인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어? 진짜로?” “네.” “…….” “처리할까요?” “아, 아니. 그냥 놔둬.” 어차피 내가 타고 있던 게 디아나의 마차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공격을 못해왔던 찌질한 놈이다. 그런데 디아나의 저택에 잠입하는 짓을 할 리가 없지. 디아나가 안 탄 마차를 공격하는 것과, 디아나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저택에 잠입하는 건 일의 경중이 확실히 다르다. 아무리 멍청한 놈이라도 그 정도는 알 테니까. 아마 내가 진짜 디아나의 저택으로 들어오나 확인이나 하려고 따라온 거겠지. 그보다 내가 놀란 건 놈이 우리 뒤를 밟았다는 게 아니다. 바로 바넷사 때문에 놀란 거다. 대체 우리 뒤를 쫓아오는지 어떻게 안 거야? 기냐? 아니면 무슨 저 쓰레기의 영압 같은 거라도 느껴지는 거야? 무슨 소년만화도 아니고. 설마 저택에서 일어난 일을 전부 파악하고 있는 것도…. 게다가 이 녀석, 방금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할거냐고 물어봤다. 상대는 용사인데도. 저거 레벨 꽤나 높던데 말이야. 게다가 용사인 이상 스태이터스도 동 레벨의 다른 사람들과는 비교도 안 되게 높을 거다. 얼굴을 보면 그것도 확신할 수는 없지만, 에이 설마 못생긴 것도 서러운데 매력뿐만 아니라 다른 스탯도 사라만큼 안 되겠어? 아무튼 우리 슈퍼 집사는 그런 용사도 이길 자신이 있단 말이야? 나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담아 바넷사를 쳐다봤지만 바넷사는 여전히 안면 근육하나 꿈틀대지 않았다. …그래. 됐다. 얘랑 관련된 일은 생각하면 지는 거라는 생각까지 들기 시작했어. 나는 더 이상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시야 한 구석에 뭔가가 후다다닥 도망가는 게 보였다. 도망간다고 해도 아예 멀어진 것도 아닌데다가, 모퉁이에서 빼꼼 내밀어져있는 머리를 통해 누군지 다 보였지만 말이다. “실비아? 이리 온. 해치지 않아요.” 나는 최대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손짓을 해봤지만, 실비아는 내게 들켰다는 걸 알자마자 후다닥하는 소리와 함께 모습을 감춰버렸다. 어제 그 일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나와 마주치기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래도 부르면 올 정도는 됐었는데.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내 명령보다 도망가는 걸 우선하게 되어버렸나. 뭐, 어쩔 수 없지. 시간이 지나서 회복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하지만 실비아로 못 논다니. 안 그래도 맘 편히 밖에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인데, 놀 게 하나 더 줄어버렸다. 어쩔 수 없지. 아마 사라도 레이아도 오늘은 제대로 저택 안에 있을 거다. 나는 저택을 무작위로 돌아다니다가 우리 애들 중 가장 먼저 눈에 띈 애랑 놀기로 했다. “뭐? 걔가 아직도 밖에서 서성이고 있다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시간은 초저녁이 됐다. 나는 갑자기 다가온 바넷사의 보고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되물었다. “…네.” 바넷사는 날 내려다보면서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한 채로 대답했다. “흠…무슨 속셈인 거지.” 설마 밤이 되기를 기다리는 건가? 아니, 디아나의 위세에 겁먹을 정도의 정신머리는 있는 놈이다. 밤에 기습을 가한다든가, 농담으로 끝날 얘기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을 테지. 그럼 대체 뭐지? 대체 무슨 목적으로 아직까지 저택 밖에서 서성이고 있다는 거지? 나는 팔짱을 끼고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후우우우우….” 우오오오오. 하지만 이어서 귀를 간질이는 부드러운 숨결에, 내 안면 근육이 자동으로 풀리면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머, 후훗. 자, 구원씨. 이쪽은 다 됐어요. 다음은 왼쪽이에요.” “헤헷. 응.” 이어서 들려오는 우리 천사님의 목소리에, 나는 헤벌쭉 웃으면서 몸을 빙글 돌렸다. 처, 천사님의 고간이 바로 눈앞에…! 물론 옷으로 가려져있다고는 하지만, 코 전체를 향기가 가득 메우는 것 같았다. “구, 구원씨. 그렇게 냄새 맡으면 부끄러워요.” “미안. 너무 좋아서.” “후훗. 구원씨도 참….” 뭘 하고 있는 거냐고? 그야 뻔하잖아. 우리 천사님이 귀를 파주시고 계신 거다. 난 천사님의 허벅지 위에 머리를 얹은 채 바깥쪽을 바라보고 누워 있다가, 방금 천사님 쪽으로 몸을 돌린 상황이고. “…구원님. 그 자의 대응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가만히 우리가 노닥거리는 걸 보고 있던 바넷사가, 다시 한 번 내게 질문을 했다. 기분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목소리는 평소보다 약간 더 힘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 응. 잠깐 기다려. 생각 좀 해볼게. 으음….” 나는 천사님이 귀이개로 부드럽게 귓속을 파주는 감각을 만끽하면서, 생각을 해봤다. 젠장. 그 쓰레기 녀석. 나와 천사님의 소중한 시간을 방해하려 하다니. 절대 용서 못 해. 대체 무슨 목적으로 저택 밖에 대기타고 있는 상황이냔 말이야. 어차피 찌질하고 소심한 놈이니 내가 스스로 나가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못할 거면…어? 잠깐. 설마 진짜로 그걸 노리는 건가? 내가 디아나를 대동하지 않고 혼자 나오는 걸 노리는 거야? 가능성이 있었다. 아니, 그것 말고는 딱히 밖에서 대기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참 할 일 없는 놈이네. “아, 그 놈이 대충 뭘 하려는지 알 것 같아. 바넷사. 그대로 그냥 무시…아니지.” 그대로 무시하라고 할 셈이었지만, 생각해보니 이만한 기회도 없었다. 어차피 마인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서라도 놈을 한 번 더 만나기는 만나야했다. 그런데 놈이 제 발로 우리 집 앞까지 찾아와서 대기하고 있는 이 상황을 어찌 이용하지 않을 수 있을까. 놈은 지금 나한테 해코지 하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인데 잘도 마인에 관한 정보를 불겠다고? 훗. 그런 거, 이미 낮에 그런 짓을 한 시점에서 돌이킬 수 없게 된 거다. 게다가 놈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를 묘하게 적대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어차피 언제 만나도 놈은 나한테 적대적일 거다. 그러니 놈에게 마인에 대한 정보를 불게 만들려면 딱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었다. 바로 힘을 통한 압박 말이다. 이미 검증이 끝난 디아나가 하는 게 제일 편하겠지만, 놈은 나와 디아나가 같이 있다면 모습을 드러내려하지 않을 거지. 하지만 나에게는 디아나 말고도 쓸 수 있는 패가 더 있다는 말씀. 바로 마틸다라는 패가. 일단 마틸다는 말할 것도 없다. 내가 좀 막대하고 있기는 하지만, 저래 봬도 추기경이란 말이지. 게다가 이 세계는 여신님을 유일신으로 섬기며 모든 사람이 신자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교단의 권한이 강한 세계다. 그런 세계의 추기경이다. 더 말 할 것도 없지 않아? 실비아도 공주님과 소꿉친구인 걸 보면 꽤나 높으신 가문이겠지만, 용사 가문보다 힘이 강하다고는 확신할 수는 없으니까. 여기서는 확실하게 추기경 파워로 가자. “잠깐만 그대로 대응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어.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전 이만.” 어라? 한 번에 허락해주네. 바넷사도 나와 디아나가 헤어지기 전에 한 대화를 들었으니, 분명 사고치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는 말을 하면서 반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바넷사는 짧게 승낙하고는 바로 방을 나가버렸다. 뭐, 나한텐 좋은 거지만 말이야. 그럼 쓰레기 용사와 대면하기 전에 일단은…. “구원씨. 움직이시면 안 돼요. 가만히 계셔야 해요.” “헤헷. 응.” 우리 천사님과의 이 시간을 만끽해야지. 아무리 필요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 못생긴 얼굴을 볼 생각을 하니까 고통스러워서 말이야. 일단은 우리 천사님 성분을 최대한 보충하고 가자. 나는 내 몸 앞에 축 늘어져있는 꼬리에 손을 뻗어서 그 복슬복슬한 감촉을 즐겼다. “꺄악! 구, 구원씨도 참. 놀랐잖아요. 그러다 다치시면 어쩌려고 그러세요.” 레이아는 황급히 귀이개를 내 귀에서 빼내면서, 꼬리를 위아래로 움직여서 내 몸을 가볍게 찰싹찰싹 때렸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말이야. 이렇게 꼬리로 때리는 거, 체벌의 효과가 전혀 없지 않아? 오히려 역효과만 날 것 같은데 말이지. 뭐 그걸 따지자면 디아나의 토닥토닥도 마찬가지지만. “정말…가만히 있어주세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번엔 내 몸을 눌러 고정시키겠다는 듯 상체를 숙여왔다. 위에서부터 묵직한 가슴이 얼굴 옆면을 꽉 눌러왔다. 가슴으로 얼굴을 고정시키고 귀를 파다니. 그러니까 이거 완전 포상이라니까. 나는 얼굴에 느끼는 감촉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켰다. “후훗.” 덕분에 꼬리를 만지작대던 내 손이 멈추자 안심했는지, 레이아는 그렇게 살포시 웃으면서 꼬리를 내 몸 위에 얹고 쓰다듬듯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대로 가만히 계셔야 해요.” 뽀드득 뽀드득하는 귀 파는 소리와 레이아의 조용한 숨소리만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하아. 치유된다. 영원이 이 상태로 있고 싶어. 하지만 그 행복한 시간은 천사의 숨결과 함께 끝을 맞이했다. “후우우우우…자, 다 끝났어요. 후훗. 그렇게 간지러우세요?” “레이아도 한 번 당해볼래? 자, 후우우….” “어머! 후훗. 안 돼요.” 내가 몸을 일으켜 귀에 입을 가져다대려고 하자, 레이아는 바로 자신의 머리에 손을 뻗어서 자신의 두 귀를 앞으로 완전히 접어버렸다. 양손으로 귀를 접고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천사님도 귀엽구나. 이대로 계속 천사님과 노닥거리고 싶지만, 내키는 대로 했다가는 밤을 새버릴 것 같다. 아니, 오늘은 천사님 차례이기도 한 만큼 반드시 그렇게 되겠지. 과연 그 쓰레기도 밤새도록 우리 집 앞을 지키고 있진 않을 테니, 슬슬 가보실까. “그럼 레이아. 잠깐 나가서 일 좀 처리하고 올게.” “저도 같이 갈까요?” “아니. 괜찮아. 금방 다녀올게.” 놈은 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적대하고 있었다.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나는 그게 질투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자기는 용사인데도 그 외모 때문에 변변히 여자도 못 만나고 있는데, 나는 절세미인 여럿과 같이 놀아 다니고 있단 소문이라도 들은 거겠지. 물론 추기경 파워로 찍어 누를 계획이지만, 괜히 우리 천사님과 같이 나가서 질투를 더 유발할 필요는 없다. 썩어도 준치라고, 그래도 일단 용사인 만큼 눈 돌아가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도 모르고. 나는 마틸다와 단 둘이 용사와 만나기로 결심했다. “마틸다? 방에 있어?” “네, 넷?! 뭐, 뭔가요?! 아니, 잠깐만요! 들어오면 안 돼요!” 마틸다의 방문을 두들기자, 안에서 격한 반응이 나왔다. 저런 말 들으면 괜히 더 들어가 버리고 싶어진단 말이지. 하지만 오늘은 협력을 구하기 위해서 온 거다. 나는 괜히 화를 사지 말고 가만히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에서 마틸다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 “어흠. 흠. 흠. 뭐, 뭔가요? 이 시간에?” 마틸다는 자신의 옷매무새를 점검하듯이 매만지면서, 그렇게 시치미를 떼고 질문했다. 하지만 그 눈빛은 기대에 차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게 너무도 티가 났다. 이거 이러니까 조금 미안해지네. 뭘 기대하고 있는지는 알겠는데, 그런 일로 온 거 아니야. 저번에 섹스해달라고 외치게 한 다음 결국 지금까지 한 번도 안하기도 한만큼 괜히 더 미안해졌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좋은 기회였는데, 하필 우리 천사님과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바람에 완전히 노닥거리는데 빠지고 말았다. 나중에 틈을 봐서 정말로 해줘야지. “그게, 조금 부탁이 있는데 괜찮을까?” “…부탁이요?” 내 말에 마틸다의 표정이 눈에 띄게 시무룩해졌다. 야. 미안하다니까. 너무 그렇게 대놓고 티내지 마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무꾸914 // 바넷사의 종족은 용인족입니다. 만난지 얼마 안 됐을 때 짤막하게 언급이 나오죠. 마스터칼솔럼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14C2A58H2 // 21입니다. 참고로 종족명 뒤에 있는 숫자는 나이입니다. 363==================== 또 다른 용사 “추기경의 위치를 이용해서 남을 억압하다니…. 절대로 싫어요.” 내 부탁을 듣고, 마틸다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거절했다. 그리고 다시는 그런 말을 하지 말라는 듯이 날 노려봤다. “아니. 억압하자는 게 아냐. 조금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쪽이 맘대로 날 적대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말이야.” “그러니까 제 권력을 이용해 강제로 입을 열게 만들겠다는 거잖아요?” 그거야 그렇지만…. 설마하니 이 단계에서부터 애를 먹을 줄이야. 마틸다를 너무 얕보고 있었나. 일단 그럴듯한 분위기를 연출해서 마틸다가 또 내게 빠지게 만들면 시키는 대로 하게 만들 수 있기야 하겠지만, 과연 이럴 때까지 그러는 건 조금 꺼려졌다. 남의 성격을 이용해서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게 만든다니. 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쓰레기는 아니라고. 나는 일단 최대한 설득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이 정보는 여신님이 내게 주신 사명과도 연관되어있을지도 모른다고.” “…그게 무슨 말이죠?” 역시나 독실한 추기경님. 여신님의 이름을 꺼내니 바로 흥미를 보여 왔다. “미안. 아직 확실한 건 아니라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어. 하지만 맹세할게. 정말로 여신님이 날 보낸 이유와 연관이 있는 거야.” 마신과 마인이라니. 이름이 너무 그럴듯하잖아. 뭐, 마신이라는 명칭 자체가 어디까지나 내 추측의 영역에 불과한 거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부탁이야. 도와줘. 넌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돼. 그냥 가만히 서있기만 하면 돼. 그럼 내가 다 알아서 할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런 방식으로는….” “그냥 질문만 하고 끝낼 테니까. 응?” “약속이에요?” “그래. 약속할게.” 그렇게 해서 겨우 마틸다를 설득해낸 나는 마틸다와 함께 저택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저택에서 빠져나와서 몇 발자국 걷지도 않았을 때, 바로 쓰레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하하하! 멍청한 놈! 방심했구나!” 대체 멍청한 게 누군데. “응. 그래. 잘 만났다.” “지고의 대마법사님의 뒤에 숨어만 있던 녀석이 꽤나 여유로운 척을 하는군. 사실은 오줌이라도 지릴 것 같지?” 진짜 이 녀석 귀족이 맞긴 맞는 걸까. 레이디 앞에서 오줌 얘기가 뭐냐 오줌얘기가. 진짜 천박하기 그지없는 놈일세. “다 좋은데 말이야. 너 내 옆에 있는 분은 안 보이냐?” “아앙?” 일단은 귀족이니 추기경의 얼굴정도는 알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놈은 집히는 바가 없는 모양이었다. “고대의 저주에 맞서 홀로 고독히 싸우시던 마틸다 추기경님이시다. 이름 정도는 들어봤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쓰레기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역시 강자에 약한 쓰레기. 바로 반응이 나오네. “하, 핫! 되도 않는 거짓말을!” 목소리 떨리고 있다 이 녀석아. “더러운 녀석! 아무한테나 벌리는 여자 하나 잡아다가 신성한 추기경님의 복장을 입히고 더러운 플레이를 즐기고 있는 거겠지!” 너 지금 그 신성한 추기경님한테 아무한테나 벌리는 여자라고 말했는데, 그 말 감당할 수는 있냐? 나는 놈이 어디까지 추락할지 궁금해져서, 일단 가만히 한 번 지켜보기로 했다. 게다가 지금 입을 열면 똑같은 수준으로 맞받아칠 것 같으니까 말이다. 마틸다와 약속을 한 이상, 그렇게 할 수는 없지. 내가 가만히 있자 놈은 자신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기 시작한 건지, 성큼성큼 다가와서는 마틸다를 바라봤다. “큭. 자세히 보니 얼굴은 예쁘군. 이봐. 이런 여자 뒤에만 숨는 겁쟁이보단 이 용사님의 은총을 받는 게 어때? 듬뿍 사랑해주지.” “사, 사랑해주신다고요?” 누가 봐도 쓰레기 같은 대사였지만, 마틸다는 또 그 사랑한다는 말에 반응해버렸다. 진짜 얜 질리지도 않나. 마틸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알면서도 또 화가 나는 나도 나지만. 전에도 그랬으면서 나란 놈도 참 성장을 못하는 놈이란 말이야. “마틸다. 네가 사랑하는 건 나잖아.” 나는 마틸다의 허리를 끌어안고는 내 쪽을 바라보게 만들면서 말했다. “네. 구원씨. 사랑해요….” 마틸다는 그러자 또 금방 내게 사랑을 속삭였다. “뭐, 뭐냐 그 여자는!” “그러니까 저주받은 추기경님이라고 말 했잖아. 사람이 말하면 좀 들어라. 너 고자 안 됐냐?” “어, 어헉! 설마 정말로?!” 놈은 식겁해서 황급히 바지를 내렸다. 사내새끼 물건 따윈 요만큼도 관심 없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놈은 자기 물건을 스스로 만지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안 섰잖아. 고자가 됐는데 뭘 안심하고 있는 거야. 어, 잠깐. 설마 저게 선 거야?! 나는 그제야 놈의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아, 아아! 그 작은 크기! 너 그때 공주랑 붙어있던 그 조루새끼구나!” “이, 이, 이, 지금까지 몰랐단 말이냐아아아아!” “미안. 사내새끼 얼굴은 기억을 잘 못해서. 그래도 그 물건 보니까 기억 난다. 그렇게 작은 건 난생 처음 봐서 말이지.” “이, 이, 개새끼가아아아아아!” 녀석은 그렇게 외치면서 내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내 옆에 있는 마틸다를 보고는 시선이 마주칠라 황급히 다시 몸을 뺐다. 아직 그 정도 이성은 남아 있는 건가. 하긴, 아무리 작고 쓸모가 없어도 남자인 이상 고자가 되고 싶진 않겠지. “고자가 될 위기에서 구해준 사람한테 개새끼라니. 아무리 얼굴이 못생기고 물건이 작더라도 마음씨는 예쁘고 풍요로워야지.” “으드득! 두, 두고 보자!” 내 말에 이를 갈면서도, 놈은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야, 잠깐! 기다려! 물어볼게…!” 나는 놈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녀석은 그래도 용사라고 재빨른 몸놀림으로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졌다. 젠장. 실패인가. 쓰레기 녀석. 모처럼 내가 관대하게 잘 참아줬는데. 혼자 자폭으로 터져버리네.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저쪽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편하게 처리하려고 했을 뿐이었으니까. 나중에 기회를 봐서 다시 접촉하자. 게다가 방금 사건으로 저 놈이 날 처음부터 그렇게 적대하던 이유도 깨달았으니까. 설마 공주와 붙어먹고 있던 그 놈이었을 줄이야. 내가 공주를 보러 갔을 땐 항상 저 놈이랑 붙어먹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덕분에 공주가 항상 그만하고 가라고 내쫓았고, 아마 그 때문에 나에게 적개심을 품게 된 거겠지. 그렇다면 풀어주는 법도 간단하다. 난 앞으로 공주 만날 일 없으니까 둘이 알아서 잘 해보라고 말해주면 그만이다. 그 서큐버스 공주를 저 소물에 조루가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둘째 치고 말이다. “어휴. 미안. 기껏 도와줬는데 실패…마틸다?” 놈을 놓치고 마틸다에게 돌아오자, 마틸다가 울적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해줘요.” “응?” “…섹스…해줘요. 원하신다면 몇 번이라도 말할 테니까. 흐윽. 제발…제발 이 저주를 풀어주세요….” 마틸다는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맺힌 채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말투는 평소와는 어딘가 느낌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냥 슬픈 분위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걸 뭐라고 표현해야 될까. 그래. 평소에 마틸다가 저주를 풀고 싶어 하는 건, 이 저주 때문에 지금도 고통 받고 있을 남자들을 위해서라는 느낌이 강했다. 레이아가 말했던, 마틸다는 본래 남을 위하는 자애로운 성격이라는 걸 증명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마치 자기 스스로를 위해서 저주를 풀어달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전부 내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난 그렇게 느껴졌다. “어, 야. 뭘 그렇게 심각해지냐. 저주 때문이니까 그럴 필요….” “당신은 가볍게 생각될지 몰라도 전 아니에요! 방금도 그 저주 때문에 그런 남자에게…!” “그, 그래. 그럼. 알지. 나도 그런 뜻으로 말한 거였어. 네 본심이 아니라, 저주 때문에 그런 거니까. 불가항력이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란 뜻으로.” “어떻게 신경을 안 쓰나요?! 매번 이럴 때마다 제가 어떤 기분이 되는지…!” “응.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어. 네 기분도 신경 안 쓰고. 미안해. 저녁때까지 해줄 테니까 그만 울어.” 평소 같았으면 너 말고 다른 사람은 저주 때문에 이렇게까지 심각해지지 않는다고 놀렸겠지만, 과연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여자의 눈물은 무기란 말, 거짓말이 아니라고. 진짜 보면 약해진단 말이야. 그 심각한 분위기에 나는 마틸다의 어깨를 끌어안고 그 눈물을 닦아줬다. “정말로 믿어주시는 거죠? 방금 그건 절대 제 본심이 아니었어요. 전부, 전부 저주 때문이에요.” “응. 그래. 믿어.” “제 진심은…제 진심은….” “그래. 네가 진짜 좋아하는 건 나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마틸다가 자신의 눈물을 훔쳐 주는 내 손을 두 손으로 꼬옥 붙잡고는 달콤한 시선을 내게로 보내왔다. “흐읏. 그래요…. 제가 좋아하는 건 당신이에요. 구원씨….” 우와. 이럴 때마저 그 핑크빛 분위기가 발동해버리는 거냐. 분위기도 전환할 겸 가벼운 농담으로 한 소리였는데. 덕분에 진짜로 좋아하는 저 말도 전혀 진심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애들은 안 이런다는 소리만 못 들었다면, 나도 무조건 저주 때문이라고 생각했을 거다. 아니. 아무리 잘 반하는 성격이라도 이건 이상하긴 하잖아. 진짜 이 저주가 모종의 이유 때문에 마틸다에게만 더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거 아닐까? 뭐, 일단은 그런 고찰보다 마틸다랑 해주는 게 급하긴 하지만. “다녀오셨습니까. 일은….” “아, 일단 쫓아냈어. 아마 이제 한동안은 안 나타날 거야. 그리고 난 마틸다랑 방에 있을 테니까, 식사시간 되면 불러줘.” 나는 입구에 서있던 바넷사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황급히 방으로 향했다. “……네.” 뭐, 뭔데. 대답을 그렇게 한 박자 늦게 하는 거냐? 디아나 없다고 막 나가는 거 아냐! 얘 저주 치료하려고 하는 거야! 디아나도 인정해줬다고! 변명하면 괜히 더 구차해보이니까 굳이 변명은 안하겠지만 말이야. “자, 마틸다. 그럼 바로….” “네…구원씨….” 마틸다는 여전히 내게 핑크빛 시선을 보내면서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옷을 하나하나 스르르 벗어나갔다. 그리고 이내 완전히 나신이 된 마틸다는 내게 찰싹 달라붙어서 내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내 물건을 천천히 쓰다듬어서 세웠다. 안 그래도 마틸다의 탈의장면을 보고 반쯤 서있던 내 물건은, 그 손길에 순식간에 최대 크기로 자라났다. 자신의 손안에서 손가락이 맞닿지 않을 정도로 커진 내 물건에, 마틸다는 짧게 감탄의 소리를 내뱉었다. “아…너무 훌륭하세요….” “고마워. 마틸다도 예뻐.” 딱히 빈 말로 한 게 아니다. 저주 때문에 은근히 개그 캐릭터처럼 되어버렸고, 내가 우리 애들 때문에 소홀히 한 감도 있기는 하지만, 마틸다는 안 그래도 예쁜 사람들만 모여 있는 사제들 중에서도 교황과 성녀를 제외하고는 최고 위치라는 추기경이었다. 그 미모는 굳이 설명하면 입 아플 정도로 훌륭했다. 그러니까 아까 그 쓰레기도 저주 걸린 추기경이라고 미리 말 해줬는데도 발정난 개새끼처럼 들이댔던 거겠지. “구원씨….” 마틸다는 감격에 찬 듯 달콤한 한숨이 섞인 목소리를 내뱉으면서 내 몸에 자신의 몸을 더더욱 밀착시켰다. 그러자 철벽같이 답답한 사제복에서 해방되어 존재감을 한껏 뽐내던 그 가슴이 내 몸에 짓눌려 이리저리 형체를 바꿔갔다. 레이아와 비교하면 크기는 조금 작을지도 모르지만, 훌륭한 가슴이다. 애초에 레이아와 비교하면 대부분의 여자는 작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소피아 대사제도 사제복에 감싸여있는데도 불구하고 크기가 상당했지. 혹시 여성 사제는 성장할수록 가슴크기도 영향을 받는 거 아닐까? 여기 여신은 풍요를 관장하는 대지신. 게다가 생명의 가능성이니 뭐니 하면서 섹스를 권장하는 여신이니만큼, 전혀 가능성이 없는 얘기는 아니었다. 만약 그렇다면 우리 천사님이 여기서 더 레벨이 올라가면 대체…아니. 지금은 마틸다한테 집중하자. 아무리 내겐 우리 애들이 최고라고는 해도, 이럴 때까지 우리 애들 생각만 하는 건 마틸다한테 실례다. 그렇게 생각하도 다시 마틸다에게 정신을 집중하자, 마틸다는 어느 샌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바지를 뚫을 듯이 솟아올라있는 내 물건이 답답해보였던 건지, 재빨리 바지 앞섶을 풀고는 물건을 해방시켜줬다. 그리고는 마치 ‘많이 답답했지?’라고 말이라도 하듯이 상냥한 얼굴로 내 물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12시 땡 할 때까지 썼는데 여기까지 쓰는 게 한계였어요. 독자님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364==================== 또 다른 용사 평소 같았으면 느긋하게 물건에 닿는 손길의 감촉을 즐겼겠지만, 이번에는 목적이 있는데다가 시간제한까지 있는 상황인 만큼 마냥 그러고 있을 수도 없었다. “마틸…우오우.” “으응…?” 내가 마틸다를 불러서 일으키려고 했을 때, 갑자기 마틸다가 내 물건을 덥석 물어왔다. 그리고는 물건을 입에 문 채로, 핑크빛으로 물든 시선을 위로 향해서 무슨 일이냐는 듯이 내 얼굴을 올려다봤다. 그 모습을 보고, 아니 정확히는 물건에 느껴지는 감촉 때문에 내 안의 천사와 악마가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얘도 좋아서 이러는 건데 뭐 어때? 좀 더 즐기자고. 아냐. 저주를 풀기 위해서 하는 거잖아? 빨리 일으켜 세우고 삽입하라고. 두 가지 상념이 내 안에서 격렬하게 싸우고 있을 때도, 마틸다는 내 물건을 사랑스럽기 그지없다는 듯이 쪽쪽 빨아왔다. 저주 때문인지 천성인지는 둘째 치더라도, 물건을 빨면서 날 올려다보고 생긋 눈웃음을 짓는 마틸다의 모습은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없었다. 그 눈웃음을 보니 나는 이 상황을 더욱더 포기하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최대한 머리를 굴린 결과, 나는 한 가지 해답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래. 난 잘못생각하고 있었어. 입으로 봉사 받는 것과 삽입하는 건 서로 상반되는 게 아니야. “아….” 나는 마틸다의 머리에 손을 얹어 고정시키고는, 그대로 허리를 뒤로 빼서 물건을 입에서 빼냈다. 그러자 마틸다가 기분 좋지 않았냐는 듯이, 살짝 불안해 보이는 눈으로 날 쳐다봤다. 걱정 마라. 그런 거 아니니까. 나는 마틸다를 일으켜 세워서 같이 침대로 이동했다. 그리고는 내가 먼저 그 위에 드러누운 다음, 마틸다를 내 위에 엎드리게 만들었다. 나와는 머리 방향이 반대로 오도록. 이른바 식스나인이라고 불리는 자세다. 그래. 마틸다는 레벨이 높기 때문에, 어차피 바로 삽입은 불가능하다. 조금 공을 들여서 젖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니까 나는 마틸다의 음부를 어루만지면서 준비 작업을 하고, 그동안 심심할 마틸다는 입으로 내 물건을 가지고 놀도록 하는 거다. 완벽해.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결론이야. 나는 스스로의 판단력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마틸다도 내 뜻을 알아챘는지, 내 입 가까이에 음부가 위치하도록 엉덩이를 내리고는 자신은 내 물건을 입에 담고 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물건 끝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마틸다의 입술 감촉을 즐기면서, 나는 마틸다의 가랑이 사이를 쳐다봤다. 덩치가 큰 내 몸 양 옆에 무릎을 두고 엎드려있는 거다. 마틸다의 다리는 당연히 활짝 벌려져있을 수밖에 없었고, 덕분에 음부와 엉덩이가 눈앞에 훤히 드러나 있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음부는 꽉 다물어져있는데다가, 아직 물기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좋아. 이거라면 한동안 즐길 수 있겠군. 그렇게 생각하고 그 음부에 입을 맞추고 혀를 내밀어 음부 안쪽을 공략하려고한 순간, 마치 과즙이 듬뿍 담긴 과일을 한입 베물어 먹은 것처럼 음부 안쪽에서 애액이 입안으로 흘러들어왔다. 아무래도 젖지 않은 게 아니라, 그냥 꽉 다물어진 음부에 막혀서 애액이 밖으로 새어나오지 않고 있었을 뿐이었던 모양이다. 입안에 들어오는 애액을 맛보면서, 나는 반사적으로 마틸다의 엉덩이를 가볍게 찰싹 때렸다. 이 음란한 것 같으니라고! 별 거 한 것도 없는데 왜 벌써 젖어있는 거야! 빨기만 해도 젖는 거냐?! “히아응! 왜, 왜 그러시죠?” 충격은 거의 없이 그냥 소리만 크게 울리도록 때린 거였지만, 마틸다는 깜짝 놀란 모양이다. 황금히 상체를 들고는 자신의 엉덩이 밑에 있는 내 얼굴을 쳐다봤다. “뭐, 뭔가 맘에 안 드시는 거라도 있는 건가요?” 그렇게 마틸다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지만, 그러면서도 얼굴은 확실히 흥분으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젠장. 아까는 그냥 그 특유의 핑크빛 분위기에 물들어서 얼굴이 붉어진 거라고 생각했는데. 성적인 흥분도 포함되어있었던 거냐. 나는 별로 즐기지도 못했는데 벌써부터 젖어버린 마틸다를 책망하고 싶어졌지만, 그걸 따져봤자 마틸다 입장에서는 얘가 지금 뭔 소리를 하는 건가 싶을 거다. 어쩔 수 없지. 더 이상 변명거리도 없으니, 제대로 삽입을 할까. “아이. 이에 어으헤….” “하으읏! 이, 입을 떼고 말씀을….” 아차 음부에 입을 댄 채로 말해버렸네. “아니. 이제 넣을 테니까 내려오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틸다가 내려오기도 전에 먼저 그 허리를 붙잡고 마틸다를 앞으로 밀면서 스스로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후배위 자세에서 그래도 삽입을 했다. “흐으으응!”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입을 더 못 즐겨서 아쉬웠는데, 막상 삽입을 하고 나니까 아쉬움이 싹 사라졌다. 마틸다의 음부는 마치 빨아들이는 것처럼 내 물건을 꽉 붙들고는 오물오물 씹듯이 물건을 자극해줬다. 그 황홀한 감각을 맛보듯 나는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레벨 차이도 있는 만큼 이렇게 즐기듯 느긋하게 움직여서 금방 쌀 수 있을 것 같았다. “흐으응! 으응!” 하지만 그 느긋한 움직임이 마틸다는 애가 탔던 모양이다. 마틸다는 엉덩이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더 세게 해달라고 보채듯이 고개를 뒤로 돌려서 날 쳐다봤다. “뭐야 이걸론 부족해?” “그, 그런 건 아니지만요….” 마틸다는 수줍은 듯이 말했다. 평소처럼 그 일견 오만해 보일 정도로 고압적인 말투로 부정한 게 아니다. 여전히 마틸다는 내게 핑크빛 시선을 보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저 말투는 마치 ‘난 당신과 이렇게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여자에요.’라고 말하는 것 같은 말투였다. 귀엽기 그지없는 반응이지만, 그래선 재미가 없지. 아니 재미는 둘째 치더라도, 제대로 기분이 좋아져야 저주를 풀 수 있을 테니까. “아니기는. 움직이고 싶으면 움직여봐.” “저, 흐응…정말로 그런 게….” 그런 게 맞는 걸로 보이는데 완고하네. 어쩔 수 없지. 저 성격을 의도적으로 이용하는 건 조금 미안하지만, 저주를 풀기 위해서기도 하니까 이 정도는 괜찮겠지? “난 네가 스스로 격렬히 움직여줬으면 좋겠는데. 내가 부탁 들어줄 수 있지?” “네…구원씨…흐응. 흐읏! 하응! 하아아앗!” 내가 상체를 숙이고 속삭이자, 마틸다는 곧장 스스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허리를 흔들자마자 곧바로 쾌락에 찬 신음성을 흘리는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처음부터 이걸 원했다는 걸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좋아. 보고 싶은 모습도 봤으니, 나도 이제 더 열심히 허리를 흔들어 볼까? 적당히 즐기는 건 좋지만,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저주를 풀기 위해서라도 많이 싸면 많이 쌀수록 좋은 거니까. 막 허리를 움직이려는 찰나에,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섹스로 저주가 풀린다는 건 알아냈지만, 구체적인 조건까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그냥 마틸다가 많이 절정에 달하면 풀리는 건가? 아니면 내가 사정을 해야지 풀리는 건가?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험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다. 더 효율적으로 저주를 풀기 위해서라도, 꼭 한 번 실험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군. 나는 곧장 스스로에게 절정 속박을 걸었다. 내가 사정하는 게 더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했으면서 왜 스스로한테 거냐고? 그야 나는 여성이 괴로워하는 모습은 되도록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진정한 신사니까 말이지. 마틸다가 절정속박에 걸려 절정에 달하지도 못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느니, 스스로에게 절정속박을 걸어서 확인을 하겠다는 거다. 난 불굴의 성욕 덕분에 절정속박으로 미칠 일도 없고, 어차피 둘 중 하나한테만 걸고 나머지 하나가 계속 절정에 달하면 확인은 가능한 거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런 의미에서, 그럼 이제부터 실험을 위해서라도 마틸다는 철저히 절정지옥에 빠져줘야겠는걸. 나는 곧장 온갖 스킬을 발동하고, 허리의 피스톤 운동 속도를 급격히 늘렸다. “으응! 흐읏! 하응! 구원씨…! 흐읏!” 아무래도 마틸다가 레벨이 있다 보니 다른 애들처럼 곧장 절정에 달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그것도 시간문제다. 불굴의 성욕이라는 스킬을 얻음으로서, 스킬 시너지를 통해 나는 그 어떤 여자도 절정으로 보낼 수 있는 몸이 됐으니까 말이다. 피스톤 운동 한 번 당 나와 상대가 받는 쾌락을 점점 늘려주는 데다가, 내가 사정할 때까지 그 증폭이 무한대로 증가하는 섹스 부스트. 그리고 내가 사정하는 것을 막아주는 절정속박. 마지막으로 그 지독한 쾌감에도 미치지 않고 멀쩡히 정신을 유지하게 만들어주는 불굴의 성욕. 아직 철저히 시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세 스킬의 시너지는 생각만 해도 훌륭하기 그지없었다. 아마 이제 나는 전생 전의 디아나와 섹스를 하더라도, 시간만 들이면 최후의 자존심 없이 절정으로 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무섭기 그지없는 스킬 시너지 효과였다. 그리고 나는 그 스킬 시너지 효과를 마틸다 상대로 처음 맛보기로 했다. “으응! 흐읏! 으응! 하응! 흐으으으응!” 내가 온갖 스킬을 발동한 채 빠른 속도로 피스톤 운동을 하자, 마틸다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뒤로 확 젖히며 앞을 바라본 채로 절정에 달해버렸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평범하게 섹스로 절정에 간 것에 불과하다. 제대로 스킬 시너지가 발휘되면 이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다. 나는 몰려들어오는 쾌감을 참으면서 더 열심히 허리를 마틸다의 엉덩이에 부딪혀갔다. 찰싹찰싹하고 소리가 날 정도로 강렬하게 허리를 움직이자, 허리가 부딪힐 때마다 부드러운 엉덩이가 파문을 그리듯 출렁이면서 율동했다. “아, 아, 아, 아, 아읏…으으으응!” 그리고 엉덩이로 내 허리가 주는 충격을 전부 받아주면서, 마틸다가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아까 절정에 달했을 때 보다는 확실하게 주기가 짧아진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이거, 스킬 시너지를 발휘하는 게 생각보다 꽤나 힘들었다. 마틸다가 절정에 달할 때마다, 안 그래도 내 물건을 오물오물 씹듯이 자극하면서 엄청난 쾌감을 주던 마틸다의 음부가 더욱더 내 물건을 꽉 물어왔기 때문이다. 불굴의 성욕으로 쾌감에 미쳐버리거나 지독한 쾌감에 복상사할 일은 없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그 쾌감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쾌감은 고스란히 느껴지지만, 그걸로 죽거나 미치지 않게 보호되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덕분에 참고서 허리를 움직이는 게 상당히 고역이었다. 당장이라도 절정 속박을 풀고 마틸다의 안에 시원하게 사정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실험을 위해서라도 그럴 수는 없지. “흐으읏!” 나는 마음을 다잡듯 마틸다의 부드러운 엉덩이를 양손으로 꽉 붙잡았다. 덕분에 엉덩이 골이 더더욱 벌려지면서 그 사이에 있던 구멍이 모습을 훤히 드러내자, 마틸다가 부끄럽다는 듯이 한 손으로 자신의 엉덩이를 가리려고 했다. 아직 그럴 정신이 있다는 말이지. 나는 뭔가 오기가 생겨서 더더욱 피스톤 운동을 빨리했다. 그래도 아까까지는 물건을 길게 왕복시키면서 움직임만 빨리하는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짧게 끊듯이 빠르게. 오로지 섹스 부스트의 효과를 얻는 것에만 집중하는 움직임이었다. 너무 짧게 움직이는 바람에 피스톤 운동이라고 하기 보다는 거의 진동에 가까운 움직임이 됐지만, 섹스 부스트의 효과를 얻기에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흐으으, 으응, 으읏, 읏, 읏!”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무서운 속도로 쾌감이 증폭되는 게 느껴졌다. 그나마 크게 움직이는 게 아니라서 마틸다의 반응이 아까보다 더 강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난 알 수 있었다. 가만히 있어도 꾸물꾸물 움직이면서 쾌감을 주는 마틸다의 음부에 넣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 쾌감이 무서운 속도로 증폭되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충분할 만큼 섹스 부스트 효과를 증폭시켰다고 생각한 다음, 나는 마틸다의 엉덩이를 붙잡고 물건이 뽑히기 직전까지 허리를 길게 내뺀 후 음부 안쪽을 강타하듯 한 번에 허리를 밀어붙였다. “흐으으으으으읏!” 그리고 그 움직임 한 번에, 나보다 레벨이 훨씬 높은 마틸다가 바로 절정에 달해버렸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흐으으으응! 엣? 안…하으으으으읏! 이, 이거 뭐야아아아아앙! 하아아앙!” 내가 허리를 한 번 부딪힐 때마다, 마틸다는 절정에 달하게 되었다. 침대 위를 짚어서 단단히 버티고 있던 마틸다의 팔이 점점 허물어져 내렸다. 그리고 끝내는 완전히 늘어져서 가슴과 얼굴을 침대에 찰싹 밀착시키고 팔을 아무렇게나 축 늘어뜨린 채, 엉덩이만 위로 들어 올려진 자세가 되었다. “흐으으으으응! 아, 안애애애애앵! 이, 으으으응!” 그 자세로 마틸다는 피스톤 한 번에 절정 한 번이라는 절정 지옥에 빠져서 미친 듯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2시간 전후로 한 편 더 올릴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쓰고는 있는데 졸려서 장담을 못하겠네요. IceOfSonic // 피임마법은 기한이 아슬아슬해지면 디아나 차례 때 디아나가 알아서 걸어 놓는다는 설정입니다. 굳이 매번 쓸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생략하고 있었어요. 그것과는 별개로 일단 관련 씬을 하나 생각은 해두고 있는데 아직까진 그 씬이 나올 기회가 안 보이네요. 365==================== 또 다른 용사 몇 번 더 허리를 움직여서 마틸다를 절정으로 보낸 나는, 더 이상 하면 위험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겨우 허리 움직임을 멈췄다. 연속 오르가슴에 지친 마틸다는 침대에 축 늘어져서 진작 움직임을 멈추고 있었기 때문에, 방 안에는 이제 오로지 마틸다의 거친 숨소리만이 들려오게 됐다. 너무 심했나. 스킬들의 시너지 효과는 내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효과를 발휘했다. 설마 나보다 레벨이 한참 높은 애를, 마치 레벨이 한참 낮은 애 상대하듯이 절정에 달하게 만들 수 있을 줄이야. 중간부터 마틸다가 지나친 쾌감에 기절했다가 깨어나기를 반복하기까지 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덕분에 나는 사정 한 번 하지 않고 마틸다만 엄청나게 느끼게 만들 수 있었다. 만약 정말로 마틸다가 절정을 느끼는 게 조건이라면, 순식간에 저주를 해제할 방법이 생긴 거다. 나는 당장 확인을 하기 위해서 일단 허리를 뒤로 빼서 삽입을 풀었다. “하으으으응….” 아직 내가 사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섹스 부스트의 효과는 유지되고 있었다.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마틸다는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해버렸다. 나도 아직 한 번도 사정을 못해서 쾌감이 엄청났지만, 이제 조금만 참으면 된다. 다 된 밥에 재를 뿌릴 수는 없지. 내가 물건을 빼내자, 내 물건에 막혀서 음부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던 애액들이 마치 오줌이라도 싸듯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지대가 없어진 마틸다의 엉덩이는 천천히 힘을 잃고 침대위로 쓰러졌다. 겉모습만 보면 마치 강간이라도 하고난 후의 모습 같지만, 이거 너무 좋아서 힘이 빠진 것뿐이니까. 나는 마틸다의 몸을 붙잡고 위를 보고 똑바로 눕도록 반 바퀴 돌렸다. 힘이 빠진 마틸다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대로 몸을 빙글 돌렸다. 그러자 마틸다의 몸 왼쪽을 뒤덮고 있는 검은 저주의 흔적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 보자…길이가…. 분명 전에는 손목까지 오던 게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줄었으니까…이런 망할! 전혀 안 줄었잖아! 역시 조건은 내가 사정을 하는 거였던 말이 되는 건가. 그래.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릴 리 없지. 만약 마틸다가 느끼는 게 조건이었다면, 며칠 동안 날 잡고 힘쓰면 바로 저주를 풀어줄 수 있었을 텐데. 조금이라도 기대한 내가 바보였다. 젠장…. 난 지금까지 뭘 위해서 그렇게 사정을 참고 있었던 거야. 나는 한 번도 사정을 하지 못해서 여전히 성이 난 물건을 바로 마틸다의 안에 다시 집어넣었다. “으응….” 한 번 삽입을 풀어서 섹스 부스트의 중첩이 사라졌기 때문에, 마틸다의 반응은 아까처럼 격렬하지 않았다. 물론 지금 주는 쾌감이 낮아졌을 뿐, 아까 느낀 절정들의 여운은 아직도 남아있을 테니까 아예 감흥이 없는 건 아닐 테지만.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은 내가 사정하는 게 더 중요하다. 더는 참고 있을 이유가 없으니 당장 싸고 싶다는 이유도 있고, 내가 싸는 게 저주 해제의 조건이라는 점도 있으니까. 똑똑. “구원님. 저녁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내가 사정을 하기 위해서 허리를 움직이려 했을 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바넷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윽. 어느새 시간이. 젠장. 타이밍도 더럽게 나쁘지. 하지만 이대로 바로 밥을 먹으러 갈 수는 없었다. 적어도 한 번은 사야겠어. 아무리 불굴의 성욕으로 보호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안 싸면 돌아버릴 거야. 나는 바넷사의 부름을 무시하고 일단 허리를 움직였다. “으응…으읏…흐읏!” 그러자 힘없이 누워있던 마틸다도 다시 조그마한 신음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이제 곧, 이제 곧이니까. 쾅! 쾅! “구원님. 저녁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내가 대답이 없자, 문 밖에서 다시 한 번 바넷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못 들었다고 생각한 건지,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었지만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아까보다 확연히 커져 있었다. “조금만 기다려!” 나는 신경질적으로 대답한 다음에, 마틸다에게 허리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흐으으으으으응!” 안 그래도 연속된 절정의 여운으로 민감해져있던 마틸다는, 그 한 번에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해버렸다. 그리고 나 역시도 절정을 느낀 음부가 꽉 조여 오는 감각을 맛보면서 사정을 했다. 그동안 참아왔던 반동인지, 엄청난 쾌감이 온몸을 휩쓸었다. “으응…구원씨….” 마틸다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는 듯이 손을 뻗어서 내 뺨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나는 그 팔에 있는 저주의 흔적이 아까보다 조금 짧아져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뭐지? 전에는 한 번 사정으로는 눈으로 확인도 안 될 정도로밖에 줄지 않았었는데. 다시 한 번 제대로 살펴봤지만, 아까보다 확실히 손가락 한 마디정도 줄어들어 있었다. 분명 나는 한 번밖에 싸지 않았는데? 다른 거라면 쾌감이 전에 없이 컸다는 것 정도…아, 설마 그런 건가. 어쩌면 이 저주를 푸는 방식도 레벨 업과 똑같은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건가. 레벨 업 역시 상대방이 얻는 쾌감이 크면 클수록 경험치를 얻는 양도 늘어나니까 말이다. 내가 쾌감을 많이 느끼면 많이 느낄수록, 저주가 해제되는 속도로 빨라지는 거다. 하지만 이런 것까지 레벨 업 시스템에서 따오다니. 정말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이 세계의 시스템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것 같은 느낌의 저주다. 혹시 이 저주를 만든 녀석, 누군지는 몰라도 여신님을 엄청나게 싫어하는 녀석이었나? 하지만 분명 고대의 저주라고 했었다. 보통 고대라고 하면 신들의 영향이 더 강력할 때 아닌가?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고대라고 하면 신들과 더 밀접하게 접해있다는 인상이 강하니까 말이다. 그런 시대에서 잘도 여신님께 정면으로 대항하는 것 같은 저주를 만들어냈네. “구원님. 저녁.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내가 마틸다를 내려다보면서 그런 생각에 빠져있었을 때, 밖에서 바넷사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들려왔다. 평소와 다름없는 차분하고 무감정한 목소리지만, 기분 탓인지 상당히 화난 것처럼 들렸다. 한 마디 한 마디 끊어 말할 때마다 방문을 쾅쾅 두들겨온 덕분에 더욱더. “엣?! 헷?! 자, 잠깐 기다리세요! 으응으읍!” 그리고 마침내 마틸다도 핑크빛 분위기에서 빠져나와서 바넷사의 목소리를 들은 모양이다. 상당히 당황해서 그렇게 외치고는, 내 물건을 빼내려고 했다. 하지만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건지, 몸을 퍼덕여봤자 야릇한 신음성만 터져 나올 뿐 내 물건을 빼내지는 못했다. 마틸다는 자신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튀어나오자 당황한 듯 입을 가리면서 문 쪽을 바라보더니, 다시 내 쪽을 노려보면서 말했다. “다, 당신도 가만히 있지 말고 얼른 빼세요!” 뭘 이렇게까지 당황하는 거지? 바넷사가 화난 게 그렇게 무서운 건가? 그런 느낌은 아닌데. “빠, 빨리요! 들어오면 어쩌려고 그래요?!” 아, 그런가. 그러고 보니 얘도 성직자. 남한테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은 건가. “빼라고?” “뭐, 뭘 묻고 있는 건가요? 당연하잖아요! 어르으으으읏!” 나는 일부러 마틸다에게 말을 걸고, 대답하는 순간에 물건을 확 빼냈다. 그리고 기대했던 대로, 마틸다는 차마 입을 가리지도 못한 채 크게 신음소리를 흘려버렸다. “뭐, 뭐하는 거예요?!” “응? 빼라고 해서 뺀 건데.” “이, 이, 이…! 얼른 옷이나 입어요.” 사라나 디아나 같았으면 분명 한 대 때렸을 정도로 짓궂은 장난이었지만, 마틸다는 그저 밉다는 듯이 날 노려보기만 했다. 반응이 조금 재밌어서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과연 이 이상 바넷사를 화나게 하는 건 위험한가. “그대로 입으면 냄새 풀풀 날 걸. 정령으로 깨끗하게 만들어줄까?” “…으으…. 이번엔 제발 소리 안 나게 부탁드릴게요.” 마틸다는 잠깐 날 노려보면서 고민하더니, 결국 이대로 나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참으면 되잖아. 알다시피 나도 정령을 다룬지 얼마 안 돼서 익숙하지 않다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물의 정령을 불러냈다. 그리고는 나와 마틸다의 몸을 깨끗하게 만들어 주도록 부탁했다. “으으응! 다, 당신…!” “야. 잠깐. 기다려. 이번엔 그냥 씻겨준 것뿐이잖아. 방금 그건 그냥 순전히 네 몸이 민감해서….” “구. 원. 님. 식. 사. 준. 비. 가.” “으아아! 알았어. 곧 나갈게!” 의도치 않은 해프닝으로 다시 한 번 마틸다와 말다툼을 하게 될 뻔 했지만, 곧이어 들려온 바넷사의 목소리에 나와 마틸다는 황급히 옷을 입고는 문밖으로 나갔다. “섹스가 상당히 즐거우셨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자마자, 바넷사가 섹스라는 단어를 무척이나 힘줘 말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상하다. 보통 여자가 섹스라는 단어를 말하면 흥분될 텐데 말이다. 바넷사가 하는 말을 들으니 다른 의미로 심장 박동이 커져갔다. 주로 공포심 같은 걸로. “아, 아니. 이건 어디까지나 저주를 풀기 위해서…화났냐?” 내가 왜 얘한테 변명을 하고 있는 건지 의문을 가질 수도 없을 정도로, 바넷사의 모습은 박력이 있었다. “화 안 났습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무서워 죽겠다, 이것아. “저보다는 레이아님을 신경 쓰시는 편이 좋지 않으시겠습니까?” “으, 응? 그게 무슨….” “자, 가시죠. 사라님과 레이아님이 기다리십니다.” “야. 그게 무슨 소리냐니까?!” 바넷사는 끝까지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식당에 도착하자 나는 자연히 바넷사가 그렇게 말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구원씨…. 저…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 천사님께서 상당히 풀죽은 모습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날 쳐다봤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머리 위에 쫑긋 솟아올라와 있는 귀가 옆으로 축 늘어져있고, 그 가련한 얼굴이 슬픔으로 물든 모습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려올 정도로 애처로웠다. 그, 그러고 보니…레이아랑 노닥거리다가 잠깐 일 좀 보고 온다고 한 다음 그 쓰레기 용사를 만나러 간 거였지. 망했다. “레, 레이아. 그게, 설명하자면 긴데,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 “후훗.” 내가 당황해서 해명하려고 하자, 울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천사님이 입을 손으로 가리고 갑자기 쿡쿡 웃었다. “레, 레이아?” “후훗. 장난이었어요. 당황하셨나요?” “어? 자, 장난?” “네. 저도 보면 대충 어떤 상황인지 알아요. 마틸다 추기경님의 저주를 치료해주고 오신 거죠?” “어, 응. 그러니까 아까 집 주변을 서성이던 놈을 쫓아내다가 마틸다가 저주 효과로 또 고생을 해서, 분위기가 저주 해제에 힘쓰는 쪽으로 돼버렸어. 미안!” “아뇨. 괜찮아요. 구원씨께서 사과할 게 있나요. 저도 마틸다 추기경님이 고생하신 얘기는 많이 들어서 잘 알고 있는 걸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옆에 앉으라는 듯이 옆에 있는 의자를 손으로 톡톡 두들겼다. 어? 정말로 화나거나 슬픈 거 아냐? 아니. 그럼 아까 바넷사가 한 말은 뭔데?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려 바넷사를 쳐다봤다. 하지만 바넷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여전히 무표정을 고수한 채로 조용히 나를 마주봤다. 제, 젠장! 속였구나! “뭔가 하실 말씀이라도?”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래. 나도 방금 전에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잘못은 있으니, 이걸로 비긴 걸로 쳐주지. 결코 아까 전에 화나보였던 바넷사가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야. 나같이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착한 놈을 모시게 된 걸 다행으로 여기라고! 다음에 또 이런 장난을 치면 용서 안 할 테니까 말이야! 나는 속으로만 그렇게 되뇌면서 레이아의 옆에 앉았다. “하지만…다음부터는 얘기라도 해주셔야 되요? 기다렸던 건 정말이란 말이에요.” “아, 응. 미안. 앞으론 조심할게.” 크윽. 우리 천사님은 왜 이렇게 착하신 거냐. “그런데 구원.” 내가 천사님의 천사스러움에 흠뻑 빠져있자, 그때까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던 사라가 입을 열었다. “으, 응?” “바넷사가 부르러 간 게 언젠데, 왜 이제 오는 거야? 그렇게 좋았어?” “어, 아, 아니. 그게…부른다고 바로 나올 수도 없잖아. 그, 너도 알잖아. 씻기도 해야 되고….” “구원 이제 정령 다룰 수 있잖아.” “아니, 하지만….” “어땠어요? 바넷사.” “상당히 즐거우셨던 모양입니다. 제가 불러도 한동안 행위를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잠깐! 야! 그걸 또 그대로 말하냐?! “흐으으으응….” “잠깐. 사라야. 진정해.” “뭘? 내가 진정하지 못할 짓이라도 했어?” 결국 레이아는 무사히 넘어갔지만, 의외의 복병 사라에게 나는 철저히 당해야했다. 젠장. 그러고 보니 바넷사 녀석. 올 때 레이아에게 신경써야 되는 거 아니냐고 했었잖아. 설마 그것부터 함정이었던 건 아니겠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66==================== 또 다른 용사 “후우. 죽는 줄 알았네.” 잠깐 실험을 하느라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고백까지 하고 나서야, 나는 겨우 사라의 화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사라는 처음 내 얘기를 듣고 반신반의한 표정이었지만, 내가 내일 사라의 몸에 직접 스킬 시너지의 효과를 체험시켜주겠다고 하자 바로 꼬리를 내렸다. 하지만 사라야. 이미 늦었단다. 난 이미 단단히 결심했거든. 내일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사라에게 스킬 시너지의 효과를 체험시켜 주겠어. 그 쿨한 얼굴이 어디까지 망가질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크하하하하하! 뭐, 사라와는 별개로 레이아부터 문제이기는 하지만. “구원씨?”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어느새 방으로 돌아왔던 건지 레이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혼자서 히죽거리니까 또 갑자기 침울한 표정을 짓는 내가 상당히 이상해보였던 거겠지. 레이아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내 얼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와서 가만히 쳐다봤다. 막 목욕을 끝마치고 나와서 상기된 레이아의 매력적인 얼굴이 갑자기 클로즈 업 되는 바람에 나는 조금 두근거렸다. “아, 응. 아냐. 아무것도.” 뭐, 사라에 대한 복수는 내일한다고 치더라도, 지금 당장은 레이아한테 집중해야지. 평소 레이아는 보통 나와 같이 씻지만, 오늘은 식사를 마치자 사라와 같이 저택에 있는 큰 욕실에서 씻고 왔다. 당연히 오늘도 같이 씻을 줄 알았던 내가 의아해하자, “구원씨는 씻으실 필요 없잖아요?”라는 한 마디만을 남기고 말이다. 아니. 뭐, 밥 먹기 전에 씻고 왔으니까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장난인 척 하기는 했지만, 혹시 레이아 정말로 화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가 그런 걱정을 하기에는 충분한 태도였다. 하지만 이 얼굴을 보면, 역시 화내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온화하고 천순하고 가련하고 포근하고 아무튼 평소처럼 천사같은 레이아의 모습 그대로였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목욕을 마치고 나와서 상기된 피부와 젖은 머리카락이 요염하게 보이는 정도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대담하네. 레이아의 얼굴이 평소와 다름없다는 것에 안도하게 되자, 내 시선은 자연히 아래로 내려갔다. 거기에는 무방비하게 드러난 가슴골이 두둥하는 효과음이 들릴 정도로 엄청난 박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랬다. 레이아는 지금 사제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 욕실에서 여기까지, 무려 목욕 가운만 걸치고 온 것이었다. 물론 목욕 이후에 어차피 다시 옷을 벗을 걸 생각하면 다시 안 입는 편이 효율적이기도 하고, 이 저택에는 나를 제외하면 여자밖에 없으니 부끄러울 것도 없지만. 그리고 애초에 목욕 가운이라는 게 생각보다 그다지 노출도가 있는 물건도 아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는 나는 대담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왜냐하면 레이아의 넓은 마음을 대변하듯 잘 발달한 가슴의 두 봉우리가, 분명 노출도가 낮을 터였던 목욕가운의 중앙을 튀어나올 듯 공격적으로 압박하며 강제로 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보고 대체 어느 누가 목욕가운은 생각보다 노출도가 낮다는 소리를 할 수 있을까. 디아나가 목격하면 그것만으로도 이성을 잃을…아니. 아무튼 엄청난 광경이었다. “구원씨도 참….” 레이아는 내 시선을 눈치 챘는지, 한 손을 자신의 가슴골 부근에 올려서 살며시 가렸다. 아니. 네 가슴은 고작 그 자그마한 손 하나로는 안 가려지니까. 물론 그런 생각을 직접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고, 나는 변명을 하기로 했다. “아니야. 사도 인장 보고 흐뭇해한 거야.” “후훗. 정말로요?” 레이아는 내 되도 않는 변명이 재미있다는 듯이 쿡쿡 웃으면서, 살며시 내 몸을 밀어서 침대에 눕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손길로 내 바지를 벗겨갔다. 오오. 오늘은 이렇게 갑자기 시작해버리는 건가. 레이아도 많이 대담해졌네. 내 바지와 속옷을 붙잡고 한 번에 벗겨 내린 레이아는, 방금 가슴을 보느라 조금 시동이 걸려있는 내 물건을 붙잡고는 얼굴을 살며시 가져다 대서…킁킁하고 귀엽게 콧망울을 움찔거리면서 냄새를 맡았다. …응? 지, 지금 뭐하는 거야? 입으로 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나는, 완전히 기습을 당해서 그만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만 보게 됐다. “후훗. 제대로 냄새는 없애셨네요.” 그야 정령으로만 씻은 게 뭔가 찝찝해서 말이야. 네가 목욕하는 동안 나도 다시 한 번 비누거품 내서 제대로 씻었거든. 아니. 그보다. 천사님. 진짜로 화 안 난거 맞죠? 나는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어찌됐든 내가 레이아에게 기다리라고 한 다음에 바람맞힌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이, 이럴 때는…그래. 레이아가 좋아할만한 말을 하자. “레이아. 내가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네?”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오늘은 연습을 하는 게 어떨까?” “네? 미래요?” 레이아는 내 갑작스러운 말이 대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좋네, 그거. 내 물건을 잡고 그렇게 얼굴을 갸웃거리니까, 뭔가 섹시하면서도 백치미가 느껴졌다. “그래. 나도 레이아와는 언젠가 꼭 아이를 가지고 싶으니까.” “아…구원씨….” 그렇게 말하자, 레이아는 그제야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는 듯, 감격에 찬 얼굴로 내 이름을 중얼거렸다. 원래는 레이아가 먼저 꺼냈던 말이니만큼, 사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알고 있는 얘기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 천사님은 감동해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아음…쪽…하음….” 레이아는 곧장 상체를 일으켜서 내 목에 팔을 두르고 안기더니, 내 입술을 쪽쪽 빨아왔다. “으음…그래서 내가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하아…네.” 키스도 역시 정기가 흡수되는 만큼, 입을 떼고 대답하는 레이아는 얼굴이 아까와는 다른 이유로 더더욱 상기되어있었다. 구미호로 변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역시 정기를 흡수하면 흥분이 되는 모양이다. “제일 첫 단계는 정기 흡수 능력 컨트롤에 집중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최종적으로는 구미호의 힘을 완전히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는 게 이상적이겠지만, 우선 정기 흡수 능력만 제대로 컨트롤 할 줄 알면 아이는 가질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순서상으로 정기 흡수 능력부터 제대로 다루는 게 더 연습하기 편할 거야.”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레이아는 내 말에 한 치의 의심도 하지 않은 채, 정말로 궁금하다는 듯이 재촉해왔다. “삽입을 하면 레이아도 구미호 상태가 되어버리고, 이제 이성을 잃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극도로 흥분되는 바람에 냉정하게 마나의 흐름을 관찰하거나 하지는 못할 거 아냐?” “그, 그건…네.” 레이아는 삽입하면 극도로 흥분해서 스스로 행위를 주도하기까지 하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부끄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나랑 몸을 겹치게 되고 대체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언제까지나 처녀 때처럼 풋풋한 반응을 보여주시는 천사님은 역시 천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우선은 삽입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것부터 해보자는 거야. 레이아는 입으로 해주는 것으로도 정기를 흡수할 수 있잖아? 피부에 닿아도 느리지만 정기를 흡수할 수 있고.” “아…그런 거군요. 그, 그럼 오늘은…?” 레이아는 오늘 할 플레이 내용이 뭔지 짐작했다는 듯,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말했다. “그래. 오늘은 밤새 키스하면서 정기 흡수를 컨트롤 해보도록 노력하는 거야.” “여, 역시…네? 키스요?” 내가 먼저 그렇게 떡밥을 던져놨으니까 말이야. 아마 입으로 해달라고 하거나, 몸에 뿌리는 플레이를 할 거라고 생각했던 거겠지. 하지만 나는 아까 일부러 언급을 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정기 흡수 방법을 언급했다. “응. 키스. 왜? 레이아는 무슨 생각했는데?”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반응을 보니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왜? 뭔데?” “저, 정말! 몰라요!” 레이아는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이 얼굴을 양손으로 가리고 뒤로 돌더니, 꼬리로 날 찰싹찰싹 때렸다. 레이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그거 남한테는 하지 마. 유혹하는 걸로밖에 안 보여. “왜 뒤를 돌아? 그럼 키스를 못하잖아.” “구원씨, 너무 짓궂으세…아음. 으음. 쪽. 흐음.” 레이아는 새빨개진 얼굴로 항의를 하려고 했지만, 내가 그 가늘고 하얀 목에 손을 받치고 고개를 내 쪽으로 향하게 만든 후 키스를 하자 곧바로 자신도 혀를 움직여 응대해왔다. “레이아. 키스에만 집중하지 말고, 정기 흡수 쪽도 집중해야하는 거 알지?” “아음…그, 그럼요….” 한동안 키스를 하다가 내가 주의하자,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직전까지 키스에 빠져서 잊고 있었던 거 아닐까? 물론 삽입만큼은 아니겠지만, 정기를 흡수하는 모든 행위는 결국 잠재되어있던 구미호의 본능을 일깨워서 흥분하게 만드는 모양이니까 말이야. “으응…으음…쪽…하음….” 달콤한 키스에 살짝 눈이 풀어지면서, 그러면서도 뭔가에 집중하려는 듯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열심히 혀를 움직이는 레이아의 모습은 무척이나 섹시하게 느껴졌다. “어때? 정기가 흡수되는 게 느껴져?” “그, 그게…느껴지기는 하지만…이걸 제 마음대로 다루는 건 조금 힘드네요.” “뭐, 그렇게 금방 잘 되지는 않겠지. 어차피 시간은 많아.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하자고.” “네…하음….” 나는 레이아의 매끈한 등에 팔을 둘러서 다독이듯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는, 다시 키스를 이어나갔다. 섹스만큼 쾌락이 넘치고 정열적인 느낌은 아니지만, 이러고 있는 건 이것 나름대로 꽤나 기분이 좋았다. 레이아의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은 물론이거니와, 내 가슴팍에는 레이아의 부드러운 가슴이 짓눌러오면서 황홀한 감각을 선사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키스를 통한 연습은 그다지 오래 가지 못했다. 이 키스를 통한 정기 흡수 컨트롤 연습에는 크나큰 문제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후우….” “하앗, 하앗, 하아…구원씨?” 내가 갑자기 입을 떼자, 레이아가 달콤한 한숨을 내쉬면서 의아한 듯 내 이름을 불렀다. “미안. 슬슬 생명력이 위험해.” 그래. 바로 키스를 하면 생명력이 급속도로 줄어든다는 점이었다. 생명력이 줄어드는 속도를 비교하자면 삽입이 가장 빠르고 그 다음이 입으로 봉사를 하는 것, 그 다음이 키스였지만, 그래도 힐링 섹스가 발동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렇게 오래 동안 하고 있을 수 있는 행위가 아니었다. “아…괘, 괜찮으세요?” “괜찮아. 전에도 말했다시피 난 스스로의 생명력을 볼 수 있거든. 아직 조금 여유가 있지만, 과연 이대로 계속 하면 힘들 것 같아.” “아….” 레이아는 연습을 못하게 된 것이 아쉽다고 하기 보다는, 내가 생명력을 빨리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는 것 같은 느낌의 목소리를 흘렸다. 나는 그런 레이아에게 괜찮다고 말하듯 매끄러운 등을 상냥히 쓰다듬어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이대로 생명력을 채우기 위해 섹스를 하면 그대로 오늘 연습은 끝나버릴 테고….” “저라면 전혀 상관없어요. 어, 언제든지 삽입하셔도….” “아니. 레이아와의 아이를 가지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좀 더 노력하고 싶어. 그래서 말인데 레이아.” “구원씨…네. 말씀하세요.” “피부를 통한 흡수로 연습하는 게 어떨까?” “네, 넷?” 정기 흡수가 느려서 키스보단 연습이 조금 힘들지도 모르지만, 그거라면 내 생명력이 줄어들 이유도 없으니까 말이야. “아…그, 그렇군요…그럼 먼저….” “응. 삽입하거나 입으로 해주는 거 없이, 날 싸게만 만들어주면 돼.”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하는 레이아에게,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해줬다. 정말 기다린 거 아니냐고? 애초에 처음부터 이럴 수 있었는데, 그걸 마다하고 키스를 제안한 것부터 수상했다고? 처음부터 이럴 계획으로 키스부터 제안한 거 아니냐고? 훗. 상상에 맡기도록 하지. 다만 한 가지 말해줄 수 있는 건, 난 천재라는 사실이지. 특히 이런 쪽이 관련되면 더더욱 말이야! “그럼 레이아. 우선 가슴으로 해줄 수 있을까?” 내가 레이아의 목욕가운을 뚫을 듯 튀어나와있는 가슴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하자, 레이아가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이내 결심했다는 듯, 천천히 목욕가운을 벗어갔다. “네. 그럼 구원씨. 실례할게요.” 그리고는 그 커다란 가슴사이에 내 물건을 끼우고는, 양손으로 스스로의 가슴 양옆을 잡아서 물건을 압박해왔다. 아뇨. 실례는 무슨. 맘껏 가지고 놀아주세요.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칼데라린 // 이 소설의 진행방식이 성행위나 노닥거리는 장면 도중에 아무렇지 않게 스토리 진행에 중요한 내용을 툭툭 던지는 방식이라 잘 눈치 채기 힘들기는 합니다만, 메인 스토리 진행에 관련된 얘기들은 사이사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저번 화에서도…. 367==================== 또 다른 용사 “후, 후훗. 어떠세요? 기분 좋으신가요?” 분명 시작할 땐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보였던 레이아지만, 막상 가슴으로 내 물건을 자극하기 시작하자 본인도 흥분한 모양이었다. 새빨개진 채로 평소처럼 청초하게 미소 짓는 그 얼굴은 역설적으로 더 야릇하게 다가왔다. “기분 좋…크흠. 내가 기분 좋은 것보다는 레이아의 연습이 중요하니까. 어때? 정기가 흡수되는 게 느껴져?” 나는 물건 끝을 일부러 레이아의 가슴 사이에 짓누르듯 가져다대면서 말했다. 키스도 그렇고 삽입도 그렇고, 결국 정기가 흡수되는 조건은 내 체액이 레이아에게 닿는 거다. 체액 중에서도 정액이 가장 흡수 효율이 좋기는 하지만, 이렇게 쿠퍼 액만으로도 일단 정기 흡수가 되기는 될 거다. 그렇게 되면 내 생명력도 빠져나가기는 하지만, 피부는 정기 흡수 속도가 느린 만큼 위험해질 일은 없었다. 이정도면 내 자연 치유력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이왕이면 구원씨가 기분 좋아지셨으면 좋겠는걸요. 원하시는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셔야 해요?” 크윽. 우리 천사님은 왜 이렇게 천사 같을까. “그, 그럼 가슴 위로 튀어나온 끝부분을 입으로…아니. 그러면 생명력이 더 빨리 빨리는 구나. 으으음….” 나는 천사님의 한없이 넓은 마음에 어리광을 부리기로 마음먹고 뭔가 요구를 하려고 했지만, 입으로 하면 안 된다는 조건이 붙자 이 상황에서 생각나는 게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가슴으로 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으니까 말이다. 물건을 감싸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기분 좋을 뿐만 아니라, 레이아가 정말로 날 위해 뭐든 해주고 싶어 한다는 실감이 들어서 더욱 좋았다. 물론 끝부분을 핥아주면 더할 나위 없기는 하겠지만, 너무 욕심 부릴 수도 없고. “그러네요. 입이 안 되니까…그러면 이런 건 어떠신가요?” 레이아는 두 팔을 완전히 접더니, 그 팔 사이에 자신의 가슴을 끼우듯이 꽉 조였다. 그리고는 손목을 접어서 자신의 가슴골 위로 튀어나와있는 내 물건 끝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먼저 검지를 물건 끝의 쿠퍼 액이 새어나오고 있는 부분에 가져다대더니, 손가락 끝에 그 쿠퍼 액을 묻혀갔다. 그리고는 미끌미끌해진 손가락 끝으로 물건 끝을 빙글빙글 어루만지면서, 마치 혀로 핥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어떤가요? 기분…좋으신가요?” “으, 응. 엄청….” “후훗. 다행이에요.” 레이아는 내 말에 빙긋 미소 짓더니, 귀엽게 혀를 내밀어서 자신의 손가락이 짖누르고 있는 내 물건 끝을 낼름하고 핥았다. “으읏!” “아, 아앗! 죄,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아니. 괜찮아. 고작 그 정도로 안 죽으니까. 기분 좋아서 그랬어.” 나는 당황하는 레이아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진정시키기 위해서 천천히 쓰다듬어줬다. 레이아는 기분 좋다는 듯이 머리위에 쫑긋 솟아있던 귀를 한차례 파닥이더니, 이제 다시는 실수하지 않겠다는 듯이 표정을 다잡고는 열심히 내 물건을 자극했다. 팔을 꾹 조였다가 풀었다가하면서 가슴으로 압박하는 것도 강약을 조절하고, 물건 끝의 쿠퍼 액이 흘러나오는 부분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만지던 손가락은 이제 조금 아래로 내려가서 갓 부분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마치 철저하게 구석구석 씻기기라도 하듯이 어루만지는 그 손놀림에 나는 슬슬 신호가 왔다. “레이아.” “하앗, 네, 네엣. 이대로…싸셔도 되요.” 내 부름에 레이아는 팔에 힘을 줘서 가슴을 꽉 조여오더니, 그래도 가슴을 아래위로 격렬하게 흔들었다. 그리고는 내 물건이 꿈틀꿈틀 신호를 보내자, 살며시 눈을 감고는 준비를 했다. “윽….” “하아…후, 후훗. 많이 나왔네요. 기분 좋으셨나요?” “으, 응.” 원래는 그냥 가슴 위에 쌀 계획이었지만, 워낙 기세 좋게 싸버린 덕분에 가슴 위쪽뿐만 아니라 레이아의 얼굴까지 백탁액으로 범벅이 되어버렸다. 천사님을 더럽힌 기분이라 뭔가 죄책감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배덕감으로 흥분되는 묘한 모습이었다. “그, 그보다 어때? 정기가 흡수되는 게 느껴져?” “네. 아까보다 약해서 오히려 더 알기 쉽네요. 이 연습이 키스보다 효율이 더 좋을 것 같아요. 역시 구원씨네요.” 천사님은 얼굴에 묻은 정액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로 방긋 웃으면서 대답했다. 솔직히 반쯤 얻어걸린 거지만, 효율이 좋다니 다행이다. “죄송해요. 다 흡수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요. 그동안 정기 흡수를 다루는 데 집중해보고 싶은데…정말 죄송하지만 잠시만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응. 그럼. 물론이지. 얼마든…우오.” “죄송해요. 그럼 그 동안 잠시만 이걸로 참아주세요.” 레이아는 가슴 위에 묻은 정액이 아래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한 팔로 자신의 양 가슴을 받치듯 들어 올리더니, 나머지 손은 그대로 내 물건 쪽으로 뻗어서 물건을 덥석 잡고는 천천히 아래에서 위로 쥐어짜듯 쓸어 올리기 시작했다. 마치 안쪽에 남아있는 정액을 모조리 밖으로 빼내려고 하는 것 같은 움직임이다. 그리고 대충 안에 있는 정액이 전부 흘러나오게 되자, 이번에는 손을 위로 옮겨서 물건 끝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거기에 있는 정액들을 골고루 내 물건에 펴 발랐다. 물건 전체에 완전히 펴 바르고 나자, 이번에는 다시 물건을 잡고는 위아래로 흔들어주기 시작했다. 이걸로 참으라니. 오히려 이 플레이만으로 쌀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여전히 눈을 감고 있는데도,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게 포인트를 집어가면서 내 물건을 자극할 수 있는 건지. 정말이지 엄청난 기교다. 심지어 지금 레이아의 정신은 정기 흡수에 집중하고 있는 상태잖아? 이게 전부 딱히 의식하지 않고 하는 행동이란 말이야? 역시 성 기술로 사람까지 잡는 구미호의 본능. 무서울 정도다. 혹시 다른 여자들이 나랑 할 때도 이런 느낌을 받는 걸까? 아무튼 저렇게 한 팔로 가슴을 받친 자세로 눈을 감고 이렇게 대딸을 쳐주고 있으니, 마치 레이아가 “여기에 싸주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시 한 번 신호가 오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이번엔 참기로 했다. 이대로 또 싸버리면 그만큼 레이아가 저렇게 정기 흡수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시간이 길어질 테니까. 물론 이것도 흥분되기는 하지만, 역시 이왕이면 이런저런 플레이를 레이아와 함께 즐기고 싶잖아? 참기 위해 힘을 주자 내 물건이 움찔움찔 움직였고, 레이아는 그걸 싸기 직전의 신호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가슴을 받친 팔을 조금 더 올려서 더더욱 가슴을 위로 솟아오르게 만들고, 그 가운데에 내 물건 끝을 조준하듯이 방향을 움직였다. 그리고는 아까보다 손의 움직임을 더 빠르게 했다. “아니. 쌀 거 아니야. 레이아는 정기 흡수에만 집중해.” “정말요? 굳이 참지 않으셔도 되요.” “아니. 괜찮아.” 내가 레이아의 귀를 앞으로 접듯이 누르면서 머리를 어루만지자, 레이아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손의 움직임을 아까처럼 천천히 되돌렸다. 그리고 그렇게 레이아의 손길을 느끼면서 가만히 레이아를 바라보고 있자, 레이아의 가슴과 얼굴에 묻었던 정액이 점점 피부 아래로 흡수되듯이 모습을 감춰갔다. 그리고 완전히 정액의 흔적이 남지 않게 되자, 레이아는 그제야 천천히 눈을 떴다. “어때? 좀 될 것 같아?” “음…후우…그렇네요. 확실히 정기가 흡수되는 것 자체는 느껴지지만, 제 마음대로 다뤄지지가 않네요.” 레이아는 정기를 흡수해서 더 흥분된 건지, 달뜬 한숨을 내쉬면서도 내게 미안하다는 표정을 짓고 그렇게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한 번에 그게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도 안 했잖아. 안되면 될 때까지 몇 번이고 시도해보면 되는 거고. 나는 얼마든지 가능하니까.” “구원씨도 참….”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면서 일부러 물건에 힘을 줘서 꺼덕꺼덕 움직이자,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면서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싫지는 않은 듯, 아니 오히려 싸지 않고 잘 참았다는 듯이 상냥한 손길로 내 물건을 쓰다듬어줬다. “그럼 다시 한 번 가슴으로 할까요?” “아니. 계속 그러면 레이아도 지칠 테니까. 이번엔 내가 움직일게.”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레이아를 살며시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는 레이아의 밑으로 내려가서는, 레이아의 두 다리를 붙잡고 가운데로 가지런히 모았다. 그 상태로 두 다리의 오금 쪽을 한손으로 붙잡아서 살짝 들어올리자, 가랑이 사이에 있는 음부가 고스란히 눈앞에 드러났다. 안 그래도 도톰한 부위가 꾹 모아져서 더 도드라져 보이는 게 상당히 음란해보였다. 정기를 흡수하면서 흥분을 한 만큼 애액으로 범벅이 되어있는 덕분에 더욱더. “구, 구원씨…그렇게 빤히 바라보시면 조금 부끄러워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꼬리를 움직여 스스로의 음부를 가리려고 했지만, 내가 나머지 손으로 그 꼬리를 붙잡아 얌전히 만들자 다른 저항은 하지 않았다. 꼬리가 얌전해진 것을 확인한 후, 나는 손을 꼬리에서 때고는 애액으로 번들번들 젖어있는 음부로 이동시켰다. 그 음부 끝을 살짝 터치하듯이 손끝으로 톡톡 치자, 끈적끈적한 애액이 음부와 손가락 사이에 다리를 만들어서 쭈욱 이러졌다. “이거면 충분하겠네.” “으응…무, 무슨 말씀이신가요?” “이번에 할 플레이는 윤활제가 필요하니까 말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음부 바로 위쪽, 두 다리와 음부가 맞물려있는 삼각지에 물건을 들이밀었다. 내 물건이 들어가기에는 너무나도 좁은 틈이었지만, 부드러운 레이아의 살이 꾸욱 눌려 형체를 바꾸고 미끌미끌한 애액이 윤활류 역할을 해줘서 어떻게든 물건을 뿌리까지 그 틈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이렇게 할게. 레이아도 구미호상태가 되지는 않을 정도로 흥분할 수 있고, 좋지?” 나는 레이아의 두 다리를 이제 손으로 잡는 게 아니라 아예 팔로 끌어안아서 꽉 조이게 만들고는, 열심히 허리를 흔들었다. 물건이 음부 위의 음핵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레이아가 몸을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반응을 해왔다. “으응! 으읏! 흐응…. 구, 구원씨…너무 격렬하게 하시면….” “괜찮아. 느껴도. 아니, 오히려 절정을 한 번 느끼는 편이 마음도 가라앉아서, 싸고 난 후 더 차분하게 정기 흡수를 관찰할 수 있는 거 아닐까?” “흐읏…그, 그런…그럴…까요?” “응. 분명 그럴 거야. 그러니까 레이아도 일단 한 번 느끼자.”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리를 잡지 않고 있는 쪽의 팔을 뻗어서 레이아의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뭉클하고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올 듯이 잡히는 가슴을 잡고 이리저리 모양을 바꾸는 것처럼 움직이자, 딱딱하게 선 유두가 손바닥 이곳저곳에 비벼지는 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이 가슴을 한 번도 안 만졌었지. 가슴으로 봉사를 받는 것도 좋았지만, 이렇게 만지고 있는 것도 행복한 기분이 든다. 언제까지라고 만지고 싶은 감각이야. “흐으응! 구원씨…으응! 으읏! 흐으응! 으으으으으으응!” 레이아는 안 그래도 흥분한 상태에서 가슴을 만져지자 극도로 흥분했는지, 거의 곧바로 절정까지 쾌감이 치솟은 모양이었다. 내게 잡힌 다리를 바들바들 떨고 양손으로는 침대시트를 꽉 움켜쥐면서, 레이아는 고개를 위로 향하고 등을 활모양으로 휘며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그 진동이 나에게는 좋은 자극이 되어서, 오랫동안 대딸을 받아 언제라도 사정 가능하도록 준비되어 있던 물건이 바로 신호를 보내왔다. 나는 레이아의 다리를 풀어 옆으로 벌리고, 몸을 살짝 들어서 옴폭하게 들어가 있는 레이아의 배꼽부분에 물건 끝을 조준했다. “엣? 으응!” 레이아는 깜짝 놀란 것 같았지만, 황급히 양 손을 배꼽 부근으로 모았다. “후우…어때? 기분 좋았지?” “네, 네에…. 하지만 그…어째서 이런 곳에….” “아까 레이아가 팔로 가슴을 받치고 있는 게 너무 힘들어보여서 말이야. 이렇게 오목한 곳에 싸면, 힘들게 그러고 있을 필요 없잖아?” “구원씨도 참…. 양이 너무 많아서 제 배꼽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걸요.” 그, 그건 확실히. 레이아는 네 손가락을 가지런히 붙이고 엄지와 네 손가락으로 삼각형을 그리듯이 두 손을 모아서 자신의 배에 가져다대고 있는 상태였다. 정액이 옆으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말이다. 하지만 뭔가, 포즈가 그곳을 강조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야릇해보였다. “그럼 아까처럼 잠시만 기다려…구, 구원씨?” 내가 갑자기 다시 다리를 모아서 그 사이에 물건을 집어넣자 레이아는 깜짝 놀란 모양이었다. “아, 응. 레이아는 집중해. 난 또 이렇게 스스로 준비하고 있을게.” 그렇게 말하고는 나는 레이아의 허벅지 사이에 넣은 물건을 앞뒤로 움직였다. 이번에는 음부에 닿지 않도록 삼각지에 넣지 않고 허벅지에 넣은 게, 내 나름의 배려였다. 음부를 자극당하면 집중하기 힘들 테니까 말이다. “으응…그, 그렇게 움직이시면 집중하기가….” 그렇다고 해서 레이아에게 전혀 자극이 없는 건 아닌 모양이지만 말이다. “미래에 태어날 우리 아이를 위해서라도 힘내.” “우우…짓궂으세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을 감고는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때? 이번엔 뭔가 잘 된 것 같아?” “그, 그게…죄송해요.” “아니. 죄송할 거 없다니까.” 애초에 이번엔 내가 나쁘고. 아무리 음부에 닿지 않게 허벅지 사이에만 비벼댔다지만, 그야 집중하기 힘들었겠지. “그래도 이걸로 준비는 다 끝났으니까. 바로 다시 사정….” 나는 다시 피부에 사정해줄 수 있다는 말을 하려고 했지만, 레이아는 내 말을 끊으면서 주저하듯 입을 열었다. “으응…저…구원씨?” “응?” “죄송해요. 그…이제는…여기 가지고 싶어요.” 그리고는 두 다리를 활짝 벌리더니, 이제 홍수가 났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흠뻑 젖은 음부를 양손으로 살며시 벌렸다. “죄송하긴요! 감사합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레이아의 음부에 물건을 넣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68==================== 또 다른 용사 “좋은 아침…실비아야.” 레이아와 행복한 밤을 보내고 상쾌한 기분으로 식당에 내려간 나는, 구석에 처박혀있는 실비아를 보고 할 말을 잊을 수 없었다. 무려 구석에 처박혀있는 것도 모라자서, 이제는 의자 하나를 구석까지 끌고 가서 등받이에 몸을 숨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 상태로도 고개는 빼꼼 내밀어서 날 엿보고 있으니, 바로 실비아가 있다는 건 눈치챌 수 있었다. 아니. 뭐 굳이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구석에 의자가 떡하니 놓여있으면 실비아구나 싶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시간이 좀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저번 꿈이야 사건 이후로 가면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는 실비아였다. “네, 네힛?!” “이리 온.” “우…!” 내 명령에도 실비아는 몸을 딱딱하게 굳힌 채로 좀처럼 오려고 하지 않았다. “어허. 어서!” 나는 말 안 듣는 강아지를 타이르는 심정이 돼서, 일부러 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우으으읏….” 하지만 실비아는 끙끙거리기만 할 뿐, 다가오려고 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렇게 끙끙거릴 거면 그냥 오라고. 진짜 중증이네. 그게 그렇게 부끄러웠나? 그냥 날 구원씨라고 부르고, 키스하려고 한 게 전부잖아. 애초에 실비아가 나한테 홀딱 반한 건 알고 있었으니까, 그 정도는 별로 창피해할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인간으로서 당연한 거잖아. 내 그런 생각과는 별개로, 당사자인 실비아는 쥐구멍에 들어가 접시 물에 코 박고 죽고 싶다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식당에는 꼬박꼬박 와서 내 얼굴을 엿보니, 쟤도 참 고생이 많다. “셋 셀 때까지 안 오면 내가 간다. 하나…둘….” “구원씨. 너무 실비아씨한테 그러시지 않는 게….” 보다못한 레이아가 날 말리려고 했지만, 내 의지는 확고했다. “아니. 너무 응석부리게 만들어선 안 돼. 이럴 때일수록 강하게 키워야지.” 나는 레이아와 마치 철없는 아이를 키우는 부부 같은 대화를 하고는 다시 실비아를 쳐다봤다. “실비아. 지금 둘까지 셌다. 내가 셋 세고 너한테 가면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우으으읏!” 그리고 그렇게 별 위협적이지도 않은 협박을 했지만, 그게 또 실비아한테는 먹혀들었다. 실비아는 눈을 꼭 감고는 각오를 다졌다는 듯 내게 돌진해왔다. 엄청난 기세로 달려온 실비아는 내게 부딪히기 직전에 급격히 속도를 줄이더니, 깃털이라도 닿은 것처럼 살포시 내 품에 안겨 들어서는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잘했어.” 나는 상으로 실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줬지만, 그건 실비아의 진동을 더욱 거세게 만들 뿐이었다. 실비아는 내 몸에 팔을 두른 채로 다리에 힘이 빠진 듯 주르르 미끄러져 내리기 시작했다. “실비아 반응이 평소보다 더 심한 것 같은데. 구원 또 실비아한테 뭔가 했어?” “아냐! 대체 날 어떻게 보고! 내가 그런 짓을 할 놈으로 보여?!” “그래. 보여. 이 바보에 변태야.” 큭…저 녀석…. 오늘 밤에 두고 보자. 그 바보에 변태가 변태 짓에 진심을 다하면 어떻게 되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지. “구, 우우우…구원님은, 아아, 아무 것도, 안 하셔씀미다아….” 그리고 의심하는 사라에게 내 변호를 해준 게, 바로 품에 있는 실비아였다. 실비아는 내 품에 안긴 채 흐물흐물 녹아내린 상태로, 사라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변론을 해줬다. 실비아야. 옹호해줘서 고맙다. 근데 대체 뭘 했다고 벌써 혀가 풀렸냐. “그럼 그럼. 다 실비아가 날 너무 좋아해서 그런 거지. 그지?” “네헤에에….” “읏! 흐, 흥! 나도 구원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거든!” 사라야. 보통 그 대사는 ‘흥! 너 같은 거 안 좋아하거든!’ 이라고 써야 되는 거 아니냐? 아니 뭐 좋아해준다고 말해주니 고맙긴 하다만. “그럼 사라도 언제 한 번 나한테 안겨서 이렇게 녹아내려볼래?” “여, 여기선 안할 거야, 바보야!” 여기선 말이지. 그 말 똑똑히 기억해 놨다. 나중에 사라의 귀여운 얼굴이 보고 싶어졌을 때 써먹어야지. “아무튼 실비아. 넌 요즘 너무 심해졌어. 예전부터 했던 특훈의 성과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잖아. 오늘은 벌로 내 무릎 위에서 밥을 먹는 형에 처한다.” “우으으…그, 그러어언…!” 실비아는 절망에 빠진 얼굴이 됐지만, 이거 결코 싫어서 이러는 게 아니니까. “아우으으…우아아아아….” “실비아. 흘리지 마라.” “노, 노려하게씀니….” 그리고 식사하는 내내, 실비아는 내 위에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레이아와 그렇게 즐기고 왔는데도, 위에서 실비아가 덜덜 떨어지자 내 지칠 줄 모르는 물건은 또 반응을 해왔다. 그리고 내 딱딱해진 물건이 엉덩이에 닿는 걸 느낀 실비아는 더더욱 몸을 진동시킨다는, 부의 스파이럴이 계속됐다. 그것만으로도 큰일인데, 심지어 요즘에는 그냥 너무 좋아서 이렇게 떠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자신이 꿈으로 착각하고 한 말과 행동이 부끄러워 죽겠다는 얼굴로, 사라와 레이아에게는 면목 없다는 듯 시선도 못 마주치고 있는 상태다. 실비아는 지금 밥이 입으로 넘어가는지 코로 넘어가는지도 모를 상황이겠지. 이거 이대로 자연 치유를 기다려도 될 수준이 아닌 것 같은데? 나는 실비아의 안정을 위해서라도 한 번 상담이 필요함을 느꼈다. “실비아. 밥 먹고 나랑 얘기 좀 하자.” “우읏…네, 네에….” 내 말에 실비아는 풀이 확 죽어서는, 힘없이 대답했다. 얘 또 뭐 착각한 거 아냐?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식사를 마치고, 나는 실비아와 함께 방으로 왔다. 실비아는 마치 지금부터 꾸중을 들을 아이처럼 풀이 죽어서는 힘없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또 나와 단 둘이 있는 게 기쁘기는 한 듯, 입 꼬리가 야무지지 못하게 흐물 거리는 게 보였다. “실비아.” “네, 넵!” “전에 꿈으로 착각한 걸 아직까지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인데.” “우읏!” “전혀 신경 쓸 필요 없어. 아니, 오히려 인간으로서 당연한 반응이잖아. 좋아하는 사람 이름도 불러보고, 키스도 하고 싶고 그런 거지 뭐. 당연한 거야. 신경 쓰지 마.” “우아아아…! 우아아아…!” 나는 분명 다독일 셈으로 말한 거였는데, 실비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그 자리에서 무너져 내렸다. 뭐, 뭐야 이 반응? 마치 치부라도 지적당한 듯한…아 그런가. 실비아 입장에선 망상의 대상이 된 사람에게 자신의 망상을 들키고, 그걸 또 고스란히 말해준 상황이 돼버리는 건가. 그건…조금 부끄럽긴 하겠네. “미안.” “아, 아닙니다아아…. 감사합니다아아!” 부끄러워 죽으려고 하면서 감사 인사를 하고 있어. 혹시 그런 취향이니? 라고 평소 같았으면 농담을 던졌겠지만, 과연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까지 할 순 없었다. “아무튼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마. 뭣하면 앞으로 그냥 구원씨라고 불러. 뭐 어때.” “……! 그, 그럴 수는…!” 그럴 수 없으면 앞에 그 경직은 뭐였냐. “넌 여기 온지 대체 얼마나 지났는데 아직도 나한테 너무 딱딱하단 말이야. 좀 더 편하게 지내자고.” “우으으…하지만….” 실비아는 우리 파티에 합류하게 될 때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던 만큼, 그렇게 쉽게 태도를 바꾸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좋아. 도저히 못하겠다면, 나한테도 생각이 있지.” “네, 넷?!” 내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실비아의 몸이 두려움에 부르르 떨렸다. 하지만 그 눈빛에 미약하게나마 희망의 빛이 빛나는 것처럼 보였던 건, 내 기분 탓일까? 역시 얘도 내가 가지고 놀아주는 거 은근히 즐기는 게 아닐까? 근데 이거 기대를 배신해서 어쩌나. 오늘은 데리고 장난치려는 거 아닌데. “지금부터 특훈이다. 따라와.” 나는 실비아를 데리고 그래도 저택을 빠져나갔다. “구, 구원님? 대체 어디로…?” 실비아는 내게 잡힌 팔을 덜덜 떨면서, 불안과 기대가 반쯤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뭐?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네, 네에….” “남녀가 둘이서 거리에 나왔어. 이제부터 뭘 할 것 같아?” “……서, 설마….” “그래. 데이트야.” “아, 아, 아, 안댐…아읏! 니다! 저, 저택에 사라님과 레이아님도 계시는데, 두 분을 놔두고 어찌 제가…!” 실비아는 패닉 상태에 빠져서 눈을 이리저리 사방으로 돌리고 혀까지 씹으면서 외쳤다. “그런 말하면서 입 꼬리는 웃고 있는데.” “핫…! 크읏, 주, 죽여주십시오….” “농담이야. 아무튼 따라와 네가 싫어도 억지로 데이트는 해야겠어. 아니. 솔직히 말해봐. 싫어? 참고로 싫다고 하면 상처받을 거다. 알아서 잘 대답해.” “아, 아으…그, 그건…다, 당연히…싫지…않습니다….” 실비아는 조금 죄책감에 빠진 얼굴을 지으면서도, 그렇게 실토했다. 고작 이런 걸로 죄책감이라니. 아마 사라나 디아나, 레이아한테 느끼는 거겠지만. 너무 성실하잖아. 뭐, 그러니까 우리 애들도 실비아는 아껴주고 있는 거겠지만 말이야. “싫지 않은 것 뿐?” “우으으…조, 좋습니다…!” “누가?” “구원님이 좋습…핫! 아우으으으….” 실비아는 결국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쭈그리고 앉아버렸다. 하핫. 실비아야. 너무 쉽게 낚이는 거 아니냐? “왜 하던 말 계속하지? 아님 뭐야? 아냐?” “우으으…구원님이 좋습니다!” 말장난에 낚인 건데도 그걸 또 제대로 대답해주는 실비아였다. “좋아. 그럼 맘을 다잡고 당장 데이트를….” “찾았다! 구워어어어언!” 그때 저 멀리서 내 이름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사내새끼 목소리였다. 이럴 때 대체 누구야? 아니. 정체 따윈 상관없어. 어차피 사내새끼니까. 내 데이트를 방해하려 하다니. 일단 죽인다.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보니, 웬 평범남 하나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날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저 얼굴은…저 놈 어제 그렇게 당하고도 또 날 찾아왔단 말이야? 진짜 뇌라는 신체기관이 없는 건가? “하핫! 이번에는 지고의 대마법사님도, 저주받은 추기경님도 동행하지 않은 모양이군! 방심 했구나, 구원!” 이놈은 나랑 언제 통성명했다고 이름까지 맘대로 부르고 있어. 난 너 같은 놈 이름도 모르거든? 뭐, 마음 속에선 맘대로 쓰레기라고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서 또 그런 가녀린 여자 하나를 꼬셔…시, 실비아 바벳?!” 쓰레기는 내 옆에 있는 여성의 정체를 확인하더니, 뭔가 급격하게 겁먹은 얼굴이 되어서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뭐야? 우리 귀여운 실비아를 보고 저런 반응은.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실비아를 쳐다봤다. ……응. 그래. 이해한다. 실비아 얘도 화낼 때가 있구나. 그야 뭐 사람이니까 당연한 거지만. 처음 봤는데 의외로 박력 있다. 가녀린 몸매에 얼굴도 청순한 계열이니까 화나도 그다지 무섭지 않을 줄 알았는데. 무표정으로 쓰레기를 노려보는 그 눈빛은 거의 사람을 죽일 기세였다. “고, 공주의 특별 임무를 수행 중이었던 게…?” “수행 중입니다만.” “그, 그러십니까.” 실비아의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쓰레기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오랜만에 들어보네, 저 목소리. 처음에 날 반란 의심으로 끌고 간다면서 왔을 때도 저런 목소리였는데. “에, 에이이잇! 네, 네 녀석! 항상 여자 뒤에 숨고! 부끄럽지도 않냐?!” 아니. 딱히 숨은 적 없다만. 자기 혼자 겁먹고 폭발하는 주제에 말은. “부끄러울 게 뭐 있어. 이것도 다 능력인데. 실은 너도 부럽지?” “크윽! 시끄럽다! 이 비열한 녀석!” 그래도 부럽지 않다는 말은 안하는 쓰레기였다. 의외로 저 쓰레기는 솔직한 쓰레기일지도 모르겠다. “남자라면 남자 대 남자로서 정정당당하게 상대해라!” 아니, 그러니까 이 세계는 애초에 여성들이 우위에 있잖아. 남녀 차별이 없는 세계이기는 한데, 레벨 업 시스템 상 요직들은 대부분 여자가 차지하고 있는 세계다. 그런데도 여기 남자들은 꼭 내가 살던 세계의 남자 같은 발언을 종종한단 말이지. 그러고 보니 앨리시아한테도 여성스럽게 행동하라는 말이 그대로 먹혔고. 의미를 모르겠다. 뭐, 아무튼 잘 됐다고 해야 하나. 어차피 이 쓰레기한테는 볼일이 있다. “좋아. 뭘 어떻게 해주길 원하는데?” “구, 구원님!” “괜찮아.” 나는 걱정의 눈빛을 보내는 실비아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데이트를 시작부터 망칠 값까지 톡톡히 받아낼게. “후야아아아….” 그러자 실비아는 바로 얼굴이 풀어져서는 다시 흐물대기 시작했다. “뭐, 뭐…말도 안 돼…그 실비아 바벳양이…크, 크흠! 아무튼 네 녀석! 나와 1 대 1로 대면하겠다 이거지! 겁대가리를 상실한 모양이지만, 일단 배짱 하나만큼은 인정한다고 해주지!” 뭐라는 거야 이 쓰레기가. 애초에 배짱 같은 거 없어도 넌 안 무서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69==================== 또 다른 용사 나는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극도의 인내심을 발휘하여 겨우 억누를 수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이 녀석은 중요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녀석이니까 말이다. 정보를 캐내려면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게 낫겠지. 그래서 나는 일단 전에 생각해뒀던 말부터 하기로 했다. “후하핫. 그럼 각오….” “잠깐. 그 전에 나부터 먼저 할 말이 있다.” “뭐냐? 이제 와서 겁먹은 건 아니겠지?” 아니. 애초에 난 너랑 1 대 1로 대화해주겠다고 한 거지, 뭐 결투 같은 걸 해주겠다고 한 게 아닌데. 왜 자꾸 저딴 발언을 하는 거지? 뭐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넌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나한테 적대적인데 말이야. 내가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아무래도 공주 관련 문제인 것 같단 말이지. 용사라고 들었는데, 설마 그 용사가 그냥 별 이유 없이 질투심만으로 그렇게 적대하는 찌질한 놈은 아닐 거고.” “다, 당연하다!” …이 녀석 반응이 수상한데. 설마 진짜로 그냥 질투 때문에 시비 걸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서 말인데. 그런 거라면 날 적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말이야.” “이,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소리냐?!” “그도 그럴게. 나 공주한테 관심 없거든. 너도 눈이 있으면 봐서 알겠지만, 애초에 난 공주한테 억지로 당한 거라고. 앞으로 난 성에 갈 일도 없고, 공주랑 관련될 일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난 신경 쓰지 말고 알아서 공주랑 둘이 잘 해보라고.” 나는 생각해놨던 말을 그대로 놈에게 털어놨다. 그 조그만 물건으로 서큐버스 같은 공주를 만족시킬 수 있는지는 둘째 치고 운운까진 말하지 않아줬지만 말이다. 나란 녀석은 왜 이렇게 상냥한 걸까. “네, 네, 네, 네 녀서어어어억!” 하지만 나의 그런 상냥함에도 쓰레기는 더 얼굴을 구기고 새빨개져서는 되어서 고함을 질렀다. “날 능멸하는 거냐아아아!” “뭐, 뭐야. 갑자기.” “공주한테, 펠리시아 공주한테 네 놈이 다시 만날 때까지 아무와도 자지 않으면 안아주겠다고 했다는 사실을, 이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아아아!” ……응? 놈의 분노에 찬 외침에, 나는 잠깐 사고가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네, 네, 네놈 때문에 나는…나느으으으은!” 녀석은 정말로 억울해 죽겠다는 듯이, 목소리까지 덜덜 떨면서 절규에 가까운 소리를 질러댔다. 이렇게 보니까 아주 살짝 미안해질 것 같기도…. 아니. 이건 미안해해야 하는 게 맞나. 미안. 네가 말해줄 때까지, 공주랑 그런 얘기 했던 거 완전히 까먹고 있었어. 이거 말하면 분명 도발밖에 안 되겠지? 아니. 잠깐 기다려봐. 지금 여기서 이 녀석이 이렇게 절규하고 있다는 말은…. “잠깐. 공주가 그걸 너한테 말했단 말이야? 아니, 그보다 공주가 그걸 진짜로 지키고 있다고?” 녀석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분노에 찬 눈으로 날 노려보기만 했다. 그것만으로도 대답은 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말도 안 돼. 그 갈 때마다 섹스나 하고 있는, 섹스에 미친 공주가 섹스를 참고 있다고? 내가 걔 만난 지 대체 얼마나 오래 됐는데! 펠리시아 공주. 대체 얼마나 나랑 하고 싶어서 벼르고 있는 거야. 나는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네 녀석이 사라지면 공주도 더 이상 약속을 지킬 필요가 없지….” 그리고 녀석은 스산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 보니 눈이 분노로 완전히 맛이 가 있었다. 나는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저 눈은 섹스를 못해서 굶주린 수컷의 눈이야. 아니. 그렇게 굶주렸으면 시종이라도 따먹으라고. 귀족이니까 집에 메이드 정도는 있을 거 아냐? 공주하고 밖에 섹스를 못한 다든가 그런 건 아닐 거…아니. 그러고 보니 이상하기는 했다. 이 녀석은 외모로 보나 성기 크기로 보나 절대로 섹스를 잘 할 타입은 아니다. 그런데 그 쾌락주의자인 공주가 이 녀석과 섹스를 해주고 있는 거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었다. 뭔가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 건가? 아무튼 난 일단 이 녀석을 진정시키기로 했다. 가만히 놔두면 당장 달려들 기세였으니까. “야. 진정해. 너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디아나가 낭군님 낭군님 하면서 사랑해 마지않는 사람이라고. 너도 성에서 소문정도는 들었을 거 아냐? 그런데도 날 공격하겠다고? 디아나의 마차도 다칠까봐 제대로 공격을 못한 녀석이? 과연 그러면 디아나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으으윽…! 여자 뒤에 숨다니 이 비열한 녀석…!” 역시나. 아무리 화가 났어도 디아나가 무서운 건 변하지 않는 모양이다. 어떤 의미로는 한결 같은 녀석이었다. “아니. 비열한 게 아니라 사실을 말해준 거라고. 그리고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난 여신님의 사자로 교단에도 반쯤 인정을 받은 몸이라고. 그것도 교황님과 직접 얘기까지 해서 말이야. 왜 추기경이 나한테 붙어있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너 나 건드렸다간 교단에서도 가만 안 있을 걸?” “크으으윽….” 녀석은 이를 악물고 마치 부모의 원수라도 되는 것처럼 날 노려봤다. 나는 녀석의 호의를 끌어올리는 건 포기했다.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이상 더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옆에 있는 실비아라면 사정을 알 가능성이 높지만, 그걸 또 본인 앞에서 직접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힘으로 해결하기로 할까. “아무튼 나도 너한테 볼 일이 있었다. 여신님의 사자로서, 세계의 운명과도 관련된 중요한 얘기다. 성자로서 용사 네놈의 협조를 부탁하도록 하지.” “…뭐? 협조?” “그래. 조금 묻고 싶은 게….” “크흐흐하하하핫!” 이 녀석 드디어 완전히 정신이 나갔나. “좋군! 좋아! 내가 알려줬으면 하는 게 있다 이거지?!” “그래. 여신님의 사자로서….” “그딴 거 아무래도…좋진 않지만, 여신님의 사자라는 사람이 설마 억지로 입을 열게 만들지는 않겠지? 설마 교단에서 외압을 가한다든가, 그런 난폭한 짓은 안 할 거라고 믿는다.” 차라리 그냥 아무래도 좋다고 말해라. 이 찌질한 놈아. 아니, 뭐. 이런 세계에서 여신님 관련 일이 아무래도 좋단 말을 했다가는 어떻게 될지 불보 듯 뻔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용사라는 놈이 너무 구차하지 않냐?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 결투다!” “…뭐?” “네 녀석이 나한테 이기면 그 정보란 녀석을 알려주기로 하지! 하지만 내가 이기면…!” “아. 그래. 그래라.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게. 그래서 언제 할래? 당장 할까?” “…어? 잠깐. 진짜로? 넌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난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용사. 그 최강의 모험가라는 그 아라크네 클랜의 클랜장도 전투에 관해서는 한 수 접어주는….” “알았으니까 하자고. 언제 할 건데?” 놈은 내가 곧바로 승낙하자 눈에 띄게 당황해서 자신의 프로필을 늘어놓았다. 미리엘의 레벨은 250으로 추정되고 있으니, 고작 198레벨의 이 녀석이 이긴 다는 건 조금 놀랍기는 했지만. 아니, 사라를 생각해보면 납득 가는 수준인 건가. 아무튼 난 이 녀석에게 전혀 질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 이봐! 실비아 바벳! 아, 안 말려도 되는 거냐?!” “후야앙? 핫. 크흠. 전 구원님을 믿습니다아아아아….” 실비아는 놈의 외침에 순간 정신을 차리고 표정을 무표정으로 바꿨지만, 내가 그 허리를 끌어안고 있는 팔에 힘을 주자 다시 표정이 풀어졌다. 그래. 그래. 실비아는 귀엽구나. “뭐야. 네가 하자고 했잖아. 설마 이제 와서 겁먹었냐?” “누, 누가…! 말해두지만, 내가 제안한 건 정정당당한 1 대 1 결투다. 중간에 그 누구의 난입도 없이, 순수하게 너와 나만의 능력으로 대결을 하는 거야.” “거 참 말 많네. 야. 아무리 내가 다른 세계에서 왔다지만 그 정도는 안다. 알았으니까 언제 할 거냐고? 지금 당장…아니. 잠깐. 지금은 안 되겠다. 데이트해야 돼. 내일 하자, 내일. 어차피 너도 별로 할 일 없지?” “나, 난 이래 봬도 바쁜 몸이다! 하지만 좋다. 내일이라고 했겠다. 장소는?” “내일 아무 때나 우리 집으로 와라. 어딘지 알지?” “핫! 내가 그럴 줄 알았다. 네 녀석의 소굴에 제 발로 들어와라 이 말이겠다?!” 놈은 마치 ‘네놈이 그러면 그렇지.’ 라고 말하는 것 같은 시선으로 날 쳐다봤다. 아니. 그냥 나가기 귀찮아서 그런 건데. “아. 그럼 장소는 네가 정하든가. 어디가 좋은데?” “…으음…성…아니, 거긴 공주와…으으으으음…그, 그럼 내 저택에서 하는 걸로….” “너도 결국 똑같잖아. 난 너희 저택 어딘지 몰라. 역시 그냥 네가 와라. 아님 뭐냐. 설마 우리 디아나가 저택에 함정을 파놓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지금 우리 디아나를 모욕하는 거야?” “크윽! 조, 좋다. 지고의 대마법사님이 그런 비열한 수단을 쓸 리가 없지. 내일이라고 했겠다. 그 목 깨끗이 씻고 기다리고 있어라.” “난 너랑 다르게 여자랑 할 일이 많아서 항상 청결하니까 걱정 마라. 너같이 여자랑 할 일 없는 놈이나 그렇게 몸가짐에 신경 안 쓰고 다니지.” 대결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약속을 한 이상, 이제 이놈을 얼마든지 도발해도 문제없다. 나는 그동안 꾹 참고 있었던 말들을 해주기로 했다. “나, 나도 제대로 씻고 다닌다!” “아, 그게 씻은 거였어? 미안. 너무 꾀죄죄해서 안 씻은 건줄 알았어. 그냥 원래 그렇게 생긴 거였구나.” “네, 네 녀석! 그렇게 입을 놀릴 수 있는 것도 오늘까지다!” “그래. 그래. 알았으니까 이제 좀 가라. 난 우리 실비아랑 데이트를 해야 돼서.” “우, 우리 실비…아, 아우….” “크으으으으윽! 주, 죽여 버리….” “알았으니까. 내일 하고 가라고. 넌 뭐 할 일도 없냐?” 이 이상 상대하고 있어봤자 끝이 없을 것 같아서, 나는 그쯤 해두고 실비아와 함께 다시 상점가를 향하기로 했다. 아무리 쓰레기라도 결투 약속을 잡은 이상 뒤를 공격 할 생각은 없는지, 놈은 분노로 부들부들 떨면서도 가만히 그 자리에 서있었다. 아무튼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일이 잘 풀렸네. 이제 내일이면 마인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거다. 나한테는 무척 잘 된 일이기는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이 남아있었다. 저 놈은 대체 무슨 배짱으로 나한테 결투를 신청한 걸까? 내 예상이 정확하면, 저 놈도 아마 던전에 다니고 있을 거다. 저 외모나 물건을 봐선 섹스로 레벨을 올렸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으니, 아마 용사 특유의 전투로도 레벨 업이 빠르다는 걸 이용해 레벨을 올렸겠지. 그리고 이 도시에서 전투를 통해 레벨을 올리려면 뭐니 뭐니 해도 던전에 다니는 게 최고다. 즉, 놈은 확실히 던전에 다니고 있을 거다. 그렇다면 내 소문도 분명 들어봤을 텐데 말이야. 근래 길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화제가 바로 성기를 통한 비밀통로 발견이니까 말이다. 내 소문을 아예 못 들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최근 던전에 아예 다니지 않은 게 아닌 이상 말이다. 뭔가 대책이 있다는 건가? 아니. 그것도 생각하기 힘든데. 그 디아나조차도 아직까지 내 스킬의 작동 원리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저 놈이 내 스킬의 대책을 가지고 있다고? 설마 그럴 리가. 하지만 그렇다면 뭘까? 저 외모로 내 스킬에 당하면 그냥 싸는 걸로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솔직히 난 내일 결투에서 다른 것보다 제일 걱정되는 게, 바로 놈을 복상사시키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는 거였다. 아무리 레벨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놈의 매력은 잘 해야 10대. 아니지. 저 외모가 레벨 보정까지 들어간 외모라는 걸 생각해보면 한 자리 수일 가능성도 있었다. 레벨 업을 할 때마다 모든 스탯이 오르는 용사가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실수로 성자의 손길. 아니, 어쩌면 위력이 가장 약한 성역 선포만으로도 위험해질 수도.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까진 아닌가. 일단은 공주랑 하고도 복상사는 당하지 않았던 녀석이다. 분명 어떻게든 되겠지.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저런 쓰레기를 어떻게 살려둘지 생각하는 게 아니다. “우으으으으응!” “…실비아. 설마하니 느낀 건 아니지?” “아, 하앗, 하우…아, 아임니다!” 혀랑 다리가 풀렸다 이것다. 정말이냐. 딱히 야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정신적 쾌감 때문에 나랑 단둘이 거리를 걷는다는 것만으로도 절정을 느끼는 거냐. 이래선 앞으로 갈 일이 멀어보였다. 데이트, 제대로 끝낼 수 있을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70==================== 또 다른 용사 “하앗, 하앗, 하앗, 우으읏….” 어차피 오늘은 실비아의 특훈도 겸한 데이트다. 그런 의미에서 반쯤 억지로 실비아를 데리고 번화가에 가려고 했지만, 실비아의 상태는 갈수록 심해질 뿐이었다. 한 번 절정에 달한 걸로 만족하지 않고, 실비아는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소리는 어떻게든 참았는지 크게 내지 않았지만, 그 모습은 어느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니었다. 얼굴은 새빨개져서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고 다리는 안짱다리가 되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한 채로 후들후들 떨려서, 자신의 허리에 둘러진 내 팔을 양팔로 꽉 붙잡고 매달려있는 것만으로도 한계라는 느낌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상하다. 물론 실비아가 나랑 있을 때 과민 반응하는 건 항상 그래왔던 거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이정도면 일상생활이 진짜 불가능한 수준이잖아. 이대로는 도저히 데이트 같은 걸 할 상황이 아니었다. 데이트라고 말해놓고 시작하자마자 이러는 건 조금 꺼림칙하지만, 내가 나쁜 게 아니니까 말이지. 어쩔 수 없나. 나는 일단 실비아를 데리고 가까이 있는 여관으로 향했다. “실비아. 바지 벗어.” 그리고 여관방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바로 실비아를 향해 명령했다. 내가 허리를 감고 있던 팔을 풀자, 지지대를 잃어버린 실비아는 그대로 문에 등을 기대서 간신히 버티고 선 자세가 됐다. 그리고는 반쯤 울상이 되어서 면목 없다는 표정만 지을 뿐, 곧바로 바지를 벗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실비아도 자신 때문에 데이트 계획이 틀어진 건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면목 없어할 필요는 없긴 한데 말이야. 나도 너랑 하는 게 싫은 게 아니니까. 아니, 오히려 고맙다. 감사인사를 해도 모자를 수준이다. 하지만 난 그런 감정은 전혀 내비치지 않은 채, 다시 한 번 실비아에게 말했다. “벗어.” “우으으으….” 내 말에 실비아는 귀여운 소리를 한 번 내더니, 결국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바지를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고 보니 얜 명색이 귀족 영애인 주제에 바지 차림일 때가 많단 말이지. 치마를 입을 때도 없는 건 아니지만, 바지를 입을 때가 압도적으로 많다. 갑옷을 입을 때는 항상 안에 바지를 입으니, 바지가 더 편한 걸까? 아무튼 실비아는 바지를 내릴 때 속옷까지 같이 잡고 한 번에 내린 모양이다. 천천히 내려간 바지 안에서 속옷이 아니라 바로 실비아의 맨살이 모습을 드러냈다. 실비아는 바지를 자신의 허벅지 중간정도까지 내리고는, 다시 등을 문에 완전히 밀착시켜서는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로 겨우 버티고 서있는 자세가 됐다. 그렇게 드러난 우리 불감증 기사님의 음부는, 이미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질척질척하게 젖어서 음부와 바지 사이로 끈적끈적한 애액의 다리가 여러 가닥 길게 이어져 있었다. 실비아의 바지가 갑옷 안에 받쳐 입는 가죽 바지라 정말 다행이다. 그게 아니었으면 바지의 고간부분이 흠뻑 젖은 게 스쳐지나간 사람 모두에게 들켰을 거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실비아의 상태가 이상했던 덕분에 여관 아줌마가 묘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실비아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난 로브 뒤집어쓰고 있었으니까 이상한 소문 같은 게 나지는 않겠지. 그러고 보니 쓰레기 용사는 로브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날 용케 알아봤네. 설마 그 녀석 저택에서부터 따라왔던 건 아니겠지? 뭐,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만. 지금은 눈 앞의 실비아부터 처리해야 한다. “그냥 같이 붙어서 좀 돌아다닌 것뿐이잖아. 왜 이렇게 질척질척하게 젖어있는 거야.” “우으으읏…죄, 죄송합니다아….” “아니. 질책하는 게 아니라 정말 궁금해서 묻는 거야. 진짜로 왜 이러는데? 아무리 그래도 평소엔 이정도가 아니었잖아? 뭔가 이유라도 있어?” “우읏…그, 그게…오, 오랜만에 구원님과 함께 라서…해, 행복해서요….” 내가 진지하게 물어보자, 실비아는 부끄러워 죽을 것 같다는 표정으로 몸을 배배꼬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몸 배배 꼬지 마라. 지금 자기가 어떤 자세를 하고 있는지 알고 그러는 거냐? 유혹하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고. “그거야 고맙긴 한데…아무리 그래도 이건 심하잖아. 이건.” “히으으응!” 내가 질척질척 젖은 음부에 손을 살짝 가져다대자, 실비아는 허벅지로 내 손을 꽉 조여 오면서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몸을 비틀었다. 불감증이면서 반응은 제일 민감한 녀석이라니까. “솔직히 말해봐. 뭔가 더 있지? 뭐야?” “히으응…저, 정말로…흐아응…오랜만…이라…으응…다, 다만….” “다만?” “전…으으읏…전 혼자서…흐응…못 하니까아아앙….” 응? 혼자서 못해? 대체 뭘? 나는 곧바로 실비아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실비아의 음부를 어루만지고 있는 내 손을 바라보고는, 이내 실비아가 무슨 말을 한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아, 아아! 자위를 못한다고!” “우으으으으….” 아, 미안. 그만 무심코 생각한 게 입 밖으로 나와 버렸다. 직접적으로 그 말을 들은 실비아는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렇게 내게 음부를 계속 만져지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도망가고 싶어도 도망갈 수 없겠지. 하지만 그런가. 그런 건가. 그러고 보니 실비아랑 한지 오래되기는 했다. 아마…아라크네의 의뢰를 다녀온 이후로 한 번도 안 했던가? 그렇게 생각해보니 상당히 오래됐네. 그럼 이렇게 된 것도 다 내가 신경을 못써줘서 그렇다는 거 아냐. 이거 미안해지네. “내가 전에 말했잖아. 하고 싶으면 참지 말고 언제든지 말 하라고. 왜 참은 건데?” “우으읏…죄송합니다…하, 하지만….” “아니. 미안. 내가 이런 말 할 자격은 없지. 더 신경을 써줬어야 했는데.” 미안해진 나머지 그만 실비아를 책망하듯이 말해버렸다. “아, 아닙니다아…구원님은….” 하여간 얘도 착하다니까. 하지만 그런가. 실비아는 불감증이라 자위로 스스로의 몸을 위로도 못하는 만큼, 내가 더 신경을 써줘야 하는 건가. 안하게 되기 직전까지는 레벨 업을 위해서 라는 이유로 매일 밤 몇 번이고 안았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안아대다가 갑자기 뚝 안하게 되어버리면 그야 몸이 달아오르기도 하겠지. 거기까진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로 자위로는 못 느끼는 걸까? 몸에 성감대는 없다고는 하나, 얘는 정신적인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애다. 나랑 한다고 상상하면 혹시 자위도 가능한 거 아닌가? 아니. 물론 앞으론 자위까지 해야 될 상황을 안 만들면 그만이지만 말이야.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실비아. 정말로 자위로는 안 느껴져?” “우으으으…그, 그렇습니다아….” “정말로? 나랑 하는 상상을 해도?” “그, 그건…으응…그, 그러니까….” “응? 뭐야? 확실히 말해봐.” “스, 스스로 할 때는…우읏…언제나 구원님 생각을…우으으으으…!”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울려고 하지 마. 지나친 쾌감에 나오는 눈물인지 부끄러워서 나오는 눈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걸로 실비아가 평소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깨달았다. 그냥 부끄러움에 떠는 정도라면 모를까, 그냥 같이 걷기만 했는데도 이렇게 성적인 의미로 느끼기까지 하면 역시 일상생활이 곤란하니까 말이다. 해결책을 찾을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좋아. 그러면….” 나는 아까부터 계속 실비아의 음부를 가지고 놀고 있던 손을 빼냈다. 실비아의 허벅지가 양쪽에서 단단히 붙잡고 있는 바람에 조금 힘들었지만, 힘을 주니 어떻게든 뽑아내는 게 가능했다. “우으응…우, 우에?” 내가 갑자기 손을 뽑아내자, 실비아가 왜 그러냐는 듯 눈을 그렁그렁 거리면서 귀여운 소리를 냈다. 걱정 마라. 제대로 해주려고 하는 거니까. 나는 실비아의 허리를 붙잡고 그대로 안아들었다. “우으으으으응!” 몸을 꽉 밀착시키고 그대로 침대에 이동하려고 하자, 실비아가 내 몸에 양팔을 두르고 꽉 매달려서는 그대로 절정에 달해버렸다. 정말이냐. 아직 삽입도 안 했다고. 내 물건은 실비아의 배꼽에 그 끝을 대고는 나와 실비아의 아랫배 사이에 꽉 붙어있는 상태였다. 뭐, 여기까지 올 동안에도 절정에 달했었으니까, 이상할 건 없지만 말이지. “좋아. 어쩔 수 없지. 특훈은 나중으로 미룬다. 오늘은 달아오른 몸이 완전히 식을 때까지 어울려줄 테니까 말이야. 각오하라고.” “하앗, 하앗, 하앗, 우으응….” “대답은?” “후응…가, 각오…하게슙니다아….” “잘했어.” 나는 칭찬의 의미로 실비아의 정수리에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원래대로라면 머리를 쓰다듬었겠지만, 지금 두 손은 실비아의 허리를 붙잡아서 안아들고 있으니까 말이야. “우으으으응!” 그리고 그 정수리 키스로 실비아는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몸을 밀착시키고 있기 때문에 보이지는 않지만, 내 허벅지에도 실비아의 애액이 튀는 게 느껴졌다. 나는 곧장 걸음을 옮겨서 실비아를 침대에 눕히고는, 즉시 물건을 실비아의 안쪽에 박아 넣었다. “하으으으으읏!” 그리고 방금 전 정수리 키스로 절정에 달해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던 실비아는, 그 삽입에 멀티 오르가슴을 느끼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축하고 늘어졌다. “히아아…하아아…아우우우….” 그 눈이 완전히 풀리고 입가에는 침까지 칠칠치 못하게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실비아는 아직 정신을 완전히 잃은 건 아니었다. “야. 기절하지 마라.” “으응읏…하아…노, 흐응! 노력하게…히우응!” 얜 기절하면 깨우기 상당히 곤란하니까 말이야. 아니. 마틸다의 몸으로 실험해봤던 그 스킬 시너지 효과에 더해서 직접 쾌감을 주는 스킬까지 사용하면, 기절한 실비아도 쾌감으로 깨우는 게 가능해질지도. 뭐, 저번 마틸다도 반쯤 죽으려고 했으니까 그건 웬만하면 안 하는 게 좋겠지만 말이야. “흐으응! 으으으읏!” “실비아. 귀여워. 사랑스러워. 흥분으로 빨개진 얼굴도 너무 예뻐.” “후으으응! 아, 안 댐니…흐으응…그, 그렇게…아아아앙!” 나는 실비아를 더 효율적으로 느끼게 만들기 위해 귀에다가 입을 가져다대고 칭찬을 쏟아냈다. 그 언어 공격은 무척이나 효과적이어서, 실비아는 내 허리에 다리를 두르고는 허리를 앞뒤로 거칠게 움찔거리면서 몇 번이고 절정에 달했다. “이렇게 쉽게 느껴버리고. 얼마나 달아올랐던 거야?” “흐으응! 그, 하으응!” “느끼는 주기가 다시 원래대로 길어질 때까지, 오늘은 철저하게 느끼게 해줄 테니까 말이야.” “그, 그런…으응! 계, 계속…흐응! 안 대애애앵!” “뭐가? 뭐가 안 된다는 거야?” “계, 흐읏! 계속 하면…으으응! 짤바질 리가…흐읏…없습….” “그럼 어쩔 수 없네. 죽을 때까지 계속 이러고 있을 수밖에.” “우아아…우아아아…아아아아….” 실비아는 죽을 때까지 계속 하는 상상이라도 한 건지, 두려움 반 기대 반의 표정을 지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두려운 건 이해한다만 기대는 뭐냐. 그러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죽는다. 안 그래도 내가 껴안기만 하면 죽으려고 하는 애가 겁도 없이. 지금도 멀티 오르가슴을 계속 느끼고 있는 주제에 말이야. “기분 좋아?” “기, 기분…으응…좋습니다아….” “나도 좋아. 하지만 말이야….” “으으으으응!” 나는 실비아의 안쪽에 물건을 뿌리까지 거칠게 박아 넣으면서, 성자의 손길을 사용한 후 귀엽게 솟아나있는 실비아의 음핵을 꾹하고 꼬집었다. 실비아가 비록 성감대는 없다고 하지만, 통증 같은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다. 음핵 같이 평소 만져지지 않는 부위가 갑자기 꼬집혀지면, 그야 민감하게 반응하겠지. 민감한 부위에 다가온 갑작스런 통증과 더불어서 지금까지 느껴지지 않았던 신체적 쾌감이 갑자기 느껴지게 되자, 실비아는 브릿지 자세라도 취하는 것처럼 허리를 공중으로 띄운 채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음부 안쪽을 꾹 조여왔다. “그래. 이렇게 더 기분 좋게 만들어줄 수 있잖아. 그런 느낌으로 더 조여 봐.” “으으응! 노, 노력하겠…하으으응!” 실비아는 필사적으로 음부를 조이려고 노력하는 모양이었지만, 지나친 쾌감에 집중이 잘 안되는 모양이었다. “집중해. 여기에 힘을 주는 거야. 여기에.” “우으으으응!” 내가 아랫배를 살짝 눌러주자, 실비아가 다시 한 번 애액을 뿜어대며 절정에 달했다. 마냥 괴롭힐 생각으로 이러는 게 아니었는데 말이야. 너무 절정을 느끼다 못해 기절하려고 하니까, 기절하지 않도록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주의가 다른 데로 돌아가면 정신적 쾌감이 조금 약해진다는 건 저번에 이미 증명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쾌감에 절어있는 상태여서는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린다는 게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이왕이면 주의도 돌리고 기교도 늘리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고 했지만 말이야. 그냥 저번처럼 스킬을 사용해서 신체적 쾌감으로 주의를 분산시키도록 할까. 나는 성자의 전력을 사용하고 실비아의 허리를 두 손으로 꽉 붙잡은 채 허리를 강하게 부딪혀갔다. “하읏! 으응! 으응! 으으으읏!” 실비아의 신음소리는 그칠 줄 모르고 노래하듯 계속해서 내 귀를 간질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71==================== 또 다른 용사 “어때 실비아. 이걸로 만족했어? 실비아?” “하앗, 하앗, 아웃…네, 네헤….” 몇 번이나 절정에 달한 실비아는 몸을 침대에 축 늘어뜨리고는 혀가 풀린 목소리로, 하지만 착실하게 대답했다. “정말로? 이제 내가 끌어안고 있어도 느끼지 않을 자신 있어?” “우…그, 그건…네, 네헤….” “확실히 대답해.” “히응! 네, 네헷!” 내가 허리를 한 번 더 튕기자, 실비아가 몸을 꿈틀대면서 대답했다. 그 불감증이었던 실비아가 이제는 한 번 허리만 튕겨도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여주다니. 감개무량한 기분이 조금 들었다. 아무튼 조금 심하게 느껴질 정도로 엄청나게 느끼게 만들었지만, 아마 이정도가 딱 좋은 거겠지. 이렇게라도 안하면 얘는 자기 스스로 안아달라고 말 할 일이 절대 없을 테니까. 분명 처음에는 내킬 때만이라도 좋으니까 안아달라고 찾아온 애였는데. 이제는 오히려 안아달라는 걸 주저하게 되다니. 이렇게 생각해보면 참 신기한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이걸로 너도 충분히 느꼈겠지? 다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하면 이정도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다음엔 정말로 복상사시켜버릴 거야. 알겠어?” “우으읏…네에….” 아니. 그러니까 왜 눈빛에 미약하게 기대도 담겨있는 거냐고. 그냥 순수하게 두려워하란 말이다. 이거 오히려 역효과가 생긴 건 아니겠지? 조금 불안해졌지만, 나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신경 써서 가끔 실비아를 안을 시간을 마련하면 충분히 해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좋아. 그럼 드디어 진짜로 데이트를…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렸네. 쳇. 실비아 특훈은 나중에 해야겠다.” “후, 후우…그렇습니까….” “야. 좀 더 아쉬운 얼굴 안 해? 왜 안도하고 있는 건데?” “아응! 아, 아쉽습니다아! 다, 다만 이런 상황에서 데이트까지 하게 되면 정말로 생명에 지장이….” “앙?”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아쉽습니다.” “……후우. 그래. 옷이나 입어라.” 좀 더 꾸짖어주고 싶은 맘이 뭉클뭉클 솟아올랐지만, 나는 그 마음을 꾹 억눌렀다. 적어도 저녁 시간에는 맞춰가야지. 우리 애들이 실비아한테는 묘하게 친절해졌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침에 단 둘이 나가서 저녁시간 지나도록 안돌아오면 질투를 할 거다. 아니. 이미 단 둘이 나온 시점에서 질투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거야 뭐 이미 늦었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치고. “그러고 보니 실비아. 질문이 있는데.” “지, 지, 지, 지, 질문 말입니까?” 돌아가는 길. 내 품에 안겨서 열심히 진동을 해대던 실비아가 내 말에 더욱더 긴장하면서 몸을 굳혔다. 참고로 이 녀석. 정말로 몸이 달아올라서 그랬던 것뿐인지 지금은 성적인 의미로 느끼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래봤자 진동하고 있는 건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그래. 그 쓰레…용사 놈 말이야. 공주한테 묘하게 집착하는 것 같던데. 혹시 이유라도 알아?” 내일 대결에서 이기면 마인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게 됐으니 이제 딱히 신경 쓸 일도 아니기는 하지만, 나는 일단 실비아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 호기심을 굳이 억누르고 있을 필요도 없으니까 말이다. “아, 그, 그런 질문입니까…후우….” 그럼 대체 어떤 질문을 기대한 거냐, 이 녀석아. “간단히 설명 드리기에는 조금 복잡한 관계입니다.” “그럼 간단히 말고 길게 설명해봐. 너와 나의 시간은 앞으로도 잔뜩 있으니까.” “아, 아우우….” 헛소리할 셈으로 말한 거였는데 먹혀들었다. 실비아야. 그 성격에 용케도 지금까지 좋아하는 남자 하나도 없었구나. 생각해보니 그랬다. 실비아가 날 만나기 전에 좋아하는 남자라도 생겼으면 불감증은 진작 치료된 거나 마찬가지였을 텐데. “그게…공주님과 그자는 일단은 약혼자…비슷한 관계입니다.” “약혼자면 약혼자지 비슷한 관계는 뭐야?” “그걸 설명하려면 용사 가계부터 설명해야합니다. 용사 가문은 혈통으로 그 직업이 계승된다는 특이점 때문에, 그 맥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지금까지는 반드시 동 세대에 둘 이상의 용사가 존재하도록 아이를 낳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불의의 사고로 지금의 용사 하나만을 남겨둔 채 그 부친이 타계하셨죠.” “불의의 사고?” “네, 네에…그, 그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닙니다. 적어도 이 얘기에서는 말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용사가 하나만 남게 되자, 여왕님께서도 걱정이 생기셨습니다. 이 나라가 전 세계에 압도적인 영향을 떨치고 있는 건, 전통적으로 용사를 데리고 있는 나라라는 타이틀도 꽤나 영향이 있었으니까요. 고민하시던 여왕님께서는 공주님께 용사와의 결혼을 명령하셨습니다. 두 분이 아이를 낳으시면, 왕가의 혈통이 끊어지지 않는 한 용사의 혈통도 끊어지지 않는 게 되니까 말입니다.” 과연…. 그래서 그 쓰레기 녀석이 나한테 그런 반응을…. 그래. 약혼자가 자기랑 하던 도중에 자길 내팽개치고 나한테 애교부리면서 어떻게든 안겨보려고 노력하는 걸 보면, 그야 화나겠지. 나로서는 내가 아니라 공주한테 화내라고 말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뭐 사람의 감정이란 게 그 정도로 논리적인 게 아니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마누라가 바람을 피우면 마누라보다는 우선 바람피운 상대한테 화를 내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라고들 하고. “응? 그럼 그냥 빼도 박도 못하고 약혼자잖아?” “아뇨. 그게…공주님께서 한사코 거부를 하셔서요. 구원님께선 의외라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펠리시아 공주님은 저래 봬도 공주라는 위치가 가지는 책임감을 잘 알고 계시는 분입니다. 지금까지 공주님께서 그렇게 반항하는 건 처음 있었던 일이라…여왕님께서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참고로 공주가 그렇게 반항한 이유는? 실비아는 공주랑 친하니까 알지?” “그, 그게…공주라는 입장 상 정략결혼은 각오하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런 물건의 사내와는 하고 싶지 않다고….” 그럼 그렇지. 실비아도 그렇지만, 펠리시아도 어떤 의미에서는 끝까지 한결같은 여자였다. “하지만 내가 갈 때마다 둘이 붙어먹고 있던데?” “그…공주님께서 그냥 용사 하나는 낳아서 왕가의 핏줄에 포함시킬 테니까 결혼 명령은 취소해달라는 부탁을 하셔서요.” 그렇게까지 싫었던 거냐. 어떡할 거야? 나 그 쓰레기가 조금 불쌍해지려고 하잖아. “그래서 여왕님께서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그럼 아이를 낳을 때까지 둘은 서로와만 관계를 맺도록 말입니다.” 뭐야. 그럼 그 쓰레기. 진짜로 지금 공주하고밖에 못하는 상태였어? 게다가 난 그것마저 막아버린 거고? 안 돼! 그러지 마! 진짜 미안해지려고 하잖아! “……응? 그럼 난?” “……근 일 년 간 그자와만 관계를 맺으시며 욕구불만이 계속되던 공주님이, 구원님의 소문을 듣고는 눈이 돌아…크흠. 흥미를 가지게 되셔서요.” “아니. 여왕님이 명령하셨다면서. 용사가 항의 안 해? 그럼 자기도 공주 말고 다른 여자를 안을 수 있게 될 텐데?” “그게 조금 복잡합니다. 가문에서 용사가 홀로 남게 된 점도 그렇고, 전에 있었던 사건들도 겹치면서 지금 용사 가문의 입지가 전보다 많이 약해졌습니다. 원래라면 아무리 여왕님의 명령이라고 하더라도 용사 가문을 왕가에 흡수시킨다는 발상 자체에 반발이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변변한 항의도 못할 정도로 지금 용사 가문은 힘이 약해진 상태죠. 게다가 마지막 남은 그 자는…구원님도 보셨다시피 그…권력으로 찍어 누르는 것에 무척이나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공주한테 기가 눌려서 변변한 항의도 못하고 있다고?” “네. 그렇습니다. 게다가…아니, 아닙니다.” 진짜로 찌질한 놈이잖아. 후우. 다행이다. 덕분에 미안했던 감정이 싹 다 날아가 버렸어. 아무튼 이걸로 모든 게 명쾌해졌다. 쓰레기가 나한테 그렇게 필사적으로 달려든 이유도, 그리고 덤으로 왜 성에 갈 때마다 공주가 그 놈이랑 섹스를 하고 있었는지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에 내가 건 조건에 왜 공주가 그렇게 자신만만했는지도. 그 녀석, 속였겠다! 어차피 쓰레기하고만 섹스할 수 있는 상황인데, 쓰레기하고 하면 욕구불만만 더해진다. 공주 입장에서는 차라리 안하고 마는 게 나은 상황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그렇게 자신만만한 거였어! 하지만 내가 그걸 몰랐다고 해서 내기를 무효로 만들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 건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단 건 나도 잘 안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공주와는 얼굴을 마주치지 않겠어. 어차피 조건은 다음에 얼굴 볼 때까지 다른 남자와 섹스를 안 하는 거니까 말이야. 마지막에 웃는 게 누구일지 한 번 보자고. 어쨌든 어느 정도 호기심이 풀리고 나니 머릿속이 착착 정리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디아나가 돌아올 때까지 호기심을 못 풀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비아도 생각보다 설명을…응? 그러고 보니 진짜로 중간부터는 말도 안 떨고 설명 잘 했네. 어느 샌가 진동도 없어져있고. 나는 실비아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더 궁금하신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러자 실비아는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얼굴은 부끄러워하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이렇게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는 건 오히려 신선하네. 항상 새빨개져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이미지가 있지만 말이야. 하지만 어째서? 아, 설마…행위 중에 먹혔던, 정신을 딴 데로 돌리면 거기에 집중하느라 나와 있다는 실감이 약해지는 그건가? “응. 하나 더 있는데.” “네. 말씀하십시오.” 나는 실비아의 허리에 두른 팔에 힘을 줘서 더더욱 바싹 끌어안고는, 실비아의 귀에 속삭였다. “이렇게 밀착해있는데 이제 안 떠네?” “우읏…! 아, 아, 아, 우아아…!” 그 말을 들은 실비아는 곧바로 스위치가 들어간 것처럼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난 조금 안도했다. 역시 실비아는 이렇지 않으면. 익숙해지게 만들기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데리고 돌아다녔으면서, 정작 실비아가 익숙해진 것 같은 반응을 보이자 조금 쓸쓸해져버리다니. 나도 참 못된 놈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진동하는 실비아가 귀여우니까. 이렇게 안고 있으면 귀엽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주제에 마사지 기능까지 있는 것 같아서 최고라고. “익숙해진 거 아니었어?” “귀, 귀에 숨결이…저, 저 죽어어….” 그러니까 이 정도로는 안 죽는다니까. 결국 오늘도 섹스하는 내내 안 죽고 살아남아 있잖아? “훗. 귀엽네 그럼 집에 들어가서….” “안녕히 다녀오셨습니까.” 실비아를 놀릴 목적으로 저택의 정문을 가리킨 순간, 갑자기 바넷사가 튀어나오더니 무뚝뚝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어, 어, 응. 다녀왔어. 별일이네. 정문까지 마중을 나오고.” “구원님께서 용사에게 시비를 건 이후로 저택 주변에 계속 불온한 무리가 감시하는 것 같은 시선이 느껴져서 말입니다. 경계를 철저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 쓰레기. 역시 저택부터 내 뒤를 밟은 거였어. 어쩐지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는데도 잘만 알아보더라. “아, 그래? 고생이 많네.” “아닙니다. 저보다는….” 바넷사는 드물게 말을 흐리면서 실비아를 쳐다봤다. 야. 그 시선은 대체 무슨 의미냐. 요즘 이 녀석 묘하게 나한테 반항적인 것 같단 말이지. 얼굴이나 목소리나 무뚝뚝한 그대로라서 내 신경과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한 번 확인을 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실비아. 그럼 저녁 때 보자.” “우으으읏!” 내가 허리에 감은 팔을 풀자 마자, 실비아는 떨리는 다리를 억누르고 황급히 저택으로 들어가서는…문틈으로 날 엿보기 시작했다. 역시 끝까지 도망은 안 가는 거냐. 나는 스토커짓을 시작한 실비아를 놔두고, 바넷사를 쳐다봤다. “그럼 바넷사.” “네.” 두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빤히 쳐다봤지만, 바넷사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진짜 그냥 내가 피해의식을 느끼는 것뿐인가? 얜 평소대로 아닌가? 그 눈을 보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으으으으음…. “…읏.” 그렇게 한참 눈을 마주치고 빤히 바라보고 있자, 갑자기 바넷사가 침음성을 흘리면서 먼저 눈을 돌렸다. 역시! 내 감은 틀리지 않았어! 그럼 그렇지! “야. 너 나한테 켕기는 거 있지?” “…무슨 소리십니까?” “시치미 떼지 마. 있을 거 아냐. 나한테 뭔가 못되게 굴었다든가. 그게 아니면 왜 먼저 눈을 돌리는데? 솔직히 말해.” “…노출 많은 메이드 복을 원하는 야릇한 시선이 느껴져서 피했습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말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야! 너 무슨! 그런 거 아니거든?! 아니, 그러고 보니 전에 그것도 결국 아직 안 돌려줬잖아! 언제 줄 건데?!” “…….” 바넷사가 ‘거 봐. 역시 내 말이 맞잖아.’ 라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니. 무표정이지만 말이야. 왠지 모르게. 하지만 난 굴하지 않았다. “그래! 노출 많은 메이드 복 원한다! 그게 뭐 어때서! 우리 애들한테만 입힐 거니까 신경 끄시지!” “……바로 드리겠습니다.” 내가 당당한 목소리로 외치자, 바넷사가 결국 먼저 꺾여서는 그렇게 대답했다. 훗. 이겼다. 뭔가 논점이 흐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이 승리를 만끽하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72==================== 또 다른 용사 “그런데 구원. 오늘은 실비아랑 데이트하고 온 거야?” 식사를 마치고 몸까지 깨끗하게 씻은 직후. 사라는 방에 들어와서는 옷을 벗기도 전에 갑자기 그런 질문을 던졌다. “응. 그런데?” “흐으으응….” “뭐야? 질투해?” “질투라고 할까….” 농담으로 한 말이었는데, 사라는 의외로 진지하게 대답했다. “그제는 디아나하고, 어제는 레이아하고 보냈으면서. 그런데 오늘 내 차례 때는 실비아하고 데이트를 하는구나.” 어?! 그게 그렇게 되나? 자, 잠깐. 어제는 분명 레이아하고 보내기는 했지만, 중간부턴 너도 알다시피 마틸다하고…. 그런 말을 할 분위기도 아니었다. “혹시 구원. 요즘 나 피해? 혹시 내가 뭐 잘못했어?” 사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던 발언을 하면서 불안한 눈빛을 내게 보내왔다. “아, 아냐! 그런 거 없어!” 사라가 예상 외로 약하게 나와 버리는 바람에, 나는 당황해서 소리쳤다. 얜 쿨한 얼굴하고 있으면서 실상 성격은 별로 그렇지 않으니까 당황스럽단 말이야. 하지만 그렇게 외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사실 무의식중에 사라를 피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라가 나한테 잘못했다든가 싫어졌다든가 하는 이유도 절대 아니다. 다만 내가 지금 용사를 캐고 있으니까 말이지. 그걸 들키면 사라가 괜히 더 자신에 대해 고민하면서 걱정하게 만들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어쩌면 마인이란 게 이름만 조금 이상할 뿐, 정말 별거 아닌 종족일지도 모를 일이고. 하지만 그렇군. 어차피 내일이면 그 쓰레기가 저택으로 찾아올 테니까, 사라도 알게 될 거다. 미리 말해두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는걸. “사라야. 사실 나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뭔데?” “사실 말이지. 내가 얼마 전에 세계에서 유일한 용사라는 놈을 하나 만났는데.” “읏…!” “아, 걱정 마. 대충 소문을 긁어모아보니까 일단 너랑 형제라든가 그런 건 아닌 것 같았어. 다만….” “…뭔데?” “종족이 너와 같았어. 마인.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스쳐지나가는 사람 전부를 확인해봤지만 역시 마인이라는 종족은 너와 그 용사 둘뿐이었어. 그게, 우리는 앞으로 마신과 싸우게 될지도 모를 일이잖아? 그런데 마인이라는 종족은 이름부터 마신과 관계있어 보이니까, 그래서 조금 조사를 하고 있었어. 그 용사의 가문은 엄청나게 오래 전부터 대대로 용사 가문이었다고 하니까, 혹시 정보가 있을까 싶어서.” “그래서 날 피한거야?” “그래. 혹시 사라가 먼저 알게 되면 괜히 불안해 할까봐.” “불안? 뭐야? 혹시 마신과 마인이 관계있다는 게 밝혀지면, 구원은 날 버릴 거야?” “바보! 그럴 리가 있냐! 절대 버리지 않아! 만약 관계가 있다면 미리 파악해두는 편이 대응하기 쉬울 테니까 조사하는 거야! 누가 버린대! 네가 싫다고 해도 평생 억지로 데리고 살 거야!” “…읏, 바, 바보. 그럼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면 됐잖아. 괜히 피하는 게 더 상처도 받고 불안도 느낀단 말이야.” “미안. 잘못했어.” “그래서, 뭔가 알아낸 건 있어?” “아니. 하지만 내일이면 알게 될 거야. 결투해서 이기면 질문에 대답해주기로 했거든.” “뭐, 뭐어?! 바보야! 상대는 용사라면서! 구원은 내 능력도 볼 수 있다면서! 용사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걸 보고도 몰라?!” “물론 잘 알지. 사실 굳이 능력창을 보지 않더라도, 너한테 등짝 스매시 한 대 맞을 때마다 매번 뼈에 사무칠 정도로….” “이 바보야! 지금 농담하는 거 아니야!” 나도 농담하는 거 아닌데…. 네 등짝 스매시 진짜 아파. 다행히 요즘은 데미지가 없다지만, 이대로 레벨이 올라가면 또 다시 아파질 거다. “그 용사라는 사람 레벨은 몇인데?!” “198이던데?” “뭐?! 진짜 미쳤어!” “어허. 오빠한테 미쳤다니.” “미쳤어! 당장 결투 취소한다고 해! 대체 무슨 생각으로…!” “아니. 너야말로 무슨 생각으로 그렇게 당황…아, 그런가. 넌 모르는구나.” “뭘?!” “걔 레벨이 198인데도 얼굴이 평범해 보일 정도야.” “으, 응?” “아마 모르긴 몰라도 매력이 한자리수, 잘해봐야 10대 아닐까? 그러니까 걱정 마. 성자의 손길 한 방이면 복상사로….” “바, 바보야! 죽이면 안 되잖아! 그리고 뭐야? 결투에 성자 스킬 사용하게?!” “그럼 내가 성자인데 성자 스킬 사용해야지 다른 스킬 사용할까?” “상대는 귀족이잖아? 귀족의 결투에서 그런 거 사용해도 정말 괜찮을까?” 내가 자신만만해하자, 사라는 조금 진정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부분이 불안해진 듯, 그런 의문을 던졌다. “걱정 마. 내가 그런 것도 생각 안하고 막 내뱉었겠어? 놈이 따지면 지금 여신님이 내려주신 신성한 스킬을 모독하는 거냐고 몰아붙이면 돼.” “하, 하여간 잔머리는….” “어허. 잔머리라니. 뇌섹남이라고 불러줬으면 하는데.” “뇌섹남? 그게 뭐야?” “몰라? 줄임말인데 말이지….” “뇌에 섹스만 가득 찬 남자?” “뇌가 섹시한 남자다. 이것아!” “구원은 전자 쪽이 어울리는 거 같은데. 후훗. 뇌에 섹스만 가득 찬 남자 구원.” “너 앞으로 나한테 절대 뇌섹남이라고 부르지 마라.” “후훗. 생각해둘게.” “진짜지? 계속 그렇게 부르면 나도 생각이 있어.” “생각?” “그래. 이런 식으로!” “꺄악!” “진짜 뇌에 섹스만 가득 찬 것처럼 행동하는 수가 있어.” “아응! 으응! 변태! 흐읍! 아음…으응…으읏.” 바보라고 하면서도 키스를 하자 바로 혀에 혀를 감아오는 사라였다. “나한테 변태라면서 자기도 키스하면 바로 반응해오잖아. 방금 전까지는 불안에 떨었던 주제에.” “아, 그랬지. 나 구원한테 화내도 되는 입장이지.” “으, 응?” “사과했다고 해서 결국 나하고만 안 있어준 사실이 변하는 건 아니잖아. 용서 못해.” 그렇게 말하고는 사라는 조금 장난스런 표정을 지었다. 젠장.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건가. 그나마 미소가 장난스러운 걸 보면 사라도 완전히 진심은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서 결국 어쩌겠다는 건데?” 용서하지 못한다고 해봤자, 저 장난스런 미소를 보면 어차피 대단한 건 아니겠지. 여유가 생긴 나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나 요즘. 아니 계속 생각했는데 말이야.” 사라가 살짝 요염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달라붙더니, 내 가슴에 검지 끝을 대고는 빙글빙글 돌려갔다. “구원은 삽입하는 것 말고도 다른 변태 같은 행위도 엄청 좋아하잖아. 예를 들어서….” 그렇게 말하고는 사라는 내 가슴팍에서 빙글빙글 돌리던 손가락을 천천히 내리더니 내 바지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아직 단단해지지 않은 내 물건을 바지 안에서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렇게 손으로 해준다든가. 아니면 입으로 해준다든가.” “변태같은 짓이라니. 남자라면 누구나….” “네. 네. 변명은 됐으니까. 그래서 말인데.” 사라는 빙긋하고 미소를 더 진하게 하더니 갑자기 바지에서 손을 쏙 빼버렸다. “오늘은 벌로 그런 거 일절 안 해줄 거야.” “뭐어?! 사라야! 잠깐! 농담이지?!” “후훗. 기대이상의 반응이네. 농담 아니야.” “…정말로요?” “네. 정말로요.” 나는 사라의 미소를 보고, 그 결심이 확고부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단 말이지.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사실 방금 대화 때문에 미안해서라도 안 하려고 했지만, 전에 결심했던 대로 그 플레이를 실행에 옮기는 수밖에. “…알았어.” “으, 응? 의외로 순순히 받아들이네. 좀 더 떼쓸 줄 알았는데.” “넌 대체 날 어떻게 보는 거냐.” “응? 뇌섹남.” “너 진짜!” “꺄악!” 나는 사라를 부둥켜안고는 그대로 옷을 벗겨갔다. “날 뇌섹남이라고 부른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아깐 자기가 그렇게 불러달라고….” “시끄러워!” “흐으응! 바, 바보. 난폭하잖아. 으응! 좀 더 부드럽게…. 아음…으읏. 바보. 키스만 부드럽게 한다고 다가 아니라…으응!” 사라는 그렇게 말로는 항의를 하면서도 정작 몸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신음소리를 흘렸다. 좋아. 이정도면 충분한가. 이미 음부를 어루만지는 손은 사라의 애액으로 질척질척하게 젖었다. 검지와 중지로 음부의 양쪽 살을 눌러서 옆으로 쫙 벌리자, 사라의 음부에서 끈적끈적한 느낌으로 걸쭉한 애액이 주르륵하고 천천히 바닥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으으읏! 바보! 그렇게 벌리지 마!” 사라는 부끄럽다는 듯이 내 가슴을 두 손으로 때렸지만, 들어간 힘으로 보나 때리는 자세로 보나 제대로 된 저항은 아니었다. “이렇게 칠칠치 못하게 흘러내려서는. 마개가 필요할 것 같네.” “으으응! 바보! 누구 때문에….” “사라의 몸이 야하기 때문이잖아?” “야, 으응! 야하지 않아!” “그럼 이건 뭔데? 응? 조금 만진 것만으로도 왜 이렇게 젖으실까?” “이, 이건…으응…레벨 차이 때문에…바보! 대체 어제 마틸다씨와 몇 번을 한 거야?! 오늘 실비아하고도 한 거 아냐?!” 이쪽에서 공격할 셈으로 펀치를 날렸는데, 카운터펀치가 안면에 정면으로 날아왔다. 설마 레벨 얘기를 꺼낼 줄이야. “어, 어? 응?” “…했구나.” 사라의 목소리 톤이 순식간에 확 낮아졌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실비아와 하는 걸 인정해줬다고는 하지만, 그거랑 질투를 안 하는 거랑은 별개의 얘기다. 게다가 레벨 업한 게 느껴질 정도로 해댔다는 게 알려지면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위기의식을 느낀 나는 서로 껴안고 서있는 자세 그대로 황급히 물건을 사라의 안에 삽입했다. “으, 으응! 이 바보야! 제대로 대답…으읏! 으응! 아음…쪽. 흐으응!” “왜? 내가 다른 여자랑 하고 왔다고 하면 더 흥분돼서?” “그, 으응! 그런 거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의 여기는 평소보다 더 조이는 것 같은데?” “으으으응!” 내가 사라의 하복부를 꽉 누르자, 사라가 다리를 바들바들 떨면서 절정에 달했다. 휴우. 어떻게든 위기를 넘긴 건가. 그나저나 사라 이 녀석. 이렇게 빨리 절정에 달해버리다니. 이대로 섹스 부스트가 중첩되면 대체 어떡하려고.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안 할 건 아니지만 말이야. 나는 곧장 스스로에게 절정 속박을 걸었다. “벌써 느낀 거야? 안되잖아. 이제부터 시작인데.” 나는 절정의 여운을 느끼면서 부들부들 떨리는 사라의 엉덩이의 표면을 스치듯 쓰다듬으면서, 살짝 벌려진 그 입술에 입을 맞췄다. “으으응! 으읏! 아응! 흐읏! 으으응! 으으으읏!” 그리고는 천천히 침대로 걸어가자,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사라가 내게 팔을 두르고 꼬옥 매달려서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사라야. 아직 제대로 허리를 흔들지도 않았다고? 침대에 다가간 나는 사라의 한쪽 다리를 잡고 빙글 돌려서 내 어깨 위로 걸쳤다. 상당히 유연하지 않으면 힘든 자세지만, 역시나 사라는 별 문제 없어 보였다. 그렇게 서있는 상태에서 측위 자세가 된 우리는 이제 본격적으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아응! 아, 안 돼! 으으응! 이, 이 자세는…으읏! 부끄러….” “이제 와서 무슨 소리야. 나한테 엉덩이까지 훤히 보여줬으면서.” “으읏! 바보야! 아읏! 흐응!” “게다가 사라도 기분 좋은 것 같잖아. 대체 몇 번을 느끼는 거야? 그렇게 기분 좋아?” “으으응! 하읏…그, 히응! 그러는 구원은?” “응?” “구원은…으응! 안 좋아? 내가 이렇게, 흐읏, 느낄 동안, 왜, 아응! 한 번도 안 싸? 난…으읏! 구원도 같이…흐응!” 야. 갑자기 귀여운 말 하지 마라. 그만 목적도 잊고 절정 속박 푼 다음에 싸버릴 뻔 했잖아. “그렇게 원하면 애원해봐.” 물론 나는 그런 속마음을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어디까지나 여유있어보이는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으, 응?” “애원해봐. 무슨 말인지 알지?” 이렇게 말하면 사라도 자존심이 생겨서 별 말 안하겠지? “으응! 구, 구원의 아기씨…으응! 내 안에…흐읏! 싸줘….” 어, 야. 잠깐. 얘 오늘따라 왜 이래?! 장난스럽게 넘어가기는 했지만, 설마 진짜로 많이 불안했었나? 이런 말까지 들으면, 안 쌀 수가 없잖아. “으으으으으응! 하앗! 하앗! 느껴져…안에…으응….” 결국 나는 한 번 절정 속박을 풀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잖아. 이런 상황에서 안 싸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만 할 정도로 나쁜 놈은 못된다고. 그리고 괜찮아. 섹스 부스트 중첩이야 다시 쌓으면 되지. 아직 밤은 기니까 말이야. 굳이 섹스 부스트를 안 쌓아도 사라는 벌써 몇 번이나 느꼈으니까. 다시 쌓는 동안에도 분명 재밌게 즐길 수 있을 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중간에 끊어질 게 확실해서 쓸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썼습니다. 고로 연참. 373==================== 또 다른 용사 이번에는 사라가 그 어떤 귀여운 짓을 해도 절대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어. 나는 그렇게 마음을 단단히 다잡았다. 어깨에 걸쳤던 사라의 다리를 내려서 후배위 자세를 만든 후, 그 잘 발달된 넓은 골반을 양손으로 붙잡고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전체적으로는 모델처럼 늘씬늘씬하고 쫙 빠져있는 주제에 골반은 이렇게 발달되어 있다니. 언제 봐도 사기적인 몸매란 말이야. “으으응! 잠, 으읏! 흐읏! 쉬지도 않고?! 하으응!” 내가 싸자마자 쉬지도 않고 바로 움직이자 놀랐는지, 사라는 그렇게 외치면서도 바로 팔다리에 힘을 줘서 제대로 받아줬다. 그 기특한 모습을 보면서 탱글탱글 탄력 있는 엉덩이를 좌우로 쫙 벌리자, 사라가 살짝 부끄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날 쳐다봤다. 하지만 그냥 쳐다만 볼 뿐, 딱히 엉덩이를 가리려고 하거나 하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이제 슬슬 사라도 익숙해진 거겠지. 아니. 오히려 기대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런 날에는 항상 자기가 스스로 사전준비를 하고 올 정도니까. “오늘도 제대로 준비하고 왔어?”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가 대답하기도 전에 엉덩이 구멍에 손가락 하나를 집어넣었다. “으으응! 변태! 준비 안 하고 왔으면 어쩌려고…!” “하지만 하고 왔잖아? 사라도 변태니까.” “누, 으응! 누가 변태야!” “그래서. 준비 안 하고 왔어?” “히으읏! 그거야…” “했지?” “구, 구원이 원하니까….” “정말로?” 나는 허리를 잘게 진동시키듯 움직여서 섹스 부스트의 효과를 급속도로 중첩시킨 후에, 허리 움직임을 딱 멈추고 질문했다. “으으응! 다, 당연하잖아! 그런 게 아니면 내가 왜….” “정말로? 실은 사라도 여기로 해주길 원하는 거 아냐? 기분 좋잖아? 엉덩이.” “나, 난 별로…지금 이렇게 하는 걸로 충분…히으으으응!” 사라도 엉덩이가 기분 좋은 걸 인정은 하는지, 기분 좋은 것 아니라고 딱 잘라 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대답으로 만족할 내가 아니었다. 나는 허리를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로. 아니. 오히려 사라도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 손으로 그 엉덩이를 꽉 잡아 억누른 채, 엉덩이에 집어넣은 손가락을 격렬하게 움직였다. “사라 엉덩이는 그렇게 말 안 하는 거 같은데? 손가락이 끊어질 정도로 꽉 물어오잖아. 허리는 움직이지도 않고 있는데 음부에서 물까지 줄줄 흘리고. 실은 여기로 해주길 원하는 거지?” “하으읏! 잠깐! 이거! 으으응! 이상해…히으응!” 그야 그렇겠지. 방금 섹스 부스트를 엄청 중첩시켜놨었으니까. “성자의 손길 같은 스킬도 안 썼는데 그냥 만지기만 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느끼다니. 사라도 충분히 변태잖아.” “아니…아아앙! 흐윽! 으으응!” “그래? 그럼 그만할까?” “흐으으으으으응!” 엉덩이에 넣은 손가락을 거칠게 뽑아버리자, 그 순간 사라는 절정에 달해버렸다. 움직이지도 않고 있는데 꾸물꾸물 움직이며 물건을 자극해오는 음부가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하앗, 하앗, 하앗, 변태…하고 싶으면…후으응…맘대로 하면 되잖아….” 사라는 마지 못한다는 느낌으로 그렇게 말했다. 사라야. 실은 너도 엉덩이로 해줬으면 하는 게 빤히 보인다고. “아니. 안 할게.” 하지만 나는 그 제안을 냉정하게 거절했다. “…에?” 내가 그렇게 딱 잘라 거절한 게 무척이나 의외였던 건지, 사라는 살짝 방심 상태가 되어서 날 멍하니 쳐다봤다. 아니. 그도 그럴게. 지금 뽑으면 섹스 부스트가 또 풀려버리잖아. 모처럼 이렇게 중첩을 쌓았는데. 오늘은 이걸로 널 녹여버리겠다고 결심했단 말이야. “그렇게 실망하지 마. 엉덩이가 아니라도 충분히 기분 좋게 해줄 테니까.” “누가 실망…으으응! 변태! 하으응! 역시 스킬 썼지?!” “아니 정말 안 썼어. 민감하게 느끼는 건 사라가 야하기 때문이야.” 정말 안 썼다. 적어도 사라한테는. 스스로한테 절정 속박을 쓰기는 했지만 말이다. 섹스 부스트? 그건 패시브 스킬이라서 삽입만 하면 자동 발동 되는 거라고. “누가아아앙…으읍…으음…쭙…하음…으으음….” 나는 계속 시끄럽게 항의하는 사라의 입을 내 입으로 틀어막았다. 입을 떼면서 다시 항의할 생각까지는 없는지, 입이 틀어 막히자 사라도 순순히 내 혀에 혀를 감아왔다. “으으음…으으읍…으으으으읍!” 그리고 사라의 몸이 점점 침대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물론 나와 키스 하느라 자세가 불안정해졌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유가 그것 하나 뿐만은 절대 아닐 거다. 그 증거로 엉덩이에 허리를 밀착시킬 때마다 부들부들 떨리는 엉덩이의 감촉이 전해져왔고, 음부도 내 물건을 더 잘근잘근 꾹꾹 자극해왔다. 그리고 인중에 닿는 사라의 콧김도 거칠어졌고, 무엇보다 사라가 신음소리를 내려고 하는 게 입을 통해 엄청 전달되어왔다. 아마 지금 입을 떼면 엄청난 소리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혀를 움직이는 것도 힘든 건지, 아까까진 그렇게 얽혀오던 혀가 이제는 그저 입안에 축 늘어진 채 가끔 바르르 떨기만 할 뿐이었다. “푸하아…헤아아…하아…하아앙….” 살짝 입을 떼고 그 얼굴을 관찰하자 눈도 살짝 풀려서는 멍해져 있었다. “으으으읏! 아아…안 돼…이제…이제 안…아으으으응!” 절정에 다다르는 주기도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상체를 받치고 있던 팔이 완전히 허물어져서는 가슴과 얼굴을 침대에 찰싹 밀착시키고, 엉덩이만 간신히 들어 올린 자세가 됐다. 그 엉덩이마저도 삽입되어있는 내 물건과 후들후들 떨리는 무릎이 지지대가 되어 간신히 들어 올리고 있는 수준이었다. 아마 물건을 뽑으면 바로 허물어지겠지. 이렇게 계속 뒤에서 공격하는 것도 재밌겠지만, 나는 굳이 자세를 바꾸기로 했다. 이 자세로는 얼굴이 보이지 않게 되니까 말이다. 오늘은 정말로 철저하게 괴롭혀줄 생각이다. 사라는 평소에는 말 그대로 쿨한 미인이라는 분위기가 강한만큼, 철저하게 당해서 풀어진 모습을 보면 그 배덕감이 배가 된단 말이지. 나는 사라를 뒤집어서 위를 향해 눕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는 무릎을 꿇고 선 채, 사라의 음부가 내 가랑이에 제대로 밀착하도록 그 골반을 붙잡아 들었다. 완전히 힘이 빠져서 축 쳐져있는 사라는 내가 이끄는 대로 그대로 아무 저항 없이 끌려왔다. 견갑골은 침대에 딱 붙이고 누워있으면서 허리부터 아래로는 공중에 붕 뜨게 되자, 사라 특유의 날씬한 허리와 잘 발달된 골반이 더더욱 강조되었다. 그리고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 11자 복근이 섹시하기 그지없었다. “으으읏! 하아아앙! 흐으응! 으으읏! 아으으응! 으으응! 으으으으으응!” 나는 그런 예술품 같은 사라의 몸매에 감탄하면서, 다기 거칠게 허리를 몰아붙였다. 끝도 없이 쾌감이 증폭되니 점차 사라가 절정에 달하는 시간도 짧아져만 갔다. 이내 허리를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절정에 달하는 수준이 되어버린 사라는, 크게 소리를 내지르면서 정신을 잃어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라의 모습에도 자비 없이 허리를 한 번 더 흔들었다. “으으으응!” 그러자 느껴지는 극도의 쾌감에 사라는 바로 각성해서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안 돼…. 이제 무리…구원…아앙…이제…나아….” “안 돼. 안 멈출 거야. 난 변태잖아?” “아아…아, 아아….” 내가 웃으면서 대답하자, 사라가 살짝 안색이 새파래져서는 입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변태가 진심이 되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철저히 보여줄게.” “잠깐만! 정말로 사과할…으으으응!” “이미 늦었어.” “하아앙! 진짜…흐으읏! 안 돼! 이거 안 돼! 안 돼애애앵!” 하지만 그런 목소리조차도 내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점차 사그라지기 시작해서는, 목구멍에서 소리가 저절로 새어나온다는 느낌의 희미한 허덕임 말고는 내뱉지 않게 됐다. “아아아…아아…아아앙….” 평소에는 멋지게 쿨한 얼굴이 이렇게 풀어져서는. 나는 힘이 풀려서 입 밖으로 살짝 삐져나온 사라의 혀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마치 키스라도 시키듯 그 혀에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며 감아봤지만, 사라는 거의 반응이 없다시피 했다. 너무 지나치게 했나. 지금도 소리만 약해졌다 뿐이지, 허리 아래는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덜컥덜컥 떨리고 있었다. 이제는 아예 허리를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몇 번이나 가는 것 같다. 분수처럼 내뿜어대던 애액의 기세는 조금 사그라졌지만, 이것도 더 내뿜을 게 없어서 나오지 않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사라. 변태를 도발하면 어떻게 되는지 이제 잘 알겠지?” “으응…으으응….” “똑바로 대답해. 사과하면 오늘은 이쯤에서 봐줄 수도 있어.” “제성…제성해요…. 아아앙…그러니까 이제 그만….” 존댓말까지 하는 거냐. 어제부터 벼르고 저지른 일이기는 하지만, 막상 이렇게 안면 근육까지 다 풀어져서 축 늘어져있는 모습을 보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잘했어. 알았으면 앞으로는 조심하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다시 한 번 허리를 흔들었다. “으으응…왜애…으읏…사과…했느으으응!” 왜긴 내가 아직 못 쌌으니까 그렇지. “그래. 그러니까 푹 잠들게 해줄게. 자!” “으으으으으으응!” 내가 허리를 거칠게 박아 넣으면서 사정을 하자, 사라는 마지막 힘을 짜내듯 등을 활모양으로 휘면서 절정에 달하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축 늘어졌다. “조, 좋은 아침”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사라는 전에 없이 어색한 느낌으로 인사를 했다. “그래. 좋은 아침. 어젯밤엔 푹 잠들었어?” “더, 덕분에.” “그거 잘 됐네. 그럼 다음에도 매번 그런 식으로 해줄까?” “아니! 절대 안 돼!” “응? 기분 좋지 않았어? 그런 걸론 만족하지 못했다 이거지….” “아, 아, 아, 아니야! 그런 거 아니니까! 기분 좋았어! 좋아 죽는 줄 알았어!” 내가 일부러 들리게 중얼거리자, 사라는 다급하게 손까지 흔들면서 외쳤다. 어제의 일로 많은 교훈을 얻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좋았어?” “으, 응! 엄청!” “그래? 그럼 또 기분 좋게 해줄게. 안 그래도 지금 또 하고 싶어졌는데, 허리 흔들어도 되지?” “으응! 자, 잠깐만!” 자신의 안에서 다시 단단함을 되찾아가는 내 물건을 느끼자, 사라가 황급히 날 제지했다. “이, 입으로 해줄까?” “응? 오늘은 그런 거 안 해주는 거 아니었어?” “그, 그건 어제 얘기잖아! 실은 나도 구원을 더 기분 좋게 해주고 싶었는데 참은 거였단 말이야.” “그으래? 그럼 입으로 해줄래?” “응! 응! 기다려. 금방 기분 좋게 해줄게. 으으응! 하앗, 하앗, 아음…으음. 쪽.” 사라는 황급히 나와의 결합을 풀고는 내 가랑이 사이로 들어가서 물건을 입에 담고 쪽쪽 빨기 시작했다. “이렇게 입으로 하고 싶어 하다니. 사라도 참 변태라니까.” “으, 응…나 변태인가 봐.” 내가 놀리는 듯 말해도, 사라는 살짝 경직된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위험해. 조금 재밌을지도. “드디어 인정하네. 사라도 섹스 참 좋아하는 변태니까. 실은 엉덩이도 무척 기분 좋지?” “그러…! 엄…. 좋지. 엉덩이는 물론, 구원이랑 하는 거면 다 좋아.” 사라는 순간 욱하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어떻게든 자신을 억누르는데 성공한 모양이다. “좋아. 좋아. 좋아. 그럼 우리 예쁜 변태양. ‘구원님의 정액을 원해요. 제 입에 가득 싸주세요.’라고 애원해….” “이, 이게 진짜! 기어오르지 마!” “야! 잠깐! 알을 인질로 잡는 건 비겁하잖아!” “비겁한 게 누구야 이 변태가!” “또 변태라고 했겠다! 어제 그렇게 당하고도!” 나는 사라를 일으켜서는 그 엉덩이에 물건을 맞댔다. “자, 잠깐! 또 하게?!” “교훈이 부족했던 모양이니까 벌을 내려줘야지.” “구원이 자꾸 이상한 소리…아아앙! 진짜 넣었어!” “그럼 가짜로 넣을까? 이번에야 말로 순순하게 만들어주겠어.” “으으응! 아앙!” “자! 자! 자! 너도 실은 엉덩이로 안 해줘서 쓸쓸했지?!” “그런…으응! 아아앙! 하아아앙!” 결국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다시 행위를 재개하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라는 결국 꺽이지 않았다. “아아…이 변태…아앙…변태….” 방금 발언으로 내 목적을 알았기 때문인지, 오히려 오기가 생겨서는 끝까지 변태를 연호하면서 연속 오르가슴을 느껴댈 뿐이었다. 살짝 아쉬운 감도 있었지만, 어쩔 수 없지. 오늘은 이쯤 해둘까. 이런 꺾이지 않는 부분이 사라의 매력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74==================== 또 다른 용사 “아, 맞다. 바넷사.”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나는 조용히 식당을 빠져나가려던 바넷사를 따라가 불러 세웠다. “네. 메이드 복이라면….” 그러자 바넷사는 곧바로 그 얘기를 꺼냈다. 반사적으로 이런 소리를 하다니. 설마 얘 눈에는 내가 매일 메이드 복 타령만 하는 놈으로 보이는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아주 정확히 봤다고 말할 수 있겠다. “아니. 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야. 그야 메이드 복은 빨리 돌려줬으면 좋겠지만. 애초에 이미 빨아 놓은 거잖아? 왜 안 가져오는데?” “…구원님이 항상 다른 분과 함께 계셔서 그랬습니다.” 그, 그거야…그럴 지도 모르지만. “크, 크흠. 아무튼! 지금은 그런 얘기를 하려는 게 아냐. 오늘은 손님이 올 거다. 미리 알아두라고.” “손님…말입니까?” “뭐냐? 그 시선은?”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 녀석. 분명 방금 변변치도 않은 생각을 했을 게 틀림없어. ‘구원님이 집에 초대할 친구도 있었습니까?’ 같은 생각 말이야. “크흠. 아무튼 오늘은 그 용사가 올 거야.” “…무슨 일로 그자가 오는 것인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별거 아냐. 좀 물어볼 게 있어서 말이야. 자기랑 결투해서 이기면 알려준다고 하기에 그러자고 했어.” “…별 일 아닌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 다른 분들은 그 사실을 알고 계신 겁니까? 그리고 디아나님의 말씀은 기억하고 있지 않으신 겁니까? 가시기 전에 사고는 치지 말라고 그렇게….”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지만, 바넷사는 눈을 날카롭게 빛내고 지적을 해왔다. 그 얘길 꺼내면 조금 약해지는데 말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얘기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예상에 불과하지만, 디아나가 지금 저택에 없다는 것도 그 쓰레기가 그렇게 당당히 결투를 신청한 이유 중 하나일 테니까. 디아나가 던전에 갈 때에 마차를 타고 전혀 숨기지도 않은 채 당당히 갔으니까 말이야. 명색이 귀족이니 지금 디아나가 부재중이란 것 정도는 파악하고 있겠지. “괜찮다니까. 정말 순식간에 끝날 거야. 내 스킬은 매력에 비례하거든. 너같이 예쁜 애도 내 스킬 한 방 맞고 그렇게 정신을 못 차렸는데, 그 용사가 버틸 수나 있을 것 같아?” “…읏!” 저번에 있었던 얘기를 꺼내자, 바넷사가 침음성을 흘리고는 황급히 주변에 누가 없는지 살폈다. 자세히 보면 얼굴도 살짝 붉어진 것처럼 보였다. 역시 아무리 무뚝뚝한 척 신경 안 쓰는 것처럼 보여도 그날 일이 부끄럽기는 한 모양이다. 괜찮아. 여기 누가 있을 거라고. 만약 있다면 항상 날 스토킹하는 실비아 정도지만, 실비아는 내가 방금 식사하다가 충분히 괴롭힌 덕분에 지금 식당의 의자 위에 녹아내려있는 상태다. 어제 그렇게 욕구를 해소시켜준 덕분에 내가 괴롭혀도 다시 느끼지는 않게 된 모양이지만, 여전히 조금만 만져도 진동하는 건 변하지 않았단 말이지. 특훈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뭐,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만 말이야. “게다가 여차할 땐 바넷사도 있잖아. 혹시라도 결투 도중 내 목숨이 위험할 것 같다 싶으면 난입해서 막아달라고. 아무튼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잘 부탁해.” 바넷사가 더 뭐라고 하기 전에, 나는 그렇게만 말하고 황급히 자리를 벗어났다. 바넷사는 그날 밤 얘기로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당황했던 건지, 날 잡을 생각도 못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내가 벗어나는 걸 지켜볼 뿐이었다. “도망가지 않고 제대로 나오다니! 그 용기만큼은 칭찬해주지! …자기 저택이라고 뭔가 치사한 짓을 해놓은 건 아니겠지? 지고의 대마법사님의 힘을 빌리거나….” 그리고 쓰레기는 생각보다 훨씬 일찍 찾아왔다. 한시라도 빨리 날 처리하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 거린다는 표정으로 와서는, 또 다시 그렇게 없어 보이는 발언을 했다. “안했다니까 그러네. 너도 지금 디아나가 여기 없는 것 정도는 알 것 아니야. 게다가, 디아나가 그럴 애로 보이냐? 너도 디아나의 공명정대함은 믿는 거 아니야? 그러니까 나한테 결투를 신청한 거잖아? 정당한 결투로 인해 날 다치게 한 거면, 디아나도 아무 말 안 할 거라고 믿고 말이야.” “으으윽…. 그, 그건…!” 내가 말에 쓰레기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찌그러졌다. 역시 그런 거였냐. 하긴. 어쩐지 내가 궁금한 게 있단 걸 알자마자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결투 얘기를 꺼내더라. “저게 용사….” 사라는 조금 복잡한 표정으로 쓰레기를 바라봤다. 그 마음 잘 안다. 저런 놈이 자신과 같은 특수직에 같은 종족. 일단은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혈연관계마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그야 복잡한 심경이겠지. “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개성적인 분이시네요.” 게다가 레이아도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 천사님. 어쩜 말도 저렇게 예쁘게 하실까. 그냥 솔직하게 생각보다 훨씬 못생기고 찌질한 놈이라고 해줘도 되는데. “하지만 구원씨.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저분, 강하신 거죠?” 그리고 레이아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일단 바넷사와 이야기 후, 레이아에게도 용사와 결투를 할 거라고 얘기는 해둔 상태였다. 아직도 사라가 용사란 걸 밝히지 않은 만큼, 용사운운 얘기는 빼고 그냥 마인이란 종족에 관해 알아볼 게 있다는 식으로만 얘기했지만 말이다. “그럼. 걱정 마. 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회복 마법은 준비해주고 있을래?” “그거야 물론이지만요…. 그래도 되도록 다치시면 안돼요? 저 슬퍼할 거예요.” “그거 큰일이네. 우리 천사님이 슬퍼한다니. 절대 다치면 안 되겠어.” “정말로…농담이 아니니까요?” “응. 알았어.” “이이이익! 네 녀석!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냐?! 빨리 준비를 하지 못해?! 애초에 뭐냐 그 미인들은!” 레이아와 그런 대화를 하고 있자 놈이 성을 내면서 말했다. 짜식. 부러워하기는. 뭐, 남자라면 부러워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내 주위에는 지금 사라와 레이아, 실비아에 마틸다, 덤으로 바넷사까지 있으니까 말이다. “내 여자들인데.” “크으으으으윽!” 놈은 눈이 새빨개져서는 당장이라도 날 죽이고 싶다는 듯이 몸을 들썩였다. 그러면서도 마틸다한테 쫄아서 달려들지는 못하고 있는 게 묘하게 웃겼다. “사내새끼가 질투는. 추하다. 인마.” “다, 닥쳐라!” 그래도 질투 안 했다고는 안 하는구나. 이 녀석, 찌질하기는 하지만 의외로 솔직한 놈이란 말이지. 자기보다 높은 사람을 대놓고 무서워하는 것도 그렇고, 자기감정을 바로 겉으로 표현하는 놈이다. 아무튼 나는 놈을 데리고 지하에 있는 넓은 방으로 향했다. 여기는 디아나가 새로운 마법 같은 걸 익히고 시험해보는 장소라고 한다. 때문에 디아나가 전성기 때 모든 마법을 퍼부어 엄청나게 튼튼하게 만들어놨다든가. 나와 저 쓰레기가 아무리 날뛰어봤자 벽에 상처 하나 나지 않을 정도라고 하니 말 다했지. “좋아. 그럼 해볼까. 결투. 룰은 어떻게 할까? 먼저 항복을 외치거나 전투불능 상태가 되면 끝. 어때?” “…문제없다. 내가 이기면 뭐든 원하는 걸 들어준다는 말, 똑똑히 기억하고 있겠지?” 그런 말 했던가? 제대로 기억 안 나는데. 뭐, 어차피 이길 거니까 상관없지만. “그래. 너야 말로 내가 이기면 질문에 대답하겠단 말 잊지 말라고.” “아직까지도 날 이길 생각을 하고 있다니. 용사의 위엄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이방인의 무지함에서 오는 오만인가. 주위 여자들도 크게 경고를 안 해줬나 보지? 그걸 보면 네 여자라는 그 여자들도 생각보다 널 좋아하는 건….” “야. 전부터 생각했는데 말이야.” “뭐냐?” “너 레벨은 전투로 올렸을 거 아냐. 그럼 던전에 다닌 거 아냐?” “훗 잘 아는군. 그러고 보니 네놈도 던전에 다녔다고 하더군. 혼자 어디까지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혼자서 5계층까지 간 강자다. 어때? 이제 좀 겁이 드나? 무릎 꿇고 울면서 빌면 그냥 내가 이긴 걸로 치고 용서해줄 수도….” “너 최근에 길드에 간 게 언제야?” “이이이익! 2년 전이다! 뭐냐?!” 내가 계속 말을 끊자 화났는지, 놈은 이를 갈면서 대답했다. 2년 전인가. 이거 그럼 진짜로 내가 던전에서 뭘 하고 다닌 건지 모르는 건가? “아냐. 그럼 시작하자.”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인벤토리에서 실비아의 검을 뽑아들었다. “바벳가의 검…. 설마하니 그런 장비를 믿고 날 이겨보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뭐 좋다.” 내 검을 보고 중얼거리더니, 허리춤에 찬 두 개 의 검 중 하나를 뽑아들었다. 휘황찬란한 빛을 내뿜는 그 검은, 한 눈에 보기에도 엄청난 명검이란 걸 알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용사의 검이라는 게 어울릴만한 물건이다. 하지만 놈은 그 검을 역수로 쥐더니, 곧장 바닥에 내리 꽂아 넣으려고…. “이익! 으으윽!” 저 녀석 바보 아냐. 디아나가 자기 마법에도 안 부서질 정도로 튼튼하게 만든 방이라니까. 고작 너 따위가 용 써본다고 바닥에 그게 꽂아지겠냐? “후훗.” 녀석은 결국 포기하고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더니, 이번에는 다른 쪽 검을 꺼내들었다. 그 검은 방금 전 검과는 다르게, 아무런 특징도 없어 보이는 평범한 철검이었다. “봤다시피 나도 명검을 휘둘러 상대할 수도 있겠지만, 봐주도록 하지. 난 정정당당한 용사니까. 이 철검으로 널 상대해주도록 하겠다.” 이제 와서 똥폼 잡아봤자 늦었다 새끼야. 게다가 말이야. “애초에 자기보다 레벨 한참 낮은 상대한테 결투를 신청하는 것부터 정정당당한 짓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에, 에이이이잇! 시끄럽다! 간다아!” 놈은 말로 날 이길 수 없다고 겨우 깨달은 건지, 그대로 돌진해왔다. 빠르다. 솔직히 저 찌질한 태도 때문에 그 능력까지 얕보고 있었던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용사는 용사. 놈은 눈으로 따라잡기도 힘든 속도로 내게 돌진해왔다. 아마 아라크네의 클랜장 미리엘조차 한 수 접어준다고 했던 게 마냥 허언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분명 미리엘보다 레벨이 낮을 텐데도, 놈의 움직임은 5계층에서 봤던 미리엘보다도 한층 더 빠르게 느껴졌다. 그나마 내가 반응할 수 있었던 건, 놈이 방심하고 내게 일직선으로 달려왔기 때문이다. 당황한 나는 곧장 성자의 파동을 놈에게 날렸다. 그리고 바로 후회했다. 아차, 힘 조절 안했다! 저 새끼 복상사하면 어떡하지?! 하지만 그런 걱정을 할 필요는 전혀 없었다. 놀랍게도 놈이 검으로 내 성자의 파동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그나마 놈도 성자의 파동에 당황한 건지, 훌쩍 뒤로 뛰어서 일단 한 번 물러났다. “뭐, 뭐냐. 이 이상한 기운은. 그런가. 지고의 대마법사님에게 한 수 배웠다는 건가. 자신만만해할만하군. 하지만 난 용사! 전투로 나보다 레벨도 낮은 놈에게 질 생각은 전혀 없다!” 아무래도 놈은 그게 그냥 마법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기는 했지만, 아무튼 놀랍기 그지없었다. 설마 성자의 파동을 읽어 내다니. 디아나조차도 마나를 느끼지 않으면 날아오는지도 몰랐을 거라면서 감탄했던 기술인데. 뭐, 디아나한테 보여줬을 때는 행위중이어서 완전히 집중을 못하고 있었다는 점도 있었고, 디아나가 나보다 레벨이 낮아서 그런 점도 있었기는 하지만. 아무튼 눈앞의 쓰레기가 생각보다 대단한 놈이라는 건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이 녀석은 전투만으로 레벨을 올린 거다. 내가 섹스로 레벨을 올릴 때마다 성자 레벨도 똑같이 올라가는 것처럼, 놈도 용사레벨과 그냥 레벨이 같을 거라는 말이다. 게다가 풍부한 전투 경험까지. 이거 생각보다 전투가 힘들어 질 수도 있겠는데. 뭐, 다행히 대책은 세워놓았다. “당황하고 있군. 방금 그 은밀한 마법이 비밀병기였나 보지? 한 번 들킨 이상 더는 통하지 않는다. 이걸로 끝이다!” 놈은 그렇게 외치면서 다시 한 번 내게 달려왔다. 빠르다. 다시 한 번 성자의 파동을 날렸지만, 놈은 가볍게 피해내고는 그대로 내게 다가와 검을 휘둘렀다. 나도 검을 들어서 어떻게든 놈의 공격을 한 번은 쳐냈지만, 그게 전부였다. 힘을 이기지 못하고 검을 쥔 팔이 뒤로 쭉 밀려나자, 놈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몸을 난도질해왔다. 그나마 5계층의 재료들로 강화한 갑옷과 레벨보다 훨씬 튼튼한 내 내구 덕분에 치명상은 피했지만, 내 온 몸에서는 피가 터져 나왔다. 검을 들지 않은 손에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휘둘러봤지만, 놈은 그 공격을 여유롭게 피해내더니 다시 뒤로 훌쩍 물러났다. “구워어어언!” “꺄아아악! 구원씨이!” “큭!” 멀리서 날 걱정하는 소리가 들렸다. 특히 내가 위험해지면 난입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던 바넷사는 당장이라도 난입해올 것 같은 자세를 취했지만, 나는 손을 들어서 바넷사를 제지했다. “자비를 베풀어 급소는 피해줬다. 지금이라도 울면서 빌면 용서해줄 생각은 있는데?” 놈은 비열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면서, 인심 쓴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자비 좋아하고 있네. 천천히 괴롭히면서 가지고 놀려고 하는 게 뻔히 보인다. “너야말로 지금이라도 빌면 용서해줄 생각은 있는데.” “크큭. 아직 입은 살아있다 이건가. 그럼 이번에는 그 입을 찢어줄까.” “아무리 네가 못생겼고 내가 잘생겼다고 하더라도, 얼굴에 상처를 입히려고 하다니. 그런 식의 질투는 꼴불견으로 보일 뿐이라고.” “이, 이 녀석이 아직도!” 놈이 도발에 걸려들어 다시 내게 달려들려고 했을 때, 나는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바닥으로 던졌다. “…그건 무슨 짓이냐? 이제 와서 꼴사납게 항복하겠다는 거냐?”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냥 단순하게, 너 따위를 상대하는 데는 검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크크큭. 오냐. 그렇단 말이지.” 놈은 웃음소리를 내면서도 얼굴을 귀신처럼 찌푸리고는, 정말로 화났다는 듯이 자신도 검을 바닥에 던졌다. “그렇다면 똑같이 상대해주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75==================== 또 다른 용사 멍청한 놈. 설마하니 진짜로 걸려들 줄이야. 애초에 검사도 아닌 내가 검을 들고 있었던 이유가 뭔데. 이런 식의 결투는 보통 검 대 검으로 이뤄지니까? 그럴 리가 있냐. 그딴 허례허식 개나 주라고. 난 그런 것에 일일이 집착하지 않는 성격이란 말이지. 뭐, 애초에 눈앞의 쓰레기는 내가 원래 검을 쓰는지 주먹으로 싸우는지도 모르고 있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작전이 제대로 통해서 다행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더 철저하게 대비를 해둘까. “어설프게 잔머리 굴리려고 하지 말고 그냥 검으로 싸워라. 말로는 그러면서 막상 불리해지면 그 허리에 찬 검으로 상대하려고 그러는 거지? 너무 대놓고 그러는 거 아니냐? 너같이 치졸한 놈이 하는 생각 따위는 다 보인다고.” “훗. 내가? 제대로 공격에 반응도 못하는 네놈을 상대로?” 하지만 놈은 날 비웃듯이 그렇게 말하고는, 허리에 차고 있던 나머지 검마저도 검집에 넣은 채로 허리에서 풀고 바닥에 던졌다. “스스로 구멍을 판 것도 모르고 잘도 떠드는군. 차라리 검으로 맞으면 짧게 끝났을 것을. 보아하니 맷집은 어느 정도 자신 있는 모양인데, 그 잘도 조잘대는 입에서 비명밖에 안 나올 때까지 철저하게 두들겨 패주지.” 얘가 지금 함정에 빠진 게 누군데 그런 소리를. 나는 하마터면 웃음이 터져 나올 뻔 했지만, 안면근육에 힘을 빡 줘서 어떻게든 버텨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인상을 찌푸린 모습이 꽤나 괴로워 보였는지, 쓰레기의 입 꼬리가 더더욱 올라갔다. “방금 전까지의 날 생각하면 큰 코 다칠 거다. 나는 진심이 아니었다고. 그 증거로…지금부터 진심을 보여주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성자의 진심을 발동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위력을 약하게 조절해서. 복상사는 시키면 안 되니까 말이지. 나야말로 자비를 베풀어주고 있다고. 저 놈은 아는지 몰라. “과연. 강화 마법인가. 정말로…정말로 그런 얕은 수가 이 용사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냐?!” 아무래도 놈은 내 몸 전체가 마나로 둘러싸인 것 까지 인지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걸 알면 뭐해. 정작 중요한 스킬에 대한 정체를 몰라서야. 애초에 성자의 밤 기술이 엄청나다는 소문은 들었을 텐데, 정작 스킬을 모르다니. 하긴 처음 식당에서 봤을 때부터 내 얘긴 꺼내지도 말라는 식이었으니. 듣기 싫은 얘기는 아예 귀를 막고 안 듣는 성격인 건가. “간다!” 놈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재빠르게 달려왔다. 그래. 와라. 어차피 내가 한 방에 기절만 안 하면 무조건 이기는 게임이다. 나는 양팔을 들어서 안면을 철저히 가드하고는 놈이 오길 기다렸다. 놈은 정말로 내 얼굴에 질투를 느끼기는 하는지, 복부가 텅 비어있는데도 굳이 가드를 올리고 있는 얼굴 쪽에 주먹을 연속으로 꽂아 넣었다. 그리고. “우헷! 헷! 히엑!” 역겨운 소리를 내면서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는 다리를 오므리고 가랑이를 움켜쥔 채로, 몸을 덜덜 떨면서 날 노려봤다. “뭐, 뭐냐! 뭐냐 이건! 어떻게 된 거냐! 이거 뭐야?!” 이런 사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지,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진 모양이었다. 맘 같아서는 아까 놈이 했던 것처럼 여유롭게 놀려주고 싶었지만, 나도 그럴 여유는 없었다. 젠장. 위력을 너무 약하게 조절했나. 놈의 매력 수치가 최저치라고 예상되는 만큼 최대한 약하게 조절했는데, 레벨이 있어서인지 놈은 기절하거나 다리가 풀리지 않고 저렇게 버티고 서있을 수 있었다. 나는 놈에게 대답하지 않고, 아까보다 조금 더 위력이 강하게 성자의 진심을 발동한 후 달려들었다. 이번에야말로 기절시킨다. 쾌락의 바다에 삼켜져라! “으, 으윽! 으으윽!” 내가 달려들자 놈도 대충 사태를 파악한 건지, 아니면 위기의식에 따른 본능적인 행동인지 놈은 곧장 검을 던져놨던 곳으로 몸을 던졌다. 이런 안 돼! 나는 필사적으로 제지하려고 했지만, 놈이 조금 더 빨랐다. 놈은 황급히 검을 뽑아들고는, 후들거리는 다리에 억지로 힘을 준 채 양손으로 검을 꼭 잡아 세웠다. “다, 다가오지 마! 다가오면 죽여 버리겠어!” 그 눈빛은 마치 강간마를 보는 피해자의 눈빛 같았다. 바지 앞섶이 이미 흥건히 젖어있는 게 그렇게 불쌍해 보일 수가 없었다. 사내새끼가 그딴 표정, 그딴 목소리로 저항하지 마라. 괜히 기분 더러워지잖아. 그건 그렇고 이거 좀 위험한데. 놈이 꺼내든 검은 하필이면 또 그 번쩍번쩍한 명검이었다. 게다가 놈의 현재 정신 상태는 대충 손대중을 할 정도로 안정되어 있지 않았다. 그 상태에서 배이면 아무리 나라도 무사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면 내게 남은 수는 단 하나밖에 없잖아. “야.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좋게 말할 때 순순히 검을 내리고 항복해.” “누, 누가 항복 같은 걸 할 까보냐?! 용사는 절대…!” “바지에 지리는 것보다 더 심한 꼴 당하고 싶지 않으면 내려라.” “저, 절대 그렇게 못한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어쩔 수 없지. 이건 웬만하면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나쁜 거다. 나는 할 만큼 했어. 나는 곧바로 성역 선포를 사용했다. “히이잇! 아아! 으아앗! 으으윽! 흐으윽!” 그러자 놈은 곧장 몸을 비틀면서 꼴사나운 목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했다. 아무리 성역 선포의 기본 위력이 낮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성역 선포의 레벨도 꽤나 올랐단 말이지. 최대한 위력을 억누른 성자의 전력보다는 당연히 위력이 더 강하다. 그것도 초당 들어가는 위력이 말이다. 아까 내 몸을 때리면서 느꼈던 쾌감보다도 더 큰 쾌감을 1초에 한 번씩 맞보고 있는 쓰레기는, 지금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다. 검은 진작에 손에서 떨어졌고, 놈은 이제 바닥에 엎어져서는 간질 환자처럼 부들부들 떠는 게 전부였다. 이렇게 반응이 극적일 줄이야. 사실 성역 선포도 위력을 좀 더 줄였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아직 성역 선포는 그게 안 된단 말이지. 유일한 광역기 기술인만큼, 마나로 다루는 게 꽤나 어려워서 말이야. 그래서 이왕이면 이건 쓰지 않고 끝내려고 했는데. “히끄윽! 흐으윽! 흐아아악!” 놈은 바닥을 뒹굴면서 정말 더러운 모양새로 꿈틀댔다. 너무 그렇게 극적으로 반응하지 마라. 2계층에서 오크들 상대로 할 때도 그 정도 반응은 안 보여줬다고. 네 매력은 오크 이하란 거냐. 뭐 그때에 비해서 내 레벨이나 매력, 스킬 레벨 등 많은 것들이 오르긴 했지만 아무튼. 어차피 가만히 놔둬도 이내 기절하겠지만, 당장 기절시켜주는 게 최소한의 자비라는 거겠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 역겨운 소리 좀 그만 듣고 싶다. 나는 놈에게 다가가서 발에 위력을 억누른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는 한 대 툭 쳤다. “흐이이이이잇!” 그러자 놈은 몸을 한차례 크게 부들부들 떨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나는 그제야 모든 스킬을 해제하고, 느긋하게 뒤를 돌아봤다. “…이겼다.” “…축하해. 안 죽었지?” 쓰레기의 너무도 비참한 모습에, 사라는 살짝 질린 얼굴로 그런 질문을 던졌다. “아, 아마 그렇지 않을까?” “그보다 구원씨. 어서 상처를 보여주세요.” 그리고 우리 천사님은 아까부터 다른 건 전혀 안보고 내 상처만 보고 있었는지, 결투가 끝나자마자 재빨리 다가와서는 내게 치료 마법을 걸었다. 천사님. 아무리 이런 쓰레기라도 그보다 라는 말은 좀 불쌍하지 않나요. 야. 쓰레기. 너 우리 천사님한테까지 그런 취급 받았다고. 뭐, 날 상처 입힌 당사자라는 점도 있고, 그만큼 천사님이 날 좋아한다는 걸 뜻하기도 하지만. “그럼 바넷사. 저 녀석을…아니다. 그냥 놔둬라. 이따가 내가 할게.” 치료를 받으면서 바넷사에게 놈을 옮기는 걸 부탁하려고 했지만, 생각해보니 놈은 지금 바지가 흥건히 젖어있는 상태다. 아무리 바넷사가 강철의 집사라고는 해도, 일단은 결혼도 안 한 처자인데. 저런 오물에 손대길 부탁하는 건 조금 미안했다. “…감사합니다.” 우와. 감사 인사까지 들어버렸어. 대체 얼마나 만지기 싫었던 거야. 바넷사 너도 마법으로 씻기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그런 고로 상처를 치료받은 나는 일단 정령을 불러내어 놈의 몸을 씻기도록 부탁했다. 하지만 예상외의 사태가 일어났으니, 심지어 정령마저도 싫다고 거부해버린 거다. 어떻게 안 되겠냐고 부탁하자, 정령이 필사적으로 거부한 끝에 그대로 돌아가 버릴 정도였다. “야. 바넷사. 미안한데 마법으로 얘 씻기기라도 해줄래?” “……네.” 바넷사는 정말 드물게도 싫은 내색을 감추지 않고 얼굴에 살짝 내비친 채, 마법을 이용하여 놈의 몸을 씻겼다. 이 놈, 역시 여자들한테, 아니. 정령은 딱히 성별도 없어 보이니 그냥 모두한테 엄청 미움 받는 놈인 건가? 이쯤 되면 조금 불쌍…솔직히 동정심은 별로 안 생기네. 아무튼 나는 그렇게 씻긴 놈의 몸에 최대한 닿지 않게 뒷덜미를 잡아서 끌고는 빈 방의 침대에 던져 놨다. “구원님. 그 자가 정신을 차린 모양입니다.” 식사를 하고 우리 애들이랑 느긋하게 보내고 있자, 바넷사가 그 사실을 알려줬다. 건드리는 것도 싫어했으면서 일단 언제 깨어날지 지켜보고는 있었던 모양이다. 역시 프로. 싫어도 맡은 바 일은 최선을 다 하는군. “그래? 그럼…아, 괜찮아. 나 혼자 다녀올게.” 왠지 다들 날 따라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기에, 나는 손을 들어서 제지시켰다. 일단 마인에 대해 물어볼 거라고 설명은 했지만, 혹시 용사에 관해서도 파고들어야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사라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서라도 사라 이외에는 같이 데려가기 힘들었다. 그렇다고 정말로 사라만 데려가 버리면 우리 천사님이 슬퍼하실 테니까. 결국 나 혼자 가야한다는 거지. “하지만 구원씨 위험해요.” “아니. 위험한 건 내가 아니라 걘데. 아까 성역 선포만으로 놈이 어떻게 되는지 봤잖아?” “그, 그건 그렇지만…” “놈한테 예쁜 너희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래. 더럽혀지는 느낌이라.” “구, 구원씨…아무리 그래도 그건 조금 말씀이 심하세요.” “그, 그래?” 아까 레이아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우리 천사님 앞에서 쓰기에는 발언이 조금 과격했던 모양이다. “그럼 잘 조심히 잘 해결하셔야 해요? 너무 도발하지 마시고요.” 하지만 그 발언에 레이아는 따라오길 포기한 모양이었다. 천사님. 역시 그 녀석 맘에 안 드세요? 누구에게나 친절한 우리 천사님이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라니. 그 녀석은 대체…. “구원….” “그래.” 사라는 살짝 불안해 보이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안심시키듯 눈빛으로 타일러줬다. 걱정 마. 마인의 정체가 뭐든 간에 나는 결코 널 버리지 않아. 그렇게 눈빛을 주고받아서 무언의 대화를 한 후에, 나는 놈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 드디어 마인의 정체를 밝힐 때가 왔다고. “좋은 꿈 꿨냐?” “네, 네 녀서어어억!” “시끄럽네. 뭔데?” “결투 중에 비겁한 수단을…!” “비겁하기는 또 뭐가 비겁해. 네가 용사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싸운 것처럼, 나도 성자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서 싸운 것에 불과하다고.” “이런 결투는 무효다! 아무도 인정…!” “이걸 어쩌나. 난 이미 사방팔방에 너와의 결투가 있다고 떠벌린 상탠데. 결과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한테 뭐라고 변명하려고? 성자의 스킬 한 방에 돼지처럼 꿀꿀 짖으면서 비참하게 땅어 얼굴을 처박고 정액을 줄줄 흘리다가 기절했어요! 라고 변명하게? 못생긴 놈이 조루인 걸 어필하면 사람들이 참 불쌍하게 여기고 무효라고 해주겠다. 새끼야. 발정 난 오크도 그거보단 더 버틴다. 어떻게 성역 선포 한방에 좆물을 주륵주륵 싸지르면서….” “크, 으, 으아아아아아아앙!” 아, 이런. 아무리 그래도 말이 좀 심했나. “야, 야. 그렇다고 울 건 없잖냐. 다 큰 사내새끼가.” “나라고…히극. 나라고 좋아서 이런 게…우아아앙! 개새끼야! 씨바아알!” “야. 진정해. 미안해. 미안하다니까.” “나도, 흐끅. 나도 너 같이 섹스 잘하고…히끅! 예쁜 여자들도 많이 만나고…우우우…으아아앙!” 아무래도 놈은 쌓여있던 열등감이 폭발한 모양이었다. 아무리 달래 봐도 쉽게 진정될 것 같지가 않았다. “나도…나도 씨발 섹스가 하고 싶단 말이야….” 너무 절절히 울리는 그 한마디에, 나는 할 말을 잃고 그냥 울음이 그칠 때까지 놈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은 죄송합니다. 요즘 추천 수가 확 떨어지니까 글 쓰는 게 재미가 없고 잘 안 써지네요. 소위 말하는 슬럼프 상태입니다. 오늘도 하루 종일 컴퓨터를 붙잡고 있어봤는데 두 편은 안 써지네요. 안즈라미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376==================== 던전 안에는 마신이?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라고 농담을 던지는 건 아무리 나라도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이 상황에 그런 농담을 던졌다가는 싸대기를 맞아도 할 말이 없다. “아, 알았어. 네가 못하는 건 공주가 안 하려고 해서 그런 거잖아? 내가 가서 그 이상한 내기 취소하고 와줄 테니까….” 공주가 진짜로 다른 남자랑 아예 안하고 있는 거라면, 언제까지 피하고 있을 수만도 없는 일이다. 왕가에 용사의 핏줄을 포함시키라는 여왕의 명령마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으니, 이대로 방치하면 생각보다 일이 훨씬 더 커져버릴 테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기에 진 걸 인정하고 공주랑 할 생각은 아니다. 난 그때 분명 ‘네가 다른 남자랑 안하면 너랑 해주는 걸 생각해 보겠다.’고 했으니까 말이야. 생각해봤지만 역시 아닌 것 같다고 하면 되지. 뭐, 공주는 당연히 인정하지 않겠지만, 디아나를 대동하고 가면 괜찮지 않을까? 그렇게 하면 디아나한테 그 이상한 내기를 들키게 되기는 하겠지만, 그건 어쩔 수 없지. 애초에 내가 너무 생각 없이 그런 내기를 한 거다. 욕 좀 먹을 수밖에. 나는 혼자서 그렇게 각오를 다졌지만, 놈은 여전히 훌쩍이면서 관두라는 듯이 내뱉었다. “필요 없어! 어차피 또 공주랑 해봤자 난 찍 싸고 끝이라고! 네 말대로 여자를 느끼게 하는 기쁨 따윈 평생 맛볼 수 없는 운명이라고!” 이런. 그냥 섹스만 못하게 된 것보다 더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심리적 문제까지 건드려 버렸나. 그러면서도 놈은 미묘하게 기대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야.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소문 들었을 땐 열등감이 폭발했지만, 역시 내심 기대는 하고 있었던 거냐. 특히 방금 자기 몸으로 내 힘을 맛봤으니 더더욱 기대하게 됐겠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요한처럼 트레이닝을 해준다고 하더라도, 그 기본이 되는 매력 스탯이 이렇게 부족해서야. 아무리 테크닉을 갈고닦아도 아마 절대 나아지지 않을 거다. “야. 그…힘내라.” “크흥. 동정하지 마. 네 놈의 동정 따윈 필요 없어. …이기면 물어볼 거 있다면서. 훌쩍. 빨리 물어보기나 해라.” 내가 위로의 말을 건네자, 놈은 어깨에 힘이 축 빠지고 코를 훌쩍이면서도 날 노려보고 그렇게 말했다. 이럴 때 어설픈 위로는 오히려 화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나는 놈이 말하는 대로 그냥 질문이나 하기로 했다. “음…그럼 우선. 이름은?” “네, 네 놈! 지금까지 내 이름도…! 으으윽. 세계 유일의 용사. 레온 플리투스다! 똑똑히 기억해두도록!” 놈은 내 질문에 또 다시 혈압이 오른 모양이지만, 이제 나한테는 기대도 안 한다는 듯 다 포기한 표정으로 그렇게 외쳤다. 미안. 그동안 속으로 쓰레기라고 부르고 있었어. 아무튼 놈의 이름을 확인한 것으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사라랑 성이 다르다. 역시 같은 핏줄이 아니었어. 동정심이 생기는 거랑 별개로, 이 녀석이랑 우리 사라가 같은 핏줄이 아니라는 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 레온. 그럼 이제 본격적인 질문을 해보려고 하는데. 너 네 종족이 뭔지는 아냐?” “뭐?” 내 질문에 놈은 갑자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말하듯이 날 쳐다봤다. “아니. 내가 여신님께 받은 능력 중 하나가 남의 종족을 알 수 있는 건데 말이야. 네 종족. 마인이란 종족이거든.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을 봐왔지만 그 비슷한 이름의 종족을 가진 사람도 본 적이 없어. 게다가 그 마인이라는 종족명. 내가 여신님께 받은 사명과 상당히 관련이 있어 보이는 이름이란 말이지. 뭐 짚이는 거 없어?” “그, 그, 그게 무슨 소리냐? 전혀 짚이는 바가 없어! 난 내가 마인이란 종족이라는 것도 지금 처음 알았다!” 놈은 필사적으로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하면서, 상당히 당황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뻔히 보인다고. 이 반응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오늘 마인에 대한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군. “야. 솔직히 말해라. 약속 지키라고.” “으윽…하지만…아무리 그래도 이건….”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여신님이 내게 사명을 주시고 보낸 거라고. 반응을 보니 뭔가 있는 모양인데. 너 잘못하다가는 세계 전체가 적으로 돌아설 수도 있다?” “무, 무슨 소리냐! 우린 결코 여신님을 저버리는 짓은…! 오히려 그 반대다!” “그럼 당당하게 얘기해달라고.” “으으윽…미리 말해두지만. 이건 절대 거짓말이 아니다.” “알았어. 믿을 테니까 말해달라고.” “그리고 또 하나. 이 말은 절대 어디 가서 내뱉지 않아줬으면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덤까지 가지고 가는 거야. 만약 그렇게 못한다면….” “거 알았다니까. 나 성자야. 성자. 너 여신님의 사자 못 믿냐? 그런 눈 해봤자 하나도 안 무서우니까 얼른 말이나 하라고. 참고로 나한테 해코지하면 너 여신님한테 천벌 받는다.” “…정말로 그 마인이라는 종족명은 오늘 처음 알았지만, 집안 대대로 내려져오는 이야기는 하나 있다. 아마 이 얘기가 그 마인이라는 종족과 관련이 있는 얘기겠지.” “계속해.” 놈은 그렇게 말하고는 잠깐 주저했지만, 내 재촉에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먼 옛날. 이 세계는 여신님의 세계가 아니었다. 오로지 싸움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는 잔혹한 전쟁신의 세계였지.” 놈이 내뱉은 그 첫 말만으로도, 나는 그 말이 사실이라는 걸 눈치 챘다. 그도 그럴 것이, 전쟁신이라는 단어에 짚이는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사라의 패시브 스킬 설명 말이다. 용사의 혈통 MAX 패시브 스킬 전쟁신의 가호를 받고 태어난 용사. 그들은 전투를 통해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합니다. 전투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모든 능력에 대한 성장 속도가 대폭으로 증가합니다. 거기에도 분명 전쟁신에 대한 언급이 존재했었다. 게다가 아귀도 맞아 떨어진다. 사라는 전투를 통한 레벨 업이 유독 빠르다. 만약 이 세계가 원래 지금의 여신님이 전쟁신이 다스리는 세계였다면, 당연히 레벨 업의 방식도 달랐을 거다. 그래. 전쟁신이 다스리는 세계라면 분명 전투를 통해 레벨이 올랐겠지. 마치 원래 세계에 있던 평범한 게임들처럼 말이다. 사라의 레벨 업이 그 흔적이라고 한다면, 아귀가 딱 맞아떨어진다. “그리고 우리 일족은 그 전쟁신의 축복을 받아 용사라는 직업을 가지게 된 일족이었지. 우리 일족은 용사의 힘을 통해 세계의 최강에 군림했던, 지금으로 치면 왕족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날. 이 세계에 새로운 신이 나타나셨다. 바로 지금의 여신님이다.” 갑자기 스케일이 엄청나게 커지기는 했지만, 나는 대충 얘기가 짐작이 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 여신님과 전쟁신이 싸움을 벌였고, 그때 너흰 여신님 편을 들었다고?”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거냐. 신들의 싸움에 한낱 인간 따위가 끼어들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어, 어라? 아냐? “전해지는 얘기에 따르면 어느 샌가 전쟁신의 힘은 점차 약해져만 갔고, 세계는 점차 여신님의 세계가 되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일족은 지금까지 모시던 전쟁신을 계속 모실지, 아니면 새로운 여신님을 받들지 고민하게 됐지. 대부분은 전쟁신을 계속 모시자는데 의견이 모아졌지만, 계속되는 싸움에 질려있던 나의 선조님께서는 생각이 달랐다. 의견이 맞지 않는 일족을 떠나 홀로 여신님께서 재창조하는 세계에서 살아가기로 하신 거지. 그리고….” 놈은 거기까지 말하더니 다시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했다. 얘 또 갑자기 왜 이래. “치사하고 쪼잔하고 더러운 전쟁신 새끼가 선조님께 저주를 내렸지! 대대손손 외모가 못생겨진다는, 최악의 저주를! 개새끼가 차라리 씨발 싸우는 능력을 뺐지…. 대지신의 세계에서 못생기고 싸움만 잘하는 놈이 얼마나 좆 될 수 있는지 느껴보라는 개 같은 소리를 지껄이면서….” 놈은 그렇게 말하고는 눈물이 차오르는지 다시 끄억끄억 울어대기 시작했다. 과연. 그렇게 된 거였나.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어. 분명 용사는 레벨 업 때마다 모든 스탯이 1씩 오르니까. 얘가 날 때부터 매력이 0이었어도 레벨이 198이면 매력도 최소 198은 돼야 한다. 전부 신의 저주 때문이었나. 아무튼 이 녀석의 발언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엄청나게 많았다. 사라를 통해 봤던 용사의 스킬 설명과 모순되는 부분이 없으니, 아마 전부 사실일 거다. 전해져 내려오는 얘기다보니 조금 과장되거나 하는 부분은 있을 지라도 말이다. 적어도 전쟁신이 존재했었다는 것만큼은 확실한 사실일 거다. 하지만 이거 막상 듣고 나니까 머리가 복잡해지네. 놈의 얘기를 통해 알 수 있었던 가장 큰 수확은, 마신운운이 그냥 내 예측으로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실제라는 걸 알 수 있었다는 거다. 진짜로 마신이라니. 그럼 정말 난 마신을 끝장내라고 보낸 거란 말이야? 아니. 아까 이 녀석도 말했지만, 한낱 인간이 신이랑 어떻게 싸우라는 건데? 얘기를 들어보니 상당히 약해진 것 같기도 하고, 던전이 마신의 몸으로 이뤄져 있다는 내 예측이 맞는다면 힘이 곳곳에 분산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다. 게다가 풀릴 줄 알았던 사라의 출생은 더욱더 의문이 깊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라의 핏줄이 어떤 핏줄인지는 알았다. 용사에, 마인에, 하지만 저주는 받지 않고 있다. 즉, 이 녀석의 선조와 달리 끝까지 마신을 모시기로 한 그 용사 일족의 후예라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이 세계에 있는 건데? 전쟁신이 봉인당하거나 했을 때 같이 싹 다 죽은 거 아냐?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잖아? 설마. 아니. 그런 건 절대 아니라고 믿고 싶지만, 사라가 최종보스라거나 그런 결말은 아니겠지? 마지막 남은 순수한 용사의 후예. 사라의 몸을 빌려 전쟁신이 강림하고, 던전의 끝에 도달한 우리는 그 사라를 상대로 싸우는…내가 생각하고도 있을법한 얘기라서 더 소름 돋는다. 젠장. 그럼 난 지금부터 대체 어떻게 해야…. 마신이 실존한다는 것과, 사라가 진짜로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것. 그 둘이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아서 이 녀석을 통해 조사를 해보려고 했던 건데, 오히려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불안해하던 사실들이 점점 더 현실로 다가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생각은 전혀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괜히 얘기를 해준 이 녀석이 원망스러워졌다. “끄윽…끅…끅….” 하지만 다 큰 사내새끼가 눈물 콧물 질질 흘리면서 꺼억꺼억 울고 있는 모습을 보자, 나는 바로 원망스런 마음이 사라졌다. 그래. 이 불쌍한 놈이 뭘 잘못한 게 있다고. 됐다. 이제 그냥 보내주자. 어차피 놈에게 들을 얘기는 전부 들었다. 나는 일단 녀석을 적당히 달래서 돌려보내기로 했다. “야. 그 뭐냐. 그 저주. 여신님께선 어떻게 해주지 않으신 거냐?” “끄윽. 문헌에 따르면 더러운 전쟁신 놈이 마지막 힘을 쏟아 부어서 건 저주라 여신님조차도…그냥 섹스로 죽지 않는 축복을 걸어주신 게 전부였다고…그런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어허헝!” 아, 어쩐지 매력도 엄청 낮은 놈이 공주랑 하고 안 죽더라. “진정해. 그, 그래. 지금 얘기를 다른 애들한테 하는 건 어때? 방금 얘기에 숨길 게 뭐가 있어? 오히려 교단에서 떠받들어질지도….” “진심으로 하는 소리냐?! 우리가 바보라서 지금까지 이 얘기를 숨기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어, 엉?” “태생은 이교도! 게다가 왕족이었다고 떠들고 다녀봐라! 그래. 이교도였다는 건 여신님의 품안에 온 걸로 용서가 되겠지. 하지만 왕족이었다고 떠들고 다니면, 그 즉시 왕가에 괜한 경계를 사게 될 거다! 게다가…게다가 이 얘기를 하면 무엇보다 저주가 들키는 거다! 우리 집안 자식은 무조건 추남추녀가 된다는 저주가 들키는 거라고! 왕가에서 나와 공주 간에 자식을 만들려고 하는 것도 이 저주를 모르기 때문에 그러는 거지, 이 저주가 들키면…우리 집안은 아예 대가 끊길 거다! 누가 결혼하려고 하겠어!” “아니. 아무리 그래도 대대로 추남추녀였으면 굳이 저주란 건 몰라도 들켰을….” “그래. 다들 점점 그렇게 생각해가고 있었지. 용사는 대대로 무조건 추남추녀라고. 하지만 그 놈의 존재로….” “그 놈?” “또 다른 용사 말이다! 사이론 아우덴!” 뭐?! 아우덴?! 그럼 설마 그쪽이…! “용사는 우리뿐만 이었던 게 아니냐고! 대대로 내려온 이 얘기는 다 거짓말이었던 거야?! 대체 뭐였던 거야 그 놈은! 잘생긴 용사라니! 말이 되냐고!” “야. 자세히 말해봐. 그 사이론 아우덴이란 사람은 지금….” “알게 뭐야! 진작에 뒈진 놈 따위!” 젠장! 역시 죽은 건가! 사라의 태생을 더 잘 알 수 있는 찬스였는데. 아무튼 더 이상 이 녀석에게 질문을 하는 건 불가능해보였다. 어차피 그 사이론 아우덴이란 사람의 정보는 디아나도 알고 있을 거고, 얜 이쯤하고 이제 정말로 돌려보내자. “야. 진정해.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이미 여신님을 강림시켜서 한차례 대화까지 나눴었거든. 다음에 또 기회가 생기면 너도 불러줄 테니까. 그럼 너도 여신님께….” “저, 정말이냐?!” 사내새끼가 얼굴 들이밀지 마라. 확 한 대 때리고 싶어지니까. “그래. 그러니까 오늘은 이쯤하고 돌아가라. 나도 궁금한 건 다 물어봤다.” “너, 너 의외로 좋은 놈이었구나?!” 의외로는 뭐냐. 처음부터 끝까지 괜히 네가 먼저 시비 털었잖아. 난 원래 착한 놈이라고. “그래. 그러니까 이제 가라. 나도 생각 좀 정리하게.” “아, 알았다. 여신님이 강림하시겠다는 약속은 꼭 지켜….” “알았다니까.” “그, 그리고….” “또 뭐야?” “오, 오늘 결투에서 있었던 얘기는….” “안 해. 그런 거 떠벌리고 다닐 정도로 치졸한 놈 아니다.” “그, 그럼. 잘 알지. 진짜 여신님의 사자는 그릇이 넓구나. 역시 여신님이….” “가라 좀.” “그, 그래. 나중에 보자. 꼭! 꼭!” 저거 진짜 방금 전까지 나한테 일일이 시비 털던 놈 맞아? 뭐가 저리 단순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퇴근하고 와서 추천 수 보고 깜짝 놀랐네요. 씻지도 않고 컴퓨터 붙들고 앉아서 두 편 썼습니다. 추천 눌러주신 분들, 그리고 코멘트로 격려해주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사실 추천수가 확 줄어든 날의 코멘트들로 이유가 뷰어 때문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저도 사람이다 보니 눈에 보이는 수치가 확 줄어드는 걸 보고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귀찮더라도 재밌게 보신 화에는 추천을 눌러주시면 정말 힘이 됩니다. 377==================== 던전 안에는 마신이? 아무튼 놈을 보내고 나서도, 나는 잠시 동안 방에 가만히 앉아서 생각을 정리했다. 전쟁을 관장하는 마신. 그를 추종하는 마인 용사. 단순한 내용이면서도 그리 단순하게 생각할 수만은 없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그러겠어. 우리 사라와 관련된 얘긴데. 하지만…이것만큼은 내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봐야 대책이 나올 것 같지가 않았다. 애초에 사라의 몸을 빌려 마신이 강림하느니 뭐니 하는 것도 내 망상에 불과하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도 불가능하니, 그 대책을 세운다는 건 더더욱 불가능하다. 이건 역시 모두에게, 특히 경험 많고 똑똑한 디아나에게 상담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사라가 용사라는 걸 밝혀야 한다. 애초에 사라도 말할 타이밍이 안 보여서 숨기고 있었던 것뿐라고 했으니, 사라한테 말하면 금방 찬성해줄 거다. 뭣하면 우리 애들뿐만 아니라 사방팔방에 용사라고 떠들고 다녀도 별로 문제없을 거다. 우리에겐 지고의 대마법사라는 든든한 방어막이 있으니까 말이다. 라고, 예전 같았으면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겠지만 말이야. 용사에 대한 사정을 알게 되니 그게 또 그렇게 간단한 얘기일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세계에 단 한 명 남은 용사. 그리고 그 용사의 피를 원하는 왕가. 이런 타이밍에 과연 또 다른 용사가 등장해도 되는 걸까? 뭐, 그 생각을 하는 건 나중으로 미뤄두자. 아무튼 일단 우리 애들한테만 밝히는 건 딱히 문제가 없겠지. 나는 사라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 방을 나섰다. “구원씨! 얘기 다 끝나셨나요? 그 용사 분은 아까 먼저 나가시는 걸 봤는데….” “아, 응.” 방문을 나가자, 다들 바로 앞에 모여 있었다. “그래서, 궁금한 점은 다 해결되셨나요?” “뭐, 일단은 말이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자세히 알 수 있었어.” “그런가요?” “응. 하지만….” 레이아의 눈빛이 뜻하는 바는 잘 알고 있었지만, 지금 바로 얘기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조금 걱정스런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사라와 눈을 마주치고는, 다시 레이아를 쳐다봤다. “우선은 사라와 먼저 얘기를 해도 될까? 레이아한테는 나중에 디아나가 왔을 때 같이 얘기해줄게. 사라의 개인적인 얘기도 포함된 거라서 말이야.” “그런가요…. 그럼 약속해주세요. 꼭 저희한테도 알려주신다고요. 혼자만 끌어안고 계시는 건 안 되요?” 내 표정을 보고 대충 어떤 분위기의 얘기일지 짐작을 했는지, 레이아는 내 손을 양손으로 감싸서 자신의 가슴에 꽉 끌어안고는 그렇게 말해줬다. 역시 천사님한테는 못 당하겠다니까. “알았어. 약속할게.” “네.” 날 안심시키든 흐드러지듯 아름답게 미소 짓는 레이아에게 마주 미소지어주고, 나는 사라와 함께 방으로 향했다. “얘기. 생각했던 대로 안 풀렸나봐?” 사라도 역시 짐작하고 있었는지, 방에 들어오자마자 조금 어두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야. 너무 생각했던 대로의 얘기라서 말이야.” “그건….” “그래. 사라야. 우선 얘기를 듣기 전에, 내가 절대 무슨 일이 있어도 널 버리지 않을 거란 것부터 알아줬으면 해. 그러니까 절대 불안해하지 말고 들어.” 이런 말은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란 걸 알면서도, 나는 먼저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얘기해줘.” 내 말에 사라는 더더욱 얼굴을 딱딱하게 굳히면서도, 각오를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사라의 두 손을 꽉 잡아주고는, 아까 레온에게 들었던 얘기와 그 얘기를 토대로 한 내 추측을 들려줬다. 얘기가 진행될 때마다 내 손 안에서 사라의 부드러운 손이 점차 거세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니까 결국 난….” “아니. 아직 그렇다고 확정된 건 아니야. 사라의 선조도 그 이후에 전쟁신을 버린 것일지도 모를 일이고. 아직 확정된 건 아무것도 없어.” “하지만….” “그래서 말인데 사라야. 용사라는 거 이제 그만 밝히는 게 어떨까? 적어도 디아나하고 레이아 한테 만이라도 말이야.” “그건 전혀 상관없어. 그건 상관없지만….” “걱정 마. 다들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면 분명 무슨 수가 생길 거야. 게다가 우리한테는 세계 최고의 대마법사 디아나가 있잖아. 그리고 무엇보다, 그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난 너와 떨어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할 거 없어.” “응….” “뭐야 그 얼굴은? 너 지금 오빠 못 믿어?” 내가 일부러 화난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사라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치만…구원이 아까부터 계속 못 미더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걸.” “뭣이?! 이 표정의 어디가 못 미더운 표정인데! 잘 봐! 이 불타는 눈동자를!” “어머. 정말이네. 성욕에 불타고 있어.” “이게 진짜!” 나는 당장 사라에게 달려들어서는 그 몸을 꽉 껴안았다. 물론 이런 때까지 진짜로 야한 짓을 할 생각은 없다. 그냥 껴안고 가만히 있어줬다. “구원…나 조금 무서워…. 정말로 나도 모르게 그 마신에게 지배되거나 하면 어쩌지? 만약 지금 내가 이렇게 구원과 있는 것도 마신의 계획이라거나 한다면….” 내게 가만히 안겨있던 사라는, 좀처럼 들을 수 없는 약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그 잘게 떨리는 몸을 더욱 꼭 안아주면서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오히려 마신한테 고마워해야지. 너랑 만나게 해줬는데. 그러니까 걱정 마. 네가 마신한테 정신을 못 차리고 있으면 엉덩이를 때려서라도 다시 데려올 테니까.” “꼭…꼭이야?” “그래.” “구원….” 물기어린 눈으로 날 올려다보는 사라와 눈을 마주치고 있기를 한참.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술을 맞대고 서로의 혀를 탐했다. “뭐, 그렇게 안 되게 만드는 게 제일이지만 말이야. 어차피 디아나도 오늘 돌아온다고 했으니까, 돌아오면 당장 회의를 해보자.” 진한 키스 후에 입을 떼고, 나는 사라를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 “바보. 이럴 땐 다른 여자 이름을 꺼내는 게 아니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내게 입을 맞췄다. 그 이후로도 나는 한동안 사라를 꽉 껴안고 달래줬다. 강한 척하면서도 계속 잘게 떨리고 있었던 사라의 몸이 완전히 진정될 때까지 말이다. “고마워. 구원. 이제 됐어.” “정말이지? 뭣하면 힐링 섹스로….” “바보. 힐링 섹스에 정신 안정 효과는 없는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그냥 구원이 하고 싶은 것뿐이잖아.” 내 농담에 사라는 피식 웃으면서 가볍게 내 가슴을 찰싹 때렸다. “농담에 이정도로 반응할 수 있을 정도라면, 정말로 좀 괜찮아진 것 같네.” “농담? 정말로?” “뭐야? 농담 아니라고 하면 하게 해줄 거야?” “…어떨 것 같아?” “농담 아니었어!” “바보. 안 해줄 거야.” “아, 왜!” “아까 디아나의 이름을 꺼낸 벌이야. 혹시 모르지. 다음번에 분위기 잡을 때는 다른 여자 이름 안 꺼내면….” “젠장.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후훗. 그러니까 이제 그만 나가자.” “그래. 레이아도 걱정하면서 기다리고 있을 거고. 디아나가 올 때까지 만이라도 조금 안심하게 해주자고.” 나는 사라와 함께 서로의 표정에 문제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방문을 나섰다. “디아나씨가 오면 꼭 얘기 들려주셔야 해요.” 물론 우리 천사님한텐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천사님은 반드시 사정을 듣고 말겠다는 듯이 굳은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일부러 굳은 표정을 하고 계셔도 오히려 더 평소완 다른 매력을 뽐내며 예뻐 보일뿐이었지만, 그 얘기는 굳이 안하는 게 좋겠지. 그보다 대체 어떻게 안 거지. 나나 사라나 완벽히 밝은 표정이었는데.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구, 구원님….” “응?” “에, 에잇! 아, 아우으으으….” 정말로 드물게도 실비아까지 먼저 내게 다가와서는 갑자기 안겨온 거다. 뭐야. 얘. 위로라도 해줄 셈인 건가? 그야 엄청 위로가 되기는 하는데. 위로가 된다고 할까, 정확히 말하자면 정신이 안정되는 기분이다. 뭐야. 이 귀여운 생물체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심정을 잘 알겠다. 애니멀 테라피. 아니, 실비아 테라피 효과 끝내준다. “어울리지 않는 표정하고 있는 거 아니에요. 당신은 그냥 평소처럼 생각 없이 웃고 있는 게….” “마틸다!” “뭐, 뭔가요?” “날 어떻게 생각해?” “사랑해요….” 내가 최대한 멋진 표정을 하면서 질문을 던지자, 마틸다는 또 거기에 덥석 낚였다. 생각 없는 게 대체 누군데. 하지만 뭐…격려해주려고 한 것 자체는 고맙다. 그리고 어느 샌가 바넷사도 살며시 다가와서는 테이블에 찻잔을 놔뒀다. 거기에 막 끊인 듯 모락모락 김이 나는 차를 따른 바넷사는 다시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차의 이름 같은 걸 일일이 기억하거나 할 정도로 내가 박식한 건 아니었지만, 그 향만 맡더라도 이 차가 어떤 효과를 주는지는 대충 알 수 있었다.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차다. “바넷사도 고마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하여간 무뚝뚝하기는. 이렇게 모두에게 둘러싸여있자, 정말로 마음가짐도 긍정적이 되어갔다. 그래. 얘들이랑 같이 못 헤쳐 나갈 게 뭐가 있겠어. 마신이든 뭐든 간에 분명 어떻게든 될 거야. 나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노력하면서, 차분히 디아나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디아나는 돌아오지 않았다. “…바넷사. 분명 디아나가 오늘 안에는 온다고 했었지?” “…네.” “지금 12시가 지나간 거 맞지?” “…네.” “낮이 아니라 밤이지?” “…네.” “늦어어어어!” “지, 진정하세요. 구원씨.” “지금 이게 진정할 일이야?! 어떡하지. 우리 디아나한테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야?” “에이. 협회의 모두가 같이 갔는데 설마….” “내가 살던 세계에는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도 있다고! 아아아. 안 되겠어. 길드에…그래! 길드에 가면 뭔가 알 수 있을 거 아냐! 얘들아 나 잠깐 길드에 좀 다녀올게!” “구원님. 기다리십시오.” “뭐야?! 말려도 소용없어!” “아뇨. 그게 아닙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뭐?” 나는 바넷사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여전히 무표정이라 생각을 읽기는 힘들었지만, 왠지 모르게 디아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좋아. 가자.” “네.” “그, 그럼 우리도….” “아니. 너흰 여기 있어. 만약 우리가 나간 사이에 디아나가 돌아오면 사정 좀 설명해줘.” 나는 따라오려는 사라를 제지했다. 몸놀림이 빠른 사라 혼자만이라면 괜찮겠지만, 사라도 같이 가게 되면 결국 다 같이 가게 되어버릴 거다. 그래선 너무 늦어진다. 미안하지만 나는 한시라도 빨리 길드에 가보고 싶거든. 때문에 나는 바넷사와 단 둘이서만 길드로 향하기로 했다. 우리 둘 만이라면 마차를 타는 것보다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게 차라리 더 빠르다. 마법을 쓸 수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바넷사도 육체파일 거다. 아니. 그 완력을 생각해봤을 때 그렇지 않으면 곤란하다. 때문에 우리는 저택을 나서서 곧장 길드를 향해 전력질주를 했다. “레이첼 누니이이임!” “네, 넷?! 구, 구원씨?!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레이첼 누님은 막 퇴근을 하려고 했던 건지, 옆에 조그마한 가방을 매고는 사복 차림으로 안내원석을 빠져나오려고 하고 있었다. 사복 차림으로 한껏 멋 부린 레이첼 누님도 아름다우시다든가, 이 시간에 퇴근이라니 안내원일도 고생이 많구나 라든가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었다. “디아나의 길드 카드 좀 확인해주세요!” “네, 네?! 갑자기 무슨….” “오늘까지 돌아오기로 했던 디아나가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요! 그러니까 길드 카드를 확인해주세요!” “조, 조금 진정하세요. 디아나님은 괜찮으실 테니까요.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개인 정보를, 그것도 디아나님의 정보를….” “세이비어스 클랜의 클랜장으로서 클랜원 디아나의 생존여부 확인을 요구합니다!” “그러니까 진정하시라니까요. 확실히 그런 거라면 저희도 확인해 드릴 의무가 있지만, 분명 디아나님이라면 괜찮으실 거예요. 애초에 디아나님의 카드가 소멸되면, 그 순간 길드 전체가 난리가 날 걸요.” “으윽!” 그건 확실히 그랬다. 길드로서도 예의주시할 인물정도는 정해놓고 있을 테니까. 디아나의 길드 카드라면 그 누구보다도 예의주시하고 있겠지. 그리고 지금 길드 직원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분주하기만 할 뿐, 딱히 당황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괜한 행동으로 주목을 모으는 바람에, 일하던 손을 멈추고 날 바라보는 사람들마저 있을 정도였다. “저거 소문의 성자 아니야?” “검은 머리에 검은 눈. 엄청난 미남. 확실해.” “어머. 어떡해. 나 실물은 처음 봐.” “밀크 로드 메이커라는 소문이나 성자가 발견했다는 여러 정보 때문에 대체 어떤 변태인가 싶었는데. 저 정도면 조금 취향이 이상해도….” 주변에서 다른 모험가들마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평소라면 모를까, 지금의 나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럼 디아나가 마지막으로 간 곳이 어딘지 만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확인해볼게요. 디아나님의 정보는 길드장님을 제외하고는 열람 불가로 되어있어서요. 조금 시간이 걸릴 거예요.” 텔레포트도 길드 카드를 이용해서 하는 거니 혹시나 싶은 마음에 질문을 던져봤지만, 레이아 누님은 날 안심시키듯 웃으면서 그렇게 말해줬다. “네. 길드장님. 네. 그래서 디아나님의….” 누님이 뭔가의 마법 도구로 연락을 취하는 사이에도, 나는 안절부절못한 채로 발을 동동 굴리며 누님을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사복…누님 분명 퇴근하려고 하셨던 것 같은데 미안하게 됐네. 하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다. 이기심을 부릴 수밖에. 이번 일에 대한 사죄는 나중에 따로 제대로 하기로 하자. 그렇게 얼마동안 기다리자 드디어 확인이 된 듯, 누님이 귀에 대고 있던 마법 도구를 내려놓고는 날 바라보고 미소 지으면서 말했다. “네. 확인됐어요. 아무래도 디아나님은 마지막에 4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이동하신 모양이에요. 물론 생사에는 문제없으시고요.”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78==================== 던전 안에는 마신이? 그런 레이첼 누님의 말을 듣고도 나는 전혀 안심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길드 카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나 생존여부 뿐이다. 모험가끼리 싸운 거라면 피해 여부도 알 수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오직 생사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디아나에게 뭔가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은 아직 충분히 있다는 거다. 게다가 4계층이라니? 분명 디아나는 1, 2계층의 거대 마석만 조사하고 온다고 했을 텐데? 설마 디아나 얘, 괜히 의욕에 넘쳐서 4계층까지 갔다가 문제생긴 거 아니겠지? 레이첼 누님의 말을 듣고 오히려 불안감만 증폭된 나는, 황급히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향하기로 했다. “가자! 바넷사! 아, 참. 레이첼 누님!” “네, 넷?!” 내가 몸을 돌리다 말고 갑자기 다시 돌아보면서 이름을 부르자 깜짝 놀란 건지, 레이첼 누님이 몸을 움찔 떨면서 대답했다. “퇴근 중이셨던 것 같은데 괜히 저 때문에 일만 더 하게 되고, 정말 고맙습니다.” “후훗. 아니에요. 하지만 그러네요. 정 고마우면 언제 밥이라도 한 번 사세요.” “네. 그럴게요.” “어, 어머. 정말요?” “네. 언제 한 번 기회 봐서 꼭 살게요. 그럼 전 이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바넷사를 대동한 채 황급히 텔레포트 마법진을 향했다. 그리고 텔레포트 마법진에 도착한 나는, 또 한 가지 장애물에 부딪히게 됐다. “왜 안 된다는 건데요! 우리 클랜원이 지금 거기에…!” “사, 사정은 알겠습니다만 안 되는 건 안 되는 겁니다. 모험가 카드에 등록이 되어있지 않으신 지역으로는 이동할 수 없습니다.” 그래. 나는 아직까지 4계층의 마을에 가본 적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그, 그래도 지금 클랜원이 위기에 처했을지도 모르는데!” 나도 내가 하는 짓이 단순한 진상 짓이라는 건 자각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우리 디아나한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르는 거라고! 지금 진상 짓이라는 게 문제야? 이딴 진상 짓, 디아나를 구하러 갈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해주겠어. “그래도 안 됩니다. 등록도 안 되신 분이 갔다가 괜히 그쪽까지 위험에 처하시면….” “젠장! 댁이랑은 말이 안 통하는군. 여기 책임자 누구야! 책임자 불러!” 결국 나는 진상 짓의 끝판 왕이라는 책임자 불러를 시전할 수밖에 없었다. “채, 책임자라니. 그런….” “…구원님은 여기 계십시오. 저 혼자만이라도 가서 확인하고 오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텔레포트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자 더는 기다릴 수 없었던 건지, 바넷사가 그렇게 말하고 나섰다. “어, 뭐야? 넌 4계층에 갈 수 있어?” “네.” “매일 저택에 틀어박혀만 있는 애가 대체 어떻게….” “아직 수습기간이었던 시절에 단련을 위해서 조금…. 그럼 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세상에 어떤 집사가 단련을 위해서 몬스터를 때려잡고 다니는데. 그것도 던전 4계층에 갈 수 있다니. 얼마나 오버스펙인 거야. “제, 젠장. 어쩔 수 없지. 그럼 바넷사. 너만이라도….” 내가 그렇게 결단을 내리려고 했을 때, 텔레포트 마법진이 빛나더니 그 안에서 비교적 키가 작은 사람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로브와 마법모를 푹 눌러쓰고 있어서 얼굴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 모습을 내가 착각할 리가 없었다. “디아나!” “음? 뭔가? 자네가 여기 왜 있는 겐가! 게다가 바넷사 자네까지. 혹시 둘이 이 몸 몰래….” “너 지금 그런 말이 나와?!” “뭐, 뭔가?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겐가?” 내가 조금 진심으로 욱하자, 디아나도 분위기를 읽은 건지 조금 기죽은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폈다. “너 자기 차례까지 돌아온다고 했잖아!” “음. 아슬아슬하지만 제대로 맞춰서….” “12시 넘었거든!” “아읏! 조, 조금 늦은 모양이구먼.” 내가 디아나의 머리에 턱하니 손을 얹으면서 말하자, 디아나가 살짝 내 눈을 피하면서 말했다. “조그음?” “조, 조금 많이…?” 디아나는 겁먹은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면서 말했지만, 난 강철 같은 의지로 그 애교 공격을 버텨냈다. 이번만큼은 그렇게 귀여운 척 해도 안 통하거든! “애초에 1, 2 계층만 보고 온다고 했잖아! 4계층에는 왜 간 건데!” “그, 그건 또 어떻게 알았는가?” “대답!” “그, 그게…이 몸이 서두르자고 하니까 다들 의욕이 넘쳐서 말일세. 1, 2 계층을 돌아보고도 시간이 꽤나 남게 돼서 그럼 아예 4계층도 다녀오자는 얘기가…우아아아아. 미, 미안하네. 미안하니까 그만하게에에….” 나는 더 들을 것도 없이 디아나의 머리 위에 얹은 손에 힘을 줘서 그 조그마한 머리를 단단히 잡고 좌우로 마구 흔들었다. 내 손에 따라서 정처 없이 머리가 흔들리자, 디아나는 팔을 버둥버둥 대면서 저항했다. “자네. 지금 디아나님에게 무슨 짓인가!” 그리고 그런 우리 모습을 보고, 어느 샌가 텔레포트 마법진을 타고 온 마법협회의 누님들이 바로 제지를 하려고 했다. “이건 우리끼리 사적인 일이니까 누님들은 끼어들지 마세요!” “그럴 수 없네! 아무리 자네라고 해도 디아나님에게….” “디아나!” “우, 우우…끼, 끼어들지 말게.” 디아나도 내심은 도움을 청하고 싶은 심정이겠지. 하지만 어지러움에 눈이 빙글빙글 돌아가면서도, 디아나는 내 뜻에 따라 그렇게 말해줬다. “하지만 디아나님….” “우읏! 끼어들지 말게! 사적인 일일세!” “윽…. 네. 알겠습니다.” 그런 디아나가 기특해서, 나는 일단 머리를 흔드는 건 멈춰주기로 했다. “디아나. 나한테, 아니 우리한테 할 말은?” “느, 늦어서 미안하네. 걱정 끼쳤구먼.” “그걸 아는 애가 늦어?! 적어도 연락이라도 했어야할 거 아냐!” “그, 그러니까 미안하다고 하지 않나.” “이 기회에 확실히 말해두겠어. 디아나. 마법이랑 나랑 뭐가 더 좋아?!” “웃…! 꼭 하나만 선택해야 하나? 그냥 둘 다 좋아하는 것으로는….” “뭐?” “자, 자네가 좋네! 자네가!” 내가 다시 디아나의 머리 위에 턱하고 손을 올리자, 디아나가 황급히 대답했다. 억지로 나라고 대답하게 만든 느낌이 들어서 개운치 않기는 하지만, 뭐 이쯤해서 용서해둘까. 애초에 마법 때문에 죽지도 않고 계속 살아온 애니까. 나라고 대답해준 것만으로도 만족해야겠지. “그럼 앞으로는 마법에 푹 빠져서 내가 걱정하게 만드는 일 없도록 하라고!” “알겠네. 정말 미안하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하지만 자네가 설마 그렇게 당황하다니. 후훗. 이 몸을 그렇게나 걱정해 준 겐가?” “이, 이게…나 아직 화 다 풀린 거 아니거든? 너 집에 가서 두고 보자.” 갑자기 할머…누님 모드가 발동한 디아나의 태도에 조금 쑥스러워져서, 나는 그렇게 내뱉고는 등을 돌렸다. 젠장. 이제 와서 생각하니 아무것도 아닌 일에 너무 소란을 피웠다. 애초에 저 마법사협회 누님들이 붙어있는 시점에서 디아나가 다칠 리가 없는데. 나는 텔레포트 마법진을 관리하는 길드원분께 소란 피워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드리고, 당장 그 장소를 벗어났다. “그래서. 결국 거대 마석은 다 찾은 거야?” “음. 문제없네. 역시 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에 하나씩 존재하더구먼. 게다가 전부 완벽하게 같은 마나의 파동을 내뿜고 있었네. 자네 말처럼 마신의 파편이라는 가능성도 정말로 염두에 두어두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더구먼.” “그거 말인데.” “음?” “아니. 가서 말해줄게.” 여기서 할 얘기는 아니다. 나는 일단 디아나를 데리고 저택으로 향했다. “구원씨! 다행이다. 디아나씨도 무사하셨나 보네요.” “으, 으음. 자네들 전부 일어나있었던 겐가. 미안하네. 이 몸은 무사하네. 조금 이 몸이 딴 길로 새서 늦어진 것뿐이었다네. 소란 피웠구먼. 밤도 늦었는데 다들 들어가서 쉬게나.” 디아나는 자기 때문에 다들 이 시간까지 일어나있었다는 게 상당히 미안했던 건지, 기죽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뇨. 디아나. 지금부터 할 얘기가 있어요.” “음? 그러고 보니 이 자도 오면서 뭔가 할 얘기가 있어 보였네만. 혹시 같은 얘기인가?” “아. 그거 말인데. 일단 쉬고 내일 얘기하자. 디아나 말대로 밤도 늦었고. 그렇게 당장 얘기해야할 정도로 급한 일도 아니고 말이야. 무엇보다 밤에 잠을 안자는 건 피부 미용에 안 좋다고 하잖아. 너희 피부를 상하게 만들 수는 없지.” 사라는 당장이라도 디아나와 얘기를 하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나는 그걸 조금 뒤로 미루기로 했다. 어차피 바로 사라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닐 거다. 여신님의 말을 생각해봐서는, 마신과 관련이 되는 건 적어도 6계층을 돌파한 이후다. “바보야. 지금 그게 중요한 게….” “그거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다고. 너 나랑 평생 같이 살려면 미모에 신경 엄청 써야 된다? 안 그러면 점점 멋져지는 나랑 격차가 벌어져서 안 어울린다는 소리 듣게 될 걸? 그건 싫지? 그러니까. 오늘은 푹 자고, 내일 제대로 이야기하자. 어차피 그렇게 급한 것도 아니잖아. 조급해하지 말자고. 다 잘 될 거야.” “…알았어.” 내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해주자, 사라도 드디어 내 의도를 이해해준 모양이다. 사라는 날 애틋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 생각했어. 안 그래도 지금부터 얘한테 벌도 줘야 되거든.” “자, 잠깐! 자네! 아, 아무래도 중요한 얘기 같지 않은가! 역시 지금 당장 얘기하는 편이…!” “디아나 넌 오늘 밤에는 발언권 없어.” “우, 우으읏….” “이 변태가 진짜! 그런 이유로 그런 거였어?!” 아니. 아마 원래 네가 생각한 그 이유 때문이 맞아. 하지만 뭐, 이럴 때는 스스로의 이미지를 희생해서라도 분위기를 처지지 않게 하는 게 진정한 신사라는 거다. “변태라니? 갑자기 무슨 소리야? 우리 사라양은 대체 벌이라는 단어 하나만 듣고 무슨 생각을 했기에 곧바로 변태라는 말이 나왔던 걸까? 응?” “이, 이씨! 몰라 바보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화가 난 듯 뒤를 돌아 성큼성큼 자기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 뒷모습과 나머지 애들을 둘러보면서,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런고로 얘들아. 얘기는 내일 하자. 푹 자고. 무거워진 기분도 좀 전환하고. 웃는 얼굴로 얘길 나누자고. 사람이 긍정적이 돼야지 좋은 아이디어 같은 것도 나오는 법이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라의 발걸음 소리도 아까보다 조금 가벼워졌다. 사라야. 너도 참 쉬운 여자 다 됐구나. “네. 구원씨. 내일 꼭 다 같이 얘기해요.” 계속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던 천사님은, 내 진심을 알았다는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여주고는 방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실비아와 마틸다까지 방으로 돌아가는 걸 보고 나서야, 나는 디아나의 목덜미의 옷을 붙잡고 들어서 그대로 방으로 끌고 갔다. “이, 이 몸이 고양이인가! 목덜미를 쥐고 들지 말게!”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잘못했다는 자각은 확실히 있는지 크게 발버둥치지는 않았다. 그런고로 손쉽게 디아나를 방까지 데려온 나는, 조용히 디아나를 내려다봤다. 자,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벌을 준다고 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어떤 식으로 벌을 줄지는 전혀 생각해놓지 않았다. “저, 정말로? 자네 진심으로 이 몸에게 벌을 줄 생각인가?” 디아나는 고민하는 내 모습이 사뭇 두려웠던 건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약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그러니까 귀여운 척 해봤자 소용없다니까. 물론 화난 건 아니지만, 내가 이런 기회를 놓칠 리 없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정말로 진심이야. 아님 뭐야? 디아나는 자기가 잘못 안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날 그렇게 걱정하게 만들고?” “그, 그건 아니네만….” “그럼 벌도 달게 받아야지.” “우으으….” “음. 그럼 일단 벗어.” “자네란 남자는! 역시 그런 벌인가!” “다른 벌을 원하면 밤새 안아주지 않고 다른 식으로 벌해줄 수도 있는데.” 내가 눈을 번뜩이면서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는 살짝 겁먹은 표정을 지었다. 생긴 것과 참 잘 어울리는 표정이지만, 디아나의 이런 표정은 의외로 보기 힘들었다. 지고의 대마법사라는 별명답게 평소에는 태도에 여유가 있고 좀처럼 겁먹는 일이 없으니까 말이야. “아, 아니네. 그냥 그런 식으로 벌해주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79==================== 던전 안에는 마신이? 오호라. 그렇게 말했겠다. 디아나. 겁먹은 나머지 경솔한 발언을 했구나. 아직 어떻게 벌을 줄지 결정하지 못한 나는 일단 이 상황을 충분히 즐기기로 했다. 이렇게 완벽히 우위에 서게 되는 경우는 앞으로도 좀처럼 없을 귀중한 기회니까 말이다. 지금이라면 내가 원하는 대로 뭐든지 시킬 수 있어. “그런 식이라니?” “그, 그러니까 자네가 원하는….” “구체적으로 말해.” “……야한 방법으로 말일세.”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눈물을 살짝 글썽이면서도, 결국 순순히 대답했다. “야한 방법? 그걸 내가 원한다고? 난 그런 거 원한 적 없는데? 야한 방법으로 혼내주길 바라는 건 디아나겠지?” “아, 아닐세! 이 몸은…!” “디아나겠지?” “우으으…그렇다네! 이 몸이네!” “뭐가?” “그, 그러니까 야한 방법으로 혼내주길 바라는 것이….” “디아나. 똑똑한 디아나라면 알잖아. 내가 무슨 말을 원하는지.” “우, 우으으으으으! 이, 이 몸은! 자네가 야한 방법으로 혼내주길 원하네! 자, 됐나!” “응. 됐어. 그럼 이제 벗어.” 디아나는 얼굴이 새빨개진 채 부끄러워 죽으려고 했지만, 나는 대단히 만족했다. 디아나가 저런 말을 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오늘은 충분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물론 이것만으로 끝낼 생각은 전혀 없지만. “어, 어디까지 말인가?” 디아나는 이런 상황이 심각히 불안한 건지, 내 앞에서 벗는 것마저 주저할 정도였다. “응? 그야 전부…아니. 잠깐. 아니야. 그래 일단 전부 벗어봐.” 하지만 디아나의 그런 반응은 내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줄 뿐이었다. “일단은 이라니 뭔가?!” “괜찮으니까. 벗어. 아님 내가 벗겨줄까?” “아, 아니네! 스스로 벗겠네!” 난 정말 순수한 의도로 벗겨준다고 한 거였는데. 디아나는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화들짝 놀라서 벗기 시작했다. 나는 눈앞에서 펼쳐지는 디아나의 탈의 쇼를 빤히 쳐다보면서, 나 스스로의 옷은 전혀 벗지 않았다. “우우…버, 벗었네.” 응. 보면 알아. 디아나는 속옷까지 벗어서 새하얗고 예쁜 피부를 완전히 드러낸 채, 손으로 가슴과 음부만을 가리고는 눈동자만 올려서 날 쳐다봤다. “그럼 디아나. 먼저 날 기분 좋게 해줄래?” “으, 음?” “사죄의 마음을 담아서 최대한 기분 좋게 해주는 거야. 잘하면 그것만으로 용서해줄게.” 나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디아나에게 그렇게 말해줬다. “그, 그런가! 알겠네. 이 몸이 기분 좋게 해주겠네!” 뭘 기대했던 건지 처음에는 당황하던 디아나도, 이내 만면의 미소를 지으면서 내 바지에 손을 뻗었다. 머리도 좋은 주제에 이런 거에 낚이다니. 디아나는 정말 귀엽다니까. 내가 정말 이정도로 봐줄 리가 없잖아. 내 바지 앞섶을 풀고 물건을 꺼내는 디아나를 내려다보면서, 나는 스스로에게 절정속박을 걸었다. “후훗. 벌써 커져있지 않은가. 자네도 아닌 척하면서 이 몸이 기분 좋게 해주길 기대했던 겐가?” 디아나는 내가 자길 괴롭힐 생각이 없다고 믿고 완전히 안심한 건지, 평소처럼 여유를 되찾아서는 조금 날 놀리듯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에 디아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미소지어줬다. “후훗. 으음. 쪽. 아아음….” 디아나는 잠깐 눈을 감고 내 손에 머리를 비비듯이 움직이면서 손길을 즐기더니, 이내 다시 눈을 뜨고는 생긋 미소 지으면서 내 물건 끝에 키스를 했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벌려 내 물건을 조금씩 입에 넣기 시작했다. “으음. 쭙. 하음. 으으음.” 여전히 그 조그마한 입은 내 물건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디아나의 기교는 전보다 현격히 발전해있었다. 목구멍까지 넣지 못하는 대신 혀를 이용한 자극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듯, 혀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입 안에 넣은 물건을 낼름낼름 핥아갔다. 처음에는 빤다는 행위 자체도 몰랐던 디아나가 이 정도까지 성장하다니. 이것도 다 그동안 이뤄진 교육의 성과다. 나는 물건에 느껴지는 쾌감과 감개무량한 마음이 합쳐져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분에 휩싸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싸줄 생각은 전혀 없지만. “으음. 쭉. 하음. 쭈웁. 아음. 쭙.” 한참 내 물건을 빨면서 열심히 노력하던 디아나는, 날 올려다보면서 빙긋 미소 짓던 눈에 점차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내가 완벽한 무반응을 고수하고 있자 조금씩 이상한 기미를 느끼기 시작한 모양이다. “후앗. 하앗. 하앗. 우에, 왜, 왜 안 싸는 겐가?” 그리고 결국, 디아나는 입을 떼고 울상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걸 나한테 물으면 어떡해? 디아나가 더 열심히 해야지. 아니면 뭐야. 역시 디아나는 벌을 받고 싶은 거야?” “그, 그런 거 아니네!” “일어서봐.” “으, 음? 아, 아직 자네가….” “일어서봐.” 내가 다시 한 번 말하자, 디아나는 날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천천히 일어섰다. 한 번 풀어주는 척 했다가 다시 불안하게 만든 만큼, 아까보다 더 불안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일어난 디아나는 살짝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벅지 사이를 오므리고 있었다. 내게 들키지 않도록 비교적 자연스러운 자세로 그렇게 섰지만, 애초에 난 음부를 볼 목적으로 일어서게 만든 거니까 말이야. 앞에서 봤을 때 자신의 음부를 보기 힘들도록 디아나가 일부러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나는 디아나의 허벅지 사이에 손을 쑤셔 넣어 강제로 다리를 벌리게 만들고는, 바로 손끝을 음부로 향했다. “으으으으응!” “이거 뭐야? 역시 벌 받고 싶은 거지?” 나는 일부러 찔꺽찔꺽 음란한 물소리가 나도록 디아나의 음부를 손가락으로 헤저으면서 말했다. “으으응! 아, 아닐…쿠후응…아닐세!” “아니긴 뭐가 아니야! 좋아! 바라는 대로 혼내주지! 이쪽으로 엉덩이 돌려!” 나는 디아나의 음부에서 손을 떼고는, 질책하듯이 그렇게 외쳤다. “저, 정말로 그런 게….” “어서!” “우우…우으으응….” 디아나는 결국 눈가에 눈물이 맺히면서도 순순히 엉덩이를 이쪽으로 돌렸다. 나는 그런 디아나의 엉덩이를 붙잡고, 곧바로 물건을 음부에 쑤셔 넣었다. “으으으으으읏!” 안쪽을 강타하듯 한 번에 끝까지 들어온 물건의 감촉에 절정을 느낀 듯, 디아나의 몸이 바르르 떨려왔다. “벌을 주는데도 끝까지 기분 좋아지다니! 이 변태가!” “그, 그어, 그언거 아니…후으으응!” “아니긴 뭐가 아니야! 안 되겠어! 정말로 체벌이 필요하겠어! 이제부터 한 대 맞을 때마다 죄송하다고 복창! …때릴 대가 없네.” 물론 애초에 진짜로 아프게 때릴 생각은 없고, 그냥 소리만 크게 울리고 아프진 않게 때릴 생각이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디아나의 몸은 때릴 데가 없었다. 이 작고 예쁜 엉덩이의 어디에 때릴 데가 있단 말이야. 이 토실토실한 엉덩이를 때렸다간 괜히 죄책감만 생길 것 같았다. 모처럼 기회를 잡았는데도 그런 바보 같은 이유로 플레이의 맥을 끊어버린 나였다. 그리고 디아나는 때릴 데가 없다는 말을 아무래도 다르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이, 이 몸의 몸이 그렇게 빈약하다는 말인가!” “으, 응? 아니…그런 뜻이….” “이, 이이…보고 있게!” 디아나는 고개를 뒤로 돌려서 잠깐 동안 날 째려보더니, 그렇게 외치고는 갑자기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디아나의 몸이 갑자기 변화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키가 커지는가 싶더니, 들어갈 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면서 나올 데는 점차 더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디아나의 안에 삽입해 있는 물건을 감싸는 감촉도 미묘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 이건…. “후, 후훗. 자, 어떤가!” 날 향해 돌아보면서 자랑스럽게 미소 짓는 디아나의 그 모습은, 무려 처음 만났을 때의 디아나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 깨끗한 등의 옆으로 평소에는 절대 기대할 수 없는 둥근 모습이 보이는 걸 보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곳에 손을 뻗었다. “으으응!” 그러자 물컹하고 손 안을 가득 매우는 감촉이 느껴졌다. “디, 디, 디아나. 이건….” 나는 스스로의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눈치치지 못할 정도로 동요하면서, 디아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물론 그러면서도 디아나의 거유를 계속해서 주무르는 건 잊지 않았다. “으응. 후훗. 자네도 잘 알지 않나. 이 몸의…응앗…흐응…성장했을 때 모습일세.” “어, 어떻게?” “세상에는 폴리모프라는 마법이 있네. 100레벨이 넘으면서 사용 가능해졌지. 평소에도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하고 있기에는 마나가 부족하네만, 이렇게 자네와 연결되어 힐링 섹스의 효과를 받고 있는 지금이라면…흐으응. 조금 더 부드럽게 주무르게나.”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날 타이르듯이 자신의 가슴을 만지는 내 손을 가볍게 때렸다. 갑자기 외모가 엄청나게 어른스러워진 덕분에, 그런 모습조차도 엄청나게 섹시하게 보였다. “후훗. 왜 그렇게 조용히 있는 겐가? 오랜만에 보는 이 몸의 성장한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운 겐가? 할 말을 잃은 모양이구먼.”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갑자기 여유로운 미소 짓더니 내 몸에 등을 찰싹 밀착시켰다. 그리고는 살며시 내 뺨에 손을 대어 고개를 자신 쪽으로 돌리게 하고는 부드럽게 키스를 해왔다. “으음. 흐음. 쪽. 후훗.” 기분 탓인지 그 키스마저도 평소보다 훨씬 더 어른스럽고 섹시하게 느껴졌다. 모습이 어른스러워졌다고 해서 갑자기 행동까지도 어른스러워지다니. 분명 아까까지만 해도 내게 혼나…아참 그래!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난 지금 디아나를 혼내는 중이잖아! 주도권을 잃어서 어쩌자는 거야! 디아나 이 요망한 것! 더 이상 혼나는 걸 피하려고 일부러 어른스러운 척하고 있는 거지! 나는 입술을 때고 여유로운 시선을 보내오는 디아나와 눈을 마주치고 부드럽게 웃으면서, 그대로 아래애선 손을 휘둘러 디아나의 엉덩이를 찰싹하고 소리 나게 때렸다. “흐아앗! 가, 갑자기 무슨…!” 물론 아픔은 전혀 없도록, 그냥 소리만 크게 울리도록 때린 거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디아나의 정신을 흐트러뜨리기에는 충분했는지, 디아나가 화들짝 놀라면서 말했다. “갑자기 무슨은! 혼나는 도중이었잖아! 제대로 혼나야지! 엉덩이도 이렇게 때리기 좋은 형태가 돼서는! 너 때려달라고 일부러 변신한 거지!” “그, 그런…흐읏!” 디아나는 아니라고 하려했던 모양이지만, 내가 다시 한 번 엉덩이를 찰싹하고 때리자 바로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몸을 떨었다. “이제부터 한 대 맞을 때마다 제대로 감정을 담아서 미안하다고 말해!” “으으응! 으으읏!” “알겠으면 대답!” “으으응! 미, 미안하네! 으읏! 이…몸이 잘못했네!” 위험해. 누님 버전 디아나가 이렇게 얼굴을 붉히고 요염한 소리를 내면서 사과하니까, 뭐라고 할까 그…아무튼 엄청나게 위험해. 진짜로 그런 쪽 취향에 눈 떠버릴 것 같은 기분이야. 디아나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험한데, 엉덩이를 때릴 때마다 음부가 더 꾹꾹 조여오니 쾌감까지도 위험한 수준이었다. 물론 디아나가 맞으면서 좋아하는 취미가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순수하게 깜짝깜짝 놀라서 음부가 꽉 조여지는 것에 불과한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렇더라도 이 쾌감이 위험한 건 변함이 없었다. 나는 일단 한 번 싸서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기로 했다. 모처럼 디아나가 누님 모드가 됐는데, 욕망에 눈이 돌아가서 제대로 맛을 음미하지 못하는 건 뭔가 아쉬우니까 말이야. “싼다! 안으로 받을 땐 미안함과, 용서해준 나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표현하라고!” 나는 그렇게 외치고는 디아나의 허리를 붙잡고 허리를 강하게 흔들어서 물건에 자극을 최고조로 만들었다. “으읏! 으으응! 흐읏! 하으으으으응!” 그리고 내 사정과 동시에, 디아나도 몸을 부르르 떪면서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우아…미안하네…하응…고맙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디아나는 내가 시킨 그대로의 말을 제대로 해줬다. 위험해. 안에 싸줘서 고맙다고 하는 걸로 들려. 중간에 섞인 달콤한 한숨이 너무 섹시해서 엄청 위험해. 조금 냉정해지기 위해 싼 거였는데 전혀 가라앉을 생각이 안 들었다. 오히려 욕망은 끊임없이 부풀어 올라서, 점점 더 그 속도를 가속해갈뿐이었다. 누님 모드 디아나 너무 위험해. 나는 냉정해지는 걸 포기하고 욕망에 몸을 맡겨서 디아나를 더 괴롭히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음…끊어졌네요. 죄송합니다. 380==================== 던전 안에는 마신이? 그렇게 마음먹자, 내 눈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디아나를 괴롭힐까. 그렇게 디아나의 몸 위를 바삐 움직이던 내 눈이 한 곳에서 멈춰 섰다. 바로 디아나의 새하얀 엉덩이 위에 말이다. 거기에는 희미하지만 핑크빛으로 단풍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아프지 않게 쳤다고는 하지만, 역시 연속으로 같은 곳을 계속 치다보니 이렇게 희미하게나마 손자국이 남게 되었다. “으으으으읏!” 내가 그 자국 위에 닿을 듯 말 듯 한 느낌으로 가볍게 손을 올리고 부드럽게 쓰다듬자, 디아나가 엉덩이를 부들부들 떨면서 요염한 소리를 내뱉었다. “조금 자국이 생겨버렸네.” “으으응!” 디아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서 자신의 엉덩이를 바라보더니, 부끄럽다는 듯 시선을 돌려버렸다. 하지만 디아나, 정말로 부끄러워지는 건 지금부터라고? “디아나. 벌 받은 흔적이잖아. 정말로 반성하고 있다면, 그렇게 시선을 피할 게 아니라 제대로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우으읏…그, 그건 그렇네만….” “아니면 역시 아직도 벌이 부족한 거야?” “으읏…그건…아니네만….”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강하게 부정하지는 않았고, 조금 엉덩이를 움찔거리면서 고개를 숙였다. 부정하지 않는 다는 건, 더 해달라는 걸까? 뭐, 방금까지는 조금 SM 느낌이 나게 플레이했다 뿐이지, 결국 객관적으로 보면 그냥 평소처럼 섹스를 한 거나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디아나가 강하게 부정하지 않는 것도 이해는 간다. “역시 벌이 더 필요한 모양이네. 그런데 디아나 내가 살던 세계에는 조리돌림이라는 형벌이 있었는데 말이야.” “…으음?” 내가 그렇게 운을 떼자, 디아나는 갑자기 무슨 말이냐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날 쳐다봤다. “죄인의 죄목을 적어두고는 사람들에게 보이도록 길거리를 돌아다니게 하면서 망신을 주는 형벌이야.” “자, 잠깐 자네…설마….” 머리 좋은 우리 대마법사님은 그것만으로도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눈치 챘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을 잊지 못했다. 과연 이 떨림은 두려움 때문인 걸까, 아니면 흥분 때문인 걸까? 디아나의 음부는 방금 전부터 다시 내 물건을 꾹꾹 아플 정도로 조여 오면서 애액의 분비량이 더욱더 늘어나기 시작했다. 만약을 위해 말해두지만, 난 지금 전혀 허리를 흔들지 않고 있는 중이다. “물론 우리 디아나한테 그런 심한 짓을 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아….” 내가 웃으면서 계속해서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자, 디아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싶을 뿐인 건지도 모르겠지만, 내게는 그 한숨이 아쉬움의 한숨처럼 들렸다. 걱정 마. 디아나. 아직 아쉬워하긴 일러. “죄목을 써둔다니 어떻게 그런 심한 짓을 하겠어.” “……에?” 부들하고 디아나의 엉덩이가 흔들리면서 음부가 다시 한 번 꾸욱하고 조여 왔다. “그러니까 죄목은 알리지 않고, 그냥 이 손바닥 자국만 보여주면서 돌아다니….” “으으응! 아, 아, 아, 안 되네! 절대 안 되네! 무슨 생각을 하는 겐가!” 엉덩이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손에 힘을 줘서 디아나의 풍만한 엉덩이를 꽈악하고 움켜쥐자, 디아나가 요염한 신음소리를 내뱉으면서 필사적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안 돼?” “아, 안 되네!” “무슨 일이 있어도?” “무,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되네!” 디아나는 울상을 지으면서 필사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내 목소리에서 어떻게든 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느꼈는지 그 목소리에는 반쯤 체념하는 것처럼 들렸고, 미약하게나마 기대하는 것처럼 마저 들렸다. 아까부터 음부가 위험한 느낌으로 꾹꾹 조여 와서,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허리를 움직이지 않더라도 그대로 한 발 쌀 수 있을 것 같은 수준이었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는 말하기 힘들 정도로 둘 다 명기지만, 성인 버전의 디아나의 음부는 아직 익숙해져 있지 않다 보니 더 참기 힘든 느낌마저 들었다. 위험해. 이대로라면 정말 참지 못하고 허리를 흔들 것 같아. 나는 스스로 참지 못하게 되기 전에, 디아나의 음부에서 물건을 뽑아냈다. “응으읏!” “그럼 어쩔 수 없지.” “하앗, 하앗, 하앗…오, 오늘은 그만 하는 겐가?” 이번에는 미약하게나마가 아니라, 완전히 아쉽다는 느낌을 풀풀 풍기면서 디아나가 말했다. 중의적인 말이니까 그런 건가. 벌이 더 받고 싶은 거냐고 물어보면 나한테 더 안기고 싶을 뿐이라고 얼버무리겠지. “아니. 그럴 리 없잖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곱게 개어서 바닥에 놓여 있던 디아나의 로브를 집어 들어서 디아나의 몸에 걸쳐줬다. “정 엉덩이의 자국이 보이는 게 싫으면 이걸 입는 것까지는 허락해줄게. 이러고 나가는 거야.” “무, 무, 무, 무슨…! 안 되네! 자네 제정신인가!” “디아나.” “뭐, 뭔가?!” “내가 아까 말했지. 오늘 밤에 디아나한테는 발언권이 없어. 이것도 많이 봐준 거야.” “하, 하지만 이건…!”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디아나의 몸에 두르고 있는 로브는 디아나의 평소 모습에 크기를 맞춘 거다. 당연히 누님 버전이 된 디아나가 입기에는 조금 크기가 작았다. 앞섶은 간신히 여며진다고 하더라도, 사이즈가 비교도 안 되게 커진 흉부는 튀어나올 것처럼 로브를 밀어내고 있었다. 던전 탐험 시에 입고 다닐 만큼 상당히 두꺼운 천이 사용된 로브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터질 것처럼 밀착되어 있는 바람에 흥분으로 딱딱해진 유두의 자국이 고스란히 드러나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길이도 그랬다. 평소에는 디아나의 무릎 언저리까지 오는 길이의 로브였지만, 지금은 허벅지 중간 정도까지 밖에 닿지 않았다. 덕분에 새하얗고 매끈한 디아나의 아름다운 각선미를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 엉덩이에 생긴 자국을 가려준다는 명목으로 입혀준 거지만, 이정도 길이라면 바람이라도 불어서 로브 자락이 조금 들춰지는 순간 엉덩이에 남아있는 손자국이 보일 수 있을 수준이었다. “이, 이런 꼴로 밖에 나가라는 겐가?!” “그래. 다리에 묻은 건 닦아줄 테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인벤토리에서 수건을 하나 꺼내 디아나의 다리를 타고 흘러내리고 있는 액체를 닦아줬다. “이동하면서 계속 닦아줄 수는 없으니까, 지금부턴 흘리면 안 된다? 딱히 뭘 삽입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성적 흥분을 느낄만한 요소는 전혀 없으니까 당연히 흘릴 일은 없겠지만.” “다, 다, 당연하지 않은가! 누가…!”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거의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까지 몰려있는 상태였다. 저러면서도 끝까지 자기가 노출증이란 건 인정하지 않는단 말이지. 설마 디아나의 그런 태도가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은 나도 생각하지 못했지만. 억지로 인정하게 만들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럼 됐잖아. 아,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데,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버리면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거야.” “우으으으읏…! 하, 하지만…. 하지만!” “안 돼.” “계, 계속 이러고 있기에는…그, 그래. 마나가 부족하네! 자네는 모르겠지만 폴리모프 마법이라는 건 마나가 엄청나게 든다네. 힐링 섹스의 효과를 받고 있는 중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삽입한 채로 밖에 나갔으면 좋겠다고?” “그, 그런 말이 아니잖은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겐가!” “그럼 그냥 가는 수밖에. 마나가 부족하다고는 해도 조금은 버틸 수 있잖아? 자 나가자.” “자, 자, 잠깐…! 정말로?! 진심으로?!” “정말로 진심으로. 자, 이것도 벌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드디어 방문을 열었다. “후으읏!” 문을 열기 직전까지만 해도 필사적으로 저항했던 디아나였지만, 문을 여는 순간 다리를 오므리면서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디아나는 터질 듯이 부풀어있는 자신의 로브 앞섶을 단단히 여며 쥐고는 불안한 눈초리로 사방을 이리저리 살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나도 엄청나게 긴장하고 있었다. 나도 긴장하고 있단 걸 들키면 바로 이 플레이가 파토 날 테니까 일단은 태연한 척을 하고 있지만 말이야. 그도 그럴 것이, 디아나는 지금 로브만 걸쳤지 안에는 완전 알몸이라고? 옷이나 속옷도 그렇지만, 신발 같은 것도 신고 있지 않았다. 로브를 걸치고 있다고는 하나 그 아래로는 맨다리 맨발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는 거다. 게다가 저렇게 앞섶을 꽉 움켜쥐고 있기까지 하니, 그 누가 보더라도 로브 아래엔 아무것도 걸치고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 만약 누구한테 보이기라도 하면 끝장이다. “자, 가자 디아나.” “자, 자, 자, 잠깐! 잠깐잠깐! 잠깐 기다리게!” 내가 디아나의 등을 떠밀면서 방을 나가려고 하자, 디아나는 더는 못 버티겠다는 듯이 황급히 문을 닫으면서 말했다. “뭐야. 디아나. 지금 벌을 못 받겠다는 거야?” “그, 그런 게 아닐세. 하지만. 하지만 이건…. 적어도,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 않도록 마법이라도 사용하게 해주게. 그, 그렇게만 하면 순순히 나갈 테니….” 디아나의 그런 제안에,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단 생각에 밀고나갔지만, 나한테도 난이도가 너무 높은 플레이였거든. 마법으로 안전하게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그런 건 진정한 노출 플레이가 아니라고? 알까보냐. 애초에 난 여기 있는 변태씨랑 다르게 노출증 같은 성벽도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디아나의 제안을 덜컥 받아들일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야. 너 설마 마나 소모 빨리해서 폴리모프 상태 풀려고 하는 거 아니겠지?” “아, 아닐세! 정말로….” “그럼 폴리모프 풀리는 순간 그 즉시 로브도 벗길 거야. 들키지 않도록 마법을 거는 거니까, 그래도 상관없지?” “우으읏…. 하, 하지만 폴리모프가 풀리면 다른 마법도….” “어차피 폴리모프의 마나 소모량이 더 크니까, 폴리모프가 먼저 풀리고도 한동안은 버틸 수 있는 거잖아? 그러니까 방에 돌아오는 동안은 알몸으로 오는 거야. 그래도 좋다면 마법을 써도 돼.” “우으읏….” 디아나의 오므린 다리 사이에서, 투명한 액체가 바닥으로 뚝뚝하고 떨어져 내렸다. 상상해버린 건가. 조금 진정된 것처럼 보였던 얼굴도 다시 완전히 상기 되서는, 진짜 우리 디아나는 변태라니까. “자, 선택해. 어쩔래?” “하앗, 흐읏, 마, 마법을 쓰게 해주게….” 그리고 역시나라고 해야겠지. 디아나는 마지막에 완전히 벗겨지는 한이 있더라도 마법을 사용하는 것을 택했다. “좋아. 사용해.” 내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디아나는 거칠어진 호흡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뜨문뜨문 주문을 외워갔다. 그리고 주문을 외운 후에, 디아나는 조용히 내 얼굴을 쳐다봤다. “끝났어?” “으, 으음….” 들키지 않는 마법이라면 역시 소리를 차단하고 눈에도 보이지 않게 되는 마법이겠지. 디아나가 자기만 쏙 투명해지면 그냥 손잡고 저택 내부나 한 바퀴 돌고 올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디아나는 자기 스스로가 아니라 자신의 주변 공간에 마법을 건 모양이다. 나도 범위 안에 포함되도록 말이다. 덕분에 내 눈에는 여전히 디아나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마법을 쓰면 마나도 빨리 소모 되서 폴리모프도 빨리 풀릴 텐데. 얘도 참. 그래도 벌을 받는 거라는 명목이 있으니, 제대로 하려는 건가? 하여간 얘도 참 의리 있는 성격이라니까. “좋아. 그럼 이번에야 말로 가자.” 나는 방문을 열고, 디아나의 등을 떠밀어서 같이 문을 나섰다. “우으읏…. 흐으으응….” 툭 투두둑하고, 디아나의 다리 사이에서 떨어지는 액체의 양이 점점 더 그 양을 늘려가기 시작했다. “빨리 가자. 여기 가만히 있으면 바로 바넷사한테 들킬걸.” 전에도 내가 은신술을 사용하자마자 바로 튀어나와서 손목을 꺾어왔던 바넷사다. 모르긴 몰라도 저택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략이나마 알 수 있는 게 틀림없어. 뭐, 은신술을 쓴 사람이 나라는 건 몰랐던 걸 보면 완벽히 알 수 있는 건 아닌 모양이지만. “괘…흐응…괜찮네. 이 몸의 마법은 그 정도로 허술하지…으응.” 하지만 내 우려와는 다르게, 디아나는 달콤한 콧소리를 내면서 그렇게 말해줬다. 노출 플레이에 극도로 흥분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마법에 대한 자부심은 잊지 않는다니. 역시 지고의 대마법사님. “그래. 그럼 그 대단하신 지고의 대마법사님의 알몸 퍼레이드를 시작해볼까?” “으으으응…!” 내 그 말에, 결국 디아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절정에 달했다. 전혀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절정을 느낄 수 있다니. 우리 디아나는 참 귀여운 변태라니까. 아니. 지금은 귀엽다기보다는 아름답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81==================== 던전 안에는 마신이? “뭐야? 벌써부터 그렇게 된 거야?” “으응…응…흐읏….” 지금까지 일부러 언급하지 않아주고 있었지만, 과연 절정까지 달한 모습을 그냥 보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전혀 만지지도 않았는데, 대체 뭣 때문에 느낀 거야? 역시 디아나는 변….” “그, 그런 거 아니라고 하지 않았나!” “정말로? 그럼 이건 뭔데?” “흐으응! 이건…그러니까…흐으읍!” 내가 로브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디아나의 음부를 직접 어루만지자, 디아나는 곧바로 야릇한 신음성을 토해내면서 내 팔에 매달려왔다. 로브를 뚫고 나올 것 같이 공격적인 거유가 팔에 짓눌리면서 환상적인 감각을 가져다준다. 하지만 내가 그런 감상에 잠길 새도 없이, 갑자기 디아나가 당황하면서 자신의 입을 양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눈동자로 내 등 뒤를 지그시 응시했다. 이 반응은 설마…. 디아나의 시선을 따라 뒤를 바라보자, 역시나 예상대로 메이드 하나가 이쪽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마법을 걸었으니까 딱히 입을 틀어막을 필요는 없을 텐데.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는 걸 알아도, 역시 부끄러운 건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응읏…으응…흐읏….” 디아나는 새어나오는 소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내 옷을 잡고는 날 벽 쪽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마법을 디아나를 중심으로 한 일정 공간에 사용했다보니, 이대로 복도 한 가운데 서있으면 저 메이드도 마법의 영향 안에 들어와 버리고 만다. 그럼 당연히 나처럼 디아나의 모습이 보일 테고 말이다. 디아나가 이렇게 필사적인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겠지. “으흐으으응!” 이렇게 상황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지. 나는 디아나의 유도에 따라 벽 쪽으로 붙으면서, 여전히 디아나의 음부에 닿고 있던 손가락을 사정없이 휘저었다. “응아앗! 하아아앗! 흐아아아앙!” 그리고 디아나는 결국 소리를 참지 못하고 입에서 손을 뗀 채 엄청난 소리를 내면서 절정에 달했다. 후두두둑하고 바닥에 분수를 뿜어내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디아나의 몸이 천천히 힘을 잃어갔다. 이런 망했다! 이번 건 너무 심했나?! 나는 디아나가 넘어지기 전에 팔을 받쳐서 디아나를 끌어안고는 그대로 황급히 벽 쪽으로 붙었다. 이렇게 벽에 붙어서 등을 돌리고 있으면, 적어도 내 모습만 보이겠지?! “흐앗, 흐아앗, 흐으응….” 하지만 그렇게 끌어안고 있자, 디아나의 거친 숨소리가 아직 자신은 기절하지 않았다는 걸 알려왔다. 후우. 이번만큼은 정말로 간담이 서늘했다. 디아나가 정신을 잃으면 마법이고 뭐고 다 풀려버리는 거니까 말이야. 넘어지려고까지 하기에 기절한 줄 알았다. 그래서 적어도 내 몸으로 디아나의 모습은 감추려고 이렇게 한 거였는데, 다행히 그럴 필요는 없었던 모양이다. “응? 뭘까? 이 물은….” 그리고 우리가 벽 쪽으로 붙은 사이에,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메이드가 바닥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메이드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아까 디아나가 분수를 뿜어댔던 바로 그 위치였다. 우리가 위치를 이동한 덕분에, 저 애액은 마법의 범위에서 벗어나 메이드의 눈에 보이게 된 거다. 손에 든 메이드는 몸을 숙이고, 손에 든 랜턴 같은 마법도구로 물웅덩이를 비추고는 빤히 쳐다봤다. 그런 메이드의 모습을 보고, 내 품에 안겨있는 디아나의 몸이 또 다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냄새는 나지 않는데…누가 물이라도 흘린 걸까? 아…하지만 조금 끈적끈적해. 뭘까?” 호기심 많은 메이드는 곧장 닦을 생각을 하지 않고 물웅덩이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어 만져보기까지 해면서 추리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저래선 아무래도 곧장 이 장소를 벗어날 것 같지가 않았다. “으으응…으으읏….” 그리고 덤으로 우리 변태씨도 메이드의 모습을 보면서 다시 몸에 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고 있었다. 너 방금 느낀 주제에 다시 달아오르는 거 빠르지 않냐? 뭐, 나로선 오히려 더 다행이지만. 나는 그대로 바지 앞섶을 풀어헤치고 다시 물건을 꺼내어 디아나의 음부에 그대로 삽입했다. “으응?! 으으으으으읏!” 그리고 그것만으로 디아나는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해버렸다. “자, 자네! 으으응! 자네 제정신…흐읏! 으으응!” 디아나는 화들짝 놀라서 날 토닥토닥 때려대면서 내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아니. 그러니까 굳이 속삭일 필요 없잖아. 게다가 그 모습이 돼서도 때리는 방식이 토닥토닥인 건 변함이 없구나. 나보다도 연상으로 보이는 누님이 귀엽게 토닥토닥 때려대니, 그 갭으로 나는 더더욱 불타올랐다. “지금 이 상황에서 마나 부족으로 마법이 끊어져버리면 곤란하잖아? 그러니까 이렇게 힐링 섹스로 마나를 회복시키려는 것뿐이야.” 나는 그런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냥 힐링 섹스의 패시브 효과만 받으려는 거라면 굳이 움직일 필요가 없기는 하지만, 뭐 괜찮겠지. 어차피 지금 디아나가 그걸 따지고 들 상황도 아니고. “응아앗! 하앗! 흐응! 흐아앙!” 우리 아름다운 노출증 변태씨는 지금 멀티 오르가슴을 느끼느라 매우 바쁘신 모양이니까 말이야. 좋아. 이렇게 흐트러진 상태라면, 좀 더 대담하게 나가도 저항하지 않겠지? 나는 디아나의 다리를 잡고 빙글 돌려서 우선 체위를 후배위로 바꿨다. 그리고는 그 상태에서 디아나를 일으켜 세워 등을 내게 기대게 만들고, 바로 양다리를 잡아 공중으로 들어올렸다. 그렇게 마치 아기를 오줌 싸게 해주는 자세처럼 들어 올린 채로, 나는 디아나의 정면에 메이드가 오도록 방향을 돌렸다. “흐으응! 하아아앙! 하으응! 히으으응!” 그리고 그러는 내내 디아나는 전혀 저항을 하지 않았다. 아니. 이 경우는 저항하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한가. 그럴 정신이라고는 남아있지 않은 모양이니까 말이야. 디아나는 전혀 저항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자세에 흥분이 최고조에 달한 듯 음부 안쪽을 꾸욱 꾸욱 조여 오면서 스스로도 허리를 흔들어댔다. 이제는 소리를 죽이려고도 하지 않은 채 쾌감을 느끼는 데에만 몰두하는 그 모습을 보아하니, 드디어 노출증에 의한 쾌감이 이성을 이긴 모양이었다. 내 움직임에 더불어서 디아나 스스로도 격렬히 허리를 흔들다보니 자연히 움직임이 아까보다 훨씬 격해졌고, 안 그래도 거유가 튀어나올 듯 밀어내고 있던 디아나의 로브도 결국 더는 버티지 못하겠는지 뜯어지는 소리와 함께 앞섶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흐으응! 흐읏! 흐으응! 하으으으으으응!” 디아나의 한쪽 다리를 내려주고 벌어진 로브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 가슴을 주무르자, 디아나는 다시 한 번 성대하게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꾸욱 조여 오는 음부의 감촉을 맛보면서 나도 디아나의 안에 사정을 했다. “흐으으으읏!” 디아나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던 건지, 분수을 뿜어 낸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한 번 분수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이런! 위험! 나는 당황해서 막으려고 했지만, 나도 쾌락에 빠져있었다 보니 조금 반응이 늦었다. 디아나가 내뿜은 분수 중 일부가 기세 좋게 메이드가 있는 곳까지 날아가는 게 슬로우 모션으로 보였다. “후우. 내가 뭐하고 있는 거지. 결국 이 물의 정체도 모르겠고. 그냥 빨리 걸레나 가져와야지.” 하지만 디아나의 애액이 메이드의 몸에 닿기 직전에, 기적적으로 메이드가 몸을 일으켜서 뒤로 돌았다. 투둑. 투두둑. 그리고 그 직후, 디아나의 애액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이번엔 우리에게만 들린 게 아닌 모양이었다. “응?” 뒤로 돌아섰던 메이드가 다시 디아나의 애액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금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기분 탓인가?” 메이드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뒤를 돌았다. “일단 바넷사씨한테 얘기는 해둘까….”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메이드는 천천히 자기가 왔던 복도 너머로 다시 돌아갔다. “으으응…읏…후으으응….” 그렇게 메이드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 드디어 디아나의 몸에서 힘이 추욱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디아나의 몸이 점차 다시 작아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의식을 잃어서 마법이 풀려버린 건가. 아무래도 희미해져가는 의식을 정신력만으로 붙잡고 있었던 모양이다. 과연 대마법사님. 이런 모습을 보면 아무리 흐트러져도 끝까지 키스를 거부했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엇차. 감상에 젖어있을 때가 아니지. 모처럼 디아나가 힘내줬는데, 멍하니 있다가 다시 돌아온 메이드한테 들킬 수는 없다. 게다가 말하는걸 보면 바넷사도 출두할 것 같고. 이쯤하고 방으로 돌아갈까. 솔직히 로브를 벗기고 돌아다닌다든가, 정문 밖까지는 아니더라도 정원까지는 나가본다든가하는 생각해뒀던 플레이를 하지 못한 아쉬움이 조금 남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지. 오늘은 여기까지다. 나는 디아나의 안에서 물건을 뽑은 채 안아들고는 황급히 그 자리를 벗어나 방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아참 그전에. 일단 사방에 뿌려진 애액은 청소해두는 게 좋겠지? 메이드가 발견한 웅덩이는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나머지는 청소해두자. 나는 물의 정령을 불러내어 웅덩이를 제외한 벽이나 바닥에 묻은 애액들을 말끔히 청소하고, 덤으로 나와 디아나의 몸도 씻은 후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가슴 위에서 뭔가 가벼운 물체가 통통 튀는 것 같은 감촉에 눈이 떠졌다. 막 눈을 떠서 흐릿한 시야를 아래로 내려 스스로의 가슴을 바라보니 디아나가 주먹을 쥐어 내 가슴위에 올리고는 씩씩대고 있었다. 어깨를 크게 상하시키면서 씩씩대던 디아나는, 후욱 후욱하고 호흡을 고르더니 다시 한 번 주먹을 들고는 토닥토닥토닥토닥 때려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내가 일어나기 한 참 전부터 일어나서는 토닥토닥 공격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일어나지 않는 것만 봐도 데미지가 전혀 없었다는 건 알 수 있었을 텐데. 참 꿋꿋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 마법으로 공격 안 해준 건 엄청 고맙지만 말이야. “자네란 남자는! 자네란 남자느으으은!” “지, 진정해 디아나.” “진정?! 진저어엉?! 지금! 이 몸이! 진정하게! 생겼나! 대체! 자네란! 남자는! 생각이란 게! 있기는! 한 겐가! 응?! 생각이란 걸! 하기는! 하는 겐가?!” 디아나는 한 마디 한 마디 할 때마다 주먹에 힘껏 힘을 실어서는 풀스윙으로 내려찍으며 토닥! 토닥! 하고 공격해왔다. 진심으로 화난 디아나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엄청 귀엽다. 덕분에 자연히 미소가 지어지려고 해서, 난 그걸 억누르는 것만으로도 힘이 부쳤다. 얘 내가 웃게 만들어서 그걸로 더 꼬투리 잡으려고 이러는 거 아냐? “어떡할 겐가! 응?! 어떻게 해줄 겐가! 앞으로 이 몸은 어떤 표정으로 그녀를 보면 되는 겐가?! 으응?! 으응?!” “웃으면 된다고 생각…농담! 농담이야!” “지금! 농담이! 나오나! 이! 이! 변태가! 귀축이!” “그러는 디아나도 상당히 즐겼…아니. 맞아. 내가 변태야. 잘못했어. 용서해줘.” 디아나의 안광이 너무 무서웠기에, 나는 그렇게 대답하는 것 밖에는 선택지가 없었다. “절대! 용서! 안 해줄 걸세! ” “알았어. 그럼 이번엔 내가 알몸으로 같이 밖에….” “뭐가 다른 겐가아아!” 디아나가 쿠와아아앙! 하고 울부짖는 호랑이의 환영이 뒤에 보일 정도로 격노하면서 양손을 한꺼번에 내 가슴에 내리쳤다. 토닥! 하고. “미안. 정말 미안!” 아무리 나라도 더 이상 장난칠 수는 없었고, 그 이후로는 디아나에게 열심히 사과했다. 내가 고개를 조아리면서 열심히 사과하자, 토닥토닥 열심히 때리던 디아나도 스트레스가 풀린 건지 겨우 용서를 해줬다. “후우. 후우. 그래. 이번에는 이 몸의 벌이라는 것도 있었으니 이쯤에서 용서해주겠네. 하지만 다음은 없네. 이제부터 이런 짓은 절대 하지 말게! 알겠는가?!” “…….” 미안. 그건 좀 약속하기 힘들지도. “왜?! 왜 대답이 없는 겐가?! 왜 눈을 피하는 겐가?! 왜?! 흐이잉….” 디아나는 미래에 닥쳐올 자신의 운명을 직감이라도 한 건지, 결국 살짝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야, 야. 울지 마.” “안 울었네! 그보다도! 앞으로는 안 한다고 말하게!” “…….” “흐극. 흐이이잉….” 나는 조용히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훌쩍이면서도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치우려고 하지는 않는 디아나는 역시 귀여웠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82==================== 던전 안에는 마신이? “굳이 이런 말 안 하더라도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만약을 위해 말해둘게. 지금부터 말하는 내용은 어디 가서 절대 얘기하면 안 돼.” 아침식사를 마친 후, 나는 파티 멤버들만 데리고 내 방으로 왔다. 식당에서는 다른 사람들의 눈도 있으니까 말이다. 비밀 얘기를 하기에는 아무래도 적합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는 우리 파티 멤버들과, 덤으로 문 앞에서 지키고 서있는 바넷사만 있었다. 원래는 디아나나 레이아에게만 상담할 생각이었지만, 도중에 생각이 바뀌었다. 괜히 파티 멤버들을 따돌리는 것도 뭔가 미안하고, 그렇게 되면 실비아나 마틸다가 있을 때는 계속 말조심을 해야 하니 그것도 귀찮다. 무엇보다 거대 마석을 발견하고 던전이 마신의 파편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는 이미 다들 있을 때 한 얘기니까 말이다. 그냥 소문나지 않도록 입조심만 시키고 전부 털어놓는 게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 실비아나 마틸다가 어디 가서 아무 말이나 떠벌리고 다닐 성격도 아니고.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가요?” 마틸다가 긴장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나는 진지한 얼굴로 침을 한 번 꿀꺽 삼키고, 날 바라보고 있는 모두의 얼굴을 한번씩 쓰윽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사실…사라는 용사야.” “…네, 네?!” “음. 알고 있네.” “엣? 에에에엣?!” “뭐, 뭐라고요?!” 음. 기대했던 대로 격렬한 반응이군. 뭔가 하나 기대했던 것과는 다른 리액션이 끼어있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저기…디아나?” “뭔가?” “알고 있었다니?” “그 말대로일세. 그럼 설마 그렇게 오랫동안 같이 다니면서 이 몸이 용사도 못 알아볼 거라고 생각했나?” 디아나는 오히려 우리가 진짜 감추고 있을 셈이었다는 게 놀랍다는 말투로 말했다. “일단 자네들이 말을 안 하니 이 몸도 굳이 말을 안 하고 있어 줬네만…드디어 밝혔구먼.” “미안해요. 원래는 좀 더 빨리 밝혔어야 했는데….” “아니. 사과할 것 없네. 이런 상황에서 용사라는 걸 밝힌다는 것도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테니 말일세.” “이런 상황이라니?” “음? 자넨 설마 모르는 겐가? 지금 세계에는 용사가 단 한 명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네. 그 때문에 왕가도 용사의 피를 왕가에 포함시키려고 하고 있는 상황이지.” “아니. 그건 알지만 말이야.” “그걸 알면 자네도 대충 예상이 될 것 아닌가. 지금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용사가 튀어나오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이 될지 말일세. 사우론 아우덴 정도의 수준으론 끝나지 않을 걸세. 뭐, 사라양이라면 그다지 걱정은 안 될 거라고 생각하네만.” 사우론 아우덴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사라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역시 내 예상대로, 디아나도 사우론 아우덴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디, 디아나, 사우론 아우덴이라니요?” “대략 20년 전쯤에 혜성같이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용사일세. 기존 용사들과는 다르게 외모마저 좋아서 상당히 고생을 했지.” “고생이라니?” “…흠. 이걸 사라양 앞에서 말해도 괜찮을지.” 내 질문에 디아나는 사라의 안색을 살피며 대답하길 주저했다. 사우론 아우덴과 사라가 관계있다는 것마저 눈치 챈 건가. 하긴 갑자기 튀어나온 새로운 용사라는 점에 더해서 방금 막 보여준 사라의 반응까지. 머리 좋은 디아나가 눈치 못 채는 게 이상한 수준인가. “…괜찮아요. 말해주세요.” “말해두지만, 자네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듣기 좋은 얘기가 아닐 걸세.” “정말 괜찮아요.” 하지만 사라는 결심을 했다는 듯 굳은 얼굴로 말했다. 지금까지 의식적으로 자신의 신분에 관련된 얘기는 피해왔던 사라지만, 이렇게 된 이상 더는 외면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흠. 그런가. 알겠네. 능력과 외모가 좋은 사람이 할 고생이 뭐가 있겠나. 다들 어떻게든 그자와 맺어져보려고 난리였지. 귀족가의 여식들이 전부 사우론 아우덴을 노리고 달려들었다네. 덕분에 괜히 자극받은 기존 용사 일족은 무리하게 공적을 세우려다가 아직 어렸던 레온 플리투스를 제외하고 전원 사망. 사우론 아우덴 본인은 수많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복상사를 했으니, 어찌 보면 세계에 용사가 단 한 명밖에 남지 않게 된 원흉이라고도 할 수 있겠구먼.” 디아나가 내놓은 대답은, 예상했던 것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내용이었다. 분명 내가 사라한테 들었던 얘기로는 저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앞뒤 상황을 생각해봤을 때, 사우론 아우덴은 거의 확실하게 사라의 아빠다. 분명 사라의 아빠는 자신의 능력을 시기하거나 이용하려는 사람 때문에 해를 입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복상사?” 사라도 디아나의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건지, 목소리가 상당히 차가워졌다. “음. 사우론 아우덴도 처음에는 뭔가 고향에 연인이 있다는 둥 하면서 피했다는 모양이네만, 결국에는 타락하여 방탕한 생활만 즐기다가…뭐 그런 거라네.” “……헤에…자기 절제도 할 줄 모르는 쓰레기네요.” 사라야. 눈이 무섭다. 목소리도 무섭고. 주위에 넘실넘실 흐르는 기도 무섭고. 아무튼 엄청 무서워. “너무 그러지 말게. 이 몸도 그 자가 처음 나타났을 때 대화를 조금 해본 것이 전부네만, 이 몸이 기억하기로는 순수하고 큰 꿈을 가진 채 정의감이 넘치는 호청년이었네. 다만 너무 순진했던 게지. 기존 용사들은 질투심에 미쳐 적대하고, 세계 각지에서 날아온 온갖 미녀들이 자신과의 아이만 노리고 달려들었으니, 결국 그렇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하네.” 디아나는 사라를 위로하듯 그렇게 말해줬지만, 사라에게 그렇게 큰 위로가 된 것 같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나도 뭔가 위로를 해주고 싶었지만, 그럴듯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다들 모여서 할 얘기라는 게 사라씨가 용사라는 얘기였나요? 확실히 놀랍기는 했지만, 굳이 이렇게 모여서 얘기할 건….” “그, 그래! 원래 얘기하려던 건 그게 아니었어! 사라가 용사라는 건 서론에 불과해!” 나이스 마틸다! 네가 이런 식으로도 도움이 되는구나! 위로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차라리 사라가 더는 그에 관한 생각을 하지 않도록 화제를 바꾸는 게 제일이다. 나는 마틸다에게 칭찬의 감정을 듬뿍 담은 눈빛을 보냈다. 그러자 날 마주보는 마틸다의 눈빛이 점점 더 몽롱하게 변해갔다. 야. 겨우 이런 걸로도 그렇게 되는 거냐. “네. 그 용사씨에게 들은 얘기를 해주셔야죠.” “음? 그 용사씨에게 들은 얘기? 그게 무슨 소리인가?” “네? 어제 구원씨가 용사씨와 결투를 하시고 얘기를….” “앗. 레이아. 잠깐.” “네? 얘기하면 안 되는 거였나요? 어차피 지금부터 할 얘기를 하시려면 이 얘기도 하셔야하는 게….” 아니. 그건 그렇지만 말이야. 지금 그걸 밝히기에는 상황이 조금 좋지 않다고 할까. “…자네. 이 몸이 사고치지 말라고 얘기했던 것, 기억하는가?” 저거 봐. “…으, 응. 물론이지. 사고 안 쳤어.” “그럼 결투는 대체 뭔가?” “유, 육체를 통해 나누는 남자들끼리의 뜨거운 대화?” “지금 이 몸과 장난하나! 이 몸의 잘못은 벌을 준다면서 그런 짓까지 해놓고 뭐?! 자네란 남자는!” “그런 짓이라니요?”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디아나는 레이아의 질문을 회피하면서도, 날 바라보는 두 눈은 이글이글 타올랐다. 다음에 단 둘이 있을 때 두고 보자는 듯이 말이다. “후우…그래서. 결국 무슨 얘기를 했다는 겐가.” 하지만 일단은 얘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듯, 디아나는 심호흡을 해서 숨을 고르더니 다시 차분한 말투로 말을 했다. “아, 응. 레온 녀석. 종족이 마인이더라고.” “음? 그렇다면….” 디아나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사라를 향했다. 전에 내가 잠깐 물어봤던 걸 기억하고 있는 건가. 하여간 머리도 좋다니까. “그래. 사라와 같은 종족이지. 같은 용사에 같은 마인. 뭔가 있을 것 같지 않아? 게다가 던전의 핵이라고 볼 수 있는 거대 마석이 마신의 파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는 지금, 마인이라는 종족명은 무시하기에는 너무 그럴듯하니까 말이야. 그래서 용사를 통해 정보를 캐내려고 했다는 거지.” “그래서 결투인가…. 이해는 하네만 적어도 이 몸이 있을 때…아니. 그 얘기는 나중에 하지. 그래서, 이렇게 불러 모았다는 말은 뭔가 알아낸 것이 있다는 것이겠지?” “그래. 실은 말이지….” 나는 다시 한 번 레온에게 들었던 얘기와, 내 추측을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레온이 이 얘기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던 것 같지만, 뭐 어쩔 수 없지. 우리 애들이 어디 가서 떠벌리고 다닐 애들도 아니고. “…흠.” “…그렇게 된 거였군요.” 그렇게 긴 설명을 다 끝냈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의외로 반응은 격하지 않았다. 천사님 같은 경우에는 사라를 끌어안으면서 달래주기라도 할 줄 알았는데. “하지만 구원씨. 사라씨에게 무슨 일이 생길 일은 없지 않을까요?” 오히려 천사님의 차분한 목소리로 그런 말까지 했다. “응? 하지만 레이아. 아까 말했다시피….” “네. 확실히 논리적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건 알아요. 하지만 구원씨. 중요한 사실을 잊고 계시지 않은가요?” “중요한 사실?” “네. 전에 했던 여신님과의 대화. 기억하세요? 여신님께서는 분명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용사에게 사도 임명을 한 것은 이 이상 없는 성과라고요.” “그건…확실히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그게 왜….” “생각해보세요. 만약 구원씨의 예상처럼 사라씨의 몸에 뭔가 일어나게 된다면, 여신님께서 그렇게 기쁘게 말씀하셨을 리가 없잖아요?” “아니. 하지만 그게 여신님의 바라는 바라면? 마신을 완전히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마신을 현세에 강림시킬 필요가 있다면, 그 그릇이 될 사람도 반드시 나와 같이 던전의 안쪽에 도달해야 하잖아. 그러니까 그러기 위한 밑그림이 그려졌다는 걸 기뻐한 것일 수도….” “이봐요! 당신!” “잠깐만요. 마틸다 추기경님. 제가 잘 얘기할게요. 구원씨.” “응.” “여신님께선 그렇게 성격 나쁘신 분이 아니에요. 사도 임명의 조건은 그 사람이 구원씨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잖아요? 다른 사람의 행복, 그것도 다름 아닌 사랑하는 감정을 이용하여 그런 식으로 장난질을 하다니. 여신님께선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에요.” “레이아씨가 말하는 대로에요! 당신 대체 여신님을 어떻게 생각하는 건가요?!” 레이아는 내게 곧은 눈빛을 보내면서 그렇게 말해줬고, 그 옆에 있던 마틸다는 내 발언에 화까지 난 것 같은 모양이었다. 하긴 여신을 따르는 사제들 앞에서 할 얘기는 아니었나. “아, 그런가 미안.” 일단은 그렇게 사과하기는 했지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의혹을 감출 수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여신님도 뭔가 의도가 있어서 날 이 세상으로 보낸 거다. 정말로 이대로 그냥 아무 대책 없이 던전을 계속 나아가도 되는 걸까? “흠. 자네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충분히 알겠네만, 이번에는 이 몸도 레이아양이나 마틸다양의 의견에 동의하네.” 내가 아직 완전히 납득하지 않고 있다는 걸 눈치 챘는지, 디아나마저도 날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생각해보게. 우리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려주신 여신님께서, 그 감정으로 장난을 칠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는구먼.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신일세.” 그런 건가. 하긴 그런가. 내가 너무 심각하게 생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이 관장하는 분야로 여신이 장난 칠 리는 없는 건가. “그러니 사라양에 관해서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구먼. 애초에 지금 여기 있다는 것 자체가 사라양의 선조도 그 마신을 저버렸다는 얘기가 되는 것 아니겠나? 사라양의 몸에 마신이 강림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나친 생각일세. 그러니 자네도 사라양도 너무 걱정하지 말게. 그것보다는….” 디아나는 나와 사라를 번갈아보면서 다독여준 후, 한번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마신의 존재가 확정되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로구먼. 아무래도 자네가 마신에 관련된 일로 이 세계에 왔다는 추측은 맞아떨어진 모양일세.” 그래. 사라를 너무 걱정하느라 비교적 신경을 덜 쓰게 된 감이 있었지만, 문제는 사라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83==================== 던전 안에는 마신이? “하지만 마신에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전혀 모르는 이상, 대책을 세울 수도 없구먼.” 나는 기대를 해봤지만, 역시 디아나라도 이렇게까지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는 뭐라고 말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굳이 짐작해보자면 거대 마석의 정화겠지만….” “거대 마석의 정화?” “음. 마신의 존재가 확정된 것으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네. 그동안 수수께끼에 쌓여있던 내용이었네만, 실은 던전 안에 존재하는 마나는 지상의 마나와 달랐다네.”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자네도 알다시피 대기나 사물, 이 세상의 모든 것에는 마나가 존재하네. 사람마다 고유의 파장이 있고 조금씩 다르긴 하네만, 마나라는 큰 틀의 기질이라고 해야 할지 기운이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런 느낌은 다 비슷했네. 다만 던전 안에 흐르는 마나는 그 기운부터가 꽤나 이질적이었지. 때문에 던전 안의 마나는 이 세계의 사람들이 곧장 사용할 수 없다네. 게다가 대기 중에 흐르는 그 이질적인 마나 때문에 던전 안에 오래있으면 오래 있을수록 숨 막힐 정도로 갑갑하고 피로가 쉽게 쌓이지. 자네도 느끼지 않았는가? 아래로 내려갈수록 피로감이 점차 커져가고, 마나의 회복도 지상보다 느리다는 것을 말일세.” 확실히…. 게임에서도 기본적으로 마을에선 생명력이나 마나의 회복 속도가 빠르니까 그다지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가고 있었지만, 듣고 보니 그랬다. 피로감도 확실히 그랬다. 레벨이 오름에 따라 내 체력도 일반인들과는 비교하는 게 우스울 정도로 성장했는데, 아무리 전투를 한다지만 던전 안에서 고작 며칠만 있어도 피로가 확 느껴질 정도니까 말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그 마나의 원천이 바로 거대 마석일세. 마신의 존재가 확정된 것으로 마나의 기운이 다른 이유도 알게 됐구먼. 지상의 마나는 여신님의 마나, 던전 안의 마나는 마신의 마나라는 것인가. 그래서 이 몸이 짐작으로는 그 거대 마석의 기운을 여신님의 마나로 정화하면 혹시나…라는 것이네만, 하지만 여신님께선 그저 아래로 내려가라고만 말씀하신 게지?” “응. 나도 전부터 의문이었어. 내가 생각하기에도 그 거대 마석 같은 걸 처리하고 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말이야.”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계속해서 여신님의 의도를 짐작해보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짚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대체 던전을 내려가면 뭐가 있다는 거야. “흠…어쩌면 6계층 아래에는, 그 거대 마석을 총괄하는 한층 더 거대한 마석이라도 존재한다는 것일지도…. 아니, 이것도 결국 근거라고는 전혀 없는 추측에 불과하네만…. 후우. 아무튼 결국, 6계층의 너머로 가는 것 밖에는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이로구먼. 여신님과 다시 한 번 대화라도 나누지 않는 한은 말일세.” “죄송해요. 아직 스킬을 사용하기에는 시간이….” “아니. 레이아가 미안할 게 뭐 있어. 어쩔 수 없는 거지.” 결국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 우리는 일단 6계층 너머로 내려가는 걸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모두와 얘기한 덕분에 사라가 위험해질 일은 없을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는 점이려나. 물론 그것도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이 한결 편해진 건 사실이었다. 그래. 설마 그 여신님이 그렇게 성격이 더럽겠어? 전에 대화해본 느낌으론 엄청나게 상냥한 성격으로 보였는데. 완전히 경계를 푸는 건 아니더라도, 일단 지금은 여신님을 믿기로 하자. “아무튼 오늘 얘기는 여기까지로구먼.” “네. 사라씨 걱정하지 마세요. 분명 괜찮을 거예요.” “레이아…고마워요.” “하아…갑자기 새로운 용사에 게다가 마신이라니. 갑작스런 얘기가 너무 많아서 따라가기 힘들 정도네요.” “네….” 마틸다나 실비아마저도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혹시 말려들게 돼서 조금 후회하는 걸까? “그…그래서 구원님.” “응?” “결국 사라님이 용사라는 것은….” “아…안 밝힐 생각인데. 다들 우리끼리만 알고 있는 비밀로 하자고.” “그, 그렇습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실비아는 뭔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뭔가 죄책감에 휩싸이는 것 같은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응? 왜? 문제 있어?” “그…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표정은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데 말이야. “정말로?” “네…히야아아앙!”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실비아는 내가 끌어안자 바로 새빨개지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여간 얘도 귀찮은 애라니까. 꼭 이렇게까지 해야지 본심을 털어놓으려나. 나는 실비아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고 숨결을 불어넣듯 부드럽게 속삭였다. “실비아….” “네, 네, 네헤에…?”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야?” “저, 정말입니다! 정말입니다!” 실비아는 두 눈을 꼭 감고는 열심히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이상하다. 분명 아무것도 아닌 표정이 아니었는데. 하지만 이 상태의 실비아가 나한테 거짓말을 할 수 있을 리도 없고. 만약을 위해 한 번 더 추궁해볼까. “나중에 거짓말인거 밝혀지면 앞으로 평생 네 얼굴 안 볼 거야.” “우…거짓말입니다!” 거짓말인 거냐. 이렇게 쉽게 털어놓을 거짓말이면 애초에 하질 말라고. “뭐야? 말해.” “그, 그러니까…펠리시아한테 미안해서….” “응? 갑자기 여기서 공주 이름이 왜 나와?”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대답에 나는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그러니까 세계에 용사가 단 하나밖에 없다는 이유로 펠리시아는 하기 싫은 결혼을 억지로 강요당하고, 낳기 싫은 사람의 자식을 억지로 낳아야하는 상황까지 몰려있으니까요…. 만약 사라님이 용사라는 걸 밝히시면….” 아…얘기가 또 그렇게 되는 건가. 하지만 말이지…. 그렇다고 사라가 용사란 걸 밝혀버리면 사라가 더 귀찮아질 테고. 미안한 얘기지만 공주와 사라를 저울질하자면 난 무조건 사라 쪽에 추가 기울어질 수밖에 없다. “그 여자가 그런 처지가….” 전에 공주와 대판 싸웠던 사라도 실비아의 얘기를 듣고 나니 펠리시아가 조금 불쌍해진 모양이다. 복잡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생각에 빠졌다. “구원. 차라리 그냥 밝힐까? 어차피 난 그…사우론 아우덴 같은 꼴은 절대 되지 않을 자신이 있으니까.” “그만두게.” 그리고 결국 착해빠진 사라는 공주가 불쌍했는지 그런 말까지 했지만, 곧바로 디아나에게 제지당했다. “네?” “사라양. 생각해보게. 용사가 한 명밖에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네. 왕가의 목적은 용사의 피를 왕가에 종속시키는 것이지. 자네가 용사라는 걸 밝히면 다음은 자네의 피를 노릴 뿐이라네. 게다가 사라양은 자식의 외모가 못생겨질 거라는 걱정도 없으니 더 좋은 표적이지.” “하지만 전….” “참고로 지금 왕가에는 왕자가 없네.” “네? 그게 무슨….” “모르겠나? 당연히 공주와 사라양 사이에서 자식이 생길 수는 없지. 그럼 어떻게 하면 그 피를 왕가에 종속시킬 수 있겠는가? 대답은 간단하네. 그 아이의 아비 되는 자와 공주가 맺어지면 되는 게지. 그렇게 되면 굳이 용사의 피를 왕가에 포함시킬 것도 없이, 같은 성자의 핏줄이라는 명목 하에 용사의 후손이 대대로 왕가를 따르게 만들 수 있겠지.” “절대 안 밝힐 게요.” 펠리시아와 내가 결혼하는 상상이라도 한 걸까? 사라는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지면서 즉답했다. “아…저, 저는 그, 그런 생각까지는….” 대화가 그렇게 흘러가자 당황하게 된 건 실비아였다. 내가 분위기를 읽어서 실비아를 놔주자, 실비아는 그제야 숨을 고르고 차분히 말을 이어나갔다. “하앗, 하앗, 죄송합니다….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알고 있네. 자네는 단순히 친구를 고통에서 해방시켜줬으면 싶었던 것뿐이겠지. 이해하네.” “하지만 실비아. 미안해요.” “네…. 알고 있습니다.” 실비아는 어쩔 수 없다는 걸 잘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미안한 표정을 지우지는 못하고 있었다. 공주와는 어렸을 때부터 알고지낸 소꿉친구였다고 하니, 도와줄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면서도 외면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 미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공주하니까 생각난 건데, 언제 공주한테 가서 내기도 깨야 되는데. 지금 그 얘기를 했다가는…그냥 혼나는 정도로 끝나지 않겠지? 특히 디아나가 드디어 폭발해버릴 위험이 무척이나 컸다. 어젯밤에 한 짓에 이어서 내가 자기 없는 동안 결투를 벌였다는 사실까지 알았으니 말이다. 여기에 더해 공주랑 그런 내기까지 했다고 말을 했다가는…확실히 죽는다. 이번에야 말로 토닥토닥이 아니라 마법 공격을 퍼부을지도 몰라. 옆에서 사라도 주먹에 마나를 담아 때릴 지도 모를 일이고. 좋아. 이 얘기는 애들이 조금 진정되고 한참 후에 하자. 그동안 레온 녀석은 계속 섹스를 못하게 되겠지만…미안하다. 어쩔 수 없다. “구원씨. 갑자기 왜 그러세요?” 내가 내심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걸 눈치 챘는지, 레이아가 날 바라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시 천사님이야. 날 잘 보고 계셔. 다만 지금은 눈치 채지 말아주셨으면 했는데. “아, 아니. 그러니까 이건….” “괜찮아요. 다 잘 될 거에요.” 하지만 천사님은 무슨 착각을 하신 건지, 자신의 가슴에 내 머리를 꼬옥 끌어안고는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여신님을, 그리고 무엇보다 구원씨 자신을 믿으세요. 구원씨가 자신을 믿고 앞으로 전진해나아가면, 여신님도 분명 그 길을 밝게 비쳐주실 거예요. 그리고 곁에는 언제나 저희가 함께할 거고요.” “천사님….” 나는 가슴이 벅차올라 레이아를 꽉 끌어안고는 얼굴을 문질렀다. “으응! 후훗.” 우연히, 정말로 우연히 내 입이 천사님의 유두 부분을 스쳤는지 조금 야릇한 소리가 나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천사님은 개의치 않고 부드럽게 날 쓰다듬어줬다. 물론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이 전부 다 개의치 않았던 건 아니지만 말이다. “이 변태!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러는 거야?!” “자네는 가슴이! 가슴이 그렇게 좋은가!” “파렴치해요!” “…….” 사라야. 그렇게 마나를 담아서 등짝 스매시를 날리면 아프다니까. 디아나. 넌 이제 폴리모프도 쓸 수 있는 애가 아직까지 가슴을 질투하는 거냐. 폴리모프로 만들어진 가슴은 진짜 자기 가슴이 아니라거나, 뭐 그런 거냐. 마틸다. 파렴치한 건 내가 아니라 네 뇌야. 바라만 봐도 사랑에 빠지는 애가 무슨. 그리고 실비아야. 난 가슴이면 다 좋으니까 그렇게 침울한 표정으로 자기 가슴 팡팡 두들기지 마라. “아, 아냐! 정말로 그런 거 아냐! 너희들도 봤잖아?! 지금 엄청 감동스런 장면이었다고! 파렴치한 마음 같은 건 아주 조금밖에 없었어!” “아주 조금은 있었던 겐가!” “그야 당연하잖아! 나도 남자라고! 이런 완벽한 가슴에 안기는데 어떻게 그런 기분이 조금도 안 들어! 세상에 그런 남자 따윈 없어! 누구라도 레이아한테 안기면 그렇게 된다고!” “와, 완벽하다니…구원씨도 참…. 너무 띄워주세요.” 내 말에 천사님은 얼굴을 붉히면서 부끄러워 하셨다. 가련하시다. 역시 지상에 강림하신 천사. 아니, 천사님이 계시는 이 공간 자체가 천국이야. “뭘 당당히 외치고 있는 거야 이 변태가!” 물론 천사님을 제외한 사람들은 전혀 납득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말이다. 젠장…. 사실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말한 것뿐인데 이런 취급이라니. 이렇게 된 이상 오기로라도 레이아의 가슴에 계속 달라붙어있어 주겠어. “안 떨어져?!” 그렇게 해서 무거운 분위기로 시작됐던 마신 대책 회의는 상당히 가벼운 분위기로 끝이 났다. 솔직히 뭔가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온 것도 아니고, 사라가 완전히 안전할 거라는 보장이 생긴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이렇게 모두에게 털어놓으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아마 사라도 나와 같은 기분이겠지. 그러니까 일단은 평소처럼 이렇게 바보짓이나 하면서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나가자. 괜히 우중충한 분위기로 있어봤자 기분만 더 우울해질 뿐이다. 사람은 언제나 밝고 긍정적으로 살아야 되는 거 아니겠어? 뭐, 적어도 6계층을 돌파하기 전에는 뭔가 실마리를 더 잡고 대책이 마련되겠지. 일단 지금은 그렇게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84==================== 던전 안에는 마신이? 자,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사라의 몸이 위험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마신의 존재는 확정된 거다. 게다가 상대는 전쟁신. 그 가호를 받았다는 용사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그 무력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겠지. 그런 놈을 상대해야 한다니. 상대가 생명체이기만 하다면 그 누구에게도 질 생각이 없다고 자부하고 있는 나지만, 아무리 성자 스킬이라고 하더라도 신에게까지 먹힐 거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는, 할 수 있는 최대한 강해지는 것밖에는 없다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당장 던전에 가서 단련을 하고 싶기는 하지만 말이야. 장비도 디아나가 던전에 가기 전에 전부 강화 및 수리를 끝내놨고, 시간도 아직 점심때로 던전에 가기에 적절한 시간이다. 다만 한 가지. 디아나가 막 던전을 다녀온 직후라는 게 문제란 말이지. 디아나 본인에게 말하면 아마 괜찮다고 하겠지만, 파티장으로서는 그렇게 무리를 시킬 수 없었다. 게다가 아까 디아나가 말하지 않았던가. 던전에 흐르는 마력은 지상의 마력과 달라서 쉽게 지치게 된다고. 적어도 하루는 쉬게 해줄 필요가 있겠지. 나는 내 허벅지 위에 앉아있는 디아나를 가만히 쳐다봤다. 내가 레이아와 떨어지자마자 허벅지를 차지하고 앉은 디아나는,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한창 릴렉스하는 중이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랑 며칠 동안 얼굴을 못 봤었으니까 말이야. 어젯밤에도 결국 평소보다 훨씬 조금 하다가 기절해버렸고. 뭐, 내용자체는 농후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그래서 디아나는 지금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타서 맘껏 내 온기를 느끼는 중이라는 말이다. “후아아…음? 자네?” 잠깐 생각하느라 머리를 쓰다듬는 손이 멈추자, 디아나가 풀어진 표정으로 날 올려다봤다. “아니. 아무것도.” 나는 다시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생각을 계속했다. 이렇게 비어있는 시간에 레이첼 누님과 했던 식사 약속이라도 해결하고 올까 싶었지만, 이 모습을 봐선 오늘은 디아나랑 놀아주는 게 좋을지도. 그러고 보니 레이첼 누님, 낮엔 항상 안내원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같이 식사를 할 수 있기는 한 걸까? 어제 보니 퇴근도 엄청 늦게 하는 모양인데. “이봐요.” “응?” 멍하니 그런 생각하고 있었을 때, 마틸다가 말을 걸어왔다. “그게…부탁이 있어요.” “응? 아, 아아. 미안. 지금은 좀…조금 이따가 하자.” 별로 꺼림칙한 일이 아니기는 하지만, 디아나가 허벅지 위에 앉아있는 상황에서 이런 얘기를 하기는 좀 그랬다. 나는 마틸다의 목뒤로 손을 뻗어서 그 얼굴을 내 얼굴 가까이 가져오게 하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으읏…! 아아…네에…이따가…핫! 그, 그 부탁을 하려는 게 아니거든요! 그, 그야 그것도 얼른 해줬으면 좋겠지만…. 아, 아무튼 지금은 그런 게 아니라고요!” 잠깐 몽롱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려고 했던 마틸다였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그렇게 소리쳤다. 저 마틸다가 그 특유의 핑크빛 분위기에서 저렇게 빨리 빠져나오다니. 저주를 푸는 것 말고 뭔가 중요한 부탁이라도 있는 건가? “그래? 뭔데?” “그게…신전에 조금 가고 싶은데요.” 정말 중요한 부탁인줄 알고 장난기 없이 물어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의외로 평범한 부탁이었다. 아니, 추기경씩이나 되는 사람이 벌써 며칠이나 신전에 가지 못한 거고, 생각해보니 본인한테는 중요한 부탁인 건가. 하지만 레이아보다 먼저 나한테 이런 부탁을 하다니. 마틸다도 나 없이 밖에 맘대로 돌아다니는 건 절대 안 된다는 자각이 생긴 모양이다. 레온 녀석한테까지 반할 뻔 했으니, 드디어 위기의식이 생긴 건가? “음…하지만 신전은…오늘은 말이야.” “이 몸을 신경 쓰는 거라면 그럴 필요 없네.” 디아나를 핑계로 마틸다의 부탁을 거부할 셈이었지만, 디아나에게 선수를 뺏겼다. “으, 응?” “음. 어차피 자네도 교단의 동향을 파악해야하지 않겠나. 지금쯤이면 신전 내에도 충분히 소문이 퍼졌을 걸세. 전에 자네가 했던 말들을 교단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오는 게 어떻겠나? 어차피 자네 스스로 내뱉은 이상,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닐세.” 디아나는 찻잔을 다 비우고는 그렇게 말하더니, 내 허벅지 위에서 폴짝 뛰어 내려왔다. 내가 요즘 일부러 신전에 안 가는 이유를 눈치 채고 있었던 모양이다. 젠장. 미리 퇴로를 막아버리다니.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나. 그렇게 해서 나는 거의 떠밀리다시피 레이아, 마틸다와 함께 신전으로 향하게 됐다. 아, 덤으로 실비아도. “우아우우우….” 같이 가자는 말을 안 하니까 몰래 스토킹하려고 하기에, 그냥 붙잡아서 같이 데리고 왔다. 우리 마차 타고 왔는데 말이야. 대체 어떻게 스토킹 할 셈이었을까. 그야 실비아가 전속력으로 달리면 마차도 따라잡을 수 있겠지만, 그러면 이미 스토킹이 아니지 않아? 아무튼 신전에 가는 내내 나는 마음이 편치 못했다. 마신에 대한 대책, 사라의 안전 확보, 공주와의 내기, 레이첼 누님과의 약속. 안 그래도 신경 쓸 게 많아 죽겠는데 이런 일까지 신경써야한다니. 젠장. 아무리 그 장소를 벗어나기 위해서라지만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는데. 덤으로 이렇게 마틸다도 신경 써야 하고. “야. 떨어지지 말고 딱 붙어있어.” “아, 알고 있어요!” “어차피 길은 내가 걸으니까, 넌 딴 데 보지 말고 나만 바라보고 있어. 알겠지?” “네…당신만 바라보고 있을게요.” 내가 마틸다의 허리를 끌안으면서 말하자, 마틸다가 정말로 내 얼굴만 지그시 바라보면서 대답했다. 마차를 타고 왔다고는 하나, 마차에 내려서 신전 안에 들어가기까지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나는 지금 마틸다의 옆구리에 팔을 두르고 딱 붙어서 걷고 있는 중이었다. 차라리 얘가 저주 때문이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날 좋아하는 거였다면…. 날 몽롱한 눈으로 쳐다보는 마틸다를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 고민하는 것 중, 마신에 대한 대책이나 사라의 안전에 대한 의혹을 완벽히 풀 수 있는 수단이 딱 하나 있기는 했다. 바로 마틸다에게 사도 임명을 하고 여신 강림 스킬을 배우게 하는 거다. 그렇게 한다면 굳이 레이아의 여신 강림 쿨 타임을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여신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말이지…. 그렇게 하기에는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우선 우리 애들의 심정. 지금 나는 우리 애들이 엄청나게 관대하게 봐주고 있는 상황이다.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실비아나 마틸다도 결국 정기적으로 관계를 가지는 사이가 됐고, 그 외의 다른 여자들과도 필요하면 관계를 맺어도 된다고 허락한 상황. 그리고 우리 애들이 이렇게까지 허락해주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사도 임명일 거다. 사도 임명은 자신들만이 받고 있다는 버팀목이 있기 때문에, 우리 애들도 여기까지 관대해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이 이상 사도 임명을 해버리면, 과연 우리 애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사라가 위험에 처하는 것도 두렵지만, 그 이상으로 우리 애들의 애정이 식어버리는 건 더 두려웠다. 때문에 나는 해결책을 눈치 채고도 일부러 말 안하고 있었다. 내가 눈치 챈 거다. 아마 다른 애들도 이 해결책에 대해서 눈치는 채고 있겠지. 하지만 아무도 그에 대해 언급을 안 했다는 건, 역시 다들 내가 이 이상 다른 사람에게 사도 임명을 하는 건 싫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맞겠지. 게다가 만약 우리 애들이 이해해준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하나 더 남아있었다. 바로 마틸다의 진심을 내가 모른다는 거다. 만약 마틸다가 진심으로 날 좋아하고 있는 거라면 아무 문제없다. 하지만 만약 그냥 저주 때문에 날 좋아하고 있는 거라면? 저주가 풀려서 나를 사랑하는 감정이 완전히 사라졌는데도 여전히 내게 사도 임명으로 종속되어 있으면, 그것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을 통해 마틸다의 진심을 듣는 방법도 생각해봤지만, 만약 그때 마틸다가 날 좋아한다고 대답하더라도 그게 사도 임명이 성공할 정도의 감정인지는 확신할 수 없는 거고. 아무튼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마틸다를 통해 여신과 대화한다는 것은 반쯤 포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어차피 6계층 너머로 가기까지는 시간이 충분히 있으니, 그 전에 레이아의 여신 강림 쿨타임이 다 돌 거라고 스스로를 납득 시키면서. “어머. 오랜만이군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어느새 우리는 대사제님이 계시는 곳까지 와있었다. “아, 네. 안녕하세요. 대사…소피아씨.” “그러고 보니 들었어요. 세상에 있는 모든 고통 받는 남성들을 구원해주겠다고 선언하셨다면서요? 과연 여신님의 사자다운 행동이네요. 처음에는 조금 못미덥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듬직하게…후훗. 여신님의 사자 상대로 조금 실례였나요?” 그리고 인사를 나누자마자, 강렬한 훅 한 방이 들어왔다. 이쪽에서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저쪽에서 먼저 그 얘기를 꺼내다니. 대체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 거야. 아니, 그야 신전은 애초에 그런 사람들 상대로 교육까지 할 정도니까, 그야 기대하는 것도 이해는 되지만 말이야. 게다가 묘하게 소문이 부풀려져있었다. 뭐야. 세상에 있는 모든 고통 받는 남성들을 구원한다니. 바보 아냐?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평생 강의만 하러 다녀도 그런 건 불가능하겠다. 아니. 평생 남의 떡치는 모습만 봐야 된다면 애초에 자살을 택하겠지만. “하, 하하. 아뇨. 그럴 리가요. 제가 이렇게 성장한 것도 다 소피아씨의 교육 덕분이죠. 요즘 잘 못 와서 죄송해요. 잘 계셨나요?” 물론 나는 그런 감정은 전혀 드러내지 않고, 웃으면서 대답을 해줬다. 이럴 땐 대화의 방향을 바꾸는 게 제일이다. “네. 잘 지냈어요. 그리고 미안할 거 없어요. 당신이 얼마나 바쁘게 활약하고 있는지는 다 듣고 있는 걸요. 교황청에서도 얼마 전에 또 소식이 들려왔는데, 마틸다 추기경님의 저주를 받았던 남성들이 또 한 차례 해방된 모양이더군요. 그러고 보니 마틸다 추기경의 저주 해제를 우선하기 위해 남성들의 구원은 뒤로 미루셨다고 했는데, 보아하니 마틸다 추기경의 저주를 완전히 푸는 건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더군요. 구원씨만 괜찮다면 틈틈이 남성들의 해방도 진행하시는 게 어떤가요? 어차피 매일 마틸다 추기경을 안는 것도 아니잖아요?” 틀렸다. 어떻게 잘 받아넘겼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얘기가 그 얘기로 돌아와 버렸어. 대체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 거야. 소피아 대사제님이 평소완 다르게 묘하게 고양된 것처럼 보이는 게, 정말로 내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는 게 엄청난 압박감과 함께 전해져왔다. “하, 하하…그, 그게 말이죠. 그러니까…그, 그래! 실은 구상중이에요! 모두를 구원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제 몸은 하나. 평범한 방식으로 하나하나 지도해나가면 평생을 바치더라도 모두를 구원하는 건 불가능할 테니까요. 그러니까 지금은 어떻게 하면 모두를 구원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열심히 구상중이에요. 뭔가 떠오를 듯 말듯한데, 잘 생각이 나지 않네요.” “어머. 그런가요? 그런 거라면 저도 같이 고민해보죠. 그렇군요…. 아! 이건 어떤가요? 구원씨가 일단 저희 사제들에게 1 대 1로 가르쳐주고 그걸 또 저희 사제들이….” “대, 대사제님!” 소피아 대사제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아가 당황해서 말을 막았다. 걱정 마 레이아. 안 할 거니까. 그보다 소피아 대사제님. 지금까지 장모님처럼 생각하고 있었는데 레이아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대체…. “어머. 레이아. 뭔가요? 설마 교육에 질투하는 건가요? 후훗. 설마 그 레이아가 그런 식으로 자기중심적인 감정 표현을 할 수 있게 되다니.” “대, 대사제님도 참! 그런 거 아니에요!” 소피아 대사제님이 조금 놀리듯 말하자, 천사님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가련하시다. “후훗. 괜찮아요. 칭찬하는 거예요. 성장했네요 레이아. 당신은 좀 더 그런 식으로 자기중심적이 될 필요가 있어요. 지금까지 너무 이타적이었으니까요.” “대사제님….” 뭔가 이런 반응을 유도했다는 듯이 좋은 얘기처럼 흘러가고 있지만, 방금 말했던 사제들에게 교육 어쩌고는 아마 진심이었을 거다. 눈이 전혀 농담하는 눈이 아니었어. 하지만 그런 건가. 대사제님 안에서 교육이랑 사랑이 담긴 섹스는 별개인 건가. 역시 이 세계의 상식은 내 상식이랑 묘하게 어긋나있단 말이야. 그나마 우리 애들은 나랑 있었던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내 상식에 오히려 더 적응한 모습이니까 괜찮지만 말이야. “저도 그 의견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사제분들을 교육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직접 교육하는 것만큼의 효과는 안 생길 것 같으니까요. 그런 방식으로 모두를 구원한다는 건 불가능할 것 같네요.” “어머. 그런가요.” 저 반응. 역시 아까 한 말은 진심이었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asfdgads //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BORNTOK // 제가 말을 좀 생략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게 또 튀어나왔네요. 문장 수정했습니다. NUMB3RS // 이 세상은 어차피 왕정 국가라 용사도 당연히 왕을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도 굳이 용사의 핏줄을 왕가에 넣으려고 한 건, 혹시 있을 반란에 용사가 가담하거나 용사가 다른 나라에 넘어가는 등의 행동을 막기 위함이죠. 그런데 공주가 구원과 결혼하면 사라의 후손인 용사들과 왕가는 둘 다 구원의 핏줄이라는 끈으로 묶이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용사 가문과 왕가는 당연히 더 친밀한 사이가 될 거고, 용사가 다른 나라로 넘어갈 가능성은 없어지는 거나 마찬가지. 반란같은 걸 일으킬 확률도 매우 줄게 된다. 라는 뜻으로 쓴 거였습니다. 디아나가 거기서 일일이 이런 교육까지 하면서 설명하는 건 이상할 것 같아서 말을 좀 줄였는데, 전달이 잘 안 된 모양이네요. 385==================== 던전 안에는 마신이? 그렇게 일단 당면의 위기를 넘기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당면의 위기만 넘겼을 뿐.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스스로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발을 집어넣은 꼴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모든 사람의 구원이라니. 이러다가 진짜로 해야 되는 거 아냐? 처음 만났을 때의 디아나처럼 어디 잠적이라도 해버릴까. 아니, 던전을 공략하라는 여신님의 말을 무시하고 그렇게 행동해버리면 여신님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으니까, 잠적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건 잘 알지만 말이야. 정말로 뭔가 방도를 생각해보지 않으면 안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모두를 구원하라니…. 실비아. 어떻게 생각해? 뭔가 좋은 수 있어?” “으아아…아우아…아아…우아아….” 품안에 있는 실비아에게 물어봤지만, 실비아는 녹아내려서 이상한 소리만 내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는 지금 이 휴게실에서 마틸다나 레이아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마틸다는 애초에 기도를 드리기 위해서 신전에 왔던 모양인지 예배당으로 향했고, 레이아 역시도 마틸다와 같이 기도를 드리러 갔다. 나와 실비아도 처음에는 짤막하게 기도를 했지만, 과연 사제 둘의 끝없는 기도를 따라할 수는 없었다. 애초에 난 여기 오기 전에는 무교였으니까, 기도가 익숙지 않다는 점도 있었고 말이다. 때문에 지금 여기서 실비아와 단 둘이 이러고 있는 거지만…아까부터 주위의 시선이 장난 아니게 따가웠다. 유명인이란 괴롭구나. 특히나 남정네들의 뜨거운 시선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차라리 저 시선들이 실비아를 향하는 거였으면…아니. 생각해보니 그건 그거대로 짜증날 것 같기는 하지만. 어찌됐든 저 시선은 무지막지하게 부담스럽다. 디아나는 로브를 뒤집어쓰지 않으면 매일같이 이런 시선을 받았다는 건가. 새삼스레 디아나에 대한 존경심이 샘솟았다. 아니. 디아나도 결국 가출했었지만 말이야. “하아…실비아….” 아무튼 이 부담스런 상황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고를 다른 쪽으로 집중시키는 거다. 이 장소를 벗어나는 게 제일이기는 하겠지만, 레이아와 마틸다를 두고 그럴 수도 없는 일이고. 나는 피부를 찌르는 것 같이 사방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잊기 위해, 더욱더 강하게 실비아를 끌어안고는 그 머리카락에 뺨을 비비면서 실비아 테라피를 즐기기로 했다. “아우…아, 아아아….” 실비아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손을 뻗고는 고장 난 기계처럼 손가락을 이상하게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이상한 소리를 흘려댔다. 음. 실비아는 오늘도 귀엽구나. 이 모습만 바라보고 있어도 치유되는 기분이다. 정작 실비아 본인의 기분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니. 분명 좋겠지. 애초에 내가 좋다고 매일같이 스토킹 하는 앤데. “저, 저기!” 하지만 행복한 실비아 테라피의 시간도 그다지 오래 가지는 않았다. 드디어 한 남자가 바라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내게 말을 걸어온 거다. “응?” “희망의 성자 구원님 맞으십니까?” “희, 희망의 성자?” “모르는 겁니까?! 저희 같이 마누라의 등쌀에 눌려 기죽어 사는 모든 남자들을 구원해주실, 세상의 빛이자 세상의 소금! 희망 그 자체이신 희망의 성자 구원님 말입니다!” 내가 의아해하자, 남자가 목에 핏대까지 세우면서 부르짖었다. 그 모습은 완전히 광신도나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남자의 그런 격한 반응에도, 주위 남성들은 오히려 동조하듯이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였다. 뭐야 이거. 무서워. “아, 아닌데요.” “네? 하, 하지만! 흑발 흑안의 엄청난 미남이라면….” “흑발 흑안이 뭐 그리 드문가요. 하지만 잘생겼다니 고맙습니다. 성자님은 저 같은 것보다 훨씬 미남이시겠지만요.” 남자도 내 외모에 대해 자세히 모르고 말하는 것 같아서, 나는 일단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아무렇게나 둘러댔다. “그, 그런가…하긴 댁도 미남이기는 하지만, 성자님께서는 그 정도 수준이 아니시겠지. 이거 실례했소.” 성자님 이 정도 수준 맞거든 새끼야. 잘 모르면서 씨불이지 마라. 라는 말은 당연히 할 수 없었고, 나는 웃으면서 남자를 보내줄 수밖에 없었다. “구원씨. 기도 끝났어요. 마틸다 추기경님도 저기서….” 레이아가 이 타이밍에 오지만 않았다면 완벽했을 텐데 말이야. 물론 우리 천사님을 원망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여, 역시 성자님이다!” “우와아아! 성자니임!” “레이아! 실비아! 튀자!” “꺄앗!” “흐엣?! 우아아아…!” 나는 그대로 레이아와 실비아를 각가 옆구리에 끼고, 마틸다가 있는 곳으로 탈출했다. 마틸다는 금남의 구역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다행이도 여기까지 오자 더 이상 그 성자 빠돌이들도 쫓아오지는 못했다. 사내새끼들이 나 좋다고 저렇게 쫓아오다니. 끔찍한 경험을 해버렸어. “뭐, 뭔가요, 당신들? 왜 그렇게 급하게….” 갑자기 들이닥친 우리 때문에 마틸다는 화들짝 놀란 모양이지만, 나는 그런 거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일단 마차로 가서 얘기하자.” 하지만 여기서 마차까지 가려면 또 그 광신도들이 있는 구역을 지나가야 한다. 어쩔 수 없지 변장을 할까. 물론 나만 변장한다고 다가 아니다. 레이아와 실비아도 나랑 같이 있는 게 들켰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둘 다 눈에 띄게 예쁘다보니 나가면 바로 주목을 끌 거다. 그래서 나는 모두에게 로브를 하나씩 줬다. 물론 내 로브 말고 나머지 로브들은 만약을 대비한 디아나의 스페어용 로브였기 때문에 사이즈가 조금 작기는 했지만. “구원씨. 이 로브, 가슴부분이….” 과연 천사님. 압도적이시다. 성장한 디아나도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지만 앞섶이 여며지기는 했는데. “…….” 실비아야 그러니까 자기 가슴 팡팡 치지 마라. 넌 너만의 매력이 있다니까. 안 그러더니 얘도 디아나한테 영향 받은 거 아냐 이거. 하여간 디아나도 참. 가슴 공격만 받으면 실비아를 찾아대니까 애가 이렇게 된 거 아냐. “그럼 마틸다는….” “뭐, 뭔가요? 어차피 얼굴만 가려지면 되는 거잖아요?” 마틸다는 그렇게 외치면서 부끄럽다는 듯 가슴을 가리기는 했지만, 그렇게 가린 손 사이로 보인 앞섶은 일단 제대로 잘 여며져 있었다. 과연 이걸로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우리 파티의 가슴 크기는 실비아 < 성장 전 디아나 < 사라 < 마틸다 < 성장 후 디아나 < 레이아 라는 것을 말이다. 아니. 뭐 애초에 다 만져봐서 알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야. 아무튼 조금 해프닝이 있기는 했지만, 우리는 로브를 뒤집어쓰고 무사히 마차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중간에 레이아의 가슴과 꼬리 때문에 들킬 뻔 했을 때는 식은땀이 흘렀지만 말이다. “하아…그래서. 결국 뭐였던 건가요?”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마틸다가 로브를 벗어던지며 말했다. “아니. 왠지 이상한 소문들과 같이 날 추종하는 무리들이 생겨난 것 같아서 말이야.” “아…그거 말인가요. 교황님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 도시만의 일이 아닌 모양이더군요.” “뭐,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교황청이 있는 수도에도 소문이 쫙 난 모양이에요. 당신이 세상의 모든 남성들을 구원해줄 거라는 소문 말이에요. 언제쯤이면 구원받을 수 있냐는 문의가 쉴 새 없이 몰려와서, 다들 꽤나 곤란한 모양이던데요.” “진짜냐….” 그래서 소피아 대사제님도 그렇게 적극적이었던 건가. “네. 교황님마저도 제게 언제쯤 구원이 가능할지 물어봐달라고 하셨어요.” 진짜로 퇴로가 완전히 차단됐잖아. 소피아 대사제님과의 대화로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스스로 발을 집어넣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허리까지 늪에 빠진 상황이었던 모양이다. “어쩌지. 구원 같은 거 할 생각 없었는데.” “그러니까 말을 조심했어야죠. 저도 일단 제 저주 해제를 우선시 하고 있다고 교황님께 둘러대기는 했지만, 그런 변명이 언제까지 효과가 있을 지는….” 아, 일단 마틸다도 변명을 해준 건가. 얘도 따지고 보면 교단 측이랑 같은 입장일 텐데. “진짜로 어쩌지. 일일이 봐주면서 교육 같은 건 절대 불가능하다고. 그런 짓을 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아, 안 돼요 구원씨!” 내 중얼거림에 천사님이 화들짝 놀라서는 그러지 말라는 듯 날 감싸 안고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괘, 괜찮아.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만이라도 그런 말은 하는 거 아니에요! 저도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같이 생각해볼 테니까요.” 혼나버렸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또 다독여주는 레이아는 역시 천사님이었다. “미안. 미안. 하지만 구원이라…. 진짜로 소피아 대사제님이 말했던 대로…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둘까.” 날 끌어안고 있는 레이아의 표정이 흐려지는 게 보여서, 나는 바로 말을 바꿔야했다. 애초에 그 교육이라는 게 제대로 될지도 의문이기도 했고. 그거잖아? 사제들한테 교육을 한다는 건, 직접 안아서 가르쳐주라는 거잖아? 게다가 사제들은 행위를 남한테 보이지 않으려고 하니까, 한 명 한 명 일일이 전부 안으면서 말이야. 일단 섹스하면서 정신 사납게 강의까지 하는 것도 힘들뿐더러, 그걸 사제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을 지도 의문이었다. 나한테 안기는 거라고? 제정신을 유지한 채 배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심지어 교육 담당은 복상사 방지를 위해서 낮은 레벨의 사제들이 맡는다면서. 내가 약자 태세로 레벨을 줄인다고 하더라도, 스킬 레벨이 낮아서 그런 낮은 레벨의 사제들이 버틸 수 있을 만큼 레벨을 줄일 수는 없었다. 애초에 쓸 일이 없단 말이지. 약자 태세. 일단 배우긴 배웠지만 말이야. 우리 애들은 다들 매력이 높아서 나랑 레벨 차이가 좀 나더라도 곧잘 버텨내고. 하지만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그냥 강당 같은 곳에다가 모아놓고 단체로 섹스하면서 강의….” “그런 파렴치한 짓 절대 용서 못해요! 당신은 여신님의 사자라고요! 여신님의 사자 주체의 단체 난교라니!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아니. 그, 죄송합니다.” 마틸다가 진심으로 화난 것 같아서 나는 바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쉬운 여자라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역시 추기경은 추기경. 여신님 관련 일로 화나면 은근히 무섭네. 원래는 성기사였다는 게 전혀 상상이 안 됐었는데, 방금 모습을 보니 드디어 조금 상상이 됐다. “구원씨. 조급해하지 말고 느긋하게 생각해봐요. 분명 뭔가 해결책이 있을 거예요.” 천사님이 꼬옥 안아주며 다독여준 덕분에, 나는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거시기 달린 광신도들한테 쫓긴다는 끔찍한 경험을 한 덕분에 나도 모르게 조금 조급해졌었던 모양이다. “응. 그래. 뭐, 정 안되면 올바른 성행위를 위한 교본 같은 거라도 쓰지.” …어? 별 생각 없이 대충 내뱉은 말이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이거 진짜 좋지 않아? 섹스 테크닉에 대한 설명을 어떻게 글로 풀어서 교본으로 만들지는 둘째 치고 말이야. 완벽한 전달력이 있는 글이 아니라면, 제대로 교본으로서 기능은 수행되지 않을 테고. 아니. 잠깐만. 차라리 글이 아니라 영상 같은 걸로 보여줄 수 있다면…! 나는 머릿속에 번개가 치는 것 같이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난 아직 본적 없지만, 분명 이 세계에도 영상을 녹화하고 재생할 수 있는 기술은 분명히 존재할 거다. 이 세계는 이방인들 덕분인지 아니면 마법 덕분인지는 몰라도, 중세라고 하기에는 묘하게 기술들이 발전해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그런 걸로 영상 기술이 있을 거라는 확신을 할 수는 없었지만, 영상 기술이 있을 거라고 추측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텔레포트 마법진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과 화상통화를 했던 그 수정구 말이다. 그런 기술이 있는데 그보다 더 간단한 녹화 기술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래! 영상 녹화 기술은 분명 있을 거야! 그 기술을 이용하여 내가 섹스하는 모습을 찍고, 그걸 통해서 직접 학습하도록 만들면…! 나는 스스로의 천재적인 발상에 기분이 고양됐다. 좋아! 집에 가면 당장…! …아.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이 계획에 중대한 결점이 있음을 깨달았다. 이런 망할! 같이 찍어줄 여배우가 없잖아! 우리 애들? 나는 몰라도 우리 애들의 알몸을 전 세계 사람들한테 보이라니! 그런 건 죽어도 안 돼! 급격히 들떴던 만큼 낙담도 컸고, 나는 오늘은 더 이상 그에 대해 생각하기를 그만두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86==================== 던전 안에는 마신이? “구원씨 왜 그러세요?” “으, 응? 뭐가?” “무우…뭐가가 아니에요.” 레이아는 일부러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이내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내 물건에 손을 뻗어 살며시 움켜쥐고는 천천히 위아래로 흔들어줬다. 이런. 레이아가 정신을 집중하는 동안 나도 잠깐 딴 생각을 한 것뿐인데, 어느새 레이아가 정신 집중을 끝낸 모양이다. 신전에서 돌아오고 시각은 어느새 밤. 나는 레이아와 함께 단 둘이 방에서 살을 겹치고 있었다. 전에 이어서 오늘도 구미호의 힘을 제어하기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레이아에게 이런 저런 봉사를 받는 중이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 한차례 레이아의 피부 위에 사정을 해서, 레이아는 그 정액이 흡수되는 것에 집중하느라 잠시 눈을 감고 있었다는 거다. 나도 그 동안 잠깐 딴 생각을 했고 말이다. “낮에 있었던 일, 어떻게 하면 좋을지 방법에 대해 아직도 고민하고 계신 건가요?” “아니. 레이아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냐.” 분명 그에 관련된 생각을 하기는 했지만, 아마 레이아가 짐작하고 있는 것과는 조금 내용이 다를 거다. 낮에 영상 관련 생각을 떠올린 이후로 난 계속 거기 꽂혀있었다. 몇 가지 조건만 클리어 된다면 정말로 완벽한 계획이 아닐 수 없었다. 제일 중요한 건 누구와 같이 영상을 찍을 것인가 인데 말이야. 아예 실제 사람이 아니라 인형을 상대로 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그것도 여러모로 뭔가 아닌 것 같았다. 영상의 가장 큰 특징은 생생함 아니겠어? 인형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여성의 신체 특징을 완벽히 재현해낼 수 있는 기술력이…뭐 이 세계라면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일단은 모르는 거다. 그리고 그게 해결 되더라도 역시 인형으로는 전달력이 떨어질 것 같았다. 내가 직접 여자 몸으로 설명하고, 그에 따라 여자가 느끼는 모습이 생생히 보여 져야 더 효과적일 거 아냐.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무엇보다 인형 상대로 혼자 여기저기 더듬고 끌어안고 허리를 흔들고 하는 건 너무 비참하잖아. 아무리 교육용 영상이라도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우리 애들 알몸을 보여주는 건 싫고. 아니. 그보다 일단 우리 애들도 거부할 거다. 아무리 우리 애들이 착하다곤 하더라도 말이야. 일단 레이아나 마틸다는 사제라는 직책상 고려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실비아는 내가 끌어안기만 해도 진동하는 애니까 교육용 영상에 나오기에는 너무 부적절하다. 그렇다고 해서 나 이외의 남자를 극도로 싫어하는 사라가 다른 놈들이 보기 위한 영상에 출연하려고 할 리가 만무하다. 마지막으로 남은 디아나조차 지고의 대마법사라는 프라이드가 있는데 그런 걸 찍으려고 할 리가 없다. 게다가 노출증이라는 성벽 상 그런 영상에 나오면 대체 어떻게 될지…. 아니. 애초에 디아나가 그런 영상에 나오면 난 마법사 협회의 누님들한테 맞아 죽을지도 몰라. 그런고로 나는 아직 영상에 관한 얘기를 우리 애들한테 꺼내지도 않고 있었다. “방법 아니라면…혹시 정말로 사제분들께 교육할 생각을 하시는 건….” “아, 아냐! 레이아는 내가 레이아랑 이러고 있으면서 그런 생각을 할 놈이라고 생각해?” 내 물건을 쥐고 있는 레이아의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기 때문에, 나는 황급히 변명을 했다. 물론 아이언 페니스가 발동되어 있는 내 물건에는 그냥 자극만 더해졌을 뿐이지만, 천사님이 드물게 화나시면 무섭단 말이지. “아, 그, 그런 건 아니에요. 죄송해요.” “아니야. 죄송할 게 뭐 있어. 나도 만약 레이아가 교육 같은 걸 한다고 생각하면 엄청 화날 텐데 뭐. 신경 쓰지 마. 그보다….” “으응…. 후훗. 네.” 내가 레이아의 가슴을 부드럽게 주무르자, 레이아가 천천히 상반신을 숙여서 내 물건을 가슴으로 감쌌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도 나는 레이아의 가슴에서 손을 떼지 않았다. 오히려 레이아의 나머지 한 손마저도 레이아의 가슴으로 뻗어서, 양손으로 그 가슴을 주무르며 스스로 내 물건을 압박했다. “그래서, 어때? 오늘은 뭔가 조금 진전이 있는 것 같아?” “으응…. 하읏. 아응…거길 꼬집으면…. 으읏…응…그러네요. 조금은….” “어? 정말로?” 솔직히 별 기대 안 하고 물어봤었던 거라, 레이아의 그 대답은 조금 의외였다. “으응…네. 피부로, 흐응, 흡수하는 건 많이 느려서…으읏…제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흐응…조금 속도를 늦출 수 있었던 것 같은…하읏.” “그럼 한 번 흡수량이 많은 상태에서 제대로 시험해봐야지.” 나는 레이아의 겨드랑이에 손을 끼워 넣고 그대로 일으켜 세워서 내 허벅지 위에 걸터앉게 만들었다. 물론 삽입을 하려는 건 아니다. 아무리 흡수량이 많은 상태에서 시험해본다고 하더라도, 피부 흡수에서 갑자기 삽입은 너무 진도를 건너뛰는 거니까 말이야. 마음 같아서는 입으로 빨아달라고 하고 싶지만, 그래서는 저번 밤에 내가 했던 행위들이 걸린다. 뭐, 나도 레이아와 키스를 하는 건 싫은 게 아니니까. 아니. 오히려 무척 좋으니까. 나는 레이아의 그 거대한 가슴이 내 가슴팍에 짓눌리도록 꽉 끌어안고, 그대로 키스를 했다. “하응…하앗, 하앗, 으읏…으음…쭙…하음…쪽.” 그러자 레이아도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 안고는 그대로 혀를 내 혀에 감아왔다. 평범한 인간 족과는 그 느낌이 확실히 다른 수인족 특유의 얇고 매끈매끈한 혀가 내 혀를 완전히 덥듯이 감싸서 움직여주는 그 감각은 언제 맛봐도 황홀했다. 특히 상대가 우리 천사님이니까 더욱더. 하지만 이번 키스는 그냥 즐기기 위한 게 아니니까 마냥 즐기고 있을 수만도 없었다. 나는 레이아와 키스를 하면서 자신의 생명력 게이지에 주목했다. 음…평소랑 크게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으음. 쪽…하음…으음…후으음….” 내 그런 생각과는 상관없이, 레이아는 나와 키스하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이거 혹시. 나는 일단 고개를 뒤로 빼서 레이아와의 키스를 잠시 중단했다. “으응…하아…구원씨?” 그러자 레이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살짝 몽롱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레이아. 키스하면서 정기 흡수에 집중해봤어?” “앗….” 내 질문에, 레이아는 살짝 시선을 피하면서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가련하시다. 목적도 잊고 키스에만 푹 빠진 게 상당히 부끄러웠던 건지, 레이아의 머리위에 쫑긋 솟아있던 귀가 아래로 축 쳐졌고 등 뒤의 꼬리도 안절부절 못하고는 괜스레 이리저리 흔들려댔다. “괜찮아. 이번에는 제대로 한 번 해보자.” 나는 그런 레이아의 머리에 손을 얹고 다독이듯 살짝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평소에는 머리를 쓰다듬으려면 귀 사이에 손을 얹고 손을 살짝살짝 움직이는 게 전부였지만, 이번엔 귀가 축 처져있는 덕분에 좌우로 크게 쓰다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레이아의 귀도 상당히 만지는 느낌이 좋단 말이야. 인간의 귀와는 달리 얇아서, 살짝만 건드려도 마치 종이처럼 쉽게 구부려진다. 나중에 한 번 제대로 가지고 놀아봐야지. “아음…구원씨…흐음…쪽.” 아무튼 지금은 키스가 우선이다. 나는 레이아와 다시 입을 맞추고, 생명력 게이지에 주목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렇다 할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여전히 생명력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속도로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이번에는 일단 레이아도 집중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야. 역시 그냥 기분 탓이었던 건가? 하긴, 그렇게 쉽게 될 리가…아니. 잠깐! 내가 포기하고 입을 떼려고 했을 때, 줄어들던 생명력 게이지에 변화가 나타났다. 여전히 줄어드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 그 속도가 조금씩 느려지기 시작한 거다. 그리고는 일정 수준까지 줄어드는 속도가 느려진 후, 이후에는 속도 변함없이 계속 그 속도로 생명력이 줄어들어갔다. “레이아! 성공이야!” “으음…하아…네, 네?!” “생명력이 주는 속도가 줄어들었어!” “아! 그, 그럼….” “그래. 이대로 계속 연습하다보면 언젠가는 완전히 조절할 수 있게 될 거야. 그러면….” “아…네에….” 레이아는 자신의 한 손으로 하복부를 감싸면서 정말로 행복하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레이아가 저런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 역시 행복해졌다. “그러면…이제는 키스로도 연습할 수 있는 건가요?” ……응? 그, 그야…. “…으, 으응….” 우리 천사님께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젠장. 생각해보니 그렇잖아. 아니. 레이아와의 키스가 싫다는 건 아니야. 당연히 아니지. 오히려 좋아. 좋지만 말이야…. “후훗.” 레이아는 계속 키스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게 기쁜 건지, 날 바라보면서 쿡쿡 웃기 시작하셨다. 그래. 우리 천사님이 이렇게 좋아하시는데. 가끔은 욕망에 몸을 맡기지 말고 이런 시간도 좋겠지. …뭐 가끔이 아니라 레이아가 완전히 제어할 수 있을 때까지 키스만 하고 지내게 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지. 내가 다시 레이아와 키스를 하려고 하자, 레이아가 손을 들어서 살며시 내 입을 가로막았다. “응? 레이아?” 그리고는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완전히 밀착하여 끌어안고 있는 자세 상, 레이아는 지금 내 물건 위에 걸터앉는 상태였다. 그 상태 상태에서 허리를 앞뒤로 흔드니, 당연히 레이아의 음부가 내 물건위로 마찰되면서 기분 좋은 쾌감을 선사해줬다. 음부와 내 물건의 봉부분이 마찰되면서 울려 퍼지는 질척질척한 소리가 흥분을 더욱 돋운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도 젖어있구나. 하긴, 아까 가슴을 그렇게 만져댔으니 당연한 거지만. “농담이었어요. 구원씨의 여기가…으응…이렇게 되어있는 데…키스만 하는 건 싫으시죠?” “아, 아니. 그런 건….” “구원씨. 솔직해지셔도 괜찮아요.” “아니. 정말로 키스가 싫은 건 아냐. 다만. 그….” “응…후훗. 알고 있어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아까처럼 내 가랑이 사이로 파고 들어가서는, 가슴으로 내 물건을 감쌌다. 일단 피부 흡수로도 연습은 되니, 아예 피부 흡수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하려는 속셈인 걸까? “키스로 연습이 된다면…이것도 마찬가지잖아요? 쪽.”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고 살짝 미소지었다. 새빨개진 얼굴 때문인지, 그 미소는 평소의 청순가련한 느낌이 아니라 조금 더 섹시하게 보였다. 그리고 레이아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서 내 물건 끝에 쪽하고 키스를 했다. 이, 이건! 그런 건가! 아무래도 나는 레이아의 천사다움을 조금 얕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레이아로서는 아마 이런 것보다 키스가 더 하고 싶었을 텐데. 대체 어디까지 천사님인 거야. “아음. 흐흠. 어애요? 기운 오아요?” 크윽. 그 입에 물고 말하는 거 엄청 기분 좋아. 게다가 올려다보며 살짝 눈웃음 짓는 것 까지. 남자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는 지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신다. 게다가 그런 와중에도 제대로 신경을 쓰고 있는지, 평소 입으로 해줄 때 보다 생명력이 줄어드는 속도가 꽤나 느렸다. 나는 대답하는 대신 레이아의 가슴을 움켜쥐었다. 나만 기분 좋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으음! 후훗…으음…쭙.” 레이아도 내가 충분히 기분 좋다는 걸 알아들은 건지, 혀로 내 물건 끝을 낼름낼름 핥으면서 그대로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뿌리부터 중간까지는 그 거대한 가슴으로 제대로 감싸서는 꾹꾹 압박해왔다. 가슴과 입의 환상적인 콜라보에, 나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슬슬 신호가 왔다. 어차피 정액을 통해 흡수하면 더 연습이 되는 거니까, 상관 없잖아? “레이아!” “에. 엉에은…으음. 쭙. 아여오…흐음! 으음….” 레이아는 내 물건에서 입을 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입술을 더 꽉 오므려서 정액이 한 방울도 새어나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꿀꺽꿀꺽하고 목을 울려가며 전부 삼켰다. “하앗…기분…좋으셨나요?” “응! 그래서 말인데 레이아!” “네, 넷?!” 레이아는 내 기세에 놀란 건지, 깜짝 놀라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귀여우시다. “이 정도라면 삽입해도 구미호상태가 안 될 수 있지도 않을까?” “…후훗. 그냥 구원씨가 하고 싶은 게 아니고요?” “네! 실은 그냥 제가 하고 싶어요!” 우리 천사님이 이렇게 해주시니 삽입까지 하고 싶어지는 건 당연하잖아! “구, 구원씨도 참…좋아요.” 레이아는 곱게 눈을 흘기면서도 내게 져주셨다. 사랑해요 천사님! “그럼 곧 바로!” “구, 구원씨. 그렇게 서두르지 않으셔도…으으응!” 그리고 삽입과 동시에, 레이아의 눈이 빛나며 꼬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 역시 변신까지 억제하는 건 아직 무리였나. 그래도 뭐, 어쩔 수 없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87==================== 던전 안에는 마신이? 오늘도 일찍 눈을 뜬 나는 품에 있는 레이아를 끌어안고는 그 포근한 감촉을 즐겼다. 우리 애들은 하나같이 다들 끌어안는 맛이 있단 말이야. 게다가 심지어 전부 그 느낌이 다른 방향으로 훌륭했다. 레이아같은 경우는 한없이 부드러우면서 포근한 느낌으로, 이렇게 끌어안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가슴팍을 부드럽게 짓눌러오는 이 뭉클한 감촉은 사람에게 무한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행복하다. 어젯밤에도 최고였고. 뭐, 도중에 내가 너무 보챈 바람에 구미호의 힘을 다루는 훈련은 흐지부지 되어버렸지만, 어차피 훈련이야 천천히 하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나뿐만 아니라 레이아도 분명 기분이 좋았을 거다. 구미호 상태에서 그렇게 허리를 돌려댔는걸. 기분 좋지 않았을 리가 없다. “으음….” 레이아의 긴 금발을 쓸어내리면서 평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자, 레이아가 곧 눈을 떴다. “……아아….” “잘 잤어?” “네, 네에…안녕히 주무셨어요?” 응? 뭔가 반응이 석연치 않은데? “레이아? 왜 그래?” “네? 아, 아무것도…아니, 그게….” 레이아는 말을 얼버무리려다가, 이내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는지 말을 고쳤다. 하지만 역시 말을 꺼내기는 힘들다는 듯, 머뭇거리면서 제대로 입을 열지는 않았다. “레, 레이아? 설마 어젯밤에 기분 안 좋았다든가….” “네에?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기분 좋았어요! 엄청…! 저, 정말…이상한 말 하게 하지 마세요. 구원씨도 참….”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을 붉히고는 꼬리를 위아래로 흔들어 내 허벅지를 찰싹찰싹 부드럽게 내리쳤다. 가련하시다. 뭐, 그건 언제나 그러니 그렇다 치고. 아무튼 다행이다. 혹시 나 혼자 신났던 건줄 알고 식겁했네. 하지만 그게 아니면 뭘까? 분명 어제는 서로 기분 좋게 섹스를 하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막 일어난 레이아가 이런 태도를 보일 이유가 없을 텐데? “저…구원씨. 실은 구원씨께 할 말이 있어요.” “응? 할 말? 무슨 말인데 그래?” “그게…실은 어제 구원씨의 얘기를 듣고 나서 저도 짐작 가는 바가 하나 있어서요.” “어제 얘기라니?” “그 용사씨에게서 들었다는 얘기요. 과거에 마신이 세계를 다스렸다는 얘기.” 그리고 레이아가 꺼낸 얘기는 내 예상을 벗어난 얘기였다. 그 얘기에 레이아가 짐작 가는 바가 있다고? “하지만 그게…구원씨. 얘기를 하기도 전에 이런 부탁을 하는 게 치사하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약속해주실 수 없을까요? 제 얘기를 들어도, 제발 절 싫어하지 말아 주세요.” 레이아는 내게 미움 받는 게 세상 그 무엇보다도 두렵다는 듯이, 무척이나 겁먹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걱정 마. 무슨 얘기인지는 몰라도 내가 레이아를 싫어하게 될 일 따윈 절대 없을 거야.” 나는 그런 레이아의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서 얼굴을 풀어주고는,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 내가 좀 변덕스런 놈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 마음만큼은 절대 변치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도 그렇잖아. 우리 천사님을 어떻게 싫어하겠어. “…그게 말이죠. 실은 제가 구미호 상태가 됐을 때 정기를 흡수하는 건, 성욕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정기를 흡수하기 좋은 상태가 되기 위해 몸이 준비를 하느라 성욕이 강해진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뭐, 그거야 알 것 같다. 애초에 처음 구미호로 변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레이아는 무작정 섹스를 하려고 덤벼드는 게 아니라 내 정기를 흡수하는 데 주력하려고 했었으니까. 단순히 키스나 펠라로 말이다. 그냥 성욕이 늘어난 거였으면 일단 삽입하고 봤을 거다. “그리고 구미호 상태에서 정기를 흡수하는 이유는…바로 상대를 죽이기 위해서 에요.” “으, 응?” “부탁이에요. 구원씨. 제발 싫어하지 말아주세요. 전, 전….” “자, 잠깐. 내가 레이아를 싫어하게 될 리 없잖아. 괜찮아. 절대 그럴 일 없어. 그러니까 진정하고 차분히 설명해봐.” 레이아의 그 겁먹은 것 같은 태도에, 나는 황급히 레이아를 다독여줬다. “그게…그러니까…예전에 구원씨가 다독여준 덕분에 그동안 일부러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어제 얘기와 어젯밤 행위로 다시 생각나 버렸어요. 요즘은 그런 마음이 전혀 안 들게 되기도 했고….” 응? 예전에 내가 다독여줘? 대체 언제? …아. 그러고 보니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한 번 레이아가 갑자기 섹스 후 시무룩해져서 괜찮다고 해준 적이. 그러고 보니 그때가 분명…구미호로 변하고도 레이아의 기억이 처음으로 남아있었을 때였던가? 그러니까 그때 레이아는 구미호로 변하고 자신이 살의를 품었다는 걸 깨달아 풀죽었었던 거다. 난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다독여줘서 레이아가 그걸 극복할 수 있었던 거고. “잠깐. 그러니까 정기흡수는 구미호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게 아니라….” “아뇨. 일단 제가 살아가기 위해서 정기 흡수가 필요하긴 한 것 같아요. 하지만 단순히 살아가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많이 정기를 흡수할 필요는 없죠. 정기를 그렇게나 흡수한 이유는 상대를 죽이기 위함이에요. 제 구미호 상태가 풀리는 것도 정기를 충분히 흡수해서 만족했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단순히 흡수할 수 있는 허용치를 넘어서 버려서 더 이상 흡수하지 못하고 구미호 상태가 풀려버리는 거예요.” 그렇게 들으니까 뭔가 섬뜩했다. 처음부터 죽이기 위해 정기를 흡수하는 거였다니. 아니. 그야 난 절대 안 죽으니까 별 상관없는 문제지만 말이야. 그래. 겁먹을 거 하나도 없다. 괜히 내가 겁먹는 것 같으면 레이아만 맘이 불편할 테니까. 나는 오히려 별 일 아니라는 듯이 행동하기로 했다. “어차피 난 죽을 일 절대 없으니까 별로 상관없는 얘기네. 그리고 레이아도 나만 상대할 테니까 더더욱.” “…구원씨…정말 고마워요.” 레이아도 내가 그렇게 말을 한 이유를 안다는 듯이, 감격에 찬 얼굴로 날 끌어안았다. “뭘 이정도 쯤이야.” “정말 사랑해요…. 그래서 제가 이 얘길 꺼낸 이유는요. 아마 제 종족인 구미호도 그 마신 시대의 종족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이런 거라도 뭔가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아, 그런가. 얘기가 그렇게 되는 건가. 전쟁신이 지배하던 시대는 분명 싸움으로 레벨 업을 하는 시대라고 했다. 즉, 일반적인 게임처럼 상대를 죽여야 경험치를 얻고 레벨 업을 한다는 거다. 그렇다면 구미호로 변했을 때 상대를 죽이고 싶어지는 것도 납득이 가는 설명이다. 즉, 레이아 역시도 전쟁신 시대의 종족이라는 얘기가 되는 건가. 구미호라는 종족 특성이 워낙 여신님의 세계와 잘 어울려서 그런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성행위에 관한 종족이잖아. 어떻게 전쟁신이랑 연관을 지어서 생각할 수 있었겠어. 어, 잠깐만. 그러고 보니 그렇게 되면 또 하나의 의문이 풀려버리네. 바로 레이아가 처녀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레벨이 꽤나 높았던 이유 말이다. 만약 사라가 전투로 경험치를 많이 얻는 게 용사의 특성이 아니라, 종족 특성이라고 한다면? 그야 용사 스킬인 ‘용사의 혈통’ 덕분도 있겠지만, 그뿐 아니라 그냥 전쟁신 시대의 종족 자체가 여전히 전투를 통해 레벨을 많이 올린다면. 그렇다면 레이아가 처음부터 그 레벨이었던 게 설명이 된다. 나와 만나기 전에 성행위를 시도하려다가 죽었다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죽임으로서 레벨이 올랐다는 거다. 분명 대사제도 죽었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레벨이 한 번에 그렇게 확 오른 것도 이해가 된다. 아무래도 이 얘긴 레이아한테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지만. 물론 그때 한 번 가지고 레이아가 전투로 레벨이 오른다고 확신하는 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또 한 가지 의혹이 있었다. 레이아가 전투로 레벨이 오른 게 그때뿐만이 아닌 것 같다는 의혹이. 우리 애들 중 100레벨을 가장 먼저 찍은 게 레이아였으니까 말이야. 그때도 조금 의아했지만 한 번 섹스할 때마다 많이 해서 그런 거라고 스스로는 납득시켰었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레이아는 보통 전투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딱 한 번 직접 전투에 관여한 적이 있었다. 바로 개미굴에서 실비아가 크게 다쳤을 때. 그땐 후위고 뭐고 없던 상황이라, 레이아도 다가오는 개미들을 쳐내면서 직접 전투에 가담했었을 거다. 그렇다면 전부 제대로 설명이 된다. 역시 레이아도 전투로 레벨이 오르는 거야. 아무튼 그렇게 따지면, 내 곁에는 전쟁신 시대의 종족이 둘이나 있다는 얘기가 되어버린다. 마인인 사라와 구미호인 레이아. 잠깐. 그러고 보니 전에 여신님이 분명…. “레이아. 요즘은 죽이고 싶단 마음이 안 든다고 했지.” “네. 정말이에요. 믿어주세요.” “그럼. 믿지. 그래서 말인데. 그 마음이란 건 서서히 사라진 거야? 아니면 어느 순간 갑자기 확 사라진 거야? 만약 후자라면 언제 그랬는지 알 수 있을까?” “네? 그러니까 그게…분명 사도 임명을 받고 나서….” 역시나. 구미호 상태에서 이성을 완전히 유지할 때도 딱 사도 임명을 받은 직후부터였다. 그리고 여신은 분명 용사와 구미호, 그러니까 사라와 레이아에게 사도 임명을 내린 것을 칭찬했었다. 디아나는 쏙 빼놓고 말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디아나와 한 것도 칭찬하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무한한 생명을 얻은 것을 칭찬하는 거였다. 그때부터 사라와 레이아만 따로 언급하며 사도 임명한 것을 칭찬하는 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이제야 그 이유가 확실해진 거다. 둘 다 전쟁신 시대의 종족이었기 때문에 칭찬을 했던 거다. 거기까지 생각을 미치자, 내 머릿속에 또 한 가지 가설이 떠올랐다. 흔히 있는 얘기다. 모든 종족의 대표들이 다 같이 모여서 기도를 드리면 신이 지상에 강림한다든가 하는 얘기 말이다. 그러니까 내 역할이란 게 혹시 전쟁신 시대의 종족들을 찾아 모아서 던전 가장 깊숙한 곳에 데려가는 거라든가, 뭐 그런 건 아니겠지? 사도 임명이 종족 대표로서 낙인을 찍는 행위라든가 그런 것일 가능성마저 있다. 그렇게 함으로서 마신이 잠에서 깨어나고, 나는 그 마신을 마무리 하는 거다. 젠장. 그럼 내가 어제 예상했던 것보다 더 사태가 심각해질 수도 있단 거 아냐. 마신을 상대해야하는 건 전혀 변함이 없는데다가, 사라뿐만 아니라 레이아까지 위험해질 가능성이 생겨버렸다. 보통 이런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면 마신을 깨운 각 종족의 대표는 마신의 지배를 받아서 우리와 적대하게 된다든가, 그대로 마신에게 생명력을 빼앗겨버린다든가 하는 얘기가 클리셰같은 거잖아. 망할. 나 진짜로 여신님을 믿고 있어도 되는 거야? “구원씨?” 하지만 눈앞의 천사님은 분명 여신님을 무조건 신뢰하겠지. 이렇게 된 이상 내가 정신 똑바로 차릴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사라와 레이아가 위험에 처하는 일은 막고 말겠어. “레이아. 걱정 마. 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지켜줄 거야.” “고, 고마워요. 그보다 용서해주시는 건가요? 제가 지금까지 이런 중요한 얘기를 숨기고 있었던 걸….” “용서하고 말고 할게 뭐있어? 어차피 레이아도 이렇게 전쟁신과 연관된 얘기일 거라고는 전혀 몰랐던 거 아냐? 게다가 난 어차피 섹스로 죽을 일이 절대 없으니까 더 얘기할 필요가 없었고. 난 전혀 신경 안 써.” “구원씨…정말 고마워요. 구원씨를 만난 게 저에게 대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분명 여신님의 인도시네요.” “응. 나도 레이아를 만난 건 크나큰 축복이라고 생각해. 사랑해.” 진짜로 여신의 인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서 문제이기는 하지만. 아니. 그때 여신의 발언을 생각해보면 내가 우리 애들을 만난 건 우연이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이젠 그때 여신의 태도마저도 조금씩 의심되기 시작했다. 혹시 그때 그 말과 행동이 전부 연기였다면? 그래. 생각해보니 여신치고는 너무 어리숙해보였어. 여신 주제에 내가 게임 설치 시에 나온 계약서인지 뭔지를 안 읽었다니까 시무룩해지기나 하고. 사실 게임 설치할 때도 계약서 같은 거 없었던 거 아냐? 사도 임명을 하기 위해선 사랑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랑하는 사람을 제물로 마신을 잠에서 깨워야 한다면, 미친놈이 아닌 이상 이 세계에 오려고 할 리가 없다. “구원씨…. 저도 정말 사랑해요. 으음…. 쪽.” 물론 그런 복잡한 속내는 전혀 들키지 않도록 하면서, 나는 입안에 들어오는 레이아의 혀를 부드럽게 맞이해줬다. “어머? 움직였어요.” 그야 움직이지. 머릿속이 아무리 복잡하더라도, 천사님과 알몸으로 연결된 채 이렇게 끌어안고 키스하고 있으면 하반신은 자연히 반응하는 법이다. 이거 내가 이상한 거 아니지? 남자라면 정상이지? “그…참기 힘드시면 식사하러가기 전에 한 번 더 할까요?” 그 이후로는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 그래! 했다! 심각한 생각 하고 있었으면서 욕망에 몸을 맡겼다! 천사님이 저렇게 꼬드기시잖아! 어떻게 거부를 해! 전부 우리 천사님이 너무 요망하신 게 잘못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인라이 // 헉…. 어디 다치시는 데 없이 잘 다녀오시기 바랍니다. 388==================== 4계층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서 오늘은 던전에 가기위해 길드로 왔다 일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든,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일단 6계층까지는 별 일이 없을 거란 확신도 있었고 말이다. 여신이 영원한 생명을 얻은 걸 칭찬한 걸 보면, 딱히 시간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되고. 우선은 레이아의 스킬 쿨 타임이 돌아올 때까지 던전을 다니면서 스스로의 힘을 키우자. 나는 그렇게 결심했다. 아, 참고로 내 의혹에 대해서는 다른 애들한테 딱히 얘기하지 않았다. 저번 반응을 봐선 다들 여신님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것 같았으니까 말이야. 심지어 디아나마저도 그러니, 뭔가 더 단서가 생길 때까지 괜히 말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애초에 여신님이 뒤통수를 때릴지도 모른다는 건 어디까지나 그럴 가능성도 생각해둬야 한다는 정도로, 나도 증거라곤 하나 없이 심증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고. 그렇게 여느 때처럼 파티 인원을 보고하고, 우리는 곧장 던전에 들어왔다. 왠지 레이첼 누님이 기대에 찬 눈으로 날 쳐다봤던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또 여기부터인가요?!” 그리고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여 3계층에 들어오자마자, 마틸다가 살짝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 뭐, 그 기분은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게다가 마틸다는 던전에 익숙하지 않으니 말이야. 던전과 지상의 마나의 기운부터 다르다는 디아나의 설명을 듣고 난 이후라, 마틸다의 이런 모습이 더 이해가 갔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다면 그냥 안 따라오고 저택에서 쉬고 있으면 될 텐데. 그건 또 싫은 건지 던전에 갈 때마다 따라온단 말이야. “어쩔 수 없잖아. 모험가 카드에 4계층에 있는 텔레포트 지점을 아직 등록 못 했으니까. 자, 가자. 이번에는 4계층 사냥이 목적이니까, 전보다 더 서둘러서 갈 거야.” “우우우….” 마틸다는 내게 등이 떠밀려서, 결국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축 처진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는 며칠간의 탐험 끝에 3계층의 주인이 있던 방에 다시 도착했다. 아슬아슬하게 타이밍이 맞았던 건지, 아니면 리젠되자마자 다른 모험가 파티가 처리해버린 건지 그곳에 별다른 몬스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슬슬 리젠될 때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뭐, 리젠됐다고 하더라도 다시 잡아버리면 그만이지만 말이지. 별로 어려운 상대도 아니고. “어, 그러고 보니 안 보이네 거대 마석.” “음? 자네는 몰랐는가. 던전은 그 지형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성질이 있다네. 때문에 한 번 만들어진 지도가 계속 유용한 게지. 거대 마석 역시도 그 원리에 따라 다시 빙하에 파묻힌 것이네.” 과연. 하긴 거대 마석이 계층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모양이니까. 지형 유지도 마법으로 어떻게 되는 건가. “그보다는…자, 저기가 바로 4계층으로 통하는 통로일세.” 디아나가 가리킨 곳은 원래 계층의 주인이 있던 바로 그 자리. 계층의 주인의 잠자리인지 나뭇가지들이 모여 있는 그 아래에,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래로 향해 뚫려있는 통로가 보였다. “…물로 막혀있는데.” 그리고 그 통로를 따라 어느 정도 걷다보니, 통로가 물로 막힌 곳에 다다랐다. 설마 여기로 잠수해서 빠져나가야 되는 건가? “음. 당연하지 않은가. 4계층은 전체가 물이니 말일세. 바넷사가 챙겨준 물건 중 작은 가방이 있을 걸세. 그걸 꺼내보게.”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받았었다. 나는 디아나가 시키는 대로 인벤토리 안에 넣어뒀던 가방을 꺼내 그 내용물을 살펴봤다. “뭐야 이거.” “처음 보는 물건이네요. 어디에 쓰는 걸까요?” 사라도 살짝 가방 안을 엿보더니,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난 사라처럼 정말 몰라서 물은 게 아니었지만 말이야. 뭐냐고 한 건 정말로 어디 쓰는지 몰라서 말한 게 아니라, 진짜로 이런 걸 쓰는 거냐는 뜻으로 말한 거였다. 왜냐하면, 가방 안에는 군대에서나 보던 방독면 같이 생긴 게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게 있다면 정화통이 없다는 점과 이마부분 한가운데에 마석이 박혀있다는 점, 그리고 그 색이 투명하다는 점뿐이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방독면이라기보다는 그냥 투명한 마스크라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하여간 군대는 사람을 버려놓는 다니까. 아무튼 물속에 들어가야 되는 생황에서 이렇게 생긴 걸 보여준 거다. 그러면 대충 쓰임새도 짐작이 가잖아?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도록 해주는 마법구일세. 이런 것 없이 이 몸이 마법으로 직접 해줄 수도 있기는 하네만, 던전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말일세. 이왕이면 도구를 쓰도록 하세. 일정 주기마다 마석을 갈아줘야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던전 안에서라면 그 단점도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니 말일세.” “잠깐만. 디아나.” “음? 뭔가?” “그러니까 4계층이 물이라는 건, 그냥 여기저기 물로 뒤덮여있다는 게 아니라 진짜 물속이라는 얘기였어?” “그 말대로일세. 이 몸은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했다고 생각하네만.” 진짜냐. 나 혼자 착각하고 있었던 건가. “아무튼 그런 거니 다들 이 마법구를 장착하게. 아, 참고로 4계층은 그 특징상 서로간의 대화가 힘드네. 다들 각별히 주의하게나.” 디아나의 설명을 듣고, 우리는 다들 각자 그 마법구를 착용했다. 군대에서 썼던 방독면처럼 안면을 꽉 조여 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 막상 착용해보니 착용감은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그 투명한 재질 덕에 우리 애들의 미모가 가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얼핏 보면 그냥 맨 얼굴 상태에다가 이마에 보석만 박혀있는 걸로 보일 정도였다. 역시 판타지 세계. 기술력이 장난 아니란 말이야. “이걸로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건가. 그럼 가볼까?” “네.” 그렇게 다들 마법구를 착용하고, 우리는 물속으로 들어갔다. 통로를 헤엄쳐나가자, 어느 순간 탁 트인 공간으로 나가게 됐다. 이 광경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마치 심해 속으로 스쿠버다이빙을 한 것 같은 기분이다. 앞뒤좌우위아래 어디를 둘러봐도 끝없이 물로 채워져 있었다. 다만 다른 계층과 마찬가지로 이 계층 역시 어딘 선지 모르게 빛이 들어와서 주변은 환히 보였다. 뭐, 그래봤자 물 속이다보니 시야가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내가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뒤를 돌아보니 사라가 입을 뻐끔뻐끔 거리면서 뭔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그곳에는 상어처럼 생긴 몬스터 몇 마리가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4계층에 오자마자 바로 이거냐. 뭐, 그래봤자 우리 파티의 실력이면 아무리 4계층이라고 하더라도 일반 몬스터 상대로 고전하지는 않을 거다. 나는 별 긴장감 없이 곧바로 상어 쪽을 향해 헤엄쳐나갔다. 그리고 그 사이에 사라는 녀석들을 향해 화살을 날렸다. 물속이기 때문에 기파로 된 사라의 화살이 더욱 확실하게 보였는데, 묘하게 평소보다 그 위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일까?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기파로 된 화살은 상어들에게 별 다른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데미지를 주기는 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상어의 피부에 생채기를 낸 정도로 끝났으니까 말이다. 물론 사라가 화살에 마나를 실은 것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공격이었다고는 하지만 이 결과는 조금 충격적이었다. 3계층에서 평타만으로 무자비하게 몬스터들을 학살하고 다녔던 사라인데. 안 그래도 4계층으로 내려오면서 몬스터들의 방어력이 강해졌는데, 저항이 강한 물속이라는 점까지 겹쳐서 저런 결과가 나온 모양이다. 그리고 공격을 받은 상어들은 가까이 있던 나에게 사라에게로 곧장 타겟을 옮겼다. 이런! 이렇게 되면! 나는 곧장 성자의 전력을 사용하고 팔다리를 뻗어서 옆을 스쳐지나가는 상어들을 건드리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아무리 높아진 스펙을 바탕으로 하더라도, 여기는 물속. 지상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했다. 한 마리는 가까스로 건드리는데 성공했지만, 그뿐이었다. 나머지 놈들은 내 옆을 유유히 빠져나가서는 곧장 사라에게 향했다. 사라! 나는 들릴 리 없는 외침을 외치며 곧바로 놈들을 따라가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일단 물속에서 물고기 놈들 보다 빨리 헤엄친다는 것부터 불가능할뿐더러, 유일하게 내게 닿은 상어 한 마리가 집요하게 날 괴롭혔기 때문이다. 나는 얼른 녀석을 정리하기 위해 주먹질을 해봤지만, 그마저도 데미지는 별로 나오지 않았다. 물론 내 무투가 레벨이 낮은 것도 영향이 없진 않겠지만, 무엇보다 발을 땅에 디디지 않고 있다 보니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는 거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지금은 우리 애들도 말려든다든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내가 나머지 놈들의 어그로를 먹기 위해서 성역 선포를 쓰려고 했을 때, 갑자기 놈들이 있던 곳의 주변에 화악하고 동그랗게 공기가 생겨났다. 바로 디아나의 마법이었다. 갑자기 공기 중으로 몸이 내던져진 놈들은 중력의 힘에 따라 그대로 아래로 추락했고, 덕분에 사라를 습격하는 건 한 차례 늦출 수 있었다. ‘자네 뭘 하는 겐가! 집중하게!’ 마법인지 머릿속으로 디아나의 그럼 외침이 생생하게 들려왔다. 그런가. 바람마법을 저런 식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건가. 나도 마음만 먹으면 바람의 정령을 이용하여 저렇게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면 제대로 모든 몬스터의 어그로를 끌 수 있었을 테고, 처음부터 이렇게 애먹을 리도 없었는데. 너무 안일했다. 자책하는 마음은 들었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우선은 눈앞의 적들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다.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제대로 성역선포의 영역을 조절하여 상어들만이 범위 안에 들어오도록 한 후 발동했다. 그러자 상어들이 내 주변으로 몰려왔지만, 이번에는 아까처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허우적거리지는 않았다. 방금 디아나가 시범을 보인 대로 바람의 정령을 이용하여 놈들의 진행 경로에 공기를 만들어냈다. 내 몸 주변을 전부 공기로 감싸는 것도 잠깐 생각해봤지만, 그러면 아까 전에 봤던 상어들처럼 나도 바닥으로 추락하여 다시 물속에 잠길 뿐이다. 그러니 이렇게 놈들의 진행 경로를 막는 게 최선이었다. 하지만 몇 번 그렇게 진로 방해를 하다 보니 놈들도 슬슬 익숙해졌는지 점프하듯 공기로 찬 공간을 뛰어넘기 시작했다. 뭐, 아직 난 바람의 정령을 다루는 게 익숙하지 않으니 말이야. 게다가 마나 문제도 있고. 이렇게 적절하게 상어들의 진로를 틀어막는 것만으로도 칭찬받을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그렇게 점프하듯 공기로 된 공간을 뛰어넘어서 내게 다가온 놈들은 속도가 꽤나 줄어있었기 때문에, 몸을 가누기 힘든 물속에서도 그럭저럭 공격을 피해낼 수 있었으니 아무 문제 없었다. 물론 이 상태로는 나도 변변히 공격을 하지 못하게 되기는 하지만,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요즘 파티에서 내 역할은 탱커니까 말이다. 이렇게 어그로만 잘 끌고 있어줘도 나머지가 알아서 잘 해줄 거다. 내 기대에 부응하듯 곧바로 마나를 가득 싫은 기파의 화살이 날아와 상어의 몸을 꿰뚫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디아나가 큼지막한 마법을 완성한 듯, 상어들 주변의 조류가 급변했다. 마치 소용돌이치듯이 급속도로 움직이는 물의 흐름은 그 안에 있는 상어 떼의 몸을 갈가리 찢어 놨다. 드디어 끝난 건가. 대체 일반 몬스터들 상대로 이렇게 고생한 게 얼마만인지. 3계층의 주인을 손쉽게 처리해서 자신만만하게 들어온 우리에게 던전이 얕보지 말라고 경고를 한 것 같은 싸움이었다. 그리고 싸움이 끝나자마자, 디아나가 모이라는 듯 손을 까닥까닥 움직였다. 나와 사라가 다가가자, 디아나가 바로 우리의 머리 주변에만 이어지도록 크게 공기를 만들었다. “자네. 처음 그 대처는 뭔가? 사라양도, 처음 본 몬스터 상대로 전위가 주의를 끌기 전에 선공을 가하다니. 무슨 생각을 하는 겐가!” “미안.” “미안해요. 디아나.” 오랜만에 듣는 디아나의 꾸중에, 우리는 그렇게 사과하는 것 말고는 할 말이 없었다. “요즘 쉬운 몬스터들만 상대했다고 해서 너무 풀어진 것 아닌가? 던전 탐험은 장난이 아닐세.” 확실히. 그건 부정할 수 없었다. 요즘 싸운 몬스터들은 거의 다 한 방 거리였으니 말이야. 나도 방금 일반 몬스터한테 고전한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단 생각을 했을 정도니. 너무 풀어졌어. “미안. 앞으로 주의할게.” “저도요. 너무 안일했어요. 앞으로 주의 할게요.” “음. 자네도 사라양도 하려고 마음 먹으면 할 수 있는 자들 아닌가. 좀 더 신중하게 주의를 기울이면 4계층의 몬스터들 상대로도 그다지 고전하지 않을 걸세. 일반몬스터들의 능력 자체는 3계층의 초월종과 비슷한 수준이니 말일세.” 크흑. 꾸중했다가 다독여주는 우리 디아나 할머…누나의 섬세한 마음씀씀이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보다 다른 자들은 대체 왜 안 오고…아.” “응?” 디아나의 시선이 향한 곳을 바라보니, 맥주병 세 명이 열심히 허우적거리면서도 밑으로 밑으로 가라앉고 있는 중이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89==================== 4계층 그래서 우리는 현재 4계층의 밑바닥에 두 발을 대고 서있었다. 참고로 아까처럼 디아나가 우리의 머리 주변을 잇듯이 공기를 만들어줘서, 지금은 대화가 가능했다. “이 사태는 아무리 이 몸이라도 예상을 못했구먼. 설마 파티원 중 절반이나 수영을 못 할 줄이야….”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맥주병 셋을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봤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레이아와 마틸다를 매서운 눈초리로 노려봤다. 디아나 이 녀석 절대 얘들이 맥주병이라 화내고 있는 게 아니야. 중간에 있는 실비아를 거쳐 갈 때마다 미묘하게 눈매가 상냥해지는 걸 보니 확실하다. 뭐, 확실히 엄청난 광경이기는 하지만. 금속갑옷을 입은 실비아나 가죽 갑옷을 입은 사라와는 다르게, 레이아와 마틸다는 수녀복 차림이다. 그렇다곤 하나 아쉽게도, 정말 아쉽게도 옷에 방수 코팅처리를 해놨기 때문에 젖어서 몸에 딱 달라붙거나 하는 광경은 볼 수 없었다. 다만, 부력의 힘에 의해서 뜨는 거다. 특정 부위가. 젖진 않았다곤 하더라도 천 옷이다. 특히 레이아의 수녀복은 몸에 딱 달라붙도록 내가 개조해놨었던 덕분에, 부력에 의해 잔잔하게 출렁이는 가슴이 너무도 눈에 띄었다. “우우…죄송합니다.” “죄, 죄송해요…. 실은 물속에 들어오는 건 처음이라….” 실비아는 짐이 돼버린 게 너무도 면목 없다는 듯이 죽을상을 하고 고개를 숙였고, 레이아는 두 손을 모은 채 배 앞에서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면서 사과를 했다. 천사님 그러지 마세요. 그러니까 가슴이 더 강조 되잖아요. 물론 나야 보기 좋지만, 슬슬 디아나의 표정이 울 것 같이 변했다고. “그, 그래요! 어쩔 수 없잖아요! 지금까지 바다 근처엔 가본적도 없는 걸요!” 그리고 그렇게 당당하게 강한척하는 마틸다 역시도, 미안하긴 한 듯 시선을 우리에게 제대로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3계층에서 이어졌던 통로는 어떻게 빠져나온 거야.” “그, 그거야…이렇게 벽을 집고요….” 내 말에 레이아가 뭔가를 잡듯이 손가락을 살짝 구부리고 기어오르듯 양손을 휘저었다. 우와 가슴의 현란한 무브먼트가…! 이대로라면 진짜로 위험해! 나는 더 이상 디아나가 상처받기 전에 얼른 디아나를 끌어안았다. “히잉!” 그러자 디아나는 살짝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아무 저항 없이 내게 끌려왔다. 그리고는 머리가 퐁당하고 물속으로 잠기더니,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진짜 상처 받은 거냐. 혹시 우는 건 아니지? 물속인데다가 마스크까지 껴서 느껴지진 않지만. 나는 그런 디아나의 등을 오냐오냐 하듯이 톡톡 두들겨 줬다. “그나저나 이래선 4계층 탐험은 제대로 하지도 못하겠네.” 힐러인 레이아나 마틸다는 그나마 괜찮다고 치더라도, 든든한 방패가 돼줘야 할 실비아가 수영을 못해서야. “우으으…죄송합니다.” 실비아도 그걸 알기 때문인지, 더더욱 고개를 푹 숙이고는 얼굴을 들지 못했다. “아니. 사과할 건 없지만 말이야. 그럼 우선…이렇게 걸으면서 가볼까?” 물속을 자유자재로 헤엄치면서 이동하는 것보다는 시간도 더 걸리고 탐색 범위도 한정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하면 일단 던전 탐험이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 하지만….” “괜찮아. 나도 아까 땅에 발을 디디지 않고 있으니까 조금 힘들었거든. 여기 몬스터들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이렇게 이동하는 편이 더 안전할지도 모르겠어.” “우으으으…구원니이임…히으으읏!” 내가 그렇게 말해주자 실비아가 감동에 벅찬 얼굴로 날 쳐다봤다. 내가 그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바로 진동했지만. 던전 안이라도 전투 모드가 아니면 진동하는구나. 물속이라 진동할 때마다 실비아 주변이 물결치는 게 느껴져서 조금 재밌었다. “음. 이 몸도 찬성일세. 그리고 자네들 셋은 전투 없이 이동하는 동안 수영연습도 하고 말일세.” 어느새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부활한 디아나가 그렇게 말하면서 실비아를 쳐다봤다. 레이아와 마틸다 쪽은 눈길도 안 주기로 정한 모양이다. “그거 좋네. 그렇게 하자.” 그렇게 해서 우리는 일단 그 자리에서 기초적인 수영 강의를 시작하기로 했다. 맥주병 셋에게 수영을 가르치는 것도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나도 수영장을 좀 다녀서 아는 거지만, 원래 수영 강의라고 하면 얼굴을 물에 박아서 물에 대한 공포를 없애는 훈련부터 한다. 하지만 척 보니 셋 다 물에 대한 공포는 없는 모양이니, 그 단계는 생략해도 되니까 말이다. 물에 대한 공포만 없어도 수영 강의는 크게 어려울 게 없다. “우선은 물에 뜨는 훈련부터 할까. 다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몸에 힘을 빼봐. 천천히 몸이 물에 뜰 거야.” 참고로 디아나가 계속 내 머리 높이 정도 일정 공간에 공기를 유지하고 있어줘서, 대화도 가능했고 지상에서나 가능할법한 수영강의 역시도 가능했다. “후으읍. 어, 어머?” “…신기하네요.” 그러자 바로 레이아와 마틸다의 몸이 천천히 떠올랐다. 레이아는 떠오른 게 상당히 기분 좋은지, 털들이 한 올 한 올 풀어져 물속에서 가만히 흔들거리던 꼬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물론 나는 그 결과가 새삼 놀랍지도 않았다. 다 예상했던 바였으니까. 역시나. 레이아와 마틸다가 수영을 못하는 이유는, 그냥 어디까지나 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에 불과해. 떠오르는 것만 놓고 보면 파티원 중 가장 적성이 있는 둘이다. 속도 문제가 되면 반대로 가장 적성이 떨어지는 둘이지만. 나는 시선을 살짝 아래로 향하면서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 반면 문제는 가장 중요한 실비아였다. 실비아는 물에 잠긴 채 전혀 떠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실비아는 고개를 잠깐 갸웃거리더니, 자신과의 차이를 찾기 위해선지 레이아와 마틸다를 쳐다봤다. 그리고 한 곳에서 시선이 멈추더니, 눈을 크게 뜬 채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슬픈 표정으로 갑옷에 가려진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지 마라! 물론 그 차이도 아주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갑옷이니까! 스스로 만지고 있으면 눈치 채라고! 그러니까 그런 표정 그만 둬! 디아나에 이어서 너마저 가슴 트라우마가 생겨서 어쩌려고! 나는 황급히 실비아의 겨드랑이에 손을 넣고는 실비아의 얼굴을 공기가 있는 곳까지 들어올렸다. 이 녀석, 내가 만지고 있는데 진동도 안하고 있어. 그 정도로 충격이었던 거냐. “실비아. 벗어.” “…으헷? 엣? 헷? 여, 여, 여, 여기서 말입니까아?!” 좋아. 드디어 진동하는군. 다행히 실비아가 가슴 트라우마에 걸리기 전에 구출해낼 수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대신 난 사라한테 등짝 스매시를 맞아야 했지만. “아냐. 갑옷! 갑옷 벗으라고! 이것 때문에 안 뜨니까!” “이 바보야! 그럼 헷갈리게 말하지 마! 또 이상한 짓 하는 줄 알았잖아!” 억울하다…. “또 라니! 내가 언제…!” “그럼 평소에 안 했어? 변태 같은 짓?” …그야 했지만. “…물론 나도 착각해서 때린 건 미안하지만 말이야…. 좀 더 오해받지 않게 말 하란 말이야.” 내가 억울해하기도 전에, 사라가 그렇게 말하면서 아까 때렸던 내 등을 살살 쓰다듬었다. 음. 그래. 어쩔 수 없지. 내가 오해하게 말을 한 걸. 용서해주지. “아무튼 그래서. 실비아는 갑옷을 벗고 다시 해봐.” 던전 안에서 갑옷을 벗는 것 자체가 위험하기는 했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수영을 못하면 전력으로서 크게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수영을 할 수 있게 될 때까지는 그냥 얘도 힐러진들과 같이 후방에서 지내게 할 수밖에. “네, 네헷….” 내가 다시 내려주자 실비아는 후다닥…이라고 하기엔 물속이라 느렸지만 아무튼 내게 조금 떨어져서 갑옷을 벗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셋이 맥주병이라니. 의외란 말이지. 실비아도 그렇고 레이아도 운동신경이 꽤나 좋으니까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위 직인 실비아는 말할 것도 없고, 레이아도 구미호라는 종족 덕분인지 사제계열 직업치고는 민첩이나 체력 같은 스탯이 준수하니까 말이다. “그러네. 나도 실비아는 수영할 수 있을 줄 알았어.” “반대로 디아나가 수영할 수 있는 것도 의외고. 사라는 둘째 치고 디아나는 수영 같은 거 절대 못할 이미지였는데.” “잠깐. 나는 둘째 친다니. 무슨 뜻이야?” 그야 시골 애들에 대한 서울 촌놈의 편견이지. 라고 말하면 또 등짝 스매시 한 대 맞겠지? “아니. 사라도 운동신경이 좋으니까. 아무튼 그래서 디아나는 수영을 언제 배운 거야? 역시 이전에 4계층에 왔을 때?” “음? 아니. 이 몸은 수영 같은 거 못하네만.” “…뭐? 그럼 지금은 어떻게….” “그야 마법의 힘 아니겠나!” 디아나는 최고로 빛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어떠냐는 듯이 날 쳐다봤다. 아니. 그 뭐랄까…수영 못하는 게 그렇게 자랑할 일은 아니지 않냐? 물론 그렇게까지 섬세하게 마법을 운용하는 건 대단하지만 말이야. “아, 디아나씨 치사해요.” “후훗. 치사하다니. 다 평소 마법을 갈고 닦은 덕분일세.” 라고 자부심을 한껏 드러내면서도, 디아나는 절대 레이아와 시선을 마주치려고 하지 않았다. “뭣하면 디아나도 같이 배워볼래? 좋은 기회잖아.” “저 사이에 끼다니 절대로 싫네!” 역시 그거 때문이냐. 저기 네가 그렇게 아끼는 실비아는 그 사이에 껴있다고. “와왓! 구, 구원님! 떠, 떴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실비아를 바라보니, 실비아가 어느새 갑옷을 벗고 떠오르는 데 성공해서 눈을 빛내고 있었다. 응. 응. 그래. 그래. 실비아는 그렇게 계속 이상한 트라우마 같은 거 걸리지 말고 순수하게 살아가다오. 뭐, 디아나가 거유를 싫어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나 때문이지만. 아무튼 그렇게 떠오르는데 성공했으니, 다음은 손발을 움직이면서 이동하는 연습만 하면 된다. 원래도 이 단계까지 오면 수영은 거의 다 배운 거나 마찬가지다. 게다가 여기선 마스크 덕분에 숨 쉬는 방법을 배울 필요도 없어서, 그 난이도가 더더욱 낮아졌다. 간단한 강의를 통해서 셋 다 일단 기본은 습득했다. 참고로 손발을 움직일 때마다, 중력의 영향에서 해방되어 흔들리는 가슴은 참으로 절경이었다.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것이, 이 세계로 넘어와서 다행이라도 다시 한 번 느꼈다. 역시 여신님은 아무런 꿍꿍이 없이 그냥 착하신 분 아닐까? 뭐, 아무튼 그렇게 기초적인 수영 강의를 마치고, 우리는 이동을 개시했다. 물론 셋 다 제대로 수영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테니까, 당분간은 땅을 걸으며 이동을 하게 됐지만 말이다. 이렇게 땅 위를 이동하는 와중에도, 셋은 되도록 물에 떠서 헤엄을 통한 이동을 연습하도록 시켰다. “디아나 4계층의 마을은 얼마나 걸릴까?” “음? 최단거리로 직진해도 일주일은 걸릴 걸세. 하지만 이 속도로는…. 게다가 경로에는 초월종같은 것도 존재하니 말일세.” 그런가. 그럼 역시 이번 탐험에서 4계층의 마을까지 가는 건 포기하는 게 좋을까? 아니. 하지만 매번 3계층에서 4계층까지 오는 것도 꽤나 번거롭단 말이지. 물론 내가 매번 계층을 넘어갈 때마다 곧장 마을을 들러서 그렇게 느끼는 것뿐이지, 다른 모험가들은 그런 식으로 탐험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모양이지만 말이야. 그래도 역시 번거로운 건 번거로운 거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초월종이라…. 능력만 놓고 보면 3계층의 주인과 별 다를 거 없겠지만, 수중 전투라는 변수가 문제였다. 뭐, 여차하면 디아나도 있고, 나도 성자 스킬을 풀로 발동해서 때려대면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으음…. “디아나는 어떡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마을을 찾아가는 것 말인가? 이번에는 포기하길 추천하네. 이 계층 역시도 자네 스킬이 통하지 않을 몬스터들이 있다네. 예를 들어 저런 녀석 말일세.” 디아나가 그렇게 말하면서 가리킨 곳에는, 땅 위로 식물이 자라나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응? 저 식물이 몬스터야?” “음. 한 번 시험 삼아 자네 스킬을 사용해보는 것은 어떻겠나?” 나는 디아나의 말에 따라 식물을 향해 성자의 파동을 날렸다. 하지만 결과는 역시나 무반응. 식물은 진짜 몬스터가 맞는지 의심될 정도로 가만히 조류에 따라 흔들리고 있었다. “저거 정말 몬스터 맞아?” “음. 그럼 사라양. 이번엔 자네가 공격해보게.” “네.” 사라가 활을 한 발 날리자, 바로 몬스터가 본모습을 드러냈다. 보통 식물처럼 가만히 흔들흔들 흔들리던 것이, 갑자기 확하고 늘어나면서 우리를 덮쳐온 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기습 연참! Tigerfish // 별 생각 없이 썼는데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공기저항을 그냥 저항으로 수정했습니다. 390==================== 4계층 가만있던 식물이 갑자기 움직인 것에는 조금 놀랐지만, 그래봤자 정면에서의 기습이다. 물속에 둥둥 떠 있는 상태라면 모를까, 바닥에 제대로 발을 디디고 있는 내가 반응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우왓! 깜짝이야.” 나는 빠르게 다가오는 식물덩굴을 잽싸게 잡아챘다. 과연. 원래 세계에서도 물속에 살며 곤충이나 물고기 같은 걸 잡아먹는 식물이 있단 얘기는 들어본 적 있었다. 이런 식으로 덩굴을 뻗는 놈은 들어본 적도 없고, 하물며 인간을 습격하는 녀석은 더더욱 들어본 적 없기는 하지만. 뭐, 이런 식의 몬스터야 판타지 세계에 흔히 있는 설정이니까. 주로 능욕물 같은 거에서 많이 봤어. 내가 식물덩굴을 붙잡고 가만히 보고 있자, 갑자기 몸이 그대로 붕 들어 올려졌다. “어, 어?” 아차. 땅에 발을 디디고 있다곤 해도 결국 여긴 물속이지. 식물이 가볍게 덩굴을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내 몸은 수중을 부유하게 돼버렸다. 잠깐 손발을 움직여봤지만 역시나 이렇게 뜬 상태에선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내 손에서 팔까지 타고 올라 단단히 감싸고 있는 식물을 떼어내기란 힘들어보였다. 헷. 하지만 난 이제 신체능력만이 전부인 놈이 아니라고. 내 정령 커터 맛을 똑똑히…. “우앗! 썅! 이거 뭐야! 야! 새끼야! 어디다 덩굴을 뻗어! 안 놔?!” 정령을 부르려고 한 그 순간, 식인 식물의 돌발 행동에 나는 정신 집중이 흐트러지고 말았다. 이 녀석. 무려 내 고간에 덩굴을 뻗은 거다. 심지어 갑옷 위도 아니고 안으로 덩굴을 집어넣어서. 아니 그야 물론 팔다리 같은 곳도 그러고 있으니까 딱히 내 정액을 갈취하려고 한다든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흠칫하잖아! 촉수를 생각하고 있었던 만큼 괜히 더! 그리고 그러고 있는 사이에도, 놈은 점점 더 내 갑옷 안으로 덩굴을 침투시켜왔다. 아니. 이제는 침투시키는 정도로 끝나지 않고 아예 갑옷을 벗겨버릴 기세였다. “야!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야! 난 남자야! 촉수라면 촉수답게 여자를 능욕해라! 이 촉수 망신 다 시키는 놈아! 저기 잘빠진 미인들이 다섯이나 있는 거 안 보이냐? 눈깔이 옹이구멍이냐? 그래! 식물이니 옹이구멍이겠지! 아니. 잠깐. 기다려봐. 속옷 안은 진짜 안 돼. 야. 잠깐. 사과할게. 사과할 테니까. 넌 촉수의 자랑이야. 그러니까…으악! 그만 둬!” 물론 그런 내 혼의 외침도 상관없이, 놈은 더욱더 덩굴을 내게 뻗어왔다. 이제는 양 팔을 물론 양 다리까지 식물에게 휘감겨 꼼짝도 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왔다. 젠장. 이거 성자 스킬도 안 먹히고. 뭐 이래? “얘들아! 뭐해! 구해줘!” “…….” 하지만 사라도 디아나도, 내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은 채 그저 멍하니 날 쳐다보기만 했다. “얘들아?! 대체 왜 그래?! 설마 아까 한 말 때문에 그래? 너흰 농담이랑 진담도 구분 못하는 애들이 아니잖아? 당연히 농담이었지! 그 눈은 뭐야?! 설마 내가 진심으로 그런다고 생각하는 거야?! 으아아아! 빨리! 진짜로! 농담 아니고! 빨리! 너희 서방님의 중요한 물건이 몬스터한테 더럽혀진다! 사라야! 디아나! 진짜 그러고 가만히 보고 있게?!” 내가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면서 외치자, 그제야 사라가 핫하는 표정이 돼서는 활시위를 겨눴다. 마나를 듬뿍 실은 화살이 식물의 중심을 뚫고 지나갔지만, 그래도 덩굴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젠장. 몰려다니는 놈보다 혼자 있는 놈이 강하다는 법칙은 식물한테도 적용되는 건가. 하지만 사라가 화살을 날리자 곧바로 디아나도 가세를 해줬고, 사라와 디아나의 공격에 겨우 내 몸을 휘감던 덩굴들이 차례차례 힘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 후우. 겨우 해방됐네. 솔직히 말해서 촉수의 등장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건 아니지만, 설마 그 피해자가 내가 될 줄이야. 좀 더 므흣한 상상을 기대했는데 말이야. “그나저나 너희 정말 너무한 거 아니냐? 레이아나 마틸다, 실비아까지는 그렇다 쳐. 사라랑 디아나 너는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보고만 있냐?” 나는 반쯤 벗겨진 갑옷을 보여주면서 사라와 디아나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여전히 뭔가 반응이 미묘했다. 아차. 그런가. 나만 공기에서 빠져나왔구나. 나는 다시 한 번 공기에 머리를 집어넣고는 아까와 같은 말을 반복했다. “코, 코홈. 이, 이 몸이라는 자가 조금 방심했구먼. 설마 그런 식으로 공격을 해올 줄이야.” 그러자 디아나의 대답이란 게 이 모양이었다. 얘가 지금 그걸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 “거짓말하지 마라! 자기가 제일 먼저 발견하고 공격까지 해보라고 시킨 주제에! 넌 저게 몬스터인지 알았잖아!” “그런 의미가…아니. 음. 뭐 아무것도 아닐세. 아무튼 무사하면 되지 않았나.” “아까 상어랑 싸울 땐 방심하지 말라던 애가 지금 무슨 말이야!” “구, 구원. 너무 그러지 마. 우리 다들 그랬던 거고. 결국 다치지 않은 건 맞잖아? 평소엔 조금 다쳐도 터프하게 굴면서 오늘따라 왜 그래? 남자답지 않아.” 사라가 디아나를 이렇게까지 감싸준다라. 이거 더더욱 수상한데. 아니 물론 사라와 디아나도 평소에 사이가 좋은 건 맞지만, 사라 얘는 아까 나랑 같이 디아나한테 혼났었잖아. 그런데도 디아나가 방심한 걸 감싸준다고? 게다가…. “…니들 왜 나랑 눈을 안 마주 치냐?” “내, 내가? 그랬던가요? 디아나?” “이, 이 몸은 모르겠구먼.” 이것들 반응이 너무 수상한데. 얼굴도 묘하게 빨갛고. 대체 갑자기 왜 이런…. “구원씨!” 그때 레이아가 물살을 가로지르며 내게 다가왔다. 분명 난 자유형 자세를 가르쳐 준 것 같은데, 어째선지 자세는 개헤엄. 여우도 개과인 만큼 저 자세가 편한 걸까? 아무튼 팔을 휘저을 때마다 정신없이 흔들리는 가슴이 눈부셨다. “어디 다치신 데 없으세요?” 개헤엄으로 내게 다가온 레이아는, 살짝 숨을 고르면서 내 얼굴을 쳐다봤다. 얼마나 서둘렀던 건지, 얼굴이 살짝 빨개졌을 정도였다. 역시 천사님이야. 사라! 디아나! 봤냐?! 좀 본받아라! 힘이 없으니 구해주진 못하셨지만, 끝나자마자 곧바로 치유하러 와주시잖아! 너희들은 구해줄 수 있으면서도 멍하니 있기나 하고! 라고 말하면 다음 위기 때는 정말로 안 구해줄지도 모르니까 직접 입 밖으로 내뱉진 않겠지만 말이야. “응. 괜찮아.” “정말이신가요? 그…거기는…혹시 부끄러워서 그러신 거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니까요.” 천사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고 내 고간 쪽을 쳐다봤다. 부끄러워하시는 모습이 가련하기 그지없으셨지만, 뭔가 미묘하게 시선이…. “아니. 진짜 아무 문제없으니까. 오히려 거기가 제일 튼튼하니까. 아이언 페니스 몰라? 아이언 페니스!” “자네 설마 선 겐가?!” “아, 안 섰지만! 아무튼 괜찮아! 아무 문제없어!” 나는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게 돼서 그냥 따지기를 포기하기로 했다. 대체 이 반응들은 뭐냔 말이야. …어? 잠깐만. 문제 있다고 했으면 천사님이 내 물건을 이 자리에서 쓰담쓰담 해줬을 수도 있었던 거 아냐? 젠장! 난 대체 무슨 짓을! “잠깐. 생각해보니 역시 물건, 정확히는 봉 부분에 문제가….” “거짓말하지 마.” 쳇. 들켰나. 사라의 냉정한 한 마디에 결국 나는 눈물을 머금고 이 천금 같은 기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크흠. 아무튼 알겠는가? 이런 식으로 4계층에는 자네 기술이 통하지 않는 적들이 다수 존재한다네.” “젠장. 5계층에서는 적어도 내 스킬이 통하지 않는 놈은 없었는데. 어째서 4계층에서만….” “애초에 동물에게만 극도로 효과적인 자네 스킬이 특수한 것 아니겠나. 이 기회에 성자 외의 직업 레벨을 올리도록 하게나.” 역시 그럴 수밖에 없나. 그렇다면 여기서 제일 올리기 좋은 직업은 역시 정령사인가? 하지만 전위에서 싸우기 어울리는 직업은 아니란 말이지…. 레이첼 누님 같은 전투방식도 있다고는 하지만, 난 딜러가 아니라 탱커니까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 여기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에는 내 정령사 레벨이 너무 낮다. 아까는 당황해서 정령으로 식물을 자르려는 시도도 했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직업 레벨도 스킬 레벨도 엄청나게 낮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렇다면 역시 남은 건 무투가와 암살자인가. 수중전이라는 특징상 그다지 좋진 않아 보이지만, 어쩔 수 없지. 적어도 식물들을 상대할 땐 성자보다 나을 테니까. “하지만 저런 녀석들이 다수 존재한다니. 이 계층엔 그렇게나 식물형 몬스터들이 많은 거야?” “음 이 몸이 알고 있는 것만도 몇 종류가 있네. 게다가 보통 이 계층에서는 이렇게 바닥을 걸어서 탐험하는 일이 없으니 말일세. 지금처럼 바닥을 걸어 다니다 보면 알려지지 않은 식물형 몬스터들이 더 등장할 지도 모를 일 아니겠나.” “우우…죄송합니다….” “아니네. 딱히 실비아양을 탓한 것이 아닐세.” 역시 디아나 이 녀석 실비아한테는 상냥하단 말이야. 하지만 그런가. 식물형 몬스터들이 그렇게나 있는 건가. 수중전투라는 것만으로도 귀찮아 죽겠는데 새로운 타입의 몬스터까지. 6계층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절반을 꺾었다 이거지. 과연 던전…아니. 잠깐만. 새로운 타입의 몬스터? 분명 전에도 이런 몬스터와 싸웠던 경험이 한 번 있었던 것 같은데…. “아앗!” “뭐, 뭐야?! 왜 그래?!” 내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사라가 황급히 활시위를 당기며 주변을 살폈다. “1계층에서 그 미역 놈!” “음? 오, 오오! 과연!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구먼!”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바로 알아챘는지, 디아나가 손바닥 위에 주먹을 톡하고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래. 분명히 방금 전 식인 식물 비슷한 놈을 전에도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1계층에서 처음으로 성기를 써서 통로를 내려갔을 때, 연못에서 튀어나온 그 미역 같은 놈. 4계층에서만 등장하는 타입의 몬스터가 1계층에서 나타났다? 그럼 혹시 그 연못과 4계층이 이어져 있는 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였다. 그야 물론 그 미역 녀석은 1계층에 다니던 우리도 쓰러뜨릴 수 있을 정도로 약한 녀석이었으니, 과연 그 연못과 4계층이 직통으로 이어져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쩌면 개미굴 같은 소형 계층을 뛰어넘어서, 여기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개미굴도 하루 만에 주파가 가능할 정도로 규모가 작았으니, 어쩌면 3계층 마을에서 4계층까지 오는 것보다 더 시간이 단축될 수도 있는 일이고. 좋아. 뭔가 오랜만에 모험심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는데! 불확실한 정보를 검증하는 것보다 차라리 꾸준히 4계층에 다니면서 레벨을 올리는 게 낫지 않겠냐고?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시간제한이 있는 건 아니니까. 별로 서두를 건 없다. 6계층 이후로 가는 건 여신님과 다시 한 번 대화를 나누고 나서도 충분한 거고. 아니. 오히려 그래야 하고. 게다가 새로운 발견을 좋아하는 디아나도 분명 기뻐할 거다. 그리고 1계층의 연못이면 생명의 위기 같은 거 없이 안전하게 수영연습도 가능할 거고. 덤으로 수중 전투에 익숙해지기에도 좋은 장소다. 뭐야. 진짜로 가면 좋은 점밖에 없는 곳이잖아. “얘들아! 당장 위로 올라가서 그 연못을…!” “음. 그 전에 저 녀석들부터 처리하세.” 또 물고기냐. 그래도 이번엔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을 거라고. 일반 몬스터한테 애먹는 건 처음 두 번으로 충분하다. “선빵 치는 놈이 싸움을 지배한다!” 나는 앞으로 헤엄쳐나가면서 일단 성역 선포부터 냅다 사용했다. 그리고 놈들이 몰려오는 틈에 성자의 전력! 훗. 완벽한 콤보다. “끄아아아아악!” ‘자네! 갑옷도 안 입었으면서 방어 자세도 안 취하고 대체 뭘 하는 겐가!’ 뇌리에 디아나의 텔레파시 마법이 울려 퍼졌다. 젠장…. 설마 했던 죽은 촉수가 산 구원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전개라니….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벗겨진 고간의 갑옷에 물고기들이 아무리 달려들어 봤자 불굴의 성욕 스킬덕분에 고자가 되진 않을 거라는 점이었다. 아니. 전혀 위안이 되진 않지만. 그런 거랑 상관없이 고간이 무지하게 아프지만. 물고기 놈들이 물어뜯는 바람에 바지의 고간부분이 슬슬 한계에 달할 것 같기는 하지만. 크흐흑. 젠장…. 나는 고간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으며 성자의 전력을 휘감은 주먹을 열심히 휘둘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Ray.I.seraim, 시원섭섭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안즈라미 // 지적 감사합니다. 중력에 영향을 안 받고 있다고 쓰려했는데 안을 빼먹었네요. 좀 더 자연스럽게 수정했습니다. 누굴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391==================== 4계층 “좋아! 이번에야 말로 연못에 간다!” 물고기 떼를 처리하고, 나는 황급히 벗겨졌던 갑옷을 걸쳐 입은 후 외쳤다. 방금 전에 심한 꼴을 당한 주제에 너무 건강한 거 아니냐고? 그야 건강할만하지! 내가 어딜 공격당했는지 생각해보라고! 우리 천사님이 물건을 쓰담쓰담 해주셨는데 건강해지지 않을 놈이 어디 있겠어? 오히려 너무 건강해져서 아들이 바지를 뚫고 튀어나올 것 같을 정도였다. “잠깐만요! 아까부터 뭔가요? 연못이라뇨?” 아무튼 의욕 넘치는 날 이번에는 마틸다가 제지했다. 아, 그런가. 설명을 안 해줬던가. 그땐 레이아도 파티에 합류하기 전이었으니까 설명을 한 번 해줘야겠지. 나는 1계층에서 조난당했을 때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얘기하고, 거기 덧붙여 내 추측도 모두에게 말해줬다. “어떻게 생각해?” “음. 이 몸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네. 그땐 개미굴 같은 특수 계층의 존재도 몰랐을 때니 이 몸도 별 신경 쓰지 않았었네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가능성은 충분해보이네. 하지만 그런 옛날 일을 잘도 기억해냈구먼.” “훗. 천재라고 불러줘도 돼.” “하여간 자네는 조금만 칭찬해줘도 기고만장해져서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는 밉지 않다는 듯 곱게 눈을 흘겼다. “아무튼 그럼 다들 그 연못을 조사하러 가는 건 찬성이지?” “자, 잠깐만요. 설마 지금부터 조사하러 가자는 건 아니겠죠?” “응? 왜?” “왜라니…대체 며칠 걸려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그 거리를 다시 돌아가서, 1계층으로 또 이동하고, 대체 던전에 얼마나 오래 있을 셈인 건가요?!” 아, 그런가. 아무래도 1계층이다 보니 너무 약해서 별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틸다 입장에선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던전에 흐르는 마나에 익숙하지 않은 마틸다는 이렇게 던전에 들어와 있는 것만으로도 피곤한 모양이니까. 그리고 3계층의 마을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꽤나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며칠에 걸쳐 겨우 여기까지 와서는, 이렇게 4계층 모습을 잠깐 구경만 하고 가는 건 너무 시간 낭비이긴 했다. “그래. 알았어. 그럼 이번엔 그냥 4계층을 탐험하고, 1계층은 다음 탐험 때 가는 걸로 하자.” “엣? 그, 그렇게 쉽게?” “응? 왜? 뭐 문제 있어?” “아, 아뇨. 당신이 그렇게 쉽게 의견을 굽히는 게 의외다 싶어서요.” “넌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파티장으로서, 그리고 클랜장으로서 타당한 의견이 있으면 수용한다고.” 뭐, 이것도 평소 행실 문제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내가 마틸다한테는 유독 못되게 군 감도 없잖아 있고. “그리고 너도 힘든 거잖아? 무리시킬 수는 없지.” “아…다, 당신…. 어쩜 그렇게….” 아니. 그러니까 넌 사랑에 빠지는 게 너무 빠르다고. “크, 크흠! 크흠! 그럼 이번에는 4계층을 탐험하는 거지?” “사라야. 헛기침이 너무 티 난다. 왜 질투나?” “아야! 아파! 때리지 마! 사람은 할 말 없으면 괜히 폭력을 휘두른다고…아야!” “아프지도 않으면서 엄살은!” 아니. 반쯤은 농담이었지만 반쯤은 진짜로 아프거든? 너 사냥 좀 했다고 그새 또 렙업했냐? 슬슬 다시 데미지 들어오는 거 봐. 진짜 용사란 직업 사기라니까. 아니 뭐, 그 사기인 용사를 1 대 1 결투에서 이기기도 한 내가 할 말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야. “좋아. 그럼 이대로 쭉 걸어가 볼까?” “음. 그렇게 하게. 아참. 자네. 오기 전에 길드에서 4계층의 지도는 사온 게지?” “아, 응. 그런데?” “그렇다면 지도에 주의하면서 가도록 하세. 이 근처는 별로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왜? 좀 더 멀리 가면 뭐 문제라도 있어?” “음. 이 계층은 조류도 신경을 써야 하네. 특히 우리 쪽에는 수영을 못하는 자들도 있지 않은가.” 과연. 여러모로 다른 계층들과는 차별화된 계층이란 건가.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는 조심조심 주변을 탐험해보기로 했다. 몬스터는 기본적으로 물고기형과 식물형으로 나뉘어져 있었고, 그걸 제외하면 뭔가 특별한 건 없었다. 아직 물에 떠서 하는 전투까지는 자신이 없었지만, 일단 이렇게 바닥을 이동하는 거라면 크게 문제될 건 없을 것 같았다. 특히 물고기형 몬스터들은 성자 스킬이 그대로 먹히니까 더욱 그랬다. 조금 성가신 점이 있다면, 물고기들이 사방에서 재빠르게 덮칠 때 대처가 늦어진 다는 점. 그리고 디아나를 제외하면 아직 다들 평범한 식물과 식물형 몬스터를 구분해낼 수 없다는 점일까.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사라! 뒤!” “읏! 꺄악!” 앞에서 덮쳐오는 물고기들의 어그로를 끌면서 내가 상대하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다른 물고기 무리들에 덮쳐왔다. 지금 우리 진형은 맥주병 셋을 보호하기 위해서 나, 디아나, 맥주병 셋, 사라라는 진형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땅을 걷는다고 하더라도 헤엄을 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은 여차할 때 이동속도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게다가 물속에서는 사라의 좋은 청력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아서, 내가 어그로를 끌고 있던 물고기떼를 공격하느라 정신이 없던 사라는 뒤에서의 기습을 곧바로 눈치 채지 못했다. 다행히도 공격을 받기 직전 가까스로 몸을 옆으로 피했지만, 그렇게 이동한 끝에는 전에 만났던 그 촉수 식물 놈이 대기하고 있었다. 사라의 몸에 덩굴들이 휘감기는 걸 보면서, 나는 곧바로 성역 선포를 최대 범위로 발동했다. 식물의 어그로는 끌지 못하겠지만, 후방에서 기습을 가한 물고기들의 어그로는 몽땅 끌 수 있도록 말이다. 이렇게 하면 우리 애들도 성역 선포의 영향에 들어와 버리기는 하지만, 잠깐이라면 괜찮겠지. 물론 내가 풀어주지 않는 한 계속 효과가 누적되니, 자주 사용할 수는 없는 전법이기는 하지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다. 물고기들의 어그로를 전부 끌었다고 생각되자마자 바로 성역 선포를 해제하고, 나는 열심히 몬스터들을 사냥했다. 성자의 전력을 두른 내 손발과, 맥주병 실비아가 열심히 다가와서 휘두르는 검으로 겨우 몬스터들을 정리하고, 나는 황급히 사라에게 향했다. “사라!” 그리고 거기에는…덩굴에 붙잡혀 반라가 된 채 어떻게든 벗어나보려고 발버둥치는 사라의 모습이 있었다. “우오오오오오오오오오! 예스! 예스! 바로 그거야! 바로 그거라고! 이런 전개를 원했어! 잘한다! 너야말로 교과서에 실릴만한 모범적인 촉수다! 그래! 촉수는 미녀를 능욕해야 제 맛이지!” 참고로 이렇게 내가 곧장 사라를 구해주지 않고 떠들어대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내가 다 당해봐서 아는 건데, 저 촉수 식물 녀석의 덩굴은 데미지가 없더라고. 처음엔 내 방어력이 너무 높아서 못 느끼는 건 줄 알았는데, 디아나의 말에 따르면 그게 아니라는 모양이다. 녀석은 사람을 완전히 벗긴 채 통째로 잡아먹는 몬스터로, 잡아먹히기 전까지 데미지는 거의 없는 수준이라나. 때문에 난 촉수에게 반쯤 벗겨진 사라의 모습을 이렇게 맘 놓고 구경할 수 있다는 거다. 애초에 내 주먹과 발로는 저 촉수에게서 사라를 구해줄 수도 없고 말이다. 일단 열심히 성자의 전력을 발동하여 식인식물을 공격해봤지만, 역시나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덩굴에 나마저 휘감기는 꼴이 될 것 같아서, 나는 한 발짝 훌쩍 물러난 채 외쳤다. “오오오! 가슴! 가슴을 공격하는 거냐! 가슴의 겉을 원모양으로 감싸서 튀어나오게 만들다니! 네가 페티시란 걸 좀 아는구나! 그래! 그거야!” 그리고 내가 이렇게 맘 놓고 떠들 수 있는 것도, 물속에선 이렇게 떠들어봤자 우리 애들한텐 전혀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리액션만 취해주면 아무 문제될 거 없다. 나는 다급한 표정으로 디아나와 실비아를 바라보면서 손짓을 해댔다. 사라를 구할 수 있는 건 디아나의 마법이나 실비아의 검밖에 없다는 듯이. 물론 그런 와중에서 내 입에서 나오고 있는 소리는 달랐지만 말이다. “야! 촉수! 참고로 사라의 매력 포인트는 엉덩이다! 좀 더 엉덩이를 강조하는 자세로 만들어봐! 그 탄력 있는 엉덩이의 매력을 최대한 이끌어내 보라고!” “…아까부터 바지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 수상하다고 생각은 했네만.” “……어?” 사라가 촉수에 휘감긴 모습을 보고 뜨겁게 달아오른 내게, 갑자기 찬물을 확 끼얹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찬물을 끼얹고 자시고 할 거 없이 이미 물속이지만. “자네 지금 뭐라고 한 겐가.” “사, 사라를 빨리 구해줘!” “방금 이 몸의 귀에는 전혀 다른 말이 들렸네만.” 제, 젠장! 내가 이런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발기를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도 있는 녀석이 이런 실수를! 위험해! 진짜 위험해! 구원 일생일대의 위기다! “아, 아뇨. 그냥 어차피 안 들리니까 제스쳐로 다급함만 전해지면 되지 않을까 싶어서….” “…호오. 그래서 엉덩이인가.” “그, 그보다 사라부터…!” “이미 구했네.” “으, 응?” 황급히 다시 사라 쪽을 돌아보자, 사라를 휘감고 있던 촉수는 어느새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사라는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갑옷과 옷가지를 주섬주섬 챙겨 입으면서, 눈가에 살짝 눈물을 띄우고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날 노려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머리와 내 머리에는 기다란 공기방울이 이어져 있었다. 대, 대체 어느 틈에…. “사, 사라야! 진정해! 잘 생각해봐! 칭찬한 거야! 엉덩이가 예쁘….” “이, 이, 이, 변태가! 흐ㅡㅡ…!” 옷가지를 대충 걸친 사라는 재빨리 내게 다가오더니, 싸대기를 날렸다. 물의 저항 때문에 막거나 피하는 게 불가능한 속도는 아니었지만, 저걸 막거나 피하면 오히려 더 큰일 난다는 사실을 나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때문에 순순히 그 공격을 뺨으로 받아냈던 건데, 어째선지 사라가 곧장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공기방울에서 머리가 쏙 빠져 가라앉은 바람에 제대로 들리진 않았지만, 지금 그거 신음소리였지? …어? 아차! 성자의 전력 안 풀었다! “자네 또 무슨 짓을 한 겐가!” “아니. 잠깐만! 이번엔 정말 실수야! 실수로 성자의 전력을 안 푼 것뿐이야!” “뭐라고오?!” “잠깐. 화나는 건 알겠는데, 우선은 사라부터 어떻게 하는 게 먼저야. 그, 그러니까 일단 디아나 넌 다른 애들이랑 같이 다른데 보고 있어.” “여기서 하겠다는 겐가!” “아, 안 해! 그래도 절정은 느끼게 될 거 아니야! 아니면 뭐, 그럼 얠 이 상태로 그냥 내버려둘까?! 금방 끝날 테니까!” “누, 누가 금방 끝난다는 거야!” 어느새 사라가 일어서서는 공기방울에 얼굴을 집어넣고 있었다. 다리를 오므린 채 후들후들 떨고 있고, 얼굴도 새빨개져서는 살짝 눈물을 글썽이고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니. 사라야. 지금 강한 척 할 때가 아니잖아. 사과는 나중에 할 테니까 우선 얼른….” “구원씨? 왜 그러세요?” 그때 후방에 있던 레이아가 다가와서 공기방울에 얼굴을 집어넣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역시 개헤엄이기는 했지만, 셋 중 제일 빨리 헤엄이 익숙해지신 모습이었다. 뭐, 천사님이 저렇게 헤엄치는 모습도 뭔가 갭이 느껴져서 귀엽긴 하지만…아니! 지금 그런 생각할 때가 아니지! “아니. 레이아. 그러니까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빨리 끝낼 테니까 뒤 좀 돌아…..” “아, 안 빠르다니까! 난 그렇게 쉬운 여자가…!” 얜 이런 상황에서 왜 이렇게 허세를 부리는 거야?! 아니, 그야 나도 누가 나한테 조루라고 하면 이런 상황일 지라도 저렇게 나오긴 하겠지만 말이야! “으아아아아! 얘기 복잡해지니까 사라 넌 조금 조용히 있어!” “흐으ㅡㅡ…!” 반쯤 패닉상태에 빠진 나는 주저 없이 사라의 가슴을 덥석 잡았다. 난 여전히 성자의 전력을 풀지 않은 상태였고, 그 손에 가슴을 잡힌 사라는 그대로 다시 밑으로 주저앉아버렸다. “자!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겠지! 다들 뒤 돌아있어!” “엣? 에엣?!” “지, 진심인가?! 진심으로 여기서 그런 짓을 하겠다는 겐가?!” “그럼 어떻게 해! 어쩔 수 없잖아!” “우, 우으으! 우으으으!” 디아나는 어째선지 자기가 사라보다 얼굴이 더 새빨개져서는 날 노려보더니, 이내 어쩔 수 없다는 듯 포기한 얼굴로 뒤로 돌아섰다. 그리고는 여전히 당황하고 있는 레이아도 뒤로 돌게 만들었다. 그러더니 이쪽과 연결되어있던 공기방울을 없애고, 자신과 레이아, 마틸다와 실비아의 머리를 연결하여 뭐라고 말하는 듯 했다. 그러자 이쪽을 향해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걸어오던 실비아와 마틸다 역시 곧바로 몸을 뒤로 돌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한 시 전후로 한 편 더 올리겠습니다. 392==================== 4계층 나는 다들 뒤로 돈 걸 확인하고 나서, 얼른 주저앉아 사라를 바라봤다. 성자의 전력에 두 번이나 닿은 사라는 눈물을 글썽이고 노려보면서도 아무 저항을 하지 못하고 그저 몸을 떨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의 가랑이 사이를 가리듯 누르고 있는 손이 미묘하게 꿈틀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절대 내 기분 탓이 아닐 거다. 아무튼 일단 다행인 점이 있다면 여기선 눈으로 보지만 않으면 우리가 무슨 짓을 하든 다른 사람한테는 전달되지 않는 거다. 소리도 들리지 않고, 우리 쪽에서 물결치는 건 조금 느껴지겠지만 그건 굳이 그런 행위가 아니라 움직이기만 해도 느껴지는 거고. 뭐, 사라 입장에서는 대체 뭐가 다행이냐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겠지만 말이다. 유일한 문제가 있다면, 다들 이쪽을 바라보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쪽 편에서 오는 적습에 약해진다는 거다. 하지만 그것도 해결 방법이 있지. 나는 사라를 제외한 모두에게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범위까지 조절한 후, 바로 성역 선포를 발동했다. 이렇게 해놓으면 설령 기습이 온다고 하더라도 몬스터들이 나만 공격하게 된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서, 나는 주저할 거 없이 곧장 사라의 바지사이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곧바로 사라의 눈이 살짝 풀리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방수 코팅을 한 건 어디까지나 갑옷뿐이었기 때문에, 이미 사라의 옷은 완전히 젖어있는 상태였다. 아까 그 식물 덩굴에 반쯤 벗겨지기도 했었기 때문에, 속옷까지 완전히. 그렇기 때문에 원래는 이런 게 느껴지지 않는 게 정상이겠지만, 나는 어째선지 사라의 애액이 만져지는 것 같았다. 물속이라고는 하더라도 음부 주변만 미묘하게 끈적거리고 미끌미끌 거리는 것 같은 감촉이었다. 역시 벌써 이렇게나 흥분했잖아. 뭐, 그렇게 말하는 나는 사라의 음부를 이렇게 만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흥분해버렸지만. “ㅡㅡㅡ! ㅡㅡㅡㅡ! ㅡㅡㅡㅡ!”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라의 사랑스런 신음소리가 전혀 들려오지 않는다는 점일까. 바람의 정령을 사용해볼까 하는 생각도 해봤지만, 나는 이내 그 생각을 떨쳐냈다. 지금 이게 본격적으로 그런 행위를 하려는 것도 아니고, 괜히 신음소리를 들었다가는 더 흥분될 뿐이다. 지금은 냉정침착하게 사라만 절정으로 유도하고 빠질 때다. “ㅡㅡ! ㅡㅡㅡㅡ!” 사라의 이 흥분한 얼굴을 바라보면서 냉정함과 침착함을 유지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지만 말이다. 대체 왜 이렇게 예쁜 거니. 사라는 더 이상 날 노려보지도 않고 있었고, 그저 흥분으로 멍하니 풀린 눈동자로 지긋이 날 응시하며 입을 뻐끔뻐끔 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사라의 음부에 손가락을 집어넣고는 살짝 구부려서 안쪽을 자극했다. 그리고 반대 손은 사라의 상의를 더듬으며 기껏 입었던 옷을 다시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아까 덩굴에 휘감겼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우리 파티에 너무 압도적인 천사님이 하나 존재해서 그렇지 사라도 은근 가슴이 있다니까. 사라의 몰캉몰캉한 가슴을 부드럽게 소프트 터치하자, 사라는 이제 완전히 흐물흐물해져서는 내 팔에 매달려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ㅡㅡ!” 여전히 검지와 중지는 음부 안에 넣고 살짝살짝 휘저으면서 부풀어 오른 사라의 음핵을 엄지로 누르고 살짝 진동하듯 움직여주자, 사라가 움찔하고 몸을 떨더니 이제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내 얼굴에 얼굴을 가져왔다. 그 움직임은 당연히 키스를 하기 위한 움직임이었지만, 사라의 그 시도는 서로의 마스크에 막혀 저지됐다. 미안. 사라야. 던전에서 벗어나면 키스는 얼마든지 해줄 테니까. 하지만 우리의 사라는 고작 마스크 정도의 장애물로 포기할 애가 아니었다. 사라는 흥분으로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듯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마지막으로 숨을 크게 들이신 후 갑자기 마스크를 벗어버린 거다. 사람은 위기의 순간에 자신도 모르는 힘을 낼 때가 있다.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빨리 바람의 정령을 불러내어 사라의 얼굴 주변을 공기로 감싸게 만들었다. “사라! 뭐하는 거야!” 덤으로 그 공기 방울이 내 얼굴까지 오도록 길어지게 만들고 꾸중을 쳤지만, 사라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 특유의 시원스러워 보이는 미소를 씨익하고 짓더니, 바로 내 마스크를 벗기고는 키스를 해왔다. 흥분 때문에 눈이 살짝 풀려서 평소처럼 쿨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대신 섹시한 느낌이 나는 미소였다. “하아…너 이런데서 위험하게…!” “하앗, 하앗, 으응! 이런 데서, 흐읏! 날 이런 꼴로 만든 사람이, 흐응! 그런 말을 해?” 아니, 뭐. 그 말을 하면 나도 할 말이 없기는 하지만. 사라가 내게 닿은 거긴 하지만, 애초에 내가 맞을 만한 짓을 해서 맞은 거였고. 게다가 성자의 전력을 풀지 않았던 것도 내 잘못이다. 응. 내가 죄인이네. “그리…흐응! 그리고, 이렇게, 응! 목소리가 들려야…구원도 더 좋잖아?” 사라는 그렇게 말하더니, 흥분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손을 내 가랑이 사이에 뻗어왔다. 그리고 그 부분의 갑옷만 절묘하게 떼어내더니, 바지위로 천천히 내 물건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어, 엉? 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심하지 않냐? 사라 얘가 진짜로 흥분에 이성을 잃은 건가? 얘가 이렇게까지 할 애가 아닌데? 넌 디아나가 아니잖아! 왜 이런 상황에 이렇게까지 흥분해버린 거야! 라고는 당연히 말하지 않았다. 당연하잖아? 거길 만져주면 그야 나도 좋다고. 여전히 뒤를 돌아있는 쟤들한테는 미안했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살짝 나머지 애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을 쳐다보니, 디아나와 제대로 눈이 마주쳤다. “…야.” 들릴 리도 없지만, 너무도 황당한 상황에 나는 순간적으로 그렇게 말을 걸고 말았다. 그러자 디아나가 화들짝 놀라서는 바로 고개를 다시 돌렸다. “으응…구워언?” “으, 응?! 아니. 아무것도 아냐.” “흐읏! 빨리…빨리 나아…으음. 쭙. 하으음….” 사라는 그렇게 섹시하게 중얼거리면서, 바지 위로 내 물건을 만지고 있는 손에 살짝 힘을 줬다가 풀었다. 그리고는 다시 아까처럼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대체 뭐냔 말이야. 이 상황은. 아니. 다 내가 자초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사라는 마치 노출증이라도 생긴 것처럼 이렇게 흥분하고 있고, 디아나는 마치 관음증이라도 생긴 것처럼 우리 모습을 엿보고 있고. 나 모르는 사이에 둘이 성벽이 바뀌기라도 한 거야? “흐으응! 구원! 구워언! 흐읍! 쪽! 츄릅! 흐으음! 나아앙! 흐응!” 그리고 그 사이에도 열심히 움직이고 있던 내 손은, 드디어 사라를 절정으로 이끌어내려고 하고 있었다. “흐읍! 흐으읍! 으으음! 쭙. 흐으으으으으읍!” 그리고 사라는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찌부러뜨리듯 꽉 눌러오면서, 그대로 절정에 달해버렸다. 각각의 손에 느껴지는 사라의 가슴과 음부의 감촉. 입술에 느껴지는 말랑말랑한 사라의 입술 감촉. 입안을 파고들어오는 사라의 매끈한 혀. 고간을 쓰다듬는 사라의 부드러운 손길. 그리고 귓가를 간질이는 섹시한 콧소리까지. 나도 이 모든 걸 충분히 음미했다. 비록 쌀 정도는 아니었다곤 하더라도 말이다. “하앗, 하앗, 구워어언…나, 나 이런 곳에서…으응…기분 좋아져버렸어….” …얘 일부러 나 흥분시키려고 이런 말 하는 거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들 정도로 섹시한 목소리였다. “그래. 사라야. 나도 이제….” “응…. 그렇게 흥분했어?” “응. 사라가 너무 섹시해서….” “후훗. 그렇구나. 그럼….” 사라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내 물건을 쓰다듬던 손에 힘을 다시 한 번 꽉 주더니, 그대로 손을 홱 떼버렸다. “사, 사라야?” “바보야. 이런 데서 해줄 리가 없잖아?” “뭐, 뭐?! 잠깐! 그럼 지금까지 한 건 뭐였는데?!” “바보. 뭐기는. 벌이지. 이런데서 이런 변태 같은 짓을 하게 만든 벌. 돌아갈 때까지 참고 있어.” 뭐, 뭐야?! 어쩐지 이상할 정도로 이성을 잃었다 싶었더니, 날 흥분하게 만들려고 일부러 그런 거였단 말이야?! “잠깐! 그럼 디아나도 짜고…!” “응? 디아나가 뭘?” 아, 그건 아니었나. “아무튼 위로 올라갈 때까지 잘 참아보라고 변태씨. 구원은 이렇게 혼쭐 좀 나봐야 돼. 하여간 던전에서까지 변태짓을 할 줄이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입술에 다시 한 번 쪽하고 키스를 하더니, 그대로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기 시작했다. “저, 정말로 이대로 끝내게?” “푸훗. 잘 참아. 위로 올라가면 해줄 테니까.” 아무래도 사라의 마음을 돌리기는 힘들 것 같아 보였다. 아니. 하려고 마음먹으면 어떻게든 할 수는 있겠지만, 나는 굳이 그러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내 잘못이니, 속죄하는 의미에서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걸로 끝난다면 싸게 먹히는 행위다. 내가 아까 덩굴에 휘감긴 사라를 보고 뭘 했었는지를 생각해보면 말이다. 솔직히 끝나고 싸대기 한두 대 더 맞을 줄 알았는데, 사라 역시도 여기서 나한테 만져져 절정에 달한 게 상당히 부끄러운지 더는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날 놀리는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있으면서도, 귀는 엄청나게 새빨갰고. “끄, 끝났어.” “으, 음. 그런가. 끝났는가.” “수, 수고하셨어요….” 그리고 우리가 한 행위의 인상이 강렬했던 건 사라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다들 묘하게 어색한 말투로 우리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그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디아나에 이르러서는 아까 전투 때 내가 한 행동에 대해 꾸중할 여유도 없는 모습이었다. 이건 역시 그거 때문이겠지? “디아나.” “흐잇! 뭐, 뭔가?!” 이 놀라는 모습. 확실해. 아까 나와 눈이 마주친 걸 신경 쓰고 있는 거야. 하지만 사라는 디아나랑 짠 게 아니라고 했다. 그럼 디아나는 대체 뭣 때문에 우릴 쳐다본 걸까. 얜 관음증 같은 거 딱히 없어 보였는데. 변태 같은 성벽은 노출증만으로도…잠깐만. 아까 나와 사라의 행위는 굳이 따지자면 노출 플레이라고 할 수도 있는 행위였다. 얘 설마…부러워서 쳐다봤던 건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 내가 무의식적으로 씨익하고 웃자, 디아나의 몸이 크게 움찔하고 떨렸다. “야. 디아나.” “무, 뭐, 뭔가아?!” 그냥 이름을 부른 것뿐인데, 디아나는 반 울상이 돼서는 외쳤다. “이쯤에서 식사라도 하는 게 어때?” “엣?” 내 말이 상당히 예상 외였는지, 디아나는 새총 맞은 비둘기 같은 표정이 됐다. 그럼 내가 애들 다 들리는데서 네 성벽 얘기를 꺼낼 줄 알았어? 그렇게 생각했다면 의외로군. 나 이래봬도 널 상당히 아껴주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변태 같은 성벽을 언급할 때는 우리 둘만 있을 때뿐이라고. 그것도 난 너와 어울려주기 위해 일부러 해주고 있는 거니까 말이야. “아니. 그 사라도….” 방금 그렇게 느껴댔으니 조금 피곤할 테니까. 좀 쉬는 의미에서. 내게 장난을 친 사라를 살짝 골려주기 위해서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내가 차마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우리 천사님이 대화에 참여하셨다. “그,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네요! 하지만 여기선 어떻게 식사를 해야 하는 걸까요?” 대체 내가 그런 쪽 얘기를 할 거란 건 어떻게 눈치 채신 걸까. 아무튼 필사적으로 화제를 식사 얘기에 집중시키려고 하는 천사님이 너무 귀여우셨다. 덤으로 조신하게 배를 쓰다듬을 때마다 팔에 닿은 가슴이 이리저리 출렁이는 모습이 무척이나 섹시하셨다. 으윽. 안 그래도 참고 온 거라 또 설 것 같아! “으, 음. 그렇구먼. 보통은 얼굴 근처에 공기 방울을 만들고는 육포나 막 잡은 물고기 같은 걸로 해결하네만….” 진짜냐. 모험가란 거 완전 극한직업이잖아. 아니. 뭐 원래는 그게 당연한 거지만 말이야. 내가 여신님께 받은 사기적인 능력으로 긴장감도 없이 편히 모험하고 있을 뿐. …그렇게 생각해보면 역시 여신님은 착하신 분이 아닐까? 그런 착하신 여신님을 의심하는 건 옳지 못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모처럼 바닥에 있으니 이렇게 해결하세.”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닥에 커다랗게 공기로 된 공간을 만들었다. 오오오오오오! 이제 와서 뭘 새삼스럽게 이런 마법에 놀라고 있냐고? 아니야! 그게 아니야! 물속에서 하늘하늘 흔들리던 옷들이, 물이 빠짐과 동시에 몸에 쫙 달라붙게 된 거다! 방수라고 하더라도 이런 점까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군! 덕분에 모두의 몸매가 적나라하게…! “끄아아악! 내 누우우운!” 말해두지만 지금 내 행동은 못 볼 걸 봤다는 뜻이 아니야. 그냥 순수하게 눈이 찔린 것뿐이야. “하여간 그렇게까지 해도 이 변태는….” 그렇게 달아오르게 만들어 놨으니까 더 이러는 거 아냐! 억울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생각보다 빨리 써졌네요. 393==================== 4계층 “하지만 매번 식사할 때마다 이래야 한다니. 대화할 때도 그렇고. 이 계층은 마법사 의존도가 상당히 높네.” “으, 음?! 그 말은 마치 다른 계층은 그렇지 않다는 듯이 들리는구먼.” 디아나는 여전히 아까 눈이 마주친 걸 신경 쓰는 듯 조금 태도가 어색했지만, 그래도 마법을 폄하하는 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하여간 마법에 대한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니까. 그런 점도 귀엽지만.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이 계층은 유독 심하잖아. 까놓고 말해서 마법사 없이 올 수 있어? 여기?” “없네!” 그렇게 자랑스럽니? 가슴을 쫙 펴고 외치게. “그렇구나. 파티에 마법사가 있는 게 필수인 건가. 마법사 없이 활동할 수 있는 마법구 같은 건 없는 거야? 이 마스크도 공기를 만들어내는 거잖아. 공간 전체에 영향을 주는 마법구 같은 게 있으면 굳이 마법사 없이도 가능할 것 같기는 한데.” “없는 건 아니네만…탐험 시에 가지고 다니기에는 그 크기가 너무 크네. 마석의 소모도 너무 극심하고 말일세. 필요할 때만 범위를 조절해서 사용하는 마법사들조차도 마나 소모를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니 말일세.” “아, 그렇구나.” 그러고 보니. 나도 방금 사라와 키스하느라 공기를 유지하고 있었을 때 마나 소모가 극심했던 기억이 있다. 그냥 공기를 만들기만 하는 거면 모를까, 형체를 유지하면서 머리 근처를 따라다니게 만드는 게 꽤나 힘들었었지. 뭐, 화들짝 놀라서 얼떨결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음. 그래서 4계층을 탐험할 때는 마법사는 이런 식의 보조 업무 이외에는 마나를 쓰지 않게 하는 것이 철칙일세.” “그런 거였어? 그럼 처음 왔을 때 말 해주지. 그럼 나도 더 주의했을 텐데.” “이 몸은 걱정할 것 없네. 알아서 잘 조절하고 있으니.” 그야 마나는 충분하겠지. 아까 내가 촉수 플레이를 보면서 신나서 떠든 걸 사라한테 들려줬을 정도니. 물론 잘못은 나에게 있으므로 따질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역시 디아나.” “음!” 내가 가볍게 칭찬해주자, 디아나는 어색한 태도는 이제 완전히 잊은 듯 가슴을 쭉 펴고 자랑스러워했다. 너무 그렇게 가슴 내밀지 마라. 괜히 만지고 싶어지잖아. 물론 진짜로 만질 수 있을 리가 없지만. 아까 그런 일이 일어난 직후니까 더욱더. 나는 대신 디아나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 줬다. “어머? 하지만 디아나씨.” “음?” “그렇다면 잘 때는 어떻게 하는 건가요?” “음? 무슨 소리인가? 잘 때 마법이 왜 필요한가?” “네, 네?” 디아나의 발언에 레이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귀를 쫑긋 세운 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런 모습마저도 청순하고 우아하시다니. 역시 천사님이야. 덤으로 살짝 몸도 들썩였는데, 그에 따라 가슴이 묵직하게 한 번 출렁였다. 굳이 부력의 힘으로 떠있지 않더라도 확실한 무브먼트를 선보이는 가슴이었다. “레이아양도 경험해서 알지 않나. 사람의 몸은 힘을 빼고 있으면 알아서 뜬다네. 자리를 깔 필요가 없다는 게지. 이곳은 수온이 따뜻하여 이불 같은 걸 덮을 필요도 없고, 숨 쉬는 거라면 자기 전에 마스크의 마석을 갈아주는 것으로 충분히 버틸 걸세.” “그, 그럼….” “음. 마법 같은 거 없이 자는 동안 떠내려가지 않도록 몸을 묶어 고정시켜놓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네.” “뭐, 뭐, 뭐라고요?! 그, 그게 정말인가요?!” 레이아도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그보다 더 극적으로 반응한 것은 다름 아닌 마틸다였다. 마틸다는 믿을 수 없는 말을 들었다는 듯 벌떡 일어나서는, 제발 거짓말이라고 해달라는 표정으로 디아나를 쳐다봤다. “음. 이 몸이 뭣 하러 농담을 말하겠나.” 하지만 현실은 잔혹한 법이었다. “그, 그런…흐윽…이젠 싫어….” 안 그래도 던전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마틸다는 그 말이 기폭제가 되어서 드디어 멘탈이 무너진 모양이었다. “야, 야. 괜찮냐?” 내가 무심코 위로를 해줄 정도로 말이다. “흐윽…당신….” 그러자 마틸다는 그대로 내게 꽉 안겨 와서는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자, 잠깐. 난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 그냥 좀 위로만 해줄 생각이었는데…. 갑작스레 발생한 일에 일단 변명부터 하려고 고개를 들었지만, 다들 별 반응 없이 마틸다를 다독여줬다. “역시 던전을 다니는 것은 마틸다양에게 조금 힘겨웠을지도 모르겠구먼.” “응? 역시라니?” “신관들은 던전의 이질적인 마나에 유독 더 민감하니 말일세. 레이아양처럼 1계층부터 차근차근 적응해온 사람이 아니라면 열에 일고여덟은 이렇게 된다네. 아니. 이 몸들이 던전을 내려온 속도를 감안하자면, 원래는 레이아양도 이렇게 되어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일세. 그래도 마틸다양은 5계층에서도 잘 버텨낸 전적이 있으니 별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네만….” 아, 그런 건가. 아마 여기에 흐르는 마나는 전쟁신의 마나. 그리고 신관들은 그 누구보다도 여신님의 힘에 익숙한 사람들이니까. 5계층에선 솔직히 우린 가운데서 지켜지기만 하는 입장이었으니까. 불침번도 안 섰고, 솔직히 말해서 몇몇 위기를 제외하면 피크닉 다니는 기분이었다. 그나마 나는 성자 스킬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느라 신경이라도 써야했지. 마틸다는 싸움이 끝나고 나서 치료만 해주는 게 다였으니까. 아마 그렇기 때문에 마틸다도 5계층에서는 버틸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렇게 본격적으로 탐험을 하면서 돌아다닐 때는 항상 주변을 경계해야 하고, 밤에는 불침번도 서야 하는 생활이 계속되자, 드디어 버틸 수 없게 됐다는 거다. 뭐, 여신님의 힘에 익숙하단 걸 따지자면 나도 신관들과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애초에 난 여기 사람이 아니니까. 그리고 레이아가 멀쩡한 건, 아마도 레이아가 전쟁신 시대의 종족이기 때문에 그런 거겠지. “그럼 이번에는 4계층에서 묵지 말고 그냥 바로 돌아갈까? 어차피 우리의 당면 목표는 여기가 아니기도 하니까….” “읏! 자, 잠깐만요!” 마틸다를 배려할 셈으로 그렇게 말한 거였지만, 어째선지 당사자인 마틸다가 몸을 움찔 떨고는 갑자기 내 말을 멈췄다. “저 때문에 그런 거라면 배려하실 필요 없어요! 전…!” “하지만. 마틸다. 네가 걱정된단 말이야.” 나는 마틸다를 쉽게 설득하기 위해서 일부러 그렇게 상냥한 말을 던져봤다. 그러자 마틸다도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그 사랑에 빠진 여자 모드로 들어갔다. “아, 아, 아아…당신…. 하, 하지만…전 여러분의 짐이 되고 싶지 않아요.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 부탁이에요. 제발. 참을 수 있으니까요…. 자는 것도 잘 참을 테니까요.” 하지만 마틸다는 내가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다는 듯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간곡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이 모드로 전환되고 나서도 이렇게 주장하다니. 자기 때문에 파티의 탐험이 어중간하게 중단되는 게 어지간히도 싫은 모양이었다. 이렇게까지 매달려서 부탁하니 나도 딱 잘라 거절하기는 힘들었다. “알았어. 대신 못 버티겠으면 바로 말해야 돼. 바로 돌아갈 테니까.” “네…고마워요. 당신….” “잘 됐네요. 마틸다.” “네…엣?! 자, 잠깐! 사라씨! 이건 그런 게 아니에요!” 아니긴 뭘 아니야. 방금 전까지 나한테 홀딱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으면서. 아무튼 그렇게 해서 일단 탐험을 계속하기로 한 우리였다. 하지만 물속을 걸어 다니는 우리의 탐험 속도가 빠를 리도 없었고, 그날은 그냥 근처를 가볍게 둘러보기만 하는 것으로 하루가 지나가버렸다. “허리에 줄을 묶고 물속에 떠서 자다니…어부에게 잡혀 줄줄이 꿰인 생선이 된 기분이에요….” 그동안 힘든 내색 한 번 없이 열심히 우리를 따라왔던 마틸다지만, 정말로 이렇게 자게 되자 결국 참지 못하겠는지 살짝 불평을 흘렸다. 뭐, 나도 같은 심정이니까 책망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말이야. “새삼 느끼는 거지만, 모험가라는 거 진짜 극한 직업이구나.” “벌이가 좋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아니겠나.” “난 솔직히 돈 같은 거 더 필요 없지만 말이야.” 여신님의 말이 아니었으면 이제 던전에 그만 다녀도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지. “불평해도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자. 자네도 어서 허리에 묶게.” 마틸다의 표현이 정말 정확한 것이, 우리는 각자 줄을 허리에 묶어서 그걸 서로와 연결되어 있었다. 동그랗게 원을 그리듯 서로를 연결하고, 그걸 또 각자의 몸을 바닥에 줄로 고정하여 누구 하나 조류에 휩쓸려가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이 상태에서 물속에 떠서 자려니 정말로 물고기가 된 기분이다. 저기 아직도 제대로 못 뜨고 있는 애가 하나 보이긴 했지만. “실비아.” “네, 네엣!” 실비아는 열심히 팔다리를 휘젓고 있었지만, 좀처럼 물 위에 떠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쓸데없는 지방이 전혀 없는 몸이라 그런가? 아니. 다른 애들이 쓸데없는 지방이 있다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특히 천사님! 흉부 쪽에 유독 지방이 몰려 있으시긴 하지만, 난 그걸 절대 쓸데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인류의 보배라고 생각해! “내 배 위에 올라와서 잘래?” “괘, 괘, 괘, 괜찮습니다!” “자네는 낮에 그러고도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는가! 여긴 던전일세!” “아니. 순수하게 배 위에 올려놓겠단 의미였는데…. 그 새끼를 배위에 올리고 있는 해달처럼. 실비아 못 뜨는 거 같으니까.” “괘, 괜찮습니다! 정말 괜찮습니다!” “정말로? 바닥에서 자면 어디 결릴 텐데.” 물속이라 모포 같은 걸 깔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일단 한 번 더 제안해봤지만, 실비아는 고개를 붕붕 흔들면서 괜찮다고 연호했다. 뭐, 실제로 내 위에 올려놓고 자면 나도 실비아도 제대로 잠들긴 힘들 것 같긴 하지만. 결국 몇 번의 시도 끝에 실비아는 포기하고 바닥에서 자기로 한 모양이었다. 고집부리지 않아도 되는데.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4계층에서의 독특한 수면법을 처음 경험하며 밤을 보내게 됐다. 툭툭.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리는 감각에 나는 천천히 잠에서 깨어났다. 잠들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다시 일어난 거라 머리가 멍하긴 했지만, 안 일어날 수도 없는 일이다. 천천히 눈을 뜨자 내 옆에는 초번이었던 디아나가 둥실둥실 떠있었다. 교대 시간인가. 천천히 주변을 살펴보자, 다들 제대로 물속에 둥둥 떠서 어디 떠내려가지 않은 채 잠이 들어있었다. 뜨기 힘들어했던 실비아마저도, 막상 잠이 들자 자연히 떠오른 건지 제대로 떠있었다. 특히 인상적인 건 레이아로, 팔다리를 아래로 축 늘어뜨린 채 엎드려서 잠들어 있었다. 엉덩이를 내게 쭉 내민 자세가 안 그래도 섹시한데, 거기에 더해 사제복 끝자락이 들어 올려져서 팬티가 보일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위치에서 흔들리는 게 절경이었다. 거기에 더해 물결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꼬리가 귀여움까지 더해줘서 정말 최고였다. 우리 천사님은 자는 모습마저도 천사님이셔. 그러자 뭔가가 내 가슴을 톡톡 건드려왔다. 아래를 내려 보자 디아나가 양손으로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어딜 보고 있는지 눈치 챈 모양이다. 하지만 디아나야. 괜히 힘 빼지 마. 안 그래도 토닥토닥인데 물속에서 더 느려지기까지 하니까 이젠 누가 치는 것 같지도 않아. 뭐, 질투해주는 건 귀엽고 좋지만 말이야. 그러고 보니 질투하니까 생각났다. 얘 아까 낮에 사라를 느끼게 해줄 때 나랑 눈 마주쳤었지. 그 순간엔 눈치 채지 못했었지만, 아마 그 시선은 부럽다는 듯이 열기를 띄고 있었을 거다. 우리 대마법사님은 노출증을 좋아하는 변태니까 말이야. 그리고 지금이라면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디아나가 원하는 플레이를 해줄 수 있다. 물론 아무리 우리 디아나가 변태라도 정말 본격적으로 그런 짓을 하려고 하면 화내겠지만, 살짝 장난치는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나는 잠에서 막 깨서 각성이 덜 된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려가면서 어떻게 장난을 칠지 생각했다. 그렇다고 너무 오래 걸리는 장난은 안 된다. 디아나는 이제부터 잠을 자야하니까. 그럼 어떻게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어? 잠깐. 잠? 그러고 보니…얘 수영 못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렇게 물속을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건 마법이라고 했었다. 그럼 잘 때는 어떻게 자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한 시 전후로 한 편 더 올릴 계획입니다. 394==================== 4계층 물론 실비아처럼 디아나도 잠들면 위로 뜰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러고 보니 실비아한테 내 위에서 잘 거냐고 제안했을 때 끼어들었던 것도 디아나였다. 혹시 그게 자기한테도 그런 말을 해줬으면 해서 그런 거였다면? 가능성 있어. 이거 충분히 가능성 있어. 나는 곧장 디아나를 꽉 끌어안았다. 서로를 연결해둔 줄은 길이를 넉넉하게 잡아놨기 때문에, 이정도론 다른 애들에게 영향을 않는다. 갑자기 내게 안기자 디아나는 놀랐는지 일순 파닥파닥 거렸지만, 이내 진정하고는 공기방울을 만들어냈다. “가, 갑자기 뭔가?!” “아니. 생각해보니까 말이야. 디아나 너 이렇게 떠있는 거 마법이잖아. 잘 땐 어떻게 할 셈이야?” “으, 음? 뭔가. 그게 걱정이었던 겐가. 정령을 부를 셈이네. 정령에게 맡겨놓으면 자는 중에도 계속 마법을 유지할 수 있으니 말일세.” 디아나는 묘하게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아쉬워할 거 없어. 기대하는 대로 해줄 테니까. “하지만 그러면 마나 소모가 심한 거 아냐?” “이 정도라면 괜찮네. 수면 중에는 마나 회복이 빨라지지 않나. 이 몸의 몸 하나를 띄우는 정도라면 아슬아슬하게 소모량이 회복속도를 넘지 않을 걸세.” “그런거야?” “음. 그런 걸세.” “아쉽네. 디아나가 혹시 못 뜨는 거면 내 위에서 자도록 꼬드기려고 했는데. 하지만 그럼 내일 탐험도 문제없는 거지?” 내가 일부러 그렇게 떡밥을 던지자, 디아나가 고개를 팟하고 들었다. “…그! 그러고 보니 아직 마나 회복이 다 되지 않았구먼! 내일 탐험을 위해서라면 완전히 회복시켜둘 필요가 있네만!” 내가 일부러 떡밥을 던졌다는 걸 모를 리가 없는 디아나지만, 곧바로 이렇게 낚여주셨다. 어쩌면 디아나도 뭔가 명분이 있기만을 바랐던 건지도 모른다. “그럼 자는 동안 마법을 쓰고 있는 건 안 되지.” “으, 음! 그렇게 되는구먼!” “내 위에서 잘래?” “으, 으으음…. 어, 어쩔 수 없구먼.” 티란 티는 다 내면서 일부러 이렇게 낚여주는 디아나는 참 귀여웠다. “자, 그럼 디아나.” “으음.” 어차피 알람마법 덕분에 굳이 주변을 경계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그냥 알람마법이 울렸을 때 바로 반응할 수 있도록 깨어있기만 하면 되는 거다. 때문에 난 아무런 걱정 없이 위를 바라보고 다시 드러누워 둥둥 떴다. 그리고 디아나가 내 몸 위에 납작 엎드렸다. 그러자 바로 우리 몸이 아래로 추락했다. 역시 내가 뜰 수 있어도 헤엄을 치지 않는 이상 디아나까지 뜨게 만드는 건 힘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순 없지. “디아나. 천천히. 긴장하지 말고 천천히 편안하게 호흡하는 거야.” 내가 디아나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해주자, 우리 몸은 다시 위로 떠올랐다. 솔직히 말해서 이러면 굳이 내 위가 아니더라도 디아나도 떠있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나도 디아나도 그에 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역시 디아나하고 이렇게 껴안고 있으면 기분이 좋단 말이야. 특히 자세가 같이 자고 일어났을 때 항상 하던 자세다 보니, 거의 조건반사 같은 느낌으로 아들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여, 여긴 왜 이렇게 되어있는 겐가?!” 그리고 나와 밀착해있는 디아나도 그걸 느낄 수 있었던 모양이다. “어쩔 수 없어. 이건 조건반사야. 내가 있던 세계의 파블로프란 학자가 증명한 가설인데 말이야. 조건화라는 과정을 통해 중성자극을 조건자극으로 만드는 게 가능해지거든. 그에 따라 조건반응이….” “변명하지 말게!” 진짠데…. 뭐 좋아. 어차피 그런 짓을 하려던 건 맞으니까. “그런데 말이야 디아나.” “뭐, 뭔가 갑자기.” 갑자기 음색이 변한 내 목소리에 본능적으로 불안감을 느꼈는지, 디아나의 목소리가 살며시 떨려왔다. “아까 낮에 내가 사라한테 걸린 스킬 풀어줄 때, 우리 보고 있었지.” “뭐, 뭣?! 그, 그건…! 그러니까…!” “변명할 생각 마. 나랑 눈 제대로 마주친 거 디아나 스스로도 잘 알 테니까. 그래서, 디아나. 왜 보고 있었던 거야? 난 분명 뒤돌아보고 있으라고 했을 텐데?” “모, 모두가 뒤를 돌아보고 있으면 자네들 쪽에서 오는 습격에 무방비해지지 않나! 그래서 이 몸이 어절 수 없이…!” “거짓말.” “으극….” “난 너희에게 닿지 않을 범위까지 성역 선포를 발동해서 경계하고 있었어. 그리고 디아나도 내가 그렇게 할 거란 걸 모르지 않았을 텐데? 우리 똑똑한 디아나가 모를 리가 없지.” “이, 이 몸은…!” “무엇보다. 무엇보다 나랑 눈이 마주쳤잖아. 먼 곳을 주시하는 게 아니라.” “응읏…! 크흥….”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의 허벅지를 스치듯 살며시 쓰다듬자, 디아나가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눈가를 촉촉이 적셔갔다. “실은 부러웠던 거지? 다른 사람들이 언제 볼지 모르는 상황에서, 나에게 그렇게 만져지는 사라가.” “으응…! 그, 그런 건…! 이, 이 몸은 그런…!” “디아나 솔직해져봐. 그럼 훨씬 더 기분 좋을 거야. 자, 즐겨봐. 누군가 잠에서 깨기라도 하면 디아나를 볼지도 모르는 이 상황을. 허벅지를 쓰다듬는 손이 무척이나 기분 좋지 않아?” “으으응! 흐읏! 아, 아닐세! 이 몸은…이 몸으응!” 디아나는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도리질을 하면서도, 그 음부를 내 물건 위에 맞댄 채 살짝 허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서로 옷을 입고 있는 상태라고는 하나, 그 자극은 안 그래도 커져있던 내 물건에 충분히 큰 쾌감을 선사해줬다. 허리가 움직이는 와중에 스커트 자락이 점점 밀려나서 결국에는 팬티 너머로 음부를 문지르는 꼴이 되었기 때문에 더욱더. 디아나의 팬티는 당연히 방수처리 같은 건 되어있지 않았고, 내 바지나 팬티 역시도 방수처리 같은 건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더 확실히 디아나의 음부의 형태가 전해져 왔다. 비록 내 바지가 탐험을 위한 두꺼운 재질의 가죽 바지라곤 해도, 그런 건 지금의 우리에게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이거 좀 위험한데. 솔직히 던전에서 끝까지 가긴 좀 그러니까 살짝 장난만 치고 말 생각이었는데. 디아나는 부정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라가 부러웠던 건 사실인 모양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간단한 유도만으로도 쉽게 발동이 걸려버린 거겠지. “정말로? 정말로 기분 좋지 않아? 이렇게….” “으으응! 흐읏! 하으읏!” 내가 손을 살며시 올려서 디아나의 엉덩이 쪽으로 가져가자, 앞뒤로 열심히 움직이며 음부와 내 물건을 마찰하던 엉덩이가 움찔움찔하고 떨려왔다. “이, 이건…자네가…히응…자네가 만지니까아…다른 사람과는….” 끝까지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뭐, 나도 굳이 인정하게 만들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디아나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이로운 효과도 저번에 같이 잘 때 충분히 맛봤고. “기분 좋긴 좋은 거구나.” “그, 흐응…그건…그거언….” “기분 좋으면 좀 더 큰 소리를 내도 괜찮아. 어차피 지금은 나한테밖에 안 들리니까.” “하, 하지만…하지만 만약 다른 이들이…으응…깨어나면….” “괜찮아. 괜찮으니까. 응?” 뭐가 괜찮은지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나는 일단 그렇게 부드럽게 중얼거리면서 디아나를 안심시켰다. “으음…후아아…흐읍…흐으으음…흐읏…흐으으응!” 하지만 점점 이성을 잃어가는 디아나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던 모양이다. 디아나는 혀를 내게 얽혀오면서 아까보다 더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음부를 내 물건 위에 비벼대던 동작도 더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디아나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단단히 붙잡아 멈추고, 살며시 입술을 뗐다. 미안. 디아나. 장난만 칠 생각이었는데 일단 내가 참기 불가능할 거 같아. “디아나.” “후아앗…하앗…으, 으응?” “마나를 빨리 회복시키려면, 힐링 섹스의 효과도 받는 게 좋지 않을까?” “자, 자네…그건…그건…으응!” 디아나는 주변을 홱획 소리가 나도록 둘러보면서 당황한 듯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디아나의 반응에도 스스로의 바지 앞섶을 풀어 물건만 간신히 꺼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괜찮아. 안 들킬 거야. 이렇게 하면….” “하, 하지만…하지마아아앙!” 그리고 여전히 주저하는 디아나의 팬티를 살짝 옆으로 비끼게 하고, 그대로 그 음부에 물건을 삽입했다. “흐으으응! 정말로…정말로 넣은 겐가아…이렇게…이렇게 다른 이들이…흐으응!” “던전 안이라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이 볼지도 모른다는 걸 더 신경 쓰는 거야?” “흐으응! 흐으읏! 히으응! 하아앙!” 나는 살짝 놀리는 말투로 디아나를 자극해봤지만, 디아나는 더 이상 변명할 여유도 없는 모양이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내 허리 움직임에 맞춰서, 아니 그보다 더 빠르고 격렬하게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며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물속이라도, 이렇게까지 격렬히 움직이면 다른 애들이 눈치 챌지도 모르겠는데.” 이건 그냥 디아나를 자극하려고 한 게 아니라, 조금 진심을 담아서 한 말이었다. 무언가 격렬히 움직이면 그쪽에서 물결치는 것 자체는 느껴지니까 말이다. “흐으응! 아, 안되네…그건…으응…그거으응…!”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의 허리 움직임은 멈출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상황이 우리 대마법사님의 살짝 변태 같은 성벽을 완벽히 자극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얘 혹시 던전에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엄하게 군것도, 자기가 당하면 이렇게 될 까봐 미리 선수 친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하게 흐트러진 모습이었다. “으읏…흐응…자네에…자네에에….” “이럴 땐 자네가 아니라 낭군님이라고 하는 게 어때?” “낭군니이임…낭군니이이이잉!” 하여간 얜 왜 이렇게 귀엽냐. 디아나는 슬슬 한계가 찾아온 건지 두 손으로 내 가슴팍을 꽉 붙잡고, 얼굴 역시도 내 가슴에 푹 박은 채로 허리의 움직임을 더더욱 빠르게 했다. 그리고 더는 집중을 유지할 수 없었던 건지, 우리 얼굴 근처에 있던 공기 방울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그다지 문제될 건 없었다. 몸을 밀착시키고, 특히 디아나가 얼굴을 내 가슴에 부비고 있는 덕분에 목소리는 몸을 통해서 여전히 생생하게 들려왔던 거다. 그 음부가 더욱더 꾸욱꾸욱 조여 오며 내 물건을 압박하는 바람에, 나 역시도 슬슬 한계에 가까워져갔다. 낮에 사라가 자극했던 것도 있으니 더더욱 그랬다. “낭군님…! 이 몸…이 몸….” “그래. 디아나. 나도….” 나도 슬슬 사정을 준비하면서, 나는 무의식적으로 별생각 없이 시야 한 구석에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순간 오한이 드는 것을 느꼈다. 어느새 불침번 교대 시간이 된 거다. 다음 순번은 사라. 그리고 고지식할 정도로 책임감이 강한 사라는, 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무조건 자기 시간에 딱 맞춰서 일어난다. 그걸 깨달은 이후로 내 행동은 재빨랐다. 걷어 올라간 디아나의 스커트 자락을 황급히 내리고, 디아나의 몸을 양팔로 꼭 끌어안아서 그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었다. 그 직후 사라를 바라보자, 타이밍 좋게도 마침 사라가 살며시 눈을 뜨고 있었다. “ㅡㅡ?” 사라는 들리지 않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곤 나와 디아나가 끌어안고 있는 게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사라와 내 얼굴 주변에 공기 방울을 만들었다. “구원? 지금 뭐하는 거야?” “어, 응 사라야.” “흐으으읍!”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디아나는 내 품안에서 신음성을 지르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다행히 디아나의 얼굴은 물속이라서 그 목소리가 사라에게 들리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너무 부들부들 떨면 위험하다. 나는 디아나의 몸을 더더욱 꽉 붙들고는 말했다. “아니. 너도 알다시피 디아나가 수영을 못하잖아. 그래서 잘 때 바닥에 가라 앉을까봐…이러고 있는 거야.” 그렇게 최대한 태연한 척 말을 하고 있을 때, 디아나가 더 이상 참지 못하겠다는 듯 절정에 달해버렸다. 이런…그렇게 조이면 나도…! “그런 거야?” “그, 그래. 후우…. 실비아한테 제안할 때는 뭐라고 했던 게 사실 자기도 불안해서 그랬었던 모양이야. 귀엽지?” “바보야. 아무리 우리가 이렇게 이해하고 지낸다고 하더라도, 대놓고 다른 여잘 귀엽다고 하는 거 아니야.” “아, 그런가. 미안. 미안. 사라도 귀여워.” “정말로…. 아무튼 불침번 교대 시간이지? 구원도 슬슬 자.” “아, 응. 그렇게 할게.” “…계속 그러고 자게?” “어쩔 수 없잖아. 여긴 마법사 의존도가 최고로 높은 계층이라고. 우리 마법사님이 편안하게 자게 해줘야지.” “무우우우….” “질투하지 마. 질투하지 마.” “안 해. 바보야.” 사라는 그렇게만 말하고는 고개를 홱 돌려서 다시 자기 자리로 가버렸다. 다행이다. 안 들킨 건가. “디아나, 괜찮아?” 공기 방울로 이어져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찰싹 밀착하면 들릴 테니까 나는 일단 말을 걸어봤다. 하지만 디아나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극도의 쾌감에 기절해버린 건가. 뭐, 어떻게 보면 다행인가. 아직 깨어있었으면 오히려 더 난리가 났을 테고. 그럼 이제 문제는…이거 아직 삽입되어있는데. 어떻게 풀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95==================== 4계층 바로 삽입을 풀면 음부 안에 쏟아냈던 내용물들이 흘러나오게 될 거다. 어차피 우리의 결합부는 디아나의 스커트와 로브에 이중으로 가려져서 보이지 않으니, 나는 일단 잠을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해냈다. 물의 정령을 불러내서 삽입되어 있던 물건을 빼낸 거다. 여러모로 곤란한 점은 있었다. 일단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자는척하고 있어야 했고, 혹시라도 물건이 상처 입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삽입을 풀기 위해 발기도 풀어서 아이언 섹스가 발동되지 않은 상황이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가장 자주 불러냈던 물의 정령을 통해 시도할 수 있다는 점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그리고 완전히 삽입을 풀기 전까진 힐링 섹스가 계속 발동했다는 점도. 덕분에 마나 소모 걱정 없이 끈질기게 시도한 끝에, 나는 겨우 삽입을 풀 수 있었다. 여전히 바지 앞섶이 풀려서 물건을 꺼내놓고 있는 상태이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여전히 디아나의 치마와 로브에 가려져서 보이진 않았다. 이제 디아나가 일어났을 때 몸단장을 하는 척 집어넣으면 완벽하다. “…으음.” 그리고 그 때는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눈을 뜬 디아나는 잠깐 멍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더니, 갑자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휘두르기 시작했다. “잠깐! 진정해! 다른 애들이 보겠다! 우리 아직 속옷 제대로 안 입었어!” “흐잇!” 내가 황급히 공기방울을 만들어 외치자, 디아나가 몸을 움찔 떨면서 바로 토닥토닥 공격을 멈추고 사방을 살펴봤다. 다행이 아직 마지막 불침번의 시간이 끝나지 않아 다들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리고 불침번을 서고 있는 마틸다도 우리쪽을 보고 있지 않았고 말이다. 좋아. 이 틈에 얼른…. 나는 황급히 우리의 하반신이 붙어있는 곳에 손을 뻗었다. “흐잉…! 자, 자네 정말!” “아, 아냐! 잠깐 기다려 봐!” 나는 노려보는 디아나에게 변명하며 옆으로 젖혀놨던 팬티를 도로 제대로 입히고, 스스로의 물건도 마저 안에 집어넣어 앞섶을 정돈했다. “…그래서. 변명할 말은 있는가?” “너, 너도 좋지 않았어?” “이, 이, 이, 이 몸이 언제 뭘 좋아했다고 그러는 겐가아?!” 맞을 걸 각오하고 한 말이었지만, 의외로 디아나는 크게 리액션을 취했다. 오? 이거 어쩌면 먹히겠는데? “아니. 하지만 디아나 맘대로 막 허리를 흔들고….” “그, 그, 그런 적 없네! 지어내지 말게! 이 몸의 뛰어난 기억력으로도 전혀 기억나는바가 없네!” “아니, 하지만….” “아아아아아! 안 들리네! 지금 그런 걸 변명이라고 하는가! 그래서 자네 죄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는 겐가!” 디아나는 어린애처럼 귀를 막고 고함을 치더니, 날 찌릿하고 노려봤다. 쳇, 잘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쩔 수 없지. 이 이상 말하면 울 것 같으니까 그만하자. 내가 잘못한 것도 사실이고. “그, 그럼…그래. 밤새 힐링 섹스 효과를 봐서 우리 마법사님 컨디션이 절호조….” “아니, 잠깐! 밤새?! 지금 밤새라고 했는가?!” “괘, 괜찮아. 안 들켰어.”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않은가!” 디아나는 쿠와아아앙! 하고 화를 내면서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려댔다. 아니. 엄청 중요하잖아. 들켰다간 진짜로 큰일 난다고. 주로 사라한테 내 목숨이 위험하단 의미로. 뭐, 말했다간 더 화만 나게 할 것 같으니 조용히 있겠지만 말이야. 그보다 너 이렇게 날뛰면 괜히 마틸다한테 들킨…아, 벌써 눈치 챘네. “두 분 다 벌써 일어나셨네요. 좋은 아침이에요. 던전 안은 아침도 밤도 없지만요. 그나저나 일어나자마자 갑자기 무슨 일이시죠?” 아마 혼자서 가만히 있는 게 상당히 심심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얜 던전 안에 있는 걸 엄청 싫어하니 말이다. 그래선지 마틸다는 평소보다도 훨씬 살갑게 다가와서 우리에게 재잘재잘 말을 걸었다. “……사, 사적인 일일세. 자네는 잠시 빠지…아니네. 다른 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식사 준비를 미리 하려고 하는데 도와주겠나?” 마틸다를 물러나게 하고 계속 날 혼내려고 했던 디아나지만, 시무룩해지는 마틸다의 표정을 보고는 맘이 약해졌는지 결국 그렇게 말했다. “네!” 마틸다야. 네가 도움이 될 때도 다…아니. 그러고 보니 요즘 은근히 도움 될 때 많은 것 같네. 저주를 받지 않으려고 필사적인 시절이 있었기 때문인지 마틸다는 괜히 막대하게 된단 말이야. 조금 반성하자. ‘이대로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게.’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끝날 리는 없었고, 디아나는 그렇게 텔레파시를 보내면서 나를 찌릿하고 쳐다봤다. 이거 이렇게 질질 끄는 것보다 차라리 그냥 지금 토닥토닥 공격 몇 대 더 맞고 끝내는 게 낫지 않았을까? 뭐, 질질 끈다고 해서 우리 디아나가 사랑하는 낭군님한테 그렇게 심한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하지 않을 거지? 믿는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내 생애 첫 수중섹스는 일단은 별 문제 없이 지나갔다. 물론 이 번에 운 좋게 별문제 없이 지나갔다고 해서 또 다시 그럴 거라는 보장은 없다. 아니. 이런 식의 행위는 하면 할수록 들킬 위험도 커져만 갈 뿐이다. 때문에 다시 한 번 비슷한 행위를 시도해볼 배짱은 아무리 나라도 없었고, 그 이후로는 별다른 눈에 띄는 짓을 하지 않았다. 그저 평범하게, 아니 우리 화난 대마법사님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평소보다도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진지하게 모험에 임했다. 마틸다가 우는 소리를 내기 직전까지 말이다. “이제 무리…죄송해요…. 돌아가면 안 될까요?” “그러네요. 벌써 4계층에 들어오고 며칠이 지났으니까요. 구원. 슬슬 올라가는 게 어때?” 사라가 어째선지 내 눈치를 살피면서 그렇게 말했다. 마틸다를 생각해서 그렇게 말하는 건 참으로 훈훈한 광경이지만, 대체 내 눈치는 왜 살피는 거지? 조금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나는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그럴까. 3계층의 마을까지 돌아가는 것도 시간이 걸리는 거고.” “응. 그러자.” 그러자 살짝 부끄러운 듯 미소를 짓는 사라였다. 아니. 그러니까 어째서? 아무튼 사라도 참 변했단 말이야. 옛날에는 어떻게든 더 사냥을 오래 하려고 안달 난 것처럼 굴더니. 그야 할아버지의 복수라는 목적은 달성했다지만, 그것만이 이유는 아닌 것 같았다. 마치…어? 잠깐만. 레이아는 나한테 사도 임명을 받은 이후로 구미호 상태에서 살의가 생기는 게 없어졌다고 했지. 설마 사라도? 본능적으로 몬스터 사냥을 통해 그런 욕구를 해소하고 있었는데, 사도 임명을 통해서 그런 욕구 자체가 사라진 게 아닐까? 잠깐. 이거 가능성 있어 보이는데. 그렇다면…. “자, 잠깐. 알았으니까 너무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 마.” 그때 사라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내 가슴을 가볍게 때렸다. 아니. 알았다니 대체 뭐가? 하지만 사라는 더 이상 말할 생각이 없다는 듯, 몸을 돌렸다. 당연한 얘기지만 3계층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4계층의 천장에 위치해있었다. 이 계층도 천장에서 바닥까지의 길이가 상당히 길어서,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고생할 것으로 보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우리의 맥주병 둘은 거기까지 자력으로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헤엄에 익숙해져 있지 않았다. 레이아는 개헤엄으로 금방 헤엄에 익숙해지더니, 이내 다른 방식의 헤엄도 차차 익숙해졌지만 말이야. 마틸다는 던전의 마력에 의한 스트레스가 심각한 건지 헤엄 연습에 집중을 못하는 모습이었고, 실비아는…그냥 소질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흉부 지방이 없다고 디스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차라리 실비아는 그냥 위에서 오리발 같은 거라도 하나 사오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헤엄을 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갑옷을 입고서 움직이는 건 또 힘들 것 같으니까. 헤엄도 못 치는 애가 오리발만 믿고 다니다가 그쪽을 공격당하면 치명타가 되기 때문에 모험가들은, 특히 앞에 나서는 전위 직들은 잘 선호하지 않는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어쩔 수 없지. 우리가 잘 커버를 쳐주는 수밖에. 아무튼 그래서 각자 맥주병을 한 명씩 맡고 위로 올라가기로 했다. 디아나가 마법으로 맥주병을 전부 끌어올려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여 그러지 않기로 했다. 디아나의 마법은 언제나 우리에게 있어서 최후의 보루 같은 거니까 말이다. 그래서 각자 한명씩 맡을 맥주병을 선택하게 됐지만, 아쉽게도 난 선택권이 없었다. 실비아는 내가 붙어있으면 진동을 해대서 쓸모가 없어지고, 마틸다도 내가 붙으면 사랑에 빠진 여자 모드가 돼서 마찬가지로 쓸모가 없어진다. 둘 다 수중 전투가 불가능하다곤 하더라도, 적어도 짐이 되선 안 되니까 말이다. “그럼 이 몸이 실비아양을 옮기겠네!” “어머? 그래요? 그래도 일단 진형을 고려해서 제가 실비아를 데리고 가는 편이….” “이 몸은 실비아양이 좋네! 아니. 마틸다양이 싫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말일세! 아무튼 실비아양이 좋네!” 디아나야…. 너 너무 노골적인 거 아니냐. 참고로 레이아가 혼자 헤엄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자 제일 먼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디아나였다. 그러니까 그렇게 콤플렉스 가질 거 없다니까. 쟤도 참. “괜찮아요. 디아나님. 그럼 사라씨 잘 부탁드릴게요.” 마틸다도 그동안 우리랑 같이 지내면서 디아나의 가슴 콤플렉스는 잘 알게 됐는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지금 드물게 마틸다가 진짜 추기경처럼 어른스럽게 보였어. 아니. 진짜 추기경 맞지만 말이야. 게다가 혼자서 저주를 짊어지고 있는 마음씨마저 고운 진짜배기지만 말이야. 평소 말투 때문에 왠지 이미지가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혼자서 선두를 나서게 됐다. 하지만, 아무리 그사이에 우리 천사님 헤엄실력이 급증했다고는 하더라도 역시 불안하긴 하단 말이지. 때문에 나는 이동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레이아를 주시했고, 그런 내 걱정은 맞아 떨어졌다. 올라가는 도중에 몇 번의 전투가 더 이어지자, 결국 레이아의 체력이 다 떨어진 거다. 아무리 레이아가 사제치고는 체력이 좋다곤 하나, 역시 나나 사라에 비하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헤엄을 칠 때 우리보다 힘이 더 들어간 것도 한 몫 할 테고 말이야. “죄, 죄송해요…구원씨….” 그래서 어떻게 됐냐면, 당연히 유일하게 손이 비어 있던 내가 레이아를 붙잡고 옮기게 됐다. “아니. 죄송할 거 전혀 없어. 난 오히려 감사하고 싶은 심정인데.” “정말…구원씨도 참….” 레이아는 내가 한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듯, 고마운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난 진심을 담아서 한 말이었는데 말이야. 저 터질 것 같은 가슴 좀 봐! 가죽 갑옷 때문에 닿는 게 느껴지긴 하냐고? 이런 건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거야. 남자는 여자의 가슴을 보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있던데. 난 아마 디아나와 키스를 하지 않았더라도 엄청 오래 살았을 거야. 지금도 안면근육에 힘을 빡 주고 있지 않으면 실없는 웃음이 절로 흘러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맘대로 웃을 수도 없는 것이, 저기서 우리 대마법사님이 눈에 불을 켜고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험해. 위험해. 다른 때라면 모를까, 지금은 위험하다. 안 그래도 요즘 진지하게 탐험을 해서 디아나에게 책잡힐 짓을 피하고 있었는데. 지금 웃으면 그간의 공든 탑이 한 번에 무너지게 되어버린다. 침착하자. 침착하고 소수를 세면…으아아…우리 천사님이랑 이렇게 딱 붙어있는데 어떻게 침착해. 가슴을 지지하고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가녀린 허리에 두른 손의 감촉이 참을 수 없다. “저 때문에 힘드시죠? 얼굴이 붉어요. 치료 마법이라도 걸어드릴까요?” 그리고 마스크와 마스크를 맞댄 채 속삭이는 감미로운 목소리까지. 뭐야 이거. 새로운 방식의 고문인가. 행복한데 행복한 티를 내면 안 돼. 으아아. 그 부드러운 손길로 쓰담쓰담 하지 말아주세요. 꼬리로 허리를 휘감지 말아주세요. 그렇게 우리 천사님의 달콤한 공격을 버텨내면서, 나는 어떻게든 3계층과 이어진 통로로 헤엄쳐나가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올라가서 디아나한테 꾸중 듣는 거 아니겠지? 그럼 나 정말로 울어 버릴지도 몰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칸자키H아리아 // 그러고 보니 소리를 전달하는 매질은 액체가 기체보다 더 좋단 소리를 들어본 기억이 있네요. 제가 문과 출신이라 쓰면서 잠시 착각을 한 모양입니다. 다만 이제와서 내용을 고치기엔 힘든 부분이 많으니, 그냥 4계층을 채우고 있는 액체는 소리를 전달하기 힘든 종류라고 생각해주세요. 396==================== 4계층 아무튼 그렇게 무사히 통로를 지나 3계층까지 올라간 우리였지만, 통로를 빠져나가자 바로 거대한 몬스터의 등이 보였다. 아무래도 그 사이에 3계층의 주인이 부활한 모양이다. 다만, 그 3계층의 주인은 지금 누군가와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대장! 그러니까 우리한텐 아직 무리라니까!” “교관이라고 불러! 그리고 하기 전부터 포기하지 마!” “아니! 아무리 하기 전이라도 이건 너무 결과가 명백…!” “시끄러! 쫑알쫑알 떠들 힘 있으면 얼른 가!” “우아아악! 길드 간부란 사람이 길드원 잡네!” 진지하게 전투를 벌이는 것 치고는, 뭔가 소란스러워 보였지만. 심지어 들려오는 목소리가 익숙한 목소리였다. 이거 설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그림이 대충 그려졌지만, 그래도 일단 모험가로서의 매너는 지키는 게 좋겠지. 우르르 나가면 몬스터 스틸로 오해받을 수도 있다. 나는 우리 애들을 통로에 대기기키고, 나 혼자 밖으로 나가 상황을 살펴보기로 했다. “역시 무리! 칼도 안 박혀! 앨리시아 대자아앙!” “바보 녀석! 계층의 주인한테 아무런 기술도 안 쓰고 검 한 번 휘두른 다음에 징징 짜지마! 스킬을 써라! 스킬을!” 역시나. 앨리시아와 아라크네의 삼인방이었다. 분명 저 삼인방은 원래 파티 멤버가 더 있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앨리시아한테 뭔가 밉보이기라도 한 걸까? 요즘 유독 열심히 구르네. 아무튼 상황은 꽤나 위험해보였다. 전사 둘에 사제 하나. 수가 적다고는 하나 밸런스 자체는 나쁘지 않다. 전사 둘이 어그로를 분산해가며 탱커 역과 딜러 역을 번갈아가면서 하는 동안, 사제가 위험한 쪽의 체력을 채운다. 전법 자체는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는 실력이었다. 계층의 주인을 쓰러뜨리기엔 전사 둘의 데미지가 부족해보였고, 또한 장기전으로 끌고 가기엔 사제의 마나가 부족해 보였다. 뭐, 앨리시아가 있으니까 위험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 앨리시아는 뒤에서 팔짱을 끼고 한쪽다리를 까딱까딱 거리면서 뭔가 안달 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무튼 이거 어쩌지. 쟤들이 출구 쪽을 꽉 틀어막고 있는 바람에 도저히 지나갈 틈이 안 보였다. 이거 영락없이 이대로 기다리고 있어야하는 건가? “우와아앗!” 그런 생각을 했을 때, 드디어 지루한 대치구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칸나가 계층의 주인의 공격을 칼로 막아내면서 뒤로 물러나가다, 그만 눈에 미끄러져 넘어진 거다. 완벽한 무방비 상태. 일견 위험해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어차피 저쪽엔 앨리시아가…어? 야! 너 뭐해?! 당연히 앨리시아가 구해줄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쪽을 쳐다봤지만, 정작 그 앨리시아는 어째선지 칸나가 아니라 이쪽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정신이 팔려있었다. 이런! 계층의 주인이 칸나를 공격하기 직전, 나는 황급히 놈에게 성자의 파동을 날렸다. 완전히 스틸처럼 되어버렸지만, 뭐 구해준 거니까 괜찮겠지. 모르는 애들도 아니고. “어, 어? 구원?!” “야, 멍하니 있지 말고 공격…!” 서걱! 내가 그렇게 외칠 것도 없이, 갑자기 계층의 주인의 머리가 날아가면서 그대로 그 몸이 허물어졌다. 말할 것도 없이 앨리시아였다. 아차, 역시 괜히 나섰던 건가. “칸나! 정신 똑바로 안 차려!” 앨리시아는 촤악 하고 멋들어지게 검을 휘둘러 바닥에 피를 뿌리더니, 칸나를 돌아보며 일갈했다. “미안! 대장! 그래도 구원 앞에서 멋진…으아아악! 아파아! 탭! 탭!”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오르려던 칸나는 바로 앨리시아한테 안면을 잡혀서 아이언 클로를 당하게 됐다. 예전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칸나 쟨 참 생각이 없이 사는 것 같단 말이야. “아, 그 뭐냐. 앨리시아 미안. 난 또 위험한 줄 알고 나섰는데.” “으, 응? 아니, 뭐, 됐어. 조금 위험해 보였던 것도 사실이고, 어차피 계속 놔뒀어도 얘들끼리 잡진 못했을 테니까.” 앨리시아는 여전히 칸나에게 아이언 클로를 건채로, 반대 손을 휙휙 휘두르면서 괜찮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다행이다. 시원스런 성격인 건 여전한 모양이다. 근데 앨리시아. 슬슬 칸나가 죽으려고 하고 있는데. 네 팔을 열심히 탭하던 손이 힘을 잃고 축 늘어져 있다고. “그보다 오랜만이군. 너흰 4계층에 다녀온 거냐?” “그래. 맞아.” “진짜 잘 나가는군. 그래서, 다녀와 본 소감이 어때?” “어렵더라고. 한동안 고생할 것 같아.” 뭔가 다른 클랜 애가 이런 질문을 하는 것에 위화감을 느끼긴 했지만, 나는 그냥 대답하기로 했다. 앨리시아 얘는 워낙 그런 세세한 거 신경 안 쓰는 성격으로 보이기도 하고, 모험가 선배로서 뭔가 조언이라도 해주려는 걸 수도 있고. “하핫. 그렇단 말이지? 그거 잘…크흠. 뭐, 거긴 워낙 특수하니까 어쩔 수 없지. 말 그대로 한동안 고생하면서 익숙해질 수밖에 없어. 천천히 하라고. 천천히. 처음에는 3계층 마을에서 오가면서 말이야.” 하지만 의외로 기대했던 조언은 꽤나 정석적인 수준에서 그쳤다. 앨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호탕하게 웃을 때마다 그 손에 안면을 잡히고 매달려있는 칸나가 대롱대롱 흔들리는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내가 이런 애를 가지고 놀았단 말이지. 혹시 전에 때릴 때는 얘 나름대로 봐준 건가? 나는 살짝 오한이 들었다. “구원 대체 언제까지 어머, 당신은….” “헉! 사라! 물러서! 앨리시아한테 가까이….” “그러니까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 새끼야!” “아, 알았어. 진정해.” 너 레즈 아니라고 생각해 줄 테니까. 칸나 시체 들이밀면서 협박하지 말아줘. 참고로 말하지만 난 절대 협박에 굴한 게 아니다. 실제로 앨리시아가 사라한테 눈길 한 번 안 줬으니까 믿어 보려는 것뿐이다. 암. 그렇고말고. “여러분. 오랜만입니다.” “오랜만이에요.” 그리고 우리 애들이 통로에서 다들 올라오자, 그제야 뒤에 있던 세레나와 에이미도 내게 인사를 해왔다. 비록 계층의 주인에게서 마석을 캐내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뭔가 타이밍이 너무도 절묘했다. 마치 재고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음. 자네들인가. 벌써 여기까지 오다니. 꽤나 의욕이 넘치는구먼.” “다, 당연하지. 얘들보다 늦게 모험가가 됐으면서 어느새 앞서나가 있는 댁들을 보니 우리 클랜도 면목이 안서니까 말이야.” 그리고 이제야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 얘들이 구르는 이유는 우리 때문이었다! 그렇구나. 그래서 전에 앨리시아한테 끌려가면서도 우리한테 원망의 시선을…. 이거 괜히 미안해지네. 아니. 내가 잘못한 건 딱히 없지만 말이야. 게다가 아라크네 클랜 정도의 거대 클랜이면 우리와 비슷한 레벨 대 애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텐데. 굳이 얘들이 찍힌 걸 보면 역시 그냥 이 삼인방이 운이 없는 거다. “호오. 그런 이유인 겐가? 그래서 간부인 자네까지 나서서 말인가?” “그, 그럼! 우리 아라크네도 최고의 클랜이라는 자부심이 있지. 우리 애들이 남보다 뒤처지는 꼴은 못 봐! 그리고 얘들은 이래 봬도 우리 클랜의 동 레벨 대 애들 중에선 최고의 기대주로 꼽히는 애들이라고!” “어? 그런 거야?” “…네. 부끄럽지만 일단은….” “아아 너무해. 그 표정, 못 믿으시는 거죠?” 아니. 난 또 그냥 앨리시아한테 뭔 잘못을 저질렀던 건 아니었나 싶었지. 실제로 지금 막 칸나는 목숨을…. “아, 아무튼 너희 이제 3계층 마을까지 돌아가는 거지? 그럼 가, 같이 어때?” “너희도 돌아가게? 그럼 그럴까?” 돌아간다는 말에 뒤에 있던 세레나와 에이미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는 걸 보고도 거절할 수 있을 정도로 난 냉혹한 놈이 아니었다. 앨리시아 이거, 머리 좀 썼군. 그래도 우리 애들한테 백합의 마수를 뻗으려고 하면 가만두지 않겠어. “자, 잠깐 구원!” “응? 사라는 반대야? 하지만 우리도 마틸다가 힘들어하고 있고, 앨리시아랑 같이 가면 편하긴 할 걸? 괜찮아. 네 정조는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줄게.” “바, 바보야. 그런 게…휴우. 알았어.” 사라는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뒤에 있던 마틸다의 안색을 보자 더 이상 반대하긴 힘들다는 걸 느꼈는지 가볍게 승낙해줬다. “좋아! 그렇다면 가자고!” 앨리시아가 시원하게 외치면서 칸나의 안면을 드디어 놔주고 내 어깨에 팔을 두르려고 했다. 아아. 저렇게 맥없이 눈 위로 쓰러져 파묻히다니. 칸나. 넌 생각도 없고 여자치고 색기도 안 느껴지는 녀석이었지만, 그래도 명복을 빌어주지. 돌이켜보면 명랑하고 제법 재미있는 녀석이었어. “네. 그래요!” 그리고 나와 앨리시아의 사이에 레이아가 쏙 들어와서는 내 품에 쏙 매달렸다. “레, 레이아. 이제 4계층에서 벗어났으니까 이렇게 달라붙을 필요는…진형도 갖춰야 되고.” “어머? 그런가요? 죄송해요.” 레이아는 살포시 얼굴을 붉히면서 살짝 아쉽다는 듯 내게서 떨어졌다. 크흑. 그런 표정 짓지 마. 괜히 더 달라붙어 있고 싶잖아. 하지만 그랬다가는 우리 대마법사님이 드디어 폭발…어? 디아나 쟤 왜 흡족하게 웃고 있냐?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3계층 마을까지 아라크네 애들과 함께 가게 됐다. 아, 참고로 말하자면 칸나는 살아있었다. 사제 셋이 모여서 힐을 퍼부어줘야 하긴 했지만. 저거 장담하는데 계층의 주인한테 입은 피해보다 앨리시아한테 입은 피해가 더 컸을 거야. “그건 그렇고 역시 전위가 많으니까 편하긴 하네.” 그래서 현재 우리 일행은 전위 다섯에 후위 넷이라는 구성이 됐다. 때문에 성역 선포는 쉽사리 쓰지 못하게 됐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역시 진행이 한결 편했다. 전위 쪽 애들은 비교적 신경써줄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야. 후위 쪽 애들은 몬스터한테 한 대만 제대로 맞아도 큰일 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불안 하지만, 그런 걱정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정신에 한결 여유가 생기는 느낌이었다. “우우…죄송합니다…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해서….” “아, 아니. 그야 4계층에선 좀 더 노력을 해야겠지만, 실비아는 충분히 잘 해주고 있어. 다만 전위가 이렇게 있으니까 후위진을 안전히 보호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 것뿐이야.” “그, 그렇지? 전위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라고! 그, 그래! 혹시 생각 있으면 우리 클랜에 말해봐. 너희랑 우리 사이잖아. 전위의 파견 정도는….” 그런 나와 실비아의 대화를 듣고, 옆에서 앨리시아가 왠지 기대하는 눈빛을 보내면서 대화에 껴들었다. “아니. 괜찮아.” 하지만 난 그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괜히 우리 애들 말고 다른 애들 껴 있으면 성자 스킬 쓰다가 골치 아파질 수도 있으니까. 얼마 전에도 내 스킬에 영향 받은 게 사라였으니 망정이지, 나랑 관계도 없는 여자였다고 생각하면…상상만 해도 피곤해지는 것 같았다. “그, 그러냐…그, 그래도 앞으로 더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 혹시 필요하면 말 하라고!” “그래. 그래. 신경 써줘서 고맙다.” “오, 오우. 뭐, 너랑 내 사이잖냐.” “너랑 내 사이가 대체 뭐라고….” “뭐야? 너 이 새끼 널 남자로 만들어준 게 대체…으읍!” 나는 황급히 앨리시아의 입을 틀어막았다. 안 그래도 지금 난 디아나 눈치 봐야 되는 상황인데 그런 말까지 하지 말라고! 네가 그 말 할 때마다 우리 애들이 괜히 기분 나빠진단 말이다! “하, 하긴! 클랜끼리 협약도 맺은 사이고 말이지! 그러고 보니 어때? 뭔가 새로운 비밀 통로 같은 건 알아낸 거 있어?” 어차피 정기적으로 서신을 통해 알려주기는 했지만, 나는 굳이 그런 질문을 던졌다. 스스로 생각해도 나이스 플레이다. 기가 막힌 화제 전환이야. “으, 으음…난 잘 몰라. 요즘은 얘들 데리고 3계층에 틀어박혀 있었거든.” 앨리시아는 내 손에 입이 막힌 채로 입술을 오물거리더니, 고개를 홱 돌려서 입을 떼어내고는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말했다. “…그러냐….” 칸나, 세레나, 에이미. 너희 진짜 고생 많았겠구나. 그리고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명복을 빌어주는 것밖에 없었다. 그냥 우리가 던전 진행 속도를 늦추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거랑 이거랑은 별개의 얘기지. 뭐, 확실히 요즘 좀 천천히 진행하려는 마음이 생기긴 했지만, 얘들이랑 속도를 맞춰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하핫. 너무 실력이 뛰어난 것도 문제란 말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조언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고치지 않아도 된다니 다행이네요. 397==================== 4계층 “그럼. 나중에 또 보자! 너무 서두르다 다치지 말고 느긋하게 하라고!” “대장님 말이 백번 맞아! 제발! 제발 천천히 좀….” “대장이라고 하지 말랬지! 적어도 교관님이라고 해라!” “아윽!” 칸나 쟨 끝까지 저러고 싶을까. 그리고 미안. 장담은 못하겠다. 뭐 일단 1계층 연못을 조사할 생각이니까 한동안 4계층에서의 진전은 없겠지만 말이야. 힘내라. 3계층의 마을에 돌아온 직후, 길드까지 올라와서 아라크네의 애들과 헤어졌다. 삼인방은 오랜만에 지상에 올라온 게 얼마나 기쁜 건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감격해하고 있었다. 듣자하니 저번에 3계층에서 우리와 만난 이후로 처음 지상에 올라온 거라나 뭐라나. 저러다 쟤들은 지상보다 던전의 마나에 더 익숙해지는 거 아닐까. “하아아아…지상의 공기는 왜 이리 맛있는 걸까요? 여신님의 은총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 것 만 같아요.” 그리고 지상에 올라와 감격해하고 있는 애가 또 한 명, 우리 파티에도 있었다. 뭐, 내 추측에 따르면 여신님의 은총이란 게 아주 틀린 말도 아니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저렇게 기뻐하는 걸 보니, 뭔가 던전에 데리고 다니는 게 미안해졌다. 아무리 자기가 원해서 따라온 거였다곤 해도 말이다. 어쩌면 마틸다 하고는 나중에 제대로 얘기를 해봐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일단 마석부터 교환 하는 게 우선이다. “……저기. 디아나?” “음? 뭔가?” “다른 애들 다 가는데. 안 가?” “실비아양도 있지 않나. 왜 이 몸에게만 그러는 겐가? 이 몸이 있으면 곤란한 일이라도 있나?” 아니. 실비아는 원래부터 아무 일 없으면 날 졸졸 따라다니는 애니까…응. 그래. 실은 조금 곤란해. 그도 그럴 게, 너 나 혼내려고 남아있는 거잖아. “아, 아니. 별 일이다 싶어서.” “오늘은 자네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 기분이라서 말일세.” “그, 그렇구나. 그럼 난 일단 마석 교환하고 올게.” “음. 얼른 다녀오게.” 젠장. 역시 혼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건가. 아니, 그야 던전에서 그렇게 섹스까지 한 건 내가 좀 심하긴 했지만 말이야. 반성하고 있다니까. 그 이후론 성실하게 행동했잖아. 사라가 자극하는 바람에 조금 욕구 불만이 돼서 그랬던 것뿐이야. 용서해줘. 라고 말하면 사라랑 그런 짓까지 했었냐고 더 화내겠지. 아무래도 디아나한테 혼나는 건 회피할 수 없는 모양이다. “레이첼 누님. 저 왔어요. 여기 마석 교환해주세요.” “안녕하세요. 구원씨. 네. 마석 받았습니다. 4계층은 어떠셨어요? 다른 계층들과는 많이 달라서 놀라셨죠?” “네. 역시 모험가란 극한 직업이네요.” “후훗. 그런 구원씨는 지금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떠오르는 다크호스지만요.” “그, 그런가요?” “그럼요. 누구도 밝혀내지 못했던 새로운 길을 제시하셨잖아요. 사실 조금 굉장한 거예요. 이제 막 4계층에 진입하신 분이 이렇게까지 고평가를 듣는 건 처음 아닐까요? 과연 성자 전설을 만드실 분이네요. 저도 담당자로서 콧대가 높아져요.”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시는 레이첼 누님을 보니 저도 열심히 한 보람이 있습니다. 아니. 뭐 성기로 길 뚫기는 그냥 게임을 해서 아는 거지만. “자, 그럼 여기 정산금이에요.” “감사합니다. 아, 참. 그리고 레이첼 누님.” “넷?!” 어라, 갑자기 왜 이렇게 눈을 빛내시는 거지. 살짝 기대하게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이러니까 말하기 부담스럽잖아. “아, 아뇨. 그게…어쩌면 다음 탐험 때 새로운 발견을 또 하게 될지도 몰라서요. 기대해주시라고요.” “……그런가요.” 우와. 순식간에 엄청나게 기운이 빠졌어. 뭐지? 대체 나한테 뭘 기대하신 건데? 이런 거 말고 내가 레이첼 누님께…앗. 혹시, 설마…. 아니. 까먹은 거 아니다. 그럼. 내가 미인과의 약속을 까먹을 리 있나. “그, 그리고 누님. 전에 말했던 식사, 시간은 언제쯤 가능하세요? 누님은 항상….” “언제든지요!” 역시 이걸 기대하고 계셨던 모양이다. 나랑 식사하는 게 그렇게 기쁘신 건가? 하지만 레이첼 누님, 처음 만났을 때는 내가 꼬드겨도 냉정하게 거절하셨잖아? 그야 그때에 비하면 내가 잘 나가고 있기는 하지만, 누님이 그런 걸로 사람을 차별할 정도로 약아빠진 사람은 아닐 거다. 지금까지 알고 지낸 성격도 그렇고, 애초에 신분도 그럴 신분이 아니다. 안내원을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길드장의 따님이라고. 그리고 그 길드장은 디아나랑 말을 놓는 사이다. 잘나가는 걸로 따지면 나한테 절대 꿀릴 누님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로 처음 만났을 때, 들이대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다는 식의 말을 하기도 했었고. 혹시 이제 와서 내가 좋아지셨나? 아니. 그럴 리는 없나. 그럴만한 사건이 전혀 없었다. 그야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몸을 겹친 적은 있지만, 내가 엄청난 테크닉을 자랑하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런 걸로 사람을 좋아하게 될 정도로 음란한 누님으론 안 보이고 말이다. 그럼 그건가. 그냥 단순히 친해져서 그런 건가. 친구랑 같이 식사하는 걸 기뻐하는 의미에서. …슬프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역시 이쪽이었다. “언제든지라니…누님 볼 때마다 일하고 계시던데요? 심지어 전에 봤을 때는 밤늦게까지 일하고 계셨잖아요.” “구원씨랑 약속 잡은 날에는 휴가내면 되요!” “네? 괜찮은 건가요? 겨우 저랑 밥 한 끼 먹으려고 휴가는….” “괜찮아요! 엄청 쌓였거든요! 하지만 좀처럼 쓸 기회가 없어서….” 그런 건가. 어쩐지 이상하게 기뻐한다 싶었더니. 아무래도 누님은 휴가를 쓸 수 있게 되는 게 기뻤던 모양이다. 쳇. 그럼 그렇지. 아니. 뭐 내가 누님을 노리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럼. 어딜 감히 내가 우리 예쁜 애들을 놔두고 그런 생각을 하겠어. “그럼 누님 편한 날로 정해주세요. 저도 아무 때나 가능하니까요.” “그런가요? 그럼 내일 바로…아니. 잠깐만요. 요즘 밖에 다닐 일이 없어서 옷이…응! 내일 모레! 내일 모레 어떠세요?” 누님…한창 때의 여성분이 밖에 입고 다닐 옷도 없다니…대체 얼마나 일중독인 거예요. 나는 안타까움과 동시에, 지적이고 상냥한 누님의 이미지가 조금씩 박살나는 기분이 들어서 살짝 슬퍼졌다. “네. 그럼 내일 모레로. 만나는 건 어디서 만날까요?” “앗. 그렇군요. 길드에서 만날 수는 없는 일이니까…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레이첼 누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조그만 메모지를 꺼내서 뭔가를 적더니 건네줬다. 가슴의 주머니에서 펜을 꺼낼 때 가슴이 출렁이는 모습이 참으로 장관이었다. 레이아 보다 작다고는 하지만 역시 이 누님도 상당한 공격력을 자랑하신단 말이지. 타이트한 안내원 복의 조끼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여기로 데리러 와주실 수 있을까요?” “네? 여기는…서, 설마 누님의….” “후훗. 아쉽게도 본가는 아니에요. 길드의 안내원들이 모여서는 기숙사에서 혼자 살고 있거든요.” “아니. 혼자 사시는 거면 더…아, 아무튼. 저한테 알려주셔도 괜찮은 거예요?” “괜찮아요? 저와 구원씨 사이잖아요?” 얼마 전에 앨리시아한테도 똑같은 말을 들었는데 말이야. 레이첼 누님 같은 미인이 이렇게 윙크를 하면서 말하니 꽤나 느낌이 달랐다. 아니. 앨리시아도 미인이긴 미인이지만 말이야. …조용히 입 다물고 있으면. “저, 저희 사이요?” “네. 바로….” 레이첼 누님은 그렇게 말하더니 살짝 나한테 손짓을 했다. 내가 홀린 듯이 귀를 가져가자, 누님이 비밀 얘기를 하듯 입 옆에 손을 세우고는 조그맣게 속삭였다. “성자 전설을 써나가실 분과, 그걸 바로 옆에서 지켜볼 안내원 사이잖아요.” 누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살짝 혀를 내밀면서 윙크를 했다. 젠장! 그렇죠! 그거야 그렇겠죠! 알고 있었으면서 잠깐 기대한 내가 바보였어! 아니! 아쉽지 않거든?! 만약 누님이 날 좋아한다고 했어도 거절해야하는 입장이니까 말이야! 오히려 다행이라고! 그럼! 다행이고말고! 젠장! “그럼 내일 맞이하러 갈게요….” “후훗. 네. 아 참. 구원씨. 미안해요.” “네? 뭐가?” “…자네들 참 즐거워 보이는구먼.” “으헉! 잠깐! 디아나! 기다려! 진정해! 이건…!” “자네 이 몸이 여기 남아있는 이유를 설마 짐작 못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럼요! 그럴 리가요? 엄청 반성하고 있는 걸요!” “그러면서도 노닥거렸단 말인가!” “잠깐! 여기엔 다 이유가…!” “시끄럽네! 자넨 어디 한 번 제대로 혼쭐이 나봐야겠네! 따라오게! 끄으으응…. 씨잉….” 디아나는 점프해서 내 귀를 잡더니 그대로 끌고 가려고 했지만, 디아나가 아무리 힘을 써봤자 내가 끌려가질 리가 없었다. “으아아악! 디아나! 아파! 용서해줘!” 그리고 분위기를 읽은 나는 바로 아픈 척을 하면서 몸을 숙이고 끌려가는 연기를 해줬다. 디아나야. 나밖에 없지? “크흠. 따, 따라오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혼신의 연기 덕분인지 다행이도 디아나한테 크게 혼나지는 않았다. 던전에서 섹스를 한 건 결국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은데다가 시간이 흘러서 디아나도 화가 많이 풀린 상태였고, 레이첼 누님과 담화를 나눈 건 애초에 디아나가 문제였으니 말이다. 디아나가 나한테 말도 없이 그렇게 늦지 않았다면, 레이첼 누님이 날 도와줄 일도 없었을 거다. 그거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한 거라고 변명하자, 디아나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납득을 해줬다. …뭐, 보답으로 누님과 식사 약속을 잡았단 얘기는 안 했지만. 아니. 바람피우는 건 아니지만, 마음에 걸릴 거라곤 아무것도 없지만, 왠지 말이야. 이런 분위기에서 말했다가는 더 혼날 게 빤히 보이잖아? 아무튼 디아나와의 1대1 면담에서 겨우 풀려난 나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파티장다운 일부터 하기로 했다. 던전을 나왔는데 무슨 파티장 운운이냐고? 던전 안이 아니더라도 처리해야할 일이란 게 있는 법이라고. 예를 들어 마틸다 같은 파티원과의 상담 말이다. 던전행을 그렇게 힘들어 하는 걸 보니 꽤나 상담이 필요해 보였다. 어쩌면 더 이상 따라오지 말라고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야 마틸다가 빠지는 건 우리로서도 타격이 있었다. 일단 든든한 힐러가 한 명 빠진다는 점. 힐러는 레이아도 있고, 정말 여차하면 내 힐링 섹스도 있는데 무슨 문제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특히 힐링 섹스는 일단 발동만 시키면 소모 값 없이 무한대로 치료가 가능한 스킬이니만큼, 더더욱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힐링 섹스는 전투 중에 사용이 불가능하니까 말이야. 지금은 그럴 일이 거의 없지만, 나중에는 전투 중에 지속적으로 힐이 필요할 때도 올 거다. 그럴 때 만약 레이아만으로 힐량이나 마나가 부족해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역시 힐러가 둘이 있는 편이 안정감이 강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틸다가 있으면 후위가 더 든든했다. 애초에 마틸다의 스탯은 대사제의 스탯이 아니라 성기사의 스탯이니까 말이다. 이 세계의 시스템이 다른 그레이트 어스의 시스템과 같다면, 마틸다의 스탯은 지금 성기사의 스탯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거다. 같은 직업에서 전직할 수 있는 직업은 특정 위치에서 서로 간에 변경이 가능하다. 사제에서 전직할 수 있는 대사제와 성기사가 신전에서 직업을 바꿀 수 있듯 말이다. 다만 서로 간에 변경을 하더라도 사용 가능한 스킬만 변할 뿐, 스탯은 그대로 유지가 된다. 성기사에서 대사제로 변경하면 성기사의 스킬은 사용 불가능해지고 대사제의 스킬들을 사용 할 수 있게 되지만, 스탯은 여전히 성기사의 스탯이라는 거다. 그런 고로 마틸다는 후위에 있으면서도 그 스탯에 힘입어 후위진의 마지막 방패 역할을 해왔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마틸다에게 던전에 더 이상 따라오지 말라고 하는 것은 우리로서도 큰 손실이었다. 나로서도 되도록 그렇게 안 됐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힘들어하는 애를 억지로 데려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지. 그런 고로 나는 마틸다의 방을 찾아와 문을 두들겼지만, 안에서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이상하네. 설마 여기 없는 건가. “바넷사!” “무슨 일이 십니까?” “우왓! 진짜로 튀어나왔다!” 그냥 장난삼아 허공에 불러본 거였는데. 얘 뭐야. 무서워. “……용건이 없으시면 전 이만….” “아, 아니. 잠깐. 혹시 마틸다가 어디에 있는지 알아?” 내가 물어본 거지만 진짜 알 것 같아서 무서워. “방에 계십니다만.” 거 봐 알고 있잖아. 그것도 ‘계신다고 생각합니다만.’이라고 애매하게 말하는 게 아니라, ‘계십니다만’이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했어. 얘 뭐야 진짜. 아니 그보다 이 세계의 집사란 대체 뭐야. 혹시 집사가 최강 클래스인거 아냐? “노크해도 대답이 없는데?” “…아마 주무시는 게 아닐까요? 꽤나 피곤해보이셨습니다만.” “아, 그, 그런가. 응. 그래. 고마워.” “네. 그럼 전 이만.” ……아무래도 오늘 마틸다와 대화하는 건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낮잠을 너무 잤더니 잠이 안오네요. 그런고로 한 편 더 써서 투척. 디모스 // 감사합니다. 393화에서 지적해주신 부분들 수정했습니다. asfdgads // 감사합니다. 395화에서 지적해주신 부분들 수정했습니다. 398==================== 4계층 무척이나 피곤했던 모양인지, 결국 마틸다는 저녁식사 때가 돼서야 겨우 얼굴을 보였다. 얼굴색을 보니 충분히 괜찮아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나중에 차분히 대화를 해보는 게 좋겠지. 아무튼 그건 다음에 던전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결하면 되는 일이다. 지금은 눈앞에 있는 사라가 우선이지. “지, 지금부터 할 거야?” 사라는 묘하게 안절부절못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사라는 아까부터 계속 이런 상태였다. 던전에서 돌아온 이후로 쭉 말이다. 나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굳어져서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내가 시선을 돌리면 그제야 후우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등. 뭔가 정상이 아니었다. 아니. 돌이켜보면 던전에서부터 조금 이상했을지도 모른다. 4계층에서 돌아올 때 마틸다의 말에 바로 찬성했던 그때부터 말이다. “사라.” “으, 으응…?”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말이야. 왜 그래?” “뭐, 뭐가?” “아니. 안절부절못하고 있잖아. 그…무슨 날이야?” 나는 순간 ‘그날이야?’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 했지만, 직전에 겨우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말했으면 분명 한 대 맞았겠지. “그, 그치만…구원, 그…싸, 쌓여있는 거지?” “응?” “나, 나한테 그렇게 당한 이후로 지금까지 쭉 참아왔으니까….” “아, 아, 아, 아아! 으, 응! 그럼! 각오하라고! 감히 그렇게 했겠다! 내 성욕을 자극시킨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아참! 그게 있었지! 나는 당황했지만 바로 마음을 가다듬고 성욕에 불타오른 표정을 지어보였다. 가끔 내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날카로운 사라에게는 전혀 통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언제 한 번 했구나.” “네, 네?” “언제? 돌아와서? 저녁 먹기 전에 그새를 못 참고 해버린 거야?” “아니, 잠깐, 사라야. 진정….” “아니면…혹시 던전 안에서?” “그, 그, 그, 그럴 리가요?!” “…흐으응. 던전 안에서 했구나….” 아니. 그러니까 대체 어떻게 아는 거야?! 얘 진짜 독심술 쓰는 거 아냐?! 아까의 그 부끄러운 표정과 수줍은 듯 떨리는 목소리를 내뱉던 사라는 어디로 사라진 건지. 점점 차갑게 식어가는 눈으로 날 쳐다보던 사라는 잠시 기억을 되짚어보듯 팔짱을 꼈다. 그리고는 뭔가 짐작 가는 일이 있는지 다시 시선을 들고 날 차갑게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디아나?” “아, 아니! 그럴 리가! 생각을 해봐! 내가 미쳤어? 던전에서 그렇게 엄한 디아나한테 내가 미쳤다고….” “구원. 디아나랑 한 거죠?” “…네.” 디아나. 미안! 오랜만에 듣는 차가운 목소리의 존댓말에 나는 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었다. “흐으응. 헤에에에. 디아나랑…. 어쩐지 수상하다고 생각은 했죠. 하지만 상대가 그 디아나니까 설마 싶었는데. 그런가요. 그런 건가요.” “자, 잠깐만. 사라야. 일단 디아나의 명예를 위해 말해두는데, 너한테 자극당한 내가 흥분해서 억지로….” “변명하지 마요!” “네.” “그럼 뭐야? 나하고 말하고 있었을 때도, 둘은 계속 연결되어있었다는 건가요? 태연하게 나랑 대화를 나누면서, 실은 디아나의 안에 정액을 싸지르고 있었다는 소리인가요?” “…….” 그건 또 어떻게 알았냐. 아니. 화나서 그냥 한 소리겠지만 말이야. 나는 공포에 짓눌려서 이제 말도 나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사람이 옆에서 열심히 경계를 서는 동안에도, 둘은 알콩달콩 섹스를 계속….”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땐 그만 했는데.” “그럼 나랑 대화할 때 싸질렀단 건 사실이란 말인가요?!” 앗, 망했다. “이, 이, 이, 이이이 변태가아아….” 사라는 이제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몸을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다. 진짜 위험한데. 안 그래도 요즘 슬슬 다시 사라의 공격이 먹히기 시작하고 있는데. 얘가 만약 마나까지 담아서 풀 파워로 때리면…나 오늘 진짜 죽는 거 아니겠지. “……벗어요.” “…네?” “안 들려요? 벗으라고요.” “갑자기 무슨…아, 넵. 당장 벗을게요.” 사라의 차가운 눈빛에 굴복한 나는 황급히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졌다. 차가운 눈으로 그 모습을 빤히 관찰하던 사라는, 내가 옷을 벗자마자 길고 아름다운 검지를 펴서는 바닥을 향했다. “꿇어요.” 뭐야 이거. 대체 뭘 하려고. 무서우니까 그냥 평소처럼 때리고 끝내주지 않을래? 스스로의 심장소리가 쿵쾅쿵쾅 시끄럽게 뛰는 게 느껴졌다. 그만둬. 진짜 무섭단 말이야. 평소대로 해줘. 내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두려운 눈으로 사라를 바라보자, 사라는 여전히 분노로 새빨개진 얼굴을 조금 일그러뜨렸다. 그리고는 그 아름다운 각선미를 자랑하듯 살며시 무릎을 접고 발을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내 물건 쪽으로 내리찍었다. 반사적으로 움찔하게 만드는 동작이었지만, 그래도 다행히 마나는 전혀 실지 않았는지 통증은 없었다. 뭐, 통증이 전혀 없었던 건 현재 아이언 페니스가 발동 중이란 것도 영향이 있겠지만. “왜 커져있는 거죠? 당신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긴 아는 건가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엄지발가락과 검지 발가락 사이에 내 물건을 끼고는 힘을 줘서 꾸욱하고 조여오기 시작했다. 아니아니. 안서는 게 오히려 이상하잖아. 지금 네 차림을 생각해봐라. 말하는 걸 잊었지만 사라는 현재 알몸이었다. 샤워도 하고 왔고, 화낸 타이밍이 나랑 섹스하기 직전이었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때문에 제법 볼륨있는 아름다운 형태의 가슴도, 가녀린 허리와 탄탄한 11자 복근도, 허리와 대조되게 넓은 골반과 벌써부터 애액이 넘쳐흐르는 음부도, 그 아래로 뻗은 길고 아름다운 매끈한 다리도 전부 그대로 보인다는 말이다. 남자인 이상 조건 반사적으로 설 수밖에…아니. 잠깐만. 애액이 넘쳐흐르는 음부? 나는 사라의 음부를 다시 한 번 주목했다. 한쪽 발을 내 물건 쪽으로 뻗고 있기 때문에 미묘하게 벌려진 다리 틈 사이로 그 음부가 보였다. 일자로 야무지게 닫혀서 핑크빛 속살을 거의 드러내 보이지 않고 있는 음부. 다만 그 위의 음핵은 흥분한 듯 평소보다 미묘하게 부풀어 올라 있는 듯이 보였고, 굳게 닫힌 틈 사이로는 투명한 액체가 비집고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심지어 그냥 조금 젖은 정도가 아니라, 이미 흠뻑 젖어서는 사라의 허벅지를 타고 그 중간까지 흘러내리고 있는 중이었다. 완전 홍수잖아. 대체 얼마나 흥분한 거야.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올려서 사라의 얼굴을 쳐다봤다. 새빨개진 얼굴. 거칠어진 호흡. 차가운 척 하고 있지만 그 안에는 강렬한 열기를 품고 있는 눈동자. 아까는 그냥 화나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다시 보니 도저히 화난 얼굴로 보이지 않았다. 내가 왜 이 얼굴을 화난 얼굴이라고 생각했던 거지? 나는 무심코 사라의 음부에 손을 뻗어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일견 굳게 다물어져있는 것처럼 보였던 음부였지만, 손가락을 가볍게 밀어 넣자 말랑말랑한 음부가 기다렸다는 듯 벌어지며 손가락을 맞이해줬다. 아무런 저항 없이 쑤욱하고 미끄러져 들어간 손가락을, 사라의 명기가 꾸욱꾸욱 조여오며 환영해줬다. 기분 탓인지 평소보다 안쪽의 주름들이 더 활발하게 움직이며 손가락을 자극해오는 것 같았다. “으으응! 뭐야?! 손 안 떼?!” 내가 음부에 손을 집어넣자 사라가 달콤한 신음성을 내뱉더니 날 찌릿하고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이미 대충 상황을 눈치 챈 나는, 더 이상 사라가 무섭게 느껴지지 않았다. “너 자기 옆에서 나랑 디아나랑 했다고 생각하니까 흥분했지?” “으하아앙! 누, 누가…흐으읏!” 사라는 부정하려고 하는 것 같았지만, 내가 음부에 넣은 손가락을 가볍게 휘젓자 바로 말을 멈추고 달콤한 신음만을 토해내게 됐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럼 이 애액은 뭐야? 완전 홍수가 났잖아.” “흐읏! 그, 흐으응, 그거언…!” 사라의 상체가 점점 앞으로 숙여지더니, 이제는 내 머리를 감싸 안듯 끌어안고는 쾌락에 절은 신음성을 토해냈다. “이 변태가. 옆에서 사람이 섹스하는 생각만 해도 흥분하는…아따가!” 분위기를 타서 공수 역전을 시도해보려 했던 나지만, 등짝에 느껴진 강렬한 스매시에 그만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응흣…흐읏…지금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 손 안 떼?” “네. 뗄 게요.” 사라는 애써 심호흡을 하며 호흡을 정돈하고는, 다시 일부러 만든 것 같은 차가운 시선으로 날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잘못한 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나는 일단 손을 떼기로 했다. 아까보다 상황이 많이 나아진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내 두려움이 조금 사라졌다는 게 전부가 아니다. 사라도 아까와는 조금 분위기가 다른 거다. 어느 샌가 말투도 다시 반말로 돌아와 있고. “후우…후우…후우우…크흠. 감히 던전에서, 그것도 내 옆에서 그런 짓을 했겠다 이거지?”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물건을 사이에 끼운 발가락에 다시 힘을 꾹 하고 줬다. “심지어 잘못을 빌어도 모자를 때에 여길 이렇게 세우기까지 하고….” 그리고 이번에는 천천히 발을 위아래로 움직여서 발가락 사이로 내 물건을 훑기 시작했다. 처음 하는 동작이 상당히 어색한 듯 뭔가 불안 불안한 움직임이었다. 가끔 힘이 너무 들어가는 거 아닌가 싶을 때도 있었고, 위아래로 움직이는 발도 매끄럽게 움직이는 게 아닌, 뭔가 걸리듯 툭툭 부자연스럽게 오르내렸다. 하지만 아이언 페니스로 튼튼해진 내 물건은 그마저도 단순한 성적 자극으로 받아들여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래도 구원 같은 변태는 따끔하게 한 번 혼이 나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아.”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물건에서 발을 떼더니, 발을 더더욱 들어 올려 내 가슴에 터억하고 발을 얹었다. 사라의 말에 나는 다시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물론 아까와는 전혀 다른 의미로 뛰는 거였지만 말이다. 사라가 내 가슴에 발을 올리고 있자, 내 눈에는 그 매끄러운 각선미가 더더욱 강조되어 보였다. 멋진 광경을 보여줘서 감사하기는 하지만, 내 가슴에 발을 얹고 대체 뭘 하는 걸까? 아, 이거 혹시…. 나는 바로 사라의 의도를 눈치 채고 고개를 숙여 그 다리를 낼름 핥았다. 여왕님 플레이라면 역시 이런 게 필요하겠지. 눈치 빠른 남자. 구원이라고 불러다오. “흐양! 뭐, 뭐하는 거야?!” 하지만 내가 종아리를 핥아 올리자, 사라가 깜짝 놀라면서 발을 떼버렸다. 어, 어라? 이러라는 거 아니었어? “좀, 뒤로, 넘어 가라고! 이…하여간 쓸데없이 튼튼해서는….” 사라는 곱게 눈을 흘기면서 다시 내 가슴에 발을 올리고 살며시 힘을 줘서 밀었다. 아, 그런 뜻이었구나. 미안. 나는 순순히 뒤로 넘어갔다. 솔직히 사라가 힘을 빡 줬으면 아무리 나라도 뒤로 휙 넘어가버렸겠지만, 또 그렇게까지는 힘을 주지 않는 점에서 사라의 상냥함이 보였다. 아무튼 내가 그렇게 바닥에 눕자, 사라가 발로 내 다리를 양옆으로 툭툭 쳐내서 다리를 벌리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 사이에 모델처럼 꼿꼿하게 서더니, 날 내려 보면서 다시 한 번 내 물건에 발을 가져다댔다. 이번에는 발가락 사이에 끼우는 것이 아니라, 발로 밟듯이 발바닥을 물건의 봉부분에 가져다댔다. “끝까지 여긴 작아지지 않는 거네. 이 변태가.” 오오. 사라야. 지금 그 차가운 목소리랑 대사랑 엄청 어울려. “대체 어떻게 혼을 내줘야 이 변태가 정신을 차릴까….”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발바닥을 내 물건에 비비듯이 발을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매번 밤에 이겨왔으니까,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네. 뭐, 전에도 메이드 플레이하다가 사라한테 역습을 맞기는 했지만, 그때도 결국 마지막에 이긴 건 나였고. “읏! 이 변태! 움찔움찔 떨지 마! 기분 좋게 해주려는 거 아니거든!” “미안.” 반사적으로 그만. 하지만 사라야. 애액을 그렇게 흘리고 있으면서 기분 좋게 해주려는 거 아니었다고 해봤자 설득력이 없단다. 이제는 허벅지는커녕 애액이 종아리까지 타고 흐르는 중이었다. 중간에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는 것들도 있고. “후우…그래서. 디아나랑 뭘 어떻게 한 거야?” “아, 역시 궁금하구나.” “아, 아니라고 했잖아! 이, 이건…그, 그래! 뭘 잘못했는지 정확히 알아야 벌도 제대로 줄 수 있으니까! 그래! 그런 것뿐이야! 그, 그러니까 빨리 말해!” 새빨갛게 흥분한 얼굴로 그렇게 외치는 사라의 모습은, 어떻게 해서든 나와 디아나의 플레이 내용을 캐내고 싶은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끊겼네요. 죄송합니다. 너무 졸려서 도저히 다음 편을 못 쓰겠습니다. 399==================== 4계층 “그러니까…흐읏…정말로 내 옆에서 둘 다 느꼈단 말이지? 하앗…하아…나와 대화하고 있었던 중에도….” 내가 대충 그때 상황을 말해주자, 사라의 숨이 더욱 더 거칠어졌다. 음부를 비집고 새어나오는 애액의 양도 더욱 늘어나서, 그에 비례하게 음부에서 바닥으로 직접 뚝뚝 떨어지는 양도 늘어났다. 음부에서 바닥까지 이어지는 끈적끈적하고 투명한 액체의 끝이 무척이나 야릇하게 느껴졌다. “이…이 변태가아….” 사라는 요염하게 들릴 정도로 콧소리를 섞은 목소리를 내면서, 내 물건을 밟고 있는 발은 더욱 빨리 앞뒤로 왕복시켰다. “으흣…왜 꿈틀 거리는 거야! 설마 디아나랑 한 걸 회상하면서 흥분한 거야?!” 아니. 너 보고 흥분한 건데. 자기가 이렇게 발로 자극해주고 있으면서 흥분하지 말라는 게 이상하잖아. “사라야….” 나는 사라의 발목을 손으로 붙잡고 좀 더 빨리 앞뒤로 왕복시켰다. “엣? 자, 잠깐! 흐읏! 이 변태야! 잠…야! 구원! 멈춰!” “이게 오빠한테 야라니…아뇨. 멈출게요.” 사라가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날 노려보고 있어서, 나는 황급히 움직임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후우…후우…후우…이 변태는 아무래도 따끔하게 혼을 내지 않으면 안 되겠어. 지금부터 벌이야.” “벌? 무슨?” 사라는 다시 내 물건을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에 끼우더니, 뿌리부분까지 아래로 쭉 내린 후 발가락에 힘을 꽉 줘서 잡았다. “지금부터 사정 금지야.” “뭐? 진짜로?” “그래. 구원은 너무 참을성이 없어. 조금은 참는 법을 길러야해.” 아니. 난 그런 뜻으로 물어본 게 아닌데…. 얘가 너무 흥분한 나머지 정상적인 판단이 잘 안 되나. 뭐, 상관없나. 난 딱히 나쁠 것도 없고. “알았어.” “후훗. 좋아” 사라는 일부러 그러는 게 티가 확 나는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 같은 옅은 미소를 지으면서, 내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줬다. 티가 난다고 해도 원래 얼굴이 쿨해 보이다 보니 어울리긴 하지만 말이야. 그건 그렇고 얘 아직도 여왕님 플레이 할 생각이구나.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사라는 여왕님이 어울리는 것 같으면서 안 어울린단 말이지. 외모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데 반응이 말이야. 아까도 조금 당황하니까 거의 울 것 같이 됐고. 뭐, 아무튼 지금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둘까. “그, 그럼 우선…우선….” 거 봐. 뭘 시켜야 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어. “핥을까?” “그, 그래! 핥아!” 내가 조금 도움을 주자 사라는 원래 그렇게 말하려고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주저할 것 없이 몸을 일으켜서 사라의 음부에 얼굴을 가져다댔다. 우선 일자로 굳게 닫혀 있는 음부를 종으로 선을 따라 그리듯 쭈욱 핥아 올리고, 그 위에 살짝 부풀어 올라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음핵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흐으으읏! 지, 지금 뭐하는…!” 아까처럼 다리라도 핥을 거라고 생각한 걸까? 내가 음부를 핥자, 사라의 바로 상체가 앞으로 꼬꾸라졌다. 뭐, 내가 버티고 있으니 앞으로 완전히 넘어질 일은 없지만 말이야. “왜, 흐읏, 왜 갑자기 거기를…!”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는 양손을 내 뒤통수에 대고는 좀 더 해달라는 듯이 자신의 음부에 밀어붙여왔다. “응? 사라를 기분 좋게 해주면서 난 참는 거잖아? 벌이란 게 그런 말 아니었어?” “마, 으으응! 맞아! 좀 더 제대로…흐읏…정중하게 해!” “그럼 사양 않고.” “흐으으으읏!” 내가 음핵에 입술을 맞춘 채 그대로 아주 살짝 빨아들이자, 사라가 격하게 몸을 비틀었다. 지금 사라의 자세를 설명하자면, 상체를 90도로 숙인 채 양 손으로 내 머리를 자신의 음부에 밀어붙이고 있는 자세다. 본의는 아니지만 엉덩이를 쭉 내밀고 있는 자세가 되니 입으로 음부를 자극하기는 불편했지만, 뒤에서 보면 사라의 매력적인 엉덩이가 강조되어 꽤나 장관이겠지. 나는 두 손을 사라의 엉덩이 쪽으로 뻗어서 그대로 그 탄력 있는 엉덩이를 붙잡고 양옆으로 쫙 벌렸다. 그러자 굳게 닫혀있던 사라의 음부도 살짝 벌어지면서, 그 안에 있던 애액들이 뚝뚝하고 아까보다 더 기세를 늘려 쏟아져 나왔다. 역시 얘 엄청 흥분하고 있어. 물론 이렇게 내가 자극하는 것도 한 몫 하겠지만, 결정타는 역시 나랑 디아나가 했던 얘기를 들었던 거겠지. 나는 뒤에서부터 음부 쪽을 향해 손을 집어넣어 사라의 음부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그 손가락을 살짝 댔다가 떼는 행동을 반복해봤다. 그러자 음부에서 쉴 새 없이 흘러나오는 애액이 내 손가락을 적시며, 차박차박하는 물소리가 울려 퍼졌다. “흐읏…으응…으으읏…!” 사라는 그런 내 행동이 안타깝다는 듯, 몸을 바르르 떨면서 더욱 내 머리를 자신의 음부 쪽에 밀어붙였다. “사라야. 발 움직여줘.” 나는 목에 힘을 주고 버텨내면서, 사라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여전히 내 물건의 뿌리부분을 붙잡고 있는 사라의 발가락이었지만, 아까부터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던 거다. “으읏…무, 흐응! 이건 벌…!” “전에도 자극 당하고 못 참아서 디아나하고 그런 일을 벌인 거였잖아. 제대로 벌을 주려면 자극을 주면서 참게 만들어야 되지 않겠어?” “…싸, 싸면 용서 안 할 거야.” 내 말에 논리적 모순점을 찾을 수 없었던 건지,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벌로 기분 좋게 해준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얘기지만, 역시 사라는 쾌감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머리가 안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물건에 다시 쾌감이 느껴지자, 나도 보답하듯 사라를 더 자극해주기로 했다. 음부 겉을 맴돌며 애액의 소리만 나게 하던 손가락 두 개를 모아서 그대로 음부에 쑤셔 넣고, 반 바퀴 빙글 돌린 후 살짝 구부려 민감한 곳을 찾는다. “흐으으으읏! 으으응! 으으으읏!” 그리고 그 손을 가볍게 진동시키자, 손가락과 음부의 틈 사이로 사라의 애액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이번엔 엄지를 사라의 엉덩이 구멍에 가져다댔다. 나머지 한 손은 여전히 사라의 엉덩이를 잡아서 옆으로 벌리고 있었기 때문에, 엄지는 간단히 엉덩이 구멍을 찾아낼 수 있었다. “으으읏…아아…거기까지…으으으읏…!” 그리고 천천히 엄지를 엉덩이 구멍 안쪽으로 침투시키는 와중에도, 사라는 달콤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역시 오늘도 준비를 해온 건가. 하여간 사라는 변태라니까. “흐으으읏!” 그리고 엄지가 뿌리까지 완전히 파고들자, 사라가 상체를 확 들어 올리고 꼿꼿이 서면서 절정에 달했다. 다리까지 부들부들 떨면서 서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나는 공세를 늦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러면 자세 상 자신의 음부를 내 얼굴에 더 밀어붙이는 꼴이 된단 말이지. 나는 바라는 대로 눈앞에 보이는 음핵에 입을 맞추고 혀끝으로 낼름낼름 핥아줬다. “우으읏! 하으으응! 아, 안…흐으응! 이 이상은…으응읏!” 사라는 더는 못 참겠는지, 내 등을 찰싹 찰싹 때리면서 떨어지라는 어필을 했다. 지나친 쾌감으로 인해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건지, 그 손바닥은 내 등에 전혀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응? 왜?” “자, 잠깐 떼….” “어딜? 여길?” “흐으으으읏!” 내가 음부와 엉덩이를 쑤시고 있는 손에 살짝 힘을 주자, 사라의 얼굴이 몽롱하게 풀어졌다. “아니면 엉덩이 말고 가슴을 만져줄까?” 이번에는 엉덩이를 옆으로 벌리고 있던 손을 떼고 가슴 쪽으로 뻗어서 만졌다. 한 손에 밀착하듯 착 들어와 감기는, 좋은 가슴이다. “흐으읏…버, 벌…떼에….” 가슴을 만지는 내 손 위에 자신을 손을 얹고 잠깐 흐느끼던 사라는, 이내 억지로 목소리를 짜내면서 내 손등을 찰싹찰싹 때렸다. 어쩔 수 없네. 이번엔 뭘 하려고. “하앗…하앗…구워언…흐읏…지금 자기가 어떤 입장인지….” “응. 알고말고. 그래서 시키는 대로 했잖아?” “으으으읏….” 내 뻔뻔한 말에 사라는 아무런 반론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억울하다는 듯이 곱게 눈을 흘길 뿐이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수 있나 두고 봐….”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물건에서 드디어 발을 뗐다. 그리고는 내 물건을 손으로 덥석 잡더니, 그대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따라와.” 사라에게 물건을 잡힌 채 이끌리는 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따라간 곳은, 뭐 말할 것도 없이 침대 쪽이었다. “누워.” 사라가 시키는 대로 침대에 드러눕자, 사라가 내 위에 네발로 걷듯이 기어 올라왔다. 내 얼굴을 내려다 볼 위치까지 기어온 사라는, 그대로 손을 아래로 뻗어서 내 물건의 뿌리 부분을 단단히 잡았다. “이, 이제부터 할 거지만…구원은 싸면 안 되니까.” 역시 더는 참을 수 없게 된 건가. 디아나와의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성벽이 자극돼서 엄청 흥분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방금 전의 절정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던 모양이다. 사라는 내 물건의 뿌리를 꽉 조이듯 단단히 붙잡고는, 각도를 조절하면서 스스로의 허리를 천천히 내리기 시작했다. “으으응…으읏…드, 들어왔다아….” “기분 좋아?!” “응읏! 우, 크흥…움직이지 마! 이걸 벌이니까!” 나는 살짝 허리를 쳐올리며 사라를 자극해보려고 했지만, 금방 제지당해버렸다. “정말로? 싸는 것도 금지인데 움직이는 것도 안 되는 거야?” “다, 당연하잖아! 이건 벌이라고!” 사라는 쾌감에 풀어지려는 안면 근육을 억지로 다잡고는 엄하게 말했다. “그러니까…흐응…내가 느끼는 동안…으으읏…충분히…하응…괴로워하라고….” 그렇지만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자, 금방 또 얼굴이 쾌감으로 풀어져갔다. “하지만…그럼 적어도 기한이라도 정해줘. 언제까지 이래야 되는데?” “적어도…으응…적어도 내가 느낄 때 까진….” 좋아. 절정을 느끼게만 만들면 된다 이거지. 그거라면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겠지. 사라도 벌써부터 꽤나 위험해보이고. “하앗…흐응…흐읏…흐으읏!” 처음에는 내 물건의 뿌리를 손으로 잡은 채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던 사라였지만, 이내 허리힘만으로는 버티고 있기 힘들어 진 모양이다. 양 손을 내 가슴 양옆에 두어 두 팔로 상체를 단단히 지지한 채로 격렬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앙…으읏…아앙…흐아앙!” 그럼에도 고개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해서 푹 숙이고 있었지만 말이다. 머리카락으로 가려진 얼굴 쪽에서 물처럼 점도가 낮은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 사라가 얼마나 느끼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흐응…으읏…으으응!” 그리고 가벼운 떨림과 함께, 사라의 음부가 꾸욱 물건을 조여 왔다. “아, 지금 느낀 거지?” “아, 아냐아…아, 흐응…안 느껴써어….” 완전히 혀가 풀려서는 그렇게 말해봤자 설득력이 없는데 말이야…. 뭐 좀 더 내버려 둘까. 나는 사라의 얼굴에 손을 뻗어서 살짝 그 고개를 들어 올리게 만들었다. 그러자 눈과 입이 반쯤 풀려서는 쾌감에 젖은 사라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살짝 얼굴을 가져가 그 벌어진 입 밖으로 살짝 나온 혀를 쪽 빨자, 사라가 바로 내 입술에 달라붙어오면서 키스를 응해줬다. 허리를 움직이는 건 안 되지만 키스는 되는 모양이다. “으응…으읍…으으읍…!” 그리고 키스를 하면서 또 한 번 다시 가벼운 절정. 이제 슬슬 나도 움직여도 되겠지? “하아…사라야. 이제….” “아, 안 돼애…버얼…벌이니까아….” 하지만 그럼에도 사라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말했다. 좋아.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래봤자 너한테 승산은 없다고. 내 물건을 엉덩이가 아닌 음부에 넣은 시점에서 말이야. “으으읏…하아앙! 흐으으읏!” 허리를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사라가 절정에 달하는 주기도 점점 더 빨라져갔다. 내가 굳이 스킬을 쓰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어차피 패시브 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내 물건을 음부에 넣고 흔들면서 나보곤 싸지 말라니. 얘가 전에 그렇게 당하고도 정신을 못 차렸나. 아니, 뭐 딱 봐도 정상적인 사고가 가능한 상태가 아니기는 하지만 말이야. “흐으응…구워어언…구워어언…내 꺼야아아…으으응…구원은 내 꺼야아…으으으읏!” “그래. 그래. 난 네 거야. 그래서, 이제 슬슬 나도 움직여도 돼?” “으응…? 으읏…아, 하응…! 안 돼애….” 얘 지금 순간적으로 무슨 말하는 건지 모르겠단 표정지었어. 이미 완전히 흐지부지 됐지만 그래도 여왕님 컨셉이었잖아. 까먹으면 안 돼지. “아직도 안 되는 거야?” “아지익…아지익 버어얼….” 아니, 그러니까 그렇게 허리를 흔들면 너만 더 느끼게 된 다니까. 슬슬 내가 한 번 싸서 스킬효과 리셋 시키는 편이 좋다고. 라고 생각하면서도 사라가 말하는 대로 계속 싸지 않고 참는 나였다. 솔직히 이젠 내가 허리를 흔들어도 사라가 별 불평 안 할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야. “구워어언…구워어언…으으으음…쪽.” 뭐, 오늘은 사라가 원하는 대로 끝까지 해줘볼까. 결국 사라가 자신이 절정에 달했다고 인정한 건 한 번 기절한 이후였다. 그 이후에 놀리듯이 섹스 부스트의 영향을 안 받는 엉덩이로 해댄 건 덤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00==================== 4계층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결국 제대로 내게 벌을 못 준 사라는 울상이 된 채 날 노려봤다. 하지만 나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왜 그래? 벌 충분히 받았잖아. 덕분에 엄청 반성했어. 앞으로 조심할게” “이 씨이….” 내가 뻔뻔하게 말하자, 사라가 얄밉다는 듯이 날 노려봤다. 하지만 난 일단 벌을 받긴 받았으니까. 원래 사라의 의도대로 되지 못한 건 순전히 사라가 못 버텼기 때문이다. 난 잘못 없어. 섹스 부스트도 진작에 알려줬었고. “씨이이…응읏…하아….” 사라는 잠시 동안 날 노려보다가, 벽에 걸린 시계를 보더니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삽입을 풀었다. “어? 사라야?” 쟤 설마 진짜로 화났나? 원래 아침에는 바넷사가 부르러 올 때까지 삽입한 채로 노닥거리는 게 암묵의 룰이었는데 말이야. 역시 좀 너무 얄밉게 굴었나.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라 역시 관음증을 충족시키면서 즐겼으니까 그런 거였는데. “씻겨줘.” “응?” “내 몸말이야. 정령으로 씻겨줘. 급하니까 빨리.” 급하다니 아침부터 대체 뭐가?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도, 나는 일단 정령을 불러내어 사라의 몸을 씻겨줬다. 이것만큼은 완벽하게 숙달됐단 말이지. 기껏 정령술을 익혔는데 이런 식으로만 사용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참 재능 낭비다. 아무튼 몸이 깨끗해지자, 사라는 바로 옷을 주워 입고 방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사, 사라야? 아침부터 어디 가게?” “흥. 몰라도 돼.” 나도 일단 황급히 몸을 씻고 옷을 챙겨 입으면서 사라에게 질문을 던져봤지만, 돌아온 대답은 저거였다. 다만 그러면서도 사라는 바로 방 밖을 나서지는 않았다. 마치 내가 옷을 다 입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혹시 내가 따라오도록 유도하고 있는 걸까? 뭐, 따라 갈 거지만 말이야. 대체 아침부터 무슨 일인지. 내가 마지막으로 바지춤을 올리고 매무새를 점검하고 있자, 사라가 밖으로 휙 나가버렸다. 다급히 그 뒤를 쫓아가서 도착한 곳은, 무려 디아나의 방이었다. …어? 잠깐만. 이거 설마…. “사라야. 잠깐 타임….” “디이이아아아나아아아!” 내가 말릴 새도 없이, 사라가 큰 소리로 디아나의 이름을 부르면서 방문을 활짝 열고는 안으로 들어 가버렸다. 젠장. 문도 잠겨있지 않다니. 디아나도 너무 무방비한 거 아냐? “으헷? 엣? 흐엣? 헷?” 곤히 자고 있었던 모양인지, 디아나는 잠이 덜 깬 표정으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디아나가 그러고 있는 사이에, 이미 사라는 디아나의 바로 옆까지 접근한 상태였다. 사라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말릴 새도 없이 디아나의 관자놀이 옆으로 가져가서는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 뭔가?! 대체 뭔가아?!” 너무도 갑작스런 전개에 당황하는 디아나는,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좀 귀여웠다. 원래는 황급히 말릴 생각이었지만, 반응을 보아하니 사라도 그다지 힘을 주지 않고 장난 식으로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귀여우니까 조금 더 지켜볼까? “디아나아아. 나한텐 던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렇게 설교했으면서, 자긴 구원이랑 그런 짓을 해요? 그것도 내 바로 옆에서?” “……우헷?!” 아, 디아나가 딱딱하게 굳었다. 이대로라면 디아나가 석화 상태에서 풀릴 것 같지가 않으니, 나도 일단 한 마디 거들어줘 볼까. “미안. 디아나. 들켰어.” “무, 무, 무, 무….” 헤헷하고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디아나에게 말하자, 디아나의 석화 상태가 드디어 풀렸다. 덤으로 디아나의 관자놀이를 공격하던 사라도 왠지 모르게 이게 아닌 데라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릴 하는 겐가아아아!” 디아나는 양 손으로 자기 머리를 감싸 쥐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외쳤다. “들키다니? 헷?! 자네 제 정신인가?! 왜 그렇게 태연한 겐가?! 응?! 으으응?!” 아니. 그…생각보다 더 반응이 격렬하네. 미안. 어쩌면 또 흥분하는 거 아닐까? 같은 생각도 했었는데, 과연 이런 상황에서는 흥분하는 것보다 당황스러움이 더 큰 모양이다. “디아나아. 그보다 나한테 할 말이 있지 않아요?” 이게 아닌 데라는 표정을 짓고 있던 사라는,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는 주먹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말했다. “으아아아…미안하네! 하지만…하지마안…!” 디아나가 반쯤 울상을 지으면서 원망스럽다는 듯이 날 노려봤다. 아무리 귀엽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지켜만 보고 있으면 평생 디아나한테 미움받을지도 몰라. 슬슬 히어로가 등장할 차례인가. “사라. 그만 둬! 잘못은 모두 내게 있어! 내가 억지로 한 거야! 책망하려면 나를….” “그래. 그럼.” 내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사라가 기다렸다는 듯이 공격 타겟을 내게로 돌렸다. “어? 잠깐…으아아아악! 쪼개져! 머리 쪼개져! 야! 이거 진짜 아픈데?!” “아프라고 하는 거니까.” “끄아아악! 잠깐! 난 어젯밤에…!” “그건 구원 몫이고. 디아나 몫도 구원이 대신 벌 받는 거지?” 끄윽…! 사라 녀석! 어쩐지 뭔가 이상하다 했더니 이걸 노린 거였나! 치사한 녀석! “믿을 수 없네! 믿을 수 없어! 이 몸이 그렇게 말했는데 아직도 반성을 덜 한 겐가?! 역시 말로 해서는 안 되는 겐가?! 그런 겐가?! 안 들켰다고 하지 않았나! 이 몸은 이제 사라양의 얼굴을 어떻게 보면 되는 겐가?!” 그리고 공격에 디아나도 가세했다. 디아나는 들켰다는 부끄러움을 전부 나에 대한 분노로 전환한 건지, 맹렬하게 달려들어서 두 주먹으로 날 때려대기 시작했다. 토닥토닥토닥토닥하고. 음. 치유된다. 사라의 공격이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으로 조금 반감되는 기분이야. 그렇다고 티를 내면 이번에야말로 마법 공격을 맞을 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아니. 어차피 넌 억지로 당한 거니까 사라도 이해해줄…으아아아.” “디아나는 이해해도 구원은 이해 못하거든?! 차라리 내가 자극했으니까 나한테 올 것이지, 하필이면 디아나한테 가?!” 아니. 그건 그냥 단순히 디아나가 그런 플레이를 더 좋아하니까…. “으, 음? 사라양이 자극을 해?” 그리고 그때까지 사라와는 전혀 눈을 마주치지 못 한 채, 나만 바라보며 공격하던 디아나가 갑자기 공격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아차.” “아차가 아닐세! 그게 무슨 말인가?!” 그러고 보니 디아나는 못봤던 건가. 내가 사라가 서로 만져주고 있을 때 확실히 디아나와 눈이 마주치긴 했지만, 그 말은 즉 내 모이 디아나와 마주보는 방향을 향해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나와 마주보던 사라는 당연히 디아나와 등을 돌린 상태가 되고, 그 상태에서 사라가 내 물건을 만져줬으니 당연히 디아나에게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거다. “지, 진정해요 디아나. 그냥 구원이 만져줬을 때 나도 모르게 조금 성기를….” “그런 짓까지 했었단 말인가?! 나도 모르게라니! 던전에서 무슨 짓을 하는 겐가아?!” “아, 아무리 그래도 디아나 보단 나아요! 억지로 당했다곤 하지만 제 옆에서 구원이랑 관계를 맺은 거잖아요?! 디아나가 제대로 거절했으면 아무리 이 변태라도 던전에서 그렇게까지 억지로 했겠어요? 다 디아나가 거절을 안 하니까….” “자, 잠깐!” 위험해. 이대로라면 정말로 둘이 싸우게 되고 만다. 서로 분위기 험학한 여자 둘 사이에 낀 남자라니. 죽어도 그렇게 되고 싶진 않아. 내가 지금처럼 여자끼리 서로 사이 나쁘지 않은 관계를 구축하는데 얼마나 고생했는데. “둘이 각자 조금씩 잘못했다는 거잖아. 여기선 그냥 쌤쌤으로 하고 넘어가는 게 좋지 않을까? 싸워서 좋을 거 하나도 없잖아?” “제일 잘못한 구원이 할 말이야?!” “제일 잘못한 자네가 할 말인가?!” 음. 멋진 하모니다. 이거라면 둘이 사이가 나빠질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래. 디아나. 지금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니죠.” “음. 사라양 말대로일세. 지금 이 몸들이 싸워야할 상대는….” “얘, 얘들아. 되도록 아프지 않게 부탁…끄아아악!” 대신 내 몸이 좀 고생할 것 같지만. 결국 나는 바넷사가 디아나가 부르러 오기 전까지 둘의 공세에 수난을 당해야 했다. 뭐, 물리적으로 데미지가 있었던 건 사라의 공격뿐이지만. 하지만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도 효과가 없는 건 아니었다. 흐뭇한데 흐뭇해하지도 못하고 안면근육을 단단히 잡고 있어야 했거든. 덕분에 사라에게 맞은 등짝과 억지로 다잡고 있던 안면이 너무 아팠다. “구원씨? 왜 그러세요? 아침부터 너무 피곤해보이세요.” 그리도 식당에 도착하니 바로 우리 천사님이 걱정스런 얼굴로 그렇게 물어봐줬다. 역시 우리 천사님이야. 내 마음의 오아시스. 하지만 보통은 아침에 이렇게 피곤한 얼굴로 오면 지난밤에 엄청 격렬했다고 생각할 텐데 말이야. 물론 그런 이유 때문에 피곤한 게 아닌 건 맞지만, 그럴 가능성을 염두에도 두지 않는다는 것 같은 이 반응이 과연 정상적인 걸까? 뭐, 내 정력을 믿어주는 건 참 고맙지만 말이지. 아니. 이건 그냥 힐링 섹스를 믿는 건가? “레이아. 오늘은 구원한테 상냥하게 대할 필요 없어요. 아니. 이 변태는 그러면 안 돼요.” “음. 그렇다네. 레이아양이 그렇게 항상 오냐오냐 해주니 이 자가 버릇이 없어지는 걸세.” “네? 구원씨? 또 뭔가 하셨나요?” 또라니…천사님마저…크윽. 반박할 수 없는 나 자신이 밉다. “그게….” “우와아아앗! 말할 필요 없네! 아무튼 그렇게만 알고 있게! 오늘은 상냥하게 하는 거 금지일세!” “으음…그, 그런가요…?” 레이아는 살짝 곤란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젠장. 내 최후의 보루. 마음의 오아시스마저 빼앗다니! 너무해! “뭔가?! 뭔가 불만 있나?!” “당할 땐 자기도 좋아했….” “우아아아아아!” 디아나가 큰 소리를 지르며 다시 토닥토닥 공격을 감행해왔다. “디아나씨. 상냥하게 하는 거 금지 아닌가요?” “무, 무슨 소리인가! 이거의 어디가 상냥해 보이나?! 벌주는 걸세!” “어머? 그런가요? 그럼 저도….” 천사님이 상냥하게 웃으면서 손에 회복 마법을 두르고 내 가슴에 주먹을 얹은 채 손목만을 까딱까딱 움직이면서 마치 노크하듯 콩콩콩 두드렸다. 크윽! 심장을 직접 두들기는 것 같은 충격이다! “아, 알았네! 이 몸도 안 하겠네! 그만하게! 자넨 은근슬쩍 치유까지 해주고 있지 않나!” 디아나야. 뭘 그리 안절부절못하는 거냐. 설마 자신의 자리에 위협을 느끼는 거냐. 괜찮아. 네 토닥토닥 공격은 무적이야. “어머. 미안해요. 구원씨가 너무 피곤해보이셔서 그만.” 천사님은 혀를 살짝 내밀고 장난스럽게 윙크하면서 그렇게 내 가슴에서 손을 뗐다. 크으. 역시 우리 천사님이 최고야. 그냥 치유마법 이상의 효과가 내 몸에 확실하게 발동됐다. “자네는 뭘 실실 웃고 있는 겐가?!” “구원. 그게 그렇게 좋으면 나도 해줄까?” “아뇨. 괜찮습니다.” 사라야. 등짝이니까 그나마 괜찮지. 네가 가슴을 퍽퍽 때리면 진짜로 죽어. 그것도 손바닥이 아니라 주먹으로. “아침부터 눈앞에서 보란 듯이 노닥노닥…적어도 사람 눈 없는 방에 들어가서 해주시겠어요?!” 그리고 그때,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마틸다가 일갈했다. “아….” 그리고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는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고 무안한 얼굴로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뭐, 우리 파티원들뿐만 아니라 바넷사에 메이드들,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도 있으니까 말이야. 참고로 실비아는 저기 구석에서 부럽다는 듯 손가락을 물고 바라보고 있었다. 정작 자기도 끼게 되면 진동밖에 안 하면서. “질투….” “뭐라고요?!” “아뇨. 아무것도.” 마틸다는 그 사랑에 빠진 여자 모드만 만들면 쉽게 화가 풀릴 거란 생각에 가볍게 말을 걸었지만, 시도도 하기 전에 압도당할 만큼 지금의 마틸다는 박력 있었다. 얘 진짜 화났나보다. 하긴 자긴 저주 때문에 남자랑 제대로 된 연애도 불가능한데 눈앞에서 계속 이런 걸 보이면, 그야 짜증이 날 법도 하지. 앞으로 마틸다의 눈앞에선 조금 자중하자. 뭐, 아예 안한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렇게 아침의 소동이 일단락되고, 우리는 겨우 아침 식사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럼 오늘은 뭘 할까. 레이첼 누님과 식사는 내일이니, 오늘은 느긋하게…아 맞아. 마틸다. 그러고 보니 마틸다와 대화를 나누려고 했었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0분 이내로 한 편 더 올립니다. 401==================== 4계층 그런 고로 식사를 마치자마자 나는 즉시 마틸다를 불러 세웠다. “마틸다.” “네? 뭐죠?” “잠깐 나랑 얘기 좀 하자.” “넷? 그, 그건…조, 좋아요.” 야. 뭘 기대하는 건지 빤히 보이는데, 일단은 그 짓하려고 부른 거 아니거든? 그야 물론 얘기가 끝난 다음에는 겸사겸사 할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저주는 풀어야 되니까 말이다. 틈이 있을 때 해두는 게 좋지. “그, 그럼…벗을까요?” 그리고 내 방에 들어오자마자, 마틸다가 방 안을 두리번거리면서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마틸다는 내 방에 들어온 게 처음이던가? 그래봤자 어차피 마틸다의 방이랑 별 차이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난 기본적으로 물건들을 전부 인벤토리에 넣어두고 지내니까. “아니. 그 전에 먼저 할 얘기가 있어.” “뭐, 뭐, 뭐죠…?” 내가 진지하게 말하자, 마틸다는 몸을 딱딱하게 굳히면서도 살짝 눈이 몽롱해졌다. 아니. 그러니까 그런 얘기 아니라니까. 하여간 얘하고는 진지한 얘기를 하는 것도 힘들다니까. “던전에 다니는 거 말인데. 너 앞으로도 계속 같이 따라올 생각이야?” “…네? 가,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시죠?” 몽롱하게 눈이 풀려가던 마틸다는, 내가 이런 말을 꺼낼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깜짝 놀라며 말했다. “아니. 너 가면 갈수록 던전에서 너무 힘들어 했잖아. 솔직히 네가 던전에 올 필요도 없고….” 그랬다. 생각해보면 마틸다가 우리를 따라오는 이유는 전혀 없었다. 애초에 얘는 순전히 저주를 풀기 위해서 우리 저택에서 지내는 것에 불과하다. 실비아처럼 우리 클랜에 소속된 것도 아니고 말이다. 던전에 따라온 계기도 순전히 마틸다가 그러겠다고 우겨서 그렇게 된 거다. 아마 이런 기회가 아니면 좀처럼 밖에 나가질 못하니 답답해서 그랬겠지만, 이제와선 집에 가만히 있는 것보다 던전에 있는 게 더 힘들 거다. “그, 그 말은…제가 필요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마틸다는 무척이나 충격 받은 표정으로, 뭔가 애원하듯 두 손을 마주잡고 날 바라보며 말했다. 얘도 참 그럴 리가 있나. 마틸다는 좀 막 대하는 게 익숙해져버린 바람에 평소 내 태도가 좀 그렇긴 하지만, 그런 생각은 절대 안했다고 맹세할 수 있었다. “아니. 잠깐만. 그런 뜻이 아니야. 내가 조금 헷갈리게 말을 했네. 물론 넌 우리 파티에 필요해. 네가 뒤에서 후위 애들과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 든든한 걸. 그야 필요하고말고. 하지만 힘들어하는 널 억지로 데리고 다닐 생각은 없다는 거야. 너로서도 던전에 다닐 이유는 없는 거잖아?” “하, 하지만 여신님은….” “그거야 내 사명이잖아. 네가 무리할 필요는 없어.” “…그래도 제가 따라가고 싶다면요?” “뭐?” “전, 저도…!” 마틸다는 뭔가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이내 생각을 바꾼 듯 입술을 꽉 깨물고는 말을 멈췄다. “전 이래 봬도 당신에게 나름 감사하고 있어요. 이러니저러니 해도, 당신은 저주에 고통 받고 있는 절 해방시켜주려고 노력하고 있잖아요.” 마틸다한테 저런 말을 들으면 양심이 찔리기는 하는데. 마틸다랑 하면 나도 기분 좋다. 내가 기분 좋은 짓을 하고 저런 식으로 감사 인사를 듣는 다는 건 꽤나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로는 매번 저주를 풀어 준다고 했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 필사적으로 노력하진 않았다. 그런 것 치고는 마틸다와 하는 빈도가 너무 낮았지. 우리 애들 눈치가 보인다든가 하는 건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마틸다의 감사는 내게 더더욱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러니까…조금이라도 이 기분을 보답해드리고 싶어요. 만약 당신이 제 도움이 계속 필요하신다고 한다면, 전 계속 당신들을 따라다니고 싶어요. 그야 언젠가 저주가 풀리면 저도 교황청에 돌아가야 하겠지만, 그래도 그때까지 만이라도 계속…. 그러니까….” 하지만 저런 눈으로 호소해오는 마틸다에게, 감사할 필요 없으니까 보답으로 따라다닐 필요는 없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힘든 거잖아?” “아니에요. 그런 문제가 아니에요. 제가 듣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니에요. 모르시겠나요?” 평소처럼 저주의 영향으로 쉽게 사랑에 빠진 그런 목소리가 아닌, 정말로 호소력 있고 마음을 울리는 것 같은 목소리. 원래는 이게 추기경 마틸다의 본 모습인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사람의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난 마틸다의 도움이 필요해.” 때문에 나는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요.” 마틸다는 마치 흐드러지게 피는 꽃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내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당신이 그렇게 말해준 것만으로도, 전 이겨낼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로 위험하긴 한 건고 정신론으론….” “아뇨. 디아나님의 설명에 따르면 던전의 마나에 익숙해졌냐 아니냐의 문제니까요. 정신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곤 단언할 수 없어요.” 그야. 그렇지만 말이지. “그리고 다음에 갈 땐 1계층부터 가는 거잖아요? 아무리 저라도 1계층은 아무렇지도 않아요. 거기부터 익숙해지면 되죠.” 아, 그러고 보니 그런가. 그 생각을 못하고 있었네. 1계층의 연못을 가보는 건 그런 부가효과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전 추기경이라고요. 교단에서도 교황님 다음 가는 신분이라고요. 수많은 사제들을 대표하는 입장에 있는 제가, 겨우 이정도 고난도 극복하지 못하고 물러서는 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아요.” 그리고 마틸다는 어느 샌가 평소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조금 오만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 뭐, 그럼 일단 잘 부탁한다. 짐 되면 바로 버리고 갈 거지만.” 덕분에 나도 평소 마틸다를 대하던 것처럼 대할 수 있게 됐다. 휴우. 다행이다. 방금 전 마틸다는 이상했으니까 말이야. 과연 성녀 후보 출신 추기경다워. 설마 저렇게 사람을 빨아들이는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길 수 있었을 줄이야. “뭐, 뭐라고요?!” “그렇게 되기 싫으면 이겨내면 그만이잖아. 그렇잖아? 아무 문제없지?” “아, 아무리 그래도 말이…!” “그보다.” “뭐, 뭔가요? 갑자기 어울리지 않게 분위기를 잡고.” 어울리지 않는다니…뭐 그야 그럴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너한테 그런 얘길 듣고 싶진 않다. 넌 내가 이렇게 해도 사랑에 빠지잖아. 봐라. 벌써부터 눈이 풀려가고 있다고. “진지한 얘기는 끝났으니까, 이제 할까?” “뭐, 뭘 말인가요오?” “네가 처음에 기대했던 거.” “네에….” 우와. 얘 봐라. 아예 부정도 안하네. 완전히 핑크빛 분위기에 사로잡혀버린 마틸다였다. “그럼….” 나는 살며시 마틸다의 옷을 잡고는 천천히 옷을 벗겨줬다. 마틸다는 살짝살짝 몸을 틀면서 내가 벗기기 쉽도록 만들어줬고, 펑퍼짐한 사제복 속에 감춰져있던 마틸다의 멋진 몸매가 바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여기 성직자들은 매력치에 보정이라도 받는지 하나같이 예쁘면서 기본적인 사제복은 디자인이 참 별로란 말이야. 마틸다도 언제 한 번 레이아의 사제복처럼…아니다. 아무리 던전을 다니기 위해서라고 변명하더라도, 과연 추기경복을 그런 식으로 바꿔버리면 혼나는 걸로 끝나지 않겠지? 아무튼 속옷만 남겨두고 옷을 벗게 되자, 이번엔 마틸다가 내 옷을 벗겨줬다. 여전히 평범한 천 옷만 고수하고 있는 내 옷 역시 순식간에 벗겨졌고, 마틸다는 거기에 더해 내 속옷에까지 손을 뻗었다. “아….” 그리고 속옷을 내리자 드러난 내 물건을 바라보며, 마틸다는 감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 봐도 기분 좋은 반응이다. 게다가 요즘 우리 애들은 내 물건에 익숙해져서 이런 반응을 잘 안보여주니까 말이야. 마틸다는 사랑스럽다는 듯 내 물건을 잠시 쓰다듬더니, 바로 입안에 내 물건을 넣었다. “으음…음…쪽. 응?” 하지만 나는 마틸다의 입 안에서 물건이 완전히 커지자마자 바로 허리를 뒤로 빼서 물건을 빼냈다. “왜 그러시나요?” 마틸다는 그래도 여전히 한 손으로 내 물건을 붙잡은 채로, 살며시 쓰다듬어 주면서 말했다. 저주에 걸려서 이런 태도라는 걸 알지만, 그걸 알면서도 마음을 살살 간질이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예쁜 애가 이렇게 전력으로 사랑스럽다는 듯이 행동해주면, 그야 남자로선 어쩔 수 없잖아. “입으로 하는 것보단 너랑 연결되고 싶어져서.” “후훗. 벌써 참을 수 없어지신 건가요?” 아니. 그냥 네 저주를 풀려면 이게 제일이니까 그런 것뿐인데. 라고 짓궂게 말해줄까 했지만, 이런 때까지 짓궂게 굴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나는 목구멍까지 튀어나왔던 말을 도로 삼켰다. 게다가 지금 마틸다의 모습을 보면 도저히 그런 짓궂은 말이 나올 수가 없었다. 마틸다는 내 허리를 감싸 안고 천천히 침대 끄트머리 까지 가서는 그 위에 살짝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살며시 자신의 속옷을 잡고는 무릎 근처까지 끄집어 내리더니, 한쪽 다리만 쏙 빼냈다. 그리고 여전히 팬티가 걸쳐져있는 다리는 접어서 발을 침대 위로 올려놓듯 벌렸다. 그러자 무릎쯤에 걸쳐져있던 팬티가 다시 쭈욱 타고 내려가 마틸다의 허벅지 중간쯤에 걸쳐지게 됐다. 그리고는 팬티에서 빠져나온 나머지 다리는 내 쪽으로 뻗더니, 발끝으로 내 허리를 감싸 안고 천천히 자기 쪽으로 끌어당긴 거다. “그럼 어서 와 주세요. 전 언제라도 괜찮아요.” “응. 잠깐만. 역시 아직 안 젖었잖아.” 나도 맘 같아선 당장 달려들어 삽입하고 싶었지만, 아직 그럴 수 없었다. 마틸다는 충분히 젖어있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마틸다도 기대하는 건지 조금은 촉촉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이것만으론 내 물건을 받아들이기 아직 부족하다. 충분히 풀어주지 않으면. 나는 마틸다의 음부에 손을 얹고 바로 성자의 손길까지 사용해가면서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으으응! 으읏! 죄, 죄송해요오. 흐으읏!” “그래. 그럼 다음부턴 정말로 언제라도 괜찮게 충분히 적셔두고 있으라고.” “네, 으응! 네에…! 흐으으읏!” 역시 얘도 참 예쁘다니까. 평소에도 이런 태도면, 아니. 이건 저주 때문이지. 만약 저주에 영향을 받지 않았는데도 이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나도…. 잠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안 돼지 안 돼. 나한텐 우리 애들이 있어. 이건 저주를 풀기 위해서. 마틸다도 저주가 아니면 딱히 나한테 연애 감정같은 건 없어. 난 스스로에게 들려주듯 속으로 그렇게 몇 번이고 되뇌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젖었다 싶었을 때, 나는 바로 마틸다의 안에 삽입했다. “아으응! 구원씨가 제 안에…!” 그러니까 그렇게 기쁘단 반응하지 말라고. 그만 착각해버릴 것 같잖아. 나는 최대한 사무적으로 행동하려고 노력하면서 허리를 움직였다. “구원씨…으응…제 안…흐읏…기분 좋으신가요?” 젠장. 이렇게 예쁜 애랑 이런 짓을 하는데 사무적이 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안 돼. 다른 생각을 하자. 그래. 마틸다의 저주에 대해 생각하는 거야. 이걸 푸는 시스템은 레벨 업 시스템과 비슷한 방식이란 건 이미 입증된 사실이야. 그렇다면 내가 많이 싸면 돼. 싸는 데 집중…아니. 잠깐. 전에 내가 기분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효율이 높아진다는 것도 증명됐었잖아. 그럼 역시 이렇게 마틸다에게 빠지지 않도록 사무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다는, 제대로 만족하도록 행위를 하는 게 중요하단 얘기가 된다. 젠장. 어쩔 수 없지. 얘들아 미안. 이건 바람이 절대 아냐. 저주를 풀기 위해서야. 나는 스스로의 결론에 납득하고는 마틸다를 외면하길 포기했다. “으읏! 아응! 으으응! 흐응!” 마틸다는 쾌감에 흐느끼면서도 천천히 손을 뻗어서 내 가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그 손을 천천히 위로 올려 내 얼굴까지 가져오더니,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다는 듯 내 뺨을 쓰다듬어왔다. “으응! 으읏! 흐응!” 나도 그에 답변하듯 마틸다의 풍만한 가슴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마틸다. 예뻐.” “아…으응. 다, 당신도…흐읏…구원씨도…너무 멋져요….” 그래. 지금만큼은 이 태도가 저주 때문이란 걸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기분 좋아지는 게 최선이다. “으, 으으으응!” 그리고 그렇게 서로 바라보며 허리를 흔들자, 이내 마틸다가 먼저 가볍게 절정에 달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 레벨이 높은 마틸다의 안이 꾸욱 조여오자, 나도 슬슬 신호가 왔다. “마틸다. 나도….” “으읏! 네, 네에! 구원씨…제 안에…잔뜩…!” 어차피 참을 필요가 없는, 아니 저주를 풀기 위해 오히려 많이 싸야 되는 나는 참을 생각조차 하지 않고 곧바로 마틸다의 안에 첫 번째 사정을 했다. “으으응…계속….” “해둘 수 있을 때 많이 해둬야 하니까.” 그리고 사정 직후에도 멈추지 않고, 나는 곧바로 다시 허리를 흔들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02==================== 4계층 저주를 푸는 시스템은 레벨 업 시스템과 동일하다. 그것도 마틸다 본인의 레벨이 오르는 방법과 말이다. 때문에 사정을 많이 해야 하는 것은 물론, 마틸다가 아닌 내가 기분이 좋아져야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난 최대한 스스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맘 내키는 대로 해댔다. 내가 기분 좋으면 되니까 약자 태세도 사용하면 더 효율이 좋을지도 모른단 생각도 잠깐 해봤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었다. 약자 태세는 말 그대로 모든 부분에서 자신의 레벨이 낮아졌다는 판정을 내리게 하는 스킬이다. 성행위시 감도는 레벨이 낮아졌다는 판정을 받지만, 경험치는 내 원래 레벨일 때 한 것과 동일하게 오른다거나 하는 편리한 기능은 없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말이다. 만약 그게 가능하면 너무 사기잖아. 약자 태세를 사용 후 저 레벨 여성과 잠자리를 가지면, 사정 한 방에 레벨을 10 이상씩 올려줄 수 있었을 테니까. 아무튼 만약 약자 태세로 내 레벨을 90쯤으로 낮춘 다음 섹스를 하면, 상대도 90레벨과 섹스한 경험치를 얻는다는 말이다. 저주를 푸는 시스템도 레벨 업 동일하니, 아마 이 부분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겠지. 그렇다면 굳이 약자 태세를 쓰는 것보다 그냥 이대로 하는 게 낫다. 안 그래도 지금 난 마틸다보다 레벨이 낮은 상황이라 싸려고 마음먹으면 금방 쌀 수 있는데, 굳이 여기서 레벨을 더 낮춰서 효율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지. 레벨이 낮아진 만큼 쾌감이 증폭되기는 한다지만, 그 이상으로 레벨이 낮다는 점이 경험치를 올리는 데는 디메리트로 작용하니까. 그런고로 나는 약자 태세 같은 것도 쓰지 않고 내키는 대로 신나게 마틸다와 행위를 즐겼다. 그리고 그 결과는 눈부실 정도였다. “오오. 마틸다 이거 봐. 저주의 흔적 엄청나게 줄었어.” 나는 마틸다의 왼쪽 팔을 붙잡고 흔적이 잘 보이도록 마틸다에게 들이 밀면서 말했다. 처음 만났을 땐 손목까지 있었던 검은 흔적이 이제는 마틸다의 팔뚝 절반정도까지 줄어 있었다. 그리고 내 어깨에 걸쳐져 있는 왼쪽 다리를 바라보면, 거기도 마찬가지로 발목까지 오던 흉터가 정강이 중간정도까지 줄어들어 있었다. 오늘만 팔다리의 흉터를 각각 5cm정도는 줄인 건가. 인간, 하면 할 수 있는 법이구나. 분명 마틸다도 기뻐하겠지. “으헤에…헤에…응흣…헤으응….” …뭐, 지금은 기뻐할 정신이 없는 모양이었지만, 나중에 정신을 차리면 말이다. 너무 신나게 했나. 그러고 보니 시스템을 검증한다느니 뭐니 하는 생각 없이 정말 순수하게 저주 해제만을 위해서 행위를 한 건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저 오로지 내 쾌감만을 추구하다보니 너무 정신 놓고 달린 감이 없잖아 있었다. 하지만 덕분에 이렇게 눈부신 성과도 나온 거다. 난 잘못되지 않았어. 하지만 마틸다의 상태가 이래서야, 오늘은 더 이상 하는 것도 불가능해 보였다. 나는 물의 정령을 불러내어 마틸다와 내 몸을 씻어내고, 침대 위에 누워있는 마틸다의 몸 위에 이불을 덮어준 후 방밖으로 나왔다. 자, 그럼 이제부터 뭘 하지? 시간은 오후 3시경. 아침 먹고 점심도 거른 채 지금까지 한 거니까 엄청나게 해대긴 한 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가 지나가기엔 아직도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레이첼 누님과의 식사약속도 아직 내일이고, 오늘은 딱히 할 일이…어, 잠깐만. 식사약속. 그것도 내가 감사의 뜻을 담아 대접하기 위해 잡은 약속. 딱히 데이트 같은 것도 아니니까 뭘 준비하거나 할 것도 없이 편하게 다녀오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생각해보니 중요한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내가 대접하는 자리니까 당연히 식당도 내가 골라서 에스코트해야 되는 거 아냐. 나 그럴듯한 식당 같은 데 모르는데. 물론 나도 이 세계로 온지가 언젠데 식당 위치도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적당한 식당을 모르는 거다. 내가 알고 있는 식당은 전부 너무 극단적이란 말이야. 대부분이 모험가들이 모이는 떠들썩한 술집 겸 식당 같은 곳이지만, 이런 곳에는 당연히 레이첼 누님을 데려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원래 있던 세계로 치면 식사 한 끼 대접한다면서 분식집에 데려가는 꼴이다. 그렇다고 디아나와 갔던 식당을 가? 하지만 거긴 반대로 너무 심각하게 고급 레스토랑이다. 딱히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갑자기 남자가 그런 곳으로 데려 가버린다고 생각해봐라, 정상적인 여자는 부담스러워하는 게 정상이다. 괜히 이 남자가 나한테 흑심 있는 거 아닌지 의심도 할 테고 말이다. 중간이 없잖아. 중간이. 황급히 맵을 펼쳐봤지만 아니나 다를까 맵에는 그럴만한 곳이 표시되어있지 않았다. 뭐, 애초에 내가 들어간 곳만 기록되니까 기대도 안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럼 어쩌지. 지금이라도 밖을 돌아다니면서 찾아볼까? 시간이 조금 아슬아슬하지만, 내 신체능력을 충분히 활용하여 미친 듯이 돌아다니다보면 어디 적당한 데 하나쯤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야. 생각해보니 굳이 그럴 거 없어. 그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하나 있잖아. 바로 누구한테 물어보면 되는 거다. 물론 사라, 디아나, 레이아한테는 절대 물어보지 않을 거다. 다른 여자한테 식사 대접하려고 하는데, 어디 괜찮은 곳 없을까? 응. 지뢰밭에 자진해서 돌진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뭐하는 짓이야. 아니. 딱히 레이첼 누님께 식사 대접하는 게 찔릴만한 행동은 아니지만 말이다. 바람피우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원인은 디아나고. 하지만 그래도 애들 기분이 탐탁치는 않을 거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은근슬쩍 물어봐야 된다는 건데, 그것도 쉽지가 않았다. 셋 다 눈치가 엄청 빠르니까 말이야. 사라와 디아나는 물론, 레이아마저도 요즘엔 나랑 관련 된 일에 한해 눈치가 빨라지는 경향이 보이니까. 그렇다면 남은 건 역시…. 좋아. 역시 남은 건 그거밖에 없지. 얼버무리면서 알아내는 것도 쉬울 것 같고. 좋았어. 갈까. 나는 곧장 실비아의 방으로 향했다. “크케케! 실비아! 내가 왔…는 없네.” 깜짝 놀라게 해줄 생각으로 일부러 방문을 확 열면서 들이닥쳤지만, 거기에 실비아의 모습은 없었다. 대신 방 안을 청소하다가 깜짝 놀란 메이드의 모습만 보일뿐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엄청나게 쪽팔린다. “저기…실비아 어디 있는지 아세요?” “네. 실비아님이라면….” 내 질문에 메이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상냥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해줬다. 차라리 그냥 비웃어줘. 크케케는 대체 무슨 흉내냐고 비웃어줘. 그 상냥함이 더 아파. 이름 모를 메이드에게 위치를 물어봐 도착한 곳은, 정원에 있는 넓은 공터였다. 거기서 실비아가 검술 연습을 하고 있다나. 걔 매번 나만 스토킹하고 있어서 몰랐는데, 나 없을 땐 그런 것도 하는구나. 역시 그 나이에 왕실 친위대까지 올라간 건, 불감증으로 인한 고속 레벨 업 덕분만이 아니란 건가. 공터에 다가가자 거기엔 땅에 앉아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보고 있는 실비아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게 하는, 뭔가 지루해 보이는 무표정이다. 아마 이게 실비아의 본래 성격일 테지만, 나는 매일 얘가 새빨개져서 부들부들 떠는 모습만 봐서 그런지 이런 모습이 무척이나 신선했다. 어차피 식당 위치를 물어보는 건 금방이니까, 이대로 조금 관찰하고 있어볼까. 나 없을 땐 뭘 하는지 조금 흥미도 있고. “…….” 아니. 대체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건데. 쟤 혹시 저대로 자고 있는 거 아냐? 아니. 일단 눈은 뜨고 있는데. 벌써 30분 째, 실비아는 여전히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인형 같아서 귀엽긴 하지만, 이대로라면 저녁시간이 되어버리겠다. 오늘은 목적도 있으니, 슬슬 나가볼까. “구원님….” 그렇게 결심하고 실비아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려고 했을 때, 때마침 실비아가 내 이름을 중얼거리는 게 들렸다. “오냐.” “히야아아아악!” 그래서 대답하며 튀어나갔지만, 역시나 실비아는 내 대답을 듣자마자 스프링이 튕기듯 벌떡 일어나며 괴성을 질렀다. 괜찮아. 해치지 않아. “구, 구, 구, 구!” 네가 비둘기냐. “구원님이 여기 무슨 일이십니까?!” “아니. 말 좀 하려고 왔는데. 바빠?” “아아, 안 바쁩니다!” 실비아는 황급히 옆에 있던 목검을 등 뒤로 숨기며 외쳤다. 아니 굳이 그거 안 숨겨도 안 바쁜 거 알아. 멍하니 있는 거 봤거든. “조금 물어볼 게 있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시야 구석의 시계를 쳐다봤다. 그러고 보니 점심도 걸렀고, 저녁까진 시간이 조금 있다. 좋아. 괜찮네. 이러는 편이 더 자연스럽기도 할 테고. 즉석에서 새로운 계획을 생각해낸 나는, 식당에 관한 질문을 하려던 말을 멈췄다. “한가하면 나랑 같이 좀 나가자.” “네, 네? 어딜 말입니까.” “딱히 어딜 가려는 건 아냐. 그냥 너 훈련 좀 시켜주려고.” “후, 후, 훈련 말입니까. 그, 그거라면 전 지금 열심히….” 내 훈련이란 말에 짐작 가는 바가 있는 건지, 실비아는 바로 등 뒤의 검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아니. 숨기려면 끝까지 숨기라고. 애초에 싫은 것도 아니잖아. 너무 좋아서 문제인 거지. “그래. 오늘도 신나는 나와 있는데 익숙해지기 시간이 찾아왔어.” “우으읏!” 실비아는 역시나라는 표정을 짓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왜 싫어?” “좋습니다!” “그래. 나도 좋아.” “히야으응….” 야. 아직 닿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녹아내리지 마라. “그렇게 떨 거 없어. 실비아. 나도 그간 훈련을 통해 마냥 너랑 붙어있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어.” “네? 그, 그럼….” “그래. 다 생각을 하고 있었지. 우선 네가 어느 정도 멀리 떨어져있어야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나 알아보자. 자, 몸이 떨리지 않을 거리까지 멀어져봐.” “여, 여기서 말입니까?” “응? 응. 우리 정원이잖아. 왜?” “너, 너무 좁습니다.” “…뭐? 야. 너 그럼 멀리서 내 뒤 졸졸 따라다닐 때는?” “그, 그때도 떨립니다!” 아, 그러세요. 이거 생각보다 훨씬 중증이네. 하지만 이래서야 조금씩 익숙해지며 거리를 좁혀가는 훈련은 전혀 먹힐 것 같지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오늘은 그냥 평소처럼 할 수밖에. 방금 전 훈련 방법은 원래 생각하고 있었으니 바로 튀어나올 수 있었지만, 과연 이 이상의 방법을 바로 생각해내는 건 불가능했다. 식당 위치도 알아내야 하니까, 오늘은 포기하자. “그럼 어쩔 수 없네.” “흐아아아아….” “오늘은 평소처럼 하자. 자, 출발!” “으아, 잠…적어도 옷을…바, 방금까지 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지라, 따, 땀이….” “괜찮아. 물의 정령으로 씻겨줄게. 자, 됐지. 가자.” “우, 우으으으….” 결국 실비아는 모든 걸 포기한 표정으로 내게 팔에 찰싹 달라붙어서 몸을 떨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아도 이 자세를 잡다니.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실비아 본인도 즐기고 있는 거라니까. 거리로 나온 우리는, 일단 길을 좀 걷기로 했다. 무턱대로 식사하러 가자는 건 너무 티가 나니까 말이야. 대충 구경하는 척이라도 하다가…. 꼬르륵. “구, 구원님. 시장하신 겁니까?” 실비아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내 몸이 더 우선이라는 듯 걱정스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응, 그야….” 점심도 거르고 지금까지 마틸다 상대로 열심히 힘쓰고 왔으니까. “그, 그러고 보니 오늘은 점심도 드시지 않으셨죠. 그, 그렇담 저 같은 것의 특훈 보다는, 어디에 들러서 간단하게 끼니라도 때우는 게 어떠십니까?” 실비아야…. 너 어쩜 이렇게 이쁜 짓만 골라서 하니. 내가 힘들어 보이니까 떠는 것도 멈추고 걱정하는 건 물론, 알아서 식당에도 가자고 해주다니. 뭐, 나랑 딱 달라붙어 특훈이라는 이 위기를 넘기고 싶다는 사심도 조금 보이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귀엽게 넘어가줄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 고로 나는 실비아의 머리에 손을 얹고 쓰다듬어줬다. “으아아아아….” 역시 내가 걱정 되서 참고 있었던 건지, 실비아는 다시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하여간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그러자 그럼. 내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어디 괜찮은 식당 알아?” 간단히 끼니를 때우기 위해서라는 이유라면 어디 디저트점 같은 곳으로 데려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굳이 식당이라고 지정해서 실비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03==================== 4계층 “네, 넵!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귀여운 실비아는 내 말에 제대로 낚여서는 내 팔을 잡고 앞장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실비아에게 유도되어 따라간 곳은 바로…엄청나게 호화로워 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디아나와 갔던 두 곳과는 다른 곳이었지만, 여기도 그곳들에 절대 지지 않을 정도로 호화롭기 짝이 없었다. 어쩐지 다른 곳으로 안 빠지고 계속 귀족가 안에서만 걷더라. 그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어. 얘 귀족 영애였지. 그것도 공주랑 소꿉친구 먹을 정도로 엄청나게 높은 신분의. “왜 그러십니까? 맘에 안 드십니까? 죄송합니다. 시장하실 거라 생각하셔서 그만 제일 가까운 곳을…다시 안내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더 좋은 곳이….” “아니아니아니. 맘에 들어. 맘에 드는데 말이야. 돈이….” 여기보다 더 좋은 곳이라니, 혹시 성 안에 있는 궁중요리사라도 찾아가려고? 정말로 그런 데가 있기는 있어? “도, 돈이라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내겠습니다!” 든든하다. 실비아야. 너무 든든해. 이런 말을 하는 건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던전에서조차 널 이렇게 든든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거늘…. “아니. 그게 아니라. 어차피 저녁은 집에서 먹을 거니까, 간단히 끼니만 때우는 걸 이런 고급 음식점에서 해결할 필요는 없다는 거지. 어디 좀 더 없을까?” 레이첼 누님에게 식사 대접을 할 곳을 찾기 위해서니, 원래대로라면 저렴하고 적당한 곳이라는 표현은 하면 안 되겠지만. 나는 지금 이 사건으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실비아에게 저렴하고 적당한 곳이 바로 내가 원하던 그곳이야.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실비아는 자기가 돈을 내도 아무 상관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 의견을 존중하는지 조금 생각하다가 다시 날 안내해줬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곳은 적당히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당이었다. 저렴하고 적당한 곳이라면서 데려온 것 치고는 상당히 고급스러웠지만, 역시 귀족의 기준은 나랑 좀 다른 거겠지. 역시 귀족은 귀족이구나. 그러고 보니 디아나는 엄청나게 높으신 분이어도 그런 티를 한 번도 안냈는데 말이야. 가출 생활이 길었던 탓에 서민들의 생활도 익숙한 걸까? 아니면 그냥 실비아가 세상물정을 너무 모르는 걸까? 왠지 이쪽에 무게가 실리는군. 나랑 만나기 전까지는 항상 공주와 같이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충분히 가능해. 아니. 왕실 친위대였잖아. 분명 공주랑 딱 붙어서 성에만 있었을 거야. 나는 새삼 실비아가 달리 보이면서, 일단 눈앞의 식당으로 들어갔다. 대충 간단한 요깃거리를 주문하고 주변을 둘러보자, 확실히 디아나와 갔던 곳들보다는 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도 종종 보이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원래 세계로 치면 패밀리 레스토랑 중에서도 조금 더 고급스런 부류라는 느낌이다. “괜찮은 곳이네.” “그, 그, 그렇습니까아….” 그리고 식당 안내가 끝나자마자 다시 경직된 실비아. 지금은 내 앞자리에 앉아서 나와 마주보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눈을 돌리기도 쉽지 않았다. 실비아는 새빨개진 얼굴로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하아하아 하고 거친 숨을 내뱉으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실비아는 여길 어떻게 알게 됐어?” 아까 전에 안내됐던 식당이라면 성에서 가끔 외식하는 기분으로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여긴 아니다. 이곳의 위치는 귀족가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변두리쯤에 위치하는, 성에만 있었다면 좀처럼 오지 않았을 장소였다. “다, 다른 기사 동료들에게 들었습니다. 가끔 순찰을 돌 때, 배고프면 끼니를 때우기 괜찮은 식당이 있다고.” 과연. 역시나 실비아 본인도 와본 건 처음이라는 건가. 하지만 이정도 식당을 그 정도 취급이라니. 그 다른 기사 동료라는 녀석들도 물가 개념은 실비아랑 비슷한 모양이네. “하, 하지만 정말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여긴 테이블도 그리 넓지 않고….” “덕분에 이렇게 실비아랑 지근거리에서 마주볼 수 있잖아?” “으으으읏…!” “야, 야. 가게 안에서 이상한 소리 내지 마라. 오해받잖아. …혹시 해서 묻는데, 너 지금 느낀 건 아니지?” “아, 안 느꼈습니다! 안 느꼈습니다아!” 이거 수상한데. 하지만 이런 곳에서 확인해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러기엔 너무 보는 눈이 많다. 방금 실비아의 부끄러워하는 소리에도 이미 충분히 이목이 집중됐으니까 말이야. “바벳 경! 바벳 경 아니십니까?!” 그리고 그렇게 우리를 주목하게 된 사람들 중에는, 우연히도 실비아를 아는 사람이 있었던 모양이다. 실비아가 던전에 갈 때처럼 완전 무장은 아니었지만, 약식이나마 기사 갑옷을 차려 입은 여성이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하앗, 하아…마, 마일러 경?” 그리고 실비아도, 그 기사를 알아보는 눈치였다. 설마 이 사람이 여길 알려줬다는 그 기사 동료라든가, 그런 건가? 무슨 그런 우연이…. “역시 바벳 경이시군요! 오랜만입니다! 하지만 그 표정은 대체…아니. 그보다 바벳 경이 여기 왜….” 기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뭔가 눈치 챘다는 듯 갑자기 내 쪽을 쳐다봤다. “그, 그렇다면 이 분이…으읍!” 야. 사람이 왜 이런 로브를 뒤집어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안 그래도 요즘 밖에 나올 때마다 이거 뒤집어쓰고 있느라 귀찮아 죽겠는데. 기사가 성자라고 외치기 전에, 나는 간신히 기사의 입을 틀어막을 수 있었다. “쉬이이잇. 조용히. 알겠죠?” 내가 기사의 얼굴에 얼굴을 가져다대고 조용히 그렇게 속삭이자, 기사는 알겠다는 듯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얼굴이 미미하게 붉어진 건, 결코 내 기분 탓이 아닐 거다. 크으. 이제 내 외모가 귀족들한테도 먹히는 수준까지 올라갔다 이거지. 역시 잘생긴 게 최고야. “마, 마…흐아으…마일러 경이야 말로 여기 무슨 일이십니까?”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실비아가, 조금 안절부절못하더니 나와 기사의 사이에 몸을 들이밀고 외쳤다. 덕분에 나와 더 가까워져서 잠시 바르르 떨었지만, 다른 여자를 내게서 떼어내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수 있는 모양이다. 우리 애들이랑 내가 아무리 노닥거려도 질투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던 실비아지만, 역시 얘도 사람인 이상 그런 기분이 들지 않을 리가 없지. 처음 보는 실비아의 질투하는 모습에, 나는 조금 기뻐졌다. 상으로 나중에 귀여워해주자. 뭐, 받으면 실비아는 죽으려고 할지도 모르는 상이지만. “저야 순찰을 돌고 조금 틈이 생겨…크흠. 그보다 바벳 경. 얘기 들으셨습니까?” 기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농땡이를 폈다고 말하려다가, 내 눈치를 보고는 괜히 헛기침을 하며 말을 바꿨다. “얘기…말입니까?” “네. 여왕님께서 드디어 공주님께…크흠.” 아니. 그러니까 내 눈치 보지 말고 좀 끝까지 말하라고. 궁금하잖아. 뭔데? “아니. 이 얘기를 하기에는 장소가 좋지 못하군요. 바벳 경의 사정도 대충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만, 언제 시간이 나신다면 한 번 성에 들러주십시오. 공주님께서 바벳 경의 도움을 필요로 하실 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얘기입니까?” 기사의 말을 듣고, 그때까지 반쯤 흐물거리던 실비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진지해졌다. 매번 느꼈던 거지만 얜 참 집중력이 엄청나다니까. 아까 식당을 안내할 때도 그렇고, 뭔가 다른 집중할 게 생기면 나한테 녹아내리던 것도 순식간에 잊어버리니. 뭐, 그 엄청난 집중력 때문에 나랑 단 둘이 있는 상황이 오면 행복한 감정에만 집중하느라 그렇게 심하게 녹아내리는 건지도 모르지만. “네. 한시를 다투는 긴급한 일은 아닙니다만, 중요도를 놓고 본다면 상당히.” “으으음…알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방해해서 미안했습니다. 그럼 전 이만. 두 분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성자님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기사는 내게도 조그맣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귀족으로 보이는 기사님한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란 소리까지 듣다니. 나도 꽤나 출세했네. “펠리시아가…대체 무슨 일이….” 그리고 기사의 얘기를 들은 실비아는, 그 이후로 계속 안절부절 못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와 이렇게 지근거리에서 마주보고 있는데도 진동도 안 할 정도로 말이다. “실비아.” 마침 아까 전 그 기사가 가게를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고, 나는 더 이상 실비아를 이대로 내버려둬선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래도 내게 익숙해지는 특훈이니 뭐니를 할 때가 아닌 모양이네. “네? 아, 네. 무슨 일이십니까.” “갔다 와.” “네, 네? 하지만….” “신경 쓰이는 거잖아?” “아, 아닙니다. 마일러 경도 한시를 다투는 일은 아니라고 했으니, 그 정도는…구원님?” 세차게 손을 흔들며 부정하는 실비아의 손을 꽉 잡아도, 역시나 실비아는 진동하지 않았다. “이렇게 나랑 손을 잡고 있어도 떨지 않으면서, 신경이 안 쓰인다고?” “아, 아우….” 그제야 실비아는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역시나 반응이 평소와는 달랐다. 이건 나와 이렇게 손을 잡고 있는 걸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거짓말이 들켜서 부끄럽다는 반응이라고 봐야겠지. “괜찮으니까 다녀와. 소중한 친구잖아.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도움이 필요할 땐 곁에 있어줘야지.” “하, 하지만 그렇다면 던전은….” “그게 뭐 급하다고. 여신님이 기한을 정해준 것도 아니고, 좀 늦게 가면 되지. 너 빼놓고 안 갈 테니까 다녀와. 일단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라도 해야지.” “…네. 그럼 죄송합니다만….” “아니. 죄송할 거 없다니까. 다녀와.” “넵! 일단은 무슨 일인지 알아만 보고 오겠습니다. 오늘은 조금 무리라도, 내일까진 확실히 돌아오겠습니다.” “괜찮아. 급할 거 없이 천천히 해도 되니까.” “네. 구원님 정말 감사합니다.” “그래. 만약 우리 도움이 필요한 일이면 말하고.” “넵!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황급히 식당을 나섰다. 역시 말론 부정했지만, 속으론 친구가 엄청나게 걱정됐던 모양이다. 그렇게 실비아를 보내고, 나는 실비아를 잘 보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다시 포크를 들었다. 자, 남은 스테이크를…잠깐. 그리고 그제야, 나는 스스로의 중대한 실책을 눈치 챘다. 패밀리 레스토랑 한 가운데에 앉아서 로브를 뒤집어쓰고 혼자 스테이크를 먹고 있는 덩치 큰 남성. 아, 아니야! 이건 아냐!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너희도 봤잖아! 원래는 엄청난 미녀랑 같이 식사하고 있었다고! 방금 와서 못 본 놈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내 외모를 봐라. 이 외모가 어디 같이 먹을 사람 하나도 못 구할 걸로…젠장할 로브! 이거 벗으면 엄청난 미남이 튀어나온다고! 진짜라고! 물론 그렇게 변명할 수도 없었고, 나는 굴욕을 맛보면서도 꾸역꾸역 스테이크를 입에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나도 나가면 되지 않냐고? 난 먹던 걸 남기고 그냥 가버릴 정도로 예의 없는 놈이 아니야. 그것도 고기를 남기다니! 천벌 받을 일이지! 참고로 말하자면 스테이크는 맛있었다. 레이첼 누님이랑 내일 여기 또 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아…내일 또 여기 와야 되는 건가. 다른 색 로브라도 하나 더 살까…아니. 이거 디아나랑 깔 맞춤 한 거였지. 우울하다. 아니야. 다르게 생각하자. 오히려 같은 로브를 입고 와서 자랑해주는 거야. 레이첼 누님을 데리고 와서 말이야. 내가 이런 미인이랑 식사도 할 수 있는 놈이라고 만천하에 알려주겠어. 아니. 만천하에 알리면 우리 애들 귀에도 들어가니까…으아아! 아무튼! 아무튼 그렇게 해서 레이첼 누님과 갈 식당 알아보기는 무사히 완료할 수 있었다. 도중에 다른 이벤트가 발생해서 실비아와 떨어지긴 했지만, 일단 내일까진 돌아온다고 했으니 레이첼 누님과 식사를 다녀와서 사정을 들어보면 되겠지. 나는 목표를 달성하고 덤으로 배도 적당히 채운 난 가벼운 발걸음으로 저택에 돌아갔다. 절대 혼밥의 굴욕을 잊기 위해서 황급히 돌아간 게 아니다. 가벼운 발걸음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04==================== 4계층 “음? 공주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고?” 그리고 저녁 시간. 실비아가 없는 이유를 알려주자, 디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바넷사. 이 몸들이 던전에 가있는 동안 뭐 들은 얘기라도 있는가?” “바넷사가 들은 얘기가 있을 리가.” “음? 왜 그렇게 단언을 하는가? 자네도 알지 않나. 바넷사는 유능하다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얘, 웬만하면 집밖에 안 나가잖아. 알 리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자네 말일세. 그건…집사 아닌가. 집에 있으면서 관리를 하는 것이 당연한 걸세. 뭐 아무튼 바넷사. 그래서 들은 얘기 있나?” 디아나는 살짝 곤란한 표정으로 바넷사를 힐끔 쳐다보더니, 내게 강한 눈빛을 보내며 그렇게 말했다. 뭐야 저 반응. 난 그냥 바넷사를 조금 놀리려고 했던 것뿐인데. 혹시 내가 모를 뿐, 밖에 잘 나가지 않는 다른 이유라도 있는 건가? 만약 그런 거면 미안해지는데. 아무리 사정을 몰랐다고 하더라도 말이야.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닐세. 자책하지 말게. 정보를 알려줬다는 기사도 숨기는 눈치였다고 하니, 아마 성에서도 극히 일부만 알고 있는 얘기일걸세.” 디아나는 바넷사를 다독이듯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 꾸짖는 것 같은 시선을 보냈다. 아니. 그러니까 몰랐다니까 그러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만약 나라에 관한 중대한 얘기라면 아무리 비밀이라도 조금은 소문이 났겠지. 오는 동안 거리에 그런 소문도 전혀 없지 않았나. 별로 중요한 얘기는 아닐 걸세. 기껏해야 공주가 또 사고라도 쳐서 꾸중을 들은 것이겠지.” “그런거면 실비아의 힘이 필요하고 뭐고 할 것도 없지 않아?” “그런 공주라도 꾸중을 들으면 풀이 죽을 걸세. 그럴 때 제일 필요한 건 곁에서 위로해주는 친구 아니겠나.” 과연. 그런 건가. 그런 거라면 아귀가 맞아 떨어지기는 하네. 정보를 알려줬던 기사도 한시를 다투는 일은 아니라고 하기도 했고. 하지마 디아나. 그런 공주라니. 뭐, 나도 그 표현엔 동의하지만 너도 참 가차 없구나. “그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여자가 겨우 꾸중 좀 들었다고 풀죽을 것 같진 않은데요.” 게다가 사라는 한 술 더 떴다. 여전히 사라의 안에서 공주의 평가는 최악인 모양이다. “그래? 확실히 자유분방한 성격이지만, 자기 잘난 맛으로 산다는 인상은 없었는데.” 오히려 공주라는 신분 치고는 엄청 털털한 편 아니었던가? 아마 일반적인 공주였다면 자기보다 신분도 한참 낮은 나한테 그런 식으로 애교 떨거나 하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라가 날 찌릿하고 노려봤다. “구원은 속고 있는 거야. 하는 짓이 완전 여우라고. 그 말투. 그 태도. 자기가 꼬드겨서 안 넘어올 남자는 없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온 몸에 넘쳐흐르잖아.” 아…그러고 보면 그럴지도. 확실히 그런 쪽으로 생각하면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네. 하지만 그거,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라고 생각해. 무엇보다 매혹이 패시브로 발동되는 것 같은 여자인걸. 까놓고 말해서 나도 너희 없었으면 바로 넘어갔을 걸. 나는 옆에 앉은 레이아의 등을 찬찬히 쓰다듬으면서 마음속으로만 가볍게 반론했다. 참고로 이거 괜히 만지고 있는 거 아니다. 방금 사라가 공주 욕을 할 때 어째선지 우리 천사님이 깜짝 놀라셨거든. 하는 짓이 여우라는 말에 반응한 걸까? 구미호도 일단은 여우니까. 뭐, 그렇다고 해도 우리 천사님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여우같은 짓은 전혀 안 하시지만. 오히려 그 정 반대다. 순수와 천연. 그거야 말로 우리 천사님을 지칭하는 말이지. 하여간 우리 천사님은 귀엽다니까. “뭐, 아무튼 무슨 일인지 이 몸이 굳이 알아볼 필요는 없겠지. 내일 실비아양이 돌아오면 그때 듣도록 하세.”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 이 얘기는 끝이라는 듯 차를 쪼르륵 마셨다. 사라도 공주 얘기를 계속 하는 건 싫었는지 그 이후로 그에 관한 얘기는 한 번도 하지 않았고, 애초에 공주와 만난 적도 없는 레이아는 처음부터 얘기에 껴들지도 않았다. 그러고 보니 마틸다도 추기경이라는 높으신 신분이니 공주랑 한두 번쯤은 만난 적 있지 않을까? 그런데 얘기에 껴들지도 않고 오늘은 이상하게 조용하네. 마틸다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마틸다는 어째선지 날 살짝 노려보고 있었다. 한 손은 그 매끈한 배를 붙잡고, 다른 한 손은 앞에 놓은 음식을 깨작이면서. 쟨 또 왜 저래. 감사 인사를 듣는다면 모를까, 노려봐질 일은 안 했는데. 너 자기 손목이나 좀 확인해봐라. 오늘 저주 엄청나게 풀어줬다고. 아무튼 언제나 구석에서 날 빤히 쳐다보던 실비아가 사라져서 조금 쓸쓸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는 곧바로 바넷사부터 붙잡았다. “바넷사.” “네. 무슨 일이십니까?” “그, 아깐 미안.” “…뭐가 말입니까?” “아니. 아까 집밖에 잘 안 나간다고 한 거 말이야. 난 그냥 좀 놀려주려고 말했던 건데, 다시 생각해보니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아서.” “…….” 내가 그렇게 사과하자, 바넷사는 내 눈을 빤히 쳐다보고는 한동안 그렇게 가만히 서있었다. 뭐, 뭐야. 왜 이렇게 분위기를 잡아. 사과했잖아. 한 대 때리려고? “…아닙니다. 구원님이라면 괜찮습니다.” 하지만 바넷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몸을 홱 돌려서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으, 응? 야. 잠깐. 나라면 괜찮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그렇게 붙잡아 봐도 얼굴을 다시 내 쪽으로 향하는 일 없이 말이다. 뭐야 저거. 신경 쓰이잖아. 여자는 비밀이 있는 편이 아름답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 슈퍼집사는 비밀이 너무 많단 말이야. 뭐, 안 알려줄 거면 됐다. 일단 사과는 제대로 받아줬고, 지금은 바넷사가 한 말을 진의를 파헤치기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바로 우리 디아나와 행복한 밤을 보내야한다는 중요한 일이! “으으으으으음….” 마냥 들뜬 나와는 다르게 디아나는 뭔가 어렵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말이다. 샤워를 마치고 온 디아나는 아까부터 계속 이런 표정을 짓고 있었다. 팔짱을 낀 채 침대에 걸터앉아있는 날 빤히 바라보고 말이다. “디아나, 왜 그래?” “오늘 자네를 어떻게 대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뭣?! 그새 잊었는가! 오늘은 자네에게 상냥하게 안 하는 날일세!” 아, 그거 아직도 하는 거구나. 미안. 완전히 깜빡 잊고 있었어. 그러고 보니 오늘은 아침 이후로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 셋 다 모습을 한 번도 본적 없으니 말이야. 나 오늘 내내 마틸다나 실비아랑 놀았는데…왠지 조금 미안해지네. 아니, 둘 다 그냥 놀기만 한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겸사겸사 나 나름 즐거운 시간을 보낸 거니 미안할 일은 없지만 말이야. “디아나, 그래도 이제 우리 둘만의 시간이니까. 굳이 그럴 필요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니! 오히려 둘만 있으니 더 그래야 하네! 자네는 혼 좀 나봐야 하네! 대체 사라양한테 왜 들킨 겐가! 이 몸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아는가! 사라양 얼굴을 도저히 쳐다볼 수가 없었네!” “그래도 원인을 따지고 보면, 사라가 던전 안에서 내 물건을 만지작거린 게 원인이니까.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잖아. 디아나만 던전 안에서 나랑 그런 짓 한 게 아니야.” “대체 어떤 논리로 그렇게 되는 겐가?! 오히려 더 부끄럽네!” “디아나도 참. 어쩔 수 없네. 그래서 결국 어쩌겠다는 건데?” “어쩔 수 없는 건 자네일세!! 벌일세! 벌!” “뭐? 벌은 어제 사라한테 이미 충분히 받았는데?” 뭐, 그걸 벌이라고 하기에는 내가 좀 너무 즐거웠지만. 결국 내가 이기기도 했고. “그건 그거! 이건 이거일세! 애초에 말일세! 자네 저번에 벌이라면서 이 몸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기억 못하는 건 아니겠지!” 아, 과연. 그러고 보니 그랬지. 설마 나한테 벌 줄 기회만 노리고 있었던 건가. 이거 위험한데. 뭐어, 솔직히 말해서 전혀 무섭지 않지만. 나에겐 잠자리에서 그 어떤 벌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지지 않을 자신감이 있었다. 성자 만세. 여신님 만만세란 거다. “그렇구나. 그럼 오늘은 내가 다 벗고 저택 안을 산책하는 걸로?” “아, 아, 아, 안 할 걸세! 바보가아아!”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디아나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외쳤다. 과연 대마법사님. 만약 그렇게 했다가는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아주 잘 짐작하고 계시는 모양이다. “뭐야 그럼. 오늘은 날 기분 좋게 해주지 않는 다거나?” “당연하지 않나! 그 정도는 기본일세!” “내가 기분 좋게 해줘도 싫은 표정을 짓고?” “다, 당연하지 않나!” 대답하는 디아나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디아나 스스로도 아는 모양이다. 그게 쉽지 않을 거라는 걸. 그야 그렇겠지. 나라도 자신 없을 것 같아. 사라나 디아나, 레이아가 봉사를 해주는데 싫은 표정을 짓고 있으란 거나 마찬가지잖아. 음. 그렇게 생각해보니 자신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불가능하다. 사람으로서 어떻게 그래. 하지만 지금 디아나는 그걸 해보이겠다고 선언한 건다. 그렇다면…. “오늘은 하루 종일 키스도 절대 안 하고?” “다, 다, 다, 당연하지 않나아! 흐이잉!” 야. 자기가 대답해놓고 울려고 하지 마라. 그야 나도 조금 심술궂은 질문을 했다고는 생각하지만 말이야. 뭐, 미안하니까 일단 제대로 원하는 반응을 보여줄까. “뭐어어! 너, 너무해!” 나는 최대한 충격 받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참고로 말하지만, 만약 디아나가 한 말을 정말로 실행할 거라면 연기가 아니라 정말로 충격 받았을 거다.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게 끝까지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야 처음 정도는 디아나도 노력하겠지만 말이야. “흐, 흠! 벌이니까 이 정도는 당연한 걸세!” 눈가에 고인 눈물을 살짝 훔치고, 디아나는 될 대로 되라는 듯이 그렇게 외쳤다. “그런가…당연한 건가…. 그래서, 그런 당연한 것들 말고 구체적으론 어떤 벌을 줄 건데?” “……아무것도 안 할 걸세.” “응?” “자네는 이 몸이 뭘 하든 좋아할 변태 아닌가! 그러니 아무것도 안 할 걸세! 자네가 뭘 해도 아무 반응도 안 할 걸세! 혼자 알아서 하게!”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후, 훗. 아무리 자네라도 이런 대응은 생각지 못했던 모양이구먼. 후회하고 반성하는 게 좋을 걸세.” “진심으로 내 맘대로 해도 된다는 소리야?” “왜! 왜 눈을 빛내는 겐가! 안 되네! 벌일세! 생각을 좀 하게! 밖으로 데려가거나 하려고 하면 용서하지 않을 걸세!” “쳇.” “쳇?! 체엣?! 밖으로 데려갈 생각이었던 겐가?!” “그, 그런 생각 안 했어.” “거짓말! 하지! 말게! 이 변태가아!”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날 토닥토닥 때려댔다. 디아나, 오늘은 상냥하게 안 하는 거 아니었어? 아, 이거 안마가 아니라 공격이지. “뭐, 뭐어. 진정해. 일단 눕자.” 나는 미소가 지어지기 전에 토닥토닥 공격을 중단시키고, 디아나를 침대로 유도했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 이 상황에서 미소를 지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적어도 장단정도는 맞춰줘야지. “다시 한 번 확인하겠는데, 그냥 나 혼자 하라고? 디아나는 전혀 장단 안 맞출 거니까?” “음. 역대 최고로 재미없는 섹스를 하면서 자신이 한 일을 반성하도록 하게. 자네 같은 변태에겐 이게 가장 특효약이겠지.”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기가 생각해도 명안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논리적으론 맞는 말이다. 디아나 말대로 역대 최고로 재미없는 섹스를 해버리면, 그야 나도 다음부턴 이런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 할 거다. 다만 그 작전에는 한 가지 오류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이야. 디아나와의 섹스가 재미없는 섹스가 될 리가 없잖아. 디아나 얘 자길 너무 과소평가 하는 거 아닌가? 아니. 그건 아닐 텐데. 디아나는 자기 자신이 예쁘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성격이다. 그렇다면 사랑 없는 섹스는 재미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거야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디아나가 끝까지 사랑 없는 섹스라는 태도를 관철할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이. 자신의 테크닉을 자신하는 거냐고 묻는다면, 물론 그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그 이전에 디아나는 날 너무 좋아하니까 말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중간부터 내용 완전히 수정했습니다. 지적해주신 hendell님 감사합니다. 405==================== 4계층 주의. 404화 중간부터 내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미 404화를 보신 분들은 중간부터 다시 한 번 읽어주세요. * 내 테크닉도 테크닉이지만, 그 이전에 디아나는 날 너무 좋아하니까 말이야. 애초에 웬만하면 맞아죽었을 일을 했던 거다. 그런데도 디아나가 이정도로 벌로 넘어가려한다는 건, 그만큼 날 좋아한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디아나 공격 수단이 토닥토닥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디아나의 폭발 마법 한 방이면 뼈도 안 남고 녹아내릴 자신이 있다.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디아나 섹스 하는 내내 싫다는 태도를 계속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만약 디아나가 불굴의 의지로 그런 태도를 관철하려 한다 하더라도,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거다. 좋아. 디아나. 이렇게 된 이상 승부다. 네가 자신의 태도를 관철해나갈지, 내가 그 태도를 녹여낼지 말이야. 나는 승부욕에 활활 불타오르면서, 누워서 날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는 디아나의 몸을 덮듯 그 위로 올라갔다. “키, 키스는…!” “알아. 걱정 마.” 그 조그만 얼굴 가까이 내 얼굴을 가져가자, 디아나는 살짝 울먹이면서 날 뜯어말렸다. 아무래도 키스를 하지 말라고 하는 건 자신에도 데미지가 있는 모양이다. 울먹이기까지 할 정도면 그냥 벌 같은 거 안 주고 즐기면 될 텐데. 일단 나도 정말로 반성하고 있다니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정말로 키스는 하지 않고, 얼굴을 조금 내려서 디아나의 새하얀 목덜미에 입을 맞췄다. “으응…읏…! 흥!” 간지럽다는 듯 목을 움츠리면서 살짝 달콤한 한숨을 쉬었던 디아나는, 하지만 곧바로 전혀 기분 좋지 않다는 듯 정색했다. 뭐, 나도 겨우 이정도로 디아나의 태도를 무너뜨릴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안했다. 샤워를 마치고 온 디아나의 차림은 간단하게 입고 벗을 수 있는 원피스 차림. 나는 그런 디아나의 원피스 너머로 그 몰캉몰캉한 가슴을 부드럽게 원을 그리듯 만졌다. 볼륨은 다른 애들에 비해서 부족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가슴이 있음을 알려주는 몰캉몰캉한 감촉. 신체연령 최연소답게 피부도 탱글탱글해서, 정말 만지는 맛이 좋은 가슴이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변신 안 하는구나. 이런 분위기에서는 아마 부탁해도 변신해주지 않겠지. 게다가 꼭 변신해줬으면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이 모습의 디아나는 이 모습대로 매력이 있으니까. 나는 디아나의 원피스 어깨 끈을 살짝 옆으로 내리고, 얼굴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목덜미에 맞추던 입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 수줍게 드러난 새하얀 쇄골에 입을 맞추게 됐다. “으응…읏…! 으윽…읏….” 그러면서 손으로는 계속해서 디아나의 가슴을 부드럽게 애무하자, 디아나는 또 다시 참기 힘들어진 모양이다. 달뜬 신음성을 흘리다가 스스로 입에 손을 가져간 후, 검지를 접고 그 접힌 마디를 입으로 깨물면서 소리를 버텨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론 나는 그렇게 하도록 놔두지 않았다. 물고 있는 손가락과 입 틈으로 내 손가락을 집어넣고, 마치 키스할 때처럼 손가락을 휘저으며 그 말랑말랑한 혀를 가지고 놀았다. “으아…아아…에아아….” 그러자 디아나의 입이 점점 벌어지면서, 디아나가 혀를 내 손가락에 얽히고 있는 디아나의 표정이 점점 몽롱하게 변해갔다. 키스를 못하는 만큼, 이걸로 대리만족이라도 하는 걸까? 사실 키스는 계속 애태우고 애태울 생각이었기 때문에, 원래 계획대로라면 이런 대리만족도 시켜줘선 안 되는 거지만. 뭐,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지. “디아나. 아무리 참기 힘들어 손가락을 물면 안 되지. 예쁜 손에 흉터 남으면 어쩌려고.”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디아나의 입안에서 꺼내자, 마치 이대로 떨어지기 아쉽다는 듯 디아나의 귀여운 혀가 입 밖으로 따라 나왔다. “에아우…쭙…하아…아음…미, 미안하…참기 힘들지 않네!” 몽롱한 표정으로 순순히 내게 사과하려던 디아나는,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렸다는 듯 허세를 부렸다. 하여간 디아나는 귀엽다니까. “그럼 이제 손가락을 입에 물 거나 하진 않을 거지? 지금 내가 벌을 받는 입장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네 몸이 내거란 건 변하지 않으니까. 상처 입히면 안 돼.” “이, 이 몸은…이 몸의 몸은 자네의 것이….” 내가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가 새빨개진 얼굴로 항변해왔다. “내 거잖아?” “자, 자네의 몸도 이 몸의 것일세….” 하지만 한 번 더 강하게 밀어붙이자, 결국 디아나는 부정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내뱉었다. “물론이지.” “우, 웃지 말게! 자네 지금 벌 받는 중이라는 걸 아는 겐가!” “그럼. 디아나가 아무 반응도 안 해줘서 이렇게 슬픈걸.” “흐, 흠! 좀 더 괴로워하고 반성하는 게 좋을 걸세!” “그럼 그렇게 할게.” “으으응…!” 나는 바로 다시 디아나의 쇄골에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 손으로는 슬슬 디아나의 원피스를 아래로 끌어내리기 시작했다. 싫어하는 척한다고 했으니까 혹시 이것도 협조 안 해주는 걸까 싶었지만, 디아나는 의외로 순순히 몸을 뒤척이면서 원피스를 끌어내리기 쉽게 만들어줬다. 원피스를 완전히 끌어내린 후에는 입고 있던 속옷까지 완전히 벗긴 후, 나는 디아나의 다시 한 손을 디아나의 가슴으로 향했다. “으응…어, 언제까지 그런 곳만 핥…히으읏…!” 디아나가 그런 불평을 하는 것과 동시에, 나는 다시 얼굴을 살짝 위로 올렸다. 쇄골에 키스를 하던 입을 목덜미로. 하지만 이번엔 목덜미에서 끝나지 않는다. 목을 지나서도 계속 올라가, 그 기다란 귀로. 귓가에 후우하고 살짝 숨을 불어주자, 디아나의 몸이 오싹오싹 떨렸다. 그리고는 그 기다란 귓바퀴를 혀로 샅샅이 핥듯이 움직여 준 후, 마지막으로 귓불을 입술로 깨물었다. “으흣…으읏…으응….” 디아나는 오싹하면서도 황홀한 표정으로 움찔움찔 몸을 떨며 그 감촉을 즐겼다. 역시나 엘프. 귀로 느끼는 모습이 참 잘 어울린다. 뭐, 디아나는 레이첼 누님처럼 귀가 다른 곳보다 특히 민감하거나 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나는 디아나의 귓불을 입술만 이용하여 잘근잘근 부드럽게 씹어주다가, 이내 얼굴을 옆으로 이동시켰다. 그 부드러운 볼에 내 입술이 닿자, 황홀한 표정을 짓던 디아나가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내 입술이 옆으로 다가가도, 딱히 제지하는 말은 튀어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그 귀여운 입술 바로 옆까지 내 입술이 닿았을 때, 나는 드디어 고개를 들어서 입을 뗐다. “아아아….” 누가 들어도 확실히 실망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안타까운 목소리가 디아나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하지만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도 미소를 지으면서 모른척했다. “걱정 마. 약속은 지킬 테니까. 벌이잖아?” “으, 으음….” 야. 그러니까 울려고 하지 마라. 자기가 한 말…아니, 뭐 정확히 말하면 내가 한 말에 걸려든 거지만. 나는 얼버무리듯 디아나의 눈가에 살짝 키스를 해주고, 다시 손을 움직였다. 한 손을 여전히 몰캉몰캉한 가슴의 감촉을 즐기면서, 나머지 한 손은 디아나의 몸을 타고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가게 했다. 그 손이 향한 곳은 바로 디아나의 하복부. 사도 인장이 그려져 있는 곳이었다. 하복부에 그려져 있는 하트 마크를 일부러 비껴가듯 그 주위만을 부드럽게 원을 그리면서 어루만지자, 디아나가 안타깝다는 듯 허벅지 사이를 비비듯 두 다리를 꿈틀거렸다. “으응…으읏…흐읏….” 내려다보는 디아나의 얼굴은, 이미 싫어하는 티를 내야 한다는 것도 잊은 듯이 흥분과 안타까움이 점철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역시 디아나는 날 너무 좋아한다니까. 사라한테 들켰던 게 부끄러우니까 그렇게 말했을 뿐, 사실은 벌 줘야겠다는 마음도 그다지 없었는지도 모른다. 디아나가 정말로 굳게 다짐했다면 겨우 이정도로 의지가 흔들릴 리가 없다. 예전에 노출증을 자극당해서 정신이 완전히 나갔을 때조차도, 키스를 끝까지 거부했던 전적이 있는 디아나니까 말이야. 나는 디아나의 안타까움을 조금 해소해주기 위해서, 드디어 손을 사도 인장의 하트 부분으로 움직였다. 정확히 이 하트마크가 있는 부분이 삽입했을 때 내 물건이 끝에 닿는 부위란 말이지. “으으으응…!” 배가 살짝 들어갈 정도로 손끝을 이용하여 하트 마크가 있는 부분을 지긋이 눌러주자, 결국 디아나가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가벼운 절정에 달했다. 원래는 이정도로 간단히 절정에 달할 수준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끈질기게 애를 태웠던 것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직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고. 나는 절정에 몸을 떨고 있는 디아나의 두 다리를 잡아서 양 옆으로 활짝 벌렸다. 허벅지 사이를 마찰시키며 꿈틀대는 디아나의 다리는 꽤나 힘이 들어가 있었지만, 내 힘에는 이겨내지 못하고 간단히 양 옆으로 벌려졌다. 그리고 그렇게 드러난 디아나의 음부는 이미 내 물건을 받아들일 준비를 완벽히 끝마친 상태였다. 음부는 물론 비벼대던 허벅지사이까지 애액으로 흥건히 젖어서, 양 옆으로 다리가 벌려졌을 때 허벅지 사이에 잠깐 동안 애액의 끈이 이어졌을 정도였다. 나는 그런 디아나의 음부에 물건 끝을 맞대고 단숨에 끝까지 삽입했다. “히으으으으응!” 그리고 아직 가벼운 절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디아나는, 그 삽입으로 이번엔 제대로 강렬하게 절정에 달했다. “아아…흐아…아아아….” 등을 활모양으로 휘게 하면서 두 손으론 침대 시트를 꽉 붙잡은 채 몸을 떠는 디아나.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나는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엄청나게 애태운 만큼, 확실히 한 번에 끝장을 봐야한다. 한 손으로 여전히 몸을 떨고 있는 디아나의 허리를 붙잡은 후, 나는 빠르게 허리를 움직였다. “응읏…! 흐아앙! 흐읏! 히으읏! 흐으으으읏!” 거기에 더해, 아까 했던 사도 인장의 공격도 멈추지 않는다. 다시 한 번 하트 마크에 손끝을 대고 살짝 누르자, 디아나가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흔들고 다리는 발버둥 치면서 멀티 오르가슴을 느꼈다. “으응! 낭군니임! 하응! 흐읏…나, 하앙! 낭군니이임!” 응? 낭군님? 아무리 이제 그럴 의지가 안 보인다고 해도, 일단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겠다는 애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이러면 그냥 애교부리는 거잖아. 아, 이거 설마…. “기억하고 있구나? 전에 내가 했던 말.” 그러고 보니 저번에 디아나를 안을 때 그런 말을 했던 기억이 있었다. 이럴 때 정돈 낭군님이라고 부르라고. “으응! 으읏! 흐으응!” 디아나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갑자기 섹스 중에 낭군님이라고 한 이유는 그거 말고는 없겠지. 싫어하는 척을 하겠다는 의지는 이미 진작에 날아갔으면서, 그런 건 제대로 기억하고 말해주다니. 얜 어쩜 이렇게 예쁜 짓만 골라서 할까.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디아나의 입에 입을 맞췄다. 원래는 자기가 먼저 조를 때까지 애태울 작정이었는데 말이야. 이것도 전부 디아나가 너무 귀여운 게 문제야. “으음. 흐음. 쭙. 하음….” 그리고 역시나라고 해야겠지. 디아나도 내 키스를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래 기다렸다는 듯이 드디어 자신의 입에 침투해오는 내 혀를 반갑게 맞이해줬다. “하아…미안. 키스도 안 된다고…으음.” 게다가 내가 잠깐 입을 떼고 사과를 하려고 하자,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다시 내 입에 입술을 밀어붙여왔다. “키스는 안 되는 거 아니었어?” “흐응…흐읏…이, 히응! 이쯤에서 벌은 됐네! 너무 하면…으응…자네가 너무…웃…불쌍하니이이이이잇!” 그렇게 강한척하던 디아나는, 결국 말하는 도중에 다시 한 번 성대하게 절정에 달해버렸다. 음부가 물건을 강하게 조여 오는 것을 느끼며, 세차게 허리를 움직이던 나도 결국 디아나의 안에 사정을 시작했다. 내가 드디어 허리 움직임을 멈추자, 그제야 디아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하앗…샤, 샤람이 마할 때는…조, 죠금 멈추게…응읏…이, 이…바보…냥군님…아음.” 디아나는 완전히 혀가 풀린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는, 이젠 다시 입술을 떼지 말라는 듯 양 팔로 내 목을 단단히 감싸 안고 입을 맞춰왔다. 솔직히 좀 더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다. 디아나는 놀리면 반응이 귀여우니까 그만 놀려주고 싶어진단 말이야. 그게 너무 나가서 던전 안에서 그런 일까지 벌이게 되기도 했고. 하지만 뭐, 오늘은 이쯤 할까. 일단은 벌 받은 직후이기도 하고, 가끔은 놀리기보다 이렇게 제대로 애정이 담긴 섹스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나는 입안에 파고 들어오는 디아나의 혀의 감촉을 느끼며, 다시 한 번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디아나 차례인데 레이아 차례로 착각한 대참사가 벌어졌습니다.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되지만, 아마 던전 안에서 디아나와 한 번 한 것 때문에 착각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404화 중간부터 내용을 싹 바꿨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은 머릿말을 보고 이미 다시 404화를 읽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번거롭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지적해주신 hendell님 감사합니다. 406==================== 레이첼과의 식사 “우우우….” “응? 왜 그래?” “…자네는…! 하아…됐네.” 일어나자마자 날 노려보던 디아나는, 뭔가 말하려다가 결국 한숨을 쉬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대답하지 않았다. “뭔데? 궁금하잖아. 말해봐.” “잇…! 정말로 몰라서 묻는 겐가?! 자네는…! 벌 받을 때 정도는 좀 져주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끈질기게 물어보자, 디아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그렇게 외치면서 내 머리를 토닥토닥 때렸다. 물론 그래봤자 토닥토닥. 아무리 공격받는 곳이 머리라고 하더라도 데미지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그런가. 디아나는 질 걸 알고 있었지만, 벌이니까 내가 져줄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벌을 줬던 건가. 하긴 디아나가 바보도 아니고, 나랑 몸을 한두 번 섞은 것도 아니니 내가 진심이 되면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는 걸 모를 리가 없지. 응? 그럼 설마 사라도? 설마 내가 안 져줘서 아침에 디아나를 미끼로 날 구박한 건가? 하핫. 귀여운 녀석들. 내가 밤일로 져줄 리가 없잖아? 가끔 플레이한다는 기분으로 져주는 것도 재미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난 주도하는 게 좋다고. “에이. 왜 그래. 디아나 누나. 밤에 그러는 대신 낮엔 항상 져주잖아.” “애, 애교 부리지 말게! 그, 그런 게 이 몸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겐가?!” 응. 엄청. 너 지금 목소리 떨리고 있거든. 하지만 이거,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든 모양이네. 아까 디아나가 그냥 말 안 하려고 했을 때 넘어갈걸. 어차피 그냥 넘어가려고 한 걸 보면 디아나도 내가 물어봤으니 괜히 더 생각나서 이러고 있을 뿐, 진심으로 화난 건 아닐 거다. 이럴 땐 얼버무리는 게 상책이다. “그보다 디아나. 지금은 낭군님이라고 안 불러주는 거야?” “흥. 그렇게 불리고 싶으면 좀 더 그러어으응!” “아야. 아파. 때리지 마.” 디아나가 말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허리를 살짝 움직이자, 디아나가 반사적으로 신음성을 내더니 말없이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렸다. 아무튼 이걸로 사라와 디아나, 둘에게 모두 벌을 받은 거다. 이걸로 한 건 해결인가. 둘 다 간단하게 용서해줘서 다행이다. 솔직히 던전에서 하고 난 다음에는 디아나한테 어떻게 혼나게 될지 엄청 무서웠는데 말이야. 나는 결국 아침부터 디아나와 한 번 더 행위를 한 후, 식사를 하러 갔다. “구원씨!” 식사를 하러 내려가자, 그렇게 밝은 목소리로 날 제일 먼저 맞이해 준 건 바로 천사님이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언제나 포근한 미소를 짓는 레이아지만, 오늘은 유독 그 미소가 눈부셨다.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좌우로 맹렬하게 흔들리고 있는 꼬리가 레이아가 지금 얼마나 기분 좋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응. 좋은 아침. 오늘은 유독 기분이 좋네?” “후훗. 네.”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옆에 앉은 내 팔을 꼬옥 끌어안아왔다. 음. 여전히 훌륭한 감촉이다. 하지만 어제 저녁때까지만 하더라도 분명 평범, 아니 오히려 평소보다 조금 기운 없어 보였는데 말이야. 밤사이에 대체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걸까? 나는 레이아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지만, 레이아는 내 얼굴을 마주 보면서 살포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청순하시다. 아니. 이게 아니지. 아무래도 레이아는 왜 기분 좋은지 대답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크흠!” 나와 레이아가 그렇게 달라붙어서 서로를 빤히 쳐다보며 미소 짓고 있자, 옆에서 명백히 고의로 내는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앗차. 또 디아나의 가슴 트라우마가…! “하지만, 구석에 실비아양이 없으니 조금 허전하구먼.” 하지만 디아나는 웬일로 나와 레이아가 이러고 있는 것을 터치하지 않고 넘어갔다. 어젯밤 내내 나랑 붙어있었으니까 조금 마음에 여유가 생긴 걸까? 실비아 언급까지 해주고 말이야. 뭐, 디아나가 허전한 이유는 모르는 거지만 말이야. 혹시 마음의 버팀목이 사라져서 허전하다든가 하는 건 아니겠지? 주로 가슴 크기적인 의미로. “구석에라니…. 그냥 얼굴 안 보이니까 허전하다고 해줘라. 그야 물론 항상 구석에 있기는 하지만.” 실비아도 빨리 특훈의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말이야. 물론 덜덜 떠는 게 귀엽긴 하지만, 적어도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도록 말이다. 제일 이상적인 건 떨지 않아야 할 땐 안 떨고, 떨어도 될 땐 떨게 되는 거다. 뭐, 그렇게 내 형편에 좋게 변할 수 있을 리가 없지만 말이야.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실비아가 없는 식사를 했다. 평소엔 구석에서 말도 잘 없는 실비아지만, 그래도 역시 없으면 쓸쓸한 법이구나. 그래도 아마 오늘 돌아올 테니까, 그다지 쓸쓸해할 건 없겠지. 지금은 눈앞에 닥친 일에 집중하자. “아참. 나 이따가 조금 나갔다가 올게.” 식사를 마친 후,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네? 어, 어디에요?” 하지만 그런 날 보고 가장 먼저 반응하며 불러 세운 건, 의외로 레이아였다. 차라리 사라나 디아나가 불러 세웠으면 불러 세웠지, 레이아는 그냥 웃으면서 ‘다녀오세요.’라고 해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안 그래도 레이아가 붙잡는 건 예상외의 사태인데, 심지어 그 레이아가 뭔가 애절한 표정까지 짓고 있어서 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다행이도 질문 자체는 사라나 디아나가 할 거라 예상한 내용과 똑같았다. 덕분에 나는 태연을 가장하고 미리 준비해놨던 말을 꺼낼 수 있었다. “응? 아, 친구랑 잠깐 만나기로 해서.” “뭐? 구원이 친구가 어디 있어.” “있거든! 그 정도는! 너 내가 그렇게 사교성 없는 놈으로 보여?” “그치만 구원, 남자만 보면 항상 더러운 사내새끼가 어쩌고 하잖아.” 아, 아니. 그건 어디까지나 너희에게 마수를 뻗으려는 사악한 놈들을 상대로…그야 가끔, 아주 가끔 안 그런 놈들한테도 그런 말을 할 때가 있기는 하지만…. 게다가 친구라고 했지, 그게 남자란 말은 한 마디도 안 했는데. 여자라고, 특히 자주 대화하는데다가 예쁘기까지 한 레이첼 누님에게 식사 대접하러 간다는 게 들키면 폭발할 테니까 말은 안 하겠지만 말이야. 아니. 찔리는 건 없다. 그냥 순수하게 디아나를 찾는 걸 도와준 보답을 해주는 것뿐이다. 친구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거짓말도 아니고. 하지만 그냥 괜히 오해사기 싫어서 말은 안 하는 것뿐이야. “아니. 나도 의외로 다른 놈들이랑 잘 지내….” “전에 3계층에서 구해줬던 호인족 수인 모험가. 이름이 뭐야?” “…….” 야. 그런 질문을 하는 건 치사하지 않냐. “그렉이야. 알다시피 남자를 싫어하는 나도 그 정돈 기억한다고. 그런데 그것도 기억 못하는 구원이? 다른 남자들이랑 잘 지내?” “그, 그놈은 맘에 안 드는 놈이라 기억을 안 하는 것뿐이야! 다른 놈들하곤 잘 지낸다고. 그 왜, 브린이라든가….” “누구야 그거.” 누구냐니. 2계층에서 나한테 친한척하다가 엄청 당한 놈 말이야. 남자 모험가들 사이의 룰 같은 걸 알게 된 후에는 제대로 사과하고 잘 지내고 있다고. 게다가 브린 말고도 남자 모험가들과 대화가 없는 게 아니다. 의외로 정보교환이나 안부 인사 같은 걸 하기도 하고 한다고. 이래 봬도. 나 혼자 마석 교환을 하고 난 후 길드 안에서라든가, 가끔 길거리에서 마주쳤을 때라든가 말이야. 사실 이 세계의 남자들 중에는 모험가들이 제일 상대하기 편하기도 하고 말이야. 특히 요즘 같은 때에는 더욱더. “아, 아무튼 난 친구랑 좀 놀다 올게.” 이대로 가면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거짓말이란 건 길게 말하면 말할수록 허점만 늘어날 뿐이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황급히 저택 밖을 빠져나왔다. 젠장. 당황해서 그만 벌써 저택을 나오고 말았어. 레이첼 누님과의 약속은…약속은…그러고 보니 시간 약속을 안 했잖아. 난감하다. 그냥 지금 곧바로 가볼까? 아니.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너무 이른가. 그 누님 일하시는 걸 봐선 아직 안 일어났다든가 할 것 같진 않지만, 그래도 모처럼 휴가이니 느긋하게 식사중인 수도 있는 일이다. 게다가 나도 식사를 마치고 나온 직후다. 만약 지금부터 식사를 대접하러 가더라도, 나는 음식을 입에도 안 대고 레이첼 누님이 식사하는 걸 구경만 하다니. 그것도 참 실례니까 말이야. 결국 나는 점심 즈음에 레이첼 누님을 찾아가기로 하고, 일단 조금 산책이나 하기로 했다. 산책이라고 하더라도, 이놈의 로브 때문에 답답해 죽을 것 같지만 말이야. 결국 내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길드였다. 길드 안은 모험가나 그에 관련된 사람이 아니면 거의 들어오지 않는 성역. 물론 의뢰를 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기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모험가들이 드나드는 곳과는 별개의 구역에서 접수를 한다. 그리고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길드 안에서 대규모로 소란을 피우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일단 위험한 던전을 둘러싸고 관리하는 곳이니까 말이야. 때문에 전에 그 잠자리에서 여자들에게 기를 못 펴고 사는 불쌍한 남자들이 길드 밖을 에워싸고 있었던 거다. 안에서 집적 그러지는 못하고 말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들 때문에, 길드 안으로만 가면 이 로브를 벗어버릴 수 있다. 깔 맞춤을 한 디아나는 내 로브 모습이 꽤나 만족스러운 모양이었지만, 아쉽게도 난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아니. 디아나와의 깔 맞춤 자체는 기쁘다. 다만 익숙하질 않아서 그런지 거추장스럽단 말이야. 특히 후드를 푹 눌러쓰고 있어야 되는 것이. 시야도 은근히 좁아지고. 그리고 겨우 길드에 도착한 난, 일단 거추장스런 후드부터 얼른 벗었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언제나 레이첼 누님이 있던 안내원석을 바라봤지만, 역시나 오늘은 휴가를 냈는지 비어있었다. 그리고 내가 잠깐 바라보던 그 사이에도, 레이첼 누님의 데스크까지 갔다가 실망스런 표정으로 다른 곳에 가는 남자 모험가가 벌써 둘이나 있었다. 역시 인기 많으시구나. 여기 안내원들은 다들 한 미모 하기는 하지만, 역시 그 중에서도 레이첼 누님이 단연 눈에 띄니까 말이야. 애초에 나도 처음 왔을 때 제일 예쁜 안내원 찾아서 간 거였고. 아무튼 자, 그럼. 여기까지 온 건 좋지만, 이제 뭘 하면서 시간을 보내지? 어디 괜찮은 의뢰라도 있는지 한 번 살펴볼까? “어? 서, 설마 구원님?!” 의뢰가 붙어있는 게시판으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했을 때, 갑자기 뒤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이름에 님 자를 붙여가며 부르고, 게다가 남자 목소리. 이런 젠장! 설마 길드 내에서도 나한테 달라붙으려는 놈이 있단 말이야?! “오, 오랜만입니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나는 기겁하며 뒤를 돌아봤지만, 다행이도 자기 섹스 테크닉 좀 어떻게 해달라는 부류의 사람은 아니었다. “너 이 새끼 크랑! 잘 만났다! 감히 내 소문을 퍼뜨리고 다녀?!” 다만 다른 의미로 짜증나는 놈이었다. 바로 아까 사라와의 대화에도 잠깐 등장했었던, 그 호인족 음유시인. 크랑이었다. 대장간의 그 합법꼬맹이와 더불어, 내가 남자들을 구원할거란 이상한 소문이 생기게 만든 장본인. “자, 잠깐만요. 구원님! 다른 호인족과 착각하신 것 아닙니까? 전 그렉입니다! 3계층에서 구원님이 구해주셨던….” “그래 이 새끼야! 너 맞아! 잘 만났다! 뭐 모두를 구원해주실 성자?!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아?!” “네?! 죄, 죄송합니다!” 놈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일단 고개를 푹 숙여 사과부터 하고 봤다. “죄송하면 모험가 생활이 끝나…후우. 아니다. 됐다.” 젠장. 이렇게 나오니까 또 막 심하게 갈굴 수도 없잖아. 애초에 이놈을 갈군다고 해서, 지금 이 사태가 어떻게 변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혹시 괜찮다면 무슨 일인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새끼야 그렇게 말하면 이미 질문 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뭐가 혹시 괜찮다면 이야. “진짜 몰라서 그러냐? 거리 전체에 소문이 그렇게 났는데? 게다가 너 음유시인이라며? 소문엔 빠삭할 것 아니야.” “죄송합니다. 실은 근래 저도 정신이 없어서….” “뭐? 음유시인이 무슨…그러고 보니 너 전에 있던 동료들은 다 어디 갔냐?” “그게…실은 파티가 해산됐습니다. 두 사람은 그 일이 트라우마가 된 모양인지….” 크랑…크랙? 에이 뭐 아무래도 좋아. 아무튼 호인족 놈은 그렇게 말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아, 그러고 보니 우리가 구하기 전에 이미 몇 죽었다고 했지. 친하던 사람이 죽는 걸 눈앞에서 봤을 테니, 그야 모험가 생활도 때려 칠만 하다.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손에 쥐고 있는 종이, 자세히 보니 파티원을 모집하는 글이었다. 파티가 해산 되서 절찬 파티 모집 중이라는 건가. 이 녀석은 그런 일을 겪었는데도 굴하지 않고 던전 탐험을 계속하겠다는 건가. 어떤 의미로 대단한 놈이기는 하다. “그러냐. 잘 있어라.” 물론 내가 신경 쓸 바는 전혀 아니지만. 드디어 남성 파티원이 추가되는, 흔하디흔한 이벤트의 시작이라고 생각했어? 그거 유감이네. 우리 파티는 미인 빼곤 사절이라서 말이야. 만약 남성 파티원을 받게 되도, 이 녀석은 아니야. 의도야 어찌됐든 내 소문을 퍼뜨려 피해를 준 이 녀석은 말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07==================== 레이첼과의 식사 물론 이렇게 가는 척 하더라도, 내가 지금 갈 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점심시간 때까진 여기서 버텨야한단 말이지. “자,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때문에 호인족 놈이 이렇게 달라붙어 와도 떼어놓을 방법이 없었다. “넌 할 일도 없냐. 파티 찾느라 바쁜 거잖아. 좀 가라.” “하, 하루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보단 구원님과 좀 더 얘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뭐야 이거. 혹시 게이 아냐? 아니. 그래도 3계층에 갈 정도의 레벨이면 여자랑 하긴 한다는 건데. 여자랑 엉덩이로 해도 레벨이 안 오르는 판에 남자끼리 한다고 레벨이 오를 리 없으니까. …뭐. 됐다. 어차피 할 일도 없고. 난 그냥 놈을 떨어뜨리기 포기하고 시간이나 때울 겸 잡담이나 하기로 했다. 이 녀석은 조금 태도가 귀찮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를 구원해달라고 달려들지는 않는 만큼 다른 놈들보단 조금 더 낫다. 모험가 놈들은 기본적으로 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놈들이니까 말이야. 이런 점에서 상대하기 편하단 말이지. “흐응. 그러니까 던전에 계속 다니는 이유가, 던전의 비밀을 직접 눈으로 보고, 그 노래를 만들고 싶어서라고?” 나는 별 흥미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아니. 실제로 별로 흥미 없다. 지금 이 대화도 완전히 시간 때우기고. 하지만 이 녀석. 좀 개성이란 걸 가져라. 그 이유, 판타지 세계에서 주인공의 동료가 되는 음유시인이라는 놈들이 매번 떠들어대는 소리잖아. 영웅의 일대기를 옆에서 보고 노래를 만들고 싶다든가. 너무 뻔하잖아. 그야 그런 일을 겪고도 모험가를 계속할 정도니, 본인에겐 소중한 꿈이겠지만 말이야. 아니. 잠깐만. 주인공의 동료? “네! 그리고 구원님이야 말로, 던전의 비밀을 파헤쳐내실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인족은 그렇게 말하며 뜨거운 눈길을 내게 보내왔다. 역시나. 그러니까 사내새끼는 동료로 안 받는다고 새끼야. 다른 미인들이 파티 맺자는 것도 여차할 때 힐링 섹스를 발동하기 힘들어진단 이유로 거절했는데, 내가 사내새끼 같은 걸 파티로 받을 것 같아? 이 내 마음은 죽는 순간까지도 변치 않을 거야. 디아나 덕분에 수명이 무한이나 마찬가지지만. “아, 시간 다 됐네. 그럼 난 간다.” 대놓고 파티에 끼워달라는 놈을 철저히 무시하고, 나는 쿨하게 가기로 했다. 뒤에서 놈이 당황하며 인사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한다. 미인과의 식사가 코앞까지 닥쳤는데, 저런 놈에게 계속 신경 쓰고 있을 필요가 없지. 아직 점심시간이라기엔 시간이 살짝 이르긴 하지만, 레이첼 누님이 건네준 쪽지에 적힌 곳을 찾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다. 그리고 늦는 것보단 조금 빨리 도착하는 게 낫지. 그래서 겨우 레이첼 누님이 건네준 쪽지에 적힌 곳까지 도착했다는 얘기지만, 나는 벌써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길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길드 직원용 기숙사라는 점도 있어서 길드와 거리도 그다지 멀지 않았으니까. 문제는 여기가 기숙사라는 거다. 당연한 얘기지만, 레이첼 누님이 사는 건물은 여자만 사는 곳이었다. 그리고 물론 관리인도 존재했다. 한 마디로 말해서 금남의 구역이라는 거다. 저길 어떻게 뚫고 들어가서 레이첼 누님을 불러오라는 거지? 다시 한 번 쪽지를 바라봤지만, 거기엔 확실히 방 번호까지 쓰여 있었다. 방 번호까지 쓰여 있는 걸 보면 분명 문 앞까지 마중 나오라는 얘기일 텐데. 아니. 이 세계는 여자 기숙사라도 내 상식과는 다르게 금남의 구역이 아닐 가능성도 있어. 돌파해볼까. “이봐! 당신 뭐야?! 여긴 남자 출입 금지야!” 아무렇지도 않게 당당하게 돌파해보려고 했지만, 역시나 관리인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제지당했다. “여기 사람한테 용무가 있어서 왔는데요. 약속도 돼있어요.” “약속? 누구하고?” “안내원을 하고 있는 레이첼이란 분이요. 307호에 사는….” “핫!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당장! 꺼져! 이 스토커가! 대체 방 호수는 어떻게 안 거야?!” 관리인은 레이첼 누님의 이름을 듣자마자 코웃음을 치면서 손을 휘휘 내저었다. 마치 나 같은 놈 지금까지 많이 봤다는 듯 익숙한 태도였다. 그 태도에 무심코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억눌렀다. 여자로 태어난 걸 고맙게 생각해라. “일단 방에 가서 확인이라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구원이라고 하면 알 텐데.” 은근슬쩍 자신이 성자라는 어필을 해봐도, 관리인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모르는 거냐! 명백히 이방인 이름이잖아! 요즘 이방인도 없다면서! 대체 왜 눈치를 못 채는 건데?! “이봐요. 저 몰라요? 성자 구원. 여신님이 보내주신….” “성자 같은 소리 하네. 이방인은 전부 여신님이 보내잖아. 설마 이 세계에선 이방인이 상식이란 것도 모르는 건가?” 그딴 상식은 알면서 요즘 진짜 성자가 나타났단 상식은 왜 모르는 거냐. 기숙사만 지키면서 처박혀 살았나. 나는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다. 어쩌지. 그냥 이대로 뚫고 갈까? 아니야. 겉보기엔 허술해보일지 몰라도, 분명 방비가 철저히 되어있겠지. 레이첼 누님을 따라다니는 놈들도 상당히 찾아왔던 모양인데, 그 중에는 분명 모험가들도 다수 있었을 테니까. 이 관리인의 태도를 보면, 그런 모험가들을 전부 격퇴해낼 수준은 된다는 얘기다. 그럼 암살자의 스킬을 살려 잠입을…아니. 내 암살자 레벨로 그게 가능할 리가 없나. 그렇다면 남은 건…. 나는 하는 수 없이 스스로의 최고 장점을 살리기로 했다. “이봐.” 관리인을 부르면서, 로브의 후드를 뒤로 젖혀 얼굴을 드러낸다. 그리고 최대한 진지한 표정으로 녀석에게 다가갔다. “거 참 끈질…아….” 짜증난단 표정으로 내 쪽에 다시 시선을 돌리던 관리인은,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잠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 내 작전은 바로 이거다. 최고의 장점. 매력 수치가 엄청나게 높은 걸 이용한 미남계! 참고로 이런 짓을 하는 건 머리털 나고 처음이기도 하다. 이거 은근히 긴장되네. 안 통하면 내 프라이드가 박살이 나버릴 거야. “아아…아아아….” 나는 아무 말 하지 않고, 천천히 관리인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관리인 역시 떨리는 다리를 억누르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 등은 이내 벽에 부딪히게 됐고, 나는 그런 관리인의 머리 위로 팔꿈치를 대고 벽에 기댔다. 지금거리에서 바라보게 되자, 관리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지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이, 마치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관리인의 턱에 손가락을 대서 살짝 그 고개를 위로 들게 했다. 그럼에도 역시나 관리인은 아무런 저항이 없었다. 좋아. 먹혔어! 먹힌다고! 봤냐, 얘들아! 내가 이정도야! 하면 할 수 있는 놈이라고! “아름다운 아가씨, 제….” “……구원씨. 지금 거기서 뭐하시는 건가요?” 느끼한 목소리로 용건을 말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옆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헉! 레이첼 누님?!” 거기엔 게슴츠레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는 레이첼 누님이 계셨다. 복장은 평소의 안내원복이 아닌 사복. 전에도 잠깐 사복차림을 본적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 복장은 전보다 더 힘이 들어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아가씨 느낌 물씬 풍기는 하늘하늘한 원피스는 청순한 느낌을 주면서도, 그 매력적인 몸매는 확실히 섹시미도 더해주고 있었다. 노출은 심하지 않았지만, 치마 아래로 드러난 매끈한 종아리나 소매가 없이 드러난 새하얀 어깨가 눈부셨다. 뭐, 한 마디로 말해서 예쁘다는 얘기다. 평소에도 예쁘셨지만, 오늘은 그보다 더 말이다. “아, 누, 누님. 그게…예, 예쁘시네요.” “어머. 고마워요. 그래서 지금 거기서 뭐하시는 건가요?” “자, 잠깐만요. 이건 말이죠. 그게, 이 사람이 아무리 말해도 들여보내주려고 하질 않아서 말이죠.” “어, 어머. 죄송해요. 그러고 보니 말 하는 걸 잊고 있었네요. 저 너무 들떠…정신이 없어서 그만.” 내 말을 듣고 대충 상황을 짐작한 건지, 레이첼 누님이 바로 사과를 해왔다. “아, 아뇨. 사과하실 것까지는.” 의외로 레이첼 누님이 순순히 사과해줘서, 나도 조금 놀랐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당연했다. 레이첼 누님이 나한테 무슨 맘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 애들처럼 질투를 할 리가 없다. 아까 말투가 차가웠던 건 말 그대로 황당해서 그랬던 거겠지. 식사 대접한다는 놈이 여자나 꼬드기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테니까. 애초에 여자를 꼬드긴다는 것 자체가 오해니까, 나도 당황할 필요가 전혀 없는 거다. 그야 레이첼 누님이 우리 애들한테 이런 모습을 고자질하면 조금 곤란해지지만…말 안하시겠지? “그럼 구원씨. 갈까요.” 레이첼 누님은 여전히 관리인과 가까이 서 있는 내 팔을 끌어안고는, 조금 힘을 줘서 끌어당겼다. “아, 네, 넵.” 갑자기 팔짱을 껴서 놀랐지만, 팔에 닿은 훌륭한 감촉에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대로 끌려갔다. 그리고 밖에 나와서, 딱히 어딜 가자는 말도 없이 우리는 천천히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혹시 레이첼 누님도 생각해둔 식당이라도 있는 걸까? 아니. 이건 레이첼 누님의 주도하에 길은 간다는 느낌보다는, 그냥 정처 없이 걷는다는 느낌인데. 그럼 내가 은근슬쩍 식당 쪽으로 걸음을 유도해야 되나? “하지만 기숙사에 잠입하려고 관리인을 꼬드길 생각을 하시다니…. 구원씨도 보기보다 손이 빠르시네요? 디아나님마저 계시는데 파티원은 점점 더 늘어나시고.” “아, 아니. 그게 실은 그런 식으로 여자를 꼬드기려고 해본 건 처음이에요. 도저히 들어갈 방법이 안 떠올라서 되든 안 되든 일단 뭐든 해보잔 생각에….” “흐응? 정말일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첼 누님은 날 놀리듯 미소 지었다. 그 미소를 보고, 나는 겨우 긴장감이 조금 풀어지는 걸 느꼈다. 실은 이런 식으로 여성과 식사를 하는 건 처음이라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물론 우리 애들 상대로도 이런 데이트 같은 걸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그걸 한 건 서로의 마음을 확실하게 알게 된 다음이다. 그 전에는 밖을 다니더라도 기본적으로 다 같이 몰려다니는 편이었고. 하지만 그렇구나. 그냥 친구 대하듯이 대하면 되는 거구나. 상대가 예쁜 누님이라 너무 힘이 들어가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럼요. 애초에 제 주변엔 여자들은 레이첼 누님을 포함해서 미남계 같은 건 절대 안 통할 사람들밖에 없는걸요.” “후훗. 그럼 그런 걸로 해둘게요.” 그렇게 미소 짓는 레이첼 누님 역시, 그냥 친구한테 장난치는 것처럼 즐거워 보였다. 뭐, 팔에 닿는 가슴의 감촉 때문에 마냥 친구라고 인식하기 힘들긴 했지만. 괜찮아. 난 할 수 있어. 이것보다 더 대단한 감촉도 맛봤잖아. 우리 천사님의 감촉을 떠올려. 그렇다면 이 시련도…아, 이거 역효과다. 나는 물건이 커지려는 걸 마나를 돌려 황급히 억눌렀다. “그럼 누님 혹시 알아두신 식당이라도 있으신가요?” “어머? 오늘은 구원씨가 에스코트해주는 거 아니었나요?” 너무 신경쓸 거 없이 편하게 대하잔 생각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지만, 들여오는 대답은 역시나 부정이었다. 그럼 대체 우린 지금 어딜 향해 걷고 있는 거야. 이쪽으로 가면 상점가. 생각해뒀던 식당은 저쪽이라고. “물론이죠. 맡겨두세요.”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면서, 발걸음을 뒤로 돌리려고 했다. 하지만 레이첼 누님은 내 팔을 단단히 붙잡은 채, 여전히 정면을 향해 걸어갔다. 팔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 때문에, 그다지 힘을 줄 수 없는 나는 그대로 레이첼 누님에게 끌려가는 처지가 됐다. “누, 누님? 제가 생각해놨던 식당은 저쪽인데요?” “네? 어머? 벌써 가시게요?” 벌써라니. 그야 식사 약속을 했으니까 만나자마자 가는 게 당연하잖아. 그야 아직 점심시간이라기엔 시간이 조금 이르긴 하지만 말이야. “혹시 저랑 있는 게 싫으신가요? 빨리 약속했던 식사만 해버리고 헤어지고 싶어요?” “아, 아뇨! 그럴 리가요! 누님이랑 이러고 있는 거 엄청 기뻐요! 계속 이러고 있고 싶어요!” 레이첼 누님의 실망스러운 표정에, 나는 반사적으로 조금 수위가 위험한 발언까지 해버리고 말았다. “어머? 후훗. 고마워요. 혹시 아무 여자한테다 다 그러고 다니는 거 아니죠? 디아나님한테 이를 거예요?” “누, 누니임….” 제발 그것만은…이번에야말로 진짜로 마법에 통구이가 돼버려. “후훗. 장난이에요. 싫은 게 아니라면 조금만 어울려줄 수 있을까요? 전에도 말했지만, 휴가를 쓴 건 오랜만이거든요. 조금 이렇게 돌아다니고 싶은 기분이에요.” 누님의 그 장난스런 미소에 이끌려서, 우리는 일단 상점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독자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러고 보니 새해 인사를 안 썼다는 게 이제 기억났네요. 설날에 씬 고쳐쓰느라 멘탈이 터져서요. 다음 편은 아마 2시간 후 쯤에 올릴 겁니다. 408==================== 레이첼과의 식사 그리고 우리는 얼마동안, 이곳저곳 가게를 돌아다니면서 쇼핑을 즐겼다. 난 기본적으로 아이 쇼핑이었지만, 레이첼 누님은 달랐다. 모처럼 휴가이니만큼 그동안 사놓지 못했던 걸 왕창 사려는 듯, 무척이나 의욕적이었다. 특히 나라는 짐꾼도 있으니까 말이야. 인벤토리로 인해 무게를 걱정할 일도 없이, 누님은 마음껏 쇼핑을 즐기셨다. 솔직히 말해서 팔짱끼고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으니, 데이트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나만 그렇게 느낄 뿐, 혹시 여자 사람 친구랑 같이 다닐 때 이런 게 보통인 건가? 여자 사람 친구가 있었던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그래. 젠장. 내가 그 전설의 남중 남고 군대 공대 테크를 탄 놈이다. 핸드폰에 여자 사람 번호라고는 가족 번호밖에 없었던 놈이라고. 때문에 이런 쪽에 관해선 내 상식은 믿을 게 못된다. 그렇다면 레이첼 누님의 상식을 믿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나는 레이첼 누님의 얼굴을 쳐다봤다. 쇼핑을 하며 즐겁게 미소 짓고 있지만, 내 팔에 그 풍만한 가슴을 마구 짓눌러오고 계시긴 하지만, 그래도 나한테 연애 감정 같은 건 없을 거다. 아마. 피치 못할 상황이었다고는 하나 섹스까지 했는데도 태도가 달라진 것도 없었고, 무엇보다 이 누님은 내게 애인들이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특히 그 중에서 디아나와는 꽤나 오래 알고지낸 사이로 보이고, 심지어 존경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나와 데이트같은 짓을 할 리가 없다. 그렇다면 역시 여자 사람 친구와 이러는 건 보통인 건가? “응? 구원씨? 왜 그러세요?” 너무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걸까? 레이첼 누님이 여전히 미소 지은 얼굴로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내 눈을 마주봤다. “네? 아, 아뇨. 아무것도요.” “으응? 후훗. 아무것도 아닌 표정이 아닌데요? 제가 맞춰볼까요?” “네, 네?” “지금 배고픈 거죠? 미안해요. 저 혼자 너무 들떠서.” “아뇨. 저도 즐거웠어요. 누님은 예쁘시니까 눈 호강도 되고.”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옷 가게. 누님이 차례차례 옷을 갈아입으면서 감상을 물어왔기에, 나는 그렇게 대답해줬다. 뭐, 물론 아직 몇 벌 안 입었으니까 이런 소리가 나오는 거지, 이게 몇 시간이고 지속되면 과연 나도 질리겠지만. 이것만큼은 사랑으로도 극복이 안 되더라. 우리 애들이랑 있어도 몇 시간을 옷가게에 있다 보면 피곤하더라고. “후훗. 고마워요. 하지만 너무 그렇게 누나를 설레게 하면 안돼요. 디아나님한테 이를 거예요?” 레이첼 누님은 그렇게 말하고 자기가 산 옷을 내게 건네주더니, 그대로 다시 팔짱을 껴왔다. “그럼 갈까요. 저 기대해도 되죠?” “그럼요.” 그 때문에 사전 조사도 확실히…잠깐. 나는 손에 들린 옷을 인벤토리에 넣기 전에 잠깐 바라봤다. 여성의 옷은 전혀 모르는 나지만, 그런 내가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옷이었다. 가게를 둘러보니 은근히 고급스러운 느낌이 감도는 것이, 손님들 중에서도 화려한 옷차림의 손님이 많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이 누님. 길드장 딸이었어. 길드장이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치인지는 모르지만, 디아나와 친해보였던 걸 감안하면 상당한 위치라는 건 추측할 수 있었다. 아마 귀족. 즉, 높으신 분. 혹시, 혹시 레이첼 누님의 감각도 실비아와 비슷한 수준인 건 아니겠지? 그렇다면 어제 알아봤던 그곳으론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아니. 기숙사에서 사는 모습이나 쇼핑하는 모습을 보면 실비아처럼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대하는 걸 보면 혹시…. 그래. 작전 변경이다. 일단 더 좋은 데로 가보고, 반응이 조금 아니다 싶으면 그제야 원래 예정했던 곳으로 가자. 더 떨어지는 곳부터 갔다가 반응 살피고 좋은 곳에 가는 것보다는 그게 낫겠지. 그리고 더 좋은 곳이라면 짐작 가는 곳도 많았다. 디아나와 갔던 두 곳도 그렇고, 실비아가 처음에 안내해줬던 곳도 있다. 그래. 어제 실비아가 처음 안내해줬던 곳으로 가볼까. 어제 한 사전 조사를 물거품으로 만들기도 조금 그러니까.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고. 아니. 그게 말이야. 물론 지금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기는 해. 하지만 그래도 디아나와 갔던 식당은 말이지…. 좀 그렇잖아? 그런고로 나는 자연히 실비아가 처음 안내했던 식당으로 향하게 됐다. “어머? 구원씨가 이런 곳도 알고 계셨어요?” “누, 누님. 절 대체 어떻게 보시고….” “후훗. 미안해요. 구원씨는 조금 털털한 이미지가 있어서.” 레이첼 누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윙크하고 혀를 배꼼 내밀었다. 저런 귀여운 표정을 지으시면 뭐라고 할 수가 없잖아. 이 누님은 자기 외모를 너무 잘 활용하신다니까. 특히 외모나 일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지적으로 보이셔서, 저런 행동을 할 때 그 갭이 극대화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괜찮으시겠어요? 여기, 꽤나 비싼 곳이에요.” 그리고 이번엔 조금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렇게 말씀하셨다. 역시 누님도 여기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는 모양이다. “그럼요. 괜찮고말고요. 누님도 대충 제가 얼마나 버는지 아시잖아요. 들어가요.” 하지만 그 표정은 순수하게 내 지갑사정을 걱정하는 것처럼 보일 뿐, 부담감 같은 감정은 그다지 엿보이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난 당당하게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뭐, 돈 걱정이 없는 것도 사실이고 말이다. 취미가 게임이었던 난 이 세계에서 돈 쓸 일이 거의 없으니까 말이야. 개인적인 돈은 우리 애들이랑 가끔 놀러가면서 선물을 주거나 식사하는데 쓰는 게 전부다. 게다가 아까의 쇼핑도 결국 난 한 푼도 안 썼고 말이야. 레이첼 누님에게 선물이라도 하나 해드릴까 싶었지만, 그건 레이첼 누님 쪽에서 부드럽게 거절하셨다. 그러니 식사 정도는 이런데서 해도 되는 거다. 어차피 보답으로 대접하는 거기도 하고. “후훗. 오랜만이네요. 요즘은 일 때문에 좀처럼 올 기회가 없어서.” 여전히 나와 팔짱을 끼고 있는 레이첼 누님은, 기쁜 얼굴로 그렇게 속삭였다. 기뻐하시는 걸 보니 저도 기쁩니다. 예정을 변경해서 여기로 온 게 정답이었다. 식당은 겉보기와 마찬가지로 고급 레스토랑. 티를 내진 않았지만, 들어가자마자 종업원이 우릴 훑어본 걸로 보아 신분검사까지 하는 것처럼 보였다. 뭐, 레이첼 누님의 얼굴을 보자마자 바로 허리를 숙이고 자리로 안내해줬지만. 어쩌면 누님은 내 생각보다 더 높으신 분인 건지도 모르겠다. 하긴. 이 도시의 중심이 되는 길드의 장. 그 딸인 건데 이정도가 당연한 건가? 아무튼 식사는 순조롭게 진행됐다. 아직 익숙지는 않고 틀리는 부분도 많았지만, 저번에 디아나한테 배웠던 테이블 매너도 어설프게나마 지킬 수 있게 됐다. 그러고 보니 그때 참 좋았는데 말이야. 이 식당의 테이블도 테이블보가 발까지 가려줄 정도로 길게 내려와 있어서, 디아나와의 추억이 더욱 떠올랐다. “어머. 테이블 매너도 제대로 잘 지키시네요. 처음 봤을 때는 이대로 놔둬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이 세계에 익숙지 못한 모습이었는데.” 레이첼 누님은 조금 놀라운 듯, 하지만 어딘가 아쉽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하핫. 이게 다 노력의 성과죠.” “후훗. 알아요. 항상 지켜보고 있었는걸요.” 누님. 저만 지적할 게 아니라 누님도 문제에요. 무의식중에 남자가 반하게 만들 말들을 내뱉으시잖아요. 누님 같은 미인이 그런 말을 하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착각한다고요. 뭐, 난 안 하지만! 사라야, 디아나야, 레이아야, 내가 이런 남자야. “하지만 이번 틀렸네요. 고기를 써는 나이프는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에요.” “네? 아?!” 당황한 나는 나이프를 떨어뜨리고 말았다. 뭐냐 이 데자부는. 언젠가 한 번 본적 있는 장면인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번 같은 전개는 기대할 수 없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땅에 떨어진 나이프를 주우려다가, 동작을 멈추고 종업원을 부르기 위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런 내 눈은 정말 우연히도 식당의 정문 쪽을 향했고, 지금 막 식당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사라, 디아나, 레이아. 한 명도 아니고 셋이서 사이좋게 식당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셋은 서로 사이좋게 얘기를 하면서 들어오는데, 자세히 보면 조금 시무룩해진 레이아를 사라와 디아나가 달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천사님이 왜 저런 표정을 지으시지? 당연히 궁금했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나는 그런 걸 알아볼 상황이 아니었다. 들키면 죽는다.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죽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몸은 생각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나이프를 줍기 위해 살짝 굽혔던 몸을 그대로 더 굽히며 테이블 안으로 들어간다. “꺄악! 구, 구워….” 당연히 레이첼 누님은 깜짝 놀랐지만, 나는 지금 그런데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미안해요. 레이첼 누님! 하지만 잠시만 참아주세요! 들키면 저 죽어요! 나는 눈앞에 보이는 레이첼 누님의 다리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염원했다. 중심부를 가리기 위해 한 손으로 그 부분을 꽉 누르고 다리를 오므린 모습이 무척이나 섹시…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야! “음? 오오. 레이첼양 아닌가. 우연이구먼. 오늘 휴가를 쓴 겐가?” 그리고 하필이면 또 레이첼 누님의 비명을 들었는지, 디아나가 접근해왔다. 아니. 이 발소리는 디아나뿐만이 아니다. 사라도, 레이아도 전부 다가오고 있다. 위험해. 죽는다. 살해당한다. “안녕하세요. 레이첼씨.” 그리고 역시나 내 예상대로, 사라와 레이아의 인사소리도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듣고 나는 곳 바로 자신의 숨소리를 억눌렀다. 혹시 사라한테 숨소리라도 들키면 그날이 내 제삿날이다. “네?! 디, 디아나님? 그, 그리고 여러분! 아, 안녕하세요! 이,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정말 우연이네요! 네. 휴가! 휴가에요!” 그리고 레이첼 누님도 디아나를 보고 상당히 놀랐는지, 깜짝 놀라서는 평소보다 상당히 빠른 말투로 말했다. “음. 잘 생각했네. 자네 어머니도 꽤나 걱정을 하시더구먼. 일도 좋지만, 가끔은 그렇게 휴식도 필요하다네.” “하지만 이런 곳에…혹시 혼자 오신건가요? 만약 괜찮으시면 합석….” 사라야! 왜 그런 질문을 하는 거니! 쿨한 얼굴대로 흥미 없는 척 하라고! 왜 남한테 관심을 가지는 거야?! 왜 친절하게 구는 거야?! “아, 아니에요. 그게 데이트. 데이트에요!” 레, 레이첼 누님! 잠깐만요! 그거 들키면 오히려 더 위험해지는 대답인데요?! 농담 아니라 저 진짜로 죽어요! 눈앞에서 파닥이는 다리를 보니 누님이 얼마나 당황했는지는 알겠는데요, 그래도 그 대답은 아니잖아요! 쟤들 제 애인이라고요! “호오. 자네가 데이트라니. 드디어 좋은 남자라도 찾은 겐가?” “어머. 어떤 분이신가요? 레이첼씨의 데이트 상대라니. 분명 무척이나 훌륭하신 분이겠지만요.” 망했다! 레이아까지 떡밥을 물어버렸어! 레이아가 제일 위험하다고요! 만약 내 냄새라도 맡는 날에는…! 아냐! 난 여기 음식의 힘을 믿어! 내 냄새따윈 지워줄 수 있을 거야! 내 체취가 그리 강한 것도 아니잖아?! 제발! “그, 그게, 저, 실은 그게, 어, 어머니께도 아직 비밀인 사이라! 부탁이에요! 제발 못 본척하고 넘어가주세요!” 레이첼 누님은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면서 외쳤다. 그때마다 치마가 조금씩 들썩이며 그 안의 팬티가…검정…화려한 레이스까지 달리고, 투명하게 비쳐보이는 곳도 있는…의외로 섹시한 걸 입으시는구나. 분명 전에는…. 아니. 그러니까 지금 그런 거 보고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후훗. 자네도 슬슬 그런 걸 생각할 나이니, 딱히 숨길 건 없지 않나.” “그, 그건 그렇지만! 그게! 진심으로 결혼을 생각하고 만나는 분이셔서! 태, 태어나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고! 어, 어머니께 말씀드리기는 아직 조금 쑥스럽다고 할지!” 레이첼 누니이이이임! 사실 절 죽이고 싶은 거 아니에요?! 그냥 차라리 암살자를 고용해주세요! 죽을 거면 편하게 죽고 싶어요! 이 사태를 벗어나기 위한 방법은 죽음뿐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차라리 죽음을 택할까. 혀 깨물고 죽는 게 지금 이 자리에서 들키는 것보단 조금 덜 고통스럽게 죽을 수 있을 것 같아. “그 레이첼양이 그렇게까지 새빨개지다니. 이거 단단히 반한 모양이구먼. 더더욱 궁금…알겠네. 알겠네. 그런 표정 짓지 말게. 이 몸들은 물러나겠네. 좋은 시간 보내게나.” “레이첼씨 다음에 봐요.” “식사 맛있게 하세요.” 내가 혀를 내밀어 윗니와 아랫니 사이에 끼우고 진심으로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드디어 모두가 멀어져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09==================== 레이첼과의 식사 물론 발소리가 멀어졌다고 해서 안심은 할 수 없다. 쟤들은 지금 막 식당에 들어온 거니까 말이야. 그저 다른 자리로 간 것뿐이다. 게다가 방금 전 레이첼 누님의 말 때문에, 괜히 이쪽에 더 관심을 가지고 엿볼지도 모를 일이다. 젠장. 그럼 난 대체 여기서 어떻게 나가면 좋단 말이야. 어쨌든 지금의 난 이 테이블보 밖의 상황을 알 수도 없는 입장. 성급한 행동은 금물이다. 나는 일단 여기서 얌전히 레이첼 누님의 신호를 기다리기로 했다. 가만히 기다리고 있으면 적절할 때 레이첼 누님이 알려주시겠지. “…….”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레이첼 누님은 움직임이 없었다. 그냥 내게 신호를 보내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아예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혹시 이 누님 잠들거나 기절하신 건 아니겠지? 내 쪽에서 불러봐야 하나. 나는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다리를 빤히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참고로 이제 속옷은 안 보인다. 다리를 가지런히 모은 채로 다시 치마 가운데를 손으로 꾹 누르고 계시거든. 그런 걸 보면 일단 내가 밑에 있다는 생각은 계속 하고 계시는 모양인데 말이야. 나는 최대한 오해받지 않도록 레이첼 누님의 다리를 노크하는 손등으로 톡톡 두드렸다. “꺄앗!” 하지만 그것조차도 레이첼 누님을 놀라게 하기엔 충분했는지, 누님은 비명을 지르며 다리를 바르르 떨었다. 윽. 누님. 또 그런 소리를 내시면 주목을 받잖아요. “구, 구원씨?” 누, 누님! 제 이름을 그렇게 부르시면 어떻게해요! 사라 쟤가 보기보다 귀가 엄청나게 좋다고요. 안 그래도 방금 비명으로 다시 주목하고 있을 텐데! “아, 그, 그런가…나, 나오셔도 돼요.” 하지만 그런 내 불안감과는 상관없이, 레이첼 누님은 목소리도 줄이지 않고 내게 그런 말을 해왔다. 나, 나오라고? 뭐, 뭐지? 혹시 셋이서 다른 식당으로 간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럼 그건가. 어차피 들켰으니 나오라는 건가. 내가 테이블보를 나가면, 셋이서 날 노려보고 있는 전개인 건가.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여기 숨지 말 걸. 차라리 내가 먼저 아는 척하고 레이첼 누님과 여기 있는 이유를 설명했으면, 그냥 구박 좀 받고 끝났을 텐데. 하지만 이미 후회해도 늦었다. 우리 애들을 보자마자 숨어버린 그 순간, 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린 거다. 그래. 난 오늘 여기서 죽는 거다. 훗.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을 수 있다니. 죽을 거라면 그런 죽음도 괜찮지. 좋아. 원하던 바다. 자, 와라. 사라든, 디아나든, 레이아든! 나는 모든 걸 포기하고, 테이블보에 나가자마자 양 팔을 쫙 벌린 채로 섰다. “구, 구원씨?” 하지만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내 예상과는 조금 다른 광경이었다. 당황한 얼굴로 날 쳐다보고 있는 레이첼 누님과, 갑자기 튀어나와서 두 팔을 벌리고 서있는 나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다른 사람들. 그리고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우리 애들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았다. “마, 마법으로 장막을 쳤어요. 남들에게는 저희 모습이 보이지도, 말소리가 들리지도 않아요.” 그리고 당황하는 내게, 레이첼 누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쪽팔린다. 나는 황급히 팔을 내리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레, 레이첼 누님도 이런 마법을 쓸 줄 아셨군요.” 그렇다면 그렇다고 진작 말씀 좀 해주시지. 괜히 겁먹어서 테이블보 밑에 쭈그리고 앉아있었잖아. “아, 아뇨…. 여긴 그런 장치도 마련되어 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첼 누님이 테이블 위 구석을 가리켰다. 거기엔 조그만 장치가 빛을 내뿜고 있었다. 아, 그런가. 이거 그런 장치였구나. 그냥 장식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고급 레스토랑. 별게 다 있구나. 하지만 이런 게 있었다면 그냥 처음부터 썼으면 좋았을 텐데. “와. 이런 것도 있었네요. 죄송해요. 저는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라서 계속 숨어있었어요.” “그, 그렇군요….” 나는 조금 레이첼 누님을 원망스런 눈으로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했지만, 레이첼 누님은 제대로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뭐지? 아, 그런가. 디아나를 존경하는 레이첼 누님이니 만큼, 디아나한테 들키니 갑자기 죄책감이 생긴 건가. “괜찮아요. 누님. 어차피 디아나 찾을 때 도와준 보답으로 하는 식사잖아요. 누님은 디아나한테 미안해할 거 없어요.” “네, 네?” 레이첼 누님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날 쳐다봤다. 절 위해서 안 그런척 하는 거라면 그러실 필요 없어요. 다 아니까요. “하지만 누님도 너무 당황하신 거 아니에요? 아무리 디아나를 보내기 위해서라지만 그런 변명을 하시다니. 그런 변명을 해버리시면 제가 들켰을 때 더 위험해지잖아요. 누님 의외로 위기에 엄청 약하시네요.” “네, 네에?!” 안 그래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던 레이첼 누님은, 이번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진심이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왜, 왜요?” 그 격렬한 반응에는 과연 나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구원씨 지금 그 말 진심으로…구원씬 대체 얼마나…하아아아….” 레이첼 누님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어깨에 힘이 쫙 빠지는 느낌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누, 누님?” “아니. 아니에요. 네. 그냥 디아나님을 갑자기 만나니 너무 당황해서요. 쫓아내려고 맘에도 없는 소리를 막 내뱉어버렸네요.” 누님은 엄청나게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렇게 확실하게 맘에도 없는 소리라고 들으면 조금 상처받는데 말이야. “죄송해요. 보답으로 식사 대접해드리는 자리인데 괜히 놀라게 해서.” “아뇨. 다른 분들을 만난 건 우연인걸요. 식당 선정도 좋았고요. 구원씨가 사과할 건 아니죠. 그보다 구원씨는 여기서 살아남을 방법이나 생각하시죠? 말해두지만 이 마법 장막, 테이블 근처밖에 효과 없어요. 나갈 땐 다른 분들께 보일 거예요.” “그, 그런가! 어, 어떡하면….” “하아…세 분은 저쪽 테이블에 앉아서 저희처럼 마법 장막을 치신 모양이에요. 이쪽 기둥을 이용해서 사각으로 빠져나가면 아마 들키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첼 누님이 가리킨 곳은, 확실히 공간이 어색하게 텅 비어있는 곳이 있었다. 과연. 마법 장막을 치면 저런 식으로 보이는 거구나. 그래서 종업원들의 테이블 안내도 필요한 거고 말이야. “가, 감사합니다. 누님!” “아뇨. 그럼 슬슬 갈까요?” “네, 네? 하지만 음식이….” “전 충분히 배부르네요. 구원씨도 이런 상황해서 여유롭게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는 않고요.” “절 배려하시는 거라면 괜찮아요. 오늘은 보답차원에서 대접하는 자리니까….” “배부르다고요.” “넵.” 나는 레이첼 누님의 호의를 감사히 받들기로 했다. 원래대로라면 멋지게 계산까지 내가 마치고 같이 나가는 게 맞겠지만, 그래선 들킬 확률이 너무 높다. 나는 누님께 식사비를 건네줘서 계산을 부탁하고, 일단 은신술부터 사용했다. 레벨이 낮아서 이걸 쓴다고 안 보이거나 하진 않지만, 그래도 빨리 이동하면 누군지 알아보기 힘들게 만드는 정도의 효과는 있을 거다. 그리고 레이첼 누님이 마법 장벽을 나가기 직전에, 엇박자로 먼저 식당 밖을 향해 내달렸다. 성공이다! 해냈어! 식당 밖에 나서서야, 나는 겨우 살아있는 기분이 들었다. “잘 됐네요. 아무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세분은 눈치 채지 못하신 모양이에요.” 그리고 내 뒤를 이어서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나온 레이첼 누님이 그렇게 확인까지 해주셨다. 하지만 내 기분 탓일까?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레이첼 누님의 말투가 미묘하게 차가운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누님. 감사합니다!” “아뇨. 그럼 이만 헤어지죠.” 응. 역시 기분 탓이 아니다. “네, 네?!” “디아나님 찾기를 도와준 보답을 하겠다는 목적은 달성 하셨잖아요? 게다가 저랑 이 이상 오래 있을 수도 없는 거 아니에요?” “그, 그건 그렇지만….” 아니. 긍정했는데 왜 더 기분이 나빠지시는 것 같지. “누, 누님?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 “아뇨. 구원씨는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 잘못한 게 있다면 저한테 있죠.” “아뇨. 그러니까 아까 하신 말씀들은 충분히 이해한다니까요. 저도 테이블 밑에 숨을 정도로 당황했으니, 누님이 그렇게 당황하신 것도….” 누님. 그 눈빛. 마치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를 연상케 하네요. 그때도 그런 영업 스마일로 제가 헌팅하는 걸 거절하셨죠. “어머. 이해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오늘 제법 즐거웠어요. …중간까지는요.” “아, 네, 넵! 안녕히 가세요!” 레이첼 누님은 그렇게 영업 미소를 지은 채로 우아하게 인사를 하더니, 그대로 등을 돌려 돌아가 버렸다. 하지만 우아한 동작과는 다르게, 발걸음은 묵직하게 힘이 실려 있었다. 대체 뭐지. 나 중간에 말실수라도 했나? 생각해보자. 레이첼 누님이 갑자기 저렇게 되신 건 분명 테이블 밑을 나와서…아니. 그보다 조금 더 나중인가? 으음…. 모르겠다. 전혀 짐작 가는 게 없다. 하지만 레이첼 누님이 아무 이유 없이 저러실 분도 아닌데? 지금 따라가 봐야 되나? 아니. 화난 이유도 모르는데 지금 따라가 봤자 화가 풀릴 리가 없다. 그냥 나중에 화 좀 풀리셨을 때 만나서, 그때 사과하고 이유도 좀 물어보기로 하자.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택으로 터벅터벅 돌아갔다. 그리고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일단 씻기부터 했다. 온몸을 벅벅. 몇 번이나. 레이첼 누님이 그런 말을 해버리신 이상, 어떻게 해서든 레이첼 누님과 있었던 게 나라는 걸 들키면 안 된다. 특히 제일 위험한 건 레이아의 후각이다. 내 코엔 전혀 냄새가 나지 않지만, 그래도 혹시 남아있을지 모를 레이첼 누님의 체취를 지우기 위해서 나는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벌써 몸을 씻기 시작한지 두 시간 정도가 지났지만, 그래도 여전히 불안한 마음이 남아있었다. 괜찮겠지? 씻는 내내 물의 정령이나 바람의 정령까지 불러서 몸에 별 짓을 다 했는데, 아직도 냄새가 남아있을 리 없겠지?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기회는 내 생각보다 훨씬 일찍 찾아왔다. “구원씨이!” 갑자기 문을 열고 난입해온 레이아가, 욕조에서 씻고 있는 나에게 달려들어 온 거다. “우왓! 레, 레이아!” 나는 깜짝 놀라서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하지만 레이아는 그런 내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풍만한 가슴에 내 얼굴을 꼬옥 끌어안아왔다. 그리고는 내 머리에 코를 박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뭐, 뭐야? 설마 벌써 들킨 거야?! “구원씨. 대체 어디 계셨어요.” 하지만 과연 두 시간 넘게 몸만 씻어댄 보람이 있었는지, 레이아는 레이첼 누님의 냄새를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나는 긴장이 확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긴장이 풀리자, 조금 이 상황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어째선지 레이아는 현재 목욕 가운 차림. 그리고 여전히 목욕가운 차림이 노출이 심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앞도적인 볼륨감을 자랑하고 계셨다. 덕분에 이렇게 껴안자 한껏 드러난 가슴골에 내 얼굴이 그대로 파묻혔고, 코 안 가득히 막 씻고 나온 레이아의 달콤한 향기가 퍼져갔다. 거기에 더해 뺨에 닿은 물컹한 감촉이 무척이나 행복했다. “왜 그래? 레이아, 무슨 일 있어?” “구원씨도 참. 무슨 일 있어? 가 아니에요.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구원 씨를 못 보는 줄 알았단 말이에요.” “으, 응? 어제” 그러고 보니 어제 어쩐지 식사 때를 빼면 레이아를 본 기억이 없다. 아니. 생각해보니 레이아 뿐만이 아니다. 사라나 디아나도 그랬다. “네. 사라씨도 디아나씨도 너무 한다니까요. 전 구원씨랑 있으면 무조건 상냥하게 대할 거라면서 억지로 붙잡아두고.” 응? 그게 무슨…아, 아아! 그러고 보니 어제 아침에 그런 말 했었지. 오늘은 나한테 상냥하게 하는 거 금지라고. 어쩐지 셋 다 안 보인다 싶었더니, 그러고 있었던 거였어? 미안. 난 오늘 마틸다나 실비아랑 붙어있느라 전혀 몰랐어. 그렇구나. 그럼 아침에 레이아의 기분이 좋았던 것도, 내가 친구 만나러 간다니까 시무룩해있었던 것도 전부 그런 이유였던 건가. 식당에서 사라와 디아나가 레이아를 달래줬던 건, 자기들이 어제 하루 종일 붙잡고 있었으니 미안해서 그랬던 거고. 그런 고급 레스토랑에 셋이 온 것도 분명 레이아를 달래주기 위해 왔던 거겠지. 레이아는 의외로 먹는 걸 좋아하니까. 그 영양분은 전부 특정 부위에 쏠리는 모양이지만. 아무튼 이걸로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하지만, 드디어 구원씨하고 이렇게 있을 수 있어요.” 레이아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 얼굴을 꽉 껴안고는, 마치 동물들이 자기 냄새를 마킹하는 것처럼 자신의 뺨을 내 정수리 부근에 마구 비벼왔다. 안면 전체에 느껴지는 가슴의 감촉과 정수리에 느껴지는 레이아의 부드러운 뺨의 감촉. 전신에 느껴지는 레이아의 행복한 감촉과, 레이첼 누님과의 식사를 들키지 않았다는 안도감에 휩싸여서 나는 온 몸에 힘이 쫙 풀려서 흐물흐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것만으로도 행복사할 수 있을 것 같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10==================== 레이첼과의 식사 내게 안기면 너무 행복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실비아의 기분을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응. 확실히 이건 죽을 정도로 행복하기는 해. 뭐, 그렇다고 해서 앞으론 실비아한테 적당히 해준다든가 하진 않을 거지만 말이야. 오히려 더 열심히, 적극적으로 이런 행복한 기분을 맛보게 해주겠어. 나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하면서, 지금은 레이아와의 이 행복을 최대한 즐기기로 했다. 아까까지 그렇게 스릴 넘치는 체험을 한 덕분인지, 지금 느끼는 이 기분이 더 행복하게 느껴졌다. “레이아, 그럼 그 차림은 설마?” “네, 네에…씻고 왔어요.” 그 말은 즉, 지금부터 밤새 나랑 붙어있겠다는 얘기로 해석해도 되는 걸까? 어차피 오늘은 레이아 차례이기도 하니까. 부끄러운 듯 레이아의 살짝 붉어진 레이아의 두 뺨을 보면 그게 맞는 것 같았다. 역시 지상에 강림하신 천사. 가련하시다. 하지만 지금부터 쭉 이라니. 저녁도 거르고 계속 날 독점하겠다는 건데. “사라랑 디아나가 잘도 안 막았네.” 일단 자기들 스스로 원해서 그런 거라곤 해도, 사라랑 디아나 역시 어제부터 식사 때를 제외하면 쭉 나랑 못 봤던 건 마찬가지인데 말이야. 레이아를 강제로 붙잡고 있었던 게 상당히 미안했던 걸까? “후훗. 괜찮아요. 두 분도 같이 씻으셨거든요.” 레이아는 내 중얼거림에 안심하라는 듯이 웃으면서 말해줬다. 아까 식당에서 사과했던 것도 그렇고, 걔들이 진짜 미안하긴 했나보네. 아니. 그만큼 우리 천사님이 풀죽어 있으셨단 건가. 저택에 있는데도 나랑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역시 천사님이야. 하지만 나 혼자 욕조에서 이렇게 몸을 빡빡 닦는 동안 다 같이 씻었다니. 나도 같이 씻고 싶었는데 말이야. 여전히 그 큰 욕실에서 다 같이 씻는 건 허락받지 못하고 있는 나였다. 솔직히 말해서 같이 씻는다고 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들 보는 앞에서 다른 하나한테 성적인 장난을 친다는 참신한 자살시도를 할 리도 없고, 어차피 같이 씻어봐야 그냥 눈으로 그 광경을 보면서 흐뭇해하는 게 전부일 거다. 그런데도 내가 이렇게까지 같이 씻고 싶어 하는 건, 다른 이유가 아니다. 제일 하렘 같은 분위기를 풍길 수 있는 이벤트가 그거니까 한 번쯤 해보고 싶은 것뿐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반대하다니. 다 같이 섹스하자고 하진 않을 테니까, 적어도 다 같이 씻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그 천국 같은 광경을 이 두 눈에 새기게 될 날은 과연 언제 오게 될까. 아니. 물론 지금도 충분히 천국이지만 말이야. 천사님이 계시는 그 공간이 바로 천국이지만 말이야. 나는 고개를 위로 살짝 들어서 레이아의 얼굴을 엿봤다.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레이아는 여전히 자신의 가슴에 내 얼굴을 꼬옥 끌어안고 있었다. 마치 제대로 얼굴을 못 봤던 이틀 동안을 완전히 보상받으려는 듯이. 그 행복해 보이는 얼굴을 보면서, 나는 손을 움직여 레이아가 입고 있는 목욕가운의 허리부근을 더듬었다. 그리고 손에 닿은 끝의 매듭을 살며시 풀자, 곧바로 목욕가운의 앞섶이 엄청난 기세로 확 벌어졌다. 안 그래도 절반 이상 드러나 있던 가슴골이 완전히 드러나고, 그 아래로 이어지는 매끈한 배꼽, 그리고 그 아래의 음부까지 훤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천사님. 엄청난 공격력이다. 갑갑하진 않았던 걸까? 그러고 나서 레이아의 양 어깨에 걸쳐진 목욕가운을 살짝 옆으로 비껴 내리자, 목욕가운이 그대로 스르르 바닥으로 떨어져 나갔다. 레이아는 더 빨개져가는 볼을 얼버무리듯 수줍게 웃으면서, 그럼에도 목욕가운이 벗겨지는 내내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거대한 가슴을 받치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가느다란 레이아의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 그대로 레이아의 몸을 들어 욕조 안에 들어오게 만들었다. “어머? 후훗. 씻겨드리면 되는 건가요?” “아니. 나도 다 씻었어. 그냥 물기 닦아내는 시간이 아까워서.”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아를 내 허벅지 위에 마주보는 방향으로 걸터앉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번엔 내 쪽에서 레이아를 꽉 끌어안았다. 안면으로 느끼는 가슴 감촉도 훌륭했지만, 이렇게 끌어안은 상태에서 터질 듯 가슴을 짓눌러오는 가슴의 감촉도 역시나 훌륭했다. “구원씨….” 레이아는 그런 내 말에 감동했는지 벅차오르는 표정으로 날 꽉 마주 안아왔다. 그리곤 내 목덜미 부근에 얼굴을 박은 채 크게 호흡을 시작했다. “하아아….” 그렇게 흘러나오는 목소리는 너무나도 행복하게 들려서,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였다. 이렇게까지 행복해하니까 조금 미안하네. 미안. 레이아. 실은 여기 있으면 비누냄새가 레이첼 누님의 냄새를 지워줄 거란 계산도 조금 있었어. 사실 이렇게 레이아가 내 냄새를 맡고 있는 것만으로도 조금 심장이 떨려왔다. 겁쟁이라고 부르지 마라. 그런 일을 겪으면 누구나 다 이렇게 된다. 레이첼 누님이 한 말을 생각해보라고. 들키는 순간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거란 말이다. 우리 천사님이 진심으로 날 경멸하는 표정을 지을 수도 있는 대사건이라고. “후훗. 구원씨.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시네요.” “그, 그야 레이아가 너무 예쁘니까.” “구, 구원씨도 참.” 레이아는 부끄러움을 숨기려는 듯이 곱게 눈을 흘기면서 내게 떨어졌다. “왜? 만족했어? 이제 나랑 안고 있는 건 끝?” 내가 살짝 짓궂은 표정으로 물어보자, 레이아는 살포시 얼굴을 붉히고는 못됐다고 말하듯이 꼬리로 가볍게 내 가슴을 때렸다. 물에 젖은 꼬리가 찰싹하고 채찍처럼 감겨왔지만, 당연히 아프지는 않았다. “전혀요. 아직 많이 부족해요. 부족한 부분은 밤새 채워주세요.” 밤새라니. 아직 저녁도 안 됐는데 말이야. “그래. 다 채우고도 남아서 넘쳐흐를 만큼 채워줄게.” “후훗. 네.” 레이아는 행복하단 미소를 짓고 내게 다시 안겨왔다. 우선은 가볍게 키스. 키스를 해도 구미호로 변하지 않게 된 이후로, 레이아도 역시 나와의 키스를 엄청나게 좋아하게 됐다. 사라도 그렇고 디아나도 그렇고, 다들 키스를 좋아하는 걸 보면 역시 이 세계에서의 키스는 원래 있던 세계보다 더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섹스의 허들이 원래 세계보다 훨씬 낮은 세계이다 보니 더욱더. 우리는 그렇게 혀와 혀를 얽혀가며 한참을 붙어있었다. 조금 떨어졌다고 생각하면 다시 붙고, 다시 혀와 혀를 맞댄다. 가끔 상대의 입 안을 혀끝으로 톡톡 두드리며 자극하기도 하고, 서로의 타액을 뒤섞듯 격렬히 혀를 움직이기도 하면서. “하아…레이아. 오늘은 특훈 같은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할까?” 나는 왠지 오늘은 그냥 몸을 섞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그런 제안을 했다. “하아, 하아…으음…매력적인 제안이기는 하지만요….” 하지만 레이아는 키스의 여운으로 인해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원래대로 하면 안 될까요? 저, 한시라도 빨리 구원씨의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또….” 거기까지 말하고, 레이아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뭘까? 왜 저런 반응인 거지? 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몸이 되고 싶다는 말도 꽤나 부끄러운 말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그보다 더 부끄러운 말을 할 생각인 건가? “구미호가 되면 욕구가 너무 강해지니까요. 물론 이성은 있지만, 구원씨와 이렇게 있는 행복감을 느끼는 것에 집중할 수 없다고 할까…그, 그러니까 저, 구원씨에게 그런 걸 해드리는 거, 시, 싫어하지 않아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부끄럽다는 듯이 머리 위에 뾰족 나있는 자신의 귀를 양손으로 접어 누르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뭐야. 이 귀여운 생물. 어른스럽고 청순하면서 귀엽다니. 반칙이잖아. “레이아!” 나는 참지 못하고 그런 레이아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빳빳하게 선 물건을 레이아의 복부에 꽉 누르고, 레이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그 레이아가 좋아하는 행동. 지금 당장 해줄래? 나 더는 못 참겠어.” “네, 네에….” 레이아는 내 가슴에 파묻고 있는 얼굴을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곧바로, 가슴에 따뜻하고 말랑말랑하면서도 조금 힘 있는 감촉이 느껴졌다. 바로 레이아의 혀였다. 레이아는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그대로 할짝할짝 내 가슴을 핥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굴을 조금씩 움직여서, 그에 따라 혀도 내 가슴 위를 기어가듯 유두 쪽을 향해 천천히 움직였다. 자신의 귀를 접고 있던 두 손은 내려서 내 배 위를 짚고 있었지만, 대신 꼬리가 움직여서 이미 커질 대로 커진 내 물건을 부드럽게 감싸기 시작했다. 우왁. 뭐야 이거. 그 생소한 감촉에,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내 물건이 크다고는 하지만, 원래 레이아의 꼬리는 여우의 꼬리가 으레 그렇듯 폭신폭신한 털들로 둘러싸여서 상당히 두툼한 편이었다. 하지만 물에 젖어서 털들이 쫙 달라붙게 된 그 꼬리는 무척이나 날씬하게 변해있었고, 내 물건을 타고 몇 바퀴씩이나 말면서 둘둘 감겨왔다. 게다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지금 그 꼬리를 적시고 있는 건 그냥 물이 아니라 비눗물. 때문에 마찰력이 적어진 걸 이용해서 레이아의 꼬리가 움직이기 시작한 거다. 그것도 위아래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꼬리가 전진 후진하는 느낌으로. 이걸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기둥에 스프링 모양으로 끈을 감은 후, 그 끝을 번갈아가며 당기면 빙글빙글 말려 올라갔다가 말려 내려 갔다가하지 않겠는가? 그런 느낌으로 꼬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으읏….” 스스로 하든, 입으로 봉사를 받든, 삽입을 하든, 기본적으로 물건에 느껴지는 감촉은 앞뒤로 움직이는 왕복 운동이다. 이런 식의 자극은 난생 처음이었기에, 나는 그만 입에서 새어나오는 소리를 억누를 수가 없었다. “후훗. 그렇게 기분 좋으신 건가요?” 내 그런 소리를 듣자, 레이아는 더 기분이 좋아진 모양이다. 유두를 할짝할짝 핥던 레이아는 시선을 살짝 올려 날 쳐다보고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쿡쿡 웃었다. 그러면서도 물건을 감싸고 있는 꼬리와, 유두를 자극하는 혀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응…레이아…최고야….” “후훗…으음…쪽…아음….” 내 칭찬이 기쁘다는 듯, 레이아의 머리 위에 솟아올라있는 귀가 쫑긋쫑긋 움직였다. 반사적으로 꼬리도 좌우로 흔들려고 했는지 물건도 살짝 당겨졌지만, 이내 다시 아까 같은 움직임을 재개했다. “후훗. 지금 꿈틀하고 움직였어요. 음…쪽. 쌀 것 같으신가요?” “조금…위험할지도….” “참으실 것 없어요. 언제라도 좋으니까 마음껏 싸주세요.” 레이아의 녹아내릴 것 같이 달콤한 목소리는 그야말로 천사처럼 내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며 간질여줬다. 이 사람이라면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모든 걸 받아줄 수 있을 것 같은, 마치 성모와 같은 분위기. “아, 하지만 미리 말은 해주세요. 그게…특훈을 위해서라면 입으로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게다가 그런 분위기 쏙에서도 가끔 보여주는, 저 부끄러워하는 몸짓 속에 묻어나오는 귀여움까지. 완벽하다. 이런 여자가 내게 전신을 밀착시키고 봉사해주고 있다니. 레이아는 계속해서 꿈틀대는 내 물건을 꼬리로 느끼면서 흥분을 더 가속시키려고 마음먹은 건지, 가만히 내 몸을 짚고 있던 손까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당연히 레이아의 상체가 내 몸에 더욱 밀착해왔고, 그 가슴이 짓눌려서 등 너머로 터질 듯 눌린 옆 가슴이 보일 정도였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한데 레이아의 두 손은 날 더 몰아붙여왔다. 일단 한 손은 혀로 열심히 자극하고 있는 유두의 반대쪽 유두로 가서 손끝으로 빙글빙글 유두를 자극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은 내 물건 쪽으로 뻗어갔다. 꼬리가 빈틈없이 물건을 감싸고 있는데, 물건 쪽으로 손을 내려서 어쩌겠다는 거지? 순간적으로 그런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내가 레이아를 너무 얕보고 있다는 것밖에 되진 않았다. 물건 쪽으로 뻗은 손은 일단 고환까지 내려가서 그 주머니를 부드럽게 감싸왔다. 조금만 힘을 줘도 고통을 느낄 정도로 민감한 곳이지만, 레이아의 힘 조절은 완벽했다. 두 알을 손안에서 굴리듯이 천천히 어루만지고, 가끔 아프지 않을 정도로만 살짝 힘을 준다. 빙어 같은 손가락은 가끔 회음부까지 뻗어가며 톡톡 두드리는 통에, 나는 몸을 반사적으로 움찔움찔 떨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완전히 사정준비를 마친 내 물건이 부풀어 오르자, 그 손을 다시 살짝 위로 올라갔다. 꽈배기처럼 말고 있는 꼬리 위로 살짝 드러난 내 물건 끝부분으로. 거기에 비눗물로 미끌미끌해진 손바닥을 대고 빙글빙글 돌리자, 나는 끝내 참을 수 없게 됐다. “윽! 레이아!” 내가 그렇게 외치자 레이아가 순식간에 몸을 내려서 내 물건을 입안 가득히 물어왔다. 그와 동시에, 나는 레이아의 입 안에 마치 오줌이라도 싸는 것처럼 시원하게 사정을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전에 순서 착각해서 지웠던 레이아 씬 맞습니다. 절대 씬 다시 생각하는 게 귀찮아서 그런 게 아닙니다. 못 보신 분들이 너무 아쉬워 하셔서 올리는 겁니다. 아니. 순서 헷갈려서 잘못 올렸다가 지운 걸 다시 올리는게 뭐가 문제죠? 어차피 본 사람들도 꼬리가 닿는 부분까지 밖에 못 봤잖아요! 심지어 복붙도 아니에요! 상황에 맞춰 수정도 했다고요! asfdgads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411==================== 레이첼과의 식사 “으응…음…응읏….” 스스로 생각해도 사정하는 양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레이아는 내 물건에서 전혀 입을 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점점 더 고개를 아래로 숙여갔다. 내 물건의 뿌리부분까지 확실히 입 안에 들어가도록 말이다. 레이아가 오기 전까지 몸을 닦고 있었기 때문에 욕조에 채워진 물의 수위가 무척 낮았다고는 하나, 그렇다고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내 물건도 조금 잠겨있을 정도로 물이 채워져 있었는데도, 레이아는 신경 쓰지 않고 뿌리까지 확실하게 문 채로 정액을 꿀꺽꿀꺽 삼켜갔다. 입은 완전히 물에 잠겼지만 그래도 코는 아슬아슬하게 수면 위에 있었기 때문인지, 그래도 숨 쉬는 게 어려워보이지는 않았다. 일명 잠망경 펠라라고 불리는 행위였다. 이런 고급 테크닉까지 사용가능하다니. 구미호란 대체…. 나는 쾌락과 함께 밀려오는 감동에 몸을 떨었다. 결국 내 정액을 한 방울도 남김없이 전부 삼킨 레이아는, 여전히 내 물건을 문 상태로 눈을 감고 명상에 들어갔다. 아무래도 자기 몸에 일어나는 정기 흡수를 관조하는 모양이었다. 이 자세로 그냥 하시는 구나…. 원래 이게 목적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세정도는 편히 바꾸고 해도 괜찮을 텐데. 아니. 난 좋지만 말이야. 내 다리 사이에 납작 엎드려서 얼굴 아래가 물이 잠긴 채 내 물건을 물고 있는 천사님의 모습. 끝내준다. 일자로 곧게 뻗은 예쁜 등라인도, 워낙 크다보니 그 등의 옆으로도 확실히 보이는 옆 가슴도, 허리와 엉덩이까지 이어지는 하트 모양의 라인도,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젖은 꼬리까지. 전부 완벽하다. 이런 광경을 보고 있자니, 방금 막 사정한 직후인데도 물건이 전혀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힘차게 꿈틀거리기까지 했다. “으응?” 내 물건이 꿈틀대자 명상에서 깨어났는지, 레이아가 눈을 뜨고 난 올려다봤다. “아, 미안. 방해였지?” “후훗.” 내 사과에 레이아는 눈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큭. 천사님. 그걸 문 상태에서 저으시면…. 그리고 레이아는 동그랗게 오므린 입술에 힘을 꽉 주고, 고개를 쭈욱 올렸다. 입술이 물건 전체에 완벽히 밀착한 채 쭈욱 훑어 올라가면서, 물건 안에 남아 있는 정액들을 짜내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올라가는 와중에 혀를 움직여서 물건 표면에 묻은 정액도 깨끗하게 핥아줬다. 그렇게 올라가다가 입술이 귀두에 걸릴 정도까지 올라가면 입술에 살짝 힘을 풀고 다시 고개를 아래로. 뿌리까지 내려가면 다시 입술에 힘을 주고 위로. 그 동작을 몇 번이나 왕복하면서 레이아는 물건 안에 남아있는 정액을 완벽히 처리해줬다. 하지만 이거, 청소 펠라라고 하기엔 너무 본격적이지 않아? 아니. 난 기분 좋으니까 좋지만 말이야. 게다가 레이아의 행동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쮸릅. 츄르릅. 으음. 응읏….” 입술이 귀두에 걸릴 정도까지 쭉 올라간 후, 마치 빨대로 음료를 빨아먹듯이 쪽쪽 빨아들여서 혹시라도 안에 남아있을 정액까지 완벽하게 처리해주는 레이아였다. “음…쪽. 하아아아…. 후훗. 이렇게 많이…그렇게 기분 좋으셨나요?” 겨우 내 물건에서 입을 뗀 레이아는 한 손을 내 물건을 잡은 채 천천히 쓰다듬듯 위아래로 왕복하면서, 날 바라보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척이나 상기되어있는 그 얼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순해보여서, 도저히 방금 전까지 그런 행동을 했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사실은 지금도 손으로 내 물건을 대딸 쳐주고 있는데도 말이다. “응. 엄청. 레이아는 어때? 특훈, 잘 되가는 것 같아?” 사실은 이것에 대해 먼저 말하는 게 맞을 텐데 말이야. 내가 기분 좋았는지를 먼저 물어보는 시점에서, 레이아가 얼마나 천사인지를 알 수 있었다. 아니. 난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던 거지만 말이지. “그렇네요. 조금 더 흡수 속도를 늦출 수 있게 된 것 같기도…아, 하지만.” “응?” “역시 아직 잘 모르겠어요. 더 해보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물건을 잡고 있는 손에 살짝 힘을 주고, 아까보다 좀 더 강하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일견 한없이 청순해 보이는 그 얼굴은, 역설적으로 너무도 섹시하게 보였다. “레이아!”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레이아를 꽉 끌어안았다. “꺄악! 구, 구원씨…!” 레이아는 살짝 놀라면서도, 전혀 저항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스스로 내게 안겨오듯이 자연스럽게 내게 다시 올라탔다. 이번엔 아까보다도 더 위에. 허벅지가 아니라 내 아랫배에 올라타는 느낌으로 레이아를 몸 위에 올린 나는 그대로 레이아와 키스를 했다. “으응…구원씨….” 레이아는 나와 키스를 하면서, 다시 한 번 꼬리로 내 물건을 감아왔다. 이번엔 아까와 다르게 자신의 엉덩이 바로 밑에 내 물건이 있기 때문인지, 아까보다도 꼬리 길이에 여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물건 끝부터 감싸기 시작해서 뿌리까지 내려간 꼬리는, 그 남은 끝부분으로 살살 내 고환을 간질여줬다. 그리고 이번엔 처음부터 손바닥을 물건 끝에 대고 빙글빙글 돌려주기 시작했다. 윽! 레이아! 키스하는 와중에 그런 짓까지 하면! 물론 기분 좋기는 하지만, 정기가 이중으로 흡수돼서 이렇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잖아.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생명력 게이지를 쳐다봤다. 어? 주는 속도가 그리 빠르진 않네? 이거라면 저번처럼 충분히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아깐 너무 기분 좋아서 신경을 못 썼지만, 분명 입으로 정기를 흡수했는데도 생명력이 깎여있는 양 자체가 생각보다 적었다. 설마 꼬리로 날 자극시켜줄 때부터, 레이아는 계속 집중해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는 건가. 나는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레이아를 쳐다봤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지근거리에 있는 레이아의 눈이 가늘게 휘면서 미소 지었다. 큭. 역시 아름다우셔. 그렇게 나는 테일 잡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밤새 레이아와 맛볼 수 있었다. 물론 도중에 삽입도 했지만, 역시 구미호로 변하지 않는 건 아직 불가능했다. 아직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한가. 만약 레이아가 구미호 상태를 완벽히 컨트롤 할 수 있게만 되면, 꼬리 아홉 개가…. 다시금 특훈의 의욕이 불타오르는 밤이었다. “으음…쪽…하음…후훗. 왜 그러세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레이아가 눈을 뜨자마자 바로 키스를 했다. 사실 눈뜨기 전부터 하고 싶었지만, 괜히 자는 걸 깨울까봐 필사적으로 참았다. 레이아는 아무런 저항 없이 바로 내 혀를 받아주더니, 마치 귀여운 어린애를 바라보듯 포근한 시선을 내게 보내왔다. “아니. 그냥 너무 예뻐서.” “구원씨도 참…너무 띄워주세요.” “띄워주는 거 아냐. 사실이야! 네 미소를 위해서라면 난 뭐든 할 수 있어!” “후훗. 정말인가요?” “그럼! 물론이지!” “그럼…저 조금 궁금한 게 있는데요. 혹시 괜찮으시다면 대답해주실 수 있나요?” “응? 궁금한 거? 그럼! 뭐든 물어봐!” 나는 당당하게 말했다. 뭐가 궁금한 건지는 몰라도, 내가 레이아에게 숨길 거라곤 아무것도 없다. “어제, 레이첼씨와 식당에는 왜 가신 건가요?” 하지만 레이아의 질문을 들은 순간, 나는 심장이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전신에 기분 나쁜 땀이 샘솟듯 솟구치고 있다는 게 스스로도 잘 알 수 있었다. “아, 아니, 그게, 무슨, 아니, 그러니까….” 나는 반사적으로 부정을 하려고 했지만, 간신히 그 말은 집어삼킬 수 있었다. 지금 레이아는 식당에 갔냐고 물어본 게 아니다. 왜 갔냐고 물어본 거다. 즉, 갔다는 사실 자체는 이미 확신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여기서 부정해봤자 괜히 역효과만 날 뿐이다. 문득 어제 테이블보에 숨지만 않았다면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거짓말은 내 무덤만 팔 뿐이야. 솔직하게 말하자. “저기 대답하기 힘드시면 대답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게, 구원씨 사생활을 캐내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조금 궁금해서….” 게다가 레이아의 이 반응을 보면, 전혀 화난 것 같지가 않았다. 물론 연기일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우리 천사님이 그런 약아빠진 짓을 할 리가 없다는 확신이 있었다. 즉, 정말로 화가 안 났다는 말이다. 그 사실이 날 한층 더 안심시켜줬다. 나는 쿵쾅쿵쾅 아플 정도로 뛰는 심장을 최대한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며, 차근차근 설명을 해줬다. 던전에서 돌아오지 않는 디아나를 찾으러 갔을 때 레이첼 누님이 퇴근하던 와중에도 다시 돌아가서 도와준 것. 그리고 그 대가로 식사를 대접하기로 한 것. 레이첼 누님이 식당에서 그런 말을 했던 건, 내 애인 셋이 동시에 나타나니까 너무 당황한 나머지 횡설수설한 거라는 것까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찔리는 일 같은 건 하나도 없었다는 걸 엄청나게 강조했다. “후훗. 과연. 그렇게 된 거였군요.” 그리고 내 말을 다 들은 레이아는, 여전히 포근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그리고 마치 쿵쾅거리는 내 심장을 진정시키려는 것처럼 내 가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줬다. “미, 믿어주는 거야?” “그럼요. 제가 구원씨 말을 못 믿을 리 없잖아요.” 솔직히 말해서, 만약 입장이 반대였으면 나도 이렇게까지 순수하게 믿을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도 레이아는…크흑. 나는 천사님의 천사다움에 다시금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 “거기나 입술에는 정말로 냄새도 나지도 않았고….” “으, 응?” “으응. 아뇨. 후훗. 아무것도 아니에요.” 레이아는 그렇게 미소 짓더니, 이번에는 일부러 그런 표정을 짓는다는 티가 다 나게 곱게 눈을 흘기면서 날 쳐다봤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렇다고 미리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미, 미안. 아무리 이유가 있어도 다른 여자랑 밥 먹으러 간다는 얘기를 쉽게 하긴 힘들어서.” “후훗. 괜찮아요. 친구잖아요? 친구끼리 밥 먹으러 가는 것도 이해 못 할 만큼 속이 좁진 않아요. 그야 물론 조금 질투심도 생기고, 횟수가 늘어나면 곤란하지만…. 죄송해요. 역시 아무리 친구라도 질투는 되네요.” 레이아는 자신에게 들려주려는 건지 몇 번이나 친구라는 걸 강조하면서도, 역시 참기 힘든지 마지막엔 조금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괘, 괜찮아. 어젠 정말 보답하는 의미에서 대접한 것뿐이니까. 오히려 질투해주는 게 더 기뻐. 날 그만큼 좋아해준다는 거잖아. 만약 반대 입장이었으면 난 친구라도 절대 둘이서 나가는 거 인정 안했을 건데 뭘.” 나는 그런 레이아를 다독이면서 그렇게 말해줬다. “후훗. 고마워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다행이다. 천사님이 천사님이라 정말 다행이야. 레이첼 누님이 어제 한 말을 듣고도 이렇게 이해해주시다니. 만약 들킨 게 천사님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으면…. “하, 하지만 어떻게 알았어?” “네? 그야 냄새가 났는걸요. 아, 하지만 이제 괜찮아요. 이제 안 나거든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가슴 한쪽에 자신의 볼을 비벼댔다. 마치 동물들이 자신의 마킹하는 것처럼. 그러고 보니 거기…어제 레이첼 누님이 팔짱끼고 있던 쪽…. 앞으로 두 번 다시는 천사님한테 거짓말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역시 다른 두 분께는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응?” “두 분. 특히 디아나님이 레이첼씨의 남자친구라는 분께 흥미진진하셨거든요. 만약 그게 구원씨였다고 알게 되면….” “천사님! 비밀로 해주세요!” “후훗. 네. 그럴게요. 아, 그래도 혹시 들키시면 말 하세요. 저도 같이 오해를 풀어드릴게요.” “처, 천사니이이임!” 나는 곧장 레이아의 가슴에 달려들어 얼굴을 파묻었다. “어머, 후훗. 구원씨도 참. 이럴 땐 애 같으세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정수리에 쪽하고 키스를 한 후, 부드럽게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역시 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있으면 안정된다. 온 몸에 힘이 쫙 풀리는 기분이다. 특정 부위는 오히려 힘이 들어가게 되어버리지만. “으응! 후훗. 여긴 이렇게 어른인데 말이에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허리를 원을 그리듯 돌렸다. “아응…응…식사 전에…한 번 더 하실 건가요?” 그 녹아내릴 듯 달콤하게 유혹하는 목소리에, 거절할 수 있는 남자가 존재할 리가 없었다. 나는 풍만한 가슴에 파묻힌 얼굴을 힘차게 끄덕이고,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연휴의 후유증 때문인지 글이 빨리 안 써지네요. 다음 편은 아마 2~3시간 후 쯤에 올릴 것 같습니다. 412==================== 서큐버스의 사정 아침부터 레이아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려왔다. 레이아 한 명뿐이라고는 하지만, 거짓말을 들키고 나니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사라와 디아나는 모른다는 확답도 받았으니, 나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식당으로 내려왔다. 거기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다들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있었다. 사라와 디아나와 마틸다. 그리고 실비아까지. “구, 구원님! 다, 다녀왔습니다!” 실비아는 평소처럼 구석에 있는 게 아니라, 내게 다가와서는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인사를 해왔다. 그러고 보니 어제 실비아가 돌아오기로 했었지. 레이아와의 행위가 너무 불타올라서 그만 잊고 있었어. “어, 응. 실비아. 잘 다녀왔어? 어땠어? 일은 잘 풀렸어?” “아, 아뇨. 아니. 넵. 다녀온 건 잘 다녀왔습니다. 다만 일은….”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뭔가 머뭇머뭇 거렸다. “응? 왜 그래?” “그, 그게….” 하지만 실비아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길 꺼려했다.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하게 생각한 나는 사라와 디아나 쪽으로 시선을 돌렸지만, 그 둘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뿐이었다. “우리가 물어봤을 때도 계속 그랬어. 아무래도 말하기 힘든 일인가 봐.” “사라는 그렇다 치고, 디아나한테마저 말하기 힘든 얘기라고? 아, 사라야. 지금 이 말은 그냥 순수하게….” “알아, 바보야.” 사라는 딱히 기분 나쁜 것도 아니란 듯이 쿨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알고 있어도 충분히 기분 나빴을 표현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난 쿨하게 넘어가준 사라에게 감사하면서, 자리에 앉았다. “실비아, 그렇게 말하기 힘든 얘기면 말 안 해줘도 괜찮아. 단, 너한테 뭐 문제생기거나, 힘들거나 그런 건 아니지? 그런 거라면 꼭 말해줘야 한다.” “네, 네헷! 괜찮슙니다!” 겨우 하루 안 본 건데도, 그 오들오들 떨면서 필사적으로 대답하는 모습은 오랜만이라고 느껴졌다. 역시 얘가 시야에 없으면 허전하다니까. “그리고 이렇게 돌아왔다는 건, 일이 다 끝났단 거잖아?” “아, 그, 그게….” “응? 아냐?” “네. 실은 그…보고하러 왔습니다. 한동안 다시 성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런가. 대체 무슨 일이기에…아니. 오래 걸릴 것 같아?”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실비아는 뭔가 원하는 것 같은 눈동자로 날 쳐다보면서 말했다. 응? 뭐지? 며칠 못 만나게 될 것 같으니 쓰다듬어 달라는 건가? “히야아앗!” 내가 실비아의 머리를 톡톡 두들겨주자, 실비아는 식탁의 반대편 끝자리로 쏜살같이 도망갔다. 저 모습을 보니, 적어도 어디 다친 데는 없는 모양이네. “그래도 식사정도는 하고 갈 수 있지? 밥부터 먹자.” “그, 그 말은, 성에 가있는 걸 허락해주시는 겁니까?” 내게 멀어져서 조금 안정된 건지, 실비아가 호흡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응. 곤란한 친구를 내버려둘 수도 없잖아? 괜히 신경 쓰이는 게 있으면 던전에서도 집중이 안 될 테고. 괜찮아. 정 오래 걸리면 1계층 근처에서만 놀고 있지 뭐.” 그 연못이 어떤 비밀을 품고 있더라도, 1계층 근처인 이상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진 못할 거다. 실비아가 없더라도 충분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식사를 하기로 했다. 성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건지도 조금 궁금하긴 했지만, 그건 내가 신경 쓸 바가 아닌 모양이고. 어차피 그 공주 관련 일이다. 변변찮은 일일게 틀림없다. 내가 신경 쓸 필요 전혀 없는 일. 하지만 식사를 마친 후, 성에 가기 전에 나와 둘이서만 얘기하고 싶다는 실비아의 발언으로 그 예상은 빗나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내 방에서 단 둘이 되자 실비아가 제일 처음 꺼낸 말이, 이런 얘기였기 때문이다. “그, 실은…구원님과 아주 관련 없는 얘기는 아닙니다.” 식당에서와는 다르게, 실비아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나 말고 다른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는 실비아 모드다. “응? 뭐가?” “공주님 얘기 말입니다. 그게 실은, 공주님이 용사와 관계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왕님 귀에 들어간 모양입니다.” “으, 응?!” 진짜 예상도 하지 못하고 있던 발언에, 나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주 관련 없는 얘기가 아닌 정도가 아니라, 완전 나 때문이잖아! 그래서 아까 실비아가 그렇게 얘기하길 주저한 거구나. 나랑 공주랑 한 내기를 아직 우리 애들은 모르니까! 실비아야! 장하다! “그, 그래서?” “당연히 여왕님께서 공주님을 추궁하신 모양입니다. 공주님은 일단 발뺌을 하신 모양이지만, 구원님 관련이란 것도 당연히 여왕님의 귀에 들어가게 됐고….” 젠장. 그야 그렇겠지. 펠리시아 걔 완전 대놓고 나랑 떡치려고 들었으니까. 성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마 소문이 쫙 퍼져 있었을 거다. 그야 안 들킬 리가 없지. “하지만 안심해주십시오. 여왕님께서는 구원님께 아마 항의조차도 하지 않으실 겁니다.” “응? 왜?” “교단에서 구원님을 여신님의 사자로 인정하고 있으니까요. 얼마 전에 교황님께서도 정식으로 인정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뭐?! 어느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제 일이 그렇게 된 건데?! 설마 마틸다랑 전에 신전에 갔을 때?! “여신님의 사자라는 사실만으로도 함부로 건드리기 힘든데, 거기에 더해 디아나님마저도 계시니까요. 지금의 구원님은 여왕님뿐만 아니라 그 누구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건드리기 힘든 위치가 되셨습니다.” 그런 건가. 솔직히 그런 쪽은 문외한이라 잘 실감이 안 나지만, 나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높으신 분이 됐다는 얘기인가. 여신교와 마법협회를 등에 업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인 거다. 그야 그런가. “아무튼, 그래서 그럼?” “네. 여왕님은 철저하게 공주님만 추궁하기로 하셨습니다. 애초에 그 내기 자체도 더 기분 좋은 섹스를 하고 싶다는 공주님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응…. 뭐, 그야 그렇지. 내기를 제안한 건 분명 내가 맞지만, 애초에 공주가 안 받아들였으면 끝날 얘기였다. “그래서 참다 못 한 여왕님이 드디어 폭발하셨습니다. 일부러 모험가들이 많이 있는 곳에서 행정이라도 배우라고 앉혀놨는데, 널리고 널린 모험가들을 놔두고 용사의 아이를 가지라는 명령까지 어기면서 그러고 있었으니까요.” “…응? 잠깐만. 일부러 모험가들이 많이 있는 곳에 앉혀놔? 그 말은 즉, 여왕도 공주의 그…그런 걸 인정하고 있다는 거?” “…네. 실은 예전부터 왕가의 핏줄은 다들 그…남들보다 성욕이 강하신 분들이라…. 그 중에서도 공주님은 심하게 성욕이 강하신 편이긴 하지만…그래도 일단 여왕님도 이해는 해주고 계셨습니다.” 그런 거냐. 어쩐지 뭔가 이상하더라. 그러고 보니 전부터 계속 그랬다. 공주의 성욕이 그렇게 강하다는데 디아나도 뭔가 반응이 미적지근했었고, 성에 있는 사람들 반응도 그랬다. 아무리 이런 세계라도, 보통 공주가 그렇게까지 성에 문란하면 조금 반발이 있어야 정상인데 말이야. 왕가 사람들은 다들 그런 거냐. 진짜 종족이 서큐버스라든가 그런 거 아냐? 안 그래도 애널라이즈로 종족도 알 수 있게 됐는데, 다음에 보면 한 번 확인해봐야지. 아니. 이왕이면 안 만나는 게 제일이지만. “원래는 유명한 모험가들을 데려다가 성욕을 풀던 공주님이, 용사의 아이를 가지라는 명령 이후론 그마저도 못하게 됐으니, 저로선 이해 못 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만…여왕님은 아무래도 다르셨던 모양입니다. 공주님을 무척이나 꾸중하신 모양입니다.” 뭐, 뭘로 성욕을 풀어? 난 이제 아무래도 좋단 심정으로 얘기를 듣게 됐다. 그거, 꼭 내가 들어야만 하는 얘기니? 그냥 결론은 꾸중 들어서 공주가 시무룩해있다는 얘기 같은데, 네가 가서 한동안 달래주고 오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거기에 또 공주님이 욱하셔서 반발하신 모양이라….” 진짜냐?! 얘기 끝난 거 아니었어?! 아직 이어진다고?!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아니. 됐어! 이제 더 이상 남의 집 모녀간 싸움 내용 같은 거 듣고 싶지 않아! “여왕님께서 그렇게까지 해서 공주님이 무슨 이득이 있냐고 꾸중하자, 공주님께서도 왜 이득이 없냐고 생각하나. 구원님은 지금 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남자인데, 그걸 꼬드기는 게 왕가에 왜 이득이 안 되냐고 반발하셨고….” “뭐어?! 걔, 걔가 진짜로 그걸 생각해서 날 유혹한 거였다고?!” 가끔 머리 잘 돌아가는 애라고 생각은 했지만, 진짜 위험한 애였잖아! “아뇨. 아마 싸우는 도중 욱해서 한 말이고, 본심은 그냥 기분 좋아지기 위해서 구원님을 유혹한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비아는 그런 내 질문을 딱 잘라 부정했다. 야. 펠리시아. 네 제일 친한 친구마저도 널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고. 조금은 반성해라. “아무튼, 그래서 여왕님께서도 공주님이 대들자 더 화가 나신 모양입니다.” 그야 그렇겠지. 나 같아도 그럴 것 같아. 얼굴도 보지 못한 여왕님. 전 충분히 이해합니다. “디아나님의 남자를 네가 무슨 수로 반하게 꼬드기냐고 비웃었고….” 아차…. “공주님은 할 수 있다고 우겼으며….” ……. “결국 말싸움이 격화되어, 공주님이 구원님을 못 꼬드기면 왕위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발언까지 나오게 됐다고 합니다.” “…말해두는데, 나 공주랑 결혼할 생각 없다.” “무, 물론입니다! 저도 그런 부탁을 할 생각은 절대 없습니다!” “그럼 나한테 왜 말한 건데.” “그, 그냥 알아 두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아냐…. 실비아야…. 신경써준 건 고맙지만, 그냥 모른 채로 살고 싶었어…. “아니. 애초에 공주는 무슨 자신감으로 날 꼬드길 수 있다고 우겼대.” “…다음에 만나면 섹스를 할 수 있을 테니, 그때 테크닉으로 녹여버리겠다고 했습니다.” 걔가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내가 레벨 100도 안됐을 때 그렇게 느꼈으면서, 뭐? 필살 콤보까지 익힌 지금의 나라면, 맘만 먹으면 복상사도 시킬 수 있어. 아니. 힐링 섹스 때문에 죽진 않겠지만. “그래서. 그런 일에 네가 가서 뭘 어쩌겠다는 건데?” “어떻게든 여왕님과 공주님 사이를 중재하겠습니다. 감사하게도 여왕님께선 절 친딸처럼 예쁘게 여겨주시니, 노력하면 어떻게든….” 그게 그렇게 쉽게 풀릴 얘기일까. 잘은 모르지만 말이야, 왕위를 물려주지 않겠단 말까지 한 걸 보면 진짜 심하게 치고 박고 싸운 거 아냐? “…아…응. 그래. 나도 일단 어떡하면 좋을지 생각은 해볼게.” “그, 그래주시겠습니까?!” “응. 나도 실비아가 계속 성에만 있으면 곤란하고.” “구, 구, 구, 구원니이임….” 얘 다시 진지 모드 풀렸네. “그래. 그래.” 진동하는 실비아의 머리에 손을 올려주자, 실비아의 진동이 더더욱 거세졌다. 나는 그런 실비아를 아예 품에 안아서 전신으로 진동을 느끼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생각해본다고 말은 했지만, 솔직히 내가 어쩔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다른 애들이랑 상담해본다고 어쩔 수 있는 얘기도 아니고. 이런 쪽으론 사라나 레이아는 물론 도움이 될 수 없고, 게다가 이것만큼은 디아나도 어쩔 수 없다. 전에 디아나한테 들은 바로는, 디아나는 아무래도 그런 정치 쪽으로 아예 간섭을 안 한다는 모양이니까 말이다. 나라의 높으신 분들도 다들 디아나를 대우하고 깍듯이 대하지만, 그렇다고 디아나가 정치에 관여하는 건 아니다. 일선에서 물러난 원로 취급이라고 할까. 디아나가 나서버리면 그걸 반대할 용기를 가진 사람이 없으니까 말이야. 힘으로 눌러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디아나는 그런 쪽으론 전혀 관여를 안 한다는 모양이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마틸다 역시 높으신 분이긴 해도, 종교와 정치는 서로 간섭을 안 하는 모양이니까 말이지. 나도 일단 얘기를 들어보니 높으신 분이 된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봤자 교단과 디아나의 힘을 뒤에 업었으니 그런 거다. 즉, 여왕과 공주 사이를 중재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중엔 실비아밖에 없다는 얘기가 된다. 손 쓸 방법 아예 없음인가. 굳이 말하자면 내가 펠리시아의 꼬드김에 넘어가버리면 되는 거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해줄 의리는 없다. “어쩔 수 없네. 일단 실비아라도 가서…실비아. 실비아?!” “아, 안 쥬겄슙니다아아….” 아니. 오늘은 아직 죽었다고 안 했어. 나는 품안에서 녹아내려가고 있는 실비아를 황급히 해방시켜줬다. “아무튼 성에서 잘 하고 있어봐. 이쪽은 이쪽대로 대응을 생각해보고 있을게.” 결국 그렇게 말하고, 실비아를 성으로 돌려보내는 것 밖에는 방도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의외로 일찍 써졌네요. 413==================== 서큐버스의 사정 실비아를 성으로 보내고 나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방금 실비아한테 들은 얘기를 과연 우리 애들한테 해도 좋은 걸까? 원래는 디아나한테 내기 얘길 고백하고 성까지 동행을 무효화시킬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이제 와서 그러기에는 얘기가 너무 커져버린 감이 있었다. 이렇게까지 일이 커졌는데, 이제 와서 ‘미안. 생각만 해본다고 했지, 섹스해줄 거라곤 안 했잖아?’ 라고 말해봐라. 아마 화난 공주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디아나건 뭐건 눈에 뵈는 거 없이 폭주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리고 내기의 무효화가 불가능해지면, 우리 애들한테 들켰을 때 반응이 어떨지도 뻔했다. 우리 애들이 다른 여자와의 섹스를 허락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어쩔 수 없이 할 필요가 있을 땐 해도 좋다는 전제 조건이 붙어있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펠리시아와의 내기는 사실 전혀 할 필요가 없는 걸 내가 도발한 거니, 들키면…. 젠장. 펠리시아 녀석. 쓸데없이 일을 키워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우리 애들한테는 들키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비밀은 최대한 만들지 않는 게 좋다는 교훈을 오늘 아침에 막 얻은 참이라는 거지. 으음…솔직히 내키지는 않지만, 역시 말 하는 게 좋은 걸까. 괜히 나중에 들키면 더 욕먹을 것 같고. 그래. 말하자. 그렇게 결심하고 나니, 그 다음부터 내 행동은 빨랐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얘기도 있잖아. 나는 곧바로 손뼉을 치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바넷사!” “……무슨 일이십니까?” “어, 어라? 바넷사? 오늘은 왠지 기분 나빠 보이네. 무슨 일 있어?” 솔직히 바넷사 표정은 여전히 읽기 힘들지만, 평소보다도 말하기 전 ‘…’이 길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한 번 찍어본 거였는데, 내 질문을 들은 바넷사가 들켰으니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강아지가 아니니까 손뼉을 치면서 이름을 부르는 건 그만둬주십시오.” 기분이 안 좋은 건 나 때문이었다. “미안. 미안. 그래도 좋지 않아? 강아지. 귀엽고.”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은근슬쩍 귀엽다고 돌려 말하면서 기분을 풀어주려고 했지만, 역시나 우리 슈퍼 집사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아, 응. 미안. 장난 안칠게. 여기에 모두를 불러주지 않겠어? 사라, 디아나, 레이아, 마틸다를.” “알겠습니다. 다만, 레이아님은 방금 전에 외출하셨습니다.” “뭐? 벌써? 알았어. 그럼 나머지 애들이라도 불러줘. 레이아는 내가 데려올게.” 아까 아침 먹을 때 신전에 갈 거라는 얘기는 듣긴 했지만, 설마 벌써 출발했을 줄이야. 나는 레이아를 따라잡기 위해 황급히 저택을 나섰다. 바넷사 말로는 방금 전에 나갔다고 하니, 내 다리로 따라잡으면 금방이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재빨리 신전을 향해 달려 나갔다. “서, 성자님이다아아아!” 그리고 달려 나간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누군가 날 바라보며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 아차! 젠장! 서두르느라 로브 뒤집어쓰는 거 깜박했다! 그리고 대체 어디 이렇게 숨어있었던 건지, 순식간에 내 주변을 땀내 나는 남정네들이 둘러싸기 시작했다. “서, 성자님! 대체 저희는 언제쯤 구원받을 수 있습니까?!” “저주를 푼 이후라니! 저희는 구체적인 일정은 모르는 겁니까?!” 으아아아! 우리 천사님 쫓아가야 되는데 길 막지 마라! 귀찮아 죽겠네! “다들 조용!” 나는 인파를 뚫고 가는 걸 포기하고, 자리에 멈춰 서서 큰 소리로 외쳤다. 이제 더는 못 참아. 구원 같은 소리 하네. 엿이나 처먹으라고 해! 말해두지만 이건 스스로를 욕하는 게 아니다. “제 몸이 하나인 이상, 모두를 구원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서, 성자님! 그럼…!” 내 일갈에, 사람들 사이로 동요의 물결이 번져나갔다. 그래. 새끼들아. 세상에 공짜 구원 같은 건 없어. 개나 주라고 해. 하지만 만약 여기서 그런 말을 해버리면 아마 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겠지. 그야 물론 힘으로 헤치고 나갈 수는 있을 거다. 내 구원을 바라는 건 대부분 레벨 낮은 놈들일 테니까. 하지만 교황이 날 여신의 사자라고 인정까지 했다는데, 과연 그렇게 막나갈 수는 없었다. 이 세계에선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천벌 받을지도 모를 일이고. “그래서! 전 지금 저주를 푸는 와중에도 틈틈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 혼자서 모두를 구원할 수 있을까를 말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방책을 하나 생각해냈죠!” 거짓말이 아니기는 하다. 전에 성교육 비디오 촬영 같은 걸 생각해내기도 했었잖아. “오, 오오오오! 과연 성자님! 그, 그렇다면!” “하지만, 이 계책을 실행하기에는 아직 필요한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준비할 것들이 너무도 많죠.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주로 여배우라든가, 여배우 같은 게 부족하지. “그, 그런 거라면! 저희가 뭔가 도울 일은 없는 겁니까?!” 누군가 그런 질문을 던졌지만, 나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여자 하나도 제대로 만족 못시키는 놈들이 성교육 비디오에 출연할 여자를 무슨 수로 구하게? 게다가 아무 여자나 다 된다는 것도 아니라고. 조건이 꽤나 붙는단 말이다. 그리고 그 조건 중에는, 레벨이 높을 것이라는 조건도 있었다. 레벨이 높은 여자는 당연히 프라이드도 높다. 너희 같은 놈들이 그런 여자를 구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언젠가는 반드시 구원이 찾아올 거라고 약속하죠. 하지만 지금은 절 믿고 기다려주셔야 합니다. 당신들이 이렇게 절 가로막고 있으면 있을수록, 구원의 때는 더 늦어진다고 생각하십시오.” “으, 으윽! 죄, 죄송합니다!” 돌려 말해서 꺼지라고 말해주자, 사람들이 그제야 허겁지겁 길을 트기 시작했다. 그래. 처음부터 이랬으면 좀 좋아. 몰려들 때보다 현격하게 느린 속도이기는 하지만, 이내 거리는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다만, 다들 날 향해 몰려오지만 않을 뿐, 다들 하나같이 두 손을 모으고 내 쪽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그만 둬라. 산 사람한테 기도를 올리다니 뭐하는 짓이냐. 그런다고 너희가 구원받는 속도가 빨라지는 게 아니라고. 아니. 애초에 정말로 구원이 가능한 건지도 의심스럽ㄴ다. 그렇게 딱 맞는 조건의 여자를 찾아낼 수 있을 리가…어? 잠깐만. 아니. 하지만…. “구원씨!” 내 머리에 뭔가가 번뜩였을 때, 갑자기 정면에서 레이아가 내게로 달려왔다. 아무래도 아까의 소동으로 내가 있는 걸 눈치 챘던 모양이다. 내게 달려온 레이아는 바로 내 팔에 달라붙어서 팔짱을 껴왔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아, 그게 말이지 할 얘기가 있는데 레이아가 집을 나섰다고 해서 말이야. 쫓아왔지.” “네? 할 얘기요?” “응. 저택엔 다들 모여 있을 테니까, 돌아가서 얘기할게.” 팔에 느껴지는 행복한 감촉을 음미하면서 얘기했다. 조금 후에 깨질 걸 생각하면 우울해지지만, 그래도 역시 행복한 건 행복한 거다. 잠깐의 행복을 누리는 것 정도는 괜찮잖아? 저택으로 돌아가니 역시나 다들 모여 있었다. 레이아도 내 팔에서 떨어져 나와 마주보는 위치에 서게 되자, 심장이 쿵쾅쿵쾅 울리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 펠리시아랑 섹스를 걸고 내기했단 얘길 해야 한단 말이지. 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네가 다들 불렀다고 들었네만, 무슨 일인가?” “응. 그게 말이지. 실비아한테 사정을 들었거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두의 지혜를 모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응? 실비아, 결국 구원한테는 얘기 한 거야? 우리가 물어볼 땐 그렇게 대답을 안 하더니….” “그야 실비아는 날 너무 좋아…미안. 좀 기어올라봤어.” 안 그래도 지금부터 깨져야 되는데, 벌써부터 이놈의 입이 방정맞게. 자, 그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까. 말을 하겠다고 결심은 했지만, 이왕이면 역시 최대한 자연스럽게 넘어가도록 말하고 싶다. “실비아씨는 다시 성으로 돌아가신 거죠? 그만큼 중요한 일이 생긴 건가요?” “그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에 디아나가 했던 말이 거의 맞아 떨어졌어. 공주가 또 말썽을 부려서 여왕님이 화나셨다고 하네. 여왕님이 왕위 계승을 안 해주겠다는 언급까지 하면서 둘이 대판 싸우는 바람에 실비아가 중재하러 가게 된 거야.” “왕위 계승을 안 해주겠다니. 그게 정말인가? 정말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닐세. 대체 무슨 일로 화가 난 겐가? 그것에 관해서도 들은 게지?” “그래. 디아나는 물론 알겠지만, 여왕은 공주한테 용사의 아이를 낳으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어. 하지만 공주가 요즘 용사와의 관계 자체를 아예 안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들통 나서 말이야.” “호오. 그런 일이 있었는가? 하지만 그 공주가 아무 이유 없이 여왕의 명령을 지키지 않을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되네만.” 전에 공주가 나와 반강제로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디아나의 안에서 공주의 평가는 꽤나 높은 모양이었다. 어렸을 때 스승역할도 한 적 있다고 했으니, 성욕은 둘째 치고 능력 자체는 인정하고 있는 걸까? “저기…그게 말이죠…실은 말이죠….” 드디어 때가 왔나. 내가 어떻게 얘기를 하면 좋을지 몰라 말을 흐리고 있자, 사라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구원. 또 뭔가 저질렀지? 말 해.” 사라야. 넌 왜 그렇게 항상 감이 좋은 거니. “화 안낸다고 약속해줄래?” “우리가 화날 짓을 한 거야?!”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지…아니요. 죄송합니다. “음…저기…그러니까…그게 말이지. 오해하지 말고 들어. 너희가 미리 알아둘 건, 내게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거야.” “빨리 말하게.” 계속 뜸을 들이자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는지, 디아나도 날 재촉해왔다. “…펠리시아가 너무 들이대기에 다음에 다시 내 얼굴 볼 때까지 아무하고도 섹스 안 하고 있으면 한 번 해주는 것도 생각해본다고 말했어.” “…….” 내가 빠른 어조로 내뱉듯이 순식간에 말하자, 순간 방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 폭풍전야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지. “이, 이 바보야! 완전히 너 때문이잖아!” “자네는! 바보인가아! 응? 바보인가! 아니! 바보일세! 바보!” “구원씨….” “당신 정말 바보 아니에요?!” 말 안 해도 알 거라고 생각하지만, 순서대로 사라 디아나 레이아 마틸다의 반응이었다. 사라야. 오빠한테 너라니. 디아나야. 낭군님을 바보라고 확정짓는 건 너무하지 않냐? 천사님. 기분은 알겠는데 그렇게 애절한 눈으로 쳐다보면 데미지가 너무 큰데요. 마틸다. 심지어 너까지 날 바보라고 하냐.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나는 그 말들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게 꾹 억눌렀다. “하, 하지….” “잠깐 기다리게. 그럼 여왕이 그렇게까지 화난 이유도 그냥 공주가 용사와 관계를 맺지 않은 것만이 이유가 아니라는 말 아닌가?!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네. 이 몸이 알고 있는 여왕이라면 고작 그런 걸로 왕위 계승 문제까지 언급할 리가 없네!” 내가 변명을 하려고 했을 때, 디아나가 뭔가 깨달은 듯 그렇게 외쳤다. 윽. 역시 디아나. 날카롭다. “실은 공주가 명령도 무시하고 나 같은 놈과 관계 맺는 걸 우선하니까, 여왕이 그게 무슨 도움이 되냐고 그랬대. 공주가 도움 된다고 우겼고, 여왕은 꼬드기지도 못하는데 무슨 도움이냐고 하고, 공주가 꼬드길 수 있다고 우기고, 결국 못 꼬드기면 왕위 계승도 안 시켜 줄 거라는 얘기가…죄송합니다.” 얘들아. 얼굴이 무섭다. 지금까지 본 것 중에 제일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어. 심지어 레이아마저도 살짝 화난 얼굴이야. 뭐야 이거. 무서워. “그러니까 뭐야. 지금 그 여자는 구원한테 꼬리 칠 생각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실비아가 그걸 막기 위해서 여왕과 공주 사이를 중재….” “될 거라고 생각하나?” “…아뇨.” “애초에! 자네가! 이상한 내기하자고 제안한 게 문제 아닌가!” “아, 아니! 솔직히 생각해봐! 그 공주가 이렇게 오랫동안 남자랑 한 번도 안 할 줄 누가 알았…아니. 그보다 난 생각만 해본다고 했다고. 섹스 한다고 한 게 아니라, 생각만….”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런 변명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가아아!” “지, 진정해. 심호흡하고. 힛! 힛! 후우! 디, 디아나?! 잠깐! 나 마법은 정말로 약한…크헉!” 복부에 강렬한 통증을 느끼며 나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누굴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실비아는 여성 기준으로 체격은 가느리고, 키는 보통이라는 설정입니다. 그런데 구원이 커요. gold24k // 머리에 손 얹었다는 문장 바로 아랫줄에 품에 안았다고 써있습니다. 414==================== 서큐버스의 사정 “잘 아는 천정이다.” 그야. 당연하지. 내 방이니까. 눈을 뜬 나는, 바닥에 대자로 뻗어있었다. 그리고 살짝 고개를 들어보니, 여전히 다들 무서운 얼굴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유일하게 레이아만 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날 치료하고 있는 중이었다. 천사님…역시 내 삶의 오아시…. 하지만 내가 눈을 뜬 걸 확인하자마자, 천사님이 고개를 홱 돌리면서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난 모습도 가련하고 아름다우시지만, 지금 그건 멘탈에 타격이 좀, 아니 많이 컸다. 천사님이 저런 태도를 보여주시다니. 좋아. 죽자. 나 같은 건 살아갈 가치가 없어. “그래서, 이제부터 어쩔 생각이야?” “으, 응?” “공주말이야. 실비아가 저쪽에 가있는 이상, 계속 저대로 내버려두진 않을 거잖아?” 여전히 화를 내고 있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내가 기절한 동안 어느 정도 쿨 다운이 된 걸까? 사라가 팔짱을 끼고 날 차가운 눈으로 노려보면서 말했다. “도, 도와주는 거야?” “이 바보가 진짜! 그럼 안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어?!” “응. 완전 미움 받은 줄….” “이…! 좋아하니까 이렇게 화내는 거잖아! 이 바보야!” “그래요. 구원씨. 구원씨를 미워하게 된다니. 있을 수 없어요.” 화나서 소리치는 사라에, 그 말을 거드는 레이아. 레이아의 표정은 아까 전보다 더 딱딱하게 굳어있어서, 공주와의 일보다 레이아 자신이 날 미워하게 됐다고 오해받은 게 오히려 더 화난다고 말해주는 듯 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 나는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시선이 디아나에게로 옮겨갔다. 나와 눈을 마주치자, 디아나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아깐 무서워보였던 디아나의 표정도 저렇게 잠깐 몸이 떨린 걸 보니 갑자기 귀여워 보이는 게 신기했다. “이, 이 몸, 이 몸도 애초에 자네가 아니면 화나서 마법을 쓰거나 하지 않네.” 내가 계속 빤히 쳐다보자, 디아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홱 돌리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그런가. 하긴. 보기완 다르게 이성이 상당히 강한 디아나니까 말이야. 마법을 날린 것도 날 좋아하니까 그렇게까지 화를 냈다고 봐야 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마법으로 맞는 것도…아니. 그래도 아픈 건 싫으니까 역시 토닥토닥 공격이 좋지만 말이야. 앞으론 이성의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적당히만 화나게 하자. 아까도 괜히 라마즈 호흡법 같은 말을 안 꺼냈으면 마법으로 맞진 않았을 거다. 결과적으론 잘 된 일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아마 마법을 맞고 기절하지 않았으면 사라한테 더 맞았을 것 같고, 내가 기절한 사이에 다들 조금 냉정을 되찾은 것 같기도 했다. 덤으로 난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레이아가 제대로 치료해줬는지 지금은 어디 아픈데도 없고. “아무튼 그래서. 이제부터 어쩔 셈이야?” 훈훈해 지려는 분위기를 깨듯, 사라가 다시 한 번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 그랬지. 지금은 그게 우선이지. “당연하지만 공주의 꼬드김에 넘어갈 셈은 없어. 나한텐 너희 셋만 있으면 충분해.” “아….” 이 중에서 유일하게 분노치가 조금 낮은 마틸다가 어딘지 안타깝게 들리는 목소리를 흘렸다. 그 표정은 마치 우리를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저주 때문에 제대로 된 사랑도 하지 못하는 마틸다니, 이런 말을 듣는 셋이 부러운 걸까? 그게 아니면 마틸다도 날…아니. 만약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감정마저도 저주 때문일 수도 있으니 마찬가지인가. “대안은 있는가?” “미안. 원래는 정말로 공주가 딴 놈이랑 안 하더라도 생각만 해본다고 했으니 안 할거라고 하고 넘어가려고 했어. 설마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쯧.” 사, 사라야? 지금 혀 찬 거니? “다른 것도 문제지만, 애초에 뭐야 그 내기 내용은. 구원. 설마 독점욕 같은 게 생겨서 그런 건 아니지?” “아, 아냐! 내가 공주같이 아무하고나 자는 놈이랑 잘 생각은 없다고 하니까, 그쪽에서 그럼 딴 놈들이랑 안 잘 수 있다고 하기에…아, 아무튼.” 이 이상 변명해봤자 괜히 기분만 더 나빠지게 만들 것 같아서, 나는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미안. 대책이 없어. 다들 지혜를 조금 빌려줄 수 없을까?” “하아아아…. 지혜라고 해도 말일세. 정말로 실비아양이 여왕과 공주 사이를 중재하길 기대하는 수밖에 떠오르는 것이 없구먼.” 내가 순순히 고개를 숙이고 부탁하자, 어쩔 수 없다는 목소리로 디아나가 말했다. “혹시 디아나씨가 중재를 맡을 수는 없나요?” “개인 간의 싸움이라면 모를까, 왕위 계승 문제까지 얽혀있으면 이 몸도 손을 댈 수가 없네. 이 몸은 정치에는 간섭하지 않는 방침이라네. 이 몸이 이런 위치에 있으면서도 아무에게도 경계 받지 않고 편히 지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니 말일세. …유일하게 딱 한 번 쿠데타니 뭐니 소동을 부리기는 했지만 말일세.”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겸연쩍은 듯이 날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디아나가 안 되면 저희로서도 방법이 없네요. 아, 마틸다씨. 마틸다씨는 추기경이니….” “저, 저도 불가능해요. 저희 교도 정치에는 간섭 안 하는 방침이거든요. 그리고 전 교황님께 이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구원해주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변명하는 것만으로도….” “아아아아아아!” “꺄악! 뭐, 뭐에요!” “아, 아니. 미안. 깜빡 잊고 있었어. 있어! 대책이! 딱 하나!” 아무리 기절했다고는 하지만 이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니. 솔직히 잘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말해볼 가치는 있는 아이디어인데! “아까도 말했지만 말싸움의 발단은 여왕이 도움도 안 되는 나에게 집착하는 공주를 꾸짖으면서 생긴 일이야. 그럼 여왕한테 증명하면 되는 거 아니겠어? 공주가 그렇게 섹스를 참고 날 기다리면서 얻는 이득이 있다는 걸 말이야.” “뭐어?” “아니. 결혼한다든가 그런 거 아니니까 무서운 얼굴 하지 말아줘. 들어봐. 지금도 거리에서 남자들이 나만 보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정도로 구원을 갈망하고 있잖아? 그런데 만약 공주가 그들을 전부 구원해줄 수 있다면? 공주의 명성은 하늘 높이 치솟을 테고, 그럼 왕가도 충분히 이득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 “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그렇겠네만, 그게 어떻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전부터 생각해봤어. 나 혼자서 어떻게 하면 모두를 구원할 수 있을지를. 그리고 나온 해답이, 교재를 만들자는 거였어. 물론 책으로 된 걸 만들어봤자 쓸모가 없겠지. 전달도 되지 않을 테고, 글을 못 읽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 그래. 책의 또 다른 문제가 바로 문맹률이었다. 내가 살던 세계에서도 특히 우리나라가 이상할 정도로 문맹률이 낮았던 거지, 보통은 그렇지 않단 말이지. 특히 레벨이 낮은 서민들, 즉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 쪽으로 갈수록 문맹률은 늘어날 거다. 때문에 역시 책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말이야. 영상이라면 어떨까?” “…….” 내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다들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디아나가 내게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머리에 손을 뻗어왔다. 그래. 디아나. 내가 생각해도 스스로의 아이디어가 기특하다. 딱콩! “우으으읏!” 야. 자기가 때리고 아파하지 마라. “호오. 호오. 그, 그 말은 공주랑 하는 영상을 찍겠다는 말 아닌가!” 디아나는 자기 주먹을 감싸 쥐고 호호 불면서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채 외쳤다. “그, 그건 그렇지만…그, 왜, 어쩔 수 없는 경우잖아. 어차피 공주와의 내기는 피해갈 수 없으니 이왕이면 목적이 있는 편이 좋기도 하고, 공주와 여왕의 싸움도 멈출 수 있고, 덤으로 마을에 갈때마다 나한테 달라붙는 떨거지들도 떨어지고, 일석삼조잖아.” “이게 진짜 말이나 못하면…야. 너 진짜 공주랑 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지!” 사라야. 야라니. 너라니. 오빠한테…아니야. 아직 아무 말 안했어. “정말 아니야. 너희도 내가 공주의 유혹을 얼마나 이겨냈는지 알잖아. 걔 무슨 특수 기술이라도 익혔는지 눈 마주치면 매혹 같은 것까지 쓴단 말이야. 그것도 이겼다고. 그런 내가 이제 와서 하고 싶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난 너희만 있으면 충분해.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생각해봐도 나 혼자 모두를 구하려면 교육 영상 촬영정도밖에 답이 없어. 아, 혹시 이런 영상 보는 것도 교단 측에선 금기거나 해?” “그, 그건…원래부터 다른 사람의 정사를 보는 건 저희 성직자들 사이의 금기니까요. 물론 성직자가 아니더라도 그런 방탕한 생활은 옳지 않지만…하지만 교육용이라면….” 레이아는 이런 얘기는 상상조차 해본 적 없다는 듯 마틸다에게 시선을 돌렸고, 마틸다 역시도 마찬가지로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럼 됐잖아. 교육용 영상을 찍는 걸로. 그거 한 번으로 저기 밖에서 귀찮…구원을 원하는 모두를 구원할 수 있는 거라고?” “하지만 그런 거라면 굳이 공주가 아니더라도….” “너흰 절대 안 돼! 너희 알몸을 다른 사람한테 보여주다니! 죽어도 용납 못해! 아니. 본 놈은 내가 죽인다.” “지, 진정해. 그런 얘기가 아니잖아.” “게다가 교육용이니만큼 레벨도 필요해. 내가 살짝만 건드려도 젖어버리는 여자랑 찍어봤자 전혀 교육이 되지 않을 테니까. 나만큼, 아니 나 이상으로 레벨이 필요해. 그야말로 공주가 적임이잖아?” “그, 그러니까 그게 아니라…. 나도 구원 몸을 남한테 보여주는 게 싫다고 말하는 거야, 이 바보야….” “윽. 그, 그건…하지만 남자 쪽은 날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잖아. 나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고. 크흠. 그래서, 어때 디아나. 내 계획. 말이 되는 것 같아?” 솔직히 나는 가능성만 믿고 말했을 뿐, 이 세계의 사회 정서라든가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이게 정말로 말이 되는 계획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최종 검토는 디아나에게 부탁하는 거다. 디아나라면 분명 완벽한 판단을 해주겠지. “으으으으으음…. 자네 정말 뻔뻔하구먼. 아무리 이 몸들이 필요한 섹스는 해도 된다고 했지만…후우우. 그렇구먼. 한 가지 문제만 제외하면, 일단은 가능할 것 같네.” “문제? 뭔데?” “뭐겠나. 당연히 공주 아니겠나. 아무리 공주라도 정말로 그런 걸 찍으려고 할지 모르겠구먼. 세상 모두에게 자신의 몸을 적나라하게…노출…하아…하게 되는 걸세…. 그, 그런….” 야. 이런 때까지 노출증이 자극될 필요는 없잖아. 왜. 나중에 너도 한 번 찍어줄까? 나만 보는 영구소장용으로. “음…그거야 잘 말 해보면 가능할 것 같은데. 어차피 왕위를 물려받지 못하면 곤란한 건 공주기도 하고. 그보다 여왕 쪽은 어떨 것 같아? 공주가 그런 식으로 명성을 쌓는 걸 이득이 된 거라고 인정해줄까?” 그래. 내가 걱정하는 건 공주가 아니라 오히려 여왕이었다. 자기 딸이 아무리 명성이 높아진다고는 하지만, 알몸을 모두에게 드러내는 거니까. “그, 그건 문제없을 걸세. 여왕은 조금의 창피보다는 큰 명성을 얻었다는 것에 주목할 걸세. 그런 성격이네.” 디아나는 살짝 허벅지를 모으면서 말했다. 디아나야 장하다. 그래도 상상만으로 흥분한 건 그 정도로 억누를 수 있구나. “영상 쪽은 어때? 만들 수 있어?” “그것도 모르고 말을 꺼낸 겐가. 그야 당연히 만들 수 있네. 다만 모두에게 보급할 수 있을 가격이 나올지는 모르겠구먼. 간단한 영상 출력장치라고 해도 일단은 마법구이니 말일세. 게다가 재생할 때 일정 이상의 마나도 필요할 게고.” 아차. 그게 문제인가. 그래선 문맹을 걱정해서 영상으로 만들 필요가 없는 거잖아. 아니. 어차피 복사기도 없는 세상. 책도 만들려면 수고가 꽤나 들 테니, 그런 점까지 감안하면 역시 영상 쪽이 조금 더 낫긴 한가. 하지만 보급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기껏 영상을 만들어도 쓸모가 없는데. 그래! 신전과 협력하는 건 어떨까? 어차피 신전은 안 그래도 사람들에게 교육을 해주고 있는 거다. 거기에만 영상을 보급해서, 교육받으러 온 사람이 그 내용을 토대로 학습할 수 있게 만들면…. 젠장. 성직자들은 보는 거 금기라고 했지. 대체 누가 만든 거야. 그런 금기. 여신님은 그런 말 안 하셨을 거라고. 실제로 난 사라와 디아나를 동시에 안은 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말 안 하셨으니까. 역시 일이 쉽게 쉽게 풀리지를 않는구나. 아무튼 이러고 있어봐야 소용없다. 나는 일단 되든 안 되든 행동에 나서보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15==================== 서큐버스의 사정 “구원씨, 정말로 찍으실 셈인가요?” “응. 공주와 하게 되는 건 미안해. 하지만….” “그런 게 아니에요. 그치만, 그치만, 그런 걸 찍으면 구원씨의 알몸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 지는 거잖아요?” 레이아는 지금 공주가 문제가 아니라는 듯 고개를 좌우로 홱홱 저으면서 불안한 눈을 하고는 그렇게 말했다. “그야 조금 부끄럽기는 하지만, 공주도 드러내라고 설득할 건데 나만 안 보일 수도 없는 노릇이고. 괜찮아. 그리고 난 남자잖아.” “남자라는 건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네만….” 디아나 역시도 내 몸이 드러나는 건 싫은지 레이아에게 동의하고 나섰다. 하여간 역시 얘들도 날 참 좋아한단 말이야. 아까 사라도 그렇고. “고마워. 하지만 정말 괜찮아. 그리고 언제까지 이렇게 사람들 시선을 피하면서 지낼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그럼 레이아, 가자.” “…네.” 레이아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포옥 한숨을 내쉬더니 따라왔다. 결국 셋 다 영상을 찍는 건 별로 맘에 안 드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일단 내가 공주와 교섭을 하러 가는 것까지 말릴 셈은 아닌 모양이었다. 아니. 어쩌면 내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알고, 공주가 거절하길 기대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일단 성으로 가게 됐는데, 이번에 나와 같이 가게 되는 건 바로 레이아였다. 먼저 사라는 공주의 얼굴만 봐도 싸움이 날 것 같으니 애초에 데려갈 수가 없다. 사라는 따라오고 싶다고 꽤나 떼를 썼지만, 결국 스스로도 싸움이 안 날 순 없을 거라고 판단했는지 마지막에 와서 겨우 포기해줬다. 그리고 디아나는 스스로 따라오는 걸 거절했다. 자신이 나서면 마치 공주한테 영상을 찍으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나. 나와 관련된 일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 좀 느슨해지는 디아나였지만, 이번 일은 사안이 사안인 만큼 그러기 힘든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 혼자 보낼 수는 없다면서, 결국 따라붙는 게 레이아가 됐다는 말이다. 나 참. 사람을 뭐로 보고. 그리고 성에 가면 실비아도 있단 말이야. 성에 도착하고 공주를 만나는 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아무리 디아나의 마차를 타고 왔다지만, 너무도 쭉쭉 통과되며 길을 안내돼서 조금 놀랐을 정도로. 혹시 기다리고 있었던 거 아냐? 그런 의혹이 들 정도였다. “어머, 자기! 실비아. 뭐니. 하기 싫다고 했으면서. 혹시 놀라게 해주려고 일부러 숨긴 거였어?” 그리고 펠리시아가 기쁜 얼굴로 내게 다가오는 걸 보고, 의혹은 확신으로 변했다. 무척 기쁘다는 듯 근사한 미소였지만, 놀란 얼굴은 아니었다. 마치 내가 올 걸 알고 있었다는 듯이. 오히려 공주의 뒤에있는 실비아가 우리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공주가 마지막에 실비아를 보면서 한 말을 생각해보면, 혹시 실비아가 왔을 때 날 설득해달라는 부탁이라도 했던 걸까? 그걸 실비아가 거절했고 말이야. 아무튼 실비아가 나와 공주를 번갈아보며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드는 모습이 꽤나 귀여웠다. “…자기?” 뭐, 지금 거기 신경 쓸 때가 아니지만. “아, 아냐. 레이아. 저건 그냥 쟤 말투야. 진정해.” “…그런가요.” 천사님은 그렇게 말하더니, 마치 뺏기지 않겠다는 듯 내 팔에 더더욱 가슴을 밀착시키면서 꾹 안겨왔다. “어머. 자기, 그쪽 분은?” 그 모습을 본 펠리시아는 살짝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말했다. 하지만 내가 무서운 건 레이아를 화나게 하는 거지 네가 무서운 게 아니거든. “내 여자다. 앞으로 성녀가 될 사람이지.” “과연. 그 사람이 레이아라는 사람이네. 듣던 대로…반가워요. 제 소개는 굳이 필요 없죠?” “네. 공주님.” 펠리시아는 살짝 레이아의 가슴을 쳐다보더니, 먼저 악수를 청해왔다. 레이아는 그 모습에 살짝 놀랐는지, 눈을 크게 뜨고는 나와의 팔짱을 푼 후 공손히 악수를 했다. 역시 공주의 저 태도는 이 세계의 특징 같은 게 아니라 그냥 공주가 털털한 거였어. 공주는 빙긋 웃으면서 손을 가볍게 흔들더니, 내 쪽을 향해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럼 자기. 우선 할까.” 마치 자신과 지금부터 할 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자, 나는 순간적으로 또 정신이 흔들렸다. 젠장. 저 놈의 매혹. 저것도 따져보면 매력 관련 스킬일 거 아니야. 내 매력이 얼마나 높은데 저항이 제대로 안 되는 거야. 아니. 그나마 내 매력이 높으니까 이정도로 버티는 건가? 처음 만났을 때는 그대로 당해버리기도 했고. “읏! 뭐, 뭐라는 거야. 이 발정난 것아.” 나는 공주와 악수하고 다시 내 팔에 달라붙은 레이아의 감촉을 상기시키면서, 겨우 자신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는 매혹을 떨쳐내는 평소보다 좀 더 험하게 말을 했다. “응읏….” “구, 구원씨!” 괜찮아. 레이아. 이미 경험을 통해 이 정도는 괜찮다는 걸 알고 있거든. 저거 봐. 펠리시아 쟤도 저 특유의 유혹하는 것 같은 눈빛만 보내지 별 말 안하잖아. “그런 것보다는 제안할 게 있어서 왔는데.” “아니. 자기. 이번엔 내가 우선이야. 설마 전에 했던 말, 기억 못하고 있는 건 아니지?” 펠리시아는 마치 덫에 걸린 먹이를 보는 거미처럼, 매혹적인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진짜로 한 번도 안 했다고?” “응.” 공주는 마치 증거를 대라면 댈 수 있다는 것처럼 당당하게 말했다. 하아. 그러고 보니 아직 확인을 안 했네. 일단 확인이라도 해볼까. 나는 공주를 향해 애널라이즈를 사용했다. 레벨 : 194 직업 : 공주, 정치가 종족 : 서큐버스 젠장. 역시 레벨이 전과 똑같은 걸 보면 역시 그 이후로 섹스를 안 했다는 건 사실인 건가. 아니. 잠깐만. 그보다 종족! 얘 진짜로 서큐버스잖아! 역시 어쩐지 이상하다 싶더라니! “자기?” “어, 크흠. 아니. 어쨌든 그것과도 관련해서 할 말이 있어.” “하아. 정말. 나 정말 오래 참아서 급한데. 알았어. 그래도 우리 자기 말이니까 한 번 들어는 볼게. 뭔데?” “실은 내가 요즘 여자를 제대로 만족 시켜주지도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을 구원해줄 방법을 궁리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아, 응. 알아. 성자로서, 말이지? 후훗.” 펠리시아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쿡쿡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젠장. 색기 넘치는 얼굴로 어울리지도 않게 귀엽게 웃기는. 아, 아냐. 매혹에 빠지지 마라. 나에겐 천사님이 있어. 나에겐 천사님이. 나는 팔에 느껴지는 가슴 감촉에 필사적으로 집중하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아무튼 그러던 와중 한 가지 생각 해낸 게, 직접 교육 영상을 만들자는 거야. 하지만 여러 조건들이 여의치 않아서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어때, 나랑 같이 영상 찍어볼 생각 없어?” “응? 그 교육 영상을 내가? 자기랑?” “그래?” “…섹스하는 모습을 찍는 거지?” “어머, 자기도 참. 미안해. 아무리 자기 부탁이라도 그건 싫어. 자, 그럼 얘긴 끝이지? 이제 약속했던 섹스나 하러 가자.” 내 예상보다 펠리시아는 훨씬 더 칼같이 거절해버리고는, 얘기 끝났다는 듯이 날 어딘가로 끌고 가려고 했다. “야, 야! 잠깐! 잠깐만 더 내 얘길 들어봐.” “하아. 자기도 참. 나 정말 급한데. 또 뭔데?” “실비아한테 얘길 들어보니까 너 어머니랑 싸워서 지금 상황이 좀 안 좋다면서?” “어머. 걱정해주는 거야? 그런 거라면 얘기가 빠르지. 자기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나랑 결혼할 생각 없어?” “없어. 이것아.” “에이. 자기도 참.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봐. 일국의 공주, 그것도 나 같이 예쁜 애가 결혼해달라고 하는 거 흔치 않은 일이잖아? 디아나님 다음으로라도 괜찮으니까. 응?” 큭. 어디서 애교를. 그러니까 애교 부리는 척 하면서 매혹 섞지 마라! 너 그거 패시브 아니지?! 자, 잠깐. 처, 천사님. 팔에 힘이…아프진 않지만 아파요. 팔이 아니라 심장이. 주로 공포로. “어, 없어! 아무튼 말 좀 끊지 말고 얘길 끝까지 들어! 난 너랑 결혼할 일 없으니 너와 너희 어머니와의 내기는 절대 못 이겨. 하지만 왕위를 물려받지 못하면 곤란한 건 너잖아? 그래서 내가 조금 도움을 주겠다는 말이야. 애초에 싸우게 된 원인은 네가 나와 그렇게까지 해서 섹스를 해봤자 이득 될 게 없는데도 그러고 있다는 거잖아. 그럼 나와 섹스를 하는 게 이득이라고 설득하면 되는 거야. 바로 교육 영상 제작을 통해 말이야. 안 그래도 내가 얼마 전에 사람들한테 그런 얘기를 했거든. 지금 필요한 조건이 갖춰지지 못해서 구원을 못해주고 있다고. 그런데 거기서 너라는 인재가 딱 등장하여 조건을 갖추게 됐다고 해봐. 그걸로 구원받은 수많은 남자들, 그리고 그 남자들에게 드디어 쾌감을 얻을 수 있게 된 수많은 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 네 지지율이 급상승하게 되는 거야. 명성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오를 거고, 넌 어머니께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지. 어때? 널 위해 내가 이렇게까지 생각해줬다고.” 이번에도 또 공주가 말을 끊을 새라, 나는 단숨에 생각해뒀던 바를 쭉 내뱉었다. 내 우려와는 다르게 공주는 이번에는 조용히 내 말을 들으면서 조금 생각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뭐야. 맨날 섹시한 표정만 짓더니. 저런 표정도 지을 수 있잖아. 하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가 무섭게, 펠리시아는 다시 씨익하고 섹시한 미소를 지으면서 유혹하는 눈으로 날 쳐다봤다. “과연.” “그래. 알겠으면….” “하지만 미안해. 역시 싫어.” “뭐?! 왜?!” “어머, 왜라니. 그걸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그야 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내 알몸을 보는 건 싫으니까 그렇지.” “하, 하지만….” 너 섹스 잘 한다는 소문만 있으면 아무하고나 자려고 하잖아. 나도 섹스 잘한다는 소문만 듣고 불러내서는 초대면에 바로 섹스부터 하자고 달려들었으면서. 그런 애가 이제 와서 뭘….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당연히 떠올랐지만, 과연 아무리 나라도 그런 걸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후훗. 뭐야? 날 위해서라고 말하더니. 거절하니까 곤란해 하네? 아님 뭐야? 자긴 그렇게 나랑 그런 영상이 찍고 싶은 거야?” “그, 그건…그, 그래….” 레이아. 아니야. 아니니까. 내 맘 알지? 아닌 거 알지? 제발 팔에 힘 좀 주지 마. 가슴이 꾹 눌리는 건 기쁘지만, 그 이상으로 심장이 쫄깃해지니까. “흐으으응. 자기가 그렇게까지 말해주니까 조금 넘어갈 것 같네. 으응. 하지만 역시 안 되겠어. 미안해 자기. 이래 봬도 나, 부끄럼쟁이거든.” 거짓말하지 마라! 이게 어디서 되도 않는 거짓말을! “야. 너 그럼 왕위는 어떻게 하려고.” “그거야 열심히 자기를 유혹하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어? 자기도 사실은 나랑 하고 싶잖아? 기억 안나? 생각해봐. 그날 밤. 우리 그렇게나 기분 좋았잖아. 응? 한 번 더 맛보고 싶지 않아?” 펠리시아가 그렇게 속삭일 때마다, 마치 뇌에 직접 목소리가 울리는 것같은 느낌이 떨렸다. 인정하긴 싫지만, 진짜 예쁘긴 예쁘다니까. 섹시한 걸로만 따지면 내가 지금까지 봤던 여자들 중에서 단연 으뜸이기도 하고. 물론 종합적인 면으로 보면 우리 애들이 최고라고 생각하지만, 섹시한 걸로만 따지면…크흑. 젠장. 이런 생각을 한 다는 것 자체가 벌써 유혹당하고 있단 증거잖아. 저놈의 매혹. “후훗. 역시. 자기도 벌써 이렇게.” 천천히 내게 다가온 펠리시아는, 어느 샌가 빳빳하게 선 내 물건을 바지 위로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크윽. 젠장. 왜 이것만으로 기분이 좋은 거야. 안 돼. 내겐…내겐…. “뭐, 뭐하시는 거예요?!” 처음 들어보는 천사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흐억. 헉. 위험했다. 이번엔 진짜로 저항 못할 뻔 했어. 레이아가 있어 줬기에 천만 다행이지. 망할 놈의 서큐버스 종족. 종족명만 보면 완전히 악마지만, 저것도 아마 여신님의 축복을 받은 종족이겠지? “어머. 유감.” 레이아가 노려보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흘려 넘기면서, 펠리시아는 다시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역시 공주이긴 공주인가 보네. 레이아의 저 눈빛을 무시할 수 있다니. 레이아가 누군가를 저렇게 노려보는 건 나도 처음 봤다. 아마 저 눈이 나한테 향했으면 난 엄청 쫄았을 텐데. “하지만 그쪽…레이아라고 했던가요? 전 선약이 있다고요. 아무리 당신이 구원의 애인이라고 해도, 막을 권리는 없을 텐데요?” “권리라면 있어요! 구원씨는…구원씨는…제 거라고 하셨는걸요!” 그렇게 말하고는 레이아는 마치 동의를 구하듯 날 쳐다봤다. 그럼. 난 언제나 너희 거지.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하지만 약속을 지켜주지 않는 건 곤란한데. 자기, 아무리 나라도 약속을 어기면 화낼 거야?” “아니. 그러니까 영상을….” “하아…또 그 얘기. 후우. 좋아. 그럼 잠시 둘이서만 얘기할까? 서로 물러설 생각이 없어 보이니까, 한번 진득하게 대화를 나눠볼래?” “자, 잠깐만요. 단 둘이요?” “그래요. 서로의 알몸을 찍어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네 마네하는 얘기잖아요. 다른 사람이 낄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루블리츠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닉을뭘로할까 // 이 세계의 레벨은 레벨이 오를 수록 모든 부분에 보정이 들어갑니다. 이는 스탯으로 보이는 수치만 말하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그 사람의 모든 부분을 말하는 겁니다. 물론 후각도 마찬가지지요. 그때에 비해서 지금의 레이아가 레벨이 훨씬 높은 만큼, 후각도 더 좋아졌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후각이 좋아졌을 때도 그런 냄새를 맡으려면 구원의 몸에 코를 바짝 가져다대야 합니다. 하지만 케이트 때는 아직 고백 전이라서 레이아의 스킨십이 그럴 수준은 아니었어요. 자세히 보시면 레이아가 냄새 운운할 땐 항상 레이아가 구원에게 코를 바짝 가져가는 묘사가 있습니다. 이번만 하더라도 레스토랑에서 들킨 게 아니죠. 416==================== 서큐버스의 사정 “그, 그건….” 펠리시아의 지당한 말에, 레이아는 반박하지 못하고 우물쭈물 댔다. 만약 사라였다면 그런 거 상관없이 몰아붙였을 텐데. 역시 레이아로 펠리시아를 감당하는 건 조금 무리인 모양이었다. “야. 우리 레이아 괴롭히지 마라.” “어머. 괴롭히다니. 난 그냥 자기랑 단 둘이 대화를 좀 하고 싶다고 말한 것뿐인걸?” “그냥 여기서 하면 되잖아.” “안 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섹스 영상을 찍네 마네 하는 얘길 하다니. 부끄러운 걸. 나랑 단 둘이 얘기하는 게 그렇게 싫다면 이 얘기는 없던 걸로 하고 돌아가 줘. 물론 가기 전에 약속은 지켜주고 가야겠지만.” 표정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있으면서 뻔뻔하기는. 아무튼 펠리시아가 우리 레이아를 몰아붙이는 걸 보고, 나도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너무 나 좋을 대로만 하려고 한다는 자각은 있기 때문에 원래는 이 말은 되도록 안 하려고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너, 나랑 한 약속 내용 제대로 기억하고 있냐?” “응?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난 네가 다른 남자랑 자지 않으면 섹스 하는 것도 생각해본다고 했지, 확실히 섹스 해준다고는 안 했다.” “……흐으응?” 내 말을 듣고 잠깐 침묵하던 펠리시아는,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씨익 웃어보였다. “정말로 그런 말장난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뭐? 무슨 소리야?” “실비아한테 들어서 알겠지만, 자기는 그런 말장난으로 용사의 피를 왕가에 복속시킨다는 중요한 정치적 사안을 방해한 거야. 어머니께서 자기한테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나만 혼내신 거, 설마 진짜로 자기가 건드릴 수 없는 위치라서 그런 거라고만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 그건….” “확실히 자기가 건드리기 힘든 위치인건 맞아. 하지만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불가침의 존재라고 생각하면 곤란해. 어머니께서 자기한테 아무 말 안 하신 건, 자기에게 한 번 배려를 베푸신 거야. 그런데 거기에 더해서, 용사혈통 복속 계획을 방해한 그 내기가 단순한 말장난이었다고? 아무리 디아나님의 남자라도, 아니. 디아나님 본인이라도 그렇게까지 막 나갈 순 없어. 알겠어? 우리에게 명분이 생기는 거야. 자기를, 디아나님을 공격할 명분이.” “하지만 디아나가 진심이 되면….” “그래. 정말로 디아나님이 진심이 되면 이 나라를 전복시킬 수도 있겠지. 안 그래도 지금 각 학파의 수장들도 모여 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자기.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아? 전 세계가 디아나님을 위시한 마법사를 경계하게 될 거야. 그 옛날에 있었다는 마법사 박해가 다시 한 번 시작되는 거야. 게다가 나라 하나를 뒤엎은 이상, 이번엔 예전처럼 디아나님이 마법사를 쪼개놓는 정도론 수습되지 않을 걸. 적어도 디아나님이 죽지 않는 이상은 끝나지 않을 거야. 자긴 정말로 그런 미래를 원하는 거야? 고작 말장난의 대가치고는 크다고 생각하지 않아?” 만약 펠리시아의 말대로 된다면 자기가 죽는 건 거의 확정일 텐데도, 펠리시아는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런가. 그래서 아까 저택에서 디아나도 그런 말장난이 통할 것 같냐고 그랬던 건가. 난 그저 단순하게 그렇게까지 쓰레기 짓은 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었는데. 솔직히 이런 문제엔 문외한이다 보니 펠리시아가 말하는 게 엉터리인지 어떤지도 파악할 수 없었다. 어쩌면 그냥 허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도 일단 대학물을 먹은 놈. 이 세계로 끌려와서 졸업은 못했다지만, 들은 얘기를 토대로 정말 그게 가능한 얘기인지 상상을 해볼 정도의 머리는 있었다. 그리고, 적어도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얘기는 아니라는 판단을 내리게 됐다. “너….” “하아…. 그렇게 무서운 표정 짓지 말아줘. 무섭잖아. 나로선 자기한테 친절을 베푼 거야. 그렇게 되지 않도록 미리 말해준거잖아. 오히려 감사라도 받고 싶은 심정인데 말이야.” 펠리시아는 과장되게 겁먹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그런 친절한 나랑 단둘이 얘기 좀 나누자? 혹시 모르잖아? 단둘이 얘기하다보면 내 맘이 변해서 자기한테 설득될지도.” “…좋아.” 나는 그런 능청스런 펠리시아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나와 단둘이 되고 싶어 하는 걸 보니, 펠리시아에게는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그냥 섹스를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지만, 난 왠지 그것뿐만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 구원씨?!” “미안. 레이아. 여기서 실비아랑 같이 기다리고 있을래? 난 잠깐 얘기 좀 하고 올게.” “하, 하지만!” “괜찮아. 날 믿어. 쟤가 이상한 짓 하려고 하면 힘으로 때려눕혀서라도 빠져 나올게.” “어머. 자기. 공주를 때려눕힌다니.” “시끄러! 넌 좀 빠져! 그러니까 레이아. 여기서 기다려줘. 알겠지?” “……네.” 레이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의 무력함이 원망스럽다는 듯 슬픈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얘기 된 거지? 그럼 가자.” 펠리시아는 다시 내게 다가와서 손을 잡더니, 그대로 나를 다른 방으로 끌고 갔다. 시중드는 메이드들조차도 없이 완벽히 단둘이 된 상황. “자, 그럼 영상 얘기를 해볼까?” 거기서 펠리시아는 날 향해 빙글 돌아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으, 응?” 그 행동에 허를 찔린 나는 잠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 왜 그래?” “아니. 분명 일단 섹스부터 하자고 달려들 줄 알았는데.” 얘가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따라온 거긴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일단 섹스부터 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어머, 자기가 그러고 싶으면 그래도 되는데? 뭐야? 역시 자기도 실은 하고 싶었던 거야?” 펠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지 위로 내 물건을 천천히 쓰다듬어왔다. “아, 아냐! 떨어져!” “아핫. 뭐야? 그 귀여운 반응. 뭐 좋아. 그럼 일단 영상 얘기부터 하자. 결론부터 말할게. 내가 말하는 조건을 포함하면 허락해도 좋아.” 아깐 그렇게 싫다고 하다니 바로 이런 태도라니. 역시 뭔가 꿍꿍이가 있었군. “조건?” “그래. 조건.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자기가 앞으로 정기적으로 나와 섹스를 하러 와주는 게 내 조건이야.” “뭐?! 그런 말 하려고 단둘이 되자고 한 거였어?!” “그래. 아, 물론 그렇게 자주 안 와도 돼. 나도 너무 욕심 부리진 않을 테니까. 그렇네…일 주에 한 번 정도면 되려나? 어때? 자기한텐 엄청 좋은 조건이지?” “그게 어디가 좋은 조건이야?!” “어머? 나 같은 미인이랑 정기적으로 기분 좋은 섹스를 하는 것만으로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는 거야. 좋은 조건이잖아?” “원하는 바라니! 난 네가 왕위계승을 못하면 곤란하니까…!” “에이. 자기 또 그런다. 사람들을 구원해주지 않으면 곤란한 건 자기잖아? 지금은 사람들이 그냥 달려드는 것만으로 끝나지만, 구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힘들어질걸? 절박해진 사람들은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교황이 자기를 정식으로 여신님의 사자로 인정했으니, 교단에서도 여신님의 이름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길 압박할 테고. 자기도 그 정도는 아니까 그렇게 안달내고 있는 거잖아?” “그, 그건….” “그렇다고 자기 애인들과 영상을 찍자니 알몸을 보여주긴 싫고. 그래서 생각한 게 방탕하게 노는 날 이용하겠다는 거잖아?” “뭐, 너 거기까지 알고….” “자기. 나 이래 봬도 능력 면에선 꽤나 인정받는 공주라고? 당연히 그 정돈 알아.” “…그걸 알면서 섹스만 해주면 영상을 찍겠다는 거야?” “그래. 나 자기랑 하는 섹스 정말로 맘에 들었거든. 아, 물론 영상 찍을 때 얼굴은 가릴 거야. 나라고 밝히지도 않는 것도 물론 조건 중 하나고.” “뭐? 그러면 너 여왕이랑 다툰 건? 영상의 주인공이 너란 걸 밝히지 않으면 명성이고 뭐고….” “아하하. 내 생각도 정말로 하긴 한 모양이네? 하지만 괜찮아.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자긴 그냥 내 조건에 승낙만 해주면 돼. 정기적으로 나와 섹스를 해줄 것. 그럼 바라는 대로 영상을 찍어줄게. 음…좋아. 인심 썼다. 거기에 더해 보급 문제도 처리해줄게. 영상 마법구 꽤나 비싸잖아? 아마 찍어봤자 이대로라면 일반 사람들의 교육용으로 파는 건 불가능할 테니. 어때? 자기한테 엄청 득 되는 조건이지?” 확실히 매력적이다. 엄청나게 매력적인 제안이다. 과연 서큐버스. 사람을 유혹하는 기술이 장난 아니다. 하지만 나는 선뜻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정기적으로 섹스를 하러 오라니. 아니. 펠리시아가 양보를 많이 해준 건 알겠다. 진짜로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래도 고민하는 거야? 어째서?” 설마 내가 이래도 고민할 줄은 몰랐는지, 펠리시아는 오늘 처음으로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냐니. 너도 알잖아. 나한텐 사랑하는 애인이 셋이나 있다고. 정기적으로 다른 여자랑 섹스하란 조건을 쉽게 승낙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어차피 자기는 모험가잖아? 그냥 쉽게 생각하면 돼. 나랑 섹스하는 건 그저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 뿐. 애정표현이 아니야. 딱히 미안해 할 거 없는 거라고. 어차피 지금도 실비아나 마틸다 추기경하고도 관계를 맺고 있잖아? 나 한명 더 늘어나는 것뿐이야.” “…난 그렇다고 치고, 넌 정말 그걸로 되는 거야?” “응? 뭐가?” “그러니까. 애정 따윈 전혀 없는, 그냥 의무로 하는 섹스 말이야. 너 나 좋아하는 거잖아?” 그래. 공주는 아마 날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공주의 말에 선뜻 수긍할 수 없었다. 지금은 우선 저런 식으로 정신적 연결 없는 육체관계뿐이라고 말해서 날 안심시킨 다음에, 나중에 관계를 점점 맺어감에 따라 날 꼬드겨보려는 수작은 아닐까? 그런 의심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응. 자기 여기 엄청 좋아. 첫 눈에 반해버렸어.” “그러니까 일일이 만지지 말라고! 나 농담하는 거 아냐! 물건 얘기가 아니라고!” “응? 무슨 소리야? 내가 좋아하는 건 자기 물건뿐인데?” “…뭐, 뭐?!” “아하핫. 뭐야? 자기, 내가 자길 사랑하기라도 한다고 생각한 거야? 아냐. 아냐. 내가 자기랑 직접 본 게 몇 시간이나 된다고 좋아하겠어. 첫눈에 반하는 사랑? 난 그런 거 안 믿어. 그러니까 만약 의무적인 섹스만 하게 되면 내가 불쌍하다든가 그런 생각하는 거라면 걱정하지 마. 난 그냥 자기랑 하는 섹스가 좋은 것뿐이야.” “뭐, 뭐, 너 하지만 아까 나랑 결혼하고 싶다고…!” “아, 응. 그건 진심이었지만 말이야. 응…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나, 사랑이라든가 그런 감정 가져본 적 없거든. 남자랑 섹스하는 건 좋지만, 어디까지나 육체관계뿐. 정신적으로 이어지고 싶다든가 그런 기분은 든 적 없단 말이지. 만약 내가 그런 감정을 갖게 되더라도 어차피 신분 상 그게 이뤄지지도 않을 거고. 그러니까 이왕 결혼할 거면, 몸의 상성이라도 좋은 사람이 좋잖아? 그런 점에서 자기는 최고야. 몸의 상성도 최고고, 덤으로 정략결혼도 충분히 성립될 위치고. 그러니까 결혼은 진심이었어. 하지만 뭐, 자기가 싫으면 됐어. 섹스만 해줘도 돼.” 뭐,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공주의 대답은 내게 충분히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황당함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 세계는 이런 게 보통인 거야? 아니. 그럴 리 없어. 아무리 이 세계의 상식이 원래 세계랑 달라도, 이 정돈 아니야. 그냥 얘가 이상한 거야. “정신적으로 바람피울 일도 없고, 정기적으로 그냥 의무적인 섹스만 해주면 되는 미인. 어때? 이래도 내키지 않아?” “자, 잠깐. 잠깐 생각할 시간을….” “하아. 정말. 보통 이러면 넘어와야 정상인데 말이야. 자기도 참 지나치게 성실하네. 자기가 살던 세계는 다들 그래?” 아니. 성실하다니. 난 지금까지 살면서 스스로를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확실히 펠리시아의 제안은 좋다. 게다가 정기적인 섹스 자체도, 솔직히 말하자면 승낙해도 된다고 생각할 될 정도였다. 어차피 우리 애들도 필요할 땐 해도 된다고 허락해줬으니까 말이야. 이런 경우는 조금 판단이 애매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필요에 의해 하는 섹스인 건 맞다. 하지만…. “기한은 어떻게 되는데? 설마 평생 정기적으로 섹스를 하라는 건 아니겠지?” “응? 그렇네…. 좋아 그럼. 내가 결혼할 때까지. 이걸로 어때?” “그럼 네가 결혼 안 하면 평생이란 거잖아.” “그럴 일은 없어. 나 공주라고? 나중엔 왕까지 될 몸이니까? 후사 문제도 있어서 어차피 결혼은 해야 돼.” “으으으음….” “고민할 게 대체 어디 있다는 거야? 바람피우는 것도 아니잖아? 응? 자기. 그냥 정기적으로 나랑 기분 좋은 것만 하면 그만이니까.” 펠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또 다시 요염한 눈빛을 보냈다. 큭! 이게 단둘이 되곤 안 그러나 싶더니 또 매혹을…! “으윽! 그 눈 안 치워?! 생각 좀 하자!” “어머. 나같이 예쁜 애가 이렇게 봐주는 건데 그런 말은 실례 아냐?” “예쁘니까 정신 사나워진다고!” 지금은 옆에 레이아까지 없으니 더 위험하다. 나는 일단 매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부로 들릴 수 있는 말까지 내뱉었다. 뭐, 틀린 말이 아니기도 하고. “어머, 자기도 참. 그런 거라면.” 펠리시아는 충분히 생각해보라는 듯 내게서 시선을 돌렸다. 겨우 매혹의 영향에서 벗어난 나는 잠시 펠리시아를 노려봤다. 엄청나게 여유로운 얼굴. 그 얼굴은 내가 자신의 제안을 수락할 거라 걸 믿어 의심치 않는 얼굴이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소설 분위기가 그래왔듯, 공주 안 불쌍해집니다. 색정광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주인공 좋을 대로 순순히 이용당할 정도로 만만한 애가 아니에요. 417==================== 서큐버스의 사정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속의 청개구리 근성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허나 거절한다.” 정신을 차리고 있을 땐 난 이미 펠리시아의 제안을 거절을 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말이다. “으, 응? 자기?” 펠리시아는 내가 거절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는 듯이, 표정에서 여유가 살짝 사라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러면 사람들의 구원은? 자기 곤란한 거 아니었어?” 몰라 그런 거. 어떻게든 되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어떻게 될 거란 생각은 전혀 안 들지만. 내가 아는 여자들 중 가장 문란한 펠리시아마저 처음엔 거절했던 거다. 그런 걸 순순히 찍어줄 여자 같은 게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펠리시아도 얼굴을 가린다고 했고, 다른 여자도 그런 조건이라면…어?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내 머릿속에 그동안 생각지도 않고 있었던 가능성들이 물밀 듯이 떠올랐다. 내가 지금까지 왜 이런 생각을 떠올리지 못하고 있었지? 그런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래. 어차피 얼굴을 가리면 그 사람의 정체는 아무도 모르는 거다. 그런 조건이라면 아마 흔쾌히 영상을 찍어줄 사람도 있을 거다. 굳이 펠리시아한테 집착할 이유가 전혀 없는 거다. 난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가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얼굴을 가리려면 모자이크가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있었던 거다. 그리고 이 세계에 그런 기술이 있을 리 없으니, 얼굴은 가릴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 거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었다. 뭣하면 그냥 가면 같은 거라고 씌워놓으면 그만이다. 대체 내가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물론 고정관념도 한몫했지만, 그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을 하기 전까지, 펠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던 거다. 설마 거절할 줄 몰랐던 펠리시아가 처음에 거절하니까 당황해서? 펠리시아의 언변에 넘어가서? 둘 다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을 거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정도까지 사고의 폭이 좁아지는 건 이상했다. 그리고 난 떠올렸다. 과거에도 딱 한 번 이런 경험이 있었다는 걸. 마치 내 의지처럼 행동했지만, 실은 남이 원하는 대로 행동한 적이 말이다. 그때도 펠리시아가 상대였지. 설마…설마…. 나는 스스로의 피부에 닭살이 돋는 게 느껴졌다. 만약 펠리시아의 매혹이, 그냥 섹스하고 싶도록 유도하는 능력만 있는 게 아니라면? 상대를 매혹시켜,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게끔 만드는 능력이라면? 그렇다면 시종일관 자신만만했던 펠리시아의 태도도 납득이 됐다. 그리고 어떻게든 나와 단 둘이 되려고 한 것도, 매혹상태로 만드는데 다른 사람이 방해됐던 건 아닐까? 아니. 하지만 난 섹스의 유혹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는데? 매혹을 자각하고 있었다는 말이잖아. 하지만 지금까지 그런 건 전혀…그러고 보니 처음 매혹에 당해서 섹스를 했을 때도 그랬다. 매혹에 당했다는 자각이 전혀 없었다. 그냥 펠리시아의 도발에 스스로 넘어갔다고 생각하며 섹스를 했었다. 설마 그런 건가. 스스로 미리 인지하고 있지 않으면, 매혹에 걸렸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건가. 뭐 그런 사기 스킬이 다 있어. 아니. 스킬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너…아니. 됐어. 아무튼 제안은 거절한다.” 모든 걸 깨닫고 나자, 펠리시아에게 공포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추궁하기 보단 일단 이 상황을 벗어나려고 했다. “…어머. 유감. 풀려버린 거야?” 그리고 내가 다시 한 번 제안을 거절하자, 펠리시아가 상황을 파악했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역시 네가 뭔가 한 거냐?” “그래. 맞아. 하지만 대단하네. 보통 남자들은 자각도 못하고 내가 말하는 대로 해주는데. 과연 신의 사자님.” 그리고 펠리시아는 미안하단 느낌도 없이 그렇게 말했다. “너…! 뭐 그렇게 뻔뻔한 거야?!” “어머? 뻔뻔하다니? 마치 내가 나쁜 짓이라도 했다는 말투네?” “아니라고 말하는 거냐?!” “당연하잖아. 갑자기 찾아와서는 약속도 지키려고 하지 않고, 섹스 영상을 찍어 공개하자고 하는 남자. 그런 남자를 조금 내 생각대로 움직이게 만든 것뿐이라고? 심지어 영상도 찍어준다고 했고, 그걸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하는데 원조까지 해준다고 한 거야? 나, 나쁜 짓 했어? 나쁜 짓을 한 건 오히려 자기 아니야?” 그동안 애교부리는 것 같은 태도를 계속 유지하던 펠리시아가 처음으로 날 책망하는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나는 할 말이 없어졌다. 이성적으론 알겠다. 펠리시아의 잘못이 없는 건 아니지만, 애초에 먼저 잘못한 건 나다. 하지만 하마터면 그냥 조종당할 뻔 한 거다. 감정적으로 화가 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아무튼 제안은 거절할 거야. 꼭 너하고 찍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나도 일단 네가 왕위 계승 문제로 곤란할 까봐 말해줬던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내 제안을 받아주면 되잖아. 별로 자기한테 나쁜 건 없다고 보는데 말이야.” “거절한다!” 확실히 척 보기에 내게 나쁠 건 없다. 정기적인 섹스도, 필요에 의해 하는 거니까 우리 애들한테 책잡힐 것도 없고. 마틸다랑 하는 거랑 비슷하게 생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방금 그걸로 확실히 깨달았다. 얘랑 단 둘이 있으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위험하다는 걸. “하아…. 왜 그렇게 꼬인 걸까. 정말로 자기한테 나쁠 거 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뭐 됐어. 그럼 약속이라도 지켜줘.” “뭐, 뭐어?” “약속 말이야. 약속. 자기랑 만날 때까지 계속 섹스도 안 하고 참았으니까, 내기는 내가 이긴 거잖아?” “넌 이런 상황에서마저 그런 말을 하는 거냐?!” “당연하잖아. 난 그거 때문에 왕위 계승까지 문제가 생겼는걸. 게다가 너무 참아서 슬슬 정말로 이상해질 것 같단 말이야.” 진짜 여러 가지 의미로 대단한 애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몇 번이나 생각했던 거지만, 정말로 볼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거절…!” 나는 곧장 거절의 말을 내뱉으려다가, 잠깐 멈췄다. 아까 펠리시아가 했던 협박 때문은 절대 아니다. 내가 약속마저 거절해버리면 나는 물론 디아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협박. 매혹에서 풀린 지금이라면 그게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그래. 얘들이 날 공격할 명분이 생기는 것도 맞고, 만약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디아나가 파국에 치닫는 것도 맞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말에는 결정적인 모순이 있었다. 바로 그 모든 게 이 왕국의 몰락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왕국이 몰락할 거라는 걸 알면서도, 과연 여왕이 날 공격하려고 할까? 고작 약속 좀 어겼다고? 그럴 리가 없지. 그게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시점에서, 난 이미 펠리시아의 매혹에 반쯤 걸려있었다는 건가. 그땐 레이아도 옆에 있었는데. 너무 섹스에만 초점을 맞춰서 매혹의 능력을 한정지어 생각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내가 선뜻 거절하지 않은 건, 다른 이유가 있었다. 차라리 약속대로 섹스를 한 번 하고, 아무것도 걸릴 게 없는 상태에서 연을 딱 끊어버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버리면 그걸 빌미로 얘가 계속 달라붙어올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실제로 매혹으로 조종하려한 게 들켰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섹스하자고 들이대고 있는 애니까. 혹시 이것도 매혹에 걸려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나는 펠리시아가 시야에 들어오지 않도록 등을 돌리고 몇 번이나 재차 생각해봤다.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면 걸린 지도 모를 정도로 위험한 기술이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일단 제대로 경계만 하고 있으면 저항할 수 있는 모양이니까. 좋아. 매혹 상태는 아니야. “좋아. 약속은 약속이니까. 지키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레이아를 더 기다리게 만드는 건 미안했지만, 어차피 딱 한 번 하는 거면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다. 이걸로 얘와의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면, 약속은 지켜두는 편이 더 나을 거다. “어머. 다행이네. 이것마저 거절하려고 하면 이번엔 정말로 맘먹고 조종하려고 했는데.” 펠리시아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소름끼치는 소리 하지 마라! 이쪽은 장난 아니거든! 역시 아무리 그래도 얘랑 섹스하려는 건 잘못된 생각 아닐까? 또 섹스하면서 내게 매혹을…아니. 그럴 리는 없나. 나는 스스로 생각하고도 어이가 없어서 바로 그 가능성을 지워버렸다. 나랑 섹스하면서 어떻게 그런 짓을 하겠어. 아무리 서큐버스라도 말이야. “그럼 벗어.” “어머. 자기 너무 급하다. 너무 그렇게 안달하지 말고, 이왕 하는 거니까 즐겁게….” “당장 벗고, 침대에 올라가서 다리 벌려.” “응읏…하아…아, 알았어.” 내가 명령조로 말하자, 펠리시아가 살짝 다리를 꼬더니 천천히 침대를 향했다. 쟤 지금 신음소리 낸 거야? 섹스하는 게 벌써부터 그렇게 기대되는 건가? 펠리시아는 침대 끝에 엉덩이를 살짝 걸치고 앉아서, 입고 있던 드레스를 어깨부터 천천히 벗기 시작했다. 동작 하나하나가 요염하고 섹기가 흐르는 것이, 역시 서큐버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정신 팔리지 말자. 저건 요물이야. 그냥 약속대로 딱 한 번 섹스만 해주고, 그걸로 끝내는 거야. “자아…자기. 얼른 와줘.”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속옷까지 전부 벗어던진 펠리시아는, 한쪽 다리를 들어서 그 발을 침대 가장자리에 걸치듯 올렸다. 그리고 나머지 한쪽 발끝은 여전히 땅을 짚은 채로,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우리 애들이 가끔 무의식적으로 보여주는 섹시한 자세와는 다르게, 펠리시아는 자기가 어떻게 하면 섹시하게 보이는지 잘 알고 그대로 행동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 확실히 섹시하기는 하다. 벌써 흥건히 젖어서 번들거리는 음부가 날 유혹하는 것 같았다. 지금부터 섹스한다는 생각만으로 저렇게 젖는 게 가능한 걸까? 저것도 서큐버스의 특징? 아니면 이 섹스 좋아하는 애가 그동안 금욕생활을 해왔던 반동인가? 아니. 뭐, 아무래도 좋지만. “그게 아냐. 누가 그렇게 다리를 벌리라고 했어. 침대에 누워서, 스스로 다리를 잡고 박기 좋게 활짝 벌리라고.” “으흣…네, 네에….” 저 섹시에 현혹되면 안 돼. 그런 마음가짐으로 내가 평소보다 더 거친 말투로 그렇게 명령하자, 펠리시아가 얼굴을 붉히면서 침대에 천천히 몸을 뉘였다. 쟤 지금 나한테 존댓말 한 거야? 확실히 처음 봤을 때부터 자기 자기 하면서 애교는 부렸지만, 나한테 저런 식으로 존댓말을 한 적은 없었는데? 게다가 침대에 누워서 자기 허벅지를 붙잡고 다리를 벌리자 숨김없이 완전히 드러난 그 음부에서는, 꿀럭하고 투명한 애액이 더 새어나왔다. 누가 봐도 아까보다 더 흥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 그러고 보니 아까 신음 소리도 흘렸었지. 아까 전과 지금. 공통점은 둘 다 내가 명령을 내렸다는 점이다. 그걸 깨닫게 되자, 지금까지 보였던 펠리시아의 행동에서도 그런 냄새를 풍기는 행동들이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얘 설마…. 이거 한 번 확인해볼 가치는 있어 보이는데. 나는 단단히 선 물건에 마나를 돌려서 일부러 죽게 만들었다. 왜 벌써 서있냐고? 어쩔 수 없잖아. 얘가 일단 외모는 끝내준단 말이야. 그런 애가 음부를 흠뻑 적신 채 유혹하는 시선으로 날 바라보면서 알몸으로 다리를 활짝 벌리고 누워 있는 거라고? 남자인 이상 안 설 리가 없잖아. “펠리시아. 일어나봐.” “으, 응? 뭐야? 왜 그래 자기?” 바로 박을 것 같이 말해놓고는 다시 일어나라고 했던 게 이상했는지, 펠리시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다시 일어나 앉았다. 나는 그런 펠리시아의 머리를 한 손으로 붙잡고, 살짝 거칠게 내 쪽으로 당겼다. 그 안면이 내 가랑이 사이에 밀착하도록. “네가 원해서 하는 거니까, 네가 스스로 벗겨.” 내가 다시 명령조로 말하자, 펠리시아의 손과 물건 너머로 펠리시아의 몸이 흠칫하고 떨리는 게 느껴졌다. 역시나. 역시나 그런 거였어. “흐읏…으, 으응….” 아까는 자기도 모르게 튀어나온 건지, 펠리시아는 이번엔 존댓말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명령은 확실히 먹혔는지 천천히 내 바지춤으로 손을 뻗어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두 시 전후로 한 편 더 올릴 수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몇몇 분들이 구원이 중간에 펠리시아를 위하는 척 하는 장면이 이상하다는 지적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전 그런 걸 쓴 기억이 없어서 저번 화를 다시 한 번 읽어봤습니다. 확실히 설명 없이 대사만 있어서 그렇게밖에 안 보이는 부분이 있더군요. 죄송합니다. 가끔 습관처럼 혼자 생각만 하고 설명을 빼먹을 때가 있는데 또 그랬네요. 그 장면은 구원이 펠리시아를 위하는 척 하는 게 아니라 의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펠리시아가 정신적 교감 없이 사무적으로 육체적 관계만 가지자고 유혹하는데, 말만 그렇게 하고 실은 자길 좋아해서 나중에 어떻게 해볼 속셈은 아닐까 떠본 거죠. 저번 화에도 그런 심리 묘사를 추가했습니다. 418==================== 서큐버스의 사정 “멈춰.” 하지만 그런 펠리시아의 행동을 나는 다시 한 번 제지했다. “으, 응? 왜?” “누가 손을 써도 된다고 했어?” “…엣? 그, 그게 무슨….” “내가 왜 네 얼굴을 이렇게 가져다댔다고 생각하는 거야?” “자, 자기…!” “손쓰지 마.” “…….” 펠리시아는 당황스런 눈으로 날 쳐다보더니, 결국 들어 올렸던 손을 다시 내려서 침대 가장자리를 짚었다. 그리고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서, 내 가랑이 사이에 입을 가져가 밀착시켰다. “응…읏…흐읏….” 과연 천하의 펠리시아도 이런 짓은 해본 경험이 없었는지, 펠리시아는 내 고간에 얼굴을 박고 끙끙대면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바지 앞섶이 지퍼가 아니라 끈으로 묶여있으니까 말이다. 신발 끈처럼. 입으로 풀기 조금 힘든 것도 이해는 간다. “흐읏…으읏…으응….” 하지만 그렇게 고생하면서도, 펠리시아의 몸은 더 달아오르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런 펠리시아의 몸을 보면서 나 역시도 정신적인 만족감이 장난 아니었다. 이렇게 예쁜 애가 내 고간에 얼굴을 비벼대고 있어서 기분 좋은 게 아니다. 아니. 물론 그런 감정도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지금 기분 좋은 건 다른 이유가 더 컸다. 바로 복수해줬다는 만족감 말이다. 아까까지는 날 조종하려고 들었던 애가 지금은 내 고간에 얼굴을 처박고 필사적으로 물건을 꺼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 내 정신적 만족감을 크게 충족시켜줬다. 이성적으론 자기가 먼저 잘못했다고 인정했으면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뭐하는 짓이기는. 쓰레기 짓이지. 그래. 나 원래 쓰레기야. 뭘 새삼스럽게. 그래도 펠리시아도 나름 기뻐하는 것 같으니까, win-win 아니겠어? “으응…하아…돼, 됐다. …에?” 그리고 고군분투 끝에 드디어 내 바지 앞섶을 풀어낸 펠리시아는, 기쁜 얼굴로 바지 끝을 입으로 물고 아래로 내렸다. 하지만 그 기쁜 표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전혀 커져있지 않은 내 물건을 본 순간, 펠리시아는 이해할 수 없는 걸 봤다는 듯 그대로 모든 동작을 정지했다. “어, 어, 어째서…커져있지 않은 거야?” 이렇게 당황한 펠리시아는 처음 볼지도 모른다. 아까 나한테 매혹건 걸 들켰을 때도 이렇게 당황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자기 알몸을 보고 물건을 세우지 않는 남자가 있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 …응. 뭐 생각해보니 이상하긴 하네. 안 세우는 놈 없었을 것 같기는 해. “자, 자기. 설마 고자 됐어?” “아니거든!” 이게 진짜 못하는 소리가 없어! 하필 생각을 해도 그런 생각을 하냐?! 고자라는 발언에 그만 욱해버리고 말았지만, 나는 이내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침착하자. 침착하는 거야. 지금 주도권은 완전히 나한테 있는 상황이라고. “일단 약속 때문에 하긴 해야 되지만, 아무래도 너랑은 할 맘이 안 생겨서 말이야.” “무, 무, 무슨…!” 내가 그렇게 말해주자, 펠리시아가 이 이상 없이 굴욕적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과연. 그런 표정도 지을 수 있단 말이지. 하긴. 그동안 넘어오지 않는 남자가 없었을 테니, 프라이드도 하늘을 찌르는 상태였겠지. 그런 프라이드에 상처를 입은 거다. 펠리시아가 얼마나 굴욕적으로 느끼고 있을지 상상이 됐다. “그러니까 하고 싶은 네가 세워. 어떻게 하는지 알고 있겠지?” “으읏…! 하앗…하앗…하앗….” 하지만 그런 굴욕적인 표정도 잠시. 내가 그 머리 위에 올린 손에 힘을 줘서 다시 얼굴을 내 물건에 비벼지도록 만들자, 펠리시아의 눈이 멍하니 풀려갔다. 얼굴도 새빨개져서는, 오뚝한 코가 내 물건에 비벼질 때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야. 네가 내걸 좋아한다는 건 알겠는데, 언제까지 그러고만 있으려고? 하기 싫어?” “죄, 으응…미안해 자기. 지금 바로….” 그리고는 내 짓궂은 말에 오히려 사과까지 하더니, 천천히 내 물건에 혀를 뻗었다. “쮸릅. 하음. 으음. 쪽. 쭈웁.” 일단 자신의 타액을 내 물건 전체에 펴 바르듯이 혀를 움직인 후, 목을 기울여서 아래를 향해있는 내 물건 끝에 입을 맞춰왔다. 손은 아까부터 계속해서 침대 가자자리를 짚은 후, 열심히 얼굴만을 움직여 봉사하는 펠리시아였다. “하음…쪽. 하아…. 쭈우웁.” 그리고 간신히 내 물건 끝을 입안에 담는데 성공한 펠리시아는, 그대로 내 물건을 입에 넣고 쪽쪽 빨면서 자극하기 시작했다. 역시 잘하긴 한단 말이야. 지금까진 그냥 단순히 경험이 많아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마 이 테크닉에는 종족이 서큐버스라는 것도 크게 관여하고 있는 거겠지. 구미호인 레이아와도 용호상박. 아니 레벨이 훨씬 높은 만큼 아직 펠리시아가 주는 쾌감이 더 크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육체적인 쾌감만 그렇다는 거고, 정신적인 쾌감까지 포함하면 우리 천사님이 훨씬 더 좋지만. 그리고 육체적인 쾌감도, 우리 천사님이 얘 레벨 정도가 되면 질 거라고 생각되지 않고. 아무튼 그런 내 속내와는 별개로, 내 물건은 여전히 전혀 반응을 안 하고 있는 상태였다. “야. 너 정말 하기 싫어? 아니면 고작 이 정도밖에 못해? 좀 더 잘 해보라고. 특기 아니었어?” “으읏! 으음! 쭙! 하음! 흐으응!” 펠리시아는 눈을 굴욕으로 찌푸렸지만, 그러면서 동시에 얼굴도 더 새빨개지고 아랫배를 간질이는 숨결도 더 거세졌다. 흥분한 펠리시아는 아까보다 더 강렬하게 내 물건을 흡입하기 시작했다. 큭. 역시 장난 아니로군. 결국 나는 마나의 움직임을 멈추고 물건을 발기시켰다. “흐응! 흐읏! 후흣!” 그러자 펠리시아가 천천히 내 물건을 입에서 꺼내고는, 정말 기쁘단 표정으로 날 올려보면서 물건 끝에 키스를 하듯이 쪽쪽 입을 맞췄다. 젠장. 어울리지 않게 그렇게 순수한 미소를 지으면서 바라보지 마라. 그런 내 마음의 소리와는 상관없이, 펠리시아는 미소를 지은 채 내 물건 끝에 몇 번 더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다시 자신의 입안에 천천히 내 물건을 집어넣고 빨기 시작했다. 완전히 발기된 내 물건을 뿌리까지 깊숙이. 서지 않았을 때조차도 그렇게 기분 좋았는데, 물건이 커지자 순식간에 쾌감이 배가 됐다. 입안은 물론, 목구멍까지 움직이며 내 물건을 자극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쾌감이었다. 나는 결국 그대로 펠리시아의 입 안에 사정을 했다. “으흠. 흐읍. 쭙. 으음. 응읏. 흐읏. 하아….” 펠리시아는 내 물건을 뿌리까지 단단히 삼켜서, 물건 끝이 목구멍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로 내 사정을 받아냈다. 그 상태로 정액이 역류하는 일 없이 꿀꺽꿀꺽 전부 받아낸 펠리시아는, 입술을 단단히 오므리고 내 물건을 끝까지 자극하면서 천천히 물건을 입 밖으로 꺼냈다. “하앗…어때? 기분 좋았지?” 내가 사정해준 게 그렇게 기분 좋았던 건지, 펠리시아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날 올려다봤다. 하지만 그런 미소를 보고, 나는 괜히 분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할 테니까 엎드려.” “응. 쪽. 역시 한 번 싸도 여전히 건강하네. 자기, 멋져.” 다시 어느 정도 여유를 되찾은 건지, 펠리시아가 평소 페이스로 돌아와서는 그렇게 말하며 내 물건 끝에 키스를 하고 미소 지었다. 저 여유를 부숴버리고 싶다. 엉망진창으로 만들어서 완전히 굴복하게 만들고 싶다. 펠리시아의 성벽을 시험해봤을 때 느낌 쾌감도 합쳐져서, 내 마음속에서 그런 욕구가 솟구쳤다. 하지만 난 이성을 잃지는 않았다. 생각지도 못한 성벽을 발견하는 바람에 조금 나가버렸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섹스에 불과하다. 횟수도 한 번만 하면 그만. 그건 아마 내가 아니라 펠리시아가 절정을 느끼는 걸 기준으로 삼아야겠지. 나는 솟구치는 욕망을 억누르며 진정하려고 했다. “자기. 얼른 와줘. 나 이제 정말 못 참겠어.” 하지만 펠리시아의 여유로운 태도가 계속되자, 그렇게 마음을 다잡는 게 쉽지 않았다. 펠리시아는 내 말대로 침대 위에 네발로 엎드려서는, 엉덩이를 높이 치켜들고 살랑살랑 좌우로 흔들면서 날 유혹해왔다. 방탕한 생활을 보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 음부는 흥건히 젖다 못해 침대로 애액을 뚝뚝 흘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렇게 흔들지 말고 어디에 박고 싶은지 확실히 해!”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펠리시아의 엉덩이를 가볍게 찰싹 때렸다. 어차피 펠리시아가 느끼는 게 기준이라면, 그 성벽을 자극해서 느끼게 만드는 게 효율적이잖아. 그러니까 조금은 이렇게 해도 상관없겠지. 그렇게 자신에게 들려주듯 되뇌면서. “꺄악! 자, 잠깐. 자기. 난폭하게 하지 마.”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다르게, 펠리시아는 흥분이 싹 깨고 그저 공포만 남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아, 미안.” 내가 반사적으로 사과할 정도로 말이다. 얘 뭐야? 피학성벽 있는 거 아니었어? “크흠. 하지만 엉덩이만 살랑살랑 흔든 네가 나빠. 어디에 넣어줬으면 좋겠는지. 스스로 확실히 표현해야 내가 알 것 아냐. 자, 해봐.” “으읏…으응….” 하지만 내가 명령조로 그렇게 말하자, 펠리시아는 다시 몸을 꼬면서 순순히 대답했다. 이것만 보면 역시 피학성벽이 있는데 말이야. 혹시 그건가. 육체적인 건 안 되지만, 정신적인 공격은 된다는 건가? “이, 이렇게?” 펠리시아는 침대를 집고 있던 양손을 뒤로 돌려서, 자신의 음부를 양쪽으로 활짝 벌리며 말했다. 자연히 그 상체는 침대에 밀착하게 됐고, 엉덩이는 더 높이 치켜 올리는 야릇한 자세가 됐다. 벌려진 음부에서는 아까보다도 애액이 더 흘러나와서, 이제는 줄줄 흐른다는 표현이 어울린 수준까지 됐다. 하지만 난 그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론 안 돼. 말로 확실히 해.” “바, 박아줘.” “어디에, 뭘?” “내, 내 음부에 자기 물건을….” 역시 이런 상황이 익숙지 않은 건지, 펠리시아는 답지 않게 살짝 주저하면서도 흥분에 찬 얼굴로 날 돌아보며 대답했다. “그게 부탁하는 사람 태도야?” “흐읏! 제, 제 음부에…구, 구원님 물건을…박아주세요….” “더 확실히 말해. 뭘 고상한 척하고 있는 거야. 이 변태가.” “흐으읏! 제 보지에! 구원님의 그 우람하고 단단한 자지를 힘껏 박아주세요!” 와. 하란다고 진짜 하냐. 그것도 그런 표현까지…. 거기까지 시킨 적은 없는데 말이야. 나는 펠리시아의 변모에 살짝 당황하면서도, 겉으로는 전혀 티를 내지 않고 허리를 앞으로 전진시켰다. “좋아. 원하는 대로 해주지.” “가, 감사합…흐으으으읏!” 끝내 스스로 감사 인사까지 말한 펠리시아는, 내 물건이 음부에 박히자마자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음부를 꽉 조여 왔다. 마치 절정에 달한 것 같은 반응이었지만, 나는 직감적으로 눈치 챘다. 얘 지금 오르가슴을 억지로 참고 있어. 어느 샌가 침대로 내려간 손은 침대 시트를 단단히 말아 쥐고 있고, 발가락도 꽉 오므린 채 힘을 주고 있다. 그렇게 전신에 힘을 주고 부들부들 떨면서, 펠리시아는 오르가슴을 참고 있었다. 이 색정광이 굳이 오르가슴을 참는다니. 대체 왜? 잠깐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유는 명백했다. 아마 얘도 알고 있는 거다. 한 번 느끼면 그걸로 끝이란 것을. 과연.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좋아. 그래. 그 정도 근성은 있어야지. 얼마나 오래 버티나 해보자고. 나는 곧바로 스스로에게 절정속박을 걸었다. 그리고는 세차게 허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그래. 어차피 마지막인거 섹스 부스트로 무한히 증폭되는 쾌감이란 걸 맛보게 해주지. 물론 그것만으로 끝이 아니었다. 성자의 손길을 두른 손을 침대와 펠리시아의 몸 사이로 끼워 넣어 그 볼륨있는 가슴을 주무르며, 나는 정신 공격도 계속하기로 했다. “소원대로 기분 좋게 해주고 있잖아. 감사의 말 같은 건 없는 거냐?” “으응! 흐읏! 흐으응! 가, 하앙! 감사합! 히으응!” “뭐가? 뭐가 고마운 건데?” “제, 흐으응! 제 보지에! 자지를…흐응! 자지를 박아주셔서! 하으으읏! 감사합니다아아!” 펠리시아는 굴욕적인 말을 내뱉는 자신의 모습에 흥분하는 건지, 한 마디 한 마디 내뱉을 때마다 음부를 꾹꾹 조이면서 쾌감에 떨었다. 아마 절정속박을 걸지 않았다면 또 쌌을 지도 모를 정도로 엄청난 쾌감이 물건을 통해 전해져왔다. “그래. 좋아하지?” “흐읏! 좋아! 이 자지! 좋아아아!” “그럼 그 좋아하는 물건으로, 빨리 느껴버리라, 고!” “아, 하아아아아아앙!”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허리를 강하게 밀어붙여 펠리시아의 안쪽을 강타하자, 결국 참지 못한 펠리시아는 그대로 분수를 뿜으며 성대하게 절정에 달해버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19==================== 서큐버스의 사정 성대하게 느끼고 있는 펠리시아를 보며, 나는 잠깐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빼는 게 좋을까? 아니면 나도 싸는 게 좋을까? 섹스 한 번이라는 조건은 달성했으니 사실 그냥 매정하게 빼버리는 게 제일이겠지만, 솔직히 참기 힘들단 말이지. 현재 내 상황은 절정 속박으로 사정을 억지로 참고 있는 상태. 아마 절정 속박을 푸는 순간 그대로 사정이 시작되어버릴 거다. 이 상태로 빼버린다면 아마 여러모로 곤란할 거다. 하지만 연을 확실히 끊으려면 그냥 쿨하게 빼버리는 게 좋을 것 같고…. “자, 잠깐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허리를 천천히 뒤로 빼고 있자, 침대위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던 펠리시아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치며 엉덩이를 내밀어 다시 내 하복부에 밀착시켜왔다. “큭…뭐야. 너도 느꼈으니까 이걸로 섹스해준다는 약속은 지킨 거잖아.” “하, 하지만 자기, 참고 있잖아?” “응?” 그냥 더 해달라는 건 줄 알았는데, 설마 그런 말을 해올 줄이야. 예상외의 말에 당황해서 의아한 듯 말했는데, 펠리시아는 그걸 다르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펠리시아는 잠깐 날 향해 돌렸던 얼굴을 다시 침대에 처박고, 내 물건을 뿌리까지 삼키게 밀착한 엉덩이를 살랑살랑 좌우로 흔들며 이렇게 말해왔다. “응읏…페, 펠리시아의 보지에…잔뜩…싸주세요….” 이런 젠장! 에라 모르겠다! “그렇게 내 정액을 원하는 거냐?!” “응! 으흣! 원해요! 그, 그러니까아…하아아아앙!” 나는 결국 절정 속박을 풀고 그대로 펠리시아의 안에 사정했다. 그리고 펠리시아도 안에서 폭발하는 내 물건의 감촉을 느낀 건지, 동시에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마치 경련이라도 일으키는 것처럼 부들부들 떠는 펠리시아는, 조금 위험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하아…결국 해버렸잖아. 이 녀석 진짜로 색기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하지만 뭐, 어차피 내 기분 문제일 뿐 쌌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나는 이번에야말로 펠리시아의 음부에서 물건을 꺼냈다. “흐으으읏!” 그러자 마개가 뽑힌 것처럼 펠리시아의 음부 안쪽에서 애액과 정액이 뒤섞인 액체들이 터져 나왔다. 그럼 이제 정령으로…응?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펠리시아는 한쪽 팔을 뒤로 뻗어서 자신의 허리를 잡고 있는 내 손을 붙잡았다. “뭐야? 다 끝났잖아?” 쾌감에 절어서 그 손에는 전혀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기 때문에 뿌리치려고 마음만 먹으면 간단히 뿌리칠 수 있었겠지만, 과연 나도 그렇게까지 매정하게 굴기는 힘들었다. 물론 다시 하자고 하면 뿌리칠 거지만. 펠리시아는 대답하는 대신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그 몸을 천천히 날 향해 돌리더니, 내게 기대듯 쓰러져왔다. 반사적으로 품에 안게 되자, 물컹하고 가슴이 눌려오는 감촉이 느껴졌다. 펠리시아는 그대로 미끄러지듯 아래로 내려가더니, 내 물건을 입으로 물고 혀로 할짝할짝 핥기 시작했다. “야. 이제 안 한다고.” “응…하앗…하아…아, 알아…그냥 깨끗하게 해주는 것뿐이야.” 내가 일부러 더 매정한 목소리로 말해봤지만, 펠리시아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열심히 내 물건을 핥을 뿐이었다. 진짜 매정하게 대하기 힘들게 만드네. 결국 나는 물건을 깨끗하게 해준 펠리시아가 입을 뗀 후에야, 정령을 불러낼 수 있었다. 물의 정령으로 내 몸을 씻고, 덤으로 펠리시아의 몸까지 씻겨줬다. 뭐, 얘는 어차피 메이드들 시중을 들으면서 나중에 철저히 씻겠지만, 그래도 일단은 말이지. 마지막에 사랑스럽다는 듯 내 물건에 입을 맞춰줘서 그런 게 결코 아니야. 그냥 내 물건을 깨끗하게 만들어준 보답으로 나도 깨끗하게 해줬을 뿐이야. “으응….” 물이 전신을 휘감는 느낌마저 민감하게 반응한 펠리시아는, 완전히 깨끗해지자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날 쳐다봤다. “고마워. 무척 기분 좋았어.” “그거야 네가 변태니까 그렇지.” “응. 아핫. 나도 놀랐어. 설마 나한테 그런 성벽이 있었다니.” “인정하는 거냐?!” “응? 그야 뭐, 그렇게 느껴놓고 부정하는 게 이상하지 않아? 나, 자기한테 구원님이라고 부르면서 존댓말까지 했는걸. 아하핫. 나 남자한테 그런 태도 취한 거 처음일지도.” 진짜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좀 부끄러워하기라도 해라. 왜 그런 말을 하면서 평소보다 더 꾸밈없이 웃는 거냐. 아니. 저래 봬도 나름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가? 꾸밈없이 웃고 있는 펠리시아의 얼굴을 아직도 살짝 핑크빛 기운이 빠지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응…하지만 역시, 다른 남자하고는 하기 힘든 행위일지도.” “뭐? 어째서?” “어머? 나 공주인걸. 차기 여왕님이라고. 그런 모습, 아무한테나 함부로 보여줄 수도 없는 거 아니겠어? 애초에 날 그렇게 대해줄 사람도 없고. 있었다면 진작 깨달았을 텐데. 이런 성벽. 하지만 우리 후훗, 구원님이라면 그런 면은 걱정 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난 이제 너랑 두 번 다시 할 생각 없다.” “정말…자기도 기분 좋았으면서 매정하다니까. 그러지 말고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게 어때? 아까는 그렇게 했지만, 정말로 자기한테 불이익이 될 조건을 내걸지는 않았다고 생각해.” “너랑 정기적으로 섹스를 해야 하는 것만으로도 나한텐 충분히 불편한 조건이라고.” “하지만 나랑 안 하면, 자기 다른 여자를 구해서 영상을 찍을 셈이잖아? 그 편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되는데.”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도 그럴게, 이런 나조차도 그런 모습을 보였잖아? 자기랑 섹스하게 되면, 다른 여자들 같은 건 한 방에 함락될 걸. 장담할 수 있어. 그렇게 된 여자가 좋다고 계속 달라붙어 오면, 그게 더 귀찮은 일이 될 것 같지 않아?” 그거야 확실히…. 그냥 섹스만 하는 관계보다 훨씬 더 곤란할 것 같기는 하지만. “하지만 그런 점에서 난 안심할 수 있잖아. 그런 감정 같은 거 일절 없이, 그냥 육체관계만으로 끝날 수 있어.” “아니. 전혀 안심할 수 없는데.” “아하핫. 자기도 참. 너무 자신감이 넘친다니까. 정말 괜찮다니까. 내가 자기한테 반한다니. 있을 수 없으니까. 물론 자기 물건에는 한 눈에 반했지만.” 아니. 그렇게 딱짤라 말하면 그건 그거대로 좀 미묘한 기분인데 말이야. 물론 반하게 만들 셈은 없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응? 아까 말했던 대로 영상도 출연하고, 지원도 아끼지 않을 테니까.” “날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왜 그렇게까지 집착하는데? 너 정도 위치면 나 말고도 잘하는 놈 정도는 더 건질 수 있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역시 자기가 제일인걸. 자기랑 했을 때가 제일 안정되기도 하고.” “응?” “으응. 아냐. 그냥 내 체질 얘기야.” 체질? 설마 서큐버스 종족에 관련된 얘기인가? 설마 서큐버스도 구미호처럼 성행위를 정기적으로 안 하면 안 되는 체질인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까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의 레이아가 떠올라서 조금 불쌍하게…젠장. 또 쟤가 원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네. 분명 매혹은 안 걸려있는데 말이야. 아까부터 매혹만큼은 안 걸리도록 계속 경계하고 있었고. 역시 매혹 없이도 그냥 화술 자체가 좋은 건가. “쳇. 알았어. 일단 생각은 해볼게.” “정말로?!” “자기가 말해놓고 뭘 놀라고 있냐. 그리고 하겠다고 한 거 아니다. 우리 애들이랑 상담해서 정할거야.” “아하핫. 자기는 정말로 잡혀 사는구나.” “아, 아니거든! 밤에는 내가 다 이기거든!” “응. 믿어. 믿어.” 아오. 잠깐 불쌍하다고 생각해줬더니! 진짜 뭐 저런 애가 다 있어! “후우…아무튼 난 간다.” “아, 잠깐 기다려. 나도 같이 가.” 말하는 사이에 나는 옷을 다 갈아입었지만, 펠리시아는 여전히 알몸이었다. 여전히 다리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듯, 침대에 앉아서 천천히 옷을 입기 시작하는 펠리시아. 분명 그냥 옷을 입고 있는 것뿐인데 동작 하나하나가 사람을 유혹하는 것처럼 보였다. 역시 요물이야. “하지만, 결국 자기 애인들이랑 상담할 거면 단 둘이 방에 온 건 괜한 짓이었네. 아, 섹스했으니까 괜한 짓은 아닌가.” 다리가 살짝 풀린 펠리시아를 부축하며 레이아와 실비아가 기다리고 있던 방으로 향할 때, 옆에 있던 펠리시아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날 조종하려고 단 둘이 된 거 아니었어?” “응? 아핫. 아냐아냐. 그건 아까 그 수인족 애인이 옆에 있을 때부터 성공했는걸. 자기도 눈치 챈 거 아니었어?” “그야…그럼 왜 그렇게 나랑 단 둘이 되려고 한 건데?” “그야 정기적으로 나랑 섹스하자는 제안, 자기 애인이 들으면 자기가 곤란해지겠다 싶어서 그랬지. 어때? 나 착하지 않아?” “착한 녀석은 애초에 남을 조종하려고 들지 않거든?!” “아하하. 그도 그런가.” 펠리시아는 별로 미안한 기색도 없이 그렇게 말했다. 진짜 뭐 이런 애가 다 있어. “구원씨!” 방에 도착하자, 레이아가 곧바로 내게 안겨왔다. 펠리시아도 분위기를 읽은 건지, 살며시 내게 떨어져서는 실비아 쪽으로 향했다. “미안. 조금 오래 걸렸지?” 아무리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역시 펠리시아와 섹스를 하느라 레이아를 기다리게 만든 건 미안했다. “아뇨. 괜찮아요.” 아마 레이아도 나와 펠리시아가 섹스를 했다는 건 눈치 챘겠지. 레이첼 누님과의 식사도 냄새로 눈치 챈 레이아다. 아무리 정령으로 씻었다고는 하나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레이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날 꼬옥 안아줬다. 나중에 마차에서라도 상황을 설명해줘야지. “그래서, 얘기는 어떻게 되셨나요?” “응. 저쪽에서도 조건을 거는 바람에 결렬되긴 했는데, 아무래도 돌아가서 모두와 상담을 해봐야할 것 같아.” “그런가요…. 그럼 오늘은 이만 돌아가는 건가요?” “응. 그러자. 아, 그리고 실비아는….” 이거 애매하네. 펠리시아의 제안을 수락한다면, 아마 펠리시아도 그를 이용해서 여왕을 설득할 모양이니까 상관 없다. 하지만 펠리시아의 제안을 거절하게 된다면, 여왕과 펠리시아 사이가 언제 회복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계속 실비아를 여기 놔둘 수도 없는 일이고…. 나는 실비아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나와 펠리시아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실비아. 나뿐만 아니라 펠리시아의 얼굴도 엿보는 시점에서, 실비아가 펠리시아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느껴졌다. 하긴. 제일 친한 친구라는 모양이니까 그도 그런가. 어쩔 수 없지. 알단 실비아를 데려가는 건 보류하자. 펠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어떨지도 아직 모르는 거고, 거절하게 되면 그때가서 데려가면 되는 일이지. “실비아. 결정이 날 때까지 여기서 조금만 더 있을래?” “네, 넵!” 실비아는 오히려 자기가 그러길 원한다는 듯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조금만 더 고생해. 가자, 레이아.” “네.” “어머. 자기, 나한텐 작별 인사도 안 해주는 거야?” “넌 또 사고나 치지마라.” “자기도 참 너무하다니까. 잘 가.” 펠리시아는 일부러 그러는 게 티가 날 정도로 과장되게 슬픈 표정을 짓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면서 살랑살랑 손을 흔들었다. 나도 대충 손을 흔들어주고, 레이아와 함께 성을 빠져나왔다. “구원씨. 설명…해주실 수 있으시죠?” 그리고 마차에 타자마자, 레이아가 날 올려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무슨 일을 설명해달라는 건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물론 나는 무슨 얘기인지 알고 있었다. “미안. 일단 협상이 결렬 되서 영상 찍는 걸로 대충 약속을 넘긴다는 수도 통하지 않게 됐으니 말이야. 이러는 편이 깔끔할 것 같아서 결국 한 번 해버렸어.” “후우…. 그런가요. 저 믿고 있었어요.” 내가 대답해주자 레이아는 안도의 한숨을 포옥 내쉬고는, 불안해 보이던 표정을 그제야 풀고 포근하게 웃었다. 그리고는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자신의 몸을 내 몸에 마구 비벼댔다. 레이아, 요즘 이런 행동 자주 한단 말이야. 구미호도 수인족이니 만큼, 이런 식으로 마킹하는 습성이라도 있는 걸까? 뭐, 말랑말랑 행복한 감각이 전신에 느껴져서 나는 좋지만 말이야. 평생 이러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 “고마워. 더 자세한 얘기는 돌아가서 다들 있는 데서 말해줄게. 한 번에 설명하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20==================== 서큐버스의 사정 저택에 돌아오자 다들 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라나 디아나, 심지어 마틸다마저. 다들 일이 어떻게 됐는지 상당히 궁금했던 모양이다. 때문에 굳이 모이게 할 필요조차 없이 바로 설명을 시작할 수 있었고, 나는 성에서 있었던 일들을 차근차근 설명하기로 했다. 일단 제일 먼저 펠리시아가 한 제안. 영상을 찍고 그 보급을 지원도 해준다. 대신 정기적으로 자신과 섹스를 해 달라. “저어어얼대 안 돼!” 그걸 말한 순간, 사라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팔로 엑스자까지 그리면서 반대했다. “믿을 수 없어!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해?! 반대야! 난 절대 반대야!” 뭐, 이런 반응은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다지 당황하지 않았다. 역시 안 되는 건가. 어차피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안 할 생각이었다. “그래. 그럼….” “자, 자. 너무 그러지 말고 기다려보게 사라양.” 하지만 내가 제안은 거절하겠다고 말하기 전에, 디아나가 화내는 사라를 다독거리며 진정시켰다. “뭐에요 디아나?! 그럼 디아나는 구원이 그 여자랑 정기적으로 붙어먹어도 상관 없다는 말이에요?!” “그런 게 아닐세. 하지만 생각해보게나. 이 자가 그런 얘기를 바로 거절하지 않고 이 몸들에게 얘기하고 있는 걸세. 뭔가 사정이 있는 것 아니겠나? 일단 얘기를 끝까지 들어봐도 늦지 않는다는 걸세.”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강한 시선을 내게 보내왔다. 만약 아무 이유 없이 거절 안 하고 온 거라면, 가만 놔두지 않겠다는 듯이. 이왕 믿어주는 거니까, 그런 표정 하지 말고 완전히 믿어 줬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구원?” “그래. 디아나 말이 맞아. 바로 거절하기엔 펠리시아가 조금 걸리는 말을 해서 말이야. 그 뭐냐. 만약 다른 여자를 구해서 하게 되면 그 여자는 절대 내게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매달릴 거라나.” 음. 새삼 내 입으로 말하려니 조금 쑥스럽다. “그건 그 여자도 마찬가지잖아?” “걔 말론 자기하곤 육체관계뿐, 정신적으로 자기가 날 좋아하게 될 일은 없다는데. 애초에 자긴 다른 사람한테 그런 감정을 가져본 적이 없다나.” “그게….” “흠. 과연. 그렇구먼. 그런 거였구먼.” “디아나?! 그 여자 말을 믿는 거예요?!” “음. 전에도 말했지만 이 몸은 한 때 공주의 스승 역할을 한 적도 있었다네. 하지만 한창 연애에 흥미진진할 나이였음에도 공주는 전혀 그런 쪽으론 관심이 없었다네. 그때는 조금 사춘기가 늦는다고 생각했네만, 그런 사정이 있었다면 납득이 되는구먼.” “하, 하지만….” “그리고 사라양도 공주를 봤으니 알겠지마는, 공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인 중 하나일세. 게다가 신분마저 완벽하니, 당연히 구애하는 남자도 줄을 잇고 있는 상황이라네. 개중에는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좋은 가문과 명성, 외모를 겸비한 사내들도 여럿 있지. 하지만 공주는 지금까지 그런 사내들의 구애를 전부 거절했다고 들었네. 이 몸은 일단 공주의 얘기에 믿음이 가는구먼.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제쳐두고 말일세.” “으윽…. 하, 하지만 그건 다른 남자들 얘기잖아요? 이번엔 상대가 구원이라고요?” “그, 그건….” 최대한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냉정하게 사안을 판단하는 듯 했던 디아나지만, 사라의 반박 한 번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응? 아니. 고맙긴 한데, 너희 날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냐?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 정도는….” “시끄러! 내가 좋아하는 남자 비하하지 마! 이 천연 카사노바!” 넵. 조용히 할…아니. 잠깐만. 그거 난데…. 내 얘기 하는 건데…. “음! 자네는 자각이 너무 부족하네!” 사라에 이어 디아나마저…. 하여간 디아나도 나랑 관련된 일이 되면 냉정한 판단을 못 한다니까. “그리고 구원씨. 제안을 받아들이면 공주님은 영상을 찍고 그걸 공개까지 하는 거잖아요? 아무리 그…쾌락을 좋아하신다지만 구원씨가 하는 것만으로도 그런 결단을 내린 건가요?” 아니. 거기서 그리고라고 말을 잇는 건 이상하지 않아? 설마 천사님도 동의하는 거야? 너희들 대체 날 얼마나 높이 평가하는 거야. 아니. 고맙긴 한데 말이야. “아, 응. 그거 말인데. 영상을 찍긴 찍는데 얼굴은 가리고 찍겠다고 하더라.” “뭐야 그게?! 그럴 거면 굳이 공주가 아니어도 되잖아! 더 생각해볼 것도 없어! 내가 찍을래!” “절대 안 돼.” “읏….” 사라가 다시 한 번 반대를 했지만, 이번엔 내가 그런 사라를 막았다. “절대 안 돼.” “아, 알었어…두 번 말 하지 않아도 알아들었으니까….” 드물게도 내가 엄청 진지한 표정으로 말해서 기가 죽었는지, 사라가 답지 않게 기어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얼굴을 가리더라도 네 몸을 다른 놈들한테 보여주다니. 절대 안 돼. 죽어도 용납 못 해.” “그 말은 공주의 몸은 보여줘도 상관없다는 말로 들리는 데요….” 가만히 듣고만 있던 마틸다가 살짝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거야 뭐…내 알 바가…그래! 나 이기적인 쓰레기다! 사라뿐만 아니라 너희들 모두 알몸을 딴 놈한테 보이는 건 절대 안 돼! 딴 애 몸이 보이는 건 내가 알 바 아냐! 뭐 불만 있어?!” “따, 딱히 그런 말 안 했잖아요?” 내가 정색하고 외치자, 마틸다는 어째선지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내 발언으로 내가 펠리시아에게 마음이 없다는 걸 재차 깨달았는지, 사라도 디아나도 아까보다 더 차분한 표정이 됐다. “흠. 하지만 그러면 정작 중요한 왕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것 아닌가?” “그거야 자기가 알아서 하겠다는데? 뭐, 보급을 지원한다고 했으니까 그걸 소문내서 자기 명성을 올린다음 여왕에게 어필하려는 속셈 아닐까?” 사람들을 구원해줬다는 내 명성을 나눠가지겠다는 속셈이지만, 솔직히 그건 나도 별로 상관없었다. 명성 따위 알게 뭐야. 난 그냥 거리에서 사람들이 귀찮게만 안 하면 돼. “그것만으로 여왕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되네만…. 이 몸이 생각지 못하는 다른 꿍꿍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 싶구먼.” 디아나는 뭔가 걸린다는 듯 턱에 손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구원씨. 구원씨는 어떻게 하고 싶으신가요?” “솔직히 말하자면 반반이야. 레이아와 비슷한 사정을 생각하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매혹을 걸었던 걸 생각해보면 또 조금 그렇고….” “저랑 비슷한 사정이요?” “매혹이라니?” “아, 응. 실은 걔 종족이 서큐버스더라.” “서큐버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마저도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인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긴 디아나가 알 리가 없나. 나처럼 종족명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전에 설명할 때도 왕가 사람들은 성욕이 강하다는 식으로만 말했으니까. “내가 있던 세계에 알려져 있는 것과 여기 서큐버스가 완벽히 일치하는지 어떤지는 몰라도, 대충 레이아의 종족인 구미호랑 비슷하다고 보면 돼. 다른 점이 있다면 그쪽은 정기라기 보단 정액을 필요로 하고, 그게 생명의 원천이라는 점 정도일까.” 뭐, 자세히 파고들면 다른 점이 훨씬 많겠지만, 난 게임 같은 걸로 대충 알고 있는 게 전부니까 말이야. “그, 그럼…공주님은 성행위를 못 하면 죽는 건가요?!” “뭐…그렇지 않을까? 아니, 내가 있던 세계에 알려진 것과 같다면 말이지만.” “그건…그건 너무….” 역시 비슷한 처지이기 때문인지, 펠리시아를 가장 먼저 동정하는 건 레이아였다. 게다가 레이아는 적어도 섹스를 안 한다고 해서 죽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하지만 내가 안 해준다고 해서 공주가 섹스할 상대를 못 구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섹스할 수 있는 상대가 한정된 레이아의 사정이 더 딱하다고 생각되는데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주를 동정하는 모습에, 나는 천사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성에서 공주한테 그렇게 밀렸는데도 어쩜 이리 마음씨가 고우실까. “흠. 과연. 어쩌면 공주에겐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일지도 모르겠구먼.” “응?” “그런 제안을 한 이유가 그저 색욕에 눈이 먼 것 때문만이 아니라는 말일세. 만약 정말로 생명이 관련된 일이라면, 전부 납득이 되네. 무한정으로 사정할 수 있는 자네는 정액이 필요한 공주에게 딱 좋은 상대일 테지. 그리고 여왕을 설득하는 것 역시, 영상 보급을 통해 얻은 명성이 아니라 자네와의 약속을 바탕으로 가능할지도 모르네.” 디아나는 드디어 맘에 걸리던 게 없어졌다는 듯,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 사정이 딱하긴 하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은….” “그러네요. 던전에 한 번만 다녀와도 일주일은 지나버리고….” “흐음. 그렇구먼….” “으으으으으음….” 넷은 전부 짜기라도 한 듯이 어려운 표정으로 고민스런 소리를 냈다. 아니. 마틸다. 넌 뭘 자연스럽게 거기 껴있는 거냐. “아무튼 자네는 판단을 이 몸들에게 맡기겠다는 겐가?” “그런 걸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안 할 거야. 뭐, 펠리시아 말처럼 나랑 섹스한다고 여자들이 무조건 나한테 빠진다는 보장도 없으니까. 그냥 딴 여자 찾아보면 그만이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다들 그것만은 절대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 반응이 펠리시아 때보다 더 안 좋은 것 같다? 이미 한 번 하기도 했고, 게다가 섹스가 필요한 나름의 사정이라도 있는 펠리시아가 그나마 낫다는 걸까? “하아아…아무래도 금방 결론이 날 것 같지 않네요. 내가 어쩌다 이런 남자를 좋아하게 돼서는….” “야. 사라야. 아무리 그래도 그 말투는 조금 상처받는데. 날 좋아하는 걸 후회하는 거야?” “그, 그런 게 아냐! 그, 그러니까…씨이…바보!” 얘 요즘 심심하면 나한테 바보라고 하더라. 슬슬 말버릇을 고쳐줄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르겠다. “맞아. 난 바보야. 너밖에 모르는 바보.” 나는 원래 세계에서 유행 한참 지난 대사를 카운터펀치로 날려줬다. “이, 이, 이…!” 그러자 사라가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바보라고 말도 못하고 굳어져버렸다. 후하하. 어떠냐. 부끄러워 죽겠지? 난 부끄럽지 않냐고? 당연히 부끄럽지! 하지만 사라의 저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얼마든지 참아주겠어! 그야 말로 살을 내주고 뼈를 끊는 전법! 사라 넌 앞으로 날 바보라고 할 때마다…. “…구원씨?” 사라의 반응을 보고 통쾌해하는 내 옆에서, 조용한 목소리가 날 불렀다. “으헉! 아, 아니! 사라뿐만 아니라 너희! 너희밖에 모르는 바보!” 이상하다. 분명 천사님은 평소처럼 포근하게 웃고 계시는데 지금 살짝 무섭다고 느꼈어. “구원씨도 참….” 내가 왜 그렇게 느꼈을까. 오늘도 천사님은 이렇게 천사님이신데. “이…바보!” 그리고 스턴에서 풀린 사라는 약간 억지를 부리는 느낌으로 다시 한 번 그렇게 바보를 외쳤다. 저게 진짜…. 언제 한 번 날 잡고…아니. 그러고 보니 마침 오늘 사라 차례잖아. 좋아. 아무래도 바넷사의 메이드 복이 다시 한 번 활약할 때가 된 모양이군. “아무튼 사라양 말대로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구먼. 자네가 이 몸들에게 판단을 맡긴다고 했으니, 이 몸들은 좀 더 얘기를 나눠보고 싶네.” “응. 그럼 그렇게 해. 나는 너희가 정하는 대로 할게.” “…….” 내 대답에도 불구하고, 다들 조용히 내 얼굴만 볼 뿐 아무 말도 시작하지 않았다. 얘기 나눠본다면서? 왜 나만 보고 있는데? “저기…혹시 나 방해야?” “음.”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너무 그렇게 확실히 얘기하는 거 아니냐?! “구원씨. 남성분이 계시면 조금 하기 힘든 얘기도 있으니까요. 조금만 자리를 벗어나 주실 수 있을까요?” 봐! 이렇게! 천사님처럼! 이렇게 하라고! 저 부탁하는 눈빛! 얼마나 좋아! “응.” 그럼 나도 순순히 이렇게 물러나잖아?! 방문 밖으로 나와서, 내 마음 속에 공허한 외침만이 울려퍼졌다. 쳇. 됐거든. 난 바넷사랑 놀 거거든. 나는 곧장 손뼉을 쳤다. “바넷사!” “…구원님.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말라고….” “아, 응.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아무튼 바넷사. 중요한 부탁이 있어.” “네? 무슨 일이십니까?” “드디어 돌려받을 때가 왔어. 내놔. 전에 그 메이드 복.” 그래. 아직도 안 돌려받고 있었단 말이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게 말한 바넷사는, 등장했을 때처럼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 나 왠지 지금 표정은 읽은 것 같아. 주기 싫다는 표정이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잠이 안 오는 김에 기습 연참! 421==================== 서큐버스의 사정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나타난 바넷사가 날 향해 메이드 복을 든 손을 내밀었다. 저 옷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작은 희고 검은 천 조각. 하지만 스스로 메이드 복이라고 주장하기라도 하듯이 군데군데 달려있는 프릴, 틀림없어. 그때 그 메이드 복이다. 드디어 내 손 안에 다시 들어오는 구나. 나는 살짝 감격하면서 옷가지에 손을 뻗었다. “…야. 바넷사.” “네.” “그렇게 꽉 잡고 있으면 가져갈 수가 없는데.” 아니. 힘으로 진다는 얘기가 아냐. 그냥 순수하게, 정말로 순수하게 힘주면 옷이 찢어질까봐 그러는 것뿐이야. 그렇게 주기 싫나? 하긴 내가 이걸 어떻게 쓸지 생각해보면 그 마음도 이해 못할 건 없지만…아니. 하지만 예전에 처음 줄 땐 이런 반응이 아니었는데. 그때도 분명 바넷사는 내가 이 옷을 어떻게 쓸지 예상이 간다는 태도였다. 그때와 지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야. 괜찮다니까. 애액은 제대로 빨았잖아?” 나는 나름 배려해준다고 말한 거였지만, 내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바넷사가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아니. 쫄지 않았다고. 답지 않게 얼굴을 붉히고 노려보는 모습이 오히려 귀엽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정말 괜찮다니까. 자, 봐. 냄새도…우왁! 너 지금 진짜로 때리려고 했지?!” 내가 메이드 복에 코를 가져다대면서 괜찮다는 걸 어필하려 하자, 바넷사가의 주먹이 나와 메이드복 사이의 허공을 갈랐다. 그대로 고개를 내밀었으면 확실히 맞았을 거야. “…척만 한 겁니다.” 거짓말하지 마라! 주먹에서 부웅하고 바람 가르는 소리까지 들렸다고! “아무튼 됐으니까 슬슬 돌려달라고.” “…….” 나는 다시 한 번 메이드 복을 당겨봤지만, 바넷사는 여전히 옷을 단단히 붙잡고 놔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러는 거야 진짜. “야. 대체 안 주려는 이유가 뭔데. 말이라도 좀 해봐라. 너 뭐 이걸로 그 때 생각하면서 자위라도 하냐?” 매일같이 집구석에만 처박혀있는 바넷사니까 당연히 남자를 만날 기회도 없을 거고, 섹스 같은 걸 할 기회도 당연히 없을 거다. 그러니까 혼자서 자위 정도는 하겠지. 얘도 사람인 이상 성욕은 있을 테고. 라는 생각으로 반쯤 농담 삼아 그렇게 말해봤던 거지만, 바넷사가 예상외의 반응을 보였다. “……안했습니다.” 얘 지금 대답하기까지의 침묵이 눈에 띄게 길었지? 내 착각 아니지? “진짜 하는 거냐.” “전 안 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만.” 아니. 아무리 그렇게 우겨봤자 설득력이 없거든. 너 아까보다 얼굴 더 빨개졌다. 그야 미묘한 수준이라 티가 잘 안 나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대로라면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메이드 복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도박이기는 하지만, 조금 위험한 수위의 발언을 해볼까. “그, 뭐냐. 너도 한창 때 나이고. 집사 일 하느라 남자 만날 기회도 없을 거고. 휴가도 없는 것 같고. 다 이해한다. 그런 네게서 자위 도구마저 빼앗은 건 나로서도 매우 가슴이 아프지만, 나도 오늘은 꼭 좀 쓸 데가 있어서 말이야. 정 성욕이 폭발해서 못 참을 것 같으면 저번처럼 내가 또 한 번 해줄 테니까.” 이런 말까지 듣고도 계속 메이드 복을 건네주지 않으면 그거야 말로 인정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정말로 아니라면, 바넷사도 이제 손을 놓겠지. 지금 이 말을 바넷사가 디아나한테 고자질이라도 하면 큰일이 나겠지만, 아마 고자질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바넷사도 그 때 일은 디아나에게 말 하지 않고 있을 테니까.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내 도박은 멋지게 성공해서, 드디어 바넷사가 메이드 복에서 손을 뗐다. 됐다! 드디어 내 품에 돌아왔구나! 이걸로 오늘 밤 사라랑…크큭. 나는 바넷사의 마음이 변할 새라 황급히 메이드 복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럼 다른 용무가 없으시면 전 이만.” 그리고 내 손에 있던 메이드 복이 사라지는 모습을 빤히 쳐다보던 바넷사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모습을 감추려고 했다. “잠깐 기다려!” “…또 뭡니까?” 바넷사야. 왠지 말투에 가시가 돋아있지 않냐? “놀아줘. 심심해.” “…….” “그,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어쩔 수 없잖아! 다른 애들은 다들 모여서 토론이나 하고 있고, 여기선 혼자서 할 것도 없고!” “……하아.” 얘 지금 한숨 쉰 거야?! 뭐, 그러면서도 결국 바넷사는 나랑 놀아주게 됐지만 말이다. 후훗. 입으론 싫다고 하면서 몸은 정직하게…그거랑은 좀 다른가? 아무튼 그래서 나랑 바넷사는 포커를 하게 됐다. 그래. 이 세계도 포커가 있더라고. 과연 카드 모양이나 세세한 룰 같은 건 달랐지만 말이다. 그래도 큰 틀은 포커와 거의 똑같아서 배우기가 그리 힘들진 않았다. 그렇게 나와 바넷사가 카드 배틀을 펼치고 꽤나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얘기를 마쳤는지 우리 애들이 단체로 내 방에 찾아왔다. “구원! 일단 얘기 끝났…뭐하는 거야?” “아. 다들 수고했어. 나야 뭐 보시다 시피 시간 때우기 겸 게임을. 그보다 얘긴 어떻게 됐어?” “일단은 보류하기로 했네. 아무래도 공주랑 좀 더 얘기를 나눠보고 결정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말일세. 그 서큐버스 종족에 대해서도 자세한 사정을 들어봐야 할 것 같으니 말일세.” “죄송해요. 제가 좀 더 제대로 했으면….” “괜찮아요. 레이아 잘못이 아니에요.” 음음. 아니고말고. 서로 다독이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구나. “하지만 의외네. 솔직히 반대할 줄 알았는데. 특히 사라가.” “그야 나도 마음 같아서는 반대하고 싶지만….”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레이아의 눈치를 봤다. 역시 그건가. 사정이 비슷한 처지의 레이아가 있으니 함부로 내치기 힘들다는 얘기인가. 실비아도 그런 식으로 어영부영 우리 파티에 들어왔었는데 말이야. 설마 펠리시아도 그렇게 되는 건가. 과연 절친. 전혀 안 닮은 것 같으면서 이상한 데서 공통점이 튀어나온단 말이야. “그리고 여신님이 구원에게 내린 사명과도 관계있을 지도 모르고.” 사라는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기억 못 하는 거야? 전에 여신님이 나하고 레이아에게 사도 임명을 내린 걸 칭찬했었잖아. 게다가 우리 둘 다 전쟁신 시대의 종족. 하지만 과연 전쟁신 시대의 종족이 우리 둘 뿐일까? 혹시 그 서큐버스라는 종족도 그럴 가능성이 있는 거 아냐?” 아, 그 얘긴가. 전쟁신 시대의 종족을 모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나도 전에 한 적이 있었지만, 솔직히 이번에는 전혀 염두에 안 두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서큐버스는 여신님이 만든 종족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도 그렇잖아? 일단 능력을 봐. 누가 봐도 여신님이…아니. 그건 구미호도 마찬가지인가. 게다가, 생각해보니 서큐버스는 악마잖아. 마신의 종속으로 엄청나게 어울리는 종족이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여신님이 만든 세계에서 왕을 해먹고 있기까지 하니, 그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않았었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전쟁신 시대의 종족이라고 하더라도, 바로 사도 임명을 하려고 들면 용서 안 할 거야.” “그야 물론이지. 넌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아니. 애초에 공주는 날 좋아하는 게 아니니까 하려고 해도 안 된다고. “미, 미안. 의심하는 건 아냐.” 내 의지가 느껴지는 말에 당황했는지, 사라가 얼굴을 붉히면서 사과해왔다. 아니. 용서 못 해. 역시 오늘 밤엔 메이드 복을 입혀서 교육 좀 시켜야겠어. 안 그래도 메이드 복을 입힐 생각 만만이었던 나는 다시 한 번 그렇게 다짐했다. “아무튼 그렇게 됐으니 그 얘기는 나중에 하고, 우선 지금은 식사나 하도록 하세.” “그래! 그러자!” “후훗. 그렇게 시장하셨나요?” 아니. 미안. 레이아. 실은 식사보다 식사 후에 일어날 일이 더 기대돼서. 우리가 대화하는 와중에 혼자서 카드를 정리하고 있던 바넷사만이, 내가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안다는 듯 미묘한 눈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밤이 됐다. 나는 목욕을 마친 사라가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강한 어조로 말했다. “사라! 너 오늘….” “구원!” 나보다 더 강한 어조로 말하는 사라 목소리에 씹혔지만. “어, 응. 왜?” 어라? 나 또 뭔가 저질렀던가? 얘 표정이 왜 이러지? “솔직히 말해. 오늘 그 여자랑 했지?” “으헉! 어, 어떻…레이아가 말했어?!” 설마! 우리 천사님이 그러실 리가 없는데?! 펠리시아와 한 건 한 번 해버리고 연을 끊을 셈이었으니까 당당하게 있으면 그만인데, 사라가 예상치도 못한 타이밍에 말을 꺼내는 바람에 나는 당황하고 말았다. “아냐. 그 여자가 말 했다면서. 구원 물건으로 한 번 하게 되면 그 어떤 여자도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그게 왜?” “전에 구원이 그 여자한테 억지로 당한 건 레벨이 낮을 때잖아? 그 때 기억으로 공주가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으니까, 구원의 레벨이 올라간 후에 한 번 더 했다는 말밖에 안되잖아.” 과연. 그런 건가. 천사님. 전 믿고 있었어요. 하지만 겨우 그 말로 여기까지 추리해내다니. 나 가끔 얘 통찰력이 무서워질 때가 있더라. “아무튼 그래서 했단 말이지?” “그래. 맞아. 했어. 말장난으로 내기를 무효로 돌리는 것도 힘들어 보였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난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남자. 구원이다. 나는 당당한 태도로 그렇게 말했다. “…꽤나 당당하네.” 내가 이렇게 나올줄 몰랐는지, 사라가 눈썹을 꿈틀거리면서 이게 아닌데 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야 당당하지 못할 게 없으니까. 원한다면 어떻게 했는지 자세하게 말해줄 수 있어. 아니.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좋을까?” 그리고 나는 그런 사라를 더 몰아붙이듯이, 사라의 성벽을 자극하는 발언을 했다. “……해봐.” 좋아. 좋아. 내 유도대로 낚이고 있어. 통찰력이 아무리 좋아도, 밤일에 관한 한 내 잔머리는 절대 이길 수 없을 걸? 게다가 사라 얘도 매번 아니라고 하면서 실은 즐기니까 말이야. 그렇게 나와 펠리시아가 어떤 플레이를 했는지 궁금하단 말이지? “좋아. 그럼 우선 이걸 입어.”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오늘 바넷사에게 돌려받은 메이드 복을 내밀었다. “뭐야 그…잠깐. 그게 지금 왜 필요한데?” “펠리시아의 행위를 자세하게 재현하려면 이걸 입는 편이 더 효과적이야.” “그 여자한테 그런 것까지 입히고 한 거야?!” “아, 아냐! 애초에 성에 갔을 땐 이거 가지고 있지도…아, 아무튼 아냐! 일단 입어 봐! 입으면 알아!” 계획과는 달리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는 억지로 사라에게 메이드 복을 강요했다. “…만약 속이는 거면 용서 안 할 거야.” 결국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뭔가 꼬인다는 얼굴로 메이드 복을 받아들였다. 후하핫. 펠리시아의 일을 지금 언급한 걸로 보아 그걸 통해 내게서 밤 일의 주도권을 잡으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그렇겐 안 되지. 이런 방면에서 내 머리를 따라올 생각을 하다니. 물러. 한참 무르다고 사라야! 좀 더 정진해라! 원래 계획대로 사라에게 메이드 복을 입히는 데까지 성공한 나는, 사라가 옷을 갈아입는 광경을 흐뭇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눈 안 돌리냐고? 왜 돌려? 사라도 아무 말 안 하잖아? “…입었어. 그래서, 지금부터 어쩌겠다는 건데?” 다 갈아입은 사라는 여전히 조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그 모습은 무척이나 훌륭했다. 역시 잘 어울린다니까. 평소에는 긴 팔 티셔츠에 긴 바지로 피부를 꽁꽁 싸매고 있는 만큼, 이렇게 노출도가 높은 옷을 입었을 때의 모습이 더 각별하게 느껴졌다. 평소에도 좀 더 이렇게 노출을…아니. 이 모습은 나만 볼 수 있으면 충분한가. 굳이 평소에도 이러고 다녀서 딴 놈들 눈 호강 시켜줄 필요는 없지. 역시 평소대로 입는 게 제일이야. “그럼 지금부터 펠리시아한테 어떻게 했는지 그 몸에 직접 알려주지. 그렇군. 우선 꿇어.” “뭐? 그게 무슨….” “시키는 대로 해.” “읏….” 평소와 다르게 조금 강압적인 말투로 말하는 내 기세에 눌린 건지, 사라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맘에 안든 다는 듯 눈썹을 찌푸리면서도 순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22==================== 서큐버스의 사정 나는 그런 사라를 보고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접근했다. 그리고 바로 코앞까지 접근 한 후, 펠리시아에게 했던 것처럼 그 머리에 손을 올리고 잡아끌어서 얼굴을 내 고간에 파묻히게 만들었다. “그럼 꺼내줄래? 아, 손은 쓰지 말고. 무슨 말인지 알지?” “으극. 잠깐. 정말 이렇게 했다고? 그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여자가 순순히 이런 걸 했단 말이야?” 사라는 내 고간에 파묻힌 얼굴을 들어 올리고 의심스런 눈초리로 날 쳐다보며 물었다. 하지만 정말로 이랬기 때문에 나는 전혀 꿀릴 것 없이 당당했다. 사라가 고개를 들어 올리면서 생긴 고간의 감촉을 즐길 여유마저 있었다. “정말이야. 걔 생각 외로 그런 성벽이더라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한 번 해주는 거니까, 최대한 빨리 끝내버리는 게 좋았을 거 아니야? 그래서 철저하게 약점을 공략했지.” “으흣…그, 그럼 정말로 그 여자랑….” 사라는 살짝 빨개진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펠리시아와 이유는 다르지만, 사라도 역시 이 상황에 흥분하는 모양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시키는 대로 해. 안 그러면 펠리시아랑 어떻게 했는지 안 알려준다?” “아, 알았어….” 완전히 이성적인 상태인 사라라면 방금 내 말에 그렇게 궁금한 건 아니라고 시치미를 뗐겠지만, 이번에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여러모로 혼란스런 상황이니까 이성적인 판단이 불가능해지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말이야. 펠리시아가 의외로 피학성벽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데다가, 사라 자신도 내게 복종하는 플레이를 하는 상황. 게다가 성벽까지 자극당하고 있으니 말이다. 뭐, 이렇게 말하는 나도 꽤나 흥분하고 있었다. 사라가 고개를 움직일 때마다 마치 내 고간에 볼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서 말이지. 펠리시아 때와는 다르게 벌써부터 내 물건을 빳빳하게 서있었다. “읏…응읏…이거…생각보다 꽤나 어렵네….” “그야 뭐. 그 펠리시아마저 제법 고전했으니까 말이야.” “잠깐. 무슨 뜻이야?” “응? 아니. 펠리시아 테크닉이…괜찮아. 그래도 난 사라랑 하는 게 더 기분 좋아.” “으으읏….”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그렇게 말해줬지만, 그래도 사라는 펠리시아를 칭찬한 게 마음에 안 드는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날 노려봤다. 하지만 그 얼굴은 아까보다 더 빨개져서 흥분해 있었고, 입놀림도 아까보다 더 적극적이 됐다. 하여간 우리 사라도 변태라니까. 나는 계속해서 사라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쓰다듬으면서, 사라가 내 고간에 입을 붙이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여유로운 마음으로 관람했다. “됐…꺄악! 씨이! 야! 구원!” 그리고 겨우 내 바지 앞섶을 풀고 내 바지와 팬티를 입으로 물어서 내린 사라는, 발기한 내 물건에 그대로 안면을 강타 당했다. 드디어 해냈다는 달성감에 기쁨의 탄성을 지르려던 사라는 바로 인상을 찌푸리면서 날 노려봤다. 하지만 사라야. 얼굴 위에 내 물건을 올려놓은 채로 그렇게 노려봐도 전혀 무섭지 않단다. 오히려 더 흥분만 되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 왜 얼굴 위에 올려져있는 물건은 안 치우는 건데? 혹시 내가 손쓰지 말라고 해서? 너 너무 기특한 거 아니냐? 사라의 순진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방금 나한테 야라고 한 것도 쿨하게 넘어가 줄 수 있는 기분이었다. 뭐, 물론 그냥 넘어가 주지 않을 거지만. 그러고 보니 오늘 이렇게 메이드 복을 입힌 것도 원래는 요즘 나빠진 사라의 입버릇을 고쳐주기 위해서였다. 펠리시아와의 플레이를 재현하다보니 조금 목적을 잊고 있었는데, 적절한 타이밍에 사라가 다시 생각나게 해줬다는 말이다. 자기 무덤을 팠구나, 사라야. 하지만 뭐, 일단은 계속 하던 대로 해야겠지. 입버릇을 고쳐주는 건 타이밍을 봐서 노려보자. “그럼 이제 입으로 커지게 만들어.” 나는 여전히 사라의 머리 위에 손을 얹은 채로, 여유를 잃지 않고 말했다. “뭐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이렇게….” “펠리시아랑 할 때는 안 커져 있었어.” “……응…. 아음….”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듯 잠깐 침묵에 빠져있던 사라는, 아까의 그 이글이글 불타오르던 눈동자는 어디로 갔는지 무안한 듯 시선을 피하면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러니까 이 상황에서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면 내 물건에 얼굴을 비벼대는 것 같다니까. 아까와는 다르게 직접 물건에 사라의 부드러운 얼굴 감촉이 닿아서 더 흥분됐다. 그게 아니더라도 쿨하게 생겨서 절대 이런 짓 안 할 것 같은 사라가 얼굴 위에 내 물건을 올려놓고 있는 광경 자체도 흥분되기도 했고.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이제 물건이 뻐근하게 아파올 정도로 커진 내 물건이었지만, 사라는 순순히 내 물건을 커지게 만들기 위해서 입을 움직였다. “응음…읏…흐읏…아음…하앗, 어, 어때?” “좋아. 응…하지만 펠리시아는 좀 더 잘 했을지도. 내가 그만 참지 못하고 입에 싸버릴 정도로 말이야.” 내 물건을 성심성의껏 빨면서 물어보는 사라에게, 나는 일부러 도발성 멘트를 날려줬다. “후읏…으읏…!” 그러자 당연히 사라는 눈에 힘을 주고 날 노려봤지만, 역시나 흥분했는지 아랫배를 간질이는 그 콧김이 더 거세져 있었다. 얼굴도 더 앞으로 전진해서, 내 물건을 입안에 전부 담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빳빳한 물건이 목구멍까지 들어가자 눈가에 살짝 눈물을 띄우면서도, 사라는 펠리시아에게 질 수 없다는 듯이 필사적으로 혀와 입을 움직였다. 그렇게까지 안 해도 난 사라랑 하는 게 더 좋은데 말이야. 뭐,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으니 굳이 그걸 입 밖으로 내진 않을 거지만. “좋아. 그럼 슬슬….” “으음! 으으음!” 어느 정도 사라의 입을 만끽한 나는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했지만, 사라는 내 물건을 뿌리까지 입안에 문 채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응? 왜 그래?” “으음! 으으읍!” 아니. 그 상태로 말해도 안 통하니까. 그야 물론 진동이 전해져 와서 기분은 좋다만. “아, 혹시 펠리시아한테 한 것처럼 한 번 싸라고?” “으읍! 으읍!” “그럼 좀 더 열심히 하지 않으면.” “으읏…!” 고개를 끄덕이는 사라를 보고, 나는 그 머리 위에 얹은 손을 앞뒤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손이 움직이는 것과는 반대 방향으로 허리도 피스톤 운동을 시작했다. 펠리시아와 할 때는 안 했던 행동이지만, 펠리시아에게 지기 싫다는 승부욕에 불타고 있는 사라는 눈가에 눈물을 살짝 머금은 채로 내 행동을 받아줬다. “입술을 더 꽉 조이고. 혀는 좀 더 내 물건에 얽혀오듯이.” 오랜만에 내리는 내 지시에 사라는 조금 굴욕적인지 안광을 번뜩이면서도, 순순히 내 말대로 혀와 입을 움직였다. “그래. 좋아. 슬슬 쌀 수 있을 것 같아. 펠리시아는 목구멍 깊숙이 받아주던데 사라 넌 어쩔래?” “으읍! 으으읍!” 사라는 투지에 불타는 눈을 한 채 스스로 고개를 앞으로 깊숙이 전진시켰다. 내 물건을 뿌리까지 문 사라는, 그대로 강하게 흡입하여 내 물건을 폭발하게 만들었다. “흐으으읍!” 목구멍 안에서 사정을 하자, 과연 펠리시아처럼 능숙하게 전부 삼킬 수는 없었는지 사라의 두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코로 역류가 안 한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과연 나도 이번에는 조금 심했다 싶어서 허리를 빼려고 했지만, 사라는 두 팔을 뻗어서 내 허벅지를 단단히 붙잡고 놔주지 않았다. “으읏…응읏…흐읏…하앗…크읍…하앗…하앗….” 하여간 남한테 지는 건 엄청 싫어한다니까. 나는 하는 수 없이 허리를 뒤로 빼는 걸 포기하고, 사라가 입 안에 남은 정액을 전부 삼켜줄 때까지 가만히 그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하앗…다음은?” 그리고 겨우 입안에 있던 정액을 전부 삼킨 사라는 곧바로 다음 행위를 원해왔다. “펠리시아는 다 삼키고 나서 사랑스럽다는 듯 내 물건에 키스를 해주던데.” “으읏…그 여자가…! 이건 내꺼야!” “그래.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지?” “음…쪽. 쪽.” 사라는 결코 질 수 없다는 듯 내 물건 전체에 키스의 비를 내렸다. 쿨한 얼굴의 사라가 무릎을 꿇고 내 물건에 키스를 하고 있는 모습은 언제까지 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역시 사라는 이런 플레이가 너무 잘 어울린단 말이야. 절대 이런 걸 안 하게 생긴 만큼 정복욕이 충족되는 느낌이 장난 아니다. “그만. 그만 했으면 됐어. 이제 뒤로 돌아.” 하지만 그 광경을 계속 보고 있기에는 내 인내심이 버티질 못했다. 슬슬 사라의 명기도 맛보고 싶어졌다. 게다가 오늘은 펠리시아와의 행위 재현만이 목적이 아니니까 말이지. 내 명령에 사라는 순순히 침대 위로 올라가서 엎드렸다. 그러자 가느다란 허리와 잘 발달된 골반이 완벽한 곡선을 그리면서 그 자태를 뽐냈다. 펠리시아의 색기도 훌륭했지만, 이 라인만큼은 역시 사라가 최고다. 게다가 낮의 펠리시아와 마찬가지로, 사라 역시도 이미 음부가 흠뻑 젖은 상태였다. 이렇게 흥분해서는. 나는 하트 모양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찰싹 때렸다. “이래선 어디에 넣어줬으면 좋겠는지 모르겠는데. 넣어줬으면 하는 곳을 스스로 벌려봐.” “으읏!” 내가 명령조로 말하자, 잠깐 망설이던 사라는 펠리시아가 했던 것처럼 천천히 두 손을 자신의 엉덩이 쪽을 향해 뻗었다. 펠리시아와 다른 점이 있다면, 사라는 음부만을 벌린 게 아니라는 점일까. 검지와 중지는 모아서 음순을 붙잡고,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모아서 자신의 엉덩이 구멍쪽을 향해 뻗은 사라는 두 구멍을 한꺼번에 벌려온 거다. 설마 아까 망설였던 게 어딜 벌려야 할지를 망설였던 거냐. 분명 내가 넣어줬으면 하는 곳을 벌리라고 하기는 했다. 하지만 펠리시아와의 행위 재현이잖아? 보통은 음부만 벌리는 게 정상 아닐까, 사라야? 게다가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벌리는 걸 보면, 당연히 오늘도 처리는 하고 온 모양이다. 내 스킬이 있으니까 굳이 깨끗하게 할 필요는 없을 텐데. 그래도 그냥 하는 건 거부감이 있는지 항상 스스로 처리하고 오는 사라였다. 슬슬 약도 떨어졌을 텐데 괜찮은 걸까? 혹시 스스로 보충해 놓은 건가? 나중에 다시 사러 갈 때는 나도 따라가 봐야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사라의 음부에 물건 끝을 맞댔다. 그리고 질펀히 젖은 음순을 가르고 지나가듯이 물건을 앞뒤로 움직이면서, 물건 전체에 그 애액을 충분히 발랐다. “흐으읏…왜, 왜애….” “뭐가?” “모, 흐읏, 몰라서 물어?” “응. 구체적으로 말해봐. 어디에 뭘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는지.” “으읏…너, 넣어줘.” 내가 안 하던 말을 하자 이것도 역시 펠리시아와의 행위 재현이란 걸 깨달았는지, 사라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도 순순히 그 말을 입밖에 내뱉었다. 물론 그정도 말로 만족할 내가 아니었다. 나는 넣어주는 대신에, 사라의 엉덩이 위에 올려놓고 있던 손에 힘을 줘서 그 탄력 있는 엉덩이 살을 꼬집듯 잡았다. “하읏…구, 구원의 물건을 내…내 음란한 구멍에 넣어줘어….” 과연 펠리시아와는 흥분하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인지 펠리시아처럼 천박한 말은 내뱉지 않았지만, 그 사라가 이렇게까지 말했다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만족했다. 그래서 나는 사라가 원하는 대로 그 음란한 구멍에 내 물건을 넣어줬다. 엉덩이에. “흐으으응! 자, 흐읏! 거, 거기이잇…!” “여기도 벌리고 있었잖아?! 넣어달라는 거였지?!” “하, 하지만…그 여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건 펠리시아가 아니라 너야!” 응. 알아. 지금 이런 말을 해버리면 지금까지 했던 플레이는 뭐가 되냐는 말이 돼버리지. 하지만 흥분한 사라에게는 이 말로도 충분했던 모양이다. “이 음란한 메이드가! 엉덩이에 넣는 게 그렇게 좋은 거냐!” 그리고 겨우 방향전환에 성공한 나는 이제부터 본래 목적을 수행하기로 했다. 요즘 입버릇이 나빠진 사라의 훈육 말이다. “나, 하앙! 나는…!” “좋은 거지?!” “으응…! 조, 흐응! 좋아아…!” 말 대답하려는 사라의 엉덩이에 하복부를 부딪치듯이 힘껏 허리를 처넣으면서 내가 강압적인 말투로 묻자, 사라는 결국 엉덩이로 느끼는 쾌감을 순순히 인정했다. “이 변태 메이드가! 평소에 주인님을 우습게보더니! 넣어주기 전부터 이렇게 젖어서는!”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23==================== 서큐버스의 사정 허리를 열심히 앞뒤로 흔들면서, 나는 사라의 엉덩이 위에 올라가 있던 손 하나를 미끄러뜨리듯 내려서 그 음부를 강하게 자극했다. 일견 일자로 굳게 다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라의 음부였지만, 손가락으로 가볍게 누르자 흐물흐물하게 느껴질 정도로 말랑말랑하게 풀린 음순의 감촉이 느껴졌다. “자, 잠깐…! 그게 무…흐으으읏!” 갑작스런 메이드 플레이에 당황하는 사라였지만, 나는 해명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안에서 새어나오는 끈적끈적한 애액을 손가락에 휘감듯 묻히고, 흥분으로 충혈 된 사라의 음핵을 간질이듯 문질렀다. 그러자 사라는 곧바로 침대에 얼굴을 처박고 신음성을 흘렸다. 하지만 나는 그 결과에 전혀 만족할 수 없었다. 그렇게 얼굴을 가리고 있으면 안 되지. 쿨한 얼굴이 쾌감에 절은 모습을 내게 보여 달라고. “제대로 고개 들어!” “흐응…흐읏! 으으응!” 사라는 일단 내 명령대로 고개를 돌려고 하기는 했는지 목이 살짝 움직이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여전이 얼굴을 침대에 박은 채 그저 흐느낄 뿐이었다. 어쩔 수 없네. 조금만 도와주도록 할까. 나는 사라의 한쪽 팔을 붙잡고, 그대로 끌어당겨서 사라의 상체를 일으키게 만들었다. 그리고 음부를 어루만지던 손을 위로 천천히 올렸다. 음핵을 일부러 거칠게 누르면서 지나가고, 탄탄한 복부를 지나서 가슴에. 적당한 크기의 가슴을 한 번 크게 돌리듯 어루만지고, 유두를 살짝 꼬집어준 후에 다시 위로 올라간다. 섹시한 쇄골, 가늘고 긴 목을 지나, 사라의 얼굴로. 이렇게 피부를 스치면서 지나왔는데도, 사라의 음부를 만지던 내 손은 아직도 애액에 젖어있었다. 나는 그 애액에 번들거리는 손으로 사라의 볼에 대고 고개를 돌려 날 향하게 만들었다. “흐읏…! 으응! 하으으읏!” 그러자 겨우 내 눈에 들어오게 된 사라의 얼굴은, 역시나 예상대로 쾌감에 흠뻑 젖어서 평소의 쿨한 표정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좀 더 꾸짖어 주려고 한 나였지만, 사라가 그 예쁜 혀를 내미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변했다. 어쩔 수 없지. 꾸짖는 건 조금 나중에 할까. “흐읏…으읍…흐으읍…!” 내밀어진 혀를 앞니로 가볍게 깨문 후 그대로 입을 맞춰서 나도 혀를 뻗자, 바로 눈앞에 보이는 사라의 두 눈이 가느다랗다 변했다. 그래. 그래. 그렇게 좋아해주니 나도 기쁘다. “헤실헤실 웃기까지 하고는. 그렇게 엉덩이로 하는 게 좋은 거냐? 이 음란한 메이드 같으니라고!” “흐응! 잠, 그런 게…하앙!” 입으론 그렇게 말하면서도 허리를 앞으로 한 번 움직이자 다시 신음밖에 흘리지 못하는 사라였다. 그리고 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훈육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껏 바보 취급해왔던 내 물건에 정신을 못 차리는군! 이 음란한 메이드! 자, 사과해! 지금까지 바보라고 해서 죄송합니다라고!” “흐읏…! 잠, 정말…하앙! 이, 이런 거…흐응! 그 여자랑…!” 뭘 이제 와서. 방금 전 키스를 한 시점에서 이미 그런 게 아니란 걸 알잖아. 더 거슬러 올라가면 메이드라고 부른 시점에서, 아니 엉덩이에 삽입한 시점에서 이미 펠리시아와의 플레이 재현은 끝났었다고. 나는 대답하는 대신, 사라의 양 팔을 두 손으로 단단히 붙잡고 허리를 힘껏 앞으로 들이밀었다. 그리고 사라가 느끼려는 순간을 노려서, 절정 속박을 걸어버렸다. “하아아앙! 엣?! 엣?! 잠, 흐읏! 뭐야?! 뭐야 이거?!” “자, 사과해!” “하아앙! 헷?! 흐읏?! 이, 이거…! 하으읏!”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절정 속박의 감각에 무척이나 당황한 사라는 쉽사리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사라를 나는 더욱더 몰아붙이듯 허리를 흔들었다. “자, 어서!” “흐응! 미, 미안! 미안해 구워언!” 그리고 그제야 겨우 사라는 솔직하게 내게 사과를 해왔다. 물론 그걸로 만족할 내가 아니었지만. “그게 사과하는 사람 태도야?! 말투부터 틀렸잖아! 이 못 배워먹은 메이드 같으니라고!” 나는 일부러 엄하게 말하면서, 다시 한 번 하복부로 사라의 엉덩이를 때리듯이 허리를 힘차게 밀어붙였다.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의 탄력 있는 엉덩이가 물결치는 모습이 무척이나 보기 좋았다. “흐으응!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절정속박에 걸리면 절정에 달하지는 못하지만 느끼는 쾌감은 계속해서 쌓여간다. 오랜만에 느끼는 감각에 사라는 반항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순순히 내게 존댓말로 사과를 해왔다. “뭐가?! 뭐가 죄송한지 확실히 말해!” 찰싹! 내가 다시 한 번 허리로 엉덩이를 때리자, 사라는 이제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로 외쳤다. “바보라고…바보라고 해서 죄송해요!” “좋아. 잘 했어. 칭찬으로 상을 내려주지.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봐.” “푸, 풀어줘! 이거! 나, 나! 흐으응! 정말로 이상해질 것…!”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면서 그렇게 간절하는 사라. 하지만 나는 절정 속박을 풀어주는 대신에 다시 한 번 허리로 사라의 엉덩이를 때렸다. “흐으으응! 푸, 풀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흐앙! 주, 주인니임!” 음. 역시 우린 말로 하지 않아도 통하는 사이라니까. 나는 내심 흡족해하면서도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그렇게 느끼고 싶은 거냐 이 음란한 메이드!” “네! 네에! 느끼고 싶어요! 제발! 제, 하아아아앙!” 그리고 사라가 다시 한 번 애원하는 타이밍을 노려서, 나는 절정 속박을 풀어줬다. 그러자 사라가 등을 활모양으로 휘게 하면서 내게 기대어 부들부들 전신을 떨었다. 허벅지에 느껴지는 축축한 감촉으로 보아 아마 밑으론 분수도 내뿜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난 거기에 시선을 주기 보다는, 혀를 살짝 내밀고 흐물흐물 풀어진 표정을 짓고 있는 사라의 입에 입을 맞추는 것에 집중했다. “후읍…흐응…흐으읏….” 절정의 여운에 빠져서 전신에 힘도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는 혀를 꿈틀대며 어떻게든 내 키스에 응해주려고 노력했다. “하앗…하앗…이 바…하아아앙!” 얘가 아직 교육이 덜 됐네. 겨우 숨을 고른 사라가 날 향해 곱게 눈을 흘기면서 한 마디 하려고 했을 때, 나는 다시 한 번 허리를 움직였다. 이번엔 물건에 성자의 손길까지 두르고. “이 바…하앙! 씨이…! 바하아앙! 흐아아앙!” 하지만 역시나 사라. 한 번으론 굴하지 않고 끈질기게 날 바보라고 부르려고 했다. 그때마다 나는 허리를 한 번씩 움직이면서 저지했고, 사라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야아아아앙! 흐응! 이것도 안 돼?!” “당연하잖아.” “씨이…너…흐으응! 이거 펠리시아랑 한 거 아니지?!” “그야 당연하지. 걔랑 엉덩이로 즐기거나 키스하거나 할 리가 없잖아.” “바…하앙! 그, 그런 말 하는 게 아니란 거 알잖아?!” “뭐, 기본 골자는 비슷해. 이런 식으로 괴롭히면서 빨리 느끼게 만들어줬어.” “이 변…흐으응! 씨잉! 야아앙!” “야앙이라니. 사라야. 네 외모에 귀여운 척은…알았어. 귀여워. 우리 사라 귀여워. 삐지지 마.” “안 삐졌어 이 변…흐응! 야! 구원! 이, 이 정돈 애정 표현이잖아 이 바보야!” 사라의 말버릇을 고치기 위해서 뭐라고 한마디 할 때마다 허리를 움직였더니, 결국 참다못한 사라가 폭발하고 말았다.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두 눈을 꼭 감은 채 떼를 쓰듯이 그렇게 외치는 사라를 보고, 나는 살짝 귀엽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안 되지 안 돼. 이래선 훈육이 안 된다고. “그래도 정도가 있지. 너 지금 자기가 몇 번 흐느꼈는지 생각해봐라. 요즘 오빠한테 말버릇이 너무 안 좋아졌다고 생각 안 해?” “우…그, 그건…구원이 바보같은 짓만하아앙! 후읏…흐읏…흐읏….” 방금 걸로 슬슬 다시 한계를 맞이하게 된 건지, 사라는 고개를 아래로 향하고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음부를 꾸욱 조여 왔다. “좋아. 정했다. 이제부터 나한테 험한 말을 할 때마다, 오빠라고 부르면서 애교도 떨어. 그럼 나도 애정표현이라고 생각해줄게.” “바, 바보 그렇게 오빠 소리가…우읏….” 다시 한 번 날 바보라고 부른 사라는, 도중에 자신이 한 말을 눈치 챘는지 살짝 내 눈치를 살폈다. “우읏…오, 오…오오오오옹!” “늦었어.” 결국 나는 다시 한 번 허리를 움직였고, 안 그래도 한계에 몰려있던 사라는 이상한 신음소리를 내지르면서 절정에 달해버렸다. “오오옹이래. 크크큭.” “이, 이, 이, 씨, 씨잉.” “어? 야, 야. 장난이야. 귀여웠어. 울지 마.” “씨이…앞으로 절대 오빠라고 안부를 거야 이 바보야!” “야. 진짜로?” “진짜로!” “야. 그러지 말고. 우리 파티에서 네가 날 오빠라고 안 하면 대체 누가…아. 그러고 보니 실비아도 나보다 연하였지.” 애완동물 느낌이 강해서 실비아는 오빠라고 부르기보단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은 인상이기는 하지만…뭐, 생각해보니 날 오빠라고 부르는 실비아도 나쁘지 않다. “어, 어?! 야! 아앙!” 실비아의 이름이 나오자 사라가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후하핫. 사라야. 자신이 최연소라고 너무 방심하고 있었던 거 아니냐. 어린 게 너만 있는 게 아니라고. “구원 진짜 그러기야?” “뭐가?” “씨, 씨이…나도 다른 남자…흐응! 하앙! 미안! 하앙! 흐응! 하아아앙! 미안하다니까!” 이번엔 허리 움직임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사라가 몇 번이나 사과할 때까지 계속해서 허리를 움직였다. 내가 팔을 놓아주자, 녹초가 된 사라의 몸이 그대로 침대에 풀썩 쓰러질 때까지 몇 번이고. 자긴 다른 여자랑 놀면서 완전 내로남불의 쓰레기 아니냐고? 몇 번이고 말해주지. 나 쓰레기 맞아. 나는 마지막으로 허리를 힘차게 부딪치면서 동시에 사라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 때리고 그 쫄깃한 엉덩이 살을 움켜쥐었다. “반성했지?” “하앗, 하앗, 하앗, 응…. 이 바보…오빠아….” 대답을 하면서도 다시 한 번 바보라고 부른 사라지만, 결국 자신이 질 수밖에 없는 싸움이란 걸 깨달았는지 마지막에 오빠라고 덧붙였다. 내 조건은 그냥 오빠라고 부르는 게 아니라 오빠라고 부르면서 애교를 떠는 거였지만, 지금은 그러기 힘든 상태인 것 같으니까 이정도로 봐주자. “그래. 그래. 잘 했어.” 나는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흡족한 미소를 지어줬다.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멋진 해결책이다. 사라도 계속해서 날 바보라고 부르면서 자기 나름의 애정 표현을 할 수 있고, 나도 사라한테 오빠 소리 들어서 행복하고. 완벽한 win-win 관계잖아. 역시 인간관계는 상호 배려가 중요하지. “좋아. 그럼 사라야. 계속해서 메이드 플레이를 해볼까?” “하앗…하앗…뭐, 뭐어?! 그걸 계속 한다고?!” “당연하잖아. 모처럼 그런 옷도 입고 있는데. 이대로 끝나기 아깝지 않아?” “이…야! 이 바보…오빠야! 처음부터 이럴 생각으로 입힌 거지?! 생각해보니까 그 여자랑 한 거하고 그다지 관계도 없잖아!” 그걸 이제야 눈치 챘니? 하지만 이걸 어쩌나. 이제 와서 깨달아봤자 늦었는데. “그래서 싫어?” “그걸 말이라고…!” “난 사라랑 좀 더 즐기고 싶은데.” “그, 그건…가, 갑자기 느끼한 목소리 내지 마. 그런 플레이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사라야.” “우읏….” 느끼한 목소리라고 말했으면서, 그 목소리로 이름을 불러주자 얼굴을 붉히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라였다. “주인님이라고 불러봐.” “잇…하아…이 변태…주인님.” 이어지는 내 대사에 뭔가 분위기가 깨졌다는 듯 한숨을 내쉬는 사라였지만,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나에게 져줬다. “그래. 너도 결국 주인님이랑 더 즐기고 싶은 거지? 이 음란한 메이드 같으니라고!” “흐으응! 잠깐! 그 설정도 계속…흐응!” “설정? 무슨 소리야?! 자! 원하는 대로 이 주인님이 박아줄 테니까, 한 번 움직일 때마다 감사의 인사를 해라!” “흐응! 흐읏…! 으읏! 가, 감사합니다아!” 결국 우리는 밤새 메이드 플레이를 즐겼다. 이번에는 저번처럼 사라가 역습을 꽤하지도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계속 주인님으로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만족스러웠다. 역시 사라는 이런 역할이 잘 어울린단 말이지. 쿨한 얼굴 때문에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하면서 굴욕적인 표정을 짓는 게 더 돋보여서, 남자의 유전자에 새겨진 정복욕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시켜준다. 이런 애가 나만 바라보고, 심지어 이런 플레이까지 해주다니. 역시 이 세계는 최고야. 마신이건 뭐건 앞을 가로막는 건 전부 해결하고 이 생활을 영원히 즐겨주겠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기습 연참! 이번엔 끊어진 부분을 보고 예상하신 분들도 많겠지만요. 424==================== 서큐버스의 사정 그리고 다음 날. 굳이 얘기를 오래 끌 생각도 없다는 듯 우리는 다 같이 성으로 찾아왔다. 아, 물론 사라도 같이 왔다. 이번만큼은 둘이 싸울 것 같다고 해서 안 데려올 수도 없는 일이라 말이야. 그게 아니라 지난밤에 그런 짓을 해놓고 잘도 멀쩡하다고? 그야 당연하지. 아침에 일어나서 한 대 맞긴 했지만, 오늘도 나와 사라는 알콩달콩한 사이라고. “자, 그럼. 공주. 이 몸도 대략적인 얘기는 낭군님에게 들었네.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지? 어디 자세한 얘기를 들려주겠나?” 우선 가볍게 인사를 나눈 후, 디아나는 곧장 주제부터 얘기했다. “자, 자세한 얘기요?” 펠리시아는 이렇게 우리가 단체로 찾아올 거라곤 생각도 못했던 건지, 드물게도 얼굴에 당황한 게 드러나 있었다. 아니. 그냥 디아나가 상대라 그런 것뿐인가? 이 자유분방한 공주도 디아나 상대로는 의외로 엄청 공손하니까 말이야. 그냥 디아나의 힘에 눌린 것처럼 보이지는 않고, 어렸을 때 디아나가 가정교사를 했었단 것과 관계가 있는 걸까? “하지만 자세한 얘기라면 어제 구원씨에게 전부 했는걸요. 어떤 얘기가 듣고 싶으신 건가요?” 저거 봐. 디아나 앞에선 자기라고 하지도 않고. 쟨 거의 처음 만났을 때부터 계속 자기자기 거리고 있었으니까 저런 식으로 이름으로 불리는 게 오히려 어색한 기분마저 들었다. 이게 바로 세뇌교육의 힘이란 건가. “당신 종족에 관한 얘기에요. 물론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지만, 그럼 당신이 한 제안은 그대로 결렬이에요.” 펠리시아의 질문에 옆에서 맘에 안 든다는 눈초리로 노려보던 사라가 톡 쏘는 말투로 그렇게 내뱉었다. 얼핏 보면 그냥 빨리 협상 결렬시키고 싶어서 나선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건 디아나를 배려한 행위이기도 하다. 디아나마저 공주의 종족을 몰랐던 걸 보면 아마 왕가는 그 종족을 비밀로 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걸 디아나가 물어보면 힘으로 눌러서 캐내려는 걸로밖에 안 보일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상대하기 쉬울 사라가 나서서 선택권을 준 거다. 자신의 종족에 대해 밝히고 협상을 계속할지, 아니면 계속 종족에 대한 비밀을 유지한 채 협상을 결렬시킬지. 하여간 우리 사라는 마음씨도 곱다니까.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사라의 엉덩이 위, 사도 인장이 있는 곳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사라가 펠리시아를 바라보던 날카로운 눈을 내게 향했지만, 그래도 내 손을 치우려고 하진 않았다. “종족? 그걸 어떻게…아아, 과연….” 사라의 말에 더 당황한 표정을 보인 펠리시아였지만, 이내 내게 시선을 돌리면서 평소대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표정으로 돌아왔다. 쟨 무표정도 아니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단 말이야. 저것도 일종의 재능이라면 재능인가. “그래. 난 남의 종족명도 보이거든. 그리고 네 종족의 특징에 따라 이번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할 모양이야.” “자, 당신은 정말 재주도 많네. 으음…. 그렇네요.” 펠리시아는 잠깐 턱에 손을 괴고 생각에 잠기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말 그대로 잠깐에 불과했고, 곧바로 펠리시아는 특유의 그 유혹하는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우릴 쳐다봤다. “뭐, 내가 먼저 말 한 것도 아니고. 어차피 들킨 거니까 상관없나. 알았어요. 말 할게. 그럼 방으로 갈까요?” 디아나도 몰랐을 정도면 상당히 중요한 비밀 아닌가? 뭔가 엄청 가벼운 태도네. 펠리시아는 우리에게 손짓하여 어떤 방으로 안내했다. 거기서 시중을 들던 메이드나 곁을 지키던 기사들도 모두 물리고, 펠리시아는 우릴 다시 쳐다봤다. 아, 참고로 기사를 물렸다곤 해지만 당연히 실비아는 물리지 않았다. 실비아도 우리랑 같이 있다고. 그것도 바로 내 품 안에. “으아우아우우우우….” “후훗. 그래서, 제 종족의 어떤 점이 알고 싶은가요?” 펠리시아는 내 품에 있는 실비아를 보고 정말 즐겁다는 듯 꾸밈없는 미소를 한 번 지어보이더니,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섹스랑 관련 있는 종족이잖아. 일단 알고 있는 특징 전부 말해봐.” “어머, 섹스랑 관련 있다는 것까지 알다니. 종족명만 아는 게 아니었어?” “내가 있던 세계에도 같은 이름이 종족이 있어서 말이야. 특징이 완전히 같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과연. 정말로 숨겨도 소용없다는 거네. 그래. 알았어. 그러네. 어디부터 말하면 좋을까. 우선 알다시피 섹스에 관련 있는 종족이야. 본능적으로 섹스를 좋아하고, 그로 인해 상승하는 능력도 남들보다 많아. 뭐, 말하자면 여신님의 축복을 한 몸에 받은 종족이라고 할 수 있겠네. 물론 그에 따른 패널티도 있기는 하지만.” 그리고 서큐버스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 펠리시아는 곧장 우리가 했던 예상 하나를 깨부쉈다. “여신님의 축복?” “응? 그게 놀랄 일이야? 당연한 얘기라고 생각하는데.” 내 반응에 펠리시아는 정말로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야? 전쟁신 관련 종족이 아니었어? “혹시 그에 대해서 전해져 내려오는 신화라든가 그런 거 있어?” “물론 있어. 여신님이 세상을 창조하실 때 가장 처음 만드신, 그리고 가장 공을 들이신 종족이 우리 왕가의 핏줄이라고.” 용사 가문도 뭔가 전해져 내려오는 얘기가 있었으니 혹시나 해서 물어봤던 거지만,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여신관련이었다. 펠리시아의 대답을 듣고 다들, 특히 사라, 디아나, 레이아가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 펠리시아가 전쟁신 관련 종족이었으면 여신님의 명에 의해 사도 임명을 해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었으니까 말이야.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우리 애들은 내가 다른 애한테 사도 임명을 해야하는 상황이 싫었던 거다. 뭐, 당연한 얘기지만. 애초에 내가 다른 여자와 섹스 하는 걸 허락해준 것도, 사도 임명은 자신들에게만 했다는 심적으로 기댈 곳이 있으니 가능한 거였을 테니까. “으응?” 방금 자신의 발언으로 인해 자신이 한 제안을 받아들여야할 이유가 하나 없어졌다는 걸 모르는 펠리시아는, 그런 우리 애들의 반응을 보고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아무튼 그래서. 그렇게 여신님의 축복을 받은 종족인데 왜 다른 사람들한테 밝히지 않은 거야? 오히려 동네방네 떠들고 다니면서 널리 알려야 좋은 거 아니야? 디아나도 모르고 있었을 정도면 숨긴 거 맞지? 뭔가 이유라도 있어?” “그게 생각처럼 그리 쉬운 얘기가 아니야. 아까도 말했지만 패널티가 있어서 말이야. 말하자면 우리 왕가의 약점. 그것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밀로 하고 있었다는 얘기.” “혹시 우리한테 말 해줄 수 있어?” “대충 눈치 채고 있잖아? 성욕이야. 우린 섹스를 안 하면 안 할수록 성욕이 무한대로 커져가서 말이야. 어렸을 땐 괜찮지만, 성인이 된 후 한 달 정도 섹스를 안 하면 아마 미쳐버리는 거 아닐까? 뭐, 정확히 말하자면 조건이 섹스인 건 아니지만.” “뭐?! 야. 잠깐. 그럼 우리 내기는?! 너 어떻게 버틴 건데?! 설마 나한테 사기 친 거야?!” “어머. 사람을 뭐로 보고. 사기 같은 거 안 쳤어. 정말로 나 몸이 달아올라서 고생했단 말이야. 아까도 말했다시피 정확한 조건은 섹스가 아니거든. 정확한 조건은 정액이야. 마시든 안에 싸든 하게 해서 정액을 몸 안에 받아들이지 않으면 결국 성욕에 미쳐버려. 뭐, 섹스가 아니면 애초에 볼 일도 없는 물건이니까 결국 조건은 섹스나 마찬가지인 거지.” “잠깐만. 그럼 나랑 내기하는 동안은….” “마셨어. 그것도 당신이 싫어할까봐 내가 직접 뽑지도 않고 굳이 남을 시켜 가져오게 해서. 우리 왕가의 약점을 들킬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그렇게 한 거란 말이야. 그것 때문에 어머니도 그렇게 화를 내시고. 어때? 나 기특하지?” “잠깐만요. 이상하잖아요. 앞뒤가 안 맞아. 그치만 당신, 구원을 좋아하는 거 아니라면서요?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죠? 역시 구원을 좋아하지 않는 다는 건 거짓말….” “어머. 그야 당연하잖아. 구원씨 정액, 굉장한걸.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성욕이 완전히 머릿속에서 사라진다는 걸 처음 경험해봤는걸. 그런 걸 맛보면, 어떻게 해서든 다시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해버리지 않겠어?” “그, 그게 정말인가요?” “그래요. 사실 전 다른 사람보다도 왕가의 피가 진한 모양이라서 말이죠. 아무리 정액을 마셔도 성욕이 완전히 사라진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웬걸? 당신과 섹스를 한 번 하고 나니까 완전히 성욕이 사라졌었단 말이죠. 제가 구원씨와 섹스를 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그뿐이에요.” “여왕과의 협상도 결국 그걸 빌미로 할 생각이었나.” “역시 디아나님. 네. 맞아요. 구원씨와 정기적으로 섹스를 하게 되면 제 국정능력도 지금보다 훨씬 향상될 테니까요.” “…하지만 결국 구원이 없더라도 일상생활에 문제는 없는 거잖아요? 그러면 굳이 구원이 구해줄 필요는 없어 보이네요. 레이아, 역시….” 펠리시아의 대답에, 사라는 냉정하게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자, 잠깐! 이쪽의 약점은 전부 들어놓고 그건 너무한 거 아니야?” 그리고 그런 사라의 반응을 보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부 파악한 듯, 펠리시아가 바로 태클을 걸었다. “처음부터 판단을 들어보고 한다고 했었는데요?” “하, 하지만…나 구원씨와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전부 솔직히 말했는데. 그런 섹스를 알아버린 이상, 이제 다른 남자로는 만족 못해. 구원씨가 정기적으로 해주지 않으면 아마 평생 성욕에 미쳐서 24시간 섹스만 하고 지내는 폐인이 되어버릴 거야. 부탁이야. 부탁해요. 다시 생각해줄 수 없을까요?” 그리고 갑작스레 저런 애절한 반응까지. 솔직히 말해서 사라한테는 씨알도 안 먹힐 행동이었지만, 그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이 다른 둘에게는 확실히 먹혔다. 바로 디아나와 레이아에게 말이다. 레이아는 애초에 동병상련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데다가 정에 약하기까지 하니까 펠리시아의 감정 호소가 먹히는 것도 이해한다. 하지만 디아나는 조금 의외였다. 실비아 때도 그랬고, 역시 잠시라고는 하나 가정교사 노릇을 했던 것 때문에 마냥 냉정하게 대할 수는 없는 걸까? 아니. 애초에 잠시라는 것도 디아나 기준이잖아. 디아나의 나이를…아니 아무튼 내 생각보다 의외로 꽤나 오래 같이 지냈을 가능성도 있을지도. 그렇게 생각하면 펠리시아의 디아나에게 유독 공손한 저 태도도 이해가 간다. “안 될까요?” “으으음. 잠깐, 잠깐 이 몸들끼리 토론 좀 하겠네.” 결국 디아나는, 귀여운 옛 제자의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그렇게 말하고 말았다. 그리고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 거기에 실비아와 마틸다까지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쑥덕대기 시작했다. 나? 괜히 내가 끼어들어서 의견을 말해봤자 판단만 더 흐려지게 만들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냥 끼어들지 않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힐끔 펠리시아를 보자, 눈이 마주친 펠리시아는 내게 요염한 눈웃음을 지어보였다. 아까의 그 애절한 모습은 어디로 간 건지. “너 방금 그거 연기였냐?” “어머. 그럴 리가. 난 언제라도 진심이야. 자기 정액 없이는 정말 견디기 힘들어진 것도 포함해서. 하지만 너무 불안해하고만 있어도 어쩔 수 없잖아? 인생, 되는 대로 되는 거야.” 색정광 주제에 현자라도 된 것처럼 말하지 마라. 아니. 나랑 하면 성욕이 없어진다고 했지. 진짜 어제 나랑 해서 현자 타임이라도 왔나? “그렇게 내 정액이 좋으면 매번 사람 시켜서 보내줄까?” “안 돼. 안 돼. 그걸론 효과가 너무 약해. 말 했잖아? 내기하는 동안 사람 시켜서 가져온 정액을 마셨는데도 미치는 줄 알았다고. 역시 직접 짜낸 게 아니면 효과가 약하단 말이지.” “사람 정액을 소한테 젖 짜내는 것처럼 말하지 마라.” “어머. 후훗. 미안.” 나랑 펠리시아가 시답잖은 얘기를 하는 동안, 열심히 토론하던 모두가 결론을 내렸다는 듯 고개를 들었다. “공주. 자네가 원하는 건 구원의 정액으로 정신이 맑아지는 게지? 그럼 일주일에 한 번이나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네만.” “네? 하지만 그 정도는 하지 않으면….” “어차피 자네는 이 자와 딱 한 번 하고도 일주일은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한 것 아닌가?” “네?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이 자는 사정을 제한 없이 계속 할 수 있네.” 아니. 일단 그거 정기 써서 회복하는 건데 말이야. 힐링 섹스로 한 번 쌀 동안 그만큼 회복이 되니까 완전 틀린 말이 아니기는 하지만. “네에에에?!” 디아나의 말을 듣고, 펠리시아는 지금까지 본 것 중에 가장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날 쳐다봤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25==================== 서큐버스의 사정 “게다가 이 자는 원래 한 번 할 때 한두 번의 사정으로 만족하지 않네. 자네와 할 때는 굳이 한두 번만 하고 그만 둔 모양이네만.” “혹시 자기…구원씨도 여신님의 축복을 받은 이후로는 성욕이 끊이지 않는 거야?!” 아냐. 인마. 그런 동질감 느끼는 눈으로 쳐다보지 마. 종족 특성으로 어쩔 수 없이 성욕을 느끼는 애랑 비슷한 수준의 성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면 스스로도 조금 자괴감 드니까. “아무튼 정말로 공주의 목적이 종족 특성으로 인해 생기는 성욕의 해소라면, 이 자와의 관계 빈도를 더 줄여도 상관없을 거라는 걸세.” “네! 그런 거라면 전혀 상관없어요!” 펠리시아는 반짝반짝 빛나는 시선을 내게서 때지 않은 채,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흠. 어떤가. 이 몸이 보기엔 정말로 이 자에게 마음이 없는 걸로 보이네만.” 어쩐지. 펠리시아가 들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정보를 왜 이리 순순히 말하나 했더니, 아무래도 펠리시아를 떠본 거였던 모양이다. “그럼요. 저도 디아나님의 남자에게 사랑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판단력은 있어요.” 아니. 사랑은 그런 이성적인 판단력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정말로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성에게 사랑이란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는 걸까? “으그극…. 그, 그럼 성욕을 참을 수 있는 정도라면….” 사라도 나와 똑같은 감상을 느낀 건지, 그제야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렇게 내뱉었다. 디아나와 레이아는 별 말 없는 거 보면, 사라 혼자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던 걸까? “어머, 정말로요?!” 사라가 허락해준 것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펠리시아가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번만큼은 나도 펠리시아의 감상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밖에 없겠군. 전에 난 분명히 말했다. 난 아무래도 좋으니 우리 너희 결정에 따르겠다고. 하지만 한 가지 조건도 걸었다.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이 일은 없던 걸로 하겠다고. 솔직히 말해서 분명 누구 하나는 반대해서 없던 일이 될 줄 알았는데. 설마 사라마저 찬성을 할 줄이야. “흥! 당신 때문에 허락해주는 게 아니니까 착각하지 말아요!” 말만 들어보면 사라가 내게 보여주던 그 성격이 다시 발동한 거라고 오해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런 거 아니다. 사라의 표정을 보면 진짜로 펠리시아 때문이 아니라는 건 명백했다. 그 시선은 레이아를 향하고 있었다. “레이아를 신경써준 거야?” “구원까지…. 당연하잖아.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도 그 정도는 신경 쓴다고.” 그럼. 알지. 네가 생긴 거랑 다르게 착해 빠졌다는 것 정도는. 그래도 펠리시아랑 워낙 사이가 안 좋으니까 조금 의외였을 뿐이야. 게다가 대안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아니. 효율이 떨어지더라도 그냥 정액을 보내는 선에서 타협하자고 할 줄 알았어.” “바보. 그렇게 되면 정작 우리하고 즐기는 횟수가 줄어버리잖아.” “응? 아니. 디아나 말대로 어차피 무한이니까….” “구원. 혼자서 쌀 수 있어?” “…….” 아. 응.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네. 생각해보니 사라하고 디아나와 관계를 맺게 된 이후로 자위란 걸 해본 기억이 없었다. …나 진짜 자위로 쌀 수, 아니 느낄 수 있긴 할까? 아니. 못 느낀다고 해도 별로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그럼 우리랑 할 때 싸야한다는 말인데, 그럼 구원이 쌀 때마다 저 여자를 위해 정액을 모아둬야 되는 거잖아? 제대로 사랑하는데 집중할 수도 없고, 심지어 모처럼 구원이랑 보내는 시간이 저 여자를 위한 것처럼 되어버리잖아. 그런 거 최악이야. 그럴 거면 차라리 그냥 가끔 빌려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사라야 너…크흑. 이 오빠는 감동했다. 방금 바보라고 한 건 이번 한 번만 용서해줄게.” 역시 얘도 참 날 너무 좋아해서 큰일이라니까. 나는 사라를 꽉 끌어안고 감동에 벅차올랐다. “저기…둘만의 세계에 빠져있는 와중에 미안한데, 레이아씨를 신경써주다니 무슨 말이야?” 그리고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펠리시아가 우릴 보면서 그런 질문을 던져왔다. “사실 저도 비슷한 처지거든요. 그래서 공주님의 그 기분 잘 알아요. 많이 힘드셨죠?” 크윽. 역시 레이아야. 어쩜 저렇게 천사 같을 수 있을까. “네, 네에? 같은 처지? 그, 그렇군요. 어제는 죄송했어요. 그리고 그런 태도를 보인 제게 이렇게 아량을 베풀어주신 점, 정말 감사드려요.” “아, 아뇨. 아량이라니…그런….” 그 펠리시아마저도 천사님의 천사다움에 감화된 건지, 절로 감사와 사죄의 말을 하게 됐다. 역시 천사님이야.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모든 사람들을 정화한다고 할까. 이쯤되면 어제 만나자마자 천사님의 천사다움을 못 알아본 펠리시아가 신기한 수준이다. “하아…. 게다가 저런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도 여신님이 구원에게 내린 사명 중 하나일지도 모를 일이고. 정말로 성자를 좋아하게 돼서 손해만 본다니까.” 부끄럽다는 듯 내 가슴을 밀치고 벗어난 사라는 조금 쑥스럽다는 듯 시선을 돌리면서 말했다. “여신님의 사명이라니. 너 그렇게 신앙심 투철했던가?” “이, 당연하잖아 이 바보야! 너랑 만난 것도 난 여신님의…!” “응? 나랑 만난 것도?” “읏…아무것도 아니야.” “뭔데? 설마 여신님이 이끌어준 운명 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우리 사라 의외로 소녀 감성이….” “아,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잖아 이 바보야!” 하여간 귀엽다니까. 설마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줄이야. 그래. 사라야. 나도 널 만난 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뭐, 그건 그거고 따질 건 따져야지. “사라야. 너 지금 바보라고 두 번 했다.” “아….” “한 번으로 봐줄게. 자, 컴 온.” “자, 잠깐. 여기서?” “당연하지. 나중으로 미루면 까먹어서 안 돼.” “읏…미, 미안 오빠아….” 주변을 둘러보며 필사적으로 저항해보려한 사라였지만, 내 계속되는 강압에 결국 얼굴을 붉히면서 조그만 목소릴 아양을 떨었다. “…사라양. 이 자에게 드디어 약점이라도 잡혔는가?”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디아나의 감상은 이랬다. “야. 디아나. 너 너무하지 않냐.” “크홈. 아무튼 그래서 공주. 이 자와 정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조건을 허락해 줄 수도 있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아닐세. 나중에 한 번 해보고, 그걸로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 알려주게. 사실대로 솔직히 말일세. 그걸로 기간을 조정하겠네.” 야. 말 돌리지 마라. “네, 네! 그럴게요! 정말 감사드려요 여러분!” 펠리시아는 마치 내가 파티원으로 받아주겠다고 했을 때의 실비아를 연상케 하는 미소를 지으면서, 허리를 깊숙이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 역시 전혀 다른 것 같으면서 은근 닮은 데가 있는 친구사이라니까. “이번엔 사기 같은 거 치지 말고 솔직히 말하라고.” “어머. 너무해. 내가 언제 사기를 쳤다고 그래.” 얘가 허락해준다니까 또 기가 살아서 시치미를 떼네. “매혹으로 조종하려고 들었잖아.” “그거야….” “잠깐 기다려.” 그렇게 훈훈하게 마무리 되려는 우리 사이에, 다시 한 번 사라가 끼어들었다. “응?” “매혹? 조종? 무슨 소리야?” “이제 와서 뭘. 어제도 말했잖…아.” 그러고 보니 말한 직후에 펠리시아가 서큐버스란 걸로 화제가 넘어가서 전혀 언급이 안 되고 있었다. “역시 난 반대야! 이 얘긴 전부 없었던 걸로 해!” “자, 잠깐! 그런!” “뭐요?!” “읏….” 우와. 사라 굉장해. 저 펠리시아의 기가 눌렸어. “하, 하지만 디아나님? 레이아씨?” 펠리시아는 도움을 요청하듯 디아나와 레이아를 쳐다봤지만, 둘 다 아까같이 펠리시아를 동정하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 분위기를 느낀 펠리시아는 당황한 얼굴로 변명을 시작했다. “하, 하지만 매혹은 그게…종족 특성상 이성분과 얘기를 하다보면 가끔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발동될 때가 있어서….” 이런다니까. 머리 좋은 애들의 특징이랄까. 끝까지 어떻게든 변명을 해서 위기를 넘기려고 한다.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너 그때 말투를 생각해보면 나한텐 의도적으로 건 거 맞잖아.” “읏….” 내 말에 우리 애들의 시선이 더 강렬해졌고, 펠리시아는 결국 변명을 멈추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미….” 평정심이 깨져서 어쩔 줄 몰라 하던 펠리시아는, 결국 다시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미안해요. 그러니까 제발, 제발 없던 일로 하지 말아주세요. 저 정말로 이 사람의 정액이 아니면…. 부탁드립니다. 이제 다시는 매혹을 걸지 않겠어요. 그러니 제발 조금이라도 좋으니 나눠주세요.” 여유로운 태도를 완전히 버린 펠리시아는 아까보다 더 필사적이 되어서 협상이고 뭐고 전부 내팽개치고 그저 감정에만 호소할 뿐이었다. “공주. 혹시 이 몸들에게 아직 숨기는 게 남아있는가?” 그 너무도 필사적인 태도에 뭔가 걸리는 게 있는 건지, 디아나가 굳은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읏….” 펠리시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모든 걸 고백하겠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희 왕가 사람들은 어렸을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점차 성욕이 더 강해져요. 하지만 전 피가 진해서 그런 건지, 지금도 계속해서 성욕이 강해져가는 중이에요. 아직은 이성으로 억누르고 버틸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이대로 계속해서 성욕이 강해져 가면 전…. 부탁이에요. 제발요. 매혹을 건 것도 그저 너무 조급해져서 그런 것뿐이었어요. 앞으론 다시 그러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게요. 그 외에도 바라는 게 있다면 뭐든 할게요. 그러니 제발….” 자신의 약점을 완전히 드러낸 펠리시아는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몇 번이고 우리에게 부탁을 해왔다. “…그런 사정이….” “확실히 매혹을 걸었다 뿐 제안 자체가 이 자에게 불리한 조건은 아니었네만….” 그 필사적인 모습에 다시 마음이 흔들린 건지, 레이아와 디아나는 조금 생각하는 표정이 됐다. 하지만 나 이외의 사람들에겐 얼마든지 쿨해질 수 있는 사라는 달랐다. “그래도 난 용서 못해요. 앞으로 안하겠다고 약속한다니. 그 말을 어떻게 믿죠?” “흑…제발 부탁드려요. 그거에 관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믿어달라고 말하는 것 밖에 없어요.” 펠리시아는 이제 허리를 숙일 뿐만 아니라, 아예 바닥에 조아려서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과연 공주가 그렇게까지 나오자 사라도 당황했는지, 표정이 당혹에 물들었다. “앞으로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여러분들에 대한 원조도 아끼지 않겠어요. 물론 디아나님이 계시니 지금은 그다지 필요 없을 수도 있겠지만, 저도 여왕이 될 몸. 언젠가는 분명 제가 도움이 될 날이 올 거예요. 그러니 제발 부탁드립니다.” 발을 핥으라면 핥을 수준으로, 펠리시아는 간곡하게 부탁을 해왔다. 밑천을 완전히 드러내보이니까 장난 아니네. 그럼 지금까지 여유로운 척 했던 게 전부 연기였단 건가. 그건 또 그거대로 대단하네. “사라. 어쩔래? 네가 싫다면 난 안 할 건데.” “바, 이런 거 나한테….” 난데없이 최종결정권자가 되어버린 사라는, 거의 울 것 같은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남이 사과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좀 더 당당히 있으라고. 생긴 거랑 다르게 정이 많다니까. 아무튼 사라의 말도 지당했다. 이런 선택을 사라한테 떠넘기는 것도 좀 그런가. 어쩔 수 없지. 나중에 욕 좀 먹을 수도 있겠지만, 마지막은 내가 정하기로 할까. 어차피 당사자는 나이기도 하고. “펠리시아. 일어나. 알았어. 너랑 정기적으로 섹스를 해줄게.” “구원?!” “미안. 너희 말에 따르겠다고 해놓고 내가 멋대로 정해서. 그래도 말이지, 아무리 이런 애라도 이대로 그냥 내버려두긴 불쌍하잖아. 난 그렇게 못할 것 같아. 미안해.” “아, 아니. 그렇게 사과할 건….” 아니. 이건 사과할 게 맞는 것 같은데. 이유는 어쨌든 다른 여자랑 정기적으로 섹스를 하겠다고 하는 거니까. “그러니까 펠리시아. 그만 일어나.” “저, 정말로?” 겨우 고개를 든 펠리시아는, 의외로 울고 있기까지 했다. 우와. 진짜냐. 대체 얼마나 절박했던 거야. 뭔가 좀 다르게 보이네. “그래. 주기가 한 달에 한 번이 될지, 두 달에 한 번이 될지는 모르지만.” “응. 응! 그걸로 충분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게다가 존댓말까지. 안 그러던 애가 이러니까 뭔가 기분이 묘하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역시나 어제 연참은 예상하고 계신 분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과연 이 시간에 하는 예약 연재도 예상하신 분이 계실까? 기습을 위해 마나까지 투자했습니다. 426==================== 서큐버스의 사정 “어휴. 아무튼 한 건 해결됐으니 우린 이만 돌아….” “구원. 영상은?” 앗차. 어느새 펠리시아를 구원해줄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얘기가 주제가 돼서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이거 원래 영상을 위해서 교섭하는 자리였지. 응. 알아. 바보란 소리 들어도 할 말이 없는 거 잘 아니까 그런 눈으로 보지 마라. 그 후로 얘기를 나눠본 결과, 영상은 후일 다시 와서 찍기로 했다. 영상을 찍기위한 준비도 필요하고, 펠리시아가 그 사이에 보급을 위한 토대도 다져놓는다는 모양이었다. 뭔가 남 일처럼 얘기하는 이유는, 내가 대화에 끼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아나랑 둘이서 어떤 도구를 준비하고 어쩌고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말이야. 중간부터는 어째선지 마틸다까지 끼어서 뭔가 토론을 하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펠리시아는 둘째 치고, 디아나와 마틸다라면 충분히 알아서 잘 해주겠지. …지금 내 발언, 엄청나게 기둥서방 같지 않았냐? 아냐. 그렇지 않아. 난 기둥서방이 아냐. 일단 돈도 제대로 벌고 있다고. …저택에서의 호화로운 생활수준에 걸 맞는 만큼 벌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할 말이 없지만. 다음부턴 던전에서 좀 더 힘내자. 나는 살짝 자괴감이 드는 생각을 떨쳐버리듯, 품에 안긴 실비아의 몸을 더욱더 꽉 껴안았다. “흐아아아아아….” 흐물흐물하게 반쯤 녹아내려있는 실비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면서 기분 좋은 진동을 내게 전달해줬다. 하아. 역시 진동은 좋아. 몸에 스며드는 기분이야. 기껏해야 며칠 지나지도 않았지만, 하루 한 번은 꼭 맛보던 감촉을 못 느끼게 됐던 것이다 보니 무척이나 오랜만처럼 느껴졌다. 끌어안는 것만이 아니라 이왕이면 머리에 볼을 부비부비 하거나, 전신을 쓰담쓰담하면서 귀여워해주고 싶었지만, 그건 지금은 좀 참기로 했다. 아니. 우리 애들이 질투할까봐 그러는 게 아니다. 요즘 내가 실비아을 이런 취급하는 게 익숙해진 건지, 아니면 실비아 자체가 특별 취급인 건지, 다들 실비아한테는 질투를 안 하게 됐단 말이지. 그러니까 지금도 이렇게 맘 놓고 껴안고 있을 수 있는 거고. “아무튼 그럼 그런 걸로. 나중에 봐.” “네. 이번에는 은혜를 베풀어주신 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믿기기 힘들지만, 펠리시아는 내가 섹스를 해주겠다고 한 이후로 계속 저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구원님?” “야.” “네.” “그냥 평소대로 말해라.” “…정…말?” “그래. 안 그러던 애가 갑자기 그러니까 소름끼친다, 야.” “어머, 아무리 그래도 레이디에게 소름끼친다니. 너무한 거 아냐?” 평소대로 하라고 했다고 바로 태도 바뀌는 거 봐라. 아니. 차라리 이게 낫지만 말이다. “하아. 아무튼 우린 간다. 그리고….” “으아아아….” 내가 실비아를 앞으로 내밀어 보여주자, 반쯤 시체가 된 실비아가 멍하니 초점이 맞지 않는 눈을 한 채 바르르 떨었다. “얘도 이제 데려간다. 여왕과의 관계는 이제 알아서 처리할 수 있지?” 실은 영상보다 이게 더 중요한 문제기도 했다. 영상은 남이랑 찍어도 상관없다지만, 여왕과의 문제가 해결 안 되면 우리 실비아를 계속 성에 맡겨둔 상태가 되어버리니 말이다. 물론 내가 명령하면 실비아도 돌아오겠지만, 아마 그렇게 하면 실비아의 맘이 편치 않겠지. “응. 문제없어. 실비아. 도와줘서 고마웠어.” 펠리시아는 내 품에 안긴 실비아를 쳐다보면서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실비아한테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 태도가 다른 펠리시아의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둘은 정말로 친해 보이니까 말이다. 실비아도 펠리시아도 서로에게 완전히 마음을 열어놓고 있다는 게 팍팍 느껴졌다. 뭐, 그래도 그 실비아는 지금 펠리시아의 감사인사에 대답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지만. “으아우…우아으아으….” 내가 며칠 만에 맛보는 실비아의 진동에 취해있었던 것처럼, 실비아도 며칠 만에 안기게 된 내 품이 더 각별하게 느껴지는 건지 평소보다 반응이 더 격렬했다. 얘 나랑 아무리 지나도 익숙해질 기미조차 안 보인 주제에, 떨어져있으면 또 내성이 떨어지는구나. 아니. 여기서 내성이 더 떨어지면 대체 어쩌자는 얘기가 되어버리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는 무사히 실비아를 탈환하고 저택으로 돌아가게 됐다. “하아…결국 그 여자랑 하는 걸 허락해버렸네. 뭔가 복잡한 기분이야.” “이 몸도 마찬가지일세. 하지만 그 공주가 그런 문제를 안고 있었다니…. 혹시 실비아양은 알고 있었는가?” “저, 저어, 느으은…!” 물론 디아나의 물음에 실비아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쳇. 어쩔 수 없나. 잠깐만 해방시켜줄까. “흐앗! 하앗! 하앗! 후아앗! 하앗! 저, 저만, 후읏, 아마 저만 알고 있었을 겁니다. 지금도 여전히 펠리시아의 성욕이 증가하고 있단 사실은 아마 여왕님도 모르실 겁니다.” “역시 그렇구먼. 그게 알려지면 여왕의 자리는 물 건너 간 것일 테니 말일세.” “실비아씨도 그렇고, 세계에는 저 말고도 성에 관한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분들이 그렇게 많았던 거군요. 그렇다면 저희도 구원….” “레, 레이아!” 레이아가 복잡한 표정으로 뭔가 말 하려고 했을 때, 사라가 당황한 목소리로 레이아의 이름을 외쳤다. “아, 아앗! 네. 물론 저도 그런 건 싫지만요. 앞으론 이런 일이 없는 게 최선이지만, 그래도….” 레이아는 뭔가 알 수 없는 얘기를 하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얘기야?” “구원은 몰라도 돼! 자, 여기 실비아나 계속 안고 있어!” “히야아아앗!” 설마 사라한테 기습을 당할 줄 몰랐는지, 실비아는 오늘 최고로 큰 비명을 질렀다. “야. 사라야. 아무리 그래도 너 실비아 취급이 너무…하아. 역시 진동이 최고야.” “…….” “뭐야. 그 눈은. 부러워? 그래도 안 빌려줄 거야.” “…맘대로 해.” 후훗. 아닌 척 하기는. 그야 부럽겠지. 자동 전신 안마기 실비아 1호는 최고니까 말이야. 이거 만약 양산 가능하면 엄청나게 팔릴 거다. 뭐,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거니까 그만큼 더 가치가 있는 거지만. “하아…자네도 참…가끔 머리가 잘 돌아갈 때도 있는데 말일세.” 야. 그렇게 말하면 평소에는 머리가 안 돌아간다는 말 같잖아. 뭐, 가끔 안돌아갈 때가 있다는 걸 부정은 안 하겠지만 말이야. “섹스할 때랑 너희 걱정을 할 때는 쌩쌩 돌아가니까 괜찮아.” “그게 괜찮은 건가?” “너희 걱정을 할 때만 제대로 돌아가면 아무 문제없잖아?” “그, 그건 그렇네만…다른 때도 더 돌아가면 좋지 않나.” 훗. 부끄러워하기는. “그래서 싫어?” “시, 싫은 건 아니네만….” “그럼 됐잖아. 평소엔 나 대신 디아나가 머리를 써주고. 난 디아나랑 떨어질 생각 없으니까 그걸로 된 거야.” “뭔가 달콤한 말로 속아 넘어가는 기분이네만.”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는 꽤나 기분이 좋아져서 내 옆에 허벅지가 찰싹 붙을 정도로 밀착하고 앉아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실비아 진동 때문에 거기 머리 기대고 있으면 꽤 불편할 텐데 말이야. 괜찮을까? 아무튼 그런 대화를 하는 사이에, 마차는 저택에 도착했다. 펠리시아의 진한 캐릭터성도 합쳐져서 뭔가 성에서 엄청나게 오래 시간을 보낸 것 같지만, 실은 우리가 성에 있었던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바로 성에 갔던 것도 있어서, 저택에 돌아온 지금도 아직 해가 머리 위에 떠있는 대낮이었다. “좋아. 실비아.” 나는 일단 실비아와의 원활한 대화를 위해서 실비아를 떼어놓고 말했다. “흐아…네에…?” “너 조금 안 본 사이에 면역력이 더 떨어진 거 아니야? 아무리 특훈해도 면역 같은 거 안 생겼던 주제에.” “우…죄, 죄송합니다아….” “괜찮아. 걱정하지 마. 그런 널 위해서 내가 비장의 특훈법을 준비했으니까.” “또 무슨 방법으로 실비아를 괴롭히려고.” “괴롭히다니! 내가 우리 귀여운 실비아를 괴롭힐 리 없잖아!” “우아으으….” 야. 실비아야. 아무리 그래도 신체 접촉도 없이 행복사하려고 하는 건 그만둬라. 나 일일이 말조심까지 하면서 살 자신은 없어. “보고 있으라고. 바넷사!” “……네.” 이번엔 원하던 대로 박수도 치지 않았는데, 어째선지 바넷사는 심기가 불편한 얼굴로 나타났다. 마차를 가져다놓자마자 바로 부른 게 맘에 안 들었던 걸까? 아, 말 안하고 있었는데 우리가 성에 갈 때 이용한 마차는 바넷사가 마부를 하고 있었다. “포커의 준비를.” “……하?” “왜, 왜?” 아니. 안 쫄았어. 그냥 바넷사의 기분이 너무 안 좋아 보이니까 신경 좀 써줬을 뿐이야. 집사의 기분을 헤아릴 줄 아는 것도 좋은 주인이 되기 위한 덕목 중 하나니까 말이야. “자네 말일세…그 정돈 사람을 시킬 게 아니라 직접 가게. 카드라면 접대실에 있지 않은가.” “응? 아, 그래? 그럼 갈까.” 뭔가 유난히 기분 나빠 보이는 바넷사를 뒤로한 채, 나는 실비아를 데리고 접대실로 갔다. 그리고 내가 포커로 실비아를 어떻게 훈련시킬지 다들 궁금했던 건지, 모두 우리를 따라왔다. “그래서, 포커가 뭐 어떻게 됐다는 거야?” “음. 그동안 실비아를 관찰한 결과,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지. 실비아는 남들에 비해서 집중력이 굉장해. 그렇기 때문에 뭔가에 몰두하면 그것밖에 머리에 안 들어오는 타입이지. 나랑 있을 때 유독 반응이 심한 것도 그것 때문이지만, 반대로 말해서 달리 집중할 게 있다면 나랑 있어도 멀쩡하게 있을 수 있다는 말도 된다는 거지.” “호오.” “뭐야. 그 반응은.” “아닐세. 의외로 제대로 된 발언을 해서 말일세. 이 몸은 또….” “또 뭐? 응? 또 뭐?” “으햣! 하하핫! 아하하핫! 잠, 항복! 흐핫! 항복일세! 잘, 흐읏! 잘못, 이 몸이 잘못했네!” 소파에 눕히고 옆구리와 겨드랑이, 허벅지와 발바닥을 오가며 손으로 간질이고,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으면서 가끔 목을 핥기까지 하자 디아나는 바로 항복을 선언했다. 고작 이정도 간지럼 공격에 바로 함락당할 거면서 까불기는. “또 뭔가 할 말 있는 사람?” 내가 주위를 둘러보자 다들 고개를 홱홱 저었다. 방금 디아나의 참상을 보고도 내게 뭔가 말을 할 용기가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특히 실비아는 안색이 새파래진 것이, 이걸 자기가 당하면 확실하게 죽을 자신이 있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그런 거에 자신 가지지 말라고. “크흠. 아무튼 그런 실비아와 포커를 하면서 같이 있으면, 실비아도 포커에 집중하느라 나와 있다는 행복감이 조금 완화될 거고, 그렇게 차차 익숙해지게 만들 수 있다는 거지.” “하지만 구원. 그 말대로라면 실비아가 포커에만 완전히 집중하게 돼서 구원은 신경을 안 쓰게 되는 거잖아. 익숙해지긴 하는 거야?” “그건 문제없어. 그걸 위해 굳이 포커를 선택한 거니까. 뭐, 보고 있으라고. 실비아. 포커 룰은 알지?” “네, 넵. 그, 시, 실은 조금 강합니다.” “오? 그래? 그거 기대되는데. 그럼 한 번 해볼까.” 그렇게 해서 우리는 다 같이 모여서 포커로 시간을 때우게 됐다. 처음에는 포커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던 실비아였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내 책략이 그대로 맞아 떨어져갔다. 포커하면 뭐니 뭐니 해도 심리 싸움. 즉, 다른 사람의 표정을 읽는 게 무척이나 중요한 게임이다. 당연히 실비아도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고, 나는 그 타이밍을 노려서 빙긋하고 실비아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으으으읏…!” 완전히 집중하고 있던 실비아의 포커페이스가 깨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처음 실비아가 포커에 강하다고 했던 건 아마 거짓말이 아니었을 거다. 나 없을 땐 항상 멍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실비아니까 말이야. 심리가 드러나지 않는 다는 것만큼 포커에서 유리한 것도 없으니, 그야 강하겠지. 하지만 이렇게 집중력이 한 번 깨지고 난 실비아는 약채도 이런 약체가 없었다. “하아. 또 이겨 버렸네. 실비아. 포커 너무 약한 거 아냐?” “우, 우으으….” “구원. 그냥 약한 애 상대로 이기고 싶어서 저러는 거 아니야?” “음. 완전히 괴롭히기구먼.” “그, 그래도 구원씨가 말한 대로 훈련은 되지 않을까요?” “아니요. 레이아씨는 너무 저 사람한테 물러요.” 뭔가 외야가 시끄러웠지만,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아니. 천사님은 최고에요. 사랑합니다. 아무튼 실비아의 특훈도 되고, 게임도 즐기고, 이렇게 귀여운 애랑 아이 컨택트도 계속 나눌 수 있다니.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포커 훈련법은 최고야. 역시 난 천잰가 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쓰던 도중 잠들어서 조금 늦었습니다. 427==================== 서큐버스의 사정 “흐아앗…하앗…흐그읏….” “훗. 이겼다. 허무한 싸움이었군.” 내 시선이 향한 곳, 테이블 반대편 소파에는 실비아가 사지를 늘어뜨린 채 옆으로 돌아서 뻗어있었다. 누가 보면 자폭에 당한 줄 알겠네. 뭐, 숨은 쉬고 있으니까 죽은 건 아니지만 말이야. “…아직도 하고 있었는가?” 마침 지나가던 중이었는지, 디아나가 다가오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참고로 이미 포커는 몇 판이나 하고 있었고, 처음엔 옆에서 지켜보던 애들도 지금은 다들 자기 시간을 보내러 돌아간 상태다. 다 같이 포커를 하는 것보단 실비아랑 둘이서 하면서 아이 컨택트의 기회를 최대한 늘리는 게 효과가 좋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결과를 보면 그 생각은 실패였을지도 모른다. 처음엔 일단 다 같이 모여서 즐기는 편이 좋았을까. “당연하지. 이번 판도 또 내 압승으로 끝났지만.” “포커라는 게 언제부터 상대를 죽이는 싸움이 됐는가?” “아냐. 저건 내가 한 거 아냐. 실비아 혼자 죽은 거지.” “아…안 주거씁니다아….” “으으으응?” “히그읏!” 일단 살아있다는 걸 어필한 실비아였지만, 내가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자 파닥파닥 거리면서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물론 소파의 등받이에 가로 막혀 전혀 거리를 벌리지 못했고, 지근거리에서 나와 눈을 마주친 채 부들부들 떨던 실비아는 결국 힘없이 고개를 떨구…. “죽이지 말게.” 실비아가 죽기 직전에 디아나가 끼어들어 내 등을 가볍게 한 대 때렸다. 쳇. 운 좋은 녀석 같으니라고. 목숨을 건졌구나. “음. 하지만 생각보다 특훈의 효과가 잘 안 나타나네.” “자네가 포커에 집중할 수 없도록 만들었으니 그런 것 아닌가.” “아니. 그건 그렇지만 나랑 있다는 걸 전혀 의식하지 않게 되면 그건 그거대로 특훈의 효과가 없고…음…좀 더 효과적인 방법 없을까.” 역시 다들 불러서 다 같이 해볼까? “일단 제대로 생각은 하고 있는 모양이구먼. 그런 거라면 뭔가 걸기라도 해서 집중력을…으아아아! 아, 아닐세! 아무것도 아닐세!” 별 생각 없이 중얼거리던 디아나는 도중에 뭔가 깨달았다는 듯 황급히 얼버무렸지만, 이미 디아나의 아이디어는 내 귀가 확실히 포착한 상황이었다. “그거다!” “으윽….” 디아나야. 자기 아이디어면서 그 망했다는 표정은 뭐냐? 왜 그래. 엄청 좋은 아이디어잖아. “역시 디아나는 똑똑하다니까. 크크큭. 자, 실비아. 일어서. 이번 판부터는 네가 좀 더 필사적으로 포커를 할 수 있도록, 뭔가 걸고 하도록 하자. 뭘 거는 게 좋을까. 그래. 진 사람이 옷 벗기 같은….” 내가 그렇게 선언하자, 실비아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리고 아이디어 제공자인 디아나로 말할 것 같으면. “자네는! 바보인가! 응?! 머릿속에 그런 것밖에 없나?!” “아니. 남녀 간의 내기 도박이라면 역시 탈의…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자신 때문에 이런 사태가 된 게 그렇게 미안했는지, 디아나는 필사적으로 내게 달려들어서 토닥토닥 공격을 감행해왔다. “탈의가 안 된다면…어쩔 수 없지. 그냥 평범하게 이긴 사람 부탁 하나 들어주기 같은 거 어때? 그런 거라면 문제없지? 무슨 부탁을 할까나.” “…미안하네. 정말 미안하네….” 디아나는 실비아에게 연민의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로 계속해서 사과를 했다. 아니. 그러니까 왜 사과하는 건데. 이것도 전부 실비아를 위해서 하는 거라고. “그렇게 미안하면 디아나도 같이 할래?” “저어어얼대! 싫네!” “뭐야. 디아나. 미안하다고 했으면서. 설마 실비아를 버리는 거야? 이대로 가면 실비아 정말로 죽는다고?” “자, 자네가 자제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핫.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내가 자제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바보는 자네일세! 바보는!” “그렇다. 난 바보였던 거다. 그리고 바보는 오늘, 디아나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실비아를 행복사 시키기로 결정했던 것이었다.” “그, 그만두지 못하겠나?!” “그럼 디아나가 껴서 나한테 이기면 되잖아. 그럼 아무 문제없지 않아? 그럼 실비아의 목숨도 구할 수 있고, 나한테 명령도 내릴 수 있다고?” “지면 자네의 명령을 들어야하지 않나?!” “그게 그렇게 문제야?”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나!” 뭔가 맺힌 거라도 있는 건지, 디아나가 울분을 토해내며 날 토닥토닥 때려댔다. 이상하네. 왜 저렇게 질색하지. 이런 식으로 대해질 이유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뭐, 좋아. 그럼 디아나는 빠져도 돼. 나랑 실비아랑 둘이 하지.” “우으으으읏….” “으그그그극!” 그래서 결국 디아나와 실비아까지 낀 포커 승부가 시작됐다. 표면상으론 1 대 1 대 1이지만, 당연히 디아나와 실비아는 편을 먹을 테니까 사실은 2 대 1이나 마찬가지인 게임. 당연히 나한테 엄청 불리한 게임이 되겠지만, 나는 충분히 이길 자신이 있었다. 지면 뭐 별 수 없는 거고. 설마 디아나나 실비아가 나한테 이상한 걸 시키겠어? “자, 그럼 시작하세.” 디아나는 마치 마법을 연구할 때처럼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게임 시작을 알렸다. 처음 받은 카드는…음. 원 페어조차 완성되지 않는 쓰레기다. 하지만 아무 문제없다. 나는 손 안에 든 카드의 하트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세뇌하기 시작했다. 저 하트는 사라의 엉덩이다. 저 하트는 사라의 엉덩이다. 히죽.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떠오르는 게 느껴졌다. “실비아는 어때? 뭐 좋은 거 나왔어?” “네, 넵!” “실비아양! 안 돼 네!” “실비아. 나랑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거야?” “아, 아닙…! 우아아아….” “으아아아! 실비아야아앙!” 응. 이대로 가면 2 대 1이라도 전혀 문제없을 것 같다. 디아나도 조금 흔들어주기만 하면 완벽할 것 같다. “뭘 시킬까나. 그래. 디아나는…하루 종일 속옷을 입지 않고 돌아다니게 만들어볼까. 아니면 좀 더 심한 거?” “자, 자, 자, 자, 자네! 농담이겠지?! 농담이라고 해주게?!” 디아나에게만 들리게 손으로 입을 가리고 중얼거리자, 디아나가 벌써부터 진 것처럼 울상을 지으면서 외쳤다. 이성적인 디아나가 상대라 조금 걱정했지만, 디아나도 문제없이 흔들 수 있을 것 같군. 역시 디아나를 흔드는 데는 성벽을 자극하는 게 최고지. “디아나가 이기면 문제없지 않아? …패를 보면 질 생각이 안 들지만.” “다이! 이 몸은 다이일세!” “실비아는? 안 죽고 나랑 더 놀아줄 거지?” “우아…우우…다, 다이….” “쳇. 뭐야. 모처럼 좋은 카드가 나왔는데. 이럼 재미없잖아.” 결국 6장 다 받을 때까지 원 페어도 완성되지 않았지만. “다음! 다음일세!” 디아나는 마치 기도하는 것처럼 두 손을 모으고 카드를 분배하기 시작했다. 저거 지금 여신님한테 기도하는 거야? 일반적으로 생각해서 여신님은 성자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우으윽…어째서…어째서 이런….” 그리고 결과. 당연하게도 실비아가 제일 먼저 나가떨어졌다. 디아나 역시 내게 어떤 명령을 들을지 모른다는 불안함에 떠느라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고, 승부는 내 승리로 끝이 났다. “훗. 이 압도적인 강함. 스스로의 재능이 무서울 정도야.” “이건 사기네! 상대한테 손에든 카드가 뭔지 물어보는 게 어디 있나?!” “안 알려줬으면 그만이잖아. 알려주는 걸 어떻게 무시하겠어.” “제, 제성함니다아아….” 절망에 빠진 디아나와 소파에서 뻗어있는 실비아를 바라보면서, 나는 카드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내기는 내기. 그러고 보니 오늘 밤은 디아나 차례였지. 디아나는 이따가 밤에 명령을 내려줄 테니까 오늘 밤을 기대하라고.” “우, 우아아아앙!” 야. 울지 마라. 나이도 먹을 만큼…아무튼. “그리고 실비아는….” “히극…!” “오늘 내내 나한테 오빠라고 부를 것.” “엣…? 오, 오빠아?” “음. 좋네. 완벽해.” “뭔가 그게! 뭔가 그게! 이, 이 몸도! 이 몸도 오빠라고 부르겠네!” “아뇨. 됐어요. 누나.” “자네느으은! 자네느으으으은!” 처음부터 난 실비아한테 심한 명령 같은 거 하겠다고 한 적이 없는데 말이야. 나라면 분명 이상한 명령을 할 거라고 지레 짐작해서 낚인 디아나 잘못이야. “자, 그럼 밥이나 먹으러갈까?” “네, 넵! 구워…오, 오빠아…. 우아아….” 크으. 역시 귀엽다니까. 카드를 다 정리한 나는 실비아를 옆구리에 꽉 끼고 접대실을 나섰다. “잠깐! 이대로 끝인가?! 진심으로 이 몸에게는 밤에 명령내릴 셈인가?!” 디아나. 그만 포기하라고. 포기하면 편해. “오, 오오. 이거 잘 익었구먼. 자네 한 번 먹어보는 게 어떤가. 자, 이 몸이 손수 먹여주겠네. 아, 아앙….” 물론 디아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식사하는 내내, 디아나는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서 평소에 잘 하지도 않는 애교를 한껏 부려왔다. “어, 어떤가? 맛있는가? 자네가 맛있게 먹는 걸 보니 이 몸도 행복하구먼. 잠깐. 뺨에 묻지 않았는가. 기다려 보게. 아, 아음….” 뺨에 경련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방긋방긋 웃으면서, 내 뺨에 묻은 소스를 직접 자기 입으로 핥아주기까지. 굉장하다. 명령을 하나 들어주기로 한 것만으로 사람이 이렇게까지 변하다니. 이것이 바로 권력의 힘인가. 공주가 그런 성격이 되는 것도 조금 이해가 되는군. 아니. 아무리 그래도 걘 그냥 천성인가. 나는 압도적인 권력의 힘에 취해 아무래도 좋을 생각을 하면서 이 상황을 만끽했다. “…낮에 디아나가 나한테 한 소리가 뭔지 잘 알 것 같아.” 그리고 그런 디아나의 모습을, 평소라면 질투를 해야 할 사라마저도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조용히 중얼거렸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디아나. 구원한테 뭔가 약점이라도 잡혔어요?” “야! 그럴 리가 있냐?! 디아나는 그냥 내가 너무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것뿐이라고! 그렇지 디아나?” “그, 그럼! 그렇고말고! 이 몸은 낭군님이 좋아서 어쩔 줄 모르겠네!” 디아나는 그 긴 귀를 끝부분까지 완벽히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그래도 표정은 여전히 방긋 웃은 표정인 채로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 권력은 최고야. “…구원씨. 너무 디아나씨를 괴롭히시면 안 돼요.” 그럼요. 천사님. 제가 어떻게 우리 귀여운 디아나를 괴롭히겠어요. “애초에 오늘은 실비아씨와 계셨던 것 아닌가요? 어째서 디아나씨가….” 마틸다는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렇게 된 건 길고 긴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그, 그건 구원니…오, 오빠와….” “오빠아?!” “우왓. 놀래라. 뭐, 뭐야. 사라야.” “아, 아무것도 아냐! 이…오, 오빠아.” “…….” “왜, 왜 그래 오빠?” “야.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아도 일단 네가 최연소는 맞으니까 안심해. 액면가는 둘째치고…아니! 나이 많아 보인다는 게 아니라! 그냥 어른스럽다고! 잠깐! 아파! 진짜로! 디아나! 막아줘! 헬프!” “사라양! 다져놓게! 적어도 오늘 밤엔 움직일 수 없도록!” “야! 디아나아아아!” 다진다니! 그게 사람한테 쓸 표현이냐?! 젠장. 이게 바로 권력에 취해 타락한 자의 최후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다져지지 않았다. 천사님이 계시니까 말이야. 살려줬다고. 천사님. 사랑합니다. “야. 디아나.” “뭐, 뭔가? 아, 아니. 무슨 일이신지요, 낭군님? 이 몸에게 무슨 용무라도 있으신지요?” 밤이 되어 나와 단 둘이 된 디아나는, 어떻게든 내 기분을 풀어보려고 있는 애교 없는 애교를 다 떨어댔다.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 귀엽다. 그 어떤 화도 풀릴 것 같은 애교다. 내 화도 진작에 다 풀렸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명령을 안 내린다는 건 아니지만. 이 좋은 기회를 어떻게 그냥 흘려보내겠어? “이제와서 다시 귀여운 척 해도 안 통한다.” “우긋….” “대체 어떤 명령을 내려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잠깐. 소문? 그래. 역시 소문이 날 만한 게 좋겠지?” “자, 자, 자, 자, 자네에…!” 야. 진동은 실비아의 트레이드 마크니까 빼앗지 마라. “흠. 그래도 뭐, 너무 성급하게 결정할 필요는 없나.” “음! 음! 그렇네! 그렇고 말고! 잘 생각했네!” “지금부터 디아나가 하는 거 보고 결정하도록 할까. 자, 디아나. 최선을 다 해봐.” “음! 맡겨두게!” 디아나는 자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곧장 내게 다가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디아나의 신장이 쑥쑥 자라나고 몸의 굴곡도 눈에 띄게 변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써서 올리는 따끈따끈한 기습 연참! 내기 포커는 원래 나중에 쓰려고 했는데 원하시는 분들이 많다니 바로 써드려야죠. 이왕이면 포커하는 모습도 상세히 묘사할까 했지만, 포커 룰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충 넘어갔습니다. 428==================== 서큐버스의 사정 “자, 자네는 거기 누워서 가만히 있게. 오늘은 이 누님이 듬뿍 귀여워해주겠네.” 폴리모프를 통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처럼 어른 모습으로 변한 디아나. 디아나는 마치 유혹하듯 요염한 미소를 띠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그 모습은 평소와는 달리 섹시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냥 겉모습만이 바뀐 게 아니다. 평소의 디아나라면 이런 행동을 하더라도 뭔가 어색하게 느껴졌을 거다. 하지만 지금의 디아나는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자신감이 넘친다고 해야 할까.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디아나가 은근슬쩍 팔을 모아서 자신의 가슴골을 강조했다. 역시 가슴이 있으면 자신감이 붙는 걸까? 별로 신경 쓸 필요 없는데 말이야. 내게 천천히 다가온 디아나는, 그대로 내 가슴에 손을 얹고 나를 침대 위로 살며시 밀었다. 그리고 침대 위에 눕게 된 내 위를 덮듯이 비스듬하게 밀착해 와서는, 한 손으로 내 가슴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후훗. 우리 낭군님은 오늘도 늠름하구먼.” 살며시 목덜미에 키스를 해오는 디아나. 부드럽게 내 한쪽 가슴을 쓰다듬으면서 반대쪽 가슴에는 자신의 풍만해진 가슴을 꾹꾹 밀어붙여왔다. 그 행동에 나는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이건 그냥 자신감을 얻은 게 아닌 것 같은데? 그냥 자신감을 얻은 것 치고는 평소와 태도가 너무 달랐다. 그렇다고 내 환심을 사기위해 하는 행동이라고 하기에도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 물론 지금 디아나의 외모에 잘 어울리기는 행동이기는 하지만, 본래 디아나라면 안 할 것 같다고 해야 할지, 뭔가 설명하기 힘들지만 말이야. 애초에 외모가 변했다고 해서, 성격까지 바뀌는 건 아니잖아? “음훗. 이쪽도 벌써부터 늠름하시구먼. 이 몸과 하는 게 그렇게 기대된 겐가? 고맙네. 이 몸은 그런 낭군님도 너무 사랑한다네.” 내 바지에 손을 넣고 살며시 물건을 쥐어오면서, 모든 걸 포용해 줄 것 같이 자애로 가득찬 미소를 짓는 디아나. 그 미소를 보고, 나는 드디어 아까부터 느끼던 위화감이 뭔지 깨달았다. “…레이아?” “나, 나, 낭군님도 차암. 무슨 소릴 하는 겐가. 후, 후훗. 가, 가슴 때문에 착각한 겐가? 이 몸은 디아나일세.” 디아나는 살짝 화가 난 듯 눈썹을 움찔움찔 떨고 입 꼬리를 꿈틀꿈틀 거리면서도, 필사적으로 미소를 유지하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려고 노력했다. 야. 연기 깨지려고 한다. 목소리 엄청 떨리고 있어. “아니. 그게 아냐. 내가 그걸 착각할 리가 있겠어? 그런 게 아니라, 디아나. 지금 레이아 흉내 내고 있어?” “무, 무슨 소릴 하는 겐가 낭군님. 이 몸은….” “디아나.” “하, 하지만 자넨 이런 걸 좋아하지 않은가….” 내가 다시 한 번 이름을 부르자, 그제야 디아나는 조금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아. 얘도 참. 진짜 평소에는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 주제에. 자기가 얼마나 예쁜지도 그렇게 잘 알고 있는 주제에. 이상한 데서 이런다니까. “물론 좋아하는 건 부정하지 않겠어. 하지만 디아나. 내가 꼭 그런 것만 좋아하는 게 아니야. 레이아는 레이아 나름의 장점이 있고, 디아나는 디아나 나름의 장점이 있어. 굳이 레이아를 따라할 필요 없이 디아나는 디아나 자체로 빛나고 있다고.” “자, 자네에….” “이 모습도 그래. 물론 예뻐. 환상적이야. 사랑스러워. 하지만 디아나의 원래 모습과 지금 이 모습을 비교해서 지금이 더 예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야. 둘 다 똑같이 사랑스러워. 폴리모프를 썼을 때 기뻐했던 것도, 그냥 디아나의 또 다른 매력을 볼 수 있게 돼서 좋아한 거야. 옛날에 처음 만났을 때 생각도 나고 말이야. 결코 원래 모습보다 폴리모프 한 모습이 더 좋다든가, 그런 게 아니야.” “하, 하지만 자네 이 몸이 전생 마법을 썼을 때는 분명….” “그때는 디아나를 좋아하기 전이었잖아? 그래. 확실히 너희를 만나기 전의 내 취향은 가슴 큰 누님 스타일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아냐. 지금 내 이상형은 디아나, 바로 너희들이라고. 굳이 모습을 바꿀 필요 같은 것도 없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우…응…응…. 자네에. 이, 이 몸은…이 몸은 자네란 남자를 좋아하게 돼서 정말 다행이네.” “이럴 땐 낭군님이라고 해야지.” “응. 낭군님. 낭군니임….” 디아나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 목덜미에 얼굴을 박은 채 날 꽉 끌어안아왔다. 아까와는 달리 연기 같은 게 아니라, 진심으로 내가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그래. 그래. 알았으면 이제 밖으로 나가자.” “응…으…으응? 헷? 밖?” “응. 밖. 왜? 뭐 문제 있어?” “바, 밖엔 갑자기 무슨 볼 일인가.” “디아나도 참. 내가 아까 뭐라고 했어?” “이, 이 몸이 사랑스럽다고 했네. 이, 이 몸이 이상형이라고….” 디아나는 아까 내 말만 생각해도 기분이 좋은 건지, 얼굴 근육 컨트롤이 안 되는 것처럼 헤실헤실 웃었다. 그래. 그렇게 좋아하니까 나도 기쁘다. “그 전에.” “레, 레이아양의 흉내를 낼 필요는 없다고?” “그 전에.” “…….” “기억 안 나? 우리 똑똑한 디아나씨.” “지, 지금부터 이 몸이 하는 거 보고 명령을 할지 말지 결정한다고….” “짝짝짝. 정답. 역시 디아나야. 하지만 아쉽게도 방금 전 디아나의 행동은 아웃이었어. 그냥 자신감을 가지고 평소처럼 했으면 충분했을 텐데. 왜 굳이 레이아 흉내를 내서는.” 미안. 솔직히 말해서 거짓말이야. 디아나가 뭔 짓을 했어도, 결국 어떤 이유를 대서라도 밖으로 데리고 나갔을 거야. 아니. 내가 좋아하는 게 아니라 말이야. 우리 디아나를 위해서 말이야. 우리 귀여운 디아나는 노출 플레이를 너무 좋아하니까 말이지. “자, 잠깐 기다리게. 방금 그렇게 감동적인 말을 해놓고, 이런 기분이 되게 만든 후에 밖은…. 이, 이 몸이 얼마나 감격했는데….” “디아나. 이런 말이 있어.” “무, 무슨 말 말인가?” “그건 그거. 이건 이거.” 나는 디아나를 양팔로 꽉 껴안은 채 허리힘만을 이용하여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자, 잠깐 기다리게! 이 몸은 정말로 감동했단 말일세! 긴 인생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는데! 자네와 좀 더 느긋하게 사랑을 나누고 싶네! 부탁일세! 응?!” 하지만 디아나는 필사적으로 몸을 파닥대면서 어떻게든 침대에 달라붙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이렇게까지 말하니까 나도 강행하기 힘들어지네. “그, 그래?” “응! 응! 오늘은 이 몸이 듬뿍 봉사해주겠네! 그러니까. 응?” “디아나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어쩔 수 없네. 일단 침대에서 시작할까.” “이, 일단?” “그야 밤은 기니까. 나중 일은 장담할 수 없잖아? 일단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는 걸로 할게.” “우…아, 알겠네. 일단 다시 침대에 눕게.” 디아나는 자신이 노력해서 어떻게든 침대 밖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듯, 의지로 두 눈을 활활 불태운 채 끄덕였다. “하아…그렇게 벅차올랐던 가슴이 벌써 반쯤 가라앉은 기분일세.” “괜찮아. 충분해.” 나는 레이아와 용호상박의 크기를 자랑하는 디아나의 가슴을 주물럭거리면서 말했다. “그런! 문제가! 아닐세! 하여간 이 바보 낭군님은….” 행동거지가 평소대로 돌아온 디아나는 곱게 눈을 흘기면서 내 가슴을 가볍게 토닥토닥 때렸다. 역시 평소대로 행동해도 모습이 이러면 인상이 다르긴 다르네. 토닥토닥 공격이 섹기와 애교가 더 늘어난 느낌이다. 이런 어른이 보통 사람을 이렇게 토닥토닥 때리는 경우는 거의 없기도 하고, 때릴 때마다 거대한 가슴이 출렁출렁 흔들리기도 하고. “사랑해. 어떤 모습이든. 디아나는 최고야.” 반쯤 식었다고 말한 디아나였지만, 내가 다시 한 번 그렇게 말해주자 곧장 토닥토닥 공격을 멈추었다. 그리고 다시 아까처럼 내 몸에 비스듬히 기대듯 엎드려서는 내게 키스를 해왔다. “아음. 음. 쪽. 이 몸도 사랑하고 있네. 낭군님….” 그렇게 나와 입을 떼지 않은 채, 디아나는 손을 움직였다. 이번엔 아까처럼 바지 안에 손을 넣는 게 아니라, 앞섶을 천천히 풀어간다. 딱딱해진 내 물건을 바지위로 더듬어주듯 느긋한 손놀림으로 앞섶을 풀어헤친 디아나는, 내게서 입을 떼고 일어나 앉아서는 내 바지와 속옷을 완전히 벗겨냈다. 그리고 어째선지 그 옷가지를 저 멀리에 휙 던져버렸다. 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노골적이지 않냐. 저렇게 던져 놓으면 내가 밖으로 나갈 확률이 좀 줄어들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하여간 디아나는 어른 모습이 되어도 귀엽다니까. …어차피 운명이란 건 정해져있는 법인 것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디아나는, 조금 안심한 표정으로 내 물건을 붙잡고 천천히 위아래로 쓰다듬어왔다. “자, 그럼 지금부터 이 몸이 충분히 귀여워해주겠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상체를 숙여서 내 물건 끝에 자신의 가슴을 가져다댔다. 조금 의외네. 그런 말을 한 직후니까 솔직히 폴리모프도 풀지 않을까 싶었는데. 폴리모프를 풀기는커녕 가슴으로 해주려고 하다니. “응? 후훗.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겐가?” 그런 생각이 표정에 드러났던 건지, 디아나가 살짝 짓궂은 미소를 지으면서 손끝으로 내 코끝을 가볍게 건드렸다. “이 몸이 아직도 이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의외인가?” “응. 뭐어….” “처음 만났을 때의 추억을 소중히 생각하는 건 자네만이 아니라는 걸세. 가끔이라면 이런 모습으로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자네도 실은 꽤나 좋은 게지?” “말해두지만…으음.” 디아나는 내 코끝에 사뿐히 올려뒀던 손가락을 아래로 내려서 내 입을 막았다. “알고 있네. 더 말하지 않아도 되네. 응후….” 그리고 반대쪽 손으로 내 물건을 붙잡아서, 자신의 가슴에 살며시 비벼댔다. 물건 끝을 자신의 한쪽 가슴에 대고, 원을 그리듯이 천천히 돌려간다. 그러다가 가끔 유두도 스치듯이 자극하고, 점점 폭신폭신한 가슴을 꾹꾹 누르듯 파묻혀간다. 기분 좋기는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자극이 어중간하여 안타까운 기분도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디아나는 한쪽 가슴만을 내 물건에 닿게 하고 있었다. …얘 혹시 어떻게 할 줄 모르는 건가? 가슴으로 뭔가를 한다는 지식만 있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거 아냐? 가능성 있다. 애초에 처음엔 손이나 입으로 하는 행위도 몰랐던 디아나다. 가슴으로 하는 것 역시, 가끔 튀어나오는 우리 대화를 통해 그런 게 있다고 어느 정도 유추만 하고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디아나. 가슴 사이에 끼우는 거야.” “아, 알고 있네!” 역시 모르고 있었잖아. 내가 지적하자, 그제야 디아나는 입고 있던 원피스의 어깨끈을 내려서 가슴 윗부분을 반쯤 드러나게 만들었다. 그러고 보니 설명을 안 하고 있었는데, 디아나 얘 지금 모습 장난 아니다. 폴리모프 전에는 하늘하늘했던 원피스가, 지금은 몸에 딱 달라붙어서는 요염하기 그지없는 복장이 되어있었다. 아무튼 그런 원피스의 어깨끈을 내려서 윗 가슴을 드러낸 디아나는, 드러난 가슴골 사이에 내 물건을 넣으려고 했다. “응…이거 꽤나….” “디아나. 아래부터 넣는 거야.” “앗, 그, 그렇구먼….” 다시 한 번 내가 지적하자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 원피스 끝자락을 잡고 힘겹게 옷을 벗었다. 그렇게 속옷차림이 된 디아나였지만, 속옷 차림도 장난이 아니었다. 장담하는데, 저 속옷이 비싼 속옷이 아니었다면 진작 터졌을 거야. 그렇게밖에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디아나의 속옷은 금방이라도 터질 듯 팽팽해져있었다. 위아래 전부 살을 파먹고 있는 그 속옷 모습이, 오히려 알몸보다 더 디아나의 몸을 선정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듯 했다. 하지만 디아나는 그런 속옷을 벗지 않고, 안 그래도 터질 것 같은 가슴 사이에 내 물건을 집어넣으려고 했다. 디아나의 살결이 비단같이 부드럽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꽉 막혀서야 마찰력이 너무 강해서 들어가기 쉽지 않다. 고군분투하던 디아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양손으로 가슴골의 윗부분을 살짝 벌렸다. 그리고 혀를 내밀어서 그 사이에 자신의 타액을 늘어뜨리더니, 가슴을 몇 번 주무르면서 가슴골 사이에 타액이 번져나가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가슴골 아래로 내 물건을 가져다 대자, 타액으로 미끌미끌해진 그 가슴 사이에 내 물건이 쑤욱하고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너무 졸려서 다음 편은 내일…. 429==================== 서큐버스의 사정 “우오! 오오오….” 생각 외로 내 물건이 기세 좋게 들어가서 자신의 가슴골 위로 툭 튀어나오자 놀랐는지, 디아나는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조, 조금 끼는구먼.” 그야 안 그래도 속옷이 터질 것 같은 상황이었는데, 그 사이에 내 물건까지 들어갔으니까 말이야. 솔직히 속옷이 아직도 터지지 않고 버티는 게 신기한 상황이었다. 혹시 마법적 처리가 된 비싼 속옷인 걸까? 뭐, 그런 건 지금 아무래도 좋지만. 디아나는 내 물건이 완전히 자신의 가슴 사이로 들어오자, 천천히 스스로의 가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과연 여기까지 오면 그 정도 행위는 안 알려줘도 알 수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끝까지 속옷은 벗을 생각을 안 하네. 혹시 속옷이 없으면 압박이 약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애초에 가슴으로 해주는 건 직접적인 쾌락보다 정신적인 만족감이 크게 작용하는 행위인데 말이야. 뭐, 이왕 이렇게 된 거 알려주지 말고 있자. 디아나의 타액으로 잘 미끄러지는 내 물건은, 가슴의 비단 같은 살결에 꽉 밀착되어 괜찮은 쾌감을 발생시켰다. “음. 쪽. 어떤가? 기분 좋은가?” 디아나는 자신의 가슴골 위로 들락날락하며 모습을 보이는 내 물건 끝에 살짝 키스를 하더니, 내 얼굴을 들여다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응. 최고야.” 내가 디아나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주자, 디아나는 마치 내 손에 어리광 부리듯이 목을 길게 빼내 자신의 머리를 내 손에 문질러왔다. 이런 행동을 보면 역시 모습이 변해도 디아나는 디아나라는 실감이 든단 말이지. 청순한 누님 외모로 이런 귀여운 행동을 하니 그 갭으로 인한 파괴력이 어마어마했다. “후훗. 그렇게 좋아해주니 이 몸도 이렇게 하는 보람이 있구먼. 가슴은 조금 아프지만 말일세.” 아, 역시 아픈 거구나. 나는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등으로 뻗어서 속옷의 후크를 풀어줬다. 그러자 가슴이 흘러넘칠 듯 튀어나오면서 속옷이 그대로 튕겨나갔다. 대체 얼마나 꽉 조이고 있었던 거야. 드러난 새하얀 가슴 위에는 브래지어의 자국이 빨갛게 남아있었다. “자네?” “원래 속옷은 벗고 하는 거야. 애초에 이렇게 자국이 남을 정도로 아팠으면 안 해도 되는데.” “음훗. 그래도 자네는 좋지 않았나.” 내가 가슴위의 자국을 살며시 어루만지자, 디아나가 살짝 달콤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기특한 소리를 했다. “그래. 그럼 이번엔 내가 디아나를 기분 좋게 해줄게.” 나는 디아나를 번쩍 들어서 내 허벅지 위에 앉히고, 그 가슴에 남은 자국을 따라 천천히 혀를 기게 했다. “응읏…자, 자네…간지럽네….” 디아나는 살짝살짝 몸을 떨면서, 천천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자국을 따라 천천히 혀를 움직이다보니 자연스레 디아나의 가슴골에 입이 닿았고, 거긴 아직도 디아나의 타액이 남아있었다. “응후훗…뭐하는 겐가.” 내가 그 타액을 혀로 할짝할짝 핥자, 디아나는 조금 간지러운 듯 몸을 움츠리고 내 얼굴을 끌어안아 가슴에 푹 파묻으면서 말했다. “응…간접키스?” “자네도 참. 키스를 할 거면 간접이 아니라 직접 해주게.”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살짝 강제로 내 고개를 들어 올리게 만들더니 입을 맞춰왔다. 그 행동이 마치 내 키스를 받고 있는 자신의 가슴에 질투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나는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디아나와 키스를 하면서 한 손으론 그 풍만한 가슴을 천천히 쓰다듬고, 다른 한 손은 등쪽에서 엉덩이를 지나 음부를 향해 간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팬티가 마치 티팬티처럼 파고들어가 있는 음부는, 이미 조금 촉촉한 감촉이 느껴지고 있었다. “슬슬 삽입 안 하면 폴리모프 유지하기 힘들지?” “응음…하앗…역시 이 모습이 좋은 겐가?”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면 뭔가? 설마 그냥 자네가 삽입하고 싶어서 한 말이라고는 안 하겠지?” “어? 어떻게 알았어?” “그걸 긍정하면 어떡하나?! 조금은 당황하게!” “아니. 뭐….” “하여간 자네란 남자는…모처럼 이 몸이 장난을 치려고 해도 통하질 않는구먼.” “역시 장난이었구나.” “흥. 당연하지 않나. 그런 정열적인 말을 듣고 난 후인데, 어떻게 이 모습이 더 좋을 거라는 의심 같은 걸 하겠나.” 디아나는 기특한 말을 하면서도, 장난이 안 통한 게 섭섭한지 살짝 쀼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홱 돌렸다. 나는 그런 디아나의 뺨에 살짝 손을 가져다 대서 날 바라보게 만들고, 살며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자, 자. 기분 풀어. 키스하자.” “자네 설마 이 몸이 키스만 하면 기분이 풀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응? 아니었어?” “이…우음…하음….” 내가 다시 한 번 장난을 치자 디아나가 또 뭐라고 하려 했지만, 그 입을 입으로 틀어막자 디아나는 바로 하려던 말을 멈추고 나와의 키스에 열중했다. 하여간 정말 키스 좋아한다니까. “응으으읏!” 디아나와 키스를 하면서 그 터질 것 같은 팬티를 간신히 벗겨내고, 나는 곧장 디아나의 안에 삽입을 했다. 단숨에 안쪽까지 침입한 내 물건에 디아나의 몸이 격렬히 흔들렸고, 내 가슴으로 그 풍만한 가슴이 물결치는 훌륭한 감촉이 느껴졌다. “끝까지 들어갔네.” “으응…하아…느, 느껴지네….” “아, 그러고 보니.” 서로 껴안은 채로 밀착해있던 우리였지만, 나는 황급히 디아나의 팔을 풀고 상체를 조금 떨어지게 만들었다. “응? 왜 그러나?” 하반신은 나와 연결된 채 상반신만 뒤로 비스듬하게 넘어가서 팔로 침대를 짚은 자세가 된 디아나는, 의아한 얼굴로 날 바라보며 물었다. 하지만 난 그 물음에 대답하기보다 디아나의 하복부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거기에는 피부를 살짝 태운 것처럼 옅은 색으로 사도의 인장이 새겨져 있었다. 역시 폴리모프 마법을 써도 인장은 남아있구나. 그럼 어디…내 물건 끝이 여기 닿았으니까…. “으응…뭐, 뭘 하는 겐가?” “응? 아, 사도 인장 위치말이야. 좋아. 조정할 필요는 없겠네.” 확인결과, 어른 모습으로 변해도 사도 인장의 위치는 정확히 내 물건 끝이 닿는 곳에 위치해있었다. “바, 바보인가! 고작 그런 걸 확인한 겐가?!” “고작이라니. 중요한 거라고.” “이 몸의 성감대 표시가 뭐가 그리 중요한 겐가?!” “성감대라고 인정은 하는구나.” “그야…하응!” 내가 허리를 살짝 찔러서 디아나의 가장 안쪽에 물건 끝을 문지르자, 디아나의 팔에 힘이 풀리면서 손이 아니라 팔꿈치로 침대를 짚고 있는 자세가 됐다. “그보다 디아나. 마나는 어때? 폴리모프는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아?” “응…흐읏…자, 자네…하앙…질문을 했으면 대답할 때 정도는 조금 멈추게!” “아, 미안. 디아나의 여기가 너무 기분 좋아서.” “하앗, 하앗, 저, 정말이지…. 자네의 힐링 섹스의 효과가 얼마나 강해졌다고 생각하는 겐가. 폴리모프가 마나를 많이 쓰기는 하지만, 힐링 섹스의 효과만 받고 있다면 전혀 문제될 것 없네.” “그래? 그럼 그 상태로 다른 마법도 쓸 수 있어?” “응? 그야 가능하네만…왜 그러는가?” “그으래? 그럼 밖에 나가도 문제없겠네?” “엣? 잠, 히아앗!” 나는 디아나의 몸을 당겨서 꽉 끌어안고, 그대로 침대위에 일어섰다. “잠, 흐읏! 제, 제정신인가?! 하지만 자네…!” “봐줄까 했지만 역시 내기를 해놓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말이야. 이대로 넘어가버리면 하루 종일 날 오빠라고 불러야했던 실비아만 불쌍해지잖아?” “그게 지금 말이…히으으으응!” 더 항변하려고 했던 디아나지만, 마침 타이밍이 좋게도 내가 막 걸음을 옮겨 침대에서 내려갈 때였다. 그 충격으로 물건이 강하게 안쪽을 강타하자, 디아나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그대로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으윽. 그렇게 꽉 조이면 나도 살짝 위험한데. 아니. 지금 여기서 쌀 수는 없지. 더 버티자. 나는 괄약근에 힘을 꽉 줘서 사정을 버텨내고, 그대로 문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 “흐엣?! 흐읏! 쟈, 쟈네에?! 졍말로?! 흐응!” “그래. 그러니까 얼른 전에 썼던 그 마법 써. 아니면 그냥 이대로 나간다.” “자, 흐앙…잠깐…지, 히금…히그음….” 내가 문고리에 손을 올리고 돌리자, 디아나가 당황하면서 음부를 꾸욱 조여 왔다. 벌써부터 혀까지 풀려서는. 안 그래도 방금 막 절정을 맞은 상황인데, 거기에 더해 성벽까지 자극하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아나는 디아나. 지고의 대마법사답게 내 등 뒤의 허공에 손을 휘적이면서 어떻게든 마법을 완성했다. 우리 주변에 마나가 퍼지는 걸 느끼고, 나는 곧장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흐읏…저, 정말로 나오다니이….” 디아나는 기쁜 건지 슬픈 건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녹아내린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 거렸다. 뭐, 음부가 이렇게 꾹꾹 조여 오는 걸 보니 분명 기쁜 거겠지. 자,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할까. 전에는 메이드와의 조우라는 의외의 해프닝이 있어서 그냥 방문 앞까지만 나왔다가 끝났지만, 오늘은 다르다. 좀 더 멀리까지 나가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어차피 디아나의 마법으로 인해 우리 모습은 보이지도, 소리가 들리지도 않을 거다. 나는 두근거리는 발걸음으로 천천히 복도를 걸어 나갔다. 그렇게 일단 복도를 쭉 걸어봤지만, 의외로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은 채로 한 층을 전부 돌아버렸다. 뭐, 한 밤중이니 돌아다니는 사람이 적은 건 이상한 게 아니지만 말이야. 오히려 저번에 노출 플레이를 했을 때가 운이 나빴던 거라고 봐야겠지. 하지만 이 이상 더 돌아다니기도 조금 꺼려졌다. “흐응…흐읏…하읏…흐으읏….” 아무리 사람과 마주치지 않았다고는 하나,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디아나는 거의 반쯤 정신줄을 놓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 멀리까지 갔다가 디아나가 정신을 잃고 마법이라도 풀리는 날에는 그야 말로 대참사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방으로 돌아가는 건 뭔가 조금 아쉽고. 나는 가만히 서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나는 머리에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아, 그래! 거기가 있었지! 나는 황급히 걸음을 옮겨서 저택의 반대편, 여성진들의 방이 있는 곳을 향했다. 물론 사라나 레이아의 방으로 가려는 미친 짓을 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내가 볼일이 있는 건 우리 애들 방이 아니라, 그 근처에 있는 빈 방이다. “디아나. 그거 알아?” 나는 걸음을 옮기면서 디아나에게 말을 걸었다. “흐응…뭐, 하응…뭐가 말인가아….” “이 저택에는 메이드들끼리 밤에 불장난을 하는 빈 방이 있다는 거.” “뭐어? 그, 그런 말을 지금 왜애…?” 역시 디아나도 그건 몰랐던 모양이지만, 지금은 그 사실에 놀라기보다는 왜 내가 그런 말을 하는지가 더 궁금한 모양이었다. “그게 바로 여기거든.” 나는 전에 바넷사와 해프닝이 있었던 빈 방의 문 앞에 서서 말했다. 만약 전처럼 메이드들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면 제대로 노출 플레이를 즐길 수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밖에서 한다는 배덕감은 충분히 맛볼 수 있다. 게다가 만약 디아나가 기절한다고 하더라도 여기서 대충 몸을 정돈한 후 방으로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으니, 그야말로 지금 상황에서 최고의 장소라고 할 수 있겠다. 뭐, 솔직히 말해 메이드들이 없을 확률이 훨씬 높지만 말이다. 전에 바넷사가 주의시키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었고. “어쩌면 오늘도 여기서 메이드들이 불장난을 하고 있을 지도.” “자, 잠깐…잠깐 기다리게. 자네. 자네에…서, 설마….” “들어갈까.” “흐으으으읏!” 내가 주저 없이 방문을 열자, 디아나가 몸을 바싹 긴장시키면서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해버렸다. 디아나도 참. 괜찮다니까. 마법 때문에 우리를 중심으로 일정 거리의 소음은 완전히 차단 된 상태. 설령 안에 메이드들이 진짜 있더라도 눈치 챌 수 있을 리가 없다. 뭐, 만약 문을 바라보고 있는 거라면 들킬 수도 있겠지만, 불장난에 한창일 메이드들이 문을 보고 있을 리가 없지. 나는 살며시 문을 열었다. “으응…하응…흐읏…흐으으읏!” 그러자 방 안에서는 소리를 최대한 억누른 느낌의 낮은 신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진짜냐. 솔직히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있는 거냐. 대체 여기 메이드들은…. 바넷사. 네가 주의 준 거 전혀 안통한 모양인데.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30==================== 서큐버스의 사정 “흐으읏…!” 안에서 진짜로 메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놀랐는지, 디아나가 내 허리에 휘감은 다리에 더 힘을 주면서 나를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내 목덜미에 입을 파묻은 채 작게 신음했다. 아니. 그러니까 굳이 그러지 않아도 안 들린다니까. 나는 열린 문틈 사이로 일단 고개를 살짝 들이밀어 방 안을 살펴봤다. 방 안은 불도 켜놓지 않아서 캄캄했다. 덕분에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계속해서 들리고 있는 낮은 신음 소리를 통해 메이드들이 어디 있는지는 유추할 수 있었다. 욕조 안이다. 설마 그냥 백합 플레이도 아니고 욕조에서 즐기는 백합 플레이라니. 저번 메이드 커플들보다 더 숙련된 커플인 모양이군. 아무튼 욕조에서 즐기는 중이라면 문에 시선을 주고 있지는 않겠지. 나는 황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그러자 아까부터 들려오던 낮은 신음 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려왔다. 하지만 이상한 걸. 신음 소리가 하나밖에 들리지 않아. 설마 그런 건가?! 그냥 가위치기가 아니라 공수 같은 것도 존재하는 진짜배기 백합 커플인 건가?! 아니. 아무래도 좋지만 말이야. 어차피 메이드들 따윈 나와 디아나의 플레이에 맛을 더해줄 조미료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아까부터 아플 정도로 꾹꾹 조여 오는 디아나의 음부의 감촉을 맛보며, 천천히 욕조를 향해 다가갔다. 너무 다가가면 우리 마법 범위 안에 메이드 커플이 들어오게 되겠지만, 적어도 상대방의 모습이 보일 정도로는 가까이 가야 우리 디아나도 더 흥분하겠지. 그리하여 무방비하게 커튼도 치지 않은 욕조로 다가간 내 눈에 보인 건, 평소의 단정한 모습관 달리 반쯤 풀어헤쳐진 집사복 안에 손을 집어넣어 자신의 가슴과 고간을 각각 애무하며 한창 자위중인 우리 슈퍼 집사님의 모습이었다. “바, 바넷사?!” “흐으으읏! 엣?! 흐엣?! 흐으응! 아, 안…하아아아아앙!” 나는 무심코 욕조에서 자위중인 집사의 이름을 불렀고,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디아나는 깜짝 놀라서 그대로 분수를 뿜으면서 절정에 달해버렸다. “바, 흐응! 바넷사가 여기…하아앙! 왜 여기에?!” 게다가 그렇게 분수를 뿜고 절정에 달했는데도 불구하고, 디아나의 흥분은 전혀 가라앉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까보다 더 흥분한 모습으로, 열심히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마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넷사에게 들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격렬한 허리 움직임에, 오히려 내가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흐응…하앗…아, 안 되네…바넷사에게는…흐아앙! 이, 이런 모스으읍…!” “흐응! 하앗! 흐읏! 하아아!” 하지만 그런 당황과 별개로 내 몸은 엄청난 쾌감에 휩싸이고 있었다. 완전히 쾌락에 절은 디아나의 얼굴은, 그 청순한 얼굴이 퇴폐적인 느낌이 들 정도로 섹시하게 보여서 내 성욕을 북돋았다. 게다가 성벽을 자극받아 황홀할 정도로 완성된 명기가 주는 자극. 그리고 덤으로 욕조에서 평소엔 절대 보이지 않을 표정을 지은 채 흐트러진 바넷사의 모습까지. 저런 바넷사의 표정은 처음이다. 전에 여기서 나한테 애무당할 때도 저런 표정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바, 바넷사에게 만약 이런 모습을 들키면…그렇다면 이 몸은…이 모므으은…!” 디아나는 스스로 그렇게 말하면서도 바넷사에게 들키는 자신을 상상한 건지, 내게 매달린 채 허리를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나에게 입을 맞췄다. 이대론 위험하다. 디아나의 스위치가 너무 완벽하게 들어가 버렸어. 이대로라면 디아나가 정신을 잃는 건 시간문제다. 나는 황급히 방을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디아나가 그렇게 두지 않았다. “으윽…!” 키스를 하고 허리를 돌리면서, 자신의 커다란 가슴까지 내 가슴에 비벼온 거다. 이미 훨씬 전부터 딱딱해져있던 디아나의 유두가 내 가슴을 스치며 자극하는 감촉에, 뒤로 물러나려던 내 다리가 풀려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흐으응! 낭군니임! 낭군니이임! 이 몸은…하앙! 이 몸으으으응!” 그러자 내 위에 올라탄 자세가 된 디아나는, 아까의 부자연스럽던 자세에서 해방되어 한껏 기교를 부려왔다. 내 위에 납작 엎드려서 키스를 하며 하반신을 열심히 흔드는 디아나의 모습에, 나도 더 이상 이성을 유지하고 있기 힘들어졌다. “흐으응! 낭군님! 하앙! 그, 그거! 흐응! 좋네! 흐응! 하아아앙!” 내가 허리를 흔들자, 디아나는 색기에 물든 눈을 가느다랗게 뜨며 웃었다. “그렇게 좋아?! 바넷사가 보고 있는데도?!” “바, 바넷, 하앙! 모르네! 이젠 모르네! 이 몸은…!” 디아나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그러면서도 음부 안쪽을 꾹꾹 조이면서 허리를 흔들었다. 그러면서도 열심히 키스를 하던 디아나였지만, 이내 점점 상반신에 힘이 빠지면서 자연히 그 입은 내 입에서 떨어지게 됐다. 그리곤 내 어깨에 얼굴을 박은 디아나는, 상반신을 축 늘어뜨린 채로 열심히 허리만을 움직였다. 어깨부근에 축축한 감촉이 느껴지는 걸로 보아, 입가에 침까지 늘어뜨리고 있는 모양이다. 설마 그 키스 좋아하는 디아나가 키스도 못하게 될 정도로 쾌감에 절다니. 아까부터 음부는 계속해서 꾹꾹 조이고, 몸의 수분을 전부 소모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애액도 많이 흘리면서, 디아나는 몇 번이나 절정에 달하고 있었다. 가장 친하다고 할 수 있는 사람에게 보일지 모른다는 상황에 노출증이 제대로 자극 받은 것은 물론, 아직 내가 한 번도 싸지 않아서 섹스 부스트가 중첩된 것까지 더해져 디아나는 이 이상 없을 정도로 흥분하고 있었다. 아마 어쩌면 난 처음으로 디아나의 이성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광경을 목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큭. 디아나. 나 슬슬….” “흐앗…하앗…흐응…흐읏…흐아아아아앙!” 내가 사정함과 동시에, 디아나는 다시 한 번 분수를 뿜으면서 오늘 느낀 수많은 절정 중에서도 최대급 절정을 느꼈다. 바들바들이나 부들부들같은 귀여운 느낌이 아니라, 덜컥덜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심각하게 몸을 떨면서. 조금 무서워질 정도로 한동안 몸을 떨던 디아나는, 이내 전신에 힘이 쫙 풀리면서 그대로 축 늘어지고 말았다. “후에…하아…흐아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디아나는, 점차 그 크기가 줄어들면서 원래 모습을 돌아오기 시작했다. 완전히 기절해버린 건가. 설마 빈 방으로 들어온다는 게 이런 일이 될 줄이야. 아무리 내기로 인해 디아나의 우위에 서게 됐다고는 하지만, 신난 나머지 너무 나가버렸다. 과연 나도 오늘은 조금 반성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얼른 방으로 돌아가 가서 디아나를 침대에 눕히지 않으면. “아, 아, 아, 아, 아아아아아…!” 하지만 그 순간, 내 귓가로 익숙지 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차. 그러고 보니…! 나도 잠깐 이성을 잃고 디아나에 집중하느라 완전히 잊고 있었다. 여긴 지금 우리 둘만 있는 게 아니잖아! 게다가 디아나의 폴리모프가 풀렸다는 것은 당연히 모습을 감추는 마법도 풀렸다는 얘기로…. 소리 나는 곳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바넷사가 새빨개진 얼굴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그 지진을 일으킨 듯 진동하는 동공은 일단 나와 디아나의 결합부로 향하더니, 천천히 위로 향하며 나와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친 채로, 바넷사는 완전히 돌이 되어버렸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마찬가지였다.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이, 일단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으면. 나는 인벤토리에서 이불을 하나 꺼내 디아나의 몸 위에 덮어주고는, 결합을 푼 채 바넷사에게 다가갔다. 몸을 일으켜 바라보자, 여전히 욕조 안에서 굳어져있는 바넷사는 여전히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자신의 가슴과 음부를 만지고 있는 중이었다. 저 상태로 굳다니. 대체 얼마나 놀랐다는 거야. 아니.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뭐라고 하지? 대체 뭐라고 해야 되지? “어…음…그게…그러니까…그…이 시간에 이런대서 만나다니 우연이네.” 일단 간단한 대화를 시도해봤지만, 돌아오는 건 완벽한 무반응. 그야 그렇겠지. 나도 내가 뭔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바넷사의 무반응이 계속되자, 나는 더더욱 패닉 상태가 됐다. “그…이런 대서 자위를 하다니. 혹시 나와의 추억을 못 잊어서…라거나…하, 하하….” 일단 분위기를 풀기 위해 가벼운 농담도 던져봤지만, 당연히 전혀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바넷사의 얼굴이 더더욱 새빨개질뿐이었다. “그, 그래! 자위할 정도로 몸이 달아오른 거면 내가 식혀줄까?” 패닉상태에 빠진 나는, 결국 맞아죽어도 할 말이 없을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그런 내 말을 들은 바넷사는 천천히 시선을 내렸다. 응? 아, 아차! 나 알몸이지! 그 시선은 여전히 빳빳하게 서있는 내 물건을 포착하더니, 다시 천천히 올라와 나와 눈을 마주쳤다. “아, 아, 아, 아, 아아아….” 그렇게 바넷사의 시선은 내 물건과 눈 사이를 몇 번이나 왕복하더니, 바넷사는 다시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아아아아앙!” 그리고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어울리지 않게 살짝 귀여운 느낌의 울음소리를 내지르면서 그대로 방문을 박차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자위하느라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고칠 생각도 하지 않고. “어? 야! 야?! 잠깐! 오해야! 섹스하자는 거 아냐!” 내가 외침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바넷사는 그렇게 순식간에 자취를 감췄다. 어쩌지. 어쩌면 좋지. 이 오해를 어떻게, 아니 그 이전에 디아나와의 행위를 들킨 걸 어떻게 변명하지. 지금 쫓아갈까? 아니. 그러면 맞아 죽지 않을까? 애초에 어디로 간 건지도 모르고. 아, 그래. 그럼 직접 부르면 되지. 나는 곧장 박수를 쳤다. “바넷사!” ……. 당연한 얘기지만, 바넷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음…모르겠다. 일단 디아나 데리고 돌아가서 잠이나 자자. 정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머릿속이 복잡해진 나는, 깔끔하게 모든 걸 포기하고 들어가 잠이나 자는 걸 택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나는 인생에서 손꼽힐 정도로 기분이 안 좋았다. 아니. 몸 상태는 지극히 양호하다. 힐링 섹스 덕분에 팔팔하기 그지없다. 문제는 머리가 아프다는 거다. 내가 어제 대체 무슨 미친 말을 한 거야. 아무리 패닉 상태라도 그렇지. 그건 아니잖아. 어떡하지? 어젠 바넷사도 패닉 상태였으니까 그렇다 쳐도, 오늘 만나면 그대로 맞아 죽는 거 아니야? “으으음…자네에?” 내가 머리를 감싸 쥐고 절망에 빠져있을 때, 내 위에 있던 디아나가 배시시 웃으면서 눈을 떴다. 가볍게 내게 입을 맞춘 디아나는, 아직 잠이 덜 깬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는가아?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가?” 응?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디아나? 설마 어젯밤에 있었던 일 기억 안 나는 거야?” “음? 확실히 자네가 이 몸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얘기해주고, 사랑을 나누고 그대로 밖에…아….” 젠장. 실낱같은 희망을 가졌는데. 역시 기억하잖아. “자, 자네. 설마 어제 밖에서 뭔 일이 있었던 겐가?” 응? 이 반응. 설마 진짜로 기억 못하는 건가? “아, 아니! 없었어! 전혀 없었어! 내가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던건…그래! 그래도 싫어하는 디아나를 억지로 데려간 거니까! 이제 혼날까봐!” 디아나의 반응을 보고 나는 순식간에 변명을 했다. “읏! 당연하지 않나! 자네란 남자는! 그런 상황에서 밖에 나가다니! 제 정신인가?! 아니! 제 정신이 아닐세! 이 변태! 색정광!” 완전히 잠에서 깬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날 토닥토닥 때렸다. “미, 미안! 그래도 디아나도 정신을 잃을 정도로 좋아…미안! 잘못했어!” “용서 못하네! 절대 용서 못하네!” “키, 키스할까?” “자네는 이 몸이 키스로…으음…! 푸하…! 자네…으읍…흐음….” “사랑해.” “이걸로 용서해줄 거라고 생각하지…으음….” 나는 디아나에게 몇 번이나 키스를 하면서, 어떻게든 그 화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한 편으로는 머리를 팽팽 굴리고 있었다. 일단은 이렇게 넘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건 응급처치에 불과하다. 바넷사가 디아나에게 사실을 말하면 그대로 끝이다. 어떻게든 디아나에게 어제 일은 비밀로 해달라고 바넷사를 설득할 수는 없을까? 죽지만 않는 선이라면 실컷 맞아줄 각오도 있는데 말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31==================== 서큐버스의 사정 머릿속은 엄청나게 복잡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면 의심을 받을 뿐이다. 모처럼 디아나의 기억이 깨끗하게 날아간 상태라는 기적이 일어났는데, 이 기회를 스스로 차버릴 정도로 멍청하진 않다고. 때문에 나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바넷사가 부르러 올 때까지 디아나와 노닥거리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바넷사는 오지 않았다. 아니. 평소 바넷사가 부르러 오는 시간에서 겨우 10분정도 더 지났을 뿐이긴 하지만 말이야. 평소엔 거의 초단위로 정확하게 시간 맞춰서 부르러 오는 바넷사인 만큼, 10분이라는 시간은 무슨 일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뭐, 무슨 일이라고 해봐야 그 일밖에 더 있겠냐마는. 아무튼 덕분에 난 조금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아침에 바넷사가 찾아와서는 바로 디아나에게 보고부터 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말이야. 어제 일로 충격을 받았을 바넷사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나한텐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시간이!” “응? 정말이구먼. 바넷사가 이 시간까지 안 오다니. 대체 무슨….” “그, 그런 것보다 일단 얼른 씻자. 다른 애들 기다리겠다.” “너무 그렇게 조급해하지 말게나. 마법으로 씻으면 그만 아닌가.” “아니. 제대로 씻는 편이 좋아.” “으음?” “그게…왜. 그 있잖아.” “자, 자네 대체 어제 무슨 짓을 한 겐가?!” 솔직히 변명할 말이 생각이 안 나서 대충 얼버무린 건데, 우리 디아나는 또 내가 유도한 대로 행동을 해줬다. 대체 무슨 상상을 한 걸까? 음부가 순간 꾸욱 조여 왔는데. “별 짓 안 했어. 별 짓 안 했지만 말이야. 그래도 제대로 씻는 게 좋지 않을까 해서 말이야.” “그런데 눈은 왜 피하는 겐가?! 목소리는 왜 떨리는 겐가?!” “아, 아무튼 내가 정령으로 씻고 먼저 내려가서 얘기해 둘 테니까 말이야. 디아나는 느긋하게 씻고 와.” 나는 토닥토닥 공격을 날려대는 디아나를 필사적으로 진정시키면서, 물의 정령을 소환하여 몸을 씻고 방을 빠져나왔다. 좋아. 이걸로 일단 미션 1단계는 완료했다. 나는 방을 빠져나와서 곧장 근처에 보이는 메이드에게 향했다. 시간이 별로 없다. 디아나에게 느긋하게 씻고 오라고 말은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디아나가 정말로 느긋하게 씻을 리가 없다. 우리 애들이라면 모를까, 마법사 협회 사람들 같은 경우는 디아나가 올 때까지 식사에 손도 안 대고 기다릴 테니까 말이다. “저기.” “네. 무슨…무, 무슨 일이신지요?!” …왜 우리 메이드들은 아직도 나만 보면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아니. 오히려 예전엔 좀 더 평범하게 대해줬던 것 같은데 말이야. 요즘 들어서 더 반응이 격렬해진 것 같은 기분마저 든다. 나 메이드들한테 뭔가 한 기억이 없는데 말이야. 애초에 나는 거의 바넷사가 밀착 마크해서 그런지 메이드랑 대화할 기회 자체가 별로 없었다고. “바넷사 못 봤어?” “네? 아. 넷! 바넷사님이라면 방에 계십니다! 오늘은 드물게도 컨디션 불량이라는 것 같아요!” “그래? 고마워.” “아, 아뇨!” 끝까지 어색한 메이드의 반응을 뒤로한 채, 나는 바넷사의 방으로 향했다. 예전에 성역 선포에 혼자 걸렸던 걸로 알 수 있듯, 바넷사의 방은 내 방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바넷사. 안에 있어?” 방문 앞까지 도착한 나는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 나서 문을 두드렸다. 쿠당탕탕! 그러자 안에서 요란법석한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런 소란스런 소리와 정반대로, 바넷사의 대답은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이쯤 되니까 정말로 무서워지는데. 그 바넷사가 이런 반응이라니. 대체 얼마나 충격을 받은 거야. 하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도 없는 일이었다. 문고리에 손을 얹고 살짝 돌리자, 아무런 저항 없이 스르르 돌아갔다. 잠겨 있지는 않군. 좋아. 그럼 일단 들어가 볼까. 내가 그렇게 다짐을 했을 때, 갑자기 문이 벌컥하고 열렸다. “…무슨…으읏…!” 당연한 얘기라고 할까, 문고리를 붙잡고 있었던 나는 문이 열리자마자 그대로 딸려 들어갔다. 이대로 가면 바닥에 안면부터 다이빙할 것이 확실할 정도로 몸이 기울어진 나였지만, 의외로 내 얼굴을 물컹한 감촉에 감싸이면서 데미지를 입지 않았다. 그리고 안면에 느껴지는 그 감촉은, 내겐 꽤나 익숙한 감촉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얘건 익숙하지 않지만 말이야. “…야. 말해두지만 일부러 그런 게….” 바넷사의 가슴에 그대로 처박힌 얼굴을 살짝 들어 올리자, 거기엔 미동도하지 않고 굳어있는 바넷사의 얼굴이 있었다. 평소보다 미묘하게 퀭한 눈을 하고 있는 걸로 보아, 아마 한 숨도 못 잔 거 아닐까? “읏…떠, 떨어지십시오.” “넵.” 극심한 분노에 휩싸여 부들부들 떠는 바넷사를 바라보고,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큭!” 아, 아냐! 지금 건 아냐! 얼굴로 가슴 감촉을 만끽한 게 아냐! 그냥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것뿐이라고! 나는 황급히 몸을 뒤로 빼냈지만, 바넷사의 우중충한 표정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 “…….” 아니. 그렇게 지그시 보고만 있으면 좀 무서운데요. 보통은 어쩐 일로 왔냐고 물어보는 게 맞지 않니? 우리 슈퍼 집사님은 다 좋은데 사교성이 너무 없다니까. 어쩔 수 없지. 여기선 사교성 하난 누구한테도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이 내가 먼저 말을 꺼낼 수밖에. “어…음…그…잘 잤어?” 나는 잽을 날리는 기분으로, 일단 가볍게 인사부터 나눠보기로 했다. “…그렇게 보입니까?” “아뇨. 죄송합니다.” 이건 틀렸다. 상대는 전혀 인사를 나눌 마음이 없어. 철벽녀인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에에잇! 하지만 난 그런 걸로 굴하지 않아! 눈앞에 철벽이 있다면 뚫고 가면 그만이야! “그게, 어젯밤 일말인데.” 인사를 거부당한 나는 곧장 원래 여기 온 목적을 말하기로 했다. “…읏!” “부탁이야! 디아나한텐 비밀로 해줘! 어차피 서로 사고 같은 거였잖아? 서로 잊고 지내는 게 좋다고!”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디아나님께선 어제….” “걔 기억 못해! 너무 흥부…아, 아무튼! 기억 못 해! 그러니까 부탁해! 비밀로 해줘!” “…기억을 못해? 정말, 정말입니까?” “그래!” 내 대답을 듣자, 바넷사의 안색이 조금은 밝아진…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장담을 못한다고. 얘 표정은. “…하지만.” “부탁이야. 네 충성심은 잘 알지만, 디아나를 위해서라도 비밀로 해줘! 디아나도 이대로 잊고 지내는 게 행복할 거야! 얼마나 충격적이었으면 그 디아나가 기억에서 지워버렸겠어?!” 나는 바넷사의 충성심을 오히려 역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뭐, 솔직히 충격보다는 너무 흥분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던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다. 디아나도 잊고 있는 게 행복할 거란 건 사실이다. 어젯밤 일을 기억해내면 부끄러워 죽으려고 할 건 분명하니까. “…구원님은 아무렇지도 않으신 겁니까?” 하지만 내 부탁에, 바넷사는 의외의 질문을 던져왔다. 조금 풀린 것 같다고는 하나 여전히 딱딱하게 긴장한 얼굴로. “그야 나도 솔직히 부끄럽지만, 뭐 서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인 거니까. 어제 일은 서로 넘어가자고.” “아뇨. 그런 뜻이 아닙니다만.” “어? 응? 그런 뜻이 아니라니? 그럼 무슨 뜻인데?” “……서, 설마 모르는…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모르시면 됐습니다.” 바넷사는 어째선지 눈썹을 살짝 찌푸리고는, 살짝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왜? 뭔데 그래? 궁금하잖아?” “모르시면 됐다고 했습니다.” “넵.” 얘 가끔 공손한 말투로 날 협박하려고 들더라. 집사가 그래도 되는 거냐? 뭐, 이번만큼은 나도 원하는 바가 있으니 물러나 주겠지만 말이야. “그래서. 비밀로 해줄 거야?”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대신, 구원님께서도 어제 제 모습은 디아나님께 반드시 비밀로 해주십시오.” 바넷사의 대답을 듣고, 나는 그제야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아, 그렇구나. 나도 어제 일을 디아나에게 들키기 싫었지만, 바넷사도 마찬가지 기분이었던 거구나. 처음부터 바넷사가 디아나한테 말할 걱정 같은 건 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 하긴. 그야 그렇지. 생각해보니까 그래. 그런데서 혼자 자위하고 있는 모습을 존경하는 주인님께 들킨 건데. 그야 부끄럽겠지. 오늘 이렇게 방에 처박혀있었던 것도, 디아나한테 자위를 들킨 충격에 처박혀있었던 건가? 난 또 어제 우리 모습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그런 줄 알았네. 휴우.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그래. 그럴게.” “…꼭입니다.” “아, 알았다니까.” 그렇게 무서운 얼굴로 강조하지 않아도 잘 안다고. “서로 디아나에게 비밀을 공유하는 동지끼리 앞으로도 잘 해보자고.” “구원님과 이런 비밀을 공유하는 건 제가 원하던 바가 아닙니다만…. 역시 사실을 밝히는 편이….” “그, 그만 두라고! 이것도 다 디아나를 위해서니까!” 얘가 큰일 날 소릴 하네. 누굴 잡으려고. “하지만 어젠 진짜 깜짝 놀라서 말도 안 나왔어. 설마 바넷사가 그런데서 자위를 하고 있을 줄이야.” 마음이 가벼워지자, 드디어 나도 다시 농담을 할 여유가 생겼다. “혹시 전에 했던 내 애무를 잊을 수 없어서?” “…읏!” 하지만 나와는 반대로, 바넷사는 전혀 농담할 기분이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내가 그런 질문을 던진 순간, 바넷사는 불의의 일격을 맞은 듯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전신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엄청난 살기를 뿜어내며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미안. 농담이었으니까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줄래?” 우와. 사과해도 계속 노려보잖아. 대체 얼마나 싫었던 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완전히 농담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도 그럴게, 정확히 내가 애무를 해줬던 그 장소라고? 우연히 방만 같은 거라면 모르겠는데, 정확히 욕조 안이라고? 혹시 얘가 나한테…그런 의심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잖아?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방금 전 농담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떠보려는 목적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바넷사의 살기를 보고 내가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생각을 했는지 깨달았다. 방금 그 살기는 진짜였어. 아마 내가 디아나의 남자만 아니었으면, 살인멸구라도 할 기세였다고. 그래. 이 충성심 투철한 애가 나한테 감정이 있을 리가 없지. 디아나에게 그렇게나 헌신하는 바넷사다. 만약 나한테 그런 감정이 생기면 자신의 마음을 죽여서라도 억누를 성격인데, 그렇게 대놓고 날 생각하며 자위에 빠질 리가 없나. 섹스 난이도만 놓고 보면 최하라고 할 수 있는 펠리시아랑 최근 엮인 것 때문에 또 자만에 빠진 거 아냐? 조심하라고 구원. 그 펠리시아 조차도 나한테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고. 그냥 정액과 쾌감을 원할 뿐이지. 아마 바넷사도 마찬가지일 거다. 어젯밤에 욕조에서 자위를 한 건, 아마 최근 가장 쾌감을 느낀 장소가 거기라서 그런 거겠지. 다른 남자를 만나는 기색 같은 건 전혀 없으니, 아마 바넷사에겐 그 날이 마지막으로 남자에게 만져진 날일 거다. 그러니 나한테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쾌감을 기억해내서 자위의 효율을 높이려고 했을 뿐인 거다. “아니. 미안하다니까. 그렇게 자위할 정도로 욕구불만이면 내가 도와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아니. 진짜 미안.”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마지막으로 바넷사를 떠볼 겸 그렇게 중얼거려 보기도 했지만, 돌아온 건 붉게 물든 바넷사의 분노한 시선뿐이었다. 결국 바넷사는 내가 방에 나가고 문을 닫을 때까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날 노려보는 걸 멈추지 않았다. 그나저나 쟤. 오늘은 끝까지 방에 틀어박혀 있을 셈인 걸까? 일단 방금 대화로 어젯밤 일은 해결 됐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아니. 뭐. 일단 해결은 됐다곤 하나, 그래도 역시 디아나 얼굴을 보기는 부끄러운 거겠지. 나는 혼자 그렇게 납득하고는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은 또 뭘 하지. 공주랑 일이 완전히 해결 될 때 까지는 던전에 가기도 힘들 것 같고. 1계층 조사가 계속 미뤄지네.” 아무튼 그렇게 일이 일단락 된 후, 나는 식사를 마치고 나서 의자에 반쯤 드러눕듯 기대앉아서 중얼거렸다. 아, 참고로 바넷사는 디아나가 식당에 내려오기 직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무래도 나와 대화를 마친 후 준비하고 오느라 시간이 좀 걸렸던 모양이다. 오늘도 완벽하게 단정한 모습으로 집사 일을 하고 있었다. 디아나나 나랑 대화할 때는 살짝 어색해보이기는 했지만, 그건 아마 내가 사정을 전부 알고 있으니 그렇게 보일 뿐.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미묘한 수준이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감기약 먹고 그대로 잠들어서 늦었습니다. 원래 안 이랬는데 요즘은 왠지 약만 먹으면 졸리네요. 432==================== 또 다른 발견 “음? 자네 설마 영상을 찍을 때까지 기다릴 셈인 겐가?” “응. 그런데?”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영상을 찍으려면 꽤나 준비가 필요할 걸세. 새로운 마법구도 만들어야하고, 무엇보다 공주는 보급을 위해 교단을 설득할 모양이니 말일세.” “응? 설마 정말로 신전 교육장에서 쓰게 하려고? 성직자들 사이에선 금기잖아.” “직접 보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교육용. 게다가 여신의 사자가 직접 주도하는 일이라는 걸 내세워서 교섭을 시도할 모양일세. 게다가 각 신전에의 보급 비용도 왕가에서 지원하는 형식으로 말일세. 게다가 교육용 영상이 보급되면 헌금을 내는 신도들도 더욱 증가할 테니, 교단 측에서도 나쁜 얘기가 아니지.” 과연. 그때 어쩐지 마틸다까지 껴서 심각한 얼굴로 토론을 하더라니. 그런 얘기를 하고 있었던 거냐. 실비아로…아니. 실비아랑 노느라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펠리시아 걔가 머리는 잘 돌아가는 것 같다니까. 개인적으로도 교섭이 꼭 잘 됐으면 좋겠다. 보급을 위해서뿐만이 아니라, 교단의 이익이 된다는 측면에서도. 레이아나 마틸다, 소피아 대사제를 필두로 여기 종교단체에는 호감 가는 인물들이 많으니까 말이야. 소속인물뿐만 아니라 단체로 보더라도 그렇다. 헌금으로 번 돈은 사제들의 생활비 이외엔 대부분 사회적 약자에게 환원하는 모양이고, 자세한 건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그 흔한 부정부패조차 보지 못했다. 역시 진짜 신이 존재하는 만큼 종교단체에서 부패할 정도로 배짱 있는 놈은 없는 거겠지. “아무튼 그러니 촬영 준비를 기다리기 보다는 던전에 가는 게 좋을 걸세. 어차피 1계층의 조사를 하러 가는 것이고, 그리 오래 걸릴 일도 아니지 않나?” 뭐, 그야 그렇지. 혹시 4계층까지 그대로 쭉 이어져있는 건 아닐까 하는 기대도 품고 있기는 하지만, 만약 정말로 그렇다고 하더라도 탐험 한 번에 4계층까지 가지는 않을 거니까. “좋아. 그럼 갈까?” “음.” 조금 즉흥적이지만, 뭐 우리가 던전에 가는 건 기본적으로 즉흥적이니까. 바넷사에게 말을 해서 필요한 물품을 준비시키고, 점심을 먹은 후에 우리는 던전에 가기로 했다. 그리고 던전에 가기 앞서 파티원 보고를 위해 레이첼 누님에게 들렀다는 얘기지만…. “어머. 구원씨. 안녕하세요.” 식사 이후로 조금 사건들이 많아서 완전히 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첼 누님이랑 안 좋게 헤어졌었지. 날 바라본 레이첼 누님은 완전히 영업 스마일을 띠운 채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뭐가 문제냐고? 바로 영업 스마일이란 게 문제야. 저 완전히 남을 대하는 것 같은 미소를 보라고.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나게 하잖아. “누님 죄송합니다.” “어머. 뭐가요?” “…….” 나는 일단 사과를 해봤지만, 누님의 반격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뭐가라니. 미안해요. 솔직히 말해서 누님이 왜 화난 건지 잘 모르겠어요. 아냐. 당황하면 안 돼. 이런 때일수록 침착하는 거야. 생각하자. 그땐 너무 당황해서 제정신이 아니었어. 곰곰이 과거를 잘 돌이켜보면 내 뛰어난 추리력으로 분명 누님이 화난 이유를 짐작해낼 수…. “평소처럼 파티원은 구원씨 포함 6분. 그걸로 된 거죠? 네. 확인했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하지만 누님은 내 짧은 침묵을 보고 내가 아직도 누님이 화난 이유를 모른다는 걸 깨달았는지, 어딘지 차갑게 느껴지는 영업용 미소를 띠우며 그렇게 말했다. “아니. 누님.” “안녕히 가세요.” 하아. 어쩔 수 없나. 일단은 물러설까. 어차피 아직 누님이 화난 이유를 모르는 건 사실이고. 생각날 때까지 여기에 죽치고 있을 수도 없다. 내 뒤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다른 모험가들도 있고, 무엇보다 우리 애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니까. 나중에 던전에서 돌아온 후 차분히 생각해서 이유를 밝혀내고는 제대로 사과하자. 아마 차분히 생각하면 금방 이유를 알아낼 수 있을 거다.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이런 상태인 걸 보면 아마 예삿일이 아닐 테니까. 나는 일단 레이첼 누님에게의 사과를 우선순위에서 미뤄놓고 던전을 향해 출발했다. “여기가 1계층의 텔레포트…이렇게 보니까 엄청 좁네.” 그래서 우리는 일단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여 1계층의 마지막 층으로 왔다. 실은 설치했을 때 따라온 게 마지막으로, 그 이후 여기 온 건 처음이기도 하다. 마을을 짓고 클랜이 주둔하여 마법진을 수비하는 다른 계층과는 다르게, 여기는 마법진을 관리하는 직원 혼자서 쓸쓸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뭐, 어차피 몬스터가 온다고 해도 통로를 통해 한 마리씩밖에 못 오니, 수비 병력이 필요 없기는 하지. 게다가 이렇게 유지비가 싼 만큼 이용비도 싸니까 말이야. 1계층에 다니는 모험가들이 편히 이용할 수 있을 만큼. 그럼 돈이 안 되는 건 아니냐고? 그게 그렇지도 않단 말이지. 모험가의 절대 다수는 1계층에서 머무르고 있다. 내가 늑대개를 사냥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듯이, 그저 생활을 위해서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으니까. 그만큼 여기 텔레포트 마법진의 이용객은 다른 계층에 비해 압도적으로 숫자가 많고, 쥐꼬리만 한 돈이라도 모이고 모이면 불어난다는 얘기다. 즉, 난 여기서 들어오는 돈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어! …응. 알아. 그래도 호화저택 생활은 불가능 하니까 더 벌어야 되지. 난 결코 기둥서방이 아니니까! 길드 직원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우리는 곧장 그 미역이 있던 연못으로 향했다. 도중에 만났던 몬스터들은, 솔직히 말해서 스쳐도 꽥하고 죽는 수준이라 언급할 가치도 없었다. 그렇게 전투를 안 하는 것과 거의 똑같은 속도로 연못까지 도착한 우리는, 물가에 서서 맑은 연못물을 내려다봤다. “물속이라…확실히 장비가 없으면 탐험하기 힘들 테고, 1계층에 다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여길 들어가 볼 생각을 못 했겠지.” “음. 게다가 개미굴을 밝히기 전까지는 그런 던전 속 던전 같은 곳이 있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었으니 말일세.” “좋아. 가볼까.” 혹시 예전에 봤던 미역놈이 또 튀어나올까봐 잠깐 대기해봤지만, 연못은 잠잠하기 그지없었다. 우리는 4계층에서 쓰던 마스크를 전원 장착하고, 연못 속으로 하나둘 다이빙을 했다. “…생각보다 엄청 좁네.” 연못 밑은 겉보기와 달리 엄청나게 넓은 공간이 펼쳐져있고, 거기엔 새로운 몬스터들이…같은 전개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생각처럼 모든 게 쉽게 풀리진 않았다. 연못 아래는, 그냥 딱 겉보기 수준의 공간밖에 펼쳐져있지 않았다. 깊이는 대략 4~5미터 정도. 생물체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바닥에는 미역처럼 보이는 수초들이 몇 개 흔들거리는 게 전부였다. “일단 구멍 같은 게 있는지 살펴보자. 저기 미역들은 아마 몬스터니까 조심하고.” 개미굴도 그랬던 것처럼, 혹시 여기도 성기를 통한 통로가 존재할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1계층의 몬스터들 중 오크의 성기는 그를 이용한 비밀 통로가 밝혀지지 않기도 했고. 우리는 일단 각자 흩어져서 연못 안의 바닥과 벽면을 샅샅이 살펴보기로 했다. 물속이라 시야가 좋지 못해서 구멍 같은 건 바짝 다가가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들단 말이지. 몬스터들이 있는데도 왜 각개 행동을 하냐고? 그것도 문제없다. 몬스터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레벨이 깡패라고, 1계층 몬스터 수준이면 이제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으로도 때려잡을 수 있는 수준이니까. 역시나 가까이 다가가니 미역 놈들이 활동을 개시하기는 했지만, 가벼운 주먹질 한방에 마석과 미역 줄기만을 남기고 소멸되었다. 아무튼 그렇게 바닥을 살피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누가 어깨를 톡톡 건드려왔다. 뒤를 돌아보자 우리 천사님이 개헤엄 자세로 다가와서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다. 그리고 기쁜 표정으로 입을 움직이며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랑스럽다. 개헤엄 자세가 가슴을 강조해주는 것도 그렇고, 뒤에서 붕붕 흔들리고 있는 꼬리도 그렇고. 무엇보다 그냥 존재 자체가 사랑스럽다. 역시 천사님이야. 아니. 지금은 천사님의 천사다움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지. 내가 바람의 정령을 불러내어 레이아와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들자, 귀를 즐겁게 하는 천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원씨! 찾았어요!” “뭐? 정말로!” “후훗. 네! 이쪽이에요.” 천사님은 한 손으로 내 손을 잡은 채, 열심히 개헤엄 자세로 헤엄을 쳤다. 결혼하고 싶다. “여기에요. 여기. 어때요?” “오오. 정말이네.” “후훗. 역시 구원님의 예상대로네요.”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며 말하는 그 모습에, 나는 무심코 꼬리를 쓰다듬어줬다. 아니. 엉덩이 만지려는 거 아니라고. 머리는 마스크가 씌워져 있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이렇게 붕붕 흔들리는 거 보면 분명 레이아도 좋아하고 있는 거라고. 아무튼 나는 인벤토리에서 오크의 성기를 하나 꺼내서 구멍에 집어넣어봤다. 그러자 익숙한 땅울림과 함께, 구멍이 점차 넓어져가며 통로로 그 모습을 변화했다. 좋아! 역시 있었어! 이거 진짜로 4계층으로 향하는 직행 통로인 거 아냐? 땅울림을 느끼고 모여든 모두와 기쁜 얼굴로 환희를 나누면서, 우리는 한명씩 통로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잠시. 그리 길지 않은 통로를 지나자, 우리는 물을 빠져나와 다시 밖으로 나오게 됐다. 역시 4계층으로 향하는 직행 통로 같은 건 꿈이었나. 이래선 실비아와 마틸다의 수영연습조차 못 하게 되잖아. “이곳은…아직 1계층인걸까?” 다들 통로를 빠져나오고 나서, 주위를 둘러본 사라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확실히. 마지막 층에서 밑으로 향한 통로를 지난 거니 2계층에 도착했을 법도 하건만, 이 동굴처럼 보이는 곳의 벽은 여전히 수분을 듬뿍 먹은 진한 흙색이었다. “그런 것 같네. 개미굴처럼 1.5계층 정도의 난이도라는 가능성도 있겠지만. 아무튼 어때? 마틸다. 버틸만해?” “넷? 네, 네에. 절 그렇게 신경써주시다니….” “그래. 그래. 내가 좀 착하지.” 또 다시 별거 아닌 말에 핑크빛 분위기로 물들어버린 마틸다를 적당히 상대하면서, 나는 생각을 계속했다. 수영 연습은 물 건너갔다고 하더라도, 마틸다의 던전의 마력에 익숙해지기 훈련은 계속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설마 비밀 통로가 물속에 있는 게 단순한 페이크였다니.” “뭐, 너무 그렇게 낙담하지 말게. 꼭 4계층과 연결되어있지 않더라도, 새로운 통로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일세.” “그야 그렇지만 말이지….” 뭐, 개미굴도 난이도는 2.5계층 정도로, 2계층은 여유롭지만 3계층은 버거운 모험가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모양이니까. 여기도 그런 식으로 모험가들의 도움이 되는 장소가 될 수는 있겠지. 확실히 성과는 성과다. 내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의 성과지만. “그래도 이왕 왔으니까 좀 둘러보는 게 어때?” “그래. 일단 그러도록 할까.” 기대와는 다른 결과가 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파티장인 내가 필요 이상으로 축 처진 모습을 보일 수도 없지. 나는 처지려는 기분을 억지로 다잡고 동굴 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디아나의 마법이 내는 빛을 의지하면서 동굴을 전진해나가자, 얼마 지나지 않아 “키긱. 킥.” 하고 웃음소리 비슷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조그만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동굴이니만큼 코볼트인가. 너무 뻔하잖아. 나는 곧장 활로 공격을 하려는 사라에게 손을 들어 제지하고는, 놈들에게 저벅저벅 걸어가서 성자의 손길을 두른 주먹을 한 대씩 후려갈겨줬다. 아무리 그래도 일단 처음 본 몬스터니까 말이야. 성기 하나정도는 확보해놓는 편이 좋겠지. 그런 가벼운 생각으로 성자 스킬을 사용한 채 직접 해치운 거였지만, 내 행동은 예상외의 결과를 낳았다. 아니. 해치우지 못한 건 아니야. 제대로 한 방에 한 명씩 질질 싸게 만들면서 해치웠어. 문제는 질질 싸는 느낌이 왠지…. “설마…아닐 거야. 누가 제발 아니라고 해줘.” “성기 드랍 안 했네.” “끄아아악! 내 누우우우운! 내 소오오온! 더럽혀졌어어엉!” “어째서 수컷을 상대했을 때보다 더 극심한 반응인 겐가.” …생각해 보니까 그렇네. 아니. 미안. 왠지 그 외모에 전원 암컷이라는 게 믿겨지지가 않아서. “구원 설마…!” “아, 아냐! 그 표정은 뭐야?! 사라 너 지금 자기 남자한테 무슨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품는 거야?!” “저렇게 정색하니 더 의심스럽구먼.” “디아나 너마저?!” “아, 아냐. 난…! 난 그런 게…!” “아,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필사적으로 달려들지 말게. 조금 장난 친 것뿐이지 않은가.” “장난도 쳐도 되는 장난이 있고 치면 안 되는…!” “……자네가 지금 그 말을 이 몸에게 하는 겐가?” …미안. 어젯밤은 내가 좀 심했지. 바넷사와 맞닥뜨린 건 기억 못해도, 내가 밖으로 데려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날 원망하고 있는 디아나였다. 역시 바넷사에게 비밀로 해달라고 한 건 정답이었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구원의 눈치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왔기에 조금 설명을 할까 합니다. 일단 구원의 현재 상태는 눈치가 없는 것과는 조금 다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치가 없어졌다기보다는 다른 여자에게 그렇게까지 관심을 안 가지게 된 거죠. 예전 구원은 성에도 연애에도 굶주려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현 상황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는 구원은 다른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는지 어떤지를 예전만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게 됐습니다. 때문에 예전에는 상대가 튕기면 ‘정말 그럴까?’라고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고심했지만, 지금은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가게 변했습니다. 눈치는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특히 자기 여자들한테는 여전하죠. 그 예로 바로 몇 화 전에도 디아나가 레이아 흉내를 냈을 때도 곧장 눈치를 챘죠. 그리고 눈치가 죽진 않았단 증거로, 저번 화도 바넷사가 자신과의 해프닝이 있었던 곳에서 자위를 하는 걸로 의심하고 그에 관한 반응을 보기 위해 성희롱처럼 들리는 질문을 의도적으로 던졌죠. 하지만 바넷사가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살기를 띠는 걸 보고 바로 아닌가보다 하고 넘어가 버린 겁니다. 이는 다른 히로인 후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석될 수 있는 행동이나 발언들이 보이면 마로 그냥 넘어가버린 겁니다. 앨리시아의 폭력. 레이첼의 그냥 모험가와 안내원 사이 선언. 펠리시아의 직접 발언이 그것이죠. 유일하게 레이첼과의 식사 때 발언이 그런 구원조차 의심하게 만들 만큼의 파괴력이 있었지만, 하필이면 그때의 구원은 도저히 레이첼의 마음에 신경을 써줄 상황이 아니었죠. 물론 구원의 상태가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 고정되어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를 위한 떡밥도 많이 던져 놨으니 금방 바뀌게 될 거예요. 433==================== 또 다른 발견 “…왠지 엄청 지친다.” 야영준비와 저녁식사를 마친 후, 나는 드러누워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니. 왠지는 무슨. 솔직히 말하면 왜 이렇게 피곤한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던전탐험이 힘든 건 아니다. 그냥 걸어 다니는 것과 별다를 게 없는데 뭐가 힘들겠어. 여긴 아마 1.5계층 정도의 수준일 거라고 짐작되지만, 우리한텐 1계층 몬스터들이나 여기 몬스터들이나 톡 치면 억하고 죽는 건 마찬가지라서 솔직히 1계층보다 난이도가 높은 게 맞는 건지 어떤지도 확신하기 힘들었다. 상황이 그러니 체력적으로는 전혀 문제없었다. 야영하지 않고 더 돌아다녀도 문제없을 수준으로 말이다. 문제는 정신적으로 피곤하다는 거다. 아니 어떻게 된 게 수컷이 하나도 없을 수가 있지? 대부분 수컷밖에 보이지 않던 오크를 상대하면서도 품지 않았던 감상을, 나는 지금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그 이후로도 나는 혹시나 있을 성기를 얻기 위해 꾸준히 성자 스킬을 사용했다. 물론 더 이상 직접 공격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간접 공격으로도 정신적 데미지가 없는 건 아니었다. 성역 선포를 사용하고 사라에게 마무리를 짓게 만들면, 사라가 공격하기 직전의 그 짧은 틈에 발정 난 암컷 코볼트들이 날 향해 달려드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렇다고 성자의 파동으로 한 방에 끝내버리면 암컷 코볼트들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분수를 뿜으면서…으윽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썩는 기분이야. 안 본 눈과 뇌를 살 수 있다면 사고 싶다. 이 내가 차라리 수컷 새끼들이 낫단 생각을 하게 될 줄이야. “괜찮으신가요?” 지친 표정의 내가 걱정됐던 건지, 레이아가 내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왔다. 크흐흑. 네. 천사님이 이렇게나 걱정해주시는데 당연히 괜찮아야죠. 천사님의 존안을 뵙는 것만으로도 썩어가던 눈이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응. 레이아 덕분에 훨씬 괜찮아졌어. 고마워.” “후훗. 다행이에요.” 앞으론 실비아를 껴안고 뒤로는 레이아의 손길을 느끼면서, 나는 빠르게 정신이 안정되어가는 걸 느꼈다. 레이아와 실비아라니. 힐링의 종합선물세트를 한 번에 맛보면서 어떻게 안정이 안 되겠어. 아, 던전에서 실비아 가지고 뭐하는 거냐고? 괜찮아. 지금 여기는 동굴에서도 움푹 들어간, 등 뒤와 좌우, 위아래가 꽉 막힌 지형이다. 게다가 유일한 디아나의 알람 마법도 정면의 통로에 쳐놨으니, 기습당할 염려는 없다고 보면 된다. 그러니까 자기 전 힐링 정도는 괜찮잖아? 실비아도 그걸 아니가 이렇게 전투 모드가 풀려서는 진동하고 있는 거고. “하아…안정된다.” “그, 그, 그, 그러씁니까아아….” 내 정신 안정을 위해, 오늘의 실비아는 도망갈 생각도 못하고 그저 꾹 참은 채 덜덜 진동만 하고 있었다. 뭐, 던전 안에서 도망 가봤자 어디로 도망가겠냐는 것도 있겠지만. “적당히 해두고 쉬게나. 실비아양도 푹 쉬어야하지 않겠나.” “무슨 소리야. 실비아는 푹 쉬고 있다고. 그렇지 실비아?” “우…네, 네에에에…!” 내가 축 늘어진 실비아의 팔을 들고 휙휙 움직이면서 말하자, 실비아가 벅차오르는 감동을 억누르지 못한 채 말했다. 음. 음. 그럼 그럼. 파티원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파티장의 일이니까 말이지. …뭐 장난은 이쯤하고 그만 쉴까. 이러다 내일 실비아가 실수라도 해버리면 할 말이 없어진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또 실비아랑 섹스하는 거 까먹었으니까 말이야. 너무 놀다가 또 저번처럼 혼자 해소도 할 수 없는 성욕만 쌓게 만들면 미안하니까. 뭐, 전에 그렇게 확실히 말해둔 만큼, 실비아도 이제 참기 힘들면 나한테 얘기할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낮에는 정신적으로 고통 받고, 밤에 쉴 때는 정신을 회복하는 걸 반복하면서, 우리는 동굴을 탐험해 나갔다. 그리고 그 결과. “…2계층이네.” “…응. 그렇네.” 코볼트의 보스 같은 놈을 쓰러뜨린 우리는, 개미굴에서와 마찬가지로 2계층의 한복판으로 이어진 통로를 발견했다. 허무하다. 게다가 날 더 허무하게 만드는 건, 결국 성기는 하나도 얻지 못했다는 거다. 심지어 보스마저도 암컷이었다고. 그간 소모된 내 정신력은 어떻게 보상할 건데. “흠. 여긴 위치가 어디쯤인가?” 어딜 보나 거기가 거기로 보이는 2계층 사막을 둘러보다가, 결국 여기가 어딘지 모르겠다는 듯 디아나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응? 잠깐만. …2계층의 오크 주둔지네.” 그리고 맵을 확인 결과, 의외의 사실이 판명됐다. 예전에 1계층에서 오크형 계층의 주인을 쓰러뜨리고 내려왔던 그 곳의 근처였던 거다. 아니. 생각해보니 의외도 아닌가. 애초에 연못 자체가 굳이 말하자면 오크 주둔지 쪽에 더 가까웠고. “그렇다는 말은 기존 입구보다는 마을 근처라는 얘기구먼.” 우리가 오크 주둔지를 통한 새로운 루트를 개척한 후, 이후로 다른 모험가들도 오크 주둔지를 공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길 통해 2계층으로 진입하는 모험가들도 꽤나 생긴 모양이다. 거기서 2계층으로 내려오면 바로 만나는 적들이 또 사막 오크니까 말이다. 사막 오크가 2계층 몬스터들 중에선 제법 강력한 편이기는 하지만, 일단 상대하는 방법 자체는 1계층 오크와 다를 게 없어서 선호하는 모험가들이 많다는 모양이다. 아무튼 그래서 그간 진척이 별로 없던 이쪽 지도도 꽤나 활발하게 메워지게 됐는데, 그 결과 2계층 마을까지의 거리는 이쪽 루트가 더 가깝다는 게 판명됐다.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면, 레이첼 누님이 전에 신나서 얘기해주셨다. 그러고 보니 레이첼 누님 화도 풀어야 하는데, 이번 탐험은 너무 정신적으로 피곤해서 누님이 화난 이유를 생각해낼 짬이 안 생긴단 말이지. 그리고 오늘 우리가 발견한 코볼트 동굴을 통한 루트는, 오크 주둔지를 통하는 것보다 마을과 더 가까운 곳과 연결된다는 얘기다. 아, 응. 그렇네. 뭐, 신인 모험가들한테는 엄청나게 좋은 정보네. 이거. 우리가 지나온 코볼트 동굴의 입구가 물속이란 것만 제외하면, 아직 2계층으로 넘어오지 못한 모험가들에겐 천금 같은 정보가 될 거다. 뭐, 입구가 물속이란 장애도 솔직히 그다지 문제될 건 없고 말이다. 우리는 바닥을 샅샅이 살피느라 마스크까지 썼지만, 제대로 숨을 참고 재빨리 통로를 열어 이동하면 잠수만으로 이동 못할 거리도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 고생을 하고 얻은 정보란 게 고작 신인 모험가들을 위한 정보인가.” “뭐, 뭐, 명성은 쌓이지 않겠어?” 그간 내가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 직접 봤기 때문인지, 사라도 이번만큼은 날 놀리지 않고 솔직하게 위로를 해줬다. 명성이라…그거 쌓아서 지금까지 좋은 꼴을 본적이 없단 말이지. 웬 시답잖은 놈들이 구원해달라고 달려들기나 하고. “그렇게 낙담할 거면 차라리 그 동굴을 더 조사해보는 건 어떤가요? 아직 다 돌아본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게 내가 허무해하고 있자, 마틸다가 그런 제안을 해왔다. 뭐, 확실히 다 돌아본 게 아니긴 하다. 아니. 일단 보스가 있는 곳이 끝이기는 했어. 하지만 그 동굴, 디아나가 던전 안의 던전이라고 표현할 만큼 꽤나 넓단 말이지. 중간에 갈림길도 여럿 있었고, 과연 우리도 그걸 일일이 다 확인하면서 맵을 밝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벌써 보스까지 잡았는데, 이제 와서 거길 다시 돌아다녀봤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마틸다의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을 때, 나는 문득 마틸다의 표정이 살짝 불안해 보인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아, 그런가. 이번 탐험은 반드시 뭔가 새로운 발견을 하겠다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었다. 물론 새로운 발견을 하면 좋겠지만, 실비아와 마틸다의 수영연습. 그리고 마틸다가 던전의 마력에 익숙해지는 것 또한 중요한 목표 중 하나였다. 수영연습은 물 건너갔어도, 마틸다가 던전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건 충분히 성과를 보이고 있었잖아. 적어도 동굴 안에서 마틸다의 안색이 나빠 보였던 적은 없다. 하지만 저 얼굴을 보면, 아직 2계층은 조금 불안한 건가. 바보 같기는. 그렇다면 그렇다고 솔직히 말해주면 되는데. “뭐, 뭔가요오?” 내가 손을 뻗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마틸다가 깜짝 놀라서는 톡 쏘는 말투로 말하려다가 점차 말꼬리가 늘어지며 목소리가 풀려갔다. 아니. 그러니까 너 너무 쉽다고. “그래. 이왕 발견한 거, 좀 더 돌아다녀보자.” 나는 마틸다의 머리를 더 쓰다듬어 주고, 다시 한 번 코볼트 동굴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진짜 쓸데없이 복잡하고 기네. 혹시 개미굴도 딴 데로 가면 이렇게 넓은 건가?” 또 다시 달려드는 코볼트를 한 방에 처리하면서, 나는 푸념 아닌 푸념을 했다. 전투 중에 긴장 풀고 잡담이나 한다고 뭐라 하지 마라. 시각 테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일부러 이렇게 집중을 안 하는 거니까. 게다가 여기 보스도 결국 한 방이었다고. 방심하면 위험하다고 하기엔, 우리 수준이 너무 높았다. “음. 그렇다고 하더구먼. 거기도 모험가들이 꽤나 개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완벽한 지도는 작성되지 않았다고 하더구먼.” 그렇기 때문에 디아나도 이번만큼은 별 다른 주의도 하지 않고 내 잡담에 어울려줬다. 하지만 디아나가 그걸 어떻게…아. 개미굴에서 마법사 협회 사람들이 거대 마석 조사를 하고 있었지. 그 사람들을 통해서 들은 건가. “만약 여기도 개미굴과 마찬가지라면, 우리들만으로 맵을 전부 밝히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네.” “굳이 다 밝힐 필요 없이 적당히 하다 돌아가죠?” 자기 때문에 우리가 아직 여길 더 돌고 있다는 자각이 있는 건지, 마틸다가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런 표정 안 해도 되는데 말이야. 어차피 얘가 던전에 익숙해지면 나중에 도움이 되는 거고. 지금 이건 마틸다를 위해서라기보다는 우리가 투자를 하는 거라고 보는 게 옳다. 따지고 보면 애초에 마틸다는 던전에 다닐 이유도 없는 애니까. “응. 괜찮아. 그 정도는 파티장으로서 내가 알아서 조절할게. 조금 믿음직스럽지 않을 진 몰라도 맡겨둬.” “아, 아뇨…그런 건….” 설마 내가 다정하게 말해줄지 몰랐다는 듯, 마틸다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얘도 참. 뭐야 그 반응은. 나 이래 봬도 다정한 남자라고. 아니. 뭐, 평소에 마틸다한텐 조금 막대한 감이 있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하지만 정말 넓….” 그렇게 말하면서 맵을 확대 시켜 코볼트 동굴의 맵 전체를 둘러보려고 했을 때, 나는 한 가지 새로운 점을 발견했다. 맵 저쪽 구석에, 이미 밝혀져 있는 곳이 존재하고 있는 거다. 아니. 어차피 이 동굴과 2계층이 연결되어있다는 건 확인했으니, 그렇게까지 이상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쪽은 아까 보스 룸이 있던 곳과는 꽤나 떨어진 곳인데? 설마 여기서 2계층으로 연결 된 통로가 한 군데가 아닌 건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별생각 없이 맵을 조작해 구석의 맵이 밝혀진 곳이 중앙에 위치하도록 끌어왔다. 그리고 그 결과, 이건 어쩌면 내 생각보다도 더 엄청난 발견이 될지 모르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맵 구석의 이미 밝혀져 있던 곳은, 2계층이 아니라 개미굴이었던 거다. 그렇다는 말은 뭐야? 즉, 던전 안의 던전이라고 불리는 이 소규모 던전들은 큰 계층으로만 이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 간에도 이어져있다는 건가? 그렇다는 말은 즉…! 이 발견의 중요성을 깨달은 나는 그동안의 고생이 보상받는 기분마저 들었다. “구원? 왜 그래? 갑자기 눈을 빛내고.” “과연. 사라. 날 잘 보고 있다니까.” “바, 바보…으읏! 오빠! 큿! 그래서 무슨 일인데?!” 야. 이왕 오빠라고 할 거면 좀 더 애교를 담아서 불러달라니까. 게다가 부른 후에 왜 그렇게 분한 표정을 짓는 건데. 너 그런 표정 남들한테 함부로 보여주지 마라. 평소 쿨한 표정이랑 대조돼서 괜히 정복욕이…뭐, 아무튼. 일단 약속을 성실하게 지키는 모습은 칭찬해주지. “우리 어쩌면 생각보다 엄청난 발견을 한 건지도 몰라.” “응?”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일단 가서 확인부터 해보고 설명해줄게.” 갑자기 생뚱맞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하는 다른 애들에게 더 이상의 대답은 해주지 않고, 나는 저기 맵 구석 개미굴이 보이는 쪽을 향해 황급히 발걸음을 옮겼다. 지나친 설레발이 좋지 않다는 건 알고 있을 셈이지만, 역시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34==================== 또 다른 발견 “이상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개미굴에 인접한 곳까지 가는 건 꽤나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다. 일직선으로 곧장 가더라도 며칠은 걸릴 것 같은 거리인데, 미로 같은 동굴을 빙글빙글 돌아야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며칠의 야영 끝에, 우리는 드디어 개미굴에 인접한 곳까지 도착했다. 이제는 굳이 맵을 확대하지 않더라도 저기 구석에 개미굴이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개미굴로 이어질 것 같은 시점에서, 우리는 벽에 가로막혀 더 이상 진행을 못하고 있었다. “구원? 아까부터 뭐하고 있는 거야?” 딱히 책망하는 목소리도 아닌, 그냥 순수하게 궁금하다는 말투의 질문이었지만, 사라의 그 질문에 나는 살짝 민망해졌다. 실은 사실이 드러났을 때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아직 얘들한텐 말 안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여기까지 데려와 놓고, 설마 여기서 길이 막힐 줄이야. 설마 이쪽 루트는 잘못된 루트고, 또 한참 돌아가서 다른 루트로 갔어야 했다든가 그런 건 아니겠지? 차라리 뚫고 가고 싶단 생각마저 들었지만, 그러기에는 또 거리가 조금 있었다. 아무리 몬스터를 사냥해도 시간이 흐르면 그 자리에 몬스터가 다시 생겨나는 것처럼, 던전의 지형 역시도 그 모습을 유지하려고 하는 습성이 있으니까 말이다. 몬스터들은 자연 번식하는 거 아니었냐고? 그것도 물론 있지만, 전에 거대 마석에서 여왕개미가 태어나는 걸 생각해봐. 몬스터가 늘어나는 건 아마 자연번식만으로 되는 게 아니야. 아무튼 이런 소규모 계층은, 그런식으로 원래 모습을 유지하려는 성질이 일반 계층들보다도 훨씬 더 강했다. 개미굴에서 여왕개미가 부활하는 주기가 다른 계층의 주인이 부활하는 주기보다 더 짧았던 것만 봐도 알 수 있겠지. 그러니 아마 뚫고 가려고 하더라도, 길을 뚫는 속도보다 땅속에 매장되어버리는 속도가 더 빠를 거다. “아까부터 같은 곳을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만.” 예전에 자신은 맵퍼가 아니니 길 외우는 건 자신 없다는 선언까지 했던 디아나마저 저런 소리를 할 정도니, 우리가 얼마나 여기서 시간을 지체했는지 짐작이 갈 거다. 어쩔 수 없나. 조금 쪽팔리더라도 솔직히 말하고 조언을 구해보자. “실은 이 너머로 가면 개미굴이 있을 것 같거든. 그런데 길이 없네.” “음? 뭣이?! 그게 정말인가?!” 다른 애들은 그다지 격렬하게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디아나만은 그게 무얼 뜻하는 지 파악했다는 듯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 확실해. 아직 거리가 조금 있기는 하지만.” “과연. 그렇다면 역시 6계층 너머로 향하기 위해서는 성기가 필요했다는 것이구먼! 그렇다면 아마 여기도 마찬가지일 걸세!” “응? 하지만….” “저기. 디아나. 미안하지만 우리도 좀 알 수 있게 설명해주실래요?” 나와 디아나가가 둘이서만 통하는 대화를 나누자, 재미없다는 듯이 사라가 살짝 토라진 얼굴로 말했다. “으음. 그렇구먼. 자네들도 알다시피 현재 던전은 모험가들에 의해 6계층까지 개척된 상황이네. 아라크네 클랜을 필두로 최상위 클랜들이 6계층 공략에 힘쓰고 있는 상황이네만, 실은 6계층의 주인이라고 생각되는 몬스터는 이미 확인이 된 상태라네.” “네? 그렇다면 계층의 주인에 막혀서 더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건가요?” “아니. 그렇지 않다네. 확실히 계층의 주인이 강력하긴 했고, 클랜 하나의 힘만으로 처리하기에는 버거울 정도로 강력하기는 했지. 하지만 최상위 클랜들도 바보가 아닐세. 클랜 하나의 힘으로 안 된다면, 둘이 합치면 되는 법. 이전에 최상위 클랜들의 최정예 멤버들이 총집합하여 6계층의 주인 토벌 작전을 펼친 적이 있다네. 결과는 훌륭히 성공. 다들 승리의 기쁨과 다음 계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기쁨에 들떴지만, 실은 계층의 주인을 처리한 후에도 7계층으로 이어진 통로는 발견되지 않았다네.” “그렇다면….” “음. 때문에 대부분의 모험가들에게 던전은 6계층에서 끝이라는 인식이 박히게 됐지. 아라크네 같이 아직 포기하지 않고 모험을 하는 클랜도 있기는 하지만 말일세. 그런데 저번에 이 자가 여신님과의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6계층 이후가 존재한다는 것이 확실시 되지 않았는가.” “아, 그렇군요. 그래서 그 이후 모험가 분들이 갑자기 그렇게….” 레이아는 뭔가 짐작가는 것이 있다는 듯, 디아나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7계층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발견되지 않고 있었지. 하지만 모험가들에게는 또 하나의 희망이 있었지. 바로 이 자가 공표한, 성기를 통한 비밀 통로 개척일세.” “하지만 디아나. 전에 6계층은 구원의 스킬이 통하는 몬스터가 전혀 없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음. 그랬지. 아라크네 클랜에서 이 자를 데리고 6계층이 아니라 5계층의 몬스터들의 성기를 수집한 것도 그 때문일세. 솔직히 말해서 이 몸은 과연 그런다고 7계층으로 가는 통로가 발견될지는 회의적이었네만, 지금 발견으로 정말로 그 가능성이 생긴 걸세. 생각해 보게. 만약 여기서 개미굴로 이어지는 통로가 발견 된다면, 소규모 계층들끼리는 서로 이어져있다는 얘기가 되네. 게다가 소규모 계층들은 큰 계층의 중간에 위치하여 두 계층 모두와 연결되어 있기도 하지. 그렇다는 말은, 5.5계층을 통해서 6.5계층으로. 그리고 6.5계층에서 7계층으로 이어진 통로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걸세! 이건 정말로 엄청난 발견일세!” 디아나는 내가 생각했던 그대로의 설명을 해주면서 기뻐해줬다. 아니. 허세가 아니라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애초에 난 5계층에서 성기 수집할 때 아라크네 클랜 사람들에게 사정을 대충 들었으니까 말이야. “문제는 여기서 막혔다는 거지만 말이야. 아무리 위치가 가까워도 개미굴로 이어지는 직접적인 통로가 없어서야….” “그러니까 성기일세! 성기가 열쇠일세! 이곳도, 개미굴도, 성기가 없으면 윗 계층에서 출입 자체가 불가능한 곳 아닌가?! 심지어 아래 계층에서 오려고 하더라도, 통로가 숨겨져 있는 곳일세.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아닌 이상 발견하기란 불가능한 곳이지.” 하긴. 개미굴에서 3계층으로 통하는 곳도 눈으로 가려져 있었고, 여기서 2계층으로 통하는 곳도 모래에 파묻혀있었다. “애초에 이 던전은, 구원 자네의 힘이 없으면 6계층 이후로 내려가기 힘들게 설계된 곳이었다는 말일세!” 그 말은 여신님이 이 던전을 만들었다는 설에 힘을 보태주는 얘기가 되어버리지만 말이야. 우리 여신님. 혹시 진짜로 나쁜 사람…아니. 신님인 거 아니겠지? 모처럼 이런 힘까지 줘서 이런 훌륭한 세계에 던져준 거니, 나로선 이왕이면 계속 믿고 싶은데 말이지. 덕분에 우리 애들이랑 만나기도 했고. “즉, 디아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지? 소규모 계층사이를 이어주는 통로 역시 성기를 통해 열릴 거라고.” “음! 바로 그것일세! 애초에 성기가 없으면 들어오기 힘든 곳이니, 다른 곳으로 넘어갈 때도 성기가 필요한 것이 합당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여기, 성기를 드랍하는 몬스터가 없잖아.” 일단 만나는 코볼트들마다 계속해서 성자 스킬은 쓰고 있었다고. 정신력이 퍽퍽 깎여나가는 걸 감안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여전히 성기를 드랍하는 놈들은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개미굴에서도 성기를 드랍하는 놈들은 단 한 마리도 없었고. “흠. 하지만 번식을 하려면 성별이 한쪽으로 쏠려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네. 심지어 여기는 한 종류의 몬스터만 생식하고 있는 구간 아닌가.” “여왕개미가 그랬던 것처럼 거대 마석에서 생겨나고 있을 가능성은?” 참고로 말하자면 코볼트 보스가 있는 곳에도 제대로 거대 마석은 있었다. 이번에도 디아나가 잠깐 조사를 한 결과, 개미굴에 있던 것과 거의 모든 면에서 동일하다는 것 같았다. “흐으음. 이 몸은 아무래도 그럴 것 같지는 않구먼.” “거대 마석을 조사해보니 그런 것 같아?” “그것도 있네만, 솔직히 말하자면 직감에 의존한 면도 있네. 여신님께서 굳이 자네에게 6계층 보다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라고 한 것은, 필시 이유가 있어서라고 생각되네.” 설마 그 디아나가 이런 때에 직감 같은 얘기를 할 줄이야. 아니. 그만큼 날 특별하게 생각한다는 얘기겠지만. “저도 디아나씨의 말에 동의해요. 분명 그럴 거예요.” 그리고 언제나 날 특별하게 생각해주는 레이아가 눈을 빛내면서 디아나의 말을 긍정했다. “뭐, 뭐어…. 그렇다면 일단 성기를 드랍 할 수컷 코볼트란 놈이 대체 어디에 있는지부터 찾아봐야겠네.” 나에대한 기대로 초롱초롱 빛나는 눈을 마주한 나는, 조금 쑥스러워져서 시선을 피한 후 얼버무리듯 그렇게 말했다. “후훗.” 내가 부끄러워한다는 걸 알았는지, 레이아가 귀엽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면서 쿡쿡 웃었다. 동굴 안인데도 미소가 빛이 나시네요. 천사님. “크흠! 자, 그럼 가자고! 다들 눈 크게 뜨고 샅샅이 찾아봐! 자, 출발!” “히우으…으으읍!” 나는 쑥스러운 마음을 감추듯 언제라도 내가 절대 우위에 설 수 있는 실비아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끌어당기며 외쳤다. 하지만 잠깐이나마 진동을 하다니. 실비아야. 집중력 떨어진 거 아니냐? 지금 살짝 전투 모드 풀리려고 했다고. 풀리기 직전에 실비아가 자기 뺨을 손바닥으로 치면서 다시 전투 모드로 돌아갔지만 말이야. 그래. 아무리 여기 몬스터들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우리 이왕이면 방심하지는 말자. 그 이후로도 우리는 꽤나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동굴 안을 탐색해봤지만, 역시나 수컷 코볼트는 발견되지 않았다. “역시 없는 거 아닐까.” “흐음…. 어쩌면 평범한 방법으로는 발견되지 않는 건지도 모를세.” 나는 슬슬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디아나는 자신의 가설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어보였다. 아니. 뭐, 마틸다의 훈련도 포함해서 여기 더 머무르는 것 자체는 나도 찬성이지만 말이야. 이렇게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어서야 의욕이 죽어버리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좋아. 그럼 오랜만에 그걸 해볼까.” “응? 그거라니? 구원. 또 이상한 거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지?” 아니거든! 대체 날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뭐. 입만 열면 엉뚱한 소리를 한다는 건 부정할 수 없겠지만. “미행 말이야. 미행. 우리 예전에 1계층에서 비밀 장소 발견했을 때 생각 안 나?” 그때도 웨어 울프를 미행해서 비밀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지. 그 이후론 딱히 그럴 일이 없어서 몬스터 미행 같은 걸 한 적이 없지만, 오랜만에 내 실력을 발휘할 때가 온 것 같군. 정말로 번식을 위한 수컷이 있다면 분명 암컷들 중 몇몇은 수컷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될 거다. “하지만 이렇게 여럿이서? 아무리 그래도 들키지 않을까?” “응. 그러니까 나 혼자 다녀올게.” “뭐어?! 절대 안 돼!” “괘, 괜찮다니까. 내 직업 중에 암살자도 있는 거 알잖아? 적어도 여기 수준의 몬스터들한텐 절대 안 들킬 거라고.” 사라가 생각보다 훨씬 강하게 반대를 했기 때문에, 나는 깜짝 놀라서 사라를 다독여줬다. “그래도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괜찮다니까. 여기 애들 떼거지로 덤벼도 나한테 흠집 하나 못 내. 전에 여기 보스 놈이랑 싸울 때 봤잖아?” 성자의 파동 한 방에 끝났지. 응. 허무했다. 그리고 쓸데없이 덩치만 커서는 느끼는 모습이 더 역겨웠다. 끄윽. 일부러 봉인하고 있었던 기억이…힐링, 힐링이 필요해…. “흐야아아앗!” 후우…이제야 조금 안정이 되는군. 나는 품안에서 진동하는 실비아의 감촉을 느끼면서 정신의 안정을 되찾았다. 아니. 감촉이래봤자 갑옷 입어서 딱딱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우리 실비아는 좋은 냄새가 나고, 진동도 기분 좋으니까. “하지만….” “정말 괜찮아. 위험한 짓도 안 할게. 너흴 놔두고 먼저 죽을 생각 따윈 절대 없어. 그러니까 안심하고. 응?” “그럼 적어도 둘이서….” “그것도 안 돼. 나 혼자 은신술을 쓰고 돌아다니는 게 편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만약 둘이 돌아다니다가 중간에 떨어져버리기라도 하면? 너 여기 길 기억할 수 있어?” “으읏…그, 그건….” 나처럼 맵이 있는 게 아닌 이상, 미로처럼 얽힌 이 동굴의 루트를 다 기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설령 지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을걸. “그러니까 다 같이 여기서 쉬고 있어. 나 혼자서 금방 다녀올게.” 사라 이외에도 다들 반대를 하고 나서기는 했지만, 나는 어떻게든 모두를 설득하여 혼자 몬스터를 미행해보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이번에 풀린 떡밥들로 제가 스토리 진행을 계속 하고 있었다는 걸 이제 다들 믿어주시겠죠? 435==================== 또 다른 발견 이 넓은 동굴에서 미행을 해봤자 걔들이 수컷한테 갈 확률이 얼마나 되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조금 자신이 있었다. 아예 수컷이 없는 거라면 모를까, 만약 수컷이 있다면 이 근처에 있을 것이 틀림없다. 그도 그렇잖아? 만약 정말로 이 모든 것의 실마리가 되는 게 몬스터의 성기라면, 여신님이 이 던전을 만들었단 것도, 그리고 여신님이 날 던전에 보내려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라는 것도 거의 기정사실화되는 거다. 그렇다면 당연히 성기를 사용할 통로 근처에 성기를 드랍하는 몬스터를 놔두는 식으로 던전을 만들지 않았겠어? 그리고 이건 지금까지 성기를 이용한 비밀통로들이 전부 그렇기도 했다. 그러니까 개미굴과 인접해있는 이 근처야 말로, 수컷 코블트들이 존재할 확률이 가장 크다는 거다. 나는 은신술을 발동하고는 근처에 있던 코볼트들의 움직임을 미행하기 시작했다. 내 암살자 레벨이 낮다는 것도 어디까지나 3, 4 계층 수준에서나 나오는 얘기로, 이 근처라면 몬스터들에게 은신술이 간파당할 위험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문제가 있다면 정기를 다 써서 은신이 풀리는 경우지만, 뭐 은신만 쓰고 있는 거라면 그럴 일은 없겠지. 아까 오기 전에 디아나한테 마나 보충도 받았고. 아무튼 한동안 지루한 미행이 계속됐다. 놈들은 마치 경계라도 하는 것처럼 주변을 살피며 돌아다니고 있어서, 정말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이놈들이 언제부터 여기서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길드에서조차 그 존재를 몰랐던 동굴 안이다. 긴 세월동안 쳐들어온 세력이라곤 우리밖에 없었을 텐데도 이렇게 성실히 경계를 하다니. 이런 행동들도 그렇게 하도록 여신님께 프로그램 된 건가? 너무 따분하다보니 별 잡생각을 다 드네. 하지만 이렇게 돌아다녀도 안 보이는 걸 보니, 역시 수컷 코볼트 같은 건 없는 게 아닐까? 슬슬 애들이랑 약속한 시간도 다가오고 있으니, 이제 그만 포기하고 돌아갈까. 그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돌리려고 했을 때, 나는 드디어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코볼트를 포착했다. 내가 따라다니던 코볼트는 여전히 빨빨거리며 돌아다니는 중이었지만, 저기 한쪽 벽면에서 암벽등반을 하고 있는 코볼트를 발견한 거다. 지나가던 다른 코볼트들이 아무 반응도 없는 걸 보아, 적어도 저 행위가 저 개체만의 특이한 행위가 아니란 것은 명확했다. 하지만 뭐지? 저 동굴 벽을 기어 올라가 봤자 아무것도….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내 머리 위보다도 높은 곳까지 올라갔던 코볼트의 모습이 갑자기 시야에서 사라졌다. 이건 설마…! 물론 디아나의 마법이 없는 상태라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시야가 좋지는 않았지만, 너무도 부자연스럽게 한순간에 사라진 그 모습을 보고 난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분명 저기에 뭔가가 있어. 나는 곧장 암벽등반 하던 놈이 사라진 벽면을 기어 올라갔다. 그리고 정확히 놈이 사라진 부근의 높이에 도착했을 때, 뻗었던 손이 갑자기 쑥 들어가면서 몸이 앞으로 쏠려서 그대로 꼬꾸라졌다. 벽 너머 위로, 반대편으로 통하는 공간이 있었던 거다. 솔직히 말해서 완전히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코볼트들의 키는 잘 해봐야 내 허리 언저리까지 밖에 오지 않는 수준. 당연히 다 같이 탐색을 할 때도 아래쪽을 좀 더 샅샅이 살피며 돌아다녔었는데, 설마 저런 식으로 위쪽에 통하는 곳이 있을 줄이야. 아니. 이 높이면 설령 위쪽에 주목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을 거다. 아까 같은 곳을 빙빙 돌면서 몇 번이나 지나쳐왔던 곳이었는데 전혀 눈치를 못 챘다니. 제법 머리를 쓰잖아. 코볼트 주제에. 그렇게 생각하며 무릎을 털고 일어나 고개를 들었을 때, 한 쌍의 이글이글 거리는 눈과 제대로 눈이 마주쳤다. 그래. 눈이 마주친 거다. 방금 전에 이쪽으로 굴러 넘어오면서 은신이 풀려버린 거다. 눈동자의 주인은 역시나 코볼트였다. 다만 그 크기는 코볼트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했다. 내 키를 훌쩍 뛰어넘어 2미터 이상은 확실히 되어 보이는 신장. 마치 오크를 보는 듯한, 아니 그 이상으로 두터운 팔다리는 근육이 불끈거리고 있었고, 날카로운 이빨 사이에서는 위협하는 것처럼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모습을 보고, 그리고 전신을 찌르는 그 살기를 느끼고, 나는 곧바로 놈의 역량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녀석, 이 일반적인 코볼트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아니. 일반적인 코볼트는 물론, 며칠 전에 상대했던 보스 코볼트보다도 아득하게 강하게 느껴졌다. 그런가. 그게 그렇게 되는 거였나.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적은 있었다. 거대 마석이 꽁꽁 숨겨져 있던 일반 계층과는 다르게, 개미굴이나 여기 같은 소규모 계층에서는 두 번 다 보스 룸 한 복판에 거대 마석이 휘황찬란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박혀 있었다. 마치 여기가 보스 룸이라고 강조하는 것처럼. 게다가 개미굴에서 여왕개미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봐라. 보통의 계층의 주인은 절대로 자기 정 위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여왕개미는 벽을 뚫고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냈던 거다. 마치 자기에게 유도라도 하듯이. 그래. 지금까지 우리가 소규모 계층의 주인이라고 생각했던 놈들은, 전부 페이크 보스였던 거다. 아마 진짜는 성기를 드랍하는 놈이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이놈처럼. “키에에에에!” 놈은 덩치에 안 어울리게 꽤나 높은 고음을 질러대더니, 내가 아니라 바로 옆에 있던 코볼트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퍼석! 하는 소리와 함께 조그만 코볼트의 머리가 수박처럼 갈라지면서 그대로 더 이상 숨을 쉬지 않게 됐다. 여기까지 적을 끌어들인 놈을 벌한 건가. 손속은 잔혹하기 그지없다는 얘기군. 게다가 방금 그 동작으로 보아, 완력 역시도 덩치에 걸맞게 굉장한 걸로 보였다.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거지만, 확실히 다른 코볼트들하고는 차원이 달라. “키에에에에!” 놈은 숨이 끊어진 코볼트의 머리를 여전히 쥔 채로 다시 한 번 소리를 지르더니, 그대로 내게 돌진해서는 손에든 코볼트의 몸을 휘둘러왔다. 부웅! 방금 전까지 살아있던 생명체의 몸을 휘두르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위협적인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뭐. 그래서 어쩔 거냐는 얘기지만. 나는 피가 튀는 게 더러워서 일부러 옆으로 크게 점프하여 그 공격을 피하고는, 그대로 주먹에 성자의 손길을 두른 채 놈의 복부를 강타했다. “끼히이이잉!” …끝났다. 응. 미안. 그냥 심심해서 위기감 좀 한 번 조성해봤어. 아니. 물론 이 녀석이 코볼트 보스보다 강해보이는 건 사실이야. 아마 실제로 더 강하기도 할 거고 말이야. 하지만 말이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고작 1.5계층에 있는 놈한테 내가 당할 리가 없잖아. 이런 쓸데없이 겉모습만 박력 있게 생긴 조루새끼한테 말이야. 나는 바닥에 엎어져서 움찔움찔 떨고 있는 놈의 몸을 발로 밟아 고정하고, 대충 나이프를 쑤셔 넣어서 마석을 캐냈다. 그러자 놈의 모습이 썩어가면서, 발기된 양물만을 남기고 사라졌다. 이 녀석은 진짜로 이것만을 위해 존재하는 놈인가? 다른 아이템은 아무것도 없이 이것만 떨구고 사라지네. 그렇다는 말은, 즉 개미굴과 이어진 통로도 이 방 어딘가에 존재할 확률이 크다는 건가. 그럼 미리 조사를 해둘까? 아니. 일단 돌아갈까. 혼자보단 여럿이서, 디아나의 마법으로 빛도 밝혀놓고 찾는 게 편하다. 게다가 걱정하고 있을 우리 애들은 언제까지나 남겨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성기를 인벤토리에 챙겨 넣고 황급히 우리 애들이 기다리고 있는 장소로 돌아갔다. “얘들아. 나 왔어. 많이 기다렸지?” “오, 오오. 왔는가. 딱 시간에 맞춰서 왔구먼. 음음. 칭찬해주겠네.” 어, 어라? 뭔가 예상했던 거랑 반응이 다른데? 분명 다들 걱정스럽기 그지없다는 표정으로 내 귀환을 환영해줄 줄 알았는데. 뭐야 이 분위기. 다들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뭔가 어색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특히 디아나는 갑자기 내게 달라붙어 와서는 머리를 쓰다듬는데, 그러는 이유가 내가 제시간에 돌아온 것 때문만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내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표정도…이걸 뭐라고 표현해야하나. 부끄러워하는 것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자랑스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복잡한 표정이다. 그리고 사라는 어째선지 날 노려보고 있었고, 레이아와 마틸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실비아는 평소처럼 덜덜 떨고 있었지만, 나와 접촉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던전 안에서 이러고 있다는 점에서 역시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뭐야. 뭔데 이 분위기. 무슨 일 있었어?” “…몰라. 이 변태야.” “너 오빠한테 또…뭐 한 번만 봐줄게.” 또 한 번 사라의 귀여운 오빠 소리를 듣고 싶었던 나지만, 그 찔리면 피가 나올 것 같이 날카로운 시선에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야. 디아나. 너 뭐 한 거냐?” “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이, 이 몸이 뭘 했다는 겐가?” 내가 조용히 디아나에게 물어보자, 디아나는 역시나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니. 분위기만 봐도 명확하잖아. 왜 그렇게 혼자 생글생글 웃고 있는데.” “이, 이러는 편이 예쁘지 않나? 자네도 보기 좋지?” …젠장.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 없는 게 분해. 하여간 예쁘게 생겨서는. 그래. 생글생글 웃으니까 예뻐 죽겠다. 이것아. “그, 그보다. 자네 미행은 어떻게 됐나? 제 시간에 왔다는 것은, 역시 실패했다는 겐가?” 노골적으로 말을 돌리려는 게 뻔히 보였지만, 나는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지금 상황에선 이게 더 중요하기도 하고, 어차피 지금 아무리 추궁해봤자 대답해 줄 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궁금하긴 하지만, 어절 수 없지. 나중에 잠자리에서라도 느긋하게 알아내보자. “아니. 제대로 가져왔어. 역시 수컷이 있더라고.” “음. 역시 그렇구먼! 이 몸의 직감은 정확했다는 것일세!” “잠깐. 가져왔다고? 구원 혼자서 싸웠어?!” 아까부터 날 노려보고 있던 사라가, 마치 건수라도 잡았다는 듯 내게 달려들었다. 아니. 대체 왜 화가 난 건데? 분위기를 보니 오랜만에 또 디아나랑 둘이서 내 정실 자리를 놓고 싸우기라도 했나? 그래서 이번엔 디아나가 이겼다면 디아나와 사라의 이 반응이 이해가 되는데 말이야. 아니. 그럼 레이아와 실비아, 마틸다의 저 반응이 이해가 안 되는데. 대체 무슨 얘기들을 한 거야. “아, 아니. 그게 말이야. 갑자기 튀어 나오기에 반사적으로 주먹 한 번 휘둘렀는데 픽 죽더라고.” 미안하다. 이름 모를 수컷 코볼트야. 그래도 뭐 대충 비슷하잖아? 어차피 명예로운 죽음은 아니었으니까 봐줘라. 산 사람은 살고 봐야지. “흐으응….” “정말. 정말로. 며칠 전에 보스도 한 방에 잡는 거 봤잖아. 아, 아무튼 놈이 있던 곳으로 가보자. 내 생각엔 거기에 통로가 있을 것 같으니까.” 나는 사라의 불합리한 분노를 달래주면서, 수컷 코볼트가 있던 방으로 모두를 안내했다. “…이런 공간이 숨겨져 있었다니. 대체 어떻게 발견하신 건가요? 역시 구원씨는 대단하세요.”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레이아였지만, 이내 평소처럼 푸근한 표정을 짓고는 날 향해 웃어줬다. 하지만 레이아야. 평소보다 한발자국 정도 거리가 멀어진 것 같다고 느끼는 건 내 기분 탓이니? 아니. 물론 그 천사님 스마일만으로도 행복하기는 하지만 말이야. 이왕이면 좀 더 밀착해서 가슴…아니. 사람의 온기를 전해줬으면 좋겠어. “우연히 여기로 오는 놈을 발견해서 말이야. 운이 좋았지.” “아무튼 이제 이곳이 개미굴로 이어진다는 것만 증명해내면 되겠구먼. 자, 그럼 어서 찾아보세나!” 디아나는 여전히 기분 좋아보였지만 말이다. 아니. 좀 억지로 기분 좋아 보이는 척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살짝 괴롭히고 싶다. 아니. 뭐, 저번에 그런 일까지 저질렀으니 한동안 괴롭히는 건 자제해야겠지만 말이야. 평생 괴롭히지 말라고? 에이. 그건 불가능하지. 지키지 못할 다짐은 하지 않는다. 아무튼 방을 탐색한 결과, 역시나 코볼트의 성기를 꽂는 곳은 이 방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 또한 예상대로, 통로를 지나 도착한 곳은 바로 개미굴이었다. “와아! 개미굴이에요! 역시 구원씨는…!” 이로서 던전을 공략하는데 있어 내 능력이 필수라는 사실이 증명된 거다. 덤으로 여신님이 던전을 만들었다는 것도. 뭐, 난 가설이 들어맞았다는 사실보다 우리 천사님이 드디어 날 안아줬다는 사실이 더 기뻤지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36==================== 또 다른 발견 “그래서, 이제부터 어떻게 할래? 소규모 계층들이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게 거의 확실시 됐으니, 여기도 3.5계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어딘가에 있다는 건데. 찾아볼래?” 코볼트 동굴과 달리, 개미굴은 상당히 지도가 완성된 상태였다. 우리가 입구부터 여왕개미가 있던 보스룸까지 개척한 건 물론, 길드에서 공개한 이후로 수많은 모험가들이 들락날락하면서 우리가 메우지 못했던 부분까지 착실히 지도를 완성해가는 중이었다. 여기 오는 모험가들은 2계층은 만만하고 3계층은 조금 버거운 실력의 소유자들이니까 말이야. 보스로 직행하기 보다는 돌아다니면서 실력을 쌓은 거지. “흠. 당면의 목표는 달성한 걸세. 다른 계층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으려면 시간이 걸릴 터. 일단 한 번 돌아가는 것이 어떻겠는가? 아니면, 다른 계층으로 이어지는 길에 뭔가 짐작 가는 곳이라도 있는 겐가?” “그야 뭐….” 내 말투에서 뭔가를 느낀 듯, 디아나가 날 바라보며 그런 질문을 던져왔다. 역시 디아나. 날 잘 관찰하고 있다니까. 실은 짐작 가는 곳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다른 애들과 달리 난 수컷 코볼트의 모습을 직접 봤으니까 말이야. 단서는 세 개나 있다. 일단 이 소규모 계층에서 거대 마석이 있는 곳에 자리 잡은 놈들은 페이크에 지나지 않고, 수컷이야말로 진정한 보스라는 점. 그리고 아마 이 개미굴도 코볼트 동굴과 마찬가지로 수컷이 있는 방은 사람의 허를 찌르는 곳에 숨겨져 있을 거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전에 여왕개미가 자리까지 벗어나며 우리에게 자신의 존재를 어필했다는 점. 이를 종합해보면, 대략적인 위치는 짐작이 갔다. 하지만…나는 마틸다의 안색을 살펴봤다. 아직 멀쩡해 보이기는 하지만, 역시 무리하게 만들 수는 없는 일이지. 디아나말대로 우리가 던전에 들어온 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게다가 짐작이 간다고는 하더라도 그게 확실한 건 아니니까 말이야. 역시 일단 한 번 돌아가는 게 좋을지도. “좋아. 일단 한 번 돌아갈까.” 여기서 하루를 꼬박 투자하면 2계층의 마을까지는 도착할 수 있을 거다. 시간 상 밤샘 행군이 될 가능성이 농후했지만, 조금 고생하더라도 침대에 누워서 푹 휴식을 취하는 게 낫겠지. “네! 그러죠!” 내색은 안하고 있었지만 역시 힘들었는지, 마틸다가 반색하면서 내 결정에 찬성했다. 이렇게 좋아하면 왠지 또 괴롭혀주고 싶은데 말이야. 이제 와서 역시 그냥 계속 탐험하자고 말하면 엄청 볼만한 얼굴을 하겠지? …조금 보고싶다. 그런 쓰레기 같은 욕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고, 나는 모두와 함께 2계층 마을로 돌아갔다. 그리고 마을에 도착한 것은 역시나 날이 밝아오는 무렵이었다. 아니. 날이 밝아온다고 해도, 던전 안이니까 해가 보인다든가 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후아아암…. 그럼 얼른 돌아갈까.” 과연 초인 같은 체력을 얻은 나라도 밤을 새는 건 꽤나 피곤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냥 밤을 샌 게 아니라 전투를 하면서 여기까지 왔으니까 말이야. 개미 놈들은 약한 주제에 떼로 몰려다니니까 귀찮단 말이야. 입구에서 보스 룸까지의 루트라면 모험가들이 많이 들락날락 거리면서 어느 정도 소탕을 해놓은 상태니 괜찮지만, 코볼트 동굴에서 이어진 곳은 하필이면 모험가들의 출입이 그다지 많지 않은 곳이었던 모양이다. 덕분에 개미들이 우글우글 거리는 게 얼마나 귀찮던지. 약한 놈들이라도 떼로 몰리면 답이 없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 뭐, 그러니까 레벨 높은 실비아마저 예전에 그렇게 다쳤던 거겠지만. 아무튼 그런 고로 여기 여관에 그냥 묵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우리는 조금만 더 힘을 내서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이왕이면 우리 집 침대에서 쉬는 게 제일이지. “그럼 난 마석 정산을….” “으음…후아아…잠깐 기다리게.” 텔레포트를 통해 길드로 돌아온 후, 내가 마석 정산을 위해 모두를 보내고 레이첼 누님에게 가려고 했을 때 디아나가 제지를 했다. “왜 그래?” 나는 고개를 뒤로 돌리며 질문했다. 왜 뒤로 돌리냐고? 그야 디아나가 내 등 뒤에 업혀있으니까 그렇지. 이 녀석. 개미굴을 빠져 나오자마자 언제든 업힐 수 있는 권리를 사용해서 지금까지 내 등에서 쿨쿨 자고 있었다. 치사한 녀석. 뭐, 편하게 돌아다닌 우리랑 달리 디아나는 코볼트 동굴과 개미굴에서 내내 라이트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우리보다 조금 더 지치기도 했겠지. 그걸 아니까 나도 군말 않고 이렇게 디아나를 업고 있는 거고. 아무튼 지금까지 내 등 뒤에서 쿨쿨 자고 있던 애가, 갑자기 일어난 거다. “마석 정산은…비밀로…나중에…후아암….” “뭐? 야. 무슨 말이야. 제대로…다시 잠들었잖아.” 이 녀석…. 뭐, 아무튼 대충 하고 싶은 말은 알겠다. 일단 우리가 코볼트 동굴에 다녀온 건 비밀로 하라는 거지? 성기가 열쇠라는 것도, 개미굴 같은 소규모 계층이 존재하는 것도 이미 공표한 마당에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는 했지만…뭐, 디아나도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그렇게 말한 거겠지. 일단 돌아가자. 결국 나는 마석 정산 없이 레이첼 누님께 귀환 보고만 하기로 했다. 말해두지만 레이첼 누님을 피하기 위해서 이런 결정을 한 게 절대 아니다. 마석 정산을 하면 자연히 레이첼 누님과 대면하는 시간이 길어지게 되고, 그럼 또 레이첼 누님과의 어색한 시간을 보내야할 거란 생각 같은 거 안 했어. “안녕하세요. 모험가 구원씨. 귀환하셨군요. 마석 정산을 하실 건가요?” 그냥 귀환 보고를 하는데도 이런 태도니까, 마석 정산을 하면 분명 그렇게 되긴 했겠지만 말이야. 평소라면 좀더 활짝 미소지어주시고, “이번에는 평소보다 오래 걸리셨네요.” 같은 말도 해주셨을 텐데. 게다가 뭐야. 모험가 구원씨라니. 완전히 모르는 사람 대하는 반응이잖아. “아뇨. 그냥 귀환 보고만 하러 왔어요. 안녕히계세요.” 그 사무적인 태도에 살짝 데미지를 입으면서, 나는 그렇게만 말하고 그대로 발걸음을 돌렸다. “엣? 자, 잠깐만요!” 하지만 이번엔 레이첼 누님이 내 태도에 당황했는지, 돌아서려는 나를 불러 세웠다. “네?” “마, 마석 교환을 안 한다고요?” “네. 너무 피곤해서요. 나중에 할게요.” “아….” 하지만 나는 그렇게만 내뱉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도 그럴 것이, 누님이 화난 이유를 아직도 생각해내지 못했단 말이야. 애초에 던전에선 그럴 시간도 없었고, 지금 생각해내자니 졸려서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고. 미안해요 누님. 나중에 제대로 생각해내고 사과할게요. 나는 마음속으로만 누님께 살짝 사과를 하고 그대로 저택으로 돌아갔다. 저택에 돌아온 즈음에는, 우리 모두 반쯤 잠에 취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디아나를 자기 방에 데려다주고 내 방에 돌아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힐링 섹스의 효과를 받으면 밤새서 섹스를 해대도 다음 날 멀쩡한데, 설마 그냥 밤을 샜다고 이렇게까지 힘들 줄이야. 힐링 섹스의 위대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아무튼 방으로 돌아온 나는 씻지도 않고 그대로 침대에 다이빙을 했고, 곧바로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린 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6시였다. 하지만 평소와 같은 기상시간이라고 하기에는 뭔가가 이상했다. 왠지…어둡지 않아? 그리고 나는 점차 정신이 각성하면서 잠들기 전 상황을 기억해냈다. 그러고 보니 낮에 잠들었지. 그럼 설마 지금은 저녁 6시? 그걸 깨닫고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나느 문득 또 다른 위화감이 느껴졌다. 분명 난 돌아오자마자 그대로 침대에서 기절하듯 잤을 텐데. 씻는 건 물론 갑옷을 벗은 기억도 없었다. 하지만 내 몸은 던전 탐험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뜻했고, 몸에는 갑옷이 아니라 부드러운 소재의 옷마저 입혀져 있었다. 뭐야 이거. 난 이런 옷 없는데?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내 왼쪽, 반신에 걸쳐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고 포근하고 따뜻한, 아무튼 무지막지하게 기분 좋은 감촉이 전해져왔던 거다. 게다가 기분 좋은 향기까지 덤으로. 나는 이 감촉을 잘 알고 있었다.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리자, 천사님의 천사 같은 잠든 얼굴이 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레이아?” “으, 으으음….” 내가 이름을 부르자, 레이아가 살짝 몸을 뒤척이면서 뭔가 요염하게 들리는 소리를 냈다. 몸이 뒤척이는 것에 따라 내 팔에 닿고 있던 가슴이 이리저리 모양을 바꿔가며 팔뚝을 마사지해오는 것이 그렇게 황홀할 수 없었다. 여긴 혹시 천국인가. 아니. 천국이 분명해. “…응…구원씨이?” 그리고 레이아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곤 아직 잠에 덜 깬 눈동자를 내게 향하며 배시시 웃더니, 그대로 내 얼굴을 끌어안아 자신의 가슴에 묻어왔다. “에헤헤…구원씨다아…구원씨이….” 크흑!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잠에 덜 깬 천사님도 역시나 최고였다. 내가 안면 전체에 물컹물컹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면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자, 그동안 레이아의 정신도 점점 각성해갔던 모양이다. “어, 어머…저…꺄악! 구, 구원씨?! 괜찮으세요?!” “뭐가?” “뭐가라니…울고 계시잖아요!” “응? 아니. 괜찮아. 이건 감동의 눈물이야.” “네에? …구, 구원씨도 참. 너무 짓궂으세요. 놀랐잖아요.” 내 대답에 잠깐 멍하니 생각에 빠졌던 레이아는, 이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는 듯 얼굴을 붉히면서 등을 휙 돌리더니 꼬리로 내 가슴을 부드럽게 때려왔다. 나는 그런 레이아를 뒤에서부터 껴안아주면서, 그 귓가에 입을 가져가고 속삭였다. “하지만 레이아가 왜 여기 있는 거야?” “그야…오늘은 제 차례잖아요.” “어? 그야 그렇긴 하지만…괜찮겠어? 나 그냥 푹 잠들어버렸는데.” 관계를 맺기는커녕 레이아랑 같이 잤다는 것도 자각하지 못했는데 말이야. “괜찮아요. 구원씨와 같은 곳에서 단 둘이 시간을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전 충분히 행복해요.” 하지만 천사님의 대답은 역시나 언제나처럼 천사답기 그지없는 대답이었다. 크흑. 왜 이렇게 마냥 착하시기만 한 걸까. 너무 그렇게 착하게 살면 손해만 보고 산다고요. 가끔은 이기적이 되지 않으면. “그럼 이 옷이나…씻는 것도 설마 레이아가 해 준 거야?” “네, 네에…. 그게…구원씨 갑옷을 입으신 채 그대로 잠들어 계셨으니까….”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게 대답하고는, 손으로 방 한쪽을 가리켰다. 거기엔 내 장비가 차곡차곡 정돈되어서 놓여져있었다. 과연. 힘들었을 텐데. 미안한 짓을 했네. 아니. 레이아도 레벨이 있는데다가, 구미호라서 그런지 근력 수치도 그다지 나쁘지 않으니까.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나? 의외로 내 몸을 쉽게 들어올려서 구석구석…잠깐만. 그래. 레이아가 잠든 내 몸을 구석구석 만지며 씻어줬다는 얘기잖아! 왜 잠들어 있었던 거야?! 왜 일어나지 않은 거야?! 이 멍청한 놈 같으니라고! 젠장! 기억해내! 그 감촉을 기억해내라고! 물론 아무리 발버둥 쳐봤자 잠들어있을 때 느낌 감촉을 기억해낼 리가 만무했다. 나이트에서 술에 꼴은 후 정신을 잃었는데, 눈을 뜨니 옆에 엄청 예쁜 여자가 누워있고, 섹스한 기억은 없을 때의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최악이다. 아니지. 절망하지 말자. 잃어버린 시간은 돌이킬 수 없어. 하지만 앞으로 보충해나갈 수는 있지. 예시로 든 나이트 운운한 놈과는 다르게, 나는 계속해서 행위를 이어나갈 힘이 있으니까! “어차피 지금 잠이 깼다고는 해도, 이대로 일어나버리면 앞으로도 계속 낮과 밤이 뒤바뀐 채로 지내게 될 테니까. 그럴 수는 없지. 사람은 낮에 일어나고 밤에 자야 돼. 그러니까 역시 체내 시간은 정상으로 돌려놓는 게 좋겠지?” “네? 그게 무슨….” 내 중얼거림에, 레이아는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부터 아침까지 이대로 있자는 거야.” “아….” 내가 레이아의 몸을 껴안은 팔에 살짝 더 힘을 주면서 말하자, 레이아가 달콤한 느낌의 한숨을 내쉬었다. “레이아도 그걸로 좋지?” “으응…네에….” 머리위에 뾰족 솟아있는 레이아의 귀에 한숨을 불어넣으면서 속삭이자, 레이아는 간지러운 듯 귀를 몇 번 파닥인 후 달콤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예약 아이템이 없으니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원래는 정확히 12시에 올려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네요. 437==================== 또 다른 발견 그 대답을 듣고 나서, 나는 곧장 손으로 레이아의 두 가슴을 움켜쥐었다. 부드러운 잠옷 너머로 만져지는 레이아의 가슴의 감촉은 이건 또 이거대로 각별한 맛이 있었다. “으응…후훗…아응….” 내가 가슴을 주무를 때마다 비단으로 된 잠옷이 레이아의 가슴, 특히 한가운데 있는 돌기를 스쳐갔다. 그 부드러운 감촉이 꽤나 간지러우면서도 흥분되는 듯, 레이아가 요염한 신음 소리를 내뱉더니 쑥스러움을 얼버무리듯 미소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그렇게 밤을 같이 보내왔으면서 레이아의 잠옷 차림은 처음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뭐, 나랑 잘 때는 기본적으로 알몸으로 자니까 말이야. 참고로 나도 잠옷을 입은 건 오랜만, 아니 우리 애들이랑 관계를 맺게 된 이후론 처음일지도. 애초에 내 잠옷 같은 거 어디서 구해 온 걸까?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잠옷도 레이아가 입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부드러운 비단으로 이뤄져있었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 내 잠옷은 어디서 난 거야?” “으응…네? 그야 구원씨 옷장에서….” “잠깐. 뭐야. 내 옷장이라니.” 나 사물은 전부 인벤토리에 넣고 다니는데? “구원씨는 옷을 안 사시니까요. 가끔 사는 것도 매일 아무 무늬도 없는 천 옷 천 바지만. 그래서 저희끼리 가끔 사서 모아두고 있었어요. 언젠가 반드시 구원씨가 천 옷 이외의 옷을 입게 만들고 말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레이아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귀엽게 파이팅 포즈를 지으면서 말했다. 뭐야. 그 이상한 야망. 너희 다 같이 모여서 그런 짓을 꾸미고 있었어? “그런 것 치곤 한 번도 다른 옷을 입으란 소릴 들어본 적이 없는데.” “네. 그게…포기했거든요.” “응?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고? 왜?” “그건…그러니까…저기….” 나한테 거짓말을 하지 않는 레이아는, 곤란한 듯 미소를 지으면서 말을 얼버무렸다. 음모의 냄새가 나는군. 그런 미소로 얼버무리려고 해도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그야 무척 아름다우시지만. 무심코 그냥 넘어가주고 싶을 정도로 아름답기 그지없으시지만, 난 굴하지 않겠어! “뭐야? 뭔데? 나한테도 얘기할 수 없는 일?” “그, 그건….” “레이아 누나아. 알려주세요오.” 응. 안다. 나 같이 덩치도 커다란 놈이 이런 짓 해봤자 전혀 안 어울린다는 거 스스로도 잘 안다. “하으으! 그, 그러니까.” 그래도 우리 천사님한텐 먹히는 걸. 그러니까 된 거야. “그게, 구원씨는 너무 멋있으시니까….” 그래서 결국 대답은 들을 수 있었지만, 그 대답의 내용은 내 예상을 아득히 벗어난 내용이었다. “으, 응?” “너, 너무 꾸미시면 저희가 곤란해진다고 할까…아으…질투심 많은 여자라 죄송해요….” 레이아는 창피하다는 듯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더니, 그대로 얼굴을 침대에 처박고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너희 날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냐. 그야 그렇게나 나한테 빠져있다는 건 고맙지만 말이야. “아니야. 그런 거라면 나도 마찬가지인걸. 그래서 전에 너희가 사도 인장이 드러나 보이는 옷을 입으려고 했을 때도 말렸잖아.” 뭐, 주된 이유는 디아나의 너무도 노출도 높은 드레스 때문이었지만. 다른 놈들 눈 호강을 시켜주는 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도 분명히 있었으니까. “구원씨….” “그보다 설마 레이아가 사비로 내 옷을 살줄이야.” 사비를 전부 빈민가 사람들을 돕는데 쓰느라 자신의 옷을 사는 것도 주저하는 그 레이아가 말이다. 나는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 역시 천사님이야. “그, 그건…마나풀의 서식지가 발견 된 이후로 빈민가 사람들도 크게 좋아졌으니까요. 신전의 기부 자금도 크게 증가됐고. 그래서 저도 조금은 제 욕심을 채우는데 돈을 써도 좋을 것 같아서…전부 구원씨 덕분이에요.” 아, 그런가. 그렇구나. 솔직히 그 이후로 신전에서 보내오는 돈만 받고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신전은 그것만으로도 꽤나 도움이 됐던 모양이다. 하지만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돈을 쓴다는 게 내 옷을 사는 거라니. 천사님. 욕심이 너무 없다고 해야 할지, 날 너무 좋아한다고 해야 할지. 아무튼 천사다. “그러고 보니 같은 색이네?” 이불을 걷고 레이아와 내가 입고 있는 잠옷을 확인해보자, 재질뿐만 아니라 색도 같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레이아가 입고 있는 건 네글리제다 보니 과연 커플룩이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감이 있었지만. “…네. 제 것만 같은 게 아니지만요.” “응? 설마 사라랑 디아나도 평소에 레이아랑 똑같은 거 입고 자는 거야?!” 사라는 그렇다 쳐도 디아나가 이런 섹시한 네글리제를…아니. 디아나를 폄하하는 게 아니야. 다만 사람은 각자 어울리는 것과 안 어울리는 것이 말이지. 뭐, 누님 버전 디아나라면 엄청 어울릴 것 같긴 하지만. “구원씨. 그런 반응은 두 분께 실례에요.” 아마 그런 생각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던 거겠지, 레이아가 날 보고 쿡쿡 웃으면서도 두 사람을 옹호해줬다. “아니. 실례라니. 난 둘 다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정말이야. 그러니까 비밀로 해주세요.” “후훗. 구원씨 하는 거 봐서요.” …그 대사. 얼마 전에 내가 디아나한테 했던 대사를 생각나게 하는데 말이야. 이 흐름이면 나중에 우리 천사님이 둘한테…뭐 그럴 일은 없나. 나 같은 쓰레기랑 다르게 우리 천사님은 천사님이니까. “하지만 디아나가 이런 다 비치는 네글리제를 말이지….” “구원씨도 참. 디아나씨를 너무 귀여워하신다니까요.” 내가 다시 한 번 그렇게 중얼거리자, 레이아가 살짝 토라진 얼굴로 말했다. 이런. 잠자리에서 다른 여자 이름을 계속 꺼내는 건 안 좋았나. 상대가 천사님이다 보니 조금 방심했다. 아무리 천사님이라도 당연히 질투 정도는 할 텐데. “미안. 지금은 레이아만 보고 있으니까.” “네….”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레이아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다. 아니. 정말로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말이야. 뭔가 생각에 잠긴 것 같은 표정이다. 그렇게 잠깐 쳐다보고 있자, 레이아의 표정이 점점 더 고심하는 것처럼 변했다. 그리고는 끝내 두 손을 모으고 기도까지 하기 시작했다. “여신님. 죄송합니다.” “레, 레이아?” 뭐야? 갑자기 무슨 생각을 하기에 여신님께 죄송하단 말까지? “구원씨.” “응.” 다시 날 바라보는 레이아의 표정은 뭔가 결의에 가득 차 있었다. 그 평소완 다른 강한 눈빛에, 나는 조금 압도되는 기분마저 들었다. “역시 구원씨는…그…그러니까….” 하지만 입을 연 레이아는, 정작 말을 꺼내려고 하자 부끄러워졌는지 얼굴을 붉히고는 제대로 말을 꺼내지 못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그런 레이아를 따뜻하게 바라보면서 레이아가 제대로 말을 하기를 기다렸다. “역시 구원씨는! 남들에게 보여주면서 하는 게 좋으신 건가요?! 그, 그렇다면 전…!” 그리고 두 눈을 꼭 감은 채 결의를 담아 내뱉은 레이아의 말은, 상상조차 하지 않고 있던 말이었다. 잠깐만. 설마 여신님께 사과한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어? 심각한 얼굴로 그런 각오를 다지고 있었던 거야?! 아니. 그야 사제의 규율보다 날 더 생각해주는 건 무척이나 감동적이지만 말이야. “네, 네?! 뭐라고요?” “역시이…!” “응? 아, 아냐! 이건 아냐! 긍정한 게 아니라 질문한 거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좋아할 리가 없잖아! 뭐야 갑자기! 왜 갑자기 그런 얘길 하는 건데?!” 나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스스로도 말이 빨라진 게 느껴졌다. 응. 남이 보기엔 엄청 수상해 보이겠지. “하지만 디아나씨가…!” 디아나 얘기가 나온 후로 갑자기 조용해졌다고 생각했더니 걔 관련이었냐?! 걔 대체 무슨 말을 한 거야! 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 수컷 코볼트를 잡고 왔을 때 애들 반응이…! 내 뇌리에 그때의 광경이 스쳐지나갔다. 화난 사라. 부끄러워하면서도 뭔가 이겼단 표정의 디아나.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레이아와 마틸다. 진동하는 실비아. 확실해. 분명 그때 나왔던 얘기야. “레이아. 진정해. 진정하고 자세한 얘기를 좀 들려줄 수 있을까?” “네. 그러니까….” 레이아의 말에 따르면 이랬다. 내가 몬스터의 미행을 하러 가고 나서, 다들 내 걱정을 하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 제일 연장자면서 던전 경험도 많은 디아나가 파티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나선 거다. 하지만 너무 불안해하던 사라는 디아나한테 “디아나는 걱정되지도 않아요?!” 라고 쏘아붙였고, 그에 대한 디아나의 대답이 “본처인 이 몸이 누구보다 걱정되는 게 당연하지 않나.”였다. 당연히 사라는 본처라는 말에 이끌려 도발에 넘어갔고, 둘은 누가 본처냐를 놓고 싸우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불안에 떨게 두기 보다는 그런 식으로 말싸움이라도 하는 편이 좋으니 디아나가 일부러 도발한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두 사람의 말싸움은 점점 더 격렬해져갔다. 잠자리에서 내가 자신들에게 얼마나 많은 요구를 하는지 까지 겨룰 정도로 말이다. 사라가 각종 이미지 플레이에 더불어 엉덩이로 하는 것까지 밝히며 승리를 굳히는 듯 했지만, 이어지는 디아나의 반박에 순식간에 전세가 역전됐다. 디아나는 이렇게 말한 거다. “고작 그 정도인가. 이 몸과 할 때는 항상 귀찮게 밖으로 나가서 하려고 한다네. 아마 이 몸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세상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이겠지. 과시욕이란 걸세. 이 몸을 얼마나 좋아하면…하여간 그 자도 곤란한 자일세.” 결국 엉덩이까지 한 걸 밝히고도 사라는 철저한 패배를 맛볼 수밖에 없었고, 디아나는 자신의 노출 플레이를 밝히며 상처뿐인 승리를 얻을 수 있었다는 거다. “…아. 응. 그렇구나. 뭐라고 할까…레이아는 싸움에 참전 안 한거야?” 레이아의 말을 전부 들은 나는, 그렇게 밖에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걔들 진짜 바보 아냐? 뭔 애들이 못하는 말이 없어. 아니. 뭐. 서로 그런 얘기까지 할 정도로 친해진 건 나로서도 고맙지만 말이야. “그거야…전 구원씨가 저희 모두를 똑같이 사랑한다고 믿고 있으니까요.” 크흑. 천사님. 역시나! 그러고 보니 아까 레이아의 질문도, 디아나를 가장 좋아하냐가 아니라 내가 그런 플레이를 좋아하냐였지. “말해두는데. 아니니까. 나 노출 플레이를 좋아한다든가, 그런 거 없으니까. 과시욕은 없다곤 못하겠지만, 적어도 섹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정도는 아니니까. 애초에 말이야. 내가 그런 성격이었으면 영상도 공주가 아니라 너희랑 찍었겠지. 그렇잖아?” “아, 그, 그, 그렇군요…. 그러면 두 분과 그런 행위를 하신 건….” 내가 그렇게 항변하자, 그제야 레이아도 자신이 괜한 의심을 했다는 걸 깨달았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그거야 내 성벽이 아니라 걔네들 성벽이지.” 나는 숨길 것도 없이 쿨하게 남의 비밀을 폭로해버렸다. 아니. 사라가 엉덩이를 좋아하는 건 애초에 사도 인장으로 알고 있었을 테니, 비밀이 폭록 당한 건 실질적으로 디아나뿐인가. 하지만 난 잘못한 거 없다고. 애초에 다들 있는데서 그런 걸 떠벌린 디아나 잘못이야. 응. 난 전혀 잘못한 거 없어. “……어머.” 레이아는 내 발언에 꽤나 놀랐는지, 손으로 입을 가리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 사람 취향은 다양하니까 말이야. 앞으로도 편견 가지지 말고 따뜻한 눈으로 지켜봐주라고.” “…네. 그럴 게요.” 내 그런 말에, 레이아는 성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잠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하다니. 애초에 이런 얘기가 왜 나온 거였더라? 난 분명 레이아와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했을 뿐이었는데. 얘기가 탈선하는 수준이 아니게 돼버렸잖아. “에잇. 이 얘긴 이걸로 끝. 걔들 성벽 같은 얘기보다는, 우린 좀 더 건설적이게 하던 거나 계속하자.” “아응! 후훗. 구원씨도 참. 이게 건설적인가요?” “그럼. 레이아의 구미호 제어 특훈도 되고, 아이 만들기의 연습도 되고. 엄청 건설적이잖아.” “후훗. 그렇네요. 그러면 또….”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더니, 천천히 내 바지를 벗겨갔다. 평소와 같은 행동인데, 네글리제 차림으로 이러니까 또 이건 이거대로 신선한 박력이 있네. “여긴 벌써부터 건강하네요.” “레이아랑 붙어있었으니까 말이야.” 가슴 만지고 있었고. “후훗. 고마워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며 생긋 웃고는 그대로 내 물건 끝에 키스를 하듯 입술을 쪽 하고 맞춰왔다. 아뇨. 아뇨. 고맙긴요. 오히려 제가 고맙죠. 정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씬을 쓸 작정이었는데 다 쓰고 보니 결국 씬은 없었다는 신기한 이야기. 438==================== 또 다른 발견 다음 날 아침. 나는 역시나 상쾌한 기분으로 눈을 뜰 수 있었다. 하아. 역시 천사님은 최고야. 뒤바뀐 낮과 밤을 이렇게 손쉽게 원상복구 시킬 수 있을 줄이야. 이거, 혼자서 바꿔보려면 의외로 힘들단 말이지. 다음 날 밤까지 다시 안자고 버텨보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면 또 잠을 너무 오래 자서 낮밤이 뒤바뀐 채인 채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천사님이 있다면 걱정 없다. 밤에 열심히 일을 치르고, 힐링 섹스의 효과를 받아 말짱하게 아침을 맞이한다. 그야말로 최고의 기분이다. 나는 내 위에서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천사님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바넷사가 올 때까지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좋은 아침!” “…좋은 아침…. 구원은 기운차네….” 식당에 내려가니, 평소보다 기운이 없는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어째선지, 그 옆에는 마틸다가 붙어서 뭔가를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왜 그래?” “너무 자서 머리 아파….” 역시 사라도 낮과 밤이 뒤바뀌는 바람에 조금 고생을 한 모양이다. “호해줄까?” “바보 아냐?”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살짝 내 쪽으로 머리를 기울였다. 바보는 너다. 나랑 애널 섹스도 한다고 모두의 앞에서 공표한 주제에. 바아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일단 사라의 귓가에 후하고 입김을 불어넣었다. “끼악! 바, 바보!” “두 번 말했다.” “으으으…자기가 먼저 이상한 소리한 주제에…. 오빠 일부러 그러는 거지? 자긴 레이아랑…아 그러고 보니…으으으….” 역시 평소 같은 컨디션이 아닌지, 사라는 살짝 기운 없는 목소리로 별 저항 없이 날 오빠라고 불렀다. 좋아. 이대로 계속 조교…아니. 교육해나가면 언젠간 날 오빠라고만 부를 날이 오는 것도 꿈이 아니야. 하지만 사라는 이내 또 뭐가 생각났다는 듯 중얼거리고는, 다시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평소완 달리 그다지 안력이 강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어쩐지. 이상하게 노려보지 않더라. 그런 충격적인 일을 설마 까먹은 건 아닐 텐데도 말이다. 아무래도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잠깐 화내는 걸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무슨 얘기냐고? 무슨 얘기기는. 어제 그 디아나와의 말싸움에 사건 말이야. 말싸움에서 진 이후로 계속 날 노려보고 있었는데, 고작 잠 좀 잤다고 그게 풀릴 리가 없지. 무엇보다 날 너무 좋아하는 사라가 본처 운운하는 말싸움에서 진 거니까. 레이아의 오해는 이미 풀었지만, 얘 오해도 빨리 풀어주는 편이 좋겠지? 하지만 지금 그 오해를 풀기에는 장소가 너무 좋지 않았다. 우리 애들 셋이라면 모를까, 다른 사람들한테까지 성벽을 폭로하는 건 아무리 나라도 조금 미안하니까. 아니. 완전히 자업자득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해의 주역 중 한 명이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아…마틸다씨. 그거 좋네요….” 아니. 사라야. 사람이 생각하는데 잡음을 넣지 마라. 아까부터 뭐하는 건가 싶었더니, 너무 자서 아픈 머리에 치료 마법을 쓰고 있는 거였냐. 그런 것도 먹히는 거야? 마법. 아니. 이 경우는 여신님의 신성력인가. 아무튼 범용성이 너무 높은 거 아니야? 뭐, 힐링 섹스로 멀쩡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런데 디아나는?” 아무튼 그래. 아직 식당에는 디아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아직 주무시고 계십니다.” 내 질문에 대답한 건 어느 샌가 뒤에 있던 바넷사였다. “뭐? 디아나가 늦잠? 별 일이네.” “네. 아무래도 간밤에 제대로 잠들 수 없으셨던 건지, 스스로에게 수면 마법을 거신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과연. 디아나는 내 등에 업혀오면서 조금 휴식을 취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나 그게 충분한 휴식이 될 리가 없다. 그러니 디아나도 훌륭하게 낮과 밤이 뒤바뀌어버렸다는 거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수면 마법이라니. 꽤나 과격한 방법을 쓰는군. “바넷사도 마법 쓸 수 있잖아? 깨우는 마법 같은 거 못써?” “디아나님의 수면 마법을 풀 수 있는 마법사는 없습니다.” 진짜냐. 그래도 걔 아직 바넷사 너보다 레벨 낮잖아. 마나의 총량이 아니라, 술식의 복잡함이라든가 그런 영역에서 밀리는 건가? 아무튼 그럼 걘 스스로 일어날 때까지 아무도 못 깨운단 거잖아. 빨리 오해도 풀고 싶은데 귀찮은 짓을…. “그러고 보니 실비아랑 마틸다는 멀쩡하네? 괜찮았어?” 뭐, 지금 사라한테 하는 모습을 보니 마틸다는 이해가 가지만. “네. 전 신성력으로 스스로 치유했으니까요. 아무 문제없어요.” “저도 괜찮습니다. 기사가 되기 위한 훈련으로, 이런 건 익숙해져 있으니까요.” 그거 든든하기 짝이 없네. 거기 구석이 아니라 내 근처에서 얘기하고 있는 거라면 더 든든하게 느껴졌을 텐데 말이다. 실비아야. 하지만 전부터 느꼈던 건데, 실비아 쟨 기사 훈련이니 뭐니 하면서 적응력이 너무 좋단 말이야. 그렇게 힘든 거야? 명문 귀족가 출신의 기사라면 뭔가 다른 기사들에 비해 비단길만 걸어서 쉽게쉽게 되는 이미지가 있는데 말이야. 이 세계는 레벨로 실력이 확실히 표시되는 만큼 그런 게 없는 건가? 뭐, 그럼 훈련 중에서도 수영 코스는 없었던 모양이지만. “아무튼 그럼 일단 디아나는 내버려두고 밥이나 먹을까.” 그냥 늦잠 좀 자는 거라면 기다리겠지만, 깨울 방도가 없다면 어쩔 수 없다. 우리는 먼저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구원님.” “응?” 결국 식사를 마칠 때까지, 디아나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혹시 늦게라도 내려올까 싶어서 이렇게 식후 차까지 마시며 기다려봤지만 말이다. 대체 얼마나 강하게 마법을 건 거야. 잠에 취해서 실수했나? 아니. 디아나에 한해서 마법을 실패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바넷사가 말을 걸어왔다. “구원님께서 던전에 가계시는 동안, 성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준비가 끝났다고 하더군요. 구원님께 그렇게만 전달하면 알 거라고 말하고는 가버렸습니다만.” “아, 응. 고마워.” 벌써 끝난 건가. 우리가 던전에서 조금 오래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너무 빠르지 않나? 마법구를 준비하는 거야 그렇다 쳐도, 교단을 벌써 설득했다고? 드디어 영상을 찍을 때가 온 건가. 드디어 그 로브에서 해방될 때가 온 거다. 아니. 디아나랑 커플 룩인 건 좋아. 다만 난 그냥 머리에 뭘 뒤집어쓰고 있는 게 싫을 뿐이야. 아무튼 그런 고로 당장이라도 영상을 찍으러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사라. 따라와 같이 좀 가자.” “응? 어딜?” 아직도 살짝 삐져있어. 그러니까 디아나를 더 좋아하는 거 아니라니까. 그 오해를 풀어주러 가는 거라고. “디아나 방에.” “어머. 사라씨와 디아나씨만요?” “아니. 뭐, 레이아는 따라와도 상관없긴 한데.” 어차피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럼 저도 같이 가요.” 레이아는 내가 무슨 얘기를 하러 가는지 모르는 건지, 미소 지으면서 내 팔에 안겨들었다. 그러자 뚱한 표정이던 사라도 경쟁심이 발동해서는 내 팔에 엉겨 붙었다. 표정은 여전히 뚱한 표정이면서. 하여간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파티에서 얘가 제일 어리다는 게 실감이 된다. “디아나. 들어갈게.” “으, 음?! 어, 어서 오게나.” 당연히 아직 자고 있을 줄 알고 그냥 들어갔는데, 의외로 디아나는 일어나있었다. 아직 침대에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디아나는 침대에 누워서 이불로 얼굴을 반쯤 가리고, 이쪽을 제대로 바라보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불 위로 뾰족 튀어나와있는 긴 귀의 끝이 새빨간 걸로 보아, 얼굴 역시도 새빨개져있을 거라는 건 자명했다. 과연. 그런 거란 말이지. 나는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어제 그런 식으로 헤어진 디아나가 갑자기 이런 부끄러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뭐가 있었어? 이제 와서 부끄러워진 거다. 노출 플레이를 한다는 사실을 밝힌 것이. “왜 그래?” 물론 상냥한 나는 시치미를 떼고 그렇게 물어봐줬다. “아, 아무것도 아닐세. 그냥 잠을 좀 많이 잤더니 머리가….”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변명인데. 설마 사라도? 내가 사라를 바라보자, 사라는 고개를 휙휙 저으며 부정했다. 하긴 얘가 엉덩이로 하는 건 이미 사도 인장이 거기 박힌 시점에서 다들 눈치 챘을 테고. 이제 와서 부끄러워할 것도 없나. “어머. 그럼 제가 치료해드릴게요.” 아무튼 꾀병을 부리는 디아나에게, 레이아가 다가가서는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으, 으음…고, 고맙네….” 레이아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출렁이는 가슴을 바로 눈앞에서 바라보게 된 디아나는, 엄청나게 씁쓸한 얼굴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진짜냐. 아직도 가슴에 그런 반응이냐. 내가 그렇게 넌 어떤 모습도 예쁘다고 해줬는데. 이쯤 되면 그냥 나랑 관계없이 레이아의 가슴에 트라우마가 생긴 격인데. 3계층에서 따듯하다면서 레이아가 계속 디아나의 머리에 가슴을 얹은 채 끌어안고 다녔던 게 문제였나. 뭐, 폴리모프 썼을 때 자기 가슴에는 아무 거부반응도 없었으니까 별로 상관없지만 말이야. “그보다. 너희 바보 둘한테 할 말이 있다.” “…음? 누굴 말하는 겐가?” “바보 둘?” 둘이서 시치미를 떼기는. “너희 말이다! 너희 바보 둘!” 내가 손가락으로 사라와 디아나를 번갈아가며 가리키자, 그제야 둘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뭐, 뭐어어?!” “자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바보?! 자네가?! 이 몸에게?!” “뭐야?! 그 반응은?! 적어도 낭군님이라고 해라?!” “자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바보?! 낭군님이?! 이 몸에게?! 아읏!” 아냐. 그냥 하지 마. 낭군님이라고 하니까 더 놀리는 거 같아. 너무도 격렬한 반응에 나는 그만 반사적으로 디아나의 이마를 찰싹 때리고 말았다. “지, 지금 때렸는…으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머리를 붙잡고, 마구잡이로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잘못! 잘못했네! 이 몸이 잘못했네! 으아아아아!” 결국 항복할 주제에 까불고 있어. 디아나의 눈이 빙글빙글 돌아갈 즈음에야, 나는 겨우 디아나의 머리를 해방시켜줬다. 휘청거리던 디아나는 그대로 몸이 옆으로 쓰러지며…레이아의 가슴 사이어 얼굴을 파묻었다. “크읏….” 디아나는 굴욕적인 표정을 지으면서도,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지 그대로 파묻혀있었다. 그러자 레이아는 또 기쁜 표정으로 디아나의 머리를 끌어안고는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줬다. 훗. 사람을 놀리니까 그렇게 되는 거야. 한동안 굴욕을 맞보고 있어라. 그리고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얼른 비키고 나랑 바꿔라. 천사님의 가슴 사이에 파묻혀있다니. 부럽기 짝이 없는…크흠.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무튼 너희한테 할 말이 있다. 난 말이지. 너희 셋을 똑같이 좋아해. 누굴 더 좋아한다든가, 그런 거 없어.” “뭐? 갑자기 그게 무슨….” “그러니까! 사라 너랑 엉덩이로 하든, 디아나 너랑 노출 플레이를 하든 전혀 관계없다는 거다! 이 바보들아! 그게 뭘 자랑이라고 떠들고 있어! 그것도 실비아랑 마틸다까지 있는데서!” “아, 아, 아….” “우아아아아앙!” 갑자기 내가 이런 말을 꺼낼 줄 몰랐다는 듯, 허를 제대로 찔린 표정을 짓고 있던 사라와 디아나가 동시에 쓰러졌다. 사라는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디아나는 레이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고통스럽게 신음하기 시작했다. “너희 취향에 맞춰준 거잖아! 사라 넌 엉덩이가 성감대고! 디아나 넌….” “아, 아닐세!”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이 변태!” “우, 우으으으….” 야. 여자의 눈물이 무기라고는 하지만, 너 너무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는 거 아니냐? “…뭐 내가 디아나를 괴롭히고 싶어서 그런 식으로 유도했단 점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거 보게! 이제야 인정하는구먼! 이 변태! 귀축!” 이게 진짜…. “남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믿을 수 없네!” “네가 먼저 남들 앞에서 한 거잖아! 둘이 화려하게 자폭해놓고는!” “하, 하지만…하지만 그런 누명은…! 큭. 이렇게 된 이상 레이아양의 성벽도…!” 남들 앞에서 노출광이란 게 폭로되자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건지, 디아나가 위험한 눈으로 레이아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야. 괜한 레이아 끌여들이지 마라.” “하지만 듣지 않았는가?!” “그래도….” “구원씨. 괜찮아요. 다 같이 비밀을 공유한다니. 이런 것도 결속력이 강해져서 좋네요.” “이, 이 몸은 노출광이 아니지만 말일세!” 아니. 그래도 난 노출광이란 표현은 일부러 삼가고 있었는데. 디아나야. 너 지금 스스로 말했다고. 대체 얼마나 이성을 잃은 거야. 아니. 그 이전에…. “레이아는 딱히 밝힐 성벽같은 거 없잖아.” “그, 그럴 리 없네!” “맞아! 그럴 리 없어!” 아니. 너희들 변태 성벽이 밝혀져서 부끄러운 것도 알겠고, 그렇게 필사적이 되는 마음도 알겠는데 말이야, 진짜 없어. 너희가 아무리 부정해도 말이야. “그, 그렇지 않아요. 봐요. 전 구원씨한테 봉사하는 걸 좋아하고….” “레이아! 치사해요!” “네, 네에?! 어째서요?!” 하아. 어떻게든 오해는 풀린 모양이지만, 이 모습을 봐선 아무래도 이 소동이 쉽게 끝날 것 같진 않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은 12시에 올리기 성공. 439==================== 또 다른 발견 “그럼. 난 이만.” “잠깐. 어딜 도망가려고.” 조용히 속삭이고 도망가려고 했지만, 사라가 내 목덜미를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왜? 얘기 다 끝났잖아. 오해는 풀렸고, 난 너희 모두를 다 좋아해. 끝 아냐?” “남의 성벽을 폭로해놓고 어디서 이대로 끝내려고!” “아, 엉덩이로 느끼는 거 인정하는…크헉! 항복!” “말해.” “뭐, 뭘?!” “레이아의 성벽! 말해!” “아니. 그러니까 레이아는 그런 거 딱히….” “없을 리가 없네! 뭔가 있을 걸세!” 아니. 그러니까 너희 왜 그렇게 필사적인 건데. “진정하라고. 왜. 뭐 어때서? 귀엽잖아. 그 정도는. 오히려 그런 점들이 섹스할 때 더 재밌기도 난 좋다고 생각….” “저와 하는 건 재미없는 건가요?” “아뇨. 최고에요! 끄악! 그러니 항복이라니까! 사라 네가 때리는 건 진짜로 아프니까!” “이! 몸! 도! 때! 리! 고! 있! 네!” 아, 응. 넌 귀여우니까 계속 때려도 돼. 나는 어느 샌가 내 가슴에 달라붙어 토닥토닥 때리고 있는 디아나를 바라보며 잠시 흐뭇한 기분이 됐다. “애초에 레이아는 삽입하면 구미호로 변해서 이성이 없어지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성벽이고 뭐고 모른다고. 그보다 너희들!” “뭐, 뭐야.” 내가 갑자기 강하게 나가자, 사라와 디아나가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일단 자기들이 떼를 쓰고 있다는 자각은 있는 모양이다. 그래 떼를 썼으면 혼이 나야지. 이제 반격의 시간이다. “그보다 재밌는 얘길 들었는데. 내 본처니 뭐니 하면서 싸울 때, 사라 넌 분명히 엉덩이로 하는 걸 자랑했었지? 그리고 디아나는 그걸 듣고 질 수 없다고 생각해서 노출 플레이를 자랑했고.” “그, 그건….” “그 말은 즉, 너희는 서로의 플레이를 부러워했다는 거다.” “아, 아닐세! 그런 거 아닐세.” “좋아. 그렇게 부러우면 지금 당장 해주겠어. 레이아. 나가있어. 난 지금부터 디아나의 엉덩이에 박아주고 사라에게 박은 채 밖을 돌아….” “밖이라니! 미쳤어! 진짜 미쳤어!” “아, 안 돼네! 그런 거 넣으면 찢어지네!” 역시 이 협박은 먹히는군. 역시나 서로의 플레이는 죽어도 하기 싫은 모양이다. 거 봐. 상대가 질색하고 싫어하는 모습을 보라고. 너희 그런 성벽 맞다니까. “크크큭. 그게 싫으면 얌전히….” “…구원씨!” “네, 네?” 내가 비열한 웃음을 띠며 계속해서 협박해나가려고 했을 때, 갑자기 레이아가 비장한 목소리로 날 불렀다. 레이아는 가슴 앞에서 두 손을 마주잡고 살짝 고개를 숙여 기도를 드리더니, 다시 고개를 들고 뭔가를 결심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뭐야. 이 기시감. 극히 최근에 본 기억이 있는 행동인데. “언제까지 저 혼자만 따돌려지는 건 싫어요. 할 거라면 저도 함께…!” “무우슨 소릴 하는 겐가아아! 안 되는 게 당연하지 않나아아!” 레이아의 선언이 다 끝나기도 전에, 디아나가 양 손으로 머리를 움켜잡고 경악한 얼굴로 외쳤다. “그, 그래요! 레이아! 정신 차리세요! 레이아는 가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구원의 어리광을 받아주는 게 문제에요! 이 변태의 말을 다 들어줄 필욘 없다고요! 저흰 안 할 거예요! 안 할 거라고요! 누가 노출 플레이 따윌!” “누가 엉덩이로 할 것 같나! 거긴 배설 기관일세! 섹스를 위한 기관이 아니란 말일세!” 너희 호흡이 잘 맞는 건지 서로 디스하는 건지 둘 중 하나만 해줄래? 헷갈리니까. 잘도 서로를 디스하면서 의기투합할 수 있네. “그럼 난 이만 나가도 된다는 거지?” “얼른 나가! 이 변태!” 아니. 사라야. 넌 안 나가게? 여기 디아나 방이다. 그런 의문을 남기면서도, 나는 시키는 대로 방을 나서기로 했다. 후우. 어떻게든 원만히 수습되는 모양이군. “레이아양은 남게!” “그래요! 우리 조금 얘기 좀 해요!” “네에? 구, 구원씨!” “…힘내.” 뭐, 레이아는 아직 좀 더 고생해야 될 모양이지만. 아무리 추궁해도 레이아의 성벽 같은 건 없는데 말이야. “앞으로 구원의 어리광을 너무 받아주지 않도록 철저히 교육 좀 시켜야겠어요!” 뭐? 그쪽이었어?! 아, 안 돼! 내 유일한 마음의 오아시스를! 천사님을 더럽히지 말아줘! “괜찮아요. 구원씨. 전 언제라도…꺄응!” “그. 러. 니. 까! 그게! 문제라는 걸세! 읏! 튀, 튕겨내지 말게! 흐잉….” 내 표정을 읽었는지 레이아가 포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지만,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을 맞고 귀여운 비명을 질렀다. 공격당한 레이아보다, 토닥토닥 공격이 가슴에 의해 튕겨나가진 디아나가 훨씬 더 데미지를 입은 모습이었지만. 아무튼 결국 나는 레이아를 남겨둔 채 방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하아. 실비아. 위로해줘.” “위, 위, 위로 말입니까아…. 어, 어떻, 어떻게….” 방에서 쫓겨난 이후, 나는 지나가던. 아니. 지나가는 척하면서 내 주위를 맴돌던 실비아를 포획해서 끌어안고 있었다. 사실 할 일이 없는 건 아니다. 대표적으로 영상 촬영. 하지만 뭔가 아까 너무 기력을 쏟은 느낌이 들어서, 지금은 그런 걸 찍을 기력이 전혀 나지 않았다. 이럴 땐 애니멀테라피…아니. 실비아테라피를 즐기며 심신을 안정시키는 게 최고지. 으음. 오늘도 적당히 좋은 진동이다. 소파 같은 곳에 공간을 만들어서 실비아를 넣어두면 마사지 의자로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아니. 물론 그런 잔인한 짓은 안 한다고. 그냥 그 정도로 좋다는 거지. 하지만 이렇게 실비아를 껴안고 있다 보니, 나는 뭔가가 생각날 듯 말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전에 뭔가 다짐했던 것 같은 기분이…아! 실비아 성욕처리! 또 저번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바로 해주자고 다짐했었지! 위험해. 또 까먹을 뻔 했다. “실비아.” “네, 네에에에….” “일어서봐.” “후앗! 하앗! 하앗! 하앗! 이, 이번에야 말로 죽는 줄 알았다아….” 내가 팔을 풀고 해방시켜주자, 실비아는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서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마 혼잣말이겠지만, 숨을 거칠게 쉬고 있다 보니 자연히 목소리도 커져서 다 들렸다. 아니. 그러니까 사람은 그렇게 간단히 죽지 않는다고 몇 번 말해야…뭐 됐나. “그럼 실비아. 바지 벗어.” “네…누에에엣!” 야. 그렇게 돌처럼 굳지 마라. 나랑 섹스 하는 게 처음도 아니잖아. “여, 여기서 말입니까?! 이, 이런 대낮부터…저, 전! 으읏!” 아, 그러고 보니 여기 응접실이었지. 그러고 보니 실비아도 디아나가 밖에서 한다는 얘길 들었을 거다. 얘도 내가 그런 취미라고 생각하는 건가. 뭐, 그래서 이렇게 놀라고, 저렇게 결연한 표정까지 짓고 있는 거겠지. 디아나야. 봤냐? 사라도 그렇고, 보통 노출 플레이를 강요받은 사람의 반응은 저렇다고. 너처럼 흥분하면서 음부를 꾹꾹 조이고 허리를 흔드는 게 아니라. “아니. 일단 방에 가자.” “이, 일단…!?” 아니. 그건 그냥 아무 의미 없이 뱉은 말이야. 나는 내가 노출 플레이를 좋아한다는 실비아의 오해를 고쳐주지 않고, 그대로 그 손을 붙잡고 방으로 향했다. 당연하잖아. 나도 일단 우리 애들의 명예는 생각한다고. 어젯밤에도 상대가 레이아니까 그렇게 쉽게 말했던 거고, 오늘도 우리 애들 셋만 불렀잖아. 다른 애들한테까지 전부 사라나 디아나의 성벽을 털어놓을 생각은 없다고. “그럼. 벗어주실까.” “우…자, 잠깐, 잠깐 기다려주실 수….” 아까는 그렇게 결연한 표정을 지었던 실비아였지만, 내가 정상적인 플레이를 할 거라고 알게 된 순간 다시 평소대로 덜덜 진동하며 약해졌다. 실비아의 그런 모습을 보고 나는 스스로의 타이밍이 엄청나게 좋았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벗어.” “우으으으….” 내가 다시 한 번 말하자, 실비아는 살짝 울상이 되면서도 천천히 옷을 벗어갔다. 일단 상의부터. 디자인보단 활동성을 중시하는 걸로 보이는 윗옷을 벗자, 실비아의 새하얗고 가녀린 신체라인이 드러났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기사라곤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몸이다. 겉보기로만 따지면 디아나만큼이나 힘이 없어 보이고, 게다가 기본적으로 밖에서 활동하는 직업인데도 피부가 엄청나게 하얗다. 외견만 보면 그야말로 명문 귀족가의 영애란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모습니다. 아니. 외견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그렇기는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드러난 상체에는, 이건 또 디자인보단 활동성을 중시한, 이른바 스포츠 브라라고 불리는 물건이 착용되어 있었다. 새하얀 스포츠 브라가 실비아의 새하얀 피부에 무척이나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얘 브래지어를 차는 의미가 있기는 한 걸까? 아, 유두가 쓸리면 아프니까…아니. 이 이상 실례되는 생각은 그만두자. 예쁘면 된 거다. 예쁘면. 상의를 벗어서 가지런히 접어 발 옆의 바닥에 천천히 내려둔 실비아는, 잠깐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이번엔 브래지어에 손을 댔다. 역시나 하반신을 드러내는 것보다 위쪽부터 전부 벗는 걸 택했군. 그럴 것 같았어. “우으…. 후우우….” 브래지어까지 벗고 상체를 완전히 노출시킨 실비아는, 뭔가 각오를 다지듯 한 번 심호흡을 하더니, 자신의 바지를 한 번에 내렸다. 아니. 정정하자. 바지와 팬티를 잡고 한 번에 내렸다. 팬티가 흠뻑 젖은 모습을 보면 더 티가 날 테니까 말이야. 시도는 좋았다고 해주지. 네 고간부터 발목까지 내린 바지 사이에 투명하고 끈적끈적한 액체의 실이 이어져 있는 게 아니었다면 완벽했을 텐데 말이야. “흐아읏!” 나는 굳이 실비아의 음부를 만질 것도 없이, 실비아의 허벅지 사이에 한 손을 집어넣었다. 손바닥을 위로 향하고 잠시 그 자리에 가만히 손을 놓고 있자, 실비아의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림과 동시에 실비아의 음부에서 투명한 애액이 뚝뚝하고 손바닥 위로 떨어져 내렸다. “실비아.” “네, 네엣!” 내가 이름을 부르자, 실비아는 마치 혼날 걸 두려워하는 것처럼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고 몸을 떨었다. “내가 전에 분명 말했지? 이렇게 되기 전에 날 찾아오라고.” “우…네에….” “언제부터 이랬어?” “그, 그건….” “설마 내 질문에 대답 못 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서, 성에서 돌아온 다음부터…입니다….” “…뭐?” 예상보다 엄청 오래 됐잖아! 난 또 기껏해야 며칠 안 됐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가. 설마 던전에서 평소보다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도! 그냥 평소보다 난이도가 낮은 곳을 돌아다니느라 그런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나한테 닿을 때마다 흥분하고 있었던 거냐?! “왜 말 안 한 거야?!” “하, 하지만 저 때문에 던전 탐험을….” “그런 거 하루 늦어져도 아무 상관없잖아!” “죄, 죄송합니다.” “하아…. 이리와.” 나는 실비아의 몸을 당겨서, 부들부들 떨리는 그 몸을 꽉 끌어안아줬다. 애초에 또 신경을 못 쓴 내 잘못도 있고. 마냥 실비아한테 화를 내는 건 부당한 거겠지. “다시 한 번 말할게. 다음부턴 꼭 말해야한다?” “구, 구원니이이임…우아우으으….” 내가 실비아의 복슬복슬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부드럽게 중얼거리자, 실비아가 몸을 배배 꼬면서 반쯤 죽어가려고 했다. “야. 사람이 좋게 말하는데 죽으려고 하지 마라.” “무, 무리, 무리입니다아….” 아니. 무리라니. 그럴 땐 좀 더 근성을 보이라고. 던전 탐험 할 땐 기사답게 근성이 넘쳐흐르는 주제에 말이야. “하지만, 이렇게 말로 해선 또 실비아는 내 말을 들어주지 않겠지.” “…흐엣?” 상냥하게 대해주자 점점 행복사에 다가가던 실비아였지만,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순식간에 모든 행동이 우뚝하고 멈췄다. 그리곤 대체 무슨 상상을 한 건지, 다시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너 말이야. 결국 어느 쪽이든 진동하는 건 마찬가지구나. “지금부터 실비아가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도록 특훈을 하겠습니다.” “으엣?! 엣?! 솔직?!” “그래. 실비아가 솔직하게 내게 섹스 부탁을 못하는 이유. 그건 즉! 부끄럽기 때문이다!” “아, 아, 아닙니다! 잘못하면 죽을까봐! 죽을까봐 그런 겁니다! 전 생명의 위기를…!” 실비아는 사태의 심각성을 점점 이해하기 시작했는지, 필사적인 모습으로 반론해왔다. 너 아깐 던전이 어쩌고 하지 않았었냐? 그럼 그건 거짓말이었단 말이야? 실망이다! 실망이다 실비아! 설마 네가 나에게 거짓말을 할 줄이야! “그러니 지금부터 실비아는 섹스를 부탁하는 것보다 더 부끄러운 경험을 해서, 그걸 극복해내는 거다!” 실망감에 가득 찬 난 그런 실비아의 반론을 완전히 무시하고 내 할 말만 계속했다. “으, 으아아아아앙! 어, 어머니이! 실비아는 먼저 여신님의 곁으로오오!” 결국 자신이 어떤 꼴을 겪게 될지 직감할 실비아는, 모든 걸 포기한 표정으로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그렇게 몸을 떨면서 눈물까지 흘릴 정도로 좋은 거냐? 너무 그렇게 기뻐하면, 이런 멋진 계획을 생각해낸 몸으로서 나도 괜히 으쓱해지잖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40==================== 또 다른 발견 “기도는 다 끝났냐?” “히이익! 사, 살려….” “무슨 소리야. 내가 우리 귀여운 실비아를 죽일 리 없잖아?” “흐아아…아아…아우으으….” “난 그냥 천국을 보여주고 싶은 것뿐이야.” “흐이잉! 처, 천국은 죽어야 볼 수 있단 말입니다!” 실비아는 몸을 떨면서도 힘을 내서 어떻게든 최후의 저항을 했지만, 나는 아랑곳도 하지 않았다. 하핫. 바보 같은 소리를. 그럴 리가 있나. 난 매일 천사님 곁에서 천국을 보고 있는데. “아무튼 실비아. 넌 안 그래도 나랑 있으면 행복해 죽으려고 하는데, 거기에 더해 부끄러움까지 많이 타. 그래선 안 돼. 그러니까 지금부터는 실황보고를 하도록.” “엣? 시, 실황 보고…말입니까?” 실비아는 내 명령이 잘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귀여운 녀석. “그래.” “저기…부끄러운 경험을 하는 게…아,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네! 하겠습니다!” 난 충분히 부끄러울 짓을 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실비아는 오히려 그 정도라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듯 강하게 수긍했다. 이상하다. 내 상식이 잘못된 건가? 부끄러운 짓 맞지? 뭐, 일단 해보고 반응을 봐서 뭔가 더 시킬지 말지 결정하도록 할까. “히우응!” 나는 일단 실비아의 가슴에 손을 뻗었다. 손을 오목하게 만들어야 잡을 수 있는 다른 애들과 다르게, 실비아의 가슴은 그냥 손바닥을 쫙 편 상태로도 완벽히 손바닥과 가슴이 밀착했다. 뭐, 사람은 저마다의 매력이 있는 법이니까. “실비아. 보고.” “구, 구원님이이이…제, 제 가슴을, 가슴을 어루만…흐아아…해보니까 생각 보다 훨씬 부끄러어….” 그야 그렇겠지. 바보야. 안 부끄러울 리가 있나. 다행히 내 계책은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모양이다. 다만, 다만 말이지 실비아. 내가 원한 건 그런 보고가 아니었어. “실비아. 그럼 안 되지. 난 실황 보고를 하라고 했잖아?” “네, 네에에…? 하, 하지만 지금….”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이미 평소 이상으로 진동하고 있는 실비아가 울 것 같은 얼굴이 됐다. “실비아. 보고의 목적이 뭐야?” “저, 정보 전달입니다아….” “그래. 과연 기사. 잘 알고 있군.” 나는 마치 포상이라는 것처럼 실비아의 가슴을 조물딱 거렸다. 아무리 없더라도 이렇게 하면 일단 만지는 느낌이 있긴 하다고. “가, 하앗, 가, 감사합…우응….” 이거 봐. 실비아도 더 흥분하고 있잖아. 뭐, 얜 감촉보단 내가 더 적극적으로 만져주고 있단 사실 자체에 흥분하는 거겠지만. “그런데 말이야. 실비아. 내가 지금 스스로 네 가슴을 만진다는 사실을 모를까?” “후에…엣? 그, 그야아….” “당연히 알겠지?” “네에에….” “그럼 정보 전달의 의미가 없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드디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았다는 듯 실비아의 눈이 새차게 진동했다. 아니. 몸이 진동해서 그렇게 보이는 것뿐인가? “흐야아아아….” 확인을 위해 두 손을 실비아의 머리에 뻗어 양 볼 쪽을 단단히 붙잡고 지그시 바라보자, 실비아의 전신은 더더욱 극심한 진동을 해댔다. “아우…아우아우…우아아아아….” 음. 역시 눈동자가 떨리고 있군. 나는 다시 실비아의 얼굴을 해방시켜주고 가슴에 손을…거기엔 이미 실비아의 손이 먼저 올가가있었다. “후앗…흐핫…흐아아앗…주, 죽는…정말로 죽는 줄….” 얜 진짜 과장이 심하다니까. “아무튼 그런 고로 실비아. 제대로 정보 전달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형태로 보고를 하도록.” “그, 그게 무슨…?” “음. 예를 들지 않으면 모르는 건가. 그럼 예를 들어 내가 이렇게 실비아의 가슴을 만지고 있으면….” “후으으읏….” “구원님의 크고 따뜻한 손이 닿아서, 제 가슴에 감미로운이 퍼짐과 동시에 전신이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라는 식으로 말이야.” “우아, 아아아…무, 무리! 무리무리무리! 무리입니다!” “내 명령을 들을 수 없다는 거야?” “하, 하지만! 하지만하지만! 죽습니다! 정말 죽습니다!” “안 죽어.” “후아아아아앙!” “야. 대성통곡할 건 없잖아. 그렇게 나한테 알려지는 게 싫어? 난 그냥 실비아의 솔직한 기분을 전해 듣고 싶은 것뿐인데.” “흐, 흐잉…그, 그런 거…흑…좋습니다아아! 이건 기쁨의 눈물입니다아아!” 실비아는 거의 반항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 포기한 말투로, 하지만 착하기 그지없는 대답을 해줬다. 그래. 그래야 우리 실비아지. “자, 그럼….” 나는 실비아의 음부에 손을 뻗어서, 손에는 약하게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천천히 그 음부를 쓰다듬었다. “흐이잇!” “실비아?” “구, 구원님의…구원님의 손이 제, 제 음부에, 음부에에에에…다, 닿은 곳이이이이….” 내 재촉에, 실비아는 기어들어갈 듯 작은 목소리로 어떻게든 말을 이어나가보려고 했지만, 과연 쉽지 않은 듯 했다. 부끄러운 것도 부끄러운 거지만, 자신의 입으로 스스로의 상황을 설명하는 동안 내가 만지고 있다는 걸 평소보다도 더 의식하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고작 음부를 조금 만졌을 뿐인데 실비아는 평소보다도 훨씬 더 애액을 흘리고 있었고, 몸의 진동도 거의 휘청휘청 흔들리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거세졌다. “이거 이 이상은 힘드려나.” “흐앗…하앗…하아…죄, 죄송…후아앗….” 이렇게 열심히 사과를 해오는 걸 보면, 일단 실비아도 최선의 노력을 다 한 거겠지. 하지만 이대로 끝내기는 너무 아쉬운데. 어떻게든 더 성과를 볼 수 있는 수단이 없을까? 이번만큼은 정반대의 행위를 시키고 있는 만큼, 주의를 다른 곳에 집중시키는 작전마저도 통하지 않을 것 같고. “으으으음…좋아. 그럼 이렇게 할까. 실비아.” “흐엇…헉…네, 네에?” “끝까지 제대로 해내면 포상을 주지.” “포, 포상…말입니까?” “그래. 포상. 뭐든 원하는 걸 하나 들어줄게.” “뭐…든…?” “그래. 뭐든.” “아, 아아, 아우아아아….” 나는 실비아의 얼굴에 가까이 얼굴을 가져가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이며 미소 지었다. 그러자 실비아의 얼굴이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새빨개지더니, 지금까지의 진동도 잘 버텨내고 서있던 몸이 그대로 뒤로 넘어가버렸다. “우왓! 실비아?!” 물론 바닥에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내가 그 몸을 붙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실비아는 내 팔 안에서 그대로 스스르 미끌어져 바닥에 엉덩방아를 찍은 후, 다리를 파닥파닥 거리면서 방 한쪽 벽 구석으로 질질 후퇴했다. 실비아의 지나간 길에 따라 바닥에 남은 애액의 선이 마치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를…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갑자기 도망가? 아니. 그 이전에 갑자기 왜 쓰러진 거야?” “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아!” 실비아는 한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거리고, 한 손은 앞으로 뻗어 파닥거리면서 필사적으로 외쳤다. “너 대체 무슨 상상을 했는데….” “으아아아…! 아무것도 아닙니아아아아!” 내 말에 다시 한 번 상상력이 폭발했는지, 실비아가 찢어질 것 같은 고음으로 이상한 신음 소리를 내뱉더니 다시 온 몸을 파닥거렸다. 고작 소원 한 번 들어주겠단 말에 저렇게까지 격렬하게 반응하니까 불길한 느낌마저 드는데 말이야. 괜찮은 거지? 실비아, 나 너 믿어도 되지? “아무튼 그래서 실비아. 할 거야? 안 할 거야?” “하, 하겠습니다!” 하는 거냐. 상상만으로 쓰러져서 온 몸을 배배꼬는 주제에. 실비아는 두 손으로 자신의 볼을 찰싹찰싹 때리더니, 결연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 눈은 죽음마저도 각오한 눈빛이었다. 대체 무슨 소원이 널 그렇게까지 만드는 거냐. “좋아. 각오가 됐다면 괜찮겠지. 이리 와.” “읏, 네, 넵!” 실비아는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결의에 가득찬 표정을 유지한 채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나는, 무릎을 꿇은 후 그런 실비아의 음부에 가볍게 입을 맞춰줬다. “알몸인 채로 바닥에 엉덩이를 질질 끌고 다니면 안 되잖아.” 더럽지 않냐고? 문제 없다. 난 우리 메이드들과 바넷사를 믿어. 바닥은 핥아도 될 정도로 깨끗하니까 아무 문제없어. “흐아아아앙!” 그리고 내 행동은 실비아에게 있어서 예상외의 기습이었는지, 실비아는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이 풀썩 꺾였다. 그리고 내 머리를 붙잡아서 어떻게든 넘어지는 것만은 면한 실비아는, 그대로 허리를 움찔움찔 떨며 음부에서 분수를 뿜었다. 이정도로 절정을 느낀 건가. 뭐, 처음부터 달아올라 있기도 했으니까. “실비아. 보고.” “구, 구언니이이…이, 입으로…제 음부를…히아으으응…여, 역시 무리이이이….” 실비아는 아직도 절정의 파도가 온 몸을 휘몰아치는 중인지,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를 하려다가 결국 울 것 같은 목소리로 포기하고 말았다. “들어줬으면 하는 소원이 있는 거 아니었어?” “그, 그거언…! 구, 구언니므으으…이, 입…제, 제 음부에…너무, 너무너무 행복하고…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후아아…이, 이제 죽어도 좋아아….” 아니. 죽지 말라고. 삶에 더 미련을 가지려고. 뭘 승천하려고 하고 있는 거야. 돌아와. 돌아와 이것아. 나는 실비아의 몸을 몇 번이고 흔들어서 겨우 그 의식을 붙잡아둘 수 있었다. “후우. 십년감수했네. 좋아. 그렇게 좋았으면 이번엔 나도 똑같이 기분 좋게 해줄 수 있겠지?” “후아아? 핫! 네, 넵!” 여전히 풀어진 표정을 짓고 있던 실비아는, 내가 바지를 벗고 물건을 들어내자 정신을 차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번엔 실비아가 무릎을 꿇고, 내 물건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여전히 몸은 진동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가 만져주는 것보단 스스로 날 만지는 게 조금 버틸만 한 모양이다. 실비아는 제대로 정신을 유지하고는 내 물건 전체에 쪽쪽하고 끊임없이 버드키스를 해댔다. 그런 귀여운 실비아의 모습에 살짝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실비아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특히 허리 부근이 격렬하게. 이것만으로도 그런 반응인 거냐. 뭐, 이런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건가. “실비아. 보고는?” “네, 넵! 구, 구원님의…구원님의 물건에 키스를…헤, 헤헷….” 그렇게 헤실헤실 웃지 마라. 정 든다 이것아. 진짜 처음 만났을 때랑 딴 판이라니까. 그땐 무표정이었던 주제에 말이야. 이쪽이 본성인 건지 그쪽이 본성인 건지. 아무튼 실비아의 키스 세례로, 내 물건은 분기탱천해서 뻐근하게 아플 정도였다. 슬슬 실비아도 조금은 호흡이 안정된 것 같고, 이제 제대로 시작해볼까. “그래. 아까보단 훨씬 익숙해진 모양이네. 그렇게 좋아?” “네! 조, 좋습니다아….” 헤실헤실 웃던 실비아는 힘차게 긍정했다가, 이내 조금 부끄러워졌는지 시선을 피하며 대답하고는 다시 내 물건에 쪽쪽 키스를 해왔다. “그럼 더 좋게 해줄게.” 나는 그런 실비아의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집어넣어 번쩍 들어 올리고는, 그 음부를 내 물건 끝에 조준한 후 다시 몸을 내렸다. “흐엣?! 엣! 흐으으으응!” “실비아. 감상은?” “기, 기부, 기부으으으은!” 실비아는 그렇게까지만 말하고 다시 절정에 달한 듯 음부를 꾸욱 조이더니, 그대로 사지를 늘어뜨리며 고개도 풀썩 떨궈서 내 어깨에 얼굴을 박았다. 아니. 안 죽었어. 안 죽었다고. 어깨에 거친 숨결도 느껴진다고. 허리도 부들부들 떨고 있고. “실비아? 괜찮아? 괜찮지?” “구, 구언니므 거시이…제 안쪽을 가득 채어서…마음도 가득 차고오…안쪽에 닿는 것도…해, 행보캅니다아아….” 아니. 보고를 보챈 게 아니라 그냥 정신이 있는지 확인한 거였는데 말이야. 실비아는 반쯤 맛이 간 말투로, 그렇게 착실히 보고를 해왔다. 뭘 원하는 건지는 몰라도, 그 소원이란 게 그렇게 간절한 건가? 그런 거라면 굳이 이렇게 노력하지 않아도, 내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들어줄 텐데 말이야. 뭐, 귀여우니까 말 안하고 있어야지. “그렇게 행복하구나?” “네, 네에. 구언니임…. 조아, 조아함니다아….” “그래. 나도 좋아해.” “으으으으응!” 내가 속삭여주자, 그것만으로도 실비아는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해버렸다. “구, 구원니므 목소리가…귀, 귀에서부터…심장에서…몸 전체로 퍼져나가…따끈따끈한 기분임니다아….” “따끈따끈? 그것도 행복하다는 거지?” “네헤에에…이제 삶에 여한이…쥬, 쥬거도 조씁니다아….” 아니. 그러니까 죽지 말라고. 뭘 위해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 건데. 적어도 소원은 이루고…아니. 뭔진 몰라도 그걸 이뤄도 죽지 말라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을 연참 441==================== 또 다른 발견 “흐응! 하앙! 흐아아앗! 흐으응! 구, 구원니이임!” “응?” “저, 저, 저…죽습니다아!” “아니. 그러니까 이정…실비아?!” 나는 평소와 같은 말로 받아 넘기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방금 실비아의 말은 평소와는 다른 의미였던 모양이다. 평소의 죽습니다는 이대로 가면 죽습니다라는 뜻이었다면, 방금 죽습니다는 보고였던 거다. 내게 보고를 한 실비아는, 그대로 전신을 부들부들 떨면서 내 몸에 몸을 기대고 그대로 축 늘어졌다. 얼마나 심하게 느낀 건지, 축 늘어진 상태에서도 허리는 꽤나 오랫동안 부들부들 떨렸고 음부에서는 분수를 뿜었다. 말해두겠는데. 아니.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당연한 얘기지만, 실비아는 죽지 않았다. 정말이라고? 제대로 살아있다고? 눈도 감고 있고, 사지도…아니. 전신을 축 늘어뜨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멀쩡하게 살아있다고? “그치 실비아?” “흐엣…흐에엣…헤엣…하아앗….” 자 봐. 제대로 숨 쉬고 있잖아. 사람은 그렇게 간단히 죽지 않는다니까. …뭐 이렇게 삽입 중에는 힐링 섹스도 발동하고 있고. 그건 그렇고, 설마 기절을 해버릴 줄이야.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뭐, 이정도면 혼자선 해소할 수 없는 실비아의 몸을 식혀준다는 목적도 충분히 달성했으니까. 나는 내 품안에서 축 늘어져있는 실비아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어줬다. 하지만 설마 기절하기 직전까지 제대로 보고를 할 줄이야. 뭐, 보고 내용에 조금 오류가 있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수준이다. 대체 무슨 부탁을 하려고 이렇게까지 열심히 한 걸까? “응? 응?” “우, 우으으음….” 축 늘어진 실비아의 볼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면서 물어보자, 실비아가 귀여운 소리를 내면서 내 가슴에 자신의 뺨을 비벼댔다. 이거, 지금까지 실비아가 내게 해온 스킨십 중에 성행위 관련을 제외하면 제일 강도가 강한 스킨십 아냐? 기절하고 나서야 이런 스킨십을 할 수 있다니. 얘도 참 운이 없다고 해야 할지. 진동하는 실비아도 좋지만, 이렇게 가만히 있는 실비아도 껴안고 있는 감촉이 훌륭했다. 볼륨감은 조금 부족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여성스럽게 느껴지는 가녀린 몸은 충분히 부드럽고 따뜻했다. “음…핫! 여, 여긴…!” 그렇게 한동안 실비아를 껴안고 있자니, 갑자기 실비아가 내게 기대고 있던 상체를 일으키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일어났어?” “……엣?” 내가 부드럽게 말을 걸자, 고개를 홱 돌려서 나와 눈이 마주친 실비아는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렸다. “실비아? 괜찮아?”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 봐도, 실비아는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고, 아니. 그 이전에 눈 한 번 깜빡하지 않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입을 멍하니 벌리고 눈을 크게 뜬 채 돌처럼 굳어있던 실비아는, 한동안 그 자세를 유지하더니 녹슨 기계처럼 끼기긱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덜덜 떨면서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곤 손을 뻗어서 자신의 복부를 살짝 눌러봤다. 뭐야 이거? 설마 아직도 박혀있나 확인하고 있는 거야? 정말로 내 물건이 만져진 건지, 아니면 그냥 해본 행동인지, 실비아는 다시 끼기기긱하면서 고개를 들어올려 나와 시선을 마주쳤다. “응?”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행동에 내가 애매모호한 미소를 지어보이자, 그제야 실비아의 움직임이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히.” “히?” “히아아아아아아아아…!” “큭!” 고막이 찢어질 듯이 울리는 초고음의 음파공격. 나는 반사적으로 눈을 찌푸리며 귀를 막았다. 그리고 다시 실비아를 쳐다봤을 때, 실비아는 이미 내 품에 쓰러진 이후였다. …그러고 보니 실비아하고는 이렇게 섹스 후에도 계속 연결되어있던 게 처음이던가? ……안 죽었지? 미안. 잠깐 힐링하느라 까먹고 있었어. 나는 그제야 실비아와의 연결을 풀고 실비아의 몸을 침대에 눕혔다. 자, 이제부터 뭘 한다. 여기서 계속 실비아가 깨어나는 걸 기다리는 것도 좋지만, 그랬다가는 아까의 반복이 될 것 같다는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 들었다. 차라리 이대로 깨어났을 때 내가 없는 게 실비아의 정신건강상 좋을지도. 실비아가 내게 원하는 게 뭔지는 듣지 못하겠지만, 그거야 뭐 나중에도 들을 수 있는 거니까. 그렇게 판단한 나는 실비아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자, 그럼. 지금부터는…마틸다한테라도 가볼까? 실비아의 몸을 식혀주고 나니, 자연히 떠오르는 게 마틸다였다. 저주 해제를 위해 마틸다와는 정기적으로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고 말이다. 하지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지금 마틸다한테 가면 오늘은 하루 종일 섹스만 하다 끝나버린단 말이지. 아니. 지겨운 건 아니야. 하나같이 절세의 미녀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애들이랑 돌아가면서 섹스를 하는데 어떻게 지겹다는 생각을 하겠어? 다만 아무리 내가 성자라도 하루 종일 섹스만 하면서 보내는 건 좀…그렇잖아? 어쩔 수 없지. 마틸다에겐 미안하지만 마틸다와의 관계는 조금 나중으로 돌리자. 안 그래도 던전에 다녀온 직후이니, 마틸다도 지상의 공기를 듬뿍 마시고 싶을 때이기도 할 테고. 그렇게 되면 남은 건…역시 우리 애들인가. 이쯤 됐으면 슬슬 우리 애들도 얘기가 끝났겠지? 좋아. 가서 아무나 붙잡고 놀아달라고 해야지. “알겠는가! 자네가 아직 안전하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되네! 이 몸들의 낭군님은 무슨 짓을 해서든, 틈을 보이면 변태 짓을 할 걸세! 어쩌면 이번 일을 계기로 자네가 새로운 성벽에 눈뜨도록 해주겠다는, 바보 같은 생각마저 할지도 모를 일일세! 그걸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필요 이상으로 어리광부리지 않게 하는 걸세! 자네 같이 매번 그렇게 어리광을 들어주니 낭군님이….” “저, 전 딱히 새로운 성벽에 눈을 떠도 상관없는데요…. 그러면 여러분에게도 알려드리고, 유대감도 더 생길 거고, 구원씨가 그걸 원하신다면….” “아뇨! 레이아! 레이아는 너무 생각이 물러요! 아직 구원의 변태짓을 제대로 안 당해봤으니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거예요! 상상을 초월한다고요! 사람의 약점을 하나 파악하면 거길 집요하게! 오죽하면 전 구원이랑 섹스를 하기 전엔 항상 엉덩이를 준비하고 가야한다고요!” “네? 약점이라니…사라씨는 그런 성벽이 없으셨던게….” “물론 없지만요! 전 엉덩이로 하는 걸 별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지만요! 하지만 구원은 거기가 제 약점이라고 생각한다고요! 그게 문제에요! 구원이 약점이라고 생각하면 그걸로 끝이라고요! 거길 집중적으로 노리면서 얼마나 변태짓을 해대는지….” “그렇다네! 이 몸도 틈만나면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하고….” “그, 그렇게까지 과격해진 구원씨도 전 조금 보고 싶은….” “큰일 날 소리 말아요! 저흰 레이아를 위해서 조언해주고 있는 거라고요!” “그렇다네!” …아직도 하고 있는 거냐. 디아나의 방문을 살짝 열자, 안에서 아직까지 말소리가 들려왔다. 어찌나 격하게 얘기를 하고 있는 건지, 이렇게 문을 살짝 열고 엿듣고 있는데도 셋 다 내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사라와 디아나의 말에 딴죽을 걸고 싶은 구석이 엄청나게 많았지만, 나는 끼어들지 않고 얌전히 물러나기로 했다. 괜히 저기 휘말리면 더 귀찮아지기만 할 것 같고. 미안. 레이아. 조금만 더 고생해. 나는 살며시 문을 닫고 뒤를 돌았다. 그리고 뒤를 돈 내 눈 바로 앞에, 아름답지만 감정이 없어 보이는 한 쌍의 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왓! 깜짝이야! 놀래라. 바넷사. 여기서 뭐해?” 물론 그 눈의 주인을 말할 것도 없이 바넷사였다. 애초에 나랑 눈이 이렇게 마주칠 수 있는 여자라곤 내가 아는 한 바넷사밖에…아니. 앨리시아도 아슬아슬하게 맞으려나? 아무튼 그 정도밖에 없다. 여자치곤 상당한 장신을 자랑하는 사라조차도 내가 내려다봐야 겨우 시선이 맞으니까 말이다.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만.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아니. 그냥 심심해서 놀아줄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셋이서 내가 끼기 힘든 대화를 나누는 중인 것 같아서 말이야.” “…그렇습니까.” “그보다 바넷사도 보고 있었으면 그냥 불렀으면 됐잖아. 왜 뒤에서 조용히 서있었던 거야. 쟤들 대화에 방해가 될까봐 그런 거면 어깨라도 쳤으면…아. 설마 저번 일 때문에 조심한 거야?” “…….” 바넷사는 대답하는 대신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날 노려봤다. “야. 그렇게 화내지 마라. 저번 일은 사고였잖아. 그런 일 웬만한 일이 아니면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화낸 거 아닙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군. 아무튼 바넷사.” “…뭡니까?” “이렇게 만났으니 잘 됐어. 안 그래도 할 것도 없어서 몸이 근질거리던 참이었거든. 그러니까….” “…읏.” 내가 히죽 웃으면서 말하자, 날 노려보는 바넷사의 눈빛이 더 강렬해지면서 반대로 몸은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놀아줘.” “……뭘 하고 놀아드리면 됩니까?” 야. 뭐냐. 그 한심하다는 표정은. 너 자기가 무표정이라고 너무 주인님을 깔보는 거 아니냐. 아니. 난 주인님의 남편이라는 위치가 더 정확하긴 하지만, 아무튼 너보다 높으신 분이잖아! 네가 아무리 무표정이라도 그렇게 노골적인 시선까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난 둔하지 않거든?! 아니. 오히려 요즘 네 표정을 점점 더 읽을 수 있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예리하신 몸이거든? “뭔가 적당히 놀 거 없어? 보드 게임이라든가.” “그런 거라면 응접실에 몇 개인가 있습니다.” “좋아. 가자. 바넷사 너 어차피 할 일 없지? 이런 데를 돌아다니고 있을 정도니까.” “엄청 많습니다.” 아니. 이럴 땐 좀 없다고 해달라고. 심심하단 말이야. “…바넷사.” “또 뭡니까?” 얘 진짜. 말투. 야. 너 딴 애들한텐 안 이러잖아.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 내심 내가 제일 만만하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아무래도 내 평소 모습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 모양인데 말이야. 내가 우리 애들한테 져주는 건 어디까지나 밤에 그렇게 이기는데 낮에도 다 이겨먹으려고 들면 미안해서 그런 거지, 절대 내가 약한 게 아니야. 정말이다? 거짓말 아니라고? 뭐, 됐어. 지금은 그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니까. 나는 바넷사를 바라보고 요즘 거울을 보면 스스로도 감탄이 나오는 잘생긴 외모를 한층 더 멋지게 보이는 각도를 유지한 채, 부드럽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랑 일. 어느 게 더 중요해?” “……일입니다.” “거기선 나라고 하라고! 네 일은 주인님을 보필하는 일이잖아!” “제 주인님은 디아나님이므로.” 큭. 젠장. 이 철가면 집사 같으니라고. 언젠간 저 철가면을 반드시 벗겨주겠어. “하아…. 아무튼 됐어. 따라와.” “네.” 일이 소중하다고 말한 주제에, 할 일이 엄청 많다고 한 주제에, 결국 시키는 대로 날 따라오는 바넷사였다. 잠깐만. 그렇다면 이 녀석. 방금 설마 날 놀려먹은 거야? …방금까지 조금은 바넷사의 표정을 읽을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자신이 없어져버렸다. 결국 나는 바넷사에게 이것저것 이 세계의 보드 게임들의 룰을 배우고 놀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바넷사도 식사 준비를 하러 갈 때까지는 계속 나와 어울려줬고 말이다. 좋아. 이걸로 실비아와의 특훈도 더 진전이 생기겠군. 저번 포커는 실패였으니까 말이야. 눈을 마주칠 일이 너무 많아서 게임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목적이 전혀 달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드 게임이라면…. “후야아앙…. 하아아…. 헤헷….” 그리고 바넷사와의 게임을 정리하고 방에 돌아오자, 실비아가 내 침대 위에서 이불을 덮은 채 파닥이고 있었다. “……실비아. 너 뭐하냐?” “핫!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니. 아니긴 뭐가 아니야. 누가 봐도 명백하게 내 침대에서 좋아 죽으려고 하고 있었잖아. 뭐, 좋아. 귀여우니까 봐준다. “그보다 실비아.” “네, 넵!” 내가 이름을 부르자, 실비아는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니. 봐줄 테니까 겁먹을 거 없어. “아깐 잘 했어. 시키는 대로 끝까지 잘 보고를 했어. 약속대로 원하는 게 있으면 들어주지. 자, 말해봐.” “네, 넷?!” 혼날 줄 알고 있었던 건지, 긴장으로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던 실비아가 멍하니 날 올려다봤다. “없어? 원하는 거.” “아, 그, 그게 그러니까…아, 아우우…. 지, 지금 그런 걸 하면….”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지자, 이번엔 실비아가 새빨갛게 달아올라서는 우물쭈물대기 시작했다. “응? 그런 거라니?” “죄, 죄송합니다! 지금 그런 걸 하면 이번에야 말로 확실히 죽습니다아!” 아니. 그러니까 그런 거라는 게 대체 뭔데? 내 의문을 뒤로하고, 실비아는 황급히 침대에서 벗어나 내 방을 탈출했다. “우왓! 야! 적어도 옷은 입고 가라! 남들이 보면 오해할 거 아냐!” 아직까지 침대에 있을 때부터 수상하긴 했지만, 설마 아직까지 알몸으로 있었던 거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42==================== 또 다른 발견 다행이도 누구에게 들키기 전에 간신히 실비아를 붙잡아서 옷을 입힐 수 있었다. 실비아 이 녀석, 나보다 신체 능력이 좋으니까 하마터면 놓칠 뻔 했어. 중간에 다리가 풀려 넘어지지 않았다면 정말로 위험했다. 실비아가 있는 쪽을 힐끔 쳐다봤다. “으으으읏…!” 그러자 역시나 나를 바라보고 있던 실비아는 화들짝 놀라서 그대로 벽에 놓인 갑옷 뒤로 숨어버렸다. 저녁때도 저러더니 또 저러네. 평소보다 더 부끄러워하는 실비아는 식사시간이 되자 식탁 구석 끝으로 가는 것도 모자라 아예 식탁 아래에 숨어서 먹으려는 짓까지 하려고 했다. 바넷사를 시켜서 어떻게든 의자에 앉혀 놓기는 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식사를 마치고, 이렇게 우리 파티원들 끼리만 모여서 차를 마시는 시간이 되어서도 저러고 있는 거다. 뭐, 오늘은 더 이상 쟤한테 시선을 안 주는 게, 실비아를 위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디아나.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아침이나 점심이면 모를까, 지금까지는 저녁식사가 끝나면 다들 각자 자기 방에 곧바로 돌아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암묵의 룰이라고 할까? 이 시간부터는 오늘 밤 나와 잘 차례인 사람을 위해 배려를 해주는 거다. 하지만 오늘은 이유가 있어서 이렇게 파티원들끼리 따로 모여 차를 마시고 있었다. “으, 음? 뭐, 뭔가? 마, 말해두지만 별로 이상한 말 안 했네!” 내가 다들 모여보라고 했을 때부터 기장하고 있던 디아나가, 바로 과민반응을 보여왔다. 야.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도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혼자 너무 찔려하는 거 아니냐? 뭐, 아까 살짝 엿들은 내용을 생각해보면 저런 반응을 보일 법도 하긴 하지만. 걱정 마라. 난 내 여자에겐 한없이 따뜻한 남자니까. 용서한다. 레이아도 결국 설득당하지 않은 모양이고. 게다가 너희 얘기 덕분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고. 옆에 있는 레이아를 바라보자, 레이아가 내 시선을 눈치 채고는 싱긋 웃어줬다. 하아. 역시 천사님이야. 아, 새로운 아이디어가 뭐냐고? 뭐긴 뭐겠어. 성벽의 개발이지.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까지 우리 애들의 타고난 성벽을 그저 자극만 할 뿐이었다. 하지만 낮에 셋의 대화를 엿듣고 나서 깨달은 거다. 그래! 레이아처럼 특별한 성벽이 없는 애라도, 개발을 해버리면 그만인 거야! 아니. 그렇다고 해서 내가 뭐 특수 성벽을 좋아한다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야. 어디까지나 다양한 성생활을 위해서 말이지. 응. 뭐, 만약 정말로 레이아의 성벽을 뭔가 개발한다고 하더라도, 레이아는 일단 구미호 상태부터 컨트롤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우선이지만. “찔려?” “아, 안 찔린다고 하지 않았는가?!” “하아…우리 디아나는 뒤에서 몰래 낭군님 욕이나 하고…. 난 슬프다.” “요, 욕이라니! 애정표현일세! 애정표현! 다 이 몸이 그만큼 자넬 사랑하기 때문에…!” “내가 레이아를 더 좋아하면 어쩌나 불안해진 것뿐이라고?” “그, 그건…. 으, 으음…뭐….” “걱정 마. 말했잖아. 나 디아나도 엄청 좋아한다니까.” “우으읏…….” 내가 그렇게 말해주자, 디아나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움츠러들었다. “디아나. 대답은?” “이, 이 몸도 좋아하네….” 내가 다시 한 번 디아나를 몰아넣자, 디아나는 결국 솔직하게 대답을 해줬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이런 감상이 떠올렸다. 디아나. 이건 이거대로 수치 플레이네. 뭐, 이런 말 하면 한 대 맞을 테니까 입 밖으로 내진 않겠지만. 아니. 상대는 디아나. 굳이 토닥토닥 공격을 맞는다는 방법도 나쁘진…. “크흠! 구원. 질문이란 게 그런 거였어?” 식사 중에 갑자기 나와 디아나 사이에 깨가 쏟아지는 게 맘에 안 들었는지, 사라가 그런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왔다. “아, 응. 물론 아니었지.” “아니었는가아?!” 우왓. 놀래라. 갑자기 그렇게 소리 지르지 마라. 자기 머리까지 양손으로 쥐어 잡고는 말이야. “왜? 나한테 좋아한다고 한 게 그렇게 억울해?” “그런 건 아니네만! 그런 건 아니네만 말일세!” 디아나는 억울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디아나. 그런 귀여운 표정으로 노려봐봤자 하나도 안 무서워. 오히려 역효과만 날 뿐이야. “그럼 됐잖아. 그런 것보다 내가 묻고 싶었던 건, 왜 마석 정산을 하지 말라고 했는지에 대해서야.” “으으읏…. 고작 그런 거였나. 그런 거 당연한 게 아닌가.” “당연하다니?” “이 몸들의 추측이 들어맞는다고 한다면, 던전의 아래로 내려갈 열쇠는 온전히 자네에게 맡겨져 있다는 것이 되지 않나.” “뭐, 그렇지.” “여신님이 굳이 그렇게 던전을 만든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나?” “응?” “그러니까. 자네 없이는 6계층의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설계된 이유가 분명 있을 거라는 말일세. 그것이 어떤 이유인지는, 이 몸으로서도 아직 상상조차 되지 않지만 말일세.” 과연. 그런 건가. 확실히 그럴지도 모른다. 저 던전을 여신님이 만들었다고 가정하고, 그 의도를 생각해보자. 던전은 일단 환경적인 측면으로 사람의 입장을 막고, 강력한 몬스터들을 곳곳에 배치하여 사람의 침입을 거절하고 있다. 그것도 아래로 내려갈수록 더 강하게. 마치 이 이상 아래로는 내려오지 말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확실히 사람들을 접근시키고 싶지 않은 건지도 모른다. 뭐, 여신님이 직접 아래로 내려가라고 명한 나는 예외겠지만. “하지만 이미 다 밝혀버렸잖아. 성기가 비밀 통로 역할을 한다는 것도, 던전 안에 소규모 계층이 존재한다는 것도. 게다가 아라크네 클랜에 5계층의 성기를 모아주기도 했고. 걔들이 5.5계층을 발견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겠지. 이미 공표해버린 건 어쩔 수 없네. 하지만 아직 소규모 계층들끼리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정보는 밝히지 않았지 않나. 그것만 밝히지 않으면 되네. 그렇다면 아라크네 클랜이 5.5계층을 발견하더라도 아무 문제없네. 심지어 소규모 계층은 대부분 암컷으로 구성되어있을 것이라고 추측되지 않나. 그들은 거기서 성기를 얻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페이크 출구인 6계층으로 이어지는 길을 발견하고 그걸로 끝이겠지.” “과연. 그럼 일단 코볼트 동굴의 존재 자체를 밝히는 건 상관없다는 말이지?” “음. 뭐, 개미굴의 존재가 밝혀진 이상 늦든 빠르든 소규모 계층은 차례차례 발견 될 것이라고 생각되니 말일세.” “알았어. 그럼 다음에 마석 정산할 때는 코볼트 동굴의 존재만 밝히는 걸로.” “음.” “그럼 앞으로의 던전 탐험은 4계층에 가기보다는 소규모 계층의 연결된 길을 찾는 것에 초점을 맞출 생각인 건가요?” 나와 디아나의 대화가 일단락되자, 마틸다가 어딘가 기뻐보이는 말투로 그렇게 물어왔다. 저번 탐험이 상당히 맘에 들었던 모양이다. 상층은 이질적인 마나 농도가 약한 것도 있지만, 몬스터가 약하다보니 그다지 경계하고 있지 않아도 되는 환경 자체가 좋았던 거겠지. “뭐, 적어도 3.5계층까지는 그럴 셈이야. 거기서부턴 바로 4.5계층에 가는 것보다 4계층에서 레벨을 올리고 가는 편이 좋겠지만.” “그렇군요!” 마틸다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이면서 만족스런 미소를 지어보였다. “넌 개미굴에서 3.5계층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빨리 발견되지 않기를 비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이기적인 생각 같은 건 안 해요. 열심히 탐험하는 여러분께 실례잖아요. 제가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이나요?” “뭐, 솔직히 지금 그 틱틱거리는 성격만 보면.” “뭐, 뭐라고요오?!” “아무튼 난 별로 이기적인 거라고 생각 안 해. 오히려 늦게 발견되는 게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말이야. 너 이번엔 괜찮았지만, 아직 3계층 이후는 조금 버거운 거잖아?” “거, 걱정해주는 건가요?” “그야 당연하지. 뭐, 네가 던전에 익숙해지면 우리로서도 도움이 되고.” “당신….” 아니. 너 방금 내가 성격 운운한건 까먹었냐? 왜 눈빛이 핑크빛으로 물드는데? 이런 거 볼 때마다 진짜로 저 잘 반하는 성격이 원래 그런 건지 저주 때문인 건지 긴가민가 한다니까. 저렇게까지 극적으로 변하는 걸 보면 확실히 저주 때문인데, 레이아의 말에 따르면 다른 사람은 저렇게까지 되지 않는다는 모양이고. 그게 궁금해서라도 쟤 저주를 푸는 데 앞으로는 더 신경을 써볼까. …그래봤자 내일부터지만. “그보다 자네. 영상쪽 준비가 끝났다는 모양이네만, 얘기 들었는가?” “네? 교황님이 설득되신 건가요?!” 사랑에 빠진 눈으로 날 바라보던 마틸다가, 디아나의 말에 깜짝 놀라서는 외쳤다. “자세한 얘기는 이 몸도 모르겠네만. 연락이 왔다는 건 그런 것 아니겠나?” “설마 교황님이….” 저 반응을 봐선, 역시 마틸다도 힘들다고 생각했구나. 나도 놀랐다. 펠리시아의 수완이 좋은 건지, 아니면 교황님이 엄청나게 진보적인 타입인 건지. 보통 그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보수적이기 마련이라는 선입견이 있는데 말이야. 뭐, 생각해보니 어디서 굴러온 뼈다귀인지도 모를 날 여신님의 사자로 인정해주신 분이다. 아무리 여신님을 불러내어 대화를 나눴다고는 하지만, 본인이 그 모습을 직접 본 것도 아닌데 말이다. 꽉 막힌 성격일 가능성은 애초에 없었던 건가. “하지만 공주로서도 영상에 출연한 게 본인이란 건 밝히고 싶지 않은 거잖아? 어떻게 숨길 셈이지? 교황님과 그런 교섭을 하기도 했고, 우리가 성으로 가는 순간 소문이 쫙 날 텐데? 그냥 당당히 가서 영상을 찍고 와도 되는 거야?” “네. 그건 문제없습니다. 그냥 가시면 됩니다.” “응? 그래? 실비아는 뭘 좀 아나 보지?” “히우으읏!” 대답 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실비아가 다시 벽에 있는 갑옷 뒤로 숨었다. 갑옷이 덜컥덜컥 움직이는 걸 보니, 아마 진동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 실비아. 너랑 나랑 지금 거리가 얼마나 멀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직까지 낫질 않다니. 더 부끄러운 경험을 해서 내성을 키우자는 작전도 결국 실패로군. 아니. 쟨 오히려 특훈을 하면 할수록 내성이 떨어진다는 느낌마저 든다. 그렇다고 방치하면 그건 그거대로 내성이 떨어지고. 대체 어쩌라는 건지. 그래도 난 포기하지 않을 거지만. “뭐, 아무튼 실비아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좋아. 내일이라도 가볼까.” “흥. 그러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거지.” 내 중얼거림에, 사라가 맘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중얼거렸다. 그 속담. 여기에도 있구나. 아니. 그런 것보다. “사라. 너 설마 따라오게?” “당연하잖아! 그럼 혼자 갈 생각이었어?! 그 여자랑 단 둘이서는 절대 안 둘 거야!” 아무래도 사라는 여전히 펠리시아가 맘에 안 드는 모양이다. 펠리시아와의 정기적인 관계는 인정한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그럼 앞으로 정기적으로 할 때도?” “당연하잖아!” “…너 설마 그냥 자기 성적 취향을….” “바, 바보!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 “응? 사라양. 설마 엉덩이 말고도….” “그, 그런 거 아니에요! 디아나도 피해자니까 잘 알잖아요! 애초에 엉덩이도 아니라고요!” “으, 음. 이 몸도 피해자니 말일세. 잘 알고말고.” 잠깐 흥미롭다는 듯 껴들었던 디아나였지만, 사라의 반박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수긍했다. 야. 너희 둘 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서로를 못 믿는 눈치인 걸로 보이는데. 내 기분 탓이냐? 진짜 얘들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니까. “아, 아무튼! 할 얘기란 건 이걸로 끝인 거지?” “응? 아, 응.” “그럼 가자! 오늘은 내 차례잖아! 다들 좋은 밤 되세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날 끌고 황급히 방을 나서려고 했다. 야. 이러면 역효과 아냐? 누가 봐도 도망가는 걸로밖에 안 보이잖아. “우왓! 야. 끌지 마. 다들 잘 자. 뭐, 제일 좋은 밤은 우리가…크헉! 조, 좋은 밤을 보내겠다는 게 뭐가 문제인 건데….” “어차피 음흉한 생각하고 말한 거잖아!” “당연하잖아! 그거 말고 뭐가 있다는 거야!” “지금 그러면서 뭐가 문제냐는 말이 나와?! 이 변태!” 사라는 손바닥으로 날 찰싹찰싹 때리면서 방밖으로 끌고 나갔다. “후훗. 가끔 사라씨는 구원씨와 너무 사이가 좋아서 질투 날 정도네요.” 아뇨. 천사님. 제가 천사님 말에 대부분 무조건으로 동의하는 놈이기는 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맞고 있는 걸 사이좋다니…. 얘는 손바닥으로 때려도 진짜 아프다니까요? 엄살이 아니라 진짜로. 으앗! 따가! 젠장. 사라 너 방에 가서 두고 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무꾸914 // 죄송합니다. 이후 전개될 스토리에 대해서는 답변을 안 하는 걸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까지 댓글로 앞으로의 전개를 맞추신 분은 단 한분도 계시지 않으니, 특별히 조금 힌트를 드리죠. 질문하신 내용에 대한 복선은 이미 스토리 중에 나온 상태입니다. illya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443==================== 또 다른 발견 쿠당쾅쾅! 방안에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급스런 테이블과 의자가 바닥에 엎어지는 것만으로, 말끔했던 방안이 난장판으로 보이는 효과가 생겼다. 뭐, 방 안을 난장판으로 보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닌 나겠지만. “크허억! 컥! 커헉…크흑….” 공중을 부유하여 등부터 바닥에 떨어진 나는, 몸을 웅크리고 손으로 등을 매만지며 바닥을 뒹굴었다. 아프다. 고통스럽다. 그런 자신의 상황을 필사적으로 어필하듯. 갑자기 이게 뭐가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간단하다. 말했잖아? 방에 가면 두고 보자고. 연기야. 연기. 사라가 날 끌고 거칠게 방안에 들어오는 순간, 마치 사라의 팔 힘에 날아간 것처럼 할리우드 액션을 펼쳐 보인 거다. “크헉! 커헉! 크흐윽!” 고작 그런 이유로 값비싼 테이블과 의자를 넘어뜨린 거냐고 질책하지 마라. 그래도 망가지지 않도록 나름 조심했다고. 자, 어떠냐. 사라. 날 험하게 다룬 것에 대한 죄책감이 마구 샘솟지 않냐? 하지만 내가 아무리 바닥을 구르고 있어도, 사라는 내게 다가오기는커녕 말조차 걸지 않았다. 아, 역시 연기가 너무 과장스러웠나? 하긴. 조금 당겼을 뿐인데 갑자기 사람이 몇 미터나 날아가 버리면 그야 할리우드 액션이라고 들키지 않을 리가 없지. 쳇. 이쯤하지 않으면 사라가 죄책감을 안 느낄까봐 조금 오버한 것뿐인데. 실패인가. 나는 바닥에 비비고 있던 얼굴을 살짝 들어서 사라의 얼굴을 쳐다봤다. 바닥 더럽지 않냐고? 전에도 말한 것 같지만 아무 문제없다. 나는 우리 메이드들과 바넷사의 청소실력을…뭐, 이 얘긴 됐나. 아무튼 올려다본 사라의 표정은, 내 예상과 상당히 동떨어져있었다. 평소처럼, 아니. 평소 이상으로 쿨하고 냉정한 표정으로 바닥에 구르는 날 차갑게 쳐다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라의 표정은 경악으로 물들어있었다. 날 끌고 왔던 손은 앞으로 내민 채, 방에 들어온 그 자세 그대로 완전히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멈춰있었다. …어라? 이거 혹시 통한 건가? 나는 한번만 더 도박을 해보기로 했다. “크허억….” 나는 그대로 모든 행동을 멈추고, 그대로 바닥에 축 늘어졌다. “엣…? 구, 구원? 노, 농담이지? 이상한 장난치지 마. 나 진짜로 화낼 거야?” 그렇게 말하는 사라의 목소리는 조금 떨리고 있었다. 좋아. 역시 내 연기는 완벽했어. 오버라니. 누가 그래? 이대로 조금만 더 기절한 척하고 있어볼까. “구, 구원? 저기. 진짜로? 구원? 구원?” 천천히 내게 다가온 사라는, 내 몸에 손을 얹고 살며시 흔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아무 반응이 없자, 사라의 목소리에 점점 울음기가 섞이기 시작했다. “구, 구워언…?” “응. 왜?” 물론 나도 장난이었던 만큼, 우리 사라의 예쁜 눈에서 눈물이 흐르게 만들 생각은 없었다. 이쯤하면 사라도 나름 반성했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벌떡 일어나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 아차. 조금 늦었나. 몸을 일으키고 바라본 사라의 눈에는, 이미 살짝 눈물이 고여있었다. 그리고 울먹이던 사라의 눈이 점점 분노에 물들기 시작했다. “이걸로 잘 알았지? 사라야. 폭력은…아따가! 아파! 사라야!” “진짜 걱정했잖아! 이 바보야! 진짜 믿을 수 없어! 어떻게 그런 장난을 해?! 이 바보! 변태!” “너 또 바보라고…아따가! 야. 진짜 타임! 알았어! 이번엔 봐줄 테니까 일단 때리지 좀…. 아파! 야! 넌 방금 내 연기로 뭐 느낀 거 없냐? 이제 그만 때려야 겠다든가….” “네가 좀 더 맞아야 정신 차릴 바보란 건 잘 알았어!” “네가? 너 지금 오빠한테…아야! 미안! 잘못했어! 한 번만 봐줘!”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사라를 혼내려고 했는데 도리어 내가 혼나고 있잖아. “이 바보! 변태!” 하지만 진짜로 반쯤 울면서 때리는 사라를 계획대로 몰아붙이는 건 내겐 불가능했다. “하아…. 온 몸이 쑤신다.” 겨우 사라가 진정 한 이후, 나는 침대에 드러누우며 중얼거렸다. “훌쩍. 흥! 자업자득이야!” “뭐, 사라도 울정도로 놀려줬으니 서로 비긴 걸로 칠까.” “아, 안 울었거든?! 이건 그거야! 구원이 바보 같은 연기를 하니까 나도 맞춰서 연기를 한 것뿐이야.” 아니. 너 방금까지 훌쩍였잖아. 게다가 아까 때릴 때 자기 입으로 진짜 걱정했다는 둥 떠들었잖아. 아무리 그래도 안 울었다고 주장하는 건 너무 억지 아니냐?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난 굳이 그걸 더 따지고 들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사라를 위해서 말이다. 난 참 마음이 넓단 말이야. “그래? 그럼 난 속아 넘어가고 거기에 더해 맞기까지 했단 말이잖아?” 그리고 뭐…사라의 저 퉁명스런 태도를 역이용할 수 있기도 했고. 이건 어디까지나 덤 같은 거고, 사라를 위해서 모른 척 넘어간다는 말은 거짓말이 아니야. 정말이라고? “아…. 자, 잠깐 그건….” “으아아악! 사라한테 맞은 데가 쑤신다! 온 몸이 아파!” “자, 잠깐! 엄살은…!” “엄살인지 아닌지 확인해볼래?” “으, 응?” “좋아. 확인시켜주지.”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서 황급히 옷을 벗었다. 솔직히 말해서 몸은 전혀 아프지 않았다. 내 자연 회복력은 쓸데없이 좋으니까 말이야. 이건 도박이다. 흔적아 제발 남아 있어줘. 나는 황급히 속옷까지 전부 벗어던져 알몸이 되고, 자신의 몸을 살펴봤다. 흔적이 남아…있기는 한데 엄청 희미하네. 살을 살짝 꼬집었다가 뗀 정도? 아니 그것보다도 더 희미하게 사라의 손자국이 몸 여기저기에 남아있었다. 젠장. 이런 거라면 사라를 추궁할 수도 없잖아. “우으….” 나는 내심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지만, 사라는 나와 정반대의 감상을 품은 모양이다. 내 몸에 희미마게나마 자신의 손바닥 자국들이 남아있는 걸 보고, 사라는 엄청나게 기죽은 얼굴로 내 안색을 살펴왔다. …어? 이번에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아까도 그랬지만 사라야. 너 너무 쉬운 거 아니냐? 아니. 이렇게까지 쉽다는 건, 자기도 평소에 때리면서 실은 이래도 되는 건지 어떤지 불안했던 건가? 내가 매번 헤실헤실 웃으면서 넘어가니까 계속된 것뿐이고. “사라. 이 손자국들을 봐. 이걸 보고 나한테 뭐 할 말 없어?” “읏…미, 미안….” 내가 목소리를 깔고 질문하자, 사라는 차마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면서 조그만 목소리로 사과했다. “말로만?” “그, 그럼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데?” “핥아.” “……뭐?” “손바닥 자국들을 전부 계속해서 자국이 없어질 때까지 핥아.” “이, 이 변태 역시 그런 걸 시키려고…!” 눈치 채는 게 늦단다, 사라야. 애초에 너랑 내가 왜 방에 왔는지 생각해봐. 성행위로 연결되는 게 당연하잖아! 내 사고는 언제나 기승전섹…아니. 밤에만 말이야. 밤에만. “그래서 안 할 거야?” “으으으…알았어! 할게! 하면 되잖아! 이 변태!” 야. 그렇게 속았단 표정으로 노려보지 마라. 일단 아팠던 건 사실이라고? 뭐 살짝 리액션에 과장이 들어가긴 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볼 수 있는 수준이고 말이야. “너 나한테 오빠라고 몇 번 말해야 되는지 알지?” “이잇…오….” “아니. 지금 할 필요 없어. 핥으면서 해.” “무…! 하아…진짜 이 변태랑 있으면 피곤해.” “그래? 그럼 다른 애랑 바꿀…아니. 미안. 잘못했어. 난 오늘 밤 사라랑 있고 싶으니까 제발 같이 있어줘.” 그렇게 울 것 같은 표정이 될 거 없잖아. “훌쩍. 흥. 어쩔 수 없네.” 사라는 날 밀치듯이 침대 위에 눕히고는, 자신도 천천히 옷을 벗은 후 내 위에 올라탔다. “아, 잠깐만.” 모두 모여 얘기를 하다 온 탓에, 그러고 보니 둘 다 씻질 않았다. 사라야 나중에 씻어도 상관없다 쳐도, 내 몸은 씻어두는 편이 좋을지도. 일단 실비아와 한 다음에 정령으로 씻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부터 사라가 핥아야되니까 말이다. 나는 물의 정령을 불러내어 내 몸과, 그리고 덤으로 사라의 몸도 씻겨줬다. “피이. 바보. 별로 그렇게까지 신경 안 써도 되는데.” 사라도 내가 신경을 써줬다는 걸 알았는지, 피식 웃으면서 내 가슴에 입을 맞춰왔다. “너 또 바보라고 했다.” “핥으면서 오빠라고 해주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 오빠? 아음. 쪽. 할짝.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응. 그래. 그거야.” 이제는 거의 보이지도 않는 손자국을 따라 그리듯, 사라는 혀를 내밀고 내 가슴 위에 혀가 기어 다니게 만들었다. 표면은 말랑말랑하면서도 상당히 탄력 있는 미끈한 혀가 내 가슴 위를 기어 다니는 감촉은 나쁘지 않았다. 게다가 겉보기엔 쿨하기 그지없는 사라가 눈을 치켜떠서 내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핥고 있는 거니까 말이다. 피부에 느껴지는 감촉뿐 아니라 그 광경에 의한 정신적 만족감도 상당했다. “진짜로…그런 멍청해 보이는 얼굴이나 하고. 바보 오빠…. 방에 들어올 때부터 한 행동 전부 이런 거나 시키려고 그런 거였어?” “아니. 진짜로 아프긴 했다니까. 반성 좀 하라는 의미에서.” “나, 나도 반성을 안 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구워…오빠가 맨날 바보 같은 짓을 하니까….” “혀는 떼지 말고.” “정말…음…쪽. 하음….” 좀 더 불평하고 싶다는 얼굴을 하면서도, 사라는 순순히 내 가슴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천천히, 천천히 위를 타고 올라오더니, 내 쇄골 쪽을 낼름낼름 핥기 시작했다. 아니. 거긴 맞은 기억이 없는데. 손자국 있는 거 맞아? “사라?” “음…쪽. 응? 왜 오빠?” “헤헷. 아무것도 아냐.” 뭐, 아무렴 어때. 우리 귀여운 사라가 핥아주고 있는 건데. 사라는 다시 천천히 내려가서 내 가슴에 키스 세례를 퍼붓더니, 이번엔 내 옆구리 쪽에 입을 맞춰왔다. “하핫, 사라야. 거긴 좀 간지러….” “뒤로 돌아.” “응?” “손자국이 제일 많은 건 등일 거 아냐?” 아니. 뒤로 돌아버리면 시각적 만족감이 충족되지 않으니까 등은 하지 않아도…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또 이렇게 핥으라고 한 명분이 사라져버린다. 할 수 없지. 마사지 받는 기분으로 등도 조금 맡겨볼까. 내가 뒤를 돌아눕자, 사라는 내 엉덩이 쪽에 자신도 엉덩이를 내리고 걸터앉았다. “이, 이렇게나…미안….” 등은 앞쪽보다 손자국이 조금 더 있었던 건지, 사라는 순간 또 울먹이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면서 내 등을 자신의 손으로 살며시 쓰다듬었다. 얘도 은근히 눈물샘이 약하다니까. 생긴 건 바넷사 뺨치게 쿨하게 생긴 주제에. 뭐, 그게 사라의 매력이지만 말이야. 애초에 얘가 이런 태도를 보이는 상대는 나뿐이기도 하고. 잠깐 동안 내 등을 어루만지던 사라는, 다시 몸을 숙여서 먼저 내 목에 살며시 입을 맞춰왔다. 목 역시도 맞은 기억은 전혀 없었지만, 뭐 기분 좋으니까 됐다. 내 목에 쪽쪽하고 몇 번이나 키스를 한 후, 사라는 겨우 입을 등으로 옮겨갔다. 하지만 가슴을 핥았던 것처럼 등 여기저기를 오가며 핥는 게 아니라, 척추를 타고 내려가듯이 목에서부터 쭈욱하고 점점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야.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벌써 허리까지 왔잖아. 어디까지 내려갈 셈인데? 왜 멈추지 않는 건데? 그 이상 내려가면…. “으아악! 야! 잠깐! 뭐하려는 건데?!” “응? 그냥. 엉덩이도 때린 것 같아서.” 내가 화들짝 놀라서 외치자, 사라가 쿡쿡 웃으면서 대답했다. 이 녀석…아까까진 울먹였던 주제에. 울다가 웃으면 똥구멍에…아니. 그럼 곤란한 건 나잖아. 젠장! 치사하다! “엉덩이 맞은 적 없거든! 애초에 손자국이 있는 곳만 핥으면 된다고 했잖아!” “어머. 그러면 너무 미안하잖아. 제대로 사죄하려면, 자국이 없더라도 때린 데는 전부 핥아주지 않으면.” “됐거든! 그러니까…야! 됐다니까! 내가 괜찮다고 하잖아!” “아니. 오빠가 아무리 괜찮다고 해도 내 맘이 편치 않아. 그러니까 피하지 말고 빨리 엉덩이 대! 이 기회에 평소 내가 엉덩이를 공격당하면서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겠어!” “야! 너 지금 본심이 흘러나오고 있거든! 미안하긴 무슨! 그럴 속셈으로 뒤 돌라고 한 거였냐?! 야! 진짜로 안 떨어져?! 야! 엉덩이에서 떨어져!” “포기하고 빨리 엉덩이 대!” “난 그런 취미 없거든! 애초에 넌 뭔 애가 입으로…더럽다곤 생각 안 하냐?!” “괜찮아. 구워…오빠 몸에 더러운 구석 따윈 하아아나도 없어!” 사라는 마치 준비라도 했다는 듯이 생긋 웃으면서 내게 그렇게 말했다. 어째선지 들어본 적 있는 대사다. 위험해. 정말로 위험해. 사라 이 녀석. 눈이 완전 진지해. 이대로 가면 내 청년막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44==================== 또 다른 발견 “노, 농담이지?” “아니. 농담 아닌데?” 그만둬. 자신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알고 있는 거냐! 남성 한 명의 존엄성을 짓밟아 터뜨려버리는 짓이라고! 왜 그렇게 상큼한 미소를 짓는 거야? 내가 지금까지 너와 알고 지내면서 봐온 그 어떤 미소보다도 상큼하게 보이는 건 내 기분 탓이냐?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사랑하는 여자에겐 되도록 난폭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남자로서의 프라이드가 걸려있는 이상 별 수 없다. 나는 온 몸에 힘을 줘서 내 다리 위에 올라탄 사라 째로 몸을 일으킬…몸을 일으킬…어째서 안 들리는 거야? 설마 이 녀석. 그 사이에 나보다 힘이 더 쎄진 게…아니. 그럴 리 없어. 굳이 상태 창을 열어서 확인해보진 않겠지만 그럴 리 없어. 아무튼 그럴 리 없어. 내가 내 여자보다 힘이 약해지다니. 그런 일이 일어날 리가 없어. 이 저택에 나보다 힘이 센 여자는 바넷사만으로도 충분…아니. 바넷사도 내가 져주고 있는 거지만 말이지. 진심으로 전력을 다하면 이기는 게 당연하지만 말이지. 지금도 그래. 전력을 다할 셈이었지만, 내 무의식 어딘가에는 사라를 다치게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존재하는 거다. 그러니까 이렇게 제대로 힘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것뿐이다. 암. 그렇고말고. “야! 진짜 안 떨어져! 나 진짜로 화낸다! 넌 한 번도 본 적 없어서 모르겠지만 말이야. 내가 진심으로 화나면 엄청 무섭다고!” 결국 사라를 다치게 할 수 없었던 나는 그렇게 말로 협박하는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그렇게 심하게 저항하고는. 조금 핥아주는 것뿐이잖아.” 유치하기 그지없는 협박이었지만, 다행이도 사라에게는 먹혔다. 다행이다. 얘가 보기완 달리 그다지 쿨한 성격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뭐, 그래도 아직 내 위에서 비킨 건 아니지만. “안 돼는 게 당연하잖아! 그런 게 용납될 것 같아?!” “내 엉덩이엔 억지로 넣는 주제에.” “억지라니! 난 단 한 번도 억지로 넣은 적 없어! 처음 할 때도 제대로 동의를 얻었고, 그 이후도 네가 매일 처리하고 왔으니까 암묵의 동의를 한 거잖아! 아니! 오히려 네가 원한 거잖아!” “워, 원한 적 없거든!”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등을 찰싹찰싹 때려왔다. 아파! 아파 이것아! 방금까지 할짝할짝 핥아댔던 게 완전히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고! “애초에 말이야. 여기서 내가 지면 안 되잖아! 창밖 안 보여? 저렇게 아름다운 달이 떠있다고! 완전히 밤이란 말이야!” “그, 그게 어쨌다는 거야.” 내 기세에 눌렸는지, 사라가 살짝 기죽은 목소리로 항변했다. “밤엔! 내가! 이기는 게! 당연하잖아! 그게 지금까지 구축돼온 내 캐릭터잖아! 낮엔 져주지만 밤엔 이긴다! 밤에도 져버리면 대체 내게 뭐가 남는 거야! 싸움도 어중간해! 머리가 좋은 것도 아냐! 그렇다고 레벨이 엄청 높은 것도 아냐! 다른 직업들도 전부 어중간해! 밤에는 무조건 이긴다는 것만이 내 유일한 장점이었는데, 그걸 빼버리면 내가 주인공으로서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 대체 뭐가 남냐는 말이야!” “…주인공이라니. 무슨 말이야?”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뜻이야!” “……으응?” 사라는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심해. 이해 못하는 게 당연하니까. 왜냐면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거든. “아무튼 그런 의미로 난 절대 밤에 질 수 없어. 아니. 져선 안 돼!” “그렇게까지 필사적이 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구원은 섹스 이외에도 좋은 점이 잔뜩 있으니까.” “예를 들면…?” “……아, 아무튼 잔뜩 있어!” “하나도 떠올리지 못한 거냐?! 응?! 진짜로 단 하나도?! 너 너무하는 거 아니냐?! 나 좋아하는 거 맞긴 맞아?!” “조, 좋아하는 게 당연하잖아!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좋아해! 이 감정만큼은 디아나든 레이아든 그 누구한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어!” “으, 응. 고마워. 그럼 날 세상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라야. 이제 내 위에서 좀 내려오지 않으련?” “구원.” “뭐, 뭐야.” “세상엔 이런 말이 있어.”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왠지 말투가 내가 자주 사용하는 말버릇 같은데. “그건 그거. 이건 이거.” 역시 내 말버릇이잖아! 뭘 나긋나긋하게 말하는 거야! 그런 말투로 말하면 뭐든 용서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시골에서 대도시로 올라와서는 물가도 제대로 모를 만큼 순진했던 네가 대체 왜 그렇게 타락해버린 거야! 대체 누구한테 물들어서…아. 난가. 아무튼 이대로 사라의 혀에 내 청년막이 뚫릴 수는 없다. 이왕이면 이 방법만큼은 절대로 쓰고 싶지 않았지만, 인생 최대의 위기에 빠진 지금으로선 그런 걸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살을 내주고 뼈를 깎는 전법. 나는 최후의 수단을 쓰기로 했다. “사라야.” “뭐야. 슬슬 포기하고 엉덩이 벌리는 게 어때? 기분은 좋을 거야. 아마.” 그러니까 그런 걸로 기분좋아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있는 거다! “내 엉덩이에 혀까지 집어넣은 너랑은 절대 키스 안 할 거야.” “웃…너, 너무해.” “너무해도 어쩔 수 없어. 난 그렇게까지 비위가 좋은 놈이 아니라서. 그러니까 내 엉덩이는 그만 포기하고 내려와.” 알아. 매번 사라의 엉덩이에 넣는 걸 빨게 하는 주제에 무슨 말을 하냐 싶겠지! 그래! 나도 내가 쓰레기인 거 잘 알아!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청년막을 지키기 위해선 이 방법밖에 없었다고! 그리고 사라한테 시킬 때도 엉덩이에 넣은 걸 바로 빨게 하거나 하진 않는다고! 적어도 엉덩이에 넣은 순간부터 그 날은 더 이상 빨도록 안 시킨다고! 방금 키스를 안 한다고 한 것도, 오늘은 키스를 안 한다는 의미니까 마찬가지라고! 윤리적으로 아무 문제도 없는 거라고! 만약 내게 윤리적 잘못이 있다면 단 하나. 키스를 안 하는 건 오늘에 한정되는 얘기란 걸 사라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뿐이야! “으으으으으….” 키스가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는 사라로서는, 결국 어쩔 수 없이 내 위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휴우. 다행이다. 남자로서의 존엄성은 무사히 유지할 수 있었어. 야. 그런 미련 철철 넘치는 눈으로 내 엉덩이 쪽을 보지 마라. 아니. 애초에 밤에마저 날 이기려고 들지 말라고. “자, 그럼 벌이다.” “버, 벌?!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날 때린 벌로 상처 부위를 핥으라고 했더니, 쓸데없는 승부욕이나 발동해서 자신의 성벽을 나한테까지 전파시키려고 한 게 잘못이 아니면 뭔데?! 이 애널광!” “애, 애널과아앙?!” “벌로 뭘 시키는 게 좋을까. 역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성벽 전파에는 성벽 전파, 겠지.” “뭐, 뭘 할 셈이야.” “왜? 자기 차례가 되니까 두려워? 하지만 걱정 마. 난 변태 같은 우리 사라와는 다르게 아아아무런 변태 성벽이 없으니까.” “구…오, 오빠한테 변태라는 소리는…으으으윽….” 사라는 그 쿨한 페이스를 굴욕으로 물들이며 날 노려봤다. 하지만 내게 무슨 벌을 내릴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 이상 반발할 수 는 없는 듯, 노려보는 것 이외에 별다른 행동은 취하지 않았다. “좋아. 결정했다. 아쉽게도 난 변태 같은 성벽은 없는지라 내 성벽의 전파는 어렵지만. 그렇다면 다른 애의 성벽을 전파시켜주면 되겠지. 마침 사라도 부러워하고 있기도 했고. 딱 좋네. 나가자.” “자, 잠깐! 잠깐! 미안! 미안해 오빠! 내가 지나쳤어! 조금 장난으로 한다는 게…잠, 장난이지?! 저기, 장난이지?! 엣?! 정말로?! 진짜로 이대로 나가려고?! 우리 둘 다 알몸인데?!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정말로?!” …야. 당황한 건 알겠으니까 그만 좀 때려. 사라의 팔을 잡고 나가는 척 하려다가 팔에 손바닥 자국만 더 늘리게 된 나였다. “크헉…허어억…조, 좋아. 어쩔 수 없지. 불쌍하니 밖으로 데려가는 건 보류하도록 할까.” “하아아…다행이다.” 안심하긴 이르다. 보류라고 했잖아. 뭘 그리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건데. 애초에 내가 불쌍하다고 생각한 건 사라 네가 아니라 너한테 맞게 된 내 팔이라고. “그렇군. 그럼…우선 뒤로 돌아. 엉덩이를 내밀어.” “윽…역시 또 엉덩이를 괴롭힐 셈이지. 이 변태. 자기가 당하는 건 그렇게 싫어한 주제에.” “시끄러워!” “꺄악!” 투덜투덜 대면서도 착실히 뒤로 돈 사라의 탄력 있는 엉덩이를, 나는 짝 소리가 나도록 손바닥으로 때렸다. 음. 언제 만져도 훌륭한 탄력이다. 살짝 쥐는 것만으로도 손가락을 튕겨낼 듯 강한 반발력을 가지면서도, 결코 여성스러운 부드러움도 잊지 않는, 그야말로 이상적인 엉덩이가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사라의 엉덩이로 악력운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손을 강하게 쥐었다 펴는 것을 반복했다. “응읏…잠…조금 아프다니까.” “그렇군. 노출증대신 고통을 느끼는 것에 기뻐하는 성벽이라도 만들어줄까?” 원래 사라 같이 성격이 좀 드센 애가 실은 성벽이…라는 건 흔한 소재이기도 하고. “뭐, 뭐어?!” “농담이야. 내가 사랑하는 사라한테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그, 그렇지. 농담이지. 응. 사랑해 오빠.” 이럴 때만 오빠냐. 자긴 내 엉덩이를 공략하려고 한 주제에. 뭐, 좋아. 아무튼 오늘은 더 이상 반항하지 않고 순종적으로 행동할 것 같으니, 듬뿍 즐겨보기로 할까. 나는 양손으로 사라의 엉덩이를 각각 한쪽씩 잡고 양옆으로 크게 벌렸다. 엉덩이 골의 사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며, 숨겨져 있던 음부와 엉덩이의 구멍까지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일자로 꽉 닫힌 음부에서는 이미 살짝 애액이 흘러나와 사라의 건강한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중이었다. 평소라면 이대로 바로 박아버렸겠지만, 오늘은 모처럼 사라가 순종적인 거다. 좀 더 이런저런 포즈를 잡도록 해볼까. “사라. 침대에 손을 짚고 엉덩이를 들어올려. 섹시하게 강조하듯이.” “이, 이렇게?” “아니야. 그러면 그냥 까치발만 하는 거잖아. 난 엉덩이를 들라고 했어. 허리를 내리고, 음부까지 더 적나라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자세를 하라고.” “이, 이러면 돼?” 사라는 그제야 내가 말하는 대로의 자세를 취했다. 다리는 쫙 펴서 발이 바닥을 딛고 있기는 하지만, 요가의 고양이 자세와 흡사한 자세였다. 그러자 사라의 역 하트 모양 엉덩이와 가느다란 허리라인이 더더욱 강조되면서 사라의 매력적인 엉덩이가 120% 그 매력을 발산하는 것처럼 보였다. “좋아. 그대로 흔들어봐. 유혹하듯이. 섹시하지 않으면 그대로 데리고 밖에 나갈 거야.” “잇…자, 자아! 이걸로 됐어?!” 사라는 살짝 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엉덩이를 살랑살랑 좌우로 흔들었다. 실로 박음직스러운, 탐스러운 엉덩이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당장이라도 쑤셔넣고 싶다. 하지만 너무 쉽게 용서해주면 안 된다. 고작 이런 걸로 용서해준다고 생각하고 또 내 청년막을 노릴 수도 있는 일이니까. 여기선 냉정하게 사라를 심판해야 한다. “흠. 아직 부족한데. 역시….” “아, 아잉. 오빠아. 사라한테 박고 싶지 않은 거야? 사, 사라는 오빠의 커다란 거스으응읏!” 아차. 좀 더 훈육을 하다가 박으려고 했는데. 사라가 답지 않게 애교를 떠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박아버렸어. “드, 들어왔어어….” “그래. 넣었다 이것아. 사라는 오빠의 커다란 이걸 원했던 거지? 응? 응?” “으응! 하응! 읏! 그, 그것도 엉덩이에…흐읏! 잠! 잠깐! 나, 나 오늘…!” “괜찮아. 스킬 썼으니까. 애초에 평소에도 말했잖아. 스킬이 있으니까 문제없다고.” “그, 그런 문제가…!” “그런 것보다. 지금은 나한테 할 말이 있는 거 아냐? 응? 응?” “으으읏! 때, 때리지 마. 바보야!” 내가 다시 한 번 사라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자, 사라가 콧소리를 내면서 날 노려봤다. 참고로 말해두지만, 이거 소리만 크게 내고 있을 뿐 데미지는 전혀 없으니까. 난폭하게 구는 거 아니다. 누구완 달리 난 제대로 힘 조절을 할 줄 아는 사람이거든. 나는 사라의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사라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렸다. “아, 알았어. 말하면 되잖아. 말하면…. 오, 오빠의 커다란 물건을 넣어줘서…무, 무척 기분 좋아…. 고마워….” 음. 잘했다. 상으로 더 격렬하게 움직여주도록 하지. 나는 허리를 격렬하게 움직였다. “으응! 응! 하응! 하앗!” “제대로 엉덩이에 힘을 줘! 내 물건 전체에 봉사한다는 기분으로! 허리도 제대로 내 허리에 맞춰서 움직이고!” “흐읏! 으응! 하아앙!” 그러자 사라도 더 이상 불평하는 일 없이 순종적으로 내 요구를 들어주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45==================== 또 다른 발견 “그래. 역시 너도 기분 좋지?” “흐읏…으응….” 내가 사라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꽉 쥐면서 질문하자, 사라가 뒤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내 얼굴을 노려봤다. 뭐야? 아직도 뭔가 맘에 안 드는 게 있는 건가? 주도권을 되찾아서 기쁜 마음에 너무 신을 냈나? “미안. 조금 난폭했나?” 나는 사라의 엉덩이에서 손을 땠다. 그러자 사라의 엉덩이가 연한 핑크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고통은 없었겠지만, 역시 아무리 약하게 하더라도 때리거나 움켜쥐거나 하다 보니 살짝은 흔적이 남은 모양이다. 나는 옅은 핑크빛으로 물든 사라의 엉덩이를 손끝으로 간질이듯이 살며시 어루만졌다. 그러자 사라의 엉덩이가 움찔움찔 떨리면서 물건을 꾹 조여 왔다. “으응…바, 바보 오빠아…그, 그런 게 아니야아….” “응. 그래? 그럼 왜 그런 표정을 짓는데?” “그, 그치만…그런 얘기까지 해놓고 결국 키스는 안 해주고….” 사라는 고개를 홱 돌려서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덕분에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말투만으로도 지금 사라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는 충분히 상상이 됐다. 하여간 생긴 거랑 다르게 귀엽다니까. 나는 사라의 한쪽 다리를 잡아서, 그대로 위로 들어 올려 어깨에 걸쳤다. 유연한 사라의 몸은 다리가 180도로 벌어지게 됐는데도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듯, 여전히 한쪽 발은 바닥을 디디고 있었다. 상당히 변칙적인 자세지만, 이건 이거대로 상당히 기분이 좋다. 사라 자랑의 길고 잘빠진 다리도 강조되고, 상체도 옆을 향하게 되어 가슴이 흔들리는 것도 보인다. 무엇보다 물건이 더 깊숙하게 박혔다. 사라의 엉덩이에 내 물건이 뿌리까지 단단히 박히자, 사라는 내 물건이 끊어질 정도로 꽈악 조여 왔다. 전체적으로 조이는 음부와는 다르게, 엉덩이는 입구부분에 조임이 집중되고 안쪽은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이 들어서 음부와는 다른 각별한 맛이 있었다. 이 자세를 계속 즐기고 싶은 마음이 샘솟았지만,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루자. 지금은 다른 목적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나는 한 손으로 사라의 허리를 받치고, 나머지 손으로는 땅을 디디고 있던 사라의 한쪽 다리마저 들어 올려서 내 어깨에 걸쳤다. 두 다리를 내 양 어깨에 전부 걸치고 나니, 사라가 흥분으로 달아오른 얼굴에 기쁜 표정을 띠우고는 내 얼굴을 향해 양손을 뻗어왔다. 나도 그에 이끌리듯 상체를 숙여서 사라의 얼굴에 얼굴을 가져갔지만, 서로의 입술 간 거리가 20cm정도 남았을 즈음에 다시 상체를 들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사라의 다리를 핥았다. 역시 잘빠졌다니까. 사라랑 할 때는 매번 엉덩이만 강조하는 것 같지만, 나는 사실 사라의 이 길고 잘빠진 다리도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다. “우우우우…!” 뭐, 사라는 내가 자신과의 키스보다 다리를 핥은 게 맘이 안 든다는 듯 다리를 살짝 구부려서 발로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려왔지만. “미안. 미안. 농담이야. 농담.” 나는 사라의 나이에 잘 어울리는 모습에 가볍게 웃어주고는,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상체를 숙여서 사라의 입에 입을 맞췄다. 설마 사라가 이렇게까지 어리광을 부리는 태도를 취할 줄이야. 어쩌면 오빠라고 부르게 한 걸로 인해, 사라 자신도 스스로가 더 어리다는 자각을 가지고 행동하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 평소에는 우리 파티의 최연소를 담당하고 있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많이 어른스러우니까 말이야. 이럴 때 정도는 즐기라고. “으응…으음…하아…구원…오빠아….” 한참의 딥키스 후 살며시 입술을 떼자, 사라가 아쉽다는 듯 달콤한 한숨을 내쉬면서 내 이름을 불렀다. “한 번 더 할까?” “응!” 사라의 눈부신 미소를 보고, 나는 다시 한 번 사라와 입을 맞췄다. 그리고 혀를 사라의 입 안에 집어넣으면서, 이번에는 천천히 허리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으응! 흐읏! 하앙! 으음! 흐으음!” 사라의 두 다리를 내 어깨에 올린 상태에서의 키스다. 당연히 사라의 엉덩이는 위를 향해 크게 들어 올려졌고, 그 엉덩이에 물건을 삽입하고 있는 나 역시 몸이 향한 방향은 다르지만 엉덩이가 들린 건 마찬가지였다. 그 상태에서 키스할 정도로 상체를 숙인 채 허리를 움직이는 건 보통이라면 꽤나 힘든 일이겠지만, 성자인 나는 별 무리 없이 해냈다. “앙…. 응읏…. 응, 응….” 허리를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지근거리에서 마주보고 있는 사라의 두 눈이 몽롱하게 풀려가는 것이 보였다. “하앙! 흐응! 하아앙!” 살며시 입을 떼도, 사라는 나와 키스를 하던 그대로 연분홍빛 입술을 살짝 열고는 흥분에 가득찬 달콤한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내 혀와 얽히던 그대로, 입술 밖으로 살짝 내밀어져있는 붉은 혀가 상당히 섹시해보였다. 엄지와 검지로 그 혀를 살짝 집어 보자, 사라는 혀가 안 되면 내 손가락에라도 키스를 하려는 듯이 손가락에 혀를 얽혀왔다. 잠깐 동안 사라의 혀를 손가락으로 가지고 놀면서 즐겼지만, 나는 이내 그 손마저도 사라의 입에서 떼고 상체를 완전히 일으켰다. “아…!” 사라의 입에서 안타깝기 그지없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걱정 마. 더 기분 좋게 해주려고 그러는 것뿐이니까. 상체를 일으킨 나는, 어깨에 걸치고 있던 사라의 두 다리를 잡고 천천히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두 무릎이 얼굴 옆까지 가도록 밀어붙이자, 그래도 위로 들려있던 사라의 엉덩이는 그에 따라 점점 더 위를 향하게 되어 이제는 완전히 천장을 향해 엉덩이가 솟아오른 자세가 됐다. “사라. 잡고 있어봐.” “으응…하앗…흐응….” 흥분한 사라는 대답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시키는 대로 자신의 허벅지를 두 손을 붙잡고 지금의 자세를 유지했다. 그 자세에서, 나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듯 허리를 움직이며 사라의 엉덩이를 공략해갔다. “흐아앙! 하앙! 흐응읏!” 평소보다 더 깊게 파고들어오는 물건의 느낌이 좋았던 건지, 아니면 자신의 음부가 고스란히 보이는 그 자세가 부끄러웠던 건지, 사라는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면서 크게 신음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두 손은 착실하게 자신의 허벅지를 붙잡아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 그 자세로 더 버티라고. 좀 더 기분 좋게 해줄 테니까. 나는 허리를 움직이면서, 아까 사라의 혀를 가지고 놀았던 손을 이번엔 음부로 뻗었다. “흐엣?! 하앙! 자, 잠! 그거어엉! 하아앙! 흐아아아앙!” 그러자 사라도 내가 뭘 하려고 하는지 눈치 챈 듯, 멍하니 풀려있던 눈에 초점이 돌아오면서 당황한 듯 말을 걸었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사라의 음부를 매만졌다. “흐응! 바, 바보! 안 그래도…! 흐으으읏! 하앙! 하앗! 지, 진짜로…흐아아앙!” 살짝 부풀어 올라 자신의 존재를 주장해오는 음핵을 손가락 끝으로 빙글빙글 돌리듯 어루만지자, 안 그래도 흥건히 젖어있던 사라의 음부에서 애액이 울컥울컥 새어나왔다. “흐읏! 읏! 으읏!” 그리고 검지와 중지로 사라의 음부양쪽의 두툼한 살을 쓰윽 쓸어내리자, 사라의 음부와 엉덩이가 바들바들 떨렸다. 아래로 내려온 손가락을 중앙으로 모아 음부의 구멍 입구를 살살 쓰다듬자, 마치 기대된다고 말하든 사라의 애액이 내 손가락에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왔다. 하지만 나는 그 기대를 배신하고, 다시 손가락을 살짝 벌린 후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두툼한 음부 살을 이번엔 쓸어 올리듯이 쭈욱하고 올라갔다. “흐으으읏! 하아앗!” 다시 한 번 바들바들 떨리는 사라의 음부. 그렇게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다시 위로. 사라의 음부를 몇 번이나 쓰다듬는 사이에, 사라의 음부가 마치 꽃이 피는 것처럼 핑크빛 속살을 드러내며 살며시 벌어졌다. “흐읏…빠, 빨리이….” “응? 뭐가?” “히으읏! 빠, 빨리 넣어줘어!” 결국 애가 탄 사라는 시키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삽입을 보채왔다. “응? 무슨 소리야? 이미 넣었잖아. 자.” “흐응! 하앙! 바, 바보! 그거 말고오!” 엉덩이에 삽입하고 있는 물건을 강조하듯 한 번 힘차게 허리를 내리찍자, 사라는 다시 눈이 몽롱하게 풀리면서도 외쳤다. “뭐? 그럼 뭔데? 내 물건은 하나밖에 없다고. 아, 음부에 넣어달라는 거야? 어쩔 수 없네.” “아, 안 돼애애!” 내가 엉덩이에 박힌 물건을 빼려고 하자, 사라가 엉덩이 구멍에 힘을 꽉 줘서 내 물건이 빠지지 않게 막았다. 이미 물건의 대부분이 빠져나온 상태였지만, 끝부분이 사라의 꽉 힘을 준 엉덩이에 걸려서 결국 완전히 빠져나오지는 못했다. “뭐? 그럼 무슨 뜻인데?” “이잇…! 하앙! 어, 엉덩이에 넣은 상태로…흐아앙! 거기도…흐응! 거기도 손가락을 넣어달라고 이 바보 오빠야!” “두 쪽 다 원하는 거야? 하여튼 우리 사라는 변태에 욕심쟁이네.” “이…! 흐아아앙!” “그래도 사랑하는 사라의 부탁이니까. 알았어. 원하는 대로 해줄게. 자!” 나는 거의 뽑았던 물건을 다시 엉덩이 안쪽에 깊숙이 박아 넣고, 동시에 사라의 음부에도 검지와 중지를 모아 손가락 세 번째 마디의 뿌리까지 깊숙하게 쑤셔 넣었다. “흐으으으으으읏!”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라가 분수를 뿜으면서 절정에 달했다. 자세 상 분수가 뿜어져 나오자 당연히 그 애액들은 아래를 향해 쏟아져 내렸고, 흥분에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사라는 그 액체들을 얼굴로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꾹 조여 오는 음부의 감촉과, 물건을 꾹 조여 오는 엉덩이의 감촉을 느끼며 나도 사라의 엉덩이 안에 사정했다. “흐아앗…하앗…하아앗….” “넣자마자 느끼다니. 두 곳 동시에 공략당하는 게 그렇게 기분 좋았어?” “하앗…하아….” 짓궂게 물어보는 내 질문에, 사라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평소처럼 눈에 힘을 주고 노려보지도 않았다. 쾌락에 절은 멍한 눈초리로 절정의 여운을 느끼며 필사적으로 숨을 고를 뿐이었다. 그나마 대답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엉덩이를 꾸욱 조여서 내 물건 뿌리를 압박해온 것뿐이었다. “사랑해. 사라. 예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의 얼굴에 쏟아져 내린 애액을 혀로 꼼꼼하게 핥아줬다. “아음…으음…. 음….” 이마, 눈, 코, 뺨을 지나 입술에 내 혀가 닿자 사라가 그대로 내 혀를 물고는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다지 꼼꼼하게 핥진 못했지만 말이다. “후우…괜찮아?” “음…쪽. 하아…하아…다, 당연하잖아.” 겨우 절정의 여운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었는지, 사라가 평소와 달리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앗…오, 오늘은…하아…더 이상 안 나올 때까지 짜낼 거니까아….” “응? 그게 무슨…아. 설마 내일 펠리시아랑 하는 것 때문에?” 아니. 그건 필요해서 하는 일이니까 안 나올 때까지 짜내는 건 조금…. 뭐, 애초에 안 나올 때까지 짜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그, 그러니까아…사라의 안에 잔뜩 싸줘. 오빠.” 사라는 대답을 하는 대신, 시선을 피하면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부끄러워 죽겠다는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동시에 엉덩이는 내 물건을 꾸욱 조여 왔다. “물론이지! 안 나올 때까지 싸줄게!” 그 귀여운 모습을 보고, 나는 방금 전까지 스스로가 했던 생각을 깔끔하게 부정했다. “하앙! 후훗. 이, 이번엔 여기로 하는 거야아?” 엉덩이에서 물건을 뽑고 이번엔 음부에 집어넣자, 사라가 평소완 달리 애교를 부리듯 기분 좋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걱정 마. 엉덩이도 쓸쓸하게 해주진 않을 거니까.” 나는 인벤토리를 뒤져서 한 가지 물건을 꺼냈다. 바로 사라의 엉덩이를 제일 처음 개발했던 그 애널 비즈를 말이다. “엣? 잠깐…난 그런 의미로…하아앙! 마, 말한 게에….” 오랜만에 애널 비즈를 보자 당황한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사라였지만, 바로 엉덩이에 넣어주자 또 목소리가 달콤하게 변해갔다. “하지만 기분 좋지?” “하앙! 흐읏! 바, 바보 오빠아….” 애널 비즈 끝의 고리에 손가락을 걸고 앞뒤로 쑤셔주며 질문하자, 사라는 곱게 눈을 흘기고는 대답하는 대신 내 얼굴에 손을 뻗어서 끌어안고는 키스를 해왔다. 그날은 결국 밤새 사라의 음부와 엉덩이를 동시에 공략하면서 즐기게 됐다. 엉덩이로 할 수 있게 되면 엉덩이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플레이 범위가 넓어지게 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는 밤이었다. 역시 다른 애들도 가끔 재미삼아 하는 정도로 해보는 게 좋을까? 디아나는 질색을 하긴 하던데. 레이아는…내가 무슨 부탁을 해도 들어줄 것 같으니 문제없겠지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feast // 이 소설은 처음 연재부터 지금까지 비축분이 쌓인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매번 그날그날 써서 올리고 있어요. 최근 낮에 올리는 것도 밤에 써놓은 걸 올리는 시간만 조금 늦게 올리는 것뿐이죠. 끈다고 느끼신 건 사라와의 하룻밤이 길이서 그렇게 느끼신 것 같은데, 일부러 사라에 힘 좀 줬습니다. 요즘 사라한테 너무 신경을 안 쓴 것 같아서요. 446==================== 이세계 최초의 “그럼 갈까.” “우읏…! 어, 어디에 말입니까아아아….”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는 곧장 구석으로 달려가 실비아를 포획했다. “어디기는. 그야 당연히 성이지. 난 이래 봬도 할 일을 뒤로 미루지 않는 착실한 성격이거든. 자, 곧장 가자!” “신나 보이네.” 어젯밤에는 그렇게 사랑을 재확인했다고 하는데도, 사라는 역시 내가 공주를 안는 게 그리 탐탁지 않다는 듯 언짢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언짢으면 하지 말라고 말하면 될 텐데. 난 분명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안 하겠다고 했으니까.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라 역시 펠리시아가 불쌍하기는 한 거다. 하여간 생긴 거랑 다르게 마음이 약하다니까. “당연하잖아. 드디어 구원이다 뭐다 하면서 엉겨 붙는 사람들한테서 해방될 수 있어.” “그래선 전혀 착실한 게 아니잖아….” 사라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지만, 나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사실이니까. “뭐, 아무튼 사라도 따라온다고 했지?” “아, 응.” “그럼 가자. 출발! 바넷사! 마차의 준비를….” “잠깐 기다리게.” 내가 신나서 방을 나서려고 했을 때, 디아나가 날 말렸다. “응? 뭐야?” “이 몸도 가겠네.” “디아나도?” “음. 완성되었다곤 하나, 역시 현장에 가서 직접 조정을 해봐야 할 터이니 말일세.”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품에서 처음 보는 마도구를 꺼냈다. “그건?” “영상 촬영을 위한 마도구일세.” “어? 디아나가 그걸 왜 가지고 있어?” “그야 당연하지 않나. 여기서 만들었네. 기존에 존재하던 마법을 조금 손봐서 조정하는 정도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전에 없던 새로운 마법구일세. 가장 정확하게 만들 수 있는 마법사는 여기에 존재하는 마법사들 아니겠나? 뭘. 걱정 말게. 경비는 제대로 받았네.” 아, 그런가. 과연. 촬영 장치는 이쪽에서 만든 건가. 그래서 펠리시아에게 연락이 왔다는 말을 듣고, 디아나가 신전과의 협상이 끝난 것 같다고 얘기했던 거구나. 마법구가 어떻게 됐는지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 “좋아. 그럼 디아나도 같이….” “그, 그런 것이라면 저도 같이 가야겠네요. 추기경으로서, 신전과의 협상이 어떤 식으로 진행된 건지도 신경 쓰이고 말이죠.” 디아나의 동행이 결정되자, 이번엔 마틸다가 시치미를 뚝 떼고 새침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나섰다. 아니아니아니. 넌 따라오면 안 되지. 남의 성행위를 보는 건 금기 아니었냐? 그렇게 궁금한 거냐? 우리 영상 촬영. 뭐, 디아나가 마법구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 영상 촬영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 세계에서 보편화되지 않은 모양이니까. 그야 궁금한 것도 이해는 가지만 말이야. 게다가 이렇게 하나하나 곧장 따라갈 이유가 튀어나오는 걸 보면, 아무래도 즉흥적인 발언은 아닌 것 같았다. 얘들 설마 밤새 따라올 이유거리만 찾고 있었던 건 아니겠지? 의심스럽다. “아, 저, 저기…. 저는….” 유일하게 우리 천사님만이 따라올 이유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아마 레이아는 날 믿고 그냥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 셈이었겠지. 하지만 갑자기 자신을 이외의 사람들은 모두 따라가겠다고 나서자 조금 당황스러워진 모양이다. 레이아는 이제야 허둥지둥 자신이 따라갈 이유를 생각해보려는 모양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즉흥적으로 이유가 만들어 내기는 쉽지 않은 듯 보였다. “레이아도 같이 가자.” “네? 하지만….” “파티원 전원이 함께하는데, 레이아만 빠지면 쓸쓸하잖아? 파티의 친목을 다지기 위해서라도 같이 따라 와줬으면 좋겠어.” “아…네!” 내가 그렇게 이유를 만들어주자, 레이아는 환하게 미소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음. 오늘도 천사님은 천사구나.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는 결국 전원이 다 같이 성에 가게 되었다. 하지만, 얘들 설마 영상 찍는 것까지 전부 지켜볼 셈은 아니겠지? 아무리 나라도 그건 부끄러우니까 참아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자네도 재미있는 생각을 하는구먼.” “응?” “영상 말일세. 영상. 설마 교육 목적으로 영상을 찍으려는 생각을 하다니. 가끔 느끼는 거지만 자네는 참 발상이 참신하구먼. 이 몸도 평소 선입관에 사로잡히지 않고 하나의 마법도 여러 방면으로 활용하려고 마음먹고 있네만, 이렇게 모습을 비추는 마법을 원거리 통신용 이외의 방법으로 사용할 생각은 전혀 못하고 있었네.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한계를 만들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겠구먼. 그렇게 생각하니 스스로가 조금 한심하게 느껴지네.” “아냐. 디아나는 훌륭하다고 생각해. 내가 이런 생각을 해낼 수 있었던 것도 단지 원래 있던 세계에서는 이런 게 일반적이라서 그런 것뿐이니까.” 뭐, 굳이 따지자면 인터넷 강의와 AV를 접목시킨 것이기는 하지만. “게다가 디아나도. 이렇게 스스로 만들고 있던 벽을 깨닫는 걸로 인해, 한층 더 발상이 자유로워진 거 아냐? 앞으로 더 발전할 여지가 남아있다는 거니까 기뻐하라고.” “흠. 그런 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구먼.”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조금 풀죽은 표정이었던 디아나가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배시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 그래. 물론 레벨을 올리고 한계를 돌파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쪽은 어차피 안달한다고 빨리 올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그동안은 이렇게 사고의 폭을 넓혀가는 걸로 발전을 꾀해보자고.” “그러기 위해선 발상이 자유로운 자네와 좀 더 자주 얘기를 할 필요가 있겠구먼.” “난 디아나랑 충분히 얘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부족하네. 좀 더. 좀 더 많이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옆에 허벅지가 찰싹 붙을 정도로 밀착해 와서는 내 몸을 꼬옥 끌어안았다. 하여간 귀엽다니까. “저기 말이야.” “응?” “마차에 우리도 있는데 디아나하고만 노닥거리는 거 그만둬줄래?” “부러워?” “당연하잖아!” 어, 응. 그래. 부럽구나. 그렇게 쿨하게 인정해버리니까 오히려 내가 더 당황스러운데. “하아. 모처럼 좋은 분위기를 방해하다니. 사라양도 멋이 없구먼.” “디아나가 앞으로 계속 구원을 독점하려고 하지만 않았어도 이렇게까지 방해는 안 했어요.” “흠.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구먼. 이 몸은 마법의 얘기를 했을 뿐이네만.” “그런가요? 구원. 난 저런 실리적인 이유가 아니라 그냥 구원이랑 같이 있고 싶은데.” 으, 응. 사라야. 고마워. 그런데 오늘은 묘하게 더 적극적이네. 어젯밤에 오빠오빠 거렸던 효과가 아직 조금 남아있는 건가? 뭐, 자기도 이런 말을 하긴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조금 빨갛긴 했지만. “뭣?! 잠깐! 그 말투는 뭔가?! 그럼 이 몸은 마치…! 치사하네, 사라양! 자네. 착각하지 말게! 이 몸도 좋아해서 같이 있고 싶은 것이니 말일세!” 아아. 모처럼 디아나가 나랑 사랑 얘기를 하면서도 어른스러웠는데. 아까까지의 따뜻한 분위기는 대체 어디로 간 건지, 디아나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서는 다급하게 그렇게 외쳤다. “그럼 역시 마법은 핑계잖아요.” “핑계가 아니라 일석이조라는 것일세!” 야. 날 사이에 두고 말싸움하지 말아줄래? 마차 안이라 빠져나갈 수도 없잖아. 진짜 얘들은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알 수가 없다니까. 아니. 뭐, 사라의 의도를 조금 알 것 같기는 했지만 말이야. 자신의 한계를 본 디아나가 씁쓸해하니까, 이런 식으로 싸움을 걸어서 원래의 태도로 돌아오게 만들어 준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사랑 반 마법 반인 디아나랑 다르게 전 100% 사랑이지만요.” …그런 의도 맞지? 사라야? “이, 이 몸도 99%는 사랑일세! 아, 마법은 1%정도밖에….” “어머 1% 이겼네요?” “마, 마법 따윈 아무래도 좋네! 이 몸도 100% 사랑일세!” 아니. 디아나. 고맙긴 한데 말이야. 진짜 고맙고 사랑스럽고 최고인데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마법사 협회 누님들이, 아니 전 세계 마법사들이 들으면 눈물을 흘리며 졸도할 말이라고. 그거. “후훗. 저도 100% 사랑이에요. 구원씨가 설령 여신님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분명 전 구원씨의 곁에 있고 싶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 사라와 디아나의 다툼을 보면서, 레이아도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내 한 손을 두 손으로 포개듯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가서 꼬옥 끌어안았다. “레, 레이아! 중간에 가로채는 건 치사해요!” “그, 그렇다네! 가슴으로 유혹하려 하지 말게나!” 너희 진짜 사이가 좋은 거냐, 나쁜 거냐. 뭐, 됐어. 이래선 가는 내내 이런 분위기일 것 같고. 그렇다고 끼어들면 지뢰밭에 돌진하는 꼴이니까. 주변의 소란에서 눈과 귀를 돌리고, 힐링이나 하기로 할까. “쥬, 쥬거어어…저, 저어어어….” 아니. 그러니까 안 죽는다고. 나는 식당에서부터 끌어안고 와서, 마차에서도 계속 품안에 안고 있던 실비아의 머리에 코를 파묻고 냄새를 맡으며 온 몸으로 진동을 느꼈다. “하아….”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가 소란스럽게 떠드는 소리 사이로 누군가의 한숨소리가 들린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나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실비아테라피를 만끽했다. “구, 구워, 구원니이이이임….” “응? 왜 그래?” “자, 잠깐, 우아우으으…자, 잠깐 해방으으을….” 그리고 성에 다다르기 직전, 죽음을 각오한 표정으로 모든 걸 포기하고 내게 안겨있던 실비아가 갑자기 버둥거리면서 해방을 요구했다. 무슨 일이지? 내가 실비아의 몸을 놔두자, 실비아는 마차 안에서도 재주 좋게 후다다닥 구석으로 도망가서는 숨을 골랐다. “흐앗…하앗…하앗…이, 이번엔 잠깐 여신님의 얼굴이 보였어….” 아니. 실비아야. 귀여운 목소리로 위험한 말 중얼거리지 말아줄래? 아무리 나라도 그런 혼잣말을 들으면 조금 걱정되잖아. …껴안는 걸론 안 죽는 거 맞지? “아, 아무튼 여러분. 가기 전에 이걸 입어주시길 바랍니다.” 숨을 다 고른 실비아는 허리춤에 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더니, 안에서 검은 천으로 된 무언가를 꺼냈다. 자세히 보니, 실비아가 내민 건 로브였다. 다만 로브는 일반적인 로브와는 조금 달랐는데, 일단 나조차도 전신을 완전히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크기가 컸다. 게다가 뭔가 어깨에 커다란 뽕 같은 것이 달려 있어서 착용하고 나면 착용자의 신체 라인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아니. 신체 라인은커녕 웬만하면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별할 수 없지 않을까? …뭐, 레이아는 이걸 입어도 가슴 부분이 부풀어있을 것 같지만. “이건?” “영상을 촬영하는 게 공주님이라고 특정지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입니다.” 과연. 그런 건가. 나는 대충 펠리시아가 어떻게 행동하려는 건지 짐작이 갔다. “그럼 성 문을 통과할 때 경비에게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그럼 전 성문 통과를 위해 잠시.” 우리가 각각 로브를 하나씩 착용하자, 실비아는 고개를 꾸벅 숙이며 그렇게 말하고는 마부석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실비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통과 핑계대고 나한테서 도망가려는 건 아니지?” “아, 아, 아, 아닙니다아!” “그럼 성문 통과하면 다시 이쪽으로 오겠네?” “우, 우으으…네, 네에….” “왠지 슬퍼 보인다?” “기, 기뻐서 그렇습니다아!” “구원. 실비아 괴롭히지 말라고 했지!” “아니. 괴롭히다니. 실비아가 나한테 안기는 걸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지?” “…네. 죽을 정도로.” 야. 비장하게 말하지 마라. 그렇게 말하면 농담으로 안 들리잖아. 아무튼 우리는 성문을 통과하는 동안 로브를 뒤집어쓰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성문 경비는 그런 우리를 보고 조금 의심스런 시선을 보냈지만, 마부석에 타고 있는 것이 다름 아닌 실비아이다 보니 결국 신분확인도 하지 않고 그대로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 “어머. 실비아 어서와. 그 분이 전에 말했던 그 모험가분들?” 그리고 성에 도착하자, 펠리시아가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를 마중 나왔다. 아니. 기다렸다는 듯이가 아니라 실제로 기다린 거겠지. 그건 그렇고 모험가분들이라. 과연. 역시 그런 식으로 얼버무릴 셈인 건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47==================== 이세계 최초의 “남자 둘에 여자 셋. 응. 적당하네. 수고했어. 실비아.” 펠리시아는 우리를 하나하나 찬찬히 바라보면서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남자 둘? 나는 반사적으로 우리 일행을 천천히 살펴봤다. 일단 제일 키가 작은 디아나. 그리고 거대한 어깨 뽕으로 로브가 붕 떠있는데도 불구하고 그 풍만한 가슴을 전부 숨길 수 없는 레이아. 레이아에게는 조금 뒤처지지만 역시나 가슴이 조금 부풀어올라있는 게 보이는 마틸다. 그리고…응. 그래. 사라가 여자치곤 키가 좀 크긴 하지.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어림잡아 170대 초반정도 되려나. 이렇게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으니, 키가 조금 작은 남자라고 해도 충분히 먹힐만한 모습이었다. “……!” 그렇게 내가 빤히 보고 있지, 사라도 남자 둘에 자신도 포함된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사라는 바로 욱해서 펠리시아에게 뭐라고 하려 했지만, 그 전에 내가 손을 들어 올려서 간신히 막을 수 있었다. 진정해. 사라야. 이건 그냥 다른 사람들의 눈을 속이기 위해서 그런 거니까. “나 진짜 쟤 싫어….” 내 뜻을 알아줬는지 사라는 결국 하려던 말을 집어 삼켰다. 대신 나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나는 그런 사라를 달래듯 엉덩이 위, 사도 인장이 있는 부분을 로브 위로 톡톡 두드려줬다. “그럼 바로 갈까. 따라와.” 펠리시아는 그렇게 말하고 앞장서서 우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역시나 한가운데에 커다란 침대가 놓여있는 방이었다. 거기서 긴히 할 일이 있다면서 시종들을 모두 물리고 나서야, 우리는 겨우 로브를 벗을 수 있었다. “영상에 나오는 여자가 너란 걸 모르게 하기 위해서 이러는 건 알겠지만, 솔직히 별로 소용없지 않아? 알 만한 사람은 이미 우리라고 눈치 챘을 텐데?” “괜찮아. 이런 건 확실한 증거만 주지 않으면 되는 거야. 만약 의심하는 사람이 나오더라도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이지.” 펠리시아는 별 일 아니라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전에 우리 앞에서 무릎까지 꿇고 부탁하던 모습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는 태도였다. “그래서. 디아나님. 물건은 완성된 건가요?” “음. 문제없네. 바로 설치하면 되겠는가.” “네. 부탁드려요.” 디아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허리춤에 매단 주머니에서 이것저것 물건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전에 보여줬던 마법구는 전체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던 모양이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상당히 많은 물건들을 꺼낸 디아나는, 그대로 하나하나 조립을 하기 시작했다. “그, 그보다 교황님은요? 공주님. 당신 교황님을 설득한 건가요?” “네. 몇 가지 조건이 붙기는 했지만, 흔쾌하게 허락해주셨어요.” 마틸다의 질문에, 펠리시아는 여유로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니 뭐니 해도 여신님의 사자가 사람들을 돕기 위해 하는 일이니까요. 교황님께서도 여신님의 뜻이라고 이해해주신 모양이에요.” “그래서. 그 조건이라는 건 뭔데?” “응…그렇네. 자잘한 조건은 우리와 교단 측의 거래 같은 거니까 자기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다만 한 가지 자기가 신경 써야 할 게 있다면, 영상을 찍을 때 자기 얼굴도 드러나지 않도록 하는 일일까.” 자기라…. 너 이제 디아나 앞에서도 대놓고 말하는구나. 아니. 내가 편한 대로 말하라고 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사라는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짓긴 했지만, 원래 이런 애란 걸 알고 반쯤 포기했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응? 너뿐만 아니라 나도?” “응. 둘 다 얼굴을 가려서 정체가 누구인지 모르게 할 셈인가봐. 그래봤자 자기는 말로 설명까지 해야 할 테니까 바로 들키겠지만. 그래도 성직자는 다른 사람의 섹스를 보지 않는다는 규율을 깨기 위해선 필요한 모양이야. 남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그러므로 아무런 감흥도 가질 수 없는 단순한 교육 영상이라는 명분으로. 잘 된 거 아냐? 어차피 나도 자기 얼굴을 가려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응? 왜?”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당연하잖아. 이번만큼은 나도 저 여자 말에 동의해.” 내가 질문을 하자, 사라가 옆에서 끼어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사라는 전에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영상을 보는 게 꼭 남성분이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게다가 남성분이 교육을 위해 보게 되더라도, 곁에 같이 보는 여성 성직자분이 계실 테고. 그런 분들이 구원씨의 행위를 보면 분명….” 레이아의 말을 듣고, 나는 겨우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구나. 나는 지금까지 펠리시아에게 AV배우 같은 역할을 시키게 되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틀렸다. 이 세계는 내가 원래 있던 세계와 달리 성생활에서 남녀가 완전히 평등했다. 원래 세계에선 남자는 여러 여자와 자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구석마저 있지만, 여자는 여러 남자와 자면 걸레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여기선 그런 식으로 남녀의 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론 완전히 남녀가 완전히 평등하다는 말이다. 애초에 원래 세계와 달리 요직에 있는 사람은 여자가 더 많기도 하고. 솔직히 여성 우위 사회가 아닌 게 신기할 정도다. 그러고 보니 남자답다느니 여자답다느니 묘하게 원래 세계와 일치하는 표현이나 사상도 남아있었고. 그런 거랑 관계가 있는 걸까? 뭐,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지.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뭐냐 하면, 펠리시아만 AV배우가 되는 게 아니라, 나도 AV배우가 되는 거나 마찬가지란 말이다. 원래 세계의 남자 AV배우만큼 비중 없는 역할이 아니라, 여자 AV배우처럼 주목을 받게 되는 거다. “…….” 설마 영상을 본 여자들이 한 번이라도 나랑 자보려고 들이대거나 하는 걸까? 원래 세계에서 AV여배우들은 그런 경우가 꽤나 많다고 들은 기억이 있었다. 솔직히 내 가치관으론 아무 문제없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우리 애들한텐 그렇지 않겠지. “설마 지금까지 자기가 어떤 상황이 될지 눈치 못 채고 있었던 거야?!” “사, 사라씨. 진정하세요. 구원씨는 저희와 조금 가치관이 다르시니까요.” “하지만 레이아! 분명 영상 본 여자들이 구원이랑 해보려고 달려들 텐데…역시 지금이라도 멈추는 편이….” “괜찮아요. 전 구원씨를 믿는 걸요.” “저, 저도 믿어요! 믿지만…구원! 알고 있지?!” 사라는 불안한 눈으로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사라를 보고 피식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괜찮아. 조금 예상 못하고 있던 상황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변하는 건 없어. “얼굴 가리고 나 아니라고 시치미 떼야겠네.” “그런 거지. 이미 어떻게 소문을 낼지는 생각해놨어. 영상에 나오는 남녀는 둘 다 엄선한 모험가야. 그리고 둘은 구원의 지도를 받은 후 영상을 찍게 됐다는 거지. 그리고 그 영상은 내 철저한 지원 하에 제작되고, 배포된다는 말씀.” “너 여왕님 설득하는 건 나한테 정기적인 정액을 얻는 걸로도 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냐? 영상 제작 쪽에서도 꽤나 자기 명성을 퍼뜨리려고 하네.” “그야 물론이지. 성에서 찍는 거잖아. 그 정돈 하지 않으면 굳이 여기서 찍은 이유를 얼버무릴 수 없는 걸. 그리고…결국 찍히는 건 나니까 그 정도 명성은 얻어도 되잖아.” “뭐, 그야 그렇지만 말이야. 그런데 그럴 거면 차라리 진짜 너 말고 다른 여자를 준비해서 찍게 하는 게 더 좋지 않아? 나는 대체제가 없다고 쳐도 말이야.” “하지만 자기와 영상을 찍으려면 상당히 레벨이 높지 않으면 안 되잖아? 현재 6계층을 공략하고 있는 수준은 돼야 버틸 수 있을 텐데. 아무리 나라도 그런 사람들한테 영상을 찍으라고 막무가내로 강요할 수는 없어. 그러니 어쩔 수 없이 내가 찍을 수밖에.” “그런 거냐?” “응. 그런 거야.” 어쩔 수 없는 것 치곤 상당히 상쾌한 미소인데 말이지. 뭐, 됐나. 이제 와서 다시 다른 여자 구해오라는 둥 시간 끄는 것보다 그냥 빨리 끝내는 게 나로서도 더 좋기도 하고. “흠. 다 됐네. 이러면 되겠는가?” 그리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디아나가 마법구의 설치를 완료한 모양이었다. 마법구는 침대의 옆쪽 조금 떨어진 곳에 설치되어, 침대 전체를 비추고 있었다. 그걸 어떻게 아냐고? 마법구 뒤쪽의 벽에 프로젝터를 비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있었거든. 현재 마법구가 촬영하고 있는 모습이. “오오. 촬영하는 모습을 집적 확인 할 수 있도록 한 건가. 잘 만들었네.” “음! 당연하지 않나. 이 몸을 뭐라고 생각하는 겐가?” 디아나는 가슴을 쫙 펴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디아나가 만든 거 아니지 않아?” “이렇게 만들도록 지시하고 마법 술식을 짜준 건 이 몸일세!” “과연. 역시 디아나. 내가 굳이 말해주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네.” 그러고 보니 촬영용 마법구를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할지 디아나한테 전혀 말하지 않았었다. 디아나도 이런 건 처음이라고 했으니까, 내가 제대로 말해주지 않으면 안 됐는데. “음. 자네가 생각하는 것쯤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다 통하고 있네.” “역시! 그럼 편집 기능 같은 것도 있지?” “…펴, 편집?” 야. 잠깐만. 거기서 말을 더듬으면 어떡해. 어떤 의미론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아니. 미리 말 안 해준 내가 잘못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제발. 제발 가능하다고 해줘. 그게 불가능하면 난…. “촬영하다가 실수하면 지우고 거기부터 다시 찍거나 하는 기능 말이야.” “그, 그게, 그게 말일세….” “…없구나.” 망했다. 한 번의 실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롱 테이크로 찍어야 된다고? “괘, 괜찮네! 그 정도 기능! 지금부터라도 추가할 수 있네! 자, 잠시만 기다려보게!” 내가 절망한 표정으로 중얼거리자, 디아나가 얼굴을 붉히면서 황급히 외쳤다. 내 생각은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다 통하고 있다느니 뭐니 떠들어 놓고 이렇게 된 게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리고 디아나는 황급히 마법구에 달라붙어서 뭔가 조작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시간이 걸릴 것 같네. 그럼 자기. 그 사이에 우리도 준비할까? 실비아. 가져왔지?” “네.”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까 로브를 꺼냈던 주머니에서 이번엔 갑옷을 꺼내기 시작했다. 뭐라고 할까, 역전의 용사들이 입을 것 같은 느낌의 갑옷이었다. 튼튼하고 좋아 보이지만, 여기저기 헤지고 닳은 모습이 역사를 느끼게 했다. “뭐야 이거?” “뭐기는. 변장이지. 시작할 땐 이걸 입고 시작하는 거야. 투구까지 있으니까 얼굴도 이걸로 가릴 수 있고. 완벽하지?” “너 왠지 들떠 보인다?” “어머. 그렇지 않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펠리시아는 평소의 색기 넘치는 미소가 아닌 어딘가 즐거워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뭐, 매일 성에 틀어박혀있는 공주님으로선 이런 걸 입을 기회란 좀처럼 없을 테니까 말이야. 이런 거에 들뜨는 그 모습은 평범한 공주 같이 보여서 조금 신선했다. “후훗. 그럼 준비해볼까. 실비아. 도와줘.” 그렇게 말하면서, 펠리시아는 입고 있던 화려한 드레스를 훌러덩 벗어던졌다. “다 벗는 거냐?!” 이 녀석, 심지어 안에 속옷도 안 입고 있어! “어머. 뭐 문제라도? 어차피 곧바로 알몸이 될 텐데.” “그야 그렇지만 너….” 역시 이 녀석은 평범한 공주 같은 게 아니야. 조금 좋게 봐주려고 하면 바로 이런다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펠리시아의 몸을 빤히 쳐다봤다. 뭐? 남자가 예쁜 여자의 알몸을 쳐다보는 건 본능이잖아. 뭐 문제 있어? “그리고 다른 준비도 필요한걸. 자기도 필요하지 않아?” “다른 준비? 무슨?” “털 말이야. 털. 밀지 않으면 색으로 들키지 않겠어?” 아…. 확실히 그렇긴 하지. 이 세계 사람들은 머리색이 하나같이 각양각색이라 의외로 머리색만으로 사람을 구별할 수 있거나 하기도 한다. 게다가 펠리시아의 머리카락은 그 중에서도 특히 보기 드문, 아니 솔직히 얘 말고는 본 적 없는 핑크 블론드였다. 물론 음모의 색도 마찬가지. 그게 보이면 무조건 들키겠지. “그렇게까지 신경 쓰면서 왜 진작 안 밀었는데?” “어머. 내 몸은 항상 시중들이 씻어주는 걸. 그리 간단히 밀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아. 밀면 한 동안 느긋하게 목욕도 못하겠네. 당분간은 마법으로 씻는 게 전부인가.” 펠리시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렇게 우울하면 그냥 다른 여자를 준비해 놓았으면 됐잖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48==================== 이세계 최초의 “그럼 자기. 얼른 가자.” “…역시 나도 가야 되는 거냐.” “어머, 당연하잖아.” 젠장. 일부러 계속 그 현실에서 눈을 돌리고 있었는데. 너 남의 일이라고 그렇게 쉽게…아차…얘도 밀지…. 젠장. 사춘기 때부터 평생을 함께한 내 털과 이런 식으로 멀어져야하는 건가. “응?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혹시 무서운 거야? 걱정 마. 내가 깔끔하게 밀어줄게.” 그런 거 아니거든? 누가 무서워한데?! 그렇게 반론하려고 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금 무서워졌다. 얘가 직접 밀어준다고? “…야. 너 날붙이를 다뤄본 경험은?” “응? 그야 식사할 때 정도밖에….” “역시 넌 안 돼!” “그래, 구원! 저런 여자한테 맡길 거 없어! 걱정 마. 내게 맡겨.” 내 외침과 동시에, 사라가 바로 내 팔에 매달리며 그렇게 말해줬다. “…….” 나는 그런 사라의 반응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지만. “잠깐! 왜 거기서 대답을 안 하는데?!” …아니. 그게 말이야. 그치만 너. 소중한 곳에 칼을 대는 거라고? 넌 안 그래도 손바닥 공격만으로 아픈데, 만약 네가 칼을 들고 거기 털을 밀어주다가 손이 미끄러지기라도 하면…. 아이언 페니스와 불굴의 성욕이 있다고는 하나, 둘 다 완전하지는 않다. 아이언 페니스는 알까지 지켜주지 어떨지 확실하지 않고, 불굴의 성욕은 성행위를 불가능하게 하는 피해만 막아준다. 즉, 성행위가 가능할 정도의 피해라면 막아주지 않는다는 말이다. 역시 이건 아냐. 너무 위험해. 펠리시아도 사라도 내 물건에 칼을 대기엔 너무 위험한 존재들이야. 역시 다른 애들한테 맡기자. 일단 디아나는 마법구를 조정하고 있으니 안 된다. 애초에 디아나도 날붙이를 다루는 솜씨는 펠리시아와 큰 차이 없을 거고. 그럼 레이아…도 안 되잖아! 구미호로 변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내 물건을 만지고 있으면 조금이나마 흥분할 건 자명하다. 실비아는 분명 진동을 시작할 테니 더 위험하고, 그럼 마틸다…저 녀석도 그 핑크빛 분위기에 빠지면 흥분해서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니 위험한데. 젠장. 어쩌지? 어쩌면 좋지?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길 방법은 정녕 없는 건가?! “그, 그래! 펠리시아 너! 밀고 나서 갑자기 목욕을 안 하게 되면 다른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을까? 차라리 염색을 하는 게…. 디아나! 뭔가 그런 마법 같은 거 없어?!” 나는 제발 부탁한다는 염원을 담아 디아나를 불렀지만, 디아나가 대답하기에 앞서 펠리시아가 먼저 대답을 했다. “그리고 영상을 위해서라도 미는 게 좋다고 생각해. 그러는 편이 잘 보이잖아?” …젠장. 확실히 그건 그렇지. 펠리시아의 음모는 그리 진하지도 않고, 손질도 잘 되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없는 게 더 잘 보일 건 명확했다. “자, 그만 포기하고 욕실로 가자?” “…사라. 부탁한다.” “그러니까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나는 하는 수 없이 내 물건을 만지고도 제일 멀쩡할 사라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제발 일이 끝나고도 내 소중이가 무사하기를. “그럼 자기. 일단 나부터 정리해줄래?” 방에 딸린 욕실에 들어가자마자, 펠리시아가 요염하게 다리를 벌리며 날 유혹하듯 미소 지었다. 일단 일부러 유혹하려고 하는 건 아니고, 그냥 저런 행동이 몸에 배서 그런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만 둬주면 안 될까? 완전히 사라를 도발하고 있잖아. “내가?” “그럼. 이런 소중한 곳, 자기 말고 누구한테 맡기겠어?” “실비아한테 맡기면 되잖아요? 구원도 정리를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자, 구원. 앉아.” 사라는 펠리시아에게 차갑게 내뱉고는, 나를 반 강제로 욕조에 걸터앉게 했다. “어쩔 수 없네. 실비아. 부탁할게.” 웬만한 사람은 보기만 해도 기가 죽을 사라의 눈빛이었지만, 펠리시아는 그런 것에 굴할 정도로 담이 작은 애가 아니었다. 내 바로 옆에 엉덩이를 찰싹 붙이고 앉아서는 실비아를 불렀다. “잠깐! 당신!” “왜요? 뭐 문제라도 있나요?” 당연히 사라는 다시 화를 냈지만, 펠리시아는 모른 척 시치미를 뗐다. 진짜 대단하네. 바로 얼마 전엔 사라한테 무릎까지 꿇고 빌었던 애가. 분명 얘도 그때 기억이 아직 생생할 텐데, 지금이라도 사라가 말을 번복하면 어쩌려고 이렇게 도발하는 거지? “혹시 공주라고 기고만장한 건 아니겠죠? 계속 그렇게 기어오르면…!” “어머. 기어오르면?” “이이익…!” …그렇군. 알았다. 펠리시아는 알고 있는 거다. 자신의 불쌍한 처지를 알고도 전의 결정을 번복할 정도로 사라가 차가운 애가 아니란 것을. 과연. 위에 서는 사람으로서 사람을 보는 눈은 있다는 건가. 그 안목을 이런 식으로 써먹는 게 문제이기는 하지만. “아얏! 에…? 지, 지금 때렸어?!” 그런 펠리시아를 보고, 나는 그 머리에 살짝 꿀밤을 먹였다. 전에 SM플레이를 할 때도 느꼈지만, 얘는 피학 성향인 주제에 직접 맞는 건 싫어했을 정도로 육체적인 공격에 내성이 없었으니까 말이야. 펠리시아는 그 약하디 약한 꿀밤에도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당황했다. “너 우리 사라 너무 괴롭히지 마라. 난 사라만큼 착하지 않다.” “따, 딱히 괴롭힌 건….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렇게 노려보지 말아줘. 자기도 참. 자기 여자가 최고라 이거지.” “당연하잖아.” “하아…. 네. 네. 미안해요. 조금 심술궂었네요. 사과할게요.” 펠리시아는 결국 순순히 사라에게 고개를 숙이고, 내게서 조금 떨어졌다. “구원….” 그리고 사라는 날 감동에 찬 눈으로 바라보면서 환히 웃었다. 그래. 그래. 내가 최고지. …뭐, 펠리시아를 멈춘 이유가 완전히 사라를 위해서는 아니었지만. 그도 그럴 게, 사라 얘 지금 면도칼을 들고 내 물건 가까이 손을 얹고 있단 말이야.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펠리시아가 사라를 도발했을 땐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아무튼 사라는 환히 웃으면서 손에 비누를 묻혀 거품을 내고는 내 물건을 어루만져주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 물건을 바로 빳빳하게 섰지만, 사라는 곱게 내 얼굴을 한 번 흘겨봐주고는 아무 말 없이 면도칼을 들어서 내 음모를 정리해주기 시작했다. 진지한 얼굴로 내 물건에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그 모습은 남심을 자극하는 뭔가가 있었다. 게다가 면도칼을 다루는 솜씨도 제법이었다. 그러고 보니 얘 평소에도 호신용 나이프는 꼭 하나 들고 다녔었지. 직업에 사냥꾼도 있고, 마석 캐는 걸 제일 많이 도와주는 것도 사라다. 생각해보니 그다지 걱정할 건 없었던 거다. 의심해서 미안해. 사라야. 너한테 맡긴 건 옳은 판단이었어. 나는 단숨에 긴장이 풀려갔다. “자, 잠깐! 꿈틀꿈틀 움직이지 마!” “미안. 불가항력이야.” “정말….” 사라는 내 물건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꽉 붙잡고는, 다시 면도칼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면도칼에 베일 위험이 거의 사라지고 나니까, 이런 것도 나름 색다른 플레이처럼 느껴져서 흥분되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지도. “어머. 자기 많이 흥분했네. 싸면 안 돼? 이제부터 나랑 듬뿍 해야 되니까.” “이익…!” “으악! 야!” 그러니까 면도칼 대고 있을 때 도발하지 마라! 펠리시아 때문에 꽤나 스릴 넘치는 체험이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는 무사히 제모를 마칠 수 있었다. 잘 가라. 정든 내 털들아. 다만, 이렇게 미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진 않았다. “…왠지 밀고 나니까 더 커 보이지 않아?” 사라는 내 물건 끝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면서 조금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더 커 보이는 거다. 원래부터 물건 크기엔 자신이 있는 나였지만, 역시 남자란 생물은 이런 것에 자신감이 생기는 생물이니까 말이야. 아무튼 이걸로 끝인가. 이제 얼른 영상 찍고 끝내버려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욕실을 나서려고 했던 나였지만, 또 다시 펠리시아가 날 불렀다. “다 됐어? 그럼 자기. 나도 부탁해.” “뭐? 실비아는?” “아까부터 손을 덜덜 떠는 바람에 도저히 맡길 상황이 아니야.” 그렇게 말하면서 펠리시아가 가리킨 곳에는, 실비아가 욕실 구석에서 날 바라보며 덜덜 진동하고 있었다. …내 쪽에 집중하느라 전혀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 “괜찮아. 내가 나가면 진정될 테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욕실을 뒤로 했다. “꺄악! 구, 구원씨!” “자네 바보인가! 옷 좀 입게!” “당신 노출증인가요?!” 바로 밖에 있던 애들한테 핀잔을 들었지만. 아, 응. 미안. 나도 펠리시아한테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니네. 나는 실비아가 준비해 온 갑옷을 챙겨 입으며 말했다. “노출증이라니. 그건 디….” “빨리! 옷이나! 입게!” 한 차례 소동이 진정된 후, 나는 펠리시아가 제모를 하고 나오는 동안 마법구의 조작방법을 배웠다. 짧은 시간에 멋지게 개조를 끝낸 디아나는, 편집 기능을 훌륭히 달아 두었다. 게다가 마법인 만큼 원거리 조작도 가능. 이거라면 영상 촬영 초보인 나도 쉽게 영상을 찍을 수 있을 거다. “후우. 그럼 찍어볼까. 그럼 적당히 쉬고 있어. 끝나면 부를게.” 로브를 뒤집어쓰고 왔기 때문에 밖을 나갈 순 없겠지만, 방은 이 침대가 있는 방 말고도 몇 군데의 방으로 더 연결이 되어 있었다. 아마 펠리시아가 일부러 이런 곳을 준비한 거겠지.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그렇게 말한 거였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아니.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으니 의외는 아닌가. “응? 볼 건데?” 다른 애들이 살짝 우물쭈물할 때 그렇게 대답한 건, 역시나 사라였다. “……찍는 걸?” “응. 당연하잖아. 뭣 때문에 따라왔는데.” “아니. 하지만….” “어차피 못 볼 짓을 하려는 것도 아니잖아? 뭐 문제 있어?”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사, 사라씨. 저희는 물러나있죠?” “그래요.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실례인 것 같아요.” 과연 성직자인 레이아와 마틸다는 보고 있을 생각이 없었는지, 옆에서 사라를 말려줬다. 하지만 사라는 한 발자국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저 여자, 그 매혹이라는 기술도 쓸 수 있는 거잖아요? 구원과 단둘이 두기엔 너무 위험해요. 레이아도 그래서 따라온 것 아니었나요?” “그, 그건….” “걱정 마세요. 레이아나 마틸다까지 같이 보자고는 안 해요. 제가 대표로 감시하고 있을게요.” “그, 그런 거라면…네. 부탁드릴게요.” 레이아는 결국 사라에게 넘어가 버렸다. 제대로 된 이유는 이미 준비해놨다는 건가. “…야. 너 진짜로 그냥 자기 취미…크헉.” “그,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그럼 사라만 관람…감시하는 걸로. 레이아와 마틸다는 규율 때문에 안 볼 거고. 디아나는?” “당연히 안 볼 걸세. 보면 화만 날 것 같으니 말일세.” 봤냐? 봤어 사라야? 바로 저게 일반적인 반응이라고. “…뭐야. 그 눈은.” “아니. 아무 것도.” “지, 진짜 아니라니까!” “소란스럽네. 무슨 일이죠?” 그때, 드디어 펠리시아가 욕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당연히 몸엔 아무것도 안 걸치고. 밑은…저렇게 털이 없는 것도 나름 신선하고 좋구나. 색기 철철 넘치는 펠리시아의 음부가 저렇게 깔끔하니까, 그 언밸런스함이 오히려…커헉. 사라야. 말로 하자. 말로…. “그럼 바로 시작해볼까.” 펠리시아 역시 준비해 놓았던 갑옷을 걸쳐 입고는, 답지 않게 눈을 빛내며 말했다. 역시 이 녀석. 모험가 갑옷 같은 거에 동경심이라도 있는 건가? “하아…그럴까.” 겨우 시작인가. 촬영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지친 기분이다. “그럼 저희는 다른 방에 가 있을 게요. 무슨 일이 있으면 불러주세요.” “사라양 부탁하네.” 드디어 촬영을 개시하려고 하자, 디아나, 레이아, 실비아, 마틸다는 다 같이 옆방으로 이동했다. “어머? 그쪽은 안 가나요?” “당연하잖아요. 감시에요. 감시. 당신 같은 여자를 구원이랑 혼자 둘 것 같아요?” “…흐응. 정말 그런 이유뿐인가요?” “뭐, 뭐에요?!” “자, 자. 싸우지 말고. 얼른 시작하자고.” 펠리시아 얘, 괜히 사라한테만 더 시비 건다고 할까, 가지고 놀려고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지. 역시 첫 만남이 그랬던 만큼, 상대를 싫어하는 건 사라뿐만이 아니라는 걸까? 아니. 그래도 사라가 관계를 허락해 준 걸로 펠리시아의 감정은 많이 희석 됐을 텐데? 제멋대로인 성격의 공주님이긴 하지만, 그래도 은혜도 모를 정도로 못돼 먹은 애는 아니라는 게 펠리시아에 대한 내 평가였다. 그럼 뭔가 사라한테만 유독 이러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감기가 좀 심해져서 연참을 못 했습니다. 그래도 내일은 일요일이니 자고 일어나서 한 편 더 써서 올리든가 하겠습니다. 449==================== 이세계 최초의 아무튼 지금은 그런 것보다 빨리 영상 촬영을 끝내버리는 게 우선이다. “우선 시작하기에 앞서, 영상 내용의 전체적인 지도를 맡아주신 성자 구원님. 그리고 영상 제작과 배포를 지원해주신 펠리시아 공주님 덕분에 이런 훌륭한 영상이 만들어지게 됐음을 알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우선 시치미를 뚝 떼고 목소리를 조금 깔며 스스로와 펠리시아를 띄워주는 말부터 했다. 뭐, 우리 목적은 사람들의 구원보단 애초에 이거니까 말이지. 어떤 의미에선 제일 중요한 장면이라고. “우선 여성과 관계를 가질 때 가장 중요한 건 분위기입니다. 물건에 느껴지는 쾌감이 섹스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직접 쾌감이 중요한 남성과 달리, 여성은 분위기가 절반을 먹고 들어갑니다. 몸의 긴장감을 풀고, 편안한 상태에서 쾌감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도록 신경써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애정표현입니다. 상대를 사랑스런 눈길로 쳐다보고, 귓가에 입을 대고 예쁘다고 칭찬하거나, 사랑을 속삭이는 게 중요합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직접적인 애무보다, 그렇게 대화만을 나누며 분위기를 잡아갑시다. 이 영상은 테크닉 강좌를 위한 영상입니다만, 우선 가장 중요한 건 분위기. 테크닉은 그 다음이라는 걸 인지하시고 영상을 봐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우선 키스에 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잠깐! 키스하는 거야?!” “아니….” “이 영상은 사랑하는 여성을 제대로 만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남성들을 올바르게 지도하게 위한 거니까 당연하잖아요?” 내가 대답하기에 앞서, 펠리시아가 그렇게 대답했네. “아까부터 생각했는데, 당신 뭔가 착각하고 있지 않나요?” “뭐, 뭘 말이죠?!” “영상 촬영을 위해 하는 행위는 전부 강의를 위한 것. 당신의 남자도 저도 거기서 하는 행위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어요. 당신도 그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아까부터 왜 그렇게 따지고 들려는 거죠?” “그, 그건….” “알았으면 방해하지 말고 거기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어주시죠? 당신이 그럴수록 촬영이 더 길어질 뿐이에요. 자, 자기. 시작하자.” 펠리시아는 사라에게 그렇게 쏘아붙였다. 솔직히 펠리시아가 하는 말이 지당하기는 했지만, 나 역시 키스를 할 생각은 없었다. “걱정 마. 사라야. 직접 키스를 할 생각은 없으니까.” “뭐? 하지만 자기…으음.” 나는 사라를 다독여주고는, 마법구를 조작해서 사라가 끼어든 곳부터 다시 녹화를 시작했다. 그리고 손가락 두 개를 곧게 펴서, 펠리시아의 입술에 가로로 가져다댔다. “직접 키스를 하면 영상에 제대로 보이지 않으니, 손으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제 이 두 손가락을 입술이라고 생각하고 설명을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굳이 영상까지 찍는 거니까, 제대로 보여주는 게 맞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지. 우리 애들 셋하고 밖에 한 적 없는, 실비아조차도 해준 적 없는 키스를 펠리시아와 하는 건 나로서도 내키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입술이 닿을 듯 말 듯, 미묘한 거리를 유지하며 살짝살짝 입술을 맞댑니다. 이건 아까 말했던 분위기 만들기에도 아주 좋은 행위입니다. 그리고 조금 익숙해지면, 천천히 입술을 맞댑니다. 하지만 갑자기 혀를 넣거나 하면 안 됩니다. 윗입술이나 아랫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살짝 깨물거나 하면서, 일단 표면에 공을 들입니다. 가끔씩 쪽쪽 하고 소리를 내면서, 청각으로도 키스를 하고 있다는 실감을 주면 더욱 좋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너무 천박하게 들리지 않도록 적당히 조절하도록 합시다. 그렇게 여성이 준비가 된 것 같으면, 이제 혀를 넣습니다.” 손가락 두 개로 펠리시아의 입술 표면을 가지고 놀던 나는, 손가락을 떼고 이번엔 검지만을 세워서 펠리시아의 입 안에 넣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바로 혀와 혀를 뒤엉키게 하거나 해선 안 됩니다. 우선은 혀끝으로 톡톡 노크하듯 두드려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성감대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간지러움을 느끼는 곳과 일맥상통합니다. 자신의 혀로 자신의 입 안을 만져보면, 다른 곳보다 민감하게 느껴지는 곳들이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입천장이라든지, 윗니의 안쪽 잇몸같이. 그런 곳을 혀끝으로 두드려주면 효과가 좋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손끝으로 입안이나 혀끝을 톡톡 두드리자, 펠리시아도 제대로 보여주려는 듯 입을 살짝 벌렸다. “그리고 충분히 달아오른 것 같으면, 드디어 서로의 혀를 얽히게 합니다. 지금껏 느긋하게 애를 태워왔으니, 더는 눈치 볼 것 없이 욕망이 이끄는 대로 격렬하게 혀를 뒤엉키게 합시다.” “아음…흐음…쪽…하아….” 내가 손가락을 움직여서 펠리시아의 혀를 휘감고 입 안을 휘젓자, 펠리시아가 그것만으로도 달콤한 콧소리를 냈다. 입 이외에는 완전히 가려진 투구라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을까? “그럼 다음은 이제 본격적인 애무에 관해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성감대란 기본적으로 간지러움을 느끼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기억하는데 조금 도움이 될 겁니다. 우선은 얼굴. 대수롭지 않게 여길지 모르지만, 얼굴 애무 역시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특히 처음에 말했던 분위기 만들기와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죠. 우선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그리고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거나, 턱선을 따라 그리듯 손가락으로 쓸어내려 줍니다. 이러한 동작들을 하면서, 여성이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를 풍겨주는 게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귀. 손가락으로 귓바퀴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거나, 숨을 불어넣으며 사랑을 속삭이는 정도로 충분합니다. 이렇게….” “하응…흐읏…하아….” 내가 펠리시아의 귀에 살짝 숨을 불어넣자, 이미 흥분한 펠리시아는 아까보다 더 신음소리가 커져갔다. 다리를 살짝 오므리고 몸을 살짝 떠는 모습을 보니, 의외로 벌써부터 상당히 느끼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펠리시아의 허리에 손을 감아 침대에 앉게 하고는, 천천히 상반신의 갑옷을 벗겨나갔다. “다음은 상반신 애무를 설명하겠습니다. 얼굴에서 목, 어깨, 쇄골 같은 부분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내려와 줍니다. 이때 가볍게 키스를 해주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흐으응…흐으읏…하으읏….” 내가 펠리시아의 목에 입을 맞추면서 천천히 내려와 쇄골부분을 핥자, 펠리시아의 떨림이 더더욱 강해졌다. “상반신의 성감대는 다양합니다. 대표적인 성감대인 가슴부터 시작해서 팔, 복부, 옆구리, 등, 허리 등. 상대의 성감대를 찾아가며 애무를 해주도록 합시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상반신 누드가 된 펠리시아의 몸을 껴안고 여기저기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으며 애무를 하기 시작했다. “시간을 들여서 천천히. 조급해하면 지금까지 기껏 만든 분위기가 깨지는 효과만을 낳습니다. 사람들이 간과하기 쉬은 것이, 팔이나 손도 성감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쓰다듬거나, 손깍지를 껴고 마주잡아주는 것도 분위기를 만드는 데 효과적입니다.” “흐아앙…하앙…하앗….” 아니. 펠리시아. 너 왠지 엄청 느끼고 있지 않냐? 나보다 레벨도 높으니까, 겨우 이 정도로 그렇게까지 느낄 필요는 없을 텐데. “다음은 드디어 가슴. 성급하게 유두부터 만지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바깥쪽부터 원을 그리듯 천천히 가슴을 쓰다듬어 줍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느긋하게 서서히 유두 쪽으로 다가가도록 원을 그려줍니다. 조급하면 안 됩니다. 상대방도 손이 유두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걸 자각할 수 있도록, 천천히 애태우듯 움직여줍니다. 그리고 실컷 애태운 유두에 드디어 닿게 되면….” “흐으응읏!” …얘 지금 느낀 거 아니야? 진짜냐. 나보다 레벨도 한참 높은 애가, 겨우 애무만으로 절정을 느꼈다고? 심지어 아무런 스킬도 안 썼는데? “이런 식으로 효과적으로 상대의 쾌감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처음엔 가볍게, 유륜에 손끝을 대고 빙글 빙글 돌리듯….” “흐응…하앙…!” “그리고 유두도 너무 강하지 않게 힘을 조절하면서….” “흐응…! 흐아아앗!” 가슴을 철저하게 애무하자, 결국 펠리시아는 다시 한 번 절정을 느끼며, 이번엔 뒤로 넘어가서 침대에 누워버렸다. “…이렇게, 천천히 공을 들이면 애무만으로도 여성을 충분히 느끼게 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하반신 애무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나는 일단 촬영을 멈췄다. “야. 괜찮냐?” “흐앗…하앗…하앗…자, 자기…호, 혹시…스킬 같은 거 썼어?” 펠리시아는 평소의 여유 넘치는 목소리가 아닌, 다급하게 들릴 정도로 숨을 헐떡이며 그렇게 물어봤다. 이거, 전에 피학 성벽을 자극했을 때랑 비슷한 수준으로 느끼고 있는 거 아냐? “아니. 안 썼는데.” “그, 그런…하앗…자, 잠깐. 잠깐 휴식을 취해도 될까? 이대로 계속 찍는 건 힘들 것 같아서.” “그래. 그래라.” “응. 하앗. 그, 그럼 조금 열 좀 식히고 있을 게.” 펠리시아는 투구를 벗어던지고 자신의 얼굴에 손으로 부채질을 해댔다. 그 얼굴은 누가 봐도 완전히 발정한 얼굴이었다. 얘가 이렇게 여유가 없어지다니. 이건 이것대로 신선하네. 아무튼 모처럼의 휴식시간이다. 그런 펠리시아를 뒤로하고, 나는 사라에게 다가갔다. “사라. 괜찮아?” “흑…뭐, 뭐가…?” 아니. 울고 있잖아. 그렇게 싫으면 안 보면 될 텐데. 얘도 참 복잡한 성격이라니까. 심지어 사라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 건 영상을 정지한 다음이다. 아마 찍는 동안에는 필사적으로 참고 있었겠지. “하아…. 사라야. 역시 너도 다른 애들이랑 같이 기다리는 게 좋지 않을까? 쟤 모습을 봐. 매혹같은 거 걸 여유도 없는 게 보이잖아? 게다가 매혹이라는 게 자각하고 있으면 그리 간단히 걸리지 않아. 나도 계속 경계하고 있을 테니까.” “하, 하지만….” “그리고.” “흐응!” 나는 사라의 바지 사이에 손을 집어넣었다. 역시나 그 곳은 이미 질척질척하게 젖어있었다. “여기도 더 버티기 힘들잖아. 응? 다 끝나고 해줄 테니까.” 울정도로 싫으면서 여긴 또 젖다니. 진짜 복잡한 성벽이라니까. “그, 그러니까 그런 게….” “오기 부리지 말고.” 내가 팬티 위로 음부를 살짝 눌러주자, 사라가 다시 한 번 몸을 떨었다. “흐응…! 아, 알았어…. 다른 사람들이랑…기다리고 있으면 되잖아.” “그래. 잘 생각했어.” 나는 사라의 머리를 두드려주고, 물의 정령으로 가볍게 몸을 씻겨준 후 사라를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로 보냈다. “이봐요! 당신! 또 매혹 같은 거 쓰려고 하면 용서 안 할 거예요!” 방을 나서기 전에, 사라는 마지막으로 펠리시아에게 그렇게 쏘아붙이고는 옆방으로 이동했다. “어머. 가버렸네.” 정작 당사자인 펠리시아는 별로 신경도 안 쓴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지만. “화 안 내네?” “응? 무슨 말이야?” “아니. 너 사라한테만 유독 시비를 걸었으니까. 그런데 이번엔 반응이 약하다 싶어서.” “벌써 딴 방으로 간 사람한테 화를 내서 뭐하겠어? 그리고 유독 시비를 걸다니. 난 별로….” 그 대답을 듣고, 나는 뭔가 펠리시아가 얼버무리려 한다고 느꼈다. 누가 봐도 사라한테 더 시비를 걸고 있었다는 건 확실한데, 그걸 얼버무리려고 해? 거기에 방금 전의 반응이 없으면 재미없다는 식의 대답을 종합해보면…. “아항. 과연. 사라한테 시비를 건 이유는, 유독 화를 잘 내는 사라의 반응이 보고 싶어서였다고?” “자, 자기도 참. 이상한 소리 하지 마. 그럼 내가 그냥 성격 나쁜 애 같잖아.” 그 반응을 보고, 나는 스스로의 추리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흔한 얘기다. 일면 ‘나한테 이러는 건 네가 처음이야.’라는 거다. 공주라는 입장 상, 펠리시아가 아무리 제멋대로 굴어도 사라처럼 정면으로 화내는 또래 친구는 아마 없었겠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은 친구로 보이는 실비아는 저런 성격이니 아마 화를 내지 않았을 거고 말이다. 즉, 펠리시아 얘는 사라의 신선한 반응을 보기 위해 일부러 사라를 도발했다는 거다. “아니. 성격 나쁘단 얘기가 아니야. 다만, 그냥 솔직하게 친구가 돼달라고 하면 될 텐데. 너도 참 성격 꼬였다.” “자, 자기도 참! 더 이상한 소리를 하네! 그, 그런 거 아니야! 자, 자! 그보다 다시 영상이나 찍는 게 어때? 나라면 이제 괜찮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 아직도 얼굴은 새빨갛지만 말이지. 뭐, 아까랑 다른 이유로 새빨개진 거기는 하지만. “투구나 다시 쓰고 그런 말 해라.” 나는 그런 펠리시아의 반응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갑옷을 입고 들뜨는 것도 그렇고, 은근히 귀여운 구석이 있잖아. 펠리시아가 처음으로 나보다 나이가 어린, 실비아나 사라 또래로 보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50==================== 이세계 최초의 펠리시아가 다시 투구를 쓰고 나서, 우리는 영상 촬영을 재개했다. 이제 하반신 애무를 시작한 차례니, 둘 다 투구를 제외하고는 몸에 걸친 것들을 전부 벗어던졌다. 진정됐다고 말한 펠리시아였지만, 음부는 아까의 절정이 얼마나 굉장했는지 말해주듯 여전히 흠뻑 젖어있었다. “으응….” 게다가 얘, 속옷을 벗을 때 미묘하게 신음 소리까지 내고. 역시 방금 전엔 당황해서 아직 몸이 완전히 식지도 않았는데 재촉한 건가. 뭐, 이제부턴 누워서 할 거니까 기절할 정도만 아니면 상관없겠지만 말이야. 나는 펠리시아의 등이 화면에 보이도록 침대에 옆으로 눕게 만들고, 스스로도 펠리시아와 마주보도록 누운 후 애무를 재개했다. “다음은 엉덩이 옆. 흔히 골반 라인이라고 부르는 곳부터 시작합니다. 마찬가지로 시간을 들여서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어루만져줍니다. 그리고 다음은 엉덩이. 엉덩이는 남자 입장에서 보면 만지는 감촉이 좋은 곳이기 때문에 주요 성감대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성감대라는 측면만 놓고 보면 그다지 민감한 곳이 아닙니다. 오히려 감각이 둔한 곳이죠.” 뭐, 일반적으론 말이지. 사라 같은 특수 케이스도 있으니까. “하지만 분위기 만들기라는 측면에서는 상당히 효과적인 장소입니다. 음부가 가까운 만큼, 엉덩이를 만지면 여성도 앞으로의 행위를 더욱 의식하게 되죠. 그러니 부드럽게 어루만져 줍니다. 그리고 허벅지 뒤.” “하읏….” 엉덩이에서 허벅지 뒤로 손이 미끄러져 내리자, 펠리시아의 입에서 다시 서서히 달콤한 한숨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여기도 간과하기 쉽지만 상당히 민감한 곳입니다. 시간을 들여서 차분히 애무를 해줍시다.” 펠리시아의 허벅지 뒤를 천천히 어루만지고 있자, 펠리시아의 음부에서 새로운 애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펠리시아가 위를 보고 눕도록 자세를 바꾸고, 이번엔 펠리시아의 발을 어루만졌다. “발 역시도 의외로 성감대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발바닥은 간지러움을 잘 타는 장소이다 보니 조금 조심스럽게 만질 필요가 있습니다만.” 나는 펠리시아의 발가락 사이사이에 깍지를 끼듯이 손가락을 집어넣고 부드럽게 손가락을 왕복시켰다. “으응! 흐읏…하앗…!” 그리고 발에서부터 종아리, 허벅지를 타고 천천히 펠리시아의 다리를 쓰다듬어 줬다. 그러자 펠리시아의 다리가 바르르 떨렸고, 펠리시아의 안타까운 신음 소리는 더더욱 커졌다. 손이 음부 가까이까지 접근했을 때, 나는 더 이상 손을 전진시키지 않고 펠리시아의 허벅지 안쪽을 더듬으며 더더욱 애를 태웠다. 그렇게 어느정도 애를 태우다가 손을 떼고, 이번엔 골반에서 음부까지 이어지는 삼각라인을 천천히 손으로 더듬었다. 물론 이번에도 음부에는 닿지 않도록 주의 하면서. “이상으로 여성의 전반적인 성감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물론 성감대는 사람마다 개인 차이가 있으니, 이 이상은 상대방과 몸을 겹치면서 차분히 상대방에 대해 알아가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본 영상에 나온 순서대로 애무를 진행해도 상관없습니다만, 어느 정도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응용을 해보는 것도 좋겠죠.” “흐읏…왜…으읍….” 설명을 하면서도 계속해서 음부를 만지지 않고 그 주변만 손이 맴도는 게 안타까웠는지, 펠리시아는 뭔가 말하려고 했다. 물론 그 전에 내가 손가락으로 펠리시아의 입술을 막았기 때문에, 그 목소리는 녹음되는 일 없이 묻히고 말았지만. “이렇게 다정하게 키스를 하면서 애무하는 것도 좋고….” “아음…하읏…흐읏…아에….” 내가 펠리시아의 입 안에 손가락을 넣고 휘젓자, 펠리시아는 그대로 내 손가락에 키스를 하듯 혀를 움직였다. “아아….” 하지만 나는 그 입에 넣었던 손가락을 금방 빼버렸다. 펠리시아가 반사적으로 혀를 뻗으면서 안타까운 목소리를 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손을 가슴으로 이동시켰다. 한 손으로는 여전히 음부 주변을 어루만지면서, 한 손으로는 그 볼륨 있는 가슴의 가운데에서 딱딱해진 유두를 어루만졌다. “이렇게 두 곳을 동시에 애무하는 것도 좋습니다.” 엄지와 검지로 유두를 가볍게 집어 당기기도 했고, 버튼을 누르듯 살짝살짝 눌러 주기도 했다. 손끝으로 간질이듯 쓰다듬어 주기도, 엄지와 검지로 집고 빙글빙글 돌려주기도. “흐으읏! 흐읏! 하으응! 흐읏!” 그러자 다시 펠리시아의 반응이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이번엔 가슴을 계속해서 어루만지면서, 음부 주변에서 놀던 손을 펠리시아의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다시 한 번 펠리시아는 내 손가락에 키스하듯 혀를 얽혀왔고, 나는 또 다시 손을 금방 빼버렸다. “다음은 드디어 음부 애무입니다. 먼저 음핵부터. 이 곳은 많이 알려진 곳이지만, 만지는 방법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성의 음핵은 무척이나 민감한 곳으로, 그냥 무턱대고 만지면 여성은 쾌감보다 통증을 느끼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렇게 손가락을 충분히 적시고, 손끝으로 쓰다듬듯 상냥하게 어루만져 줍시다.” “흐응! 흐읏! 흐아아아앙!” 내 손이 드디어 음핵을 어루만지자, 펠리시아는 결국 쉽사리 절정에 달해버렸다. 나는 그런 펠리시아의 모습에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지금부터는 어차피 계속 느끼게 될 테니까 말이다. “이 때, 여성이 느끼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신이 나서 애무가 점점 난폭해지는 남성도 꽤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여성은 고통을 느끼게 되고, 지금까지 쌓아왔던 분위기나 쾌감도 한 번에 사라지고 맙니다. 조급하지 말고, 천천히 착실하게 애무를 하시기 바랍니다. 손으로 하는 애무의 힘 조절이 힘들거나, 여성이 아파하는 것 같다면 혀로 해주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다음은 음부 안쪽의 애무입니다. 음부 안쪽에 여성이 느끼는 곳은 크게 세 군데가 있습니다.” “흐으으읏!” 나는 한 손으로 펠리시아의 음부를 살짝 벌리고, 다른 손의 검지와 중지를 겹쳐서 그 음부 안으로 천천히 집어넣었다. “음부 안쪽이 다치지 않도록, 천천히 상냥하게 손가락을 넣어줍니다. 여성의 음부가 충분히 젖어있더라도 과신하지 말고, 이왕이면 오일 같은 것으로 손을 적신 후 넣는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손가락이 뿌리까지 완전히 들어가면, 그 상태에서 두 번째 관절을 직각으로 꺾어줍니다. 그때 손가락 끝이 음핵의 안쪽 부근에 닿을 텐데, 그곳이 바로 아까 말했던 세군데 성감대 중 하나입니다.” G스팟이라는 잘 알려진 이름도 있지만, 명칭 같은 걸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이 상태에서 손가락 두 번째 마디를 가볍게 구부렸다 펴는 것을 반복해줍니다. 그러면….” “흐으으읏! 하아앙! 흐아아앗!” 아까의 절정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펠리시아는 다시 한 번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간단히 절정을 맞이해버렸다. “첫 번째 포인트의 애무가 끝났으면 다음은 두 번째 포인트입니다. 첫 번째 포인트를 애무하고 있는 자세에서 손목을 더 꺾으며 아래로 내리고, 손가락을 살짝 펴서 조금 더 깊숙하게 전진시킵니다. 대략 손가락 한마디 반 정도 더. 거기가 바로 두 번째 포인트입니다. 이곳 역시도 마찬가지로 손가락을 앞뒤로 움직이며 진동을 주듯이 자극합니다.” “흐아앗! 하아앙! 하아아앗!” 펠리시아는 이제 고개를 좌우로 흔들면서, 침대 시트를 말아 쥐고 발끝에까지 힘을 주며 신음성을 내질렀다. 이 모습을 봐선, 이제 영상을 찍고 있다는 사실마저 머릿속에서 지워진 거 아닐까? 뭐, 상관없지만 말이야. “마지막으로 손가락을 쫙 펴고 음모 부분 안쪽을 찌를 듯 높은 각도로 손가락을 뿌리까지 넣어줍니다. 두 번째 포인트보다 훨씬 위에 존재하는 이곳은, 생각보다 찾기가 힘들 수 있으니 끈기가 필요합니다. 위치로 따지면 대략 이쯤입니다.” 나는 음부에 넣지 않은 손으로, 펠리시아의 치골 언저리를 살짝 누르며 위치를 설명했다. “이곳의 애무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이 아닌, 손 전체를 앞뒤로 잘고 빠르게 움직이며 진동을 줍니다. 손가락 모양은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그러면….” “하으으응!” 벌써 몇 번째인지. 펠리시아는 이번엔 분수까지 뿜으면서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해버렸다. 야. 서큐버스. 아무리그래도 너 너무 심하게 느끼는 거 아니냐? 서큐버스의 명예를 걸고 조금은 버텨보라고. 나는 음부에 넣은 손으로부터 펠리시아의 몸이 바들바들 떨리는 걸 느끼며, 나는 일단 촬영을 일시 정지했다. “야. 괜찮냐? 다시 한 번 쉴까?” “개, 갠찬…갠찬으니까…빠, 빨리이….” 아니. 별로 안 괜찮아 보이는데 말이야. “알고 있겠지만, 이건 섹스가 목적이 아니니까 말이야. 너 이상한 말 같은 거 안할 자신 있어?” 촬영 중에 자기라고 말하거나, 나나 펠리시아를 연상시킬 수 있는 말을 해버리면 또 다시 찍어야 되니까 말이야. “괜찮으니까…하응…빨리….” 하아. 뭐, 나로서도 빨리 끝내는 게 좋긴 하고. 이대로 할까. 나는 결국 그대로 촬영을 속행하기로 했다. “다음은 직접적인 성행위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나는 방금 전까지 일부러 죽여 놓고 있었던 물건을 세우고, 그대로 펠리시아의 안에 집어넣었다. “이때 중요한 건, 섹스의 목적은 사정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명심하는 겁니다. 많은 남성들이 삽입을 하고 나면 그 쾌감에 이성을 잃고 오로지 사정만을 위해 허리를 흔들게 됩니다. 중요한 건 자신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도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 그걸 명심한 후, 결코 조급해하지 말고 침착하게 움직이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성기로 여성의 음부 안쪽을 애무해준다는 기분으로. 또한 체위 또한 자주 바꿀 필요 없습니다. 많은 남성이 스스로 흥분하여 체위를 자주 바꿔가며 여성을 공략하려 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체위를 바꾸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남성기가 여성 음부에 닿는 포인트에 변화를 주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애무 강좌를 보셨으면 알겠지만, 애무는 한 곳을 차분히 꾸준히 어루만져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나친 체위 변화는 여성의 흥분을 식게 만드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으읏! 흐으응! 하아앗!”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그러자 펠리시아는 그 다리로 내 허리를 휘감고는 손으로는 여전히 침대 시트를 말아 쥔 채 커다란 신음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사람마다 다르기는 합니다만,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는 피스톤 운동이 빠를수록 기분 좋을 거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여성이 기분 좋은 이유는 마찰이 아닙니다. 정확한 장소를 정확하게 압박하며 공략해주면….” “흐으으으응!” 비교적 느긋하게 허리를 움직였는데도, 펠리시아는 그대로 절정에 달해버렸다. 그 이후로도 나는 여러 체위에서 여성의 어떤 부분이 공략되는지를 철저하게 설명해나갔다. 과연 펠리시아의 레벨이 높다보니 나도 한 번도 안 싸고 모든 설명을 마칠 순 없었지만, 나는 한 번도 물건을 뽑지 않고 끝까지 설명을 해나갔다. 그리고 그 사이에, 펠리시아는 몇 번이나 절정을 느끼며 흐느꼈다. “…이상으로 강의를 마칩니다.” 그리고 드디어, 나는 모든 설명을 마치고 촬영을 종료할 수 있었다. “흐아앗…하앗…하아앗…끄…끄읕?” 펠리시아는 침대에 축 늘어져서, 거친 호흡을 내쉬면서 멍하니 풀린 눈으로 날 올려다봤다. “그래. 이제 다리 풀어.” 체위를 바꾸다가 마지막엔 다시 정상위로 마무리를 했는데, 그 과정에서 펠리시아의 다리는 다시 내 허리를 휘감게 됐던 거다. “조, 좀 더….” “뭐? 야. 오늘은 영상 촬영이 목적이잖아?” “하앗, 하앗, 하아…후우….” 뭔가 더 말을 하려고 했던 펠리시아였지만, 숨이 벅차서 말이 잘 나오지 않는 모양이었다. 펠리시아는 일단 심호흡을 하면서 스스로를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는 듯 했다. 전에 피학성벽을 자극했을 때도 그랬지만, 얘 엄청나게 흐트러진 이후에도 은근히 회복이 빠르단 말이야. 과연 서큐버스라는 건가? 이왕이면 회복이 빠를 뿐 아니라, 절제도 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야. “하지만 어차피 나랑 정기적으로 할 약속이잖아? 이왕 이렇게 시작한 거, 지금 많이 싸주는 편이 다음번까지의 텀이 길어지지 않겠어?” 그리고 겨우 숨을 고른 펠리시아는, 냉정하게 그렇게 말했다. 섹스해달라는 것 치고는 상당히 미묘한 발언이기는 하지만, 일단 논리 자체는 타당하긴 했다. 하지만 말이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감기약 먹고 낮잠을 오래 자는 바람에 조금 늦어졌습니다. 451==================== 기로 다른 방에서 다른 애들을 기다리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중에 다시 오는 일이 있더라도 여기선 일단 그만하는 게 맞는 판단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려고 했을 때, 펠리시아가 다시 먼저 입을 열었다. “애초에 자기는 섹스에 너무 의미를 부여해서 생각한다니까.” “뭐? 그거야 당연하잖아. 너처럼 아무하고나 막 하는 게 이상한 거야.” “물론 나쁘다는 건 아니야. …만약 자기가 성자만 아니었다면 말이야. 자기는 나하고 하는 것처럼, 감정이 없는 섹스에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지 않아?” “…그게 무슨 소리야?” “자기도 참. 사실은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말 그대로의 의미야. 난 실비아한테 들은 게 전부니까 자세히 아는 건 아니지만, 자긴 여신님께 어떤 사명을 받고 이 세계에 왔다고 들었어. 혹시 그 사명을 위해서, 앞으로도 이런 식의 섹스를 더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자기가 사랑하는 저 사람들 이외에도, 사랑이 없는 섹스를. 아니야?” “…….” “하지만 자기는 섹스라는 행위 자체에 너무 의미를 부여해.” 펠리시아의 말에 정곡을 찔린 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나도 은연중에 깨닫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여신님이 내게 이런 능력을 주고 이 세계에 보낸 건, 분명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몬스터의 성기를 쉽게 얻도록 하기 위해서 이런 능력을 줬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도저히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단순히 성기를 쉽게 얻기 위해서 줬다고 생각하기에는 주어진 능력이 너무 다양하고 많았다. 이 능력은, 분명 섹스를 위해서 주어진 능력이다. 무의식중에 머리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던 그 생각은, 여신님이 사라나 레이아와의 관계를 칭찬했을 때 더욱 확실해졌다. 펠리시아의 말대로, 아마 나는 앞으로도 수많은 여성들과 관계를 가져야 할 거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아마 전쟁신 시대 종족의 후예들과. 나도 마음속 어딘가 에선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생각이 무의식중에 행동에 반영된 건지도 모른다. 우리 애들은 다른 남자와 말도 섞는 걸 싫어하면서, 나 스스로는 셋 이외에도 계속해서 섹스를 한다는 모순을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넘겨버렸다. 어차피 난 계속 다른 애들과 섹스를 해야 할 운명일 테니까. 난 어차피 쓰레기라는 말로 스스로를 속이면서. 하지만 어딘가 죄책감은 남아있어서, 섹스 이외의 행위는 계속 거부한 거다. 예를 들면 실비아. 실비아가 날 얼마나 좋아하는지도 알고 있었고, 나 또한 같이 지내면서 실비아에게 끌리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끝끝내 실비아와 키스만큼은 하지 않았다. 설마 남한테 지적당한 다음에야 자신의 심리 상태를 깨닫게 되다니. “어차피 자기도 섹스하는 여자들 전부를 자기 여자로 만든다거나, 그럴 생각은 없잖아? 그게 가능할 것 같지도 않고. 그러니까 내가 도와주겠다는 거야. 자기가 섹스에 일일이 너무 많이 의미 부여를 하지 않도록. 나같이 아무 감정 없이 쾌락만 탐하는 여자라면, 딱 좋은 연습상대 아니야?” “…넌 그래도 아무 상관없다는 말이야?” “상관없고 말고 할 것도 없어. 어차피 지금까지도 쾌감과 정액만을 위해 여러 남자와 관계를 가졌는걸. 자기가 나와 관계를 안 가져주면, 또 다른 남자들과 그렇게 될 뿐이야. 다른 남자랑 하려면 자기랑 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해야 하기는 하겠지만.” “…….” “그러니까 서로 win-win이라는 걸로. 나는 자기한테서 쾌감과 정액을 얻고, 자기는 날 이용해서 감정 없는 섹스를 연습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아마 디아나님도 그걸 원하실 거라고 생각해.” “갑자기 디아나 얘긴 또 왜 나와?” “뭐, 이건 완전히 내 억측이지만 말이야. 그 디아나님이 자기 남자를 다른 여자들과 공유하고 있는 상황인 걸. 그것만으로도 부족해서 실비아나 마틸다 추기경 같은 다른 여자와의 관계도 허용하는 상황. 아무리 이유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디아나님도 뭔가 짐작하고 있는 거 아닐까? 아니. 디아나님뿐만 아니야. 그 사라라는 여자도, 레이아라는 여자도 어쩌면….” 나 자신의 감정은 둘째 치고, 우리 애들이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실비아나 마틸다, 그리고 이번에 펠리시아와의 관계까지 허락한 건, 단순하게 동정심만이 이유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건가. “어쩌면 이번에 나와의 관계를 허락한 것도, 그게 목적일지도 몰라. 나를 통해 자기가 섹스에 너무 의미부여를 하지 않는 법을 배우도록 하는 거지.” “…….” “그러니까. 응? 하자. 아무 감정없이. 그냥 서로 쾌감만을 탐하는 섹스를.” 내가 조용히 생각에 빠져있자, 설득에 성공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펠리시아는 요염하게 웃으면서 내 허리를 휘감은 다리에 더 힘을 주고 허리를 빙글빙글 돌려왔다. “…확실히. 네 말이 맞을 지도 몰라. 난 앞으로도 여러 여자들과 더 섹스를 해야 하고, 지금처럼 섹스에 일일이 의미 부여를 하는 건 좋지 않을지도 몰라.” “응…후훗. 알아준다니 기뻐. 그럼 자기도 허리를….”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정말로 네 몸을 이용해서 연습을 할지도 모르겠네. 그땐 잘 부탁해.” “…에? 자, 자기?” 내 대답이 그렇게 예상 외였던 건지, 요염하게 빙글빙글 돌던 펠리시아의 허리 움직임이 우뚝하고 멈췄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애초에 영상만 찍는다고 하고 우리 애들을 기다리게 하고 있는 건데, 너랑 지금 여기서 더 할 리가 없잖아.” “하, 하지만…자, 자기. 어차피 지금 나랑 하는 게 나중에 또 올 일도 없고 편한 게….” “나중에 번거로워지는 게 몰래 하는 것보단 나아. 네 생각대로 난 섹스에 의미를 과하게 부여하는 놈이야. 그런 내가 다른 여자들과 관계를 가지면서도, 우리 애들 셋은 유독 더 신경 쓴다는 건 보면 알잖아? 내가 좀 제멋대로인 순정파라 말이야. 이렇게 다른 이유를 대놓고 하는 건 내 기준에서 바람피우는 거야.” “하,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해도, 펠리시아는 자신의 안에 들어와 있는 내 물건을 포기하는 게 쉽지 않은 듯 뭔가 더 항변을 하려고 했다. 거 참 끈질기네. 뭐, 약속대로 매혹은 쓰지 않는 것 같으니까 봐줄까. “빼.” “응읏….” 이번엔 내가 명령조로 차갑게 내뱉자, 펠리시아가 음부를 꾸욱 조이면서 신음성을 했다. 영상 찍을 때 엄청 느꼈으니까 혹시 내가 얘 성벽을 잘못 파악한 건가 불안했는데, 역시나 피학성벽이 어디 간 건 아닌 모양이다. 몸을 바르르 떨고 눈동자가 살짝 몽롱해진 펠리시아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명령대로 다리에 힘을 풀고 천천히 허리를 뒤로 빼서 내 물건을 뺐다. 앞으로 얠 다룰 때는 이렇게 명령을 하는 게 효과적일지도 모르겠다. 내 물건이 완전히 꺼내지자, 마개가 없어진 펠리시아의 음부에서 펠리시아의 애액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애초에 이만큼 했으면 충분하잖아. 대체 얼마나 욕심이 많은 거야. 나하고 하고나면 성욕이 없어지는 거 아니었어?” “하응…하앗…하, 하지만…이런 거 넣고 있으면…체질 문제가 아니라도…흥분하는 게 당연하잖아….” 내가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말하자, 펠리시아는 살짝 원망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 펠리시아의 절정이나 내 사정과 동시에 영상이 끝난 게 아니니까. 어중간할 때 끝낸 감이 있기는 하지. “하아…아음….” 나른하다는 듯 느긋하게 상체를 일으킨 펠리시아는, 그대로 앞으로 엎어지며 내 물건을 입에 넣어왔다. “야. 아무리 그래도 안 할 거다.” “알고 있어. 깨끗하게 해주는 것뿐이잖아. 정말. 아까는 그렇게 명령했으니까, 오히려 내가 이러기 전에 자기가 깨끗하게 하라고 명령해야하는 거 아냐?” “뭐야 그건. 네가 명령 받고 싶은 거뿐이잖아.” “흥…하아…역시 멋져.” 펠리시아는 명령 받고 싶다는 걸 딱히 부정하지도 않고, 내 물건을 황홀히 바라보며 혀로 구석구석 깨끗이 핥아갔다. “적어도 그런 말 할 때는 사람 얼굴을 보고 해라….” “응? 하지만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건 여기뿐인걸.” 얜 진짜 실비아랑 반대되는 의미로 한결같구나. 뭐, 그래도 전처럼 밉상이란 느낌은 안 들었지만 말이야. 정면에서 자신과 싸워주는 사라한테 일부러 싸움을 걸었단 걸 깨닫고 나니, 이런 행동조차도 전과는 다른 인상을 받았다. “하아. 응. 됐어. 깨끗해졌어.” 펠리시아는 정말로 깨끗하게 해주려는 것뿐이었던 모양이다. 굳이 날 사정하게 만들려고 노력하지 않고, 적당히 빨다가 내 물건을 입에서 뗐다. 뭐, 아쉬운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래. 수고했어.” “하아…못 참을 것 같으면 바로 부를 거니까 그렇게 알라고.” 살짝 원망스러운 듯 중얼거리는 펠리시아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물의 정령을 불러내어 내 몸과 펠리시아의 몸을 씻게 만들었다. 이럴 거면 입으로 해준 건 아무 의미가 없어지는 거지만, 뭐 펠리시아는 그걸로 만족한 것 같으니까 됐다. 나는 옷을 챙겨 입고, 다른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우리 애들을 부르러 갔다. “구원씨!” “끄, 끝났어?!” 문을 마주보는 방향으로 앉아있던 레이아가 제일 먼저 날 눈치 챘고, 그러자 사라가 바로 벌떡 일어나면서 날 바라봤다. 사라 얜 아직도 얼굴이 조금 붉네. 이러다가 나중에 영상도 보여 달라고 하는 거 아냐? 아니. 뭐 보여줘도 별로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았구먼.” “뭐, 마법구를 잘 만들어준 덕분에 말이야. 찍기 쉽더라고.” “음. 당연하지 않나. 다름아닌 이 몸이 설계했으니 말일세!” 내가 칭찬하자, 디아나는 기고만장해져서는 가슴을 쭉 펴고 말했다. 이렇게 내 앞에선 나이에 전혀 안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디아나지만, 사실 속은 엄청나게 깊은 거겠지. 펠리시아가 말했던 것처럼, 정말로 내가 섹스에 의미 부여를 하는 걸 완화시키기 위해 펠리시아와의 관계를 허락했을 수도 있는 건가. “그럼 용무도 다 끝났으니 돌아갈까. 마법구는 어떻게 해야 돼? 펠리시아가 보급한다고 했으니 여기에 두면 되는 건가?” “아니. 전부 챙겨가게. 마법구의 소유권은 이 몸에게 있네. 영상이 기록된 마석 역시, 나중에 목소리를 조금 수정한 다음 복사할 예정이네. 그렇게 복사된 물건을 여기에 전해주면, 공주가 각 신전에 보급할 걸세.” “응? 디아나가? 보기 싫다고 하지 않았어?” “굳이 보지 않더라도 마나 조작으로 소리를 변질시키거나 복사하는 것쯤은 가능하네. 뭐, 이 몸이 할 건 아니지만 말일세.” 하긴. 그런가. 이 마법구도 설계만 디아나가 하고 만드는 건 다른 사람이 한 모양이니까. 아무튼 이걸로 여기서 내가 할 일은 모조리 끝났다. 이렇게 끝내고 나니 어깨의 짐을 내린 것 같은, 후련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영상이 퍼져서 내게 구원이니 뭐니 떠들며 달라붙는 사람이 없어지기만 바랄 뿐이다. “그럼. 펠리시아. 우린 이만 간다.” “하아…. 응. 그래. 잘 가. 다음에는 정말 제대로 해줘야 돼?” 아쉬워하는 펠리시아을 뒤로 한 채, 우리는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로브를 뒤집어쓰고 성을 빠져나왔다. “그래서 어떤가요? 제대로 찍은 것 같나요?” 성문을 빠져나오고 나서, 로브를 벗어던진 레이아가 궁금하다는 듯이 질문을 던졌다. “응. 뭐, 내 입으로 말하는 것도 그렇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좀 자신 있어.” 그런 레이아의 질문에, 나는 자신을 가지고 말했다. 꽤나 훌륭한 교육 영상이 탄생했다고 생각한다. 이걸로 분명 많은 사람이 효과를 보게 되겠지. 물론 이 세계는 이미 신전에서도 교육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규율이니 뭐니 하면서 남자를 여자가, 여자를 남자가 가르쳐주니까 말이야. 남자가 남자에게서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없었다는 말이다. 그런 걸 감안해보면, 이 영상은 분명 엄청난 파급력을 가져올 것으로 생각됐다. 어쩌면 이게 계기가 되어서 이 세계의 남성 평균 레벨이 올라가고, 먼 훗날에는 남성과 여성의 평균 레벨이 동등해지는 상황까지 올지도 모르겠는 걸? …뭐,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나갔나. “후훗. 네. 저도 믿어요. 다름 아닌 구원씨가 생각하신 구원책인걸요.” …설마 지금 그거 말장난한 건 아니겠지? 아니. 뭐 천사님이라면 상관없지만. 오히려 말장난 하신 거면 그건 그거대로 귀여우시다. 아무튼 그렇게 영상을 찍은 우리는, 겨우 저택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영상이 담긴 마석을 디아나에게 건네주고, 나는 혼자 방 안에 들어와 생각에 잠겼다. 그 자리에서는 펠리시아와 떨어지기 위해서 일단 별 일 아닌 것처럼 넘기기는 했지만, 마지막에 펠리시아와 나눈 대화 내용은 무척이나 중요한 문제였다. 그것도 앞으로의 내 행보를 결정짓는다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문제 말이다. 섹스에 과도한 의미 부여를 하지 않고, 그냥 필요에 의해서 하는 섹스라….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52==================== 기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공주가 하는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 아니. 굳이 일반적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더라도, 우리 애들을 생각하면 공주가 말하는 대로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나도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과 섹스를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고, 그 많은 사람 모두를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지 않았다. 게다가 일일이 전부 품고 가는 건 우리 애들한테 미안한 것도 사실이었다. 역시 현재 애인들을 제외한 사람과의 섹스는 특별한 감정을 안 가는 게 좋다고 생각됐다. 논리적으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실비아는? 실비아는 어떻게 해야 되는데? 애인 관계가 아니라고 해서, 실비아와의 섹스에서 특별한 감정을 가지지 않는 게 가능할까? 실비아가 날 좋아하는 건 명백하고, 나 역시 실비아에게 끌리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현재 애인들을 제외한 사람과의 섹스는 특별한 감정을 가지지 않아야 한다는 건, 실비아와의 행위조차 그래야 된다는 거다. 그런 거, 이제 와서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렇다면 실비아만 예외로 쳐? 딱 실비아까지만 감정을 가지고, 그 외의 섹스는 감정을 가지지 않고 의무감으로만 해? 백 보 양보해서 그렇게 한다고 치자. 그럼 마틸다는? 만약 저주가 풀리고 나서 그러고도 계속 마틸다가 날 좋아한다고 한다면, 과연 나는 매몰차게 거절할 수 있을까? 일이 이렇게 되자, 마틸다에 대한 감정 또한 막연히 얼버무리고 있을 수가 없었다. 지금도 마틸다와 관계를 가질 때마다 얘가 진심으로 날 좋아하는 건지 저주 때문에 날 좋아하는 건지 혼란스러워 하는 나다. 만약 마틸다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면, 애초에 혼란스러워할 필요도 없는 문제다. 마틸다가 진심이든 아니든, 내게 아무런 감정 없으면 그걸로 끝인 문제니까 말이다. 즉, 난 마틸다에게도 어느 정도 감정이 있다는 거다. 그럼 마틸다가 저주가 풀리고도 날 좋아하면, 그때도 마틸다는 예외로 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나하나 예외로 치다가는 끝도 없다는 건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확실히 딱 잘라서 현재 애인 셋 이외와 하는 섹스는 감정을 가지지 않거나, 아니면 전부 받아들여 버리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못 고르겠다. 내가 이렇게 우유부단한 놈이었다니. 난 스스로도 생각 없이 막 사는 타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아니. 논리적으로만 따지면 전자를 선택하는 게 맞지만 말이야. 애초에 사랑이 없는 섹스라니. 정말 그런 걸 하는 게 옳은 걸까? 원래 있던 세계보다 섹스에 대해 훨씬 관대한 이 세계에도 역시 섹스는 사랑이 기반이 되는 행위다. 신전도 되도록 사랑이 있는 섹스를 하도록 권장하고 있고 말이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여신님이 사랑이 있는 섹스를 권장하는 건 분명했다. 내겐 사도 임명이라는, 상대와의 사랑이 조건이 되는 스킬마저 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이 사도 임명은…그래. 이제 와서 또 자신을 속이고 얼버무리려고 하는 건 그만두자. 확실히 말해서, 나는 앞으로 우리 애들 셋 말고도 사도 임명을 해야 될 거라고 반쯤 확신하고 있었다. 근거도 확실하다. 바로 여신님이 강림하셨던 그 날, 여신님은 사라와 레이아와의 관계를 칭찬했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둘에게 사도 임명을 한 걸 칭찬했었다. 그래. 사도 임명이라는 걸 확실히 콕 집어서 칭찬했던 거다. 즉, 전쟁신 시대의 종족들과 섹스를 해야할 거라는 내 추측은 만약 맞더라도 반만 정답이라는 거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쟁신 시대의 종족들에게 사도 임명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사실 여신님과 대화를 나눴을 때부터 그렇게 추측하고 있었다. 우리 애들이 사도 임명을 너무 소중히 생각하다보니, 나 스스로도 얼버무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즉, 나는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사랑이 있는 섹스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운명이라는 거다. 뭐, 전쟁신 시대의 종족과 정말로 그런 짓을 해야 하는 지, 아니. 아직 사라나 레이아 외에 다른 전쟁신 시대의 종족이 더 있는지조차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럼 그게 확실해질 때까지 판단을 보류해야 할까? 그것도 뭔가 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똑똑. 침대에 드러누워서 복잡하게 생각에 잠겨있었을 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구원님.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바로 바넷사였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벌써 저녁시간. 스스로도 깜짝 놀랄 정도로 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설마 이렇게 오랫동안 혼자서 고민한 건가? 답지 않네. 물론 그만큼 중요한 고민이기는 하지만.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천천히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일단 고민은 나중에 하기로 할까. 우리 애들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건데, 정작 그 고민 때문에 우리 애들과 보내는 귀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면 그거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다. 나는 스스로의 뺨을 찰싹 때려서 기합을 넣고, 방문을 열었다. “…….” 방 문 앞에는 바넷사가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이대로 앞장서서 식당으로 안내하겠지만, 오늘은 어째선지 내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왜 그래?”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바넷사는 뭔가 엄청 말하고 싶은 게 있다는 듯이 한동안 우물쭈물하더니,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뭐야? 뭔데? 궁금하잖아. 말해봐. 아님 뭐야. 주인님한테 말하지 못하겠다는 거야?” 방금 전까지 고민하고 있었던 게 거짓말처럼, 아니. 고민하고 있었다는 걸 숨기기위해서라도 나는 괜히 더 활기차게 행동하며 바넷사에게 달라붙었다. “…제 주인님은 디아나님이십니다. 그럼 말하겠습니다만.” 바넷사는 그런 날 보고도 인상 하나 찌푸리지 않고 무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하더니, 다시 몸을 돌려서 내 눈을 빤히 쳐다봤다. “그런 표정 짓고 있지 마십시오. 디아나님께 괜한 걱정을 끼치고 싶으신 게 아니라면.” “으, 응? 나 뭔가 이상한 표정 짓고 있었어?” “…네. 답지 않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계십니다.” “답지 않다니! 나도 가끔 심각해지거든? 너 진짜 요즘 나한테 너무하지 않냐?! 내가 뭐 잘못이라도 했어?!” “그럼 식당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내 말에는 아랑곳하지도 않고, 바넷사는 빙글 몸을 돌려서는 식당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저거 요즘 진짜 날 너무 놀려먹으려고 드는 거 아냐? 무표정이라 농담인지 아닌지도 알아먹기 힘든 태도로 말이야. 아니. 뭐 이번만큼은 아마 선의로 그랬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평소에 계속 그런다는 게 문제라고! 평소에! 나는 뚜벅뚜벅 걸어가는 바넷사의 멋진 뒤태를 강하게 노려봤지만, 바넷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하아…. 그래. 뭐, 이번에는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걱정해 준 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가 주겠어. 다음은 없다고! 다음은! 아, 그러고 보니 고민이라고 하면…바넷사 얘하고도 섹스를 했었지. 지금하고 있는 고민에 아주 관련이 없는 애는 아니라는 거다. 뭐, 얘가 날 사랑한다든가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아니. 정말 그럴까? 전에는 대충 떠보고 넘어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역시 바넷사가 그때 거기서 자위를 하고 있었던 이유가 확실히 밝혀진 건 아니다. 정확히 내가 쟤 몸을 달래줬던 장소. 나와 관련이 없을 리가 없는 거다. 그렇다면 얘가 그냥 쾌감을 되새기며 그 장소를 자위하는 곳으로 택한 건지, 아니면 내게 진짜로 마음이 있어서 그런 건지의 문제인데…으아아! 정말! 그런 고민을 하고 있었던 까닭에 괜히 바넷사까지 의식하게 되잖아! 펠리시아가 날 설득하려고 했던 말이 완전히 역효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거. 에잇! 모르겠다! 뭘 이런 것까지 고민하고 있는 거야?! 남자잖아! 그런 건 직접 확인해보면 되지! “야! 바넷사!” 나는 앞장서서 걸어가는 바넷사의 어깨를 붙잡고, 그대로 벽으로 밀어붙였다. 내가 그런 돌발행동을 할 거라고 조금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던 거지, 바넷사의 몸은 깜짝 놀랄 정도로 가볍게 이끌려서 벽에 등을 기대고 서게 됐다. 그 얼굴 옆에 손을 짚고, 나는 바넷사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하핫. 어떠냐. 언젠가의 복수다. 아니. 바넷사한테 벽꿍 당했던 걸 아직까지 신경 쓰고 있었던 건 아니지만 말이야. …정말이라고? “……뭡니까?” 아무튼 그렇게 쉽게 벽꿍을 당한 바넷사였지만, 지근거리에서 바라본 그 표정은 의외로 무표정했다. 조금은 놀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아니. 자세히 보니 그것도 그냥 무표정이 아니었다. 얼굴은 무표정이지만, 온 몸에 힘을 잔뜩 주고 있는 게 느껴졌다. 내가 뭔 말이라도 하면 바로 주먹이든 발이든 휘두를 것처럼 거대한 힘이 그 몸에서 느껴졌다. 하지만 남자의 프라이드가 있지. 이 정도로 물러설 순 없어. 나는 각오를 다지고 바넷사에게 질문했다. “너 혹시 나 좋아하냐?” “……제 정신이십니까?” 그리고 들려온 대답에, 나는 무릎부터 바닥으로 허물어졌다. 이 녀석.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지 말라고 어렸을 때 안 배운 건가? 아니. 그 이전에 말이 너무 험한 거 아냐? 적어도 좀 더 순화할 수 없었냐?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라든가, “진심이십니까?”라든가. 그렇게만 말해줘도 충분히 대답이 된다고. 하필 질문을 해도 제정신인지를 질문할 건 없잖아. 아니. 디아나를 지극히 모시는 입장으로서, 디아나의 남자가 자기한테 그런 질문을 하면 화가 나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말이야. 명치를 제대로 한 방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까 심각한 표정을 짓고 계셨던 건, 설마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까?” 바넷사는 바닥에 허물어진 나를 내려다보면서, 화가 난 건지 평소보다 조금 톤이 올라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리가 있냐?! 바보!”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바넷사는 그렇게만 말하고, 다시 식당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젠장. 저 철벽 집사 같으니라고. 언젠간 반드시 울려주겠어. 한 가지 인생의 목표가 더 생긴 나였다. “후아아…. 흠. 그래서, 공주에게 무슨 얘길 들은 겐가?” 식사를 마치고 나서, 언제나처럼 방에서 기다리고 있자 씻고 온 디아나가 침대에 누우며 날 올려다봤다. 그리고는 처음 내뱉은 말이 바로 저거였다.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영상을 찍은 다음부터 계속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은가. 답지 않게 말일세. 공주에게 무슨 말을 들은 게지?” 설마 디아나마저…설마 주종이 똑같은 말을 하다니. 아니. 그런 것보다. “알고 있었어?” “당연하지 않은가. 이 몸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겐가. 아니. 이 몸뿐만 아니라 다들 알고 있었을 걸세.” 그런 건가. 그럼 걱정하면서도 내가 먼저 말을 해줄 때까지 기다렸다는 건가. 뭔가 미안한 짓을 했네. “그래서. 무슨 일인가? 뭔가 고민하는 것처럼 보이네만. 자, 이 몸에게 말해보게.” 디아나는 완전히 연상 모드가 돼서는 날 다독이듯 그렇게 말해줬다. 펠리시아의 추론이 맞는다고 가정하면, 애초에 디아나는 훨씬 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런데도 자기는 아무런 티를 안 냈으면서, 내 고민은 들어주려고 하다니. 나는 감동을 느끼면서도, 디아나에게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됐다. 아니. 확실히 디아나의 의견을 들어보는 건 중요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디아나의 의견을 듣고 나면, 나는 디아나의 의견에 그대로 마음이 기울어져 버리는 게 아닐까? 즉, 나 스스로 선택하는 걸 포기하고 디아나에게 선택을 맡겨버리는 꼴이 된다. 지금까지 우리 애들에게 중요한 일의 판단을 맡긴 경험은 꽤나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그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실비아나 다른 애들에 대한 감정도 포함된 문제다. 그런 식으로 결정하는 건 실례되기 짝이 없는 행동이다. 이것만큼은 아무리 우리 애들이라도 판단을 맡겨서는 안 되는 문제다. 스스로가 제대로 생각하고 결정해야할 문제다. “미안. 말하기 조금 힘드네.” “흠. 그런가.” 내 그런 대답에, 디아나는 따듯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조금 의외였다. ‘이 몸에게도 말하기 힘든 문제인가?’라든가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는데. “미안. 이건 나 스스로 결정해야할 문제인 것 같아서.” “후훗. 괜찮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변명하듯 그렇게 말했지만, 디아나는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몸을 일으켜서 내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줬다. 마치 성장한 손자를 보는 할머…아니! 우리 디아나는 파릇파릇하지만 말이야! 뭐니 뭐니 해도 신체연령은 최연소니까! “하지만 고민이란 건 가끔은 생각을 비워야지 해결 될 때도 있다네. 어떤가? 밤만큼은 머리를 비우고 이 몸만 생각하는 것이.” “아, 응. 그야 물론이지! 디아나와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을 고민 같은 걸로 헛되이 쓸 리가 없잖아? 안 그래도 오늘은 뭘 할지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아까도 생각했던 거지만, 우리 애들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건데 정작 그 고민 때문에 우리 애들과 보내는 귀중한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면 그거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다. 나는 곧바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생각해뒀던 플레이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처음엔 따뜻하게 날 지켜보던 디아나의 표정이 점점 질렸다는 표정으로 변해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53==================== 기로 노출 플레이. 이제 와서는 디아나와의 행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미료 같은 플레이다. 디아나도 말로는 부정하지만 노출 플레이를 할 때마다 이성을 잃을 정도로 좋아하고, 나 또한 그런 디아나의 모습이 보고 싶어서 할 때마다 흥분을 했다. 싫어하는 건 앙탈에 불과하고, 격렬하게 반항하지 않는 걸 보면 사실 디아나도 꽤나 즐기고 있다. 그런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나도 점점 더 아슬아슬한 영역까지 줄타기하며 플레이를 하게 됐다. 다만, 저번 행위만큼은 반성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슬아슬하기는커녕 완전히 선을 넘은 플레이였으니까. 설마 다른 사람에게, 그것도 하필이면 바넷사에게 들키다니. 디아나가 그때의 기억을 잃었으니 망정이지, 솔직히 뺨을 맞고 헤어지자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디아나를 위해서라고 변명하면서, 나 스스로도 흥분하는 바람에 행위가 너무 과격해진 거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자제해야한다. 반성하는 의미에서라도, 노출 플레이는 금지다. 그렇게 지난번 플레이 이후로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걸 통해 새롭게 노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생겨났다. 게다가 이번엔 100% 안전하게, 아무런 위험 없이 디아나에게 쾌락만을 전해줄 수 있다. “그러니까, 이 영상 촬영용 마법구를 이용하면, 유사 노출 플레이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누구한테 들킬 위험도 없으면서, 디아나도 스릴을 맛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어때? 좋은 아이디어지?” “자네는! 바보인가아아!” 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가 새빨개진 얼굴로 내게 달려들어서 주먹으로 가슴을 토닥토닥 때려댔다. “뭐가 스릴인가?! 뭐가 노출 플레이인가?! 이 변태! 색정광! 뭔가 고민하고 있는가 싶었더니, 설마 지금까지 그런 걸 고민하고 있었던 겐가?!” “그럴 리가 있겠어? 고민은 제대로 된 걸 하고 있었다고.” 이 플레이에 대한 생각은 아주 잠깐밖에 안 했어. “아무튼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네! 대체 뭘 믿고 그렇게 자신만만한 겐가?! 그런 말을 하면서 그렇게 환하게 미소 짓지 말게!” “아까처럼 심각해져있는 것보단 낫잖아.” “그건 그렇지만 너무 극단적이지 않나?! 자네는 중간이란 걸 모르는 겐가?!” “헤헷.” “칭찬한 건 아닐세!” “에이. 그러지 말고 하자. 막상 하게 되면 디아나도 엄청 좋아할 거면서.” “누, 누, 누, 누가 좋아한다는 겐가?! 이, 이 몸은 말일세…!” 일단 웃으면서 밀어붙여 봤지만, 역시나 디아나는 자기 성벽을 인정하려고 들지 않았다. 어쩔 수 없네. 그렇다면 전법을 조금 바꿔볼까. “하아…디아나 말대로, 오늘 밤은 머리를 비우고 디아나만 생각하고 싶은데.” “지, 지금 그런 말이 왜 나오는 겐가?!” “이 마법구, 벽에 우리 모습이 크게 비치는 거잖아? 더 확실히 디아나만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그건 그렇네만…! 아니. 잠깐 기다리게!” 내가 전략을 바꾸자 디아나는 본능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는지, 눈에 띄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디아나의 예쁜 모습도 남기고 싶은데 말이야.” “하, 하지만 만약 누가 보게 되기라도 하면!” “어차피 내 인벤토리에 넣으면 나 말곤 아무도 못 봐. 그런 걱정은 전혀 할 필요 없어. 그러니까, 응?” 아까의 유사 노출 플레이 운운하고는 완전히 상반되는 말이지만, 나는 일단 디아나를 그렇게 살살 굴렸다. “하지만…하지만…!” “그럼 승낙한 걸로 알게.” 디아나는 여전히 저항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나는 인벤토리에서 얼른 마법구를 꺼내 침대 옆에 설치했다. 뭐, 설치라고 해봤자 성에서 조립된 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에, 그냥 놓기만 하면 끝나는 일이지만. 유일하게 문제가 되는 건 마법구를 발동시키기 위한 마석이지만, 지금은 또 절묘하게 인벤토리에 마석이 넘쳐나는 상황이었다. 저번에 던전에서 귀환 후, 다름 아닌 디아나 본인이 마석 정산을 막았던 덕분에 말이다. 얼른 마석을 넣고 발동시키자 벽 한 쪽에 프로젝트를 비춘 것처럼 침대 전체의 모습이 비춰졌다. “우읏…!” 내 재빠른 행동에 결국 마법구 설치를 막지 못했던 디아나는, 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다. “자 봐. 디아나의 예쁜 모습이 이렇게 선명하게.” “우으읏…입에 발린 칭찬은 됐네. 자네는 이럴 때만….” 결국 디아나는 마법구로 촬영되는 걸 각오했는지, 살짝 얼굴을 붉히고 날 원망스런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입에 발린 칭찬이라니. 이럴 때만이라니. 그거 듣기 섭섭한걸. 난 언제나 디아나가 예쁘다고 생각하고, 평소에도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아냐?” “그, 그건….” 내가 진지한 표정으로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 말하자, 디아나는 할 말이 없는지 시선을 피하면서 옹알거렸다. “자.” 나는 그런 디아나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 천천히 몸에 걸친 옷가지를 벗겨나갔다. 자신의 알몸이 촬영된다는 게 의식되는지 디아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하지만 내가 그 입술을 입술로 살짝 깨물어주자 곧 의식을 이쪽으로 돌리고 자신도 키스를 해왔다. 원래부터 키스를 좋아하는 디아나지만, 오늘은 평소보다도 조금 더 정열적이었다. 이런 걸로 노출증이 자극 받지는 않았을 테니, 아마 키스에 의식을 집중하여 자신이 촬영되고 있다는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하는 걸로 보였다. 일단 처음에는 마법구를 의식하지 않도록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군.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이제 몸에 속옷만 걸치고 있는 디아나의 몸을 살며시 안아서, 침대에 부드럽게 눕혔다. 그리고 그 몸을 위에서 덮는 것처럼 상체를 포개고, 다시 입을 맞췄다. 이래선 마법구에 디아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게 되겠지만, 별로 상관없었다. 어차피 영상을 찍으려는 목적으로 저 마법구를 설치한 것도 아니고. “으음…아음…음….” 디아나도 자신의 모습이 가려지자 안심한 모양이다. 점점 몸에 힘이 빠지고 평소대로 부드럽게 입술을 맞춰오게 됐다. 나는 그런 디아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고, 디아나의 옆 마법구를 설치한 쪽으로 등을 지고 누웠다. 한쪽 팔은 디아나에게 팔베개를 해주면서 그 어깨를 끌어안고, 나머지 손으로 천천히 디아나의 속옷을 벗겨갔다. 이번에는 아까처럼 긴장하지 않고, 디아나는 벗기기 쉽도록 살짝살짝 몸을 틀어주기까지 했다. “디아나. 사랑해.” “흐읏…음…이 몸도 사랑하네.” 그 긴 귀에 살짝 입을 맞춘 후 조그맣게 중얼거리자, 디아나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저 사랑한다는 말에 몸을 그렇게 떠는 모습을 보니, 나는 문득 생각나는 게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영상을 찍을 때 했던 설명들, 정작 난 그대로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떠오른 거다. 아니. 물론 사랑은 속삭였지. 그걸 안 했다는 게 아니다. 난 애정 표현은 확실히 하는 편이라고. 한 적이 없다는 건, 바로 애가 탈 정도로 느긋하게 애무를 하며 몸을 달아오르게 만드는 걸 말하는 거다. 그도 그럴 게 난 성작 스킬도 있고, 그게 아니더라도 매력과 기교가 있다 보니 전희는 적당히 하더라도 별 문제 없었으니까 말이다. 뭐, 성자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자연스레 성지식도 늘어난 덕분에 그런 설명까지 하면서 영상을 찍을 정도의 지식은 있었지만. 아무튼 생각난 김에 바로 정석대로 디아나와 관계를 가져볼까? 어차피 마법구를 디아나의 뇌리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만들 필요도 있고. “디아나….” 나는 한 손으로 디아나의 뺨을 살며시 매만지면서, 다시 한 번 키스를 했다. 그리고 키스를 유지한 채, 손을 살며시 움직여갔다. 비단같이 고운 디아나의 살결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귓불을 가볍게 비비듯 어루만져주고, 조금 손을 내려서 그 매끈한 목을 살며시 쓰다듬어 줬다. “으응…으음….” 그러자 디아나는 닭살이라도 돋은 것처럼 몸을 움찔움찔 떨더니, 더더욱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밀어붙여왔다. 나는 그런 디아나가 사랑스러워져서, 팔베개를 해주고 있는 쪽의 손으로 디아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줬다. 그리고 반대 손은 꾸준히 아래로 내려가서, 이번엔 예쁜 쇄골을 살며시 건드렸다. 쇄골의 선을 따라 그리듯 손끝으로 한번 쓰윽 훑어주고, 쇄골 위의 움풀 패인 곳을 간질이듯 살살 만졌다. 그러자 디아나가 안타까운 듯 내 몸을 끌어안아왔다. 한동안 쇄골에서 놀던 손은,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디아나는 당연히 가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겠지만, 벌써 가슴을 만져줄 수는 없지. 나는 손을 살짝 옆으로 미끄러뜨려 디아나의 겨드랑이 쪽으로 가게해서, 손끝으로 살며시 어루만져줬다. “응…후훗…하음…나, 낭군니임….” 디아나는 간지러운 듯 쿡쿡 웃으면서 살짝 입술을 뗐지만, 내 얼굴이 따라가서 입을 맞춰오자 별말은 하지 않고 다시 내 혀에 혀를 얽혀왔다. 나는 그대로 손을 내려서 디아나의 배꼽 주변에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간지럽히다가, 살짝 손을 내려서 디아나의 하복부를 만졌다. 바로 사도 인장이 새겨진 바로 그 부분을 말이다. “으응…! 흐읏!” 내 간지럽히는 것 같은 애무에 마치 마사지라도 받는 것처럼 몸의 긴장을 완전히 풀고 축 늘어져 있던 디아나였지만, 사도 인장을 만지자 다시 한 번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여긴 삽입했을 때의 디아나의 성감대를 표시한 걸로, 그냥 배 위에서 만지는 건 성감대도 뭐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사도 인장이 새겨져있는 곳이라고 의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부근을 만지면 민감한 반응을 보여주는 디아나였다. 뭐, 이건 디아나뿐만이 아니지만 말이다. 사라도 레이아도 사도 인장은 성감대에서 조금 빗겨간 곳에 새겨 놓았는데도 그 부근을 만져주면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니까. “으응…으읏…하앗…나, 낭군니이임….” 나는 사도 인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디아나를 흐뭇한 심정으로 바라보면서, 천천히 손을 내려서 이번엔 디아나의 허벅지를 어루만졌다. 물론 음부에는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허벅지 안쪽에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듯 어루만져주자, 디아나는 애가 탄다는 듯이 허벅지 사이를 비벼왔다. “응? 왜?” “하앗…으응…오늘은…묘하게 느긋하구먼…흐응.” 하지만 직접 요구하는 건 부끄러운지, 그런 식으로 간접적으로 자신의 안타까움을 전하는 디아나였다. “뭐, 가끔은 좋잖아. 우리 디아나의 예쁜 몸을 느긋하게 탐닉하는 것도.” “그, 그건 기쁘네마는….” “마는?” “그, 그게…조금….” “뭐야. 디아나. 원하는 게 있으면 확실히 말해봐.” “으읏…알고 있지 않은가아….” 내가 살짝 장난스런 말투로 말하자, 디아나는 곱게 눈을 흘기면서 내 가슴을 가볍게 한 대 톡하고 때렸다. “하핫. 장난이야. 물론 알고 있지.” 나는 그런 디아나에게 빙긋 웃어주고 나서, 팔베개를 풀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 다시 디아나의 몸 위를 덮듯이 올라타서, 그 두 다리를 살며시 벌렸다. 아직 가슴도 음부도 만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디아나의 음부는 이미 내 물건을 받아들일 준비를 완전히 끝마친 상태였다. 흠뻑 젖은 음부에 물건 끝을 살며시 맞대자, 디아나의 몸이 파르르 떨렸다. 그렇게 기대하고 있었던 거야? 아직 넣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나는 그런 디아나의 머리를 다시 한 번 가볍게 쓰다듬어 주고 나서, 그대로 허리에 힘을 줘서 물건을 한 번에 끝까지 삽입했다. “흐으으응!” 그것만으로 디아나는 가볍게 절정에 달해버렸다. 하지만 내 공격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한 손은 아까부터 애태우던 가슴을 향해 뻗어서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다른 한 손은 물건이 연결된 곳 위에 살짝 부풀어있는 음핵으로 향하게 했다. “흐아아앙! 하아앙! 흐으으읏!” 그리고 유두와 음핵을 동시에 만지면서 허리를 움직이자, 디아나는 멀티 오르가슴을 느끼면서 마치 작살에 꽂힌 물고기처럼 몸을 파닥파닥 움직였다. “기분 좋아?” “흐읏…! 기, 기분…하앙! 기분 좋네에…!” 그동안 애태운 게 한꺼번에 보상받은 기분이 들었는지, 내 짓궂은 질문에도 디아나는 솔직하게 대답을 해줬다. “응. 알 것 같아. 디아나 지금 굉장한 표정을 짓고 있어. 자, 저길 봐.” “…엣?” 그런 디아나를 기특하게 생각하면서, 나는 지금까지 의식적으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던 마법구의 방향을 가리켰다. 마법구가 있는 쪽의 벽에는, 여전히 침대 전체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었다. 물론 디아나의 흥분할 대로 흥분한 표정 역시 선명하게 보이고 있었다. 반사적으로 벽을 쳐다본 디아나는 부끄러운 듯 바로 눈을 돌리려고 했지만, 나는 그 전에 추격타를 날렸다. “지고의 대마법사님이 남자 밑에서 저런 표정을 짓다니. 만약 다른 사람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흐으으으읏!” 그러자 디아나의 음부가 내 물건을 꾸우욱하고 조여 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누트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454==================== 기로 “하, 하지만, 으응…!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흐으읏!” 곧바로 반응을 보여준 음부와는 다르게, 디아나의 입은 여전히 솔직하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말이다. “물론 보여줄 생각은 없어. 하지만 사람일이란 건 어찌될지 모르는 거잖아?” 보여줄 생각이 없다는 건 진심이다. 다른 사람한테 디아나와의 영상을 보여줄 생각이 있었다면, 애초에 교육용 영상을 같이 찍을 사람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고생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냥 우리 애들이랑 찍어서 배포하면 그만이니까. “만약 나중에 다른 영상을 찍게 되면 그 영상과 섞일 수도 있는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마석 정산 때 실수로 꺼내버릴지도 모를 일이니까.” 하지만 그런 내심과는 달리, 나는 더욱더 짓궂은 말을 디아나에게 건넸다. “생각해봐. 만약 마석 정산 때 실수로 저 영상이 담긴 마석까지 잘못 꺼내서, 디아나의 치태가 길드 내의 모든 사람들에게 보이게 되는 순간을.” “흐으응! 하아앙! 아, 안 되네에! 나, 냥군니임! 흐앙! 이, 이 모므으은!” 그 모습을 뇌리에서 생생하게 상상이라도 한 모양이다. 디아나는 음부를 꾸욱 조이면서 반쯤 풀린 눈을 영상이 비치는 벽으로 향하며 그렇게 외쳤다. “정말로? 사실은 기대하고 있는 거 아니야? 자, 봐. 디아나의 여기도 이렇게….”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체위를 변경했다. 디아나의 한쪽 다리를 침대에 곧게 펴게 만들어 그 위에 살짝 걸터앉고, 반대쪽 다리는 꼭 끌어안는 체위로. 흔히들 옆치기나 측위라고 부르는 자세다. 당연히 그에 따라 디아나의 몸은 옆을, 즉 영상을 찍고 있는 마법구의 방향을 향하게 됐다. 한쪽 다리는 침대에 쭉 뻗고 있고 반대쪽 다리는 내가 끌어안고 있는 자세. 당연히 디아나의 가랑이는 크게 벌려진 상태였고, 덕분에 아까까지의 자세와는 달리 디아나의 음부가 활짝 벌어져 내 물건을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에 노출됐다. 거의 한계까지 벌려져서 내 물건을 받아들이고 있는 음부. 아무리 그래도 삽입된 안쪽까진 보이지 않는데도, 허리가 앞뒤로 움직일 때마다 내 물건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끈적하게 달라붙어오는 주름들까지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음부가 음란하게 달라붙어오는 모습이 확실히 보였다. “으읏…! 흐응! 아, 아니…하앙! 아니네에! 하으응! 이 모므은! 이 모믄 그러언!” 디아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필사적으로 부정했지만, 그 눈은 벽에 비친 자신의 음부에 고정된 채로 떨어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음란한 모습에 스스로도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한 건 명백해 보였다. “정말로? 이렇게 젖어있는데?” “흐으응! 흐아앙! 그, 그거어언!” 내가 일부러 찔꺽찔꺽 소리가 크게 나도록 디아나의 음부 근처를 어루만지자, 디아나가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달아오른 얼굴을 몽롱하게 풀면서 외쳤다. 나는 그런 디아나의 모습을 보고 또 다시 살짝 체위를 바꿨다. 이번엔 디아나의 자세를 그대로 유지시킨 채, 내 몸의 위치만 바꿔서 디아나의 등 뒤로 돌아갔다. 아까는 그나마 내 허리가 움직일 때마다 내 몸에 살짝살짝 가려졌던 디아나의 음부지만, 이렇게 되니 이제는 더 이상 아무것에도 가려지지 않고 내 물건이 음부를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완전히 영상에 찍히게 됐다. “자, 상상해봐. 디아나의 이 귀여운 가슴이나, 내 물건을 놓치기 싫다는 듯이 끈적끈적하게 달라붙어오는 음부. 이 모든 치태가 모험가 길드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보이는 거야.” 자세를 바꾼 나는 디아나의 기다란 귀에 살짝 입을 맞춰주고, 한숨을 불어넣듯 달콤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흐으으응! 하앙! 흐으응!” 디아나는 부정할 기력조차 없는지, 몽롱하게 풀어진 얼굴로 흐느끼면서 고개를 돌려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벽에 비친 화면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계속해서 짓궂은 말을 하는 내 입을 막기 위해서? 아니면 순수하게 키스를 하고 싶어진 것뿐?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말이야. 중요한 건 디아나의 음부가 이 이상 없을 정도로 꾸욱꾸욱 조여오고 있다는 것과, 디아나 스스로가 내 허리 움직임에 맞춰서 허리를 흔들고 있다는 것뿐이었다. 나는 아래로는 디아나의 음부의 감촉을, 위로는 디아나의 혀의 감촉을 맛보면서 최대한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였다. “자, 그럼 이번엔 디아나가 분수를 뿜는 모습을 보여줄까?” “흐으응! 하앙! 흐으읏! 흐읏!” 그리고 슬슬 다시 디아나의 절정이 가까워졌음을 느낀 나는, 디아나의 음부에 손을 뻗어서 검지와 중지를 이용해 그 음부를 활짝 벌렸다. 물론 내 물건이 삽입된 덕분에 음부는 이미 벌어질 대로 벌어져 있었고, 내가 손가락으로 벌린다고 해서 티가 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런 건 연출이 중요하니까 말이야. “하으응! 흐읏! 흐응! 흐으으으응!” 내 말을 들은 디아나는 반사적으로 시선을 다시 벽 쪽으로 돌리게 됐고, 자신의 흐트러진 모습을 보고는 흥분이 최고조에 달해서는 허리를 움찔움찔 떨면서 절정에 달했다. 내가 시킨 대로 성대하게 분수까지 뿜으면서. 절정에 달해 스스로 꿈틀꿈틀 움직이며 내 물건을 자극하는 디아나의 음부의 감촉이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엄청난 쾌감에 물론 사정감이 차올랐지만, 나는 더더욱 극적인 연출을 위해 일부러 잠깐 사정을 참았다. “흐읏…흐앗…흐아앙…하읏…으읏?! 흐응! 냐, 냥구으으응!” 그리고 음부에서 거세게 뿜어져 나오던 분수가 겨우 멈추고 디아나의 몸이 축 늘어졌을 때를 노려서, 나는 다시 한 번 허리를 강하게 쑤셔 넣으면서 디아나의 안에 사정을 했다. 절정의 여운도 풀리지 않은 채 축 늘어져있던 디아나는, 내 불의의 공격에 그대로 다시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멀티 오르가슴을 느끼게 됐다. 그 눈은 완전히 풀리고, 음부에서는 아까 분수를 내뿜고 남은 것들이 푸슛 푸슛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간헐적으로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흐야앙…냐, 냥구운…냥구운니이임….” “그래. 그래. 네 낭군님 여기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더 이상 디아나를 괴롭히면…아니. 디아나에게 쾌락을 주면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기절해버리는 것도 아쉽고 말이다. 그래서 디아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한동안 절정의 여운에 잠겨 있도록 놔두기로 했다. “흐으응! 낭군니임….” 하지만 의외로 먼저 움직인 건 디아나였다. 아직 절정의 여운이 다 가시지 않은 게 명백해 보이는, 완전히 힘이 풀린 몸을 억지로 움직여서 내 몸 째로 등을 밀어붙여왔다. 응? 뭐야? 나는 의문을 가지면서도 디아나가 원하는 대로 그 몸을 끌어안고는 위를 향해 누웠다. 그러자 내가 정자세로 눕고, 디아나가 나와 연결된 채로 내 몸 위에 누운 자세가 됐다. 디아나는 그대로 상체를 천천히 일으켜서, 배면 기승위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힘이 풀린 몸으로 천천히 허리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아앙! 흐읏! 흐으응!” 지나친 쾌감에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고 있는 디아나. 그런 디아나의 모습에, 과연 나도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디, 디아나?” “으응? 후향. 냐, 냥군니이임….” 그리고 내 부름에 살짝 뒤를 돌아본 디아나는, 어울리지 않게 두근거릴 정도로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날 쳐다봤다. 그리고는 몸을 반 바퀴 빙글 돌려서 완전히 내 쪽을 향하더니, 내 뺨에 두 손을 뻗어 끌어당기고는 그대로 키스를 하면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냥군니임…냥군니이임…이, 이 몸…이 몸의 모습이이….” …완전히 스위치가 들어가 버렸네. 극도로 흥분한 나머지, 이성을 완전히 잃고 쾌락만 탐하게 된 디아나의 등장이었다. 디아나는 이제 스스로 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흥분하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래. 예뻐.” “후흐응! 하앙! 흐읏!” 내 칭찬에, 디아나는 요염하게 미소 지으면서 허리의 움직임을 더더욱 격렬하게 바꿔갔다. 그리고 그 날 밤, 디아나가 기절할 때까지 나는 몇 번이고 디아나를 만족시켜줘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뭔가가 가슴을 토닥토닥 두드리는 감각에 잠에서 깼다. 익숙한 감각이다. 이젠 굳이 눈을 뜨지 않더라도 이 토닥토닥의 정체는 알 수 있을 정도였다. “흐아앙!” 눈을 뜨지 않은 채로 물건에 힘을 줘서 꿈틀거리자, 몸 위에서 귀여운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가슴을 두드리던 토닥토닥이 잠깐 멈췄다. “으응…이, 이잇! 일어났으면! 눈을 뜨게!” “뭐야. 왜 그래 디아나. 아침부터.” “지금! 그걸! 몰라서 묻는가아아!” 디아나는 양 손을 번갈아가면서 토닥토닥 두드리다가, 마지막에 양 손을 한꺼번에 힘껏 내리치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 물론 그래봤자 효과음은 톡! 이지만. “응? 설마 영상 때문에?” “설마?! 설마아?! 자네는…!” “에이. 디아나도 좋아했잖아. 어젯밤에는 스스로 내 위에 올라타서 그렇게나…우읍.” “조, 조, 조아한 적 업네!” 내가 어젯밤에 디아나가 한 행위를 상세히 되집어 주려고 하자, 디아나는 양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고는 새빨개진 얼굴로 중얼거렸다. 야. 당황한 거 엄청 티 나거든. ‘조아한 적 업네!’라니. 발음부터 이상하다고. “영상이 그렇게 싫었으면 내가 자고 있는 사이에 파기했으면 됐을 텐데. 먼저 일어났으니까 그 정도는 가능했잖아?” 침대 옆에 설치된 마법구를 바라보자, 거기엔 여전히 마석이 박혀있었다. 물론 그래봤자 1.5계층에서 캐낸 마석이다. 어젯밤에 우리가 몸을 섞는 도중부터 이미 용량이 한계에 달해서 작동은 중지되어 있었지만, 여전히 저기 박혀있는 걸 보면 영상은 지워지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됐다. “그, 그건…자네와 이렇게 연결되어 있으면…하응! 그, 그러니까 움직이지 말게!” 역시 디아나는 영상을 건드리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핑계를 대도 그런 핑계를 대다니. 저 마법구는 원격으로도 조작이 가능한데 말이야. 설계자인 디아나가 모를 리가 없고, 어제 실컷 촬영한 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그런 말을 변명이라고 하는 건가? 하여간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정말로? 정말로 그 이유가 전부야?” “다, 당연하지 않은가! 이 몸이….” “디아나.” 디아나는 어디까지나 그 주장을 관철하려 했던 모양이지만, 내가 그 뺨을 가볍게 꼬집어준 후 입을 맞추며 이름을 부르자,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시선을 피했다. “우읏…그, 그리고 멋대로 없애면 자네가…푸, 풀 죽을지도 모를 일이고….” “뭐야. 날 배려해준 거야?” “다, 당연하지 않은가! 애초에 어제 시작도 그런….” “그래. 그랬었지. 고마워.” 내가 디아나의 입술에 살며시 입을 맞추자, 디아나는 쀼루퉁한 얼굴로 얼굴을 홱 돌렸다. “그, 그래서, 머리는 조금 맑아졌는가?” “응. 뭐, 고민은 조금 더 해야 할 것 같지만, 덕분에 머리가 한결 가벼워진 기분이야. 고마워. 역시 디아나가 최고야.” “알면 됐네. 알면.” 디아나는 조금 부끄러워하면서도, 굳이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그렇게 말했다. 디아나. 너무 그러면 또 괴롭혀주고 싶어지잖아. “역시 연륜에서 나오는 지혜는….” “앙?” “아뇨. 아무것도.” 다른 건 다 용서해줘도 역시 나이를 언급하는 건 안 되는 모양이다. “그러면 영상은 내가 잘 보관하고 있을게.” 나는 디아나와의 결합을 풀고, 마법구로 다가가 영상이 보관된 마석에 손을 뻗었다. “으, 으읏!” 디아나는 그런 내게 손을 뻗으며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손가락을 꼬물거리면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단 표정을 지었다. “왜? 영상이 신경 쓰여?” “그, 그런 건 아니네만!” “그럼 어디 확인해볼까?” “그러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고…으읏!” ‘흐아앙! 냥군니임! 냥군니이임!’ 끝까지 부정하려 했던 디아나였지만, 영상을 재생함과 동시에 입을 다물고 온 몸이 새빨갛게 되어버렸다. “오오. 저 허리 놀림. 저 풀어진 얼굴. 확실히 남한테 보이면 위험하겠네.” “으, 으읏, 자, 자네에…!” “어라? 왜 그래? 설마 흥분했어?” “그, 그런…흐아앙!” 내가 음부에 손을 가져다대자, 디아나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신음성을 내질렀다. “바넷사가 올 때까지 아직 조금 시간이 있지?” “자, 자네에….” “아니잖아. 디아나. 이럴 때는 자네가 아니지.” “나, 낭군니임….” 디아나의 그 말은, 허락의 의미나 다름이 없었다. 결국 우리는 바넷사가 올 때까지 모닝 섹스를 즐기게 됐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치즈수틱 // 쓰다가 깜빡했네요. 수정했습니다. 455==================== 기로 “그래서, 영상은 언제쯤 공개될 예정인가요?” “여, 영상?! 공개애?! 마틸다양! 자네는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아, 안 보여줄 걸세!” 그리고 아침 식사가 끝난 후의 티타임. 마틸다의 질문에 곧장 격한 반응을 보여주는 디아나였다. 아니. 디아나. 아무리 그래도 너 너무 반응이 티 나지 않냐? 그야 불안한 건 이해하지만 말이야. “네, 넷?! 잠깐만요. 안 보여준다니요?” “나도 마틸다는 안 보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성직자들은 일단 영상에 찍힌 게 누군지 정확히 모르는 거고, 게다가 교육용 자료로서만 본다는 조건으로 교황님도 납득한 거잖아? 레이아랑 마틸다는 교육을 할 일도 없고, 게다가 영상에 찍힌 게 누군지도 확실히 아는 이상 보는 건 성직자의 규율을 위반하는 게 아닐까?” 디아나의 뜬금없는 반응에 당연히 깜짝 놀란 마틸다였지만, 나는 그 사이에 끼어들어서 제대로 수습을 해줬다. 디아나. 나한테 빚 하나 진거다. 나는 그런 눈빛으로 자랑스럽게 디아나를 바라봤지만, 디아나는 ‘애초에 자네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아닌가!’라는 눈빛을 돌려줬을 뿐이었다. 뭐, 따지고 보면 그렇긴 하지. “아, 아뇨. 무슨 소리에요. 볼 리가 없잖아요, 그런 거! 그냥 언제쯤 교육용으로 쓸지 물어봤을 뿐이에요!” “코, 코홈. 음. 그런 거라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걸세. 아무리 그래도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신전에 보급하는 건 시간이 걸리겠네만, 우선적으로 보급되는 이곳의 신전에는 며칠 후쯤에 보급이 끝날 거라고 생각하네. 목소리의 변환이 끝난 마석을 이미 복사 중이니 말일세.”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는 품에서 마석을 꺼내들었다. “뭐야 그거. 설마 그 영상?” “음. 원본 영상일세.” “디아나가 가지고 있었던 거야?”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면 이런 걸 누구한테 맡기겠나?” “하긴 그런가. 그럼 그건 내가 맡아둘게.” 나는 디아나의 손에서 영상을 빼앗아 인벤토리에 넣었다. 이래 봬도 일단은 암살자 레벨도 은근히 올리고 있는 몸이다. 디아나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영상을 뺏겼다. “으앗! 뭐, 뭘 하는 겐가?!” “응? 왜? 내 인벤토리에 넣어두는 게 세상에서 제일 안전하잖아?” “그, 그건 그렇네만…! 으읏…아무것도 아닐세.” 디아나는 뭔가 할 말이 있다는 표정이었지만, 다른 애들의 눈치를 살피더니 그대로 말을 삼켰다. 뭐지? 무슨 문제 있나? “아무튼 그런 거라면 이제 밖에서 후드를 안 쓰고 있어도 되겠네요.”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뭔가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파티도 제법 유명해진 덕분에 얼굴들이 다 알려진 만큼, 나랑 같이 있을 때는 다들 후드를 뒤집어쓰고 다녔으니까 말이야. 사라도 계속 후드를 쓰고 다니는 건 꽤나 답답했던 모양이다. 개인적으로 사라는 후드가 어울린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궁사하면 후드라는 개인적인 편견도 더해져서. “음. 그렇구먼. 다음 던전 탐험을 다녀올 즈음에는 벗고 있어도 될 걸세. …또 이 몸만 후드 신세로 돌아가는구먼.” 이제는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후드 차림을 고수하는 디아나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뭐, 여전히 일반 모험가들 사이에는 우리 파티 멤버 중 하나가 디아나란 사실이 퍼져있지 않으니까 말이다. 만나는 마법사마다 달려드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얘도 고생하는구나. 이번 사태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만 보고 달려드는 게 얼마나 귀찮은지 충분히 알게 된 나는 동정을 금할 수 없었다. “후훗. 그러면 던전에는 곧장 갈 건가요?” 레이아는 그런 디아나의 표정이 조금 귀여웠는지, 살포시 웃으면서 내게 질문했다. “그러네. 개미굴에서 수컷 개미도 찾아봐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고, 곧장…아.” “응? 왜 그래?” “아니. 그냥 좀. 그래도 서두를 건 없으니까 느긋하게 가자. 어차피 여신 강림의 쿨 타임도 한참 남은 상태잖아?” 곧장 던전에 가자고 말하려 했던 나지만, 그 전에 아직 할 일이 있다는 걸 기억해냈다. 저번 귀환 후 아직 마틸다의 저주 해제도 한 번도 안 했고, 그러고 보니 레이첼 누님이 화난 이유에 대해서도 아직 생각해보지 않고 있었다. 그런 고로 대충 상황을 얼버무린 나는, 티타임이 파하자마자 곧장 마틸다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구, 구원님!” 하지만 그러기 전에, 날 불러 세우는 사람이 있었다. “응? 실비아? 무슨 일이야?” 바로 식사시간과 티타임 내내 구석에 있던 실비아였다. 실비아가 날 이렇게 불러 세우는 건 정말로 드문 일인데 말이야. “저, 그, 그게…야, 약속!” 실비아는 두 주먹을 가슴 앞에서 꽉 쥐고는, 새빨개진 얼굴로 필사적으로 그렇게 내뱉었다. “약속? 아, 아아! 그래. 소원 들어준다는 약속 말이지. 응. 까먹은 거 아냐. 기억하고 있어.” 정말이라고? 다만 어차피 실비아하고는 계속 같이 있게 될 거고, 그럼 소원 같은 건 언제든 들어줄 수 있는 거니까 던전에 가기 전까지 처리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뭘 부탁할지는 정한거야?” “네, 넵! 그건 처음부터….” 뭐, 저번 반응을 생각해보면 그렇겠지. 지금 당하면 죽는다니 뭐니 엄살을 떨었으니까 말이야. 대체 뭘 부탁하려고 그런 말까지 한 걸까? “그래. 그럼 뭘 원하나. 소원을 빌어봐라. 단, 내 능력 밖의 일은 들어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라.” 나는 구슬 7개를 모으면 튀어나오는 신이 된 기분으로 실비아를 바라보며 엄숙하게 말했다. “그, 그게! 그러니까! 그…!” 하지만 실비아는 내 이상한 태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얘는 내가 아무리 바보 같은 장난을 해도 반응이 없으니까 조금 쓸쓸하단 말이야.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저런 필사적인 모습도 귀엽잖아. 오히려 바보 같은 짓 하지 말라고 딴죽 거는 것보다 훨씬 바람직하잖아. 젠장. 요즘 너무 바보란 소리를 많이 들어서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버린 건가. 사라가 오빠라고 부르는 것에 익숙해지도록 하기 위해서 최근엔 일부러 바보 같은 짓을 더 하긴 했지만, 설마 내가 바보 소리를 안 들으면 허전하게 느끼는 몸이 되어버리다니. 이래선 사라를 조교하는 게 아니라 내가 조교당하는 꼴이잖아. 무서운 사라 매직이다. …노린 건 아니겠지? 내가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눈앞의 실비아는 두 눈을 꼭 감고 필사적으로 소원을 입 밖에 꺼내려고 하고 있었다. 좋았어. 좀 더 말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줄까. 바보 같은 소리라도 해서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자. 덤으로 이번에야 말로 바보 소릴 안 들어도 허전하단 생각을 하지 않겠어. “뭐야. 부담 갖지 말고 말해봐. 네 부탁이라면 난 저 하늘의 별도 따다….” “흐, 흐아아아아…! 여, 역시 안 돼! 죄송합니다! 나중에 부탁드립니다!” 실비아는 마치 코피라도 쏟을 것처럼 자기 코를 부여잡더니, 그렇게 외치고는 순식간에 도망 가버렸다. 아니아니아니. 실비아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대사가 먹히면 안 되잖아. 너 대체 얼마나 내성이 없는 거야. 내 딴에는 일단 친절을 베풀 셈이었는데 말이야. …뭐, 예정대로 마틸다한테나 갈까. “이리 오너라!” “꺄악! 뭐, 뭔가요?! 노크를 했으면 적어도 대답은 듣고 들어오세요!” 노크를 하고 마틸다의 방에 들어가자, 반라 상태의 마틸다가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리고 그렇게 쏘아붙였다. 레이아만큼은 아니라곤 하지만, 그래도 우리 파티의 넘버 투. 두 손으로 차마 다 가려지지 않는 훌륭한 가슴이었다. 레이아만 없었다면 충분히 정상을 노릴 수 있었을 텐데.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는…뭐, 아무튼. “아, 미안. 설마 갈아입는 중이었을 줄이야. 아침에도 그 차림이었으니까 예상을 못 했어.” 침대 위에 또 한 벌 추기경복이 놓여있는 걸로 보아, 마틸다는 한창 옷을 갈아입는 중이었던 모양이었다. 얘도 똑같은 옷이 여러 벌 있구나. 아니. 레이아도 그러니까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야. 얘가 입는 옷은 추기경복이라 좀 더 화려하니까. 보통 그렇게 몇 벌씩이나 있을 거란 인상이 잘 없어서 말이지. “식사 중에 조금 묻어서…잠깐! 미안하다면서 왜 계속 다가오는 건가요?! 나가세요!” “응? 아니. 어차피 벗길 건데 굳이 갈아입는 걸 나가서 기다릴 이유가 없잖아.” “버, 벗기다니! 갑자기 와서 무슨 말을 하시는 거에요?” “하자, 섹스!” “너무 갑작스럽다고요! 게다가 뭔가요?! 그 말투는!” “당신의 저주를 풀어주기 위해 왔습니다. 레이디.” 나는 곧장 한쪽 무릎을 꿇고 손을 뻗어서, 레이디에게 구애하는 남성의 전형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 이제 와서 그렇게 멋있는 행동을 해봤자….”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틸다의 표정은 이미 몽롱하게 풀어져 있었다. 게다가 손은 내가 내민 손위에 사뿐히 얹고. 덕분에 손으로 가리고 있던 가슴이 출렁이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로 멋있는 거냐. …아니. 고맙긴 하다만. 그거 분명 저주 때문이지? “자, 저와 함께 침대로 가시죠.” “…네. 구원씨….” 이제는 완전히 핑크빛 분위기에 휩싸여서, 마틸다는 내게 사랑스럽기 그지없다는 시선을 보내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반대로 바보 같은 짓을 더 하기 힘들어졌다. 평소 같으면 계속 바보 같은 짓을 했겠지만, 아무래도 고민을 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말이야. 얘가 정말로 날 좋아하는 건지 어떤 건지도 신경 쓰이고, 난 얘랑 하는 섹스를 어떤 기분으로 해야 할 지도 모르겠고…으아아!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이렇게 예쁜 애를, 그것도 반라 상태의 절세미녀를 눈앞에 두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저 출렁이는 가슴을 보라고! 저 멋진 곡선을 그리는 허리와 골반 라인을 보라고! 매끈한 다리에 포인트를 주고 있는 황홀한 가터벨트를 보라고! 물론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중요하기는 해. 하지만 이럴 때까지 그런 거에 연연해서 분위기를 망치는 건 아니야. 우선은 섹스! 저주부터 푸는 게 우선이다! 나는 머릿속에 스멀스멀 기어오는 잡념을 뿌리치고, 일단은 섹스에 집중하기로 했다. “아아…해버리는 거네요….” 침대에 누운 마틸다는, 날 몽롱한 표정으로 바라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뭔가 걸리는 말투네. 그러면서 착실히 다리를 벌리고 있는 걸 보면, 할 마음은 충분한 모양이지만. “그래. 뭐 문제라도 있어?” 나는 마틸다의 팬티 위를 살며시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정숙하다 못해 엄숙해보이기까지 하는 추기경복 안에 이런 가터벨트라니. 남심을 너무 자극하는 복장이다. 그리고 속옷 위를 쓰다듬으면서, 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가터벨트, 팬티 안에 입는 거구나. 처음 알았다. “으응…흐읏…아뇨…딱히 문제는…그냥….” “그냥?” “하으읏…레이아씨가 기다리실 테니까….” 달콤한 한숨을 섞어가며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내뱉은 마틸다의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모든 행동을 멈추고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뭐? 잠깐. 그게 무슨 소리야.” “하앗…그게…교황님과 조금 얘기를 나눠보고 싶어서…흐읏…레이아씨와 함께 신전에 가기로….” “엄청 문제 있잖아! 뭐가 딱히 문제없다는 거야! 그런 건 좀 미리 말해달라고!” “으읏! 당신이 갑자기 들이닥쳐서 이렇게 만든 거잖아요?!” 내가 깜짝 놀라서 외치자, 마틸다도 순간적으로 핑크빛 분위기에서 벗어나 날 쏘아붙였다. …뭐, 확실히 내 잘못이기는 하지만. “으윽. 어쩔 수 없지. 그럼 조금 나중에….” “자, 잠깐만요.” 나는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하고 마틸다에게서 떨어지려고 했지만, 그 전에 마틸다가 내 팔을 단단히 붙잡았다. 과연 전 성기사님. 의외로 힘이…힘이…잠깐만. 이상하잖아. 왜 안 풀려. 아니. 물론 얘가 나보다 레벨이 훨씬 높은 건 맞지만, 5계층에서 방패 들고 날 지킨 전적이 있을 수준인건 맞지만, 그래도, 그래도 이건…. …나 혹시 힘으로 꽤 많은 사람들한테 지고 있는 거 아냐? 안 돼. 그만 둬. 남자의 프라이드가…. “뭐, 뭐야?” “으읏…서, 설마 이렇게까지 해놓고 그만 둘 생각은 아니겠죠?” 분위기가 완전히 깨진 바람에 핑크빛 모드가 풀린 마틸다였지만, 그래도 하는 말은 핑크빛 모드일 때랑 별 차이가 없는 마틸다였다. 얘 진짜로 저주 때문에 그러는 거 맞아? 그냥 원래 성격 아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56==================== 기로 “뭐? 진심이야? 레이아랑 만나기로 했다면서?” “괜찮아요. 레이아씨도 이해해주실 거예요. …저주를 풀기 위한 행위니까요.” “그야 그렇겠지만…. 적어도 얘기는 하고 와라.” “이, 이런 꼴로 말인가요?! 디아나씨 말대로 당신은 역시…!” 아냐! 무슨 오해를 하는 거야! 하여간 디아나…그런 말을 왜 떠벌여가지고. 나중에 또 괴롭혀줘야지. 디아나의 명예를 위해 마틸다에게 그 성벽을 밝히지 않는 대신, 나는 조용히 그렇게 다짐했다. “누가 그런 꼴로 나가래?! 옷 입고 다녀오라고!” “하, 하지만…이, 이런 상태로 이 옷을 입을 수는….” 마틸다는 이미 젖어 있는 자신의 비부를 수줍게 가리키면서 말했다. 뭐, 확실히 저 상태로 추기경복을 입기에는 조금 그런가. “아아! 정말! 알았어! 내가 다녀오면 되잖아! 내가!” 결국 나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애인한테 다른 여자랑 지금부터 섹스할 거라고 말하러 가야 한다니. 물론 상대가 레이아인만큼 사라나 디아나에게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만, 우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머. 구원씨. 그런 곳에서 나오시다니. 마틸다 추기경님께 무슨 용무라도 있으셨던 건가요?” 그리고 마틸다의 방에서 나오자마자, 타이밍 좋게도 레이아와 딱 맞닥뜨렸다. 방금 전 티타임으로 헤어진 직후다보니, 과연 레이아도 내가 그런 목적으로 마틸다를 찾아갔던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저 순수하게 바라보는 눈동자가 가슴을 찌르는 기분이었다. 아니. 조금만 늦었으면 마틸다와 침대에서 뒹구는 걸 보였을 거다. 그것보단 훨씬 낫다고 생각하자. “아, 응. 그게 말이지. 그…있잖아?” 그렇게 마음먹으려고 해도, 과연 쉽게 말을 꺼내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내 태도를 보고 뭔가 짐작을 한 듯, 포근한 미소를 짓고 있던 레이아의 표정이 일순 살짝 흐려졌다. 물론 그건 아주 찰나의 순간으로, 곧바로 다시 평소의 포근한 표정으로 돌아왔지만, 나는 그게 오히려 더 마음이 아팠다. “아…저, 구원씨. 죄송한데 마틸다 추기경님께 말씀 좀 전해주실 수 없을까요?” “응? 무슨?” “사실 지금부터 같이 신전에 가기로 했는데요. 저, 조금 용무가 생겨서 곧바로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 죄송한데 다음 기회에…꺄악!” 하지만 레이아는 그럼에도 마틸다와 지금부터 관계를 가지는 것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말까지 해줬다. 크흑. 천사님. 왜 이렇게 천사 같으신 거야.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레이아를 꽉 끌어안았다. “레이아. 미안해. 지금부터 마틸다의 저주를 풀 생각이야.” “그런가요. 후훗. 괜찮아요. 구원씨가 미안할 게 뭐 있나요. 이것도 전부 세상을 위한 일인걸요.” 레이아의 말을 끊고 사실을 고하자, 레이아가 내 등에 손을 뻗어서 날 마주 안아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세상을 위해서라…그걸 위해서 참는다는 건가…. “그리고…어차피 오늘 밤은 제 차례인 걸요. 제 일정을 어그러뜨리신 만큼, 밤에 충분히 사랑해주셔야 해요?” “그래. 물론이지. 약속할게.” “후훗. 음…쪽. 그럼 나중에 봐요.” 레이아는 살짝 까치발을 들고 내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더니, 그렇게 미소 지으면서 돌아섰다. 겉보기에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태도였지만, 다 티 난다고 레이아. 그도 그럴 게, 꼬리는 살랑이지도 않고 축 쳐져서 가만히 있는 걸. 레이아의 너무도 착한 마음씨에 가슴을 아파하면서도, 나는 일단 마틸다의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솔직히 레이아의 저런 모습을 보고나니 마틸다와 할 기분이 싹 사라져버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이제 와서 가슴이 아프니 나중에 하자는 건 더 웃긴 일이니까. “앗, 얘, 얘기는 잘 됐나요?” “그래.” 마틸다는 여전히 침대 위에서, 스스로 속옷까지 다 벗고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가터벨트도 마찬가지로 이미 벗어둔 상태였다. 평소 같으면 그걸 왜 벗냐고, 다시 입으라고 난리를 칠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그걸 기분도 들지 않아서 나는 담담히 스스로의 옷을 벗었다. “읏, 아, 아직 준비가 안 됐네요…. 그, 그럼 제가….” “아니. 괜찮아.” 마틸다는 아직 서지 않은 내 물건을 바라보고는 조금 수줍은 듯이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물건은 스킬로도 세울 수 있다. 봉사를 받는 건 어디까지나 정신적 만족감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물론 마틸다의 저주를 푸는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내가 기분이 좋아져야 하는 게 중요하다보니, 필요 없는 행위라고는 볼 수 없지만…. 하지만 그런 거라면 봉사를 받는 것 보다 얼른 삽입하는 게 더 효율이 좋을 수도 있다. 순수한 육체적 쾌감은 삽입보다 좋은 게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일단 마틸다의 음부를 충분히 적시기 위해서 곧장 마틸다의 커다란 가슴에 손을 뻗었다. 성자의 손길까지 사용한 상태로. “으읏! 가, 갑자기 이러언….” 마틸다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점점 눈이 몽롱하게 변해갔다. 그런가. 아까부터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생각했더니. 마틸다가 핑크빛 모드가 아니었던 게 원인이었군. 평소에는 이렇게 서로 옷을 벗기 전에 이 모드가 되어버리니까 말이야. 아까부터 살짝 부끄러워하는 모습에 위화감이 느껴졌던 거다. 뭐, 아무래도 좋지만. 나는 한 손으로 마틸다의 가슴을 주무르면서, 나머지 손을 그 음부에 파고들어 상태를 살폈다. “흐으응!” 얼마나 젖어있는지 살핀 것뿐인데도, 마틸다는 몸을 떨며 쾌감에 흐느꼈다. 뭐, 성자의 손길을 사용 중이니 당연한가. 아무튼 마틸다의 음부는 이미 충분히 젖어있었다. 나는 곧장 스킬을 사용하여 물건을 서게 만들고, 마틸다의 안에 그대로 삽입했다. “흐으응! 하앙! 오, 오늘으으응!” 마틸다는 뭔가 말하려고 하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상관하지 않고 허리를 흔들었다. 지금은 내가 기분 좋아지는 게 최우선이다. 평소 같으면 그래도 마틸다의 민감한 곳도 자극해나가면서 허리를 흔들었겠지만, 오늘은 아니다. 어차피 섹스 부스트 중첩도 있고, 스킬도 사용하고 있다. 굳이 마틸다의 민감한 부분을 자극하지 않더라도, 마틸다 역시 충분히 기분 좋을 거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철저히 내가 기분 좋아지기 위해서 허리를 흔들었다. 아직까지도 레벨 차이도 있어서, 마틸다의 안은 말로 형용하기 힘들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아니. 레벨 차이가 없더라도 아마 마틸다는 기본적으로 명기인 게 틀림없다. 때문에 굳이 허리를 흔들지 않더라도 충분히 기분은 좋았겠지만, 나는 거기서 박차를 가하듯 스스로가 기분 좋은 곳을 마틸다의 안에 몇 번이고 문질렀다. “흐으읏! 하앗!” 마틸다는 내 뺨에 손을 뻗고 사랑스럽다는 듯 쳐다봤지만, 나는 의도적으로 시선을 피하고 허리 움직임에 집중했다. 입술에는 아직까지 레이아와의 키스 감촉이 남아있는데, 이런 서로 키스할 것 같은 자세를 취하다니. 그렇게 노력한 보람이 있어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인지, 사정감은 평소보다도 훨씬 빠른 타이밍에 찾아왔다. 뭐, 좋아. 많이 쌀수록 좋은 거니까. 오늘 목표는 저주의 흔적을 위아래 각각 10cm정도 줄이는 거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나는 마틸다의 안에 몇 번이고 사정을 했다. “흐읏…하앗…하앙…이, 이봐요…다, 당신….” 그렇게 얼마나 사정을 했을까? 쾌감에 흐느끼던 마틸다가 힘겹게 다리를 내 허리에 감더니, 꽉 잡아서 움직임을 멈춰 세웠다. “응? 뭐야? 왜 그래?” 기계적으로 쾌락만을 탐하던 나는, 그제야 겨우 허리를 멈췄다. 그리고 마틸다의 얼굴을 쳐다보고, 나는 지금까지 스스로가 마틸다의 얼굴을 전혀 안 보고 있었단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마틸다의 표정은 평소 저주를 풀 때와는 뭔가 다른 느낌을 주는 표정이었다. 쾌감에 풀어진 표정을 짓고 있는 건 평소와 마찬가지지만, 뭔가가 평소와 달랐다. 뭔가가. “흐읏…당신…왜 그래요?” …이 말투. 설마 핑크빛 모드가 아닌 건가?! 그럴 리가?! 삽입만 하려고 해도 이 모드가 되어버려서 곤란하다고 말하지 않았었나? “뭐, 뭐가?” “뭐가라니. 으읏…누가 봐도 평소와 다르잖아요.” “어, 어떤 점이? 설마 기분 좋지 않았어?” 스스로도 당황한 게 느껴졌지만, 나는 자신의 마음을 얼버무리듯 그런 질문을 던졌다. “아뇨. 그게 아니에요. 그건 아니지만…지금의 당신은 뭐라고 해야 할까…그래. 사랑이 느껴지지 않아요.” 하지만 마틸다는 빠져가려는 날 그렇게 두지 않겠다는 듯 정면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사랑이라니. 그런 거 너하곤 원래….” 왠지 모르게 궁지에 몰린 느낌이 든 나는 얼버무리기 위해 그런 말까지 내뱉고 말았다. 입밖으로 꺼내고 나서야 아차 싶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정말인가요?” 하지만 예상 외로, 마틸다는 전혀 상처받은 표정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날 따뜻하게 감싸듯 포근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신성하단 느낌이 들 정도로, 이렇게 알몸으로 내게 안겨있는데도 추기경이라는 직위가 너무도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정말로 그런 가요? 제가 아는 당신은 그렇지 않았어요. 행위를 할 때는 언제나 상대방을 생각해주고, 또 당신 역시….” “…….” 뒷말은 너무 작은 목소리로 옹알거리는 바람에 들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마틸다가 하고자하는 말은 충분히 전해져왔다. 때문에 난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오늘 행위는 조금 심했다. 아마 마틸다의 핑크빛 모드가 풀린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게 쉽게 넘어가는 마틸다의 핑크빛 모드가 풀리다니.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짓을 했는지 짐작이 안 될 정도였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는 건가요? 이런 섹스. 당신답지 않아요. 저라도 좋다면 얘기를 들어드릴게요. 자, 말해보세요.” “고민이라니. 그런 거….” “아뇨. 있어요. 그렇지 않다면 당신이 이런 섹스를 할 이유가 없는 걸요.” 다시 한 번 얼버무리려는 나를, 마틸다는 곧은 눈동자로 쳐다보며 부정했다. 웃기게도 날 부정하는 태도에는 나에 대한 믿음이 듬뿍 담겨있어서, 그리고 거기에 더해 신성하게까지 느껴지는 마틸다의 분위기가 겹쳐져서, 나는 뭔가 쥐구멍에 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아직 우리 애들한테도 말하지 않은 고민인데, 이걸 마틸다에게 말해도 되는 걸까? 아니. 우리 애들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말해도 되는 거 아닐까? 물론 마틸다가 중립적인 입장이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뭔가 지금의 마틸다라면 올바른 조언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은 말이지.” 나는 마틸다의 분위기에 압도된 기분으로, 마치 방금 행위에 대한 고해성사를 하듯 스스로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렇군요. 하아. 공주님도 참 바보 같은 얘기를 하셨네요. 상당히 영특하신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모든 점에서 완벽할 순 없다는 걸까요? 그리고, 그런 말에 넘어가서 고민하고 있는 당신도 당신이에요.” “뭐? 내 고민이 잘못됐다는 거야?” “당연하잖아요! 사랑이 없는 섹스를 해야 할지 말지로 고민하다니, 그런 걸 해도 좋을 리가 없잖아요? 여신님께서도 그런 걸 바라시진 않을 거예요.” ……그러냐. 마틸다의 대답을 듣고, 나는 솔직히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조언을 해줄 줄 알았는데, 그냥 종교적 관념으로 말하는 것뿐이었다니. 결국은 추기경님이라 이건가. 하지만 그런 내 실망감을 눈치 채지 못한 듯, 마틸다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애초에 세 분이 슬퍼하실까봐 그런다니. 세 분을 변명거리로 삼지 말아요. 그건 단순하게 당신이 세 분을 만족시킬 자신이 없는 것뿐이잖아요?” “뭐? 야! 그게 무슨…!” “그렇잖아요?! 이렇게 저나 다른 여성을 안더라도, 평소 당신이 하던 것처럼 의미 부여를 하고 감정을 담아서 안더라도, 당신이 영원히 세 분을 사랑할 거라는 믿음만 줄 수 있다면, 아무 문제가 없을 거예요. 아닌가요?” “그건 완전히 이상론이잖아!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이상적인 얘기는 처음부터 불가능하니 시도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는 건가요? 여신님이 선택하신, 성자씩이나 되시는 분이?” “윽…! 성자가 뭔데? 그래봤자 난 평범한…!” “평범한 사람이라고요? 지금까지 제가 봐온 바로는, 당신은 조금 과하게 자신을 평가절하 하는 것 같네요. 나쁜 건 아니에요. 그런 위치에 있으면서 서민 감각을 가지고, 털털하게 사는 모습은 솔직히 호감을 가지게 되요. 하지만 당신은 조금 자신의 특별함을 자각할 필요가 있어요.” “그야 물론 내가 특별하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래도 난 원래….” “당신이 이 세계에 오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저는 몰라요. 하지만 이 세계에서 당신은 여신님의 사자, 성자에요. 애초에 평범한 사람이면 용사와 대마법사를 동시에 애인으로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아니. 용사와 대마법사뿐만 아니라 성녀도 포함이네요. 레이아씨를 성녀로 만들어 주는 거죠?” …뭐, 그건 그렇지. 그걸 걸고넘어지면 할 말이 없어지는 나였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사라를 처음 만날 땐 용사인지 몰랐다고. “본래라면 세 분 모두 각각 스스로가 여러 남자를 끼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요. 그런 세 분을 동시에 애인으로 만들었으면서, 이제 와서 난 평범하니까 셋 이외에 다른 여자까지 전력으로 감정이 담긴 섹스를 하면서 관계를 유지할 자신이 없다고요?”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57==================== 기로 …응? 아니. 잠깐만 기다려봐. “아니. 야. 맞는 말 하는 것 같으니까 가만히 듣고 있었는데 말이야. 관계를 유지할 자신이 없다니. 그런 말 한 마디도 안 했거든? 그냥 우리 애들이 슬퍼하는 얼굴을 보기 싫다고 했지. 은근슬쩍 사실 왜곡하지 마라.” “그, 그게 그거잖아요!” 내가 냉정하게 지적하자, 방금 전까지 완전히 추기경의 얼굴이었던 마틸다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당황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뭔가 석연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냄새가 나.” “…넷? 시, 실례네요!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에요!” “음모의 냄새가 나.” “그, 그런데 냄새 안 나거든요! 당신 얼버무리려고 갑자기 이상한 소리 하지 마요!” 그렇게 말하면서, 마틸다는 갑자기 자기의 음부 쪽에 손을 뻗었다. “…응? 아니. 무슨 소리야. 그 음모 말고.” “……아. 아아아….” 마틸다는 그제야 자기가 무슨 오해를 했는지 깨달은 듯,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쥐구멍에 들어가 숨고 싶다는 표정이 됐다. 네가 얼굴 만지고 있는 그 손, 방금 음부로 뻗었던 손인데 괜찮냐? 얼굴이 애액으로…뭐, 말하지 말고 그대로 두자. 자신의 애액으로 얼굴을 적신 추기경님이란 것도 제법 흥분되니까. 아무튼 이렇게 되고 나니 방금 전까지 신성하게까지 보였던 마틸다가 다시 평소의 마틸다로 보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는 분위기에 압도당해서 잠깐 눈이 이상해졌던 거겠지. 이런 마틸다가 신성해 보였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서. 무슨 생각으로 사실을 왜곡한 건데?” “그, 그게 무슨 소리에요?” “난 분명 우리 애들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 고민한 거였어. 그런데 관계의 유지라고 말을 바꾼 건, 분명 뭔가 이유가 있는 거지?” “그, 그런…그런 것보다 당신의 고민이 말이죠!” 마틸다는 다시 내 고민 얘기로 화제를 전환하려는 것 같았지만, 나는 그렇게 두지 않았다. “말 해.” “읏….” 평소라면 이런 사소한 언어사용 하나하나에 일일이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예감이 들었다. 마틸다가 이렇게 말을 바꾼 것에는 필시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그리고 마틸다가 당황하며 화제를 전환하려는 것을 보고, 예감은 확신으로 변했다. “하, 하지만…하지만….” 그렇게 되풀이하면서 말하기를 주저하는 마틸다를 가만히 쳐다보며, 나는 마틸다 스스로가 입을 열길 기다렸다. “하지만 그녀들의 슬픈 얼굴을 보고 싶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당신이 다른 모든 여자들과의 관계를 부정하면…제가 끼어들 자리가 완전히 없어져 버리잖아요.” 그리고 한참을 주저한 끝에, 결국 마틸다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시선을 피했다. 마틸다는 아마 자기 좋을 대로 말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딱히 죄책감을 느낄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실 왜곡이라고 해봤자, 자기 스스로 마주하기 힘든 사실을 조금 바꿔 말한 것뿐이고. 좋아하는 사람과 자신도 이어지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 정도,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마지막 그 말로 사실을 왜곡한 것만 제외하면, 마틸다가 내 고민에 적절한 조언을 해준 것도 사실이었고 말이다. 마틸다가 전부 자기 입맛에 맞는 얘기만 한 건 아니라는 게 내 판단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고작 그 정도 행동으로 이렇게 죄책감까지 가지고 있는 애다. 그렇게 이기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지. 애초에 얘가 그렇게 이기적이었으면 이 저주부터 누군가에게 떠넘기고 끝이었을 거다. 모르긴 몰라도, 추기경이란 지위가 그 정도 힘은 있을 테니까. 아무튼 그런 마틸다의 살짝 자기 좋을대로 말한 행동보다, 나는 더욱 신경쓰이는 게 있었다. “뭐? 너 그 말은 즉 날….” “…네. 좋아해요.” 내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마틸다는 사랑스런 눈빛을 내게 보내며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만, 그 얼굴이 지금 상황과 안 어울릴 정도로 너무 황홀한 표정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아니. 완전히 저주 때문이잖아.” “핫! 아, 아니 거든요! 저, 전 정말로! 자, 봐요! 지금 이 상태에서도 이렇게나 사랑해요오….” …얘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겠지? 내가 아무런 반응을 못하고 있자, 마틸다가 다시 핑크빛 모드가 풀려서는 끙끙 거리기 시작했다. “으으읏…그, 그렇게 의심스러우면 빨리 저주를 풀어 주면 되잖아요!” 눈가에 살짝 눈물까지 띄우고 중얼거리는 그 모습을 보고, 미안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까까지 그렇게 심각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이런 기분이 들게 만들다니. “알았어. 일단 저주를 푸는 것에 집중하기로 할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다르게, 제대로 마틸다의 기분도 제대로 의식하면서. “흐읏…가, 갑자기 그렇게…!” “아깐 확실히 미안한 짓을 했으니까 말이야. 보답으로 이번엔 제대로 감정을 듬뿍 담아서 섹스를 해줄게.” 마틸다의 아까 전 그 조언으로 고민이 깨끗이 해결됐다거나 한 건 아니다. 하지만 레이아와 헤어졌을 직후부터 조금씩 한쪽으로 기울어지던 무게추가 다시 원상복구가 된, 아니 오히려 반대편으로 넘어간 기분마저 든 것도 사실이었다. 그리고 아직 어느 쪽으로도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상, 그렇게 기계적인 섹스를 한 건 확실히 잘못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응…으읏….” “그렇게 기분좋은 와중에도 민감하게 알아차렸는걸. 좋아하는 거지? 감정이 듬뿍 담긴 섹스.” “흐응…네에…좋아…흐응…좋아해요오….” 아니. 마틸다. 그런 표정으로 말하면 섹스가 좋다는 건지 내가 좋다는 건지 모르겠잖아. 뭐, 됐나. 어느 쪽이든. 나는 아까의 행위를 보상하듯이, 마틸다의 안쪽 민감한 곳을 물건으로 자극해나갔다. “후우…오늘은 이쯤 할까?” “하헷…네, 네헤에….” 그리고 수 시간 후. 아까는 내가 몇 번을 사정하던 와중에도 핑크빛 모드가 되지 않고, 오히려 행위를 중단시키고 설교까지 했던 마틸다였지만, 이번에는 온 몸에 힘이 풀려서는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느끼게 됐다. 이번엔 마틸다도 충분히 만족한 모양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충분히 만족한 덕분에, 저주의 흔적도 오늘의 목표로 삼았던 위아래 10cm 정도씩 줄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잠깐 멈췄을 때는 사정한 양에 비해서 그다지 흔적이 줄어있진 않았지. 역시 기계적으로 허리를 움직이기만 하는 섹스보다는, 제대로 즐기면서 하는 섹스가 효율이 좋은 모양이다. 나는 물의 정령을 불러내어 나와 마틸다의 몸을 씻도록 명령하고는, 깨끗해진 마틸다의 몸 위에 이불을 살며시 덮어줬다. 그리고 옷을 입고 방문을 나서려고 했을 때, 뒤에서 마틸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앗, 자…잠깐만요….” “응? 왜 그래?” “…그런 당신의 고민을 이용한 것 같은 행동을 하고 이런 말을 해도 믿기 힘들 거라는 건 알지만…제가 당신에게 했던 말들은 진심이었어요. 성자란 걸 떠나서라도, 당신은 충분히 모두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여신님이 그걸 원하실 거라는 것도요. 당신에 대한 제 감정과는 별개로, 전 그렇게 확신해요. 다시 한 번 당신이 고민을 상담하더라도 전 망설임 없이 똑같이 대답할 거예요.” 마틸다는 절정의 여운이 가시지 않아 달뜬 숨을 내쉬면서도, 침대에서 상체를 힘겹게 일으키고는 날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응. 알고 있어. 믿어.” 나는 그렇게만 말해주고, 마틸다의 방을 뒤로했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나는 잠깐 다시 한 번 생각에 잠겼다. 마틸다의 말에 전부 설득당한 건 아니다. 여전히 마틸다의 말은 이상론이라고 생각하고, 스스로 잘 할 수 있을지도 자신이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아무리 잘하더라도, 만약 내가 다른 여자와 그런 감정적 교류를 하게 되면 우리 애들이 상처를 입을 거라는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만약 셋이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그건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한다기 보다는 날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받아들여주는 거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지금처럼 섹스에 의미를 부여하고, 감정 교류를 해나가는 것이 맞는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설령 그를 통해 다른 여자를 더 받아들이는 결과가 되더라도 말이다.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처럼 그냥 하렘은 남자의 로망이니 그리 한다는 바보 같은 생각으로 그런 결심을 한 게 아니다. 마틸다의 말을 통해, 그리고 마틸다와의 행위를 통해 깨달은 거다. 아무런 감정 교류 없이 기계적으로 하는 섹스가 얼마나 허무한지를. 그리고 우리 애들의 기분에 신경 써서 그렇게 한다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그건 우리 애들의 기분에만 너무 신경써버린 나머지 다른 사람의 감정에 신경을 안 쓰게 되어버리는 꼴이 된다는 사실 또한 깨달았다. 물론 내게는 우리 애들의 감정이 최우선이기는 하지만, 그걸 위해 다른 사람들 모두의 감정을 소홀히 대해도 좋을 리가 없다. 날 좋아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의 감정을. 문뜩 신전에서 레이아와 날 결혼시키려고 꾸몄을 때 레이아가 거절하면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결혼을 하면 레이아 본인은 행복하겠지만, 사라와 디아나에게 죄책감을 가지게 되는 난 아마 그렇게까지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면, 레이아 본인도 결국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했던 말. 그게 바로 레이아의 본심인 거다. 아니. 레이아뿐만 아니라 사라나 디아나도 그럴 거라고 나는 확신했다. 만약 실비아가 내게 제대로 감정을 부딪혀온다면, 그리고 그걸 거부한다면 나는 엄청나게 죄책감이 들겠지. 그리고 마틸다 역시 저주가 풀린 후에 내게 감정을 부딪혀 오면, 그때도 마찬가지일 거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자. 나는 실비아나 마틸다도 받아들이고 싶은 거다. 내 제멋대로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애들 역시도 둘에게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날 보기 보다는, 그냥 둘을 받아들이는 쪽이 좋다고 생각할 거다. 그야 물론 반발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마틸다가 말했던 것처럼, 내가 누구보다도 셋을 사랑한다는 걸 확인시켜주면 결과적으로는 해결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결심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을 나섰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갑자기 그런 표정으로. 또 이상한 변태 같은 짓을 꾸미려는 건 아니겠지?” 방을 나선 나는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를 황급히 한 자리에 모았다. 물론 아까의 결심을 모두에게 얘기하기 위해서다. 스스로 결심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승인은 받고 해야 하지 않겠어? 솔직히 말하자면, 뺨 한두 대는 맞을 각오를 하고 있었다. 이거 엄청 떨리네. 기분 탓인지 오늘따라 사라의 쿨한 얼굴이 더 차가워 보이기까지 했다. “얘들아. 미안. 난…하렘을 만들 거야!” “…하? 뭐라고?” 각오를 정하고 내뱉은 내 말에, 제일 처음 반응을 보인 건 사라였다. 차가운 눈빛이 심장을 얼리는 기분이었다. “자네. 이 몸들을 불러서 진지한 얼굴로 무슨 말을 하려나 했더니. 그런 농담을 하려고 부른 것이었나.” 디아나는 내 말을 농담으로 생각하는 듯, 어차구니 없다는 말투로 말했다. “아니. 미안한데 농담이 아냐. 난 앞으로 하렘을 만들 거야.” 그런 디아나의 말을 고개를 저으며 부정하고,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구원씨. 무슨 말인지 설명해주시겠어요?” 그제야 내가 진심이라는 걸 인지한 듯, 레이아가 내 손을 양손으로 포개잡더니 말했다. “너희도 알다시피, 나는 이미 너희 말고도 다른 여자들 관계를 가지고 있어.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더 많은 여자와 관계를 가져야 할 거야. 하지만 나는 그렇게 재주 좋게 행위와 감정을 분리시킬 수 있는 놈이 아니라서. 관계를 허락해준 너희에겐 미안하지만 실비아나 마틸다에게도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됐어. 걔들도 내 여자로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미안해.” 여신의 사명 때문에 난 앞으로도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져야한다. 사도 임명을 발동시킬 조건이 갖춰질 정도로 깊은 사이가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좋든 싫든 지금부터라도 각오를 해야 한다. 그런 변명 같은 말은 일절하지 않기로 했다. 애초에 여신의 사명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내린 결론이니까. 때문에 당당히 바람피우겠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말을, 나는 셋에게 고개를 숙이면서도 당당하게 선언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전 편에서 마지막 마틸다의 대사 가독성 문제 수정했습니다. 마틸다와 실비아도 사라가 용사인 건 압니다. 382화에서 다 같이 있을 때 말하죠. 저도 몇 화에 있었던 일인지 기억이 안 났었는데, 댓글로 알려주신 난피케이님 감사합니다. 458==================== 기로 “…우리가 싫다고 하면?” “물론 너희가 싫어할 건 알고 있었어. 하지만….” “그래. 그렇게나 하렘을 만들고 싶다는 거네. 만약 하렘을 만들 거면 내가 떠난다고 해도?” “아니. 그게……뭐?” 그런 말을 할 가능성조차 생각 안 하고 있었던 사라의 말에, 나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그야 반발이 있을 거라곤 당연히 생각했다. 욕을 먹을 각오도 했고, 뺨을 맞을 각오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애들이 내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자체는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린…. “왜 울 것 같은 표정을 짓는 거야. 울고 싶은 건 이쪽이라고.” 아무래도 난 상당히 형편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라는 내 얼굴을 힐끔 쳐다보더니, 살짝 울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내뱉듯 쏘아붙였다. “…자네. 이 몸들이 지금까지 많은 일들을 용납했던 건, 그래도 자네가 결국에는 이 몸들을 가장 좋아해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일세. 하지만 자네는 그런 길을 택한 겐가….” 그리고 디아나 역시도 나와 있을 때 자주 보여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귀여운 표정이 아닌, 연륜이 느껴지는 무거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는 차분하지만, 화나지 않은 건 절대 아니었다. 너무 분노한 나머지 오히려 차분해진 느낌이라고 할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모습이었다. “아, 아니야! 무슨 소리야! 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너희를 가장 좋아한다고!” “지금 하렘을 만든다고 했잖아! 그 말은 다시 말해서 다른 여자들도 우리랑 같은 취급을…아니. 더 나아가서 적극적으로 다른 여자들을 만들고 다니겠다는 얘기잖아?!” 나는 진심을 얘기할 셈이었지만, 사라는 내 대답을 변명이라고 느낀 건지 오히려 화가 난 듯 그렇게 외쳤다. “…구원씨. 실비아씨와 마틸다 추기경. 그 이외에도 이미 하렘에 편입시킬 다른 여자들을 만들어 놓고 있는 건가요? 제게 했던 말들은…전부 거짓말이었던 건가요?” 그리고 레이아마저도, 눈에서 빛이 완전히 사라진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어둡게 중얼거렸다. 디아나와 마찬가지로, 레이아 또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본적 없었던 모습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화를 계속해나가기 무섭다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나는 일단 오해를 풀기 위해 입을 열었다. “잠깐만. 잠깐만 진정하고 내 얘기를 들어줘.” “이제 와서 변명을…!” “사라. 잠깐만 진정하고 내 얘길 들어줘! 너흰 오해하고 있어! 확실히 내가 하렘을 만든다고는 했지만, 다른 여자들을 너희랑 똑같이 취급할 생각은 없어! 그리고 만들어놓은 다른 여자들도 없어! 기껏해야 지금 생각하고 있는 건 실비아 정도고, 마틸다도 저주가 풀리기 전에는 모르는 상황이야!” 내가 진심을 다해서 그렇게 외치자, 다들 조금은 진정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여전히 셋 다 화내고 있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 “…한 번 이 몸들도 납득을 할 수 있는 설명을 해보게. 애초에 어째서 하렘이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게 됐는지부터, 그런 결심을 내린 이유까지 말일세.” 디아나는 후욱하고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듯 한숨을 한 번 내뱉더니, 기회를 주겠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애초에 발단이 됐던 펠리시아의 발언부터 지금까지의 고민들. 여신님의 사명을 통해 다른 여자들과도 어쩌면 사도 임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도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애들이나 나 스스로의 감정을 무시하기 힘들 것 같아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는 것까지 전부 털어놨다. 아까 변명은 일절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던 걸 바로 깨면서. 뭐? 뭐가 어때서? 그런 조그만 프라이드 따위보다는 우리 애들과의 관계가 내게는 훨씬 소중해. “그리고 만약 내가 다른 여자들과 깊은 관계가 된다고 하더라도, 가장 우선시하는 게 너희란 건 변함이 없어. 오히려 여자가 늘어났다고 해서 쓸쓸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지금보다 더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야.” “…즉, 하렘을 만든다고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성자로서의 사명 상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고, 지금 생각해두고 있는 건 실비아씨 밖에 없다. 그런 뜻으로 해석하면 되는 건가요?” 내 말을 전부 들은 레이아는, 조금씩 평소 모습으로 돌아오면서 그렇게 얘기를 요약했다. 아아. 다행이다. 레이아가 다시 천사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어. 물론 지금도 평소 모습이랑은 많이 차이가 있었지만, 적어도 눈가에 생기는 돌아오고 있었다. “응. 바로 그거야.” “이 몸들을 가장 우선시 한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겐가?” “그거야 지금처럼 밤에는 너희와 같이 자고, 제일 챙기고…너희가 본처라면, 다른 여자들은 첩이라는 느낌?”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라고 이 바보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사라가 바로 내 명치에 레프트 훅을 꽂으며 외쳤다. 크허억…! 사, 사라야. 넌 안 그래도 세니까 기습 공격은…! 물론 사라의 표정을 보니, 도저히 그런 불평은 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사라는 울고 있었던 거다. 그것도 어린 애처럼 펑펑. “난 또 우리한테 질려서 다른 여자를 만든다는 건 줄 알았잖아!”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무슨 그런 천벌 받을 소릴!” “그럼 애초에 갑자기 하렘이니 뭐니 이상한 말을 하지 말라고!” “아니. 그래도 결국 다른 여자들을 더 들일지도 모른다는 건 사실이고, 그러니까 충격요법으로 처음부터 임팩트 있게 나가는 편이 좋을까 하고….” “바보 아냐?! 임팩트라니! 진짜 그런 게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참고로 말해두는 데, 나 지금도 실시간으로 사라한테 맞고 있는 중이다. 임팩트가 필요 없다는 사라는, 내 전신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사, 사라야…분위기상 일단 참고는 있는데…슬슬 버티기 힘들어지는데 멈춰주면 안 될까? 나는 일단 주변을 둘러봤지만, 아무도 날 도와줄 생각은 하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평소 같으면 치유 마법을 걸어준다면서 다가오는 레이아도 살짝 토라진 얼굴로 바라볼 뿐이었고, 디아나에 이르러선 팔짱을 끼고 오히려 더 맞아야 된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요. 실비아씨를 받아들이고 싶다는 얘기였다면 저희도 그렇게까지 화나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번엔 전적으로 구원씨가 잘못했어요.” “음. 게다가 앞으로 그래야 할지도 모르니까 하렘을 차리겠다니. 헛소리도 정도껏 하라고 말해두고 싶구먼.” “하지만 그건 정말로 가능성이 높….” “그 정도는 자네가 말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네. 그런 문제가 아닐세. 자네가 다른 여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적극적이냐 소극적이냐의 문제일세.” 아니. 나도 일단 소극적으로 할 생각이었어. 적극적으로 여자를 꼬드기고 다닐 생각은 추호도 없었고. 실비아나 마틸다의 경우처럼 어쩔 수 없이 섹스를 하게 됐을 때, 만약 그런 감정이 생긴다면 받아들여도 될까…수준으로. 뭐, 하렘을 만든다고 말해버렸으니까 적극적으로 여자를 후리고 다닐 거라고 해석해도 할 말이 없지만. 네. 전적으로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사라의 공격을 멈춰주세요. “구원씨도 참. 처음부터 저희와 상담하셨으면 좋았을 걸요.” “아니. 그래도 이런 결정은 너희에게 맡기는 것보다 내가 결정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틀린 말은 아니네. 주도적이 되는 건 좋지. 하지만 독불장군이 되는 건 좋지 않네. 이 몸들과 상의는 해야 했던 게 아닌가?” “그래서 지금 이렇게 의견 조율을 위해 너희를 불렀…” “그래서 나온 말이 ‘난 하렘을 만들 거야.’ 인가요?” ……천사님. 죄송합니다. 잘못했으니까 제발 평소의 천사님으로 돌아와 주세요. 평소 안 그러시던 분이 공격하시니까 데미지가 너무 살벌해요. 육체적 데미지와 정신적 데미지가 겹쳐져서, 내 난 이제 진짜로 울고 싶어졌다. “흠. 아무튼 의견 조율인가. 그렇구먼. 일단 자네가 여신님이 주신 사명을 위해 다른 여자와 더 관계를 가져야할지도 모른다는 것도, 어쩌면 사도 임명을 해야 할지도 모른 다는 것도 이해는 하겠네.” “…그러네요. 다른 여성분과의 관계를 가지고, 사도 임명을 하는 것까지는 어쩔 수 없이 저희가 양보할 수밖에 없는 거겠죠.” “하아. 뭐, 그 정도는 성자를 낭군님으로 뒀으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구먼. 다만! 어디까지나 필요에 의한 행위에 한해서만 인정을 하겠다는 것일세. 애초에 앞으로 그런 일이 생길지 어떨지도 모르는 것이고 말일세.” “…훌쩍. 그래. 허락해줬다고 해서 이걸 아무렇게나 휘두르고 다니면 잡아 뜯어버릴 거야.” 겨우 공격을 멈춘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물건을 바지 위로 턱하고 잡아왔다. 잡아 뜯는다니. 네가 하면 농담으로 안 들리니까 그런 무서운 얘기 하지 말아줄래? 아니. 애초에 아무렇게나 휘두르고 다닐 생각도 없지만 말이야. 나는 사라에게 그렇게 대답하는 것보다, 대신 그 눈물에 젖은 얼굴을 가슴에 꽉 끌어안아줬다. 사라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내 품에 안겨서, 가슴에 눈물을 닦았다. 아무튼 필요할 때에 한해서 라고는 하지만, 결국 그렇게 다들 사도 임명을 허락하는 뉘앙스의 말을 해줬다. 사도 임명을 허락한다는 말은 즉 다른 여자와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는 건 인정해 준다는 거다. 하렘을 차린다고 했을 때 그렇게 격렬한 반응을 보일 정도로 다른 여자를 들이는 걸 싫어했으면서, 결국에는 그렇게 허락을 해주다니. 우리 애들이 얼마나 양보를 해준 건지, 나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얘들이 한 번 더 양보를 해주길 원할 수밖에 없었다. 뇌리에 소원을 말하길 주저하는 실비아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안. 난 실비아도 받아들이고 싶어. 내 감정이나 실비아의 감정을 무시하고 싶지 않아. 약속할게. 만약 다른 여자들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난 절대 너희를 소홀히 하지 않을 거야. 지금처럼…아니. 지금 이상으로 잘 할게. 그러니까….” 아마 실비아는 지금까지 내가 실비아에게 한 것보다 더 진도가 나가기를 부탁하고 싶은 거라고 생각한다. 소원을 말하려고 했던 때의 반응을 보면 거의 확실했다. 하지만 여기서 더 진도가 나간다고 하면, 남은 행위는 그다지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키스를 하거나, 사도 임명을 하거나, 애인으로 삼거나. 뭐 그런 거겠지. 어느 것도 실비아에게 하면 실비아가 행복사하기에 충분한 행위다. 실비아가 죽을지도 모른다면서 도망 가버린 것도, 그런 행위를 부탁하고 싶은 거였다면 충분히 납득이 된다. 아니. 과연 실비아는 자신의 목숨이 아까워서 부탁을 주저한 걸까? 분명 그것도 이유 중 하나는 확실하겠지만, 주저한 이유가 그것 뿐만은 절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실비아는 자신이 그런 부탁을 할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한 걸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누구보다도 자기 위치를 잘 자각하고 있었던 실비아니까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애들이 실비아를 쉽게 받아들이기도 한 거고. 그러니까, 그런 실비아를 위해서라도 내가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 된다. 애초에 다른 여자도 받아들이고 싶다고 결심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바로 실비아니까. 물론 실비아를 받아들이는 건 아까 우리 애들이 말했던 꼭 필요한 상황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미안하지만 우리 애들이 한 발자국 더 양보를 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구먼.” “실비아씨라면….” “하지만 그래선….” 과연 우리 애들도 그동안 실비아와 친해진 만큼, 쉽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이게 실비아하고만 관련된 문제였다면, 아마 쉽게 허락을 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 일어난 일은 두 번도 세 번도 일어나는 법. 이렇게 한 번 예외를 만들면, 앞으로도 또 다른 예외가 생겨날 게 틀림없다.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다들 고민하고 있는 거겠지. “잠깐 기다리게.” 결국 셋은 뭔가 합의를 보려는 듯, 다 같이 모여서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 서로 뭔가 격렬하게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의견을 조율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나는 결론이 날 때까지 일부러 대화 내용을 듣지 않고 생각에 빠졌다. 솔직히 지금까지의 내 모습으로 믿음은 충분히 줬다고 생각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나는 쭉 우리 애들만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그런 내가 처음으로 다른 여자를 받아들이고 싶다는 결론에 도달한 거다. 과연 우리 애들이 날 떠나겠다고 해버리면 포기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면 되도록 허락을 받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눈을 감고 만약 우리 애들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을 때 어떻게 설득할지를 생각했다. “좋아. 구원. 결론이 났어.” 그리고 꽤나 시간이 흐른 후, 드디어 셋의 토론이 끝났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59==================== 기로 “…아까 필요에 의한 행위만 허락하겠다고 이 몸이 말하지 않았나.” “응. 그랬지.” “…자네가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고통스럽다고 느낄 정도라면, 그 역시도 필요에 의한 행위라고 인정하겠네.” 조금 뜸을 들이던 디아나는, 정말 본의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노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뭐?” “하아…. 실비아양의 경우가 그런 게지? 이런 상황에서조차 자네가 그런 말을 한 걸 보면 말일세.” “하지만 그…정말로?” 디아나의 대답은, 내가 원하던 가장 이상적인 대답 그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재차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저희도 사실 그런 상황이 오는 게 달갑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래도 만약 그런 때가 온다면…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괴로워하는 구원씨를 보는 것보다는 차라리 허락해주는 것이 낫다는 것이 저희가 내린 결론이에요.” 그리고 레이아는 언젠가 한 번 들은 적 있었던 말을 다시 생각나게 하는 대답을 해줬다. “너희들….” 그 답변을 듣고, 난 얘들이 날 얼마나 좋아하는지 새삼 다시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낮져밤이 같은 문제 이전에, 이제 얘들을 평생 모시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까 왜 구원이 우는 거야. 울고 싶은 건 이쪽이라고 바보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얼굴을 살며시 끌어안아줬다. “말해두지만, 허락받았다고 해서 이 여자도 좋고 저 여자도 좋다는 식으로 아무 여자한테나 막 손 뻗고 다니면 용서 안 할 거야. 구원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믿기 때문에 그런 조건으로 허락한 거니까. 우리의 믿음, 절대 배신하면 안 돼?” “그래. 당연하지. 내가 어떻게 그러겠어.”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식으로 허락을 받고 나니 오히려 다른 여자들에게 그런 감정이 생길 거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얘들을 두고 내가 미쳤다고 그런 생각을 하겠어? 만약 이걸 노리고 허락해준 거라면 얘들은 진짜 엄청난 책사다. “그리고 만약 그렇게 되어서 자네가 다른 아녀자들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아까 자네가 말한 것처럼 다른 아녀자들의 위치는 첩일세. 본처 자리는 이 몸의 것일세. 그것만큼은 절대 양보 못 하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디아나가 아까 내가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당연한 소리다. 애초에 그 첩이라는 자리도 실비아 이외에는 만들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 당연….” “잠깐만요. 디아나! 지금 은근슬쩍 본처는 자기 것이라고 했죠?!”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려고 했을 때, 사라가 갑자기 디아나의 말을 걸고 넘어졌다. “그, 그랬었나? 이 몸은 이 몸들이라고 했던 것 같네만….” “얼버무리려고 하지 마요! 확실히 이 몸이라고 말했어요!” 일단 얼버무리려고 해봤던 디아나였지만, 당연히 사라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에, 에잇! 그 정도는 괜찮지 않은가! 자네는 조금 연장자를 우대하려는 마음은 없는 겐가!” 그러자 디아나는 이번엔 정색하고 본처 자리를 주장하기로 노선을 변경한 모양이었다. 디아나…너 평소엔 나이 얘기하는 걸 그렇게 싫어했으면서…. 아니. 뭐, 내 본처가 되고 싶어서 필사적으로 그러는 건 참 고맙고 행복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말이야. “연장자 우대도 할 게 있고 안 할게 있죠! 이것만큼은 절대 양보 못해요!” 결국, 여느 때처럼 또 다시 사라와 디아나간의 말싸움이 시작됐다. 쟤들은 이럴 때마저…덕분에 방금 전까지 꼴사납게 흘러나오던 눈물은 들어갔지만 말이야. “두 분은 정말로 사이가 좋으시네요.” 그리고 사라와 디아나가 설전을 벌이는 사이에, 조용히 내게로 다가온 레이아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는 둘이 싸울 때마다 항상 이렇게 얘기하더라. 전에는 전혀 공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좀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싸울수록 사이가 좋다는 거다. 아니. 애초에 진심으로 싸우고 있기는 한 걸까? 말로는 서로 격렬하게 싸우고 있지만, 주먹질이 오가거나 할 일은 전혀 없어 보이고. 어쩌면 내가 우는 걸 보고 진정할 시간을 주기 위해 일부러 이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눈물이 그치기도 했고 말이다. “구원씨. 저 정말로 믿을 테니까요.” 조금 흐뭇한 심정으로 둘이 말싸움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을 때, 옆에서 레이아가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내 손을 양손으로 포개듯이 꼬옥 잡았다. 여느 때와 다르게 다시 한 번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레이아 역시도 이번 결정만큼은 쉽사리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던 모양이다. 불안한 마음이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니, 이런 식으로 재차 확인을 하는 거겠지. “그래. 하렘이다 뭐다 떠들어놓고 이런 말을 하는 건 믿음직스럽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믿어줘. 절대 너희가 슬퍼할 짓은 하지 않을게.” “믿음직스럽지 않다니…아니에요. 전 언제나 구원씨를 믿어요.” 레이아는 내 손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꼬옥 주더니, 살며시 자신의 가슴골에 파묻듯 끌어안았다. 평소에도 레이아가 습관처럼 자주하는 행동이지만, 나는 스스로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게 느껴졌다. 아까 얘들의 마음씨에 감동받고 울기까지 해서 그런 걸까? 새삼 레이아가 엄청나게 예뻐 보였다. 아니. 원래도 엄청나게 예뻤지만 말이야. “하핫. 그런 것 치고는 아까 전 반응이 굉장했지만 말이야. 실비아 마틸다 말고도 다른 여자가 더 있는 거 아니냐니.” 그래서 나는 쿵쾅쿵쾅 시끄럽게 맥동치는 스스로의 고동소리를 숨기듯이, 일부러 장난스럽게 그렇게 말했다. 지금이야 이렇게 웃으면서 말하지만, 아깐 진짜로 무서웠다. 눈에 생기가 사라진 레이아라니. 그런 표정은 처음 봤다고. 두 번 다시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니. 그렇게 된 것도 나 때문이다. 내가 두 번 다시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노력해야겠지. “그, 그건…어쩔 수 없잖아요. 조금 짐작 가는 사람이 있었는 걸요….” 레이아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살포시 붉히면서도, 내게도 잘못이 있다는 듯 곱게 눈을 흘겼다. “뭐? 누구?” “그야 이제부터 관계를 지속해나가실 공주님도 계시고….” “펠리시아? 아냐아냐. 아무리 그래도 걘 아냐. 절대 그럴 일 없어.” 나 자신의 감정도 그렇고, 펠리시아 역시도 내게 아무런 감정이 없는 상황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펠리시아랑 그런 관계가 될 리가. “거기에 레이첼씨도….” 내가 웃으면서 부정하자, 레이아가 레이첼 누님의 이름을 언급했다. …응? 레이첼 누님? 아, 과연. 식당에서 그건가. 확실히 그때 일은 레이아만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레이첼 누님 역시 나랑 그런 관계가 될 리가 없잖아. 일단 레이첼 누님은 지금 나한테 엄청 화가 난…어? 어라? 어? 아니. 잠깐만. 레이첼 누님이 화를 냈던 게 정확히 어느 시점부터였지? 꽤나 시간이 흘러서 내 기억이 확실한지 어떤지 자신은 없었지만, 아마…아니. 그래도 그 레이첼 누님이 날? 난 한 번 차인 전적까지 있는데? 뭔가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다른 여자와의 관계에 대한 얘기만 계속하다보니까 사고가 계속 그쪽 관련으로 흘러가는 건지, 아니면 진짜로 레이첼 누님이 그런 건지. “…구원씨?” “어, 어?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슬슬 쟤들 말려야겠다.” 나는 스스로 생각해낸 가능성을 머릿속에서 떨쳐버리듯 가볍게 머리를 한 번 흔들고 나서, 사라와 디아나에게 다가갔다. “얘들아. 너희가 무슨 애도 아니고. 뭘 그런 걸로 싸우고 그러냐. 그냥 둘이 사이좋게 내….” “구원은 빠져있어. 자기야 말로 방금 전까지 애처럼 질질 짜고 있었으면서.” 아마 시작은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말싸움을 하는 도중에 과열된 모양이다. 사라는 조금 흥분한 모습으로 날 힐끔 보며 그렇게 내뱉었다. 덕분에 중재를 위해 다가갔던 나는 본전도 못 찾고 다시 찌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사라야. 넌 가끔 말이 너무 묵직하게 꽂히더라. 설마 그것도 용사의 힘이니? 용사는 신체적인 싸움뿐만 아니라 말싸움도 잘 하는 직업이었어? 저런 사라와 일일이 말싸움 상대를 하고 있는 디아나가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다. 과연. 대마법사. 말로는 안 진다 이건가. “그, 그러니까 이 몸도…! 이 몸도오…!” 아, 지금 보니까 살짝 울려고 하네. 역시 대마법사라도 안 되는구나. 응. 충분히 이해한다. 저 사라는 누구도 못 이겨. 분명 처음 만났을 때는 디아나가 항상 가지고 놀아서 사라가 분해했던 것 같은데. 어느 샌가 이렇게 성장해서는…진짜 용사 레벨 올라서 말싸움도 세진 거 아냐? 혹시 전에 노출 플레이를 폭로했던 것도 설마 지금처럼 궁지에 몰려서 그런 건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오늘은 너무 심한 감이 없잖아 있는데? 둘이 말싸움하는 모습은 꽤나 많이 봤던 나지만, 사라가 이렇게까지 공격적인 건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만 하라니까. 둘 다 내 본처야. 난 너희 둘이랑…아니 셋과 동시에 결혼할 거라고.” 아무튼 디아나가 울먹이는 모습을 보고, 나는 계속 가만히 찌그러져있을 수도 없었다. 나는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서 둘 사이에 파고들었다. “겨, 결, 결호…!” “자, 자네에에엥…!” 내가 결혼이란 얘기까지 꺼내자, 완전히 전투 태세였던 사라가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깐 그렇게 쏘아붙였던 사라였지만, 결국 디아나와 싸우는 이유도 조금이라도 내게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위해서 싸우는 거였으니까 말이야. 내 말이 효과가 없을 리가 없다. “그래. 그러니까 그만 싸워.” 나는 내 품에 달려들어서 옷에 얼굴을 문지르는 디아나의 등을 다독여주며 말했다. 디아나 얘, 결혼이란 말에 감동해서 안긴 척 하고 있지만, 절대 그런 이유만으로 안긴 거 아니지? 얼굴이 닿은 부분의 옷이 조금 축축해지고 있다고. “읏…디, 디아나. 미안해요. 그리고 구원도.” 그리고 완전히 쿨 다운한 사라는, 그제야 자기가 얼마나 날카롭게 말했었는지 깨달은 듯 사과를 해왔다. 저 모습을 보니, 역시나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더 공격적이었던 게 맞았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렇다고 한다면, 그 원인은 분명 나 때문이겠지. “아니. 나한텐 사과할 거 없어. 애초에 나 때문에 열 받아서 그렇게 된 거지? 이해해.” “이, 이 몸도 괜찮네. 연장자로서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주겠네. 흐, 흠! 그런 의미에서 역시 본처 자리는 이 몸이 제일 어울리는구므어어언!” 내 옷에서 겨우 얼굴을 뗀 디아나는, 조금 빨개진 눈을 하고서도 가슴을 쭉 편 채 그렇게 말했다. 얘는 그렇게 당하고도 끝까지 안 지려고 하네. 과연 대마법사님. 끈기만은 인정해주마. “그만하라니까.” 뭐,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말싸움이 다시 일어나기 전에 나는 디아나의 머리에 손을 얹고 세차게 좌우로 흔들었다. “으아아! 그만, 그만하게에! 어지럽네에에!” 좌우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디아나를 바라보면서, 나는 흐뭇한 감상에 빠졌다. 마지막엔 언제나처럼 이런 분위기로 끝나버렸지만, 오늘 얘들의 마음 씀씀이는 아마 난 평생 잊지 못할 거다. 잊어서도 안 되고 말이다. 진짜로 앞으로 평생 극진히 모시고 살게. …밤에는 조금 장난칠지도 모르지만, 그건 애교로 봐줘. 다른 여자와의 관계도, 허락받았다고 해서 함부로 감정을 가지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그런 따뜻한 감상을, 나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감사의 인사와 함께 얘들에게 전했다. 내 눈을 마주보는 사라나 레이아, 그리고 내 손에 머리를 잡혀있는 디아나에게도 이 마음은 분명 전해졌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구원씨?” 나와 따뜻한 시선을 교환하고 있던 레이아가 조용히 내 이름을 불렀다. 뭔가 주저하는 것같은 저 분위기. 새삼 다시 사랑한다는 말이라고 할 셈인 걸까? 그렇다면 먼저 말하게 둘 순 없지. “응. 레이아. 정말로 사랑해.” 나는 최대한의 진심을 담아서 레이아에게 말했다. 이 감정을 이런 짧은 말로밖에 전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네에…저도 정말 사랑해요. 하, 하지만 저기, 그게 아니라….” 레이아는 살포시 얼굴을 붉히고 대답해줬지만, 곧바로 고개를 흔들고는 다시 주저하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응? 뭔데? 주저하지 말고 말해봐.” 무슨 말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레이아가 하는 말이라면…아니. 이 셋이 하는 말이라면 뭐든 들어줄 생각이 있었다. 내 그런 억지도 들어준 애들인데 무슨 말이라고 못 들어주겠어. “그…슬슬 놔주시지 않으면 디아나씨가 위험하지 않을까요?” “……아.”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60==================== 뒤바뀐 관계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조건을 달고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허락 받은 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곧바로 실비아에게 말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허락받았다고 바로 실비아한테 가서 소식을 전하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우리 애들이랑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그 외에도 어차피 지금 말해줘 봤자 실비아가 행복사하는 미래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었고, 이왕이면 실비아가 말하는 소원을 들어준 다음에 얘기하자는 생각도 들었고, 이유는 많았다. 아무튼 그런 고로, 얘기가 끝난 이후에도 우리는 해산하지 않고 오랜만에 우리끼리만 모여서 같이 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보니 아무 이유도 없이 이렇게 넷이서만 모여서 시간을 보내는 게 무척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 디아나는 그동안 내내 내 허벅지를 베고 뻗어있지만 말이다. 일단 디아나의 명예를 위해 말해두는데, 토는 안 했다고. 오히려 곧장 레이아가 치유 마법까지 걸어줬기 때문에, 오히려 팔팔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혹시 꾀병이었던 건 아니겠지? 아니. 꾀병이었어도 별로 상관은 없지만. “그럼 얘들아 내일은 다시 던전에 가려고 하는데, 혹시 뭔가 예정이라도 있는 사람 있어?” 그리고 저녁시간.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내일의 예정을 미리 전달했다. “응? 내일? 오늘 아침이랑 말이 다르지 않아?” “그, 그거야 뭐….” 던전에 가기 전에 해야 할 일들은 모두 처리했으니까 말이다. 마틸다와 저주 해제 작업도 했고, 레이첼 누님이 화난 이유도…확실하진 않지만 일단 이유를 하나 짐작해내기는 했으니까. 아니. 아무리 생각해도 레이첼 누님이 날 좋아해서 그렇게 화났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단 말이야. 한 번 생각이 그쪽으로 굳어져버리고 난 후라, 그냥 다른 가능성을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아침에 던전행을 미뤘던 이유는 전부 해결했으니까, 더는 미룰 이유가 없다는 거다. 마틸다의 저주 해제 작업을 위해서. 그리고 레이첼 누님이 삐진 이유를 생각하기 위해서 잠깐 던전행을 미뤘다니. 그런 얘기, 사라한테는 죽어도 할 수 없겠지만. 사라의 날카로운 질문을 얼버무리고는 힐끔 마틸다의 얼굴을 쳐다보자, 마틸다도 내가 아침에 왜 던전행을 미뤘는지 짐작을 한 모양이다. 티 안 내려고 노력은 하고 있었지만, 얼굴이 미미하게 붉어졌다. “마틸다.” “네, 네에…?” 아니. 붉어지는 걸 넘어서서는, 아예 반쯤 핑크빛 모드가 되어버렸다. 야. 아무리 그래도 너 그건 좀 너무 빠르지 않냐. 그런 걸로까지 반하지 말라고. 시작할 때 내가 기계적으로 움직인 건 기억이 안 나는 건가. “내일 던전에 가는 거 괜찮아? 교황님과 할 얘기가 있다고 했는데, 결국 오늘은 신전에 못 갔잖아.” “아, 크흠. 네, 넷. 괜찮아요. 급한 일도 아니니, 다음에 얘기를 나눠도 상관없어요.” 그나마 내 질문에 정신을 차린 건지, 대답은 제대로 해줬으니 문제없지만. “다행이네. 실비아도 괜찮지?” “흐헷?! 녜, 녜입!” 자기한테도 일대일로 질문을 할 거라곤 예상 못하고 있었던 건지, 구석에서 홍차를 홀짝이던 실비아가 깜짝 놀라서는 대답했다. 아, 응. 미안. 계속 홍차 마셔. …쟤 진짜 오늘 우리가 무슨 얘기를 했는지 알게 되면 죽는 거 아닐까? 사도 임명은커녕 키스만 해도 죽는 거 아닌지 몰라.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단 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실비아는 홍차를 마실 생각도 못하고 계속해서 몸의 진동을 거세게 하고 있었다. 이런 눈을 계속 마주치고 있었네. “뭐, 아무튼 그럼 내일은 던전에 가는 걸로. 바넷사. 미안한데 미리 준비 좀 부탁할게.”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던전행을 결정하고 우리는 자리를 파했다. 그러자 오늘 차례인 레이아가 내 팔에 매달려왔다. 레이아는 나와 밤을 보내는 날엔 웬만해선 내 방에서 씻으니까 말이야. “그럼 다음은 3.5계층을 찾는 건가요?” 그리고 내 귓가에 입을 대고,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여왔다. 소규모 계층에 대한 정보는 일단 우리 파티원들 끼리의 비밀인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게 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달콤한 레이아의 향기가 내 콧속을 가득 메웠고, 팔에는 가슴이 꾸욱하고 짓눌렸다. 행복하다. “그래. 입구는 대충 짐작이 가니까. 아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어머? 그런가요?” “응. 그러니까 아마 이번 탐험은 3.5계층을 찾는 것보다, 3.5계층 안을 탐험하는 시간이 더 길지도 몰라.” “어머. 그럼 또 추워지겠네요.” 아, 그런가. 코볼트 동굴은 1계층, 개미굴은 2계층과 환경 자체는 거의 흡사했다. 즉, 3.5 계층은 추울 거라는 말인가. 과연 천사님. 똑똑하셔. 이거 또 디아나가 고생 좀 하겠네. 그렇게 생각하면서 디아나를 쳐다보려고 했던 나였지만, 그 전에 레이아가 이미 디아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표정은 벌써부터 디아나를 껴안을 생각이 가득한 것으로 보였다. …천사님. 알고 있으시겠지만 디아나는 생체 난로 같은 게 아니니까요. 뭐, 매번 껴안고 가지고 놀고 하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뭐, 뭔가?!” 그리고 그런 레이아의 시선에 위기 본능 같은 거라도 발동한 건지, 디아나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면서 우리 쪽을 바라봤다. “아니. 그냥 이번 던전행은 추울 것 같다고.” “아…!” 방금 전의 탄성은 과연 디아나가 냈던 걸까, 아니면 레이아가 냈던 걸까? 둘 다인가. “그, 그렇구먼! 이 몸이라는 자가 그 생각을 못 하다니! 바넷사! 바넷사아아!” 그리고 뭔가 깨달은 표정으로, 디아나는 황급히 바넷사를 부르면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내 옆에서 레이아는 살짝 토라진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구원씨. 너무해요.” “미안. 대신 오늘은 밤새 내 몸을 껴안고 있게 해줄 테니까.” “하지만 구원씨는 귀엽지 않으시니까….” “레, 레이아아?!” “노, 농담이에요! 정말로! 정말로 농담이니까요! 구원씨는 멋지세요! 그러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아니. 아무리 농담이라도 레이아한테 그런 말을 들어버리면 진짜로 삶의 의욕을 상실하게 되니까. 앞으로 조심해줘.” “구원씨도 참. 또 그런 농담을….” 내가 농담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레이아는 곱게 눈을 흘기면서 꼬리로 가볍게 내 등을 톡톡 두드렸다. 아니. 난 농담이 아니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레이아가 나한테 이런 짓궂은 농담을 하다니. 평소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역시 낮에 있었던 일로 레이아도 스트레스를 받았던 걸까? 사라는 자신의 공격성을 십분 발휘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고, 디아나는 계속 내 허벅지를 베고 힐링하면서 풀었다지만, 레이아는 그냥 꾸욱 참았을 뿐이니까. 그래도 만약 이런 식으로 나한테 장난치는 걸로 레이아의 스트레스가 풀린다면, 의외로 괜찮을지도 모르겠는 걸? 뭐, 레이아의 장난을 받아줘야 하는 난 조금…많이 괴롭겠지만. 레이아는 평소에 전혀 안 그러는 만큼 내성이 없어서 데미지가 배가 된단 말이지. 하지만 사랑하는 레이아를 위해서라면! “그럼 레이아. 오늘은 특훈 같은 거 신경 쓰지 말고 할까?” 그리고 방으로 돌아온 우리는, 샤워를 마치고 서로 알몸으로 침대에 누워서 마주봤다. “후훗. 낮에 말했던, 지금까지 이상으로 사랑해주겠다는 것의 일환으로 말인가요?” 레이아는 내 팔을 베고, 내 가슴위에 손가락을 세워서 빙글빙글 돌리면서 살며시 미소 지었다. “뭐, 그런 이유도 없진 않지만, 그것보다는 오늘은 레이아랑 아무 생각 없이 사랑하고 싶은 기분이야.” “구원씨….” “그러니까 오늘은 레이아도 뭔가 요구사항 같은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말고 말해줘.” “요구사항? 응…그러네요…그러면…그래. 이대로 가만히 누워 계셔 주세요.” 레이아는 내 가슴 위에서 빙글빙글 돌던 손가락으로 내 유두를 가볍게 꼬집더니, 빙긋 웃으면서 천천히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내 몸 절반에 엎드리듯 자신의 가슴을 내 가슴에 얹더니, 천천히 상체를 빙글빙글 돌리듯 움직였다. 자신의 가슴을 내 가슴에 문지르듯이. 그리고 아래로 내린 손으로는 내 물건을 붙잡더니, 천천히 위아래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뭐? 하지만 이래선 평소랑….” 물론 나는 좋다. 벌써부터 천국에 온 기분이다. 하지만 모처럼 특훈같은 거 생각하지 않고 즐기기로 했는데, 이래선 레이아도 재미없는 게 아닐까? 가끔은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될 텐데. 하지만 레이아는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었다. “아뇨. 전혀 달라요. 평소에는 구원씨를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지만, 오늘은 정말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니까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어딘지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지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되죠?” “으, 응. 그래. 물론이지. 난 가만히 있을 게.” “후훗. 음…쪽.” 레이아는 내 대답을 듣고는 빙긋 웃더니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입술을 꾸욱 눌러오는 느낌으로 진하게 주고받은 키스였지만, 그래도 혀는 사용하지 않고 입술과 입술만을 접촉시키다가 입술을 뗐다. 그리고 레이아는 그대로 천천히 몸을 아래로 이동시켜갔다. 하고 싶은 대로 하겠다니. 대체 뭘 하려고. “후훗. 귀여워.” 그리고 입으로 해주려는 것처럼 내 다리 사이에 자리 잡고 물건 가까이에 얼굴을 들이민 자세가 된 레이아는, 곧장 내 정신에 막대한 데미지를 주는 발언을 퍼부었다. 그것도 내가 전혀 예상하지도 못하고 있었던 방향으로. “레, 레이아?! 귀, 귀엽…?!” 내, 내 물건이 귀엽다고?! 잠깐만.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내 슈퍼 울트라 그레이트 매그넘 킹 갓 엠페러…아무튼 신체 부위에서 가장 자신 있는 부위를 말하라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부위가 귀엽다고?! “후훗. 네. 이렇게 맨들맨들해지니까, 조금 귀엽네요.” 그리고 레이아는, 털 한 올 나지 않은 내 물건을 가리키면서 그렇게 말해줬다. 아, 아아! 과연! 뭐야! 그런 의미로 귀엽다고 한 거였어. 깜짝 놀랐잖아. “그, 그래도 귀엽다기 보단 뭔가 위압감 같은 게 들지 않아? 털이 없으니까 더 커 보여서.” “그러네요. 조금 더 커 보이네요. 후훗. 하지만 역시 귀여워요.” 이유를 알고 난 후에도 귀엽다는 표현이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던 나는 필사적으로 그렇게 말해봤지만, 레이아는 내 물건 끝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면서 또 다시 귀엽다는 말을 했다. 처, 천사님…. 내 안색을 그렇게 잘 살피는 레이아다. 내가 물건을 귀엽다고 말하는 걸 싫어한다는 것 정도는 알 텐데? 역시 아까처럼 이번에도 일부러 짓궂은 농담을 하시는 건가? 아니면 아까 난 귀엽지 않다고 했던 말에 내가 충격 먹은 표정을 지었다고 이러시는 건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레이아는 계속해서 내 물건을 가지고 놀았다. 우선 물건 끝을 콕콕 찌르던 손가락으로 요도부분을 꾹 눌렀다가 뗐다가를 반복하였다. 그러자 그 빙어 같은 손가락 끝에 점점 끈적끈적한 쿠퍼 액이 묻게 됐고, 쿠퍼 액이 손가락에 충분히 묻게 되자 손가락을 움직여 내 물건에 쿠퍼액을 펴 바르기 시작했다. 우선 귀두 표면에 빙글빙글 손가락을 돌려서 바르고, 다시 요도를 건드리다가 이번엔 봉부분에 일자로 쭈욱 그어나갔다. 평소처럼 날 기분 좋게 하기 위한 움직임이 아닌, 정말로 그냥 내 물건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물론 나도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손가락 하나로 이렇게 작은 면적만을 자극하니, 기분 좋은 것보다는 안타까운 기분이 커졌다. 마음 같아서는 좀 더 제대로 자극해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까 그런 말을 한 직후다. 오늘은 참을 수밖에. “후훗. 역시 귀여워.” 안타까운 자극에 반사적으로 움찔움찔 떨리는 내 물건을 바라보면서 레이아는 다시 한 번 그렇게 말하더니,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긴 혀를 뻗어서 혀끝을 내 물건 뿌리에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한 번에 쭈욱 하고 물건 끝까지 핥아 올렸다. 아까보다는 강한 자극이었지만, 역시나 만족하기는 힘든 수준이었다. 그렇게 물건을 한 번 핥아 올린 레이아는 내 물건 끝에 키스를 하듯 가볍게 입을 맞추더니, 빙긋 웃으면서 입을 뗐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61==================== 뒤바뀐 관계 “잠, 그게 끝?!” 레이아가 하는 대로 가만히 있을 작정을 하고 있던 나였지만, 과연 이번만큼은 반사적으로 불평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애타게 만들어놓고, 겨우 제대로 해주나 싶었던 타이밍에 그냥 입을 떼버리다니. “으응? 후훗.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하지만 레이아는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다시 손으로 내 물건을 잡고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쿠퍼 액과 레이아의 타액이 윤활제가 되어서, 처음 훑어줬을 때보다 매끄럽게 움직이는 손의 움직임이 기분 좋았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까에 비교해서 그렇다는 얘기로, 손의 움직임이 무척이나 느렸기 때문에 애가 탄다는 건 변함이 없었지만. “아니. 문제랄 건 아니지만….” “어머, 후훗. 그런 거였나요.” 손 안에서 다시 반사적으로 움찔움찔 떨리는 내 물건을 바라본 레이아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원을 그리고 있는 엄지와 검지 사이에 내 귀두를 놓고는 살며시 비벼댔다. 뭔가…이제 와서 생각하는 건데 말이야. 지금 레이아의 태도, 구미호가 됐을 때 같지 않아? 아니. 분명 아직 구미호는 안 됐는데. 눈에서 빛이 나고 있지도 않고, 얼굴 너머에 보이는 하트 모양의 엉덩이에도 꼬리는 하나밖에 없었다. 굳이 구미호 상태와 비슷한 점을 꼽자면, 얼굴이 구미호가 됐을 때처럼 어딘가 요염해 보인다는 정도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구미호 같은 태도라니. 설마 레이아는…. “괜찮아요. 금방 기분 좋게 해드릴 테니까요.”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느긋한 태도로 상체를 일으켰다. 그리고는 내 물건에서 손을 떼고는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오듯이 내 몸 위로 올라왔다. 레이아 자신의 두 팔로 그 상체를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 몸과 완전히 밀착한 건 아니었지만, 아래로 향하게 된 레이아의 커다란 가슴은 그 끝이 내 가슴에 아슬아슬하게 닿게 됐다. 간질이듯 내 가슴을 스치는 레이아의 유두의 감촉이 또 다시 나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아니. 이번만큼은 레이아도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정말로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겠지? 아무튼 이렇게 되면 레이아 역시도 유두를 자극당하는 건 마찬가지다. 레이아는 안 그래도 흥분으로 빨갛게 물들이고 있던 얼굴을 더더욱 붉게 물들이며, 천천히 허리를 내려서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는 한 손을 아래로 뻗어서 내 물건의 위치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레이아의 한쪽 가슴이 더더욱 내 가슴에 눌러왔지만, 나는 그것보다도 일단 아래쪽에 신경을 집중하게 됐다. “벌써 넣는 거야?!” 스스로 말하고도 목소리가 환희에 찬 게 느껴져서, 조금 부끄러워졌다. 아니. 인간적으로 이렇게 애태워졌으니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 “후훗. 네. 평소에는 특훈에 신경 쓰느라 이렇게 바로 넣거나 하질 못했으니까요.” 레이아는 그런 내가 귀엽다는 듯이, 쿡쿡 웃으면서 그렇게 말해줬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레이아는 레이아다. “아, 하지만 저기….” “응?” “저…넣고 나면 평소보다 조금 더 흐트러질지도 몰라요. 그래도 싫어하게 되거나 하면 안 돼요?” “응? 그야 당연하잖아. 구미호 상태가 되어버리는 걸. 애초에 내가 레이아를 싫어하게 될 리가 없잖아.” “아뇨. 그런 게 아니라. 그러니까 평소보다 더…. 그게, 오늘은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날이니까…안 되나요?” 응? 그러니까 즉, 평소 구미호 상태가 됐을 때보다 더 흐트러진다는 얘기인가? 아, 과연. 그런 건가. 평소 레이아는 구미호가 되더라도 최대한 절제를 해 보려고 하니까 말이야. 이성을 완전히 상실했던 과거에도 희미하게 남아있는 이성으로 어떻게든 절제를 해보려고 노력했던 모양이고, 일단 이성을 붙들고 있을 수는 있게 된 요즘에는 전보다 훨씬 덜 흐트러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은 자제를 아예 하질 않겠다는 말인 거다. 과연. 구미호 상태가 이끄는 대로 욕망에 몸을 맡기는 레이아인가. …오히려 조금 보고 싶을 지도 모른다. 사실 레이아가 구미호가 된 상태로, 그 본능이 원하는 대로 끝까지 간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레이아가 이성을 완전히 잃었을 무렵에는, 생명이 위험했기 때문에 구미호가 뭘 하기도 전에 내가 스킬로 찍어 눌러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었고. 레이아가 이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게 된 이후로는 레이아 스스로 최대한 자제를 했었고. 하지만 지금이라면 내 목숨이 위험할 일은 하지 않을 거고, 구미호 상태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도 조금 보고 싶은 기분마저 들었다. 게다가 그런 걸로 레이아의 스트레스 해소까지 된다면 일석이조다. “안 되기는. 응. 괜찮아. 아무 문제없어.” “어, 어째서 기쁜 표정이신 건가요…구원씨도 참….” 내 대답을 들은 레이아는 못 말린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살짝 시선을 피하고는, 꼬리로 내 허벅지를 가볍게 탁탁 때렸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레이아는 내 물건 위치를 조절하여 그 끝을 자신의 음부 입구에 맞대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삽입은 하지 않고, 레이아는 잠깐 동안 그 상태로 움직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또 애를 태울 셈인가 싶었지만, 자세히 보니 그게 아니었다. 레이아는 어딘가 주저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정말로 이래도 되는 건지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레이아. 괜찮으니까. 오늘은 맘껏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내가 다 받아줄게.” “구원씨…네에…. 으응…그럼 구원씨는…움직이면 안 되니까요?” “어? 뭐라고?! 삽입하고도 움직이면 안 되는…!” “으으으응…!” 내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레이아는 허리를 내려서 내 물건을 끝까지 안에 받아들이고는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진짜냐. 움직이면 안 되는 거냐. …아니. 실망할 거 없다. 이런 건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한 거지. 어차피 삽입을 한 이상, 아까처럼 애가 탈 일도 없다. 레이아의 안쪽은 넣고 가만히 있기만 해도 끝내주게 기분 좋은 명기니까 말이야. 레이아의 움직임을 느긋하게 관찰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자. 좋아. 그렇게 생각하니까 오히려 기대되기 시작했다. 위에서 허리를 흔드는 레이아의 가슴을 느긋하게 바라보다니. 분명 엄청난 풍경이 펼쳐지겠지. 내 물건을 삽입한 레이아는, 상체를 내 몸에 바싹 밀착시키고 엎어져서 한 동안 음미하듯 몸을 바르르 떨기만 했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기분이 좋았다. 레이아의 명기가 물건 전체를 감싸오는 기분 좋은 감촉과, 가슴팍에 눌려오는 커다란 가슴의 감촉이 훌륭하기 그지없었다. 아까 그렇게 애가 탔던 만큼 조금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것만으로도 나는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몸의 떨림이 멈춘 레이아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면서 눈을 떴다. 그리고 역시나 그 눈은 요사로운 보랏빛 안광을 발산하고 있었다. “흐응, 흐읏! 하읏! 흐응!” 그리고 애태우듯이 행동했던 아까까지와는 정반대로, 이번엔 곧바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앞뒤로. 상반신은 거의 고정된 상태로 마치 연체동물처럼 허리만 움직이는 그 모습은, 예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광경을 선사해줬다. 무엇보다도 물건에 느껴지는 감촉이 장난 아니었다. 역시 구미호야. “후훗. 이렇게 안쪽에서…으응…! 움찔움찔 떨고…. 후흐응! 귀여워. 하, 하지만…움직이면 안 되니까?” 평소라면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레이아는 날 내려다보고 그렇게 말했다. 너야 말로 쾌감에 허덕이면서 그런 말을 하는 모습이 귀엽기 짝이 없다. 요염하면서 귀엽다니. 사기잖아. 아니. 그 보다, 얘 지금 나한테 반말하지 않았냐? 그 레이아가? 아니. 물론 누님이시지만. 반말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분이시긴 하지만. 뭔가 묘한 기분이다. “누나 말…흐읏…잘 들을 거지?” “네. 누나.” …뭐? 묘한 기분이라고 했지 싫다고는 한 마디도 안 했다고. “후흐읏…. 하읏….”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던 건지, 레이아는 두 손으로 천천히 내 하복부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양손이 쭈욱 미끄러지듯이 위로 올라와서는, 복부, 가슴, 목을 지나서 내 뺨을 감쌌다. 다시 상체를 숙인 레이아는, 가슴을 내 가슴에 밀착시키고 내 얼굴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지근거리에서 마주치는 요염한 시선은, 마치 빨려들어 갈 것 같은 감각마저 느껴졌다. 게다가 그 와중에도 허리부터 아래쪽은 다른 생물처럼 위 아래로 움직이는 게 역시나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하응…흐읏…하읏…어, 어때애? 흐읏…기분…기분 좋아아…?” 그 말투 때문에 자기가 기분이 좋다는 건지, 나한테 기분 좋냐고 물어보는 건지 조금 헷갈렸지만, 일단 앞에 어때라는 말을 붙였으니 질문한 거겠지. “응. 엄청.” 내가 순순히 대답하자, 레이아는 기쁜 표정으로 조금 더 허리 움직임을 가속시켰다. 이런 모습을 보면, 역시 구미호 상태가 되도 레이아는 레이아라는 게 실감이 됐다. “후훗. 흐응…나, 으응…나도오….” 몽롱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아는 혀를 내밀어서 내 입술을 할짝 핥았다. 오오. 이런 식의 키스도 있는 건가. 뭔가 신선하네. 내가 혀를 내밀어서 응수하려고 하자, 갑자기 레이아의 꼬리가 내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 “으응…움직이면…안 돼애….” “아, 네.” 아무래도 키스할 때조차도 나는 움직이면 안 되는 모양이다. 솔직히 아까 애태워질 때는 혹시 레이아의 숨겨진 성벽은 사디스트가 아닌지 의심됐었는데, 지금 보니까 또 그거랑은 조금 다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건 날 괴롭히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주도권을 잡고 싶어 하고 있어? 그래. 자기가 주도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에 만족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 전에 애들과의 대화에서도 자기는 봉사하는 게 좋다는 얘기를 했었지. 봉사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자기가 주도권을 잡고 움직이는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 레이아는, 이성을 포기하고 자기 욕망에 몸을 맡긴 채 움직이고 있다. 즉, 자신의 성적 취향을 완전히 드러내고 있는 상태라는 말이다. 그래! 레이아의 성벽은, 평소 성격에서는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었지만, 여왕님 플레이를 좋아한다는 거였다! SM플레이에서 말하는 여왕님이 아니라, 순수하게 자기가 주도권을 잡고 행동하는 걸 좋아한다는 의미에서 여왕님 말이다. 내가 그 사실을 깨닫는 와중에도, 레이아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었다. 가만히 닫혀있는 내 입술을 할짝할짝 핥더니, 자신의 입술로 깨물기도 하고, 혀를 안에 넣어서 억지로 입을 벌려 들어오기도 했다. 그렇게 내 입술을 마음껏 가지고 놀 듯 키스를 하던 레이아는 만족한 표정으로 자신의 입술을 요염하게 혀로 한 번 핥더니, 천천히 상체를 다시 일으켰다. 상체를 숙였을 때부터 허리는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되자 드디어 처음 기대했던 그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위아래로 격렬히 흔들리는 레이아의 커다란 가슴을 아래로부터 올려다보게 된 거다. 크으. 역시 절경이야. “후후읏…으응…하앗…가, 가슴…만져도 돼.” 그리고 그런 내 시선을 눈치 챘는지, 레이아는 여전히 평소와는 다른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부탁이 아니라 허락. 아니 그보다는 명령에 가까운가. 뭐 아무렴 어때. 중요한 건 가슴을 만져도 된다는 거지. 나는 곧장 손을 뻗어서 레이아의 가슴을 주물렀다. 손가락 사이사이로 흘러넘칠 듯, 한 손으로 다 잡을 수 없는 이 가슴의 감촉. 역시 최고야. “으응!” 내가 격렬히 가슴을 주무르자, 레이아가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콧소리를 냈다. 이런. 그동안 계속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던 반동으로 조금 힘이 들어가 버렸을지도. 내가 손의 힘을 풀기 전에, 레이아의 꼬리가 먼저 움직여서 다시 한 번 내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 “조금…으읏…조금 더 상냥히!” “넵.” 혼나버렸네. 하지만 평소엔 절대 이런 말투를 안 쓰는 레이아한테 이런 식으로 혼난다고 생각하니, 그건 그거대로…아니. 난 그런 취향은 아니지만 말이야. 굳이 따지자면 괴롭힘 당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괴롭히는 걸 좋아하는 쪽이지만 말이야. “흐읏…으응…하읏…흐으응…!” 그리고 그 사이에도 앞뒤 좌우 위아래 할 것 없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레이아의 허리는 움직였고, 슬슬 레이아도 한계에 가까워진 모양이었다. “레이아. 슬슬? 그럼 나도 동시에….” 거기까지 말했을 때, 갑자기 알 부분을 뭔가가 감싸왔다. 바로 레이아의 꼬리였다. 그 복슬복슬한 꼬리로 알을 정확히 잡을 수 있다니. 레이아, 재주 좋구나. 너무도 갑작스럽게 알을 잡힌 바람에, 나는 오히려 냉정하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어버렸다. “흐응…후훗. 아안 돼애….” “뭐, 뭐가?” “으응…구원씨는…흐읏…싸는 거 금지이….” 당황하는 내게, 레이아는 살짝 짓궂은 느낌이 나는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진짜냐. 싸는 거 금지라니. 아까 레이아는 사디스트가 아니라 여왕님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역시 사디스트 기질도 조금 있을 지도 모르겠다. 뭐, 상관없지만 말이야. “하응…흐읏…흐아앙…흐으으으읏!” 그리고 꼬리로 내 알을 단단히 잡은 상태로, 레이아는 자기 혼자 성대하게 절정을 느껴버렸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나는 레이아의 유두를 살짝 강하게 꼬집었다. “흐으읏…지, 지금 느끼는 중이니까아….” “가슴은 만져도 되는 거지?” “하앙…흐읏….” 한창 절정을 느끼는 중인 레이아는, 내게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그대로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꼬리로만 내 허벅지를 몇 대 탁탁 때릴 뿐이었다. 분명 꼬리로 알을 잡혀 있는 상태인데 허벅지까지 맞으니까 묘한 기분이다. 꼬리가 여러 개인 걸 이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뭐, 아무튼 오늘은 레이아 맘대로 하는 날이니까. 너무 괴롭히는 건 그만둘까. 게다가 어차피 이대로 계속 안 싸고 있으면 섹스 부스트 중첩이 쌓여서 결국…. 여왕님 모드에서 쾌락에 굴복하는 레이아도 조금 재미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허벅지를 때리는 꼬리가 시키는 대로, 순순히 가슴에서 손을 뗐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asfdgads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플라디안 // 딱 공지에 쓰여 있는 만큼만 수정됐습니다. 구원이 케이트와의 관계를 통해 포츠에게 복수하는 부분 만요. 462==================== 뒤바뀐 관계 그 후 결국 레이아가 끝까지 여왕님 같은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어떤지는 굳이 말하지 않겠다. 다만 상상하시는 대로의 일이 일어났다고만 말해두지. 전혀 움직이지 않아도 구미호가 전력으로 달려드는 걸 이겨버리는 스스로의 능력이 너무나도 무섭다. 하늘은 어찌하여 내게 이런 가공할 힘을…! 뭐, 할 일이 있으니까 준 거겠지만. 아무튼 기분 좋게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나는 눈을 뜨기 전부터 엄청난 위화감에 휩싸였다. 몸 위에 아무것도 없어. 그럴 수가?! 그게 말이 돼? 게다가 어젯밤은 레이아랑 잤다고?! 그 거대한 두 언덕이 가슴팍에 짓눌려지는 그 감각이 없다니! 이건 말도 안 돼! 순식간에 잠기운이 달아난 나는 황급히 눈을 뜨면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히으응!” 그리고 몸을 일으키고 나서야, 나는 고간에 쾌감이 전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포근하게 물건 전체를 감싸오는 감촉. 이 감촉은 틀림없이 레이아의 감촉이다. 그러고 보니 내 다리 사이의 이불이 볼록 솟아나 와있었다. 천천히 이불을 걷자, 거기엔 아니나 다를까 레이아가 있었다. 내게 등을 돌리고, 내 다리 사이에 웅크리고 엎드려 있는 자세로. 물론 엉덩이는 내 고간에 바짝 밀착시켜서, 내 물건을 그 음부에 제대로 담고 있었다. “…저기, 레이아? 지금 뭐해?” 과연 나도 일어나자마자 일어나고 있는 이 상황에는 머리가 따라갈 수 없어서, 일단 레이아의 엉덩이에 대고 질문을 던져봤다. “…….” 하지만 돌아온 건 침묵뿐이었다. 설마 그 자세로 자니?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방금 내가 몸 일으켰을 때 신음소리 냈잖아. 나는 일단 시험 삼아서 레이아의 엉덩이를 손가락으로 콕 찔러봤다. 음. 말랑말랑하고 좋은 느낌이다. 손가락이 그대로 파묻힐 것 같은…아니. 이게 아니지. 내가 엉덩이를 콕콕 찌르자, 레이아의 꼬리가 반사적으로 바르르 떨렸다. 역시 일어나 있잖아. “레이아. 뭐하고 있는 거야?” “꺄악! 아, 안 돼! 지금 얼굴 보시면 안 돼요오!” 레이아의 팔을 붙잡고 강제로 일으켜 세우려고 하자, 레이아가 비명을 지르면서 파닥였다. 어쩔 수 없이 팔을 놔주자, 레이아는 다시 아까처럼 웅크리고 엎드려서는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꼬리는 힘없이 축 늘어져있고, 자세히 보니 귀도 앞으로 접혀있었다. 전신으로 지금 기운이 없다는 걸 어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혹시 이제 와서 부끄러워져서 그래?” 그렇게 물어보자 레이아의 꼬리가 내 배를 탁탁하고 몇 대 때리더니, 다시 바닥에 축하고 늘어졌다. 아무래도 정답인 모양이다. “에이. 뭘 이제 와서 그래. 어제는 구미호 상태가 풀리고도 꽤나…으읍.” “꺄아악! 꺄아악!” 내가 능청스럽게 얘기하자, 레이아는 비명을 지르면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리고는 몸을 반 바퀴 빙글 돌려서 날 마주보더니, 양 손으로 내 입을 필사적으로 틀어막았다. 그러면서도 새빨개진 얼굴로 나랑은 시선도 못 마주치고 있는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 없었다. 덤으로 격한 움직임에 이끌려 황홀한 무브먼트를 보여주는 두 개의 봉우리도 끝내줬다. “드디어 이쪽을 보네.” 나는 양 손으로 레이아의 두 손목을 각각 붙잡아서 내 입에서 떼어내고, 레이아가 다시 뒤로 돌리지 못하게 아예 내 등 뒤로 돌려버렸다. 레이아는 자연스럽게 날 끌어안는 자세로 밀착해왔고, 그에따라 얼굴 사이의 거리도 아까보다 훨씬 가까워졌다. “하으으….” 뭐, 그래도 레이아는 끝까지 나와 얼굴을 마주치지 않으려는 듯, 고개를 푹 숙여서 내 가슴팍에 얼굴을 묻어버렸지만 말이다. 나는 그런 레이아의 뺨을 양 손으로 붙잡아서 살며시 고개를 들어 올리게 만들고, 살짝 입술에 키스를 해줬다. “아아아…. 저, 저기…어제는….” “괜찮아. 부끄러워할 거 없어. 어젠 나도 좋았어. 가끔은 그런 식의 플레이도 신선해서 좋던데?” “그, 그런 가요….” 레이아는 조금 안심한 듯이 배시시 웃으면서, 그럼에도 아직 부끄러움을 떨치지 못한 듯 조금 모을 떨었다. “게다가 어제 그게 레이아의 성벽인 거지?” “네, 네엣?! 제, 제 성벽?!” “응.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더니 그렇게 한 거니까. 아니야? 난 그런 줄 알았는데.” “그, 그, 그, 그런! 그런 게!” “괜찮아. 난 다 이해할 수 있으니까. 뭣하면 매번 그렇게 해도 난 아무 문제없어.” “저, 전…!” “하지만 설마 레이아가 그런 플레이를 좋아할 줄이야. 혹시 나한테 봉사를 좋아한다고 했던 것도, 자기가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으니까 그랬던 거야? 실은 봉사가 아니라 가지고 놀고 있을 셈이었다든가?” “아, 아, 아, 아니에요! 그, 그런 거 절대 아니에요!” “하핫. 괜찮다니까. 그러네. 난 다 이해….” “저, 정마알! 제 얘기 좀 들어주세요! 정말 사라씨나 디아나씨 말처럼 구원씨느은…!” 사라나 디아나 같았으면 슬슬 육탁 공격을 감행해올 타이밍인데도 불구하고, 폭력을 모르는 레이아는 그저 온 몸을 파닥파닥 거리면서 필사적으로 부정할 뿐이었다. 귀여우시다. 역시 천사님이셔. “아, 사라나 디아나 하니까 떠올랐는데.” “뭐, 뭔가요?” “걔들한테 진짜 성벽 말해줄 거야? 전에 레이아가 성벽 생기면 말 해준다고….” “아, 아아아…아아아아…!” 레이아는 지금껏 본 적 없을 정도로 절망한 표정을 띄웠다. 그런 표정 지을 거 없잖아. 주도적인 플레이를 좋아하는 것 쯤,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나였지만, 아무래도 레이아 입장에선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아, 아아…여, 여신님…! 전 어쩌면…! 사라씨…디아나씨…가볍게 생각해서 죄송해요…. 이런 기분일 줄은….” 진짜냐. 여신님까지 찾을 정도로 절박한 거였어? 심지어 중간부터는 사라와 디아나에 대한 고해성사까지 시작한 레이아였다. 좋아. 그렇다면 여기선 내가 남자답게 도움을 줘야겠지. “뭐, 하지만 어제 그건 성벽이라고 말할만한 것도 아니었고, 별로 말 할 필요는 없나.” “…에? 아, 아아! 아아….”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레이아의 얼굴이 파앗하고 밝아졌다가 다시 어두워졌다. “뭐, 뭐야. 왜 그래?” “우으읏…. 하지만 거짓말을 할 수는….” 내 조언에도 불구하고, 너무 착해빠진 레이아는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렇게까지 착실하게 살지 않아도 될 텐데. 너무 그렇게 살다가는 언젠간 손해 본다? 뭐, 그게 레이아의 좋은 점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거짓말이라니…. 아깐 그런 거 아니라고 했으면서, 결국 그런 성벽이라고 인정하는구나.” “하으읏….”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레이아는 데미지를 입은 것처럼 자신의 가슴을 움켜쥐고 그대로 뒤로 돌아 쓰러졌다. 아마 심장을 움켜쥘 셈이었겠지만, 저래서야 손바닥에 고동이 느껴지기나 할까? 완전히 자기 가슴에 가로 막히고 있는데. “뭐, 아무튼 그럼 어쩔 수 없지. 제대로 말 할 수밖에. 제 취향은 여왕님 플레이라고.” “우으읏…!” 레이아의 뒤태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해주자, 레이아의 꼬리가 내 가슴을 탁탁 때려왔다. 그런 레이아의 모습이 나는 조금 기뻤다. 아니. 맞는 게 기쁘단 게 아냐. 아무리 그래도 내가 그렇게까지 변태는 아니라고. 내가 기쁘다고 말한 건, 레이아가 이런 식으로 나한테 투정을 부리는 게 기쁘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항상 꾹꾹 눌러 참는 인상이었으니까 말이아. 이런 식으로 나한테 투정을 부려준다는 건, 그만큼 관계가 더 깊어졌다는 걸로 해석할 수 있지 않겠어? 어제 마음껏 하라고 했던 게 이런 결과를 낳을 줄이야. 그러고 보니 그런 플레이를 한 것도, 애초에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내가 하렘이니 뭐니 떠든 것부터 시작이다. 비온 뒤에 땅 굳는 다는 건 그야말로 이런 상황을 말하는 거로군. 나는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하으읏! 구, 구원씨?!” “아니. 그렇게 괴로워하느니 차라리 기분 좋은 거나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우으…정말인가요?” 일단 변명을 해봤지만, 내가 생각해도 참 어처구니없는 변명이었다. 아무리 날 믿어주는 레이아라도, 이번만큼은 믿기 힘든 모양이었는지 고개를 뒤로 돌려서 살짝 눈을 흘겼다. “미안. 실은 내가 못 참겠어.” 아니. 그도 그럴 게, 생각해보라고. 안 그래도 그냥 가만히 넣고만 있어도 기분 좋은 레이아의 안인데, 레이아는 뒤를 향하는 자에서 몸을 앞을로 빙글 돌렸다가, 나랑 끌어안고, 거기서 다시 뒤를 향하며 쓰러진 거라고. 그 사이에 내 물건이 얼마나 자극됐을지 상상을 해보라고. 참을 수 있는 게 이상한 거잖아. “정말로…구원씨도 참…. 후훗. 못 말린다니까.” 내가 솔직히 말하자, 레이아는 못 말린다는 듯 쿡쿡 웃더니 결국 스스로 허리를 조금씩 움직여줬다. 역시 천사님이야. 사랑합니다. “헤헷. 고마워요. 누님. …여왕님?” “정마아알!” 짓궂은 내 말에 얼굴을 붉히고는 다시 꼬리로 내 가슴을 탁탁 때리는 레이아였지만,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바넷사가 올 때까지 우리는 다시 한 번 행위를 즐기게 됐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서, 아침 식사까지 마친 우리는 소화를 식힐 겸 천천히 걸어서 길드에 왔다. 이번 던전행은 어제 미리 말해둔 만큼, 준비는 이미 다 되어있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간에 출발을 할 수 있었다. 아, 참고로 레이아의 성벽은 아직 사라와 디아나에게 얘기하지 못했다. 셋이서만 있을 시간이 없었으니까 말이야. 뭐, 레이아가 잘 알아서 하겠지. 굳이 내가 끼어들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나는 신경 끄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구원씨.” 그리고 던전에 같이 들어갈 멤버를 알리기 위해 언제나처럼 곧장 레이첼 누님을 찾아가자, 누님이 인사를 해왔다. 과연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런지 저번처럼 화난 모습은 아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서먹서먹한 태도였다. “안녕하세요. 누님.” 사실 서먹서먹하기는 나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진짜로 어떻게 대해야할지 모르겠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누님이 날 좋아해서 그랬다는 결론밖에 나오질 않는단 말이야. 그렇다고 그걸 직접 물어볼 수도 없고 말이야. 만약 아니어봐라. 그게 무슨 개망신이야. 게다가 이미 한 번 실패한 사례가 있어서, 물어보기 겁나는 것도 사실이었다. 바넷사 녀석…아무리 그래도 제정신이냐니. “저기…누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계속 서먹서먹하게 지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전처럼 바보같은 장난도 치고, 잡담도 하면서 지내고 싶잖아. 그러니 나는 변화구를 던져보기로 했다. “네, 네? 왜 그러죠?” “저번에는 죄송했습니다. 보답이니 뭐니 떠들어댔던 건, 솔직히 스스로 좀 찔려서 변명했던 것에 지나지 않아요. 실은 보답 같은 거랑 상관없이 그냥 순수하게 누님과 같이 다녀서 즐거웠고, 또 그런 기회가 있으면 꼭 다시 하고 싶어요. 저번에 그렇게 식사를 망쳐버린 만큼 더더욱요.” 자, 어떠냐?! 내 회심의 변화구가! 거짓말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 오해받도록 말을 했을 뿐이지. 저 말만 들으면 마치 내가 누님을 이성으로서 좋아한다는 것처럼 들리니까 말이다. 만약 누님이 내게 호감이 있다면 엄청나게 좋아할 거고, 그게 아니라면 조금 곤혹스런 표정을 지을 거다. 하지만 곤혹스런 표정을 지어도 걱정 없다. 순수하게 친구로서 그러고 싶은 것뿐이라고 말하면 그만이니까. “아아…!” 하지만 누님은, 최대한 티를 안 내려고 하고 있었지만, 확실히 기뻐하는 표정이었다. …진짜냐. 이거 거짓말 아니지? 어디서 몰래카메라라도 찍고 있는 거 아니야? 진짜로? 진짜로 이 누님이 날 좋아한다고? 아니. 물론 싫은 건 아니다. 이런 예쁜 누님이 날 좋아해준다는 데 남자로서 어떻게 싫어하겠어. 오히려 조금 기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나도 이 누님이 좋은 건 마찬가지고 말이야. 다만…마냥 기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게다가 내 좋아한다는 감정은 이성으로서의 호감보다는 친구로서의 호감에 가깝기도 했고. 아니. 이성으로서 호감이 전혀 없다는 건 아니다. 예전에 누님에게 들이댔다가 차인 적도 있을 정도니까 말이야. 그야 당연히 이성으로서 보고 있기는 했지. 하지만 그 이후로 나도 우리 애들이랑 만났고 말이야, 누님이랑은 계속 친한 누나동생 사이로 지냈으니까 말이지. 게다가 무엇보다, 바로 얼마 전에 우리 애들이랑 그런 대화를 나눈 직후다. 그런 얘기를 한지 얼마나 됐다고, 나도 양심이 있지. 다른 여자가 날 좋아한다고 해서 마냥 좋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63==================== 뒤바뀐 관계 차라리 누님이 날 좋아하는 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렇다면 대충 얼버무리고 지금까지처럼 친한 누나동생 사이로 지낼 수 있었을 텐데. 날 좋아해주시는 누님께는 미안하지만,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나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어쩌지 이거. 누님이 날 좋아하는 게 아니었을 때의 대응책은 미리 생각을 해둔 상태였지만, 정작 정말로 누님이 날 좋아하는 경우에는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대비를 해두지 않고 있었던 나였다. 어쩌면 무의식적으로 누님이 날 좋아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아니. 확신하고 있었다기 보다는, 그러기를 바라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인가. “아, 크흠. 뭔가요. 그거. 구원씨. 지금 절 꼬드기는 건가요? 디아나님한테 이를 거예요?” 하지만 내가 어떤 리액션을 보이기 전에, 레이첼 누님이 먼저 헛기침을 하더니 그렇게 말해왔다. 이 반응은 설마…! “네, 넷?!” “하아…. 그래도, 구원씨가 나름 고민을 했다는 건 알겠어요. 저도 언제까지나 그런 일로 꽁해있을 수도 없는 거고. 이번만큼은 특별히 용서해드릴게요. 정말로 특별이에요? 다음부턴 조심하셔야 해요?” 마치 화나기 전 레이첼 누님처럼, 누님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살짝 윙크를 하고 그렇게 말했다. “넵. 누님. 감사합니다. 다음부터 조심할게요.” 그리고 누님의 의도를 이해한 나는, 그 떡밥을 덥석 물었다. 아마도지만, 정말로 그냥 내 추측에 불과하지만, 아마도 누님은 지금 나랑 밀당을 하고 있는 거다. 지금 여기서 내 사과를 그대로 받아줬으면, 누님 자신이 날 좋아하고 있다는 걸 인정해버리는 꼴이 되어버리니까. 그러니까 저런 식으로 미묘하게 대답을 회피한 거다. 내가 먼저 더 확실하게 들이대기를 기다리면서. “네, 넷?! 네에…그, 그러세요.” 그 증거로, 내가 바로 수긍하자 누님은 오히려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다. 자신이 무엇 때문에 화났는지도 말 안하고 저런 식으로 넘어갔는데, 내가 그에 대해서 물어보지도 않고 그냥 바로 수긍해버렸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누님에게 미안하기는 했다. 누님의 의도를 대충알고 있으면서도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는 건, 누님의 마음을 이용하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아니. 마찬가지랄까, 정확히 그대로지만. 하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게다가 누님이 나한테 제대로 좋아한다고 말한 것도 아닌데, 미리 눈치 챘다고 해서 거절의 말을 하는 것도 이상하고. 결국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죄송해요. 누님. 전 이 이상 쓸데없이 여자를 늘릴 생각은 없어요. 우리 애들을 위해서라도. 허락을 받은 이후로 오히려 정조관념이 더 강해진 기분마저 드는 난, 도저히 이 이상 여자를 늘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무튼 일단 이걸로 누님과 나는 전처럼 사이좋은 누나동생 사이로 지내게 될 거다. 적어도 겉보기에는 말이다. “그럼 누님. 전 이만….” “아, 자, 잠깐만요!” “네?” “아, 그, 그게, 그러니까…으응…아, 그래. 조금 궁금한 게 있어서요.” 뭐, 뭐지? 설마 내가 무반응이니까 오히려 안달이 나서 누님께서 들이대려는 건가?! 그렇다면 각오를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누님을 거절할 각오를 말이다. 나란 놈도 복에 겨웠지. 이런 미인 누님을 차야 하다니. 하지만 우리 애들을 벌써부터 배신할 수도 없고. 젠장. 모처럼 친해진 누님인데. 다음부터는 다른 안내원을 찾아봐야 하나. “저번 탐험에서는 1계층 텔레포트를 이용하시고 2계층 텔레포트로 귀환하셨던데, 혹시 뭔가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하지만 각오했던 것과는 달리, 누님은 지극히 사무적인 얘기를 해왔다. 일단 반사적으로 날 붙잡았지만, 할 얘기가 생각나지 않아서 그런 얘기라도 했다는 느낌이었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야. 일단은 누님과의 관계가 무너지지 않을 거란 생각에,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누님이 지금 던진 질문은 꽤나 날카로운 질문이기도 했다. 과연 길드 안내원 중의 에이스. 핵심을 찔러오는군. “아, 실은 말이죠. 예전에 1계층에서 조금 신경 쓰이는 일이 있었거든요. 오랜만에 생각나서 조사를 하러 갔는데, 발견해버렸어요.” “네? 발견? 서, 설마?!” “네. 2계층에 있던 개미굴과 비슷한 느낌의 소규모 계층을요.” 어차피 소규모 계층의 존재는 이미 밝혀버린 상황이었고, 여기까진 공개하기로 미리 말을 해놓은 상황이었다. 소규모 계층끼리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사실만 밝히지 않으면 아무 문제없으니, 나는 당당하게 사실을 밝혔다. “와아! 대단하세요! 설마 전에 말했던 기대하라고 했던 게…!” “아, 네. 뭐, 그렇죠.” 안내 데스크 너머에서 몸을 뻗어서 내 손을 덥석 붙잡은 채 기뻐하는 누님을 보고, 나는 곤혹스런 표정을 최대한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하며 대답했다. 전 같았으면 그 커다란 가슴이 강조되고 있는 이 자세에 흥분을 금치 못했겠지만, 누님이 날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지금은 오히려 그런 생각을 하기 죄송스러웠다. 정작 누님이 고백해오면 거절할 생각이면서, 어떻게 그런 파렴치한 생각을 하겠어. “후훗. 역시 모험가가 된 첫 날부터 성자 전설을 보여준다고 자신만만했던 사람답네요.” “하, 하핫. 뭐, 그렇죠. 앞으로도 기대하시라고요. 제 성자 전설이 어디까지 계속되는지 똑똑히 보여드릴 테니까요.” 하지만 너무 곤혹해하면 오히려 의심받을 뿐이다. 나는 일단 겉으로는 최대한 전처럼 바보같이 행동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2계층에서 나왔다는 건…벌써 그 소규모 계층은 답파가 끝난 건가요?” “네. 뭐. 구석구석 완벽하게 돌아다닌 건 아니지만, 일단 1계층에서 2계층까지 이어지는 길은 알아놨어요.” “아무리 위쪽 계층이라도 꽤나 길었을 텐데…고생하셨네요. 그럼 지도를 그려주실 수 있나요?” “네. 물론이죠.”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그동안 내 안내원을 맡으면서, 누님은 내가 다른 모험가처럼 던전에서 지도를 그리고 다니는 게 아니라 그냥 머릿속에 기억해두고 있다가 보고할 때 그려준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때문에 이제는 내가 말할 것도 없이 척척 지도를 그릴 종이와 펜을 준비해주셨다. 역시 안내원은 레이첼 누님이 최고야. 되도록 이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은데 말이야. 지나친 욕심이려나. “하지만 입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개미굴처럼 성기가 필요한 것 아닌가요?” 내가 지도를 그리는 동안, 고개를 들이밀고 열심히 지도를 바라보시던 누님이 살짝 고개를 들고 날 올려다보며 그런 질문을 던져왔다. …젠장. 반사적으로 귀엽다고 생각해버렸어. 안되지 안 돼. 내게는 우리 애들이 있어! 정신 차려라 구원! “아, 네. 오크의 성기가 열쇠에요.” “아, 다행이네요. 이번엔 흔히 구할 수 있는 열쇠네요. 개미굴의 입구는 열쇠가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힘들어서….” …응? 뭐라고? 누님의 말을 듣고, 나는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개미굴의 열쇠는 모기의 성기. 다른 모험가들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나 말고는 절대로 얻을 수 없을 것 같은 물건이다. 아니. 그러고 보니 아직도 다른 모험가들이 몬스터 성기를 어떻게 얻는지는 못 봤지만 말이야. 던전 안에서 다른 모험가들을 만난다는 게, 좀처럼 없는 일이라서 말이지. 그래도 보통 모기의 성기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기 힘들잖아? 하지만 그렇다면 말이 안 된다. 요즘 개미굴은 2계층은 쉽지만 3계층은 버거운 모험가들에게 있어서 핫 플레이스. 모기의 성기도 없으면서 그 많은 모험가들이 개미굴을 다닌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모험가들은 개미굴에 어떻게 다니고 있나요? 모기의 성기, 구할 수 없잖아요?” “아, 구원씨는 모르시겠네요. 실은 그게 그렇지도 않아요. 물론 무척 힘들기는 하지만, 일단 구할 방법 자체는 있어요.” “네? 대체 어떻게…?” “그, 그게…짜, 짝짓기 중일 때 덮치면 되요.” 레이첼 누님은 조금 말하기 부끄럽다는 듯, 살짝 얼굴을 붉히고 대답해줬다. 그런 레이첼 누님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다시 한 번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내가 제대로 들은 게 맞아? “…네?” “그, 그러니까 짝짓기를 하고 있을 때를 노리면….” “…모기가요?” “…모기가요.” …진짜냐. 그렇담 뭐야. 모기떼에게 들키지 않게 졸졸 따라다니다가, 짝짓기를 시작하면 그 타이밍을 노려서 덮친다고? 아니. 지적할 부분이 너무 많잖아. 아무리 2계층의 모기들이 일반 모기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크다지만 말이야, 아마 수컷은 그 중에 한 마리라고? 수많은 모기들 중 그 한 마리가 짝짓기 하고 있는 모습을 대체 어떻게 보는 건데? 그것도 모기떼에 들키지 않게 거리를 벌리고 쫒아 다니면서. 그렇게까지 해서 모기의 성기를 얻는 거냐. 항상 느끼는 거지만, 완전히 극한 직업이잖아. 모험가란 거. 이럴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축복받은 환경에서 편하게 던전 탐험을 하는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와는 별개로, 나는 꿈이 깨지는 기분도 들었다. 모험가들이 몬스터의 성기를 얻는 방법은, 당연히 제압해서 강제로 커지게 만들고…같은 음흉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현실이란 이렇듯 꿈도 희망도 없이 잔혹한 법이다. “그, 그래도 모기가 특별 케이스에요. 다른 몬스터들의 성기는 더 손쉬운 방법도 있으니까요.” 내 표정이 너무나 연민에 가득 찼던 건지, 레이첼 누님이 그렇게 위로의 말을 건네줬다. 아니. 위로의 말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미묘한가. 위로라기보다는…다른 모험가들의 대변? “그렇죠! 역시 그렇죠! 그럴 줄 알았어요!” 뭐, 나한텐 확실히 위로가 됐지만. 역시 우리 여신님이 만드신 꿈과 희망이 넘쳐흐르는 세계! 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었다고! “여기요. 다 됐어요.” 아무튼 그런 대화를 하는 동안, 나는 지도를 다 그렸다. 당연한 얘기지만 수컷 코볼트가 있는 장소는 그려 넣지 않았다. 대신 거대 마석과 페이크 보스가 있던 곳에 친절하게 소계층의 주인이 있는 곳이라고 큼지막하게 표시까지 해줬다. “아, 고마워요. 언제나처럼 보수는 다음에 건네 드릴 게요.” “넵. 아, 그리고 누님.” “네?” “모험가들이 그렇게 고생하고 있는 거라면, 제가 가서 모기 성기를 더 얻어올까요?” “네? 그래주신다면 물론 고맙겠지만, 하지만 그건….” “괜찮아요. 실은 이왕 이렇게 된 거 3계층에서 이어지는 소규모 계층도 없나 찾아볼 생각이거든요. 어차피 개미굴도 3계층으로 이어져 있고, 조금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하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상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실은 이거, 순수한 호의로 하는 말이 아니거든. 당연하잖아. 내가 뭐라고 얼굴도 모르는 모험가들을 위해 그렇게까지 해주겠어. …성자 아니냐고? 성자가 무조건 남을 도울 거라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라고! 아무튼 실은 내가 누님에게 그렇게 말 한 건, 연막작전이었다. 생각해보니 저번에 코볼트 동굴에서 개미굴로 넘어온 이후로 그냥 개미굴 입구를 통해 나왔단 말이지. 다른 모험가들에게 그 모습을 들키지 않은 건 정말 운이 좋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넓디넓은 던전의 계층과 달리, 소규모 계층은 비교적 그 크기가 작은 만큼 다른 모험가와 만날 확률도 올라갈 테니까. 그리고 만약 우리가 개미굴을 통해 나온 게 소문이라도 났어봐라. 길드도 이상한 점을 눈치 챘을 거다. 분명 1계층에서 코볼트 동굴을 발견했다는 애들이 개미굴에서 튀어나와? 라고 말이다. 그러니까 연막작전이다. 이걸로 우리가 2계층부터 시작하는 것도, 개미굴로 들어가는 것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거다. 설령 던전에서 돌아온 다음 3계층에서 이어지는 소규모 던전을 보고하는 일이 있더라도 말이다. 정말 난 어쩜 이렇게 머리가 좋은 걸까. 사라야. 보고 있냐? 이게 바로 네가 툭하면 바보라고 부르는 오빠의 본모습이란 말이지. 이 스마트한 작전을 보라고. “구원씨…후훗. 혹시 절 꼬드기려고 멋진 모습 보일 생각으로 그러는 거라면, 소용없으니까요?” …너무 스마트한 나머지 그만 레이첼 누님의 호감도를 더욱 올려버린 모양이었지만. 진짜냐. 아니. 누님이 기분 좋은 표정을 짓고 계시는 건 물론 보기 좋습니다만. 설마 이런 미인 누님이 날 좋아한다는 이유로 이런 기분이 드는 날이 올 줄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64==================== 뒤바뀐 관계 아무튼 오랜만에 기분좋은 미소를 보여주신 레이첼 누님께 적당히 얼버무리고, 나는 우리 애들과 합류했다. “…상당히 오래 걸렸네.” 뒤에서 보기엔 레이첼 누님과 시시덕거리면서 수다나 떨다 온 것처럼 보였겠지. 특히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는 원래 간단히 인원 보고만 하고 출발하니까 더더욱 말이다. 그래서인지 사라는 살짝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평소 같으면 괜한 오해를 받았다고 억울해했겠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사라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런 허락을 해준 직후니까 말이다. 내가 다른 여자와 대화할 때 신경이 곤두서는 건 어쩔 수 없겠지. 나는 그런 사라의 사도 인장 부근을 톡톡 손바닥으로 두드려주면서 피식 웃어보였다. “코볼트 동굴 얘기 보고하고 왔어. 덤으로 우리가 2계층으로 가는 이유도 핑계를 만들어놨고.” 나는 레이첼 누님과 했던 대화내용을 대충 요약해서 우리 애들에게 전해줬다. 물론 식사 때의 일을 사과했던 내용은 빼놓고 말이다. “호오. 과연. 자네가 웬일로 머리를 썼구먼.” 내 말을 들은 디아나는,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까치발을 들고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말해줬다. 모습만 보면 오히려 기특한 건 너다. 그리고 굳이 후드에 손 넣어서 쓰다듬지 마라. 얼굴 보이면 어쩌려고. “야. 웬일로는 너무하지 않냐. 너조차 신경 못 썼던 부분을 신경 써준 건데.” 아니. 파티장으로서 원래부터 내가 신경 써야 되는 게 맞기는 하지만 말이야. “무슨 소리인가. 이 몸이 신경을 안 썼을 리가 없지 않은가?” “…뭐?” “개미굴에서 빠져나올 때 남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마법을 쓰고 있었네. 결국 헛수고였지만 말일세.” “…진짜냐.” “엣헴. 이 몸은 자네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많은 걸 하고 있다는 말일세!” 디아나는 가슴을 쭉 펴고 자랑스럽게 외쳤다. 뭐, 그래봤자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기 때문에 안 그래도 소극적인 가슴은 전혀 존재감을 주장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래. 그래. 우리 대마법사님 최고다.” “음. 자네도 핑계거리를 만들어 놓은 것은 잘 한 걸세. 매법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일이니 말일세.” 내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디아나는 내 머리를 더욱더 휘젓듯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아무튼 그런 고로 2계층으로 텔레포트를 탄 우리는 곧장 개미굴을 향해 이동했다. 레이첼 누님과의 약속 때문에 중간 중간 모기떼를 잡기 위해 멈춰선 것만 제외하고는, 그냥 걷는 것과 마찬가지의 속도로 개미굴에 도달할 수 있었다. 뭐, 모기떼에 멈춰선 것도 잡는 것보다 해체 작업에 시간이 걸려서 그런 거지만 말이야. 그리고 개미굴에 도착해서, 우리는 곧장 여왕개미가 있던 방 근처로 향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수컷 개미가 있는 곳은 대충 짐작이 갔다. 사람의 허를 찌르는 숨겨진 장소. 그리고 대놓고 거대 마석을 드러내서 존재감을 뽐내는 페이크 보스의 존재. 심지어 우리가 보스 룸에 들어가기도 전에 여왕개미가 습격해왔던 걸 생각해보면…. “수컷 개미는 바로 여기. 여왕개미가 있는 곳 근처에…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여왕개미의 방 앞까지 도착한 나는 말하면서도 스스로 점점 목소리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아, 참고로 통로 너머로 보이는 보스 룸에 여왕개미는 없었다. 여긴 마법사 협회 사람들이 거대 마석을 조사하는 곳이니까 말이다. 거대 마석에는 여전히 마법사 협회의 인장이 새겨진 로브를 두른 마법사 몇몇이 조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 중에 아는 얼굴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각 학파의 장들이 계속 여기 있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 누님들은 진작에 다들 우리 저택으로 돌아왔고, 여기 있는 건 적당한 실력의 마법사들이다. 대충 들은 바로는 몇몇 그룹이 돌아가면서 연구를 진행하는 중이라는 모양이다. 뭐, 아무래도 좋은 얘기지만. “이 근처라고 해도…코볼트 때처럼 위쪽에 통로는 없어 보이네.” 우리 중에서 제일 눈이 좋은 사라가 천장 쪽을 쭈욱 훑어봤지만, 이렇다 할 통로는 없는 모양이었다. “뭐, 매번 똑같은 수법을 쓰진 않겠다는 거겠지. 실은 난 개미 알들 사이에 숨겨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말이야….” 이게 웬걸. 전부 없애는 게 불가능할 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벽을 빡빡하게 메우고 있던 개미 알들은 완전히 그 흔적을 감춘 상태였다. 아니. 여기 여왕개미의 방은 전에 조사하러 왔을 때 이미 다 처리했으니까 알고 있었지만. 여기뿐만이 아니라 여기까지 오는 내내 거의 모든 방의 알들이 처리되어있었다는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싹쓸이했잖아. 대체 모험가란 족속들은…아니. 나도 모험가지만 말이야. “흠. 그래도 이 근처에 있을 거라는 자네 생각은 타당하다고 생각하네만 말일세.” “하지만 이곳은 다른 모험가분들도 다른 곳보다 더 면밀히 살펴보지 않았을까요?” “그야 그렇…아, 혹시.” 머리를 맞대고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중, 나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허를 찌르는 장소라면 설마…라는 생각이 든 거다. “어디 또 짐작가는 대라도 있어?” “응. 확실하진 않지만 확인해볼 가치는 있을지도. 뭐, 일단 가보자. 만약 아니면 구석구석 다 뒤져보면 되지.” 그렇게 말하고 내가 일행을 이끈 곳은 바로 3계층으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여기는 거대 마석을 중심으로 좌우에 조그마한 길이 뚫려있고, 그 길을 따라 빙글 돌아가면 두 길이 만나는 지점 한 가운데에 3계층으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는 구조였다. 나는 3계층오로 향하는 통로를 내려가는 일 없이, 천장을 바라보고 그대로 좁은 통로를 빙 돌았다. 그리고…. “있다!” 그리고 다행이도, 통로를 걷던 도중 위쪽에 다른 곳으로 연결 된 것처럼 보이는 구멍이 하나 보였다. 그래. 사람은 자신이 찾던 걸 눈앞에 뒀을 때 가장 방심하는 법이다. 이곳에 오는 모험가들의 목표. 그것은 바로 다음 계층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거다. 어쩐지 이상하다고 생각했단 말이야. 다른 곳은, 심지어 코볼트 동굴에서도 다음 계층으로 이어지는 길은 그냥 평범하게 뚫려있었는데, 여기만 유독 이렇게 비밀 통로처럼 만들어져있었으니까 말이다. 예전에 여길 지날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나갔지만, 이렇게 진상을 알고 보니 이것 역시도 수컷 개미의 위치를 들키지 않기 위한 트릭이었던 거다. “와아! 역시 구원씨에요! 굉장하세요!” “헤헷. 좀 더 칭찬해주셔도 돼요. 천사님.” “후훗. 잘했어요. 잘했어요.” 내 뻔뻔한 말에도, 레이아는 쿡쿡 웃으면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왠지 이 몸이 쓰다듬어 줄 때보다 기뻐 보이는구먼.” “그, 그럴 리가 있겠어?” 그냥 손이 움직일 때마다 눈앞에서 거대한 가슴이 진자 운동을 하는 게…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난 디아나의 가슴도 충분히 훌륭하다고 생각해. 암. 그렇고말고. “레이아도 너무 그렇게 응석을 받아주면 안 돼요. 이 바보는 끝도 없이 기고만장해지니까.” “아니. 사라 너야말로 가끔은 좀 칭찬해줘라. 넌 너무 칭찬에 인색하다니까.” “딱히 그런 건….” “이번엔 나 잘 한 거 맞지?” “그, 그야 그렇지만….” “그런데 사라 넌 방금 나한테 뭐라고 했지? 칭찬했었나?” “우읏…미, 미안.” 평소에 맨날 받아주던 내가 갑자기 이런 반응을 보이자 당황했는지, 사라는 조금 풀이 죽은 목소리로 사과했다. 뭐, 사라도 악의가 있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런 식으로 나랑 장난치려고 그런 거였다는 건 나도 알지만 말이야. 그럼에도 난 이번만큼은 용서해줄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아니. 용서 못해. 나한테 ‘오빠아. 사라가 너무너무 잘못했져요.’ 라고 말하기 전까진.” “오빠…하?” 반사적으로 내가 한 말을 그대로 따라하려고 했던 사라였지만, 아쉽게도 상당히 이른 타이밍에 사라도 눈치를 챈 모양이다. 나도 정색하는 척 하면서 장난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지, 진짜 바보 아니야?!” “진심인데. 말하기 전까지 진짜로 용서 안 할 거야.” “누가…!” “그럼 잘 했다는 거야?” 일단 화난 척 하면서 사태를 무마해보려는 사라였지만, 거기에 당할 내가 아니지. 나는 은근슬쩍 미소 지어지려는 뺨 근육을 단단히 붙잡고 정색한 표정을 유지했다. “그, 그건 아니지만…우읏…지, 진짜로?” “응. 진짜로.” “하, 하지만 여긴 던전 안이고, 얼른 탐험을….” “여긴 몬스터도 안 나오는 곳이야. 내 말대로 사과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탐험으로 화제를 돌리는 것도 실패한 사라는 당혹스런 눈초리로 주변을 살펴봤다. 아무리 그렇게 살펴봤자 지금 여기 네 편은 없다. 쿨 뷰티의 대명사 사라에게 그런 대사를 시키고 있는 거다. 오히려 다들 기대에 찬 눈초리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특히나 디아나는 능글능글 웃으면서 사라에게 얼른 하라는 듯 손으로 보채고 있기까지 했다. 완전히 즐기고 있군. 혹시 전에 사라한테 말싸움으로 진 거 속에 담아두고 있었니? “으읏….” 여기에 자기편이 없다는 걸 깨달은 사라는 침음성을 흘리더니, 갑자기 내 팔을 붙잡고 일행과 조금 떨어지기 시작했다. “뭔가. 여기서 안 하는 겐가? 이왕이면 이 몸들에게도….” “디, 디아나는 시끄러워요!” 놀리는 디아나에게 새빨개진 얼굴로 일갈한 사라는, 내 얼굴을 바라보고는 부끄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오, 오빠아…사, 사, 사라가 자, 잘못…해, 해쪄요…큭.” 음. 그 부끄러워 죽을 것 같다는 표정이 훌륭하구나 사라야. 하지만 아직 멀었어. “말투.” “뭐, 뭐어…?!” “말투도 똑바로 다시.” “이, 이게 진짜…!” “다시.” “으윽…오, 오빠아…사라가…잘못해쪄요오….” 내 강압적인 말투에 못 이겨서, 결국 사라는 이를 한 번 뿌드득 갈더니 안 어울리게 엄청 귀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솔직히 객관적으로 들어 봤을 때 귀여운 목소리인지 어떤지는 확신을 못하겠지만. 쿨한 허스키 보이스로 귀여운 목소리를 억지로 짜낸 거니까 말이지. 적어도 나한텐 귀여웠으니까 아무 문제없다는 걸로. 뭐 아무튼 사라는 내 요구를 제대로 들어줬다. 하지만 이대로 끝내긴 좀 아쉬운데. 모처럼 이니까 조금만 더 놀려볼까. “표정도…커헉!” “진짜…! 진짜 이게…! 진짜 이 바보가…!” 하지만 내가 놀리기도 전에, 사라가 부끄러워 죽을 것 같다는 표정으로 내 등을 찰싹찰싹 때려댔다. “아야! 아파! 아파 사라야! 여기 던전!” “몬스터는 안 나오는 거잖아?! 이 바보가 진짜!” 아, 넵. 죄송합니다. 나는 사라의 등짝 스매시를 피해서 황급히 우리 애들에게로 다시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가? 제대로 사과했는가? 이 몸도 사라양의 귀여운 목소리를 한 번….” “크헉. 디아나! 그만! 그만 놀려!” 네가 놀리면 사라가 그만큼 날 때리잖아. 아니. 대체 어떻게 된 손바닥이 내 갑옷을 뚫고 데미지를 주는 거야. 혹시 발경 같은 거라도 쓰니? “사, 사라야! 너도 그만 진정해! 괜찮아! 귀여웠어! 귀여…크헉!” 결국 나는 사라가 진정할 때까지 그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꽉 껴안고 말릴 수밖에 없었다. “후우. 설마 던전에서 몬스터도 아닌 같은 편한테 생명의 위협을 느낄 줄이야.” 그리고 겨우 사라가 진정된 다음에, 나는 천사님의 손길로 치유를 받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흥. 엄살은.” 아니. 그야 생명의 위협이라고 표현한 건 엄살이 맞지만 말이야, 농담 아니라 진짜로 아팠거든? 뭐, 놀리는 것도 적당히 하라는 교훈으로 삼자. 아예 놀리질 말라고? 그건 안 돼지. 내 인생의 낙인데. 아무튼 그렇게 한차례 소동이 진정되고, 우리는 드디어 위쪽의 구멍을 향해 암벽등반을 했다. 참고로 디아나는 내가 업었다. 구멍은 아니나 다를까 좁은 통로 같은 형식으로 길게 이어져 있었고, 그 너머에는 또 다시 거대한 공동이 하나 나타났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에는, 여왕개미보다도 한 층 더 거대한 개미가 한 마리 자리 잡고 있었다. 코볼트 때 이미 한 번 경험했기 때문에 페이크 보스보다 수컷이 강할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 크기는 아니잖아. 크다고 무조건 센 게 아니라고. 좀 작아도 괜찮잖아. 안 그래도 무식하게 큰 여왕개미보다 더 크다니.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레이첼과 어떻게 될지는 거의 완벽하게 떡밥이 다 나왔습니다. 떡밥들을 조합해서 이미 예상을 하고 계신 분들도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465==================== 뒤바뀐 관계 “저거랑 싸우면 소리 울리지 않을까?” 우리는 일단 통로를 빠져나가지 않고, 위에서 수컷 개미를 내려다보면서 대책 회의를 시작했다. 아니. 그래봤자 2.5계층의 몬스터다. 그냥 잡는 것 정도야 별 문제 없겠지만, 문제는 이걸 남들한테 알리지 않고 잡아야한다는 거다. 여기로 올 때 이미 주변에 모험가들이 없다는 건 확인했지만, 여왕개미의 방에서 거대 마석을 연구 중인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이 문제였다. 디아나가 나서서 입막음을 하는 방법도 가능하기야 하겠지만, 이왕이면 수컷의 존재 자체를 남한테 알리고 싶지 않았다. “흠. 소리는 이 몸이 마법으로 막을 수 있네만, 문제는 땅울림이로구먼.” “그렇지. 저런 녀석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야 울리겠지.” 저 놈도 여왕개미와 마찬가지로 날개를 달고 있고. 여왕개미처럼 점프 공격이라도 하는 날에는…생각하기도 싫다. “좋아. 그렇다면 드디어 내가 전력을 다할 때가 온 모양이로군.” 나는 비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몸을 풀었다. “뭘 하려고?” “응? 뻔하잖아. 놈이 움직일 틈도 없이 죽이면 되는 거잖아? 즉, 암살이야.” 크크큭. 드디어 내 암살자란 직업을 전투에서 써먹을 때가 온 모양이군. 지금까지 실컷 야한 짓을 할 때만 써먹었던 직업이지만, 여기 수준의 몬스터라면 내 암살자 레벨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게다가 난 직업이 암살자만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암살자, 무투가, 성자가 합쳐지면 얼마나 흉악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 보여주지. 계획은 간단했다. 일단 몸에 힘 조절을 안 한 최고 위력의 성자의 손길을 두른다. 그리고 은신을 사용해서 들키지 않게 조용히 다가간 후, 무투가의 스킬까지 병행해서 급소를 강타한다. 암살자라는 직업은 급소 공격 시 데미지 배율이 증가하는 스킬을 패시브로 가지고 있다. 거기에 더해서 나는 예전에 늑대개들을 중성화시키면서 얻은 급소 공격 데미지 배율 증가 스킬이 하나 더 있지. 이 둘이 합쳐지면, 내 급소 공격은 말 그대로 상상을 초월하는 결과를 낳게 될 거다. 거기에 성자의 손길을 두른 무투가 스킬로 공격이라니. 환상적인 콜라보다. 스스로가 무서울 정도로 말이야. 물론 아무리 그래도 저런 덩치를 한 방에 잡을 수 있을지 확신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라와 연계까지 하기로 하고, 은신술을 사용해서 살며시 개미의 뒤로 돌아갔다. 성기 강타라…남자로서 미안해지는 행위지만, 그나마 상대는 곤충. 포유류와는 기본적인 생김새 자체가 달랐기 때문에, 나는 미안한 마음을 그나마 좀 덜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가만히 있는 개미에게 뒤에서 지근거리까지 접근한 나는, 바닥에 있던 돌멩이를 하나 집어 들어 땅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돌이 땅에 떨어짐과 동시에, 발에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훌쩍 뛰어오르며 몸을 뒤집고 다리를 올려 찼다. 돌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는 개미 녀석의 어그로도 끌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소리였지만, 아마 사라의 귀에는 제대로 들렸을 거다. 이거야 말로 사라하고만 가능한 환상의 연계 플레이라는 거다. 나는 발에 놈의 급소가 닿기도 전에 이미 성공을 확신하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 “섬머솔트 킥!” 자, 어떠냐? 쾌감에 미쳐서 복상사냐? 아니면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쇼크사냐? 어느 쪽이든 좋아. 나는 놈이 사정을 했을 때를 대비하여 위쪽을 쳐다봤다. 비록 공중에서 몸이 뒤집혀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괜히 레벨을 올린 게 아니라고! 지금의 내 신체능력이라면 그깟것을 피하는 것쯤은…. 퍼어엉! …뭔가. 지금 발에서 폭발음 같은 게 들렸는데. 내 기분 탓이겠지? 아니. 그야 물론 괴성도 들리기는 했다. 수컷 개미의 끔찍한 단말마가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내게 중요한 건 지금 그게 아니었다. 터진 거다. 내 발이 닿은 부분이. 아무리 내 공격이 강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폭죽 터지듯 터지는 건 뭔가 좀 이상했다. 그러고 보니 수컷 개미는 교미를 하면 바로 죽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어떻게 죽는다고 했더라? 잡아 먹혀서? 아니. 그건 거미 얘기였고. 분명 개미는…사정과 동시에 성기가 터져서…. “구원! 성공했어!” …응. 알아. 굳이 때릴 필요도 없이 사정만 시키면 죽는 놈이었거든. 이 녀석은. “응. 마석은 머리에 있으니까 대신 좀 캐줄래?” 나는 최대한 냉정을 가장하고 사라에게 말했다. 아마 개미의 몸에 가려져서 쟤들한테 내 모습은 안 보겠지. 마석을 캐내서 개미의 몸이 사라지는 동안, 최대한 기분을 진정시키자. 그렇게 마음먹어도 뺨을 타고 눈물이 한 줄기 흐르는 건 막을 수 없었다. 젠장. 난 왜 항상 잘 나가다 이런 꼴을…. 그리하여 우리는 무사히 개미의 성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마석을 캐내고 내 멘탈이 회복될 때까지의 과정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굳이 말하자면 레이아의 가슴이 부드러웠다고만 말해두지. 아, 참고로 드랍 된 성기는 완전한 모양을 갖추고 있었다. 전에도 몇 번 이런 적이 있었지만, 잡기 전에 성기가 손상을 입더라도 드랍은 멀쩡한 모습으로 되더라고. 아무튼 그렇게 근처에 있던 구멍에 성기를 꽂아 넣고 3.5계층으로 향한 우리였지만, 3.5계층에 발을 디디자마자 곧장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우와앗! 으앗! 으아아!” “꺄악! 아파라아….” 그랬다. 3.5계층은 얼음으로 만들어진 얼음 동굴이었던 거다. 벽이나 천장뿐만 아니라, 바닥까지도 전부. 그것도 하필이면 내려오는 통로 중간부터 갑자기 지형이 변하는 바람에, 방심한 우리는 그대로 미끄럼틀 타듯이 엉덩방아를 찧고 그대로 쭈욱 미끄러져 내려오게 됐다. “흠. 과연. 이런 지형이구먼. 과연. 이곳을 탐험하는 것도 꽤나 고생을 하겠구먼 그래. 그래도 코볼트 동굴이나 개미굴과는 달리 빛이 있다는 것 하나는 마음에 드는구먼.” 유일하게 엉덩방아를 찧지 않은 디아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냉정하게 상황을 관찰했다. 저 몸치가 어떻게 엉덩방아를 찧지 않았냐고? 간단하다. 날고 있거든. 저 치사한 녀석. “이왕이면 우리도 좀 도와주면 안 됐냐?” “이 몸도 할 수 있다면 그러고 싶었네만, 아무래도 이 인원을 전부 띄울 정도로 대량의 마나를 모으기에는 경황이 없어서 말일세.” …확실히. 이해는 된다. 아무리 대마법사님이라도 대비도 못하고 갑자기 미끄러진 상태에서 순간적으로 마법을 사용한 거다. 자기 몸을 간수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겠지.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혼자 공중에 떠서 사람을 내려다보면서 말하니까 뭔가 열 받는다. “하지만 어떻게 하죠? 이래선 제대로 걷지도 못할 텐데요.” “그러네. 일단 다시 올라가서….” 젠장. 못 올라가잖아. 체감 상 우리는 꽤나 긴 길을 미끄러져 내려왔다. 평지에서 서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미끄러운 바닥인데, 오르막길을 올라가라고? 마석 채취용 나이프를 양손에 쥐고 얼음벽에 꽂으면서 등반하면 혹시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전원이 두 자루씩 쥐고 올라갈 수 있을 만큼 나이프를 넉넉히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디아나. 마법으로 우리 전원을 위쪽 계층 올리는 건 가능할까?” “음? 아니. 불가능하네. 그 전에 마나가 다할 걸세.” “그, 그런…그렇다면 저희는…. 대체 어떻게 해야….” 레이아는 넘어지면서 걷어 올라간 치맛자락을 정리하면서 중얼거렸다. 그럼에도 개조한 사제복은 옆쪽 슬릿이 깊게 파여 있어서 멋진 각선미가 그대로…아니.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괜찮아. 내게 생각이 있어.” 어쩔 수 없지. 이런 비상시다. 조금 희생을 해볼까. 나는 인벤토리에서 내 옷을 잔뜩 꺼냈다. 그래. 아무런 장식도 없는, 투박한 천 옷 말이다. “옷? 갑자기 그런 걸 꺼내서 어쩔 셈인데?” “뭐, 보고 있으라고.” 나는 꺼낸 옷가지들을 여러 겹 겹쳐 발에 둘러 묶고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어떻게든 될 것 같네.” 몸을 꾸미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고, 착용감마저 그다지 좋지 않은 투박한 천 옷이었지만, 그 투박함이 이번에는 도움이 됐다. 이렇게 발바닥에 깔고 있으니 제대로 미끄러지지 않도록 마찰력을 만들어주는 거다. 뭐, 그래도 조금 방심하면 넘어질 것 같기는 했지만, 임시방편치고는 꽤나 쓸 만했다. “어머. 대단하세요.” “헤헷. 그렇지. 그렇지?” “으, 으응…대단하네. 와아. 구원 똑똑해.” “…….” “뭐, 뭐야. 그 시선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치, 칭찬해 달래서 칭찬해줬잖아?!” 내 침묵의 의미를 자기도 대충 알고 있는 건지, 사라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내게 항의해왔다. “어, 응. 고마워. 귀여웠어.” “귀, 귀엽…?! 갑자기 왜 귀엽다는 말이 나오는데?!” 아니. 어색한 모습으로 열심히 칭찬하려는 모습이 깜찍했다고. 뭐 입 밖으로 내면 또 부끄러워하면서 때릴 지도 모르니까 말은 안 하겠지만. “자, 자. 그러지 말고 다들 발에 이거 두르라고.” “으으음….” 사라는 내가 얼버무리려고 하는 게 맘에 안 든다는 듯 살짝 날 노려봤지만, 그래도 착실히 옷가지를 받아서 나처럼 발에 둘렀다. 레이아와 실비아, 마틸다도 다들 발에 옷가지를 두르고 자리에서 일어설 수 있게 됐다. “꺄악! 죄, 죄송해요.” 그리고 겨우 출발하려고 했던 그때, 갑자기 레이아가 내 팔에 매달려왔다. 덕분에 이런 식으로 내 쪽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커다란 가슴이 내게 마구잡이로 짓눌려왔다. 갑옷 때문에 아쉽게도 감촉이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그 짓눌린 모양을 눈으로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아니요. 오히려 감사합니다. 감사…커헉.” “하여간 이 바보는….” 결국 본심을 말한 나는 다시 한 번 사라에게 등짝 스매시를 맞게 됐고, 레이아는 잠깐 방심한 것뿐이었는지 곧장 내 팔에서 떨어져 균형을 잡았다. “크, 크흠! 자네! 이 몸에게도 옷가지를 주게나.” 그리고 그런 레이아를 보고, 디아나가 내게 손을 뻗어왔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뻔히 보였지만, 그래도 나는 일단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뭐? 왜? 디아나는 떠다닐 수 있잖아?” “언제까지나 쓸데없이 마나를 소모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뭐, 그거야 그렇지.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닌 것 같지만. 그 증거로…. “우아앗! 이, 이거 정말로 꽤나 균형 잡기 힘들구먼….” 디아나는 발에 옷가지를 두르자마자 곧장 내게 안겨왔다. 다만,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넘어질 뻔했지만. 하여간 몸치라니까. “아무리 그래도 여긴 3.5계층이니까. 말해두는데 업고 다닐 수는 없다.” 아직 어떤 몬스터가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레벨만 따지고 보면 딱 우리 레벨에 적합한 계층일 거다. 뭐, 우리 파티는 레벨에 비해서 훨씬 강한만큼 그다지 힘들진 않겠지만. 그래도 너무 방심할 수준은 아니라는 거다. “알고 있네.” 디아나는 대답하고는 내 팔에 매달려 천천히 균형을 잡았다. “차라리 레이아랑 같이 붙어있지 그래?” “무, 무, 무슨 소릴 하는 겐가?! 그럴 필요 없네! 안 춥지 않나?!” 확실히. 3계층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3계층과는 다르게 바람이 불지 않기 때문일까? 그냥 조금 서늘한 정도로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뭐, 만약 추웠더라도 디아나가 따로 뭔가 준비해왔겠지만 말이야. 추운 곳에 갈 거란 걸 알게 되자마자 바넷사를 애타게 찾기도 했고.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라. 균형 잡기 힘들잖아? 난 앞에서 있어야 하니까 계속 나한테 매달려있을 수도 없고. 실비아도 전위. 사라는 활을 쏴야하고, 마틸다는 후위진의 호위. 남은 건 레이아밖에 없잖아.” “그러네요! 네! 그래요! 자, 디아나씨. 이리 오세요!” 레이아. 엄청 좋아하네. 뭐, 기분은 충분히 이해한다. 디아나 얘 따뜻하고 부드럽고 좋은 냄새 나고, 안고 있으면 기분 좋지. “시, 싫네! 가슴은…가슴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디아나는 또 다시 레이아의 품에 안길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레이아의 커다란 가슴을 머리 위에 얹고 있는 디아나의 표정이 그렇게 안쓰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뭐, 원인을 따지자면 나 때문이지만. “그럼 갈까. 일단 목표는 3계층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찾는 거야. 우선 여길 빠져나가서 제대로 걸을 수 있도록 재정비하고 오자고.” 그리하여 드디어 우리의 3.5계층 탐험이 시작됐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밤에 연참! 466==================== 뒤바뀐 관계 “그러고 보니 마틸다. 어때? 버틸만해? 개미굴에서 한동안 익숙해지잔 얘기도 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금방 길을 찾아버렸네.” 앞장서서 가기 전에, 나는 일단 마틸다의 상태를 확인했다. 뭐, 어차피 힘들어도 곧장 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는 하지만. 괜찮을까? 여기부터는 슬슬 마틸다도 전투에 참가할 일이 생길 텐데 말이야. “네, 네에? 괘, 괜찮아요. 이 정도는…아….” 하지만 내 질문에, 마틸다는 예상 외로 멀쩡하게 대답했다. 마치 던전 안의 공기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아니, 그보다는 다른 데에 정신을 팔린 것처럼. “응? 왜 그래?” “귀, 귀여워어어….” 아니. 얘가 갑자기 왜 이래. 설마 나보고 그런 거야? 그야 얼마 전에 나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해온 이후로는, 날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진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핑크빛 모드에 빠지지 않으면 말투뿐 아니라 눈빛도 조금 오만하게 느껴진다고 할까, 톡 쏘는 느낌이었는데, 고백 이후로는 미묘하게 부드러운 시선이 섞이고 있는 건 나도 느끼고 있었다. 마치 더는 숨길 것도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멋지다고 하는 거면 몰라도 귀엽다니. 레이아도 그렇고, 혹시 여기 종교인들은 귀여움의 기준이 조금 다른 걸까? “꺄아악!” 게다가 마틸다는 귀엽다는 말에서 그치지 않고, 새된 비명까지 질렀다. 그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나는, 마틸다의 시선이 미묘하게 날 향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 시선을 따라 나도 고개를 돌리니, 거기에는 펭귄 한 마리가 뒤뚱뒤뚱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 응. 그럴 줄 알았어. 하지만 마틸다. 몬스터한테 귀엽다는 감상을 할 정도인 걸 보면 상당히 여유 있는 모양이네. 아무래도 마틸다도 점점 던전의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있는 모양이다. …뭐, 그냥 펭귄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던전의 마력이 가지는 압박감을 잊고 있는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일단 마틸다에게 신경을 끄고, 펭귄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확실히 귀여운 외모이기는 하다. 이 세계의 동물형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원래 있던 세계의 동물들보다 어딘가 흉포한 분위기를 풍기는 외모를 하고 있었다. 심지어 1계층 초반에 나오는 토끼마저도 말이다. 하지만 이 펭귄은 아무리 봐도 원래 세계의 펭귄과 그다지 차이점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리 귀여워도 여기에 나타난 이상 몬스터. 나는 자세를 바로 잡고 일행의 앞에 서서 펭귄을 마주했다. 하지만 뒤뚱뒤뚱 걸어오는 펭귄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무래도 적의가 생기지 않는다. 정말 몬스터가 맞기는 한 걸까? 이동속도부터 엄청 느린데다가, 저 몸으로 공격한다고 해봐야 쪼기 공격정도밖에 할 게 없지 않아? 그렇게 점점 적의가 사라져가고 있었을 때, 펭귄의 행동에 변화가 나타났다. 어느 정도 거리까지 다가온 놈들이 갑자기 바닥에 배를 깔고 미끄러져오기 시작한 거다. 그러자 아까와는 달리, 놈들의 속도가 대폭으로 빨라졌다. 하지만 아무리 속도가 빨라져봤자 저 상태로 공격은…. “꺄아악! 뭐야 저거?!” 아니. 그러니까 좀 집중하자고. 귀여운 건 이해하지만 말이야. 젠장. 몬스터 녀석. 깜찍한 외모로 우리 애들을 매혹하려 들다니. 나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빠르게 미끄러져 온 펭귄은, 우리와의 거리가 대략 3미터 정도 남았을 때 갑자기 날개를 파닥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웬걸, 놈들의 몸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방금 전까지 미끄러져오던 속도도 전혀 잃지 않은 채. 그래. 놈들은 뾰족한 부리를 내밀고 그 몸을 미사일처럼 쏘아 올려 공격을 하는 타입이었다. “이런! 피해!” 물론 내 방어력이라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을 거다. 하지만 이렇게 바닥이 미끄러운 상태에서 저런 공격을 받으면, 확실히 자세가 무너진다. 아니. 내 자세가 무너지는 것 정도는 그나마 낫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막더라도, 분명 저 펭귄 미사일은 궤도만 바뀔 뿐 분명 어디론가 쏘아져 나갈 거다. 그러면 오히려 더 위험해진다. 차라리 우리 애들이 자칫 반응하지 못하고 그대로 맞아버릴 가능성도 있으니까. 차라리 궤도가 예측 가능하도록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몸으로 막는 걸 포기하고 황급히 옆으로 피했다. 다행히 펭귄의 공격은 아무에게도 명중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그대로 바닥에 착지한 펭귄은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이번엔 바닥에서 벽으로, 그리고 천장 근처까지 미끄러져 올라간 후 이번엔 공중에서부터 습격을 해왔다. 바닥과 벽, 천장이 각진 모서리로 이뤄져 있지 않고 둥글게 되어있는 얼음 동굴의 지형을 완벽히 살린 공격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전 방위에서 공격을 해오게 되면, 전위 후위를 나눈 우리의 진형도 전혀 쓸모가 없어져버린다. 게다가 놈은 똑똑하게도 한 번의 공격에 한 명만 노리는 게 아니었다. 직선상에 두 명 이상이 있게 되는 루트만 골라서 돌진하며, 놈은 우리의 진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큭!” 이번에도 어떻게 피해내기는 했지만, 놈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바닥을 미끄러져서는 방향을 바꿔 공격해올 뿐이었다. 쳇. 이대로 피하고 있기만 하다가는 끝이 없겠어.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놈의 몸은 가속도가 붙어서 점점 더 빨라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라, 디아나! 공격해!” “고, 공격하라고 해도 이래선…!” 하지만 사라는 펭귄의 공격을 피하는데 급급하여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틈틈이 활을 날려보기도 했지만, 기파의 화살은 번번이 펭귄이 지나가고 난 자리를 꿰뚫었다. 미끄러운 얼음 바닥 위에서 균형을 잡고, 펭귄의 공격을 피하면서 그 빠른 몸체를 맞추기까지 한다는 건 아무리 사라라도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었다. 디아나 역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실드로 놈의 공격을 방어했던 디아나지만, 놈이 실드를 타고 궤도를 바꿔 다른 사람에게 기습 공격을 감행하는 걸 보고는 바로 실드의 사용을 중지했다. 그리고는 몸 주변에 바람을 감싸 놈이 공격해올 때마다 아무도 없는 방향으로 그 몸을 흘려보냈다. 아마 자신뿐만 아니라 레이아까지 지키기 위해서 저런 화려한 방법을 쓰는 거겠지. 덕분에 디아나 역시도 추가 공격까지 할 여유는 없어보였다. 젠장. 그렇다면! “놈이 나만 노리게 만들게! 예측해서 공격해!” 나는 저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놈이 나만 공격하게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되면 다들 공격에만 전념할 수 있을 거다. 또한 놈이 움직이는 루트도 자연스레 한정될 것이기 때문에, 공격의 명중률도 대폭으로 증가할 거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곧장 성역 선포를 사용했다. 우리 애들도 말려드는 기술이기 때문에 되도록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지. 성자의 파동은 당연히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고, 성자의 손길을 두른 손을 놈에게 닿는 것도 솔직히 어려워보였다. 놈의 공격을 피하면서 넘어지지 않고 있는 것만으로 한계인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성역 선포를 발동한 순간, 무작위로 움직이던 놈이 단번에 날 타겟으로 잡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아. 이거라면 사라나 디아나의 공격도…! 그렇게 생각했을 때, 갑자기 옆에서 콰직하고 얼음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어느 샌가 곁으로 다가온 실비아가 바닥에 방패를 꽂는 소리였다. 실비아는 그 방패에 발을 올려서 몸을 고정시키고, 그대로 검을 수평으로 들어서 펭귄이 돌진하는 타이밍에 맞춰 옆으로 힘차게 그었다. 촤아아아! “꺄아아아악!” 시원한 소리와 함께 펭귄의 몸이 그대로 깔끔하게 이등분 됐다. 과연 실비아. 레벨 180대의 기사님다운 솜씨다. 아니. 그보다 시원한 소리 말고 뭔가 다른 소리도 들렸던 것 같은데 말이야. “괜찮으십니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펭귄을 갈라버린 실비아는, 뭔가 조금 부끄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아, 전투 상황인데도 그 특유의 멍한 무표정이 아니구나. 고백한 이후로 태도가 조금 변한 마틸다처럼, 실비아도 소원 얘기가 나온 다음부터 뭔가 나에 대한 내성이 더 약해진 느낌이 든단 말이지. 원래는 전투 상황에선 절대 저런 표정을 짓지 않았는데. 아니. 방금 전 모습을 봐선 전투는 제대로 집중하는 모양이니까 상관없지만 말이야. “어, 응. 그래. 괜찮고말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뭔가 묘한 기분이 되어서 반사적으로 실비아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아니. 그도 그렇잖아? 펭귄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깔끔하게 이등분낸 애가, 피에 젖어서 부끄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거라고. 그야 미묘한 기분도 된다고. 그러고 보니 내 손도 피투성이잖아. 함부로 머리 만져도 괜찮은 건가? …부르르 떠는 걸 보니까 아무래도 괜찮은 모양이다. 아니. 물론 마석만 캐내면 사라질 피지만 말이야. 기사님은 터프하네. 실비아는 종종 기사 수행으로 익숙해져 있으니 괜찮다는 말을 하곤 하지만, 이런 것도 그런 걸까? 그렇다면 대체 어떤 식으로 수행을 한 걸까? 조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물론 절대로 직접해볼 맘은 들지 않았지만. 나는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까 비명 소리가 들렸던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엔 완전히 멘탈이 나간 표정을 짓고 무너져 내린 마틸다의 모습이 있었다. 처음 봤을 때 귀엽다고 소란까지 피웠던 마틸다인 만큼, 이 모습은 상당히 쇼크인 모양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고작 몬스터를 죽인 것 가지고 그런 표정을 지어서야 앞으로 어떻게 하겠냐고 말했겠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그럴 맘이 들지 않았다. 정면에서 펭귄이 두갈래로 갈라지는 걸 보고, 그대로 피와 내장을 뒤집어 쓴 몸으로서 말이다. “마틸다. 괜찮아? 버틸 수 있겠어?” 나는 펭귄의 잔해에서 마석을 뽑아내고는 몸이 말끔해진 이후 마틸다에게 다가갔다. “네, 네에…. 힘낼게요.” “그래. 최대한 빨리 3계층으로 가는 길을 찾자.” 아까와는 대답이 전혀 달랐지만, 나는 이해해주기로 했다. “흠. 하지만 한 마리에 이렇게 고전해서야. 조금 대책을 세우고 가는 편이 좋을 것 같구먼. 이대로 가면 서너 마리가 동시에 튀어나오는 순간 누구 하나 크게 다칠 걸세.” “후우…그건 그렇지. 적어도 발이 미끄럽지만 않았어도 할만 했을 텐데 말이야. 뭔가 방법이 없을까?” “음…아무래도 여기서 그 대책을 세우는 건 힘들 걸세.” “차라리 우리가 먼저 기습을 하는 건 어때? 처음 봤을 때는 뒤뚱뒤뚱 걸어왔었잖아. 그때를 노리는 거야.” “음. 확실히. 공격력과 속도에 특화된 몬스터로 보이니 말일세. 방어력은 그다지 없어보였으니, 기습으로 일격에 죽이는 것도 가능할지도 모르겠구먼. 실비아양 어떤가? 직접 베어본 소감은.” “네. 디아나님과 사라님의 공격이라면 충분히 일격에 처리 가능할 거라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나도 가능하지 않을까? 수컷 개미도 한 방에 잡았으니까 말이야. 암살이 가능할 것 같은데.” 뭐, 수컷 개미는 조금 특이 케이스였긴 하지만. 아무튼 수컷 개미는 2.5계층의 페이크 보스보다도 강력한 적이었을 거다. 그 정도면 3.5계층의 일반 몬스터보다는 강하다고 봐도 되겠지. 그렇다면 내 암살 콤보도 충분히 먹힌다는 말이다. 뭐, 3계층의 주인도 내 성자의 손길에는 허무하게 뻗었으니까 말이다. “흠. 그럼 그렇게 하세. 이 몸의 마법은 암습에는 적절하지 않으니 말일세. 상대가 한 마리라면 자네가. 두 마리라면 사라양도 포함해서, 그 이상이라면 일단 빠르게 둘을 없애고 상대하는 것으로 하세.” “그래. 그러자. 그리고 내가 암살로 앞에 나서는 거면 너희가 말려들지 않게 성역 선포도 쓸 수 있을 거고. 만약 세 마리 이상 나타나더라도 아까보단 훨씬 상대하기 쉬울 거야.” 아까는 나와 다른 애들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것도 문제였으니까 말이다. 혼자서 멀리 떨어져서 어그로를 끌고 있는 거라면, 굳이 도탄을 걱정하여 놈들의 공격을 일일이 피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결정한 우리는, 다시 진형을 정비하고 앞으로 나서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레이아? 왜 그래?” “…죄송해요. 전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해서….” 아까부터 말이 없던 레이아를 바라보자, 레이아는 드물게 풀죽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도움이 안 된다니.” “하지만 제가 없었다면 분명 방금 전에도 디아나님이….” 아, 과연. 하긴. 확실히 디아나가 방어에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방금 전에도 그렇게 졸전을 펼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레이아는 반쯤 억지로 디아나를 끌어안고 다녔던 만큼 더 죄책감이 커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레이아가 없으면 만약 누가 다쳤을 때 치료해줄 사람이 없잖아? 마틸다의 치료 마법은 레이아보다도 효율이 떨어지고 말이야. 걱정 마. 지금부터는 내가 앞장서니까. 도움 될 일이 잔뜩 생길 거야.” “구원씨도 참…구원씨가 다치는 거면 차라리 이대로 짐짝이 되는 게 나아요….” 레이아를 다독이기 위해서 그렇게 능청을 떨자, 레이아는 그제야 조금 풀린 표정으로 날 곱게 흘겨보면서 꼬리로 살며시 날 토닥였다. “그래. 바로 그러야. 레이아가 할 일이 없다는 건 결국 모두에게 좋은 거니까 말이야. 풀죽지 말라고.” “음. 이자가 말하는 대로일세.” 그리고 그때 디아나가 우리를 향해 천천히 날아오더니, 레이아의 앞에 가서 살며시 등을 돌렸다. “디, 디아나씨?” “…이 몸 혼자선 균형을 잡고 걷기 힘드니 말일세.” 하여간 디아나도 참. 그렇게 싫어했던 주제에, 결국 레이아가 풀죽어있으니까 오히려 자기가 나서서 레이아에게 저러는 거다. 하여간 우리 애들은 다들 하나같이 왜 이렇게 착한 건지. “디, 디아나씨!” “우왓! 그러니까 가슴을 머리에 올리지 말게! 적어도 뒤통수에 가져다대게! 굳이 올릴 건 없지 않나?! 으긋…뒤, 뒤통수에 대는 건 이것대로 굴욕이….” …뭐, 아무리 그래도 레이아의 가슴이 싫은 건 여전한 모양이지만. 뭐, 고생하라고. 완전히 미소를 되찾은 레이아를 바라보며 싱긋 한 번 마주 웃어주고, 우리는 다시 탐험을 재개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67==================== 뒤바뀐 관계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작전은 제법 괜찮게 됐다. 사라가 멀리서 펭귄들의 존재를 먼저 탐지해내고, 내가 암살로 접근. 급소 공격으로 한 마리를 처리하고, 곧장 성역선포 발동. 그 사이에 사라도 한 마리를 처리하고, 나머지는 내가 공격을 막는 동안 사라와 디아나가 처리한다는 방법이다. 같은 전위인 실비아가 또 다시 전혀 활약을 못하게 되는 전법이기는 했지만, 뭐 아직까진 괜찮겠지. 실비아나 마틸다는 이런데서 몬스터를 잡는다고 해서 직업 레벨이 오를 수준도 아니고. 아무튼 펭귄은 많이 무리지어 다니지 않고, 기본이 두세 마리. 많아서 네 마리 정도가 뭉쳐 다녔기 때문에 우리는 처음에 한 마리 상대로 고전한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쉽게 펭귄들을 처리해나갔다. 내가 좀 아픈 것만 빼고 말이다. 아니. 이 녀석들, 디아나 말대로 정말 공격에 모든 스탯을 올인한 놈들이더라고. 설마 내 방어력을 뚫고 데미지가 들어올 줄이야. 공격력만 놓고 보면 4계층을 넘어서 5계층 몬스터들과도 비슷한 수준이 아닐까? 물론 그만큼 방어력이 약해서, 한 대 때리면 그대로 죽기는 했지만. 게다가 이 녀석들, 무작정 피할 때는 몰랐는데 부리뿐만 아니라 날개도 살상력을 가지고 있었다. 옆으로 펼치고 있는 짧은 날개가 마치 칼날처럼 몸을 베어버리는 거다. “구원씨. 괜찮으세요?” 레이아는 전투가 끝날 때마다 황급히 내게 다가와 어루만지며 치료를 해줬다. 미끄러운 바닥에 넘어지지 않도록 보폭을 짧게 하면서도 필사적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뭔가 흐뭇했다. “…이 몸을 사이에 두고 그러는 건 그만둬주지 않겠나?” 게다가 심지어 품에는 디아나를 안은 채로 그러는 거니까 더욱더. 말로는 그러면서 레이아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는 디아나는 역시 귀여웠다. 아마 또 레이아가 시무룩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참고 있는 거겠지. 뭐,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힘내라. 디아나. 최고 연장자다운 그 배려, 난 똑똑히 가슴에 새기고 있으니까 말이야. “괜찮아? 많이 아프면 차라리 성역 선포는 안 쓰는 게 어때? 나도 이제 펭귄들 속도에 제법 익숙해졌고, 이쪽으로 오더라도 다가오기 전에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 그래도 괜히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지.” 그래 우리 애들이 조금이라도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가 좀 아픈 게 낫다. 애초에 탱커란 그런 역할이잖아. …지금 내 스탯은 방어력만 쓸데없이 높으니까, 이럴 때라도 도움이 돼야지. 아, 위험해. 그 생각만 하면 또 우울해진다. 나는 우울해지는 마음을 겉으로 티내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너스레를 떨었다. “괜찮아. 사라 네가 때리는 것보다 덜 아프니까.” “뭐어?!” “죄송합니다. 농담이에요.” “…그, 그렇게 아팠어?” 반사적으로 사과를 하고 봤지만, 사라는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미안한 표정으로 자신감 없게 중얼거렸다. 그래. 그러지. 사라도 딱히 날 때리는 걸 즐기는 건 아니니까. 내가 그렇게 아팠다고 하면 걱정하는 건 당연하지. 좋아. 이건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겠어. “응. 엄청 아팠어. 엄청. 그러니까….” “알았어. 다음부턴 조금 약하게 때려줄게.” 내가 말을 채 다 끝내기도 전에, 사라가 피식 웃으면서 내 코끝을 손끝으로 톡 치고 말했다. 아니. 그럴 땐 다음부턴 안 때리겠다고 해야 정상 아니야?! 젠장. 너무 속내가 빤히 보이게 행동했나. “쳇. 그럼 다시 가볼까.” “하아…하지만 이래선, 이동 속도가 너무 느리네요. 3계층에서 이어진 길은 대체 언제쯤 발견될까요?” 펭귄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걸 본 이후로 다시 던전의 마력에 고생하고 있는 마틸다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걱정 마. 그다지 멀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 적어도 맵 상으론 말이지. 코볼트 동굴이나 개미굴도 그랬지만, 큰 계층에서 소규모 계층으로 이어진 길은 다른 계층으로 이어지는 길과 비교했을 때 길이가 그렇게까지 길지는 않았다. 즉, 맵 상에 보이는 3계층과 가장 근접한 곳에 통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사실 통로를 발견하는 것보다는, 나는 다른 점이 더 걱정이었다. 바로 열쇠 말이다. 소규모 계층과 다음 계층을 넘나들 때, 그러니까 1.5계층과 2계층, 2.5계층과 3계층 사이를 넘어갈 때는 거대 마석이 있는 곳에 통로가 뚫려 있어서 그대로 보스를 쓰러뜨리고 지나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소규모 계층에서 이전 계층, 즉 1.5계층과 1계층, 2.5계층과 2계층 사이를 넘나들 때는 열쇠가 필요했다. 다시 말해, 여기서 3계층으로 가는 것도 열쇠가 필요하다는 말이 된다. 그것도 지금 여기서는 구할 수 없는, 3계층의 몬스터가 드랍하는 성기가. 일단 3계층을 다닐 때 얻은 성기를 한 종류씩은 전부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혹시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몬스터의 성기가 열쇠라면, 우리는 여기서 3계층으로 나갈 방법이 없다는 거다. 게다가 실은 내 수중에 있는 3계층 몬스터의 성기 중에는…아냐. 설마. 그럴 리가. 아무튼 괜히 불안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에 아직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에 관한 얘기는 꺼내지 않고 있었지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였다.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곳의 페이크 보스를 잡고 4계층으로 나갈 수는 있겠지. 다행히 식량도 충분히 있고 말이다. 하지만 그래선 마틸다가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 의문이었다. 아니. 굳이 마틸다가 아니더라도 계속 이런 식으로 발밑이 불안한 상태로 탐험을 하는 건 다들 지칠 거다. 이왕이면 일단 3계층으로 나가서 재정비를 하고 탐색을 하고 싶은데, 과연 어찌될지. 나는 불안한 마음을 숨기고 일단 맵에서 3계층이 가깝게 보일 때부터 주변을 철저히 뒤졌다. 물론 중간 중간 튀어나오는 펭귄들도 상대하면서. “여기 보세요! 이거 아닌가요?!” 그리고 이틀이 지난 후, 여전히 구멍을 찾아다니던 우리는 마틸다의 환희에 찬 목소리에 모여들었다. “오오! 구멍! 여긴 펭귄이 뚫은 거 아니지?!” “그럴 거예요! 분명 그럴 거예요!” 무슨 소리냐고? 아니. 그게 말이야. 가끔 펭귄 녀석들의 공격을 피하다 보면, 놈들의 부리가 땅이나 벽에 박힐 때가 있거든. 물론 그러면 여지없이 벽과 바닥에, 심지어는 천장에도 구멍이 생겼지만, 전투로 정신이 없을 때 그 위치를 일일이 기억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아니. 만약 전부 기억하더라도, 만약 펭귄위 부리가 우연히 원래 구멍이 있던 자리에 박힌 거라면? 그 가능성을 버릴 수 없었던 우리는 펭귄이 뚫어놓은 구멍까지 합쳐서 눈에 보이는 모든 구멍에 3계층 몬스터의 성기를 쑤시고 다녔다는 얘기다. 슬슬 몬스터 성기를 벽에난 구멍에 쑤셔 박는 행위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었다. 나는 일단 마틸다가 발견한 구멍을 조심스레 관찰했다. 크기는 펭귄의 무리가 뚫은 것과 거의 동일한 크기였다. 이 정도라면 리자드맨의 성기가 알맞겠군. 나는 인벤토리에서 리자드맨의 성기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구멍에 쑤셔 박았다. “……젠장…젠자아앙!” 또냐! 아직도 더 구멍에 성기를 쑤셔 박아야 되는 거냐! 슬슬 몬스터의 성기를 만지는 것도 싫다고! 3계층 몬스터의 성기라면 이제 손의 감촉만으로도 어떤 몬스터의 성기인지 알 정도가 돼버렸단 말이야! 젠자아앙! “포, 포기하면 안 돼요! 일단 다른 것도 시험해보죠!” 마틸다는 아직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이었지만, 나는 이번에도 틀렸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틀렸어! 이 크기를 보라고! 예티의 성기는 물론 북극곰의 성기도 들어가지도 않을 사이즈라고! 그렇다고 해서 올빼미 건 너무 작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일단 인벤토리에서 성기를 하나하나 다 꺼내서 전부 구멍에 넣어봤다. 물론 뭘 넣어도 구멍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구, 구원씨 진정하세요. 분명 괜찮…구, 구원씨?!” “그래! 아직 이게 있었지!” 절망에 빠진 나는 날 다독이기 위해 다가온 레이아보다도, 그 손에 들린 스태프에 오히려 주목하게 됐다. 레이아의 손에서 빼앗듯이 스태프를 건네받은 나는 맛이 간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이것도 성기로 만들어진 거잖아. 이거라면 분명….” “지, 진정하게. 자네. 마음은 이해한다만….” 쿠구구구궁. “…여, 열렸다.” 스태프의 끝을 구멍에 쑤셔 넣자, 땅울림과 함께 눈앞의 얼음벽이 갈라지며 통로가 나타났다. “열렸다! 열렸다고!” “꺄아악! 당신! 잘했어요!” 통로를 탈출하는 것보다, 나와 마틸다는 일단 서로를 끌어안고 함박 미소를 지었다. 나도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지만, 마틸다도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렸던 건 마찬가지였나 보다. 나와 끌어안고도 핑크빛 모드로 변하지 않은 채, 그저 순수하게 기쁨을 공유할 뿐이었다. “3계층이다아아!” “바닥이 안 미끄러워요! 마나 농도도 아까보다 훨씬…!” “그래! 이제 몬스터 성기 따윈 안 만져도 돼! 크하하하하하!” 3계층으로 나와서도, 나와 마틸다는 서로를 끌어안거 기쁨에 겨워 어쩔 줄 몰라했다. 서로 기뻐하는 이유가 조금 다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신경 쓰면 지는 거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구먼. 다른 성기로는 열리지 않던 것이, 레이아양의 스태프로 열리다니. 물론 성기로 만들어져서 성기로 강화된 물건이기는 하네만, 그래도 전부 자네가 가지고 있던 물건으로 강화한 것 아닌가?” “……그러게 말이야.” “자네 뭔가 알고 있구먼.” “하여간 알기 쉽다니까.” 나는 일단 시치미를 떼 봤지만, 날카로운 디아나와 사라의 시선을 속일 수는 없었다. 에에잇. 어째서 들킨 거지? 완벽한 연기였을 텐데?! “…그게 실은 말이야. 우리가 3계층에서 수컷은 딱 한 번밖에 못 잡은 몬스터가 있잖아?” “…하프 물범 말이구먼.” “그래. 너희가 하도 귀엽다고 난리라서 못 잡았던…아무튼. 걔 성기를 말이지. 4계층에 내려간 다음부턴, 어차피 3계층엔 볼 일도 없을 거란 생각에….” “레이아양의 스태프 강화 재료로 썼다는 것이구먼.” “네엣?! 제 스태프에 그 아이의 성기가?!” …천사님. 부탁이니까 그렇게 충격 받은 표정 짓지 말아주세요. 아무리 귀엽게 생겼어도 몬스터라고요. 뭐, 몬스터치고는 아무 공격도 안 해온 덕분에 나도 잡을 때 미안하긴 했었지만. 제길. 이래서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뭐, 결과적으로 잘 됐으니까 그 얘기는 넘어가자고. 스태프로도 길을 열수 있다는 새로운 발견까지 덤으로 하게 됐고.” 그동안 3계층 몬스터의 성기를 일일이 꽂아봤던 내 고생은 대체 뭐가 되냐는 얘기가 되기도 하는 거지만, 생각하면 슬퍼지니까 그만두자. 다 지나간 일이라고. “하아…하지만 정말 운이 좋았네. 그 구멍이 정말 통로를 여는 구멍이 아니었으면 평생 모른 채로 4계층까지 가야 할 뻔 했다는 거잖아.” “…그 말대로 입니다만.” “아, 아니. 탓하는 건 아니야. 구원도 설마 이렇게 될지는 몰랐을 거고.” 내 시무룩해진 표정을 보자 탈출 전까지 반쯤 정신 줄을 놓고 있던 내 모습이 다시 떠오르기라도 한 건지, 사라는 당황해서 날 다독여줬다. 쳇. 이제 와서 그래봤자 늦었다고. 상처받은 내 마음은 치료되지 않아. 나는 곁에 있던 실비아를 끌어안아 힐링을 하기로 했다. “흐이잇! 구, 구원님…?!” 요즘 나에 대한 내성이 떨어지긴 했어도, 그래도 여전히 전투 시의 실비아는 평소보다 훨씬 침착했다. 덕분에 끌어안았을 때 잠깐 떤 것 말고는 진동이 없어서 심심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비아 테라피는 심신 안정에 무척이나 효과적이었다. “후우. 힐링 됐다. 좋아. 그럼 일단 돌아갈까.” “…이제 어디부터 딴죽을 걸어야 될지도 모르겠어.” “하핫. 뭘 이제 와서.” “웃지 마! 칭찬 아니거든 이 바보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얼음 동굴을 탈출한 게 기쁜 건 사라도 마찬가지였는지, 평소보다도 내 바보짓을 잘 받아주는 사라였다. 얼음 동굴의 입구에서 3계층의 마을까지의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도중에 하루 더 야영을 한 끝에, 우리는 3계층의 마을을 통해 지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누님! 돌아왔습니다! 여기 약속했던 모기의 성기요.” “어머! 구원씨! 이번에는 평소보다 무척이나 빨리 돌아오셨네요? 후훗. 혹시 저와의 약속을 빨리 지키고 싶어서 서두르신 건 아니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asfdgads // 감사합니다. 쓰다가 중간에 펭귄 머릿수를 줄였는데 고칠 때 못보고 지나쳤네요. 수정했습니다. 468==================== 뒤바뀐 관계 …레이첼 누님은 오늘도 기분이 무척이나 좋으시구나. 이젠 뭐라고 할까…‘난 언제든 네 고백을 받을 준비가 됐으니까, 어서 대시해! 어서!’ 라고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태도였다. 누님, 저에 대한 호감도가 그렇게 높았던가요? 한 번 눈치 채고 나니까 이렇게까지 노골적인데, 난 왜 그동안 눈치를 못 채고 있었지? 생각해 보면 식사하러 가기 전에 쇼핑한 것도 완전히 데이트였다. 그걸 눈치 못 채다니…내가 얼마나 우리 애들 이외에는 연애 대상으로 생각 안 하고 있었는지, 스스로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아니. 지금도 우리 애들 이외에는 연애 대상으로 생각 안 하지만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난 신난 레이첼 누님의 태도에 애매모호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 하핫. 뭐, 그, 그렇죠?” “…역시 아니군요. 아, 아핫. 하긴 그렇죠? 알고 있어요. 그럴 리 없다는 거.” 아, 들켰다. 레이첼 누님은 살짝, 스쳐지나가듯 아주 살짝 쓸쓸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다시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조금…아니 많이 가슴이 죄이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지만, 지금의 나로선 그런 레이첼 누님을 달래줄 수 있는 수단도 자격도 없었다. “사실 조금 진행이 막혀서 일찍 돌아왔어요. 장비를 정비할 필요가 있어 보여서요.” “네? 하지만 구원씨는…아, 설마…!” “네. 뭐어…. 그래도 보고는 나중에 할게요. 제일 먼저 찾았으니까 조금 특권을 누려보려고요.” “아, 네. 그러세요.” “어라? 의외로 간단히 승낙하시네요. 길드로선 괜찮은 건가요?” 레이첼 누님의 뭔가 허무할 정도로 간단한 승낙에, 나는 반사적으로 그런 질문을 던졌다. 길드로서는 얼른 우리가 얼음 동굴을 공개해서 많은 모험가들의 성장의 발판을 더 마련하는 게 좋을 테니까 말이다. 물론 길드가 공개를 강요할 정도의 권한은 없지만, 적어도 설득 정도는 해올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면…. “네. 길드 입장으론 물론 빨리 공개해주시는 게 좋지만요.” 그게 아니라면 적어도, 아까 같은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 ‘원래는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지만…후훗. 구원씨니까 특별히 넘어가드릴게요. 저한테 빚 한 번 진 거예요?’ 라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내 예상과 달리, 레이첼 누님은 전혀 그런 분위기조차 풍기지 않고 쉽게 긍정해버렸다. …이 반응. 설마 내가 그럴 맘이 없다는 걸 눈치 채신 건가? 하긴. 그야 그렇게 노골적으로 티를 냈으니까. 누님이 눈치 없는 사람도 아니고. 아니. 어쩌면 지금 눈치 챈 게 아닌지도 모른다. 아까 전의 첫 인사, 생각해보면 너무 노골적이었다. 어쩌면 레이첼 누님도 마지막으로 확인 차 그런 태도를 취해본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내가 애매한 대답을 하자마자 역시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고. 그렇다면…. 스스로 초래한 일이면서, 막상 누님이 눈치챘다고 생각하자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어버린 나였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 “그럼 오늘은 이만 가볼게요. 마석 정산도 나중에 한꺼번에 할 게요.” “네. 안녕히 가세요.” 결국 레이첼 누님과 헤어질 때까지 살짝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게 된 나였다. 누님의 화를 푼지 얼마나 됐다고 이런…그야 화났을 때만큼 냉랭한 반응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아니.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이게 더 안 좋은 걸지도 모른다. 영원히 이렇게 어색한 태도를 지속하게 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뭔가, 쉽지 않네. 차라리 누님이 날 좋아하는 게 아니었으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았을 텐데. 이거야 말로 인기남의 비애라는 바보 같은 생각도 들지 않을 정도로, 나는 씁쓸한 기분으로 길드를 뒤로했다. 이런 기분일 때는 차라리 해야 할 일에 몰두하는 게 기분이 나아질 수도 있는 법이다. 길드를 나온 나는 곧장 한나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물론 얼음 동굴의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였다. “이리 오너라.” “네. 어서 오세…우왓! 서, 성자님?!” 그리고 안에 들어가자마자 곧장 나는 그 정체를 들켜버렸다. 저 멍청한 요한 녀석. 내가 대체 누구 때문에 이렇게 로브까지 뒤집어쓰고 있는데. “야! 너 진짜 오냐오냐하니까!”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야! 내가 오는 게 드문 일도 아니고! 방금 일부러 성자라고 외쳤지?!” “그, 그게 아니라! 이제 괜찮아요!” “뭐?! 뭐가 괜…아, 설마.” 나는 황급히 주을 둘러봤다. 확실히 내가 성자라는 말을 듣고 다들 이쪽에 시선을 보낸 채 술렁이고 있기는 했지만, 누구 하나 내게 다가오려는 사람은 없었다. 아니. 이곳의 손님의 대부분은 모험가들이다. 실제로 지금 있는 손님은 나를 제외하곤 전부 여자였고. 그러니 달려들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지만…하지만 그렇다면 이렇게까지 나한테 관심을 보이는 건 이상했다. 내가 살며시 로브를 벗어보자, 날 바라보던 사람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아니. 나쁜 기분은 아니지만 말이야. 뭔가 미지의 두려움을 느끼게 된 나는 황급히 요한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가 방금까지 던전에 있다가 와서 그런데. 설명 좀 해줄 수 있냐? 아니. 그 전에 좀 숨겨줘.” “앗, 네, 넷! 이쪽이에요!” 요한은 날 데리고 공방 쪽으로 안내했다.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 “신전 쪽에서 이번에 새롭게 영상 교육을 실시하게 되어서요. 그게 무척이나 인기를 끌고 지금 급속도로 사람들 사이로 퍼져나가고 있는 중이라….” “즉, 효과는 있었다고.” “네! 저는 직접 보지 못했지만, 본 사람들의 입에서는 전부 성자님의 칭송이 끊이지 않았어요!” “후훗. 그렇겠지. 그렇겠지! …응? 그럼 아까 그 시선들은 뭐야?” “그게…남자들뿐 아니라 여자들 사이에서도 지금 소문이 돌고 있는 중이라….” “소문? 무슨 소문?” “그, 그러니까…성자님이 엄청나게 무지막지하게 굉장하다는 소문이요.” 그렇게 말하면서, 요한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정확히는 내 고간 쪽으로. “…아니아니아니. 언제 봤다고 소문이 나?! 영상에 나온 거 나 아니거든?!” 내가 뭣 때문에 털까지 밀었는데! 요즘 다시 자라나기 시작해서 따끔따끔하단 말이다! “네에?! 성자님 본인이 아니신 건가요?!” “당연하잖아! 영상 제일 처음에 나오잖아! 성자님의 조언을 들은 모험가가 실연하는 거라고!” “아뇨. 전 직접 본 게 아니라 거기까지는…하, 하지만 다들 그 크기는 성자님이 아니면 불가능할 거라고….” “뭣이?!” “같이 찍은 여성분이 성자님 곁에 계시는 여성분들과 체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영상의 남성도 성자님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소수 있었지만요.” “정확하잖아! 왜 걔들 주장이 묻힌 건데?!” “위대하신 성자님께 질투하는 꼴사나운 무리라는 이유로요.” …진짜냐. 아니. 존경해주는 건 그래. 응. 뭐 나쁘지 않은데 말이야. 방향성이 너무 심각하게 엇나갔잖아. “그러니까 저 밖의 여자들은, 내 대물을 탐내고 눈을 빛냈다 이 말이지? 아니. 영상에 나온 건 내가 아니지만.” “네. 아, 아마도…그렇지 않을까요?” 그 반짝반짝 빛나는 시선들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가 느껴졌던 건 그 때문이었군. 원래 세계에서 AV여배우가 느끼는 시선이 이런 느낌이었을까? 아니. 이 세계는 성적으로 훨씬 개방된 세계인만큼, 조금 느낌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말이야. 여성 모험가들이 꿈꾸는 이상적인 남자, 즉 인기스타에 더 가까운 느낌인가? 설마 레이첼 누님이 날 대하는 태도가 조금 이상했던 것도…아니. 그건 너무 희망적인 관측인가. 뭐, 누님도 일단 소식을 들어서 알고는 계셨겠지만. 아무튼 이래선 다른 의미로 얼굴을 내놓고 다닐 수가 없잖아. 그럼 굳이 영상을 찍은 의미가…아니. 얼굴을 가리고 다니면 오히려 영상의 남자가 나라고 티를 내는 꼴인가. 차라리 당당해지자. 얼굴에 철판을 깔고 주장하는 거야. 영상에 나온 건 내가 아니라고. 그렇다면 분명 언젠가는 날 향해 쏠리는 시선도 점점 줄어들 거다. …줄어들겠지? “…뭐, 좋아. 아무튼 오늘은 다른 볼 일이 있어서 온 거였으니까. 한나 좀 불러와봐.” 나는 결국 더 깊이 생각하길 포기하고 원래 용무나 마치기로 했다. “과연. 그런 구조로 말이지….” “그래. 어때? 만들 수 있겠어?” 내가 한나에게 한 요구는 다른 게 아니다. 바로 원래 있던 세계의 등산용품 중 하나인 아이젠을 만들어 달라고 의뢰한 거다. 그냥 아예 신발의 바닥 부분에 뾰족뾰족한 철을 박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그러면 또 얼음 동굴을 나와서 평지를 걸을 때 곤란해질 우려가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바로 아이젠이다. “당연하지, 하지만 구조는 간단하더라도 값이 꽤나 나가겠는데. 3계층에서 격렬한 전투를 벌이는 와중에도 파손되지 않도록 튼튼하게 만들어야하는 거잖아? 그렇다면 적어도 3계층을 다니는 모험가들이 입고 다니는 방어구 수준으로 튼튼하게 만들지 않으면….” “아니. 이왕이면 4계층에서 사용되는 방어구를 기준으로 더 튼튼하게 만들어줘.” “뭐? 4계층은 온통 물로 덮인 곳이라고 들었는데. 이런 장비가 필요한 건가?” “그거야. 뭐, 영업비밀이란 걸로.” “과연. 모험에 나설 때마다 차례차례 신발견을 해대는 성자님다우시군. 알았어. 그런 거라면 더 이상 쓸데없는 질문은 하지 않겠어.” “땡큐. 그래서 파티원당 각각 두 개씩, 그러니까 12개를 만드는데 얼마나 걸릴까?” “그렇군. 일단 재료만 좋은 걸 쓰면 구조 자체는 간단하니까…모레, 아니. 내일 밤이면 끝나겠어.” “좋아. 그럼 그 이후에 찾으러 올게. 부탁해.” “그래.” 내가 한 번 도움을 준 이후로 점점 실력이 늘어나고 있는 한나는, 아이젠 제작을 흔쾌히 받아들여줬다. 게다가 만드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도 않을 거라는 게 더욱 맘에 들었다. 이번에는 던전에 며칠 안 있었던 만큼, 다음 던전행은 좀 더 빨리 가고 싶으니까 말이다. 얼음 동굴을 빨리 답파하고 싶기도 했고. 아무튼 도와줄 당시에는 짜증났지만, 이렇게 한 번 도와주고 나니까 이제는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 준 한나였다. 역시 사람은 평소에 덕을 쌓고 살아야 된다니까. 흡족한 마음으로 대장간을 나선 나는, 곧바로 무수히 많은 시선을 느끼게 됐다. 이 시선은…거리의 남자들이 내게 도움을 구걸하던 때보다도 훨씬 더 많은 시선. 솔직히 말해서 엄청 부담스럽다. 아니. 실은 요한과 한나를 도와준 게 소문이 나기 전부터 날 향한 시선을 많았다. 매력 수치가 올라감에 따라 나도 이제 절세 미남이라고 칭해도 과언이 아닌 수준까지 잘생겨졌으니까 말이다. 덕분에 사람들의 시선에는 나름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나조차도 부담스러운 시선이 사방에서 날아 들어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처럼 다가오는 사람이 없다는 걸까. 아니. 다가오기는커녕 오히려 피하는 기색마저 느껴졌다. 특히 남자들 중심으로 내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여자들은 그렇지만도 아닌 듯 눈을 빛내면서 바라보고 있었지만. 과연. 대충 상황이 파악됐다. 여자는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으로 날 보고 있는 거고, 남자는 존경과 경외심이 들면서도 한 편으론 괜히 다가갔다가 비교되기 싫어서 피하는 거다. 영상 찍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효과 죽이네. 이러다가 영상의 소문이 더 퍼지면 나랑 한 번 자보겠다고 달려드는 여자마저 생기는 거 아냐? 아니. 영상의 남성은 내가 아니지만 말이야. 나는 아까 정한 대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당당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피곤하다.” 뭐, 결국 저택에 돌아올 때 즈음에는 완전히 피곤해져 버렸지만 말이다. 아니. 지나갈 때마다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날 쳐다보더라고. 자의식과잉이 되는 사춘기 때도 이정도로 남의 시선이 자신한테 몰린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더러운 남정네들이 달라붙지 않으니 좋으신 거 아닙니까?” “다녀왔습니다. 넌 또 내가 그런 말 쓰는 건 누구한테 들었냐.” 아니. 그보다 독심술이라도 쓰는 거냐? 사람 마음을 맘대로 읽지 말라고. 피곤하단 한 마디로 어떻게 그렇게까지 사람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건데? 슈퍼 집사의 패시브 같은 거냐? “다녀오셨습니까.” 아니. 대답을 하라고. 인사는 내가 하기 전에 먼저 하고. 대문 앞까지 마중 나와 있으면서 왜 인사는 뒷전인건데. 바넷사 얘는 날 대하는 태도가 갈수록 삐딱해지는 것 같단 말이야. 뭐, 그만큼 친해진 느낌도 들기는 하지만 말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타르백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누굴지? // 자세히 보시면 레벨이 아니라 직업 레벨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레벨은 성교를 통해 오르지만, 직업 레벨은 직업에 관한 행동을 해야 오르죠. 실비아나 마틸다는 레벨뿐 아니라 직업 레벨도 높다고 언젠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Demodex // 3계층이 맞습니다. 1.5계층은 1계층에 입구가 있었고, 2.5계층은 2계층에 입구가 있었죠. 일행들은 페이크 보스가 지키고 있는 다음 계층으로의 출구를 찾는 게 아닌, 이전 계층에서 연결된 입구를 찾고 있는 거였습니다. 3.5계층에는 정식 루트라고 볼 수 있는 3계층이 아니라 2.5계층에서 숨겨진 루트를 통해 들어왔고, 보스가 있는 곳까지 내려가서 보스를 잡고 4계층에 가는 것보다는 3계층이 훨씬 가깝고 빠를 테니까요. 그래서 성기로 통로를 여는 과정이 필요하기도 했죠. 469==================== 파급효과 “다녀왔…으헉!” 그리고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기습적으로 태클 공격을 받았다. 아니. 공격이라고 할 정도로 강렬한 건 아니었지만, 누군가 달려들 거라고 상상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뭐, 뭐야. 안 아팠잖아?” 내 품에 달려든 건, 의외로 사라였다. 차라리 디아나나 레이아가 품에 안겨온 거라면 이해가 되는데. 사라가 말이지. “그거야 그런데…왜 화났어?” “화, 화난 거 아니야! 그보다 왜 늦은 거야?! 마석 정산치곤 묘하게 오래 걸렸잖아.” 얜 대체 뭘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거지? “겸사겸사 대장간에 좀 들렀어.” “정말로?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괜찮은 거지?” “괜찮다니. 대체 뭐가?” “그, 그러니까…덮쳐지거나 하지 않았어?” …아아. 응. 과연. 아무래도 얘들 역시 오는 도중에 소문을 들은 모양이다. 그러니까 바넷사도 내가 피곤하다고 했더 말만 가지고 바로 눈치를 챘던 거였군. 혹시 대문까지 마중 나와 있었던 것도 그래서인가? 그렇다면 그렇다고 말하라고. 아니. 그 이전에 조금 더 나한테 상냥하게 대하라고. 슬프게도 바넷사가 나한테 상냥하게 대하는 모습은 전혀 상상할 수 없었지만. “괜찮았어. 애초에 영상에 나온 남자는 내가 아니라는 설정이잖아. 오히려 더러운 남정네들이 달라붙지 않아서 편하던데? 드디어 자유를 되찾은 기분이야.” 나는 사라에게 피식 웃어주면서 대답했다. 아니. 바넷사. 역시나란 표정 짓지 마라. 넌 자기가 무표정이라 뭔 생각을 해도 안 들킬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다 티 나거든? “하지만 사라양이 불안해하는 것도 이해는 하네. 아주 소문이 자자하더구먼.” “정말로요. 어제 처음으로 영상 교육을 시행했다는 모양인데 벌써부터 이렇게….” 어제?! 아니. 아무리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지만, 이건 소문이 너무 빠르지 않냐? 여기 사람들은 서로 모이면 그런 얘기밖에 안 하나. “뭐, 어차피 내가 계속 아니라고 주장하다보면 언젠간 잠잠해지겠지. 이런 화젯거리는 어차피 당사자가 조용히 있으면 잠잠해지는 법이야.” “그런 걸까요?” …이론적으로는 말이야. “그보다 너희는 괜찮았어? 영상에 나온 게 너희라고 오해받거나 하진 않았어?” 뭐, 요한 얘기를 생각해봐선 괜한 오해를 하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지만. 참고로 만약 그런 착각을 하고 우리 애들한테 이상한 시선을 보내거나 들이 대거나 하는 놈이 나타난다면 눈과 혀를 뽑아버릴 계획이다. “그건 괜찮았어.” 하긴 그것도 그런가. 다들 체형이 너무 다르니까 말이다. 사라는 키가 크고 가슴이…디아나는 키가 작고 가슴이…실비아도 가슴이…레이아는 오히려 가슴이 더 크고…. 그나마 우리 파티원들 중 펠리시아와 제일 비슷한 체형을 꼽는다면 마틸다가 있겠지만, 마틸다는 개조하지 않은 사제복 특유의 펑퍼짐한 옷 때문에 벗지 않는 한 몸매가 드러나지 않고 말이다. 아니. 그 이전에 성직자가 그런 영상을 찍을 리가 없다는 것쯤은 다들 알고 있을 거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오해를 받는 불상사가 생기진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소문이 잠잠해질 때까지 자네는 극력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구먼.” “또 후드를 쓰고 다니라고? 하지만 그렇게 꽁꽁 숨기고 다니면 오히려 영상의 남자가 나라고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던전에 가있는 건 어떤가요? 어차피 이번에는 그리 오래 있지도 않았고…아, 하지만….” 레이아는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박수를 한번 짝 치고 제안을 해왔지만, 말하는 도중 점점 말에 힘이 빠져갔다. 그리고 그 시선은 마틸다를 향해 있었다. “저라면 아무 걱정 없어요. 아무리 귀여워도 이쪽을 공격해오는 위험한 몬스터니까요. 제대로 싸울 수 있어요.” 하지만 마틸다는 짐이 되기는 싫다는 듯, 약간 허세로도 보일 정도로 자신 있게 말했다. “아니. 펭귄이 문제가 아니라, 던전의 마력은 괜찮은 거냐?” “그것도…참을 수 있어요. 펭귄이 당하는 모습이 가슴 아파서 그런데 신경 쓸 겨를이…아무튼요.” 아니. 그것 때문에 그렇게 고생했었잖아. 조금은 신경 쓰라고. 얘 생긴 거랑 다르게 귀여운 거 엄청 좋아하는 모양이네. 그러고 보니 하프 물범 때도 제일 솔선해서 뜯어말린 건 마틸다였다. “좋아. 그럼 아무튼 던전은 근시일 내에 다시 가는 걸로 하자. 나도 얼음 동굴을 빨리 조사하고 싶은 건 마찬가지고.” 사실 입구를 찾느라 스트레스 받은 것과, 바닥이 미끄러운 것만 해결되면 얼음 던전은 상당히 괜찮은 사냥터였다. 펭귄의 방어력이 낮아서 한 번 한 번의 사냥 시간이 짧기도 했고, 경험치도 쏠쏠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암살로 전투를 열다보니 암살자 레벨이 올라가는 것이 상당히 좋았다. 암살자 레벨, 정확히 말하자면 은신술 스킬의 레벨은 일단 올려두면 쓸데가 많으니까 말이다. 굳이 성적인 의미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모로. “뭐, 우선은 얼음 바닥 문제를 해결해야겠지만 말일세.” “그거라면 괜찮아. 아까 말했다시피 대장간에 다녀왔거든. 미끄럼 방지용 장비를 의뢰해놨어. 내일 밤쯤이면 완성 될 거라고 하던데? 모레에라도 가지러 가면 될 것 같아.” “호오. 일이 빠르구먼.” “후하핫. 좀 더 칭찬해라!” “잘했네. 잘했어.” 아니. 그렇게 솔직하게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칭찬하면 역으로 부끄러운데. 하지만 디아나 앞에서 부끄러운 티를 낼 수는 없다. 건수를 잡으면 또 능글맞게 웃으면서 틈 만나면 내 머리를 쓰다듬고 놀리려고 들 테니까. 그리고 이럴 때 부끄러운 티를 내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곳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히아아앗!” 그런 고로 나는 살금살금 구석으로 빠져나가려는 실비아의 팔을 낚아채서 품에 안았다. 그래. 바로 이 진동이야. 던전에선 끌어안아도 별로 반응이 없었으니까 조금 쓸쓸하기까지 했다고. 실비아는 진동을 해야 그 진가가 우러나오는 법이지. 역시 특훈 같은 거 할 필요 없이, 실비아는 계속 이대로 있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다. 아, 하지만 그러면 사도 임명을 못하게 되는 건가. 지금 상태에서 하면 십중팔구 행복사할 것 같으니까 말이야. 음. 어려운 문제로다. “여러분.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우리 애들과 적당히 노닥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자, 어느 샌가 사라져 있었던 바넷사가 다시 돌아와 식사 준비가 끝났음을 알려왔다. 그러고 보니 타이밍 좋게도 저녁 시간이네. 이번 탐험은 며칠 안 있었던 것에 비해서 정신적으로 피로가 많이 누적됐으니까 말이야. 이렇게 잘 시간이 빨리 다가온 건 반가웠다. 뭐, 물론 바로 잘 건 아니지만. 아니. 그게 말이야. 식사 후에 바로 잠자면 살도 찌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고 하고 말이야. “그러고 보니 구원.” 식사를 마치고, 밤이 되어서. 샤워를 끝낸 사라는 내 방에 들어오자마자 대뜸 그렇게 말했다. “응?” 침대에 벌러덩 누워있던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사라가 조금 말하기 힘들다는 듯이 머뭇거렸다. “뭔데? 왜 그래?” “그, 그게…영상, 가지고 있었지?” “…혹시 보고 싶어?” 야. 너 직접 볼 때 울었던 건 기억나냐? 물론 동시에 젖기도 했지만 말이야, 그리고 직접 보는 것보다 영상으로 보는 게 충격이 더 적지기도 할 거고.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 너무 자신의 욕망에 솔직한 거 아니냐? 무슨 발정 난 사춘기 꼬맹이도 아니고. 아니. 그야 물론 내가 할 말은 절대 아니란 건 잘 알고 있지만 말이야. “그, 그게! 그러니까! 낮에 그런 말을 듣고 난 후니까 아무래도 신경 쓰이잖아?!” “…정말 그런 이유 때문이야?” “다, 달리 어떤 이유가 있다는 거야?! 아무튼 난 구원의 여자로서! 영상의 내용을 확인할 권리와 의무가 있어!” 그렇다면 내가 가진 원본보다는 신전에서 교육용으로 쓰고 있는 수정판을 확인해야 되는 게 정상 아닐까? 뭐, 상관없지만 말이야. 권리와 의무가 있다는 사라의 말이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보여줄 각오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인벤토리에서 곧장 영상이 담긴 마석을 꺼냈다. 부끄럽지 않냐고? 이제 와서 부끄러울 게 뭐 있어. 어차피 전 세계 사람들이 보고 있는 영상인데. “거기에 영상이 담긴 거야?” “그래. 맞아…아니. 잠깐만.” 나는 마석을 사라에게 건네기 전에 아이템 설명을 다시 한 번 확인해봤다. 좋아. 문제없군. “…뭐야?”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혹시 디아나 영상이랑 뒤바뀐 건 아닌가 확인한 것뿐이야. 그야 인벤토리에 넣어두면 자동으로 이름도 보이니까 제대로 구별이 되지만 말이야. 이렇게 꺼내놓고 보니까 또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재확인한 것뿐이다. “…….” 사라는 아주 잠깐 수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마석을 건네받자 이내 곧 마석에 정신이 팔리게 됐다. “그 부분을 벽으로 향하고 마력 불어 넣으면 재생된다.” “아, 알고 있어!” 아니. 빤히 바라만 보고 있으니까 모르는 건가 싶었지. “후우우…읏. 좋아.” 한동안 마석 상대로 눈싸움을 하던 사라는, 결국 결심을 했다는 듯이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영상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마력을 불어넣고 침대 옆의 조그만 탁자 위에 마석을 올려놓자, 침대 정면의 벽에 영상이 커다랗게 보이기 시작했다. “으읏….” 물론 영상은 내가 영상제작을 도와준 성자님과 공주님께 감사 인사를 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사라도 직접 촬영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알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사라는 벌써부터 눈을 이글이글 불태우면서, 낮은 침음성을 흘렸다. 역시나라고 해야할지. 아직 성행위는 시작도 안 됐느데 벌써부터 이렇게 질투심을 풀풀 내뿜고는 말이야. 나는 침대 머리 판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사라의 옆구리에 팔을 둘러 옆으로 바짝 끌어안았다. “꺄악! 뭐, 뭐야 갑자기. 놀랐잖아.” “영상에 그렇게 질투할 거 없잖아. 지금 내 옆에 있는 건 너라고.” “그건 알고 있지만….”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영상의 나는 곧장 강좌를 시작해서, 펠리시아의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대고 그 혀를 마음껏 가지고 노는 중이었다. 이렇게 객관적으로 보니까 뭔가 엄청 야하네. 펠리시아는 얼굴을 다 가리고 입 밖에 안 보이는데도, 그 요염함이 화면 너머로 전해져왔다. 내 손가락에 혀를 저렇게 야하게 말아서 빨고 말이야. “으으읏! 나, 나도 저 정도는…!” 저 장면을 직접 봤을 사라도, 영상으로 보게 되자 새삼 위기감이 느껴진 모양이다. 아니. 영상으로 봤기 때문에 오히려 더 그런 건가. 직접 보는 건 아무래도 그 자리의 분위기에 자신도 휩쓸려서 멍하니 보게 되는 걸지도 모른다. 아무튼 사라는 자신의 허리에 두르고 있던 내 손을 붙잡아서 위로 끌어올리더니, 곧장 내 손가락에 혀를 말았다. “으음. 쪽. 하앗. 자, 자아! 구원도! 내가 저 여자보다…!” 야. 벌써부터 그렇게 흥분해서 어쩌려고 그러냐. 아니. 그야 물론 질투심도 엄청나게 느껴지지만, 사라의 붉어진 얼굴은 자신이 흥분했다는 사실 또한 알려주고 있었다. “아니. 저렇게 손가락을 움직이진 않을 거야.” 사라는 내가 영상의 펠리시아를 대하듯 자신에게도 똑같이 해주길 바란 모양이었지만, 나는 굳이 고개를 저어가며 거절했다. “…에, 뭐, 뭐라고?” 설마 거절당할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건지, 사라의 동공이 진동하듯 떨리는 게 똑똑히 보였다. 걱정 마. 펠리시아한텐 할 수 있지만 너한텐 못하겠다는 게 아니니까. 그럴 리가 없잖아? 오히려 그 반대라고. “너랑은 키스를 할 수 있는데 뭐하러 손가락으로 가지고 놀아.” 나는 떨리는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는 사라의 혀끝을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살짝 꼬집어준 후, 그 입에서 손가락을 꺼내도 대신 입을 맞추었다. “으으응…구워어언….” 내 혀가 그 입으로 파고들어가 혀끝을 간질이자,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졌던 사라의 얼굴이 몽롱하게 풀렸고, 입에서는 달콤한 한숨과 함께 내 이름이 흘러나왔다. “으음…아음…여, 져거보다아…아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는 영상에서 눈을 떼지 않고, 영상에서 내가 설명하는 테크닉을 그대로, 아니 그보다 더 진하게 자신에게 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자신도 영상 속의 펠리시아에게 질 수 없다는 듯 혀를 요염하게 움직여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70==================== 파급효과 그리고 영상 속의 내 설명이 진행됨에 따라, 현실의 나도 그에 맞춰 사라의 온몸을 소프트 터치로 부드럽게 애무해나갔다. “흐읏…아읏…으으응…!” 평소보다도 훨씬 더 부드러운 자극에, 사라가 안타깝다는 듯 몸을 떨었다. 그야 그렇겠지. 이렇게 다시 보니 상당히 자극적인 영상이기는 했지만, 이 영상은 어디까지나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영상. 설명과 동시에 보는 사람이 알기 쉽도록 천천히 시연을 해나가다 보니, 당연히 그 속도가 엄청나게 느렸다. 평소라면 진작에 삽입까지 했을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내 손은 아직까지 사라의 비부 근처에도 가지 않고 있었다. 아니. 음부는커녕 유두조차도 아직 손을 대지 않았다. 지금도 이렇게 사라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는데도 말이다. 나는 적당한 볼륨감을 자랑하는 사라의 가슴을 겉에서부터 원을 그리듯이 천천히 천천히 주물렀다. 결코 강하지 않게, 마치 마사지를 하듯이 부드럽게. “하으읏! 으응! 구워어언…! 구워언…!” 사라는 제대로 쾌락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절정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안타깝게 몸부림치는 걸로 보아서는 몸도 마음도 언제든 절정을 느낄 준비가 되어있는 모양이지만, 아쉽게도 내가 주는 자극이 너무 약한 탓인지 아슬아슬하게 절정까지는 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그런 안타까움이 사라를 더 궁지로 몰아넣어서, 안 그래도 영상을 보고 성벽을 자극받고 있는 사라의 얼굴은 거의 울 것처럼 변해갔다. 게다가 사라를 안타깝게 만드는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영상 속의 내가 설명하고 있는 건 삽입 전 서로의 흥분을 점점 더 고조시키기 위한 행위다. 즉, 영상을 보면서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있는 사라와는 전혀 할 필요가 없는 행위라는 말이다. 그 증거로 사라는 내 애무에 정신을 못 차리고 흐느끼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영상 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구, 구워어언…. 구워어언….” 뭐, 가끔은 내 이름을 부를 때 안타까운 시선을 이쪽으로 향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게 애타게 불러도 난 영상에 나온 대로 할 거니까 말이야. 애초에 사라가 시작한 일이니 나는 전혀 잘못 없다. 그럼. 그렇고말고. “응. 나도 사랑해. 정말 예뻐. 사라.” 나는 사라의 애원을 가볍게 무시하며, 그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어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그러고 나서 귓불을 살짝 입술로 깨물어주자, 안타깝게 떨리던 사라의 몸이 더욱 더 몸부림을 쳤다. 사라는 이제 자신의 길고 잘 빠진 다리를 안타깝게 움직여 스스로 허벅지를 비벼대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이었다. 조금 더 이대로 놔두면 혼자 자위라도 시작해버리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사라는 지금 달아올라 있었다. 물론 만약 사라가 자위를 시작하면 막을 거지만. 내가 이렇게 열심히 애무해주고 있는데 자위라니. 말도 안 되지. 괘씸하기 짝이 없다. 뭐, 그래도 아직 하반신 쪽은 만져주지 않을 거지만. 영상의 나도 아직 거기에는 손을 안 대고 있고. 나는 대신 혀를 뻗어서, 사라의 귓바퀴 안쪽을 부드럽게 핥아줬다. “사라. 귀여워. 예뻐. 사랑해.” “흐으으…구워어언…나아…나아아….” 안 그래도 청각이 좋기 때문에 남들보다 귀가 배는 민감할 텐데, 귓가에서 계속 이런 말을 속삭이면서 귀를 핥아주니, 사라는 마치 녹아내린 것처럼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표정도 목소리도 평소의 쿨한 모습은 찾아볼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후우우….” “흐이이잇…! 흐으읏…!” 나는 그런 사라의 귀에 입김을 후우하고 불어줬다. 방금까지 핥아서 젖은 귀에 입김을 불어넣자, 그냥 입김을 불어넣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더 좋았다. 사라는 귀여운 신음소리를 내지르면서 몸을 떨었지만, 이번에도 역시 절정에 달하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음. 역시 나야. 절묘한 쾌감 컨트로…아니. 이게 아니지. 역시 영상에 나오는 대로 애무를 하는 건 자극이 약해서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뭐, 사라가 원한 거니까 어쩔 수 없지. 그리고 그때, 드디어 영상 속의 내가 펠리시아의 유두를 건드렸다. 아마 저 직후에 펠리시아가 절정을 느끼고 한 번 촬영이 중단 됐었지? 그리고 그때 사라가 직접 보는 걸 포기하고 방을 나갔었고. 아무튼 영상에서 내가 유두를 애무하는 걸 보고, 사라가 기대감이 잔뜩 서린 시선을 내게로 보내왔다. 그래. 그래. 보채지 않아도 다 해줄 테니까. 나는 하는 수 없이 사라의 유두에 손을 뻗었다. 하지만 펠리시아에게 했던 것보다도 훨씬 약하게. 거의 닿을 듯 닿지 않을 듯 아슬아슬하게 유듀를 엄지와 검지로 집고, 스치듯이 살살 비벼줬다. “흐으으읏…! 구, 구워언…왜애…! 왜애애…!” 결국 이번에도 절정에 달할 수 없었던 사라는 반쯤 울먹이면서 날 쳐다봤다. “응? 뭐가?” “저, 저 여자는…저 여자는…!” 사라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펠리시아가 유두를 만져진 채 한껏 절정을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자신도 저렇게 해달라고 강하게 어필하는 모양이었다. “아, 뭐, 쟤는 색정광이니까. 민감해서 그런지 잘 느끼더라.” 물론 안 해줄 거지만.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사라의 절망한 표정이란…하여간 평소엔 기가 세고 쿨한 주제에 이럴 땐 귀여운 반응을 보여준단 말이야. 이래서 내가 사라한테 장난치는 걸 그만 둘 수 없다니까. 아니. 지금은 장난치는 게 아니라 영상에 나온 그대로 하는 것뿐이지만. 응. 아무튼 그렇게 사라가 절정에 달하지 못할 정도로 미약하게 유두를 자극하고 있자, 곧 영상이 전환되어 투구를 제외하고 완전히 알몸이 된 나와 펠리시아가 등장했다. 그리고 곧바로 영상에서 하반신 애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우선 골반부터. 나는 가슴을 어루만지던 손을 아래로 내려서, 겨드랑이, 옆구리 등을 자극하듯 끌어내리고는 골반을 어루만졌다. 언제 봐도 훌륭한 라인이다. 가녀린 허리와 잘 발달된 골반, 게다가 쭉 뻗은 다리까지. 모델 체형의 사라는 이 라인이 정말로 끝내준다니까. 방심하면 나도 자제심을 잃고 달려들 것 같은 황홀한 라인이다. 나는 원을 그리듯 천천히, 그리고 넓게 사라의 골반 부근을 쓰다듬어준 후에, 손에 힘을 줘서 그 몸을 들어올렸다. 영상의 나와 펠리시아는 옆으로 누워 있었지만, 저건 어디까지나 교육용으로 애무하고 있는 모습을 잘 보여주기 위한 것. 저런 것까지 따라할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스스로 침대 위에 눕고, 내 몸 위에 사라의 몸을 올려놨다. 마치 기승위를 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그 자세에서, 나는 영상의 내가 그렇듯 천천히 사라의 엉덩이를 어루만졌다. 영상의 나는 엉덩이는 의외로 둔해서 강한 성감대가 아니라느니 뭐니 떠들고 있었지만, 우리 사라는 또 엉덩이가 민감하단 말이지. 그것도 섹스 애널라이즈를 쓰면 엉덩이 부근이 제일 밝게 보일 정도로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라가 절정에 달하지 않도록 조심해서 사라의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하으읏…흐읏…흐으읏…! 구원 진짜아아…!” 아마 사라는 이번에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겠지. 사라 자신도 자기의 최고 성감대가 엉덩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내가 엉덩이에 안타까운 수준만의 자극을 주자, 결국은 참을 수 없게 된 모양이었다. 영상에 고정되어있던 시선을 내게로 돌려서 한껏 노려보고는, 사라는 그대로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한 거다. 아까 기승위 자세라고 말했지만, 당연히 아직 삽입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삽입은커녕 사라의 음부가 내 물건 위에 맞닿도록 걸터앉게 한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애태웠는데, 벌써 음부에 자극을 줄 수는 없잖아? 그런 의미에서 나는 사라를 내 하복부에 앉히고, 내 성기는 직각으로 세워서 사라의 엉덩이 뒤에 빼놓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커질 대로 커진 내 물건은 위를 향하고 서기 때문에 물건이 사라의 엉덩이 골 안에 파묻힌 상태가 되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허용범위 안이었다. 그래. 사라가 움직이지만 않았으면 말이다. 사라가 허리를 앞으로 움직이자 내 물건이 자연스럽게 배에 맞붙듯 밀착하게 됐고, 사라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허리를 뒤로 빼려고 했다. 운 좋으면 삽입까지 노려보는 거고, 그게 아니더라도 내 물건 위에 음부를 걸치고 앉을 수 있는 자세가 되려는 거다. “야! 그만 두지 못해!” 안돼!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공을 들였는데. 당황한 나는 엉덩이를 주무르고 있던 손을 살짝 땠다가 그대로 가볍게 내리쳤다. “흐으으으으읏…!” 찰싹하고 사라의 탁력있는 엉덩이 감촉이 손바닥에 느껴짐과 동시에, 사라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결국 사라는 엉덩이를 맞은 충격에 절정을 느껴버린 거였다. “…야. 사라야. 아무리 그래도 맞으면서….” “아, 아니, 으읏, 아니야!” 어, 응. 뭐, 알고는 있지만 말이야. 네게 그런 성벽이 없다는 것쯤은. 내가 너랑 얼마나 많이 뒹굴었는데 그런 것도 모르겠어. 지금은 그냥 우연히 타이밍이 맞아 떨어진 것뿐이다. 조금이라도 강한 자극이 오면 바로 절정을 느낄 준비가 되어있었던 사라의 몸은, 최고 성감대인 엉덩이에 일정 이상의 자극이 가해지자 이때다 싶어서 절정에 달해버린 거다. 뭐, 알고는 있지만, 이 기회를 이용하지 않을 수는 없지. “우리 사라가 이렇게까지 변태였다니. 설마 평소에 날 바보 변태라고 매도했던 것도 자신의 변태성을 숨기기 위해서….” “흐읏…아, 아니…그러니까 아니라고…하앗….” 막 절정에 달한 사라는 달콤한 한숨을 내뱉으면서, 어떻게든 부정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애태워지다가 맛본 절정이니 원래라면 말도 하기 힘들 텐데. 그 노력만은 가상하게…응? 그렇게 생각했던 나였지만, 이내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사라는 입으로는 자신의 피학성벽 의혹을 부정하면서, 다시 한 번 허리를 움직이려고 했던 거다. 과연. 그런 거였나. 그래. 피학성벽 같은 게 없었던 사라는, 결국 엉덩이를 때리는 자극만으로는 부족했던 거다. 언제는 절정을 느낄 준비가 되어있던 몸은 바로 절정을 느꼈지만, 지금까지 애태워졌던 것에 비하면 너무도 미약한 수준의 절정이었다. 당연히 사라는 그걸로 만족할 수 없었고, 이렇게 다시 한 번 쾌락을 추구하려고 하는 거였다. 물론 이번엔 내가 사라의 엉덩이를 단단히 붙잡고 허리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았다. “영상 보이지? 아직 음부는 건드리지도 않았으니까.” “우으으읏…!” 고개를 돌려 바라본 영상에는, 내가 펠리시아의 음부만을 피해가면서 철저히 그 주변을 공략해나가고 있었다. 이거 기대되는데. 우리 사라는 골반라인만큼이나 다리 라인도 쭉 빠져서 예쁘니까 말이야. 분명 공략할 가치가 있을 거야. 사라랑 장난치는 사이에 영상이 조금 지나가버리기는 했지만, 아무 문제없다. 나는 엉덩이를 붙잡고 있는 손을 미끄러뜨리듯 앞으로 오게 해서, 사라의 허벅지 안쪽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당연히 음부는 건드리지 않도록. 하지만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거리를 가끔씩 스쳐지나가면서. “하아앗…흐읏…구, 구워언…나아…정말로오….” “사라. 키스.” “흐으읏…아음…쪽. 구워언…구워어언….” 애원하려는 사라를 무시하고 내가 짧게 말하자, 사라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상체를 숙여서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하지만 사라 역시도 키스를 좋아하는 건 마찬가지라서, 정작 입술을 맞추자 엄청난 기세로 내 입술을 빨아왔다. 마치 지금 이렇게 안타까운 기분이 드는 걸 키스로라도 만회하겠다는 것처럼. 나는 한 손은 여전히 사라의 허벅지 안쪽을 만지고, 한 손은 뒤로 돌려서 엉덩이를 살살 주물렀다. 그리고 드디어, 영상의 내가 펠리시아의 음부 안쪽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잘 됐네. 사라. 이걸로….” “하앗…하아…소, 손가락은 됐어.” “응?” 사라는 대답하는 대신, 상체는 여전히 나와 밀착시킨 상태로 엉덩이를 높게 들었다. 그 자세가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뭐, 이쯤하면 됐나. 어차피 사라도 슬슬 한계에 달한 모양이고, 어차피 손가락으로 해도 느끼는 건 마찬가지일 테니 애태우는 게 의미 없기도 하고. 제대로 기분 좋은 절정을 느끼게 해주려는 거다. 역시 손가락보다는 이쪽이 좋지. 나는 물건의 위치를 조정하고, 사라의 음부에 그 끝을 맞댄 후 힘껏 허리를 들어올렸다. “흐으으으으으응!” 그리고 내 물건이 끝까지 삽입됨과 동시에, 사라는 분수를 뿜으면서 그대로 절정에 달했다. 온몸이 작살 맞은 생선처럼 펄쩍펄쩍 뛰어오르며 절정을 느끼고 있는 사라. 쿨한 얼굴은 완전히 풀려서 혀까지 입 밖으로 살짝 새어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그 혀끝에서 완전히 물처럼 변한 침이 살짝 떨어지려는 걸 혀로 핥아서 그대로 입술을 맞춰주자, 사라는 온몸에 힘이 안 들어가는 상황이면서도 열심히 내 혀에 자신의 혀를 얽혀왔다. “하아…하아아…구, 구어언…여, 역시이…저 여자보다느은….” “당연한 소리를.” “흐으응!” 겨우 말할 수 있게 된 사라가 내뱉는 소리에 피식 웃어 보인 후, 나는 허리를 강하게 쳐올렸다. 하여간 얘 성벽도 못 말린 다니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한 마디 하자면, 레이첼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이번 파트가 레이첼 파트에요. asfdgads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471==================== 파급효과 “…저기. 구원. 영상 보고 든 생각인데.” “응?” 다음 날 아침. 눈을 뜬 사라는 뭔가 복잡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왠지. 나랑 할 때보다 영상에서 설명하는 구원이 더…뭐라고 할까….” “여자를 아껴주는 느낌이라고?” “그래! 그거! 바로 그거야! 나랑 할 때는 맨날 장난치고 그러면서! 저건 뭐야! 사랑을 속삭이라고 하질 않나! 강하지 않게 부드럽게 만져주라고 하질 않나!” “아니. 어제 너도 그렇게 만져주니까 안타까워서 정신을 못 차렸잖아. 가만 놔두면 혼자서 자위까지 할 기세였는데.” “그, 그건 구원이 일부러 가지고 논 거잖아?!” …뭐, 부정은 안 하겠다만. “그래. 그럼 사라는 평소에 나랑 할 때는 내가 널 아끼거나 사랑한다는 느낌을 못 받는다는 거야? 그렇다면 제대로 말해줘. 만약 네가 그렇게 느꼈다면 난….” 나는 일단 진지한 표정으로 사라에게 물었다. 아니. 일단이고 뭐고 진짜로 진지한 문제이기는 하다. 지금까지 내가 사라랑 장난쳤던 건, 물론 내가 얘랑 장난치는 걸 좋아한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사라도 그걸 즐기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쭉 그렇게 해왔던 거다. 만약 사라가 좀 더 애정이 넘치는 행위를 하길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할 의향이 있었다. “그, 그렇게까지 말하진 않았잖아…. 제대로 느끼고 있다고…그…사랑….” 하지만 내 의외로 진지한 태도에 당황한 건지, 사라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중얼거렸다. “역시 그렇지? 난 항상 애정을 담아서 하고 있으니까. 휴우. 다행이다. 앞으로도 계속 장난쳐도 되는 거지?” “잠깐! 뭐야 그 태도?! 방금 그건 연기?! 속인거야?!” “무슨 말이신지?” “진짜 이 바보는!” 내가 히죽하고 웃자, 사라가 얄미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렸다. 하지만 사라 역시도 방금 전에 내가 진심으로 말했다는 걸 알긴 아는지, 그 손은 전혀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라도 그냥 나랑 장난치고 있을 뿐인 거니까. “후하핫. 내가 너랑 장난치는 것도, 가끔 밤에 괴롭히는 것도 다 애정이 있어서…크헉! 잠깐만, 사라야. 왜 갑자기 힘이….” “내가 때리는 것도 다 애정이 있어서 때리는 거니까. 이 바보야.” 아뇨.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애정이 너무 지나치신데요. 나 지금 아무것도 안 입고 있으니까, 맨살이면 진짜로 따가우니까. 조금만 살살…에잇! “에잇! 에잇! 에이햐앙! 자, 잠깐! 갑자기 움직이지 마! 이상한 소리 내버렸잖아!” “괜찮아. 귀여웠어.” “내가 괜찮지…하앙! 진짜…바보오….” 은근슬쩍 또 바보라고 했겠다. 바보라고 할 때마다 오빠라고 부르라고 했을 텐데. 몇 번 착실히 지키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부터 다시 은근슬쩍 안 지킨다니까. 나는 사라가 더 불평하지 못하도록 입으로 입을 막아버리고 그대로 허리를 흔들었다. 그렇게 언제나처럼 바넷사가 부르러 올 때까지 아침의 즐거운 한 때를 보낸 후, 우리는 식사를 하러 갔다. 그리고 식사를 다 하고 난 후,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난 식당에 혼자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저기 구석에서 실비아가 날 엿보고 있기는 했지만. 아무튼. 다들 오늘은 무슨 볼 일이라도 있는 건가? 뭔가 잽싸게 다들 방으로 돌아가 버렸네. 레이아나 마틸다는 이해가 된다. 저번에 던전에 가기 전에도 신전에 간다는 걸 미루고 간 거였으니까. 영상이 보급되기 시작하기도 했고, 당장이라도 신전에 찾아가보고 싶겠지. 하지만 사라나 디아나는 무슨 일이지? …뭐 별 일 아니겠지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식당에서 혼자 팔짱을 껴고 생각에 잠겼다. 우리 애들이랑 같이 있을 때는 그런 생각이 안 들었지만, 역시 이렇게 혼자 있으니까 아무래도 레이첼 누님의 그 쓸쓸해 보이는 표정이 다시 생각나버린다. 나 때문에 누님이 그런 표정을 짓게 하다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어쩔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우리 애들의 애정을 재확인한지 얼마나 됐다고, 이렇게 금방 다른 여자를 만들어.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면 레이첼 누님은…으아아! 진짜! 원래 이렇게 복잡하게 생각하는 건 내 성미에 안 맞는데! 좋아. 다른 데에 집중하자. 이렇게 혼자 생각에 잠겨봤자 또 계속해서 해결도 못 할 레이첼 누님의 생각만이 날 뿐이다. 그렇다면 혼자 있지 않으면 되는 거다. 나는 구석에서 여전히 날 훔쳐보고 있는 실비아에게 눈을 돌렸다. 그래. 지금 다른 여자를 생각할 때야? 계속 내 곁에 있었으면서 아직 제대로 된 관계 진전도 없었던 실비아도 있잖아. 차라리 레이첼 누님보다는 실비아와의 관계 진전을 꽤하는 게 정상 아니겠어? 애초에 우리 애들한테 그런 허락을 받은 이유가 뭐였는데?! 뭐, 실비아하고 관계 진척이 생기면 실비아가 행복사할 위험이 엄청나게 높다고는 하지만, 그건 훈련 같은 걸로 극복해낼 수 있을 거야! 분명! “히앗!”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안 그래도 나랑 눈이 마주칠 때부터 떨고 있던 실비아가 귀엽게 비명을 내질렀다. 아무래도 지금부터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본능적으로 눈치 챈 모양이다. “흐흐흐…실비아아….” “아우…아, 아아…그, 그게…저…죄, 죄송합니다! 무리입니다!” “어? 야! 잠깐!” 내가 능글능글 미소 지으면서 다가가자, 실비아는 화들짝 놀라서는 쏜살같이 도망가 버렸다. 아니.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잖아. 대체 뭐가 무리라는 건데. 쳇. 하는 수 없지. 어느 샌가 시야에서 사라져버린 실비아를 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나는 실비아와 노는 걸 보기하고 다른 타겟을 물색하기로 했다. 레이첼 누님에 대한 생각을 안 하려면 누군가 곁에 있어줘야 하니까 말이야. “바넷사!” 나는 바로 박수를 치며 바넷사를 불렀다. 아니. 바넷사랑 놀려는 건 아니야. 다만 우리 애들이 저택 어딘가에 있다면 장소는 바넷사가 제일 잘 알 테니까 말이야. 덤으로 이렇게 혼자 있으면 또 잡생각이 날 것 같으니, 우리 애들을 볼 때까지 데리고 있을 수도 있고. “…….” 하지만 왠일인지 우리의 슈퍼 집사는 내 부름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상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다시 한 번 박수를 치며 바넷사를 불렀지만, 여전히 주위는 적막에 휩싸여있었다. 말도 안 돼. 바넷사가? 어디 다시…아, 이거 설마. 나는 또 다시 박수를 치려는 스스로의 손을 보고, 문득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바넷사….” 나는 시험 삼아 박수를 치지 않고 바넷사의 이름을 조그맣게 속삭여봤다. “…부르셨습니까?” 그러자 내 바로 뒤에서 바넷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왓! 깜짝이야! 역시 근처에 있었잖아! 왜 대답 안 하는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는 한, 구원님께는 아무리 말을 해도 못 알아들으실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아니아니아니. 넌 집사고 난 주인님. 오케이? 집사가 주인님을 버릇 들이려하지 말라고. 뭘 자연스럽게 조교하려고 하는 건데. 그야 매번 박수치면서 부른 건 내 잘못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하아…뭐 됐어. 그보다 바넷사. 사라나 디아나가 어디 있는지 알아?” 레이아나 마틸다는 아마 신전에 가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사라나 디아나의 위치를 확인하기로 했다. “두 분이라면 현재 디아나님의 방에 계십니다.” “…응? 둘이 같이?” “네. 레이아님도 함께 계십니다.” 으응? 셋이 같이? 레이아는 신전에 가는 거 아니었어? 아니. 그보다 대체 무슨 일로 셋이 같이 있는 거지? “그렇단 말이지….” “구원님.” “응? 왜?” “아무리 친밀한 관계여도 엿보기는 범죄입니다.” “…마치 제가 지금부터 누굴 엿보기라도 할 것 같은 말투시네요?” “…괜한 참견이었다면 죄송합니다.” “그래! 괜한 참견이었다고! 아무튼 그럼 난 이만!” 나는 곧장 디아나의 방을 향해 달려갔다. 당연히 도중부터 은신술을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방금 그런 말까지 해놓고 무슨 짓이냐고? 무슨 짓이기는. 엿보지 않는다고는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다. 다만 우리 사이는 엿보더라도 범죄가 성립 안 될 정도로 끈끈한 사이라고 주장했을 뿐이야. “자, 그럼 대체 셋이서 무슨 얘기를 하나….” “…….” 디아나의 방문 앞에 당도한 나는 곧장 문을 열려고 했지만, 그 전에 옆에 누군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우왓! 놀라라! 왜 나보다 먼저 와있는데?!” “…할 말은 그것뿐입니까?” “조, 조금 정도는 괜찮잖아! 나 없을 때 무슨 말 하는지 궁금하다고!” “…그러다 언젠간 미움 받게 되더라도 모릅니다.” “괜찮아.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우리 사이는 훨씬 더 끈끈하게 이어져있으니까.” 심지어 다른 여자를 더 들이는 것조차 허락한 애들이라고. 솔직히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우리 애들이 나에 대한 애정이 식을 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물론 그걸 빌미로 무슨 짓이든 맘대로 할 생각은 죽어도 없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레이첼 누님도…아아! 젠장! 괜히 다시 생각나버렸잖아! 나는 바넷사를 찌릿하고 노려봤지만, 바넷사는 내 눈빛에 겁먹긴커녕 오히려 자기도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말했다. “…읏…그렇습니까. 하지만 저번 디아나님과도….” “야! 그때 일은 잊으라니까!” 얘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끈질기지? “그땐 정말 아무도 없는 줄 알고 그랬단 말이야! 애초에 넌 거기서 왜 그러고 있었던 건데?!” “읏…! 그, 그건…! …용무가 없다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렇게 내뱉은 바넷사는, 순식간에 모습을 감췄다. 워낙 순식간에 없어진지라 자세히 본 건 아니지만, 쟤 방금 얼굴 시뻘겋게 변했지? 게다가 도망가듯 사라진 것까지. 역시 쟤도 내게 자위하는 모습을 들킨 게 부끄럽기는 한 모양이다. …좋아하냐고 물어보자 제정신이냐고 대답했던 내가 상대라도 말이다. …뭐, 됐어. 나는 바넷사에 대해 생각하는 걸 멈추고, 원래 계획대로 우리 애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들어보기로 했다. “레이아. 대체 무슨 일이에요? 그렇게 말하기 힘든 일이라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은신술을 쓰고 살며시 문을 열자, 안에서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아뇨! 말할게요! 말하게 해주세요! 약속했으니까요!” “약속?” “저, 저, 저 실은…그게, 그러니까…주도하는 걸 좋아하는 걸 지도…몰라요….” “으응? 레이아양.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겐가?” “그러니까 저기…그…서, 성벽…말이에요….” 뭐 이리 절묘한 타이밍에 듣게 되냐. 그래. 오늘 이렇게 셋이 모여있는 이유는, 무려 레이아가 성벽을 고백하기 위해 불러낸 거였다. 어려운 결심을 했구나! 장하다! 레이아! 우리 애들끼리 변태적인 성벽을 공유하며 결속력이 강해지는 장면을 직접 보게 되다니. 그야말로 감개무량할 따름이었다. “…하? 잠깐만요. 레이아. 주도하는 걸 좋아한다는 건…그, 그런 의미죠?” “아, 아마…그런 의미가 아닐까요?” “…상대는 당연히 구원인 거죠?” “다, 당연하잖아요! 사라씨! 아무리 저라도 화낼 거예요!” “미, 미안해요. 하지만 저기. 그런 뜻이 아니라…이긴 거예요? 밤에? 구원을?” “레이아야아아앙!” 사라의 질문이 끝남과 동시에, 갑자기 디아나가 레이아에게 달려들었다. “어떻게 한 겐가!? 제발 이 몸에게 전수를 부탁하네! 레이아양! 아니, 레이아 선생!” …아니. 디아나 넌 왜 그렇게 필사적인 건데. 그야 내가 평소에 좀 많이 가지고 놀기는 했지만 말이야. 게다가 선생이라니. 먼저 산 걸로 따지면 네가 훠어어얼씬…뭐, 아무튼. “그, 그런 전수라니…전 별로….” “큭! 아무리 레이아양이라도 역시 그런 귀한 정보를 함부로 알려줄 수는 없다는 겐가?!” “레이아. 저도 부탁드려요. 어떻게 한 건지 꼭 좀 알려주세요.” 아니. 디아나에 이어서 사라 너까지 왜 그래? 우리 아까 전 아침에 계속 장난치기로 합의본 거 아니었어? “두, 두 분 다 진정하세요. 전 그런….” 물론 그런 둘의 반응에 레이아는 당혹스러워할 뿐이었다. 그야. 그렇겠지. 자기 딴에는 맘먹고 부끄러운 고백을 한 건데, 둘은 전혀 다른 부분에 주목하고 있으니까. “큿! 이렇게 된다면!” 디아나는 뭔가 단단히 결심한 듯 굳은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레이아의 무릎에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천천히 등을 레이아에게 기댔다. 당연히 디아나의 등과 목 부근에는 레이아의 폭발적인 가슴이 꾸욱 눌리게 됐다. “끄으윽…레, 레이아야앙. 알려줄 수 없겠나아?” 디아나는 일순 괴로운 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억지로 미소를 지으면서 레이아에게 귀여운 말투로 말했다. 그래. 디아나는 지금 레이아에게 애교를 부리고 있는 거다. 가슴 트라우마를 뛰어넘고, 저런 굴욕까지 감수해내면서 비법을 전수받으려고 하다니. 디아나 너 대체 얼마나 필사적인 거야. 나는 더 보고 있기 힘들어져서, 천천히 문을 닫았다. 어떤 일로 모여있는지는 알았고, 이 이상 지켜보는 건 아까 바넷사의 말대로 매너 위반이겠지. 디아나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이 이상은 보지 말아주자. 그렇게 생각한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뒤로 돌렸다. 한 가지 굳은 결심을 하면서. 밤에 디아나가 그 어떤 짓을 해오더라도 절대 져주지 말아야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72==================== 파급효과 그리고 내가 향한 곳은 바로 마틸다의 방이었다. 레이아가 저기 있다는 얘기는 즉, 마틸다는 어디 나간 게 아니라는 말이니까 말이다. 설마하니 마틸다가 혼자서 밖에 나갔을 리도 없고. “마틸다 들어간다.” 고로 나는 노크를 하자마자 바로 방에 들어갔다. 그러자 어머나 세상에. 마틸다가 또 다시 반라의 차림으로 옷을 갈아입고 있는 중이었다. 어제 던전에서 돌아온 직후라 힘들었는지, 아침에는 비교적 간단한 복장을 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추기경복이라는 거, 일반 사제복보다 장식이 주렁주렁 달려있어서 입기 귀찮을 것 같으니 이해는 한다. 그 차림으로 던전을 다니고 있다는 게 존경스러울 정도로. “꺄악! 또 당신인가요?! 그러니까 노크를 하면 대답을 듣고 들어오라고요?! 뭘 위해서 노크를 하는 건데요?!” “…매너 있는 척을 하기 위해서?” “척이 아니라 매너 있게 행동하세요! 애초에 이래선 척 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잖아요…그러니까 왜 계속 들어오시는 건데요?!” “왜라니. …내용은 전과 같습니다.” “생략하지 마세요! 제대로 말하라고요! 그리고 안 할 거니까요!” “뭐? 저주를 안 푼다고? 설마 저주가 풀리면 날 좋아하는 감정도 사라질까 두려워 아예 저주를 안 풀기로….” “아, 아니거든요?!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그럴 리 없잖아요! 지금도 저를 포함해 수많은 사람들이 이 저주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거라고요!” “아, 응. 그렇네. 미안. 방금 건 말이 좀 심했다.” “하아…정말로. 당신 무슨 일 있어요? 평소에도 이상하지만 오늘은 유독 더 이상한데요?” 미안. 실은 레이첼 누님 때문에 조금 심란해서 억지로 밝은 척을…같은 얘기를 할 수 있을 리도 없었다. “미안. 심심해서 그래. 좀 놀아줘.” “당신은 몇 살 먹은 애인가요…. 하아. 지금은 안 돼요.” “그러고 보니 저주 풀기도 안 한다고 했지. 갈아입는 중이기도 하고. 혼자서 어디 나가려고?” “그럴 리가 있나요. 레이아씨와 함께 신전에 가기로 했어요.” 레이아는 사라와 디아나랑 있으니까 당연히 틀린 줄 알았던 내 첫 예상은 아무래도 정확히 적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레이아랑?” “네. 왜 그러시죠?” …으음. 아마 레이아는 사라와 디아나에게 성벽을 고백하는 게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러니까 아마 고백하고 금방 준비해서 마틸다와 신전에 가려는 생각이었겠지. 레이아가 다른 사람과의 약속을 허투루 여기는 사람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아까 전 사라와 디아나의 모습을 봐서는, 레이아를 쉽게 놔줄 것 같지가 않았는데. 있지도 않은 비법을 레이아에게서 캐내지 않는 이상은 하루 종일이라도 붙잡고 늘어질 모습이었다. 좋아. 그렇다면 여긴 레이아의 남자로서 내 여자의 일을 대신 처리해줘야겠지. 뭐, 마틸다조차도 안 되면 진짜 혼자서 시간을 보내야 하니 그런 점도 있지만. “아니. 레이아는 갑자기 볼 일이 좀 생긴 모양이더라고.” “네? 그런가요?” “응. 그러니까 내가 대신 가줄게. 어차피 영상에 관한 얘기도 좀 들어두고 싶었고.” “그렇군요. 알겠어요. 그럼….” “응. 빨리 준비해.” “…….” 얘기를 마친 나는 레이아를 도와준 스스로의 대견한 행동에 흡족해하면서 기다렸지만, 마틸다는 계속해서 날 빤히 바라보기만 하고 옷을 입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그 얼굴을 바라봤지만, 핑크빛 시선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니었다. “뭐해? 안 입고.” “…좀 나가시죠?” “입기 힘들어 보이는 옷인데 좀 도와줄까?” “나. 가. 시. 죠! 정말! 당신 설마 일부러 제가 갈아입을 때만 노려서 들어오는 건 아니겠죠?” “그렇다면?” 새초롬하게 눈을 흘기며 노려보는 마틸다에게, 나는 오히려 당당하게 다가가며 말했다. 다른 애들 상대였으면 필사적으로 부정했겠지만, 굳이 마틸다 상대로 그럴 필요는 없지. 오히려 부정하는 게 더 귀찮아질 거다. “네, 넷? 뭐, 뭐라고요?” “네. 예쁜 몸을 보고 싶어서 그런 거라면? 싫어?” “시, 싫지…싫지 않아요….” “나 계속 여기 있어도 돼지?” “네에….” 봤지? 이쪽이 해결이 더 빠르다니까. 게다가 타이밍 노려서 일부러 들어왔다는 것만 빼면, 거짓말도 아니고. 마틸다의 예쁜 몸을 보고 싶어서 이러고 있는 것 사실이다. 그러니까 지금도 안 나가고 이렇게 마틸다가 옷 입는 모습을 차분히 관찰하고 있지. 하지만 언제 봐도 몸매가 끝내준다니까. 다른 애들에 비해서 뭔가 특징적인 면은 없지만, 그만큼 밸런스가 확실히 잡혀있는 몸매다. 이런 몸을 펑퍼짐한 추기경 복으로 가려놓고 있다는 것이 죄악으로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뭐, 아무리 그래도 추기경 복을 맘대로 개조할 정도의 배짱은 없지만. “…당신 말이죠. 제 저주를 이용하는 건 그만둬 주시겠어요?” 신전에 가는 마차에 올라타고 나서도 꽤나 시간이 지나서야, 겨우 핑크빛 모드가 풀린 마틸다는 골치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감싸 쥐고는 그렇게 말했다. “응? 무슨 소리야? 이용한 적 없는데?” “시치미를 떼는 건가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뻔뻔하잖아요?! 방금 전 일이라고! 방금 전!” “아니. 진짜로 이용한 적 없어. 저주는.” “저주는? 그게 무슨 말이죠.” “아니. 그도 그럴게. 너 저주 아니라도 날 좋아한다면서. 아냐?” 그래.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행동한 거다. 아무리 나라도 마틸다의 저주를 알몸 보는데 사용할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다. 하지만 마틸다가 날 좋아한다면 얘기는 다르지. 난 마틸다의 저주를 이용한 게 아니라, 마틸다가 날 좋아하는 마음을 이용한 거다! …이렇게 말하니까 왠지 더 쓰레기 같잖아. 아니. 아니니까. 그런 뜻이 아니니까. 내말은 그러니까, 어차피 마틸다가 진짜로 날 좋아하는 거면, 나도 아마 그때는 마틸다를…. 우리 애들과의 의리를 위해서라도 정말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다른 여자와 그런 관계가 되는 건 최대한 자제할 생각이지만, 그래도 실비아와 마틸다만큼은 이미 그런 관계가 되어버린 거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알몸 정도는 봐도 괜찮잖아? 라는 뜻이다. 게다가 어차피 볼 거 못 볼 거 전부 본 사인데 뭐. “그, 그건…네에…좋아해요….” …논리적으로 설득할 셈이었는데 다시 혼자서 핑크빛 모드가 되어버린 마틸다였다. 뭐, 이해해준 것 같으니 됐나. “그럼 전 교황님과 얘기를 나누고 오도록 하죠. 당신은 소피아 대사제와 함께 있을 거죠?” 신전에 도착하고 나서, 마틸다는 곧장 교황과 대화부터 나눌 생각인지 혼자 다른 길로 빠지려고 했다. “응. 하지만 같이 안 가도 괜찮아?” “괜찮아요. 통신마법진이 설치된 곳은 신전 안에서도 특히 가장 깊은 곳에 있으니까요. 다른 남성분들은 안 계실 거예요. 아, 하지만 교황님이 당신을….” “그럼 소피아 대사제가 계신 곳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나는 도망치듯 황급히 마틸다와 헤어졌다. 아니. 교황님이 싫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통신 마법 너머로 딱 한 번 본 게 전부이기는 하지만 상당히 따뜻해 보이는 분이셨고, 영상을 허가해주신 걸 보면 머리도 굳지 않으신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역시 위치가 위치니만큼 조금 부담되는 건 어쩔 수 없단 말이지. 세계 최고의 마법사 디아나나 공주님인 펠리시아도 막 대하면서 이제 와서 무슨 말이냐고 할지 모르지만, 그 둘의 경우와는 얘기가 전혀 다르다. 그도 그럴게, 외모가 완전히 할머니라고? 이 세계에서 레벨이 높으면서 외모가 정말로 노인인 사람은 처음 봤다. 그렇기 때문인지, 연륜에서 오는 묘한 위압감 같은 게 느껴진단 말이지. 게다가 날 여신님의 사자로 인정까지 했다고 하잖아. 그런 위치에서 교황과 대화를 나누게 되면, 뭔가 내가 교단의 높으신 분이 된 것 같아서 뭔가 안절부절 못하게 된다. 아니. 일단 높으신 분이 맞기는 한 거겠지만. 전에 마틸다가 말한 대로, 나는 내 위치를 확실히 자각하지 못하고 행동한 감이 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지금도 내가 그렇게 높으신 분이라고 하면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언젠가는 나도 그 위치에 걸맞은 행동을 하거나 책무를 지거나 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조금 마음의 준비가 부족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마틸다와 헤어진 나는, 곧장 소피아 대사제에게 향하…려다가 걸음을 멈췄다. 소피아 대사제에게는 아까 말한 대로 영상에 대한 평가를 물어볼 셈이었지만, 그 전에 내가 먼저 현장의 분위기를 보는 건 어떨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발걸음을 돌려서 일단 예배당 쪽에 가보기로 했다. 전에 겪었던 바에 따르면, 신자들은 일단 예배를 드리고 나서 교육장으로 향하니까 말이다. 그리고 예배당으로 향하는 복도에 들어선 순간, 나는 영상이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지 자연히 깨달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예배를 온 신자들이 엄청나게 많았던 거다. 언제나 신전은 붐볐지만, 오늘은 특히 굉장했다. 복도부터 출퇴근길의 만원 지하철이 생각날 정도로 빡빡하게 사람의 물결이 흐르고 있었고, 까치발을 들고 바라 본 예배당은 그 넓은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신자들이 빽빽이 들어차있었던 거다. 덕분에 나도 복도에 발을 디디자마자 사람들의 물결에 그대로 휩쓸리고 말았다. “저, 저기…호, 혹시…성자님이십니까?” 내가 끊임없이 밀려드는 인파에 질려하고 있었을 때, 옆에서 나와 같이 인파에 휩쓸리고 있었던 남자가 말을 걸어왔다. 아마 대 용모는 대충 들어서 알고 있지만, 옷이 평범한 천 옷이다 보니 확신을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네. 그런데요.” 전 같았으면 아니라고 시치미를 뗐겠지만, 오늘은 한 번 순순히 인정해봤다. 뭐라고 말할지 신경도 쓰이고 말이다. “서, 성자님이다아아!” 그리고 그 순간, 내 주변 반경 2미터 이내에 사람이 사라졌다. 내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남자들은 발끝으로 서서 조금이라도 내게 멀어지려고 필사적으로 등으로 뒷사람을 누르고 있었다. 아마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차있으니 2미터 정도로 끝났지, 그게 아니었으면 10미터 정도는 멀어졌을 기세였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성자님 덕분에 어젯밤 처음으로 그 마누라를…!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남자들은 내게 고개를 숙여가며 필사적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다. 나랑 비교당하고 싶지 않아서 멀어진 것과는 별개로, 일단 고맙기는 한 모양이다. “아뇨. 도움이 됐다면 다행입니다. 하핫. 그리고 감사는 여신님께 드려야죠. 전 그 분께서 주신 힘을 사용한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떨어져서 감사의 말을 전하는 사람들을 보니 엄청나게 미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나는 일단 정치인처럼 손을 들어서 감사 인사를 받아줬다. 이렇게 말하는 거 맞겠지? 일단 성자란 위치답게 그럴듯한 말을 해봤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색했다. 역시 난 이런 거랑 안 어울린다니까. …뭐, 어쨌든 이걸로 영상의 효과는 확인했다. 이제 그만 소피아 대사제한테 가자. 나는 얼굴에 가식적인 미소를 띠고는 천천히 왔던 길을 역주행했다. 그리고 내가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빽빽이 들어차있던 사람의 물결이 그대로 갈라져 나갔다. 그야 말로 모세의…아니. 구원의 기적. 손에 지팡이라도 있었다면 땅을 찍으면서 ‘갈라져라!’라고 외쳐보고 싶은 심정이었다. 뭐, 모처럼 성자다운 이미지를 남겼는데 그랬다가는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니 안 하는 게 좋겠지만. 예배당으로 향하는 복도를 빠져나와 사제들이 머물고 있는 공간으로 들어서도, 날 향하는 시선은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아까보다는 훨씬 시선이 조금 느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다다. 가는 곳마다 사제들이 날 바라보면서 뭔가 쑥덕이고 있었던 거다. “꺄아아악!” 여럿이 모여 수군거리고 있는 사제들을 향해 시선을 돌려보자, 나와 눈이 마주친 사제의 입에서 새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완전히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과 눈이라도 마주친 반응이었다. 아무래도 영상은 사제들 사이에서도 유행하는 모양이다. 뭐, 그야 그런가. 교육장에서 틀어준다는 건, 다시 말해 사제들도 같이 본다는 얘기니까. 뭐, 기분 나쁜 시선은 아니었다. 오히려 평소 같았으면 으쓱해졌을 시선이었다. 여기 사제들은 특히 미인들이 많기도 하고 말이다. 다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안 그래도 레이첼 누님 때문에 속이 쓰린데, 또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날 향해 호의를 보내온다고 생각하니…. 얼른 소피아 대사제한테 가자. “소피아 대사제님. 저 왔…우왓.” “죄, 죄송합니다!” 내가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웬 사제가 한 명 황급히 튀어나와서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쪼르르 사라졌다. …뭐야 저거? “어머. 어서오세요. 성자님.” 그리고 안에서 소피아 대사제가 날 따뜻한 미소로 맞아줬다. 처음 봤을 때의 깐깐한 인상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천지차이의 미소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설마 3연참은 예상 못했겠지? 실은 레이첼 파트라고 말해놨는데 이렇게라도 안 하면 레이첼의 등장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아서 한 편 더 써서 올립니다…. 473==================== 파급효과 꽤나 오랜만에 본 소피아 대사제와 우선은 안부 인사를 주고받은 후, 나는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가 영상이 효과가 있었는지 질문했다. “네. 밖의 사람들을 보고 예상하셨겠지만 사람들의 평가는 굉장히 좋아요. 실질적으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봐야 정확해지겠지만, 저 영상이라면 분명 충분한 성과를 내겠죠.” 그 질문에 소피아 대사제는 그야말로 흡족한 표정을 띄우면서 대답해줬다. 다행이다. 교황님은 통 크게 허락해줬다고 하더라도, 다른 성직자들은 신전에서 사제들이 그런 영상을 다른 사람과 함께 봐야하는 상황에 거부감을 가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까 전 사제들의 반응도 그렇고, 아무래도 여기 종교인들은 하나같이 마음이 넓은 모양이다. “하지만 과연 성자님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희가 그렇게 교육을 해와도 해내지 못했던 것을, 설마 그런 방식으로 해결하실 줄이야.” “아뇨. 아뇨. 그런. 신전에서 이미 기초적인 교육을 다 받았기 때문에 저 영상도 효과가 있었던 거라고 생각해요. 게다가 여자가 알려주는 것보다는 같은 남자가 알려주는 게 뭔가 더 와 닿는 부분이 있어서 시너지 효과를 낸 것뿐이에요.” “겸손하실 거 없어요. 정말로 훌륭한 강의였는걸요. 게다가 사랑을 그렇게 직접적으로 계속해서 속삭여주라고 하는 부분은 감탄이 절로 나왔어요. 부끄럽게도 저희 교육은 행위는 제대로 감정을 담아서 하라고 말로만 그래놓고, 대부분 실질적인 기교에 관한 것이었거든요. 뭔가 깨우쳐진 기분마저 들었어요.” 내 겸손에 소피아 대사제는 그야말로 기특한 사윗감을 보는 눈으로 날 흐뭇하게 바라보며 웃었다. 하지만 나는 소피아 대사제의 칭찬보다는, 다른 부분에 더 주목하게 됐다. “…네? 설마 소피아 대사제님도 보신 건가요?” 영상은 당연히 교육을 담당하는 말단 사제들만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소피아 대사제도 교육을?! 아니. 그럴 리 없나. 교육이 필요한 상대라면 소피아 대사제랑 하는 순간 복상사 확정일 테니. 그렇다면 대체 소피아 대사제는 왜 영상의 내용을…. “그, 크흠! 그러네요. 일단 이 신전의 총책임자로서, 신전 안에서 어떤 영상이 틀어지게 될지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요.” 소피아 대사제는 얼굴을 살짝 붉히고 대답했다. 진짜냐. 장모님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던 분께 그런 영상이 보였다니. 아니. 영상의 남자는 내가 아니지만 말이야. “하지만 괜찮은 건가요? 그, 규율 같은 게….” “괜찮아요. 전 영상에 나온 두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그건 성교 영상이 아니라 교육 영상이었으니까요. 무엇보다도, 여신님의 사자가 직접 행하는 일이 여신님의 뜻에 반하는 일 일리가 없으니까요.” …그런 걸까. 뭐, 소피아 대사제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만. 그 후에도 오랜만에 만난 소피아 대사제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교황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돌아온 마틸다와도 얘기를 더 나누다가 우리는 저택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설마 그런…. 완전히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됐네요? 이제부터 당신과 있으면 편하겠어요.” “비꼬는 거 아니지?” “그럼요. 물론이죠.” 그리고 돌아가는 마차 안, 마틸다는 아까 전 일이 생각난 듯 쿡쿡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냐면, 신전에서 돌아오는 길에 말이다. 내가 신전에 있다고 그 사이에 소문이 쫙 났던 건지, 내가 길을 지나갈 때마다 사람의 무리가 갈라져나갔던 거다. 덕분에 주변에 다가오는 남자는 단 한명도 없어서, 누가 마틸다한테 접근하는 건 아닌지 경계할 필요도 없이 편안하게 마차까지 올 수 있었다. “뭐, 그렇다고 쳐주지. 그래서 교황님과 얘기는 잘 했어?” “네, 넷?! 네에…뭐어….” “응? 뭐야? 그 반응은.” 내가 무슨 이상한 질문이라도 했나? 아니. 극히 평범한 대화였다고 생각하는데? “아뇨. 교황님도 영상의 성과가 제대로 나고 있는 것 같아서 무척이나 흡족하신 모양이었어요.” “뭐어.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분명 그 얘기는 중요한 얘기가 아니었겠지. 아까 전의 반응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뭔가 중요한 얘기를 교황과 나눈 건 아닐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마 교단의 높으신 분들끼리 나누는 얘기일 거다. 분명 내게 할 만한 얘기가 아닌 거겠지. 물론 나도 여신님의 사자로서 얘기를 듣고 싶다고 주장하면 어떻게든 캐물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교황과의 대화가 껄끄럽다는 이유로 같이 가지도 않은 주제에 이제 와서 뻔뻔하게 그럴 생각은 없었다. 조금 신경 쓰이지만, 뭐 어쩔 수 없지. 분명 마틸다가 알아서 잘 할 거다. 나는 그 정도로 마틸다를 믿고 있었다. 처음에는 오만한 귀족가 아가씨 같은 이미지 때문에 그다지 믿음직스럽지 못했지만, 지금은 마틸다가 추기경으로서 매우 훌륭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으니까. “다녀왔어.” 그렇게 저택에 돌아온 우리였지만, 어째 귀가를 반겨주는 사람이 없었다. 아니. 그야 물론 메이드들은 인사를 해왔지만, 메이드들 말고 말이야. 솔직히 레이아는 대신 마틸다와 신전에 가준 내게 감사하면서 마중을 나올 줄 알았는데. 레이아는커녕 귀가 시엔 언제나 마중 나오던 바넷사의 모습마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바넷사 녀석은 설마 아직도 꽁해있는 건가. 그렇게까지 마음에 담아두는 성격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전 이만.” “응. 아, 잠깐. 아예 지금부터 저주 푸는 작업도 해버릴까? 저녁까지는 시간이 충분히 있는데.” “네? 아, 아뇨. 괜찮아요. 당신 덕분에 쾌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번잡한 곳을 지나온 덕분에 조금 피곤해져서요. 그리고 교황님과의 대화에서 좀 생각해봐야할 문제도 있어서….” 이왕 반나절을 같이 보냈으니, 아예 저주 해제도…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의외로 마틸다 쪽에서 거절을 해왔다. 역시 교황과 뭔가 중요한 얘기라도 나눈 모양이다. 말하는 투가 뭔가 변명을 줄줄 늘어놓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일단 내용 자체는 타당했기 때문에 나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하지만 아마 내일은 던전에 갈 거라고 생각해. 그럼 이번에는 아예 못하게 되는 건데, 괜찮아?” “네, 네에. 어쩔 수 없죠. 던전에 가는 것도 여신님이 주신 소중한 사명이니까요. 그럼 이만.” “응. 푹 쉬어.” 마틸다와 헤어지고 나자, 나는 또 다시 혼자가 되어버렸다. 혼자 있기 싫어서 마틸다랑 같이 있고 했었던 건데 말이야.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최후의 수단을 쓰도록 할까. “실비아! 실비아 나와! 어서!” “네, 네헷!” 내가 조금 강압적인 말투로 허공에 대고 실비아를 부르자, 어디선가 불쑥 실비아가 튀어나왔다. 역시나 있었군. 뭐, 시선은 느껴졌으니까 알고 있었지만. 하여간 얜 엿보려면 제대로 할 것이지. 그렇게 강렬한 시선을 보내서야 다 들키잖아. “실비아. 내가 돌아온 거 알고 있었으면 나와서 인사는 좀 하자.” “다, 다녀오셨습니까아!” “오냐. 다녀왔다.” “그, 그럼…!” “아직 얘기 안 끝났다.” 곧장 돌아서서 도망가려는 실비아의 팔을 나는 단단히 붙잡았다. “히우으읏…!” 물론 그래봤자 실비아가 뿌리치려고 마음 먹으면 뿌리칠 수 있었겠지만, 당연히 실비아는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내 손이 닿은 부분부터 힘을 빼앗기듯이 천천히 몸에 힘이 빠지며 무너져 내렸다. 아니. 그러니까 요즘 너 너무 내성이 떨어졌다니까. 소원 때문이야? 소원 때문에 그러는 거야? 아직 뭘 해달라고 말도 못한 주제에. 뭘 부탁할 생각이기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내성이 떨어지는 거야. 원래는 실비아 스스로 말할 때까지 기다릴 생각이었지만, 이래서야 평생 뭘 부탁하려는 건지 들을 수 없을 것 같단 생각마저 들었다. 차라리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제대로 물어보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군. “실비아. 너 사라나 디아나, 레이아 혹시 못 봤어?” “세, 세 분 말임니까아? 모, 못 봤습니다아!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아!” 아니. 범인 취조하는 게 아니니까 그렇게 필사적으로 부정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래? 그럼 바넷사는?” “모, 모릅니다아! 전 아무것도…!” “알았다. 알았어.” 내가 팔을 놔주자, 실비아가 비틀거리면서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날 향해 90도로 꾸벅 인사를 하더니, 그대로 후다다닥 달아나서는…모퉁이에서 얼굴 반쪽만 내밀고 다시 날 관찰하기 시작했다. …여러모로 딴죽 걸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도망가는 와중에도 제대로 인사는 하고 가는 점이나, 도망간 주제에 얼마 멀리 가지도 않고 날 관찰하는 점이나. 아무튼 아무도 못 봤다니. 바넷사는 그렇다 치고, 설마 셋은 아직도 디아나의 방에서 얘기중인 건가? 확실히 사라나 디아나의 태도를 생각해보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질 건 예상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말이야. 이렇게까지 오래 있는 걸 보면, 어쩌면 정말로 레이아한테 뭔가 알아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네. 뭐, 실제로 비법 같은 건 딱히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분위기지만, 천사님의 그 천사 같은 분위기는 흉내 낸다고 해서 흉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나는 일단 지나가는 메이드에게 셋과 바넷사를 못 봤냐고 물어보기로 했다. 멀리서 날 지켜보는 실비아가 충격 먹은 표정을 지었지만, 못 본척하기로 했다. 그런 표정 짓지 마라. 너한테 물어본 것도 쓸데없는 짓은 아니었다고. …내가 흐뭇해졌다는 의미에서. 아무튼 메이드한테 다시 확인을 해본 결과, 우리 애들 셋은 정말로 아직 디아나 방에 모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참고로 바넷사는 낮부터 모습을 못 봤다고 한다. 완전히 나 때문이잖아. 설마 그렇게까지 충격 받을 줄이야. 뭐, 확실히. 아무리 철의 집사라는 이미지가 강한 바넷사라고 하더라도, 일단은 여자. 다른 남자한테 자위한 걸로 추궁당하면 그야 부끄럽겠지. 나중에 살짝 사과라도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돼버리면, 저녁때까지 나 혼자 지내야한다는 게 되어버리는데. 어쩔 수 없지. 실비아랑 특훈이라도 할까. “실비아아…!” “흐아앗!” 하지만 실비아는 내가 다가가려고 하자, 마치 좀비물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필사적으로 도망갔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까와 다르다. 정말로 실비아가 아니면 놀 사람이 없는 상황이니까 말이야. 그런 고로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쫓아가봤다. 그리고 그 결과…. “하웃! 우, 우으으…우아아아….” 허둥지둥 도망가던 실비아는 내가 쫓아온다는 걸 알자 더 당황하기 시작했고, 결국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서는 바닥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그 상태에서도 뒤를 돌아서, 다리를 파닥파닥 거리고 엉덩이를 질질 끌며 도망가려고 하는 게 애처로워 보일 정도였다. 아니. 실비아. 그러니까 반응이 너무 과하다고. “…괜찮냐?” “괘, 괜찮…!” 괜찮다는 건 아마 사실일 거다. 실비아 정도 레벨에 겨우 바닥에 넘어진 정도로 몸에 상처가 날 리도 없으니까. “아니. 안 괜찮아 보이는데. 치료를 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하지만 지금 수중에 포션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어쩔 수 없지. 힐링 섹스로 치료할까.” 하지만 나는 실비아의 말을 깔끔히 무시하고 하고 싶은 말을 계속했다. “으에에엣?!” “왜? 싫어?” “좋습니다아!” 이런 건 또 즉답이란 말이지. “그럼 좀 더 기쁜 표정을 지어라. 그러면 마치 싫어하는 거 같잖아. 아무리 나라도 계속 그러면 조금 상처받는다?” “우…으으읏…. 헤, 헤, 헤헷….” 내가 일부러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하자, 실비아가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자신의 뺨을 두 손으로 찰싹찰싹 때리고는, 배시시 웃으면서 날 바라봤다. 다만, 몸의 떨림까지는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어서, 저렇게 떨면서 웃고 있으니 마치 내가 완전히 쓰레기가 된 기분이…. “…아니. 미안. 무리할 거 없어. 상처받는 다는 건 거짓말이었어. 그냥 평소대로 해.” 결국 나는 실비아의 그 의지만을 높이 평가해 주기로 했다. 이렇게까지 내성이 떨어져선 그 소원인지 뭔지 이전에, 나랑 섹스하는 걸로도 행복사하지 않으려나? 아니. 그야 물론 힐링 섹스가 있으니까 괜찮겠지만…. 하아. 어쩔 수 없나. “실비아. 섹스는 됐고. 오늘은 그냥 같이 놀자.” 나는 실비아를 데리고 포커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물론 전처럼 내기 같은 걸 걸지도 않고, 순수하게 게임 목적으로.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연참하고 기절했다가 지금 일어났습니다. 474==================== 파급효과 “히에엣…하엣…흐아아우우….” 뭐, 내성이 약해진 실비아는 그냥 포커를 해도 이렇게 되어버렸지만. 이번엔 전처럼 일부러 눈을 많이 마주친다든가, 방긋 웃어준다든가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꼴이 되어버렸다. 혼자서 멍하니 날 쳐다보더니 혼자서 ‘핫!’ 하고 정신을 차리더니 다시 멍하니 얼굴을 바라보고. 그러다가 점점 호흡이 가빠져가고, 몸은 점점 소파에 파묻히듯 드러눕게 되고. 그래서 결국 저 모습이 완성됐다. 그래가지고 던전 안에서는 대체 어떻게 버텼니.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더 이상 카드를 쥘 힘도 남아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실비아를 관찰하고 있자, 옆에서 딱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말할 것도 없이 바넷사였다. 바넷사는 나와 실비아를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 표정은 평소처럼…아니. 평소 이상으로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말해두는데 아무 짓도 안 했다.”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만.” 아니. 입만 안 열었다 뿐이지 표정으로 격렬하게 경멸하고 있었잖아. 뭐, 됐어. 그보단 우선 할 일이 있지. 나는 바넷사의 팔을 덥석 잡았다. 실비아가 저 상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말이다. 남한테 들려줄만한 얘기도 아니고. “흡…!” 나는 바넷사를 근처에 사람이 없을만한 장소로 끌고 갔다. 한껏 경계하면서 몸을 딱딱하게 굳힌 것에 비해, 바넷사는 의외로 간단히 내게 끌려왔다. 그리고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한 후에, 나는 바넷사를 향해 몸을 돌렸다. “바넷사.” “……뭡니까.” “미안. 내가 좀 과했다.” “……네?” 내가 살짝 머리를 숙여서 사과하자, 바넷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저 정도면 바넷사치고는 상당히 리액션이 큰 편이었다. 하지만 얘는 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단 표정을 짓는 거지? 부끄러워서 반나절 동안 모습도 안 보인 주제에. “아니. 생각해보니까 아무리 그래도 여자애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건 좀 심했던 것 같아서.” “…여자애….” “아, 그래. 그래. 또 미안. 그럼…레이디?” “…….” “바넷사? 바넷사씨?” 얘는 또 왜 정지하는 거지? 아, 혹시 부끄러워하는 건가? 그런 거야? 바넷사의 표정을 조금은 읽을 수 있게 된 나는, 바넷사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뭐, 확실한 건 아니지만 말이다. 하긴 매일같이 저택에 처박혀있는 바넷사다. 게다가 이 저택은 나를 제외하면 여성밖에 없는 곳. 그야 레이디란 말을 들을 기회 같은 건 전혀 없었겠지. 즉, 내성이 없는 거다. 이 철벽녀도 내성이 약한, 게임으로 치면 약점 속성 같은 건 존재 했다는 말이로군. “쓰으읍. 후우…사과하실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되는군요. 잊기로 했던 일을 먼저 입에 올린 건 접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주인의 치태를 그런 장소에서 입에 담다니. 몇 번을 사죄해도 부족할 정도입니다.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하지만 바넷사가 정지했던 건 아주 잠깐이었고, 바넷사는 이내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내게 사과를 해왔다. “아, 응. 그래. 괜찮아. 주위에 아무도 없었고. 용서할게.” 너무 극단적인 행동에 오히려 당황해버린 나는 부끄러워하는 바넷사를 놀릴 생각도 못하고, 그만 반사적으로 깔끔히 사과를 받아주고 말았다. “…감사합니다. 그럼 가시죠. 식사가 식겠습니다.” 내가 대답하자마자, 바넷사는 허리를 숙인 채 몸을 반 바퀴 빙글 돌려서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바넷사 답지 않게 너무 대놓고 의도가 보이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바넷사. 그렇게 얼굴이 안 보여주더라도, 넌 머리카락을 차분히 정리하고 있으니까 뒤에서도 살짝 붉어진 귀는 확실히 보이거든? 나는 나름 신선한 바넷사의 태도에 흡족한 마음으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 도착할 때 즈음에는, 바넷사의 귀도 완전히 원래 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리고 그때가 되어서야, 나는 스스로가 범한 중대한 실수를 하나 깨달았다. …어? 혹시 방금…바넷사를 울릴 수 있었던 절호의 찬스였던 거 아냐? 젠자아아앙! 두 번 다시없을지도 모르는 그 좋은 기회를 그냥 놓쳐버리다니이이이! “후훙! 자네 왔는가!” 그리고 식당에는 뭔가 평소보다 자신감이 넘치는 디아나가 날 반겨줬다. 물론 디아나 말고도 사라나 레이아도 제대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저 반응을 봐서는, 아무래도 레이아가 뭔가 말하긴 말한 모양이다. 대체 무슨 말을 한 걸까? 어차피 비법 같은 건 없을 텐데. “아, 구원씨. 저 대신 마틸다씨와 신전에 가주셨다면서요? 정말 감사해요.” “아니. 어차피 나도 볼 일이 있었으니까. 감사 인사를 받을 건 아냐.” “후훗. 그래도요.” 레이아는 기분 좋은 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말했다. 저 반응을 봐서는, 그래도 사라나 디아나가 심한 짓을 한 건 아닌 모양이다. 아니. 오히려 평소보다 기분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상당히 신경 쓰이지만, 그걸 물어보면 내가 엿들었다는 게 들켜버리니까 말이야. 별로 들켜도 상관은 없지만, 이왕이면 오늘 밤은 넘겨야하지 않겠어? 디아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저렇게 자신감이 넘쳐흐르다 못해 반짝반짝 거리기까지 하는 디아나의 표정이 서서히 절망으로 바뀌는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크흠. 아무튼. “그런데 실비아는? 같이 있었던 거 아니야?” 자기 차례는 어제 막 지나갔기 때문인지, 그나마 사라는 평소와 다름없어 보였다. “같이 있기는 했는데, 식사는 못할 것 같아.” “또오?” “아니. 이번엔 진짜 순수하게 포커 게임만 했는데 말이야. 딱히 이상한 짓도 안하고. 그런데 걔 요즘 내성이 너무 낮아졌단 말이야. 언제 한 번 충격요법이라도 써보는 게 좋을지도.” “그만둬. 실비아가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 아무래도 실비아가 언제나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건 얘들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실비아. 파티의 전위로서 언제나 든든한 방패 역할이 되어주는 네 평가가 점점 더 불쌍해지고 있는데.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 내성은 붙여야할 것 같지 않니? 아무튼 그런 하릴없는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실비아를 빼고 식사를 마쳤다. 참고로 실비아는 바넷사가 날 식당까지 안내한 후에 방으로 옮기고, 식사도 따로 챙겼다는 모양이다. 역시 우리 슈퍼 집사님은 유능하다니까. 가끔 날 대하는 태도가 이상해지는 것만 빼면 완벽한데 말이야. “음후훗. 기다리게 했구먼.” 식사를 마치고 내 방의 침대에서 기다리고 있자니, 언제나처럼 큰 욕실에서 샤워를 마치고 온 디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만 그 차림은 평소와는 좀 달랐는데, 디아나는 목욕 가운을 그대로 걸치고 방까지 왔던 거다. 설마 레이아한테 전수받은 게 고작 이거? 그렇게 생각하고 넘어가기에는, 디아나의 모습이 꽤나 파괴력이 있었다. 디아나는 무려 성인 버전으로 변해서 목욕 가운을 걸치고 있었던 거다. 게다가 원래 모습일 때 입는 목욕가운을 그대로 입은 건지, 사이즈가 상당히 아슬아슬했다. 위쪽은 커다란 가슴 때문에 제대로 닫히질 않아서, 가슴이 절반정도 그래도 보이고 있는 상황. 아래에 이르러서는 목욕가운의 밑단이 디아나의 음부를 정말 아슬아슬하게 가릴 수준까지밖에 내려와 있지 않았다. 얌전히 걷기만 하면 아슬아슬하게 보이지 않겠지만, 아마 조금이라도 뛰면 바로 속옷이 적나라하게 보일 정도였다. 솔직히 말해서, 끝내줍니다. 디아나 누님. 식사 때 그렇게 자신감에 넘쳐흘렀던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이건 자신감을 가질 수밖에 없지. 세상에 어떤 남자가 저 모습이 안 넘어가겠어. …날 제외하면 말이야. 아니. 물론 나도 넘어갈 정도로 예뻐. 평소 같으면 그냥 디아나가 하자는 대로 다 해줬을 거야. 다만 말이지. 난 오늘 낮에 결심했단 말이지. 밤에 디아나가 뭔 짓을 해와도 절대 져주지 말자고. 아무리 스스로에게 한 약속이라도, 난 약속은 지키는 남자니까 말이야. 이대로 굴할 수는 없다는 거다.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디아나의 유혹을 이겨내기로 했다. “디아나. 뭐야. 그 차림은? 설마 너 노출증이 더 심해….” “아, 아닐세! 그게 무슨 소린가! 애초에 이 몸은 노출증이 아닐세!” 내 한 마디에 디아나의 고혹적인 표정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음. 역시 디아나는 이렇지 않으면. 아무리 외모가 누님 버전이라도 결국 디아나는 디아나라는 거다. “코홈. 하여간 자네는…앗, 그런가. 자네. 부끄러워하는 게로구먼? 부끄러움을 숨기려고 일부러 그러는 게야.” 하지만 디아나는 아직 포기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포기하기는커녕 오히려 내 말을 자기 입맛 좋게 해석하기까지 했다. 사실 부끄러움을 숨기려 한다는 게 반쯤은 정답이기도 해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쿡쿡하고 장난스럽게 웃는 모습이 평소보다 더 요염하게 보이기까지 해서 더더욱. 역시 저 외모에 저 차림은 반칙이잖아. “후훗. 부끄러워 할 것 없네. 자, 오늘 밤은 이 누님께 온 몸을 맡기게나. 이 누님이 천국으로 보내주겠네.”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있자, 디아나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빙긋 웃었다. 그리고는 귀엽다는 표정을 날 바라보면서 천천히 내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더니, 침대에 무릎을 꿇고 올라와서는 그대로 네발로 기어왔다. 얼굴이 내 가슴에 맞닿을 정도까지 기어온 디아나는 내 가슴에 살며시 손을 얹더니, 그대로 부드럽게 밀어서 날 침대에 눕혔다. …이거 좀 위험할지도. 오늘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져주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이대로 가면 완전히 디아나의 페이스에 말려들게 되어버린다. 하지만 이 분위기를 깰 수단도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누님이라고 한 것에 딴죽을 걸어볼까? 누님이라니. 넌 할머…응. 아니지. 이건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야. 그런 말을 하느니 차라리 져주는 게 낫지. 젠장.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좋은 거지? 레이아 누님. 비법 전수를 너무 완벽하게 했잖아요. 설마 디아나가 이렇게까지 천사님 같은 분위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낼 줄이야…응? 천사님 같은 분위기? 그래! 그거다! “디아나. 잠깐.” 침대에 날 눕히고 완전히 내 위에 올라온 디아나의 어깨를, 나는 두 손으로 단단히 잡아서 일단 디아나의 행동이 계속되는 걸 막았다. “음? 후훗. 왜 그러나?” 하지만 디아나는 당황하지 않고, 내 뺨을 손으로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귀여워 죽겠다는 시선을 보내왔다. “나, 전에 분명히 말했지?” “음? 뭐가 말인가?” “디아나는 디아나 자체로 좋다고. 왜 이렇게 레이아 흉내를 내려고 하는 거야?” “음? 레이아양의 흉내?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구먼.” 하지만 내 시도는 디아나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그야 그렇겠지. 이렇게 주도권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먹힐 리가 있나. 그래도 나는 여기에 걸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간 디아나에게 정말로 져주게 되어버려. 그래선 안 된단 말이다! 이건 나와 디아나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시치미 떼지 않아도 돼. 디아나는 이런 성격이 아니잖아?” “무슨 소릴 하는 겐가. 이 몸은 원래 이런 성격일세. 이 정도 포용력이 없으면 모든 마법사들의….” “그야 물론 다른 사람들 앞에선 그렇겠지. 하지만 나랑 있을 땐 아니잖아? 가끔 떼도 쓰고, 감정적이 되기도 하고, 난 나랑 있을 때 보여주는 디아나의 모습을 나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니었어?” “웃….” 내가 정열적으로 말하자, 디아나의 말문이 막혔다. 좋아. 먹혔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후하핫. 디아나야. 네가 날 밤에 이기는 아직 10년…아니. 3천살 가까이 먹고도 못 이기는 거니까 3천년은 이르다! 넌 영원히 밤에 나한테 질 수밖에 없는 운명이야! “하아. 그렇구먼. 자네가 말하는 대로일세. 이 몸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건 자네 앞이기 때문일세.” 결국 디아나는 레이아 같은 행동을 하는 걸 포기한 모양이었다. “응. 응. 그렇지. 우리 디아나는 귀여운 모습이 최고니까 말이야.” “후훗. 고맙네. 아, 그러고 보니 자네.” “응?” “슬슬 피임 마법을 다시 걸 때가 됐구먼.” “그래? 그러고 보니 그런가?” “음. 기다리게. 이 몸이 다시 걸어주겠네.” 디아나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더니, 한 손을 아래로 내려서 내 물건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왔다. “…저기. 디아나. 원래 피임 마법이란 게 그렇게 쓰다듬을 필요가 있었던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경험해왔지만, 매번 그냥 만져서 마법 걸고 끝이었던 것 같은데? “당연하지 않은가. 자네는 이 누님에게 모든 걸 맡기고 있으면 된다네.” 하지만 디아나는 역시 평소보다 조금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날 내려다봤다. 아까 했던 말 정정하자. 이 녀석, 전혀 포기하지 않았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번 화 후기에 못 썼네요. 영상에 대한 얘기가 생각보다 좀 길어져서 그냥 소제목을 바꿨습니다. 그래서 다음 파트가 레이첼 파트가 되겠습니다. 그래도 2, 3화 이내에 다음 파트로 넘어가니 안심하세요. 475==================== 파급효과 “아니. 디아나. 그러니까 레이아 흉내는….” “음? 이 몸은 레이아양의 흉내를 낸 적이 없네만?” “야. 시치미 떼지 마라. 지금 또 자길 누님이라고….” “자네 설마, 레이아양은 누님이고 이 몸은 누님이 아니라는 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디아나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아뇨. 당연히 디아나 누님이시죠.” “음. 그래서. 이 몸이 누구 흉내를 냈다고 하였는가?” “완전히 평소의 디아나 누님이십니다.” “음.” 디아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크게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따라 커다란 가슴도 한 번 크게 출렁이는 모습이…아무튼. 젠장. 정말로 주도권을 빼앗기게 생겼어. “그래도 디아나. 굳이…으읍.” 피임 마법을 거는 데 이러고 있는 건 역시 이상하잖아. 그렇게 말하려고 했던 내 입술 위를 디아나의 부드러운 입술이 덮었다. 어른 버전이 됐어도 말랑말랑하고 탄력 있는 건 변함이 없는 입술. 이 녀석 치사하게…. 키스를 하면 떨어지라는 말도 함부로 못 하잖아. 내 쪽에서 억지로 입을 떼면 상처받은 표정을 지으면서 주도권을 더더욱 확실히 가져갈 것이 빤히 보였다. 치사하게 그 좋은 머리를 이런데 쓰지 말라고.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디아나의 행동에 일단은 따를 수밖에 없게 됐다. 그렇다면 내가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디아나가 주도적으로 하는 플레이를, 마치 내가 주두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 되는 거다. “으음…?! 흐흐음…쪽.” 나는 디아나의 등에 팔을 둘러서 그 몸을 꽈악 껴안고, 오히려 내가 더 적극적으로 디아나의 혀에 혀를 휘감았다. 디아나는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눈을 가늘게 뜨고 웃으며 내 행동에 호응해줬다. 아마 내가 포기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처음으로 잠자리에서 날 이길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고양된 건지, 내 가슴에 밀착해있는 디아나의 풍만한 가슴에서 두근두근하고 심장 소리가 커지는 게 느껴졌다. 미안하지만, 아직 포기 안 했어든? “푸하아…흐음…그래. 그렇게 이 누님에게 맡기고 있으면 된다네. 그럼 어디 한 번….” 디아나는 내 물건을 손으로 잡은 상태로 조금 몸을 뒤로 뺐다. 내 위에 엎드려있던 자세에서, 내 가랑이 사이에 엎드린 자세가 되도록. “음…쪽. 후, 후후음. 하음. 쪽.” 그리고 디아나는 잠깐 내 물건을 빤히 보더니, 조금 붉어진 얼굴로 내 물건 위에 쪽쪽하고 키스를 해왔다. “잠깐만. 아무리 그래도 피임 마법을 거는데 그런 것까진 필요 없지 않아?” “누가 피임 마법을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했나?” “뭐, 뭐라고?” “이, 이 몸이 좋아서 하는 것이네만?” 과연 이번만큼은 조금 부끄러웠는지, 안 그래도 조금 빨갰던 디아나의 얼굴이 급속도로 새빨갛게 변해갔다. 그리고 이 기회를 놓칠 내가 아니었다. “흐응…디아나는 이런 행위가 좋다고.” “그, 그렇다네! 이 몸이 키스를 좋아하는 건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하지만 거긴 내 입술이 아닌데?” “어, 어디든 상관없네! 낭군님의 일부인데 뭐가 문제인가?!” 디아나의 반응에 점점 더 여유가 없어지는 걸 보고, 나는 주도권을 거의 다 가져왔음을 직감했다. 그래. 디아나. 아무리 그래도 밤엔 나한테 안 된다니까. “아니. 문제라곤 안 했잖아? 그런가. 디아나는 그런 곳에 키스를 하는 게 좋은 건가.” “뭐, 뭔가?! 할 말이 있으면 똑바로 하게! 자넨 싫은 겐가?! 원한다면 딱히 안 해도 상관없네만!” “아뇨. 좋습니다.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아차! 나도 모르게 그만 본심이! “후흐응. 역시 좋은 게 아닌가아…. 그렇게 원한다면 해주겠네.” 내가 후회할 새도 없이, 디아나가 다시 여유를 되찾았다. 이런. 다시 디아나에게 주도권이 넘어갔잖아. …뭐, 상관없나. 기분 좋은 건 사실이고. 게다가 솔직히 내가 그럴 마음만 먹으면 주도권은 언제든 가져올 수 있으니까 말이야. 일단 디아나에게 이렇게 주도권을 주고, 결국엔 그래도 날 못 이기게 만드는 게 디아나의 절망한 표정을 더욱더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크흠. 아니. 딱히 디아나의 절망한 표정을 보고 싶은 건 아니지만 말이야. 그냥 어떻게든 이겨먹으려는 게 조금 괘씸할 뿐이야. 응. 나는 일단 디아나의 입술 표면을 문지르듯 물건을 내밀고 비벼댔다. “앗, 우읍…이보게. 자네. 그렇게 보채지 않아도 알아서 해줄 걸세. 조금은 진정하게나.” 내가 물건 끝으로 디아나의 말랑말랑한 입술을 비벼대자, 디아나가 내 허벅지를 가볍게 탁탁 때리며 말했다. “네. 누님.” “음! 으음! 이 누님에게 맡기 게나!” 디아나는 아무래도 누님 소리가 무척이나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평소에도 누나라고 해주면 좋아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보다 배는 더 기뻐보였다. 역시 밤에 날 이길 수 있다는 게 그렇게 기쁜 모양이다. 저렇게까지 좋아하니까 조금 져줘도 될 것 같다는 기분이…아니. 마음 단단히 먹자. 스스로와의 약속을 깰 수는 없지. 난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디아나한테 져주지 않겠어. “으음. 쪽. 하음. 쭈읍. 쪽. 쪽.” 내가 그런 다짐을 하고 있는 사이에, 디아나는 내 물건 표면 위에 쪽쪽하고 다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후흐음. 어떤가? 누님의 키스. 기분 좋은가?” “그야. 물론 기분 좋지만, 난 이왕이면 디아나도 같이 기분 좋아졌으면 좋겠는데.” “후훗. 걱정 말게나. 이 몸은 자네가 기분 좋은 표정 짓고 있는 것만 봐도 충분히 기분 좋다네.” …디아나. 그거 완전…아니. 이런 때 이런 생각하는 거 진짜 미안한데 말이야. 완전히 손주가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르다는 할머…크흠. “그래. 그럼 조금 더 기분 좋게 해줄래?” 나는 스스로의 생각을 털어버리듯 고개를 한 번 흔들고, 디아나의 머리 위에 손을 얹은 후 말했다. “음. 조금 더?” “그래. 이왕 그런 모습이 된 거니까 가슴도 써서 말이야.” “가슴을 써서…그, 그렇구먼. 음. 이 누님에게 맡기게.” 내 말에 아주 조금 당황한 기색을 보인 디아나였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자신의 가슴 사이에 내 물건을 끼웠다. “응후훗. 어떤가? 누님의 가슴, 기분 좋은가?” “응. 무척. 역시 디아나는 최고야.” “에헤헷.” 도발적인 표정으로 질문을 던졌던 디아나였지만,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주자 곧바로 배시시 웃으면서 내 손에 자신의 머리를 비벼오듯이 머리를 움직였다. 역시 이런 모습이 되도 디아나는 디아나라니까. 귀여워 죽겠다. “핫! 지, 지금은 이 몸이 자네에게 해주는 거니 말일세! 자네는 가만히 몸을 맡기고 있게!” 그래도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그렇게 외쳤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머리 위에 올라가있는 내 손을 치우지는 않는 게 디아나다웠다. 뭐, 그러니까 밤엔 항상 나한테 지는 거겠지만. “그래. 그래. 그런데 디아나. 키스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어?” “음? 그야 좋아하네만….” “자, 봐. 가슴으로 감싸고 있어도 아직 키스할 수 있는 부분이 남아있어.” “…읏! 자, 자네는 정말로…!” “디아나가 좋아하는 거였지?” “으, 으음. 이 몸은 낭군님의 몸에 키스를 하는 게 정말 좋네!” “잘 됐네.” “음. 그, 그렇구먼…. 으음…쭈우웁.”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 페이스에 말려드는 디아나였다. 하지만 디아나도 이번엔 정말로 마음을 독하게 먹었는지, 가슴 위로 튀어나온 물건 끝을 강하게 흡입하기 시작했다. 뭔가 점점 꼬이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행위를 주도하는 건 어디까지나 자신이라고 주장하듯이.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엄청 기분 좋았다. “큭!” “음…쪽. 후흐응. 어떤가? 기분 좋은가? 표정이 풀어졌구먼. 그렇게 좋다면 언제든 싸도 좋다네. 이 누님이 전부 받아주겠네.” 내가 잠깐 침음성을 흘리자 다시 기분이 좋아진 디아나는, 가슴으로 내 물건을 부드럽게 비벼오면서 그렇게 말했다. 능글능글 웃는 표정을 보니 울려주고 싶은 마음이 무럭무럭 샘솟았지만, 그거랑은 별개로 정말로 기분 좋기는 했다. 아니. 그러고 보니 이상한데. 너무 자연스러워서 그냥 넘어갔지만, 생각해보니 이상할 정도로 가슴으로 해주는 게 능숙했다. 설마 이 녀석, 레이아한테 테크닉까지 전수받아 온 건가. 대체 레이아를 어디까지 몰아붙인 거야. 아니. 레이아도 흡족한 표정이었지. 대체 레이아한테 뭘 어떻게 해주고 그런 것까지 캐물어 낸 거야. 뭐, 아무럼 어때. 지금은 눈앞의 디아나에게 집중하자. 나는 기고만장해진 디아나의 얼굴을 보고, 슬슬 울려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어디 한 번 성자 스킬을 써볼까 합니다. 내가 물건에 성자의 손길을 두르기 위해 마나를 집중하려 했을 때, 갑자기 물건에 느껴지는 감촉에 변화가 생겼다. 물건 절반 이상을 감싸고 있던 면적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고, 감촉 역시도 익을 대로 익은 여성의 부드럽고 포근한 감촉에서 좀 더 젊고 파릇파릇한 감촉으로 바뀌었다. 그래. 디아나의 폴리모프가 풀려버린 거다. “앗! 이, 이것은! 자, 잠깐! 조금만 기다리게! 이것은…!” 디아나 본인도 이 사태는 예상 밖이었던 건지, 디아나는 팔다리를 파닥파닥 거리면서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마 마나가 부족해져서 마법이 풀린 거라고 생각하지만, 설마 디아나가 자신의 마나가 줄어드는 타이밍을 잘못 계산할 줄이야.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디아나는 훨씬 스스로의 행위에 열중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조, 조금만 집중해서 마나를 모으겠네! 얼마 걸리지 않을…으아앗!”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나는 당황하는 디아나의 몸을 꽉 안아 진정시키고는, 빙글하고 몸을 돌려 나와 디아나의 위치를 바꿨다. 디아나가 침대에 눕고, 내가 그 위에 오도록. “굳이 행위까지 중단해가면서 그럴 거 없어. 디아나는 어떤 모습이라도 예쁘니까.” 나는 디아나의 위에 살며시 올라가서 걸터앉고는, 디아나의 가슴을 끌어 모아 내 물건을 감쌌다. 솔직히 말하자면, 가슴으로 내 물건을 감싸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애처로운 모습이었다. 안 그래도 그다지 풍만하지 않은 가슴이 누워있는 바람에 더 없어졌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한껏 끌어 모아도 내 물건을 절반도 감싸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디아나 누나. 나 슬슬 쌀 것 같은데. 키스해주면 안 돼?” “으, 으음! 음! 쪽. 하음….” 디아나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크게 한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물건 끝을 쪽쪽하고 빨아왔다. 아까 전까지 했던 행위로 사정이 가까워졌던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나는 거리낌 없이 디아나의 입에 물건 끝을 넣고는 그대로 사정했다. “으응…! 음…응읏…하앗….” 누워있는 자세라 마시기 힘들 텐데도, 디아나는 사정이 끝날 때까지 내 물건 끝에서 입을 떼지 않고 끝까지 전부 마셔줬다. “하아…냥군니이임….” 그리고 내 물건이 입에 떨어지자, 디아나가 날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것도 엄청나게 감동받은 표정으로. 폴리모프가 풀리는 게 조금만 늦었으면 자기가 어떻게 됐을지도 모르고 저렇게 감동을 받다니…. 진실을 모른다는 게 때로는 행복할 때도 있는 법이다. “후우…기분 좋았어. 디아나 누나.” “응…. 이 몸도 좋았네….” “디아나한테는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좋았던 거야?” “낭군님과 있는 것만으로도 이 몸은 행복하네.” “그래? 그럼 좀 더 행복하게 해줘야겠네.” “음. 이 누님이 좀 더….” 디아나는 아직도 자신이 주도권을 잡고 내게 뭘 더 해주려는 모양이었다. 뭐, 저 표정을 봐서는 아까처럼 어떻게든 날 이겨보겠다는 속셈은 아니고, 그냥 순수하게 내게 뭔가 더 해주고 싶다는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아니. 지금부턴 내가 할 건데.” 하지만 나는 그렇게 딱 잘라 거절했다. “…엣?” 그러자 디아나는 감동받은 표정 그대로 안면근육이 굳으면서,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하지만 자네. 이 몸…이 누님이 해주는 행위가 기분 좋았다고….” “응. 좋았어.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지금부턴 내가 하고 싶어졌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디아나의 음부 입구에 물건을 가져다댔다. 충분히 젖어서 미끈미끈한 음부는, 언제라도 내 물건을 받아들일 수 있어 보였다. “헷?! 잠…! 아직 이 몸이 준비한 것이…흐으응!” 디아나는 뭐라고 더 말하려는 것 같았지만, 내가 허리를 앞으로 밀어 넣자 뒷말은 스스로의 신음소리에 묻히게 됐다. 조금 억지로 주도권을 가져오긴 했지만, 그래도 디아나. 이래 봬도 많이 봐준 거라고. 결국 스킬은 안 썼잖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76==================== 진일보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니 귓가에 조그맣게 말소리가 들려왔다. 디아나인가. 요즘 우리 애들이 나보다 일찍 일어나는 경우가 꽤나 많단 말이지. 내가 일어나는 시간은 변함이 없는데 말이야. 이건 즉, 우리 애들도 내 기상 시간에 익숙해졌다는 건가. 이런 사소한 것에서도 그동안 얘들과의 인연이 얼마나 깊어졌는지 실감이 돼서 조금 기뻤다. 아무튼 디아나가 뭔가 중얼거리고 있는 모양인데, 내용을 듣지 않아도 대충 무슨 말을 하고 있을지 짐작이 갔다. 아마 어젯밤에도 결국 날 이길 순 없어서 침울해져 있는 거겠지. 불쌍하니까 조금 달래줄까.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음. 확실해. 이건 가능성이 있어!” 아니. 조금만 더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듣고 나서 행동하자. “어젯밤에도 그 타이밍에 폴리모프가 풀리지 않았더라면 이 몸의 승리였을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한 사실.” 아니. 디아나. 너 그때 폴리모프 안 풀렸으면 나한테 훨씬 엉망진창으로 당했을걸. “그런 굴욕까지 감내해가며 레이아양에게 비법을 전수받은 보람이 있었구먼.” 그런 굴욕이라니. 아니. 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그래.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이 몸이 당하고 있었던 게 이상한 일이었네. 성자가 뭐가 어쨌단 말인가! 이 몸이 조금 어른의 매력을 보여주면 우리 낭군님이 넘어오지 않을 리가 없지 않은가! 낭군님은 이 몸에게 홀딱 반해있으니 말일세!” …아니. 뭐, 그야 그렇긴 한데 말이야. 너 어제 겨우 조금 이길 뻔 한 거 가지고 자신감 엄청 붙었구나. 풀죽었을 거라고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우리 대마법사님한테 이정도 시행착오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건가. 게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어젠 디아나가 풀죽을 이유가 딱히 없었다. 결국 내가 주도권을 뺏어왔다곤 하더라도, 말 그대로 순수하게 주도적으로 움직이기만 했을 뿐이니까 말이다. 노출증 같은 걸 자극하면서 놀지도 않았고, 딱히 괴롭히지도 않았고. 원래는 한껏 들어 올렸다가 완전히 절망에 빠뜨려버릴 작정이었지만…. 아무리 날 이기기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디아나가 그렇게 예쁘게 유혹해 온 거다. 과연 나도 너무 심한 짓은 할 수 없더라고. 그래서 오랜만에 그냥 평범하게 즐겼다. 애초에 디아나가 날 이기려는 이유도 내가 틈만 나면 장난쳐서 그런 거였으니, 풀죽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거다. 오히려 반쯤은 목적을 이뤘다고 볼 수도 있는 건가? “다음엔 폴리모프 시간을 제대로 조절해서…아니.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할 것도 없지 않은가. 요는 어른의 매력을 보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야. 우리 낭군님은 이 몸이 굳이 폴리모프를 하지 않아도 이 몸에게 홀딱 빠져있으니, 차라리 그냥 이대로….” 뭐, 디아나는 거기에서 만족하지 않고 다음엔 반드시 날 이겨볼 속셈인 것 같지만. 그래. 디아나. 네 말이 전부 맞아. 난 네가 어떤 모습이든 네게 홀딱 빠져있는 상태고, 아마 네가 진심으로 날 유혹하면 절대 버티지 못할 거야. …내가 네 계획을 전부 다 듣고 있지만 않았다면 말이야! 디아나. 넌 대체 왜 이렇게 운이 없는 거니. 아니. 애초에 그런 계획을 짤 거면 그냥 혼자 생각만 할 것이지, 왜 그렇게 중얼중얼 말하고 있는 거니. 마법 연구할 때의 버릇 같은 건가?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고 하더라도, 내 귓가에 대고 그렇게 재잘재잘 떠들면 듣기 싫어도 들을 수밖에 없잖아. 너 내가 자고 있다고 너무 방심한 거 아니냐? 이쯤 되니 디아나가 나한테 당하는 게 운명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냥 하늘이 평생 넌 나한테 이기지 못하도록 운명이든 뭐든 조작하고 있는 거 아니냐? 뭐, 아무튼 한동안은 꿈이라도 꾸고 있게 해주자. “으으음…디아나…?” 나는 지금 막 이러난 척 잠긴 목소리로 디아나의 이름을 부르며 살며시 눈을 떴다. “우오옷! 자, 자네 언제 일어났는가?!” “언제라니…그야 지금인데….” “으, 음! 하, 하긴 그렇겠구먼! 잘 잤는가.” “응. 디아나도. 잘 잤어?” “음!” 그래. 아까 말 하는 거 보니까 풀죽지도 않고 푹 잘 잔 거 같더라. 나는 아까 전 말은 전혀 못 들은 척을 하면서 디아나와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앞으로도 더더욱 디아나에겐 져줄 수 없다는 생각이…. “으응! 후훗. 자네는 그렇게 하고도 항상 이렇구먼. 어디, 바넷사가 올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여유가 있구먼.” 아침부터 기분이 좋은 디아나는, 웬일로 내가 말하기도 전에 자기가 먼저 그 얘기를 꺼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 물건은 여전히 디아나의 안에 있는 상태였다. 그러고 보니 디아나가 내 귓가에 그렇게 속삭였던 것도, 굳이 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이구나. 생각을 중얼거리는 습관은 둘째 치고, 삽입을 풀고 떨어져있었으면 적어도 귓가에 중얼거리진 않았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니 디아나가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뭐, 한 번쯤은 일부러 져주는 것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네.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천천히 허리를 흔들었다. *** “이게 미끄럼방지를 위한 장비야?” “그래. 그냥 평지를 걸을 땐 빼면 되니까, 장비에 직접 처리를 하는 것보다 편하잖아?” “확실히….” 그리고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곧장 한나의 대장간으로 왔다. 주문했던 아이젠을 바라보고 사라가 감탄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구원씨는 대단하세요. 이거라면 양산해서 파는 것도 가능한 거 아닌가요?” “아니. 적어도 여기선 아니야. 수요가 너무 적어.” “네? 하지만 3계층에서 매우 유용해 보이는데요?” 확실히. 얼음 동굴만큼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3계층도 눈으로 뒤덮인 만큼 발밑이 미끄럽기는 마찬가지다. 뭐, 우리는 대책 없이 그냥 다니기는 했지만, 3계층은 조금 조심하면 미끄러질 정도는 아니었고, 무엇보다 우리 수준이 너무 높아서 3계층 몬스터는 그냥 쓸어버리고 다녔으니까 말이다. “3계층에 다니는 모험가들 중 미끄럼 방지가 필요한 사람은 직접 신발 장비에 직접 설치하니까. 너희처럼 그렇게 빨리빨리 계층을 넘어가는 모험가는 그리 없다고.” 과연. 하긴 그런가. 계속 3계층에서 있을 거면 매번 귀찮게 아이젠을 끼고 하는 것보다 그냥 신발에 박아두는 게 편하겠지. “아무튼 이걸 끼면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탐험을 할 수 있다는 거지. 좋아. 가자.” 나는 한나에게 보수를 지불하고, 곧장 길드로 향했다. 뭐, 던전에 가기 전에 넘어야할 또 하나의 난관이 아직 존재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안녕하세요. 구원씨. 저번에 막 돌아오신 참인데 벌써 또 던전에 가시는 건가요?” “안녕하세요. 누님. 네. 뭐어….” 날 보고 인사를 해오는 레이첼 누님은, 척 보기에는 평소와 전혀 다름이 없어보였다. 하지만 나는 누님이 평소 같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도 실감하고 있었다. 던전에 들어갔다가 며칠 안 돼서 금방 나오고, 또 며칠 안 돼서 금방 다시 던전에 가는 거다. 즉, 길드를 엄청나게 왕복하고 있다는 얘기다. 얼마 전까지의 레이첼 누님이었다면 분명 “후훗. 혹시 제 얼굴을 자주 보려고 일부러 계속 들락날락하시는 건 아니죠?” 같은 말을 해오기에 충분한 상황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내가 애매모호하게 말을 흐려도, 레이첼 누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날 쳐다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게, 새로 발견한 곳도 빨리 탐험하고 길드에 보고하고 싶으니까요.” “그런가요. 일부러 길드를 위해서. 고마워요. 길드를 대표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릴게요.” …역시 거리감이 느껴져. 게다가 이게 전부 나 때문이라는 사실이 더해지자, 뭔가가 가슴 안쪽을 쿡쿡 찌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네. 파티는 언제나의 멤버로. 다녀오세요.” 방긋하고 영업 스마일을 지으며 인사하는 레이첼 누님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인 후 던전으로 향했다. 우울하다. 레이첼 누님과 이렇게 접하는 것에도 익숙해지고, 아무렇지도 않아질 날이 언젠가 오긴 하는 걸까? 답지 않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우울해졌다. “이거 봐. 구원! 얼음 위에서도 이렇게 안정감 있게…!” “드디어 가슴에서 해방이구먼!” “디, 디아나씨. 가슴이라니….” 하지만 던전 안에서까지 우울하게 행동할 수는 없는 일었다. 나는 파티장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최전선에 서는 방패 역할이니까. 내가 방심하면 모두가 위험해진다. 나는 마음을 다잡고 우선 얼음 동굴 답파에 집중하기로 했다. “응. 이거라면 좀 뛰거나 해도 아무 문제없겠네. 실비아나 마틸다도 어때? 괜찮은 것 같지?” 우리 파티에서 여차할 때 제일 발을 많이 움직여야할 셋을 꼽자면 바로 나와 실비아, 마틸다다. 나와 실비아는 전위에서, 마틸다는 후위를 지키는 마지막 방패로서 말이다. 사라도 여차하면 회피하면서 화살을 날리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후위에서 안전하게 자리 잡고 활만 쏘는 역할이니까 말이다. 때문에 실비아와 마틸다에게 한 번 더 확인을 하는 나였다. “네, 네헷!” “…….” 조금 혀를 씹긴 했어도 기운차게 대답한 실비아였지만, 어째선지 마틸다는 대답이 없었다. “마틸다? 무슨 문제 있어? 아, 혹시 던전에 온 주기가 짧아서 힘들다든가….” “네, 넷?! 아, 아뇨! 괜찮아요! 미안해요! 조금 생각할 게 있어서요. 괜찮아요. 발밑은 아무 문제없어요. 거,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당신….” 내가 조금 걱정스럽게 말을 하자, 그제야 마틸다는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벌써부터 던전의 마력에 버티기 힘든 건 아닌 모양이다. 마지막엔 조금 핑크빛 모드까지 됐었고. 아마 아무 문제없겠지. 하지만 마틸다 녀석. 어제 신전에서 돌아온 이후로 조용히 생각에 잠기고 있을 때가 많단 말이야. 저 모습을 봐선 아마 교황과 뭔가 중요한 얘기를 한 모양이지만, 내가 함부로 캐물어도 좋은 일인지 어떤지도 알 수 없는 이상 어떻게 손 쓸 방법도 없고…. 어제 그냥 모르는 척하고 물어볼 걸 그랬나? “뭔가 고민이 있는 모양이지만, 되도록 던전 안에서는 딴 생각은 하지 말아줘.” 스스로도 레이첼 누님의 건으로 머릿속이 복잡한 나는, 자기 자신에게 들려주듯 그렇게 말했다. “네. 미안해요. 조심할게요.” “그리고 만약 그 고민이란 게 내 도움이 필요한 일이라면 말해. 힘이 되 줄 테니까.” “당신…고마워요오…. 저도 언제든 당신의 힘이….” “아니. 그러니까 던전에서 그 상태가 되는 건 그만두라니까.” 다시 핑크빛 모드가 되려고 하는 마틸다의 이마위에, 나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것만으로도 마틸다의 핑크빛 시선은 금방 원래대로 돌아왔다. 요즘 점점 얘 취급…이라고 할까, 저주의 취급에 익숙해져가고 있단 말이야. “아읏! 그, 그게 제 맘대로 되는 게 아니란 거 알잖아요. 아무튼 괜찮아요. 그냥 교단 내부의 일로 조금 생각에 빠졌던 것뿐이에요. 그런 것보다, 벌써 한 마리 나타났네요.” 마틸다는 살며시 이마를 감싸 쥐고 그렇게 말한 후, 정신 차리겠다는 듯이 눈에 힘을 주고 전방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뭐, 별 일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아무튼 만약 별 일이라고 하더라도 여기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나는 아까 스스로 말했던 대로 일단은 던전에 집중하기로 했다. “정말 편리하네. 이거. 바닥만 미끄럽지 않으면 상당히 상대하기 쉬운 몬스터네.” “그렇구먼. 4계층의 몬스터들을 상회하는 공격력에만 주의하면, 사냥 속도로 빠르고 말일세. 이곳이 공개되면 그동안 3계층에서 멈춰있던 모험가들 중 많은 수가 4계층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되겠구먼.” “너흰 좋겠다. 편해서.” “음? 무슨 말인가. 자네도 꽤나 편해지지 않았나?” “그거야 그렇지만 설마 암살이 안 먹히게 될 줄이야….” 그래. 아이젠 덕분에 얼음동굴 탐색에 안정감도 생겼고, 전투도 한결 편해졌다. 다만 이전처럼 내가 은신으로 다가가서 한 마리 처리하는 방식은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젠을 신은 신발이 너무 시끄러워서 은신을 써도 펭귄한테 들켜버리는 거다. “암살자 레벨을 올리는 것도 꽤나 쏠쏠했는데….” “그거야 어쩔 수 없지 않나. 애초에 자네 암살자 레벨은 여기 몬스터들을 상대하기엔 조금 부족한 수준이니 말일세.” “하아…애초에 이상하다고. 이 세계의 암살자 레벨이 오르는 방식. 암살을 하면 올라야 정상이잖아? 그동안 우리는 항상 몬스터들을 암살로 처리했는데.” “네에?! 그, 그게 무슨 소리신가요? 저희가 암살로 처리를 했다니요?” 레이아는 처음 듣는 사실이라는 마냥 충격받은 표정을 짓고 물어봤다. 하긴. 암살이라는 말 자체가 그다지 어감이 좋은 말은 아니니까. 천사님은 혹시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몬스터들을 상대로 그냥 사냥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한 짓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닌지 걱정이 된 모양이다. “잘 들어. 내가 살던 세계에는 이런 말이 있어. 목격자를 모두 죽이면, 그거야말로 최고의 암살이다. 우린 지금까지 보이는 몬스터는 전부 잡아왔잖아? 그런데 어째서 암살자 레벨은….” “뭐야. 그 바보 같은 말은….” 내 탄식에, 사라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77==================== 진일보 “애초에 구원은 이 이상 암살자 레벨을 올리지 않는 게 좋으니까.” “응? 어째서?” “어차피 암살자 레벨이 높아져봤자, 은신술로 이상한 짓밖에 안 할 거잖아?” “…그, 그런 생각 한 번도 안 했는데?” 과연 사라. 날 너무 잘 알고 있어. 내가 이걸로 누굴 강제로 엿보거나 덮치거나 할 것도 아니고 말이야. …우리 애들한테 하는 건 강제가 아니라 합의잖아? 그냥 조금 플레이의 폭이 넓어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그, 그렇구먼! 자네도 그냥 평범하게 싸우게나! 평범하게!” 내 은신술 레벨이 올라가면 제일 플레이 폭이 넓어질 당사자께서는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는지, 당황해서는 필사적으로 평범한 플레이를 강조했다. 하지만 디아나야. 너무 그렇게 필사적이 되면 오히려 반대로 행동하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심리란다. “…암살할 때만 아이젠 벗고 할까?” “그, 그만두지 못하겠나?!” 디아나의 맹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나는 펭귄 무리와 조우할 때마다 일단 암살을 시도해봤다. 과연 아이젠을 벗는 건 농담이었지만 말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는 실패했지만, 가끔 성공할 때도 있어서 암살자 레벨은 착실히 올릴 수 있었다. 내 암살자 레벨에 비하면 펭귄의 레벨이 꽤나 높은 편이라 잘 오르더라고. 아무튼 그렇게 펭귄을 처리해나가면서 우리는 착실히 성장을 해나가며 얼음 동굴을 답파해갔다. 지도 작성은 상당히 순조로웠지만, 아무리 그래도 과연 3.5 계층 정도 되니 코볼트 동굴을 탐험할 때처럼 속도가 빠르지는 못했다. 아마 이번에 돌아가기 전까지 4.5계층으로 이어지는 길을 찾는 건 무리겠지. 뭐, 만약 찾아낸다고 하더라도, 레벨 문제로 바로 갈 수 없겠지만. 디아나가 말했던 대로 여기는 직업 레벨을 올리기에 매우 훌륭한 사냥터이기도 하니, 만약 길을 찾더라도 한동안은 여기서 직업 레벨을 올리는 작업을 계속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어머? 저기 펭귄씨는 다른 펭귄씨보다 조금 더 키가 크시네요?” “저, 저건 저거대로 조금 귀엽네요….” 그렇게 반쯤 이번 탐험 중에 길을 찾는 건 포기한 채 진행하고 있자니, 멀리서 다른 펭귄보다 조금 더 덩치가 큰 펭귄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마틸다. 그렇게 싸웠으면서 아직도 이놈들을 귀엽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무래도 마틸다의 안에선 펭귄과 싸울 때와 그냥 펭귄을 감상할 때의 감정을 분리시켜놓은 모양이다. …그건 그거대로 꽤나 위험한 거 아닌가? 귀엽다고 생각하는 걸 사냥하는 거잖아? 아니. 펭귄의 귀여움에 빠진 덕분에 던전의 마력에도 꽤나 신경을 덜 쓰게 된 것 같으니, 그렇게 따지고 보면 그런 사고방식이 도움이 되는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거기에는 레이아의 감상대로 일반적인 펭귄보다 조금 더 큰 펭귄이 한 마리 자리 잡고 있었다. 뭐, 크다고 해봐야 고작 머리끝이 내 가슴 언저리에도 오지 않는 정도였지만. 눈대중으로 봤을 때 대략 1.5미터 정도? 자세히 보니 크기뿐만 아니라 생긴 것도 일반적인 펭귄과는 어딘지 모르게 조금 달랐다. 일명 황제 펭귄이라는 녀석일까? “혹시 저 녀석이 이곳의 페이크 보스인가?” 얼음동굴도 길이 여러 갈래로 갈라져있어서 꽤나 복잡했다. 우리는 어차피 여러 번 오게 될 거란 생각에, 천천히 여러 루트를 헤집고 다니는 것보다는 일단 한 쪽 루트만을 쭈욱 뚫고 가는 방식으로 지도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이렇게 일단 깊이 들어갔다가 나오고, 다음 방문 때는 또 다른 루트를 쭈욱 파고들어가는 방식으로 모험할 생각으로 말이다. 그리고 우리가 얼음 동굴에 들어 온지 벌써 며칠이 지났다. 때문에 적어도 깊이만 놓고 본다면, 페이크 보스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까지 깊은 곳에 들어오기는 했었다. 다만, 저 놈을 페이크 보스라고 하기에는 너무 위압감이 없다고 해야 할지…. 전에 크기만 크다고 보스답다는 게 아니라는 둥 떠들어댄 주제에 할 말은 아니지만, 보스치고는 너무 작잖아. 아니. 그야 물론 오는 중에 만났던 초월종들도 일반 펭귄들과 몸집이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말이야. 뭐, 여기서 고민하고 있어봤자 소용없나. 일단은 가 보자. 만약 놈이 정말로 페이크 보스라면, 저 방 어딘가에 거대 마석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을 거다. “저기 봐. 거대 마석이야.” 그리고 역시나, 놈이 있던 방의 한쪽 벽면에는 예상대로 거대 마석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흠. 자네. 어쩌겠나? 지금 녀석을 상대할 겐가?” 놈은 아직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었다. 때문에 아직 전투를 피하고 물러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 의미로 디아나는 내게 판단을 맡겨왔다. “음….” 디아나가 내게 굳이 질문을 던진 이유는 잘 알겠다. 아마 디아나는 지금 싸울 필요가 없는 상대라고 생각하는 거겠지. 확실히. 4계층으로 향하는 길보다는 4.5계층으로 이어진 길을 찾는 게 우리 진짜 목적이고, 직업 레벨을 올리는 것도 아직 4계층보다는 이곳이 훨씬 더 좋은 사냥터였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굳이 싸울 필요가 없기는 했다. 하지만 지금 일단 놈을 해치우고 4계층에 가는 것도 나쁠 게 없다는 것이 내 판단이었다. 그도 그럴 게, 지금까지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이 소규모 계층에서 다음 계층으로 이어지는 출구는 그 계층의 중간정도에 위치하고 있었다. 즉, 저길 통해 나가면 아마 4계층의 중간. 그 말은 즉, 정석대로 3계층에서 4계층으로 가는 것보다 4계층의 마을이 가까울 거라는 말이었다. 아직 4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에 등록하지 못한 나로서는, 그 사실이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4계층의 텔레포트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4계층에서 여기로 오는 게 3계층에서 오는 것보다 더 편할 거고 말이다. “싸우자. 일단 한 번 4계층의 텔레포트에 등록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흠. 그렇구먼.” 중간과정을 완전히 빼먹은 내 말로도 충분히 알아들은 건지, 디아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과연. 이심전심이라니까. “하지만 지금까지의 계층의 주인들과는 다르게 크기가 그다지 크지 않구먼. 조심하는 것이 좋겠네. 저런 녀석일수록 오히려 위험한 법이니 말일세.” 디아나는 신중한 얼굴로 내게 조언을 했다. 하긴. 크기라는 건, 그것만으로 힘이다. 덩치가 큰 놈은 그냥 주먹만 휘둘러도 범위 공격이 되는 법이니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크기가 작은 저 녀석은 저 크기로도 계층의 주인이 될 수 있는 뭔가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게 타당하다는 건가. 나는 디아나의 조언을 가슴 깊숙이 명심하면서 은신술을 쓰고 천천히 녀석에게 접근했다. “꾸에엑?” 물론 내 은신술 따위, 계층의 주인 앞에선 곧바로 들통 났지만 말이다. “쳇! 역시 안 되나! 얘들아! 언제나처럼 내가 어그로를 끌게! 무지개 색 총공격이다!” 나는 곧장 성역선포를 사용했고, 그와 동시에 황제 펭귄이 내게 미끄러져 왔다. …빠르다! 그리고 그 공격은 역시나 크기가 작은 만큼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듯 보통 펭귄들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빨랐다. 아직 가속도가 붙지도 않았는데 불구하고 일반 펭귄들의 최고 속도를 상회하는 속도로 쏘아져오는 펭귄 미사일. 척 봐도 그냥 맞았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것 같은 그 모습에, 나는 막을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황급히 몸을 뒤틀어 피했다. 쿠과과광! 그리고 그 선택은 옳았다. 놈이 장점으로 삼는 건 스피드뿐만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날 비껴간 펭귄 미사일은, 그대로 벽을 뚫고 안으로 파고 들어갔다. “엣?! 잠깐! 저래선 공격이…!” “당황하지 마! 어차피 놈도 우릴 공격하기 위해선 다시 튀어나올 거야! 그때를 노려!” 예상외의 사태에 당황하는 사라를 진정시키고, 나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설마 벽을 뚫고 가서 그대로 모습을 감출 줄이야. 일단 성역 선포의 영역 안에 있었으니 다시 날 공격해오긴 하겠지만, 이렇게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야 대책을 할 방법이 없었다. 어디서 다시 튀어나올지 모를 펭귄 미사일에 잔뜩 긴장하며 몸을 굳히고 있자, 이내 쿠콰콰콰하는 소리와 함께 공간이 진동하는 것이 느껴졌다. 아니. 공간이 진동한다고 할까…정확히는 바닥이…!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황급히 몸을 옆으로 날렸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펭귄 미사일이 내가 있던 자리의 바닥에서 솟구쳐 올랐다. 아슬아슬했다. 살짝 다리가 스쳤다고. 그리고 당연하게도 놈이 스친 다리 방어구는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히 찢겨져 나갔다. 그렇게 기세 좋게 솟구쳐 오른 놈은, 그대로 천장을 뚫고 다시 한 번 모습을 감췄다. 아무래도 놈을 잡기 위해서는, 모습을 보이는 그 잠깐의 시간동안에 공격을 명중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모양이다. 진짜냐. 피하면서 동시에 맞추라니. 이게 무슨 슈팅 게임도 아니고. “흠. 과연. 그런 겐가.” 아마 디아나조차도 이런 녀석은 처음 보는 걸 텐데. 디아나는 묘하게 침착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라양. 공격은 사라양에게 맡기고 이 몸은 보조에 집중하겠네.” 그렇게 말하고는, 디아나는 엄청난 양의 마나를 한꺼번에 방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방 안 전체에 엄청난 광풍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또 다시, 쿠콰콰콰하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벽에서 펭귄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방 안을 휘몰아치고 있는 광풍에 휩싸여, 놈의 속도가 아까보다는 훨씬 느려진 상태였다. 과연. 디아나는 이걸 노렸던 건가. 나는 곧장 놈을 향해 성자의 파동을 마구잡이로 날렸다. 하지만 굳이 내가 그럴 필요도 없었다. “하앗!” 콰아아앙! 황제 펭귄의 속도가 느려진 때를 놓치지 않고, 사라의 화살이 놈에게 날아들었던 거다. 디아나가 만들어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는지, 지금까지 본 그 어떤 공격보다도 마나를 듬뿍 머금은 화살이. 파란 빛이 강렬하다 못해 새하얗게 보일 정도로 강렬한 빛의 화살은 황제 펭귄의 몸에 커다란 구멍을 뚫고 지나가서도 멈추지 않고 벽을 뚫고 지나가며 그 모습을 감췄다. 그리고 그걸로 전투는 끝이었다. “흠. 역시 예상대로 방어력은 별 거 없었구먼.” 그리고 그제야 방 안에 휘몰아치는 광풍을 멈춘 디아나는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듯 주저앉으면서도 만족스럽게 중얼거렸다. “너 괜찮냐? 마나 엄청 쓴 거 아냐?” “뭘 이 정도가지고 그러나. 이 몸을 누구라고 생각하는 겐가. 괜찮네. 조금 쉬면 계속해서 탐험이 가능해질 정도로는 회복될 걸세.” 전투가 끝나자마자 주저앉은 주제에 하여간 잘난 척은. 나는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이번엔 사라를 칭찬했다. “사라도 잘 했어. 장난 아니던데?” “그렇지? 구원도 맨날 날 놀리기만 하면 언제 한 번 크게 다칠지도 몰라.” “…….” “노, 농담이야. 내가 그런 공격을 구원한테 할 리가 없잖아.” 알아. 그냥 장난 좀 친 거야. 순간적으로 정말 오싹해졌던 거랑은 별개로 말이야. 그렇게 페이크 보스와의 전투를 끝내고, 우리는 일단 그 자리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어차피 사라나 디아나의 마력이 회복되는 걸 기다려야 하기도 했고, 보스가 없는 보스 룸은 던전 안에서 제일 안전한 장소 중 하나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벌써 던전에 들어오고 며칠이 지났다. 오랜만에 주변 경계를 할 것도 없이 느긋하게 식사를 마친 우리는, 사라와 디아나의 컨디션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거대 마석의 아래쪽 벽에 뚫린 통로를 빠져나갔다. 오랜만에 4계층인가. 결국 1계층에서 실비아와 마틸다의 수영 연습을 돕는다는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얼음 동굴을 지나면서 다들 직업 레벨이 올랐다. 설령 4계층의 중반부라고 하더라도, 전보다는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쉽지 않을까? 통로는 중간부터 물에 잠기게 됐고, 우리는 호흡용 마스크를 착용한 채 좁은 통로를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리고 드디어 통로를 벗어나서 넓은 공간으로 빠져나가게 됐을 때, 제일 앞장서서 가던 내가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깨달아지게 됐다. 어떻게 대비를 할 틈도 없었다. 넓은 공간에 살짝 몸을 내민 순간, 내 몸이 엄청난 물의 흐름에 말려들어가면서 4계층 한 복판에 그대로 내던져지게 된 거다. “ㅡㅡㅡ!”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우리 애들의 표정을 보니 뭐라고 하는지 대충 짐작이 갔다. 아마 내 이름을 부르고 있는 거겠지. 아직 통로에서 빠져나오지 않은 우리 애들을 향해, 나는 필사적으로 팔을 휘저어 나오지 못하도록 막았다. 나조차도 제대로 몸을 가눌 수 없는 거다. 다른 애들이 여기로 나오게 되면 그대로 끝장이다. 나는 우리 애들이 나오려는 걸 손짓으로 저지하면서, 물의 흐름에 휩쓸려 장난감처럼 이리저리 흔들리는 몸을 필사적으로 컨트롤하려고 노력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파이팅맘 // 구원은 모든 상태이상 면역이 아닙니다. '불굴의 성욕' 스킬을 말하는 거라면 성행위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에 한정해서 면역입니다. 벨쨩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478==================== 진일보 젠장. 너무 안일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서야, 나는 나 자신이 얼마나 안일한 판단을 했는지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이전 소계층들도 쭈욱 그래왔다. 이전 계층에서 다음 계층으로 이어지는 소계층에 가기 위해선 몬스터의 성기가 열쇠로 필요하다. 하지만 다음 계층에서 이전 계층으로 이어지는 소계층에 올라가는 건 딱히 열쇠가 필요하지 않다. 그냥 소계층에 있는 페이크 보스만 잡을 능력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개미굴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소규모 계층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했다. 누구 하나쯤은 발견했을 만도 한데 말이다. 대체 그 이유가 뭘까? 간단하다. 소규모 계층에서 다음 계층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정확히 그 자리를 알고 있는 게 아닌 한 절대 발견할 수 없을 정도로 위치가 숨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코볼트 동굴을 통해 2계층으로 내려갔을 때는, 통로가 모래에 깊숙이 덮여있었기 때문에 그걸 뚫고 나와야했다. 개미굴에서 3계층으로 내려갔을 때는, 통로가 눈으로 막혀있었기 때문에 그걸 녹이면서 위로 뚫고 가야했다. 그렇다면 계층 전체가 물에 잠겨있는 4계층은 어떻게 통로를 숨길까? 이 강력한 물의 흐름이야말로 얼음동굴에서 4계층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숨기는, 이른바 물의 장벽이라는 얘기다. 그러고 보니 4계층을 탐험할 때 디아나가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있었다. 바닥 쪽에는 조류가 복잡하고 강한 곳이 있으니 말려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젠장. 그 얘기를 들었으면서도 이런 생각을 지금에서야 해내다니. 하지만 아무리 후회하더라도 이미 때는 늦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내 몸은 조류에 휩쓸려 점점 더 일행과 멀어져갈 뿐이었다. 일단 물의 정령을 소환해내어 필사적으로 내 몸을 떠미는 물의 흐름을 막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이 거대한 물의 흐름 앞에서 내 미력한 정령력은 아무런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었다. 이거 정말 본격적으로 위험해진 건지도 모르겠는걸. 이대로 우리 애들과 멀어져서 표류하게 된다면…. 나는 괜찮다. 내 방어력이 이런 곳에서 맞아 죽을 방어력도 아니고, 내게는 맵도 인벤토리도 있다. 홀로 표류되더라도, 단순히 버티기만 하는 거라면 며칠이고 버틸 수 있을 거다. 문제는 우리 애들이었다. 음식도, 야영물품 같은 것도, 전부 나에게 있는 상황. 게다가 쟤들은 지도도 없잖아. 그야 여기까지 오는 동안 쭈욱 일자로 길을 내려왔으니, 어쩌면 길을 잃지 않고 위로 돌아갈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음식도 펭귄을 잡아서 나오는 날개 같은 걸 먹으면서 지내면 어떻게 되긴 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는 오히려 평소보다 조금 더 냉정해져서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애들과 떨어지는 건 불가항력으로 보였다. 어떻게든 대책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우리 애들은 아직 포기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갑자기 우리 애들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공간에서 물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공기가 생겨나 물들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거대한 공기방울은 점차 영역을 확장해나가서, 결국 내가 있는 곳까지 닿게 됐다. 디아나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게 멀리서도 똑똑히 보였다. 아까 보스전에서 그렇게 마나를 소비하고 또 이런 짓까지 한 거다. 아마 남아있는 마나 한줌마저도 전부 짜내면서 무리를 한 거겠지. 저렇게 창백해진 얼굴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지금은 디아나를 안쓰럽게 여기기보다는 디아나가 만들어준 이 기회를 살리는 게 중요했다. “구워어어언!” 사라가 내 이름을 부르며 달려오려고 했다. 아니. 사라뿐만이 아니었다. 레이아도 창백해진 디아나와 날 번갈아가며 쳐다보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울고 있었다. 그리고 실비아나 마틸다도 각각 내 이름을 외치면서 당장이라도 통로에서 빠져나올 기세였다. “안 돼! 오지 마! 거기 있어! 내가 갈게!”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황급히 소리를 질러 제지했다. 디아나가 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건 그리 길지 못할 거다. 쟤들이 통로 밖으로 나온 다음에 디아나의 힘이 다해버리면, 괜히 희생자만 늘어나는 꼴이다. 레이아는 애초에 전투 능력이 없고, 레벨이 높은 실비아와 마틸다는 수영을 할 줄 모르고 말이다. 유일하게 나랑 같이 물에 빠지게 되도 멀쩡할 사라 역시, 물속에서는 특유의 재빠른 몸놀림을 살릴 수 없다. 장기적으로 보면 몬스터의 밥이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거다. 즉, 만약 희생자가 늘어나는 꼴이 되면 사태는 최악으로 치닫기만 할 뿐이라는 얘기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우리 애들의 행동을 제지하고, 물이 없어진 바닥에 발을 디디고는 전속력으로 통로 쪽을 향해 질주했다. 그동안 오른 암살자 레벨로 인해 민첩 스탯도 상당히 상승한 내 몸은 마치 화살처럼 쏘아져 나가서 순식간에 통로까지…. 턱. 통로에 거의 가까이 다다랐을 때, 내 발목을 무언가가 붙잡았다. 바로 바닥에 흐물흐물하게 눌어붙어있던 수초형 몬스터였다. 젠장! 하필이면 이럴 때에! 이 녀석은 물이 없는데도 움직일 수 있는 건가! 당황한 나는 황급히 수초를 발로 차봤지만, 역시나 이 녀석에게 타격에 기반을 둔 공격은 아무런 데미지가 없었다. 성자 스킬도 안 먹히고. 진짜 상성 최악이란 말이야. “구원! 가만히 있어!” 하지만 나에게는 든든한 동료가 있었다. 사라가 얼른 화살을 활에 메기고는, 내 발을 붙들고 있는 수초를 향해 날렸다. 그 한 방으로, 내 공격에 꿈쩍도 안 하던 수초가 그대로 찢어졌다. “크흑!” “디, 디아나씨!” 하지만 그와 동시에 디아나의 입에서 피가 울컥하고 솟아나오며 주변이 다시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 괜찮다. 아직 괜찮다. 이대로 바닥을 단단히 붙잡고 기어가면, 아무리 조류가 강하다고 하더라도…그렇게 생각하며 일단 완전히 물에 잠기기 전까지 통로를 향해 달려가려고 했을 때, 갑자기 거대한 그림자가 내 위를 덮었다. 그 정체는 바로 고래였다.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안 될 정도로 거대한 그 고래는, 마치 공기가 남아있는 이곳이 좋다는 것처럼 거대한 몸집에 어울리지 않는 엄청난 속도로 날 향해 돌진해왔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이후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너희는 일단 돌아가서 구조를 요청해! 내 방어력이면 며칠이고 버틸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나도 따로 4계층의 마을로 돌아가 보도록 해볼게! 만약 날 이대로 두고 갈 수 없다면서 괜한 짓을 하는 애가 있으면 진짜 평생 얼굴도 안 볼 거니까 알아서해!” 공기가 남아있는 공간을 고래가 덮치기 전에, 나는 재빨리 그렇게 내뱉고는 인벤토리에서 수컷 개미의 성기를 꺼내 암기술까지 응용해서는 온힘을 다해서 던졌다. 그리고 성기가 우리 애들이 있는 곳으로 정확히 날아가는 걸 본 것과 동시에, 거대한 그림자가 엄청난 양의 물을 이끌고 그대로 날 덮쳤다. 고래가 몰고 온 파도는 아까 전의 강렬한 조류 이상으로 내 몸을 유린했고, 나는 전신을 두드리는 강한 충격을 느끼며 천천히 정신을 잃었다.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던 걸까? 와그작와그작하고 귓가를 간질이는 시끄러운 소리에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뭐야. 4계층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을 텐데? 멍한 머리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몸을 내려다보고 나서야, 나는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피라니아 처럼 생긴 물고기 떼가 내 온몸에 달라붙어서 장비들을 우걱우걱 씹고 있었던 거다. 그야 내 몸에서 나는 소리면 아무리 물속이라고 몸을 타고 소리가 들리겠지. 그래도 다행인 건, 5계층의 소재들로 강화한 내 장비는 피라니아의 공격에도 전혀 상처 입고 있지 않았다는 점일까. 황제 펭귄에게 쉽사리 찢긴 다리 방어구의 명예를 겨우 되찾은 느낌이었다.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는 충격으로 인해 아직도 나른한 몸에 성자의 전력을 발동시켰다. 그러자 피라니아가 내 몸을 더욱더 맹렬하게 물어뜯어갔지만, 어차피 이런 잔챙이들의 공격으론 내 방어구도, 내 방어력도 뚫지는 못한다.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생각에 잠겼다. 우리 애들은 어떻게 됐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걔들이 나 없이도 위로 올라갈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됐다. 하지만 마지막에 말한 내 판단은 정확했을 거다. 적어도 날 구하겠다면서 무모하게 뛰어드는 걸 방치하는 것보다는, 위로 향하는 길을 다시 찾아 나가는 게 훨씬 안전할 거다. 괜찮다. 펭귄들도 이미 충분히 상대했으니 나 없이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거고, 길도 어차피 1자로 내려왔으니까. 3계층으로 이어지는 통로는 레이아의 스태프로 열 수 있고, 3계층으로 나가기만 한다면 마을도 비교적 가깝다. 그게 아니라면 헤어지기 직전에 던져준 수컷 개미의 성기를 가지고 아예 개미굴로 가면 된다. 거기엔 거대 마석을 조사하는 마법사 협회 사람들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걔들이 무사히 저택에 도착하기만 하면, 내가 구조되는 것도 시간문제다. 뭐니 뭐니 해도 우리 저택에는 디아나를 제외하면 세계 최강을 칭할 수 있는 마법사들이 떼로 모여 있으니까. 마음속에 남아있는 불안을 떨쳐버리기 위해 애써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그런 것보다 나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기로 했다. 맵을 바라보니 이미 얼음동굴의 출구에서는 상당히 멀리까지 떠밀려온 상황이었다. 깨어나자마자 식물형 몬스터에 붙들려있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아니. 그 이전에 저 조류에서 벗어난 게 운이 좋았다. 저렇게 복잡하게 물이 흐르는 곳은, 소용돌이치는 것처럼 그대로 몸이 빨려 들어가 한자리에 계속 맴돌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 어쩌면 그때 그 고래가 물살을 몰고 덮쳐왔기 때문에 벗어날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뭐, 애초에 그 놈의 고래가 없었다면 지금쯤 우리 애들이랑 같이 얼음동굴에 있었을 테니까 전혀 고맙지는 않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몸이 자유로워진 이상, 뭔가 행동을 하긴 해야한다. 사실 혼자 조난당했을 때는 함부로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게 제일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이미 얼음동굴의 출구에서 상당히 먼 곳까지 떠밀려온 상황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다시 그곳으로 가봤자, 또 조류에 휩쓸릴 건 뻔한 일이었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야말로 영원히 복잡하 조류에 휩쓸리며 떠밀려다니 게 될지도 모르고. 우리 애들과 헤어지기 자력으로 마을을 향해 가겠다고 했던 것도 그런 생각으로 한 말이었다. 지금도 그게 가능하다면 제일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말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솔직히 말해서 마을이 정확히 어디쯤 있을지 알 방법이 없었다. 아니. 일단 길드에서 사온 지도는 있다. 하지만 4계층은 온통 물로 가득 찬 곳. 바닥 부근은 아까같이 물의 흐름이 복잡한 곳이 존재하기 때문에 되도록 사람들이 다가가지를 않는다.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직선거리로 쭈욱 헤엄쳐 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엉망인 거다. 지도가. 기껏해야 어디부터 어디까지 거리가 대략 어느 정도고, 중간 중간 특징적인 지형들을 그려놓은, 거의 보물찾기 놀이용 지도 수준의 지도였다. 이걸로 마을까지 대체 어떻게 찾아가라는 거야. 아냐.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래도 거리라도 알 수 있는 게 어디야. 게다가 난 전에 정식 루트로 4계층에 온 적도 있으니까. 맵을 확대해서 4계층의 입구부터 현재 위치까지의 거리를 대충 짐작하여 이 지도에 대입해보면…역시 미개척 지역이잖아. 나는 그냥 지도를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이딴 지도로 마을을 찾아가느니, 차라리 맵을 보고 4계층 입구를 통해 3계층으로 빠져나가는 게 훨씬 더 나아보였다. 하루 종일 수영만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대체 며칠이 걸릴지 짐작도 안 될 정도로 멀어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미개척지역에 가만히 죽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는 어느 샌가 복상사해서 둥둥 떠다니는 피라니아를 털어내고, 우선 움직이기로 했다. 4계층을 이동하면서 내가 제일 주의해야할 건 역시나 식물형 몬스터였다. 다른 놈들은 내 방어력으로 버티면서 계속 성자 스킬을 때려 넣다 보면 언젠간 이길 수 있다지만, 식물형 몬스터만큼은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타격이나 성자 스킬은 먹히지 않고, 정령마법으로 공격하기엔 내 정령사 레벨이 너무 낮았다. 그나마 먹힐 가능성이 있는 공격이라면 암살자 스킬을 이용해 베어 넘기는 건데, 그런 시도를 하기엔 가지고 있는 장비가 마석 채취용 나이프밖에 없었다. 즉, 그냥 안 만나는 게 제일이라는 거다. 그리고 만나지 않는 방법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말이다. 식물형 몬스터들은 기본적으로 땅이나 천장, 벽에 뿌리를 박고 있으니까, 그냥 수중에 계속 떠다니면 된다. 전에는 수영을 못하는 실비아나 마틸다 때문에 바닥을 걸어 다녔지만, 나 혼자가 된 이상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 그렇게 행동 방침을 결정한 나는, 맵의 저편에 보이는 3계층으로 이어진 통로를 향해 천천히 수영을 해나갔다. 나 홀로 던전 탐험이라…과연 어디까지 잘 될 수 있을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ziozia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asfdgads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서리바람 // 피임 마법과 같은 효과인데 마음대로 풀 수만 없는 저주로군요. 피임 마법이 통하므로 당연히 그런 저주도 통합니다. vofjelaosldk // 딱 발기만 가능하도록 물건 쪽만 제외하고 전신마비가 됩니다. 479==================== 진일보 표류 1일째. 혼자 남겨진 불안감은 있었지만, 의외로 혼자 하는 던전 탐험은 할만 했다. 주의할 점은 두 가지. 우선 상대하기 곤란한 식물형 몬스터들이 자리 잡고 있는 땅이나 벽 쪽으론 가지 않을 것. 그리고 디아나에게 마나 충전을 받을 수 없는 만큼 마나 관리에 더 신경을 쓸 것. 그 두 가지만 조심한다면, 몬스터들을 상대하는데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그야 물론 4계층 몬스터들이 상대인 만큼 가끔 내 방어력을 뚫고 데미지가 들어오는 적들도 있었고, 성자 스킬에 쉽게 뻗지 않는 적들도 있었다. 다만 그런 적들은 대게 몸집이 커다랗고 혼자서 다니는 몬스터였기에, 장기전으로 몰고 가면 결국에는 내 생명력이 바닥나는 것보다 적이 복상사하는 속도가 빨랐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런 전투 방식을 고수하기 위해선 생명력을 일정이상 유지하는 게 관건이었다. 때문에 전투가 끝나면 생명력이 회복될 때까지 은신 상태로 가만히 숨고, 생명력이 완전히 회복되고 나면 그제야 다시 이동을 했다. 안 그래도 혼자서 몬스터들을 처치하며 이동하느라 속도가 느린 와중에 이렇게까지 하니 더 속도가 느려지게 됐지만, 그래도 목숨이 위험한 것보다는 훨씬 낫다. 스스로의 목숨이 아까운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죽으면 우리 애들이 엄청 슬퍼할 테니까. 내가 우리 애들 상대로 장난치고 가지고 노는 걸 좋아하기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울릴 수는 없지. 표류 2일째. 눈을 떠보고 맵을 확인하니, 자는 사이 원래 잠을 자던 곳에서 상당히 먼 곳까지 이동된 상태였다. 그것도 내가 향하던 방향과 반대쪽으로. 아니. 그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잠은 자야할 거 아냐? 그래서 잤단 말이지. 몬스터가 습격하면 그냥 한 대 맞은 다음에 깨어나서 싸우겠단 생각으로 말이야. 그래서 그냥 은신술만 쓰고 잠을 잤는데, 이게 또 의외로 잘 먹혀든 모양인지 자는 동안 한 번도 습격을 안 받았다. 은신술의 스킬 레벨이 상대의 레벨에 비해 많이 부족하더라도, 은신술을 쓰고 이렇게 움직임까지 전혀 없으면 들킬 확률이 대폭 줄어든다는 건가. 좋은 걸 깨달았다. 초월종 같이 상대하기 귀찮은 녀석이 나타나면 써먹자. 다만, 그걸 깨달은 대가로 이렇게 멀리 떠내려 올 동안 전혀 눈치를 못 챘지만. 원래는 어딘가에 몸을 고정시킬 생각도 안 한 건 아니었지만, 몸을 고정시키려면 어딘가의 지형에 몸을 묶어야 된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괜히 지표면에 다가갔다가 식물형 몬스터에게 붙들리기라도 하는 날에는…같은 생각이 드니 도저히 지표면 근처에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었다. 이렇게 자는 동안 떠밀려가는 게, 식물형 몬스터에게 붙들리는 것보다는 차라리 낫다. 어제 그렇게 노력해서 지나갔던 길을 또 다시 지나가야한다는 생각이 드니 조금 우울해졌지만, 어쩔 수 없지. 갈까. 표류 3일째. 풍경이 전혀 안 변한다는 건, 의외로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구나. 아니. 맵을 보는 한 조금씩 조금씩 확실히 나아가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전혀 변하지 않는 거다. 풍경이. 앞을 봐도 물. 뒤를 봐도 물. 양옆을 봐도 물. 위아래를 봐도 물. 물물물물. 지겨워 죽겠다. 특히 나는 식물형 몬스터를 경계해서 지표면에 다가가지 않고 있는 만큼, 더욱 풍경에 변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까지 살면서 심해 공포증이라는 걸 느껴 본적은 없었지만, 이쯤 되니 슬슬 심해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가 됐다. 아니. 난 아직 엄청 멀쩡하지만 말이야. 표류 4일째. 변화가 필요하다. 아니. 그게 아니라면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라도. 수영하며 지나가다가 몬스터를 만나면 성자 스킬로 죽이고, 다시 수영을 하고. 너무 지겹다. 지겨워 죽겠다. 난 원래 게임에서 반복 노가다를 할 때도 이런 기분은 안 들었는데. 성자 스킬로 아무리 몬스터를 잡아봤자 성자 레벨은 오르지도 않다보니, 노가다를 하는 기분마저 들지 않았다. 최악이다. 적어도 무투가 레벨이나 암살자 레벨이라도 오른다면 성취감이라도 있을 텐데. 안 그래도 난 우리 애들에 비해 전투직 레벨이 부족하기도 하니까, 이건 수행의 일환이라고 자기암시라도 걸 수 있고 말이다. 하지만 내 무투가 레벨이나 암살자 레벨은 여기 몬스터들을 잡기에 너무도 부족했다. 레벨도 꽤나 높으면서 체력도 방어력도 형편없는 펭귄이 그런 점에선 참 좋았는데 말이야. 하아…일단 계속 가볼까. 표류 5일째. 아무래도 안 되겠다. 뭔가가 필요해. 뭔가 집중할 수 있는 게. 그래. 방어력을 믿고 그냥 무투가 스킬만 남발해볼까? 아무리 데미지가 약하게 들어가더라도, 결국 잡을 수 있긴 있을 거 아니야? 숟가락 살인마 같은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잖아? 좋아. 결정했다. 다음에 만나는 녀석은 무조건 때려잡는다. 누가 이기는지 똑똑히 보여줄…잠깐. 아무리 그래도 범고래는 아니잖아. 범고래는. 왜 하필 튀어나와도 저런 녀석이 튀어나오는 거야. 에에잇! 저 녀석 다음에 나오는 놈은 반드시! 표류 6일째. 크하하하! 피라니아다! 피라니아! 그래! 저런 녀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어디 내 불 주먹 맛을 쬐끔만 맛 보거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기긴 이겼다. 게다가 피라니아의 공격은 생명력이 깎일 수준도 아니어서, 육체적 피해는 전혀 없었다. 다만. 성자 스킬이면 그냥 픽픽 죽어나갈 놈들 상대로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싸운 건지를 생각해보면 정신적인 피해가…크흑.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야. 한시라도 빨리 마을로 돌아가서 우리 애들을 안심시켜줘야 할 때에. 오랜 싸움의 도중에 겨우 정신을 차린 나는, 마지막 남은 피나리아 한 마리에게 성자의 손길을 두른 주먹을 날렸다. 다만 방금 전까지 무투가 스킬로만 싸운 덕분에, 그만 쓸데없이 무투가 스킬을 사용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쳇. 마나 아깝게…어?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분명 마지막 녀석은 복상사로 죽었는데…무투가의 경험치가 올랐어? 이건 설마…레벨 시스템의 허점인가?! 이건 확인할 필요가 있어! 절대로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나는 표류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몬스터들의 찾아다니며 검증을 해봤다. 우선은 성자 스킬로 거의 다 죽여 놓고, 마무리만 성자의 손길을 두른 채 무투가 스킬로. 무투가의 경험치가 오르긴 올랐다. 다만 잡은 몬스터의 수준을 생각해보면 오른 양은 확실히 적었다. 이런 꼼수까짖는 안 통한다는 건가. 그렇다면…. 다음 실험은 성자의 손길을 두른 채로 무투가 스킬을 연타하며 상대를 복상사시키는 것. 그러자 이번엔 확실히 몬스터 수준에 걸 맞는 경험치를 얻을 수 있었다. 이거라면, 이거라면 무투가 레벨도 암살자 레벨도 급속도로 올릴 수 있어! 원래 나는 성자 스킬을 쓸 때도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사용해서 써왔지만, 그동안은 무투가 레벨이 거의 오르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렇게 스킬을 겸용하자, 갑자기 경험치를 고스란히 무투가 직업이 얻게 된 거다. 이건 명백하게 시스템의 허점이었다. 게임을 하면서도 이렇게 버그 같은 걸 발견한 적은 없었는데, 설마 다른 세계에 날아와서 이런 시스템의 허점을 발견하게 될 줄이야. 그래. 난 성자 스킬로 몬스터를 잡는데, 나 혼자 직업 레벨이 잘 안 오르는 게 그동안 은근히 억울했어. 이걸로…잠깐. 성자? 이거 혹시…. 새로운 발견에 기뻐했던 나지만, 또 한 가지 검증할 것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이건, 시스템의 허점 같은 게 아닐지도 몰라. 그런 가능성이 생각났던 거다. 다음은 무투가 스킬과 암살자 스킬을 혼용해서 몬스터를 잡아볼 필요가 있겠어. 표류 7일째. 전 날에는 피라니아 떼를 만나지 못해 할 수 없었던 마지막 실험. 피라니아 떼를 만나자 마자, 나는 일단 성자 스킬로 한 마리만 남기고 다 해치운 다음 곧바로 실험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결과, 원래 피라니아가 줄 경험치가 무투가와 암살자에게 각각 일정 비율씩 나눠져 들어간다는 걸 깨달았다. 심지어 5 대 5 비율로 경험치가 들어온 것도 아니다. 대략 8 대 2. 아마 무투가 스킬과 암살자 스킬이 각각 피라니아에게 데미지를 준 비율일 거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성자 스킬과 다른 직업의 스킬을 겸용해서 몬스터를 잡으면 다른 직업에 경험치가 몰리는 건 시스템의 허점이 아니다. 그냥 성자 레벨은 그런 걸로 경험치가 오르지 않으니, 다른 직업이 전부 가져가는 것뿐이다. 즉, 아마도 여신님이 성자의 성장이 쉽도록 배려해서 일부러 이렇게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난 그것도 모른 채, 지금까지 강적을 만날 때마다 직업 레벨을 올릴 수 있는 경험치를 전부 버리면서 싸워왔던 거고. 젠장! 이건, 이건 너무하잖아! 여신님! 적어도 전에 만났을 때 제일 처음 얘기해야 했던 게 이 얘기 아니었어요?! 왜 공적 치하 같은 걸 우선시하신 거예요! 그렇다고 뭔가 상을 준 것도 아니고, 그냥 잘했다고 칭찬한 게 전부잖아요! 나는 이 세계에 와서 처음으로, 여신이 진짜 흑막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들었다. …뭐, 완전히 애먼 데에 화풀이하는 격이지만. 애초에 성자 스킬과 다른 직업의 스킬을 병용해서 싸운 건 딱히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이제야 눈치 채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하다는 얘기다. 대체 왜 그동안 눈치를 못 챈 건가. 역시 그건가. 우리 애들이랑 있다 보니, 아무래도 이렇게 꼼꼼히 경험치 체크 같은 걸 하기보다는 우리 애들의 상태 확인 같은 걸 우선시했기 때문인가. 즉, 이렇게 혼자가 됐기 때문에 이런 것도 눈치 챌 수 있었다는 거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표류 생활도 의외로 나쁘지 않…을 리가 있겠냐! 아아. 젠장. 안 돼. 우울해지지 말자. 이런 상황에서 우울해지기까지 하면 진짜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긍정적 마인드. 긍정적 마인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 나 그런 거 잘 하잖아? 때와 장소 구분 못하고 장난치거나 노는 거. 물론 그것도 상대가 있어야 가능…아니. 그러니까 긍정적인 마인드! 그래. 지금이라도 이런 중요한 사실을 깨달은 게 어디야. 좋아. 지금부턴 적어도 직업 레벨을 올리는 재미라도 생기겠어! …라고 생각했던 때가, 저에게도 있었습니다. 표류 18일째. 직업 레벨 노가다고 나발이고. 사람을 보고 싶다. 아니. 보는 것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그냥 사람 말소리라도 좀 들어보고 싶다. “아, 물론 네가 곁에 있다는 걸 잊은 건 아니야. 펄슨.” 나는 내 유일한 말상대, 펄슨을 향해 말을 걸었다. 고독이란 거, 의외로 사람에게 치명적이더라고. 표류되고 나서 나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의 의미를 절실히 깨달았다.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몬스터와 만날 때마다 말도 걸어보고, 끊임없이 혼잣말도 해보고, 별 짓을 다 해봤다. 오죽하면 자기 전에 디아나의 영상을 꺼내서 혼자 감상까지 했을 정도였다. 분명 야한 영상인데도 불구하고, 흥분되기는커녕 그리운 마음만 너무 사무치게 들어서 그 방법은 그날 이후로 봉인했지만. 괜히 더 보고 싶어져서 후유증이 장난 아니더라고. 아무튼 그런 고로, 나는 사람이 그리워 미칠 지경이었다. 전에 디아나가 혼자서 생각하면서 중얼중얼 거렸던 이유가 지금은 너무도 공감이 갔다. 아마 디아나도 혼자 마법 연구를 하다가 생긴 버릇인 게 확실하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든 거다. 아니. 그렇게 하더라도 난 버티기 힘들었다. 때문에 나는 그냥 아예 내가 말상대를 하나 만들기로 했다. 언젠가 본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공은 없었지만, 대신 나는 몬스터를 잡아서 나온 허파에 공기를 불어넣고 양 끝을 묶어서 가지고 다녔다. 이름은 펄슨. 뭐, 말 그대로 사람이란 뜻이다. 처음엔 스스로 하면서도 미친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는 참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가상의 말상대라도 있는 것이 정신안정에 큰 도움이 됐던 거다. “쳇. 또 몬스터인가. 조금만 기다려라 펄슨. 형이 금방 처리하고 올 테니까.” 물론 친구를 인벤토리에 넣는 짓 따윈 하지 않는다. 인벤토리 안의 풍경이 어떨지는 상상도 되지 않으니까 말이다. 원래 있던 세계에서는 동물을 강제로 잡아다가 친구라고 부르면서, 싸울 때를 제외하면 조그만 공에 넣고 다닌다는 사이코패스 같은 행동을 강요하는 게임이 있었는데, 난 그런 사이코패스가 아니니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축하 댓글도 감사합니다. 갑자기 잭팟이 무슨 소린가 했는데 이벤트 중이었군요.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480==================== 진일보 나는 펄슨이 안전하도록 그 자리에 가만히 놔두고, 재빨리 헤엄쳐서 앞으로 나아갔다. 어차피 성역 선포만 쓰면 몬스터들은 나만 노리니까. 잠시라도 떨어지게 되는 건 가슴 아프지만, 이러는 편이 제일 안전하다. “후우. 별 것도 아닌 것들이 까불고 있어. 아무리 선공형 몬스터라지만, 좀 싸울 상대를 골라가면서 덤벼라. 일일이 상대해주는 것도 귀찮으니까.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펄슨?” 그동안 직업 레벨이 엄청나게 오른 나는, 이제는 무투가 스킬이나 암살자 스킬만으로도 어느 정도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워낙 직업 레벨이 낮았던 만큼, 오르는 속도도 빠르더라고. 물론 일정 수준이 되고 나자 성장 속도가 대폭으로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표류 초기를 생각해보면 극적인 변화였다. 직업 레벨이 대폭으로 오른 덕분에 스탯도 엄청나게 올랐고, 거기에 성자 스킬까지 병행하자 몬스터를 몰살하는 건 금방이었다. “…펄슨? 어딨어, 펄슨?” 그렇게 몬스터를 금방 해치우고 곧장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 나였지만, 펄슨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럴 리가?! 저 근처엔 몬스터가 다가가지도 못하게 했는데? 황급히 주변을 살펴보자, 펄슨이 저기 머리 쪽의 툭 튀어나온 지형에 걸려있었다. 그래. 지표면이다. 실은 펄슨을 만든 이후로, 잠은 지표면에서 자기 시작했다. 아무리 잠을 잘 때라고 하더라도 펄슨을 인벤토리에 넣어둘 수는 없었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곁에 두고 자기에는 너무 불안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아예 지표면에 텐트까지 설치하고 그 안에서 잠을 청해왔다. 그동안 무투가 레벨과 암살자 레벨도 많이 올랐으니, 식물형 몬스터가 덮쳐오면 싸울 생각으로 말이다. 뭐, 우연인 건지 아니면 텐트는 생물체로 생각을 안 하고 넘어간 건지 그동안 식물형 몬스터에게는 한 번도 습격을 당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덕분에 자는 사이에 멀리 떠밀려가는 일도 없어진 나는, 입구를 향한 여정에 더욱더 가속도가 붙었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펄슨을 만들었기 때문에 벌어진 일. 한 마디로 말해 펄슨 만만세라는 얘기다. “하아…뭐야. 펄슨. 사람 놀라게 하고 있어.” 아무튼 나는 지표면에 걸려있는 펄슨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후, 재빨리 펄슨에게 해엄 쳐갔다. 그리고 지표면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땅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갑자기 화악하고 부풀어 오르며 날 덮쳐왔다. 뭣?! 설마 식물 주제에 카모플라쥬까지?! 당황한 나는 일단 발버둥을 쳐봤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식물은 내 몸에 더욱더 강하게 얽혀 들어왔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식물형 몬스터가 움직인 여파로 펄슨이, 내 유일한 말상대인 펄슨이 저 멀리 떠밀려가고 있었던 거다. “안 돼! 펄슨! 이익! 떨어져! 젠장! 펄슨! 펄스으은!” 아무리 애타게 불러 봐도, 아무리 애타게 발버둥 쳐도, 식물형 몬스터는 내 몸을 감싸고 놓아주지 않았고, 펄슨은 점점 더 멀리 떠밀려갔다. “펄슨! 펄스으은! 펄슨! 아임 쏘리! 크흑. 큭. 아임 쏘리, 펄슨!”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느끼면서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펄슨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끝내는, 펄슨은 시야가 닿지 않는 물속 저편으로 모습을 감췄다. “크흐윽! 펄슨의 원수!” 결국 펄슨을 구할 수 없었던 나는, 내 몸을 감싼 식물형 몬스터를 찢어발기기로 결심했다. 성자 스킬이 안 통해? 타격도 잘 안 통해? 그게 어쨌다는 거냐?! 내게 상처를 줄 수 없는 건 그쪽도 마찬가지잖아! 누가 이기나 어디 한 번 해보자고! 나는 인벤토리에서 마석 채취용 나이프를 꺼내들고, 몬스터를 향해 강하게 휘둘렀다. 내 직업 레벨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마석 채취용 나이프는 공격력을 기대할 수 없는 물건. 장기전이 될 것은 뻔했지만, 복수심에 불타오른 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제대로 된 유효타를 주지 못한 채,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다. 물론 나보다는 이 녀석이 입은 피해가 조금 더 심각했지만, 크게 차이나는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었다. 놈은 나를 먹어야만 영양분을 채울 수 있지만, 나는 그냥 인벤토리에서 음식을 꺼내 먹으면 그만이라는 차이 말이다. 그 차이가 녀석과 나의 승부를 결정지었다. 슬슬 날 먹을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놈은 이쯤에서 그만하자고 말하듯 내 몸을 풀어 줘버렸다. 나도 놈에게 유효타를 줄 수 없으니, 풀어주기만 하면 내가 그냥 갈 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친구의 복수는 반드시 갚는다. 나는 놈에게서 멀어지기는커녕, 자유로워진 손발을 이용해 놈을 더욱더 거세게 공격했다. 네 놈이 죽는 꼴을 보기 전까진 아무데도 안 간다. 그리고 몇 시간의 사투 끝에, 나는 겨우 놈을 처치할 수 있었다. 시체가 되어 이제는 마석 채취용 나이프도 쉽게 박히는 놈의 몸에서 마석을 캐낸 후, 나는 두 손을 모아서 기도했다. “펄슨. 네 원수는 갚았다. 부디 편히 쉬어라.” 그렇게 기도를 끝내고, 오랜 사투에 지친 나는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잠이 들었던 걸까? 뭔가 컨디션이 엄청나게 좋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전신에 활력이 넘치는 듯 상쾌한 기분. 아무리 기절하듯 잠들었다고는 하지만, 이런 기분이 들 정도로 오랫동안 잤던 걸까? 아니. 하지만 이 기분은…게다가 밑에서 느껴지는 이 감각은…. 설마. 그럴 리가 없는데? 여기는 던전 안이고, 나는 혼자서 표류 중인 상황. 사람을 만나기만 해도 기적이라고 여길 텐데, 던전 안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차라리 식물형 몬스터 중에 이런 몬스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더 타당하겠다. 전에 옷 벗기는 식물형 몬스터도 만난 적이 있고. …실제로 지금 나 갑옷이고 뭐고 전부 벗겨져있는 것 같고. 으윽…그렇게 생각하니까 엄청나게 눈 뜨기 싫어지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하반신에 느껴지는 감각은 여전히 황홀하게 느껴졌다. 그야 그동안 많이 쌓이긴 했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몬스터 상대로 이정도로 느끼다니. 굴욕이다. 하반신 쪽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정말로 확인하고 싶지 않았지만, 계속 이대로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살며시 눈을 떴다. …응? 아니. 설마 진짜로?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스스로 보고도 믿기 힘든 광경이었다. 금발벽안의 이지적인 얼굴. 덤으로 거유에 나이스 바디인 누님께서 내 위에서 허리를 흔들고 계셨던 거다. 그리고 나는 이 누님이 누구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길드의 마스코트. 남자 모험가들의 우상이라고까지 불리는 우리의 안내원 누님. 레이첼 누님이셨다. 누님은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도, 내 위에서 무척이나 열심히 허리를 흔들고 있었다. …아니. 잠깐. 상황을 파악 못하겠는데. 그렇게나 바랐던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있는 건데도, 너무 갑작스런 일이라 아무런 감상도 들지 않았다. “흐윽! 구원씨! 정신이 드세요?!” 내가 눈을 떴다는 사실을 알아챘는지, 레이첼 누님이 박치기를 하듯 내 마스크에 자신의 마스크를 맞대고는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외쳤다. “네, 네에…뭐어….” 여전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파악이 안 되는 나는, 애매하게 말을 흐리며 대답했다. 아차. 안 그래도 누님이랑 요즘 서먹했는데, 또 일어나자마자 이런 반응을 보이면…. 하지만 누님은 내 반응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눈물에 젖은 얼굴에 활짝 미소를 지으면서 내 몸을 꽈악 끌어안아왔다. 그리고 아까 전까지 계속해서 격렬히 움직이던 허리도 겨우 그 움직임을 멈췄다. 으윽. 누님. 갑자기 이렇게 안아 오시면…. “다행이다! 흐윽! 정말로…정말로 다행이에요! 전…구원씨가 어떻게 되는 줄 알고 정말로…정말로…흐윽…. 구원씨와…흐극…그렇게 어색하게 헤어진 채로…영영 얼굴도 못 보게 되는 줄…!” 누님의 애틋한 말에, 나는 뭔가 가슴이 미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누님은 이렇게까지 날 좋아하셨던 건가. 누님이 안겨오자 어떻게 반응할지 몰라 했던 내가 진짜 바보 같잖아. 나는 누님에게 닿지 않고 어색하게 벌려져있던 팔을 움직여 누님의 몸을 꼬옥 끌어안았다. “…죄송합니다. 누님.” “아니에요! 아니에요! 이렇게 살아계시는 것만으로도…전…!” 그동안 의식적으로 어색하게 대했던 걸 보상이라도 하듯, 나는 누님의 몸을 끌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줬다. 뭔가, 머릿속이 깔끔해진 기분이었다. 그래. 우리 애들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봐. 내가 스스로의 감정을 억누르는 게 고통스럽다고 느낄 정도라면, 그 역시도 필요에 의한 행위라고 인정하겠다고 했잖아. 나는 계속 레이첼 누님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 고민해왔다. 우리 애들이 말한 조건은 이미 진작에 충족시키고 있었다는 거다. 그저 날 그렇게나 생각해주는 우리 애들을 배신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그 기분을 억지로 억눌렀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레이첼 누님의 이런 모습을 보고 나니, 나는 더 이상 그렇게 스스로의 마음을 억누르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걸 느꼈다. 물론 내가 마음을 먹는다고 해서 레이첼 누님과 바로 이어지거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애초에 우리는 서로의 감정을 확실히 상대에게 전달한 상태도 아니고, 일단 우리 애들의 허락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레이첼 누님 자신이 첩이라는 조건은 받아들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레이첼 누님과 이어질 수 있을지, 나 스스로도 확신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더 이상 스스로의 마음에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는 거다. “누님. 좋아합니다.” “네! 구원씨! 저도…네? 네? 구원씨? 지, 지금 뭐라고….” 감격에 벅차서 눈물을 흘리던 누님은, 내가 뭐라고 했는지 제대로 생각도 안 하고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가, 뒤늦게 내가 한 말의 의미를 머리가 따라갔는지 멍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방금 전까지 펑펑 흘리던 눈물이 뚝 멎은 걸 보면, 엄청나게 당황하신 모양이다. “사랑합니다. 누님.” “네에?! 아,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울 정도로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레이첼 누님은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정말 만에 하나 누님이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침울한 표정을 짓는 건 이상하지 않아? “…구원씨. 구원씨는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서 지금 착각을 하고 있는 거예요. 구원씨는 절 좋아하는 게 아니라, 그냥 오랜만에 사람을 만나 기쁜 거예요.” 아아…과연. 하긴. 던전에 오기 전까진 그렇게 어색한 태도를 취했던 놈이 이 타이밍에 갑자기 좋아한다고 하는 거다. 이런 반응이 나올 만도 한가. 내가 생각해도 타이밍이 안 좋았다. 하지만 겨우 스스로의 마음에 솔직해지기로 한 거다. 난 이대로 쉽게 물러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럼 위로 올라가서 제가 다시 한 번 고백하면 받아주실 건가요?” “네? 하, 하지만…구원씨. 정신차리세요. 구원씨에겐….” “네. 저도 알아요. 복잡하죠. 하지만 누님. 전 지금 진심이에요. 착각 같은 게 아니에요. 훨씬 전부터 누님을 계속 좋아하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누님. 누님도 지금은 그런 복잡한 건 전부 잊어버리고, 딱 하나. 누님의 심정에만 주목해서 솔직하게 대답해주세요. 제가 좋아한다고 고백했을 때, 누님은 어떤 생각이 드셨어요?” “그, 그건….” “누님.” “…기뻤어요. 그치만 저도…저도 구원씨를…구원씨를 사랑하는 걸요…” 내 질문에 커다란 눈동자를 이리저리 진동시키면서 한참을 주저하더니, 결국 레이첼 누님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그렇게 대답해줬다. “휴우. 다행이다. 그럼 다음에 고백할 땐 안 차이겠네요.” “흐윽!” 대답을 들은 내가 미소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누님은 다시 울면서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나는 살짝 바람의 정령을 불러서 누님과 내 얼굴에 공기 방울을 만들고, 마스크를 벗은 후 그대로 누님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으음…하아…구, 구원씨이….” 키스가 끝나고도 아쉽다는 듯 지근거리에서 바라보는 레이첼 누님. 나 역시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언제까지 여기서 이러고 있을 수만도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기로 결심했으니, 이다음 행동은 여길 벗어난 다음에 해도 충분하다. “누님. 이제 와서 묻는 건데요.” “네. 뭔가요?” 내 진지한 목소리에, 누님은 평소보다도 살짝 더 달콤한 목소리로 대답해주셨다.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이에요?” “정말로 이제 와서네요!” 아뇨. 그러니까 미리 말했잖아요. 이제 와서 묻는다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전에 레이첼 스토리는 떡밥을 깔아뒀다고 말했던 게 드디어 다 풀렸네요. 481==================== 진일보 “세이비어스 클랜의 여러분들이 오셔서 구원씨의 구조 요청을 한 거예요. 길드에서는 바로 구조대를 파견했고, 저도 걱정이 되서 내려와 구원씨를 찾아다니다가 막 발견한 상황이고요.” 그 정도는 나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누님이 내 구조를 위해서 내려왔다는 것 정도는 말이다. 아무리 요즘 좀 서먹했다고는 하지만, 애초에 그 원인은 누님이 내게 호감이 있었기 때문이고.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이 누님은 자기가 담당하는 모험가들의 안전을 각별히 신경 쓰는 모양이니까 말이다. 3계층에서도 그 수인족 파티를 위해 자기 자신이 위험에 빠져가면서까지 구조 활동을 했고. 하지만 내가 어떻게 된 상황이냐고 물어본 건, 그런 설명을 바란 게 아니었단 말이지. 뭐, 누님의 말을 듣고 그 전에 먼저 질문할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러고 보니 우리 애들은요?! 우리 애들은 무사한 건가요?! 길드에 알렸다는 걸 보니 일단 돌아는 간 모양인데, 다들 어디 다친데 없이 멀쩡해요?” 그래. 원래는 누님을 보자마자 이 질문을 제일 먼저 했어야 했는데. 아무리 눈 떠보니 누님과 섹스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고는 하지만, 우리 애들의 안부를 물어볼 생각을 못 하다니. 오랜 표류 생활로 나도 정신이 꽤나 피폐해지긴 한 모양이다. 뭐, 잠들기 직전에 펄슨…허파 덩어리를 잃어버려서 충격 받기도 했었고. “네. 다들 몸은 괜찮으세요. 다만 구원씨가 던전에서 혼자 남겨진지 벌써 2주일이 넘었으니까요. 길드 카드를 통해서 살아계신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역시 다들 불안했던 모양이에요. 다들 체력이 완전히 방전될 때까지 마법사 협회의 학파장님들과 같이 여기 4계층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 모양이에요. 방금 전 낮에도 마을에서 우연히 얼굴을 마주치게 됐는데, 다들 식사도 제대로 챙겨먹지 않으시는 건지 무척이나 초췌해 보이시더군요. 그나마도 계속 구원씨를 찾겠다고 주장하는 걸, 마법사 협회 분들이 억지로 뜯어말리면서 쉬라고 설득하는 중이었어요.” 초조하게 질문을 던진 내 모습에 레이첼 누님은, 살짝 씁쓸해하면서도 자세하게 대답해주셨다. 그런 표정하지 마세요. 돌아가면 누님과의 관계도 제대로 확실히 할 테니까. 하지만 그런가. 역시나 그렇게 걱정을 끼쳐버린 건가. 하긴 반대 입장이었으면 나도 그랬을 테니까. 그래도 일단은 다들 별 탈 없이 무사히 위로 올라갈 수 있었던 모양인지라, 그것 하나만큼은 크게 위안이 됐다. 그럼 이제 어서 빨리 돌아가서 얼굴을 보여주기만 하면 해피엔딩이라는 거군. “…잠깐만요. 누님. 방금 낮에 우리 애들 얼굴을 봤다고 하셨어요?” “네. 그 반응을 보니 모르시면서 여기까지 오신 모양이네요. 구원씨. 여기 4계층의 마을 근처에요.” “네에?!” 뭐 이런 우연이! 마을을 찾는 건 진작 포기하고 3계층 입구를 빠져나갈 셈으로 나아가고 있었는데, 설마 마을 근처까지 왔을 줄이야. 게다가 만약 레이첼 누님을 만나지 못했다면 근처에 마을이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쳤을 거다. 우연에 우연이 겹쳐 만들어낸 기적이라고나 할까. “과연. 그래서 누님 혼자서 여기까지 오신 거였군요.” “그게 아니더라도 원래부터 전 혼자서 수색을 하기는 했지만요. 3계층에서는 아이스 골렘과의 상성이 좋지 않아서 고전했지만, 여기 몬스터들은 제 정령마법과 상성이 무척이나 좋으니까요.” 하긴. 이 누님도 레벨이 낮은 게 아니고, 그러고 보니 3계층에서도 리자드 맨 같은 건 한 방에 처리하기도 했지. 예전 구조 의뢰를 하던 도중 크게 부상을 입은 것도, 정신을 잃은 수인족 파티를 탱커도 아닌 누님이 혼자 보호하려다가 당한 거라고 들었고. 아무튼 마을이 가깝다면 잘 된 일이다. 누님의 얘기를 들어봤을 때, 우리 애들도 마을에서 쉬고 있을 확률이 크니까 말이다.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다가, 누님과 내 하반신이 여전히 이어져있는 상태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누님.” “네?” “사실 아까 했던 질문의 정확한 대답을 못 들었는데요. 결국 저희는 왜 섹스를 하고 있는 거예요?” “앗! 으, 으응! 이, 이건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에요!” 누님은 당황한 표정으로 황급히 허리를 띄워서 내 물건을 빼내고는, 두 손을 파닥파닥 손사래 치면서 말했다. “아뇨. 추궁하는 게 아니에요. 괜찮아요. 전 오히려 좋았어요. 그냥 이유가 궁금한 것뿐이에요.” “그, 그게! 이런 곳에서 쓰러져 계시니까, 정말 어떻게 된 줄 알았다고요! 구원씨는 이러면 회복이 되는 거잖아요?! 그래서 전…! 오히려 감사 인사라도 듣고 싶을 정도에요!” “아아…네. 감사합니다.” 과연. 그렇게 된 거였나. 나 어디 다친 데는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잠들기 직전에 잡았던 식물형 몬스터도 잡는 게 오래 걸렸다 뿐이지 크게 데미지를 입거나 하진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자던 중에 습격을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기도 힘들었다. 기절하듯 잠들기는 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습격을 받았으면 일어났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뭐, 레이첼 누님의 행동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거의 20일 가까이 던전에서 조난당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채 발견된 거다. 어디에 어느 정도로 상처를 입었는지 확인하기 전에, 일단 재빨리 긴급처치를 할 생각부터 들었겠지. “…서, 설마…필요 없었던 건가요?” 내 반응을 보고 대충 상황을 파악했는지, 누님이 조금 새빨개진 얼굴로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전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사람 마음을 기가 막히게 읽어내신단 말이야. 이것도 안내원의 능력인 걸까? “아뇨…전혀 필요 없었다고는…피로도 풀렸고, 정신적으로도 안정됐고….” “하읏…차라리 그냥 필요 없었다고 해주세요….” 내가 커버를 쳐주는 게 오히려 더 부끄러웠던 건지, 레이첼 누님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정말로 도움 됐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잠들기 전에는 몬스터 허파에 공기를 불어넣고 대화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저렇게 부끄러워하는 걸 보면, 아무래도 이 얘기는 더 하지 않는 게 레이첼 누님의 정신 건강상 좋을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잘도 생각해내셨네요. 제가 이걸로 회복된다는 거.” 때문에 나는 화제를 살짝 돌리기 위해 그렇게 말하며 옆에 놓인 하의와 갑옷을 다시 착용했다. 참고로 내 갑옷과 하의는 벗겨져 있었지만, 레이첼 누님은 딱히 옷을 벗고 있지는 않았다. 다만 언젠가 한 번 봤던 노출도 높은 옷을 입고 계셨기 때문에, 속옷만 살짝 옆으로 비끼고 삽입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 그 엄청나게 엘프 다운, 나뭇잎을 엮어서 만든 것 같은 그 옷 말이다. 안 그래도 섹시한 차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저 옷만 보면 누님이 내 위에 올라탄 장면만 생각날 것 같아. “그거야…생각 못 할 리가 없잖아요? …저도 한 번 경험한 적이 있으니까요. 그것도 그렇게나….” 누님은 여전히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이 화제 역시 부끄러운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하긴 그도 그런가. 그런 일을 겪고도 기억 못하는 게 이상한 거지. “그리고….” “응? 또 뭔가 있나요?” “사실 세이비어스의 클랜원 분들도 조사대 전원에게 그 사실을 알렸거든요. 만약 구원씨를 발견했을 때 상태가 위급해 보인다면 이런 방식으로 회복시켜주길 부탁하면서요.” 우리 애들이 그렇게까지…. “누님. 죄송한데 바로 마을까지 안내해주실 수 없을까요?” “죄송하기는요. 바로 가죠. 두 시간 정도면 도착할 거예요. 따라오세요.” 레이첼 누님에게 고백까지 해놓고 확실히 관계 정리 같은 걸 하지도 않는 건 소홀히 하는 감이 있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역시나 지금 내가 최우선시해야 할 건 우리 애들에게 무사한 얼굴을 보여주는 일이었다. 나는 누님의 멋진 뒤태를 따라서 4계층의 마을로 향했다. 누님이 말씀하신 대로, 누님의 정령마법과 이 계층의 몬스터들은 상성이 무척이나 좋은 모양이었다. 누님은 물과 바람의 정령을 다루니까 말이다. 그리고 그동안 혼자 다니면서 엄청나게 성장한 나 역시 식물형 몬스터가 아니라면 순식간에 처리할 능력이 있었고. 아니. 설령 식물형 몬스터라도, 지금 내 레벨에 걸 맞는 단검이라도 하나 있으면 쉽게 처리가 가능할 거다. 아무튼 그래서 우리는 몬스터의 방해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수준으로 쭉쭉 나아갔고, 누님이 말했던 두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4계층의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각 계층에 있는 마을들은 저마다 텔레포트 마법진 말고도 계층 특색에 맞는 마법이 같이 발동되고 있어서 나름 특징이 있었다. 2계층의 마을은 주변 기온을 조금 떨어뜨려주는 마법이 걸려있었고, 3계층의 마을은 주변 기온을 상승시켜주는 마법이 발동되어 마을에만 눈이 없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리고 4계층의 마을은, 마을 전체를 거대한 공기 방울이 덮고 있는 모습이었다. 물속의 마을이라고 하니, 혹시 다들 마스크를 착용한 채 물속에서 지내는 건가 싶었는데, 저렇게 비용이 엄청나게 들 것 같은 마법으로 해결을 본 모양이었다. 뭐, 덕분에 그 규모는 3계층의 마을보다도 한층 더 작았지만 말이다. “여기가 4계층의 마을….” 설마 이런 식으로 여기에 오기 될 줄이야. 감개무량…이라고 표현하는 건 조금 아닌 것 같고, 뭐라고 할까. 신기한 기분이었다. “아마 동료 분들은 저기 보이는 저 건물에 숙박하고 계실 거예요. 이 계층의 유일한 여관이거든요. 구원씨가 행방불명이 된 이후로 한 번도 위로 올라가지 않았다고 들었으니 확실해요.” “넵! 감사합니다!” 마을에 도착한 누님이 가장 몇 안 되는 건물 중 가장 큰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누님의 말을 들은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그 건물 안으로 달려 들어갔다. “주인장! 여기….” “구, 구, 구, 구….” 들어가자마자 여관 주인을 불러 우리 애들이 묵고 있는 방을 알아내려고 했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다. 식당도 겸하고 있는 여관의 1층에 실비아가 초조한 모습으로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목소리를 들은 실비아는 목이 꺾이는 게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세차게 고개를 이 쪽으로 돌리더니, 내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마치 화면을 정지라도 시킨 것처럼 우뚝하고 행동을 멈췄다. 그리고는 비둘기라도 된 마냥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구원니이이이임! 으아아앙! 구언, 흐그윽…구원니이이임!” 그리고는 내 가슴에 태클이라도 하듯 달려들어서는, 내 몸을 꽈악 껴안고는 울부짖기 시작했다. 주변 시선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큰 목소리. 갈비뼈가 삐걱삐걱하고 울릴 정도로 격렬한 포옹. 힘 조절도 안 하고 이렇게 꼬옥 껴안은 채 펑펑 우는 모습을 보니, 실비아가 날 얼마나 걱정하고 있었던 건지 그 마음이 절실히 전해져왔다. “그래. 그래. 네 구원님 여기 있다.” 나도 실비아의 몸을 마주 안고는, 그 등을 톡톡 가볍게 두드려줬다. 그러자 실비아는 내 가슴에 볼을 마구 비벼대면서 더욱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사실 나도 오랜만에 실비아의 얼굴을 보자 뭔가 울컥하는 기분이 들기는 했다. 다만 실비아의 반응이 워낙 격렬하다 보니, 오히려 조금 차분해진다고 할까. 실비아야. 나 갑옷 입고 있는데. 그렇게 볼 비비고 있으면 아프지 않니?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는 차분해졌다. 뭐, 다른 사람들도 있는 곳에서 꼴사납게 우는 모습은 안 보였으니 다행이라고 해야겠지. “흐그윽…구원님…여기까지…흑…혼자서 돌아오신 겁니까아?” 그렇게 한동안 펑펑 울던 실비아는, 겨우 고개를 들고는 날 쳐다보면서 여전히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그렇게 질문했다. “아니. 여기 레이첼 누님이….” 그렇게 말하면서 뒤를 돌아봤지만, 레이첼 누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따라오시지 않은 건가? 우리 애들과 재회를 만끽하라고 배려해주신 건가? 그렇게까지 신경써주시지 않아도 되는데. 실제로 누님이 없었으면 난 여기 오지도 못했을 거고. “자세한 얘기는 다들 모인 자리에서 해줄게. 다른 애들도 여기 있는 거지?” 나중에 레이첼 누님에게는 따로 또 감사의 인사를 하기로 하고, 나는 일단 나머지 애들부터 만나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82==================== 진일보 “앗, 제, 제 정신도…흐읍. 네, 네엡! 위층에 계십니다. 여기입니다! 따라오십시오!” 실비아는 주먹으로 눈물을 닦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몸에서는 조금도 떨어지려 하지 않은 채 몸을 끌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진동도 안 하고 있고. 역시 충격요법이 먹히기는 먹히는구나. 전에 섹스할 때 일부러 부끄러운 말을 하게 만드는 충격요법으로 내성을 키우려 했던 게 실패한 건, 그냥 충격이 작았기 때문이었단 건가. 좋아. 그럼 앞으로는 더더욱 큰 충격으로 실비아의 내성을 키워주도록 하자. 자신의 중대한 미래가 지금 이 순간 결정된 것도 모르는 실비아는, 내 몸에 딱 달라붙어서는 다른 애들이 머물고 있을 방으로 날 안내했다. 지금 얘한테 떨지도 않고 나랑 붙어있단 사실을 말해주면,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조금 시험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과연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아마 우리 애들 중 누군가가 묵고 있을 방의 문 앞에 도착하자, 실아가 방문을 두드리며 다시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여, 여러분! 구원님이! 구원님이!” 응? 여러분? 다들 같은 방에 머물러있었던 건가? 그러고 보니 실비아가 혼자 아래층에 있었던 것도 그렇고, 뭔가 하고 있었던 건가? 레이첼 누님 말로는 분명 강제로 휴식을 취하게 하는 중인 것 같다고 했는데. “실비아! 구원이…?!” 그리고 실비아의 외침과 거의 동시에, 문이 엄청난 기세로 벌컥 열렸다. 반응 속도 엄청 빠르네. 뭐, 그만큼 날 걱정하고 있다는 뜻이겠지. 엄청나게 걱정했을 얘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나는 가슴 안쪽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위험해. 아까는 실비아 덕분에 잘 참았는데. 방심하면 눈물 나올 것 같아. 그간 고생했던 순간들이 파노라마 사진처럼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건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돌아왔다고.” 나는 최대한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하면서, 문을 열고 나타난 사라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해줬다. 그러자 내 얼굴을 바라보며 딱딱하게 굳어있던 사라의 쿨한 눈매에 커다란 눈물방울이 그렁그렁 매달리기 시작했다. 실비아도 그랬지만, 사라의 얼굴은 평소보다도 훨씬 더 수척해보여서 괜히 마음이 아파왔다. “구워어어언!” 사라는 그대로 내게 달려들어서 내 목을 끌어안더니, 그대로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비벼대며 울기 시작했다. “그래. 나 구워어억…사, 사라야…모, 목은…잠깐만 놔줘….” “싫어! 이제 절대 안 놔줄 거야!” 아니. 안 놔주면 내 목숨이 위험한데. 젠장. 눈앞에 주마등이 펼쳐지기 시작했어. 모처럼 그 역경을 헤치고 살아 돌아왔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건가. 그래도 사라의 품에서 죽을 수 있다면 그건 그것대로…. “사, 사라양! 그만두게!” “꺄악!” “흐허억. 허억. 허억. 때, 땡큐….” 내 안색이 새파래지는 걸 보고 디아나가 마법을 쓴 건지, 사라의 팔이 활짝 펼쳐졌다. 나는 그 틈을 노려서 황급히 사라의 팔을 아래로 내려 내 가슴을 끌어안게 했다. “구원씨!” “당신!”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번엔 양 옆에서 각각 두 개의 커다란 봉우리가 내 팔을 품어왔다. 바로 레이아와 마틸다였다. “구원씨…구원씨…구원씨….” 레이아는 내 뺨에 양 손을 가져다대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게 만들더니, 그대로 내 얼굴 곳곳에 마구잡이로 키스를 해댔다. 마치 마킹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당신…정말 당신 맞죠?” 그리고 마틸다는 마치 유령이라도 보는 것처럼 내 몸 여기저기를 만지며 상태를 확인했다. 평소 같았으면 내 몸을 더듬는 순간 핑크빛 모드가 되어서는 표정이 몽롱하게 풀어졌겠지만, 지금의 마틸다는 어디까지나 진지했다. 진지하게 내가 어디 다친 곳은 없나 확인하는 눈치였다. 뭐, 레이아도 마틸다도 둘 다 사라와 마찬가지로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있었지만 말이다. “…이제야 돌아온 겐가. 곧장 마을로 향한다고 말했던 주제에 늦지 않았나. 대체 이 몸들을 얼마나 기다리게 할 셈이었는가.” 그리고 날 생명의 위험에서 구해준 디아나는, 조금 새초롬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디아나의 눈가는 이미 새빨개져있었다. 좀 더 자세히 보니, 디아나가 입고 있는 로브 자락이 살짝 젖어있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디아나는 자신이 최고 연장자인 만큼, 자신마저 울부짖으며 달려들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여간 평소에는 제멋대로면서, 정작 이런 중요할 때는 항상 저렇게 연상 티를 낸다니까. “디아나는 안 우는 거야?” “우, 울 것 같나! 자네가 무사하단 사실은 길드 카드로도, 이 몸과의 수명 공유가 끊어지지 않은 것으로도 이미 알고 있었네! 게다가 이 사도 인장 역시, 자네가 죽으면 사라지는 것 아닌가! 자네가 무사하단 건 어느 점으로 보나 명백했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로브를 젖히고 상의는 조금 들어 올리고 하의는 조금 내리면서 자신의 사도 인장 표식을 보여줬다. 디아나의 예쁜 하복부에는 여전히 옅은 색으로 선명하게 사도 인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까지 또박또박 이론적인 얘기로 대꾸를 하면서도 저런 행동을 취하다니. 디아나 역시도 억지로 억누르고 있을 뿐 상당히 감정으로 되어있다는 증거였다. “응. 그랬지. 그래도 걱정은 했잖아?” “그, 그거야 당연하지 않나.” “그렇게 걱정했던 낭군님이 멀쩡하게 돌아왔어요. 자, 이래도 안 울 거야?” “아, 안 울 걸세!”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의 눈가에는 점점 눈물이 고여 가기 시작했다. 좋아. 조금만 더 하면 되겠군. 아니. 눈물을 보고 싶은 게 아니다. 다만 억지로 참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울어.” “자네는 그저 이 몸을 울리고 싶은 것뿐인 겐가! 으아아앙!” 결국 디아나는 더 이상 참기 힘들어진 모양이다. 두 팔을 앞으로 뻗고 내게 쪼르르 다가와서는, 사라와 내 사이에 파고들어서 내 복부를 토닥토닥 몇 대 때리더니 그대로 내 허리를 끌어안고는 엉엉 울기 시작했다. 이래서야 내가 돌아온 게 기뻐서 우는 건지, 아니면 내가 괴롭혀서 우는 건지 분간이 힘들잖아. 뭐 딱히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아마 디아나도 내가 괴롭혀서 울었다는 핑계가 있으니 저렇게 맘껏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걸 테고. 그래. 최고 연장자로서의 역할은 잘 수행해줬으니까. 지금은 맘껏 울어. “…다녀왔어.” 나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다섯의 몸을 한꺼번에 꽉 끌어안고 말했다. 나 지금, 인생에서 제일 하렘 같은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 거 아니야? 우리 애들을 따라 조금 흘러나올 것 같은 눈물을,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통해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아까 디아나 상대할 때 참는 건 좋지 않다면서 울리지 않았냐고? 그거랑 이건 상황이 틀리지. 그냥 남자로서 울 수 없다는 마초 같은 생각 때문에 울지 않는 게 아니다. 내가 지금 울어버리면, 그동안 그렇게 고생했던 거냐고 우리 애들이 괜히 더 걱정할 거 아냐. 최대한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나는 최대한 멀쩡한 척 하는 게 좋다는 거다. 아무튼 그렇게 한동안 끌어안고 울고 다독이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고 나서야, 우리는 겨우 조금 진정할 수 있었다. “그래서. 너희 여기 모여서 뭘 하고 있는 건데? 다 같이 한 방에서 묵는 건 아니잖아? 듣기론 너희 지금 강제로 휴식을 취하는 중이라고 들었는데.” “그, 그걸 어디서…!” “다 아는 수가 있지. 그래서 뭐하고 있었는데?” “그냥 자네의 구조 계획을 조금 더….” 역시나. 왠지 그럴 것 같다고 생각했어. 저기 테이블 위에 4계층의 지도가 펼쳐져있기도 했고. “날 위해서 그러는 건 알지만, 쉴 땐 쉬어야지. 다들 얼굴 꼴이 말이 아닌 거 알아?”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여전히 품에 안겨있는 사라의 뺨을 살며시 쓰다듬었다. 원래 젖살 같은 거 없이 어른스럽고 쿨한 얼굴의 사라였지만, 그 뺨은 기분 탓인지 평소보다도 더 홀쭉하게 느껴졌다. “구원. 나, 꼴이 말이 아니야?” “뭐, 그래도 예쁘기는 하지만 말이야.” 조금 충격 받은 표정을 짓는 사라의 등을 가볍게 쓰다듬으면서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나이에 비해 어른스러운 사라였지만, 그동안 마음고생이 심하기는 정말로 심했던 모양이다. 지금은 완전히 유아퇴행…까지는 아닌가. 원래 나이에 걸맞은 행동을 보여주고 있었다. 참고로 아까 절대 놔주지 않겠다고 했던 말은 아직도 유효한 건지, 그 두 팔은 내 몸에 단단히 둘러져 있었다. “아무튼 나도 무사히 돌아온 거고, 이제 너희도 조금 쉬는 게 어때? 그동안 전혀 쉬질 못한 거지?” “하, 하지만 구원씨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하시고,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신 건지 자세히 알고 싶어요. 결국 저희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지만, 적어도 이야기를 듣고 구원씨가 겪으신 고행을 조금이라도 공유하고 싶어요. 그 정도는 하게 해주세요.” 하지만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손을 두 손으로 포개듯 꼬옥 잡아왔다. 굳은 의지로 빛나는 그 눈동자를 보니, 아무래도 전부 얘기해주기 전까지는 절대 물러나지 않을 모양이었다. “레이아씨. 이 사람도 지금 막 돌아와서 피곤할 테니….” “아, 아앗! 그, 그렇네요. 죄송해요. 그런 당연한 일에 신경을 못 쓰다니….” 하지만 마틸다의 지적에, 레이아는 곧바로 뜻을 굽히고 정말로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아니. 난 전혀 안 피곤해. 방금 전까지 푹 자다왔고. 알았어. 얘기해줄게. 너희가 생각하는 것처럼 크게 고생은 안 했지만 말이야.” 나는 그동안의 여정을, 대충 좋은 부분만 추려서 설명을 해줬다. 직업 레벨을 효과적으로 올리는 법을 알아내고, 그를 통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몬스터를 학살하고 다니며 마을 근처까지 접근. 그때 레이첼 누님에게 발견되어 여기까지 왔다고 말이다. “그런 고로 고생은 전혀 안 했어. 그냥 조금 오래 던전에 있었다는 느낌밖에 없을 정도야.” 그동안 했던 고생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지만, 우리 애들이 괜히 슬퍼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조금 거짓말을 하는 게 훨씬 났다. 특히 몬스터 허파를 말동무 삼아서 가지고 다녔단 얘기라도 해봐라. 아주 그냥 난리가 날 거다. 그리고 레이첼 누님에 관한 얘기도 대부분 생략하고 그냥 발견되어서 여기까지 안내받았다는 얘기만 했다. 레이첼 누님과의 관계에 대한 얘기는 지금 할 얘기가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지금은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게 맞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리고 애초에 실비아나 마틸다는 첩이니 뭐니 하는 얘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황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얘네 둘 때문에 하렘이니 뭐니 바보 같은 얘기까지 꺼내면서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허락받았던 건데, 결국 얘네 둘 보다 레이첼 누님과 먼저 키스를 하게 됐네. 나 스스로는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았지만, 역시 레이첼 누님이 말씀하셨던 대로 그때의 나는 오랜만에 사람의 온기를 느껴서 조금 감정적이 됐었던 건지도 모른다. 뭐, 그렇다고 하더라도 레이첼 누님과 더 깊은 관계가 되고 싶다는 마음엔 변함이 없고, 키스를 한 것도 후회는 하지 않지만 말이다. 다만 실비아나 마틸다 보다 먼저 키스를 하게 된 게 조금 미안할 뿐이었다. “아무리 직업 레벨이 올랐다지만 잘도 무사했구먼. 식물형 몬스터는 자네와 상성이 좋지 않았던 것 아닌가?” “아, 응. 그건 그냥 지표면 근처에 다가가지도 않는 걸로 해결했어. 어차피 나 혼자면 굳이 지표면에 갈 이유도….” “쿠흐으응….”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실비아와 마틸다가 심각하게 죄송스런 표정을 지으며 움츠러들었다. “아, 아니. 너희가 짐이라는 얘기가 아냐. …반응이 좀 과하지 않냐?” “…두 분은 수영을 못하셔서 구원씨를 수색하는 작업에도 따라가지 못하셨으니 까요. 마틸다 추기경님은 그나마 저희가 중간중간 마을로 돌아왔을 때 피로회복 마법을 걸어주며 도움을 주셨지만, 실비아씨는….” 당황하는 내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고, 레이아가 그렇게 속삭여줬다. 과연. 실비아가 혼자 식당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던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냐. “괜찮다니까. 결국 이렇게 멀쩡했던 거고, 수영은 배우면 그만이지. 신경 쓰지 마.” “흐야아앗! 네, 네헷!” 내가 실비아의 머리에 손을 얹고 다독여주자, 실비아가 새빨개진 얼굴로 대답했다. 아, 이제 다시 진동하는구나.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네. 아무래도 크기가 어느 정도 되는 편이 어울릴 것 같아서 돌고래의 허파를 상상하고 썼습니다. 던전에 있는 건 그냥 물고기가 아니라 몬스터인 만큼 대형 어류도 있으니 부레였어도 크게 상관은 없었지만요. 483==================== 진일보 “아무튼 그렇게 정말 별 일 없었으니까, 너무 그렇게 미안해할 거 없어. 애초에 너희가 미안해할 일도 아니잖아. 내가 혼자 떠밀려간 건 사고였고, 너희한테 돌아가서 구조를 요청하라고 한 것도 나고. 너희가 제대로 구조요청을 해준 덕분에 이렇게 무사히 여기에 도착한 거니까. 오히려 난 너희한테 감사하고 있는 걸.” “감사라니, 그런…. 구원씨….” “그러니까 오늘은 이제 그만 푹 쉬어. 너희 얼굴 핼쑥해진 거 보니까 가슴이 다 아프다. 그리고 사실 나도 오랜만에 침대에서 자고 싶어서 말이야. 일단 오늘은 일단 좀 쉬자. 응?” 사실 레이첼 누님과 만났을 때까지 자고 있었고 누님과 힐링 섹스의 효과도 받았기 때문에 전혀 피곤하지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얘들이 도저히 쉴 것 같지가 않아서 나는 일단 그렇게 말했다. “…그런가. 알겠네.” 디아나는 오랜만에 본 내게서 떨어져 잠을 자는 게 싫다는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내 설득이 통했는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구원씨. 저는 같이 자도 되나요? 어차피 원래 제 차례였으니까요. 괜찮죠?” “뭣?! 레이아양! 치사하네!” 하지만 정말 드물게도, 레이아가 내 말을 바로 따라주지 않았다. 디아나가 불의를 찔린 듯 외쳤지만, 레이아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나 눈동자만 지긋이 바라보며 애원하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 다른 사람도 아닌 레이아가 이렇게 행동할 줄이야. 조금 예상외이긴 했지만, 저렇게 행동할 정도로 레이아가 날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 한편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천사님이 떼쓰는 모습을 보는 건 정말로 좀처럼 없는 일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들어주고 싶은 마음도 들기는 했지만…그래도 이번만큼은 나도 물러날 수 없었다. 그 정도로 다들 얼굴이 초췌해져있었던 거다. 얘들을 강제로 쉬게 만들려고 했다는 마법 협회 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 것 같았다. 물론 힐링 섹스가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효과가 있으니 섹스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럴 땐 잠을 자는 게 더 좋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런고로 나는 모처럼 천사님이 어리광 담긴 부탁에도, 미안하지만 거절하기로 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지금 섹스는…. 내일 저택으로 돌아가서 해줄 테니까, 응? 그러니까 오늘은….” “굳이 관계를 안 가져도 되니까요. 그냥 같이 옆에서 자기만 하면 되니까요. 이번 제 차례는 그걸로 넘어가도 상관없으니까요.” 내가 그렇게 설득해보려 해도,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가. 차례를 언급하니까 무조건 섹스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같이 자는 정도라면….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하자. 그럼 다들 얼른 방에 돌아가서 쉬어.” “우으….” “실비아.” “네, 네엡! 구원님도 푹 쉬십시오!” 실비아 역시도 나와 떨어지기 싫기는 했던 모양이다. 오늘만큼은 구석으로 도망도 안 가고 계속 내 가까이에 있기도 했고. 하지만 내가 조금 엄하게 말하자, 그제야 실비아는 내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섰다. “…실비아씨 말대로, 정말로 푹 쉬세요. 별 일 없었다고는 하지만, 혼자서 오랫동안 조난되어 있었던 거니까요. 눈치 채지 못했을 뿐, 분명 피로가 쌓였을 거예요.” 그리고 마틸다는 추기경이란 지위에 걸맞게 그런 충고를 한 후 내게 피로회복 마법을 한 번 걸어주고는 방을 나섰다. 하지만 그렇게 슬슬 자리를 파하고 각자 쉬러가는 분위기가 조성된 와중에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사라였다. 얜 아까부터 대화에도 제대로 끼지 않고, 계속 내 몸을 끌어안고만 있단 말이지. “자, 사라도 가서 쉬어. 아, 혹시 여기가 사라 방인가?” “아닐세. 이 몸의 방일세.” “그럼…사라?” “…싫어.” “으, 응?” “안 놔줄 거야.” “아니. 보다시피 난 이제 괜찮으니까….” “안 놔줄 거야.” …이거 곤란하네. 억지로 떼어내려고 마음먹으면 떼어낼 수야 있겠지만…. 어쩌면 좋을지. “아무래도 사라양을 떨뜨려 놓기는 힘들 것 같구먼.” 그 모습을 보고, 디아나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원래는 이렇게 누가 나와 오래 붙어있기만 해도 질투하면서 자주 말싸움을 하곤 하는 둘이지만, 역시나 이런 심각한 때는 나이가 제일 어린 사라를 디아나가 어른스럽게 넘어가준단 말이야. 대화하는 내내 사라가 나한테 붙어있는 것 역시 한 마디도 뭐라고 하지 않기도 했고. 이러니저러니 해도 디아나는 역시 어른이야. “그러니 어쩔 수 없구먼. 오늘은 여기서 다 같이 자는 것이 어떻겠나?” …어른…아니. 뭐, 이것도 어른스런 해결책이기는 하지. 응. “네에에?! 하, 하지만 오늘은…!” “레이아양의 차례는 내일로 미뤄지는 걸로 하면 끝인 문제 아닌가. 어차피 오늘은 몸을 섞지도 않을 예정 아니었나?” “하, 하지만….” “음음. 자, 자네. 침대가 조금 좁기는 하지만, 괜찮네. 제일 작은 이 몸은 자네 위에서 잘 테니. 잘 붙으면 다 같이 잘 수 있을 걸세!” …디아나. 어른스런 생각으로 그러는 거 맞지? “정마아알….” 레이아는 살짝 입술을 내밀고 토라진 표정을 지었지만, 사라가 내게서 떨어질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는 이상 디아나의 제안에 따르는 것밖에 방법은 없어보였다. 결국 내가 먼저 침대에 눕고, 좌우에 각각 사라와 레이아가. 그리고 내 위에는 디아나가 엎어져서 잔다는 구도로 우리는 잠을 자게 됐다. “나 지금 완전히 하렘 상태네.” “후훗. 구원씨도 참. 그렇게 고생하시고도 하나도 변하지 않으셨네요.” 아니. 뭘 이정도 가지고…칭찬하는 거 맞지? 뭔가 말에 미묘하게 가시가 돋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닌 것 같은 기분이…에이. 설마 천사님이 그럴 리가. 물론 혼자 날 독점하지 못하게 되자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짓기도 하셨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 천사님이 그러실 리가. 응. 그럴 리가 없어. “이제 같이 목욕도 하면….” “자네는 아직도 포기 안 한 겐가?!” “포기할 리 없잖아?!” “그, 그렇게 힘줘서 말할 일인 겐가…?” 위에서 가볍게 내 가슴을 토닥였던 디아나였지만, 내가 오히려 정색하고 말하자 조금 위축 되서는 중얼거렸다. 귀엽다. 오랜만에 보니까 귀여움이 배가 된 기분마저 들었다. “정말로…구원씨. 구원씨도 분명 피곤하실 테니까 너무 그렇게 장난치시지 마시고 얼른 쉬세요. 잠이 안 오시는 거라면, 제가 자장가라도 불러드릴까요?” 디아나와 장난치는 날 보고, 레이아는 고아원의 아이들을 혼낼 때처럼 일부러 엄한 표정을 짓더니 그렇게 꾸짖듯 말했다. 우리 천사님은 저런 표정조차도 아름다우시다. “아, 아니. 괜찮아. 레이아야말로 얼른 자.” 아무리 그래도 이 나이에 자장가까지 불러주는 건 조금 부끄러웠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른 애들 눈도 있고 말이다. 나중에 단 둘이 있을 때 부탁드립니다. 천사님. “구원씨가 먼저 주무시고 나면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상체를 내 몸에 꾸욱 밀착시키고는 천천히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줬다. “우오옷! 가, 가슴을 들이밀지 말게!” 그 행동으로 왠지 내 위에 있던 디아나가 스플래시 데미지를 입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천사님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니, 점점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실은 오랜만에 보는 우리 애들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바라보고 있고 싶었기 때문에, 얘들이 다 잠든 후에도 난 안 자고 있을 생각이었는데. 아까 마틸다가 나가면서 말했던 대로, 역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피로가 쌓이기는 했던 모양이다. 과연 추기경님이라고 할까? 게다가 오랜만에 맛보는 폭신폭신한 침대의 감촉과 전신에 달라붙어오는 우리 애들의 부드러운 살결의 감촉이 더해져서, 나는 어느 순간 뚝하고 정신의 끈이 끊어졌다. “…그러니까 피로를 더 확실히 풀기 위해서는 그게 필요….” “…아뇨. 디아나. 그런 거라면 제가…!” “…여, 여러분 이런 때에….” “…이런 때이기 때문일세. 얼마나 피로가 쌓였으면 이 시간까지 일어나지도 않고 있겠는가. 이 자가 항상 귀신같이 같은 시간에 일어난다는 건 자네들도 잘 알지 않는가. 레이아양은 교리가 있으니 나가 있어도….” “…디아나는 그런 취미니까 나가지 않는 편이 더 좋은 게….” “…누, 누가 그런 취미인가…!” “…아무튼 폭주할 위험이 있는 디아나보단 여기선 제가….” “…차, 차라리 제가 할 게요! 원래부터 순서를 따져보면 제….” “…하지만 레이아는 성직자니까….” “…여러분이 나가시면…!” “…아뇨. 애초에 지금은 차례랑 별로 관계가….” “…그렇다네. 어차피 레이아양은 오늘 밤에….” …뭔가 주변이 소란스러운데. 귓가에서 말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소곤소근 조요한 말소리였지만, 내 잠을 깨우기에는 충분한 소리였다. 실은 오랫동안 사람 목소리를 듣지 못했던 반동으로, 사람 목소리에 조금 민감한 상태기도 했고 말이다. “…응…무슨 말 하는 거야?” “꺄아아악!” “으햐아아앗!” “꺄앗!” 내가 눈을 뜨면서 질문을 하자, 고막을 울리는 높은 비명소리와 함께 내 얼굴 근처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던 셋이 동시에 파바밧하고 떨어져나갔다. 아니. 그 와중에도 사라는 내 팔을 꽉 껴안고 있기는 했지만. 그리고 디아나. 당황한 건 알겠는데, 사람 얼굴을 토닥토닥 때리지 마라. 그야 아프진 않지만 말이야. 오히려 마사지 받는 기분마저 들지만 말이야. “자, 자네. 일어났는가?” “구, 구원이 이렇게 늦잠을 자다니. 별 일이네.” “저, 정말이에요. 역시 무척이나 피곤하셨나 봐요.” “…….” 수상해. 엄청나게 수상해. 셋 다 뭔가 엄청나게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태도였다. “너희 방금 전까지 뭐했어?” “따, 딱히 아무 것도 안 했네만?” “…레이아?” “정말이에요. 그냥 오랜만에 구원씨 얼굴을 보니까 너무 좋아서 다 같이 빤히 보면서 얘기를 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조, 조금 너무 만지작거리긴 했지만요….” 과연. 내 얼굴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중에 내가 갑자기 일어나서 놀랐다는 건가. 천사님이 이런 걸로 내게 거짓말을 할리도 없으니,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로 했다. “거 보게! 이 몸이 뭐라고 했는가!” 방금 전까지 쫄아있던 디아나가 가슴을 쫙 펴고 갑자기 당당해진 걸 보니까 또 괴롭혀주고 싶어지기는 했지만. “애초에 레이아한테 확인을 한다는 게 맘에 안 들어. 레이아 말만 믿을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사라는 옆에서 살짝 입술을 삐죽이며 툴툴댔다. “오, 사라. 이제 좀 멀쩡해졌네.” “머, 멀쩡해졌다니, 뭐야 그 말투. 마치 내가 멀쩡하지 않았던 것 같잖아.” “아니. 실제로 멀쩡하지 않았잖아. 거의 반쯤 유아퇴행해서는 나한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도 않고.” “유화퇴행이라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심하진 않았거든?!” 뭐, 확실히 유아퇴행은 좀 과장한 말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던 모습을 생각하니 달리 딱히 떠오르는 말이 없어서. “…뭐, 아무튼 다들 잘 잤어?” “음. 자네도 푹 잔 것 같구먼.” “후훗. 얼마나 피곤하셨는지 건드려도 일어나지도 않으시는 게 귀여웠어요.” 디아나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레이아는 내 볼을 손끝으로 쿡쿡 찌르며 따스하게 웃었다. “그럼 다들 일어나자. 실비아나 마틸다도 불러서 다 같이 식사하고 저택으로 돌아가자고. 아, 그러고 보니 마법사 협회 누님들도 날 찾는 거 도와줬다면서.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누가 말했어?” “음. 괜찮네. 안 그래도 자네가 일어나기 전에 확인해보고 왔다네. 어제 레이첼양이 알려주고 갔다고 하더구먼.” “그래. 레이첼 누님이….” 과연. 여관에 안 따라오셨던 건, 그런 이유도 있었던 건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시다니. 이거 또 빚을 져버렸네. 고백 건도 포함해서, 최대한 빨리 일을 처리하지 않으면. 뭐, 그러기 위해서는 해야할 일이 상당히 많을 것 같지만 말이다. 이번에 지상으로 올라가면 할 일이 상당히 많을 것 같았다. 하지만 디아나 이 녀석. 내가 일어나기 전에 확인하고 왔다고 했지? 그러고 보니 어제 입고 있던 옷과는 다른 옷을 입고 있었다. 갈아입기까지 했으면서 굳이 또 내 위에 올라와있었던 거냐. 아니. 뭐, 별로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84==================== 후폭풍 디아나가 내 위에서 비켜난 후, 나 역시 몸을 일으켜서 침대에서 내려가려고 했다. “…사라야?” “뭐, 뭐야?” “정말로 유아퇴행 안 했지?” “아, 안 했거든?!” 그러면서도 끝내 내 팔을 붙잡고 놓지 않는 사라였다. …하아. 어쩔 수 없나. 아무래도 오늘도 사라를 떼어놓기는 힘들 것 같았다. 뭐,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사라는 원래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았었다. 그리고 그런 할아버지를 잃었을 때, 사라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거다. 어디있는지도 모를 촌구석에서 홀로 여기까지 복수를 하러 올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현재는 내가 사라에게 있어서 예전 할아버지와 비슷한 위치일 거다. 그 왜, 결혼하면 가족이잖아? 솔직히 식만 안 올렸다 뿐이지, 나랑 얘들이 하는 짓을 보면 거의 결혼한 거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니까. 그러니까 유일한 가족이라는 의미에서, 할아버지와 비슷한 위치라는 말이다. 그리고 이건 내가 멋대로 하는 추측이지만, 할아버지에 이어서 나도 정신적인 지주로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고 말이다. …아마도 그럴 지도 모른 다는 얘기지만. 아무튼 그렇게 소중한 존재를 또 잃을 뻔 한 거다. 할아버지의 죽음이 기억나기도 했을 테니, 사라가 이러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됐다. 그러니 난 사라를 떼어놓는 걸 깔끔히 포기하기로 했다. 애초에 굳이 떼어놓고 싶을 정도로 싫은 것도 아니고 말이다. 아니. 싫기는커녕 오히려 좋다. 사라 같은 애가 찰싹 달라붙어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데 기분 좋지 않은 남자가 있을 리가 없지. 심지어 평소 쿨하기 때문에 갭까지 느껴져서 더 귀엽게 느껴지는 효과도 생겼고. “…갈까.” “안 떼어놓고 그대로 가는 겐가?!” “어쩔 수 없잖아?” “으으으으음….” 디아나는 사라가 할아버지를 잃었다거나 하는 자세한 내막은 모를 테니 사라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겠지. 하지만 그래도 역시 우리의 마음씨 좋은 할머…최고 연장자. 디아나는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결국 질투하지 않고 그대로 넘어가줬다. “후훗. 사라씨도 참.” 물론 마음씨 좋게 이해하고 넘어가준 건 레이아도 마찬가지였다. 레이아는 대신 반대쪽 팔에 달라붙어서는 가슴을 밀어붙였지만 말이다. “아,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좋은 아침이에요. 모두 같이 계셨군요.” 방문을 열고 나가자, 실비아와 마틸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인사를 해왔다. 아니. 기다렸다는 듯이가 아니라, 실제로 기다린 거다. 얘들 역시도 같이 잤던 셋과 마찬가지로 내 상태를 걱정했을 테니까 말이다. “좋은 아침. 응. 뭐, 어쩌다보니.” 사실 우리 셋은 공인된 사이. 실비아와 마틸다는 그럴 마음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정확히 관계를 정립하지 않은 사이. 그러니까 셋과만 같이 잔 건 아무 문제가 없는 일이지만, 나는 공연히 미안해졌다. 실비아는 부럽단 표정으로, 마틸다는 살짝 씁쓸한 표정으로 우리 모습을 보고 있어서 더욱더. 일순 씁쓸한 표정을 지었던 마틸다였지만, 이내 다시 오만한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날 내려다보듯이 천천히 내 얼굴을 바라봤다. 뭐, 키는 내가 훨씬 크지만. “얼굴색은 좋아 보이네요.” 안색 살핀 거였냐! 헷갈리잖아! 좀 더 걱정스런 표정으로 쳐다보라고! 그러고 보니 얘, 어제부터 쭉 핑크빛 모드가 발동을 안 하는데. 원래 이렇게 지근거리에서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거의 무조건 발동했는데 말이야. …고장났나? 아니. 방금 건 표현이 좀 안 좋았다. 저주의 영향력이 약해진 건가? 라고 말하고 싶었어. 응. 아무튼 그런 거라면 오히려 여러모로 잘 된 거다. 어디 한 번 실험해볼까? “그러는 넌 여전히 좀 초췌해보이네. 모처럼 예쁜 얼굴인데 아깝잖아. 뭐라도 먹고 좀 더 푹 쉴 필요가 있겠어.” “예, 예쁜…당시인….” 응. 전혀 약해진 게 아니었다. 그냥 내가 너무 걱정되는 바람에 핑크빛 모드가 발동될 틈이 없었던 것뿐인 모양이다. 그건 그거대로 좀 기쁜 일이지만 말이다. 마틸다가 저주에 관계없이 날 좋아한다는 게 정말일 가능성이 올라가는 거니까. 아무튼 식당에 내려와서 식사를 하려고 하니, 마법사 협회의 누님들이 총출동해있었다. 마법사 협회의 수뇌진이 총출동해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 따로 없었다. 아니. 난 저택에서 자주 보지만 말이야. 저택에선 누님들도 이렇게 제대로 차려입고 있지는 않으니까. 게다가 주변의 모험가들이 기가 눌린 듯 쳐다보고 있으니 더욱더 눈에 띄었다. 4계층에 다니는, 심지어 4계층의 마을까지 온 모험가들은 수많은 모험가들 중에서도 한 줌 밖에 되지 않는, 그야말로 어디 내놔도 꿀리지 않을 사람들이지만, 과연 상대가 마법사 협회의 수뇌부 전원이라면 기가 눌릴 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디아나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그리고 덤…이 아니지. 오히려 이쪽이 본체구나. 여기엔 지고의 대마법사님도 계시니까. 그러고 보니 디아나는 로브는 두르고 있었지만, 후드까진 뒤집어쓰고 있지 않았다. 하긴. 마법사 협회의 수뇌들을 전부 모아서 소동을 피운 거다. 디아나의 정체가 안 들킬 리가 없었다는 건가. 이거 디아나가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이 희생한 모양이네. “누님들. 제 구조를 위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셨다고 들었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디아나의 머리에 손을 얹어서 한 번 쓰다듬어주고, 누님들께 감사 인사를 했다. “뭘. 디아나님의 부탁이니 당연한 것이네.” …거긴 좀 걱정했다고 말씀해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아니면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라든가. 그동안 꽤나 친해지긴 했지만, 역시나 나 따위보단 디아나가 최우선인 누님들이었다. 아무튼 마법사 협회의 누님들까지 포함해서 다 같이 식사를 하고, 우리는 곧장 지상을 향해 올라가기로 했다. 가는 도중 본 4계층의 알림판에는 내 구조가 완료됐다는 글이 붙어있었다. 3계층에서도 그랬지만, 모험가 구조 의뢰는 안내판에 붙여서 그 계층 모험가 전체에게 부탁하는 만큼, 구조가 완료됐다는 사실 역시 이렇게 알리는 거다. 모험가들이 쓸데없이 구조에 힘쓰지 않도록 말이다. 하지만, 안내판에 내 얼굴 그림이 달린 글이 올라와있으니 뭔가 미묘한 기분이었다. 특히 구조 관련 글로 붙어있으니 더욱더. …응? “저기 저건 뭐야? 떼어가지 마시오? 저런 걸 누가 떼어간다고 저런 주의 사항을….” “구, 구원은 몰라도 돼.” 내가 의아해하자, 사라가 황급히 내 팔을 끌었다. 참고로 사라 얘, 아직도 내 팔을 붙잡고 있었다. 물론 식사할 때도 계속. “아니. 몰라도 된다니. 그게 무슨….” “구원씨. 텔레포트 마법진은 저쪽이에요.” 아, 네. 천사님. 저 특유의 빛의 기둥이 보이니까 그건 아는데요. “자, 자! 빨리 가게! 저택에서 푹 쉬어야하지 않겠나!” 결국 진상은 알지 못한 채, 나는 떠밀리듯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 지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길드 앞에는 이미 바넷사가 마차 째로 대기하고 있었다. 사실 그동안 캐낸 마석도 엄청나게 많으니, 정산할 동안 레이첼 누님과 차분히 얘기를 나눌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이렇게까지 귀가할 준비가 철저히 되어있으니, 레이첼 누님과 느긋하게 얘기는 하지 못했다. 게다가 내 한쪽 팔에는 사라도 달라붙어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얘기를 할 때가 아니었고. “누님. 이번에는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뇨. 그런. 제가 발견하지 않았더라도 구원씨는 분명 알아서 마을까지 오셨을 거예요. 어차피 바로 근처였고요.” “아뇨. 아뇨. 그런. 겸손하실 거 없어요. 누님은 생명의 은인입니다. 언제 한 번 날 잡아서 제가 꼭 보답으로 식사라도 대접해드릴게요.” 때문에 난 그런 식으로 누님만 알아들을 수 있게 메시지를 보냈다. 또 한 번의 식사 대접. 하지만 이번에는 저번과는 꽤나 느낌이 다를 거라는 걸 암시하듯 강한 눈빛을 보내면서.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요. 기대 안 하고 기다릴게요.” 하지만 누님은 내 눈빛의 의미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그렇게만 말할 뿐이었다. 결국 마석 정산은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서 하지 않고, 그렇게 간단히 감사 인사만을 전한 후 나는 마차를 타고 저택으로 돌아갔다. “내가 옆에 있는데 식사대접이니 뭐니 하면서 다른 여자를 꼬드기다니.” “생명의 은인인데 그 정도는 당연하잖아.” 감이 좋은 사라는 뭔가 걸린다는 듯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아직 그렇게 얼버무렸다. 물론 레이첼 누님께 식사 대접을 하기 전까지는 우리 애들한테 승낙을 받아낼 생각이지만, 우선은 그 전에 할 일이 많았으니까. “다녀오셨습니까. 구원님.” 그리고 저택에 도착하자, 마차를 대는 건 다른 메이드한테 맡긴 바넷사가 저택의 현관문을 열면서 내게 깊숙이 인사를 했다. 물론 바넷사가 내게 다녀왔냐고 인사를 하는 건 처음이 아니었지만, 디아나가 옆에 있는데도 내 이름까지 부르면서 이렇게 인사를 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게 바로 바넷사 나름의, 내 무사 귀환을 축하하는 인사인가 보다. “그래. 다녀왔어.” 평소에 뭔가 내 취급만 좀 이상하다곤 해도, 역시 얘도 날 위하는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닌 모양이야. 나는 흐뭇한 마음으로 바넷사의 인사를 받아줬다. 내가 인사를 받아주고 나서야, 바넷사는 숙이고 있던 허리를 천천히 폈다. 지금 고개를 들 때, 바넷사 눈빛이 한 순간 날카로워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그럼 자네는 오늘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게 알겠는가?” 저택 안으로 들어가자, 디아나가 날 쳐다보고 허리에 손을 척 올린 채 그렇게 명령했다. 저 모습을 보니, 아무래도 내게 거부권은 없는 모양이다. “네. 디아나 누님. 아, 근데 누님. 질문이 있습니다.” “음. 뭔가.” “노는 건 쉬는 것에 포함 됩니…푹 쉬겠습니다.” “음.” 내 질문에 살짝 인상을 찌푸렸던 디아나는, 내가 순순히 쉬겠다고 말하자 그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직 점심시간도 안 됐는데 말이야. 침대에 가만히 누워만 있으면 오히려 더 몸이 근질근질할 것 같은데. “그럼 난 내 방에….” “잠깐 기다리게.” “응?” “사라양. 자네는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셈인가?” 날 불러 세운 후, 디아나가 더는 못 봐주겠다는 듯이 사라를 보고 한 마디 했다. “뭐, 뭐가요?” “뭐가요가 아닐세. 아침부터 식사를 할 때도, 마차를 타고도 쭈욱 계속 그러고 있지 않나. 조금 그러다가 그만할 거라 생각하고 가만히 놔뒀네만…. 이 몸도 달라붙어있고 싶은 걸 꾹 참고 있는 걸세. 지금은 이 자를 푹 쉬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안는 겐가?” “하, 하지만….” “하지만이 아닐세. 이제 그쯤해도 되지 않나. 자네. 자네도 뭔가 말 하는 게 어떤가?” “아니. 그게 말이야.” 아마 지금 강제로 떼려고 하면 사라 얘 패닉 상태에 빠질 거 같은데. 지금은 이렇게 놔두는 편이 좋지 않을까? 겉보기엔 멀쩡해 보이는 사라였지만, 이러는 걸 보면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니까. “음?” 어쩔 수 없지. 내가 사라의 할아버지에 관하 우여곡절까지 다 설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차라리 실제로 사라가 어떻게 반응할지 보여주는 편이 빠르겠다. 나는 사라가 방심한 틈을 노려서 황급히 팔을 빼내고, 사라에게서 멀리 떨어지기 위해 전력질주 했다. “아, 안 돼애애애! 구워어어언! 가지 마아아!” 그러자 잠깐 멍한 표정을 짓던 사라가, 곧바로 울먹이면서 내게 달라붙어왔다. 그리고는 곧바로 내 몸에 얼굴을 비벼대기 시작했다. “흐그윽…구워어언…구워어언…. 왜애…왜 떨어지려고 해애…?” “…봤지.” 나는 거 보라는 표정으로 그러게 말했다. 솔직히 사라의 반응이 내 생각보다도 훨씬 더 컸던지라 나도 내심 깜짝 놀랐지만 말이다. 어느 정도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이정도일 줄이야. 사라야. 유아퇴행 아니라면서. 소중한 사람을 또 잃을 뻔한 경험은 아무래도 꽤나 심각하게 사라의 마음에 상처를 준 모양이다. “이, 이게 무슨….” “뭐, 지금은 조금 봐주자고. 아마 조금 지나면 사라도 안정될 테니까.” “그, 그런가….” 디아나는 복잡한 표정으로 사라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그냥 디아나도 레이아도 같이 있자.” “음? 하지만 자네는 쉬어야….” “방금 전까지 푹 자다 온 건데, 쉰다고 해봤자 어차피 바로 잘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괜찮잖아. 디아나도 내 얼굴 보고 있고 싶지 않아?” “그, 그거야….” “레이아도 그렇지?” “네! 물론이에요!” “결정됐네. 오늘은 다 같이 느긋하게 같이 보내자고.” “으, 으음….” 연장자로서 일부러 그렇게 행동했던 것뿐이지, 디아나 역시도 내게 어리광 부리고 싶은 건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우리는 결국 오늘 하루는 그렇게 다 같이 보내기로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85==================== 후폭풍 “실비아랑 마틸다도….” “아, 아닙니다!” “…응?” 당연히 실비아나 마틸다도 포함해서 다 같이 느긋하게 보내려고 했는데, 어째선지 실비아가 맹렬히 고개를 저었다. “저, 저기, 그러니까 그게…!” “오늘은 네 분이서 느긋하게 보내세요. 저희도 그정도 눈치는 있어요. 그렇죠? 실비아씨?” “넵! 바로 그겁니다!” 당황하는 실비아를 마틸다가 바로 커버해줬고, 실비아는 마틸다의 말을 긍정하며 맹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그렇게까지 신경써줄 필요는….” 어젯밤에도 너희 나간다음 우리끼리 다 같이 잤는데. 아침에 방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알잖아? “그럼 저흰 볼 일이 있어서 이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비아와 마틸다는 둘이서 사이좋게 물러나버렸다. 안 그래도 레이첼 누님이랑 먼저 키스해버린 것 때문에, 적어도 레이첼 누님에게 제대로 다시 고백하기 전까진 실비아와 마틸다의 관계를 좀 더 진전시키려고 했는데. 전에 말했던 레이첼 누님과의 관계를 확고히 하기 위한 사전 작업 중 하나가 바로 그거였다. 하지만 이래서야 오늘은 아무래도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네. 저 둘이 모처럼 저렇게 호의를 베풀었는데, 그걸 또 붙잡고 늘어져서 사이를 진전시키려하는 것도 뭔가 좀 아니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말이다. 오늘은 그냥 넷이서 오붓하게 보내기로 하자. 그렇게 모처럼 넷이서 하루를 보내게 된 우리는, 정말로 별 다른 일은 하지 않았다. 그냥 차를 마시며 담소만 나눴을 뿐이었다. 하지만 18일이라는 시간이 길기는 길었던 건지, 그렇게 대화만 하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끊이지 않았다. 주로 우리 애들이 날 찾는 동안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말하고, 나는 일방적으로 들어주기만 했다. 조난당한 18일에 관해서 나는 할 말이 그다지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 애들 상대로 할 말이 없는 것이지만 말이다. 만약 사내새끼들만 모인 자리였다면 내가 18일 동안 얼마나 엄청난 모험담을 했는지 있는 말 없는 말 다 섞어가며 일장연설을 했겠지만, 얘들한텐 그랬다간 괜히 더 걱정만 끼칠 테고. 특히 사라. 아까 내가 조금 떨어지려고 하니까 패닉상태에 빠졌던 걸 생각해 봤을 때, 그런 얘길 했다간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짐작도 가지 않는다. “자네가 그 향유고래에 휩쓸린 후, 사라양이 얼마나 엉엉 울어 대던지.” “후훗. 정말로요. 사라씨가 그렇게 흐트러지실 줄은 생각도 못 했어요.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라씨도 구원씨가 너무 좋아서 어쩔 수 없는 거네요.” “뭐, 뭣…! 레, 레이아!” “뭘 부끄러워하냐. 다 사실이잖아. 안 그래? 자, 사라야. 너무 좋아서 어절 수 없는 이 오빠 품에 더 안겨도….” “시, 시끄러워! 구원은 조용히 해!” 내가 너스레를 떨자, 사라가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려왔다. 후하하핫! 다시 안 아프다! 무투가 레벨이 오르면서 내구 스탯도 다시 엄청 올랐거든! …덕분에 내구 스탯이 한 층 더 한계치에 가까워져서, 이제는 레벨을 올릴수록 내구 스탯이 공중 분해될 일만 남았지만. 크흑. 그때 보너스 스탯을 내구에 퍼붓지만 않았어도…. 뭐, 우울한 얘기는 접어두고, 아무튼 보시는 바와 같이 사라는 일단 다시 멀쩡해진 상태였다. 뭐, 겉보기만 그런 것처럼 보일 뿐이지만 말이다. 실제로 이렇게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리는 와중에도, 한 손은 내 옷 소매를 단단히 붙들고 놓아주지 않고 있었다. 아마 이거 슬쩍 빼버리면 또 유아퇴행해서 엉엉 울지 않을까? “애초에 그렇게 따지고 보면 디아나도 레이아도 마찬가지였잖아요!”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줄은 꿈에도 모르고, 사라는 평소의 쿨한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강한 척을 해댔다. “무슨 소리인가. 이 몸은 정확한 판단으로 자네들을 위까지 이끌지 않았나.” 사라의 반격에도 디아나는 당당하다는 듯이 가슴을 쭉 펴고 말했지만 말이다. “뭣이?! 디아나는 내가 조난당해도 냉정했다고?! 사, 사랑이 식은 거야…?” “왜 그렇게 되는 겐가! 그 대놓고 연기인 것이 보이는 충격 받은 표정 그만두지 않겠는가! 그땐 냉정하게 대처를 했어야 자네를 구할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올라가지 않았겠는가! 이 몸은 자네를 위해서 감정을 죽이고 정확한 판단을 한 걸세!” “그것도 다 나이…크흠. 그건 인정하지만, 위로 올라와서는 패닉 상태에 빠졌잖아요. 낭군님의 위기일세! 자네들 빨리 가게! 빨리! 빨리! 낭군님을 찾는 걸세!” 아, 지금 나이 얘기 하려다가 접은 거지? 아무리 사라라도 디아나의 나이까지 공격하는 짓은 도저히 못하겠는 모양이다. “그, 그 정도는 허용범위 아닌가?!” “허용범위 치고는 꽤나 반응이 격렬했는데요. 울기까지 하면서. 우에엥…낭구…낭군니미이이….” 야. 넌 또 왜 이렇게 디아나한테 딜을 넣는 거야. 하여간 조금만 부끄러워지면 딜 미터기를 터뜨려버리려고 한다니까. 누가 용사 아니랄까봐. 꽤나 실감나게 디아나의 성대모사를 하는 사라를 보고, 나는 디아나를 도와주기 위해서 살짝 사라가 잡고 있던 팔을 빼봤다. “낭구…엣? 우, 우에에엥! 왜애?! 왜애애?! 지금 왜 뺏어어?” 그러자 디아나의 우는 모습을 실감나게 연기하던 사라가 잠깐 상황 파악이 안 된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진짜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아니. 그, 미안. 응.” 아니. 그러니까 반응이 너무 심하잖아. 도망간 것도 아니고 그냥 팔만 뺀 거잖아. 좀 침착하라고. 그래도 대화하면서 시간이 좀 지났으니까 조금 증상이 완화됐을 줄 알았는데. “구원씨. 아무리 장난이라도 해도 좋은 장난과 안 좋은 장난이 있어요. 지금 사라씨는 조금 불안정한 상태니까요. 조심하세요.” 그리고 레이아도 이번 내 행동이 심했다고 생각하는 건지, 일부러 엄한 표정을 지으면서 날 꾸짖었다. “넵. 죄송합니다.” 나는 순순히 사과하고 사라의 손에 깍지를 끼고 잡아줬다. “훌쩍…진짜…이 바보가….” 그러자 사라는 다시 점점 제 상태를 찾아갔다. 바보라고 하면서 강한 척은 하고 있지만, 여전히 코를 훌쩍이는 걸 보니 역시 나랑 떨어지는 게 상당히 무서운 모양이었다. “그래서 사라양. 이 몸이 뭐가 어땠는지 다시 한 번 말해보겠나?” “…우….” “훗.” 야. 디아나. 넌 내가 도와준 거잖아. 오랜만에 이겼다고 우쭐해하지 마라. “한 때는 어떻게 되는가 싶었지만, 지나가고 나니 그런 얘기를 하면서 이렇게 웃고 떠들 수 있구먼.” 하지만 우쭐한 건 잠시. 디아나는 사라에게 추격타를 넣지 않고 그냥 얘기를 마무리 지었다. 지금 뭔가 엄청 좋은 얘기인 것처럼 마무리 지었지만 말이야, 전혀 좋은 얘기가 아니니까. 너랑 사라가 언제 웃고 떠들었냐? 서로를 치부를 무자비하게 후벼 파며 공격해댔지. “후훗. 그러네요. 게다가 구원씨의 얼굴을 볼 때 전보다 더 행복한 기분이 드니까요.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네요.” 천사님은 예외다. 천사님은 언제나 좋은 얘기만 하신다. 저도 천사님 얼굴을 보니까 전보다 더 행복한 기분입니다. “레이아…. 응. 나도.” “이, 이 몸도! 이 몸도 자네 얼굴을 보니 행복하네!” 나와 레이아가 지그시 마주보자 위기감을 느낀 건지, 디아나가 끼어들어서는 분위기를 흐트러뜨렸다. 얼굴이 새빨간 걸 보니, 일단 다급해서 말하긴 했지만 부끄럽긴 한 모양이다. 그야 그렇겠지. 저런 말. 우리 천사님이니까 가능한 거지. 보통은 부끄러워서 솔직히 입 밖으로 못 내뱉지. “아, 응. 그래.” “자네 반응이 너무 다른 것 아닌가!” “원래 이런 건 후발주자한테 불리한 법이야. 그리고 디아나 얼굴은….” “뭐, 뭔가?! 이 몸의 얼굴이 어쨌다는 겐가?!” 내가 이리 오라고 손짓하자, 디아나가 불안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나는 그런 디아나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고, 사라나 레이아에게 들리지 않도록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네 얼굴은 심심할 때마다 영상으로 봤거든.” 뭐, 실은 더 그리워져서 한 번 보려다 제대로 못 보고 그 이후론 봉인해뒀지만. “뭐, 뭐, 뭣…!” 귓가에 닿는 내 입김에 살짝 간지럽다는 듯 목을 움츠렸던 디아나는, 내가 그런 말을 할 거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는지 딱딱하게 굳어져버렸다. “신세졌습니다.” “무, 무슨 신세를 졌다는 겐가아아!” 내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면서 합장하자, 디아나가 재빨리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려대기 시작했다. “에이. 알면서.” “자, 자네느은…자네란 사람으은…!” “디, 디아나씨? 왜 그러세요?” “수상해….” “자, 자네들은 몰라도 되네!” 물론 디아나가 갑자기 이렇게 행동하니 나머지 두 사람은 의아해할 따름이었고, 그 때문에 디아나는 더 당황한다는 부의 스파이럴이 이어졌다. “아니. 실은 말이지.” “자네도 그 입 다물게!” 내가 장난삼아 말하려는 척을 하자 디아나가 한 손으로 내 입을 막고 나머지 손으로 내 가슴을 톡톡톡 두들겨댔다.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마침 점심 식사 준비가 끝났음을 알리러 바넷사가 찾아왔다. “후우. 디아나도 실컷 놀렸으니까 이제 밥이나 먹으러 갈까.” “자네느은! 자네느은!” “구원씨도 참. 디아나씨를 너무 귀여워하신다니까요.” “이게 어디가 귀여워하는 겐가아?!” “일단 제일 어린 건 난데….” “뭐야. 사라. 질투해?” “그, 그럴 리 없잖아?! 바보!” “오빠라고 불러주면 사라도 놀려줄게.” “그, 그러니까 필요 없다고 했잖아! 누가 오빠라고….” “훠이.” “오빠아아! 사라 버리고 가지 마아아…!” 그렇게 평소대로…아니. 사라는 평소랑 조금 다르지만. 아무튼 떠들썩하게 떠들며, 우리는 우르르 식당으로 향했다. “어? 실비아하고 마틸다는?” 식당에는 이미 마법사 협회의 사람들까지 전부 모여 있었지만, 딱 실비아와 마틸다의 모습만이 보이지 않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마틸다는 그렇다 쳐도, 실비아는 무조건 나보다 빠르니까. “두 분은 나중에 따로 드신다고 하십니다.” “응? 둘 다?” “네.” …그러고 보니 아까 아침에. 마틸다가 나가면서 저희는 볼일이 있어서 가본다고 했었지. 그냥 한 말이 아니라, 정말로 실비아랑 둘이서 볼 일이 있다는 뜻이었나? 하지만 둘이서 대체 어떤 볼일이? 물론 우리 파티원들은 나 빼고도 다들 사이가 양호하다. 실비아는 그 태도 덕분에 처음부터 파티에 잘 녹아들었고, 마틸다 역시도 주위에 남자만 없으면 멀쩡한 성격이기 때문에 다들 두루두루 다 친하게 지내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실비아와 마틸다가 둘이서만 대체 무슨 볼 일이 있다는 건지는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둘이 지금 뭘 하고 있는데? 나중에 따로 먹는다는 건, 일단 저택 안에 있기는 한다는 거지?” 뭐, 애초에 마틸다가 함부로 어딜 나갈 형편도 아니고. “…글쎄요. 전 잘 모르겠습니다.” 엄청나게 잘 알고 있다는 반응인데. “그럼 걔들 지금 어디에 있는데? 그것도 모르는 건 아니지?” “…욕실에 계십니다.” 아아. 과연. 씻고 있는 중이었나. 무슨 이런 시간에 목욕을 하나 싶기도 했지만, 아무튼 그렇다면 굳이 바넷사가 뭘 하고 있는지 대답을 안 한것도 이해가 갔다. 아니. 내가 무슨 욕실에 난입해서 이상한 짓을 하거나 하는 것도 아니니까, 그냥 목욕중이라고 얘기해줬으면 좋을 텐데. 아니면 나한테 말 못할 다른 사정이라도 있는 건가? “그래. 아무튼 알았어.” 뭔가 미묘하게 찝찝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우리는 일단 실비아와 마틸다 없이 식사를 했다. “너희는 먼저 가있어. 난 잠깐 화장실 좀….” 그리고 아무래도 뭔가 찝찝함을 느낀 나는, 식사를 마친 후 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살짝 실비아와 마틸다가 뭘 하는지 보고 오기로 했다. 합법적으로 욕실을 엿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든가, 그런 생각을 한 게 결코 아니다. 다만 식사까지 거르면서 둘이 이 시간에 목욕을 한다는 건 역시 이상하잖아? 그래서 신경 쓰인 것뿐이야. 응. 하지만 그런 내 시도는, 시작도 하기 전에 가로막혔다. 바로 우리 쿨한 얼굴의 유아퇴행녀의 손에 의해. “…사라야. 나 화장실….” “응. 가면 되잖아.” “…이걸 놔줘야 가지 않겠니?” “안 놔줄 거야. 신경 쓰지 말고 가.” “…안 놔주면 화장실까 따라오게 될 텐데? 내가 볼 일 보는 모습도 보게 될 텐데?” “응. 난 신경 안 써.” “난 신경 쓰거든?! 얍!” 나는 사라가 방심한 틈을 타서 팔을 빼내고, 전력으로 욕실을 향해…. “으아아아앙! 구원어언! 사라 두고 가지 마아아!” 도망갈 수 없었다. “구원씨! 사라씨는…!” 게다가 우리 천사님까지 저러시니 더더욱. “네. 죄송합니다.” 나는 결국 순순히 사과를 하고 사라에게 다시 내 옷 소매를 쥐어줬다. 그러자 또 순식간에 울음을 그치는 사라였다. 이 녀석…혹시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겠지? 아니. 그건 아닌가. 그 자존심 높은 사라가 연기로 이렇게 엉엉 울 수 있을 리가 없지. 뭐,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면 그건 그거대로 더 곤란하지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어차피 나중에 풀 떡밥도 아니니 여기서 설명하자면, 게시판은 그냥 별 거 아닌 내용이었습니다. 공고문에 구원 얼굴이 걸려있으니 사람들이 계속 떼가려고 해서 경고문을 붙여놓은 것뿐입니다. 영상의 파급 효과에 관련된 짤막한 얘기였죠. 아, 그리고 피임 마법은 디아나가 물건을 만지작 거린 시점에 이미 다시 건 상태였습니다. 1인칭 시점이라 구원이 눈치를 못 채서 묘사가 안 된 것 뿐이에요. 486==================== 후폭풍 “뭐해. 빨리 싸.” 그래서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냐면, 사라랑 같이 화장실에 들어와 있었다. 원래 화장실 같은 데 올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말이야. 그런 소동까지 벌여놓고 ‘역시 화장실에 안 갈래.’라고 해버리면 의심받을 거 아니야? 그럼 방금 전에 그 소동까지 부렸던 건 뭐냐고. 사라를 떼놓고 어디로 가려고 했었냐고. 그렇게 추궁당하면 할 말이 없어져버리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마렵지도 않은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왔다는 얘기다. “적어도 문밖에서 기다리면 안 되냐? 어차피 문 앞에서 지키고 있으면, 내가 어디 도망갈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오빠는 사라를 버리고 어디에도 가지 않을 테니까….” “헛소리하지 말고 빨리 싸기나 해.” …이상하다. 분명 상식적인 얘기를 하고 있는 건 내 쪽일 텐데, 내가 일방적으로 헛소리하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어. 심지어 화장실 안에서, 볼 일 보려는 내 소매를 붙잡고 있는 애한테 이런 소릴 듣고 있어. “야. 진짜로 긴장 되서 안 나온단 말이야. 좀 나가라.” “뭘 이제 와서. 어차피 구원이랑 나는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잖아?” 사라는 당혹해하는 내 반응에,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 혹시 즐기고 있는 건가? 날 놀리면서? 그렇다면 아주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거라고 말해주지. 사라. 네가 지금 놀리려고 한 남자는, 네가 평소에 말하고 다니는 대로 바보에 변태라고. 이런데서 놀림당하고 내가 상식적으로 행동할 거 같아? “그럼 싸봐.” “뭐, 뭐어?” “어차피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라 상관없는 거잖아? 그럼 사라가 먼저 싸봐.” 나는 손가락으로 변기를 척 가리키면서 당당하게 요구했다. “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쌀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 당연히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사라의 대답을 듣고,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오호라. 쌀 수 없다라. 어째서 쌀 수 없는 걸까요? 응? 사라양. 방금 전까지는 그렇게 나보고 빨리 싸라고 말하시던 분이. 심지어 같은 공간에 있을 뿐만 아니라, 은근슬쩍 곁눈질로 내가 싸는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까지 하려고 하셨던 분이. 응?” “과, 관찰은 안 했거든!” 응. 마지막은 그냥 흥이 나서 덧붙여본 것뿐이야. 반응을 보니까 진짜로 곁눈질하고 있었던 모양이지만. “그럼 어디 저한테 제대로 설명을 해주실 수 있는 거겠죠? 왜 쌀 수 없는 건지. 응?” “그, 그게…자, 봐. 마렵지도 않은 걸 억지로 쌀 수도….” “오호라! 마렵지 않다! 아침 식사가 끝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대화하면서 차를 몇 잔이나 마시고, 심지어 방금 전에도 비프슈트를 맛있게 드셨던 사라양은 소변이 전혀 마렵지 않다?” “그, 그래! 뭐 문제 있어?!” “그럼 기다릴게.” “뭐, 뭐어?!” “마려울 때까지 기다릴게. 어차피 하루 종일 안 쌀 건 아닐 거 아냐? 하긴 어차피 내가 일을 볼 때도 따라온 사라니까, 당연히 사라가 일을 볼 때도 내가 붙어있어야 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이왕 왔으니 기다려줄게. 자, 언제든지 싸도 좋아. 난 방광이 터지는 한이 있어도 사라가 먼저 쌀 때까지 기다릴 테니까.” “으, 으아아…아아….” 날 따라 화장실까지 같이 들어온 주제에 정작 자기가 볼 일을 볼 때의 일은 상정하고 있지 않았는지, 사라는 말문이 막혀서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자! 자아! 아님 뭐야?! 하루 종일 안 쌀 거야?! 어차피 오늘 종일 나한테 붙어있을 생각이잖아?! 아님 뭐야? 치사하게 자기가 볼 일 볼 때만 떨어질 생각이야?!” “우, 우아으으…. 으으읏…! 에잇!” 내가 계속 몰아붙이자 나 소매를 잡고 있지 않은 쪽 손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당황하던 사라는, 결국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갑자기 자기 바지를 확 아래로 내려버렸다. 아니. 아예 속옷도 같이 내려버린 건지, 사라의 예쁜 음부가 소스란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우왓! 너 뭐하냐?!” “시끄러! 구원이 싸라고 한 거잖아!” 당황하는 내게 아예 정색하고 그렇게 외친 사라는, 그대로 변기에 앉아서 자세를 잡았다. …진짜냐. 심지어 이럴 때조차 내 소매는 놓지 않고 있어. 그리고 잠시 후, 쪼르르르하고 맑고 고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귀, 귀 막아!” “네가 소매 붙잡고 있어서 못 막아.” 한 쪽 귀는 막을 수 있겠지만, 그래서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는 내 소매를 놔주지 않았다. 이쯤되면 진짜로 중증이다. 아니. 유아퇴행 증상을 보일 때부터 이미 충분히 중증이었지만. “으으으으….” 사라는 한 손으로 내 소매를 놔주지 않고, 쪼르르하는 자신의 오줌 소리를 들으며 부끄러움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니. 어쩌면 그냥 소변을 본 후 반사적으로 떠는 것일…아니. 그건 아닌가. 느낌이 좀 달라. 아무튼 그거 봐라. 부끄럽지? …실은 나도 부끄럽다. 왜 사라가 이러고 있는 나까지 부끄러워야하는 거냐. 심지어 사라는 뒤처리를 할 때까지 날 놓아주지 않고 한 손으로 완벽하게 끝냈다. 하지만 또 하나의 난관이 사라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일을 봤으면 손을 씻어야 한다는 커다란 난관이. 이것만큼은 두 손을 쓸 수밖에 없겠지. 자, 사라. 어떻게 할 거냐? “…내 허리 감싸 안고 있어.” 완전히 뒤처리를 하고 바지를 올려 입은 사라는, 부끄러운 나머지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면서도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 “소, 손 씻을 동안 허리 감싸 안고 있으라고!” …진짜냐. “절대 놓으면 안 돼? 절대야?” “알았다니까.” 그리고 내가 시키는 대로 뒤에서 허리를 감싸 앉아도, 사라는 좀처럼 내 소매에서 손을 떼려고 하지 않았다. “정말이야? 놓으면 나 울 거니까?” 일견 귀엽게 들리는 협박이었지만, 진짜로 울어버리는 걸 벌써 몇 번이나 목격한 나로서는 이 협박이 상당히 무섭게 다가왔다. “빨리 씻기나 해라.” 이 이상한 공간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었던 나는, 뒤에서 가만히 사라를 안아주며 그렇게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빨리 디아나랑 레이아에게 합류하고 싶어. 하지만 이 공간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자, 이제 구원이 쌀 차례야.” 손을 씻고 다시 내 소매를 단단히 잡은 사라가, 날 향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며 그렇게 말했던 거다. “아니. 난 사라가 싸는 것만 봐도 후련해서….” “헛소리하지 말고 싸.” ‘난 네가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 같은 느낌으로 말해봤지만, 당연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아니. 정말로 별로 안 마렵….” “잔말 말고 싸.” 무섭다야. 뭘 그렇게 쳐다보냐. 아까까지는 내 소매를 놓지 않기 위해서 빨리 싸라고 종용했다면, 지금은 완전히 내가 싸는 걸 보기 위한 목적으로 협박해오는 사라였다. 혼자 부끄러운 꼴을 당할 수는 없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아니. 하지만 말이야. 실은 내가 싸기 위해선 중대한 문제가 하나 있어.” “또 뭔데?” “남자는 말이지. 여자랑 다르게 두 손으로 잡아서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하지만 네가 이렇게 소매를…우오옷!” 내 변명을 듣자마자, 사라가 한 손으로 내 바지를 내려버리더니, 그대로 내 물건을 손으로 붙잡고 각도를 조절했다. 사라야. 화끈하구나. 내 소매만 놓으면 유아 퇴행하는 주제에. “자, 이제 됐…왜 커지는 건데?” “…생리적 현상이야. 그래. 한 발 빼주면….” “죽여.” “넵.” 나는 결국 마나를 이용해서 물건을 죽이고 사라가 보는 앞에서 소변을 봐야했다. 남이 이렇게 조준까지 해주는 상태에서 싸는 거, 의외로 엄청 굴욕적이더라고. “후흐흐흥.” 그리고 각자의 부끄러운 모습을 서로에게 보이고 보여준 후, 사라는 드디어 비겼다는 듯이 얼굴 표정을 풀었다. 아니. 풀어진 정도가 아니라, 기분 좋아 보이기까지 했다. 젠장. 이 지는 거 싫어하는 유아 퇴행녀 같으니라고. 충격이었던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화장실 갈 때 정돈 좀 놓고 있어도 괜찮잖아. 혼자만 개운한 표정 짓고 말이야. 때문에 나는 돌아가자마자 사라에게 소소한 복수를 하기로 결심했다. “늦었구먼.” “큰 거였어.” “뭣…! 사, 사라양…?!” “바, 바보! 야! 아, 아니에요! 아니에요! 디아나! 레이아! 그런 거 아니에요!” “사라가 소매를 안 놔줘서 힘들었어.” “이 바보! 야!” “심지어 사라도 싸느라 늦었어.” “잇…우에에엥…왜애? 왜 거짓말하면서 괴롭혀어? 사라, 나쁜 짓이라도 했어어?” “구원씨이…!” 그리고 결국, 극도로 당황한 사라가 순간적으로 내 소매를 놓고 말았다. 이후의 결과는 뭐, 상상하시는 대로다. 젠장. 사라 녀석. 유아 퇴행 좀 했다고 진짜 어린애가 된 건 아닌데. 어린애 좋아하는 레이아까지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서는. 아무튼 일이 이렇게까지 되고 나니, 슬슬 사라에게 본격적으로 심리 치료 같은 거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물론 사라가 계속 내게 딱 달라붙어 있으려고 하는 게 싫은 건 아니지만, 계속 이러면 불편하니까 말이다. 단적인 예로 오늘 밤은 레이아 차례잖아. 사라의 상태가 이래서야 도저히 레이아와 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사라. 지금부터 훈련이다.” “훈련? 뭘?” 내 소매를 잡고 다시 안정 된 사라에게, 나는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 “내게 떨어지는 훈련 말이야.” “왜? 쭉 이러고 있으면 되잖아?” 하지만 사라는 애초에 훈련의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내 소매를 단단히 붙잡은 채,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오히려 내게 되물었다. 하지만 저런 반응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말씀. “큰 일 볼 때도?” “훈련하자.” 그렇게 사라의 유아 퇴행 증상 치료가 시작됐다. 도우미는 물론 같이 있는 디아나와 레이아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우선은 조금씩 조금씩 거리를 벌려본다든가?” 치료하면 역시나 우리 중에선 레이아가 전문이지만, 과연 레이아도 이런 증상의 치료에 관해선 자세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사라. 해볼래? 일단 1센티미터 정도만 떨어지는 걸로.” “…응.” 하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나와 사라는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전부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사라는 대답만 했을 뿐, 좀처럼 내 소매에서 손을 놓으려하지 않았다. “사라?” “아, 알고 있어. 잠깐만 기다려봐. 후우…후우…. 읏…우, 우으으으…우에엥.” 진짜냐. 이정도로 살짝 놓는 것도 안 되는 거냐. 레이아가 제시한 치료법은 첫 번째 단계부터 실패로 끝나게 됐다. “이 몸도 자세한 건 결코 아니네만…심리적인 문제이니만큼 정신적으로 안정을 시키는 게 좋지 않겠는가?” 다음은 디아나가 제시한 치료법. “…일리 있군. 좋아. 사라. 내 눈 똑바로 봐.” “으, 응….” 내가 정면에서 빤히 두 눈을 마주바라보자, 사라는 살짝 쑥스럽다는 듯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두지 않겠다는 듯이 사라의 양 볼에 손을 가져다 대서 얼굴을 고정시키고, 날 똑바로 바라보게 만들었다. 그리고 한껏 분위기를 잡아서 사라가 안심할 수 있을만한 말을 속삭였다. “들어봐. 사라. 난 어디에도 가지 않아. 쭉 네 곁에 있을 거야. 너의 든든한….” “옆에서 저러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뭔가 울컥울컥 하는구먼.” “지, 진정하세요. 디아나씨.” 외야의 방해만 없었다면 좀 더 완벽했을 텐데. 디아나 저건 자기가 제시한 방법이면서 말이야. 뭐, 기분은 모르는 것도 아니지만. “거기. 분위기 잡는데 좀 조용히 좀 해주시지. 크흠. 아무튼 중요한 건, 우리 몸의 거리가 조금 멀어진다고 해서 마음의 거리까지 멀어지는 게 아니라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지?” “…응.” “그리고 난 성자야. 여신님이 사명을 맡기고 내려 보낸 성자. 웬만해선 죽거나 하지 않는다고. 그러니 너흴 놔두고 먼저 사라지거나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안심해. 오빠 믿지?” “…응. 믿어….” 좋아. 중간에 방해가 좀 있기는 했지만,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거라면 할 수 있어. 나는 사라의 뺨에 가져다댔던 한쪽 손을 살며시 내려서, 사라의 팔뚝을 잡았다. 그 손은 사라가 내 소매를 잡고 있는 손이기도 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팔뚝을 겹치듯 마주잡고 있는 모양새가 됐다. 그 상태에서 천천히 팔뚝을 쓰다듬듯 손을 당기자 사라의 팔이 가늘게 떨리며 힘이 빠졌고, 소매를 잡고 있던 손이 떨어졌다. 물론 아직 내 손이 닿고 있기 때문에 방심할 단계는 아니지만, 나는 반쯤 성공을 확신했다. 하지만 내가 살며시 그 팔뚝에서 손을 떼는 순간…. “우에에엥…구워어어언…놓지 마아아….” 이런. 이것도 안 되는 건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87==================== 후폭풍 그 이후에도 여러 방법을 시도해봤지만, 그 어떤 방법을 사용해 봐도 사라는 내 몸에서 손을 놓자마자 엉엉 울어댔다. 결국 그렇게 전혀 해결책을 찾지 못한 채로 저녁 시간이 와버렸다. 이거 좀 심각한데. 어차피 날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난 거니까, 하루정도 붙어있으면서 안심시켜주면 금방 나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되고 나니, 나도 슬슬 사라가 심각한 상황이란 걸 인지하게 됐다. 게다가 이래서야…. 힐끔 옆을 쳐다보니, 디아나와 레이아도 사라를 바라보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내 옆에 계속 딱 붙어있는 모습에 평소 같으면 질투라도 하겠지만, 지금은 질투하기도 애매한 상황. 사라도 너무 날 독점하고 있으니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평소처럼 당당하지 못하고 조금 약해진 표정으로 우릴 바라보고 있었다. “저녁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일단 밥이나 먹으러 갈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됐지만, 나는 일단 그 고민을 뒤로 미루기로 했다. 저녁 식사 후에 보통 내가 뭘 하는지 생각해보면, 정말로 조금 뒤로 미룬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어쩔 수 없잖아. 딱히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으니까. 바넷사의 안내에 따라 식당으로 가니, 이번엔 제대로 실비아와 마틸다가 자리에 앉아있었다. 뭐, 실비아는 언제나처럼 구석 자리에 있었지만. “오, 실비아. 마틸다. 낮엔 뭐하고 있었어? 점심도 거르고.” “딱히 당신한테 말할만한 일은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점심에 빠진 건 미안해요. 그냥 조금 바빴거든요.” “그런가.” 그렇게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하는 마틸다였지만, 나는 뭔가 석연치 않음을 느꼈다. 마틸다의 머리카락이 촉촉하게 젖어있었던 거다. 물론 마틸다뿐만 아니라, 실비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대체 뭐지? 점심에도 욕실에 있었다고 했는데, 설마 지금까지 씻은 것도 아닐 테고. “실비아?” “네, 넵?!” “솔직히 말해. 너 어디서 뭘….” “자, 잠깐만요! 여자의 비밀을 그렇게 억지로 캐내려고 하는 건 매너 위반이라고요!” 아무래도 뭔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내게 절대 거역하지 못하는 실비아를 통해 알아내보려고 했지만, 그 전에 마틸다가 황급히 내가 질문하는 걸 저지했다. 역시 뭔가 숨기고 있는 게 확실하군. 솔직히 마틸다 상대로도 캐물어내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말이야. 그냥 핑크빛 모드에 빠지게만 만들면 알아서 술술 말해줄 테지만…나는 일단은 그냥 물러나주기로 했다. 매너 위반이라는 마틸다의 주장이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비아와 마틸다 둘이서 행한 여자의 비밀이라니…엄청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후우. 홍차가 맛있네요.” “그, 그러네.” 그리고 결국. 이 시간이 오고 말았다. 저녁을 다 먹고, 우리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면서 좀처럼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택에서 저녁을 먹은 다음에는 보통 그날 차례인 애랑 흐뭇한 시간이 시작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오늘 차례는 레이아. 레이아는 보통 자기 차례인 날에는 큰 욕실에서 씻지 않고 나랑 같이 씻는 만큼, 평소 같았으면 곧장 레이아와 방으로 돌아갔을 거다. 하지만 오늘은 사라의 상태가 이래서야…. 나는 여전히 한 손으로 내 옷자락을 붙잡고 있는 사라를 힐끔 쳐다봤다. 사라도 레이아한테 미안한 걸 알긴 아는지, 제대로 레이아와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찻잔에만 시선을 집중시킨 채 차를 홀짝홀짝 마시고 있었다. 아마 평소 같았으면, 일단 사라와 레이아의 차례를 바꾸는 걸로 하루를 넘겼을 거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상황이 특수했다. 오랜만에 날 만나서 오랜만에 관계를 가지는 날. 아무리 마음이 넓고 양보를 잘 하는 레이아라고 하더라도, 이런 날까지 선뜻 양보할 기분이 들지는 않을 거다.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지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는 것일 테고 말이다. 분명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는데, 미묘하게 긴장된 공기가 식당 안을 지배하고 있었다. …아니. 디아나 넌 그런 분위기 풍기고 있을 필요 있냐? 아직 네 차례는 멀었잖아. 하지만 아마 이대로라면, 레이아가 사라에게 차례를 양보하는 걸로 결론이 나겠지. 선뜻 말을 꺼내고 있지 못할 뿐, 결국 우리 마음씨 착한 천사님은 그런 성격이니까. 하지만 그래서는 그냥 레이아가 희생하는 것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되기 전에, 나는 식사를 하면서 생각하고 있었던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로 했다. “아…그, 오늘 밤은 말인데.” “읏…! 네에….” 내가 입을 열자, 레이아의 어깨가 깜짝하고 떨렸다. 표정은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나는 그 미소 속에 숨겨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머리위의 두 귀도 앞으로 축 처지듯 접혀있었고 말이다. 아마 내가 사라와 차례를 바꿔주길 부탁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천사님. 제가 그런 일방적으로 천사님이 슬퍼할만한 부탁을 할 리가 없잖아요? “오늘 밤은 다 같이 자자.” “네. 알겠……네에?” 고개를 끄덕이던 레이아가 깜짝하고 얼굴을 들더니 자기가 잘못 들은 거 아니냐는 표정으로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름다우시면서 귀엽다니. 역시나 천사님은 최고야. 그리고 천사님. 잘못 들은 거 아니에요. “푸우우웁!” 그리고 옆에서는 디아나가 성대하게 차를 뿜었다. “우왓! 디아나! 너 갑자기 뭐하냐?!” “콜록! 콜록! 그, 그건 이 몸이 할 말일세! 변태다 변태다 생각은 하고 있었네마는! 사라양이 저렇게 된 걸 핑계로 그런 계획을 꾸미다니! 자네란 남자는! 자네란 남자는! 부끄럽지도 않은 겐가아!” “진짜 미쳤어! 미쳤어! 진지한 얼굴로 무슨 말 하나 했더니!” 디아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내게 달려들어서 무자비한 토닥토닥 공격을 내 가슴에 퍼부어댔고, 사라 역시도 깜짝 놀라서 내 팔을 찰싹찰싹 때려댔다. 아니. 나 지금 엄청 좋은 제안 한 거 같은데. 괜히 순서를 바꾸면 사라도 괜히 레이아한테 미안할 테고, 레이아도 이런 때마저 날 양보해야한다는 사실에 씁쓸할 거다. 그러니 다 같이 자는 거다. 엄청 좋은 제안이잖아. 그런데 왜 이런 소리를 들어야하는 거지? 게다가 사라. 난 지금 널 커버 쳐주고 있는 거라고. “너희들 무슨 말 하는 거냐. 어제처럼 그냥 다 같이 자자고. 다 같이 섹스 하자는 게 아니라. 이 변태들아.” “아, 아, 아아아….” 그러자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리던 디아나가 동작을 우뚝 멈추더니, 안 그래도 빨갛던 얼굴을 더더욱 새빨갛게 물들이며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목소리가 소프라노로 높아지는 것을 보아,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다. “벼, 변태…이 변태한테 변태란 소리를 들었어….” 아니. 그러니까 사라 넌 뭘 그런 걸로 충격 받고 있는 건데. 너 요즘 은근슬쩍 바보나 변태라고 말한 다음에 오빠라고는 안 하더라? “과, 과연…! 그, 그렇군요! 네. 전 믿고 있었어요.” …천사님. 천사님마저 제가 ‘사라가 이런 상태니까 어쩔 수 없군! 오늘은 다 같이 난교 파티다! 이얏호!’ 같은 말을 한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 아니라고 믿을 게요. 원래는 ‘오랜만에 보는 거라 그런지 어제 하루만으론 부족해. 오늘 밤도 너희 모두와 같이 있고 싶어.’ 같은 말을 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사라 때문에 이런 말을 한 거란 티도 내지 않고, 그러면서 레이아도 배려하는 멋진 남자잖아? 하지만 얘들 반응을 보니까 뭔가 다 허무해졌다. 그래. 난 변태다. “그래. 하지만 너희가 그렇게 원한다면야…이얏호! 오늘은 다 같이 난교 파티…!” “하, 할리 가 없잖아!” …농담이니까 손에 마나 싣고 때리지 마라. 슬슬 방어력 뚫리려고 한다. “…이 유아퇴행 변태가 이래서야 레이아랑 같이 잘 수도 없으니까. 오늘도 차례는 하루 미루는 걸로 하고, 그냥 다 같이 자자.” “으읏…. 또 변태라고.” 사라는 또 다시 데미지를 입은 모습이었지만, 이번엔 자기도 할 말이 없는지 딱히 반박을 하지는 못했다. “같이 자잔 걸로 난교 파티를 떠올린 넌 변태로 충분하다. 그렇지 디아나?” 그런 사라에게 추격타를 날리면서, 나는 제일 먼저 반응을 보였던 디아나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꼬,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아닐까하고 이 몸은 생각하네만 말일세!”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방금 전까지 토닥토닥 때리던 내 가슴을 살며시 어루만졌다. 마치 자기가 잘못했으니 봐달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너도 엄청 필사적이구나. 디아나. 그렇게 나한테서 변태란 소리 듣는 게 충격적인가? “뭐, 아무튼 다들 동의하는 거지?” “네! 후훗. 구원씨. 사랑해요.” 레이아는 내가 자기를 신경 써서 이런 말을 꺼냈다는 걸 잘 아는지, 활짝 웃으면서 내게 가볍게 키스를 해왔다. 부드러우면서 탄력 있는 입술의 감촉이 느껴짐과 동시에 감미로운 홍차 맛까지 감도는, 훌륭한 키스다. 역시 천사님이 최고야. “응. 나도 사랑해. 그럼 씻고 와. 난 먼저 방에 가있을게.” 그렇게 말해주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먼저 방으로 향했다. 당연하다는 듯이 내 옷자락을 붙잡고 따라오는 사라와 함께. “자암깐 기다리게에!” 하지만 식당을 나서려는 우리를, 디아나가 큰 소리로 부르며 막아섰다. “응? 또 뭐야?” “사라양은 자네와 함께 가지 않나!” “그야 그렇지. 뭣 때문에 오늘도 다 같이 자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자네도 씻을 것 아닌가!” “그야 그렇지. 안 씻고 잘 수도 없잖아.” “사라양하고만 함께 말인가?!” 아, 과연. 생각해보니까 그러네. 다 같이 자자고 해놓고, 사라하고만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는 건 조금 불공평한가.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사라는 지금 나랑 떨어질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니까, 같이 씻을 수밖에.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다 같이 씻을 수도…어? 잠깐만. 이거 엄청난 기회 아니야? “하, 하긴. 그래선 불공평하네. 그, 그럼…다 같이 씻을까?” 나는 자연스레 떨리는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면서, 최대한 냉정을 가장하고는 그렇게 말했다. “그, 그건….” 디아나도 일단 질투심에 우릴 막아서긴 했지만, 내가 이렇게 나올 거라곤 생각 못했는지 우물쭈물하면서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가능성이 있어. 이건 가능성이 있어! 전부터 계속 꿈꿔왔던 유토피아가! 원래부터 내가 큰 욕실에서 같이 씻는 걸 반대하는 건 사라와 디아나였다. 천사님도 딱히 찬성하는 입장을 보인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반대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즉, 사라와 디아나만 어떻게 설득하면, 내가 큰 욕실에서 다 같이 씻는 것도 꿈은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제일 난적인 사라는 이미 자기 때문에 일이 이렇게 됐다는 입장 상 큰 소리를 낼 수 없는 상태. 한 마디로 말해 지금은 디아나만 설득하면 된다는 얘기다! “왜 그래? 사라만 나랑 같이 씻는 게 불공평한 거잖아? 그럼 다 같이 씻으면 되잖아.” “그, 그건 그렇네마는…그래도….” 하지만 디아나는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좀처럼 넘어와주지 않았다. 대체 뭐가 부끄럽다는 거지? 너희들 평소에도 다 같이 씻잖아. 거기에 그냥 나 하나만 더 추가되는 것뿐이라고. 게다가 나랑 디아나랑 같이 씻은 적이 없는 것도 아니고. 대체 뭐가 부끄러운 거야? 아, 혹시 내가 욕실에서 뭔가 장난을 칠까봐 경계하고 있는 건가? 만약 다들 보는 앞에서 내가 야한 장난을 치면, 조금 위험한 성벽을 가지고 있는 디아나로서는 대참사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좋아. 그렇다면. “경계할 필요 없어. 순수한 마음으로 그러는 거니까. 나도 원래는 레이아 차례인 날에 사라하고만 같이 씻는 건 미안하고. 그냥 다 같이 씻기만 하자는 거야. 괜찮잖아?” 나는 장난 같은 거 절대 안 치겠다는 순수한 표정으로 디아나를 바라보면서 설득을 계속했다. “저, 정말로 그냥 씻기만 하는 겐가?” 역시나 디아나는 이걸 경계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당연하지. 그럼 욕실에서 씻기만 하지 또 뭘 하겠어? 그리고 나도 가끔은 큰 욕실에서 느긋하게 쉬면서 씻고 싶다고. 결국 전에 딱 한 번 이용해본 게 전부였잖아. 너희만 그런 사치를 하다니 치사해. 미궁에서 겨우 생환해온 피로를 풀기 위해서라도….” “아, 알겠네. 알겠으니까 그렇게 얼굴 들이밀면서 말하지 말게!” “디아나?!” 내 끈질김에 결국 디아나는 꺾일 수밖에 없었다. 사라는 디아나가 꺾일 줄 몰랐는지,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럼 갈까! 사라도 괜찮지? 치사하게 그런 상태가 된 걸 이용해서 혼자 날 독점할 셈은 아니겠지?” “으으읏…그, 그거야….” 내 한 마디에 사라도 승낙할 수밖에 없었다. 날 사이에 두고 매일 투닥거리는 사이기는 하지만, 그것도 서로 페어플레이가 가능할 때나 그러는 거지. 사라는 결국 그런 약삭빠른 짓을 할 성격이 못 되니까 말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엔텔드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488==================== 후폭풍 “캬아! 이 탁 트인 전경! 환상적으로 어우러지는 물과 빛의 콜라보레이션! 주요 사용자가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듯이 코끝을 감도는 희미한 잔향! 이곳이야 말로 인세에 구현된 극락! 그야말로 유토피아!” “…엄청 좋아하는구먼.” 욕실에 들어와서 기뻐하는 날 보고, 디아나가 조금 질렸단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확실히 긴장은 풀린 모양이었다. 들어올 때까지만 해도 로봇처럼 딱딱하게 움직이며 엄청 긴장하고 있었는데 말이야. 정작 내가 순수하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자 조금 안심이 된 걸까? 뭐, 그래도 아직 내게서 조금 떨어진 채 살짝 몸을 움츠리고 있었지만. 손이 허공을 정처 없이 방황하고 있는 걸 보니, 손으로 가리는 게 좋을지 어떨지 고민되는 모양이다. 가리자니 사라나 레이아와는 평소에도 같이 목욕을 하는 사이에, 나와도 어차피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사이라 어색했고, 하지만 그렇다고 가리지 않고 있자니 조금 부끄럽단 느낌이었다. “후훗. 저렇게 좋아하신다니. 진작 이렇게 해드릴 걸 그랬어요.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더 자주 있어도 괜찮겠네요.” 반면 레이아는 그런 날 귀엽다는 듯이 바라보면서 쿡쿡 웃었다. 하지만 레이아 역시도 부끄럽기는 한 건지, 차분한 목소리와는 달리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있었다. 귀랑 꼬리도 가만히 진정하고 있지 못한 채 파닥파닥 거리고 있었고. 쓸데없이 고민하던 디아나와는 달리 손도 각각 가슴과 음부를 철저히 가리고 있었다. 뭐, 철저히 가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천사님의 위대함은 도저히 한 손으로 다 가릴 수 있는 것이 아닌지라, 여러모로 넘쳐흐를 것 같았지만. 팔에 눌린 풍만한 두 언덕이 오늘도 최고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그 외모와 비견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하시는 말씀도 아름다우십니다. 역시 천사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좀 더 강하게 주장해주세요! 평소에도 더 같이 씻자고! “레, 레이아. 아무리 그래도 자주 이러는 건….” 그렇게 말하는 사라의 목소리에서는 평소와는 다르게 그다지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자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된 거라는 자각은 제대로 있는 모양이다. 참고로 얘는 욕실에 들어와서도 한 손으로 내 손목을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몸은 가릴 수 없었고, 어차피 가릴 수 없는 거 당당하게 있자는 생각인 건지 그 늘씬하고 탄탄한 몸매를 마치 자랑이라도 하듯이 모델처럼 자세를 잡고 서있었다. 뭐, 얜 굳이 자세를 잡지 않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모델 포스가 풀풀 풍기기는 하지만. “하지만 이렇게 좋아하시는 걸요.” “그거야 보면 알겠네마는…애초에 이렇게까지 좋아할만한 일인 겐가?” 뭐? 이렇게까지 좋아할만한 일이냐고?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당연하잖아! 왜냐하면…!” “왜냐하면?” …미인 여럿이랑 동시에 목욕이라니. 하렘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그림이잖아! 우리 애들과 만나고 난 다음부터는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처럼 ‘난 하렘왕이 되겠어!’ 라는 바보 같은 생각은 안 하게 됐지만, 역시 이런 상황은 남심을 자극하는 법이라고! 덤으로 낭심도 자극되어서 내 아들은 벌써부터 폭발 직전이시다. 덕분에 내가 얘들 몸에 계속 시선이 가듯이, 얘들도 아까부터 내 가랑이 사이에 힐끔힐끔 계속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빳빳하게 서있는 물건을 보고도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면, 일단 생리현상이라고 이해는 해주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그런 상황인데, 그게 이렇게까지 좋아할만한 일이냐고? 그래. 확실히 말해서, 좋아할만한 일이다! 오히려 이 이상 행복한 일이 존재한다면 꼭 좀 알려줬으면 싶을 정도다! …그렇게 강하게 주장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말해봤자 한 대 맞고 끝날 미래가 빤히 보였기 때문에 나는 굳이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대신 심호흡을 해서 들뜬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며, 나는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몸을 씻어줄 메이드들은 어디에?”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자네는! 결국! 그게! 목적이었는가!” “그, 그럴 리가 있겠냐. 당연히 농담이잖아. 너무 그렇게 날뛰지 마라.” 나는 내게 달려들어 맹렬한 토닥토닥 공격을 감행하는 디아나를 황급히 안아서 말렸다. 아니. 물론 전혀 아프진 않지만 말이야. 목욕탕에서 이렇게 격렬히 움직이면 넘어질 것 같아서 말이지. 우리 예쁜 디아나의 몸에 멍이라도 생기면 큰일이잖아? 아아. 난 왜 이렇게 마음씨가 착한 걸까. “으그그그긋…!”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디아나는 의심 가득한 눈으로 날 노려봤다. 아니. 그래. 뭐. 메이드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아예 안 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아니. 다른 여자가 목적이라든가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순수하게 시중드는 메이드들이 있는 편이 더 하렘 같은 분위기가 풍기니까 말이야. 이왕이면 있어도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난 너희 얼굴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고.”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셋을 번갈아 쳐다봤다. 살면서 평생 한 명 만나기도 힘든 절세미인이 셋. 그것도 각자 전혀 다른 매력을 뽐내는 삼인이다. 방금 전에 한 말은 한치의 거짓도 없는 내 진심이었다. “후훗. 저도 그래요. 그럼 구원씨. 그럼 여기로 오세요. 메이드는 아니지만, 제가 몸을 씻겨드릴게요.” 레이아는 음부를 가리고 있던 팔을 내게 뻗어서, 살며시 내 팔을 붙잡고는 샤워기가 있는 쪽으로 인도했다. “앗, 이, 이 몸도…!” 그 레이아의 부드러운 분위기에 압도되어, 우리는 자연스럽게 다 같이 샤워기가 있는 쪽으로 이동했다. 레이아는 나와 같이 몸을 씻은 경험이 제일 많은데다가, 그게 아니더라도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씻겨준 경험이 많다보니 사라나 디아나보다는 훨씬 익숙한 동작으로 날 목욕 의자에 앉혔다. 그리고 목욕 타올을 하나 들더니, 부드럽게 거품을 내고는 내 팔을 들어 올려서 천천히 씻겨주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낸 레이아의 가슴이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저, 저기…여러분. 너무 그렇게 빤히 보시면 부끄러워요….” 내 손끝부터 마사지하듯 부드럽게 목욕 타올로 씻겨주던 레이아는, 하지만 곧바로 움직임을 멈추고는 살포시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레이아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라와 디아나가 움찔하고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아니. 나는 그렇다 치고, 너희는 왜 그렇게 멍하니 보고 있었던 거냐? 역시 그건가? 우리 천사님의 천사다움은 동성조차도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는 건가? “핫! 이, 이 몸도! 이 몸도 씻겨주겠네.” “그, 그러네요. 그럼 모처럼 이렇게 된 거니 나도!” 하지만 빠져든 것과는 별개로, 위기감을 느낀 건지 사라와 디아나도 앞다퉈 내 몸을 씻겨주겠다고 선언해왔다. 그렇게 위기감을 느낄 건 없는데. 레이아는 레이아대로, 너희는 너희대로 저마다 다른 매력이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셋이서 씻겨준다니. 그야말로 하렘이잖아. 여신님. 이 세계에 보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런가요? 그럼 디아나씨는 여길 부탁드려요.” 위기감이 발동한 둘과는 다르게, 레이아는 따뜻한 눈으로 둘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방금 전까지 자신이 씻겨주던 내 팔을 디아나 쪽으로 내밀었다. 사라는 이미 반대쪽 팔을 잡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말이다. “으, 음. 맡겨두게.” 그 너무나도 자연스런 동작에 아무 생각 없이 내 팔을 건네받은 디아나는, 절대로 해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눈동자로 내 팔을 쳐다봤다. 맡겨두라니. 얜 자기 몸도 메이드가 씻기게 하잖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아니. 뭐, 난 튼튼하니까 좀 힘 조절이 안 되도 전혀 문제없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이렇게…이렇게 해서…자, 어떤가? 괜찮은가?” 아까 레이아가 했던 것을 떠올리듯 천천히 목욕 타올에 거품을 내고는, 디아나는 내 팔을 부드럽게 닦아주기 시작했다. 레이아에게서는 연상의 누님이 귀여운 동생의 몸을 익숙하게 씻겨주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면, 디아나는 귀여운 동생이 익숙지 못한 동작으로 하지만 필사적으로 씻겨주는 느낌을 받았다. 뭐, 나이로 따지고 보면 동생은커녕 레이아보다도 훨씬 할머…누님이지만. 외견이나 행동에서 나오는 분위기 상 그렇다는 말이다. “응. 귀여워.” “그, 그런 걸 묻는 것이 아닐세! 힘 조절 같은 건 괜찮은지 묻는 걸세!” “아, 응. 좀 더 귀여운 느낌으로 힘을 주면 완벽할 것 같아.” “귀여운 느낌으로 힘주는 게 대체 뭔가?! 자네 일부러 그러는 겐가?!” …뭐, 조금은? “이런 식으로 아니에요?” 그리고 그렇게 내가 디아나랑 장난치고 있는 걸 보니 조금 질투심이 생긴 건지, 옆에서 어느새 준비를 마친 사라가 잔뜩 힘을 줘서 내 팔을 목욕 타올로 문질렀다. “사, 사라야? 그건 좀 너무…살갗이 벗겨질 것 같은데.” “어머. 귀여운 동생이 귀엽게 밀어주는 거잖아? 겨우 이정도로 엄살은…미안해애! 사라가 잘못했어어!” 질투심에 불타서는 내게 장난을 쳐왔지만, 비누거품에 힘을 입어 쓰윽하고 팔을 빼내자 바로 유아퇴행하면서 사과하는 사라였다. “흐끅…훌쩍…진짜 이 바보가아….” “아니. 그. 미안. 반사적으로 그만.”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서 이렇게 된 사라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조금 편리하다고 생각해버렸어. 덤으로 귀엽기도 하고. “구원씨도 차암. 디아나씨랑 사라씨를 너무 놀리시면 안 돼요.” 그런 날 보고, 어느샌가 내 뒤로 돌아갔던 레이가 가볍게 내 등을 때렸다. 이 느낌은…꼬리? 하지만 미끌미끌한데…. “뭐, 뭔가 그것은…! 그런 건…그런 것은…!” 대체 내 등 뒤에서 어떤 광경이 펼쳐지고 있는 건지, 디아나가 입을 멍하니 벌리고 충격 받은 표정으로 덜덜 떨면서 내 뒤를 바라봤다. “우와…저, 저런 게….” 디아나뿐만 아니라 사라 역시도 말문을 잇지 못할 정도라니. 대체 우리 천사님은 무슨 일을 하고 계신 거지? 그 의문은 금방 풀리게 됐다. “후훗. 두 분이 팔을 씻겨드리는 동안, 저는 등을 씻겨드릴 게요.” 부끄러움을 삼키듯 평소보다 조금 더 촉촉한 느낌의 레이아의 목소리가 들려온 후, 먼저 등에 닿는 감촉은 목욕 타올의 그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디아나와 사라가 이렇게 놀랄 리가 없었다. 목욕 타올 말고도 내 몸을 타고 미끄럽게 문지르는 감촉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꼬리였다. 마치 목욕 타올처럼 거품을 잔뜩 묻힌 긴 꼬리는, 내 허리 옆을 지나 내 물건을 감싸왔다. 꼬리 끝으로 내 물건을 빙글하고 한 바퀴 감싼 후, 꼬리는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레이아의 꼬리가 길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레이아의 몸이 내게 바짝 밀착되어야 했다. 레이아가 내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 자세라면 모를까, 등에 목욕 타올이 닿고 잇다는 건 레이아가 내 등을 정면으로 마주보고 있음을 의미하니까.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레이아의 몸이 내 등에 살짝 밀착하게 됐고, 당연히 그 거대한 가슴도 내 등에 부드럽게 모습을 바꾸며 짓눌려왔다. “이, 이, 이런, 이런 일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 겐가…? 가, 가슴뿐만이 아니라….” 그렇게 중얼거리는 디아나의 턱은 덜덜덜 떨리느라 제대로 말도 못하는 수준이었다. 눈동자도 정신없이 진동하고 있는 것이,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쇼크를 받은 모양이다. …얘 괜히 트라우마 하나 더 생기는 거 아냐? 안 그래도 레이아의 가슴을 적대시하는데. “후훗. 구원씨. 어떠신가요?” 하지만 그런 디아나와는 별개로, 내 등과 물건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마치 대딸을 쳐주는 것처럼 물건을 씻어주고 있는 꼬리는 물론, 등에도 커다란 두 개의 덩어리가 쉴 새 없이 뭉개지며 자극을 해주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목욕 타올은 덤이고 그냥 가슴으로 씻겨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아, 응. 기분 좋아.” “후훗. 다행이네요.” 쇼크를 받은 채 멍하니 우리 모습을 바라보던 디아나였지만, 레이아의 그 요염한 목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모양이다. “핫! 이, 이런! 레, 레이아양! 레이아양! 등은 이 몸이! 이 몸이 할 테니…! 우갸악!” 이대로 놔두면 위험하다고 생각한 건지, 디아나는 벌떡 일어나서는 덜덜 떨리는 턱으로 그렇게 외치며 내 등에 달라붙어있는 레이아를 밀어내려고 했다. 지금 보니 이제는 눈동자가 떨리다못해 빙글빙글 돌아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내 등에 붙어있는 레이아와, 미끄러운 바닥에 그냥 서있는 디아나. 게다가 힘도 레이아가 훨씬 더 쎈 상황. 밀면 어느 쪽이 밀릴지는 명백했다. 결국 디아나는 그대로 발이 쭉 미끄러지면서 성대하게 뒤로 넘어졌다. 뭐, 바닥에 부딪히기 전에 내가 캐치를 해냈지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89==================== 후폭풍 “디아나. 위험하잖아. 욕실에선 조심하지 않으면.” “하, 하지만! 하지만 자네! 가슴이! 꼬리가! 나, 낭군님은 어째서 그렇게 멀쩡한 겐가아?!” 어지간히 충격을 받은 건지, 디아나는 내 품에 안겨서도 울먹이면서 그렇게 외쳤다. “아니. 그거야 뭐….” “뭔가?! 그거야 뭐 어떻다는 겐가?! 설마 매일 이렇게 해주고 있다고 하는 겐가?! 어쩐지 레이아양은 자기 차례 때마다 낭군님과 같이 씻는 빈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했네만…!” “야, 야. 좀 진정해라.” “이걸 어떻게 진정하겠나! 가슴에! 꼬리란 말일세! 가슴에! 꼬리!” 그래. 네가 충격 받은 건 잘 알겠으니까 그렇게 반복해서 말하지 않아도 된다. 아무래도 디아나의 패닉 상태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나는 그냥 디아나를 내 다리 사이에 앉게 하고 꽉 끌어앉았다. “자, 넌 안 씻겨줘도 되니까, 잠깐 이러고 진정해.” “어, 어, 엉덩이에 꼬리가아…!” “레이아.” “네, 네에….” 레이아도 디아나가 이렇게 당황할 줄은 몰랐는지, 조금 미안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내 물건에서 꼬리를 뗐다. “낭군님…낭군니임…힉…!” 멘탈이 완전히 박살나서 내 몸에 등을 바싹 기댄 채 날 불렀던 디아나였지만, 내 물건이 꿈틀하고 움직이자 바로 움직임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니. 일부러 움직인 건 아니야. 디아나가 앞에서 이러고 있으면 반사적으로 꿈틀하는 것도 어쩔 수 없잖아? 아무튼 그 때문에 디아나도 그제야 내 물건이 위를 바라보고서서 자기 엉덩이골 사이에 끼워져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챈 모양이다. 사라와 레이아가 바로 지근거리에 있는데, 내 물건이 자기 엉덩이에 비벼지고 있는 상황. 우리 노출증 디아나로서는 참기 힘든 상황일 테지. 뭐, 사실 내가 노리고 이렇게 한 것이기도 하다. 레이아에게서 받은 충격을 잊기 위해선, 그보다 더 큰 충격을 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뭐, 진짜로 디아나랑 여기서 성행위를 시작하거나 할 생각은 없으니, 디아나가 이렇게 조용히 있는 동안 얼른 몸을…. “디아나? 왜 그렇게 갑자기 조용해요? 아, 설마….” 하지만 우리 눈치 빠른 사라가, 디아나가 내게 안기자마자 조용해진 걸 보고 뭔가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사라는 디아나의 등과 내 배 사이에 손을 쑥 집어넣더니, 그대로 손을 내려 내 물건을 잡았다. “…왜 이걸 엉덩이에 비비고 있는 거야?” “비빈 거 아니야. 그냥 자세 상 거기 놓이게 됐을 뿐이야.” 사라가 날카로눈 눈으로 날 심문하듯 쳐다봤지만, 정말로 비빌 생각이 없었던 난 당당했다. “그럼 왜 이렇게 커져있는 거야?” “아니. 그거야 여기 들어왔을 때부터 쭉…너도 힐끔힐끔 봤잖아.” “히, 힐끔힐끔 안 봤거든?! 그리고 확실히 아까보다 커져있어!” 아니. 안 봤다면서. 아까보다 커져있는 건 어떻게 아냐? 그렇게 따져봤자 소용없다는 걸 잘 알기에, 나는 논리적인 대답을 내놓기로 했다. “그야 방금 레이아가 그런 식으로 씻겨줬으니…아니. 그러고 보니 넌 레이아가 그렇게 씻겨줄 땐 가만히 있었으면서 뭘 이 제와서 그러냐.” 처음엔 사라도 레이아의 행위에 디아나 이상으로 충격을 먹어서 가만히 있던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행동하는 걸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고 말이야. “그, 그야 레이아는…아, 아무튼 그런 거 아니라면 됐어.” 레이아 얘기가 나오자 사라는 다시 목소리에 힘이 빠지더니, 황급히 대화를 끝마치려고 했다. 과연. 원래 오늘이 레이아 차례인데 자기 때문에 미뤄진 거니, 레이아가 조금 심하게 행동해도 뭐라고 못 하겠다 이건가. 하여간 이상한데서 의리가 있다니까. 하지만 이왕 레이아를 봐주는 거, 패닉 상태에 빠진 디아나도 좀 봐주는 게 어떠냐? “됐으면 이제 슬슬 손 좀 떼면 어떠냐? 디아나 울려고 하는데.” “앗! 미, 미안해요, 디아나! 그럴 생각은….” “냥군니이임….” 울먹이면서 몸을 돌려 내 가슴에 안겨오는 디아나는, 아까와는 느낌이 많이 달랐다. 아까는 패닉 상태였다면, 지금은 흥분 상태라고 할까. 혀도 풀린 걸 보니, 물건이 엉덩이에 비벼지고 있었던 걸 사라가 지적한 게 무척이나 흥분됐던 모양이다. 게다가 조금 엉덩이도 상하로 흔들…위험해! “그, 그러고 보니 나만 일방적으로 씻는 것보다, 동시에 서로 씻겨주는 게 더 효과적이겠네. 그럼 난 디아나를 씻겨줄게.” 나는 디아나가 제대로 발정하기 전에 황급히 그 몸을 떼어내고, 아까 디아나가 내 팔을 씻겨주던 목욕 타올을 들어서 디아나의 몸을 문질렀다. “흐야앙!” “씨, 씻겨주는데 이상한 소리 내지 마라!” 여, 역효과였나? 진짜로 발정한 거 아니지? 내가 장난으로 남들한테 보여줄 상황을 연출하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진짜 남들 앞에서 너랑 할 생각은 없으니까. 좀 자제해줘라. 게다가 지금 여기서 사고가 나버리면…. “읏…! 구, 구원이 디아나를 만지는 손이 뭔가 야하니까 그런 거잖아.” “야하다니! 씻겨주는 거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 그럼 거긴 왜 또 꿈틀거리고 있는 건데? 하앗.” “어쩔 수 없잖아! 너희 다 알몸인데! 너 내가 지금 며칠 째 참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 그건…! 후읏….”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아직도 날 참게 만들고 있는 원인 제공자인 사라는 책임감을 느끼는지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뭐, 엄밀히 말하자면 레이첼 누님이랑 하기는 했으니까 그리 오래 참은 건 아니지만 말이야. 하지만 레이첼 누님이랑 할 때는 자는 중이었으니까 기억은 전혀 나지 않고, 일어난 후에는 거의 바로 빼버렸으니까 말이야. 욕구 해소가 안 됐다는 점으로 생각해봤을 때는 조난당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참고 있는 게 맞다. 그러니 내가 사라한테 이렇게 말하는 것도 아무 문제가…그런데 사라야. 너 왠지 아까부터 숨이 거칠지 않았냐? 이제 아무 말도 안 하고 내 팔을 씻겨주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사라는, 기분 탓인지 아까보다 숨이 거칠어져 있었다. 아니. 이건 기분 탓 같은 게 아니야. 이 녀석, 내 어깨를 씻겨주는 척 하면서 은근슬쩍 내 손을 자기 가랑이 사이로 넣었어. 손바닥에 절대 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아닌 끈적끈적한 액체가 만져졌다. 그리고 탄력 있는 사라의 음부살도. 서, 설마 이 녀석…내가 디아나를 씻겨주는 걸 보면서 흥분한 건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여기서 그러는 건 안 되잖아. 참아. 진정하라고. 디아나만으로도 벅찬데 너까지 그러면 어떻게 해. 젠장. 은근 슬쩍 손에다가 음부를 밀어붙이지 마라. 나도 모르게 만져버리고 싶잖아. 나는 사라가 음부를 들이밀고 있는 왼 손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젠장. 그러면 그럴수록 더 의식되잖아. 만지고 싶다. 손가락을 넣고 싶다. 이렇게 탄력있고 부드러운 살이 손바닥을 스치는데, 손가락 하나 꼼지락 못하고 가만히 놔둬야 한다니. “냥군니임…이, 이 몸도….” 게다가 내가 의식을 사라에 집중시키느라 잠깐 몸을 씻겨주는데 소홀히 하자, 디아나까지 내 앞에 달라붙어서 몸을 차박차박 만져댔다. 얼핏 보기에는 그냥 씻겨주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당하는 나는 확실히 알았다. 이 녀석. 흥분해서 애무하고 있는 거야. 이래서야. 레이아한테 들키는 것도 시간문제…아니. 그 이전에 내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게 시간문제다.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냔 말이야. 혹시 신종 고문인가? 아니면 진짜로 난교 파티라도 해버려? 솔직히 여기에 레이아만 없었다면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 둘을 덮쳤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절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사라나 디아나는 어떻게 넘어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종교적인 이유로 그런 걸 금기시하고 있는 레이아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다. 아니. 그래도 이 상황이라면, 이 상황에서 이성을 잃더라도 아무도 날 책망할 수는…. “자, 구원씨 등은 다 됐어요. 그럼 이제 다리를 씻겨드릴 테니 일어나주시겠어요?” 사라와 디아나의 공세에 나도 반쯤 이성을 잃으려고 했던 그 때, 등 뒤에서 천사님의 목소리가 들려와서 나는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 그래! 얼른 씻고 탕에 들어가야지! 이야! 오랜만에 넓은 탕에 들어갈 수 있다니. 벌써부터 기대된다!” “흥읏!” “히읏!” 나는 정신을 차리기가 무섭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덕분에 음부를 내 손에 비비고 있던 사라는 순간적으로 가해진 강한 쾌감에 입에서 이상한 콧소리를 냈고, 앞에 달라붙어 있었던 디아나도 내 물건에 안면을 강타 당하고는 두 손으로 이마를 가리며 잠깐 뒤로 물러섰다. “후훗. 그러면 얼른 씻겨드리지 않으면 안 되겠네요.” 그렇게 말하고, 레이아는 내 다리를 천천히 씻겨갔다. 레이아는 사라와 디아나가 나한테 어떻게 하고 있었는지 아직 눈치 채지 못한 건가? 솔직히 들켜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라씨. 디아나씨. 구원씨의 팔과 앞쪽을 다 씻겨 드렸으면, 이제 두 분은 각자 몸을 씻으시고 먼저 탕에 들어가 계시는 게 어떠신가요?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레이아가 평소보다 조금 강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누가 들어도 명백하게 사라와 디아나는 그만 빠지라는 소리로 들리는 말투. …이거 혹시 완전히 들키고 있었던 거 아냐? “으, 으음. 그, 그렇구먼. 이, 이 몸도 슬슬 탕에 들어가고 싶었던 참이라네.” 방금 전 얼굴을 맞은 것으로 인해 제 정신으로 돌아온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서 조금 떨어져서 스스로의 몸을 씻기 시작했다. 뭐, 얼굴이 아직도 새빨간 걸 보면, 이성을 되찾았다 뿐이지 흥분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닌 모양이지만 말이다. “저, 전 구원과 떨어지기는 힘들지만…그래도 확실히 상반신을 다 씻겨줬으니 이제 하반신 정도는 레이아 혼자서 충분하겠네요.” 그리고 사라도 평소와 조금 다른 레이아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렸는지,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서 등을 돌려 자신의 몸을 씻기 시작했다. 참고로 얘가 지금 유아퇴행하지 않고 있는 이유는, 아까 내가 일어서면서 머리 위에 손을 얹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둘이 나가떨어지자, 내 다리를 씻겨주는 레이아의 손길이 밖에서부터 끌어안듯 내 앞쪽으로 돌아오더니 천천히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끝에 있는 건 당연히 내 물건으로…레, 레이아?! 대체 무슨 생각으로?! 금기 아니었어?! 그리고 두 손으로 내 물건을 단단히 잡은 레이아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내 등에 자신의 가슴을 밀착시켰다. 그리고는 까치발을 한 듯 체중을 내 등 뒤에 싣더니, 내 귀에 입을 가져다대고 조그만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까 여기는 제대로 못 씻겨드렸으니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씻겨드리는 거예요.”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 레이아는 그렇게 변명하면서 두 손을 천천히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만약 구원씨가 참기 힘드신 거라면….” 레, 레이아? 얘도 사라랑 디아나의 분위기에 전염된 건 아니겠지? 아니. 잠깐만. 그렇다면 이제 레이아의 눈치를 볼 것 없이 덮쳐도 된다는 말이…. “너무 오래 참으셔서, 그저 씻겨드리기만 하는 건데도 싸버리시면…그건 어쩔 수 없는 사고죠? 여신님도 그 정도는 용서해주시겠죠?” 하지만 계속해서 들려오는 레이아의 목소리는, 내 예상과는 많이 다른 얘기였다. 도저히 레이아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파격적인 내용과, 긴장한 듯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 즉, 레이아는 아까 전 내가 오랫동안 참았다는 얘기를 한 걸 듣고, 내가 안쓰러워진 거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성직자의 규율을 어기면서까지 내가 한 발 쌀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하는 거다. 사라와 디아나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고. 레이아의 말을 듣고, 나도 마음속에서 오만가지 생각이 오갔다. 여기서 그냥 덮쳐? 아니야. 참아? 손에만 싸? “괘, 괜찮아. 하루 정도 더 참는 건 데 뭘. 굳이 이럴 필요 없어.” 한참을 고민한 끝에, 결국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솔직히 대답하면서 나도 마음속에선 피눈물을 흘렸다. 우리 천사님의 손이 이렇게나 기분 좋은데, 이걸 참아야 한다니. 하지만 고작 내 욕망 때문에 천사님이 성직자의 규율을 어기게 만들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 위해서 이렇게 규율까지 여겨주는 레이아였지만, 분명 내가 없을 때 이 일로 혼자 가슴아파할 거다. 레이아는 그런 성격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가요.” 내 대답을 듣고, 레이아는 조금 안심한 듯 것 같은, 그러면서도 한 편으론 아쉬운 것 같은 목소리를 흘렸다. 그리고 내 물건에서 손을 떼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내 다리를 씻겨주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플라디안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디아나의 말에 맞장구치며 말한 거라 존댓말을 썼는데, 다시 읽어보니 확실히 뒷말은 디아나보다 구원에게 향하는 게 더 자연스럽네요. 490==================== 후폭풍 “후우. 자, 다 끝났어요. 구원씨. 그럼 먼저 탕에 들어가 계세요. 전 씻고 갈게요.” 그 이후로는 아무 일 없이 하반신까지 씻겨주고, 레이아는 내 몸에 묻은 비누거품을 따뜻한 물로 씻겨 내리며 그렇게 말해줬다. “아니. 나만 이렇게 대접받을 수는 없지. 나도 레이아를 씻겨줄게.” 뭐, 사라 때문에 한 손밖에 못 쓰는 상태이기는 하지만. “아뇨. 괜찮아요. 구원씨는 그렇게 고생하고 오셨으니까요. 탕에 들어가 푹 쉬시면서 피로를 풀어주세요.” “무슨 소리야. 고생한 건 너희도 마찬가지잖아. 날 찾느라 그렇게…돌아왔을 때 오히려 나보다 너희 안색이 더 안 좋았던 거 알아?”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아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곤란하다는 듯이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미소 지었다. “구원씨가 씻겨주시면 저까지 조금…그게…달아오를 것 같으니까요….” “아, 응….” 레이아 누님…. 지금 저까지라고…. 사라랑 디아나가 달아오른 거 완전히 들켰었다는 뜻이잖아. 별말 안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진짜 천사님이야…. “자, 사라. 우리 먼저 가자.” “읏…!” 내가 사라의 머리 위에 얹은 손을 움직여 그 머리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자, 사라가 몸을 움찔하고 떨더니 천천히 일어났다. 그리고는 눈가에 살짝 눈물을 고인 채 날 노려봤다. “바보야…손 떼지 마….” …이 정도도 안 되냐. 아무리 그래도 너무 심하잖아. 아무튼 그렇게 레이아의 호의를 받아들여서, 나와 사라는 먼저 탕에 들어가기로 했다. 거기에는 이미 혼자서 먼저 탕에 들어가 있었던 디아나가, 코밑까지 물에 잠긴 채 입으로 공기방울을 뽀글뽀글 내뿜고 있었다. “뽀륵…. 뽀륵….” …네가 무슨 애냐. 그렇게 생각했던 나였지만, 자세히 보니 아무래도 디아나는 장난으로 그러는 게 아니라 심호흡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달아오른 몸을 필사적으로 진정시키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저렇게 공기방울을 내뿜음으로서, 자기가 심호흡을 하고 있단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디아나는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움찔하고 몸을 떨면서 경계태세를 취했다. 아니. 그냥 물이 아닌 건지 욕탕 안의 물은 뽀얗고 불투명한색이었기 때문에, 물속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왠지 모르게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아까 전 일로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다. 음…이건 안 좋은데. 사실 이번 목욕은, 내게도 한 가지 목표가 있었다. 바로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목욕을 마치는 것 말이다. 아까 레이아가 물건을 씻어줬을 때 필사적으로 참은 이유는, 실은 그런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목표를 세운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에 다 같이 목욕하는 걸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끝마쳐야, 다음에도 이런 기회가 찾아올 확률이 늘어날 테니까 말이야. 이런 기회를 차곡차곡 쌓아나간다면, 언젠간 매번 다 같이 목욕하는 것도 꿈은 아니야! 그런 생각이었지만…뭐, 방금 전 상황으로 이미 조금 건널 수 없는 강을 반쯤 건너가 버린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닌 것 같은…아냐. 포기하면 거기서 시합 종료란 말도 있잖아.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보자. “디아나. 이리 온.” 우선은 디아나에게 내가 가까이 있어도 아무 짓도 안 한다는 사실을 인식시켜야한다. 나는 탕은 반대편에서 경계태세를 취하고 있는 디아나에게 가볍게 손짓을 했다. “…뽀르륵!” 내 손짓에 디아나는 잠깐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탕에서 벌떡 하고 일어섰다. 그리고 기세 좋게 성큼성큼 이리로 걸어오기 시작…. “흐갹!” 풍덩! …쟤 몸치 짓은 이런 때조차도 빠지질 않는다니까. 하지만 다행이 이번엔 욕탕 안이었기 때문에, 디아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서는 다시 이쪽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마 지금 쟤 얼굴이 빨간 건, 뜨거운 탕에 오래있어서 그렇다든가 아까 전 일로 몸이 달아올라서 그렇다든가하는 이유만은 절대 아닐 거다. 귀여운 녀석. 아무튼 디아나는 내 손짓 한번에, 내 바로 앞까지 성큼성큼 걸어왔다. 솔직히 경계만하고 안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흐으으읍!” 그리고 숨을 크게 한 번 들이 쉰 후, 디아나는 내 허벅지 위에 주저앉았다. 마치 아까 전에 내가 끌어안아 다리 사이에 앉혔을 때처럼 말이다.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디아나가 내 물건의 봉 부분 위에 걸터앉아있다는 사실일까. 얘, 얘가 지금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거지? 아까 전 일로 경계하는 거 아니었어? 설마 아직도 이성을 잃고 있는 중인 건 아닐 텐데? 내가 놀라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을 때, 디아나가 엉덩이를 뒤로 쭉 빼서 내 하복부에 찰싹 밀착시켰다. 그리고는 자신의 음부너머에서부터 아랫배 쪽으로 올라온 내 물건을, 허벅지를 밀착시켜 단단히 붙잡았다. “후, 후흥!” 그리고는 얼굴을 위로 올려서, 어떠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니. 그런 표정을 지어도 말이지…. 내 물건이 맘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막을 셈인 건가? 아니. 하지만 이래선 역효과인데. 오히려 부드러운 디아나의 허벅지에 감싸여서 기분 좋기만 하다. 게다가 디아나도 어떠냐는 표정을 짓고 있으면서도, 미묘하게 몸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자기도 흥분하고 있잖아. 그야 그렇겠지. 바로 옆에 사라도 있으니까. 뭐, 물이 뽀얀 덕분에 사라도 디아나가 내 물건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는 알지 못하고 있겠지만. “디아나는 또….” “이,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은가! 자네도 쭉 붙어있지 않나! 몸도 이렇게 쓸데없이 찰싹 붙어있고 말일세!” 디아나의 말대로, 사라는 지금 내 옆에 몸의 옆면을 찰싹 밀착시키고 붙어서 앉아있는 중이었다. “그, 그래도 그렇게 위에 앉는 건….” “뭐, 뭐. 탕에 있는 동안만큼은 다 같이 붙어서 느긋하게 있자고. 벗고 있다뿐이지 잘 때랑 별 차이 없는 자세잖아?” 디아나의 반박에도 사라는 뭐라고 항변하려고 했지만, 둘 사이를 이번엔 내가 중재했다. 사라가 또 다시 내 물건을 확인한답시고 손을 뻗으면 위험하니까. 이번엔 빼도 박도 못 하고 유사성행위 중이었다고 오해받을 거다. “벗고 있으니까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까 전에 사라 본인도 살짝 이성을 잃고 흥분했었기 때문에, 만약 지금 나랑 디아나가 그런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게 정말로 확인되면 위험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여간 둘 다 변태라니까 말이야. “어머. 세 분 다 사이가 좋으시네요. 그럼 저도….” 그리고 자신도 몸을 씻고 온 레이아가, 사라의 반대편에 앉아서 내게 몸을 바짝 밀착시켰다. 정말로 어젯밤에 잠을 잘 때의 그 포지션이 되어버렸네. “히잇! 으읏…!” 레이아가 내게 밀착하자, 내 위에 앉아있는 디아나와 레이아의 거리도 자연히 가까워졌다. 그러자 디아나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살짝 몸을 떨었다. 야. 디아나야. 아무리 그래도 우리 천사님을 보고 그런 반응은 좀 너무하지 않냐? 얘 이러다가 그냥 레이아 자체에 트라우마가 생기는 거 아냐? 그리고 말이야, 허벅지 사이에 내 물건 끼운 상태로 떨지 마라. 조금 기분 좋아져버렸잖아. 안 그래도 참기 힘들다고. …뭐, 너도 꽤나 참기 힘들어 보이긴 하지만. 이 녀석. 설마 사라에 이어 레이아까지 지켜본다는 생각에 더 흥분하고 있는 건…. 제발 참아줘라. 난 이번 목욕을 아무 일 없이 무사히 넘기고 싶다고. “으으읏….” 하지만 디아나의 몸의 떨림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아니. 떨림을 멈추기는커녕 허벅지에 힘을 줘서 내 물건을 더더욱 꽉 조여 왔다. 진짜 이 변태 녀석. 다음부터 나한테 변태라고 하기만 해봐라. “디, 디아나씨. 꼬리로 아무것도 안 할 테니까요. 진정하세요. 아까 전에는 살짝 장난친 것뿐이었어요.” 디아나가 이렇게까지 떨자 레이아도 미안해졌는지, 그렇게 말하면서 꼬리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아, 아까 그게 천사님 나름의 장난이었구나. 어찌 그리 고마운 장난을…아니. 뭐, 생각해보면 그게 일이 이렇게 복잡해지도록 만든 원인이지만. “저, 정말인가?” 레이아가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는 그제야 조금 안심했다는 듯이 내 물건을 꽉 조이고 있던 허벅지에서 힘을 살짝 풀었다. …응? 허벅지에 힘을 풀어? 얘 흥분해서 조이고 있었던 거 아니었어? 하지만 그래서 이러고 있었던 게 아니라면…아아. 과연. 어쩐지 그런 일이 있은 다음에도 바로 내 위에 걸터앉는다 싶었더니. 아무래도 디아나는, 또 레이아가 꼬리로 내 물건에 뭔 짓을 할까봐 자기 허벅지로 가드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꼬리로 해주는 게 충격적이었냐? 이러고 있으면 자기 스스로도 흥분할 거란 걸 알고도 이렇게 막을 정도라니. 허벅지에 힘은 풀었다지만, 디아나가 그로인해 흥분했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었다. 디아나의 음부에 맞닿아있는 내 물건에는 물과는 확실히 다른 끈적끈적한 액체가 느껴지고 있었으니까. “네. 그럼요.” “가, 가슴도 치워주면 믿어주겠네.” 이 녀석, 자기가 불리한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서 교섭조건을 하나 더 내걸었어. 흥분하고 있는 와중에도 디아나는 머리가 좋았다. “가슴은 저도 어쩔 수가…아아. 아, 알겠어요. 이러면 되나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은 레이아였지만, 디아나의 떨림이 멈추지 않자 자신의 한쪽 가슴 옆에 손을 대서 내 몸 반대편으로 끌어당겼다. 으아아 안 돼. 팔에 닿은 행복한 감각이 멀어져…저렇게 하니까 가슴골이 괜히 더 강조되네. 팔에 가슴이 닿지 않게 된 건 아쉽지만, 저건 저거대로 제법 볼만하군. “차, 차라리 그냥 원래대로 하게!” 디아나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될대로 되라는 듯이 소리질렀다. 야. 울려고 하지 마라. 너도 성장하면 충분히 크잖아. “자, 자. 진정하고. 모처럼 물도 좋은데 왜 그러냐. 느긋하게 있으면서 피로나 풀자고. 애초에 이거, 내 피로 풀어주려고 이러는 거 아니었어?” 나는 사라와 레이아의 어깨에 각각 손을 얹고, 내 쪽으로 더욱 바짝 끌어당기면서 말했다. “응긋…. 아, 알고 있네.” “후훗. 네. 소란피워서 죄송해요.” “그러네. 이런 기회 좀처럼 없기도 하고.” 결국 다 같이 바짝 붙어서, 우리는 탕에 몸을 담그고 기분 좋게 피로를 풀었다. 뭐, 디아나는 끝까지 조금 흥분 상태였지만. “후우. 좋은 물이었네. 너희도 다들 좋았지?” 욕실을 나와 다시 옷을 입은 후, 나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떡밥을 던졌다. 그래. 중간에 조금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결국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그게 중요한 거지! 난 훌륭하게 해냈다고! “네. 무척요.” “그, 그렇구먼….” “뭐어…그렇지…?” 하지만 나와 마찬가지로 상쾌한 미소를 지은 건 레이아뿐이었다. 디아나와 사라는 마냥 좋았다고 하기엔 힘들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얘들아. 반응이 왜 그래? 결국 아무 일도 없었잖아? “역시 다 같이 하는 목욕은 좋네! 그래! 아예 다음부터는 항상 같이….” “저어어얼대! 안 돼!” “저어어얼대! 안 되네!” 쳇. 역시나 이렇게 돼버리는 건가. 왜 안 된다는 거야. 흥분한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잖아. 내가 그 상황에서도 얼마나 열심히 참았는데…. 다른 남자 같았으면 진작에 폭발해서 덮쳤을 상황인 거 아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사라와 디아나의 반응을 떠올려봤을 때 이 이상 강하게 주장하기는 힘들었다. 이 셋은 각자 자기 성벽을 알고 있는 사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걸 실제로 보는 건 또 다른 문제고 말이다. 결국 나는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면서 앞으로도 계속 같이 목욕한다는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하렘 같은 상황은 충분히 맞봤으니까. 그걸로 됐어.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면서. 그리고 밤이 되어, 우리는 어제처럼 다 같이 모여서 잠을 자게 됐다. 내 방의 침대는 여관 침대보다 훨씬 넓었기 때문에 어제보다 훨씬 쾌적했다. 어차피 침대가 넓어봤자 다들 딱 달라붙어서 자니까 소용없는 거 아니냐고? 그게 또 그렇지도 않았다. 사라나 레이아는 여전히 각각 내 팔을 베고 옆에서 딱 달라붙어잤지만, 디아나는 내 위에서 자지 않았던 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hia // 뿔 달린 히로인이라면 이미…. 491==================== 후폭풍 “이 몸이 작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위에 누군가 올라와있는 상태라면 자네도 푹 잠들기는 힘들 것 아닌가.” 라는 것이 디아나가 말한 이유였다. “응? 하지만 너희 평소에도….” “펴, 평소에는 그걸 하지 않는가! 그걸!” 아, 과연. 힐링 섹스 말이지.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 없는데. “…그보다 난 지금 구원이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 아침 모습을 말한 게 충격인데. 아무리 다들 서로 예상은 하고 있었다지만…이 바보 진짜….” “사, 사라씨도 굳이 다시 언급하실 건….” “아, 미, 미안해요.” “…….” 방 안의 온도가 급속도로 올라간 기분이 들었다. 미안. 다시 생각해보니까 내가 좀 무신경하게 부끄러운 얘길 하긴 했네. “아, 아무튼 이 몸은 오늘 아래에서 자겠네! 자, 다리 벌리게!”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는 내 허벅지를 탁탁 두드렸다. “응? 설마 내 다리 사이에서? 야. 거길 자극하면서 자면 오히려 더 잠 못들….” “왜 그렇게 되는 겐가! 허벅지를 베고 자려는 걸세! 허벅지를!” 결국 참다못한 디아나는 내 위에 올라타서 토닥토닥 어택을 감행해왔다. “미안. 미안. 농담이었어.” “하악. 하앗. 하앗. 흠!” 숨이 찰 때까지 내 가슴을 마사지하던 디아나는, 결국 제 풀에 치쳤는지 토라진 얼굴로 쌕쌕거리면서 내 허벅지를 톡 하고 쳤다. 화난 것과는 별개로, 여전히 내 허벅지를 베고 잘 생각인 모양이다. 뭐, 상관없지만 말이야. 결국 나는 두 팔과 한쪽 허벅지를 각각 우리 애들에게 내주고 잠이 들었다. 그렇게 잠을 자던 나는 문득 다리에 위화감이 느껴져서 잠에서 깼다. 방안은 여전히 새카만 어둠이 감싸고 있는 걸 보니, 잠이 들고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이 시간에 잠에서 깨는 건 드문 일이다. 알람이라도 맞춰놓는 게 아닌 이상, 난 웬만해선 잠들면 아침까지는 안 깨는데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주변을 확인한 순간, 나는 내가 느낀 위화감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달았다. 아니. 굳이 주변을 둘러볼 필요도 없었다. 허벅지 위에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것뿐, 디아나가 잠버릇으로 내 다리 사이에 들어간 건 아닌가 싶어 확인해봤지만, 역시나 디아나는 만져지지 않았다. 뭐지? 이 밤중에 무슨 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닐 테고. 두 팔에는 여전히 레이아와 사라의 감촉이 느껴지는 걸로 보아, 여자들끼리 날 두고 잠깐 얘기를 하러 갔다든가 하는 상황도 아니었다. 그럼 그냥 화장실에라도 간 건가? 저택 안에서 별일이야 있겠나 싶었지만, 그래도 디아나가 말도 없이 사라진 상황에 조금 걱정이 된 나는 일단 디아나가 어디에 간 건지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렇다고 해서 레이아와 사라가 깨울 건 없으니, 둘이 잠에서 깨지 않도록 살며시 팔을 빼고 대신 머리 아래에 베개를 넣어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떨어지면 유아퇴행이 되어버리는 사라였지만, 과연 잘 때까지 그런 증상을 보이지는 않았다. 둘에게 살며시 이불을 덮어주고, 나는 우선 화장실을 확인해보러 갔다. 화장실 문 앞까지 다가가자, 문틈으로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뭐야. 역시 화장실에 있었던 건가. 자기 전에 미리미리 좀 가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뒤로 돌아 다시 침대로 향하려고 했을 때, 내 귀에 희미하게 어떤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는 설마…. 그 소리를 캐치하자마자, 나는 반사적으로 은신술을 쓰고 천천히 화장실의 문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살며시 문을 열자 거기에는…. “응읏…흐읏…낭군니임…낭군니이임….” 역시나. 내 예상대로, 디아나가 변기에 걸터앉은 채로 혼자서 열심히 스스로의 달아오른 몸을 어루만지는 중이었다. 그런가. 아까 목욕할 때도, 디아나는 끝까지 흥분상태였으니까 말이야. 잘 참는가 싶었더니, 결국 성욕이 너무 쌓인 나머지 발산이 필요해진 모양이다. 하지만 다른 애들도 다 있는 앞에서, 게다가 사라와 떨어질 수 없는 내게 그런 부탁을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밤에 혼자서 쓸쓸히 위로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거다. 하여간 얘도 참 귀찮은 성욕의 소유자라니까. 아, 혹시 자는 위치를 바꾼 것도, 내게 들키지 않고 몰래 빠져나오기 위해서 그랬던 건가? 디아나가 이런 상태였는데도 눈치 채지 못하다니. 나도 아직 멀었군. “응읏…흐읏…하읏…낭군니임….” 내가 스스로의 둔함에 반성하고 있는 와중에도, 디아나는 착실히 스스로의 몸을 만지며 달아오르고 있었다. 멍하니 초점이 안 맞는 눈동자. 가볍게 벌어진 입. 붉게 물든 얼굴. 게다가 날 부르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자위를 하며 내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무척이나 흐뭇했다. 다만, 자신의 가슴과 음부를 어루만지는 그 손놀림은 무척이나 어색해서, 달아오른 몸의 욕구를 효과적으로 해소시켜주고 있지는 못하는 상황으로 보였다. 언젠가 내가 자위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 적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아무래도 그 이후로도, 디아나는 그다지 자위를 한 경험은 없는 모양이다. 하긴 그야 그런가. 던전에 가는 것만 아니면 매번 내가 돌아가면서 충분히 만족시켜주고 있는데. 자위를 할 일이 생길 리가 없지. 나는 스스로의 위업에 조금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뭐, 지금 눈앞에서 디아나가 자위를 하고 있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이건 예외로 쳐야지. 아무튼 혼자서 애타게 스스로의 몸을 어루만지고 있는 디아나를 보면서, 나는 더 이상 은신술을 유지하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흐읏, 낭군님…!” “오냐. 네 낭군님 여기 있다.” 나는 화장실 안으로 재빨리 들어가서 문을 닫고는, 디아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흐으읏! 자, 자네! 이, 이것은…!” “괜찮아. 미안해. 눈치 채지 못해서. 자, 지금부턴 내게 맡겨.” 나는 황급히 바지를 벗고, 디아나에게 다가갔다. 새하얀 허벅지를 잡아서 양쪽으로 활짝 벌리자, 일견 꽉 닫혀있는 것처럼 보였던 디아나의 음부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찔꺽하는 야릇한 소리를 내면서 양옆으로 벌어졌다. 그렇게 드러나는 핑크빛 속살을 바라보면서, 나는 바지를 벗고 물건의 끝을 그 입구에 살짝 가져다댔다. “맡기라니…흐으읏! 왜, 왜 벌써부터 이렇게….” 왜기는. 너랑 마찬가지로, 나도 쭉 참아왔으니까 그렇지. 내가 욕실에서 얼마나 인내심을 발휘했는지, 넌 상상도 못 할걸? 이미 충분히 준비가 끝난 디아나의 음부에 물건을 끝을 가져다대고 위아래로 살짝 흔들며 그 끝을 음부에 비비자, 찔꺽찔꺽하는 소리와 함께 끈적끈적한 디아나의 애액이 내 물건 끝에 감겨왔다. 그리고 내 귀두가 두덩을 가를 때마다 말랑말랑한 살의 모양이 바뀌어가는 모습이 평소 이상으로 야하게 보여서 내 흥분을 더욱 북돋았다. 모처럼 이렇게 디아나가 달아올라있는 상황이니, 평소라면 좀 더 애태우면서 디아나를 괴롭혔겠지만…지금은 나도 너무 참기 힘들었다. 나는 물건 끝을 음부에 비비는 것을 멈추고, 곧바로 자세를 잡았다. “흐읏…하, 하려는 겐가아? 여기서?! 바로 문 너머에는 사라양과 레이아양이이이잇!” 아무리 흥분했어도 일단 그정도 이성은 남아있었는지, 디아나가 그렇게 말하면서 날 멈춰보려고 했다. 하핫. 그 문너머에 우리가 자고 있는 상황에서 자위를 하던 애가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물론 나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에 힘을 줘서 한 번에 물건을 처넣었다. 물건 끝부분에 탱글탱글한 디아나의 안쪽 끝부분이 확실히 닿을 때까지 전부. 제법 오랜만에 내 물건을 받아들이는 건데도, 이미 내 물건의 형태를 완전히 기억해버린 디아나의 안쪽은 아무런 문제없이 내 물건을 받아줬다. 나도 체감 상 무척이나 오랜만에 맛보는 여성의 맛에, 안 그래도 거의 사라진 이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흐잇…흐읏…저, 정말로…넣었….” “당연하잖아. 괜찮아. 둘 다 곤히 자고 있으니까. 디아나가 너무 큰 소리만 내지 않으면 괜찮을 거야.” 상황에 의한 흥분, 삽입에 의한 쾌락, 그리고 들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뒤섞인 얼굴로 날 바라보며 중얼거리는 디아나. 그런 디아나를 안심시키듯, 나는 그 긴 귀를 가볍게 한 번 깨물어주고는 그렇게 속삭여줬다. 그리고는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면서 쾌감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응잇! 이, 이 상황에서…하응…어, 어떻게 소리를…으읍…! 으응! 쪽…하음….”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의 음부는 내 물건을 꾸우욱하고 조여 왔다. 역시나 우리 귀여운 변태씨는 이런 상황에 약한 모양이다. 나는 그 입에 입술을 짓눌러 강렬하게 키스를 하면서, 더더욱 허리 움직임을…. “우에에에엥! 구워어어언! 왜 사라 잘 때 없어져어어?” 그때, 갑자기 화장실문이 벌컥 열리더니 야생의 사라가 난입해왔다. “흐으으응읏!” 말로는 들킬지도 모른다 어쩐다 했지만 정말로 들킬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건지, 디아나는 깜짝 놀라서 자기 입안에 들어와 있던 내 혀를 깨물었다. 솔직히 나도 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머릿속이 너무 혼란해져서, 사라가 내 등에 찰싹 달라붙을 때까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못하고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흥분과 쾌감에 의해 완전히 날아갔던 이성도 조금은 돌아오는 기분이었다. “사, 사, 사, 사라야? 잠깐…이건 그러니까….” “후에엥. 훌쩍. 흐읏…흑….” 자는 사이에 내가 사라졌던 게 그렇게 두려웠던 건지, 이전과는 다르게 사라는 내 몸을 끌어안은 다음에도 한동안 원상태로 돌아오지 못한 채 코를 훌쩍이면서 울었다. 그리고 자기에게 박고 있는 날 사라가 뒤에서 안고 있다는 사실에 흥분한 디아나는, 결국 오늘 목욕하는 내내 잘 참아왔던 성욕이 완전히 폭발해버렸는지 그대로 눈이 돌아가며 이성을 잃어버렸다. “흐으으으으읏! 낭군니임! 낭군니이임!” 이미 사라가 들어온 순간에 한번 절정에 달했던 디아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욕이 전혀 사라지지 않았는지 다리로 내 허리를 단단히 붙잡고는 허리를 빙글빙글 돌려대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명기인 디아나인데, 절정에 달하자 안쪽 벽들이 주름사이사이까지 완전히 젖어들어 더욱더 탄력이 생기고 자잘하게 꿈틀꿈틀 움직여대기 시작했다. 그 상태에서 이렇게 허리를 띄워서 음부를 내 고간에 밀착시키고 빙글빙글 돌려대니, 나는 사라의 등장으로 조금 돌아오는 것 같았던 이성이 다시 급속도로 사라짐을 느꼈다. 마지막 이성을 짜내서 사라가 열고 들어온 화장실 문을 닫은 후, 나는 맹렬하게 허리를 앞뒤로 흔들기 시작했다. 뒤에서 내 몸을 안고 있는 사라에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디아나! 디아나! 디아나!” “흐으응! 낭군니임! 낭군니이임!” 이성을 잃고 허리를 움직이는 디아나와 나. 그리고 그런 내 뒤에서, 사라는 천천히 원상태로 돌아오고 있는 상태였다. “두, 둘이 지금…뭐, 흐읏…뭐하는 거야?!” 놀람과 흥분이 동시에 느껴지는 목소리. 역시 사라 너도 변태구나. 평소 같으면 그런 사라의 목소리에 조금은 겁먹고 움직임을 멈췄겠지만, 지금의 나에게 더 이상 참으라는 건 불가능한 주문이었다. “자, 잠깐! 내 말 들려?! 멈춰! 야! 흐읏! 이 바보…흐으응! 읏! 으읏!” 흥분과 패닉이 뒤섞인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내 등을 때리는 사라가, 이성을 잃고 쾌락만을 추구하는 내게는 조금 방해로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사라가 날 더 방해하지 못하도록 행동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못할 행동을. 그렇게 질투나면 너도 끼면 되잖아. 그렇게 생각하면서 뒤로 손을 뻗어서 사라를 내 옆으로 오게 하고, 그대로 키스를 해버린 거다. 설마 내가 멈추기는커녕 이렇게 할 줄은 몰랐는지, 사라는 날 때리는 것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헛숨을 들이켰다. 하지만 내 혀가 입안을 파고들어서 자극하자, 사라도 반사적으로 자신의 혀를 내 혀에 얽혀왔다. “흐으응! 냥군님! 냥군님은 이 몸의…! 이 몸과아…!” 그렇게 사라가 조금 진정되자, 이번엔 디아나가 그 모습을 바라만보고 있지 않았다. 내 허리에 휘감은 다리에 더욱 힘을 주고는, 음부를 꾸욱 조여 오면서 내 목에 손을 뻗어 끌어당긴 거다. 나는 자연스레 사라와 떨어져서, 다시 디아나와 입을 맞췄다. “흐으응! 냥군니임! 냥군니이임!” “하앗! 자, 잠깐! 야! 구워언!” 그러자 또 다시 조금 정신을 차린 사라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이제는 사라도 흥분한 걸 숨길 생각이 전혀 없는지, 얘도 한 손을 자신의 바지 안에 넣고 있는 중이었다. 바지 앞섶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걸 보니, 안에서 꽤나 격렬히 움직이고 있는 모양이다. “한 번 싸면 다음엔 너랑 해줄게!” 하지만 이성을 잃은 나는 전혀 마음이 약해지지 않은 채 그렇게 말하고 다시 디아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92==================== 후폭풍 “뭐어?! 야! 구원! 야! 씨이…!” 당연히 사라가 그런 말에 간단히 수긍할 리 없었고, 사라는 내 등짝을 찰싹찰싹 더 때려댔다. 하지만 이성을 잃은 내가 등짝을 맞으면서도 신경도 안 쓰고 디아나의 행위에 집중하자, 곧 등짝에서 느껴지던 사라의 손길이 아래로 내려가서 내 허리를 붙잡았다. 혹시 힘으로 빼버릴 생각인 걸까? 소용없어. 조난당한 동안 내 무투가 레벨이 얼마나 올랐다고 생각하는 거야. 덕분에 근력도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사라 네가 힘이 제법 센 건 사실이지만, 그래봤자…. “흐으읍! 햐앙! 냐, 냥군니임…이, 이 모므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디아나의 안쪽에 더 강하게 허리를 찔러 넣었을 때, 갑자기 사라의 손이 내 다리 사이까지 들어와서는 다리를 넓게 벌리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사라의 얼굴이 다리 사이로 들어오더니, 내 고환을 살짝 깨물었다. 물론 고통을 주기 위해서 이빨로 깨문 게 아니라, 자극을 주듯이 입술만을 이용해서 부드럽게 말이다. 그리고는 아예 내 고환 한 쪽을 자신의 입 안에 넣더니, 혀까지 이용해서 자극하기 시작했다. “뭣?! 으윽…!” “흐으으으으읏!” 그 예상도 하지 못했던 공격에, 나는 순식간에 사정감이 차올라 그대로 디아나의 안에 사정했다. 뭐, 많이 참기는 했다. 디아나도 그 사이에 벌써 몇 번이나 절정에 달했고, 나도 이성을 잃을 정도로 흥분해 있었으니까 말이다. 내 사정과 동시에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한 디아나의 안쪽이 기분 좋게 물건을 자극해오는 걸 느끼며, 나는 천천히 이성이 돌아왔다. 남자는 일단 한 번 싸고 나면 이성이 생기니까 말이다. 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아니. 디아나가 화장실에 있는 걸 목격하고 덮친 것까지는 뭐 괜찮다고 치자. 하지만 사라가 들어온 이후의 행동은…너무 오래 참은 나머지 제정신이 아니었다고밖에 할 말이 없었다. “야, 사라…으윽!” 난 일단 무슨 말이라도 해보려고 운을 띄웠지만, 그런 내 행동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디아나였다. 여자는 한 번의 절정으로 남자처럼 현자타임이 오지는 않는 모양이니까 말이다. “흐야앙…냥군니임…히으응…헤아앙….” 디아나는 아까 전 혼자 자위를 할 때보다 훨씬 더 칠칠맞지 못한 얼굴로 내 고간에 음부를 밀착시키고 허리를 빙글빙글 돌려댔다. 이성을 잃은 동안 조금 신경을 못 쓰고 있었지만, 어느새 디아나는 완전히 이성이 날아가 버린 모양이다. 그야. 그렇겠지. 이런 상황이니까. 하지만 디아나야. 성벽이 자극받는 상황인 건 잘 알겠는데, 지금은 좀 사태를 수습해야 되지 않을까? 뭐,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 역시 디아나의 허리 움직임에 다시 아들이 힘을 되찾아가고 있었지만 말이다. 내 뇌와는 달리, 내 하반신은 한 번의 사정으론 아직 만족을 못한 모양이었다. “뭘 계속 디아나랑 하려는 거야! 쌌으면 빨리 빼!” 그리고 그런 디아나의 행위를 보고, 더 이상 못 참겠는지 사라가 버럭 화를 내면서 내 허리를 확 잡아당겼다. 방심 상태였던 나는 아무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뒤로 당겨졌고, 디아나 역시 다리에 힘이 풀렸던 건지 내 허리에 감았던 다리가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풀려버렸다. “흐아앙! 으으읏….” 그 잠깐 사이에 내 물건은 완전히 크기를 회복하고 있었고, 부풀어 오른 귀두가 디아나의 안쪽을 강하게 긁으면서 빠져나왔다. 안쪽을 긁는 쾌감과 더불어 빠질 때 음부 입구 쪽에 강하게 자극을 받아서, 디아나는 다시 한 번 허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절정에 달했다. 뒤로 넘어진 나는, 디아나의 음부에서 푸슛 푸슛하고 새어나오는 애액들을 몸에 뒤집어쓰면서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봤다. “씨이이…디아나하고만 저렇게….” 그리고 그런 내 위에 올라타면서, 사라가 조금 울은 건지 새빨개진 눈으로 날 노려봤다. “미안. 진짜 미안. 사라야. 그러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사, 사라야?!” 나는 황급히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사라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내 물건을 한 손으로 잡고는, 언제 벗은 건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자신의 하반신에 그 끝을 조준시킨 거다. “나도…내가 디아나보다 더….” 그렇게 말하는 사라는, 완전히 눈이 맛이 가있었다. …그러냐. 완전히 이성을 잃은 건 디아나뿐만이 아니라는 거냐. “흐으으으읏…!” 그리고 단숨에 허리를 끝까지 내린 사라는, 내 물건을 전부 받아들인 후 마치 음미라도 하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쩌면 삽입만으로 절정에 달한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라가 그렇게 만족스런 표정을 지은 건 아주 잠깐동안에 불과했다. 사라는 다시 날카로운 표정을 지으며 날 노려보고는, 천천히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으응…흐읏…어, 어때…내가…내가 훨씬 잘 하지? 내가 훨씬 기분 좋지? 자! 자아!” 나와 디아나가 하는 걸 보면서 질투심과 성욕에 완전히 지배당하게 된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격렬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아까의 디아나의 느긋하게 자신의 안쪽의 감촉을 맛보게 해주는 것 같은 부드러운 허리 놀림과는 달리, 사라는 빠르고 파워풀하게 허리를 움직여서 쾌감을 극대화시켜줬다.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둘 다 엄청 기분 좋았다. “으윽…사, 사라야….” “나, 낭군니임…?! 흐긋…! 으아앙…낭군니이임….” 사라의 질문에 내가 대답을 안 하고 있자, 디아나가 충격 받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다가왔다. 하지만 온 몸에 힘이 풀린 디아나는 변기 위에서 스르르 미끄러지듯이 바닥에 주저앉아서는, 손과 무릎을 이용해 내 쪽으로 기어오는 게 고작이었다. “구워어언! 흐응! 내가 더…내가…흐읍…!” 그리고 그 사이에, 사라는 내 두 뺨에 손을 가져다대고는 허리를 움직이면서 내게 진하게 키스를 해왔다. 현자 타임의 힘으로 잠깐 이성을 되찾았던 나였지만, 이런 상황에는 다시 머릿속이 복잡하게 꼬이는 느낌을 받았다. “흐아앙! 냥군님은 이 몸의 것일세! 떨어지게! 떨어지게에!” 그리고 그 사이에 우리 쪽으로 다가온 디아나는, 나와 사라의 사이에 파고들어서는 내 가슴에 달라붙은 채 한 손으로 어떻게든 사라를 밀어내려고 했다. 디아나는 사라 같은 성벽이 없다보니, 나와 사라가 이어져있는 광경을 보는 게 마냥 싫기만 한 모양이었다. 쾌감으로 인해 이성을 완전히 잃었는데도 이렇게 행동하는 걸 보면 말이다. “무슨 소리에요…! 디아나는 아까 실컷 했잖아요! 그것도 내 앞에서 보란 듯이!”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사라는 전혀 밀리지 않았고, 오히려 내 입술에 더더욱 입술을 꽉 밀어붙여왔다. “으으읏!” 그리고 그런 사라의 말에 또 다시 몸을 바르르 떠는 디아나.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하앗…윽! 사라야! 잠…으읍!” “하음…냥군님…흐으응….” 이건 위험해. 그나마 유일하게 제정신인 내가 어떻게든 수습하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단 사라의 어깨를 잡고 밀어내어 입술을 떼낸 나였지만, 그 틈을 노려서 이번엔 디아나가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라의 음부가 아까보다 더 꾸우욱하고 조여왔다. “흐읏! 지금 구원이랑 하고 있는 건 난데! 왜애! 내가…! 내가 더어! 구워어언! 나한테…날…!” 아래로는 내 물건을 시원하게 긁어주듯이 강렬하게 자극해오는 사라의 음부의 감촉을 맛보고, 위로는 말랑말랑하면서도 탄력 있는 디아나의 입술의 감촉을 맛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 상황에서 사태 수습은 불가능해. 일단 둘 다 진정시키자. 물론 이 상황에서 둘을 진정시킬 방법이라곤 단 하나밖에 없었다. 둘 다 지독한 쾌감에 정신을 잃게 만들면 되는 거다. 이건 절대 쾌감으로 이성을 잃어서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냉철하게 현 상황을 분석하고 내린 결론이야. “흐아으응!” “흐으으읏!” 나는 두 손을 동시에 움직였다. 한 손은 디아나의 배를 지나서 아직도 흠뻑 젖은 디아나의 음부에. 아까 내가 싼 정액이 조금씩 새어나오는 그 음부에 손을 뻗은 후, 안에서 내오는 정액을 손으로 퍼서는 다시 디아나의 안쪽에 넣어주듯이 손가락을 쑤셔 넣었다. 그러자 내 입술에 달라붙어있던 디아나가 내 혀를 살짝 깨물면서 몸을 바들바들 떨었지만, 나는 그걸 오히려 쾌감의 조미료로 삼으며 디아나의 이빨을 혀로 핥았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다른 한 손은 사라의 허리를 지나 뒤로 돌아 엉덩이에 뻗었다. 언제 만져도 황홀한 감각을 느끼게 해주는 황홀한 엉덩이를 자국이 남을 정도로 꽉 잡은 다음에 옆으로 벌렸다. 아마 뒤에서 보면 사라의 한쪽 엉덩이가 벌리진 틈 사이로 그 안쪽이 완전히 보이고 있을 거다. 그리고 나는 중지를 뻗어서 그 안쪽에 있는 구멍에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안 그래도 나와 디아나의 키스를 보면서 흥분하고 있던 사라는, 엉덩이까지 공략 당하자 그대로 상체에 힘이 쭉 빠지면서 옆으로 넘어가려고 했다. 나는 일단 엉덩이에서 손을 떼서 몸을 받쳤다. 그리고 천천히 옆으로 눕게 만든 다음, 일명 옆치기 자세가 되어 허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빈손은 다시 사라의 엉덩이로. “하으으읏!” 내가 강하게 허리를 흔들며 그대로 사정을 하자, 사라는 전기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몸을 퍼덕이면서 강렬한 절정을 맛봤다. 그리고 나는 물건이 죽기도 전에 스킬로 다시 회복시킨 다음, 강하게 허리를 빼서 물건을 뽑았다. 그리고는 아직 끝에서 정액이 새어나오고 있는 물건을, 이번엔 다시 디아나의 안에 삽입했다. “흐아앙!” 결국 내가 몇 번인지 세기도 힘들 정도로 사정을 하고 난 후에야 사라와 디아나는 각자 만족스런 표정으로 정신을 잃었다. 그리고 겨우 둘을 진정시킨 나로 말하자면…바닥에 손을 짚은 자세로 절망하고 있었다. 아니. 물론 나도 좋았다. 엄청나게 좋았다. 행복했다. 다만, 저질러 버렸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얘들이 지금은 이렇게 만족스런 표정으로 잠들어 있지만, 일어나면 대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솔직히 말해서, 내일 아침이 오는 게 무서울 정도였다. …뭐, 이렇게 좌절하고 있어도 지나간 일은 돌이킬 수 없지만 말이야. 내가 너무 굶주려서 이성을 잃었단 걸 정상참작해주기만을 비는 수밖에. 그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그나마 레이아한테는 안 들킨 게 어디야. 레이아한테까지 들켰으면 대체 얼마나 난장판이 됐을지…. 일단 얼른 뒷정리부터 하자. 나는 일단 물의 정령을 불러서 우리 몸을 씻기고, 덤으로 여기 공간 전체의 청소를 부탁했다. 그리고 사라와 디아나의 옷을 전부 단정히 입힌 후, 둘을 각각 옆구리에 껴서 들어올렸다. 젠장. 둘 다 시원스럽게 기분 좋은 표정으로 잠들어서는. 사랑스럽잖아. 그런 조금 팔불출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는 화장실을 뒤로했다. 정말로 상당히 시간이 지나버렸네. 이래선 잠도 별로 못 자겠는걸. 그렇게 생각하면서 화장실을 나왔을 때, 나는 온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이 느껴졌다. 어두운 방 안에서, 내 가슴 높이쯤에 두 개의 빛나는 원이 떠있었던 거다. 그 빛의 정체는 바로, 바로 수인족의 특유의 밤에도 불빛이 비추면 동그랗게 빛을 반사하는 눈동자였다. “레, 레이아.” 그래. 레이아가 화장실 앞에 서있었던 거다. “…구원씨.” 지금까지 밝은 화장실에 있었기 때문에, 눈이 어둠에 적응되지 않아서 지금 레이아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 목소리로, 레이아가 얼마나 슬퍼하고 있는지는 충분히 짐작이 갔다. “어, 어, 언제부터….” “사라씨가 들어가셨을 때부터요….” 완전 처음부터잖아! 즉, 레이아는 처음부터 쭉, 우리 행위가 끝날 때까지 계속 화장실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였다. 하긴! 사라가 들어왔을 때를 생각해보면, 엉엉 울면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그런 난리를 쳤는데 레이아가 깨지 않았을 리가 없지.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거다. 뭐가 그나마 레이아한테 들키지 않아서 다행이냐! “레, 레이아. 이, 이건…그, 그러니까 말이지….” 일단 어떻게든 변명을 해보려고 했지만, 머릿속이 완전히 새하얘져서 제대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우선 두 분을 침대에 눕히고 나서 얘기해요.” 하지만 그런 나와 다르게, 레이아는 그렇게 이성적인 제안을 해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93==================== 후폭풍 차라리 화냈으면 좋겠다. 아니. 레이아가 이성을 잃고 화내는 모습 같은 건 상상도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차라리 화냈으면 좋겠다. 사라와 디아나를 침대에 옮기는 동안, 나는 몇 번이고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레이아는 내가 사라와 디아나를 침대 위에 옮기고 이불까지 덮어주는 동안, 끝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 다 옮겼어.” 나는 그런 레이아의 앞까지 다가가서 바닥에 무릎을 꿇고, 어떤 벌이라도 달게 받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그렇게 고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러지 말라고, 일어서시라고 말해줬을 레이아지만, 오늘만은 조용히 날 내려다보기만 할뿐이었다. “……미워요.” 그리고 한참의 침묵 후, 레이아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크허헉…!” 짧은 한 마디에 불과했지만, 그 파괴력은 강렬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우리 천사님이, 우리 천사님이 내가 밉대. 나 천사님 입에서 저런 말 나오는 거 처음 봤어. “제가 유혹할 때는 착실히 거절하셨으면서…그때 얼마나 용기를 낸 거였는데….” 슬프게 울리는 레이아의 목소리는 그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심장을 콕콕 찔러왔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죽일 놈이에요. 그렇게 아무런 변명도 하지 못하고 그저 고개만 숙이고 있던 나였지만, 이어지는 레이아의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역시 구원씨는…저보다는 디아나씨나 사라씨가 더 좋은 건가요?” “자, 잠깐 기다려! 아냐! 그런 거 절대 아니야!” 대체 무슨 오해를 하는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항상 괴롭히는 것도 사라씨와 디아나씨만…구원씨는 좋아하는 사람일수록 괴롭히고 싶어 하는 성격이시잖아요? 생각해보니 전 한 번도 괴롭혀진 적이 없네요.” 한 번 그렇게 생각하자 사고 방향이 점점 그쪽으로 굳어져 가는지, 레이아가 점점 더 가라앉아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잠깐. 잠깐 기다려. 레이아. 넌 지금 엄청난 오해를 하고 있어. 좋아하는 사람은 괴롭히고 싶어 하는 성격이라니. 그런 거 절대 아니야. 그리고 내가 너보다 사라나 디아나를 더 좋아한다는 것도 절대 아니야. 오해야. 확실히 아까 내가 한 짓은 변명의 여지도 없어. 하지만 지금 네가 하는 말들은 전부 오해야. 그것 하나만큼은 확실히 단언할 수 있어. 여신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게.” 레이아의 목소리나 말하는 내용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는, 숨도 안 쉬고 필사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오히려 사라나 디아나가 널 질투하는 거면 모를까, 네가 왜 그런 생각을 해. 내가 밤에도 너한테만 져주고 하는 거 너도 알 거 아냐. 사라는 같이 장난치면 재밌고, 디아나는 놀리면 반응이 귀엽고, 레이아는 항상 누님처럼 포근히 감싸주니까 응석부리고 싶어져서 그러는 것뿐이야. 그냥 너희 성격에 맞춰서 그렇게 행동한 것뿐이라고.” 이건 내 솔직한 감상이었다. 물론 레이아를 사라나 디아나보다 더 좋아한다든가 하는 건 아니다. 난 셋다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좋아하니까. 우열 같은 건 가릴 수 없다. “…….” 하지만 그런 내 열변에도 레이아는 납득하지 못하는 건지, 팔짱을 끼고는 지그시 날 내려다보기만 했다. 지금만큼은 팔짱을 껴서 그 커다란 가슴이 강조되어 보인다든가 하는 멍청한 생각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온몸이 꽁꽁 얼어붙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기분을 이겨내고,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 눈을 강렬하게 뜨고 레이아를 빤히 마주봤다. “아까 전 욕실에서도 그래. 그때 만약 내가 레이아의 안에 쌌다면, 레이아의 마음이 편했을까? 아니. 레이아는 그런 성격이 아니야. 레이아는 씻겨주는 것뿐이라고 말했지만, 분명 규율을 어겼다고 생각하고 혼자 괴로워했겠지. 난 고작 내 성욕 때문에 레이아가 그렇게 되는 걸 원치 않았어. 그래서 참은 거야. 그리고 지금 이건…너무 참다보니 머리가 조금 이상해져서….” 과연 마지막 말은 스스로도 구차하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나는 점점 목소리에서 힘이 빠졌다. 아니. 방금 한 말이 전부 사실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 “…한 마디로 말해서, 저 때문에 더 참기 힘들어졌다고 하시는 건가요?” “아니. 아니아니. 그럴 리가. 그런 건 아니고….” “…역시 미워요.” 내 변명이 오히려 새로운 오해를 낳은 건지, 레이아는 한 번 더 토라진 목소리로 그렇게 내뱉었다. “크허흐흑….” 안 돼…. 이젠 틀렸어…. 마음이 꺾일 것 같아…. 천사님한테 두 번이나 밉단 소리를 들었어. 난 이제부터 대체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지만 제일 미운 건….” 으, 응? 잠깐. 그렇게 운을 띄운다는 건…. 레이아. 사라랑 디아나는 잘못 없어. 전부 내가 잘못한 거야. 난 아무리 욕해도 좋으니까, 너희끼리 싸우는 건 제발 봐줘. 그렇게 돼버리면 진짜로 내가 어떻게 할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 부탁이야. “레이….” 나는 사라와 디아나는 아무 잘못 없다는 걸 밝히고, 레이아에게 엎드려 빌 각오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보다 레이아가 말을 마무리짓는 게 더 빨랐다. “저예요….” “사라랑 디아나는…응? 뭐, 뭐라고?” “문 건너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 있었는데도,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었는데도, 규율에 얽매여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제 자신이…제일 미워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맘대로 사라나 디아나를 미워할 거라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 우리 천사님에 대한 믿음이 부족했어. 천사님은 이렇게 천사님이셨는데. “레이아. 그건….” “…구원씨. 아 공간에서 이불 한 장 더 꺼내주실 수 있을까요?” 내가 레이아를 위로하려고 했을 때, 레이아가 내 말을 끊고는 그렇게 말했다. 천사님이 내 말을 이렇게 끊는 것도 좀처럼 없는 일이라 또 제법 마음에 데미지를 입었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꾹 참아서 내색은 하지 않았다. “이불?” “네. 이불이요.” 눈이 서서히 어둠에 익숙해져가서, 흐릿하게나마 레이아의 표정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표정은…무언가를 결심한 표정이었다. 이불을 꺼내달라고 하면서 뭔가 결심한 표정…. 서, 설마…오늘은 더 이상 나랑 자고 싶지 않으니까 따로 자겠다는 뜻인가? “여, 여기….” 나는 머리를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끼면서, 인벤토리에서 이불 한 장을 꺼내 레이아에게 내밀었다. 천사님이…천사님이 나랑 각방 선언을…. “이리 오세요.” 하지만 내 예상은 한 번 더 빗나갔다. 천사님은 내 손을 잡더니 날 일으켜 세우고는, 그대로 침대로 인도했다. “레이아? 대체 무슨…?” “구원씨를 위해서라면…구원씨를 위해서라면 전….” 레이아는 사라와 디아나를 밀어서 한쪽으로 치우더니, 날 눕히고 바지를 벗기기 시작했다. 그제야 나는 레이아가 지금 뭘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다. “레이아?! 자, 잠깐만! 이럴 필요 없어! 정말로!” “아뇨! 있어요! 아까도, 지금도 계속 제 규율이 문제였던 거잖아요! 그렇다면 전!” 레이아는 전에 없이 격앙된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고는, 내 바지와 팬티를 벗겨냈다. 그리고 전혀 준비되지 않은 내 물건을 보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내 얼굴을 쳐다봤다. “…그게 아니면…또 거절하시는 건가요? 저만?” “아, 아니. 그런 게….” 어쩔 수 없잖아. 방금 전까지 2 대 1로 해서 둘을 기절시키고 온 거라고. 아무리 나라도 이런 상황에선 자연적으로 서지 않아. 스킬을 쓴다면 서겠지만 말이야. “그럼…세워주실 거죠?” “넵.” 나는 당장 스킬을 썼다. “후우…후우…그럼….” 내 물건이 제대로 준비가 된 걸 보고는, 레이아는 심호흡을 하더니 내 위로 올라타서는 아까 건네받은 이불을 뒤집어썼다. 자신의 몸은 물론, 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이불 안에 들어오도록. 그리고 이불 안에서, 레이아의 옷가지가 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고 나서, 이불 밖으로 무언가가 휙하고 던져졌다.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마 레이아의 옷이었겠지. “응읏…흐읏….” 그 후 곧바로 내 물건 끝을 무언가 따뜻한 것이 감쌌다. 순간적으로 레이아가 곧장 삽입해버린 건가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레이아가 혀를 내밀어서 내 물건을 자신의 타액으로 적시기 시작한 거다. “레, 레이아. 정말로 이런….” “아무 말도 하지 말고…가만히 계세요.” 나는 아무래도 레이아가 무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어떻게든 막아보고 싶었지만, 레이아는 강한 어조로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 내 위에 걸터앉아서 천천히 물건 끝을 자신의 음부에 맞댔다. 말랑말랑한 레이아의 음부살이 물건 끝부분에 느껴졌다. 하지만 그 상태로 허리를 내리지는 않은 채로 레이아는 가만히 움직임을 멈췄다. 그럼 그렇지. 그렇게 신앙심이 투철한 레이아가, 성직자로서의 규율을 정면으로 어기려고 하는 거다. 그리 쉽게 가능할 리가 없겠지. “레이아. 괜찮으니까. 이러지 않아도…으윽!” “흐으응”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레이아가 허리를 내렸다. 레이아의 음부는 아직 젖지 않은 상태였지만, 내 물건에 미리 타액을 발라놨었기 때문에 빡빡한 느낌이 들기는 해도 어떻게든 삽입이 됐다. 그리고 삽입이 되자마자, 레이아의 음부 안쪽이 순식간에 젖어가는 게 느껴졌다. 이 감촉은…구미호 상태가 된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레이아가 내 입술에 입을 맞췄다. “흐읏! 어, 어때요! 저도! 저도 이쯤은…!” 구미호 상태로 변했기 때문에 욕망에 몸을 맡겨 허리를 흔들면서도, 레이아는 날 보고 그렇게 말했다. “이제 이런 규율 같은 걸로 구원씨와의 사이를 방해받지 않겠어요! 저도! 저도…!” 허리를 격렬히 흔들고, 입술을 내 입술에 격렬히 비비면서, 레이아는 열기 가득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 목소리는 규율을 어겼다는 배덕감과 죄책감, 쾌락에서 오는 흥분, 나와의 관계를 앞으로 더 진전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 등 많은 감정을 담고 있었다. “아직은 아직 이렇게 이불을 덮고 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언젠가는…언젠가느으은…!” “레이아….” 결국 나 때문에 레이아는 성직자로서의 규율을 어기게 됐구나. 가장 떠오른 감정은 미안함이었지만, 이윽고 레이아가 날 이렇게나 좋아해준다는 사실에 행복함마저 느끼게 됐다. 그 레이아가 규율보다 나와 이어지는 걸 택한 거다. 이렇게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나는 결국 레이아의 허리 움직임에 맞춰 나도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구원씨는 가만히 계세요!” “아, 넵.” …레이아. 혹시 아까부터 계속 나한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거, 마음 단단히 먹기 위해서라든가 집중하기 위해서라든가 그런 게 아니라 그냥 성벽 때문에…. 아니. 우리 천사님이 그럴 리가 없지. 오늘만 하더라도 벌써 몇 번이나 우리 천사님의 천사다운 행동에 내 예상이 빗나갔잖아. 이번에도 분명 그런 걸 거야. 결국 레이아는 구미호 상태가 풀릴 때까지 난 움직이지도 못하게 하고 스스로 허리를 흔들었다. “미안해. 레이아. 결국 이렇게 규율을 어기게 만들어서.” 행위가 일단락 된 후, 나는 레이아의 몸을 끌어안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뇨. 괜찮아요. 규율은…제 의지인 걸요. 구원씨도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지금 전 규율을 어겼다는 죄책감보다, 구원씨와의 관계에 벽이 한층 더 허물어졌다는 사실에서 오는 행복감을 더 느끼고 있으니까요. …성직자 실격일까요?” “아니. 그럴 리가. 레이아는 최고의 성직자야. 성자인 내가 장담할게.” “후훗. 성자님이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무척 믿음직스럽네요.” 레이아는 내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오늘은 원래 레이아 차례였는데. 배신하는 짓을 한 것도 미안해.” “아니에요. 제가 욕실에서 좀 더 확실히 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예요. 으응. 그 이전에 사라씨 옆에서도 할 수 있었다면 제대로 오늘은 구원씨와 자고 있었을 거예요.” …그 말은, 사라가 내 몸에 손을 닿게 한 상태에서 나와의 밤을 보낸다는 말? 아니. 그건 그거대로 제대로 레이아하고만 보내진 못했을 것 같은데. 그러기엔 사라의 성벽이 말이지. “그리고 또….” “응?” “후훗. 비밀이에요.” 레이아는 뭔가 말 하려다가, 싱긋 웃고는 얼버무렸다. 그 말의 의미를, 나는 다음 날 아침에서야 깨달았다. “이, 이, 이, 이게 무슨 상황인가아아아!” 아침에 일어난 디아나가, 연결된 채로 잠들어있는 나와 레이아를 본 후 내지른 고함소리 덕분에 말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ziozia // 맞습니다. 가끔 손가락이 꼬이면 자판이 멀리 떨어져있는 글자끼리도 오타가 나곤 하더군요.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494==================== 후폭풍 물론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나와 레이아는 착실히 이불을 덮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 디아나 자신이 그런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내 위에서 자지 않았는데 레이아가 내 위에서 자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불 위로 드러난 레이아의 어깨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노출되어 있다는 점 때문에 우리가 연결된 채 자고 있다는 건 누가 봐도 명백해 보이는 모양이었다. 고함소리에 잠이 깨서는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니, 디아나가 손가락으로 우리를 척 가리킨 자세로 뻣뻣하게 굳어있었다. …아, 과연. 이런 거였나. 뭐, 어쩔 수 없지. 원래는 천사님 차례였던 날에 그런 짓을 한 거니까. 사라랑 디아나한테 구박 좀 받더라도 레이아를 커버 쳐줄 수밖에. 게다가 이건 오히려 기회일지도 모른다. 난 디아나가 일어나자마자 당연히 어제 일을 추궁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 디아나는 지금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정신이 팔린 모양이었다. 어쩌면 이대로 어제일은 그냥 흐지부지 넘어갈 수도….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입을 열려고 했을 때, 나와 마찬가지로 디아나의 고함소리에 잠에서 깬 레이아가 나보다 한 발 앞서 움직였다. “으응…디아나씨? 앗, 응…으읏…하앗…! 후우…. 어, 어머? 제가 왜 구원씨 위에….” 곧장 허리를 띄워서 내 물건을 빼낸 후, 이불을 끌어안으며 어설픈 연기를 선보인 거다. …하지만 천사님.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무리수가 심하지 않을까요? “빤히 보이는 연기 하지 말게!” “꺄응!” “히잇!” 천사님의 연기를 도발로 받아들였는지, 디아나는 새빨개진 얼굴로 레이아의 엉덩이 부근을 찰싹 때렸다. 물론 전혀 아프지 않았겠지만. 오히려 레이아는 조금 색기 있는 목소리를 내면서 이불 안에서 꼬리를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런 꼬리를 보면서, 디아나는 또 트라우마가 발동했는지 자기가 비명을 질렀다. “야. 디아나 넌 무슨 자기가 때리고 놀라냐. 그보다 미안. 이건 말이지…끄아아악…!” 어차피 얼버무리는 건 불가능하다. 레이아도 그걸 알면서 그냥 한 번 해봤던 것에 불과할 거다. 아마 날 조금 골탕먹일 생각이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어젠 그렇게 천사다움을 뽐내며 좋게 좋게 넘어가줬지만, 역시 아무리 그래도 나한테 화가 전혀 안 나진 않았을 거니까. 이걸로 벌을 대신한다는 생각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디아나에게 상황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손에서 엄청난 격통이 밀려왔다. 사라를 잡고 있던 손에서. “설명. 해줄 수 있겠지?” 어느새 일어난 사라가 내 손을 두 손으로 꽉 잡고는 손가락을 꺽어 온 거였다. “지금! 지금 하려고 했잖아! 야 잠깐 타임! 부러져! 부러져!” “흥!” “허억…허억…. 야. 너희가 그러면 안 되지. 어제 너희가 무슨 짓을 했는지 잊었어? 따져보면 원래는 레이아 차례였는데 그런 짓까지 한 거니까, 이 정도는….” “사라양은 그렇다 치고 이 몸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겐가?!” 나는 뻔뻔하게 그렇게 말해봤지만, 디아나는 오히려 그 말에 격분하면서 외쳤다. “잠깐! 디아나?! 전 그렇다친다는 게 무슨 말이에요?!” 뜬금없이 팀킬을 당한 사라가 곧바로 항의했지만, 디아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자네는 이 자에게 스스로 달려들지 않았나! 이 몸은! 이 몸은 혼자서 조용히 해결할 셈이었는데 이 자가…!” …아. 그러고 보니 그랬지. 아니. 응. 진짜 미안. 생각해보니까 넌 억울할만하네. 나중에는 디아나도 스스로 달려들긴 했지만, 그것도 따지고 보면 나랑 사라가 그렇게 만든 거고. 사라랑 레이아는 중간부터 상황을 봤을 테니, 디아나가 날 화장실로 유혹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아, 응. 미안. 실은 디아나가 화장실에서 혼자 자위…으읍!” “자네는! 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네!” 내가 아직 정확한 자초지정을 모르는 사라와 레이아에게 어제일을 차근차근 설명해주려고 하자, 디아나가 내게 달려들어서는 토닥토닥 어택을 감행했다. 얼마나 화가 난 건지 긴 귀가 끝까지 완전히 새빨개져있었고, 내 가슴을 두드리는 주먹에도 평소보다 더 힘이 들어간 것처럼 느껴졌다. “헤엑…헤엑…헤엑….” 물론 그래봤자 토닥토닥 공격. 데미지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디아나의 체력이 줄어드는 속도만 더 빨라질 뿐이었다. 금방 지친 디아나는 내 가슴 위에 두 손을 올리고는 뻗어서 씩씩거리기 시작했다. “…뭐. 아무튼 디아나랑 있었던 일은 내가 일방적으로 잘못했다는 얘기야. 미안. 얘들아. 내가 좀 쌓인 바람에 이성을 잃었었어.” 아까 자위라는 단어가 나왔기 때문에 사라와 레이아도 대충 상황을 짐작했는지, 안쓰러운 표정으로 디아나를 쳐다봤다. 체력이 방전된 디아나는 내 몸 위에 뻗어서 굴욕에 부르르 떨기만 할 뿐이었지만. “뭐, 사라는 완전히 사라 잘못이지만.” “나, 나도 피해자거든?!” “뭔 소리야. 넌 자기가….” “우, 우으으으으…우에에엥! 구워으은!” “야! 그건 치사하지 않냐?!” 내가 사라의 잘못을 따지려고 하자, 사라가 갑자기 스스로 내 손을 놓고는 어린애처럼 엉엉 울기 시작했다. 확실히 여자의 눈물은 무기라는 말이 있기는 한데 말이야, 너 사용법이 좀 잘못된 거 아니냐?! 게다가 지금, 울음이 터지기까지의 시간이 어제보단 좀 길지 않았냐? “훌쩍…내가 이런 상황인 걸 알면서…흐윽…떼놓고 갔잖아…. 그리고 화장실에서도 내가 떨어질 수 없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도 않고…난 분명 멈추려고 했는데….” “알았어. 미안해. 진짜 미안해. 다 내 잘못이다.” 설마 자는 동안 깰 줄은 몰랐지. 결국 나는 사라의 눈물 공격에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뭐, 생각해보니 사라도 억울할 수 있는 상황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레이아한테도 어제 일이 들켜서, 이렇게 됐다는 말이야. 레이아를 탓하지 마. 다 내 잘못이니까.” “누가 레이아를 탓한다고 했어? 나도 전부 구원 잘못인 거 알아.” “그렇네! 이 변태! 호색한! 색정광!” 다행히 사라도 디아나도 레이아를 탓할 마음은 없는 모양이다. 정말 다행이다. 얘들끼리 싸움이라도 나면 진짜로 감당이 안 될 것 같으니까. 얘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되도록 그런 상황은 피하고 있는 걸지도. 뭐, 사라랑 디아나는 틈만 나면 투닥대긴 하지만, 그건 서로 일정 선을 넘지 않으면서 하는 장난 같은 거니까. 용사님이랑 대마법사님이 진심으로 싸우면 아마 피로 피를 씻는….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보단 이렇게 내가 구박 받기 게 훨씬 낫다. “뭘 잘 했다고 웃고 있는 겐가! 자네 반성을 하고 있기는 한 겐가?!” “응. 물론이지. 엄청 하고 있어. 미안. 진짜 미안.” “진심이! 느껴지지! 않네!”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디아나가 다시 토닥토닥 공격을 감행해왔다. 다만 아까 전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은 건지, 아까처럼 공격이 격렬하진 않았다. 야. 너무 그러지 마라. 이래 봬도 정말로 반성하고 있는데, 네가 그렇게 귀엽게 행동하면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잖아. 격렬히 화내는 디아나와 대조적으로, 사라는 그렇게까지 화를 내진 않았다. 그저 눈물 젖은 눈으로 날 찌릿하고 노려보기만 할뿐이었다. 아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역시 본인 스스로도 자신이 나에게 붙어있어야만 하는 이 상황 자체가 어제 사건의 발단이란 자각은 있는 모양이었다. “안 되겠네! 자네 거기 정좌하게!” “넵.” “꺄아악! 구, 구원씨 바지! 바지요!” “으읏! 내, 내 손 잡고 그러고 있었던 거야?!” “자네느은! 자네느은!” “앗! 미안!” 레이아의 애액에 젖은 내 물건을 보고 조금 충격 받은 사라와 디아나에게 나는 다시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하앗! 하앗! 하앗! 안 되겠네. 오늘은 반드시 사라양을 어떻게든 하고 말겠네!” 그리고 겨우 소동이 일단락 된 후,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있는 날 팔짱끼고 내려다보면서 디아나가 엄숙하게 선언했다. 참고로 얘가 이렇게 숨을 몰아쉬고 있는 건, 물론 그 사이에 또 한 번 토닥토닥 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저, 저를요?” 내게 떨어질 수 없는 사라는 내 어깨에 손을 얹은 채 서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릎 꿇고 있는데 옆에서 이렇게 어깨를 짚고 서있으니까 뭔가 미묘한 기분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애초에 이 모든 사건들이 사라양이 이 자에게서 떨어질 수 없기 때문에 생긴 일 아닌가!” “으읏…그, 그건 그렇죠….” 정말 오랜만에 디아나의 기세에 기가 죽은 사라는, 미안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화장실에서 자위하다가 나한테 덮쳐진 디아나였는데, 거길 또 사라가 습격하기까지 했으니까. 사라도 양심상 도저히 디아나한테 큰소리를 낼 수는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한다니…어떻게 한다는 건데? 뭔가 뾰족한 수라도 있어?”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 내가 시험해봤을 텐데 말이야. 내가 그렇게 질문하자, 디아나가 엄숙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방법은 지금부터 찾으면 그만 아닌가!” “아니. 그러니까 그게 가능했으면….” “이 몸을 얕보지 말게. 지금까지 마나 연구를 하면서 이 몸이 얼마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생각하는 겐가. 실험에는 이골이 났네. 계속 반복해서 사라양이 저렇게 되는 조건을 알아보다보면,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걸세. 사실 정신적인 문제이다 보니 자연적인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했네마는…더 이상 참을 수 없네!” 우리 대마법사님은 아무런 근거도 없이 엄청나게 믿음직스런 말투로 힘 있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여러분.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 전에, 우선 식사부터 하시는 게 어떨까요?” “…그렇구먼.” 곧바로 목소리에서 힘이 빠졌지만 말이다. 식당에는 이미 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모여 있었다. 아무래도 방 안이 소란스러운 걸 보고 바넷사가 조금 기다려줬던 모양이다. 나는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곧장 구석으로 달려갔다. “실비…! 야. 왜 막냐.” 내 손을 단단히 잡고 있는 사라가 따라 와주지 않는 바람에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막다니. 난 그냥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구원이야 말로 자리에 안 앉고 어디가려고? 또 실비아를 괴롭히려고?” “괴롭히다니! 난 그저 조금 정신의 안정을 얻고 싶었을 뿐이야!” 물론 거의 대부분 내 잘못이었다고는 하지만, 어젯밤부터 아침까지 사건이 너무 많았으니까 말이다. 힐링섹스의 효과를 받으면서 잤는데도 정신적으로 피곤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럴 땐 역시 실비아 테라피가 최고 아니겠어? 나는 사라를 다시 한 번 당기려고 했지만, 사라는 살짝 토라진 얼굴로 온 몸을 반대쪽으로 빼면서 필사적으로 버텼다. 이게 진짜…그렇다면…! “햣!” 나는 오히려 사라에게 다가가 그 몸을 꽉 껴안았다. 그러자 사라가 허를 찔렸는지, 답지 않게 귀여운 비명을 질렀다. 후하핫. 어떠냐. 네가 아무리 버텨봤자지. 나는 사라의 몸을 번쩍들고, 사라째로 실비아에게 다가갔다. “우, 우아아아….” “어, 야! 잠깐!” 하지만 사라를 안은 채로는, 반대쪽 구석으로 재빨리 도망가는 실비아를 잡을 수 없었다. “후흥. 바보. 날 안은 채로 실비아를 잡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큭. 사라가 조금만 더 가벼웠다면…으악! 아파! 항복! 농담! 농담이야! 사라는 가벼워! 깃털 같아!” 치사하게 손바닥에 마나 둘러서 때리지 마라! “…진짜 안 무겁지?” 의외로 신경이 쓰는 모양이다. 모델같이 완벽한 프로포션을 자랑하는 주제에. “그럼. 무거울 리가. 하루 종일이라도 들고 있을 수 있어.” 하지만 사라가 가벼운 것과는 별개로, 사라를 안은 채 실비아를 잡는 건 불가능했다. 큭.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실비아. 이리 온.” “웃…!” 나는 스스로 쫓아가는 대신 실비아가 내 쪽에 오도록 명령했다. 그러자 실비아의 몸이 우뚝 서더니, 덜덜 떨리면서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훗! 보라! 내게는 이 절대 명령권이…! 뭐, 없지만. “그래. 그래. 착하지.” 나는 사라를 살며시 내려놓고, 다가온 실비아의 머리에 손을 얹어서 쓰다듬어줬다. “구원 말이야…실비아는 개가 아니니까….” “실비아, 싫어?” “좋습니다아!” “본인이 좋대잖아. 자, 실비아. 오늘은 내 위에서 먹자.” 나는 실비아를 허벅지 위에 올리고, 실비아 테라피를 맘껏 즐기며 식사를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사라는 살짝 질투하는 표정으로, 레이아는 장난꾸러기 아이를 쳐다보듯 포근한 미소로 바라봐줬다. 디아나? 디아나는 어떻게 사라의 유아퇴행을 치료할지 고민 중인지 고개를 숙이고 뭔가 중얼중얼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틸다는 마틸다대로, 우리를 보면서 뭔가 고민하는 표정으로 혼자 생각에 잠겨있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95==================== 후폭풍 그러고 보니 마틸다 쟤, 요즘 걔속 저랬지. 던전에 들어가기 전부터, 정확히 말하자면 신전에 다녀온 다음부터 계속 저랬었다. 조난이라는 큰 사건을 겪는 바람에 잠깐 잊고 있었지만 말이다. 교황님과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던 건진 몰라도, 아직도 해결이 안 된 건가? 아, 하긴. 내가 조난당한 동안에는 쟤도 계속 4계층에 있었다고 했었나. 아무래도 그동안에는 교단의 일보다 날 찾는 걸 더 우선시했던 모양이다. 그리고 무사히 내가 돌아오자, 다시 고민에 빠졌다는 거다. 추기경씩이나 되시는 분이 교단 일보다 날 더 우선시해주다니, 역시 마틸다는…아니. 그냥 내가 성자다보니 교단에서도 중요한 사람이라서 그랬던 건지도. 그러고 보니 혹시 실종된 날 찾으러 교단도 움직였던 걸까? 마법사 협회 누님들은 이렇게 같은 저택에 있으니 날 도와줬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지만, 교단의 반응은 신경을 못 썼네. “…혹시 말이야. 나 찾는 거, 마법사 협회 사람들 말고도 더 많은 사람들이 움직였거나 해?”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당연하잖아. 마틸다가 교단 사람들을 부르려고 하고, 실비아는 공주한테 연락해서 기사단을 보내라고 하고. 난리도 아니었다니까.” 품에서 덜덜 떨리고 있는 실비아의 감촉을 맛보면서 그렇게 질문하자, 옆에서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짓고 있던 사라가 그렇게 대답해줬다. …진짜냐. 교단뿐만 아니라, 왕가까지 움직였다고? 아무래도 내 상상보다 훨씬 더 큰 소동이 있었던 모양이다. “교단에는 수영을 할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아서 그다지 도움이 되진 못했지만요. 기껏해야 4계층에서 모험가 생활을 하고 계신 성직자분들께 부탁하는 정도에 그치게 됐어요.” “저, 저도…나라 전체에서도 수중 전투가 가능한 기사단은 한정되어 있어서…저기…채 도착하기 전에….” 마틸다와 실비아는 각각 그렇게 겸손을 떨었지만, 나는 충분히 할 일을 해줬다고 생각했다. 수영을 못해서 직접 날 찾으러 다니지 못했다면서, 대신 이렇게 노력하고 있었다는 거잖아. “아니. 날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줬다는 게 중요한 거지. 고마워. 나중에 신전이랑 성에 가서도 감사 인사를 해야겠네.” “아으으읏….” “아, 아니에요…당신을 위해서인 걸요….” 내가 솔직하게 감사의 말을 전하자, 실비아와 마틸다가 저마다 각각 개성적인 반응을 보여줬다. 얘들은 진짜 이럴 때마저 이러냐. 이래서야 진짜 나랑 이어질 수 있을까? 특히 실비아. 너 사도 임명하면 진짜 행복사하는 거 아니냐? “하지만 마틸다 넌 잘도 교단에 연락했네. 남자가…아, 혹시 실비아가 같이 다녀준 거야?” “핫! 네, 넷. 그렇죠 뭐. 어차피 둘 다 통신 마법을 써야했으니까요. 그리고 수영도….” 내가 기막히단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자, 화들짝 놀라면서 핑크빛 모드가 풀린 마틸다가 말을 흐리며 대답했다. 과연. 어제는 실비아와 마틸다의 조합이 조금 어색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경유로 같이 다니면서 친해진 모양이다. 뭐, 아무리 그래도 하루 종일 욕실에서 같이 있는 건 이상하지만. 아니. 대충 뭘 하고 있었는지 짐작은 가지만 말이야. 사실 어제는 눈치 채지 못했었지만, 방금 전 마틸다의 대답이 힌트가 되어줬다. 그렇다면 분명 오늘도…한 번 떠볼까. “실비아야….” “흐이잇! 네, 네에에…?” 내가 실비아의 귀에 입을 가져다대고 조용히 속삭이자, 실비아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굳어져서 대답했다. 야. 울지 마라. 안 그래도 방금 전에 사라의 이상한 눈물 공격에 당하고온 참인데, 너까지 이상한 눈물 공격하지 마라. 아니. 넌 좋아서 우는 거겠지만 말이야. 보통 좋아서 우는 건 이런 식으로 우는 게 아니지 않냐? 뭐, 됐어. 아무튼 계획대로 제대로 된 판단이 불가능해진 모양이니까. “오늘도 마틸다랑 하루 종일 욕실에서 있을 거야?” “네, 네엡…으엣….” “시, 실비아씨!” 실비아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대답해줬다. 직후 본인도 아차 싶었는지 입을 막았고, 마틸다도 황급히 실비아의 말을 막았지만, 이미 대답은 들은 후였다. “과연. 둘이서 나한테 숨기고 욕실에서 무슨 짓을 했던 걸까?” “후으으읍. 구, 구, 구, 구원님! 아, 아닙…!” “자, 잠깐만요. 오해하지 마세요. 다,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하자, 둘은 곧장 격한 반응을 보여줬다. 실비아는 상체를 뒤로 돌려서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내 가슴에 손을 얹고 도리질을 했고, 마틸다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황급히 부정했다. “응?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거라니?” “제, 제 입으로 직접 얘기하게 할 셈인가요? 어, 어쩜 이리 파렴치한!” 마틸다의 그 반응을 보고 나서야, 나는 우리 사이에 뭔가 거대한 오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파렴…아니. 야! 너 대체 사람을 뭐로 보고! 이번에는 그런 생각 안 했거든!” 얘들은 내가 뭐 맨날 그런 생각만 하는 줄 아는 건가?! 아니. 그래. 많이 봐줘서 마틸다는 그렇다 쳐. 실비아 너까지…생각해보니까 맨날 실비아가 보이기만 하면 껴안고 장난치는구나. 응. 그렇게 생각 할만도 하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 좀 자제하거나 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어차피 인식이 이렇게 박혀버린 거, 앞으로는 더더욱 격렬하게 실비아를 행복사로 몰아넣어 주겠어! 그렇게 다짐하며, 나는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있는 실비아의 몸을 꽈악하고 힘줘서 끌어안았다. “이 바보…‘이번에는’이란 건, 평소엔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거잖아….” 사라 넌 옆에서 끼어들지 말고 조용히 해! 남자가 야한 생각을 하는 게 뭐가 나빠! 이건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이라고! “하아…뭐, 됐어. 아무튼 알았다.” “더, 더 추궁하진 않는 건가요?” “추궁할 게 뭐 있어. 어차피 둘이서 수영연습이나 하고 있었겠지. 내게 숨긴 것도, 괜한 신경을 쓰지 않도록 비밀로 하고 있었다든가 뭐 그런 거잖아? 막 돌아와서 피곤한 내가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푹 쉴 수 있도록 말이야. 아냐?” “으윽…그, 그거야…맞지만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마틸다는 조금 굴욕적이란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런 표정 지을 거 있냐? 너희는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게 착하다보니까 예상하기 편하다고. “말해두지만, 전혀 신경 안 써도 돼. 오히려 하루 종일 앉아있거나 누워있으면서 쉬기만 하는 게 더 찌뿌둥해진다고. 수영연습 도와주는 것 정도라면 오히려 환영이야. 시간 때우기도 좋고. 무엇보다….” 합법적으로 욕실에 들어가서, 너희 몸매를 관찰할 수 있는 거니까. 욕실에서 수영연습을 하는 거니까, 분명 알몸으로 하고 있는 거겠지? 오히려 제발 돕게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다. “…무엇보다, 뭔가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마음 같아서는 도와주고 싶은데, 오늘은 나도 좀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힐끔 디아나를 쳐다봤다. 디아나는 여전히 뭔가 조그맣게 중얼거리면서 생각에 잠겨있었다. 옆에서 이렇게 떠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엄청난 집중력이다. 역시 대마법사님. “미안하지만 오늘은 좀 힘들겠네.” “아, 아뇨. 원래부터 실비아씨랑 둘이서 할 생각이었으니까요. 당신이 사과할 건 없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마틸다는 뭔가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응? 왜 저러지? 설마 또 내가 너무 착실히 말해서 위화감 든다든가, 그런 말을 할 셈은 아니겠지? “저…구원씨…?” 그때 조용히 식사를 하면서 우리 얘기를 듣고만 있던 레이아가 입가를 가볍게 닦으며 조심스런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응? 왜?” “그게…슬슬 실비아씨를 놔주지 않으면 위험하지 않을까요?” “응? 헉! 시, 실비아아!” 내 품에 안긴 실비아는, 어느 샌가 진동도 멈춘 채 거의 성불할 것처럼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쩐지 아까부터 조용하다 싶더라니! 마틸다도 이걸 보고 저런 표정을 지었던 거였나! 좀 빨리 말하라고! “구원님…전 이제 틀렸습니다아….” 보통 이럴 때는 죽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실비아였지만, 이번에는 한계에 다다른 채로 너무 오래 자극을 받았던 모양이다. 실비아는 성불하기 직전에 유언이라도 남기듯 그렇게 중얼거였다. “무, 무슨 소리하는 거야! 이대로 죽게 할 순 없어! 어서 심장충격기를…! 젠장. 이 세계에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나! 그렇다면 여기선 판타지 세계답게 왕자님의 키스로…!” “키…흐에에에엣?!” 아, 살아났다. 키스란 말을 듣자마자, 실비아가 순식간에 파닥거리면서 일어나더니 구석으로 달아났다. 아무리 현자타임 중이라도 키스는 버티기 힘든 모양이다. 진짜 한 것도 아닌데 상상만으로 다시 되살아나다니. 대체 얼마나 내성이 약한 거야. “실비아. 이리 온.” “아, 아, 안 됩니다! 죽습니다아!” 나는 다시 실비아에게 손짓을 했지만, 아까와는 다르게 실비아는 고개를 흔들며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러게 실비아 좀 그만 가지고 놀라니까. 그러다가 언젠가 진짜로 실비아가 죽으면 어쩌려고 그래?” 내가 실비아로 노는 건 반쯤 포기했는지, 사라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아니. 일단 제대로 조절은 하고 있을 셈인데 말이야. 이번에는 단지, 대화에 열중하느라 잠깐 까먹은 것뿐이야. 하지만 사라 말대로, 이 이상 끌어안고 있기도 미안해서 나는 그대로 실비아를 보내준 채 식사를 하기로 했다. 실비아테라피의 효과는 충분히 봤고. “그럼 우선! 사라양! 자네 한 번 이 자의 몸에서 손을 떼어 보게.” 식사를 마치고, 나와 사라, 그리고 디아나는 함께 방에 모였다. 물론 사라의 유아퇴행을 치료하기 위해서 말이다. 아, 참고로 레이아는 실비아, 마틸다와 함께 욕실로 갔다. 어차피 우리 쪽에 있어봤자 자신이 도움 되진 않을 것 같으니, 그쪽을 도와준다고 말이다. 천사님은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데 말이야. 주로 내 심신안정 쪽으로. 아무튼 그래서 셋이서 방으로 온 후, 디아나는 곧장 사라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네? 하지만 손을 떼면 또….” “어느 정도 거리로,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확인해보려는 걸세. 그리고 그동안, 사라양 자신의 자신이 어떤 감정이 드는지 주목해보도록하게.” 확인해본다고 해도 말이지…전에 살짝만 떼도 우는 거 디아나 너도 봤잖아.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라는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렇군요. 그럼…갈게요.” 한 번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 사라는 살며시 내 손에서 손을 뗐다. 거리는 1cm…5cm…10cm 정도까지 떨어졌을 때부터, 사라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오, 전보다 조금 잘 버티네? 역시 그동안 나랑 지내면서 조금 안정을 되찾은 건가? 아니. 그렇게 생각하기엔 어제 밤까지만 하더라도 그다지 진전이 없었는데? …혹시 섹스를 해서? 어쩌면 힐링 섹스가 도움이 됐을지도. 스킬 설명에는 자연치유력이 상승한다고 쓰여 있으니까 말이다. 사라가 겪고 있는 이런 문제도 보통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결되는 만큼, 힐링 섹스가 상승시키는 자연치유력의 범주에 들어갈지도 모른다. “우으읏…! 우에에엥…역시 안 돼애애! 구원이랑 떨어지기 싫어어어!” 하지만 사라가 내 몸에서 손을 떼고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라는 다시 내 손을 붙잡았고, 그러고 나서도 좀처럼 진정하지 못한 채로 코를 훌쩍였다. “흠. 역시나 회복이 조금 되기는 한 모양이구먼.” 그리고 그런 사라를 보고, 디아나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응? 역시나?” “뭐어…자네와 몸을 섞었으니 말일세.” 내가 질문하자, 디아나는 어젯밤 일은 그다지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듯이 시선을 피하면서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말은 즉, 디아나도 사라가 이렇게 회복된 이유를 힐링 섹스로 생각하는 건가. “그래서. 사라양. 울고 있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질문을 좀 하겠네. 자네 이 자와 떨어졌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는가? 말로 표현할 수 있겠나?” “훌쩍…네. 그러네요…우으…구원은 귀 막고 있으면 안 돼?” 사라는 훌쩍거리면서 대답하려다가, 뭔가 부끄럽다는 듯 날 쳐다보면서 말했다. 호오. 사라가 웬일로 제정신인 상태에서 귀여운 반응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레이첼 안 까먹었습니다. 다만 원래는 이 파트가 그냥 짧게 끝날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 길어지네요. 496==================== 후폭풍 하지만 귀여운 건 귀여운 거고,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는 거다. 나는 얼굴 표정을 딱딱히 굳히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 한 손으론 막기도 힘들고, 게다가 어차피 막더라도 너랑 이렇게 붙잡고 있으면 들릴걸. 그러니까…자! 말해! 뭘 이제 와서 부끄러워할 게 있어! 어서 나에 대한 그 뜨거운 감정을 백주대낮에 숨김없이 털어놓는…크헉!” “하여간 이 바보는 진짜!” “자네! 방해하지 말게!” “넵….” 사라 넌 훌쩍이면서도 등짝 스매시는 매섭게 때려 넣는구나. 사라와 디아나 둘에게서 동시에 꾸중을 듣는 바람에, 나는 더 이상 떠들지 못하고 닥칠 수밖에 없었다. 천사님. 어디계신가요. 헤어 진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님이 그립습니다. 그런 날 살짝 노려보더니, 사라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부끄럽다는 듯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아…그러니까 감정. 감정 말이죠. 음…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두려웠어요. 손이 떨어지면 구원이 또 어디론가 가버릴 것 같고….” “음. 음.” “그렇게 되면 이번엔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닐까하는 두려움도 생기고….” “흐음. 흠.” “그렇게 되면 전 살아갈 자신이 없어서…그렇게 생각하니 어떻게든 구원과 붙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만이….” “과연…사라는 날 그렇게나….” “자네는 쓸데없는 추임새 넣지 말고 좀 가만히 있게나!” 아무래도 이것도 안 되는 모양이다. “아니. 미안. 방해할 셈은 아니었어. 하지만 말이야. 이제 와서 굳이 다시 물을 필요도 없이 뻔한 얘기잖아. 사라는 날 너무 좋아한 나머지, 날 잃을 뻔 하자 두려움이 생겨버린 거야.” “설령 어렴풋이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건 본인 입으로 제대로 생각을 듣는 게 중요한 걸세! 게다가 두려움만으론 사라양이 유아퇴행까지 되는 이유는 알지 못하지 않나!” “그거야…그래도 치료를 하는데 그런 것까지 알 필요는 없잖아. 아무튼 원인은 알았으니까….” 사실 난 그것도 대충 예상을 하고 있지만 말이야. 사라는 내가 없어질 뻔한 일에 할아버지의 죽음을 겹쳐보고 있는 거다. 그래서 할아버지에게 응석부리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걸 거다. …아마도. “…구원 혹시…그것 때문에 일부러 그렇게 얄밉게 방해한 거였어?” 내 말을 듣고 뭔가 마음에 짚이는 게 있었는지, 사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감격에 벅찬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어? 으, 으응….” 그런 사라의 반응을 보고, 나는 미묘한 기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얄밉게 라니…. 너 말이야. 아니. 뭐 살짝은 그렇게 보일 수도 있었다는 건 부정하지 않겠지만. 뭐라고 한 마디 하고 싶었지만, 나도 찔리는 게 있어서 그냥 가만히 있기로 했다. 아니. 정말로 사라가 할아버지 얘기를 꺼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 방해한 건 맞다. 사라는 복수를 마친 지금도 그 일을 트라우마로 여기고 있으니까 말이다. 실제로 복수 이후로 사라가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한 것도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었다. 다만, 다만 말이지. 아주 살짝, 쪼오오금 정도는 아까의 등짝 스매시에 대한 가벼운 보복 차원으로 얄밉게 굴었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것뿐이야. 이런 걸로 찔려하다니. 나란 놈은 너무 양심적이라니까. “하지만 괜찮아. 난 정말 괜찮으니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사라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고는 그렇게 말했다. 아니. 안 괜찮으니까 지금 이렇게 됐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사실 저희 할아버지가 조금 안 좋은 일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그때 일과 구원을 잃을 뻔한 일을 겹쳐보는 바람에 그렇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사라는 한 번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디아나를 향해 제대로 그렇게 얘기를 했다. “…과연. 그런 일이 있었는가. 말해줘서 고맙네. 하지만 그렇다면 이 자와 할아버지는 다르다는 걸 인식시키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구먼. 어쩌면 섹스 후에 조금 상황이 나아진 것도, 그런 이유때문일지도 모르는 것이고 말일세. 으음….”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턱에 손을 괴고는 생각에 잠겼다. 아, 그런 생각도 있을 수 있는 건가. 그야 할아버지랑 그런 짓은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아니. 그 이전에 사라는 나하고밖에 한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역시나 그런 방법으로 단기간에 사라양을 치료할 방법은 떠오르지 않는구먼.” 디아나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면서 중얼거렸다. 얜 가끔 이런 표정을 짓더라. 미간에 주름 만들지 말라고 항상 말 하는데도 그러네. 내가 손가락으로 가볍게 미간을 눌러주자, 디아나가 조금 움찔하고는 얼굴을 붉히면서 표정을 폈다. “크흠. 아, 아무튼 그렇다면 자네와의 섹스를 하는 것만으로도 사라양의 상태는 점점 호전될 거라고 생각하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증상이 완치 되겠지.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걸세. 완치가 될 때까지 계속 붙어있을 수만은 없는 일 아니겠나? 그래서 이 몸은 치료를 하는 것보다 우선 사라양이 자네에게서 떨어질 수 있게 만들어보려고 하네.” “응? 그런 게 가능해?” “잘 될지 안 될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긴 하네만, 사라양이 아까 말한 감정을 토대로 생각해보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네. 자네, 전에 분명 사도 인장의 위치를 옮길 수 있다고 했었지?” “응. 그런데.” “그렇다면 지금 당장 사라양의 인장 위치를 옮겨주게. 사라양 스스로가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말일세.” 과연. 그런 건가. 나는 디아나가 무슨 뜻으로 그런 걸 시켰는지 깨닫고, 곧장 사라의 사도 인장의 위치를 조절했다. 엉덩이가 안 된다면 어디에 할까…. 지금은 성감대 표시 보다는, 디아나가 말한 대로 언제든 잘 볼 수 있는 곳이 좋겠지? 나는 인장의 크기를 줄이고 사라의 손등 위에 인장을 자리 잡게 했다. 덤으로 색도 희미한 탄 자국으로 보일 정도에서 커피색 정도로 진하게 만들어줬다. “자, 됐어.” “…정말로 옮길 수 있었구먼.” “…그러게요.” 내가 인장의 위치를 옮기자, 디아나와 사라는 조금 예상외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니. 디아나 넌 네가 옮기라고 한 거잖아. 설마 내가 거짓말한 거라고 생각했던 거야? “왜? 디아나도 평범한 데로 옮겨줘?” “우…괘, 괜찮네….” 내가 살짝 기분 나쁜 티를 내면서 말하자, 디아나가 두 손으로 자기 하복부를 감싸듯 가리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 역시 거기가 제일이지?” “…자네 악취미는 그렇다 쳐도, 이왕 처음 새긴 곳이니 말일세. 아무튼 사라양! 어떤가! 이 사도 인장은 만약 이 자의 몸에 무슨 일이 생기면 사라지는 구조일 걸세. 즉, 이 인장이 제대로 보이는 한, 이 자는 안전하다는 얘기가 되네. 이렇게 눈에 보이면 조금은 안심이 되지 않나?” “응…그러네요. 그런 기분이 드는 것 같기도….” 사라는 사도 인장의 위치가 성감대에서 평범하게 손등으로 옮겨진 것이 묘한 기분인지, 뭔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자, 그럼 어디 한 번 다시 손을 떼보게. 사도 인장을 제대로 의식하면서 말일세.” “네. 그럼 어디….” 침을 꿀꺽 삼키고, 다시 한 번 내 손에서 손을 천천히 떼는 사라. 시선은 쭉 자신의 손등에 고정시키며, 사라는 손을 점점 내게서 떼어냈다. 그리고 완전히 손을 아래로 내렸을 때도, 사라는 아까와 같은 유아퇴행을 보여주지 않았다. “돼, 됐어요! 디아나! 이거라면…!” “오오! 멀쩡한 겐가?!” “네! 고마워요! 디아나의 조언대로였어요. 인장을 보면서 구원은 안전하다고 계속 되새기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리고 할아버지와 구원이 다르다고 해줬던 조언도요. 다 디아나 덕분이에요!” “아닐세! 자네가 멀쩡히 이 자와 떨어질 수 있다면 이 몸도 기쁘네! 이제 두 번 다시 그런 일은…으읏.” 디아나는 살짝 촉촉해진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디아나야…. 너란 애는 대체…. 아니. 뭐 이해는 한다만 말이지. “자, 그럼 이대로 한 번 거리를 벌려보게! 분명 괜찮을 걸세!” “네!” 기운찬 대답과 다르게, 사라는 내게서 거리를 벌리는 걸 주저했다. 아무래도 그런 경험을 한 직후이다 보니, 역시 조금 두려운 마음이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힘들면 내가 멀어질까?” “아니. 괜찮…우으…부, 부탁해….” 내 질문에 언제나처럼 쿨하게 대답하려 했던 사라지만, 결국 약한 모습을 보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맡겨두라고. 힘들 땐 언제든 날 의지해도 되니까. “그럼….” 내가 천천히 거리를 벌리자, 사라의 몸이 조금씩 움찔움찔 하면서 떨리기 시작했다. 필사적으로 억누르곤 있지만, 당장이라도 내게 달려들고 싶다는 반응이었다. “사라양! 힘내게! 사도 인장을! 사도 인장을 의식하는 걸세! 저 자는 무사하네! 자네 할아버지도 아닐세!” “네, 넷!” 디아나의 응원에 힘입어, 사라는 어떻게든 자신의 몸을 억눌렀다. 그리고 그 사이에, 나는 방문 앞까지 도착했다. “아예 난 나가볼까?” “음. 그렇게 하게.” 나는 디아나의 승인을 얻어서 밖에 나갔다. 그리고 문을 닫자마자…. “우에에에엥! 구워어어어어언!” …역시 이렇게 일이 쉽게 풀리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 이후로도 우리는 디아나가 제안한 갖가지 방법을 시험해봤다. 식사하는 동안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아이디어를 짜낸 건지 궁금할 정도로 많은 방법을. 과연 지고의 대마법사님이 진심으로 방법을 찾으려고 하면 이렇다는 건가. 다만, 그 어떤 방법도 결국 내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는 시점에서 실패로 끝났다. “이래선, 아무래도 눈에 보이는 더 확실한 뭔가가 필요할 것 같구먼.” 저녁 시간이 다가오자, 조금 안달 난 표정이 된 디아나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오늘 밤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다 같이 자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디아나. 눈에 보이는 거라면 사도 인장도 있잖아요. 그건 벌써 실패로….” “아니. 그게 아닐세. 이 자의 안전 같은 애매모호한 것이 아니라, 이 자가 근처에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할 거라는 말일세. 이 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자마자 효과가 없어진다는 것은, 이 자의 행방을 알 수 없다는 불안감이 생겼다는 것 아니겠나?” “그거야 그렇지만 대체 어떻게….” “걱정 말게. 이 몸에게 한 가지 생각이 있네. 사라양은 혹시 몸에서 절대 떨어뜨려놓지 않는 물건이 있는가?” “네? 절대 떨어뜨려놓지 않는 것? 그거라면….” 사라의 시선은 자연스레 자신의 손으로 향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손이 아니라, 그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지에. 언젠가 내가 셋에게 각자 하나씩 준 바로 그 반지였다. “…이 몸의 설명이 부족했구먼. 마법세공이 들어가도 상관없는 물건 중에 그런 꼭 가지도 다니는 물건은 없는가? 그 물건은 이 몸이 함부로 건드려도 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그렇군요. 그럼…이건 어떤가요?” 그렇게 말하고, 사라는 이번엔 품에서 호신용 나이프 하나를 꺼냈다. …쟤 아직도 저런 거 품에 지니고 다녔구나. 하긴. 날 제외한 남자는 아직도 혐오하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건가. 앞으로 사라한테는 은신으로 접근해서 장난치는 것만큼은 절대 하지 말자고, 나는 이 순간 굳게 다짐했다. 애정 어린 등짝 스매시라면 모를까, 배에 칼을 맞는 건 사양이야. “흠. 나이프인가. 흠. 손잡이 부근에 마석을 박으면 괜찮겠구먼. 어디 이리 줘보게.” 디아나는 사라에게 나이프를 건네받더니,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조그맣게 뭔가를 중얼거렸다. “흠. 자네들은 여기서 잠시 기다리게. 이 몸은 이 나이프에 마법세공을 하고 오겠네.” 그리고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렇게 말하고는 방을 나섰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디아나의 손에 들린 나이프는 날 부분에 뭔가 룬문자 같은 것이 새겨져 있는 모양으로 변해있었다. 그리고 반대쪽 손에는 마찬가지로 복잡한 문양이 새겨진 마석이 들려있었다. “자네. 이 나이프와 마석에 각각 피를 한 방울씩 떨어뜨려보게.” 디아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나이프와 마석을 내밀었다. “피를? 뭐, 상관없지만. 이게 뭔데?” 나는 건네받은 나이프로 손에 살짝 피를 내고는, 마석과 나이프에 각각 피를 묻혔다. 그러자 내 피가 흡수되듯이 사라지면서, 동시에 나이프의 날과 마석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자네가 100미터 반경 안에만 있다면 밝게 빛을 내는 마법을 새겼네! 이거라면 자네의 모습이 보이지 않더라도, 자네가 가까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내 질문에, 디아나는 가슴을 쫙 펴고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귀여운 녀석. 그리고 이번에는 확실히 가슴을 펴고 말할 만큼 대견한 일을 해냈다. 과연 우리의 대마법사님. “오오! 과연! 확실히 그렇겠네! 하지만 그럼 이 마석은? 나이프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마석은 이 몸이 가지고 다닐 걸세!” …응? 잠깐만 기다려. 얘가 지금 은근슬쩍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 말은 즉…. 처음엔 마냥 감탄만 했던 나였지만, 그제야 이 마법의 의미를 깨달았다. “나…이제부터 어디 있는지 일거수일투족 감시당하는 거야?” “뭐야? 구원. 우리한테 들키면 안 될 만한 데라도 다니는 거야?” “아, 아니. 그런 건….” 한 번도 없었다고! 레이첼 누님과의 식사? 그런 감정으로 식사 대접한 게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아무튼 이거, 즉 그때 같은 일이 일어나면 앞으론 무조건 들키게 될 거란 거잖아. 아니. 앞으로 그런 오해받을 짓은 아예 안 할 생각이지만 말이야. “그래도 사람에겐 사생활을 보장할 권리라는 게 말이야…너희도 내가 너희 위치를 알 수 있는 마법구를 가지고 다니면 싫잖아?” “응? 전혀 상관없는데.” “부탁하면 만들어주겠네.” “…그러신가요.” 은근슬쩍 항의를 해본 나였지만, 내 생각보다 훨씬 내게 많은 걸 허용하고 있는 둘에게 그대로 격침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분명 나중에 뭔가 이걸로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데. 아니. 확실히 사라가 내게 떨어지고도 유아퇴행하지 않도록 도움은 주겠지만 말이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풍령화객 // 여신강림 쿨은 한 달이 아니라 1년입니다. 육식곰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497==================== 후폭풍 이렇게 된 이상, 이게 효과가 없길 바랄 수밖에…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닌가. 확실히 효과가 없다면 그걸 구실로 이 마법구를 폐기처분 시킬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효과가 없으면 사라는 계속 이 상태라는 얘기가 된다. 효과가 있길 바라면서 한 편으론 또 없었으면 좋겠다는 미묘한 기분으로 나는 방을 나서서 문을 닫았다. 그리고 그 상태로 문 앞에서 가만히 대기했지만, 1분이 지나도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성공한…건가?”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구먼. 어떤가?! 이 몸에게 걸리면 이 정도 쯤이야 식은 죽 먹기란 걸세! 자네도 조금은 이 몸을 다시 보는 게 어떻겠나?!” 내가 다시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자, 디아나가 가슴을 쫙 펴고 당당하게 말했다. 사라는 옆에서 살짝 미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말이다. 효과가 있길 바람과 동시에 한 편으론 또 없길 바랐던 건, 아무래도 나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 다시 볼 것도 없이 원래부터 계속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그런가…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이 몸을 대하는 태도가….” 얜 항상 이런다니까. 정작 안 한다고 하면 그건 그거대로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애정표현이야. 애정표현. 싫으면 지금부턴 놀리지 말까?” “시, 싫다고는 하지 않지 않았는가!” 거 봐. 저렇다니까. 하여간 우리 디아나는 가끔 솔직하질 못하다니까. 어떨 땐 남들 앞에서도 대놓고 낭군님 낭군님하면서 애정표현을 하는 주제에, 또 어떨 땐 이렇게 새침한 반응을 보여준단 말이야. “그럼 좋아?” “좋…좋을 리 없지 않은가?!” “복잡한 녀석.” “자네 성격이 나쁜 것이 문제 아닌가!” 내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하자, 디아나가 욱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외쳤다. 다만, 평소처럼 토닥토닥 공격을 감행해오지는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손에 빛을 내뿜는 마석을 쥐고 있었으니까. “…눈앞에서 둘이서만 노닥거리지 말아줄래?” “미안. 미안. 축하해. 드디어 나랑 떨어질 수 있겠네.” “축하할 말이 틀렸잖아…. 난 별로 구원이랑 쭉 같이 붙어있어도…구원은 싫었어?” “싫은 건 아니지만 조금 불편했던 건 사실이잖아. 그리고 맘만 먹으면 언제든 붙어있을 수 있고. 말만 해. 내가 계속 손잡고 다녀줄게.” “돼, 됐거든!” 내가 사라의 손을 덥석 잡으려 하자, 사라가 가볍게 손을 쳐내면서 말했다. 하지만 행동과는 달리, 사라의 얼굴은 마냥 싫지만은 않다는 듯 미묘하게 뺨이 붉어져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게 정말로 효과가 있을 줄이야. 앞으론 완치될 때까지 쭉 가지고 다니면 되겠네. 뭐, 디아나는 필요 없겠지만.” “우갹! 뭐, 뭘 하는 겐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슬쩍 디아나가 쥐고 있는 마석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왜냐하면, 마석 째로 디아나가 딸려왔기 때문이다. 대체 얼마나 꽉 쥐고 있었던 거야. 내가 손을 높이 들어 올리자, 덩달아 디아나도 들어 올려지면서 발이 땅에 닿지 않고 그대로 대롱대롱 매달리게 됐다. 아무래도 이 마석을 포기할 각은 죽어도 없는 모양이다. 나는 그렇게 디아나와 눈높이를 맞추고 딱 잘라 말했다. “아니. 넌 이거 필요 없잖아.” “괜찮지 않은가! 괜찮지 않은가! 이 몸도 가지고 싶단 말일세!” 디아나도 자신의 행동이 논리적이 아니란 건 잘 알고 있는지, 답지 않게 떼를 쓰면서 말했다. 아니. 정말로 답지 않다. 평소 행동 때문에 그런 이미지가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디아나가 이렇게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경우는 정말로 흔치 않다. 때문에 나는 할 말을 잃고 순간 당황하고 말았다. “그, 그 정도냐….” “음! 음! 낭군님! 부탁일세!” 그런 내 반응에서 희망을 엿봤는지, 디아나가 귀여운 척을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귀여운 척이 아니라 실제로 귀엽지만. 젠장. 어디서 이런 앙증맞은 애교를 배워가지고는. 굳잡이다. “그래라. 그럼.” 뭐, 내 위치를 알 수 있다곤 해도 어차피 반경 100미터. 가까운 듯하면서 은근히 먼 거리다. 그다지 자세한 위치까진 모를 거라는 얘기다. 아니. 그 이전에 애초에 내가 얘들한테 비밀로 어디 다닐 일도 없을 거고. 결국 나는 디아나의 애교에 패배해서 순순히 마석을 놔줬다. “정말인가?! 무르기 없기네!” “그렇게 말하니까 무르고 싶어졌….” “안 되네! 무르기 없기일세!”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마석을 품에 넣었다. 저렇게 기분 좋을까. 저 미소를 본 것만으로도 저걸 가지도록 허락해준 보람은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밤이 되기 전에 해결돼서 다행이네.” “그러게.” “응? 사라도? 아까 나랑 떨어진다고 아쉬워하지 않았어?” “나, 나라도 디아나나 레이아한테 계속 폐 끼치는 건 미안하다고 생각하거든?!” “괜찮네. 괜찮네. 신경 쓰지 말게.” 사라는 그렇게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최대의 피해자인 디아나는 마석을 가지게 돼서 기분 좋은지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해줬다. 아니. 넌 괜찮다고 하면 안 되는 거 아니냐. “아무튼 효과 범위가 반경 100미터니까, 사라 방에서 내방까지 충분히 발동 되겠지? 이걸로 드디어 오늘 밤부턴 정상적으로….” 레이아랑…잠깐. 레이아? 사라와 떨어지게 되고 나니, 나는 문뜩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드디어 아무 제약 없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거다. 그리고 레이아는 지금, 실비아 마틸다와 같이 욕실에서 수영 연습 중. 아까는 어쩔 수 없이 포기했지만, 지금이라면…지금이라면! 나는 살짝 시간을 확인했다. 저녁식사 시간까지 그리 얼마 남진 않았다. 하지만 그 말을 바꿔 말하면, 조금의 시간은 남아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망설이고 있을 시간은 없다. 나는 당장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그럼 난 이 기쁜 소식을 레이아한테도 알려주러 갈게!” “뭐? 야! 구원! 이럴…!” 뒤에서 사라가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대의는 나에게 있다! 나는 암살자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최대한 빨리 욕실로 달려갔다. “레이아! 들어 봐!” 그리고 욕실문을 벌컥 열자 거기에는…바로 눈앞에 여성진의 모습이 보였다. …이상하다. 여기 문을 열면 바로 욕실이 아니라 우선 탈의실인데. 왜 쟤들이 다 여기 있지? 그것도 옷도 다 입고. 레이아, 실비아, 마틸다, 그리고…바넷사 쟨 여기 왜 있지? 아무튼 넷 다 머리카락이 촉촉하게 젖어서는 이미 옷을 다 입은 채 탈의실을 나오려고 하던 도중이었다. “꺄악! 구, 구원씨? 어쩐 일이세요?” “으, 응? 아니. 임시방편이지만 사라 문제가 해결돼서 알려주려고. 그보다 수영 연습은?” “네? 후훗. 혹시 곧장 도와주려고 오신 건가요? 하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려고요. 이제 곧 저녁시간이니까요.” “그런…어째서! 아직 저녁 시간은…!” “가르쳐주는 바넷사가 준비를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잖아요. 뭔가요 당신. 왜 그렇게 필사적인 거죠? 혹시 다른 목적이라도 있었던 건가요?” 내가 물고 늘어지자, 마틸다가 수상하단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칫! 감이 좋은 녀석 같으니라고! “아니. 다른 목적은 무슨. 그냥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랬지. 그런가. 그럼 저녁 먹고….” 나는 미련을 못 버리고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문득 시야에 레이아의 얼굴이 들어왔다. 오늘은 내가 귀환하고 처음으로 제대로 된 잠자리다. 저녁 시간 이후로는 계속 레이아랑 같이 있는 게 좋겠지. “…까지 연습하는 건 그만둬라. 열심히 하는 건 좋지만, 너무 그렇게 안달할 것도 없으니까.” 나는 결국 미련을 뒤로하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아. 어차피 수영 연습도 오늘로 끝나는 게 아니고. 미녀들이 잔뜩 모여서 알몸 수영 강좌를 받는 광경을 보는 건 아쉽지만 내일을 노려보자. “조금은 안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애초에 저희가 수영만 가능했으면….” “아니. 그건 아니야. 만약 너희가 수영이 가능했더라도, 난 똑같이 너희에게 구하러 나오지 말라고 말했을 거야. 저번 일은 사고지, 너희 탓이 아니야.” 죄책감이 느껴지는 말투로 그렇게 중얼거리는 마틸다에게, 나는 딱 잘라서 그렇게 말했다. 이건 내 진심이다. 실비아나 마틸다를 다독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말이다. “다, 당신….” 그러자 마틸다가 다시 핑크빛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촉촉한 머리카락과 상기된 피부 때문인지, 그 분위기가 평소보다 살짝 더 요염해…. “그럼 전 이만 식사 준비를 하러 가보겠습니다.” 내가 마틸다에게 살짝 정신이 팔렸을 때, 바넷사가 그렇게 대화의 맥을 끊으며 말했다. “아, 네. 바넷사씨.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아닙니다. 그럼…아, 구원님. 잠깐 시간 괜찮으십니까?” 바넷사는 꾸벅 고개를 숙이고 탈의실 밖으로 나가려다가, 갑자기 뒤를 돌아서 날 불렀다. “응? 나? 무슨 일인데?” “구원님께서 안 계신 동안 있었던 일에 관해서, 잠시 할 얘기가 있습니다.” 내가 없는 동안 있었던 일? 대체 무슨 일이지? 나는 살짝 어리둥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일단 바넷사를 따라갔다. 하지만 내가 따라붙어도 바넷사는 좀처럼 얘기를 꺼내지 않고, 뚜벅뚜벅 앞만 보면서 걸어났다. 그리고 인적이 없는 빈 방으로 날 안내하고 나서야, 겨우 내 얼굴을 쳐다봤다. “뭐야. 이런 데까지 데려오고. 남들이 들으면 안 되는 일이기라도…크헉!” 혹시 펠리시아가 슬슬 성욕이 쌓여서 저택에 사람을 보냈었나? 아니. 하지만 그런 거라면 실비아가 연락을 했을 때…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는 바넷사에게 용건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바넷사가 내 멱살을 틀어잡고는 날 벽으로 밀어붙였다. “…앞으로 또 한 번 디아나님을 울리는 일이 발생한다면,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내 얼굴에 바싹 얼굴을 들이밀고 답지 않게 눈동자를 이글이글 불태우면서, 바넷사가 내게 조용히 하지만 힘입게 말했다. “…너 설마 그런 얘기하려고 부른 거였냐?” “그런 얘기? 당신은 이 얘기가 고작 그 정도…!” “아니. 중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잖아. 내 말은, 굳이 네가 말 안 해줘도 된다는 거야. 디아나를 울리기 싫은 건 나도 마찬가지라고. 너 말이야. 디아나에게 엄청 충성하는 건 알겠는데, 나도 너 이상으로 디아나를 좋아하거든? 애초에 이번 일은 불가항력이었던 거 너도 들었으면 알 거 아니야? 괜히 날 구하겠다고 거기서 버텼으면 디아나가 우는 정도로 안 끝났을 수도 있었다고.” “…….” 내가 멱살이 잡힌 채로 그렇게 말하자, 바넷사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날 노려보기만 하면서 침묵을 유지했다. “너도 그걸 모르는 게 아닐 텐데 말이야. 혹시 이 말 할 기회를 보려고 사라가 나한테서 떨어지자마자 부른 거야? 답지 않게 머리에 피가 너무 몰렸잖아. 게다가 사라가 붙어있었던 동안에 식지 않을 정도라니. 대체 얼마나 화가 났던 거야.” “…아무튼 다음부턴 이런 일이 절대 없도록 하십시오.” 내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는지, 침묵을 유지하던 바넷사는 툭 내뱉듯 그렇게 말했다. “말 안 해도 안다니까 그러네. 나도 이번 일은 상당히 반성하고 있어. 앞으론 더 조심할 거야.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우리 애들이 슬퍼할 거란 건, 이번 일로 뼈에 사무치게 느꼈다고.” “…아셨다면 됐습니다.” 내가 한 발 물러나주는 자세로 그렇게까지 말해주자, 그제야 바넷사는 눈에 힘을 풀고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덤으로 내 멱살을 잡은 손에도 살짝 힘을 풀어줬다. 아니. 그냥 놓으라고. “나 참. 그 바넷사가 이렇게 화를 내다니. 넌 대체 디아나를 얼마나 따르는 거냐. 아니. 그런 점이 믿음직스럽기 그지없긴 하다만. 이럴 때는 보통 생환을 축하하는 말부터 해줘야 정상 아니야?”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조금 숨쉬기 편해진 내가 능청을 떨자, 바넷사는 마지 못 해 말한다는 티를 팍팍 내뿜으면서 그렇게 말해줬다. “오냐. 그래. 바넷사 너도 조금은 내 걱정했었냐?” “…아뇨. 별로. 슬퍼하는 디아나님의 걱정은 했습니다만.” 야. 이럴 땐 겉치레라도 조금 걱정했다고 말해줘야 되는 거 아니냐? 하아. 진짜 이 철가면 집사는. 이래서야 언젠간 울리고 말겠다는 내 야망이 실현될 날이 오긴 하는 걸까. “…그러냐. 그럼 할 말 다 끝난 것 같으니 이제 좀 떨어져라. 그러고 있으니까 숨 막힌다. 후우.” “으으읏!”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일부러 크게 입김을 후하고 불었다. 여전히 내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 있었던 바넷사는, 내 불의의 공격에 깜짝 놀랐는지 몸을 크게 움찔하며 황급히 내게서 거리를 벌렸다. 오? 이 반응은…이거 뭐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98==================== 후폭풍 그 반응은 냉정 철벽이란 단어가 누구보다도 잘 어울리는 우리 슈퍼 집사님답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어쩌면 나 지금, 바넷사의 약점을 발견한 거 아닐까? “뭘 그렇게까지 놀라냐.” “읏…! 떨어지십시오.” 시험 삼아 이번엔 내 쪽에서 바넷사의 얼굴 근처에 얼굴을 들이밀자, 바넷사가 크게 한 걸음 물러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위협하듯 말했다. 그리고 그 반응을 보고, 나는 내 예상이 맞았음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역시나. 그런 거였어. 우리 슈퍼 집사님은, 의외로 스킨십에 약했던 거다. 내가 왜 진작 이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을까. 그러고 보니 바넷사의 저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 무너질 때는, 거의 매번 스킨십이 과할 때였다. 뭐, 내가 바넷사와 스킨십이 과했을 때라고는 거의 성행위 관련이었지만 말이다. 때문에 눈치를 채지 못했던 거다. 그냥 성행위 중에는 아무리 바넷사라도 표정 관리가 안 되겠지 라고 생각하며 넘어갔었다. 하지만 바넷사가 그냥 스킨십 자체에 약한 거라면? 이걸 잘만 이용하면, 이 철가면 집사의 표정이 제대로 무너지는 걸 보는 것도 꿈이 아닐지도 몰라. 물론 그렇다고 해서 너무 바넷사와 진한 스킨십을 하거나 할 생각은 없었다. 바넷사와의 관계는 디아나한테도 충분히 주의를 들었고, 나도 괜한 오해를 받고 싶진 않았다. 물론 그 마음은 바넷사도 마찬가지일 테니, 진한 스킨십을 하면 부끄러워하기보다 경계를 먼저 할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러니까 남녀관계에서나 있을법한 스킨십을 하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친구사이에 할 법한 스킨십을 하는 거다. “뭘 그러냐. 어차피 너도 식당 쪽으로 갈 거잖아? 사이좋게 같이 가자고.” “…….” 나는 바넷사의 어깨를 가볍게 툭 건드리고는 그렇게 말했다. 내 손이 닿은 순간 바넷사는 미세하게 몸을 움찔거렸지만, 이정도 스킨십은 굳이 지적하기도 애매한 수준이라고 생각한 건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만히 서서 뭐해? 식사 준비하러 가는 거 아니었어?” “읏…갈 겁니다.” 내가 바넷사의 얼굴 가까이에 손을 가져다대고 흔들자, 바넷사가 짧은 신음성과 함께 내 손을 탁하고 쳐내더니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크하하. 저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슈퍼 집사의 약점을 드디어 알아냈다! 바넷사야. 앞으로 기대하라고. 나는 친구 사이에서나 보이는 가벼운 스킨십으로 어떻게 바넷사를 골탕 먹일지 생각하면서, 성큼성큼 걷는 그 멋진 뒷모습을 따라갔다. 그리고 시간은 드디어 밤. 4계층에서 생환 후 처음 제대로 된 잠자리를 가지는 거다. “사라씨, 잘 됐네요. 게다가….” 나와 나란히 침대에 앉은 레이아는, 내게 살짝 눈빛을 보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레이아는 말끝을 흐렸지만, 나는 레이아가 하려던 말이 뭔지 대충 짐작이 갔다. 바로 내 위치 탐색기를 부러워하는 거다. 식사하면서 사라의 유아퇴행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들었을 때.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내심 부러워한다는 게 느껴졌으니까 말이다. 디아나도 그렇고, 대체 그런 걸 왜 가지고 싶어 하는 걸까? 이해가 안 된다. 하지만 뭐, 우리 천사님이 원하신다면야. 게다가 이미 두 개나 있는 거다. 이제 와서 하나 더 늘어난다고 해봐야 아무런 감흥도 없었다. “그럼….” 레이아 것도 만들까? 그렇게 말하려다가, 나는 잠깐 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지금 여기서 말하고 하나 만들어주는 것보다, 몰래 만들어서 깜짝 선물로 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래. 분명 그게 좋을 것 같아. 게다가 얘들한테는 안 그래도 할 얘기가 많으니까 말이야. 레이첼 누님의 건도 있고, 그걸 위해서라면 더더욱…좋아. “레이아….”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레이아의 중얼거림을 모른척하고, 그 입술에 입술을 가져가 살며시 키스를 했다. 레이아가 대놓고 가지고 싶다고 말했을 때 이렇게 모른척하면 슬퍼했겠지만, 그게 아니니까 말이다. “으응…. 구원씨. 안 돼요.” 그리고 살며시 레이아의 몸을 껴안으려고 하는 나를, 레이아가 부드럽게 밀쳐냈다. …응? 지금 레이아가 안 된다고 한 거야? 나랑 관계 맺는 걸 거부한 거야? “아,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라, 구원씨는 오늘 움직이시면 안 돼요. 전부 저한테 맡기시고, 오늘은 편히 계세요.” 내 표정이 꽤나 볼만했는지, 레이아가 황급히 손을 가로 저으면서 부정했다. 그리고는 살며시 날 눕힌 후, 천천히 바지를 벗겨갔다. 아, 과연. 그런 건가. 다행이다. 깜짝 놀랐네. 하지만, 우리 천사님. 자신의 성벽을 자각하게 된 다음부터는 묘하게 더 스스로 해주길 원하는 것 같단 말이야. 아니. 천사님은 변한 게 없는데, 그냥 내가 그렇게 느끼는 것뿐인가? 뭐, 아무렴 어때. 천사님도 좋고, 나도 좋은데. 레이아는 내 물건을 꺼내더니,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다는 시선으로 빤히 바라봤다. 너무 그렇게 바라보시면 조금 부끄러운데. “후훗. 벌써 이렇게 돼있으시네요?” “그야 뭐…. 그러는 레이아야말로 기뻐 보이네?” “후훗. 네. 이런 말하면 사라씨나 디아나씨에게 죄송하지만…솔직히 말해서 조금 득 본 기분이에요.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이렇게 구원씨랑 같이 지낼 수 있으니까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귀엽게 혀를 낼름 내밀었다. 그리고는 그대로 혀를 뻗어서 내 물건 뒤쪽을 스윽하고 핥아 올렸다. 아름다우시면서 귀엽고, 게다가 섹시하시기까지…천사님. 너무 반칙 아니신가요? “후훗. 오늘은 전부 제게 맡기고 편안히 누워 계세요. 최선을 다해서 기분 좋게 해드릴 테니까요.” “그냥 레이아가 하고 싶은 게 아니고?” “구원씨도 참. 전 언제나 구원씨게 뭐든 해드리고 싶은 걸요.” 그러고 보니 천사님. 내가 사라나 디아나한테 장난치는 걸 살짝 부러워하는 느낌이었지.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장난쳐본 건데, 천사님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손끝으로 가볍게 내 허벅지를 톡 때린 후 그렇게 맞받아쳤다. 하지만 얼굴이 살짝 붉어진 걸 보니, 내심 조금 부끄럽기는 한 모양이었다. “그래도…으윽.” 내가 조금 더 놀리려고 하자, 레이아가 더 이상 말하게 두지 않겠다는 듯 내 물건 끝을 입으로 덥석 물었다. “응…읏…으응…하아…음…쪽.” 우선은 내 물건을 뿌리까지 깊숙이 받아들여서 골고루 타액을 묻히는 것처럼 혀를 움직이더니, 레이아는 금방 다시 고개를 움직여서 내 물건을 입에서 빼냈다. 그리고는 이번엔 귀두 부분만 입 안에 들어오도록 살짝 물더니, 입술을 한껏 오므리고 혀를 움직여 입 안에 넣은 귀두 부분만 중점적으로 핥기 시작했다. 그리고 허전하게 입 밖으로 나와서 타액으로 번들거리고 있는 부분에는, 살며시 손을 가져다댔다. 하지만 이번엔 평소 대딸을 쳐주는 것처럼 손바닥부터 감싸 쥐는 것이 아니었다. 마치 피리라도 부는 것처럼, 열 개의 손가락의 끝만 살며시 내 물건에 가져다댔다. 그리고 마치 간지럼이라도 태우듯이,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내 물건 위를 스칠 듯 말 듯 미묘한 자극을 주며 천천히 움직였다. “윽…레이아…이건….” 이건 또 색다른 방식의 애무를…. 봉 부분은 자극이 너무 약해서 애가 타는데, 귀두는 저렇게 열심히 혀로 핥아주고 있으니 강렬한 쾌감이 느껴졌다. 그런 전혀 다른 느낌의 자극이 동시에 느껴지자, 나는 뭐라 형용하기 힘든 감각에 휩싸였다. “후훗. 아음…쪽. 쪽.” 레이아는 내 반응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살짝 눈을 치켜뜨고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빙긋하고 웃었다. 평소처럼 포근하고 청순해 보이는 미소였지만, 입에 남성기를 물고 있다는 것 하나 때문에 그 인상은 전혀 다르게 보였다. “후훗. 안 돼요. 벌써부터 이렇게 반응하시면. 싸는 건 조금만 참아주세요.” 내 물건이 움찔움찔 거리자 곧 쌀 거라고 생각했던 건지, 레이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엄지와 검지로 원을 만들어 내 물건 뿌리부분을 잡은 후 꾸욱하고 조여 왔다. 그러면서도, 나머지 한 손은 여전히 내 물건 표면을 간지럽히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제는 이불 안이어서 구원씨 표정도 잘 안 보였고, 사라씨와 디아나씨를 신경 쓰느라 느긋하게 할 수도 없었으니까요. 아셨죠?” “응….” 요염하게 말하는 레이아에게,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후훗. 고마워요.” 레이아는 내 대답에 만족한 듯 빙긋 웃더니, 포상이라는 듯 뿌리부분을 조이고 있던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계속 간지럽히듯 애태워지기만 했던 부분에 자극이 전해지자, 평소보다도 훨씬 더 자극이 강하게 느껴졌다. “후훗. 음…쪽. 구원씨이….” 레이아는 내 물건 끝에 다시 한 번 쪽 하고 입을 맞추더니, 이번엔 자신의 거대한 가슴으로 내 물건을 감싸기 시작했다. “으응…읏…흐읏…어떤가요? 기분 좋으신가요?” 가슴이 최고 성감대인 레이아는, 그렇게 가슴으로 해주는 것만으로도 조금 기분 좋아진 모양이다. 야릇한 콧소리를 내면서, 하지만 자신의 쾌락보다는 내 쾌락을 중시하겠다는 듯 두 손으로 각각 가슴을 한쪽씩 잡고는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두 가슴을 동시에 움직이기도 하고, 번갈아가면서 위 아래로 움직이기도 하는 등…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광경이다. 다만, 나는 보고 있는 것만으론 도저히 만족할 수가 없어졌다. 나는 두 손을 뻗어서 레이아의 탐스럽게 부푼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꺄앙! 흐읏! 구, 구원씨이…오늘은….” “가만히 있는 것도 좋지만, 역시 나도 만지고 싶어. 그동안 쭉 참았던 건 레이아만이 아니란 말이야. 안 돼?” “으응! 그, 그럴 리가요…. 구원씨께서…흐읏! 하, 하고 싶은 대로….” 이미 딱딱하게 선 레이아의 유두를 살짝 비틀면서 질문하자, 레이아가 콧소리를 내면서도 그렇게 착실하게 대답해줬다. 역시 색기있게 행동해도, 기본은 천사님. 이럴 때마저도 너무 착실하단 말이야. “고마워.” 나는 레이아의 가슴을 두 손으로 잡고 살짝 당겨서 위로 올라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내 위로 올라온 레이아의 입술에 살며시 키스를 했다. “흐으으으읏!” 그리고 레이아가 키스를 하면서 눈이 몽롱하게 풀렸을 때, 나는 기습적으로 레이아의 안에 삽입을 했다. 어제도 맛보긴 했지만, 역시 레이아는 최고란 말이야. 사실 어제 레이아랑 할 때는 서로에게 최대한 집중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오늘 이렇게 삽입하고 나서야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레이아의 안쪽을 맛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레이아도 마찬가지였는지, 내 입술에 달라붙는 입술의 움직임이나 빙글빙글 돌아가는 허리의 움직임이 점점 더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흐으응…흐읏…하읏….” “레이아. 시간은 많으니까 안달내지 말고 느긋하게…으읍.” “하응! 흐읏! 흐으읏!” 나는 부드럽게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레이아의 입술이 다시 내 입을 틀어막았다. 그리고 레이아의 움직임 역시, 내 말을 완전히 무시하듯 점점 더 거세져갔다. “푸핫! 레, 레이아?” “으응! 흐읏! 구원씨이! 구원씨이!” …완전히 이성을 잃고 구미호의 본능에 지배됐어. 어제는 그래도 곁에서 자는 사라나 디아나를 신경 쓰느라 이성을 꽉 붙들고 있었지만, 오늘은 아무것도 신경을 안 쓰고 오랜만에 제대로 섹스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크게 작용한 걸까? 아니면 키스로 혼을 빼놓고 기습적으로 삽입을 한 것 때문일까? 레이아는 오랜만에 완전히 이성을 잃고 구미호의 본능에만 지배되어서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이거 속박 같은 걸 안 건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아무래도 오늘은 오랜만에 구미호랑 섹스 배틀을 하는 느낌으로 해야 할 모양이다. 레이아가 아까 말했던, 가만히 자신에게 몸을 맡기라고 했던 것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플레이지만…이런 것도 가끔은 좋을지도 모르겠네. 옛날 생각도 나고. “흐으으으응!”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성기에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허리를 강하게 쳐올렸다. 그리고 그 한 번에, 레이아는 곧장 절정에 달해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빠른 거 아냐? 나는 살짝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허리를 강하게 쳐올렸다. 그리고 그날 밤, 아무리 만족시켜줘도 레이아의 이성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유를, 나는 아침이 되어서야 깨닫게 됐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499==================== 후폭풍 “구원씨…스킬…강해지지 않았나요?” 레이아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심지어 인사조차 하지 않고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어제 완전히 이성을 잃고 너무 무리했기 때문인지, 힐링 섹스의 효과를 밤새 받았을 텐데도 내 몸 위에 축 쳐져서는 살짝 원망스런 눈으로 날 쳐다보는 레이아. “…아.” 그러고 보니. 무투가와 암살자 레벨이 급격하게 오르는 바람에 전혀 신경을 안 쓰고 있었지만, 조난할 때의 난 기본적으로 성자 스킬과 다른 스킬들을 섞어서 전투를 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성자 레벨은 안 올라도 스킬 레벨은 올랐다는 얘기다. 사실 요즘은 우리 애들이랑 관계를 맺을 때도 거의 스킬을 안 쓰다 보니 성자 스킬의 성장이 더뎠는데, 18일 동안 조난당하면서 거의 하루종일 성자스킬을 써댔으니…. 새삼 스킬 창을 열어서 확인해보니, 전반적으로 성자 스킬의 레벨이 엄청나게 올라있었다. …과연. 그래서 레이아가 이성을 되찾지 못했던 건가. 난 또 레이아가 계속 정신 못 차리고 쾌락만 탐하니까, 구미호 모드가 안 풀린 줄 알고 계속 스킬을 썼었지. 게다가 오랫동안 못했던 만큼, 구미호도 정기가 많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기도 했고. 아니. 물론 어제 하기는 했지만, 어젠 그다지 정기 흡수를 많이 하진 못했으니까 말이야. 레이아도 최대한 이성으로 본능을 억누르면서 했었고. …응? 아니. 잠깐만. 그게 아니더라도 분명 레이아의 꼬리가 계속 아홉 개였던 것 같은 기분이…. 그야 어제는 후배위로 하지 않았으니까 꼬리를 제대로 본적은 없지만…레이아의 몸 너머로 분명 꼬리가 아홉 개였던 걸 본 기억이 있다. 게다가 눈도 분명 빛나는 상태였고. “햐응! 구, 구원씨이?!” 나는 새삼 레이아의 엉덩이 쪽에 손을 뻗어 꼬리의 개수를 확인해봤다. 응. 역시 하나밖에 없어. 그럼 어제 계속 꼬리가 아홉 개였다고 생각한 건, 그냥 내 착각인가? “…레이아. 혹시 어제 계속 구미호 상태 아니었어?” “네에?! 그, 글쎄요? 확실히 그게…조금 흐트러져버렸지만요…. 하지만 그건 분명 구원씨 스킬이….” 레이아는 얼굴을 붉히고, 자신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내 스킬 때문에 자신이 그렇게 흐트러졌다는 걸 알 정도면, 적어도 중간에 이성이 잠깐 돌아오기는 했다는 건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꼬리가 아홉 개였다는 건…레이아가 완전히 이성을 되찾고, 구미호의 정기 흡수 할당량을 채웠는데도 구미호 상태를 유지했다는 건가? 구미호 상태에서 이성을 찾는 건 비교적 쉽게 성공했지만, 구미호의 힘을 제어하거나 역으로 이용하는 것은 상당히 진도가 더딘 상황이었다. 더디다고 할까…솔직히 말해서 정기 흡수의 양을 조금 억누르는 것에서 거의 정체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갑자기 구미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대체 원인이 뭐지? “레이아. 혹시 말인데. 지금 구미호로 변할 수 있을 것 같아?” “네에? 구미호로 말인가요? 으음….” 내 갑작스런 말에 레이아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면서 끙끙댔지만, 당연하게도 구미호 상태로 별할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죄송해요.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니. 나야말로 미안. 안 될 것 같으면 됐어.” 꼬리와 귀를 축 늘어뜨리고 대답하는 레이아에게, 나는 위로의 말을 전했다. 하지만 내뱉은 말과는 반대로, 내 머릿속은 맹렬하게 돌아갔다. 그렇다면 어제 밤, 나나 레이아가 모르는 사이에 구미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뭔가의 조건을 만족시킨 건가? 이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아무리 진지하게 생각해봐도, 어차피 지금 당장 확인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확인할 방법이라곤 레이아와의 실전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급할 건 없다. 다음 레이아의 차례까지, 느긋하게 생각하도록 하자. 여느 때처럼 바넷사가 올 때까지 알콩달콩 대화를 나누거나 잠깐 기분 좋은 짓을 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낸 우리는, 식사 준비를 마쳤다는 바넷사의 목소리에 옷을 입고 방을 나섰다. 복도에 나가자, 거기에는 바넷사뿐만 아니라 사람 하나가 더 있었다. “조, 좋은 아침…!” 어째선지 반대편 벽에 쭈그리고 앉아서 빛나는 단검만을 바라보며 귀를 막고 있던 사라가, 우리가 나오자마자 벌떡 일어나면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맞이해준 거다. “…응. 좋은 아침. 너 거기서 뭐하고 있었냐?” “사, 상관없잖아. 별로. 지나가는 길이었어.” 아니. 네 방에서 식당까지 지나가는 루트에 내 방은 없거든? 사라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하고는, 내 소매를 살며시 잡아왔다. …과연. 위치추적기로 어떻게든 마음을 진정시키기는 했지만, 역시 밤새 떨어져있는 건 아직 심적으로 부담감이 큰 모양이었다. “…그러냐.” 나는 소매를 잡은 사라의 손을 살짝 풀고, 대신 사라의 허리를 안아서 옆에 찰싹 붙게 만들었다. “…….” 역시 내 예상이 맞았던 건지, 사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살며시 내 옆구리에 붙어왔다. 뭐, 표정은 살짝 새초롬한 표정이었지만 말이다.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귀여운 녀석. “후훗.” 그리고 그런 나와 사라를 보며, 레이아도 살며시 내 팔에 달라붙어왔다. 그렇게 양 손의 꽃 상태로, 우리는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은 나도 수영 연습을 도와주도록 하지!” 식사를 마친 나는 실비아와 마틸다가 또 욕실로 사라지기 전에 다급히 그렇게 선언했다. 오늘이야 말로…오늘이야 말로! “당신이요? 괜찮아요. 당신은 좀 더 푹 쉬고 계세요.” 하지만 그런 날 보면서, 마틸다는 그렇게 딱 잘라 거절했다. 후훗. 하지만 거절당할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 어제도 말했지만, 쉰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더 좀이 쑤신다고. 적당히 몸을 움직여주지 않으면. 그런 의미에서 수영은 적임이잖아? 몸에 부담도 그리 크지 않고.” “물속에서 십 수 일을 조난당한 사람이 잘도 그렇게 수영할 마음이 생기네.” “훗. 내 정신력을 얕보면 곤란하지.” 사라는 조금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지만, 나는 뻔뻔하게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하면…그래. 수영이 좀 질리긴 했다. 그야 그렇지. 18일 동안 물속에서 살았던 거다. 자그마치 18일이다. 그것도 먹고 자고 싸우는 시간을 제외하면, 계속 목적지를 향해 수영만 하는 나날. 질리지 않았을 리가 없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수영 연습을 돕고 싶은 이유가 있었다. 바로 영광스런 파라다이스를 위하여! 과연 알몸으로 하는 수영은 여체를 얼마나 아름답게 보여줄 것인가. 크크큭.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군. 그런 고로, 나는 단 한 발자국도 물러설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저희는 바넷사씨가 알려주시니까 굳이 구원씨까지….” 하지만 내가 수영을 하게 하는 건 역시 미안하다는 듯, 레이아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응? 그 말투라면, 마치 레이아도 수영을 배우고 있다는 듯한 말투네. 레이아는 알려주러 가는 거 아니었어? 뭐, 좋아. 레이아가 배우는 입장이라면 오히려 더 좋다. “바넷사가 알려준다고 해도, 이런 건 원래 1 대 1로 알려주는 게 제일 효과가 좋다고. 그런 고로 나까지 합세하면 더 빠른 시일에 실력이 붙을 거라는 말이지.” 레이아가 배우는 입장이라면, 학생 셋에 선생은 바넷사 하나라는 것이 된다. 그걸 이용해서 나는 그렇게 주장햇다. 덤으로 내가 선생역할을 해도, 바넷사 역시 같이 선생역할을 하도록 종용하면서. 저 녀석도 몸매는 끝내주니까 말이다. 다다익선이라는 거다. 알몸 수영장이라는 파라다이스에, 여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아! “흐으음…그런 거라면 나도 도와줄까.” 그리고 사라는 어차피 할 것도 없으니 도와주겠다는 것같은 말투로, 쿨하게 말했다. 아니. 쿨한 얼굴로 말하고 있는데 말이야, 넌 그냥 나 있는 데로 따라오고 싶은 것뿐이잖아. 아침부터 완전히 들켰거든. 하지만 사라도 도와준다는 건 나로서도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학생 셋에 선생 셋으로 숫자도 딱 맞아 떨어지고, 아까 말했다시피 알몸 수영장에 여체는 많으면 많을 수록…! 그리고 무엇보다, 사라까지 끼게 되면 우리 파티원 대부분이 다 같이 수영 연습을 하는 거니까 내가 끼는 것에 대한 저항감도도 약해질 테고 말이다. 뭐, 파티원 중 딱 한 녀석은 전혀 참가할 마음이 없어 보였지만. “……왜 이 몸을 보는 겐가? 이, 이 몸은 안 할 걸세! 헤엄 따위 못 쳐도 살아가는데 아무런 불편함도 없네!” 내가 디아나를 지긋이 바라보자, 디아나가 질색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여전히 운동은 싫어한다니까. 저러니까 레벨이 그렇게 오를 동안 근력이나 체력이 그 모양이지. 저러고도 몸매가 좋다는 게 말이 안 된다니까. 대체 왜 안찌는 거지? 아니. 물론 나로서도 무척 감사한 일이지만. 엘프 만만세라는 거다. “하, 하지만 역시 구원님은 쉬시는 편이…!” 그렇게 대충 디아나를 제외한 전원이 다 같이 수영연습을 하는 게 확정되었을 때, 아직 내 참가를 반대하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의외로, 실비아가 말이다. 자신들 때문에 나까지 나서는 상황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실비아는 내게 쉴 것을 종용했다. “아니. 도와줄 거야. 실비아가 뭐라고 해도 내 생각은 변함이 없어.” “…그, 그렇습니까…. 그렇다면…그렇다면 전에 말했던 제 소원으로…!” 그러자, 이번에는 실비아가 소원까지 들먹이면서 그렇게 말하기 시작했다. 야. 실비아. 너 내 몸을 생각해주는 그 마음은 무척이나 기쁜데 말이야, 그런 거에 소원을 쓰면 안 되잖아. “소원?” “아니. 전에 게임 내기로 이기면 하나 들어준다고 약속을…뭐, 아무튼. 실비아. 잠깐 나 좀 보자. 너희들은 잠깐만 기다려. 얘랑 둘이 얘기 좀 하고 올게.” “흐이잇!” 갑자기 튀어나온 소원이란 단어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우리 애들에게 적당히 얼버무리고, 나는 실비아의 팔을 잡아서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실비아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어떻게든 날 번거롭게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눈동자를 불태우며 따라왔다. “실비아. 솔직히 말해봐. 너 원래 나한테 말하려던 소원이 뭐였어?” 그리고 나는, 인적 없는 곳에 가자마자 실비아를 바라보고 진지한 눈으로 말했다. 실은 실비아가 결심이 설 때까지 기다려줄 셈이었지만, 상황이 변했다. 안 그래도 레이첼 누님의 건도 있어서 그 전에 실비아와 더 관계를 진척시키고 싶었는데, 실비아는 이상한 데에 소원을 쓰려고 하고 말이야. “…엣? 그, 그건….” 내가 수영 연습을 도와줄 거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이런 질문을 던지는 게 상당히 의외였던 건지, 실비아는 당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뭘 당황하는 건지. 그냥 수영 연습을 도와주고 싶다고 주장하는 거였다면, 굳이 이렇게 아무도 없는 곳으로 데려올 리가 없잖아. “따, 딱히…딱히 소원 같은 건 없었….” “너 거짓말하면 가만 안 둔다.” 시선을 피하면서 누가 봐도 거짓말인 게 티가 날 정도로 동요하는 실비아에게, 나는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위협했다. “우읏…! 그, 그게…그게에에…우으으읏!” 내가 들어도 하나도 안 무서운 협박이었지만, 우리 실비아한테는 이게 또 먹혀들었다. 얜 내 말엔 무조건 따라주니까. 뭐, 처음에는 성욕처리용으로라도 데리고 있어 달라고 했을 정도니 당연한 거지만. 실비아는 울먹이면서 말을 잊지 못했다. 다만, 그 울먹임은 뭐랄까…말하기 싫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부끄러워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었다. 몸도 엄청나게 떨리고 있었고. “키, 키, 키스…! 키스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우아아아…!” 주먹을 꽉 쥔 채 아래로 쭉 뻗고 두 눈을 꼬옥 감은 채, 결국 실비아는 최대한의 용기를 쥐어짜서 그렇게 외쳤다. 뭐, 외치자마자 바로 두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무너지듯 주저앉아버렸지만. “키스라니…너 말이야….” “죄, 죄송함니다아! 제, 제가 주, 주제 넘게에!” 내 어이없다는 목소리를 듣고, 지레짐작한 실비아는 필사적으로 내게 사과를 해왔다. “아니. 진정해. 그런 게 아니야. 거창하게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는데 바라는 게 고작 키스라니. 너 욕심이 너무 없는 거 아니냐?” “…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실비아는 믿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고개를 들어올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00==================== 후폭풍 “뭘 그런 표정을 짓고 그래. 키스 정도면, 굳이 소원이니 뭐니하면서 부탁하지 않아도 해줄 수 있다는 말이야.” 뭐, 확실히 지금까지는 행위 중에 키스할 분위기가 되도 내가 피하긴 했지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난 너와 더 깊은 관계가 될 결심을 끝마쳤다고. 그런 결심을, 나는 그렇게 돌려 말하는 방식으로 실비아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정작 실비아는 내 말을 듣고도 멍하니 입을 벌리고 날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무래도 너무 갑작스런 말이다 보니, 머리 회전이 굳어져서 사고 속도가 내 말을 미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하여간 진짜 어쩔 수 없는 애라니까. “…죽지 마라.” 나는 만약을 위해서 그렇게 중얼거리고, 천천히 실비아의 얼굴에 얼굴을 가져갔다. “…엣? 엣?” 실비아는 그런 내 얼굴을 멍하니 쳐다보면서 얼빠진 목소리만 간신히 흘렸다. 그리고 드디어 내 입술이 가볍게 실비아의 입술에 닿자, 실비아는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히야…아, 아아…아…키, 키스, 키스, 키, 키….” …실비아가 망가졌다. 그러니까 미리 죽지 말라고 말했는데. 정말 가벼운 키스. 혀를 넣기는커녕, 입술과 입술 표면이 아주 가볍게 닿은 정도로 끝난 키스였다. 게다가 시간도 아주 찰나의, 아마 1초도 안 붙어있었던 거 아닐까? 어린애들과 하는 뽀뽀도 이것보단 더 농후할 거라고 생각될 정도의, 그런 가벼운 키스. 그런 키스 한 방에, 실비아는 완전히 망가져서는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봤지만, 초점이 맞지 않는 건지 그 눈동자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키, 키, 히으으윽….” 그리고 결국, 실비아는 그대로 눈을 감으며 풀썩하고 뒤로 넘어갔다. 마치 과열된 기계가 그대로 푸슈욱하고 연기를 내면서 꺼져버리듯이. “실비아아?!” 나는 황급히 실비아의 몸을 끌어안고 그 이름을 불렀다. …대답이 없다. 그냥 시체인 모양이다. “저, 정말로 죽었어…!” 일단 평소대로 장난을 걸어봤지만, 평소와 같은 실비아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야 그렇겠지. 아무리 그래도 멀쩡히 살아남았던 평소와는 다르게, 지금의 실비아는 이미 숨을…. 뭐, 제대로 숨 쉬고 있지만 말이야. 아무리 나라도 진짜 죽었으면 이런 장난 안친다고. 제대로 코에 손을 대서 숨 쉬는 것부터 확인하고, 이런 장난을 친 거다. 그야 그렇겠지. 사람은 의외로 튼튼한 법이라고. 고작 이런 걸로 죽을 리가 있겠어?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엔 조금 식겁하긴 했지만. 쓰러지는 모습이 너무 리얼했어. 과연 나도 놀라서 황급히 숨부터 쉬나 확인해봤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거, 어쩌지. 원래는 이렇게까지 할 셈은 아니었는데. 그래서 얘기가 금방 끝날 줄 알고 다른 애들한테 기다리고 있으라고 했던 거다. 난 또 실비아의 부탁이 하루 종일 연인처럼 알콩달콩 데이트를 하거나, 한번 하룻밤을 통째로 자신과 보내줬으면 좋겠다고 하거나, 아니면 이제부터 관계를 가질 때마다 키스를 해달라고 부탁하거나, 더 나아가서 사도 임명을 해달라고 하거나, 뭐 그런 것일 줄 알았다고. 고작 키스 한 번 정도가 아니라 말이야. 소원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렇게 부끄러워 도망칠 정도니까, 뭔가 거창한 부탁을 할 줄 알았더니 부탁하는 게 고작 키스 한 번이라니. 과연 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가볍게 한 번 해준 건데, 설마 이렇게 기절까지 해버릴 줄이야. 진짜 내성 너무 약한 거 아니냐? 사도 임명을 하거나 첩으로 받아준다고 말하거나 하면, 진짜로 빼도 박도 못하고 행복사하겠네. 아무튼 이렇게 된 이상 일단 움직여야겠다. 실비아를 계속 여기에 둘 수도 없는 일이고, 그렇다고 해서 일어날 때까지 마냥 이렇게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 혼자만이라면 모를까, 다른 애들도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니까. 나는 실비아를 가볍게 들쳐 업고 내 방의 침대로 옮겼다. 그리고 다시 식당으로 내려왔다. “무슨 얘기를 했길래 이리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겐가?” “미안. 조금 일이 복잡…넌 아직도 여기 왜 있냐.” “아, 아무래도 좋지 않은가!” 아직도 안 가고 식당에 남아있는 디아나에게 한 소리 하자, 디아나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운동은 하기 싫어서 안 낀다고 한 주제에, 그렇다고 다 같이 하는 일을 혼자 빠지는 건 또 쓸쓸하다고 생각한 건가? 하여간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뭐 좋아. 아무튼 얘기하다보니 실비아가 살짝 기절해버려서 말이야. 미안한데 다들 먼저 가서 연습하고 있어줘. 나도 실비아가 깨어나면 곧바로 같이 갈게.” “대체 뭐가 어떻게 되면 얘기를 하다가 기절을 한다는 거야. 실비아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별 일 안 했어. 그냥 살짝…그…우리끼리 전에 했던 얘기 말이야. 그 관련된 얘기가 살짝 나오게 돼서 말이지.” “““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라와 디아나, 그리고 레이아의 목소리가 완벽하게 하모니를 만들어냈다. 셋 다 대충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감을 잡은 모양이다. 솔직히 말 하면서도 조금 떨렸는데, 다행이도 셋 다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진 않았다. 이미 본인들이 스스로 허락한 일이니 문제없다는 건…뭐, 절대 아니겠지. 아마 상대가 실비아라서 그런 걸 거다. 실비아야 같이 오래 지내면서 다들 원래부터 반쯤 인정하는 분위기였고. “…대체 무슨 얘길 하는 건가요?” 그렇게 뭔가 미묘한 공기가 흐르는 와중에도, 우리끼리 했던 얘기가 뭔지 전혀 모르는 마틸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뭐, 그런 일이 있어. 아무튼 그런 고로 다들 먼저 가있어. 나도 실비아가 깨어나면 곧장 갈 테니까.” 그렇게 대충 상황을 전달하고 애들을 욕실로 먼저 보낸 후, 나는 실비아가 잠들어있는 내 방으로 돌아왔다. 실비아는 여전히 내 침대 위에서 죽은 듯이 잠들어있었다. 말해두지만 죽은 듯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비유로, 정말 죽었다는 게 아니니까. 제대로 살아있으니까. 나는 일단 의자를 끌어와서 앉고, 그런 실비아의 자는 모습을 빤히 쳐다봤다. 굳이 침대에 앉지 않고 이렇게 조금 떨어져서 앉는 건, 실비아가 일어나자마자 다시 기절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른단 말이지. 그땐 얘가 이런 반응을 보이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지금도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꽤나 차분한 성격으로 보인다. 아니. 실제로 내 앞만 아니면 차분한 성격이라는 모양이다. 제일 오래 알고지낸 펠리시아도 그렇게 말했고, 우리 애들도 나만 없으면 실비아는 꽤나 차분한 성격이라고 말해줬고. 뭐, 그런 모습을 내가 직접 보게 될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으응…. 으음…. 헤헷. 구원니이임….” 심심해진 내가 내가 실비아의 볼을 콕콕 찌르면서 놀고 있자, 실비아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이불을 꼬옥 끌어안고 얼굴을 박았다. 무의식적으로 내 냄새를 맡고 좋아하는 건가? 하여간 얜 날 대체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아니 뭐, 그러니까 키스 한 방에 기절까지 했겠지만. “으응…응? 여, 여긴….” 그렇게 내 이불을 끌어안고 좋아하던 실비아는, 드디어 뭔가 이상한 점을 눈치 챘는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일어났냐?” “히야아아아아악! 아읏! 흐야아아아…!” 내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실비아는 침대에서 거의 30cm 가까이 펄쩍 뛰어오르더니, 팔다리를 파닥파닥 움직여서 내가 있는 쪽은 반대쪽으로 몸을 뺐다. 당연히 침대의 크기는 한계가 있어서 실비아는 바로 침대 밑으로 엉덩방아를 찧으며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실비아는 아랑곳하지 않고 팔다리를 파닥파닥 움직였다. 도중에 허리가 빠졌는지 거의 땅바닥을 기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무사히 벽까지 도착한 실비아는 전신을 벽에 찰싹 붙여서 내게 최대한 떨어진 채 오들오들 떨면서 날 쳐다봤다. “…누가 보면 잡아먹는 줄 알겠다.” 내가 어처구니없어서 중얼거리자, 이리저리 방황하던 실비아의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그래. 바로 내 입술에. “으아, 아, 아아…키, 키스…키스…!”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러냐. 나랑 이미 섹스까지 몇 번이나 한 사이면서.” 나는 일단 태연한 말투로 실비아를 달래보려고 했다. 뭐, 이 세계는 섹스보다 키스가 더 의미가 있으니, 이 말은 틀린 걸지도 모르겠지만. “하, 하지만…! 키스가! 키스…! 키스를…!” 실비아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는지, 실비아는 벽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마치 항의라도 하듯이 그렇게 말했다. “싫었냐?” “좋았습니다아아! 하지만! 하지마아아안!” …좋았으면 그렇게 오열하지 마라. 그래서야 내가 뭐 나쁜 짓 한 것 같지 않냐. “그래. 알았어. 기습적으로 해서 미안해. 미안하니까 좀 진정해라.” 일단 미리 죽지 말라고 말해뒀으니까 기습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필사적으로 실비아를 달래봤지만, 실비아는 도저히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하아. 어쩔 수 없지. 저래선 좀처럼 진정될 것 같지가 않네. 그래도 일단 기절하지는 않을 것 같으니, 나는 아까 하려던 얘기나 마저 하기로 했다. “말해두는데, 방금 키스는 네 소원으로 한 거 아니다. 아직 소원을 하나 들어주겠다는 약속은 유효해. 그러니까 키스해달라는 부탁정도로 쓰지 마라. 그리고 당연한 얘기지만, 수영 연습에 빠져달라는 시시한 부탁같은 것도 안 들어줄 테니까.” “키, 키스가…키스…정도오…?” 내 말을 들은 실비아는,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하는 표정으로 말도 안 된다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야 의미 있는 행위이기는 하지만, 난 너와 내 관계가 고작 소원을 빌고 나서야 겨우 키스를 할 정도로 약한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 아, 아, 아아아…?!” “야. 그러니까 기절하려고 하지 말라고. 기껏 기다려줬더니 또 기절하려고하고 말이야. 너 이런 기회 좀처럼 없다? 이번에 또 기절해버리면 나 그냥 가버릴 테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라.” “네, 네헷! 네헤엣!” 내가 단호하게 말하자, 실비아가 여전히 상황 파악이 안 되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하겠다는 듯 자신의 볼을 찰싹찰싹 때려대기 시작했다. …너무 세게 때리는 거 아니냐? 귀여운 볼이 좀 빨개진 거 같은데. “방금 전 일로 짐작했겠지만, 네 소원의 허용범위는 네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어. 그러니까 이번에는 키스 같은 거 말고, 좀 더 네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생각해서 신중하게 부탁해라. 무슨 말인지 알지? 좀 더 욕심을 부려서, 네 마음 속 깊은 곳에 간직하고 있는 진짜 소원을 말하라고.” “하, 하, 하지만…하지만 그런 건….” 내 그런 말을 듣고, 실비아는 떨림이 더욱더 거세졌다. 얼마나 강하게 떠는 건지, 실비아가 달라붙어있는 벽에 걸린 그림이 달그락달그락 소리를 내며 진동할 정도였다. “난 그걸 받아줄 각오가 되어있어. 그리고…우리 애들한테 허락도 이미 받았어.” “아, 아아…! 아아아…!” 실비아가 하려던 말이란 게, 우리 애들에 대한 걱정이 맞았던 모양이다. 내 말을 듣고, 실비아는 뭔가 울컥하고 감격이 벅차오른 표정으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내 몸에 달라붙어서 그런 표정을 지었으면 더 그림이 됐을 텐데 말이야. 왜 나한테 제일 멀리 떨어진 벽에 달라붙어서 저러고 있는 걸까. “구, 구원니이이임…!” “오냐. 네 구원님 여기 있다. 그래서, 소원으로 뭘 빌지 대충 생각나는 건 있냐?” 내가 그렇게 질문하자, 그때까지 펑펑 눈물을 흘리던 실비아는 갑자기 눈물이 뚝 그치더니 울던 모습 자세로 그대로 얼어붙었다. “……으아, 아, 아아…무리! 무리무리무리! 무리입니다아! 주, 죽…그, 그런 짓을 하면…그런 짓을 하며어언…!” 그 자세로 한동안 가만히 있던 실비아는, 갑자기 해동이 풀리더니 전신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아까보다도 더 거세게 진동하면서 외쳤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대충 짐작은 가지만, 나는 일단 확인차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 짓이 무슨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짓을 하면 뭔데?” “이번에야 말로 정말로 죽습니다아아아!” …그래.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이것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01==================== 후폭풍 “그래. 뭐, 나도 오늘 당장 소원을 빌 거란 생각은 안 했다. 하지만 내성을 기르는 연습은 하는 게 좋을 거야. 너도 평생 소원을 간직하기만 한 채로 끝내고 싶진 않지?” 그렇게 말하면서 천천히 실비아에게 다가가자, 실비아도 더 이상 도망가지 않았다. 뭔가를 억누르듯 몸이 덜컥덜컥 덜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 그건…그건…우, 우으으읏…!” 하지만 내가 지근거리까지 다가가자 결국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실비아가 벽을 따라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하반신의 힘이 완전히 풀린 건지, 다리를 질질 끌고 팔로만. “…야.”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아! 하, 하지마안! 하지만 지금은…!” 내 허탈한 목소리에, 실비아는 반쯤 울면서 외쳤다. “…뭐 됐다. 일단 수영 연습이나 하러 가자. 설 순 있겠냐?” 나는 하는 수 없이 오늘은 여기까지 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아까 전에 했던 키스의 여파로 인해, 오늘은 더 이상 실비아랑 이 이상 진도를 빼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게다가 진전이 아예 없었던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아니. 오히려 생각한 것만큼의 진도는 뺐다고 볼 수 있다. 실비아와 제대로 키스도 했고, 우리 애들에게 더 깊은 관계가 되도 상관없다는 허락을 받은 것도 전했다. 이제 남은 건 실비아가 좀 더 버틸 수 있게 내성을 기르고, 진도를 빼면 그만이란 얘기다. 뭐, 내성을 기르게 하는 게 제일 힘들 것 같기는 하지만…아무튼 지금까지 이 이상 진도가 나가면 안 된다고 선을 긋고 있었던 마음의 장벽은 완벽히 허문 거니까. “조, 조금 다리에 힘이…히읏! 안 도와주셔도 됩니다! 안 도와주셔도 됩니다아!” 벽에 손을 짚고 필사적으로 일어서려 하는 실비아에게 다가가자, 실비아는 또 다시 오들오들 떨면서 황급히 외쳤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쟤가 날 좋아한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면 완전히 싫어하는 사람한테 보이는 태도란 말이야. 극과 극은 통한다는 건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가. …그건 아닌가. “…너 진짜 나 좋아하는 거 맞지?” “정말 좋아합니다아아!” “오냐. 가자.” 나는 하는 수 없이 실비아를 부축해주는 걸 포기하고, 먼저 앞장서서 욕실로 향해 걸었다. 실비아도 어떻게든 일어설 수 있었던 건지, 내 뒤를 따라왔다. 어째선지 내 뒤를 바짝 쫒아오는 게 아니라, 모퉁이에 몸을 숨겨서 스토킹 하듯 따라왔지만. “구, 구원님과…구원님과아…헤헤엣….” …다 들린다, 이것아. 하지만 뭐, 저렇게 좋아해주니 나도 우리 애들한테 그렇게 필사적으로 허락을 받은 보람은 느껴졌다. 실비아 너도 좀 더 나한테 감사하고, 그리고 이 일이 헛되지 않도록 내성을 기를 노력을 하라고.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같이 가는 건지 따로 가는 건지 애매모호한 상태로 욕실에 도착했다. 드디어. 드디어 여기까지 왔다. 이 문을 열면, 드디어 꿈에 그리던 파라다이스가! 절세의 미녀들이 다 같이 알몸으로 수영하는 광경이라니. 그 누가 볼 수 있을까? 누드 비치에 가면 볼 수 있다고? 시끄러워! 중요한 건 안에 있는 게 전부 절세의 미녀라는 점이야! 무엇보다, 전부 내 여자라는 게 중요하다고. 하렘이라고! 하렘! …뭐 약 한 명 내 여자가 아닌 녀석이 끼어있기는 하지만. 한 명 정도는 오차 범위 안이다. 게다가 절세의 미녀라는 점은 마찬가지고. “…늦었잖아.” 내가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문을 열자, 거기에는 완전히 옷을 갖춰 입고 있는 우리 애들이 있었다. 엄청난 기시감이 느껴지는 건, 내 기분 탓일까? 극히 최근에 이런 일이 한 번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너, 너희 수영 연습 안 하고 뭐해?” “슬슬 점심시간이니까요. 구원씨 말대로 무리하지 않고, 식사시간은 거르지 않기로 했어요.”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레이아가 포근한 목소리로 대답해줬다. 그 대답을 듣고 나서야, 나는 순간 절망으로 물들었던 마음이 다시 따뜻해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전과 완전히 똑같은 상황은 아니었다. 어제는 저녁! 오늘은 점심! 즉, 식사를 마치고도 다시 한 번 찬스는 도래한다! “아, 아아! 과연! 그런 거구나! 아니. 늦어서 미안. 그러고 보니 시간을 확인 안 했었네. 내 생각보다 실비아가 꽤나 오래 기절해있었구나.” 나는 완전히 안심해서는 그렇게 말했다. “하아…. 그래서, 실비아는 어디 있어?” 내 대답을 듣고, 사라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말했다. 조금 의외네. 이렇게 늦었으니까, 내가 실비아랑 섹스라도 하고 온 거 아닌가 의심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라는 의외로 아무 말 없이 쿨하게 넘어가줬다. “저기. 구석에.” “…구원, 뭔가 이상한 짓 한 거 아니지?” 하지만 구석에 숨어있는 실비아를 보자 과연 사라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는지, 의심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당연하지. 오빠 못 믿어?” “…자기가 우리한테 무슨 부탁을 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다시 한 번 말해봐.” “…죄송합니다.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정말 오늘은 아무 짓도 안 했습니다.” 그랬다. 이 건에 관해선 내가 얘들한테 이길 요소가 단 하나도 없었다. 젠장. 어쩌다 바보같이 하렘 선언까지 해서는. “앗! 저, 저기!” 우리가 그렇게 장난치고 있자, 자신 때문에 내가 그런 의심을 받는 게 미안했는지 실비아가 구석에서 나와서 이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3미터 쯤 떨어진 곳에서 마치 장벽에 가로막히기라도 한 것처럼 우뚝 멈춰 섰지만. “디아나님! 사라님! 레이아님! 저, 전…전…!” 그리고 그 자리에 서서, 실비아가 감격에 벅찬 얼굴로 뭔가 말하려고 했다. …나 때문에 달려온 게 아니었구나. 그리고 디아나. 그러고 보니 너도 있었구나. 수영 안 한다면서 결국 따라온 거냐? “…그럼 우린 먼저 식당에 가 있을게. 마틸다. 바넷사. 가자.” 뭐, 아무튼 우리 애들한테 할 말이 있는 것 같으니, 나는 여기선 신사답게 자리를 비켜주기로 했다. 과연 여기까지 오자 대충 무슨 일인지 감을 잡은 듯, 마틸다와 바넷사도 아무 말 없이 내 뒤를 따라왔다. “여러분…정말로….” “괜찮네. 괜챃네.” 욕실에서 멀어져가는 우리 등 뒤로, 희미하게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진짜 여자들은 참 잘 만났다니까. “…그렇군요. 실비아씨도 결국….” 그리고 우리 애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됐을 때, 말 없이 따라오던 마틸다가 그제야 입을 열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표정은 괴로운 것같이도, 부러운 것같이도 보이는 묘한 표정이었다. 참고로 마틸다와 같이 내 곁을 따라오던 바넷사는 아까부터 날 엄청 노려보고 있었다. 디아나에게 최선을 다 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내가 다른 여자를 정식으로 또 받아들인 게 상당히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마틸다에 레이첼 누님까지 받아들인다고 말하면, 우리 애들보다 먼저 분노한 바넷사한테 찢겨죽는 거 아닐까? 자연스레 그런 걱정이 들 정도로 엄청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바넷사에게 먼저 가라는 뜻으로 훠이훠이하고 손짓을 했다. 뭐, 어차피 바넷사 얘는 먼저 가서 준비를 해야 하기도 할 테고. 바넷사는 아주 미묘하게 표정을 움찔거리더니, 그대로 먼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저거, 무표정이라 확실하진 않지만 울컥한 표정이었지? 보통은 형식적으로나마 가볍게 인사를 하고 갈 텐데, 그마저도 하지 않고 그냥 간 걸 보면 상당히 화난 모양이다. 그렇다고 저걸 또 달랠 방법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그냥 바넷사를 보내고 마틸다에게 눈을 맞췄다. “…마틸다. 난 너 역시도 저주가 풀리면….” “아아…! 구원씨이…!”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마틸다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게 달라붙어왔다. 아니. 아직 말 안 끝났는데. 변하는 거 빠르지 않냐? “지금 말고 저주 풀리면 말이야. 저주 풀리면.” 뭔가 분위기 잡은 게 바보 같아져서 마틸다의 이마를 밀면서 말하자, 마틸다가 힘없이 밀려나며 깜짝하고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는 다시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죠. 저주가 풀리면….” …미안. 마틸다. 심각한 표정인데 방금전까지 달라붙다가 그러니까 하나도 안 심각해 보여. 하여간 저주가 문제라니까 저주가. “지금 상황에선 아무래도 네 마음에 확신을 가질 수 없으니까. 너도 만약 저주가 풀려서 날 좋아하는 마음이 싹 사라졌는데 나와 깊은 관계가 되어있거나 하면 싫을 거 아니야.” “…전 그런 게…으응. 아무튼 저주를 푸는 게 우선이란 거네요. 저주를 풀면….” “그래. 미안하게도 오늘은 못 할 것 같지만….” “아뇨. 저도 수영 연습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아마 당신이 하자고 했어도 제 쪽에서 거절했을 거예요.” 마틸다는 여전히 살짝 고통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도, 역시 내가 조난당한 것에 이렇게까지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건가? 하여간 얘는 얘대로 뭔가 상당히 심경이 복잡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미 그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이렇게 죄책감을 느끼는 걸 보면, 이 이상 괜찮다고 위로해봤자 별로 소용은 없을 것 같네. 어설픈 위로의 말보다, 차라리 얼른 수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게 오히려 마틸다를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고로 식사를 마친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살짝 배가 꺼지길 기다린 후 다시 욕실에 들어왔다. 드디어! 드디어 이때가 왔다! “구워…읏!” 탈의실에 오자마자 어째선지 내게 접근한 바넷사를 무시하고, 나는 입고 있던 옷을 전부 훌러덩 벗어던졌다. 그러자 바넷사는 내게 뭔가를 내민 자세로 우뚝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뭐야 이거. 번들번들하고 미끌미끌해 보이는…가죽? 천? “뭐하냐. 너도 얼른 벗지 않고.” 수 많은 여자들 사이에 나 혼자만 남자. 아까 내가 없을 때와는 달리, 지금 이 상황에 다들 부끄러움을 느끼고 있을 거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솔선수범해서 벗기는 했지만…과연 이렇게 빤히 쳐다보면 조금 부끄러워지기는 했다. 미묘하게 하반신에 반응이 오려고 하기도 하고…하지만 나는 마나를 돌려서 발기를 막고, 최대한 부끄러운 티를 내지 않으며 멈춰 서서 날 빤히 보고 있는 바넷사에게 쿨하게 말했다. “자, 자, 자, 자네는 뭘 갑자기 훌러덩 다 벗고 있는 겐가아아아!” 그러자 갑자기 디아나가 달려들어서 끼치발을 들어서 한 손으로 바넷사의 눈을 가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 날 차박차박 때리기 시작했다. “진짜 바보 아니야?! 바보 아니야?!” 그리고 사라 역시도. 가세해서 내 등짝에 스매시를 날려댔다. 그리고 그런 우리 모습을, 레이아는 살짝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봤다. 실비아는 저기 구석에서 힐끔힐끔 쳐다보며 진동했고, 마틸다는 핑크빛 모드로 변해있었다. 다들 이 자리에서 옷을 벗을 생각이라곤 전혀 없어 보였다. “무슨 소리야. 욕실에 들어가려면 벗어야지.” “지금은 씻는 게 아니라 수영을 하러 들어가는 것 아닌가! 옷을 입게! 옷을!” “하지만 아무리 수영이라도 옷을….” “어서!” “넵.” 나는 디아나의 기세에 눌려서 황급히 옷을 입었다. 그제야 디아나는 바넷사의 눈에서 손을 뗏고, 우리 슈퍼 집사 바넷사도 다시 기동을 시작했다. “……구원님은 먼저 들어가서 이 옷으로 갈아입어 주십시오. 저희도 갈아입고 가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바넷사가 손에 든 것의 정체를 깨달았다. 설마 그거…수영복이었어?! …젠장! 설마 판타지 세계에 수영복이 있었다니! 말도 안 돼! 보통 없잖아! 아니. 이 세계가 그냥 판타지 세계치고는 묘하게 기술이 발달되어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내 꿈이! 내 희망이! 알몸 수영장이! “그, 그런가…응. 알았어. 하지만 굳이 나만 안에서 갈아입을 필요는…안에서 갈아입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속내를 겉으로 티낼 수도 없었다. 적어도 갈아입는 모습이라도 관찰해주겠단 마음으로 저항해보려 했지만, 그 시도 역시도 우리 애들의 무서운 눈빛에 의해 허무하게 무산되었다. 어쩐지. 그래. 어쩐지 내가 같이 수영한다고 하는데도 저항이 생각보다 약하다 했어. 하긴, 알몸으로 수영하는 거면 저항이 그 정도로 끝날 리가 없었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알몸 수영장은 물 건너갔지만, 그래도 절세 미녀들의 수영복 차림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디겠어!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안하면서 옷을 벗고 수영복으로 갈아입었다. 수영복의 재질은 탄력이 있고 덤으로 방수까지 되는, 정말 원래 세계에 있던 수영복의 기능을 거의 다 갖춘 물건으로 보였다. 디자인은 수영선수들이 입는 것 같이, 하반신에 딱 달라붙는 타입. 개인적으로 수영복은 통 큰 반바지 타입을 좋아하지만, 나는 수영복을 입고 오히려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내 수영복의 재질이 이렇다는 건, 여성진이 입는 수영복의 재질 역시도 이렇게 몸에 착 달라붙는 재질이라는 거니까. “구원씨. 기다리셨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우리 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니. 기다리기는 뭘….” “구원씨? 왜 그러세요?” 그리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여성진의 수영복 차림을 보고, 나는 이런 말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00화 축하 코멘트도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완결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502==================== 후폭풍 “얘들아. 난 말이지. 세상에서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딱 27명 있어.” “무지하게 많구먼.” “시끄러워! 아무튼 말이지, 그 27명 중 하나가 바로…래쉬가드를 유행시킨 놈이야! 그 녀석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용서할 수 없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남성들에게서 여름의 즐거움을 하나 뺏어간, 찢어 죽여도 시원찮을 녀석! 그런데…그런데 너희는…!” “…저거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걸까요?” “아하하…그, 글쎄요…?” “한 마디로 말해서 왜 그렇게 몸을 꽁꽁 싸매고 있냐는 말이야!” 아무리 말해도 이해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여성진에게,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수영복이면! 노출이! 있어야! 정상이잖아아아!” 그래. 놀랍게도 여성진의 차림은…원래 있던 세계에서 일명 레쉬가드라고 불리던, 그 증오스러운 수영복 차림이었던 거다. 분노를 폭발시키면서도, 나는 뺨을 타고 뜨거운 남자의 눈물이 흐르는 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자네는 이 몸들의 노출을 보기 위해 이 자리에 있다. 그렇게 말하고 싶은 겐가?” “어쩐지 이상할 정도로 수영 연습을 도와주겠다고 달라붙는다 싶었더니….” 그리고 여성진의 눈초리가 험악해지고 나서야, 나는 퍼득 정신이 들었다. 아차! 분노에 몸을 맡긴 나머지 쓸데없는 말까지 해버리고 말았잖아! “그, 그럴 리가 있겠어?! 난 어디까지나 겸사겸사 눈 호강도 했으면….” “실비아하고 마틸다씨는 이렇게 죄책감을 가지고 노력하는데 그런 마음가짐으로 오다니. 부끄럽단 생각도 안 들어?!”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니까! 애초에 말이지. 만약에, 전혀 그렇지 않지만 마아안약에 내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왔다고 쳐. 그래도 그게 오히려 실비아와 마틸다에게 도움이 되는 거 아냐? 조난당한 당사자인 내가 그 일에 대해서 이렇게 눈곱만큼도 신경을 안 쓰고 있으니까, 너희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뜻인 거잖아.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행위라고. 안 그래?!” “하, 하여간 말이나 못하면….” 내가 너무 당당하게 나오자 할 말을 잃었는지, 사라는 반격할 말을 찾지 못하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후하핫. 어떠냐. 이 완벽한 논리. 물에 빠져도 입만 살아서 둥둥 떠오를 놈이란 게 바로 날 두고 하는 말이다! …말싸움을 이겨도 별로 성취감은 얻지 못했지만. 아무리 그래봐야 결국 여성진이 노출이 없는 수영복을 입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허망하다. 난 대체 무엇을 위해…. “구원씨, 이 세계에서 수영을 위한 옷은 이런 모습이 기본이에요. 구원씨가 있던 세계는 달랐나요?” 갑자기 시무룩해지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레이아가 위로하듯이 그렇게 말해줬다. 대놓고 노출을 원했는데도 저렇게 위로해주시다니. 천사님은 진짜로 천사야…. 하지만 잠깐만. 지금 천사님이 뭐라고 했지? 레쉬 가드가…수영복의 기본이라고?! 그런 지옥 같은 곳이 실재했다는 말이야?! 믿을 수 없어! 지금까지 이 세계는 천국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때리다니! 천국과 지옥은 동전의 앞뒷면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인 건가! 그래. 내가 지금까지 그렇게 찬양하고 존경해마지 않았던 여신조차, 실은 마신일 가능성이…! …뭐, 농담은 이쯤하기로 하고. 나는 이 말도 안 되는 세계에 개혁을 가져올 필요성을 느꼈다. 이런 건 성교육 영상 보급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난 성자보다는 계몽가라는 직업이 더 어울리는 모양이다. “잘 들어. 수영이란 말이지, 원래는 아무것도 안 걸치고 하는 게….” “이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사라가 또 다시 울컥한 표정으로 내게 덤벼들려했지만, 난 엄숙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쫙 펼쳐서 사라를 제지했다. 지금의 난 선지자다. 어리석은 사람을 깨우쳐주는 계몽가다. 내 엄숙한 표정에 사라는 또 다시 멈칫하고 걸음을 멈췄다. “어허! 오빠 말끝까지 들어! 아무것도 안 걸치고 하는 게 제일 좋지만, 그래선 부끄럽지. 그래서 내가 사는 세계에서는 속옷 모양으로 가슴과 아래만 아슬아슬하게 가리고…아따가!” “끝까지 들어준 내가 바보였지.” 이 세계에 올바른 수영복의 기분을 전파하려는 내 계획은, 아쉽게도 가녀린 여인의 등짝 스매시 한 방에 의해 제대로 시작조차 못 해보고 그 끝을 고했다. “하아…뭐, 좋아. 레이아. 가자.” 마음 같아서는 얘들이 전부 비키니를 입을 때까지 입을 놀리고 싶었지만, 언제까지 이 일로 시간을 끌 수도 없는 일이었다. 비키니는 언젠가 자주제작해서라도 꼭 입히기로 굳게 다짐하고, 나는 일단 당초 계획대로 수영 연습을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 아무리 꽁꽁 싸매고 있어도 얇은 건 사실이다.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건 변함없다고. 그러니까 이것도 나름 눈 호강이라고 생각하자. “네? 저, 저요?” 임시 수영교실의 학생은 레이아, 마틸다, 실비아다. 디아나도 일단 따라 들어온 상황이긴 하지만, 쟨 내가 봤을 때 분명 수영 연습 같은 거 안 할 거고. 기껏해야 옆에서 구경이나 하면서 놀겠지. 그런 고로 학생 셋이라면 당연히 내 담당은 레이아다. 그렇게 생각해서 레이아를 이끌고 가려고 했지만, 어째선지 레이아는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뭘 아무렇지도 않게 레이아를 끌고 가려고 하는 거야.” “자네 설마 이런 때마저! 그렇게 가슴이 좋은가!” 그리고 사라와 디아나도 내가 자연스럽게 레이아를 데려가려 하는 걸 보고 뭔가 울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아냐! 진정해. 그야 물론 가슴은 좋지만 난 모두의 가슴을 평등하게 사랑해! 레이아의 거유도, 사라의 한 손에 딱 들어오는 적절한 크기의 가슴도, 디아나의 조금 공간이 남지만 그래도 확실히 여자다운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귀여운….” “이 바보가 큰 소리로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공간이 남는다는 게 뭔가?! 남는다니! 이, 이 몸도…이 몸도 성장만 하면…!” …이상하다. 난 분명 칭찬해준 건데 왜 반응이 이런 거지. 심지어 가슴 크기에 제일 신경 쓰고 있는 디아나는 일부러 신경 써서 더 길게 칭찬해줬는데. 게다가 주변 시선도 점점 더 싸늘해지고. 특히 바넷사 쟤는 무표정이 한층 더 무서워졌고. “크흠. 아, 아무튼! 레이아도 같이 수영 배우려는 거 아니었어?” “네. 그건 맞지만요….” “그럼 당연히 레이아 담당은 나잖아.”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건데. 레이아는 오전부터 나한테 배우고 있었단 말이야. 갑자기 껴들어서 남의 학생 가로채가려고 하지 마.” “무슨 소리하는 거야! 사라 너, 설마 실비아를 죽일 셈이야?!” “가,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그렇잖아! 오전 담당을 계속 이어나가는 거면, 즉 오전에 빠졌던 나와 실비아가 서로 짝을 이루라는 거잖아! 그게 실비아를 죽일 셈인 게 아니면 대체 뭐야! 자!” “흐햐아아앗!” 내가 실비아를 향해 성큼 다가가자, 멍하니 내 얼굴을 보고 있던 실비아가 화들짝 놀라서는 벽 쪽으로 도망갔다. “…그 생각을 못 했네. 미안. 내가 생각이 짧았어.” “…전보다 증상이 더 악화된 것 아닌가?” 그리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사라와 디아나는 바로 납득해줬다. “이제 알겠냐. 그런 고로 레이아는 내가….” “저기…구원씨. 죄송해요.” 그런 둘을 보고 내가 당당하게 레이아 담당을 선언하려 했을 때, 갑자기 예상치 못한 반대…아니. 거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처, 천사님?” 내, 내가 지금 잘못들은 거지? 지금 천사님이…천사님이 나랑 같이하는 걸 거절한 거야? 아니지? 아니라고 해줘! 천사님마저 이러시면 난 대체 무엇을 희망으로 삼고 살아가야…! “저기, 저 전부터 사라씨의 수영하는 모습이 멋지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수영을 할 줄 아는데도 수영 연습에 참가하고 있는 거고요. 물론 구원씨도 잘 가르쳐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이에요! 하지만 이왕이면 같은 여성분께 배우는 게 자세 교정에는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 레이아는 황급히 내게 다가와서 다독여주듯 등을 문지르며 그렇게 친절한 목소리로 말해줬다. 그, 그렇지? 그럼. 그렇고말고. 천사님이 날 괜히 거부할 리가 없지. 하지만 자세 교정인가. 그야 사라는 생긴 것 답게 모델처럼 쭉쭉 뻗은 팔다리를 시원시원하게 움직여서 멋지게 수영하기는 하지만, 난 개헤엄 치는 천사님도 외모랑 갭이 느껴지고 귀여워서 좋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하지만 천사님의 생각이 저렇다면, 내가 막을 수도 없는 일이지. “그래도 실비아는 나랑 연습하면 진짜로 죽을 텐데. 보면 알겠지만 쟤 오늘은 평소보다 내성이 더 떨어진 상황이라고.” “……당신 말이죠. 아까부터 듣자듣자 하니. 왜 저는 후보로 거론조차 안 하는 거죠?” 내 질문에, 아까부터 조용히 보고만 있던 마틸다가 도저히 못 참겠다는 듯이 한 발자국 나서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그야 넌….” 나랑 붙어있으면 핑크빛 모드가 될 거 아니야. 1 대 1로 수영 연습을 도와주다보면, 자연스레 신체 접촉도 엄청 많이 일어날걸? “전 뭔가요?! 혹시 저주 말하는 건가요?! 상관없잖아요! 당신에게 찰싹 붙어서 오히려 더 말을 잘 들을 테니까요!” 내 말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마틸다가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그야 확실히 그 상태가 되면 말은 더 잘 듣겠지만, 넌 정말 그걸로 좋은 거냐? 일단 저주 상태라고. “그럼 제가 실비아님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실비아님. 이쪽으로.” 마틸다의 말을 듣고 결론이 났다는 듯이, 바넷사가 그렇게 말하고는 실비아를 데리고 갔다. 그래. 뭐, 마틸다가 상관없다면야 나도 상관없는데 말이야. “알았어. 가자. 아, 참. 디아나. 넌 안 할 거지?” “음. 당연할 것을 묻는구먼.” 디아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비교적 작은 탕 안으로 들어가서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물의 정령을 불러내서 헤엄치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 팔다리의 움직임과 몸이 움직이는 타이밍이 완전히 엇박자였다. 쟤는 진짜 뭐 하러 온 걸까. 아무튼 혼자 노는 디아나는 내버려두고, 우리는 가장 큰 탕 안으로 들어갔다. 웬만한 목욕탕보다도 훨씬 큰 크기를 자랑하는 이 욕실은, 탕 역시도 어마어마하게 넓었다. 제일 큰 탕은 넓이도 작은 수영장 정도에, 물의 높이도 가득 채우면 내 허리정도까지는 올 수준이 됐다. 보통은 온탕이었지만, 지금은 물 온도를 살짝 낮췄는지 미지근함과 따듯함의 중간 정도의 물 온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장시간 연습을 위해 조절한 거겠지. “그럼 우선은…낮에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어?” “물에 뜨는 것까진 성공했어요.” 오, 그 부분은 끝난 건가. 4계층은 그 연습을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가르칠 필요가 없지만, 여기서 연습하려면 물에 뜨는 것도 배울 필요가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그렇다면 잘 됐네. 그럼 다음은 발장구 연습을 해볼까. 자, 일단 내 손을 잡고 물에 떠봐. 가라앉을 것 같아도 무서워하지 말고. 내가 잡아주고 있을 테니까.” “네. 구원씨….” 아니. 이건 상냥한 말이 아니라, 그냥 교육을 위해 안심시키려고 한 말인데. 그걸 또 그 상태가 되어버리냐. 그야 본인이 그래도 상관없다니까 나도 할 말이 없긴 하지만 말이야. 살짝 어처구니없긴 했지만, 그래도 마틸다의 말대로 이 상태가 된 마틸다는 내 말에 평소보다 훨씬 더 순종적이었다. 확실히 가르치기는 쉬울지도. 마틸다가 내 두 손을 마주잡고 물위로 눕자, 그 등 옆으로 살짝 가슴이 엿보였다. 레이아가 너무 압도적이라 잘 눈에 안 들어와서 그렇지, 역시 얘도 상당히 크다니까. 게다가 이렇게 얇은 수영복을 입고 있으니, 물결이 칠 때마다 가슴도 덩달아 흔들흔들 흔들리는 게 상당히 눈에 잘 들어왔다. 생각해보니까, 이 수영복 바디 페인팅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얇지 않아? 레쉬가드라는 거, 생각보다 좋을지도…핫! 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위험했어. 하마터면 사악한 술수에 당할 뻔했어. 수영복은 비키니. 아니, 원피스 형이라도 여기저기 구멍뚫린 형태가 바람직하지. 온몸을 가리고 있는 레쉬가드따윈 사도에 불과해. “그 상태로 다리를 쭉 펴고, 그 상태로 무릎을 굽히지 않은 채로 다리를 번갈아가면서….” 으아아…하지만 철저하게 가린 상체와 대비되어 하반신의 노출은 꽤나 있으니, 이건 이거대로…. 저기 물에 뜬 엉덩이가 흔들리는 걸 보라고. 안 돼! 구원아! 정신 차려! 그렇게, 나는 사악한 레쉬가드가 내 뇌를 지배하려는 것을 겨우겨우 뿌리쳐가며 수영 연습을 도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03==================== 후폭풍 “엇차. 미안.” “…읏! …아닙니다.” 욕실이 넓다고는 하지만, 이동하다보면 종종 부딪힐 일도 있었다. 특히 난 지금 마틸다의 손을 잡아주고, 뒤로 걷고 있으니까 말이다. 수영 경기장처럼 코스별로 선이 그어져있거나 한 것도 아니다보니, 뒤로 이동하다보면 조금씩 방향이 틀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사라나 바넷사도 나처럼 발장구 연습부터 시키는 중이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랬다. 결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란 말이지. 바넷사도 그걸 알기 때문에, 나와 접촉이 있을 때마다 살짝 노려보기만 할 뿐 별 말은 없었다. 의도치는 않았지만, 이거 바넷사를 놀리는 재미도 꽤나 쏠쏠한데? 상대방도 고의가 아니란 걸 아니까 항의를 할 수도 없는데다가, 수영복이 얇다보니 이렇게 신체 접촉이 있으면 마치 피부끼리 직접 닿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방금 내 엉덩이에 닿은 바넷사의 엉덩이 감촉도, 마치 그 탄력과 부드러움을 직접 전해주듯이…크흠. 아무튼 상황이 이렇다보니, 안 그래도 스킨십이 약점이란 의혹이 있는 바넷사로서는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다. 괜찮다고 말은 하지만, 나랑 닿을 때마다 얼굴색이 살짝 붉어지는 것이 보였다. 저 철혈 집사의 얼굴색이 변하다니. 물 온도가 따듯해서 피부가 상기된 것만이 이유는 절대 아닐 거다. “에? 구, 구워…히야앗! 사, 살려…!” 덤으로 내가 바넷사와 부딪힐 때마다, 바넷사와 손을 잡고 발장구를 치던 실비아도 나와 가까워졌다는 걸 인식하고 스플래시 데미지를 받았다. “실비아님. 괜찮습니다. 진정하고 서시면 제대로 바닥에 발이 닿습니다.” …실비아야. 허리까지 안 오는 높이에 뭐하는 거냐. 아무튼 그렇게 바넷사를 놀려준다는 의외의 수확도 얻으면서, 나는 수영 연습을 만끽했다. 아름다운 여인들이 몸에 착 붙는 옷을 입고 물에 젖어있는 모습. 게다가 첨벙거리는 소리로 들려오는, 가쁜 숨소리. 최고다. 좀 더 노출이 있었다면 더더욱 완벽했을 텐데. “좋아. 발장구는 그 정도면 대충 그럴듯해진 것 같네. 그럼 이제 팔도 같이 움직여볼까? 내가….” “네에…. 구원씨….” “…몸을 잡아줄 테니까 가라앉을 걱정은 하지 말고.” 적어도 사람 말은 다 듣고 대답해주면 안되겠냐? 아니. 제대로 따라주는 건 기쁘지만 말이야. 마틸다는 여전히 핑크빛 모드와 통상 모드를 끊임없이 전환하며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우선 한 번 시범을 보여주고 나서, 나는 마틸다의 옆에 가서 몸을 붙잡아 준 상태로 팔다리를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마틸다의 몸을 감싼 순간, 나는 전율했다. 이 세계의 기술력이 어떤 면에는 원래 세계보다 더 좋을지도 몰라. 이런 감촉이라니…진짜 맨몸을 만지는 것 같잖아. 아니. 가슴의 무브먼트가 심상치 않았을 때부터 살짝 기대는 했지만, 바넷사나 사라랑 살짝살짝 부딪히면서 실감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직접 손으로 만져보니 이건 기대 이상이었다. “아아…구원씨이….” 마틸다 역시도 맨몸을 만지는 기분이 들었는지, 황홀한 표정으로 내몸에 달라붙기 시작했다. 야. 그만 둬, 물에 떠있는 상태에서 그렇게 얼굴을 비비면 절묘하게 높이가…! 안 그래도 손에 닿는 감촉 때문에 번뇌가 휘몰아치는데, 너까지 그러지 마라! “으, 응. 자, 마틸다. 달라붙는 건 나중에 하고. 우선 팔다리부터 움직여보자. 내가 하는 말 들어줄 수 있지?” “네에…그럼요…다름 아닌 구원씨의 부탁인 걸요….” 어차피 잠깐 정신을 차리게 해도, 내가 붙으면 다시 이 상태가 되어버릴 거다. 그렇다면 아예 이렇게 나한테 홀딱 반한 상태를 이용해서 연습에 매진하게 하자. 그런 의도로 마틸다에게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거기! 연습하다 말고 노닥거리지 마!” 바로 사라의 질투 섞인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어쩔 수 없잖아. 이러지 않으면 연습이 안 되니까. 그게 싫으면 레이아랑 바꿔주라고. 나도 레이아의 흉부 무브먼트를 더 가까운 곳에서…아니. 레이아의 연습도 도와주고 싶다고. 하지만 마틸다가 이렇게 솔직한 상태라면…내 질문에도 전부 곧이곧대로 대답해주는 게 아닐까? 가령 요즘 마틸다는 혼자 고민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일이 많은데, 그 일에 관해서라든가. 아니. 하지만 아무리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하는 질문이라도, 이 상태를 이용해서 대답을 들어내는 건 비겁한 짓인가? 그렇지만…아니. 그런 질문을 했다간 괜히 연습에 방해가 될 수도 있잖아. 게다가 역시 이 상태를 이용해 질문하는 건 비겁한 짓인 것 같아. 질문은 언제든 할 수 있는 거니, 나중에 마틸다의 저주를 풀어줄 때라도 물어보자. 아무튼 그렇게 크고 작은 트러블들이 있었지만, 저녁 시간이 가까워질 즈음에는 레이아와 실비아, 마틸다 셋 다 몸을 잡아주지 않아도 물에 떠서 수영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됐다. 하지만 4계층에서는 몬스터가 언제 나올지 몰라 급한 대로 대충 가르쳤지만, 역시 이렇게 시간을 들여서 1 대 1로 가르쳐주니 성과도 빨리 나오는 모양이었다. 뭐, 속도도 빠르지 않고, 가끔 가라앉거나 하는 문제도 있긴 했지만 말이다. 게다가 우리 목적은 사방이 물속인 4계층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인 만큼, 저게 숙달되면 이번엔 잠수 상태로 몸을 움직이는 연습도 해야 할 거고. 그래도 우선은 마틸다와 붙어있을 필요가 없어진 나는, 디아나가 놀고 있는 탕으로 이동했다. 거기에는 디아나가 미동도 없이 가만히 앉아서 손으로 턱을 짚고 뭔가 생각에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뭐하냐?” “으햣! 노, 놀라지 않았는가!” “대놓고 왔는데 눈치 못 챈 네가 문제지. 그래서 뭐하고 있었는데?” “으, 음. 아무것도 아닐세. 잠깐 마나의 배열 구조를 말일세. 그보다 자네는 어쩐 일인가? 마틸다양은 어떻게 하고?” 디아나는 누가 봐도 말을 돌리려 한다는 걸 알 수 있는 태도로 그렇게 대답했다. 마나의 배열 구조라니…너 진짜 여기 왜 있는 거냐? 아니. 있어도 상관없지만 말이야. “이제부턴 혼자 연습할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마틸다의 몸도 충분히 만끽했고 말이지.” 그러자 뒤에서 사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라 역시도 레이아에게 혼자 연습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 모양이었다. “마, 만끽 안 했거든?” “그래? 그래도 이 수영복 대단하지 않아? 내가 살던 곳은 시골이었으니까, 이런 거 없었는데. 진짜 입은 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착용감이 좋네. 게다가 겉으로 만져봐도 마치 맨살을 만지는 것 같아.” “그렇지?!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와 진짜 대단하다니까. 마틸다 몸에 손이 닿는데 무슨 맨살이 그냥 손에 착착 감기는…사라씨, 유도신문은 치사한 거 아닙니까?” 중간부터 사라의 의도를 파악한 나였지만, 이미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만끽 안 했다고?” “그, 그렇지, 디아나! 너도 수영 연습 안 할래? 이왕 같이 온 거 너도….” “안 할 걸세. 말 돌리지 말게. 대체 마틸다양의 살결이 어떻다는 겐가. 이 몸도 몹시 흥미가 있구먼.” “바넷사! 너도 거기서 그러고 있지 말고 좀 와서 쉬지!” “…괜찮습니다.” “안 괜찮아! 넌 계속 일만 하니까 쉴 수 있을 때 좀 쉬어야 된다고. 자, 디아나!” “하여간 자네는…이 자 말이 맞네. 어차피 자주 연습을 시키는 거라면 바넷사 자네도 이쪽으로 와서 조금 쉬게.” “……네.” 휴우. 내 필사적인 노력이 상당히 안쓰러워 보였던 건지, 아니면 그래도 꿋꿋하게 마틸다를 가르쳤던 것에서 정상참작의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 건지, 결국 사라와 디아나는 더 이상 날 추궁하지는 않았다. 디아나의 명령을 들은 바넷사는 우리가 몸을 담그고 있는 탕의 근처까지 왔지만, 안에는 들어오지 않고 가만히 옆에 섰다. “뭐해? 들어오지 않고.” “…….” 내 말에 무표정으로 아무 말도 안 하던 바넷사는, 결국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자신도 탕 안으로 들어왔다. 이 탕은 아까 저기 셋이 수영 연습을 하는 곳과는 다르게, 상당히 크기가 작았다. 물론 넷이 들어온다고 해서 서로 몸이 밀착되거나 할 정도로 작진 않았지만, 마주보고 앉아있으면 서로의 발끝이 살짝 닿을 정도는 됐다. 아마 바넷사도 그걸 신경 써서 처음에 들어오려 하지 않았던 거겠지. 불의의 사고라고는 하지만 아까 나와 계속 몸이 닿았던 것도 있어서,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걱정 마라. 아무리 나라도 사라랑 디아나 옆에서 너한테 스킨십을 시도할 정도로 간이 크진 않다. 물론 스킨십이라고 해봤자 친구끼리 하는 정도의 가벼운 수준으로 끝낼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입고 있는 옷이 이렇다보니 가벼운 스킨십도 농도가 진한 것처럼 느껴질 우려가 있으니까 말이다. “아, 그러고 보니 디아나.” “음? 뭔가?” “나 성자 스킬 레벨 엄청 오른 거 알아? 진짜 엄청나. 한 방이면…아야!” “이 바보가! 지금 무슨 얘길 하는 거야! 바넷사도 있는데!” “아냐! 그런 게 아니라 디아나는 내 스킬을 연구하고 있다고! 그렇지?” 뭐, 요즘은 직접 몸으로 경험해본다느니 하는 말은 안 하고 있지만 말이다. 내가 동의를 구하자, 디아나가 애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으, 음? 뭐, 뭐어…그렇구먼.” “…너 설마 나랑 스킬 연습 어쩌구한거 다 핑계였냐? 사실 처음부터 내 몸을 목적으로 접근한….” “아, 아닐세!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겐가!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내가 마치 충격적인 사실을 눈치 챈 듯 가련한 소녀가 빙의되어 중얼거리자, 디아나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고함을 질렀다. “당황하는 게 더 수상해! 역시 디아나는…으윽!” “뭐, 뭔가?!” “아, 아니. 장난 좀 쳐 봤어.” 그렇게 말하고, 나는 정면에 앉아있는 바넷사를 힐끔 쳐다봤다. …이 녀석. 지금 내 발을 밟았어. 유백색 물 때문에 사라랑 디아나한텐 안 보이는 걸 이용해서. 좋아.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렇다면 나도 생각이 있지. 원래는 사라나 디아나 앞에서 괜히 접촉하는 건 자제하려고 했지만…. “웃…!” 나는 바넷사에게 밟혔던 발을 움직여서, 바넷사의 발을 건드렸다. 바넷사는 경계하는 표정으로 발을 빼려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두지 않았다. 마치 발로 깍지를 끼듯, 나는 발가락을 바넷사의 발가락 사이에 얽히게 만들었다. 그 상태에서 발을 움직여 마치 발가락 사이사이를 어루만지자, 바넷사는 무표정 상태에서 눈썹만 움찔움찔하고 떨었다. 후하핫. 감히 성자한테 신체 접촉을 시도하다니! 그게 바로 네 패인이다! “그래서. 그런 게 아니라면 이상하게 말을 끌었던 이유가 뭔데?” 물속에선 발끝으로 바넷사의 발을 가지고 놀면서,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디아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게 말일세. 요즘은 거대 마석의 분석 결과가 상당히 흥미로운지라 자네 스킬은….” 아아. 과연. 그냥 내가 이렇게 협조적으로 행동해주는데 소홀히 했던 게 조금 미안했던 것뿐이란 건가. “애초에 구원의 스킬은 여신님이 직접 주신 능력이잖아요? 분석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기는 한 걸까요?” “그렇게 따지면 거대 마석도 마찬가지일세. 거대 마석 역시 여신님의 손이 들어간 건 거의 확실해 보이니 말일세. 스킬도 결국은 마나의 흐름. 오리지널보단 당연히 위력이 떨어지겠지만 제대로 분석만 하면 물론 언젠간 사용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네.” “그건 디아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사용이 가능해진다는 거죠? 그럼 저도 가능해질까요?” 처음에는 별로 흥미 없다는 태도의 사라였지만, 디아나의 대답을 듣더니 갑자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런 질문을 던져왔다. “음? 그야 당연히 그렇다네. 이 몸은 모든 마법을 모든 사람이 쓸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으니 말일세. 하지만 사라양은 왜 굳이…아. 자, 자네! 다음부턴 스킬 연구도 다시 제대로 재개해 봐야겠네! 스킬이 강해졌다고 했나? 그렇다면….” “아무리 그래도 소용없다고 생각하는데.” 희망으로 눈을 반짝이는 디아나에게, 나는 딱잘라 말해줬다. “무, 무엇이 말인가?” “날 한 번 이겨보려는 거 아냐? 그런데 너희 요즘 내가 스킬 안 쓰고 상대해주고 있는 건 알고 있지? 만약 너희가 그런 짓하면 나도 스킬 쓴다.” “…역시 됐네. 지금은 거대 마석이 더 중요하니.” 야. 너무 티나게 실망하는 거 아니냐? 하여간 요게 요즘 어떻게든 날 이겨보겠다고. 그렇게 날 이기고 싶을까? 저렇게까지 필사적인 걸 보니, 한 번 쯤은 져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첨벙! “우왓! 바, 바넷사! 뭔가!” 그런 생각을 했을 때, 갑자기 바넷사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나와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던 디아나는, 깜짝 놀라서 내게 달라붙어왔다. 참고로 사라는 이런 것으론 전혀 놀라지 않는 다는 듯 쿨한 표정을 짓고 내 팔을 꽉 끌어안았다. “전 다시 가서 세 분의 모습을 더 보고 있겠습니다.” 아무튼 내 발가락 공격을 견디지 못한 바넷사는, 결국 그렇게 꼬리를 말고 도망을 갔다. 물론 실제로 꼬리는 없…아니. 있었지. 아무튼 지금은 안 보이지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04==================== 후폭풍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그럼 구원. 구원은 저기 먼저 가 있어.” 결국 그 이후로는 별 일 없었다. 셋의 수영 연습을 조금 더 봐주다가 저녁 식사시간이 가까워졌을 때 즈음, 갑자기 사라가 날 보고 그렇게 말했다. “응? 나 혼자?” “응.” 내 질문에 그냥 고개 한 번 끄덕이고 마는 사라. …아니. 그게 끝이니? 난 지금 이유를 묻고 있는 건데. “이왕 욕실에 온 거니까요. 저희는 여기서 몸을 씻고 갈게요.” 내가 황당해하고 있자 레이아가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이유를 말해줬다. 나만 빼놓고 이 욕실을 이용하는 게 미안한 모양이다. 그렇게 미안하면 나도 껴주면 좋을 텐데. 하지만 아무리 천사님이라도 이런 상황에서 나도 같이 씻자고 하긴 힘든 모양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여기엔 지금 내 여자만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그래? 그럼 나도 같이 씻지 뭐.” 물론 나는 그걸 알고도 일부러 뻔뻔하게 말했다. 이렇게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면 은근슬쩍 넘어가 줄 수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역시 일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그냥 포기하면 남자가 아니지. “왜?! 어차피 우리 전부 서로 알몸정돈 아무렇지도 않은 사이잖아! 유일하게 문제있는 바넷사도, 분명 내 알몸에 흥미 없을 거야! 그리고 나한테 보이는 것도 아무렇지 않을 거고! 그렇지? 바넷사?” “아뇨. 싫습니다.” “……저기. 바넷사양. 괜히 남을 배려하느라 자신의 주관을 굽힐 필요는 없어. 자신이 평소에 얼마나 무감정한지를 다시 한 번 잘 되새겨보고….” “싫습니다.” 크흐흑! 젠장! 내 여자가 아니라도 미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껴준 게 실수였어! 바넷사만 없었다면 지금부터 나도 같이 씻을 수 있는 상황인데! 그 순간, 나는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뜩였다. 바넷사의 직책은 집사. 넌 나중에 따로 씻고, 우리끼리 먼저 씻는다고 주장하면…쳇. 물론 이렇게 말하면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그래선 내가 너무 쓰레기가 되어 버리잖아. 주인님인 디아나가 같이 씻겠다는데, 옆에서 뭣도 아닌 내가 집사는 빠지라고 하는 꼴이니까. 욕망에 몸을 맡기는 것도 좋지만, 그렇게까지 되고 싶진 않네. “…….” “…….” 나는 잠시 바넷사와 눈싸움을 했지만, 결국 바넷사를 어떻게 하는 건 포기하기로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포기한 건 아니었다. 끝까지 발버둥 쳐주겠어! “하, 하지만 나도 이런 상태로 나가기는 조금 찝찝하단 말이야. 적어도 샤워라도…!” “흠. 그렇구먼. 실은 지금부터 욕실의 물을 전부 갈 생각이네. 하루 종일 수영했던 물이니 이대로 이용할 수도 없는 일 아니겠나. 그래서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네만…그래도 좋다면 그 이후에 이용하도록 하게. 이 몸들은 자네가 이용할 동안 탈의실에서 기다리고 있겠네.” “…아니. 그냥 너희끼리 써. 생각해보니 난 그냥 물기만 닦고 나가서 방에서 씻으면 될 것 같아.” 치사한 녀석. 그렇게까지 말하면 더 떼를 쓸 수가 없어지잖아. 결국 바넷사라는 자객에 의해 알몸 파티의 꿈은 오늘도 끝까지 이뤄질 수 없었다. 쟤, 아까 싫다는 대답이 엄청 즉각적으로 나온 것 같은데, 설마 발가락으로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앙심 품은 거 아니겠지? 만약 그렇다면…이대로 지고 물러나는 건 아쉬우니까 앞으로 더 스킨십을 시도해서 장난을 쳐주겠어. 각오하라고. 약점이 들킨 시점에서 네 패배는 기정사실화 됐으니까. 크크큭. 그런 패자가 도망치면서 하는 전형적인 생각을 하면서, 나는 욕실을 뒤로 할 수밖에 없었다. “후우. 오늘 저녁은 특히 맛있었네. 역시 가볍게 운동하고 먹는 밥이라 다른 걸까?” 식사 전에 미리 씻었기 때문에 식사 후 나와 같이 곧장 방으로 온 사라는, 상당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역시 시골 처녀…아니. 저 모델같이 쭉쭉 뻗은 탄탄한 몸매를 봐서 알 수 있듯, 사라는 운동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뭐, 기분이 좋은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닌 모양이지만. 사람의 시선이 사라지고 나와 단 둘이 되자마자, 사라는 내 팔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자기 볼을 내 어깨에 비벼대기 시작했다. 얘가 이렇게까지 스킨십에 적극적인 것도 드문 일인데 말이야. 역시 이것도 유아퇴행까지 가는 그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는 증거인가? 그러고 보니 사라가 유아퇴행을 하게 된 이후로, 나와 이렇게 단 둘이 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굳이 따지면 화장실에 갔을 때 딱 한 번 단 둘이 됐었는데, 그때는 뭐 여러 일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럴 분위기가 전혀 아니었으니까. “그럴지도. 그런 이유로 내일도 열심히 도와줘야겠네.” “…구원은 그냥 우리가 그런 딱 달라붙는 차림을 하는 게 보고 싶은 것뿐이잖아.” “뿐이라니! 전혀 그렇지 않아!” “뿐이라는 표현만 부정한다는 건, 그런 마음이 있기는 있다는 거네.” “큭! 이런 실수를! 난 너무 정직해서 탈이야!” “하여간 진짜 변태라니까.” 어차피 낮에 들킬 대로 들킨 사항인지라 나는 농담조로 그렇게 말했고, 사라 역시도 더 추궁할 생각은 없다는 듯 내 옆구리를 가볍게 한 번 꼬집고는 말았다. “변태라니. 무슨 섭한 소리를. 그렇게 따지면 사라도 변태잖아. 성자 스킬을 쓰고 싶다니.” “흥. 난 변태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구원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한 것뿐이네요.” 내 반격에, 사라는 당황하지 않고 혀를 살짝 내밀어 메롱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아니. 나같이 덩치 큰 사내새끼가 성자 스킬을 당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니. 그것도 충분히 변태인 게…. 뭐, 정확히 말하자면 날 이기고 싶은 것뿐이겠지만 말이야. “애초에 사라 너도 날 이기고 싶은 거야? 디아나는 그러는 게 이해가 되지만, 넌 대체 왜?” “…디아나는 이해가 되는 구나.” 내 질문에, 사라는 질투조차 못하겠다는 듯 황당하단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야 뭐…디아나는 내가 생각해도 조금 장난을 지나치게 할 때가 있거든. 바넷사한테 들켰을 땐 진짜 끝장나는 줄 알았다고. 뭐, 그래도 그 이후로 상당히 자제하고 있기는 하지만. “뭐, 아무튼 오늘은 포기해. 오늘 밤은 철저히 괴롭히면서 재우지 않을 테니까.” “…읏. 뭐야. 설마 욕실에서 마틸다 몸을 어루만지거나 하면서 쌓였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지?” 내가 대놓고 괴롭히겠다고 선언하자, 사라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도 날 새초롬하게 노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냐. 아냐. 그런 게 아니라, 네 유아퇴행 치료를 위해서 말이야. 디아나도 그랬잖아. 어쩌면 힐링 섹스의 효과뿐만이 아니라, 섹스라는 행위 자체가 네 안에서 할아버지와 나를 분리하는 효과를 낳아서 치료에 도움 될지도 모른다고.” “아아…그러고 보니. 그런 얘기도 했었네.” “뭐야. 까먹고 있었던 거냐. 너 설마 다 나았는데 꾀병부리고 있는 거 아니지?” “그, 그런 거 아니거든?! 내가 뭐하러…!” “날 너무 좋아해서 떨어지고 싶지 않으니까?” “바, 바보!” 사라는 날 너무 좋아해서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말은 부정하지 않은 채, 그냥 내 팔을 찰싹찰싹 때리기만 했다. 게다가 이번엔 마나를 손에 감지 않았기 때문에 아프지도 않았다. “아….” 잠깐 동안 앙탈부리듯 내 팔을 때리던 사라는, 그렇게 때리던 손에서 문득 뭔가를 발견한 듯 움직임을 멈췄다. 사라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자신의 손등. 거기에는 상당히 진한 색의 사도 인장이 손등을 뒤덮고 있었다. “…저기. 구원.” “응?” “어차피 구원이 가까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나이프로 그런 상태가 되는 건 막을 수 있으니까, 이 인장은 다시 엉덩이로…아, 아냐! 그런 거 아니거든! 난 그냥 그래도 구원이 처음 새겨준 곳이니까…!” 처음엔 조용한 말투로 말하던 사라였지만, 내가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듣고 있자 중간부터 얼굴이 빨개져서는 혼자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나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다.” “아, 아무튼! 그래서 옮길 거야 말 거야! 난 딱히 이 상태라도 상관없거든!” “그야 그렇겠지. 손등에 있으면 남들한테 막 자랑하고 다닐 수도 있고.”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고…!” “아냐?” “…읏, 저, 전혀 아닌 건…아, 아무튼! 어쩔 거야?!” “어쩔 수 없지. 그럼 사라가 원하는 대로, 다시 성감대 표시로 사용해줄까.” “…읏!” 내가 뻔뻔하게 말하자, 사라는 가볍게 내 배를 찰싹 때렸다. 하지만 형식적인 항의는 그뿐으로, 사라는 천천히 내게서 떨어져 등을 돌린 후 자신의 바지 앞섶을 풀었다. 그리고 바지에 손가락을 건 후, 천천히 바지를 내렸다. 속옷도 한꺼번에 내리는 건지, 사라의 멋질 골반라인과 엉덩이가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내고…바지는 사라의 엉덩이 중간 정도에 걸쳐져서 멈췄다. “왜 그 상태에서 멈춰?” “사, 상관없잖아. 어차피 위에 하는 거니까 이 정도만 보여도.” 아니. 어차피 지금부터 할 거니까 그냥 다 내려버리는 게 낫지 않겠냐는 뜻이었는데. 뭐, 상관없나. 그러고 보면 가끔은 옷 입은 상태로 하는 것도 재밌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상체를 조금 앞으로 숙여봐.” 나는 한 손으로 사라의 골반 부분을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사라의 곧게 뻗은 등을 지그시 누르며 말했다. “뭐? 왜 굳이….” 사라는 불평을 하면서도, 내 손이 누르는 대로 천천히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물론 곧게 선 상태로 상체를 90도로 숙이면 균형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손은 자연스레 벽을 짚는 자세가 됐다. 그리고 그동안, 나는 골반을 짚고 있던 손을 이용해 사라의 바지를 조금 더 아래로 내렸다. 사라가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살짝만 더 아래로. 그 상태에서 상체를 앞으로 숙이게 되자, 바지의 위치가 절묘하게 내가 원하는 위치에 오게 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바지 위로 엉덩이 구멍은 드러나게 됐지만, 음부는 아슬아슬하게 가려진 상태였다. 사라는 원래 세계의 스키니진과 비슷한 느낌의 바지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멋진 각선미가 그대로 강조되어서 무척이나 멋진 그림이 됐다. 게다가 앞으로 숙였는데도 등은 꼿꼿이 펴고 있어서 더더욱. 얘는 평소에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모델이 포즈를 잡듯 멋져서, 안 그래도 멋진 몸매가 더 근사해 보인다니까. “서있는 것보단 앞으로 숙여야 더 면적이 넓어져서 확실히 보일 거 아니야. 하트의 뾰족한 끝은 정확히 엉덩이 골을 향하게, 날개는 사라의 예쁜 엉덩이 윗부분의 동그란 라인을 제대로 감싸게,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작업할 필요가 있단 말이야.” “진짜 변태라니까….” 사라는 내가 한 말이 꽤나 부끄러운지 날 돌아보지도 않고, 시선을 정면으로 향한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변태라니. 자기도 지금 상당히 대담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자기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건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건가? 바지를 몰래 더 내리긴 했어도, 느낌상 자기 엉덩이가 노출되어있다는 사실은 알 텐데? 뭐, 좋아. 나는 바지를 벗고 인벤토리에서 젤을 꺼내 스스로의 물건에 천천히 바르기 시작했다. 일련의 동작은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조용히 처리할 셈이었지만, 과연 젤의 끈적끈적한 소리를 아예 안 나게 할 수는 없었다. 하물며 상대는 귀가 좋은 사라니까 말이다. 차박차박하고 끈적한 액체가 물건에 발라지는 소리가 들리자, 사라의 몸이 순간적으로 움찔하고 떨렸다. 드디어 내가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은 모양이다. 하지만 사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를 돌아보지 않고, 대신 떨리는 목소리를 최대한 가다듬으며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아직도 안 끝났어? 인장 위치 조절하는 거,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이었던가?” 그 말을 듣고, 나는 아까의 의혹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역시 알면서 모르는 척 하는 거였어. 하여간 귀여운 짓을 한다니까. 플레이의 일환…일 셈은 아마 아니겠지. 얘랑 이미지 플레이를 많이 하기는 했지만, 얘가 나서서 그런 짓을 할 정도는 아닐 거다. 그냥 내게 당하더라도, 자긴 모르고 당했다고 잡아 뗄 속셈인 거겠지. 뭐, 그러는 편이 나도 불타올라서 좋지만. 본인이 의도한 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재밌는 상황을 연출해주는 사라였다. “말했잖아. 여기로 옮기는 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하고, 나는 젤을 다 바른 물건을 사라의 엉덩이 구멍에 한 번에 박을 수 있도록 각도를 조절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누트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육식곰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05==================== 후폭풍 그렇게 각도 조절을 완료한 나는, 허리를 힘차게 앞으로 밀어 넣어 단숨에 삽입을 했다. “잠, 뭐…흐으으으읏!” 내 물건의 끝이 엉덩이에 닿자, 그제야 사라는 겨우 눈치 챘다는 태도로 내게 항의하려고 했지만, 내 물건이 삽입되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콧소리가 잔뜩 섞인 높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물건 전체에 골고루 아끼지 않고 듬뿍 젤을 바른 덕분에, 내 물건은 아무런 저항 없이 끝까지 사라의 엉덩이에 삽입을 완료할 수 있었다. 하아…. 정말 오랜만에 맛보는 사라의 엉덩이. 여전히 최고구나. 입구부분이 꽉 조여 오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부드럽게 감싸 오는, 음부와는 다른 독특한 쾌감. 이 감각만큼은 엉덩이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감각이지. “흐으읏…. 이, 이 변태애….” 오랜만에 맛보는 애널 섹스의 감촉에 황홀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사라 역시도 말로만 조금 저항하는 척을 할뿐 몸은 쾌감에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정말로 싫으면 빼면 될 텐데 말이야. 삽입하는 순간 덜컥하고 힘이 풀리며 구부려졌던 무릎에 어떻게든 다시 힘을 줘서, 바들바들 떨리는 다리를 꼿꼿이 세우고 내 물건을 받아주고 있는 사라였다. 아니. 그냥 서있기만 한 게 아니었다. 가벼운 절정의 물결이 한 차례 지나간 건지, 사라는 서서히 몸의 떨림을 멈추고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고까지 했다. 하지만 그런 사라의 움직임을, 내가 두 손으로 그 허리를 단단히 잡음으로서 제지했다. “아, 잠깐. 움직이지 마. 이제부터 진짜로 인장 위치 신중하게 옮길 거니까.” “이, 이제부터라니 뭐야…아까는 뭐 한 건데….” “어쩔 수 없잖아. 이렇게 예쁜 구멍이 눈앞에 유혹하듯이 보이면, 우선 삽입부터 하고 싶어진다고.” “하여간 이 변태는…빨리하기나 해!” “왜? 급해?” 내가 장난스럽게 되묻자, 사라는 대답대신 내 정강이를 발로 가볍게 걷어찼다. 부정은 안 하는 걸 보니,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흐으읏….” 내가 반쯤 드러난 사라의 엉덩이 윗부분을 쓰다듬으며 말하자, 사라가 다시 가늘게 몸을 떨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아까 물건에 바르느라 한 손에는 젤이 묻어있네. 이거 어쩌지? 그래. 이대로 엉덩이에 발라서 번들번들한 사라의 엉덩이를 보고 즐기는 것도 재밌겠지만, 역시 도구란 본래 용도로 쓸 때 최대의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지. 나는 젤이 묻은 손을 사라의 배 쪽으로 내리고, 거기서부터 곧장 바지 안쪽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이미 바지를 반쯤 내리고 있기 때문에 바지와 속옷 안으로 파고든 손이 음부에 닿는 건 금방이었다. 우선은 일단 음핵부터…아, 벌써 조금 부푼 것 같네. “하으응…끄, 끝난 거야…?” 내 음핵을 살살 어루만지며 손에 묻은 젤을 발라주자, 그걸 신호라고 생각했는지 사라가 기대 가득한 목소리로 질문했다. “아니. 조그만 더 참아.” 물론 단호하게 부정해주고, 나는 계속해서 손을 움직였다. 벌써부터 이렇게 음핵이 부풀어 오른 걸 보니, 어쩌면…. 손을 조금 더 안쪽으로 파고들게 하자, 찔꺽찔꺽하는 소리와 함께 젤과는 다른 뭔가 미끌미끌한 액체가 만져졌다. 역시 굳이 젤을 발라줄 필요도 없는 상태가 되어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이왕 손에 묻어 있는 거, 아까우니까…. “흐으으읏!” 내가 손가락을 움직여 음부 안쪽을 파고들자, 사라도 더는 버틸 수 없다는 듯이 무릎에 힘이 빠지며 주저앉으려고 했다. 물론 엉덩이에 삽입된 내 물건과, 음부에 손가락을 넣은 채 하반신을 지지하고 있어주는 내 손, 그리고 벽을 짚고 있는 사라 본인은 손 덕분에 바닥에 주저앉게 되지는 않았지만. 다만 그렇게 되다보니 당연히 내 물건과 손가락 쪽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지게 됐고…. “으으응…!” 그게 또 기분 좋았던 건지 사라는 또 다시 기분 좋은 콧소리를 내며 가볍게 절정에 달했다. “너 왜 그래? 오늘따라 평소보다 훨씬 민감한 것 같네?” “미, 흐응…! 벼, 별로 민감…흐읏…!” 내가 손가락에 묻은 젤을 사라의 음부 안쪽에 골고루 펴 바르며 질문하자, 사라는 몸을 떨면서 내 말을 부정했다. 여길 건드리니 이런 반응은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민감한 게 아니라고 주장한다라…. 즉, 평소보다 민감한 게 사실이란 말이로군. 하지만 오늘은 실비아와 있었던 오전 중과, 목욕을 했을 때를 제외하면 사라는 계속 나랑 같이 있었다. 나랑 같이 없었던 때마저도, 우리 애들이랑 같이 있는 상황이었고. 이렇게 민감해질 이유가 전혀…아, 얘 설마…. 내가 마틸다랑 찰싹 달라붙어서 겉으로 보기에는 알콩달콩하게 노는 걸 보고 질투해서 살짝 흥분한 건 아니겠지? 하지만 그때는 수영 강의 중이었기 때문에, 그냥 꾹 눌러서 참은 거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사라의 몸이 이렇게 민감한 것도 수긍이 됐다. “야. 너….” “뭐, 뭐야아…?” “아니. 그냥 인장 옮겨야 되니까 그만 떨라고.” 사라를 추궁하려 했던 나였지만, 이내 그러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오늘은 오랜만에 사라랑 단 둘이 보내는 밤인데, 굳이 다른 여자 이름을 거론할 필요는 없겠지. 아무리 사라가 그 때문에 흥분한 거라고 하더라도 말이야. “…구원이 안 만지면 되잖아….” 사라는 살짝 원망스런 시선을 내게 보내면서도, 일단 다리에 힘을 꽉 줘서 움직임을 멈춰보려 하고 있었다. 어쩔 수 없네. 오랜만에 둘이서 보내는 밤에 정말로 원망 받기는 싫고, 나도 슬슬 이대로 가만히 참고 있는 건 괴로워지기 시작했으니까. 괴롭히는 건 이쯤 해둘까. “흐으으으읏!” 나는 사라의 사도 인장을 다시 전처럼 엉덩이 위쪽으로 돌려놓고, 곧바로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그러자 사라의 무릎이 다시 한 번 풀썩 꺾였지만, 그래도 그 허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내 허리 움직임에 맞춰서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엉덩이로 느껴지는 쾌락뿐만 아니라, 손가락을 넣고 있는 음부도 좀 더 강한 자극은 원한다는 듯이 음부의 부드러운 살을 내 손에 문질러오면서. 하지만 이렇게 바지를 엉덩이 반 정도만 내리고 하는 것도 뭔가 독특한 기분이네. 바지를 허벅지까지만 내리고 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어중간하게 내리고 하는 건 또 처음이었다. 어중간하게 내리는 바람에 다리를 벌릴 수가 없어서 압박감이 더 강해지는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닿는 감촉이 다르다. 보통은 이렇게 허리를 부딪치면 고간에 사라의 탄력 있는 엉덩이가 닿으면서 부드럽게 맞이하고 튕겨내 주는데, 이렇게 하니 고간에 바지가 닿으면서 평소보다 뭔가 더 묵직하게 받아주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렇게 후배위 자세로 엉덩이에 삽입하면 보통 고환이 사라의 부드러운 음부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것마저도 느껴지지 않으니까. 뭐, 상관없지만 말이야. “흐읏! 구, 구워언…계, 계속…계속 이대로 하려는 거야아…?” 아무튼 그렇게 내 움직임에 동조해주고 있는 사라였지만, 허리를 움직이면서도 사라는 묘한 질문을 던져왔다. “응? 그럼?” “으응…하앗, 하앗, 오랜만이니까…키스….” 내가 잠깐 움직임을 멈추고 질문하자, 사라가 안타깝다는 듯이 콧소리를 한 번 내더니 숨을 고르고는 귀여운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그제는 나도 반쯤 정신이 나가서 3p를 즐기느라 사라랑 하면서 디아나랑 키스했지. 그 이후에 일단 사라하고도 키스를 하긴 했지만, 삽입과 키스를 동시에 한 적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그 왜, 얘랑은 삽입하고 있으니, 얘랑은 적어도 키스를…이라는 바보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이리 와.” 나는 아래로 숙여져있는 사라의 상체를 들게 만들고, 그대로 그 옆머리에 손을 가져다대어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게 만들었다. 그러자 사라는 기쁜 표정으로 내 입술에 입술을 맞추고 혀로 내 잇몸을 할짝이기 시작했다. 혹시 유아퇴행의 영향이 조금 남아있는 거 아닐까? 그렇게 생각될 정도로 귀여운 모습이었다. “이 자세도 좋기는 하지만, 역시 이대로 계속 하기에는 목이 조금 아플 것 같네. 침대로 갈까?” “응….” 한 차례 길고 긴 키스가 끝난 후 입술을 떼고 부드럽게 말하자, 사라도 자기가 너무 달라붙었다는 자각이 있는 건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대답했다. “으응…흣….” 이렇게 뒤로 삽입한 채로 침대까지 걸어가는 것도 재밌을지도 모르지만, 어차피 침대에서 제대로 마주보고 하려면 삽입을 풀어야 한다. 때문에 나는 빨리 가자는 생각에 우선 사라의 엉덩이에서 물건을 꺼냈다. 그러자 애액같은 것보다 훨씬 점성이 높은 젤이 내 물건 끝과 사라의 엉덩이 구멍을 연결하듯 주욱 하고 늘어졌다. 비교적 묵직한 젤의 느낌에 사라도 뒤를 그걸 느낀 건지, 황급히 손을 저어서 그 젤의 다리를 끊었다. 그리고는 걷기 편하게 완전히 바지를 내리려고 했던 사라였지만, 그 전에 내가 사라의 등과 허벅지에 팔을 뻗어서 그 몸을 들어올렸다. “꺄악! 진짜…안아줄 거면 먼저 말부터 해줘도 되잖아.” “미안. 미안. 급해서. 그럼 가실까요?” “피이. 바보.” 내 갑작스런 행동에 놀랐던 건지 살짝 불평을 늘어놨던 사라였지만, 내가 능청스럽게 대답하자 피식 웃으면서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그런 사라를 데리고 황급히 침대로 이동한 후, 나는 사라를 똑바로 눕히고 다리를 들어올렸다. 물론 바지는 여전히 엉덩이에 반쯤 걸쳐있는 채로. “…저기. 구원. 급해서 안고 온 거 맞지?” 내 행동에 뭔가 집히는 게 있었는지, 사라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날 바라보며 질문을 했다. 물론 그에 대한 내 대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사라야. 너 오늘 바지 엄청 예쁘다. 우와. 무슨 각선미가….” “응. 고마워. 나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바지야. 그래서 더럽히기 싫은…흐앙! 하읏…진짜 바보…변태….” 사라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 다리를 들어 올린 나는 다시 엉덩이 구멍에 물건을 삽입했다. 사라는 불평을 하면서도 스스로의 손을 자신의 허벅지에 뻗어서 자기 다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물론 허벅지는 바지에 막혀 벌릴 수 없었기 때문에, 종아리 부분만 좌우로. 그 행동이 의미하는 바는 명백했다. 나는 사라의 엉덩이 밑에 베개를 끼워서 사라의 엉덩이 높이를 조절하고, 상체를 숙여서 사라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아음…쪽…흐읏…안 불편해?” “전혀?” “이 변태는 또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이래서야 장소 옮긴 보람이 없잖아….” “없긴 왜 없어. 당연히 있지. 아깐 사라가 불편했고, 지금은 내가 불편하잖아. 널 위해서 하는 일이 어째서 보람이 없어!” 살짝 불평하는 느낌으로 말하는 사라에게, 난 힘차게 대답하며 허리를 움직였다. “하응! 흐읏! 이, 이상한데서 믿음직스럽게 굴지…흐으읏! 그, 그렇게 이 상태로 하고 싶어…?” 사라는 결국 내 설득을 포기한 건지, 아니면 엉덩이로 느껴지는 쾌락에 그럴 경황이 없는 건지 촉촉한 목소리로 그렇게 질문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건…. 허리가 부딪히는 느낌도, 바지너머의 조금 묵직한 감촉보다 사라의 맨살이 주는 탄력 있는 감촉이 훨씬 기분 좋고. 내가 굳이 이러는 건 그냥 색다른 게 재밌어서 정도? 그리고 덤으로 사라가 아끼는 옷이라니까 불타올라서 말이야. 그도 그럴게, 이 바지 앞으로도 자주 입을 거 아니야? 자, 앞으로도 이 바지를 입을 때마다 나와의 행위를 생각해내는 거다! 그런 마음을 듬뿍 담아서, 나는 허리를 앞뒤로 격렬히 움직였다. 물론 위로는 사라와 계속해서 키스를 하는 걸 잊지 않으면서. “그럼 사라야. 슬슬.” “응…으응…흐응…!” 내가 신호를 보내자, 사라는 대답인지 신음소리인지 모를 묘한 소리를 흘리면서 몸에 힘을 줬다. 아무래도 당장 절정에 달하고 싶지만, 내가 쌀 때까지 참으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귀여운 사라의 혀를 가볍게 깨물면서 사정을 했다. “흐으으으읏!” 그리고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는지, 사라도 내 사정과 동시에 오늘 최고의 절정에 달했다. “하앗, 하앗…역시 오랜만이라 그런지…더….” “엉덩이가?” “아, 아니거든! 구원과…!” “섹스라면 그제 했잖아.” “으으읏!” 절정의 여운이 지나간 후 무심코 중얼거린 사라의 한 마디를 듣고 내가 놀리자, 사라는 대답대신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리기 시작했다. 역시 엉덩이 얘기가 맞았던 모양이다. 뭐, 말하는 투부터 무심코 중얼거렸다는 느낌이 풀풀 풍겼으니까, 그냥 본심이 흘러나온 거겠지. “알았어. 알았어. 나랑 단 둘이 하는 게 좋다고. 그래도 아직 끝난 거 아니니까 각오하라고. 오히려 지금부터 시작이니까.” “흥. 오늘은 나도 구원을 재울 생각 없거든. 밤새 만끽할 거야.” “우와…. 우리 사라, 못 보던 새에 성욕이…농담! 농담이라니까!” 그렇게 우리는 가볍게 서로 장난을 치면서 밤새워 둘만의 시간을 만끽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NineBreaker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설마 살면서 저 유명한 맞춤법을 틀릴 날이 올 줄이야…부끄럽네요. 바로 위에 효과를 낳아서라는 표현을 쓴 직후라 그런가…. Elpo // 감사합니다. 다만 아무리 뒤져봐도 지적해주신 부분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낳’으로 검색해봤지만 본문 중 딱 두 번밖에 쓰지 않았네요. '효과를 낳아서' 부분이라면 낳아서가 맞고, '다 나았는데' 부분이라면 수정했습니다. 닭구 // 행위에 도움이 되는 건 안 사라진다는 설정입니다. 어차피 성인 게임에 있던 스킬이니까요. 그래서 애액을 바르고 넣거나 할 때도 애액이 사라지지 않았죠. 506==================== 후폭풍 “역시나…예상대로 일이 그렇게 되어버린 것인가….” 아직 식사조차 하지 않은 이른 아침. 나는 손을 턱에 가져다대고 자못 심각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잠 잘 자 놓고 아침부터 뭐하는 짓이냐고? 아니. 못 잤어. 어제는 밤새 사라랑…아무튼. 내가 지금 이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아침 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들어오자마자, 실비아가 창백한 표정으로 오들거리면서 내게 다가와서는 이런 말을 외쳤기 때문이다. “구, 구원님! 큰일! 큰일 났습니다!” “오냐. 좋은 아침. 그래서, 아침부터 무슨 일인데?” “앗! 아,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그, 그게…펠리시아가! 펠리시아의 성욕이…!” “뭐야, 실비아, 겨우 그런 걸로 호들갑 떨고 있었던 거였어?” 어제 키스한 이후로 내 반경 10미터 이내에 접근도 못 하던 애가 갑자기 이렇게 다가오기에 대체 얼마나 큰일인가 싶었더니 말이야. “그, 그게…! 실은 대략 일주일 전부터…!” “……일주일 전?” 즉, 펠리시아는 이미 일주일 전부터 한계에 달해있었고, 아직까지 성욕 해소를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거야? “죄, 죄송합니다! 경황 중에 그만 알리는 게 늦었습니다!” 과연. 일주일전이면 내가 조난당해있던 시점이다. 즉, 기사단 요청이니 뭐니 하면서 펠리시아와 접촉했을 때, 펠리시아가 슬슬 참기 힘들다는 얘기라도 했다는 건다. 그리고 실비아는 그때 들었던 얘기를 지금에서야 생각해내고 저렇게 창백한 표정으로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거고. 나로선 전달이 늦어진 것도 충분히 이해할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내가 막 돌아왔을 때는 그야말로 다들 기뻐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그 이후에는 사라가 유아퇴행하면서 소동을 일으켰고, 그 다음엔 또 실비아 본인이 행복사할 만한 사건을 겪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래도 실비아 본인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 성에서 지금도 성욕을 해소하지 못 한 채 고통에 떨고 있을 친구를 생각하면, 저렇게 불안해하는 것도 어쩔 수 없나. 펠리시아, 넌 분에 넘치게 좋은 친구를 뒀구나. 아무튼 그런 사실을 전해 들어서, 나도 살짝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는 얘기다. “…뭐, 벌써 일주일 참은 거니까, 하루 정도는 더 참아도 문제없겠지.” 심각한 표정으로 잠깐 고민하는 척을 했던 나는, 곧장 턱에서 손을 떼고 아무렇지도 않게 중얼거렸다. 심각한 표정을 지은 건 페이크다. 실비아가 너무 불안해하니까 나도 조금 진지한 척을 해봤을 뿐이야. “네, 네에에에엣?!” 내 결론에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해서 외치는 실비아의 머리에 손을 얹고, 나는 안심하라고 말하듯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줬다. 뭐, 오히려 역효과만 나서 몸의 떨림만 더 거세졌을 뿐이지만. “…구원. 아무리 그래도 그런….” 그리고 나와 같이 식당에 들어온 사라도 내 대답에는 조금 기가 막혔는지, 뭐라 형용하기 힘든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펠리시아와의 관계를 허락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펠리시아를 싫어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는 사라가 그렇게 중얼거릴 정도로 내 대답은 황당무계했던 모양이다. 참고로 사라 얘, 바넷사가 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니, 바넷사가 부르러 오고 나서도 방문을 나설 때까지는 나한테 찰싹 달라붙어있었던 주제에, 방문을 나서고 다른 사람의 시선이 보이게 되자마자 다시 평소의 쿨한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나랑 팔짱도 안 끼고 조금 떨어진 상태에서 식당까지 왔다. 평소엔 이렇게까지 거리를 벌리진 않는데, 남들 눈이 없는 곳에서 너무 달라붙어있었다는 자각이 있는 건지 나와 가까이 달라붙어 있는 게 조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아니. 나도 그냥 대충 말하는 게 아니야. 생각해봐. 물론 내가 가서 처리해주는 게 제일이겠지만, 하루정도 늦는다고 펠리시아가 어떻게 되진 않을 거 아니야? 정 급하면 임시방편으로 다른 남자라도 불러서 급한 불은 끄겠지. 이젠 나랑 했던 내기도 끝난 상황이니까.” 그래. 나와 정기적으로 관계를 맺는 걸 결정한 다음에도, 펠리시아한테는 다른 남자와 하지 말라든가 하는 말은 하지 않았었다. 뭐,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지금 같은 상황을 위해서다. 체질상 성욕이 계속 생겨나는 애를, 그것도 내 여자도 아닌 애를 나하고만 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 내가 무조건 제때 제때 타이밍 맞춰서 갈 수 있을 거란 보장도 없고 말이야. 아무튼 그런 고로, 벌써 참기 힘들다고 하고도 일주일이나 지난 거다. 펠리시아는 지금쯤 다른 남자와 성욕을 조금이나마 풀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였다. 하루 정도는 늦어도 아무 문제없어. 내가 그렇게 말해도, 실비아는 뭔가 불안한 표정으로 날 쳐다볼 뿐이었다. 아니. 그냥 내가 계속 쓰다듬고 있으니까 슬슬 참기 힘들어져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뿐인가? “하지만 자네. 애초에 왜 그렇게까지 해서 성에 가는 걸 하루 늦추려는 겐가? 뭔가 이유라도 있는 겐가?” 게다가 실비아뿐만 아니라, 디아나까지도 내 결론에 뭔가 납득이 안 된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물론 나로선 그런 질문을 던지는 디아나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뭐?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때문이잖아.” “음? 이 몸말인가?” 내 대답을 듣고도, 디아나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여간 평소엔 그렇게 똑똑한 주제에 왜 이런 간단한 걸 추리해내지 못하는 걸까. “그래. 오랜만에 돌아왔는데 디아나 너보다 펠리시아를 먼저 안을 수는 없잖아.” “아, 아아…그, 그런 것이었구먼….” 처음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디아나였지만, 이내 내 말의 뜻을 점점 이해한 듯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면서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고 부끄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역시 나밖에 없지?” “흐, 흠. 이 몸의 낭군님으로서 그 정도 마음가짐은 당연한 것일세.”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디아나는 우쭐해하지 말라는 듯 조금 새초롬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하여간 부끄러워하기는. 긴 귀가 끝까지 완전히 새빨개졌으면서. “으햣!” 내가 그 긴 귀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자, 디아나는 살짝 이상한 소리를 흘리면서 몸을 움찔거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손을 떼어놓으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예상외의 말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 몸이라면 괜찮네. 그런 일이라면 오늘은 성에 다녀오게나.” “응?” “괜찮네. 이 몸과는 이미…. 그렇지 않나?” 디아나는 다른 사람의 눈치를 살피면서 말을 아꼈다. 아무래도 전에 화장실에서 내가 덮쳤을 때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야. 하지만 그건….” 둘만의 시간이 아니었잖아. 나는 그렇게 말하려고 했지만, 디아나는 황급히 내게 다가와 두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아무래도 다른 사람에게까지 알려지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괘, 괜찮네! 애초에 이 몸들이 왜 자네와 공주의 관계를 허락했는지 생각해보게. 도움을 주라고 허락했는데,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모른 채 하고 나중에 가서 관계를 가지는 것이야말로 이상하지 않은가. 그거야말로 이 몸들의 뜻을 반하는 행위일세.” “그건…확실히 그럴 지도 모르겠지만….” “게다가 공주는 멀리서 기사단까지 파견하려고 했었던 걸세. 물론 기사단이 오기 전에 상황이 마무리 지어졌다고는 하지만, 그 노력에 대해서는 자네가 공식적으로 감사 인사를 하러갈 필요가 있을 걸세.” 내가 더 뭐라고 하기도 전에, 디아나는 오늘 내가 성에 가는 건 확정이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정말 괜찮아? 사실은 싫은데 무리하는 거 아니지? 아무리 그래도 나한텐 디아나가 최우선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듣고도 곧이곧대로 납득할 수 없었다. 디아나 얘는 평소에는 꽤나 제멋대로고 떼를 쓴다는 인상이 있지만, 정작 중요한 때는 연령에 걸맞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이다. 지금도 내 대외적인 시선이랄까, 그런 것 때문에 한 발 물러서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면…. “하여간 자네는. 벌써 괜찮다고 몇 번이고 말하지 않았는가. 정 미안하면 오늘 밤에는….” 뒷말은 목소리가 너무 작았기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대충 디아나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짐작이 됐다. 그래. 져주는 것도 한 번쯤은 생각해볼게. 그런 고로, 나는 식사를 마치고 곧장 성으로 갈 준비를 했다. 사실 오늘은 본격적으로 잠수 상태에서 수영하는 법을 가르칠 생각이었지만, 그건 또 나중으로 미뤄야겠네. 물속에서 직접 흔들리는 가슴을 볼 수 없다는 게 무척이나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지. 괜찮아. 어차피 기회는 있다. 나만 빠지는 거면 모를까, 수영 선생 전원이 빠지는 거니까. 오늘 날 빼놓고 진도가 나가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그래. 성에 가는 멤버는 공교롭게도 수영 강의의 선생역할 셋이 전부 포함되어 있었다. 나랑 100미터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사라와, 성에 들어가기 위해서 마차를 몰고 가야할 바넷사로 말이다. 그리고 덤으로 수영을 배우는 입장인 실비아까지. 다른 애들도 다 같이 가는 건 어떻겠냐고 말해봤지만, 각자 다른 이유로 거절당했다. 디아나는 자신까지 따라갔다가는 공주에게 괜히 압박을 주는 것처럼 비칠 우려가 있다면서 거절했고, 레이아와 마틸다는 자주적으로 수영 연습을 한다는 모양이다. 실은 실비아도 남아서 수영 연습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진 않았던 모양이지만, 내게 펠리시아의 상태를 전달하는 것이 늦었다는 것에 책임감을 느끼고, 직접 사과를 하기 위해서 따라오게 됐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곧장 성으로 출발한 우리였지만, 뭔가 오늘은 기분 탓인지 성문 근처부터 소란스런 느낌이 들었다. 이걸 뭐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까. 평소에는 질서 정연하게 성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통제가 안 되어있다고 해야 할까? 다들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풀풀 풍겼다. “…대체 무슨 일일까? 실비아, 뭐 아는 거 없어요?” “…으읏…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아….” 그렇게 느낀 게 나 뿐만은 아닌지, 사라 역시도 신중한 표정을 지으며 실비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작 실비아는 나와 지근거리에 앉아있다는 사실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말이다. “서, 성자님이다아! 성자님이 오셨다아! 어서 가주십시오! 어서!” 그리고 우리가 탄 마차가 문지기 앞까지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문지기가 한줄기 희망을 발견했다는 듯 큰 소리로 그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뭐야 대체? 왜 다들 이렇게 소란인 건지, 그 이유를 나는 성 안에 들어가고 나서야 대충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으읏…! 이, 이건…!” “히읏…!” “읏……!” 밖에 있던 병사와 마찬가지로 묘하게 안절부절못하는 메이드에게 안내받아 펠리시아에게 향하던 도중, 갑자기 사라와 실비아, 그리고 바넷사가 동시에 몸을 움찔 거리면서 날 쳐다봤기 때문이다. “뭐, 뭔데? 왜 그래?” “…구원. 혹시 지금 스킬 같은 거 쓰지 않았어?” 내가 영문을 모른 채 어리둥절해있자, 사라가 대표로 내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 “아니. 전혀.” “…거짓말 아니지?” 내 대답에도, 사라는 뭔가 납득할 수 없다는 듯이 다시 한 번 되물었다. 그 표정은 뭔가 화난 것 같은…아니. 뭔가를 억누르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 표정과 방금 전 질문을 종합해보면…내 스킬에 당한 느낌이라도 들었다는 건가? 그것도 셋 다 동시에? “당연하잖아. 내가 뭣 하러 그런 거짓말을 해. 애초에 여기서 뭣 하러 스킬을 쓰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스스로의 몸을 점검해봤다. 그러고 보니 묘하게 흥분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했다. 처음엔 그냥 지금부터 펠리시아와 하게 될 거란 생각에 그런 느낌이 드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셋의 반응과 종합해보니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묘하게 코끝을 통해 달콤한 냄새가 전해져 오는 것 같기도 하고…. “고, 공주님의 방은 저쪽으로 가셔서 오른쪽으로 꺽고, 거기서 복도를 따라가시면 제일 안쪽에 있는 방입니다. 죄송합니다. 전 이 이상은….” 그리고 앞장서서 안내를 하던 메이드가 몸을 떨면서 그렇게 말하는 걸 보고, 나는 대충 상황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07==================== 후폭풍 만약 내 예상대로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라면…일단 이 이상 다른 애들을 접근시키는 건 위험하다. 사라나 실비아는 물론, 바넷사까지도 살짝 얼굴이 붉어진 걸 보면 아무래도 벌써부터 상당히 효과가 있는 모양이니까 말이다. 애초에 아까 몸을 움찔하고 떨 정도로 반응하기도 했고. 어째선지 나는 다른 사람들 수준으로 흥분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냥 거사를 치르기 전에 느끼는 기대감으로 살짝 고양된 정도? “메이드씨.” “네, 넷?!” 메이드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방까지 제대로 안내하지 않는다는 데서 책임감이라도 느끼는 걸까? 내가 이름을 부르자 우릴 여기까지 안내했던 메이드가 몸을 움찔하고 떨면서 약간 두려움이 느껴지는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다만 그 눈빛에는 공포라는 감정만 담겨져 있는 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공포보다는 다른 감정이 훨씬 더 크게 느껴졌다. 누가 봐도 확연히 발정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촉촉하게 기대감에 젖어 있으니까 말이다. 역시 눈앞에 있는 메이드도 코끝을 간질이는 이 달콤한 향기에 당해버린 건가. 게다가 우리 애들보다 명백하게 더 반응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향기는, 레벨에 따라 사람을 흥분시키는 건가? 아니. 레벨만 따지자면 나보다 실비아나 바넷사가 아직 더 높다. 실비아는 이런 상황에 내성이 약하니 그렇다 쳐도, 바넷사는 그렇지 않을 거다. 그런데도 얘들이 나보다 더 흥분한 것처럼 보인다는 건…어쩌면 매력 수치가 작용하는 건가? 둘 다 매력이 몇이나 되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뭐 나보다 높진 않을 테니까 말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얘들이랑 같이 펠리시아가 있는 곳까지 가는 건 위험하다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여기 셋은 조금 떨어진 비어있는 방으로 안내해줄 수 있을까요? 아, 떨어진 방이라고 해도 100미터 안쪽으로 부탁할게요. 조금 사정이 있어서.” “잠깐! 구원?!” 때문에 나는 메이드에게 셋의 안내를 부탁했다. 당연히 사라는 반발하고 나섰지만, 나는 그런 사라의 어깨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안심시켜줬다. “괜찮아. 어차피 나랑 펠리시아랑 하는 거 빤히 구경할 셈은 아니잖아? 그리고 어째선지 난 비교적 멀쩡하거든. 그러니까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알았어.” 그다지 탐탁치는 않은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내 얼굴을 보고 내가 멀쩡하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니라고 느꼈는지 사라는 일단 고개를 끄덕여줬다. “실비아도. 펠리시아한테 사과하는 건 조금 나중에 하자.” “…으읏…네, 넷!” “그럼 바넷사. 둘을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뭔가 결전을 앞두고 혼자 떠나는 사람처럼 그렇게 모두에게 말을 한 번씩 건네고, 나는 천천히 메이드가 말한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뭐, 사실 방금 전에 보였던 행동은 그냥 좀 분위기를 타서 그렇게 했을 뿐, 실은 그다지 긴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난 성자라고? 이쪽 방면으론 최강이라고 여신님께 보장받은 거나 마찬가지인 몸이라고. 만약 펠리시아가 현재 내 상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하더라도, 난 멀쩡하게 처리하고 돌아올 자신이 있었다. 그런 내 자신감과는 별개로, 펠리시아가 있다는 방에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코끝을 간질이는 달콤한 향은 점점 그 농도가 진해져갔고, 그에 따라 바지 안의 물건도 뻐근할 정도로 그 크기를 키워만 가고 있었다. 이게 바로 강제 발정 상태란 건가. 다들 내 스킬에 당하면 이런 기분인 걸까? 몸은 확실히 흥분으로 뜨거워지고 심장도 아플 정도로 두근거리고 있으면서도, 나는 머리 한 구석에서 냉정하게 상황을 관조하듯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드디어 방문 앞에 도달한 나는, 천천히 문고리를 손에 쥐고 돌렸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당연하다고 해야 할지 문고리는 잠겨있지 않았고, 삐걱거리는 소리조차 없이 부드럽게 돌아갔다. “펠리시아. 너 대체…으윽…!” 그리고 문을 열어젖힌 순간, 나는 한 순간 말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순간적으로 가벼운 현기증이 날 정도로 강력한 색향. 그리고 그 중심에, 페로몬을 한껏 뿌리고 있는 미의 화신이 누워있었다. “흐으읏! 하으읏! 흐읏! 하으응!”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완전한 나신으로, 미의 화신은 안타까운 듯 인상을 찌푸리며 스스로의 몸을 달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미의 화신은 곧 방안에 들어온 내 존재를 깨달았고,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해 질 것 같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내게 손짓했다. “흣…자, 자기…왔구나…? 나, 나아…꺄악!”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하려는 듯 가쁜 호흡을 어떻게든 진정시키려 노력하면서 내게 말을 걸어왔지만, 그 사이에 이미 입고 있던 옷을 찢어발긴 나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급히 침대로 다이빙했다. “하응! 자, 자기도 꽤나 급했…흐읏…자기…? 설마 자기도…읏! 흐으으응!” 눈앞에서 아름다운 목소리가 내가 뭐라고 말을 거는 것 같았지만, 지금의 내게 그런 걸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나는 아까 전부터 아플 정도로 발기한 물건을, 황급히 눈앞의 여신에게로 찔러 넣었다. “하읏…아아…정말…흐읏! 설마 성자마저…흐으응! 뭐어…그래도 일단은….” “아름다워….” “으, 응?! 흐읏! 고, 고맙…하응…아차, 이거 어차피…흐으읏! 흐응?! 자, 잠…흐으으응!” 내가 느낀바 감상을 그대로 전하자, 눈앞의 여신은 안 그래도 후끈 달아올라있던 얼굴을 더욱 붉히고 당황하는 가 싶더니, 이내 다시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표정마저도 아름다우시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존재할 줄이야. 그야말로 여신이 이 세계에 직접 내려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아니. 분명 그럴 거야. 그렇다면 나는 성자로서 성심성의껏 여신님을 기쁘게 해드릴 의무가 있다. 나는 여신님이 내게 주신 성자 스킬을 전부 발동시키고, 최대한 여신님을 기쁘게 할 수 있도록 허리를 움직였다. “하아앙! 이, 이거 뭐야아! 흐으으읏! 자, 자기이이잇!” 마지막에 사용한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웬만해선 사용하지 않는, 허리 움직임을 동반하는 액티브 스킬도 풀로 사용해서 한껏 기교를 부리자, 여신님도 무척이나 만족하신 모양인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 같은 신음소리를 내뱉으셨다. 하지만 아직이다. 아직 부족해. 좀 더, 나라면 좀 더 여신님을 기쁘게 할 수 있어. “으응?! 흐읏! 으읍!” 물건 끝에서 흘러나오는 카우퍼 액과 전신의 모공에서 분비되고 있는 땀에 성자의 성수를 발동시켰지만, 아직 가장 체액 분비가 원활한 곳을 이용하고 있지 않았다. 나는 타액에도 성자의 성수를 발동시키고, 바로 여신님의 입에 입을 맞췄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입술에 닿은 여신님의 입술 감촉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딱딱했다. 분명 겉보기에는 엄청나게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고 탄력 있어 보였는데. 하지만 고작 이정도, 모든 면에서 완벽한 여신님에겐 결함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단점도 되지 않았다. 나는 당황하지 않고 혀를 내밀어 여신님의 입 안에…넣으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막혔다. 아무리 입술 틈 사이에 혀를 집어넣으려고 노력해도, 여신님의 입은 굳게 닫힌 채로 벌려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혀끝으로 입술이 오물오물 거리는 게 느껴지니, 아주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나는 일단 여신님의 입 안을 맛보는 걸 포기하고, 입을 뗐다. 이렇게 된 이상 여신님의 가슴이라도 혀로 애무해줘야 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렇게 여신님과 얼굴이 조금 멀어지고 나서야, 나는 왜 여신님의 입술 감촉이 그렇게 딱딱했는지 깨달았다. 어느 사이엔가 여신님이 자신의 입을 손으로 가리고 있었던 거다. 내가 입술이라고 생각했던 건 여신님의 손가락 감촉이었다. 하긴, 여신님의 입술이 그렇게 딱딱할 리가 없지. 아무래도 여신님의 매력에 당해서 정신이 어떻게 됐었나보다. 나는 스스로의 치태에 피식 웃어보이고는, 천천히 여신님의 손을 그 입에서 떼어냈다. 왜 갑자기 입을 막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신님께서 성자인 나를 거부할 리가 없어. 그 증거로, 여신님의 손은 아무런 저항 없이 내가 시키는 대로 스르르 입에서 떼어졌다. “아….” 내가 다시 입을 맞추려고 하자, 여신님의 입에서 가벼운 탄식이 새어나왔다. 그리고는 고개를 홱 돌리더니, 조그만 목소리로 귀여운 말을 중얼거렸다. “흐읏…뒤, 뒤로…나, 나아…크흐응…뒤가 좋아앙…!” 과연. 어쩐지 키스를 거부한다 했더니, 앞이 아니라 뒤로 하고 싶다는 의사 표명이었던 건가. 여신님도 참 사랑스런 취향의 소유자시다. 게다가 저 부끄러운 것 같은 표정이라니. 파르르 떨리는 속눈섭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셨다. 당연히 나는 여신님이 바라는 대로 실행에 옮겼다. 이왕 섹스 부스트가 쌓였는데 이대로 빼면 아까우니, 물건을 뽑지 않고 여신님의 다리를 잡아 그 몸을 빙글 돌렸다. 그렇게 후배위 자세가 된 나는, 아까보다 더 격렬히 허리를 움직였다. “하으으읏! 흐응! 어, 어째서 겨우 그 사이에 이렇게에…!” 후배위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건지, 여신님은 아까보다 더 마음 놓고 소리를 질러대며 쾌락에 신음했다. “사랑해요.” “흐으으읏!” 그런 여신님의 귀에 입을 가져 부드럽게 속삭이자, 여신님의 안이 꾸욱하고 조여 오며 반응을 했다. 절정을 느낀 건가? 아무래도 역시 내게 사랑을 속삭여지는 건 기분이 좋은 모양이다. 나는 신이 나서 계속해서 여신님의 귀에 사랑을 속삭였다. “사랑해요. 너무 아름다워요.” “흐읏! 흐으응!” 사랑을 속삭일 때마다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반응하는 여신님. 나는 그런 여신님이 귀여운 모습에, 귓불을 가볍게 입술로 깨물고 질겅질겅 씹으며 괴롭혔다. 그리고 입술을 옮겨서 귓바퀴에, 그리고 여신님의 고개를 돌리게 만들면서 천천히 볼로, 그리고 입술 바로 옆까지 입술을 이동시켰다. 이 자세라도 키스가 불가능한 건 아니니까 말이다. 여기까지 와도 아무런 저항이 없다는 건, 역시 아까 여신님이 키스를 거부한 건 그냥 자세를 바꾸기 위해서였던 모양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입술에 입술을 맞추기 전에, 잠깐 얼굴을 떨어뜨렸다. “흐으응! 흐읏! 항!” 그리고 여신님의 표정을 보고,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눈동자에서 망설임이 보여. 완전히 쾌감에 지배돼서 시선은 초점이 맞지 않고, 입은 지나친 쾌감에 견디기 위해서인지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냥 쾌락에 절어있는 모습으로 보이겠지. 하지만 여신님의 사자인 난 알 수 있었다. 여신님은 지금 망설이고 있다. 어째서? 왜? 아직도 뭔가 부족하다는 건가? 난 여신님을 이렇게나 사랑하고 있는데? 나는 화가 나서 허리를 더욱더 힘차게 움직였다. “하으으응! 하아앙! 흐으응!” 여신님의 얼굴은 쾌락에 더욱 찌푸려졌지만, 그래도 눈동자에 담긴 미약한 망설임은 사라지지 않았다. “젠장! 왜! 왜!” “흐읏! 싸…싸줘! 내 안에!” 화를 내듯 그 부드러운 엉덩이에 허리를 퍽퍽 부딪히는 내게, 여신님이 쾌락에 절은 목소리로 대답을 알려주셨다. 아아! 과연! 그게 부족했던 건가! 나씩이나 되는 사람이 이런 실수를 하다니! 그러고 보니 아직 한 번도 안 쌌잖아! 여신님 상대로 이렇게까지 버틸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로 오래 버티고 있었다. 좋아. 그렇다면! 나는 두 팔로 여신님의 손목을 잡고, 허리를 힘차게 앞으로 밀어 넣으며 여신님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힘껏 사정을 했다. “흐으으으응!”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신…펠리시아도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펠리시아? 그리고 나도 드디어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앗…! 흐읏…! 흐으읏…!” 펠리시아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자, 그대로 펠리시아가 침대 위로 털썩하고 엎어지면서 거친 숨소리를 내뱉었다. “자, 자기…흐읏…잠깐 못 본 사이에 너무 절륜해진 거 아니야…?” 하지만 그런 상태로도 그 성격이 어디 가는 건 아닌지, 요혹하는 것처럼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장난스럽게 말을 건넸다. “아, 그…저기…괜찮냐?” “흐으읏! 이, 일단…스킬, 스키일…!” “아, 응.” 이런. 그러고 보니 사용 가능한 스킬은 몽땅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스킬을 해제하고, 황급히 삽입을 풀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08==================== 후폭풍 “흐으으읏!” 사정 직후인데도 아직까지 빳빳하게 서있던 물건이 한번에 쑤욱하고 빠지자, 펠리시아는 다시 한 번 몸을 떨면서 절정에 달했다. 뭐, 뭐어…어차피 내 스킬의 여파를 풀려면 한 번 더 절정을 느낄 필요는 있었으니까, 이건 괜찮은 걸로 치자. …괜찮겠지? 몸을 바들바들 떠는 게 뭔가 심상치 않은데. “괘, 괜찮냐?” “하읏…흐읏…괜찮냐니…흐읏…내가…? 아니면 자기가?” 살짝 걱정돼서 안색을 살펴봤지만, 역시 펠리시아는 펠리시아였다. “아니. 뭐. 괜찮으면 됐다. …뭐하냐?” 게다가 펠리시아는 그냥 허세만 부린 게 아니라, 심지어 내 고간에 얼굴을 파묻고 내 물건을 핥기까지했다. 아니. 대체 얼마나 섹스가 좋은 거야. 방금 전까지 거의 실신할 정도로 느껴댔으면서. “아음…흐읏…정액…아직 부족하단 말이야…으응. 완전히 가라앉으려면 더 필요해. 그래서 자기 여기도 아직 이렇게 빳빳한 거잖아?” 펠리시아는 내 물건을 입에 넣은 상태에서 말하느라 부정확한 발음으로 내 질문에 대답했다. 공주님씩이나 되는 사람이, 입에 뭐 넣고 말하는 게 아니라고 안 배웠냐? 아무튼 상당히 설명이 부족한 말이지만, 그걸로 대충 이해는 됐다. 과연. 그냥 성행위 전반에 걸쳐 정기를 흡수하는 구미호와 달리, 서큐버스는 직접적으로 정액이 필요하다는 건가. 그러고 보니 전에 그렇게 얘기했던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확실히, 듣고 보니 간신히 정신만 차렸을 뿐 몸은 아직도 뜨거웠다. 하는 수 없지. 일단은 이대로 빨게 내버려둘까. “야. 빨면서 대답해도 되니까 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그래서 결국 방금 이거 뭐였던 거야?” 하지만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서, 나는 내 물건을 빨고 있는 펠리시아에게 사정 설명을 요구했다. 얘라고 제대로 알고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야. 솔직히 방금 전 얘랑 섹스할 때의 기억이 전부 명확하게 나는 건 아니지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얘 반응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일부러 이런 건 아닌 모양이니까. “으응? 자기도 대충 짐작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 “그거야 그렇지만, 직접 듣는 거랑은 얘기가 다르지.” “응. 그러네. 굳이 말하자면, 왕가의 피를 잇는 사람 특유의 생존본능 같은 걸까?” “생존본능?” “응. 우리는 남성의 정액이 없으면 제대로 살아갈 수 없으니까. 그러니까 한계까지 몰리면 방금 전처럼 주변 사람들을 무작위로 발정시키고 유혹하는 기운을 내뿜는 거야. 뭐, 나도 지금까지 전해 듣기만 했지, 직접 겪어보는 건 처음이지만.” …처음인 거냐. 대체 얼마나…아니. 뭐 됐다. “응. 하지만 전해들은 바로는 이렇게까지 넓은 범위에 강력한 유혹을 펼치진 않는다고 들었는데 말이야. 비슷한 레벨 정도면 간단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들었는데. 역시 난 성욕이 강한 만큼 능력도 강한 걸까?” 펠리시아는 내 물건에서 잠시 입을 떼고, 혀로 물건끝을 낼름 핥으면서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좋아할 일이 아니지 않냐?” “어머? 어째서?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거라면 즐겨야지. 그리고 좋은 점이 없는 건 아니야. 매혹같이 편리한 스킬도 강하다는 거니까. 그거, 정치를 하는 입장에선 상당히 도움 되는 스킬인걸. 그런 스킬이 무려 성자님까지 헤롱헤롱하게 만들 수준인 거니까. 아하핫. 그러고 보니 자기 큰일 난 거 아냐? 나한테 사랑한다고 하고, 아름답다고 하고, 디아나님이나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혼나겠네?” “야! 그거야! 너! 네가! 네가 문제잖아!” “어머? 그거야 자기가 너무 늦은 게 잘못이잖아. 지금부턴 내 성욕 처리를 도와준다고 했으면서. 아까 말했다시피 생존본능 같은 거라, 너무 굶으면 나도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란 말이야. 게다가 난 그런 상태로도 최선을 다 했는걸? 그래도 키스는 막아줬잖아. 자기가 너무 괴롭히는 바람에 정말로 정신이 하나도 없었는데도 힘냈다고? 오히려 칭찬해줬으면 좋겠는데. 응읏…음…응…응긋…하아…. 쭙.” 말하면서도 내 물건 끝을 핥거나 손으로 훑거나 하던 펠리시아는, 내 물건이 움찔움찔 떨리며 사정할 기색을 보이자 바로 다시 입으로 물건을 넣고 꿀꺽꿀꺽 받아마셨다. 그리고는 갈증 해소라도 된 듯 시원한 표정으로 다시 내 물건을 할짝할짝 핥으면서 자극하기 시작했다. “아니. 그거야 진짜 고맙긴 한데. …야. 또 하려고?” “당연하잖아. 자기 여기가 서지 않을 때까지는 짜내야 안심이 되는걸. 자기, 스킬로 회복한 거 아니잖아?” 뭐, 확실히. 싼 직후에 스킬도 안 썼는데 아직 이렇게 빳빳하다는 건, 아직도 그 이상한 기운이 남아있다는 건가. “애초에 말이야. 왜 이렇게 될 때까지 참은 건데? 왜 이렇게 발정 기간이 빠른 거고, 다른 남자랑은 왜 안 한 건데?” “응? 무슨 소리야? 발정 기간이 빠른 건 자기 때문이잖아. 영상 찍는다고 어중간하게 하고는, 더 해달라고 했는데 다음에 하자면서 그냥 간 주제에. 그리고 다른 남자는 자기가 자기 입으로 그런 거 싫어한다고 했잖아?” 내 지극히 당연한 질문에, 펠리시아는 오히려 날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전에 내기를 하면서 내가 했던 말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그야 싫긴 한데, 그래도 넌 내 여자가 아니니까 내가 딱히 강요할 입장은 아니잖아.”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천천히 내 물건을 훑던 손이 우뚝하고 멈췄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뿐이었고, 다시 손은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내 물건을 자극해나갔다. “……확실히. 그건 그렇지만. 난 또 다른 남자랑 하면 자기가 나랑 하기 싫다고 할 줄 알았지.” “확실히 싫긴 하지만, 그래도 약속은 지킬 거니까 걱정하지 마라.” “…흐응. 뭐, 생각해보면 서로 감정 없이 그저 필요에 의해 하는 섹스에 익숙해지게 만들어주겠다고 했던 건 내 쪽이고, 오히려 다른 남자랑도 하면서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대답하는 펠리시아의 표정은, 어째선지 잘 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아니. 물론 평소처럼 유혹하듯 요염한 표정을 짓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어째선지 조금 느낌이 다른 것 같기도…뭐, 됐나. 그보다 나는 우선 펠리시아의 제안을 거절하기로 했다. “아, 그거 말인데. 필요 없어.” “…응? 뭐가?” “그러니까 감정이 담긴 섹스니 뭐니 하는 거 말이야. 굳이 그런 거에 익숙해질 필요 없다고. 그냥 내 맘 가는대로 하기로 했어.” “뭐어?! 하지만 자기! 그래선…!” “상관없어. 우리 애들한테 허락도 받았어. 아직 본인한테 얘기는 안 했지만, 실비아도 첩으로 들일 거야.” “뭐, 뭐, 그런, 자기, 그래선…!” “난 성자야. 성자씩이나 되는 사람이 여자 좀 많이 만든다고 행복하지 못하게 만들 리가 없잖아? 친구가 걱정되는 건 이해하지만, 굳이 네가 걱정 안 해도 전부 행복하게 만들어 보이겠어.” “…….” 내가 확실히 반박하자, 펠리시아가 아연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면서 굳어져버렸다. “뭣하면 오히려 내가 너한테 알려줄까?” “뭐, 뭘 말이야.” “사랑이 담긴 섹스를 하는 방법 말이야. 말하는 걸 보니, 넌 그런 경험이 없는 거지? 매번 필요에 의해, 쾌락을 얻기 위해서 섹스를 했을 뿐. 진짜 사랑이 담긴 섹스는 해본 적이 없어. 안 그래?” “하, 무슨 소릴 하나 했더니. 자기 날 너무….” “사랑해.” “읏…!” “아까 그렇게 말할 때마다 절정에 달하던데? 전에는 네가 피학성벽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보니 그게 아니었어. 넌 그냥 익숙지 않은 취급에 흥분하는 거였어. 지금까지 명령받은 적이 없었으니 명령을 받으면서 흥분했고, 사랑을 속삭여진 적이 없으니 사랑을 속삭이니 흥분했어. 아냐?” “그, 그건….” “피학성벽은 쿨하게 인정하던 애가 당황하네? 그렇게 사랑을 속삭여지는 게 부끄러운 모양이지? 그러고 보니 키스도 필사적으로 막았지. 실은 날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본인이 경험이 없으니 부끄러워서…읏!” 내가 계속 추궁하려고 하자, 펠리시아가 입에 내 물건을 깊숙이 넣고 강하게 흡입했다. 아무래도 대답이 궁해지니 행위에 몰두해서 위기를 회피할 속셈인 모양이다. 물론 그렇다고 고스란히 이대로 넘어가줄 내가 아니니까. “아무튼 그런 고로 지금부턴 오히려 내가 가르쳐주지. 아, 내가 성욕를 담당하는 동안은 다른 남자랑 하는 것도 금지야. 사실 이렇게까지 할 자격은 내게 없다고 생각해서 말 안했던 건데, 뭐, 너도 그럴 생각이 충분히 있는 것 같으니까. 괜찮지?” “……응읏…하음….” “대답해.” “읏…! 네….”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구강성교에만 몰두하는 척하던 펠리시아였지만, 내가 강압적인 말투로 대답을 종용하자 허리 부근을 바르르 떨면서 허벅지 사이를 가볍게 비비더니 물건에서 입을 떼고 순종적인 말투로 대답했다. “…자기. 사람 약점을 이용해서 그러는 건 치사하지 않아?” “후하핫. 무슨 소리를. 원래 약점이란 이용하라고 있는 법!” “흐응? 그럼 나도 디아나님한테 자기가 나한테 사랑한다고 매달리면서 키스까지 하려고 했다고 말해도 되는 거지?” “잠깐만. 야. 봐줘.” 그러고 보니 너무 분위기를 탄 나머지 나도 약점이 잡혀있다는 사실을 잠깐 잊고 있었다. 아니. 그야 설명을 할 수는 있다. 애초에 불가항력인 사건이었고, 사라나 실비아, 바넷사도 이 기운을 체험했으니 설명하면 이해는 해줄 테고 말이야. 다만 그래도 이왕이면 그런 사실이 있었다는 것 자체를 알리지 않는 게 제일 좋은 것도 사실이었다. “아하하핫! 자기 태세 전환이 너무 빠른 거 아냐? 뭐, 자기 하는 거 봐서 생각해볼게. 우선은…얘부터 좀 더 빨리 싸게 해줄래?” “삽입하면 더 빨리 쌀 수 있는데.” “…그건 안 돼. 지금 이상하단 말이야. 정액은 부족해서 몸은 계속 발정하려고 하는데, 한편으론 자기 때문에 너무 만족해서 충만감이 느껴지고…이 상태로 더 하면 정말로 이상해져버릴 거야.” 과연. 그래서 아까부터 계속 입하고 손으로만 이러고 있는 거였군. 서큐버스한테서 섹스로 이기다니. 역시 나란 녀석은…뭐, 매혹에 걸렸다고는 하지만, 결과적으론 내가 이긴 셈이다. “그럼 네가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 “어머? 내 기술을 얕보는 거야? 두고 봐.” “…읏!” “흐흥.” 입안은 진공상태로 만들고 빨아오는 펠리시아. 그 공격에 내가 움찔하자, 펠리시아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굳이 안 그래도 너 잘하는 건 이미 충분히 아니까 좋아할 거 없다. 아무튼 그렇게 펠리시아에게 하반신을 맡기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결과적으로 이겼다곤 하지만, 그런가. 섹스 관련은 무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런 유혹하는 기술이 나한테 약점이 될 수도 있는 건가. 젠장. 불굴의 성욕을 너무 믿었어. 섹스 불가능한 상태이상만을 막아준다니, 너무 어중간하잖아. 반대의 경우엔 완전히 저항 불가능이었다고. 아니, 뭐. 저런 기술, 펠리시아 이외에는 쓸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애초에 서큐버스란 건, 말하자면 여신님 버전의 용사 같은 거다. 전에 그 쓰레…레온의 말에 따르면, 용사는 전쟁신 시대의 왕족 같은 거라고 했으니까. 게다가 혈통으로 능력이 유전되는 거니까 정말로 완전히 판박이다. 즉, 흔한 능력이 아니란 거다. 그러니 다른 사람한테 이런 식으로 당할 걱정은 그다지 할 필요가 없겠지. 아니. 애초에 약점이라고 해도, 굳이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지. 보통 저런 류의 기술은 대부분의 생물체가 약점이잖아? 내 성자 기술도 생물체 상대론 거의 무적이니까. 하지만 성자도 그렇고 서큐버스도 그렇고, 이런 직업이나 종족이 여신님을 대표한다니. 전에 농담조로 한 번 생각했던 거지만, 실은 진짜로 우리 쪽 여신님이 마신인 거 아니야? 보통 판타지에서 보면 전쟁신 쪽이 선역이고, 음마 같은 걸 데리고 있는 신이 마신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긴 한데 말이야. 심지어 왕가에 앉혀놓은 서큐버스란 종족이, 정액이 부족하면 무분별하게 사람을 유혹하는 기운을 내뿜다니. 저런 만렙 성역선포 같은 기술을 종족 특성으로 심어놓는 시점에서…아니. 잠깐만. 성역선포? 그래. 그러고 보니, 서큐버스란 종족의 능력은 거의 성자의 하위호환 같은 거였다. 애초에 둘 다 여신님이 주신 힘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서큐버스의 기술이 성자의 기술과 동일 계통이라고 한다면…그 특징마저 같다고 한다면…. “…야. 펠리시아.” “응? 왜 그래 자기? 슬슬 쌀 것 같아?” “네 기술에 당한 사람 말이야. 그거 혹시 네가 직접 안 풀어주면 계속 그대로 몸에 남아서 영향을 주거나 그러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09==================== 후폭풍 “……아아. 글쎄? 내 상태만 정상으로 돌아오면 영향은 자연히 사라지는 게 아닐까? …아마도지만.” 펠리시아는 내 질문의 의도를 금방 이해한 모양이다. 뭐, 얘도 내 스킬을 직접 겪어봤으니까 말이다. 그것도 내 스킬에 당한 여자들 중 제일 오래 영향을 받은 채 시달렸지. 때문에 펠리시아는 아차 싶은 표정을 짓고는 골치 아프다는 듯 중얼거렸다. “아마도?” “그도 그럴게, 말했다시피 난 이런 경우가 처음인걸. 하지만 만약 이렇게 되면 사후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한다든지, 그런 얘기는 딱히 듣지 못했으니까….” “네가 이렇게 될 거라곤 아무도 생각 안 해서, 굳이 말하지 않았을 가능성은?” “……괘, 괜찮아! 어차피 그래봤자 영향을 받은 건 아직 기사 셋에 메이드 다섯에 병사 둘 정도밖엔….” “충분히 많잖아!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라고! 우리 애들도 영향 받았다고!” “우, 우리 애들?” “그래! 사라에 실비아! 그리고 디아나의 집사인 바넷사까지!” “……아차….” “아차라니! 아차라니! 왜 이렇게 반응이 가벼워! 만약 정말로 네가 직접 풀어주지 않으면 어쩔 건데?! 응?! 어떻게 할 건데?!” “어떻게 하냐니…그야 어떻게 할 수밖에 없잖아. 그…알지?” 내 고함에, 펠리시아는 살짝 곤란한 표정을 띈 채 한 손으론 검지와 엄지를 이용해 원을 만들고, 나머지 한 손은 검지를 곧게 펴서 반대 손으로 만든 원 안에 쑤셔 넣는 시늉을 했다. 공주씩이나 되는 애가 민망한 제스처 취하지 마라! 애초에 뭘 쑤신다는 거야! 달려있지도 않은 주제에! “웃기지마! 내 여자를 맘대로…!” …아니. 잠깐 기다려봐. 확실히 상대가 사내놈이었으면, 난 분명 녀석을 때려죽였을 거다. 하지만 펠리시아는 여자다.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여자와 여자가 그런 짓을 하는 건, 솔직히 내 여자가 더럽혀진다는 기분이 심하게 들지는 않았다. 게다가 펠리시아와 앙숙인 사라가, 어쩔 수 없이 그런 짓을 하고 쾌락에 젖어서 절정에 달해야 한다고? 펠리시아와 절친이지만 아마 서로를 그런 눈으로 본적은 전혀 없을 실비아가, 펠리시아와 뒤엉켜야 한다고? 우리 철혈 집사 바넷사가, 남자도 아니고 여자에 의해 쾌락에 흐느껴야 한다고? …예상외로 상당히 흐뭇하다고 할까, 므흣한 광경이 연출될지도 몰라. 펠리시아 얘도, 성격이 좀 이래서 그렇지 절세 미녀란 사실엔 변함이 없으니 더욱더. …아냐!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무리 여자라도 내 여자를 건드리는 건 용서 못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 게 좋아! “…자기 무슨 생각 해?” 내가 화내던 도중 갑자기 말을 멈추자 수상하게 생각한 건지, 펠리시아가 지그시 나를 바라보며 질문했다. 손으로 내 물건 훑으면서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지 마라. 뭔가 기분이 묘해지니까. “…아니. 일단 확인해보는 게 우선이란 생각이 들어서.” “흐응? 뭐, 확실히 그러네. 그럼 잠깐만 기다려. 아마 한 번만 더 마시면 일단 응급처치는 끝날 것 같으니까.” 펠리시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내 물건 끝을 입에 담은 채 자신의 가슴을 이용해 물건 전체를 감싸왔다. 그리고 강력한 진동과 함께, 부드러운 가슴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마사지하듯 자극을 해왔다. 사실은 지금 당장이라도 우리 애들의 상태를 확인하러 가고 싶었지만, 지금은 펠리시아의 말대로 하는 게 정답이다. 일단 펠리시아가 이 이상한 기운을 뿜어내는 걸 멈추게 하지 않는 이상, 우리 애들의 상태도 정확히 파악하긴 힘들 테니까. 다행이도 펠리시아의 그 절묘한 기술에 덕분에, 내가 다시 사정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후우…끝났냐?” “응. 일단 응급 처치는. 하지만 이대로 가면 또 며칠 안 돼서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질 거야. 그러니까 자기, 확인하고 나면 조금 더 해줘야 돼?” “너도 참 대단하다. 너무 느껴서 이상해질 것 같다고 했던 주제에.” “어쩔 수 없잖아. 필요한 거니까. 그리고 자기가 확인하고 올 때쯤이면 어느 정도 회복되어 있을 거야. 그럼 이번엔 다시 직접 할 수 있으니까.” 내 그런 말에도, 펠리시아는 부끄러운 기색 하나 없이 그렇게 말했다. 성에 관한 일로 이렇게까지 부끄러워하지 않을 수 있다니. 진짜 얘도 인물은 인물이야. “…그러냐. 아무튼 난 일단 확인하고 온다.” “응. 다녀와.” 나는 황급히 옷을 주워 입…아까 찢어버렸지. 내가 인벤토리에서 새 옷을 하나 꺼내 입고 일어서는 와중에도, 펠리시아는 기분 좋게 나른한 표정으로 침대에 누운 채 손만 살랑살랑 흔들어서 날 배웅했다. 상당히 불건전한 자세네. 생긴 거나 평소 성격이랑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아니. 어쩌면 그냥 하반신에 힘이 풀려서 못 일어나고 있는 것뿐인가? 아무튼 나는 황급히 펠리시아의 방을 나섰다. 그리고 조금 전진하자, 아까 전 그 메이드와는 다른 메이드가 불안한 표정을 한 채 안내를 멈췄던 그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다. “앗! 성자님! 공주님은….” “해결했어요! 그래서, 우리 애들은요?!” “네, 넷? 그게, 저기, 그러니까…이, 일행분이라면 저 방에….” 내가 심상찮은 표정으로 달려들어서 그렇게 말하자, 어째선지 메이드가 반쯤 패닉상태에 빠져서는 근처에 있는 문을 가리켰다. 메이드한테 조금 미안한 짓을 했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메이드에게 사죄를 하기보다 우리 애들을 찾아가는 걸 우선시했다. “사라! 실비아! 바넷사!” “꺄악! 뭐, 뭐야. 구원, 놀랐잖아.” 내가 황급히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 있던 셋의 시선이 동시에 이쪽으로 몰렸다. 사라가 대표로 내게 불평을 해왔지만, 나는 그런 것보다 우선 그 안색을 살피는 걸 우선시 하기로 했다. “잠…! 구, 구워언…?” 사라의 양 볼을 손으로 감싸서 고개를 위로 들게 하고 지근거리에서 그 얼굴을 빤히 바라보자, 사라가 답지 않게 주저주저하면서 내 이름을 불렀다. 그러면서도 자연히 그 손은 내 몸을 감싸 안으려는 것처럼 움직였다. “젠장. 역시 아직도 얼굴이 붉어. 역시 아직도 발정하고 있는 건가!” 얼굴색뿐만이 아니다. 이 표정, 날 끌어안으려는 행동. 완전히 발정하고 있다는 증거잖아. 큭! 그렇다면 역시 사라는 지금부터 펠리시아와…. “이, 이 바보가! 누가 발정했다는 거야! 누가!” 내가 분하다는 듯이 중얼거리자, 살짝 부끄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사라가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는 내 배를 가격했다. “정말…갑자기 돌아와서는 무슨 소리를 하는 가 했더니….” 사라는 힐끔 실비아와 바넷사쪽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홱 돌리고는 여전히 붉은 얼굴을 식히려는 듯 손을 파닥이며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아, 과연. 갑자기 내가 얼굴을 들이미니까 부끄러워서 그랬던 건가. 미안. 너랑 펠리시아랑 그런 짓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까 조금 당황해서.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직 괜찮다고 단정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시선을 돌려서 실비아와 바넷사를 쳐다보자, 둘의 얼굴 역시도 어딘지 모르게 조금 붉은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역시 흥분상태가 풀리지 않은 거잖아. “…사라. 솔직히 말해봐. 아까 그 냄새를 맡은 다음에 흥분했잖아. 혹시 아직도 흥분하고 있어?” “뭐, 뭣…지, 지금 여기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 변태가!” “중요한 일이야.” “……조금…하고 있어.” 내가 직접적으로 물어보자 당황해서 날 매도하려했던 사라였지만, 내가 진중한 표정으로 대답을 종용하자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는지 솔직하게 대답해줬다. “실비아랑 바넷사도?” “넷?! 앗! 네, 네엣….” “……미약하게나마.” 역시나. 셋 다 펠리시아의 기운의 영향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확인되어버렸다. “구원? 대체 무슨 일인데? 질문만 하지 말고 좀 설명을 해줘.” “…펠리시아는 너무 참은 바람에 아까 우리가 맡았던 그 기운을 제어하지 못하고 뿜어내게 된 모양이야. 지금은 내가 진정시키고 왔어. 다만 그 기운, 너희도 아까 말했다시피 내 스킬이랑 좀 비슷한 구석이 있다는 걸 깨달아서 말이야. 내 스킬의 특징, 너희도 뭔지 알지?” “구원의 스킬의 특징…서, 설마…!” “그래. 그 설마야. 펠리시아가 직접 풀어주지 않으면, 계속 그 상태일 가능성이 있어.” “……아, 아직 확정된 건 아니지? 그 여자가 안정됐다고 해도, 아직 우린 제대로 해소된 게 아니니까. 어쩌면 그냥 해소만 되면 진정될지도 모르는 거고!” 펠리시아랑 그런 짓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상황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건지, 사라가 눈에 띄게 당황하면서 그렇게 빠르게 내뱉었다. 사라는 그냥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서 그렇게 내뱉은 것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듣고 나는 확실히 그럴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역시 직접 확인해보는 방법밖에 없다는 거군. “…확실히. 좋아. 실비아. 바넷사. 너희는 잠깐 방에서 나가 있어줄래?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테니까.” “잠깐! 구원! 뭘 하려고! 아니, 설마 여기서?!” “어쩔 수 없잖아. 만약을 생각해보면 돌아가서 하는 것보다 여기서 하는 게 좋잖아.” “그, 그야 그렇지만! 하지만! 그래도!” “실비아. 바넷사.” “네, 넵!” “……네.” 당황하는 사라를 무시하고 내가 다시 한 번 나머지 둘의 이름을 부르자, 둘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문 밖을 나섰다. “잠깐만요! 실비아! 바넷사씨! 정말로?!” 여기서 일을 치러야 된다는 사실이 상당히 부끄러운 건지, 사라는 사뭇 절박한 목소리로 실비아와 바넷사를 불렀지만 둘은 이미 방을 나선 후였다. “걱정 마. 어차피 네 욕구만 해소하면 되는 거니까 말이야.. 여기서 본격적으로 섹스를 하거나 하진 않을 거야. 괜찮아. 강력해진 내 스킬이면 금방 느낄 수 있을 거야.” “그, 그런 문제가…흐으으응!” 구미호 상태로 오해 받은 레이아와는 달리, 어젯밤 자기 차례에 내 스킬을 맛보지 않고 무사히 넘어갔던 사라는 결국 이런 식으로 내 강해진 스킬을 경험해야만 했다. “그래서, 어때? 제대로 해소 된 것 같아?” “하앗…하앗…하앗…그, 그렇게 곧장…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이 바보….” 사라는 의자에 드러눕듯 기대고 앉아서는 숨을 헐떡이며 날 노려봤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지, 결국 크게 한숨을 한 번 쉬고는 뺨에 달라붙은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제대로 대답을 해줬다. “하아…후웃…응…아마. 제대로 풀린 것 같아.” “진짜로? 확실해?” “…왜. 살짝 아쉬운 표정을 짓는 거야?” “무, 무슨 소리야! 아쉽기는! 안도하는 표정이라고! 난 안도할 때 이런 표정을 짓는다고!” “흐으응….” “아, 아무튼 제대로 풀렸다니 다행이네. 그럼 다음은 실비아 차례인가?” 수상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사라의 시선을 피하면서, 나는 얼버무리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라와 펠리시아의 백합 씬 같은 거, 전혀 기대 안 했다고. “설마 실비아도 여기서 풀어주려고? 굳이 그 여자 도움이 필요 없다는 건 확인했으니까, 이제 돌아가서 해도 되잖아?” 내가 정령으로 몸을 씻어주자, 사라가 다시 바지를 올려 입으며 무슨 소릴 하냐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니. 실비아는 체질상 이런 종류의 스킬에 내성이 거의 없어서 말이야. 방에서도 실비아가 제일 상태 심각해보이지 않았어?” “…확실히. 아니. 잠깐만. 그런 처음부터 실비아로 확인했으면 됐던 거 잖아?! 난 그럭저럭 참을만했단 말이야!” “에이. 그거야 난 우리 사라가 제일 걱정돼서 사라부터 해결한 거지.” “진짜 이 변태는….” 내 말에 살짝 기분 좋아지면서도, 완전히 의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사라였다. “히으으으읏!” 그런 고로 곧장 실비아를 사라와 교대시키고, 실비아 역시도 일단 가볍게 스킬로 욕구 불만 상태만 풀어줬다. “오랜만에 하는 데 이렇게 손으로 간단히 해버려서 미안해. 제대로 된 행위는 나중에 제대로 시간을 마련해서 할 테니까.” “아, 아닙니다! 행복합니다아!” 응. 그건 보면 알아. 너 지금 승천할 것 같은 표정 짓고 있어. 여기서 살짝 입맞춤하면 진짜로 죽겠지? 귀여운 입술이 바르르 떨리는 걸 보니까 괜히 키스하고 싶어지는데 말이야. 그래도 참자. 참아야지.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허무하게 죽일 수는 없으니까. 나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은근슬쩍 고개를 내미는 욕구를 억누르고, 실비아의 몸을 정돈해줬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서, 마지막 남은 펠리시아의 희생자를 쳐다봤다. “바넷사. 일단 묻겠는데, 혹시 너도 필요하냐?” “…읏! 필요 없습니다!” “그래. 그러냐.” 평소보다 살짝 말투가 과격해진 걸 보니 확실히 펠리시아의 향기에 당한 효과는 남아있는 모양이지만, 뭐 그래도 우리 철혈의 집사님이라면 괜찮겠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사랑은 // 요즘 거의 매일 연참하고 있는…만약 12시 정각에 두 편 올리는 걸 말씀하시는 거라면 죄송합니다. 제가 요즘 일이 바빠서 12시까지 두 편을 쓰질 못하고 있어요. 나머지 한 편은 12시 지나서 쓰는 거라 부득이하게 올리는 시간이 좀 늦어지고 있습니다. asfdgads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10==================== 후폭풍 “펠리시아! 미안!” 사라와 실비아의 상태이상을 풀어주고, 나는 다시 한 번 펠리시아와 관계를 가졌다. 전에도 영상만 찍고 대충 끝낸 바람에 이런 사단이 벌어졌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사라는 내가 돌아왔다가 다시 하러 간다는 사실이 조금 못마땅한 모양이었지만, 이대로 끝내는 것도 위험하다는 걸 본인의 몸으로 직접 경험한 탓에 하는 수 없이 승낙해줬다. 그렇게 일이 일단락 된 후, 드디어 실비아도 펠리시아와 대면해 사과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괜찮아. 결과적으론 별 일 없었던 거니까. 하지만 실비아도 그런 실수를 할 때가 있네. 덕분에 색다른 경험을 했어.” “페, 펠리시아….” 정말 미안한 모습으로 고개 숙여 사과하는 실비아에게, 펠리시아는 마음 넓게 용서해주면서 오히려 재미있었다는 듯이 웃었다. 그 모습에 살짝 부끄러워졌는지, 실비아가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투정하듯 중얼거렸다. 투정부리는 실비아도 꽤나 신선하네. 언젠가 나한테도 저런 모습을…뭐 아마 평생 못 보겠지. “넌 그런 일을 겪고도 잘도 웃음이 나오네….” “어머? 왜? 어차피 지나간 일인걸. 좋은 추억으로 생각하는 편이 좋잖아?” 하여간 저 쾌락주의자 같으니라고. 쟨 언젠가 죽을 위기에 처해도 나중에 살아남기만 하면 재미있었다고 웃는 거 아니야? “만약 그 기운을 네가 직접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됐을 수도 있잖아.”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잖아? 그리고 괜찮아. 만약 그렇게 되도. 전부 직접 풀어주면 되지. 영향을 받았던 사람들은 전부 내 방에 올 수 있도록 허락을 해준 사람, 즉 내 측근들이니까. 그리고….” 펠리시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뜸들이더니 날 바라보며 장난기 넘치는, 그러면서 한편으론 유혹하는 것 같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보였다. “전원 여성이니까 자기가 내린 ‘명령’도 어길 걱정은 없으니까 안심해도 돼.” 그리고 명령이라는 단어에 유독 힘을 줘서는 그렇게 말했다. 야. 잠깐만 기다려봐. 뭐야, 그 말투는. 젠장! 그 미소가 그런 뜻이었냐?! “……명령?” 그리고 펠리시아의 말을 듣자마자, 내 옆에서 뚱한 표정을 짓고 있던 사라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잠깐! 구원! 명령이라니 뭐야?!” “아니! 잠깐! 별 거 아냐! 야! 내가 언제…!” 발 빠르게 부정하고 화를 내려고 하자, 펠리시아가 입모양만으로 내게 말을 전했다. ‘공주한테 그런 명령을 내린 보답이야. 그래도 키스하려고 했던 얘기는 안 해줄 테니까 감사해.’ 라고 말이다. “잠깐. 진정해. 사라야. 별 거 아니야. 오히려 쟤가 자의식 과잉인 거야. 안심은 무슨! 애초에 걱정을 안 했는데!” “어머? 정말? 자기, 조금도 걱정 안 될 정도로 날 믿고 있었던 거야? 아니면 그런 식으로 명령을 내렸으니, 절대 어기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의 표출? 자기도 참. 응큼하다니까.” “구우워어어언!” “잠! 사라야! 진정해! 아니니까! 정말 아니니까! 나랑 공주, 둘 중 누구 말이 더 믿음이 가?!” “……그도 그러네.” 내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맥스치를 찍어가던 사라의 분노가 겨우 잠잠해졌다. 그리고는 찌를 듯한 시선을 펠리시아에게 보냈다. 후우. 진짜 위험했다. 젠장. 괜히 분위기 타서 딴 남자랑 자지 말라고 했다가 이런 반격을 맞다니. 펠리시아 저건 하여간 방심을 할 수가 없다니까. 생글생글 웃기나 하고 말이야. “어머. 그대로 끝이야? 재미없어라.” 사라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으면서도, 펠리시아는 미소를 전혀 무너뜨리지 않고 대범하게 말했다. 사라가 노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 겁부터 먹는데 말이야. 쿨하게 생긴 미녀의 노려보는 눈빛은 그만큼 박력이 있었다. 게다가 사라는 용사의 기운까지 더해져서 더욱더. 하지만 그런 사라에게 전혀 겁먹지 않는 걸 보면, 역시 펠리시아도 대단하긴 했다. 아니. 쟨 오히려 사라라서 저런 건가? 쟨 사라의 반응이 신선한지 틈만 나면 놀려다니까 말이다. 방금 전에 날 놀린 것도, 어쩌면 내가 아니라 사라가 타겟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당신 말이야…!” “뭐, 뭐. 사라. 진정해. 쟤는 원래 저런 성격이니까 일일이 상대하면 손해라고.” “어머. 너무해. 아무리 나라도 조금 상처받는 걸?” 하여간 저 가증스런 태도하고는. 사라한테 “실은 쟤, 너랑 친구 되고 싶어서 그러는 거야.” 라고 폭로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만, 나는 그 욕구를 꾹 눌러 담았다. 사람 약점을 쿡쿡 찌르면서 장난치는 누구와는 달리, 나는 그런 친구를 원한다는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장난 칠 정도로 못 돼먹지 않았으니까. 디아나랑 섹스할 때마다 약점 찌르면서 장난치지 않냐고? 그건 이거랑 다른 얘기지. 그건 애정표현이라고. 애정표현. 반면 펠리시아 쟤는…음. 그럼. 애정표현 같은 것일 리가 없지. 대놓고 내가 아니라 내 물건만 좋아한다고 했던 앤데. “하아…. 아무튼…아참! 야, 기사단 보내주려고 했던 거 고맙다!” “…으, 응? 갑자기 그게 무슨…아아. 그걸 이제 와서 말하는구나…. 자기, 혹시 오늘 그 말하러 왔는데 까먹고 있었어?” 내가 아무런 맥락도 없이 갑자기 감사인사를 하자, 펠리시아는 황당한 표정을 짓더니 그렇게 중얼거렸다. “크흠! 크흠! 아무튼 이걸로 볼 일은 끝난 거지? 그럼 우린 이만 간다.” “어머. 벌써? 그래…. 자긴 그저 날 이용해 자기의 성욕만 풀리면 그만이라는….” 펠리시아의 장난질에 피곤해진 내가 황급히 돌아가려고 하자, 펠리시아는 슬픈 표정으로 손으로 입가를 가린 채 침대 위에 옆으로 주저앉아서는 구슬 같은 눈물방울을 또르르 흘리며 가련하게 중얼거렸다. 퇴폐적인 외모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마치 비극의 히로인 같은 모습이었다. 문제는 저게 장난으로 저러는 거란 점이지만. “오해받을 말 하면서 슬픈척하지 마라! 묘하게 연기를 잘해서 더 악질이야! 애초에 성욕을 풀려고 이용하는 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게다가 벌써라니! 반나절이나 있었거든?! 나도 한가한 사람이 아니라고!” “어머. 그러네. 자기랑 기분 좋은 시간을 보내느라 시간 가는 줄….” 여기 있다간 계속 저 장난질에 어울려야 될 것 같아서, 나는 결국 그렇게 말을 끊고 방을 뒤로했다. “간다!” 돌아가면서 힐끔 뒤를 돌아보자, 펠리시아는 마치 내가 돌아볼 걸 알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이 아까의 그 비극의 히로인 자세 그대로 손만 살랑살랑 흔들며 날 배웅해줬다. “나 역시 저 여자하고 만큼은 좋아할 수 없을 것 같아. 실비아는 잘도 저런 여자랑 친구로 있네요.” 방을 나서면서, 사라는 갈 곳 없는 분노를 토해내기라도 하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보통 이럴 때 마음에 담아두는 일 없이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해소하는 만큼, 내가 중간에서 말리는 바람에 제대로 말싸움도 못하고 끝난 오늘은 상당히 기분이 나쁜 모양이다. “페, 펠리시아도 나쁜 마음이 있어서 그러는 건 아닙니다. 그냥 조금 장난을 좋아하는 것뿐입니다.” “그건 보면 알지만요…. 역시 장난에 익숙해져 있어도 상대가 다르면 또 그건 그거대로 화가 나네요.” “응? 장난에 익숙해?” “뭘 시치미 떼고 모르는 척 하는 거야! 구원이 틈만 나면 장난쳐서 그런 거잖아!” 아, 과연. 그런 건가. 아니. 하지만 난 저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 …아마도. 아무튼 그렇게 무사히 볼 일을 마치고 우리는 마차를 타고 성을 뒤로했다. 나갈 때 힐끔 밖을 쳐다보자, 문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은 여전히 조금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왜 저렇게 혼란스러운 모습인 걸까? 물론 자기가 지키는 성의 성주님이 그런 상태였으니까 분위기가 뒤숭숭해지는 건 이해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어수선하지 않나? 고작 성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그 기운에 영향을 받았을 리도 없고 말이다. 말단 병사들에게까지 이렇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펠리시아의 카리스마가 대단하다는 걸까? 걔가 그렇게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게 잘 상상은 안 되지만 말이야. 아무튼 아침 먹고 바로 집을 나섰던 우리였지만, 나설 땐 이미 시간이 오후 2시를 넘어 3시에 가까워져가고 있었다. 그럼 지금부터는…역시 계획대로 움직여야겠지? 실은 아침에 디아나가 감사 인사겸 성에 다녀오라고 말한 뒤로 계속 생각해둔 게 있기는 했었다. 예상치 못한 해프닝에 시간이 조금 많이 지체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오늘 중으로는 어떻게든 다 끝마칠 수 있겠지? 그렇게 결정한 나는, 마부석에 얼굴을 내밀고 바넷사에게 말을 걸었다. “바넷사.” “으읏…! …뭡니까.” 바넷사의 어깨 너머로 얼굴을 내밀자, 바넷사가 한 번 움찔하고 떨더니 내 반대쪽으로 몸을 기울이며 대답했다. 역시나 평소보다 반응이 격렬하다. 얼굴도 여전히 조금 붉고. 계속 이대로 놔두면 안 되겠지. “나는 조금 볼 일이 있어서 말이야. 난 여기서 내려주고, 넌 먼저 저택으로 돌아가 있어.” “구원? 어디 가게?” “응. 디아나가 감사 인사를 하고 오라고 했잖아. 그러니까 이왕 나온 거, 신전이랑 길드에도 감사 인사를 하고 오려고.” 사실 지금 길드에 가는 건 내가 며칠 전에 생각했던 예정과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뭐 이정도 변수야 괜찮겠지. “사라는 당연히 따라와야 하고…실비아는 어떡할래? 따라올래?” “저기, 저, 전…그게….” 내 질문에 실비아는 살짝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대로 나와 같이 다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자신이 따라가는 건 미안하다는 표정이었다. “실비아. 혹시 저 때문에 그러시는 거면 괜찮아요. 같이 가죠.” 사라는 실비아가 나와 자신의 데이트를 방해할까봐 걱정하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먼저 나서서 그렇게 실비아에게 말해줬다. 아마 다른 애가 상대였다면 절대 이런 말 안 했겠지. 역시 사라도 은글슬쩍 실비아한테 약하단 말이야. 뭐 실비아가 그만큼 깍듯이 대우해주니까 그런 거겠지만. “아, 아뇨. 넷.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기, 그뿐만 아니라 수영 연습을….” 하지만 실비아가 걱정하는 건 그것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과연. 마틸다는 집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데 자기만 이렇게 빠져나온 걸 미안하게 여기는 건가. “…그런 것이라면 저도 동행하겠습니다.” 그때, 바넷사가 갑자기 그렇게 말을 했다. “으, 응?” “시간이 늦었으니, 저녁식사 시간에 맞추기 위해선 이동에 마차를 이용하는 편이 좋을 겁니다.” 예상외의 말에 내가 당황하고 있자, 바넷사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당연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그야 마차를 이용하면 조금 더 빠르긴 하겠지만…. 혹시 실비아가 같이 동행할 수 있도록 생각해서 이렇게 해주는 건가? 겉으로 티는 안 내고 있지만, 말하는 타이밍이 딱 그런 모양새인데? 마차로 다 같이 이동하면 혼자 저택으로 돌아가기 조금 어색해지니까, 실비아로서도 스스로에게 변명거리가 생기고 말이다. 실비아, 너란 애는 대체…어느 틈에 우리 철혈 집사까지 자기편으로 만든 거냐. 무서운 아이일세. “하지만…너, 괜찮냐?” 아무튼 바넷사의 마음씀씀이가 예쁜 것과는 별개로, 지금 바넷사의 상태는 그럴 상태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뭐가 말입니까?” “아니. 그거 있잖아. 그거. 혼자 안 해도 되냐?” “……쓸데없는 걱정이십니다.” 시치미를 떼는 바넷사에게 일단 신경 써서 돌려말 해줬지만, 그래도 역시 부끄럽긴 한 건지 바넷사는 얼굴을 조금 더 붉게 물들이고는 평소보다 더 딱딱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진짜로 괜찮은 거냐? 무리하는 거 아니지?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한다고 얘가 자기주장을 굽힐 애도 아니라서, 나는 결국 설득을 포기하고 마차로 이동하기로 했다. 뭐, 정 힘들면 내가 감사인사 하는 사이에 혼자 화장실이라도 들어가서 해결하고 오겠지. 그렇게 해서 우리는 마차를 타고 우선 길드에 도착하게 됐다. 길드는 이 도시의 한 가운데에 있는 만큼, 신전보다 거리가 비교적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어머. 구원씨! 어서 오세요. 설마 벌써 다시 던전에 들어가시려는 건가요? 안 돼요! 좀 더 쉬시지 않으면. 안내원으로서의 조언이에요. 던전 탐험은 좀 더 쉬고 나서 하세요.” 그리고 내가 안내 데스크에 가자마자, 내 얼굴을 본 레이첼 누님이 말 안 듣는 동생을 타이르는 누님처럼 그렇게 말해왔다. 그런 와중에도 제대로 인사부터 했다는 점이, 과연 프로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대응이 아닐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올라오는 건 오히려 빨리 쓰고 잔 다음 일어나서 올리는 거니까 괜찮습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511==================== 처음 그때와는 다른 “아뇨. 오늘은 그런 게 아니라,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하러 왔어요.” “네? 아, 그, 그러고 보니 오늘은 다른 분들이 안 계시네요. 하지만 감사라니. 그런. 굳이 이렇게 다시 찾아오시지 않으셔도 괜찮았는데요. 전 어차피 그게 일인 거고….” 레이첼 누님은 내 뒤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더니, 착각이라는 걸 깨닫자마자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혔다. 참고로 사라와 실비아, 바넷사는 마차에 대기시켜놨다. 괜히 우르르 몰려가서 감사 인사를 하면 당연히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게 될 테니, 레이첼 누님이 부담스러워할 수도 있다는 명목으로 말이다. “일…인가요?” “앗…….”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레이첼 누님은 부끄러움과 어색함이 공존하는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일일 리가 없지. 안내원의 일은 모험가들에게 공지를 하는 걸로 끝이다. 굳이 솔선수범해서 찾을 이유는 전혀 없다는 거다. 하물며 다친 것 같으니 치료를 하겠다면서 섹스를 하다니. 아무리 우리 애들이 사전에 부탁을 했다곤 하지만, 그렇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거다. 이런 세계라도 말이다. 게다가 저렇게 어색해하는 걸 보니, 내 분위기로 이전에 내가 했던 말이 다시 기억난 모양이다. 다음에 위에서 만났을 때, 다시 내가 제정신으로 고백하면 그땐 받아줄 거냐고 말했던 걸 말이다. 나로선 날 보자마자 바로 기억해내지 못했다는 점이 오히려 슬펐지만 말이다. 나란 놈은 그렇게 신용이 없는 걸까? 정말 그때 내가 제정신이 아니라 그냥 분위기 타서 고백하고 키스까지 한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 누님도 날 좋아하신다고 했으니까, 날 그런 놈으로 보진 않을 거다. 그렇다면 이제 와서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내가 던전에 가는 줄 알고 놀라서 반사적으로 안내원으로서의 대응이 먼저 튀어나오는 바람에 타이밍이 어색해할 타이밍이 조금 어긋난 것뿐일 거야. 그런 거라고 믿자. “아, 저, 저기….” 누님은 내게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얼굴을 붉히고 혼란스런 표정을 지었다. 누님이 이렇게 할 말을 못 찾고 있으니, 여기선 내가 대화를 이어나가줄까. “아무튼 인사하러 안 올 순 없죠. 뭐니 뭐니 해도 생명의 은인이시니까요.” “…생명의 은인이라니. 과장이 심하세요. 어차피 구원씨는 안전하셨잖아요. 게다가 마을 근처에 계시기도 했고.” 내 말을 듣고, 레이첼 누님은 한순간 실망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그렇게 대답해줬다. 내가 바로 고백이라도 할 거라고, 조금이나마 기대했던 걸까? 죄송해요, 누님. 고백은 반드시 할 거지만, 지금 여기서 할 건 아니에요. 누님께 고백을 하기 전에, 나는 두 가지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하나는 먼저 우리 애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허락을 받을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실비아를 먼저 받아들일 것. 사실 실비아에 더해 마틸다도 받아들이면 좋겠지만, 마틸다는 저주가 풀리지 않는 이상 진심을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저주를 단기간에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이 마틸다까지 받아들이는 건 포기했다. 아무튼 그 두 가지 목표 중, 우선 한 가지는 달성한 거나 마찬가지다. 실비아와 키스도 했고, 돌려 말하기는 했지만 받아들여준다고 얘기도 했으니까. 문제는 우리 애들한테 허락을 아직 안 받았다는 거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생황하고 나서 아직 디아나하고는 단둘이 같이 밤을 보낸 적도 없단 말이지. 그런 상태에서 또 다른 여자를 받아들이겠다고 하는 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적어도 셋과 한 번씩 둘이서 밤을 보내고, 그 후에야 레이첼 누님에 관한 일을 얘기하려고 했던 거다. 뭐, 그 결과 이렇게 먼저 레이첼 누님을 만나러 오는 상황이 되어버리기는 했지만. 아무튼 목표를 전부 달성하지 못했으니, 아직 레이첼 누님께 고백하는 건 보류하기로 했다. 누님께 제대로 고백하기 전에 먼저 허락을 받는 거야 말로, 내게 다른 여자를 들여도 된다고 허락해준 우리 애들에게 내가 지켜야할 최소한의 선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리고 원래부터 이렇게 길드 안에서, 일하고 있는 누님 상대로 고백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 고로, 나는 고백을 하는 대신 고백을 할 날을 정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뇨. 마을 근처라고 해도, 전 전혀 몰랐으니까요. 그대로라면 계속 입구를 향해 헤엄쳐갔을 거고, 그 사이에 정신이 이상해졌을 지도 모를 일이에요. 누님은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다시 한 번, 구해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아, 아뇨. 괜찮아요. 구원씨가 무사하다면 그걸로. 자, 고개를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누님.” “네?” 내가 고백하지 않을 거라고 직감적으로 눈치 챈 건지, 누님의 대답은 어딘지 모르게 힘이 없었다. 계속 이대로 둘 순 없지. 내가 이 세계에 와서 처음 만난 여성의 아름다운 미소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구해주신 보답…이라고 하기엔 너무 변변찮은 보답이라 죄송합니다만, 적어도 식사 대접이라도 하고 싶어서요.” “…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누님이 허를 찔렸다는 듯 깜짝하고 놀랐다. “실은 이전에 알고 지내던 멋진 여성 한 분께 근사한 식당을 소개받아서요. 사실 그때는 일이 좀 생겨서 제대로 먹지는 못했지만, 음식은 무척이나 맛있었거든요. 어떠신가요? 분명 누님도 마음에 드실 거라고 생각하는데.” “구, 구원씨…그, 그건…그럼 정말로….” 내가 그렇게까지 말하자 드디어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눈치를 챈 듯, 누님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뻐금뻐금 움직였다. “분명 전에 휴가가 쌓여있다고 하셨죠? 하루만 더, 저를 위해서 휴가를 써주실 수 없을까요?” 그래. 이왕 누님께 고백하는 거라면, 나는 저번 실패의 만회도 겸하기로 했다. 전에는 말 그대로 그저 누님에게 대접하는 자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다. 이번에는 나도 제대로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누님과 같이 하루를 보내고, 같이 식사를 해주겠어. “네, 네에…. 가능해요….” 누님은 마치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간다는 것처럼, 어딘지 멍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다행이네요. 그럼 언제쯤 가능할까요?” “내, 내일…아니! 모레! 모레에요!” 이 누님 또 이러시네. 그러고 보니 전에도 그랬었지. 남자를 만나기 위한 준비에 하루를 꼬박 투자하다니. 엄청난 정성이시다. 누님이 이렇게까지 했는데 난 대체 왜 그걸 눈치를 못 채고 멍청하게 데이트가 아니라는 둥, 그저 보답이라는 둥 바보 같은 소리만 해댔을까. “알겠어요. 그럼 모레에. 전과 같은 시간에 전처럼 누님이 사는 곳으로 직접 모시러 갈게요. 그걸로 괜찮나요?” “네, 넷. 아, 저기, 주소는….” “괜찮아요.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누님이 사는 곳을 어떻게 잊겠어요.” “그, 그런가요….” 내 대답에 누님은 얼굴을 붉히고 움츠러들었다. 아까부터 하는 행동이 뭔가 풋풋하시다. 분명 평소에는 내가 누님한테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말이다. “그럼 누님. 오늘은 이걸로. 모레 뵐게요.” “네, 네에. 안녕히 가세요.” 내가 인사를 하자, 누님도 안내원으로서의 습관인 건지 반사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좋아. 이걸로 일단 밑그림은 다 그렸어. 이제 당일에 얼마나 제대로 하냐에 달려있어. 뭐, 그 전에 우리 애들한테 허락부터 받아야겠지만. 나는 성공적으로 누님과 약속을 잡아낸 사실에 흡족해하면서,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아직도 살짝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 누님을 뒤로 했다. “…왠지 상당히 기뻐 보이네.” 그리고 그런 날 보고, 길드 입구에 서있던 사라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사, 사라?! 마차에 있었던 거 아니었어?” “뭘 그렇게 놀라? 왜? 나한테 보이면 안 될 짓이라도 했어?” 안내 데스크와는 멀리 떨어진데다가, 길드 안은 언제나 모험가들로 붐비고 소란스러우니 대화 내용까지는 들리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안 그래도 감이 좋은 사라다. 나와 레이첼 누님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고 뭔가 눈치 챈 모양이었다. “아니. 그런 짓은 안 했어.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줄게. 자, 다음은 신전에 가야지.” 정말로 사라한테 보이면 안 될 짓은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애초에 내일 당장이라도 사라한테 말할 거니까. “으응? 으, 응….” 하지만 내가 당황하지 않고 대답하자, 사라는 반대로 자기가 당황해서는 날 따라왔다. 분명 바람피우는 현장을 검거한 기분이었는데, 내가 이렇게 떳떳하니 자신이 없어진 모양이었다. 사람의 왕래가 많은 길드 앞에 계속 마차를 멈추고 있기는 곤란했는지, 마차는 조금 떨어진 길의 한 구석에 있었다. 안 그래도 성에 가려고 저택에서 제일 화려한 마차를 타고 왔으니까 말이다. 아, 그래서 사라가 여기까지 와있었던 건가. 저기라면 확실히 100미터를 넘을 지도…어? 잠깐만. 그리고 그제야, 나는 자신이 저지른 중대한 실책을 깨달았다. 사라랑 나랑 100미터 이상 떨어지지 못하는데…레이첼 누님이랑 데이트는 어떻게 하지? 그러고 보니 얘 아직 완치된 게 아니었잖아! 나 스스로는 태연할 셈이었지만, 역시 은연중에 긴장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젠장! 이런 중요한 일을 생각해내지 못하다니! 어쩌지? 어쩌면 좋지? 이미 약속은 다 잡아버렸다고. 그런 식으로 약속을 잡아놓고, 다시 가서 누님께 “누님. 죄송한데 일이 생겨서 약속은 좀 미루죠.” 라고 말해봐라.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 짓을 했다가는, 자신과의 약속은 고작 그 정도였냐고 생각할 거 아냐! 그럼 차라리 사라한테 나랑 레이첼 누님이 데이트하는 동안 멀리서 따라오라고 해? …그런 짓을 했다가는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맞아 죽는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나는 등 뒤가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가는 걸 느꼈다. “구원?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내 표정이 상당히 심상치 않았던 건지, 아까까지 레이첼 누님과 내 사이를 의심하던 사라가 순식간에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는 내게 달라붙어왔다. “뭐야, 이거! 땀에 완전히 절었잖아! 정말 괜찮아? 어디 안 좋은 거 아니야?” 사라야. 제발. 그러지 마. 내 양심을 후벼 파는 것 같은 행위는 그만둬. 갑자기 죄책감이 물밀 듯 밀려오잖아. “아, 아하하. 아니. 괜찮아. 응. 그게, 실은 조금 긴장 돼서.” “긴장?” “으, 응. 신전에서 사람을 파견하려고 했다는 건, 이곳의 대사제님뿐만 아니라 교황님도 관련되어있을 가능성이 있는 얘기잖아. 그러니까 혹시 교황님과 대화도 나눠야하는 건가 해서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니까 조금 긴장되네.” 나는 일단 그렇게 최대한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뭐야. 공주나 추기경하고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하는 주제에. 역시 성자인 만큼 교황님 상대론 조금 긴장돼?” “하하. 뭐, 그렇지.” 그러자 사라도 겨우 피식 웃더니, 뭘 그런 걸로 긴장하고 그러냐는 것처럼 내 등을 가볍게 찰싹 때렸다. 물론 그 손바닥에 힘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지만, 나는 반사적으로 몸이 떨렸다. 만약 레이첼 누님과의 데이트를 멀리서 따라오라고 했다간, 이거의 수천 배는 강한 스매시가 내 뺨에 작렬하겠지? 그런 공포에 떨면서, 나는 마차를 타고 신전에 향하게 됐다. 신전에는 바넷사만 마차에 대기시키고, 사라와 실비아와 같이 안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이 근처로 오니 날 경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아서 부담감이 장난 아니었다. 게다가 영상 교육의 인기는 여전한지, 신전 안은 엄청나게 성황이었다. 물론 내가 가는 길은 모세의 기적처럼 길이 열렸지만, 나는 둘과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사라와 실비아를 각각 옆구리에 꽉 끼고 소피아 대사제의 방으로 향했다. “흐, 흐야아…구, 구언니임…저, 전 마차에서….” “그 다리로 저길 뚫고 간다고? 괜히 사람들 물살에 휩쓸려서 방황하지 말고 내 옆에 붙어있어라.” “…실비아, 정말로 상태가 더 심각해졌네.” 그리고 그동안 실비아는 몇 번이나 천국을 오갔는지, 다리에 힘이 풀려서는 벌써부터 제정신이 아니게 됐다. 얘 이래서야 정말로 사도 임명 같은 거 할 수 있게 되기는 할까?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소피아 대사제를 만나서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를 올렸다. 마틸다가 말하기를 4계층에서 탐험하는 사제들 모두가 내 탐색에 힘을 보태줬다는 모양이니까 말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12==================== 처음 그때와는 다른 소피아 대사제님은 웬일로 레이아나 마틸다와 같이 오지 않은 내게 조금 놀란 모양이었지만, 내가 단순히 감사 인사를 하러 왔다는 걸 알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받아주셨다. 아니. 어쩌면 레이아나 마틸다가 없어서 놀란 게 아니라, 내 옆에 있던 실비아가 반쯤 녹아내리고 있어서 놀란 건가? 참고로 실비아는 지금 방구석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성에서 내게 절정을 느끼면서 이미 한 번 죽을 뻔 했는데, 오늘은 연달아 생명의 위기가 발생하니 도저히 내 옆에 있기 힘든 모양이었다. 아무튼 소피아 대사제도 첫 인상은 깐깐한 스타일의 미인이라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날 대할 때의 인상이 완전히 달라지셨단 말이야. 완전히 장모님께 예쁨 받는 사위가 된 기분이다. 뭐, 장모님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는 건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말이다. 실제론 레이아 정도의 아이를 가질 나이가 아니신 만큼, 내가 장모님이라고 생각한단 걸 알면 미묘한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고 보니 마틸다한테 들었는데요, 던전에 다니는 사제 분들뿐 아니라 교단 측에서도 성시가단을 파견하려고 했다면서요? 그건 역시 교황님이 그렇게 신경써주신 거죠? 그렇다면 교황님께도 인사를 드릴 필요가 있을까요?” 아무튼 그런 고로, 나는 소피아 대사제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 교단 측의 인간에게 이런 걸 묻는 건 조금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소피아 대사제라면 이해해주시겠지. 한때 내 가정교사 같은 역할도 하셨던 분이니까 더욱더 말이다. “그렇군요. 직접 가서 대면 같은 건 아니더라도, 통신 마법으로 간단히 인사는 드리는 편이 좋겠네요. 그게 아니더라도 교황님과는 제대로 한 번 얘기를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여신님의 사자로 인정받은 이후로, 아직 한 번도 얘기를 나눠본 적 없으시죠?” 내 질문에 소피아 대사제는 긍정할 뿐만 아니라, 아픈 데를 찔러오기까지 했다. 실은 그래서 더 부담되는 거란 말이지. 물론 내가 여신님을 강림시킨 걸 목격한 사람이 많기도 하고, 마틸다의 저주를 서서히 풀어가는 중이라는 실적도 있다. 그리고 마틸다 역시, 평소에는 내게 틱틱 거릴 때가 많기는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교황님께는 내 얘기를 좋게 해줬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통신 마법 너머로 얼굴 한 번 본 게 전부인 날 대체 어떻게 믿고 여신의 사자로 인정해줬는지 그 의도를 모르겠단 말이야. 그야 좋은 분으로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야. “…우윽. 네. 그거야 그렇죠.” “답지 않게 교황님은 긴장되시나 보죠? 그렇게 긴장할 거 없어요. 교황님은 좋은 분이시니까요.” 소피아 대사제는 내 표정으로 대충 짐작을 했는지, 안심시켜 주듯이 그렇게 말해줬다. 이런 모습을 보면 이 사람 밑에서 레이아가 자랐다는 실감이 확 난단 말이야. 처음엔 깐깐해 보인다고 생각해서 죄송합니다. 역시 사람은 겉보기가 다가 아니야. “그럼 통신 마법이 있는 곳으로 갈까요? 서두르지 않으면 저녁 예배 시간이 되어버려요.” “아, 넵.” “죄송하지만 두 분은 여기서 기다려 주시겠어요?” 소피아 대사제가 직접 안내를 해주려는 건지, 대사제는 자리에 일어서서는 사라와 실비아를 바라보며 대기를 부탁했다. 이 세계는 통신 마법이나 텔레포트 마법의 관리가 엄중한 모양이니까 말이다. 아무리 내 여자들이라곤 해도, 교황님과 통신하는 자리에 아무나 막 들일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사라는 나랑 떨어지면 안 된단 말이지. “아, 소피아 대사제. 사라는….” “괜찮아. 이 정도는. 네. 대사제님 저희는 여기서 기다릴게요.” 사라는 나랑 떨어져있으면 안 된다고 설명을 하려 했지만, 사라가 먼저 선수를 치고 나섰다. 아무래도 통신 마법이 있는 장소까지 100미터 이상 떨어져있을 거라곤 생각지 않는 모양이었다. 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만약이란 게 있는 법인데 말이야. 이 신전, 생각보다 엄청나게 넓다고. 난 한 때 길을 잃었을 정도로 말이야. “무슨 문제라도 있으신 건가요? 그런 거라면….”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구원. 다녀와.” 우리 대화를 보고 뭔가 위화감을 느낀 것 같은 소피아 대사제였지만, 사라는 고개를 저어 얼버무리고는 내게 손을 흔들며 배웅을 했다. 왜 저렇게까지…아아. 과연. 날 잃을 뻔 한 사건 때문에 나랑 떨어지면 유아퇴행 해버린다는 사실을 들키기 싫은 건가. 확실히. 생각해보면 상당히 부끄러울만한 일이기도 하다. 그만큼 나를 엄청나게 좋아한다는 거니까. 하마터면 그냥 폭로해 버릴 뻔했네. 그런고로 사라와 실비아의 대동 없이, 나는 소피아 대사제의 뒤를 따라 통신마법이 설치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도착하자마자 그곳을 지키고 있던 사제 한 명이 통신 마법 장치를 만졌고, 내 앞에 놓인 수정에는 순식간에 교황청이라고 생각되는 곳이 비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풍경 가운데에 사람의 얼굴도 하나 비치기는 했지만, 교황님은 아니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말이다. 교황님이 이런 거대한 장치의 앞을 계속 지키고 앉아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지금 수정에 비친 사람은, 교황청에서 통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사제 중 하나겠지. 지금 이쪽에서 통신 마법을 건드려주고 있는 사제처럼 말이다. “앗. 네. 교황청입…으에엣! 서, 설마! 설마 성자니이임?!” 역시 여신교의 사제답게 상당히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하는 그 사제는, 수정 너머로 내 얼굴이 비치자마자 상당히 얼빠진 목소리를 내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겉보기엔 뭔가 차분하고 청순해보였는데, 순식간에 이미지가 박살이 나네. 아니. 그보다 저 반응, 그런가. 그 영상이 교황청 쪽에도 퍼진 건가. 저 청순해 보이는 애도, 내 영상을 본 거구나…. 나는 미묘한 기분이 되면서도 일단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꺄아아악! 성자님이 인사했다아! 안녕하세요! 전 교황청에서 통신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크흠. 크흠. 실례. 교황님께 연락을 줄 수 있을까요?” “앗! 소피아 대사제님! 네, 넷! 지금 바로!” 뭔가 엄청난 기세로 나한테 자기소개를 시작하려고 하려 했던 사제였지만, 소피아 대사제가 헛기침으로 그 말을 끊고는 용건을 전달했다. 그러자 사제는 당황한 얼굴로 순식간에 수정구슬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됐다. 하지만 저런 반응이라니. 마틸다를 처음 만났던 날에도 느낀 거지만, 역시 소피아 대사제도 꽤나 유명인이구나. 뭐, 이런 거대 도시에 있는 신전의 총책임자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겠지만. “안녕하세요. 소피아 대사제. 성자님도, 오랜만이군요. 여신님께 받은 사명을 수행하던 도중 위험한 상황에 몰렸다고 들었습니다만,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잠시 후, 드디어 수정구에 백발의 노인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 봐도 역시 위화감이 장난 아니야. 안 그래도 전반적으로 미모 수준이 높은 여신교에서도 정점에 서있는 위치라는 걸 나타내기라도 하듯, 엄청나게 곱게 늙으신 할머니.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럼 엄청난 매력 수치의 보정이 들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늙은 모습이라는 거다. 이 세계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그 세월의 흔적에, 나는 뭔가 자연스레 압도되는 기분을 맛봤다. 하지만 그런 내 기분과는 상관없이, 교황님은 변함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소피아 대사제와 내게 인사를 해왔다. “아, 안녕하십니까! 저는 성자 구원…! 아니. 이게 아니지.” “호호홋. 우리 성자님이 긴장하신 모양이군요. 괜찮습니다. 긴장을 푸세요. 그냥 편한 옆집 할머니 말상대라도 해주는 거란 기분으로 대해주시면 됩니다.” 내 모습에 인자한 미소를 띠고 마치 귀여운 손자를 보는 것 같은 시선으로 날 바라보면서, 교황님은 그렇게 부드럽게 말해줬다. “아, 넵. 그게, 이번에 절 위해 여러모로 힘써주신 것 같다고 들어서요. 정말 감사합니다.” “호홋. 과연. 성자님이 갑자기 통신 마법을 걸어오셨다고 해서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그런 일이었나요. 괜찮습니다. 감사받을 일이 아닙니다. 성자님은 여신님께 사명을 받고 행동하시는 여신님의 사자. 오히려 그다지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할 따름입니다.” 아, 말하는 걸 보니 역시나 내가 일부러 교황님과 직접 통신 마법을 할 기회를 피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뇨. 아뇨. 그런. 여신님의 사자라는 사실을 공표해주신 것만으로도 활동이 상당히 편해졌어요. 오히려 별로 신빙성도 없는 제 주장을 그렇게 쉽게 받아들이시고 절 여신님의 사자로 인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 교황님의 말에, 나는 손사래를 치면서 대답했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반쯤 빈말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완전히 거짓말은 아닌 게, 여신님의 사자라는 게 공표된 다음부터 날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여러모로 달라진 건 사실이었다. 물건을 살 때 조금 깎아주거나, 덤을 더 주거나 말이다. 가끔 모험가들 사이에서 정보를 얻을 때도 미묘하게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주기도 하고. 문제는 가끔 날 보고 기도를 드리거나 하며 부담되는 사람이 생겼다는 점이지만. 뭐, 얻은 이익에 비하면 그건 사소한 문제다. “아뇨. 제가 인정한 것이 아닙니다. 성자님은 여신님의 인정을 받으신 게지요.” “하지만 그래도….” “그리고…저도 나이가 나이인지라 사람을 보는 눈은 있답니다. 호홋. 다이애나님과 함께 계시는 성자님께 이런 말을 드리면 조금 우스울까요?” “아뇨. 그런.” 그러고 보니 디아나가 나이가 훨씬 더 많을 거란 말이지. 그래도 교황님이 훨씬 더 할머니 같다고 느끼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 애초에 디아나는 진짜 할머니라고 생각했으면 사귀지도 못했다고. 우리 디아나는 파티에서 신체연령 최연소를 담당하는 귀여운 대마법사님이야. 할머니가 아니라고. “그리고 마틸다 그 아이도, 지금은 저주 때문에 어떻게 보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원래는 성녀 후보까지 됐었던 아이랍니다. 그 아이의 마음에 들었다는 것은, 당신이 여신님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라는 더할 나위 없는 증거랍니다.” 교황님은 그렇게 말하고, 아까보다 더 따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과연. 역시 마틸다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한 건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마틸다 걔도 은근히 내 도움이 많이 된단 말이야. “그리고 성자님은 이번에 또 한 번, 세계를 위해 공헌하지 않으셨습니까.” “공헌? 아…여, 역시 그거, 교황님도 보셨나요?” 무슨 소리인지 잠깐 이해를 못하고 어리둥절해졌던 나지만, 이내 그게 영상 얘기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 교황님 입에서 그 얘기가 나올 거라곤 생각을 못했으니까. “호홋.” 아니. 대답을 해주세요. 역시 본 겁니까? 크윽. 이 무슨 수치 플레이…. 지금까지 영상에 찍힌 건 내가 아니라는 스탠스로 당당하게 있었던 나지만, 과연 이런 상황에선 조금 부끄러워졌다. 우리 애들이 진짜로 찍을 거냐고 물어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아졌어. “그리고 그건 교황님도 신전에서 보여주도록 허락을 해주셨으니까….” “호홋. 아닙니다. 전 그저 여신님의 뜻에 따라서 행동했을 뿐입니다.” …그거. 제가 하는 행동이 즉 여신님의 뜻이라고 돌려 말하는 겁니까? 부담감 엄청 주시네요. …앞으로 행동에 조금 더 조심하겠습니다. “그보다 성자님. 이왕 이렇게 얼굴을 보게 된 김에, 이 늙은이가 하나 부탁이 있습니다만.” 그리고 그때까지 인자한 미소를 짓고 있던 교황님이, 갑자기 살짝 진지한 표정이 되어서는 내게 그렇게 말을 해왔다. 으윽. 역시 뭔가 있는 건가?! 그래. 어쩐지. 날 그렇게 쉽게 여신님의 사자라고 인정할 때부터 뭔가 꿍꿍이가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이렇게 대면하기 싫었는데! “마틸다, 그 아이에 관한 일입니다만.” “…네?” 뭔가 엄청나게 부담되는 부탁을, 그것도 내가 거부할 수 없는 부탁을 해올 거라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의외로 교황님의 입에서 나온 건 마틸다의 이름이었다. 마틸다? 마틸다가 왜? “저주를 푸는 작업에 지금보다 조금만 더 힘을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 아아. 과연.” 그리고 교황님의 부탁이란 건, 생각 외로 엄청 단순한 거였다. 아, 과연. 그런 거였어. 긴장해서 손해 봤네. 과연 교황님. 여신교의 정점에 서시는 분이, 여신의 사자로 만든 다음 거부할 수 없는 부탁을 한다든가 하는 그런 졸렬한 방법을 쓸 리가 없지. 난 처음부터 믿고 있었다고. “물론 성자님이 여신님이 내려주신 사명으로 바쁜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상의 보급으로 성자님이 겪고 있던 문제가 하나 해결 된 것 같으니, 염치없지만 이렇게 부탁을 드립니다.” “아, 아뇨. 그런. 그런 사악한 저주를 세상에서 없애는 건, 성자로서 당연한 행동인데요. 굳이 부탁받지 않더라도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죠.” 교황님의 부탁을 흔쾌히 승낙했던 나는, 하지만 이어지는 교황님의 말에 그만 굳어져버리고 말았다. “호홋. 다행입니다. 마틸다 그 아이는 추기경 중에서도 따르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은 아이였기 때문에, 교황청에서도 그 아이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어서 저주가 풀리고 돌아오기를, 이 늙은이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네? 저주가 풀리고 돌아와? 교황청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asfdgads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악마의드릴 //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전에도 비슷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네요. 저하고 필체가 비슷한 작가분이라도 계신 건가요? 유명 작가라…되고 싶네요. 513==================== 처음 그때와는 다른 아니. 그야 알고 있었다. 나조차도 처음부터 마틸다는 굳이 던전에 따라 올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그야 추기경씩이나 되는 사람이니 저주가 풀리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거라고 생각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마틸다와 함께하면서 마틸다에 대한 내 감정이 변화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처음으로 이렇게 다른 사람의 입으로 직접 그런 사실을 전해 들었기 때문일까? 뭔가 가슴 한 구석이 턱하고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 렇지요….” 되든 안 되든 감정에 몸을 맡겨서 반박을 해보려고도 했지만, 나는 이내 그러길 포기하고 일단은 얌전히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이런 건 내가 싫다고 떼를 써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걸 스스로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마틸다의 의사다. 정작 마틸다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도 알지 못하는 주제에, 막무가내로 보내기 싫다고 주장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 이후로는 교황과 별로 특별할 것 없는 겉치레 인사를 몇 번 주고받은 후, 나는 소피아 대사제와 함께 통신 마법이 설치된 방을 뒤로 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내 머릿속은 온통 마틸다에 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마틸다는 뭔가 고민하는 표정을 자주 짓고 있었지. 정확히는 교황과 대화를 나눈 다음부터. 나는 교단에 관한 중요한 사항이라도 들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혹시 마틸다도 교황에게 새삼 다시 돌아오라는 말을 듣고는 고민하게 된 게 아닐까? 내 희망적인 관점이 다분히 들어간 추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가능성 있는 추측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내 추측이 맞는다고 한다면, 마틸다가 전에 한 번 나와의 침대에 가는 걸 은근슬쩍 거부하는 것도 상당히 희망적인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었다. 물론 거부했다고 하기 보다는, 저주 해제보다 수영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 거긴 하지만. 애초에 마틸다가 그렇게 말하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추기경이란 신분을 이용하면 충분히 다른 사람에게 저주를 옮기는 것도 가능할 텐데, 그조차 하지 않고 스스로 희생해서 저주를 짊어지고 있는 애가 저주보다 수영을 우선시해? 그야 물론 마틸다 자신이 수영을 못해서 내가 위험에 처한 것도 맞다. 그리고 마틸다가 본심인지 아니면 저주 때문인지는 몰라도 현재 날 좋아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금 현재도 저주 때문에 발기가 되지 않아 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남성들이 있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저주 해제보다 수영 연습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고, 실은 조금 위화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저주 해제를 망설이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건, 역시 마틸다도 이대로 교황청에 돌아가는 것보다 나와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거 아닐까? …뭐, 그조차도 저주 때문에 날 좋아하는 마음이 너무 강해서 그런 거고, 저주가 풀리면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하아. 진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안 그래도 지금 처리할 일이 쌓여있는데 말이야. 눈앞에 들이닥친 레이첼 누님과의 데이트나 사라의 유아퇴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부터, 길게는 실비아를 어떻게 죽이지 않고 사도 임명을 할 것인가까지. 그런데 이렇게 마틸다의 일까지 겹치다니. 아니. 뭐 대부분 내 자업자득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머릿속이 꼬이는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도, 소피아 대사제의 방에 다시 돌아간 순간 일단 머리 한 구석으로 밀어 넣는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고민하는 것보다 먼저 해결해야할 일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이게 뭔 난리래. 간단히 한 줄로 요약하자면, 실비아가 사라를 덮치고 있었다. 바닥에 누워서 발버둥치는 사라와, 그걸 온 힘을 다해 억누르고 있는 실비아. 설마 성에서 미수로 끝난 줄 알았던 레즈 플레이가 신성한 신전 안에서…. “우에에에엥! 구워어어언! 어디 갔었어어엉!” “사, 사라님! 지, 진정하십시오! 이대로 나가도 구원님을 만날 수는…우으으읏! 구, 구원니임!” 하지만 이내 들려온 둘의 대화로, 나는 그런 게 아니라는 걸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응. 그럼. 당연히 그렇지. 응. 난 그럴 거라고 믿고 있었어. 우리 사라랑 실비아가 나 몰래 그런 관계가 됐을 리가 없잖아. 사라가 외치고 나서야 실비아도 내 존재를 깨달았는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사라를 해방시켜줬다. 그리고는 사라에 덩달아 자신도 내게 다가오려다가, 멈칫 이라고 할까 흠칫 하더니 방구석으로 도망갔다. 진짜냐. 이런 때조차도 내 곁에 오기 힘든 거냐. 아무튼 실비아는 사라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 상당히 힘들었던 모양이었다. 둘 다 얼굴이 새빨갛게 상기되어 있고, 땀범벅이 되어있었으니까. 그래서 나도 처음 봤을 때 그만 오해를…. 크흠. 사라는 겉보기랑 다르게 의외로 힘이 세니까 말이지. 뭐, 겉보기랑 다른 건 실비아도 마찬가지, 아니. 오히려 실비아가 훨씬 더 심하지만. 갑옷만 벗겨놓으면 기사님이라곤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가녀리고 호리호리한 몸이니까. “구워어언! 구워어어언!” 사라는 실비아에게 해방되자마자 숄더 태클이라도 하듯 내게 달려들어서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마구 비벼대기 시작했다. “응. 그래. 그래. …소피아 대사제님. 혹시 여기서 통신 마법이 있는 곳까지 100미터 이상 거리가 있나요?” 그런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나는 소피아 대사제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단 체감 상 절대 100미터는 넘지 않을 것 같았는데 말이야. 빙글빙글 돌아가는 길이 많았던 지라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맵이 건물 안에서도 적용되면 참 좋을 텐데 말이야. 이런 것까지 게임 시스템을 따라갈 필요는 없을 텐데, 건물 안에 들어오면 그냥 마을 맵인 채로 건물 안에 들어와 있다는 표시만 뜬단 말이지. “그, 글쎄요?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자기 집무실에 돌아오자마자 미모의 여인 둘이 땀을 흘리며 껴안고 바닥에 뒤엉켜있던 광경을 목격하게 된 소피아 대사제는, 상당히 당황했을 텐데도 불구하고 비교적 침착한 반응을 보여주셨다. “조금 사정이 있어서 제가 100미터 가까이 있지 않으면 불안정해지는 상태거든요.” 사라는 유아퇴행에 관한 얘기를 들키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이런 모습까지 보인 이상 오히려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는 편이 더 이상항 오해를 받을 거다. 그래서 나는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나이프를 가리키며 소피아 대사제에게 설명을 했다. “그, 그렇군요. 하기야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요.” 빛나는 나이프를 보고 대강의 상황을 짐직한 건지, 소피아 납득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심이 많으신 분이라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아, 안녕히 계세요….” 아무튼 사건이 일단락되고, 우리는 신전을 떠나기 위해 소피아 대사제께 인사를 했다. 사라는 그런 모습을 보인 게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부끄러운지, 답지 않게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러면서도 한 손으론 내 소매를 잡고 있는 모습이 어쩜 그리도 귀여운지. “네. 다음에는 레이아하고도 같이 찾아와주세요.” 그렇게 생각한 건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소피아 대사제도 뭔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와 레이아의 관계를 제일 밀고 있는 소피아 대사제로선, 사라도 딸의 연적 같은 입장일 텐데도 참 너그러우시다. “하아. 겨우 끝났다. 긴 하루였어.” “…빨리 집에 돌아가고 싶어….” 내 그런 중얼거림에, 사라가 맞장구치듯이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긴 나도 그렇지만, 사라 입장에서도 상당히 긴 하루였을 거다. 성에서는 펠리시아가 내뿜는 기운에 당해서 내게 스킬로 절정을 당하고, 그 이후로는 펠리시아의 장난질에 화내고, 신전에선 실비아와 레즈 의혹까지. 진짜 다사다난하네. “뭐, 집에 가기 전에 또 하나 넘어야하면 안 될 관문이 남아있지만.” “응? 뭐야 그거?” “아, 사라는 별로 신경 쓸 거 없어. 실비아 얘기니까.” “네, 넵?! 저, 저 말씀이십니까?”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하자, 조금 멀리 떨어진 뒤에서 따라오던 실비아가 허를 찔렸다는 듯 몸을 움찔 떨면서 말했다. “그래. 너.” “잠깐. 또 실비아 괴롭히려고 그러는 거지?” “괴롭히다니. 넌 대체 날 어떻게 보고 그러는 거냐. 내가 아니라 상황이 실비아를 괴롭히는 거라고. 자, 봐.” 찌릿하고 째려보며 말하는 사라에게, 나는 능청스런 얼굴로 그렇게 말하며 정면을 가리켰다. 난 당당했다. 정말로 내가 의도해서 괴롭히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애초에 한 손으로 내 소매를 붙잡고 졸졸 따라오는 애가 노려본다고 해서 무섭지도 않고. 그렇게 내가 가리킨 곳에는, 아까 전과 마찬 가지로 발 디딜 틈도 없이 빡빡하게 메워진 사람의 물결이 있었다. “으아아아….” 그리고 그 사람의 물결을 본 실비아는, 자신의 운명을 직감하기라도 한 듯 새파랗게 얼굴이 질려갔다. “자, 이리 온.” “우으으으…네, 네에에….” 하지만 내가 손짓하자, 실비아는 결국 모든 걸 포기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내게 걸아 와서 안겼다. 이렇게 쉴 새 없이 진동하면서도 터벅터벅 힘 빠진 모습을 연출해낼 수 있다니. 이것도 어떤 의미론 재능이다. 재능. “흐야아앗…흐이잇…흐읏…무리…이제 진짜 무리….” 그렇게 사람의 물결을 겨우 빠져나왔을 때는, 실비아는 이미 온몸에 힘이 풀려서 내게서 떨어지는 것조차 자력으로는 불가능한 상황까지 몰려있었다. 아니. 떨어지기는커녕 서있는 것도 힘들어보였다. 덕분에 내가 실비아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옮기느라 괜히 더 밀착하는 자세가 되기는 했지만. 아무튼 실비아는 생각하는 게 그대로 여과 없이 입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존댓말에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건지 혼잣말하듯 반말로 끊임없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무리라니. 딱히 뭘 시킨 것도 아니잖아. 대체 뭐가 무리라는 거데?” “우으읏…사, 사는 게…?” “아니아니아니. 그게 무리면 안 되잖아. 아무리 행복해도 그렇지 삶을 포기하지 말라고.” 완전히 패닉 상태에 빠져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말로 중얼거리는 건 좀 귀엽긴 했다만. “실비아, 정말로 힘들면 차라리 제가 부축할까요?” 이대로 놔두면 실비아가 정말로 죽을 것 같다고 생각했는지, 사라가 그런 제안을 할 정도였다. 이건 실비아가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걸 질투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순수하게 실비아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다. 표정을 보면 알아. 애초에 사라가 질투를 할 입장도 아니고 말이다. 인파를 빠져나와서도 내 옆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건 사라 역시도 마찬가지였으니까. “야. 실비아의 유일한 즐거움을 빼앗지 마라. 실비아는 이게 좋은 거라고. 그렇지 실비아?” “네, 네헤엣….” “구원, 정말로 실비아를 죽이려고 그러는 건 아니지? …읏!” 내가 사라를 바라보며 실비아 대신 대답을 해주고 동의를 구하자, 그걸 또 그래도 긍정해주는 실비아였다. 귀여운 녀석. 그리고 그런 우리의 대답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사라였다. 하지만 말하던 도중, 사라는 갑자기 안색을 바꾸고는 어느 한 곳을 물끄러미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얼굴이 점점 더 빨개지기 시작했다. “저, 저기. 구원. 나 잠깐 화장실에 가고 싶어 졌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내 주의를 돌리려 했던 사라였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왜냐하면, 나도 사라가 왜 그러는지 깨달아버렸는걸. 신전 안에 마차를 대기시킬 수 있는, 이른바 주차장 같은 공간. 오늘 이 시간에 마차를 타고 여기 온 건 우리뿐이었는지, 그곳에는 우리가 타고 온 마차만 쓸쓸하게 놓여 있었다. 그러니 사라의 시선이 어디를 향했는지는,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나도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응읏…큿…흐읏….” 그리고 정신을 집중하니, 뭔가 야릇한 소리가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건, 설마…. “그, 그래! 그러고 보니 나도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네!” 곧바로 사태를 파악한 나도 그렇게 외치고는 발걸음을 돌리려고 했다. 아무리 나라도 이런 상황에 난입할 정도로 나쁜 놈은 아니라고. 오늘은 화장실에서 디아나를 덮쳤을 때처럼 욕구 불만 상태도 아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내 목소리가 생각보다 다소 컸던 모양이다. “응…? 크흣…! …다녀오셨습니까.” 뭔가 파바바밧!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마차 안에서 아까보다 얼굴이 더 빨개진 바넷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과연 우리 철혈 집사답게 흐트러진 부분 하나 없이 완벽하게 옷을 빼입고 있었지만, 붉어진 얼굴과 조금 거칠어진 숨은 본인도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방금 들린 소리로 추측해보면, 제대로 끝내지도 못한 모양이니 더 괴롭겠지. “……그…우리 좀 딴 데 있다가 올까?” “…읏! 괜찮습니다.” 상황은 충분히 이해한다. 바넷사 혼자서만 펠리시아의 기운을 처리 못한 상황이었고, 교황과의 대화가 생각보다 길어지는 바람에 우리가 조금 오래 있기도 했으니까. 게다가 주변에 아무도 없는 상황까지 겹치니, 그렇게 처리하려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때문에 일단 배려를 해서 그렇게 말해준 건데, 바넷사는 원망스러운 눈초리로 날 쳐다보면서 내 배려를 단칼에 거절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신분 세탁설이라니. 칭찬의 말씀 감사합니다. 무꾸914 // 마틸다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주인공은 사도임명으로 파악 불가능 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틸다가 현재 자길 좋아하는 건 확실한데, 그게 마틸다 본인의 의지인지 아니면 저주 때문에 강제로 좋아하게 된 건지 확신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서요. 즉, 사도 임명이 가능해도 호감도 100 자체가 저주에 의해 강제로 찍혔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514==================== 처음 그때와는 다른 결국 우리가 저택에 돌아갔을 때, 시간은 거의 저녁 시간에 가까워져있었다. 원래는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일이 아니었을 텐데.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연달아 터지다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지체되고 말았다. “…그럼 식사 준비가 있으므로 전 이만.” 마차를 저택 안에 들이고, 바넷사는 곧장 그렇게 말하며 자리를 뜨려고 했다. “어? 잠깐! 야, 너 지금부터 식사 준비 하려고?” 계속 미안한 마음으로 돌아오는 내내 방해 한 번 안하고 최대한 빨리 돌아오도록 배려해준 나로서는, 당황해서 그만 바넷사를 멈춰 세울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심지어 그 실비아마저도 혹시 바넷사의 운전에 방해가 될까봐 입에서 새어나오려는 소리를 꾹 참고는 버티고 있었다고. 마차 안에서 나와 지근거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참고로 몸을 떨면서 입을 틀어막고 소리를 억지로 틀어막는 실비아의 모습은 참으로 요염해서 오는 내내 좋은 눈요깃거리가 됐다. 얼굴까지 상기되어 있어서 정말 완벽했어. “그렇습니다만? 뭔가 문제라도?” “아니. 그 뭐냐. 괜찮냐?” “…뭐가 말입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바넷사는 평소보다 조금 더 강렬한 눈빛으로 날 찌릿하고 노려봤다. 아니. 무슨 말하는 건지 너도 잘 알잖아. 하다가 도중에 끊겼으니까 지금 더 힘든 거 아니냐? 정말 괜찮겠어? “아, 아니. 아무것도.” 하지만 대놓고 자위 안 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볼 수도 없어서, 나는 결국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습니까. 그럼 이만.” 바넷사는 우리에게 꾸벅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평소보다 더 넓은 보폭으로 성큼성큼 빠르게 사라졌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역시 급하긴 급한 모양이다. 저럴 거면 차라리 저녁 식사 준비를 하기 전에 급한 불부터 끄는 게 좋아 보이는데 말이야. “실비아. 가자.” 아무튼 이 이상 내가 신경써봐야 어떻게 될 일이 아니다. 우리 슈퍼 집사님은 알아서 어떻게 잘 처리하시겠지. 나는 바넷사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생각하는 걸 포기하고, 여전히 마차 안에서 축 늘어져있는 실비아를 불렀다. “저, 저는 틀려씁니다아…. 저,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구언님은 먼저어….” 아니. 야. 그러니까 괜히 비장하게 말하지 마라. 대사만 들으면 오해하기 딱 좋은 말일세. “…실비아는 내가 여기서 봐주다가 조금 괜찮아지면 그때 옮길게. 구원은 먼저 들어가.” 그런 실비아를 보다 못하겠는지, 사라가 한숨을 푹 내쉬면서 그런 말을 할 정도였다. “응? 하지만….” “구원은 오히려 여기 있으면 방해되니까 가.” “네.” 결국 나는 실비아를 그대로 방치한 채 혼자 먼저 저택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다녀왔는가.”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로비에서 디아나가 조금 불퉁한 얼굴로 날 맞이해줬다. “응. 다녀왔어. 표정은 왜 그래?” 내가 살짝 부푼 디아나의 뺨을 콕콕 찌르면서 말하자, 디아나는 지지 않겠다는 듯이 뺨을 더욱더 부풀어 올렸다. 야. 네가 그래봤자 콕콕 찌르는 느낌이 더 재미있어질 뿐이라고. “꽤나 늦었지 않은가.” 아아. 과연. 그런 이유로 불쾌해하고 있었던 건가. 아침에는 흔쾌히 보내줬던 디아나였지만, 그런 디아나조차도 내가 이렇게나 오래 걸릴 거라곤 생각을 안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내가 성으로 간 이유가 이유인 만큼, 펠리시아와의 행위에 푹 빠져서 늦은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런 이유로 늦었을 리가 없잖아. 애초에 사라하고도 같이 갔었던 거라고? “미안. 미안. 나간 김에 길드랑 신전에도 들러서 감사 인사를 하고 왔어.” “으, 음. 그런 겐가. 잘했네.” 내가 피식 웃으면서 말해주자, 디아나는 그제야 얼굴 표정을 풀고는 까치발을 들어서 칭찬이라도 해주듯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필사적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는 걸 보니, 잠시나마 오해를 했던 게 미안한 모양이다. 뭐, 그냥 내 머리 쓰다듬는 걸 좋아하는 것뿐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마틸다…하고 레이아는?” 그런 디아나를 바라보면서, 나는 우선 마틸다의 행방을 물어봤다. 마차에서 오는 동안 다들 바넷사의 방해를 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있었던지라, 그에 대해 조금 더 차분히 혼자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틸다와 직접 얘기해보지 않는 이상 나 혼자 어떻게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을 뿐이었다. 그래서 우선 마틸다의 행방을 물어봤던 건데…. “음? 아직 수영 연습을 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만.” 아무래도 마틸다는 아직까지 수영 연습에 매진해있는 모양이었다. “…….” “뭐, 뭔가?” 둘이 수영하고 있는데 넌 여기 있다는 건, 역시 어제는 혼자만 따로 있기 쓸쓸해서 따라왔던 거구나. 아니. 뭐, 상관없지만 말이야. “아니. 아무것도. 그럼 난 욕실에 가서 잠깐 둘이 열심히 하고 있나 좀 보고 올게.” “안 되네!” 솔직히 지금 당장 욕실에서 마틸다와 만난다고 해서 진지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지는 않을 거다.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서 나눌 얘기도 아닌 것 같았고, 무엇보다 저녁 시간이 가까운 만큼 진지하게 의견교환을 할 시간도 없을 거고 말이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도 뭔가 답답해서, 나는 우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욕실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내 앞을 디아나가 양팔을 척 벌리고 막아섰다. “뭐야. 왜 그래? 괜찮아. 확실히 그 둘의 가슴 크기가 너희 중 1, 2위를 자랑하긴 하지만, 지금은 딱히 그걸 관람하러 가는 게 아니니까.” “그런 의미로 막아선 것이 아닐세! 아니. 1, 2위라니 뭔가?! 관람이라니 뭔가?! 자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겐가?!” 아차! 나도 모르게 그만 본심이…! “아니. 미안. 디아나의 흔들림 없이 편안한 가슴도 꽤나 큐트한….” “이, 이 몸도 흔들리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위아래로 콩콩 점프를 했다. 아니. 야.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무리수 아니냐. 그야 성장하면 엄청 흔들리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아무것도 안 입고 있으면 살짝은 흔들리겠지만, 지금은 전혀 미동도 없잖아. “으, 응. 귀여워. 귀여워.” “동정하지 말게!” 하지만 그걸 대놓고 말할 수도 없어서 내가 일단 칭찬을 해주자, 디아나가 울상을 지으며 자신의 가슴을 손으로 가렸다. 아니. 뭐 어쩌라고. “아무튼 난 갈게.” “그러니까 안 된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대로 내가 위로를 해줘봤자 디아나는 데미지만 입을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디아나를 놔두고 욕실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내 앞을 디아나가 다시 한 번 양팔을 벌리며 가로막았다. 얘 혹시 그냥 나랑 놀고 싶어서 이러는 건가? 나는 두 팔을 활짝 벌리고 막아선 디아나를 그대로 꼭 껴안아서 들어올렸다. “햣! 뭐, 뭘 하는 겐가?!” “그럴 거면 아예 같이 가자. 나도 우리 디아나의 귀여운 수영복 차림도 보고 싶었고.” “그러니까 그런 것이 아니라고 하지 않았는가! 멈추지 않겠는가!” 나는 아까 전 발언을 사과하는 의미도 포함해서 그렇게 웃으며 말해줬지만, 디아나는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리며 어떻게든 날 멈춰 세우려고 했다. 왜 이렇게까지 심하게 반대를 하는 거지? 뭔가 있는 건가? “대체 왜 그러는데?” “지금 욕실에 누가 있는 줄 알고 함부로 가려는 겐가?!”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방금 디아나 입으로 말했잖아. 그야 레이아하고 마틸다가….” “그 둘 말고 더 말일세!” “…응?” “설마 자네 정말로 모르고 그러는 겐가? 자네는 대체 욕실을 뭐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는 게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디아나가 살짝 화를 가라앉히면서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야 몸을 씻는…설마.” 그러고 보니 전에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애초에 이 저택에 그렇게나 큰 욕실을 만든 이유는, 메이드들을 전부 동시에 씻어도 문제없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 만든 거라고. 그런 의미에서 욕실도 메이드들에게 상시 개방하고 있고 말이다. “그렇다네. 누군가 씻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세.” “하지만 수영 연습 중이잖아?” “큰 욕조만 이용 못할 뿐이지 않은가.” “하지만 어제는 하루 종일….” “자네가 있었지 않은가. 이 저택은 자네를 제외하면 여성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하게나.” “…설마 어제 나 좀…아니. 상당히 방해였어?” “괜찮네. 이 저택은 욕조가 달린 방이 많으니 말일세. 큰 불편은 없었을 걸세.” 내가 그제야 자신이 어제 스스로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희생시키고 있었는지 깨닫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자, 디아나도 상냥하게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다독여줬다. 하지만 저렇게 말한다는 건, 역시 방해가 됐다는 거겠지.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고 그 피로를 저 욕실에서 푸는 저택의 메이드님들 죄송합니다. “뭐, 알았으면 욕실에 가는 건 포기하게나. 아니면 레이아양이나 마틸다양에게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겐가? 그런 것이라면 이 몸이 들어가서 불러와주겠네만.” “아니. 딱히 그런 건….” 뭐, 실은 마틸다한데 할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그걸 디아나한테 말하는 것도 조금 그렇고. “그런가. 딱히 할 말은 없었는가. 그렇다면 역시 자네는 가슴이…!” 야. 방금 전까지 온화했던 애가 갑자기 화내지 마라. 자기가 말하면서 점점 화내기는. 하여간 자기도 나중에 커질 거면서 가슴을 싫어한다니까. “그래. 디아나의 가슴은 최고지.” “흐얏! 이, 이런 데서 만지면 어떻게 하나!” 내가 디아나의 가슴을 옷 위로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해주자, 디아나가 내게 황급히 좌우를 살피고는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다만 그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기도 해서, 디아나가 미약하게나마 흥분을 느꼈다는 걸 알려주고 있었다. 하여간 이 변태씨는. “다른 데선 괜찮다는 거야?” “조, 조그만 더 참게나. 곧 아닌가.” 내가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디아나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이자, 디아나가 간지럽다는 듯 목을 움츠리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뭐, 확실히 조금만 참으면 되기는 하지. 결국 나는 레이아와 마틸다를 보러가지 않고, 바넷사가 부르러 올 때까지 디아나와 적당히 노닥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솔직히 말해서 바넷사가 오늘도 식사시간에 부르러 올지 확신이 없었지만, 우리의 슈퍼 집사님은 제대로 우릴 부르러 왔다. 게다가 얼굴이 살짝 상기되어 있는 걸 보니, 여전히 펠리시아의 기운을 처리도 안 하고 일에 매진한 모양이다. 저 정도면 거의 워커홀릭 아니야? 보는 내가 다 불안하니까 좀 가서 자위부터 해라. “바넷사. 자네 괜찮은가?” 거 봐라. 아무것도 모르는 디아나까지 눈치 챘잖아. “네? 뭐가 말입니까?” 바넷사는 그렇게 얼버무리면서 날 찌릿하고 노려봤다. 내가 디아나한테 낮에 있었던 일을 말이라도 한 거라고 생각한 건가? 내가 고개를 황급히 젓자, 바넷사는 다시 눈빛에서 힘을 빼고는 디아나를 바라봤다. “얼굴이 붉지 않은가.” “오늘은 방금 전까지 요리하며 불을 쬐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흠. 그런가. 고생했네.” “아닙니다. 그럼 모시겠습니다.” 바넷사는 그렇게 말하고,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다리는 주의 깊게 보지 않는 이상 눈치 채기 힘들 정도로 미묘하게 떨리고 있어서, 바넷사가 대체 얼마나 인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심지어 우릴 식당에 안내하고도, 바넷사는 디아나의 자리 뒤에 가만히 서서 식사가 끝날 때까지 대기를 했으니, 그야 말로 철의 의지라고 볼 수 있었다. 인정한다. 넌 진짜 집사의 거울 같은 녀석이야. 날 대하는 태도가 조금 안 좋은 것만 빼면 정말 완벽해. 아무튼 식당에서야 겨우 마틸다를 보게 된 나였지만, 역시나 교황에게서 들은 얘기를 꺼낼 수는 없었다. 가령 저주를 해제 작업 할 때처럼 단 둘이 있을 때가 꺼낼 얘기라고 생각하니까. “…아까부터 뭘 그렇게 빤히 보는 거죠? 제 얼굴에 뭔가 묻기라도 했나요?” “아니. 그냥 예뻐서.” “그…! 다, 당신도 무척 멋져요오….” 그래서 마틸다가 자신을 바라보는 내 시선을 눈치 챘을 때도, 그렇게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자네는 식사 중에 뭘 하는 겐가?!” “식사할 때까지 마틸다씨를 괴롭히고 싶어?!” 뭐, 그 때문에 구박까지 받기는 했지만. 아니. 괴롭힌다니. 그야 밥 먹는데 방해됐을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괴롭힌다니. 그냥 칭찬한 건데. 그냥 솔직히 질투 난다고…. “당신….” 아, 응. 미안. 쟤 밥도 안 먹고 나만 바라보네. 응. 진짜 미안.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앨리시아의 차례는 조금 더 나중이 됩니다. 얘기를 좀 더 팍팍 진행하고 싶은데 왠지 쓰다보면 캐릭터들 간에 대화가 늘어나서 글이 길어지네요. 그나마 그걸 연참으로 커버하고 있었는데, 요즘 좀 바빠서…. 그래도 오늘은 3시 전후까지 한 편 더 써서 연참을 하겠습니다.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15==================== 처음 그때와는 다른 “쿠케케켁. 자, 각오는 되어 있겠지?” “뭐, 뭐가 말인가?” “그걸 몰라서 물어? 조금 참으라고 했겠다? 식사하기 전부터 쌓아둔 내 성욕을 전부 폭발시켜 주지!” 디아나가 몸을 씻고 들어오자마자, 나는 일부러 사악한 미소를 지으면서 디아나에게 겁을 줬다. 아니. 뭐 겁주는 척만 했을 뿐, 나도 오늘은 그렇게까지 괴롭힐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오랜만에 단 둘의 시간을 가지는 건데, 이런 때까지 디아나를 괴롭히면서 좋아할 정도로 나도…. “후, 후응! 어디 해보게나!” 어, 어라? 뭔가 디아나의 반응이 예상하는 것과는 다른데? 당연히 또 오늘은 무슨 짓을 당할지 생각하며 떨 거라고 생각했는데, 디아나는 의외로 가슴을 당당하게 펴고는 외쳤다. 조금 허세부리는 느낌도 없잖아 있긴 했지만, 그래도 예상과는 상당히 차이가 나는 태도였다. “크크큭. 그렇단 말이지? 자, 그럼 오늘은 어떤 플레이를 해볼까아?” “자, 자네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만 말일세!” 은근 슬쩍 노출 플레이를 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쳐봤지만, 디아나는 동요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조금 동요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강한 척을 해댔다. “응?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후흥. 이 몸이 눈치 채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한 겐가?” 내가 어리둥절해하며 질문을 던지자, 디아나가 승리를 확신한 듯 이겼다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뭐, 뭘?” “그런 짓을 하면서도, 실은 자네도 남한테 들키는 걸 두려워 한다는 사실을 말일세!” 뭐, 뭣이?! 아니. 그야 당연하잖아. 너 같이 노출증이 아닌 이상 남한테 보이는 걸 누가 좋아하겠어. 당연한 얘기이기는 했지만, 이걸 디아나가 깨달았다는 게 문제였다. 내가 아무 말을 안 하고 있자, 디아나가 기고만장해서는 계속 떠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쭉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확신이 없었네만, 저번에 사라양이 난입해왔을 때 겨우 확신을 가졌네. 자네는 입으론 이 몸과의 행위를 남에게 보여준다느니 말하면서, 실상은 남에게 보여 지는 상황이 오면 부끄러워 한다는 것을 말일세.” 확실히. 저번에 화장실에 사라가 난입했을 때, 한 번 싸고 나서 이성을 되찾은 나는 당황해서 사라를 말리려고 했었다. 분명 디아나도 흥분으로 반쯤 제정신이 아니었을 텐데, 용케 그 일을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디아나야. 너무 기고만장해진 나머지 쓸데없는 얘기까지 해버리고 말았구나. 그냥 나도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도로 끝났다면 네가 이겼을 텐데. 반격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말았어. “확실히 그때 갑자기 사라가 튀어나와서 부끄럽고 당황스럽긴 했지.” “후흥. 인정하는 겐가? 알았으면 자네도 이제 두 번 다시….” “하지만 디아나. 너무 흥분해서 그 다음 일은 기억이 안 나는 모양이지?” “으, 응? 그, 그게 무슨 소리인가?” 기고만장해서 앞으로 노출 플레이 금지 선언을 하려 했던 디아나는, 내가 반격할 줄 몰랐다는 듯이 당황해서 말했다. “분명 그 다음에 내가 너랑 사라 둘 다 정신을 잃을 때까지 괴롭혀준 걸로 기억하는데 말이야. 확실히 부끄러웠지만, 내 성욕은 그 부끄러움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하다고. 하물며 상대가 디아나여서야 두말할 것도 없지.” “잠! 자, 자네! 그게 자랑할 것이….” “즉, 나는 남한테 들켜도 조금 신경 쓰이기만 할 뿐, 얼마든지 계속 할 수 있다는 거야. 크크큭.” “자, 자네에….” 내가 사악하게 중얼거리자, 디아나는 몸을 오들오들 떨면서 자비를 구하듯 날 쳐다봤다. 완전히 형세가 역전됐군. 아까의 위세는 다 어디로 가고 말이야. “하지만 뭐, 확실히 오늘은 그런 짓은 하지 말도록 할까?” 디아나에게 한 번 사악하게 웃어보여서 공포에 질린 디아나의 귀여운 얼굴을 감상하고, 나는 목소리에 힘을 빼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우, 우응?” 내 말이 그렇게 예상 외였던 건지, 디아나가 멍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뭘 그렇게 보냐. 아무리 나라도 이렇게 오랜만에 단 둘이 밤을 지내게 된 때까지 널 괴롭히면서 보낼 생각은 없어.” 애초에 디아나는 오늘 자기 차례가 되는 것보다 먼저 성에 가라고 해준 거다. 내 대외적인 평판을 위해서 말이다. 그런 애를 당일 밤에 바로 괴롭히다니. 내가 아무리 쓰레기라도 그런 짓은 못하지. “자, 자네에!”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는 감격한 얼굴로 내 품에 뛰어 들어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애초에 괴롭히는 게 이상한 건데 말이야. 괴롭히지 않아준다고 하는 걸로 감동하다니. 어떤 의미로는 이미 조교가 완료되어있는 디아나였다. 아니. 딱히 조교할 생각 같은 건 없었지만 말이야. “오늘은 이 몸에게 전부 맡기게나. 이 몸이 전부 받아주겠네.” 디아나는 감동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더니, 낑낑대면서 내 바지를 벗겨나갔다. 그러고 보니 마지막에 디아나 차례 때도 디아나가 솔선수범해서 리드해나가려고 했었지. 하지만 어떻게든 날 이겨보려고 했던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순수하게 내게 감동해서 이러는 거라는 게 느껴졌다. 때문에 나도 주도권 운운 같은 생각은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디아나의 행동에 몸을 맡겼다. “응읏! 후우…저, 정말로 흥분한 모양이구먼. 벌써 이렇게 되어있는 겐가….” 벌써부터 커진 물건이 걸리는 바람에 잘 벗겨지지 않는 바지를 어떻게든 벗겨내고, 디아나는 살짝 촉촉해진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럼. 그런 차림의 디아나랑 같이 있는데 당연히 이렇게 되지. 그리고….” 나는 목욕 가운 차림의 디아나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전에 누님 모드로 저 차림이었던 때보다 색기는 조금 부족할지 모르지만, 대신 디아나의 귀여움이 두드러졌고, 힐끗 보이는 탄력 있는 피부에선 젊음의 생생함이 잘 느껴지고 있었다. 제일 나이 많은 애한테서 젊음을 느끼다니 이거 완전…아니. 우리 디아나는 할머니가 아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기대된다는 듯, 디아나는 촉촉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저러니까 조금 미안해지네. 디아나가 너무 극진히 대접해주려고 하니까 조금 쑥스러워져서 장난 치려고 그런 건데. “말했잖아? 나 조난당하는 동안 계속 디아나로 달랬다니까.” 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어서, 나는 원래 하려고 했던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응? 그게 무슨…으아아…자, 자네란 사람은…!” 잠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던 디아나였지만, 이내 전에 내가 했던 발언이 생각났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그래. 조난당해 있는 동안 디아나의 영상을 보면서 달랬다고 했던 발언을 말이다. 사실 그 발언 자체가 농담이었는데 말이지. 실은 디아나 얼굴만 봐도 너무 그리워지는 바람에 자위는커녕 영상 자체를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조난당한 동안 내 정신 상태가 그랬다는 걸 이제 와서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나는 이대로 디아나가 착각하게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 그렇게나 이 몸과 하는 것을 기대했던 겐가?” 애초에 디아나도 그렇게 싫은 것 같지 않고 말이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며 아까보다 조금 더 붉어진 얼굴로 내 가랑이 사이에 웅크리고 앉아 천천히 물건을 쥐고 위아래로 훑기 시작했다. “그럼. 저번에 화장실에서 했던 것 가지고는 아직 한참 부족해. 오늘 밤은 재우지 않을 거야.” “으, 음. 이, 이 몸도…자네와 같은 기분일세. 재우지…말아주게. 아음.” 디아나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자신의 부끄러운 발언을 얼버무리듯 내 물건을 입술로 덥석 물었다. 입이 작은 디아나는 여전히 내 물건을 입으로 완전히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혀를 내밀어 필사적으로 물건 이곳저곳을 핥아가는 건 제법 좋은 자극이 됐다. 게다가 손으로는 계속해서 물건을 훑어주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후훗. 버, 벌써부터 두근두근 맥박 치는구먼. 자네는 대체 얼마나 기대한 겐가?” 내 물건 끝을 살짝 핥아 올린 후, 디아나는 부끄러움을 억누르고 억지로 미소 짓는 표정을 지으며 여유 있는 척 말했다. “그야 디아나의 영상이 그만큼 굉장했으니까.” “우으읏…할짝. 그, 그렇게 굉장했는가?” 하지만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하자, 디아나는 결국 부끄러움을 참지 못했는지 움츠러들면서 다시 얼버무리듯 내 물건을 핥았다. 시선이 완전히 내 물건에 고정되어 있어. 내 물건에 빠져들어서 그런 게 아니라, 단순히 나랑 얼굴 마주치기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뿐이지만. “응. 뭣하면 디아나도 같이 볼래?” “으, 으음?! 우앗, 미, 미안하네!” 내 발언데 얼마나 놀랐던 건지, 내 물건 끝을 할짝할짝 핥던 디아나가 그만 내 물건을 앙하고 깨물어버렸다. 물론 디아나의 근력이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것도 있고, 내게는 아이언 페니스가 있었기 때문에 데미지는 전혀 없었지만. “아니. 나야말로 이상한 소리해서 미안해.” 오늘은 정말로 괴롭힐 생각이 있었던 게 아니기 때문에, 나도 순순히 디아나에게 사과를 했다. 언젠가 디아나랑 같이 찍은 영상을 보면서 하는 것도 재밌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오늘은 아니야. “…그, 그럼…가, 같이 보겠는가?”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조용히 내 물건을 손으로 훑으며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짓던 디아나가 고개를 들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표정에는 미약하지만 흥분이 담겨있는 걸 눈치 챌 수 있었다. 얘 설마…아니. 원래부터 중증의 노출증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우리 영상을 우리 스스로 보는 걸로도 흥분하는 거야? 그런 걸로도 노출증이 자극 받나? 보통 아니지 않아? 아니. 난 노출벽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 그게 말일세! 그, 자네가 어떤 장면을 좋아하는지 같은 걸 알면! 그, 아, 앞으로의 관계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나?” 내 깜짝 놀란 표정에서 뭔가를 느꼈는지, 디아나는 황급히 변명을 했다. 하지만 본인이 말하면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마지막으로 갈수록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끝내는 말끝을 올리며 의문형으로 끝냈다. “응. 그렇겠네. 그럼 같이 볼까.” 솔직히 나도 지금 이걸 같이 보게 될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조금 당황하면서도, 나는 침대 옆 테이블에 마석을 놓고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침대 옆 벽면에 나와 디아나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지기 시작했다. “읏…!” 디아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하고 떨었지만, 그래도 눈을 돌리지 않았다.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서, 그런 디아나의 몸을 들어 올려 내 다리 사이에 앉게 했다. 물론 아직 삽입은 하지 않고, 그냥 내 물건 위에 걸터앉게 만들었다. 디아나의 엉덩이를 내 하복부에 찰싹 붙이자, 위로 솟은 내 물건이 디아나의 허벅지 사이를 지나 그 귀여운 복부에 찰싹 달라붙는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그런 자세가 되어서도 디아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고, 조용히 다리를 오므리고 앉아서는 내 몸에 등을 기대며 영상을 관람하기 시작했다. “어,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말해주게나. 앞으로의 참고로 말일세! 참고로!” 아까 전에 했던 변명을 계속할 셈인지, 디아나는 날 살짝 올려다보면서 필사적인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내 시선이 벽을 향해있는 걸 깨닫고는, 부끄러운 듯이 다시 움츠러들었다. “응. 나오면 말해줄게.” 하지만 솔직히 이 영상을 제대로 보는 건 나도 처음이었다. 당연히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같은 건 말해줄 수 있을 리가 없었고, 나는 일단 그런 식으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영상의 초반에는 내 뒷모습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디아나를 신경써준다고 저렇게 누워서 했었지. 스스로의 홀딱 벗은 뒷모습을 관찰하는 건 전혀 재미있지 않았지만, 그런 부분조차도 의외로 흥분되기는 했다. 이렇게 영상을 통해 객관적으로 보고 있으니, 직접 몸을 섞을 때는 크게 신경 쓰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들이 시각과 청각을 어지럽게 자극했기 때문이다. 서로가 내뱉는 거친 숨소리라든가, 진한 키스를 나누는 도중에 자연히 발생하는 끈적끈적한 소리라든가, 디아나가 몸을 움찔움찔 떨 때마다 위로 들려서는 내 몸 너머로 살짝살짝 엿보이는 디아나의 다리라든가. 살짝 들린 발은 벌써부터 발가락 끝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는 것이 보여서, 디아나가 얼마나 흥분해있는지를 나타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으으으읏….” 그리고 디아나도 그걸 눈치 챘는지, 벌써부터 부끄러워 죽으려고 하는 얼굴로 내 품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애매한데서 끊겼네요. 그래도 너무 졸려서 이 이상은 못 쓰겠습니다. 작품 진행 속도를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저번 화 후기에서 언급한 건 펠리시아 공주가 아니라, 구원의 동정을 떼준 아라크네 클랜의 앨리시아 얘기였습니다. 저저번 화 코멘트에 언급하는 분들이 계셨거든요. 쓸 땐 몰랐는데 이제 와서 보니 둘이 이름이 비슷하네요. 제 작명 센스의 한계입니다. 516==================== 처음 그때와는 다른 “새삼 이렇게 들으니까, 신음소리부터 엄청 섹시하네.” “우으으으읏….” 디아나의 긴 귀에 입을 가져다대고 조용히 중얼거리자, 디아나가 귀 끝까지 새빨개지면서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와 동시에 내 물건 위에 그 입구를 맞대고 있는 음부에서 습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스스로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흥분하다니. 역시 우리 디아나는 변태라니까. 그나마 아직 흥분보다는 부끄럽다는 감정이 더 커 보이는 이쪽의 디아나와는 달리, 영상 속의 디아나는 진작에 흥분이 부끄러움을 넘어선 모양이었다. 내게 낭군님 낭군님하면서 달라붙고는, 느긋하게 애무하는 영상 속의 나를 보채기 시작했던 거다. 아직 내 몸에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만 들어도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참기 힘들어졌던 거네.” “우, 우으…자, 자네가 괴롭히지 않았는가아…흐읏!” 다시 한 번 내가 속삭이자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날 원망스런 눈초리로 쳐다보며 자기변호를 하던 디아나였지만, 하려던 말을 다 끝맺지도 못하고는 숨을 집어삼켜야 했다. 영상 속의 내가 몸을 일으키면서, 드디어 디아나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아나의 모습이 보인 건 시작에 불과했다. 영상 속의 나는 그대로 정상위 자세를 잡은 후 디아나의 안에 삽입했고, 디아나는 멀티 오르가슴을 느끼는 듯 온 몸을 몇 차례나 연속해서 부르르 떨면서 달콤한 신음소리를 내질러댔다. 이렇게 다시 보니 진짜 원래 세계에 있던 av같은 것보다 훨씬 더 흥분되네. 화면 구도도 고정되어 있어서, 지금은 단순히 정상위로 이어져있는 옆모습이 보일뿐인데도 말이다. 주연배우가 그 어떤 배우와 비교해 봐도 비교하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로 예쁘기 때문일까? 아니면 스스로의 모습을 촬영한 영상이기 때문에, 영상을 보면서 그때의 쾌감이 되살아나는 걸까? 아무튼 이런 걸 보면서 흥분하기는커녕 괴로워했다니. 조난 당시의 내가 확실히 정상은 아니었다는 게 다시 한 번 실감이 됐다. “우와. 디아나, 엄청 야한 표정하고 있어. 이 장면, 좋았어.” “히으읏…야, 야하다고…으으응…읏…하, 하지 말게에….” 그리고 영상속의 디아나가 드디어 고개를 돌려 이쪽을 향하면서, 그 쾌락으로 녹아내린 표정을 정면으로 보여줬다. 그러자 디아나는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몸을 더욱더 깊숙이 가라앉혔다. 디아나의 음부 살이 더욱더 눅진눅진해지면서, 그 틈 사이로 내 물건의 봉부분이 파고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좋았던 곳을 알려달라고 한 건 디아나잖아?” “응긋…그, 그건…흐읏…그러하네마안….” 하지만 틈 사이로 물건이 조금 더 깊숙이 파고든 것 정도론 만족하지 못했는지, 디아나는 스스로의 허벅지 사이를 미묘하게 비비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낀 내 물건에도 디아나의 부드러운 허벅지 살결이 마찰되어 무척이나 기분 좋았다.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역시 디아나는 엄청나게 흥분한 모양이다. 보통이라면 절대 볼 일이 없는 자기 자신의 쾌감에 절은 표정을 봤기 때문일까? 아니면 영상 속의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저런 표정을 보이면 어떻게 할 거냐고 장난스럽게 묻는 걸 듣고 그런 상상을 해버렸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확실한 건, 디아나는 귀엽다는 거다. “디아나. 조금 있으면 내가 제일 마음에 드는 장면이 나올 거야.” “흐으읏!” 그리고 내가 디아나의 몸의 방향을 돌려 옆치기 자세로 허리를 흔드는 걸 보며, 나는 디아나의 귓가에 조용히 중얼거렸다. 영상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이렇게 보고 있자니 찍을 당시의 기억이 점점 되살아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디아나는 우리가 어떤 자세로 찍었는지 제대로 기억이 안 나는 듯, 내 목소리를 듣자 긴장으로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뭐, 영상만 봐도 엄청나게 흥분한 게 전해져올 정도니, 세세한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는 된다. “하우으으읏…! 나, 낭군니이임….” 그리고 다음 순간, 드디어 내가 말한 장면이 시작됐다. 디아나도 보는 순간 이거라는 걸 깨달았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마치 아양을 떨 듯이 내 몸에 기댄 몸을 배배 꼬면서 날 올려다봤다. 호칭까지 바뀐 걸 보면, 이제 우리도 본격적으로 플레이를 시작하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다. “응. 나랑 연결된 부분이 확실히 보이네.” 디아나는 옆치기를 당하는 자세 그대로, 내 위치만 변하여 디아나의 등 뒤로 돌아갔던 거다. 그로 인해 디아나의 전신이 어디 한 군데 가려지는 곳 하나 없이 완전히 드러나게 됐다. 그래. 내 물건이 삽입되어있는 결합 부마저 적나라하게. “흐으읏…으응! 흐읏! 하응! 낭군님…낭군니임….” 결국 디아나는 더 참지 못하겠는지, 다리를 오므린 채 엉덩이를 미묘하게 위아래로 들썩이며 자신의 음부를 내 물건 위에 비벼오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음부의 살이 갈라지며 좀 더 끈적끈적한 안쪽의 속살이 내 물건에 달라붙어 오는 감각이, 나조차도 더 이상 참기 힘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의도치 않았다고는 하나 모처럼 이런 기회가 온 거다. 흥분에 몸을 맡겨서 이대로 그냥 기회를 흘려보낼 수는 없지. 물론 오늘은 디아나를 괴롭힐 생각이 없지만, 나중을 위한 포석정도는 깔아줘도 상관없지 않겠어? “고마워. 디아나.” “후웅? 무, 하응…뭐가 말인가아?” “아니. 그때 영상 찍어도 된다고 해줘서. 덕분에 큰 도움이 됐어.” “이, 이 몸은 흐읏…따, 딱히…그런 의도로….” 자신은 엉덩이를 흔들며 내 물건에 음부를 비벼대는 중인데, 내가 진지한 목소리로 이런 말을 하니까 디아나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엉덩이의 움직임이 마치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우뚝 멈춰 섰다. 하지만 결국 쾌감이 크기는 했는지, 어색한 표정으로 미묘하게 엉덩이를 들썩이는 건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래서 말인데, 나중에 또 찍어도 될까?” “우으으으…! 역시 그런 얘기였는가아?! 흐읏!” 내가 다음 플레이의 밑밥을 깔자, 디아나가 조금 화난 얼굴로 엉덩이를 힘차게 내밀어 내 고간에 찰싹하고 부딪혀왔다. …설마 지금 그게 공격이라고 한 거니? 기분 좋기만 한데. 심지어 너 자신마저 기분 좋아서 신음 소리를 냈잖아. “아, 들켰어?” “낭군님은 언제나…히으응…언제나…하응!”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엉덩이의 움직임을 더 빠르게 해서는 내 고간에 그 부드러운 엉덩이를 찰싹찰싹 부딪혀왔다. 공격이란 명목을 얻어서 마음 놓고 움직이며 기분 좋아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안 돼?” “…그런 말투는 치사하지 않은가아….” 뭐, 확실히. 거부하기 힘든 상황을 만들긴 했지. 영상이 조난 상황에서 도움 됐다는 것 자체가 거짓말인데, 이건 너무 치사하지 않냐고? 아니. 잘 생각해봐. 난 거짓말 같은 건 안 했어. 지금은 단순히 영상이 도움 됐다고만 했지, 언제 도움이 됐다고는 안 했으니까. 내 말은 지금 흥분하는데 도움이 됐다는 의미였단 말이지. 디아나가 대체 어떤 착각을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고마워.” 내가 그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하자, 디아나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내 혀에 혀를 얽혀왔다. 그런 디아나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나도 드디어 움직일 차례가 됐다고 생각했다. 디아나의 허리를 붙잡고 그 몸을 천천히 앞으로 밀어내자, 디아나의 음부 속살이 내 물건에 완전히 밀착된 채로 천천히 앞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내 쪽에서 보면 디아나의 엉덩이가 멀어지며 보이는 내 물건이, 디아나의 애액으로 번들번들 칠해지는 것이 확실히 보였다. “디아나. 엄청 흥분했네. 그렇게 자기 영상을 보는 게 흥분됐어?” “으응…흣…! 이, 이 몸은 별로….” 하지만 디아나는 자신이 흥분했다는 걸 부정하려는 모양이었다. 방금 전까지 스스로 엉덩이를 열심히 위아래로 움직인 주제에, 흥분 안 했다고 주장하는 건 너무 무리수가 심하지 않냐? “정말로?” 내가 디아나의 몸을 더 앞으로 밀어내자, 결국 디아나는 내 물건 끝까지 이동하게 됐다. 앞으로 밀려나던 도중 귀두의 부푼 부분이 음핵을 건드렸는지 살짝 몸을 앞으로 숙이며 신음했던 디아나는, 내 물건 끝이 그대로 착하고 자신의 음부 입구에 조준되자 몸을 바르르 떨었다. 디아나의 속살은 계속 내 물건과 밀착된 채로 몸을 움직였기 때문에, 내 물건 끝도 거의 1센티 가량 눅진눅진해진 디아나의 음부살에 파묻힌 채로 고정되었다. “응읏! 저, 정말일세!” 끝까지 거짓말을 하려하다니. 그렇다면 이 이상 변명할 수 없는 증거를 눈앞에 들이밀지 않으면 안 되겠군. 나는 디아나의 허리를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줘서, 그 몸을 살짝 위로 들어올렸다. 주르윽…. 그러자 디아나의 음부에서 무척이나 점도가 높아 보이는 끈적끈적한 액체가 주륵하고 흘러 나와서는 내 물건 위에 뚝뚝 떨어졌다. “히야아아….” 디아나 스스로도 그걸 느꼈는지,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는 이상한 고음을 내지르며 두 다리를 파닥대기 시작했다. 나는 디아나의 음부와 내 물건 끝 사이에 이어진 끈적끈적한 실이 끊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그 액체를 내 물건 위에 바른 후 다시 디아나의 안쪽에 집어넣어 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천천히 디아나의 몸을 내려서 다시 그 음부 입구에 내 물건 끝을 고정시켰다. “흐읏…!” “흥분 안 했다고?” “우으으…낭군님은 너무 짓궂네에….”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은 괴롭힐 작정이 아니었는데. 그만 디아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도 모르게 흥이 나서. “미안. 미안. 자.” “흐아아아앙!” 내가 사과하면서 바로 디아나의 허리를 깊숙이 내려주자, 디아나의 몸이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바들바들 경련하는 것처럼 떨려왔다. 앞으로 고꾸라졌다고 해도, 디아나는 다리를 모은 채 내 다리 사이에 앉아있는 자세니까 자신의 허벅지에 상체를 밀착시키게 됐을 뿐이지만 말이다. 그동안 애태워지다가 갑자기 커다란 쾌감을 느끼며 절정에 달한 여파인지, 디아나의 입에서 거품 하나 없는 투명한 타액이 뚝뚝하고 떨어질 정도였다. 그렇게 꽤나 오랜 시간동안 절정의 쾌감을 맛보며 몸을 부르르 떨던 디아나는, 겨우 절정의 파도가 밀려갔는지 살짝 나른한 느낌으로 상체를 일으켜서는 내 몸에 등을 축하고 늘어뜨리듯 기대며 날 올려다봤다. “후읏…흐으응…하읏…사, 사과 한다고 해서…응읏…용서해주지 않을 걸세에…. 으음…음. 쪽.” 그리고는 방금 절정을 느낀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발언을 해왔다. 뭐, 내가 얼굴을 가져다대자 먼저 입을 벌리고 혀를 내밀면서 키스에 응해주는 걸 보면, 그다지 화난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어떻게 해도?” “응으음…하아앗…냐, 냥군니므으음…!” 정말. 입술을 뗐는데도 그렇게 혀를 내밀면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면, 계속 키스를 하고 있을 수밖에 없잖아. 나는 디아나의 턱을 받쳐 들어서 고개를 완전히 위로 향하게 만들고, 그 위를 덮듯 고개를 숙여서 키스를 했다. 내 몸에 등을 기대고 있었던 디아나였던 만큼, 이런 식으로 키스를 하면 나와 디아나의 얼굴 방향이 완전히 정반대가 되어버리기 때문에 뭔가 신기한 기분이었다. 혀를 위로 뻗으면 보통은 입천장이 만져져야할 곳에서 디아나의 혀가 만져지니까 말이다. 평소와는 다른 감각에 살짝 어색해하면서도, 우리는 혀끝으로 서로의 입안을 공격해가면서 진하게 키스를 즐겼다. 그리고 그렇게 디아나와 키스한 상태로 나는 허리를 움직였다. 결코 빠르지 않게, 오히려 느긋하게 느껴질 정도로 천천히. 물건 전체로 디아나의 안쪽의 감촉을 음미하듯 맛보면서. 오랜만에 단 둘의 시간이니까, 가끔은 격렬한 것보다 이런 식으로 느긋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이 자세는 장시간 할 수 있는 자세는 아니었다. 계속 이렇게 키스를 하기에는 디아나의 목이 너무 아플 테니까 말이다. “후아아…후우…으읏…!” 때문에 디아나는 정말 드물게도 자신이 먼저 내 입술에서 떨어지고는, 상반신을 돌려서 두 팔로 내 몸을 살짝 밀었다. 내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벌러덩 드러눕자, 디아나가 기쁜 표정을 지으며 왼쪽 다리를 들어 내 몸 위를 빙글 지나서는 내 오른편에 놨다. 즉, 몸 방향을 180도 돌려서 대면 기승위 자세가 됐다. 그 자세로 날 내려다보며 만면의 미소를 보이는 디아나. 얘 혹시 날 조금 이긴 기분이 돼서 좋아하고 있는 건가? …뭐 됐나. 나도 오늘은 안 괴롭히겠다고 했으면서 조금 괴롭혀버리기도 했으니까. 한 번쯤은 이대로 져줘도 상관없을지도. 디아나는 몸을 숙여서 다시 내게 키스를 하며 이번엔 자신이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 내가 했던 것처럼, 자신의 안쪽 감촉을 물건으로 차분히 맛보도록 천천히. 그리고는 둘이서 맞춘 것도 아닌데 동시에 자연스럽게 절정을 맛봤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17==================== 처음 그때와는 다른 “후후흥! 자네 일어났는가!” 다음 날 아침. 디아나는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보였다. 그야 그렇겠지. 어젯밤은 그 이후로 내가 괴롭히는 일도 없었고, 결국 끝까지 디아나가 주도권을 잡은 채로 행위를 리드했으니까 말이다. 나한테 이긴 기분이 된 건지도 모른다. 너무 저렇게 좋아하니까 또 마음 속 한 구석에서 악마의 목소리가 들려오네. 지금 저렇게 완전히 기분 좋아진 디아나를, 스킬까지 이용해서 철저하게 무너뜨려버리면 아마도 엄청 재미있겠지. 디아나는 아직 강해진 내 스킬을 한 번도 맛보지 않았으니까 더욱더. 뭐, 그래도 오늘은 그냥 넘어가줄까. 기고만장해진 디아나도 제법 귀여웠다. “응. 잘 잤어? 기분 좋아 보이네.” “후흥! 그래 보이는가?!”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좋아하지 말라고. 괴롭혀주고 싶어지잖아. “응. 역시 다음에 영상 찍을 생각을 해서 그런 건가?” “그렇…!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아아! 영상은 또 뭔가! 영상은!” 기분 좋아보였던 디아나는,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두 손으로 내 가슴을 콩콩 내리쳤다. 효과음이 뭔가 귀여운 건 디아나니까 신경 쓰지 말자. “어제 찍겠다고 했잖아.” “웃…! 그건 말일세! 그건…!” “어제 같은 모습도 기록에 남기면 좋을 것 같은데.” “……그럴 지도 모르…크흠. 자네가 그렇게까지 원한다면 어쩔 수 없구먼.” 얼굴을 붉히며 반박하려고 했던 디아나였지만, 내 조용한 중얼거림에 순식간에 쿨다운 하더니 나 때문에 마지못해 승낙해 준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녀석…잠자리에서 나한테 이긴 모습을 찍을 생각만만이잖아. 설마 또 나한테서 그런 식으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애초에 어제도 딱히 이긴 건 아니었는데 말이야. 대체 저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럼 디아나. 마법구를 조금 더 개량해줬으면 좋겠는데.” “으음? 개량? 그게 무슨 소리인가? 어디 불편한 점이라도 있는 겐가?” “한 두 개가 아니지. 줌 기능도 없어서 특정 부위를 강조할 수도 없고, 들고 있을 수도 없어서 고정된 각도로밖에 찍을 수 없고, 또….” “자, 잠깐! 어딜 강조하겠다는 겐가?! 대체 어떤 각도로 찍겠다는 겐가?!” 내가 어제 영상을 보면서 받았던 느꼈던 점을 피드백으로 빠르게 전달하자, 디아나가 당황해서는 손사래를 쳤다. “날 위해서, 해줄 거지?” “우긋…그, 그러니까 그런 말투는 치사하지 않은가아….” “사랑해.” “우우우…여하튼 아침부터 이 변태 낭군님은….” 아무튼 그렇게 디아나와 노닥거리며 시간을 보내다가, 우리는 바넷사가 찾아온 후에 방을 나섰다. 자, 그럼. 디아나와 무사히 일도 치렀으니, 이제는 할 일을 해야 할 때다. 레이첼 누님과의 데이트가 당장 내일로 다가온 만큼, 오늘은 상당히 바쁜 하루가 될 거다. 그렇게 마음가짐을 바로잡으며 방문을 열었던 나였지만, 문을 열고 눈앞에 서있는 인물을 본 순간 다잡았던 표정이 빠르게 허물어져 내리는 걸 스스로도 느꼈다. “……뭡니까.” 원래는 내 시선 따위 전혀 신경 쓰고 싶지 않지만, 너무 빤히 쳐다보니 어쩔 수 없이 물어봐준다는 느낌으로 바넷사가 짧게 말을 내뱉었다. “아니. 너…화장했냐?” 그랬다. 우리 철혈집사가, 어찌된 일인지 화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풀 메이크. 집사인 자신으로 인해 디아나의 평판이 저하될 수 있다는 생각인 건지 항상 몸가짐에는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은 바넷사였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이렇게 화장을 한 적은 없었다. 애초에 할 필요도 없고 말이다. 게다가 이 녀석, 아침부터 뭔가 할 말 있단 표정으로 날 지그시 노려보고 있는데. “오오! 그렇구먼! 바넷사. 자네가 대체 무슨 일인가?” 디아나조차도 바넷사가 화장한 모습은 좀처럼 보지 못했는지, 뭔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바넷사를 쳐다봤다. “…뭐 문제 있…아뇨. 딱히 별 일은 없습니다. 그냥 기분 전환으로 가볍게 해봤습니다.” 내 물음에는 차가운 눈빛으로 반응하던 바넷사였지만, 디아나가 질문하자 바로 말을 바꿔서는 평범히 대답했다. 이 녀석, 여전히 날 대할 때만 뭔가 태도가 살짝 불성실하단 말이야. “기분전환으로 화장이라니. 바넷사도 그런 걸 하는구나. 혹시 어제 밖에 나갔을 때 마음에 드는 남자라도 만났다든가?” 하지만 난 그런 태도에 굴하지 않고,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바넷사에게 다시 농담을 던졌다. 그러자 바넷사가 헛소리 하지 말라는 듯 이글이글 불타는 눈동자로 날 쳐다봤다. 아니면 아닌 거지 뭘 그렇게까지 노려보고 그러냐. “모시겠습니다.” 내가 살짝 디아나를 앞세우자, 바넷사는 찌릿하고 눈을 찌푸리더니 그대로 성큼성큼 식당을 향해 걸어나갔다. 하지만 역시 수상하단 말이야. 쟤가 그냥 아무 이유 없이 화장 같은 걸 할 성격이 아닌데. 게다가 앞서나가는 걸음 걸이 역시, 뭔가 평소보다 힘이 들어간 것처럼 느껴졌다. …그냥 나한테 화나서 그런 건가? 아니. 내가 그렇게까지 화날 말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흠.” 디아나 역시도 바넷사가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손으로 턱을 짚고는 바넷사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면서 뭔가 생각에 잠겼다. 아무튼 그렇게 아침의 시작부터 뭔가 평소와 다르지 않다보니, 나는 괜히 더 긴장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면 더욱더 말이야. 해야 할 일은 많지만, 나는 우선 행동의 우선순위부터 정하고 차례대로 해결하기로 했다. 우선은 우리 애들한테 레이첼 누님을 맞이하는 허락을 받는다. 그리고 사라한테 데이트의 양해를 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마틸다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눈다. 이 우선 순위는 딱히 레이첼 누님이 마틸다보다 더 중요해서 이렇게 정한 게 아니다. 나한텐 레이첼 누님을 맞이하는 거나, 마틸다의 교황청 귀환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거나 똑같이 중요한 일이었다. 다만 레이첼 누님과의 데이트는 바로 내일이니까 말이야. 마틸다와 대화할 기회는 저주가 풀리지 않은 이상 나중에라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는 만큼, 지금은 우선 레이첼 누님에 관한 일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자, 그럼 수영 말인데.” “자네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그 소리인가.”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정도로 긴장한 난 식사를 마치자마자 그렇게 운을 뗐고, 곧바로 디아나가 볼멘소리를 냈다. 어쩌면 어제 내가 욕실에 가려고 하면서 가슴 얘기를 했던 걸 아직까지 조금 신경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걱정 마라. 오늘은 수영 연습에 나도 끼겠다는 얘기가 아니니까. “바넷사. 미안한데 오늘은 혼자서 실비아랑 마틸다 좀 봐줄 수 없을까?” 나는 디아나의 뒤에 서있는 우리의 풀 메이크업 집사님께 그렇게 부탁했다. “…네?” 바넷사도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건 조금 의외였는지, 무슨 꿍꿍이냐는 얼굴로 날 쳐다봤다. 얜 왜 이렇게 일일이 내가 하는 일에 의심을 가질까. 꿍꿍이 같은 거 없거든? 그리고 거기. 구석에 있는 실비아. 나한테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벌벌 떠는 주제에 쓸쓸한 표정 짓지 마라. 그런 표정 지으려면 적어도 나한테 찰싹 달라붙어 안긴 다음에 해라. 뭐, 그러려면 목숨을 걸어야겠지만. “우린 조금 할 얘기가 있어서.” “우리라니…저희 셋과 말인가요?” 아까 내가 실비아와 마틸다만 부탁한 데에서 그렇게 유추해낸 듯, 레이아가 머리 위에 솟은 세모난 귀를 파닥이면서 질문했다. 우리 천사님은 똑똑하기까지 하다니까. “응. 조금 할 말이 있어.” “읏…그, 그런가요….” 내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의 표정이 동시에 조금 어두워졌다. 설마 내가 무슨 얘기를 할지 어렴풋이 짐작을 하는 건가? 하긴, 전에도 셋을 모아두고 하렘 선언을 했었으니. 또 바보 같은 말을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하지만 들켰다고 해서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잠깐 방으로 갈까. 바넷사. 부탁할게.” “……알겠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대로 내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셋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내 뒤를 조용히 따라왔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방에 들어와서 문이 닫히자마자, 나는 바닥에 무릎을 쿵하고 꿇고는 고개를 숙여 사과부터 했다. 이런 건 처음부터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고 시작하는 게 좋아. “구, 구원씨?! 왜 그러세요? 일어나세요.” “그래서, 또 뭘 저질렀는데?” “…….” 어쩜 이리도 반응이 극과 극이냐. 레이아는 일단 당황해서 날 일으켜 세우려고 했고, 사라는 차가운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그리고 디아나는 일단 들어보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첩을 하나 또 들여야 될 것 같습니다.” 나는 죄인이 된 기분으로 본처 세분께 첩을 하나 더 들여야겠다고 이실직고했다. 그리고 살며시 고개를 들어서 힐끔 셋의 표정을 살펴보자…셋 다 ‘그러면 그렇지.’ 라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어라? 설마 진짜로 완전히 예상하고 있었어? 그런 것 치고는 뭔가 반응이 생각보다 약하지 않아? 그야 물론 너희가 허락해주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좀 더 화내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화 안내?” “…이 몸들이 그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자네가 그렇게 결정한 걸세. 그것도 이 몸들이 허락한지 얼마나 됐다고 말일세. 자네는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디아나가 언젠간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디아나 할머…누님…. “…응.” “구원씨. 그렇다면 저희도 더 할 말은 없어요.” 그리고 옆에서 레이아가 날 바라보면서 이제 그만 일어서라는 듯 내 팔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나는 너무도 순순히 허락해주는 우리 애들의 모습에 어안이 벙벙해져서 곧바로 일어날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내가 지금까지 얘들을 너무 얕보고 있었던 거 아닐까? 이렇게 아름답고 마음씨 고운 대천사 세 분이 이미 허락했던 일로 내게 화를 낸다니. 그런 일이 있을 리가 없는데 말이야. “너, 너희들….” “하아…. 뭘 바보 같은 표정 짓고 있는 거야. 그래서, 실비아 다음은 마틸다라고?” 내가 감격에 벅차서 말을 잇지 못하고 있자, 사라가 푸욱하고 한숨을 내쉬면서 그렇게 말했다. “응? 아니. 레이첼 누님인데.”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하? 누구?” 저, 저기. 사라님. 표정이 무서운데요. 농담 아니라 진짜로. “이 몸이 지금 잘못 들은 겐가? 지금 레이첼양의 이름이 들렸던 것 같네만.” 아까부터 고요하게 누님모드를 유지하던 디아나도, 그 예쁜 이마에 힘줄을 세우고는 중얼거렸다. “구원씨…. 전에 그런 거 아니라고 하셨죠?” 심지어 방금 전까지 화조차 내지 않고 한결같이 천사 같던 레이아조차도, 살짝 어두운 오라가 몸을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레이아한테는 예전에 레이첼 누님이랑 식사한 걸 들켰었지. 그리고 그때 분명히 난 레이첼 누님과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확실히 말했었다. 아니. 진짜였다고. 거짓말 아니었다고. 그땐 정말로 그런 마음으로 식사한 건 아니었어. 아니. 그보다 너희들 전부 마틸다 얘기라고 생각했던 거야?! 어쩐지 이상하리만치 화를 안 낸다 싶었더니, 그런 거였냐?! 마틸다는 같이 오래 있었으니까 그만큼 마음의 준비도 해놓고 있었다는 건가. 하지만 그런 얘들 마음에 내가 본의 아니게 기습을 날리는 형태가 되어버렸고, 그 반동으로 셋은 지금 무지막지하게 화가 났다는 말이었다. “저, 저기. 여러분? 일단 진정하고 제 얘기를 들어 보심이…야! 사라야! 그 손 뭐야?! 너 언제부터 마나가 그렇게 검었냐?! 잠깐! 진짜로?! 폭력 반대! 폭력 반…크헉!” “어제 그건 뭔데?! 뭐? 보이면 안 될 짓은 안 해?!” “아니. 그러니까 그건, 이렇게 말할 거니까 너한테 보이면 안 될 짓은 아니었다는…잠깐! 야! 뼈 맞았어!” “변명하지 마!” 변명 아닌데…. “애초에 레이첼양이라니. 자네의 일방적인 생각 아닌가? 레이첼양은 이미 진지하게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네만?” 사라가 워낙 호쾌하게 내 등짝을 때리는지라, 그걸 보면서 조금 진정된 건지 디아나가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왔다. “아, 예전에 레스토랑에서 한 얘기라면 그때 상대가 바로 나…끄아아악! 잠깐! 설명할 수 있어! 진짜 타임! 타임! 탭하잖아! 심판!” “그런 거 아니라고 하셨으면서….” “사라양! 더 하게! 더!” “네!” 물론 내가 아무리 외쳐봤자 상황을 중재해줄 심판 같은 건 지금 이 장소에 존재하지 않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18==================== 처음 그때와는 다른 인간의 감정이란 덧없는 것이다. 아무리 기쁘더라도, 아무리 분노하더라도, 그 감정이 최고점을 찍은 채로 계속 유지되는 일은 거의 없다. 감정은 진정되고, 어느새 풍화된다. 그것이 인간이라는 생물이다. 갑자기 생뚱맞게 무슨 소리냐고? 무슨 소리기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우리 애들의 분노도 겨우 진정되기 시작했다는 얘기지. 길었다. 등짝에 더 이상 감각이 없어. 그렇게 간곡히 타임을 요청했는데도 무자비하게 때려대다니. 뭐, 맞을 짓을 한 거니까 할 말은 없지만. 아무튼 겨우 등짝 스매시가 멈추고 나서 일시적으로 상황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을 때,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지금까지의 경과를 순차적으로 설명했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영원히 기회는 없을 거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먼저 저번에 레이첼 누님과 식사를 했을 때부터. 그때는 정말로 퇴근하는 도중임에도 불구하고 디아나를 찾는 걸 도와준 것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식사를 가진 것뿐이었다. 다만 둘이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셋이 갑자기 들어오니까 깜짝 놀라서 반사적으로 숨어버렸다. 레이첼 누님이 그때 한 변명들은, 누님이 너무 당황한 나머지 횡설수설하면서 되는 대로 말한 거다. 적어도 그때의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그래도 너희를 배신할 순 없었기에 난 누님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누님과는 이전과 달리 서먹한 태도로 서로를 대하며 지내게 됐다. 하지만 조난에서 구조 된 후, 나는 계속 누님의 마음을 무시한 채로 있기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잠들어 있는 날 발견한 누님이 울면서 필사적으로 섹스를 하는 모습을 보고 말이다. 이렇게나 날 좋아하시는 분을 모르는 척 하는 건, 내겐 불가능하다. 내가 그렇게 진지한 목소리로 설명하자, 조용히 얘기를 듣고 있던 사라가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뭐야? 구원은 자길 그렇게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부터도 계속 받아주겠다. 그렇게 말하는 거야?” “아냐! 그런 게 아냐! 그런 게 아니라….” 나는 황급히 사라의 말을 부정했지만, 이어서 뭐라고 말해야 할지 조금 망설이게 됐다. 확실히. 지금까지 한 설명만 듣고 보면 얘기가 그렇게 되어버린다. 내가 좋아서 그러는 게 아니라, 레이첼 누님이 날 너무 좋아해서 그런 거라고. 사라한테 저런 질문을 듣고 나서야 그걸 깨닫다니. 이런 바보 같은 놈이. 결코 의도한 건 아니었다. 결코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무의식적으로 나는 내가 더 이상 책망당하는 사태를 피하고 싶었던 건가? 그런 생각이 드니, 조금 자괴감이 밀려왔다. 나는 고작 이정도 근성으로 다른 여자를 더 들이겠다고 한 거였나. 우리 애들에게 이렇게 기분 나쁜 경험을 하게 하면서까지. 아니. 결코 그렇지 않다. 결단코 그렇지 않다. 아직 늦지 않았다. 아직 잘못을 되돌릴 찬스는 남아있다. 나는 마음을 강하게 먹고, 자신의 의지를 확실히 전달하기로 했다. “아니. 사실은 나도 처음부터 레이첼 누님에게는 마음이 있는지도 몰라. 내 곁에는 항상 너희들이 있으니까 나 자신의 마음에 쉽게 눈치 채지 못했을 뿐. 때문에 너희를 배신하지 않기 위해서란 명목으로 누님께 서먹하게 대하면서도 계속 마음이 아팠던 것도 분명 그 때문일 거야. 하지만 조난에서 날 구조해줄 당시의 누님을 보고, 나는 스스로 레이첼 누님을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로 좋아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어. 그리고 그 마음을 더 이상 억누를 수 없게 됐다는 것도. 누님이 날 좋아해서가 아니라, 내가 누님을 좋아하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싶어. 그래서 너희에게 이렇게 부탁하는 거야. 미안해.” 자기 애인이라는 놈이 다른 여자를 이렇게나 좋아한다고 말하는 건, 상당히 가혹한 얘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 레이첼 누님에게도 그리고 다른 여자를 첩으로 들여도 된다고 허락해준 우리 애들에게도 실례가 되지 않는 행동이다. 때문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시선을 피하지 않고, 우리 애들의 책망하는 것 같은 시선을 담담히 받아들였다. “읏…!” 사라는 주먹을 꽉 쥐었고, 디아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리고 레이아는 스스로의 입술을 깨물었다. 저마다 각자 다른 표정의, 하지만 같은 감정을 표현하면서 셋은 조용히 날 내려다봤다. “……자네의 마음은 잘 알겠네. 좋네. 그렇게 하게.” 그리고 그 기나긴 침묵을 깨고 입을 연 건 다름 아닌 디아나였다. 어젯밤을 나와 보내고, 아침까지 나와 노닥거리다가 식사가 끝나자마자 이런 얘기를 들은 거다. 실은 셋 중에서 제일 화내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아나는 제일 먼저 레이첼 누님을 받아들이는 걸 허락해줬다. 결국 제일 중요할 때, 연장자로서 가장 어른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건 언제나 디아나란 말이지. 정말로 디아나한테는 몇 번을 감사해도 부족하다. “디아나?!” 설마 디아나가 이렇게 쉽게 허락해줄 줄 몰랐는지 사라가 납득할 수 없단 표정으로 디아나의 이름을 외쳤지만, 디아나는 두 눈을 살며시 감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라양도 그만하게. 이미 이 몸들이 허락한 일 아닌가.” “하지만…!” “게다가 이 자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걸세. 이 몸들에게 상처가 될 거라는 걸 알면서도 말일세. 사라양도 이 자가 이 몸들보다 레이첼양을 더 좋아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말하고 있다는 건, 이미 마음속에서 결정을 확실히 내렸다는 걸세. 그렇다면 이 몸으로서도 더 이상 할 말은 없네.” “……읏.” 디아나의 설득에 넘어간 듯, 사라도 그 이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유지했다. 눈가에 살짝 눈물을 고이고 날 노려보기는 했지만 말이다. “…구원씨. 혹시, 혹시 저희보다….” 그리고 조용히 날 노려보던 레이아는 무릎을 짚고 상체를 숙여서 내 얼굴에 얼굴을 바짝 들이밀고는 조용하게 그런 말을 건네 왔다. 가슴이 엄청나게 강조되는 포즈였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천사님이 날 노려보고 계신 거다. 지금 내게는 천사님의 표정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저희보다…흑.” 말하길 주저하는 레이아를 보고, 나는 레이아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겨우 눈치 챘다. 디아나가 당연하게 가정한 그 말. 만약 그 하나의 가정이 잘못된 것이라면, 디아나의 말은 설득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 레이아는 지금 그걸 확인해보려고 하고 있는 거다. 그런 가정, 입에 담기조차 힘들어서 울려고 하는 주제에.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런 건 절대 아니야! 나도 전에 허락을 받았으니까 이런 말을 하는 거지, 만약 너희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싫다고 하면 이 마음은 확실히 접을 게! 물론 레이첼 누님을 좋아하는 건 맞아. 하지만 내겐 어디까지나 너희에 대한 마음이 최우선이야. 그 사실만큼은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변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레이첼 누님께 제대로 고백하기도 전에 먼저 허락을 받는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 행여나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줘. 날 믿어줘!” 나는 레이아의 두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는,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을 담아서 말했다. 내 진지한 눈동자와, 눈물을 머금은 레이아의 눈동자가 잠시 동안 서로 시선을 교차하며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레이아는 겨우 쿡하고 가련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믿어요.” 눈가에 눈물을 고인 채로 저런 미소라니. 결국 천사님은 천사님이라는 얘기였다. “고마워. 정말 사랑해.” “네. 저도 사랑해요.” 레이아에게서 그렇게 허락을 받아내고는, 나는 아직 허락의 말을 해주지 않은 사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나와 눈이 마주친 사라는 미워죽겠다는 듯이 날 찌릿하고 한 번 노려보더니, 이내 한숨을 한 번 푹 쉬고는 말했다. “…만약 레이첼씨랑 노닥거린다고 나한테 소홀해지기만 해봐. 진짜 가만 안 놔둘 거야.” “걱정 마. 귀찮다고 생각 될 정도로 달라붙어 다녀 줄 테니까.” “하여간 말은. 그만 일어나. 언제까지 그렇고 있을 거야? 이러면 마치 우리가 자기 남자 못 잡아먹어서 안달 난 악녀 같잖아. 하여간 괜히 쿵 소리 나게 무릎이나 꿇고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라는 다시 한 번 미워죽겠다는 듯이 중얼거리고는 내 팔을 잡아서 내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내가 그 팔에 이끌려 겨우 무릎을 꿇고 있던 다리를 펴자, 사라는 몸을 숙이고 손을 아래로 뻗어서 툭툭하고 털어줬다. …내 무릎이 아니라 내가 무릎 꿇고 있던 바닥을. “바닥 안 망가졌나? 응. 괜찮은 것 같네.” “…야. 그럴 땐 내 무릎을 먼저 걱정해야 되는 거 아니냐?” “뭐어?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진짜 쓸데없이 튼튼한 주제에.” 나는 황당해서 그만 저도 모르게 한 마디 하고 말았다. 하지만 사라는 그런 내 반응에 아랑곳하지도 않고, 혀를 살짝 내밀어서 메롱하는 표정을 짓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아니. 그래. 응. 맞는 말이야. 맞는 말이기는 한데 말이야. “쓸데없다니! 이렇게 튼튼하니까 4계층에서 조난당했을 때도 무사히 생환해온 거거든?!” “아, 응. 그래. 그래. 쓸데 있게 튼튼해서는.” “너 말이야….” 나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심 고맙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사라 나름대로 농담을 하면서 무거웠던 분위기를 전환시키고 있다는 게 느껴졌으니까. “사라양. 걱정 할 것 없네. 저택을 만들 때 이 몸이 엄선한 최고급 자제를 사용하여 최고의 건축가에게 부탁했으니 말일세. 이 자가 아무리 무식하게 튼튼하더라도, 그리 쉽게 망가지지는 않을 걸세.” “저런 농담, 너까지 안 받아줘도 되거든?!” 무식하게 튼튼하다니 뭐야?! 맞는 말이지만! 애초에 디아나 너랑 비교하면 안 무식한 사람이 있기는 하냐?! “어머, 농담이라니. 난 농담 아닌데?” “그럼 더 심해! 아무리 나라도 운다?!” 게다가 사라는 옆에서 추가타 까지 넣어오는 상황이었다. 나는 협박 아닌 협박을 해봤지만, 사라는 콧방귀를 뀌면서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흥. 울던지.” “이, 이 녀석…자기가 울었다고 남까지 울리려고 하다니.” “아, 안 울었거든?!” “안 울었기는!” 나는 두 손을 사라의 얼굴에 뻗어서 그 옆을 단단히 감싸고는, 엄지를 뻗어서 각각의 여전히 눈가에 고여 있는 눈물을 훔쳐냈다. “자! 봐라! 이건…우왓!” 그리고 눈물이 묻은 두 손의 엄지를 사라에게 들이밀면서 말하자, 갑자기 사라가 내 엄지 두 개를 한꺼번에 입으로 넣고는 빨기 시작했다. 야. 그냥 빨기만 하면 되지 왜 혀까지 쓰는 거냐?! 아니. 무척 기분 좋지만요! “쪽. 뭘 보라는 거야?” 사라는 마지막으로 쪽 소리를 내면서 내 엄지를 빨아들이며 빼내고는, 다시 쿨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아뇨. 감사합니다.” “뭐, 뭐가 말야?! 진짜 바보 아니야!?” 아니. 너도 짐작 가는 게 있으니까 고작 감사하단 말에 얼굴 붉히는 거 아니냐? 그렇게 부끄러워할 거면 애초에 혀까지 안 썼으면 됐을 텐데. “후훗. 두 분도 참…. 하지만 구원씨 레이첼씨에게 제대로 고백을 안 하셨다고요?” 그런 우리 모습을 보고 옆에서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쿡쿡 웃던 레이아가, 내 얼굴 가까이에 얼굴을 들이밀고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고 날 올려다보면서 그런 질문을 해왔다. “아, 응.” 정확히 말하자면, 고백을 하기는 했었다. 레이첼 누님이 내가 오랜 조난 끝에 제정신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대답을 보류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고백이라고 할 수 없다뿐이지. “그렇다면 레이첼씨는 저희한테 허락받았다는 걸 모르시는 게….” 아무래도 레이아는 혼자서 여전히 마음고생하고 있을 레이첼이 살짝 걱정된 모양이었다. 어쩜 이리 천사 같으실까. 이쯤 되면 레이아가 천사의 환생이란 설을 진지하게 검토해 봐도 될 수준 아니야? 다음에 여신님이 강림하게 되면 제일 먼저 그것부터 물어보자. “아아. 그거 말인데.” 아무튼 그런 레이아의 질문 덕분에, 나는 현재 자신이 위기를 완전히 넘긴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한 고비 넘긴 덕분에 잊고 잠깐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제일 큰 고비가 하나 더 남아 있었어. 레이첼 누님을 받아들이는 건 그나마 전에 첩을 허용한다는 걸로 허락을 받은 적이 있으니까 결국 허락해줄 거라고 알고 있었지만, 이번엔 솔직히 제대로 허락을 받을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인 만큼 어떤 의미로는 아까보다도 더 큰 고비였다. “…저기 사라님?” 나는 최대한 비굴한 미소를 띠며 사라를 쳐다봤다. “뭐, 뭐야? 갑자기.” 갑자기 변한 내 태도에 당황하는 사라. 그런 사라에게 나는 두 손을 모아서 싹싹 비비며 말을 이었다. “실은 제가 내일 레이첼 누님과 데이트 약속을 잡았는데 말이죠.” “읏! 흥! 그걸 왜 나한테…아.” 처음엔 그냥 질투로 화내는 것 같은 사라였지만, 말하는 도중에 뭔가 깨달을 표정을 지었다. 사라도 내가 무슨 말을 할지 눈치 챈 모양이다. “헤헷. 실은 사라님께 긴히 부탁할 것이…쿠허헉!” “죽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19==================== 처음 그때와는 다른 “으으으윽….” 아프다. 부드러운 침대에 파묻힌 등이 후끈후끈했다. 그리고 명치 부근에 묵직한 격통이 느껴졌다. 설마 난 기절한 건가? 하지만 이건 이상하다. 만약 내가 사라의 공격을 받고 기절했다가 일어난 거라면, 이런 격통이 느껴질 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건 꿈? 그래. 그럴 거다. 이게 꿈이라고 하더라도 사라의 공격을 받고 기절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꿈이라면 적어도 이 격통은 설명이 가능하다. “정신이 들었는가?” 내가 그렇게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있었을 때, 옆에서 디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상당히 걱정스런 얼굴로…야. 왜 맞아도 싸단 표정을 짓고 있는 거냐? 좀 걱정해라. “아니. 역시 꿈이라 그런가.” “일어나자마자 무슨 잠꼬대를 하는 겐가? 에잇.” “끄아아악!” 디아나가 내 명치를 살짝 톡 치자, 다시 한 번 그 부위에 격통이 달렸다. 이럴 수가! 디아나의 공격이 아프다니! 역시 이건 꿈이야! “엄살 피우지 말고 일어나게.” “허억. 허억. 디, 디아나. 이게 꿈이 아니라면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기억 안 나는 겐가? 자네 사라양한테 레이첼양과의 데이트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몰래 따라와 달라고 하다가 맞고 기절하지 않았나.” 아무래도 내가 사라한테 맞고 기절한 것 까지는 사실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격통은 이상하다. “레이아는? 우리 천사님이 이 상태로 날 방치할 리가 없는데?” 그래. 평상시에는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마지막엔 레이아가 날 치유해준다. 이렇게 몸에 격통이 남아있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거다. “수영 연습을 하러 욕실에 갔네.” “내 치료도 안 해주고?” “레이아양은 일단 해주려는 것 같았네만, 사라양이 절대 해주지 말라고 하니까 곧바로 포기하더구먼. 레이아양조차도 사라양의 행동에 공감하는 것이겠지.” ……젠장. 사라 녀석. 아니. 잘못한 건 내가 맞기는 하지만. “사라, 화 많이 났어?” “당연하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네도 참 뻔뻔하구먼. 어떻게 그런 부탁을 할 생각을 하는가? 사라양이 아니라 이 몸이나 레이아양이라도 화냈을 걸세.” “아니. 그거야 그렇긴 한데, 이제 와서 약속을 무를 수도 없는 일이라…. 으윽. 이거 어쩌지. 그래. 디아나. 차라리 그 단검을 내게서 엄청 멀리 떨어져있어도 빛나게….” “불가능한 건 아니네만, 그래서야 효과가 없어질 걸세. 사라양은 단검이 빛나는 걸로 안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네가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안정되는 것이니 말일세.” “응…. 그야 그렇겠지. 나도 그냥 해본 말이었어. 애초에 디아나는 그게 아니더라도 바쁠 테니까….” “음? 바빠? 이 몸이 말인가? 딱히 예정이 있는 건 아니네만.”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디아나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얘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침에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서 확실히 맡겼잖아. “무슨 소리야? 촬영 마법구의 개조를….” “에잇!” “으갸아아악! 아파! 아파!” 이 녀석. 아까 내가 명치로 아파하는 걸 봤으면서 또 때렸겠다!? “흠. 흠. 좋은 반응이구먼.” 그동안 자신의 토닥토닥 공격이 한 번도 안 통했던 것을 의외로 마음에 두고 있었던 건지, 디아나가 흡족한 얼굴로 내 명치를 살살 어루만져줬다. “누르지 마라? 또 누르지 마라?” “자네 하는 거 보고 정하겠네.” “때릴 거면 차라리 그 위쪽이나 아래쪽을 때려.” “이렇게 말인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려왔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 토닥토닥이야. 역시 디아나는 이래야지. “에잇.” 가슴에 안마를 받으면서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자니, 디아나가 기습적으로 다시 명치를 눌러왔다. “으다아아악! 바, 방심 시킨 다음 이러기냐…. 이번엔 아무 짓도 안 했잖아.” “음. 미안하네. 맞으면서 흡족하게 웃는 걸 보니 더 해달라고 하는 줄 알았네.” 이 쪼끄만 게…뻔히 보이는 거짓말하지 마라…. 뭐 됐어. 아무튼 지금은 어떻게든 사라에게 협력을 구하고, 덤으로 레이아의 치료도 받아야한다. 아니. 레이아가 아니라 마틸다라도 상관없다. 그리고 만약 사라와의 얘기가 잘 마무리 되면, 마틸다하고도 얘기를 나눠봐야겠지. 그러기 위해서 지금 내가 향해야 할 곳은 딱 한 군데뿐이다. “하아. 아무튼 난 욕실로…가면 안 되겠지?” “당연한 걸 묻는구먼.” 역시 어제와 마찬가지 이유로, 내가 욕실에 들어가는 건 금지인 모양이다. 큭. 하지만 그래선 아무것도 할 수가 없잖아. “포기하게나. 어차피 곧 저녁시간 아닌가?” “뭐?! 벌써?!” 디아나의 말을 듣고 황급히 시야 구석의 시간을 확인해보니, 확실히 벌써 저녁이었다. 그러고 보니 창문 너머로 비치는 하늘이 붉게 물들어있었다. 젠장. 대체 얼마나 기절해있었던 거야. 아직까지 이렇게 욱신거리는 것도 그렇고. 사라 녀석, 너무 화난 나머지 힘 조절 못하고 제대로 쳤겠다? 그렇다면 난 이걸 이용해주겠어. 데이트가 당장 내일인 이상, 더 이상 수단 방법을 가릴 때가 아니었다. 나는 곧장 침대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겼다. “잠깐 기다리게! 자네 어디 가려는 겐가?” “알면서 왜 그래. 당연히 욕실이지.” “방금 이 몸이 한 말은 못 들었는가?” 내가 뻔뻔하게 대답하자, 디아나가 조그만 주먹을 쥔 채 검지만 곧게 세워서 들고는 협박하듯 말했다. 설마 이 내가 디아나의 손가락 하나에 겁먹게 될 날이 오다니. “디아나. 남자에겐 물러설 수 없는 싸움도 존재하는 법이야.” “그런가. 그렇다면 어디 이 몸을 지나가보게나.” 나는 손으로 명치를 단단히 가드하고는 디아나에게 엄숙히 말했다. 그리고 명치를 감싸 쥔 나와 마치 펜싱선수처럼 검지를 얼굴 앞에 세우고 있는 디아나가 조용히 대치를 하기를 어언 수 분. 먼저 움직인 건 디아나였다. “야아아압!” 디아나는 방금 전까지 세우고 있던 손가락은 폼이었다는 듯이, 양 팔을 벌리고 내게 다가와서는 내 허리를 덥석 안았다. 응? 얘가 지금 뭐하자는 거지? 설마 자신의 귀여움을 무기로 심쿵사를 노리는 건가? 큭. 그런 거라면 성공이다. 엄청나게 귀여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겠어! 나는 자연히 힘이 풀리려하는 무릎에 잔뜩 힘을 줘서 버텨내고는 디아나를 허리에 메단 채 그대로 이동을 개시했다. “콕!” “끄으윽!”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디아나가 손가락을 세워서 내 등을 콕 하고 찌른 거다. 크흑. 젠장. 명치에만 신경 쓰느라 등도 후끈후끈 했다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어. 과연 책사. 사람의 빈틈을 이런 식으로 노리다니. 예상외의 고통에, 나는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바닥으로 쓰러져…. “우와아앗!” 쓰러지려고 했지만, 하필이면 또 그만 앞쪽으로, 그러니까 디아나가 내게 안겨있는 방향으로 넘어지게 됐다. 이대로라면 디아나가 깔려버린다. 나같이 덩치 큰 놈 밑에 깔리면, 우리 귀여운 디아나는 뼈도 추리지 못하고 그대로…그렇게 둘 순 없지. 아무리 얘가 날 공격한 당사자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크흑. 난 왜 이렇게 착한 걸까. 넘어지는 와중에, 나는 허리를 있는 힘껏 돌려서 넘어지는 방향을 바꿨다. 등부터 떨어지도록 말이다. 쿠웅! “끄아아아악!” 안 그래도 후끈거리는 등부터 바닥에 떨어지자, 과연 그 격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게다가 위에는 디아나까지 무게를 실고 같이 넘어진 상황이니까 말이다. 아니. 물론 우리 디아나는 깃털처럼 가볍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자, 자네 괜찮은 겐가?!” 과연 이번 건 디아나도 예상을 못했는지, 내가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자 얼른 내 위에서 일어나서는 새파래진 얼굴로 내 안색을 살폈다. “대체 뭐가 이렇게 소란스러…구워어언?!” “꺄악! 구원씨!” 그리고 수영 연습을 끝내고 내 안색을 살피러 온 건지, 타이밍 좋게 문이 열리며 사라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는 바닥에 구르고 있는 날 보더니, 거의 순간이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다가와서는 눈에 눈물을 글썽이고는 외쳤다. 그리고 뒤이어서 들어온 레이아도 바닥을 구르는 내 모습에 대경질색해서는 황급히 이쪽으로 달려왔다. 저렇게 반응이 격렬한 걸 보니, 사라는 아무래도 아까 자신이 때린 여파로 아직까지 이렇게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완전히 생뚱맞은 착각인 건 아니지만, 얘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닌데 말이야. 하지만 모처럼 이런 기회가 찾아온 거다. 그냥 놓칠 수는 없지. “아니. 그런 것이 아니라….” “크흐흑. 괜찮아. 사라. 멍청한 부탁을 했던 내 잘못인 걸. 이정도 고통쯤, 감내해야하는 게 당연해.” “…….” 디아나가 상황을 설명하려고 했지만, 내가 그 전에 재빨리 선수를 쳐서는 비장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디아나가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냐는 시선을 옆에서 엄청 보내오고 있었지만, 지금은 신경 쓰지 않는다. “바보! 뭐가 괜찮다는 거야?! 레이아!” “네, 네에! 구원씨! 어서 치료를…!” 레이아는 황급히 손에 빛을 두르고 날 치료하려 했지만, 나는 그 손목을 덥석 잡아서 멈춰 세웠다. “아냐! 그만 둬! 난 치료받지 않겠어! 사라에게 바보 같은 부탁을 한 내 잘못이야! 이 고통과 평생 함께 하겠어!” “바보! 왜 이런 때 그런 고집을 부리는 거야!” 내가 비장한 목소리를 유지한 채 그렇게 말하자, 사라가 책망하듯이 외쳤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고통에 몸부림치는 내 몸을 흔들 수는 없었는지, 내 팔을 붙잡은 손은 미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얘도 솔직히 잘 먹힐지 어떨지 불안했는데, 얘도 상당히 분위기를 잘 타주네. 그만큼 내 연기력이 뛰어나다는 걸까? 아니. 일단 아픈 건 연기가 아니기는 하지만. “이게 내 속죄야! 이런 걸로 전부 속죄가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나는…!” “바보! 난 이제 화 안 났으니까!” “거짓말이야! 하지만 사라는 내 부탁을…!” “알았어! 들어줄 테니까! 따라가 줄 테니까 어서 치료를 받아!” “아, 정말로? 천사님. 곧장 부탁드립니다. 쓰담쓰담 해주세요. 우와. 아파 죽는 줄 알았네.” 사라의 허락을 듣자마자, 나는 곧장 몸을 일으켜서는 레이아에게 등을 내밀었다. “사라양도 의외로 단순한 수법에 넘어가는구먼.” 그 모습을 보고, 멀찍이 떨어져서 우리의 신파극을 관찰하던 디아나가 아까 내가 했던 생각과 비슷한 감상을 조용히 중얼거렸다. “구원씨. 못 됐어요.” 레이아도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치료는 해주려는 건지 내 등을 어루만져주기 시작했다. 하아…. 드디어 아픔이 가신다. 역시 천사님의 손길은 최고야. “이게 바로 사랑이란 거지. 사랑. 사라는 날 너무 좋아한다니까.” “……야. 구원.” 내가 등에 손길을 느끼면서 자랑스럽게 말하자, 사라가 얼굴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서는 내 이름을 불렀다. “오빠한테 야라니…저기. 사라님? 일단 아픈 건 엄살이 아니었으니까요. 진정하세요. 레, 레이아? 뭐라고 말 좀 해줘. 악!” “하아. 구원씨가 너무 장난치시니까 그런 거잖아요. 사라씨. 여기 상처 좀 보세요.” 레이아는 내 등을 가볍게 한 대 찰싹 때리더니, 내 옷을 걷고는 사라에게 등짝을 보여줬다. “으읏…. 미, 미안….” 물론 나로서는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등짝에는 무수한 손바닥 자국의 피멍이 새겨져 있겠지. 사라도 그 모습을 보자 더 이상 화낼 생각은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니. 오히려 죄책감을 느끼는 건지 살짝 울먹이면서 내게 고개를 숙여서 사과했다. “아니. 괜찮아. 애초에 맞을 짓을 한 건 나고.” 솔직히 이정도 맞고 끝난 게 오히려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덕분에 목적도 달성했고 말이다. 아까 따라 와준다고 한 거, 이제 와서 무르거나 하지 않겠지? 약속한 거다? 내일 레이첼 누님과의 데이트, 도와주는 거다? 그렇게 나는 길었던 하루를 겨우 끝낼 수 있었다. 정말로 긴 하루였어. 하루의 대부분을 기절한 채로 보냈는데 길다고 느끼다니. 그래도 일단 어떻게든 목적은 달성한 거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제 남은 건 내일 레이첼 누님과의 데이트를 무사히 마치고 고백하는 것과, 나중에 마틸다와 단 둘이 얘기를 나눠보는 것뿐이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20==================== 처음 그때와는 다른 드디어 레이아의 손에 의해 완벽하게 회복되고 난 후, 우리는 사이좋게 식당으로 향했다. 사라와 레이아는 수영 연습을 완전히 파하고 난 후에 내 상태를 보기 위해 온 거라고 했다. 즉, 바넷사는 이미 식사 준비를 하러 간 상황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가는 사이에 대충 끝날 거라는 계산이었다. 굳이 바넷사가 부르러 오게 만들 필요도 없다는 생각에 먼저 움직인 우리였지만, 식당으로 가는 도중 마침 이쪽으로 오고 있는 바넷사와 딱 마주치게 됐다. “……흠.” “…뭡니까?” 내가 빤히 바넷사의 얼굴을 바라보자, 살짝 거슬린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 아직도 화장하고 있구나 싶어서.” 그랬다. 어째선지 바넷사는 아직도 풀 메이크 상태였던 거다. 욕실에 있었던 거잖아? 지워져야 정상 아니야? 그것도 잠깐 들어가 있다 나온 게 아니라, 아침부터 밥 먹는 시간만 제외하면 계속 있었을 텐데? 심지어 오늘은 아마 잠수 상태로 헤엄치는 연습을 했을 텐데? “어느새…바넷사, 엄청 부지런하네요.” “그러고 보니 점심에도 하고 계셨죠?” 사라와 레이아의 말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수영 연습 당시에는 확실히 화장을 지우고 있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점심시간에는 또 확실히 화장을 하고 있었고. 뭔가 냄새가 나는데? 아침에 화장한 모습을 봤을 때부터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수상해도 너무 수상해. “바넷사, 자네 혹시 어디서 누군가에게 한 소리 듣기라도 한 겐가?” 수상하다고 생각한 건 디아나도 마찬가지였던 건지, 살짝 눈썹을 찌푸리면서 바넷사에게 질문을 던졌다. 보통 이렇게 화장한 모습을 보면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보통이겠지만, 바넷사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거다. 아침에 내가 그런 질문을 던졌을 때 부정하기도 했고, 애초에 바넷사는 오늘 하루 종일 저택에만 있었던 거다. 그리고 저택에 있는 남자는 나 하나뿐. 그렇다고 해서 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런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전에 내가 대놓고 물어봤는데 제정신이냐고 말했던 애니까. 아니. 그 이전에 내가 기절해있었던 점심시간조차도 화장을 하고 있었다는 모양이니까. 그렇다면 바넷사가 저렇게 화장을 하고 있는 이유는 대체…. 라고 생각한 끝에 디아나는 그렇게 결론 낸 모양이었다. 확실히. 시중을 드는 사람의 겉모습은 때로는 그 주인의 평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때문에 바넷사도 항상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있는 것일 테고 말이다. 하지만 성에서 본 메이드들이나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에서 일하던 사람들을 보면, 확실히 옷차림뿐만 아니라 화장에도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 같다. 물론 너무 눈에 띄게 화려한 화장을 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옅은 색 위주로 은은하게 화장을 하고 있었다. 평소에 화장기 전혀 없이 다녔던 바넷사가 조금 이질적인 것이긴 했겠지. 물론 그래봤자 맨얼굴의 바넷사가 더 예쁘긴 했지만, 그거랑은 조금 다른 문제니까 말이다. 역시 우리 디아나야. 날카로운 추리력이다. “아뇨. 그런 일은. 가끔 이렇게 하지 않으면 필요할 때 할 수 없게 되어서 곤란해질 것 같았기에 해보는 것뿐입니다. 마침 좋은 화장품을 선물 받았기에.” 내가 디아나의 추리력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 바넷사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디아나의 질문을 부정했다. “뭐? 선물? 거짓말! 어제 하루 종일 나랑 있었고, 오늘은 저택에서 수영만 했으면서 대체 누구한테?!” 디아나의 추리에 속으로 탄복하고 있었던 나는, 바넷사가 너무 그렇게 깔끔히 부정해버리자 조금 부끄러워져서 그렇게 외쳤다. “……메이드한테 받았습니다만.” 그러자 바넷사가 조금 떫은 표정을 짓고는 대답했다. 뭐? 메이드? “바넷사는 상당히 인기가 있다네.” 내 표정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눈치 챘는지, 디아나가 납득했단 얼굴로 조그맣게 속삭여줬다. 아니. 생긴 거 보면 인기 있을 거라는 건 알아. 하지만 메이드라니. 같은 여자잖아? 같은 여자한테 인기 있다는 거야? 나는 그제야 바넷사가 떫은 표정을 지은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럼 식당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내 황당한 표정을 깔끔히 무시하고, 바넷사는 발걸음을 돌려서 식당으로 향했다. “뭐, 여자밖에 없는 직장 아닌가.” 그런 바넷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디아나가 아니. 저기 말이지. 일단 난 남잔데요? 남자인 나도 메이드들한테 선물 같은 건 한 번도 못 받아 봤는데, 같은 여자인 바넷사는 저렇게 선물까지 받을 정도로 인기가 있다고? 설마 나…바넷사한테 남자로서 지고 있어? 아니.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 나도 길가에 나가면 돌아보는 여자들이 줄을 잇는다고. 이건 그거야. 내가 너무 잘 생겨서 다가오기 힘들다든가, 주인님의 남자라서 다가오기 힘들다든가. 분명 그런 이유 때문에 메이드들이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인 거야. 암. 그럼. 그렇고말고. 아니면 내가 여자인 바넷사한테 밀릴 요소가 있을 리가 없잖아? 아니. 잠깐만. 그러고 보니 전에 바넷사랑 욕조에서 그런 일이 있었을 때, 분명 메이드 둘이서 가위 치기를 한 적도 있었지? 그냥 여기 메이드들이 그런 취향일지도 몰라. 그래. 너무 여자만 있는 곳에 오래 있다 보니, 다들 취향이 그런 쪽으로 변해버린 거야. 분명 그런 거야. “얘들아…나 인기 많지…?” 아무리 그렇게 정신승리를 시전 해봐도 여자한테 남자로서 졌다는 사실을 용납하기 힘들어서, 나는 우리 애들한테 확인까지 해봤다. “네? 후훗. 그럼요.” “…내일 다른 사람이랑 데이트 약속까지 잡아놓은 사람이 그런 질문을 해?” 레이아는 재미있다는 듯이 쿡쿡 웃으면서 대답해줬고, 사라는 살짝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런 사라의 반응조차도 지금은 큰 위안이 됐다. 그래. 맞아. 얘네도 그렇고 레이첼 누님도 그렇고, 하나같이 남자 보는 눈은 엄청 높을 것 같은 사람들이 날 좋아해주는 거잖아. 내가 바넷사보다 인기 없을 리가 없어! “흠. 그야 인기야 많다고 생각하네만, 바넷사보다 많은지는 모르는 것 아닌가?” “디아나아….” 하지만 디아나의 장난스런 한 마디에, 내 정신승리는 다시 깨지고 말았다. 이 녀석. 다 알고 일부러 이런 말 한 거야! 어젯밤에 져주는 게 아니었는데! 나중에 두고 보자! “실비아! 마틸다!” “히야아앗!” “뭐, 뭔가요, 갑자기?!”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실비아에게 돌진해서 그 몸을 붙잡고는 마틸다에게 다가갔다. 예상치도 못한 기습을 당한 실비아는 도망갈 생각도 못하고 내게 잡혀버렸고, 그대로 내 품안에 안긴 채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그래. 이 진동. 내가 인기 있음을 실감할 수 있는 진동이야. “마틸다.” “네, 네에….” 내가 진지한 목소리로 마틸다의 이름을 속삭이자, 깜짝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마틸다의 표정이 몽롱하게 풀리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인기 없을 리가…! “작작 하지?!” “끄아악!” 결국 보다 못 한 사라가 내 옆구리를 꼬집는 걸로, 내 소란은 강제로 진정됐다. “아직도 아픈 것 같아. 레이아. 좀 더 문질러줘.”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레이아와 함께 방으로 돌아왔다. 아까 사라한테 꼬집힌 부위를 어루만지면서 레이아에게 어리광을 피우자, 레이아가 꼬리로 내 옆구리를 찰싹하고 가볍게 한 대 때리더니 곱게 눈을 흘겼다. “치료는 다 했잖아요. 그리고 아까 그건 구원씨가 잘못했어요. 사라씨는 안 그래도 신경이 곤두서있는 상황이니까요. 너무 자극하시면 안 돼요.” 역시 레이아한테 치료를 받은 다음에 계속 문질러달라고 하는 건 무리수가 있었나. 아니. 그래도 평소 레이아라면 해줬을 텐데. 레이아는 사라가 상당히 불쌍하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뭐, 하기야. 내 데이트를 멀리서 따라와야 하는 입장이니까. 나 같아도 짜증날 것 같기는 하다. 하물며 그런 놈이 자기 인기를 확인한다면서 여자들한테 막무가내로 집적댔으니…응. 스스로 매를 벌었다. 오죽하면 아까 내 등을 보고 엄청 미안한 표정을 지었던 사라가 다시 내 몸에 손을 댔을까. 그게 아니었으면 분명 그냥 꼬집히는 걸로 끝나지 않았겠지. “하지만 구원씨.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내가 조금 반성하고 있자, 레이아가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내게 질문을 했다. “응? 뭐가?” “뭐가라니. 사라씨 말이에요. 차라리 오늘 제가 순서를 바꿔드릴까요?” 레이아는 사라가 정말로 안쓰러운 건지, 자신이 먼저 나서서 그런 제안까지 해왔다. 하여간 우리 천사님은 마음씨가 너무 곱다니까. 하지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아니. 괜찮아. 오늘은 레이아랑 있을래.” “…정말로 정말로요?” “응. 그리고 오늘 같이 지내고 내일 기분이 나빠지는 것보다, 내일 낮에 기분이 나빠지고 밤에 풀어주는 게 사라한테도 더 좋을 것 같고.”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레이아에게, 나는 내 생각을 전해줬다. 사라의 특수 성벽까지 더 해져서 의외로 쉽게 풀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쏙 빼놓고 말이다. 뭐, 애초에 레이첼 누님과 관계까지 가질 생각은 아니니까, 사라의 그 특수 성벽이 발동될지 어떨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건…그럴 지도 모르겠네요.” 내 대답에 겨우 납득해준 건지, 레이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사라만 달래줘야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꺄악!” 나는 레이아의 허리를 두 팔로 안아 들고는 그대로 같이 침대로 넘어졌다. “레이아도 실은 아직 조금 화났지?” “저는…구원씨가 계속 지금처럼만 해주시면…저한테 소홀해지지만 않으시면….” 내가 지근거리에서 레이아의 얼굴을 마주보며 말하자, 레이아가 고개를 살랑살랑 사로저으며 대답했다. 레이아가 내게 거짓말을 한다고는 상상할 수도 없으니, 지금 레이아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마 사실일 거다. 하지만 사람이란 가끔 자기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때도 있는 거니까 말이야. 아마 레이아의 가슴 한편에는 희미한 불안감이나 초조감 같은 것이 남아있을 거다. 그 대화 이후로 묘하게 사라 편을 드는 거나, 내가 응석부렸을 때의 반응이 평소와는 미묘하게 조금 달라진 걸 보면 말이다. “고작 하룻밤으로 얼버무릴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내가 레이아한테 절대 소홀하지 않을 거란 걸 밤새 느끼게 해줄게.” “구원씨도 참…엉큼하세요…으응.”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 키스를 그대로 받아줬다. 이젠 키스 정도로 구미호 상태가 되지는 않게 됐지만, 여전히 키스를 하면 미약하게나마 몸이 달아오르기는 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기습적으로 레이첼 누님을 받아들인다고 한 것 때문에, 레이아의 위기감이 증폭돼서 자신도 조금 적극적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된 걸까? 키스를 나누는 레이아의 숨결이 평소보다 조금 더 거칠 게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구미호 하면…전 분명 레이아가 제정신인 채로 꼬리와 안광을 유지하고 있었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힌트라면 있다. 그때는 내가 오랜만에 스킬을 썼다는 점이다. 만약 오늘도 스킬을 쓴다면, 레이아는 또 완전히 제정신인 채로 꼬리와 안광을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걸까? “레이아. 스킬 써도 될까?” “…네? 구원씨, 그렇게 까지 하지 않으셔도 저는 이렇게 구원씨에게 안기는 걸로 충분히….” 내가 그렇게 확인을 하자, 레이아는 곤란한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내가 최선을 다한다는 걸 나타내기 위해, 스킬까지 써서 레이아를 기쁘게 만들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실은 말이지….” 나는 레이아에게 내 가설을 설명했다. 어쩌면 전에 레이아는 분명 내 스킬에 당하는 도중 완전히 정기가 채워졌다고 했는데, 꼬리와 안광이 계속 유지되고 있었음을. 어쩌면 스킬을 통해 그 상태가 또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게 정말인가요?” 내 말을 듣고 나자, 레이아는 정말 깜짝 놀랐는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게 달라붙어왔다. “응.” “네! 해주세요!” 내가 확신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이자, 레이아는 힘차게 그렇게 말했다. 요즘 구미호의 특징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는 아예 없어졌지만, 그래도 역시 레이아는 구미호 상태를 완전히 컨트롤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긴 아무리 곤란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자기 상태를 컨트롤 할 수 없다는 건 불안…. “구미호 상태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면, 분명 저도 구원씨에게 좀 더 도움이…그리고 언젠간 아이도….” 아니.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 그냥 천사님이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21==================== 처음 그때와는 다른 “흐읏! 하앙! 하으응! 으응!”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예상은 멋지게 적중했다. 스킬을 사용하고 몇 분 채 되지도 않아서, 레이아는 구미호 상태로 변했다. 어차피 처음엔 매번 변했으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고? 그야 그렇지. 확신을 얻으려면, 정기를 충분히 흡수시킨 다음에도 이 상태가 유지되는지를 확인해봐야 한다. 다만, 이번에는 평소와 다른 점이 한 가지 있었다. 바로 내가 아직 삽입조차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레이아가 구미호로 변했다는 점이었다. 대체 삽입 전에 구미호가 된 게 대체 얼마만인지. 설마 이렇게 시작하자마자 곧장 성과를 낼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에, 나는 살짝 당황해서는 성자의 손길을 두른 손으로 레이아의 가슴을 꽉 잡았다. 이렇게 크면서도 전혀 모양이 망가지지 않고 아름다운 형태를 유지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레이아의 가슴은 그저 부드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탄력도 겸비하고 있었다. 손으로 가슴을 꽉 쥐자, 마치 고무공을 손에 꽉 쥐었을 때처럼 손 안에서 가슴이 내 손을 밀어내는 것 같은 감촉이 느껴졌다. 물론 그러면서도 손에 달라붙는 그 부드러운 살결은 고무공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황홀했지만 말이다. 도저히 한 손으로 다 잡을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기 때문에, 손가락 사이사이사이로 흘러넘칠 듯이 삐져나오는 가슴의 모습이 그 성적매력을 한층 더 증폭시켰다. “으으응! 후훗…구원씨이이…. 흐응! 으읏…쭙…하아….” 보통은 아프게 느낄 수도 있을 정도로 강하게 쥐어버렸지만, 레이아는 전혀 아픔을 느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무척이나 쾌감을 느낀 모양이다. 평소에는 상상할 수 없는,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내 입술에 입술을 맞춰왔다. 역시 스킬이 너무 강한 탓일까? 레이아는 삽입도 하기 전에 구미호로 변해버렸을 뿐만 아니라, 구미호 상태가 된 이후로 이성까지 완전히 잃은 것처럼 보였다. 이렇게 된 것도 상당히 오랜만이다. 뭔가 그리움마저 느껴질 정도로. 머리 한 구석으론 그렇게 상황을 분석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면서, 나는 레이아와의 키스를 즐겼다. 수인 특유의 길고 얇은 혀가 내 입안에 들어와서는 입 안 이곳저곳을 자극하는 감각은, 역시나 황홀하다는 말로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입 안의 민감한 부분을 부드럽게 핥는가 싶었더니, 그 긴 혀로 내 혀를 꽈배기처럼 감아서는 자극하고, 또 혀 아래쪽의 보통이라면 닿을 일 조차 없는 부분에 혀를 넣고는 살살 핥아준다. 아마 성경험이 별로 없거나 내성이 약한 남자였다면, 이 키스만으로도 사정할 수 있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끈적끈적하면서 농밀한 키스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너무 기분이 좋아서, 그만 구미호 상태의 분석이고 뭐고 다 때려 치고는 행위에만 집중하고 싶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사나이 구원. 이런 걸로 굴할 수는 없지. 아까 천사님이 내 스킬을 받기 전에 뭐라고 했었는지 기억해내는 거야. 그런 천사 같은 발언을 하신 분의 기대를 저버릴 순 없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오늘 안에 구미호 상태를 유지하는 비결을 알아내고 말겠어. 실은 그 때문에 아직까지 삽입을 하지 않고 있었던 거다. 과연 이 상태에서 삽입까지 했다가는, 과연 나도 이성을 잃지 않고 있을 자신이 없었다. “흐응…하응…할짝…안 넣는 거야…?” 하지만 그런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레이아가 살짝 입술을 떼고 지근거리에서 날 바라보면서 혀로 내 윗입술을 살짝 핥더니 그렇게 말해왔다. 요, 요염하시다. 게다가 반말? 지금 우리 레이아 누님이 나한테 반말한 거야? 이래선 마치 정말로 예전 구미호 상태로 돌아간 것 같잖아. “아, 아직? 좀 더 만지고 있고 싶은데.” 만약 그렇다면 제대로 대화가 통할지 어떨지 의문인 상황이기는 하다. 그래도 나는 일단 레이아의 가슴을 꽉 쥐면서 대답을 해봤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이런 상태의 구미호와 제대로 대화를 나눌 생각은 안 해봤단 말이지. 어떻게든 속박을 풀고 삽입해서 힐링 섹스를 발동시키려고 말이야. 나름 생존이 걸린 문제였기 때문에 나도 상당히 필사적이었다. “으응! 아응…후훗…그래애…?” 그리고 그 시도는, 멋지게 성공했다. 아무래도 이 상태의 레이아라도 일단 대화는 통하는 모양이었다. 내가 가슴을 쥐면서 검지와 중지의 손가락 관절 사이에 유두를 넣고 가볍게 한 번 비비자, 레이아는 요염한 콧소리를 한 번 내더니 눈웃음을 지으면서 다시 한 번 내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내 가슴에 댄 상태로 가만히 있던 두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손은 조금 옆으로 이동하여 내 유두 쪽으로. 검지와 중지의 끝만 아슬아슬하게 닿을 정도로 이동해서는, 두 손가락 끝 사이에 유두를 두고 유륜을 손가락 끝으로 살살 긁어주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한 손은 검지만을 세워서, 마찬가지로 손끝만 아슬아슬하게 내 피부에 닿게 한 상태로 쭈우우욱 하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가슴과 윗배를 지나 배꼽 주위를 조금 노닐 듯 빙글빙글 돌던 손가락은, 이내 곧 다시 아래를 향해 내려갔다. 그리고는 그 이상은 멈추지 않은 채 쭈욱 내 피부를 타고 이동했다. 하복부를 지나 음모에 접하고도 멈추지 않고, 음경에 닿아서도. 빳빳하게 세워져 있는 내 물건의 윗부분을 타고 쭈욱 올라가던 손가락은, 그 끝에 다다라서야 겨우 움직임을 멈췄다. 마치 레이아가 검지의 끝으로 내 요도를 지그시 눌러 막고 있는 것 같은 모양새가 됐다. 그 상태로, 레이아는 손끝을 빙글빙글 움직여서 내 물건 끝부분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으응…후훗…사실은 넣…으응! 넣고 싶은 거 아니야?” 그리고는 유혹하는 것 같은 말투로 내 귓가에 그 아름다운 목소리를 속삭였다. 중간에 내가 가한 자극에 신음한 다음에 꼬리로 내 하복부를 가볍게 한 대 때리고 다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유혹하는 것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행동하나하나가 전부 야릇하시다. 과연 구미호. 사람을 유혹하는 방식이 완전 타고 났다. “글쎄. 겨우 이정도로는.” “흐으응…? 여기는 이렇게…아응! 흐읏…이, 이렇게 꿈틀거리고 있으면서 강한척하네에…?” 레이아는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인지, 검지로 물건 끝을 자극하던 손을 내려서 다섯 손가락을 완전히 밀착시켜서 내 물건을 단단히 감아쥐고는 그렇게 말했다. 강한척하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요망한 구미호씨.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나였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물론 이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삽입을 안 하고 있는 건 맞지만, 또 한 편으론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내가 이렇게 대답하면, 이 구미호씨는 또 과연 어떤 방법으로 날 유혹해올까? 지금도 이렇게 요염한데. “응읏…흐읏…!” 레이아는 일단 내 몸을 밀었다. 지금은 서로 마주보고 옆으로 누워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아마도 내가 천장을 바라보고 눕게 만들고 싶은 모양이었다. 물론 레이아가 힘으로 아무리 밀어봤자 내가 밀릴 리가 없었지만, 나는 일단 레이아가 무슨 짓을 하는 지 두고 보기 위해서 순순히 위를 바라보고 누웠다. “하앗….” 그러자 레이아가 성공했다는 듯이 순간적으로 방긋 미소 짓더니, 다시 그 표정을 요염하게 바꿨다. 방금 그거 뭐야. 엄청 귀여웠는데. 역시 구미호 상태가 됐다고 하더라도, 천사님은 천사님이란 건가? 이 가슴 어딘가에 천사님의 순수한 마음이 남아있는 거야. 나는 레이아의 왼쪽 가슴을 맘껏 주무르면서 감상에 젖었다. “흐으응! 흐읏! 하으응! 하읏! 흐으으읏!” 아, 너무 셌나? 그 자극에 결국 참지 못했던 건지, 뭔가 하기 위해 내 위에 올라타려고 했던 레이아는 어중간하게 내 위에 상체만 걸쳐진 채로 그대로 전신에 힘이 빠지며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몸이 부들부들 떨 때마다 내 복부를 압박하는 저 거대한 가슴의 파도가 느껴저서 무척이나 행복했다. 그리고 절정에 달했어도, 여전히 레이아는 구미호 상태였다. 뭐, 아직 정기를 흡수하지 못했으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말이다. 사실 레이아가 구미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스킬을 계속 쓸 필요가 없기는 했다. 일단은 스킬 사용을 중지하고 상황을 보는 게 좋을까? 그래. 지금까지 모습을 봐선, 이 구미호 상태와 내 스킬이 뭔가 관계가 있어 보이니까 말이야. 구미호 상태 파악을 위해서 그렇게 하자. 결코 쾌락에서 자유로워진 레이아가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해줄지 궁금해서 그러는 게 아니야. “흐응…흐읏…으으읏….” 내가 일단 손에 걸린 성자의 손길을 풀자, 레이아는 내 가슴에 처박고 거친 숨을 내뿜던 얼굴을 천천히 들어서 살짝 눈물이 고인 눈으로 날 쳐다봤다. 자기 딴에는 노려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쾌락으로 완전히 눈동자가 풀려서 전혀 위압감이 없었다. 살짝 벌려진 입에서 삐져나온 혀가 축 늘어져서 내 가슴 위에 타액을 흘리고 있는 장면이 오히려 성적 흥분을 돋우기만 할 뿐이었다. “아으응…으응…음…쪽.” 레이아는 그렇게 살짝 혀를 내민 상태에서 내 가슴을 핥으면서 고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혀가 내 가슴 한 쪽에 닿아서는, 유두부근에 입술 전체를 이용해 부드럽게 키스를 해오기 시작했다. 한 손은 여전히 내 반대편 유두를 손끝으로 연주하듯 어루만지고 있었고, 가슴은 내 배에 얹어놓아서 그 거친 호흡에 따라 출렁이면서 부드럽고 완만한 자극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내 물건을 쥐고 있던 손은 아래로 내려서, 고환을 붙잡고는 안에 있는 알 두 개를 가지고 놀 듯 부드럽게 비벼주기 시작했다. 이건 이것대로 엄청 기분 좋았지만, 물건에 느껴지던 직접적인 자극이 사라지니 조금 안타까운 기분도 들었다. “으응…후훗…. 아에….” 마치 항의라도 하듯이 내 물건이 꿈틀 거리자, 레이아가 요염하게 미소 짓더니 살짝 상체를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내 물건 위로 향하더니, 혀를 쭈욱 내밀고 그 끝에서 미끌미끌거리는 타액을 주르륵하고 흘려왔다. 혀에서 이어진 타액은 정확히 내 물건 끝에 닿더니, 그대로 내 물건을 타고 쭈욱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환을 어루만지던 손이 다시 봉 부분으로 올라오더니, 내 물건 전체에 타액을 골고루 펴 바르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윽. 역시 구미호. 방심하면 이대로 이성을 잃고 덮칠 것 같아! “후훗.”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갑자기 레이아가 다시 손을 내려서 내 고환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체도 다시 내 몸 위를 덮듯이 눕더니, 혀로 내 유두를 자극하기 시작했다. 잠깐만! 거기까지 해놓고 그게 끝?! 내 아들은?! 네 타액으로 번들거린 채 쓸쓸한 모습으로 곧게 서있는 내 아들은?! 내가 항의하는 시선으로 레이아를 쳐다보자, 레이아가 살짝 눈을 치켜떠서 날 올려다보더니 요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표정은 마치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안심시켜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와 동시에 내 물건에 갑자기 압박감이 느껴졌다. 뭐야 이거? 처음에는 또 꼬리로 해주려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물건 전체에 느껴지는 감각은 그게 아니었다. 물건을 반 이상 감쌀 만큼 면적이 넓으면서, 그러면서 엄청나게 매끄럽고 탄력 있고 부드럽다. 대체 이건? “흐으응! 흐읏!” 한 손을 내려서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그 정체를 깨달을 수 있었다. 레이아는 다리를 접어서 허벅지와 종아리를 이용해 내 물건을 압박하고 있었던 거다. 그런가. 이 감촉은 레이아의 허벅지 감촉이었나. 드디어 수수께끼가 하나 풀렸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아의 허벅지를 부드럽게 쓰다듬어갔다. 처음엔 겉 부분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듯이, 그리고 가끔 안쪽으로 파고들어서 음부 가까이까지 손을 밀어넣으면서. “흐응! 하으읏!” 그것만으로도 레이아는 기분 좋은지 몸을 떨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미호의 의지를 발휘하여 허벅지를 천천히 움직여줬다. 입, 손, 가슴, 꼬리. 지금까지 레이아에게는 여러 부위로 내 물건을 훑어져왔지만, 설마 거기에 허벅지까지 포함될 줄이야. 정말로 우리 천사님의 요망함은 그 끝을 모르겠다니까. “어때애…? 흐읏…이, 이래도…넣고 싶지…으응…않아아…?” 그리고 레이아는 여전히 몽롱한 눈빛인 채 한껏 요염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내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 훗. 우리 천사님도 참. 아무리 구미호 상태가 되어서 이성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군. “그걸 말이라고 해? 당연히 넣고 싶지!”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레이아를 허리를 양 손으로 붙잡아 들어 올린 후, 그대로 삽입해버렸다. “흐으으으읏!” 그리고 우리 요망한 구미호씨는 그 삽입 한 번만으로 절정에 달해버렸다. “이걸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히얏! 하응! 지, 지금…흐앙! 아, 안 대대! 흐읏! 지금 느끼는…흐응! 미, 민가암…!” 내가 힘차게 허리를 움직이자, 레이아가 완전히 혀가 꼬여서는 필사적으로 내게 애원을 해왔다. 그렇게 말한다고 멈출 것 같냐?! 사람을 이렇게나 흥분시켜놓고 말이야! “흐으으으읏!” 결국 내 허리 움직임은, 내가 한 번 사정하고 그와 동시에 레이아가 몇 번째일지 모를 절정을 느끼며 기절할 때까지 이어졌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22==================== 처음 그때와는 다른 자,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지나친 쾌감에 기절한 레이아를 바라보며, 나는 다시 냉정을 되찾고 생각에 잠겼다. 현재 나는 모든 스킬을 전부 사용 중단한 상태다. 레이아도 이쯤 되면 정기는 충분히 흡수했겠지. 과연 내 스킬과 레이아의 구미호 상태에 뭔가 연관이 있는 게 맞을까? 만약 여기서 레이아의 구미호 상태가 이어지지 않고 그대로 풀린다면, 그 가능성은 비약적으로 올라간다. 그러고 보니 내가 레이아와의 잠자리에서 스킬을 쓰지 않게 된 게 언제쯤부터였지? 혹시 레이아가 구미호 상태에서 이성을 찾을 때랑 겹치는 건가? 그렇다면 좀 더 정확히 내 스킬과 구미호와의 상관관계를 찾을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으음. 모르겠다. 우리 애들과의 추억을 소중히 여기고 웬만하면 사소한 것까지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나였지만, 과연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정말로 내 스킬과 구미호 상태가 관련이 있는 건지도 의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이아는 그거잖아? 전쟁신 시대의 종족일 가능성이 엄청 높은 거잖아? 그야 구미호의 특성이 전쟁신보다는 우리 여신님하고 관계가 깊어 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전에 레이아가 구미호로 변했을 때의 감정을 밝힌 걸 생각해보면 확실히 구미호는 전쟁신 시대의 종족일 거다. 그런데 그런 전쟁신 시대의 종족 특성을 다루는 열쇠가, 다름 아닌 여신님에게 부여받은 성자 스킬에게 있다고? 그거야 말로 묘한 얘기다. 그렇다면 역시 성자 스킬은 그냥 우연히 타이밍이 맞아떨어졌을 뿐, 뭔가 다른 요소가 작용하고 있는 건가? 내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레이아의 엉덩이 뒤에서 축 늘어진 채 내 허벅지를 간질이던 꼬리가 점차 그 개수를 줄여가고 있었다. 역시 그냥 풀려버리는군. 묘한 얘기든 뭐든 간에, 일단 스킬을 사용해서 다시 구미호상태가 되는 건지 확인할 필요는 있다는 건가. 뭐, 그것도 레이아가 깨어난 후에나 가능한 얘기지만. 그렇게 극심한 쾌락을 느끼면서 기절한 거다. 마지막에 온 몸을 작살 맞은 생선처럼 온 몸을 펄떡이는 광경은 장난이 아니었다고. 그러니 지금은 이대로 좀 쉬게 두자. “으음…구, 구원씨이…읏! 하으읏…우으으으읏…!” 그렇게 얼마마 시간이 흘렀을까?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이 간지러운 듯 조금 목을 움츠리면서 레이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는 잠이 덜 깬 멍한 눈으로 날 바라보더니, 이내 얼굴이 새빨개지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그대로 내 가슴에 얼굴을 처박았다. 그 등 너머로 보이는 꼬리가 위를 향해 곧게 선 채로 파르르 떨리고 있는 걸 보니, 엄청나게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응? 이 반응은 즉…레이아가 아까 전 일을 기억하고 있다는 건가? 속박만 안 걸었다 뿐이지 완전히 구미호 상태가 됐었는데? 심지어 나한테 반말까지 했었는데, 그걸 레이아가 다 기억하고 있는 상태라고? 내가 레이아를 빤히 쳐다보자, 레이아도 내 시선을 느낀 모양이었다. 살짝 고개를 들고 손가락을 벌려서 그 사이로 내 얼굴을 엿보더니, 다시 손가락을 닫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하읏! 아,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니까요!” “지, 진정해. 레이아. 뭐가? 뭐가 아니란 건데?” “그, 그런 건 제가 아니에요!” 레이아로서는 드물게 목소리를 높이면서, 레이아는 내 가슴에 박은 얼굴을 좌우로 크게 저었다. 천사님. 그렇게 격렬히 움직이시면 제 몸에 눌려있는 가슴이…훌륭합니다. “그야 그렇지. 오랜만에 구미호 상태에 지배당한 거잖아? 나도 알아.” “아, 알아주시는 건가요?” 레이아가 살짝 손을 아래로 내려서 눈만 드러내고는, 날 올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아, 위험해. 지금 조금 장난치고 싶어졌어. 우리 천사님한테 이런 기분이 드는 건 좀처럼 없는데 말이야. 그래도 할 수 없다. 천사님이 너무 귀여우신 게 잘못이야. 뭐, 천사님도 전에 사라랑 디아나만 괴롭힌다면서 부러워하는 것 같은 발언을 하기도 했었고, 살짝 놀리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응. 당연하지. 그도 그럴 게, 반말로 도발할 때 평소와 달리 엄청 섹시했는걸. 아니. 물론 평소에도 섹시하지 않다는 건 아니지만, 뭔가 이렇게….” “으으으읏! 구원씨는 짓궂으세요! 너무 짓궂으세요!” 내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해주자, 레이아가 더 말하지 말라는 듯이 두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고는 꼬리로 내 허벅지를 찰싹찰싹 때려댔다. “하핫. 미안. 미안.” “정말로오….” 내가 웃으면서 그 황금빛 머리카락을 조용히 쓰다듬어주자, 레이아는 바로 꼬리 움직임을 멈추고는 응석부리는 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장난을 쳐도 사과 한 마디에 이렇게 엄청나게 빨리 풀리는 걸 보면, 역시 천사님은 천사님이었다. “그런데 레이아.” “네. 왜 그러세요?” 그런 레이아의 머리카락을 계속 쓰다듬어 주면서, 나는 목소리를 바꾸고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그런 내 분위기의 변화를 읽었는지, 레이아도 고개를 똑바로 들고 날 쳐다보며 대답해줬다. “아까는 이번에도 레이아가 구미호 상태가 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스킬을 썼던 거잖아?” “네, 네에…. 그랬죠….” 아까 전 생각이 나서 다시 부끄러워졌는지, 레이아가 조신하게 얼굴을 붉히면서 소곤소곤 대답했다. “지금 구미호 상태가 풀려있는 걸로, 내 스킬과 구미호 상태가 되는 것과 어느 정도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더 강해졌어. 그리고 그걸 완전히 확인해보기 위해서는, 정기를 충분히 흡수한 지금부터 다시….” “으읏…아, 안 돼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아는 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깜짝하고 상체를 일으키면서 외쳤다. 그리고는 두 손을 아래로 내려서 내 복부를 손바닥으로 밀어냈다. 누님. 그러시면 팔 사이로 가슴이 모여서 안 그래도 큰 가슴이 괜히 더 강조…아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몸을 일으킬 때부터 보여준 무브먼트부터, 그냥 모든 게 감사합니다. 아무튼 레이아는 아까 전에 그렇게 흐트러진 생각이 나서인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면서 부정했다. “그래. 알았어. 그럼 오늘은 이쯤하자.” “괘, 괜찮으신가요?” 설마 내가 순순히 물러날 줄 몰랐는지, 레이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재차 질문했다. 그럼요, 천사님. 전 언제나 천사님의 뜻에 따른다고요. “응. 어차피 급한 것도 아니고. 하루에 너무 그렇게 무리할 필요도 없고.” “구, 구원씨이…하응!” 감격에 젖어서 날 내려다보는 레이아였지만, 이내 내 허리 움직임에 요염한 신음소리를 흘렸다. “대신, 스킬 안 쓰고 하는 건 상관없지?” “구원씨도 차암…엉큼하세요오….” 방금 전 신음 소리가 살짝 부끄럽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면서, 레이아는 상체를 내 몸에 밀착시켜서 키스를 하고 천천히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까 전의 성욕에 지배된 모습이 아니라, 이거야 말로 자신의 진짜 모습이라고 주장하듯이. 어느 쪽이든 훌륭합니다. 천사님. 결국 그 이상은 스킬을 쓰는 일 없이, 천사님과 알콩달콩하게 관계를 가지며 밤을 보내게 됐다. “하아. 진짜 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어.”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식사를 마친 우리는 곧장 준비를 위해 움직였다. 우리가 누구고, 뭘 위해 움직이는 거냐고? 그야 물론 사라와 내가, 레이첼 누님과의 데이트 준비를 위해 움직이는 거지.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면서 사라는 눈썹을 찌푸리고는 끊임없이 투덜투덜 거렸다. “야. 진짜 미안하긴 한데, 이왕 도와주는 거 좀….” “뭐?!” “눈썹 찌푸리지 마라. 주름 생긴다.” “흥! 신경 끄시지!” “어떻게 안 쓰냐? 예쁜 얼굴에 주름 생기면 어쩌려고. 자, 자아, 자아!” “으으윽! 알았어! 알았다고!” 내가 손가락으로 그 미간을 마구 문지르자, 사라가 내 팔을 찰싹찰싹 때리고는 미간의 주름을 폈다. 대신 입을 ㅅ모양으로 만들면서 턱에 주름이 생겼지만. 얘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지? 그 턱까지 손가락으로 문질러서 주름을 펴게 만들고, 나는 아예 사라의 몸을 뒤에서 꽉 껴안았다. “진짜 미안하다니까.” “미안하다는 사람이 이런 짓까지 시켜?!” 내가 그 귓가에 속삭이자, 사라가 손가락으로 사방을 가리키면서 날 노려봤다. 그도 그럴 것이, 여기는 지금 내 옷이 보관되어 있는 방이니까 말이다. 전에 레이아에게 잠옷 얘기를 들은 이후로, 나도 천 옷에 천 바지만 입는 게 아니라 얘들이 날 위해서 사뒀다는 옷들도 가끔 입게 됐다. 그리고 여기는 그 옷들이 보관된 장소라는 얘기였다. “나랑 데이트할 때도 천 옷 천 바지였던 주제에!” 그래. 지금 사라는 내 옷을 골라주는 중이었다. 사라는 진짜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날 노려봤다. “하지만 네 센스가 제일 좋을 걸.” 셋이서 내 옷을 사오긴 하지만, 사라가 사오는 옷들이 전반적으로 내 취향에 제일 부합했다. 셋 중에 유독 사라만 바지를 즐겨 입기 때문일까? 아니. 그 이전에 디아나가 골라오는 옷들은 뭔가 하나같이 너무 심각하게 귀족적이고, 레이아가 골라오는 옷들은…아니. 물론 패션 센스 같은 건 우리 천사님한테 약점이 되지 않아. 천사님은 뭘 입으셔도 아름다우시고, 무엇보다 우리 천사님은 지금까지 사제복만 입고 사셨으니까. 오히려 패션 센스가 있는 편이 이상한 얘기다. 게다가 물론 천사님이 골라온 옷 중에도 멀쩡한 게 있긴 했다. 아니. 멀쩡한 것의 비율이 더 많긴 했다. 하지만 그건 아마도 옆에서 사라나 디아나가 뜯어말린 결과라고밖에…. 아무튼 그런 이유로, 만약 오늘 나랑 같이 나갈 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복장의 조언은 사라에게 들었을 거란 말이다. “바넷사씨도 있잖아!”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뒤에서 조용히 우리 모습을 관찰하고 있는 바넷사를 손가락질했다. 오늘도 풀 메이크업을 완전히 갖추고 있는 바넷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감정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바라보고 있다고 할까…쟤 설지 지금 딴 생각하고 있는 거 아냐? 뭔가 시선에 초점이 안 맞는 거 같은데. “쟤 혼자선 나한테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할 수가 없어.” “무슨 소리야. 바넷사씨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사라가 코웃음을 치면서 그렇게 말했다. 아냐. 아니야, 사라야. 네가 쟤를 잘 몰라서 그래. 쟨 어째선지 날 대할 때만 태도가 좀 이상하다고. 게다가 디아나의 충성심 때문이라도, 내가 다른 여자랑 데이트를 가기위해 옷을 골라달라고 하면 이상한 옷을 골라줄 게 분명해. 귀족이라고 생각되는 레이첼 누님과 데이트를 하는 거니, 일단 귀족적인 시각도 필요할 것 같아서 데려오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럴 거면 디아나를 데려오지 왜 쟤를 데리고 왔냐고? 사라 혼자만으로도 이렇게 벅찬데 디아나까지 데리고 와봐라. 괜히 둘한테 욕먹을 필요는 없잖아. “자, 자. 자기 남자의 멋진 모습을 자랑이라도 해준다고 생각하고. 어제 분명 도와준다고 했지?” “하아…진짜 믿을 수 없어.” 사라는 투덜거리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에 옷을 들고 비교해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진짜 미안한 짓을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결국엔 도와주는 사라가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사랑해.” “흥. 나한테 빚 하나 진 거야. 다음에 반드시 갚아.” “그럼. 물론이지.” “이잇! 방해하지 말고 떨어져!” 내가 뒤에서 사라의 볼에 쪽쪽하고 뽀뽀를 해주자, 사라가 살짝 얼굴을 붉히고는 내 몸을 확 밀어냈다. “하아. 뭐어…이정되면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얼마 후, 사라의 코디네이트와 바넷사의 조언을 합쳐서 완벽하게 몸단장을 마친 날 바라보며 사라가 중얼거렸다. “반할 것 같아?” “바보. 난 이미 반했거든?” “야. 그런 대사는 좀 더 부끄러운 표정으로…알았어. 미안해. 아파.” 조금 장난 좀 친 거잖아. 말없이 때리지 마라. 그야 손에 마나가 안 담겨있어서 아프진 않다만. “어때, 바넷사. 이렇게 꾸미니 너도 좀 날 다시 보게….” 탁! 내가 바넷사의 턱을 손으로 받쳐 들면서 느끼하게 말하자, 바넷사가 순간 몸을 떨더니 내 손을 탁하고 쳐냈다. “…….” “죄송합니다.” 장난 좀 친 거 가지고 엄청 노려보네. 나는 두 손을 들어서 항복하는 자세를 취하고 바넷사에게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럼 갈까.” 내가 팔을 내밀면서 사라를 보고 말하자, 사라가 새초롬한 표정을 짓더니 내 팔에 팔짱을 껴왔다. 내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자기도 몰래 갈아입었는지, 사라도 꽤나 근사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팔짱을 끼고 저택을 나서게 됐다. 드디어 레이첼 누님과의 데이트인가. 생각해보면 이 세계에서 처음 만난 게 레이첼 누님인데 말이야. 엄청 길었다. 뭔가 감개무량한 기분이 들면서, 동시에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흥. 데이트가 그렇게 좋아. 심장 뛰는 거 봐.” 내 팔에 팔짱을 끼고 있는 사라도 내 고동을 느꼈는지, 살짝 얄미운 표정으로 내 옆구리를 꼬집었다. “그야. 사라가 이렇게 붙어있으니까.” “하여간 말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는 아까보다 표정이 조금 느슨해졌다. 하여간 얘도 귀엽다니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23==================== 처음 그때와는 다른 “그럼 뭐하고 놀까?” “뭐?” 저택을 나오자마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라가 지금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야. 먼저 기뻐해야 정상 아니냐? 그야 갑자기 이런 말하면 헛소리처럼 들리는 것도 인정은 하지만 말이다. “아니. 레이첼 누님하고 약속 잡은 시간은 점심시간이니까. 아직 한참 멀었잖아.” 그래. 레이첼 누님에게는 전과 비슷한 시간에 마중하러 간다고 했었다. 즉, 점심시간대에 약속을 잡았다는 말이다. 아침식사를 마치자마자 나온 지금으로서는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아있었다. 저번과는 다르게 길도 알고 있으니, 길 찾느라 시간 걸릴 일도 없고 말이다. “뭐? 그럼 왜 이렇게 일찍 나온 건데?” ‘그렇게 레이첼씨와의 데이트가 기대됐냐!’ 라고 말하는 것 같은, 매도하는 시선으로 사라가 날 노려봤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사라는 내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너랑 놀려고.” “……뭐?” 내가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자, 사라는 순식간에 눈꼬리가 내려가면서 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니까 너랑 놀려고.” “…흥. 내가 이렇게까지 해주고 있으니까 그쯤이야 당연한 거지. 이걸로 내 화가 다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 마.” 내가 다시 한 번 대답하자, 사라는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팔을 더더욱 꽉 끌어안았다. 말은 저렇게 해도 기분은 좋은 모양이다. 만약 얘도 레이아처럼 꼬리가 있었다면, 지금쯤 엄청 맹렬히 좌우로 흔들리고 있지 않을까? 아무튼 지금부터 같이 논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기에는 또 조금 애매한 시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지금은 사라의 화를 조금이라도 달래주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제대로 된 데이트도 나중에 다시 잡아야겠지. “사라는 뭐하고 싶은 거 없어?” “응? 그러네. 갑자기 그런 말을 해도….” “과연 나랑 있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고.” “맞아. 점심시간부턴 다른 사람이랑 데이트하러 가는 못된 놈이지만.” “…죄송합니다.” 장난 좀 쳐봤던 건데, 카운터를 제대로 얻어맞았다. 사라가 순순히 인정하기에 웬일인가 싶었더니. “그러고 보니 어제 마차타고 지나가다 봤을 때 조금 시끄럽던 곳이 있던데. 보니까 뭔가 하고 있던 모양이더라고. 대체 뭘 하고 있는 건지 한 번 가볼래?”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카운터 데미지에 해롱거리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나는 어제 신전에서 돌아오는 길에 본 광장을 생각해내고 말했다. 아니. 바넷사가 그런 상태였기 때문에 셋다 신경 건드리지 않도록 쥐 죽은 듯이 있었으니까 말이야. 덕분에 경치구경만 실컷 하다가 목격하게 됐다. 천막까지 쳐놓고 뭔가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대체 뭘까? “좋아. 어차피 나하고 하는 데이트는 계획도 안 짜고 즉흥적으로 생각해낸 모양이니까.” “…죄송합니다.” 사라 얘는 가끔 데미지가 너무 살벌하게 들어와서 문제야. 요즘 얘랑 말싸움만 하면 거의 대부분 지게 된 디아나의 기분을 잘 알 것 같아. 아니. 물론 내가 잘못한 거지만 말이야. “연극?” 사라와 팔짱을 끼고 광장에 가보니, 거기에는 평소엔 못보던 커다란 천막이 쳐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서는 호객 행위가 한창이었다. 말을 들어보니 아무래도 유랑 연극단이라는 모양이었다. “어떻게 할래? 한 번 봐 볼래?” “연극…난 그런 것보다 구원이랑 더 있고 싶은데. 앗! 잠깐!” 내가 질문에 사라는 별 생각 없이 본심을 내뱉어버렸는지, 대답하고 나서 혼자 당황하기 시작했다. 귀여운 녀석. 그렇단 말이지. “어차피 연극 본다고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내 옆에서 보면 되지. 내가 살던 곳에선 오히려 데이트 코스의 정석 같은 느낌이었는데.” “흐응? 그래? 그럼 한 번 시험 삼아서 봐볼까?” 사라는 별로 흥미 없지만, 내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이 어울려준다는 느낌으로 중얼거리고는 나와 같이 연극을 보게 됐다. 연극은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영화보다는 뮤지컬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게다가 데이트에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비극. 심지어 내용도 커플이 주변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갈라지게 되는, 그 거장 셰익스피어의 명작 ‘로미오와 줄리엣’의 너프된 버전 같은 느낌이었다. 역시 원래 세계에서 이런 건 수도 없이 봤기 때문일까? 솔직히 말해서 크게 감흥은 생기지 않았다. 게다가 뭔가 얘기가 빠진 구석이 많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빼낼 부분은 빼내다 못해, 너무 과감하게 살까지 툭툭 쳐낸 느낌이라고 할까? 뭐, 대충 보니 영화보다 훨씬 편 당 시간이 짧은 것 같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말이야. 다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 옆에서는…. “흐윽…흑…흐으윽…구워어언….” 우리 사라가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면서 저거 보라는 듯 손가락으로 무대를 가리키면서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물론 내 이름을 부르는 와중에도 시선은 무대에 고정되어 있었다. 우와아. 엄청나게 울고 있어. 사라야. 너 나 말고 다른 사람들 앞에선 쿨한 표정을 유지하는 거 아니었어? 아니. 그야 다른 사람들도 우느라 정신이 없어서 이쪽을 볼 여유 같은 건 없어 보이지만 말이야. “으, 응. 슬프네.” “흐윽…후응…흐윽.” 내가 인벤토리에서 적당한 크기의 천 가지를 건네주자, 사라가 그걸로 코를 횅하고 풀더니 눈물을 닦으며 무대를 바라봤다. 코를 풀거나 하면 다른 사람한테 민폐 아니냐고? 걱정 마. 이 세계의 관객 매너는 왠지 원래 세계랑 상당히 다른 모양이니까. 사람들은 마음 놓고 소리 내어 울고 있었고, 심지어 무대를 향해 응원의 소리를 높이는 사람도 꽤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인도는 영화관에서 사람들이 다 같이 춤을 추면서 본다는데. 그게 이런 느낌인 걸까? 뭐, 이게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이곳은 이곳대로, 무대와 관객들의 반응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어서 연극의 감성을 극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무튼 내가 알던 ‘로미오와 줄리엣’과는 다르게, 이곳의 연극은 결국 커플들이 온갖 곤경을 이겨내고 마지막엔 이어지는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저런 건 새드엔딩으로 끝나야 비장미가 더해지는 거라고 개인적으론 생각하는데 말이야. 나는 그렇게 냉정하게 생각하면서도, 물론 옆에 있는 사라에겐 절대 그런 말을 하지 못했다. “흐윽…이 냉혈한…진짜 믿을 수 없어…어떻게 저걸 보고 안 울어…?” 연극이 끝난 후에도, 사라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 건지 눈물을 흘리면서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아니. 비슷한 걸 이미 몇 번이나 봐서…그보다 너야 말로 의외네. 혹시 이런 거 보는 거 처음이야?” “흑, 어, 어쩔 수 없잖아! 내가 살던 곳엔 이런 거 안 왔단 말이야.” 오랜만에 시골 처녀다운 발언을 하는 사라였다. 아무튼 그런 사라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는 사라를 데리고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에 갔다. 그리고 연극이 얼마나 슬펐는지 구구절절 늘어놓는 사라의 얘기를 들어주면서, 조용히 차를 마셨다. 감성적이 된 사라도 귀엽고 예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후우…왠지 데이트의 정석이라는 말, 조금 알 것 같아.” 그리고 겨우 진정되어서 달콤한 케이크를 한 입 먹은 사라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렇지? 같이 연극을 보는 것도 그렇지만, 이렇게 극의 감상 같은 걸 서로 얘기하는 시간이 좋은 거라고.” “얘기라고 해봤자 내가 일방적으로 했을 뿐이잖아. 이 냉혈한.” “아니. 그러니까 난 익숙해져서 그런 것뿐이라니까. 애초에 내가 냉혈한이면 세상사람 대부분은 냉혈한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흥. 그거야 모르는 거지. 평소 모습은 연기일수도.” 사라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수상한 눈빛으로 날 쳐다봤다. 야. 오늘 태어나서 처음 연극을 봤다고 해서, 너무 상상력이 폭발하는 거 아니냐? “그렇게 따지면 넌 그 냉혈남이 연기하는 모습에 반한 애가 되는 건데?” “그야 난 순진하니까.” “…그러세요.” 이 뻔뻔한 녀석. 얼굴색 하나 안 바꾸고 저런 말을. 아니. 보기와 다르게 순진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사라와 노닥거리면서 카페에 앉아있자, 슬슬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슬슬 시간이네.”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그때까지 열심히 떠들던 사라의 말문이 턱하고 막혔다. 그리고는 살짝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날 노려보더니,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지금까지 꽤나 기분 풀어주려고 노력했지만, 역시 이렇게 막상 코앞에 닥치게 되니 또 기분이 나빠진 모양이다. 아니. 물론 헛수고였단 생각은 안 하지만 말이야. 이렇게 사라랑 있는 시간 자체가 즐거웠으니까. “흥! 그럼 얼른 가버리면?” “그래. 이따가 보자. 100미터에서 안 떨어지게 잘 쫓아와야한다?” “말 안 해도 알고 있거든?! 진짜 믿을 수 없어.” “그럼 갈게.” “확 차여버려라!” 내가 자리를 일어나자, 사라가 메롱하고 혀를 내밀면서 저주의 말을 퍼부었다. “헤헹. 이미 누님이 날 좋아한다는 말은 들은 상…우왓! 너 지금 진짜로 공격하려고 했지?!” 그 저주의 말을 부정하려고 하자, 사라가 갑자기 날 공격해왔다. 진짜 아슬아슬했다. 방심하지 않고 사라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어서 간신히 피할 수 있었어. “쳇. 얼른 가버려!” “넵.” 쳇이라니. 너 지금 공격 실패해서 혀 찬 거냐?! 물론 그런 걸 일일이 따질 수 있을 리도 없었고, 나는 황급히 레이첼 누님이 사는 기숙사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길드의 여성 직원들이 살고 있는 그 기숙사는 여전히 철통같은 경비로 지켜지고 있었다. 다만 저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조금 더 유명해졌다는 점일까? “꺄악! 서, 성자니임?” 여전히 거기엔 관리인처럼 보이는 사람이 지키고 있었지만, 저번과는 상당히 반응이 달랐다. 애초에 이젠 나랑 레이첼 누님이 아는 사이란 걸 알 테니 그냥 보내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건 반응이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냐? 전에는 귀찮아 죽겠다는 태도로 얼른 꺼지라고 말했으면서 말이야. 역시 그건가. 이것도 영상의 파급효과인가. 아니면 전에 했던 미남계가 아직도 먹혀들고 있는 건…뭐,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겠지. “아, 네. 레이첼 누님을 뵈러 왔는데요.” “그, 그런 거라면 제가 방까지 안내….” 아뇨. 댁은 여기 지키고 있어야 하는 입장 아닌가요? 금남의 구역에서 남자를 방까지 안내까지 해주는 건 좀…그냥 레이첼 누님한테 연락이나 해주시죠?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그때, 내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님!” 물론 말할 것도 없이 레이첼 누님이었다. 어쩜 이리도 타이밍이 좋게 등장하실까. 혹시 내가 올 때까지 어딘가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다든가? 하핫. 설마 레이첼 누님이 그렇게까지 할 리가. 그렇다면 역시 우리는 운명의 실로 연결된 사이라는 건가? 운명이 우리의 데이트를 도와주고 있어? “안녕하세요. 구원씨. 어머, 오늘은 근사하게 차려입으셨네요?” 내가 누님의 이름을 부르자, 누님이 살짝 장난기 있는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하핫. 네. 조금…누님도 멋지세요.” 얼핏 보기엔 그다지 노출도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평소와 달리 길게 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은근히 목 부분이나 등 부분이 살짝 파여 있는 것이 보이는 원피스 차림. 평소에는 그야말로 지적으로 생겼다는 느낌을 주는 누님이 이런 차림을 하시니까 뭔가 그 섹시함이 배가 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후훗. 고마워요.” 내 칭찬에 누님은 생긋 웃어보이고는 자연스럽게 내 팔에 팔짱을 껴서는 달라붙었다. 뭔가 반응이 생각했던 거랑 다르네. 너무 여유가 넘치신다. 아니. 물론 레이첼 누님은 평소에도 이런 성격이기는 했다. 내 장난을 여유롭게 넘기기도 하시고, 날 조금 동생 대하듯이 대하기도 하시고 말이다. 다만 전에 내가 데이트 신청을 했을 때 엄청나게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당연히 오늘도 긴장감에 딱딱하게 굳어져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역시 누님. 내가 누님을 너무 얕봤다는 얘기인가. “그럼 가실까요?” “넷, 후훗. 그러죠.” …지금 제가 허리에 팔 둘렀을 때 움찔거린 거 아니겠죠, 누님?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이전에 제가 후기에 남겼던 말은 레이아의 인격이 얼마나 변하냐에 초점을 두고 답변을 드린 것이 아니라, 레이아 안에 구미호라는 다른 인격이나 영혼이 있는 게 아니라는 뜻으로 남긴 거였습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아서요. 술에 취하면 그냥 조금 이성만 잃은 것 같은 사람이 있고,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성격이 변하는 사람도 있죠. 레이아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레이아가 저렇게 되는 이유는 나중에 나옵니다. 524==================== 처음 그때와는 다른 “누님. 식사 대접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초대하고 나서 이런 말 하는 건 조금 이상할지 모르지만, 식사는 나중에 하고 우선은 쇼핑부터 조금 하는 게 어떨까요?” “흐으응?” 내가 그렇게 말하자, 누님이 내 팔에 그 거대한 가슴을 더욱 밀착시키면서 뭔가 가늠해보듯이 진한 미소를 지었다. “누님은 또 오랜만에 휴가를 쓰신 거죠? 모처럼 휴일이니까 조금 돌아다니자고요.” “어머, 신경 써주는 건가요? 좋아요. 그러면 그럴까요?” 내가 전에 누님이 했던 말을 그대로 해주자, 누님이 쿡하고 웃으면서 대답해줬다. 이런 말을 하는 내 의도를 누님도 이해해준 모양이었다. 전에 누님은 분명 나랑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돌아다녔을 텐데, 나는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솔직히 말하자면 데이트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행위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이번엔 내 쪽에서 확실히 데이트라고 인식을 한 상태에서 쇼핑을 즐기는 거다. 하는 행동은 저번과 그다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행위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크게 변하는 법이니까. “하지만 조금 걷고 싶다고 쇼핑이라니. 구원씨 쇼핑 싫어하시지 않으셨나요? 아니면 뭐 살 거라도 있는 건가요?” 자연스레 상점가로 향하면서, 누님은 내게 이상하다는 듯이 웃었다. 내가 왜 이런 제안을 했는지 이미 알고 계시면서도 이런 질문을 하시다니. 전에 같이 쇼핑했을 때 내가 그렇게 쇼핑을 싫어하는 것처럼 보였던 걸까? 뭐, 누님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로 스킨십의 강도가 꽤나 강해서 이도저도 못하고 당황했던 건 기억하고 있지만. “네? 아뇨. 그다지. 그냥 누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서요.” “어머. 그래 보이나요? 후훗. 그래도 다행이에요. 슬슬 생필품도 떨어져 가거든요.” “누님…. 적어도 쉬실 때는 좀 쉬시지 않으면….” 생필품이 떨어져간다니. 그야 쉬는 날도 없이 매일같이 일을 나가면 그런 거 살 시간이 없기도 하겠지. 이 도시는 모험가들의 생활에 맞춰 기본적으로 밤에도 문을 열고 있는 가게가 많기는 하지만, 이 누님은 거의 자는 시간만 빼고 항상 길드에 있는 것 같은 이미지니까 말이야. 그러고 보니 보통 이렇게까지 워커홀릭이면 뭔가 일에 찌들려 푸석푸석한 느낌이 날 법도 한데 말이야. 이 누님은 그런 게 전혀 없단 말이지. 뭐, 단순히 누님이 미인이라서 그렇게 보일 뿐인 건지도 모르지만. “후훗. 구원씨가 다음부터는 언제 던전에 들어가고 언제 나오는지 확실히 일정을 말해주시면 생각해볼게요. 구원씨는 언제나 부정기적으로 던전을 오가니까요.” 워커홀릭인 누님에게 조금 질린 느낌으로 그렇게 말하자, 누님이 내게 카운터 펀치를 날려왔다. 뭐, 뭐라고? 그럼 누님이 지금까지 쭉 하루도 안 쉬고 길드에 있었던 게 나 때문이라는 뜻인가? 날 만나는 그 짧은 시간을 위해서 매일같이 그렇게 일하고 계셨다는 뜻이야? 이건 그런 뜻으로 해석해도 되는 거지? 크윽. 누님. 제가 바보였습니다. 어떻게 지금까지 누님의 마음을 몰랐…. “그렇게 계획도 없이 즉흥적으로 던전에 다니니까 전과 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거예요. 모험가분들이 그렇게 던전에서 사고를 당할 때마다 안내원들이 얼마나 속이 타는지 아세요?” “아, 그런 뜻….” 그러고 보니 전에도 이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이 누님은 가끔 이렇게 그럴듯한 말을 해놓고는 낙담시킨다니까. 혹시 날 놀려먹으려고 일부러 그러시는 건 아니겠지? “응? 그런 뜻이라뇨? 무슨 뜻인데요?” “아, 아뇨. 아무것도.” “에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뭔데요? 누나한테 말해 봐요.” 누님은 내 팔에 팔짱낀 손과는 반대 손으로 내 옆구리를 간지럽히듯 콕콕 찌르면서 미소 지었다. 역시 놀리려고 일부러 그러는 게 맞는 것 같아. 누님. 남자 다루는 게 너무 능숙하신 거 아닙니까? 뭐, 팔에 닿은 가슴 너머로 두근두근 떨리는 심장의 고동이 느껴지는 걸 보니, 누님도 전혀 두근거리지 않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지금 누님이 입고 있는 원피스가 비교적 얇은 소재라고는 하나, 누님도 상당한 크기의 가슴을 자랑하신다. 이 가슴 너머로 고동이 느껴진다는 건 좀처럼 없는 일이라고. “하핫. 그냥 제…읏!” 누님의 옆구리 공격에 간지럼을 타면서 미소 지었을 때, 갑자기 목덜미에 찌를 듯한 살기가 느껴졌다.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서 성자의 파동을 날리려고 자세를 잡았을 때, 거기에는 후드를 뒤집어쓴 인영이 하나 서 있었다. ……사라야. 너냐? 어떻게 따라오고 있나 싶었더니…. 그야 사라도 눈에 띠니까 말이야. 일단 성자랑 항상 같이 다니는 여자들 중 하나로 유명하고, 그게 아니더라도 저 미모다. 미인이 많은 이 도시에도 유독 눈에 띠는 미모의 주인. 걷고 있으면 남녀 불문하고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뒤돌아보게 만드는 미인이라는 거다. 그야 조용히 따라오려면 로브라도 써야겠지. 아무튼 조용히 따라오던 사라였지만, 나랑 레이첼 누님이 너무 사이가 좋아 보이니 조금 질투하게 된 모양이었다. 깜짝 놀라라. 그만 반사적으로 성자 스킬을 쓸 뻔 했잖아. 여러 의미로 큰일 날 뻔 했다. 하지만 나도 반사적으로 성자 스킬을 쓰려고 하다니. 역시 조난 당시의 후유증이 조금 남아있는 건가? “구원씨? 왜 그러세요?” 갑자기 뒤를 돌아본 내게 놀랐는지, 레이첼 누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날 쳐다봤다. 누님은 전혀 눈치 채지 못한 건가? 즉, 살기를 완벽히 컨트롤해서 나한테만 날렸다는 건가. 그럼 고의로 그랬다는 거 아냐! 용사의 재능을 쓸데없는 데에 십분 발휘하고 말이야. 야. 이왕 도와주는 거니까 조금 장난치는 것 정도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줘라. 나는 속으로 사라에게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다시 레이첼 누님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 아뇨. 아무것도. 뭔가 시선이 느껴졌는데, 기분 탓이었나 봐요.” “시선이라니. 그런 건 계속 받고 있잖아요. 아직 익숙해지지 않으신 건가요? 성자님?” 다행히 누님은 내 말뜻을 그런 의미로 해석해주신 건지, 빙긋 웃으면서 다시 장난스럽게 말했다. “이 시선만큼은 평생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네요.” “에이. 그래서야 성자 전설은 어떻게 보여주시려고요? 보여주시는 거죠? 성자와 안내원 사이로서.” …안내원이란 단어를 유독 강조하는 지금의 발언으로, 누님이 나한테 왜 그렇게 장난을 치는 지 왠지 모르게 알 것 같아졌다. 설마 누님, 그때 내가 했던 말을 아직도 신경 쓰고 있는 건가? 아니, 하지만 누님도 전에 분명…! 내가 먼저 말했구나. 죄송합니다. 둔해빠져서. “어머, 벌써 도착했네요. 후훗. 각오하세요. 전에는 구원씨한테 미안해서 적당히 했지만, 오늘은 구원씨가 먼저 꼬드긴 거니까 철저하게 할 거에요. 도중에 그만 하자고 말하기 없기에요?” 그리고 상점가에 도착하자마자, 누님은 내게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훗. 누님. 설마 그 정도로 협박을 할 셈이신가요? 누님이 얼굴만 보고 있어도 이렇게 시간의 흐름이 빠른데, 제가 도중에 항복할 리 없잖아요?” “그, 그 말을 언제까지 지킬 수 있나 한 번 보죠!” 좋아! 드디어 한 방 먹였다! 역시 이 누님은 직구에 약해!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완전히 남자를 손아귀에 쥐고 가지고 노는 데에 능숙한 누님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또 얼굴을 붉히고 풋풋한 반응을 보여주신다. 아까 전에 내가 허리에 팔을 감았을 때부터 어렴풋이 느꼈지만, 이 누님 설마 생각 외로 남자랑 이렇게 진지하게 만난 적은 없는 거 아니야? 그러고 보니 전에 식당에서 우리 애들한테 변명을 했을 때도, 그 비슷한 말을 했던가? 후훗. 누님도 참. 왜 이렇게 귀여우실까. 오늘 처음으로 누님에게 한 방 먹였다는 성취감에 취해서, 나는 그만 방심하고 말았다. “…누님. 생필품이 필요하다고 하지 않으셨던가?” 가게 구석의 의자에 앉아서, 나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당연하다. 이런 말을 중얼거리는 걸 누가 듣기라도 해봐라. 큰일 나지. “구원씨! 이 옷은 어떤가요?” “네! 음. 노출도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 그야 물론 전 보기 좋지만, 다른 남자들한테까지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 모습이네요.” 그리고 누님이 손에 옷 하나를 들고 돌아오자마자, 나는 지을 수 있는 최고로 멋진 미소를 지어보이며 그렇게 대답했다. “어, 어머. 지금 이 누나를 꼬드기는 건가요?” 레이첼 누님은 기분 좋으면서도 부끄럽다는 듯이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볼을 붉혔다. “안 되나요?” “구원씨는 항상 그렇게…디아나님한테 이를 거예요?” “그러세요.” 아차. 지금은 이 말을 할 생각이 없었는데. 허락받았다는 건 이따가 식사 중에 고백을 하고 나서 밝힐 생각이었는데. 이래서야 거의 허락 받았다고 말해버린 거나 마찬가지잖아. “…읏. 아, 아무튼 이 옷은 아니란 거죠? 그럼 다른 옷을 골라볼게요.” 역시 누님도 그걸 깨달았는지, 아까처럼 여유로운 반응을 보여주지 못하고 당황해서는 다시 옷이 진열되어있는 장소로 돌아갔다. 그래. 여기는 지금 옷가게였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벌써 한 시간 넘게 이 가게에 머무르고 있었다. 물론 점심시간은 이미 진즉에 지났다. 누님, 배고프시지 않은 걸까? 아니. 물론 여기서 나가고 싶다는 얘기는 아니야. 그럼. 당연히 아니지. 난 그냥 누님의 몸이 걱정되어서 말이야…. 큭. 그래. 젠장. 아까 자신만만하게 말했던 걸 조금 후회하고 있어. 여자들이 옷가게에만 오면 이렇다는 걸 잠깐 잊고 있었다고. 요즘엔 이런 데 올 때 다 같이 몰려오니까, 서로 얘기를 주고받느라 나는 가만히 기다리고 있기만 해도 돼서 조금 편했다고. 우읏. 과거의 악몽이…사라야 그만둬. 디아나 너도 거들지마. 난 옷 갈아입히기 인형이 아니야! 너흰 뭘 입어도 예뻐! “후우. 조금 과하게 샀는지도 모르겠네요. 구원씨처럼 편리한 짐꾼이 있으니까 그만 저도 모르게…미안해요.”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더 흐른 후, 겨우 쇼핑을 마친 누님은 내게 귀엽게 혀를 내밀면서 사과를 해왔다. “아뇨. 전 누님의 다양한 차림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그런 누님의 미소에 치유되면서, 나는 힘껏 그렇게 대답했다. 게다가 과정이 어찌됐든, 이미 다 끝난 일이고 말이야! “어머, 그래요? 그럼 조금 더…에, 에이. 구원씨도 참. 장난이에요. 그런 표정 하지 말아요.” 누님은 활짝 웃으면서 말하다가, 도중에 말을 바꾸면서 내 코끝을 검지로 가볍게 톡 쳤다. 그, 그렇죠! 당연히 농담이죠! 누님의 말투가 왠지 엄청나게 진심처럼 보였지만, 당연히 농담이죠! “그럼 식당으로 갈까요?” “넵! 아, 그 전에….” “응? 설마 구원씨도 살 게 있었나요?” “아, 네. 실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가 레이첼 누님을 데려간 곳은, 바로 언젠가 한 번 가본 적이 있는 장신구 가게였다. 음. 옷가게에 들어올 때도 조금 그랬지만, 여기 들어오니까 뒤통수에 느껴지는 살기가 또 강해졌군. 너무 그러지 마라. 이번엔 레이첼 누님만을 위한 게 아니니까. “여, 여기는….” 설마 내가 이런 가게로 올줄은 몰랐는지, 누님이 당황한 표정으로 머뭇거렸다. 내 팔에 닿은 누님의 가슴에서 고동소리가 조금 더 크게 느껴졌다. “목걸이를 좀 사고 싶은데요. 조언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제, 제게 말인가요?” “네. 우리 애들한테 사주고 싶은데 아무래도 제가 이런 쪽에는 그다지 센스가 없어서…부탁드립니다.” “아, 아아! 그렇죠! 애인 분들께 말이죠! 알겠어요! 맡겨주세요!” 내 대답을 들은 누님은 실망스런 표정을 차마 다 숨기지 못하면서, 그래도 애써 밝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는 진지한 얼굴로 목걸이들을 바라보면서 내게 질문을 던졌다. “사라씨와 디아나님, 레이아씨 것을 고르면 되는 건가요?” “네. 아, 이왕이면 보석은 마법 세공이 가능한 것으로요.” 사라 녀석. 가게에 따라 들어오진 않았으니, 아마 내가 뭐라고 하는지 안 들리겠지? 실은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깜짝 선물이다. 레이첼 누님과의 데이트 도중에 이런 걸 사는 건 조금 미안하지만, 지금 아니면 몰래 살 틈이 없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레이첼 누님께 줄 것도 필요하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25==================== 처음 그때와는 다른 “으음. 그런 거라면….” 나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레이첼 누님의 뒤에서, 몰래 점원을 불렀다. 내가 조용히 손짓하는 모습에 점원들도 상황을 눈치 챘는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갑자기 가위 바위 보를 시작하고는 이긴 점원이 조용히 내게 다가왔다. 방금 전 가위 바위 보말이야. 필요 있었냐? 무심코 딴죽을 걸고 싶어졌지만, 지금은 레이첼 누님에게 들키지 않는 게 우선이다. “저 여성분께 어울릴만한 반지를 찾고 있는데요. 추천할 물건은 있나요? 아, 사이즈 보정 마법이 들어간 걸로요.” “네, 네에. 그런 거라면….” 내가 조그맣게 속삭이자, 점원이 몸을 배배꼬면서 나를 한쪽 진열대로 안내했다. 점원 태도가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레이첼 누님은 상당히 진지하게 목걸이를 골라주고 있는 모양인지 아직 이쪽에 눈치를 채진 않은 것 같았다. 보통 마음에 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 선물을 골라달라고 하면 저렇게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텐데 말이야. 저 누님도 참 사람이 너무 좋다니까. 나도 이틈에 얼른 골라놓지 않으면. 실은 원래 계획대로라면 레이첼 누님께 고백 전에 실비아한테 먼저 반지를 주는 것까지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내 예상보다 실비아의 상태가 훨씬 심각한 바람에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다. 어쩔 수 없잖아. 내가 반지라도 줬다간 걔는 농담이 아니라 정말로 생명이 위험하니까. 실비아한테 반지를 주는 건, 일단 사도 임명으로 죽지 않는 것부터 확인한 다음에 하도록 하자. “으음…. 고민되네요. 이거랑 이거…아, 이것도 어울릴 것 같네요. 세 분 모두 예쁘시니까 실은 뭘 걸어도 어울리겠지만요. 아, 그렇지. 제가 몇 가지 고른 것들 중에서 구원씨가 직접 고르시는 게 어때요? 이런 건 마음이 중요하니까요. 마지막은 역시 구원씨가 직접 고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역시 그런가요? 그런 것까지 조언해주시고. 누님, 감사합니다.” “아뇨. 오늘 재밌게 같이 다녀준 보답이에요.” 내가 감사 인사를 하자, 누님은 살짝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해줬다. 저런 미소를 보니까 또 가슴이 아파지네. 실은 누님이 오늘 내내 날 기대하게 만들었다가 낙담시키면서 놀려먹었으니까, 나도 비슷한 방법을 한 번 시도해본 건데 말이야. 뭐 누님과 정반대로 난 낙담시켰다가 감동시키는 작전이지만. 하지만 저렇게 미소 짓고 있는 누님을 보니 약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냥 처음부터 누님에게 줄 반지를 사러 왔다고 할 걸 그랬나? 대놓고 금발 벽안의 아는 누님한테 줄 선물을 고르러 왔다고 하는 식으로 말이다. 뭐, 그런 생각을 해봤자 이미 늦었지만. 어쩔 수 없지. 낙담시킨 만큼 고백할 때 최선을 다할 수밖에. 나는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누님이 골라준 후보군들 중 고심해서 우리 애들 셋에게 줄 선물을 골랐다. 그렇게 장신구점에서 볼 일을 마치고, 우리는 잠깐 누님의 기숙사로 돌아갔다. 물론 엄한 짓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그냥 내 인벤토리에 있는 짐을 배달해주기 위해서다. 아무리 그래도 사라가 따라오는 와중에 그런 짓까지 할 정도로 철면피는 아니라고. 식당으로 가는 도중에 이 기숙사가 위치해있기도 했고 말이다. “자, 자아. 들어오세요.” 전에도 마찬가지 이유로 한 번 왔던 곳이지만, 다시 봐도 역시나 신기한 곳이다. 엘프가 살고 있다고 격렬히 주장이라도 하듯, 바닥 벽 할 것 없이 전부 나무였다. 그것도 나무 판자로 된 게 아니라, 마치 정말 나무 안쪽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분명 이 건물 겉보기엔 평범한 건물이었는데 말이야. 대체 어떻게 만든 걸까? 게다가 가구나 장식물도 뭔가 나무나 나뭇잎 관련이 많았다. 빠른 몸놀림이나 던전에 갈 때 입는 그 노출도 높은 나뭇잎 드레스를 봤을 때도 생각한 거지만, 우리 쪽에 있는 순혈 엘프보다 훨씬 엘프답단 말이야. “후, 후훗. 또 두리번거리고. 누, 누나 방에 들어와서 기, 긴장되나요?” 저보다는 누님이 더 긴장한 것 같지만요. 마치 내가 뭔 짓이라도 할 것처럼 미묘하게 허리를 뒤로 빼고 있고. 안 잡아먹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네.” 물론 그런 생각은 전혀 내색하지 않고, 나는 순순히 그렇게 대답했다. “후훗. 구원씨도 참. 성자씩이나 되시는 분이 그래도 되겠어요?” “아뇨. 성자인 거랑 관계없이 이건 어쩔 수 없어요. 다름 아닌 레이첼 누님의 방이고.” “또. 또 그렇게. 누나를 너무 놀리면 안 돼요? 구원씨는 평소에도 그러니까 착각하는 사람이 많이 생기겠네요. 만약 진심이 돼버리는 사람이라도 나오면 어쩌려고 그래요?” 누님은 무리해서 장난스런 태도를 유지하는 것 같은 말투로 그렇게 말하면서 가볍게 내 팔을 톡 두드렸다. 하지만 이거, 꽤나 절호의 찬스 아니야? 실은 고백은 식당에서 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이렇게 판이 깔려져 있으면 할 수밖에 없잖아. “어쩔 것 같아요?” “어, 어쩔 것 같냐니…그, 그게…그, 그래! 자, 짐은 이쪽에 놔두시면 되요!” 아, 도망갔다. 역시. 데이트하는 내내 느꼈던 거지만, 이 누님. 뭔가 남자 다루는데 능숙한 것 같으면서도 이렇게 풋풋한 모습을 보여줄 때가 있다. 혹시 누님으로서 어설픈 모습은 보여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거나, 뭐 그런 걸까? 뭐, 아무래도 좋지만. 결국 누님의 방에서는 그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나는 인벤토리에서 누님의 짐을 꺼내 하나하나 지정하는 위치에 놓았다. 기회를 놓친 게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고백은 어차피 식당에서 하기로 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누님의 방을 나서고, 우리는 드디어 전에도 같이 한 번 온 적 있는 고급 레스토랑 ‘시공의 흐름마저 느리게 흐르는 곳’에 도착했다. 다시 봐도 이름 참 거창하단 말이야. 시공이라니. 분식집 같은 곳에선 절대 맛볼 수 없는, 그야말로 고급 레스토랑다운 표어다. 아무튼 레스토랑으로 들어간 우리는, 전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주문하고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요리를 먹기 시작했다. 전과 마찬가지로 혀에서 그냥 녹아내리는 것 같은 훌륭한 맛이다. 전에는 결국 도중부터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나갔으니까 말이야. 물론 우리 저택에서 하는 식사도 뒤쳐진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가끔 이렇게 외식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네. 다음에 우리 애들도 데리고 와야지. “후훗. 또 테이블 밑에 숨을 준비라도 해놓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식사를 하면서 누님도 그 생각이 났는지,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장난기만 있는 표정은 또 아니었다. 우리 애들한테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하니 씁쓸해지기라도 한 걸까?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되는데. 아까 분명 그런 뉘앙스의 말을 했었잖아. “아뇨. 그럴 필요 없어요.” “네? 하지만….” “괜찮아요.” “그, 그런가요….” 내가 생각보다 당당하게 나와서 놀랐는지, 레이첼 누님은 내게 반박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말을 끊고 다시 한 번 괜찮다고 말해주자, 누님은 살짝 기대감 어린 표정으로 볼을 붉히면서 또 다시 말을 얼버무렸다. 부끄러워서 얼버무리는 건 아까와 마찬가지 였지만, 아까보다 훨씬 더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점차 내 말에 믿음이 생기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솔직히 말하면서 조금 심장이 오므라들었는데, 다행히 누님께 들키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니. 그도 그럴 게 말이야. 내가 괜찮다고 하는 순간 식당으로 사라가 들어왔단 말이야. 사라는 레이첼 누님의 자리에서 사각에 위치하는 테이블에 앉더니 뭔가 주문을 했다. 그리고는 날 한 순간 노려보더니, 흥하고 고개를 돌렸다. 일단 들어오긴 했지만, 그래도 방해를 할 생각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지금부터 고백을 할 건데 말이야. 안 그래도 뒤에서 나랑 레이첼 누님의 데이트를 보면서 상처 받았을 텐데, 사라 쟤가 고백까지 듣게 되면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지지 않을까? 분명 이 식당에는 테이블마다 남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는 마법진이 설치되어 있었지? 아니. 하지만 또 그러면 자기한테 숨기고 싶은 뭔가를 한다고 오해할 수도 있고…. 고민 끝에, 나는 그냥 이대로 사라가 보는 앞에서 고백을 하기로 했다. 어차피 사라에게 들려주지 못할 말은 하지도 않을 거다. 그리고 내 진심을 사라가 제대로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렇게 결심을 마치고, 나는 다시 레이첼 누님과의 대화에 집중했다. 이런 때에 다른 생각을 계속하는 건 레이첼 누님한테도, 그리고 저렇게 협력해주고 있는 사라한테도 실례니까. 누님과 두런두런 대화를 하는 사이에, 어느 샌가 메인 디시도 깔끔히 비우고 지금은 디저트 타임이 됐다. 슬슬 식사가 끝나갈 타이밍에, 레이첼 누님이 입을 열고 내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늘은 이렇게 식사에 초대해줘서 고마워요. 무척 즐거웠어요.” 레이첼 누님이 그렇게 말한 순간, 나는 지금이야말로 고백을 실행할 절호의 찬스라는 걸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아뇨. 저야말로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훗. 이번엔 제대로 보답해줄 수 있어서요?” 누님. 그러니까 그런 미소 짓지 말라니까요. 역시 저번엔 그것 때문에 화났던 게 맞았구나. “아뇨. 누님과 데이트를 할 수 있어서요.” “……네? 그, 그건…!” 아마 누님도 내가 고백한다면 이 타이밍에 말할 거라고 대충은 예상했을 텐데 말이야. 전에 구조 당했을 때, 위에서 다시 고백한다고 하기도 했고. 설마 오늘 하루 종일 내가 고백을 안 해서 반쯤 포기하고 있었던 건가? “누님. 전에 절 구해주셨을 때, 제가 고백하니까 그랬죠? 그때 전 조난 중의 외로움이 사무쳐서, 잠깐 자신의 감정을 착각한 것뿐이라고. 그러니 이렇게 멀쩡한 상태로 다시 한 번 말 할게요. 좋아합니다. 저랑 사귀어주세요. 이 감정은 절대 착각 따위가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아까 사뒀던 반지를 꺼내 누님께 내밀었다. 누님의 눈동자와 마찬가지로 푸른빛으로 빛나는 보석이 빛을 받으며 찬란하게 빛이 났다. “아, 아아…구원씨…읏. 하, 하지만….” 역시 아까 전엔 눈치 채지 못했던 건지, 레이첼 누님이 눈물을 글썽이면서 두 손으로 입을 막고 감탄사를 흘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답은 하지 않고, 뭔가 주저하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애들이라면 걱정 마세요. 허락은 받았어요.” “네?! 허, 허락을요?! 다른 분들이 전부 허락해주셨다고요?!” 반쯤 그런 뉘앙스가 풍기는 말을 이미 몇 번이나 했는데도 불구하고, 역시 이렇게 확실히 말하자 누님은 또 다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정말로 허락을 받았을 거라곤 생각하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네. 첩이라면 허락해 주겠다고….” 솔직히 이 말을 할 때는 나도 조금 목소리가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과연 대뜸 첩이란 말을 꺼내는 건 어떤가 싶기도 했지만, 이건 우리 애들과의 약속이니까 말이야. 게다가 지금은 얼렁뚱땅 넘어가고, 레이첼 누님이 내 고백을 받아준 후 나중에 가서야 첩으로 받아준다고 하는 게 더 쓰레기 같은 행동이니까. 말 할 거면 아예 처음에 말해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이건 오만일지도 모르지만, 누님이라면 왠지 승낙해 줄 거라는 자신감도 있었다. 이 세계에 처음 떨어져서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누님께 느끼한 말을 내뱉으며 대쉬했던 그때의 내가 아니다. 나에 대한 누님의 감정도 그때와는 전혀 다를 거다. 모든 것이 처음 그때와는 전혀 다른 거다. “첩…인가요?” 그래도 역시 첩이란 단어가 튀어나오자 곤혹스런 기분이 든 건지, 레이첼 누님이 잠깐 머뭇거렸다. 하지만 첩이란 단어를 듣고도 바로 거부하지 않는다는 건, 역시 누님에게도 그럴 생각이 있다는 거였다. 나는 좀 더 밀어붙이기로 했다. “네. 하지만 첩이라는 건 그냥 형식상의 문제에 불과해요. 제가 누님을 좋아한다는 건 변함이 없어요. 절대 소홀히 하지 않을게요.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어 드리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첩이라니…저 이래 봬도 꽤나 귀한 집 자식이에요? 그야 디아나님과 비교하면 조금 격이 떨어질지도 모르지만….” “격이 떨어진다니! 전 그런 생각한 적 없어요! 레이첼 누님은 누님 그 자체만으로 존귀하세요. 첩이란 건 정말로 형식상으로 그렇다는 것에 불과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전 처첩에 관계없이, 다들 똑같이 사랑할 생각이에요. 물론 누님도 똑같이 사랑할 거라고 맹세해요.” “그런…그런 게 정말로 가능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네. 가능하단 걸 증명해보이겠어요. 누가 뭐라 해도 전 성자니까요. 그런 것도 불가능해서야 뭐가 성자겠어요. 누님을, 아니. 누님뿐만이 아니라 제가 사랑하는 모두를 반드시 행복하게 만들어 보이겠어요.” 할 수 있냐 없냐의 문제가 아니다. 반드시 그렇게 하고 말겠다. 그런 뜻을 담아서 누님에게 내 뜻을 전하자, 누님은 그제야 곤혹스런 얼굴 표정을 풀고 살포시 미소 지었다. “…후훗. 그랬죠. 성자님이셨죠.” “네. 그러니까 누님. 계속해서 제 성자 전설을 지켜봐주세요. 모험가와 안내원의 관계가 아니라, 제 옆에서. 제 여자로서.” 내가 다시 한 번 반지를 내밀자, 누님이 천천히 손을 뻗어서 내가 내민 반지를 짚었다. 자신의 왼손 약지를 반지 안에 천천히 밀어 넣은 후, 누님은 마치 잘 어울리냐고 말하듯이 손가락을 곧게 펴고는 손등을 내게 보여주듯 손을 얼굴 옆으로 들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누님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거절할게요.” 언젠가 한 번 들은 적 있는 대사를. “…네?” 누님. 지금 반지 왼손 약지에 스스로 끼신 거 맞죠? 정말로 예상외의 대답에, 나는 황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저기 멀리 떨어진 테이블에서 사라가 마시던 차를 내뿜는 게 보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26==================== 처음 그때와는 다른 석양 노을이 거리 전체를 붉게 물들인 시각. 나는 터덜터덜 집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원래는 점심 약속이었지만, 쇼핑에 시간이 걸리기도 했고 요리도 풀코스로 시켜먹었기 때문에 식당을 나올 때는 어느덧 이런 시간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저택을 나설 때와 마찬가지로 사라가 팔에 매달려서 걷고 있었다. 다만 아침에 그랬던 것처럼 다정하게 팔짱을 낀다는 느낌보다는, 정말로 혼자 걷기 힘들어서 내 팔에 매달려있는 느낌이었다. “흐윽…흑…하앗…흑…하아아….” 참고로 말해두지만, 얘 지금 울고 있는 거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너무 웃어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게 웃기냐?” “하앗, 하앗, 후우우우…. 응! 어어어엄! 청!” 최대한 목소리를 깔고 말해봤지만, 사라는 숨을 고르더니 만면의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 네가 그렇게 환하게 웃는 게 대체 얼마만이냐. “저기. 저기. 지금 어떤 기분? 응? 지금 어떤 기분이야? 그렇게 자신만만하게…푸흡! 아하하하!” “놀리던가 웃던가 둘 중 하나만 해라!” “아하, 하아…미안. 미안. 그럼 웃을게. 아하하하하!” 아오! 이걸 그냥 확! 레이첼 누님과의 데이트를 따라다니게 만들었던 반동인지, 사라는 평소보다 훨씬 더 극딜을 꽂아 넣어왔다. 아니. 이건 날 놀리려는 것뿐만 아니라 진짜로 즐기고 있기도 한 것 같지만. 솔직히 말해서 화낼 생각은 없었다. 애초에 따라오게 만든 내가 먼저 잘못한 거고, 사라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셈이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사라가 계속 이렇게 나오니 살짝 반격을 하고 싶어졌다. “너 말이야…식당에 있을 때만 해도 똥 씹은 표정이었으면서….” “미안. 미안. 하아…그런데 구원.” “또 뭔데?” “나 레이첼씨가 엄청 좋아진 거 있지? 지금까지는 길드에서 잠깐씩 얼굴 보는 정도였으니까 잘 몰랐는데 말이야. 같이 있으면 재미있을 것 같아. 꼬드겨보면? 우리 클랜에 들어오라고. 아 차였던가? 미안. 미안. 아하하하!” “그렇게 말했겠다?! 너 두고 봐라!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레이첼 누님만큼은 확실히 내 여자로 만든다!” “아하하하하! 방금, 하앗, 방금 차인 사람이…푸흡!” 내가 아무리 그렇게 말해 봐도, 사라는 그냥 웃기다는 듯 웃기만 할뿐 위기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뭐,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렇겠지. 열 번 찍어 안 넘어오는 나무 없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세상에는 아무리 찍어도 안 넘어오는 나무가 많다. 특히 레이첼 누님같은 미인이라면 그럴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사라도 그걸 알기 때문에 이러는 거겠지. “못할 것 같아? 할 수 있다니까?!” “응. 해봐. 으, 후흡. 응원할게! 힘내라! 우리 성자님! 성자 전설을…쿠흡!” 얘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고! 네가 계속 그러면, 나도 할 말이 없을 줄 알아?! “…야. 너 지금 하는 행동, 펠리시아랑 엄청 비슷한 거 아냐?” “……하?” “죄송합니다. 농담이에요.” 야. 지금 실컷 자긴 놀려먹고 있는 주제에 내가 좀 반격했다고 정색하는 건 치사하지 않냐? 아무리 펠리시아가 싫어도 말이야. “뭐어, 아무튼 재미있는 구경도 했겠다, 오늘 빚은 없던 걸로 해줄게.” 이러니저러니 해도 역시 펠리시아랑 비슷하단 말이 효과가 있기는 있었는지, 사라는 더 이상 놀리지 않겠다는 듯 빙긋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입 꼬리에 꾸욱하고 힘이 들어간 걸 보면, 웃음을 참기 꽤나 힘겨워 보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설마 그렇게 당당하게 말하고 갔으면서 차이다니…후읍…! 으읍!” 결국 참을 수 없었는지, 사라는 다시 그렇게 말하며 빵 터지려고 했다. 물론 내가 그 전에 사라의 입술을 붙잡아서 입을 벌리지 못하게 막았지만. 사라는 항의하듯이 내 팔을 때렸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뒤에서부터 사라를 안은 채 계속해서 입을 틀어막고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완전히 차인 것도 아니거든? 너도 반지 받은 거 봤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라가 안간힘을 써서 자기 입을 막고 있던 내 손을 내려서 자기 배 쪽에 두르도록 만들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놀려먹은 주제에 또 끌어안고는 있으라는 거냐. “푸하아. 미련이 너무 넘치는 거 아냐? 반지는 그냥 비싼 거 주니까 받은 거…아야! 야! 구원!” 그리고 다시 그런 말을 했던 사라였지만, 내가 손을 올려서 가슴을 꽉 쥐자 얼굴을 붉히면서 내 손을 탁탁 때려댔다. 물론 나는 그 공격에 전혀 굴하지 않고, 사라의 손에 딱 들어오는 가슴을 찌부러트릴 듯 강하게 주물렀다. 물론 진짜로 찌부러트리겠다는 건 아니다. 그러면 나만 손해니까. “너 말이야. 자꾸 놀려봤자 좋을 거 없을 텐데? 오늘 밤이 누군 차례인지 잊은 거 아니지?” 그렇게 말하면서 물건을 세우고 사라의 엉덩이에 비비자, 사라의 얼굴이 더더욱 빨개졌다. “이, 이런데서! 미쳤어! 미쳤어! 야! 구원! 그만 안 해?!” “아까 내가 그만하라고 했을 때, 넌 그만했던가?!” 내가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사라의 안색이 살짝 창백해지면서 몸을 떨기 시작했다. “잠, 농담이지? 정말로?! 그, 그만! 이따가 실컷 해줄 테니까!” “약속한 거다?” 사라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나는 물건을 죽이고 사라에게서 떨어졌다. 사라는 순간 아차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다. “시, 심한 짓 하려는 거 아니지?” “글쎄.” “에, 에이. 우리 오빠는 그런 쪼잔한 짓 하는 사람 아닌 거, 사라는 아는 걸.” “이제 와서 귀여운 척 해봐야 소용없다.” “오, 오빠야아….” 형세가 역전되어 내 팔에 매달려 애교를 부리는 사라를 보며, 나는 아까 전 레이첼 누님과의 일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사라는 모르고 있겠지만, 실은 완전히 차인 게 아니라는 건 거짓말이 아니었다. 사라가 모르는 뒷얘기가 조금 남아있거든. “…네? 저, 저…지금 차인 거예요?” 그때 내가 황망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자, 레이첼 누님이 조금 곤란하단 표정을 짓더니 힐끔 뒤를 돌아봤다. 거기엔 차를 뿜고 켁켁대고 있는 사라의 모습이 있었다. 사라야. 아무리 내가 차인 게 예상외라도 그렇지, 완전히 들켜버리면 어떻게 하냐. 사라의 모습을 확인한 누님은 다시 고개를 돌려서 시선을 내게 향하고는 조그맣게 뭔가 주문을 읊조렸다. 그러자 손바닥 크기의 작은 바람의 정령이 튀어나와 우리 근처를 바람으로 감쌌다. 그러자 주변에서 들리던 소리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오로지 나와 레이첼 누님의 숨소리만이 이 공간을 지배하게 됐다. 아무래도 지금부터 할 대화 내용을 사라에게는 들려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뭐, 지금부터라고 할까, 애초에 고백 자체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지. “그야 당연히 차이죠. 오히려 제가 묻고 싶을 정도에요. 어째서 제가 받아줄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그, 그야 전에 누님께서….” “구원씨를 좋아하는 건 진심이에요. 지금도 구원씨를 좋아해요. 고백을 받아서 행복하고요.” 내 중얼거림에, 누님은 살짝 난처한 표정으로 그렇게 대답해줬다. “그럼….” “하지만. 아무리 그런 구원씨가 하는 말이라고 하더라도, 첩으로 받아준 다음 똑같이 사랑해주겠다는 말은 못 믿겠어요. 당연하잖아요?” “아….” 역시 그런 건가. 하긴. 그래. 생각해보면 그게 당연한 거다. 대체 난 무슨 자신감으로 누님이 순순히 내 첩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한 걸까? “정말로…. 방금 전까지 멋졌으면서 그런 표정 짓는 거 아니에요.” 풀이 죽는 날 보고, 누님이 또 다시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어 검지 끝으로 내 코끝을 톡하고 한 번 건드려준 후, 빙긋 웃으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까 어디 한 번 제가 믿을 수 있도록 만들어 봐요.” “…네? 믿을 수 있도록?” “네. 그야 당장은 믿을 수 없지만, 구원씨가 계속해서 절 그렇게 아끼고 좋아할 거란 걸 증명해보이면…혹시 알아요? 제가 또 넘어갈지?” 누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왼손 약지에 꼈던 반지를 스르르 빼냈다. 그리고는 팔목에 몇 바퀴 감아서 두르고 있던 팔지를 풀어서 그 끈에 반지를 넣고는, 그대로 목에 둘렀다. 마치 목걸이처럼 말이다. 임시방편으로 팔찌를 목걸이로 만든 거라 그런지, 줄이 길어서 반지가 완전히 누님의 가슴골로 들어가서는 모습을 감췄다. “그동안 이 반지를 끼는 건 보류해두도록 할게요. 뭐에요? 그 표정은? 자신 없으세요?” 그렇게 말하며 레이첼 누님은 또 다시 아름다운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그 미소를 보고, 나는 뭔가 후련한 기분이 됐다. 이거 제대로 한 방 먹었네. 오늘 내내 날 띄웠다가 낙담시키면서 가지고 노셨으면서, 마지막에는 낙담시켰다가 띄워주는 방식으로 날 골려먹다니. 반지로 깜짝 놀래키는 건 나라고 생각했지만, 카운터를 제대로 얻어맞았다. 아까 전에는 의외로 풋풋하니 뭐니 하고 건방진 생각을 했었지만, 역시 난 이 누님한테 당할 수 없는 모양이다. “아뇨! 전혀요! 걱정 마세요! 이제부터 매일 같이 대쉬하고 대쉬하고 대쉬해서, 누님을 반드시 제 여자로 만들어 보이겠어요!” 내가 힘차게 그렇게 말하자, 누님이 다시 또 부끄러워졌는지 살포시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살짝 옆으로 피했다. 이 모습을 보면, 솔직히 그리 오래 걸릴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누님도 날 엄청 좋아하는 게 맞다니까! “그, 그래요. 어디 힘내 봐요.” 하지만 이렇게 마지막의 마지막에 약한 모습을 보이고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누님은 다시 날 똑바로 바라보면서 애써 만든 것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 그래도 너무 늦으면 또 몰라요? 저 이래 봬도 엄청나게 인기 많으니까요. 너무 늦어버리면 다른 남자가 채갈지도 몰라요?” “그런 일은 절대로 만들지 않을 테니까 걱정 마세요. 누가 뭐래도 누님은 제 여자에요.” “저, 정말…그러니까 아직 아니라고요.” 누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이 얘기는 여기서 끝이라는 듯 황급히 손을 휘저어 정령을 돌려보냈다. 당연히 주변을 감싸서 소리를 차단하고 있던 바람의 장막도 동시에 사라졌다. 힐끔 사라를 보니, 종업원을 불러서 자신이 뿜은 차의 뒤처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덕분에 우리 대화가 잠시 들리지 않았던 건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후우. 잘 먹었어요. 오늘은 정말로 즐거웠어요.” “아, 아뇨. 저야말로. 누님과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후훗. 그거 다행이네요. 그럼 이만 갈까요?” 그렇게 말하고, 누님을 일어나서 다시 내게 팔짱을 끼고 식당을 나왔다. 그때는 이미 저녁노을이 하늘을 반쯤 물들이고 있는 중이었다. “벌써 이런 시간. 그럼 구원씨. 다음에 길드에서 봐요. 오늘은 정말 즐거웠어요.” “네? 이대로 헤어지는 건가요?” 왠지 이대로 헤어지기는 아쉬워서 누님을 잡아봤지만, 누님은 내 팔에서 스르르 팔을 풀고는 내 앞에 똑바로 섰다. “어머? 그 말은 밤까지 함께 있고 싶다는 뜻인가요?” “네? 아, 아니. 그런 게 아니라….” “후훗. 안 돼요. 아직은 그런 사이가 아니니까.” 누님은 아직은 이란 말에 힘줘서 말하고는 빙긋 웃으며 내게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고는 고개를 내밀고 발돋움을 하여 내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춰줬다. “그럼 나중에 봐요.” 그리고는 다시 내 곁에서 살며시 떨어져서는, 손을 살랑살랑 흔들어 인사를 해준 다음 가벼운 발걸음으로 멀어져갔다. 나는 그런 레이첼 누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쳐다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그 후로 뒤처리를 끝내고 우리가 사라졌단 사실을 깨달은 사라가 황급히 식당에서 나온 다음에, 이렇게 같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얘기다. 사라는 내가 완전히 차였다고만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아직 찬스는 충분히 있다. 물론 이미 한 번 데인 경험이 있으니까 전처럼 무조건적인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누님을 내 여자로 만들고 말겠다는 의욕은 가득했다. 사라 얘도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어디 한 번 꼬드겨 보라고 보채기까지 했으니까, 이제 눈치도 안 보고 맘껏 꼬드겨주겠어. 뭐, 그 믿음이란 걸 어떻게 줘야 할지에 대한 계획은 전혀 없지만. 그거야 앞으로 차차 생각해보기로 하자. 그보다 우선 지금은…. “오늘 밤은 긴 밤이 될 것 같군.” “오, 오빠? 구원 오빠?” 나는 필사적으로 내게 매달리는 사라를 보며 씨익 웃어줬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27==================== 처음 그때와는 다른 “다, 다녀왔는가.” 저택으로 돌아오자, 어째선지 디아나가 허리를 뒤로 빼고 엄청나게 경계하는 자세로 우릴 맞이해줬다. “…너 뭐하냐?” “으, 음? 크흠. 일은 잘 마치고 왔는가?” 내가 황당하게 중얼거리자, 디아나는 내 팔에 아양 떨듯 매달려있는 사라의 모습을 힐끔 살피더니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을 했다. 혹시 뭔가 사단이라도 났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가? 뭐, 확실히. 생각해보니 그러네. 내가 차이지만 않았으면, 지금쯤 기분 나빠진 사라한테 엄청 쪼이고 있긴 했겠지. 과연. 그래서 경계를 한 거였나. “응. 뭐, 차였지만.” “……풉. 크흠. 그, 그런가.”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상황을 설명하자, 디아나가 잠시 텀을 둔 후 빵 터졌다. 그다음 바로 얼버무리듯 헛기침을 하면서 내게 다가와서는 위로하듯 머리를 쓰다듬어줬지만 말이다. 입 꼬리가 미묘하게 떨리는 걸 보면, 얘도 웃고 싶어 죽겠는 모양이다. 이것들이 낭군님이 차였다는데 하나같이 반응이…뭐, 좋아. 넌 그래도 참는 것 같으니까 봐준다. “오, 오빠. 디아….” “넌 안 봐준다.” “씨잉….” 아마 디아나도 웃었으니까 자기도 봐달라고 말하려는 거겠지. 애교떠는 말투로 말하는 사라의 말을 끊고 대답하자, 사라가 바로 귀여운 소리를 냈다. 역시 그런 거였냐. 사실 그렇게까지 겁먹을 필요는 없는데 말이야. 밤에 두고 보자고 말을 하기는 했지만, 실은 어떻게 괴롭히면 좋을지 전혀 계획이 없기도 했고. 물론 말해주진 않을 거지만. 모처럼 사라가 내게 약한 상태인 거다. 이런 귀중한 한 때를 쉽게 포기할 리가 없잖아? “다른 애들은? 또 수영?” “음. 알고 있다고 생각하네만, 가지 말게나.” “알고 있다고.” 마틸다에게 볼 일이 남아있는 상태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 시간은 어차피 저녁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교황님과 나눴던 대화에 대해 얘기하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를 일이니까 말이야. 괜히 시간도 별로 없는 지금 급하게 처리하려고 하기 보다는, 내일 낮에 시간을 잡아서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을 볼 일도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말일세. 자네가 차였다니.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괜찮다면 자세히 말해줄 수 있겠는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디아나가 내게 질문을 했다. 어른스럽게 그냥 안 묻고 넘어갈 생각이었지만,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겠는 모양이다. 뭐, 디아나는 애초에 궁금한 건 못 참고 넘어가는 성격이기도 하고 말이다. “아…그건…사라.” 어차피 사라한테는 시종일관을 대부분 보인 거다. 이제 와서 숨길 것도 없다는 생각에, 나는 사라에게 턱짓을 했다. “괘, 괜찮아?” 하지만 사라는 의외로 바로 입을 열지 않고, 경계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까 전에 실컷 웃을 때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말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거리고 있을텐데 말이다. 내가 함정이라도 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쓸데없이 경계심이 강하다니까. 그러게 아까 전에 조심 좀 하지. 뭐,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같은 상황에서 엄청 웃으면서 놀려댔을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괜찮아. 난 저녁때까지 방에서 좀 쉬고 있을게.” 나는 마치 차인 게 은근히 데미지가 있다는 듯 피곤한 표정으로 말하고는, 먼저 방으로 돌아가…는 척을 하다가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 실은 볼 일이 있는데, 쟤들이 가까지 있으면 곤란한 볼 일이라서 말이야. 게다가 다른 애들마저 수영 연습중이라고 하니, 실로 절호의 찬스다. 저택 안에서 우리 애들 전원과 떨어져 있을 찬스란 게, 거의 없으니까 말이지. 내가 향한 곳은 바로 마법사 협회의 누님들이 머무는 방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분명 부여 마법 전문이…기억 안 난다. 이 근처 방에 다들 모여 사는 건 확실한데 말이야. 어디가 누구 방인지는 와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나는 하는 수 없이 근처에 지나가던 메이드를 붙잡고 길을 물어보기로 했다. 소문이란 게 어디서 어떻게 나서 누구 귀에 들어갈지 모르는 일인 만큼, 사실 아무한테도 들키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야. “거기 메이드씨.” “네? 넷?! 저, 저 말인가요?” 내가 메이드를 손짓해서 부르자, 메이드가 몸을 움찔하고 떨더니 살짝 겁먹은 표정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내가 이 저택에서 유일한 남자라고는 하지만, 저 반응은 조금 과민반응 아니야? 아니. 그야 평소에 내가 메이드들한테 거의 말을 안 걸기는 하지만 말이야. 아니. 나도 일단 같은 저택에 사는 식구로서, 말을 걸어 보려고 하긴 했다고? 메이드복도 귀엽고 말이지. 하지만 내가 메이드한테 말만 걸려고 하면 항상 어디선가 바네사가 튀어나와서 말이야. 내가 이름만 불러도 튀어나올 때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그 녀석 날 감시하도 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 혹시 디아나한테 지령이라도 받았나? 뭐, 아무튼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다. 우선은 얼른 볼 일부터 해결하자. “부여마법 학파장 누님이 머무르는 방이 어디인지 알아요?” “네? 부여마법? 아…그거라면 이쪽으로….” 솔직히 이런 말로 알아들을지 어떨지 불안하기는 했지만, 메이드는 무사히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아니. 부여마법 학파도 뭔가 거창한 이름이 있었다는 건 기억하는데, 그런 거 일일이 다 기억하고 있을 리가 없잖아. 학파가 한두 개도 아니고 말이야. 아무튼 메이드의 안내에 따라, 나는 무사히 부여마법 학파장의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마워요. 아, 제가 여기 왔다는 거, 다른 사람한텐 꼭 좀 비밀로 해주세요.” “네? 아, 네, 넷! 그, 그럼 전 이만….” 내가 입 앞에 검지를 세우고 말하자, 메이드가 얼굴을 붉히고는 황급히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저 모습을 보니 과연 비밀이 잘 지켜질지 어떨지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들키면 들키는 대로 어쩔 수 없는 거다. “들어오세요.” 내가 방문을 가볍게 두드리자, 안에서 부여마법 계통 학파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인지 확인도 안 하고 들어오라니. 뭐, 그야 이 저택에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봤자 정해져있기는 하지만 말이야. “실례합니다.” “응? 자네인가. 무슨 일이지?”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학파장 누님은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야 그렇겠지. 같은 저택에 있다 보니 자연스레 사이가 좋아지기는 했지만, 내가 이 누님들과 1 대 1로 대화할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물며 방에 찾아온 건 처음이었다. “네. 실은 보석에 부여 마법을 조금 부탁드리고 싶어서요.” 그렇게 말하며, 나는 아까 전에 샀던 목걸이 세 개를 꺼냈다. 그래. 나는 이 목걸이에 내가 가까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마법을 걸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라의 단검처럼 말이다. 이런 걸 계획하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레이아도 하나 가지고 싶은 것처럼 보였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사라도 내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계속 단검이 빛나는 걸 확인하고 있어야 된다는 얘기가 된다. 빛나는 단검을 계속해서 빤히 쳐다보고 있다니. 완전히 위험한 사람이잖아. 실은 오늘 우리 뒤를 쫓아올 때도, 수상한 사람으로 잡혀가지 않은 게 다행일 수준이었다. 그러니까 이왕 만드는 거, 아예 장신구로 이렇게 세 개를 만들어서 각각 전해주겠다는 생각이었다. 게다가 장신구라면 언제 어디서든, 심지어 나랑 같이 잘 때조차 벗지 않고 있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목걸이라면 빛나더라도 옷 안으로 숨길 수 있으니, 던전에 다닐 때 몬스터들의 어그로를 끌 일도 없고 말이다. 뭐, 정상위로 섹스하는데 가슴부근이 빛나거나 하면 조금 신경 쓰일 테니까 웬만하면 그땐 벗어줬으면 싶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런 요지의 말을 누님께 전달하자, 누님이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호호오…과연. 하긴. 디아나님을 확실히 신경 쓰고 있기는 한 모양이구먼.” ……말에 조금 가시가 느껴지는 건 내 기분 탓일까? 아니. 절대 기분 탓이 아니다. 이거 혹시…. “설마 오늘 제가 뭘 하고 왔는지 알고 계세요?” “호홋. 자네는 재밌는 말을 하는구먼. 당연하지 않은가. 알겠는가? 만약 디아나님의 눈에 눈물 한 방울이라도 떨어져 보게.” 그렇게 말하고, 누님은 손으로 따봉을 만든 후 엄지로 자기 목을 가로로 긋는 시늉을 했다. 마법사라면 이 세계에서 최고로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엘리트 학문 아니야? 그런 사람들의 수장 중 하나라는 분이 이런 시정잡배 같은 짓을…. 아니. 디아나를 아끼는 마음이야 잘 알겠는데 말이야. “괜찮아요. …차였으니까.” 일단은 말이지. “그런가! 그런가! 잘 됐구먼!” 아뇨. 축하할 일이 아닌데요. 역시 이 사람, 아니. 마법사 협회 사람들 전원이 디아나 관련 일만 되면 머리가 이상해진단 말이야. 그것만 아니면 진짜 평범하게 마법을 열성적으로 연구하는 학자처럼 보이는데 말이지. “아무튼 그런 거라면 맡겨두게. 내 완벽히 처리해주도록 하지. 그래. 인식 범위는 얼마 정도면 되겠나?” “100미터로 부탁드립니다.” 아무튼 그렇게, 나는 무사히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발광하는 목걸이 세 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것도 다 레이첼 누님에게 차인 덕분…인가? 그 후 바넷사가 저녁 식사 시간을 알리러 올 때까지, 나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방에 돌아가 샤워를 하고는 침대에 드러누워 쉬었다. “…….” “뭐냐. 사람 얼굴에 뭐 묻기라도 했냐?” 식사 시간이 되어 부르러 온 바넷사는, 수영을 마치고 온 지금도 여전히 풀 메이크업 상태였다. 다만 표정이 뭔가…아니. 얜 기본적으로 무표정이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좀처럼 읽기 힘들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래도 평소랑 뭔가 분위기가 다른 건 알겠다. “…….” “그래. 너도 나 차인 거 들었냐?” “네? 아, 네. 축하합니다.” “축하할 일 아니거든!” 하여간 마법사 협회 누님도 그렇고 이 녀석도 그렇고, 디아나를 좋아하는 무리들은 왜 이렇게 하나같이 정상적인 놈들이 없는 거야! 아니. 물론 디아나를 누구보다도 좋아한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저는 지극히 정상입니다만.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가시죠.” “무시하기냐!” 내가 그렇게 혼자 열을 내봤자, 바넷사는 표정변화 하나 없이 식당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천사니이이임!” 식당에 도착하는 순간, 나는 레이아의 품에 안겼다. 같이 수영했던 바넷사가 알고 있다는 말은, 당연히 레이아도 이미 알고 있다는 얘기겠다? 우리 천사님만은 날 위로해주실 거야. “어, 어머. 구원씨도 차암…. 괜찮아요.” 내가 그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고개를 좌우로 마구 흔들며 우는척을 하자, 천사님이 부드럽게 내 몸을 끌어안아 준 후 천천히 내 등을 쓰다듬어줬다. 봤냐? 봤냐고 이것들아! 이거야! 바로 이거라고! 이런 반응을 원했다고! 내가 사라와 디아나를 찌릿하고 노려보면서 눈빛으로 그렇게 주장하자, 사라는 밤이 더욱 두려워진 듯 창백한 표정이 됐다. 디아나는 자긴 웃은 적 없다는 듯 시치미를 떼고 있었지만 말이다. 불지도 못하는 휘파람 휘휘 거리지 마라. “히, 힘! 힘내십시오!” 그리고 레이아의 품에 안겨있는 내 등에, 이번엔 가냘픈 뭔가가 찰싹 매달려왔다. 틀림없어. 이 진동. 분명해! 그래. 우리 실비아마저 날 위로해주기 위해서, 자신의 죽음을 불사하고 내 등에 매달려왔던 거다. 크흑. 그래. 날 위로해주는 건 역시 너희들밖에 없다! 나는 감격에 벅차서 레이아에게서 떨어진 후, 이번엔 실비아를 꽉 껴안아줬다. 실비아는 설마 내가 레이아의 가슴에서 떨어져 자길 껴안아줄지 몰랐다는 듯, 몸을 움찔움찔 떨어댔다. 하지만 그래도 날 위로해주기 위해서 버텨야 한다는 듯, 평소같이 비명소리를 내는 일도 없이 꾹 참고 부들부들 떨면서 버텨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또 문제였다. 아니. 그게 말이지. 생각해봐. 감동적이잖아? 자기 목숨이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날 위로해준 거라고. 얼마나 감동적이야. 내가 너무 감동에 빠져서, 조금 지나친 행동을 하게 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 아니겠어? 나는 그만 실비아의 뺨에 가볍게 키스를 하고 말았다. “앗! 야! 바보! 구원!” 그 모습을 보던 사라가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우으으…무, 무리…흐야아아아아아….” 결국 실비아는 그 자리에서 녹아내리고 말았다. “실비아아아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28==================== 처음 그때와는 다른 “당신 차인 사람치고는 엄청 쾌활하네요.” 내가 그렇게 우리 애들과 장난을 치고 있자니, 옆에서 마틸다가 질렸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응? 질질 짜는 편이 나아? 좋아. 그렇다면 지금부터 질질 짜서 마틸다의 동정심을 자극해보실….” “구, 구원씨! 실비아씨를! 실비아씨가!” “핫! 미안!” 갑자기 마틸다가 말을 걸어오니까 그만 순간적으로 정신이 팔려버렸잖아. 레이아의 재촉을 듣고, 나는 황급히 실비아를 끌어안고 있는 손을 뗐다. “으야아아아….” 실비아는 거의 좀비 같은 소리를 내면서 방구석을 향해 필사적으로 기어갔다. 뭐, 좀비라고 해도 세상에 저런 귀여운 좀비 소리가 있을 리가 없지만. 겁주기는커녕 오히려 사람을 유혹하는 것 같은 소리다. 방심하면 또 끌어안고 싶어진단 말이지. 뭐, 이번에 끌어안으면 확실히 죽겠지만. 나는 하는 수 없이 실비아를 포기하기로 하고, 다시 마틸다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최대한 감정을 잡은 후 애절한 목소리를 쥐어짰다. “크흑…마틸다아….” “아아…핫! 어, 어설픈 연기하지 말아요! 그런 걸로 동정할 리 없잖아요!” 순간적으로 연민 가득한 표정을 지은 마틸다였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새초롬하게 말했다. 어설픈 연기라니. 반쯤 넘어올 뻔 했으면서. 뭐, 저주 때문이겠지만 말이야. “정말로…가끔 당신이 생각이란 걸 하고 사는 건지 의문이에요.” 야.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을 무뇌아처럼 말하지 마라. 가끔 이성보다 감정에 몸을 맡긴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겠지만 말이야. “무슨 소리야. 이래 봬도 언제나 고민하며 살고 있다고. 예를 들어 네 일이라든가.” “저, 저 말인가요오….” 잘 버티는가 싶더니 또 이 상태냐. 뭐, 지금은 이 상태인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그러니까 내일은 수영연습 가지 말고 일정 비워놔. 할 얘기가 있으니까.” “네?! 다, 단 둘이 말인가요? 하지만….” 내 말을 들은 마틸다는, 웬일로 핑크빛 모드를 자력으로 금방 벗어나서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역시 나랑 단 둘이 되는 상황을 피하고 있어. 게다가 그 모드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마틸다도 신경 쓰고 있는 것이 있다는 건가. “그래. 어차피 저주도 풀어야 되잖아? 나도 교황님한테 재촉 받았다고.” “읏…! 그, 그렇…그렇지요….” 떠보기 위해서 그렇게 말해보자, 마틸다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역시나 마틸다가 신경 쓰고 있는 건 교황 관련 일이 맞는 모양이다. 게다가 이렇게 나와 단 둘이 되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는 건, 역시나 마틸다도 교황청에 돌아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그게 저주의 영향이든, 아니든 말이다. “잠깐.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야?” 나와 마틸다가 그런 얘기를 하고 있자, 옆에서 사라가 도통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그야 모르는 게 당연하겠지. 하지만 아직 마틸다와 제대로 얘기가 된 것도 아니고, 우리 애들한테까지 굳이 지금 말할 필요는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다. “응? 오늘 밤에 사라를 어떻게 혼내줘야 잘 혼내줬다는 소리를 들을까 하는 얘기.” “뭣?! 그, 그런 얘기 아니었잖아!” “그런 얘기였는데. 디아나. 혹시 뭐 좋은 아이디어 없어?” “잠깐! 다른 사람한테까지 무슨 얘길 하는 거야?!” 항상 괴롭힘 당하는 역할로서, 뭔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부탁해. 내가 그런 눈빛으로 디아나를 쳐다보자, 디아나가 턱에 손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흐으음…. 그렇구먼….” “디아나까지! 이 바보가 하는 말에 굳이 어울려줄 필요 없어요!” “구원씨도 차암…. 사라씨를 너무 놀리시면 안 돼요.” 결국 그렇게, 나는 평소와 같이 우리 애들과 소란을 떨면서 식사를 즐겼다.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평소처럼 대해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차였다고는 하나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하고 온 건데도 말이다. 역시 우리 애들은 최고야. 뭐, 그거랑 별개로 사라는 혼 좀 낼 거지만. “큭. 큭. 큭. 자, 각오는 됐겠지?” 식사를 마치고, 나는 사라와 단 둘이 방으로 돌아온 시점에서 표정을 사악하게 바꾸며 중얼거렸다. 사라도 나와 마찬가지로 식사를 하기 전에 씻은 모양이라, 오늘은 모처럼 둘이서 식당부터 사이좋게 오게 됐다. “흥. 보기 좋게 차인 주제에 자기 여자 앞이라고 강한 척 하기는.” “크헉…. 야. 너어….” 그러자 정말 예상치도 못하게, 사라가 평소처럼 쿨한 표정으로 돌아와서는 신랄하게 언어의 폭력을 행사했다. 완전히 노가드 상태로 한 대 얻어맞은 거라, 마음에 데미지가 더 크다. 설마 이런 상황에 공격을 해올 줄이야. 얘 제정신인가? 아니면 설마…. “너…설마 괴롭힘 당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거냐? 그런 거라면 그렇다고 말을….” “그, 그런 거 아니거든! 이 바보야! 어차피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괴롭힐 거잖아! 그러니까 괜히 먹히지도 않는 애교를 떨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아…. 그건 또 참…현명한 판단이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보통 인간적으로 애교를 떨기 마련이잖아? 큭. 이것도 바로 용사의 피가 가지는 결단력인가. 의미 불명이라고? 말하는 나도 별 생각 없이 말하는 거니까 신경 쓰면 지는 거다. 그리고 지금 사라의 해볼 테면 어디 해보라는 태도를 통해서, 나는 오늘 사라와 할 플레이 내용을 정했다. 사라하면 역시 이미지 플레이 아니겠어? 자, 그럼. 지금부터 그 어떤 협박에도 굴하지 않는 고고한 용사가, 음란한 고문을 통해 타락하는 플레이를 해볼까합니다. 괴롭히는 건 어디 갔냐고? 음란한 고문이 괴롭히는 거 아니면 뭐겠어. 아무튼 내 역할은…그래. 용사에게 음란한 고문을 가하는, 음마 정도로 해둘까. 성자가 서큐버스의 상위호환이라고 깨달은 이후에 스스로 음마를 자처하는 건 상당히 미묘한 기분이지만 말이야. “크크큭. 과연 용사. 이런 상황이 돼서도 잘도 그렇게 입을 놀릴 수 있군.” “뭐? 잠깐. 그건 또 갑자기 무슨….” “하지만 그 태도가 과연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응? 용사여. 넌 이미 우리 마왕군에게 사로잡힌 몸이라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설마 동료의 도움이라도 기대하고 있는 건가? 크크큭. 그렇다면 유감이로군. 네 동료들 역시 이미 다 잡혀 들어왔다. 지금쯤 내 친구들에게 꽤나 귀여움 받고 있는 중이겠지.” “아아…그런 거….” 사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설명조로 말해주자 즉시 상황을 파악하고는 황당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왜 저런 표정을? 내 대사에 이상한 점 없었지? 만화나 소설 같은 거 보면, 악당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말하잖아. 그야 나도 읽을 때는 쟤들은 대체 왜 저렇게 일일이 설명을 하고 싶어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크, 크윽! 지, 지금부터 뭘 할 속셈이지?!” 아무튼 사라도 상황을 파악하고는, 내 장단에 맞춰주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철저하게 괴롭혀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런 식의 플레이가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내가 이런 플레이를 통해 철저히 괴롭힐 거라곤 상상도 못한 채로 말이다. 하지만 그건 그렇고 연기가 어설프네. 대사를 읊으면서도 부끄럽다는 티가 팍팍 나잖아. 넌 괜히 상황에 맞춰서 연기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있으면 되니까. 그럼 나 혼자 알아서 즐길 테니까. 네 평소 모습이 그냥 고고한 용사님 그 자체야. “속셈이라. 용사님은 순진한 소리를 하는군. 그걸 정말 몰라서 묻는 건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검지를 세워서 그 끝을 사라의 입술에 가져다댔다. 그리고는 그대로 피부 위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듯 주욱하고 미끄러져 내리게 했다. 아름다운 턱선을 지나, 길고 하얀 목덜미로. 그리고 섹시하게 파인 쇄골을 지나, 적당한 크기로 여문 가슴에. “흐으읏…! 큭!” 비록 얇은 옷을 입고 있는 상태라고는 하지만, 내 손가락이 몸을 타고 기어오르는 감각은 확실하게 느껴진 모양이다. 참고로 속옷은 입고 있지 않았다. 어차피 식사 후에는 바로 이런 짓을 할 테니까, 샤워한 후 벗고 온 모양이었다. 저택에 나 말곤 여자밖에 없으니 가능한, 대담한 행동이다. 봉긋한 가슴라인을 스치듯이 타고 올라가서 가장 위쪽에 있는 유두에 도달하자, 사라가 반사적으로 신음소리를 내려다가 스스로 입을 틀어막았다. 유두의 끝에 살며시 닿고 있는 손가락에서, 사라의 유두가 점점 더 딱딱해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이런 상황에 흥분한 건 아닐 거다. 뭐 이렇게 간질이듯 건드리고 있으면 그야 반사적으로 딱딱해 지겠지. 하지만 현재 음마 역할을 맡고 있는 나로서는 그냥 그렇게 순순히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호오. 생각 외로 귀여운 신음소리로군. 유두도 점점 딱딱해지고 있고. 설마 이 정도로 느끼는 건가. 이거 이거. 평소엔 그렇게 혼자 고고한 척은 다하던 용사님이, 실은 이렇게 민감한 몸을 하고 있을 줄이야.” “크윽! 그, 그런 거! 응읏!” 내 중얼거림에, 사라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는 반박했다. 아까 전에 보였던 발연기와는 다르게, 뭔가 점점 연기에 혼이 실리는 것 같은데 말이야. 야. 설마 연기하다가 진심이 되어버렸냐? 아니. 뭐, 그건 그것대로 재미있다만. 아무튼 반박하려고 하는 사라의 가슴을 내가 손바닥 가득 힘껏 움켜쥐자, 사라가 다시 비음을 흘리면서 반사적으로 다리를 꼬듯이 스스로의 허벅지를 비볐다. 아무리 그래도 우악스럽게 가슴을 잡은 것치고는 너무 반응이 좋지 않냐고? 그야 그렇겠지. 나 지금 미약하게나마 성자의 손길을 쓰고 있으니까. 말했잖아. 괴롭힐 거라고.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 응?” “응읏! 큭!” “뭐냐. 이 다리는. 스스로 안타깝다는 듯이 허벅지를 비벼대고. 벌써 해줬으면 좋겠는 거냐? 응?” “누, 누가…! 흐으읏!” 내가 사라의 허벅지 사이에 손을 집어넣고 중얼거리자, 사라가 분한 표정으로 외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내가 허벅지를 만지는 손을 더 위로, 고간 근처에 가져가자, 사라의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렸다. 근육과 지방이 절묘한 비율로 섞인, 탱탱한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리는 감각이 손바닥 전체를 타고 전해지는 감촉은 꽤나 재미가 있었다. 다른 애들도 마찬가지지만, 얘도 참 어딜 만져도 감촉이 끝내준다니까. “으읏…하아….” 하지만 위로 올라가던 내 손은 이내 다시 움직임을 멈췄다. 다리와 고간이 맞닿은 접힌 부분에 닿은 채로 말이다. 하지만 내가 허벅지에 손가락을 파묻듯 힘을 주고 있어서, 아슬아슬하게 음부까지는 손이 닿지 않았다. 이 손에도 역시 미약하게나마 성자의 손길을 발동하고 있는 만큼, 사라가 느끼는 안타까움은 더 커졌겠지. “뭐냐. 그 안타까운 소리는. 설마 좀 더 만져줬으면 하는 거냐? 어딜 만져줬으면 하는 거지? 자, 말해봐. 부탁하면 만져줄 수도 있다고!” “큭! 그 더러운 손으로 만져줬으면 하는 곳 따위 없거든!” …아니. 사라야. 그러니까 아까부터 연기에 괜히 혼이 실리지 않았냐? 아니. 매우 바람직하지만 말이야. 얘가 저런 표정으로 저런 말을 하니까 정신에 데미지가 장난 아닌데. 처음 만났을 때 이후로는 거의 맛보지 못해서, 지금까지 잊어버리고 있었던 감각이다. 다른 남자들이 사라한테 다가오지도 못하고 그렇게 겁먹는 것도 이해가 간다니까. “크크큭. 그 강한 척이 과연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성자의 손길의 위력을 아주 조금 더 늘렸다. “흐읏! 이, 이건 비겁…!” 순간적으로 몸을 바르르 떨면서 말했던 사라였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비겁? 용사님께선 재밌는 말을 하는군. 우리 마왕군에게는 더 없는 칭찬밖에 되지 않는다. 날 그렇게 칭찬해주고 싶은 건가? 아니면, 그런 말을 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정도로 힘들어 진 건가?”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허벅지에 닿고 있던 손을 다시 위로 움직였다. 여전히 음부에는 닿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손끝으로 팬티의 삼각 라인을 따라 그리듯 천천히. 그리고 어느 정도 올라온 시점에서, 나는 이번엔 손을 옆으로 이동시켰다. 그러자 내 손끝이 사라의 음핵 위를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고 지나가면서 옆쪽의 팬티 라인으로 이동됐다. “흐으읏! 크흑!” 혹시나 음핵을 만져줄 거라고 기대했던 건지, 사라는 몸을 바르르 떨다가 안타깝기 그지없는 신음소리를 흘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29==================== 처음 그때와는 다른 반대쪽 팬티 라인으로 이동한 손은, 다시 그 라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사라는 들썩들썩 허리를 움직이면서 어떻게든 내 손을 자신의 음부 쪽으로 유도하려 했지만, 물론 나는 아직 음부를 만질 생각이 없었다. 나는 사라의 기대를 저버리고 탄력 있는 허벅지에 손가락이 잠길 정도로 꽉 눌러서 팬티의 라인을 따라 손가락을 내렸다. “아응…흐읏…!” 내 손 끝이 미약하게나마 음부 옆의 도톰한 살을 스치자, 사라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달뜬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나는 흥분으로 새빨갛게 물든 사라의 얼굴을 마치 재미있는 구경을 한다는 듯이 빙글빙글 웃으며 쳐다봤지만, 사라는 내 표정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눈동자가 살짝 풀린 걸 보니, 아무래도 사라는 이제 내 표정을 신경 쓸 여유가 그다지 없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래선 재미가 없다. 괴롭히는 맛도 나지 않고 말이다. 이미지 플레이라고는 하나,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사라를 괴롭…혼내주는 것에 있으니까. 나는 허벅지와 가슴을 주무르는 손에 다시 한 번 힘을 꽉 줘서 그 탄력 있는 몸을 음미하고는, 스스로의 얼굴을 천천히 사라의 얼굴로 접근시켰다. “하앗…아아…아….” 그러자 사라는 멍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더니, 천천히 입을 벌리고는 혀를 내밀어 내 키스를 받아주려고 했다. 그리고 사라의 혀와 내 입술 사이의 거리가 채 1센티미터도 남지 않았을 지근거리에서 나는 얼굴을 멈추고는 빙긋 웃어보였다. 그리고 사라의 가슴을 다시 한 번 우악스럽게 한 번 움켜쥐었다 떼고는, 그 손으로 사라의 내밀어진 혀를 붙잡았다. “으응…애으에…?” 내 엄지와 검지로 혀가 붙잡힌 사라는, 멍한 얼굴로 제대로 발음도 하지 못하고 귀여운 소리를 냈다. 야. 이렇게까지 했는데 그런 귀여운 반응을 보이면 안 되지. “뭐냐. 이 혀는. 설마 고고한 용사님께선 이 음마와 키스라도 하고 싶으신 건가?” “읏…! 우, 우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라의 멍한 눈동자에 겨우 초점이 맞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마치 굴욕이라는 듯 외치는 사라였지만, 여전히 내 손가락에 혀가 잡혀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발음은 되지 않았다. 우가라니. 귀엽잖아. 아마 ‘누가!’ 라고 말하고 싶었던 거겠지만 말이야. 게다가 스스로 생각해도 부끄럽기는 한 건지, 그렇게 말로는 부정하면서도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시선은 내게 맞추지 못하는 사라였다. 얼굴이 이렇게 지근거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필사적으로 시선을 피하는 사라는 상당히 귀여웠다. 물론 그런 생각은 겉으로 전혀 드러내지 않고, 나는 사라를 계속해서 질타했지만 말이다. “설마 아니라고 할 셈인가? 그럼 이건 대체 뭐지?” “우아…흣…!” 내가 손가락으로 집은 사라의 혀를 가지고 놀 듯 위아래로 움직이자 사라가 조금 얼빠지게 들릴 정도로 귀여운 소리를 내고는 다시 한 번 굴욕적이란 표정을 지었다. 이 표정은 진짜로 굴욕적인 표정이다. 음마에게 농락당하는 용사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말이다. “이, 이거언…한사덕으로…!” “반사적? 즉, 그런 말인가? 겉으로는 그렇게 고고한 척 하던 용사님이, 실은 남자가 얼굴을 가져다대면 아무한테나 혀를 내밀면서 키스를 바라는 음란한 변태였다는 건가? 응?” “아, 아이…흐읏…흑….” 내가 신이 나서 사라를 매도하자, 사라는 분을 참지 못하겠는지 눈가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야. 그러니까 연기에 너무 몰입하지 말라고. 아니. 이런 부분이 있으니까 얘랑 이런 플레이를 즐기는 거긴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혼내준다고 해도 성적인 의미로 혼내준다는 거였지 이런 식으로 울릴 생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나는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했다. 우선 붙잡고 있던 혀를 해방시켜주고, 그 손을 다시 가슴으로 이동시켰다. 손가락에 묻은 사라의 타액을 그 가슴을 돌기 부분에 바르듯 비벼주자, 얇은 상의가 투명하게 젖으면서 사라의 예쁜 핑크빛 유두가 비쳐 보이기 시작했다. “하응! 흐읏! 큭!” 아무리 얇다고는 해도 젖은 옷감이 민감한 부분을 스치는 감각은 역시나 과한 자극을 선사해주는 건지, 사라의 입에서는 반사적으로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반사적이라고 한다면, 대체 이건 뭐지?” “흐으응!” 그런 사라를 매도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 나는 허벅지를 주무르던 손을 움직여 기습적으로 사라의 음부부분에 손을 가져다댔다. 바지 위로 어루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사라의 그곳은 이미 습기가 차 있었다. “흐읏…! 그, 그건 아냐! 아히이잇!”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사라였지만, 내가 음부 위를 어루만지는 손을 진동하듯 움직이자 섹시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마치 더 해달라는 듯 두 허벅지로 내 손을 꽉 붙잡아왔다. 손끝에 닿은 사라의 바지가 점점 더 젖은 면적을 넓혀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대로 가면 아마 순조롭게 절정까지 달하게 되겠지. 하지만 그래선 재미가 없다. 나는 오랜만에 사라에게 절정 속박을 걸기로 했다. “아니라면서 왜 여긴 점점 더 젖어가는 거지? 응?” “아니. 아니야…으으응!” 물론 아직 절정을 느낄 정도는 되지 못한 사라는 자신에게 절정 속박이 걸렸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한 채로, 필사적으로 내 말을 부정하기만 할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뿐인 부정을 하는 것도 그다지 오래가지는 않았다. 내가 바지와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직접 음부를 만지자, 사라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신음성을 흘리기만 했다. “흐으으읏!” 그런 사라를 만족스런 눈으로 바라보며, 나는 손 전체로 사라의 음부를 덮듯이 감싸고는 손을 격렬하게 진동시켰다. 사라의 음부에서 애액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며, 진동하는 내 손에 의해 질척질척한 소리를 냈다. 내 귀에도 이렇게 명확하게 들리는 거다. 나보다 훨씬 귀가 좋은 사라 역시도 당연히 들리고 있겠지. “이 소리는 대체 뭐지? 응? 고고한 척 하던 용사씨. 어디 한 번 설명해보시지?” “크흣! 아니야앙…흐응…아, 아니히잉! 흐…으읍! 읍!” 하지만 사라도 끈질기게 부정했다. 이미 쾌락으로 인해 정신이 반쯤 없는 상황인데도 이러는 걸 보니, 연기를 의식하고 이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내 괴롭히는 것 같은 말투에 반사적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뿐인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사라의 입을 틀어막듯이 이번엔 제대로 키스를 했다. 내 혀가 사라의 입 안으로 침입하자, 사라도 혀를 내밀면서 그에 응해줬다. 내 입안으로 들어온 그 혀를 살짝 깨물기도 하고, 혀로 문지르기도 하고, 빨기도 하면서 자극하자, 사라의 눈의 초점이 완전히 맞지 않게 되어버렸다. “응…헤아…헤에….” 사라의 눈이 완전히 풀어진 걸 보고 살며시 입을 떼자, 사라는 마치 가지 말라고 말하듯 혀를 끝까지 내밀며 키스가 끝나는 걸 안타까워했다. 게다가 안타깝다는 듯이 움직이는 건 혀뿐만이 아니었다. 음부를 감싸듯 덮고 있는 손도, 비록 진동은 하고 있다지만 손가락이 음부 안쪽에 전혀 들어오지 않자 애가 탄 모양이다. 사라는 허리를 띄우고는 어떻게든 자기 음부를 조금이라도 내 손에 더 밀착시키려고 하듯이 밀어붙여왔다. 물론 나는 그런 사라의 행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겉 표면에 진동으로 자극만 가했지만 말이다. “어디 더 부정해보시지? 용사님.” “하앗…하앗…이, 이제…응읏…그만 됐어….” 내가 다시 한 번 놀리듯 말하자, 사라가 멍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응? 뭐라고?” “이제 그만 됐어! 빨리 해줘!” 그렇게 외치는 사라를 보면서, 나는 커다란 희열을 느꼈다. 마치 드디어 고고한 용사를 쾌락으로 굴복시킨 것 같은 달성감과 함께 말이다. 아마 사라의 말뜻은 그게 아니겠지만 말이다. 사라는 그냥 연기는 그만 됐고 이제 제대로 해달라는 뜻으로 말한 거겠지. 하지만 난 나 좋을 대로 해석하기로 했다. “우리 용사님은 대체 뭘 해달라는 거지? 난 잘 모르겠군.” “읏…! 이, 이씨! 넣어달라고!” 쾌감에 눈이 돌아간 사라는 이제 더 이상 부끄러워하고 있을 여유가 없는 건지, 마치 화내듯이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이건 아까 전에 날 놀렸던 벌이니까 말이야. 이대로 끝낼 생각은 전혀 없다고. “뭘 넣어달라는 거지? 좀 더 확실히 말해보는 게 어때? 용사님은 이런 것까지 알려주지 않으면 제대로 의사 표현도 못 하는 건가?” “으으읏!” 사라 입장에선 이미지 플레이는 진즉에 때려 친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던진 내 말에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뭐, 고고한 용사님 역할이 아니라 그냥 본래 사라라도 이런 말을 할 성격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러니까 이걸! 여기에! …에? 왜, 왜애?” 결국 사라는 직접 말로 표현하기는 부끄러웠는지, 내 고간과 자신의 고간을 번갈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몸으로 의사표현을 했다. 하지만 이내 위화감을 눈치 챘는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내 고간을 손가락으로 콕 찍었다. 그리고는 속눈썹을 한 차례 파르르 떨더니, 내 물건을 덥석 움켜쥐고는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도 그럴 게, 일부러 죽여 놓고 있었거든. “과연. 용사님은 음마의 이게 필요하신 건가. 하지만 이걸 어쩌나. 이쪽은 아직 준비가 안 돼서 말이야. 정 급하시면, 준비를 조금 도와주는 게 어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잡아서 벗어던지고는, 침대 위에 서서 고간을 사라의 얼굴 가까이로 내밀었다. 평소라면 별 거부감 없이 입으로 해주는 사라였지만, 내가 저런 말을 하자 입으로 해주는 게 괜스레 더 부끄러워진 모양이었다. 사라는 떨리는 눈으로 내 물건을 바라본 채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왜 그러는 거지? 급한 거 아니었나? 안 세우면 계속 그 상태 그대로라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축 처져있는 물건을 사라의 입술에 닿을 정도로 가까이 밀어붙였다. 그리고는 한쪽 발을 사라의 다리 사이에 이동시킨 후, 발끝으로 사라의 음부를 거칠게 자극했다. “으읏! 큭! 하음! 음! 쪽!” 결국 그 공격에 참을 수 없어진 사라는, 내 물건을 덥석 물고는 그 어느 때보다 정열적으로 빨기 시작했다. 빨리 세워서 박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 보이는 그 표정은 평소의 쿨한 표정과 대비되어 더더욱 음란하게 보였다. “좋아. 좋아. 잘 하고 있어. 용사님의 입으로 하는 게 의외로 능숙하군. 혹시 많이 해본 건가?” 내가 그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비꼬듯 말하자, 사라는 순간 눈을 치켜뜨면서 날 노려봤다. 하지만 입으로 내 물건을 문 채로 그런 표정을 지어봤자, 내 정복욕만 자극할 뿐이었다. “푸하아…하앗…하앗…됐지! 이제 빨리…!” 그리고 내 물건이 커지자마자, 사라는 곧장 입을 떼고는 재촉하듯이 그렇게 외쳤다. 아무리 굴욕적이더라도, 지금은 일단 달아오른 몸을 어떻게든 하는 게 우선인 모양이었다. 뭐, 지금은 발가락으로만 자극하고 있지만, 절정을 느끼지 않는 한 지금까지 받아온 내 스킬의 영향이 계속 몸 안을 맴돌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급하신 모양이군. 좋아. 그럼 뒤로 돈 다음 넣어줬으면 하는 곳을 스스로 벌려봐.” “뭐, 뭐어! 야! 그렇게까지…!” 자기가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내가 여전히 연기를 하면서 명령하자 과연 사라도 화가 난 모양이었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건 아까 전에 날 놀렸던 걸 벌하기 위해 하는 플레이니까. “아깐 제대로 입으로 말도 못하고 손가락으로 바지 위를 가리키기만 했을 뿐이잖아. 미안하지만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면 난 잘 모르거든. 음란한 용사님과는 다르게 순수한 몸인지라 말이지.” “큭! 이, 이게 진짜….” 내 말에, 사라는 오늘 최대의 굴욕이란 표정을 지었다. 야. 내가 순수하단 말에 제일 큰 반응을 보이는 건 이상하지 않냐?! 아무튼 사라도 내 명령대로 하지 않는 한 삽입은 없을 거라고 이해했는지, 내 말대로 뒤로 돌아서 상체를 침대에 밀착시킨 채 엉덩이를 들어 올리고는 두 손으로 자신의 탄력 있는 엉덩이를 잡아 옆으로 벌렸다. “호오. 과연. 거기에 넣어달라는 얘기였나. 칠칠맞지 못하게 침을 줄줄 흘리고 있기는 하군. 그렇게 넣어줬으면 하는 건가?” “크윽!” 사라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자기가 이렇게까지 했으니, 더 대답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뭐, 지금은 대답을 원한 게 아니었으니까 별로 상관없지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늦었네요. 퇴근하고 침대에 잠깐 누웠다가 잠들어 버렸습니다. 530==================== 처음 그때와는 다른 게다가 사라에게 더 굴욕을 주기 위한 질문은 따로 있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모르겠군.” “이익…!”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마자, 사라가 상체를 침대에 딱 붙인 자세에서도 유연하게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고는 날 노려봤다. 쌍심지에 불이 들어온 게 얼굴만 보면 엄청난 박력이 느껴졌다. 뭐, 스스로 엉덩이를 벌리고 있는 자세 때문에 그 박력도 전부 의미가 없어지지만 말이다. “이래선 대체 어느 구멍에 넣어달라는 거지? 응? 두 구멍이 전부 벌려져 있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사라의 음부와 엉덩이 구멍 양쪽에 번갈아가면서 귀두 끝을 1센티미터 정도 집어넣었다가 빼냈다. “으으응!” 그러자 사라는 정말 못 참겠는지, 엉덩이를 뒤로 내밀면서 어떻게든 내 물건을 깊이 넣어보려고 몸부림쳤다. 바들바들 떨리는 탄력있는 엉덩이가 무척이나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냉정하게 물건을 빼냈다. “응? 어디에 넣어줬으면 좋겠는지 확실히 표현하는 게 어때? 대체 어디 넣어달라는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탄력 있는 사라의 엉덩이 위쪽을 찰싹하고 가볍게 때렸다. 그러자 사라가 침대에 얼굴을 박고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으니까.” “응?” “어느 쪽이든 좋으니까 빨리 넣으라고!” 결국 달아오른 몸을 주체할 수 없었던 사라는 수치심을 전부 버리고 큰 소리로 그렇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흐으으으으읏!” 그 반응에 오싹오싹하는 정복감을 느끼면서, 나는 사라의 엉덩이에 깊숙이 물건을 넣었다. 아마 절정 속박이 없었다면 삽입하는 순간 바로 절정을 느꼈겠지. 누가 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사라는 전신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 흐읏! 이거언…! 하으응!” 그리고 사라 자신도 겨우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을 거다. 사라는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뭔가 말하려고 했지만, 그 전에 내 허리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소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는, 기교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허리 움직임. 하지만 나는 이번엔 손이 아니라 전신에 발동하는 성자의 전력을 위력을 낮춰서 발동하고 있었다. 물론 사라의 엉덩이를 드나드는 내 물건에도 제대로 스킬 효과가 발동되고 있었고, 때문에 사라는 제대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그저 쾌락에 흐느끼기만 할뿐이었다. 쾌락으로 인해 온 몸의 힘이 풀리고 있는 건지, 자신의 엉덩이를 벌리고 있는 두 손도 점점 힘이 빠지더니 침대 아래로 두 팔을 축 늘어뜨리게 됐다. 다리도 힘이 풀린 것처럼 보였지만, 그래도 엉덩이가 내 물건으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간신히 옆으로 쓰러지진 않은 채 내 허리 움직임에 맞춰서 흔들흔들 흔들렸다. 그렇게 전신의 힘이 풀린 사라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엉덩이 구멍은 아플 정도로 내 물건을 조여 오면서 내 쾌감을 극대화시켰다. 음부뿐만이 아니라 엉덩이까지 명기라니. 진짜 사기라니까. 육체적 쾌감과 정신적 충족감이 합쳐져서, 나는 금방이라도 사정할 것 같았다. 물론 참을 필요 같은 건 전혀 없었기에, 나는 허리를 힘차게 내밀어서 사라의 엉덩이에 찰싹 밀착시키고는 가장 깊은 곳에 그대로 사정했다. “흐으읏! 흐응! 하응!” 보통이라면 벌써 몇 번이나 절정에 달했을 사라는, 내가 부르르 떨며 자신의 안에 사정을 하는 동안에도 절정을 느끼지 못해 안타까운 듯 계속해서 엉덩이를 흔들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두지 않았다. 사라의 허리를 두 손으로 단단히 붙잡고, 사정이 끝날 때까지 허리를 엉덩이에 딱 붙인 채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제법 긴 사정이 끝난 후에, 나는 물건 안쪽에 남아있는 정액을 처리하기 위해 허리를 몇 번 흔들어서 짜내고 곧장 물건을 뽑아버렸다. “후우. 제법 좋았다고.” 안타까운 듯 내 물건을 따라오려고 하는 엉덩이를 한 대 찰싹 때려준 후, 나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지지대를 잃은 사라는 여전히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건지, 그대로 옆으로 풀썩 쓰러져버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는 필사적으로 날 바라보면서 울 것 같이 말했다. “흐읏! 왜, 왜애? 왜애?!” “뭐가 말이야?” “왜 뺐어? 왜 더 안 해?!” “뭐야. 더 해줬으면 하는 거냐.” “응! 하읏! 응!” 성욕에 사로잡힌 사라는 이미지 플레이도 수치심도 전부 잊고, 달뜬 몸이 진정되지 않아서 미칠 것 같은 표정으로 내게 애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이미 충분히 만족해서 말이지. 그렇게 원하면 직접 하는 게 어때?” 하지만 난 여전히 드러누운 자세에서 움직일 생각조차 하지 않고 하반신을 가리켰다. 거기엔 이미 힘이 빠져서 축 늘어져있는 물건이 있었다. 평소라면 화를 냈을 사라도, 지금은 자신의 달아오른 몸을 달래는 게 우선이라는 듯 황급히 이쪽으로 기어와서는 내 고간에 얼굴을 처박고 빨기 시작했다. 훗. 하지만 내가 아까처럼 간단히 세워줄 거라고는…. “흐윽…왜애…? 구워어언…사라가 해주는 거…기분 안 좋아아…?” …세워주자. 젠장. 이 녀석. 내가 떨어지지 않아도 정신이 없어지면 가끔씩 유아퇴행 됐을 때랑 비슷한 행동을 보인다니까. 뭐, 정신이 없어질 일이라고 해봤자 밤에 내가 괴롭히는 것밖에 없기는 하지만. “후읏…서, 섰다아….”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기어오듯이 내 몸 위로 올라타서는, 잘 움직이지 않는 허리를 어떻게든 들고 이번엔 자신의 음부에 삽입했다. “흐으으읏….” 그리고는 곧장 몸을 부들부들 떠는 사라였지만, 당연하게도 절정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사라는 절정 속박을 풀어달라고 하지도 않고, 천천히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워어언…구워어언…사라아…사라느으은….” …그런가. 유아퇴행 증세 때문에 절정 속박 생각을 못하고 있는 건가. 어쩐지 풀어달란 말을 안 하더라. 삽입했을 때부터 자기가 절정 속박에 걸렸다는 건 눈치 챘을 텐데도 말이다. 하는 수 없지. 실은 이 이후로도 사라를 좀 더 혼내줄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쾌락에 완전히 타락한 용사를 농락하는 음마 설정 플레이는 물론, 그게 끝나면 묶어놓고 방 밖으로 나간다든가, 스스로 허리를 움직이게 하면서 레이첼 누님과 비교하며 실망스런 표정을 짓는다든가. 밥 먹으면서 제법 많이 생각해놨는데, 사라의 상태를 보이 아무래도 이 이상 벌주기는 힘들 것 같았다. 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레이첼 누님과의 데이트를 방해하지 않고 끝까지 따라와 주기도 했고. 벌주는 건 이쯤 해둘까. “흐아아아아으응!” 내가 절정속박을 풀자, 힘이 풀린 허리를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던 사라는 그대로 내 몸을 꽉 껴안고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절정에 달해버렸다. “흐아아…흐이…구워어언….” 하지만 절정을 느끼는 와중에도, 사라는 허리를 움직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야. 이건 조금 위험하지 않냐? “사라? 괜찮아?” 과연 나도 사라가 걱정돼서, 사라의 얼굴을 엿보며 상태를 확인했다. “구언도오…같이…으응…기분…흐아응….” …뭐야. 이 귀여운 생물은. 절정 속박의 영향으로 혹시 쾌락에 미쳐서 뇌가 곤죽이 되어버린 건 아닌 가 걱정했잖아. 아니. 물론 이 정도론 그렇게 되지 않을 거라고 충분히 계산하면서 플레이했던 거지만 말이야. 아무튼 사라가 이렇게 귀엽게 나와 주니, 나도 거기에 응해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흐아앙! 흐읏! 구어언…헤흐응…구어어언….” 내가 허리를 움직여주자 기쁜 건지, 사라는 어울리지 않게 헤실헤실 웃으면서 내게 키스를 해왔다. 아니. 어울리지 않는 다는 건 그냥 평소 모습과 너무 달라서 이질감이 느껴진다는 뜻일 뿐, 엄청나게 귀엽기는 했지만 말이다. 결국 그 날은 더 이상 벌주기 플레이는 하지 않고, 나는 사라와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내게 됐다. “아따가아아아!” 그리고 다음 날 아침. 나는 가슴에 느껴지는 화끈한 통증에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사라가 눈에 쌍심지를 켜고는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잘도…잘도 해줬겠다아아…?” 낮게 깔린 그 목소리는 용사보다는 마왕에 어울리는 어두운 목소리였다. “사, 사라님? 조금 진정하시는 게?” 그 목소리를 듣고, 나는 직감적으로 여기서 빌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아니. 실은 일어났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화가 났어도 보통 일단 내가 잠에서 깬 후에야 화를 내는 게 일반적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화끈하게 때려서 깨우는 일은 좀처럼 없었다. “하! 진정? 진저어엉?” 하지만 사라는 내 말을 듣고 코웃음을 한 번 치더니, 점점 더 눈동자를 이글이글 불태우기 시작했다. 입가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이 오히려 한층 더 깊은 공포감을 조성했다. “아니. 그게 말이죠. 일단 어제 그건 벌이었으니까? 응? 이해하지? 벌 받은 거니까. 잘못해서 벌 받은 걸로 화내는 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 “벌…벌 말이지?” “네. 그럼요. 벌이었습니다. 저도 실은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벌이란 건 냉정하게 주지 않으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마음 단단히 먹고….” “그래. 그러고 보니.”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내 말을 차가운 목소리로 끊고, 사라는 잠시 침묵을 유지했다. 그리고는 한동안 날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더니, 다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직 구원은 벌을 안 받았지?” “내, 내가 벌? 대체 무슨….” “날 다른 여자와의 데이트에 따라다니게 만든 거야. 심지어 그 여자에게 사랑을 늘어놓는 장면까지 보여주다니. 벌 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 그건…그러니까…. 사, 사라야? 에헤헤. 오빠가 말이지….” “괜찮아. 난 구원처럼 사람 괴롭히는 벌은 안 줄 테니까.” 할 말이 없어진 나는 최대한 애교를 떨면서 상황을 모면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날 보면서 사라는 표정변화 하나 없이 쿨하게 내뱉었다. “저, 정말?” “응. 그래. 정신적으론 말이지. 그러니까…조금 맞자.”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는 손에 마나를 두르기 시작했다. “사, 사라야? 그게 말이지. 지금은 근처에 레이아도 없으니까. 그런 걸로 맞으면 정말 위험….” “괜찮아.” 내 말을 다시 한 번 끊고, 사라가 싱긋 웃어보였다. 그리고는 허리를 요염하게 한 번 들었다가 찰싹하고 엉덩이를 내 고간에 부딪혔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 행동 한 번에 내 아들은 다시 한 번 사라의 안에서 무럭무럭 그 크기를 키워나갔다. 아니. 어쩔 수 없잖아. 얘 안쪽은 너무 명기라고. 심지어 지금 엉덩이를 내리찍으면서, 일부러 음부에 힘까지 줬는지 평소보다 압박감이 더 셌단 말이야. 이건 안 커지는 게 이상한 거잖아. “어차피 싸면 낫잖아?” 냉정하게 내뱉는 사라의 한 마디에, 나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저, 저기…최대한 부드럽게…. 아따가!” 찰싹!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라의 손바닥이 내 가슴을 강타했다. 하지만 연속해서 때리지는 않고, 사라는 내 가슴에 그대로 손바닥을 가져다댄 채로 지그시 눌렀다. “벌써부터 그렇게 반응하면 어떻게 해? 지금부터 시작인데.”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는 내 가슴에 손가락을 세우고는 간지럽히듯 빙글빙글 돌리면서 후우하고 입김을 불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응읏…응훗. 벌써 나아가네.” 사라는 새디스틱하게 웃으며 날 내려다봤다. 그 말대로. 내 모든 스킬 중 가장 레벨이 높은 힐링 섹스의 위력은 엄청나서, 굳이 사정하지 않더라도 증폭된 자연치유력 만으로 가슴의 손바닥 자국이 눈에 띄게 사라져가는 것이 보였다. “하읏…응…이거라면…훗…얼마든지 처벌해도 되겠네.”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는 다시 한 번 내 가슴을 찰싹하고 때렸다. 물론 그 와중에도 허리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사라 자신도 기분이 좋을 게 분명한데도. “으으응! 후앗! 흐읏! 구원은! 흐응! 이래야! 하읏! 정신을!” 사라는 절정을 느끼면서도 허리 움직임을 멈추지 않고,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렸다. 가슴은 아픈데 하반신은 기분 좋다. 게다가 맞은 부위도, 급속도로 치유가 되면서 간질간질한 기분이 들어서 묘했다. …나 설마 지금 이거, 조교 당하고 있는 거야? 결국 바넷사가 식사 준비를 마치고 부르러 올 때까지, 나는 사라와 그런 묘한 플레이를 계속해야 됐다. 일단 내 명예를 걸고 말해두는데, 이 플레이로 인해서 마조히즘에 눈을 뜨거나 하지는 않았으니까 말이지.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31==================== 추기경의 고민 “…….” “뭐, 뭐냐 그 눈은.” 날 바라보는 바넷사의 눈이 평소보다 훨씬 더 차갑게 보여서, 나는 반사적으로 그 얼굴을 보자마자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아니. 실은 바넷사는 평소와 전혀 다를 것 없는 눈을 하고 있고, 내가 찔려서 냉정하게 보인다고 생각할 뿐인 것인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참고로 분노가 가라앉은 사라도 자신이 그런 플레이를 했다는 게 상당히 부끄러운 건지, 내 뒤에 숨듯이 몸을 가리고는 새빨갛게 굳어져 있었다. "…뭐가 말입니까?" "아니. 아무것도." 정말로 모르는 건지 시치미를 떼는 건지. 평소와 미묘하게 다르게 들리는 목소리로 되묻는 바넷사에게 나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진짜로 모르는 것이든 시치미를 떼는 것이든, 일단 자신이 나서서 추궁할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그걸로 됐다. 나는 그냥 모르는 거라고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는 편이 정신건강상으로도 더 좋고 말이다. "왔구먼. 잘 잤는가?" "좋은 아침이에요. 구원씨." "아, 안녕히 주무셨습니까아!" 아무튼 바넷사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향하자, 거기에는 언제나 그렇든 우리를 제외한 모든 멤버가…아니. 한 명 없잖아. “…마틸다는?” 설마 늦잠이라도 자는 건가? 아니. 평소 그런 태도이기 때문에 오해하기 쉽지만, 마틸다는 저래 봬도 추기경님이다. 그리고 어느 종교가 그렇듯, 종교인들의 삶은 꽤나 빡빡한 법이다. 그건 이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마틸다 역시 특별한 일이 있지 않은 이상 이렇게 식사에 늦거나 하는 일이 없었다. 여기까지 우릴 안내한 슈퍼 집사를 바라보며 질문하자, 곧장 대답이 들려왔다. “컨디션 불량으로 오늘 아침 식사는 거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늦잠을 자는 건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오늘 컨디션 불량이라니. 타이밍이 너무 절묘하지 않아? “마틸다 걔, 어제 수영할 때 컨디션 안 좋아 보이거나 그랬어?” 물론 타이밍이 절묘하다고 해서 속단할 순 없다. 정말로 컨디션 불량일 수도 있는 일이니, 나는 일단 확인 차 질문을 던졌다. “아니요. 어제는 분명 괜찮아 보이셨어요. …그렇죠?” 레이아는 일단 그렇게 말하면서도 확신은 없는 듯, 같이 수영을 한 실비아와 바넷사에게도 동의를 구했다. 물론 실비아와 바넷사도 곧장 레이아의 말을 긍정해줬다. 뭐, 굳이 실비아와 바넷사가 대답하지 않더라도, 레이아가 괜찮아 보였다고 말한 순간 내 안에서 마틸다의 꾀병은 확정사항이 됐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천사님이라고? 자기랑 같이 있는 사람의 컨디션이 안 좋은지 어떤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정도로 천사님은 무신경하지 않다. 오히려 다른 사람한테 너무 신경을 써줘서 탈일 정도니까 말이다. 그런 천사님이 괜찮아 보였다고 말씀하신 거다. 적어도 어제까지 마틸다는 아무런 이상도 없었다는 거다. 물론 밤사이에 창문을 연 채 이불을 덮고 자지 않았다든가 해서 컨디션 불량이 됐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마틸다 걔가 애도 아니고 말이야. 애초에 감기 정도면 신성마법을 사용해서 스스로 치료할 수 있잖아. 그런 고로 나는 마틸다가 꾀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거의 확신했다. “그래. 일단 그럼 식사는 우리끼리 하자.” 아무튼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방에 쳐들어 갈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어차피 오늘 하루는 길다. 마틸다와 대화를 나누는 건 식사 후에 하기로 하고, 나는 우선 자리에 앉았다. “아, 그래. 레이아. 실비아. 오늘은 너희도 수영 연습은 쉬는 게 어때?” 식사를 하면서, 나는 일단 오늘 할 일을 위해 밑밥을 깔기로 했다. “네? 저희도 말인가요?” “네, 넵! 아, 알겠습니다!” 내 말이 의외였는지, 레이아가 살짝 고개를 갸우뚱했다. 귀여우시다. 그리고 실비아야. 일단 이유라도 묻고 대답하는 게 어떠냐? 아니. 잘 따라주는 건 고마운데 말이야. “응. 수영 연습은 기본적으로 실비아와 마틸다를 위한 건데, 실비아 혼자 진도를 나가버리면 마틸다가 나중에 따라잡는다고 또 무리를 할 것 같아서 말이야. 그리고 바넷사도 매일같이 수영연습을 도와줬으니까. 혹시 일이 밀려서 곤란한 상황인 건지도 모를 일이고.” “구원씨….” 내 대답을 듣고, 레이아는 감동적이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저렇게 쳐다봐주시니 조금 양심이 찔린다. 아니. 물론 내가 한 말이 거짓말은 아니야. 정말로 저렇게 생각하고 수영 연습을 쉬라고 말한 건 맞아. 다만 그 이유가 저것들만 있는 것이 아닐 뿐이지. “아뇨. 밀린 일 같은 건 없습니다만.” 야. 슈퍼 집사. 네가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잘 알겠으니까 괜히 분위기 깨지 마라. 레이아 같은 저런 리액션까진 바라지도 않을 테니까, 좀 분위기 좀 맞춰줘라. “그럼 바넷사도 가끔은 휴식이 필요하단 걸로.” “그런 건….” “쉬어라 좀.” 아니. 진짜로. 너 쉬는 날이 있기는 있냐? 내가 이 저택에 들어오고 나서 쉬는 꼴을 단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말이야. “…….” 야. 거기서 침묵하기냐? 사람의 배려는 솔직하게 받아들이는 게 어때? “가끔은 그렇게 하게나.” “…감사합니다.” 결국 디아나까지 그렇게 말한 후에야 솔직히 고개를 숙이며 감사 인사를 표하는 바넷사였다. 쟤도 진짜 고집 있다니까. 아무튼 그렇게 오늘 할 일의 밑밥까지 전부 깔아둔 나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곧장 마틸다의 방으로 향했다. “들어간다.” 언제나처럼 문을 가볍게 노크하고, 나는 곧장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꺄악! 다, 당신 말이죠! 그러니까 그러면 노크의 의미가…! 정말 일부러 그러는 건가요?!” 마틸다는 오늘도 옷을 갈아입고 있는 중이었다. 아니. 말해두지만 진짜 이건 고의가 아니야. 고의일 리가 없잖아. 내가 무슨 문 너머가 보이는 투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너야 말로 내가 들어오는 타이밍에 일부러 벗고 있는 거 아니냐?” “뭐, 뭣…! 무슨…!” 내 적반하장이 그렇게 기가 막혔던 건지, 마틸다는 아무 대답도 못하고 얼굴을 빨갛게 붉혔다. 아니. 야. 기가 막힌 건 알겠는데, 반응이 그래서야 마치 진짜로 네가 일부러 그러는 것 같잖아. 오해받기 딱 좋은 태도라고? 넌 안 그래도 평소 태도가 여러모로 남한테 오해받기 좋으니까, 좀 더 주의하지 않으면. “아무튼 컨디션 불량이라면서?” “네?! 네, 네에! 그, 그런…데요오?!” 너 거짓말 진짜 못한다. 혹시 바네사한테 꾀병 부릴 때도 이런 말투로 말한 거 아냐? 바넷사 녀석. 그럼 좀 미리 말하라고. 아니. 물론 난 이런 상황도 이용해먹을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별로 상관은 없지만 말이야. “좋아. 그럼 치료해주지.”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반라의 마틸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네, 네엣?! 자, 잠깐만요! 치, 치료?!” “그래. 힐링 섹스로. 그거 자연 치유력도 향상 되거든. 걱정 마. 네가 어떤 이유로 컨디션 불량이 됐든 간에 금방 나을 수 있을 거야.” “거, 거짓말이에요!”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자, 벗고 있던 곳가지를 가슴께로 올려서 몸을 가린 마틸다가 그렇게 외쳤다. “거짓말이라니. 아냐. 정말로….” “제, 제가! 컨디션 불량이란 게 거짓말이에요!” “…….” 야. 추기경님. 아무리 그래도 실토하는 게 너무 빠르지 않냐? 아니. 추기경님이신 만큼 거짓말하고 있는 자신을 견디기 힘들었던 거겠지. 그래. 그런 걸로 해두자. “뭐, 좋아. 하는 꼴을 보니, 아무래도 저주를 풀기 엄청나게 싫은 모양이군.” “뭐, 뭣…! 그,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갑작스런 내 직구에 당황한 건지, 마틸다가 말을 더듬으며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야 그렇겠지. 저 저주를 일부러 풀지 않는다는 건, 저주에 영향 받아 고자가 되어있는 남성들을 일부러 구제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뜻이니까. 남녀 간의 성관계, 특히 자식을 낳고 새로운 가능성을 창조하는 걸 권하는 여신을 모시는 성직자로서는 금기에 가까운 행동이니까.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자신의 이기심 때문이라면 더욱더. 그러니까 마틸다는 저렇게 죄책감에 시달리는 표정을 짓고 있는 거겠지. 다만, 난 그게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마틸다가 저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내가 생각하는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기쁜 마음마저 들었다. “즉, 나랑 떨어지기 싫어서 그런 거라고 해석해도 되는 거냐?” 필사적으로 부정하는 마틸다를 무시하고, 나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읏…!” 그러자 정곡을 찔렸다는 듯, 마틸다는 숨을 멈추며 날 쳐다봤다. “그, 그런…당신 말이죠! 저, 전…!” 엄청 당황하고 있어. 심지어 태도는 틱틱대는 태도면서 부정은 못 하고 있어. 뭐, 전에 이미 한 번 나한테 고백을 했었으니까 말이지. 이제 와서 부정하기는 힘들겠지. “나도 교황님과 얘기하면서 얘기를 들었어. 저주를 치유하면 다시 교황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그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라면 제대로 말해줘. 뭣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건지. 네가 뭔가 고민하면서 나와의 관계를 피하고 있다는 건 어렴풋이 계속 눈치 채고 있었어. 혹시 교단 일로 고민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지금까지 참견 안하고 있었지만, 나랑 관련된 일이라면 얘기가 또 다르지. 그래서 어떤 건데?” “그, 그건….” 저주 해제를 피해왔다는 죄책감 때문인지, 내가 이렇게까지 말해도 마틸다는 쉽게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하아. 어쩔 수 없지. 이런 진지한 얘기를 할 때는 되도록 이런 짓은 안 하려고 했는데 말이야. 이대로 있으면 아무리 지나도 얘기가 진행될 것 같지 않으니, 나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기로 했다. “마틸다.” “아….” 나는 마틸다의 허리를 확 끌어안아서 내 몸에 밀착시켰다. 그러자 마틸다는 몽롱한 목소리를 흘리며 가슴께에 올리고 있던 손에 스르르 힘이 풀려갔다. 덕분에 손에 쥐고 있던 옷가지가 스르르 내려가면서 그 아름다운 상반신이 드러났다. 하반신은 허리가 내 몸에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거기에 옷이 걸려서 아슬아슬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남자의 본능 때문에 그 아름다운 가슴에 자연스레 눈이 갈 것 같이 됐지만, 나는 필사적으로 본능을 억누르고 마틸다의 눈동자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리고는 최대한 진지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랑해.” “아, 아아…구원씨이….” 그 한 마디에 완전히 핑크빛 모드에 돌입해버린 마틸다였다. 이 상태가 되면 조금 태도가 이상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솔직한 마틸다의 심경을 들을 수 있겠지. “마틸다. 말해주지 않겠어? 대체 뭘 고민하는 건지.” “읏…! 그, 그거언…!” 내가 여전히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자, 마틸다는 순식간에 제정신을 차리면서 다시 머뭇거렸다. 응? 잠깐만! 지금 핑크빛 모드가 풀린 거야?! 그런 말도 안 되는! 상반신 누드인 마틸다의 왼쪽 반신에는 여전히 검은 저주의 흔적이 남아있었다. 즉, 저주가 풀린 게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핑크빛 모드에서 벗어난다고? 그게 가능한 거야? 예상외의 사태에 내가 당황하고 있을 때도, 마틸다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결심을 했는지, 자신의 매력적인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꽉 깨물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맞아요. 당신과 떨어지고 싶지 않아서…제 이기심 때문에…저는…저는….”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듯이, 그렇게 자신의 죄를 뉘우치면서 대답하는 마틸다. 대체 어떻게 핑크빛 모드가 이렇게 쉽게 풀렸는지는 둘째 치고, 나는 우선 그런 마틸다를 달래주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했다. “마틸다. 그런 거라면 걱정할 거 없어.” 나는 마틸다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최대한 믿음직스러운 목소리로 말을 했다. “네가 원한다면, 넌 어디에도 갈 필요 없어. 저주는 관계없어. 중요한 건 네 진심이야. 네가 그렇게 원하기만 한다면, 계속 내 곁에 있으면 돼.” “하지만 그런…그렇게 쉽게…당신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 쉬운 일이야. 난 성자잖아? 여신님의 사자께서 그런 걸 바란다는데, 여신을 모시는 사람들이 그걸 거부할 거라고 생각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쓰굴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선얘 // 그러고 보니 엉덩이로 하는 데 섹스 부스트가 발동 된다고 썼네요. 제 실수입니다. 수정했습니다. 532==================== 추기경의 고민 지금까지는 내가 성자라는 지위를 되도록 이용해먹으려고 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신의 존재가 명확하게 밝혀져 있더라도, 내가 그 사자라는 역할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이란 건 모르는 거다. 내가 성자라는 지위를 이용해 하고 싶은 대로 막 하고 다녔으면, 분명 그걸 안 좋게 생각하는 무리들도 생겨났을 거다. 괜한 소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성자라는 지위를 이용하는 건 자제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여신님과의 계약이란 게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으니 일단 던전을 탐험하고 있기는 하지만, 난 기본적으로 우리 애들이랑 같이 평화롭게 살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놈이니까. 내가 생각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의외로 그런 부분은 제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씀. 애초에 내가 교황님께 여신님의 사자라는 걸 인정받은 것도, 내가 함부로 그 지위를 이용할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일지도 모르는 일이고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강제로 떨어지게 될 일이 생겼을 때까지도 자제하자면서 가만히 있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성자의 지위는 물론 디아나의 힘도, 뭣하면 펠리시아한테 고개를 숙이는 일이 있더라도 왕가의 힘까지 등에 업은 후 깽판을 칠 각오가 있었다. 물론 마틸다가 나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그런 의미를 담아서 강한 어조로 마틸다에게 말을 했던 나였지만, 마틸다는 어째선지 욱하는 표정을 지었다. …어라? 지금은 감동받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안심해야 정상인 타이밍 아니야? 왜 저런 표정을…. “그런 게…! 그런 문제만이 아니란 말이에요!” “무슨 말이야. 혼자 고민하지 말고 제대로 말로 해줘. 그렇게 혼자 끌어안고 있으면 알 수가 없잖아.” 그런 문제만이 아니라니. 그밖에 다른 문제도 있단 말이야? “하지만! 하지만 만약 저주에 풀린 제가 지금과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마틸다는 그렇게 말하면서 두 주먹을 내 가슴 위에 얹고는 콩콩 두드리며 외쳤다. 그 불안에 가득 찬 얼굴을 보고, 나는 마틸다가 왜 이렇게 불안해했는지 깨달았다. 그래. 마틸다는 단순히 저주가 풀리면 교황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 때문에 불안해한 것이 아니었다. 물론 아까 전 반응을 생각해봤을 때 그런 이유도 분명 있었겠지만, 그 이외에도 저주를 풀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었던 거다. 즉, 마틸다 역시도 불안했던 거다. 내가 마틸다가 날 사랑하는 지금의 감정이 저주에 의한 것인지 마틸다 본인의 진심인 건지 의심한 것처럼, 마틸다 역시도 자신이 느끼고 있는 그 감정이 정말로 저주에 의한 것이면 어떤 건지 불안했던 거다. 전에는 자신의 본심이라고 확실히 말했던 마틸다였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게 계속 그렇게 강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내가 계속 이렇게 저주가 풀릴 때까지 마틸다를 받아주지 않고 보류하는 상황에서, 마틸다도 계속 자신의 마음에 확신을 가지기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전 당신을 정말로 좋아해요. 계속 곁에 있고 싶어요. 하지만 저주에 풀린 제가 지금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당신은 절 교황청으로 보내겠죠? 그 이후로는 다시 이렇게 만날 일도 없어지겠죠?! 그러면 전 제가 정말로 당신을 좋아했던 건지 확인할 방법도…!” 과연. 확실히. 저주가 풀리면 많은 것들이 변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지만, 확실히 뭔가 변하긴 변할 거다. 아마 마틸다는 핑크빛 모드가 되는 일은 없어지겠지. 그래도 내게 호감은 남아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변해버린 마틸다의 태도를 보고,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다. 마틸다의 고민은 단순히 교황청에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든가, 자신의 감정이 저주에 의한 것인지도 모른다든가, 그런 차원을 넘어서 불확실한 미래 그 자체에 있었다. 확실히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해결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 마틸다를 보면서, 나는 확실히 마틸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미안해. 마틸다. 지금까지 알아주지 못해서. 내가 확실히 하지 못해서.” 솔직히 지금까지 마틸다를 확실히 받아주지 않은 건, 전부 마틸다를 위해서 그런 거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저주가 풀리고 나에 대한 감정이 싹 사라져버렸는데 나와 이미 그렇고 그런 관계라고 생각해봐라. 게다가 만약 몸에 사도 인장까지 새겨져있다면? 한 번 새긴 사도 인장은 결코 지울 수 있는 게 아니다. 물론 눈에 안 보이게 만들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없어지는 게 아니다. 즉, 내게 사랑을 느끼지 않는 마틸다가, 내 거라는 표식을 영원히 몸에 달고 있어야 된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마틸다를 위해서라고 생각하면서 자제하고 있었던 거다. 하지만 마틸다가 이렇게 불안해하는 걸 보고도 계속 그렇게 판단을 보류하고 있을 정도로 나는 물러터진 놈이 아니었다. 이래 봬도 할 때는 하는 놈이라고. 결단을 내려주겠어. “아…. 다, 당신….” 나는 마틸다의 턱에 손을 얹고, 살며시 그 입술에 입을 맞췄다. 핑크빛 모드가 발동해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틸다는 핑크빛 모드로 변하지 않았다. 단지 내 지금 행동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떨리는 눈동자로 날 쳐다볼 뿐이었다. 설마 키스를 해도 핑크빛 모드로 변하지 않다니. 설마 저주에 뭔가 변화가 생긴 건가? 아니면 지금까지 나와 해제 작업을 하면서 저주가 조금 약해진 건가? 뭐,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닌가. “마틸다. 지금부터 넌 내 여자야. 지금부터 쭉, 저주가 풀린 이후로도 넌 계속 내 여자야.” 가벼운 키스를 마친 후, 나는 그렇게 속삭였다. 마틸다 입장에선 갑자기 말을 바꾸는 내가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계속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며 불안해하느니, 차라리 확실한 미래를 가지는 편이 더 안정될 거라고 나는 판단했다. 그래. 계속 내 곁에서 내 여자로 있을 거라고 하는 확실한 미래를 말이다. “하, 하지만 당신…당신 분명 제 지금 감정이 저주에 의한….” “지금 네 감정이 네 진심이든, 저주에 의한 것이든 상관없어. 난 이기적인 놈이니까 말이야. 좋아하는 사람은 전부 곁에 두고 싶어. 만약 저주가 풀리고 네가 날 좋아하지 않게 되더라도 상관없어. 다시 날 좋아하게 만들면 그만이야. 이래 봬도 성자님이니까. 좋아하는 사람의 마음도 못 훔쳐서야 뭐가 성자겠어. 그러니까 이제 불안해할 거 없어.” 스스로 생각해도 약간, 아니. 상당히 제멋대로인 발언이다. 하지만 이미 정한 거다. 나는 더 이상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 않고, 결심한대로 밀고 나가기로 했다. 확실치 않은 미래의 일로 고민하느니, 이렇게 행동하는 게 나답기도 하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분명 마틸다고 그걸 원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니까 넌 그냥 대답만 하면 돼. 말해. 마틸다. 내 여자가 되겠다고.” “다, 당신…네에…. 네엣…!” 내 예상대로, 내 제멋대로인 발언을 듣고도 마틸다는 감격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렇게 간단한 일을 가지고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었다니. “당신…당시인…사랑해요…정말로…진심으로오….” 눈가에서 한 줄기 눈물을 흘리면서, 마틸다는 핑크빛 모드로 들어가 두 손으로 내 뺨을 끌어안고는 몇 번이고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그래. 나도야. 지금부터 그 증거를 보여줄게.” 그렇게 말하고 나는 마틸다의 허리를 안아 들어서, 그대로 침대로 다가갔다. 나 스스로 결심이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사도 인장을 새기겠어. 잠깐 우리 애들에게 허락을 안 받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지. 마틸다와 얘기를 나누기 위해서 오기는 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관계가 진전될 거라곤 생각을 안 하고 있었으니까 미처 우리 애들한테 허락을 받을 생각을 못했다. 하지만 그제 레이첼 누님과의 관계를 허락 받았을 때를 생각해보면, 우리 애들도 마틸다를 받아들이는 건 이미 기정사실화 하고 있었던 모양이고. 딱 이번만큼은 사후 보고를 해도 괜찮겠지? 그렇게 스스로 결론을 내리고, 나는 마틸다의 몸을 살며시 침대 위로 내렸다. 사도 인장을 새기기 위해서는 우선 안에 사정을 할 필요가 있으니까 말이다. “아…. 당신….” 침대 위에 눕게 되자, 마틸다가 살짝 불안한 목소리로 날 불렀다. 방금 전 대화를 통해서 불안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주를 푸는 행위에 조금 두려움을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이런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만 핑크빛 모드가 살짝살짝 풀리는 것 같네. 저주랑 뭔가 관계가 있는 건가? “괜찮아. 내 결심이 흔들리지 않는 다는 걸 증명하기 위한 행위니까.” 하지만 난 그런 마틸다를 내려다보며, 안심시키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줬다. 사도 인장을 새긴다는 건, 이른바 낙인을 찍는 거나 마찬가지인 행위다. 이 여자는 앞으로 계속 내 여자라고 말이다. 게임 상에선 호감도가 최대에 이르면 찍을 수 있는 사도의 인장이지만, 실은 이 사도의 인장. 딱히 구속력 같은 게 있는 건 아니었다. 다른 게임 같으면 호감도가 최대에 이른 npc에게 쓸 수 있는 스킬이라고 하면 당연히 호감도가 최대로 고정되는 부가 기능도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여신님이 관련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그레이트 어스사의 게임들은 그런 호감도가 최대치로 고정되는 기능 같은 게 전혀 없었다. 덕분에 원래 있던 세계에서는 편리한 시스템을 일부러 넣지 않아서 쓸데없이 난이도를 올린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강제로 감정을 고정시키는 건 여신님의 사상에 반하기 때문에 일부러 넣지 않은 기능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런 고로, 사도 임명을 하더라도 나에 대한 사랑은 언제든지 식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더라도, 한 번 새긴 인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신 사랑이 식으면 인장에 변화가 나타나게 되는데, 인장이 둘로 쪼개져 보이게 되는 거다. 사랑이 식으면 상대방의 세부 능력치를 알 수 있게 되는 사도 임명 고유의 능력도 사라지기 때문에, 게임 상에서 호감도가 떨어졌다는 걸 알 수 있는 건 호감도 확인용 특수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인장을 통해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인장이 쪼개지면 다시 한 번 호감도를 올려서 인장의 모양이 정상으로 돌아오게 만든다. 게임에선 편리한 기능이었지만, 그게 현실이 된다면 그야말로 낙인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 애들 셋은 나에 대한 사랑이 식을 리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만에 하나 식게 된다고 하더라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사랑하게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사도 인장을 썼었다. 하지만 마틸다는 저주가 풀리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까지 줄곧 사도 인장을 쓸 생각을 안 하고 고민하고 있었던 거다. 저주 때문에 사도 인장을 새기는데 성공하더라도, 저주가 풀리고 인장이 쪼개져버리면 마틸다는 본의가 아니게 낙인이 찍혀버리게 되는 거니까. 하지만 그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둔 상태로, 나는 지금부터 마틸다의 몸에 사도 인장을 새긴다. 이건 나 자신과의 약속이자 다짐이다.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만약 마틸다가 저주에 풀린 후 나에 대한 감정이 식는다고 하더라도, 아까 말했던 것처럼 반드시 날 다시 사랑하게 만들고 말겠다는 나 자신에게 하는 맹세. “당신….” 그런 내 각오를 느낀 건지, 마틸다는 저주를 푸는 행위라는 두려움을 완전히 떨쳐버리고 내 목에 팔을 둘러서 끌어안았다. 그 몽롱한 눈빛은 다시 마틸다가 핑크빛 모드로 변했다는 걸 의미했다. 평소엔 쉬도 때도 없이 핑크빛 모드로 변하는 마틸다를 다루는데 애먹는 나였지만, 지금은 그런 마틸다를 바라보며 안도의 마음부터 생겨났다. 핑크빛 모드가 풀리는 원인이, 마틸다가 부정적인 감정을 품었을 때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이 나왔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핑크빛 모드가 된다는 건, 적어도 지금은 불안함 같은 부정적인 감정은 느끼고 있지 않다는 얘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33==================== 추기경의 고민 맞닿은 허리에 걸쳐진 채 하반신을 가리고 있던 옷가지는 침대로 이동하면서 바닥으로 떨어져버렸기 때문에, 지금 마틸다의 몸을 가리고 있는 건 스타킹과 팬티, 그리고 가터벨트밖에 없었다. 나는 그런 마틸다의 속옷 위로 살짝 음부를 더듬었다. 과연 아직 젖어있지는 않은가. “아앙…응…미, 미안해요. 최대한 빨리….”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음부를 어루만지고 있자니, 마틸다가 미리 적셔두지 않은 게 미안하다는 듯이 내게 사과를 해왔다. 아니. 이런 걸로 사과하지 말라고. 뭐라고 형용할 수 없는 묘한 기분이 들잖아. “아니. 괜찮아. 어차피 급한 것도 아니잖아?” “으응…저언…하응! 전 급한 걸요…?” 얘가 멍한 표정으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무리 핑크빛 모드라도 그렇지. 내 다독임에 예상치도 못한 대답을 하고는, 마틸다는 내 목에 두 팔을 감아 안긴 뒤 그대로 상체를 일으켰다. 게다가 마틸다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내 몸에 기대서는 상체를 점점 더 앞으로 숙여왔다. 처음엔 그냥 그 매력적인 가슴을 내 몸에 비비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보니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날 뒤로 밀치는 건가? 일단 얘가 레벨도 높고 스탯도 성기사 스탯이라 나보다 힘이 셀…크흠. 아니. 나랑 비슷할 텐데 말이야.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한 없이 나긋나긋한 느낌의 동작이라 눈치 채는 게 늦었지만,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다. “응흣…하아…조금만 기다려주세요…금방 준비할 테니까요오…으응!” 내가 뒤로 벌러덩 드러눕자, 마틸다가 새하얀 이가 보이도록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위험해. 지금 그 표정, 엄청 매력적이었어. 엄청 두근거리잖아. 자칫 잘못하면 완전히 홀딱 반할…아니. 이제 내 여자니까 반해도 아무 문제없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마틸다는 행동을 계속했다. 상체를 내 몸에 찰싹 밀착시키고 무릎을 세워 엉덩이를 든 자세로 천천히 뒤로 움직였다. 그에 따라 살랑살랑 좌우로 움직이는 엉덩이가 엄청나게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그 풍만한 가슴이 내 몸에 짓눌려진 채 쭈욱 미끄러져 내려가는 감촉은 단순히 훌륭하다는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황홀한 감상을 선사해줬다. 그뿐만이 아니라, 마틸다는 내려가는 내내 내 몸 전체에 쪽쪽하고 사랑스럽기 그지없다는 듯 계속해서 키스를 해댔다. 원래부터 핑크빛 모드가 되면 조금 과하게 상대방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는 마틸다였지만, 오늘은 평소보다도 훨씬 더 그 정도가 심한 것처럼 느껴졌다.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핑크빛 모드가 쉽게 해제되는 걸 보고 저주가 풀린 영향인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이래선 저주가 더 강해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잖아. 아니. 이렇게 평소보다 정도가 더 심하다고 하더라도, 나한테 해될 건 전혀 없지만 말이다. 오히려 엄청 사랑스럽다. 아무튼 그 커다랗고 탄력 있는 두 봉우리는 내 가슴부터 시작해서 복부를 지나, 배에 찰싹 닿을 듯 솟아올라있던 내 물건에까지 도달했다. 가슴 사이에 내 물건을 끼우게 되고도 조금 더 내려가, 내 귀두고 자신의 짓눌린 가슴 위로 살짝 드러나게 된 시점에서 마틸다는 겨우 후진을 멈췄다. 후진을 멈춘 마틸다는 드디어 키스의 폭풍을 멈추고는 고개를 위로 들었다. 그렇게 내 얼굴을 바라보고는 아까와 마찬가지로 다시 한 번 씽긋하고 매력적인 미소를 지어보인 마틸다는, 곧장 고개를 숙여서 다시 한 번 키스의 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엔 아까처럼 무작위로 내 몸 이곳저곳에 하는 것이 아니라, 딱 한 군데를 노리고 집중적으로. 바로 자신의 가슴 위로 살짝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내 귀두에 말이다. “음…좋아해요…쪽…너무 좋아아…하음…사랑해애….” 그렇게 있는 대로 내게 사랑을 속삭이면서 귀두에 쪽쪽 키스를 하는 마틸다. 그냥 키스만 하더라도 그 사랑스런 모습에 행복했을 텐데, 마틸다는 그냥 입술만 닿는 걸로 끝내지 않았다. 정말 키스라도 하듯이 가끔 그 탄력 있는 입술을 꾸욱 짓누르듯 밀착시키고는 혀까지 이용해오니, 정신적으로만 충족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육체적인 쾌감도 상당히 느껴지게 됐다. 찔꺽…찔쩍…. 그리고 그 와중에도 어디선가 질척질척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하응…! 응…후읏…하음…. 쪽…당시인…사랑해애….” 그러고 보니 마틸다 얘 목소리에도, 그냥 내 물건에 키스를 하고 있는 것 치고는 중간 중간 콧소리가 상당히 섞여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콧소리를 낼 때마다, 마틸다는 부끄러움을 숨기듯 새하얀 이를 환히 드러내면서 배시시 웃었다. 그렇다면 이 소리는 설마…. 나는 아까부터 마틸다의 얼굴과 가슴에만 집중되어 있던 시선을 자연스레 그 엉덩이 쪽으로 이동시켰다. 위를 향해 하트모양을 그리며 치솟아있는 그 매력적인 엉덩이는, 이제는 후진도 안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좌우로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가끔씩 흠칫흠칫하고 경련이라도 하듯 떨리는 것 까지 보니…확실해. 그러고 보니 아까 마틸다가 뭐라고 했지? 금방 준비한다고 했던가? 그제야 나는 마틸다의 두 손이 아까부터 전혀 보이고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내가 그렇게 마틸다의 엉덩이에서 눈을 못 떼고 있는 와중에도, 찔꺽찔꺽하는 젖은 소리는 점차 더 크기를 늘려갔다. “으으응…응훗…준비이…끝났어요오….” 그리고 드디어 마틸다 자신의 몸 아래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두 손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틸다는 두 손을 각각 내 양쪽 허벅지에 올리고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허벅지에 닿은 손이 엄청나게 젖어있는 게 느껴졌다. 자세히 보면 벌려진 손가락 사이사이로 끈적끈적하고 투명한 실이 이어져있는 것도 보였다. 추기경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야하잖아. 설마 내가 손만 보고도 흥분할 날이 올 줄이야. “겨우 당신과….” 상체를 일으키고 무릎으로 선 마틸다는, 그렇게 말하면서 두 손의 엄지를 자신의 속옷 양 옆으로 걸었다. 잠깐. 지금 벗을 셈인 거야? 아니. 기다려봐. 팬티를 벗겠다는 건, 그 다음 가터벨트도 벗겠다는 얘기잖아? “안 벗어도 돼!”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반사적으로 그렇게 외쳤다. “응…네에…?” “아, 아니. 그게 말이지. 그래! 마틸다도 아까 말했잖아? 급하다고 말이야! 응! 실은 나도 더 참기 힘들어서 말이야! 엄청 급해! 속옷을 벗을 시간 따윈 없어! 결코 내가 가터벨트를 좋아한다든가 그런 게 아니라 말이지! 응!” “응후훗…네에….” 내가 필사적으로 변명하자, 마틸다는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이 날 쳐다보면서 환하게 미소 지었다. 아니. 마틸다는 아까부터 계속 저런 시선이었으니까. 저 미소는 방금 내 변명이랑은 아무런 관계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지. 응. 어, 어쩔 수 없잖아! 이건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데 말이야, 이 세상에 가터벨트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는 없어! 이건 전부 가터벨트가 너무 잘 어울리는 마틸다가 문제야! 애초에 입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야! 정숙하고 차분한 추기경복 안에 저런 섹시한 속옷 입지 말라고! 내가 그렇게 자기변호를 하고 있을 때, 이미 마틸다는 내 위에 올라탄 상태였다. 한 손으로는 빳빳하게 솟은 내 물건을 붙잡아 각도를 조절하고, 한 손으로는 자신의 속옷을 살짝 옆으로 비끼게 만든 후, 마틸다는 그 음부의 입구를 내 물건 끝에 맞댔다. 물건 끝에 마치 이대로 녹아내리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눅진눅진하게 풀린 부드러운 살결이 느껴졌다. 그 자세로 날 내려다보면서 다시 한 번 이를 드러내며 환하게 미소 짓는 마틸다. 분명 밝고 환해보이는 그런 미소인데, 붉게 상기된 얼굴과 사랑스럽기 그지없다는 듯 이쪽을 바라보는 시선. 그리고 이런 상황과 겹쳐지니 저런 미소도 저렇게 섹시하게 보일 수 있구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작스레 내 물건 끝에 닿던 눅진눅진한 감각이 뿌리 끝까지 내려오면서 물건 전체를 감쌌다. “흐으으응…! 하아…들어왔어요오….” 내 물건을 뿌리까지 삼킨 마틸다는, 황홀하다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몸을 바르르 떨었다. 아마 삽입만으로 가볍게 절정에 다다른 모양이었다. 움직임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마틸다의 안쪽은 마치 다른 생물처럼 내 물건을 부드럽게 감싸고는 움직이면서 안쪽에 있는 자잘한 주름들로 내 물건을 자극해왔다. 원래부터 명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기분 탓인지 오늘은 다른 때보다 유독 더 상태가 좋은 것 같았다. 역시 마음가짐의 차이인 걸까? 이제 확실히 내 여자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다니. 역시 전에 했던 내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 섹스는 무엇보다도 사랑이 있어야 돼.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마틸다가 느끼고 있는 절정의 파도가 진정될 때까지 그 몸을 꼬옥 끌어안고 가만히 있어줬다. “아아…당신…당시이인….” 마틸다는 비록 아직 허리를 움직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필사적으로 내게 자신의 사랑을 전달하듯 내 뺨을 양 손으로 붙잡고는 얼굴 전체에 키스를 해왔다. 이마, 눈꺼풀, 코, 뺨. 그렇게 쉴 새 없이 키스를 하던 마틸다는, 잠깐 키스를 멈추고 침을 꿀꺽 삼키더니, 천천히 그 입술을 내 입술에 맞붙여왔다. “으응…쪽…하아아아아…. 으응…쪽….” 이번에는 아까처럼 그냥 입술끼리 맞부딪히기만 하는 가벼운 키스가 아니라, 서로 혀까지 이용해서 격렬하게 얽히는 키스. 혀끝이 내 혀에 닿자 마치 감전이라도 당한 듯 파르르 떨면서 황홀한 목소리를 흘린 마틸다는, 이내 혀를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혀를 움직임과 동시에, 멈춰있던 허리도 드디어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응…멋져어…사랑해요오…너무 좋아아….” 키스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내게 사랑을 속삭이는 마틸다. 물론 다른 애들도 나랑 관계를 맺으면서 당연히 사랑을 속삭이지만, 이렇게까지 맹렬하게 지속적으로 사랑을 속삭여진 건 처음일지도 모른다. 과연 핑크빛 모드의 마틸다라고 할까. 확실히 이렇게까지 사랑을 속삭여지면 조금 부끄럽네. 내가 귀여워할 때마다 진동하는 실비아가 이런 기분인 걸까? 하지만 뭐, 나쁜 기분은 아니다. 아니. 엄청나게 기분 좋다. 저주에 영향을 받아 고자가 된 사람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저주의 영향이 꼭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버릴 정도였다. “마틸다. 슬슬….” “넷! 네엣! 언제든지! 언제든지 괜찮아요! 제 안에! 당신의….” “한 번 사도 임명을 하면 이제 되돌릴 수 없어. 후회 안 할 자신 있지? 으음….” 뭐, 후회한다고 해도 이미 늦었어. 네가 뭐라고 해도 사도 임명은 할 거야. 넌 내거야. 내가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마틸다는 대답대신 내 입을 자신의 입술로 틀어막고 진한 키스를 해왔다. 이 이상 자기 마음을 떠보는 건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이 진하게. 그런 마틸다의 진심을 느끼며, 나는 그 안에 그대로 사정했다. “흐으으으읏…이걸로…저도오….” 동시에 마틸다도 절정을 느끼면서, 행복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물론 나도 행복감을 느끼면서 사도 임명을 발동했다. 저주 때문인지 마틸다의 진심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호감도가 최고라는 판정은 된 건지 사도 임명은 무사히 발동됐다. 눈앞에 떠있는 사도 인장의 위치와 크기를 정하는 창을 보면서 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자, 그럼. 마틸다는 대체 어디에 사도 인장을 박아야 되지? 다른 애들은 다들 최고 성감대에 표시를 해뒀지만, 마틸다는 딱히 이렇다 할 성감대가 있는 게 아니니까 말이야. 섹스 애널라이즈로 확인해보면, 마틸다는 여성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성감대가 고르게 발달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얘는 뭔가 전체적으로 평균적이란 말이지. 체형도 그렇고. 아니. 나쁜 건 아니지만 말이야. 오히려 대단한 거다. 평균적이라고 해도, 우리 애들 사이에서 평균 적이라는 거니까. 절세 미녀들 사이의 평균이라니, 어떤 의미론 제일 대단한 건지도 모를 정도다. “끝난…건가요오…? 확실히 다른 분들의 말로는 좀 더 행복한 기분이….” 아무튼 그렇게 내가 사도 인장의 위치를 고민하고 있자니, 마틸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멍한 목소리로 내게 질문을 했다. 아무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게 이상했던 모양이다. 아니. 그보다 다른 분들의 말이라니. 언제 우리 애들이랑 그런 얘기까지 했었던 거냐. 묘하게 마틸다를 받아들일 준비가 끝나있었다 싶었더니, 나보다 먼저 우리 애들이 이것저것 많이 얘기를 진행시켰던 모양이다. 나중에 제대로 감사하지 않으면. “아니. 조금 인장 위치를 말이지….” 차라리 마틸다의 희망을 들어볼까? 아니. 이런 건 내게 정해주는 게 제일 좋겠지. 우리 애들도 내가 성감대에 표시를 해놨는데도 불구하고 처음 정해준 위치에서 바꿀 생각을 안 할 정도니까. 사라 같은 경우는 손등으로 잠깐 옮긴 적까지 있었는데도 다시 원위치로 돌려놨을 정도고. “으으으으음…좋아! 정했다!” 꽤나 고심한 끝에, 나는 결국 결정을 할 수 있었다. 마틸다의 인장은 왼쪽 가슴에 새기기로 하자.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바로 반드시 저주를 풀어주겠다는 맹세. 왼쪽 반신을 저주의 흔적이 덮고 있는 마틸다는, 왼쪽 가슴에 인장을 새겨봤자 저주의 흔적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을 거다. 그러니까 반드시 이 인장이 제대로 보일 수 있게 만들어주겠다는 뜻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아까 했던 그 맹세다. 만약 저주가 풀리고 나에대한 마음이 식는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그 하트를 다시 훔쳐 주겠다는 맹세. 그런 두 가지 의미를 담아서, 나는 마틸다의 왼쪽 가슴에 인장을 새기기로 했다. 아, 하지만 이렇게 예쁜 가슴에 흔적을 남기는 건 조금 그러니까 조금 아래로 내려셔…. 나는 하트 옆으로 뻗은 두 날개가 마틸다의 가슴 아래쪽 둥근 라인을 따라 그리도록 왼쪽 가슴 아래에 인장을 새겼다. “하으으으응! 이, 이게 바로오….” 인장이 새겨짐과 동시에, 마틸다는 몸을 바르르 떨면서 환희에 찬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음부 쪽에서 애액이 푸슛 푸슛하고 간헐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걸 보니, 아무래도 다시 한 번 절정을 느낀 모양이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라고, 마틸다. 그런 마틸다를 바라보면서, 나는 다시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으응…! 다, 당시이인…?” “이제 내거라는 표식도 했으니, 안심하고 저주 해제 작업을 해야지?” “으응! 하, 하지만 지금 민가암…!” 내 미소를 보면서, 마틸다는 기대하는 건지 공포를 느끼는 건지 짐작하기 힘든 말투로 중얼거리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34==================== 추기경의 고민 “하읏…흐읏…흐아앗….” 정신을 잃은 채 거친 숨을 내쉬고 있는 마틸다. 나는 그런 마틸다의 몸을, 정확히는 왼쪽 반신에 번개 맞은 흉터처럼 검게 퍼져있는 저주의 흔적을 살펴봤다. 엄청나게 줄어있어. 보통은 이렇게 마틸다가 정신을 잃을 때까지 하고 나면 5~10센티미터 정도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오늘은 거의 20센티미터 가까이 줄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기분이 좋으면 좋을수록 저주 해제의 효율이 좋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고, 확실히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도 훨씬 더 기분 좋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기분 좋았던 것처럼 마틸다 역시도 엄청나게 좋았던 모양인지라, 마틸다는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설마 이렇게까지 차이가 날 줄이야. 처음엔 팔목과 발목까지 닿고 있던 저주의 흔적은 비약적으로 줄어서, 팔 쪽의 흔적은 이제 팔꿈치까지 올라와있었고, 다리 쪽의 흔적은 종아리 중간 정도까지 올라와 있었다. 이 정도라면 이제 소매가 긴 반팔이나 긴 치마 정도는 입어도 아무 문제없지 않을까? 나중에 하나 사주는 것도 좋을지도 모르겠다. 마틸다 얘는 저주의 흔적을 가리기 위해서 온 몸을 꽁꽁 싸매고 있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이야. 전신을 가리고 있는 추기경복은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집에서 간편하게 입을 때조차 그런 걸 보면 말이다. 아무튼 이정도로 효율이 좋아졌다면 이주일정도 매일해대면 저주를 풀 수 있는 거 아냐? 아니. 그건 아닌가. 팔다리는 면적이 비교적 작아서 빨리 줄어들었다고 쳐도, 몸에 있는 저주의 흔적은 넓게 퍼져있으니까 말이야. 특히 저주의 중심이라고 생각되는 하복부는 마치 검은 거미줄이라도 쳐진 것처럼 검은 선들이 얼기설기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뭐, 조바심내지 말자. 어차피 사도 임명까지 한 이상, 저주를 빨리 풀 필요도 없어졌고. 지금도 고자가 되어서 고통받고 있을 사람들이 불쌍하지 않냐고? 내가 무슨 성자인줄 알아? 아니. 성자가 맞기는 하지만 말이야. 성자聖者가 아니라 성자性者라고. 요즘 유독 중의적으로 많이 쓰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기본적으론 성자性者니까.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 잠들어있는 마틸다의 몸 위에 이불을 덮어주고, 나는 그 입술에 다시 한 번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으으응…당시이인….” 꿈에서조차 내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마틸다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니. 꿈에 내가 나오는 건 좋은데 말이야. 너 설마 꿈속에서도 핑크빛 모드냐? 꿈에까지 영향을 미치다니. 이 저주는 대체 얼마나 강력한 거야. 나는 살짝 기가 막히면서도 마틸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고는 방을 나왔다. 자, 그럼. 이제는…. 마틸다와 얘기를 한다는 게 예상외의 방향으로 흘러가서 사도 임명까지 하느라 시간이 조금 지체되기는 했지만, 그만큼 마틸다가 빨리 기절했기 때문에 마틸다의 방을 나선 시간은 내가 아침에 예상했던 것보다 그리 늦어지지는 않았다. 시간은 딱 점심시간. 지금쯤이면 다들 식사를 하고 있는 중일 거다. 아무도 식사하러 부르러 오진 않았지만, 뭐 바넷사는 오늘 휴일이고 말이다. 게다가 나와 마틸다가 오래 동안 방안에 같이 있으면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건지는 뻔한 거니까 말이다. 우리 애들도 신경 써줘서 굳이 부르러 오지 않았던 거겠지. 아침에는 밑밥을 깐다고 레이아와 실비아에게 수영하지 말라는 말까지 했는데, 시간이 절묘하게 이래서야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식당으로 향했다. “역시 셋 다 식사중이네. 메이드씨. 제 자리도 준비 좀 해줄 수 있을까요?” “네, 넷! 바로!” 바넷사가 없기 때문에 근처에 있던 메이드에게 말을 걸었던 나였지만, 메이드는 역시나 날 대하는 태도가 어색했다. 그래도 꽤나 오래 얼굴 마주보면서 지냈잖아? 하나같이 저런 반응이면 은근히 상처받는데 말이야. 뭐, 오래 얼굴 마주보면서 지낸 거 치고는 나도 메이드들의 이름 하나도 제대로 기억을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난 항상 바넷사가 전담 마크했단 말이야. “으음. 자네 왔는가.” 아무튼 그렇게 말하며 식탁으로 다가가니, 디아나가 입에 있는 음식을 오물오물 씹어서 꿀꺽 삼키고는 예절바르게 냅킨으로 입가까지 닦은 후 내게 말을 걸었다. 목소리가 조금 어색한 걸 보면, 역시나 내가 뭘 하다 왔는지 짐작을 하는 모양이다. 내가 다른 여자와 잠을 자는 것 자체는 익숙해졌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방금 전까지 다른 여자와 행위를 하다 온 나를 대하는 건 아직도 조금 어색한 모양이었다. “오늘은 꽤나 오래 걸렸네.” 뭐, 우리 용사님은 그런 거 상관없이 항상 직구를 던져오지만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사라가 어색해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여기 있는 셋 중 제일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자신이 흥분했다는 걸 감추기 위해서, 일부러 쿨한 척 하는 게 뻔히 보인다고 할까. 하긴 그렇겠지. 사라 쟤가 제일 흥분해야 정상이니까 말이야. 성벽적인 의미로. “뭐, 예상외의 사건이 있었거든.” “예상외…말인가요? 설마 마틸다 추기경님의 저주에 뭔가가…?” 내 말에 레이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긴. 마틸다의 방에 다녀와서 예상외의 사건이라고 하면, 보통 그런 생각부터 하게 되나. 하지만 그건 그렇고 아무도 마틸다는 왜 같이 안 왔는지 안 물어보네. 마틸다가 뻗어있는 건 너희 마음속에 이미 기정사실화 되어있는 거냐? 뭐, 항상 뻗을 때까지 하는 내 잘못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조금 이따가 말해줄게.” 여긴 다른 사람의 귀도 있으니까 말이야.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이아에게 그렇게 대답하고는, 나는 테이블을 둘러봤다. “그런데 실비아는? 안 보이네?” 그래. 방금 전 내가 셋을 언급한 걸로 눈치 챈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여기엔 실비아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설마 내가 없을 때도 구석에서 먹는 건가 싶어서 구석자리까지 꼼꼼히 살펴봤는데도 말이다. “실비아씨라면…분명 성으로 가신다고….” “성에? 무슨 일로?” 아니. 평소라면 그냥 공주한테 볼 일이 있겠거니 싶겠지만, 얼마 전에 다녀온 직후잖아. 또 공주한테 볼 일이 있을 거라곤 생각하기 힘든데 말이야. “바보. 무슨 일이겠어. 가족한테 근황도 알릴 겸 얼굴 보러 간 거지.” 내 질문에, 사라가 그런 것 정도는 신경 쓰라는 듯이 대답했다. 아니. 확실히 그걸 신경 못 쓴 건 내 잘못이지만 말이야. “전에 성에 갔을 때 내가 공주랑 있는 동안 연락 안 했어?” “안 한 게 아니라 못 했었대. 통신 마법을 쓰려면 공주의 허락을 맡아야 하잖아? 원래는 처음 갔을 때 인사하면서 허락을 맡을 셈이었겠지만, 저번에는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아아. 과연. 그런 거라면 내가 나오고 나서라도 말했으면 됐을 텐데.” “괜히 자기 때문에 시간 잡아먹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거겠지. 실비아는 그런 성격이니까. 구원이 좀 더 신경써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땐 나도 신경 못 써줬으니까 내가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그런 건 내가 신경써주는 게 맞지. 게다가 넌 그때 정신없었을 거고.” 사라의 살짝 자조적인 말투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렇게 말해줬다. 성에 있는 초반엔 펠리시아의 그 향에 당해서 정신이 없었고, 그 후에는 펠리시아가 계속 장난을 거니까 그거에 놀아나느라 정신이 없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가. 실비아는 오늘 없는 건가. 뭐, 실비아 입장에선 어차피 내가 마틸다의 방에 있는 한 얼굴 보기도 힘드니, 일부러 그런 타이밍을 노린 거겠지만 말이다. 진짜 타이밍이 안 맞네. 실은 아침에 수영하지 말라고 한 거, 마틸다와 볼 일을 마친 다음에 실비아로 놀면…크흠. 실비아랑 놀면서 내게 익숙해지는 특훈이라도 하려고 그랬던 건데 말이야. 게다가 그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나, 먼저 내 곁에 있었던 실비아보다 마틸다에게 먼저 사도 임명을 해준 것도 있어서, 오늘은 반드시 진전을 보이고 싶었는데. 하지만 가족에게 연락을 하러 갔다는데 그걸 방해하러 갈 수도 없는 일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에 그냥 수영하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니라, 오후에 같이 놀 거니까 시간 비워두라고 대놓고 말할 걸 그랬네. 서프라이즈로 놀아주면 또 실비아가 귀여운 반응을 보일 것 같아서 일부러 말 안 한 거였는데. “실비아씨에게 무슨 볼 일이라도 있는 건가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하는 레이아에게 고개를 설레설레 저어주고, 나는 이왕 이렇게 된 거 마틸다와의 관계나 밝히기로 결심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너희, 식사 마치고 조금 시간 좀 내줄 수 있겠어? 할 말이 있는데.” “…….” “…….” “…….” 내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셋이 동시에 침묵을 유지하고 날 빠아안히 쳐다봤다. 뭐냐. 뭐야 그 시선은. 셋이 짜기라도 했냐? “바로 얼마 전에도 자네가 이 몸들을 이런 식으로 모았던 기억이 있네만. 이 몸의 기분 탓인가?” 과, 과연. 아무래도 셋 다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을 한 모양이다. 하긴 그것도 그런가. 바로 얼마 전에 이런 식으로 레이첼 누님의 얘기를 하기도 했고, 마틸다의 방에 다녀온 타이밍에 이런 얘기를 하면, 그야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 짐작이 되겠지. “기, 기분 탓 아닌가? 하하핫….” 일단 그렇게 대응해봤지만, 날 바라보는 셋의 시선은 그 힘이 약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선은 식사를 마치고 다 같이 내 방에 올 때까지도 이어졌다. “그럼 어디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나? 그 할 말이란 것을 말일세.” 방 한가운데에 팔짱을 끼고 우뚝 서서는, 디아나가 그 조그만 몸으로 묘한 위압감을 내뿜으며 무게를 잡았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정황상 얘들이 마틸다를 받아들일 준비는 이미 끝났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 마음의 준비가 끝난 것과, 이렇게 직접 얘기를 듣는 건 별개의 얘기인 모양이었다. 하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필살기를 쓰도록 할까. 실은 뭔가 분위기 좋은 타이밍을 노려서 건네주려고 했지만, 설마 이 카드를 이런 식으로 소모하게 될 줄이야. “너희한테 줄 게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인벤토리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우, 우왓!” 우선은 눈앞에 있는 디아나를 껴안듯이 그 목 뒤에 손을 뻗어서는 목걸이를 걸어줬다. 디아나는 예상외의 기습을 받아서 놀랐던 건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읏!” “아아….” 그리고 사라와 레이아에게도 차례로 목걸이를 걸어준 후에, 나는 한 발 떨어져서 셋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바라봤다. 각자의 머리색에 맞춘 보석이 찬란하게 그 빛을 내뿜고 있었다. “구, 구원씨…? 이건…?” “아, 응. 전에 레이아가 부러워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내 반경 100미터 안에 접근하면 빛나는 마법을 걸어놨어. 그리고 사라랑 디아나도. 단검이나 마석을 가지고 다니는 건 불편하잖아? 그리고 목걸이라면 던전 안에서도 옷 안에 숨겨서 빛을 없앨 수 있으니…우왓!” “구원씨이!”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레이아가 감격한 표정으로 내 품에 안겨들었다. 그래. 그래. 기뻐하는 것 같아서 나도 기쁘다. “언제 이런 걸…설마 그때?” 사라는 짐작 가는 게 있는 건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봤다. 레이첼 누님과의 데이트 때, 내가 장신구점에 갔던 걸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다. 강렬한 기억이었을 테니까 말이다.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기도 하고. “뭐어…그렇지.” “바보. 그러면 어떻게 해. 데이트할 땐 상대한테 집중하는 게 매너잖아.” 내 대답을 듣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는 기쁘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며 미소 지었다. “나, 낭군님…미안하네. 이 몸은 오해를 하고 있었구먼. 이걸 건네주기 위해서 이 몸들을 부른 것이었는가?” 디아나도 날 낭군님이라고 부르는 걸 보니, 엄청나게 감동한 모양이었다. 그러지 마라. 디아나. 그렇게 감격한 표정 짓지 말라고. 내 양심이 쿡쿡 쑤셔지잖아. 오해 아니야. 마틸다 얘기 하려고 부른 거 맞단 말이야. “무, 물론이지! 덤으로 마틸다한테 사도 임명을 했다는 말도 전하….” “역시 그 일이었는가아!” 디아나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곧장 내게 달려 들어와서는 옆구리에 토닥토닥 공격을 감행해왔다. 그러면서도 내 가슴팍에 짓눌리고 있는 레이아의 가슴에는 최대한 시선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이 꽤나 애처로웠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S.Moon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전에는 제대로 써놓고 이번엔 착각해서 반대로 썼네요. 535==================== 추기경의 고민 역시 화내는구나. 기뻐하는 틈을 타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으니 어쩌면 그냥 넘어갈 수도…같은 생각도 잠깐 했었는데. 얘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나. 그나마 목걸이를 건네준 덕분에 이정도로 끝난 거라고 봐야겠지. 게다가 디아나뿐만 아니라, 나머지 둘도 각각 반응을 보여 왔다. 레이아는 행복해하던 얼굴 표정을 살짝 흐리며 날 껴안은 팔에 힘을 조금 줬고, 사라 역시도 굳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 둘 다 아직도 행복하다는 표정이 조금 남아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표정을 굳히다니. 마틸다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혹시 그렇지 않은 걸까? 아니면 타이밍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런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사라가 이 말만은 해야겠다는 듯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구원. 마틸다에게 사도 임명을 했다고?” “으, 응.” “…아닐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난 구원을 믿지만, 그래도 일단 혹시 모르니 확인해둘게, 레이첼씨에게 고백을 실패해서 그 대신이란 생각으로 마틸다를 받아들인 건 아니지?” 사라는 굳은 표정을 하면서도 그 눈은 날 믿는다는 듯 똑바로 이쪽을 쳐다보며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어느 샌가 디아나도 토닥토닥 공격을 멈추고 내 대답을 기다리듯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야.” 내가 딱 잘라 그렇게 대답한 순간, 사라와 레이아의 몸에서 동시에 힘이 빠지는 게 느껴졌다. 셋 모두에게 한차례 시선을 준 후, 나는 가벼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날 너무 못 믿는 거 아니냐?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믿는다고 했잖아. 이 바보야. 난 그냥…만약 그런 거라면 마틸다가 너무 불쌍하잖아. 본처로서 확인을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는 뺨을 붉혔다. 그러면서도 손은 계속 목걸이를 만지작만지작 거리는 것이 꽤나 귀엽다. 게다가 설마 표정을 굳힌 게 그런 이유였다니. 진짜 너희 너무 착한 거 아니냐? “흠. 본처는 이 몸이지만 말일세.”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제가….” “아니. 그러니까 이런 때까지 그런 걸로 싸우지 말라고.” “후훗.” 내가 황당하다는 말투로 말하자, 레이아가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었다. 왠지 아까보다 가슴을 내 가슴팍에 더 밀어붙이고 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행복하니까 아무 문제없다. “아무튼 마틸다도 사도 임명을 했으니까. 뭐,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내줘.” “알겠어. 말해두지만, 선물로 꼬드겨지는 거 아니니까. 마틸다한테는 언젠가 구원의 마수가 뻗을 거라고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넘어가주는 거야.” 사라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날 지그시 바라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말할 거면 일단 목걸이에서 손을 떼는 게 어떠냐? 그리고 마수라니. 성수라고 해라. 성수라고. “그럼요. 감사합니다.” “후우. 하여간 자네도 뻔뻔하구먼. 그럼 얘기는 이걸로 끝인 겐가?” 디아나도 더 이상 토닥토닥 공격을 할 생각은 없는 것 같지만, 질렸다는 듯 고래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말했다. “응? 뭐 볼 일이라도 있어?” 정작 같이 놀려고 했던 실비아도 없겠다, 오늘은 얘들이랑 놀려고 했는데 말이야. 내가 그렇게 질문한 순간, 갑자기 디아나가 다시 눈에 쌍심지를 켜고 날 노려봤다. 뭐, 뭐야. 내가 뭐 못할 말이라도 했나? “정말 몰라서 묻는 겐가?” 응. 솔직히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어. 하지만 여기서 모른다고 하면 또 다시 토닥토닥 어택을 당하겠지. 아니. 그건 그거대로 귀엽지만, 지금은 디아나의 신경을 거스르기엔 타이밍이 좋지 않다. 일단 아는 척 해둘까. “아, 아아! 그거 말이지! 그….” “마, 말 안 해도 되네!” 내가 뻥카를 치자, 디아나가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두 손을 뻗어 황급히 내 입을 가로막았다. 이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부끄러운 일인 모양이다. 대체 그런 일이 뭐가 있지? 낮에 할 부끄러운 일이라…. 섹스는 당연히 아닐 테고, 그럼 대체…아. 설마. 과연. 그런 일이었단 말이지. 그렇게 뺀 주제에 결국 하긴 할 셈인 모양이군. “그, 그럼 이 몸은 볼 일이 있어서 그만 가보겠네! 저녁에 보세!” 디아나의 손에 가로막힌 입 꼬리를 올리며 씨익 웃어보이자, 디아나가 황급히 그렇게 말하며 방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도망가려고 하는군. 뭐, 지금은 놔주도록 할까. “그래. 잘 해. 밤에 봐.”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는 심히 움찔움찔 거리면서 황급히 방밖으로 도주하려다가 다시 몸을 돌려서 내게 돌진해왔다. “그, 그리고 목걸이 고맙네!” 그 와중에도 목걸이에 대한 감사는 잊지 않은 모양이다. 디아나는 내 허리에 팔을 둘러서 내 몸을 한 번 꼬옥 껴안아주고는, 그대로 쏜살같이 방밖으로 도망갔다. 하여간 우리 디아나는 왜 저렇게 귀여울까. 오늘 밤이 심히 기대된다. “…대체 디아나한테 뭘 한 거야.” “구원씨. 너무 디아나씨를 놀리시면 안 돼요.” “아, 아무것도 안 했어. 그보다 너희는 할 일 없지?” “죄송해요.” 디아나는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빠졌다지만, 사라나 레이아는 괜찮겠지. 고로 이 둘하고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레이아마저 살짝 미안한 표정을 하면서 내게서 살며시 떨어졌다. “오늘은 조금 신전에 들러보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 그런! 하긴. 레이아는 신전에 안 간지 한참 됐겠지. 내가 조난 중이었을 땐 쉬지 않고 날 찾아다닌 모양이고, 저번에 내가 신전에 갔을 땐 따라오지 않았고, 그 후로도 계속 수영연습을 했으니까. 수영 연습을 쉬는 오늘이 신전에 한 번 들르기 적절한 날이겠지. “그렇구나. 응. 잘 다녀와.” 내가 은근히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건지, 레이아가 살짝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구원씨가 가지 말라고 하시면….” “아니. 다녀와. 가끔은 집에 가서 가족 얼굴도 보고 해야지. 그리고 레이아를 너무 독점하고 있다가 소피아 대사제님께 미운털 박히기도 싫고.” 레이아가 곤란한 표정을 짓지 않도록 살짝 너스레를 떨면서 그렇게 말하자, 그제야 레이아도 다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 웃어보였다. “후훗.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요. 그럼 구원씨. 다녀올게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고, 목걸이를 어루만지면서 마치 보답이라는 듯 내게 키스를 한 번 해준 후 기분 좋은 듯 꼬리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며 방밖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문을 닫기 직전, 레이아는 이쪽을 돌아보고 다시 한 번 생긋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인 후 문을 닫았다. 진짜 천사야. 천사. 그렇게 레이아까지 가고나자, 방에는 나와 사라만이 남게 됐다. 당연히 내 시선은 마지막 남은 사라로 향했다. “뭐, 뭐야. 그 시선은.” 내 시선에서 뭔가를 느꼈는지, 사라가 드물게 주저하는 표정으로 한 발자국 물러나면서 경계하듯 말을 내뱉었다. “넌 뭐 없냐?” “뭐가 있어도 그걸 구원이 먼저 요구하면 안 되잖아! 진짜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바보 아니야?!” 내가 목걸이를 가리키면서 질문하자, 사라가 황당하다는 듯이 외쳤다. 얘가 뭘 이제 와서. 내가 뻔뻔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응. 그래서, 뭐 없어?” “어, 없거든?!” “진짜로?” “우으….” 크게 소리를 지르며 부정했던 사라였지만, 내가 그 허리를 껴안고 얼굴을 바짝 가져간 채 질문하자 얼굴을 붉히면서 시선을 옆으로 피했다. 그래봤자 지근거리까지 얼굴을 가져가고 있기 때문에, 시선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보였지만 말이다. “자, 어서! 지금 그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샘솟아 오르는 나에 대한 감사의 기분을 전부 폭발시키…크헉!” “이, 이 바보가 진짜! 없다고 했잖아! 어제 하루 종일 내 앞에서 다른 여자랑 데이트했으니까, 이 정돈 받는 게 당연한 거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바디 블로우를 먹이고, 뒤로 휙 돌아섰다. “…뭐, 고맙기는 하지만.” “야. 부끄러우면 그냥 솔직히 부끄럽다고….” “뭐?!” “아무 말 안 했는데요?” 평소엔 단 둘이 있을 땐 그나마 부끄러운 행동도 곧잘 하더니, 오늘은 유독 부끄러움을 많이 타네. 혹시 아침에 있었던 일이 부끄러워서 그런가? 그 정도는 플레이의 일환으로 생각하면 될 텐데 말이야. 아니. 물론 전 맞으면서 느끼거나 하지 않았습니다만. 나는 사라의 태도에 속으로 피식 웃으면서, 그 허리에 손을 뻗어 다시 한 번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꺄악! 또, 또 뭐하려고?” “디아나도 레이아도 가버렸으니까 말이야. 넌 놓치지 않을 거야. 순순히 나랑 놀아주는 게 좋을 거야.” “하아…. 논다니. 뭘 하고?” 내 품에 안겨 얼굴을 붉혔던 사라였지만,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마자 한숨을 내쉬며 흥이 깨진 표정을 지었다. 뭐야. 네가 너무 부끄러워하는 거 같아서 이 이상 엄한 짓은 안 하는 거잖아. 실은 해줬으면 하는 거냐? 지금부터라도 같이 엄한 짓 할까? “…글쎄? 뭘 하고 놀지?” “그걸 나한테 묻는 거야?” “흠. 좋아. 그렇다면 사라. 지금부터 같이 정보수집이다.” 황당하다는 듯 대답하는 사라를 보면서, 나는 고심 끝에 오늘 오후를 어떻게 보낼지 결정했다. “정보수집?” “그래. 한동안 던전엔 안 갔지만, 그 사이에 뭐가 어떻게 변했을지 모를 일이니까. 적어도 정보수집이라도 하는 게 좋겠지. 내가 조난당했을 때, 얼음동굴의 존재도 공표한 거잖아?” 그래. 내가 조난당한 곳은 얼음동굴에서 4계층으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게다가 당연히 나처럼 맵이 있는 것도 아닌 이상 4계층의 정확히 어느 장소인지는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우리 애들은 내 구조에 협력을 구하기 위해서 얼음동굴의 장소를 공표했다고 한다. 원래는 얼음동굴에서 4.5계층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발견한 후에나 공표하려고 했지만, 그 비밀을 지키는 것보단 날 구조하는 것을 우선시 한 거다. 그래봤자 거기서 4계층으로 나오는 건 웬만한 모험가들로서는 불가능했지만, 수준 높은 마법사를 대동하고 있는 파티라면 어떻게든 가능할 수준이고 말이다. 디아나도 그때 얼음동굴의 페이크 보스, 황제 펭귄을 잡는데 마나를 대량으로 소모한 것만 아니었다면 물의 흐름을 장시간 멈추고 무사히 날 구출 할 수 있었을 거다. 아니. 그게 아니더라도 그때 고래가 갑자기 튀어나오지만 않았다면 난 무사히 구출됐을 거다. 아무튼 얼음동굴의 위치를 공개한 만큼, 그 사이에 뭔가 우리가 모르는 진전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의외로 착실한 소리를 하네.” “의외라니. 난 언제나 착실하다고.” “그래서, 그 정보수집은 어디서 하려고?” “그야 당연히 길….” “야. 구원.”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라가 차가운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네.” “레이첼씨 만나러 가는 거지?” “…겸사겸사?” 그런 생각도 안 한 건 아니었던지라, 나는 솔직히 그렇게 말했다. “이게 진짜…!” “왜! 네가 전에 그랬잖아! 맘에 든다고! 꼬드겨보라고! 아냐?! 그랬어, 안 그랬어?!” 욱하는 사라에게, 나는 적반하장으로 그렇게 말하며 정신없이 사라를 휘몰아쳤다. “그, 그러긴 했지만….” 내가 설마 그렇게 나올 줄 몰랐는지, 사라는 당황하면서 말을 흐렸다. “그럼 아무 문제없지?!” “으, 으응….” 훗. 이겼다. 그러게 사람을 왜 그런 식으로 놀려서. 사라야. 이게 바로 자업자득이란 거란다. 나는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사라가 냉정을 되찾기 전에 얼른 그 허리를 안고 같이 길드로 향했다. “구에에엑….” “우아으으으….” “주우우거어어어….” “이것들아! 뭘 죽는 소릴 하고 있는 거야! 똑바로 안 서!” 그리고 길드에 가자, 마침 그 입구에서 아는 얼굴들이 보였다. 좀비가 되어있는 셋은 정말 내가 아는 그 얼굴이 맞는지 의심스럽기는 했지만, 그 좀비 셋을 들쳐 업고 험한 말을 내뱉는 구리빛 피부의 미인은 확실히 아는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얼굴을 어떻게 잊겠어. 내 동정을 가져간 앤데. “애들 좀 작작 굴려라….” “뭐?! 어떤 새끼가…어?! 너, 너…?!” “꾸에엑!” 내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이쪽을 노려보며 험한 말을 하려던 구리빛 피부의 미인, 앨리시아는 내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눈을 크게 뜨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는 들쳐 업고 있던, 아마 아라크네 클랜의 삼인방이라 생각되는 좀비들을 바닥에 아무렇지 않게 내려놓…아니. 패대기치더니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피로가 쌓였는지 그만 푹 잠들어버렸네요. 536==================== 추기경의 고민 “야. 쟤들 괜찮…끄아아아악!” 퍼억! 내가 하는 말을 완전히 무시하고 성큼성큼 다가온 앨리시아는, 접근하자마자 내 뒤통수를 호쾌하게 후려쳤다. 끄아아아…이건 골수까지 시리다! 아니. 개그를 할 때가 아니야. 뭔데? 뭐야? 나 대체 왜 맞은 거야? 마지막에 해어졌을 때 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던가? 아니. 애초에 오랜만이잖아. 만약에 무슨 잘못을 했어도, 이 털털한 애가 그걸로 지금까지 꽁해있을 리가 없는데? “새끼야! 살아있으면 누님한테 찾아와서 보고라도 해야 되는 거 아니야?!” 내가 반쯤 패닉상태에 빠져서 당황하고 있자니, 앨리시아가 허리에 척하고 손을 얹은 채 서서 그렇게 고함을 질렀다. “아? 그게 뭔 개소….” 얘 성격이 좀 많이 털털하고 과격한 건 알고 있었지만, 과연 뒤통수를 한 대 쳐놓고 이렇게 알 수 없는 말까지 늘어놓고 있는 꼴을 보자니 나도 슬슬 열이 뻗기 시작했다. 거기에 앨리시아의 거친 말투에까지 감화되어서 사라가 옆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거친 말을 입에 담으려고 했을 때, 사라가 옆에서 입을 열었다. “이 여자도 도와줬거든. 구원 찾는 거.” 그런 것 치고는 어째선지 사라도 똥 씹은 표정…아. 얜 원래 앨리시아 대하는 게 조금 그랬던가. 어떤 의미론 펠리시아보다 더 경계하고 있을 정도니까 말이야. 아직도 내 처음을 뺏어간 여자를 편히 대하는 건 어려운 모양이었다. 아무튼 사라의 말을 듣고 앨리시아의 얼굴을 다시 자세히 보자, 확실히 날 노려보는 그 눈동자에는 내가 무사해서 다행이라는 안도의 감정도 담겨있는 게 느껴졌다. 그러면 그냥 솔직히 그렇다고 말하면 되지. 하여간 전에 했던 여자다워지는 특훈은 여전히 아무런 효과도 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쪼그리고 앉았던 몸을 일으켜서, 앨리시아의 얼굴 가까이에 얼굴을 바짝 가져갔다. “읏…!” 그러자 내 정면과 바로 옆, 두 쪽에서 동시에 숨을 집어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레벨이 되도록 남자 사귄 경험이 전무하다는 앨리시아는 당연히 당황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설마 사라마저도 당황할 줄이야. 아니. 키스하려는 거 아니니까. 그냥 조금 보복 겸 놀라게 해준 것뿐이야. “왜? 걱정했냐? 응?” “누, 누가!” “걱정한 거 아니면 왜 굳이 보고하라는 건데. 내가 무사히 구조 됐다는 거, 이미 진즉에 다른 사람한테 전해 들었을 거 아냐?” “아, 안 떨어져?! 이 새끼는 부끄럼도 없나!” “왜? 넌 부끄럽냐? 응? 응?” “이, 이 새끼가 진짜….” 내가 계속 얼굴을 들이밀면서 놀리자 앨리시아는 욱하는 표정을 짓더니, 내게 엄청난 살기를 풍기며 노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나와 눈을 마주치던 앨리시아는 결국 먼저 눈싸움에서 지고는 내 가슴팍을 확 밀쳐서 떨어졌다. “아무튼 걱정해줘서 고맙다. 쟤들 훈련도 시켜야 될 텐데 굳이 4계층까지 가서 날 찾아다녀 주다니. 역시 앨리시아. 의리 있다니까.” “그, 그런 거 아니라고 했잖아 새끼야! 그냥 네 클랜에서 공개한 그 얼음동굴이란 게 이 녀석들 특훈 시키기도 좋을 것 같으니까, 겸사겸사 간 것뿐이야!” “응? 하지만 거기 마법사 없으면 4계층으로 못 나가는데?” 나는 앨리시아 파티의 면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사인 앨리시아는 물론, 저기서 좀비가 되어 쓰러져있는 셋도 전사, 전사, 성직자. 얼음동굴에서 4계층으로 나가는 건 물론, 나가더라도 의사소통도 제대로 안 될 조합….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그렇게 생각했을 때, 앨리시아의 뒤로 조그만 마법사 한 명이 모습을 드러내며 꾸벅하고 인사를 해왔다. 아라크네 클랜의 간부 중 하나인 난쟁이족 쌍둥이 마법사 중 한명인…레아인지 리아인지 분간이 안 되지만 아무튼 그 둘 중 하나다. “오! 진짜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얘들이랑 같이 있었던 거야? 아, 혹시 날 구조하는데 협력하려고?” “야. 이 새끼야. 왜 날 만났을 때보다 더 기뻐 보이냐?” 앨리시아가 옆에서 뭔가 꿍얼꿍얼 거렸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넌 던전에서 가끔 얼굴 봤지만 얘는 진짜 예전에 의뢰하고 처음 보는 거잖냐. “네. 앨리시아가 하도 제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며 부탁하는 바람에….” “레아아아아! 내가 언제 그랬어어어!” “가벼운 농담입니다.” 아무래도 눈앞에 있는 마법사는 레아였던 모양이다. 아무튼 그 레아가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에 앨리시아가 황급히 고함을 질렀지만, 레아는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태연하게 대답했다. 과연 같은 간부란 건가. 저 앨리시아 상대로 잘도 저런 농담을 해대네. 뭐, 아무튼 이걸 이용해먹지 않을 순 없지. “뭐냐. 앨리시아.” “흣!” 나는 앨리시아의 어깨에 팔을 척 두르고,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솔직해지라고. 한 마디만 하면 돼. 내가 너무 걱정되는 바람에 밤에도 잠 못 이루는…크허허억….” 이, 이 녀석…팔꿈치로 명치를 쳤어…. 내가 앨리시아에게 매달린 상태로 축 늘어지자, 앨리시아가 날 바라보면서 힘차게 고함쳤다. “기, 기껏 이 누님이 동정까지 떼 준 새끼가 뒈져 자빠지면 잠자리가 불편해서 조금 찾아준 것뿐이다! 기, 기어오르지 마! 새끼야!” 흥분한 건지 앨리시아의 몸에서 열기가 피어오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만 말투가 험한 것 치고, 목소리는 간신히 짜내는 것처럼 어떻게 들으면 울먹이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 털털한 애가 겨우 이정도 놀렸다고 울먹일 리가 없지. 뭐, 난 명치에 맞은 타격 때문에 고개를 숙이고 있느라 그 표정까진 보지 못했지만 말이야. “아, 아무튼!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이 누님한테 제대로 보고 하라고! 알았어!” 짝! “크허허헉….” …야. 명치를 붙잡고 괴로워하는 애한테 등짝 스매시까지 날리는 건 너무하지 않냐…. “후우. 후우. 후우. 하여간 새끼 아직도 약해빠져서는. 그러니까 고작 4계층에서 조난 같은 걸 당하는 거야.” 내가 드디어 그 몸에서 미끄러지듯 떨어져 바닥에 주저앉게 되자, 앨리시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더니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냐. 아냐 이것아. 네가 센 거야. 내가 약한 게 아니라고…. 마음속 깊이 그렇게 외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나는 앞뒤로 느껴지는 격통 때문에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럼 간다. 다음에 볼 때까진 좀 더 단련해 놔라.” 단련해놓으라니…대체 네가 왜…. 설마 더 좋은 샌드백이 되라는 뜻이냐? “칸나! 세레나! 에이미! 언제까지 자고 있을 거야! 일어나!” “기절해있습니다.” “칫. 하는 수 없지. 레아, 가자.” “정말 이대로 가도 되는 겁니까?” “무, 무슨 뜻이야? 안 될게 뭐있어?! 가, 갈 거야!” 레아와 그런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앨리시아는 기절한 삼인방을 다시 들쳐 업고는 성큼성큼 길드를 뒤로했다. “그럼 다음에 뵙죠.” 레아도 우리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앨리시아의 뒤를 쪼르르 따라갔다. “…괜찮아?” “안 괜찮아…. 죽을 것 같아…. 저 무식하게 힘만 센 폭력녀 같으니라고…. 힐링…힐링이 필요해…. 아, 레이아랑 마틸다 둘 다 없잖아. 어쩔 수 없지. 어디 근처 화장실이라도 들어가서 힐링 섹…끄아아악!” 짜악! “공공장소에서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하여간 매를 벌어요. 이 바보는 진짜.” “끄으윽…그렇다고 맞은 델 또 때리는 건 너무하지 않냐….” 앨리시아가 등짝 스매시를 날린 곳과 정확히 일치했다고. 이거 노리고 그런 거지? 뭐야? 내 몸에 남은 흔적은 설령 상처라고 하더라도 다른 여자가 남기게 두진 않겠다는 의사표명? 자기 손바닥 자국으로 덮어씌운 거야? “흥. 자업자득이잖아.”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주저앉은 날 내버려두고 길드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저, 적어도 부축을….” “힐링 세…얘기까지 떠드는 걸 보면 멀쩡하잖아? 얼른 일어서.” “크흐흑. 사라가 애정이 식었어.” “아, 안 식었거든!”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부축을 해주는 사라였다. 나는 사라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손을 축 늘어뜨렸다. 손에 뭔가 부드러운 것이 닿을 것 같은 자세지만, 결코 고의가…. “아야!” “역시 멀쩡하잖아. 이 변태야.” 사라는 새초롬하게 날 노려보면서 내 손등을 가볍게 꼬집었다. 쳇. 역시 사라야. 날 너무 잘 알고 있어. 뭐, 아무리 앨리시아가 강하다고는 해도, 겨우 두 대 맞은 거 가지고 내가 언제까지나 끙끙거리고 있을 정도로 방어력이 낮은 것도 아니고 말이다. 게다가 앨리시아도 적당히 손대중을 했을 거고. …아마도. “아무튼 이왕 온 거니까 처음 목적대로 제대로 정보 수집하라고.”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기 어깨에 걸쳐진 내 팔을 풀었다. “응? 어디 가게?” “가긴 어딜 가. 다른 모험가들한테 얘기나 조금 들으려고 하는 거지. 어차피 길드 내 정보는 구원이 알아보려는 거잖아? 흥. 어차피 레이첼씨를 꼬드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과연. 그런 의미인 건가. 모험가들한테 정보를 듣는 건 자기가 할 테니, 나는 레이첼 누님께 가보라는 거다. 즉, 사라는 일부러 자리를 피해주려고 하는 거다. “사라야! 사랑해!” “그, 그러니까 공공장소에서 너무 달라붙지 말라니까!” “공공장소가 아니면 되는 거지? 우리 어디 으쓱한 데로 갈까?” “바, 바보! 여기 왜 온 건데!”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는, 모험가들이 모여 있는 게시판 근처로 빠른 걸음으로 가버렸다. 하여간 부끄러워하기는. 아무튼 모처럼 사라가 저렇게 신경을 써준 거다. 호의를 받아들여서 나는 레이첼 누님께 가보기로 할까. 저런 성격의 사라가 혼자 모험가들 사이에서 정보수집 하는 게 불안하지 않냐고? 전혀. 사라가 남자한테는 진짜 북풍한설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한기를 뿜어내기는 하지만, 여자상대로는 평범히 대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모험가들의 태반은 여자이기도 한 만큼, 정보수집엔 아무 문제도 없을 거다. “안녕하세요. 누님! 저 왔어요.” “어서 오세요. 길드 안에서 너무 그렇게 노닥거리지 말아주시겠어요?” 아무튼 그런 고로 레이첼 누님께 다가가자, 누님이 지그시 날 노려보면서 그렇게 말해왔다. 아무래도 사라와 내가 장난치는 게 다 보였던 모양이다. 뭐, 당연한 건가. “훗. 걱정 마세요. 누님과도 그렇게 노닥거리기 위해서….” “에잇! 저 근무 중이라고요? 용무가 없으시면 다른 모험가분께 자리를 비켜주시겠어요?” 내가 안내원석에 몸을 쭉 들이밀면서 말하자, 누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가볍게 내 이마를 톡 치고는 그렇게 말했다. 이런 반응이라니. 쓸쓸하다. 아니. 일에 열심힌 누님도 멋지시지만. “그, 그런! 누님에게 향하는 제 뜨거운 마음을 확인시켜주기 위해서 일부러….” “구우워언씨이?” “얼음동굴의 탐사가 어디까지 진척됐는지 보러 왔어요. 제가 조난당한 사이에 공표했다고 하니까 조금 신경 쓰여서요. 혹시 뭐 특별한 발견이라도 있었나요?” 결국 일을 방해하지 말라는 레이첼 누님의 압박을 못 이기고, 나는 곧장 본론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다. 이런 식으로 매번 찾아와서 같이 놀면서 사랑을 확인시켜달라는 뜻 아니었나? “아뇨. 이미 구원씨 파티에서 계층의 주인까지 모두 발견한 상태이니, 특별히 이렇다 할 발견은 없었어요. 하지만 성장하기 좋은 장소인 만큼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지도는 상당히 많이 넓어졌네요. 하나 사가시겠어요?” 내가 본론을 꺼내자, 레이첼 누님은 쿡쿡 웃더니 안내원 누님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지도를 팔아넘기려고 하시다니. 과연. 빈틈없으시다. 뭐, 살 거지만. “네.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그런가요. 딱히 특별한 정보는 없는 건가요.” “네.” “과연. 그렇군요. 흐음. 그렇구나….” “…구원씨.” 내가 팔짱을 끼면서 고민하는 척하자, 레이첼 누님이 날 지그시 바라보더니 내 이름을 불렀다. “네?” “더 볼 일 없는 거죠?” “…네.” 완전히 들키고 있었다. 조금 부끄럽잖아. “그럼…아시죠?” “네. 안녕히 계세요.” 누님의 말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뒤에 기다리고 있는 모험가에게 자리를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아, 구원씨.” “네?” 하지만 내가 가기 전에, 누님이 다시 날 불러 세웠다. “후훗. 조금 있으면 저도 휴식시간이니까, 혹시 시간 되시면 저기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같이 차라도 마셔요.” 그리고 날 바라보며 귀엽다는 듯 쿡쿡 웃더니, 내 코끝을 손가락 끝으로 가볍게 톡 건드리고는 그렇게 말해줬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성사재천 // 상위 저주 해제 마법은 마틸다도 레벨이 부족합니다. 여신 강림에 관한 얘기는 나중에 나옵니다. 지금은 마틸다가 기절한 상태라서요. 537==================== 추기경의 고민 아무리 레이첼 누님과의 티타임이라지만 당연히 사라를 혼자 내버려둘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어제의 데이트 때와는 달리 오늘은 사라도 내 옆에서 같이 차를 마시게 됐다. 하지만 레이첼 누님은 싫은 얼굴 하나 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다는 듯이 사라와도 대화를 주고받았다. 아니. 오히려 나보다 사라랑 더 대화를 자주 하는 것 같은 느낌마저 받을 정도였다. 그건 그렇고 이 둘, 서로 가슴을 엄청 쳐다보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슴이 아니라 목걸이를 보는 거겠지만. 레이첼 누님은 빛나고 있는 사라의 목걸이를, 사라는 레이첼 누님의 목걸이에 걸린 반지를. 아, 그러고 보니 누님. 팔찌가 아니라 제대로 된 목걸이에 바꿔꼈구나. 저렇게 제대로 된 목걸이에 반지를 끼고 있으니까 그냥 원래부터 저런 장신구인 것처럼 보인다. 뭐, 모델이 좋은 탓도 있겠지만. “그때는 이미 저희는 수많은 개미들에게 둘러싸여있었고, 그 개미들은 일제히 저희에게 이빨을 겨누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공격준비를 마치고 다가오는 걸 보고, 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죠. 우리 애들한테 성역 선포를 쓸 수밖에 없어!” 아무튼 그런 둘 사이에 끼어서, 나는 일단 적당히 던전에서 있었던 재밌는 에피소드나 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개미들에게, 말이죠?” “아, 네. 개미들에게. 그러니까 우리 애들이 말려들더라도 말이죠.” “하여간 이 바보는 진짜….” 개미굴에서 있던 무용담을 떠들다가 살짝 말실수를 한 날 보고 사라가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감싸 쥐었다. 뭘 이정도 가지고 그러냐. 사람이 살다보면 잠깐 말실수를 할 수도 있지. “진짜 이 바보랑 있으면 고생한다니까요.” “어머, 그래도 사라씨는 모험가가 되고 처음 만난 게 구원씨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네에?! 전혀요!” “야. 그 반응은 뭐냐. 부끄러워하지 말고 솔직히 인정하라고. 내가 상처받잖아.” “바, 바보! 이런 걸로 상처받지 말라고!” “후훗. 말은 저렇게 해도 분명 감사하고 있을 거예요. 사라씨를 처음 봤을 때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으니까요. 심지어 저한테 협박까지….” “레, 레이첼씨! 그 얘기는 잊어주세요!” 레이첼 누님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하자, 사라가 당황해서는 레이첼의 말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 걸 놓칠 내가 아니지. “뭐야. 협박이라니? 뭔데? 둘이서 내가 모르는 얘기하지 말고 좀 알려줘.” “후훗. 그게 말이죠. 사라씨도 참. 처음 모험가 등록을 할 때 직업을 들킨 걸 알고는….” “그, 그러는 레이첼씨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라고 하면 레이첼씨도 연애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처럼 보이던데요! 이 바보가 상대라 다행이었던 거 아니에요?!” 레이첼 누님이 뭔가 썰을 풀려고 했을 때, 사라가 큰 소리로 외치며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사라야. 너답지 않게 반격치고는 너무 어설프지 않냐. 무슨 그런 허무맹랑한 소리를…. “네, 네? 그, 그게 무슨…?” 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레이첼 누님은 뭔가 짚이는 구석이 있었던 건지 당황하기 시작했다. “구원이 시선을 잠깐 돌릴 때마다 옷매무새를 만지거나 심호흡을 하고, 중간에 잠깐 화장실에 갔을 때는 아예 거울에 대고 예행연습까지 하던데요? ‘우후훗. 구원씨. 누나를 너무 빤히 쳐다보시는 거 아니에요? 그렇게 누나한테 시선을 못 떼시겠어요? 너무…’” “꺄아아아악! 꺄아아아악! 어, 어, 어, 어느새! 어느새!” 응. 내가 사라를 너무 얕보고 있었다. 당황한 사라는 언제나 공격력이 엄청나구나. 한 방 한 방이 레이첼 누님의 급소를 노리고 꽂히는 것 같다. 하지만 레이첼 누님. 중간에 잠깐 화장실 가셨을 때 그런 것까지 하셨던 건가. 나는 당황해서 제대로 말도 못하고 있는 레이첼 누님을 미적지근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전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역시 이 누님. 내 앞에서만 경험 풍부하고 여유 있는 척 행동할 뿐, 실은 연애에 관해선 완전 초보인 게…. “아, 아니니까요! 구원씨! 아니니까요!” “네. 그럼요. 그렇고 말구요.” “누, 누나 말을 믿지 않는 거죠?” 이상하다. 난 분명 긍정했는데 왜 저런 반응을 보이시지? “앗. 버, 벌써 시간이 아무튼 아니니까요! 구원씨, 사라씨 그럼 나중에 또 봬요!” 휴식시간이 끝난 레이첼 누님은 결국 제대로 된 해명도 하지 못하고 그렇게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뭐, 시간이 더 있었더라도 제대로 된 해명을 할 수 있었을지는 의문이지만. 방금 전 반응도 그렇고, 저 누님. 의외로 임기응변에 약한 건지도 모른다. 그건 그렇고 또 이렇게 사라의 언어폭력에 의한 희생자가 나오고 말았다. 이래서야 앞으로는 레이첼 누님도 함부로 사라를 놀리거나 하진 못하겠네. 사라야. 너 혹시 말싸움으로 내 본처 자리를 쟁취할 생각인 건 아니지? 어째 하나하나 차례차례 격파해나가는 거 같다. “너 대체 그런 말은 어떻게 들었냐.” “여, 엿들은 거 아니야. 내가 먼저 화장실에 있었는데 말소리가 들렸는걸.” 내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하자, 사라도 자기가 너무 폭로를 심하게 했다고 생각하는 건지 살짝 미안한 표정으로 변명하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그건 그렇고 구원도 의외로 막 들이대지 않네. 한 번 차였으니까 더 필사적으로 달라붙을 줄 알았더니.” 그리고는 그 얘기는 더 이상 끝이라는 듯,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정말 엄청 티 나게 화제를 전환한 게 느껴졌지만, 나는 순순히 응해주기로 했다. 마지막에 조금 엉망이 되기는 했지만, 오늘은 차를 마시는 내내 딱히 나와 레이첼 누님 사이를 방해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어줬으니까 말이다. 아까 길드에 갔을 때 일부러 레이첼 누님한테 날 보낸 것도 그렇고, 레이첼 누님과 내 관계에 꽤나 도움을 주는 것처럼 행동한단 말이지. 솔직히 나로선 방해해도 할 말 없는 수준인데 말이야. 사라는 어쩌면 어제 날 놀려먹으면서 했던, ‘레이첼씨 마음에 들었으니까 꼬드겨봐.’ 라는 말에 책임감 같은 걸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물론 절대 본심은 아니겠지만, 날 놀린 게 미안해서 일단은 미약하게나마 협력하는 건지도. “그럴 리가 있냐. 이런 건 차근차근 애정을 다져나가는 거라고. 너한테 했던 것처럼.” “그건 그것대로 왠지 싫네….” 그렇게 말하면서 얼굴을 찌푸리는 사라는, 내가 레이첼 누님을 꼬드기려 드는 게 그리 탐탁치만은 않은 태도였다. 역시나 날 도와준 건, 자기가 한 말이 있어서 그러는 것뿐인가. “아무튼 그럼 우리도 이만 갈까. 볼 일은 다 끝났으니까.” “응. 그러자.” 사라는 자연스레 내 팔에 팔짱을 껴왔다. “하지만 결국 별다른 소득은 없었네. 구원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그럼. 사라랑 이렇게 돌아다니는 시간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득이지.” “하여간 말은 잘한다니까….” 살짝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가는 웃고있는 사라였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얘도 은근히 쉽다니까. 뭐, 나한테만 한정으로 그러는 거지만. “그리고 이런 곳에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큰 정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야.” “더 큰 정보? 무슨?” “지금쯤이면 마틸다가 깨어나지 않았겠어?” “으응? 마틸다?” 내가 이렇게까지 말해줘도, 사라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생각해봐. 마틸다는 대사제라고. 그리고 내게 사도 임명을 받았어. 뭐 떠오르는 거 없어?” “응? 아, 아앗! 그, 그럼!” 그제야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았다는 듯, 사라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 여신님과 또 다시 대면할 시간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사도 임명 했을 당시에는 마틸다를 사랑스럽다고 여기는 기분만이 머릿속에 가득해서 그만 까먹고 있었다. 레이아의 쿨타임을 기다릴 것도 없이 여신 강림이 가능하단 걸 깨달은 건, 웃기게도 길드에 와서 정보 수집을 하는 도중이었다. 때문에 아직 스킬창을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분명 마틸다 역시도 여신 강림을 습득 가능할 거다. 성기사에서 직업을 옮긴 거라곤 하지만, 마틸다의 직업도 대사제인 건 마찬가지니까. 여신과 만나면 전 같은 인사치례는 생략하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서 질문을 퍼부을 생각이다. 시간이 그리 길진 않겠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 궁금한 건 모조리 대답을 듣고 말겠어. 드디어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거다. 솔직히 막상 이 때가 다가오니 조금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어쩌면 진짜로 여신님이 흑막이고, 날 이용해먹으려는 것뿐이면 어쩌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아무것도 모른 채로 지낼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기다리라고요. 여신님. “구, 구, 구, 구원니이이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저택으로 들어선 순간, 갑자기 실비아가 쏜살같이 내게 달려왔다. 집에 돌아오자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달려드는 강아지를 떠오르게 하는 모습이었다. 뭐, 강아지를 키워본 적은 없지만. “오, 실비아. 돌아왔네. 가족 분들이랑 얘기는 잘 했어?” “네, 넵! 어머니께서도 구원님께 안부 인사를…으아아앗! 그, 그런 것보다! 큰 일! 큰 일 났습니다아아!” 내 대답에 배시시 웃으면서 대답하던 실비아는, 이내 다시 표정을 바꾸고 당황해서는 내게 외쳤다. 심지어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진동을 안 하는 걸 보면, 정말로 크게 당황한 모양이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인데?” “그, 그게! 그러니까! 그게!” 실비아는 내게 매달린 채 입을 뻐끔거리면서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내 옆에 있는 사라를 힐끔힐끔 쳐다봤다. “죄, 죄송합니다! 잠시만 구원님을 빌려도 되겠습니까?!” “네, 네에…그러세요.” 대체 무슨 일이기에 실비아가 이렇게까지 하는 거지? 사라도 나와 마찬가지 생각이었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여줬다. “가,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사라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 후, 실비아는 내 손목을 붙잡고 내 방 쪽으로 달려나갔다. …응? 내 방? 얘 설마…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니겠지? 아니. 물론 전에 내가 쌓이기 전에 말하라고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얘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달려들 성격은 아닌데? “구, 구원, 구원님!” 실비아는 내 방에 도착해서 문을 닫자마자 황급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조금 진정시킬 필요가 있어보여서, 나는 실비아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줬다. “실비아. 진정해. 자, 심호흡부터 좀 할까. 쓰으읍…하아아…. 자, 따라해.” “쓰으읍…하아아…우, 우아아아….” 착실하게도 내 말대로 심호흡을 한 실비아는, 안정을 되찾았지만 대신 현 상황을 인식했는지 진동에도 가동이 걸렸다. 진정시킨 보람이 없잖아. 뭐, 귀엽지만. “알았어. 알았어. 조금 떨어질게. 자, 됐지? 말해봐.” 내가 조금 떨어진 채로 말하자, 실비아는 그제야 진동이 조금 약해지며 입을 열었다. “큰 일 났습니다아!” 응. 그건 아까 들었어. 그러니까 대체 뭐가 큰 일 났다는 건데? 구체적으로 얘기해봐. 내가 눈으로 재촉하자, 실비아는 호흡을 가다듬으려 노력하며 입을 열었다. “성에 가니 펠리시아가, 펠리시아가 구원님의 장난에 당했다고!” “…응?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는데.” “그게, 그러니까. 장난은 자기가 친 줄 알았는데, 설마 구원님이 그런 장난을 치고 갔을 줄 몰랐다고 제게 불평을 늘어놨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인지 물어보자, 펠리시아가!” 실비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설마 자신이 내뿜었던 기운의 흔적이 스스로 풀리는 게 아닐 줄 몰랐다고! 덕분에 영향 받았던 모든 사람을 일일이 해소시켜주느라 혼났다면서, 저는 괜찮냐고…!” “…잠깐 기다려봐. 그러니까 그때 펠리시아가 내뿜었던 그 기운, 그게 다른 사람들은 계속 해소가 안 됐다고? 자위를 해도?” “네, 넵!” “일단 물어보겠는데, 넌 해소 됐지?” “넵!” 이상하다. 사라도 분명 해소가 됐는데. 아, 혹시 그건가? 성자가 서큐버스의 상위호환 같은 거니까, 굳이 펠리시아가 해소시켜주지 않더라도 내가 해소시켜준 애들은 문제가 없다는 건가? 그렇다면 결국 아무 문제 없다는 거잖아? 아니. 하지만 그렇다면 실비아가 이렇게 당황하고 있을 이유가 없는데? 그럼 대체…아. “바넷사아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38==================== 화장의 이유 실비아의 얘기를 듣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나는, 황급히 바넷사의 방으로 향했다. 실비아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오긴 했지만, 실비아는 내가 뭘 하려는 건지 깨달은 듯 뒤를 따라오진 않았다. 애초에 내가 풀어줘야 한다는 걸 아니까 사라 앞에서 얘기하지 않은 것일 테고 말이다. 아무튼 내가 바넷사의 방으로 향한 건 논리적인 추론의 결과였다. 디아나가 쉬라고 명령한 거다. 그 고지식한 녀석은 분명 방 안에서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중이겠지. 오늘 하루 종일 모습을 보지 못하기도 했고 말이다. 마침 바넷사의 방은 내 방 근처였다. 언젠가 성역 선포에 혼자 영향을 받은 적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다른 메이드들의 방은 아예 저택 반대편 쪽에 거주하는 걸 보아, 바넷사의 방도 원래부터 내 방 근처였던 게 아니라, 나 때문에 이리로 옮긴 거라고 생각되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런고로, 방을 나선 곧장 바넷사의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바넷사!” 사태는 한 시를 다툰다. 나는 노크 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곧장 방문을 벌컥 열었다. 바넷사 성격이면 또 나한테 은근슬쩍 한 마디 할지도 모르지만, 욕이라면 나중에 얼마든지 먹기로 하자. 그런 생각으로 황급히 바넷사의 방에 들어선 나였지만, 의외로 바넷사는 그런 나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방 안에 바넷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방 안에 아무것도 안 두고 다니는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긴 하지만, 바넷사답다고 해야 할지, 뭔가 사람 사는 곳 같지가 않은 방이었다. 정말 생활에 필요한 것밖에 놓여있지 않은 그런 방 안에, 바넷사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바보같은! 말도 안 돼! 그 바넷사가, 디아나가 쉬라고 말했는데도 불구하고 방에 없다고? 심지어 오늘 내내 얼굴도 비치지 않았는데? 설마 풀리지 않는 성욕을 참지 못하고, 어딘가로 발산하러 간 건…. 아니. 물로 나한텐 바넷사의 성생활을 이러쿵저러쿵 참견할 이유도, 권리도 없지만 말이야. 문제는 바넷사가 아무리 성행위를 해봤자 그 성욕이 풀릴 일은 없을 거라는 거다. 젠장. 대체 어디서 바넷사를 찾으면 되는 거지? 자랑은 아니지만, 난 걔가 이 저택 아니면 어디로 싸돌아다닐지 짐작도 안 간다고. 애초에 그 웬만하면 집밖으로 나가려고 하지도 않는 걔가 어딜 싸돌아다닐 거라고…잠깐. 그래. 난 지금 전제부터 잘못 생각하고 있어. 왜 바넷사가 밖에 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럴 리가 없잖아. 그도 그럴 게, 바넷사라고? 분명 바넷사는 이 저택 어딘가에 있어. 어쩌면 자길 따르는 메이드라도 하나 꼬드겨서 가위치기를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디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자위를….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나는 불현 듯 뇌리에 떠오르는 광경이 하나 있었다. 설마…아니. 하지만 이미 한 번 있었던 일이고. 한 번 있었던 일을 두 번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법이다. 게다가 달리 짐작 가는 데도 없고 말이다. 나는 바넷사의 방을 빠져나와서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언젠가 내가 바넷사의 몸을 어루만져 달래준 적이 있고, 메이드들의 가위치기도 목격했으며, 바넷사의 자위 목격과 동시에 디아나와의 노출 플레이를 들켰던 그 방에. 방문 앞에 서서, 나는 한 번 심호흡을 했다. 여기 있으면 다행인 건데, 나는 왠지 심장이 떨리는 걸 멈출 수 없었다. 만약 바넷사가 또 여기서 자위를 하고 있는 거라면, 그 말은 즉 바넷사가 이 장소를 각별히 여기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바넷사가 여길 각별히 여길 이유라면…. 마틸다한테 사도 임명을 하고, 레이첼 누님이랑 차까지 마시고 왔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다니. 나도 참 어지간하긴 하다. 진짜 사라한테 바람둥이라고 뺨을 아무리 맞아도 부족할 지경이다. 자조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웃어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장의 떨림은 진정되지 않았다. 나 참.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지. 그런 것보다, 우선은 바넷사를 찾아내서 발정 상태를 풀어주는 게 우선이잖아. 나는 잡념을 떨쳐내듯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한 번 흔들고, 문을 열어 방 안으로…잠겨 있잖아. 문고리를 돌려봤지만, 문을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오히려 좋은 신호였다. 이 빈 방 안에 확실히 누군가가 있다는 신호니까. “안에 누가 있는지 몰라도, 당장 문 열어라! 5초 셀 동안 안 열면 부수고 들어간다! 5! 4!” 나는 곧장 문을 쾅쾅 두드리며 외쳤다. 그리고 내가 0을 외치며 정말로 문을 부수려고 하기 바로 직전에, 드디어 문이 열렸다. “…무슨 일이십니까?” 그리고 안에 있는 건 역시나 바넷사였다. 바넷사는 문을 살짝만 열어서 그 틈으로 간신히 눈만 보이고는 내게 말했다. 하지만 그 뻘겋게 충혈 된 눈만 봐도, 지금 바넷사가 얼마나 흥분해있는지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은 화장기 전혀 없는 맨얼굴도,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얘 설마. 이것 때문에 화장하고 다녔던 거야? “내 저택에 내가 들어가는 데 꼭 일이 있어야 되냐? 아무튼 들어간…야. 안 열어?”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지만, 안에서 바넷사가 단단히 문을 붙잡고 있는지 문고리가 끼기기긱하고 거친 소리만을 낼뿐 문이 열리지 않았다. 아니. 말해두지만 힘으로 진 게 아니야. 그냥 이대로 힘으로 열어버리면 문이 박살날 테니까 말이야. “죄송하지만, 현재 이 방은…흐으으읏!” 뭔가 변명하려고 하는 바넷사였지만, 그 전에 내 행동이 빨랐다. 나는 조금 열린 문틈으로 손을 비집어 넣고, 그대로 성자의 손길을 발동한 후 바넷사의 몸을 손에 잡히는 데로 아무데나 만졌다. 제법 잘 단련된 몸을 하고 있는 바넷사 치고 물컹물컹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손에 꽉 차게 느껴지긴 했지만, 이건 결코 내가 의도한 바가 아니야. 그저 우연히 높이가 맞아떨어졌을 뿐이야. 아무튼 성자의 손길로 가슴을 만져진 바넷사는 순간적으로 힘이 풀리게 됐고, 나는 그 사이에 무사히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방 안에 들어간 순간, 나는 왜 바넷사가 필사적으로 내 출입을 막았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문에서부터 벗어던진 흔적이 그대로 보이는, 방 안에 널브러진 옷자락. 그대로 욕조 쪽으로 이어진 옷가지들은 문 쪽에 가까울수록 겉옷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고, 욕조 바로 앞에 팬티가 던져져있는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즉, 바넷사는 지금 완전히 알몸이었다. 게다가 자위에 한창이었는지, 음부에서 흘러내린 애액이 허벅지를 지나 발목까지 이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욕조에서부터 지금 바넷사가 서있는 곳까지 바닥에 물방울 자국들이 늘어져있는 것이, 그 음부에서 대체 얼마나 많은 양의 애액을 흘리고 있었는지를 짐작케 해줬다. 뭐, 시간이 없었으니까 말이야. 바넷사도 상당히 급했던 모양이고, 치우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 “…흐읏…하앗…흣…뭐, 뭡니까?” 내가 바 안의 상황을 살펴보고 있자, 바넷사가 아직도 자신의 가슴에 닿아있던 내 손을 탁하고 쳐내더니, 애써 무표정을 만들며 그렇게 내뱉었다. 얘는 이 상황에서도 잘도 이런 말이 나오네. “야. 솔직히 말해. 펠리시아의 향에 당했던 거, 아직 안 풀린 거지?” “…….” “너 바보냐? 그럼 풀 생각을 해야지, 미련하게 그걸 참고 있어?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하지만 디아나님께서 구원님과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지만 벌써 한 번 어겼으니, 또 다시 어길 수는….” 내 질문에, 바넷사는 답지 않게 말을 흐리며 대답했다. “바보야! 명령을 지키는 건 좋지만, 그래도 융통성 있게 행동해야지! 너 이럴 때까지 디아나가 우리가 이러는 걸 못 마땅해 할 것 같냐? 네 주인이 그렇게 속 좁아 보여?” “…….” 야. 불리해지니까 침묵하지 마라. “그렇게 참고 있으면 언젠가 자동으로 풀리는 것도 아니고, 진짜 이게 뭐하는 짓이야. 뭐, 아무튼 됐다. 일단은 그 발정상태부터 해제하자.” “바, 발정까지는…흐으으읏…!” 과연 발정이란 말은 신경 쓰였는지 반론을 하려했던 바넷사였지만, 내가 그 허리를 끌어안자 바로 음부에서 애액을 바닥으로 뚝뚝 떨어뜨리며 신음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아직도 성자의 손길 안 풀고 있었네. 뭐, 상관없나. 어차피 지금부터 그런 짓 하려는 거니까. “…하앗, 하앗, 왜 욕조로 가는 겁니까.” 내가 바넷사의 허리를 껴안고 그대로 욕조로 걸어 나가자, 바넷사가 다시 한 번 내게 불평을 말했다. “응? 너 욕조가 좋은 거 아냐?” “…….” 하지만 내가 바닥에 선을 그리며 욕조까지 이어져있는 애액의 길을 가리키자, 바넷사는 다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됐다. 완전히 조용해진 바넷사를 데리고, 나는 욕조에 그 몸을 눕혔다. “흐읏…하앗…하앗….” 바넷사의 얼굴을 내려다보자, 억지로 무표정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역시 한계에 가까워보였다. 눈은 몽롱하게 풀린 것이 초점이 잘 맞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얼굴도…아니. 전신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손바닥에 느껴지는 그 살결은 후끈후끈하게 느껴질 정도로 뜨거웠다. “미리 말해두는데, 지금부터 널 애무해서 느끼게 만들 거다. 전에 한 번 했던 것처럼 말이야. 섹스까지 가진 않을 테니까 안심해. 그래도 정 싫으면 지금 말해라. 곧장 마차로 성까지 데려가서 펠리시아한테 처리해달라고 부탁할 테니까. 어쩔래?” “하앗…하앗….” “야. 대답해라. 대답.” “흐읏…흣….” 아무리 바넷사를 위해서 라고는 하나, 원하지도 않는 행위를 억지로 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일단 그렇게 말해봤지만, 바넷사는 전혀 대답을 하려하지 않았다. “대답 없으면 그냥 이대로 해도 된다는 뜻으로 안다.” 결국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은 들을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나는 그대로 바넷사의 몸에 손을 뻗었다. 두 손을 각각 가슴과 음부에. “흐으으응!” 내가 그 음부에 손을 가져다대자, 그것만으로도 바넷사는 평소 모습으론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고음의 콧소리를 흘리며 허벅지를 비벼댔다. 마치 그 허벅지로 내 손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느껴져서, 솔직히 나도 흥분되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 방에 들어와서 바넷사의 몸을 본 순간부터 흥분하고 있기는 했지만. 역시 얘도 몸매 끝내준단 말이지. 굳이 다른 애들과 비교해 보자면 앨리시아와 사라의 중간쯤 될까? 앨리시아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이고, 사라보다는 조금 더 근육이 붙은 느낌이다. 이것도 용인족의 특성인 걸까? 매일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주제에 이런 몸매라니. “흐으응!”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가슴을 어루만지던 손에 무심코 힘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바넷사는 그 형태 좋은 가슴을 푸들푸들 떨면서 애처로운 콧소리를 냈다. “아, 미안. 미안.” “크흐읏…흣….” 사과의 의미로 조금 세게 꼬집었던 유두를 살살 어루만져주듯 달래봤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낳은 건지 바넷사는 아랫입술까지 꽉 깨물면서도 달콤한 콧소리를 흘렸다. 뭐, 당연한가. 나도 흥분해서 조금 정신이 없어진 모양이다. 침착하자. 침착해. 전에도 한 번 있었던 일이잖아. 지금 이 상황에서 나까지 이성을 잃어버리면, 나중에 골치 아파질 일이 반드시 발생할 거다. 나는 일부러 심호흡을 하면서, 침착함을 되찾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또 바넷사의 이성을 없애는 데 한몫해버린 모양이었다. 난 지금 욕조 안에 누워있는 바넷사의 위에서, 바넷사를 내려다보고 있는 자세니까 말이야. 그 자세에서 심호흡을 했으니, 당연히 내 숨이 바넷사의 안면을 간질이는 결과를 낳았다. “흣…하아앗…!” 바넷사 두 손이 내 목을 감싸 안는다 싶더니, 갑자기 세계가 빙글하고 회전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샌가 내가 욕조 위에 누워있었고, 바넷사가 내 위에서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게다가 이 녀석, 뿔까지 났잖아. 너무 흥분한 나머지 용인족 본래의 모습이 되어버린 건가. “야. 바넷사. 진정해. 내가 금방 기분 좋게 해줄…으앗!” “하아앙! 하앗! 흐읏!”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성자의 손길을 두른 손으로 바넷사의 몸을 어루만졌다. 하지만 내 설득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바넷사는 거의 발정난 짐승처럼 쾌감에 찬 신음을 내뱉더니, 내 옷을 갈가리 찢어버리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39==================== 화장의 이유 침착하자.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고 했어. 아니. 이건 지금 상황이랑 그리 어울리는 속담은 아닌가? 아무튼 침착하자. 전에도 바넷사가 이런 식으로 용인족의 모습을 드러내면서까지 흥분했지만, 결국 어찌어찌 잘 넘어갔잖아. 이번에도 분명…. “하앗…하앗…하앗….” 안 된다. 이 녀석, 완전히 눈이 맛이 갔어. 아까 내가 방에 막 들어왔을 때는 흥분한 상태였어도 그나마 스스로 평소처럼 행동하려 하는 게 보였기 때문에, 그만 방심하고 말았다. 설마 조금 자극을 가한 정도로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어버리다니. 하지만 나에게도 바넷사에게도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 내가 이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바넷사의 매력 넘치는 몸을, 딱딱한 집사복으로 숨기고 있기엔 너무나도 아쉬운 나체를 손으로 어루만지다보니 흥분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나한테 건네줬던 그 노출도 높은 메이드 복처럼, 그런 옷 좀 입고 다니면 좋을 텐데. 더운 지방으로 가면 그 복장의 바넷사를 볼 수 있는 건가? 좋아. 언젠가 던전을 다니지 않아도 괜찮게 되면 꼭 더운 곳으로 이사를…아니. 지금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아무튼 이대로 흘러가면 결과적으로 우리 애들과 바넷사 모두에게 상처뿐인 결말을 맞이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나는 점점 사라져가는 이성을 필사적으로 부여잡고 바넷사를 설득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아무리 바넷사가 이성을 잃었어도, 나한테는 치트키가 있으니까 말이야. 디아나의 이름을 들으면, 분명 바넷사도 이성을 되찾을 거야. 얘는 그런 성격이니까. “야. 바넷…으으읍?!” 하지만 그런 내 생각은, 시도조차 해보기 전에 그 끝을 고했다. 안 그래도 기분 좋게 해준다면서 아까부터 이성을 부여잡느라 단조롭게 같은 곳만 어루만지는 내 손이 답답했는데, 거기에 더해 내가 지금 이 행위와 상관없는 말까지 하려고 했던 게 상당히 짜증났던 모양이다. 바넷사는 욕조 위에 양 손을 얹고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서 내 입을 틀어막아 버렸다. 자신의 음부로. 즉, 내 머리 양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는, 그대로 그 위에 걸터앉았다는 말이다. 그 너무나도 예상치 못했던 사건에, 나는 그만 정신이 멍해져버리고 말았다. 바넷사의 여기, 엄청 관리가 잘 되어있네. 입술에 느껴지는 맨들맨들하면서 도톰한 살결. 이렇게 털 하나 없이 매끈하다니. 위쪽에 있는 털들도 가지런히 정리되어 깎인 걸 보아, 아무래도 상당히 공을 들여 관리하는 모양이었다. 아니. 하지만 얘가 여길 공을 들여 관리하는 모습도 상상이 안 되네. 물론 언제나 말끔하고 차분하게 정돈된 분위기의 바넷사지만, 아무래도 이런 애니까 말이지. 그 왜 그런 거다. 미인은 볼 일 보는 모습도 상상이 안 되는 거랑 비슷한 이치…아니. 그건 좀 다른가.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그런 아무래도 좋을 생각을 하면서, 나는 아까 디아나의 얘기를 꺼내려고 했던 반동으로 인해 반사적으로 입을 뻐끔뻐끔 거렸다. “흐으으응!” 그리고 그게 또 절묘하게 바넷사의 쾌감을 자극한 건지, 바넷사가 기분 좋은 신음 소리를 흘리며 자신의 음부를 내 입술에 더욱 밀착시켜 왔다. 그렇게 하니까 포동포동한 두 겹의 살이 내 입술에 꾸욱하고 밀착되어서 정말로 키스하는 기분이었다. 중간에서 끈적끈적한 액체도 흘러나오고 말이다. 여기를 왜 입술 순자를 써서 음순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역시 옛 사람들의 지혜란…아니. 그러니까 지금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잖아! 살짝 시선을 위로 향해보니, 바넷사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내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내 머리 위에 턱하고 한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뭐하냐고 말하는 듯이 내 얼굴을 자신의 고간 쪽으로 더 당겨왔다. 그래. 우선은 애무에 집중하자. 너무도 갑작스런 상황에 잠시 당황해버리고 말았지만, 생각해보면 이 상황은 나쁜 상황이 아니었다. 적어도 당장 끝까지 가려는 것 같은 행동은 아니니까 말이다. 이대로 애무해서 느끼게 해버리면, 바넷사도 분명 이성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최대한 냉정한 판단력을 유지하려 노력하며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입술을 바넷사의 도톰한 음순에 키스를 하듯 움직이고, 살짝 혀를 내밀어 그 핑크빛 음부 안쪽을 천천히 더듬었다. 그리고 두 손 역시도 다시 움직였다. 한 손의 위로 올려서 다시 바넷사의 가슴을 붙잡고, 다른 한 손은 그 허리 옆을 지나가 뒤로 돌려 탄력 있는 엉덩이를 더듬었다. 아, 그러고 보니 꼬리가 나있구나. 레이아의 꼬리와는 전혀 느낌이 다른, 매끄러운 비늘로 감싸인 두꺼운 꼬리의 감촉. 그 꼬리는 위로 빳빳하게 치켜 올라가서는, 내가 자신의 몸에 자극을 가할 때마다 파르르 떨고 있었다. 좋아. 이대로 단숨에 절정을 느끼게…! “흐으응! 흐읏! 후읏! 하으응!” 하지만 역시나 바넷사는 그리 쉽게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어딘지 만족스럽게 들리는 신음소리를 지르면서, 바넷사는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머리 위에 얹혀놓았던 손으로 다시 욕조를 붙잡더니, 팔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몸을 위로 들어 올린 거다. 뭐? 방금 전까지 그렇게 내 입술에 자신의 음부를 밀어붙이던 애가 갑자기 왜…. 그 의문에 대한 해답은 바로 나왔다. 마치 기계체조라도 하듯이, 바넷사가 자신의 몸을 공중에서 빙글하고 180도 회전시킨 거다. 그리고 다시 자신의 음부를 내 입술에 맞대듯이 내 머리 위로 걸터앉는 바넷사. 그리고 바넷사는 그대로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 복부에 닿는 그 커다란 가슴의 감촉이 무척이나 기분 좋…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응훗…흐읏…하앗…하앗….” 이미 갈기갈기 찢겨 걸레가 된 상체와 마찬가지로, 잔뜩 흥분하신 바넷사는 내 하의마저 갈가리 찢어버렸다. 그리고는 거친 흥분 가득한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면서, 한 손으로 내 물건을 천천히 잡은 모양이었다. “하앗…음…쪽….” 그리고 내 물건 끝에 느껴지는 이 감각은…. 내가 좀 크다보니, 보통 다른 애들과 이런 자세를 하려면 아무래도 내가 상체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내 물건이 크다보니 굳이 내가 숙이지 않더라도 우리 애들의 입이 닿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뿌리까지는 말이지. 하지만 바넷사는 키가 크다보니, 내가 이렇게 일자로 누워있는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아무 문제도 없이 그 입이 내 물건의 뿌리까지 닿는 모양이었다. 물건의 끝에 그 탄력 있는 입술을 밀어붙이듯 가져다댄 바넷사는, 그대로 내 물건 위에 입술을 밀착시킨 채로 혀를 내밀어 쭈우욱하고 뿌리까지 물건을 훑어 내렸다. 설마 바넷사의 키스를 이런 식으로 받게 될 줄이야…아니. 그러니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이거 완전히 사전준비 아니야! 얘 완전히 뇌가 섹스할 생각으로 가득하잖아! 위험해. 위험하다고. 이럴 때일수록 냉정을…크윽. 젠장. 기분 좋잖아.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잘 하는 건 아니었다. 흥분으로 인해 힘이 잔뜩 들어간 건지, 내 물건을 잡고 있는 손에도 다른 사람이라면 아프다고 느꼈을 정도로 힘을 주고 있었고, 내 물건 표면을 자극하는 입술이나 혀의 움직임도 마치 이런 걸 해본 적 없는 사람처럼 단조로웠다. 하지만 아이언 페니스가 있는 내 물건은 그 아귀힘도 기분 좋다고 느낄 수 있는 자극밖에 되지 않았고, 단조로운 입의 움직임도 풋풋함이 느껴지는 게 이건 이거대로 좋았다. 게다가 무엇보다, 그 바넷사가 내 물건을 빨고 있다는 사실 하나 자체만으로도 정복감과 성취감이 홍수처럼 샘 솟아올라 내 뇌를 물들였다. 언젠가 울려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만큼 나에 대한 태도가 안 좋던 그 바넷사가, 이렇게 내 물건을…. “으응! 흐읏! 하앗!” 그렇게 쾌감을 느끼며 떨고 있자니, 바넷사가 다시 한 번 내 입술에 자신의 음부를 꾸욱하고 밀착시켜왔다. 역설적이게도, 그 행동으로 인해 나는 다시 조금이나마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래. 사전준비 작업에 들어가기는 했지만, 아직 진짜로 한 건 아니야. 아직 기회는 있어. 이대로 얼른 바넷사를 느끼게 만들어버리자. 성자가 진심이 되면 얼마나 굉장한지 보여주겠어. 물론 지금까지 진심이 아니었단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당황하다보니 전력을 다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니까. 나는 일단 마나를 돌려서 내 물건에서 일부러 힘을 좀 빠지게 만들고, 온갖 스킬을 다 발동하기 시작했다. 손에는 성자의 손길을 발동해서 그 탄력 있는 엉덩이 두 쪽을 각각 한 손씩 꽉 쥐었고, 타액에는 성자의 성수를 발동한 후 혀를 뻗어서 바넷사의 핑크빛 음부 안쪽까지 침입시켰다. 아랫입술로는 부풀어 오른 음핵까지 자극하면서, 나는 온갖 기교를 발휘해 바넷사의 쾌감을 증폭시켜나갔다. “흐응! 하으읏! 흐아앗! 흣! 흐으으으으읏!” 전에 바넷사의 몸에서 내 스킬이 빠져나가게 만들었을 때도, 결국 애무만으로 절정에 다르게 만든 거다. 게다가 바넷사는 그때와 레벨이 같을 거고, 그와 비교해 나는 레벨도 올랐을 뿐더러 저번 조난 사건으로 인해 스킬도 강화됐다. 그런 내가 진심으로 그 몸에 쾌락을 때려 박으려하자, 바넷사는 얼마 지나지 못해 결국 절정을 느끼고 말았다. 뿌리 부분이 두껍고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그 세모난 꼬리도, 위로 치솟아 바르르 떨더니 이내 내 얼굴 위로 축하고 늘어지게 됐다. 후우. 이걸로 겨우 끝인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삽입하기 전에 끝낼 수 있었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솔직히 조금 아쉬운 기분도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예전에 한 번 섹스를 했을 때보다 성장한 지금은, 지금 이렇게 애무만으로도 섹스보다 더 격렬한 반응을 보여준 거다. 아마 섹스라도 하면, 그야말로 제대로 울릴 수 있었을 텐데. 게다가 나도 그때보다 훨씬 버티면서 그 음부 안쪽을 최대한 맛볼 수 있을 테고. 하지만 여기까지다. 우리 애들과 바넷사 모두가 슬퍼할 미래를 맞이할 순 없지.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나는 바넷사에게 비키라는 의미로 방금 전까지 쥐고 있던 그 엉덩이를 가볍게 톡톡 쳤다. 워낙 탄력이 있다 보니, 이렇게 가볍게 친 것도 톡톡 보다는 찰싹찰싹 이라는 효과음이 어울리는 모습이었지만. 아까 만질 때도 생각했지만, 손에 감기는 감촉이다. “으으읏!” 아직 절정의 여운이 남아서 엉덩이에서 느껴지는 감촉에도 민감하게 반응한 건지, 바넷사는 묘한 콧소리를 한 번 내더니 엉덩이를 위로 들어올렸다. 하지만 역시나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건지, 조금 위로 올라갔던 엉덩이는 다시 아래로 내려가면서 내 가슴 위로 철푸덕 주저앉아버렸다. “후웃…후웃…후웃….” 그래도 어떻게든 일어나려는 건지, 바넷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양 손으로 양 옆의 욕조 끝을 붙잡았다. 그리고 상체를 일으키면서 자연스레 그 엉덩이가 전방으로, 그러니까 내 하복부를 향해서 움직였다. 야. 그러지 마라. 흥분되잖아. 넌 절정을 느껴서 만족했을지 몰라도, 난 지금 잔뜩 달아오른 상태로 멈추느라 죽을 것 같다고. 내 가슴에서부터 복부까지, 음부에서 흘러나오는 애액을 바르듯이 음부를 밀착시키고 쭈욱 엉덩이를 앞으로 미끄러뜨리며 상체를 일으킨 바넷사. 하지만 완전히 상체를 일으켰음에도 불구하고, 어째선지 바넷사의 상체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어? 야, 야! 잠깐만! 가깝지 않냐? 왜 거기서 더 앞으로 가는데? 야! 당황하는 내게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간 바넷사. 결국 바넷사의 움직임은 자신의 음모와 내 음모가 맞닿을 정도로 바짝 밀착한 후에나 겨우 멈추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멈춘 것도 잠시. 바넷사는 아까처럼 팔에 힘을 줘서 상체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위로 솟은 내 물건에 자신의 애액을 바르듯이, 음부를 완전히 밀착시킨 채로 미끄러지듯이. “잠?!” 설마 펠리시아의 영향이 아직도 안 풀린 거야?! 그럴 리가! 사라랑 실비아는 분명 애무만으로 풀렸는데? 아, 아무튼 이대론 위험해! 마음 속 어딘가에서 악마가 ‘어차피 바넷사가 하려는 거잖아. 난 애무만으로 확실히 절정을 느끼게 해줬어. 이건 바넷사 잘못이지, 난 아무것도 잘못한 거 없어. 그러니 그냥 이대로 즐기자고.’ 라고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들리는 제안을 끊임없이 속삭여왔지만, 다행히도 우리 천사님을 닮은 천사가 악마를 때려잡아 줬다. 우리 레이아는 저런 식으로 폭력은 안 쓰는데 말이야. 아무튼 역시 이런 식으로 우리 애들을 배신할 수는 없어. 바넷사의 음부 입구가 내 물건 끝에 도달하기 직전에, 나는 황급히 허리를 위로 강하게 올려쳤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Brokenherat // 펠리시아가 아니라 앨리시아입니다. 구원의 동정을 가져간 아라크네 클랜의 간부요. 540==================== 화장의 이유 적이 공격해온다고 해서 그저 뒤로 물러나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뒤로 물러서는 것이 아니라, 적이 공격하는 자세를 보고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파고드는 용기를 가짐으로서 오히려 피해를 최소화하는 경우도 있다는 거다. 파티에서 메인 탱커를 담당하는 몸으로서, 나는 그런 사실을 던전에 다니는 동안 자연스레 깨닫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깨달음은 굳이 몬스터와 전투할 때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그렇다. 바넷사가 내게 삽입을 하려고 허리를 들고 있는 지금, 괜히 겁먹어서 허리를 뒤로 뺐다가는 오히려 삽입하기 쉽게 도와주는 꼴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다. 때문에 나는 적의 공격 타이밍에 오히려 한 발 앞서나가는 용기를 가지고 허리를 힘껏 앞으로 내밀었다. “흐으으읏!” 그리고 그런 내 시도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 내 물건은 바넷사가 삽입을 하기 전에 무사히 위로 치솟아 올라서 바넷사의 음부를 지나 그 복부에 찰싹 밀착한 채로 배꼼까지 전진하게 됐다. 정말로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방금 전에 귀두 위쪽에 느껴진 그 부드러운 살을 가르는 감촉은, 틀림없이 음부살을 가르는 감촉이었다. 아마 조금만 용기를 내는 것이 늦었으면, 내 물건은 바넷사의 복부에 밀착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음부를 강하게 치고 올라갔을 거다. 아무튼 그렇게 내 물건은 위로 치솟아 오르면서 자연스럽게 바넷사의 음부살을 가르고 음핵까지 자극하고 지나갔다. 갑작스런 쾌감에 힘이 빠진 건지, 바넷사는 그대로 다시 내 배 위로 그 탄력 있는 엉덩이를 찰싹 붙이고 주저앉게 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불굴의 집사 바넷사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엔 양손을 자신의 엉덩이 뒤로 돌려서 내 배를 꽉 누르고, 정면으로 음부를 내미는 느낌으로 엉덩이를 위로 들어올렸다. 흠뻑 젖은 그 음부가 또 다시 내 물건에 찰싹 밀착 된 채로, 마치 마킹이라도 하듯이 애액을 묻혀나가며 천천히 위로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젠 마나를 돌릴 여유조차 없어서 아까보다 빳빳하게 선 내 물건을, 음부살로 반쯤 파묻듯이 꽉 밀착시키고 엉덩이를 위로 띄우는 그 모습은 내게 엄청난 쾌감을 선사해줬다. 아마 지금 바넷사의 모습을 정면으로 보게 된다면 엄청나게 야하겠지. 아니. 물론 지금 이렇게 뒷모습만 보는 것만으로도 엄청나게 야하게 느껴졌지만 말이야. 마치 AV, 그것도 치녀물에서나 나올 것 같은 포즈였다. 물건에 느껴지는 쾌감뿐만 아니라 그런 바넷사의 포즈에도 흥분한 나는, 솔직히 말해서 당장이라도 이성을 잃고 바넷사를 덮치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지. 나는 성자. 섹스의 스페셜리스트. 이런 걸로 이성을 잃고 우리 애들을 배신할 수는 없다. 나는 최대한 이성을 붙잡기 위해 끊임없이 속으로 그렇게 되뇌면서 바넷사의 허리를 두 손으로 잡았다. 바넷사는 아마 다시 내가 허리를 움직이는 걸 봉인하기 위해서 두 손으로 내 배를 누르고 있는 거겠지만, 굳이 허리를 움직이는 것만이 네 행동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고. 아니. 방금 전에는 긴급 상황이었으니까 반사적으로 허리부터 나갔을 뿐, 오히려 이렇게 손으로 막는 게 더 일반적인 방법이다. 나는 바넷사의 허리를 붙잡은 손에 단단히 힘을 주고, 그 허리를 아래로…내리…안 내려가잖아! 하루 종일 집구석에 처박혀 있는 주제에 힘은 또 무식하게 세서 말이야! 위험해! 위험하다고! 팔에 아무리 힘을 줘도 전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오히려 점점 더 내 물건을 타고 올라가고 있는 바넷사의 허리를 보면서 나는 점점 안달나기 시작했다. 허리에도 힘을 줘서 아까처럼 위로 쳐올려보려고 했지만, 바넷사의 두 손에 단단히 막혀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정말로 삽입이…그건 그거대로 좋을지도. 그래. 불가항력이잖아. 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막으려고 했잖아. 어쩔 수 없으니 그냥 이대로 기분 좋게…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직이다! 아직이야! 아직 뭔가 더 할 수 있는 게 있을 거야! 바넷사가 삽입을 끝마치기 전에, 아니. 저 음부가 내 물건 끝에 완전히 밀착하기 전에 뭔가…그래! 이렇게 된 이상! “하으으응!” 나는 성자의 전력을 발휘한 후 손을 올려서 바넷사의 커다란 두 가슴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사실 다른 스킬들도 제법 강화되기는 했지만, 조난 중에 제일 레벨이 많이 올라간 스킬을 꼽자면 뭐니 뭐니 해도 이 성자의 전력이었다. 앞뒤좌우위아래 어느 곳에서 몬스터가 공격해올지 알 수 없는 4계층의 특징상, 전신에 발동되는 이 성자의 전력만큼 유용한 스킬은 없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범위만 놓고 보면 성역 선포가 더 강력하기는 했지만, 그건 몬스터를 복상사시키기에는 위력이 부족했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런 고로, 지금 내 성자의 전력은 거의 조난 전 성자의 손길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위력이 강해져 있었다. 그런 성자의 전력을 발동하고 바넷사의 가슴을 두 손으로 꽉 쥔 거다. 게다가 가슴뿐만이 아니었다. 일단은 무릎을 세운 채 양 옆으로 벌리고 있다지만, 욕조에 막혀 자연히 내 다리와 밀착하고 있는 그 다리도, 그리고 내 복부에 얹고 있는 그 손도, 무엇보다도 내 물건에 밀착하고 있는 그 음부에도. 전부 성자의 전력에 영향을 받아서 엄청난 쾌감을 느끼게 됐을 거다. 내 예상대로 바넷사는 내 복부에 닿은 손을 반사적으로 움츠리고, 다리에 닿아있는 다리는 바르르 떨고, 물건에 닿은 음부에서는 더욱더 많은 양의 애액을 흘리면서 다시 엉덩이를 아래로 쭉 떨어뜨리며 내 복부에 엉덩이를 찰싹 맞대고 주저앉아버렸다. 사실 스킬을 쓰는 건 최후의 수단이었지만 말이야. 이렇게 스킬을 쓰게 되면 이번엔 내 스킬의 영향을 풀기 위해서 다시 한 번 바넷사를 느끼게 만들어야한다. 아니. 그래도 지금 스킬을 쓴 건 잘한 결정이었다. 한 번 절정을 느꼈는데도 계속해서 바넷사가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걸 보면, 애초에 펠리시아의 영향이 완전히 풀린 건지 어떤 건지도 의심스러우니까 말이야. 어찌됐든 한 번 더 바넷사를 느끼게 만들긴 해야 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킨 후에, 나는 바넷사가 다시 움직이기 전에 이번엔 내 쪽에서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우선 양 옆으로 벌려진 바넷사의 다리를 내 다리 사이로 가지런히 모으고, 스스로의 다리로 바넷사의 다리가 벌려지지 않도록 양쪽에서 단단히 밀착시켰다. 그리고는 그대로 상체를 일으켜 앉았다. 그리고 바넷사의 등이 내 몸에 밀착하게 만든 후, 팔로 바넷사의 팔 바깥쪽부터 그 몸을 단단히 끌어안았다. 왼손으론 바넷사의 오른쪽 가슴을, 오른 손으론 바넷사의 왼쪽 가슴을 붙잡자, 내 전신이 바넷사의 몸에 완전히 밀착한 상태가 됐다. “흐으응! 흐으읏! 흐아아앗! 흐으읏!” 여전히 성자의 전력을 풀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바넷사는 이렇게 밀착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쾌감이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평소 모습으론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거의 발정기의 짐승처럼 흐느끼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게다가 그 가슴을 만지고 있는 내 손에 뭔가 액체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설마 우는 건가? 아니면 그 입에서 차마 삼키지 못하고 있는 타액이 뚝뚝 떨어지는 건가? 바넷사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 표정까지는 보이지 않았다. 다른 애들 같았으면 어깨 너머로 표정을 엿볼 수도 있었겠지만, 얘는 힐 신으면 거의 나랑 눈높이가 맞을 정도로 키가 크니까 말이야. 간신히 어깨 너머로 얼굴을 올릴 수 있는 수준이라, 푹 숙여 머리카락에 가려진 얼굴의 표정까지 보기는 힘들었다. 뭐, 아무튼 지금은 얘 표정이나 궁금해 할 때가 아니지. 내가 언젠가 얠 울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기는 했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때도 아니고 말이다. 아니. 애초에 이런 식으로 울리겠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고. “흐으으으읏!” 나는 바넷사를 좀 더 효율적으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 허리를 살짝 뺐다가 위로 힘껏 치켜 올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바넷사를 느끼게 하는 것만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나도 참을 대로 참았고, 결국 삽입은 피한 거다. 이정도는 괜찮잖아? 내 물건은 전체가 바넷사의 조금 단단하면서도 확실히 부드러운 허벅지가 감싸여 있었고, 물건 위쪽은 그 음부부터 매끄러운 복부까지 찰싹 밀착되어있었다. 그 상태로 바넷사의 애액을 윤활제삼아 허리를 움직이자, 엄청난 쾌감이 물건 전체로 느껴졌다. 그리고 물건을 완전히 올려칠 때마다 그 끝에 바넷사의 오목한 배꼽이 닿았다. 마치 정말로 섹스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섹스 할 때 가장 안쪽을 노리고 허리를 올려치는 것처럼, 나는 마치 바넷사의 배꼽을 범하기라도 하듯 물건을 힘차게 올려쳤다. “흐아아앙! 흐읏! 크흐흐응!” 아까는 그렇게 힘이 셌던 바넷사였는데, 지금의 바넷사는 전신을 내게 단단히 붙들린 채로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그저 내가 움직이는 대로 쾌감을 느끼며 흐느끼기만 할뿐이었다. “으읏!” 아니. 정정하자. 아예 안 움직이는 건 아니네. 기교도 뭐도 없었고 그냥 쾌감에 몸을 맡긴 듯 거칠기는 했지만, 그래도 확실히 내 움직임에 맞춰서 바넷사도 허리를 움직였다. 솔직히 자세만 보면 완전히 사랑하는 사람들 끼리 하는 섹스처럼 보일 거였다. 그렇다보니, 나도 그만 반사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았다. 한 손을 들어 올려서 바넷사의 턱을 붙잡고 들어 올린 후 그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게 만들고, 나 스스로도 바넷사의 어깨에 너머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렇게 드러난 바넷사의 얼굴은, 이건 또 평소에는 절대 상상하기 힘든 표정을 하고 있었다. 눈동자는 완전히 쾌락에 풀려서 초점이 전혀 맞지 않고 있었고, 입도 헤 벌려진 채로 그 안에서 붉은 혀가 살짝 삐져나와있었다. 혀끝으로 거품하나 없는 매끈한 타액이 뚝뚝 떨어지는 걸로 보아, 아까 내 손에 닿은 액체의 정체는 아무래도 이것이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그런 바넷사의 표정을 보고, 나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한 거야? 위험해. 진짜 위험해. 정신 차리지 않으면. 하지만 그런 나와 다르게, 바넷사는 표정 그대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흐아앙…아아….” 바넷사는 입에서 삐져나와 힘없이 늘어져있던 혀를 간신히 힘을 주듯 파르르 떨면서 앞으로 내뻗더니, 그 얼굴도 천천히 내 얼굴로 접근해왔다. 그 매력적인 표정에 나도 또 잠깐 이성을 잃을 뻔 했지만, 지금의 바넷사는 쾌락으로 정신을 못 차리는 것뿐이다. 착각하면 안 되지. “크흐으읏!” 나는 다가오는 바넷사의 얼굴에 박치기를 시전하여 이마와 이마를 부딪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넷사의 얼굴은 계속해서 내게 다가왔다. 잠깐! 위험! 그리고 그 혀가 내 입술에 닿기 직전에,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는 데 성공했다. “으응…쪽…흐응…하앙….” 때문에 내 입술을 노리던 바넷사의 혀와 입술은 내 뺨에 닿게 됐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바넷사는 내 뺨에 쪽쪽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이렇게까지 하다니. 얘 대체 얼마나 이성을 잃은 거야. 솔직히 말하자면, 내 이성도 앞으로 얼마 버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빨리 이 상황을 끝내버리자. 나는 바넷사의 가슴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고, 허리 움직임을 더더욱 빨리했다. 그리고 물건에도 힘을 줘서, 아까보다 물건을 더 바넷사의 음부살에 파묻히게 만들었다. “크흐흥! 흐읏! 하으으읏!” 내 물건이 거칠게 음부살을 가르며 음핵을 자극하자, 내 뺨에 키스를 하던 바넷사는 다시 고개를 앞으로 푹 숙이고 입에서 미끌미끌한 침을 뚝뚝 흘리며 신음했다. “흐으읏! 으읏! 크흐응! 흐아아아아아앙!” 그리고 마침내, 바넷사는 다시 한 번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허리 움직임을 멈출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게, 나도 이렇게나 자극된 거다. 지금까지는 우리 애들을 배신할 수 없다는 마음으로 계속 이성을 유지했던 나지만, 그런 나라도 과연 이대로 멈추는 건 불가능하다고. “크윽!” 그리고 바넷사가 절정을 느끼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도 그대로 사정을 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원래 바넷사 씬은 한 편으로 끝내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엄청 길어졌네요. 그런 의미로 오랜만에 정시 연참. fiello //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닭구 // 성역 선포가 맞습니다. 제가 쓰다가 실수햇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41==================== 화장의 이유 그동안 참아왔던 게 폭발한 탓에, 내 정액은 바넷사의 복부뿐만 아니라 가슴까지 치솟아 올라가 그 전신을 하얗게 물들였다. “흐으응…하아…하앗….” 끝났다. 겨우 끝났다. 결국 우리 애들을 배신하지 않고 끝났어. 아직도 절정의 여운에 빠져서 흐느끼는 바넷사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런 생각에 잠겼다. 고작 한 번 사정한 것뿐인데, 왠지 몸에 힘이 쫙 빠지네. 나는 본능에 몸을 맡겨서 욕조에 드러누웠다. 그러자 바넷사도 몸에 힘이 빠진 건지, 엉덩이를 뒤로 내밀면서 내 몸 위에 드러누웠다. 이래선 마치 아까처럼…우와앗! 내가 그런 생각을 했을 때, 다시 물건에 엄청난 쾌감이 느껴졌다. 설마…설마 그 바넷사가 청소 펠라를?! 내 허벅지를 배고 누워있는 걸 보아 몸에 힘이 쫙 빠진 건 확실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넷사는 내 물건을 입으로 빨아줬다. “응…쪽…하음…쪽….” 빠는 모습이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밑에서 들려오는 음란한 소리가 다시 한 번 내 성욕을 북돋았다. 아까 힘이 빠진다고 생각했던 게 거짓말처럼, 내 물건은 다시 단단함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이대론 위험해. 이래선 또 다시 아까 전과 같은 일이 반복이 될 뿐이야. “야. 바넷사. 이제 그만 됐으니까…으윽!” 나는 바넷사에게 이 이상의 행동은 그만두라 말하려고 했지만, 바넷사는 오히려 아까보다 더 강하게 내 물건을 빨아왔다. 그제야 나는 내가 뭔가 착각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이건…청소 펠라 같은 게 아니야. 그냥 펠라야! 그럼 얜 설마 아직도?! ……아. 그러고 보니 나 아까 얘가 느끼고 난 후에도 허리 움직일 때, 스킬 풀었던가? ……. 이번엔 실패하지 말자. 나는 다시 아까처럼 바넷사가 움직이기 전에 먼저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하앗…하앗…하앗….” 그리고 얼마 후, 나와 바넷사는 욕조 안에 엎어져 있었다. 정확히는 바넷사가 먼저 사지를 늘어뜨린 채 엎드려 누워있었고, 그 위를 덮듯이 나도 바넷사의 위에 엎드려 누워있었다. 내 물건은 일단 다시 한 번 사정해서 힘이 빠지긴 했지만, 여전히 바넷사의 허벅지 사이에. 이번엔 아까랑은 다르게 후배위 자세로 했거든. 물론 자세만 그렇다는 것뿐이지, 삽입은 안 했다. 아까처럼 허벅지 사이에 넣고 봉 위쪽으로 음부를 문지르면서 자극했을 뿐이야. 중간에 그냥 실수한 척 삽입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대체 몇 번이나 했는지. 정말로 그 유혹을 참아낸 스스로가 대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앗…하아…비…비키십시오….” 그리고 얼마동안 그렇게 둘이 포개져서 누워있었던 걸까? 바넷사가 아직도 호흡이 진정되지 않은 채로 겨우 목소리를 짜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평소에는 상상하기 힘든 그 힘없는 목소리에, 나는 팔에 힘을 줘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여전히 꽉 닫혀있는 바넷사의 허벅지에 끼어있던 내 물건이 애액과 정액이 묻은 채로 찔꺼억하고 야릇한 소리를 내면서 그 허벅지를 빠져나왔다. “흐읏!” 도중에 내 귀두가 바넷사의 음핵을 또 건드린 건지, 바넷사가 종아리와 엉덩이를 살짝 위로 띄우며 움찔하고 떨었다. 아무튼 그렇게 내가 비켜서자, 바넷사는 힘 빠진 동작으로 스멀스멀 몸을 일으켜서 욕조 안에 주저앉았다. 그리곤 무릎을 세워서 두 팔로 자신의 다리를 꽉 붙잡고, 그 사이에 고개를 푹 숙였다. 야, 야! 얘가 진짜 답지 않게 왜 이래. 전에는 그래도 쿨하게 훌훌 털고 일어났던 주제에. “…야. 설마 우냐?” 예상외의 사태에 당황한 나는, 솔직히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전혀 떠오르지 않아서 그런 섬세하지 못한 말을 내뱉고 말았다. “…안 웁니다.” 하지만 다행이도 바넷사는 별로 신경 쓰는 기색 없이 그렇게 대답했다. 목소리가 답지 않게 슬픈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말이다. “다만,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져서 그런 것뿐입니다.” “아니. 한심하다니. 무슨 소리야. 오히려 지금까지 아무 내색 안 하거 버틴 게 대단한 거지. 그야 물론 조금 미련한 짓이기는 했지만, 넌 한심하지 않아. 괜찮으니까.” “그런 게 아닙니다. 그런 게….” 당연하게도 내 어설픈 위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는지, 바넷사는 그렇게 말을 흐리며 웅크리고 주저앉아있는 자세를 풀려고 하지 않았다. 얘가 이렇게까지 풀이 죽다니. 게다가 그런 게 아니라니. 그럼 대체….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짐작 가는 게 있었다. 먼저 절정을 느끼고도 계속해서 나와 섹스를 하려고 했던 것. 그리고 나와 키스를 하려고 했던 것. 그런 짓을 하고난 직후니까 이렇게 풀죽는 것도 이해가 됐다. 특히 언제나 완벽주의자 같은 면모를 보여주는 우리 슈퍼 집사님이다 보니 더더욱 풀이 죽을 거다. 어쩔 수 없지. 여기선 한 번 달래주기로 할까. 평소엔 언젠가 울리고 말겠다고 벼르고 있었던 나였지만, 막상 이렇게 풀죽은 모습을 보니 또 그냥 내버려둘 수 없어졌다. 진짜 내가 생각해도 난 너무 착한 것 같다니까. “야. 혹시 한 번 느끼고 펠리시아에 의해 발정하고 있던 게 풀렸는데 계속 나한테 달라붙어서 그러냐?” “읏…!” 내가 그렇게 말하자, 바넷사의 등이 움찔하고 떨렸다. 직접적으로 대답한 건 아니었지만,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정답이었던 모양이다. 진짜냐. 발정 풀리고도 그런 거였냐. 뭐, 하긴. 아무리 완벽해보여도 결국 얘도 사람이니까. 며칠 동안 발정상태를 꾹 참고 있었던 거다. 펠리시아의 영향이 풀렸다고 해서, 그냥 단순히 애무로 절정 느낀 것 정도로 만족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때문에 바넷사는 그만 충동적으로 나와 섹스를 하려 했던 거다. 난 다 이해한다고. 그럼. 사람이 살다보면 이성보다 본능에 따라 행동하게 될 때도 있는 법이지. 게다가 결국 안 했으니까 됐잖아. 이런 건 끝이 좋으면 된 거라고. “뭘 그런 걸로 그러냐. 너 그때 발정 풀린 거 아니야. 내 스킬에 당해서 정신 못 차리고 있었던 거야. 실수로 스킬 발동 중지 타이밍을 잘못 잡아서 말이야.” 거짓말이다. 두 번째로 절정을 느끼게 했을 때는 정말로 실패했지만, 첫 번째로 느끼게 했을 때는 제대로 성공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바넷사가 계속 이상태일 테니, 나는 스스로의 이미지를 조금 깎아먹는 한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하기로 했다. 애초에 얘한텐 더 이상 깎일 이미지도 없을 테고 말이다. “읏…그, 그게 무슨…!” 내가 그렇게 말하자, 바넷사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냥 자기가 이성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알고 보니 내 잘못이란 걸 알게됐으니 그야 화가 나겠지. 그렇게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잠시 침묵을 유지하며 날 쳐다보던 바넷사는, 이내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그렇습니까.” 어라? 내 잘못이었단 걸 알면 당연히 뭐라고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별 말 안하고 쿨하게 넘어가네? “미안미안. 고의는 아니었어. 아니. 나도 좀 흥분해서 말이야. 너 좀 섹시하더라?” 그런 바넷사를 보고, 나는 일부러 능청스런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지금 하신 발언, 성희롱입니다만.” 그러자 바넷사는 평소대로 무표정으로 돌아와서는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의 풀죽은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간 건지, 완전히 본모습으로 돌아온 우리의 슈퍼 집사 바넷사였다. “에이. 이렇게 살까지 맞댄 사이에 그런 말 하기야?” “마치 저와 섹스하는 사이라는 듯이 말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리고 이번 건 불가항력이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구원님은 지금….” 지, 지금 뭔데? 뭔데 무섭게 딱 그 타이밍에 말을 흐리냐? 뭔데? 왜 내 목을 보는 건데? 뭐? 분리시키겠다고? 만약 불가항력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내 머리와 몸이 분리되어 있었을 거라고? “에, 에이. 왜 그러냐. 자기도 내 생각하면서 자위하고 있었던 주제에.” 그런 바넷사의 시선을 받고도 나는 겨우 미소를 유지한 채, 능청스럽게 말했다. 실컷 뻔뻔한 척 능청맞은 척 해놓고, 이제 와서 겁먹으면 체면이 안서니까 말이지. “읏…! 구원님 생각을 하면서? 제가 말입니까?” 오, 솔직히 여기 들어오기 전에 그런 생각을 한 것도 있어서, 그냥 던져 본 건데. 의외로 바넷사는 유의미한 반응을 보여 왔다. 그럼 설마 진짜로? “그래. 욕조에서 자위하고 있었던 거잖아? 그것도 이 방 욕조. 나한테 몸이 만져졌던 그곳에서.”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넷사의 턱을 짚어서 들어 올리고는 눈을 맞춘 후 최대한 멋진 미소를 지어보였다. 탁! 하지만 바넷사는 그런 내 손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손등으로 툭 쳐냈다. 그리고는 여전히 무표정을 유지하며 입을 열었다. “사라님과 실비아님이 구원님에 의해 정상으로 돌아왔단 걸 생각해낸 것뿐입니다.” “또. 또. 그런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그럼 나한테 직접 왔어야지, 여기서 자위나 하고 있을 이유가….” “혹시 균같은 게 남아있지 않을까 싶었을 뿐입니다.” 계속해서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려 했던 나였지만, 결국 바넷사의 마지막 그 말에 마음이 꺾이고 말았다. 균이라니. 균이라니…내 능력을 병균 취급하는 거냐. 내게 마음이 있기는커녕, 오히려 엄청나게 취급이 안 좋은 거잖아! “너, 너 말이야. 이거 여신님이 주신 능력이거든?! 신성모독이라고!” “실례. 구원님의 이미지가 너무나도…크흠.” “너무나도 뭐?! 너무나도 뭔데?! 내 이미지가 뭐 어떤데?”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자리를 비켜주시겠습니까? 조금 씻고 싶습니다만.” 내 추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바넷사는 그렇게 자기 할 말만 했다. 이, 이 녀석…내가 선의의 거짓말까지 하면서 기분을 풀어줬더니 기고만장해져서는…. 일단 난 네 주인님! …의 남자거든?! 진짜 이 녀석. 언젠가 반드시 울려주겠어.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울리고 싶은 것과는 별개로, 이 녀석 진짜 생긴 건 끝내준단 말이야. 여전히 용인족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그 나신은, 보통 인간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아. 그래. 그럼 같이 씻을…농담이야. 먼저 씻어.”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말하면서 은근 슬쩍 같이 씻으려고 해봤지만, 마치 벌레라도 보는 것 같은 차가운 바넷사의 시선에 말을 끝까지 내뱉을 수도 없었다. 다시 한 번 말하는데 말이야, 난 네 주인님의 남자라고. 네가 모셔야 되는 몸이라고. 그런 눈으로 보는 건 실례 아니냐? 아니. 굳이 모셔야하는 몸이 아니더라도, 사람한테 그런 눈을 하는 건 실례라고. 알아듣냐? 뭐, 그나마 저런 시선은 나한테만 보내는 것 같으니 다행…아니. 전혀 다행이 아냐! 아무튼 그런 고로, 나는 욕조에서 일단 빠져나와서 바넷사가 씻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정령을 불러서 씻어도 되겠지만, 바넷사와의 행위가 너무 농후했던 탓에 제대로 씻고 싶어서 말이야. 게다가 오늘 밤은 디아나 차례니까 더더욱. 그럼 다른 방에 가서 씻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아니. 안 그래도 옷이 다 찢겨서 새 옷을 꺼내 입어야 되는데, 이대로 새 옷을 입기는 찝찝하잖아. 라는 건 당연히 변명에 불구하고, 그냥 바넷사 씻는거나 감상하고 싶을 뿐이었다. 일단 불투명한 커튼을 치긴 했지만, 실루엣은 보이니까. 뭐, 우리 애들 배신 안 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잖아? “읏! 아직 있었습니까.” 그리고 겨우 몸단장을 마치고 욕조에서 나온 바넷사는, 날 보고는 조금 당황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반사적으로 손으로 몸을 가리려는 제스쳐도 취했지만, 이내 오히려 가리는 게 더 부끄럽다고 생각한 건지 손을 내리고는 허리를 꼿꼿이 편 채 당당히 섰다. “나도 씻어야지. 이대로 나갈 수는 없잖아? 그리고 네 상태도 확인해야하고. 이제 진짜로 괜찮은 거지? 너 또 숨기거나 그러려고 하면 안 된다?” 지금은 화장한 상태도 아니니 알아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뜨거운 물로 몸을 씻은 바넷사는 전신이 상기되어 있어서 그 상태를 짐작하기 힘들었다. “…읏. 괜찮습니다.” 그렇게 대답하는 바넷사의 시선은 내 눈을 바라보고 있지 않았다. 뭐, 당연한가. 내가 아직도 알몸이니까. 게다가 바넷사의 목욕을 감상하느라, 물건도 다시 빳빳하게 선 상태였다. 그런 상태이다 보니, 과연 우리 슈퍼 집사님도 시선이 자연히 아래로 내려가는 건지 내 물건에서 눈을 못 떼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도 엄청 부끄럽다. 하지만 바넷사와 마찬가지로, 나도 왠지 가리면 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그대로 가만히 팔짱을 끼고 있기로 했다. “그….” “응?” “크흠. 그럼 얼른 씻으시는 게 어떻습니까?” 내 물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뭔가 말하려 했던 바넷사였지만, 내가 되묻자 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무표정으로 딱딱하게 그런 말을 내뱉었다. “그래. 안 그래도 씻을 거다.” “읏!” 그렇게 말하며 내가 욕조로 다가가자, 바넷사는 황급히 욕조에서 나와서 내게 몸을 피했다. 그리고는 방에 있는 의자 위에 자신의 옷가지가 나란히 정리되어있는 걸 보고, 침음성을 흘렸다. 아니. 과연 나도 샤워만 구경한 게 아니라고. 계속 바닥에 흩뿌려진 상태로 놔두는 것도 좀 그래서 정리나 할까하고 말이지. 자신이 흩뿌려놨던 옷을 내가 정리한 게 부끄러운지,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바넷사는 평소보다 더 성큼성큼 자신의 옷가지로 걸어가서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야. 그 팬티 그대로 입게? 아직도 젖어있던데?” “…방에 가서 갈아입을 겁니다. 신경 끄시지요.” 하여간 신경을 써줘도 말버릇하고는. 쟨 진짜 나한테만 저러더라. “오냐. 그럼 난 샤워나 할란다. 알아서 가라.” “말하지 않아도 그렇게 할 겁니다.” “아, 참. 그리고.” “또 뭡니까?” “오늘 일은 내가 디아나한테 제대로 설명할 테니까. 이상한 죄책감 같은 거 갖지 말고.” “……고맙습니다.” 그제야 내게 감사 인사를 한 번 내뱉고는, 몸단장을 마친 바넷사는 내게 한 번 꾸벅 고개를 숙인 후 방을 나섰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42==================== 여신 강림을 위하여 결국 내가 몸을 씻고 욕조를 나왔을 때는, 이미 저녁시간이었다. 바넷사는 역시나 오늘 쉬라는 디아나의 명령을 준수할 생각인지, 식당에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게다가 우리 애들이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나, 실비아가 저기 구석에서 불안한 표정을 하고 있는 걸 보면, 아무래도 바넷사가 직접 디아나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보고하거나 하진 않은 모양이었다. 바넷사 걔 성격이라면 죄책감 때문이라도 이실직고 할 성격인데 말이야. 게다가 전에도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나 디아나 모르게 내게 애무를 받은 적 있으니 더욱더. 실제로 행위가 끝난 다음에 죄책감 때문에 답지 않게 풀죽기도 했었고. 하지만 이렇게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건, 마지막에 내가 한 말을 믿어준다는 뜻인 걸까? 좋아. 그렇다면 그 믿음에 보답해주지 않으면. “자네 왔는가. 대체 어디 있었는가? 방에도 없었던 모양이네만.” 그리고 마침 디아나가 내게 그렇게 말하기 쉽도록 말을 걸어줬다. 바넷사가 쉬는 날이다 보니, 저녁 식사가 준비 됐음을 알리러 누군가 직접 내 방에 찾아 왔었던 모양이다. “아, 바넷사랑 있었어.” “으음? 바넷사?” 설마 내 입에서 바넷사의 이름이 나올 줄 전혀 예상 못했는지, 디아나가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응. 그게 말이지. 실은 전에 펠리시아 상태가 이상했다고 했잖아? 그때 얘들이 펠리시아의 기운에 당했던 거, 아무래도 내 스킬이랑 마찬가지로 기본적으론 펠리시아 본인이 직접 풀어줘야 풀리는 거였던 모양이야. 사라랑 실비아가 풀렸던 건 그냥 내가 성자라 그런 거고.” “……음? 그 말은 즉….” 내 설명으로 무슨 말인지 곧장 이해한 듯, 디아나가 그렇게 중얼거렸다. “잠깐! 그거 정말이야?!” 그리고 사라 역시도,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내게 되물었다. 아무래도 사라는 직접 펠리시아의 기운을 몸으로 겪었던 만큼, 바넷사가 지금까지 참고 있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놀라운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실비아도 엄청 다급하게 날 찾아왔었지. 실비아도 겪어본 자로서 어떤 느낌인지 알기 때문에 그렇게 당황했다는 건가. 참고로 그 실비아는, 지금 저기 구석에서 내가 설마 바넷사와 관계를 맺은 걸 폭로할 줄 몰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뻐끔뻐끔 벌리고 있었다. 귀엽다. “아, 오해하지 마. 직접 안 했어. 그냥 애무로 풀어주기만 했어.” 디아나가 오해하기 전에 나는 황급히 그렇게 말했다. 솔직히 허벅지에 끼우고 한 것도 있어서 그냥 애무라고 표현하기엔 조금 양심이 찔렸지만…그래도 그 정도는 용서해줬으면 한다. 나 진짜 엄청 잘 참았다고. “그렇게 초조해하지 않아도 쓸데없는 오해는 안 하네. 뭔가. 혹시 그런 맘을 먹기라도 한 겐가?” 황급히 변명하는 내 모습이 조금 우스웠는지, 디아나가 재미있다는 듯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무리 끝까지 가진 않았다지만, 그런 일이 있었다고 말하는 건데 의외로 침착하네. 솔직히 또 토닥토닥 어택을 감행할 줄 알았는데. “그, 그럴 리가 없잖아.” “말을 더듬는 것이 수상하구먼.” 디아나는 전혀 의심하지 않는 것 같은 태도로, 어디까지나 장난스런 어조로 그렇게 말해왔다. 얘가 이렇게 전혀 의심이나 질투를 안 하니까 오히려 더 어색하네. 이건 역시 그건가. 드디어 나에 대한 믿음이 여기까지 온 건가. 그런 거라면 나도 필사적으로 이성을 붙잡고 있었던 보람이 있다. 만약 잘못을 범해버리고 나서 디아나가 이런 태도로 대해줬다면 진짜로 죽고 싶어졌을 거야. “또 그런다. 디아나야 말로, 이번엔 토닥토닥 공격을 안 하잖아. 드디어 날 믿는 거야?” “토닥토닥 공격?” 내가 그렇게 반격하자, 디아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차. 실수했다. 디아나의 그 공격에 대한 명칭은 내 마음 속에만 담아두고 있었어야 했는데. “아, 아무튼. 디아나의 나에 대한 믿음이 드디어 여기까지 오다니. 크흑! 역시 디아나는 날 너무 좋아….” “착각하지 말게. 바넷사를 믿는 걸세. 자네가 바넷사를 어떻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뭐, 뭐어…자네를 좋아하는 건 맞는 말이네만. 그것과 믿는 건 별개일세.” 나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바넷사에 대한 믿음이었다. 크흑. 젠장. 너 말이야. 그 바넷사가 오늘 이성을 잃고 어떤 짓을 하려고 했는지 아는 거냐? 순간 질투로 그렇게 말하고 싶어졌지만, 나는 그 마음을 꾸욱 눌러 담았다. 사나이 구원. 자기가 한 말에는 책임을 진다. 바넷사한테 잘 말해두겠다고 했으니까 말이야. “뭐, 뭐어…게다가 자네는 요즘 이 몸들에게 보고는 잘 하니 말일세.” 내 실망한 표정을 보고 조금 미안해졌는지, 디아나가 손을 뻗어서 내 머리를 토닥거리면서 그렇게 말해줬다. 디아나 할…누나아…. 역시 우리 디아나가 최고야. 응. 나 진짜 엄청 노력했다고. “보고만 잘 하지, 다른 여자한테 손 뻗는 횟수는 늘어났지만요.” 하지만 옆에서 사라가 다시 내게 은근슬쩍 가시 돋친 말을 내뱉었다. 사라야. 그러니까 넌 왜 그렇게 언어폭력을 잘 구사하는 거냐. 게다가 또 사실이라 나도 할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 며칠 사이에 대체 몇 명한테 손을 뻗은 거야. 펠리시아랑 관계를 맺고, 레이첼 누님한테 고백하고, 마틸다한텐 사도 임명을 해주고, 바넷사까지…. 이 모든 게 단 며칠 만에 일어난 사건이다. 응. 내가 생각해도 좀 심하긴 했다. “읏…!” 그리고 사라의 정곡을 찌르는 말에 데미지를 입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테이블 반대편에 앉아서 나와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고 있던 마틸다는, 사라의 그 한 마디에 얼굴을 더더욱 새빨갛게 붉히며 움츠러들었다. 전에는 그렇게 당당하게 날 좋아한다고 말했던 주제에, 막상 사도 임명까지 받고 나니까 조금 부끄러운 모양이었다. 게다가 나랑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는 주제에 벌써 반쯤 핑크빛 모드로 들어가 있는지, 가끔 힐끔힐끔 날 보는 시선이 몽롱했다. “하지만 그랬군요. 바넷사씨가 그런 상황이었다니…. 뭔가 평소와 좀 다른 것 같다고 생각은 했지만요.”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화제를 돌려준 건 다름 아닌 바로 우리 천사님이었다. 설마 이 상황에서 바넷사의 이상을 완전히 꿰뚫어보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다니. 역시 천사님이셔. 너무 천사 같아서 이젠 말도 안 나온다. “음. 그렇구먼. 원래는 이 몸이 가장 먼저 눈치 챘어야 했거늘…. 화장을 할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네만 말일세. 설마 홍조를 가리기 위한 이유로 화장을 하고 있었을 줄이야.” 그리고 그런 레이아를 다독이듯, 디아나가 그렇게 말했다. 아, 얘도 바넷사가 화장한 이유를 깨달은 거구나. 역시 머리 좋다니까. 그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니. “일단 바넷사가 화장한 이유는 설명해 줬었잖아?”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지 않은가. 이 몸이 바넷사가 대체 얼마나 오래 같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겐가? 자네가 태어나기…코홈! 코홈! 아, 아무튼!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네!” 디아나는 말을 하다말고 귀엽게 헛기침을 하더니, 눈을 꼭 감고 투정부리듯 내게 외쳤다. 야. 자폭하려고 한 게 부끄러운 건 알겠는데, 괜히 나한테 화내지 마라. “그럼 바넷사가 한 변명을 믿지도 않았으면서 왜 아무 말 안 한 건데?” “이, 이 몸은 분명…아무것도 아닐세! 모르면 됐네!” 디아나는 말을 흐리면서 내 얼굴을 힐끔힐끔 보더니, 결국 그렇게 말하며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렸다. 결국은 하는 거냐. 토닥토닥 공격. “진짜 이 바보는…아무튼 구원. 그보다 이제 할 일이 있지 않아? 마틸다도 여기 이렇게 있는 거니까.” 어째선지 디아나와 마찬가지로 날 한 번 구박한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마틸다를 쳐다봤다. 그래. 할 일이 있었지. 사실 아까 마틸다를 봤을 때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고. “네, 네? 저요? 뭐, 뭔가요?” 마틸다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움찔하고 떨더니 뭔가 각오한 표정으로 자세를 바로 잡았다.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마치 신고식이라도 치르려는 것 같은 표정이잖아. 쟤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니야? “마틸다.” “네에…구원씨이….” 하지만 내가 그 이름을 부르자, 방금 전 각오한 표정은 어디로 갔는지 바로 핑크빛 시선을 보내오는 마틸다였다. 야. 미안한데 그쪽 얘기도 아냐. “여신 강림의 시간이야.” 그런 마틸다를 바라보면서,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네? 여신님?” “그래. 언젠가 말한 적 있잖아? 여신 강림은 내게 사도 임명을 받으면….” “…마, 말한 적 없는데요?” 웃으면서 설명을 하는 내게, 마틸다가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응? 없던가? 아, 그러고 보니 옛날에 그냥 레이아만 가능하다고 대충 얼버무리고 말았던 기억이…. 아니. 그땐 맞는 말이었다고. 사제 계열 중 사도 임명을 한 건 레이아 뿐이었고, 그 이상 다른 사람한테 사도 임명을 할 생각도 없었고. 무엇보다 괜히 사도 임명으로 여신 강림이 가능하단 걸 말하면 사제들이 다 내게 들이대서 귀찮아 질 것 같다는 생각에…. “크, 크흠! 크흠! 아, 아무튼 가능해! 자, 드디어 다시 여신님을 강림시켜서, 이번에야말로 성자의 임무에 대한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마틸다의 스킬창을 열었다. 전에는 성기사였다지만, 지금은 레이아와 마찬가지로 대사제로 전직한 거니, 분명 어딘가에 여신 강림 스킬이 있을 거다. 사도 임명을 하고 아직 마틸다가 한 번도 레벨 업을 하지는 않았다는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사도 임명 보너스로 얻은 스킬 포인트가 있으니까 스킬을 찍을 수는 있을 거다. 자, 어디에 있냐. 여신 강림이…여신 강림이…여기 있다! 자, 스킬 포인트 분배를…안 되잖아…. 잠깐. 뭐야 이거. ……선행 스킬 조건 미달. 레이아 때는 바로 여신 강림을 찍을 수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눈치 채지 못했지만, 여신 강림을 찍는 데는 아무래도 선행 스킬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그,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아무리 레벨이 높다고는 해도, 아무래도 성기사에서 전직한 몸이니까 레이아보다 대사제 스킬의 습득률이나 스킬 레벨이 낮은 건 어쩔 수 없지. 무엇보다도 얜 저주에 걸려서 전진을 한 것인 만큼, 그 이후로 스킬 습득이나 스킬 레벨을 올릴 기회 같은 건 나와 던전에 다닐 때밖에 없었을 테니까. 그나마 다행이도 여신 강림을 찍는데 필요한 선행 스킬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바로 ‘대사제의 신앙심’이라는 스킬이었다. 사제 계열 스킬들의 온갖 효율을 높여주는, 대사제의 가장 기본이 되는 패시브 스킬이다. 하위 호환으로는 사제 때 배울 수 있는 기본 패시브 스킬, ‘사제의 신앙심’이라는 스킬이 있다. 이 ‘사제의 신앙심’을 최고 레벨이고, 동시에 직업이 대사제라면 ‘사제의 신앙심’이 자동으로 ‘대사제의 신앙심’이라는 스킬로 강화되는 구조였다. 뭐, 레벨은 1로 돌아가지만. 아무튼 성기사가 되기 전에는 마틸다도 사제였기 때문에, ‘사제의 신앙심’ 레벨은 충분할 거다. 아마 찾아보면 ‘대사제의 신앙심도 익히고는 있겠지.’ 다만 문제는, 그냥 ‘대사제의 신앙심’을 찍기만 하면 ‘여신 강림’을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거지만. ‘여신 강림’을 찍기 위해 필요한 ‘대사제의 신앙심’ 레벨은…만렙이었다. 굳이 찾아보지 않더라도, 아마 마틸다의 ‘대사제의 신앙심’ 스킬 레벨은 엄청나게 부족하겠지. 당연한 거다. 저주에 걸려서 아무런 활동도 하지 못하게 되자 대사제로 전직한 거니까. 스킬 레벨을 올릴 틈 같은 건 전혀 없었겠지. 물론 나와 던전을 다니면서 어느 정도 올리기는 했겠지만, 과연 만렙까지 찍기엔 턱없이 부족했을 거다. 안 그래도 던전에서 마틸다의 역할은 후위진의 호위고, 회복 마법은 웬만하면 레이아가 담당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만렙이라니. 요구 조건이 너무 높은 거 아니야? 그러고 보니 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 있었지. ‘여신 강림’은 성녀가 되고 나서야 쓸 수 있다고. 설마 그거, 그냥 성녀 정도는 되어야 ‘대사제의 신앙심’의 레벨이 만렙에 도달한다는 뜻이었나? 아니. 그렇다면 레이아는 대체…. 그때 레이아는 분명 대사제가 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을 때였는데? 아니. 얼마 지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대사제가 되고나서 바로 신전에 찾아가서 여신 강림 찍은 거 아니었어? 나는 황급히 레이아의 스킬 창을 열어봤다. 대사제의 신앙심 MAX 당연하게도 ‘대사제의 신앙심’은 최고 레벨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뭐야 이거.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이상한 데서 끊은 거 아니에요. 10분 정도 후에 한 편 더 올립니다. asfdgads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43==================== 여신 강림을 위하여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지금까지 우리 애들의 스탯이나 스킬을 그다지 꼼꼼하게 확인하지는 않았다. 뭔가 그런 짓을 하고 있으면, 게임 캐릭터를 만지는 것 같아서 싫었기 때문이다. 얘들은 살아있는 사람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게다가 내가 스탯이나 스킬 같은 걸 관리하지 않더라도 던전에 다닐 때는 차고 넘칠 정도로 도움이 되고 있으니,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때문에 지금까지 스탯이나 스킬 창을 그렇게까지 자주 확인하거나 꼼꼼히 살펴보진 않았지만…. 다시 한 번 레이아의 스킬 창을 보니 뭔가가 이상했다. 대사제 전용 스킬들의 레벨이 지금의 레이아 레벨에는 말이 안 될 정도로 이상할 정도로 높았던 거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 중에서도 치유에 관한 스킬들만. 버프 계열 스킬들은 치유 계열 스킬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레벨이 낮았다. 아니. 물론 레이아가 평소에도 꾸준히 빈민촌에 가면서 치유 스킬을 행사하는 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치유 스킬 레벨들이 레이아의 지금 레벨치고는 이상할 정도로 높았다. 아마 저 버프 계열 스킬들의 레벨이, 지금 레이아 레벨에선 정상적인 수준 아닐까? 그러고 보니 레이아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상하게 회복 마법의 효율이 좋았지. 물론 우리 파티에 용사나 대마법사님까지 있다 보니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그 말을 반대로 바꿔서 말하면 용사나 대마법사까지 있는 파티에서도 꿀리지 않고 힐을 넣을 정도의 능력이 있었다는 거다. 어디까지나 평범한 사제인 레이아가 말이다. 대체 어떻게 그런 게…. “구원씨?” 내가 멍하니 허공을 쳐다본 상태로 침묵을 유지하고 있자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레이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으, 응?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 아무것도 아닌 건 아니지. 그게 말이야. 여신 강림…지금 안 될 것 같네.” “네, 네에?! 잠깐만요! 그게 무슨?!”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마틸다가 당황한 표정으로 내게 달려들었다. 상황을 모르는 마틸다 입장에선 그야 당황스럽겠지. 아무리 그래도 추기경으로서의 자부심이 있을 텐데, 레이아도 가능했던 걸 자기가 못하는 상황이니까. “당신에 대한 제 사랑이 부족하다는 건가요?!” …그게 아니라 자기 사도 임명에 뭔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핑크빛 모드까지 풀리면서 그렇게 당황한 거였어? 얘 왜 이렇게 하는 짓이 귀엽냐? “아니. 그게 아니라, 지금 보니까 여신 강림을 익히려면 대사제의…음….” 이걸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얘들과 나는 기본적으로 스킬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나는 이렇게 스킬 창으로 보고 확인을 하고, 사용할 때도 기본적으로 게임에서 쓰던 것처럼 스킬을 쓰는 편이다. 하지만 얘들은 자기가 어떤 스킬을 익히고, 얼마나 숙달됐는지 보이는 게 아니다. 스킬도 마나를 어떤 식으로 순환시킨다든가, 그런 개념으로 사용하는 거다. 그렇다보니, 얘들은 패시브 스킬이란 개념이 없다. 물론 이렇게 스킬 창에 보이는 걸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배우고 있기는 한 모양이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다보니, 패시브 스킬 레벨이 부족하다는 개념을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마틸다는 원래 성기사였잖아? 그래서 대사제 관련 스킬 레벨이 부족한 모양이야.” 결국 나는 그런 애매한 말로 마틸다를 납득시킬 수밖에 없었다. “네? 그럴 리가요? 원래 여신강림은 성녀가 사용하는 스킬이잖아요? 성기사도 성녀가 될 수 있는 걸요? 저 이래 봬도 원래는 성녀 후보였다고요!” 하지만 마틸다는 자신의 사랑이 부족한 게 아니라는 사실에 안심하는 한 편, 역시나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그러고 보니 그런 얘기도 있었지.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잠깐만 기다려.” 나는 당황하면서도 다시 한 번 마틸다의 스킬 창을 꼼꼼히 살펴봤다. ‘대사제의 신앙심’이 확실히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레벨이 턱없이 낮았다. 아니. 하지만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마틸다의 말의 요지는, 굳이 대사제의 스킬이 아니더라도 성기사 스킬이 있으면 되는 거 아니냐는 거니까. 나는 스킬 창 위에 있는 탭 중, 대사제가 아니라 성기사 탭을 확인했다. 그러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성기사 스킬 중에는, ‘성기사의 신앙심’ 이라고 하는 이 역시 ‘사제의 신앙심’의 상위 호환인 스킬이 존재했다. 그리고 마틸다의 말대로, 확실히 그 성기사의 스킬 루트에도 ‘여신 강림’ 스킬이 존재했다. 익히기 위한 선행 스킬 조건은 ‘성기사의 신앙심’ 최고 레벨. 다만 이 ‘성기사의 신앙심’ 레벨 역시도, 사도 임명 보너스로 얻은 스킬 포인트를 모조리 투자해봤자 만렙에 이를 수준은 아니었다. “확실히 성기사 스킬로도 조건은 만족시킬 수 있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부족해.” “그, 그런! 하지만 그럼 레이아씨는!” 마틸다는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레이아를 쳐다봤다. 하지만 그런 레이아 역시도, 내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당황하고 있었다. 확실히. 나도 이해할 수가 없다. 한때 성녀 후보. 그리고 추기경이란 직책. 게다가 더 높은 레벨까지. 솔직히 말해서 마틸다가 레이아보다 훨씬 스킬 레벨이 높아야 정상이다. 그 증거로, 마틸다의 성기사 스킬 레벨 전반은 레이아의 버프 계열 스킬들보다 압도적으로 레벨이 높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레벨이 높은 레이아의 치유 계열 스킬들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었다. “솔직히 나도 어떻게 된 건지 전혀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건, 역시 마틸다는 아직 여신 강림을 할 수 없다는 거야.” “……제 성기사 스킬 레벨이 그렇게 많이 부족한가요?” 추기경까지 올라간 독실한 여신님의 신자인 마틸다는, 스스로는 여신님을 강림시킬 수 없다는 말에 충격 받은 듯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 침묵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마틸다는 어딘가 의지가 느껴지는 눈동자로 날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니. 솔직히 대사제인 채로 여신 강림을 익히려면 많이 부족하지만, 성기사 스킬들은 상당히 높아. 아마 조금만 더 성장하면 가능해 지겠지. 하지만 넌 지금 대사제니까 이 이상 성기사 스킬을 올릴 수는….” “저, 다시 전직하겠어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틸다가 의지 가득한 눈동자로 날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으, 응?” “하지만 그렇잖아요? 애초에 제가 대사제가 된 것도, 저주에 걸린 이상 더 이상 성기사로서 대외 활동을 못하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이제 이 저주를 완전히 치료할 방법도 찾은 거고, 계속 대사제로 있을 이유가 없잖아요. 저희 파티 구성을 생각해봐도, 이렇게 대사제가 둘 있는 것보단 제가 성기사가 되는 편이 더 좋지 않나요? 어차피 지금까지 제 역할도 계속 성기사가 하는 것과 다름없는 역할이었고요.” 확실히. 마틸다의 말은 전부 다 맞는 말이었다. 마틸다한테도 나한테도 좋은, 뭐 하나 아쉬울 거 없는 제안이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냉정하게 그런 판단을 하다니. 분명 평범한 사제였던 레이아에게도 뒤쳐졌단 사실에 충격 받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예전처럼 너무 막 대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나 스스로 마틸다를 얕잡아 보지 않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틈만 나면 핑크빛 모드로 변하는 것 때문인지, 난 여전히 마틸다를 조금 얕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전에 나한테 먼저 고백을 한 것도 그렇고, 얘는 진짜 해야 할 땐 든든하게 하는 성격이라니까. 너무 믿음직스럽잖아. 교황이 말했던, 마틸다는 인망이 두터워 따르는 사람이 많다는 말의 의미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래. 확실히 네가 성기사가 돼서 스킬 레벨을 마음먹고 올리면, 분명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신 강림이 가능해질 거야.” “네. 기대하세요. 금방 여신님을 뵙게 해드릴 테니까요.” “응. 그래. 난 널 믿어.” “네에…구원씨이이….” 아니. 야. 그러니까 왜 이렇게 되는 건데. 방금 전 까지 있었던 듬직한 우리 마틸다 추기경님은 어디로 간 거야?! 왜 이 타이밍에 눈에서 하트나 뿅뿅 뿜어대고 있는 애가 튀어나오는 거야?! 아니. 물론 예쁘지만 말이야! “하지만 신기한 얘기로구먼. 이 몸이 기억하기로는, 레이아양이 여신 강림을 했던 건 확실히 대사제가 된 직후라고 기억하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아양은 대사제 스킬의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는 겐가?” 하지만 가만히 우리 얘기를 듣고 있던 디아나가, 옆에서 팔짱을 끼고 어려운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과연 디아나. 디아나는 여신 강림을 했을 때 같이 있지도 않았으면서 그걸 또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확실히 말이 안 되네요. 레이아, 뭐 짐작 가는 일 없어요?” “그, 글쎄요? 딱히 그런 건…. 아 혹시….” 사라의 질문을 받고, 레이아는 곤혹스런 표정으로 그렇게 말을 흐리다가 조그맣게 뭔가 중얼거렸다. “응? 레이아?”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흠. 레이아양이 평범한 사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구먼. 확실히 회복 마법의 효율이 좋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네만.” “펴, 평범한 사제가 아니라니…그런….”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된 레이아는 어색한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방금 전 반응도 그렇고, 지금 저 표정도 그렇고, 혹시 레이아는 뭔가 짐작가는 게 있는 건가? 아니. 하지만 그렇다면 굳이 그걸 숨기고 있을 이유가 없는데? 성자에 용사, 대마법사가 끼어있는 파티다. 조금 특이한 사제가 있더라도 뭘 숨길 게 있겠어. 게다가 유독 스킬 레벨이 높은 거니까, 그 특이하다는 게 나쁜 쪽으로 특이한 것도 아닐 테고 말이야. 그렇게 레이아의 표정에 잠깐 위화감을 가진 나였지만, 우리 천사님이 내게 숨기는 게 있을 리도 없다는 생각에 그냥 그렇게 넘어가기로 했다. “흠. 아무튼 그러면 이제 이 몸들도 목표가 생겼구먼.” “응? 무슨 소리야. 목표는 원래부터 있었잖아.” “자네가 말하는 목표는 여신님이 말씀하신 대로 던전 깊은 곳에 들어가겠다는 것 아닌가. 이 몸이 말하는 것은 그런 애매모호한 목표가 아닌, 구체적인 목표를 말하는 걸세. 마틸다양의 스킬 수준을 여신 강림이 가능한 정도까지 올린다. 던전에서 사냥을 하며 다니기에는 훨씬 명확한 목표 아닌가.” 뭐, 확실히. 지금까지는 마냥 깊은 곳으로 향하기만 할 뿐, 뭔가 뚜렷한 목표가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말이야. 디아나의 말대로 그렇게 생각하면, 뭔가 던전에 다니는 것도 더 의욕이 생기기 시작했다. “좋아! 나도 푹 쉬었으니까, 그럼 또 다시 던전에 다녀볼까! 모레부터!” “내일이 아닌 겐가!?” 내 결의에 찬 외침을 듣고, 디아나가 귀엽게 딴죽을 걸었다. 그야 그렇지. 일단 마틸다가 성기사로 다시 전직을 해야 할 거 아니야. 그리고 그게 아니더라도, 아직 던전에 가기 전에 할 일이 하나 남아있거든. 조난에서 구조된 이후로 할 일의 대부분을 끝마쳤지만, 아직 하나가 남아있었다. 그렇지 실비아? 원래는 오늘 하려고 했는데, 실비아가 성에 가버렸으니까 말이야. 내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짓자, 실비아가 본능적으로 뭔가를 감지해낸 건지 저기 구석에서 몸을 바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건 일단 내일 일이고, 오늘은 또 오늘대로 할 일이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먼저 방으로 돌아와 디아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벌써부터 두근두근 거리는 게 멈추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게,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라고. 할 일이 있다면서 도망갔던 디아나. 이 타이밍에 할 일, 그것도 디아나가 부끄러워할 일이라면 역시 딱 하나밖에 없지 않겠어? 그래. 그 일 말이야. 내가 부탁했던 그 일. “기, 기다렸는가….” 그리고 드디어, 방문이 열리며 디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부끄러워하는 표정.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 그게 아니라면, 이제 와서 디아나가 나랑 자는 것만으로 저렇게 부끄러워할 리가 없으니까 말이야. 게다가 디아나는 몸을 씻고 왔음에도 불구하고 드물게 마법사 로브를 두른 상태였다. 그리고 그 로브 사이로, 힐끔하고 허리춤에 커다란 주머니를 매달고 있는 게 보였다. 고작 주머니 주제에 저 값비싸 보이는 재질. 틀림없이 마법 주머니다. 역시 우리 대마법사님이야. 아무래도 내가 부탁했던 물건은 훌륭히 완성을 끝낸 모양이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거의) 정시 연참! 544==================== 여신 강림을 위하여 “응! 엄청나게 기다렸어!” “우긋…오, 오늘은 유난히 활기차구먼.” “그야 당연하잖아!” “우…여, 역시 기억하고 있는가?” 내가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자, 디아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희망이라는 듯 내게 다가와서는 내 눈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그렇게 애원하듯 말했다. “물론이지. 내가 디아나와 나눈 대화를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잖아?” “흐이잉…그런 멋진 대사는 이런 상황이 아니라 다른 때에 해줬으면 했네만….” 그런 디아나를 소망을 가볍게 배신하고 반짝이는 미소로 대답해주자, 디아나는 반쯤 울먹이면서 날 노려봤다. 디아나야. 그래봤자 귀엽게만 보일 뿐이라고.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디아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우…자, 자네에…. 아니. 낭군니이임….” 디아나는 내 손바닥을 보면서 잠시 주저하더니, 이내 결심을 했다는 듯 내게 매달려서는 간드러지는 목소리를 냈다. 거참. 기껏 결심하는 표정을 짓더니 한다는 짓이 그런 짓이냐? 소용없다고. 귀엽긴 하지만. “내놔.” “흐이잉….” 내가 엄숙한 얼굴로 손을 더 앞으로 내밀자, 디아나는 결국 울상을 지으며 허리춤에 매달린 주머니를 뒤적여서 뭔가를 꺼내 내 손 위에 올려놨다. 중앙에 마석이 두 개 박혀있는 그 물건은, 크기는 작아졌지만 확실히 전에 말했던 그 촬영용 마법구였다. “오? 소형화까지 했네?” “자, 자네가 들고서 찍을 수 있도록 하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 몸이…!” “응. 응. 열심히 생각해서 만들어낸 건지? 오늘 플레이를 위해서.” “으으읏! 으으으으읏!” 항의하려는 디아나에게 놀리듯 그렇게 말해줬더니,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 가슴을 토닥토닥 때려대기 시작했다. “혹시 이거 만들면서 기대로 흥분했다든가?” “무, 무슨 말을 하는 겐가!? 이 몸이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정말로?” “당연하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내가 놀려대자, 디아나는 흥칫뿡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모습으로 화를 내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막 던져본 거였는데, 반응을 보니까 얘 진짜로 이거 만들면서 흥분한 거 아냐? “확인해도 되지?” “우읏…! 나, 낭군님! 그, 그게 말일세…. 그, 그렇지! 낭군님. 이 몸을 찍고 싶지 않았는가? 자, 어떻게 찍히나 한 번 확인해보게!” 내가 그 다리 사이에 손을 뻗으려고 하자, 디아나가 다시 내게 매달려서는 깜찍한 표정을 지으며 눈을 깜박였다. 얘 나이에 안 맞게…크흠. 아무튼 귀여운 척이 점점 더 늘어나는 것 같단 말이야. 뭐, 처음엔 이런 짓 전혀 할 줄 몰랐던 애가 나랑 지내면서 이렇게 변한 거라고 생각해보면 감개무량해지지만 말이야. “뭐, 그럼 그러도록 할까?” 나는 일단 그 귀여운 행동에 넘어가주기로 했다. 어차피 시간은 많다. 게다가 너무 놀리다가 삐지면 곤란한 건 나니까 말이야. 나는 전에 했던 대로 마법구를 작동시키고, 디아나를 찍어봤다. 그리고 그제야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쩐지. 이 마법구를 완성시킨 건 식사하기 전이었을 텐데, 마법사 로브까지 두르고 왔다 싶었더니. 얘 찍히는 거 생각하고 일부러 옷 다 챙겨 입고 온 건가? 하여간 쓸데없는 저항을. 어차피 나중에 다 벗겨질 텐데도 말이야. 아니. 오히려 이렇게 옷을 입고 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행위도 있다. 나는 디아나의 행동을 역으로 이용하기로 했다. “역시 찍히는 영상은 마법구 뒤로 보이는 건가. 이래선 들고 찍을 땐 내가 못 보겠네.” “으, 음. 그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네. 수정구를 박아서 영상을 확인하는 방법도 생각해 봤네만, 그렇게 하려면 마법구 기동에 고가의 마석이 필요하거나 영상 촬영 시간이 극도로 짧아질 테니 말일세.” 내가 일단 유심히 마법구의 성능을 확인해보자, 디아나도 귀엽게 포옥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설명을 해줬다. 아무래도 내 주의를 돌리는데 성공했다고 착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과연. 뭐, 어쩔 수 없지.” 확실히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별로 상관없었다. 마법구의 뒤쪽의 벽으로 영상이 송출된다는 건, 바꿔 말해서 나와 마주보고 있는 디아나한테는 제대로 보인다는 뜻이니까. 어디까지나 영상을 찍는 가장 큰 목적은 디아나의 노출증을 자극하는 것인만큼, 디아나가 자기 모습만 볼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게다가 계속 내가 들고 찍기만 할 것도 아니고 말이야. “좋아. 그럼 디아나. 벗어봐.” “무, 무, 무, 무슨! 자네는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겐가아아!”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한 마디에, 조금 진정을 되찾았던 디아나는 순식간에 다시 전신을 새빨갛게 물들이더니 화를 내기 시작했다. “무슨 소리라니. 원래부터 그런 거 찍으려고 만든 거잖아.” “아, 아닐세! 이, 이 몸은…!” “디아나. 전에 그 영상이 나한테 얼마나 도움이 됐는데.” “우으으! 우으으으!” 내가 그렇게 치사한 말을 하자, 디아나는 발을 동동 구르면서 원망스럽단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하지만 결국 포기했는지, 내게서 조금 떨어져서 다시 침대 옆에 똑바로 섰다. “섹시하게 부탁해. 디아나.” “우으으…두고 보게에….”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며 날 한 번 찌릿 노려보고는, 천천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너무 순순히 따라주는데? 역시 자기가 한 번 한 말은 지키겠다는 건가? 아니면 그냥 이 마법구를 만들면서 마음의 준비가 끝난 건가? 뭐, 어찌됐든 나야 좋은 거지만 말이야. 아무튼 나는 디아나의 스트립쇼를 감상하면서, 촬영 마법구의 또 다른 성능들도 시험해보기로 했다. 일단 디아나가 로브를 벗는 것 까지는 몸 전체가 나오도록. 디아나는 내 뒤에 있는 벽에 자신의 영상이 비치자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날 위한 영상이란 생각에 일단 미소 짓는 모습을 유지하려는 모양이었다. 새빨개진 얼굴로 입 꼬리를 살짝 떨면서 미소 지은 상태로 옷을 벗는 모습이 뭔가 야릇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섹시하게 부탁한다는 건 반 쯤 장난이었는데 말이야. 진짜로 섹시하게 벗어줄 줄이야. 뭐, 저 표정은 디아나 본인도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로브를 벗은 디아나는 잠시 주저하더니, 이내 자신의 상의에 손을 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타이밍을 노려서 나는 촬영 마법구의 줌을 당겼다. 디아나의 가슴부터 그 위쪽만 보이도록 가까이. “왜, 왜 확대하는 겐가아!” “아까부터 당연한 질문만 하네. 그야 디아나의 섹시한 모습을 좀 더 자세히 담고 싶어서 그런 게 당연하잖아.” 솔직히 찍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촬영마법구의 방향은 반쯤 감에 의존하고 있었지만, 내 높은 신체능력이 제대로 디아나의 흉상을 잡아준 모양이었다. 디아나는 당황해서 상의를 벗으려다 말고 황급히 자신의 두 손으로 가슴을 가렸다. “우으으으….” 물론 나는 그런다고 해서 물러서지 않았다. 아무리 오래 걸리더라도 난 기다려줄 자신이 있다고. 그런 마음가짐으로 줌을 당긴 채 계속 가만히 있자, 결국 디아나도 포기했는지 천천히 상의를 벗었다. 그리고 그 안에 입고 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속옷의 어깨끈도 천천히 옆으로 벗겨내자, 이윽고 아름다운 디아나의 가슴이 모습을 드러냈다. “핑크빛으로 예쁜 가슴이네.” “이, 이상한 소리 하지 말게에!” 내가 솔직하게 감상을 말해주자, 디아나는 손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내 머리를 토닥토닥 때려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그래봤자 자기 가슴이 흔들리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힐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는지, 두 손으로 가슴을 가리고는 날 노려봤다. 뭐, 그래봤자 그리 많이 흔들리지는…아니. 나쁘단 건 아니지만 말이야! 난 그런 가슴도 좋다고 생각해! “칭찬해준 건데.” “그, 그런 칭찬…!” “필요 없어?” “……피, 필요하네만…하네마아안! 자네 오늘 너무 짓궂은 거 아닌가아…?” “미안. 미안. 디아나가 너무 예뻐서.” “어, 언제나 그런 가벼운 말로 넘어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게나….” “가볍다니. 100% 진심인데.” “아무튼 말일세! 아무튼!”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치마에 손을 가져다댔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끝까지 내가 하라는 대로 해주는 디아나였다. 무릎까지 오는 스커트가 풀썩하고 힘없이 아래로 떨어지자, 드디어 디아나는 아래쪽 속옷 하나만을 남겨둔 차림새가 됐다. “오? 왠지 가운데 쪽이 색이 좀 진한 것 같은….” “화, 확대하지 않아도 되네!” 내가 그 다리 사이로 줌을 땡기자, 디아나가 황급히 외치며 속옷을 확 내렸다. 하지만 그게 또 문제였다. 젖어서 음부에 찰싹 붙어있던 팬티가 아래로 내려가면서 찔꺽…하고 음란한 소리를 발생시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음부와 팬티 사이에 보기에도 끈적끈적해 보이는 투명한 실들이 몇 가닥이나…. “그, 그러니까 확대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아아아!” 디아나는 그 실들을 끊듯이 황급히 팬티를 바닥으로 내려버리고는, 한 손으로 자신의 음부를 가린 채 내게 달려왔다. 그리고는 나머지 한 손은 주먹을 꽉 쥐더니, 손바닥 부분으로 내 머리를 콩콩콩 때려대기 시작했다. 과연 처음부터 음부 확대 샷은 너무 난이도가 높았나. “미안. 미안. 알았어. 알았으니까.” 나는 일단 마법구를 침대 옆 탁자에 내려놓고, 디아나를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음…쪽…이런 모습을 찍으란 말일세….” 디아나는 그렇게 귀여운 투정을 하면서도, 내 입술을 혀로 할짝할짝 핥더니 이내 내 입안에까지 혀를 집어넣어왔다. 뭐, 주문하신 대로 해볼까? 나는 마법구를 마치 옆모습 셀카를 찍는 것처럼 들고, 디아나의 그런 혀를 강하게 빨아줬다. 디아나도 힐끔 시선을 옆으로 돌려서 우리의 키스 장면이 찍히고 있는 걸 확인하더니, 부끄럽다는 듯 황급히 눈을 다시 정면으로 돌려서 날 바라보며 키스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내 뺨을 감싸고 디아나 쪽에서 적극적으로 달라붙어오는 키스. 그런 농밀한 키스를 얼마정도 계속한 후, 나는 살짝 입을 떼고 다음 단계로 나가기로 했다. “하아…디아나. 이렇게 찍고 있으니까 나 다른 곳에 키스하는 것도 한 번 찍고 싶어졌는데.” “응움…쪽…하음…다르…다른 곳 말인가아…?” “응. 여기.” 키스에 푹 빠졌는지 살짝 멍한 목소리로 대답하는 디아나를 보고, 나는 물건에 힘을 줘서 한 번 꿈틀거려줬다. 물론 키스하느라 내게 찰싹 붙어있던 디아나는, 자신의 복부에 닿는 내 물건의 감각을 느꼈는지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자, 자네는…!” “아니면 이대로 하는 걸 찍을까?” “우우우우우…!” 내 짓궂은 말에 디아나는 내 가슴을 가볍게 한 대 톡하고 때리더니, 결국 슬금슬금 밑으로 기어가기 시작했다. 그런 디아나를 보며, 나는 침대 위에 앉은 자세 그대로 다리를 가볍게 벌리고 마법구를 옆에서 다시 얼굴쪽으로 가져왔다. 아니. 원래 세계에 있던 카메라처럼 옆에 화면이 달린 게 아니니까 굳이 이렇게 찍을 필요는 없지만, 기분상 말이야. 게다가 원래 이건 이 구도가 정석 아니겠어? 디아나는 영상에 찍히는 자신의 모습이 보기 부끄러운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여서 내 물건만 빤히 쳐다보더니 마치 핫바라도 먹는 것처럼 앙하고 크게 베어 물었다. 물론 이빨을 세우지는 않았고, 오히려 그 부드러운 입술로 원을 만들어 내 물건 전체를 감싸듯 밀착시켜줬지만 말이다. “디아나. 시선은 여길 봐야지.” “으으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는 내 물건을 문 채로 반사적으로 힐끔 시선을 이쪽으로 향하더니 곧장 다시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에이. 뭘 그렇게 부끄러워 해. 어차피 중요한 데가 보이는 것도 아니잖아?” 내 다리사이에 엎드려서 물건을 물고 있는 자세. 카메라의 각도는 머리 위. 당연히 디아나의 가슴이나 음부는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뭐, 그 귀여운 얼굴 위로 엉덩이가 살짝 솟아 올라와있는 게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전에 찍었던 영상보다도 노출도 자체는 훨씬 낮았다. “자, 자네는! 그, 그런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하지만 디아나는 그런 내 말이 거슬렸는지, 이빨을 세우고 내 물건을 깨물더니 입에서 뱉어냈다. 물론 낭군님의 물건을 상처 낼 수는 없었는지 가볍게 살짝 깨문 것에 불과해서, 오히려 내겐 쾌감으로 느껴질 정도였지만 말이다. 뭐, 아이언 페니스 덕분에 디아나라면 있는 힘껏 물어도 데미지가 없을 것 같기는 하지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휘창연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45==================== 여신 강림을 위하여 “디아나.” 아무튼 그런 고로 디아나의 행동은 앙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거다. 나는 디아나의 긴 머리를 옆으로 쓸어 넘겨서 얼굴을 더 잘 보이게 만들며 디아나의 이름을 다시 한 번 불렀다. “우으으음….” 디아나는 이상한 소리를 한 번 내더니, 원망스럽단 표정으로 눈을 살짝 치켜떴다. 나한텐 보이지 않고 있지만, 디아나에겐 내 등 뒤의 벽에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찍히고 있는 건지 확실히 보일 거다.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인지, 디아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힌 채로 온 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얼굴 너머로 귀여운 엉덩이까지 바르르 떨리는 게 보이는 게 상당히 재밌었다. “예뻐.” “아응! 음…쪽…하음….” 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주자, 디아나는 반항하듯 다시 한 번 내 물건을 살짝 깨물더니 이내 자신이 깨문 부분을 중점적으로 혀로 할짝할짝 핥아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시선은 계속해서 내 눈을 마주보듯 위로 뜬 상태. “아음…이언…응…오으이….” 너무 부끄럽다 못해 저도 모르게 혼잣말이 나오는 건지, 디아나는 내 물건을 빨면서도 중간중간 뭔가 웅얼웅얼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다만 그 조그만 입에 내 물건을 넣고 있는 만큼, 입이 완전히 틀어 막혀있어서 뭐라고 하는 건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뭐, 대충 예상은 가지만 말이야. ‘그럴 수가…이런 모습이 찍히는 겐가….’ 뭐 대충 그런 말이라도 중얼거리고 있는 거겠지. 나는 그런 디아나의 머리 위에 손을 얹고 가볍게 쓰다듬어준 후, 살짝 디아나의 고개를 옆으로 기울게 만들었다. 그러자 내 물건을 절반도 채 못 물고 있던 디아나의 볼 안쪽에 내 물건 끝이 닿으며 디아나의 부드러운 한쪽 뺨이 볼록 튀어나오게 됐다. “으으으으으읏!” 자신의 그런 얼굴을 벽에 비친 영상으로 확인한 디아나는, 상당히 부끄러웠는지 손발을 파닥파닥 거리면서 내게 소리 없는 저항을 보였다. “안 돼? 귀여운데.” “우으읏…우으으읏….” 하지만 그런 저항도 잠시. 내가 미안한 말투로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다시 원래 방향으로 돌려주자, 디아나가 움찔거리면서 뭔가 주저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잠시 내 물건을 입에서 빼더니 촉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 이런 것이 대체 뭐가 좋은 겐가아….” “디아나는 어떤 모습도 예쁘니까. 더 다양한 모습을 담고 싶을 뿐이야.” 정말이다. 아니. 물론 기분 좋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저게 내 진심이라고. 참고로 괴롭히는 것도 디아나의 반응이 귀여워서 그런 것뿐이다. 실제로 디아나가 정말 싫어하는 것 같으면 알아서 자제하며 안 한다고. 다 애정이라고. 애정. “우, 우으으…. 아응…!” 내 진심이 느껴진 건지, 디아나는 눈가에 살짝 눈물을 고이면서 날 노려보더니 다시 내 물건을 덥석 물었다. 그리고는 아까 내가 했던 것처럼, 고개를 살짝 기울인 후 자신의 뺨 안쪽을 이용하여 내 물건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물건에 느껴지는 직접적인 쾌감은 물론, 고개를 위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내 물건 모양에 따라 디아나의 뺨이 볼록 튀어나왔다가 다시 들어갔다가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자극적이었다. 그 세상 모든 마법사들의 존경을 한몸으로 받는 지고의 대마법사 디아나님이, 이런 천박해 보이는 모습으로 내 물건을 애무하다니. 아니. 물론 디아나는 아무리 이런 행동을 해도 천박해보이기는커녕 귀엽고 깜찍하고 예쁠 뿐이었지만, 일반적으로 그렇게 보이는 행동이라는 뜻이다. “디아나…너무 예뻐….” “응읏…후응….” 내가 감격한 표정으로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디아나도 내 모습을 보고 기뻐졌는지 가볍게 우쭐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 자기 모습을 실시간으로 영상으로 보고있는 만큼, 부끄러운 마음이 사라지진 않았는지 여전히 얼굴은 새빨갰지만 말이다. “디아나도 기분 좋아?” “으으음! 으음!” 그리고 내 이번 질문에는, 디아나는 살짝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부정했다. ‘그럴 리가 있겠는가! 자네가 좋아하니 해주는 걸세!’ 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 디아나는 노출증 변태니까 말이야. 이렇게 영상으로 찍고 있다는 건, 언젠가 누군가에게 보여질지도 모른다는 걸 뜻한다. 물론 난 누구한테 보여줄 생각이 없지만, 가능성으로선 충분히 존재한다는 얘기다. 똑똑한 디아나가 그걸 모를 리도 없으니,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고 있는 것만으로도 흥분할게 분명하다. “확인해볼까?” “으응! 음! 으음! 쭙! 흐음! 흐읍!”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상체를 숙이고 팔을 뻗어서 디아나의 얼굴 너머로 보이던 귀여운 엉덩이에 손을 얹자, 디아나가 한 번 움찔하고 몸을 떨더니 아까보다 고개 움직이는 속도를 훨씬 빨리 하면서 내 물건을 강하게 빨아왔다. 역시 흥분하고 있는 거잖아. 굳이 손을 더 아래로 내려서 음부를 만져보지 않더라도, 나는 그 태도만으로 확신을 할 수 있었다. 디아나의 얼굴이 이렇게 새빨간 건, 단순히 부끄럽기 때문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뭐, 모처럼 디아나가 이렇게 열심히 해주고 있는 거다. 지금은 일단 그냥 넘어가줄까. 나는 디아나의 엉덩이에서 손을 떼고, 다시 등을 침대의 헤드 보드에 기댔다. 그리고 잠시 몸을 숙이느라 다른 곳을 찍고 있었던 마법구로 디아나의 얼굴을 촬영했다. 그러자 디아나는 어딘지 모르게 안심한 표정으로 다시 내 물건을 핥아줬다. “디아나. 나 슬슬….” “응! 으음! 음! 쭙! 흐음!” 그렇게 디아나가 내 물건을 핥는 모습을 충분히 촬영한 후, 나는 슬슬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했다. 내가 신호를 보내자, 디아나는 내 요도 쪽을 중점적으로 혀로 핥으면서 내 사정을 유도했다. “윽! 싼다! 디아나! 삼키지 마!” “음…으음?! 으읍!!”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사정을 하자, 디아나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입술을 꽉 오므려서 내 물건을 단단히 붙잡은 채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됐다. “후우…기분 좋았어. 디아나.” “우, 우으음!” 긴 사정을 끝낸 내가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디아나는 여전히 내 물건 끝을 입으로 물고 두 뺨을 볼록하게 부풀인 채로 내게 항의를 했다. 마지막에 내가 외친 대로 삼키지 않고 입 안에 담아두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럼 디아나. 천천히 입을 열고 입 안을 보여주겠어?” 나는 그런 디아나의 얼굴에 마법구의 초점을 맞추고는 부드럽게 말했다. “우읍! 읍! 으읍?!” “응. 진심이야.” “우으으으….” 잠깐 항의하는 디아나였지만,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울상을 지으면서 천천히 내 물건에서 입을 뗐다. 그러면서도 입술을 꽉 오므려서 완전히 내 물건에 밀착시킨 덕분에, 내 물건 안쪽에 남아있는 정액이나 표면에 묻어있던 정액도 남김없이 말끔히 처리해준 건 과연이라고 할까. 원래는 펠리티오라는 행위조차 몰랐던 디아나를 이렇게까지 만들어준 게 나라는 생각이 들자 이건 또 감개무량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내 물건에서 입을 뗀 디아나는, 내 얼굴을…아니. 정확히는 그 조금 앞에 있는 마법구를 바라보면서 천천히 입을 벌렸다. 그러자 디아나의 귀여운 혀 위에 내 하얀 정액이 모여있는 모습이 제대로 보였다. “우, 우으으으읏…!” 디아나 역시도 벽에 비친 영상으로 자신의 그런 모습을 보고는 부끄러움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응. 됐어. 이제 삼켜도 돼.” “응긋! 응! 응읏!” 내가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말해주자, 디아나는 황급히 입을 닫고 정액을 꿀꺽꿀꺽 삼켜버렸다. “맛있어?” “맛있을 리가 있겠는가아!” 그리고 드디어 말을 할 수 있게 된 디아나는, 내 질문에 폭발하면서 내게 달려들어 가슴을 마구 때려댔다. “하핫. 미안. 미안. 그런데 디아나.” 그 토닥토닥 공격을 그대로 받아주면서,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 뭔가?” 내 그런 말투에 디아나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는지, 바르르 몸을 떨었다. “다 삼켰으면 확인을 시켜줘야지? 자, 입 벌려봐.” “우, 우읏…아, 아아….” 반론은 용서치 않겠다는 묘한 압박감을 주면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는 얼굴을 붉히면서도 순순히 마법구를 향해 입을 벌려보였다. 그렇게 드러난 디아나의 입 안은, 역시나 새하얀 이빨과 새빨간 혀만 보일뿐 정액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사랑해.” 나는 마법구를 침대 옆 탁자 위로 올려두고, 그런 디아나의 입에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손으로는 디아나의 몸을 꽉 끌어안아서 디아나를 내 물건 위에 앉힌 후, 그 전신을 내 몸에 완전히 밀착시키도록 만들었다. “아음…나, 낭군님은 항상 말로만….” “말로만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디아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디아나도 잘 알잖아?” “우, 우으….” 내가 또 직접적으로 그렇게 말하자 부끄러워졌는지, 디아나는 살짝 내게서 시선을 피했다. “사, 사랑한다면 이 몸도 좀 더 생각하는 게 어떻겠나?” “그런 거라면 걱정 마. 당장이라도 시작해줄 테니까. 아직 만지지도 않았는데 디아나도 이미 충분히 젖은 모양이고.” “아, 아직 안 젖었네!”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의 엉덩이 골 사이에 파묻힌 물건을 꿈틀거리자, 디아나는 황급히 내 가슴을 밀쳐내듯 밀착해있던 상반신을 떨어뜨리며 반론했다. 그렇게 해봤자 하반신은 여전히 밀착해있으니까, 네 젖은 음부가 내 물건을 적시고 있는 건 여전히 느껴진다고. 하지만 그렇게 간단히 말하며 놀리는 것보다, 난 더 좋은 생각이 났다. “정말로오?” “다, 당연하지 않은가!” “그럼 어디 직접 확인해볼까?” 그렇게 말하고는, 나는 탁자 위에 올려놨던 마법구가 침대 쪽을 향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나 역시도 디아나를 꽉 끌어안은 채로 마법구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벽에 비친 영상으로 내 얼굴과 매달려있는 디아나의 뒷모습이 비치게 됐다. 일단 영상에 우리의 전신이 고스란히 보이도록 만든 후, 나는 디아나의 허리를 붙잡고 반 바퀴 빙글하고 몸을 돌렸다. “히잇! 무, 무엇을 할 생각인가아…?” 디아나는 불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날 올려다봤다. 하지만 그런 불안과는 별개로, 디아나는 지금 명백하게 흥분하고 있었다. 물론 아까 전에 영상으로 남겼던 행위도 충분히 부끄러운 행위지만, 지금부터 찍으려고 하는 건 그보다 더 직접적인 행위니까 말이다. 나는 그런 디아나를 안심시키듯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확인사살을 했다. “그야 당연히 확인이지.” 그렇게 말하고, 나는 디아나의 두 다리를 잡아서 양 옆으로 벌렸다. M자로 벌려진 두 다리. 하지만 디아나의 음부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마법구의 정면에서 다리를 M자로 벌렸는데 왜 디아나의 음부가 보이지 않냐고? 간단하다. 한 번 사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빳빳하게 서있는 내 물건이 디아나의 음부를 가리고 있었거든. 나는 일단 디아나의 두 발을 내 다리 바깥쪽에 걸어서 다리를 오므리지 못하도록 만든 후, 디아나의 긴 귀에 입을 가져다대고 조그맣게 속삭였다. “이렇게 직접 영상으로 보면 디아나도 계속 부정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야. 어디 한 번 확인해보자고.” 귀에 닿는 내 숨결이 간지러운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 건지, 디아나의 몸이 한차례 파르르 떨렸다. 나는 그런 디아나의 모습에 가볍게 미소지어준 후, 디아나의 허리에 다시 두 손을 얹고는 천천히 그 몸을 들어 올리려고 했다. 그러자 디아나의 음부가 내 물건에서 떨어지며 ‘찔꺽….’ 하고 음란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대론 아직 부족하다. 아직 디아나의 음부는 내 물건에 가려져서 영상에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으으읏!” 그 상태에서 내가 디아나의 몸을 조금 더 위로 들어 올리려고 했을 때, 디아나가 허리를 앞으로 내밀며 자신의 음부를 내 물건에 꽉 밀착시켜왔다. 그러자 디아나의 음부가 꽉 눌리다 못해 그 안쪽으로 내 물건의 봉부분이 파고들면서, 양 옆의 살들이 귀엽게 내 물건 옆으로 볼록 솟아오르는 것이 보였다. 아까 전의 바넷사를 떠오르게 하는 광경이었다. 분명 아까 전 바넷사도 정면에서 보면 지금 영상에 보이고 있는 디아나처럼 저런 야릇한 모습이었겠지. 비록 이런 자세를 취하는 의도는 전혀 다르지만 말이다. 바넷사는 내게 삽입을 하기 위해서, 디아나는 자신의 음부가 영상에 드러나는 걸 가리기 위해서 음부를 내 물건에 밀착시키고 있는 거니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누굴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fiello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46==================== 여신 강림을 위하여 뭐, 하지만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은가. 디아나와의 행위 중에 바넷사와의 행위를 떠올리는 건 디아나한테 실례니까 말이다. 게다가 굳이 바넷사와 비교하지 않더라도, 디아나의 지금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무척이나 흥분되는 모습이었다. “왜 그래? 그렇게 밀어붙이고. 얼른 넣고 싶어졌어?” 나는 디아나의 의도를 뻔히 알면서도 그런 짓궂은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흠뻑 젖은 자신의 음부를 가리기 위해서 그런 거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자신의 음부가 만지기도 전부터 흠뻑 젖어있다는 사실을 인정해버리는 꼴이 되고 만다. 즉, 뭔가 다른 요인에 의해서 젖어버렸다고. 자신이 노출증이 아니라고 계속해서 우겨대던 디아나에게 있어서, 그 사실만큼은 자신의 입으로 절대 말하고 싶지 않은 사실일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얼른 넣고 싶어졌다고 말하는 건, 그건 또 그것대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우으으읏! 너, 넣고 싶네에…이, 이 몸이 낭군님과 이어지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아….” 예상대로 우물쭈물하면서 한동안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허리를 조금 띄운 채 내 물건에 음부를 밀착시킨 자세로 있던 디아나는, 결국 노출증을 인정하기 보다는 조금 부끄러운 말을 하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걸 나에 대한 사랑으로 포장하면서 부끄러움을 최소화하고 말이다. 디아나의 의도는 뻔히 알고 있었던 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아나의 귀여움이 상상 이상이었던 지라 그냥 넘어가주지 않을 수 없었다. “디아나!” “응! 흐으으응!” 나는 곧장 디아나의 몸을 살짝 들었다가 그대로 내리며 한 번에 깊숙이 삽입을 했다. 잠깐 몸을 들었을 때 영상으로 디아나의 애액으로 번들번들하게 젖은 핑크빛 음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리고 그 끈적끈적한 애액이 디아나의 음부와 내 물건 사이에 몇 가닥이나 가느다란 실을 만들며 이어지는 것까지 영상에 확실히 찍히게 됐지만, 나는 굳이 그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물론, 그럴 여유가 없었다는 점도 한 몫 하기는 했지만. 평소에도 삽입 후에는 우리 애들이 안정될 때까지 조금 기다려주는 나였지만, 오늘은 유독 삽입 후에 가만히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삽입의 쾌감에 몸을 떠는 디아나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도 삽입의 쾌감에 몸을 떨고 있었던 거다. 그도 그럴게, 내가 바넷사랑 하면서 대체 얼마나 참았는데. 물론 사정은 했다지만, 그래도 끝까지 가지 못한 데서 오는 개운하지 못한 느낌은 계속 쌓이고 있었다. 애초에 내가 한두 번의 사정으로 만족할 놈도 아니고 말이다. 아무튼 그런 이유에서, 드디어 이렇게 삽입을 할 수 있게 되자 뭔가 엄청난 쾌감이 느껴졌다. 안 그래도 우리 디아나는 명기인데, 거기에 더해 내 정신적인 만족감까지 더해지니 그 쾌감이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크흑. 이런 기분이라니. 역시 그때 필사적으로 참길 잘했어. 우리 디아나는 생긴 것만 예쁜 게 아니라 똑똑하고, 하는 짓도 귀엽고 여기까지 이렇게 좋다니. 진짜 최고야. 사랑한다, 디아나. “응읏! 흐읏! 이, 이런…이렇게나아…!” 내가 그렇게 벅찬 마음으로 부들부들 떨고만 있자, 디아나가 먼저 참을 수 없어진 모양이었다. 그렇게 말하면서 음부를 꾸우욱 조이고는 천천히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디아나의 몽롱한 눈은 정면, 그러니까 우리 영상이 비치고 있는 곳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다리를 활짝 벌려 내 물건을 집어삼키고 있는 음부를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는 디아나의 모습이 확실히 보이고 있었다. 디아나가 허리를 앞뒤로 미묘하게 움직일 때마다, 내 물건에 의해 활짝 벌려진 음부 옆 도톰한 살들이 밀려나갔다 들어갔다 하면서 음란하게 모습을 바꾸고 있는 모습까지 확실히. 그 모습이 우리 디아나의 노출증을 제대로 자극한 모양이었다. “엄청 야하네. 만약 저 영상이 다른 사람 눈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어떻게 될까?” “흐으읏! 냐, 냥군니임…흐응…냥군니임….”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한 손은 디아나의 충혈 된 음핵을, 다른 한손은 역시 마찬가지로 살짝 부풀어 오른 유륜을 부드럽게 쓰다듬자, 디아나가 몽롱한 시선을 내 얼굴로 보내면서 또 다시 음부를 꾸우욱하고 조여 왔다. 대체 얼마나 흥분한 건지, 내 물건을 빈틈없이 꽉 물고 벌려져있는 음부 사이에서 푸슛하고 안의 애액이 마치 허용량을 초과해서 흘러넘치는 것처럼 뿜어져 나왔다. 나는 그런 디아나에게 가볍게 키스를 해주면서, 한 편으로는 마법구의 줌을 조절했다. 우리 전신을 비추고 있던 모습에서, 서로의 성기가 연결되어있는 모습만이 화면에 가득 차도록. “응하앗…응…흐으으읏! 낭군님! 낭구…흐으으으으으응!” 그리고 나와의 긴 키스가 끝나고 무심코 고개를 다시 정면으로 돌렸던 디아나는, 벽에 비친 영상을 보고는 결국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등을 내게 완전히 기댄 채로, 하지만 허리부터 아래로는 공중에 붕 떠서는 아래위로 움찔움찔 떨며 음부에서 애액을 푸슉 푸슉 뿜어내는 디아나의 모습은 새삼 홀려버릴 정도로 아름다웠다. “흐읏…하앗…하아아….” 그리고 한동안 그렇게 바들바들 떨면서 절정을 느끼던 디아나는, 마치 몸에 힘이 쫙 빠진 것처럼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털썩하고 침대 위로 엎드려 쓰러졌다. “디아나, 괜찮…으읏!” 혹시 지나친 쾌감 끝에 기절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며 디아나의 상태를 확인해보려 했던 나였지만, 그건 우리 변태 아가씨를 너무 얕잡아본 행동이었다. 노출증이 자극되어 흥분한 디아나는, 절정의 여운이 끝나자마자 다시 한 번 절정을 느끼려는 듯, 엎드린 상태로 엉덩이를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두 허벅지가 수평을 이루도록 양옆으로 활짝 벌리고 있었고, 상체는 여전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 듯 침대에 완전히 파묻혀있으면서도, 디아나는 탐욕적으로 쾌락을 탐하듯 음부를 꾸욱꾸욱 조여 오며 엉덩이만이 위아래로 격렬하게 흔들렸다. 이거 아무래도 완전히 스위치가 들어가 버린 모양이네. 나는 일단 배게 하나를 디아나의 배 아래쪽에 깔아두고, 무릎을 세워서 제대로 뒷치기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서 디아나의 턱을 붙잡고, 침대에 파묻고 있는 디아나의 얼굴을 살짝 들어 올리게 만들었다. 그러자 완전히 쾌락에 풀려버린 디아나의 얼굴이 영상에 드러났다. 그렇게 디아나의 얼굴을 드러나게 만들고, 나는 허리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흐으읏! 흐으응! 하으으읏!” 디아나는 쾌감에 허덕이면서도, 고개를 살짝 돌려 뒤를 쳐다보려고 했다. 그 행동의 의미를 이해한 나는, 황급히 몸을 숙이고 디아나의 얼굴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흐응! 흐음! 쪽! 흐응! 하음! 흣!” 그러자 디아나는 기쁘다는 듯 배시시 눈웃음을 지으며 내게 키스를 해왔다. 하지만 역시나 쾌감이 너무 큰 탓인지, 가끔 쾌감에 허덕이느라 내 혀를 살짝살짝 깨물기까지 할 정도로 디아나는 느끼고 있었다. 이 상태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느끼게 되겠지. 그리고 나 또한, 드디어 맛보는 음부의 감각에 금방 사정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잠시 몸을 일으켜서 디아나의 몸을 삽입한 상태에서 빙글하고 반 바퀴 돌렸다. 그 몸이 위를 향하도록 말이다. 그리고 다시 마법구를 손에 들고, 디아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디아나. 네가 느끼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줘.” “흐응! 흐읏! 나, 흐응! 냥군니임!” 내 말에 더욱더 흥분한 듯, 디아나는 허리 움직임을 더욱더 빠르게 하면서 곧 절정에 달하겠다는 것처럼 몸을 파르르 떨기 시작했다. 나는 마법구를 들지 않은 손으로 디아나의 허리를 붙잡고 허리를 강하게 앞뒤로 움직이며 그런 디아나의 쾌감을 더욱더 증폭시켜줬다. “하으으으으응읏!” 그리고 내가 디아나의 안쪽 가장 깊숙한 곳에 물건 끝을 꽉 밀착시킨 채로 꾸욱하고 눌러주자, 결국 디아나는 분수를 뿜으면서 그대로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그러면서도 아까 전에 했던 내 말을 지키려는 건지, 몽롱한 시선은 마법구에 그대로 고정시킨 채로. 그리고 꾸욱꾸욱 조여 오는 디아나의 안쪽을 맛보며, 나 역시도 디아나의 안에 그대로 사정했다. “후우…디아나. 좋았어.” “흐읏! 하앙! 하앙! 흐읏!” 내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디아나는 그저 마법구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로 거친 숨을 몰아쉬기만 할뿐이었다. 그런 디아나의 녹아내린 얼굴 표정을 확대 샷으로 충분히 촬영해주고, 나는 마법구를 아래로 내려서 나와 디아나의 연결부위를 담았다. 그리고 사정으로 조금 힘을 잃은 물건을 천천히 뽑아내자, 끈적끈적한 소리와 함께 내 물건이 디아나의 안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런 내 물건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붙잡으려는 듯 꽉 오므라들던 디아나의 음부는, 내 물건이 완전히 빠져나가자 예쁘게 일자로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살짝살짝 수축이완을 반복하면서 음부가 움직였고, 그러는 동안 일자로 닫힌 디아나의 음부 사이에서 새하얀 정액이 주륵하고 흘러나와 일자로 흘러내렸다. 그 모습까지 완전히 영상에 담은 후, 나는 몸을 일으켜 디아나의 가슴 부근으로 올라탔다. 당연히 그에 따라 영상도 위로 움직이며, 다시 디아나의 얼굴을 찍게 됐다. 아까와는 다르게, 영상에 비치는 건 디아나의 얼굴뿐만이 아니었지만. “하앗…아음…쪽…흐음….” 디아나는 내 의도를 이해했는지, 몽롱한 표정으로 숨을 몰아쉬면서도 혀를 뻗어서 애액과 정액으로 흠뻑 젖은 내 물건을 깨끗하게 핥아주기 시작했다. “고마워. 디아나. 그럼 계속해서 듬뿍 찍어볼까?” “흐으읏…!” 그런 디아나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서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는 내 물건을 혀로 핥으면서도 아까완 다르게 기대하는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자네느으으은! 자네느으으으으은!”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역시나 가슴에 느껴지는 가벼운 안마에 눈을 떠보니, 디아나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손바닥 쪽으로 내 가슴을 토닥토닥 마구 두드리고 있었다. “왜 그래 디아나?” “지금! 그걸! 몰라서! 묻는가아아아아앙!” 가아앙! 이라니. 귀여운 척인가?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씩씩대는 디아나의 얼굴이 너무도 새빨갰다. “에이. 왜 그래. 디아나도 좋았으면서.” “조, 좋을 리가 없지 않은가!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이 몸이….” “어제는 딱히 괴롭히지도 않고 서로 알콩달콩 섹스했다고 생각했는데. 안 좋았어.” “우…좋았네만! 그건 좋았네만! 그런 문제가 아니란 말일세에에!”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며, 그 아름다운 은발을 마구잡이로 흐트러뜨렸다. 저런 모습까지 그림이 되다니. 역시 미인은 치사하다니까. “좋았으면 됐잖아. 좋아. 앞으로도 듬뿍 촬영을….” “자네 절대 알고 그러는 것 아닌가아아!” “후훗. 조금?” “후훗이 아닐세! 후훗이이이! 쿠와아앙!” 디아나는 그렇게 귀여운 목소리로 외치면서, 마치 위협하듯 두 손을 위로 높이 들었다. 쿠와아앙 이라니. 야. 네가 아무리 그렇게 해봐야 귀엽게만 보일 뿐이거든. 행여나 다른 사람한테 위협한다면서 그런 짓하지 마라. 뭐, 얘가 바보도 아니고. 당연히 나 말고는 안 하겠지만. “응. 응. 예뻐. 예뻐. 디아나는 최고야!” “그런 대답을 원하는 게 아닐세에! 안 찍을 게지? 하나면 충분하지 않은가?! 응?! 앞으론 안찍을 게지?!” “하핫.” 얘가 무슨 말을. 자기도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게다가 이렇게 남한테 들킬 걱정도 없이, 안심하고 노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수단이다. 한 번 하고 안 할 리가 없잖아? “대답을 하게에에!” 결국 그렇게 나는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을 아침 내내 가슴으로 받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드디어 하루의 휴가가 끝난 바넷사가 식사 준비를 마치고 우리를 부르러 올 때까지. “그럼 다녀올게요.” 그리고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마틸다가 제일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날 향해 그렇게 말했다. “응? 다녀온다니?” “당신은…어제 말했잖아요. 다시 성기사가 되겠다고. 신전에 다녀올게요.” “아니. 그건 아는데, 그게 아니라 왜 내게 인사를 하냐고. 당연히 나도 같이 가야지.” “네, 네에…?!” 내가 그렇게 말하자, 예상외의 기습을 받았다는 듯이 마틸다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반쯤 핑크빛 모드가 됐다. 오늘도 무척이나 쉬우신 추기경님이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47==================== 여신 강림을 위하여 뭐, 하지만 놀라는 것도 이해는 한다. 놀라면서 실비아를 힐끔 본 걸 보면, 마틸다도 내가 조난 후에 실비아하고만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는 걸 신경 쓰고 있는 모양이고. 물론 실비아로도…실비아하고도 놀 거야.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뭘 그렇게 놀라고 그러냐. 내가 널 혼자 밖에 보낼 리가 없잖아?” 안 그래도 원래부터 얘가 밖에 나갈 땐 웬만하면 내가 붙어 다녔던 거다. 게다가 이제는 사도 임명까지 했으니, 나는 당연히 마틸다의 곁을 철저하게 마크할 생각이었다. 마틸다가 나 말고 다른 남자한테 핑크빛 시선을 보내는 모습 따위,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 용납하지 않겠어. “호, 혼자 가겠다는 건 아닌데요….” 그런 사명감이라고도 할 수 있는 굳은 의지를 담아서 마틸다를 쳐다보자, 마틸다는 몽롱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살짝 시선을 레이아에게 던졌다. “그래도야. 나 없이 밖에 다니는 건 용서하지 않겠어.” “네에….” 그런 어떻게 보면 구속한다고까지 생각할 수 있는 이기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마틸다는 오히려 기쁘다는 듯이 몽롱한 시선을 보내며 내 가슴에 살포시 안겼다. 그런 마틸다의 몸을 가볍게 안아주면서, 나는 시선을 식탁의 구석자리로 향했다. “실비아.” “흐이입! 켁! 네, 네헵?!” 힐끔힐끔 선망의 시선으로 이쪽을 보면서 두 손으로 찻잔을 감싸 쥐고 식후의 차를 홀짝이던 실비아는, 갑작스런 내 부름에 마치 날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화들짝 놀라서는 사레가 들렸다. 그러면서도 일단 필사적으로 대답은 했지만 말이다. 아니. 그러니까 넌 너무…. 하아…쟤 진짜로 사도 임명이 가능하기는 한 걸까? 물론 귀엽기는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날이 갈수록 증상이 너무 심해지잖아. 더 나중에 할 줄 알았던 마틸다까지 사도 임명을 했으니, 마음 같아선 쟤도 최대한 빨리 해주고 싶은데 말이야. “너도 같이 갈 거야. 준비해.” “저, 저도 말입니까?!” “응. 왜? 나 따라가기 싫어?” “좋습니다아!” 하여간 부끄러움은 엄청 타는 주제에 저런 건 또 꼬박꼬박 대답 잘 한다니까. “좋아. 그럼 가자.” 내가 손짓으로 이리 온 하고 실비아를 부르자, 실비아가 떨리는 다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내게 조심조심 다가왔다. 물론 그렇게 자기 다리를 컨트롤할 수 있는 것도 잠시뿐이었지만. “흐햐아아아….” 내가 다가온 실비아를 가볍게 품 안으로 끌어안자, 실비아는 역시나 다리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조심해. 괜히 죽이거나 하면 안 돼.” 그 모습을 보고 조금 불안해진 건지, 사라가 기가 막힌다는 말투로 말했다.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사라는 따라오지 않을 모양이었다. 사라 성격이면 분명 자기도 따라온다고 할 줄 알았는데. 내가 실비아를 지목해서 데려가는 걸 보고, 사라도 뭔가를 짐작하고 양보하는 걸까? “죽일 리가 없잖아? 이렇게 귀여운 실비아를. 그지 실비아?” “흐양아아앗! 구, 구, 구워, 구언니임!?” 내가 실비아의 어깨에 얼굴을 올리고 그 부드러운 뺨에 내 뺨을 찰싹 붙인 후 비벼대자, 녹아내리던 실비아가 이번엔 반대로 딱딱하게 굳어져서 진동하기 시작했다. “맨날 그러니까 더 불안한 거잖아. 이 바보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절레절레 고개만 내저을 뿐 그 이상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네. 마틸다양의 전직이라면 굳이 신전을 갈 필요 없이, 자네 힘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런 우리를 보면서, 디아나가 조그만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영상 찍은 게 부끄러워서 식사하는 동안 거의 입을 열지 않았던 디아나였지만, 결국 딴죽을 걸지 않고는 참을 수 없다는 말투였다. “아.” “설마 정말로 깜빡한 겐가?!” “아니. 그게. 마틸다가 너무 자연스럽게 신전에서 전직한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그야 그렇지. 원래 이 세계는 각 직업마다 전직을 위한 방법이 따로 존재하는 모양이지만, 사도 임명을 한 마틸다라면 그런 거 필요 없지. 실제로 레이아도 그런 식으로 전직시켰고. “괜찮아요. 그래도 전 신전에서 할 생각이니까요.” 하지만 변명하는 날 다독여주듯, 마틸다는 그렇게 말해줬다. “응? 그래? 내가 하는 게 편할 텐데? 괜찮아. 어려운 거 아니야.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인걸.” 괜히 내가 깜빡한 걸 커버해주기 위해 복잡한 길을 택하려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해봤지만, 마틸다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결연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뇨. 어차피 신전에서 해야 할 일도 있으니까요.” 저렇게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해야 할 일이라니. 설마 얘…. 아니. 괜히 저주가 풀릴 때까지 질질 끄는 것보다는, 이러는 게 당연한 건가. 하여간 행동력은 있다니까. 아무튼 그런고로 나와 레이아, 실비아, 마틸다는 같이 신전에 가기로 했다. 그러고 보면 왠지 요즘 같이 가는 멤버만 바꿔가면서 신전에 엄청 자주 가는 기분이네. “그래. 그럼 가자. 야. 바넷….” “그럼 디아나님. 전 할 일이 밀려있으므로 이만.” 마틸다와 가는 거니, 당연히 마차는 필수다. 그런 의미에서 당연히 바넷사도 데려가려 했던 나였지만, 바넷사는 내 목소리를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디아나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후 순식간에 자리에서 사라져버렸다. 저, 저 녀석이…. 저건 어제 일이 있은 이후로 어째 더 쌀쌀맞아진 것 같냐. 보통 그렇게 피부를 맞댔으면 좀 더 관계가 돈독해져야 정상 아니야? 그야 의도치 않고 살을 맞대게 된 거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그렇게까지 노력한 걸 봤으면 좀 더 내게 감사를 하란 말이다. “어제 하루 종일 일을 쉬었으니까요. 분명 일이 밀리신 걸 거예요.” 완전히 무시당한 내가 욱한 표정을 짓자, 우리 천사님이 내 팔을 가볍게 안으며 그렇게 날 다독여줬다. 후우…. 우리 천사님이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참아주겠어. 결코 팔에 닿은 부드러운 감촉 때문에 참는 게 아니야. 아무튼 그런 고로, 말을 관리하는 메이드씨 하나를 붙잡아 마차를 타고 우리는 신전까지 오게 됐다. 역시나 신전은 수많은 신도들이, 그것도 남성 위주로 북적이고 있었다. 아니. 전에 비하면 뭔가 여성의 비율이 미묘하게 늘어난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인파를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은 남성의 비율이 많은 게 사실이었다. “마틸다. 넌 나만 봐. 절대로 딴 데 보지 마. 계속 나만 보고 있으면 돼.” “네, 네에….” 마틸다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렇게 말하자, 마틸다는 어미에 하트라도 붙일 기세로 대답하면서 내 얼굴에 완전히 시선을 고정시켜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안심할 수 없었다. 지금부터 저 인파를 돌파해야하는 거다. 웬 시정잡배가 우리 마틸다의 저주를 이용할지도 몰라. “뭘 봐?! 그르르릉….” 나는 주변에 무작위로 위협을 가하면서 천천히 길을 나가았다. “구, 구원씨.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충분히….”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레이아가 살짝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성자님을 보고 감동에 빠져있던 독실한 신자들은, 내 태도에 꽤나 당황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 사람들이 어떤 시선으로 날 보든, 우리 천사님이 말리든, 나는 지금의 태도를 계속 유지할 생각이었다. 그런 것보다 우리 마틸다가 다른 놈한테 핑크빛 모드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해. “아니. 이렇게까지 해야 돼. 레이아도 얘 저주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잖아?” “정말로…마틸다 추기경님이 조금 부럽네요.” “무슨 소리야? 이건 레이아나 실비아를 위해서이기도 하다고. 저 인파를 헤쳐 나가는 도중 웬 놈팡이가 너희 몸에 손이라도 닿아봐. 난 그 녀석을 뼛조각도 남기지 않고 갈아버릴 자신이…으읍.” 내가 살기까지 띄면서 말하자, 레이아가 검지를 세워서 가볍게 내 입술에 맞댔다. “안 돼요. 그런 말씀을 하시면.” “헤헷. 죄송합니다. 천사님.”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마틸다의 허리를 감은 쪽 팔과는 반대쪽 팔로 레이아의 허리를 휘감아서 내게 찰싹 밀착시켰다. 그리고 실비아를 바라보면서 눈짓했다. “실비아.” “우, 우으으읏…네, 네헷!” 내 의도를 깨달은 건지, 실비아는 내 앞으로 와서는 허리에 두 팔을 두르고 찰싹 안겨 와서는 진동하기 시작했다. 역시 실비아야. 마음이 통한다니까. 핑크빛 모드인 마틸다는 둘째 치고, 레이아나 실비아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러는 게 조금 부끄러운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내 품을 벗어나려고 하는 일 없이 내게 밀착해있었다. 아무튼 그런 양손의 꽃, 아니. 전신의 꽃다발 상태로 인파를 뚫고 나가는 우리였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영상의 영향인지 전과 마찬가지로 내가 다가가자 인파를 메우고 있던 남성들은 뭔가 기가 죽은 것처럼 내게 일정 이상 거리를 벌리며 멀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전처럼 모세의 기적이 일어났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왜냐하면 오늘은 왠지 인파에 여성의 비율도 꽤나 있었기 때문이다. “꺄아악! 성자님이야아아!” “어쩜! 어쩜! 나 실물 보는 거 처음이야!” “성자님! 이쪽 좀 봐주세요! 성자니임!” 그리고 그 여성들은, 멀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내 쪽으로 다가와서 내 전신을 여기저기 만져대기 시작했다. “여, 여러분! 죄송합니다! 조금 지나갈…꺄악!” “아, 안 됩니다아아! 마, 만지시면…! 잠시 지나가겠습니다! 기, 길을! 길을…!” “아아…당시인…사랑해요오…아아….” 상황이 그렇게 되자, 뭔가 아까 전하고는 우리 애들과 내 관계가 정반대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게 우리 애들이 달라붙어있는 자세 자체는 변함이 없었지만, 아까는 내가 우리 애들을 보호하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엔 우리 애들이 날 감싸서 보호하고 있는 형태였다. 레이아는 한쪽 손으로 내 팔을 감싸 안은 채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어떻게든 달라붙어오는 여성들에게서 날 지켜내느라 필사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감상을 품는 건 조금 잘못된 건지도 모르겠지만, 꼬리까지 써가면서 필사적으로 여성들을 밀어내려고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귀여우셨다. 그리고 실비아 역시도, 내게 달라붙어서 덜덜 떠는 와중에도 두 팔을 내밀고 마구잡이로 휘저으면서 어떻게든 길을 뚫어보려고 했다. 레이아는 둘째 치고 실비아의 실력이라면 제대로 무력행사를 하면 이정도 인파를 뚫는 건 우습겠지만, 그런 부분은 과연 기사님이라고 할까. 평범한 사람들에게 폭력을 휘두를 수는 없는 모양인지, 어설프게 팔을 뻗어서 휘젓기만 할 뿐이었다. 그냥 나하고 달라붙어 있는 바람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일 뿐인 가능성도 물론 있었지만. 그리고 그 와중에도 마틸다는 역시나라고 할까, 주위 상황 따윈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내 얼굴만 빤히 쳐다보면서 사랑을 속삭이고 있었다. 이쯤 되면 진짜로 그냥 저주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하앗…하앗…하앗…겨, 겨우 도착했네요….” 그리고 그렇게 인파를 헤쳐서 사제들만이 들어올 수 있는 구역에 도달한 후에야, 우리는 겨우 한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안 그래도 사제복을 몸에 착 달라붙게 개조한 우리 천사님이, 이렇게 얼굴을 붉히시고 땀까지 흘리시는 모습을 보니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었다. “흐얏…햐앗…주, 죽는, 죽는 줄….” 그리고 겨우 내게서 떨어질 수 있었던 실비아는, 벽에 허물어지듯 기대고 서서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뭔가 방금 전 상황 때문에 고생한 느낌이 아니지 않냐? 뭐, 그렇게 따지면 옆에 있는 이 분도 마찬가지지만. “자, 여러분 그럼 갈까요.” 내게 떨어져서 핑크빛 모드가 풀린 마틸다는, 아까의 그 태도가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다시 결연한 표정을 짓고는 소피아 대사제의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어머, 레이아. 거기에 여러분도. 안녕하세요. 요즘 자주 뵙는군요.” 그리고 소피아 대사제의 방으로 들어가자, 소피아 대사제도 내가 아까 전에 했던 것과 같은 감상을 말하며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네. 오늘은….” “안녕하세요. 소피아 대사제. 지금 바쁘시지 않다면, 제 전직을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전직…말인가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꺼내는 마틸다의 말을 듣고, 소피아 대사제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저, 다시 성기사가 되기로 했어요.” “과연. 그렇군요. 저주를 풀 확실한 방법도 찾은 지금, 그러는 편이 여러모로 좋겠군요.” 마틸다의 그 짧은 설명에, 소피아 대세제는 상황을 짐작했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시 전후로 한 편 더 올릴 예정입니다. 으찡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48==================== 여신 강림을 위하여 언젠가 레이아가 내게 말해준 적이 있었다. 대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대사제 둘 이상이 지켜보는 앞에서 여신님께 기도를 바쳐야 한다고. 이는 성기사가 되는 것도 마찬가지로, 성기사 둘이 지켜보는 앞에서 기도를 드리면 전직이 된다고 했다. 다만 지켜보는 사람이 꼭 성기사일 필요는 없고, 같은 위치라고 할 수 있는 대사제 둘이 지켜보는 앞에서 기도를 드려도 전직이 가능하기는 한 모양이었다. 애초에 성기사라는 직업 자체가 아무래도 대사제보다는 그 수가 적을 수밖에 없어서, 교황청 같은 곳에서 의식을 치르는 게 아닌 이상 보통은 대사제가 보는 앞에서 전직을 한다고.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마틸다는 소피아 대사제를 찾아가서 그런 식으로 부탁을 한 거였다. 레이아와 소피아 대사제가 있으면 전직의 의식을 치를 수 있으니까 말이다. “사제 계열은 전직하기 상당히 까다롭네.” 뭐, 대사제나 성기사에서 한 단계 더 전직을 하는 데에는 또 다른 사람이 필요 없이 혼자만의 힘으로 기도를 드려서 전직하는 모양이지만 말이다. 그야 그렇겠지. 3차 전직 직업이 그리 흔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추기경인 마틸다 역시도 성직자, 대사제에서 멈춰 있었을 정도니까. 과연 아무리 교황청이라고 하더라도, 3차 전직을 마친 사람이 둘 이상 있기는 한 걸까? 게다가 디아나까지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세계 최고의 마법사라 칭송받는 디아나 역시 3차 전직을 마치고 500레벨 제한의 벽에 막혀 그 이상 전진하지 못했던 모양이니까. 아무튼 그런 고로, 전직의 의식을 하러 레이아와 마틸다, 소피아 대사제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나는 실비아와 단 둘이서 의식이 끝나기를 가만히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 기사 계열 전직도 저렇게 까다로워?” “흐이이익! 아, 아, 안 그렇습니다!” 내가 품에 안은 실비아의 머리에 턱하니 턱을 올리고 물어보자, 실비아는 반쯤 울먹이면서 필사적으로 대답했다. 실은 나, 아까부터 실피아테라피를 만끽 중이라는 말씀. 하아. 이 피부를 자극하지 않는 부드러운 진동이 몸에 스며드는 기분이야. 그 어떤 마사지기를 가져다놔도 우리 실비아만큼의 성능을 자랑하진 못하겠지. “그래? 그럼 기사는 어떻게 되는데?” “기, 기사 말입니까? 기사는 일정 실력을 갖춘 후 주군으로 모실 분에게 기사의 서약을….” “잠깐 기다려. 기사의 서약? 그 말은 즉, 실비아도 누군가한테 그 기사의 서약을 했다는 말이야?” “저, 저는 펠리시아에게….” 내가 살짝 심각한 목소리로 말하자, 실비아가 겁먹은 표정으로 오돌오돌 떨면서 대답했다. 과연. 펠리시아인가. 하긴 그렇겠지. 얘 이래 봬도 왕실친위대고. 펠리시아하고는 소꿉친구고. 뭐, 충분히 납득은 간다. 물론 납득이 된다고 해서 질투심이 안 생기는 건 아니지만. 우리 실비아는 내 건데. “하, 하지만 예전과 달리 최근의 기사 서약은 구속력은 없습니다! 그저 기사로 전직하기 위한 과정이란 느낌이로! 친한 친구끼리 서로에게 기사의 서약을 하는 일도 빈번하게…!” 내가 조금 불퉁한 표정을 짓자, 실비아는 불안한 표정으로 고개를 위로 들어서 내 표정을 한 번 살피더니, 필사적으로 그렇게 변명을 시작했다. 친구끼리 서로에게 말이지. 그 정도면 확실히 주군이고 나발이고 그런 걸 엄격하게 따지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래도 질투나. 실비아는 내 건데.” “흐헤엣….” 하지만 나는 실비아의 변명을 듣고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자 실비아는,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입을 뻐끔뻐끔 거리기만 할뿐이었다. 내가 질투하는 건 어떻게든 달래줘야겠는데, 하지만 한편으론 내가 질투해주는 게 기쁘다는 듯 입 꼬리는 풀리고 있고, 동시에 부끄럽기까지 하고. 이 모든 감정을 얼굴 하나에 담을 수 있다니. 어떤 의미론 이것도 재능이다. 얘 진짜로 날 만나기 전까진 무표정이었다는 거 사실일까? 아니. 물론 나도 처음 만났을 때 직접 눈으로 보기는 했지만 말이야. 이러고 있으면 아무래도 안 믿긴단 말이지. 뭐, 아무래도 좋지만 말이야. 실비아는 귀엽다. 그걸로 충분해. “이렇게 된 이상 실비아가 내거라는 뭔가 확실한 증거를 새겨야 할 것 같은데 말이야.” “즈, 즈, 즈, 증거, 증거! 말입니까아?!” 내가 그 귀에 입을 가져다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속삭여주자, 실비아가 마치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몸을 한차례 강하게 바르르 떨고는 되물었다. 벌써 이렇게 말을 꺼낸 것만으로도 이미 승천할 것 같은 모습의 실비아였다. “응. 그래. 증거. 실비아는 뭐가 좋을 것 같아?” 여전히 실비아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고 있던 나는, 그렇게 속삭여준 후 조심스레 입을 이동하여 실비아의 뺨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히으으읏! 그, 그게, 그러니까! 그게!” 내가 그러면 그럴수록, 실비아의 진동은 점점 더 거세져만 갔다. 이제는 마사지 같은 소리는 당연히 할 수 없는 수준이고, 앉고 있는 의자가 덜컥덜컥 떨릴 정도였다. 그런 실비아를 보면서, 나는 뺨에 가져다댔던 입술로 도장을 찍듯 살며시 뗐다가 눌렀다가를 반복하며 고개를 옆으로 이동시켰다. 그래. 바로 실비아의 입술로. 이대로 키스해버리면 실비아는 또 정신줄을 놔버리겠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은 것도 아니었지만, 마틸다에게 사도 임명을 한 것 때문에 나도 조금 조급한 마음이 생기고 말았다. 조금 강제적이라도, 이런 식으로 익숙하게 만드는 게 좋을지도 몰라. 전에 한 번 실패했던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때는 한 번 강하게 나갔을 뿐 지속적으로 자극을 준 건 아니니까 말이다. 지속적으로 계속 스킨십을 늘려가다 보면, 언젠간 익숙해질지도 몰라. 적어도 사도 임명이 가능한 수준까지 만이라도. “나는 말이지. 실비아.” “네, 네헵! 아읏…!” 실비아의 입술 바로 앞. 거의 1cm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까지 입술을 가져다대고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실비아는 얼마나 당황한 건지 혀까지 씹으며 대답했다. 눈동자가 빙글빙글 돌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사도 인장 같은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야. 네가 내 거라는 증거.”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혀를 내밀어 실비아의 입술을 가볍게 핥아줬다. “히야아아아아아아….” 그러자 실비아가 고음의, 뭐라 형용하기 힘든 소리를 내뱉었다. 그런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나는 그 입술에 가볍게 입술을 맞댔다. 솔직히 도망이라도 갈 줄 알았기 때문에 언제든 붙잡을 준비를 하며 긴장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실비아는 아무런 저항 없이 내 키스를 받아줬다. 다만 내 키스에 호응을 일절 없었고, 호응은커녕 오히려 아무런 움직임조차 없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그냥 도망가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몸이 딱딱하게 굳어있는 건가 싶었지만, 과연 이렇게까지 반응이 없으니까 뭔가 위화감이 들었다. 아니. 그보다 말이야. 입술이 안 움직이는 건 그렇다 치고, 얘 왠지 숨을 안 쉬는 것 같지 않아? “시, 실비아? 실비아! 실비아아아!” 살며시 입술을 떼고 실비아의 얼굴을 바라보자, 실비아는 이미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아니. 관용적으로 쓰는 의미의 그 정신이 없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정신이 아예 사라진 상태였다. 이, 이 녀석! 선채로 죽…아니. 안 죽었어! 숨은 쉬고 있지 않지만 아직 안 죽었어! 그냥 기절한 거야! 나는 황급히 실비아를 바닥에 눕히고, 다시 그 부드러운 입술에 입을 맞춰서 인공호흡을 실시했다. “켁! 켁! 히우으읏! 하앗, 하앗!” 그리고 몇 번의 인공호흡 끝에, 겨우 다시 실비아가 숨을 쉬기 시작했다. 휴우. 다행이다. 여기서 바로 섹스를 해서 힐링 섹스라도 발동시켜야 되는 거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장모님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소피아 대사제의 집무실에서 그런 짓을 하는 건, 아무리 나라도 과연 꺼려지니까 말이야. 그야 물론 정말로 실비아가 위험하면 그런 거 상관 안 하고 할 거지만. 아무튼 다시 숨을 쉬게 된 실비아는, 거칠게 호흡을 반복하면서 천천히 눈을 떴다. “흐아앗…하앗…꾸, 꿈…? 흐아아…여, 역시 꿈인가아….” 그리고 눈을 뜨자마자 곧장 혼잣말로 헛소리를 중얼거리는 우리 실비아였다. 얘 설마 태클 걸어달라고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겠지? “꿈 아니 거든.” “아읏! ……히, 히야아아아아! 구, 구워, 구원니이이임?!” 그렇게 생각하면서 내가 그 이마에 가볍게 꿀밤을 먹여주자, 실비아는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이마를 감싸 쥐고 날 멍하니 쳐다보니 비명을 지르며 팔다리를 파닥파닥 움직여서 순식간에 내게서 멀어졌다. “꾸, 꾸, 꾸, 꾸미! 꾸, 꿈이 아니…!” “너 그래서야 대체 언제 사도 임명 받으려고 그러냐.” “사, 사도오오….” “그러니까 일일이 기절하려고 하지 마! 전에도 한 번 말했잖아!” “네, 네헷! 하, 하지만 직접 말씀하신 것은…!” 사도 임명이란 소리를 듣고 다시 기절하려고 했던 실비아였지만, 내가 가볍게 호통 치자 움찔하고 몸을 떨더니 정신을 차렸다. 아니. 마지막에 말투가 조금 반항적이라고 할까, 억울하단 말투인 걸 보면, 역시 제정신은 아닌 걸지도. “그래도 그게 대충 사도 임명을 뜻한다는 걸 너도 이해하고 있었잖아?” “아으으…그, 그거언…. 하, 하지만 사도…헤헷…사도오 임며어엉….” 야. 말대답을 하든 부끄러워하든 좋아하든 상관없는데 말이야, 뭐 한 가지만 해주지 않겠냐? 그야 헤실헤실 거리는 게 귀엽긴 하지만 말이야. “하여간 너도 참…뭐, 아무리 그래도 네가 그래서야 사도 임명은 평생 무리겠지만 말이야.”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방금 전까지 헤실 거리던 실비아가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충격 받은 표정을 지으면서 날 쳐다봤다. 야.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라. 그래선 마치 내가 괴롭히는 것 같잖아. “뭘 그런 표정으로 보냐. 너 내가 사도 임명할 때 안 죽을 자신 있어? 참고로 우리 애들 전부 사도 임명할 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쾌감에 몸부림쳤다. 나랑 키스를 하는 것보다 백배, 천배는 더 기분 좋을 거라고.” “키, 키스보다도…키스보다도 백배 천배애….” 상상이라도 한 건지, 실비아가 벽에 기댄 자세 그대로 몸을 바르르 떨기 시작했다. “그래. 뭐, 네가 안 죽을 자신만 있다면야 언제든지….” “없습니다아!” 그게 그렇게 힘차게 대답할 일이냐. 이것아. “하지만 받고는 싶지?” “우…네, 네엣….” “그럼 사도 임명을 받아도 죽지 않게 연습을 해야겠지?”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미소를 짓자, 실비아는 앞으로 닥칠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뭔가 예감이라도 한 듯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도 임명을 받고 싶은 실비아는 내 손짓에 다시 내 쪽으로 천천히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후로 어떻게 됐냐고 하면. “다녀왔어요. 무사히 다시 성기사가…당신 뭐했어요?” 무사히 의식을 성공한 마틸다가 힘차게 방으로 들어오다가 멈춰서고 날 황당하단 눈빛으로 쳐다봤다. “아, 어서와. 뭐했냐니?” “시치미 떼지 말아요. 실비아씨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면서, 마틸다는 내 품에서 평안한 미소를 짓고 있는 실비아를 손으로 가리켰다. “그냥 끌어안고만 있었는데?” “그, 그때부터 계속 말인가요?” 방 안에 있는 시계에 힐끔 시선을 줘서 시간을 확인한 후, 마틸다의 안색이 약간 파랗게 질렸다. “괜찮아. 죽지는….”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요!” “구원씨.” “네. 천사님.” 그리고 마틸다에 뒤이어 방으로 들어온 레이아가, 우리 모습을 보고 조용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너무 실비아씨를 괴롭히시면….” 아, 위험해. 혹시 천사님, 조금 진심으로 화나셨나? 지금까지 몇 번이나 천사님이 지적해 오신 걸, 계속 제대로 듣지 않은 게 드디어 폭발했나? “괘, 괜찮다니까. 이것도 다 실비아의 목적을 위해서 실비아의 부탁을 받아서 내가 협력을 해준 것뿐이…그, 그렇지 실비아? 아, 기절했지.” 뭐, 실비아가 내 품에 안겼는데도 그저 평안한 미소만 짓고 있는 거다. 깨어있는 상태일 리가 없잖아. “구우워언씨이…?” 아니. 진짜로 괴롭히는 게 아닌데?! 야. 실비아! 일어나 봐! 야! 자고 있지 말고 우리 천사님한테 해명 좀 해줘!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49==================== 여신 강림을 위하여 “그럼 가볼까.” “…네.” 아무튼 소동이 일단락되고, 나는 마틸다와 함께 방을 나섰다. 오늘 여기 온 목적은 단순히 전직을 위한 게 아니니까 말이야. 전에는 너무 혼란한 나머지 별 말도 못하고 그냥 수긍해버렸지만, 마틸다의 마음을 확실히 깨닫고 사도 임명까지 한 지금은 다르다. 덤벼 보라고 교황님. 우리의 마음은 단단히 이어져 있으니까 말이지. 아무리 교단의 일을 들먹이며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대도, 제대로 담판을 지어보이겠어. 그렇게 굳게 마음을 먹으면서 나는 마틸다와 함께 통신 마법이 설치되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됐다. 아, 참고로 우리 천사님은 기절한 실비아를 보살핀다는 이유로 소피아 대사제의 집무실에 남았다. 사라나 디아나도 그랬지만 말이야, 다들 실비아한테만 너무 대응이 미적지근한 거 아냐? 일단 나랑 자신 이외의 여자랑 노닥거리고 있는 거였으니까, 원래대로라면 질투해야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오히려 나한테 화를 내다니. 아니. 뭐, 확실히 실비아의 저 모습을 보고 있자면 질투하는 것도 바보 같아 질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지. 그리고 화를 냈다고 해도, 우리 천사님이다. 허리를 숙이고 검지를 세운 한 손을 내게 내밀면서, “너무 실비아씨를 괴롭히시면 혼낼 거예요! 에, 에잇!” 라고 말하고 내 가슴을 톡 찌른 게 전부였지만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혼난 게 아니라 포상을 받은 기분이었다. 뭐, 일단 천사님께선 화내고 계신 거니까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런 고로 레이아와 실비아 없이, 그리고 소피아 대사제 역시도 분위기를 파악한 건지 따라오지 않으셔서, 나와 마틸다는 단 둘이서 통신 마법이 설치된 곳으로 향하게 됐다는 얘기다. 소피아 대사제가 허락해줘야 통신 마법을 사용 가능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 부분은 마틸다의 권한으로도 충분한 모양이었다. 과연 추기경님. “네에. 교황청…꺄악! 성자니…!” “교황님께 연결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엣?! 아, 마, 마틸다 추기경님! 안녕하세요! 네, 넷! 바로!” 교황청으로 통신 마법을 연결하자, 모습을 보인 건 전에도 한 번 본적 있는 그 사제였다. 여전히 뭔가 생긴 거랑 다르게 소란스러운 사람이다. 그런 감상을 품으며 조금 기다리고 있자니, 통신 마법의 수정 너머로 교황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 성자님. 설마 이 노인을 이렇게도 빨리 다시 찾아주실 줄이야.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거기에 마틸다 추기경까지. 무슨 일 있는 건가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푸근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교황님이었지만, 역시나 뭔가 미묘하게 압박감 같은 게 느껴진단 말이야. “안녕하세요. 교황님. 실은 저…저주가 풀려도 교황청에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에요.” 하지만 그런 교황의 모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틸다는 인사를 하자마자 곧장 본론을 꺼냈다. 야. 일단 교황님이니까 우선은 인사치레 같은 말도 좀 하고, 그래야 되는 거 아니냐? 하여간 행동력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호오. 돌아오지 않겠다…라는 말은?” “네. 저주가 풀린 다음에도, 성자님의 곁에서 여신님께서 주신 사명을 도울 생각이에요.” “호홋. 과연. 그렇다면, 여신님의 사명이 끝나면 돌아오겠다는 것인가요?” “네, 넷?! 아, 아니. 저기, 그게….” 굳은 표정으로 늠름하게 말했던 마틸다였지만, 교황님의 카운터 한 방에 순식간에 태세를 흐트러트리고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호홋. 이거, 이거. 지금 보니 성자님도 여간내기가 아니셨군요.” “네? 아, 아핫. 그, 그게 말이죠. 아하핫.” 시선을 내게 돌리고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교황님을 보고, 나는 그렇게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역시 이 교황님, 상대하기 엄청 힘들어. “하지만 마틸다 추기경. 당신의 지금 그 마음은 저주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당신도 그 사실은 잘 알고 있는 것 아닌가요?” 그런 날 보고 고개를 한 번 끄덕이신 교황님은, 다시 시선을 마틸다에게 돌리고는 이번엔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을 걸었다. 우와. 미소를 지우고 말하니까 이제는 대놓고 압박감이…. “아뇨. 이 감정은, 절대 저주에 의한 것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틸다는 결연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만약 저주에 의한 감정이라도 다시 한 번 반하면 된다. 전에 내가 말했던 대로 그런 식으로 대답할 줄 알았던 나로서는, 저 대답을 듣고 뭔가 더 벅차오르는 감정을 맛봤다. 지금 느끼는 자신의 감정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태도. 지금의 마틸다는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교황님이 보고 있는 것만 아니었으면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키스라도 해주고 싶을 정도로. “흠. 그런가요. 하지만 마틸다 추기경. 당신이 교황청으로 돌아오지 않는 건, 많은 사람들에게 폐가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교단의 일을 다른 사람에게 떠맡기게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당신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어하게 될지, 잘 알고 있지요?” “네. 알고 있어요. 그래도 전, 구원씨와 함께 여기에 있고 싶어요.” 그렇게 말하며 한층 더 마틸다를 몰아붙이는 교황님이었지만, 마틸다는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정면에서 교황님의 말을 맞받아쳤다. 그리고 얼마동안, 묘한 침묵이 그 장소를 지배하게 됐다. 그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교황님이었다. “후훗.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성자님의 곁에서 여신님의 뜻을 행하는 것에 힘을 보태십시오.” 게다가 그 침묵을 깬 말이, 상당히 예상외의 말이었다. 옆에서 둘의 대치를 지켜만 보고 있던 내가, 무심코 그렇게 딴죽을 걸어버릴 정도로. “엥?! 잠깐! 그걸로 끝이에요?! 그렇게 깔끔하게?!” “흐음? 성자님께선 뭔가 불만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아, 아뇨! 저야 물론 허락 받아서 기쁜데요! 그게 아니라! 이럴 거면 아까 그 묘한 압박감이나 묘한 침묵은 뭐였는데요?!” “흠. 이 늙은이는 성자님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잘 모르겠군요.” 하지만 교황님은 그렇게 시치미를 떼면서 빙긋 웃어줄 뿐이었다. “그럼 아무래도 얘기는 이걸로 끝인 모양이군요. 성자님, 그리고 마틸다 추기경. 안녕히 계십시오. 앞으로도 모쪼록 여신님의 뜻에 따라, 잘 부탁드립니다.” “네. 교황님. 몸조심하시고 건강하세요.” “호홋. 네. 가끔은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해서 찾아와 주십시오.” 황당해하는 날 내버려두고, 둘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담소를 나눈 후에 통신 마법을 종료했다. “…납득이 안 돼.” “당신은 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인가요? 다 좋게 끝났잖아요?” 내 중얼거림을 듣고, 통신 마법을 끝낸 마틸다가 기가 막힌다는 듯이 그렇게 말을 했다. “아니. 불만인 게 아니라 말이야. 이렇게 쉽게 허락해 줄 거면, 대체 지금까지 무게를 잡은 건 뭐였는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 쉽게 허락받았잖아?” “그런가요? 전 제대로 제 감정을 말하면 쉽게 허락해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뭐? 그럼 너 아까 보였던 반응은 뭔데? 여기 오기 전까지만 해도 결연한 표정을 지으면서 엄청 긴장하고 있었잖아? 그건 대체 뭐였는데?” “그, 그거야…. 그렇잖아요. 아무리 저라도 할머니께 그런 보고를 하는 거라고요. 긴장정도는 한다고요.” 내가 따지고 묻자, 마틸다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아하. 과연. 할머…응? 할머니…? “할머니이이이이?! 잠깐만! 그냥 나이 많으신 연장자를 부르는 호칭이 아니라, 피가 이어져있는 그 할머니 말하는 거야?!” “네, 네에…. 설마 몰랐던 건가요?” “알 리가 없잖아! 난 이 세계에…! 그야 좀 오래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알 리가 없잖아! 그럼 뭐야?! 난 모르는 사이에 장조모님이랑 면담하고 있었던 거였어?!” 어쩐지 볼 때마다 묘한 압박감이 느껴지더라니! 그 시선! 손주 사윗감을 보는 시선이었던 거냐!? 헷갈린다고! 난 또 성자의 자질을 파악하려는 교황님의 매의 눈인 줄로만 알았지! “자, 장조모님….” “넌 이제와서 그런 걸로 부끄러워하는 거냐?!” 뭔가 긴장한 게 바보 같아 진 나였다. 아니. 긴장했어야 정상인 자리는 맞지만 말이야. 다른 의미로 긴장해야 됐던 거잖아. 이 기분을 대체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돌아가자.” “허락받은 거니까 좀 더 기쁜 표정을 하라고요. 왠지 저까지 분위기 처지잖아요.” “아, 응. 그래. 그래. 아, 참.” 적당히 대답하면서 방을 빠져나가려 했던 나는, 깜박한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시 마틸다를 정면에서 바라봤다. “뭐, 뭔가요…?” 방금 전까지 기가 차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마틸다였지만, 내가 또 이렇게 정면으로 바라보자 곧장 핑크빛 모드에 들어갈 준비를 하게 됐다. 하여간 너무 쉽다니까. 뭐, 지금은 진짜로 핑크빛 모드가 되게 만들 생각이지만. 나는 마틸다의 몸을 끌어안고, 그대로 그 입술에 입을 맞췄다. “아까부터 키스하고 싶었거든. 너 방금 엄청 예뻤어.” “아아…당시이인….” 내가 그렇게 말해주자, 마틸다는 황홀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마구잡이로 키스를 하기 시작했다. “저기…그런 건 다른 곳에서…솔로 앞에서 그러는 건 그만둬 주세요오…. 뭔가요 이거어…. 혹시 신종의 괴롭힘인가요…?” 그리고 그런 우리 모습을 보면서, 이쪽의 통신 마법 담당 사제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통신 마법이 끊긴 걸 확인하고 들어온 모양이었다. 아, 미안. 아니. 진짜로 미안. “당신…사랑해오오…당시이인….” 그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미안해진 나였지만, 그런 내 마음과는 별개로 핑크빛 모드가 된 마틸다는 내게 키스하는 걸 멈추지 않았다. 야. 저 사제님 진짜로 울 것 같으니까 슬슬 그만두자. 그렇게 마틸다와 계속 있어도 된다는 허락까지 무사히 받고난 우리는, 다시 마차를 타고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참고로 우리가 돌아왔을 때 실비아는 이미 깨어난 상태였기 때문에, 다시 돌아갈 때까지 내게 안기는 처지가 됐다. 강한 자극을 잠깐 주고 마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주면서 내성을 키워보자고 생각했었으니까 말이야. 기절에서 깨어났으니 아까 하던 행위를 계속 해야지. 저택으로 돌아가서도 계속 말이다. 안 그래도 내일은 던전에 갈 예정이고, 조난에서 구조된 이후 제대로 관계를 맺지 못한 건 실비아뿐이기도 하고 말이다. 전에 펠리시아의 기운에 영향 받은 걸 풀어주면서, 제대로 된 행위는 나중에 해준다고 말까지 했었는데. 그동안 일이 너무 많이 생겼다보니 예상보다 너무 오래 걸려서 미안할 정도다. 내가 돌아오자마자 실비아를 불러서 껴안는 모습을 보고 천사님이 또 날 혼내려고 했지만, 다행히 실비아가 스스로 나서서 내 변호를 해준 덕분에 혼은 안 나고 끝났다. 뭐, 천사님한테 라면 혼나도 전혀 상관없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저택에 돌아가게 된 우리였지만, 저택에는 또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이번만은 완전히 내 잘못이다. 이렇게 될 거라고 예상을 했어야 했다. 어째서 이 생각을 못한 거지? 저택에 들어가자, 사라가 엄청나게 정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정원을 빠른 걸음으로 서성이고 있었던 거다. 손에는 전에 줬던 목걸이를 꼭 쥐고서. 그리고 목걸이가 빛나는 순간 무서운 기세로 고개를 돌려서 정문 쪽, 그러니까 내가 있는 쪽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돌진해오기 시작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거 아니냐? 피해야 되나? 아니. 저 달려오는 자세를 봐서는, 내가 피했다가는 담장에 그대로 들이받을 기세야. 빠른 시간에서 결정을 내린 나는, 앞에 끌어안고 있던 실비아를 살짝 옆으로 치우고 두 팔을 벌려서 사라의 돌진을 받아냈다. “크허억!” 그리고 당연하게도, 사라의 숄더 태클을 복부에 제대로 얻어맞은 나는 지면에 대자로 뻗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이정도로 데미지를 입은 거다. 분명 태클을 건 사라도 꽤나 충격을 받았을 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가슴에 자신의 뺨을 마구 비벼왔다. “히잉…구워어언…구워어어언….” 그래. 그래. 네 구원 여기 있다. 그런 사라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정원에 드러누운 채 가만히 그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아마 3시 전후로 한 편 더 올릴 수 있을 겁니다. asfdgads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50==================== 여신 강림을 위하여 우선 변명을 조금 하자면, 잊고 있었던 건 아니다. 당연하잖아. 내가 이 며칠 사이에 사라의 이 증상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당연히 잊고 있지는 않았지. 하지만 말이야. 아침에 내가 나설 때 사라도 배웅을 해줬잖아? 게다가 엄청 자연스러웠잖아? 그러니까 말이지. 뭐, 그런 거다. …미안. 솔직히 말해서 까먹고 있었어. 아니. 그렇잖아? 아침에 배웅해주는 사라의 태도가 너무 자연스러웠잖아? 그야 잠깐 착각 할만도 하다고. 심지어 그 자리에 있었던 전원이, 심지어 그 똑똑한 디아나마저도 아무 말 않고 넘어갔을 정도니까 말이야. 뭐, 디아나는 어젯밤의 여파 때문에 살짝 제 컨디션이 아니어서 그랬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무튼 그런 고로, 사라는 다시 유아퇴행 증상을 보이며 내게 이렇게 달라붙어왔다는 말이다. 그래도 전보다 훨씬 나아지기는 했네. 지금도 어리광을 부리는 목소리를 내고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펑펑 울진 않고 있으니까. 게다가 우리 목적지까지 알고 있었던 거다. 마음만 먹으면 신전까지 찾아오는 것도 가능했을 텐데,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다는 건 역시 증상이 조금은 완화됐다는 걸로 봐도 되겠지. “이제 좀 진정했어?” “응….” 그렇게 드러누워서 얼마동안 사라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고 있어주니, 내 가슴에 자기 뺨을 마구 비벼대던 사라도 불안해보였던 행동들이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했다. 자기가 해놓고 조금 부끄러워졌는지, 뺨을 핑크빛으로 물들이면서 살짝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엄청나게 사랑스러웠다. “하여간. 조금 안 못 봤다고 이렇게 되다니. 넌 대체 날 얼마나 좋아하는 거냐.” “뭐, 뭐야. 뭐 문제 있어?” “전혀 없어.” 내가 그렇게 놀리자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나오며 강한 척을 하는 사라였지만, 그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해주자 또 다시 얼굴을 붉히면서 고개를 옆으로 획 돌려 버렸다. “아무튼 진정 됐으면 이제 슬슬….” 그런 사라에게 피식 웃어 보이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던 나였지만, 사라는 좀처럼 내 위에서 비키려고 하지를 않았다. 새침한 표정을 짓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고 있으니까 눈치 채는 게 늦었지만, 자세히 보니 내 가슴팍을 붙잡은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하여간 얘는 진짜. 겉보기엔 쿨해 보이면서 은근히 제일 손이 많이 가는 성격이라니까. 물론 그게 싫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말이야. “같이 내 방에 갈까?” 레이아와 실비아, 마틸다는 사라를 내게 맡기겠다는 듯이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자리를 비켜준 상황이다. 원래는 지금부터 실비아를 더 철저하게 몰아붙일 생각이었지만, 일이 이렇게 됐으니 그건 다음 기회로 미루도록 하자. “변태. 대낮부터 집에 오자마자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는 그제야 내 위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응? 그냥 같이 차나 마시자는 뜻이었는데? 대체 우리 변태 사라는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말을 하는 걸까? 응? 변태 사라양.” “벼, 변태는 구원이잖아!” 그렇게 서로 투닥투닥 장난을 주고받으면서, 나와 사라는 같이 내 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단 둘이 내 방에 있는 거다. 당연히 할 일이라곤 하나밖에 없었다. 아니. 말해두지만 처음부터 이럴 목적으로 데려온 건 아니었다고. 그냥 순수하게, 사라가 진정될 때까지 같이 있을 생각으로 데려온 것뿐이었다고. 하지만 말이야. 생각을 해봐. 이렇게 예쁜 애랑 단 둘이서 계속 껴안고 있었던 거야. 그것도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실컷 풍기면서 노닥노닥. 그야 그런 분위기도 돼버리는 게 당연하잖아? 날 잘못 없어. “애초에 말이야. 왜 아침에 얘기 안 해준 거야. 너무 자연스러워서 깜빡 해버렸잖아.” 아무튼 그런 고로.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후, 알몸이 된 사라를 품에 안고 나는 그제야 그런 질문을 던졌다. 참고로 말하자면 당연히 나도 알몸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내 물건은 아직도 사라 안에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하앗…하앗…그걸 이제 와서 묻는 거야?” “아니 뭐…궁금하잖아. 넌 알고 있었던 거지?” 아무리 그래도 당사자인 사라가 까먹었을 리도 없으니 말이다. 사라가 대체 어떤 생각으로 날 따라오지 않은 건지 궁금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당연하잖아.” “그럼 어째서?” “그, 그거야…그게….” 내 품에서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사라였지만, 내가 재차 질문하자 대답하기 조금 곤란하다는 듯이 뺨을 붉히고 얼버무렸다. 아니. 뺨은 원래부터 붉었나. 후훗. 내가 힘 좀 썼지. “그게?” “차, 참을 수 있을 줄 알았으니까.” “…야. 바보야.” “구, 구원한테 바보라고 듣고 싶진 않거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얼마 전까지 그렇게 고생했으면서 그게 그렇게 쉽게 참아질 리가 없잖아.” “하, 하지만 목걸이도 받았고! 행복했으니까 괜찮을 줄 알았단 말이야! 조금 성과도 있었고….” “성과라니?” “그러니까 그게…여, 연습….” “연습? 너 혹시 나한테서 멀리 떨어지는 연습 같은 것도 했었냐?” “그, 그래! 뭐 잘못 됐어?! 연습할 때는 제대로 참을 수 있었단 말이야!” 내가 조금 황당한 목소리로 말하자, 부끄러워하던 사라는 이제 아예 정색을 하면서 그렇게 외쳤다. “구원이 다른 여자 만날 때마다 계속 따라가야 하는 것도 싫고! 그리고! 계속 폐를 끼치게 되는 것도 싫고…으으…이래서 말하기 싫었는데….” 그리고 기세를 살려서 그렇게 외치던 사라는 결국 점점 목소리에 힘이 빠지더니, 내가 능글맞게 웃고 있는 걸 보고는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리면서 부끄러워했다. 야. 부끄럽다고 남의 가슴을 때리지 마라. 뭐, 이번엔 손에 마나를 두른 것도 아니니까 데미지는 전혀 없었지만. “폐라니. 난 그렇게 생각 안 해. 우리 예쁜 사라가 따라다니는 데 무슨 폐가 되겠어.” “내가 계속 이런 상태면 앞으로 영원히 레이첼씨랑 관계 맺긴 힘들 텐데?” “…….” “야! 구원! 멋진 척 할 거면 좀 끝까지 하는 게 어때?!” 아니. 미안. 진짜 미안. 내 생각이 좀 짧았어.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그렇네. “크, 크흠! 물론 그래도 전혀 상관!” “이제 와서 그래도 늦었거든!” 그렇게 말하면서도, 사라는 별로 화나지는 않았는지 새초롬한 표정만 지을 뿐 그 이상 별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벌써 저녁 시간이네….” “그러게. 꽤나 오래 있었네. 왜? 나랑 떨어질 생각 하니까 아쉬워? 레이아한테 바꿔달라고 하고 싶어?” “바보! 염치없게 그런 부탁을 몇 번이나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벌써 레이아한테는 몇 번이나 폐를 끼쳤으니까.” “과연. 나랑 떨어지는 게 아쉽다는 건 부정하지 않는다는 거군.” “이, 이게 진짜!” “아야! 야! 때리지 마라. 넌 꼭 할 말 없으면 때리더라.” “구원이 맞을 만한 짓을 하니까 그러잖아! 아프지도 않은 주제에.” 뭐, 확실히 안 아프지만. 이제 와서 사라의 이런 행동은 가벼운 스킨십 같은 거다. 디아나의 토닥토닥이랑 비슷한 거라고 할까. 손에 마나만 안 담으면 이렇게 귀여운 행위인데 말이야. “아무튼 그게 아니라, 실비아한테 조금 미안해져서.” “응? 실비아?” 갑자기 사라가 이 타이밍에 실비아의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기 때문에, 나는 일순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구원 원래 오늘은 실비아랑 같이 있을 셈이었던 거지? 내일은 던전에 간다고 하기도 했고.” “그거야 뭐…하지만 사라가 미안해할 건 없잖아. 실비아도 별로 원망하지 않을 거야.” 오히려 생명의 위기에서 벗어나서 안심하고 있을지도…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닌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실비아 걔도 나랑 있는 걸 즐기고 있으니까. 하지만 사라가 미안해할 거 없다는 건 진심이다. 미안해할 사람은 사라가 아니라 나지. 원래는 실비아랑 같이 있을 거라고 계획해 놓고는 결국 분위기에 휩쓸려서 사라랑 이러고 있는 거니까. “바보. 원망을 안 하니까 더 미안한 거잖아. 게다가 아직 실비아만 안아주지 않은 거잖아? 안 그래도 실비아만 아직 사도 임명을 안 해줘서 소외감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과연 안 그런척 하면서 은근슬쩍 남 신경 잘 써주는 사라답다. 유아퇴행 증상 때문이라지만 요즘 계속 내 곁을 졸졸 따라다닌 만큼, 내가 실비아만 안지 않은 것까지 파악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사도 임명 문제까지 걱정해주다니. “괜찮아. 네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그렇게 신경 쓰이면 던전에 가는 걸 하루 미루고 내일 하루 종일 실비아랑 지내지 뭐.” “바보. 그러면 또 실비아가 다른 사람한테 미안해할 거 아니야. 실비아는 구원이랑 다르게 섬세하단 말이야.” 야. 믿기진 않겠지만 일단 나도 섬세하거든? …그래. 솔직히 이건 내가 생각해도 좀 무리수가 심하다. 무신경해서 죄송합니다. “어쩌면 좋지…. 그래! 으응…하지만…. 으응…. 으응!” 사라는 혼자 고민에 빠져서는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네가 고민할 필요 없다니까 그러네. 하여간 얘도 성격이 너무 착해서 문제라니까. 그런 사라의 고민을 없애주기 위해서, 나는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그래. 솔직히 말해서, 위에서 벌거벗은 사라가 요염한 목소리로 끙끙거리고 있으니까 조금 흥분했습니다. 아니. 요염한 목소리라는 건 그냥 내 기분 상 그렇게 들린 것뿐일지도 모르지만. “하앙! 바, 바보! 뭘 갑자기 움직이는 거야?!” “아니. 그게, 저녁 시간 전까지 한 번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금 그런! 하응!”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엔 내 움직임에 맞춰서 같이 허리를 흔들어주는 사라였다. “하아…진짜 바보….” 뭐, 그 이후엔 저녁 식사를 먹으러 가는 내내 나한테 불평을 늘어놓기는 했지만. “실비아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그런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나는 바넷사의 뒤를 쫓아 식당으로 향했다. 참고로 바넷사 얘는 아직도 날 완전히 무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젠 불러도 대답조차 안 할 정도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지 않냐? 저번 사건은 분명 나에대한 호감도가 더 올라갔으면 올라갔지 떨어질 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애초에 발정하게 된 원인부터 펠리시아였으니까,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 거고 말이야. 하여간 바넷사 얘도 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니까. 아무튼 그런 고로, 식사를 마친 나는 곧장 실비아를 따로 불러냈다. 간단한 확인을 위해서 말이다. 때문에 레이아에게는 오랜만에 큰 욕실에서 씻고 오도록 말을 해놓았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아?” 이 시간에 내게 따로 불린 일이 없는 실비아는, 평소보다 훨씬 더 긴장한 모습으로 오들오들 떨면서 내게 질문을 했다. 평소에도 그렇게 떠는데, 평소보다 더 긴장한 모습이란 건 대체 어떤 모습이냐고? 나랑 서로 방의 반대편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벽에 찰싹 달라붙어서 등을 보이고는 오들오들 떨고 있는 모습이다. 하는 짓만 보면 마치 지금부터 겁탈이라도 당할 것 같은 가련한 모습이다. “일단 먼저 사과부터 할게. 미안하다. 원래는 내일부터 던전에 가기로 했으니까 오늘 중에 널 안아줄 생각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네, 네헷….” 내가 그렇게 고개를 숙이자, 실비아는 아까보다 살짝 긴장을 풀면서 고개를 끄덕여줬다. “그래서 말인데,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 너 괜찮냐? 그…참기 힘들어졌다든가 하지 않아? 전에도 한 번 말한 적 있지만, 너 못 참게 되기 전에 나한테 꼭 말해야 한다? 네가 못 참겠으면 던전에 가는 걸 미루고라도 내일 너랑 있어줄 테니까….” “괘, 괜찮습니다! 그렇게까지 해주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역시나 사라의 예상대로 실비아는 극구 사양을 했다. “아니. 하지만 너….” “저, 정말로 괜찮습니다! 그게! 성에서 한 번 해주셨고!” “그땐 애무뿐이었잖아. 그것도 고작 한 번. 그런 걸로 제대로 해소가 될 리가 없잖아. 안 그래도 넌 자위도 불가능한 몸이니까 더욱더….” “저, 정말로 괜찮습니다!” “아니. 하지만….” “그, 그게! 오, 오늘 신전에서…! 며, 몇 번이나…흐아아아….” 내가 끈질기게 그렇게 말하자, 실비아는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서 두 손으로 새빨갛게 물든 얼굴을 감싸 안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응? 오늘 신전에서? 몇 번이나? 그 말은 즉…. 그래. 내가 스킬을 쓰지 않는 이상, 얘가 쾌감을 느끼는 원리는 정신적인 쾌감이니까. 과연. 그런 것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건가. 어쩐지 돌아오는 길에 마차에서 내가 허벅지 위에 앉히려고 하니까 필사적으로 거부하더라니. “그, 그러냐…크흠. 아무튼 그럼 내일 던전에 가는 것도 아무 문제 없다는 거지?” “네, 네헤엣….” 그렇게 힘없이 대답하는 실비아는, 거의 죽고 싶단 표정이었다. 응. 왠지 미안. “그래. 그리고 다시 한 번 미안해. 돌아와서는 널 최우선으로 하루 종일….” “그, 그건 정말로 괜찮습니다아! 죽습니다아아!” 아니. 그러니까 그런 걸로는…아, 오늘 숨도 잠깐 멈췄었나. 괘, 괜찮아! 섹스할 땐 힐링 섹스도 발동되니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51==================== 여신 강림을 위하여 던전에 다녀와서 최우선으로 안아주겠다고 한 제안도 필사적으로 거부한 실비아는, 결국 내가 가볍게 입술을 맞대는 소프트 키스를 해주자 혼비백산하면서 도망 가버렸다. 낮에는 그런 부분까진 신경을 안 쓰고 있었으니까 몰랐지만, 내 키스 한 방에 바르르 떠는 걸 보면 정말로 느낀 건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정신적 쾌감만으로 절정을 느낄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너무 쉽게 느끼는 거 아니냐? 물론 처음 만났을 때랑 비교하면 레벨 차이가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실비아의 레벨은 193. 내 레벨은 154. 여전히 레벨 차이가 40 가까이나 나는데 말이야. 어쩌면 내가 레벨 업을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냥 실비아에게 삽입한 채로 무작정 키스만 퍼붓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니. 만약 그런 짓을 했다가는 확실하게 실비아가 죽겠지만. 아무튼 그런 고로, 실비아와 잘 얘기를 나누고 돌려보낸 나는 방 안의 욕조에서 몸을 씻은 후 침대에 편하게 드러누워서 레이아를 기다렸다. “기다리셨죠?” 오랜만에 따로 씻고 온 레이아는, 또 다시 목욕가운 하나만 걸친 섹시한 차림으로 내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붉게 상기된 피부.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 그리고 고작 목욕가운 따위로는 도저히 다 가릴 수 없는 거대한 흉부의 언덕. 그리고 무릎 위 20센티미터까지 올라가있는 목욕가운의 밑단. 언제 봐도 훌륭하다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는 모습이다. 물론 레이아와 같이 씻는 건 언제나 행복하지만, 이 모습을 위해서라도 가끔은 이렇게 따로 씻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구원씨….” 레이아는 평소와 달리 어딘가 모르게 살짝 도발적인 느낌이 드는 미소를 지으면서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런 레이아를 보고 내가 상체를 일으켜 침대 위에 앉자, 레이아는 침대 위에 살며시 손을 올려놓더니 마치 고양이처럼 네 발로 천천히 침대 위를 기어서 내게 다가왔다. 아니. 레이아는 고양이 같다는 묘사보다는 여우같다는 묘사가 어울리나? 아무튼 안 그래도 다 닫히지 못해 대담하게 드러나 있었던 가슴부분이, 이렇게 엎드린 자세를 취하니 더더욱 강조 되어서 눈을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게다가 한 걸음 한 걸음 내게 다가올 때마다, 두 개의 커다란 봉우리가 서로 진자운동을 하듯 부딪히면서…사실 레이아하고도 할 말이 있었는데, 눈앞에서 천사님이 이렇게 섹시한 모습으로 유혹해오시니 점점 이성이 사라져가는 기분이었다. 레이아는 그렇게 내게 완전히 다가와서는, 내 가슴에 손을 얹고 자신의 상체도 완전히 내 가슴에 밀착시켜왔다. 레이아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붉은 건, 절대 그냥 몸을 씻고 와서 상기된 것만이 이유는 아니겠지. 레이아는 한 번 더 유혹하듯이 도발적인 미소를 지어보인 후, 내 입술에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맞댔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이렇게 입술 끝의 감촉부터 레이아의 품성을 나타내주는 것 같았다. “…실비아씨의 맛….” 그러고 나서 중얼거린 말에는 살짝 소름이 돋았지만 말이다. “아, 음…그, 그게 말이지? 레이아? 딱히 엄한 짓을 했다든가, 그런 게 아니라 말이야….” “아, 네, 넷. 알아요. 냄새도 전혀….” 아니. 더 무서운데요. 내 심정을 눈치 챘는지, 레이아는 내 얼굴 가까이 코끝을 가져다댄 채로 킁킁하고 귀엽게 냄새 맡는 시늉을 하다가 화들짝 놀라서 떨어졌다. “아, 아뇨! 그,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 그, 그게! 구, 구원씨? 오늘도 저한테 스킬을 쓰시는 거죠?” 반응을 보아하니 아까 실비아의 맛 운운부터 시작해서 전부 저도 모르게 무심코 나온 말일뿐, 날 책망할 의도로 한 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레이아는 다시 분위기를 잡고는 아까보다는 조금 더 어색하게 느껴지는 섹시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날 유혹하려 했지만, 분위기가 깨진 걸로 인해서 나도 그 전에 레이아와 할 말이 있다는 걸 다시금 상기해낼 수 있었다. “레이아.” “네, 네에…구원씨.”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있지?” “읏…!”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레이아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하여간 거짓말이나 뭐 숨기는 건 엄청나게 못한다니까. 뭐, 그러니까 천사님이지만. “나한테 말 못할 얘기야?” 계속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내가 별 생각도 없이 대충 살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이래 봬도 우리 애들에 관한 일이라면 상당히 주의 깊게 관찰에 관찰을 거듭하고 있으니까 말이야. 어제 마틸다가 여신 강림을 배울 수 없다고 말했을 때부터 뭔가가 좀 이상했다. 그래도 그때는 그냥 기분 탓인가 하고 넘어갔었다. 하지만 오늘 낮에, 실비아를 기절시킨 걸 보고 레이아가 귀엽게나마 꾸중을 하는 걸 보고 또 한 번 위화감을 느꼈다. 물론 충분히 지적하고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은 맞았다. 거기다가 실비아에 대한 질투심까지 섞인 거면 더더욱. 만약 날 꾸중한 게 레이아가 아니라 다른 애들이라면 난 절대 이상하다고 생각 안 했을 거다. 하지만 그 레이아가, 내가 하는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그 레이아가, 내가 변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볍게나마 꾸중을 한 건 뭔가가 이상했다. 질투심도 섞여서 그랬다고? 물론 레이아도 사람이니까 질투를 하기는 하겠지.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아니다. 레이아가 이런 식으로 질투심을 표출하는 경우는 장담컨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레이아가 질투심을 표출하는 경우는, 정말 참기 힘들어질 정도로 화가 났을 때뿐이다. 예를 들어 레이첼 누님을 허락받을…뭐, 지금 그 얘기는 됐어. 아무튼 거기에 더해 지금의 반응까지. 이유가 어찌 됐든, 레이아와 이렇게 자기 직전에 실비아와 키스를 한 건 사실이다. 즉, 레이아가 화를 내거나, 하다못해 조금 질투하는 반응을 보여도 괜찮을 상황이었다. 물론 레이아의 성격상 그러지 않을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다면, 나한테 괜찮다고 다독이기라도 한 다음에 넘어가려고 해야 했다. 하지만 레이아는 날 다독이는 것보다, 관계를 서두르는 것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것도 스킬을 쓰라고 말하면서. 다시 말해 구미호 상태를 컨트롤의 실마리를 얻기 위한 행위를 종용하면서. 전에는 분명 아무리 구미호 컨트롤을 위해서 라고는 하지만, 내가 스킬을 쓸 때마다 지독하게 흐트러지는 자신이 부끄럽다는 감정이 더 큰 것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나도 레이아가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걸 눈치 챘다는 거다.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으니까 꽤나 내가 늦게 눈치 챈 것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지만, 장담하는데 내가 아닌 다른 놈들이었다면 알아채지도 못했을 거야. 실제로 나 말고 다른 애들은 레이아의 행동거지에 별 위화감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고. “아, 아뇨…그런 건…죄송해요…숨겨서….” 내 질문을 받은 레이아는, 이제 내게 숨기는 걸 포기한 표정으로 힘없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별로 탓하는 건 아닌데 말이야. 그 거짓말 못하는 레이아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아닌 척하며 숨기려고 한 거다. 분명 뭔가 이유가 있으니까 그렇게 한 거겠지. 뭐, 그래도 캐낼 거지만 말이야. 레이아가 뭘 두려워해서 숨긴 건지는 몰라도, 난 전부 받아줄 자신이 있으니까. “그럼 얘기해줄 수 있지?” 솔직히 말해서, 레이아가 뭘 숨기는 건지는 대충 예상이 됐다. 그야 그렇잖아. 뻔한 거 아니겠어? 하지만 레이아의 입에서 직접 듣고 싶었던 나는, 그런 식으로 레이아 스스로 털어놓도록 유도를 했다. “…실은 말이죠. 구원씨. 저, 제가 왜 여신님을 강림 시킬 수 있었는지 알 것 같아요.” 역시나 그 얘기였나. 레이아의 고백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계속 하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저…예전에 대사제님께서 제 치료를 시험해보셨다고 했던 거, 기억하시나요?” 레이아는 이제 와서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언급하는 게 죄송하다는 듯, 거의 죽고 싶단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만약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절대 다른 남자한테 자기 몸 털끝 하나 만지지 않게 하고 싶다는 표정. 괜찮아. 그런 생각만으로 충분해. “그럼. 레이아가 한 말을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지.” 그런 마음을 담아서, 나는 레이아의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며 속삭였다. “그때…그때 대사제님께서 제 옷을 벗기시려 했던 이후로는 아무 기억도 나지 않지만…정신을 차려보니 대사제님은…흐윽….” 말하는 게 점점 고통스러워졌는지, 레이아는 살짝 눈물을 보였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아니에요. 저, 저는…제가 너무…이런 얘기를 할 때는 대사제님의 죽음을 슬퍼해야 정상인데…전 구원씨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죄송스러워서…저…나쁜 사람인 걸까요…?” “그럴 리가 있나. 오히려 너무 착해서 탈이라고. 장담하는데 레이아가 나쁜 사람이면 이 세상에 나쁘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거야. 레이아의 지금 감정은 당연한 거라고. 괜찮아. 괜찮으니까. 힘들면 굳이 얘기 안 해도….” 어차피 대략 어떤 사정인지 내용은 짐작하고 있는 거다.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얘기를 그만 끝내려고 했지만, 레이아는 젖은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흔들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계속…계속 하게해주세요. 대사제님이 그렇게 돌아가신 이후…전 이전에 비해 회복 마법의 효과가 상승했어요.” 즉, 레이아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거다. 정기를 흡수해 죽이면서, 그 대사제의 능력을 자신이 빼앗은 건지도 모른다고.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의 내용이었다. 뭐, 흔한 얘기니까 말이다. 정기를 흡수하면서 남의 능력도 같이 흡수한다든가. 이런 판타지 세계관 보다는 무협 세계관에서 흔한 내용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흡정대법이라든가. 아무튼 그런 거라면, 레이아의 스킬 중 버프 계열을 제외하고 회복 계열만 유독 높았던 것도 이해가 됐다. “그 대사제란 사람. 던전 같은 덴 전혀 안 다니는 타입이었지?” “네, 네에…아, 하지만 만약 여성이었다면 분명 성녀 후보가 됐을 거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로 유능한….” 레이아는 내 말에 긍정하면서도, 내 앞에서 다른 남자를 칭찬하는 게 미안한 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불안한 눈초리로 날 쳐다보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야. 고작 그런 걸로…그야 질투는 나지만! 우리 천사님 입에서 다른 놈팽이 얘기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질투는 나지만! 그래도 죽은 놈이니까. 죽은 놈한테까지 추하게 질투할 정도는 아니다. 아니. 살아있는 놈이라도 마찬가지야. 아무리 그래봤자 결국 우리 천사님한테는 내가 최고니까. 그정도 믿음은 있다고. 아무튼 이 또한 예상대로, 그 대사제란 녀석은 던전에 다니는 타입이 아니었다. 즉, 방어력을 올려주거나, 공격력을 강화해 주거나, 그것도 아니면 일정 이상의 데미지를 차단해주거나 하는 식의 버프 마법을 배울 필요가 전혀 없는 녀석이었단 거다. 그야 당연히 스킬을 쓸 일이 있다고 해봐야 회복마법 정도밖에 쓸 일이 없겠지. 그리고 여성이었다면 성녀 후보가 됐을 거라는 말이 결정적이었다.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지금까지 여신 강림은 성녀만이 쓸 수 있다고 전해져온 거잖아? 그리고 그 여신 강림을 배우는 조건은 성기사의 신앙심이나 대사제의 신앙심이 만렙일 것. 그리고 실제로 성녀 후보였던 마틸다도 성기사의 신앙심이 만렙만 아니다 뿐이지, 자기 레벨 치고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스킬 레벨을 가지고 있었다. 즉, 여기 교단 사람들은 패시브 스킬의 존재를 모르면서도 대사제의 신앙심이나 성기사의 신앙심이 높은 사람을 은연중에 알아차리고 그런 사람을 성녀 후보로 만들어왔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레이아가 대사제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부터 대사제의 신앙심이 만렙이었던 것까지 모든 게 완벽히 설명이 된다. 과연.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하지만 그런 거라면 그냥 처음부터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설마 다른 남자와의 관계 얘기를 꺼내기 싫어서 말 안했던 거야?” “그, 그것도 있지만…구원씨…정말 아무렇지도 않으신 건가요?” 침울해 보이는 레이아를 위해 일부러 살짝 가벼운 말투로 그렇게 말하자, 레이아가 여전히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되물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쪽지로 구원을 만나기 전에 레이아에게 죽은 남자들에 대한 질문이 왔습니다. 아마 본편에는 안 나올 것 같으니 여기에도 대답을 써보자면, 레이아가 구원을 만나기 전에 죽은 남자들은 키스로 정기가 빨린 게 아닙니다. 레이아는 피부로도 정기 흡수가 된다고 밝혀졌죠. 구원 이전에 정기가 빨린 남자들은 속박당한 상태로 입안에 손가락을 넣고 휘저어지며 그 상태로 아무것도 못해보고 정기가 빨렸습니다. 구원에게 처음부터 키스를 해준 건 어디까지나 변덕. 구원이 만져준 게 기분 좋아서였기 때문입니다. 그 전 남자들은 옷을 벗기기도 전에 구미호가 되어서 아무런 쾌감도 주지 못했거든요. 준치fish // 우선은 주인공과 실비아의 레벨만 썼습니다. 근시일 내에 다른 캐릭터 레벨도 본문 중에 자연스럽게 나오도록 써보겠습니다. 552==================== 여신 강림을 위하여 “뭐가?” 아무렇지도 않냐니? 내 앞에서 다른 남자와의 그런 얘기를 한 거 말고, 또 뭐 문제될 게 있었나? 내가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자, 레이아가 반쯤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지만…하지만 전…정기 흡수를 통해 다른 사람 능력을 흡수할지도 모르는 거라고요?!” “그게 왜? 어차피 레이아는 나하고만 자잖아. 아무한테도 피해를 안 준다고.” “그렇지 않아요! 구원씨에게 피해를 주게 되잖아요!” “아니. 내 스킬은 흡수 안 됐어.” 과연. 그걸 불안해했던 건가. 하여간 레이아도 바보 같기는. 대체 왜 그런 걸 불안해하는 거야? 울먹이는 레이아를 보고, 나는 그렇게 말해줬다. “…네에?” “레이아. 내가 네 스킬을 전부 볼 수 있다는 걸 잊은 거야? 걱정 마. 흡수 안 했어. 아니. 만약 흡수했다고 하더라도 나는 전혀 신경 안 써. 뭐야. 레이아는 자기가 내 스킬을 빨아들이니까, 내가 그걸로 레이아를 싫어하거나, 레이아와의 관계를 꺼려하게 되거나 뭐 그럴 줄 알았어? 그럴 리가 없잖아. 오히려 레이아가 나랑 안 잔다고 하면 지금 당장 울 자신 있어.”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일부러 시선을 내려서 레이아의 가슴골을 힐끔 쳐다봤다. 그럼. 당연히 울어야지. 울며 빌어서라도 무조건 관계를 회복하고 말테다. 그리고 레이아의 스킬창에 내 스킬들이 전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오늘 레이아의 스킬은 어제 여신 강림 실패 사건 때문에 꼼꼼히 살펴보기도 했고, 그게 아니더라도 만약 내 스킬을 빨아들였으면 눈치를 못챌 리가 없다. 레이아의 스킬창은 깔끔하게도 사제와 대사제 탭밖에 없었으니까. 아니. 그러고 보니 대사제의 스킬을 빨아들인 거면, 사제일 때도 대사제 탭이 있었어야 했잖아. …있었던가? 으음…. 기억이 안 난다. 어쩌면 그 직업을 배워야 활성화 된다든가? 아니면 정기 흡수로 완전히 죽여야 스킬을 흡수한다든가? 뭐, 아무렴 어때. 어차피 레이아는 나하고밖에 안 잘 건데. 그리고 내 스킬도 딱히 레벨이 줄어있거나 한적은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 스킬창은 꽤나 자주 봤으니까 말이야. 스킬이 레벨이 줄어있거나 했으면 아무리 나라도 눈치를 챘을 거다. 내가 레이아랑 대체 얼마나 오래 관계를 맺어왔는데. 지금까지 그런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앞으로도 내게 피해는 없을 거라는 거다. 뭐, 솔직히 레이아에게라면 스킬 레벨 조금 빨려도 전혀 문제없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그까짓 스킬 레벨. 다시 올리면 그만이지. 나한텐 그런 것보다 레이아와의 관계가 훨씬 소중해. “구, 구원씨…. 구원씨도 차암….” 감동받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레이아는, 내가 정말로 엉엉 우는 척을 하려고 하자 물기 어린 목소리로 피식 웃으면서 꼬리로 가볍게 내 허벅지를 쓰다듬어줬다. “너무 그렇게 착하시면….” “왜? 새삼 다시 반했어?” “으응…. 그건 불가능해요. 이 이상 반할 수는 없거든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 내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해왔다. 그리고 다시 입술을 뗀 후, 눈가에 살짝 고인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장난스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무 그렇게 무작정 착하기만 하시면, 언젠가 손해 볼지도 몰라요?” 내가 언제나 레이아한테 하는 말을. “걱정 마. 내가 착한 건 너희를 상대할 때뿐이거든. 이래 봬도 실은 극악무도한….” “후훗. 구원씨는 인상부터 너무 좋으셔서 아무리 그래봤자 안 무서워요.” …아니. 레이아. 그건 좀 콩깍지가 많이 씐 것 같은데. 나 진짜로 그렇게 좋은 놈은…앞으로 조금만 더 착하게 살자. 아니. 지금 천사님한테 감화될 때가 아니잖아. 그야 물론 착하게 사는 건 좋은 거지만 말이야. “그리고, 레이아한테라면 손해 봐도 전혀 문제없는 걸? 뭣하면 스킬도 전부 빨려도 상관없어. 성자 스킬을 쓰는 레이아한테 당하면 그건 그것대로…흐흐….” “정말! 구원씨도 차암! 엉큼하세요!” 내가 그렇게 말하며 은근슬쩍 레이아의 눈가에 고인 눈물을 닦아주자, 레이아는 그제야 활짝 미소를 지으며 아까보다 조금 강하게 내 허벅지를 꼬리로 톡 건드렸다. 그리고는 이번엔 그 꼬리를 떼지 않고, 그 끝을 마치 붓처럼 움직이면서 내 허벅지를 간질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시다니…이렇게 된 이상 굳이 성자 스킬까지 없더라도 충분히 만족시켜드릴 수 있다는 걸 증명할 수밖에 없겠네요.” 그리고는 아까완 다르게 전혀 다른 의도 없이 순수하게 날 유혹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밀어붙여왔다. 그날 밤, 레이아는 내게 한 번도 스킬을 써달라고 하지 않았다. 나도 구미호 상태의 확인이고 뭐고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순수하게 레이아와의 관계를 즐겼다. 그리고 덤으로, 레이아는 자신에게 성자 스킬이 없어도 충분하다는 걸 제대로 증명해냈다. 천사님. 끝내줬어요. 사랑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식사를 마친 우리는 예정대로 던전에 가기 위해서 각자 준비를 끝마치고 저택의 로비에 모였다. 우리 애들한테는 미리 말을 해둔 덕분에, 필요한 물품은 어제 바넷사를 시켜서 전부 준비를 해둔 모양이다. 어제 바넷사가 바쁘다고 했던 건 일단 사실이었다는 말이다. “바넷사. 수고….” “그럼 디아나님. 이걸로 전 이만.” 뭐, 여전히 나랑은 눈도 안 마주치려고 하지만. 뭘까. 이 가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각은. 뭐 좋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던전이 우선이지. 던전이. “이제야 온 거냐!” 아무튼 그렇게 길드 앞까지 온 우리였지만, 거기엔 마치 우릴 기다렸다는 듯이 서있는 아는 얼굴들이 있었다. 바로 아라크네 클랜의 간부 앨리시아와, 그 외 떨거지 삼인방이었다. 뭔가 인사부터 이상하지 않냐? 얼마 전에 그런 식으로 헤어져놓고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 모습은…뭐, 앨리시아니까 그렇다 쳐도 말이야. 아무튼 그런 앨리시아를 보고, 우리 애들은 곧장 뭔가 경계하는 자세를 취했다. 하핫. 역시 내 처음을 가져간 상대는 반사적으로 경계하게 되는 건가? 하여간 우리 애들은 왜 이렇게 귀여울까. 그런 우리 애들과는 반대로, 나는 전혀 경계하지 않은 채로 편안하게 앨리시아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동성 친구 대하는 것 같아서 편하긴 하단 말이지. 털털하기도 하고. “헬로. 던전 다녀오는 길이냐?” “그럴 리가 있냐! 너 얼마 전에 나 봤잖아!” 그야 그렇지. 이렇게 빨리 던전에 다녀오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면 얘들도 지금부터 던전에 가는 길이란 건데, 그건 또 그거대로 이상했다. 과연 지치기는 하는 건지 의문인 앨리시아는 둘째 치고, 저 삼인방은 벌써부터 뭔가 피곤에 쪄든 얼굴이니까 말이다. 그런 내 시선을 눈치 챘는지, 칸나가 피곤에 쪄든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길드 앞에…끄아아아아악!”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째선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주저앉았지만 말이다. 쟤 혼자 발 움켜쥐고 뭐하냐? 돌부리에라도 찧었나? 아니. 가만히 서있었잖아? “그보다 너희 파티도 던전에 가는 길이냐?” “어, 응. 그렇지 뭐. 그럼 역시 너희도?” “뭐, 그런 거다. 너희도 4계층으로 가는 거지? 우리도 4계층에 가는데 말이야!” 어째선지 평소보다 조금 더 높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면서, 앨리시아는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살벌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니. 쟤도 딱히 위협할 생각은 없을 테지만 말이야. 그나저나 앨리시아가 벌써 4계층인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앨리시아가 아니라 저 삼인방이 4계층이라는 사실이 놀라운 거지만 말이야. 전에 앨리시아가 가능성 있는 루키라고 했던 건 아무래도 거짓말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무래 우리 파티는 내가 조난당하면서 시간을 지체했다고는 하지만, 설마 저 삼인방한테 따라잡힐 날이 올 줄이야. “그러냐. 그럼 어쩌면 던전에서 보게 될지도 모르겠네.” 그런 앨리시아의 평소랑 미묘하게 다른 태도를 보면서, 나는 적당하게 맞장구를 쳐줬다. “그, 그래! 정말로 그럴 지도 모르겠네! 자, 그럼 갈까!” “응. 그래.” 앞장서는 앨리시아를 따라서, 나도 길드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같이 가려는 것 같은 태도네. 뭐, 일단 안내 데스크에 파티 인원을 보고하고 텔레포트 마법진까지 가는 건 같은 방향이니, 아는 사람끼리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말이야. “안녕하세요. 누님.” “구, 구원씨! 안녕하세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 내가 인사를 하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던 레이첼 누님은, 순식간에 표정을 가다듬고 안내원 스마일을 지으며 인사를 해왔다. “오늘은 던전에 가려고 왔어요.” “버, 벌써요? 괜찮겠어요?” 내 정신 상태를 걱정한 건지, 누님은 살짝 걱정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네. 완벽히 괜찮아요. 그런 점은 둔한 게 장점이거든요.” “정말로오. 자랑할 게 아니라고요. 그리고 또 이렇게 예고도 없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누님은 다시 친한 누님 모드가 되어서 손가락 끝으로 내 코끝을 가볍게 톡 건드리며 일부러 화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고 보니 계획적으로 다니라고 말한 직후에 또 이렇게 기습 방문을 하게 됐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이렇게 돼버리네요.” “후훗. 뭐, 괜찮아요. 용서해줄게요. 대신. 이번엔 꼭 무사히 돌아와야 돼요? 안 그러면….” “안 그러면?” “이 누나가 또 직접 찾아가서 혼내줄 거예요!” 레이첼 누님은 그렇게 말하면서, 또 다시 눈썹을 찌푸리며 일부러 화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역시 누님이란 말이지. 뭐, 전에 사라의 그 폭로가 계속 떠오르는 모습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누님은 누님이다. “그런 거라면 꼭 좀 다시 부탁드리고싶….” “구원씨!” “죄송합니다. 농담이에요. 그럼 다녀올게요.” 그렇게 말하고, 나는 안내원석으로 손을 뻗어서 누님의 손을 잡은 후 그 손등에 가볍게 키스를 해줬다. 그러자 아까까지의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레이첼 누님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구, 구원씨! 여긴 다른 사람 시선도…!” “그러니까 한 거예요. 이 누님은 내 여자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인기 많으시잖아요? 미리 찜해놔야죠.” “구, 구원씨이!” 새빨개져서는 내 이름밖에 외치지 않는 레이첼 누님을 보며, 나는 몸을 숙여서 입을 누님의 귓가까지 가져갔다. “누님. 아무리 그래도 너무 당황하시는데요. 왜요? 혹시 이런 건 상상을 못해서 대응을 준비 못했어요?” “요, 요, 용무가 끝났으면 비켜주시죠…! 다, 다음 분! 다음 분 차례에요!” 정곡을 찔린 건지, 누님은 내 얼굴을 두 손으로 확 밀쳐내더니 황급히 내 뒤에 줄서있던 다음 사람을 불렀다. “하핫. 다녀올게요.” 조금 장난이 심했나. 누님은 내 앞에서 어디까지나 누님으로 있으려고 하니까 말이야. 하지만 뭐,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누님의 귀여운 모습도 보고 싶어서 그만 말이지. 아무튼 목적도 달성했겠다, 그럼 어디 기운차게 가볼까! “…….” 그 전에, 우리 애들 좀 달래줘야겠지만. 아니. 앨리시아. 넌 뭔데 우리 애들 틈 사이에 껴서 같이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냐? 아무튼 우리 애들을 어떻게든 달래준 후, 우리는 텔레포트 마법진까지 앨리시아 파티와 함께 오게 됐다. 파티 등록만이라면 나보다 훨씬 먼저 끝났을 텐데, 그걸 또 내가 레이첼 누님과 노닥거리는 것까지 보면서 기다려준 걸 보면 앨리시아 얜 역시 의리가 있단 말이야. 역시 사나이의 우정이란 건가! “그, 그럼 나중에 보자!” “그래. 나중에 보자.” 하지만 텔레포트 마법진까지 온 걸 끝으로, 우리도 결국 갈라질 수밖에 없었다. 먼저 텔레포트를 타고 4계층으로 이동하는 앨리시아 파티를 보면서, 나는 새삼 쟤들이 4계층까지 갔음을 실감했다. “우와…쟤들 진짜 4계층까지 갔네. 진짜 근성 대단하다. 자, 그럼 우린 3계층으로 갈까.” “3계층으로 가는 겐가아!” 내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디아나가 딴죽을 걸었다. “응? 그야 그렇잖아. 얼음 동굴로 갈 거니까. 굳이 4계층에서 갈 거 없잖아?” 그야 물론 지금처럼 만전 상태의 디아나라면 마나를 퍼부어서 물의 흐름을 멈추고 4계층을 통해 갈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럴 필요 없잖아? “하지만 나중에 보자고 하지 않았나!” “응? 평범한 인사잖아? 던전 다니다보면 언젠가 다시 보겠지.” “자네는…자네는 참….” “앨리시아씨…그렇게 노력했을 텐데….” “조금…그러네요….” “전 그 세 분도 불쌍하네요….” “으아아….” 내 대답을 듣고, 디아나뿐만 아니라 다들 동시에 뭐라고 자기들끼리 조그맣게 속닥이면서 안쓰럽단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연속해서 씬이 너무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앞 얘기가 많이 길어지기도 해서 이번엔 씬을 생략 좀 했습니다.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53==================== 여신 강림을 위하여 오랜만에 던전에 가는 것 치고는 상당히 긴장감 없는 모습을 보여준 우리였지만, 그것도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할 때까지 뿐이었다.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 3계층으로 이동한 후에는, 다들 하나같이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뭐, 확실히 오랜만의 던전행이다. 그나마 수영을 할 수 있었던 사라, 디아나, 레이아는 날 찾기 위해서 내가 조난당한 동안 계속 던전 안을 돌아다닌 모양이지만, 실비아나 마틸다는 4계층의 마을 안에 있기만 했을 뿐 아무것도 못했던 모양이니까 말이야. 오히려 긴장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인 건지도 모르겠다. 좋아. 그렇다면 얘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어디 한 면 가벼운 농담을…. “구원씨…괜찮으시죠?” 내가 그렇게 마음먹고 있었을 때, 레이아가 가볍게 내 팔에 매달리면서 불안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봤다. 헤헷. 우리 천사님. 어젯밤 이후로 더욱 내게 지극정성이 되신…거라고 처음엔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니. 우리 천사님은 처음부터 내게 지극정성이셨으니까. 그보다 더 지극정성이 될 수는 없다고 할까. 아니. 그게 아니라, 천사님은 정말로 날 걱정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게다가 다른 애들도, 자세히 살펴보니 다들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날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즉, 얘들은 오랜만에 던전에 와서 긴장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오랜만에 내가 던전에 왔기 때문에 긴장하고 있는 거였다. “그럼. 당연히 괜찮지. 설마 내가 던전에 트라우마 같은 거라도 생겼을까봐?” 그런 애들의 반응을 보고, 나는 피식 웃으면서 가볍게 대꾸해줬다. 하지만 내가 그렇게 농담조로 말을 해도, 우리 애들은 긴장을 풀기는커녕 더욱 긴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 진짜로 괜찮은데…. 나 그렇게 섬세한 놈 아닌 거 알잖아? 아니. 물론 그렇게 긴 시간동안 조난당해 있었으니까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하지만 말이야. 이거 어쩌지. 말로 해결될 분위기가 아닌 것 같은데. 그래. 좋아. 말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직접 보여주면 그만이지. 내가 멀쩡한 모습으로 몬스터를 상대하는 걸 보면, 얘들도 괜한 걱정은 하지 않게 될 거다. “자, 자아! 그럼 가 볼까!” 그런 고로, 나는 걱정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애들을 한층 더 밝은 목소리로 이끌며 마을 밖을 빠져나갔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하필이면 이런 날일수록 몬스터가 보이지 않았다. 이상하다. 평소라면 몬스터를 두세 부대쯤은 만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걸어왔는데 말이야. 그러고 보니 3계층 마을에 전보다 사람의 모습이 늘어났던 것 같기도…. 아무튼 지금은 몬스터를 상대해야한다. 나는 자신이 멀쩡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몬스터의 모습을 찾았다. 다만, 내 그런 모습은 다른 애들 눈에 불안해서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것처럼 보인 모양이었다. “구원…힘들면 오늘은 그만 돌아갈까? 굳이 무리할 필요는….” 사라야. 너까지 왜 그러냐?! 나 진짜로 괜찮다니까! 젠장. 빨리 몬스터를…그때, 내 귀에 조그맣게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틀림없어. 지금 누군가가 싸우는 중이야. 좋아! 갈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한 웬만하면 다른 모험가의 싸움에는 관여하지 않는 게 룰이란 거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우선은 몬스터 앞에서도 멀쩡한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해. 그리고 혹시 알아? 지금 저기서 싸우고 있는 모험가가 곤경에 처해있을지. 그런 생각으로 병장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던 곳에 돌진한 나였지만, 그곳에선 예상 외의 광경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오오오오오!” 참고로 말해두는데, 몬스터가 내는 소리 아니다. 내가 낸 소리야. 내 입에서 무심코 그런 소리가 흘러나왔을 정도로,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내 예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것이었다. “넌 거기 붙잡아!” “좋아! 그대로 확실히 누르고 있어!” 세 명의 여성 모험가가 리자드맨의 팔다리를 각각 눌러서 구속하고 있었고, 또 다른 여성 모험가 한 명이 리자드맨의 고간에 손을 뻗은 후 열심히 팔을 움직이고 있었다. “됐어! 조금만 더 하면!” 그래. 모험가들은 지금, 리자드맨의 성기를 얻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 역시나 이럴 줄 알았어! 성기가 열쇠라는 사실을 밝혔을 때부터, 언젠가 이런 광경을 목격하게 될 줄 알았다고! 오히려 이제 와서 이런 광경을 보게 된 게 한참 늦은 감마저 있을 정도라고! 다른 모험가들은 어떻게 성기를 얻는가에 대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다들 은근슬쩍 얼버무리기는 했지만, 역시나 다들 이런 식으로 성기를 얻는 거였군! 솔직히 말해서 딴 놈이 기분 좋아지는 건 아무래도 좋은 나였지만, 리자드맨은 시야에서 지우고 여성 모험가들의 모습에만 주목하고 있으면 마치 역강간물 AV를 라이브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제법 흥분…끼야흑! 그렇게 모험가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자니, 갑자기 옆구리에 가벼운 통증이 느껴졌다. 누가 그런 건지는 굳이 보지 않더라도 짐작이 됐다. “왜, 왜 꼬집으시는지요…?” 그 와중에도 저 모험가들의 행위를 방해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나는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죽이며 사라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사라는 내 옆구리를 꼬집은 손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가볍게 더 비틀며 그대로 나를 모험가들이 안 보이는 곳까지 끌고 갔다. 그러고 나서 한심하단 목소리로 말했다. “하여간 이 변태는 진짜…실은 트라우마 같은 거 없지?” “그러니까 처음부터 없다고 말했잖아….” 솔직히 말해서 조금, 아니. 상당히 억울하다. 아니. 물론 다른 모험가들이 저러는 모습을 빤히 지켜보고 있었던 건 내 잘못이지만 말이야. “자네 말일세.” 그리고 그런 날 보고, 디아나가 정면으로 오더니 가볍게 손짓을 했다. 뭐지? 이미 가까이 있으니까 가까이 오라는 건 아닐 테고. 허리를 숙이라는 건가? 내가 허리를 숙여서 디아나의 얼굴에 가까이 얼굴을 가져가자, 디아나가 손짓하던 손으로 앙증맞게 주먹을 쥐더니 내 머리를 가볍게 콩하고 찍었다. “떼끼!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라면 모를까, 멀쩡한 상태라면 다 큰 처자들의 저런 모습은 못보고 지나가줘야 하는 걸세!” 그리고 오랜만에 제대로 혼이 났다. 디아나는 정말로 화난 건지,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흥! 흥! 하고 콧김을 내뿜고 있었다. “아니. 그건 미안. …하지만 너 말이야. 귀엽게 손짓하기에 뭘 하려나 싶었더니. 때리려고 손짓한 거였냐?!” “흥! 다른 처자를 보고 콧김을 내뿜은 자네가 잘못일세!” “후훗. 디아나씨 말이 맞아요. 이번엔 구원씨가 잘못했어요.” 내가 그렇게 말해도 디아나는 전혀 잘못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고, 심지어 천사님마저 디아나를 옹호해줬다. 이, 이럴 수가. 난 그저, 너희들이 너무 날 걱정하니까 시름 좀 덜어주려고 행동한 것뿐인데! …물론 방금 광경에 조금 흥분하기도 했지만. 나는 황급히 시선을 실비아와 마틸다에게 돌렸다. “……!” “그 시선은 뭔가요? 그, 그렇게 섹시하게 쳐다봐도 옹호 안 해줄 거예요오….” 하지만 실비아는 움찔 떨기만 할뿐 내 옹호를 해주지 않았고, 마틸다는 딱 잘라 말하려다가…점차 핑크빛 모드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거, 조금만 더 하면 먹히는 게…. “마틸다. 정말로?” “아, 아앗…당시인….” “이 바보가 진짜! 던전 안에서 뭘 하려는 거야?!” 나는 당연히 한 명이라도 내 편을 만들기 위해서 마틸다를 완전히 핑크빛 모드로 만들려고 했고, 그 모습을 몬 사라가 화를 내며 내게 달려들었다. “시, 실비아 실드!” “헷?! 으햐아아아아앗! 사, 사라님! 진정하십시오!” “으읏! 야! 구원! 치사하게! 실비아 안 내려놔?!” 하지만 사라가 내게 도달하기 전에, 내가 옆에 있는 실비아를 낚아채서 전면으로 내세우는 게 빨랐다. 실비아는 바르르 떨면서도 반사적으로 양팔을 넓게 벌려서 사라를 막아섰고, 사라는 분하다는 듯이 빳빳하게 편 손바닥을 부르르 떨면서 날 노려봤다. 훗. 아까는 기습을 받아서 당해버렸지만, 그렇게 몇 번이나 당할 내가 아니라고. 그보다 실비아야. 막아준 건 고마운데 진정은 너도 좀 하면 어떠냐? 아무리 아직 몬스터를 한 번도 안 만났다고 해도 그렇지, 던전 안인데도 내가 좀 들고 있다고 그렇게 떠는 거야? 정말로 어떻게 가면 갈수록 내성이 더 떨어지는 거 같냐. “후우. 아무튼 중요한 건, 난 정말로 괜찮다는 거야. 지금 모습을 봤으니까 이제 다들 잘 알겠지? 난 트라우마고 뭐고 그런 거 걸릴 정도로 섬세한 놈이 아니야. 걱정 안 해도 되니까 평소처럼 하자고. 평소처럼.” 아무튼 그렇게 해서, 드디어 우리 애들의 얼굴에서 걱정스런 표정을 지워버릴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음. 예기치 못한 사건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좋게 좋게 끝났다는 얘기다. “그렇게 좋은 얘기였던 것처럼 포장하려고 해도, 구원이 다른 여자가 몬스터를 덮치는 걸 보고 흥분했단 사실이 변한 건 아니거든? 은근슬쩍 얼버무리지 마.” 쳇. 들켰나. 그렇게 가볍게 한차례 소동이 있은 후, 우리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던전 탐험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 목적은 당연히 4.5계층의 발견이다. 물론 우리 실력으로 아직 4.5계층으로 가는 건 불안한 감이 있기는 했다. 아직 4계층조차도 완전히 정복했다고 볼 수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보다 얼음동굴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 전에 미리 4.5계층을 발견하는 게 좋을 것 같으니까 말이야. 코볼트 동굴이나 개미굴도 계층을 넘어가기 위한 징검다리 역할로 훌륭한 곳이었지만, 얼음동굴은 다른 곳보다 특히나 더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 갖춰진 만큼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많은 모험가들로 붐비게 될 거라는 건 뻔한 사실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4계층 역시도, 솔직히 지금 가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우선 조난당하면서 급상승한 내 실력. 물론 섹스를 못했으니 레벨은 오르지 않았지만, 무투가 레벨과 암살자 레벨이 급상승했고 그에 따라 스탯도 엄청나게 상승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4계층 몬스터들을 상대하는데, 그리고 수중 전투를 하는데 익숙해졌다. 솔직히 식물형 몬스터만 아니라면, 우리 애들은 뒤에서 놀게 하고 전부 나 혼자 상대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게다가 강해진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애들도 그 사이에 조금씩 직업 레벨이 오르기는 했지만, 무엇보다도 사라의 성장이 눈부셨다. 사라 쟤는 전투만으로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체질이니까 말이다. 그 레벨은 무려 156. 내가 조난당하기 전에는 나보다 레벨이 낮았던 애가, 이제는 나보다도 레벨이 높을 정도였다. 게다가 전투만으로 레벨이 저렇게 오른 만큼, 당연히 직업 레벨도 엄청나게 올라있었다. 심지어 용사 레벨 같은 경우는 자기 레벨과 똑같이 156…어? 잠깐만. 거기까지 깨달은 나는, 무심코 사라의 스탯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용사라는 직업은 성자와 마찬가지로, 레벨이 오를 때마다 모든 스탯이 무조건 1씩 오른다. 그 말은 즉…역시나 근력도 엄청나게 올라있었다. 내 내구 스탯이 오른 비율보다도 현격하게 더 말이. 뭐야. 그럼. 난 지금까지 사라가 손에 마나만 안 불어 넣으면 안 아픈 게, 내 내구 스탯이 올라서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냥 사라가 봐준 거였어?! “응? 뭐야? 왜 그래?” 내 시선을 느낀 건지, 사라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 쳐다봤다. “아, 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뭐야. 갑자기 웬 존댓말?” “아, 아하핫. 사라의 미모가 너무 압도적이라 나도 모르게?” “피이. 바보. 진짜. 던전 안이니까 긴장하면서 다녀. 또 잘못되면 가만 안 둘 거니까.” 다행이 얼버무릴 수 있었는지, 사라는 피식 웃으면서 손을 들어서 꼬집는 시늉을 했다. …앞으로 사라를 놀릴 때는 너무 화나지 않게 놀리자. 절대로 안 놀린다고는 하지 않는 나였다. 아무튼 그런 사라에 더해서, 이미 레벨은 충분한 상태였던 실비아와 마틸다도 수영을 터득한 거다. 물론 수중전투를 자유자재로 하기 위해선 조금 더 노력해야겠지만, 그래도 수영이 가능하고 아니고는 현격한 차이였다. 즉, 지금 우리가 4계층에 가면 이전과는 확실히 다를 거라는 말이다. 물론 4.5계층은 4계층 몬스터들보다 더 강할 테니, 들어가기에 앞서서 우선 4계층의 계층의 주인까지 상대해보고 가는 게 좋긴 하겠지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3시 전후로 한 편 더 올릴 수 있을 것 같네요. 554==================== 여신 강림을 위하여 아무튼 그런 고로, 우리는 우선 얼음동굴을 목표로 했다. 얼음동굴로 가는 열쇠가 레이아의 스태프밖에 없는 만큼 중간에 하프 물범이 있는 곳으로 가서 예비 열쇠를 하나 더 얻을 생각도 해봤지만, 그 계획은 우리 애들이 극구 반대하는 바람에 저지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냥 레이아 스태프 하나만 있는 건 불안하잖아. 나도 딱히 걔들을 잡고 싶은 게 아니라고. 그러니까 그런 야만인을 보는 것 같은 눈은 그만둬 주지 않겠어? 특히 천사님. 천사님이 그런 그렁그렁한 눈으로 쳐다볼 때마다 정신적 데미지가 장난 아니니까 정말로 그만둬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도착한 얼음동굴은, 확실히 이전과 비교해서 모험가들이 많다는 게 느껴졌다. 공격력은 강하지만 그만큼 방어력이 약한, 빠르게 성장하기엔 최적의 장소니까 말이다. 특히 던전의 모든 계층 중에서 가장 지형변화가 심해서 진입하기 까다로운 4계층 직전의 난이도다. 지금까지 4계층에 진입하지 못하고 막힌 모험가들이 여기로 전부 몰려들기라도 한 건지, 이전에 비해서 펭귄을 만나는 비율이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뭐, 전에 왔을 때가 이상할 정도로 펭귄을 많이 만난 거기는 하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어차피 목적은 4.5계층으로 통하는 통로를 찾는 거니, 귀찮게 펭귄들을 상대하지 않아도 되는 거면 오히려 좋은 거 아니냐고?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단 말이지. 펭귄이 줄어든 만큼, 도중에 모험가를 만나는 비율이 늘어났다. 던전을 탐험하는 내내 한두 파티도 만나기 힘들었던 모험가들이, 오늘만 벌써 세 파티 째. “오, 성자! 성자 파티다! 댁들이 여길 발견한 거지? 땡큐! 덕분에 왕창 벌고 있어!” “어때? 그쪽도 여길 돌아다닐 거면, 우리랑 같이 다니지 않을래?” 게다가 내가 유명해진 덕분에, 만나는 파티마다 말을 걸어왔다. 소규모 계층 간의 이동을 비밀로 하고 있는 입장으로선, 솔직히 말해서 성가시기 그지없었다. “아니. 보다시피 우리 파티는 인원수가 많아서. 이 이상 인원이 늘어나면 오히려 불편해져.” “하긴. 그것도 그런가. 그럼 수고해! 서로 몸조심하자고! 성자님은 안 그래도 호되게 한 번 당한 모양이니까!” 뭐, 일단 기본적으로 모험가란 족속들은 털털한 녀석들이라, 이쪽에서 거부하면 쉽게 떨어져나갔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내가 조난당한 거, 엄청 유명한 사건인 모양이네. 아니. 다들 그 난리를 쳤을 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말이야. “하아…이래서야, 몰래 수컷 펭귄을 찾는 것도 상당히 고생하겠네.” 모험가 파티가 모습을 감춘 후, 사라가 가벼운 한숨을 내뱉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 어차피 코볼트 동굴이나 개미굴을 생각해보면, 수컷 펭귄도 어딘가 숨겨진 장소에 숨어있을 테니까. 거기로 들어가기만 하면 들킬 일은 없겠지. 그리고 덕분에 펭귄들을 귀찮게 일일이 상대할 필요도 없어졌잖아? 게다가 지도까지 완성해주고. 좋게 좋게 생각하자고.”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의 허리를 안으려고 하자, 사라가 가볍게 몸을 피한 후 다시 후위 쪽으로 돌아갔다. “야.” “바보. 던전 안이잖아.” 새초롬한 표정으로 말해봤자 설득력 없거든? 자기가 먼저 내가 다른 모험가랑 얘기하는 걸 보고 질투하면서 옆으로 온 주제에.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모험가 길드에서 공수해온 지도를 바탕으로 우리가 이전에 들러보지 않았던 곳을 중점으로 들쑤시고 다니며 수컷 펭귄을 찾아다녔다. 전에 가봤던 곳들은 이미 비밀 장소가 있는지 면밀히 확인하면서 지나갔던 곳이니까 말이다. “없네요….” 그렇게 얼음 동굴을 탐험한지 벌써 12일째. 레이아의 말대로, 오늘도 우리는 수컷 펭귄을 찾지 못하고 허탕을 치고 있었다. 던전에서 먹는 식사치고는 상당히 호화로운 식사를 하면서, 나도 레이아의 말에 맞장구쳤다. “그러게. 코볼트 동굴이나 개미굴이랑 다르게 여기는 밝으니까, 솔직히 더 금방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으읏…얼음이 반사 되서 오히려 눈이 아플 정도네요.” 마틸다는 그렇게 말하며 두 손으로 가볍게 자신의 눈언저리를 비볐다. 확실히. 밝다고 해서 다 좋은 것도 아니었다. 얼음에 반사되는 빛이 눈부실 뿐만 아니라, 완전히 얼음으로 뒤덮여있다 보니 아무리 밝아도 숨겨진 길을 찾는 다는 게 쉽지 않았다. 오죽하면 디아나가 바람 마법을 이용하여서 자신의 주변에 미약한 바람을 계속 흘려보내고 있을 정도였다. 어딘가 숨겨진 통로가 있다면, 저 바람이 통할 거라는 계산이다. “흠. 오히려 지금까지 너무 쉽게 찾아왔던 걸세. 안 그래도 이 몸들은 던전의 비밀을 초고속으로 파헤쳐 왔으니 말일세. 가끔은 이렇게 다른 모험가들 같이 끈질긴 조사 끝에 새로운 발견을 하는 것도 자네들의 성장에 있어서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걸세.” 불평을 늘어놓는 우리를 보면서, 디아나는 어른스런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쟨 우리 중에 제일 체력도 없는 주제에 제일 활기차보이네. 설마 레이아가 안고 있지 않아서 그런 건 아니겠지? 얼음 동굴에서 바람 마법을 다루고 있는 거다. 인간 선풍기가 되어있는 디아나에게는, 아무리 디아나를 껴안고 있기 좋아하는 레이아라도 가까이 갈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 슬슬 한 번 돌아가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네.” “뭐? 하지만 아직 아무것도….” “마틸다 생각도 해줘야지.” “네? 저, 저요? 뭔가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마틸다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어딘지 두근거리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니. 그러니까 이런 상황에서 핑크빛 모드가 되려고 하지 마라. 너 사실은 하나도 안 피곤하지? “아니. 뭐냐니…. 그 마나가 이질적이니 뭐니 하면서 마틸다는 유독 못 견뎌했잖아. 괜찮은 거야?” “아, 아아! 그, 그걸 걱정해주신 건가요오…?” 뭐냐 그 이제야 생각났다는 반응. 그리고 핑크빛 모드 되지 말라니까. 전 같았으면 막대해서 풀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리 핑크빛 모드를 풀기 위해서 라고는 해도 널 막대하기 힘들단 말이다. “그래. 어째 멀쩡해 보인다?” “당신…당시인….” 야. 그러니까 던전 안에서 키스하려고 하지 말라고! “구원. 구원이 대체 얼마나 오래 조난당해있었다고 생각하는 거야.” 대답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어버린 마틸다를 대신해서, 사라가 그렇게 대답을 해줬다. “응? 갑자기 그 얘기가 또 왜 나와?” “마틸다는 그동안 교황청에, 그리고 이 도시의 사제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를 제외하곤 계속 4계층 마을에 있었던 거잖아. 게다가 구원 걱정을 하느라 이질적인 마나같은 건 신경도 못쓴 채로. 그러다보니 조금 익숙해진 거야.” 과연. 아무리 사람들이 머물 수 있는 마을을 만들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던전 안은 던전 안이다. 마나가 이질적인 건 변함이 없으니, 마틸다는 계속 4계층에 있는 훈련을 한 거나 마찬가지인 셈이 됐다는 건가. 게다가 사라가 이걸 알고 있다는 건…과연. 어쩐지 다들 마틸다를 받아들이는 걸 생각보다 쉽게 허락해준다 싶더라니. 내가 조난당한 사이에, 얘들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사이가 돈독해졌던 모양이다. “일단은 마틸다의 문제는 해결 됐다고 봐도 된다는 건가. 설마 이런 식으로 극복할 줄이야. 그렇게 따져보면 내가 조난당한 게 꼭 나쁜 일이었던 것도….” “구원씨.” “죄송합니다. 다음부턴 절대 그런 일 없을 거예요.” 농담을 던져보려 했던 나였지만, 레이아의 한 마디에 곧장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그런 눈을 바라보지 말아주세요. 진짜로 심장에 안 좋으니까. “하지만 자네 말대로, 이쯤에서 한 번 돌아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구먼. 지도에 표시된 구역은 다 확인을 한 게지?” “응. 일단은. 우리가 전에 돌았던, 황제 펭귄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길만 제외하면.” 이곳을 들르는 다른 모험가들은 기본적으로 탐색보다 사냥이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 이미 우리가 4계층까지 통하는 길은 밝혀놓기도 했기 때문에, 이곳을 공개하고 흐른 시간에 비하면 지도가 작성된 면적은 그리 넓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는 사냥보다 탐색이 목적이었으니까 이동속도가 빠르기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거긴 전에 이미 살펴봤잖아?” “내 말이. 설마 바람 마법까지 동원해서 이렇게 구석구석 살펴봤는데 발견을 못할 줄이야. 설마 여긴 수컷이 어디 막혀 있는 곳에 숨어있기라도 하나?” 아니. 그럴 리가 없지. 이 던전은, 막힌 곳을 지나가려면 기본적으로 성기를 통해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원하는 건 수컷 펭귄이다. 암컷밖에 없는 지역에서 수컷을 찾기 위해 성기로 통로를 만들고 지나가야 한다니. 완전히 모순되어 있잖아. “……핫!” 하지만 내 푸념을 들은 순간, 행복한 표정으로 따뜻한 수프를 마시던 실비아가 갑자기 화들짝 놀란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응? 실비아. 왜 그래?” “이, 있습니다!” “있다니? 뭐가?” 실비아의 그 말에 이끌려 일단 주변을 살펴봤지만, 주변에 몬스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 막힌 곳 말입니다! 짐작 가는 곳이 있습니다!” “뭐?! 어딘데!” “그 커다란 펭귄이 있던 곳입니다!” 커다란 펭귄? 그러니까 황제 펭귄 말하는 거지? 거기에 어디 그런 게…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서야, 나는 실비아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건지 짐작이 갔다. “그런가! 황제 펭귄이 뚫고 다녔던 곳을 말하는 건가!” 그래. 그저 부리만 박히는 수준에서 끝나는 다른 펭귄들과 다르게, 황제 펭귄은 아예 벽을 뚫고 다니면서 사방팔방에서 공격을 해왔었다. 그리고 그렇게 황제 펭귄에 뚫어놓았던 지형은, 지금 생각해보니 확실히 던전의 다른 곳에 비해서 메워지는 속도가 늦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전투가 끝날 때까지는 메워지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유일하게 문제가 있다면, 황제 펭귄의 몸크기가 다른 보스들에 비해서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건데. 물론 다른 보스들에 비해서 그렇다는 거지, 일단 일반 펭귄들과 비교해봤을 때는 크긴 컸다. 아마 우리 애들은 충분히 지나갈 수 있겠지. 다만…내가 지나갈 수 있으려나?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런 걸 걱정하기에 앞서서 우선은 정말로 거기가 수컷 펭귄에게 통하는 길인지 아닌지 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아, 하지만 그 전에…. “실비아아아! 넌 왜 이렇게 이쁜 짓만 하냐아아!” 실비아부터 칭찬해줘야지. “흐야아아아아앙!” “야, 바보! 갑자기 뭐하는 짓이야! 실비아를 죽일 셈이야!” “괜찮아! 실비아는 지금 전투 모드니까!” 사라가 그렇게 말하면서 내 등짝을 찰싹찰싹 때려댔지만, 나는 확신을 가지고 그렇게 말했다. “아, 아님니다아아! 바, 밥먹…쥭습…니이이이….” 그 말을 끝으로, 실비아의 목소리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시, 실비아? 실비아?! 안 되겠어! 이렇게 된 이상 힐링 섹스를…!” “흐야아아앗!” 아무래도 이번엔 기절까진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실비아는 팔다리를 파다다닥 움직여서 얼음 바닥을 미끄러지더니, 사라의 뒤로 가서 오들오들 떨기 시작했다. “구워어어언….” “야. 말해두겠는데. 일단 난 순수한 호의로 칭찬해 주려고 말이지. 게다가 아무리 나라도 진짜 여기서 그런 짓은 안 한다고. 당연히 힐링 섹스는 농담….” “흐응? 그러셔?” 내가 변명을 늘어놓자, 사라가 생긋 미소 지었다. 이상하다. 분명 예쁜데 무서워. “사랑해. 사라야.” “응. 나도 사랑해.” 결국 한 대 맞았다. 뭐, 소리만 컸지 아프진 않았지만. 아닌 척 하면서도 직전에 사랑한다고 말한 게 먹혔던 모양이다. 하여간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지금 속으로 무슨 생각했어?” “아뇨. 아무것도.” 가끔 생각하는 건데 말이야, 쟤 진짜 사람 마음 읽을 수 있는 거 아니지? 정말로 섬뜩해질 때가 있다니까. 그리고 그런 사라 뒤에서, 실비아가 미안한 표정으로 내게 필사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사죄를 했다. 그런 실비아를 보고, 나는 가볍게 손을 들며 미소를 지어줬다. 괜찮아. 괜찮아. 오히려 난 아직도 더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인걸. 돌아가서 듬뿍 칭찬해줄게. 안 그래도 돌아가면 최우선으로 안아준다는 말도 했었으니까. 내 미소를 보고 자신의 운명을 짐작한 건지, 실비아의 몸이 한 차례 바르르 떨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누굴지? // 우선, 다음 전직 레벨은 200이 아니라 250입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시면. 사라의 근력 절대치가 구원의 내구 절대치보다 높아졌다는 말은 없습니다. 그저 구원의 내구 상승 비율보다 사라의 근력 상승 비율이 높다고만 써있죠. 절대적인 수치만 놓고 보면 여전히 구원의 내구가 더 높습니다. 다만 사라의 수치 상승 비율이 더 높다는 거죠. 조난당하는 동안 구원이 그동안 내구가 17 상승했는데, 사라는 근력이 30 이상 상승했거든요. 구원은 조난 당하는 동안 무투가 레벨업 시 확률적으로 내구가 상승했는데, 사라는 용사 레벨이 오를 때마다 근력이 무조건 올랐으니까요. 즉, 사라가 그냥 때리는 걸 구원이 무방비하게 맞아도 데미지가 없을 수준이 아니라는 겁니다. 근력 수치가 내구 수치보다 낮다고 데미지가 아예 안 들어가는 게 아니니까요. 555==================== 여신 강림을 위하여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선 다시 황제 펭귄이 있던 곳으로 온 우리였지만, 실비아의 말대로 황제 펭귄이 뚫는 구멍들을 확인하기에 앞서 두 가지 문제점이 존재했다. 하나는 이곳엔 현재 황제 펭귄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조난당하는 기간 동안 당연히 부활을 한 번 하기는 했을 테니, 그 사이에 또 다른 파티가 잡기라도 한 거겠지. 하지만 그것뿐이라면 별 문제는 되지 않는다. 다시 황제 펭귄이 부활할 때까지 기다리면 그만이니까. 중요한 문제는 그게 아니라 다른 한쪽이었다. 바로 이곳과 4계층이 연결된 통로에서, 한 그룹의 모험가 파티가 튀어나왔다는 사실 말이다. “후우…. 역시 우리들만으로 저길 뚫는 건…응? 아앗! 네, 네 녀석! 아, 아니. 다, 당신?” 그 파티에는 드물게도 남자 모험가마저 한 명 포함되어있었는데, 녀석은 어째선지 날 보자마자 삿대질을 하면서 그렇게 외쳤다. 반말을 해야 하는지 존댓말을 해야 하는지 헷갈린다는 표정으로. “초면에 삿대질이라니. 실례되는 녀석이로군.” “아, 아아. 미안하다. 이건 그런…아니! 누가 초면이란 거냐!” 녀석은 꽤나 착실한 성격인 건지, 곧장 손가락을 내리며 사과를 하다가 고개를 들고는 내 말에 딴죽을 걸었다. …응? 어디서 만난 적 있었던가? 미안. 사내새끼 얼굴은 웬만큼 인상적이지 않는 한 기억을 잘 안하는 편이라서 말이야. “전에 다음에 보면 인사라도 하자고 한 건 그쪽이잖아!” 여전히 아리송한 표정의 날 보고 대충 자길 기억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한 건지, 녀석은 그렇게 말하면서 왠지 복장 터진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거 귀찮은 녀석이네. “아, 아아! 그래. 그래. 캬아. 오랜만이다. 잘 있었냐?” “…당신. 전혀 기억 못하고 있지?” 일단 대충 맞장구를 쳐 봤는데, 녀석은 황당하단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쳇. 들켰나. 성가신 녀석. “아아! 그래! 그게 어쨌다는 거냐?!” “화나야할 건 이쪽이라고! 어떻게 잊을 수 있는 거냐?! 전에 신전 앞에서 만났잖아?! 당신 거기 그쪽의 레이디를 희롱한다고 내가 착각하는 바람에….” 놈은 그렇게 말하면서, 실비아를 보고는 부끄럽다는 듯 살짝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놈의 그 말로 인해서, 나도 기억 한 구석에 희미하게 자리 잡고 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 뇌는 사내새끼에 대한 정보는 즉각 소거해 버리지만, 우리 애들에 관한 기억은 착실히 쌓아두고 있거든. 그리고 내가 대로변에서 실비아로…실비아랑 장난치다가 웬 놈팡이한테 딴죽을 걸린 기억도 확실히 존재하고 있었다. 분명 그때 딴죽을 걸었던 녀석은 쓸데없이 정의감 넘치고…. 나는 힐끔 시선을 놈의 뒤에 서있는 여성 모험가 둘에게 돌렸다. 여기까지 올 수준이다. 꽤나 예쁘장하게 생기기는 했지만, 어딘가 어려보이고 발육부진 기미가 엿보이는 외모. 기억났다. “디아나! 실비아!” “우왓! 뭐, 뭔가?!” “읏…!” 나는 황급히 디아나와 실비아의 앞을 막아섰다. 깜짝 놀라는 디아나와, 그나마 방금 전까지 전투를 하며 왔기에 평소처럼 극심한 반응까지 보여주지 않는 실비아. “저 녀석 무려 우리 레이아의 가슴에 눈길 한 번 안주고 실비아의 널빤지 같은 가슴만 뚫어질 듯 쳐다보면 극도의 빈유 페티시에 아동성애자 의혹까지 있는 놈이야! 조심…!” “이, 이익! 사라양!” “네!” “크허헉…왜, 왜애….” 그런 둘을 향해, 나는 필사적으로 녀석의 위험성을 설파했다. 하지만 어째선지 디아나는 이마에 힘줄을 띄우면서 자길 감싸 안은 내 허리를 토닥토닥 공격하다가, 안되겠는지 사라까지 불렀다. 그리고 사라는 당연하다는 듯이 내 등짝에 등짝 스매시를 한 대 날렸다. 어, 어째서…감싸주려고 한 건데…. “누가 빈유인가아아아아!” “누가 아동성애자란 거냐!” 그리고 내 앞뒤에서, 디아나와 저 놈팡이의 목소리가 멋지게 하모니를 만들었다. 그래. 인정한다. 내가 잘못한 부분이 좀 있기는 하지. 우리 디아나는 나한테 충분히 큰 소리를 쳐도 돼. 하지만 넌 안 돼. 나는 곧장 디아나의 몸을 들어서 놈의 정면에 세웠다. “우리 디아나. 어떻게 생각해?” “뭐, 뭣?! 갑지가 그게 무슨…그, 그거야. 아, 아름다우시다고 생각하지만….” “디아나! 봤지?! 내 뒤로 숨어!” “사라양!” “네!” “크허허헉….” 한동안 그런 소동이 오간 후에야, 우리는 드디어 차분히 자리에 앉아서 대화의 자리를 가지게 됐다. 여긴 보스 룸인 만큼, 보스가 없어지면 이 이상 없을 정도로 안전한 공간이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뒤에 여성분들은 왜 둘 밖에 없냐? 원래 셋 아니었어? 설마 어린애를 좋아하는 취향이 들켜서 차였냐?” “오랜만에 만나서 처음 할 질문이란 게 그거냐!? 아니야! 제대로 이유가 있어서 모험가를 그만둔 것뿐이야! 그리고 애초에 난 어린애를 좋아하는 게 아니야!” “필사적으로 변명하는 게 더 수상해.” “다, 당신 말이지…아무리 성자라고 해도 나도 참는데 한계가 있다고.” 과연. 일단 네 녀석이 아니라 당신이라고 존칭 비슷하게 불러주는 이유는, 내가 성자였기 때문인 건가. “그래. 그래. 뭐, 장난은 이쯤하자고.” “장난…말이지. 본심은?” “이 이상 맞으면 내 등껍질이 까질 거 같아.” “하핫. 그거야 그렇겠지. 상당히 아파 보였으니까 말이야.” 놈은 그래도 장난을 일일이 맘에 담아두는 성격은 아닌 건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알아주는 거냐? 그래. 진짜 사라 쟤 손맛이…크흠. 아무튼. 그래서? 우리한테 뭐 볼 일이라도 있냐? 굳이 이렇게 불러 세우기까지 하고.” “그래. 실은 그거 말인데. 조금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서 말이야. 여기까지 왔다는 건, 당신들도 이 앞을 통과해서 4계층으로 나갈 생각이지? 실은 우리도 그럴 생각이라서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어때? 힘을 합치는 건?” 그러고 보니 이 녀석 파티, 4계층으로 이어진 통로에서 나왔지. 과연. 어떻게든 여길 통해 4계층으로 가보고 싶었는데, 그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대한 해류에 감히 나갈 엄두를 못 내고 다시 돌아왔다는 건가. “힘을 합친다고 해도, 너희 파티는 마법사도 없어 보이는데?” 그래. 장비로 보아하니 그랬다. 파티 리더로 보이는 이 녀석은 창을 들고 있고, 그리고 뒤에 있는 둘은 각각 단검과 스태프를 들고 있었으니까. “아니. 마법이라면 나도 조금 다룰 줄 알아. 다만, 그래. 네 말대로 이 앞을 지나가기엔 실력이 부족하지. 이래 봬도 다른 마법 전사에 비하면 마법을 다루는데 자신이 있었는데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서, 녀석은 손바닥 위에 작은 물방울을 만들어냈다. “확실히 제안이라고 말하는 건 조금 건방진 발언이군. 정정하지. 너희가 만약 이 앞을 지나가려는 거라면, 우리도 같이 껴주지 않겠어? 아까 전에 날 놀렸던 대가라고 생각하고 말이야. 부탁할게.” 그렇게 말하고, 녀석은 꽤나 붙임성 있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니. 만약 우리가 여길 통해 4계층으로 나갈 거였다면, 솔직히 껴줘도 별로 상관은 없다. 어차피 물의 흐름을 마법을 통해 멈추는 거다. 얘들을 데리고 간다고 마나가 더 드는 일도 아닐 거고 말이다. 하지만 우리 목적은 그게 아니란 말이지. 나는 곧장 녀석의 제안을 거절하려고 했지만, 순간적으로 뇌리에 한 가지 가정이 떠올랐다. 그래. 잠깐 떠볼까? “만약 거절한다면?” “그땐 어쩔 수 없지. 이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조금 더 힘을 키운 후에 다시 도전해보는 수밖에.” 그리고 내 걱정은, 역시나 맞아떨어졌다. 쳇. 귀찮게 됐네. 이 녀석들이 계속 이 주위를 맴돈다면, 보스가 나올 때까지 계속 여기서 대기하고 있는 우리를 수상하게 여길 거다. 게다가 보스전이 끝나고 뚫린 구멍을 지나갈 때 역시, 그 모습을 보일 확률이 컸다. 진짜로 귀찮게 됐네. 아니. 딱히 이 녀석이 나쁜 게 아니기는 하지만 말이야. 나는 재빨리 우리 애들과 눈짓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어떻게 할까? 일단 얘들을 4계층으로 데려다주고 올까?’ ‘하지만 우리 목적은 여기잖아?’ ‘그래도 이 분들이 계속 여기 계시면 비밀이 들킬 위험이 커지겠네요.’ ‘아아…당시이인….’ ‘음. 역시 일단 4계층에 데려다주고 오는 게 좋겠구먼. 어차피 이곳의 주인이 부활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니, 시간 때우기라고 생각하세나.’ ‘하지만 마나는 어때? 괜찮겠어?’ ‘음. 충분하네. 이 몸은 전투에 전혀 참여를 안 했으니 말일세. 전 같은 일은 절대 발생하지 않을 걸세.’ 눈빛만으로 이렇게까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니. 우리가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중간에 뭔가 이상한 게 하나 끼어있기는 했지만. 마틸다야. 내가 눈빛 좀 보냈다고 해서 핑크빛 모드가 되는 건 심하지 않냐? “좋아. 어차피 우리도 가는 길이었으니.” 결국 그렇게 결론을 내린 우리는, 겉보기엔 일단 호쾌하게 승난하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고맙다! 처음엔 괴팍한 성격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성자는 성자구나!” “따로 가라.” “하핫. 미안. 미안하다. 농담이야.” 내 냉철한 한 마디를 농담이라 생각했는지, 녀석은 그렇게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농담 아니었거든? 뭐, 진짜로 따로 보냈다가는 귀찮아질 것 같으니 보내주기는 하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는 자신을 듀크라고 소개한 녀석의 파티와 함께 일단 4계층으로 가기로 했다. 이곳의 거친 물살을 헤치고 지나가는 전법은 간단했다. 날 구하러 돌아다니는 동안 당연히 우리 애들도 마법사 협회 사람들을 대동한 채로 이 곳을 몇 번이나 드나들었고, 그 사이에 이곳의 복잡한 물의 흐름에 대해서도 대강 파악이 끝난 모양이었다. 그 내용을 토대로 이 물의 흐름을 빠져나갈 수 있는 최단 루트를 설정하여 딱 그 부분만, 최대한 마나 소모를 줄이며 물의 흐름을 정지시키고 단숨에 빠져나간다. 마나를 걱정했던 내게 디아나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던 것도, 다 그렇게 대책이 있었기 때문이었단 거다. 그런 고로, 저번 같은 사고도 없이 우리는 무사히 물살을 뚫고 4계층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며칠 만에 맛보는 사방팔방이 물로 뒤덮인 감각. 물론 저택에서 수영연습을 할 때 거든 적도 있기는 하지만, 역시 이렇게 던전 안에 있는 것과는 뭔가 느낌이 달랐다. 나는 자연히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게 느껴졌다. “구, 구원?! 구원?!” 그리고 그런 날 눈치 챘는지, 사라가 황급히 이쪽으로 다가와서 내 안색을 살폈다. 아니. 사라뿐만이 아니었다. 우리 애들 전원이 내게 다가와서는 불안한 표정으로 내 안색을 살폈다. 심지어 그 실비아마저도 전혀 떨지 않고, 그 마틸다마저도 핑크빛 모드가 되지 않은 채 불안한 표정으로. 흠. 실수했군. 너무 오버했나. 우리애들은 아무래도 내가 떠는 게 트라우마가 발동해서 떠는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 거 아닌데 말이야. 난 그렇게 섬세한 놈이 아니라니까 그러네. 하지만 여기서 원래 계획했던 대로 말을 내뱉지 않으면 오히려 우리 애들을 더 불안하게 만들 뿐이겠지. 할 수 없지. 하는 수밖에. “후하하핫! 내가 돌아왔…아팟!” “이 바보가 진짜! 장난도 좀 상황 봐가면서 치란 말이야!” “장난이라니! 장난 아니거든! 남자가 비장하게 복수의 시간을 음미하는 걸 훼방하다니!” 뭐, 반쯤 장난 맞았지만. 하지만 이것도 다 계획이라고. 나는 사라한테 눈빛을 보내면서 그렇게 말했다. “복수 말인가?” 다행히 내가 뭔가 계획이 있다는 걸 눈치 챘는지, 디아나가 그렇게 받아줬다. “그래. 내가 조난당하게 만든 그 고래놈. 놈에게 복수할 때가 찾아왔어. 뼈도 움츠리지 못하게 만들어주지! 자, 얘들아 가자!” 나는 일부러 살벌해 보이는 미소를 만들어 보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이봐! 구원!” 그리고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는 내게, 듀크가 말을 걸어왔다. “여기까지 같이 데려다준 보답이다. 그런 거라면 나도 거들어주지.” 쟤가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지금 너 떼어놓으려고 연기하는 거 안 보이냐? “아니. 너도 남자라면 알 텐데? 남자의 복수는 스스로 해야 하는 법. 이건 나만의 싸움이다. 끼어들지 말아줘.” “…그런가. 내가 눈치가 없었군. 알겠다. 그럼 난 자리를 비켜주도록 하지. 살아서 다시 보자!” 내 비장한 목소리를 듣고, 놈은 완전히 공감한다는 듯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쟤 혼자 무게 잡고 뭐하냐? 아니. 나쁜 녀석은 아닌데 말이야. “그래!” 물론 나도 똑같이 무게를 잡고 대답해줬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아마 아무도 기억 못할 거라고 생각하니 여기서 덧붙입니다. 269화에 나왔던 그놈입니다. Brokenherat // 우선 사라는 레벨이 20넘게 오른 게 맞습니다. 사라가 전투로도 레벨 업을 한다지만, 한 때 구원이 고레벨 여자들과 섹스를 하면서 던전에 안 가고 섹스로만 레벨을 엄청 올린 적이 있었죠. 때문에 전투 아니면 직업 레벨을 올릴 수 없는 사라가 파티원 중 100레벨 한계 돌파를 가장 늦게 했었고요. 그 여파로 구원 조난 전까지는 아직 파티원 중 사라의 레벨이 가장 낮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라가 오히려 구원보다 레벨이 높아졌죠. 그리고 사라가 구원의 방어력을 뚫을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구원이 성자빨로 자기보다 레벨 높고 매력 높은 여자 상대로 섹스에서 이길 수 있는 것처럼, 사라도 용사빨로 어느정도 레벨차이나 스탯 차이는 무시하고 싸움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라가 레벨에 비해 데미지가 이상할 정도로 잘 나온다는 묘사는 작중에 이미 몇번이나 나왔었죠. 그리고 이 세계에서 레벨이 깡패인 이유는 단순히 고레벨이 스탯이 더 높아서가 아니라, 레벨 보정이라는 게 따로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소설 극초반에 근력이 낮은 고레벨 마법사가 근력이 자신보다 더 높은 저레벨 전사랑 팔씨름을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이 나온 적 있죠. 그리고 지금은 사라가 구원보다 레벨이 더 높습니다. 즉, 레벨 보정은 오히려 사라가 더 유리합니다. 마지막으로 구원이 사라를 너무 화나지 않게 놀리자고 생각한 이유는, 사라가 눈 돌아가게 화나면 마나를 안 쓰고 때릴 거란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556==================== 여신 강림을 위하여 “후. 겨우 갔네. 그럼 우린 다시 갈까.” 그렇게 듀크 파티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 나는 곧장 딱딱하게 굳혔던 표정을 풀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어? 복수는? 정말로 안 하게?” 사라는 내가 방금 전까지 했던 말이 아예 거짓말은 아닌 줄 알았던 건지, 황당하단 표정으로 그렇게 되물었다. “당연하지. 왜? 하고 싶어?” “흥. 누가….” “이미 했네.” “디아나!” 새초롬한 표정으로 시치미를 떼려했던 사라였지만, 디아나의 폭로에 곧장 얼굴을 붉히며 디아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그런 사라의 몸을 꽉 붙잡아서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후, 디아나에게 눈짓을 했다. 자, 뭔데? 빨리 말해봐! 버티기 힘드니까! 사라 얘 진짜 왜 이렇게 힘이 세진거야?! “자네를 찾으며 돌아다니던 중, 고래의 그림자만 보여도 쫓아가서 전부 죽이고 다녔네.” “고, 고래에 휩쓸려갔으니까 혹시 뱃속에 집어삼켜진 거 아닌지 확인해본 거라고요! 디아나도 동의했잖아요!” 사라는 내 품에서 벗어나는 걸 포기했는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디아나에게 항의했다. “누가 뭐라고 했는가.” 그렇게 말하는 디아나는, 사라를 놀리는 게 즐거운 듯 능글맞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라야 사랑해.” “나, 나도 알거든?! 던전에서 뭐하는 짓이야! 놔! 이 바보야!” 내가 귓가에 그렇게 속삭여주는 게 상당히 부끄러웠던 건지, 사라는 다시 내게 떨어지려고 발버둥 치면서 외쳤다. 음. 음. 과연 우리 파티의 막내. 하여간 귀엽다니까. “그래. 그럼 우리 사라의 리퀘스트에 따라서, 어디 한 번 고래를 잡으러…얼음 동굴로 돌아가자. 지금 당장! 디아나! 서둘러! 얼른! 허리 업!” 사라의 귀여운 모습을 보면서 어디 한 번 고래를 잡아보려 했던 나였지만, 곧장 마음을 바꾸고 디아나에게 다급히 돌아갈 준비를 시킬 수밖에 없어졌다. “으, 음? 갑자기 왜 그러는가?” 왜냐고? 간단하다. 저기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급속도로 헤엄쳐오는 게 보였거든. 구릿빛의 탄력 있는 피부에, 마치 피처럼 붉은 특징적인 머리카락. 바로 앨리시아였다. 그것도 어째선지, 제대로 맛이 간 눈으로 날 똑바로 쳐다보면서. 이유는 모르겠지만 위험해. 저 눈은 살인을 결심한 눈이야. 앨리시아의 뒤에는 마치 금붕어 똥처럼 뒤따라오고 있는 세 명의 떨거지도 보였지만, 앨리시아의 기세가 워낙 흉포했기 때문에 눈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아무튼! 빨리! 위험해! 너희 낭군님 죽을지도 몰라!” “아, 알겠네. 보채지 말게.” 내가 워낙 다급하게 말하는 바람에 놀랐는지, 디아나는 다시 마나를 풀어서 아까 얼음동굴을 빠져나왔던 길을 그대로 다시 물의 흐름을 멈춰줬다. 그걸 확인하자마자, 나는 황급히 제일 헤엄을 못 치는 실비아와 마틸다를 각각 한 손으로 붙잡고 황급히 얼음동굴을 향해 발장구를 쳤다. “자! 가자! 빨리!” 앨리시아 파티는 마법사가 없다. 내가 무사한 걸 확인한 이후로, 쌍둥이 간부 중 한 명인 레아는 다시 파티를 이탈한 모양이었으니까 말이야. 아무튼 그런 고로, 얼음 동굴까지만 돌아가면 앨리시아는 쫓아올 수단이 없어진다. 우리는 앨리시아가 도착하기 전에 황급히 다시 얼음 동굴로 들어가는데 성공할 수 있었다. “구워어어어어어언! 이 새끼야아아아!” 4계층은 온통 물속. 공기로 서로를 이어주지 않는 한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분명 그럴 텐데도 불구하고, 어째선지 저 멀리서 앨리시아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허억. 허억. 후우. 십년감수했네. 앨리시아 쟤 뭐냐?” 얼음동굴에 도착한 후, 나는 필사적으로 숨을 고르면서 진동하는 실비아와 내 품에 달라붙는 마틸다를 떼어놓고 그렇게 말했다. 이번에 던전에 들어온 이후로 제일 긴박한 상황이었어. “네? 앨리시아씨요?” “응. 거의 사람 하나 죽일 것 같은 표정으로 이쪽으로 왔잖아. 레이아는 못 봤어?” “네, 네에….” “잠깐. 그럼 설마 앨리시아씨한테 도망가려고 서두른 거였어? 왜?” “왜냐니. 무섭잖아. 쟤 대체 왜 저렇게 화난 거지?” “……하아. 이런 거 보면 난 참 운이 좋은 것 같아.” “음. 동감이네.” “여, 여러분도 참. …물론 운이 좋은 건 맞지만요.” “뭐? 그건 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무것도 아니네요. 바보야. 아무튼 황제 펭귄이 부활할 때까지 여기 있을 거지? 침낭이나 꺼내는 게 어때?” 결국 수수께끼는 아무것도 풀리지 않은 채, 나는 의문을 덮어둘 수밖에 없었다. 뭐, 털털한 성격의 앨리시아니까. 화난 이유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얼굴 안 보고 지내면 또 알아서 풀려있겠지.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우리는 마침내 황제 펭귄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물론 그 사이에 우리가 다른 시도를 안 해본 건 아니었다. 굳이 보스가 벽들을 뚫게 할 것 없이, 우리가 직접 뚫어보려는 시도도 있었다. 하지만 뭔가 특별한 마력이라도 작용하는 건지, 우리 힘으로 구멍을 뚫어봤자 전에 보스가 뚫었던 것과 다르게 금방 막혀버려서 도저히 사람이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어느 정도 깊게, 어느 방향으로 뚫어야하는 건지도 모르는 상황이니까 더더욱 말이다. 때문에 결국 스스로 구멍을 뚫어보려는 시도는 포기하고, 우리는 적당히 근처에서 튀어나오는 펭귄들만 상대하며 황제 펭귄이 부활하기를 기다렸다는 거다. “덤벼라. 축생 놈아.” 공격력이 강한 만큼 방어력이 약하다. 모든 펭귄에게 적용되는 이 특징은 황제 펭귄도 예외는 아니었기 때문에, 솔직히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처리하는 것도 가능은 했다. 하지만 우리 목적은 이 놈에게 구멍을 뚫게 하는 것. 그것도 어느 방향으로 뚫어야 수컷 펭귄이 있는 방으로 이어질지 모르는 만큼, 최대한 많이. 때문에 일단 다른 애들은 보스 룸에서 한 발자국 물러서서 대기하고, 나 혼자 중앙에 당당히 서서 성역 선포로 어그로를 끈 후에 놈의 공격을 회피하기로 했다. “끼에에엑!” 내가 쿵푸라도 하는 것처럼 자세를 잡고 손을 까딱까딱 거리자, 정말로 도발이라도 당했는지 황제 펭귄은 괴성을 내지르며 미사일처럼 내게 날라왔다. 하지만 암살자 레벨이 오르며 민첩이 엄청나게 오른 나에게 그걸 피하는 건 식은 죽…먹기는 아니었지만 일단 피할 수는 있었다. 아니. 쟤 그래도 일단 보스라 빠르단 말이야. 게다가 아무리 아이젠을 착용했다고는 해도, 얼음 바닥 위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기는 힘들다고. 뭐, 그래봤자 저 녀석이 내 상대는 아니지만 말이야. 10분정도 아슬아슬하게 회피만 반복하면서 보스 룸 사방팔방에 구멍을 잔뜩 뚫어놓은 후, 이쯤하면 됐다 싶은 타이밍에 나는 미사일처럼 날아오른 황제 펭귄 상대로 암습을 가했다. 물론 손에는 성자의 손길을 담아서. “꽤액!” 방어력이 낮다고 매력이 낮은 건 아닐 텐데도, 더더욱 강해진 내 스킬에는 결국 이길 수 없었는지 놈은 허망하게 그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스스로의 암살자 레벨이 올랐음을 알 수 있었다. 드디어! 드디어! 실은 계속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지! 앞서 말했다시피, 나는 조난 중에 무투가와 암살자 레벨을 엄청나게 올릴 수 있었다. 특히 무투가 레벨은 이미 100에 도달해있는 상태였다. 물론 아직 전직은 안 했기 때문에, 그 이상 레벨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왜 전직을 안 하고 있었냐고? 간단하다. 전직할 수 있는 상위 직업 중에 특이한 게 하나 보였거든. 이름 하여 월영무사. 무투가의 상위직업이면서 동시에 암살자의 상위 직업. 즉, 두 직업 레벨을 둘 다 100으로 올릴 수 있는 특수 직업이었다. 후훗. 실은 무투가를 얻었을 때부터, 이걸 염두해두고 굳이 카일을 족쳐가며 암살자란 직업을 얻었던…그래. 미안. 거짓말이야. 암살자는 그냥 은신술로 여탕이나 엿보고 싶어서 얻은 거였어. 설마 이런 직업이 있었을 줄이야. 두 직업을 합쳐서 전직할 수 있는 특수 직업이 있다는 것 정도는 나도 물론 알고 있었지만, 그레이트 어스의 게임이 직업이 좀 많아야 말이지. 과연 나도 특수 직업을 일일이 꿰고 있지는 못했다고. 이번엔 운이 좋았다. 혹시 이것도 여신님의 인도인 건가? 아무튼 그래서 전직을 안 하고 있었던 나였지만, 방금 암살자 레벨이 오름으로서 드디어 전직 조건이 충족됐다. 나는 망설이지 않고 월영무사로 전직을 했다. 이름 : 구원 종족 : 인간 24 직업 : 성자 154 / 모험가 78 / 월영무사 100 / 정령사 23 레벨 : 154 생명 : 40800/40800 정기 : 12900/15400 근력 : 328 내구 : 421 민첩 : 362 체력 : 298 지력 : 186 정신 : 303 매력 : 407 보너스 스탯 : 218 상태 : 보통 그래. 좋아. 만족스러워. 실은 두 직업을 합치는 특수 직업이라고 해서, 다른 직업에 비해서 특별히 능력이 더 좋거나 한 건 아니었다. 이런 특수 직업의 특징이라고는 두 직업의 특징을 한 직업으로 동시에 가질 수 있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 특징이 나에게는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예를 들어 나 같은 경우는 성자의 손길을 베이스로 깔고 무투가 스킬과 암살자 스킬을 번갈아가며 쓰면서 두 직업의 레벨을 올려왔는데, 이제는 그냥 월영무사 하나의 레벨만 올리면 두 직업의 스탯 보정을 동시에 받는 효과가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무투가의 상위직, 암살자의 상위직을 각각 올리는 것보다는 보정치가 떨어지겠지만, 어차피 둘 다 고르게 고레벨로 키울 시간도 없고 말이다. 게다가 어차피 암살자는 반쯤 은신만을 위한 직업이었으니, 이렇게 합치는 편이 몇 배는 낫다. 괜히 사람들이 여러 직업을 동시에 가지지 않고 한두 가지 직업에만 투자하는 게 아니라고. 디아나를 봐. 던전 탐험을 위한 모험가를 제외하면 깔끔하게 마법사 하나밖에 없잖아. 가능하면 정령사까지 다른 직업이랑 합치고 싶을 정도였다. 정령 역시 간편히 몸을 씻을 때 빼고는 별로 쓰질 않으니까 말이야. 뭐, 조난 중 밥 먹을 때마다 바람의 정령을 잘 쓰긴 했지만. 월영무사하고 정령사도 나중에 합칠 수 없으려나? 욕심인가? 응. 욕심이지. 애초에 정령사는 100레벨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구원씨? 구원씨?! 혹시 어디 다치셨어요?” 이런. 너무 오래 멍하니 있었나. 황제 펭귄을 잡고나서 전직을 하느라 가만히 허공을 쳐다보고 있던 날 향해, 레이아가 걱정스런 얼굴을 하고 재빠르게 달려왔다. 천사님, 얼음 바닥에서 그런 식으로 달리면 넘어진다고요. “아, 아니. 괜찮아. 레벨 업을 해서 전직 좀 하느라 그랬어. 미안.” 내 품에 안기듯 다가온 레이아를 가볍게 안아주고, 나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다행이도 아직 보스가 뚫어놓은 구멍들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역시 황제 펭귄이 직접 뚫는 게 조건이었나. 그 모습을 보니, 이 구멍 중 어딘가에 수컷 펭귄이 숨어있을 거라는 예측에 더더욱 확신이 생겼다. 그게 아니라면 이런 기믹이 괜히 존재할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역시나 구멍이 좀 작네. 우리 애들 같은 경우라면 문제없겠지만, 나는 저길 기어가려면 고생을 좀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럼 구원. 일단 내가 먼저 들어가서 확인하고 올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어느 샌가 다가온 사라가 바닥의 구멍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뭐? 안 돼. 위험해.” “황제 펭귄은 구원이 상대했으니까 이 정도는 괜찮잖아.” 사라는 나 혼자 황제 펭귄을 상대하게 만들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아니. 그래도 안 돼. 어차피 성기를 얻으려면 내가 스킬을 써야 되잖아?” “으읏…그, 그건…그럼 어느 구멍에 있는지 정찰만이라도! 그런 거라면 괜찮지? 어차피 구원 덩치로 이 구멍을 일일이 다 확인해볼 순 없으니까. 그러기 전에 막혀버릴걸?”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라는 그렇게 말하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날 조금이라도 쉬게 만들고 싶은 모양이었다. “구, 구원님. 정찰은 저희에게 맡겨주십시오!” “그러네요. 실비아씨나 저라면 만약 들키더라도 충분히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테고. 이 임무는 저희가 적임이네요.” 그리고 그런 사라의 생각에는 실비아와 마틸다도 동의하는 모양이었다. 하여간 얘들도 참. 방금 내가 싸우는 거 봤으니까 별로 힘도 안 들였다는 거 잘 알 텐데도. “그래. 알았어. 그럼….” “후훙. 여기일세.” 우리가 그렇게 훈훈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디아나가 어떠냔 표정으로 다가와서는 한 구멍을 가리켰다. “…응?” “뭘 직접 들어가서 확인해보는가. 자네가 대화할 동안 바람 마법으로 어디가 다른 공간으로 이어져있는지 확인했네. 여기일세.” “…아, 응. 역시 디아나야.” “음!” 언제 어디서도 편리한 디아나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57==================== 여신 강림을 위하여 “후우. 이걸로 겨우 펭귄의 성기도 손에 얻었군.” 나는 재가 되어 사라져가는 수컷 펭귄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응? 뭔가 중간 과정이 생략되지 않았냐고? 뭘 기대한 거야? 상대는 고작해야 펭귄이라고? 라고 말하고 싶기는 하지만, 실은 말 그래도. 실은 중간과정에서 중요한 사건이 일어나기는 했다. 그러니 귀찮지만 설명을 해주도록 할까. “너무 늦으면 수컷 펭귄과 싸우는 동안 구멍이 막혀버릴 위험도 있으니 말일세. 그렇게 되면 이 몸들은 꼼짝없이 4.5계층으로 내려가야 하게 되네. 어쩌면 도중에 통로가 막혀서 또 다시 파티가 나뉠지도 모를 일이고 말일세. 그러니 일단 얼른 처리하고 다시 돌아와서 쉬는 걸로 하세. 황제 펭귄과 싸운 직후라 미안하네만, 가능하겠나?” 다른 애들이 어떻게든 날 쉬게 해주려고 했을 때 바로 다음 할 일을 찾아버린 건, 그런 것까지 계산한 후에 나온 행동인 모양이다. 하여간 우리 디아나는 똑똑하기까지 하다니까. “그럼 당연하지. 보다시피 팔팔하다고.” 나는 기특한 디아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디아나가 가리킨 벽에 난 구멍에 몸을 집어넣었다. 끼, 낀다…. 어깨라든가 최대한 움츠리지 않으면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잖아. 게다가 여길 통과해야 하는 거다. 포복훈련이 생각나게 하는군. 신체 부위 중 가장 넓은 어깨를 잔뜩 움츠리느라 팔은 움직일 수도 없었고, 나는 다리 힘만으로 좁은 구멍을 통과해야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얼음이라서 잘 미끄러진다는 점일까? 게다가 마치 기계로 뚫은 것처럼 표면이 맨들맨들하기도 하고. 발바닥에 부착된 아이젠을 이용하여, 나는 어떻게든 구멍을 통과할 수 있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었고, 나는 그 사이에 새로 전직한 월영무사의 스킬이나 확인하기로 했다. 역시 무투가와 암살자를 합친 직업이니만큼, 기본적으로 빠른 몸놀림을 이용해 기습을 가하는 격투 계열 스킬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이래선 앞으론 방어력을 믿고 탱커를 하는 것 보다는 성자 스킬로 어그로를 끌고 피해 다니는 회피 탱커 역할을 하는 게 좋아 보이네. 애초에 지금까지도 내구만 믿고 억지로 탱커를 했을 뿐, 딱히 방어계열 스킬이 있는 건 아니었으니까 말이야. 레벨에 비해 무식하게 내구가 높아서 통했지만, 과연 6계층정도까지 내려가면 방어스킬 없이는 힘들 테니까 오히려 좋은 계기가 된 걸지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킬을 대충 훑어보던 중,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드디어 마나를 담아 공격하는 스킬들이 생겼네. 지금까지 무투가 스킬들은 그저 일정 자세로 주먹질이나 발길질을 하면 공격력을 올려주는 스킬이 주류였고, 직접적으로 마나를 담아 공격하는 스킬들은 없었다. 사라가 손이나 화살에 마나를 담아 파랗게 빛나게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드디어 나도 그런 스킬이 생겼다는 얘기다. 사라 쟤는 나랑 처음 만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부터 마나를 담아서 공격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전직한 다음에나 배울 수 있는 걸 그런 저레벨부터 사용했다니. 용사란 직업 너무 사기 아니냐? 아니. 성자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 통로를 빠져나오자, 아까 전에 있던 보스방보다 한층 더 넓은 공간으로 빠져나오게 됐다. 설마 황제 펭귄이 뚫어놓은 길이 이런 곳으로 연결 될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정말로 돌아가면 실비아를 듬뿍 귀여워해주자. 그리고 그 공간의 한가운데에는 역시나 예상대로 황제펭귄 보다도 한층 더 몸집이 큰 펭귄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굳이 확인할 것도 없이 수컷 펭귄이었다. 녀석은 날 바라보자마자 바로 바닥에 배를 붙이고 미사일처럼 빠르게 미끄러져왔다. 얘도 역시 저 공격이냐! “얘들아! 아직 오지 마! 그리고 거기서도 조심해! 이 녀석이 그쪽까지 뚫고 갈지도 몰라!” 나는 빠져나왔던 구멍에 대고 그렇게 소리친 후, 일단 옆으로 몸을 날려서 놈의 공격을 피했다. 그러자 놈은 역시나 황제 펭귄과 마찬가지로 벽을 뚫고 그대로 몸을 감췄다. 다른 사람 같으면 어디서 기습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황이 압박감으로 다가오겠지만, 무식하게 튼튼한 방어력과 암살자 레벨을 올리며 높은 민첩을 가지게 된 나로서는 그다지 큰 압박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구멍에 빠져나온 후 자세를 바로잡을 시간을 줘서 고마울 정도였다. 좋아. 펭귄 녀석아. 황제 펭귄은 구멍을 뚫으라고 한동안 놀아줬지만, 넌 그럴 필요도 없어. 다음에 몸을 드러낸 순간 성자 스킬 한 방으로 끝을…아니. 잠깐만. 원래 계획대로라면 그냥 간단히 성자 스킬로 해치우는 게 맞겠지만, 나는 문득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이건…이건 가능할지도 몰라! 펭귄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 전에, 나는 곧장 지금 떠올린 아이디어를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손에는 성자의 손길을. 한 손에는 월영무사로 전직하며 배운 투기를. 상반되는 두 개의 힘을 각각의 손에 담은 나는, 그 이질적인 두 가지 힘을 합치기 위해 두 손을 모아 깍지를 꼈다. 상반되는 두 개의 힘이 서로를 배척하듯이 반발작용을 일으…키는 일은 없었지만, 일단 나는 팔을 일부러 부들부들 떨면서 힘겨운 척을 했다. 이런 건 연출이 중요하다고. 알 수 없는 외계어 주문까지 외우면 완벽하겠지만, 과연 그런 것까지는 기억이 안…아니. 난 저작권을 중시하는 사람이니 굳이 외우지 않겠어. 그렇게 두 손을 앞으로 모아 깍지 낀 자세로, 나는 펭귄 녀석이 다시 내게 날아오기를 기다렸다. “끼에에엑!” 그리고 펭귄이 다시 벽을 뚫고 내 쪽으로 날아오는 순간, 나는 깍지 낀 두 손을 휘두르며 혼신의 힘을 다 해서 외쳤다. “우오오오오옷! 헬! 앤드! 헤브으으으으은!” 아, 참고로 고통과 쾌락을, 그러니까 지옥과 천국을 동시에 보여주겠다는 뜻이야. 따라하는 게 아니라고. “꾸에에엑!” 아무튼 그런 내 깍지 낀 손에 정통으로 후려쳐진 펭귄은, 괴성을 내지르며 그대로 절명하고 말았다. 성자의 손길에 의한 쾌락으로 죽은 건지, 투기에 의한 고통으로 죽은 건지는 나도 모를 일이지만. 두 손으로 마석까지 뽑아내면 완벽했을 텐데. 펭귄의 마석 위치는 대충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 번 노려봤지만, 과연 미사일처럼 빠르게 날아오는 놈의 마석 위치를 정확히 캐치하긴 힘들더라고. 아니. 그 이전에 투기를 담은 주먹으로도 가죽이 뚫리지는 않았다. 아무리 방어력이 약해도, 일단은 보스급 몬스터라는 거다. 뭐, 그래봤자 한 방에 죽은 건 변함이 없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는 무사히 수컷 펭귄의 성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응? 결국 중간 과정에 있었던 중요한 일은 뭐였냐고? 지금까지 뭘 본 거야! 내가 필살기를 개발해냈다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 있었잖아! 아무튼 나는 수컷 펭귄에게서 드랍 된 성기를 주워들고는, 주위를 살펴봤다. 물론 여기서 성기를 얻게 됐으니 당연히 4.5계층으로 통하는 길이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거다. 일단 확인은 하고 가야하지 않겠어? 수컷 펭귄을 빨리 끝장낸 덕분에 다행이도 구멍이 사방팔방에 뚫리는 일은 없었고, 덕분에 열쇠구멍을 빨리 발견한 나는 일단 통로를 열어서 4.5계층의 존재를 확인만 하고는 곧장 황제 펭귄이 있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구멍 안으로 들어갔다. “…실비아. 여기서 뭐하니?” “우, 우아아…! 으아아앗!” 그리고 왔던 때와 마찬가지로 다리 힘만을 이용해 구멍을 미끄러지던 도중, 중간에 껴있는 실비아와 마주쳤다. 말했다시피, 나는 기어간다는 표현보다는 미끄러진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방법으로 이동 중이었다. 이렇게 이동하게 되면, 속도는 빠르지만 중간에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중간에 장애물이 없는 한 굳이 움직임을 멈출 필요도 없잖아? 당연히 중간에 실비아가 껴있을 거라고 상상도 하지 않았던 나는 통로가 막히기 전에 쭉쭉 미끄러져나갔다. 덕분에 이렇게 실비아와 마주친 지금, 우리의 얼굴은 엄청나게 가까워져 있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얼굴 사이의 거리가 5센티미터도 떨어지지 않았을 정도로. 살짝 목을 뻗으면 키스도 가능할 것 같았다. 던전 안인데도 실비아가 부끄러워 죽으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 “실비아?” “네, 네헷! 그, 그러니까! 구, 구원님이 늦으셔서! 사라님이 들어가려고 하셔서! 하지만 사라님보다는 제가 튼튼하니까! 먼저 들어가서 확인하려고 해서! 그런데 갑옷이 중간에 끼어서! 게다가 구원님의 얼굴이 가까이이이! 가까워! 가, 가깝습니다아아아…!” 완전히 패닉상태에 빠진 실비아는 횡설수설 떠들어댔지만, 그래도 대충 상황은 파악했다. 뭐, 아무리 실비아의 덩치가 나랑 비교해서 훨씬 작다고는 해도. 두꺼운 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야 이런 구멍을 통과하다보면 끼겠지. 기왕 이런 세계관이니까, 노출도=방어력인 갑옷도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야. 과연 그런 건 너무 비현실적이었는지, 이 세계의 갑옷들은 하나까지 현실감이 넘치는 것들뿐이었다. 뭐, 앨리시아처럼 어느 정도 노출도 있는 갑옷을 입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걔가 특이한 것뿐이고. 아무튼 실비아는 중간에 끼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는 말이다. 흠. 그럼 이제 어쩌면 좋을까. 아니. 나도 돕고 싶어. 돕고 싶은데 말이야. 공교롭게도 나도 지금 팔을 못 쓰는 상황이거든. 내 쪽에서 밀어줄 수 있었더라면 그나마 조금 상황이 나았을 텐데. 그렇다고 해서 실비아가 저 상태로 후진을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기 힘들고 말이야. 이대로 가면 둘이서 사이좋게 매장되는 결말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아니. 이런 상황이다. 하는 수 없지. 실비아의 목숨이 조금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둘이 사이좋게 매장되는 것보단 나으니까. 나는 다시 다리에 힘을 줘서, 몸을 앞으로 더 전진시켰다. “구, 구구구구구, 구원니이이임?!” 안 그래도 가까웠던 내 얼굴이 점점 더 가까워지자, 실비아가 전신을 파닥파닥 거리면서 패닉 상태에 빠졌다. 파닥거린다고 해봤자, 끼어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그런 실비아의 이마에 내 이마를 가져다대고, 실비아에게 말을 걸었다. “실비아. 목에 힘주고 있어라. 그대로 밀 테니까.” “으햐앗! 흐앗! 하앗! 네, 네힛! 후읏! 흐읏!” 아무래도 거리가 너무 가깝다 보니, 말하는 도중에 내 입술이 그만 실비아의 입술에 닿고 말았다. 하지만 실비아도 상황의 긴박함은 아는 건지, 패닉상태에 빠진 와중에도 기특하게 대답은 하면서 목에 힘을 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 상태에서, 나는 그대로 다리에 힘을 줘서 실비아를 밀어내려고 애썼다. 난폭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이 방법밖에 없어보이니까 말이야. 그리고 실비아는 레벨이나 직업을 따지고 봐도 근력 스탯이 엄청 높을 테니, 이정도로 다치거나 하진 않겠지. “우으으읍! 으읏! 흐햣! 히으으응읍!” 하지만 인간, 목 힘으로 버티는 게 한계가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서로의 이마를 맞댄 상태에서 밀어내려고 했던 나였지만, 힘을 주다보니 자연스럽게 고개가 조금 더 뒤로 젖혀지면서 서로의 입술까지 맞대게 되어 버렸다. 즉, 키스를 하게 됐다. 솔직히 키스라는 표현보다는 서로의 안면이 비벼지고 있다고 표현하는 게 정확한 모습이었지만, 우리 실비아한테는 완전히 키스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까보다 몸이 훨씬 더 덜덜 떨리면서, 실비아는 비명을 지르려다가 자신의 혀가 내 입술에 닿은 걸 느꼈는지 더더욱 패닉 상태에 빠졌다. 솔직히 기절하지 않은 게 용한 모습이었다. 뭐, 눈은 완전히 팽글팽글 돌아가고 있었지만. 아무튼 그렇게 서로의 얼굴을 맞댄 상태에서 실비아를 밀어내려고 노력하기를 수 초, 마치 걸린 게 빠지기라도 한 듯 갑작스레 우리의 몸이 쑤욱하고 앞으로 미끄러졌다. 아니. 실비아 입장에선 뒤로 미끄러진 거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우리는 무사히 통로가 막히기 전에 탈출할 수 있었다는 거다. “실비아. 괜찮아?” 통로에서 빠져나온 후, 실비아의 입술을 보자 역시나 피가 나고 있었다. 뭐, 그렇게 밀어 붙였으니까 말이야. 사실 내 입술에도 피가 나는 건지, 아릿하게 철의 냄새가 풍겨오고 있었다. 하지만 난 아무래도 좋아. 중요한 건 우리 귀여운 실비아한테 피가 난다는 거지. “레이아. 치료 좀 해줘.” 나는 혀를 내밀어서 실비아의 입술에 묻은 피를 핥아주며 그렇게 말했다. “흐햐아앗! 으아아아….” 하지만 그게 또 치명타가 터져버렸는지, 잘 버텨오던 실비아는 결국 던전 안인데도 불구하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구원.” “자, 잠깐만. 설명할 수 있어. 내가 다 설명할 수 있어.” 그리고 나는 우리 애들한테 필사적으로 상황 설명을 해야 하는 꼴이 됐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쓰면서도 뭔가 계속 하나 빠진 것 같아서 찝찝했는데 정령사를 빼먹었네요. 설마 이 중요한 걸 빼먹을 줄이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58==================== 친구가 보내준 마지막 선물 실비아가 기절에서 깨어난 후, 우리는 일단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가 던전에 들어온 지도 벌써 17일째. 원래는 이 얼음동굴을 한차례 다 돌았던 시점에서 돌아가려고 했던 거다. 예상보다 던전에 있는 시간이 상당히 길어져 버렸다. 뭐, 결과적으로 4.5계층으로 통하는 입구를 발견한 거니까 잘 된 거지만 말이야. 아무튼 돌아가기로 한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존재했다. 하나는 다시 얼음 동굴을 거슬러 올라가서 3계층으로 빠져나온 후 거기서 마을로 돌아가는 것. 그리고 또 하나는 여기서 곧장 4계층으로 빠져나간 후, 거기서 마을로 돌아가는 것이다. 안정성만 따지고 보면 당연히 3계층에서 돌아가는 게 편하겠지만, 걸리는 시간을 따지고 보면 4계층으로 돌아가는 편이 빠르기는 할 거다. 몬스터 수준이 더 높다는 걸 감안 하더라도 말이다. 내가 조난당했을 때는 거기까지 가는데 상당히 오래 걸렸기 때문에 4계층의 마을이 멀다는 인식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조난당했을 때하고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그때는 자는 도중에 몇 번이나 떠내려가기도 했었고, 혼자서 몬스터들을 상대하며 가다보니 마나 관리나 생명력 관리에 시간을 쏟기도 하는 등, 상당히 시간을 많이 지체하며 이동했었다. 무엇보다도 그때는 맵을 밝히지 않았었다. 하지만 일단 4계층 마을에 한 번 다녀온 지금이라면, 맵만 보고 최단 루트로 마을까지 돌아가는 것도 가능하다. “나는 이왕이면 4계층을 통해서 돌아가고 싶은데.” 우리 애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그렇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러면 4계층의 몬스터들을 상대하면서 가야 하잖아?” “이제 와서 그 정도쯤이야. 너희가 내가 혼자 다닐 때 싸우는 모습을 못 봐서 그러는 모양인데, 나 혼자서도 걔들 전부 찜 쪄 먹을 수 있어.” “구원씨.” 내가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자, 레이아가 진지한 얼굴을 하고는 내 이름을 불렀다. “응? 네. 천사님.” “또 그렇게 방심하시다가 다치시면 혼낼 거예요.” 그리고는 주먹 쥔 손을 자기 얼굴 옆까지 들어 올린 다음 손목을 까딱하고 움직이며 혼내는 것 같은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뭐야. 저 제스처. 설마 때리는 시늉하신 건가? 내 눈엔 그냥 고양이 흉내로밖에 안 보였는데. 우리 천사님 진짜 너무 귀여우신 거 아니야? 저 성숙하고 아름다운 외모로 귀엽기까지 하시다니. 진짜 사기야. 그 모습을 보고 나는 곧장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정말…. 또 그렇게 적당히….” 아니. 이 헤실 거리는 미소는 나도 어쩔 수 없어. 남자라면 레이아랑 말하는 순간 누구라도 다 이렇게 된다고. “아무튼 나는 4계층으로 돌아가고 싶어. 이왕이면 우리 힘으로 4계층 마을에 도달해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야.” “읏! 자, 자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가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디아나는 자신의 판단을 조금 후회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텔레포트 마법진은 스스로의 힘으로 그 계층의 마을이 도착하게 된 이후에나 이용하라고 했던 자신의 판단을 말이다. 디아나는 모든 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미 등록해둔 상황이다. 그러니 같은 클랜의 우리라면 디아나의 힘을 빌어서 일단 모든 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을 등록해두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예전에 디아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텔레포트 마법진을 등록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며 우리에게 텔레포트 마법진을 등록시켜주는 걸 거부한 적이 있다. 하지만 만약 디아나가 미리 텔레포트 마법진을 등록시켜 줬었다면, 내가 조난당했을 때 훨씬 빨리 마을로 복귀할 수 있었을 거다. 그리고 내가 조난하고 나서야, 디아나는 그런 자신의 판단을 후회하게 됐다는 얘기다. 게다가 결국 4계층의 텔레포트 마법진은 그런 식으로 전원 등록하게 되어버렸고 말이다. 하지만 그건 결과론적인 얘기고, 나는 개인적으로 디아나의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는 마을까지 도달할 힘이 없다면,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지 말아야한다. 힘 없는 자가 자신보다 수준 높은 곳을 돌아다니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으니까 말이다. 디아나가 전생하기 전 수준의 능력을 갖추고 있어서 여차하면 그 어떤 위기에서라도 우리 모두를 구할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모를까, 그것도 아니니까 더더욱 말이다. 만약 디아나가 텔레포트 마법진을 미리 등록시켜 줬다면, 우리는 주제도 모르고 4계층의 심부부터 탐험을 시작하다가 내 조난보다 훨씬 큰 위기, 예를 들면 파티 전멸 같은 위기를 맞이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스스로의 힘으로 텔레포트 마법진까지 갔지만, 너희는 아니잖아? 그런 건 역시 스스로의 힘으로 등록하지 않으면.” 때문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을 디아나를 긍정해주는 의미에서도, 나는 4계층을 통한 복귀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 “대체 왜 잘난 듯이 말하는 건가요? 그냥 조난당한 것뿐이잖아요.” “그래도 내 힘으로 거기까지 헤엄쳐간 건 맞잖아? 안 그래?” “네에…그래요오….” 황당하다는 말투로 대꾸한 마틸다였지만, 내가 그 턱을 붙잡고 다시 한 번 되묻자 바로 긍정해줬다. 음. 역시 솔직한 게 제일이라니까. “바보. 저주를 그런 식으로 이용하지 마!” 그런 날 보고, 사라가 한숨을 내쉬면서 가볍게 내 옆구리를 꼬집었다. “그래서, 사라도 반대야?” “딱히 반대는 아니지만…난 어느 쪽으로 가든 상관없어.” “다른 사람은?” “이, 이 몸도 상관없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허리에 찰싹 매달려왔다. 아무래도 내가 굳이 4계층으로 가려고 하는 이유를 이해한 모양이다. 그래. 그래. 나밖에 없지? “레이아는?” “…한 가지만 확인하게 해주세요. 구원씨, 정말로 4계층에서도 괜찮으신 거죠?” “그럼 당연하지.” “정말로 정말이죠?” “정말로 정말이야.” “그렇다면 저도 찬성이에요.” 천사님은 내 몸을 몇 번이나 걱정하며 확인한 끝에, 겨우 찬성을 해줬다. 난 그렇게 섬세한 놈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저런 반응이라니. 천사님. 사랑합니다. “그럼 갈까?” 그렇게 결론이 나고 나서, 우리는 곧장 4계층을 통해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실비아랑 마틸다의 의견은 어쨌냐고? 이 둘이 내 의견에 반대할 리가 없잖아? 평소라면 모를까 마틸다는 지금 핑크빛 모드에 들어간 상황이고, 실비아는 아직도 아까 전 키스의 여파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차라리 4계층 같이 더 위험한 곳으로 가서, 전투의 긴장감이라도 가지게 되는 게 둘한테 있어선 더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며칠 만에 다시 4계층으로 돌아온 우리는, 맵을 바라보며 곧장 마을을 향해 헤엄을 쳐갔다. 실비아나 마틸다 역시도 우리에게 뒤처지지 않고 헤엄치는 걸 보면, 역시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게다가 이 둘은 중갑옷을 입고 있으니까 말이야. 뭐, 둘 다 높으신 분들인 만큼, 갑옷이 상당히 좋은 물건이기 때문에 무게가 보기보단 덜 나갈 거란 이유도 있겠지만. 실비아는 원래부터 중갑옷을 입고 있었지만, 마틸다 역시도 성기사로 전직한 후에 장비를 싹 다 바꿨다. 복잡해보이던 추기경복에서, 그야말로 성기사랑 칭호가 어울리는 화려한 갑옷으로. 듣자하니 이전에 성기사대 대장을 할 때부터 입고 다니던 갑옷이라나. 게다가 무기 역시도, 스태프에서 철퇴로 바꿨다. 종교인들은 날붙이를 쓰지 않는 다는 설정은 꽤나 흔한 설정이지만, 저 레이아 다음가는 나이스 바디의 마틸다가 중갑옷을 껴입고 철퇴까지 들고 있으니 솔직히 처음엔 엄청 어색했다. 게다가 저 철퇴도 결국엔 성직자의 무기잖아? 저것도 성기로 만들어진 걸까? 무서워서 물어볼 순 없지만. 아니. 생각해봐. 스태프는 그나마 보통 보조용으로 쓰지만, 철퇴는 휘두르면서 직접 타격을 가하는 거잖아? 성기로 만든 무기로 두들겨 맞는다니, 내가 몬스터였으면 울었다. 아무튼 그렇게 한동안 헤엄쳐가고 있었을 때, 사라가 갑자기 헤엄을 멈추더니 자세를 잡고는 활시위를 겨눴다. 사라가 바라보고 있는 방향으로 나도 시선을 돌려봤지만, 거기에 보이는 건 그저 끝없이 펼쳐진 물뿐이었다. “사라?” 내 부름에도 반응하지 않고, 사라는 그대로 활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사라의 활에서 기로 만들어진 화살이 마치 레이저처럼 쏘아져나갔다. “가자.” 그리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사라는 다시 헤엄쳐가기 시작했다. 대체 뭐였던 거야? 그 의문은 몇 분 더 앞으로 헤엄쳐나가고 나서야 겨우 밝혀졌다.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상어의 시체가 피를 흘리며 둥둥 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 냄새를 맡은 건지, 상어 시체의 주변에는 다른 종으로 보이는 상어 세 마리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뭐, 그래봤자 겁먹을 건 전혀 없지만.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월영무사의 힘을 시험해볼까? 일단 제일 가까운 한 마리부터 기습으로…! 그렇게 생각한 순간, 세 마리의 상어의 몸에 동시에 구멍이 뚫렸다. 내가 아무 말도 못하고 사라를 보자, 사라가 자신의 활을 다시 등에 걸으면서 오랜만에 자기 생김새에 잘 어울리는 쿨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누가 누구 싸우는 모습을 못 봤다고?” “나대서 죄송합니다.” 지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세 마리가 일렬로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세 마리가 동시에 죽었어. 설마 한 번에 화살 세 개를 날린 거야? 게다가 저기 처음부터 죽어있던 놈. 저것도 사라가 잡은 거지? 대체 얼마나 멀리서 잡은 거야. 얼음동굴에선 평범하게 싸웠기 때문에 별로 실감이 안 됐는데, 역시 사라 얘 엄청 강해졌구나. 어쩐지 평소라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면서 마력을 아끼면서 다녔을 디아나가,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고 바람 마법을 펑펑 써대더라니.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 그런 거였군. 만약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가. 뭐야. 이 용사님. 엄청 듬직하잖아. 그렇게 강해진 사라의 활약에 힘입어, 우리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헤엄만 칠 수 있었다. 아니. 거의라고 할까…진짜로 아무것도 안 했다. 뭐 몬스터가 다가오기도 전에 사라가 다 잡아버리니까 할 게 있어야지. 대체 얼음 동굴에선 왜 저렇게 안 한 건데? 설마 내 기를 살려주려고 그랬나? 아니면 여기가 내가 조난당했던 4계층이니까, 내가 뭔가 할 일이 생기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고 있는 건가? 아무튼 그렇게 헤엄만 쳤음에도 불구하고, 마을까지 도달하는 데는 며칠의 시간이 걸렸지만 말이다. 그래도 3계층을 거쳐서 돌아갔을 것과 비교해보면 훨씬 빨리 돌아가게 되는 거지만. “좋아. 이제 앞으로 한두 시간 정도만 더 가면 마을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다들 힘내자.” 아마 이번 던전행에서 하게 될 마지막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모두를 돌아보며 파티 리더답게 그렇게 말했다. 전체적인 조언은 디아나가, 실질적인 전투는 사라가. 뭔가 점점 리더로서 할 일이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은 들지만, 그래도 일단 리더는 나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자리에 일어섰을 때, 내 시야 한 구석에 익숙한 뭔가 포착됐다. 그리고 그것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나는 자연히 몸이 덜덜 떨리는 게 느껴졌다. “아, 아, 아아…퍼….” “구원씨? 왜 그러세요?” 며칠 동안 4계층에서도 계속 멀쩡했던 내 모습을 본 탓인지, 이제는 전처럼 크게 걱정은 안 하게된 레이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살짝 허리를 숙여 내 얼굴을 엿봤다. 하지만 그런 천사님의 가련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는 그 모습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펄스으으으은!” 나는 식사를 위해 디아나가 만들어놓은 공기 방울을 벗어나서, 저 멀리 보이는 친구를 향해 필사적으로 헤엄쳐나갔다. 하지만 그런 나보다 한 발 빨리 펄슨에게 다가가는 그림자가 있었다. 바로 피라냐형 몬스터였다. “안 돼애애애! 펄스으으은!” 내 비통한 외침도 허망하게, 펄슨은 피라냐의 그 날카로운 이빨에 찢겨서 펑하고 터져버리고 말았다. 다음 순간 사라의 화살이 파라냐의 몸을 꿰뚫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암 쏘리…암 쏘리 펄슨…크흑…흑…흑….” 내 뺨을 타고내리는 한줄기 뜨거운 눈물이, 그대로 4계층을 채우고 있는 차가운 물에 녹아내리며 그 양을 더해줬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펄슨의 인기가 너무 많아서 예정에도 없던 깜짝 등장을 시켜드렸습니다. 닭구 // 정령사 레벨도 사실 조난 당했을 때 오른 게 대부분입니다. 밥먹을 때 바람의 정령을 이용하여 공기를 생성하거나, 수영할 때 물의 정령의 힘도 빌리는 등 묘사만 안 됐지 상당히 정령을 많이 썼거든요. 그리고 실비아는 전부터 이미 전위에서 싸우고 있었습니다. 성역 선포를 쓸 일이 있거나 하는 몇몇 특수 상황에서만 후위에서 싸웠죠. 루인sv // 물론 습득 가능합니다. 다만 몇 화 전에 묘사된 것처럼, 구원은 히로인들의 스탯이나 스킬 관리를 되도록 안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게임 캐릭터 관리하듯 만지는 게 싫다는 생각 때문에요. 그리고 사실 구원이 굳이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강하기도 하고요. 작중에 설명만 안 나왔을 뿐이지, 사라도 이것저것 스킬을 익히고 있습니다. 559==================== 친구가 보내준 마지막 선물 “그래. 그런 거지. 결국 이 바다는 우리의 눈물로 채워진 건지도 몰라.” 일부러 과장되게 애잔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연극체로 중얼거려보는 나였지만, 그런 내 태도에 우리 애들은 그저 안쓰러운 시선만 보낼 뿐이었다. “아니. 그러니까 말이지. 이런 농담을 하기 위해.” “알고 있네. 이 몸은 전부 이해하네. 그러니까 우선 그것부터 버리면 어떻겠나? 지지일세. 지지.” 마치 어린애를 달래주기라도 하듯이, 디아나가 까치발을 하고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상냥하게 그렇게 말해줬다. 지금은 그 상냥함이 너무 아프다. “지지라니! 애 취급 하는 건 둘째 치고 펄슨한테 지지라니! 버릴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 네 말대로 펄슨은 죽었어! 하지만 내 등 뒤에서, 이 가슴 속에서! 하나가 되어 살아…!” “흐윽! 구원씨…!” 울컥하는 날 보고 더 이상 참기 힘들다는 듯, 레이아가 손으로 입을 가리고 고개를 옆으로 홱 돌리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 아니. 천사님! 그런 게 아니라 말이죠! 나는 당황해서 천사님께 손을 뻗었지만, 천사님은 오히려 그런 날 안심시키려는 듯 내 손을 두 손으로 감싸서 꼬옥 잡아줄 뿐이었다. “괜찮아요. 괜찮으니까요. 구원씨.” 그렇게 말하면서, 천사님은 마치 날 부축이라도 하듯 내 허리에 한쪽 팔을 휘감고는 날 앞으로 인도했다. 그래. 여기는 현재 4계층의 마을. 그리고 나는 지금 우리 애들한테 마치 보호라도 받듯이 둘러싸여서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연행되는 중이었다. “아, 아니. 난 정말로…!” “우선 그것부터 놓고 얘기하시는 게 어떤가요?” 나와 붙어있는데도 핑크빛 모드가 될 징조조차 보이지 않고 연민하는 눈으로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마틸다의 말에, 나는 황급히 펄슨이었던 것을 인벤토리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마틸다의 시선이 더욱더 연민으로 가득 차게 됐지만. “아니. 일단 이것도 몬스터 잡아서 나온 아이템이니까! 버리긴 아깝잖아?” “…우으. 구원니이임….” 물론 그런 내 변명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아니. 실비아야. 그러니까 울려고 하지 말아줄래? 울고 싶은 건 나란다. 그보다 너, 맘만 먹으면 이렇게 나랑 붙어있어도 아무렇지 않잖아. 좋았어. 그럼 이 기회를 살려서 집에 가면 곧장 사도 임명 시도를…. 그런 말을 할 분위기는 아니지. 응. 나도 알아. 나는 순순히 우리 애들한테 끌려가는 수밖에 없었다. “야! 구워어어언! 이 새끼야아아!” 그리고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 길드에 도착하니, 거기엔 어째선지 앨리시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것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전히 엄청나게 화가 난 채로. 뒤에 삼인방도 보이지 않는 거나 저 반응을 보면, 아예 작정하고 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대체 쟨 왜 저렇게 화가 난 거지? 알 수가 없단 말이야. 하지만 이건 기회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전에 4계층에서 만났을 때는 그 기세에 쫄아서 그만 도망가 버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앨리시아의 저 분노는 현재 우리 파티를 감싸고 있는 이 우울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데 아주 좋은 자극제가 되어 줄지도.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겁먹을 필요도 없고 말이다. 애초에 잘못한 게 없으니까. “오오! 앨리시아! 간만이다!” “잘도 그딴 식으로 주둥아리를 놀릴 수 있군! 앙?! 너 오늘 제대로…!” “당신 지금 아픈 사람한테 뭐하는 짓이에요!” 내 인사를 도발로 받아들인 듯 더 폭주하려했던 앨리시아였지만, 그 앞을 우리의 용사님이 막아섰다. 과연 용사님. 잘도 저 흉포한 기세에 쫄지 않고 당당히 맞서네. “앙?! 관계없는 년은 꺼져…엉? 아픈 사람?” “그래요! 구원은 지금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라고! 그러니까 방해하지 말고 당신이야 말로 꺼지시죠?! 관계없는 사람씨! 난 구원이랑 깊은 관계라 빨리 데려가서 보살펴줘야 하니까!” “저, 정신이 불안정해? 그게 무슨 말이야?” “당신도 구원이 4계층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알거 아니야?! 그럼 4계층에 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 지도 예상할 수 있지 않아? 아니면 그것도 못할 정도로 생각이 없는 거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옆에 찰싹 붙어서는 한쪽 팔을 자신의 가슴에 꼬옥 감싸 안았다. 우와아. 우와아아…. 사라야 너 진짜…. 아니. 원래부터 앨리시아는 경계하고 있었으니까 말이 평소보다 험악해지는 건 이해하고, 앨리시아의 험한 말투에 화난 것도 이해는 하는데 말이야. 그래도 우와아…. “뭐, 뭐, 뭣…!” 되로 줬다가 말로 두들겨 맞은 앨리시아는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응. 이해한다. 미안. 우리 용사님이 화나면 말로 명치를 때리는 경향이 있어. “그럼 4계층에 못 온 것도…4계층에서 바로 다시 얼음동굴로 돌아간 것도…아니. 야. 그래도 그럼 나중에 보잔 말은 뭐였냐?” 하지만 앨리시아도 괜히 최강 클랜의 간부씩이나 하는 터프함이 어디 가는 건 아닌지,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날 바라보며 아까보다 훨씬 차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완전히 제정신은 아닌지, 사라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내게 말을 건 거지만. 평소 성격이라면 사라 말을 듣고 욱했을 텐데 말이야. “응? 지금 봤잖아?” “……아. 응. 그래.” 내 대답에 푸욱하고 한숨을 쉬는 앨리시아였다. 한 번 분노가 꺾인 바람에 아무래도 좋아진 모양이다. 말을 종합해보자면, 결국 앨리시아가 화난 이유는 나랑 같이 4계층을 탐험할 생각이었다는 거야?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나눈 말들이 같이 가자는 뜻이었고, 내가 그러자고 해놓고 엿을 먹여서 화가 난 거야? …과연. 화날만하네. 그리고 내가 3계층에 가자고 했을 때 우리 애들이 그런 표정을 지은 이유를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알고 있었으면 얘기 좀 해주지. 난 전혀 몰랐잖아. 뭐, 우리 애들은 앨리시아 얘를 경계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알려주지 않았다고 해서 탓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걱정할 거 없는데 말이야. 얜 친구라고 친구. “알았으면 비키시죠?”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여전히 내 앞을 가로막는 앨리시아를 옆으로 밀치려고 했다. 밀쳐지지 않았지만. 그리도 한 동안 대치가 계속됐다. 앨리시아의 어깨를 붙잡은 사라의 팔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할 무렵, 먼저 입을 연 건 앨리시아였다. “그래서. 뭐 트라우마가 재발했다고? 나약한 녀석. 요즘 성자님이니 뭐니 하면서 떠받들여지는 모양인데, 역시나 병아리는 병아리란 거잖아. 하여간 어쩔 수 없는 녀석이군. 그래도 네 모험가 신고식을 치러준 몸으로서 그냥 내버려둘 수도 없지. 누나가 업어서 데려다 줄까?” 게다가 사라를 향해 말을 거는 게 아니라, 자기를 옆으로 밀쳐내려 하는 사라를 완전히 무시하고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것도 짐짓 태연한 말투로. 사라가 스탯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힘을 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레벨이 압도적인만큼 힘으론 앨리시아한테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근력 스탯 자체도 앨리시아가 아마 훨씬 더 높을 테고 말이다. “이이익! 당신이 앞을 막고 있어서 못가는 거잖아! 지금 한시가 급하다고!” 그리고 그런 앨리시아의 반응에 이번엔 사라가 분노에 휘감기기 시작했다. “헹. 걱정 마셔. 내가 업고가주면 훨씬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으니까.” 물론 앨리시아는 그런 사라를 보고도 전혀 겁먹지 않았지만. 아니. 사라는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게 이해가 가지만 말이야. 앨리시아 너는 괜히 그렇게까지 사라랑 기 싸움할 필요가 있냐? 물론 사라가 아까 말을 험하게 해서 화난 건 이해하는데, 일단 먼저 입을 험하게 놀린 건 너잖아. 아무튼 이대로 계속 놔두면, 둘의 대치가 그냥 기 싸움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뭐,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 사라가 본격적으로 싸움을 벌일 거라곤 생각되지 않지만 말이야. 사라한텐 내가 최우선이고, 사라는 지금 날 무척이나 불안정한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래도 일단 내가 말리는 게 좋겠지? “둘 다….” “앨리시아양.” 하지만 내가 입을 열기 전에, 디아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응? 아, 네.” 앨리시아는 처음엔 여유 만만한 말투로 대답했지만, 자기한테 말을 건 게 누구인지 확인한 다음 바로 다시 존댓말로 바꿨다. 아무리 야생마처럼 날뛰는 앨리시아라도 디아나랑 맞먹기는 힘든 모양이었다. “두 번 말 안 하겠네. 이 몸들은 지금 급하네. 낭군님 앞에서 비키게.” 디, 디아나야? 그 디아나답지 않은, 남을 찍어 누르는 듯한 고압적인 말투에 나는 힐끔 디아나의 얼굴을 엿봤다. …얘도 엄청 화나 있잖아. 한 시가 급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계속 앨리시아가 길을 막고 있자, 과연 디아나도 화를 참을 수 없었던 모양이다. 다른 사람 일도 아니고 나랑 관련된 일이니까 말이야. 아니. 디아나뿐만이 아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라나 디아나뿐만 아니라 우리 애들 모두가 앨리시아를 노려보고 있었다. “야. 앨리시아. 얘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만! 응? 알았지?” “어, 어. 응….” 나는 황급히 앨리시아한테 그렇게 말을 걸면서, 옆으로 비키라고 손짓을 했다. 사라에게만 신경 쓰고 있던 앨리시아도 그제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확인했는지, 어색한 표정으로 옆으로 비켜줬다. 그리고 앨리시아가 옆으로 비키자마자, 우리 애들은 인사도 안 하고 황급히 날 데리고 길드를 빠져나가려 했다. “어? 얘들아! 잠깐만! 길드에 귀환 보고를…!” “제가 하겠습니다!” 실비아의 기특한 행동에 가로막혀, 나는 결국 레이첼 누님께 인사도 못 나눠보고 그대로 저택으로 연행되어 버렸다. 그리고 그 후에 어떻게 됐냐고 하면…. “자, 구원씨. 아앙. 하세요.” “아앙.” “후훗. 네. 아앙. 응. 후훗. 맛있으세요?” “으, 응. 맛있어.” “구원 여기는 어때? 시원해?” “으, 응. 사라의 마사지는 언제나 최고지.” “그럼 편안한 마음으로. 아무 생각하지 말고 내 손길에만 몸을 맡겨. 복잡한 생각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되니까.” “여기는 어떠세요? 저도 이런 건 제법 잘 한다고요.” 대충 상황파악이 되지? 그래. 난 지금 우리 애들한테 마치 환자처럼 돌봐지고 있었다. 그것도 다섯 명이 전부 달라붙어서. 레이아는 내 옆에 앉아서 과일을 직접 먹여줬고, 사라와 마틸다는 각각 내 양옆에서 팔다리를 마사지 해줬다. “이건 어떤가? 이런 식으로 마나를 활성화시키면 몸이 차분해지…자, 자네도 참. 여기도 편하게 해줬으면 하는 겐가? 조, 조금만 참을 수 없겠나?” 그리고 디아나는 내 하복부에 손을 얹고, 마나를 불어넣어서 돌렸다. 이러면 마음이 진정되는 효과가 있다나. 하복부에서 디아나의 손이 꼼지락 거리다보니 가끔 내 물건이 서서 디아나의 손까지 닿기도 했지만, 디아나는 평소처럼 얼굴을 붉히며 화내지 않았다. 아니. 물론 얼굴은 붉어졌지만,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미안하단 말투로 그렇게 말하며 내 물건을 바지 위로 쓰다듬어주기까지 할 정도였다. 만약 내가 참을 수 없다고 대답하면 어떻게 해줄 셈인 걸까? 귓가에 해보라고 꼬드기는 악마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이성을 총동원하여 겨우 참을 수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욕망을 채우는 건 아니잖아. “우으으으….”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비아로 말하자면, 내가 맨날 실비아를 껴안고 실비아테라피니 뭐니 하면서 힐링했던 걸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매번 그럴 때마다 정신이 나가서 제정신도 아니었던 주제에. 그래서 실비아는 지금 내 등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응. 솔직히 힐링된다. 하지만 계속 이러고 있는 건 말이지…. “얘들아. 그러니까 난 딱히 정신이 불안정한 게….” “자, 구원씨. 아앙.” “아앙. 아, 아니. 그러니까!” 천사님! 치사해요! 천사님이 아앙이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입을 열고 받아먹을 수밖에 없잖아요! “낭군님. 이 몸이 뭐라고 했는가?” “아무 생각하지 말고 마음을 편안히 먹으라고.” “지금 이 몸에게는 낭군님이 뭔가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이네만?” “아니. 그러니까 이건…으읍!” 디아나는 여전히 한 손을 내 하복부에 댄 상태로, 내 몸에 달라 붙어와서 키스를 했다. “아앗! 디아나! 치사해요!” “아음. 쪽. 낭군님이 머릿속이 복잡해보이니 조금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것뿐일세. 응….” 아니. 그러니까 난 진짜 괜찮다니까. 뭔가 점점 저항하는 게 부질없어졌다. 게다가 지금 이 그림. 다섯 명이 전부 내게 찰싹 달라붙어서 뭔가를 해주려고 하는 이 그림. 그야말로 하렘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그림 아니야? 내가 왜 이걸 거부할 필요가 있는 거지? 아니. 그래도 우리 애들이 오해로 인해 동정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하는 건…. 그런 내 내면의 갈등은 하루 종일 계속됐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60==================== 친구가 보내준 마지막 선물 “그러니까 말이지. 계속 혼자 있으면 쓸쓸하잖아? 아무 말이라도 막 하는 편이 정신 건강상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그런 상황이 계속되자, 결국 견딜 수 없어진 나는 어떻게든 우리 애들을 설득해보려고 힘썼다. 아니. 물론 행복은 했어. 당연히 행복했지. 절세 미녀 다섯이서 동시에 날 보살펴주는 건데. 행복하지 않았다고 말하면 그건 그냥 기만에 불과하다. 애초에 내가 예전에 꿈꿨던 하렘왕의 이미지가 바로 이런 생활을 하면서 지내는 거였으니까. 고마워. 펄슨. 네 덕분에 내가 이런 호사도 누려본다. 다만 우리 애들이 이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생각해보면, 아무 생각 없이 마냥 이 상황을 즐기기만 하는 것은 조금 힘들었다. 겉으로는 날 안심시켜주듯 방긋방긋 웃고 있지만, 속으론 날 엄청 걱정해서 이러고 있는 거잖아. 그 증거로, 내가 쓸쓸했다고 실토한 순간 다들 엄청나게 어두운 얼굴이 됐다. “그런 표정할 거 없다니까. 혼자 있으면 누구나 다 그렇게 된다고. 하지만 이제 이렇게 너희랑 같이 있는 거니까. 응? 아! 행복해! 난 세계에서 최고로 행복한 놈이야!” 그렇게 오글거리는 말까지 과장되게 외쳐봤지만, 우리 애들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려고 하질 않았다. “하지만 자네. 그 허파를 본 순간의 반응은 도저히 정상적인 반응이 아니었잖은가.” “그, 그거야 어쩔 수 없잖아! 조건반사 같은 거야! 그냥 보는 순간 그때 생각이 잠깐 떠오른 것뿐이야! 정말 별 일 아니었으니까.” “구원씨.”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레이아가 두 손으로 내 얼굴 양옆을 붙잡더니 자기 쪽으로 고개를 돌리게 만든 후 정면에서 똑바로 내 두 눈을 쳐다봤다. 평소완 다른 박력 있는 레이아의 태도에, 나는 자연히 시선이 아래로 내려갔다. “눈 돌리지 마시고 똑바로 제 눈을 봐주세요.” 아무래도 들킨 모양이다. 아, 아니. 레이아. 이건 말이지. 남자라면 어쩔 수 없이 반사적으로…레이아가 가슴 파인 옷을 입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난 아무 잘못 없어! “하아…. 저런 모습만 보면 정말 멀쩡해 보이기는 하는데요.” 사라는 내가 시선을 내린 이유를 깨달았는지, 옆에서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네? 그게 무슨…저, 정말! 구원씨도 차암!” 사라의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겨우 레이아도 내가 시선을 아래로 내린 이유를 깨달았는지, 살짝 얼굴을 붉히고는 꼬리로 내 허벅지를 가볍게 탁탁 때렸다. 그리고는 가볍게 헛기침을 한 후, 다시 내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그래도 가슴골은 안 가리시는구나. 아니. 감사하기는 합니다만. “구원씨. 정말로 별 일 아닌 거죠?” “그럼 당연하지!” 이번에는 나도 레이아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그렇게 대답했다.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난 멀쩡해. 아무렇지도 않다고. “으으으으음. 알겠어요. 구원씨가 저한테 거짓말을 하실 리가 없으니까요.” 그렇게 한동안 나와 눈싸움을 하던 레이아는, 결국 내 말을 믿어주기로 한 모양이다. 역시 천사님이야.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엔 내 말을 너무 쉽게 믿어주신다니까. “아니. 잠깐 기다려보게.” 하지만 너무 손쉽게 믿어준 레이아와 다르게, 디아나는 아직 내 말을 완전히 믿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물론 디아나가 레이아보다 내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든가,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이 사실은 내 정신 상태와 관여된 중요한 일이니까 말이다. 여러 번 검증을 거쳐서 확인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겠지. 즉, 당장 내 말을 못 믿은 건 그냥 레이아와 성격이 다른 것뿐이라는 거다. “자네. 정말로 괜찮다고 주장하고 싶은 거라면, 한 가지 확인해보고 싶은 게 있네.” “그래. 뭔데?” 디아나가 뭘 확인하든 자신이 멀쩡함을 증명할 자신이 있었던 나는 아무거리낌도 없이 당당하게 디아나에게 되물었다. 그 자신감은 몇 초 지나지도 않아서 완전히 뭉개지고 가루가 되어 흩날려 사라져버렸지만. “어디 한 번 꺼내보게.” “뭘? 펄…허파를?” “음.” 뭔가 안 좋은 예감이 들었지만, 내게 거부권은 없었다. 나는 시키는 대로 순순히 인벤토리에서 펄슨이었던 것을 꺼냈다. 크흑. 펄슨…이렇게 쪼그라들어서는…. “이 몸에게 줘보게.” 내가 펄슨을 꺼내자, 디아나가 곧장 손을 내밀고는 그런 요구를 해왔다. “으, 응? 이걸? 뭘 하려고?” “상점에 팔 걸세.” “뭐, 뭣?!” 디, 디아나!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아, 얘 엘프지…. 아니. 하지만 지성 있는 생물체로서 어떻게 그렇게 잔인한 짓을! “못하겠는가?” 디아나는 내 반응을 보고, 역시나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내밀었던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낭군님. 한동안 외출을 금하고 저택에서 편안히….” “모, 못한다니! 던전에서 얻은 아이템은 파는 게 당연한 거잖아. 디아나도 참. 그냥 이것만 디아나가 따로 파는 게 어색해서 그랬을 뿐이야! 하핫. 그럼. 아무렇지도 않고말고!” 미안. 펄슨. 그동안 고마웠다. 특히 하렘을 맛보게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이 아픔을 이겨내고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특히 지금같은 타이밍에 발목을 잡힐 수는 없어. 마틸다의 스킬 레벨만 올리면 드디어 다시 여신님을 만날 수 있게 된 이 타이밍에 말이야! 용서해라! 펄슨! 나는 마음 속으로 펄슨에게 감사와 사과의 인사를 전하고, 그걸 그대로 디아나에게 내밀었다. “하아…자네도 참 고집 있구먼.” 디아나는 내게서 펄슨이었던 것을 건네받은 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마치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는 듯이. “고, 고집이라니! 정말 아무렇지도 않다니까?!” “알겠네. 알겠네. 자네는 멀쩡하네.” 그런 내 애처로운 항변에도 불구하고, 디아나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만 줄뿐이었다. “그래. 구원은 멀쩡해.” 그리고 그 모습을 보던 사라도, 내 팔을 붙잡고 옆에 찰싹 붙어서는 그렇게 인정해줬다. “너희들 말이야…전혀 멀쩡하다고 생각 안 하고 있지?” “아니. 왜?” “아니면 대체 왜 이렇게….” 자신의 가슴 사이에 내 팔을 끌어안고 있는 사라를 보면서 중얼거리자, 사라가 뻔뻔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냥 내가 이러고 싶어서 그런 건데? 왜? 싫어?” “아뇨. 감사합니다.” 결국 펄슨이었던 것을 희생한 덕분에 내가 정상이란 사실은 받아들여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녁 시간이 될 때까지 우리 애들과 다 같이 하렘 라이프를 만끽했다. 솔직히 말해서, 엄청 좋았다.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지. 펄슨. 고맙다. 그리고 저녁 식사까지 내 방에서 마치고 난 후, 다들 자연스럽게 해산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솔직히 말해서 전에 내가 조난에서 귀환했을 때처럼 오늘은 다 같이 자는 건가 싶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그럴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내가 멀쩡하다고 인정해줬기 때문인가? 아니면 아까 디아나가 내 커진 물건을 보고도 결국 해소는 못시켜 줬으니, 밤에 해소시켜줘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그럼. 사라양. 부탁하네.” “잘 부탁드려요.” “사라씨. 힘내세요.” “네, 네에….” 다들 모여서 뭔가를 신중하게 속닥거리더니, 결국 그렇게 뭔가를 부탁하는 것 같은 말투로 대화를 끝맺음한 후, 사라를 제외한 전원은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 그런 모두에게 애매한 말투로 대답을 한 후, 사라는 어째선지 시선을 실비아에게 고정시켰다. “…후우. 실비아. 잠깐 저 좀 볼 수 있을까요?” “네? 저…말입니까?” 실비아는 상당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별 말 없이 발걸음을 멈춰세웠다. 전에 내가 이 시간대에 불렀을 때랑 같은 반응은 보이지 않는구나.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얘기지만. 하지만 사라가 굳이 이 시간에 실비아를 부르다니.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걸까? 둘이서 따로 얘기라도 하려는 건가 싶었지만, 아무래도 그건 또 아닌 모양이었다. 다들 나가자마자 문을 닫은 사라는, 내가 보는 앞에서 곧장 대화를 시작했다. “…실비아. 오늘은 실비아가 구원이랑 자요.” 그리고 그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말이었다. 물론 실비아의 예상조차도. “……네? 엣? 네에에에에에엣?!” 실비아는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공중으로 펄쩍 뛰어오르면서, 엄청난 리액션을 보여줬다. “…오늘은 실비아가 저 대신 구원이랑 자세요.” 그리고 그런 실비아를 보면서, 사라는 어딘지 모르게 씁쓸한 말투로 그렇게 다시 한 번 확인을 시켜주듯 말했다. “하, 하, 하, 하지만! 어, 어째서?” “던전에 가기 전에 신전에 다녀온 이후, 제가 구원한테 달라붙었던 거 기억해요? 원래는 실비아의 시간이었는데, 제가 제대로 망쳐버렸으니까요.” “마, 망쳤다니! 그런! 아닙니다! 전혀 그런 게…!” “아뇨. 망친 게 맞아요. 그러니까 오늘은 실비아가 구원이랑 자요. 전 빚지고 살기 싫어하는 성격이거든요.” “빚이라니! 전 그렇게 생각 안 합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사라님이!” “실비아.” “네, 넵.” “구원이랑 자라고 몇 번이나 말하게 되는 제 입장도 생각해주세요. 그것도 이런, 구원이 불안정해 보이는 날에 말이에요.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양보하기 싫어요.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몇 번이나 거절하지 말아주세요.” “아, 아아…네, 네엡….” 그런 사라의 감정이 절절히 묻어나는 목소리에 진심을 느낀 건지, 실비아는 그 이상 거부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아…음. 크흠. 실비아. 우선 몸부터 씻고 올래?” 둘이 대화하는 동안 계속 멍하니 얘기를 듣고만 있었던 나도, 그제야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는 실비아에게 일단 그렇게 말했다. “네, 네헵!” 물론 여기서 씻는다는 선택지는 없었던 실비아는, 내 말을 듣고 곧장 방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실비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 나는 사라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봤다. “사라. 대체 무슨 생각이야?” “무슨 생각이고 뭐고. 실비아한테 한 말 그대로야. 원래는 그 날 실비아랑 하려고 했었잖아? 내가 방해해버렸으니까.” “아니. 하지만 난 그때 부담 가지지 말라고….” 확실히 그때 사라가 조금 많이 미안해하는 것 같기는 했다. 하지만 설마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이야. “바보. 어떻게 그래. 이런 건 바로바로 풀어줘야 된다고. 바람둥이인 누구씨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지내야 하는 여자들끼리라면 더더욱. 이런 사소한 게 싸여서 깊은 골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아님 뭐야? 구원은 우리끼리 항상 서로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 내 말에, 사라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더니 새초롬하게 그렇게 말했다. 즉, 물론 실비아한테 미안한 감정도 있지만, 거기에 더해서 내 여자들끼리 사이가 나빠지는 걸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행동이란 거다. 그 배려심을 깨닫자, 나는 사라의 뒤에서 후광이 보이는 것 같았다. 천사야. 우리 애들은 진짜 하나같이 다 천사야. “아니. 그런 건 당연히 아니지만…정말로? 정말로 괜찮겠어.” “괜찮…지는 않지만 참을 수 있어. 하루 정도는. 그날 당겨 쓴 거라고 생각하지 뭐.” “사라….” “그러니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오늘 아예 사도 임명까지 해버리라고. 저런 성격이니까 티는 안 내겠지만, 실비아 혼자서 얼마나 쓸쓸하겠어?” 감동하는 내게 무안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사라가 장난스럽게 그렇게 말했다. 하여간 우리 애들은 하나같이 다들 왜 이렇게 착한 걸까. 그 질투심 많은 사라마저 이렇게…. “설마 실비아한테 오늘 밤을 내주고 흥분하려고…아얏!” “이 바보가 진짜!” “농담. 농담이라니까. 사라야. 사랑해.” “바보. 나도 알아.” 내가 그 몸을 껴안아주자, 사라도 자연스럽게 내게 안겨서는 키스를 해왔다. “그러니까 다음 내 차례까지는 던전에 가면 안 돼? 알았지?” 게다가 설마하니 이런 확인까지. 얘 설마 내 정신 상태를 걱정해서 곧바로 다시 던전에 가는 것까지 막으려고 이런 행동을 한 건가? 대체 몇 가지 생각을 하고 이런 결정을 내린 거야? 사라, 무서운 아이! “당연하지. 어떻게 널 한 번도 안 안고 가겠어.” 물론 나는 사라의 말에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마틸다의 스킬 레벨업을 위해서 다음 던전행은 빠르게 다시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사라가 이렇게까지 하는데 어떻게 그러겠어. 나는 사라의 몸을 껴안고, 그대로 손을 살짝 아래로 내려서 그 탄력 있는 엉덩이를 쓰다듬었다. 엄지는 뻗어서 사도 인장의 언저리를 어루만지며. 언제나 예뻤던 사라지만, 오늘은 유독 더 예뻐 보인다. “실비아, 씻고 오려면 시간 좀 걸릴 것 같은데.” “…응읏. 바보. 그러면 모처럼 실비아한테 양보하고도 미안해져버리잖아.” 사라를 꼬드겨봤던 나였지만, 사라는 잠깐 고민하더니 결국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서 떨어졌다. “그럼. 구원. 잘 자. 내일 봐.” 원래는 자기 차례에 이런 말을 하는 게 어색한지, 사라는 미묘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며 내게 다시 한 번 키스를 해주고 나서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61==================== 네 번째 첫날밤 사라가 방을 나선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교대하듯 실비아가 방으로 들어왔다. 들어왔다고는 해도, 문 앞에 서서 우물쭈물하고만 있을뿐 도통 내곁으로 올 생각은 안 하고 있었지만. “아, 안녕하십니까아….” 이제 와서 인사하는 거냐. 너 방금 전까지 나랑 같이 있었던 건 기억하지? 아니. 방금 전이 문제가 아니라, 오늘 그냥 하루 종일 같이 있었던 거 기억하지? 너무 나랑 자게 된 사실에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기억이 일부 날아갔다든가, 그런 거 아니지? “오냐. 안녕하다.” 나는 일단 실비아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최대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히으으읏!” 어째서냐?! 이렇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줬는데 어째서 더 겁먹는 거냐?! 안심하라고! 안 잡아먹을 테니까! …아니. 일단 잡아먹는 행위로 취급되는 건가? 뭐, 아무래도 좋은가. 어쨌든 실비아도 그걸 원하는 것일 테니까. 그리고 비록 사라 덕분에 스케일이 좀 더 커지긴 했지만, 일단 내게 진하게 안기는 상황 자체는 실비아도 어느 정도 마음의 대비를 하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그렇게나 미리 말을 해놨으니까. “실비아. 내가 전에 했던 말 기억하지?” “네, 네헷?! 저, 전에 했던 말…말입니까아…?” “그래. 설마하니 기억 못하는 거야? 이거 실망인데. 전에 말했잖아. 돌아오면….” “으햐아! 흐아아아…! 기, 기억! 기억합니다아! 우, 우으으으….” 거기까지 듣고 나서야 겨우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깨달은 듯, 실비아는 이제는 아예 내게 등을 돌리고 문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덜덜 떨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긴장하잖아. 그렇게까지 긴장할 필요 없다고. 너 나랑 섹스는 벌써 몇 번이나 해봤잖아. 그리고 단둘이 같이 자는 것 역시, 예전에 의뢰 하면서 몇 번 경험해봤잖아. 둘이 합친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뭐,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으면 쟤가 지금 저러고 있지도 않겠지만. 일단 장난이라도 쳐서 실비아의 긴장을 풀어 볼까. “뭐야. 그 자세는. 뒤로 해달라고?” “아, 아님니아아아! 으햐아아….”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실비아는 황급히 몸을 앞으로 돌렸다. 하지만 그 말은, 바뀌말하면 나와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세가 됐다는 말이다. 실비아는 그 상황을 버티기 힘들었는지,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말았다. 저래서야 긴장이 풀어질 것 같지가 않네. 아니. 재빨리 몸을 돌리기는 했으니, 그나마 조금 효과가 있기는 한 건가? 아무튼 말로는 더 이상 실비아의 긴장을 풀어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든 나는, 그냥 다음 행동으로 강행하기로 했다. 전보다 내성이 더 약해진 지금으로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성자 스킬을 쓰면서 쾌감에 정신을 집중시키면 저런 반응도 조금은 완화가 될 테니까 말이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던전에서 역시 전투 때는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으니, 분명 이 방법도 아직 효과가 있을 거다. “실비아. 그래서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모처럼 사라가 이런 기회까지 만들어줬는데, 그냥 그렇게 시간을 허비하다 끝낼 거야?” “웃…아, 아닙니다….” 아까 전에도 사라의 제안에 황송하단 듯이 어쩔 줄 몰라 했던 실비아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사라에게 죄책감이 들었던 건지, 실비아는 몸에 힘을 줘서 억지로 자신의 떨림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하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럼 얼른 이리로 와야지?” “네, 네헤에엣….” 그것도 얼마 가지 못했지만 말이다. 내게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실비아는 다시 다리를 덜덜 떨기 시작했고, 침대 끝에 도달했을 때에는 이미 서있는 게 신기할 정도가 됐다. 정말로 버티기 힘들었는지, 실비아는 그대로 침대 위에 다이빙하듯 앞으로 쓰러졌다. 물론 실비아의 넘어진 몸이 도달한 곳은 침대가 아니라, 내 품 안이었지만. 내 순발력을 얕보지 말라고. “하으으읏!” 설마하니 내 품에 안기게 될 줄은 몰랐던 건지, 실비아는 마치 심장에 직격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가슴을 부여잡고 몸을 움츠렸다.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돼.” “아, 안 하게쓥니다아!” 일단 실비아의 귀에 그렇게 부드럽게 속삭여보기는 했지만, 예상대로 효과는 전혀 없었다. 하아. 어쩔 수 없나. 실비아하고 이렇게 제대로 같이 밤을 보내게 되는 건 처음인 데다가, 이 이후에 또 이런 일이 있을 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왕이면 좀 더 분위기 있는 상황을 연출해서 실비아에게 최고로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주고 싶은데 말이야. 아무래도 이 이상 분위기를 잡는 건 위험할 것 같았다. 주로 실비아의 생명이. 때문에 조금 무드 없는 행위이기는 하지만, 나는 더 이상 분위기를 만드는 건 포기하고 곧장 실비아와의 행위를 시작하기로 했다. “으응…! 읏…!” 처음에는 성자의 손길을 약하게 발동하고, 가볍게 실비아의 몸을 쓰다듬듯 어루만졌다. 그러자 실비아는 내 품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와중에도 미약하게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뭐, 그래도 여전히 내 품 안에 안겨있다는 부끄러움과 행복함 쪽이 훨씬 더 큰 모양이었지만. 쾌감으로 주의를 돌릴 거면 아예 처음부터 스킬을 강하게 사용해야 되지 않냐고? 그게 또 그렇지 않단 말이지. 내 곁에 있다는 사실에 행복함을 느끼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낫다는 거지, 얜 직접적인 쾌감에도 내성이 없으니까 말이다. 만약 처음부터 강하게 스킬을 사용하면, 그건 그것대로 난리가 날 거다. 여러모로 귀찮은 체질이란 거다. 뭐, 그 점이 귀여운 거지만. 처음에는 가볍게 어깨를 쓰다듬던 손은, 그대로 목이나 팔, 등 쪽으로 돌아가면서 실비아의 전신을 쓰다듬어 갔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나는 서서히 성자의 손길의 위력을 높여갔다. “응…흐읏…구, 하응…구원니이임….” 그러자 역시나, 점차 실비아의 몸의 떨림이 안정되어갔다. 아니. 물론 여전히 떨리고는 있어. 쾌감에 의해 말이지. 다만 아까 전에는 너무 심하게 떨었으니까, 오히려 이렇게 쾌감을 느끼며 떠는 게 안정되는 것처럼 느껴질 뿐이란 거다. 슬슬 실비아도 안정됐다는 판단이 들고 나서야, 나는 천천히 실비아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씻고 온 것일 텐데도, 실비아는 목욕 가운 차림이 아니라 제대로 평상복을 갖춰 입은 차림새였다. 그것도 속옷까지 확실히. 하긴. 실비아가 대담하게 목욕 가운 차림으로 내 방에 들어오는 장면은 나도 상상이 안 되긴 하지만. “으읏! 구, 워언…하응…흐으으으으읏…!” 내가 그 옷가지에 손을 대자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하고 떨었던 실비아였지만, 그 순간 내가 성자의 손길의 위력을 높이자 결국 내게 꽉 매달려오며 절정에 달해버렸다. 여전히 나보다 레벨이 훨씬 높은 애라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손쉽게 느껴버리네. 뭐, 하긴. 던전에 가기 전에는 키스만으로도 느껴버린 모양이니까. 아무튼 실비아가 내 몸에 매달려 절정을 느끼는 사이에, 나는 황급히 실비아의 옷을 벗겨버렸다. 마치 자기가 기사라는 걸 티라도 내듯, 실비아의 평상복 차림은 대부분 바지 차림이었다. 게다가 그마저도 귀족들이 입을 것 같은 고급스런 옷이 아니라, 갑옷 안에나 입을 것 같은 질긴 질감의 옷이었다. 하지만 그런 투박해 보이기까지 하는 옷을 한 꺼풀 벗겨내고 나면, 그 속에는 입고 있던 옷으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내용물이 들어있다. 그 누구보다도 가녀린, 기사라는 게 신기할 정도로 연약해 보이는 몸매. 마치 자신이 귀족 영애라고 주장하듯이 잡티하나 없이 매끄럽고 고운 하얀 피부. 그리고 그 몸을 감싸고 있는 새하얀 속옷까지. 역시 기사라고 해도 실비아는 여자다. 속옷까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 건지, 실비아의 몸을 감싸고 있는 속옷은 입고 있던 겉옷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고급스러운 물건이었다. 새하얀 원단은 실비아의 청순한 생김새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고, 결코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수하지도 않은 자수는 군데군데 속이 비쳐 보이는 부분까지 있어서 은근히 섹시함까지 느끼게 해줬다. 상반신에 착용하고 있는 속옷은 굳이 착용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잠깐 들기는…크흠. 아무것도 아니다. 뭐, 유두가 쓸리면 아플 테고 말이다. 응. 아무튼 이렇게 속옷 차림만 놓고 보면, 얘가 귀족 영애라는 사실이 다시금 실감이 난다니까. “실비아. 예뻐.” “하우으으으읍!” 나는 무심코 실비아의 귓가에 대고 그렇게 중얼거린 후, 그 부드러운 입술에 키스를 했다. 하고나서 바로 아차 싶었지만 말이다. 이런. 모처럼 실비아의 주의를 쾌감으로 돌려놨더니 이게 뭐하는 짓이야! 실비아의 팔다리가 파닥파닥 떨리는 걸 보니, 실비아는 완전히 제 상태로 돌아와 있었다. “시, 실비아! 괜찮….” “개, 갠찬쓥니다아아!” 나는 황급히 입술을 떼고 실비아의 상태를 살피려고 했지만, 그 전에 실비아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솔직히 방금은 꽤나 분위기를 잡고 말해버렸기 때문에, 기절하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 기절까지는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었다. 얼굴이 새빨개진 상태에서 눈을 꾸욱 감고 바르르 떨던 실비아는, 두 손으로 내 얼굴 양옆을 잡더니 그대로 다시 자신의 얼굴 쪽으로 끌고 오기 시작했다. 실비아가 내게 이렇게 힘을 쓰는 경우는 좀처럼 없기 때문에 실감하기 힘들지만, 역시 고레벨 기사님. 힘이 장난 아니다. 나는 그대로 실비아가 당기는 대로 끌려가서, 다시 한 번 그 입술에 키스를 하게 됐다. 아니. 키스라고 하기에는 조금 투박한 행동이지만 말이다. 그저 서로의 입술이 닿은 상태로 꾸욱 눌러오기만 할뿐, 혀도 입술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서로 입술박치기를 한 채로 한동안 가만히 있던 실비아는, 더 이상 숨을 참기 힘들어진 시점에서야 겨우 내 얼굴을 놔줬다. 그러고 보니 얘, 숨도 안 쉬고 있었구나. “하앗! 하앗! 하앗! 구, 구원님!” “응.” 내게서 입술을 뗀 실비아는, 여전히 눈을 꾹 감은 채로 거칠게 호흡하면서 내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는 뭔가 결심이라도 한 듯, 큰 소리로 선언했다. “제, 제 상태는 신경 쓰지 마시고! 구원님이 원하는 대로 해주십시오! 시, 실비아는! 전부 참을 수 있습니다!” “아니. 실비아. 그 마음은 기특한데 말이야, 너 그러다가 죽….” “주, 죽어도 괜찮습니다아!” 설마하니 죽음을 각오한 실비아였다. 아니. 기사님. 이런 타이밍에 죽음을 각오하지 말라고. “아니. 네가 죽으면 내가 안 괜찮은데.” “하으으읏!” 거 봐라. 이런 가벼운 말에도 정신을 못 차리면서. 하지만 그렇군. 물론 죽을 정도로 할 생각은 없지만, 실비아도 어느 정도 각오를 한 모양이니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더 강하게 나가도 될 지도. “그럼 실비아. 우선 키스 연습부터 해볼까?” “키, 키스, 키스 연습 말입니까아?!” “왜? 싫어?” “조, 조쓥니다아!” “좋아. 그럼 실비아가 나한테 해봐. 미리 말해두겠는데, 아까처럼 힘으로 밀어붙이듯 하면 안 된다? 손은 사용 금지야. 부드럽게, 네 말랑말랑한 입술 감촉을 내 입술에 전해주듯이 부드럽게 입맞춰봐.”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실비아의 말랑말랑한 입술을 검지로 살짝 눌렀다 뗐다. 음. 엄청나게 말랑말랑하다. 과연 귀족 영애. 아니. 이건 별로 상관없나. 아무튼 언제까지 내가 먼저 키스를 하니까 실비아도 내성이 안 생기는 거다. 방금 전 키스는 실비아가 먼저 하기는 했지만, 그건 제대로 된 키스라고 부르기는 힘든 행위였고 말이다. “아, 알게! 알게씁니다아!” 내 명령에 기세 좋게 대답한 실비아는, 손은 사용하지 말라는 내 말을 지키기 위해 두 손을 내 가슴 위에 올려놓고는 얼굴을 내게 가까이 가져왔다. 그렇게 날 정면에서 바라보는 순간, 실비아의 눈이 뱅글뱅글 돌기 시작했다. “흐아아…하아…키, 키슈…키슈하게씁니다아….” 마치 자신에게 들려주듯 그렇게 말한 실비아는, 패닉상태에 빠지면서도 천천히 고개를 내밀어왔다. 그리고 내 입술 끝에 그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이 살짝 닿았다고 느껴진 순간, 실비아의 얼굴이 다가올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빠르게 멀어졌다. “죄, 죄숑함니다아! 무리임니다아!” 아무래도 역시 이런 제대로 된 키스를 실비아가 먼저 하는 건 아직 무리였던 모양이다. …뭐, 그래도 일단 입술끼리 닿기는 했으니, 처음 시도 치고는 잘 했다고 해줄까. 그리고 밤은 아직 많이 남았으니까 말이야. 난 포기 안 한다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62==================== 네 번째 첫날밤 당연히 포기는 안 할 거지만, 이대로 키스를 강행해봤자 또 실비아가 기절하고 그대로 시간을 버리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모처럼 사라가 스스로를 희생해가며 만들어준 시간이다. 1분 1초의 낭비도 없이 유용하게 활용해주지 않으면 사라 볼 낯이 없지. “좋아. 실비아. 지금부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이, 이미지 트레이닝…말입니까아…?” “그래. 자.” “응음읏…!” 바들바들 떨면서도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는 실비아. 그런 실비아의 입안에, 나는 검지와 중지를 집어넣었다. 따뜻하고 말랑말랑하고 미끌미끌한 실비아의 혀가 손에 닿는 감촉이 무척이나 야릇하게 느껴졌다. 만약 손가락에 내 침이 묻는다면 더럽다고 생각할 텐데, 왜 우리 애들의 타액은 그런 느낌이 전혀 안 드는 걸까? 역시 사랑인가? “자, 지금부터 키스 강의를 시작한다. 내 손가락을 내 혀라고 생각해봐.” “응읏…응…응하아…구, 구언니므 혀어….” 아니. 야. 그야 생각하라고 한 건 나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진짜 내 혀를 넣은 것처럼 녹아내릴 필요는 없잖아. 설마하니 평소의 집중력이 이런 데에도 발휘되는 거냐? 하여간 얘는 진짜…귀엽잖아. 실비아의 상태가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건 오히려 좋은 건지도 모른다. 저렇게 정신이 나간 다는 건, 반대로 말해서 거의 실전에 가까운 연습이 된다는 거니까. 그리고 일단 진짜로 키스하는 것보다는 반응이 약하고 말이다. “그럼 실비아. 내 손가락에 얽히도록 혀를 움직여봐. 그래. 그렇게.”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실비아의 입 안을 헤집듯이 검지와 중지를 각각 따로 움직였다. 타액으로 충분히 젖은 실비아의 말랑말랑한 혀는, 어설프지만 그래도 내 명령에 따르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가락 표면을 할짝할짝 핥기도 하고, 혀를 가늘게 만든 후 내 손가락을 휘감기도 하면서. 그렇게 한동안 실비아의 혀를 가지고 놀던 나는, 슬슬 손가락으로 하는 연습은 충분하다고 판단이 들었다. 실비아의 입 안에 넣은 두 손가락 끝으로 그 혀를 집게 집듯이 잡고 손가락을 밖으로 꺼내자, 거기에 딸려 오듯이 실비아의 귀여운 혀도 자연스럽게 입 밖으로 내밀어졌다. 내 손가락이나 실비아의 혀나 타액으로 흠뻑 젖어있기 때문에, 사실 검지와 중지 끝으로 혀를 잡아봤자 그냥 미끄러지는 게 정상인데 말이야. 이런 식으로 말이지. 입 밖으로 최대한 내밀어진 실비아의 혀였지만, 과연 그 길이에는 한계가 있었다. 내 손가락이 점점 더 멀어지자, 결국 실비아의 혀는 한계 이상 내밀어지지 못하고 그대로 내 손끝에서 미끄러졌다. 그러나 내 손끝과 실비아의 내밀어진 혀끝 사이에 타액으로 이뤄진 길고 투명한 다리가 만들어졌다. “흐아아…구원니이임….” 보통은 부끄러워하면서 얼른 그 끈을 끊어버리는 반응을 보이겠지만, 실비아는 그러지 않았다. 마치 나와의 키스의 여운에 잠긴 듯, 실비아는 몽롱한 표정으로 내 눈을 바라보면서 내 이름을 불렀다. 평소처럼 나와 있어서 행복하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손가락과의 키스가 끝나서 아쉬운 건지, 내밀어진 혀끝이 파르르 떨리는 게 보였다. “아쉬워?” “네헤…핫! 아, 아니! 아님니다아!” 내 질문에 멍한 목소리로 솔직하게 아쉬움을 토로하던 실비아였지만, 이윽고 퍼득 정신을 차리면서 좌우로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래도 생존 본능이 발동한 모양이다. 뭐, 그래도 난 강행할 거지만. “실비아.” “네, 네헵!” 내가 그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눈을 똑바로 마주치며 이름을 부르자, 실비아는 오돌오돌 떨면서도 힘차게 대답했다. “솔직히 말해. 아쉽지?” “아쉽습니다아!” “더 하고 싶지?” “우…더, 더 하고 싶습니다아….” 하지만 그 기세는 오래 가지 않았고, 이어지는 대답에 실비아는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듯 울 것같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이번엔 손가락이 아니라, 제대로 된 키스를 해 볼까?” “네, 네에엥….” 야. 그러니까 울지 말라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꼭 내가 괴롭히는 것 같잖냐. “그럼 다시. 실비아가 해봐. 이번엔 전처럼 가벼운 키스가 아니라, 방금 연습한 대로 진하게 해야 된다?” “우, 우으…우으읏….” 내가 주도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실비아가 스스로 하는 게 그나마 나을 거란 생각에 굳이 실비아를 시킨 거였지만, 역시 그래도 힘든 건 힘든 모양이었다. 진하게 하라는 말이 안 좋았던 건지, 실비아는 아까 전에 스스로 키스를 했던 기세는 완전히 사라지고 바들바들 떨기만 할뿐 좀처럼 얼굴을 가까이 가져오지는 못했다. 아니. 자세히 보면 가까이 다가오고 있기는 했다. 그게 눈으로 확인하기 힘들 정도로 느린 속도라서 그렇지. 하아. 어쩔 수 없지. 조금 더 연습을 해볼까. “구, 구원니임…?” 내가 그 이마에 턱하고 손을 얹어서 더 이상 다가오는 걸 막자, 실비아가 물기 어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렀다. 마치 제대로 해내지 못한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날 실망시켰을 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떠는 것 같은 목소리였다. “힘들어 보이니까 조금만 더 연습을 할까?” “네, 네헷….” 내가 그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면서 말하자, 실비아는 죄송스럽고 감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런 반응을 보인 것도 잠시. 실비아는 이내 다시 몸을 바들바들 떠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왜냐하면 내가 그 머리를 쓰다듬던 손에 힘을 줘서, 얼굴을 아래로 내리게 만들었거든. 물론 그냥 고개를 숙인 정도로 끝나지 않고, 아예 몸 전체가 아래로 내려갈 정도로. 그 얼굴이 향한 곳은 당연히 내 중심부. 딱딱하게 서있는 물건이 있는 곳이었다. “그럼 이번엔 여기로 연습을 해볼까? 할 수 있지?” “우으…네, 네헷!” 순간 속았다는 표정을 한 실비아였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은 듯 고개를 내려서 내 물건 끝에 그 말랑말랑한 입술을 꾸욱하고 누르듯 가져다댔다. 뭐, 키스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게 나을 테니까 말이야. 실비아가 나랑 있을 때 떠는 가장 큰 이유는,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키스를 하면 내게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더 행복해진다. 그러니까 머리가 따라가질 못하고 기절까지 해버리는 거다. 하지만 이렇게 내 물건을 스스로 빨아주는 거라면, 내가 사랑해주는 행위가 아니라 실비아가 날 사랑해주는 행위니까 말이다. 그나마 좀 나을 거라는 거지. “응읏…하음…이, 이언시그로…응쪽…하, 하면…댑니까아…?” 그리고 내 예상은 정확했는지, 실비아는 몸을 조금 떨기는 해도 제대로 내 물건에 키스를 해줬다. 그것도 그냥 입술을 맞추기만 하는 게 아니라, 아까 전에 내 손가락 상대로 했던 걸 상기해내듯, 그 말랑말랑한 입술 틈새로 비집고 들어간 내 물건 끝을 혀끝으로 제대로 핥아주고 있었다. “응. 그래. 기분 좋아.” “흐으으으읏!” 그 기특한 행위에 나는 실비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면서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게 또 안 좋았다. 내가 자신으로 기분 좋아진다는 사실이 행복한 건지, 내가 대답하는 것과 동시에 실비아의 몸이 한차례 크게 바르르 떨렸다. 얘 설마…방금 그걸로 절정한 거야? 아니. 그 와중에도 입술을 제대로 내 물건 끝에 붙이고 있는 점은 훌륭하지만 말이야. 손이라도 내밀어서 바들바들 떨리고 있는 엉덩이 너머를 확인하고 싶어졌지만, 그랬다가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될 테니 나는 그 감정을 꾹 참았다. “하앗…하앗…음…쪽…날름…쪽….” 아무튼 한 번 절정에 달한 실비아는, 절정의 여운이 지나가자 다시 내 물건에 키스를 해왔다. 혀끝을 세우고 날름날름 핥는 다든가, 혀를 길게 내뻗어서 혀 전체로 내 물건 끝을 동글게 말며 감싼다든가, 귀두를 철저하게 공략하는 그 키스에, 평소보단 조금 빠르지만 나는 슬슬 사정감이 느껴졌다. 던전에 꽤나 오래있으면서 쌓여있기도 했고, 낮에 하렘을 즐기는 동안 계속 세우고 있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까부터 알몸인 실비아랑 계속 껴안고 있기도 했고. “실비아. 조그만 더 입을 벌리고 끝을 물어볼래?” “응읏…네, 네헵….”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실비아는 눈을 치켜떠서 날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키는 대로 내 귀두 끝을 살짝 입에 넣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실비아의 입 안에 그대로 사정을 했다. “으으응…으읍…응읏…응…후읏…하앗…하앗….”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실비아가 또 한 번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꿀꺽꿀꺽 내 정액을 마시더니, 내 물건에서 입을 떼고 그대로 내 허벅지를 베고 옆으로 쓰러졌다. 그리고는 다시 몸을 바르르 떨면서 절정의 여운에 잠기는 실비아였다. 어째선지 두 손은 자신의 배를 감싸면서. 분명 사정한 건 난데, 어째 실비아가 더 느끼는 것 같단 말이지. 실비아가 옆으로 쓰러지면서 그 다리 사이로 살짝 드러난 이불 시트는 역시나 끈적끈적한 액체로 흠뻑 젖어있었다. 방금 전까지 실비아의 음부가 위치하고 있던 정확히 그 자리가. “응읏…하아…구, 구원니임….” 절정의 여파로 쓰러진 주제에 내 허벅지를 베고 있다는 사실이 또 행복한지, 실비아는 뺨을 내 허벅지에 비비면서 몸을 바르르 떨었다. 가만히 놔두면 혼자서 멀티 오르가슴도 느끼게 될 것 같을 정도였다. “어때? 연습이 좀 된 거 같아?” “하앗…네, 네헷….” 그런 실비아에게 말을 걸자, 실비아는 화들짝 놀라서 몸을 일으킨 후 부끄럽다는 듯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가 그다음 내뱉은 말에, 실비아의 몸이 다시 딱딱하게 굳었다. “그럼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키스할 수 있겠네?” “…에? 네, 네헷…?” 왜 저런 표정을 짓는 거지? 지금까지 키스 연습한 거잖아? 새삼 그렇게 당황할 필요가 있어? 어째 아까보다 더 당황하는 거 같다? “하, 하지만 구원님…! 그, 그게…! 제, 제 입이 지금…!” 실비아는 필사적으로 입을 끔뻑끔뻑 거리면서, 시선이 내 눈과 물건 사이를 빠르게 왕복했다. 아아. 과연. 그런 거였나. “그게 뭐 어때서?” “네, 네헷…?!” “그런 것보다 난 지금 실비아랑 키스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큰데. 실비아는 아니야?” “우…저, 저도 구원님과 키, 키슈! 키슈! 키슈하고 싶슴니다아아!” 내 말에 눈꼬리에 눈물까지 살짝 띄우며 엄청나게 감동받은 표정을 지은 실비아는, 고개를 위아래로 몇 번이나 끄덕이면서 힘차게 대답했다. 하지만 실비아야. 키스를 그렇게 많이 고쳐 말해놓고 결국 한 번도 제대로 말 못하다니…너 진짜 왜 이렇게 귀엽니. “그럼 해줄 수 있지?” “네, 네헷! 네헵!” 이런 상황에서마저 안 해주면 앞으로 평생 날 볼 면목이 없다. 마치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 기세로 실비아는 내 허벅지 위에 걸터앉더니, 내 가슴에 두 손을 얹고는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 사이 거리가 대략 5센티미터 정도 남았을 즈음에 꿀꺽하고 크게 침을 한 번 삼키더니, 실비아는 두 눈을 꼬옥 감고 그대로 얼굴을 내밀어서 자신의 말랑말랑한 입술을 밀어붙여왔다. …내 코에. 실비아야. 아무리 눈을 꼭 감았다고 해도 그렇지, 그렇게까지 가까이에서 이런 실패를 한다는 게 말이 되니? 하지만 정작 실비아는 자신이 내 코에 입술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 했는지, 여전히 두 눈을 꼬옥 감은 상태에서 내 코끝을 그 말랑말랑한 입술로 오물오물 문질러오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지. 뭐, 실비아 치고는 엄청 잘 하고 있는 거니까 말이야. 나는 실비아의 머리를 두 손으로 포개듯 붙잡고, 고개를 위로 들어서 제대로 내 입술에 그 입술이 맞닿게 만들었다. “우읏!” 그러자 다시 한 번 실비아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아무래도 실비아 본인도 위화감을 느끼고 있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야 코랑 입술을 감촉이 전혀 다르니까 말이다. “응읏…하아…구, 구원니이임….” 끊임없이 바르르 떨리는 실비아의 몸.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비아는 각오를 했다는 듯 혀를 뻗어서 내 입술 틈 사이를 가르고 입안까지 침투시켜왔다. “흐으으응!” 그 기특한 모습에 나 역시 혀를 내밀어서 그 혀끝을 톡하고 가볍게 건드려주자, 실비아의 몸이 다시 한 번 세차게 떨렸다. 동시에 허벅지에 맞닿은 실비아의 음부에서 다시 한 번 애액이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어제 쉬었으니 오늘은 두 편을 올려보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감기에 걸린 건지 머리가 멍해서 한 편밖에 쓰질 못했네요. 씬이 또 끊어져서 죄송하지만 다음 편은 내일 쓰도록 하겠습니다. 닭구, asfdgads //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63==================== 네 번째 첫날밤 그 격렬한 반응에 살짝 불안해졌던 나였지만, 다행이도 실비아는 기절은 하지 않았다. 과연 기사님. 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이 정도는 아무 문제없이 버틸 수 있는 모양이었다. “구…흐헤에…우언이임….” 뭐, 살짝 녹아내린 감은 있지만 이정도면 평소에 비해서 장족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일단 혀도 움직이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연습했던 것 치고는 상당히 어설픈 혀 놀림이기는 했지만. 내 손가락을 상대할 때는 물론 물건을 핥을 때 정도의 움직임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열심히 혀를 움직이려 하는 실비아의 행동에는, 제대로 된 키스를 하고 싶다는 내 바람을 이뤄주겠다는 실비아의 기특한 마음씨가 잘 드러나고 있었다. 이거라면 어쩌면 정말로 가능할지도 모르겠는걸. 그렇게 생각한 나는, 내 입술에 필사적으로 달라붙어오는 실비아와 입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 두 손으로 실비아의 가녀린 허리를 붙잡았다. 가슴이 거의 없다시피 한데도 불구하고 실비아의 몸이 여성적인 몸매라고 확실히 느끼게 해줄 수 있을 정도로 매끈하게 잘 빠진 허리. 그 허리를 붙잡고 실비아의 몸을 살짝 들어 올리자, 실비아도 내 허벅지에 걸치고 있던 자신의 엉덩이를 살짝 들어 올려줬다. “히우으읍!” 하지만 그 움직임은 무의식중에 그렇게 행동했던 것뿐인 모양으로, 가랑이 사이에 내 물건 끝이 닿게 되자 실비아는 다시 움찔하고 몸을 떨면서 동시에 자신의 입안으로 파고든 내 혀를 가볍게 깨물었다. 물론 지금의 나에게 그 정도 자극은 흥분을 돋우는 조미료 역할만 해줄 뿐이었다. 물건 끝에 느껴지는, 말랑말랑하게 풀어진 채 자신의 음액에 흠뻑 젖어서 눅진눅진해진 실비아의 음부. 이대로 살짝만 허리를 내밀어도 아무런 저항감 없이 저 부드럽게 풀린 살 사이를 가르고 내 물건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물건 끝이 살짝 파고들었을 뿐인데도 마치 유혹하듯 안쪽을 움직이며 자극하는 실비아의 음부에 나는 당장이라도 이성을 잃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 유혹을 꾸욱 참아내고 실비아의 입에서 내 입술을 살짝 떨어뜨렸다. “후아아…흐응….” 눈의 초점이 거의 맞지 않을 정도로 지근거리에서 바라보는데도 불구하고 확실히 느껴질 정도로 녹아내린 실비아의 표정. 살짝살짝 스치듯 입술을 간질이는 감촉이 느껴지는 걸 보니, 실비아는 여전히 키스의 여운에서 헤어 나오질 못한 채 혀를 내밀고 있는 모양이었다. “실비아. 준비 됐어?” “으응…! 하우으읏…네, 네헤엣…구원니이임….” 내가 말을 걸자 입술이 움직이며 그 혀를 스치게 됐고, 실비아는 그제야 화들짝 놀랐다는 듯 혀를 입안으로 집어넣고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이 대답했다. 뭘 이정도로 부끄러워하고 그러냐. 지금부터 더 한 짓을 할 계획인데. 나는 그럼 실비아의 모습에 한 번 피식 웃어주고는, 이번엔 내 쪽에서 먼저 고개를 내밀어 실비아에게 키스를 해줬다. 그리고 동시에 실비아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줘서, 그 몸을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게 만들었다. 빳빳하게 서있던 내 물건은 실비아의 안쪽으로 자연스럽게 파고들어갔고, 그러자 마치 잘 익은 과일의 과즙이 새어나오듯 ‘찔꺼억….’ 하는 야릇한 소리가 퍼짐과 동시에 빈틈없이 완전히 밀착된 내 물건과 실비아의 음부 사이로 끈적끈적한 애액이 터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평소 일자로 꽉 닫혀있는 실비아의 음부 입구에 막혀있었을 뿐, 실비아의 음부 안쪽은 내 물건이 들어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애액으로 가득 차있었던 모양이다. 내 물건이 들어감에 따라 그만큼의 애액을 밖으로 뿜어낸 실비아의 음부에 내 물건이 뿌리까지 완전히 삽입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흐으읏…구, 구원니이임…. 흐읏…흐으응…흐으으으읏!” 그리고 내 물건 끝이 실비아의 가장 안쪽을 노크한 순간, 결국 실비아는 다시 한 번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실비아의 음부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은 채 넣고만 있어도 기분 좋을 정도의 명기여서, 안 그래도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내 물건 전체에 꽉 밀착되어 있던 안쪽의 주름들이 꿈틀꿈틀하고 움직이며 내 물건을 강하게 자극하자 나 역시도 금방 사정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나는 아까와는 달리 사정감을 꾹 참고 버텨냈다. 방금 전에 내 정액을 마실 때도 그대로 절정에 달했던 실비아다. 지금 내가 사정해버리면 그대로 기절해버릴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나중이라면 모를까, 지금 이 타이밍에 기절시키는 건 아까운 짓이지. 사라가 말했던 것처럼, 이왕 이렇게 하룻밤을 꼬박 같이 보내게 된 거다. 오늘 밤 사이에 어떻게 해서든 실비아에게 사도 임명을 해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곧장 사도 임명을 하면 실비아의 목숨이 위험할 것은 자명한 일. 중간에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속성으로 실비아가 익숙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그 처음 단계가 바로 스킬을 쓰지 않은 채로 관계를 맺는 거였다. 지금까지는 스킬에 의한 쾌감으로 주의를 돌려서 실비아가 기절하지 않게 조절하며 관계를 가져왔다. 하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스킬을 일절 쓰지 않은 채, 실비아가 내게 안긴다는 행복감을 그대로 맞보게 만들며 관계를 계속해나갈 생각이었다. 이 행위에 익숙해지면, 분명 사도 임명도 버텨낼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물론 도중에 실비아가 기절할 확률이 무척이나 높은 행동이겠지만, 그것만큼은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아직 밤은 시작에 불과한 만큼, 한두 번 기절한다고 해서 행위를 그만해야 하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거다. 밤 사이에 어떻게든 익숙해지길 바라는 수밖에. “실비아. 오늘은 다른 때보다 특히 더 좋을 거야. 하지만 기절하지 않고 버텨줄 수 있지?” “흐응…네, 네헷…져…져어…구, 구원니믈 위해셔….” “응. 고마워.” “흐으으읏!” 진즉에 한계까지 몰린 것 같은 실비아의 반응이었지만, 그래도 실비아는 다른 때와는 달리 무리라면서 도망가지 않고 필사적으로 버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실비아의 기특한 모습에 살짝 키스를 해줬던 나였지만, 그와 동시에 실비아의 음부가 다시 한 번 꾸욱하고 조여 오는 게 느껴졌다. 지금 걸로 느껴버린 건가…. 행위 중에 키스는 일단 자제하자. 나는 실비아와 키스를 하는 대신 그 몸이 완전히 내 몸에 밀착되도록 꽉 끌어안고, 그대로 침대의 스프링을 이용하여 허리를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빼낼 때는 가지 말라는 듯이 안쪽 주름 하나하나가 끈질기게 달라붙어오면서 강한 저항감을 보여주지만, 삽입할 때는 마치 어서 오라는 듯이 저항감이 약해지며 내 물건을 받아주는 실비아의 음부. 혹시 일부러 힘을 주고 있는 건가? 순간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실비아의 음부는 내 허리움직임에 맞춰서 완벽하게 내 물건을 자극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실비아가 그런 기교가 있을 리 없다. 아니. 애초에 그런 기교를 부릴 정신머리조차 없어 보인다. “흐으응…흐읏…흐으으읏…! 하응! 구…흐아응!” 당초에 예상했던 대로, 실비아는 평소에 내가 스킬을 사용하며 안아줄 때마다 훨씬 민감하게 느끼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아까 전까지처럼 한 번에 커다란 절정을 느끼는 건 아니지만, 내 허리가 움직일 때마다 그 몸이 미세하게 바르르 떨리는 걸 보면, 얕은 절정이 끊이지 않고 연속으로 계속해서 찾아오는 것 같은 반응이었다. 다시 말해서 뺄 때 조이고 넣을 때 푸는 이 감촉은, 의도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날 조금이라도 더 기분 좋게 해주고 싶다는 실비아의 무의식이 불러온 행동일지도. 그렇게 생각하자, 눈앞에서 몇 번이나 절정을 느끼며 흐느끼고 있는 실비아가 더욱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실비아!” “으응! 흐읏! 하으으으으응!” 결국 나는 실비아의 몸을 꽉 끌어안으며 그대로 그 안에 사정을 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실비아도 다시 몸을 거칠게 떨면서 오늘 최고의 절정을 느꼈다. “흐아앙…흐아앗…하앗…후읏…구원니임…구원니이임….” 지금까지 예상보다 훨씬 더 잘 버텨줬던 실비아였지만, 결국 이번에 느낀 쾌감만큼은 실비아도 버티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결국 실비아는 잠꼬대처럼 내 이름을 중얼거리면서 그대로 내 품안에서 정신을 잃고 말았다. …뭐. 평소 얘 한계를 생각해보면 엄청 노력한 거니까 말이야. 조금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도록 할까. 나는 실비아의 몸을 끌어안은 상태 그대로 침대 위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우엣? 으응! …엣? 헷? ……히야아아아앗!” 그리고 잠시 후. 기절에서 깨어난 실비아는 지금의 상황을 머리가 따라갈 수 없다는 듯, 마치 고장 난 로봇처럼 멍하니 날 바라보며 동공을 지진시켰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차차 정신이 맑아지면서 실비아도 현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자신이 알몸으로 내 품에 안겨서, 그것도 삽입까지 되어있는 상태라는 상황을 말이다. 이해가 끝난 순간, 실비아는 내 몸에서 떨어지듯 벌떡 일어나서는 초고음의 비명을 질렀다. “야! 너 지금 기절하면…! 아, 아무튼 알아서 해!” 그리고 그대로 뒤로 넘어가려고…했지만 그 전에 나는 실비아에게 엄포를 놨다. 엄포 치고는 상당히 박력이 없는 이유는 그거다. 아니. 원래는 말이지. 실비아가 제일 두려워하는 말을 할 생각이었어. ‘너 지금 기절하면 평생 나랑 얼굴도 안 보고 사는 거다!’ 라든가, ‘너 지금 기절하면 평생 미워할 거다!’ 라든가. 하지만 내가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래서 뭔가 엄포치고는 어정쩡해졌다는 말이다. “우으읏!”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엄포는 실비아에게 상당히 효과적이었던 모양이다. 상체가 뒤로 반쯤 넘어가려 했던 실비아는 그대로 허리에 힘을 줘서는 꾸욱하고 버텨냈다. 과연 실비아야. 내 명령은 잘 듣는단 말이지. 이거 혹시 그냥 사도 임명을 사용하기 전에 실비아한테 죽지 말라고 명령해 놓고 강행하면 성공하는 거 아니야? 뭐, 다른 것도 아니고 실비아의 목숨이 걸린 도박이니까 실행해볼 생각은 없지만. “그래. 그래. 실비아. 잘 했어. 그래도 평소보다 조금은 버틸 수 있게 됐잖아?” “우으으으…네, 네헤에에엥….” 아니. 야. 그러니까 울려고 하지 말라고. “실비아. 조금만 더 힘내자. 난 오늘 정말로 실비아한테 사도 임명을 해주고 싶단 말이야.” “우으…네에…헷? 사, 사도 임며어어엉!? 후으응…. 구, 구원니이임….” 아, 그러고 보니 얘한테 직접 말은 안 했던가. 실비아는 그 말만으로 화들짝 놀라면서 음부를 꾸욱 조여 왔고, 그 자극은 실비아 기절 중에 살짝 힘이 풀려있던 내 물건이 완전히 힘을 되찾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좀 더 힘내자. 실비아. 할 수 있지?” “쥬, 쥬글 힘을 다 해서 힘내게쓥니다아아….” 아니. 네가 그런 말을 하면 비유가 아니라 진심으로 들려서 무서운데. 아무튼 실비아도 각오가 되긴 한 모양이고, 그럼 계속해서 행위를 이어나가 볼까? 결국 그날 밤. 실비아는 총 5번의 기절을 경험했다. 하지만 아무리 실비아의 내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밤새 자지도 않고 계속 안겨있다 보면 조금은 내성이 생기기는 하는 모양인지라, 실비아가 기절에서 깨어날 때마다 우리의 행위는 조금씩 더 발전해나갈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나와 키스하면서 섹스를 하거나, 내가 안에 사정을 해도 아슬아슬하게 기절하지 않을 정도로 정신을 유지하고 있을 수 있을 정도니까 말 다했지. 그리고 창문 밖으로 서서히 동이 틀 무렵. 바넷사가 아침 식사의 준비가 끝났음을 알리기 위해 찾아올 시간까지 얼마 남지도 않았을 때에, 나는 겨우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지금이 아니라면 아마 평생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지금은 그나마 조금 익숙해진 반응을 보이는 실비아지만, 또 며칠 평소처럼 지내다보면 일시적으로 올라갔던 내성이 다시 떨어질지도 모를 일이니까 말이다. “실비아. 준비 됐어?” “네, 네헵! 아읏…! 쥬, 쥰비! 대쓥니다아!” 내가 진지한 얼굴로 물어보자, 실비아는 긴장에 혀를 깨물면서도 필사적으로 대답을 해줬다. 참고로 말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진즉에 혀가 풀려서 오늘 밤새 말투가 이랬거든. “그럼 실비아. 최대한 딴 생각을 하고 있어. 내 생각 말고 딴 생각.” 내성도 평소에 비해 많이 붙었고, 솔직히 실비아가 아무리 느끼더라도 힐링 섹스에 의해 죽진 않을 거라는 믿음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비아의 안전을 위해, 나는 최대한 실비아에게 다른 생각을 할 것을 명령했다. “우…시, 실슙니다아!” 하지만 그런 내 명령에 돌아온 것은, 거부를 나타내는 실비아의 말이었다. …어? 잠깐만. 얘 지금 내 명령을 거부한 거야? 다른 애도 아니고 실비아가? 그것도 이 타이밍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564==================== 네 번째 첫날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반응에 잠시 당황하고 말았지만, 나는 이내 정신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 잘 생각해봐. 상대는 실비아라고? 내 말을 따르지 않을 리가 없잖아? 분명 잘못들은 거야. 안 그래도 얘가 지금 발음이 새고 있으니까 말이야. 뭔가 다른 말을 하려고 했던 게 분명해. “시, 실비아? 지금 뭐라…아니지? 내가 잘못 들은 거지? 거절한 거 아니지?” “우으….” 하지만 그런 내 질문에, 실비아는 내게서 시선을 피하고 고개를 푹 숙이면서 움츠러들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들은 게 맞았던 모양이다. “어, 어째서? 혹시 사도 임명 받기 싫어?” “아, 아임니다아! 절대! 졀대루 아임니다아아!” 다행이 그런 건 아니었는지, 이번 질문에는 큰 목소리로 부정하는 실비아. 뭐, 이번엔 나도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 물어본 거였지만 말이야. 만약 사도 임명이 싫은 거면 지금까지 봐왔던 실비아의 모습이 전부 거짓이란 건데,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우읏…. 그치만…그치마안….” 실비아는 내 명령을 거부하는 게 죄송스럽다는 표정으로, 하지만 그래도 물러설 수 없다는 듯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샤도 임며엉…저, 저도 제대로오…느끼고 싶습니다아….” 응, 그래. 결국엔 이런 얘기일줄 알았다고. 그럼. 알고 있었고말고. 얘 진짜 왜 이렇게 귀엽냐. 하지만 실비아가 귀여운 것과, 이 투정을 받아주는 건 별개의 문제이기도 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실비아 본인의 목숨이 걸린 문제니까. 나로선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해놓고 싶은데 말이야. “음…. 실비아? 들어봐. 실비아의 그 마음은 나도 기뻐. 하지만 실비아.” “쥬, 쥭지 안케씁니다!” 말로 실비아를 설득해보려 했던 나였지만, 실비아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하는지 안다는 듯 필사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내게 매달려왔다. 야. 가슴에 두 손을 얹고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건 그만둬라. 너무 귀엽잖아. 하지만 한편으론 이렇게 필사적이 되는 실비아의 심정도 이해가 됐다. 사도 임명이란 건 진짜로 평생에 한 번 있는 일이니까 말이야. 게다가 요즘은 우리 애들끼리 나 없는 자리에서 은근히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나누는 모양이니까, 어쩌면 다른 애들한테 사도 임명이 어떤 느낌인지 대충 전해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야 기대되겠지. “…자신 있어?” “네, 네헤?” “안 죽을 자신 말이야. 자신 있는 거지?” “……우으.” “야. 거기서 대답을 못 하면….” “무, 물론 입니다! 이, 이씀니다아!” “정말이지? 만약 죽기라도 하면 나 평생 너 미워할 거다?” “우으으으…정말 이씀니다아아….” 아니. 그러니까 동공 지진하면서 울려고 하지 말라고. 안 죽으면 되는 문제잖아. “…좋아. 그럼 지금부터 한다?” 아무튼 실비아의 의지를 꺾기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은 나는, 결국 다른 생각으로 주의를 돌리거나 하는 일 없이 사도 임명을 해주기로 했다. 믿는다. 실비아. 믿는다. 힐링 섹스. 속으로 그렇게 기도하며 사도 임명을 발동하자, 눈앞에 인장을 새기는 시스템창이 바로 나타났다. 실은 실비아의 인장을 어디에 새길지는 진작 정해둔 상태였기 때문에, 나는 별로 고민할 것도 없이 인장의 위치와 크기를 조정하려했다. “자, 쟘깐 기다려주십시오! 정말, 정말 잠시만!” 하지만 그 조정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실비아가 황급히 내 몸을 끌어안고 내 가슴에 얼굴을 박으면서 날 말렸다. 야. 그러고 있으면 안 보이잖아. “응? 왜 그래?” “쟈, 잠깐 마음의 쥰비가아….” 야. 오늘 밤새 사도 임명을 위해 노력해왔던 건데, 아직도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거냐.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귀여우니까 용서한다. 나는 기꺼이 실비아를 기다려주기로 했다. “…그래. 준비 되면 말해.” “가, 감샤함니다아…. 하앗…후우…하앗…후우응…!” 실비아는 여전히 내 가슴에 얼굴을 박은 채로, 호흡을 정돈해보려는 듯 크게 심호흡을 했다. 내 가슴에 얼굴을 박고 있는 만큼, 호흡이 정돈되기는커녕 오히려 더 거칠어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말이다. 뭐, 여전히 실비아의 안에 있는 내 물건이 꿈틀꿈틀 반응한 것도 실비아의 숨이 정돈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일 테지만. 그럼 꿈틀대지 말라고? 아니. 이건 나도 어쩔 수 없어. 그도 그럴 게, 얘 지금 내 가슴에 얼굴을 박고 심호흡하고 있는 거라고. 가슴팍에 달콤한 숨결이 끊임없이 느껴진단 말이다. 어쩔 수 없잖아. “후으으읍! 네헵! 돼씁니댜햐아아아!”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어떻게든 간신히 호흡을 정돈한 실비아는 마치 기합이라도 넣듯 두 손으로 자신의 두 볼을 찰싹 때리고는 굳은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내가 그 가지런한 앞머리를 살짝 뒤로 넘겨주자 바로 다시 녹아내렸지만. 얘 진짜 괜찮을까? “괜찮아? 간다?” “네, 네혀에엣!” 당황하고 있는 건지 대답을 하는 건지 애매한 말투였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니 아마 대답한 모양이다. 좋아. 그럼 어디. 나는 다시 실비아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면서 사도 인장의 위치를 조절했다. 실비아에게 인장을 박을 장소는 바로 이마. 성감대가 아닌 머리로 쾌감을 느끼는 실비아에게는 이보다 적절한 장소는 없겠지. 사실 여자의 얼굴에 표식을 남긴 다는 게 조금 거부감이 들어서 고민하기도 했지만, 역시 실비아의 인장 위치는 여기가 제일이라고 생각됐다. 그리고 여차하면 인장 위치는 언제든 옮길 수 있으니까 말이야. 나는 앞머리를 뒤로 넘기고 드러난 실비아의 고운 이마 위에 세심하게 사도 인장의 위치를 조정했다. 중앙의 하트와 양옆으로 펼쳐진 날개가 마치 티아라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흐햐아아아아….” 내가 진지한 얼굴로 자기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는 거다. 실비아는 아직 인장을 새기기 전인데도 상당히 버거워 보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게 방해가 되고 싶지 않은 건지 몸의 떨림마저 꾸욱 참아내면서 버텨주고 있었다. 그래. 위치 조정은 끝났고. 색은…최대한 눈에 띄지 않도록 옅게. 물론 평소엔 앞머리로 인해 가려지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예쁜 얼굴에 진한 흔적을 남기는 건 거부감이 드니까 말이다. 나는 지근거리에서 확인하지 않으면 눈치 채기 힘들 정도로 색을 옅게 조절한 후에 사도 인장 설정을 완료했다. “하으으으으으으응!” 그리고 그 순간, 실비아의 몸이 고꾸라지듯 앞으로 확 넘어지면서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내 물건을 감싸고 있는 음부의 주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렬하게 내 물건을 꾸욱꾸욱 조여 왔고, 내 가슴 위에 올리고 있던 손은 거칠게 아래로 내려가더니 침대 시트를 찢을 기세로 꽈악 말아 쥐었다. 아니. 찢을 기세가 아니라, 진짜로 찢어졌다. 내 가슴에 정수리를 박은 채 푹 숙이고 있는 얼굴 부근에서는 내 복부를 향해 눈물과 타액을 뚜욱뚜욱 떨어뜨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본 실비아의 반응 중에서도 제일 격렬한 반응. 예전에 우리 파티 가입 전 실비아가 내 스킬에 당했을 때. 완전히 이성을 잃고 날 바닥으로 업어친 다음 강제로 관계를 가지려했던 그때가 생각날 정도로 강렬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강렬한 반응을 보인다는 건, 반대로 말해서 실비아가 죽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물론 실비아의 굳은 의지나 힐링 섹스의 힘을 믿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정말로 다행이다. 나는 실비아의 그런 반응을 보면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우여곡절이 있기는 했지만, 드디어 실비아에게도 사도 임명을 해주는 것에 성공한 거다. “후읏…흐응…하앗…구워…으응…구원니이임…저…저어….” 10분? 20분? 아니면 그보다 더? 상당히 오랜 시간 그렇게 몸을 웅크리고 바들바들 떨던 실비아는, 이제는 더 이상 몸을 떨 힘도 없다는 듯 탈진상태가 되어서 축 늘어지며 내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래. 잘 했어. 실비아. 이걸로 이제 너도 완전히 내거야.” “흐그윽…네엣…! 네엣!” 내가 그 몸을 가볍게 쓰다듬어주자, 실비아는 감동에 벅찬 목소리로 대답하면서 눈물을 훔치듯 내 가슴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다. 그리고 겨우 격해진 감정이 조금 진정된 후, 나는 드물게도 바넷사가 부르러 오기 전부터 말끔히 몸을 씻게 됐다. 사실 다른 애들과 으레 그래왔듯이 실비아하고도 바넷사가 오기 전에 한 번 더 관계를 맺어볼까 싶기도 했지만, 사도 임명으로 고양된 상태에서 한 번 하면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실비아의 목숨이 위험할 것 같아서 그만두기로 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대로 끝나는 건 아쉬웠기 때문에 같이 씻기라도 하자고 꼬드겨 봤지만, 그것마저도 실비아가 내뱉은 말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직 쥭고 싶지 안쑵니다아!” 두 손으로 이마를 꾸욱 누르면서 저렇게 말하는 데, 그 이상 꼬드길 수가 있어야 말이지. 사도 임명을 성공적으로 끝마쳤어도, 실비아는 역시 실비아였다는 얘기다. 아무튼 그런 고로 홀로 쓸쓸하게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나였지만, 막상 나와 보니 침대 위에 실비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벗어둔 옷은 그대로 있는 걸 보니 어디 가진 않았을 텐데 말이야. 그 순간, 내 귓가에 귀여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에헤헤헤…헤헷…헤헤헤….”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벽 한쪽에서 실비아가 한 손으로 자신의 앞머리를 뒤로 넘긴 채 거울을 바라보며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인장을 상당히 옅게 새겼기 때문에 거울로 확인할 때도 얼굴을 바짝 들이밀지 않으면 제대로 보기 힘든 건지, 실비아는 거울에 거의 달라붙을 기세로 얼굴을 붙이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내가 씻고 나왔는데도 눈치를 못 채고 있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좋아?” “네헷! 헷? 흐야앗! 우, 우아앗! 이, 이건! 구, 구원님! 그러니까 이건!” 그런 실비아에게 몰래 다가가서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걸어보자, 실비아는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밝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에 곧바로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부끄러워했지만 말이다. “좋아해주니까 나도 기쁘긴 한데, 우선 씻는 게 어때? 밤새 해댔던 거니까 조금 찝찝하지?” “아, 아닙니다! 오히려…! 아, 아우으…씨, 씻고 오겠습니다아….” 실비아는 대화를 하다말고 새빨갛게 굳어져서는 한 차례 바르르 떨더니, 한 손으로 앞머리를 넘겨서 이마를 깐 상태 그대로 쪼르르 욕조 쪽으로 도망가 버렸다. 야. 오히려 뭔데. 그렇게 말을 끊으면 궁금하잖아. 아무튼 그렇게 실비아까지 몸단장을 마치고 난 후, 나는 바넷사가 올 때까지 실비아를 껴안고 실비아테라피를 즐겼다. 밤을 꼬박 새면서 안고 있었던 실비아의 몸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렇게 안고 있으면 정신이 안정되는 기분이다. “구원님. 사라님. 아침 식사의 준비가 끝났습니…!” 물론 나와는 달리 실비아는 오히려 고양되어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때문에 바넷사가 방문을 두드린 순간, 실비아는 쏜살같이 내 품에서 벗어나서 문을 벌컥 열었다. “아, 안녕하십니까!” 그러고 보니 실비아는 귀족이면서 집사한테도 존댓말을 하는구나. 다른 집도 아니고 디아나네 집사라서 그런 걸까? 아니. 생각해보니 나랑 처음 만났을 때도 꼬박꼬박 존댓말을 했던가? 평소에 나한테 워낙 존댓말이 어울리는 태도를 취하다보니 눈치 채지 못했지만, 그냥 존댓말이 습관인 걸까? “…네, 네…. 안녕하십니까….” 아무튼 내 방에서 설마 실비아가 튀어나올 줄 몰랐는지, 우리의 철혈집사 바넷사는 생각 외로 엄청나게 당황하면서 실비아의 인사를 받아줬다. “실비아님이 왜…크흠.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구원님. 실비아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물론 철혈집사답게 곧장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말이다. 바넷사는 주위를 둘러봐서 사라가 없는 걸 확인 한 후, 나와 실비아를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방금 전에 보였던 모습은 예상외인데. 물론 사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비아가 튀어나오면 당황스럽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렇게까지 놀랄 이유가 있나? 아리송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이미 무표정으로 돌아온 바넷사의 얼굴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을 수 없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일어나자마자 한 편 더 써서 올립니다. 565==================== 네 번째 첫날밤 “구원! …좋은 아침.” 어째선지 평소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앞서나가는 바넷사를 쫓아서 식당에 도착하니, 날 제일 먼저 반겨준 건 다름 아닌 사라였다. 사라는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듯이 내 이름을 불렀지만, 내 뒤를 따라오는 실비아의 얼굴을 보더니 알겠다는 표정으로 평범하게 인사를 했다. 자기 차례를 양보까지 한만큼, 실비아와의 일이 어떻게 됐는지 상당히 궁금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실비아의 모습을 보면, 간밤에 어땠는지는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으니 그냥 평범하게 인사를 한 거겠지. 아침부터 내 옆에 찰싹 붙어서 같이 식당으로 향하는 게 어색하고 부끄럽다는 듯이 새빨갛게 굳어져있는 한편, 가끔씩 실없는 미소를 헤실헤실 짓는 실비아를 보면 말이다. “응. 잘 잤어?” “응. 던전에서 돌아오자마자 누구씨한테 밤새 시달리지도 않고 푹 잤어.” “뭣이?! 나랑 자는 게 싫다는 거야?!” “싫은 건 아니지만…던전에서 돌아온 당일은 조금 피곤하잖아?” “야. 자꾸 그러면 나 운다?” “바보. 다 큰 남자가 맨날 그걸 협박이라고 하는 거야?” 그런 실없는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사라와 나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를 했다. 그리고 내 옆에 있던 실비아는 사라를 바라보면서 뭐라고 감사인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단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사, 사라님! 그, 그게!” “실비아. 멋쩍게 그런 얘기하지 않기에요.” 물론 그 전에 사라가 실비아의 말을 멈췄지만 말이다. 어젯밤에도 느낀 거지만, 사라 얘 은근히…아니. 대놓고 어른스러운 반응을 보여주네. 나이는 여기에서 제일 어린 주제에. 맨날 자기 입으로 자기가 본처라고 주장하는 만큼, 이럴 때엔 확실히 하겠다는 걸까? “음. 밤새 이 몸들을 귀찮게 굴었으니 말일세. 그야 멋쩍기도 하겠구먼 그려.” 하지만 그런 모처럼 어른스런 사라의 이미지를, 옆에 있던 디아나가 철저히 박살내는 발언을 했다. “잠…!”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디아나가 그 말을 내뱉자마자 사라가 당황해서는 디아나의 말을 멈추려고 했지만, 나는 그런 사라를 붙잡고 디아나의 말을 재촉했다. “‘디아나, 레이아, 마틸다. 지금이라도 구원 방에 가는 게 좋을까요?’ 라든가. ‘난 바보. 바보야.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같이 잘 걸…구워어언…그리워어….’ 라든가. 덕분에 이 몸들도 새벽까지 제대로 자지도 못했네.” “디, 디아나씨도 참….” 디아나의 발언에, 옆에 있던 레이아도 부정은 하지 않고 살짝 곤란한 미소를 지으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셋 다 방금 전까지 자다 온 사람치고는 살짝 피곤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정작 사라는 멀쩡해보였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런가. 어쩐지 내가 실비아랑 들어와도 셋 다 별 반응이 없더라니. 내가 실비아와 잔다는 건 이미 지난밤부터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설마 그런 발언까지 했다니. 그렇다는 건 얘 혹시…. “사라 너 혹시 어제 술 마셨어?” “…조, 조금?” 내 질문에, 디아나를 원망스런 눈초리로 쳐다보던 사라가 시선을 피하면서 중얼거렸다. 뭐야. 그럼. 난 어젯밤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위기를 넘긴 거였어? 사라 얘는 술만 들어가면 폭주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말이다. 만약 어젯밤에 사라가 들어왔다면, 진지하게 실비아가 부끄러워 죽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디아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걱정 말게. 자네 방으로 쳐들어가기 전에 이 몸이 마법으로 재웠네.” “그, 그러니까 디아나아!” “우으…사, 사라님…죄송….” “실비아도! 사과 안 해도 되니까요!” 결국 몇 마디 말에 어른스런 모습은 온데 간데 사라져버린 사라였다. 그래. 사라야. 그 모습이 나이에 맞기도 하고 더 어울린다. 평소보다 공격성이 조금 떨어져 보이는 것 같기는 했지만 말이다. 분명 사라는 이렇게 당황하면 자기도 모르게 말로 명치를 때려대는데 말이야. 그런 의문에 대한 해답은 즉시 풀리게 됐다. “아무튼 그런 고로, 내일 밤은 사라양과 자게나.”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사라양 혼자 본처 노릇을 하게 둘 수는 없지 않나. 이 몸들도 실비아양을 위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다는 것일세.” 과연. 그런 거였나. 어쩐지 오늘은 디아나가 저렇게 놀려먹어도 사라의 반응이 얌전하다 싶더라니. 하지만 디아나도 레이아도 역시나라고 할까. 디아나는 별 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지만, 결국은 어제의 사라가 그랬듯 자기 차례를 한 번 뒤로 미루는 셈이 되어버리는 거다. 역시 우리 애들은 전부 하나같이 천사야. 내가 디아나의 곁에 다가가서 그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디아나는 마치 더 만져도 된다는 듯이 으쓱하는 표정으로 머리를 내 손에 문질러왔다. 하지만 그렇게 디아나의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나는 방금 전 디아나의 말에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단 사실을 깨달았다. “…응? 잠깐만. 내일? 그럼 오늘은?” “몰라서 묻는가? 아직 자네와 하룻밤도 못 자본 사람이 있지 않은가.” 그 말을 듣고 나서, 나는 아까부터 조용히 있던 마틸다 쪽으로 겨우 시선을 돌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내게 말을 안 걸었다 뿐이지, 조용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아…당시인…그런…하지만…아아…당신이 원하신다며언….” 어째 내가 식당에 들어오기 전부터 핑크빛 모드가 돼서는 허공에 대고 중얼중얼 달콤한 말을 내뱉더라니. 그런 이유 때문이었던 거냐. “정말로? 서비스가 상당히 좋은데? 아니. 물론 마음씨는 고맙지만 말이야.” “음. 자네의 본처로서! 이 정도 아량은 있다는 걸세.” “말해두지만 디아나 혼자 정한 게 아니라 다 같이 상의한 거니까. 본처로서!” 과연 이번만큼 강한 본처 어필은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는지, 사라도 옆에서 지지 않고 옆에서 그렇게 대꾸해왔다. 얘들 설마 어젯밤에도 이렇게 서로 본처라고 싸우다가 이런 결론에 도달한 건 아니겠지? 뭐, 결과가 좋게 끝난 것 같으니 다 좋은 거지만 말이야. “내가 뭘 원한다고?” “햣! 어, 어머. 다, 당신. 안녕히 주무셨나요오?” 그런 우리 애들의 결정에 감사하면서 마틸다에게 말을 걸어보니, 마틸다는 그제야 내가 왔다는 걸 눈치 챘다는 듯 화들짝 놀라며 인사를 했다. 늦었어. 이것아. 그리고 다시 핑크빛 모드로 들어가려고 하지 마라. “우으…여, 여러분….” 아무튼 그렇게 상황 파악이 끝나가자, 실비아도 우리 애들의 마음씨에 감동했는지 커다란 눈을 촉촉하게 글썽이면서 우리 애들을 쳐다봤다. 안 그래도 셋에게 본처취급해주며 깍듯이 대하던 실비아였지만, 지금은 거기에 더해 존경의 마음까지 느껴지는 눈길이었다. “후훗. 실비아씨. 그렇게 서있지 말고 이리로 오세요.” “네, 네헵!” 그런 실비아의 눈빛을 받으면서, 레이아가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포근한 미소를 지으며 실비아에게 손짓했다. 평소에는 저기 식탁 구석에서 따로 떨어져 식사를 하는 실비아였지만, 오늘은 사도 인장까지 새기고 온 거다. 과연 내 근처에서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 긴장할 정도는 아니게 됐는지, 실비아는 힘차게 대답하며 레이아에게 다가갔다. 그것이 함정인지도 모르고. 아니. 아마도 우리 천사님은 의도한 게 아니었겠지만. “그, 그래요! 실비아! 어서 와보세요.” “음. 그래서, 자네의 사도 인장은 어디인가?” 실비아가 다가가자마자, 사라와 디아나가 실비아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어서는 사도 인장의 위치를 캐내려했다. 저 눈은…동병상련을 기대하는 눈빛이야. 이것들…자기들은 어차피 사도 인장이 있는 위치를 보였다 이거지? 하지만 이거 어쩌나. 니들이 기대할만한 위치에 새기지 않았는데. “네, 네헷? 사, 샤도 인자앙 말입니까아…? 여기…입니다아…헤헷.” 실비아는 사도 인장이란 말이 부끄러운지 살짝 몸을 꼬면서 말하더니, 수줍다는 듯이 한 손으로 앞머리를 넘겨서 이마에 새겨진 사도 인장을 보여줬다. “하아….” “구원….” 그리고 역시나랄까, 실비아의 사도 인장 위치가 드러나는 순간 사라와 디아나는 동시에 실망스럽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리고 어째선지 날 원망스럽단 눈초리로 노려봤다. “에, 엣…? 뭐, 뭔가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아?” “아니에요. 실비아씨. 여러분도 참. 한숨 쉴 필요까지는….” 실비아는 그 반응에 조금 당황하는 눈치였지만, 우리 천사님이 그런 실비아를 토닥이면서 곤란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아니. 너흰 대체 뭘 기대한 건데. 실비아한테 성감대가 없는 건 알고 있었잖아?” “우긋…그, 그러고 보니 그랬구먼….” “요즘 너무 평범하게 지내서 잊고 있었네요….” 역시나. 성감대에 새겼을 거라고 생각하고 동병상련의 기분으로 캐물은 거였냐. 게다가 마틸다는 성감대에 새기지 않은 만큼, 실비아만큼은 동지의식을 느끼고 싶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실비아가 불감증이란 사실마저 잊을 정도라니. 대체 얼마나 간절했던 거냐. “그렇게 지금 위치가 싫으면 너희 것도 옮겨준다니까?” “시, 싫네!” “내 인장 건드리기만 해봐!” 이렇게 말하면 또 저렇게 반응하는 주제에. 아, 그래도 지금 각자 엉덩이랑 하복부를 가리는 동작, 꽤나 섹시했어. 역시 내가 사도 인장 위치만큼은 기막히게 설정했다니까. “그, 그보다 실비아씨의 인장도 멋지네요. 마치 티아라 같아서 예뻐요.” 계속 성감대 관련 얘기가 나오는 게 부끄러웠던 건지, 레이아가 살짝 붉어진 얼굴로 손뼉을 짝 하고 한 번 친 후에 실비아의 인장 위치 얘기로 다시 화제를 돌렸다. “가, 감사합니다!” “그렇구먼. 저 위치라면 당당히 드러낼 수도 있고 말일세.” “전 지금도 당당히 드러낼 수 있지만요.” “그, 그건 이 몸도…!” “그러니까 드러내려고 하지 말라고. 아무튼 괜찮아 보여? 사실 여자 얼굴에 새기는 거라서 조금 고민했는데 말이야.” “아, 그래서 색을 옅게 하신 거군요?” “응. 그래도 혹시 싫으면 말해. 위치는 언제든 옮길 수 있으니까.” “괘, 괜찮습니다! 전혀 문제 없습니다아!” 실비아는 내 말에 화들짝 놀라서는 앞머리를 내려 이마를 가리고는,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두 손으로 앞머리를 꾸욱 누르면서 철저하게 인장의 위치를 막았다. 반응을 보아하니 실비아도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뭐,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혼자 헤실헤실 웃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지금도 간헐적으로 기쁨을 참지 못하겠다는 듯 헤실헤실 웃고 있다. 실비아야. 아무리 좋아도 그렇지 웃음이 너무 헤픈 거 아니냐? 예전의 그 나른해 보였던 기사님은 대체 어디로 간 거야? 그야 물론 지금이 훨씬 귀엽지만 말이야. 사랑한다. 아무튼 그렇게 실비아의 사도 인장 위치를 까는 신고식을 치르고 나서야, 우리는 겨우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럼 나는 잠깐 나갔다가 올게.” 드디어 파티 멤버 전원에게 사도 인장을 새길 수 있었다는 사실에 들뜬 덕분인지 평소보다도 훨씬 맛있게 느껴진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우리 애들을 따뜻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사실 천사 같은 우리 애들과 계속해서 같이 있고 싶었지만, 실은 할 일이 있었다. 어제 그런 소란을 일으키면서 길드를 빠져나왔으니까 말이야. 실비아가 뭐라고 말하면서 귀환 보고를 했는지는 몰라도, 분명 지금쯤 레이첼 누님이 엄청나게 걱정하고 있을 거다. 그리고 겸사겸사 앨리시아한테도 설명을 하지 않으면. 확실히 앨리시아 걔가 많이 털털한 성격이라 눈치가 좀 없기는 하지만, 어제는 앨리시아가 억울할만했다. 나는 멀쩡한 모습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하면서 얘기를 주고받고 있는데, 우리 애들은 날 깨지기 쉬운 도자기 취급하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앨리시아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냥 우리 애들이 호들갑 떠는 걸로 보였겠지. 그러니까 조금 끈질기게 내 앞을 막고 있었던 것일 테고 말이다. 뭐, 사실 호들갑이 맞기도 했고. 실제로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했으니까. “안 돼.” 하지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사라가 단호한 말투로 내 외출을 막았다. “으, 응? 뭐라고?” “허락해줄 리가 없지 않은가. 오늘은 저택에서 푹 쉬게.” “뭐? 아니. 하지만 난 멀쩡….” “구원씨.” 일단 저항을 해보려고 했지만, 그런 내 말을 이번엔 단호한 표정의 레이아가 끊었다. “네. 천사님.” “나가시면 안 돼요.” “넵.” 결국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66==================== 집사의 본심 그런 고로, 나는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집에서 하렘을 즐기게 됐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어제랑은 조금 느낌이 다르기는 하지만. 하지만 뭐, 이건 이거대로 나쁘지 않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세상 남자들에 대한 기만인가. 그래. 좋긴 하다. 좋긴 한데 말이야….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저도 모르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구원님. 잠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여신님 감사합니다! 그래! 들어와!” 그때 내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바넷사였다. 언제나처럼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지만, 나는 그 목소리가 마치 여신님이 보내주신 천사의 하모니처럼 들렸다. 차라리 누구랑 얘기라도 하고 있으면 이 상황이 조금 나아질 테니까. 뭐, 바넷사가 나랑 그렇게 오래 얘기해준다는 것도 상상이 안 되기는 하지만. “그럼 실례하겠…읏!” 사무적인 태도로 내 방문을 열고 들어온 바넷사였지만, 이내 내 모습을 보고는 가볍게 숨을 집어삼키며 걸음을 우뚝 멈췄다. 그리고 그 차가운 시선은 딱 한 곳에 고정되어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고간에. “혹시 오해할 것 같아서 말해두겠는데. 얘 자고 있는 거다.” “…알고 있습니다.” 아니. 거짓말하지 마라. 네가 아무리 무표정이라고 해도, 그 정도는 보면 알거든? 내가 말하기 전까지 절대 착각하고 있었지. 대체 무슨 상황이냐고? 간단하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우리 애들 모두가 내게 달라붙어서 마치 간병하듯이 대해줬던 거다. 다만, 나 스스로 멀쩡하다고 말하기도 했고, 실제로 멀쩡한 모습을 계속 보여줬으니까 말이야. 과연 우리 애들도 어제처럼 심각한 환자 다루듯 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얘기를 들어보는 한, 우리 애들은 어젯밤에 디아나의 방에 다 같이 모여서 거의 밤을 지새웠다는 모양이다. 물론 나하고 밤새 쉴 틈 없이 뒹굴었던 실비아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이제 슬슬 상황이 짐작이 되지? 그래. 우리 애들은 지금 전원이 내게 달라붙어서 잠들어 있었다. 그나마 실비아가 내게 달라붙어서 떨고 있었으니까, 얘랑 대화라도 하면서 시간을 죽이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힐링 섹스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나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로 인해 피곤이 쌓이긴 했는지, 결국엔 실비아도 잠들어버리고 말았다. 뭐, 그냥 너무 좋아서 기절해버린 것일 가능성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덕분에 나는 몇 시간째 침대 위에서 이 자세 그대로 꼼짝달싹 못한 채로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밤에 잠을 못잔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나도 자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게 가능했으면 나도 그러고 싶어. 그런데 생각을 해봐. 왼쪽엔 마틸다가 팔을 벤 채로 내 몸에 그 볼륨 있는 가슴을 밀어붙이고 있었고, 오른쪽엔 마찬가지로 실비아가 그러고 있었다. 뭐, 그래서 오른쪽에는 가슴 감촉이 느껴지지 않기는 하지만. 아무튼 디아나는 아예 내 몸 위에 누워서 동글게 몸을 만 상태로 잠들어있었고, 레이아는 내 머리맡에 앉아서 무릎베개를 해준 상태로 잠들어있었다. 참고로 커다란 가슴이 자연 차양막 효과를 주고 있어서 무척이나 훌륭했다. 게다가 레이아가 숨을 쉴 때마다 우아한 곡선을 그리며 천천히 상하로 움직이는 것이…할 수 있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달라붙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넷사의 시선이 고정되어있는 내 고간 말인데. 사라가 내 다리 사이에서 자고 있거든. 아니. 처음엔 그냥 허벅지를 베고 있었어. 그런데 사람이 자다보면 말이야, 몸을 뒤척이기도 하고 그러잖아? 뭐, 그런 거다. 우윽. 사라야. 그거 먹는 거 아니야! 뭐 먹는 꿈이라도 꾸니? 네 입술 부드러운 거 잘 아니까, 너무 그렇게 문지르지 말아줄래? 거긴 바지 위라도 민감한 데란 말이야. 뭐, 그런 이유로 인해서, 나는 번뇌와 싸우느라 전혀 잠들지 못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혹시 이거 신종 고문인가? 게다가 바넷사를 보기 위해 내가 고개를 살짝 들자, 레이아가 잠결에 내 머리를 꼬옥 끌어안아오기까지 했다. 정수리에 엄청나게 폭신한 감촉이 느껴진다. 으악! 사라야! 그러니까 그거 먹는 거 아니야! 아니 커지는 바람에 네 입에 들이미는 것처럼 되어버린 건 내가 미안한데 말이야! “크흠! 크흠! 크흠! 그래서 무슨 일인데?” 내가 펠리시아의 기운을 풀어준 이후로는 나와 제대로 눈도 마주치려 하지 않았던 바넷사다. 뭐, 그 와중에도 할 일은 제대로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런 바넷사가 굳이 이렇게 찾아온 거니, 분명 뭔가 용무가 있는 거겠지. “선물입니다.” “선물? 네가?” “…….” “…그래. 누구한테서 온 건데?” 네가 나한테 선물 같은 걸 줄 리가 없다는 건 잘 알겠으니까, 그런 눈으로 쳐다보지 마라. 내가 이래 봬도 꽤나 상처받기 쉬운 몸이란 말이다. “레이첼님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 바넷사는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침대에 누워서 고개만 간신히 들고 있는 상황이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바넷사의 손에는 과일이 한가득 담긴 바구니가 들려있었다. 즉, 전형적인 병문안 선물이었다. 그런가. 역시 어제 그런 식으로 길드를 떠난 바람에 걱정 끼친 건가. 하지만 그럼 왜 얼굴도 보고 가지 않고 저렇게 선물만 보낸 걸까? 길드 일이 바쁘다보니 직접 오시진 못하고, 일단 사람을 시켜서 선물만 보낸 걸까? “…저택 앞에서 서성기고 계시기에 말을 걸어보니 가지고 계시던 바구니만 건네주시고 황급히 사라지셨습니다.” 내 표정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은 듯, 바넷사가 평소보다 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그렇게 내뱉었다. 하지만 그 대답을 듣고 나서도 의문은 더 깊어질 뿐이었다. 직접 오시기까지 한 거면 대체 왜 안 들어오고 도망간 거지? 설마 디아나의 저택이니 부담스럽다든가 그런 이유는 아닐 텐데 말이지.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레이첼 누님이다. 디아나는 길드장과 상당히 친해보였으니까 말이야. 레이첼 누님 본인도 디아나와 꽤나 친분이 있어보였고, 말하는 걸 보니 바넷사도 면식이 있는 모양이고. 그럼 나랑 소위 말하는 썸을 타는 사이니까, 우리 애들이 부담돼서 그런 건가? 아니. 그런 것도 아닐 것 같은데. 우리 애들이 병문안 온 사람에게 눈치를 줄 애들이 아니란 건 누님도 잘 알고 있을 거다. 그게 아니더라도 누님은 의외로 꽤나 대범한 면이 있으니까 말이야. 애초에 우리 애들이 부담되는 거면 길드에서조차도 나랑 제대로 잡담을 못했을 거다. 보통 뒤에서 우리 애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니까 말이지. 게다가 전에는 사라하고도 같이 카페에 가기도 했고. 생긴 것만 따지고 보면 우리 애들 중에서 제일 부담되게 생긴 사라다. 생긴 건 차가운 도시 미녀니까 말이야. 그런 사라하고도 아무 부담 없이 대화를 나눌 정도였으니, 우리 애들이 부담된다는 이유는 아닐 거다. 그럼 대체 이유가 뭐지? 왜 선물만 주고 도망간 걸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수수께끼는 풀리지 않았다. 나중에 누님께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으려나. “그럼 전 이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바넷사는 침대 옆 테이블에 과일바구니를 놔두고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서 방을 벗어나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황급히 바넷사를 불러 세웠다. “잠깐! 스톱!” “…뭡니까?” 요즘 얜 내 말을 대부분 무시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냥 무시하고 나가버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다행이도 이번에는 발걸음을 멈춰주는 바넷사였다. “도와줘.” “…뭘 말입니까?” “그러니까 이 상황을 말이야. 나 좀 움직일 수 있게 도와줘.” “……훗.” 잠깐 동안 무표정한 시선으로 날 지긋이 바라본 바넷사는, 콧바람 소리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버렸다. 저, 저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저게 집사가 보일 태도야?! 하지만 아쉬운 건 나였다. 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했다. 뭔가 쟤가 걸음을 멈출만한 용무를 만들어야 돼. 그래! 안 그래도 쟤한테 궁금한 게…아니. 물론 궁금하긴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그 질문을 하는 건 위험해.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멈춰.” “…….” 다급한 마음에 일단 명령을 내려 봤는데, 바넷사는 의외로 우뚝하고 걸음을 멈췄다. 여전히 내게서 등을 돌린 상태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리고 그 잠깐의 침묵 사이에, 나는 바넷사가 날 도울 수밖에 없는 말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 “싸, 쌀 것 같아.” “……네?” 다시 내 쪽으로 몸을 돌리고 한쪽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의문을 표하는 바넷사. 하지만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거짓말을 계속했다. “몇 시간 째 화장실을 못가고 있어서 슬슬 쌀 것 같아. 너도 내가 이 상황에서 싸버리면 어떤 대참사가 일어날지 예상이 되지? 그러니까 도와. 빨리. 급해.” “……후우.” 내 다급한 말투에 바넷사는 다시 한 번 시선을 내 고간에 고정시키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한 차례 절레절레 흔든 후 내 쪽으로 다가왔다. 존경해 마지않는 주인님이 내 위에 있으니, 바넷사도 돕지 않고 지나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뭐, 지금 이 자세에서 싸버리면 제일 큰 피해를 입는 건 사라겠지만. 바넷사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 디아나가 아니라 제일 먼저 사라부터 손을 댔다. 사라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어 올리고는…. “…읏!” 짧은 침음성을 흘리더니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 물건이 손에 닿았기 때문이다. 사라는 지금 얼굴을 내 고간에 박고 있으니까 말이야. 그 얼굴을 들어 올리기 위해서는 당연히 내 고간에도 손이 닿을 수밖에 없다는 거다. 하지만 이건 나도 변명의 여지가 있었다. “아니. 야. 나도 일단 남자인데 이런 상황에서 안 커지는 게 이상하잖아.” “…끝부분이 젖어있습니다만.” 하지만 그런 내 변명에도 불구하고, 바넷사는 날 노려보는 걸 멈추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눈매를 사납게 만들며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응? 야, 야. 그거 내거 아냐. 침이야. 침.” “…….” 사라는 뭐 먹는 꿈이라도 꾸는 건지 내 물건을 입술로 깨물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날 노려보는 걸 보니, 바넷사는 그런 내 변명을 전혀 믿어주는 눈치가 아니었다. 그래도 도와주기는 하려는 듯, 바넷사는 다시 한 번 사라의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서 살짝 들어 올리고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자세를 바꿔서 베개를 받쳐줬다. 그 사이에 바넷사의 손이 몇 번이나 내 물건을 스치게 됐고, 내가 반사적으로 물건을 움찔거릴 때마다 바넷사가 이를 으드득 가는 건 상당히 무서웠다. 다행이도 얘가 눈이 돌아가서 내 물건에 해코지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리고 사라에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내 양옆에서 팔베개를 한 채 자고 있는 실비아와 마틸다도 무사히 내 팔을 빼내고 그 아래에 대신 베개를 받쳐줬다. 마지막으로 내 머리를 끌어안고 있는 레이아의 팔을 살며시 풀고, 몸을 일으키면서 내 위에 있던 디아나를 대신 레이아의 허벅지를 베고 눕히게 하는 걸로 겨우 나는 저 천국 같은 속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후우. 고맙다. 덕분에 살았어.” “…어서 화장실이나 가십시오.” “응? 아, 그거 거짓말이었는데?” 으드득. 내 대답과 동시에, 바넷사가 이를 갈면서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니까 무섭다고 이것아. 집사가 그런 행동을 해도 되는 거냐? 아니. 뭐, 본의 아니게 거기까지 만지게 만든 건 조금 미안하지만 말이야. “그, 그보다 바넷사. 할 말이 있어.” 나는 바넷사가 폭발하기 전에, 황급히 화제를 전환하기로 했다. 할 말이 있다는 건 정말이다.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기는 했지만, 여기서 할 말은 아니라서 참고 있었던 거니까 말이다. 나는 바넷사의 손목을 붙잡고 황급히 방을 나섰다. 뭔가 저항이라도 보일 줄 알았던 바넷사는, 내가 손목을 붙잡을 때 잠깐 몸을 움찔 떤 것 말고는 아무 말 없이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왔다. “…그래서, 할 말이란 게 뭡니까.” 그리고 아무도 없는 빈 방으로 이동한 후에야, 바넷사는 날 노려보면서 차가운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얼굴 표정이나 말투나 냉랭하기 그지없었지만, 그 몸은 어째선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3시 전후로 한 편 더 올립니다. 567==================== 집사의 본심 어째서지? 얘가 나랑 단 둘이 있다고 해서 새삼 긴장할만한 애도 아니고. 응? 아, 여기는 설마…. 그제야 나는 내가 바넷사를 어디로 데려왔는지 깨달았다. 욕조에서 바넷사와 많은 일이 있었던, 바로 그 빈 방이었다. 아니. 미리 말해두자면, 절대 의도한 건 아니야. 다만 내 방에서 가까운 빈 방하면 역시 여기가 제일 먼저 떠오르니까 말이야. 그냥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이 여길 향한 것뿐이야. 정말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말해봤자 바넷사 입장에선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겠지. 그렇다면 여기서 내가 취해야할 행동은 바로…그냥 곧장 본론으로 들어가 버리는 거다. 바로 할 말부터 해버리면 바넷사도 괜한 오해는 안 하고 끝나겠지. 물론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은 있지만. “먼저 부탁할 게 있는데, 지금부터 할 말은 다른 사람한텐 비밀이야. 너랑 나만의. 그러니까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해줘.” “……! 그건…무슨 뜻입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바넷사가 가볍게 동공을 지진 시키며 되물었다. “무슨 뜻이고 자시고. 말 그대로의 뜻이야. 부탁해. 디아나한테도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해줘.” “…….” 아무 말도 안 하는 거냐. 역시 무슨 얘기인지 말도 안 꺼내고 무작정 비밀로 하라고 하는 건 조금 무리수가 심했나? 하지만 바넷사가 비밀로 하겠다고 약속하지 않는 한, 절대 말할 수 없는 용무였다. 이 얘기가 다른 애들 귀로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니까. 때문에 나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넷사가 대답을 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로, 조금 불편한 침묵이 한동안 계속됐다. 그 사이에 바넷사는 동공을 지진 시키고,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기도 하는 등 평소답지 않게 속마음을 완전히 숨기지 못한 채로 고민하고 있었다. 아니. 그야 뜬금없는 말이란 자각은 있지만, 어째 생각보다 더 당황하는데? 얘가 왜 이렇게까지…음? 잠깐만. 아, 으아아! 지금 이 방에서 이런 얘기를 하면 그런 식으로 오해해버리잖아! 야! 아니야! 그런 얘기 하려는 거 아니야! “야. 그게….” “…좋습니다.” “으, 응?” 나는 당황해서 황급히 변명을 하려 했지만, 하필이면 타이밍 좋게 바넷사가 입을 여는 순간과 정확히 겹치고 말았다. “…좋다고…했습니다. 비밀로 해드릴 테니 말해보십시오….” 당황하는 내게, 바넷사는 아랫입술을 피가 날 듯 꽉 깨물며 결단을 내렸다는 듯 중얼거렸다. 잠깐만. 얘는 내가 그렇고 그런 얘기를 할 거라고 생각 하는 거 아니었어? 그런데 비밀을 지키겠다고 말했다는 건…아니야. 잠깐 기다려. 이 이상은 위험해. 이 이상 생각해서는 안 돼. 이 이상 생각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스스로도 장담할 수가 없어. 조, 좋아. 이렇게 된 이상 얼른 용건을 말해버리자. 굳이 변명할 것도 없이, 용건을 말해버리면 자연히 오해도 풀릴 테니까. “펄스…아니. 그러니까 혹시 디아나가 몬스터 허파를 하나 맡기지 않았어?” 그래. 내 용건이란 건 다름 아닌 펄슨이었다. 디아나의 손으로 넘어간 펄슨이지만, 그게 뭐 대단한 아이템도 아니니 계속 디아나가 가지고 있을 리가 없다. 디아나는 팔아버리겠다고 했지만, 어제 오늘 사이에 디아나가 밖에 나가는 걸 본적도 없다. 그렇다면 결국 결론은 당연히 누군가에게 시켜서 팔아버렸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즉, 바넷사에게 팔라고 넘겼다는 말이다. “……네?” 내 질문을 듣고 나자, 바넷사가 답지 않게 입을 살짝 멍하니 벌리고 날 쳐다봤다. 하지만 그러고 있었던 건 아주 잠시뿐. 이내 바넷사는 상황을 파악했다는 듯, 입을 꽉 다물었다. 으드득. 야. 그렇게까지 꽉 다물 필요는 없지 않냐? 게다가 두 손도 주먹을 불끈 쥐고는 바르르 떨고 있다. 내가 주인님의 낭군님만 아니었으면 당장이라도 쥐어 패버리고 싶다는 듯이. 게다가 얼굴 표정 역시도, 무표정을 최대한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잘 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한쪽 눈이 찌푸려지더니, 눈 밑에 애교살까지 생겨나서는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전혀 애교있게 보이지 않았지만. 오히려 무서웠지만. 대체 누구야. 저 부위에 애교살이라는 명칭을 붙인 놈은. “그러니까. 이렇게 따로 불러내서. 비밀이야기라고 그렇게 다짐까지 시켜놓고. 한다는 얘기가. 몬스터 허파 얘기다. 이겁니까?” 바넷사는 속에서 폭발하는 울분을 꾹꾹 눌러 담듯이, 한 마디 한 마디 힘을 주며 되물었다. “으, 응….” 으드득. 야, 야. 기분은 잘 알겠는데. 조금 진정하는 게 어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라고. 오히려 그런 얘기가 아니라서 다행인 거 아니냐?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했다가는 진짜로 한 대 맞을 것 같아서 그만뒀다. “…아직. 제 방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마치 지옥에서 살고 있는 악마가 이럴까? 바넷사는 마치 낮게 그르릉 거리는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해줬다. “그, 그래. 그거 나 주면 안 될까? 아니. 그게 말이지. 오래 가지고 다니다 보니까 애착이 생겨서. 뭔가 다른 아이템으로 만들어서 써먹으려고.” “디아나님이….” “여기에 있었구먼!” 바넷사가 대답하려고 했을 때,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면서 디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손에는 내게 건네받았던 목걸이를 쥐고, 어째선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이런 곳에 숨어서…바넷사와 같이 무슨 얘길 한 것인가?” 그리고 이 방에 나뿐만 아니라 바넷사까지 있다는 걸 확인하더니, 수상하단 얼굴로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게, 바넷사한테 비밀을 지키라고 다짐시키는 동안 내가 좀 바넷사의 얼굴 가까이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오해하는 게 당연한 거다. “아니! 디아나! 잠깐! 오해야!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거라니 뭘 말인가? 설마 이 몸이 생각하는 그런 것 말이야.” “아니! 그러니까 그런 짓 안 했어!” “알고 있네.” “정말이야! 믿어…응?” “알고 있다고 했네.” 아예 펄슨 얘기도 꺼낼 생각으로 변명하려 했던 나였지만, 의외로 디아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말을 긍정해줬다. “이 몸이 그렇게나 다짐시켰는데 자네가 바넷사를 꼬드기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이 몸은 자네를 믿네.” 디아나는 내게 전면적인 믿음을 보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디, 디아나…. 천사야. 정말로 천사야. “게다가 만약 자네가 꼬드긴 거라고 하더라도, 바넷사가 자네한테 넘어갈 리가 없고 말일세. 그렇지 않나. 바넷사?” “……네.” 그리고 디아나가 농담조로 그렇게 말하자, 바넷사가 살짝 표정을 흐리며 대답했다. 역시 이 반응…아까 비밀을 지키겠다고 말했을 때도 생각했던 거지만, 얘 역시…아니야.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면 안 된단 말이야. 저기 천사같이 날 믿어주고 있는 디아나를 보라고. 난 절대 그런 생각을 해선 안 돼. “흠. 아무튼 그럼 둘이서 무슨 얘기를 한 겐가? 굳이 이런 빈 방으로 와서 말일세.” “아, 그러니까 그건….” 사람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한 거다.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펄슨을 되찾으려 했단 것을 밝히는 한이 있더라도 디아나의 오해를 풀려했던 나였지만, 또 이렇게 오해가 풀리고 나니 펄슨 얘기를 꺼내기 싫어졌다. 아니. 그도 그럴 게, 디아나가 또 내가 심각한 트라우마라도 앓고 있다고 오해할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니까. 진짜 난 완벽히 정상이니까. 다만 그냥 말 그대로 펄슨한테 애착이 좀 생긴 거뿐이야. 자주 쓰던 물건에 애착이 생기는 건 흔한 일이잖아? “…레이첼님의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을 때, 먼저 바넷사가 입을 열었다. 그것도 거짓말을. “음? 레이첼양?” “네. 오늘 낮에 병문안을 오신 건지 과일바구니를 들고 찾아오셨습니다만, 제가 바구니만 넘기시고 바로 돌아가셨습니다. 그 때의 경과를 구원님께 자세히 전해드리고 있었습니다. 방을 나온 건, 저희의 말소리로 다른 분들이 깨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차례차례 거짓말을 늘어놓는 바넷사. 내 쪽에는 시선도 주고 있지 않지만, 나는 바넷사가 무슨 의도로 이런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비밀로 하기로 약속했던 걸 지키려고 하고 있는 거다. 자기가 그렇게 따르지 마지않는 디아나에게 거짓말까지 하면서. 분명 디아나에게 거짓말을 하면서 엄청난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텐데도. 한 번 내뱉은 말은 무조건 지키겠다는 건가? …진짜 집사 주제에 너무 멋있잖아. “미안. 디아나. 거짓말이야. 내가 펄슨을 돌려달라고 했어. 얜 내가 비밀로 하라고 다짐해놔서 거짓말하고 있는 거야.” 결국 나는 스스로 디아나에게 그렇게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바넷사 쟤가 저렇게 멋있게 나오는데, 나만 언제까지 멋없게 행동할 수는 없잖아? “흠. 펄슨 말인가.” “그래. 디아나. 그래도 들어봐. 난….” “그 얘기는 이 몸과 단둘이서 하는 게 어떻겠나. 조금 진지하게 얘기를 나눠 볼 필요가 있을 것 같구먼.” 자기변호를 하려는 내 말을 끊으면서, 디아나는 생각에 잠긴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바넷사.” “…네.” “자네도 나중에 이 몸과 조금 얘기를 하도록 하지. 이 몸의 방에서 기다리게.” “……네.” 디아나의 말을 들은 바넷사는, 얼굴 표정을 흐리면서 짧게 대답하고는 고개를 꾸벅 숙인 다음 방문을 나섰다. “디아나. 잠깐만. 아까 말했다시피 다 내가 억지로 시켜서 그런 거지, 바넷사는 딱히 잘못이….” “그 얘기는 이 몸이 알아서 하겠네. 그보다 우선은 자네 얘기일세. 그래. 펄슨이라고?” 어떻게든 바넷사를 커버해주고 싶었지만, 디아나는 내 말을 가볍게 끊고는 날 빤히 바라보며 화제를 바꿨다. “디아나. 들어봐.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진짜로 그냥 같이 가지고 있다 보니 애착이 생겨서 그래. 트라우마 같은 거 전혀 없어. 너도 4계층에서 마을로 돌아가는 내내 내가 멀쩡했던 거 봤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아나는 손을 뻗어서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는 자기 얼굴 쪽으로 바싹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낭군님. 이 몸의 눈을 보고 똑바로 다시 한 번 말해보게. 정말로 아무 문제없는가? 여신님의 사명도 좋지만, 자네의 안전이 우선일세. 이 몸은 철저히 하고 싶네. 사소한 실수로 자네를 잃고 싶지 않네. 그러니 솔직하게 대답해주게. 정말로 괜찮은가?” 그 진지한 말투에, 나는 다시 한 번 곰곰이 자신의 심리를 생각해봤다. 확실히 펄슨한테 이상할 정도로 애착이 생긴 건 맞다. 하지만 그뿐이다. 내가 무슨 펄슨을 되찾았다고 해서 맨날 꺼내놓고 말을 걸 것도 아니고, 그냥 인벤토리에 넣고 다니고 싶을 뿐이다. 그 외에는 정말로 아무 문제없다. 하물며 던전에서 뭔가 사고가 발생할만한 트라우마 같은 건 전혀. 전에도 말했다시피, 난 그렇게 섬세한 놈이 아니니까. “응. 난 괜찮아.” “…알겠네. 그 허파는 이 몸이 바넷사에게 다시 돌려주도록 말하겠네.” 내가 진지하게 대답하자, 한동안 내 눈동자를 빤히 쳐다보던 디아나가 안도의 미소를 띠며 그렇게 말해줬다. “고마워. 믿어줘서. 그리고 바넷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낭군님.” “응.” “그 얘긴 이 몸이 알아서 한다고 했네. 그리고 이 몸의 얘기는 아직 안 끝났네.” “으, 응? 할 얘기가 또 있어?” “음. 애초에 이 몸이 왜 낭군님을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겐가?” 그, 그러고 보니…. 얘가 무슨 애도 아니고, 자고 일어났더니 내가 안 보인다고 해서 곧장 찾으러 다닐 이유는 없지. 게다가 이 방은 내 방의 근처. 목걸이도 빛나고 있었을 테니까 말이야. 그럼 대체 왜? 생각해보니 얘 이 방에 처음 왔을 때 숨도 헐떡이고 있었지. “이 몸의 머리를…굳이 레이아양의 허벅지 위에 놔두고 간 걸 기억 못하는 겐가?”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 디아나가 생각만 해도 열 받는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마에 힘줄까지 살짝 띄우면서. “일부러 그런 겐가? 이 몸에게 그렇게 굴욕을 주고 싶은 겐가?” “잠깐만. 디아나. 잠깐만. 그게 뭐 어때서…레이아 허벅지 폭신폭신 하잖아?” “폭신폭신? 폭신폭신? 그래! 위에서 그 폭신폭신한 지방들이 코를 막는 바람에 질식사할 뻔 했네!” 내 말이 분노의 도화선에 불을 붙인 듯, 디아나는 그렇게 폭발하면서 내게 달려들었다. “뭔가! 그 지방은! 자랑인가! 자랑으로 밀어붙이는 겐가! 앉아서 조금만 숙여도 가슴이 허벅지에 닿는다고 자랑하는 겐가! 숨은 안 쉬어지지! 자세는 굴욕적이지! 이 몸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아는가! 자네는! 이 몸에게! 굴욕을 주는 것이! 그렇게! 좋은가아아!” 토닥토닥토닥토닥. 디아나의 연속 때리기가 구원의 몸에 작렬했다! 구원은 흐뭇해졌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바넷사 얘기 아직 다 끝난 거 아닙니다. 다음 편에 이어져요. 닭구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i74 // 전 편에서 비웃는 것처럼 행동한 건 구원이 하렘을 만끽한 상태에서 도와달라고 하는 게 놀리는 것처럼 보여서 화나는데, 화나는 걸 대놓고 티낼 순 없으니 얼버무리려고 콧김을 내뱉은 겁니다. 멱살 잡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넷사가 최우선시 하는 건 여전히 디아나입니다. 게다가 구원한테 감정이 생기고 있다는 죄책감 때문에, 그 반동으로 더 디아나를 위해 행동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까지 사로잡혀 있는 상태입니다. 568==================== 집사의 본심 바넷사는 디아나가 명한대로 디아나의 방에서 디아나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디아나를 기다리는 바넷사의 마음속에는 여러 상념들이 복잡하게 뒤섞이며 휘몰아쳤다. 평소 다른 사람으로부터 감정이 없는 것 같다는 평가를 자주 들을 정도로 무뚝뚝한 성격의 바넷사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감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차라리 정말로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아무런 감정 없이, 그저 디아나님의 곁에서 디아나님을 보필하는 것에만 충실한 기계였다면. 그랬다면 이런 감정도 느끼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랬다면, 지금쯤 이렇게 디아나님의 방에서 혼자 괴로워하고 있을 일도 없을 텐데. 디아나님은 눈치 채신 걸까? 요즘 구원과 같이 지내면서 상당히 감정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는 디아나님이지만, 원래 디아나님하면 세계 최고의 마법사. 그야말로 이성의 화신 같은 분이었다. 자신이 이런 성격이 된 것도, 어렸을 때부터 디아나님을 보고 동경하며 자랐던 영향이 크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런 디아나님이다. 분명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말했지만, 속으론 모든 것을 파악하고 있는 걸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 분명 알고 계실 거다. 그게 아니라면 그 타이밍에 자신을 이렇게 따로 불러낼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자신은 대체 어떤 표정으로 디아나님을 뵈어야 하는 걸까. 바넷사의 마음에 더더욱 깊은 죄책감이 휘몰아쳤다. 그렇게 바넷사가 계속해서 죄책감에 괴로워하고 있었을 때, 드디어 눈앞의 방문이 열리며 디아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디아나의 모습을 보자, 바넷사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찔하고 떨렸다.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알 수 없어진 바넷사였지만, 어떻게든 평온을 가장하고는 디아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다녀오셨습니까.” “음. 기다렸는가. 그럼 어디 앉아서 얘기하세.” 역시나 평소와 전혀 다를 것 없어 보이는 디아나님의 얼굴. 아니. 자세히 보면 얼굴이 조금 붉었다. 구원과 단 둘이서 무슨 말을 하고 온 걸까? 아니. 무슨 짓을 하고 온 걸까? 하필이면 다른 곳도 아니고, 바로 그 장소에서. 디아나의 얼굴을 보고 자신이 반사적으로 그런 생각부터 했다는 걸 깨닫고, 바넷사는 더더욱 죄책감에 휩싸였다. “앉게.” “…네.” 디아나는 방 안에 있던 티 테이블 쪽으로 다가가 의자에 앉고는, 정면에 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바넷사에게 말했다. 이렇게 디아나가 자리에 앉아있을 때, 보통 자신의 정위치는 디아나의 뒤쪽인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정면으로 마주하고 앉게 되니, 바넷사는 더욱 안절부절못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실 그건 디아나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아니. 안절부절못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가. 과연 그 정도 수준은 아니었지만, 묘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지금부터 할 말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말이다. 설마 자신이 바넷사와 이런 얘기를 하게 될 줄이야. 물론 언젠가 바넷사의 연애 얘기를 들을 날이 올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자신과 바넷사의 사이가 단순히 주종관계가 아니라는 건, 비단 자신만의 생각이 아닐 테니까. 말 그대로 태어났을 때부터 쭉 봐왔던 거다. 바넷사는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자신은 바넷사를 손녀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바넷사이기 때문에, 당연히 언젠간 연애 얘기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남자에게 전혀 관심 없단 태도를 일관해오던 무뚝뚝한 바넷사지만, 평생 혼자 살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다. 아니. 자신이 그렇게 만들지 않는다. 만약 짝이 생기지 않는다면, 자신이 좋은 짝을 찾아줄 생각마저 하고 있었다. 그 후보로 자신의 낭군님은 추호도 생각하고 있지 않았지만 말이다. 설마 그 바넷사가, 자신의 낭군님에게 반하게 될 줄이야. 어렸을 때부터 유독 자신을 잘 따르고 닮으려 하는 바넷사였지만, 설마 남자 취향마저 닮을 줄이야. 아니. 이건 취향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낭군님이 너무 멋진 것뿐인가. 음. 생각해보니 낭군님과 계속 얼굴을 마주하면서 안 반하는 게 무리인가. 낭군님. 멋지니까 말이지. 어쩜 그리 자상한지…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기는 하지만. 아무튼 디아나는 눈앞의 바넷사를 두고 무슨 말부터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물론 대화의 주제는 처음부터 정해져있지만, 대체 어떻게 말문을 열어야 좋을까. “흠. 그래서. 바넷사. 이 몸에게 뭔가 할 말은 없는가?” “…….” 너무 오래 침묵하고 있으면 분위기가 무거워질 뿐이다. 어떻게 주제를 꺼내야 할지 정하지 못한 디아나는, 일단 바넷사 스스로 말을 하도록 유도를 해봤다. 말을 내뱉고 나서 생각해보니, 확실히 그게 최선일 것 같기도 했다. 굳이 자신이 먼저 말하면 죄를 추궁하는 것처럼 되어버리지만, 그 전에 바넷사가 먼저 말하면 그나마 고해하는 기분이라도 들 테니까.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디아나의 그 말을 듣고, 바넷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디아나의 그 말로 드디어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디아나님은 자신의 마음을 확실히 눈치 채고 있다.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죄책감이 바넷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리고 바넷사의 표정을 보고, 디아나도 바넷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다른 사람은 표정을 읽기 힘들다고 말하는 바넷사의 얼굴이지만, 디아나는 바넷사의 얼굴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부분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하아. 바넷사. 이 몸은 추궁하는 게 아닐세.”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장하며 그렇게 말해봤지만, 바넷사는 몸을 한 차례 움찔 떨기만 할뿐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바넷사. 정말로 이 몸이 먼저 말하기를 바라는 겐가?” “……죄송합니다. 구원님께…품어선 안 되는 감정을 품고 말았습니다.” 한참의 침묵 끝에, 결국 바넷사는 테이블에 고개를 박을 기세로 허리를 푹 숙이며 디아나에게 사죄했다. 하지만 그런 바넷사를 보고, 디아나는 역시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사실 오늘 낭군님과 같이 있는 바넷사의 반응을 보고 확신을 가졌을 뿐, 이전부터 계속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화장을 했을 때도 낭군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화장을 하는 줄 알았고, 낭군님에게 유독 차갑게 대하는 것 역시 낭군님을 그만큼 의식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했었고 말이다.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직 확신할 수 없는 단계라고 자신을 속이며 지금까지 시간을 끌고 말았다. “그렇구먼.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자네가 남자에게 아무 이유도 없이 빠질 성격은 아니라고 보네만.” 물론 낭군님은 아무 이유도 없이 사랑에 빠지기에 충분할 정도로 멋지기는 하지만. 그 생각은 굳이 말로 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에만 고이 묻어두기로 한 디아나였다. 물론 바넷사를 손녀처럼 생각하는 디아나지만, 일단 표면상의 관계는 주종관계니까 말이다. 어느 정도 위엄은 유지하지 않으면. 하지만 그렇게 위엄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바넷사의 다음 말에 금방 깨져버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디아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구원님과 우연히 살을 맞대게 된 이후부터입니다.” “그렇게나 일찍 말인가?!” 바넷사가 구원과 우연히 살을 맞대게 됐을 때라니. 한참 전의, 구원이 성역 선포를 배운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무렵의 일 아닌가! 예상보다 한참 전부터 바넷사가 구원을 좋아했다는 사실에, 디아나는 그만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게다가 그때부터 좋아하게 됐다는 말은 즉, 그런 뜻 아닌가? 바넷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고를 때 속궁합을 제일 중시하는 성격이었던 건가?! 디아나는 대체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알 수 없어졌다. 그리고 그런 반응을 보고, 바넷사 역시도 내심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설마 디아나님은 알고 있었던 건가? 지금까지 구원과 둘만의 비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디아나님은 다 알면서도 모른 척 해주고 있었던 거란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자, 마음을 짓누르는 죄책감이 더더욱 커졌다. 역시 처음부터 디아나님께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었어. 지금부터라도 솔직히 모든 걸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자. “……네.” 게다가 긍정해 버렸어?! 정말로?! 정말로 그런 겐가!? 바넷사. 자네가 설마 그렇게 섹스를 좋아할 줄이야…. 설마 지금까지 여자만 있는 저택에서 일하게 하는 게 고문처럼 느껴졌다든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 어렸을 때부터 봐와서 바넷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디아나였지만, 지금은 그 생각에 자신을 가질 수 없게 되어버렸다. “지금까지 계속 입 다물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그날 본의 아니게 다시 한 번 구원님과 살을 맞대게 된 이후로, 저는….” “음? 다시 한 번? 얼마 전 얘기를 하는 겐가?” “…옛?” 그리고 그제야 디아나와 바넷사는 서로의 대화가 뭔가 맞물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다. “잠깐. 잠깐 기다려보게. 그러니까 자네 말은 즉. 이 몸이 모르는 사이에 자네와 낭군님이 또 몸을 겹친 적이 있다. 그렇게 말하는 겐가?” 그리고 머리 회전이 빠른 디아나는, 곧장 어떤 부분이 맞물리고 있지 않은 건지를 눈치 채고 정확한 결론을 도출해냈다. “……네.” 이놈의 낭군님을 그냥 콱! 바넷사가 대답하는 순간, 디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구원의 곁으로 달려갈 뻔 했다. 하지만 아직 바넷사와의 얘기가 끝나지 않았다. 낭군님을 처리하는 건 일단 이 얘기가 끝난 다음으로도 충분하다. “호, 호오…. 그, 그런가. 어, 어디 한 번 자세히 얘기해 주겠나…?” 분노로 인해 목소리가 떨리는 걸 자각하면서도, 디아나는 일단 자리에 앉아서 바넷사의 얘기를 더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 뭔가 사정이 있을 것이야. 낭군님이 아무 이유 없이 바넷사에게 손을 댈 리가 없어. 물론 바넷사의 아까 전 대답을 생각해 봤을 때 몸을 겹친 건 꽤나 예전 일인 모양이고, 요즘이야 모를까 예전의 낭군님은 난봉꾼 기질이 있기는 했지만…이놈의 낭군님을 어떻게 해줘야 할까. “…예전에 제가 구원님의 스킬에 다시 한 번 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호, 호오…. 낭군님이 자네에게 스킬을 썼다. 이 말인가….” “아, 아뇨. 정확히는 제가 가서 맞았습니다. 구원님도 의도하신 것은….” “바넷사. 자네가 낭군님을 좋아한다는 건 잘 알겠으니, 그렇게 변명까지 안 해줘도 되네.” 그 바넷사가 저렇게 거짓말까지 하면서 변명을 해주다니. 대체 낭군님을 바넷사를 어떻게 안았기에 이렇게 푹 빠지게 만든 겐가!? 바넷사와 얘기만 끝나고 두고 보게나. 속으로 그렇게 이를 갈았던 디아나였지만, 이어지는 바넷사의 말에 그 분노는 살짝 사그라지게 됐다. “거짓말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사라님께 몰래 장난을 치시려고 했던 모양인지, 은신술을 쓰고 성자의 스킬을 사용하려는 구원님을 제가 몰래 들어온 도둑으로 오해하여….” “아아….” 디아나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 바보 낭군님이 진짜…. 이 몸에겐 그런 깜짝 플레이 해준 적도 없으면서…아니. 그게 아니라. 어찌 그런 바보 같은 짓을…! “그, 그런가. 그 얘기는 됐네. 그래서, 몸을 겹쳤다는 겐가?” “…네. 하지만 디아나님. 살을 맞댔다고는 해도 삽입은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으니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한들 신용이 없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믿어주십시오. 정말로 삽입은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랬다면 전 반드시 디아나님께 보고를 했을 겁니다.” 살짝 울 것 같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하는 바넷사를 보고, 디아나는 그 말이 사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낭군님이야. 음. 그렇고말고. 이 몸을 그리 쉽게 배신할 리가 없지. “그래서. 낭군님의 스킬의 영향을 풀기 위해서 하는 수 없이 자네와 살을 겹쳤다는 것인가? 자네는 그것만으로 낭군님을 사랑하게 됐고? 하지만 이상하지 않은가? 자네는 분명 그보다 더 전에 낭군님과 끝까지 관계를 가진 적도 있는 것 아니었는가?” 분명 아까 바네사는 다시 살을 맞댔다는 표현을 했다. 즉, 처음은 아니었다는 거다. 그리고 디아나의 기억에 의하면, 분명 바넷사가 낭군님과 처음 살을 맞댔을 때는 그 때다. 성역 선포에 당해서, 하지만 스킬을 쓰는 것만으론 절정에 달하게 만들 레벨이 되지 못해서 끝까지 관계를 가졌을 때. 그때는 아무런 감정도 생기지 않았는데, 그 이후에 애무를 하는 것만으로 특별한 감정이 생겼다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69==================== 집사의 본심 그렇게 생각했던 디아나지만, 이내 자신이 한 가지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직도 바넷사가 속궁합으로 남자를 고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어쩌면 그것부터 오해였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 바넷사가 낭군님과의 두 번째 행위에 마음을 뺏긴 것도 설명이 됐다. 다른 남자라면 바넷사과 그런 행위를 하다보면 눈이 돌아가서 직접 삽입까지 하려고 했겠지만, 낭군님은 잘 참아낸 모양이니까 말이다. 역시 이 몸이 사랑하는 낭군님답다. 어찌 그렇게 멋질 수 있는지. 하지만 그런 디아나의 예상은 이번에도 빗나가고 말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완전히 빗나간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적중한 것도 아니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겠지. “구원님이 스킬을 풀어주시는 동안…제가 그만 지나친 쾌감에 이성을 잃고 말았습니다. 스스로 구원님의 몸을 원했을 정도로….” 바넷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죄송스럽단 표정으로 자신의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바넷사는 죄책감에 죽으려고 하고 있었지만, 디아나는 바넷사가 생각하는 것만큼 화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기분이 좋아졌을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게, 저 바넷사가 유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몸의 멋지기 그지없는 낭군님은 참아 냈다는 말 아닌가? 손녀 자랑하는 팔불출 같은 생각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봐도 바넷사는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미인이다. 그런 바넷사가 덤벼드는데도 참아냈다니. 얼마나 이 몸을 사랑했으면 이 몸이 모르는 곳에서 마저 그렇게 행동했을까? 낭군님…우리 멋진 낭군님…. 나중에 보면 뽀뽀라도 해줘야지.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바람피운 낭군님에 대한 분노로 불타오르던 디아나는 이미 거기에 없었다. “그, 그런가…. 그래서 자네가….” 디아나는 자기도 모르게 올라가려고 하는 입 꼬리를 필사적으로 억누르고는 목소리를 깔며 말했다. 하지만 바넷사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네. 죄송합니다. 저도 제가 고작 쾌감정도로 그렇게까지 이성을 잃을 줄은 몰랐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디아나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됐다. 구원한테 엄청나게 시달려본 입장이니까 말이다. 낭군님이 엄청나기는 하지. 이 몸도 가끔 이성을 잃을 정도이니, 충분히 이해가 되네. 아무리 상대가 바넷사라고 하더라도, 이성을 잃고 흐트러졌다는 말을 하기엔 부끄러우니까 직접 말로 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대신 디아나는 손을 뻗어서 바넷사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줬다. 그러자 바넷사는 더더욱 죄송스런 표정을 지으며 움츠러들었다. “설마 제가 폴리모프까지 풀릴 정도로 이성을 잃을 줄이야….” “으, 음? 폴리모프까지 풀렸단 말인가?!” 그냥 우리 낭군님의 엄청난 인내심을 보고 빠진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뒷얘기가 더 있었던 게야?! 바넷사의 그 말을 들은 순간, 디아나는 대충 다음 나올 말이 뭔지 예상이 됐다. 그리고 그런 디아나의 반응을 보고, 바넷사는 더더욱 죄송스런 마음이 들어서 말을 이어서 해야 할지 말아야할지 잠깐 고민이 됐다. 하지만 자신은 이미 전부 솔직하게 털어놓기로 마음을 먹은 거다. 디아나님이 이 말을 듣고 자신을 어떻게 대하더라도, 전부 솔직히 얘기해야만 해. “…네. 그리고 구원님께서…제 본 모습을 보고…그게…예쁘다고…해주셨습니다….” 아차. 바넷사의 말을 들은 순간, 디아나는 저도 모르게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낭군님…솔직한 것도 좋고 상냥하게 대해주는 것도 좋네. 바넷사의 변한 외모를 칭찬한 건 물론 잘 한 행동이네. 그래도, 그래도 말일세. 안 그래도 낭군님께 호감을 느끼는 처자에게 쐐기를 박을 것 까지는 없지 않은가. 낭군님이 그렇게 잘해주면 그 어떤 여자라도 사랑에 빠져버린단 말일세. 하물며 바넷사의 본모습을 칭찬하다니. 그야 물론 낭군님은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몰랐을 테지만 말일세. 아마 바넷사가 본모습에 자신이 없어하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그냥 별 생각 없이 칭찬을 해준 것이겠지만 말일세. 하아…. 디아나는 자신의 낭군님을 향한 바넷사의 마음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것임을 깨달았다. 바넷사의 종족은 용인족. 다시 말해 용과 인간족의 혼혈이다. 사실 디아나도 용이란 존재는 태어나서 한 명밖에 본적이 없다. 디아나가 태어났을 무렵에 이미 거의 멸종한 종족이었기 때문이다. 드래곤 하트를 위한 고대 마법사들의 무분별한 사냥으로 인해서. 아직 마법의 이론이 완성되지 않고, 그저 소수의 선택받은 자들이 선천적으로 지닌 마법의 힘을 휘두르기만 하던 옛날. 드래곤 하트는 마법사들에게 무척이나 탐나는 먹잇감이었다. 물론 지금의 마법사들에게도 탐나는 물건임은 마찬가지일 테지만, 어떻게 해야 체내의 마나를 늘릴 수 있는지 알지 못했던 과거의 마법사들에게 드래곤 하트가 가지는 의미는 그야말로 차원이 달랐다. 때문에 그 어떤 종족보다도 강한 종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드래곤은 그 어떤 종족보다도 빠르게 멸종해버렸다. 하지만 멸종한 줄 알았던 용들 중에서도, 살아남은 자는 있었다. 바로 폴리모프라는 마법의 힘을 선천적으로 가진 덕분에, 인간으로 변해 있을 수 있었던 용이었다. 그리고 그 용과 우연이 연이 닿게 된 디아나가 다른 마법사들 몰래 그 용을 보호하게 됐다. 그 용은 디아나의 도움 덕분에 완전히 인간들의 사회에 녹아들어서 인간과 가족을 꾸리게 됐고, 디아나에게 큰 은혜를 느낀 일족은 스스로 나서서 일족에 걸쳐 디아나를 보필하기로 맹세했다. 그게 바로 대대로 디아나의 집사를 맡는 바넷사 일족의 시작이었다. 그런 이유 때문에, 바넷사의 일족은 대대로 본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걸 극도로 두려워했다. 물론 드래곤 하트 사냥을 직접 경험한 사람은 초대의 용밖에 없었지만, 유아교육이란 무서운 거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으며 자란 용인족 일족은 대를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본모습을 보이는 걸 더더욱 두려워하게 됐고, 그에 따라 디아나에 대한 존경심도 커져만 갔다. 그리고 바넷사에 이르러서는 그러한 감정이 거의 세뇌라도 된 듯 자리 잡게 됐다. 사실 그러한 감정을 없애기 위해서 디아나는 많은 노력을 해왔다. 디아나가 마법사 협회를 만들 때, 다른 사람의 목숨을 해하면서까지 마도를 추구하는 건 흑마법으로 규정하여 축출했을 정도로 말이다. 때문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마법사들의 인식이 상당히 변해 버려서, 아마 현세대에 완전한 용이 다시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드래곤 하트를 탐하려는 무리는 없을 거다. 게다가 언제나 디아나의 곁을 보필하는 일족이 용의 후손이라는 것도, 지금에 와서는 알 만한 사람들은 전부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세대에 걸쳐 바넷사의 마음 속 깊이 뿌리 깊게 자리 잡힌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심지어 바넷사는 자신의 본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걸 두려워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본모습이 추하다고 생각할 정도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폴리모프의 힘을 이용해 씻을 때나 잘 때조차, 심지어 디아나의 앞에서도 본모습을 보이려 하지 않을 정도로. 여기서 잠깐. 어떻게 바넷사가 계속 폴리모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겠지. 디아나가 마법 이론을 구축해놓은 덕분에 지금에 이르러서는 의미가 퇴색됐지만, 그래도 선천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여전히 메리트가 있었다. 가장 큰 메리트는, 선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그 효율이 무척이나 뛰어나다는 사실이었다. 그게 바로 디아나만이 전생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다. 마법 이론을 구축한 건 다름 아닌 디아나다. 당연히 자신이 선천적으로 다루고 있던 전생 마법은 제일 먼저 이론을 구축해놓았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이유는, 바로 효율이 최악이기 때문이다. 디아나는 자신의 레벨을 대가로 바치면 레벨이 줄어든 만큼 신체 나이를 돌릴 수 있지만, 다른 마법사들은 아니다. 100레벨을 바쳐서 1레벨 전의 신체 나이로 돌아가 버리면, 전생마법을 사용하는 의미가 없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선천적으로 다룰 수 있는 마법과 그렇지 않은 마법은, 그렇게나 효율 차이가 컸다. 그건 바넷사도 마찬가지여서, 지금 레벨에 이르러서도 폴리모프를 그다지 오래 유지할 수 없는 디아나와 달리 바넷사는 폴리모프를 계속 유지하고 있을 수 있었다는 거다. 아무튼 그렇게나 자신의 본모습을 싫어하는 바넷사에게, 구원은 예쁘다고 해준 거다. 대체 그 말 한 마디가 바넷사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지. 디아나조차도 감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였다. 손녀처럼 생각하는 귀여운 아이의 트라우마를 조금이나마 해결해준 거다. 역시 이 몸의 낭군님이라고 칭찬해주고 싶었지만, 마냥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었다. 완전히 바넷사의 마음에 쐐기를 박아버렸구먼. 낭군님. 디아나는 살짝 머리가 아파졌다. 사실 바넷사가 구원에게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디아나는 잘 타이르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자기 말을 따르는 바넷사니까 말이다. 아마 낭군님께 감정을 가진다는 사실 자체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겠지. 그러니 다독여주며 상담도 해주고, 필요하면 지금까지 떠맡고 있던 구원의 시중을 다른 메이드에게 맡기면 된다. 그 정도만 하면 바넷사도 마음을 잡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보니 그게 아니었다. 낭군님을 향한 바넷사의 마음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것이었다. 게다가 이런 성격이다. 이렇게 푹 빠져 버린 거니, 만약 앞으로 낭군님을 만나지 못하게 하더라도 평생 낭군님만 생각하며 지낼지도 모를 일이었다. 예전부터 이 몸을 닮고 싶어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부분까지 닮을 필요는 없었는데…. “후우….” 디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한 숨을 내쉬고 말았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런 디아나를 보면서, 바넷사는 죄송스런 마음에 죽고 싶어졌다. 디아나님의 믿음을 배신하고만 자신이 싫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구원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없는 자신이 싫다. 최근 들어 점점 더 커져만 가는 자신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 일부러 구원을 외면하기도 해봤지만, 그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자신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아까 전만 해도 그렇다. 구원이 자신을 부르고 비밀 얘기를 하려고 했을 때. 자신은 분명 그렇고 그런 얘기라고 생각했다. 물론 불행 중 다행이도 그런 얘기는 아니었지만, 자신은 그렇게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구원에게 비밀을 지킬 테니 말해보라고 한 거다. 이건 디아나님에 대한 명백한 배신이다. 아니. 그 이상이다. 자신은 구원이 자신을 원해주길 기대마저 한 거니까. 구원에게는 철가면이라고 까지 불렸던 자신이지만, 그렇게 생각하자 저도 모르게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심지어 이 눈물이 디아나님을 배신했기 때문에 죄송스러워서 흘러나오는 건지, 아니면 앞으로 구원을 만날 수 없을 거란 생각에 슬퍼서 흘러나오는 건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때문에 스스로가 더 미워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아직 디아나님의 집사다. 이젠 더 이상 디아나님의 집사라고 자칭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마지막까지는 디아나님의 충실한 집사로서 본분을 다 하자. 이런 내게 애정을 가지고 계신 디아나님이 말하기 힘든 말을 꺼내기 전에, 자신이 먼저 나서서 처분에 대한 말을 꺼내는 거다. “흑…디아나님…전…전….” “우아아아!” 바넷사가 입을 열었을 때, 갑자기 디아나가 벌떡 일어나서는 두 손으로 자신의 아름다운 긴 은발을 마구잡이로 헝클어뜨렸다. “디, 디아나님…?” 장담하는데 태어나서 처음 보는 디아나의 그런 행동에, 바넷사는 그만 흘리던 눈물마저 쏙 들어가 버릴 정도로 당황하고 말았다. “후우…좋네.” 그런 바넷사를 정면에서 바라보면서, 머리가 헝클어져도 여전히 아름다운 디아나가 결심했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네, 넷…?” “어차피 이 몸의 낭군님은 호색한이라서 말일세. 삼일에 한 번 안기는 것도 가끔 버거울 때가 있다네. 첩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아니! 그건 아니지. 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야. 아무튼 벌써 첩이 둘이나 있는 걸세! 게다가 밖에 첩 후보가 몇이나 더 있는 상황일세! 바넷사 자네 한 명이 더 추가 된다고 해도 아무 문제없다는 걸세!” 당황하는 바넷사를 보면서, 디아나는 두 번 말하지 않겠다는 듯이 확고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비록 속으로는 ‘우아으으…사라양과 레이아양에게 대체 뭐라고 말하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손녀처럼 생각하는 아이의 첫사랑이다. 게다가 마지막 사랑이 될지도 모르는 그런 사랑이다. 그걸 이대로 짓밟는 다는 건, 디아나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설령 그 상대가 자신의 낭군님이라고 하더라도. 어차피 닳는 것도 아니고 말일세. 그냥 조금 나눠줄 뿐일세. 디아나는 그렇게 필사적으로 자기변호를 했다. “아, 안됩니다! 결코, 결코 그럴 수 없습니다!” 바넷사는 잠시 동안 디아나가 무슨 말을 한 건지 받아들이지 못하고 멍하니 입을 벌리고 굳어졌다. 하지만 이윽고 디아나가 한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디아나에게 고함까지 쳐가면서 반대했다. 그런, 그런 일이! 난 디아나님의 집사야! 오기로라도 결코 그런 일을 벌일 수는 없어! 하지만 오기가 생긴 건 바넷사뿐만이 아니었다. “지금 이 몸의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겐가!?” 디아나도 처음으로 바넷사에게 윽박을 질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확신할 수 없는 게 맞습니다. 제가 잘못 썼네요.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i74 // 사실 제가 그런 식으로 시점 분류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그런 식으로 시점을 나눠서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 아무런 이론적 토대도 없이 모 출판사의 자습서로부터 시작되어 퍼졌다는 건 국문학 쪽에서 제법 유명한 얘기기도 하고요. 때문에 이런 식으로 전지적 시점으로 분류되는 식의 글을 쓸 때는 그런 것에 굳이 얽매이지 않고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굳이 그런 식으로 분류를 나줘서 설명하자면, 같은 문단이라도 전지적 시점과 다른 사람의 1인칭 시점이 혼재되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적하신 부분도 몇 문장은 바넷사 시점이지만 몇 문장은 전지적시점입니다. 때문에 몇 문장은 굳이 디아나님이라고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구원님이라는 표현은 바넷사 시점인 경우에도 직접 입 밖으로 내뱉어 말하는 게 아닌 경우를 제외하면 의도적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집사라는 입장 상 부를 때 구원님이라고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속마음에서까지 님자를 붙일 정도는 아니거든요. 바넷사가 속으로도 꼬박꼬박 님자 붙여서 생각하는 건 디아나밖에 없습니다. 570==================== 집사의 본심 어떻게든 디아나를 달래는 것에 성공한 나는, 다시 내 방으로 돌아와 있었다. 디아나가 일어나며 소란을 피웠을 테니 당연히 다들 일어나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방안의 모습은 디아나를 제외하면 내가 나왔을 때와 완전히 똑같았다. 나는 우리 애들이 깨지 않게 살금살금 침대 위로 올라가서 텅 비어있는 한 가운데에 다시 몸을 눕혔다. 그러자 다들 곤히 자는 와중에도 내 귀환을 직감적으로 깨닫기라도 했다는 듯, 동시에 내게 다시 안겨왔다. 양옆의 실비아와 마틸다는 물론 내 옆에 찰싹 붙었고, 레이아는 내 머리가 자신의 허벅지에 닿자마자 다시 내 머리를 꽉 껴안아왔다. 얼굴을 짓누르는 가슴의 감촉이 무척이나 황홀합니다. 의식을 하게 되니, 디아나의 말대로 정말로 레이아의 가슴은 내 머리만 없으면 허벅지에 닿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크기가 커서 그런 것뿐, 처지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심지어 이렇게 상체를 숙여서 가슴이 아래를 향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중력을 거스르고도 완벽하게 아름다운 모양을 유지하고 있는 레이아의 가슴은 내 안면을 감싸면서도 아래로 찍어 누르는 묵직함보다는, 그저 부드럽게 감싸는 것 같은 포근함을 느끼게 해줬다. 그렇게 안면으로 레이아의 가슴 감촉을 듬뿍 느끼면서, 나는 손을 아래로 내려서 다리 사이에 있는 사라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그냥 이래도 베개를 베고 있게 놔둬도 아무 문제없겠지만, 사라만 혼자 떨어져있으면 따돌리는 것 같으니까 말이야. 나는 사라가 깨지 않게 조심조심 그 머리를 들어올려서, 베개를 치우고 다시 내 허벅지를 베게 만들었다. “으응…구워언….” 그와 동시에 바로 사라가 두 팔로 내 허리를 감싸 안으면서, 얼굴을 고간에 박았다. 으허헛! 그러니까 넌 왜 굳이 얼굴을 내 고간에 박는 거야?! 습관이야?! 혹시 습관이니?! 아니. 물론 내 잘못도 있어. 그도 그럴게, 겉보기엔 쿨해 보이는 사라가 눈을 치켜뜨고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빨아주면 흥분 되잖아? 그래서 사라한테는 그런 부탁을 조금 자주하는 감은 있어. 그래 인정해. 그래도 설마 잘 때조차 이렇게 행동할 정도로 습관이 들었었다니. 앞으로는 자제…아니. 이런 습관이 들었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지 않을까? 어차피 사라가 같이 자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고. 만약 나 말고 같이 자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건 우리 애들 정도일 거다. 그러니 문제 될 건 전혀 없어. 응. 아니. 결코 자제하기 싫어서라든가 그런 이유는 아니지만 말이지. 아무튼 그렇게 하고 양옆에서 달라붙어있는 실비아와 마틸다의 머리 밑에 있는 베개를 빼내고 대신 내 팔을 베게 하고 나자, 디아나를 제외하면 아까 전 바넷사가 들어오기 전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게 됐다. 그리고 유일하게 여기 없는 디아나로 말할 것 같으면, 현재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상황이었다. 아마 바넷사와 얘기를 하려는 거겠지. 바넷사, 괜찮은 걸까. 사실 바넷사가 거짓말을 하게 된 이유는 순전히 나한테 있는 만큼 어떻게든 커버를 쳐주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디아나는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면서 내 말을 잘라먹었다. 그리고 토닥토닥 공격을 더욱 맹렬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결국 나는 디아나가 방으로 돌아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 이럴 거면 괜히 그렇게 비밀 엄수까지 다짐시켜가며 펄슨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었는데. 심지어 그 펄슨 얘기마저 결국 디아나한테 들켰고. 바넷사도 바넷사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 상황에서 비밀을 지켜줄 생각을 하냐? 그야 물론 엄청나게 고맙지만 말이야. 너무 고지식하잖아. 아무리 비밀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어도…. 그래. 그러고 보니 그 바넷사가 디아나에게까지 비밀을 지키겠다고 했단 말이지. 그렇게 말했을 때 보였던 바넷사의 반응은…역시 그런 걸까? 솔직히 말해서 그런 식으로는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렇게 생각하기엔 바넷사의 반응이 너무 차가웠으니까. 아니. 과연 그럴까? 정말로 그것뿐일까? 사실은 나도 은연중에 눈치 채고 있었으면서, 우리 애들을 배신할 수 없단 생각에 모르는 척하고 있었던 것뿐인 건 아닐까? 욕조에서 자위하고 있는 바넷사를 발견했을 때도 그렇고, 지금까지 몇 번이나 바넷사를 떠봤던 나다. 하지만 그때마다 곧바로 아닐 거라고 단정지어버린 건 역시나 그런 생각이 무의식중에 작용한 거 아닐까?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그리고 바넷사가 정말로 날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난 대체 어떻게 해야…. 으아아아! 그러니까 이 생각은 하면 안 된다니까! 어떻게 하기는 뭘 어떻게 해! 아까 디아나가 날 그렇게 믿고 있었던 거 못 봤어? 난 이 이상 우리 애들을 배신하면 안 된다고! 내가 그렇게 혼자서 끙끙대며 번민하고 있었을 때, 갑자기 방문이 덜컥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두 눈이 부드러운 두 개의 언덕으로 가려져있어서 보이지는 않지만, 이 방에 노크도 없이 문을 연 거다. 들어온 사람이 누구일지는 불 보듯 뻔했다. “토옷!” 타다다닥 하는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귀여운 기합과 함께 갑자기 내 몸위로 충격이 느껴졌다. 물론 충격이라고 해도 디아나의 바디 어택이다. 호흡조차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로 아무런 데미지는 없었지만. “디아나 왔어?” “음!” 내가 고개를 살짝 들어서 레이아의 가슴을 밀어내고 디아나를 바라보며 말하자, 내 몸 위로 올라탄 디아나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다지 화나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바넷사와 얘기는 잘 일단락 된 걸까? “바넷…우왓! 디, 디아나? 왜 그래?” 바넷사의 감정운운은 둘째 치더라도, 나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 만큼 일단 얘기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볼 필요는 있다. 때문에 일단 바넷사 얘기부터 빠르게 확인해볼 생각이었던 나였지만, 갑자기 디아나가 굳은 얼굴로 내 얼굴을 쪼물딱쪼물딱 만져대기 시작했다. “멋져서 그러네!” 어, 으, 응. 고마워. 근데 왜 소리를 치면서 말하냐? 화난 것 같지는 않지만, 뭔가 말로 형용하기 힘든 굳은 표정을 지으면서 디아나는 계속해서 내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대체 낭군님은 왜 이렇게 멋진 겐가?!” “…디아나. 혹시 화 난 거 아니지?” “화 안 났네!” 그렇게 말하면서도, 디아나는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만져대는 손에 조금 더 힘을 담았다. 난 대체 이걸 어떻게 반응하면 좋은 거냐. “우으으….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밤을 양보하는 것이 아니었는데…. 이 몸이 괜한 말을 해서는…아니지. 하지만 본처로서 그때 그 발언은…우으으으!” 디아나는 혼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내 두 뺨을 잡고는 양쪽으로 쭈욱 잡아당겼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누가 본처냐를 두고 싸우다가 오늘 밤을 마틸다한테 양보하고 그 다음엔 다시 사라부터 차례대로 가자는 얘기가 나왔던 모양이다. “그렇게 아쉬우면 지금 여기서 해버릴까?” “그,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아!” 내가 살짝 장난기 어린 어조로 말하자, 디아나가 얼굴을 붉히면서 손으로 만지고 있던 내 얼굴을 찰싹찰싹 때려댔다. 물론 데미지는 전혀 없었다. 하지만 이 반응, 좀 더 잘 구슬리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뭐, 나도 진짜로 할 생각은 없지만. 특히 사라가 내 고간에 얼굴을 박고 있는 거다. 진짜로 엄한 짓을 했다가 무슨 짓을 당하려고. 그리고 신경쓰이는 것도 있고 말이다. 자기 방에 갔다고 생각했더니, 돌아오자마자 이런 반응이라니. 바넷사랑 얘기하러 갔던 것 아닌가? 바넷사랑 얘기하면서 내가 얼마나 멋진지 새삼 깨닫거나 했을 리도 없고 말이야. 그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내가 아무리 고민해봐야 답은 나오지 않는다. 나는 직접 디아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디아나, 무슨 일 있었어?” “아, 아무 일도 없었네! 뭔가?! 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 좋았다는 겐가!?” 하지만 디아나는 뭔가 욱하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찰싹찰싹 만져대기를 반복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바넷사랑 얘기하러 간 거잖아? 혹시 바넷사한테 화난 거면 용서해줘. 내가 억지 부려가면서 비밀로 해달라고 부탁한 거야. 바넷사는 아무 잘못 없어.” “자네가! 자네가 그러니까!” “응? 그러니까?” “왜 이렇게 멋진 겐가아?!” “새삼 반했어?” “이 몸 얘기가…! 새삼 반했지만 말일세! 무으으읏!” 아니. 그러니까 대체 넌 칭찬을 하고 싶은 거냐, 아니면 화내고 싶은 거냐? 결국 얘가 왜 이러는 건지도 모르겠고. “후우….” 내 얼굴을 찰싹찰싹 거칠게 만져대는가 싶더니 키스를 하고, 다시 찰싹찰싹 만져대던 디아나. 제법 오랫동안 그 행동을 반복하던 디아나는, 한참을 지난 후에야 만족했다는 듯이 내 얼굴에서 손을 뗐다. 아니. 저건 만족했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이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내 얼굴을 가지고 노는 걸 그만뒀다는 느낌인가? 아무튼 그렇게 내 얼굴에서 손을 떼고 난 후, 디아나는 아무런 사전준비도 없이 곧장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 애들의 몸이 내 몸에서 떨어진다 싶더니, 내 몸이 붕 떠올라서 바닥에 서게 됐다. 아까 그렇게 고생해서 벗어났던 상황을 이렇게 손쉽게…이것이 마법인가. …응? 잠깐만. 바넷사 걔도 마법 쓸 수 있지 않았던가? 그럼 아까는 왜 굳이 손으로 날 건드려가면서 해방시켜줬던 거지? “가게.” “응?” 그렇게 의문에 젖어있었을 때, 디아나가 날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바넷사와 얘기하고 오라는 말일세. 이 몸에게 변명을 할 것이 아니라, 바넷사에게 사과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나?” 디아나는 새초롬한 표정으로 테이블에 가서 앉더니, 날 노려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과연. 그런 뜻이었나. 역시 디아나는 바넷사를 혼내거나 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뭐, 우리 똑똑한 디아나라면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말이야. 그렇다면 확실히, 남은 건 내가 바넷사에게 사과하는 것뿐이다. “고마워. 다녀올게.” “씨잉. 다녀오게나!” 디아나의 마음씀씀이에 감격하면서 내가 말하자, 디아나는 어째선지 더더욱 토라진 얼굴로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획하고 돌려버렸다. 결국 디아나가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우선은 디아나가 시킨 대로 바넷사한테 사과부터 하고 올까? 바넷사와 얘기하다보면 디아나가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건지 자연히 알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렇게 기세 좋게 방문을 나선 나였지만, 나오자마자 바로 한 가지 문제에 봉착하게 됐다. 그건 바로, 바넷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었다. 설마 아직까지 디아나의 방에 있을 리도 없고 말이다. 그렇다면…좋아. 한 번 해볼까. “바넷사!” 나는 손뼉을 치면서 허공에 대고 바넷사를 불러봤다. 당연한 얘기지만, 바넷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대신, 내 등 뒤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복도 끝에서 바넷사가 빠른 걸음으로 도망가고 있는 게 보였다. 집사로서 품위를 잃고 뛸 수는 없지만, 최대한 빠르게 이 자리를 벗어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엿보이는 빠른 걸음. 아니. 대체 왜 도망가는 건데? 설마 디아나한테 한 소리 들어서?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다른 사람도 아닌 그 디아나가 날 보낸 거라고. “야! 바넷사!” 품위 따위 눈곱만큼도 신경 안 쓰는 나는 얼른 바넷사의 뒤를 쫓아갔다. 내가 이름을 부르자 몸을 움찔하고 떨면서도 바넷사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빨리 걷기와 달리기에는 속도차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 나는 금방 바넷사를 쫓아갈 수 있었다. “야. 멈추라니까!” “흣…!” 내가 그 팔뚝을 잡아서 멈춰 세우자, 그제야 바넷사는 몸을 크게 움찔 떨면서 걸음을 멈춰 세웠다. 그대로 팔뚝을 잡은 손에 힘을 줘서 바넷사의 몸을 돌리자, 드러난 바넷사의 얼굴은…. “…야. 너 설마 울었냐?” “…안 울었습니다만.” 뻔히 보이는 거짓말 하지 마라 이것아. 아직도 눈가랑 목소리가 촉촉하게 젖어있는데 어디서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을. “왜 그래? 혹시 디아나가 많이 혼냈어?” “아닙니다!” 아닌 걸 알면서도 내가 그렇게 묻자, 바넷사는 두 눈에 쌍심지를 켜면서 강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그럼 그렇지. 두 주종의 관계는 변함없이 굳건한 모양이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제 계산대로라면 원래 이번 편에 바넷사와의 대화까지 끝날 예정이었는데 말이죠. 강철의혼, 닭구, 마법사휀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71==================== 집사의 본심 하지만 둘의 관계가 여전히 공고하다 할지라도, 바넷사가 눈물을 흘렸을 거란 사실에 변함은 없었다. 그리고 그 원인은 온전히 나한테 있는 거니, 역시 사과는 해야겠지. “그럼 다행이지만 말이야. 아무튼 바넷사, 할 말이 있어.” “…히끅.” “응? 바넷사?” “…히끅. …뭐, 뭡니…히끅…까. 할 말이 있으면…히끅.” 이젠 딸꾹질까지 시작하는 바넷사였다. 아니. 대체 얼마나 펑펑 울었기에 딸꾹질까지 하는 건데? “야. 일단 진정 좀 해라. 자 따라 해봐. 일단 크게 숨을 들이쉬고….” “히끅! 하, 할 말이란 것부터…히끅! 하시지요! …히끅.” 내가 일부러 숨을 크게 들이쉬는 걸 어필하기 위해 두 팔까지 양옆으로 벌려가며 말하자, 바넷사는 마치 경계하듯이 몸을 움츠리며 날 노려봤다. 그렇게 경계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미안하다니…아, 아직 말로 사과 안 했구나. 그래. 알았다. 그렇다면. “좋아. 그럼 말 할 게.” “읏! …히끅.” 내가 바넷사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그렇게 말하자, 바넷사가 몸을 딱딱하게 굳히며 긴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나는 그런 바넷사를 향해서 허리를 90도로 힘차게 숙이며 외쳤다. “미안!” “……에?” 설마 내가 이렇게까지 정중하게 사과할 거라곤 생각 못 했던 건지, 바넷사는 살짝 얼빠진 소리를 흘렸다. 심지어 아까부터 계속하던 딸꾹질도 멈출 정도였으니,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놀란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사과하는 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일까? 얘한텐 내가 대체 어떤 이미지이기에? 나도 사과 정도는 한다고.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말이야. 네가 디아나를 얼마나 존경하는지 잘 알고 있으니 말이지.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 미안해. 디아나한테는 내가 잘 말….” 톡. 토독. 내가 허리를 90도로 숙인 자세 그대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고 있을 때, 정면의 바닥에 갑자기 물방울이 떨어지는 게 보였다. 진지하게 사과를 하던 나였지만, 아무리 그래도 눈앞에 갑자기 물방울이 떨어지는 게 보이자 자연히 시선이 위를 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물방울의 정체가 눈물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야. 너 우냐?” “…문제 있습니까?” 내가 질문에 바넷사는 자신의 감정을 최대한 억누르듯이, 하지만 차마 다 억누르지 못하고 슬픈 감정이 새어나오는 것 같은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니. 그야 당연히…대체 왜?” “읏…왜? 지금 왜냐고 하셨습니까?” 손으로 눈물을 훔치던 바넷사는 계속해서 넘쳐흐르는 눈물에 이내 포기한 듯 손을 내리고는, 나를 찌릿하고 노려보면서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왔다. 우는 여자가 노려보는 얼굴은 엄청나게 박력 넘치네. 그것도 상대가 평소에 무표정밖에 안 보여주는 바넷사다 보니 더더욱. “오히려 제가 묻고 싶군요! 그렇게 마음에 안 드시는 겁니까?!” 울면서도 박력 있는 목소리로 외치는 바넷사. 저도 모르게 일단 사과하고 볼 정도로 박력 넘치는 모습이었지만, 과연 나도 아무 이유 없이 사과할 수는 없었다. “맘에 안 든다니, 뭐가?” “…네?” “…….” “…….” 내 질문을 시작으로 한동안 어색한 침묵이 우리 사이를 맴돌았다. “야.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말이야. 우리 지금 서로 딴 얘기하고 있지 않냐? 참고로 내가 사과한 이유는, 나 때문에 네가 디아나한테 혼났을 테니까. 그거 사과한 건데 말이야.” “…으읏. 크윽….” 특유의 중저음 목소리 때문에 사뭇 비장하게 들리기는 했지만, 바넷사는 명백하게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 증거로, 저 철가면 집사가 지금 얼굴이 새빨개지고 있었다. 아니. 뭐, 우는 모습까지 본 다음이니까 이제 와서 얼굴이 새빨개지는 정도로 놀랄 건 없지만 말이야. 애초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살짝 붉어진 상태이기도 했고. 아무튼 바넷사는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뒤로 뒷걸음치더니, 이내 몸을 돌려 재빨리 도망가려고 했다. 물론 그 전에 내가 다시 그 팔을 잡아서 멈춰 세웠지만. “흣…! 뭐, 뭡니까? 놓으십시오. 성희롱입니다.” 아니. 이제 와서 그렇게 박력 있게 노려보면서 목소리 깔아도 하나도 안 무섭거든? 그리고 멈춰 세우려고 팔뚝만 잡은 건데도 성희롱인 거냐. 세상 너무 각박하지 않냐? “야. 말은 다 끝난 다음에 가야지. 왜 도망가려고 그러냐?” “도망?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전 바빠서 오래 잡담하고 있을 시간이 없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넌 대체 내 말을 어떻게 착각한 건데?” “…읏! 제, 제가. 그걸 꼭 말해야할 이유가 있습니까?” 아마 상당히 부끄러운 착각을 한 모양인지, 내 질문에 바넷사는 애써 냉정함을 가장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몸과 목소리가 떨리는 걸 다 억누르지는 못하고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말이야.” “큿…!” 아니. 야. 그러니까 대체 왜 노려보는 건데? 말하기 싫으면 말 안 해도 된다니까? 아님 뭐야? 내가 강제로 말하게 시켰으면 좋겠다는 거야? 그건 아닐 거 아니야? 얜 진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니까. 표정이 겉으로 드러나든 드러나지 않든, 그 사실엔 변함이 없는 바넷사였다. “하아…. 아무튼 디아나한테 혼나게 한 건 미안하다. 괜히 비밀로 해달라고 해서. 앞으로 그런 억지는 안 부릴게.” “…일단 팔부터 놓으십시오.” 내 사과에도 불구하고 어째선지 계속해서 날 노려보던 바넷사는, 내가 팔을 놔주자 심호흡을 하면서 겨우 평소의 포커페이스를 되찾은 후에 입을 열었다. “처음부터 제가 비밀로 하겠다고 대답을 안 했으면 끝날 문제입니다. 구원님이 사과할 건 없습니다. 그리고 디아나님께서도 그 일에 대해선 어떠한 언급도 없으셨습니다.” 과연. 디아나는 크게 혼내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혼을 내지 않은 건가. 하지만 그렇다면 새로운 의문이 생긴다. 그럼 대체 얘는 왜 울었던 건데? 아니. 방금 전에 운 거 말고도, 처음부터 울고 난 것 같은 얼굴이었잖아. 뭐, 그 궁금증을 풀기 전에 우선 사과부터 하는 게 우선이지만. “아니. 그래도 내가 억지를 부린 건 사실이니까. 사과하고 싶어.” “…읏. 알겠습니다.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럼 할 말은 이제 끝난 겁니까?” “아니. 실은 궁금한 게 있는데. 디아나가 혼내지 않았다면 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거야? 무슨 얘기를 했기에 네가 울기까지….” “으읏…! 그, 그럼 전 일이 바빠서 이만!” 바넷사는 내게 고개를 푹 숙이며 한 번 인사한 후, 눈도 안 마주치고 뒤를 돌아서 그대로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마치 어서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다는 듯, 도망이라도 가듯이. 아니. 대체 뭐냔 말이야. 일단 사과는 제대로 했고, 바넷사도 내 사과를 받아줬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단 말이지. 평소답지 않은 바넷사의 태도도 그렇고, 애초에 방금 전에 왜 울음을 터뜨린 건지도 모르겠고. 뒤끝이 개운치 않은 찝찝함을 느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바넷사를 쫓아가서 말하기 싫다는 걸 억지로 말하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수많은 의문을 뒤로한 채로 일단 내 방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디아나아?!” 그리고 내 방문 손잡이에 손을 걸치고 살짝 문을 열었을 때, 곧바로 살짝 열린 문틈 사이에서 사라의 소란스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그 사이에 잠에서 깨어난 모양이었다. “그, 그러니까 이 몸이 미안하다고 하지 않았는가아!” 그리고 뒤 이어서 살짝 기가 죽은 느낌의 디아나의 외침도 들려왔다. 대체 무슨 소란이지?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사라가 또 언어폭력으로 디아나를 무차별 난타 할 것 같다는 예감은 들었다. 좋아. 도와주기로 할까. 안 그래도 오늘 예쁜 짓을 엄청나게 많이 한 디아나다. 만약 내가 언어폭력의 희생양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여기선 디아나를 감싸주지 않으면. “사라야. 넌 또 왜 우리 디아나 기를 죽이고….” “구원은 나가있어!”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쟤 또 왜 저렇게 흥분했냐. “으, 응. 아니. 잠깐. 조용히 하는 게 아니라 나가라고? 아무리 그래도 너무하지 않냐?” “구원씨.” “네. 천사님.” “저희끼리 조금 할 얘기가 있어요. 조금 자리를 비워주시면 안 될까요?” 게다가 흥분한 건 사라뿐만이 아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포근한 미소로 날 쳐다보면서 말하는 레이아였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우리 천사님마저 살짝 심기가 불편해보이셔. 나는 곧장 결심을 했다. “네. 천사님.” 디아나 감싸기를 포기하고 이 방을 나설 결심을. “나, 낭군님? 낭군니임?!” 미안. 디아나. 나는 무력해. 지금의 나로선…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애타게 내 이름을 부르는 디아나를 뒤로 한 채, 나는 곧장 방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여기, 일단 내 방인데 말이야. 뭐, 상관없지만. 아무튼 방에서 쫓겨난 나는, 이걸 기회로 혼자서 가만히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오늘은 하루의 대부분을 침대 위에 누워있기만 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날이니까 말이야. 이쯤에서 한 번 생각을 정리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물론 정리할 생각이란, 당연히 디아나와 바넷사에 관한 걸 말하는 거다. 바넷사의 이상 행동이나 디아나가 우리 애들한테 사과하는 모습. 둘 다 디아나와 바넷사가 서로 대화를 나눈 이후에 일어난 일이다. 필연적으로 뭔가 연관이 있을 거란 말이지. 하지만 뭐가, 어떻게 연관이 있는 걸까? 그 해답은 얻기 위해서는 둘이서 대체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를 알아야 한다. 바넷사는 분명 디아나가 자신을 혼내지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디아나가 바넷사에게 방에서 얘기 좀 하자고 했던 타이밍을 생각해본다면, 역시 나랑 뭔가 관련이 있는 얘기를 했을 거란 말이지. 나와 바넷사가 관련된…그렇게 생각하니, 또 다시 생각해선 안 될 생각이 머릿속에서 슬그머니 떠올랐다. 그리고 혼란한 내 머리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필사적으로 외면했던 하나의 가능성을 무심코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바넷사 걔 진짜로 내게 감정이 있거나 한 거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응? 잠깐만. 잠깐만잠깐만잠깐만. 혹시. 혹시, 디아나랑 바넷사가 했다는 얘기가?! 그래! 그럼 바넷사의 얼굴에 울음기가 남아있었던 것도 충분히 설명이 되잖아! 분명 그런 거야! 디아나가 바넷사의 마음을 깨닫고, 바넷사에게 주의를…아니. 잠깐. 그럼 모순이 생기는데? 디아나는 사라나 레이아한테 사과를 하고 있었지? 사라와 레이아는 심기가 불편해 보였고. 실비아와 마틸다는 자신들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라는 듯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라는 걔들에겐 퇴실명령을 내리지 않고, 내게만 나가있으라고 했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다. 그것 말고도 수많은 힌트들이 도처에 존재하고 있었다. 내게 들려주고 싶지 않은 말. 그리고 디아나가 사과할만한 말. 바넷사와 대화를 마치고 온 디아나가, 굳이 내게 바넷사를 찾아가라고 했던 사실. 누가 봐도 울고난 직후란 사실을 알 수 있었던 바넷사의 얼굴. 내가 그 몸을 잡거나, 뭔가 말만 하려고 해도 움찔움찔 떨었던 바넷사의 반응. 내가 사과하자 다시 한 번 터져나왔던 바넷사의 눈물. 갖가지 사실들이 차례차례 머리에 떠오르면서, 마치 퍼즐처럼 서로 맞물리며 끼워 맞춰져갔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퍼즐은 단 하나의 대답만을 나타내주고 있었다. 아니. 하지만 설마 디아나가, 정말로 그렇게 했단 말이야? 솔직히 말해서 쉽게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까지 의문스럽게 생각했던 모든 사건들이 전부 아귀가 맞아떨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해야 할 행동은…. 나는 복도 한쪽으로 힘차게 달려 나갔다. 발걸음이 향하는 곳은 아까 전 바넷사가 도망가듯 모습을 감췄던 곳. 바넷사는 일이 있다면서 가버렸지만, 내 예상이 맞는다면 바넷사는 분명 지금쯤 일 같은 걸 하고 있지 않을 거다. 그럴 경황이 있는 상태가 아닐 테니까. 게다가 이 복도가 어디로 이어지는 지를 생각해보면, 그런 내 생각은 확신으로 변해갔다. 나는 마치 운명이 이끌리듯 자신의 생각에 확신을 가지고 한 걸음 한 걸음 힘차게 전진해나갔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바로…그 방이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원래는 오늘 두 편을 쓸 생각으로 퇴근하자마자 딴 짓 아무것도 안 하고 컴퓨터만 붙들고 있었는데, 글이 잘 안 써지네요. 572==================== 집사의 본심 나와 바넷사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던 바로 그 방말이다. 내 생각대로 디아나와 바넷사가 그런 대화를 나눈 거라면, 바넷사는 지금 여기에 와있을 것이 틀림 없었다. 나는 확신을 가지고 방문을 열면서 동시에 바넷사의 이름을 외쳤다. “바넷사!” …….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불 꺼진 방. 당연히 내 부름에 응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 어라? 이상하다? 이,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는데? 젠장. 이러면 대체 어떻게 바넷사를 만나면 좋은 거야. 아까는 그나마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고 있던 중이었으니 눈치 챌 수 있었다지만, 그런 우연을 두 번이나 기대할 수도 없는 일이고. 나는 당황해서 방을 나서려고 했지만, 그 전에 문득 욕조 근처에 커튼이 쳐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기는 빈 방이다. 당연히 저 욕조를 쓸 사람이 있을 리 없고, 그렇다면 평소 청소하기 편하게 커튼을 열어두고 관리하는 게 정상이다. 나는 발걸음을 죽이고 살금살금 다가가서는, 욕조의 커튼을 확 열어젖혔다. 욕조 안에는 내 예상대로 쪼그려 앉아있는 사람의 그림자가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바로 바넷사였다. 바넷사는 욕조 한가운데에 쪼그리고 앉아서, 두 팔로 자신의 다리를 감싸 안고 있는 상태였다. 내 선입관이 개입된 감상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모습은 마치 욕조 안에서 있는 추억을 회상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몇 안 되는, 나와 바넷사의 농도 있는 접촉을 말이다. “…뭡니까?” 하지만 그런 내 감상과는 달리, 아까의 반응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그리고 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도 여기서 숨죽이고 숨어있었던 주제에, 바넷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표정한 표정으로 날 올려다보고는 표정과 마찬가지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얼핏 보기에 그렇게 보일 뿐, 자세히 들여다보면 역시나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평소보다 살짝 빠르게 느껴지는 호흡.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 붉게 상기된 뺨. …그래. 뺨은 내가 좀 과장했어. 사실 창가에서 스며들어오는 붉은 노을 덕분에 얼굴색은 정확히 알 수 없어. 하지만 뭐, 아마 상기되어 있을 거야. 아무튼 그렇게 자세히 보면 평소와 조금 다른 모습의 바넷사였지만, 사실 자세히 보지 않더라도 한 눈에 알 수 있는 더 큰 변화도 존재했다. 그건 바로 바넷사가 사람 모습이 아닌 용인 모습이라는 점이었다. 얘 지금 제대로 집사복 입고 있는데 말이야. 저 두꺼운 꼬리는 대체 어떻게 삐져나온 걸까? 살짝 그런 의문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나는 굳이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숨어있던 애가 들키니까 한다는 말이 그거냐?” “…딱히 숨어있었던 적 없습니다.” “내가 부를 때 대답 안 했잖아.” “…휴식 중이었으므로 대답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입니다.” “너 아깐 바쁘다고 하면서 도망가지 않았어?” “…휴식 시간이 점점 짧아지는 게 싫어서 그랬습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변명을 하다니. 역시 평소와 다른 건 확실하군. 그리고 너 말이야. 도망갔다는 사실을 부정 안 한 거 아냐? “정말로?” “제가 거짓말 할 이유가 있습니까?” “그야 당연히 있지.” “무슨 근거로…읏!”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뚝뚝하게 반응하던 바넷사였지만, 그 무표정은 순식간에 다시 깨지게 됐다. 내가 그 턱을 집어서 들어 올리는 것으로 말이다. 눈에 띄게 동공을 진동시키는 바넷사를 바라보면서, 나는 그 얼굴에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근거가 있기는 한데 말이야, 사실 확실한 근거는 아니거든. 그래서 지금부터 시험해보려고.” “그, 그게 무슨….” “지금부터 키스할 거야.” “……!” 내가 당당히 선언하자, 바넷사는 침음성조차 흘리지 못한 채로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말았다. 그리고 내 눈을 똑바로 마주보고 있는 그 두 눈이 아까보다 더 크게 떨리고 있는 게 보였다. “그러니까 싫으면 피하든가, 막든가 해.” 그렇게 말하고는 나는 점점 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너무 갑작스러워서 반응할 수 없었다는 식의 거짓말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 바넷사가 반응할 시간을 충분히 주듯 천천히. 하지만 내 입술이 그 입술에 점점 다가가는 와중에도, 바넷사는 몸을 딱딱하게 굳힌 채 잘게 떨기만 할뿐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음믓….” 그리고 결국, 바네사는 끝까지 피하지 않았다. 내 입술이 바넷사의 부드러운 입술에 살며시 닿았고, 나는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얼굴을 더 내밀어서 내 입술을 바넷사의 입술에 꾸욱 짓누르듯 가져다댔다. 물론 혀를 넣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첫 키스 치고는 꽤나 정열적인 키스였다. 이런 딱딱한 철가면 같은 애도 입술은 이렇게나 부드럽구나.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면서, 나는 천천히 바넷사의 입술에서 입술을 뗐다. 제법 강하게 입술을 밀착시켰던 만큼, 떨어진 후에도 한동안 바넷사의 감촉이 남아있는 것 같은 착각이 느껴질 정도였다. “하아…하아…무, 무슨…생각이십니까?” 그런 강한 여운을 느낀 건 바넷사도 마찬가지였는지, 바넷사는 한동안 날 바라보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한참을 호흡을 고르던 바넷사는, 두 눈에 겨우 힘을 담아서 나를 찌릿하고 노려보면서 추궁했다. 물론 방금 전까지 나와 맞대고 있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기 때문에, 평소에 보여주던 위압감 같은 건 전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러는 너야 말로 무슨 생각인데?” “무슨, 말입니까?” “무슨 생각으로 내 키스를 안 피한 건데? 못 피했단 말 같은 변명은 하지 마. 시간은 충분히 줬어. 너도 보면서 알았겠지만 말이야.” “읏…!” 내가 그렇게 말하자, 바넷사는 고개를 옆으로 홱 돌리면서 내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키스를 끝냈다고는 하나, 나는 여전히 바넷사의 턱을 잡고 있었다. 턱을 잡고 있는 손에 힘을 줘서 바넷사의 고개를 다시 내 쪽으로 돌리자, 바넷사는 처음에만 아주 살짝 저항하는가 싶더니 결국엔 순순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번엔 아까처럼 도망가게 두지 않을 거야. 제대로 네….” 네 마음을, 네 생각을 듣고 말겠어. 그렇게 말하려고 했던 나였지만, 말하기 직전에 그건 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바넷사는 날 좋아하는 게 맞을 거다. 하지만 그래서 뭐? 바넷사가 날 좋아해서, 그걸 내가 받아주고, 그런 흐름으로 갈 거라고? 그건 좀 아니지 않을까? 얼마 전에 우리 애들과 다른 여자를 받는 것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눴을 때도, 난 확실히 말했었다. 누가 날 좋아한다고 해서 내 여자로 받고 싶은 게 아니라고. 내가 그 여자를 좋아하기 때문에 내 여자로 만들고 싶은 거라고. 그렇다면 여기선 바넷사가 내게 고백하기에 앞서서, 내가 먼저 바넷사에게 고백을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 게다가 우리 애들과의 문제도 남아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바넷사와 이렇게 키스를 한 건 내 기준에서 바람이다. 나는 지금까지 다른 여자들을 받더라도, 되도록 먼저 우리 애들에게 알리고 나서 관계를 가지려고 했다. 물론 아까 내방에서 들려온 얘기를 생각해보면 디아나는 이미 허락을 한 모양이고, 그걸 다른 애들한테 밝힌 후 설득까지 하려고 했으니 반쯤 허락 받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역시 내가 직접 허락을 받는 것과는 다른 얘기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곧장 바넷사를 찾아온 건, 다름 아닌 디아나 때문이었다. 이대로 놔두면 디아나 다른 애들한테 기가 눌려 살게 될 건 불 보듯 뻔하니까 말이다. 물론 사라나 레이아가 그런 성격은 아니다. 대놓고 천사님인 레이아는 말할 것도 없고, 겉보기엔 차가워 보이는 사라 역시도 실은 착해 빠졌으니까 말이다. 이 일을 가지고 디아나에게 계속 눈치를 주거나 하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둘과 마찬가지로 착해빠진 디아나는,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계속 둘에게 미안해할 거다. 하지만 그 전에 내가 먼저 저질러 버리면 디아나가 둘에게 미안해할 필요도 없어진다. 그래서 나는 방에서 우리 애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깨달은 후에도 다시 내 방으로 돌아가지 않고 곧장 바넷사를 찾아왔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런 측면에서 보더라도, 역시 고백은 내가 먼저 하는 게 맞는 것 같았다. “바넷사.” “뭐, 뭡니까.” “너 내 여자가 되라.” …어, 어라? 이런 말을 할 의도가 아니었는데?! 좀 더 정중하게, 사랑을 속삭일 생각이었는데. 아니. 그게 말이야. 바넷사 얘가 계속 노려보고 있으니까 말이야. 나도 무의식중에 기선 제압을 하려고 계속 말투가 좀 강해지고 있었잖아? 그러다보니 나도 모르게 고백마저 말이 좀 강하게 나왔다고 할까. “무……!” “미안하지만 너한테 거부권은 없어. 이건 결정사항이야. 주인으로서…그래. 주인님의 남자로서 명령하지. 오늘부터 넌 내 여자야.” 살짝 후회하는 나였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다. 게다가 방금 한 말을 철회하고 사랑을 속삭여봤자 놀리는 걸로 보일 뿐이겠지. 나는 하는 수 없이 아까 했던 말을 계속 밀고 나가기로 했다. 뭐, 어차피 얘가 날 좋아하는 건 알고 있으니까, 이렇게 말해도 딱히 문제될 건…. “…싫습니다.” “…응?” 거절당했다. 그것도 단칼에. “설마 제가 명령이라면 아무 말이나 듣는, 사랑까지도 바치는 여자라고 생각한 겁니까?” “아니. 잠깐. 잠깐만 기다려봐. 오해야.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설명할 수 있어. 그런 게 아니라 말이지….” “하물며 디아나님의 명령도 아닌 당신의 명령을, 제가 들을 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디아나 명령이라면 들을 거란 거냐.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니. 그런 게 아니라니까. 야. 그게 말이지….” “사랑은 제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할 겁니다. 그러니까 구원님. 좋아합니다.” “오해…응?” 어떻게든 변명하던 내 귀에, 뭔가 위화감이 느껴지는 말이 들려왔다. 나는 새삼 바넷사를 다시 한 번 똑바로 쳐다봤다. 당황하느라 눈치 채지 못했지만, 어느 샌가 바넷사의 모습은 평소대로 돌아와 있었다. 눈동자가 진동하고 있지도 않았고, 목소리도 떨리지 않고 있었다. 그저 곧게, 의지가 느껴지는 눈동자로 곧게 날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대답.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하지만 역시 계속 이렇게 바라보고 있는 게 살짝 부끄럽기는 했는지, 한동안 침묵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바넷사가 살짝 어색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했다. 이상하다. 물론 내가 직접적인 주인은 아니라고 하나, 얘랑 내 관계를 굳이 따지자면 주종관계라는 표현이 제일 적당한 표현일 거다. 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얘랑 얘기할 땐 주도권이 계속 얘한테 쥐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걸까. 그래서 언젠가 울게 만들고 말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그러고 보니 아까 울렸던가.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 젠장. 이거 너무 치사한 거 아니야? “그래. 나도 좋아한다.” “그렇습니까. 그거 다행이군요.” 바넷사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여전히 무표정을 고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얼굴색은…여전히 붉은 저녁노을에 비춰져서 제대로 알 수 없었다. “하아…. 이럴 거면 애초에 처음에 내가 고백할 때 왜 거절한 건데.” “그게 고백이었습니까?” 야. 집사주제에 아픈 데 찌르지 마라. “명령으로 그런 관계가 되는 것이 싫었을 뿐입니다. 저도 일단은 여성이므로.” 그러니까 아픈 데 찌르지 말래도! “그래! 미안하다! 여자 맘도 제대로 몰라주고 고백도 제대로 못하는 놈이라 미안하다!” “그렇게까지 말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사과는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이, 이 뻔뻔한 녀석 같으니라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말이야! 내가 주인님이고 네가 집사니까 말이야! “애초에 말이야! 넌 이런 때에도 왜 그렇게 무표정인 건데! 여자라면서! 좀 더 부끄러워하란 말이다! 응?! 자!” “흐읏…!”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욕조 안에 들어가서 바넷사의 몸을 끌어안자, 찰나의 순간동안이었지만 바넷사가 침음성을 흘리면서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응? 으으으응?” “뭐, 뭡니까?” 요것 봐라. 아닌 척 시치미를 떼려고 하네. “사실 부끄럽기는 한 모양이지?” “그런…흣!” 반박하려 했던 바넷사였지만, 내가 그 몸을 끌어안자 다시 한 번 움찔하고 몸이 떨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바넷사는 여기서 한 번 더 개그씬으로 이어지며 구원이 착각하며 차이고, 바넷사는 고백을 못한 채로 전전긍긍하는 씬을 더 쓰려고 했습니다만…생각보다 이번 파트 글이 엄청 길어져서 결국 이렇게 썼네요. 이렇게 끌어놓고 이번 파트에 안 이어지면 욕먹을 것 같아서 말이죠. 573==================== 집사의 본심 그런 답지 않은 바넷사의 반응에 나는 또 다시 장난기가 발동했다. 얼굴을 바넷사의 얼굴 옆으로 가져다댄 후, 마치 볼을 비비듯 얼굴을 문질러서 그 귀를 덮은 머리카락을 헤치고 귀를 드러내게 만들었다. “으읏….” 바넷사는 머리카락이 헤쳐지며 간지러운 건지, 아니면 그냥 내 행동이 부끄러운 것뿐인지 낮게 한숨 비슷한 소리를 흘리며 어깨를 움츠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스킨십을 거부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 바넷사가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까지 나만 소홀하게 대하는 것 같은 바넷사의 행동에 울컥울컥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그런 행동들도 다 앙탈같이 느껴지기 시작해서 안 그래도 미인인 바넷사가 한층 더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아니. 앙탈 같은 게 아니라, 혹시 정말로 앙탈이었던 거 아니야? 애초에 상황이 이렇게 됐다는 건, 얘가 날 꽤나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거라는 뜻이잖아? 뭐, 어차피 장난칠 생각이기도 했고, 겸사겸사 잠깐 확인을 좀 해볼까. “하지만 너 말이야. 집사 신분에 주인님 몰래 이래도 되는 거야? 디아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아? 디아나는 그렇게 널 믿고….”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바넷사가 갑자기 내 두 팔을 강하게 움켜쥐더니 그대로 자신을 끌어안고 있던 내 몸을 떼어냈다. “야. 아프다.” 살짝 엄살을 떨어보는 나였지만, 바넷사는 내 말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믿을 수 없는 걸 본다는 듯이 동요하면서, 그와 동시에 방금 전에 고백까지 했던 애가 이제는 적의마저 느껴질 정도로 강한 눈빛으로 날 노려봤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뭐, 뭐가?” “설마 디아나님께 아무 얘기도 못 들었다는 겁니까?” “그러니까 무슨….” “당신은! 디아나님께 사정도 듣지 않았는데! 제게 그런 말을 했다는 겁니까?!” “뭘 갑자기 화를 내고 그러냐? 결국 고백한 건 너잖아.” “전…! 크윽…!” 내가 그렇게 지적하자 바넷사는 할 말을 찾지 못한 듯 대답을 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화나는 건 마찬가지인지 내 팔을 잡고 있는 손에 더더욱 힘을 주면서 날 노려봤다. 아니. 애초에 나도 노리고 말한 거긴 한데, 반응이 뭔가 훨씬 심각하네. 그냥 조금 당황하는 모습이나 보고 싶었던 건데 말이야. 설마 이 무뚝뚝한 애가 이렇게까지 감정을 폭발시키면서 적의를 표출할 줄이야. 자신의 마음을 받아준 것에 대한 기쁨보다, 내가 디아나를 배신했다는 사실에서 오는 적의가 더 크다는 건가. 얜 대체 디아나를 얼마나 좋아하는 거야. “야. 농담이야. 농담.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라.” “…농담? 디아나님께 사정을 들었다는 얘기입니까?” “아니. 일단 못 들었기는 한…야. 아프다니까! 제대로 설명할 테니까 좀 놔봐라! 나 못 믿어?!” “네.” “즉답?! 너 지금 일순의 망설임도 없이 즉답한 거냐?! 너 나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그것과 이것과는 별개의 얘기입니다.” 너 내 말버릇은 또 어디서…! 크윽. 생각해 보니 얜 그냥 뒤에서 가만히 서있기만 하니까 존재감이 별로 안 드러나서 그렇지, 식사 때라든가 은근히 나랑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았다. 젠장. 이 귀염성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그럼 설명해주시겠습니까? 만약 디아나님을 배신한 거라면….” 그래도 일단 얘기를 들어볼 의향은 있는 건지, 바넷사는 내 팔에서 손을 떼고 정면에서 내 눈을 곧게 바라봤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부끄러워서 대놓고 말을 안 할 뿐, 일단 나에 대한 믿음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다. …그런 거 맞지? 부끄러워서 그러는 거지? 마지막 협박성 발언은 못 들은 걸로 칠 테니까 그런 거라고 해줘. 아무튼 나는 방금 전에 방에서 있었던 일들을 바넷사에게 얘기해줬다. 디아나가 우리 애들한테 사죄하고 있었던 일, 우리 애들이 심기 불편한 표정으로 그 얘기를 듣고 있었던 일. 그리고 두뇌 명석한 나는 그 얼마 안 되는 작은 퍼즐조각만을 가지고 멋지게 진실에 도달했다는 감동마저 느껴지는 아름다운 얘기까지. “…그렇습니까.” “야. 반응이 너무 미적지근하지 않냐? 내가 뛰어난 기지를 발휘한 덕분에 이렇게 너랑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랑하는 사이가 될 수도 있었고, 동시에 디아나를 위기에서 구할 수도 있게 된 거라고?” “…잘하셨습니다.” 내가 그렇게 스스로의 대단함을 강조해 봐도, 바넷사는 그저 무뚝뚝하게 칭찬만 해줄 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살짝 위화감을 느꼈다. 너무 무뚝뚝하다. 아니. 그야 물론 바넷사는 언제나 무뚝뚝하지만, 방금 전에는 내가 디아나를 배신한줄 알고 그렇게까지 화를 냈던 거다. 그 오해가 풀렸는데도 이렇게 무뚝뚝한 반응이라고? 조금쯤은 안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정상이잖아? 아, 혹시 얘…. “야. 설마 너 부끄러워하는 거냐?” “…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랑 너랑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됐다는 게 부끄러운 거지?” “…후우. 별….” “사랑해.” “큿….” 보란 듯이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무뚝뚝하게 반응하려 했던 바넷사였지만, 내가 다시 한 번 그 몸을 끌어안으면서 귓가에 사랑을 속삭이자 결국엔 무표정이 무너지면서 살짝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고 보니 여기, 우리들의 추억의 장소네.” 그런 바넷사를 반응을 보고, 나는 여기서 조금 더 진도를 빼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넷사를 끌어안은 채 그대로 바넷사의 등을 살살 쓰다듬어주자, 바넷사의 몸이 딱딱하게 굳는 게 느껴졌다. “너도 그 생각하고 여기로 온 거지?” “…이, 이런 행위를 생각하고 온 건…아닙니다만.” 이것 봐라? 목소리까지 조금 떠네? 얘도 이런 전개를 아주 기대 안 한 건 아닌 모양인데? “이런 행위라니?” 나는 아까처럼 얼굴로 바넷사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듯이 볼을 비벼대다가, 살짝 고개를 숙여서 그 새하얀 목덜미에 살짝 키스를 해줬다. 그러자 바넷사는 살짝 몸을 떨면서 가볍게 콧소리까지 흘렸다. “읏…! 그러니까, 이런 행위 말입니다.” 전혀 대답이 되지 안 되고 있었지만, 나는 일단 넘어가주기로 했다. 얘 성격상 지금 이 상태에서 몰아붙인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대답을 듣기는 힘들 것 같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싫어?” “…읏!” 대답 없음인가. 뭐, 이런 반응은 결국 대답한 거나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저항 안 하는 걸 보니 좋은 모양이지?” 나는 바넷사를 살짝 더 놀려줄 생각으로 그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보였던 행동들이 앙탈이었단 것을 깨닫고 나니 전처럼 반드시 울려주겠다든가 그런 생각은 안 들었지만, 그래도 역시 이 무뚝뚝한 녀석을 골려먹는 건 나름 재미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내 장난스런 말에, 바넷사는 의외의 행동을 취했다. “그, 그만 하십시오.” 아까처럼 내 두 팔을 붙잡고, 내 몸을 떼어놓은 거다. 물론 아까 전과는 박력이라든가, 악력이라든가, 안력이라든가 여러모로 다르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뭐야 얘. 설마 진짜로 거부하는 거야? 그런 생각이 들자, 아까와는 다르게 내 팔을 붙잡은 손에 그다지 힘이 느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해서 바넷사를 몰아붙일 생각을 못하게 됐다. 하지만 이어지는 바넷사의 말을 듣고, 나는 그 생각이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아직 디아나님께 제대로 얘기도 하지 않았잖습니까. 보고도 하기 전에 이런 행동은….” 이런 때에마저도 디아나를 끔찍하게 생각하는 바넷사였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거부하는 거였다면, 나도 할 말이 있었다. “바넷사. 너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말이야.” “…착각? 뭘 말입니까?” “오히려 우리가 지금부터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는 게 디아나를 위한 행동이라고.”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렇고 그런 짓이란 표현이 꽤나 부끄러웠던 건지, 바넷사의 목소리가 또 한 번 떨렸다. 얘 의외로 그런 쪽에 내성이 없네. 예전에 성역 선포의 여파로 나랑 한 번 하게 됐을 때는 꽤나 쿨하게 하지 않았던가? 그냥 이런 식으로 말로 표현하거나 분위기를 만드는 게 부끄러운 건가? 아니면 그때와는 나에 대한 감정이 변해서 이러는 건가? 뭐,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만. 보기완 다르게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있잖아. “생각해봐. 지금 디아나는 다른 애들한테 구박받고 있을 거 아니야?” “…그건…아마도 그렇겠지요.” 자신 때문에 디아나가 그런 처지가 된다는 게 역시나 마음이 불편한 건지, 바넷사는 살짝 표정을 흐리며 대답했다. “그래서 이러는 거야. 아까도 말했지만, 걔들 허락을 받기도 전에 내가 먼저 너랑 제대로 이어져버리고 사후 보고를 하면 결국 비난의 화살은 내게로 돌아오고 디아나가 구박받을 이유도 사라지는 거니까.” “그런 거라면 우선 방으로 돌아가서 디아나님을….” “아니지. 말했잖아. 너랑 이어져버리고 나서 사후 보고를 해야 된다고. 그냥 가서 ‘바넷사랑 나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으니까 우리 지금부터 그런 사이야.’ 라고 말했다고 생각해봐. 과연 우리 애들이 납득할까? 절대 그렇지 않지. 우리 애들이 반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좀 더 확실한 증거가 필요해.” “확실한 증거라고 하시면….” “너도 대충 짐작하고 있잖아? 무슨 말인지 알지?”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뻗어서 바넷사의 탄탄한 하복부에 손끝을 가져다댔다. 그리고 그곳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듯이 천천히 쓰다듬었다. 가운데에 하트마크와 그 양옆에 천사 날개가 달린 마크를 그리듯이 말이다. “…응읏. 지, 진심이십니까? 그런 걸 벌써….” 비록 내 여자는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줄곳 저택에서 우리 애들의 모습을 지켜봐왔던 바넷사다. 사도 임명이 가지는 의미는 충분히 알고 있는 모양인지, 바넷사는 살짝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 반응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무척이나 기쁜데, 그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은 반응이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그런 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면서, 바넷사는 섹시한 한숨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래. 미리 말해두지만, 네가 나한테 고백한 시점에서 거부권은 없어. 넌 내 거야.” “…읏. 전, 디아나님의….” 야. 그러니까 이런 때마저 디아나냐. 아니. 그렇게나 우리 디아나를 잘 따르는 건 무척이나 흐뭇하지만 말이야. “그래. 그럼 이렇게 말해주지. 넌 내 여자야.” “흐읏….”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어루만지던 하복부를 살짝 누르자, 바넷사는 상체를 숙이면서 낮게 신음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뭘 해야 할지 알겠지?” “그, 그걸 위해서, 해야 한다는 겁니까….” 내가 유혹하듯이 그렇게 말하자, 바넷사는 자신의 두 허벅지를 살짝 마주비비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 그런가. 사도 임명은 알아도 그걸 어떻게 하는 건지 정확한 조건 같은 건 모르는 건가. “뭐, 그런 거지.” “크흥….” 내가 만면의 미소를 지으면서 대답해주자, 바넷사는 낮은 신음성을 흘리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하지만 그런 부끄러운 건지 떨리는 건지 모를 반응을 보인 것도 잠시. 어차피 디아나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건지, 바넷사는 천천히 자기가 걸치고 있던 집사복을 벗으려고 했다. “잠깐 기다려.” “…뭡니까.” “벗지 말아봐.” “…….” 모처럼 집사복을 입은 진짜 집사랑 집사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건데, 이대로 그냥 벗기기엔 너무 아깝잖아. 비록 그런 것까지 말로 하지는 않았지만, 바넷사는 대충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벗지 말라고 했는지 눈치 챈 모양이었다. 야. 너무 그렇게 보지 마라. 그렇게 매도하는 것처럼 무표정한 눈빛으로 바라보면 오싹오싹해지잖냐. 아니. 내가 그런 취미가 있는 건 절대 아니지만. “그럼 집사님. 우선 주인님의 옷을 벗겨주실 수 있을까?” 바넷사의 차가운 시선을 가볍게 받아넘기면서,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설마 바넷사한테 이런 명령을 할 수 있는 날이 올 줄이야. 역시 사람은 오래살고 볼 일이야. 뭐, 아직 창창한 20대지만 말이야. 이런 말 하면 디아나한테 혼나려나? “누가 주인….” “아, 그래. 그래. 그랬지. 우린 이제 주종관계보단 연인사이에 더 가까운가?” “크흣…!” 주인이란 말에 반발하려 했던 바넷사였지만, 이어지는 내 추가타에 결국 부끄러움에 몸을 떨면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바넷사 파트는 지난 화에서 적당히 끝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바라는 분들이 많으시니 좀 더 잇겠습니다. 약속했던 연참은 10분 전후로 올라갈 겁니다. 아슬아슬하게 조금 덜 썼네요. 574==================== 집사의 본심 “그럼 바넷사. 낭군님 옷 좀 벗겨주겠어?” “큿…파, 팔을 뻗어주십시오. 주이…구원님.” 디아나를 따르는 바넷사인만큼 디아나가 날 부르는 칭호를 사용해봤는데, 그 효과는 상상이상이었다. 바넷사는 목소리를 덜덜 떨면서, 낭군님이란 부끄러운 말을 더 쓰지 못하게 만들려는 생각이었던 건지 내게 주인님이란 칭호까지 사용하려고 했다. 아쉽게도 도중에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부끄럽다는 걸 깨달았는지 결국 구원님으로 바꿔 불렀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바넷사는 내가 말한 대로 내 옷을 벗겨줄 의향은 있는 모양이었다. 시키는 대로 팔을 뻗자, 바넷사가 내 상의의 아랫자락을 잡고 천천히 옷을 끌어올려서 내 옷을 벗겨줬다. 하지만 내 옷을 벗기는 그 손이 미묘하게 내 몸 위를 훑은 것 같은 건 내 기분 탓일까? 혹시 얘도 은근히 흥분하고 있나? 이 욕조는 우리들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다. 그것도 전부 그런 쪽의 추억으로. 때문에 얘도 흥분하고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아까 전에는 그런 생각 안 했다고 부정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돼, 됐…습니까….” 내 상의가 완전히 벗겨지자, 아까보다 바넷사의 숨결이 미묘하게 더 거칠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나는 이정도 수준에서 만족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렇고 그런 짓을 하기 위해서 제일 중요한 하반신이 아직 옷에 꽁꽁 감싸여있는데 됐을 리가 없잖아? 바넷사도 그냥 이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가 부끄러워서 그랬을 뿐, 사실을 알고 있을 거다. “바넷사.” “읏….” 그 증거로 내가 그 이름을 부르기만 했는데도 불구하고, 바넷사는 낮게 침음성을 흘리면서 덜덜 떨리는 손을 내 하의 쪽으로 뻗었다. 오늘만 하더라도 벌써 몇 번이나 보고 있는 모습이지만, 얘가 이렇게 긴장하는 모습은 진짜 봐도 봐도 적응이 안 되네. “긴장 돼?” 내가 그 손을 살며시 감싸 잡아주자, 바넷사가 움찔하고 반사적으로 손을 오므렸다. 하지만 그런 태도와는 별개로, 바넷사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은 여전히 무뚝뚝했다. “크훗…왜 그럴 거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전 딱히 구원님과 몸을 섞는 게 처음도 아닙니다만.” 얘는 자기가 무조건 무뚝뚝해야한다고 강박관념이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이런 때마저 끝까지 이런 태도라니. 뭐, 이런 태도이기 때문에 오히려 중간 중간 흘리는 신음소리나 한숨소리 같은 게 귀엽고 섹시하게 느껴지는 면도 있지만. 아, 이거 말하면 무뚝뚝하게 안 굴려나? …아니. 그냥 경멸당할 뿐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 이 손은….” 촤악! 내가 바넷사의 손을 다정하게 쓰다듬으면서 은근슬쩍 긴장하는 바넷사를 놀리려고 했을 때, 갑자기 바넷사가 내 바지를 붙잡고 그대로 옆으로 찢어버렸다. “…….” “손 말입니까? 제 손이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 힘이 조금 과하게 들어갔군요. 하지만 제대로 벗겼습니다.” 이걸 대체 뭐부터 딴죽을 걸어야 될지…. 바넷사야. 일단 지금 그건 벗긴 게 아니라 찢은 거야. 넌 대체 내 옷을 몇 벌이나 찢어야 속이 시원한 거냐? 마침 내가 값싼 천 옷을 입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무튼 부끄러운 건 잘 알겠으니까, 그런 속마음을 숨기려고 내 옷을 찢는 건 그만둬라. 하고 싶은 말은 무진장 많았지만, 나는 그 말들을 입에 담는 일 없이 전부 마음속으로 꾸욱 눌러 담았다. 지금 이런 딴죽을 걸면 약해보이니까 말이다. 비록 바넷사가 꽤나 강수를 둬서 우위를 점하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주도권은 여전히 내게 있다. “그래. 고마워. 그럼 이왕 벗는 걸 도와준 김에, 이쪽 준비도 도와주지 않겠어?” 나는 바지와 팬티가 찢기면서 드러난 물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바넷사를 바라보고 뻔뻔한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그 물건은 마력을 돌려서 전혀 커지지 않은 상태였다. “…….” 바넷사는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내 물건에 고정시키더니, 가만히 바라보면서 침묵하기 시작했다. 얼굴은 여전히 알아보기 힘든 무표정이었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그 표정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거 자존심에 상처받은 표정이군. 얜 내가 마력으로 물건을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까지는 모를 테니까 말이다. 자신과 껴안기도 했고, 심지어 지금부터 그런 행위를 하려고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물건이 완전히 죽어있다는 건 꽤나 굴욕적인 일일 거다. “준비라니…어떤…으으읏!” 하지만 바넷사는 그런 속마음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 없이, 무뚝뚝하게 내게 질문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손으로 그 뿔을 잡은 순간, 바넷사의 무뚝뚝한 태도가 급변했다. 말 그대로 그냥 잡기만 한 건데도 불구하고, 바넷사는 마치 감전이라도 된 것처럼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게다가 표정도…. 오늘은 바넷사의 무표정이 깨지는 걸 꽤나 봤지만, 이렇게까지 표정이 풀리는 건 처음 봤다. 이거 완전히 얼굴 근육이 풀린 표정인데? 게다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무릎을 세우고 쪼그려 앉아있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마치 다리에 힘이 풀린 것처럼 바닥에 다리 전체를 붙이고 주저앉은 자세가 됐다. 그러니까 일명 금강좌라고 불리는 자세로 말이다. “거기는…거기는 안 됩니…으으응!” 바넷사는 힘없는 손짓으로 내 손을 뿔에서 떨어뜨려놓으려 했지만, 내가 그 뿔을 잡은 채로 살짝 손을 아래로 내리려하자 그대로 팔에 힘이 풀린 듯 팔을 축 늘어뜨렸다. 게다가 뿔이 잡힌 얼굴이 내 손이 이끄는 대로 그대로 아래로 내려오는 걸 보고, 나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설마 뿔이 약점이었을 줄이야. 혹시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 변장하고 다녔던 건가? 용의 뿔답게 단단해 보이는 모양새라서, 설마 여기가 약점이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알아낸 이상 써먹어주지 않으면 안 되겠지. 나는 그대로 뿔을 잡은 손을 쭉 내려서 바넷사의 얼굴을 내 고간 근처까지 가져갔다. “그럼 바넷사. 준비를 도와줄 수 있겠어?” “크흣…준비라니…역시 이런 겁니까….” “그래. 그리고 지금까지 매번 내가 너한테 봉사를 해줬으니까 말이야. 가끔은 네가 나한테 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봉사라고 하셔도, 딱히 제가 원해서 그랬던 게…크흥!” 뿔이 잡힌 덕분에 기세가 팍 꺾인 상태에서도 내 말을 정정하려 했던 바넷사였지만, 내가 그 뿔을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는 것만으로도 금방 섹시한 콧소리를 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싫어?” “…읏…으응….” “하아…. 지금 이 순간에도 디아나는 계속 구박받고 있을 텐데. 얼른 가서 구해주고 싶은데 말이야.” “큿….”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눈을 치켜떠서 날 노려보듯 바라보던 바넷사는, 결국 디아나의 이름을 듣는 순간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음을 깨달은 모양이다. 바넷사는 살며시 입을 벌리며 고개를 내 고간 쪽으로 더욱더 숙였다. “으응…처음이니…흐읏…잘은…못할 겁니다.” 그리고 내 물건이 그 입에 닿기 전에 그렇게 말하고는, 천천히 내 물건을 입에 담았다. 물론 힘없이 죽어있는 물건을 곧장 입에 담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때문에 바넷사는 우선 혀와 아랫입술을 이용해서 내 물건을 살짝 떠받히고, 천천히 내 물건을 입에 담는 방식을 택했다. 죽어있는 상태에서도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는 내 물건이기 때문에 바넷사는 그나마 편하게 내 물건을 입에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내 물건을 입 안으로 넣은 후, 바넷사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듯 한동안 그대로 가만히 멈춰서있었다. 아무래도 처음이라는 건 정말인 모양이었다. 집사란 결국 남한테 봉사하는 직업이니까 말이야. 어쩐지 이런 것도 잘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기는 하지만…그건 보통 집사나 메이드들의 경우고. 확실히 얘는 이런 거 안 할 것 같은 성격이기는 하다. 레벨이 높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는 분명 ‘디아나님을 보좌하기 위해선 실력을 길러야 해.’ 같은 이유로 레벨 업을 위해 의무적인 섹스를 한 게 전부겠지. 얘는 그런 이미지다. 하지만 그런 바넷사가, 지금은 이렇게 내 물건을 입에 담고 있는 거다. 물론 내가 약점인 뿔을 잡고 유도하기는 했지만, 완강히 거부하거나 하지 않은 걸 보면 바넷사도 내게 이 정도는 해줄 마음이 있다는 거 아니겠어? 그런 고로, 나는 바넷사가 이렇게 내 물건을 물고 있는 상황만으로도 이미 물건이 딱딱하게 설 것만 같았다. 물론 마력을 돌려서 막았지만 말이다. 지금 이 상황이 행복한 나와는 반대로, 바넷사는 반응이 없는 내 물건을 보고 조금 초초해진 모양이었다. 가만히 물건을 입에 물고만 있어서는 진전이 없을 거라는 걸 깨달았는지, 바넷사가 드디어 다음 행동에 돌입했다. “쭈으으으으읍….” 바로 내 물건을 강하게 빨아대기 시작한 거다. 사라보다도 조금 더 단련된 것처럼 보이는 겉모습답게, 바넷사는 힘이 장난이 아니었다. 볼을 홀쭉하게 오므리고 입을 진동상태로 만들며 빨자, 엄청난 흡입력이 내 물건을 팽창하게 만들었다. 뭐, 굳이 흡입력이 강하지 않더라도 그 바넷사가 이렇게 조금 천박해보일 수도 있는 모습으로 내 물건을 빨았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섰겠지만 말이다. 과연 나도 이런 모습을 보고 계속해서 마력으로 발기를 막으며 장난칠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입 안에서 내 물건이 완전히 발기하자, 바넷사는 그제야 내 물건을 뱉어냈다. 물론 커졌다고 해서 그대로 입을 떼어버리면 타액이 흘러내릴 건 자명한 일이었기 때문에, 바넷사는 내 물건 끝까지 자신의 입술을 오므려서 쪼오옥 하고 타액을 빨아낸 후에야 입을 뗐지만 말이다. “후읏…. 이걸로…준비는…읏…응음…구원님? 이게 무슨 짓입니까?” 그렇게 입을 뗀 후 살짝 흡족해하는 것 같은 무표정으로 준비 완료 선언을 하려했던 바넷사지만, 나는 다시 한 번 뿔을 잡은 손을 아래로 내려서 바넷사의 입술에 내 물건 끝에 닿게 만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대로 끝내기는 뭔가 아쉽잖아? “조금만 더 하자. 내가 해줄 때는 이 정도가 아니었잖아? 응?” “그러니까 그건 전부 구원님이 스킬을…으음…응….” 바넷사는 처음에는 입을 꾹 다물어서 내 물건을 막았지만, 그런 방어태세는 얼마가지 않았다. 그 부드러운 입술 틈 사이를 가르고 물건 끝으로 마치 칫솔질이라도 하듯 바넷사의 앞니를 문질러주자, 바넷사는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천천히 입을 벌렸다. 여전히 뭔가 반응이 무뚝뚝하기는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얘도 날 좋아하는 거니까 말이야. 이정도 억지는 들어줄 거란 내 계산이 들어맞았다. “그럼 바넷사. 한 번 아까처럼 해볼래?” “으음? 쭈으읍….” 내 부탁에 바넷사는 살짝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시키는 대로 입안을 진공상태로 만들어서 내 물건을 빨아들여줬다. 아무래도 바넷사에게 있어 이 진공 펠라는, 어디까지나 진공상태를 이용해 내 물건을 커지게 하기 위한 행위였을 뿐, 이걸로 기분이 좋았을 거라곤 생각지 않았던 모양이다. 하지만 바넷사. 이거 실은 엄청 기분 좋은 행위라고. “으읍?!” 바넷사가 입안을 진공상태로 만든 후에, 나는 비어있던 나머지 한 손마저 바넷사의 뿔을 붙잡았다. 그렇게 두 손으로 바넷사의 뿔 두 개를 각각 붙잡은 후, 나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서 바넷사의 얼굴이 앞뒤로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래. 일명 펠라 핸들이라고 불리는 녀석이다. 솔직히 말해서 입으로 계속해주길 바란 건 이걸 해보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었다. 물론 그 바넷사가 입으로 해준다는 사실에 흥분한 것도 거짓말은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말이야. 뭔가 로망이 느껴지잖아? 이거, 원래 있던 세계에선 절대 경험할 수 없는 행위라고. “으읍! 음! 쭈읍! 흐음!” 민감한 뿔이 만져지고 있는 것에 더해, 진공 상태가 된 자신의 입이 마치 자위 도구처럼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상당히 부끄러워진 모양이었다. 게다가 진공 상태의 입에서 내 물건이 빠질 때마다 자연스럽게 ‘뽁. 뽀복.’ 하고 틈 사이로 공기가 들어가는 천박한 소리까지 들리니, 더더욱 부끄럽겠지. 바넷사는 내 손이 조종하는 것에 따라 고개를 앞뒤로 움직이면서 눈을 치켜뜨고 날 노려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안은 진공상태로 계속 유지해주는 바넷사였다. 사랑한다. 바넷사.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75==================== 집사의 본심 비록 바넷사 스스로 말한 대로 기교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 펠라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엄청난 쾌감을 느낄 수 있었다. 기교는 없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아프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빨아들이는 흡입력이 아이언 페니스가 발동된 내 물건에 딱 맞는 자극을 선사해줬고, 무엇보다도 정신적인 쾌감이 엄청났다. 안 그래도 무뚝뚝한데다가 요즘 들어서는 거의 날 무시하던 그 바넷사가, 지금은 이렇게 눈을 치켜뜨고 상스럽게 보일 정도로 볼을 홀쭉인 채 입으로 내 물건을 봉사하고 있는 거다. 그리고 나는 그런 바넷사의 뿔을 펠라 핸들로 사용하면서 마치 자위도구라도 사용하는 것처럼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딱히 사디스트라든가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에서 흥분하지 않을 남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크윽! 바넷사!” 바넷사의 얼굴이 위아래로 몇 번이나 왕복하자, 나는 결국 사정을 참을 수 없게 됐다. 나는 욕조에 앉은 자세 그대로 상체를 뒤로 젖히고 허리를 앞으로 강하게 내밀면서 동시에 두 손으로 잡고 있던 바넷사의 뿔을 내 고간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그리고 바넷사의 입술이 내 물건의 뿌리부분까지 강하게 감싸게 된 타이밍에, 그 목까지 깊숙이 들어간 내 물건이 폭발했다. “우으읍! 크흡! 읍! 크흣! 응읏….” 안 그래도 입으로 하는 게 처음이라고 했던 바넷사는, 내 물건이 목까지 파고들어가자 눈가에 눈물을 고이며 한쪽 눈썹을 살짝 찡그렸다. 그리고 내가 사정을 하자, 홀쭉했던 볼이 빵빵하게 부풀어 오름과 동시에 바넷사의 목에서 꿀꺽꿀꺽 소리가 났다. 내 물건을 뿌리까지 물고 한쪽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눈가에 눈물을 고인 채 눈을 치켜떠서 날 올려다보는 바넷사의 얼굴은 상당히 섹시하게 보였다. 게다가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볼이 살짝 귀여운 느낌마저 심어줘서, 지금의 바넷사는 그야말로 완벽하기 그지없었다. 원래부터 미인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집사복에 감싸인 그 볼륨 있고 탄탄한 몸매가 섹시하다고 생각도 했지만, 설마 얘가 귀여워 보이는 날이 올 줄이야. 강하게 붙잡고 있던 뿔을 살살 쓰다듬어주자, 몸을 숙이고 내 물건을 뿌리까지 입에 담느라 상대적으로 위를 향하게 된 그 엉덩이가 좌우로 움찔움찔 떨리는 것이 보였다. 물론 상당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기다란 원뿔 모양의 두꺼운 꼬리도 마찬가지로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체감시간상 꽤나 길게 느껴진 사정이 끝나고 흥분이 살짝 식자, 나는 그제야 자신이 한 일을 깨달았다. 입으로 하는 게 처음이란 애 입에다가 뿌리까지 박아버리다니. 그것도 강제로. 이건 내 물건에 익숙한 우리 애들도 꽤나 힘들어하는 건데 말이야. 지나치게 흥분하는 바람에 살짝 정신이 나가는 바람에 너무 과하게 행동해버렸다. 그나마 바넷사의 반응이 그다지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는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 사실은 상당히 고통스러운데, 평소에도 철가면을 뒤집어쓴 것 같이 무표정을 유지하는 애라서 겉으로 많이 티를 내지 않는 것뿐일지도. “으악! 미안! 바넷사! 괜찮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후 황급히 바넷사의 상태를 확인하는 나였지만, 당황하는 나와는 다르게 정작 바넷사 자신은 무척이나 침착했다. “하아…흣…응…읍…쭈우우웁…흐읍. 큽…응읏…하아…. 하앗….” 입안에 있는 정액들을 적당히 삼킨 후 내 물건에서 입을 떼고 호흡을 가다듬으려고 했던 바넷사는, 그렇게 입을 떼면 내 물건이 정액이나 자신의 타액으로 더러워진 상태가 된다는 걸 깨달았다는 듯 살짝 말랑말랑해진 내 물건을 다시 뿌리까지 집어삼켰다. 그리고는 입술을 꽉 오므린 후 아까처럼 입안을 강하게 진공상태로 만들어서 내 물건을 강하게 빨면서 쭈우욱하고 고개를 뒤로 뺐다. 강하게 자극을 받은 내 물건이 중간에 다시 커져버리는 건 살짝 예상 외였던 모양이지만, 아무튼 바넷사는 그렇게 침착한 태도로 내 물건을 깔끔하게 뒤처리를 하고는 드디어 입을 뗐다. “하앗…하앗…안 괜찮습니다.” “미안. 바넷사가 너무 예뻐서 그만 흥분으로 이성을 잃어버렸어.” “큿…! 저, 저도 구원님께 그런 경험이 있으니, 이 일은 비긴 걸로 하죠.” “응? 내가 너무 멋져서 이성을 잃은 적이 있다고?” “지, 지나치게 흥분해서 이성을 잃은 적이 있다는 뜻입니다!” 내 솔직한 사과에 목소리를 살짝 떨면서도 비교적 쿨하게 반응해주는 바넷사였지만, 이어지는 추가타에는 결국 부끄러움을 다 참지 못했는지 살짝 언성을 높였다. “그렇게 강하게 부정할 필요 없지 않냐? 나 멋지다고 생각 안 해?” “자신감이 지나치…큿!” 그러니까 이제 와서 쿨하게 반응하려고 해봤자 소용없다니까. 나한테 자기가 먼저 고백까지 한 주제에 이제 와서 시치미를 떼기는. 대답하는 바넷사의 얼굴에 내가 고개를 바짝 들이민 후 혀로 그 입술을 살짝 핥아주자, 바넷사의 몸이 또 다시 바르르 떨렸다. “내 자신감이 뭐 어쨌다고?” “…저, 전 구원님을 좋아하니 이럴 뿐입니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바넷사야. 너 지금 겉보기만 무뚝뚝해 보이지 속은 상당히 패닉상태인 모양이다? 그런 말을 반론이라고 늘어놓다니 말이야. “다른 사람들 눈에 어떻게 보이는 지는 아무래도 좋아. 결국 넌 내가 멋져 보인다는 거잖아.” “으읏…! 사, 사정도 하셨으니 이제 사도 임명부터 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내가 그렇게 지적한 후에야 바넷사도 자신의 말이 반론이 안 된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게다가 내 말 자체가 부끄럽기도 했는지, 바넷사는 황급히 말을 돌리려고 했다. 그 와중에도 시선을 피하지 않는 건 그냥 본능인 건지 아니면 오기인 건지. 그런 바넷사가 상당히 귀여워 보여서,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입에다 해서는 사도 임명 못하는데?” “하?” 그리고 그런 날 보고, 바넷사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그냥 살짝 안광을 강하게 빛낸 것뿐이지만, 평소에는 항상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박력이 상당했다. 그런가. 바넷사가 그렇게 입으로 열심히 해줬던 건, 이게 끝나면 디아나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던 건가. 뭐, 그런 이유 때문만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흐으읏!” 나는 바넷사의 바지 안으로, 그리고 속옷 안에까지 손을 집어넣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내 스킬에 당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딱히 애무를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손끝에 만져지는 음부는 이미 흠뻑 젖어있는 상태였다. “걱정 마. 네 덕분에 아직도 팔팔한 상태니까. 당장이라도 할 수 있어.” “으응…그, 그건 그런 의도로….” “알아. 그래도 기분 좋았어.” “크흣…그러니까, 거, 거기는…으응읍!” 자신은 어디까지나 깨끗하게 했을 뿐이다. 아마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모양이지만, 바넷사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내가 다시 한 쪽 뿔을 잡아서 어루만지며, 그 얼굴을 내 얼굴 쪽으로 바짝 끌어당긴 후 키스를 했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키스에 상당히 놀란 듯, 지근거리에 보이는 바넷사의 다이아몬드 모양의 예쁜 눈이 동그랗게 커지는 게 보였다. 멍하니 입을 벌린 채 딱딱하게 굳어져서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는 바넷사의 입 안에 혀를 넣고 혀끝으로 그 혀를 톡톡 건드려주자, 그제야 바넷사는 움찔하고 몸을 떨면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내 혀 끝에 닿아있는 바넷사의 혀가 어색하게 움직이며 내가 했던 것처럼 혀끝으로 내 혀를 톡톡 두드리는 게 느껴졌다. 나는 그런 바넷사의 반응이 사랑스럽게 느껴져서, 나는 뿔을 잡고 있지 않은 나머지 한 손으로 그 허리를 끌어당겨서 아예 상체를 내게 바짝 밀착시킨 상태를 만든 후 계속해서 키스를 했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키스할 때 혀는 이런 식으로 움직이는 거라고 알려주듯이 그 혀를 살짝 휘감기도 하고, 잇몸이나 입천장 같은 곳을 자극하기도 하면서. “응흐읏…하앗…음…쪼옥…하앗…흐읏….” 바넷사는 여전히 어색하게 반응하면서도, 내 혀의 움직임을 따라하려는 듯이 천천히 그 혀를 움직였다. 동그랗게 커졌던 눈은 이제는 살짝 물기를 띄면서 멍하게 풀리는 것처럼 보였다. 입으로는 그렇게 키스를 계속하면서, 나는 바넷사의 허리를 감싸 안은 손을 천천히 내렸다. 일자로 곧게 패인 허리 근육 사이를 손끝으로 쭈욱 훑으면서 아래로 내려가, 근육과 지방이 환상적인 비율로 조화를 이루며 모양이 잘 잡힌 멋진 엉덩이에…. “흐으읍!” 닿기 전에 먼저 두꺼운 꼬리에 손이 닿았다. 그리고 내 손이 꼬리에 닿는 순간, 바넷사가 살짝 내 혀를 깨물었다. 깜짝 놀라는 바람에 자기도 모르게 힘이 잔뜩 들어간 건지, 아릿한 통증과 함께 혀끝에서 살짝 피맛이 느껴졌다. “읏…! 죄송합…으음…쪽….” 바넷사도 내 혀에서 피가 난다는 걸 깨달은 듯 황급히 입을 떼고 사과를 하려고 했지만, 나는 한 번 피식 웃어주며 그 뿔을 달래듯이 살살 쓰다듬어 주고는 다시 그 얼굴을 끌어와 키스를 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꼬리를 살살 어루만져 주자, 바넷사의 몸이 바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런가. 얜 뿔만 민감한 게 아니라 꼬리도 민감한 건가. “흐읏…하앗…읏…크흣….” 뿔과 꼬리를 천천히 쓰다듬듯 어루만져주자, 바넷사는 섹시하게 눈썹을 찌푸리면서 콧소리를 흘렸다. 게다가 그런 와중에도 아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는 않겠다는 듯, 필사적으로 입을 벌리고 있어서 더욱더 섹시하게 느껴졌다. 내가 살짝 입을 떼고 바넷사의 얼굴을 바라보자, 바넷사는 입을 벌린 상태에서 혀만을 간신히 내밀고 혀를 파르르 떨고 있는 모습이었다. 입가부터 턱 끝까지 거품 하나 없는 물 같은 타액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넷사는 그런 자신의 모습에 신경 쓸 여유가 없어보였다. “민감하네.” 나는 혀를 내밀어서 바넷사의 턱 끝부터 그 타액을 쭈욱 훑어 올린 후, 다시 그 입으로 돌아가 가볍게 키스를 해준 후 놀리듯 말했다. “크흐읏…거, 거기는…평소에 닿은 적이 없으니…흐읏!” 아, 과연. 그런 건가. 솔직히 뿔이랑 꼬리가 민감한 부위라는 건 좀 이상하다 싶었는데, 그런 이유라면 납득이 된다. 평소에는 감추고 살아서 어디 닿을 일이 없는 만큼, 이렇게 만져지는 것에 내성이 없는 거다. 눈에 살짝만 뭐가 닿아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인 걸까? 하지만 이렇게 될 정도라니. 얜 대체 평소에 이 모습을 얼마나 안 드러내고 다니는 거야? 아니. 확실히 뿔과 꼬리를 드러내놓고 있는 모습을 평소엔 전혀 못 보기는 했지만 말이야. 혹시 잘 때도 뿔이랑 꼬리는 감추고 잔다든가? 뭐, 나로선 잘된 일이지만 말이야. 덕분에 이렇게 무방비한 바넷사의 모습도 볼 수 있게 된 거고. 하지만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바넷사와 마찬가지로, 나 역시도 어서 디아나를 위기에서 구하고 싶으니까 말이다. 자신도 사실 썩 좋지만은 않을 텐데도 불구하고 바넷사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해주고 있는 거다. 얼른 도와주지 않으면.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어서 빨리 바넷사에게 사도 인장을 새겨야 한다. 나는 계속해서 바넷사에게 키스를 하면서, 꼬리를 만지던 손을 살짝 올려서 그 바지에 손가락을 걸었다. 하지만 바지를 벗기기 전에, 나는 문득 아까 생각했던 의문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얜 지금 바지를 입고 있는데, 이렇게 큼지막한 꼬리가 튀어나와있단 말이지. 그 말은 즉…. 나는 다시 손을 내려서 바넷사의 꼬리의 뿌리 부근을 천천히 더듬어봤다. “흐으으읏!” 바넷사는 그 감각이 참을 수 없는 건지 또 내 혀를 깨물 뻔 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꼬리의 뿌리 부분을 따라 천천히 손끝으로 훑었다. 그러자 예상대로, 그 동그란 원을 따라 바지가 찢어진 것 같은 감촉이 느껴졌다. 이건…써먹을 수 있을 지도. 나는 바지를 벗기고 삽입을 하려 했던 계획을 곧장 수정하기로 했다. “바넷사. 뒤로 돌아볼래?” “흐읏…크흥…하앗…하앗…아, 알겠…습니다….” 내가 입을 떼고 부탁하자, 바넷사는 살짝 풀린 눈으로 날 바라보고 거친 숨을 내쉬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말투만큼은 어떻게든 무뚝뚝한 느낌을 유지하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으아…늦어서 죄송합니다. 다 써놓고 12시까지 기다리다가 그만 잠들었네요. 576==================== 집사의 본심 천천히 몸을 뒤로 돌린 바넷사는 지금부터 하려는 짓을 잘 알고 있다는 듯 자세를 취했다. 우선 옆으로 허물어져있던 다리를 모아서 무릎을 꿇고, 상체를 숙여서 두 손은 욕조의 끄트머리를 잡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허리를 활모양으로 만들 듯 아래로 내리자, 자연스럽게 그 엉덩이가 살짝 위를 향하며 내밀어지게 됐다. 완벽한 자세다. 설마 그 바넷사가 내가 뒤에서 박아줄 걸 기대하면서 스스로 이런 자세를 취하고 기다릴 날이 오다니. 나는 흡족한 마음으로 바넷사의 엉덩이를 바지 위로 살살 쓰다듬으며 말을 했다. “그럼 바넷사. 꼬리를 없애볼래?” 하지만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순종적이었던 바넷사의 태도가 급변했다. “읏! 그,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바넷사는 언제 후배위 자세를 취했냐는 듯 황급히 다시 뒤를 돌아 날 바라보고는, 거의 멱살을 잡을 기세로 말했다. 말하는 기세도 기세지만, 어딘가 필사적으로 보이는 그 모습에 나는 살짝 당황하고 말았다. “뭐, 뭐가?” “당신도…! 당신도 결국 제 이 모습이 싫은 겁니까?! 추한 겁니까?!” 살짝 물기마저 느껴지는 그 말투에, 나는 스스로가 바넷사의 역린을 건드렸음을 깨달았다. 그런가. 그러고 보니 전에도 언젠가 한 번 나한테 자기 용인족 상태가 된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을 한 적이 있었지. 그땐 그냥 자기 예쁜 거 알면서 놀리는 건가 싶었는데, 설마 그게 아니었던 건가. 얘 혹시 진짜로 자기 용인족 상태를 추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너 방금 전까지 내가 그 모습인 너랑 키스하고 뿔이랑 꼬리랑 막 만지고 한 건 기억 안 나냐?” 당장 오해를 풀 필요성을 느낀 나는, 방금 전 행위를 상기시키듯 두 손으로 두 뿔들을 덥석 잡아 얼굴을 내 쪽으로 당기며 말했다. “흐응!” “이게 진짜 예쁘다는 소리 듣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나. 그래! 너 예쁘다! 엄청 예쁘다고! 됐어?! 어차피 서로 좋아한다고 밝혀지기까지 한 마당에 이제 와서 이런 소리 좀 한다고 부끄럽지도 않거든 이것아?!” 화를 내는 애한테 도리어 화를 내는 건 좋은 대화방법이 아니긴 하지만, 이렇게 오해를 하고 있는 애한테 오해를 풀어주기 위한 방법으로는 무척이나 효과적이기도 하다. 내가 살짝 언성을 높이며 몰아붙이자, 바넷사도 내가 자신의 용인족 모습을 예쁘다고 생각한다는 걸 깨달았는지, 아까보다 살짝 기세가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흐읏…그, 그럼…꼬리를 없애라는 건 뭡니까.” 아니. 그냥 약점인 뿔을 잡혀서 기를 못 쓰고 있는 것일 뿐인지도 모르겠지만. 뭐, 어찌됐든 오해를 풀 자신이 있는 나로서는 잘 된 일이었지만. “아니. 너도 방금 전에 그런 자세까지 취했으니까 내가 뭘 하려고 했는지 알 것 아니야.” “그, 그것과 꼬리가 대체 무슨 상관이…흣…있다는 겁니까?” “얘 진짜 나한테 헤롱헤롱 거리느라 머리가 안 돌아가나. 야. 생각을 해봐. 꼬리가 있으면, 바지를 말이야.” “아…. 읏…잠깐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뿐입니다. 헤롱헤롱 거리기는 누가…으읏!” 내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겨우 바넷사도 내가 꼬리를 없애라고 했던 이유를 깨달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오해가 풀리고 나서야 내가 한 말을 부정하려는 듯 강한 척을 하는 바넷사였지만, 뿔을 살살 쓰다듬어 주자 또 다시 말을 끝까지 내뱉지는 못했다. 음. 역시 나한테 헤롱헤롱 거리는 게 맞는 모양이군. “알았으면 다시 뒤로 돌아봐.” “으응…흣….”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바넷사는 다시 뒤로 돌아서 아까와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그동안 나는 당연히 그 뿔에서 손을 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로 돌자 보이는 바넷사의 꼬리는 빳빳하게 세워져서는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마치 기분 좋다는 듯이 말이다. 용인족 모습을 예쁘다고 해준 게 그렇게 기분이 좋은 걸까? 솔직히 길에 나가서 아무 남자나 붙잡고 물어봐도 백이면 백 예쁘다고 할 것 같은데 말이야. 얜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신의 그 모습이 예쁘지 않다고 느끼는 걸까? 그런 의문이 살짝 들었지만, 지금은 그 걸 알아보기보다 먼저 우선시해야할 일이 있었다. “그럼 바넷사. 알지? 아, 할 수 있으면 꼬리만 없애면 돼. 뿔이나 그런 건 그냥 나둬도 상관없어. 아니. 할 수 있으면 놔둬주세요.” “훗….” 난 네 용인족 모습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 그런 생각을 팍팍 티내기 위해서 존댓말까지 써가며 그렇게 장난스럽게 말하자, 또 한 번 바넷사의 꼬리가 바르르 떨림과 동시에 피식하고 웃는 소리가 들렸다. 어? 설마 얘 지금 웃은 거야? 왜 하필 뒤를 돌아 있을 때에! 웃는 얼굴 못 봤잖아! “바넷사. 뒤로 돌아서 다시 한 번 웃어….” “그렇게까지 부탁하시니 어쩔 수 없군요. 꼬리만 없애겠습니다.” 야! 지금 그런 부탁하고 있는 게 아니잖아! 아니. 분명 그 부탁도 하기는 했지만! 살짝 웃음기가 느껴지는 바넷사의 대답. 하지만 여전히 고개는 정면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표정이 전혀 보이지 않았지만. 그리고 그 대답과 동시에, 아무런 전조도 없이 바넷사의 꼬리가 점점 크기를 줄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꼬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자, 그 자리에는 역시나 내가 예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 나타났다. 나는 앞으로 벌어질 일이 꿈이 부풀어 오르는 기분이 들어서 무척이나 흥분이 됐다. 말했다시피, 바넷사의 꼬리는 무척이나 두꺼웠다. 레이아도 제법 두툼한 꼬리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복슬복슬한 털에 둘러싸여있기 때문이다. 털이 젖어서 꼬리뼈에 착 달라붙게 되면, 실제 두께는 보기보다 그리 두껍지 않다는 걸 나는 이미 몇 번이나 확인했었다. 젖은 꼬리로 내 물건을 몇 바퀴나 휘감은 다음 위아래로 쓰다듬어 주는 거 엄청 좋았지…다음에 또 해달라고 하자. 아무튼 그런 레이아의 꼬리와는 달리, 바넷사의 꼬리는 탄탄한 비늘로 감싸여져 있었다. 게다가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뾰족한 모양새라고는 하지만, 뿌리 부분만 보면 털에 뒤덮인 레이아의 꼬리보다도 훨씬 두꺼울 정도의 두께를 자랑하고 있는 꼬리였다. 그리고 그런 꼬리가, 바지를 뚫고 나와 있다가 사라진 거다. 그러니 지금 내 눈앞에 어떤 광경이 펼쳐지고 있을지, 쉽게 예상이 가지? 그래. 커다랗게 뻥 뚫린 구멍 사이로, 바넷사의 새하얀 엉덩이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게다가 자세가 엉덩이를 위로 치켜들고 있는 자세이기 때문에, 원래라면 꼬리로 인해 뚫린 구멍 사이로는 보이지 않을 곳마저 보이고 있었다. 바넷사도 시원하게 드러난 구멍 사이로 맨살에 공기가 닿는 게 느껴지는지, 이 자세가 부끄럽다는 듯 살짝 엉덩이를 좌우로 떨었다. 나는 그런 바넷사의 허리에 팔을 감아서 벨트 앞부분과 바지 앞섶을 풀고는, 그 바지와 속옷을 한꺼번에 잡아서 살짝 아래로 내렸다. 많이 내릴 필요도 없이, 딱 5센티미터 정도만. 그렇게 바지를 내렸지만, 내가 생각했던 광경이 바로 펼쳐지지는 않았다. 아까 손을 집어넣어 확인했던 대로 이미 질척질척하게 젖은 그 음부는, 속옷과 바지의 가랑이 부분을 애액으로 찰싹 달라붙게 하고 있었던 거다. 꼬리 구멍으로 손을 넣어서 바지 위로 음부의 도톰한 살 모양이 드러나 보일 정도로 착 달라붙은 그 바지와 속옷을 살짝 떼어내자, 그제야 내가 아까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광경이 눈앞에 펼쳐지게 됐다. 꼬리 구멍 사이로 엉덩이뿐만 아니라 바넷사의 핑크빛 음부까지 확실히 그 모습을 드러내게 된 거다. “구, 구원님…?” 그런 내 행동에 위화감을 느낀 듯, 그제야 바넷사가 살짝 고개를 돌리며 내 쪽을 바라봤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지? 설마 얜 내가 그대로 바지를 완전히 벗길 거라고 생각한 건가? 그럴 리가 없잖아? 이렇게 편리한 구멍이 나있는데 뭣 하러 귀찮게 전부 내리겠어? 나는 아까 전 바넷사가 입으로 해줬을 때부터 빳빳하게 세워져 있던 물건의 끝을 바넷사의 음부에 조준하고, 그대로 허리를 강하게 앞으로 내밀었다. “바지를…크흐으읏!” 뭔가 말하려 했던 바넷사는, 삽입하는 순간 섹시한 콧소리를 흘렸다. 아마 예전에 나랑 했던 게 마지막이었을 테니, 바넷사로서는 정말 오랜만의 삽입일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성장한 상태였다. 실비아는 특이 케이스니까 예외로 치더라도, 굳이 스킬을 쓰지 않아도 아마 바넷사와 비슷한 레벨일 마틸다까지 느끼게 만들 수 있을 수준이 됐으니까 말이다. 최후의 자존심까지 사용해가며 겨우겨우 바넷사는 절정에 이르게 만들 수 있었던 그때의 나와는 전혀 다르단 거다. “어때? 오랜만의 삽입은? 이렇게 넣고 있는 것 만으로도 기분 좋지?” “크흥…큿…흐으읏….” 내 짓궂은 질문에도 불구하고, 바넷사는 제대로 된 말도 하지 못하고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아니지. 그럼 안 되지, 바넷사. 보처럼 이렇게 등을 섹시하게 활모양으로 만들고 있는 거니까, 고개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면. 나는 손을 뻗어서 그 턱을 짚어 올리려다가…문득 굳이 힘들게 턱을 잡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얘는 뿔이 있잖아. 성행위에서 뿔이 갖는 이점은, 펠라 핸들이 된다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두 손으로 바넷사의 뿔을 잡아서 고개를 들게 만들었다. “흐읏! 크흐읏! 하읏!” 안 그래도 오랜만의 삽입에 어쩔 줄 몰라 하던 바넷사는, 민감한 뿔까지 만져지자 거의 이성을 잃어가는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도 최대한 목소리를 죽이며 낮은 신음만을 흘리는 점은, 과연 바네사라고 할까. 하지만 모처럼 서로 좋아한다고 밝히고 하는 거다. 이래선 재미가 없지. “바넷사. 대답해. 기분 좋아?” “크흣…기, 기분…좋…습니다….” 내가 이번엔 살짝 명령조로 그렇게 질문하자, 바넷사는 뿔이 잡혀서 고개를 숙이지도 못한 채로 달뜬 호흡을 내뱉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럼 좀 더 기분 좋은 소리를 내는 게 어때? 이렇게 참지 말고 말이야.” “흐읏…따, 딱히, 참은 건…하아앙!” 또. 또. 성격이 이래서 더 부끄러워하는 건지, 아니면 자긴 정말로 참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지. 또 다시 강한 척을 하려고 했던 바넷사였지만, 내가 살짝 허리를 한 번 뒤로 뺐다가 앞으로 강하게 밀어치자 결국 그 입에서 달콤하고 새된 신음소리가 흘러나오게 됐다. “응? 지금 뭐라고 말하려고 했지? 다시 한 번 말해보겠어? 응? 응?!” “크흐응! 하앙! 흐아앙! 흐읏! 크흐으응!” 내가 여전히 뿔을 잡은 채로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자, 바넷사는 거의 짐승과 같은 신음소리를 내지르면서 쾌감에 허덕였다. 실은 허리를 강하게 움직이면서도 뿔을 잡힌 바넷사의 고개가 꺾여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쪽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었지만, 다행이도 그 걱정은 없어보였다. 용인족의 특징인 건지, 아니면 바넷사의 레벨이 높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바넷사는 전혀 고통스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로지 쾌감만을 느끼며 허덕이고 있을 뿐이었다. 바넷사가 이렇게까지 이성을 잃고 허덕이는 건, 전에 바네사가 용인족 모습까지 되면서 흥분했던 이래로 처음…앗. 그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어서, 엉덩이뼈 쪽으로 모습을 감췄던 바넷사의 꼬리가 점점 더 돋아나고 있었다. 물론 바지를 살짝 내린데다가 원래 꼬리가 나있던 구멍에 삽입까지 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바지에 난 구멍만으로는 살짝 공간이 부족했다. 점점 크기를 늘려가는 꼬리를 보고 살짝 당황한 나였지만, 다행이도 내가 걱정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체 얼마나 꼬리가 튼튼한 건지, 원래 있던 구멍 위쪽을 더 찢으면서 꼬리가 완전히 드러난 거다. 꼬리는 그대로 내 상체를 거쳐 어깨 너머로 축 늘어지듯 기대어지면서, 내가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자신이 얼마나 쾌감을 느끼는지 알려주듯 바르르 떨렸다. “크흥! 하응! 흣! 크흣! 크흐으으으으응!” 그리고 꼬리가 내 몸에 문질러지는 것에 의해서, 안 그래도 쾌감에 허덕이던 바넷사는 더욱더 지독한 쾌감에 휩싸이게 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넷사는 음부를 꾸우욱 조이고 짐승 같은 신음성을 길게 내지르며 그대로 절정에 달하게 됐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77==================== 집사의 본심 그런 바넷사의 감촉을 최대한 느끼듯 허리를 움직이기 수차례. 바넷사가 느끼고 있는 절정의 여운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나 역시도 바넷사의 안에 그대로 사정을 하게 됐다. “크흥…흐읏…응….” 섹시한 콧소리를 내며 다시 한 번 몸을 바르르 떠는 바넷사를 바라보면서, 나는 드디어 사도 임명을 할 준비를 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곧바로 사도 임명을 하다니. 다른 애들에 비해서 상당히 진도가 빨리 나가는 게 되어버리기는 하지만, 이것도 다 디아나를 위해서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바넷사가 느끼는 절정의 여운이 끝나기를 기다린 후, 그 몸에서 힘이 빠지며 욕조에 축 늘어지게 되는 타이밍을 노려 사도 임명을 발동했다. …….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응? 잠깐만. 정말로? 진짜로? 리얼리?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나는 살짝 패닉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게, 방금 전에 사정을 하고 곧장 발동을 한 거다. 정기를 흡수하는 레이아 조차도 이정도 시간 안에는 사도 임명이 가능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사도 임명이 발동하지 않는 다는 건, 나머지 한 가지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말밖에 안 되잖아.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좀 빠르다고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야. 하지만 말이야. 그 바넷사라고? 그 바넷사가 존경해 마지않는 디아나의 경고도 무시하고, 그 남편 될 사람한테 고백한 거라고? 대체 얼마나 좋아했으면 그런 결단을 내리게 됐을지, 대충 상상이 가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될 줄 알았다고! 설마 호감도 100이 안 돼서 사도 임명을 못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디아나도 탐탁지 않아할 걸 뻔히 알면서도 얘가 디아나를 배신하고 이렇게 행동하는데, 대체 얼마나 큰 용기가…잠깐. 만약 그 전제가 잘못된 거라면? 얘는 딱히 디아나를 배신하지도 않은 거라면…아니. 애초에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면…. 아니.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 왜 이런 행동을? 설마 내가 디아나에게 어울리는 남자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떠봤다든가? …가능성이 있어. 디아나에게 철대 충성하는 이 집사 녀석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하앗…후우…응…구원님?” 멍하니 정신줄을 놓고 있는 날 보고 위화감을 느낀 건지, 절정의 여운에서 간신히 벗어난 바넷사가 몸을 일으켜서 날 마주보려다가…사도 임명을 위해선 계속 삽입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건지 다시 엉덩이를 내 치골 쪽에 바짝 밀착시키며 섹시한 소리를 낸 후, 고개만 뒤로 돌려서 날 쳐다봤다. 원래라면 그런 바넷사의 섹시한 행동에 기분이 엄청나게 업되야 정상이겠지만, 지금의 나로선 도저히 그런 기분이 될 수 없었다. “날…사랑하지 않는 거야?” “…하?” 내 중얼거림을 듣고, 바넷사는 한쪽 눈썹을 살짝 찌푸리면서 그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사도 임명, 발동 조건이 날 사랑하는 건데, 발동이…날 사랑하지 않는 거지?! 날 속였어?!” “뭣…! 아닙니다! 사, 크윽…! 사랑합니다!” 내 외침에 바넷사는 깜짝 놀라서는 몸을 일으켜 내 물건을 빼고 정면에서 날 바라봤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내 팔을 강하게 잡고, 살짝 부끄러워하면서도 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강한 어조로 확실하게 사랑을 고백했다. 그런 바넷사의 강한 사랑 고백을 듣고 나니, 나도 살짝 패닉 상태가 진정되는 게 느껴졌다. 바넷사. 팔에 피가 안 통하는데 좀 놔주면 안 될까? 아, 아니. 이게 아니지. 그래. 아무리 그래도 사랑 고백까지 거짓말은 아닐 거야. 나한테 애무만 받아도 디아나에게 엄청 죄책감을 느끼던 애가 섹스까지 했고, 무엇보다 키스도 했잖아. 그리고 아까 전에 방에서 디아나가 사과하던 모습을 생각해보면, 역시나 바넷사는 날 좋아하는 게 맞긴 할 거야. 하지만 그렇다면 대체…아, 잠깐만. 그렇다면 혹시…. “누구보다도?!” “…아뇨. 그건….” 그리고 예상대로, 이어지는 내 질문에는 바넷사도 살짝 말을 흐리면서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역시나! 역시나 그런 거였어! 사도 임명의 조건은 호감도 100. 물론 이 세계는 게임이 아니라 현실인 만큼 그 기준조차 정확하지 않은 상태지만, 게임에서 통용되던 법칙이 전부 통용되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게임 기준으로 설명하자면 이미 누군가에게 최고로 호감을 느끼고 있는 상태인 인물의 호감도를 최대치로 올리기란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아니.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들어가는 수고가 장난 아니라고 할까?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하는 상태처럼 보여도, 정작 호감도를 확인해보면 99에서 멈춰있는 경우가 있을 정도니까 말이지. 그리고 방금 보인 바넷사의 반응을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내 예상은 들어맞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는 마음속에서 넘실넘실 흘러나오는 질투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오늘, 그것도 방금 전에 고백을 한 사이인 바넷사에게 이정도로 질투를 느낀다는 게 스스로도 조금 웃기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어쩌겠어? 난 이런 성격인걸. 게다가 이제 완전히 내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사도 임명을 하려다가 실패한 바람에, 더더욱 질투심을 심하게 느낀 건지도 모른다. “날 제일 사랑하니까 고백한 거 아니었어?! 어떤 새끼야! 대체 어떤 새끼가 나보다 더 좋은 건데?! 콱 모가지를 잡아다가….” “디아나님입니다.” “확 끌어안고 키스해줘야지! 역시 우리 예쁜 디아나야! 모두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니까!” 휴우. 위험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어. 그만 질투에 눈이 돌아가서 해선 안 될 발언을 할 뻔했잖아. 아니. 보통 말이야. 남자라고 생각하잖아? 다행이도 중간에 말을 잘 바꿔서 회피한 나였지만, 바넷사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바넷사는 마치 고백하기 전에 날 대하던 것처럼 차가운 눈으로 날 지그시 바라봤다. 이대론 위험하겠군. 나는 황급히 화제를 바꿀 필요성을 느꼈다. 그리고 이런 방면에서 난 인정받은 천재였다. “애초에 말이야! 디아나라니! 너 레즈비언이었어?!” “뭣…! 아닙니다!” “거짓말! 그럼 어떻게 그 타이밍에 디아나의 얘기가 나와?!” 솔직히 말하자면, 살짝 레즈비언이 의심되기도 했다. 어디까지나 게임에서의 얘기지만, 동성 간의 호감도는 보통 신뢰도란 명칭으로 따로 분류된단 말이지. 동성애자가 아닌 경우라면 말이야. “어디까지나 애정의 크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성으로서 사랑하는 건 구원님뿐입니다!” 하지만 바넷사는 그런 정확한 반론을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가 아님을 밝혔다. 얘가 게임 시스템 같은 걸 알 리도 없으니, 아마 방금 한 말은 사실일 거다. 그렇다면 그냥 정말로 단순히 호감도가 부족하다는 건가? 내 자만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아닌데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오해가 풀리고 나서도 나와 바넷사는 한동안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대치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슬슬 부끄러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먼저 눈을 돌리면 지는 거다. 나는 먼저 선제공격을 하기로 했다. “그렇게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라고 연호를 하다니. 너 대체 날 얼마나 좋아하는 거냐?” “크윽…. 그러는 구원님도. 제가 달리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혼자서 착각하시고 눈이 돌아갈 정도로 흥분한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대체 절 얼마나…큿…조, 좋아하시는 건지 궁금할 정도군요.” 하지만 내 선제공격에 흔들리지 않고, 바넷사는 또 다시 정확한 반론으로 카운터를 날렸다. 이 녀석…중간에 살짝살짝 부끄러워하는 주제에 할 말은 확실히 하잖아.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넷사에게서 시선을 돌리지는 않았다. 바넷사 역시도 지지 않겠다는 듯 굳은 눈동자로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또 한동안 서로 대치하다가…결국 이 침묵을 참을 수 없어진 나는 먼저 입을 열었다. “휴전하는 게 어때?” “좋습니다.” 다행이도 이 대치가 불편했던 건 바넷사도 마찬가지였는지,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로 제안을 승낙해줬다. 그렇게 대화가 일단락이 되고 나서, 우리의 행동은 재빨랐다. 둘 다 디아나를 위기에서 구하고 싶다는 마음은 마찬가지였으니까 말이다. 아쉽게도 사도 임명을 통해 기정사실 만들어버리기는 실패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지 않을 수도 없는 일었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황급히 바지를 하나 꺼내 입었다. 그러자 바넷사가 내 바지를 강렬한 시선으로 빤히 바라봤다. “뭐, 뭐야?” “…그, 바지. 저도 하나 주실 수 없습니까?” “전부 빨아 놓은 거라 내 채취 같은 거 안 묻어있다.” “제가 입으려는 겁니다!” 내가 살짝 농담조로 말하자, 바넷사가 자신의 엉덩이 부분을 살짝 손으로 가리면서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왜 나한테 화를 내냐. 애초에 내가 왔을 때부터 용인족 모습이었으면서. “그냥 그 상태로 가면 어때서?” 물론 정사의 흔적이 좀 남아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구멍 자체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었다. 꼬리에 의해 대부분의 구멍이 가려져 있었으니까 말이다. 물론 아까 섹스하는 동안 꼬리가 자라나면서 구멍이 좀 더 커지긴 했지만, 그건 바지를 살짝 내린 상태에서 구멍이 커진 거다. 제대로 다시 올려 입은 지금은, 그 커진 구멍의 흔적은 꼬리 윗부분에 남아있었다. 즉, 바넷사의 등허리 쪽이 살짝 뚫려있는 정도였다. 게다가 그마저도 제비꼬리 모양으로 길게 나있는 집사복의 상의에 가려져있었기 때문에 겉보기엔 전혀 눈치 챌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 이 모습은….” 하지만 바넷사는 답지 않게 주저하면서 꼬리를 흔들었다. 역시나 용인족 모습이 트라우마인 건가. “난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하지만….”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그리고 솔직히 나 말고도 다들 그렇게 생각할걸? 시험 삼아서 우리 애들한테 갈 때까지만 그 모습으로 있어보는 게 어때?”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서라도, 나는 바넷사에게 솔직한 심경을 전하며 용인족 모습을 유지할 것을 권해봤다. “…그렇게, 그렇게 제 이 모습이 마음에 드십니까?” 그러자 바넷사는 살짝 주저하면서도, 제발 긍정해줬으면 좋겠다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그 바넷사가 저런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원하는 답을 들려주지 않을 남자가 대체 어디에 있을까? “응. 엄청나게 예뻐.” “…구원님.”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힘차게 긍정해주자, 바넷사의 무표정이 살짝 감동받은 표정으로 변했다. 야. 고작 그 정도 말로 그렇게 감동하지 마라. 괜히 나까지 부끄러워지잖아. 뭘 크게 칭찬한 것도 아니고, 진짜 예쁜 애를 예쁘다고 해준 것뿐인데 말이야. “그, 그리고 그 상태로 지내면, 꼬리만 없애면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잖아?” 그 분위기를 참기 힘들어진 나는, 결국 우리 애들 대하듯이 농담을 입에 담게 됐다. “…그, 그게 무슨?! 변태입니까?!” 바넷사는 설마 그런 발상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는 듯이, 황급히 자신의 엉덩이 쪽으로 두 손을 가져다대며 날 엄청난 안광으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변태라니! 방금 전까지 그렇게 한 거니까 그 정도 생각은 할 수 있는 거 아냐?! 애초에 말이야, 변태란 말이 어울리는 건 오히려 너잖아!” “하?” 야. 진심으로 하는 말인데, 무표정으로 그런 말투하지 마라. 무섭잖아. “너 또 내 바지 찢었잖아! 대체 이게 몇 벌 째인지 알아?! 너 사실 그런 취향인 거지?!” “아, 아닙니다! 그렇게 따지면 구원님도 제 뿔을 잡고…! 큿….” 아까 전의 달콤한 분위기는 어디로 갔는지, 우리는 다시 서로를 노려보며 대치하게 됐다. “…휴전하는 게 어때?” “좋습니다.” 이대로 계속해봐야 서로에게 득 될게 없음을 깨달은 우리는, 황급히 휴전을 하고 우선 디아나 구출을 위해 향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렇게 얼렁뚱땅 넘어가는 바람에, 바넷사는 용인족의 모습인 채로 내 방까지 가게 됐다. 음. 순조롭게 트라우마를 극복해나가는 모양이군. 다 계산이라고. 계산. …정말이다? “알겠지? 사도 임명을 실패한 지금, 우리에게 내세울 건 서로에 대한 감정밖에 없어. 조금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애들이 설득 될 때까지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끊임없이 말하는 거야. 알았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방문 앞에 도착한 후 멈춰 서서 간단히 최종 점검까지 하고 난 다음, 우리는 황급히 문을 열고 내 방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78==================== 집사의 본심 “디아나!” “우오왓! 뭐, 뭔가아?!” 방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자, 그곳에는 내 예상과는 상당히 다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다들 티 테이블에 앉아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던 거다. 특히나 내게 이름을 불려서 깜짝 놀란 디아나는, 어째선지 레이아의 허벅지 위에 앉아있는 상태였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 거지? 분명 내가 이 방을 나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디아나가 우리 애들한테 엄청 쪼여지고 있었는데? 아니. 그야 물론 바넷사랑 있는 동안 시간이 꽤나 흐르기는 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사안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빨리 진정될 사안이 아닐 텐데? 그래. 레이아는 싫은 소리를 못하는 성격상 그럴 수 있어. 실비아나 마틸다는 비교적 발언권이 약한 위치일 테니 그럴 수 있다고 쳐. 하지만 사라가 이렇게 쉽게 납득을 했다고? 실비아나 마틸다 같은 경우랑 달리, 바넷사 같은 경우는 나랑 꼭 이런 관계가 되어야 할 이유도 없는 건데? 물론 마찬가지로 아무 이유 없는 레이첼 누님과의 관계 역시 납득을 해주긴 했지만, 그것도 설득시키는 건 상당히 고생했었다. 그런데 내가 직접 얘기한 것도 아니고, 디아나가 다른 여자를 더 들이겠다고 하는 말에 쉽게 납득을 했다고? 혹시 레이첼 누님을 허락해 줄 때 날 완전히 믿는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그러는 걸까? 아니. 날 믿었으면 더더욱 지금 이 상황에는 납득할 수 없겠지. 최근 내가 내 여자로 완전히 받아들인 사람만 몇이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잦았잖아. 이건 솔직히 내가 생각해도 제대로 화나야 정상인 상황이란 말이지. 뭔가 있어. 이 광경의 이면엔 분명 뭔가가 있어. 애초에 디아나가 레이아의 허벅지 위에 앉아있는 것부터가 이상하잖아? 머리를 굴려 빠르게 판단한 나는, 곧장 다음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얘들아! 들어줘! 너희에게 해야만 하는 말이 있어!” 내 사뭇 진지한 말투에도 불구하고, 우리 애들의 반응은 상당히 시큰둥했다. 다들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 가운데, 사라가 대표로 크게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하아…. 우리도 전부 다 알아. 바넷….” “미안! 바넷사도 내 여자로 삼기로 했어!” 사라의 말을 끊고 내가 그렇게 선언하며 바넷사의 허리를 꽉 끌어안아 내 옆으로 밀착시키자, 바넷사는 낮은 침음성을 흘리면서도 저항하지 않고 내 옆으로 찰싹 붙어왔다. “…읏! 죄송합니다. 디아나님. 죄송합니다. 여러분.” 그렇게 내 옆에 바짝 밀착한 상태에서, 바넷사는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우리 애들에게 사죄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면서, 사라도 슬슬 뭔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잠깐. 왜 디아나한테도 사과하는 거죠? 미리 허락 받은 게 아니었나요?” 역시나 내 예상대로, 디아나는 죄를 스스로 전부 다 뒤집어쓴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저렇게 레이아의 품에 안겨있는 것도 이해가 된다. 설마 레이아가 디아나의 약점을 이용해서 저런 짓을 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지만. 아무튼 이렇게 놔둘 수는 없지. 이건 어디까지나 나와 바넷사의 문제다. 디아나가 죄를 전부 뒤집어쓸 필요는 없는 거다. “허락? 무슨 소리야? 그런 거 받은 적 없는데?” 내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디아나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면서 제발 그렇지 말라는 듯 고개를 좌우로 맹렬하게 흔들었다. 쟤 대체 왜 저러는 거야? 난 널 도와주려고 그러는 거라고. 너도 평생 약점 잡힌 채로 살긴 싫잖아? “…그러니까. 구원은 지금. 그냥 아무 이유도 없이, 또 다른 여자랑 눈이 맞아서, 다른 여자를 꼬드겨왔다. 그렇게 말하는 거야?” “응. 그런 거….” “지금 바람피우고 온 주제에 어디서 고개를 빳빳이 들고 있는 거죠?” 내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라의 주변 온도가 영하로 떨어졌다. 자, 잠깐만. 존댓말? 이, 이거 오랜만에 제대로 화난 거 같은데? “응? 이봐요. 구원씨. 대답 좀 해보시죠? 매번 허락해주니까 저희가 이제 만만해보이나 보죠? 그냥 조금만 마음에 들면 아무나 다 데려오고, 그래도 언제까지나 저희가 쉽게 쉽게 넘어가면서 허락해줄 거라고 생각되는 모양이죠?” “아, 아니. 사라야. 잠깐만. 잠깐 그게….” “…….” “사, 사라님?” “잠깐만 기다려 달래서 기다려 줬잖아요. 어디 한 번 변명해보시죠? 말해두겠는데, 만약 절 납득시킬 대답이 안 나오면 그걸로…!” 진짜 엄청나게 화났네. 하긴. 이러는 게 정상이지. 이 며칠 사이에 레이첼 누님을 그런 식으로 허락받고, 실비아나 마틸다에게도 사도 임명을 한 거다. 게다가 이번엔 바넷사마저, 그것도 사전에 허락조차 받지 않고 이렇게 내 맘대로 관계를 맺고 사후 보고. 무슨 보살도 아니고 그야 화가 안 나는 편이 이상한 거지. 당연한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사라가 제대로 화를 내며 저렇게 몰아붙이자 나는 그만 당황하고 말았다. 내 생각이 너무 짧았어. 디아나에 대한 고마운 마음 때문에 너무 디아나만 신경 쓰느라, 반대로 다른 애들의 기분은 신경을 안 쓰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사라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요즘 너무 쉽게 쉽게 넘어가 주니까, 주제도 모르고 기고만장해져서는 이번에도 쉽게 넘어가줄 거라고 마음 속 한구석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걸지도.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다니. 얘들 입장에서는 내가 여자를 한 명 한 명 늘릴 때마다 말 그대로 속이 타들어갔을 텐데. 감사한 줄 모르고 오히려 그런 이기적인 판단을 하다니. 완전히 내 실수다. “사라야! 들어…으읍!” “바넷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대로 물러날 순 없다. 여기서 어중간하게 얼버무려봐야 모두에게 상처만 남을 뿐이다. 벌써 늦은 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자신의 실수는 스스로의 힘으로 어떻게든 바로잡지 않으면.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려고 했을 때, 디아나가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바넷사의 이름을 외쳤다. 그리고 이름을 불린 바넷사는 한 손으로 내 입을 황급히 틀어막고는, 가열된 분위기를 식히듯이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디아나님이 허락해주신 것 맞습니다.” “…….” 바넷사의 그 말을 통해, 차갑게 분노를 폭발시키던 사라가 다시 한 번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 시선이 디아나를 바라보자, 디아나는 황급히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사라는 다시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한숨 섞인 말투로 중얼거렸다. “하아…. 구원. 진짜로. 거짓말 하지 말고. 바른 대로 말해. 나 진짜로 화나려고 하니까.” 이미 엄청 화낸 거 같은데 말이야. 물론 그런 생각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나는 바른대로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바넷사의 일에 관한 죄를 디아나 혼자 뒤집어쓰게 되는 게 싫어서 일부러 바넷사와 짜고 이런 일을 벌였다고 말이다. “자네. 마음씀씀이는 고맙네만 말일세. 이 몸이 제대로 설명을 잘 해서 다들 납득을 해줬네.” “진짜 바보 아니야?! 우리가 그렇게 나쁜 년으로 보여?! 디아나 약점 잡고 평생 괴롭힐 정도로?!” 그리고 내 설명을 전부 듣고 난 후, 디아나와 사라는 각각 그런 반응을 보였다. 진짜로 디아나가 전부 설득을 시켰다고? 대체 어떻게? 그 수완, 꼭 좀 전수를…아니.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지. “아니. 그게 말이야. 디아나가 레이아한테 안겨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 오해가 생길만도 하잖아? 디아나 저러는 거 별로 안 좋아하니까 말이야.” “네?! 저, 저 말인가요?! 아, 아니에요! 구원씨! 이건…!” “이 몸이 미안한 마음에 뭐든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먼저 말을 했네. 사정이야 어찌됐든 이 몸이 독단적으로 허락해버린 것이니 말일세.” 과, 과연. 하긴 레이아가 자기가 우위인 점을 이용해서 억지로 자기 욕심을 채울 리가 없지. 아마 디아나가 뭐든 들어줄 테니 빨리 말해보라고 부추긴 거겠지. 그래서 레이아는 그냥 디아나를 안고 있게 해달라고 했다고. 그건 그거대로…뭐, 천사님답지만. 하지만 그렇단 말은 진짜로 그게 끝이었다고? 사라도 납득했고? “진짜 사라가 안 괴롭혔어?” “야. 구원! 너 진짜….” “아니. 미안. 난 분명 네가 이걸로 본처는 자기라는 둥 떠들면서 괴롭힐 줄….” “……흐흐흐흥.” 내가 그 얘기를 하는 순간, 사라가 황급히 시선을 돌리며 휘파람을 불었다. 휘파람은 또 쓸데없이 엄청 잘 부네. “…역시 했구나.” “아, 아니야! 디아나가 울려고 해서 그만 뒀거든?!” “심지어 울리기까지 했어!?” “아, 안 울렸다니까?! 직전에 그만 뒀다니까!” “자네! 들어보게! 이 몸이 부탁을 들어준다고 말하자마자 사라양이 뭐라고 했는지 아는가? 글쎄 본처는 사라양이라고 인정하는 발언을 이 몸에게 직접 하도록 시키려고…. 우우….” 사라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디아나가 내게 다가와서는 연기인 게 다 티 나는 거짓 울음소리를 내면서 두 손으로 자기 눈가를 마구 비벼댔다. “디, 디아나!” “농담일세. 사라양도 이 몸이 우는 척 하자 금방 그만 뒀네.” “그거 우는 척이었어요?!” “후흥. 여자의 눈물은 무기라는 것일세.” “그걸 같은 여자한테 쓰면 안 되잖아요! 치사해요! 지금이라도 말해요!” “낭군님! 사라양이 괴롭히네!” “구원! 디아나가 계속 나 가지고 놀려고 그래!” 아니. 나한테 말해봤자 난 누구 편도 못 들어주거든? 분명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심각한 분위기였는데, 뭔가 순식간에 가벼운 분위기가 되어버렸다. 뭐, 아까 전의 분위기를 없애려고 일부러 둘이서 너스레를 떠는 것일 가능성이 컸지만. 안 그래도 이 둘은 가끔 진짜로 싸우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으니까 말이야. 아무튼 생각이랑 뭔가 다른 전개가 되기는 했지만, 나는 다시 한 번 확인해보기로 했다. “…뭐, 아무튼. 결국 다들 바넷사가 내 여자가 되는 건 동의한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되는 거야?” 여전히 내 옆구리에 찰싹 달라붙어서는 묘하게 얌전히 있는 바넷사를 가리키며 그렇게 질문하자, 다들 살짝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제대로 고개를 끄덕여줬다. “네. 구원씨. 저희 모두 동의했어요.” “…그런 사정을 듣고 나면 동의를 안 해줄 수가 없잖아.” “정말로요. 저 역시 이 또한 여신님의 인도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요.” “바넷사님. 잘 부탁드립니다.”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말이야, 대체 그 사정이란 게 대체 뭐야? 난 그런 거 모르는데 말이야. 혹시 또 뭔가 있는 거야? 나는 힐끔 바넷사를 쳐다봤지만,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그 무표정에선 그 어떤 정보도 얻어낼 수 없었다. “…여러분. 정말로 감사합니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얘가 지금 무척이나 감격하고 있다는 정보는 얻어낼 수 있었지만. “좋아. 그럼 지금부터 얘도 내 첩이란 걸로 다들 사이좋게….” “싫습니다.” “…바넷사야. 너 진짜 배짱도 좋다. 너도 방금 전에 사라가 화내는 거 봤잖아? 그걸 보고도 반항할 생각이 들던?” “잠깐. 구원. 그거 무슨 소리야?” “아, 아니. 그만 본심이…아, 아니! 그게, 그러니까…그래! 난 바넷사를 설득하려는 거야! 바넷사! 너도 계속 가까이서 봐왔던 거니까 대충 우리 사정은 알잖아? 첩으로 만족해주면 안 될까? 물론 네가 날 좋아하고, 나도 널 좋아하기는 하지만….”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으, 응?” “제가 싫다고 한 건 첩이 되라는 것입니다만.” “…….” 아…음…. 얘는 또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그래. 지금 내가 그렇게 얘기하고 있잖아. 첩이 되는 걸로 만족해달라고. 그렇게 생각한 나였지만, 바넷사가 하는 얘기는 그런 차원의 얘기가 아니었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첩이되기 싫다는 것 자체는 맞았지만 말이다. “굳이 절 첩으로 받아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집사로 대해주시면 됩니다.” “…야. 혹시 내가 착각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다시 한 번 확인하겠는데 말이야, 너 나 좋아하는 거 맞지?” “…맞습니다. 그…사랑합니다.” 과연 우리 철가면 바넷사도 이렇게 다들 모여 있는 자리에서 새삼 사랑을 속삭이는 건 부끄러웠던 건지, 바넷사는 살짝 주저하면서도 그렇게 얘기했다. 그래. 그렇지? 내가 착각한 거 아니지? 그런데도 첩보단 본처 자리를 원해서 거절한 게 아니라, 그냥 첩도 되기 싫어서 거절한 거라고?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대체 무슨 생각으로? “다만, 첩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쭉 디아나님의 집사입니다. 그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고, 변할 생각도 없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전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대해주시면 됩니다.” “뭐?! 그 말은 내 여자가 되지 않겠다는 뜻이야? 그럼 고백은 왜 한 건데?” “그건…솔직히 말해서 감정을 주체하기 힘들었습니다. 만약 구원님께서 괜찮으시다면, 그리고 여러분이 허락해주신다면, 앞으로도 지금처럼 모시면서 가끔 구원님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전 그걸로 족합니다.” 그 철가면이 무너질 정도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을 정도로 날 좋아하는 주제에, 계속 집사로 남겠다고? 대체 뭣 때문에 그렇게나 집사란 위치에 집착하는 건데? 아니. 그보다 아까 전에는 내 여자가 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었어? 뭔가 아까 전이랑 미묘하게 말이 좀 다르지 않아? 설마 섹스 한 번 하고 나니까 타오르던 마음이 정리되어서 개운해졌다든가? 그래서 마음이 변한 거야? 물론 섹스운운에 관한 생각을 하진 않았겠지만, 그 얘기를 제외하면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건지, 바넷사의 말을 듣고 나서 다들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건 바로 디아나였다. “바넷사. 굳이 이 몸을 신경 쓰느라 사양할 것 없네. 만약 집사일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 거라면 집사도 그대로 하게 해주겠네. 그러니 첩의 자리를 굳이 사양할 필요는 없다네.” “아뇨. 디아나님. 구원님께 제 마음을 밝히도록 허락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드립니다. 그 자리는 제게 어울리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러니 부디 그저 집사로만 남게 해주십시오.” 디아나까지 나서서 말해봤지만, 바넷사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디아나는 살짝 머리가 아프다는 듯 손으로 이마를 짚고 한숨을 한 번 쉬더니, 까치발을 하고 손을 뻗어서 내 귀를 끌어당겼다. “자네. 바넷사의 마음을 제대로 잡은 게 아닌 겐가?” “…응. 너한테 졌어.” “음? 그게 무슨 엉뚱한 소리인가?” 말 그대로의 뜻이야. 너한테 졌다고. 나도 굴욕적으로 느끼고 있으니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아무리 존경해마지 않아도 그렇지, 동성한테 지다니. 뭐, 바넷사는 디아나를 그런 눈으로 보는 건 아니라고 확실히 말했지만. “아,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난 제대로 잡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면 바넷사가 나한테 고백 같은 걸 할 생각조차할 리가 없잖아? 네가 그렇게 못박아놨었는데 말이야.” “그거야 그러네만…. 후우…. 아무래도 차분히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을 것 같구먼.” “동감이야.” 안 그래도 나 역시 바넷사의 사정이란 게 대체 뭔지 궁금하던 찰나였다. 디아나도 뭔가 더 할 말이 있는 모양이니, 마침 잘 됐다. 디아나와 나는 서로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는 잠시 눈빛을 주고받은 후, 우선 상황을 정리하기로 했다. “하아…. 알겠네. 바넷사. 자네가 정말로 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하게나. 이 몸은 자네의 뜻을 지지하겠네.” “감사합니다. 디아나님.” “그리고, 자네의 다른 부탁도 허락하겠네. 가끔씩 낭군님과 사랑을 나누게나. 이 몸은 전혀 신경 안 쓸 테니 말일세. 다들 그래도 괜찮겠나?” 디아나가 그렇게 말하자, 다들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디아나님. 그리고 여러분. 다시 한 번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디아나가 그렇게 얘기하자, 어느 샌가 내 곁에서 살짝 떨어져있던 바넷사는 살짝 미소지으며 다시 한 번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를 했다. 고작 그 정도로 저렇게 기뻐할 거면서, 그럼 첩이 되도 상관없잖아? 집사 일까지 해도 된다고 했는데. 대체 뭐가 문제야? “그럼 바넷사. 집사로서, 슬슬 저녁준비를 해주겠나? 슬슬 시장하구먼.” 그리고 그런 바넷사를 바라보면서, 디아나는 일부러 바넷사를 방에서 내보내려는 게 티가 나는 어설픈 연기를 선보였다. 뭐, 디아나한테 절대 복종하는 바넷사가 상대니 연기가 어설프든 말든 어차피 먹힐 테지만 말이다. “네. 곧장 가서 준비를 하겠습니다.” “아니. 서두를 필요 없네. 천천히 해도 되네. 천천히 말일세.” “알겠습니다.” 언제나처럼 무표정으로 돌아온 바넷사는, 그렇게 식사 준비를 위해 살며시 내 방을 뒤로 했다. 그 두꺼운 꼬리가 걸음에 맞춰 좌우로 흔들리는 모습이, 바넷사의 현재 심정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79==================== 집사의 본심 “바넷사씨의 본모습은 저런 모습이었군요.” 그 흔들리는 꼬리를 바라본 것이 나 뿐만은 아니었던 건지, 옆에서 레이아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게요. 저 모습으로 트라우마라니. 같은 여자가 봐도 충분히 예쁜데 말이죠. 그런 게 아니면 아무리 딱한 사정이 있더라도 이 바람둥이가 좋다고 달려들 리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사라가 옆에서 그 말을 받아주면서도, 은근히…아니. 대놓고 날 디스했다. “야. 바람둥이는 너무하지 않냐?” “그럼 아니라고?” “…맞지요. 죄송합니다.” 그냥 반사적으로 반론해본 나였지만, 생각해보니 이 상황에서 내가 그 말을 부정할 방법은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바넷사가 거절하기는 했지만, 첩을 한 명 더 늘리려고 하기도 했었고. “그, 그보다 다들 바넷사의 용인족 모습 눈치 채고 있었구나?” “그야 당연히 눈치 채죠. 저렇게 대놓고 변했는데 눈치 못 챌 리가 없잖아요?” 마치 드디어 자기도 입을 열어도 될 주제가 나와서 다행이라는 듯, 마틸다가 그렇게 말하면서 무슨 소리를 하냐는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무래도 계속 조용히 사태를 지켜만 보고 있는 게 상당히 답답했던 모양이다. 솔직히 난 꼈어도 별로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마틸다나 실비아도 내 여자인 건 변함이 없으니, 발언권은 충분히 있다고 보는데. “아니. 다들 아무 언급도 없었잖아. 혹시나 해서.” “헷?! 으햣?!”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마틸다의 옆에 오도카니 앉아서 긴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실비아를 꽉 끌어안았다. 하아…힐링된다. 진짜 오늘은 거의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있기만 했는데, 고작 이 몇 시간동안 일어난 일 때문에 기가 빠진 기분이야. 심지어 아직 얘기가 끝난 것도 아니란 말이지. “바넷사씨는 저 모습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계시다고 들었으니까요. 아무 말 안 하고 자연스럽게 대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과연. 그런 건가. 뭐, 아까 전 대화부터 그럴 거라고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얘들은 바넷사가 저 모습에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니. 아마 나보다 사정을 더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지. 난 그저 바넷사의 행동을 보고 추측한 것에 불과했지만, 얘들은 디아나한테 사정을 직접 들었을 테니까 말이다. “그래. 잘했어. 트라우마가 심하긴 심한 모양이더라.” “그리고 지금으로선 자네가 바넷사의 트라우마 극복을 도와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걸세. 생각만큼 잘은 되지 않은 모양이지만 말일세.” 내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디아나가 한숨을 내뱉으면서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그 타이밍이 너무나도 절묘해서, 마치 이 이상 내가 입을 여는 걸 막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아무튼 디아나의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조금 상황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우리 애들이 디아나의 말만 듣고도 바넷사를 받아들여주겠다고 한 이유. 그리고 애초에 디아나가 바넷사와 내 관계를 지지하게 된 이유. 혹시 전부 바넷사의 용인족 모습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었던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전부 앞뒤가 맞는다. 실비아나 마틸다와 마찬가지로, 바넷사 역시 나와 관계를 가져야할 이유가 있었던 거다. 물론 그 둘과는 다르게, 여기서 말하는 관계는 섹스가 아니라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말하는 거지만. 트라우마 극복만을 위해서라면 바넷사와 꼭 섹스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아니. 옆에서 지지하며 트라우마 극복을 돕기 위해선 깊은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그런 점에서 생각해 보면 섹스를 해야 한다는 것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닌가. “자네들. 미안하네만 조금 자리를 비워줄 수 있겠나? 조금 이 자와 단 둘이서 할 얘기가 있어서 말일세.” “그래요. 알겠어요.” “구원씨. 나중에 봐요.” 디아나가 피곤하단 표정으로 이마를 손으로 짚고 그렇게 말하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면서 방을 나서려고 했다. “왜? 그냥 얘들 있는데서 말하면 안 돼?” “바넷사를 받아들이는 것에 동의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사정을 말하기는 했네만, 그래도 이건 바넷사의 사적인 문제 아닌가. 너무 떠들고 다니는 건 이 몸의 성격에 맞지 않네. 무엇보다도….” “응? 무엇보다도?” “자네는 그저 실비아양을 껴안고 있고 싶을 뿐이 아닌가.” 칫. 들켰나. 어쩔 수 없잖아. 이러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져서 머리도 더 잘 돌아간단 말이야. 나는 하는 수 없이 실비아를 품에서 놔줬다. “흐햐아아….” 벌써 저렇게 헤롱헤롱 거리다니. 실비아야. 설마 자고 일어나는 사이에 약발이 다 됐니? 너 사도 임명도 버텨냈잖아. 좀 더 잘 버티자고. “그래서, 할 얘기란 건?” 아무튼 그렇게 우리 애들이 방을 나서게 되고, 나는 디아나와 단 둘이서 얘기를 나누게 됐다. “그렇구먼. 일단 사정부터 얘기하는 것이 좋겠구먼. 그래. 우선 자네는 어디까지 알고 있는가? 말하는 걸 보니 바넷사의 트라우마에 대해서는 대충 짐작을 하고 있는 모양이네만.” “응? 자기 용인족 모습이 못생겼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정도?” “후우…. 역시 그렇구먼. 바넷사 그 아이가 자세한 설명을 했을 리가 없지. 그나마 자네가 트라우마에 대해 눈치라도 챈 게 다행이라고 해야겠구먼.” “그게 무슨 소리야?” “다른 이들에겐 자네가 사정을 전부 이해한 상태에서 바넷사를 구하기 위해 바넷사와 관계를 가질 결심을 했다고 거짓말을 했네. 혹시 자네가 말실수라도 할까 이 몸이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아는가?” “뭐어? 너 그래서 다른 애들은 내보낸 거였어?” “바넷사의 개인사를 다른 이들에게 터놓기 싫다는 것도 거짓말은 아니었네.”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티 테이블에 앉아서, 마른 목을 축이듯 이미 완전히 식어버린 차에 다시 입을 댔다. “그래서. 그 사정이란 게 대체 뭔데? 분위기를 보니 그냥 외모 트라우마 문제는 아닌 것 같은데.” “음. 그렇구먼. 꽤나 긴 얘기가 될 걸세.” 그렇게 운을 뗀 후 이어지는 얘기는, 디아나의 말대로 꽤나 긴 얘기였다. 그리고 들으면 들을수록, 바넷사의 트라우마가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몇 대에 걸쳐져 내려오며 마치 세뇌된 것처럼 마음속에 자리 잡은 공포심이라니. 바넷사의 반응을 보고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닐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내 예상을 아득하게 뛰어넘는 문제였다. 외모운운이 문제가 아니라, 바넷사의 마음속 깊이 각인된 용인족으로서의 공포심을 극복하게 만들어야 하는 거니까. “그래서, 넌 내가 그 트라우마를 치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음. 그게 아니라면 이 몸이 왜 자네와 바넷사의 관계를 다른 이들을 설득까지 해가며 지지하겠나?” “하지만 그건….” “알고 있네. 그리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하지만 자네는 성자 아닌가?” “야.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데, 내 성자는 그 성자 아니다.” …요즘은 그 성자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힘들어지게 되어버렸지만 말이야. “무엇보다도, 이 몸의 낭군님 아닌가. 이 몸은 자네를 믿네. 아니면 뭔가? 바넷사의 마음을 얻을 자신이 없는 겐가?” “야. 그걸 말이라고 해? 나 성자야! 성자!” “음. 알고 있네.” 아, 낚였다.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졌다. 애초에 바넷사는 내 여자로 만들겠다고 결심했었으니까 말이야. 이제 와서 달라지는 건 없지. “그래서, 디아나는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 것 같아?” “음. 그렇구먼. 우선은 바넷사가 자네에게 좀 더 빠지게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이네. 보아하니 아직 자네에 대한 사랑이 이 몸에 대한 충성심을 뛰어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구먼. 그게 아니라면 방금 전 바넷사의 태도는 설명이 안 되니 말일세. 그래서 말이네만. 우선은 바넷사가 이 몸을 존경하는 것 이상으로 자네를 사랑하도록 만들게. 자네에 대한 사랑을 위해서라면 이 몸의 말을 어길 수 있을 정도로 말일세.” “야. 우선은 이라고 말해놓고 처음부터 난이도가 너무 높은 주문을 하는 거 아니냐?” “이 몸이라고 이런 말을 하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아는가? 하지만 그 정도가 아니면 바넷사는 트라우마를 평생 극복하지 못할 걸세. 지금같이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기 보다는 우선 제대로 자네의 첩으로 삼아야지 트라우마 극복의 기회도 엿볼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그거야….”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기는 하다. 바넷사가 부탁한 지금의 관계는 너무 어설프기 그지없다. 집사로 지내면서, 가끔 사랑을 나누는 관계라니. 그게 대체 뭐야? 게다가 이대로 가면 그마저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철가면처럼 보이는 바넷사지만, 그렇다고 감정이 없는 건 아니다. 방금 전 발언마저도, 아직 나와 관계를 맺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고양된 상태로 내뱉은 말일 가능성이 있다. 고양된 상태에서 내뱉은 말마저 저런데, 만약 고양감이 가라앉고 차분해진다면? 다시 본래의 바넷사 상태로 돌아가서, 디아나에 대한 죄책감이 더 커지기까지 한다면? 가끔 사랑을 나누기는커녕 오히려 더 멀어질 가능성마저 있는 거다. 디아나의 말대로, 우선은 확실히 내 첩으로 들여놓아야지 이후에 어떤 식으로든 바넷사와 접하기 편해진다. “그러니까 자네. 부탁하네. 지금부터는 틈만 나면 바넷사에게 사랑을 속삭이고, 애정을 갈구하게 하는 걸세. 알겠는가?” “알겠어.” 눈썹을 찌푸리고 한껏 엄숙한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렇게 말하는 디아나의 미간에 손가락을 가져다대어 주름을 펴주고, 나는 대답을 하면서 그대로 디아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가, 갑자기 무슨 짓인가! 이 몸이 애정을 갈구하게 만들라는 말이 아닐세!” “알아. 디아나는 벌써 이 이상 없을 정도로 나한테 넘어온 상황이니까. 이 이상 애정을 갈구하게 만들 수도 없잖아?” “우…!” “그냥 너무 예뻐서. 사실 디아나도 날 남과 엮이도록 하는 게 그리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을 텐데도.” “바네사 그 아이는 이 몸에게도 남이 아닐세. 확실히 이 몸의 낭군님과 엮게 만드는 건 미묘한 기분이기는 하네만…괜찮네. 어차피 자네는 이 몸에게 푹 빠졌으니 말일세. 이제 와서 한 명 더 늘어난다고 이 몸에 대한 애정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 아닌가?” “당연하지. 세상에 어떻게 디아나에 대한 애정이 줄어들겠어. 만약 디아나가 나에 대한 사랑이 식더라도 난 영원히 디아나를 사랑할 거야.”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다시 한 번 디아나의 입술에 키스를 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내 입술이 그 부드러운 입술에 닿기 전에 중간에서 가로막은 물체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디아나의 손이었다. 뭐, 이것도 부드럽단 사실엔 변함이 없지만. “흐햣! 뭐, 뭘 핥는 겐가?! 코, 코홈! 아무튼 자네는 또 말도 안 되는 가정을 하는구먼. 반대의 경우라면 모를까 이 몸의 사랑이 먼저 식을 일은 없네. 자네가 이 몸을 사랑하는 것보다 이 몸이 자네를 더 사랑하니 말일세.” 디아나가 그렇게 말한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싸움이 시작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음을! “야. 잠깐만. 그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더 사랑하거든?” “무슨 소릴 하는 겐가? 이 몸이 더 사랑하네.” “내가…!” “이 몸은 자네 한 명만 바라보니 말일세.” 절대 질 수 없는 싸움은 순식간에 내 패배로 막을 내렸다. 야. 이 타이밍에 그 발언은 치사하지 않냐? 이번엔 자기가 나한테 다른 여자를 꼬드기라고 말하고 있었던 주제에. 물론 그걸 감안하더라도, 내가 할 말이라곤 전혀 없는 주제이기는 하지만. “후흥. 알겠으면 이 몸에게 앞으로 더 잘하게.” “네이. 네이. 알아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바넷사에게도 말일세. 꼭 좀 부탁하네.” 살짝 삐진 말투로 대답하는 날 보고는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디아나는 다시 한 번 진지한 말투로 바넷사의 일을 부탁해왔다. 그런 표정 짓지 마라. 주관적으로 보나 객관적으로 보나 나보단 네가 훨씬 더 귀엽거든? “맡겨만 둬. 나 없인 죽고 못 살게 만들어 놓을 테니까.” 그렇게 대답하는 순간, 내 머리를 쓰다듬던 디아나의 손이 콩닥하고 가볍게 꿀밤을 먹였다. 아니. 나보고 어쩌라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저번 화는 솔직히 시간도 없고 내용도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서 그냥 중간 중간 잘라가며 썼는데 다들 날카로우시네요. 피드백을 받아들여서 저번 화 내용을 더 늘렸습니다. 흐름이 아주 변하진 않았지만, 내용이 상당히 늘어났으니 이왕이면 다시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닭구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80 <-- 집사의 본심 --> 그렇게 일단 바넷사 문제를 위한 방침은 정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장 바넷사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바넷사를 일단 자리에서 벗어나게 만들려는 의도도 있었지만, 정말로 저녁 시간이 다가오기도 했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오늘은 처음으로 마틸다와 같이 보내는 밤이다. 큰 이벤트가 하나 터져버려서 잊고 있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마틸다와 처음으로 같이 밤을 보내는 것 역시도 큰 이벤트다. 난 잊고 있지 않았다고. 아무튼 그런 고로, 오늘은 더 이상 바넷사 관련 이벤트는 없을 거란 거다. 지금부터는 잠시 바넷사 관련 일은 잊고, 모든 신경을 마틸다에게 집중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했던 나였지만, 그 생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저녁식사가 준비 됐음을 알리러 온 바넷사를 보고나자, 한 마디 하지 않고는 도저히 넘어갈 수 없게 된 거다. “야. 바넷사.” “네. 뭡니까?” “뒤로 돌아봐.” “네?” “뒤로 돌아보라고. 자, 어서. 턴! 턴 백!” 내가 손짓까지 해가면서 바넷사를 보채자, 바넷사는 살짝 미심쩍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순순히 뒤로 돌았다. 이런 반응을 보고 나니, 얘가 나한테 고백을 하긴 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실감이 났다. 이전까지의 바넷사였다면 절대 이렇게 순순히 뒤로 돌지 않았을 텐데. 뭐, 정말로 새삼스런 얘기지만 말이야.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나는 뒤로 돌아서 내게 등을 보이고 있는 바넷사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아예 바닥에 무릎까지 꿇고는 엉덩이 부근을 빤히 관찰했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그리고 그런 내 반응을 보고, 바넷사도 드디어 내가 왜 뒤로 돌라고 했는지 깨달았다는 듯 날 내려다보며 한심하단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몸의 방향 자체는 여전히 뒤를 돌고 있는 점에서 미묘하게 애정이 느껴졌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두 손을 들어서 눈앞에 보이는 바넷사의 탄력 있는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없어! 없다고! 바넷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래. 바넷사의 바지에는 구멍이 뚫려있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짐작했겠지만, 바넷사는 애초에 용인족 모습이 아니었다. “읏…갈아입었습니다만.” 엉덩이를 힘껏 주물럭거리는 내 두 손을 치우려고도 하지 않고 그대로 놔둔 상태에서, 바넷사는 여전히 무뚝뚝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어째서! 내가 그렇게 말했는데!” “그렇게 말했으니 갈아입은 겁니다. 집사가 그런 목적의 차림새를 하고 다닌다니. 디아나님의 명예가 더럽혀질 겁니다. …응…아셨으면 이제 그만 놓으시죠.” 그렇게 대답하고는 바넷사는 그제야 자신의 엉덩이에 달라붙어있는 내 손을 탁탁 쳐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어차피 그런 용도로 꼬리를 내놓고 다닌다는 건 너랑 나밖에 모를 거 아니야. 응? 바넷사아. 응?” “거절합니다.” 그런 바넷사의 행동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한 번 바넷사의 엉덩이에 손을 뻗으면서 용인족이 모습으로 다니도록 꼬드겨보려고 했지만, 바넷사는 차갑게 거절하고는 성큼성큼 식당으로 향했다. 쳇. 실패인가. 아니. 미리 말해두겠는데 말이야, 언제든 곧장 할 수 있게 바지에 구멍이 뚫려있도록 하는 걸 실패했다는 게 아니야. 용인족 모습으로 다니도록 하는 것에 실패했다는 얘기라고. 애초에 방금 전에 보였던 행동도 바넷사가 용인족 모습을 의식하지 않고, 성적인 의미 쪽에만 의식을 집중하도록 일부러 그렇게 행동한 거니까 말이야. 다 계산 하에 나온 행동이었다고. 정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넷사는 결국 용인족 모습으로 다니기를 거부했다는 거다. 이거, 각오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장기전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멋진 뒤태를 자랑하며 성큼성큼 걸어가는 바넷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턱에 손을 괴고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저, 저기.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 식사를 마치고 슬슬 다들 자신의 방으로 돌아갈 시간. 처음으로 나와 같은 방에 돌아가게 된 마틸다는 어딘가 기대 반 불안 반이라는 느낌으로 나를 바라봤다. “뭘 이제 와서 그래? 간밤에 다 같이 얘기하고 결정한 거라면서? 아니면 혹시 긴장했어?” “긴장…그, 그렇군요. 솔직히 그런 것도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방금 전에 사라씨와 다투기도 했잖아요. 달래주는 게 좋지 않나요?” 아무래도 마틸다가 이런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방금 전 사라의 모습이 마음에 걸려서 그런 모양이었다. 뭐, 확실히. 결국 잘 넘어가기는 했지만, 오랜만에 진짜 무진장 화냈었으니까 말이야. 마틸다가 걱정하는 것도 이해는 된다. 뭐, 아무리 그래도 처음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밤을 지새우려고 하는 날에 그런 걱정을 하는 건, 조금 지나치게 착한감도 없잖아 있지만. “괜찮아. 마틸다는 걱정할 거 없어.” 그런 마틸다를 바라보며, 나는 걱정을 불식시키듯 피식 미소 지어줬다. 이런 날에 마틸다가 그런 걱정을 하게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사실 거짓말도 아니다. 사라의 좋은 점이 뒤끝이 없다는 점이니까 말이지. 화낼 때 그냥 크게 폭발시키고, 다 끝나고 나면 없던 일처럼 쿨하게 넘어간다. 알고 지내는 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인상이 너무 달라지는 바람에 이젠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생긴 것만 쿨해 보이는 감이 없잖아 있는 사라였지만, 그래도 사라가 쿨한 건 얼굴만 그런 게 아니라고. “그런 것보다 넌 우선 오늘 밤 걱정을 하는 게 어때? 크크큭. 오늘 밤은 재우지 않을 거라고?” “네에…걱정할게요오….” 아니. 야. 그런 식으로 말하니까 설득력이 순식간에 사라지는데? 실은 너 걱정 같은 거 전혀 안 하고 있지? 여전히 내가 조금만 그럴듯한 표정을 지어도 핑크빛 모드가 되어버리는 마틸다였다. 그렇게 방에 도착하기도 전부터 벌써 핑크빛 모드가 된 마틸다를 옆구리에 끼고, 나는 곧장 내 방으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씻지도 않고 곧장 둘이서 내 방으로 가게 됐네. 이렇게 식당에서 곧장 내 방에 올 때는, 보통 그날은 나랑 같이 씻을 거라는 뜻인데 말이야. 마틸다는 그걸 고려하고 이렇게 나랑 같이 방으로 가는 걸까? “구원씨이….” 아니. 이 모습을 봐선 그냥 생각없이 가는 것뿐인가. 뭐, 괜찮지만 말이야. 모처럼의 기회니 같이 씻는 것도 좋겠지. “그럼 레이디. 들어가실까요?” 방문 앞에 도착하고 나서, 나는 먼저 문을 열고는 신사처럼 마틸다가 먼저 들어가도록 손짓으로 인도를 했다. “네에…. 감사…앗?!” 여전히 내게 하트를 마구 뿌려대던 마틸다는, 빙긋 웃으면서 두 손으로 살짝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며 내게 인사를 하려했다. 하지만 치맛자락을 잡음과 동시에 뭔가 깨달았다는 듯, 마틸다는 드디어 핑크빛 모드에서 풀려나며 갑자기 당황하기 시작했다. “마틸다?” 의문스러워하는 내 시선에, 마틸다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 자신의 치맛자락을 잡았던 손을 그대로 아래로 꾸욱 눌렀다. “아, 아앗! 그, 그게! 그러니까 말이죠!” 마틸다는 그렇게 외치면서도,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기 시작했다. 마치 내 시선을 자기 얼굴 쪽으로 붙잡아두고 싶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나란 남자는 그런 뻔한 행동에 넘어갈 정도로 쉬운 남자가 아니야. 나는 그래도 시선을 아래로 내려서…두 팔을 아래로 쭉 내리고 있느라 그 사이에 자연스럽게 모인 마틸다의 가슴을 쳐다봤다. 음. 언제 봐도 훌륭한 가슴이야. 오늘은 추기경복이 아니라 가벼운 옷 차림이다보니 그 멋진 몸매가 더더욱 돋보이는…헛! 지, 지금 이럴 때가 아니잖아! 위험했어. 하마터면 넘어갈 뻔했잖아. 이중트랩이라니. 마틸다…이 무서운 아이! 그렇게 뛰어난 기지를 발휘하여 중간에 심어져있던 또 하나의 트랩마저 돌파하고, 나는 시선을 쭉 아래로 내렸다. 바로 마틸다의 손이 있는 부근을 말이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마틸다의 손은 꼼지락꼼지락 움직이면서 마치 뭔가를 확인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저긴 허벅지 부근이잖아? 허벅지가 뭐 어쨌다는 거지? “아앗! 그, 그러고 보니! 저 씻고 올게요!” 내가 그런 의문에 잠겨있자, 마틸다는 드디어 변명거리를 찾았다는 듯이 그렇게 외치며 내게서 멀어지려고 했다. 역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따라온 거였냐. 뭐, 핑크빛 모드가 발동된 상태였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만. “그래? 모처럼의 기회니까 같이 씻고 싶었는데.” “아앗…. 아아….” 하지만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는 순간, 황급히 자리를 벗어나려 했던 마틸다의 걸음이 우뚝하고 멈췄다. 그리고는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듯, 문 앞에서 갈팡질팡하기 시작했다. “마틸다? 대체 왜 그러는데?” “그, 그러니까…씻지 마시고 조금만 기다리세요! 금방 올 테니까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마틸다는 그 말만을 남기고 자리에서 멀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결코 뛰지 않고 겉보기엔 기품 있는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과연 추기경님이라는 말이 절로 흘러나왔다. 아무튼 저쪽은 욕실로 향하는 길이 아닌데 말이야. 대체 어딜, 뭣 때문에 가려는 거지? 내 그런 의문이 풀리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다리셨죠?” 아까전과는 달리 완벽히 여유를 되찾은 모습으로 재등장한 마틸다는, 그 당당한 태도 말고는 겉보기엔 변한 점이 전혀 없어보였다. 길이가 무릎아래까지 내려오는 원피스를 입고, 그 위에 살짝 가디건을 걸치고 있는 모습. 저주가 어느 정도 해제된 덕분에 가능해진, 저주의 흔적을 가리면서도 어느 정도 시원스럽게 몸매를 드러낸 차림새였다. 물론 예쁘기는 하지만, 대체 뭐가 바뀐 거지? 아, 혹시 화장실에 다녀온 거였나? 아까 전에 만지작거리던 부분이 고간이 아니라 허벅지 한 중간이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못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게다가 화장실을 다녀온 거라면 저 개운한 표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런 거라면 그냥 내 방에 있는 화장실에서 볼 일을 봤어도 상관없었을 텐데? 어차피 방음도 철저히 되어있으니까 소리가 들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우리 추기경님은 남보다 조금 더 섬세한 성격인 건가. “그, 그럼 같이…씻을까요?” “그럴까?” 내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마틸다가 우아한 동작으로 가디건을 벗어서 침대 차곡차곡 접어 근처 의자 위에 살며시 올려놨다. 나 역시 옷을 벗기 위해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고 한 순간, 어째선지 마틸다가 그 이상 벗지 않고 내게로 살며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느린 동작으로 살며시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짚더니,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다, 당신이…벗겨주시겠어요오?” 처음에는 어색하면서도 나름 유혹하는 것 같은 목소리를 냈던 마틸다였지만, 말이 끝나갈 때에는 완전히 몽롱한 목소리로 변해 있었다. 나랑 가까이서 시선을 마주치고 있는데다가, 신체 접촉까지 있는 상황이니까 말이야. 그야 이렇게 되겠지. 얘도 자기 증상은 누구보다 잘 알 텐데도 이러네. 뭐, 그런 모습도 예쁘지만 말이야. 마틸다가 너무 내게 홀딱 빠진 게 보여서 섹시하다고 느끼기 보다는 귀엽다고 느끼는 감정이 더 크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틸다의 유혹을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살짝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마틸다의 원피스 자락에 손을 뻗어서 그 끝을 천천히 올렸다. 그리고 원피스가 올라감에 따라 서서히 드러나는 뽀얀 허벅지. 그리고 그 허벅지 중간에 뭔가가 둘러져있는 걸 확인한 순간, 나는 그만 할 말을 잊고 말았다. 이, 이건…이건…! 전언 철회다. 누가 섹시하지 않대? 무지막지하게 섹시하잖아! 아까 전에 허벅지를 만졌던 게, 설마 그런 뜻이었어?! 뒤통수를 한 대 강하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원피스 아래로 보이는 다리가 스타킹에 감싸여있지 않았기 때문에 눈치 채지 못했다. 설마…설마 가터벨트를 착용하고 왔을 줄이야! 스타킹을 안 신었는데 어떻게 가터벨트를 차고 있냐고? 간단하다. 마틸다는 허벅지 중간에 가터 링을 끼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가터벨트는 그 가터 링에 연결되어 있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81 <-- 집사의 본심 --> 가터벨트와 가터 링 둘 다 본래는 스타킹이 흘러내려가지 않게 고정하는 용도로 착용하는 거다. 하지만 지금의 마틸다는 스타킹을 착용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 둘을 착용하고 있었다. 즉, 그야말로 순수하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착용했다는 말이다. 이래도 되는 거냐? 성직자가, 그것도 추기경님이 이래도 되는 거냐?! 너무 섹시하잖아! 아, 설마 내가 전에 좋아했던 거 기억하고 또 착용하고 와준 거야?! 사랑한다! 새하얀 가터 링과, 새하얀 가터벨트. 그리고 그 벨트 위를 덮고 있는 새하얀 속옷까지. 그 지독하게도 섹시한 모양새와는 정반대로 전부 청순해 보이는 새하얀 색의 속옷 세트였지만, 반대로 그 청순한 색이 더욱더 섹시미를 배가시키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청순한 건 새하얀 색 뿐이고, 추기경이란 직위에 걸맞게 그 속옷 세트들은 상당히 공을 들인 섬세하고 화려한 자수들이 수놓아져 있어서 더더욱 그렇게 느껴졌다. 잠깐. 자세히 보니까 그냥 천위에 자수가 새겨진 게 아닌데? 가장 은밀한 곳과 맞닿고 있는 아주 작은 면적을 제외하고는 속옷 전체에 화려한 섬세한 자수들이 둘러져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그 문양들 사이로 새하얀 마틸다의 피부가 고스란히 엿보이고 있었다. “마, 마틸다….” 그렇게 마틸다의 원피스 자락을 배꼽 언저리까지 들어 올린 자세 그대로 굳어져서는, 한참동안 마틸다의 하반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나는, 자수 하나 하나의 모양새까지 뇌리에 충분히 각인시킬 정도로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마틸다의 얼굴을 쳐다봤다. 물론 아직도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니었기 때문에, 말을 제대로 잊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네에…. 당시이인…. 으응…쪽….” 그리고 이미 핑크빛 모드에 돌입해있던 마틸다는 고개를 들어 얼굴을 쳐다보는 내 모습을 키스의 신호라고 느꼈는지, 녹아내릴 정도로 달콤한 목소리로 날 부르며 천천히 허리를 숙여서 내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처음에는 내 입술의 탄력을 확인하듯이 부드럽게 입술을 맞대고, 이내 그 감촉을 자세히 확인하듯이 입술을 움직여가며 천천히 내 입술을 더듬는 마틸다. 아직도 가터 세트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멍하니 입을 벌리고 있는 내 입술의 감촉을 철저히 맛보듯이 마틸다는 내게 진한 키스를 해왔다. 아직 혀는 사용하지도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지독하게도 야릇하게 느껴지는 그 키스에, 내 하반신이 바지를 찢을 듯 반응을 보였다. “아음…쪽…으응…당시인…당시이인….” 게다가 키스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입가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목소리. 그리고 내가 사랑스러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내 두 뺨은 천천히 쓰다듬는 그 부드러운 손길까지. 마틸다의 행동 하나하나가 내 뇌가 아무 기능도 하지 못하도록 녹여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가터벨트에 이어 추가타로 이런 달콤한 공격까지 당하게 되자, 결국 내 인내심은 한계에 달하고 말았다. 나는 여전히 원피스자락을 잡은 채로 마틸다의 배꼽 언저리까지 들어 올리고 있던 손을 그대로 쭈욱 높이 들어올렸다. “응…아응…!” 하지만 원피스를 벗기려면 지금 이렇게 키스를 하고 있는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덕분에 나와의 진한 키스가 강제로 중단 되게 생긴 마틸다는 앙탈을 부리는 것처럼 귀여운 목소리를 흘리며 내 아랫입술을 가볍게 한 번 깨물고는, 천천히 입술을 떼서 내가 자신의 원피스를 쉽게 벗길 수 있도록 두 팔을 들어줬다. 이미 반쯤 뇌가 녹아버린 나는 그런 마틸다의 반응에 더욱더 자극을 받아서는, 마틸다가 팔을 들어 올리는 순간 황급히 침대에서 일어나며 마틸다의 원피스를 완전히 벗겨냈다. 그렇게 드러나게 된 마틸다의 나신은, 여전히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안 그래도 믿고 있는 여신님이 그런 사상을 가지고 있는 탓에 신관들이 하나같이 한 미모를 자랑하는데, 그 중에서도 거의 꼭대기에 위치하는 추기경님이시다. 그야 아름답지 않은 게 이상한 거지. 그리고 그런 아름다운 몸을 더욱더 돋보이게 만드는 속옷까지 걸치고 있으니, 더욱더 빛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다시 한 번 시선이 자연스레 마틸다의 하반신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나는 문득 가슴을 감싸고 있는 속옷에는 아직 제대로 눈길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배꼽까지 내려갔던 시선을 살짝 위로 올리자, 거기에는 하반신을 감싸고 있는 속옷 세트와 마찬가지로 새하얀 브래지어가 마틸다의 풍만한 가슴을 감싸고 있었다. 역시나 섬세한 자수로 뒤덮여있는 브래지어는, 군데군데 구멍 뚫린 틈 사이로 마틸다의 새하얀 가슴이…아니. 저기 중간에 보이는 핑크빛은…! 나는 곧장 마틸다의 허리를 두 손으로 잡아서 들어올리고, 그 몸을 침대 위로 내팽개쳤다. 지금 느긋하게 씻기나 할 때야? 마틸다가 이렇게 온 몸으로 신호를 보내고 있잖아! 남자가 돼서 어떻게 이걸 받아주지 않겠어! “꺄악! 다, 당신? 으응…으음…하으응…쪽….” 갑작스레 침대로 던져진 마틸다는 순간적으로 핑크빛 모드가 풀리는 것같이 보였지만, 내가 황급히 옷을 벗어던지며 그대로 그 위를 덮고 키스를 하자 다시 달콤한 콧소리를 흘리며 내 목을 두 팔로 끌어안아줬다. 그렇게 마틸다와 키스를 하면서, 나는 두 손을 움직였다. 한 손은 그 커다란 가슴으로, 그리고 한 손은 하반신 쪽으로. 가슴을 어루만지는 손은 속옷 위로 그 커다란 가슴의 감촉을 만끽하듯이 커다랗게 주무르면서 하반신 쪽으로 내리던 손을 계속해서 내려가자, 이윽고 골반까지 내려간 손끝에 드디어 가터벨트가 닿게 됐다. 나는 손끝으로 그 가터벨트의 화려한 자수를 더듬은 후, 가터 링으로 이어진 벨트를 더듬듯이 쓰다듬으면서 천천히 손을 아래로 내려갔다. “하으응…흐응…당시이인….” 민감한 허벅지 안쪽을 간질이듯 쓰다듬어지는 게 상당히 기분 좋은지, 마틸다가 가벼운 콧소리를 내면서 내 목을 더더욱 꽈악 끌어안았다. 나는 그런 마틸다의 반응에 더욱 뇌가 녹아내리는 것 같은 기분을 맛보면서, 허벅지 안쪽을 간질이는 손을 더욱 섬세하게 움직이면서 천천히 천천히 위쪽으로 올라갔다. 그렇게 천천히 허벅지를 타고 손을 위로 올리자, 손끝에 팬티의 감촉이 느껴지기도 전에 먼저 느껴지는 감촉이 있었다. 바로 미끌미끌한 애액의 감촉이었다. 아직 이렇다 할 애무를 한 건 아니지만, 나와 키스를 하는 사이에 마틸다도 충분히 준비가 끝난 모양이었다. 나는 평소라면 준비가 끝나는 즉시 삽입을 하는 성격이고, 내 하반신도 당장 삽입을 시작하라고 성을 내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대로 조금 더 시간을 끌기로 했다. 모처럼 이런 섹시한 차림을 하고 있는데, 이대로 끝나버리는 건 너무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손끝에 묻은 애액을 마틸다의 부드러운 허벅지 안쪽에 펴 바르듯 문지르면서 천천히 손을 위로 올리자, 드디어 마틸다의 속옷의 감촉이 만져졌다. 하지만 나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속옷 라인을 타고 그리듯이 천천히 손으로 쓰다듬으며 올라가고, 이번엔 속옷에 새겨진 자수의 감촉을 확인하듯이 천천히 손을 움직였다. 오돌오돌한 자수의 감촉과 중간 중간 뚫려있는 구멍 틈사이로 만져지는 마틸다의 부드러운 살결이 대비되어 느껴지는 것이 상당히 기분 좋아서, 이렇게 속옷 위를 만지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만족감을 선사해줬다. “아흐응…다, 당시인…조, 조금 더어…흐응….” 하지만 그렇게 충분히 만족해하고 있던 나와는 달리, 마틸다는 이 상황이 충분히 만족스럽지 못한 모양이었다. 마틸다는 잠시 키스를 멈추고 그런 달뜬 신음과 비슷한 목소리를 흘리면서, 다리를 모으며 스스로의 허벅지를 안타깝다는 듯이 비벼댔다. 방금 전에 내가 허벅지 안쪽에 애액을 펴바른 덕분에, 마틸다가 허벅지를 비벼댈 때마다 미묘하게 나는 끈적한 소리가 내 흥분을 더더욱 고조시키는 기분이었다. 아무튼 마틸다가 이렇게 안타까워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지금까지 속옷의 자수 위만 더듬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마틸다가 입고 있는 이 속옷은, 알기 좋게도 딱 제일 중요한 부분만 자수로 뒤덮여있지 않았다. 즉, 마틸다는 아직도 중요한 부분만을 만져지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자수의 틈사이로 음부 주변의 살은 직접 만져지기까지 했으니, 더더욱 안타까운 기분이 들었겠지. 하지만 나는 왠지 이대로 마틸다의 음부를 만지는 게 아깝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마틸다의 입술에 가볍게 버드 키스를 해주고, 내 목을 끌어안고 있던 마틸다의 팔을 풀고 나서 천천히 몸을 아래로 내렸다. “아앙….” 마틸다는 내가 뭘 하려는 지 깨달았다는 듯, 환희에 찬 목소리를 흘리면서 천천히 다리를 양옆으로 벌렸다. 그리고 마틸다의 몸 아래에 자리 잡은 나는, 마틸다의 하반신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 아까도 느꼈던 거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바라보게 되니 정말 황홀하다. 게다가 스타킹 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완벽하게 제 기능을 하고 있는 가터 링이 마틸다의 탄력 있는 허벅지를 살짝 파고들면서, 그 부분의 허벅지 살이 살짝 튀어나온 것처럼 보이는 게 엄청나게 섹시했다. 이거 진심으로 벗기기 싫어지는데. 한동안 그 황홀한 광경을 바라보며 고민한 나는, 결국 본능에 충실하기로 했다. 벗기기 싫으면 안 벗기면 되지. 나는 두 팔로 마틸다의 허벅지를 각각 끌어안고는, 그대로 얼굴을 마틸다의 고간 사이로 파묻었다. “흐으으응!” 물론 오늘 하루 종일 집밖에 나가지도 않고 침대 위에서만 지냈다고는 하나, 아직 씻지도 않은 마틸다의 그곳에서는 향기마저 나는 것 같았다. “햐으응! 다, 당시인…! 부끄러워요오!” 이미 질척질척하게 젖은 속옷에 코를 박고 숨을 크게 들이쉬자, 마틸다는 두 손으로 살짝 내 머리를 밀면서 그렇게 말했다. “난 좀 더 이러고 싶은데. 싫어?” “아, 아아…다, 당신이 원하신다며언….” 하지만 내가 고개를 들고 진지한 목소리로 변태 같은 말을 하자, 마틸다는 내 머리를 밀던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면서 부끄럽다는 듯 승낙해줬다. 역시 자애로우신 여신님을 받드는 사람답게 마음이 넓다. 덤으로 가슴도. 아니. 진심으로. 레이아도 그렇고, 여기 사제들은 진짜로 가슴이 전부 큰 거 아니야? 누워있는데도 불구하고, 얼굴을 가리기 위해 접고 있는 팔 사이로 가슴이 모아지면서 상당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파티에 레이아라는 너무도 거대한 산이 존재하기 때문에 저평가 당하기 십상이지만, 마틸다도 상당히 크단 말이야. 나는 가슴 너머로 보이는 마틸다의 얼굴을 향해 한 번 빙긋 웃어주고는, 안심하고 다시 마틸다의 고간에 얼굴을 박았다. 물론 나만 즐기기는 미안하니, 이번엔 나 역시도 마틸다에게 즐거움을 줄 생각이었다. 속옷에서 유일하게 자수가 놓아져있지 않은 곳. 때문에 흠뻑 젖은 새하얀 천이 투명해져서 그 아래에 숨겨져 있는 핑크빛 속살을 그대로 내비치고 있는 그곳을 향해서, 나는 천천히 혀를 뻗었다. “흐응! 아앗! 다, 당시인…!” 내 혀끝이 흠뻑 젖은 속옷 위로 마틸다의 음부에 닿자, 마틸다는 드디어 원하는 걸 얻었다는 듯이 황홀한 목소리로 날 불렀다. 게다가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느끼는 건지, 옆으로 벌리고 있던 허벅지를 파르르 떨면서 반사적으로 다리를 오므리려고 했다. 물론 내가 그 다리를 두 팔로 꽉 껴안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다리를 오므리려던 마틸다의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나는 두 손으로 마틸다의 가터 링 부분과 허벅지 안쪽을 천천히 더듬으면서, 입술을 움직였다. 처음에는 도톰한 음순과 마치 키스를 하듯이 입을 맞추고는, 입술을 움직여서 속옷 위로 마틸다의 음부의 감촉을 확인하듯 더듬었다. 그리고 음부의 상태를 완벽하게 파악한 나는, 두 입술을 이용해 마틸다의 음핵을 가볍게 꼬집었다. “흐으으응!” 속옷 위로, 그것도 이빨은 쓰지 않고 입술로만 가볍게 깨문 것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오래 참아왔던 마틸다는 자지러질 것 같은 신음소리를 흘리면서 그대로 몸을 바르르 떨었다. 그리고 동시에, 차마 속옷이 다 막아주지 못하고 뿜어져 나오는 애액이 내 얼굴을 흠뻑 적시게 됐다. 얼굴로 달콤한 애액의 맛을 확인하게 된 순간, 나는 드디어 내 하반신을 억누르고 있던 이성이 끊어짐을 느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연참!                      582 <-- 집사의 본심 -->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내 머리를 휘감고 있는 마틸다의 다리에 막혀서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팔로 허벅지를 잡고 있는 거 아니었냐고? 아니. 그게 말이야. 마틸다는 나보다 고레벨이고, 게다가 사제가 아니라 성기사고 말이야. 여기까지 말했으면 굳이 끝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무슨 말인지 알겠지? 뭐, 그런 거야. 아무튼 그렇게 두 다리로 내 머리를 꽉 끌어안으면서 절정에 달한 마틸다는, 이윽고 절정의 파도가 한 차례 지나가자 천천히 다리에 힘이 빠지며 그대로 두 다리를 양옆으로 내팽개치듯 벌렸다. “하앗…하앗…하앗…응…당시인….” 물론 가터벨트 세트의 힘이 강력하다고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하얀 색 때문에 얼핏 보기에는 청순해 보이는 속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마틸다다. 그런 마틸다가 이렇게 두 다리를 양옆으로 내팽개치고 힘이 풀린 모습으로 달뜬 숨을 내쉬는 광경은, 퇴폐미마저 느껴질 정도로 자극적인 모습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하반신에 전신을 지배당하며, 이번에야말로 몸을 일으켜서 마틸다의 속옷에 손을 가져다댔다. 하지만 그 순간, 잠깐 하반신에 눌려있던 이성이 다시 고개를 들이밀었다. 과연 이대로 그냥 속옷을 벗겨도 되는 걸까? 물론 이대로 속옷을 벗기더라도, 가터벨트는 남겨둔 채로 그대로 행위에 이를 수는 있다. 하지만 정말로 그래도 되는 걸까? 두 눈을 뜨고 똑똑히 보라고. 가터 링과 가터벨트, 그리고 속옷이 환상적으로 한데 어우러져있는 이 모습을. 가터벨트는 가터벨트 그 자체만으로 존귀하지만, 그 위에 속옷이 덮어짐으로서 더더욱 큰 파괴력을 자랑하는 거다. 과연 내게 이 모습을 망칠 자격이 있는 걸까? 아니. 없다. 그 누구도 이 환상적인 광경을 망칠 자격은 없어.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자연히 속옷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 역시 내 이성이다. 이렇게 언제 어느 때라도 가장 냉철하고 정확한 판단을 내려주지. 나는 스스로의 이성의 견고함에 감사하면서, 마틸다에게 말을 건넸다. “마틸다. 부탁이 하나 있어.” “네에…. 당신의 부탁이라면…뭐든 들어줄 수 있어요….” 그리고 마틸다는 손을 뻗어서 내 뺨을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내 부탁이 뭔지도 듣기도 전에 승낙을 해줬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추기경님의 자비로움에 나는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며 눈물마저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눈물을 흘리기에는 이르다. 눈물을 흘리는 건 잠시 후로 미루자. 나는 황급히 인벤토리에서 새 나이프를 하나 꺼냈다. 사실 얼음동굴에 처음 갔을 때 꽤나 고생을 한 이후로, 나는 여분의 나이프를 넉넉하게 준비해두고 있게 됐다. 그래서 현재 내 인벤토리에는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나이프가 존재 했다는 거다. 물론 사용한 나이프도 사용 후에 깨끗하게 손질하기는 했지만, 이런 일에 몬스터를 갈랐던 나이프를 사용하는 건 찝찝하니까 말이야. “당신? 나이프는 대체?” 내가 나이프를 꺼내드는 걸 보고, 마틸다는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 행동에는 순수하게 의문만 느껴질 뿐, 두려움 같은 감정은 일절 느껴지지 않았다. 솔직히 비명을 질러도 이상하지 않을 광경이라고 생각하지만, 과연 핑크빛 모드 마틸다야. 이런 점에서 보면 저주란 게 꼭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니라니까. 아무튼 나이프를 꺼내든 나는, 마틸다의 속옷 안으로 살짝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렇게 음부에 찰싹 붙어있는 젖은 속옷을 살짝 떼어내고, 나는 자수가 없는 속옷의 천 부분에 나이프를 가져다대어 그대로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이루어진 천부분만을 깔끔히 오려냈다. 그리고 나서나는 다시 나이프를 집어넣고는, 마틸다의 속옷을 제대로 정돈했다. 그렇게 다시 속옷을 제대로 착용하게 된 마틸다의 모습은, 그야말로 황홀했다. 마치 이런 행위를 위해 만들어진 속옷처럼, 화려하게 자수가 새겨진 속옷은 가장 중요한 부위만을 가리지 못한 채 완전히 노출시키고 있었다. 물론 아까 전에도 흠뻑 젖어 투명해진 속옷 아래로 그 핑크빛 속살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역시 이렇게 직접적으로 노출이 되어있는 것과는 그 느낌이 상당히 달랐다. “다, 당신….” 마틸다도 그제야 내 부탁이 뭔지를 깨달았다는 듯, 살짝 부끄러워하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그런 표정이나 목소리와는 달리, 마틸다의 두 손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왔다. 처음에는 삽입하기 좋게 스스로 허벅지를 안으려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마틸다는 두 손을 자신의 가랑이, 구멍이 뚫린 속옷의 틈사이로 가져다댔다. 그리고 두 손의 검지와 중지를 이용하여, 마치 더블피스를 하는 것처럼 자신의 음부를 활짝 벌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나는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던 이성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대로 몸을 일으켜서 두 손으로 마틸다의 허벅지를 붙잡아서 살짝 위로 밀고는, 그대로 내 성난 물건을 마틸다의 음부에 잇댔다. 그리고 허리에 힘을 줘서 천천히 물건을 앞으로 전진시키자, 스스로의 손가락으로 인해 활짝 벌려진 마틸다의 음부는 아무런 저항 없이 끝까지 내 물건을 받아들여줬다. 물건이 완전히 삽입되고 나서 마틸다의 전신을 새삼 내려다보자, 그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속옷을 옆으로 비끼고 삽입한다는 선택지도 없는 건 아니었지만, 역시 가터벨트는 속옷을 제대로 착용하고 있을 때 가장 빛나는 법이니까. “후으응…하응….” 이렇게 눈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데, 삽입을 한 이상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부드럽게 받아들여준 것과는 달리, 정작 완전히 안으로 들어가자 사방에서 강하게 조여오며 내 물건을 자극하는 마틸다의 음부. 그리고 내 귓가를 간질이는 그 달콤한 신음소리까지. 나는 말 그대로 뇌가 녹아내리는 기분을 맛보며 천천히 허리를 움직였다. 어쩌면 이거야 말로 둘이서 처음 보내는 날의 밤에 가장 어울리는 행위일지도 모른다. 아무 생각도 않고, 그저 서로만을 탐하는 것 말이다. 실비아 때는 워낙 신경 쓸 게 많아서 그러지 못했으니까 말이야. 아니. 물론 그렇다고 해서 실비아때가 안 좋았다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오늘 밤은 뇌가 녹아내려도 상관없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이렇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보내자. 굳이 따지고 보면 마틸다도 저주 관련 일을 신경 써야 하기는 하지만, 그거야 안에 싸기만 자연스레 해결되는 거니까 말이야. “으하앙! 흐응! 하아앙! 당시인! 흐응! 사랑해요! 흐응! 사랑해요오!” 마틸다의 음부 감촉을 음미하듯이 천천히 움직이던 내 허리는, 점점 가속도를 붙여가며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틸다는 녹아내릴 것 같이 달콤한 신음소리를 흘리면서 자신의 애액이 묻은 두 손으로 내 뺨을 쓰다듬으며 끊임없이 사랑을 속삭였다. 말끝마다, 그리고 신음소리 하나하나마다 하트를 붙이는 것같이 느껴질 정도로 달콤한 그 목소리에, 내 허리 움직임도 더더욱 빨라져만 갔다. 너무 빨라진 움직임에 화상이라도 입는 거 아닐지 걱정될 정도로 말이다. 살짝 시선을 아래로 내려서 우리의 접합부를 바라보자, 내 물건에 의해 최대한 벌려진 마틸다의 음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물건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꽉 물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 물건이 강하게 파고들 때는 환영한다는 듯이 살짝 힘을 빼면서 내 물건을 부드럽게 받아주고, 안쪽을 노크하면 음순을 움찔움찔 떨면서 자신이 지금 얼마나 쾌감을 느끼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내 물건이 뒤로 빠져나가려고 하면 음부에 힘이 들어가서는 꾸욱꾸욱하고 물어주기까지. “흐으읏! 흐응! 당시이인!” 마틸다는 슬슬 한계에 달한 듯, 내 뺨을 어루만지던 손을 움직여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내가 그대로 마틸다의 몸 위로 몸을 덮으며 키스하자, 마틸다는 내 혀를 살짝 깨물면서 참기 힘들다는 듯 두 손에 손톱을 세우고 내 등을 긁었다. 마틸다의 스탯 때문에 등 뒤에 살짝 상처가 나는 게 느껴졌지만, 지금은 힐링 섹스가 발동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등뒤에 살짝 생겼던 상처가 급속도로 나으면서 간질간질한 느낌을 주는 것이, 색다른 자극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다, 당신…흐윽! 가, 같이…하앙…같이이…흐으으으응!” 내 혀에 혀를 뒤엉키면서도 애원하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던 마틸다는, 내가 힘차게 허리를 밀어 넣으며 물건 끝으로 안쪽을 강하게 노크하는 순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 역시도, 마틸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마틸다의 절정과 동시에 그 안에 사정을 했다. “흐으읏! 흐응! 하응!” 안 그래도 절정의 물결 한 복판에 있던 마틸다는, 내 사정까지 동시에 느껴지자 작살 맞은 물고기처럼 몸을 퍼덕이면서 신음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몸을 퍼덕일 때마다 푸슛 푸슛하고 따뜻한 애액이 뿜어져 나오는 게 다리 사이로 느껴졌다. 나는 마틸다가 진정될 때까지 잠시 키스를 하고 있기로 했다. “흐아앙…하앙…당시이인….” 지독한 쾌감에 시달리면서도, 마틸다는 내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는 듯 내 키스에 적극적으로 호응해줬다. 그리고 그 혀의 움직임으로 인해 마틸다의 상태가 어느 정도 괜찮아졌음을 깨달은 나는 살며시 입술을 떼고 자세를 바꿨다. 이번엔 마틸다의 다리를 가지런히 한데 모아서 한 팔로 끌어안은 다음 내 한쪽 어깨에 걸치게 만들고, 그대로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다리를 꽉 모으게 되자 도톰한 음순이 내 물건을 더더욱 꽉 물어주는 자세가 되어서, 안 그래도 내 물건을 꽉꽉 물어주던 마틸다의 음부의 조임이 더욱더 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자세로 다리를 끌어안고 있으면 쭉 뻗은 다리가 그대로 시야에 들어와서, 가터벨트가 더더욱 강조되어 보이기도 했다. “흐으응! 하앙! 흐읏! 흐으읏!” 절정의 여운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다시 허리를 움직이는 나로 인해, 마틸다는 다시 한 번 달콤한 신음성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몇 번이나 자세를 바꿔가면서 다양한 체위로 마틸다를 절정에 달하게 만들었다. 물론 나 스스로도 마틸다의 안에 몇 번이나 사정을 했다. 굳이 참을 필요 없잖아? 어차피 저주를 풀기 위해선 안에 많이 싸야 하기도 하고.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를 사정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뇌가 녹아내려 섹스밖에 머리에 남지 않게 된 것처럼 허리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에는 마틸다가 뒤로 돌아 무릎을 세운 채 엉덩이를 내민 자세. 즉 후배위로 마틸다와 이어져있는 중이었다. 동그란 모양의 부드러운 엉덩이를 가로지르며 살짝 파고들어있는 가터벨트의 모습이 그렇게 섹시할 수가 없었다. 나는 두 손으로 그 엉덩이를 강하게 주무르면서, 열심히 허리를 움직였다. “흐으으응!”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마틸다가 절정을 느낌과 동시에 나는 사정을 했다. 그동안 안에 엄청나게 싸댔기 때문인지, 물건을 뽑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내 물건과 마틸다의 음부의 틈 사이로 하얀 액체가 터져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흐아앙! 아, 안대애…자, 잠깐…멈추…흐응….” 그리고 상황이 그렇게까지 되자, 핑크빛 모드가 돼서 내 모든 걸 받아들여줄 것 같던 마틸다도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그제야 나도 조금 냉정해진 머리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대체 쉬지 않고 몇 번이나 해댄 거야? 스스로 생각해도 조금 지나친 감이 있었다. 핑크빛 모드의 마틸다가 그만하라고 말할 정도라니. 마틸다의 요망대로, 나는 천천히 스스로의 물건을 뽑았다. 그러자 이미 온 몸에 힘이 빠져있던 마틸다는, 마치 개구리처럼 두 다리를 스르르 벌리며 그대로 침대 위로 엎어지고 말았다. “하앗…하앗…흐읏…하앗….” 하지만 그런 자세를 취하고 있던 것도 잠시. 마틸다는 마치 해야 할 것이 남아있다는 것처럼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는 머리가 내 쪽을 향하도록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무너져 내리듯 침대에 엎어져서는…. “아음…쪽…낼름….” 할짝할짝 침대 시트를 핥기 시작했다. 자세히 보니 그 위치는 방금 전까지 마틸다의 음부 아래에 있던 곳이었다. 즉, 마틸다는 음부 밖으로 새어나간 내 정액을 핥고 있었다. 그렇게 깨끗이 침대 시트를 핥은 마틸다는, 이번엔 고개를 들어서 혀를 내밀고 내 허벅지부터 쭈욱 타고 올라와서 이번엔 내 물건을 핥기 시작했다. 그 행동을 보고나서 마틸다의 하반신에 시선을 주자, 나는 거기에서 마틸다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음부에서 흘러나와 허벅지를 타고 흘러내리는 내 정액을 다시 자신의 음부에 집어넣듯이 바쁘게 움직이던 손가락은, 이윽고 충분히 목적을 달성했다는 듯 살며시 손끝으로 자신의 음부를 틀어막았다. 그 광경을 보고나자, 나는 스스로의 이성이 다시 희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전적으로 마틸다가 나빠. 내 잘못이 아니야. 이런 섹시한 모습이라니. 심지어 정액을 자신의 음부에 넣을 때마다 거칠어지는 마틸다의 콧바람이 내 물건을 자극하기까지 했다고. “하응…당신…아깝게 흘리면 안 되잖아요…? 꺄앗!” 마틸다가 살짝 앙탈을 부리듯 그렇게 말한 순간, 나는 이성을 완전히 날려버리고 다시 한 번 마틸다를 눕혀서 그 음부에 물건을 삽입했다. “흐으응! 당시인! 그러니까아…! 흐읏!” 거칠게 물건을 삽입하자 음부 안을 채우고 있던 내 정액이 터져 나오게 돼서 마틸다가 다시 볼멘소리를 흘리기는 했지만, 그 소리 역시도 이내 쾌감 섞인 달콤한 신음소리에 묻혀 사라지게 됐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83 <-- 집사의 본심 --> 그렇게 끊임없이 서로를 탐하며 밤을 보낸 우리였지만, 과연 이틀 연속으로 밤을 샐 수는 없었다. 아무리 힐링 섹스가 있고, 낮잠을 잤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사람은 제때 제때 잠을 자주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어져있다고. 게다가 진짜 정신줄을 놓고 달린 영향도 있었고 말이다. 때문에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어느 새인가 잠이 들어있었다. “응…으음…하음….” 그리고 그렇게 잠든 날 깨우는 건, 입술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었다. 아니. 입술뿐만이 아니었다. 몸 전체로 부드러운 뭔가가 느껴졌다. 다리에는 부드러우면서 탄력 있는 뭔가가 닿아있었고, 가슴부근에는 뭔가 거대하고 기분 좋은 무게감이 내 가슴을 압박하고 있었다. 게다가 두 뺨까지 뭔가가 부드럽게 감싸고는, 내 입술에 도장을 찍듯이 꾸욱꾸욱하고 마시멜로같이 말랑말랑한 무언가가 짓눌러져왔다. 거기에 더해 뭔가가 내 입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아직 몽롱한 상태였던 나는 반사적으로 그 물체를 살짝 깨물고 말았다. “아읏! 아응…흐흐응….” 그러자 귓가를 간질이는 것 같은 섹시한 콧소리가 지근거리에서 들리더니, 다시 한 번 내 입 안에 뭔가가 부드럽게 침입해왔다. 그리고 그제야 나는 천천히 눈을 뜨고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확인해봤다. “아앙…응…쪽. 어머. 일어났네요? 간밤엔 잘 났나요?” 역시나라고 할까. 마틸다가 내 위에 올라타서 두 뺨을 손으로 감싸 안고는 열렬히 키스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응. 마틸다도 잘 잤어?” “으응…아니요오.” “으, 응? 아니라고?” “네에. 너무 두근두근 거려서 잠들지 못했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마틸다는 살짝 몸을 일으키며 한 손으로 내 손목을 붙잡고는 그대로 자신의 왼쪽 가슴에 댔다. 속옷을 입은 상태로 신나게 해댔던 우리였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히 속옷마저 모두 벗어던지게 됐고, 덕분에 마틸다의 가슴은 아무런 방해물도 없이 내 손에 직접 맞닿게 됐다. 손바닥 가득 들어오는 물컹한 감촉 너머로, 확실히 마틸다의 고동은 꽤나 빠른 속도로 뛰고 있었다. “지, 진짜로? 한 숨도 안 잤다고? 너 어제도 안 잤다고 하지 않았냐?” 손바닥을 가득 채우는 그 매혹적인 감촉에 하마터면 또 정신이 팔릴 뻔 했지만, 나는 가까스로 정신줄을 붙잡고는 그렇게 질문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손을 움직여 가슴을 주물럭거리기는 했지만 말이야. 어쩔 수 없잖아? 이건 유전자에 각인 된 본능이라고. “아응…후훗. 걱정해주는 건가요? 괜찮아요. 당신 얼굴만 쳐다보고 있어도 시간 가는 줄 몰랐는걸요.” 마틸다는 한 손으로 내 뺨을 부드럽게 한 번 쓰다듬고는, 가슴에 느껴지는 감촉이 간지럽다는 듯이 쿡쿡 웃으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틀 연속은 힘들지 않냐? 게다가 저 말은 즉, 얘는 밤새 이 핑크빛 모드를 유지하고 있었다는 건가. 아무리 저주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굉장하네. 아, 그러고 보니 저주하면…. 간밤에는 상당히, 상당히 많이 싸지른 기억이 있다. 나는 뺨을 쓰다듬는 마틸다의 손을 위에서 덮듯이 잡아주면서, 힐끔 눈을 돌려서 마틸다의 몸에 새겨져있는 저주의 흔적을 확인해봤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그 모습은…지금까지 내가 마틸다의 저주 해제 작업을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 반성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엄청 줄어 있잖아. 이거 이대로 며칠만 더 해대면 풀 수 있는 거 아냐? 아니. 물론 아무리 나라도 어젯밤처럼 정신줄 놓고 매일같이 해댈 생각은 안 들지만 말이야. 게다가 마틸다하고만 계속 밤을 지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아무튼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을 정도로, 마틸다의 저주는 급격히 줄어있었다. 어느 정도 수준이냐면, 팔에는 저주의 흔적이 아예 자취를 감춘 수준이었다. 물론 몸은 팔다리보다 면적이 넓은 만큼 저주의 흔적이 더 많이 새겨져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팔의 흔적이 전부 사라진 건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오프 숄더 복장까지는 아직 무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민소매 옷 정도는 소화할 수 있게 된 거니까 말이야. “당신? 왜 그래요?” “아니. 너무 예뻐서.” “아앗! 당신도 너무 멋져요!”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는 내게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은 마틸다였지만, 내가 그렇게 둘러대는 순간 곧장 다시 내게 달라붙으며 키스를 해왔다. 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굳이 저주를 상기시켜줘서 분위기를 깰 필요는 없으니까 말이야. 물론 저주 해제 작업이 엄청나게 진척됐다는 건 기쁜 소식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몸을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 몸에 새겨진 저주의 흔적을 의식하게 되는 건 싫을 테니까. 그리고 자연스럽게, 나와 마틸다는 다시 한 번 몸을 겹치게 됐다. 격정적이었던 어젯밤과는 달리 이번에는 느긋하게 즐기듯이 말이다. “구원님. 아침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의 행위는 바넷사가 방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끝을 고했다. “아앗! 다, 당신. 바넷사씨가….” 이런 경험이 처음인 마틸다는, 핑크빛 모드가 풀릴 정도로 화들짝 놀라서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당황하지 마. 매번 있는 일이야.” “다, 당당히 말할 건 아닌 것 같은데요….” 당황하는 마틸다를 진정시켜주자, 마틸다가 살짝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괜찮잖아. 어차피 저기 있는 인터폰 비슷한 마법 도구를 작동시키는 게 아닌 이상 우리가 하는 소리가 바넷사한테 들리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뭐, 그렇게 말하는 나도, 살짝 미묘한 기분이 들기는 했지만 말이지. 그도 그럴 게, 이전과는 다른 거다. 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아침마다 날 부르러 오는 게 내 여자인 거다. 그런데 나는 이렇게 다른 여자랑 뒹굴다가 나가는 거니, 솔직히 미묘한 기분이 안 드는 게 이상한 거지. 아무튼 그런 기분을 내색하지는 않고, 나는 황급히 마틸다에게서 떨어져 준비를 하기로 했다. “크, 크흠! 아무튼 빨리 갈아입자. 바넷사 기다리겠다. 아, 잠깐!” “뭐, 뭔가요? 소리를 지르고.” “가터벨트는 내가 입혀줄래!” “당신도 참…. 빨리 하세요. 바넷사씨를 기다리게 만들면 미안하니까요.” 마틸다는 황당하단 표정을 지으면서도, 가터 링과 가터벨트를 내게 건네고는 살며시 자신의 다리를 내게 뻗었다.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리광을 받아준다니까. 사랑합니다. 추기경님. 그렇게 물의 정령을 불러내어 간단히 몸을 씻고, 마틸다에게 가터벨트까지 착용시키는 진귀한 경험을 한 후, 우리는 각자의 옷을 챙겨 입고 황급히 문을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방문을 나서기 직전에, 또 하나의 사건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앗!” 갑자기 마틸다가 조그맣게 탄식 비슷한 목소리를 흘린 거다. 그 목소리에 반응하여 마틸다를 돌아보니, 마틸다는 손으로 살짝 다리사이를 누르고는 다리를 꼼지락대면서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왜 그래?” “다, 당신 먼저 가요.” “응? 왜?” “머, 먼저 가라니까요?” “아니. 왜 그러는지 말을 해줘야지. 혹시 화장실이 급해서 그래? 그 정도는 기다릴게.” 마틸다는 어떻게든 날 먼저 보내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왜 그러는지 이유가 궁금했던 나는 계속 버티고 서있었다. 그러자 더는 못 참겠다는 듯, 마틸다가 새빨개진 얼굴로 외쳤다. “흐, 흘러나온단 말이에요! 당신이 제 속옷에 구멍을 뚫어놓은 덕분에 지금 다리까지 타고 내리고 있어요!” 응? 흘러나와? 다리를 타고…아, 오우…. 잠깐 고개를 갸우뚱했던 나였지만, 곧바로 마틸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정령으로 씻겨줄까?” “안쪽까지 말인가요?! 그냥 좀 먼저 가세요!” “처, 천천히 해. 문밖에서 기다릴게.” 결국 나는 도망치듯이 황급히 문밖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도망친 그 곳에는, 다른 여자와 내가 뒹굴다 나오는 걸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준 내 여자가 있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으, 응. 안녕….” “…….” “…….” 어색해 죽을 것 같다.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내가 평소 아침에 얘랑 무슨 말을 했더라? 아니. 내가 왜 연애 처음 해보는 숙맥처럼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어야 되지? 그렇게 번민하는 나와 다르게 바넷사는 전혀 어색해하지 않고, 언제나처럼 완벽한 무표정을 유지한 채로 가만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마틸다님은 안 계시는 겁니까? 어젯밤은 마틸다님과 함께 지내셨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아니. 어색해하기는커녕, 오히려 핵심을 찌르는 질문까지 해대고 있었다. “으, 응? 그게 정…정돈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모양이야. 응. 조금만 기다리자.” “그렇습니까.” 위험해라. 하마터면 정액이 흘러나와서 그거 처리하느라 늦는단 얘기를 할 뻔 했잖아. 어제 이전이었으면 그런 얘기도 아무렇지 않게 했겠지만, 이제 얘도 내 여자가 된 거니까 그런 얘기는 안 해야지. 아니. 생각해보니 어제 고백을 했다는 건, 그 이전에도 이미 얘는 날 좋아하고 있었다는 얘기잖아. 그럼 난 날 좋아하는 애 상대로 지금까지 그런 얘기도 아무렇지 않게 한 거였어? “…….” “…….” 죄책감에 죽을 것 같다. 덤으로 어색해서 죽을 것 같다. 누가 좀 살려줘. 추기경님. 빨리 나와 주세요. 빨리 이 어색한 분위기를 깨주세요! “기, 기다리셨죠? 다 됐어요.” “마틸다아!” “꺄악! 가, 갑자기 뭔가요?! 바넷사씨가 보잖아…으음…당시인….” 그렇게 어색한 시간을 보내기 수 분. 마틸다가 방에서 나오자, 나는 나도 모르게 기쁨에 벅차 마틸다를 꽉 끌어안고 키스를 했다. 하지만 입술이 맞닿은 순간, 마틸다의 말을 듣고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가시죠.” 머뭇머뭇 바넷사를 쳐다보자, 바넷사는 위화감이 들 정도로 딱딱한 무표정을 유지한 채로 그렇게 말하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안 그래도 완전히 첩으로 만들지도 못해서, 더욱더 내게 빠지게 만들어야 되는 상대를 두고 이런 짓을 하다니. 나란 놈은 진짜…디아나가 알면 혼내겠지? 우울한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지만, 계속 이렇게 어색하게 굴 수는 없었다.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는 바넷사의 뒤를 쫓아가면서, 우선 밝은 주제의 얘기부터 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마틸다. 저주 해제 작업이 엄청 진척된 거 확인했어?” 밝은 주제라고 생각하고 말을 했지만, 생각해보니 이것도 주제 선정을 실수한 거였다. 바넷사 역시도 저주를 푸는 방법이 뭔지는 알고 있을 테니, 그냥 대놓고 어젯밤에 엄청나게 해댔다고 선전한 꼴이잖아. “네, 네에…. 이 저주, 이렇게 빨리 풀 수 있는 거였네요….” 마틸다도 그걸 알고 있는지, 부끄러움 반 황당함 반 이라는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기쁨보다 먼저 황당함이란 반응이 튀어나오다니. 뭐, 기분은 이해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고생했던 저주가 이렇게 쉽게 풀려버리니 황당하기도 하겠지. “이대로 며칠만 힘쓰면 금방 풀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바넷사에게 들려주기 조금 그런 주제라는 걸 깨닫기는 했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주워담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마틸다에게 있어서 기쁜 소식인 건 사실이니까 말이다.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마틸다와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며칠이나 그렇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저도 염치가 있다고요. 그러니까 이 얘기는 그만 해요. 어차피 의식하지 않더라도 당신과 같이 있다 보면 언젠간 풀리지 않겠어요?” 그 얘기는, 평소 마틸다의 성격과 완전히 모순되는 내용이었다. 저 저주는 마틸다 혼자만을 괴롭게 하는 게 아니라, 지금도 저주의 영향으로 고자가 되어있는 수많은 남성들에게 고통을 주고 있는 거니까. 우리 착하신 추기경님은, 자신이 받는 고통보다도 그 남자들이 받는 고통을 생각하여 저주를 빨리 없애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잘라 말하면서 대화를 멈췄다는 건, 마틸다 역시도 지금 이 대화를 계속 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는 거다. 물론 그 이유라고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그런 내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마틸다가 살짝 바넷사를 바라보더니 다시 내 눈을 마주보고는 찡긋 윙크를 했다. 나 역시도 마틸다의 마음씀씀이에 감탄하면서, 엄치를 들어올리며 찡긋하고 윙크를 해줬다. “아아…당시이인….” 덕분에 마틸다가 다시 핑크빛 모드가 되어버려서, 식당으로 가는 내내 바넷사의 뒤에서 알콩달콩 달라붙어왔다. …마틸다야. 저주 최대한 빨리 풀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누굴지? // 마틸다가 구원을 부를 때 쓰는 당신은 그냥 상대방을 부를 때 쓰는 그 당신이 아니라, 부부끼리 서로를 부를 때 사용하는 그 당신입니다. 원래는 전자의 뜻으로 쓰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후자의 뜻으로 쓰고 있었죠. 그걸 인식하고 보시면 조금 덜 거슬리실 것 같네요. 14C2A58H2 // 무유 캐릭터 이미 있습니다. 디아나가 레이아에게 정신 공격 받고 실비아를 찾는 장면이 이미 몇 번인가 나왔었죠. asfdgads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84 <-- 집사의 본심 --> 자,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좋을까? 아침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나는 홀로 팔짱을 끼고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생각했다. 오늘은 어제처럼 날 구속하는 일 없이 다들 식사를 마치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나가려고 하면 곧장 말리겠지. 디아나하고는 어떻게 얘기가 잘 됐지만, 다른 애들은 아직도 내가 안정을 취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내가 근처에 있는지 확인 가능한 목걸이까지 건네 준 이상, 몰래 밖에 나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나는 얌전히 오늘도 저택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어차피 저택에서 할 일도 있고 말이다. 바넷사가 내게 더더욱 푹 빠지게 만든다는 중요한 일이. 하지만 빠지게 만든다고 하더라도,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은 걸까? 팔짱을 끼고 열심히 머리를 굴려본 결과, 나는 중요한 사실을 하나 깨달을 수 있었다. …주변에 여자가 많이 생겨서 하렘 같은 상황까지 되었다보니 스스로도 착각하고 있었어. 뭔가 그럴싸한 계획을 세우려는 것처럼 이러고 있는데 말이야, 애초에 난 지금까지 스스로 나서서 여자를 꼬셔본 적이 한 번도 없잖아! 생각해보니 그랬다. 지금까지 나한테 넘어온 여자들은 전부 같이 지내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호감이 생기게 된 케이스였다. 물론 실비아와 마틸다는 반하게 된 계기 같은 게 조금 특이한 케이스이기는 하지만, 어찌됐든 사도 임명 발동 조건을 만족하고 내 여자가 될 정도로 애정이 깊어진 건 같이 지내면서 그렇게 된 거다. 그나마 바넷사의 경우와 비슷한 케이스라면 레이첼 누님을 꼽을 수 있겠지만, 그 누님 역시도 바넷사의 경우와 완전히 상황이 같은 건 아니었다. 내게 좀 더 애정을 갖게 만들어야하는 바넷사와는 달리, 누님의 경우는 이미 날 향한 애정이 차고 넘칠 정도로 있으시다. 혼자서 4계층을 떠다니면서 날 찾아다니고, 날 발견하고 의식이 없다는 걸 깨달은 순간 제대로 확인도 안 해보고 패닉상태가 되어서는 무작정 섹스를 했을 정도니까 말이야. 그러니 난 누님을 만날 때마다 그저 단순하게 내가 다른 애들과 동시에 누님도 언제까지나 사랑할 수 있다고 믿음을 주기만 하면 됐다. 즉, 형식상으론 아직 내 여자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냥 내 여자 대하듯이 대하기만 하면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바넷사는…여자가 내게 반하게 만든다는 거, 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설마 이런 기본적인 단계에서부터 막혀버릴 줄이야. 아무리 머리를 싸쥐고 생각해봐도, 마땅히 떠오르는 건 없었다. 아니. 나도 일단 보고 들은 게 있으니까 대충 맘에 드는 여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는 있어. 이론상으로는 말이야. 하지만 상대는 그 바넷사라고? 몸에 피 대신 얼음물이 흐를 것 같은 그 바넷사가, 일반적인 방법으로 꼬드긴다고 해서 과연 넘어올까? 심지어 실전 경험도 없이, 그저 이론상으로만 두루뭉술하게 알고 있는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남자들이 하는 것보다야 성공률이 높기는 할 거다. 일단 내게 고백을 할 정도로 좋아하기는 하는 모양이니까 말이야.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여전히 성공률은 낮아보였다. 난 지금 바넷사의 안에서 디아나를 향한 감정보다 날 향한 감정이 더 커지게 만들어야 하는 거라고. 게다가 수대에 걸쳐서 내려온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서라는 중대한 목적까지 가지고. 그런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어설픈 작전보다는, 뭔가 더 확실한 게 필요했다. 바넷사가 확실히 감정의 변화를 보일 정도로 강렬한 한 방이. 그리고 그런 강렬한 한 방이라면, 지금 내게 생각나는 건 딱 하나밖에 없었다. 그래. 섹스말이다. 아니. 아니라고. 머리에 섹스만 가득차서 그런 게 아니라고. 그게 말이야, 소위 말하는 떡정이란 것도 있잖아? 그리고 내가 제일 잘 하는 것이기도 하고 말이야. 자신 있는 분야로 상대를 끌어들여 승부하는 건 기본 중에 기본 아니겠어? 거기에 더해 내가 지금까지 바넷사랑 알고 지내면서 제일 그 철가면이 많이 벗겨졌을 때가 바로 섹스할 때였으니까 말이야. 다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섹스란 결론이 나온 거라고. 게다가 바넷사도 스스로 말했잖아? 가끔씩 사랑받고 싶다고. 즉, 하자고 해도 된다는 뜻이잖아? 어차피 여기서 이렇게 머리를 싸매고 끙끙 거려봐야 이것보다 더 좋은 생각도 나오지 않을 것 같고 말이야.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킨 나는, 일단 바넷사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뭐,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찾아가는 게 아니라, 바넷사가 찾아오는 거지만 말이야. “바넷사!” 나는 곧장 박수를 치면서 바넷사를 불렀다. 물론 바넷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바넷사씨. 혹시 바쁘시지 않으면 잠깐 얼굴 좀 비쳐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바쁩니다.” 그리고 이번엔 박수 없이 정중하게 말하고 나서야, 바넷사는 어디에선가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기분 탓인지 그 시선은 꽤나 차갑게 느껴졌다. 아니. 절대 기분 탓이 아니겠지. “무슨 일이십니까?” “하자. 지금. 당장.” 바쁜 것 같은 바넷사에게 최대한 빨리 용건을 전하자, 무표정으로 날 바라보던 바넷사의 시선이 점점 쓰레기를 보는 것 같은 그것으로 변해갔다. 야. 너 진심으로 그 표정 그만둬라. 상처받는다고. 내 멘탈이 튼튼했기에 망정이지. 다른 사람 같았으면 삶의 의욕을 잃을 수준이라고. 아니. 물론 내가 잘못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 그렇게 한동안 날 쓰레기 보듯 쳐다본 바넷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발걸음을 돌려서 사라지려고 했다. “자, 잠깐 스톱!” “…후우. 뭡니까?” 아니. 그러니까 그 표정 그만 두래도. 너 계속 그렇게 쳐다보면 나 운다? 다 큰 남자가 엉엉 우는 거 보기 싫으면 얼른 그 표정 그만 둬라. “농담이었으니까 너무 그렇게 정색하지 마라.” “농담이었습니까?” “…하, 하핫. 제법 핵심을 찌르는 질문이군.” “볼 일이 없으면 전 이만….” “그러니까 스톱! 볼 일이라면 있어!” “그러니까 뭡니까?” 아무래도 정말로 바쁜 모양인지, 내가 다시 한 번 불러 세우자 바넷사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정작 나는 할 말이 없었다. 플랜 A. 섹스로 친목 다지기가 물 건너 간 거다. 플랜 B로 작전을 변경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내 사전에 그런 건 없다. 젠장. 대체 어떻게 하면. 내 대답을 기다리는 바넷사의 눈빛이 차가워지면 차가워질수록, 내 머리는 점점 더 맹렬하게 돌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머리를 굴린 보람이 있었는지, 나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게 됐다. 그래! 내가 지금까지 왜 이걸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 내가 스스로 여자를 꼬드기려고 노력하는 게 아니라, 여자가 내게 꼬여진 상황을 되새겨보는 거다. 대부분의 경우가 같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호감이 생긴 경우다. 심지어 눈앞에 있는 바넷사마저도 그런 경위로 날 좋아하게 된 케이스일 거다. 즉, 난 굳이 여자를 꼬드기려고 노력할 필요 없이, 그냥 계속 곁에 있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지내다보면 언젠간 날 향한 호감이 디아나를 향한 그것보다 더 커지게 될 날이 오겠지. 이 역발상을 이제야 깨닫다니. 게다가 타이밍 좋게도, 지금은 바넷사와 같이 있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안 그래도 지금 바쁜 모양이니까 말이야. “바쁘다고 했잖아? 도와줄게.” “거절하겠습니다.” 그렇게 내 돈오에서 비롯된 획기적인 제안을, 바넷사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칼같이 거절했다. 설마 거절당할 거라곤 생각도 못했던 나는, 살짝 당황하면서 바넷사에게 달라붙었다. “왜, 왜?!” “정말 몰라서 물으십니까?” “몰라서 묻는다!” 바넷사의 거절하는 게 당연하다는 그 태도에, 나는 살짝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내 모습에도 불구하고, 바넷사는 여전히 무표정을 고수한 채로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주인에게 자기 일을 떠넘기는 집사가 어디 있습니까?” “너 치사하게! 언젠 나보고 주인 아니라면서!” “그땐 그때고 지금은 지금입니다.” 그러니까 내 전매특허 써먹지 말라고! 얘뿐만 아니라 요즘 우리 애들이 날 상대로 저 말을 자주 써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단 말이지. 정작 나는 거의 못 써먹고 있는데 말이야. “그럼 주인이 아니라 네 남자로서….” “…구원님의 여자가 되는 건 거절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으그그극!” 내가 바넷사를 찌릿 노려보자, 이번에는 바넷사도 조금 미안했는지 살짝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미안한 마음과는 별개로 내게 일을 돕게 만들 생각은 전혀 없는지, 바넷사는 아까보다 살짝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후우. 애초에 갑자기 왜 일을 도우려고 하시는 겁니까? 제가 지금 무슨 일 때문에 바쁜 건지도 모르고 계시지 않습니까?”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다! 왜?!” 꽤나 희귀한 바넷사의 부드러운 말투에도 불구하고, 오기만 남은 나는 계획이고 나발이고 다 포기하고 그냥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 “…읏!” 하지만 또 그게 먹혀들었는지, 내 대답을 들은 순간 바넷사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그리고 이번엔 시선뿐만이 아니라, 아예 얼굴을 뒤쪽으로 빠르게 홱 돌리면서 내가 자신의 표정을 볼 수 없게 만들었다. 오호라. 이거 봐라? 그리고 그런 바넷사의 반응을 보고, 나는 형세가 역전됐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기만 남아서 애처럼 굴었던 주제에, 나는 곧장 마음을 가다듬고 바넷사를 몰아붙일 준비를 했다. “바넷사. 오늘은 계속 네 얼굴을 보고 있고 싶어.” “그러니까 그런 건 다른 분들과 하십시오. 전 구원님의 여자가….” “다른 애들이 아니라 네 얼굴이 보고 있고 싶은 거야. 너만 날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나도 널 좋아한다고.” “지금 발언. 다른 분들 귀에 들어가면….”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널 좋아하더라도 걔들을 향한 애정이 줄어드는 게 아니란 건 걔들이 더 잘 아니까. 그러니까 바넷사. 오늘은 네 곁에 있게 해주겠어?”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바넷사의 허리를 끌어안으려고 한 순간, 바넷사의 손이 내 손을 탁하고 쳐냈다. 아, 그건 안 되는구나. 응.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 알겠으니까 조금 떨어지십시오.” “난 오늘 너와 계속 이렇게 같이 붙어 있고 싶은….” “떨어지십시오.” “네.” 조금 더 부끄러워해주면 어디가 덧나나. 얜 진짜 무표정이 아니면 죽을병이라도 걸렸나. “…후우. 오늘 할 일은 창고 정리입니다. 구원님은 재고 확인을 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케이. 오케이. 그쯤이야 간단하지. 맡겨둬.” 그 과정이 조금 억지처럼 느껴지기는 했지만, 아무튼 드디어 바넷사와 같이 있을 수 있는 구실을 얻었다는 사실이 기뻤던 나는 바넷사의 부탁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렇게 기뻤던 마음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딱히 창고의 재고 확인 작업이 힘들었기 때문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물건을 확인하고 숫자만 종이에 써넣으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었으니까 말이다. 애초에 돕는 것 자체를 거절했던 바넷사가 내게 힘든 일을 시킬 거라고 생각하기도 힘들고. 게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디아나의 창고다. 각종 신기한 물건들이 산더미 같이 있어서, 솔직히 보물 탐험하는 기분으로 시간가는 줄 몰랐을 정도다. “우왓! 이거 뭐야?! 마검 알레인?! 이름부터 엄청 세 보이는데?!” “함부로 손대지 마십시오. 손에 쥔 자의 생명력을 대가로 힘을 부여한다고 하는 저주받은 마검입니다. 아무리 구원님이라도 함부로 건드리는 건 위험할 겁니다.” 내가 음울하게 빛나는 검푸른 검에 손을 대려고 하자, 창고의 반대쪽에 있던 바넷사 살짝 주의를 주고는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머, 멋있다! 완전 설정부터 주인공만이 다룰 수 있는…아니! 지금 이게 아니잖아! 바넷사가 내게 빠지게 만드는 계획은 어떻게 된 거야!? 전혀 진전이 없잖아! 얼굴을 마주보고 있기는커녕 대화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잖아!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가 종이에 물품들의 숫자를 끄적거리는 동안, 바넷사는 창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수량 파악이 끝난 물건부터 차례로 정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 힘쓰는 일은 바넷사가 도맡아서 하고 있었다. 계획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어서 신경이 곤두선 건지,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도 내게는 미묘하게 굴욕적으로 다가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85 <-- 집사의 본심 --> “바넷사.” “네. 무슨 일이십니까?” 내가 이름을 불러도 바넷사는 작업을 멈추는 일 없이, 아니. 심지어 내 쪽으로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그 태도는 마치 ‘떠들 시간 있으면 일이나 해라. 아니. 그냥 방해하지 말고 가라.’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나는 또 미묘하게 상처를 받았다. 저도 모르게 ‘일이 중요해 내가 중요해?!’라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올 뻔 하는 걸 가까스로 참아내고,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혹시나 해서 말해두겠는데, 진짜로 저렇게 외쳤다간 일이 더 중요하단 대답이 나올 것 같아서 안 물어본 게 아니라고. “힘들지 않아? 일, 바꿔서 할까?” “아뇨. 괜찮습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그리고 나한테 물품 확인을 맡겨도 말이야, 원래는 이걸 네가 하는 게 안심되지 않아?” “괜찮습니다. 구원님을 믿고 있습니다.” 바넷사아아아아! 그래! 나 열심히…헛! 조심해! 조심하라고! 이건 공명의 함정이다! 하마터면 감동받아서 그냥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할 뻔 했잖아! 지금까지 완전 무관심으로 일관한 주제에 갑자기 저런 태도를 보이다니! 저거 노린 게 분명해! 하지만 상대가 나빴어. 나 구원이야. 구원. 성자라고! “…그리고 함부로 만지기 위험한 물건도 있으니까요.” 자신의 천재 같은 책략을 내가 완벽히 간파해냈다는 걸 깨달았는지, 바넷사는 뒤늦게 덧붙이는 것처럼 그렇게 중얼거렸다. 여전히 내 쪽으론 얼굴도 안 돌리는 주제에 잘도 내가 간파했다는 건 깨닫는군. 과연. 머리 좋은 디아나의 곁에서 평생을 자란 값은 한다는 건가. “그래도 무거운 것도 있어 보이는데? 그런 건 힘 센 남자한테 맡기는 편이….” “힘 센…남자 말입니까?”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내 근처에 물건을 하나 옮긴 바넷사는 드디어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날 똑바로 쳐다봤다. 여전히 무표정이었지만, 내게는 그 표정이 마치 ‘여기 힘 센 남자가 어디 있는데?’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야. 그 표정은 뭐냐?”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바넷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뒤를 돌아서 다시 작업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나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바넷사. 넌 지금 건드려선 안 될 녀석을 건드렸어. 바로, 남자의 자존심이란 녀석을! “잠깐 기다려 이것아.” “…읏! 뭐, 뭡니까?” 내가 뒤돌아선 바넷사의 어깨를 잡아 세우자, 바넷사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나는 그런 바넷사의 몸을 내 쪽으로 돌려세우고, 미묘하게 떨리는 그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천천히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 그리고 서로의 얼굴사이의 거리가 10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을 정도까지 다가간 다음, 나는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승부다!” “…하아.” 그리고 내가 외치는 순간, 바넷사는 숨조차 쉬지 않고 딱딱하게 굳어있던 몸에 힘을 풀면서 대놓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잠시 일을 멈추고 지하로 오게 됐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예전에 그 쓰레…용사 레온과 결투를 했던 그 장소로 말이다. 거기에서, 나와 바넷사는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린 채로 가까이서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왜 여기서 이러고 있냐고? 간단하다. 팔씨름을 위해서다. 바넷사나 내 힘을 생각해봤을 때, 그냥 테이블 위에 팔꿈치를 고정하고 전력을 다 했다가는 테이블이 박살날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렇게 파괴 불가능한 재질로 방 전체가 도배되어 있는 여기까지 내려왔다는 얘기다. “…정말로 한 번만 하고 끝입니다.” 처음에는 바쁘다고 거절했던 바넷사였지만, 내가 계속해서 고집을 부리자 결국 날 이길 수는 없었는지 이렇게 같이 내려오게 됐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얘도 역시 날 좋아하는 만큼 은근히 나한테 무른 건지도 모르겠다. “알겠다니까. 자, 손!” “…….” 내가 척하고 손을 내밀자, 바넷사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을 내밀어서 내 손을 잡았다. 그렇게 팔씨름이 시작되려 하는 순간, 나는 그제야 조금 머리가 냉정해지기 시작했다. 이거 어쩌면 좋지? 바넷사의 태도에 욱하는 바람에 여기까지 오게 됐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금 상태로는 내 승산은 희박했다. 요즘 실비아, 바넷사, 마틸다와 연속으로 관계를 엄청나게 가지면서 레벨이 또 상당히 오르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아직 바넷사가 나보다 레벨이 더 높았다. 그렇다면 승리를 위해서 근력을 올려야 된다는 건데, 이게 또 그래선 안 된단 말이지. 아니. 보너스 포인트는 있다. 요즘 잘 쓰지도 않아서 차고 넘치게 있다. 다 때려 박으면 근력을 한계치인 500까지 올리고도 남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미래를 생각해보면 그래선 안 된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의 내겐 근력에 포인트를 투자하는 것 자체가 미련한 짓이 되는 상황이다. 레벨을 한계치인 250까지 올린다고 가정했을 때, 내 근력은 이미 성자 레벨만으로도 420을 넘어갈 정도다. 거기에 더해 그동안 월영무사의 레벨도 오를 것을 감안해보면, 아마 한계치인 500은 되지 않더라도 그에 근접한 수치가 찍힐 거라는 계산이 나온다. 레벨 업만으로도 그 정도 수치를 찍을 수 있는데, 여기서 근력을 더 찍게 되면 이미 손쓸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린 내구처럼 나중에 분명 후회하게 될 거다. 과연 고작 팔씨름을 이기기 위해서 포인트를 버리는 게 옳은 선택일까? 내구를 그러게 무식하게 올릴 때는 그나마 살기 위해 그랬다는 명분이라도 있었지. 이래선…. “구원님. 안 하십니까?” “어? 아, 응.” 고민하는 시간이 제법 길었던 건지, 바넷사가 빨리 시작하자는 말투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바넷사를 보니…이게 또 절경이었다. 말했다시피, 우리는 지금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즉, 몸에 딱 맞는 집사복에 감싸인 바넷사의 커다란 가슴이 바닥에 짓눌려있는 상황이라는 거다. 물론 집사복의 특징상 가슴골이 보인다든가 하는 노출은 전혀 없었지만, 저 단정한 복장을 하고 가슴이 강조되듯 눌려있는 모습이 미묘하게 시선을 사로잡았다. 얘도 가슴이 은근히 크단 말이야. 그리고 나는 냉정해진 지금에서야, 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우리 지금, 일이랑 관계없이 단 둘이서 아무도 없는 곳으로 와서 놀고 있는 거 아니야? 승부욕에 불타서 신경을 못 쓰고 있었는데, 지금 이 상황은 내가 원하던 바로 그 상황이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이거 완전히 기회가…. “안 하실 거라면 이만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아니. 아니야. 한다니까 그러네. 그냥 조금 정신이 팔린 것뿐이야.” “…대체 뭐에 말입니까? 여긴 아무것도 없습니다만.” “무슨 소리야. 남자라면 누구나 정신이 팔릴 미녀가 눈앞에 있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마주잡은 손을 부드럽게 주물럭거리자, 바넷사의 얼굴이 미묘하게 붉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그런다고 해서 제가 봐드릴 거란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그런 생각 안 했다니까. 그보다 바넷사. 잠깐만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는 건 어때?” 됐다! 완전히 좋은 분위기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기세를 몰아서 더 몰아붙이기로 했다. 어제 우리 애들에게 잠깐 모습을 보인 이후로는 다시 평범한 인간 모습으로 생활하는 바넷사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들에게 용인족의 모습이 보이는 게 두렵기 때문일 거다. 때문에 아까 전에 바넷사를 만나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를 고민할 때도, 용인족으로 변해 있으라는 말은 염두조차 하지 않았던 거다. 트라우마가 심한 애한테 갑자기 그런 모습을 강요해봤자 효과적으로 치료가 될 거란 생각은 안 드니까 말이다. 창고에서 단 둘이 됐을 때 말을 해보려고 하기도 했지만, 창고라는 특징상 다른 메이드들이 가끔 물건을 가져오러 드나들기도 했었기 때문에 결국 말을 꺼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여기라면? 나하고 단 둘밖에 없는데다가, 여기는 정말 웬만해선 다른 사람이 올 가능성이 없는 곳이다.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에이. 알면서 그러냐.” 내가 일부러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마주잡은 바넷사의 오른손을 아예 양손으로 붙잡고 부드럽게 쓰다듬자, 바넷사의 몸이 또 한 번 움찔하고 떨렸다. 그리고는 반사적으로 왼손을 자신의 엉덩이 위로 가져가 눌렀다. 그렇게 왼손으로 눌린 엉덩이가, 내 눈에는 미묘하게 좌우로 흔들린 것처럼 보였다. 마치 꼼지락대듯이 말이다. “바쁘다고 말했습니다만.” 물론 그런 몸의 반응과는 정반대로 바넷사는 냉정하기 그지없는 말투로 딱 잘라 거절했다. “응? 바쁜 거랑 무슨 상관이야?” “…몰라서 묻습니까?” “몰라서 묻는데?” 말하기 싫다는 듯 얼굴을 붉히며 대답을 회피하는 바넷사였지만, 나는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몰아붙였다. “…구원님과 하는데, 대체 얼마나 오래 걸린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왜? 나랑 하게 되면 빨리 마무리할 자신이 없어?” “제 자신이 문제가 아니라, 구원님이….” “자신 없구나. 하긴 전에도 이성을 잃을 정도로 좋았던 모양이니까.” “…….” 내가 그렇게 말하자, 바넷사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하고 새빨개진 얼굴로 날 노려봤다. 그렇게 노려봐봤자 하나도 안 무섭다. 이것아. 대답을 못 한다는 건 긍정한다는 뜻이잖아? “그런데 바넷사. 그거 알아?” “…뭘 말입니까?” “나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닌데?” “…예?” “아니. 뭘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하고 그러냐. 엉큼하게. 바넷사, 야해.” 내가 그렇게 말하는 것과 동시에, 내 손을 붙잡고 있던 바넷사의 오른손에 아귀힘이 잔뜩 들어갔다. 아파! 아프다 이것아! 내 손을 찌부러트릴 셈이냐?! 아니! 진짜로 아픈데?! 야. 사과할 테니까 손에 힘 좀 풀지 않을래? 아니. 풀어주지 않으실래요? 게다가 더 힘든 건, 지금의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서는 이 고통을 겉으로 표출하면 안 된다는 거였다. 참자. 참는 거다. 구원아. “…그럼 무슨 뜻이었는지 설명해보시죠.” “난 네 원래 모습이 예쁘니까 그 모습을 보고 싶다는 뜻이었지. 아, 말해두겠는데 지금 모습이 안 예쁘단 뜻은 아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 모습이라면 매일같이 본 거고, 네 원래 모습은 다른 사람한테선 볼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이 있잖아? 그러니까 단 둘이 있을 때만이라도 그 모습으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지.” 나는 간신히 미소를 유지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넷사의 아귀힘은 빠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아까와는 다르게 분노가 아니라 부끄러움 때문에 힘이 들어간 것처럼 보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손에 느껴지는 고통이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심지어 이번엔 그냥 손이 꽉 쥐어지는 고통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어, 어서 팔씨름이나 하시죠. 전 바쁩니다.” “끄아아악!” 바넷사가 부끄러움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평소보다 더 무뚝뚝한 말투로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내 손을 바닥에 처박아버렸던 거다. “제 승리로군요. 그럼 이만.” “기다려 이것아.” 바넷사는 그렇게 말하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이 방을 벗어나려고 했지만, 나는 잡고 있던 바넷사의 손을 놓지 않고 일어난 후 그대로 잡아 당겨서 바넷사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리고는 바넷사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두 손으로 그 엉덩이를 힘껏 끌어안아 내 몸에 밀착시켰다. 오른손에 느껴지는 격통은 아직도 상당한 수준이었지만, 그나마 손바닥에 퍼지는 부드러운 감촉이 격통을 완화시켜주는 것 같았다. “닳는 것도 아니고, 예뻐서 좀 보자는데 그런 태도는 아니지 않아?” “…바지가 닳습니다만.” “살짝 내리고 변하면 되지. 어차피 너랑 나밖에 없는데.” “…그런 뜻은 없었던 것 아닙니까?” “없었지. 그런데 이제 그런 마음도 생겨버렸어.”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바넷사의 엉덩이를 한 번 강하게 꽉 주물렀다. 그리고는 그대로 손을 움직여서, 바넷사의 벨트를…. “끄아아악! 잠깐! 항복! 탭! 탭!” “…그러니까 바쁘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더 이상 용무는 없으신 모양이니. 전 이만 가겠습니다. 구원님은 더 안 도와주셔도 됩니다.” 내 손을 붙잡고 간단히 손목을 꺾어버린 바넷사는, 그렇게만 말하고는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다만 냉정한 그 표정이나 말투와는 다르게, 그 발걸음은 평소 바넷사답지 않게 상당히 서두르는 기색이었다. 마치 이 상황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 된다는 것처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요즘 본업 쪽이 너무 바빠서 글 쓸 시간이 잘 안 생기네요.       586 <-- 집사의 본심 --> 에에잇! 어째서냐?! 분위기나 말하는 타이밍까지, 작전은 완벽했을 터인데! 고백까지 한 주제에, 이제 와서 철벽을 저렇게 치는 건 좀 심하지 않아? 아니. 그야 바쁜 건 알겠는데 말이야. 그래. 바빠서 그런 거야. 분명 그런 거라고. 그게 아니라면 방금 전 내 행동이 먹히지 않았을 리가 없어! 그렇게 최대한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나는 터덜터덜 바넷사의 뒤를 쫓아 창고로 향했다. “후우…읏?!” 창고로 돌아온 바넷사는 곧장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문을 닫으려고 했다. 하지만 문이 닫히기 전에 뒤따라 들어온 날 보고, 갑자기 몸을 움찔하고 떨면서 반응했다. 설마 그 상황에서 내가 계속 따라왔을 줄은 몰랐다는 듯이 말이다. 예상을 못한 거야 이해가 되지만, 여기까지 따라오는 동안 전혀 몰랐던 건가? 난 딱히 기척을 숨기지 않았는데 말이야. 혹시 뭐 딴 생각이라도 했나? 방금 전 내 행동에 너무 두근두근 거린 나머지 차마 다른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든가. …라는 건, 너무 희망적인 관측인가? “…왜 따라오시는 겁니까?” “왜라니. 무슨 소리야? 도와준다고 했잖아.” “더 안 도와주셔도 된다고 했습니다만.” “그러겠다고 대답한 기억은 없습니다만?” 바넷사의 말투를 똑같이 따라하면서 대답해주자, 바넷사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더니 그대로 몸을 홱 돌려버렸다. “왜 이렇게….” “이런 식으로라도 너랑 같이 있고 싶은 거야. 아까도 말했잖아? 아님 뭐야? 너 설마 내가 아까 전까지 말했던 거 전부 다 섹스하려고 적당히 말한 거라고 받아들인 건 아니지?” “당연히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만.” “뭣이야?!” “농담입니다.” 바넷사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렇게 말한 후, 목재 같은 것이 쌓여있는 창고 구석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이게 진짜 아직도 사람을 가지고 놀려고…아니. 잠깐만. 얘가 보다시피 평소에 농담을 잘 하는 성격은 아니잖아. 그런데 나한텐 이런 농담을 거리낌 없이 한다는 건…오히려 좋아해야하는 건가? 놀림 당하고 좋아하는 건 조금 이상해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내가 그런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바넷사는 구석에서 뭔가 마법 물품 같이 보이는 물건을 차곡차곡 쌓아서 한 번에 들어올렸다. “그럼 저는 부탁받은 물건이 있기 때문에 잠시 보급을 하고 오겠습니다.” “어? 야! 잠깐! 너 내가…!” 같이 있고 싶다고 했던 거 못 들었냐?! 내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넷사는 성큼성큼 방을 나가버렸다. 아니. 이상하잖아. 오늘 창고 정리 한다면서? 보통 그런 건 수량 계산하기 좋게 비품을 밖으로 꺼낼 일이 없는 날 하는 거 아냐? 게다가 부탁받은 물건이라니. 너 아침 식사 이후부터 계속 나랑 같이 있었잖아?! 딴죽 걸고 싶은 게 너무도 많았지만, 바넷사는 이미 방을 떠난 뒤였다. 게다가 안 그래도 이미 상당히 바넷사의 방해를 했다는 걸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넷사의 따라가서 따지는 것도 조금 망설여졌다. 결국 나는 바넷사가 돌아올 때까지 얌전히 물품들 확인이나 하기로 했다.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한 동안 얌전히 창고 정리를 하고 있자, 그다지 오래 지나지 않아서 바넷사가 다시 돌아왔다. 어째선지 한 손에는 커다란 과일 바구니를 들고. 그 모습을 보고, 나는 아까 전에 바넷사가 왜 나갔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너…내가 도와주는 게 고마워서 과일 가져다주려고 밖에 다녀온 거였구나? 그럼 그렇다고 처음부터 말하면 좋을 텐데. 부끄러웠구나? 귀여운 녀….” “레이첼님께서 건네주셨습니다.” 나는 흐뭇한 기분이 되어 바넷사에게 장난을 치려고 했지만, 바넷사가 중간에 내 말을 끊고 예상치 못했던 말을 꺼냈다. “…응?” 레, 레이첼 누님? 그러고 보니 어제도…아니. 어제도 과일을 가져다주고 또 가져다 줬다고? 게다가 또 내 얼굴은 보지도 않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레이첼님께서 정문에서 서성이시고 계시기에 다가가니, 이것만 건네주고 가셨습니다.” 내 마음을 잘 알겠다는 듯, 그리고 레이첼이 왜 그랬는지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바넷사는 미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고는 내게 과일 바구니를 내밀었다. 그 바구니를 건네받은 나는 살짝 생각에 잠겼다. 대체 이건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지? 어제 하루만이라면 그냥 일하다 잠깐 짬 내서 온 거라 시간이 없어서 과일바구니만 주고 바로 갔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이틀 연속으로 일이 반복되니, 내게는 이게 뭔가의 메시지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게 뭔지 도통 알 수가 있어야지. “…조금 전에도 말했습니다만, 구원님은 더 안 도와주셔도 됩니다.” 그리고 그런 날 보면서, 바넷사가 평소와 다름없는 무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감정이라곤 쥐뿔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였지만, 나는 그 말에서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느낄 수 있었다. 즉, 바넷사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채고는, 궁금하면 레이첼 누님께 직접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고 있는 거다. “아니. 됐어.” 하지만 잠깐의 고민 끝에, 나는 그냥 그 제안을 거절하기로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과일 바구니가 의미하는 게 대체 뭔지 궁금해 죽을 것 같기는 하다. 당장이라도 레이첼 누님께 가서 확인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이 창고에서 벗어나게 되면, 오늘은 바넷사 얘랑 같이 있고 싶다고 말했던 내 말이 거짓말이 되어버리잖아. 물론 트라우마 치료라든가 완전히 내 여자로 만들고 싶다든가 하는 사심이 끼어들었던 것도 맞지만, 그래도 오늘 얘랑 같이 있고 싶다고 했던 그 말은 거짓말로 내뱉은 말은 아니었다. “…괜찮겠습니까?” 괜찮을 리가 있냐?! 난 궁금한 건 못 참는단 말이야! 게다가 만약 이 과일 바구니를 통해서 레이첼 누님이 중대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거라면? 예를 들어서 나는 벌써 두 번이나 찾아갔는데 넌 나한테 코빼기도 안 비춰? 언제는 절대 부족함 없이 사랑해줄 거고, 그걸 증명할 수 있다더니. 다 거짓말이었어? 뭐 그런 뜻으로 얼굴도 안 비추고 과일 바구니만 보낸 거라면? 물론 레이첼 누님이 그럴 리가 없지만 말이야. 실비아가 말을 해뒀다고 하니 던전에서 내가 뭔가 문제가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을 거고. 아니. 문제가 있었다는 건 오해지만. 아무튼 아마도 레이첼 누님이 그런 극단적인 의미로 과일 바구니를 건네줬을 리가 없다. 애초에 이 과일 바구니가 메시지라는 것 자체가 내 망상이고, 그냥 오늘도 시간이 없어서 과일 바구니만 주고 갔을 확률이 더 높은 거니까. 그렇게 슬그머니 고개를 들이미는 불안감을 억누르면서, 나는 계속해서 바넷사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걸 택했다. “그래. 괜찮아. 말했잖아? 오늘은 너랑 있고 싶다고.” “…그렇…습니까.” 이번에야 말로 바넷사도 제대로 감동을 받은 건지, 조금 목소리를 떨기까지 하면서 겨우겨우 내 말에 그렇게 대꾸를 했다. “…그래도 섹스는 안 할 겁니다. 훗. 농….” “젠장!”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 아니. 그러니까 그런 뜻이 아니라니까!” “…….” “…말해두는데, 나도 장난으로 해본 말이니까.” “…그렇습니까? 진심으로 그렇게 안타까워하신 것이었다면, 지금부터 섹스하려고 했습니다만.” ……. 침착해. 침착하라고. 침착하는 거야. 침착해 구원아. 이건 공명의 함정이야. 저거 디아나 밑에서 자랐다고 이상하게 심리전만 잘 걸어서. 디아나는 나한테 홀딱 반한 상태라서 그나마 상대하기 쉽기라도 했지. 저건 애초에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기까지 하니까 진의를 알 수가 없네. 대체 난 어떻게 대답하면 좋은 거지? “…지, 진심 아니라니까, 그러네?” “목소리가 떨리고 있습니다만.” “그러니까 아니라고!” “그렇습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바넷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고 구석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젠장…젠장! 아니. 진짜로 그런 뜻은 없었지만 말이야. 저 몸매로, 저 외모로 그딴 말을 하면서 유혹하면 당연히 혹하게 되잖아! 솔직히 말하고 난 지금도 후회될 정도라고! 혹시 그런 뜻이었다고 말했으면 정말로 섹스할 수 있었던 거 아니야? 아냐. 그런 생각하지 말자. 난 옳은 선택을 한 거야. 그럼. 옳은 선택을…. “그럼 전 부탁받은 물건이 있기 때문에 잠시 자리를 비우겠습니다.” “야 이것아!” 너 내가 같이 있고 싶다고 한 말 듣긴 했냐?! 내 그런 마음의 소리를 무시하고, 바넷사는 또 다시 순식간에 창고 밖으로 사라졌다. 저 녀석, 지금 나갈 때 손에 꼴랑 시약 같은 거 하나 들고 있었지? 그런 건 방금 전에 가면서 한꺼번에 옮길 수 있는 거였잖아! 저게 지금 사람 놀리려고 일부러 그러나! 아까는 그냥 넘어갔지만, 이젠 못 참아! 다녀오면 반드시 한 마디 해줘야겠어! 바넷사의 태도에 격분한 나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하며 다시 물품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이래 봬도 주어진 일은 확실히 하는 착실한 남자라고. “다녀왔습니다.” “바넷사! 너 잠깐 이리 와봐! 나랑 얘기 좀 하자!” “네.” 그리고 바넷사가 돌아오자마자, 나는 다짐했던 대로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바넷사를 불렀다. 바넷사는 그런 내 태도에 표정하나 깜박하지 않고, 창고의 문을 닫은 후 아예 잠가버리기까지 하고 내게 뚜벅뚜벅 다가왔다. 그리고 그런 바넷사를 똑바로 바라보며, 난 큰 소리로 외쳤다. “너 왜 이렇게 예쁘냐?!” …아니. 잠깐 기다려봐. 내 얘기를 들어보라고. 원래는 화내려고 했어. 화내려고 했는데 말이야. 얘가 용인족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게다가 이미 집사복을 입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한 손에는 차곡차곡 접힌 바지를 하나 들고 있었다. 즉, 아마 갈아입고 온 거다. 원래 구멍이 뚫려있던 바지로. 그래서 곧장 나간 거였다고 생각하니까, 화를 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 그것뿐입니까?” “당연히 아니지! 섹스할까?”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할 말이 끝나셨으면….” 내가 능청맞은 대답에도 바넷사는 살짝 안광을 조금 더 빛내기만 할 뿐, 그 이상의 격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아직 부족해. 예뻐. 귀여워. 이렇게 예쁜데 왜 감추려고 그러냐? 나랑 있을 때만이라도 좋으니까 계속 이러고 다녀라. 응? 응?” “그러…흐읏…! 뿌, 뿔은…그만두십시오!” 내가 마구 칭찬을 퍼부어도 볼만 살짝 붉힐뿐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던 바넷사였다. 하지만 나는 칭찬만으로 그치지 않고 손을 뻗어서 그 머리를 쓰다듬기까지 했고, 그 와중에 내 손이 바넷사의 뿔까지 건드리게 되자 결국 바넷사는 살짝 무릎에 힘이 풀려서 앞으로 고꾸라지듯 내게 매달리며 필사적으로 그렇게 외쳤다. “예뻐서 그러는데 왜 그래? 너도 나한테 안긴 걸 보면….” “후읏!” 물론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게 안긴 바넷사의 몸을 한 손으로 꽉 끌어안아 밀착시켰다.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던 손은 이젠 아예 뿔을 중점적으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바넷사는 더욱더 섹시한 콧소리를 흘리게 됐고, 결국엔…인간 모습으로 돌아갔다. “하앗…하앗…역시 그런 뜻 맞지 않습니까.” 섹시하게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날 노려보고 그렇게 말하는 바넷사. 만약 다른 애들이 상대였으면 난 여기서 더 몰아붙였을 거다.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건, 바꿔 말하자면 지금 바넷사의 엉덩이 부분에 구멍이 뚫려있다는 거니까. 하지만 내 목적은 그저 자신의 욕망만을 채우는 게 아니다. 바넷사의 트라우마를 치료해주는 거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몰아붙이기보다는 타협을 해야 할 때였다. “미안. 미안. 너무 예뻐서 나도 모르게. 미안. 이제 안 할 테니까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 와줘.” “…….” 내가 그렇게 빌 듯이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바넷사는 여전히 날 노려보기만 할뿐이었다. “정말이라니까 그러네. 나 못 믿어?” “…믿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진짜로! 약속할게! 다신 네 몸에 손 안 댈 테니까!” “…읏!” “아, 실수했다. 다신 안 대는 게 아니라 오늘은 안 댈 테니까. 그 멋진 몸에 평생 손을 안 댈 수는 없지. 응. 응.” “…성희롱입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바넷사는 결국 다시 자신의 모습을 용인족의 모습으로 바꿨다. 그렇게 나와 바넷사는 문이 잠긴 창고 안에서 단 둘이서 하루 종일 창고 정리를 했다. 결국 그렇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뭐, 어차피 얘가 나한테 고백한 이상, 그렇고 그런 일이 일어날 기회는 나중에도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87 <-- 집사의 본심 --> 점심도 간단하게 레이첼 누님이 주신 과일로 때우고 계속 일한 덕분에, 다행이도 저녁시간이 되기 전에는 창고 정리를 끝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바꿔 말하면, 저녁시간이 될 때까지 계속 창고에만 처박혀있었다는 뜻이다. 그나마 바넷사는 점심 식사 준비를 위해 잠깐 자리를 비우기도 했지만, 나는 중간에 팔씨름이다 뭐다 하며 방해한 게 미안해서 계속 창고에만 있었다. 참고로 바넷사 녀석, 점심 식사를 준비하러 갈 때는 역시나 인간모습으로 변해서 가더라고. 준비해온 바지까지 갈아입으면서. 뭐, 덕분에 바넷사의 스트립쇼를 구경할 수 있었던 나는 무척이나 흡족했지만. 아무튼 저녁 식사가 다가올 시간까지 계속 창고에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아침 이후로 우리 애들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러니 내가 방으로 돌아가 문을 열었을 때, 거기에 사라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구원!” “우왓! 깜짝이야!” 문을 열자마자 갑자기 내게 달려드는 사라를 보고,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아니. 사라가 무서운 게 아니야. 완전히 방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뭔가 눈앞에 엄청난 속도로 달려들면 누구나 깜짝 놀라잖아? “어디 있었어?!” 사라는 살짝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따지면서 내 몸을 꽈악 끌어안았다. 절대 놔주지 않겠다고 말하듯이 말이다. 나는 그런 사라를 안심시키듯이 그 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라니. 계속 저택에 있었어. 왜 그래?” “그치만…목걸이는 계속 빛나고 있는데, 구원은 아무데도 안 보이고….” 아아. 과연. 그런 건가. 전에 사라를 빼놓고 밖에 싸돌아다녔다가 사라가 불안해졌던 것처럼, 이번에도 오랫동안 날 보지 않게 되자 살짝 불안해진 모양이다. 아무리 목걸이가 빛나고 있다고는 하나, 정작 내 모습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으면 그야 불안해지겠지. “바넷사가 바쁘다고 해서 창고 정리를 도와주고 있었어. 점심시간에 바넷사가 말 안 해줬어?” 하지만 바넷사한테 물어보면 알려줬을 텐데? 걔가 날 독점하고 싶어서 일부러 안 알려 준다든가 그럴 애는 아니니까 말이야. 물론 바넷사도 나랑 계속 같이 있기는 했지만, 점심시간에는 아마 얼굴을 봤을 테니까. “아…점심…안 먹었어….” 사라는 고개를 돌려서 힐끔 시계를 쳐다보고, 마치 그제야 점심시간이 지났다는 걸 깨달았다는 표정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대체 얼마나 패닉상태였기에 점심까지 거른 거야? 이거 잘못한 것도 없이 조금 미안해지네. “그럼 배고프겠네. 조금만 기다리면 저녁 준비가 될 거야.” “응….” 나는 사라의 옆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겨서 귀를 드러내게 만들고, 그 귓가에 입을 가져다대어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자 사라는 살짝 간지러운 듯, 그리고 과민반응을 한 게 조금 부끄럽다는 듯 목을 움츠리며 대답했다. “그건 그렇고 그렇게까지 날 보고 싶었어?” “아, 아니거든 바보야! 목걸이에 장난쳐놓은 것 같아서 조금 걱정됐을 뿐이야!” “그런 걸로 사기 친 거 아니니까 좀 믿어달라고.” 사라가 안정된 걸 확인한 나는, 그제야 평소 분위기로 돌아와서 살짝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라도 그걸 알고 있는지, 새초롬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장난을 맞받아줬다. “애초에 바넷사가 아니더라도, 디아나한테 갔으면 확인할 수 있었을 걸.” “디아나도 구원이랑 짜고 있을지도 모르잖아. 내 이…아무튼 날 위한 일이라면서.” 뭐, 확실히. 듣고 보니 좋은 지적이로군. 사라 말대로 목걸이가 계속 빛나도록 사기를 쳐놓고 멀어진 다음에, 나중에 그 사실을 밝히면 어쩌면 트라우마 극복이 될지도. 아니. 얜 그냥 패닉 상태라 경황이 없어서 확인 못 한 주제에 뭘 이렇게 제대로 맞받아치고 그러냐. “아니. 디아나한테서 목걸이 상태를 확인받으라는 게 아니라, 디아나한테 갔으면 내 위치를 알 수 있었을 거란 뜻인데.” “그게 무슨 뜻이야?” “디아나 걔는 목걸이만 가지고 내 위치를 알 수 있는 모양이던데? 내 마나와 목걸이가 공명을 이루며 빛이 나는 거니, 그 마나를 추적하면 정확한 위치도 알 수 있다나 뭐라나.” 정확히 기억나는 건 아니지만, 분명 전에 디아나가 그 비슷한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것도 가능한 거야?!” 그리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라가 눈을 반짝이면서 정말이냐고 말하듯 내 얼굴에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아차. 이거 혹시 괜한 걸 가르쳐준 건가? 바넷사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디아나는 그래도 여차할 땐 나이에 걸맞게 어른스러운 태도를 보여주니 괜찮지만, 만약 사라 얘가 일일이 내 위치를 파악하게 되면…아니. 위치가 파악된다고 해서 찔릴만한 짓을 할 생각은 없지만 말이야. 사람 일은 모르는 거잖아? “나도 배우면 가능할까?” …가능하지 않을까? 애초에 누군 전직해야 다룰 수 있는 마나 공격을 저 레벨부터 다뤘던 애니까. 그러고 보니 전에 그 쓰레…레온은 성자의 파동을 피하기까지 했었지? 더러운 사기직업 용사 같으니라고. 성자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그, 글쎄? 아무리 그래도 힘들지 않을까? 디아나는 지고의 대마법사니까 가능한….” “응! 왠지 가능해질 것 같아! 나중에 알려달라고 해야지!” 아니. 힘들 것 같다니까?! 좀 들어라!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불안한 표정 짓고 있었던 주제에 이젠 만면의 미소를 짓고 있기까지 하고 말이야. 뭐, 이건 좋은 거지만. 아무튼 나 진짜 괜한 말 한 거 아냐? 스스로의 경솔한 발언에 조금 후회하면서, 나는 바넷사가 부르러 올 때까지 사라와 시간을 보냈다. “구원님.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리고 평소와 같이, 저녁 식사 준비가 끝난 후 바넷사가 날 부르러 왔다. 다만, 그 표정은 평소와 달랐지만 말이다. “…사라님도 계셨습니까.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평소와 똑같았다. 하지만 내 방에 사라도 같이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되자, 바넷사의 표정이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미묘하게 변했다. 그 표정은 마치…‘창고 정리가 끝나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그 사이를 못 참고 한 판 한 겁니까? 발정난 개가 따로 없군요.’ 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뭐, 내 과장이 조금 섞여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는 감상이지만 말이다. “말해두겠는데, 아무 짓도 안했다.” 그 표정을 보게 되니, 나는 저도 모르게 변명이 튀어나왔다. 아니. 애초에 변명을 할 만한 것도 아니지만 말이야. 만약 내가 사라랑 그 사이에 한 판 했다고 하더라도, 그래서 뭐 어쩔 건데? 사라는 내 여자고, 얘는 그냥 날 좋아하기만 할뿐 내 여자가 되는 건 거부하고 있는 앤데. 뭐, 그렇게 딱 잘라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내가 성격이 모질지 못하니까 변명이 튀어나온 거지만 말이야. 하아. 나란 놈은 대체 왜 이렇게 착한 걸까. “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만.” 그래. 입으로는 아무 말도 안했지. 하지만 바넷사야. 난 다 알고 있다고? “아니. 질투하는 것 같이 보여서. 훗. 숨겨도 소용….” “훗.” “…….” 얘 지금 콧방귀 뀐 거야? 오냐.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렇다면 나도 생각이 있다고! 어디 내가 진짜로 딴 여자랑 하는 걸 봐도 질투를 하나 안 하나 두고 보자고! “사라야! 하자! 지금! 당장!” “구원.” “그래. 사라야!” “추해.” “크허허허헉….” 하지만 당연히도 사라는 이 자리에서 당장 나랑 할 생각은 없어 보였고, 오히려 단 두 음절의 말을 내뱉음으로써 날 침몰시켰다. “사라야…넌 대체 누구 편….” “누구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여자한테 나랑 안 잤다고 변명한 구원씨.” “죄송합니다….” 역시 얜 가면 갈수록 말싸움만 세지는 거 같아. 나 이러다가 나중 되면 잡혀 사는 거 아니야? 이미 잡혀 살고 있다고? 그, 그럴 리가? 이래 봬도 나름 하렘까지 꾸리고 있다고! …정작 하렘 플레이는 한 번도 못 해봤지만. …어라? 나 설마…진짜로 잡혀 살고 있어? “하아. 장난 그만치고 빨리 가자. 나 진짜로 배고프단 말이야.” 사라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번엔 날 다독여주려고 하는 건지 내 팔을 자신의 가슴사이에 끼우듯이 꼬옥 끌어안았다. “그럴까?” 물론 효과는 굉장했다. 단순하다고? 무슨 소리. 남자라면 누구라도 미인의 가슴에 이렇게 된다고. “…그럼, 안내하겠습니다.” 그런 우리를 보고, 바넷사는 미묘하게 평소보다 더 저음으로 들리는 목소리를 내뱉으며 뒤를 돌았다. 아무리 봐도 내 눈에는 질투하는 걸로 보이는데 말이야. 하지만 방금 전에는 콧방귀까지 꼈고. 진짜 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음. 자네 왔는가.” “어머, 구원씨. 사라씨도. 오셨어요?” 아무튼 바넷사의 뒤를 따라서 사라와 같이 식당에 들어가자, 역시나 사라 말고는 다들 내가 저택에 있다는 걸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평소와 다름없는 반응으로 우릴 맞이해줬다. “구원씨. 창고 정리 고생하셨어요.” 아니. 저택에 있었다는 것뿐 아니라, 내가 창고 정리를 도와준 것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레이아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내게 다가오더니, 사라가 붙잡고 있는 것과는 반대쪽 팔을 잡고 그대로 날 식탁으로 이끌었다. 그리고는 내 등 뒤에 서서는, 두 손으로 부드럽게 어깨를 주물러주기 시작했다. 이렇게 손에 힘을 줘서 주무르는데 부드럽단 느낌이 들 수 있다니. 이것이 바로 천사의 힘인가. 아니. 그냥 목 언저리에 닿고 있는 부드러운 감촉 때문에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아니. 고생이랄 것 까지야. 물건 나르는 건 전부 바넷사가 했고, 나는 그냥 장부 정리만 도와…우와아아…천사님…거기 좋아요오….” “후훗. 여기인가요?” “네….” 녹아내릴 것 같다.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 내 성역 선포는 쓰레기야. 천사님의 곁이야 말로 진정한 성역이야. “코홈! 코홈!” 내가 그렇게 레이아의 안마를 만끽하고 있자, 디아나가 주먹 쥔 손을 입 앞으로 가져가더니 티나게 헛기침을 해댔다. 아무래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 상태론 제대로된 대화가 불가능할 것 같단 말이지. 쳇. 어쩔 수 없지. 이러고 싶지 않지만…. “천사님. 이제 괜찮아요.” “네? 별로 기분 좋지 않으신가요?” “그럴 리가! 기분 좋아 죽을 것 같아요!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코홈! 코홈!” “그게. 물론 천사님의 손길은 환상적이지만, 식사도 하셔야죠. 천사님이 먹는 모습만 봐도 행복하거든요.” “어머. 후훗. 구원씨도 참. 너무 그러지면 잔뜩 먹어서 돼지가 되어버릴 지도 몰라요?” “상관없어요. 그래도 천사님은 천사님이니까.” 이건 진심이다. 그리고 뭐, 솔직히 매력 수치가 이렇게 높은데 돼지가 될 거란 생각도 안 들기도 했다. 게다가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우리 천사님는 보기완 달리 꽤나 대식가임에도 불구하고 먹는 영양분이 전부 한쪽으로만 쏠리는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으니까 말이야. 오히려 앞으로도 잔뜩 먹어주세요! “구원씨도 참. 아부가 지나치세요.” 아무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상당히 기분이 좋아졌는지, 레이아는 날 타이르듯 말하면서도 기쁜 표정을 지으며 내 옆에 앉아서 찰싹 달라붙어왔다. 천사님. 기쁜 건 잘 알겠는데요, 식탁 아래에서 꼬리로 제 허벅지를 간질이는 건 그만둬 주세요. 진짜 위험하니까. 아무튼 그렇게 다른 것에 정신이 팔리게 될 뻔 하기도 했지만, 아무튼 천사님의 마사지 천국에서 벗어난 나는 드디어 디아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까부터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니까 말이야. 나와 시선을 마주친 디아나는, 조금 삐진 듯 불퉁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눈빛으로 뭔가를 전해왔다. 텔레파시 같은 것도 쓸 줄 아는 주제에 왜 굳이 저러는 거지? 뭐, 나 정도 수준이 되면 눈빛만 봐도 디아나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알아들을 수 있지만 말이야. 이게 바로 인연의 힘이란 거라고. 아무튼 디아나는 눈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창고에서 바넷사와 하루종일 있었잖은가. 어떻게 진전이 조금 있었는가?’라고 말이다. 역시나 디아나는 바넷사가 신경 쓰이는 모양이었다. 뭐, 자기 곁에서 몇 대에 걸쳐 내려온 용인족의 공포심을 깨부술 실마리가 드디어 나타난 거니까 말이야. 그렇게 신경이 쓰이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나는 그런 디아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진한 미소를 지어주며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그러자 디아나의 이마에 살짝 혈관이 솟아올랐다. 어, 어라? 이게 아니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레이첼 공기 아니에요…. 사실 예정대로라면 벌써 몇 화 전에 나왔어야 되는데, 바넷사 얘기가 생각보다 훨씬 길어지는 바람에 이렇게 됐네요.             588 <-- 집사의 본심 --> “그, 그래서! 마틸다는 아까부터 왜 그러고 있어?!” 이건 위험하다. 디아나가 폭발할 것을 직감한 나는 황급히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아까부터 조용히 있던 마틸다로 말이다. 실비아는 내가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구석으로 파다다닥 도망가서는 꾸벅 인사라도 했지만, 마틸다는 아까부터 식탁 앞에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인 상태로 반응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이름을 부르는 것에 반응했는지, 그제야 마틸다가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날 똑바로 바라보는 그 눈은…어째선지 엄청나게 몽롱해 보였다. “아, 당시인…후훗, 후후후훗. 당시이인….” “응긋!” 눈뿐만 아니라 말투마저도 어딘가 몽롱한 느낌으로 그렇게 말한 마틸다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휘청하고 크게 몸이 흔들리며 그대로 중심을 잃고는 옆으로 쓰러졌다. 바로 디아나가 있던 쪽으로. 안면 전체로 마틸다의 가슴을 받아내게 된 디아나는 마치 전기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몸을 딱딱하게 굳히더니, 이내 말없이 마틸다의 몸을 토닥토닥 때려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뭔가 말하고는 있는 것 같은데 얼굴이 마틸다의 가슴에 파묻혀 있어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응흣!” 물론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이 우리 성기사 추기경님에게 통할 리가 없었다. 오히려 그 손이 가슴을 공격할 때마다 섹시한 콧소리까지 흘리면서, 마틸다는 여유로운 동작으로 느긋하게 디아나의 어깨에 손을 짚고는 몸을 일으켰다. “푸하핫! 하앗! 하앗! 하앗!” 그렇게 마틸다의 가슴이 떨어지자마자, 디아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처럼 동공을 지진 시키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디아나야. 이제 와서 생각하는 건데 말이야. 네가 나나 사라, 바넷사의 트라우마를 신경 쓸 때가 아니지 않냐? “아아…당…아응! 당시인….” 아무튼 그렇게 디아나에게서 떨어진 마틸다는 그대로 휘청휘청 불안한 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내가 마틸다에게서 희미하게 와인의 냄새가 감돈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내 근처까지 다가온 마틸다는 결국 다시 한 번 다리에 힘이 풀리며 넘어지고 말았다. 이번엔 내 얼굴을 가슴으로 꼬옥 파묻듯이. 안 그래도 옆에선 레이아가 찰싹 달라붙어서 팔에 가슴을 밀어붙이고는 식탁 아래에서 꼬리로 장난을 치고 있는 중이었는데, 안면이 가슴으로 감싸이기까지 하자 나는 한 가지 감상밖에 품을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 아니. 이게 아니지. 얘 설마 취했어?! 아니. 잠깐만. 그럼 혹시 레이아도?! 아까는 마사지 천국에 푹 빠져서 눈치를 못 챘지만, 그러고 보니 레이아의 태도가 조금 이상하기는 했다. 오늘은 자기 차례가 아닌데도, 아니. 자기 차례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다들 모여 있는 자리에서 이렇게까지 대담하게 행동하실 천사님이 아닌데 말이야. 사제 둘이서 낮에 살짝 술이라도 마신 건가? “구원씨이….” “당시인….” 대체 이게…으아아…젠장. 머리가 제대로 안 돌아가. 네 개의 거대한 언덕이 내 머리가 돌아가는 걸 방해하고 있어. 이대로 녹아내릴 것 같…. “갸오오오오오오!” “디, 디아나! 진정해요! 둘 다 취해서 그래요!” 하지만 내가 녹아내리기 전에, 아까부터 불안 불안하던 디아나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가슴에 눈이 가려져 보이지는 않지만, 사라가 말릴 정도면 상당히 크게 폭발한 모양이다. ‘갸오오!’라니. 네가 무슨 고양이냐? 아니. 고양이도 위협할 땐 더 사납게 울겠다. 뭐, 귀엽지만 말이야. 아무튼 디아나가 폭발한 덕분에, 난 가슴 천국에 정신이 녹아내리기 전에 겨우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사라의 도움까지 받아서 간신히 레이아와 마틸다를 내게 떼어내고 보자, 마틸다는 완전히 취기가 돈 건지 내 얼굴을 가슴에 끌어안은 상태로 잠이 들어 있었다. “…나 일단 얘 좀 방에 옮기고 올게.” “…제가 하겠습니다.” 잠든 애를 이대로 여기 둘 수도 없는 일이니 방으로 옮기려 했던 나였지만, 그런 나를 바넷사가 막아섰다. “응? 아니. 내가…왓! 조심히 다뤄.” “…알고 있습니다.” 물론 바넷사에게 맡겨도 아무 문제없겠지만, 마틸다는 내가 옮겨주는 걸 더 좋아하지 않을까? …뭐, 잠들어있으니 모를 테지만. 아무튼 그런 생각으로 스스로 옮기려 했던 나였지만, 바넷사는 마치 이런 일은 자신에게 맡기고 난 앉아서 식사나 하라는 듯 내 손에서 마틸다를 빼앗아갔다. 그리고는 내가 더 무슨 말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듯, 성큼성큼 식당 밖으로 나가버렸다. 저건 친절한 건지 아닌 건지 감을 못 잡겠단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바넷사와 가벼운 실랑이를 하고 자리에 다시 앉으니, 마틸다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덜 취한 걸로 보이는 레이아는 마주보고 있는 자리에 앉아서 정말 드물게도 살짝 토라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원래 지금까지 식사를 할 때는 사라와 디아나, 레이아가 셋이서 내 양옆과 마주보고 있는 자리를 돌아가면서 앉아왔다. 그리고 오늘은 사라와 레이아가 내 옆에 앉는 차례였지만, 취했단 이유로 밀려나게 됐다는 얘기다. 그리고 레이아는 그런 지금 상황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아래에서 받치듯이 팔짱을 끼고는, 토라진 표정으로 날 바라보는 레이아. 저러니까 안 그래도 큰 가슴이 더 강조되네. 그리고 우리 천사님은 저런 표정마저도 아름다우시다. 하지만 거기서 그렇게 그런 표정 짓고 있어 봐야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레이아 네가 그렇게 대놓고 토라진 표정을 짓고 있는 것부터가 취했다는 완벽한 증거니까 말이야. 그리고 레이아 대신 내 옆에 앉은 디아나도 역시나 삐진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사건이 일단락 됐다고는 하나, 내가 한순간이나마 가슴에 정신이 팔렸던 게 맘에 안 드는 모양이다. 아니. 엄지 척을 했던 게 문제인가? 변명을 좀 하자면, 난 네가 바넷사 일을 묻는 건지 알았다고. 설마 ‘레이아양은 지금 취했으니 조심하게. 그리고 가슴에 너무 심취하지는 말게나.’라는 뜻이었을 줄이야. 그런 건 눈짓으로 알려줄 게 아니라 말로 알려달라고. “그래서, 바넷사하고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아무튼 그렇게 살짝 삐진 표정을 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디아나는 내게 찰싹 붙어서는 조그만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여왔다. 마치 바넷사가 자리를 비운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디아나야. 너라면 이렇게 달라붙을 필요 없이 그냥 텔레파시 마법만 쓰면 될 텐데 말이야. 하여간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응. 나름 잘 돼가고 있어.” “자네에게 홀딱 빠졌는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아직 그 정도까지는…아직 하루밖에 안 지났잖아.” “하루 종일을 같이 있었던 것 아닌가. 자네라면 여심 하나 훔치는 건 일도 아니지 않은가? 그것도 이미 자네한테 반한 아이일세.” 아니. 아니. 넌 날 대체 얼마나 과대평가하는 거냐. 네 낭군님은 그렇게까지 플레이보이가 아니라고. “으음…그럼 어떤 진전이 있었다는 겐가?” 내가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짓자, 디아나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뭔가 맘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중얼거렸다. “일단….” “두 분이서 속닥속닥 무슨 얘기를 하세요?” 나와 디아나가 그렇게 귓속말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을 때, 마주보고 있던 레이아가 자리에 일어나서는 그대로 몸을 앞으로 불쑥 내밀며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레이아. 그 자세는…가슴골이 강조 돼서 무척이나 감사합니다. “아, 아무 것도 아닐세!” 디아나는 그 박력에 살짝 질린 표정을 짓고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며 외쳤다. 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질색하는 거 아니냐? 너도 훌륭하다니까. 다 크면 레이아랑 별 차이도 없는 주제에 말이야. 뭐, 디아나는 맥시멈이 그 크기고, 우리 천사님은 지금부터도 더 성장할 가능성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 얘기는 디아나한테 안 하는 게 좋겠지? 하면 진심으로 울지도 몰라. “흐으으응….” “뭐, 뭔가?!” 아무튼 그런 디아나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레이아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의심의 눈초리를 우리에게 보내왔다. 천사님. 그러지 마세요. 섹시하잖아요. “흥. 두 분이서만 치사해요.” 하지만 취했어도 천사님은 천사님인지, 레이아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는 다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의자를 식탁에 바짝 당겨서 앉더니, 자신의 가슴을 식탁위에 얹듯이 올렸다. 그리고는 이번엔 두 손을 깍지 끼고는 그 위에 턱을 올리더니, 아까 전의 토라진 말투와는 정반대로 방긋방긋 웃으면서 날 빤히 쳐다봤다. 저기. 레이아? 부담되는데. 아니. 예쁘지만 말이야. 우리 천사님은 취하면 살짝 귀찮은 성격이 되는 구나. 뭐, 취한 사라보단 훨씬 낫지만. “…뭐야?” “아니. 아무것도.” 사라 얜 또 쓸데없이 감이 좋아서는. 아무튼 레이아가 저러고 있다고는 하나, 그냥 바라보기만 할 뿐 그 이상 뭔가를 하는 건 아니었다. 나는 레이아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다시 디아나에게 경과 보고를 하기로 했다. “아무튼 나랑 단 둘이 있을 때 용인족 모습으로 있게 하는 건 성공했어. 일단 이대로 나랑 있을 땐 계속 그 모습으로 있게 만들 생각이야. 그러면서 동시에 차근차근 바넷사의 마음도 뺏어가야지. 실은 오늘도 내가 엉덩이를…우와옷!” “으그극! 엉덩이가 뭔가?! 바넷사의 엉덩이가 그렇게 좋았는가?!” “아니. 그게 아니라…아니. 물론 좋았지만. 아무튼 그게….” “좋았는가?!” 야. 네가 바넷사를 철저히 꼬시라고 했잖아. 이제 와서 왜 그런 반응인데? 아무튼 그게 아니라고! 바넷사의 엉덩이 감촉을 되새기며 흥분한 게 아니라고! 지금 식탁 밑에서…! 젠장.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나는 살짝 시선을 돌려서 정면에 있는 레이아를 힐끔 쳐다봤다. 레이아는 여전히 식탁위에 가슴을 얹은 채, 방긋방긋 웃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까 전에는 그저 아름답게만 보이는 미소였지만, 상황이 이렇게 되고 나니 지금은 그 미소가 요염하기 그지없게 보였다. 설마 의자를 저렇게 당겨 앉은 이유가 이것 때문이었나. 나는 취한 레이아의 무시무시한 책략과, 그리고 하반신에 느껴지는 쾌감에 전율했다. 그래. 지금 식탁 아래에서는 레이아가 다리를 뻗어서 발끝으로 내 물건을 쓰다듬고 있는 중이었다. 처, 천사님…혹시 취기 돌아서 구미호 때 본능이 튀어나오는 건가? 이거 어쩌지? 이거 들키면 큰일 난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취한 레이아가 자기 맘대로 저지른 일이다. 대놓고 들키면 사라나 디아나가 내게 뭐라고 할 일은 없을 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하반신에 느껴지는 아릿한 쾌감이 정상적인 사고를 방해하고, 게다가 당황하기까지 한 나는 이성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었다. 들켜선 안 돼. 어떻게든 들키지 않고 레이아를 멈춰야 한다. 하지만 식탁 아래로 손을 내리면 무조건 들킨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나는 발만으로 레이아의 행동을 멈춰보기로 했다. 우선 레이아의 아름다운 다리가 더럽혀지지 않게 신발을 벗고, 레이아의 다리를 치워…우왓! 잠깐! 레이아?! 이건 너랑 장난치려는 게 아니라…잠! 꼬리는 반칙이잖아! 으앗! 양말은 왜 벗기는데!? 발가락 사이에 발가락을 넣으면서 애무하듯 비비면 안 되잖아! 지금 다들 옆에서 보고 있다고! “자네?” “응? 아, 응. 오늘 창고에서 바넷사 엉덩이를 만지작댔는데 크게 저항을 안 하더라고! 진전이 확실히 있단 것 아니겠어?! 이대로 차근차근 행위까지 이르게 만들어서 결국 나 없이는 못사는 몸으로…!” 식탁 아래에서 펼쳐지는 공방을 아직 눈치 채지 못한 디아나가 날 부르는 소리에, 나는 최대한 태연을 가장하며 아까 하려던 말을 계속했다. 다만, 내 생각보다 훨씬 목소리가 크게 나오고 말았지만 말이다. 내가 그렇게 외치는 순간, 레이아가 살짝 삐진 표정을 지으며 내 물건을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 두고 꾸욱 조여 왔다. 망했다. 나는 당황해서 옆을 돌아봤지만, 의외로 사라는 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다만 ‘이 바보가 진짜….’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 어라? 화 안 내? 아, 그런가. 사라는 귀가 좋으니까 우리 얘기도 듣고 있었던 건가. 휴우. 다행이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철렁했네. 하지만 제일 질투심 강한 사라가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용인해주고 있는 거라면, 지금부턴 그다지 속닥속닥 얘기할 필요도…. 그렇게 생각한 순간, 등 뒤에서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결국은 그런 이유였습니까.” 다시 한 번 말하지. 망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89 <-- 집사의 본심 --> “아니…!” “디아나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조금 일찍 물러나도 괜찮겠습니까? 몸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내가 뭐라고 변명을 하기도 전에, 바넷사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동자로 디아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바로 뛰쳐나가지 않고 디아나의 허락을 맡는다는 점이 참 바넷사답다고 해야 할지. “으, 음. 몸 상태가 좋지 않으면 어쩔 수 없구먼. 그러게. 아예 오늘은 그만 방에 가서 푹 쉬게.” “감사합니다.” 디아나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바넷사는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재빨리 식당 밖으로 모습을 감췄다. “뭐하는가?! 어서 쫓아가지 않고!” 그렇게 내가 머리를 싸매고 생각하는 사이에, 바넷사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디아나가 내 등을 떠밀었다. 이제 굳이 속닥일 필요도 없다는 듯 큰 소리로 외치면서. 애초에 다른 애들한테 들리지 않게 말한 건 단순히 배려를 해준 거였다. 아무리 디아나의 설득을 통해 바넷사와의 관계를 인정해줬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바넷사의 마음을 완전히 얻는 과정까지 세심하게 도와주는 건 아무리 착한 우리 애들이라도 탐탁찮은 일일 테니까 말이다. 그래서 다른 애들은 괜한 신경을 쓰지 않도록 디아나하고 둘이서만 속닥였던 거지만, 이렇게 들킨 이상 더 숨길 필요도 없다는 거지. 아무튼 그런 디아나의 재촉에 나는 머리가 아파져왔다. 쫓아간다고 해도 말이야. 쫓아가서 이 사태를 대체 어떻게 변명하라는 거야? 사과? 그냥 무조건 가서 고개를 숙이면 그걸로 될까? 하지만 뭘? 난 대체 바넷사한테 뭘 사과하면 되는 건데? 차근차근 섹스까지 하는 사이로 발전해나가려고 한 거? 아니면 나 없이는 못살게 만들겠다고 한 거? 아니. 잠깐만. 그런 걸 굳이 변명이나 사과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보면, 둘 다 내 진심인데? 딱히 사과할 말을 한 것 아니잖아? “…아니. 안 쫓아갈래.” 등을 꾹꾹 떠미는 디아나의 손길에 버티고 앉아서 잠시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결국 바넷사를 쫓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자네?!” “흐윽…죄, 죄송해요….” 당연히 그런 내 결정에 디아나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내 정면에 있던 레이아는 어째선지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사과를 해왔다. 그러고 보니 어느 샌가 그 발은 내 고간에서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잔뜩 풀죽었다는 걸 나타내듯 완전히 접혀있는 세모난 귀까지. 아, 그런가. 레이아는 자기가 전부 망쳤다고 생각하는 건가. 그리고 그 죄책감으로 술까지 깨버렸다는 거다. 그렇게까지 죄책감 가질 필요 없는데 말이야. “아니. 레이아가 미안해할 필요 없어.” “하지만 저 때문에….” “아니. 그런 거 아니야. 나도 말리지 않은 거고. 기분 좋았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이번엔 내가 발을 뻗어서 레이아의 다리를 쓰다듬어줬다. 다독여주듯이 부드럽게. 물론 그런다고 해서 레이아의 풀죽은 표정이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발에 느껴지는 레이아의 다리 감촉, 역시 최고로…. “…지금 둘이 무슨 얘길 하는 거야?” “으, 응?! 아니! 아무것도!” 위험해. 또 정신 팔릴 뻔 했네. 사라의 지적이 아니었으면 위험했어.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레이아를 다독이기 위해 말을 이었다. “아무튼 너무 걱정할 것 없어. 난 오히려 레이아의 색다른 모습도 보게 돼서 좋았는걸. 그리고 바넷사 일도, 이걸로 됐어.” “되긴 뭐가 됐다는 겐가?! 이 몸이! 이 몸이 어떤 마음으로…!” 하지만 그런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이번엔 디아나가 내게 달려들었다. 거의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로 말이다. “진정해. 디아나. 그런 뜻이 아니야.” “그럼 무슨 뜻인가?!” “바넷사와의 관계가 진전되기 위해선, 차라리 잘 된 걸지도 모르겠다는 뜻이야.” “…음?” “나한테 한 가지 계획이 있어.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해줄게.” 의아해하는 디아나에게, 나는 눈짓으로 다른 애들을 가리킨 후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바넷사를 완전히 넘어오게 만들기 위해 계획을 짠다는 걸 들키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 애들이 그 계획을 듣고 기분이 안 나빠지는 건 아니니까 말이야. 상황 수습을 위해서 조금 떠벌리기는 했지만, 굳이 이 자리에서 모든 걸 다 얘기할 필요는 없지. “그러니까 날 믿고, 지금은 그냥 가만히 내게 맡겨줘.” “…하지만. …자네, 정말로 자신 있는가?” 디아나도 내 속마음을 알아챘는지, 조금 차분해진 목소리로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사실 그렇게까지 자신 있지는…농담. 농담이야. 자신 있어. 믿어줘. 그러니까 지금은 다들 바넷사 걱정하지 말고, 우선 식사나 하자. 응?” “…알겠네.” “…네에.” 나는 겨우 그렇게 상황을 정리하고는 식사를 재개했다. 디아나는 조금 복잡한 표정이었고, 레이아는 여전히 죄책감에 휩싸인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그래도 일단은 내 말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난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데.” 다만, 사라만큼은 여전히 나와 레이아를 수상한 눈으로 쳐다봤지만 말이다. 위험해. 어서 화제를 바꾸지 않으면! “애초에 말이야. 결국 레이아는 왜 취한 거야? 그렇게 될 때까지 마신 건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네, 네?! 벼, 별일 아니었었어요!”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 레이아에게 말을 걸었던 나였지만, 어째선지 레이아의 반응이 무척이나 수상했다. 방금 전까지 풀죽은 표정을 짓고 있었던 주제에, 갑자기 얼굴이 새빨개져서는 당황하기 시작한 건다. 저래서야 대놓고 뭔 일이 있었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왜? 무슨 일인데? 레이아가 그렇게 마실 정도면 별일 아닐 리 없잖아?” “저, 정말이에요. 그저 마틸다 추기경님이 잠이 안 오신다고 하셔서, 간단하게 와인이라도 조금 마시면 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얘기가 나와서, 그래서 조금 마신 것뿐이에요.” 응?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잠이 안 와? 아직 잠을 자기엔 이른 시간인데? 아, 그러고 보니 마틸다는 어제 안 잤다고 했지. 하지만 그래서 잠을 자려고 했던 거라면, 잠이 안 올 이유가 없는데? 게다가 그런 이유로 둘이 술을 마신 거라면, 레이아가 방금 전에 그렇게 부끄럽단 반응을 보일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레이아가 나한테 거짓말을 할 리는 없고 말이야. “둘이서 마신 거야?” “네, 네에….” “무슨 얘기하면서?” “…몰라요.” 역시나 대화 주제가 문제였나. 레이아는 그렇게만 대답한 후, 이제 밥 먹는데 집중할 테니까 말 걸지 말라고 말하듯이 고개를 푹 숙이고 식사에만 열중했다. 레이아야. 그러면 괜히 더 궁금해지잖아. 하지만 저 모습을 보아하니, 여기서 내가 더 추궁한다고 해서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한 거야? 나한테 말하기 싫어하는 걸 보니, 뭔가 나에 대한 얘기를 한 것 같기는 한데. 설마하니 둘이서 성적인 얘기를 했을 리도 없고 말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레이아랑 마틸다라는 성직자 콤비가 말이다. 그럴 리가 없지. 수수께끼는 깊어져만 갈 뿐이었다. “그럼 자네. 믿겠네.” “그래. 맡겨둬.” 아무튼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서, 내내 조용히 있던 디아나는 내게 짧게 그렇게만 말했다. 내가 확신을 가지고 믿어달라고까지 했으니 일단 간섭은 안하겠지만, 역시나 조금 불안하다는 얼굴이었다. 그야 그렇겠지. 디아나 역시도 이 이상 내 여자를 늘리는 건 탐탁지 않을 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바넷사는 디아나 스스로가 나서서 내 여자로 만들려고 한 거다. 그것만으로도 복잡한 심경일 텐데, 뭔가 일이 꼬여가는 느낌마저 드니까 더더욱 머릿속이 복잡하겠지. 내가 그런 디아나에게 해줄 수 있게 있다면, 바넷사를 확실히 내 여자로 만들어 보답하는 것밖에 없다. 오래 기다릴 것도 없어. 내일까지만 두고 보자고. 나는 디아나가 식당을 나서기 전에, 그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줬다. “구, 구원씨…오늘은 정말 죄송했어요….” 그리고 디아나가 가고 나자, 이번엔 레이아가 내게 다가와서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까도 말했다시피 오히려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레이아가 미안할 거 전혀 없어.” “…네. 바넷사씨도, 꼭 제대로 달래주셔야 돼요? 안 그러면 저, 바넷사씨를 볼 낯이 없을 것 같으니까요.” 내가 달래주듯 그렇게 말해도, 레이아는 내게 기대듯이 몸을 밀착해오면서 한층 더 그런 말을 해왔다. 아무래도 레이아는 나뿐만 아니라, 내 말을 듣고 충격을 받았을 바넷사에게도 미안한 모양이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게 다른 여자를 잘 다독여주란 말을 하다니. 역시 레이아는 천사야. 뭐, 지금 행동은 조금 그렇지만 말이야. “응. 그런데 레이아.” 나는 레이아의 두 어깨를 잡아서 내 몸에 꼭 밀착시키고는, 그 귀에 입을 가져다 대서 조그맣게 속삭였다. 사라조차도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네?” “손은 떼는 게 좋지 않을까?” 그랬다. 레이아는 아까부터 내 바지 위로 내 물건을 살살 쓰다듬고 있었던 거다. 유혹하는 표정이 아니라 죄송스런 표정으로 저러는 걸 보니, 아마 ‘방금 전에는 괜히 여길 괴롭혀서 죄송해요….’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지만 말이야. 아까보다 멀쩡해 보인다고해서 방심했어. 역시 레이아 아직 취해있구나. “…읏! 저, 저 그럼 이만 갈게요!” 역시나 술김에 무의식중으로 그런 거였는지, 내 지적을 들은 레이아는 화들짝 놀라서 순식간에 내게서 떨어진 후 도망가듯 식당을 나섰다. 레이아! 모처럼 내가 몸을 끌어당겨서 다른 애들한테 안 보이게 만들었는데, 그러면 괜히 오해받잖아! “…구원. 지금 무슨 얘기….” “실비아!” “네, 네헷?!” 안 그래도 아까부터 우리를 수상하게 여기고 있던 사라는 당연히 그런 레이아의 모습에 반응을 했다. 하지만 사라의 말이 다 끝나기 전에, 나는 황급히 아직 구석에 있던 실비아를 불렀다. 아까부터 혼란했던 우리 모습을 보면서도 홀로 휩쓸리지 않고 조용히 있던 실비아는, 내가 이름을 부르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듯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너도 봤다시피, 나 오늘 좀 많은 일을 겪었어.” “네, 넵. 봤습니다.” “그래서 사실 머리가 좀 아파.” “괘, 괜찮으십니까?!” 내가 살짝 머리를 짚으며 두통에 시달리는 척을 하자, 실비아는 화들짝 놀라서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실비아가 다가오는 순간, 나는 두 팔을 활짝 벌렸다. “흐야앗!” 당연히 실비아는 속았다는 표정으로 깜짝 놀라서는 도망가려고 했지만, 그 전에 나는 실비아의 어깨를 덥석 잡아 멀리 도망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우리 귀여운 누구씨가 내 품에 안겨주면 조금 나아질 것 같은데. 내가 누굴 안고 있으면 진정되는 기분이….” “…됐지?” 하지만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뒤에서 누군가 내 몸을 끌어안았다. 누군가라고 해도, 한 명밖에 없지만 말이야. “아, 응.” “뭐야? 그 반응은. 나론 불만이란 거야?” “아니. 그럴 리가. 그럴 리가요.” “반복해서 말하는 게 더 수상해.” 그치만…그치만 실비아 테라피가! 아니. 사라야. 너론 부족한 게 아니야. 하지만 실비아 테라피는! “웃!” 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이번엔 실비아가 정면에서 내 몸을 끌어안아왔다. 그리고는 역시나 몸을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실비아는 내 몸을 꽉 끌어안은 채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역시 사도 임명까지 받은 만큼, 이제 고작 포옹정도로는…. “우…어, 얼마나 이러고 있어야 합니까아?” 정정하자. 아직 힘든 모양이다. “고마워. 이제 좀 괜찮은 것 같아.” “후아앗! 하앗! 하앗! 그, 그럼! 안녕히 주무십시오!”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내 몸에서 떨어진 실비아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꾸벅 인사를 하고는 도망치듯 식당을 벗어났다. “하아…. 야. 바보.” 그리고 겨우 나와 단둘이 남게 되자, 사라는 갑자기 아무런 전조도 없이 내게 폭언을 해왔다. “너 갑자기 무슨….” “너 진짜 나 같은 여자를 잡은 걸 감사해야 돼.” “으, 응? 그게 대체 무슨…아니. 그야 감사하지만. 하루 한 번 여신님께 절하면서 너와의 만남을 감사하고 있지만.” “정말로?” “…절하는 건 속으로만 했어.” “하아. 아무튼 다녀오려면 지금밖에 없으니까. 방에 가서는 안 놔줄 거야.” 내 대답에 사라는 내 몸에 두르고 있던 손으로 가볍게 내 옆구리를 꼬집더니, 빙글하고 내 몸을 반 바퀴 돌린 후 날 정면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응? 뭐가?” “뭐기는. 바넷사 말이야. 정말 안 가 봐도 되겠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14C2A58H2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90 <-- 집사의 본심 --> “혹시 디아나나 레이아를 안심시키려고 그 자리에서만 그렇게 말한 거 아냐? 그럼 나한텐 그럴 필요 없잖아. 지금 사실대로 말하면 바넷사한테 다녀올 시간 정도는 줄게.” 사라는 마치 내 진심을 꿰뚫어보려는 것처럼, 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 사라를 보고 나는…. “너 누구야?! 우리 사라가 이럴 리가 없어! 누구야?! 정체를 드러…크커헉!” “야! 구원! 이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농담! 농담이니까! 그만! 아파! 살려줘!” 내 옆구리를 무자비하게 있는 힘껏 꼬집는 사라. 그런 사라에게 한참을 빌고 나서야, 나는 겨우 해방될 수 있었다. “허억…허억…지, 진심으로 꼬집을 건 없잖아.” “이런 때까지 장난치는 구원이 문제잖아!” 뭐, 그 말대로입니다만.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의아한 건 사실이었다. 만약 디아나나 레이아가 이랬으면 이해가 된다. 디아나는 바넷사를 정말 아끼는 모양이고, 레이아는 원래 성격이 남들 괴로워하는 걸 못 보는 성격이니까 말이다. 다만 사라는? 아니. 사라는 뭐 독한 성격이라는 게 아니다. 하지만 우리 애들 중에서 제일 질투심이 강한 사라는, 언제나 마지막까지 내가 다른 여자를 받아들이는 걸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물론 얘도 결국 착해빠져서 마지막에는 승낙해주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스스로 나서서 내 지원까지 해준다? 그건 좀 이상했다. 물론 사라가 다른 애들과의 관계를 도와준 적이 없는 건 아니다. 레이첼 누님 때도 결국 내 뒤를 몰래 따라와줬고, 실비아한테 하룻밤을 양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레이첼 누님은 내가 사정사정해서야 겨우 도와준데다가, 그러고 나서 엄청 기분 나빠하기도 했다. 그리고 실비아의 경우는 먼저 자신이 잘못한 게 있었던 데다가, 애초에 실비아는 사도 인장만 안 찍었을 뿐 내 여자로 완전히 받아들였을 때였다. 하지만 바넷사는? 사라가 바넷사를 이렇게까지 신경쓰는 이유를 모르겠다. 물론 같은 저택에서 매일 얼굴을 보고 지냈으니 정도 들었을 거고, 바넷사의 방금 전 상황이 딱하게 여겨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라가 이렇게까지 도와주는 이유로는 살짝 모자란 느낌이 든단 말이지. 게다가 오늘이 어떤 날인데. 긴 던전행을 마치고 자기 차례를 실비아한테 양보까지 한 탓에, 엄청나게 오랜만에 나와 같이 보내는 밤이다. 심지어 직전에 날 다른 여자한테 보내준다는 건, 그만큼 나와 보내는 둘만의 시간이 줄어든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물론 그럴 생각은 없지만, 만약 내가 바넷사랑 섹스까지 하고 오면 어쩌려고? 엄청 기분 나쁠…아니. 얘 같은 경우는 기분 나빠하면서 흥분할지도. 잠깐만. 진짜 그런 걸 노리고 그러는 거 아니겠지? “그래서, 농담은 이쯤하고. 진짜로 왜 그러는데?” “뭐가?” “바넷사 말이야. 왜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는데?” “난 착하니까? …야. 구원. 뭐야. 그 표정.” “뭐, 뭐가? 진심으로 공감하고 있었는데? 우리 사라는 진짜 천사 같아.” “이게 진짜…거짓말도 적당히 하시지?” 사라는 불끈 쥔 주먹을 가슴께로 들어 올리고는 위협하듯 바르르 떨었다. 하지만 결국 주먹을 내지르는 일 없이 손을 펴고는 살며시 내 가슴위에 올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하아…. 그냥…예전 내 상황이랑 조금 겹쳐보였을 뿐이야. 나도 예전엔 용사란 게 밝혀지면 큰일날까봐 계속 혼자서 비밀로 하고 있었으니까.” 사라가 그렇게 말하고 나서야, 나는 사라가 왜 그렇게까지 바넷사를 신경 쓰는지 알 수 있었다. 사라 역시도 계속 용사라는 걸 숨기고 살았다. 그리고 그 이유가 바로, 용사라는 걸 밝힌 아버지가 이용만 당하다 죽었다는 사실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사라는 그래도 자신이 용사라는 사실에, 강하다는 사실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용인족이란 게 밝혀지면 드래곤 하트가 뺏기고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혀있는 지금의 바넷사의 상황과 그때의 사라의 상황에 비슷한 점이 있다는 건 확실했다. “보니까 바넷사도 그때의 나처럼 고민을 공유할 가족도 없어 보이고…아, 물론 디아나가 있기는 하지만, 바넷사 성격에 주인인 디아나에게 전면적으로 의지할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동등한 위치에서 마음의 짐을 덜어줄 구원 같은 사람이 필요할 거란 얘기야. 그때의 나처럼.” 사라는 그렇게 얘기하며, 내 가슴에 올려놨던 손을 움직여 천천히 내 몸을 쓰다듬었다. 그 손길만으로도 사라가 날 얼마나 의지하고 사랑하고 있는 건지가 느껴져서, 나는 무척이나 사라에게 키스하고 싶은 기분이 됐다. 물론 그 전에 할 말이 있었지만. “마음의 짐을 덜어준다니? 너 나한테 용사라고 털어놓은 거 만나고 한참 후 아니었냐?” 그 순간, 상냥하게 쓰다듬던 사라의 손바닥이 내 가슴을 찰싹하고 때렸다. “기분 상 그랬다고! 만났을 때부터 왠지 구원은 내 마음의 짐을 덜어주는 것 같았어!” “아니. 거짓말하지 마라. 너 나 처음 만났을 때 엄청 경계했잖아.” “아니거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여신님이….” 내 말에 뭐라고 반박을 하려 했던 사라는, 하지만 이내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면서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려댔다. “아야! 아야! 야! 치사하게 할 말 없으니까 폭력 휘두르지 마라!” “아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가서 기분 풀어줘야 되는 거 아니냔 얘기야! 만약 그때의 내가 같은 상황에 처했으면….” “처했으면 뭔데?” “만약 구원이 내 몸만이 목적이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면…할아버지의 복수도 뒤로하고 일단 구원부터 죽였….” “알았어. 알았어. 무서우니까 그만해라.” 얜 뭔 이런 협박을 하고 있어? 팔에 닭살까지 돋았잖아. “애초에 난 바넷사의 몸만이 목적이란 얘기 한 적 없잖아? 바넷사와 관계를 맺으면서 나 없인 못살게 만들어 준다고 했지.” “바보. 그게 그거잖아.” “전혀 다르지. 너희랑 마찬가지로 서로 죽고 못 사는 사이가 된다는 건데. 그리고 너희랑도 꾸준히 관계를 맺고 있잖아?”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사라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자, 사라가 다시 한 번 내 가슴을 찰싹하고 때렸다. “바보! 전혀 그렇게 안 들렸거든?!” “아무튼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거네요. 만약 내가 몸만 탐하는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거면, 착각한 바넷사 잘못이지.” “진짜 그걸로 밀고 나갈 셈이야?! 사과하러 안 가고?!” “응.” “이거 진짜 바보 아니야?! 디아나한테 맡겨두라고 말하기까지 했잖아!” “걱정 마. 그것뿐만이 아니라 다 생각이 있어서 이러는 거니까. 난 진짜로 잘 됐다고 생각하고 있어.” 뭐, 살짝 도박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이건 오히려 바넷사의 본심을 알아볼 절호의 기회다. 그러니 이걸로 된 거다. 만약 도박이 실패하면…그땐 그때 가서 생각하자. 일단 오늘 반응을 생각해 보면 성공확률이 상당히 높은 도박이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바넷사 얘기는 그만하고, 슬슬 우리 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어때? 안 그래도 엄청 오랜만처럼 느껴져서 설렌단 말이야.” “바보. 어제도 그제도 실비아나 마틸다랑 실컷 한 주제에.”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날 믿는 건지, 사라는 더 이상 바넷사를 위로해주러 가란 얘기는 하지 않기로 결정한 모양이었다. “그거랑은 다르지. 그땐 사라가 상대가 아니었으니까.” “정말…한밤중에 바넷사가 찌르러 와도 모르니까.” 아니. 야. 모처럼 로맨틱한 분위기로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왜 그렇게 섬뜩한 소리를 하고 그러냐. 부끄러워서 분위기 깨려고 그러는 모양인데, 그렇겐 안 둘 테니까 말이야. “그땐 우리 듬직한 용사님 뒤에 숨으면 되지.” “바보. 내가 도와줄 거라고….” “안 도와줄 거야? 네 서방님 죽게 생겼는데?” “…바보.” 처음엔 새초롬하게 대답하려했던 사라였지만, 내가 한 번 더 확인 질문을 던지고 나서 다시 생각해보니 안 도와주겠다는 말은 못하겠는 모양이었다. 결국 사라는 대답 대신에 내 입을 틀어막듯이 키스를 했다. 나는 그런 사라의 허리를 끌어안아서 들어 올리고는, 황급히 식당을 벗어나 내 방으로 향했다.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나는 사라를 침대 위로 내려놓고 황급히 옷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바로 사라 위에 올라타서 사라의 옷도 완전히 벗겨버린 후, 그 가녀린 두 발목을 손으로 잡고 다리를 벌리려고 했다. 사라는 내가 너무 서두르자 놀란 건지, 반사적으로 두 손을 내려서 자신의 음부를 가렸다. 그러면서도 다리를 양옆으로 유연하게 활짝 벌려진 덕분에, 오히려 섹시한 자세가 됐을 뿐이지만 말이다. 나는 이미 빳빳하게 서있는 물건을 그대로 사라가 두 손으로 틀어막고 있는 음부 쪽에 돌진시켰다. 아무리 손으로 막고 있어도, 내 물건이라면 손가락 사이로 파고들어서 틈을 만들고 그대로 삽입까지 할 수 있다. 그런 자신감을 가지고 허리를 내민 나였지만, 의외로 사라의 저항이 거셌다. 사라가 손가락에 힘을 꽉 줘서 단단히 내 물건의 침입을 막았던 거다. “왜애!” “바보. 나 아직 안 씻었거든?!” “괜찮아! 넌 안 씻어도 충분히 예뻐! 게다가 좋은 향기까지! 킁킁!” “바보! 냄새 맡지 마! 낮에 구원 찾아 돌아다니느라 땀까지 흘렸단 말이야!” “상관 없어!” “내가 상관있거든?! 애초에 왜 이렇게 흥분한 거야?!” 떼쓰듯이 말하는 내게, 사라는 눈을 흘기면서 새초롬하게 외쳤다. “말했잖아! 사라랑 오랜만이라 설렌다고!” 내가 그렇게 말하자 얼굴을 붉히면서도, 사라는 고개를 내려서 자신의 손가락을 콕콕 찌르는 내 물건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더니, 의심스런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정말 그것뿐이야?” 진짜 매번 느끼는 건데 말이야, 얘 나한테 독심술 쓸 수 있는 거 아냐?! 그야 우리가 서로의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이건 과하잖아! “그, 그럼 뭐가 또 있다는 거야?” “사실대로 말하면 씻기 전에 한 번 하게 해줄게.” 내 반응을 보고 뭔가 숨기고 있다는 확신을 얻은 건지, 사라는 굳은 눈초리로 날 쳐다보면서 그렇게 매혹적인 제안을 해왔다. 이 똑똑한 녀석.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하다니. “…실은 실비아를 안았을 때….” “거짓말 하지 마. 구원이 만약 그때 흥분했으면 실비아 반응이 그 정도로 끝날 리가 없잖아.”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헤어지기 전에 실비아한테 키스라도 할 걸! “그렇게까지 숨긴다는 건, 나한테 상당히 들키기 싫은 이유로 흥분한 모양이네. 뭐야? 말해.” “…일단 좀 씻고 와서 할까?” “말해.”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간다는 걸 깨달은 나는, 일단 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욕조 쪽으로 향하려고 했다. 하지만 사라의 행동이 조금 더 빨랐다. 내 물건의 전진을 막고 있던 손 중 하나를 움직여서 내 물건을 끝부분부터 뿌리부분까지 훑더니, 그대로 내 알을 덥석 잡아버린 거다. 그것도 두 알을 한 손에. “잠깐만. 사라야. 진정해. 거긴….” “말해.” 알을 잡은 손에 살짝 힘을 주는 것만으로 내 저항을 완전히 무력화 시킨 사라는, 아까보다 더 굳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결국 나는 저항을 포기하고 순순히 사실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게 말이야. 아까 레이아가 취했었잖아? 그래선지 레이아가 조금 대담해져서 말이야. 그래서 조금 흥분한 것뿐이야.” “어떤 식으로?” 두루뭉술하게 대답하고 넘어가려 한 나였지만, 사라는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식탁 밑으로 발을 뻗어서 내 물건을 애무…잠! 타임! 타임! 야! 우리 이러지 말자! 나 너랑 애는 가지고 싶거든!?” 내 대답을 듣자, 사라의 손아귀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야. 거긴 진짜 민감하니까 그만 두라고. 아이언 페니스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아이언 페니스가 알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지 궁금하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알고 싶진 않았다고. 그래도 아직 완전히 눈이 돌아간 건 아닌지, 내가 미래에 생길 아이 언급까지 하면서 설득하자 사라는 일단 내 알에선 손을 뗐다. 대신 봉부분을 꽈악 움켜쥐었지만 말이다. 그래. 거긴 그나마 낫다. “그러니까…내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식탁 밑에서, 레이아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뻔뻔하게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그것도…하앗…내 차례인…하앗…날에?” …야. 너 지금 숨 거칠어지고 있지 않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91 <-- 집사의 본심 --> 물론 나로서도 사라가 흥분하는 건 양팔을 벌려 환영할만한 일이었지만 말이다. 화내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아니. 솔직히 말하자. 굳이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일이 이렇게 흘러가면 앞으로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상상만으로도 기대가 부풀어 올랐다. 자, 사라야! 난 아무 저항 안 할게!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당연하게도 그런 속마음을 내색하는 일 없이, 나는 일단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를 했다. “그…미안?” “사과 한 마디 한다고, 내가 용서해줄 것 같아? 내 옆에서…하앗…내 차례에…레이아랑….” 물론 흥분한 사라는 날 용서해줄 마음이 전혀 없어보였다. 살짝 상기된 얼굴을 내 얼굴 가까이에 가져온 사라는, 거친 숨소리를 내뱉으면서 내 물건을 잡고 있던 손에 다시 한 번 힘을 꽉 줬다. 정확히 따지고 보면, 애초에 취한 레이아가 맘대로 그런 거니까 내가 용서받고 자시고 할 이유도 별로 없긴 하지만 말이야.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사라는 자신의 발목을 잡고 있던 내 손을 뿌리치더니, 무릎을 접어서 그 모델같이 길고 잘 빠진 다리로 내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는 여전히 자신의 음부를 가리고 있던 손을 들어올려서, 내 목을 감싸 안았다. 그 말은 즉, 다시 말해서 지금 내 물건과 사라의 음부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이었다. 물론 여전히 사라가 한 쪽 손으로 내 물건을 잡고 있기는 하지만, 아니.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더 삽입 직전 같은 분위기가 됐다. 물론 이 상황에서 사라가 쉽사리 삽입을 시켜줄 리가…우와옷! “말해. 이거, 누구 때문에 커진 거야? 으응…흣…레이아? 아니면…나?” 사라는 마치 내 물건의 단단함을 확인하듯이 손을 주물럭거려서 내 물건을 만지더니, 갑자기 손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에 따라 당연히 내 물건도 당연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물건 끝이 사라의 음부에 끝부분만 살짝 파묻히더니, 그대로 음부 살을 가로지르듯 위아래로 움직여지는 감각은 상당한 쾌감과 선사해줬다. 그리고 벌써부터 흠뻑 젖어있는 그 음부에 내 물건 끝이 비벼질 때마다 질척질척한 젖은 소리를 내는 것 역시, 내 흥분을 상당히 고조시켰다. “무슨 소리야. 당연히 너 때문이지.” “하지만 처음에 나랑 빨리 하고 싶어 한 건 레이아 때문이라고 했잖아?” “아니. 그거야…윽!” 그렇게 말한 사라는 내 물건의 각도를 조절해서 자신의 음부 입구에 정확히 맞추더니, 그대로 내 허리를 감싸고 있던 다리에 힘을 줘서 내 물건을 자신의 음부에 받아들였다. 설마하니 이런 타이밍에 삽입을 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나는, 물건 끝에서 갑자기 물건 전체로 퍼져나간 그 쾌감에 저도 모르게 낮은 신음성을 흘렸다. 사라는 그런 내 얼굴을 꽤나 흡족한 표정으로 쳐다보면서 천천히 허리를 띄워서 내 물건을 점점 자신의 음부 안으로 넣었다. 그리고 이내 사라의 음부 살과 내 사타구니가 찰싹하고 맞닿으면서 내 물건이 뿌리 끝까지 들어가게 되자, 사라는 두 다리로 내 허리를 단단히 감은 채로 움직임을 멈췄다. 그 이상 움직일 생각은 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그 자세 그대로. 물론 그렇게 가만히 있더라도 내가 느끼는 쾌감은 상당했다. 일단 눈에 보이는 광경이 너무나 황홀했다. 내 물건을 뿌리까지 받기 위해서, 사라는 등을 침대에 누인 채 허리와 엉덩이만을 들어 올리고 있는 자세였다. 그 자세는 안 그래도 멋진 사라의 허리 골반라인과 11자 복근을 더더욱 강조하는 효과를 줘서, 사라가 가지고 있는 매력을 몇 배나 증폭시켜줬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었다. 겉보기에는 지금 이 자세 그대로 아무 움직임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우리였지만, 안쪽까지 아무 움직임이 없는 건 아니었으니까. 아니. 흥분한 사라는 안쪽은 평소보다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내 물건에서 정액을 짜내려는 것처럼 복잡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으응…하앗…하앗…응! 역시 못 믿겠어!” 날 바라보며 섹시한 숨소리를 내뱉던 사라는, 갑자기 내 목을 감싸고 있던 손을 꽉 끌어당기며 내 몸을 안더니 그대로 몸을 빙글 돌렸다. 세계가 빙글하고 도는가 싶더니, 어느 샌가 사라와 내 위치가 뒤바뀌어 있었다. 나는 침대 위에 누워있었고, 사라는 그런 내 위에서 기승위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내가…레이아보다 더 좋다고…흐읏…말하게 만들고 말겠어….” 사라는 날 내려다보며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상체는 고정시킨 채로 엉덩이만을 천천히 들어 올려서 내 물건을 뽑아냈다. 물론 엉덩이 움직임만으로 내 물건을 뽑는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음부 안쪽의 자극적인 움직임을 통해서 이미 물건 전체에 골고루 애액이 발라져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의 음부는 마치 내 물건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주름 하나하나가 내 물건 표면에 찰싹 달라붙은 채로 물건 전체를 꾸욱하고 조여서 저항했으니 말이다. 자기가 뽑으려고 하는 주제에 음부 안쪽은 이렇게 달라붙어 온다니. 그런 상반된 움직임에 내 흥분은 더욱더 고조됐다. 하지만 커져만 가는 흥분과는 별개로, 내 물건은 결국 사라의 음부에서 빠져나오게 됐다. “으응!” 물건이 뽑히면서 나는 질척한 물소리와 동시에, 사라의 목에서도 섹시한 비음이 흘러나왔다. “하앗…하앗…하앗….” 의도대로 물건을 뽑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라가 자세를 바꾼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방금 전 자세로 돌아가려는 듯, 이번엔 천천히 엉덩이를 내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내 물건 끝이 다시 사라의 음부 입구에 닿게 됐고, 사라는 그 상태에서 천천히 허리를 돌려서 자신의 음부를 내 물건 끝에 비비듯 움직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엉덩이를 살짝 뒤로 빼서 내 물건이 자신의 음부 살을 살짝 가로지르며 음핵을 찌르게 만든 후, 갈라진 음부 살 사이에 내 물건을 끼운 채 타고 내려가듯이 천천히 엉덩이를 아래로 내렸다. “으응…하앗…하앗…두고 봐….” 완전히 내 다리 사이에 앉은 사라는 자신의 복부에 찰싹 맞닿아있는 내 물건을 꽉 쥐고는 몇 차례 위아래로 흔들었다. 손에 힘은 잔뜩 들어가 있었지만 사라 자신의 애액 덕분에 손은 매끄럽게 위아래로 움직일 수 있었고, 내 물건에는 다시 극심한 쾌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사라는 이내 그 마저도 멈추고, 자신의 애액으로 젖은 손을 입으로 가져가서 쪽쪽하고 핥았다. “으음…쪽…하아…응….”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안 그래도 격렬한 섹스가 시작될 거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었던 나로선 안타까운 마음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신의 손을 쪽쪽 빨고 있는 사라의 모습이 엄청나게 섹시하고 흥분되기는 했지만, 물건에 직접적인 자극이 느껴지지 않는 건 괴롭다. 그것도 방금 전까지 음부와 손으로 인한 극심한 쾌감을 느끼고 있었던 만큼 더더욱. “사라. 너도 흥분하고 있는 거 아냐?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는데, 우리 그냥 제대로 하는 게 어때?” “하음…응! 누, 누가…흥분을…하아…흥분한 건 구원이겠지? 레이아랑…흐읏…그래…레이아랑…!” 사라를 설득해보려 했던 나였지만, 애석하게도 사라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내 말을 통해서 자기가 지금 왜 이러고 있는지 다시 기억이 났다는 듯, 레이아의 이름을 중얼거리면서 사라가 천천히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 모델같이 길고 아름다운 다리를 뻗어서, 발끝으로 내 물건을 톡하고 건드렸다. 진짜냐. 결국 이걸 하고 싶었던 거냐. “레이아보다…레이아보다 내가 더…!” 흥분과 질투심에 완전히 사로잡힌 사라는, 마치 내 물건을 밟는 것처럼 발바닥 전체로 지그시 내 물건을 눌러왔다. 솔직히 난 웬만한 플레이는 다 받아들일 수 있는 남자고, 이런 플레이도 벌써 몇 번이나 해보긴 했다. 다만 방금 전까지 삽입했었던 직후에 이렇게 발로 약한 자극만을 받는 건, 조금 견디기 어려웠다. 물론 사라가 계속 내 물건에 발바닥을 대고만 있는 건 아니었다. 내 물건을 쓰다듬듯이 천천히 발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발바닥을 비벼오던 사라는, 이번엔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 내 물건을 끼우고 그대로 위아래로 흔들기 시작했다. 물론 내 물건은 여전히 사라의 애액으로 번들거리고 있었기 때문에, 사라의 발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내 물건을 발가락 사이에 끼우고 위아래로 움직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쾌감이 크진 않았다. 차라리 삽입조차 하기 전이었으면 나도 이 상황을 충분히 즐겼을 텐데 말이야. 전위로 흥분을 고조시키기에는 딱 좋은 정도의 자극이었고, 내 쪽으로 뻗은 채 그 각선미를 맘껏 뽐내고 있는 사라의 다리도 내 눈을 만족시키기에는 충분했으니까. “사라 굳이 이러지 않아도 너랑 레이아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윽.” 때문에 나는 계속해서 사라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당연히 흥분과 질투심에 눈이 먼 사라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사라는 발을 아래로 쭉 내리더니 두 발가락으로 내 물건 뿌리부분을 꽉 조이듯 붙잡아서 내 말을 중간에 끊었다. 그리고 내가 입을 다물자, 만족스런 표정으로 다시 천천히 다리를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증거를 보여주기 전에는…흐읏…안 믿을 거야….” 아니. 야. 증거라니. …설마 싸라고? 내 황당하단 반응을 무시하고, 사라는 계속해서 내게 말을 걸어왔다. “레이아가 어떤 식으로 했는지 말해. 내가…내가 더…으응….” 사라는 한쪽 다리를 내게 뻗은 채, 발로 내 물건을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그 긴 다리가 움직이면서 틈 사이로 잠깐씩 일자 모양으로 굳게 닫힌 핑크빛 음부가 그 모습을 엿보이고 있었는데, 레이아가 어떤 식으로 했는지 묻는 것과 동시에 사라의 음부에서 울컥하고 진한 애액이 한 움큼 쏟아져 나왔다. 그 야릇한 광경을 보고 나니, 나도 더 이상 냉철하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을 수 없어졌다. 사라의 설득을 포기한 나는, 역으로 이 상황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좋아.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다 생각이 있다고. 나는 곧장 손을 뻗어서 아까와 마찬가지로 사라의 두 발목을 각각 붙잡고는, 그 몸을 조금 더 이쪽으로 끌어당겼다. “꺄악! 잠깐! 뭐하는…으응!” 당연히 사라는 저항하려고 했지만, 나는 발을 뻗어서 사라의 질척하게 젖은 음부를 괴롭히는 것으로 사라의 저항을 막을 수 있었다. “레이아랑 내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한 거잖아?” 나는 계속해서 한쪽 발로는 사라의 음부를 자극하면서, 한 편으론 사라의 다리를 살짝 접고 양옆으로 활짝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 음부가 내 두 눈에 똑똑히 보이도록 말이다. 마치 개구리처럼 다리를 벌리게 된 사라는 살짝 부끄러운 듯 보였지만, 내 행동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나는 그 발목을 잡은 손을 움직여서 사라의 두 발바닥이 내 물건에 닿게 만들었다. 발바닥 사이에 내 물건을 끼우듯이 말이다. 그리고는 나는 마치 자위 기구를 이용하듯이 손을 위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 과연 이건 참을 수 없었는지 사라는 음부를 괴롭혀지는 와중에도 큰 소리로 저항하려 했지만, 나는 그 순간 사라의 발목을 놓았다. 그리고는 뻔뻔한 말투로 사라에게 명령을 했다. “이번엔 네가 움직여봐.” “누, 누가…!” “레이아보다 더 기분 좋게 해주는 거 아니었어? 레이아는 이 정도가 아니었다고?” “…읏! 나, 나도…! 나도 그 정도는!” 그 명령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항의하려 한 사라였지만, 이어지는 내 도발에 결국 참을 수 없다는 듯 스스로 발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가지고 내가 싸게 할 수 있겠어? 레이아는 그거보다 훨씬 더 기분 좋았다고? 그에 반해 사라 넌 혼자서 느끼기나 하고.” “으으응! 흐읏! 아, 아니야! 나도…으응! 나도오!” 계속해서 이어지는 내 도발에, 승부욕이 강한 사라는 살짝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필사적으로 발을 움직였다. 아까처럼 날 애태우면서 괴롭히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날 느끼게 만들기 위해 필사적으로 말이다. 그 필사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내 물건에 느껴지는 자극은 더더욱 커져만 갔고, 식당에서부터 계속 자극을 받아오던 내 물건이 한계에 달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상체를 살짝 뒤로 젖히고 두 손으로 침대를 짚은 채 편안한 자세로 사라의 봉사를 받고 있던 나는, 사정이 임박해오자 다시 상체를 앞으로 숙이고 팔을 뻗어서 사라의 잘록한 허리를 두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사라의 음부가 내 물건 끝에 아슬아슬하게 닿지 않을 거리까지 그 몸을 내 쪽으로 당겼다. 그런 와중에도 사라는 다리를 완전히 접은 채로 열심히 발음 움직여서 내 물건에 봉사를 했다. “사라. 이제 방금 전 레이아가 해줬던 것보다 기분 좋아.” “읏…흐, 흥! 당연하잖아! 그리고 말로는 안 믿는다고 했지? 증거를 보기 전에는….” 그런 사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말해주자, 사라가 일순간 기쁜 표정을 지어보였다. 물론 곧바로 다시 새초롬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지만 말이다. “그럼 보여줄게. 증거.” 사정이 임박한 나는 그대로 살짝 허리를 앞으로 내밀어서 물건 끝을 사라의 음부 입구에 맞대고, 그대로 사라의 안에 사정을 했다. “헷?! 흐으으응!” 이미 수도 없이 드나들었던 사라의 음부였기 때문에 내 물건의 각도는 정확했고, 때문에 끝을 살짝 맞대고 있는 것뿐인데도 정액이 한 방울도 밖으로 흘러나오는 일 없이 전부 사라의 안에 쏟아낼 수 있었다. 사라도 설마 내가 이럴 줄은 몰랐겠지. 자신의 안쪽을 두드리며 기습적으로 퍼져나가는 내 정액의 감촉에, 사라 역시도 몸을 바르르 떨면서 가벼운 절정에 달하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사라의 발은 마치 내 물건에 남아있는 정액을 짜내듯이 천천히 움직였지만 말이다. 시키지 않아도 이렇게까지 하다니. 레이아에의 질투가 그렇게 컸던 건가? 아니면 그냥 습관적으로? 뭐, 어느 쪽이든 우리 사라가 귀여운 변태라는 건 변함이 없지만. 사랑한다. 사라야. 그렇게 긴 사정이 끝나고 사라의 음부 입구에 맞닿은 내 물건을 살짝 떼니, 안쪽까지 가지 못하고 입구 언저리에 남아있던 새하얀 정액이 사라의 음부에서 주르륵 흘러내렸다. “으응…흐읏….” 흥분을 돋우는 야릇한 광경이었지만, 나는 이대로 내 정액이 침대로 떨어지게 두는 건 뭔가 아깝다는 기분이 들었다. 새하얀 정액이 서서히 내려가서 사라의 엉덩이 쪽까지 도달했을 때, 나는 물건을 이번엔 엉덩이 구멍 쪽에 잇대어서 정액이 더 이상 흘러내려가는 걸 막았다. “흐으읏!” 내 물건이 자신의 엉덩이 구멍에 닿자 사라는 흠칫하고 몸을 떨면서, 어딘지 모르게 기대에 찬 것처럼 보이는 눈빛을 내게 보내왔다. 미안. 사라야. 나 그럴 생각으로 여기 댄 거 아니야. 그런 사라에게 한 번 싱긋 웃어주고는, 나는 천천히 물건을 위쪽으로 움직였다. 흘러내리던 정액을 물건으로 퍼 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사라의 음부 입구까지 정액을 퍼올린 내 물건은, 그대로 정액을 다시 그 음부 안쪽에 집어넣듯이 강렬하게 삽입을 했다. “하으으으응!” 안 그래도 방금 전 가벼운 절정을 느껴서 민감해져있던 사라는, 그 한 방으로 몸을 파르르 떨면서 또 다시 가벼운 절정을 느끼는 듯 했다. 하지만 그런 사라의 모습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계속해서 허리를 앞뒤로 움직였다. 방금 싼 정액을 더욱더 안으로 집어넣듯이 말이다. “흐으읏! 하응! 흐아앙! 자, 잠…흐읏…!” 내 물건 끝이 안쪽을 노크하듯 두드릴 때마다, 사라는 퍼덕퍼덕 몸을 떨면서 섹시한 신음성을 흘렸다. “응? 왜 그래? 기분 좋지 않아?” “그, 그게…흐응…그게 아니라아앙!” “아, 아니면 혹시 엉덩이로 하는 편이 나았어?” “그, 그흐으응…!” 그 반응을 보고 나는 당연히 그런 뜻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무시하고 계속해서 할 말을 하기로 했다. 아까 내 말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했던 벌이라고.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정액만 다 안쪽에 집어넣고 엉덩이로 해줄게.” “그흐으읍! 응…하읍…으응….” 내가 씨익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사라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뭔가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한 손으로 그 얼굴을 고정시키고는, 그대로 키스를 해서 그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게 사라의 혀에 혀를 얽히면서 몇 차례 더 허리를 움직여서 물건을 끝까지 찔러 넣은 나는, 사라가 참지 못하고 내 혀를 살짝 깨물었을 때가 되어서야 물건을 뽑아냈다. “하앗…하앗…흐읏…이제, 이제 만족…해으으으응!” 그리고 사라가 뭔가 말하려고 한 순간, 나는 그대로 허리를 앞으로 내밀며 물건을 쑤셔 넣었다. 방금 전에 했던 약속대로, 이번엔 사라의 엉덩이에. 사라는 혀를 길게 내빼면서 쾌감에 바들바들 몸을 떨었고, 나는 그런 사라의 혀에 입을 가져다 대서 쪽쪽 빨아주며 그래도 허리를 움직였다. 그러자 내 물건을 감싸는 사라의 엉덩이 안쪽이 꾸욱 조였다 풀어지기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동시에 내 입안에 들어온 사라의 혀가 동시에 경련이라도 일으킨 것처럼 파르르 떨리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사타구니에 축축한 감촉이 퍼져나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원래 올리던 분량만큼은 진작 다 썼는데 애매하게 끊어지는 것 같아서 그냥 끝까지 더 쓰느라 늦었어요.                   592 <-- 집사의 본심 --> “흥!” 다음 날 아침. 결국 어젯밤에 자기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은 사라는, 토라진 얼굴로 내게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사라야. 그 이후로 결국 밤새 서로 물고 빨고 하면서 잔뜩 해놓고 이제 와서 삐지는 것도 웃기지 않냐? 게다가 하반신은 여전히 연결되어있는 상태로 말이야. “삐지지 말라니까. 그래도 일단 발로만 싼 건 맞잖아? 좋았다니까?” “…레이아보다?” “당연하지!” 말해두지만, 지금의 발언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물론 사라의 기교가 레이아를 이기지는 못했다. 아무리 사라가 남들보다 빨리 배우는 타입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구미호의 특성인지 가르치기도 전에 선천적으로 엄청난 기교를 부리는 레이아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사라는 사라대로 안 그럴 것 같은 외모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조금 어설프지만 내게 봉사하려는 모습이 무척이나 좋기도 하고. 또 숙달돼서 내게 끼를 부리며 봉사하면, 그건 그것대로 쿨한 외모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더 좋고. 결국 사라나 레이아나 둘 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좋다는 거다. 그런데도 내가 레이아보다 더 좋다고 확실히 말한 이유는, 어제의 상황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거다. 결국 레이아는 테이블 밑에서 바지 위로 조금 쓰다듬어준 게 전부이고, 사라는 직접 끝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더 좋았다는 게 거짓말은 아니라고. 응. “…수상해.” 하지만 내가 즉답에도 불구하고, 사라는 미심쩍은 시선을 내게 보내왔다. “왜? 뭐가?” “구원 성격에 그렇게 딱 잘라서 내가 더 좋았다고 말할 리가 없는데? 맨날 둘 다 최고라든가 너희 둘 다 똑같이 사랑한다든가 그런 말만 늘어놓는 주제에.” 아무래도 즉답을 했던 게 오히려 독이 됐던 모양이다. 얘 진짜 독심술 쓰는 거 아니지? 가끔 정말로 무서워진단 말이야. “저, 정말로 사라 내가 더 좋았는데?” “…흐응. 그럼 내가 레이아보다 더 잘해?” “…….” 그래도 어떻게든 사라를 납득시키려는 내 발악에도 불구하고, 결국 사라는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던져왔다. “야. 구원. 왜 대답이 없어?” “사라야. 들어봐. 레이아는 구미호라서 말이야. 괜찮아! 넌 너대로 좋은 점이…!” “이씨이! 내가 그럴 줄 알았어! 다시 해! …읏! 흐으응!” 사라는 다시 풋잡을 도전하겠다는 듯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나는 그런 사라의 허리를 붙잡고 황급히 그 몸을 아래로 내렸다. 무릎을 세우며 내 물건을 중간까지 뽑아냈던 사라는, 그대로 다시 내 물건을 끝까지 받아들이게 되면서 쾌감에 부들부들 떨었다. “다시 하기는. 좋았다니까 그러네. 그리고 너도!” “흐으으응! 흐읏! 야! 멈…흐응!” 내가 그대로 허리를 흔들자 사라는 눈썹을 찌푸리며 내게 으름장을 놓으려 했지만, 찌푸려진 눈썹과는 정반대로 그 두 눈은 멍하니 풀려가기 시작했다. “너도 발로 하는 것보단 이렇게 하는 게 좋잖아? 자기도 하고 싶은 주제에.” “아, 아니…흐읏!” “아니기는. 이 소리 안 들려?” “그, 그건…흐읏! 어젯밤에…으응!” 결합부에서 들리는 끈적끈적한 물소리가 더 크고 선명하게 들리도록 일부러 거칠게 허리를 움직이며 사라를 추궁하자, 사라는 부끄러워서 그런 건지 흥분해서 그런 건지 새빨개진 얼굴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냐. 내가 봤을 때 이건 방금 막 흘러나온 따끈따끈한 애액이야.” “으으으읏! 이, 이 바보가앙!” 내 말이 상당히 부끄러웠던 건지 사라는 두 손으로 내 가슴을 찰싹찰싹 때렸지만, 그 저항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다. 내가 허리를 몇 차례 더 흔들자, 사라는 결국 몸을 앞으로 숙이고 방금 자신이 손바닥으로 때렸던 부분에 자신의 가슴을 찰싹 가져다대고 비비며 내게 키스를 했다. 그렇게 우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바넷사가 부르러 올 때까지 둘만의 시간을 계속해서 만끽하기로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바넷사가 부르러오고 나서도 조금 더 만끽할 생각이지만 말이야.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노크소리가 들리는 것과 동시에, 나는 일부러 방 안의 소리가 밖에 들릴 수 있도록 인터폰과 비슷한 마법도구를 조작했다. “저…구원님? 사라님? 일어나셨습니까? 슬슬 식사 준비가….” “으응!” “조금만 기다려!” “꺄악! 네, 네엣!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어, 어라? 지금 뭔가 반응이…. 바넷사가 저럴 리가…아니. 잘 생각해보면 목소리도 달랐어. 혹시 바넷사가 온 게 아니야? 설마 어제 그 일로 아예 내 담당에서 벗어나버린 건가?! 아니. 이건 이것대로 나름 내 예상범주 안이기는 하지만…. “흐읏! 바, 바보! 뭐하는 거야!” 밖에서 들려오는 반응에 사라도 내가 마법도구를 조작했단 걸 깨달았는지, 황급히 마법도구를 꺼버렸다. 그래도 다행인 건, 사라 역시도 이대로 그냥 끝내버리기엔 너무 흥분했는지 허리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는 거다. 나도 일단은 하던 생각을 멈추고, 사라와 끝까지 가기 위해 허리를 움직였다. “바보! 바보! 진짜 바보 아니야?! 진짜 믿을 수 없어!” “사라야. 너 어느 샌가부터 은근슬쩍 안 하고 있는데 말이야. 너 나한테 바보라고 할 때마다 오빠라고….” “하아?!” “아뇨. 바보라서 죄송합니다.” 서로 기분 좋게 절정을 맞이한 우리는, 사라의 재촉으로 인해 황급히 정령으로 몸을 씻고 옷을 갖춰 입게 됐다. 그렇게 옷을 갖춰 입는 동안에도, 사라는 끊임없이 날 바보라고 불렀다. 물론 내 등짝에는 이미 사라의 손바닥 자국이 하나 새겨져 있었다. 변명을 좀 하자면, 나도 설마 바넷사가 아니라 다른 애가 올 줄은 몰랐다고. 아니. 바넷사한테 들려줬어도 한 대 맞는 건 변함이 없었겠지만. “아, 구, 구원님. 사라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아무튼 황급히 옷을 갖춰 입고 방을 나서자, 거기에는 역시나 메이드 한 명이 새빨개진 얼굴로 오도카니 서있었다. “아, 응. 그…바넷사는?” 옆에서 느껴지는 사라의 날카로운 시선을 애써 무시하면서, 나는 이름 모를 메이드에게 말을 걸었다. 어쩔 수 없잖아. 항상 바넷사가 철저히 마크하니까 메이드랑은 얘기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고. 아, 그러고 보니 설마 지금까지 내가 메이드와 대화할 일이 거의 없도록 따라다닌 것도 바넷사 나름대로 질투해서 그런 건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럴 리는 없나. 그냥 디아나 명령에 따른 거겠지. “아, 바넷사씨라면 몸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은 듯하여…오, 오늘은 제가 대신 구원님을 모시겠습니다.” 아무튼 내 질문에 메이드는 시선을 맞추지도 못한 채로 고개를 푹 숙이며 그렇게 대답을 했다. 응?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그럼 어제 식당에서 자리를 벗어난 이후로, 아예 일을 안 하고 있단 말이야? 아니. 이것도 내 예상범주 안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바넷사가 평소보다 일에 더 집중을 못하는 정도로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설마 이렇게까지 될 줄이야. 이거 생각보다 일이 훨씬 쉬워질지도 모르겠는걸. “…구원. 진짜 괜찮은 거야?” 하지만 내 속마음을 모르는 사라는 살짝 불안한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방금 전까지 메이드한테 섹스하는 소리 들려줬다고 화났던 주제에, 바넷사가 걱정되기는 걱정되는 모양이다. 하여간 착해빠졌다니까. “괜찮아. 걱정 마. 오빠만 믿어.” “꺄아악!” 그런 사라의 입에 가볍게 입술을 맞춰주며 안심시켜주자, 옆에서 메이드가 조그맣게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름 모를 메이드씨. 왜 네가 그런 반응이냐? 게다가 조그맣게 소리를 지르다니. 대체 어떻게 한 거야? 재주도 좋네.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바넷사가 아닌 메이드의 뒤를 따라서 식당으로 향하게 됐다. 그리고 식당에 도착해서도 바넷사를 걱정하는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애초에 바넷사 성격 상, 디아나한테 허락도 받지 않고 쉴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당연히 디아나는 바넷사가 쉰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 디아나의 입을 통해 다른 애들 역시도 바넷사가 오늘 쉰다는 걸 전달받은 모양이었다. 그래서인지 다들 메이드 뒤를 따라오는 우리에게 인사를 하면서도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마틸다는 나랑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고 있지만 말이다. 쟤는 또 왜 저러…아. 어제 취해서 주정 부린 게 부끄러운 건가. 별로 신경 안 써도 되는데 말이야. 하여간 귀여운 녀석이라니까. “자네. 응긋.” 그리고 곧장 내게 바넷사 일을 따지려드는 디아나였지만, 나는 검지를 세워서 그 입술에 지그시 가져다 대는 걸로 그 입을 틀어막았다. “디아나. 오빠를 믿어.” “응…아음! 누가 오빠인가. 누가. 버르장머리 없이.” 디아나는 그런 내 손가락을 가볍게 한 번 깨물더니, 고개를 홱 돌리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는 말이랑 다르게 그다지 싫진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오히려 누나라고 불러줄 때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고? “…흥!” 대신 사라가 옆에서 또 다시 째려보기 시작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니. 넌 내가 오빠라고 부르라고 할 땐 안 부른 주제에, 뭘 이제 와서 이런 걸로 질투를 하고 그러냐. 여심이란 복잡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는데, 바넷사가 저러는 것도 다 예상했던 바야. 식사 끝나고 바로 가서 해결할게. 그러니까 괜한 걱정 하지 말고. 알았지?” 아무튼 지금은 일단 사라의 질투를 무시하고 디아나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달랜 후, 나는 재빨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내 설득 덕분인지 그 이후로 바넷사의 이름이 나오는 일은 없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분위기가 그렇게 밝아지지는 않았다. 그나마 이 일에서 관여한 바가 적은 건 실비아와 마틸다 둘 뿐인데, 실비아는 저기 구석에 있고, 마틸다는 나랑 얼굴도 못 마주치고 있고. 덕분에 평소보다 묘하게 조용한 상태로 식사를 마치고, 나는 다른 애들의 눈총을 받아서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다녀올게.” “음. 이 몸은 자네를 믿겠네. 부탁하네.” “또 이상한 장난치지 말고 제대로 하고 와.” “구원씨. 파이팅에요!” 우리 애들의 열렬한 응원을 받으면서, 나는 바넷사의 방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바넷사. 있냐?” 방문에 노크를 하면서 말을 걸어봤지만, 안에서 바넷사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바넷사가 문을 열어주는 건 포기하고 이번엔 문고리를 돌려봤지만, 이것도 역시나 제대로 잠겨있는 상태였다. 뭐, 전부 예상대로다. 당황할 거 없다고. 평소 잠긴 문을 열기 위해선 마스터키를 가지고 있는 바넷사를 부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금은 그 바넷사의 방문이 잠긴 상태. 하지만 마스터키를 가진 건 바넷사 너뿐만이 아니라고. 나는 오기 전에 디아나에게서 건네받은 마스터키를 사용하여 바넷사의 방문을 열고 그대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눈앞에 펼쳐진 방안의 풍경은…예상 외로 난장판이었다. 아니. 난장판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엉망인 모습은 아니지만 말이야. 원래는 사람 사는 냄새가 안 날 정도로 정돈 된 바넷사의 방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바닥에 옷가지가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고 침대 시트도 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은 모습을 보니 저도 모르게 난장판이란 표현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렇게 난장판이 된 방 안에서는 끊임없이 쏴아아아 하고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 욕조가 있는 곳으로 향해서 반투명한 커튼을 열어젖히니, 거기에는 역시나 바넷사가 쪼그리고 앉아서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줄기를 끊임없이 맞고 있었다. 야. 지금 이게 뭐하는 거야? 혹시 처량한 모습을 연출하는 거냐? 그런다고 마음 약해지거나 하지 않을 거니까 말이야. “…뭡니까?” 아무래도 물줄기 소리로 인해 내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거나, 그랬던 건 아닌 모양이다. 바넷사는 내가 커튼을 열어젖혀도 놀란 기색 하나 없이, 고개조차 이쪽으로 돌리지 않고 조용한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몸 상태가 안 좋다는 애가 계속 그러고 있어도 되는 거냐?” “구원님이 신경 쓸 일 아닙니다. 아니면, 아프면 섹스를 못 하게 되니 신경 쓰는 겁니까?” 이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이런 상황이 됐어도, 은근히 내 신경을 긁는 건 여전한 바넷사였다. 하지만 참자. 어차피 바넷사가 일을 내팽개친 순간부터 내가 이기는 싸움이 된 거니까. “너 그게 걱정하는 사람한테 할 말이냐?” “…죄송합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할 말은 그것뿐입니까?” 바넷사는 영혼 없는 사죄와 감사의 말을 늘어놓은 후, 여전히 샤워기를 끌 생각도 하지 않고 그렇게 날 쫓아내려 했다. “아니. 당연히 아니지. 할 말 아주 많다 이것아.” “…그럼 하시지요.” 여전히 아무래도 좋단 태도의 바넷사였지만, 내 다음 말을 듣게 되는 순간 드디어 태도가 변했다. “미리 말해두지만, 사과하러 온 건 아니니까 말이야. 난 미안하다고 조금도 생각 안 하니까.” “…읏!”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바넷사는 드디어 고개를 내 쪽으로 홱 돌리고는 무시무시하게 안광을 빛내며 날 노려봤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93 <-- 집사의 본심 --> “왜 그런 표정을 짓고 그러냐? 그럼 넌 뭐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럼…아니라는 겁니까?” 바넷사는 분노가 폭발하려는 것을 억지로 꾹꾹 담아 눌러서 참는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 거리듯 대답했다. “응. 아니야.” “…그럼 더 할 말도 없으시겠군요? 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바넷사는 주먹을 꽉 쥐고 부르르 떨며, 심지어 이까지 갈았는지 으드득 소리까지 내면서 날 노려보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솔직히 말하자면, 얘가 이러고 있으니까 엄청 무섭다. 아니. 당연하잖아. 눈앞에 있는 우리 집사님은 나보다 레벨도 더 높고 힘도 더 세다고. 하지만 바넷사의 진심을 듣기 위해서, 자기 자신조차도 정확히 알 수 없는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도발을 해서 이성을 잃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나는 바넷사의 주먹이 날라올 것을 대비해서 은근슬쩍 어금니부근에 힘을 줬다. 그리고 계속해서 뻔뻔한 말을 이어나갔다. “아니. 말했잖아? 할 말은 있다고. 하지만 그 전에. 그래. 궁금하긴 하네. 넌 대체 내 뭐가 잘못이라고 생각하는데?” “…제 몸이 목적이라고 했잖습니까?” “그게 왜?” “……하?” 설마 내가 이렇게까지 뻔뻔하게 나올 거라곤 예상 못했는지, 바넷사는 주먹을 부르르 떠는 것도 잠시 멈추고는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건지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런 바넷사의 분노가 폭발하기 전에, 샤워기의 물을 끄고 욕조 주위를 뱅글뱅글 맴돌면서 뻔뻔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게 뭐 어땠냐는 거야. 그렇잖아? 넌 날 좋아하지만, 내 여자는 되고 싶지 않은 거지?” “…….” “나랑 그런 관계가 되면 집사 일에 지장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넌 계속해서 디아나의 완벽한 집사로 남고 싶으니까. 하지만 그러면서도 가끔씩 내 사랑을 받고 싶은 욕심도 있다. 아니야?” “…….” “그럼 넌 내가 그런 생각을 품고 있다고 받아들인 순간, 오히려 기뻐해야 되는 거 아니야? 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관계가 될 거 아니야?” “…나는…저는 그런….” “내가 너한테 진짜로 마음이 있다면, 난 네 집사 일에 방해가 될 정도로 계속 끈질기게 널 내 여자로 만들려고 난리를 칠거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네가 원하는 정도의, 딱 적당한 주기로 가끔 네 몸만 탐한다면? 완벽하잖아? 넌 가끔씩 내 사랑을 느낄 수 있을 거고, 난 네 몸으로 욕구를 풀 수 있을 거고. 서로….” 쾅! 내가 뻔뻔한 말을 계속해서 늘어놓고 있자, 결국 그 바넷사조차도 인내심에 한계가 온 모양이었다. 바넷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그대로 있는 힘껏 주먹을 날렸다. 내 얼굴 바로 옆, 벽 쪽으로. 얼굴 옆으로 광풍이 휘몰아침과 동시에, 마치 방 전체가 진동하는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계속해서 바넷사를 바라보며 하던 말을 계속하기로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은 게 아니라, 눈 하나 깜짝하지 못한 거지만. 나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순식간이라 반응조차 못했다. 옆을 돌아봐서 바넷사의 주먹이 박힌 벽면을 확인하기 무섭다. 옆방까지 구멍이라도 뚫린 거 아냐? 얘 진짜 사람 죽일 셈이었나. “…win-win 아니야?” 하지만 나는 그런 속마음은 내색하지 않고, 하던 말을 끝마칠 수 있었다. 상황을 인지하고 나서도 겁먹은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있었던 비결이 뭐냐고? 바로 눈앞에서 흔들리는 가슴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는 거다. 방금 전까지 욕조에서 물을 맞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바넷사는 당연히 알몸이었고, 그 상반신에 매달려있는 큼지막한 과실은 방금 전의 격한 움직임으로 인해 이리저리 요동치듯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야! 나는! 나는 그런 관계 원하지 않아! 나는! 나는…!” 그리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넷사가 드디어 자신의 속마음을 폭발시키듯 그렇게 외쳤다. “너는 뭐? 너 자신은 내 여자가 될 생각은 절대 없으면서 난 계속해서 널 마음속으로부터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그런 이기적인 말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으읏…크윽…! 나는…나는…좋아…좋아한단 말입니다…그래서 사랑 받고 싶어. 하지만 집사로서의 자신도 포기하고 싶지 않아…지금까지 키워주신 디아나님의 은혜에 보답하고 싶어…이기적인 건 알지만, 하지만, 그게…그게 그렇게 잘못된 겁니까?” 내 날카로운 질문에, 바넷사는 그대로 허물어지듯 욕조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드디어 자신의 진심을 내뱉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집사일이 중요한 거냐?” “당신은 모릅니다! 우리 일족이…내가 얼마나 디아나님께 은혜를….” “지금 내가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잖아? 은혜라든가 보답이라든가. 그런 건 지금 아무래도 좋아. 그런 부담감이나 책임감에서 나오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말하는 게 아니야. 네 진심. 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정말로 내 여자가 되는 것보다 집사 일을 하는 게 좋은지, 더 소중한지. 그걸 묻고 있는 거야.” “난…난 진심으로 집사일이…!” 내가 이렇게까지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었던 것처럼 보였던 바넷사는 결국 고집스럽게 내 여자가 되는 것보다 집사로 남는 걸 택했다. 하지만 내 공격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는 밑밥을 깐 것에 불과했고,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었다. “아, 그래? 그럼 지금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데?” “그, 그게 무슨…?!” “그렇잖아? 집사 일이 가장 소중한 거잖아? 나와의 관계 같은 것보다. 그런데 왜 지금 여기서, 집사일도 내팽개치고 내가 네 몸만 탐했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고 있는 건데?” “저, 전 몸이…!” 정곡을 찔린 바넷사는 당황하면서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했지만, 나는 활짝 펼친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며 그 말을 제지했다. “아, 아! 이제 와서 컨디션 불량이라든가 그런 헛소리는 하지 마. 넌 나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야. 어제 식당에서 내 얘기를 들은 순간부터 쭉.” “으읏…!” “그래서, 집사 일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바넷사씨. 집사 일도 내팽개치고 지금 여기서 왜 이러고 있는 건지, 나한테 납득이 갈만한 설명을 해주겠어?” 주도권을 완전히 잡은 나는, 바넷사를 계속해서 추궁해나갔다. 자, 네 진심을 들려달라고. “…구, 구원님과는 상관없는 얘기 아닙니까?” 바넷사는 내 추궁에 대답을 하지 못하고,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그러고 나서, 겨우 날 노려보면서 한다는 소리가 이거였다. “내가 왜 상관이 없어?” “절…크윽…좋아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바넷사는 다시 그 생각이 나자 울고 싶은 기분이 된 모양이다. 안 그래도 계속된 내 추궁으로 정신력이 많이 약해져있던 바넷사는 평소 같은 무표정이 아니라 살짝 슬픈 표정을 지어보이면서, 그래도 자신이 집사 일을 내팽개치고 왜 이러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보단 낫다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물론, 바넷사의 그런 반응마저도 나는 염두를 해두고 있었다. “좋아하는데?” “…하?” “엄청 좋아하는데?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데?” “…읏! 자, 잠깐! 그게 무슨…!” “하아. 바넷사야. 바넷사. 바넷사.” 나는 당황하는 바넷사에게 눈높이를 맞추듯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서, 그 어깨를 한 손으로 누르듯 감싸 쥐고는 나머지 손의 검지와 중지로 스스로의 머리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생각을 해봐. 내가 너 안 좋아한다고 말한 적 있어?” “하지만 내 몸이…!” “네 몸만이 목적이라고 말한 적 있어? 적어도 난 그 말에 긍정한 적 없다.” 내가 그렇게 말하는 순간, 바넷사의 동공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나와 했던 대화를 빠르게 되짚어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 하지만 win-win이라고!” “만약 내가 네 몸만 탐하는 거였다면 win-win 이었다는 거지.” “마, 만약! 만약 진짜로 나한테 마음이 있다면! 집사 일에 방해가 될 정도로 계속 끈질기게 자신의 여자로 만들려고 난리를 칠거라고…!” “지금 그러고 있잖아?” “하, 하지만! 하지만 그럼 어제 그건…!” “바넷사. 잘 생각해봐.” 나는 다시 한 번 검지와 중지로 자신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난 행위를 통해 네가 나 없이는 못 사는 몸으로 만들겠다고 했어. 즉, 완전히 내 여자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 거야. 좋아하는 게 아니면 그냥 대충 편한 섹스파트너로 남고 말지 뭐 하러 그런 짓을 하겠어? 어차피 그대로 시간만 지나면 너랑 내가 정기적으로 육체관계를 맺을 건 뻔했잖아? 내가 진짜로 네 몸만 노리는 거였다면, 그런 말을 했을 것 같아?” “잠깐…하? …그, 그럼…난….” 내 말을 멍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바넷사는, 현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동공을 더더욱 진동시켰다. 위험해. 평소 완전 철가면이었던 애가 이런 반응을 보이니 묘한 쾌감이…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무것도 아닌 일에 혼자 착각하고 우울해져서는 처량하게 이러고 있었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다시 샤워기를 작동시켰다. 그러자 바넷사의 머리 위로 다시 비처럼 물줄기들이 떨어지면서, 처량한 분위기를…솔직히 말하자면 처량해 보이는 게 아니라 섹시해 보였지만. 젠장. 이래서 미인이란 것들은! “집사 일도 내팽개치고 말이야.” “으읏!”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바넷사는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바넷사 자신은 ‘지금부터라도 당장 집사로서 맡은 바 역할을 다 해야 해!’라는 모습을 연출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지만, 내게는 그저 너무 부끄러운 나머지 도망가려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는 한 손으로 감싸 쥐고 있던 바넷사의 한쪽 어깨를 지그시 눌러서, 바넷사가 어디 다른 데로 가지 못하도록 막았다. 나보다 더 힘이 센 바넷사라면 물론 뿌리치고 갈 수 있었겠지만, 바넷사는 어깨를 누르는 내 손에 저항하지 않고 다시 욕조에 주저앉았다. “즉, 너랑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널 좋아하고 있는 나는, 널 추궁할 권리가 있다는 거지. 자, 그럼 바넷사씨. 어디 한 번 얘기해 보시겠어? 왜 집사 일도 내팽개치고 여기서 이러고 있었는지.” “나, 난…난….” “말해.” “지, 집사의 본분을 다 하는 것보다…다 하는 것만큼이나…다, 당신을….” “…날?” “…당신을 향한 이 마음이…소중한…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드디어, 드디어 나는 바넷사의 진심을 들을 수 있었다. 날 향한 마음이 더 소중하다고 말하려다가 중간에 동등한 수준으로 소중하다고 말을 바꾼 점이나, 마지막에 애매모호하게 그럴 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말을 한 건 살짝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다. 집사의 본분을 다 하는 것. 즉, 디아나에게 충성을 다 하는 것. 이것들은 다시 말해서 디아나의 은혜에 대한 보답, 디아나에 대한 바넷사의 감정을 뜻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바넷사가 저렇게 말을 했다는 건, 디아나를 향한 감정의 크기와 날 향한 감정의 크기가 동등하다고 인정했다는 게 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디아나와 말이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그 대답을 듣고 나자,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진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이런 행동을 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반쯤은 도박이었다. 바넷사가 단 둘이서 고백을 했을 땐 분명 내 여자가 되려고 했다는 점. 그리고 나에 대한 의심이 생기자 그렇게 고집하던 집사 일까지 내팽개치고 방에 틀어박힌 점. 이 두 가지를 고려한 끝에, 그 철가면을 벗겨내고 맨얼굴을 드러내게 만들면 충분히 승산 있는 도박이라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그래도,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애초에 내게 고백을 한 그 순간부터, 날 향한 바넷사의 호감도는 최대치였던 거다. 애초에 얘 성격상, 그런 게 아니면 아무리 디아나와 뭔가 얘기를 나눴다고는 하나 내게 고백을 할 생각을 했을 리가 없다. 물론 사도 임명이 실패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단 하나, 바넷사의 마음 깊은 곳에서 아직 디아나를 더 우선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방금 전 발언으로 인해, 바넷사도 드디어 자신의 마음 속 깊이 있던 강박 관념을 벗어던지게 됐다. 지금이라면, 지금이라면 분명 사도 임명을 성공할 수 있다. 나는 직감적으로 그렇게 확신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94 <-- 집사의 본심 --> “그래서, 그럼 너도 이제 그냥 집사로 남는 건 싫다고 인정한 거지?”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렇다고 집사 자리를 포기하겠다고 한 건….” “나랑 일, 뭐가 더 소중해?! 선택해!” 드디어, 드디어 나는 이 대사를 바넷사에게 날릴 수 있었다. 얘한테는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대사였는데, 지금까지는 일을 선택할까봐 할 수 없었단 말이지. “으읏….” 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바넷사는 낮은 침음성을 흘리며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도 고민을 하는 거냐. 어쩔 수 없지. 조금만 더 밀어붙여볼까. “참고로 일을 선택하면 평생 너랑 말도 안 할 거다.” “으, 으윽…구, 구원님이…읏….” 내가 그렇게 퇴로를 차단해버리자, 바넷사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입술을 파르르 떨면서 대답을 하려했다. …이러니까 꼭 내가 괴롭히는 것 같잖아. 원래 얘는 언젠가 꼭 한 번 울리겠다고 마음먹었던 나지만, 막상 울리려고 하면 항상 마음이 약해진단 말이야. 나도 참 사람이 너무 착해서 탈이야. “농담이야. 농담. 전에 디아나도 말했잖아? 내 여자가 된다고 해서 딱히 집사 자리를 포기할 필요는 없어. 둘 다 하면 되는 거잖아.” “하지만 그렇게 되면 위계질서가….” “무슨 위계질서? 설마 집사인 너랑 주인인 디아나가 동등한 위치가 되는 걸 걱정하는 거야? 꿈 깨. 내 처는 사라, 디아나, 레이아 셋뿐이야. 넌 어차피 내 여자가 되도 첩으로 끝나. 알았어? 처랑 첩이랑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고. 그러니까 괜한 걱정은 할 필요 없어.” 사실 난 처첩 구분 같은 건 이렇게까지 엄격하게 따지고 싶지 않았다. 뭔가 차별하는 것 같아서 싫잖아. 물론 먼저 만나서 지금의 생활을 지지해주고, 다른 여자도 받아들여준 셋부터 더 신경을 쓰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비아나 마틸다를 그만큼 사랑하지 않냐? 그건 또 아니다. 그랬다면 애초에 사도 임명을 하지도 않았을 거다. 하늘과 땅차이라니. 헛소리에도 정도가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되도록 그런 발언은 안 하도록 하면서 살아왔던 나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바넷사를 안심시킬 수 없을 테니까 말이야. 나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일부러 그래봐야 첩이라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하지만 바넷사는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날 자세히 관찰하고 있었다. 첩으로 받아들여지려는 입장에선 화내거나 실망해도 될 만한 내 발언에, 바넷사는 오히려 가볍게 한숨까지 내쉬며 중얼거렸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그 구분이 허울뿐이란 걸 제가 모를 것 같습니까? 구원님 자신은 전혀 구분없이 대하고 있지 않습니까.” “허, 허울뿐이라니. 무슨 소리야? 난….” “만약 구원님의 목숨을 바쳐서 실비아님이나 마틸다님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안 하실 겁니까?” “야. 그거야 당연히 살리지. 아무리 그래도 일단 내 여잔데 어떻게 버리냐?” “구원님이 죽으면 처 세 분이 슬퍼하실 텐데도 말입니까?” “…….” 이게 정곡 찌르지 마라. 너 패닉상태 아니었어? 왜 은근슬쩍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는 건데? “그, 그래도 디아나는 자기가 처고 너희는 첩이라는 걸 확실히 하고 있으니, 위계질서가 무너질 일은 없잖아?” “저도 아는 걸 디아나님이 모르실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디아나님이 정말로 첩에게 상하관계를 확실히 하려고 하는 그런 분으로 보이십니까?” “…….” 그건 아니지. 사라랑 둘이서 자기가 본처라고 싸우는 주제에, 사실 사라도 디아나도 다른 애들한테 그런 걸 따지는 걸 본적이 없다. 그냥 실비아나 마틸다가 알아서 낄 데 안 낄 데를 구분하고 있다는 느낌이지. 그런 내 생각은 바넷사도 동의하는 모양이었다. “지금 처첩들 간에 위계질서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첩으로 받아들여지신 두 분이 제대로 대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넷사가 스스로 이렇게 말함으로서, 나는 반격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반격의 기회를 주는 걸 보면, 얘도 아직 표정만 무표정이지 완전히 냉정해진 건 아닌 모양이다. “뭐, 내가 좋은 여자를 알아보는 눈 하나는 타고나서 말이야.” “지금 그런 자랑을 듣자고 하는 게 아닙니다만.” “너도 그 좋은 여자들 중 하나라고 말하고 있는 거야.” “…읏!” 처음엔 내가 그냥 자랑하는 건 줄 알았는지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던 바넷사였지만, 내가 그 말의 의미를 해석해주자 또 두 뺨이 붉게 물들었다. “결국 너도 첩으로 들어오면 알아서 잘 할 거 아냐? 아니야?” “하지만….” “야. 너 그렇게 내 여자가 되기 싫냐?” “싫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아아! 진짜! 하지만 하지만 시끄러워! 이제 됐어! 넌 지금부터 내 여자야!” “하, 하지만!” “너한테 거부권은 없어.” “그렇게 제멋대…으응….” 나는 바넷사의 어깨를 잡고 있던 손을 그 목뒤로 뻗어서 얼굴을 잡아끈 후, 그대로 바넷사의 입술에 키스를 했다. 제대로 말로 설득했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마지막에 결국 이렇게 억지로 밀어붙이게 될 줄이야. 스스로가 생각해도 조금 한심하게 생각됐다. 하지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바넷사도 말로만 거부할 뿐 내 키스를 피하거나 하진 않았다는 거다. 아니. 오히려 참기 힘들었다는 듯이 적극적으로 내 혀를 얽혀왔다. 정열만 느껴질 뿐 상당히 서툴렀지만 말이다. 나는 두 손을 올려서 바넷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계속해서 키스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렇게 머리를 쓰다듬는 동안, 바넷사의 머리 쪽에서 딱딱한 무언가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용인족 모습에 구애됐던 걸 기억하고 스스로 변신한 걸까? 아니면 예전에 극도로 흥분한 나머지 변신이 풀린 것처럼, 지금도 나와의 키스가 황홀한 나머지 변신이 풀린 걸까? 뭐, 어느 쪽이든 상관 없지만. 나는 계속해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덤으로 손끝에 닿는 뿔도 가끔 톡톡 건드려줬다. “이걸로 넌 지금부터 내 여자야. 알았어?” “응…하아…알겠…습니다….” 그렇게 긴 키스가 끝나고, 난 두 손으로 바넷사의 머리 양옆을 잡아서 시선을 돌리지 못하게 고정시킨 다음 그렇게 선언했다. 바넷사는 거칠게 숨을 내뱉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에야말로 확실히 대답해줬다. “네 입으로 확실히 말해.” “구, 굳이 그럴 필요는….” 하지만 아무리 인정했다고는 하자, 과연 자기 스스로 선언을 하는 건 꽤나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스스로 선언하라는 말에는 얼굴을 붉히면서 거부하려는 바넷사. 하지만 나는 여기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고백했을 때도 내 여자가 될 것처럼 굴더니 결국 디아나 앞에서는 내 여자가 되지 않고 집사로 남을 거라고 떠들어댔으니 말이다. 확실히 자기 입으로 말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 그러면 못 믿겠어. 네가 고백하고 나서 한 짓을 생각해봐라.” “…저, 저는 지금부터…구원님의…여자….” 바넷사 자신도 찔리는 게 있긴 한지, 결국 저항을 포기하고 순순히 선언을 하려 했다. “첩.” “읏! 그거나 이거나 마찬가지…!” “첩.” “…으읏…전 지금부터…구원님의…처, 첩…입니다.” “음. 참 잘했습니다.” “…전 어린애가 아닙니다만.”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해주자, 바넷사는 답지 않게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살짝 시선을 피하곤 중얼거렸다. “하긴 나보다 열배는 더 살았지. 할머니라고 불러줄까?” “…할머니한테 세우는 이상성욕자가 되고 싶으면 그러십시오.” 부끄러워하는 바넷사의 기분을 돌리기 위해서 살짝 농담을 던져봤지만, 역시나 이런 상황에서도 바넷사는 바넷사였다. 설마 저 상태에서도 이런 식으로 카운터를 날릴 줄이야. 나는 황급히 말을 돌리기로 했다. “자, 그럼 바넷사. 어디 한 번 마지막 의식을 거행해볼까?” “…의식?” “에이 얘가 또 모르는 척은. 다 알면서 그런다.” 나는 한쪽 손을 내려서, 그대로 바넷사의 풍만한 가슴을 살짝 움켜쥐었다. 물에 푹 젖은 채로 몸에 있던 물기가 자연 건조 되고 있던 중이었던 바넷사는, 그 사이에 살짝 추워진 건지 그 풍만한 가슴 위의 꼭지가 살짝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 딱딱한 돌기를 부드럽게 풀어주듯 검지와 엄지 사이에 넣고 문질러봤지만, 바넷사의 유두는 점점 더 딱딱하게 굳어져만 갈뿐이었다. “으응…흣…그저…구원님이 하고 싶으신 것뿐 아닙니까?” 바넷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자신의 가슴을 희롱하는 내 손을 치우려고 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 행동에 더더욱 자신감을 얻어서, 나머지 한 손마저 바넷사의 가슴에 가져다 대고는 비열하게 웃었다. “크크큭. 맞아. 나는 네 몸만이 목적인 쓰레기니까 말이야.” “으읏! 그, 그만두십시오! 그런 말을 들으면 착각할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내가 무슨 생각으로 이런 말을 하는 건지 바넷사도 눈치를 챈 듯, 바넷사는 살짝 격한 반응을 보였다. 얘 아까부터 금방금방 무표정으로 돌아가는 주제에, 또 금방금방 깨져버리네. 한 번 벗겨진 철가면은 다시 벗기기 쉽다는 건가. “하아…. 맞아.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럴 수도 있지.” “사, 사랑한다고…! 하지…않았습니까….” “정말일까? 그치만 사도 임명도 이미 한 번 실패했고 말이야.” “그건 절대로 제 탓이 아닙니다! 오히려 구원님에게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없잖아.”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나는 살짝 생각에 잠겼다. 잠깐. 내 탓? 확실히 사도 임명의 발동 조건은 호감도 최대인 상태에서 안에 사정을 할 것이다. 하지만 호감도 최대라는 게, 과연 상대방의 호감도만을 말하는 걸까? 게임에선 당연히 NPC의 호감도만 충족시키면 됐지만, 애초에 호감도가 수치로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측정되는 건지조차 모르는 현실에서는? 혹시 상대방뿐만 아니라, 내 호감도 역시도 최대치일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나는 바넷사의 두 눈을 빤히 쳐다봤다. “…뭡니까.” 내가 갑자기 손의 움직임까지 멈추고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바넷사는 살짝 부끄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응. 나 때문은 절대 아니야.” “읏…!” “그보다 바넷사. 방금 절대 자기 탓이 아니라고 했겠다?” “…구원님도 지금 막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야 난 널 엄청나게 사랑하니까. 그래서 너도 그렇다고?” “문제…있습니까?” “그야 문제는 없지만…아니. 잠깐만. 잠깐 기다려봐. 그러니까 넌, 전에 사도 임명을 시도했을 때부터 자기 마음엔 문제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 내가 그렇게 말하자, 바넷사는 대답하지 않겠다는 듯 시선을 돌리고는 침묵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 반응은 대답을 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 “잠깐. 그 말은 즉. 그때부터 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내가 널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게 아니라 실패한 거라고? 그래서 갑자기 태도가 변한 거였어?! 네 몸만 노린다는 의심도 그래서 한 거고?!” “딱히…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은….” “야. 그럼 말을 했어야지! 아무리 자기 속마음을 노출 안 시키는 성격이라고 해도 그렇지. 이런 오해는 서로 대화를 해서 풀어야지! 나 너 진짜로 좋아한다니까?! 못 믿겠어?!” “…믿고 있습니다.” 바넷사는 자기의 행동 때문에 일이 이렇게 꼬인 게 상당히 미안했는지, 살짝 풀이 죽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야 믿게 된 거잖아! 너 내가 오늘 안 왔으면, 아니. 눈치 못 챘으면 어쩌려고…! 넌 안 그래도 무표정이라 알기도 힘들단 말이야! 안되겠어. 너 지금 여기서 확실히 말해.” “…뭘 말입니까.” “만약 앞으로도 이런 의심이 생기거나, 나와의 관계로 뭔가 삐걱대는 일이 생기면, 솔직히 다 털어놓고 대화로 풀기로.” “…알겠습니다.” “좋아. 지금부터 우리 서로 숨기는 거 없기다?” “…네.” “좋아. 그럼 시험 삼아 질문 하나 해보지. 제일 느끼는 성감대는…야. 장난이니까 그런 표정으로 바라보지 마라.” 물론 바넷사의 태도 때문에 일이 꼬였던 건 맞다. 하지만 결국엔 이렇게 무사히 해결한 거고, 이제 와서 그걸 추궁할 생각은 없다. 그러니 이 쳐진 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살짝 농담을 해본 건데, 바넷사는 생각보다 더 차가운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저도 장난입니다.” 아니. 그러니까 네 장난은 알기 힘들대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95 <-- 집사의 본심 --> 아무튼 바넷사의 속내를 완전히 파악하고 나니, 나는 사도 임명의 필요성을 더욱더 절실히 느끼게 됐다. 방금 전에는 날 믿지 못한 바넷사를 탓하는 것처럼 말하기는 했지만, 사실 사도 임명만 성공했으면 그 이후에 일어난 사건들이 애초에 발생하지도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니 나는 얼른 사도 임명의 준비를 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넷사의 가슴에서 두 손을 떼는 건 아쉬웠다. 몸이 더 단련되어 있는 것과 관계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레이아와 비교해서 더 탄력이 느껴지는 감촉. 레이아의 가슴이 손가락이 그대로 파묻힐 것 같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면, 바넷사의 가슴은 마치 고무공처럼 손으로 꽉 쥐면 그만큼 손가락을 밀어내는 것 같은 강한 탄력이 느껴졌다. 그 중독되는 감촉에 미련이 남아서 일어나면서도 끝까지 잡고 있었는데, 바넷사는 그런 내 행동을 보고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자신도 덩달아 자리에서 일어나줬다. 그렇게 나와 바넷사는 서로를 똑바로 바라봤다. 안 그래도 키가 큰 바넷사는 이렇게 욕조 안에서 서게 되자, 욕조 바깥에서 서있는 나와 완벽히 눈높이가 맞게 됐다. “으음….” 나는 여전히 두 손으로 바넷사의 가슴을 만끽하면서, 천천히 그 입술에 키스를 했다. 부드럽게 내 입술에 비벼지는 바넷사의 입술 감촉을 탐닉하면서, 나는 한 손을 그 가슴에서 살며시 떼어냈다. 손바닥 전체로 느껴지는 황홀한 감촉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나는 자유로워진 한 손을 이용해 황급히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런 내 모습이 보이지는 않았겠지만, 바넷사에게도 내 다급함이 느껴지기는 했던 모양이다. 바넷사는 마치 더 정열적으로 키스를 하듯 내 몸을 자신의 몸으로 바짝 끌어당기더니, 내 옷을 천천히 벗겨주기 시작했다. 얘랑 하면 어째 매번 옷이 찢기다보니 지금까지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역시나 집사답게 다른 사람의 옷을 벗겨주는 건 익숙한 모양이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내 옷을 차례차례 벗겨가는 바넷사. 집사라는 직업상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한편으론 그 바넷사가 내 옷을 이렇게 정성스레 벗겨준다는 사실에 흥분이 되기도 했다. 이렇게 옷을 벗겨주고 있는 목적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말이다. 상의는 입술을 떨어뜨리지 않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벗겨낸 바넷사였지만, 하의를 벗겨내는 건 잘 되지 못하고 있었다. 바지를 뚫을 듯이 빳빳하게 선 내 물건 때문에 말이다. 그나마 바지는 앞섶을 풀어서 어떻게든 해결을 했지만, 속옷은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몸이 밀착되어 속옷 너머로 자신의 하복부에 비벼지고 있는 내 물건을 쥐고 고군분투를 하는 바넷사였지만, 과연 이런 경험은 익숙하지 않은 건지 쉽게 벗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키스를 하는 중이라 눈으로 보면서 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키스를 잠깐 멈추면 되는 일이겠지만, 바넷사는 내 입술에서 입술을 떼고 싶은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내 속옷을 가지고 한참을 씨름하던 바넷사는, 결국 안 되겠는지 내 속옷을 두 손으로 꽉 잡고는…그대로 멈칫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장담할 수 있는데, 얘 지금 분명 내 속옷 찢어버리려고 했어. 하지만 속옷의 내구성이 아슬아슬한 정도에서 움직임을 멈춘 바넷사는, 마치 한 숨을 쉬듯이 코로 크게 숨을 내뱉고는 결국 내 입술에서 입술을 뗐다. 입술을 떼면서도 떨어지기 아쉽다는 듯이 내 입술을 혀끝으로 할짝 핥고 떨어진 바넷사. “하앗…하앗….” 바넷사는 그대로 지근거리에서 날 바라보며 달뜬 숨을 내뱉었다. 오랜 키스로 인해 숨이 가쁜 걸까? 아니면 지금부터 할 일에 흥분해서? 그것도 아니면 하복부에 비벼지고 있는 내 물건에 흥분해서? 아무튼 그렇게 섹시한 숨소리를 내뱉으며 날 바라보던 바넷사는, 마치 이 이상 바라보면 미련이 남을 것 같다는 듯이 고개를 홱 돌려버리고는 천천히 욕조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리고는 자신의 얼굴 정면에 위치하게 된 내 속옷을 원망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하지만 그런 표정과는 반대로 자연스럽고 익숙한 손길로 내 속옷을 벗겨냈다. “으읏!” 속옷이 아래로 내려가자, 안 그래도 잔뜩 힘이 들어가 있던 내 물건이 마치 용수철처럼 튀어나와서 바넷사의 얼굴을 때렸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피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내 물건에 안면을 얻어맞은 바넷사. 대체 얼마나 당황한 건지, 바넷사는 그러고 나서도 자신의 얼굴에 얹어져있는 내 물건을 치울 생각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하앗…하앗….” 아니. 가만히 있는 정도가 아니라, 내 물건에 얼굴을 비비면서 흥분하고 있어? 세, 섹시하잖아. 그 바넷사가 스스로 내 물건에 안면을 문질러대면서 흥분하고 있다니. 나는 자신도 모르게 물건이 움찔움찔 떨리는 게 느껴졌다. “읏…!” 그리고 그런 내 물건 감촉에 의해, 살짝 정신을 놓은 채 흥분하고 있던 바넷사가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바넷사는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나는 그런 바넷사의 귀여운 모습을 흡족하게 바라보면서, 나 자신도 욕조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젖어있는 욕조에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레 두 발을 집어넣자, 바넷사의 몸이 움찔하고 떨렸다. “으음…응….” 그리고는 눈동자를 위로 들어 올려서 날 잠깐 바라보는가 싶더니, 바넷사는 그대로 고개를 내밀어 내 물건 끝에 살짝 입술을 맞췄다. 아무래도 바넷사는 내가 다가온 걸 입으로 해달라는 사인으로 해석했던 모양이다. 평소라면 기꺼이 그 봉사를 받았겠지만, 아니. 즐겼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우선 사도 임명을 하고 싶었다. 어서 빨리 사도 임명을 성공시켜서 불안감을 느낄 일말의 여지도 남기고 싶지 않기도 했고, 다른 애들을 너무 기다리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특히 디아나는 진짜로 걱정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한시라도 빨리 바넷사와 제대로 된 관계가 됐다는 걸 말해주지 않으면. 그런 의미에서 나는 잡기 좋게 솟아오른 바넷사의 뿔을 잡고 그대로 그 얼굴을 뒤로 빼려고 했다. “흐으읏…으응…으읍!” 하지만 바넷사는 전에 내가 뿔을 잡고 봉사를 받았던 게 기억에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재촉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인 건지, 바넷사는 뿔을 잡히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내 물건 끝에 키스하듯 맞추고 있던 입술을 내 물건으로 비집어 열듯이 입술을 딱 밀착시키며 내 물건을 삼켜가기 시작했다. 위험해. 이대로 가면 유혹에 져버린다. 바넷사의 그 행동에 위기감을 느낀 나는, 뿔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주고는 그대로 바넷사의 얼굴을 뒤로 빼게 만들었다. “으으응…쪽. 하아, 하아아아….” 강제로 얼굴을 뒤로 빼면서도, 바넷사는 내 물건에 밀착시키고 있던 입술에 힘을 풀지는 않았다. 때문에 내 물건이 그 입에서 뽑아지는 동안 강렬한 자극이 전해졌고, ‘뽕’하는 소리와 함께 겨우 내 물건은 빠질 수 있었다. 그리고 바넷사로 말할 것 같으면, 민감한 뿔을 강하게 움켜쥐어진 것이 상당한 자극으로 다가왔는지, 얼굴 뒤로 보이는 꼬리가 한차례 파르르 떨리더니 축 늘어지며 달뜬 신음소리를 흘려댔다. 나는 무릎을 꿇어서 그런 바넷사에게 가볍게 키스를 한 번 해주고, 그 엉덩이 뒤로 손을 돌려서 하반신을 내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 “흐아으으응!” 하지만 그게 또 바넷사에겐 자극이 강했던 모양이다. 하반신이 내 쪽으로 당겨지면서, 욕조에 축 늘어져있던 꼬리가 그대로 욕조 바닥에 끌린 거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얘 꼬리도 엄청 민감했지. 겉보기엔 튼튼해 보이는 꼬리라서 민감한 부위란 생각이 잘 안 든단 말이지. 뭐, 그렇게 따지면 뿔도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욕조에 등을 기대고 반쯤 누운 자세가 된 바넷사의 음부가 내 눈에 들어오게 됐을 때는, 이미 충분히 내 물건을 받아들일 준비가 끝난 상태가 됐다. 물론 애초에 온몸이 젖어있던 바넷사였으니 물과 애액의 구분이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얘가 이렇게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풀어진 표정을 짓고 있는데, 아래쪽 준비가 끝나지 않았을 리가 없지. 빳빳하게 선 물건을 음부 입구에 조준하고 살짝 허리를 앞으로 내밀자, 역시나 ‘찔꺽….’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끈적끈적한 감촉이 내 물건 끝에 느껴졌다. 나는 우선 그 애액을 내 귀두 전체에 바르듯이, 물건의 끝부분만을 음순 사이에 끼우듯이 잇대고는 천천히 물건을 돌렸다. “흐으읏! 으응! 크흣!” 그런 내 행동에 바넷사는 안타깝다는 듯이 신음소리를 흘리더니, 두 다리를 뻗어서 내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그대로 다리에 힘을 줘서,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흐으으으응!” 당연히 그에 따라 내 물건도 한 번에 바넷사의 안쪽으로 끝까지 삽입되게 됐고, 바넷사는 평소의 낮은 목소리와는 달리 높은 신음소리를 흘리며 그대로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다리뿐만이 아니라 팔까지 내 등 뒤로 둘러서 꽉 껴안고 온몸을 밀착시킨 채 절정에 달한 바넷사. 물론 바넷사 뿐만 아니라 나 역시도 기분이 좋은 건 마찬가지였다. 팔다리를 모두 사용해 날 꽉 끌어안은 그 자세에 사랑이 느껴지는 건 물론, 내 가슴을 밀어내는 것처럼 강한 탄력이 느껴지는 그 가슴이 몸의 떨림에 따라 출렁출렁 떨리는 감촉도 일품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물건을 강하게 감싼 채 경련하듯이 바들바들 떨고 있는 안쪽 주름 하나하나가 주는 감촉이 황홀하기 그지없었다. 그 쾌감에 나는 차마 바넷사의 절정이 끝날 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바넷사의 다리가 내 허리를 꽉 붙들고 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허리를 앞뒤로 격하게 움직였다. “흐읏! 크흐응! 하으응!” 물론 처음에는 아무리 허리를 흔들어도 바넷사의 하반신이 꽉 밀착되어서 그대로 같이 들어 올려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극이 없는 건 아니었다. 바넷사의 엉덩이가 욕조에 닿을 때마다, 그 충격으로 내 물건이 음부 안쪽을 강하게 찌르는 형식이 됐다. 그때마다 강한 쾌감을 느낀 바넷사는, 결국 절정에 달할 때도 풀리지 않고 있던 다리 힘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자 바넷사의 다리는 완전히 힘이 풀려서 내 허리에 간신히 둘러져 있는 수준이 됐고, 그렇게 벌려진 공간 사이에서 내 허리가 자유롭게 움직이며 바넷사의 음부를 공략해나가게 됐다. “크흐응! 흐으응! 하아앙! 흐읏!” 그렇게 되자, 안 그래도 절정의 여운이 끝나지도 않았던 바넷사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쾌감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평소의 인내심은 어디로 갔는지, 바넷사는 내 허리가 한 번 찌를 때마다 몸을 움찔움찔 떨면서 가벼운 절정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상황은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안 그래도 절정을 느끼면서 황홀하게 움직이는 바넷사의 음부를 거칠게 공략해나가는 것은, 마치 처음에 절정속박을 걸고 바넷사와 했을 때처럼 뇌를 태우는 것 같은 강렬한 쾌감을 느끼게 해줬다. “바넷사!” “크흐응! 하으응! 흐읏!”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얼굴을 가져다대고, 강열하고 정열적으로 서로의 입술을 탐하면서 그대로 동시에 절정에 달하게 됐다. “하앗…하앗…하앗….” 그렇게 느껴지는 강렬한 쾌감에 이대로 그대로 바넷사와 누워있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니었다. 아니. 원래 목적을 생각해보면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나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살짝 상체를 일으키고 바넷사를 바라본 후, 이번에야말로 성공하고 말겠다는 다짐을 담아 사도 임명을 발동했다. 그리고…이번에도 사도 임명은 발동하지 않았다.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이러는 건데?! 얘랑 나랑 서로 좋아한다니까! 호감도도 최고치인 게 틀림없다니까! 대체 뭐가 문제야?! “흐읏…하앗…구원…님…?” 속으로 엄청나게 당황하는 날 보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챈 건지, 바넷사도 날 바라보면서 불안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약속드렸던 연참은 3시 전후로 올리겠습니다. 12시 땡 하자마자 연참을 하면 좋았겠지만, 시간상 글 쓸 시간이 없다보니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되네요.                   596 <-- 집사의 본심 --> 진짜 바넷사 말대로 내가 문제인가? 내 사랑이 부족해서 사도 임명이 안 되는 건가? 상황이 이렇게 되다보니, 속으로 별의별 생각이 다 들기 시작했다. 나는 일단 두 손을 바넷사의 얼굴 양옆을 꽉 붙잡고, 그대로 정면에서 바넷사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으흣…흣…뭐, 뭡니까….” 내 손가락 끝에 뿔이 스쳐서 느껴지는 쾌락과 아직 가시지 않은 절정의 여운에 신음하면서도, 내가 눈을 똑바로 쳐다보자 바넷사는 부끄럽다는 듯이 일부러 더 무뚝뚝하게 대답하며 시선을 돌리려고 했다. 물론 얼굴 양옆을 단단히 붙잡고 있는 내 손 때문에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그렇게 바넷사를 빤히 쳐다본 끝에, 나는 한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음. 엄청나게 예뻐. 엄청나게 사랑스러워. 역시 나한텐 문제가 없어. 잠깐 얼굴을 바라본 것만으로 그렇게 확신을 가진 나는, 조금 편해진 마음으로 생각을 계속했다. 사도 임명의 실패 원인이 내가 아니라는 건 다행이지만, 그렇다면 대체 뭐가 원인이란 말이야? 설마 바넷사가 아직도…아니. 그만두자.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날 완전히 믿지 못한 바넷사를 추궁했던 내가, 이번엔 반대로 바넷사를 믿지 못하면 어쩌겠어. 바넷사 스스로도 그렇게 말했으니, 나한테 엄청 푹 빠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도 일단 확인해볼까. “바넷사.” “흐읏…그, 그러니까…뭡니까?” 얼굴에 닿는 내 입김이 간지러운지 바넷사는 살짝 목을 움츠리면서도 여전히 일부러 만든 것 같은 무뚝뚝한 반응을 보였다. “나 사랑하지?” “…사랑합니다.” 바넷사는 내 말에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기는 했지만, 그래도 내 진지한 말투 때문에 그냥 단순히 사랑을 속삭이는 게 아니라는 건 눈치 챈 모양이다. 잠깐 주저하더니, 결국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내게 사랑한다고 말해줬다. 응. 사랑스럽다. 실은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확인한 이유가, 그냥 이 말을 듣고 싶어서 그런 거기도 하다. “누구보다도 사랑하지?” “…디아나님을….” “누구보다, 사랑하지?” “…네.” 그리고 계속되는 질문에 처음엔 디아나를 제외하면 그렇다고 대답하려 했던 바넷사였지만, 내가 끈질기게 질문하자 결국엔 고개를 끄덕였다. “직접 말로 해.” “으읏…누구보다…사랑…합니다….” 바넷사는 죄책감이 생겼는지 인상을 찌푸리고, 여전히 내 물건이 들어가 있는 음부까지 꾸우욱 조이면서도, 결국 스스로의 입으로 그 말을 내뱉었다. 비록 내 강요가 있었다고는 하나, 그 바넷사가 이렇게까지 말한 거다. 날 향한 바넷사의 사랑도 의심할 여지는 없었다. 그렇다면 결국 사도 임명이 실패한 이유는…내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에 있다는 건가. “…사도 임명…안 되는 겁니까?” 내가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에, 바넷사도 결국 절정의 여운이 가시고 점점 이성을 되찾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이성을 되찾은 바넷사는 내 표정을 보고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짐작한 듯, 한 손으로 자신의 하복부를 쓰다듬으면서 조금 쓸쓸한 말투로 그런 질문을 던졌다. “응. 아무래도 내가 모르는 조건이 더 있는 모양이야.” 사도 임명 실패를 알려서 바넷사의 기분을 해치는 건 썩 나도 원하는 바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얼버무릴 수도 없는 일이었다. 어차피 얼버무려봤자 금방 들킬 테고, 무엇보다도 아까 전에 서로 이런 얘기는 혼자 끙끙대기 보다는 터놓고 말하자고 말한 직후니까 말이야. “…그렇…습니까.” “야. 그렇다고 해서 너 또 나 의심하면 안 된다? 나 진짜로 너 좋아한다니까. 머릿속을 보여줄 수 있으면 보여주고 싶은 기분이야.” “…알고 있습니다.” “그럼 이번엔 다른 애들한테 내 여자가 안 될 거라고 하거나 그러지 않을 거지?” “…네. 전…구원님의 여자입니다.” 바넷사의 대답과 동시에, 다시 한 번 그 음부가 내 물건을 꾸우욱 조이는 게 느껴졌다. 마음 같아선 다시 한 번 하고 싶지만…솔직히 사도 임명 실패로 머릿속이 복잡해서 또 한 판 할 기분이 들지 않았다. 이런 때까지 아랫도리에 행동이 좌지우지될 정도로 색정광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넷사의 음부에서 물건을 뽑을 생각 역시도 들지 않은 나는, 바넷사를 끌어안고 몸을 뉘여서 이번엔 바넷사가 내 위로 오게 만들었다. 그 상태에서 바넷사의 몸을 으스러져라 껴안자, 바넷사도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는 그대로 가만히 내게 안겨왔다. 그 상태로 나는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해보기로 했다. 우선 게임에서의 사도 임명 조건을 생각해보자. 아무리 현실이 게임과 다른 점이 있다고는 하나, 기본적으로 스킬 성능이나 조건이 그대로인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게임에서의 사도 임명 조건은 확실히 호감도가 최대일 것과, 안에 사정한 상태에서 발동시킬 것. 두 가지밖에 없었다. 그런 스킬의 조건이 현실에서 바뀌었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역시나 제일 의심이 되는 건 호감도라는 게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 건지 정확히 모른다는 건데…. 호감도. 호감도라…. 호감도라는 게 일방적인 게 아니라 쌍방의 기분을 나타내는 수치라고 하더라도, 나와 바넷사의 감정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비록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어도, 이 세계에 떨어진 이후부터 상당히 오랜 시간을 같이 있었던 나와 바넷사다. 만난 것만 따져보면 실비아보다도 먼저 만난 거다. 이제 와서는 바넷사 역시 실비아나 마틸다만큼 사랑한다고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었다. 바넷사 역시도, 그렇게 존경하는 디아나보다 날 더 사랑한다고 말했다. 물론 내가 강요하기는 했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디아나를 향한 감정과 비슷한 수준은 될 거라는 거다. 역시나 그 감정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그럼 호감도가 최대치가 아닐 거란 문제는 없게 되는…어? 잠깐만. 잠깐만. 게임식으로. 게임식으로 생각해보자. 게임에서 호감도를 최대치로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했지? 분명 게임에선 그냥 같이 지내며 호감도를 쌓는 것만으론 호감도가 일정수치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제한을 풀기 위해선, npc마다 가지고 있는 개별 퀘스트를 진행해야만 했다. 퀘스트라고 말해도 꼭 뭔가 거창한 걸 해야 되는 건 아니었다. 요는 마음의 벽을 허물기 위한 뭔가를 하면 되는 거다. 물론 여기는 현실이다. 게임처럼 그런 걸로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감정에 제한이 걸리거나 하진 않을 거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보자. 사도 임명을 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로 상대의 마음의 장벽을 허물 퀘스트를 하는 것이 있다면? 게임에선 어차피 호감도를 최대로 만들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었으니, 지금까지 그 조건을 눈치 못 채고 지나간 것뿐이라면?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맞아 떨어진다. 사라도 디아나도 레이아도 실비아도 마틸다도 전부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 퀘스트를 해결해버린 거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다섯 명 모두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사라는 복수를 도울 것. 디아나는 함께 영원히 살 것을 맹세할 것. 레이아는 구미호 문제를 해결할 것. 실비아는 불감증 문제를 해결할 것. 마틸다는 저주를 치료…아니. 잠깐만. 나 아직 마틸다 저주는 치료 안 했는데?! 물론 그렇게 따지면 레이아의 구미호 문제도 완전히 해결한 건 아니지만, 그건 그래도 변명의 여지가 있었다. 어차피 레이아는 나 이외의 남자랑 할 생각이 없었으니, 구미호 상태를 완전히 조절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더 이상 구미호 상태가 문제될 일은 없었던 거다. 하지만 마틸다는? 아직도 수많은 남성들이 마틸다의 저주에 휘말려서 고생하고 있다. 물론 나랑 계속 있다 보면 언젠간 저주가 풀릴 거다. 하지만 저주가 풀릴 예정인 것과, 저주를 완전히 푼 건 전혀 다른 얘기다. 만약 사도 임명을 위한 퀘스트란 게 실재한다면, 그런 어설픈 조건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거 아무래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어 보이는 군. “바넷사!” “흣! 네, 넷?!” 내가 황급히 바넷사의 이름을 부르자, 여전히 내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있던 바넷사가 화들짝 놀라며 상체를 일으켰다. 응? 그러고 보니 방금 전까지 바넷사가 고개를 파묻고 있던 목 쪽에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얘 설마 내가 생각에 잠긴 사이에 키스마크라도 남긴 건가? “…뭐, 뭡니까.” 애써 무뚝뚝한 척하는 바넷사였지만, 그 행동은 누가 봐도 평소의 바넷사가 아니었다. 아니. 뭐, 난 좋다고 생각해. 갭이 느껴져서 더 귀엽기도 하고. 내 몸에 키스마크나 만들고 있었다는 건, 바넷사가 전처럼 사도 임명 실패로 고민하지 않고 있단 뜻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사도 임명이 실패한 이유를 조금 알 것 같아.” “…정말입니까!” 물론 전에 비하면 고민하지 않는다는 거지, 사도 임명을 실패한 게 마음에 걸리기는 한 모양이다. 내 말을 듣자마자, 바넷사는 살짝 눈을 크게 뜨며 반응했다. 말해두는데, 이정도면 바넷사로선 상당히 큰 리액션이다. 요 며칠 사이에 철가면이 많이 벗겨져서 리액션이 약하다고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그래. 확인할 게 있어. 따라와.” “흐읏….” 나는 바넷사의 허리를 잡아서 그 몸을 일으켜주고, 나도 천천히 욕조에서 일어났다. 내 물건은 고작 한 번밖에 안 하고 바넷사의 몸에서 빠지는 게 아쉽다는 듯 꿈틀거리기는 했지만, 어차피 얘 몸은 나중에도 듬뿍 맛볼 수 있으니까. 지금은 우선 할 일부터 하자고. 마침 욕조에 있었으니 같이 몸을 씻을 좋은 기회이기도 했지만, 나는 그 기회 역시도 나중으로 미루기로 했다. 정령을 불러서 몸을 말끔히 씻은 후, 나는 황급히 옷을 갖춰 입고 바넷사의 손을 끌었다. “자, 가자.” 내가 갈아입는 동안, 어느 샌가 인간 모습으로 변신한 바넷사도 집사 복을 단정히 챙겨 입었다. 하지만 바넷사는 버티고 서서 내게 끌려오지 않았다. “왜 그래?” “…저, 디아나님께 거짓말을 하고 휴식을 받았습니다.” 하여간 얘는. 평소엔 무뚝뚝하고 냉철한 주제에 디아나 관련 일만 되면 약해진다니까. 답지 않게 우물쭈물하기나 하고. 뭐, 지금은 디아나 관련 일뿐만 아니라 나 관련 된 일에도 이러지만. 헤헷. “그래서 계속 여기 있으려고? 계속 거짓말하고 있느니 그냥 가서 사실대로 말하는 게 낫지 않아?” “…그건…그렇군요.” “그렇다니까. 그리고 어차피 네가 나 때문에 방에 처박혀서 울고 있는 거 딴 애들도 다 알아.” “…읏?!” “…응? 잠깐만. 왜 운 걸 부정 안 해? 너 설마 진짜로 울었냐? 샤워기 틀어놓고 있었던 게 그런 뜻이었어?!” “…아, 안…크윽….” 입을 열어 부정하려 했던 바넷사는, 도중에 뭔가 생각났다는 듯 침음성을 흘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얘 지금 나랑 솔직히 다 털어놓고 말하기로 한 것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럼 진짜로 운거야?! 다른 애도 아니고 그 바넷사가?! “바, 바넷사아!” “그, 그런 표정 짓지 마십시오!” “그래. 그래. 자, 내 가슴에 안겨.” “큭…확인할 것이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어서 가시죠.” 내가 두 팔을 뻗고 바넷사에게 달려들자, 바넷사는 애써 무표정을 지어보이며 이번엔 자신이 먼저 성큼성큼 방문을 나선 후 문을 쾅 닫았다. 내가 황급히 그 뒤를 따라 나가자, 예상 외로 바넷사는 문 앞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려는 겁니까.” 바넷사는 살짝 뺨을 붉힌 채 나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면서, 그런 질문을 던졌다. 하긴. 얜 내가 뭘 확인하려는 건지 모르지. 즉, 목적지도 모른다는 거다. 그래서 먼저 나가놓고도 이렇게 기다리고 있었단 건가. 크윽. 귀여워 죽겠다. 물론 예쁘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설마 키가 180가까이 되는 장신의 무표정 미녀를 귀엽다고 생각할 날이 오다니. “물론 사도 임명 문제로 확인할 것도 있지만, 그 전에 우선 디아나한테 우리 얘기부터 하자.” 그 귀여운 모습에 더 놀려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만약 지금 얘가 토라지기라도 하면 정말 감당이 안 되기 때문에 나는 장난기를 꾸욱 억누르고 바넷사의 손을 쥔 채 디아나의 방으로 향했다. “…이쪽입니다.” 그리고 그런 날 잡아 끌면서, 바넷사는 식당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아니. 방금 전까지 방에 틀어박혀 있던 애가 그런 건 대체 어떻게 아는 건데?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집사는 뭐 그런 쪽의 특수 능력이라도 있는 거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597 <-- 집사의 본심 --> “…먼저 들어가시지요.” 앞장서서 날 식당으로 이끈 바넷사는, 식당에 들어가기 전에 멈춰 서서는 날 돌아보며 그렇게 말했다. 여전히 표정은 무표정이었지만, 나는 바넷사가 부끄러워한다는 걸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하긴, 나라도 부끄러울 것 같기는 하다. 모두의 앞에서 ‘전 구원님의 여자가 되진 않겠습니다. 집사로 남겠습니다.’라고 멋지게 선언한지 얼마나 됐다고, 다시 가서는 ‘이제 구원님의 여자가 됐습니다.’라고 말해야 되는 거다. 솔직히 나였다면 부끄러워서 얼굴도 못 들고 다녔을 거다. “부끄럽냐?” “뭐가 말입니까?” 긴장감을 풀어주기 위해서 장난스런 말투로 그렇게 말해봤지만, 바넷사는 여전히 철가면을 뒤집어쓴 채 무뚝뚝하게 반응했다. “에이. 알면서.” “모르겠습니다. 구원님의 여자가 되는 것이 부끄러운 일입니까?” 오호. 그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렇다면 나도 다 생각이 있다고. “당연히 아니지. 그럼 이렇게 같이 들어가자.” 나는 바넷사의 허리에 자연스럽게 팔을 두르고, 그대로 바넷사와 동시에 식당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물론 바넷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결국 부끄러운 거 맞잖아. 나는 바넷사의 허리를 더 꽉 끌어안고, 그대로 바넷사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바넷사 역시도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뺨이 미묘하게 붉어진 것 같기는 했지만, 역시나 무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바넷사와 무언의 대치를 하다가 나는 자연스럽게 그 얼굴에 키스를…하려 했지만, 그전에 바넷사의 손에 턱하고 얼굴이 막혔다. “…무슨 짓입니까읏!” 내 얼굴을 한 손으로 막은 채 무뚝뚝한 반응을 보이려 했던 바넷사였지만, 내가 그 손바닥을 할짝 핥아주자 흠칫하고 놀라며 내 얼굴에서 손을 뗐다. “그냥 긴장 좀 풀어주려고 했지.” “괜한 짓 하지 말고 가십시오.” 바넷사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게 핥아졌던 손을 꽉 움켜쥐었다. 보통 닦는 게 정상 아니냐? 가슴 주머니에 행거칩도 꽂고 있는 주제에. 아님 뭐야? 닦기 아깝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니지? 아니 이건 너무 나간 생각인가? 예전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을 바넷사의 의미 없는 행동 하나하나가 전부 예뻐 보여서 곤란하단 말이야. 심지어 저렇게 무표정으로 날 차갑게 바라보고 있는 것마저도 예전이랑 다르게 느껴질 정도니까. 이거 어쩌면 중증일지도. “…뭡니까.” “아니. 긴장도 좀 풀린 것 같으니까 가자.” 나는 허리에 둘렀던 손으로 바넷사의 엉덩이를 한 차례 톡톡 두르려 주고는 앞장서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자네!” 그리고 내가 식당으로 들어가자마자, 디아나가 기다렸다는 듯이 벌떡 일어나며 내게로 쪼르르 달려왔다. 게다가 식당에는 디아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사라도 레이아도 실비아도 마틸다도 전부 아까 내가 나가기 전에 있던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날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됐는가?! 응?! 어떻게 됐는가?!” “진정해. 내 표정 보면 모르겠어?” 나는 내게 달려들어 질문을 퍼붓는 디아나를 끌어안고 그 등을 쓰다듬으며 진정시킨 후, 내 등 뒤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바넷사가 답지 않게 머뭇거리는 발걸음으로 들어오더니, 디아나를 보고는 허리를 90도로 접으며 사죄를 했다. “디아나님. 죄송합니다.” “음? 뭐가 말인가?” “…저번 그런 말까지 해놓고 결국 저는…구원님의 여자가 되기로 했습니다.” 디아나의 대응이 상당히 두려웠던 건지 바넷사는 목소리는 물론 살짝 몸까지 떨면서,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디아나에게 전달했다. 그런 바넷사를 바라보고, 디아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홱홱 돌려서 나와 바넷사를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아무래도 디아나는 그냥 내가 바넷사의 화를 풀어주기만 하는 것에 그칠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럴 리가 없잖아? 말했잖아. 믿으라고 말이야. 대체 어떻게 한 건지 궁금하단 표정을 감추지 않는 디아나를 보고, 나는 씨익하고 미소 지으며 엄지를 들어 올려줬다. 그러자 디아나는 살짝 눈썹을 꿈틀거렸다. 아니. 그러니까 대체 왜?! 네 말대로 잘 했잖아! “…바넷사.” 하지만 디아나는 곧바로 다시 인자한 표정을 지으며 바넷사의 이름을 불렀다. 그렇지만 허리를 숙이고 있어서 디아나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 바넷사는 디아나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움찔하고 몸을 떨었다. 쟤 대체 얼마나 긴장한 거야? 이미 전에도 디아나가 내 여자로 인정해 주겠다고 말했었잖아. 물론 그걸 거절했다가 다시 받아들이는 거니까 조금쯤이야 긴장도 되겠지만 말이야. “잘 생각했네!” 하지만 긴장하고 있는 바넷사와는 달리, 디아나는 만면의 미소를 지으며 바넷사의 머리를 꽉 끌어안아줬다. 그거 봐라. 네 주인님을 조금 더 믿으라니까. “요, 용서해주시는 겁니까?” 바넷사는 그런 디아나의 태도에 크게 당황했는지, 고개를 들고는 눈에 띄게 울먹이는 표정까지 지어보이며 디아나를 바라봤다. …야. 어째 나랑 둘이 있을 때보다 표정이 더 풍부한 것 같다? 나랑 디아나랑 비슷한 정도로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아니. 그야 둘이 같이 보낸 시간이 길다보니 표정이나 태도가 더 자연스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야. …내가 설마 내 여자에 관한 일로 내 여자에게 질투를 하게 되다니. 무슨 말이냐고? 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조용히 질투심을 불태우는 내 속마음과는 달리, 디아나와 바넷사의 훈훈한 대화는 계속해서 이어져나갔다. “용서하고 말고 할 것이 뭐가 있겠는가? 말하지 않았는가. 이 몸은 자네라면 낭군님의 여자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네. 정말 잘 생각했네.” “…으읏. 디아나님…. 전, 전….” “음. 음. 아무 말 말게. 괜찮네.” “…아닙니다. 디아나님. 또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연령에 걸맞은 얼굴로 인자하게 바넷사를 다독이는 디아나였지만, 바넷사는 아직 할 말이 남아있다는 듯 굳은 표정을 지으며 디아나를 쳐다봤다. “음? 부탁? 뭔가?” “구원님의 여자가 되더라도, 전 계속해서 디아나님의 집사로 있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제발 절 계속해서 집사로 있게 해주십시오.” “그걸 말이라고 하는가. 오히려 이 몸이 부탁하고 싶을 정도네. 자네가 원하는 한 자네는 언제까지나 이 몸의 집사일세.” “크흑. 디아나님….” 디아나의 한없이 인자한 말에, 바넷사는 결국 그 아름다운 눈에서 한줄기 눈물까지 흘리며 디아나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야! 잠깐만! 너 내가 고백할 때도, 방금 전에 내 여자가 된다고 했을 때도 안 울지 않았었냐?! 너 진짜 나랑 디아나랑 비슷한 수준으로 좋아하는 거 맞지?! 물론 진심으로 질투하는 건 아니라고? 지금 당장 저 둘에게 달려들어 분위기를 망칠 생각 같은 건 추호도 없었다고? 하지만 사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내 팔을 끌고 식탁 반대편으로 갔다. 게다가 그뿐만이 아니라, 다들 날 둘러싸서 벽을 만들기까지 했다. 사라, 레이아, 마틸다, 심지어 실비아까지 다가와서는 말이다. “지, 질투한 거 아니거든?!”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저거 보고 질투했어?” 제발이 저려서 곧장 부정한 날 보고 사라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뭔가 깨달았다는 듯 황당하단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뇨. 안 했는데요? 무슨 소리신지? 그, 그보다. 난 왜 여기로 끌고 왔는데?” 물론 나는 황급히 화제를 바꾸기로 했다. 사라는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이상 뭐라고 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궁금하니까요. 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그리고 그런 우리 대화를 보며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하고 우아하게 웃은 레이아가, 내게 얼굴을 바짝 들이밀며 반짝반짝 거리는 눈으로 질문을 했다. 레이아. 그러고 있으면 가슴이 내 몸에…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래요. 가기 전까지 화나있는 것 아니었어요? 어떻게 저렇게까지 구워삶은 거죠?” 물론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는 건 레이아뿐만이 아니었다. 여자가 연애 얘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이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나한텐 그런 얘기를 한 적이 거의 없으니까 눈치를 못 챘다고. 너희 혹시 나 없을 때 너희끼리 그런 얘기 하면서 보내니? 설마 실비아마저 내게 바짝 다가와서 눈을 빛낼 줄이야. 뭐, 그래도 나와 바넷사의 얘기. 즉, 얘들 입장에선 자기 남자가 다른 여자랑 놀아나는 얘기인데도 이렇게 질투심보다 호기심을 더 보인다는 건, 다시 말해 얘들도 마음속으론 이미 바넷사를 내 여자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기니까. 이건 좋아해도 되는 건가? 물론 상황의 특이성도 크게 작용하기는 했겠지만 말이다. 어제부터 화가 나서 오늘까지 모습도 안 보이던 바넷사가 갑자기 내 여자가 되겠다고 선언한 거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마술이라도 부린 것처럼 보일 테니, 그야 궁금하기도 하겠지. “흐야앗!” “훗. 잘 들어. 지금부터 이 몸의 엄청난 활약상을….” 나는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져서는, 방심하고 있던 실비아를 끌어안고 썰을 풀어나가기로 했다. 실비아는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내게 가까이 다가왔었는지 깨달은 듯 몸을 진동시키기는 했지만, 후회해봤자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그렇게 해서, 바넷사는 결국 나에 대한 마음을 인정하게 됐다는 얘기지! 어때?!” “네. 역시 굉장하세요.” “하여간 이럴 때는 쓸데없이 머리가 잘 돌아간다니까.” “평소에도 이랬으면 더할 나위 없을 텐데 말이죠.” “히야우아으으….” “흠. 그래서 그렇게 자신만만했던 것이었구먼.” 자신만만하게 썰을 푼 나를 솔직히 칭찬해주는 건 역시나 우리 천사님밖에 없었다. 아니. 사라 쟤는 원래 저러니까 그렇다 쳐도, 마틸다 너까지 그런 말은 심하지 않냐? 평소에도 이랬으면 좋겠다니 무슨 말이야! 난 평소에도 스마트한 호청년이라고! 귓가에 속삭이면 바로 인정할 거면서! 아니. 그보다 지금 디아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냐? 황급히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어느 샌가 우리 곁으로 다가온 디아나와 바넷사가 있었다. 디아나는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고, 바넷사는 디아나보다 한 발 뒤에 서서 마치 수치 플레이라도 한 듯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새빨개진 얼굴로 애써 무표정을 만드는 게 상당히 귀여웠다. “그래서, 보고를 하러 왔다. 이 말인 겐가?” “응. 그래…아 참! 마틸다!” “꺄앗! 네, 넷?!” “질문이 있어!” “네, 네엣…뭐든 물어보세요오….” 방금 전에 내게 불평을 했던 태도는 어디로 사라지고, 내가 얼굴을 바짝 들이밀자 마틸다는 곧바로 핑크빛 모드에 돌입하게 됐다. 훗. 결국 이럴 거면서 말이야. 내가 평소에도 스마트하다고 인정하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지만, 나는 일단 소기의 목적부터 달성하기로 했다. “너 전에 저주랑 관계없이 날 좋아한다고 한 적이 있지?” “넷?! 네, 네에….” 과연 핑크빛 모드에서도 이 대답은 조금 부끄러웠던 건지, 마틸다는 주위를 둘러보고 살짝 얼굴을 붉히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긍정했다. “혹시 그 이유가 있어? 나한테 언제 반한 건데? 말해봐.” “넷?! 여, 여기서 말인가요?! 그, 그게…그러니까….” “역시 있구나. 뭔데?” “꼬, 꼭 말해야 하나요…?” “그래. 중요한 일이야.” “웃…으, 으읏…다, 당신이…처음이었으니까….” “응? 뭐가?” “제, 제 저주를 알고도…아무렇지 않게 대해준 남자는…당신이 처음이었으니까요오…. 다, 당신이 말했잖아요? 제 저주에 당신이 영향을 안 받게 된다고 눈치 챈 건…5계층에서 계층의 주인을 잡은 직후였다고요. 하지만 그 전부터 당신은…다른 남자들과 다르게…제, 제게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말하는 마틸다는 부끄러워 죽겠다는 듯, 점점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결국에는 뭐라고 말하는지 들리지 않는 수준까지 되어버렸다. 하지만 목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기 전에, 듣고 싶은 내용은 전부 나왔다. 그러고 보니…확실히 그런 말을 적이 있었다. 마틸다가 중요한 얘기라면서 뜬금없이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지. 그땐 그게 어떤 의미로 한 질문인지 알 수 없었는데, 설마 그게 그런 뜻이었어?! 그렇다면 그게 마틸다의 사도 임명 퀘스트였다는 게 되는 건가? 저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해줄 것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i74 // 예전에도 같은 질문이 있었죠. 그런데 제가 나중에 나올 내용에 대해선 일부러 답변을 안 드리고 있기 때문에 답변을 안 드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겨우 그 이유가 나왔네요. 닭구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어제는 컨디션이 별로 안 좋았었는지 유독 이상한 문장이 많았네요.                   598 <-- 집사의 본심 --> 물론 사도 임명을 하기 위해서 퀘스트가 필요하단 가설이 증명됐다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래도 일단 우리 애들 모두 퀘스트라고 생각될만한 사건이 있었다는 건 확실한 것이니까 말이야. 어차피 그 밖에 사도 임명이 실패한 이유가 짐작가는 것도 아니니, 우선은 퀘스트가 정말로 존재한다고 가정한 채로 생각을 해보자. 마틸다의 퀘스트가 ‘저주를 푸는 것’이 아니라 ‘저주가 걸린 상태에서 평범하게 대해줄 것’인 게 조금 의외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논리는 다른 애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즉, 트라우마 같은 걸로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주는 것이다. 게임에서도 호감도 제한 해제를 위한 퀘스트는 대게 이런 식이었으니, 사도 임명을 위해선 퀘스트가 필요하단 가설에 더더욱 힘이 실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만약 내 가설이 맞았다고 한다면, 대체 바넷사의 퀘스트는 뭔데? 트라우마로 상처 받은 마음을 달래준다. 이것만 놓고 보면, 바넷사의 퀘스트는 대대로 내려온 용인족 트라우마를 극복시켜 줄 것이 되는 게 자연스럽기는 하다. 하지만 문제는 마틸다의 퀘스트 내용이 저주를 푸는 것이 아니었단 말이지. 저주를 푸는 게 아니라, 저주가 걸린 상태에서 평범하게 대해줄 것이었다. 즉, 바넷사의 상황에 대입해보면, 용인족 트라우마를 극복시키는 게 아니라 ‘용인족 상태를 긍정해주고 평범하게 대해줄 것’이 퀘스트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그건 이미 내가 한 거잖아! 여기서 더 뭘 어떻게 하라는 건데?! 애초에 그렇게 했으니까 바넷사가 나한테 반한 거잖아! 완전히 퀘스트 완료한 거 아니야?! 여신님! 시스템 오류 생겼어요! 버그 수정 좀요! 위를 바라보고 마음속으로 강력하게 항의를 해본 나였지만, 물론 여신님이 그에 응답해주는 일은 없었다. 애초에 응답이 가능했으면 나랑 맺은 계약인지 뭔지 하는 것부터 확실히 알려줬겠지. 젠장. “다, 당시인…?” 마틸다의 고백을 들은 내가 한동안 침묵하고 있자 이 어색함을 참을 수 없어진 건지, 마틸다는 부끄러움에 오들오들 떨면서도 내 이름을 불렀다. 이런. 모처럼 다들 보는 앞에서 이런 고백까지 해줬는데, 계속 이 상태로 둘 순 없지. “응? 아, 미안. 잠깐 생각을 조금 하느라. 알려줘서 고마워. 사랑해.” “아아. 저도 사랑해요오….” 내가 그렇게 말하면서 마틸다에게 미소를 지어보이자, 마틸다는 황홀한 목소리로 대답하며 내 목을 끌어안고는 그대로 키스를 했다. “야. 이 바보야! 지금 그럴 때야?!” 그리고 그와 동시에 사라가 내 옆구리를 꼬집으면서 바넷사 쪽에 눈치를 줬다. 아니. 너도 봤으니 알겠지만 내가 키스한 게 아니고 마틸다가 한 거거든? 너 그냥 질투 나니까 괜히 바넷사 핑계 대면서 꼬집는 거지?! 애초에 바넷사는 디아나를 생각해서 내 여자가 되는 것까지 거절했던 애니까, 이제 와서 이런 걸로 너처럼 질투할 일 없거든? 그렇지 바넷사? “…….” 어, 어라? 어째 날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차가워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뭐, 뭐어…일단 바넷사 일이 우선이니까 지금은 그만두기로 할까. 나는 마틸다의 양 어깨를 붙잡고 부드럽게 마틸다의 몸을 떼어냈다. “아앙….” 아니. 야. 그러니까 이상한 소리 내지 말아줄래?! 너 방금 전까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는 것도 부끄러워했던 주제에! 지금 이게 더 부끄럽지 않냐?! “아, 아무튼. 대충 알겠어.” 물론 알겠는 건 사도 임명을 위해선 일종의 퀘스트를 수행할 필요가 있을 거란 사실뿐이고, 바넷사의 퀘스트가 무엇일지는 짐작도 되지 않지만 말이다. “후우…좋아. 그럼 일단은….” 바넷사랑 단둘이서 대화를 나누며 퀘스트가 대체 무엇일지 진득하니 알아봐야지. 그렇게 말하려고 한 순간, 예상치 못한 방향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저, 저기…구원님…실례합니다….” 바로 오늘 하루 내 담당이 될 거라고 말했었던 그 메이드였다. “응?” “저, 저기…그, 그러니까…구원님 앞으로 선물이….” 나뿐만 아니라 우리 전원의 시선이 갑자기 자신에게 쏠리자 꽤나 당황한 듯, 메이드는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내게 과일 바구니 하나를 내밀었다. 이건….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과일 바구니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 짐작한 나는 황급히 시간을 살펴봤다. 그리고 역시나, 시간은 어느 샌가 점심때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후우…. 그래. 건네주면서 별 말은 없으셨고?” “네, 네…. 뭔가 할 말이 있으신 모양이었지만, 결국에는 그냥 돌아가셨습니다.” 이번에도냐. 과연 이쯤 되면 그냥 병문안 선물로 주고 갔다고 보긴 힘들겠지. 그런 식으로 던전에서 돌아오고 나서 벌써 며칠째 얼굴도 안 보고 있기도 하고, 슬슬 한 번 얼굴 뵈러 가지 않으면 안 되겠지. 하지만 바넷사는…하아…요즘 들어서 할 일이 너무 많아. 난 복잡한 건 싫은데 말이야. 우선 하나하나 정리를 해나가기로 할까. “바넷사. 일단 나 좀 보자. 얘들아 나 잠깐 다녀올게.” 나는 아직도 디아나의 한발자국 뒤에서 가만히 서있는 바넷사의 팔을 붙잡고, 근처의 빈 방으로 들어갔다. 바넷사는 내가 팔을 붙잡자 몸을 움찔 떨기는 했지만, 군말 없이 날 따라왔다. “…무슨 일이십니까?” “무슨 일이겠냐? 당연히 사도 임명 문제지.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왜 실패한 건지 대충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읏?! 정말입니까?! 어떤 이유입니까?!” 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바넷사가 내게 한발자국 더 다가와서는 몸을 밀착시키며 질문을 던졌다. 무뚝뚝한척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바넷사도 상당히 사도 임명을 받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유는 바로….” 그런 바넷사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라도 곧장 퀘스트에 관한 얘기를 하려했던 나였지만, 말하기 직전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이걸 얘한테 얘기하도 되는 건가? 게임에서 했던 것처럼 편의상 퀘스트라고 부르고 있기는 하지만, 이 작업은 한 마디로 말해서 마음의 빗장을 여는 작업이다. 그런데 이걸 상대방한테 얘기해버리면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내가 진심으로 그렇게 행동했다고 하더라도, 그냥 자신에게 사도 임명을 하기 위한 행위로, 그러니까 진실하지 않은 행위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아닐까? 그런 걸로 과연 퀘스트 조건이 충족되는 걸까? “…구원님?” “생각해보니 뭐라고 설명해야 좋을지를 모르겠네.” “…네?” 결국 나는 바넷사에게 얘기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나는 뭔가 있어보이는 표정으로 그렇게 얼버무리기로 했다. 바넷사는 그런 내 반응에 살짝 불안해졌는지 한쪽 눈썹을 움찔하고 떨었지만 말이다. “그런 표정 지을 거 없어. 뭔가 심각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까. 다만 말로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그런 거야. 걱정하지 마. 다 잘 될 거야.” “그럼 곧바로 사도 임명도 가능하다는 얘기입니까?” “아니. 그건 아니야. 이건 뭐라고 해야 할지…시간이 필요한 일이라서.” “…구원님의 여, 여자로 있는 시간이 부족했다…그 말입니까?” “뭐, 비슷한 거야.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란 거지.” 생각해보니 우리 애들이랑 했던 퀘스트들도 그런 게 있는 줄도 몰랐던 주제에 점점 더 깊은 인연을 맺어가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레 해결이 된 경우였다. 바넷사도 아마 계속 함께 이런 관계를 유지하다보면 언젠간 그 정체 모를 퀘스트가 해결될 테니, 시간이 해결해줄 일이란 말도 결코 거짓말은 아니다. “그러니까 괜히 안달내지 말고, 천천히 우리 관계를 깊이 다져나가자고. 어차피 사도 임명이 안 된다고 해서 내가 널 좋아하는 마음이나 네가 날 좋아하는 마음이 변하는 건 아니잖아?” “으음…하아…네….” 그렇게 말하면서 내가 바네사의 얼굴에 살며시 얼굴을 가져가자, 바넷사도 얼굴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내 키스를 받아줬다. “그럼 가자.” 나는 바넷사의 머리를 한번 뒤로 쓰윽 넘기듯 쓰다듬어준 다음, 다시 바넷사의 팔을 붙잡고 식당으로 돌아갔다. “그럼 전 식사 준비를 하러 가겠습니다.” 얌전히 내게 팔을 붙잡힌 채 식당까지 따라왔던 바넷사였지만, 식당에 도착하자마자 내 손을 풀고는 무뚝뚝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뭐? 뭐하러? 너 어차피 오늘 쉬는 날이잖아.” “꾀병이었습니다.” 바넷사는 어차피 아까 내가 썰을 다 푼 덕분에 이제 더 부끄러울 것도 없다는 듯, 냉정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하고는 디아나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디아나님. 꾀병으로 일을 빠져서 죄송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일에 복귀하겠습니다.” 여전히 아까 그 자리 그대로 앉아서 의아한 표정을 짓고 있던 디아나는, 그런 바넷사를 바라보고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으, 음? 흠. 그런가. 그…오늘은 쉬어도 되네만?” 아까 전에 집사 일을 계속해도 된다고 강하게 긍정해줬기 때문에 이제 와서 정반대되는 말을 하는 건 조금 부담스럽다는 듯,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말은 해야겠다는 듯 디아나는 바넷사에게 조심스럽게 오늘은 쉴 것을 제안했다. 고백은 전에 이미 했다지만, 진정한 의미로 나랑 맺어진 건 오늘부터니까 말이다. 디아나로서도 바넷사를 챙겨주고 싶은 거겠지.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 그런가.” 하지만 바넷사는 그런 디아나의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디아나의 제안을 딱 잘라 거절했다. 평소엔 디아나가 하는 말은 뭐든 들을 것처럼 행동하는 주제에, 저런 부분은 또 완고하다니까. 나는 디아나의 제안에 조금 더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에이. 그러지 말고 쉬지 그래? 나도 오늘은 너랑 같이 있고 싶은데.” “아뇨. 구원님은 레이첼님께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내가 힘을 실어줘도 바넷사는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이유로 말이다. “뭐? 여기서 갑자기 레이첼 누님 이름이 왜 나와?” “마음에 걸리시는 것 아닙니까?” “아니. 그야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너랑….” “전 정말 괜찮습니다.” 살짝 당황한 나는 약간 횡설수설하면서 대답했고, 당연히 그런 말투로 완고한 바넷사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실력행사를 하기로 했다. “읏…!” 바넷사의 두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얼굴을 바짝 들이밀자, 바넷사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방금 전 둘만 있을 때 자연스럽게 키스를 받아줬던 것과는 달리, 이렇게 다들 보는 앞에서 이러는 건 제아무리 바넷사라도 긴장되는 모양이었다. 뭐, 키스할 생각으로 이런 건 아니지만. “정말로. 정말로 괜찮아?” 나는 지근거리에서 바넷사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렇게 다시 한 번 되물었다. “흣…괜찮습니다. 어차피 저와 있어봤자 레이첼님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것 아닙니까?” 얼굴을 간질이는 내 입김이 간지럽다는 듯 살짝 목을 움츠린 바넷사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냉정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뭐, 확실히 아예 레이첼 누님 생각을 안 하지는 않겠지만. “그리고 저는…저택에서 매일 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완전히 부정을 못하는 날 바라보며, 이번엔 안심시키듯 그렇게 말하는 바넷사. 자기도 이런 말 하는 게 답지 않다는 자각은 있는지, 평소와 달리 꺼질 듯이 조그만 목소리로 다른 애들에게는 들리지 않게 중얼거렸지만 말이다. 물론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고 하더라도, 지근거리에 있는 내 귀에는 똑똑히 들렸다. 크으! 그 바넷사가 이런 예쁜 말을 하게 되다니! 나는 곧장 바넷사의 얼굴을 끌어당기며 키스를 하려고 했다. “죄송합니다. 근무 중에 그런 행위는 삼가주십시오.” 하지만 이번엔 아까와 달리 바넷사의 손에 입술이 막혔다. 진짜냐. 벌써 근무 중이 된 거냐. “그럼 전 이만 식사 준비를 해야 하므로.” 내 손을 자신의 얼굴에서 살며시 떼어낸 바넷사는, 일견 무뚝뚝하게 들리는 말투로 그렇게 말하고는 뚜벅뚜벅 식당을 향해 걸어갔다. “그래서. 슬슬 이 몸들에게도 사정 설명을 해주겠나?” “그, 그래요! 결국 전 왜 이렇게 모두가 있는 곳에서 그런 부끄러운 고백을 해야 했던 건가요?!” 그리고 사도 임명 실패에 대한 설명을 듣지 않아서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는 우리 애들은, 나와 바넷사의 대화가 끝나자 마자 질문 공세를 퍼부었다. 그래도 바넷사랑 대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 걸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보다 마틸다야. 너 핑크빛 모드 풀렸구나? 그렇게 울먹이면서 째려보지 마라. 다 설명해줄 테니까.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닭구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599 <-- 집사의 본심 --> 바넷사가 식사 준비를 위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나는 사도 임명 실패와 그 원인에 대한 내 예측을 간추려서 우리 애들에게 설명해줬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바넷사에게 사도 임명을 하기 위해서는 마지막 마음의 장벽을 허물어버릴 뭔가가 필요해. 뭐, 그것도 어디까지나 내 예측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그리고 그런 내 설명을 듣고 나서, 제일 격한 반응을 보인 건 역시나 마틸다였다. “그럼 저만 콕 집어서 그런 고백을 하게 만든 이유가, 제 경우만 짐작이 안 됐다는 말인가요?!” “그, 그게…미안. 아니. 그래도 널 좋아한다는 건 별로 변함이 없으니까….” 마틸다가 화를 내는 건 정당하다. 다른 애들은 다 이유를 짐작했으면서 자신의 경우만 짐작을 못한 거니, 그야 화가 나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사과와 동시에 마틸다를 달래주려고 했다. “그럼 다른 분들의 경우는 다 짐작이 된다는 얘기군요! 예를 들면요?!” 하지만 아무래도 마틸다가 격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자신이 날 좋아하게 된 이유를 알든 알지 못하든 어차피 사랑하는 사이가 된 거니 그건 별로 상관없다. 하지만 나 혼자 부끄러운 고백을 한 거니, 다른 사람의 이유도 한 번 들어봐야겠다. 그런 강렬한 의지가 엿보이는 마틸다의 반응에, 나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자, 잠깐만요! 마틸다! 지금 그 얘기가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그, 그래요. 추기경님. 지금은 우선 바넷사씨를….” “무슨 소릴 하는 거예요?! 중요하지 않다니! 당신들에겐 그 추억이 중요한 일이 아니란 건가요?!” “그, 그런 뜻이….” “자, 당신! 얘기해줘 봐요! 어차피 지금으로선 그것도 당신의 추측에 불과하잖아요? 그 퀘스트라는 것에 해당하는 사건이 당신의 추측하고 있는 그 사건이 맞다고 확인을 받아야 그 가설에 더 힘이 실리는 것 아닐까요?” …전에도 언젠가 한 번 느낀 적이 있지만, 얘는 가끔 이렇게 추기경답게 맞는 말을 정확하게 해댄단 말이야. 평소에 나랑 있을 땐 대부분 핑크빛 모드가 되어서 헤롱헤롱 거리고 있으니까 좀처럼 볼 일이 없기는 하지만. “그, 그런 거라면 각자 따로 확인을….” “시간이 없어요! 언제 바넷사씨가 올지 모른다고요! 자, 당신! 어서!” 대단해. 마틸다. 4 대 1을 이기고 있어. 뭐, 기본적으로 마틸다가 맞는 말을 하고 있는데다가, 마틸다 얘기는 들어놓고 이제 와서 자기 얘긴 들려주기 싫다고 빼기엔 우리 애들이 너무 양심적이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아무튼 마틸다의 기세에 밀린 나는, 차근차근 얘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그럼…디아나는 같이 영원히 살기로 한 것일 테고.” “코, 코홈! 코홈! 그, 그렇구먼…. 결정적인 계기는 아무래도 그것일 걸세….” 내가 얘기를 한 순간, 디아나는 태연한 척 하면서도 새빨개진 얼굴을 감추지는 못하고 연신 귀여운 헛기침을 해대며 긍정했다. 하지만 역시 연륜이 돋보이는 반응이었다. 여기서 쓸데없이 부끄러워하면 더 부끄러워질 뿐이다. 그러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최대한 덜 부끄러운 척한다. 머리 쓰는 게 보여서 귀엽다니까. 나는 디아나의 반응에 흐뭇해하면서, 그 이상 놀리지는 않고 넘어가주기로 했다. 이 상황을 이용해서 더 놀리려면 더 놀릴 수 있겠지만, 오늘 밤은 디아나 차례니까 말이야. 너무 놀려서 삐져버리면 곤란한 건 나다. “그리고 레이아는 구미호 상태를 극복시켜준 거고.” “저, 정확히는 조금 달라요….” 그런 이유로 곧장 레이아로 넘어간 나였지만, 레이아는 예상과는 달리 내 말을 부정했다. “응? 그래?” “네, 네에…. 그게….”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고 주저하면서 다른 애들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물론 어서 말하라고 재촉하는 것 같은 마틸다의 눈매에 바로 고개를 푹 숙여버렸지만. 마틸다야. 예전에 추기경의 지위를 남을 압박하는 것에 쓰고 싶지 않다고 했던 그 멋진 추기경님은 어디로 간 거니? 나 지금 완전히 추기경의 지위를 이용해서 선량한 일반 성직자를 압박하고 있잖아. 아니. 뭐. 둘이 친하니까 저런 것도 용서가 되는 거겠지만. 애초에 마틸다가 제일 많이 같이 붙어다니는 것도 레이아고. “제가 구원씨에게 반한 건…구원씨가 자신이 위험해질지도 모르는데 절 구해주려 했기 때문이에요.” “으, 응. 근데 레이아.” “네에…?” “난 퀘스트 조건을 반한 이유가 아니라 마지막 마음의 장벽을 허무는 걸로 생각하고 있으니까, 구미호 상태 극복이 맞지 않을까?” 애초에 게임에서도 호감도를 일정수치까지 올린 상태, 즉 이미 상대가 내게 반한 상태에서 퀘스트를 통해 호감도 한계선을 해제하는 거니까 말이야. 게다가 반한 걸로 치면 디아나도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한 시점이 아니다. 그때는 이미 디아나가 내게 키스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니까 말이야. 내게 반한 건 그보다 훨씬 전이라는 거지. 무엇보다도 바넷사 역시도 나한테 반한 건 한참 전이니까. “아, 아아…!” 내가 그렇게 말하자, 레이아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귀를 앞쪽으로 딱 접고는 꼬리를 파르르 떨면서 부끄러움에 몸부림쳤다. 그런 레이아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어주자, 레이아는 손가락 사이를 살짝 벌려서 마치 날 엿보듯 눈만 살짝 보이게 만든 채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그, 그것도 정확히 따지면, 사랑하는 분과는 제대로 사랑을 나눌 수 있게 됐으니까. 더 이상 구미호 상태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때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내 말을 완전히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사랑 운운하는 부분이 강조되도록 정정하는 레이아. 저렇게 부끄러워 죽으려고 하면서도 꿋꿋하게 정정하는 걸 보니, 아무래도 이 부분은 레이아로서도 물러설 수 없는 점이었던 모양이다. “지, 지금은 다른 문제가 부상하기는 했지만요.” 게다가 파르르 떨던 꼬리로 자신의 하복부를 살짝 감싸며 그렇게 중얼거리기까지. 그거 아이 만들기 얘기하는 거지!? 큭. 저런 모성애 넘치는 모습이라니. 아랫배를 꼬리로 감싸는 동작이 한순간이나마 섹시하다고 생각해버린 내가 한심하게 느껴지잖아! “레이아….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 “네…. 믿어요. 구원씨….” “역시 제 예상대로 당신의 생각과 다른 점이 있잖아요! 자, 그럼 다음! 다음은요!”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둘만의 세계에 빠지려 했던 나와 레이아였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듯 재촉하는 마틸다에 의해 그 분위기는 산산히 깨질 수밖에 없었다. 자긴 허구한 날 핑크빛 모드에 빠지는 주제에 남이 그러는 건 방해하다니. 뭐, 좋아. 그럼 다음은…. 나는 사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가, 곧장 눈을 돌려 실비아에게로 향했다. “우읏….” “우리 실비아는 성적인 쾌감을 느끼게 해준 거고.” 아까 레이아에게 반한 시점이 아니라 마지막 마음의 벽이 허물어진 시점이라고 얘기한 주제에 이렇게 반한 시점을 얘기하는 건 조금 주저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실비아 얘는 나랑 섹스한 다음부터 완전히 나한테 홀딱 빠진 상태였단 말이야. 귀족 영애씩이나 되는 애가 성노예까지 자처했을 정도로. 그런 실비아다보니, 내게 반한 시점에 이미 마음의 벽이란 게 없었을 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아임니다아!”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내 예상은 빗나가게 됐다. 실비아는 바들바들 떨면서도, 필사적으로 입을 열려고 했다. “그, 그어니까아…키, 키슈…키슈우….” “해달라고?” “흐야아앙! 아, 아힙…!” “바보야. 적당히 놀려.” 실비아를 가지고 장난치던 나는, 결국 사라한테 다시 한 번 옆구리를 꼬집히는 처지가 됐다. 어쩔 수 없잖아. 다 실비아가 지나치게 귀여운 게 문제야. 아무튼 그런가. 실비아는 키스를 한 타이밍을 생각하는 건가. 하지만 그건 아니다. 실비아는 모르겠지만, 실비아는 사도 임명 자체만 늦게 받았다 뿐이지 사실 그 전에 이미 사도 임명이 되는지 안 되는지 시험해봐서 성공한 적이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니 키스가 사도 임명 퀘스트라는 실비아의 생각은 틀렸다. 이번만큼은 내가 맞을 거야. 아니. 만약 내 생각이 틀렸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키스가 사도 임명 퀘스트는 아니다. “그건 아냐.” “네, 네헷?” “사실 그보다 훨씬 전에 너 몰래 사도 임명 되나 안 되나 실험해본 적 있어. 그때 성공한 적이 있거든.” “으헤엣?! 어, 언제 말입니까아?!” “한참 전에. 너 우리 동료가 되고 나서 얼마 안 됐을 때?” “우, 우아앗! 우아앗! 그, 그럼 뭐지? 뭐지이…?” 내가 그렇게 말하자, 실비아는 부끄러워 죽으려고 하면서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고는 혼자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중얼 거리면서 고민에 빠졌다. 귀엽다. “성노예가 된단 걸 거절하셨을 땐가? 아, 아니면 다친 걸 구해주셨을 땐가? 우으으…우으으….” 아무래도 짐작 가는 바가 상당히 많은 모양이었다. 그럴 거면 애초에 얘는 왜 키스가 사도 임명 퀘스트라고 생각한 건데? 아. 얘 설마…그 전까진 자기가 온전히 내 여자가 될 거란 생각은 못했다는 건가?! 그런데 내가 키스를 해주니, 그제야 자신이 내 여자가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이 생긴 거라고? 대체 얼마나 자기 자신을 못 믿는 거야. 아니. 물론 그렇게 될 때까지 키스조차 하지 않았던 나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 전에도 내가 얠 진심으로 좋아한단 티는 팍팍 냈었잖아. 애초에 키스가 늦어진 건 절반 이상 실비아 네가 문제였단 말이다. 네가 맨날 죽을 거란 얘기만 안 했어도! 안 돼겠어. 아무래도 실비아 얘는 자신감을 좀 더 불어넣을 필요가 있겠어. 내가 자길 충분히 좋아한다는 자신감을 말이야. “야. 실비아.” “…엣? 헷?” 내가 그 이마를 톡 건드리면서 이름을 부른 순간, 실비아는 갑자기 스위치가 꺼진 로봇처럼 우뚝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야, 야. 왜 그래. 무섭게. 왜 갑자기 떨지도 않아? 내가 그렇게 살짝 겁먹은 순간, 다행이도 실비아는 재기동했다. “흐, 흐야아아앗!” 자기 이마를 감싸 쥐고는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뒤로 파닥파닥 물러나다가 다시 바닥에 쓰러져서는 움직임을 멈췄지만 말이다. “…얘들아.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혹시 사도 인장 새기면 거기가 성감대가 되거나 그래? 아, 너흰 애초에 성감대에 새겨서 모르…크허헉! 사라야…아파…! 항복! 항복!” “이게 진짜 농담할 때 안 할 때 구분을 못하고 있어!” 아니. 일단 방금 전은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물어본 거였는데. 물론 그렇게 말했다가는 더 안 좋은 꼴을 당할 것 같으니 조용히 있을 거지만 말이야. “괜찮아요. 잠깐 정신을 잃으신 것뿐이에요.” 내가 사라에게 혼쭐을 나는 사이에, 어느 샌가 실비아에게 다가가서 상태를 살펴보던 레이아가 그렇게 말하면서 실비아의 몸을 들어 올려 의자에 앉혔다. “하지만 구원씨. 너무하셨어요.” “미안. 나도 설마 이마를 살짝 만진 것만으로 그렇게 될 줄은 몰랐어.” 실은 실비아한테 사도 인장을 새기고 나서 처음 만져본 거란 말이야. 그냥 가끔 다른 애들 사도 인장 만지는 것처럼 톡 건드려본 것뿐인데 설마 저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내가 상상이나 했겠어? “크, 크흠! 아무튼 마틸다 말이 맞았네! 역시 사람은 대화가 중요한 모양이야. 설마 이런 식으로 생각의 차이가 있었을 줄이야.” 게다가 실비아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꼭 트라우마 극복만이 퀘스트가 되는 건 아니란 것까지 깨달았다. 물론 실비아가 처음 말한 대로 키스가 퀘스트인 건 아니지만, 그 후에 실비아가 중얼거린 사건들은 전부 불감증과는 상관없는 사건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즉, 바넷사 관련 퀘스트도 꼭 트라우마, 그러니까 용인족에 관련된 일이라는 법은 없다는 거다. 안 그래도 용인족 상태는 이미 긍정한 상태에서 사도 임명을 실패한 거니, 이러한 사실은 퀘스트 수행이 사도 임명의 열쇠라는 내 가설을 더더욱 뒷받침 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좋아!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바넷사와 같이 지내며 퀘스트가 뭔지만 파악하면 된다는 거지. 두고 보라고. 반드시 사도 임명을 해보이고 말겠어. 아, 그 전까진 다들 바넷사한테 퀘스트 얘기는 비밀로 해줘. 내 행동이 진심이 아니라고 받아들이면 곤란하니까.” “네. 알겠어요. 하지만 그 전에 당신.” “응?” “뭐 하나 잊고 있지 않나요?” 쳇. 들켰나. 어떻게든 얼버무리고 싶었는데. 내게 그렇게 말하는 마틸다의 눈은, 명백하게 사라 쪽을 향하고 있었다. 다들 부끄러운 추억을 털어놨으니, 사라만 편애하지 말고 털어 놓으라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사라는 진짜로 말하기 곤란하단 말이지…. “마틸다.” “네.” “사랑해.” “아, 아아…저도 사랑해요오…. 그래서 사라씨는요?” 야. 잠깐! 핑크빛 모드 된 주제에 왜 계속 물고 늘어지는 건데?! 저주야! 제대로 일 안 하냐?! 곤란해. 이건 진짜로 곤란하다고. 젠장. 이렇게 된 이상 마지막 수단밖에 없나. 바로 거짓말을 하는 거다. 사라야. 내가 하는 말에 대충 맞장구 쳐줘. 나는 그런 의미를 담아서 사라를 힐끗 쳐다봤다. 그리고 사라는 그런 내 시선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인 건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할아버지의 복수를 도와줬을 때죠.” 최근 들어서는 좀처럼 들을 일이 없는 그 차가운 목소리에, 모두의 몸이 흠칫하고 떨렸다. 다만, 셋의 반응이 완전히 같은 건 아니었다. 마틸다는 정말로 예상치도 못했다는 듯이 몸을 흠칫하고 떨었다면, 디아나와 레이아의 반응은 마치…. “야. 잠깐!” “괜찮아. 마틸다 말이 맞아. 나 혼자 비밀로 간직하는 건 불공평하잖아.” “미, 미안해요. 저, 전 그런 줄도 모르고….” 마틸다는 그제야 자신이 너무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사과를 했다. 뭐, 엄밀히 따지면 마틸다 잘못이 아니기는 하다. 마틸다가 설마 이런 걸 예상이나 했겠어? 심지어 마틸다는 그 때 우리랑 있지도 않았는데 말이야. 기껏해야 말하기 부끄러운 사랑 얘기 정도로 생각했겠지. “괜찮아요. 이미 지나간 일인 걸요. 게다가 그 일로 저도 구원이랑 맺어질 수 있었던 거니까요.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마틸다를 보고, 사라도 평소와 같은 어조로 돌아와서는 그렇게 사과를 받아줬다. 하지만 사라가 그렇게 쿨하게 사과를 받아주더라도, 갑자기 팍 식어버린 분위기가 다시 돌아오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마틸다뿐만 아니라 디아나나 레이아도 별 다른 말을 안 하고 말이야. 저 둘의 표정, 혹시 뭔가 짐작 가는 바가 있다는 건가?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면 곧 준비가 끝날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마치 노렸다는 듯이 바넷사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만 깜빡 잠들었다가 이제 일어났네요. ​600 <-- 집사의 본심 --> 그렇게 해서 사라의 복수 얘기는 흐지부지 마무리 됐고, 우리는 다소 적막한 점심시간을 보내게 됐다. 평소 같은 내가 나서서 농담이라도 하며 분위기를 바꾸려고 하겠지만, 아무리 나라도 사라의 복수 얘기 다음에 농담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신경이 굵지는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자리를 벗어나는 거다! 아니. 도망가는 게 아니라고. 사라도 같이 데리고 가서 분위기 환기라도 조금 시키려고 그러는 거라고. 애초에 밖에 나갈 일도 있었고 말이다. “자, 그럼. 아까 바넷사랑 하는 얘기를 들었겠지만, 난 지금부터 레이첼 누님한테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사라 넌 나랑 같이 갈 거지?” “누가 밖에 나가도 된다고 했어?” 급하게 식사를 마치고 곧장 자리를 일어나며 활기차게 그렇게 제안한 나였지만, 내 그 속셈은 사라에 의해 순식간에 박살이 났다. “뭐, 뭐라고…?” “바넷사하고 시시덕거리느라 까먹은 모양인데, 난 아직 구원이 밖에 나가도 될 상태라고 인정한적 없거든?” ……. 그, 그러고 보니. 나, 펄슨 가지고 소란 떨어서 집으로 강제 연행된 상태였지. “아니. 잠깐. 야. 내가 던전에 가는 것도 아니고. 밖에 돌아다니는 것도 안 돼? 사람이 좀 바깥 공기도 쐬고 해야지 건강해지는 거지. 매일 이렇게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아, 바넷사. 너 디스하는 거 아니다?” “…그런 뜻이라고 생각 안 하고 있었습니다. 만, 이제는 그렇게 느껴지는군요.” 나는 혹시나 해서 디아나의 뒤에 가만히 서있던 바넷사에게 안심하라는 듯 말을 건넸지만, 그런 내게 돌아오는 건 바넷사의 차가운 시선뿐이었다. 아, 나 혹시 괜한 소리를 했나? “흐으응. 바넷사하고 시시덕거린 건 부정 안하는구나.” “아니. 야. 잠깐. 그거야…그러니까…그…너도 알잖아?!” “뭘?” “아오 진짜!” “푸흣. 바보. 농담이야.” 내가 답답하다는 듯이 가슴을 치자, 사라는 그제야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농담할 분위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장난 따먹기나 한 것처럼 되어버렸잖아. 아니. 이건 사라가 이런 분위기가 되도록 유도했다고 봐야 되는 건가? 자기 때문에 무거워진 분위기는 자기가 수습하겠다는 건가. “다녀와.” “응? 넌?” “난 여기서 다른 사람들이랑 할 얘기가 있어.” 사라는 그렇게 말하고, 다른 사람들을 힐끔 둘러봤다. 여전히 디아나와 레이아는 뭔가 생각에 잠긴 것 같은 표정이었고, 마틸다는 사라에게 미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기절해있느라 얘기를 듣지 못한 실비아만이, 지금의 분위기에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분위기 파악은 한 건지 구석에 조용히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상황에 안 맞게 귀엽단 생각이 들어버렸다. 뭐, 실비아 쟤는 굳이 이럴 때가 아니더라도 나랑 같은 공간에 있을 땐 구석에서 조용히 있기는 하지만. 하지만 할 얘기가 있다니. 설마 복수에 관한 걸 전부 얘기하겠다는 건가? 왜?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아니. 만약 얘기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나도 그 자리에 같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거의 계획을 주도한 건 나였는데? 하지만 오늘은 꼭 레이첼 누님을 보러 가야 할 것 같고…으아아! 그러니까 요즘 왜 이렇게 일들이 연달아 터지는 거야! 에잇!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얘기를 빨리 끝내고 오늘 안에 무조건 레이첼 누님도 보러 간다! “그런 거라면 나도 같이 할게.” “됐으니까. 구원이 있으면 농담이나 하고 얘기가 탈선하고 괜히 복잡해지니까.” “야. 아무리 나라도…아무튼 이번만큼은 네가 뭐라고 하더라도 안 물러날 거야.” 레이첼 누님을 보러 가는 걸 뒤로 미루면서까지 도와주겠다고 한 나를 오히려 방해된다는 듯이 말하는 사라. 그런 사라의 태도에 처음엔 살짝 욱했었지만, 나는 이내 그게 사라가 날 도발해서 쫓아내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라는 걸 깨달았다. “하여간 이럴 때만 쓸데없이….” “쓸데 있을 때만 그러는 걸 잘못 말한 거겠지?” 중간에 말을 바꾸는 날 보고 자신의 계책이 실패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사라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투정하듯 중얼거렸다. 물론 나는 그런 투정조차도 가볍게 흘려 넘겨버렸다. 그렇게 해서 나는 오랜만에 사라의 고집을 꺾고, 대화에 참석하게 됐다. “그래서, 할 얘기란 것이 대체 뭔가?” 그렇게 다들 식사를 마친 후 한 자리에 모이자마자, 디아나가 기다렸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하는 말과는 달리, 그 말투는 마치 지금부터 우리가 할 말이 뭔지 알고 있는 것 같은 말투였다. “할아버지의 복수에 대한 얘기에요. 이대로 놔두면 여러분이 저와 구원을 살인범 같은 걸로 오해할 것 같으니까요.” 사라야. 말투만 장난기 넘치게 한다고 분위기가 밝아지는 게 아니야. 하는 말은 전혀 장난이 아니잖아. 무거워. 무겁다고. 아니. 무거운 걸 뛰어 넘어서 살짝 무섭기까지 해. 아무튼 그렇게 운을 뗀 사라는, 천천히 우리의 복수에 대한 얘기를 털어놨다. 포츠의 여자를 빼앗고 영원히 치유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줘서 붕괴를 시키려했지만, 사고가 나는 바람에 결국 녀석이 자살해버린 것까지. 사라는 거의 정확히 모든 사건을 털어놓았다. 다만 나와의 견해 차이가 있는 부분도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중간 중간 계속해서 내가 끼어들었고, 결국 우리는 말싸움까지 하게 되어버렸다. “그러니까 구원은 제가 억지를 부려서 강제로….” “아니. 난 그때 복수라는 명목으로 너희 몰래 다른 여자랑 즐겨댔어. 물론 그땐 너희의 마음을 서로 확인한 때가 아니기는 했지만, 쓰레기였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내가…!” “너야 말로 모르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시끄럽네! 조용히 하게! 이 몸들이 자네들 사랑싸움이나 보려고 모였는지 아는가?!” 그리고 그런 우리를 디아나가 고함을 질러서 말렸다. 디아나는 그대로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사라와 내 머리에 꿀밤을 한 대씩 먹였다. “결국 얘기의 요점이 뭔가?!” “그러니까 구원은 아무 잘못이….” “무슨 소리야! 애초에 계획도 내가 짠 거잖아!” “그, 그것도 결국 내가…! 이씨! 이러니까 같이 말하러오기 싫었던 거야! 왜 내 말대로 안 따라줘?! 나만 나쁘게 되면 구원은 아무 일 없이…!” “왜냐하면 내 말이 사실이니까! 아예 비밀로 할 거면 몰라도 이 상황에서 얘들한테 거짓말까지 하긴 싫어!” “이 바보가 진짜…!” “그러니까 이 몸 앞에서 사랑싸움하지 말라고 했네! 그리고 자네들이 뒤에서 그런 짓을 한 건, 굳이 말 안 해도 진즉에 알고 있었네!” “뭐, 뭐?!” “뭐라고요?!” “네에?!” 그리고 이어지는 디아나의 고함에, 우리는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도 그럴 게, 뭐? 다 알고 있었다고? 아니. 그야 아예 짐작을 못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쉬쉬해도 포츠가 여관에서 죽은 건 소문이 퍼질 수밖에 없는 일이었고, 그런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 나와 사라가 곧바로 이어진 거다. 뭔가 수상하다고 느낄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 그러니 디아나나 레이아가 아까 뭔가 눈치 챘단 반응을 보인 것도, 어쩌면 할아버지의 복수란 단어로 대충 사건의 관계성이 보인 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디아나의 지금 말투는, 대충 짐작했다는 수준이 아니라 전부 알고 있었다는 말투잖아? 물론 레이아는 디아나가 알고 있었단 사실을 몰랐는지, 우리랑 같이 화들짝 놀란 반응을 보여줬지만 말이다. “자네가! 케이트양을! 이쪽으로! 보낸 건! 잊었는가아!” 디아나는 내 머리를 한 손으로 톡톡톡톡 때려대면서 화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뭐, 뭐?! 잠깐. 케이트가 여기 왔었어!? 아니, 그걸 또 전부 얘기했어!?” “그럼 마법사가 이 몸의 남자와 관계를 가지고 계속 비밀로 하고 다닐 줄 알았는가!? 진즉에 알고 있었네!” “그, 그럼…내가 한 짓을 디아나는….” “말해두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건 아닐세. 방식이 비열하다고 생각하고, 일을 저지르기 전에 이 몸에게 상담하지 않은 것도 마음에 안 드네! 하지만…사라양의 마음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네. 그리고 결국 그 자가 죽은 것도, 자네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니 계속 아무 말 않고 있었던 걸세.” 디아나는 내 머리를 두드리던 손으로 이번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결국 이러니저러니 해도 제일 어른스러운 디아나는, 이 사건 역시도 우리 몰래 어른스런 대응을 보이고 있었다는 얘기다. “디아나….” 나는 그런 디아나에게 감동하면서도, 아직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는 없었다.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던 디아나와는 달리, 진짜 고비가 남아있었으니까. 나는 이번엔 나머지 셋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말 안하고 있어서 미안해.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런 놈이야. 마냥 착한 놈은 아니지. 너희가 생각하는 내 모습과 다를 수도 있어. 실망시켰다면 정말 미안해. 하지만 내가….” 이번 고백으로 인해 내 이미지가 와장창 깨졌을 지도 모른다. 그나마 실비아나 마틸다는 괜찮을지도 모른다. 둘 다 나랑 있으면 상태가 이상해져서 그렇지, 내가 마냥 착한 놈이 아니란 건 충분히 알고 있을 테니까. 애초에 이런 관계가 되기 전에는 실비아는 무뚝뚝했었고, 마틸다는 나한테 막대해졌었으니까. 하지만 레이아는 다르다. 레이아는 나에 대한 환상을 너무 심하게 가지고 있는 바람에, 나도 레이아의 앞에선 최대한 몸가짐을 조심해왔었단 말이지. 하지만 이제 그 환상이 깨진 거다.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단 생각에 사라에게 독박 씌우지 않고 전부 다 솔직히 말했지만, 레이아의 반응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구원씨. 괜찮아요.” 하지만 그런 반응을 보이는 날 보고, 레이아는 내 두 손을 자신의 손으로 포개듯 감싸서는 자신의 풍만한 가슴팍에 꼬옥 끌어안았다. “언젠가 한 번 말한 적 있죠? 전 구원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마냥 착하지만은 않다고.” 확실히 레이아가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은 있다. 물론 나는 그 말을 레이아가 내게 한 유일한 거짓말로 기억하고 있지만 말이야. 우리 천사님이 천사가 아니면 세상에 누가 천사겠어. 천사는 레이아야. “전 어린애가 아니에요. 이 세상 그 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쯤 알고 있어요. 설령 그게 구원씨라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레이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내 손을 가만히 쓰다듬더니, 이번엔 살짝 딱딱한 표정을 지으며 날 바라봤다. 익숙하지 않은 것 같은 그 표정은 솔직히 말해서 흐뭇한 감상마저 들만큼 귀여우셨지만, 나는 긴장한 표정으로 레이아를 마주 봤다. “물론 구원씨와 사라씨가 하신 행동은 아주, 아주 잘못되셨어요. 아무리 복수라고 하더라도, 좀 더 정당한 방법이 있었을 거예요. 게다가 그 복수의 대상뿐만 아니라 아무 관계도 없는 여성분마저 말려들게 된 거잖아요? 솔직히 구원씨에게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 되겠죠.” 죽자. 천사님을 실망시켰다니. 죽자. 지금 당장 죽자. 나란 놈은 더 이상 살아갈 가치가 없어. 난 버러지야. 이 세상에 아무짝에도 도움이 안 되는 버러지야. “하지만, 전 구원씨가 같은 잘못을 두 번 저지를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라씨가 죄를 뒤집어쓰려고 했는데도 나서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어요. 조금 질투심이 날 정도로 멋졌는걸요.” 이번에는 살짝 삐진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레이아는 내게 눈을 흘겼다. “그러니까…다신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맹세해주실 수 있죠?” “응. 맹세할게.” 천사님의 그 자애로우신 말씀에, 나는 이끌리듯 반사적으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 내가 대답한 순간, 레이아는 방 전체가 밝아질 듯이 환하게 웃으며 내 입술에 살짝 키스를 해줬다. “그럼 저도 더 이상 아무 말 하지 않을 게요. 전 구원씨를 믿어요. 어쩌다 가끔 잘못된 길을 걸을 지라도, 결국엔 옳은 길을 걸을 거예요. 구원씨는 그런 분이에요.” 크으윽. 천사님…. 천사니이임…! 내 마음의 더러운 부분이 정화되어가는 기분이야. 어쩜 이렇게 한결같이 천사 같으실까. “하아. 멋진 부분은 레이아씨한테 전부 뺏겨버렸네요.” 그리고 그런 우리를 보면서, 마틸다는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크게 한숨을 내쉬면서 중얼거렸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저번 화를 조금 수정했습니다. 실비아가 자신의 퀘스트는 키스라고 대답하자 구원이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있는데, 이는 설정 오류였습니다. 그 전에 이미 구원이 사도 임명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장면이 있었죠. 그래서 구원이 그 부분을 지적하는 장면을 추가했습니다. 쓰면서 계속 찝찝하기만 하고 기억이 안 났는데 댓글로 지적해주신 다음에야 기억이 났네요. 지적해주신 i74님 감사합니다.   601 <-- 집사의 본심 --> “그 말은 너도 괜찮다는 말이야? 하지만 정말로 괜찮아? 그…추기경 입장으로서 라든가.” “추기경인 것과는 무슨 상관 인가요? 추기경이라고 해서 그런 행동의 옳고 그름까지 판단할 자격이 있다는 건 아니에요. 여신님도 아닌 일개 성직자가 어떻게 그런 권한이 있겠어요. 그리고 애초에 여신님에 가장 가까운 존재는 당신이잖아요?” 아니. 추기경은 일개 성직자가 아니라고 생각해. 추기경대접이라곤 한 번도 해준 적 없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리고 내가 여신님에 가까운 존재라니. 그야 뭐 여신님의 사자라고 떠들고 다니긴 했지만 말이야. 난 이 세계에 오기 전까진 여신님의 교리를 따르기는커녕 그 존재조차도 몰랐던…게임한 것도 교리에 따른 걸로 쳐주나? “그러니 제가 더 할 말은 없어요. 저 개인적인 판단에 따르자면…레이아씨와 같아요. 앞으로 더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더 할 말은 없어요.” 마틸다는 레이아에게 아까와 마찬가지로, 마틸다는 재미없다는 듯 입술을 삐죽이면서 그렇게 말하는 걸로 내 행동을 용서해줬다. “그리고 입장을 생각한다면, 저보다 실비아씨를 더 신경쓰셔야하는 것 아닌가요? 그냥 성직자인 저와 달리 실비아씨는 나라에서 일하시는 기사님이라고요.” 헛! 그, 그러고 보니! 실비아의 평소 이미지 때문에 실비아라면 내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용서해줄 거라는 생각이 무의식중에 있었던 걸까? 실비아가 용서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얘는 기사님이잖아. 원래 세계로 따지자면 쉽게 말해서 경찰 겸 군인이라고 볼 수 있는 기사. 마틸다가 그걸 지적함으로써 우리의 시선이 일제히 실비아에게 쏠리게 됐다. 그리고 그 당사자인 실비아는 자신이 주목을 받을 거라곤 상상도 못 했었는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저, 전…구원님의 곁에 오는 순간부터 기사의 직위를 버렸….” 그리고는 설마 했던 기사 직위 포기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아니. 실비아야. 네가 나 상대로 엄청나게 무른 건 잘 알겠는데 말이야, 그렇다고 기사를 버릴 건 없잖아. “야. 왕실친위대 기사님. 자기 직위 버리려고 하지 마라.” “저, 정말로…!” “그건 예전에 성노예로 받아달라고 했을 때 얘기잖아? 나랑 잘 풀리고 나서 공주가 계속 기사 직위 유지하게 도와준 거 여기에서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너 일단 명목상으론 여기 파견 온 거잖아.” “아우으…하, 하지마안….” 기사로서의 자신을 저버리려 하는 실비아에게 주의를 주자, 실비아가 머리를 감싸 쥐며 고뇌에 빠졌다. 저렇게 나온다는 건, 실비아 본인은 내 행동을 용서할 생각이 있어도 기사로선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는 건가? “역시 기사로선 내 행동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만에 하나 기사로서의 실비아가 내 행동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여 내 곁을 떠난다면…그렇게 생각하니 나는 절로 우울한 기분이 됐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다. 과거 일은 돌이킬 수 없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난 아마 똑같은 짓을 저지를 거다. 레이아나 마틸다에게 다신 안 그러겠다고 했지만, 그건 더 이상 그럴 녀석이 없기 때문이다. 녀석은 다른 것도 아니고 감히 내 여자를 강간하려 든 녀석이니까. “아, 아닙니다! 전혀 문제될 것 없습니다! 그런 살인자에 강간범은 어차피 그냥 잡혀도 사형입니다! 그 집행을 여신님의 사자이신 구원님이 도와주신 거니, 아무 것도 문제될 것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우울해진 걸 실비아도 눈치 챘는지, 실비아는 황급히 양손을 좌우로 파닥거리면서 날 달래듯 그렇게 말했다. “…나 일단 그 때는 지금처럼 다들 알아 모시는 여신님의 사자가 아니었는데?” “구원님은 이 세상에 올 때부터 여신님의 사자로 오신 것이니 아무 문제될 것 없습니다!” “…그건 좀 제멋대로인 판단 아니냐? 만약 제대로 걸렸으면 역시 문제인 거지?” 모처럼 실비아가 날 두둔해주고 있는 거니까, 사실은 내가 이런 질문을 할 필요는 없다. 아니. 오히려 고마워해야한다. 하지만 뭔가 실비아가 허둥지둥 당황하는 게 재미있어서, 나는 반사적으로 계속 실비아를 놀리듯 그런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과연 이번 질문만큼은 말문이 막혔는지, 실비아는 잠깐 생각하는 것 같더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중얼거렸다. “괘, 괜찮습니다! 저, 저희 바벳가의 힘이라면….” “야. 갑자기 악덕 귀족처럼 굴지 마라.” “아흐으읏…!” 나는 결국 실비아의 머리를 가볍게 톡 때리며 제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내 공격에 실비아는 자지러지듯 물러났다. 이마를 감싸고 있는 걸 보니, 내 손바닥이 우연히 스친 모양이다. 다른데도 아니고 이마에 저런 반응을 보이다니. 사도인장 위치를 잘못 새겨놨나? 아니. 뭐, 내가 만지는 것만 아니면 괜찮은 모양이지만. “이 자의 말이 맞네. 아무리 그래도 그런 발언을 하다니. 자네 어머니도 실망할 걸세.” 그리고 내 옆에서 디아나도 실비아를 꾸중하듯이 한 마디 했다. 그러고 보니 디아나가 펠리시아랑 실비아 어렸을 때 가정교사 노릇을 한 적도 있다고 했던가? “하, 하지만 구원님을 위해서라면…!” “떼끼. 실비아양. 아무리 그래도 청렴하고 공명정대하기로 유명한 어머니의 이름에 먹칠을 하려 들어서야 되겠는가.” 마치 가정교사에게 가르침을 받는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이, 이마를 부여잡은 실비아는 계속해서 떼를 쓰듯 말했다. 그리고 디아나 역시도 가정교사가 된 것처럼 엄하게 계속 훈계를 늘어놨다. 뭔가 훈훈한 광경이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갑자기 실비아가 반격을 시도했다. “디, 디아나님도 쿠데타를 일으키려고 하지 않았습니까아…!” 설마 실비아가 저런 식으로 디아나를 공격할 줄이야. 쟤 혹시 내가 이마 만졌다고 패닉상태가 된 건가? 뭐, 아까도 기절할 정도로 놀랐으니 이상한 건 아니지만. “으햐아앗! 그, 그것과 이건 얘기가 다르지 않은가!” 디아나도 설마 실비아가 자신에게 저렇게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지, 엄청나게 당황하면서 팔을 파닥거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놔두면 조금 위험할지도. 흐뭇하게 둘의 말다툼을 구경했던 나였지만, 슬슬 끼어들 때인 모양이다. “둘 다 그만해. 요는 너희가 그런 짓을 할 일이 없도록 내가 처신을 잘 하면 되는 거잖아? 앞으론 그런 일 없을 테니까.” “그렇네! 자네가 문제일세!” 어, 어라? 난 그냥 중재를 하려고 한 건데 왜 갑자기 내게 집중공격이?! 교실에서 싸우는 친구 둘을 말리다가 중간에서 펀치를 한 대 얻어맞은 그런 기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애들처럼 싸움에 참전하진 않을 거지만 말이다. “그래. 그래. 너희가 내 일만 되면 자기 명예든 뭐든 다 내팽개치고 일을 저지를 거란 건 잘 알겠으니까.” “흐으으읏….”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디아나는 말없이 날 토닥토닥 때려댔고, 실비아는 이상한 소리를 흘리며 방구석으로 가서는 벽을 바라보고 쪼그려 앉았다. 실비아야. 쥐구멍에 숨고 싶을 만큼 부끄러운 건 잘 알겠는데, 그런다고 숨어지는 거 아니다. “아무튼 할 얘기는 이걸로 끝이야. 다들 이해해줘서 고마워.” “정말 고마워요.” 내가 그렇게 얘기를 마무리 짓자, 사라도 고개를 숙여 모두에게 인사를 했다. 솔직히 복수가 우리 계획대로 진행된 건 아니라, 사라도 그 후에 찝찝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었으니까 말이야. 이렇게 털어놓고 다른 애들이 이해해준 것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괜찮아요. 사라씨도 힘드셨을 텐데 그동안 알아주지 못해서 미안해요.” 게다가 비밀을 공유함으로서 우리 사이가 더 돈독해진 기분마저 들었다. 그리고 레이아는 천사다. “아무튼 다음부턴 그런 일이 있으면 반드시 이 몸에게 먼저 말하는 걸세. 알겠는가?” “쿠데타 일으켜주게?” 어른스럽게 한 마디 했던 디아나였지만, 내가 농담을 건네자 다시 내게 달려들어 토닥토닥 공격을 감행해왔다. “일으킬 걸세! 뭐 문제 있나아?!” “너 방금 전에 실비아한테 그러지 말라고 설교하지 않았었냐?” “이 몸은 바벳가와 달리 명예 같은 거 없네!” “야. 모든 마법사의 우상. 대마법사님. 너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몸 맘일세!” 이런. 너무 놀렸나. 디아나가 이성이 사라져 버렸어. 원래는 이정도 놀려선 이렇게까지 안 되는데 말이야. 역시 실비아한테 아무런 대비도 없이 한 방 얻어맞은 게 컸나. “알았어. 알았으니까. 그만 진정해. 아프다.” “그런 말을 할 거면 적어도 아픈 척이라도 하면서 하게!” “아야! 아야!” “지금 이 몸을 놀리는 겐가아?!” 아니. 아픈 척 해달라고 해서 해준 거잖아. 뭐 어쩌라고. 결국 나는 사라의 복수에 관한 얘기를 한 것만큼이나 시간을 소모한 후에야 겨우 디아나를 진정시킬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얘기가 마무리 되고 나서, 나는 드디어 레이첼 누님에게 갈 수 있게 됐다. 평소보다 점심을 빨리 먹은 것도 있어서, 아직 시간은 2시 30분쯤. 다행이도 레이첼 누님을 만나러 갔다 올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계속해서 과일 바구니를 직접 가져오는 걸 보니, 이 이상 미루면 안 될 것 같으니까 말이야. 그런 고로, 나는 재빨리 레이첼 누님에게 향하기로 했다. “저기…얘들아? 나 잠깐 밖에 다녀와도 되지? 그 왜, 사람이 건강하려면 바깥 공기도 좀 마시고….” 물론 그 전에 허락부터 받아야겠지만. “다녀오게.” 다행이도, 전에 나하고 펄슨에 관해서 걱정할 것 없다는 대화를 나눈 디아나가 내 외출을 허락해줬다. 방금 전까지 날 토닥토닥 거리고 있느라 지쳤는지, 꽤나 피곤한 목소리기는 했지만 말이다. 역시 디아나야. 어른스럽다니까. 사랑한다. “그럼 사라야. 가자!” “난 됐어.” 외출 허락을 받은 나는 혹시나 다른 애들이 반대라도 하기 전에 황급히 사라를 데리고 사라지려고 했지만, 사라는 그 자리에 버티고 앉아서 날 따라오려 하지 않았다. “그, 그 말은…외출은 불허한다는 뜻입니까?” “바보. 그런 거 아니야. 난 아까도 허락했었잖아? 그냥 혼자 다녀와. 난 방금 전 얘기 때문에 조금 피곤해서 그래.” “하지만…괜찮겠어? 너 어제도….” “어, 어젠 목걸이가 고장 난 것 같아서 그런 거고! 괜찮으니까! 전에도 구원이 올 때까지 혼자 여기서 버틴 적 있잖아?!” “너 그러고 나서 바로 어떻게 됐는지 생각해봐라. 말해두는데, 오늘 디아나 차례다.” “아, 알고 있거든!? 정말 괜찮으니까 얼른 가기나 해!” 사라는 주변에서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는 시선을 애써 외면하면서, 날 쫓아내듯 내 등을 떠밀었다. 진짜로 괜찮은 걸까? 뭐, 전처럼 하루 종일 나가있을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저녁식사 전에는 돌아올 거다. 본인도 저렇게 말하는 거고, 아마 괜찮겠지. 살짝 불안하기는 했지만, 나는 홀로 레이첼 누님에게로 가게 됐다. “구원씨!” 그렇게 해서 곧장 길드에 찾아온 나였지만, 굳이 레이첼 누님이 계신 안내데스크로 갈 필요는 없었다. 내가 길드에 입장하기가 무섭게, 누님이 먼저 내 이름을 부르며 내게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누님을 보면서, 나는 아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안내원 누님의 표본인 것처럼 언제나 그 지적인 외모를 가꿔서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레이첼 누님이, 마치 며칠 잠이라도 못 잔 것처럼 푸석푸석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원판이 어디 가는 건 아니라서 이런 모습조차도 병약한 미녀 같은 아름다움을 뽐내기는 했지만 말이다. “누, 누님? 괜찮으세요?” “그건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구원씨! 괜찮으세요?!” …괜찮냐니. 역시 그 얘기겠지? 실비아야. 잘 얘기해뒀다고 하지 않았었냐? 대체 뭘 어떻게 설명해놨기에 누님이 이렇게까지 격한 반응을 보이는 거야. “아…음…네. 괜찮은데요?” “다행이다!” 내가 살짝 당황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여주자, 누님은 바로 내 목에 매달리면서 진한 키스를 해왔다. 누님. 여기 일단 누님 직장인데요. 다들 보고 있어요. 특히 레이첼 누님의 팬인 건지 길드에 있는 몇 안 되는 남자 모험가들의 눈빛이 상당히 따갑게 느껴졌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방금 전까지 누님의 데스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가 그대로 레이첼 누님이 내팽개치고 온 여성 모험가가 재미있다는 듯 이쪽을 바라보는 것 정도일까. 그…마석 정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600화 축하도 감사드립니다. 완결까지 열심히 쓰겠습니다. 백파랑 //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602==================== 집사의 본심 “저…누님? 저도 얼굴 누님 얼굴 보게 돼서 기쁘고, 하고 싶은 말도 엄청 많이 있지만, 우선은 하던 일부터 마저 하고 오시는 게 어떨까요?” 언제까지 계속 여기서 이렇게 주목을 받고 있을 수는 없다. 그냥 길드 안내원이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모험가에게 키스를 하는 장면만 하더라도 충분히 주목받을 사건인데, 심지어 그 당사자 둘이 바로 여신의 사자와 길드장의 딸이다. 묘한 소문이 폭발할만한 조합이라는 거다. 예전의 나 같았으면 남의 눈이 있든 말든 신경조차 쓰지 않았겠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전에 성자님의 구원인지 뭔지 하면서 잘못된 소문이 얼마나 사람을 귀찮게 하는지 똑똑히 경험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지금 이 상황을 계기로 이상한 소문이 퍼진다면, 고생하는 건 내가 아니라 레이첼 누님일 확률이 높으니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평소와 상당히 다른 레이첼 누님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일단 누님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려고 했다.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요!” …응. 아무래도 묘한 소문이 퍼지는 건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그 레이첼 누님이. 연차를 너무 안 써서 쌓아두고 있다고 했을 정도로 워커홀릭이었던 그 레이첼 누님이 자신의 일을 가리키며 아무래도 좋다고 하다니.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실비아야. 혹시 누님한테 내가 죽을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말한 건 아니겠지? “에이, 누님도 참. 자, 제가 어디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까요. 일단 하던 일부터 마무리 짓고 느긋하게 얘기해요.” “알겠…알겠어요.” 내가 그렇게 다독이자, 누님은 지근거리에서 내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한동안 침묵을 유지했다. 마치 스캔을 하는 것처럼 내 얼굴을 바라보던 누님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내 손을 붙잡고. “누, 누님?! 누님?! 저 들어가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게다가 그냥 안내데스크 근처까지 데려오기만 한 게 아니라, 아예 나랑 같이 안내데스크 안쪽으로 들어가려 하는 누님. 그런 누님의 태도에 나는 당황을 감출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아뇨. 아뇨아뇨아뇨. 안 되잖아요. 안쪽에는 직원만 볼 수 있는 서류라든가, 이것저것 있을 것 아니에요. 일반인이 들어가면 안 되잖아요. 그렇게 생각은 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누님의 손을 뿌리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봐도 누님의 상태가 상당히 불안정해보였으니까 말이다. 공과 사는 완벽하게 분리하는 비즈니스 우먼 같았던 누님이 한순간이지만 일까지 내팽개치고, 게다가 항상 외모를 완벽하게 정리하고 있던 누님이 이렇게 화장기도 없이 푸석푸석한 모습을 하고 있고, 심지어 말투에서도 평소 같은 여유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이렇게 손을 잡고 가는 행동도 그렇다. 평소에 누님은 뭐라고 표현할까…일부러 애간장을 태우는 것 같은 스킨십을 해왔었는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전혀 없었다. 그런 누님의 손을 뿌리칠 수 있을 정도로 나란 놈이 매정한 놈은 아니었다. 그런고로, 나는 지금 안내원 자리에 들어와 있었다. 다행이도 누님이 의자 하나를 더 가져다준 덕분에, 나는 지금 누님의 뒤에서 앉아있었다. 한 손은 여전히 누님의 한쪽 손에 잡힌 채로. …이거. 다행이라고 해도 되는 건가? 주위의 시선이 한층 더 따가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누님은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아니. 그것보다 한 손으로도 일 엄청 잘 하시네. “네. 여기 마석 정산금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이용해주세요. 그럼 다음 분 오세요. 아! 거기! 뒤에 더 이상 줄 서지 마세요! 죄송합니다! 오늘은 옆 창구를 이용해주세요!” 누님은 빨리 말하기 대회라도 하는 것처럼 속사포로 주어진 대사를 읊으며 일을 처리해나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일단 매뉴얼대로 대사를 읊는 걸 보면, 역시 프로는 프로다. 아니. 뭐, 안내원 매뉴얼에 진짜 저렇게 말하라고 나와 있는 건지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레이첼 누님의 서두르는 모습에, 누님의 자리에 줄서있던 모험가들도 대충 분위기 파악을 해줬는지 빠르게 용건만 마치고 자리를 벗어나줬다. 하지만 모험가란 부류는 아무래도 자유로운 족속이다 보니, 전원이 그렇게 서둘러주는 건 아니었다. 레이첼 누님의 모습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마 평소에 하던 대로 느긋하게 말을 걸어오는 모험가도 있었다. “뭐야? 뒤에? 애인?” “아직 아니에요. 그래서 방문해주신 용건은 무엇입니까?” “뭐겠어. 평소처럼 마석 정산이지. 그래서. 아직 아니라는 건, 곧 그렇게 될 거라는 거?” “네. 마석 받았습니다. 정산되는 동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누님은 마치 업무만 처리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처음에 네라고 대답한 거, 나랑 곧 애인이 될 거란 얘길 긍정한 거 아니야? 그 증거로, 네라고 대답하는 순간 내 손을 잡은 누님의 손에 살짝 긴장한 것처럼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졌다. 정작 뒤에 있느라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지금 마석 받는 척 하면서 은근슬쩍 긍정한 거지? 이럴 수가! 레이첼! 나랑은 그냥 장난이었던 거야?!” 하지만 모험가의 반응을 보니, 아무래도 대답하는 순간 표정 역시도 변한 모양이었다. 모험가는 안내데스크에 두 팔을 얹고는 누님에게 얼굴을 바짝 들이밀곤 장난스럽게 말하더니, 갑자기 상처받은 표정을 지으며 연극조로 그렇게 말했다. “오해받을 소리 하지 마세요! 구원씨! 아니니까요!” 네. 누님. 저도 보는 눈이 있으니까 아닌 거 알아요.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마석 정산 받고 있는 모험가 녀석, 여자인 걸요. “여기 마석 정산금입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이용해주세요!” “어쩜 이리 박정할 수가! 레이첼! 그 날 밤의 일을 벌써 잊어버린 거야!? 그 잘 여문 가슴이 내 손안에서 찌그러지며 이리저리 모습을 바꾸고, 그 탐스러운 허벅지가 내 허벅지를….” “없는 소리 지어내지 마세요! 그리고 여자끼리도 성희롱은 성립되거든요?!” 그렇게 외치는 누님은 상당히 흥분한 건지, 단정하게 머리를 묶어서 환하게 드러나 있는 목덜미가 새빨갛게 물드는 것이 보였다. “어머, 무서워라. 그렇게까지 흥분할 거 없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험가는 여전히 장난스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역시 모험가란 녀석들은 이런 녀석이 많은 건가? 그러고 보니 가끔 다른 모험가랑 대화를 나눌 때도, 초면에 나랑 아무렇지 않게 장난을 주고받는 놈들이 상당히 많았던 기분이 든다. 그런가. 누님은 항상 이런 녀석들을 상대하고 있는 건가. 왠지 누님이 내 장난에도 어른스런 태도를 유지하고 있을 수 있었던 이유를 조금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내가 눈앞의 저 모험가처럼 분위기 파악 못하고 아무 때나 장난질을 해대는 건 절대…아니라곤 말 못하지만. 그, 그래도 저 정도는 아니잖아? “볼 일 마쳤으면 좀 가세요!” “아직 안 끝났대도. 아, 5계층 지도도 하나 보여줘.” “네? 5계층을요? 이미 가지고 계시잖아요?” “그게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더라고. 아무래도 잃어버렸나봐.” 누님은 의심스럽다는 듯 모험가를 쳐다봤지만, 모험가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능글맞게 그렇게 대답했다. “모험가가 지도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러자 누님은 곧바로 모험가를 꾸중하듯 그렇게 말했다. 그런 모험가의 능글맞은 태도에도 불구하고, 누님은 일단 안내원으로서의 본분은 다 할 모양이었다. 하긴. 예전에 내가 처음 보자마자 누님을 헌팅하려 했을 때도 일단 모험가 등록은 끝까지 시켜줬지. 안내원이라는 거, 생각보다 훨씬 힘들구나. 아무튼 누님은 내 등 뒤에 있는 선반에서 지도를 찾으려는 건지, 대답과 동시에 몸을 돌렸다. 물론 나는 방해가 되지 않게 의자에서 일어나서 옆으로 비켜서려고 했다. 아니. 이왕 이렇게 된 거, 은근슬쩍 안내 데스크 밖으로 나가 있어도…. 그런 계획까지 꾸몄던 나였지만, 그 계획은 누님에 의해 간단히 좌절되고 말았다. “앉아계세요!” “네? 아니. 하지만….” “괜찮으니까요!” 누님은 날 절대 자신의 곁에서 떼어놓지 않겠다는 듯 내 어깨를 눌러서 강제로 의자에 다시 앉히고는, 그대로 내 허벅지 위로 올라와 내 등 뒤에 있는 선반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니. 아니아니. 누님. 이거 위험한 거 아니에요? 저희 지금 남들이 보면 엄청나게 오해받을 자세가 됐는데요?! 여기 누님 직장이잖아요?! 풍기 문란 아니에요?! 아주 잠깐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안면 전체를 감싸는 풍만한 감촉에 의해 그런 생각들은 순식간에 연기가 되어 흩어져버렸다. 풍기문란이든 뭐든 알게 뭐야. 난, 지금의 이 순간을 즐긴다! 부드러운 가슴이 타이트한 안내원복에 감싸여서, 뭐라 형용하기 힘든 아름다운 감촉을 내 얼굴 전체에 선사해줬다. 밀려들어오는 행복감에, 나는 저도 모르게 한 손을 들고는 엄지를 척 세웠다. 누님에게 가려져서 보이지는 않지만, 지금도 안내데스크 너머에 있을 이름 모를 모험가를 향해. “큭. 크큭.” 내 그런 반응이 재밌었던 건지, 안내데스크 너머로 모험가가 낮게 웃음을 참는 것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후우. 여기 있다. 응차.” 아무래도 5계층 지도는 조금 높은 곳에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5계층에 갈 수 있는 모험가 자체가 얼마 없을 테니까 말이야.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은 물건은 그런 곳에 두는 거겠지. 아무튼 누님은 내 얼굴에 가슴을 꾸욱 밀어붙이며 지도를 한 장 꺼내더니, 내게서 떨어지려고 했다. “으아아…내 가슴이….” “뭐, 뭐라고요?”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위험해. 저도 모르게 생각이 입 밖으로 흘러나와버렸잖아. 거기! 이름 모를 모험가! 남의 일이라고 웃지 마라! 넌 이 가슴이 가진 마성의 매력을 몰라서 그래! “하아…정말로….” 그리고 그런 내 허벅지 위에 올라타서 날 가만히 내려다보던 누님은, 이내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자, 여기. 5계층 지도에요. 모험가는 지도가 생명줄이니까 또 잃어버리면 안돼요? 베테랑이신 분이 그러면 어떻게 해요!” 그리고 누님은 다시 설교 모드로 들어가서는,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는 듯 강한 어조로 그렇게 말했다. 하긴. 누님은 던전에서 모험가가 실종되면 스스로 찾으러 나설 정도로 던전에서 아는 모험가가 해를 당하는 게 싫은 모양이니까 말이야. 저번에 3계층에서도 그랬고, 나 때도…어? 잠깐만. 그렇다는 말은 즉, 혹시 지금 나도 던전에서 뭔가 안 좋은 일을 당했다고 생각해서 저렇게 심각하게 걱정한 건가? “미안. 미안. 그만…아.” 하지만 그런 누님의 태도에도 모험가는 가벼운 말투고 그렇게 건성건성 대답하더니, 갑자기 주머니에 넣고 있던 한 손을 뺐다. 그리고 그 손에는 너덜너덜해 보이는 종이 쪼가리 하나가 들려있었다. “미안. 여기 있었네?” “뭐라고요?! 당신 일부러…!” “미안! 레이첼! 다음에 봐! 마석 정산 고마워!” 누가 봐도 일부러 그러는 게 뻔히 보이는 그 모습에, 레이첼 누님도 드디어 폭발하려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레이첼 누님이 어떤 태도를 보여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하던 모험가도, 이번만큼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대로 뒤로 내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날 향해 엄지를 들어 올리는 모습은, 뭐라고 해야 할까…저 녀석이랑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드디어 누님의 자리에 줄서있던 모험가들은 전부 처리했다. “정말! 언제나 장난만!” “저, 저기…죄송합니다.” 분통을 터뜨리는 레이첼 누님을 보고, 괜히 찔리는 게 있는 나는 반사적으로 사과를 하고 말았다. 누님은 그런 날 보고 의아한 듯 고개를 한 번 갸웃거리더니, 이내 장난스런 미소를 지으며 내 가슴을 손가락 끝으로 콕콕 찔렀다. “뭐에요. 구원씨. 평소에 자기도 그런다는 자각은 있는 모양이네요?” 아, 평소의 레이첼 누님으로 돌아왔다. 그 미소를 보는 순간, 나는 그렇게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제가요? 아뇨. 그럴 리가요?” 나는 일부러 엄격 근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대답했고, 누님은 그런 날 보며 재미있다는 듯 쿡쿡 웃을 뿐이었다. “후훗. 그럼 여기에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조퇴 신청하고 올 테니까요.” 누님은 내 뺨에 가볍게 키스를 해주고는, 그대로 내게 멀어져 이 자리에서 한층 더 안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뇨. 누님. 그동안 저 계속 여기에 있으라고요? “저, 저기…모험가 신청은 여기서 하면 되나요?” “…옆 데스크로 가라.”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약속했던 연참은 지금부터 써서 올리겠습니다. 아마 세 시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닭구 // 오타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603==================== 집사의 본심 누님 말대로 연차가 쌓여있기 때문인지, 누님은 아무 문제없이 조퇴를 허가받고 방에서 나왔다. “구원씨, 저 왔…꺄악! 이, 이게 뭐에요?!” “…제가 묻고 싶어요. 그러니까 옆 데스크로 가라고!” “여, 여긴 끝났어요! 죄송해요! 여러분! 옆 창구를 이용해주세요!” “쳇. 결국 이번에도 여자 데리고 있는 거네.” “아깝다. 역시 저거 성자 맞지? 옆에 여자 안 끼고 혼자 있는 건 진짜 보기 드물었는데.” “그러게 말이야. 언제 시간이나 되나 물어봤어야 됐는데.” 누님이 데스크 위에 옆 데스크로 가 달라는 팻말을 올려놓은 후에야, 내 앞에 쭈욱 일렬로 길게 늘어져있던 줄이 해산하기 시작했다. 저 팻말, 미리 올려놔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내가 고생할 일도 없었는데 말이야. 아니. 왜 나한테 와서 안내를 받으려고 하는 거지? 척 보면 나 혼자 안내원복장 안 입고 있는 거 모르나? 그리고 으스대는 것 같아서 이런 말까지 하고 싶진 않지만 말이야, 이젠 나도 유명인 아니야? 좀 눈치 채라고. 성자라고. 성자. 너희 전부 여신님 신자일 거 아니야. 뭐, 개중에는 날 알아보고서도 일부러 이쪽으로 다가와서 장난치던 녀석들도 있지만 말이다. 특히 마지막에 혀 차면서 사라지던 녀석들. 저 녀석들은 확실히 알고 그런 거다. 뭐, 인기가 많다는 게 기분 나쁜 일은 아니지만 말이야. 그런가. 지금까지 나한테 여자들이 추파를 안 던졌던 건, 옆에 우리 애들이 착 달라붙어 있어서 그랬던 건가. 그러고 보니 유명해지고 나서 우리 애들이랑 떨어져서 다닌 기억이 거의 없다. 여기 왔을 때처럼 혼자 길을 걸을 때도, 기본적으로 신체능력을 살려서 뛰어다니니까 말이야. “자, 그럼 갈까요?” 누님도 모험가들이 사라지면서 한 얘기를 들은 건지, 마치 경계하듯 주위를 둘러보며 그렇게 말하고는 은근히 내 소매를 당기며 앞장서기 시작했다. 다녀오면서 화장도 하고 온 건지, 아까 전의 푸석푸석한 모습과는 달리 지금의 누님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눈 밑의 기미는 화장으로 다 가려지지 않았지만 말이다. 손끝으로 내 소매만 붙잡고 가는 누님의 손을 살며시 마주잡아주자, 누님은 그제야 살포시 웃으며 내 팔에 팔짱을 껴왔다. 팔에 가슴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같았지만, 걸을 때마다 살짝살짝 닿는 게 오히려 더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전엔 이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말이야. 그 사이에 또 사람 애태우는 기술이 늘어난 모양이다. 아무튼 길드 근처의 카페, 전에 사라랑 셋이서 온 적도 있는 그곳에 도착한 우리는 간단하게 주문을 마치고 겨우 서로를 마주보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래서. 구원씨. 오늘은 무슨 일로 오셨어요?” “…누님.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하는 건 너무 무리수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말을 건 누님이었지만, 과연 이번만큼은 나도 딴죽을 걸지 않곤 있을 수 없었다. 누님도 스스로 무리수를 던졌다는 자각은 있는 건지, 내 말에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 “모, 몸은 조금 어떠세요? 던전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모양이던데요?” “걱정해주셨어요?” “당연하잖아요. 불안해서 눈물로 베개를 적시느라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였단 말이에요.” 내가 일부러 장난스럽게 질문하자, 누님도 장난스럽게 흑흑하고 우는 시늉을 하며 대답해주셨다. 하지만 나는 그 장난스런 말에 진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실비아가 대체 뭐라고 했는데 그렇게 걱정을 하셨어요?” “그냥 구원씨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오늘은 마석 정산 없이 귀환 보고만 하겠다고만…. 실비아씨는 원체 무뚝뚝하신데다가 그 날은 다급해 보이기까지 하셔서 그 이상 자세한 말은 들을 수 없었어요.” 누님의 그 말에 잠깐 위화감을 느낀 나였지만, 이내 무슨 말인지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실비아 그 녀석, 나 없을 땐 나른하다고 해야 할까 멍한 표정으로 무뚝뚝하게 할 말만 하지. 게다가 얼른 내 곁으로 돌아오고 싶었을 테니, 진짜 짧게 할 말만 대충 전하고 빠진 모양이다. 실비아 그 녀석…제대로 말했다고 한 주제에. 아니. 일단 할 말은 제대로 전한 게 맞긴 맞는데 말이야. 이왕이면 좀 가볍게 설명할 수도 있었잖아. 하긴 실비아 자신부터 가볍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그런 것까지 바라는 건 욕심이 과한 건가. “그래서 저, 불안해서 불안해서…정말! 멀쩡하시면서 곧장 찾아오지 않으신 구원씨 잘못이라고요! 다른 여자들이 있더라도 아무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게 해준다고 말했으면서.” 말하면서 점점 불안해하던 기억이 떠오른 건지, 레이첼 누님의 목소리가 점점 더 침울해져갔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모습을 깨달은 레이첼 누님은, 침울한 모습이 장난이었다는 것처럼 가볍게 내 코끝을 손끝으로 톡 건드리며 꾸중을 하듯 그렇게 말했다. “저, 죄송합니다. 그게. 전 정말 아무 일도 아니었는데, 우리 애들이 밖에 나가질 못하게 해서요.” 그렇게 억지로 밝게 말하는 레이첼 누님의 모습이 오히려 더 구슬프게 느껴져서, 나는 제대로 고개를 숙여서 사과를 했다. 사실 빨리 올 수 없었던 이유가 우리 애들한테 외출 금지령을 선고받은 것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 얘기는 굳이 할 필요 없겠지. 지금 바넷사 얘기를 꺼냈다가는 괜히 레이첼 누님 기분만 안 좋아질 것 같고. 그게 아무리 깊은 트라우마에 관련된 얘기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밖에 못 나가게 했다니…대체 무슨 일이었는데요? 정말 괜찮으신 거 맞죠?” 내 외출 금지령 얘기를 듣고 불안해 진 건지, 레이첼 누님은 다시 표정을 흐리게 만들며 내 안색을 살피는 모습이었다. “정말이라니까요. 그냥 전에 제가 4계층에서 조난을 당했잖아요? 그때 혼자 있기 심심해서 친…장난감을 하나 만들었는데, 이번에 4계층으로 갔다가 우연히 그때 그걸 발견했거든요. 그래서 그거 보고 반가워했더니, 애들이 트라우마가 재발했다느니 뭐니 호들갑을 떤 것뿐이에요.” 펄슨…. 친구를 친구라 부를 수 없는 날 용서해다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의 마음이 이러했을까. 그런 씁쓸한 심정이 표정으로 드러난 건지, 레이첼 누님은 내 해명에도 완전히 의심을 거두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그, 그렇군요. …정말로 괜찮으신 거 맞죠?” “저, 정말로 괜찮다니까요! 그, 그보다 누님은 왜 그러신 거예요?” 이대로 이 얘기가 계속되면 결국 펄슨 얘기가 나오게 될 거고, 그럼 레이첼 누님도 우리 애들처럼 과민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황급히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네, 네?! 뭐가요?” “과일 바구니 말이에요. 그거 무슨 암호에요?” “아, 암호라니…. 그냥 병문안 선물인데요?” 아무래도 암호 같은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뭔가의 신호나 암호 같은 게 아니라면, 오히려 의문이 더 커질 뿐이었다. “그럼 며칠 동안 병문안 선물만 주고 가신 이유가 뭐에요? 그것도 매일같이. 제 얼굴도 보러 안 오시고. 제 상태가 궁금하셨던 거 아니에요?” “그, 그건….” 내 질문에 대답할 말이 궁해진 건지, 레이첼 누님은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이고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진짜로 대체 무슨 일인 거람. “레이첼 누님?” “마, 만약…. 만약 구원씨의 얼굴을 보러갔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을 못하는 누님. 참다못한 내가 이름을 부르자, 레이첼 누님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입을 열고는 쥐어짜내는 것 같은 고통스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랬는데…만약 구원씨의 상태가 위험한 상황이라면…전…저는….”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심지어 눈물까지 흘리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레이첼 누님.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켜서 테이블 너머로 가늘게 떨리는 그 어깨를 감싸 안고 다독여줬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누님. 전 아무 문제없으니까요.” “흐윽…네….”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낮게 흐느끼던 누님은, 꽤나 시간이 흘러서야 겨우 몸의 떨림이 진정됐다. 그러더니 이번엔 내 가슴팍에서 낮은 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후훗. 어때요?” “엥?” “조금은 죄책감이 생겼나요?” 내가 몸을 떼고 누님의 얼굴을 바라보자, 누님은 눈가를 빨갛게 물들이면서도 손으로 입을 가리고 쿡쿡 웃고 있었다. “이렇게 구원씨만 바라보며 기다려준 좋은 여자를 며칠 동안이나 방치하고 있었던 벌이에요.” 그리고는 멍하니 바라보는 내게 손을 뻗어서, 누님은 이번에도 검지 끝으로 내 코끝을 톡 하고 살짝 두드려줬다. “전에도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너무 방치하면 정말로 딴 남자한테 가버릴 거예요? 저 정말로 들이대는 남자 많다고요. 아까 전에 구원씨가 안내데스크에 있을 때 정도 수준이 아니니까요. 정말이에요?” “아, 네….” “정말…. 안 믿는 거죠? 평소에 구원씨가 오시는 시간이 사람이 한가할 시간대라 그런 거라고요. 붐빌 때는 정말로 장난 아니니까요.” “아, 아뇨. 믿어요.” “흥. 정말일까요? 그런 사람이 위기감도 없이 절 며칠씩이나 방치해요? 일부러 신경 쓰이게 선물만 보내고 얼굴도 안 비췄는데.” 아무래도 누님은 그 주장을 밀고 나갈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누님이 과일만 보내고 얼굴을 비추지 않은 진짜 이유는, 처음 말했던 그 이유가 맞다. 누님은 혹시라도 정말 내가 잘못됐을까봐 두려웠던 거다. 하지만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까지 두려워했던 걸까? 물론 날 사랑하신다고 하니, 내가 잘못돼는 걸 두려워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기껏 와서 얼굴도 보지 못할 정도로 벌벌 떠는 건 조금 이상한 거 아닌가? 게다가 방금 전 레이첼 누님의 반응. 누가 봐도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다. 혹시 내가 모르는 뭔가의 사연이라도 있는 거 아닐까? 그러고 보니 레이첼 누님은 모험가가 던전에서 실종당할 때마다 기겁을 하면서 자신이 구출하러 나섰지. 4계층에서 날 찾아 나섰던 건 누님이 날 이미 사랑하고 있었다는 걸 고려해본다면 그나마 이해가 된다. 하지만 3계층에서 그 수인족 파티를 구했을 때는? 확실히 그 파티와 누님은 안면이 있는 모양이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누가 봐도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서 구하러 갈 사이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누님은 그 파티를 구하러 갔고, 심지어 정말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그 파티를 보호했다. 뭔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한번 의심이 들기 시작하니, 그런 의심이 끊이지 않고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죄송합니다. 무슨 암호 같은 건 줄 알고 풀어보려고 했거든요. 도저히 풀 수 없을 것 같아서 정답을 들을 겸 온 거였는데, 설마 암호가 아니었을 줄이야.” 물론 나는 그런 내색은 전혀 하지 않고, 우선은 레이첼 누님의 말에 맞장구 쳐주기로 했다. 억지로라도 얘기를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누님이 이렇게 얼버무리고 있는 거다. 누님 마음속에선 내게 얘기할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든가, 아니면 아직 얘기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그렇다면 억지로 캐물어 봐도 오히려 역효과만 나올 뿐이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지금은 일단 모르는 척 하자. 다행이 내게는 든든한 조언자도 있으니까 말이야. “정말. 구원씨는 여자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몰라요.” “네. 그런 말 자주 들어요.” “혹시나 싶어서 말해두는데, 칭찬 아니니까요?” “어?! 아니었어요?!” “후훗. 정말! 농담 아니니까요!”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던전에 나오면 곧장 누님께 인사부터 드릴게요. 설령 우리 애들이 외출 금지령을 내릴지라도! 어떻게든 감시의 눈을 뚫고 누님의 곁으로!” “그, 그건 그만 두는 편이 좋아요! 저도 디아나님께 밉보이긴 싫단 말이에요!” 내가 굳은 결의를 내비치며 말하자, 누님은 살짝 당황한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하긴 누님은 여러 가지 의미로 디아나한테 밉보이기 싫겠지. 같은 엘프의 선조격이고, 엄마 친구고, 게다가 정령 마법을 다루는 걸로 보아 누님도 일단 마법사고, 심지어 나중엔 첩으로 들어갈 남자의 부인까지 되는 입장이니까 말이다. 우와. 생각해보니 레이첼 누님 디아나한테 진짜 찍소리도 못할 입장이네. “그럼 다음부터는 혹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누님이 제 얼굴을 보러 오는 걸로?” “애초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세요!” 장난치는 척 떠보자, 누님도 장난스럽게 날 혼내는 척 하면서 진짜로 화를 냈다. 역시 뭔가가 있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세 시간보다 조금 더 걸렸네요. 아무튼 연참! 604==================== 집사의 본심 레이첼 누님이 알고 있는 누군가가 던전에 간 후 돌아오지 못하게 됐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만 가지고 판단해 보자면,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게 가장 그럴듯하게 보였다. 게다가 이렇게 심각한 반응을 보일 정도라면, 그냥 알고 있는 사람이 해를 입은 게 아니라 레이첼 누님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소중한 사람이 해를 입은 거겠지. 솔직히 말해서 누님의 반응만 놓고 생각해 본다면, 사랑했던 사람이 던전에서 돌아오지 못했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아마 누님은 지금까지 살면서 애인 같은 거 없었을 거란 말이지.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같이 레스토랑에 갔을 때 누님이 누님 입으로 직접 그랬잖아? 나랑 진심으로 결혼을 생각하는 사이이고, 태어나서 이런 기분은 처음이라고. 물론 누님도 나와 식사 중에 갑자기 디아나를 만나서 패닉상태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은 아마 무의식중에 튀어나온 누님의 진심이었을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디아나 역시도 레이첼 누님의 말을 긍정했었잖아. 레이첼 누님의 어머니, 그러니까 길드장은 디아나에게 반말로 얘기를 할 정도로 친한 사이였으니, 레이첼 누님에게 애인이 있었다면 디아나가 그걸 모를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 거다. 하지만 애인이 아니라고 한다면, 대체 누구를 던전에서 잃었기에 레이첼 누님이 이렇게 심각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혹시 가족? 아니면 절친한 친구? 뭐, 나 혼자 이러고 생각해봤자 알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괜히 머리 아프게 고민하지 말고 집에 가서 디아나에게 물어보자. 누가 됐든 간에 레이첼 누님과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던전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건이 있었다면 디아나가 모를 리가 없으니까. 나는 일단 고민을 미루고, 모처럼 누님과 같이 보내는 시간에 집중하기로 했다. “어? 잠깐만요. 누님. 그럼 방금 전에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제게 달려 나와 키스한 것도 일부러 그런 거였어요?” “무, 물론이죠! 후, 후훗. 구원씨 엄청 당황하시던데요? 어때요? 그렇게 걱정해주는 사람을 며칠 동안 방치했다고 생각하니 죄책감이 상당하셨죠?” 누님은 살짝 당황하는 모습이었지만, 내가 질문하는 척하면서 밑밥을 잘 깔아놓은 덕분에 쉽게 낚여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란 말이지. “그야 뭐…. 그런데 누님. 진짜로 괜찮으세요?” “뭐가요?” “아뇨. 저야 누님 만나러 갈 때나 던전에 드나들 때 잠깐잠깐 들르는 게 전부지만, 누님은 계속 거기 있어야 되는 거잖아요. 오늘 일로 소문이 엄청나게 퍼질 텐데요.” 그래. 진짜 문제는 누님이 그런 행동을 했다는 게 아니라, 그 여파가 지금부터 상당히 커질 거라는 거였다. 나도 이제 유명인인 만큼, 나랑 그런 사이라는 게 알려지면 이제부터 귀찮게 하는 녀석들이 엄청나게 늘어날 텐데 말이야. 게다가 누님은 안내원. 거기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질문하러 오는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게 일이니 더더욱 귀찮아질 거다. “아앗…! 겨, 겨우 그런 걸로 걱정하시는 건가요? 후훗. 귀여워라. 그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전 구원씨와의 관계가 퍼져도 전혀 부끄럽지 않아요. 아니면 뭔가요? 구원씨는 저와의 관계가 알려지는 게 부끄러우신가요?” 누님도 내가 지적한 다음에야 그 사실을 깨달은 듯 순간적으로 망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 애초에 길드에서 보였던 그 모습은 연출이 아니었을 테니까 말이야. 누님으로서도 내가 너무 걱정된 나머지 일단 저지르고 본 일이었을 테니, 뒷일은 당연히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그래도 누님은 내 앞에서 여유를 잃을 수 없다는 듯, 꿋꿋하게 누님다운 태도를 유지했다. 전에 사라가 했던 말을 생각해보면, 누님 연애에 초짜라서 혼자 연습이라도 하는 것 같았는데 말이야. 이제 이렇게 애드리브까지 넣을 수 있게 되다니. 많이 발전하셨구나.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알면, 분명 누님은 부끄러워 죽으려고 하시겠지. 나는 누님에게 티 나지 않도록 혼자 흐뭇해했다. “그럴 리가요. 하지만 누님이 그렇게까지 절 좋아하셨다니….” “감동했어요?” “네. 다시 한 번 반했습니다. 누님. 제 여자가 되어주세요.” “가, 갑자기 무슨…어, 어차피 첩이 되라는 말이잖아요?” “그, 그건….” 대화의 흐름에 따라 은근슬쩍 그런 말을 하자 누님도 부끄러워하시기는 했지만, 역시나 그렇게 쉽게 넘어와 주시지는 않았다. 내가 말문이 막히자 누님은 검지를 튕겨서 내 코끝을 살짝 때리더니, 어림도 없단 말투로 대답했다. “절 첩으로 들이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요. 며칠 동안 방치해놓고 어떻게 그런 말이 나와요?” “으윽…역시 안 되는 건가요.” “당연하잖아요. 누나의 마음은 그렇게 쉽지 않다고요? 절 첩으로 들이고 싶으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믿음을 주지 않으면. 그래. 지금보다도 훨씬. 훨씬 더. 아니면….” 장난스런 어조로 대답하는 누님이었지만, 마지막만큼은 사뭇 진지함이 느껴졌다. 아니면…대체 뭐란 건데? 차근차근 믿음을 주는 것 말고도, 누님의 마음을 확 사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뭔가 있다는 건가? “아니면?” “네? 아, 후훗. 비밀이에요.” 당연히 그 뒷말이 궁금했던 나는 질문을 던져봤지만, 누님은 스스로 무슨 말을 중얼거렸는지 이제야 깨달았다는 듯 황급히 얼버무리려 했다. “네? 잠깐만요! 궁금하게 만들고 그런 게 어디 있어요?!” “후훗. 비밀은 여자를 아름답게 하는 법이라고요. 그런 말 몰라요?” “누님. 그러지 말고. 네? 네?” 내게 따져 봐도 누님은 검지를 세워서 그 매력적인 입술에 가져다대고, 더 이상 말해주려 하지는 않았다. 물론 그런 누님의 반응에도 나는 쉽게 물러날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대로 물러나기엔 너무 아쉬운 주제였으니까 말이다. 때문에 난 어울리지 않게 귀여운 척까지 하면서 누님에게 졸라봤다. “읏…. 귀, 귀여운척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니까요.” 그리고 이게 또 먹힌단 말이지. 나같이 덩치 산만한 놈이 귀여운 척 하는 게 먹히다니. 이 세계 여자들 취향이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내 매력이 높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참 신기한 일이다. “에이. 누니이임. 네? 네? 저 궁금해서 죽을 것 같아요.” “아, 아무리 귀여운척해도 안 된다니까요. 그만하세요!” 내가 얼굴을 들이밀며 계속 귀여운 척을 하자, 누님은 이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다는 듯이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밀치며 외쳤다. 역시 이렇게 밀어붙여봤자 안 되는 건 안 되는 건가. 좋아! 그렇다면! 찍기로 맞춰보겠어! “쳇. 대체 뭘 하면 되는데 그래요? 뭘 하면 바로 제 여자가 돼주실 건데요? 길드가 가장 붐비는 시간대에 다들 보는 앞에서 공개 프러포즈라도 할까요?” “그, 그만두세요! 안 그래도 내일부터 힘들 것 같은데, 그랬다가는 진짜 일을 못하게 될 거라고요!” 괜히 찍었다가 혼만 났다. 아니. 그래도 이건 혼만 난 게 다행인 건가? 그냥 되는대로 말해보긴 했는데, 생각해보니 레이첼 누님이 공개 프러포즈를 해달라고 했다간…나 분명 살해당한다. 아직 제대로 프러포즈도 안 한 우리 애들한테. “그럼 뭔지 말해주세요! 뭘 하면 바로 제 여자가 되어주실 건데요?!” “그러니까 비밀이라고 했잖아요! 아니면 뭐에요? 제게 믿음을 줄 자신이 그렇게 없나요?” “그럴 리가! 두고 봐요. 믿음 팍팍 줘서 나중엔 누님이 먼저 매달리게 만들어줄 테니까요.” “네. 제발 꼭 좀 그렇게 해주세요.” 누님이 그렇게 대답한 후에야, 나는 결국 누님이 말한 비밀이 뭐였는지는 그냥 얼버무려졌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하지만 누님이 저렇게 말하는데 믿음을 줄 수 없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잖아. 젠장. 그렇다면 이렇게 된 이상! 한 번 강수를 둬보자! “안 믿는 거죠?! 그럼 오늘은 저랑 같이 저희 집으로 가요!” “네? 에? 네에?!” 바로 우리 집으로 가서, 내가 여자들을 끼고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거다. 덤으로 우리 애들이 레이첼 누님한테 좋은 소리라도 해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실제로 많은 여자들과 같이 지내면서도 다들 만족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누님도 지금보다는 믿음이 생기겠지. 그런 의도로 집으로 초대한 거였지만, 누님은 내 말을 다른 뜻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 그렇게 갑자기! 아니. 물론 저희가 벌써 몸을 섞은 사이이기는 하지만…아니. 그래도 저도 그게, 몸단장이라든가….” 누님! 누님! 여유가 없어졌어요! 연애에 통달한 것처럼 누님스러운 태도를 취하던 게 완전히 가면이 벗겨졌어요! “무, 물론 이제 시간도 늦었고, 저도 이대로 구원씨와 헤어지는 건 아쉽지만요. 하, 하지만 그래도 벌써 외박까지 하는 건….” 부끄러워하면서 그렇게 말하는 누님. 나는 그런 누님의 말에,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본 누님과 시간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어느 샌가 하늘이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즉, 예정과는 다르게 저녁 시간이 이미 지나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디아나와 같이 밤을 보내게 되는…으악! 안 돼! 나는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게 느껴졌다. 저택으로 돌아가야 한다. 지금 당장. 한시라도 빨리.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이첼 누님과 이렇게 애매한 상황에서 헤어질 수도 없다. “누님. 설명은 가면서 할 테니 우선 같이 가시죠.” “네? 자, 잠깐. 그러니까….” “싫으세요?” “시, 싫은 건….” “그럼 가시죠?” “하읏…네, 네에….” 이 이상 말이 길어져서 시간을 끄는 것도 아깝다. 오해는 가면서도 풀 수 있으니, 우선은 출발을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평소완 달리 조금 강압적으로 레이첼 누님에게 말을 건넸고, 레이첼 누님은 얼굴이 새빨개지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내 손에 이끌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해서, 나는 무사히 저택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아니. 무사히 돌아왔다고 표현하는 건 조금 어폐가 있나. “자네 왔는가. 조금 늦었…음? 레이첼양 아닌가? 이 시간에 무슨 일인가?” 저녁 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는 없었지만, 다행이도 디아나는 그정도론 화내지 않았다. 어차피 중요한 건 저녁식사 이후니까 말이다. 다만 내가 레이첼 누님과 같이 온 걸 보자 조금 불안감을 느낀 건지, 디아나는 살짝 경계하는 말투로 말을 걸었다. 평소에는 이렇게까지 경계하는 반응을 보이진 않았겠지만, 역시 디아나도 오랜만에 나와 같이 자게 되는 게 기대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디아나님. 근처까지 오게 됐는데, 기숙사로 돌아가기엔 시간이 늦어서요. 구원씨의 호의에 따라 외박하게 됐어요. 그래서 구원씨, 전 어디서 자면 되나요?” 그리고 그런 디아나를 안심시키듯, 레이첼 누님이 환하게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다만, 내가 보기에 그 미소는 아무리 봐도 안내원 일을 할 때 형식적으로 보여주는 영업 스마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역시 엄청나게 화났어…. 그도 그럴 것이, 나랑 같이 자는 게 아니라는 걸 오면서 설명했으니까 말이야. 오는 도중에 설명을 들은 레이첼 누님은 자신이 착각했단 사실에 잠깐 부끄러워하는 것 같더니, 그 부끄러움을 이내 나에 대한 분노로 전환시켜서 오는 내내 이런 태도였다. 저택에 초대해서 나에 대한 인식을 좋게 만들려고 했던 생각이 오히려 악수로 작용하게 되다니. 아무리 급했어도 역시 그 자리에서 제대로 설명을 하는 게 좋았을지도. 하지만 아무리 후회해봤자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방은 저기 있는 바넷사에게 물어보면 준비해줄 거예요. 그보다 누님. 모처럼 오셨으니 같이….” “그렇군요. 그럼 바넷사씨. 미안하지만 바로 부탁해도 될까요? 제가 조금 피곤해서요. 그럼 디아나님. 좋은 밤 되세요.” “네? 누님?! 하지만 저녁은….” “괜찮아요. 방금 전까지 케이크도 먹었고. 그럼 내일 봐요.” 내가 뭐라고 말할 새도 없이, 레이첼 누님은 그렇게 말하고는 바넷사를 따라 뚜벅뚜벅 걸어가 버렸다. “자네. 레이첼양에게 뭔가 잘못이라도 했는가? 확실히 피곤해보이기는 했네만….” “…이따가 얘기해줄게.” 나는 그런 레이첼 누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실 쓰는 건 일찍 썼습니다.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일부러 그 전에 쓰고 나갔거든요. 12시 전에 들어올 줄 알고 예약도 안 걸고 그냥 나갔는데, 설마 이 시간에 집에 오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605==================== 집사의 본심 디아나나 다른 애들은 이미 식사를 마친 후였기 때문에, 디아나가 몸을 씻고 오는 사이에 나는 우선 간단히 끼니부터 때우기로 했다. 그리고 방에서 단 둘이 되고 난 다음에야, 나는 설명 겸 하소연을 털어놓을 수 있었다. “그렇게 됐다는 얘기지. 어때? 억울할 만도 하지 않아?” “어디가 말인가. 만약 이 몸이었어도 그런 상황이었으면 그렇게 오해했을 걸세.” “아니. 그건 나도 알아. 하지만 도중에 잘 설명했잖아.” “우선 가자고 반강제로 밀어붙인 다음에, 서둘러 이동하면서 말인가?” 물론 디아나는 내 하소연을 전혀 받아주지 않았지만. 응. 실은 나도 내가 잘못한 건 알아. 그냥 이 상황이 답답해서 말해본 것뿐이야. 하지만 디아나가 저렇게 냉정하게 나오니, 나도 살짝 오기가 생겼다. “…너 대체 누구 편이야!” “떼끼! 할 말 없다고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 아닐세!” 그래서 한 번 떼를 써봤지만, 디아나의 촙에 머리를 맞았을 뿐이었다. “애초에 말일세. 이 몸들 얘기를 들으면 생각이 바뀔 거라니. 자네 뭔가 착각하고 있지 않은가?” “응? 뭘 말이야?” “이 몸들이 요즘 별말 않는다고 해서, 자네가 여자를 늘리는 게 좋아진 건 아닐세.” “그, 그야 당연하지. 당연히 알지. 그걸 말이라고 해?” “그런데 이 몸들이 레이첼양에게 자네와 같이 있는 생활이 얼마나 좋은지 굳이 말해주며 설득할 거라고 생각했단 겐가?” “아니. 그거야 레이첼 누님은 이미 허락 받았…네. 잘못했습니다.” “음. 알면 됐네. 알면.” 내가 사과를 하자, 디아나는 흡족하게 웃으며 내 머리에 촙을 날렸던 손을 천천히 움직여 내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래서 진짜 안 도와줄 거야?” “떼끼!” 곧장 다시 촙을 맞았지만 말이다. “아니. 하지만 말이야. 생각해봐. 나 너 때문에 그렇게 서두른 거였다니까? 나랑 있는 게 좋다든가, 그런 얘기까지 해주는 건 안 바랄 테니까 말이야. 적어도 레이첼 누님이 삐진 거 풀어주는 것만 조금 도와주는 건….” “지금 이 몸 때문에 서둘렀다는 걸 자랑이라고 하는 겐가?!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정도도 못할 거였으면 다른 여자를 들이는 것도 허락 안 했네! 애초에 얘기에 빠져서 정신차려보니 이미 늦은 시간이었다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드네!” 심지어 이번엔 그냥 단발성 촙이 아니라, 연속 촙이었다. 디아나는 손날로 내 머리를 연속으로 내리치면서, 마음에 안 든다는 듯 고함을 쳤다. 레이첼 누님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하느라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제 보니 디아나도 그냥 대범하게 넘어가줬을 뿐, 이 상황이 마음에 안 드는 건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다만 대범하게 넘어가려고 해도, 내가 계속 억지를 부리자 폭발한 거고 말이다. “애초에 말일세! 지금은…!” “미안! 진짜 미안!” 나는 디아나마저도 삐지기 전에, 황급히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생각해보니 디아나가 화를 내는 건 당연하다. 나도 디아나가 오늘을 고대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던 주제에, 정작 단 둘이 되자 온통 레이첼 누님 얘기만 해대다니. 냉정히 돌이켜보니 스스로의 실태에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 지경이었다. “지금은 오랜만에 디아나랑 단 둘이 보내는 시간인데, 괜히 다른 여자 얘기나 하고. 진짜 미안해. 지금부터 진짜로 디아나한테만 집중할게.” “으, 음. 알면 됐네. 알면.” 디아나도 그런 말을 하려고 했었던 모양인지, 내가 그렇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자 그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까와 같은 말을 내뱉으며 내 사과를 받아줬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잘한 건 아니라서, 이번에는 머리를 쓰다듬어주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디아나가 나이답게…아니. 어른스럽게 인내심이 많은 것이 나에겐 참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일단 레이첼 누님에 관한 생각은 잊고 눈앞에 있는 내 사랑스런 여자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미안하지만 삐진 레이첼 누님의 기분을 풀어주는 역할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기로 하자. 그렇게 결심한 나는, 디아나와 눈높이를 맞추고 그 예쁜 얼굴을 지근거리에서 빤히 쳐다봤다. “…그래서. 지금 뭐하는 겐가?” 눈도 깜빡 안하고 한참을 그렇게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자, 결국 이 분위기를 참을 수 없어진 디아나가 살포시 얼굴을 붉히며 먼저 입을 열었다. “응? 디아나한테 집중하고 있는데?” “그냥 빤히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말인가?” “응.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있어야지. 이렇게 바라만 보고 있어도 충분히 행복해.” “코, 코홈! 그런 시답지 않은 말로 이 몸의 기분이 쉽게 풀릴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일세.” 벌써 기분이 풀린 디아나가 귀엽게 헛기침을 하면서 아닌 척을 했다. 귀엽다. 그리고 쉽다. 그게 또 귀엽다. “시답지 않은 말이라고! 아무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그 말은 용서 못해! 디아나가 예쁘다는 건 진리야! 결코 시답지 않은 말이 아니라고! 당장 사과해! 디아나의 미모에…으음!” “알겠네! 알겠으니까 그만 하게!” 디아나의 기분이 풀어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한 번 더 몰아붙이기까지 하자, 결국 버티기 힘들어진 디아나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두 손으로 내 입을 틀어막았다. 자신의 미모에 대한 찬양은 지금까지 살면서 수도 없이 들었을 텐데도 이런 반응이라니. 역시 상대가 나라서 그런 건가? 사랑스럽다. “그만하라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디아나의 미모는 평생을 칭송해도…!” “그만하라고 했네!” 기세를 몰아서 한 번 더 밀어붙여봤던 나는, 결국 디아나에게 머리를 한 대 얻어맞고 나서야 멈췄다. 응. 나도 말해놓고 나서 1절만 할 걸이란 생각이 절로 들더라고. 디아나가 안 멈춰줬으면 썰렁해질 뻔했어. 하여간 이런 점까지 나랑 궁합이 좋다니까. “애초에 말일세. 다른 사람도 아닌 자네가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 이 몸에게 통할 것 같은가?” 그렇게 내가 입을 다물자, 디아나는 그제야 붉게 물들었던 얼굴 표정을 가다듬고는 어림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다만, 하는 말을 보아하니 완전히 착각을 하고 있었다. 야. 너 지금 다른 사람도 아닌 자네가라고 했냐? 얜 대체 날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응? 아니. 그건 농담이 아니라 진심인데.” “흥. 이 몸에게는 안 통하네.” “어? 얘가 안 믿네. 야. 진짜라니까?” “그럼 증명할 수 있는가?” “증명? 어떤 식으로?” “오늘 밤새 이 몸의 얼굴만 바라보고 있는 걸세. 어떤가? 행복할 것 같은가?” 정정하자. 디아나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저 내가 떡밥을 덥석 물기를 기다리며 낚싯줄을 드리운 것뿐이었다. 이 책사 같으니라고! “무, 물론이지! 그럼 안 행복할 것 같아?” 디아나의 고도의 낚시기술에, 이미 내뱉은 말이 있는 나로서는 당연히 그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렇게 대답한 순간, 디아나는 진한 미소를 띠며 내게 달려들었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날 밀쳐서 침대에 눕히려고 했다. 물론 디아나가 밀친다고 해서 내가 뒤로 밀릴 리가 없지만 일단 디아나가 이끄는 대로 뒤로 눕자, 디아나가 그대로 내 몸 위로 올라와 자신도 엎드려 누웠다. “그럼 오늘 밤은 이러고 있기로 하세!” 몸 전체를 내게 찰싹 밀착시키고, 날 내려다보면서 그렇게 말하는 디아나가 이 순간만큼은 악마로 보였다. 너무해. 너무하다고. “그, 그, 그럴까?” 나는 자연히 떨리는 목소리를 주체하지 못하면서도 디아나의 그 제안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음! 둘이서 바라만 보고 밤을 지새우다니. 로맨틱하구먼.” “바, 밤을 지새우는 거야?” “음? 이렇게 행복한데 설마 잠을 잘 셈인가?!” “아, 아니!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있냐?! 두근거려서 잠을 잘 수 있을 리가 없지! 내 심장소리 들리지?!” 물론 내 심장은 오늘 밤에 일을 치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긴장감으로 인해 쿵쾅쿵쾅 뛰고 있었지만, 나는 애써 그 심장소리를 이용해 디아나에게 맞받아쳤다. “음! 역시 그렇구먼! 이 몸도 마찬가지일세!” 디아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치 자신의 심장소리도 전해주겠다는 듯 자신의 왼쪽 가슴을 내 가슴에 꾸욱 눌러왔다. “어떤가? 느껴지는가?” 젠장! 그래! 네 가슴 감촉 잘 느껴진다! 평소엔 다른 애들이랑 비교하면서 놀려먹던 디아나의 가슴이었지만, 이런 때일수록 쓸데없이 부드러운 감촉이 제대로 느껴졌다. 특히나 이렇게 가슴이 아래를 향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특히나 더. 어라? 그러고 보니 가슴에 중력이 실리는 게 느껴지잖아? 얘 설마…씻고 나서 속옷 안 입고 온 건가?! 큭! 젠장! 젠장! 만지고 싶어! 나는 자연히 물건이 팽창하는 것이 느껴졌다. 바지를 뚫을 듯이 팽창한 내 물건은, 당연히 디아나의 허벅지에 그대로 느껴졌을 테지만, 디아나는 딱히 반응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진한 미소를 띠며 내게 가슴을 눌러왔다. 그 미소를 보고 나서,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 어라? 잠깐만. 지금 밤인데…내가 지고 있어?! 그럴 수 없어! 밤은 내 시간이…큭! 젠장! 밤에 내가 이기려면 직접 행위에 나서야 되는데, 그 행위가 원천봉쇄 되어버렸잖아! 이 녀석 설마, 그 며칠 동안 밤에 날 이길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던 거야? 오늘을 기대하는 눈치였던 것도, 오랜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날 이길 방법을 빨리 시험해보고 싶어서 그랬던 거고? 잠깐. 그럼 나는 대체 언제부터 낚인 거야? 설마 레이첼 누님 얘기를 들으며 화를 낸 것도 일부러 그런 거였나?! 젠장! 이런 책사 같으니라고! 이대론 안 돼. 이대론…윽! 야! 잠깐! 은근슬쩍 허벅지 비비지 마라! 지금 네 허벅지 사이에 내 물건 솟아나와 있는 거 너도 알 거 아니야! 일부러 그러는 거지! 너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지! “흠. 하지만 그렇구먼. 아무리 행복한 일이라도,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하면 잠이 오는 것도 당연하겠구먼.” 이렇게까지 자극시켜놓고 오늘 밤 성행위는 없다. 과연 그렇게까지 하는 건 디아나도 미안했는지, 디아나는 내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물론 이것마저도 미끼일 가능성이 있지만, 아니. 솔직히 말해 그 가능성밖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 미끼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 그래! 그럴 수도 있겠네!” “그럼 이건 어떤가? 키스까지만 하는 걸세.”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미끼였다. 키스만이라니. 그냥 가볍게 애정을 확인하는 키스라면 또 모를까, 밤새 이러고 있는 거다. 분명 진한 키스까지 간다. 그럼 괜히 더 참을 수 없게 되는 것뿐이잖아. 막아야해. 그것만큼은 막아야해. 차라리 얼굴만 보고 있는 게 나아. “그건 그냥 네가 하고 싶은 것뿐이잖아! 솔직히 말하는 게 어때? 키스하고 싶다고.” “으, 음. 들켰는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낭군님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키스가 하고 싶어졌단 말일세.” 디아나가 부끄러워하며 반박하길 기대하고 그렇게 말했던 거였지만, 디아나는 부끄러워하면서 긍정해버렸다. 야. 그게 아니잖아! 아니. 귀여워. 귀엽지만 그게 아니잖아! “섹스는?! 섹스도 하고 싶지 않아?!” 결국 디아나를 말로 이기는 건 불가능하단 걸 깨달은 나는 이제 대놓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으음. 하지만 자네가 아까 했던 말이 진심인지 확인해야 되니 말일세.” “정말로? 정말로 그걸로 괜찮아?! 너 나랑 엄청 오랜만이잖아? 오늘이 지나가면 또 언제 같이 자게 될지 모른다고? 던전도 가야 되잖아.”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괜찮네. 이 몸들은 플라토닉한 관계 아닌가.” 플라토닉은 무슨! 너 나랑 사귀기 전부터, 아니. 거의 만나자마자 섹스했던 건 잊었냐?! 아니. 물론 우리가 육체적인 사랑만 갈구하는 사이란 건 아니야. 난 진심으로 뼛속부터 널 사랑해. 하지만 말이야. 그렇다고 해서 이건 아니잖아. 차라리 내 위에서 내려와서 그냥 손만 잡고 자는 거면 또 모를까. “제가 졌습니다. 섹스하게 해주세요.” 결국 나는 처음으로 밤에 디아나에게 항복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몸에게 졌다고 말하는 겐가? 지금 밤이네만?” “네. 졌습니다.” “으으으으읏!” 내 항복 선언을 재차 확인한 디아나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로 높게 쳐올렸다. 그리고 그 상태로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전신으로 승리의 쾌감을 만끽했다. “…그렇게 좋냐?” “좋네!” 아, 응. 그래.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진작 좀 져줄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 하지만 얘가 이기려고 아등바등 거리는 게 좀 귀여워야 말이지. 지고 나서 분해하는 것도 귀엽고. “그래서. 나 섹스해도 되지?” “후훙. 그렇게 하고 싶은 겐가?” “당연하지.” “하여간 참을성이 없구먼. 자네 요즘 실컷 하지 않았는가. 어제만 하더라도….” “그게 무슨 소용이야. 너랑은 안 했잖아. 난 너랑 하길 원하는 거라고.” “…읏! 그, 그런가아….” 승자의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날 놀리듯 말하는 디아나였지만, 내가 정색하고 대답하자 조금 부끄러웠는지 얼굴을 붉히며 말끝을 흐렸다. 하여간 직구에 약하다니까. “그래서, 해도 되지?” 그렇게 말하며 디아나의 옷을 벗기려고 했던 나였지만, 또 다시 디아나에게 그 손이 막히고 말았다. “으, 음. 어쩔 수 없구…자, 잠깐! 잠깐 기다리게!” “응? 또 왜 그래?” “그, 그게…복수한답시고 이상한 짓 안 하겠다고 약속하게!” 역시 성행위론 승산이 없다는 걸 자각하고 있는 건가. 다 이겨놓고 이제 와서 두려워하는 디아나는 귀여웠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떡씬을 쓰려 했는데 정신차려보니 꽁냥씬으로 끝나있네요. 연참 때문에 연차를 낸 건 아니고요, 어제 너무 상태가 안 좋아서 연차를 냈는데 이왕 쉬는 거 연참도 하겠단 소리였습니다. 덕분에 거의 20시간 가까이 잔 것 같네요. 분명 밤에 잤는데 일어나도 여전히 날이 어두워서 놀랐습니다. 약속했던 연참은 3시에 올리겠습니다. 606==================== 집사의 본심 디아나에게 거듭 다짐을 받은 끝에, 나는 결국 평범하게 둘이서 알콩달콩 섹스를 하는 걸로 만족해야했다. 솔직히 일단 이겨놓고 오들오들 떠는 디아나를 보고 있자니 괴롭혀주고 싶단 생각이 뭉클뭉클 솟아올랐지만, 괜히 괴롭혔다가 디아나가 삐지면 곤란하니까 말이다. 연기인지 아닌지는 몰라도 이미 한 번 레이첼 누님만 신경 쓰면서 삐지게 만들었는데, 같은 날에 또 그렇게 만들 수는 없지. “음…쪽. 일어났는가?” 그렇게 밤을 보내고 눈을 떠보니, 디아나가 내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날 내려다보는 디아나를 보고 있자니, 역시 괴롭히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닥토닥 두들겨지며 일어나는 것도 좋았지만, 역시 가끔은 디아나하고도 이런 아침을 보내지 않으면. 나는 대답대신 디아나의 머리를 끌어안고 이번엔 내 쪽에서 키스를 했다. 내게 이기고 있는 와중에도 키스는 하자고 할 정도로 키스를 좋아하는 디아나는, 그런 내 행동에 아무런 저항 없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내 입술에 달라붙으며 키스를 받아줬다. “오늘은 바넷사가 올 때까지 그냥 키스나 하고 있을까?” 매번 일어나고 나면 바넷사가 올 때까지 모닝섹스를 즐기는 나였지만, 오늘은 왠지 그러고 싶은 기분이었다. 어젯밤에 그런 말을 하기도 했었고 말이다. 디아나가 은근히 자극을 해서 그렇지, 얼굴만 보고 있어도 행복하다는 건 거짓말이 아니라고. “음. 그냥 입 다물고 가만히 있었으면 더 로맨틱했을 것인데 말일세.” “뭣이?! 네가 갑자기 움직일까봐 말해준 거거든?!” “이, 이 몸이 자네도 아니고 그럴 리 없지 않은가! 이 몸은 지금 당장 빼도 좋네만!” “잠깐! 키스나 하고 있자고는 했지만 빼라곤 안 했잖아!” “…….” “뭐, 뭐야. 그 눈은.” “…….” “그래. 알았어. 알았다고. 인정하면 되잖아. 가만히 있었으면 내가 먼저 움직였겠지. 됐냐?” “후흥.” 이게 한 번 이겼다고 기고만장하기는. 그 기분, 지금 충분히 만끽하라고. 다음에는 콧대를 꺾어줄 테니까. 뭐, 다음이라고 해도 아마 던전을 다녀온 후의 얘기일 테니, 그때까지 내가 기억하고 있다면 그럴 거란 얘기지만. “잠깐 기다리게! 거긴! 으햣! 누, 눈에! 눈에 닿았!” 아무튼 디아나가 계속 우쭐해하도록 놔두는 것도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에, 나는 디아나를 껴안고 얼굴 여기저기에 마구잡이로 키스를 해댔다. “하앗…하앗…자네는 신성한 키스를 뭐라고 생각하는 겐가.” 그렇게 한참 이어진 키스 공세가 끝나고 나니, 디아나는 진이 빠진 표정으로 얼굴을 붉히고 쌕쌕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넌 내 물건에까지 키스했으면서. 아야!” “자아네가 시키지 않았나아!” “알았어. 알았어. 미안해. 미안하다니까. 자, 입술끼리 키스하자.” “이 몸…으응! 흐읍…쪽.” 내 얼굴을 토닥토닥 때리며 분노를 표출했던 디아나였지만, 그 입술에 입술을 맞부딪히고 혀로 입안을 간질이자 이내 또 고분고분해졌다. 하여간 키스는 엄청 좋아한다니까. “하앗…후웃…슬슬…시간이구먼….” “그러게. 그럼 슬슬 준비할까?” “음…. 쪽. 어쩔 수 없구먼. 으응!” 그렇게 해서 내가 말한 대로 키스만하면서 시간을 보내게 됐지만, 키스만 하고 있어도 시간은 금방 지나가 버렸다. 모처럼 섹스도 안 하고 있는데, 이런 때까지 바넷사가 와서 기다리게 만드는 건 미안하다. 적어도 오기 전에 준비는 마쳐놓고 있지 않으면. 디아나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아쉽다는 감정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내 입술에 다시 한 번 가볍게 입을 맞추고 그대로 허리를 들어서 내 물건을 뽑아냈다. “설마 자네가 정말로 안 움직일 줄이야.” 그리고는 내 물건에 자신의 하복부가 거의 닿을락 말락할 정도로 바짝 걸터앉아서는, 내 물건을 바라보고는 다시 봤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나도 하면 한다니까. 어제 그 말도 거짓말이 아니었다고.” “음. 음. 기특하네. 기특해.”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디아나는 마치 어린애를 칭찬하듯이 손으로 날 쓰다듬었다. 정확히는 내 물건을 쓰다듬었다. “야. 이제 와서 자극하지 마라.” “응? 뭔가? 역시 아쉬운가?” 그렇게 말하면서, 디아나는 이번엔 내 물건을 손끝으로 쿡쿡 찌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자극하지 말라니까. 얘 혹시 일부러 그러나? “너야 말로. 괜히 아쉬워서 그거 가지고 그러는 거 아니야?” 내가 그렇게 말하며 물건을 까딱까딱 움직여서 디아나의 하복부를 찰싹찰싹 때리자, 디아나가 내 물건을 손으로 꽉 붙잡고는 위아래로 흔들며 대딸을 쳐주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디아나의 안에 들어가 있었던 물건 표면은 디아나 자신의 애액으로 흠뻑 젖어있었기 때문에, 위아래로 움직이는 디아나의 손은 거침이 없었다. “그렇구먼. 아쉬우니 더 만져야 겠구먼.” 그 모습을 보고, 나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역시 일부러 이러는 거였어. “혹시 몰라서 말해두겠는데, 만약 어중간하게 자극만 주다 멈춰서 골려줄 생각이면 지금 멈춰라. 너 그랬다간 이따가 바넷사가 오든 말든, 아니. 보든 말든 신경 안 쓰고 덮친다.” “히익! 잘못했네!”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디아나는 화들짝 놀라며 내 물건에서 손을 뗐다. 역시나 그런 생각이었냐. 하여간 한 번 이기면 끝도 없이 기고만장해진다니까. “후우. 그럼 자네. 먼저 나가도 좋네.” 아무튼 바넷사가 오기 전에 노닥노닥 거리며 둘이서 샤워까지 마치고 난 후, 디아나가 충분히 만족했단 표정으로 내게 그렇게 말했다. “응? 무슨 소리야? 아직 바넷사도 안 왔는데. 같이 가야지.” “레이첼양을 말하는 것일세. 출근하기 전에 기분을 풀어주는 게 좋지 않겠나?” 처음엔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이어지는 디아나의 말에 나는 그제야 디아나의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었다. “아차!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던 겐가?!” “너랑 단 둘이 있을 땐 네 생각만 한다고 했잖아!” 어제 레이첼 누님 얘기만 해댔던 게 미안해서 의도적으로 의식을 안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진짜 깜빡하고 말았다. 디아나가 말 안 해줬으면 큰일 날 뻔 했네. “하, 하여간 자네는…얼른 다녀오게.” “그래도…정말 괜찮아?”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 “혹시 아까 나 자극한 게 무서워서 레이첼 누님한테 풀고 오라는 건 아니지?” “가지 말게!” “으악! 미안! 농담이야! 뭘 그렇게 흥분하고 내냐?” “지금! 흥분을! 안 하게! 생겼는가아!” “미안하다니까 그러네. 사랑해.” “알고 있네!” 나는 디아나의 토닥토닥 공격에 맞으면서도 억지로 그 몸을 끌어안고 가볍게 키스를 해준 다음,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그럼 다녀올게.” “음.” 아직도 표정은 살짝 화난 척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는 디아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주고, 나는 그대로 방문을 열고 방을 나섰다. “읏!” “우왓!” 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바로 눈앞에 있었던 바넷사에게 걸려서 걸음을 멈출 틈도 없이 그대로 같이 바닥을 구르…는 줄 알았지만, 그냥 바넷사의 품에 안기는 꼴이 되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어느 샌가 바넷사가 올 시간이었다. 평소보다 일찍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바넷사도 식사 시간보다 살짝 일찍 오니까 말이다. 뭐, 내가 매일 섹스하느라 오자마자 바로 나가질 않으니, 그걸 고려해서 일찍 오는 거겠지만. 그건 그렇고 바넷사씨. 깜짝 놀란 건 당신도 마찬가지일 텐데 든든하시네요. 나 같은 덩치가 덮치는데 잘도 미동도 안 하고 버텨내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디아나님. 구원님. 제가 구원님의 여자가 된 것은 맞습니다만, 아침부터 집사일을 방해하려 드는 건 곤란합니다. 게다가 다른 분들 앞에서, 특히 디아나님 앞에서는 이러는 건 삼가해주….” “너 있는 줄 모르고 나가려다 이렇게 된 거거든! 너도 봤으면 알 거 아니야!” “농담입니다.” 그러니까 네 농담을 알기 힘들다고! 이 철가면 녀석아! 하여간 좀 부드러워진 줄 알았더니, 하루 지나니까 그새 또 철가면을 완벽히 장착하고 왔잖아. 뭐, 그나마 내 여자라는 걸 부정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나. “그래서. 언제까지 제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계실 겁니까?” “조금만 더….” “그렇게! 가슴이! 좋은가!” “알았어. 떨어질게! 떨어지면 되잖아!” 앞에선 바넷사의 차가운 시선이, 뒤에선 엉덩이를 토닥토닥 때려대는 디아나의 물리 공격이 느껴진 탓에 나는 하는 수 없이 몸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디아나야. 너 바넷사는 거의 손주처럼 여기는 거 아니었냐. 그런 애 가슴까지 질투하지 말라고. “아무튼 그럼 난 이만.”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만. 아침부터 어디 가시는 겁니까?” “응? 아니. 아침은 제대로 먹을 거야. 그 전에 잠깐 레이첼 누님의 방에 가려고.” 내가 그렇게 대답한 순간, 무표정하던 바넷사의 한쪽 눈썹이 꿈틀하고 움직였다. “…….” “…왜?” “레이첼님이 묵고 계신 방은 아십니까?” 혹시 얘도 질투를 하는 건가? 묘한 침묵에 긴장하면서 입을 열었던 나였지만, 바넷사의 대답은 의외로 싱거웠다. “아참. 알려줘.” “후우. 실비아님의 옆방입니다.” “오케이. 땡큐.” 나는 그런 바넷사에게 가볍게 감사인사를 하고, 그대로 레이첼 누님의 방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 후에 바로 레이첼 누님을 만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그 전에 또 한 명을 만나서 시간을 지체했기 때문이다. 실비아의 옆방이란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주의를 했어야 했는데. 아니. 이건 내가 주의를 해봤자 의미가 없나. 아무튼 실비아의 방을 지나서 레이첼 누님이 묵고 있는 방으로 가려고 했을 때, 갑자기 실비아의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보통 다른 애들도 평범하게 메이드가 불러서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실비아는 메이드를 따라 식당을 향하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애들이 나랑 안 잘 때는 어떻게 일어나서 식당까지 오는지 전혀 모르네. 보통은 매번 내가 제일 마지막에 가니까 말이야. “…….” 아무튼 그 실비아씨는 아직 잠이 덜 깬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없을 때는 항상 이런 표정이라서 그런 건지 멍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없이 조용히 다가오더니, 갑자기 손가락 끝으로 내 몸을 쿡하고 찔렀다. 가벼운 동작이었지만, 나보다 레벨도 높은 기사님이 힘 조절도 안하고 쿡하고 찌르는 건 생각보다 충격이 있었다. 더군다나 설마 갑자기 손가락으로 찌를 거라곤 상상도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더욱. “큭!” “…헷?” 때문에 나는 반사적으로 침음성을 흘렸고, 그런 내 반응을 본 실비아는 약간 얼빠진 것 같은 소리를 흘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동공을 덜덜 떨면서, 이번엔 내 몸에 가볍게 손을 가져다댔다. 마치 진짜로 여기 있는 건지 확인하는 것처럼. “흐이이잇?! 지, 지, 지, 진짜아?!” 그리고는 갑자기 뒤로 벌러덩 넘어지더니, 파닥파닥 거리면서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는 문을 쾅 닫아버렸다. “…야. 괜찮냐?” 원래 목적지는 레이첼 누님이 있는 곳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비아를 이대로 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문 너머로 실비아의 상태를 확인하자, 보이지 않아도 덜덜 떨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실비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개, 개, 갠찬슘니다아!” 목소리만 들어보면 완전히 패닉 상태라고 생각됐지만, 그래도 일단 마법 도구를 사용할 정신은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방음이 철저한 이 저택에서 그냥 무턱대로 외친다고 방 안의 목소리가 들리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져, 져어! 그게! 꿈! 꿈인 줄 알고!” “아, 응. 괜찮아. 일단 심호흡부터 하자. 심호흡.” “쓰으읍! 하아아! 쓰으읍! 하아아!” 아니. 심호흡까지 마법도구 켜고 할 필요는 없는데. 아무튼 나와 얼굴을 마주보고 있지 않은 덕분인지, 실비아는 빠르게 패닉상태에서 벗어나는 것 같았다. “이제 괜찮냐?” “네, 네헵!” 뭐, 나 말투가 이런 건 어쩔 수 없다. 패닉 상태가 아니라도 이러니까 말이야. “나 먼저 가는 게 좋겠지?” “그, 그게! 부, 부탁드립니다!” 평소 같으면 ‘따로 가길 원하다니! 설마 사랑이 식은 거야?! 그게 아니라면 같이 가자! 자, 얼른 나와!’같은 말을 하면서 실비아와 장난을 쳤겠지만, 지금은 원래 목적이었던 레이첼 누님이 우선이다. 나는 얌전히 레이첼 누님이 계신 방으로 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정확히 3시에 연참! 607==================== 집사의 본심 “레이첼 누님. 일어나셨나요?” 다른 사람 방에 들어가기 전에 노크를 하는 건 사람의 기본 도리지. 아무리 내 집이라고는 하나, 손님이 계신 방에 그냥 들어갈 정도로 나는 못돼먹지 않았다. 옷이라도 갈아입고 있으면 어쩌려고. 마틸다가 들으면 분노했을 거라고? 아니. 마틸다하고는 다르지. 내가 마틸다 방문을 그냥 열고 들어갔을 때는 애초에 하러 간 거였잖아. 오히려 옷을 벗고 있는 편이 더 좋은 상황이었다. 게다가 마틸다도 문은 잠그지 않고 있었고. 처음은 몰라도 솔직히 두 번째부턴 마틸다도 기대한 거 아니야? 그러니 그거랑 이거랑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응. “…누님?” 아무튼 노크를 하며 누님을 불러봤지만, 누님에게선 대답이 없었다. 잠시 기다린 후 재차 노크를 하며 누님을 불러 봐도, 여전히 방문은 침묵을 유지할 뿐이었다. 이상하다. 누님이 이 시간까지 일어나지 않았을 리가 없는데? 언제 어느 시간에 길드를 가도 항상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만큼 성실한 누님이다. 이 시간까지 잠을 자고 있는 건 이상하다. 아니. 잠깐만. 애초에 누님은 몇 시에 출근을 하는 거지? 매일 길드에 갈 때마다 일을 하고 있던 누님이다. 모르긴 몰라도 출근 시간이 엄청 빠르기는 할 테데…. 이거 혹시 진작 일어나서 출근해버린 거 아니야? 아니. 이유야 어찌됐든 일단 남의 집에서 묵은 거다. 집주인에게 말도 안 하고 그냥 나갈 누님이 아니지. 나한테는 화가 났으니 아무 말이 없이 나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디아나한테는 분명 인사라도 하고 나갈 거다. 그렇다면 이렇게 대답이 없는 이유는, 역시나 그냥 나한테 아직도 화가 나서 그런 건가? 그건 그거대로 또 싫은데 말이야.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이대로 기다리고 있어봐야 대답을 들을 확률은 없다고 봐도 된다. 그렇다고 해서 그냥 무작정 들어가 버리면 더 화를 내실 테고. 이거 어쩌면 좋지?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진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한참을 고민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고민했냐면, 실비아의 방문이 다시 살며시 열릴 때까지 고민했다. 상당히 오랫동안 조용했으니, 아마 내가 갔다고 생각한 거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심할 수 없었던 건지, 실비아는 자기 방문을 살짝 열더니 문틈사이로 고개만 살짝 내밀어서 주위를 살폈다.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게 아닌가 싶었지만, 확실히 이번만큼은 정확한 판단이다. 실제로 나하고 제대로 눈이 맞아버렸고. “안녕.” “히익! 으아웃!” 눈이 마주친 김에 인사를 해줬더니, 실비아는 또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문을 쾅 닫으려고 했다. 물론 문틈에 얼굴을 배꼼 내밀고 있었기 때문에, 문이 닫힐 리가 없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당황했잖아. 아니. 깜짝 놀라는 거야 이해하지만 말이야. “아우…으으읏….” 있는 힘껏 문을 닫으려고 한 바람에 충격이 상당했던 건지, 실비아는 그대로 털썩 주저앉으며 자신의 목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낮게 신음을 했다. 몬스터의 공격에도 저렇게 고통스런 반응을 보인적은 없었는데 말이야. 기본 방어력이 높다고는 하나, 본인이 스스로 있는 힘껏 문을 닫은 거니까 말이지. 파티 구성상 서브 탱커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은 실비아지만, 기본적으로 실비아는 공수 밸런스가 잘 잡힌 타입이니 문이 주는 데미지가 상당했을 거다. 게다가 경황 중에 불의의 일격을 맞은 거나 다름없으니, 치명타까지 터졌을 확률이 높다. “야, 야. 괜찮냐?” 그 모습에 걱정이 된 나는 얼른 실비아에게 다가갔다. 과연 실비아도 이번만큼은 나와의 접촉에 떨거나 할 여유가 없었는지, 내가 다가가도 가만히 목을 감싸 쥐고 신음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히야우으으읏…!” 상처부위를 살피기 위해 실비아의 손을 목에서 치우고 그 길고 하얀 목이 잘 드러나도록 머리 위쪽을 짚어서 고개를 살짝 기울이게 만들자, 실비아가 갑자기 또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몸을 떨기 시작했다. “뭐야? 왜….” “무, 무리…!” 내가 무슨 일인지 물어볼 틈도 없이, 실비아는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다리를 파닥파닥 움직여서 자신의 방 안쪽으로 도망갔다.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엉덩이 안 아프냐? “뭐야? 혹시 많이 아픈 거야?” 물론 실비아의 저 반응은 목이 아픈 게 아니라 나와의 접촉에 부끄러워하고 있는 게 거의 확실해 보였지만, 나는 일단 만약을 위해 그렇게 확인을 해봤다. “아, 아닙니다아! 젼 괜찮습니다! 이, 이까짓 것! 아아무 문제 업슙니다아!” 그리고 내 예상대로, 그런 내 걱정은 쓸데없는 걱정으로 끝이 났다. 실비아는 목이 아니라 이마를 두 손으로 부여잡고는 필사적인 느낌으로 외쳐댔다. 아, 알았어. 알았으니까 좀 진정해라. 의도한 게 아니라고는 하더라도 이마 만져서 미안하니까. “…목은 정말 괜찮은 거지?” “네, 네헵! 그, 그러니까…그, 그게….” 내 질문에 다시 한 번 고개를 크게 끄덕인 실비아는 내게 이런 말을 하기 힘들다는 듯 주저하면서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오냐. 알았다. 가면 되지. 가면.” “우, 우으읏…죄, 죄송합니다아.” “오냐. 혹시 모르니까 나중에 레이아나 마틸다한테 가서 제대로 치료 받아라?” “네에….” 상처받은 척 하면서 놀려줄까. 그런 생각이 잠깐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또 실비아랑 이러느라 시간이 많이 흘러버렸다. 내가 여기 온 목적은 어디까지나 레이첼 누님. 나는 마음속에서 뭉클뭉클 샘솟아 오르는 장난기를 꾹 억누르고 실비아의 방문을 닫아줬다. 그렇게 실비아와의 해프닝이 끝나고, 나는 한 가지 결심을 했다. 그래. 일단 들어가 보자. 의도한 건 아니었다곤 하지만, 누님께 사과하려는 것처럼 방문을 두드리고는 실비아와 노닥거린 거다. 만약 누님이 방에서 듣고 있었다면 화가 나서라도 뛰쳐나왔을 텐데, 여전히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두 가지 결론밖에 나오지 않는다. 방에 있지만 내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거나, 아예 방에 없거나. 어느 쪽이든 일단 안에 들어가서 확인을 해본 다음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았다. 게다가 이대로 여기서 기다리고만 있으면 실비아가 방에서 나올 수도 없을 테고 말이다. “누님. 저 들어갈게요.” 누님이 내 목소리를 들을 상황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나는, 곧장 누님의 방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다행이도 문은 잠겨있지 않아서, 손질이 잘 된 고급스런 문은 거의 소리도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리고 드러난 방 안의 풍경은 내 예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아니. 방안에 있지만 내 목소리를 들을 상황이 아니라는 점은 맞았지만 말이야. 설마 아직도 자고 있었을 줄이야. 누님이 워낙 성실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서, 설마 이 시간까지 자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염두에도 두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니 당연한 거였다. 애초에 화장으로도 가려지지 않을 정도로 눈 밑에 진한 기미가 생길 정도로 며칠 동안 걱정에 밤잠을 설치셨던 모양이니, 그야 내가 무사하단 걸 확인한 지금은 이렇게 되시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이렇게 푹 잠이 든 누님의 모습이 더욱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뭐, 그것도 일어나면 어떤 모습으로 보일지 모르는 거지만. 안심한 건 안심한 거고, 화는 화대로 여전히 나있으실 테니까. 그래도 역시 일단 깨워서 대화를 해야겠지? 나는 천천히 누님이 누워있는 침대로 다가갔다. 평소에는 단정히 모아서 틀어 올리고 있는 아름다운 금발은, 역시 잘 땐 풀어두는 건지 길에 풀어헤쳐져 있었다. 같은 금발이지만 레이아의 그것과는 상당히 느낌이 다르다. 레이아의 머리가 진한, 그야말로 황금을 연상케 하는 찬란한 금발이라면, 레이첼 누님의 머리는 좀 더 색이 옅은, 레몬색에 가까운 금발이라고 할까? 눈을 감고 새근새근 조용히 숨을 쉬며 자는 그 모습은 역시나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만약 안경 같은 걸 쓰면 엄청 잘 어울릴 것 같은 지적인 미인인데도 불구하고 자는 모습은 천진난만해 보인다고 할까, 연상인데도 불구하고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일어나 있어도 의외로 애교가 많아서 귀엽지만 말이다. 게다가 지금은 길드 안의 조명이 아니라 창가로 비치는 햇살을 받고 있기 때문에, 눈처럼 새하얀 피부가 더 돋보이는 것 같았다. 기본적으로 길드 안에서만 지내기 때문인지, 이렇게 보니 피부가 병적일 정도로 새하얘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눈가에 기미는 없어졌네. 이렇게 푹 자는 것만으로도 말끔히 사라지다니. 대체 얼마나 잠을 안 잔 거야. 뭐, 그만큼 날 걱정했다는 얘기가 되는 거지만. 그럼 지금은 깨우기보다 좀 더 자게 내버려두는 게 나은가? 원래는 해명을 위해서 이렇게 찾아온 거지만, 지금은 우선 레이첼 누님이 더 푹 자도록 내버려두는 게 더 좋아보였다. 며칠 만에 곤히 잠을 수 있게 된 누님의 안면을 또 내가 방해할 수는 없지. 게다가 누님이 이렇게 무방비하게 잠이 든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실컷 감상이나 하기로 할까. 나는 누님이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침대 옆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서 누님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봤다. 그리고 어제 디아나와 나눴던 대화가 문득 떠올랐다. 디아나와 둘이서 밤새 얼굴만 보고 있자고 했던 그 대화 말이다. 물론 디아나는 내게 어떻게든 한 번 이겨먹으려고 함정을 판 거였지만, 성행위 없이 얼굴만 보고 지냈어도 아마 디아나는 상관없었을 거다. 몸만이 목적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걸 증명하는 행위가 될 수 있을 거란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니까 말이다. 뭐, 나랑 디아나는 그런 걸 증명할 단계는 진작 넘어섰으니까 별로 의미가 없었지만. 하지만 레이첼 누님은 다르다. 아직 누님이 내 여자가 되지 않은 이유는, 나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여기서 그런 연출을 한다면? …이거 제대로 먹히는 거 아니야? 게다가 나에 대한 믿음만 생기는 게 아니라, 화났던 것도 순식간에 풀릴지도. 스스로 생각해도 감탄이 나오는 그 계획을, 나는 당장 실행으로 옮기기로 했다. 누님이 깨지 않도록 조심하면서도 누님의 곁에 최대한 바싹 붙어서 눕고, 금방이라도 키스할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여기서 팔베개까지 하면 완벽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하면 누님이 깰 것 같고 말이야. “으음…하아….” 내가 그렇게 생각하며 누님의 예쁜 얼굴을 빤히 보고 있자, 갑자기 누님이 달콤한 한숨을 내쉬면서 내 쪽으로 몸을 빙글 돌렸다. “구원씨….” 그리고 내 가슴에 얼굴을 파묻은 누님은 조용하게 내 이름까지 불렀다. 어? 어? 뭐야 이거? 설마 깨어있으신 거야? 대체 언제부터? 예상외의 상황에 잠깐 몸이 굳어졌던 나였지만, 이내 긴장할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침착해. 침착하고 계획했던 대로 행동하자. “누님. 일어나셨….” “하아…쓰읍…하아….” 나는 목소리를 깔고 최대한 멋들어진 목소리로 누님께 아침 인사를 하려 했지만, 누님은 그런 내게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쌔근쌔근 숨소리를 냈다. 아니. 쌔근쌔근 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뭔가 숨을 상당히 깊게 내쉬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이거…아직 잠들어있는 거지? “저…누님?” “으응….” 확인 차 누님의 귓가에 살짝 입을 가져다대어 속삭여봤지만, 돌아오는 건 누님의 살짝 요염하게 들리는 콧소리뿐이었다. 위험해. 조금 서버렸다. 깨어나면 화를 풀어줘야 하는데, 그런 실수를 할 수는 없지. 나는 황급히 마나를 돌려 물건을 죽이고, 누님이 내 가슴에 찰싹 달라붙어있는 걸 이용해서 그 고개 밑에 팔베개까지 해주는 것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누님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계획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쓰읍…하아…쓰읍…하아앙…으응…구원씨이….” 그리고 이 계획을 실행하는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누님이 깰 때까지 내가 제 정신을 붙잡고 있어야 된다는 거다. 아니. 누님. 진짜로 잠들어 계신 거 맞죠? 왜 갈수록 숨소리가 야해지는 것 같죠? 가슴에 얼굴을 박고 심호흡하는 것도 그만둬 주세요. 그 달콤한 숨이 가슴을 간질일 때마다 미칠 것 같다고요. 젠장. 이럴 줄 알았으면 아침에 디아나랑 한 판 하고 오는 건데. 디아나 그녀석이 아까 괜히 자극한 바람에 괜히 더 하고 싶어지잖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부터 연재 재개합니다. 예정보다 훨씬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해외직구라는 걸 처음 해봤는데, 설마 이렇게 배송이 오래 걸릴 줄은 몰랐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고장 난 의자를 곧장 처분하지 말 걸 그랬네요. 아무튼 거의 2주 가까이 연재를 중단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제 소설을 보느라 노블 이용권을 구입한 분들도 계실 텐데 말이죠. 그동안 연재를 못한 분량은 내일부터 될 수 있는 한 꾸준히 연참을 해서 반드시 메꾸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부터 연참이 아닌 이유는, 사실 의자 받고 신나서 이것저것 만져보느라 시간을 많이 날려버려서요. 아루꿍 // 그런가요? 워낙 오래 전 얘기라 제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몇 화에 그런 내용이 있었는지 알 수 있을까요? 608==================== 집사의 본심 누님이 잠에서 깨어난 건, 시간이 상당히 오래 지난 후였다. 아침 식사 시간은 진작 지나가서, 중간에 누님을 부르러 메이드가 찾아왔을 정도였다. 항상 내 방문 앞에서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바넷사와는 달리, 메이드는 당연하다는 듯이 노크를 한 번 하고는 대답도 하기 전에 방 안으로 들어왔다. “실례하겠…어머.” 차분해 보이는 메이드는 들어오자마자 누님과 같이 침대에 누워있는 날 보더니, 손으로 입을 가리고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실례했습니다.” 그리고는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더니, 그래도 방을 나서려고 했다. 아니. 잠깐만. 뭔가 오해하고 있지 않냐? “잠깐 기다려!” “…네? 무슨 일이십니까?” 이대로 보내면 위험해. 저 메이드가 저대로 그냥 가면 분명 상관인 바넷사에게 이유를 설명할 테고, 그대로 우리 애들 귀에도 들어갈 거다. 아니. 내가 잡혀 사는 것도 아니고, 우리 애들도 레이첼 누님은 이미 허락한 상태니까 별로 문제될 것 없다고 생각하면 그뿐일지도 모르지만 말이야. 그래도 좀 그렇잖아? 특히 바넷사 같은 경우는 나랑 이런 관계가 된 직후니까 신경 쓰일 테고 말이야. 때문에 나는 애꿎은 메이드를 붙잡고 구구절절이 상황 설명을 했다. 같이 식당에 가려고 들렀는데 누님이 아직 자고 있어서, 그냥 자는 얼굴 구경하려고 침대에 앉아있었더니 누님이 달라붙어서 어느 샌가 이런 자세가 됐다고 말이다. …거짓말이 아니라고. 적어도 절반 이상은 진실이다. 누님 얼굴 보고 있으려고 했는데, 누님이 달라붙어온 건 진실이라고. “으응…흐으읍…구원씨이….” 그리고 내가 구질구질하게 설명을 하는 와중에도, 누님은 내 가슴에 코를 박고 섹시한 콧소리를 흘렸다. 전혀 자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리지 않는 섹시한 콧소리를. 누, 누니이이임! “…저기, 그 얘기를 왜 제게…?” 물론 메이드는 내 말을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젠장.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이상 최후의 수단이다! “아니. 그러니까 말이지. 바넷사나 다른 애들한테 잘 설명해달라고. 누님은 일어나면 내가 잘 데리고 갈 거라고 말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와 누님의 몸을 덮고 있던 얇은 이불을 살짝 치웠다. 우리의 하반신이 그대로 보이도록 말이다. 그리고 그 순간, 레이첼 누님의 아름다운 두 다리가 내 허벅지를 감쌌다. “읏!” 그리고 물론, 그 모습을 본 메이드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아니! 야! 잠깐! 이해해! 그런 식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거 이해해! 하필 누님 치마가 또 말려 올라가서 각도에 따라서 그런 식으로 보일 수 있다는 거 충분히 이해해! 하지만 아니야! 진짜 아니라고! “아, 알겠습니다. 잘…설명하겠습니다.” 하지만 내가 오해를 풀 틈도 없이, 메이드는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그대로 방을 벗어나 버리고 말았다. 어째서…어째서 내게 이런 시련이…. 저 태도. 절대 제대로 설명 안 할 거잖아. 장담할 수 있어. 분명 나중에 나가보면 우리 애들이 눈치 엄청 줄 거야. 아니. 내가 뭐 잡혀 사는 것도 아니고 상관없지만 말이야. 에에잇! 젠장! 그래! 이미 이렇게 되어버린 건 어쩔 수 없지! 나중에 다른 애들한테 쪼이든 말든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이렇게 된 이상 누님의 화만큼은 제대로 풀어주고 말겠어!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누님부터 깨워야 한다. 웬만하면 누님이 스스로 눈을 뜰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지만, 어차피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수만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게다가 누님도 출근은 해야 할 테고 말이다. 아니. 깨우기 이전에 사실 이 누님이 진짜로 자고 있는 건지부터가 수상해. 실은 자는 척 하면서 날 골탕 먹이고 있는 거 아니야? 가슴에 달라붙는 것도 그렇고, 방금 전에 다리를 얽히는 것도 그렇고, 우연치고는 타이밍이 너무 기가 막히게 좋단 말이야. 어제 나한테 화가 났던 걸 혹시 이런 식으로 보복하는 건…원래부터 날 휘두른다고 해야 할까 그런 행동을 즐겨했던 누님이다. 뭐, 사라의 말에 따르면 몰래 연습까지 하는 모양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누님이 지금 자는 척하고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존재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은…바로 역습이다! 크크큭. 누님이 의외로 임기응변에 약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다고. 깜짝 놀라게 만들어서 당황시켜주겠어. 뭐, 어제일도 있으니 너무 지나친 행동을 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흠. 그렇군. 좋아. 이렇게 해볼까. “쓰읍…하아아아….” “읏…레이첼 누님….” 여전히 내 가슴에 얼굴을 박고 있는 누님이 달콤한 한숨을 내뱉는 것과 동시에, 나는 일부러 낮게 침음성을 흘리며 하반신에 돌리고 있던 마나를 풀었다. 당연히 마나로 억누르고 있던 내 물건은 순식간에 팽창했다. 물건이 바지에 막혀있다고는 하나, 누님의 몸이 내 몸과 워낙 밀착된 상태였기 때문에 내 물건은 마치 누님의 하복부를 찌르듯이 부풀어 오르며 그 존재감을 과시했다. “으응….”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누님도 요염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가볍게 몸을 뒤틀었다. 마치 자신의 하복부를 내 물건에 들이밀 듯이 말이다. 그 행동을 보고 나는 드디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역시나 누님은 일어나계신 거였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누님은 잠든 척을 계속할 셈인 모양이었다. 여전히 눈을 뜨려고 하지 않는 누님을 보고, 나도 살짝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그렇다면 나도! “흐읏!” 누님의 상체를 내 가슴에서 살짝 떨어지게 만들고 그 커다란 가슴을 제법 힘 있게 움켜쥐자, 이번엔 누님이 확실하게 느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라고요? 절 도발하고 이정도로 끝날 거라고 생각하시면 안 되죠. 원인을 따지고 보면 어제 내가 화나게 만든 게 원인이지만, 지금 내게 그런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다. 사실 아까부터 참느라 힘들었다고. 나는 팔베개를 한 팔로 누님의 머리를 휘어잡고, 그대로 격렬하게 키스를 감행했다. “구원님. 레이첼님. 잠시 실례…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 노크소리와 동시에 누군가가 방에 들어왔다. 이 목소리는…아니. 너 방금 나갔었잖아! 왜 또 왔는데?! 그래. 황급히 레이첼 누님의 입술에서 떨어져 고개를 돌려보니, 방금 전에 나갔던 그 메이드가 거기에 서있었던 거다. 게다가 방금 전까지의 차분한 표정은 어디로 가고, 지금은 무지막지하게 당황한 표정이었다. 아니. 이런 모습을 맞닥뜨리면 그야 당황하겠지만 말이야. 너 아까 나갈 때 이미 우리가 이러는 중이었다고 멋대로 어림짐작한 표정이었잖아. 뭘 이제 와서 당황하는 건데?! “그, 그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메이드는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면서 재빠르게 바닥에 떨어져있던 손수건을 줍더니, 허리를 숙인 자세 그대로 사죄를 하면서 방을 나갔다. 그거 떨어뜨리고 간 거였냐. 표정만 멀쩡했지 엄청 당황하고 있었다는 거잖아. …뭐 좋아. 이제 진짜로 간 것 같으니, 다시 레이첼 누님에게 집중하자. 중간에 잠깐 찬물이 끼얹어지기는 했지만, 손바닥 가득히 누님의 탐스러운 감촉이 계속 느껴지고 있었기 때문에 흥이 식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거 아니냐고? 당황할 게 뭐 있겠어. 어차피 아까 전부터 우리 애들한테 다 까발려질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는데. 훗. 처음부터 잃을 게 없는 놈은 두려움이 없는 법이지. 자, 그럼 다시 누님께 키스를…. “으음…응…? 구원씨이…?” 내가 누님께 키스를 하기 위해 얼굴을 가져갔을 때, 드디어 레이첼 누님도 눈을 떴다. 그리고 누님의 표정을 보는 순간,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망했다. 이 누님, 진짜로 지금 일어났다. 밝은 빛에 적응이 안 되는 건지 살짝 눈썹을 찌푸리고 가늘게 뜬 눈. 분명 내게 화난 채로 잠든 상황일 텐데 분노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말투. 누가 봐도 지금 막 일어난 사람의 반응이었다. 나는 거의 본능에 가까운 반응으로 누님의 가슴을 움켜쥐고 있던 손을 미끄러뜨려서 그 등을 감싸 안았다. “일어나셨어요? 좋은 아침이에요. 누님.”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누님께 인사를 했다. 안 들켰겠지? 모르시는 것 같지? 들켰으면 진짜로 끝장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도 좀 억울하다고. 그럼 누님의 그 반응들이 전부 다 잠결에 이뤄진 거란 말이야? 그 타이밍에 그렇게 움직였는데? “구, 구원씨?! 왜, 왜 여기에?!” 불행 중 다행히도 누님은 내가 직전까지 그런 짓을 했다는 걸 눈치 채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눈 떠보니 내가 옆에서 끌어안고 있는 거니, 누님에게는 지금 이 상황이 더 신경 쓰이는 거겠지. 역시나 불의의 상황에는 대응력이 떨어지시는 레이첼 누님이었다. 화들짝 놀란 나머지 침대에서 떨어질 뻔한 누님의 몸을 꽉 끌어안아서 붙잡아 주고, 나는 원래 준비하고 있었던 대사를 그대로 입에 담았다. “누님의 자는 얼굴이 너무 사랑스러워서요.” “…응? 저기, 구원씨? 왜 여기 있냐는 질문에 그 대답은 이상하지 않나요?” “…그, 그렇죠.” 잠에서 덜 깨고, 당황까지 하셨지만 그래도 아직 그 정도 판단은 할 줄 아시는 누님이었다. 게다가 그렇게 잠깐의 정적이 흐르는 사이에, 누님의 정신은 점점 맑아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잠이 덜 깨서 멍했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지는 걸 보고, 나는 내심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이렇게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한 건가요?” “아니. 누님. 잠깐. 잠깐 기다려서 제 얘기를 좀 들어보세요. 화내셔도 좋은데 적어도 변명의 기회라도 좀 주세요.” 만약 여기서 또 화내고 가버리면 진짜로 또 꼬인다. 그렇게 생각한 나는 누님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그 몸을 꽉 껴안고 필사적으로 부탁했다. “아, 자, 잠깐. 왜, 왜 커져있…알겠어요! 알겠으니까!” 그런 내 열의가 느껴졌던 건지, 누님도 얼굴을 살짝 붉히면서 겨우 고개를 끄덕여줬다. “후우. 다행이다. 그럼 우선 지금 이 상황 말인데요.” “이, 이대로 변명하시는 건가요….” 누님에게 기회를 얻은 나는 곧장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곧 누님이 지근거리에 있는 나조차도 알아듣기 힘든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렸다. “네?” “아, 아뇨. 아무것도. 그, 그래서요?” 누님은 화난 표정을 짓고 싶지만, 또 그러기 힘들다는 오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내 말을 재촉했다. “원래는 제대로 사과를 하려고 찾아왔어요. 그런데 아무리 불러도 누님께서 대답이 없으셔서, 실례인 건 알지만 문을 열고 들어와 봤어요. 그랬더니 누님의 자는 얼굴이 제 눈에 딱! 하고 들어와서. 그 여신 같은 자태가 마치….” “아부는 그만 하고요.” “아부라뇨! 전 그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겠어요. 알겠으니까요. 그래서요?” “그래서 안 그래도 저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셨을 누님이 오랜만에 취하는 숙면을 방해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그냥 일어날 때까지 누님의 자는 얼굴이나 구경하려고….” “제, 제 자는 얼굴을 계속 봤다는 건가요?! 대체 얼마나요?!” 내 대답을 들은 누님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는 마치 대답을 듣기 두렵다는 듯 자신의 긴 귀를 앞으로 접듯이 두 손으로 각각 감쌌다. 귀가 길다보니 귀 끝이 두 눈까지 가리게 돼서, 눈과 귀를 효율적으로 막는 모습이 된 누님의 모습은 무척이나 귀여우셨다. “괜찮아요. 아까 말했다시피 마치 여신과 같은….” “그러니까 아부는 됐으니까요! 대체 얼마나 보고 있었던 건데요!” “그, 글쎄요. 중간에 메이드가 아침식사까지 부르러 왔으니까…대략 30분쯤?” “뭐, 뭐라고요?!” 내가 그렇게 대답한 순간, 누님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크게 놀라며 마치 내 멱살이라도 붙잡을 기세로 내게 달라붙어왔다. “그, 그러니까 30분쯤이요….” “그거 말고요! 그 전에요!” “네? 그 전? 그러니까…메이드가 온 거요? 괘, 괜찮아요! 오해 안 생기게 제대로 말해뒀으니까요!” 사실 엄청 오해 받고 끝났지만, 그것까지 알려지면 상황이 더 꼬이게 될 뿐이다. 일단은 이대로 넘어가고 메이드와의 오해는 나중에 풀어서 해결하자. 하지만 이번에도 내 대답은 누님이 원했던 답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아뇨! 그게 아니라 아침식사 말이에요!” “아, 배고프세요?” “그게 아니라! 그럼 지금 대체 몇 시에요?!” “네? 그러니까…9시?” “꺄아아아아아아악!” “우와아아악!” 내 대답과 동시에, 누님은 마치 돌고래 울음소리 같은 비명을 내질렀다. 그 비명을 지근거리에서 듣게 된 나는 당연히 귀를 부여잡고 쓰러졌고, 그런 내 귀에 누님의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지각이다아아아아!” 아…그 얘기였군요. 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은 3시 전후로 올리겠습니다. 한동안 쉬었더니 글쓰는 속도가 조금 느려졌네요. 아루꿍 // 감사합니다. 확인 뒤 수정했습니다. 609==================== 집사의 본심 “어쩜 좋아! 어쩜 좋아! 어쩜 좋아!” “누님 진정하세요. 지금부터라도 빨리 준비하면….”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란 말이에요!” “네. 아니. 지각이면 지금이라도 빨리 준비해서 가야하는 게 맞잖아요.” “그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 누님은 날 보면서 왜 모르냐는 듯, 답답하다는 듯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방금 전에 지각이라고 누님 스스로가 그렇게 외쳐놓고는, 이제 와서 지각이 문제가 아닌 것처럼 반응하는 건 대체 무슨 뜻이지? “모르시겠어요?! 어제 그런 식으로 조퇴하고, 어제랑 같은 옷으로 지각까지 하면…!” 아, 아아…. 누님이 그렇게 말을 하고 나서야, 나는 누님이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즉, 물론 지각도 문제지만, 지각을 해서 일어날 여파가 더 문제라는 거다. 그야 분명 사람들이 뒤에서 엄청 수군거리기는 하겠지. 하지만 사람이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건데 말이야. 다 큰 성인 남녀가 관계를 가지는 게 이상한 일도 아니고. 특히나 이 세계에서는 더더욱 말이야. 뭐, 우리가 어젯밤에 같이 잔 건 아니지만. 아무튼 은근히…라고 할까 대놓고 연애 내성이 없는 누님이었다. “…제가 같이 가서 대신 총알받이라도 돼줄까요?” 사태를 파악한 나는 살짝 흐뭇한 기분이 되면서도 속마음을 얼굴에 드러내지 않고 그런 제안을 던져봤다. 어제 내가 잠깐 혼자 안내원석에 있었던 것만으로도 그런 소동이 일어났으니, 분명 내가 같이 가면 누님보단 내 쪽에 더 이목이 집중될 거라는 계산이었다. “그, 그러지 마세요! 괜히 더 창피하잖아요!” 하지만 누님은 제발 그만 두라는 듯 두 손을 맹렬하게 휘저으면서 날 뜯어말렸다. 내 제안 역시도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라는 듯이 말이다. “창피하다니…누님은 제가 창피하세요?!” 그 당황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워 보인 나머지, 나는 그만 저도 모르게 우리 애들한테 하는 것처럼 장난을 쳐버리고 말았다. “아, 아니! 그, 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 솔직히 말해서 스스로 해놓고 아차 싶었지만, 다행이도 누님은 내 장난에 그대로 넘어가줬다. 솔직히 말하면 어제는 오히려 누님이 대놓고 길드 안에서 내게 달라붙어있었으니, 어떻게 나올지 장담할 수 없었는데 말이야. 역시 어제는 무사한 날 보고 안심한 나머지 주변 눈도 신경 안 쓰고 그렇게 행동해버린 것뿐인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런 누님의 반응을 보고 자신감을 얻은 나는, 이 기세를 더 이용해보기로 했다. “아니면 뭐에요! 전 누님과 그런 소문이 나도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니! 오히려 내가 나서서 더 소문을…!” “꺄아악! 꺄아아악! 그, 그러니까 그만 두시라고요! 책임지실 거예요?!” “네? 아니. 책임은 원래 질 생각이었는데요.” 누님은 별 생각 없이 그런 말을 내뱉은 모양이었지만, 나로선 책임질 거냐는 말 자체가 당황스러웠다. 우리 관계는 애초에 내가 책임지겠다고 누님을 꼬드기고 있는 상황에서 누님이 거절하고 있는 거잖아. 그래서 그만 반사적으로 정색하고 대답을 해버렸는데, 그게 또 누님에겐 먹혀들은 모양이었다. “그…! 우으으읏! 우으으읏!” 누님은 발을 아까보다 더 심하게 동동 구르면서, 얄밉다는 듯이 날 노려봤다. 분명 어제와 마찬가지로 화를 내고 있는 상황인데도, 어제와는 달리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귀여웠다. 뭐 그렇다고 해서 이 이상 놀릴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아직 어제 일의 해명은 안 끝났고 말이야. “알았어요. 너무 그렇게 노려보지 마세요. 우선은 출근 준비부터 해야죠? 누님은 씻고 준비하고 계세요. 제가 얼른 가서 마차를 준비시켜 놓을 게요.” 나는 일단 여기선 한 발자국 물러나기로 하고, 그렇게 말한 후 누님의 방을 뒤로 했다. 그리고는 마차를 준비시키기 위해, 곧장 바넷사가 있을 식당으로 향했다. “바넷…! 말해두는데. 오해다.” 그리고 식당에 들어간 순간, 전 방위에서 느껴지는 싸늘한 시선을 통해서 나는 곧장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테이블을 보아하니 다들 이미 식사는 끝마친 상태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여기서 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내가 여기 올 걸 예상하고 있다니. 똑똑하군. “아직 아무 말도 안했는데.” “너희 전부 눈으로 말하고 있거든?! 진짜라니까! 못 믿겠으면 레이아가 직접 냄새라도 맡아보면 되잖아! 아무튼 바넷사! 레이첼 누님이…레이아?! 진짜로 냄새 맡게?!” 괜히 약한 척을 하면 오해를 살뿐이다. 나는 일부러라도 세게 나가며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원래 목적대로 바넷사에게 부탁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전에, 레이아가 자리에서 스윽 일어나서는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네? 후훗. 아니요. 전 구원씨를 믿어요.”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레이아는 내게 다가오며 포근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대체 나한텐 뭐 하러…?” “그치만, 모처럼 구원씨에게 달라붙을 기회가 생겼는데 놓치면 손해잖아요.” 그리고는 의아해하는 내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천사 같은 답변을 속삭여주신 후, 그대로 내 몸을 꼬옥하고 끌어안았다. 천사다. 천사가 여기에 있어. “잠깐! 레이아! 치사해요!” “네? 전 그냥 냄새를 맡는 것뿐인걸요? 응.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나 봐요. 꼬옥 끌어안기만 하고요.” …천사님. 일단 진짜로 냄새를 맡긴 맡는 겁니까.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이렇게 정확히 맞출 때마다 살짝 무서워진다니까. 이런 능력이 천사님한테 있었으니 망정이지. “거짓말 마요! 속삭이는 거 다 들었거든요!” 그리고 귀가 좋은 사라는 레이아의 속삭임을 또 들었던 건지, 그렇게 외치고는 내게 달려들었다. “야. 넌 또 왜 붙냐.” “뭐야?! 레이아는 괜찮고 난 안 된다는 거야?!” “아, 아뇨. 이왕 끌어안을 거면 좀 더 꽉 끌어안으시라고…으다다다! 아파! 아파!” “하여간 이 바보는. 레이아 가슴만 닿으면 헤벌쭉해져서는.” “사라양도 치사한 건 마찬가지일세!” “그래요! 그래요!” 불평을 하고 싶은 건 난데 오히려 내가 불평을 들어버렸다. 뭐, 됐어. 아무튼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내게 달라붙어있는 사라를 보고 이번엔 디아나가 질투하면서 달라붙으려 하고, 그걸 보고 은근슬쩍 동조하며 마틸다까지 달라붙으려 하자, 나는 더 이상 얘들을 말리긴 포기했다. 그냥 달라붙는 대로 그냥 전부 받아주면서, 나는 시선을 바넷사에게 고정시켰다. 아, 그 전에 실비아야. 괜히 주위 사람들한테 휩쓸려서 너까지 달라붙으려고 안 해도 되니까 말이야. 그러니까 그렇게 죽음을 각오한 표정으로 다가오지 않아도 된다. 이것아. 안 그래도 아까 전에 호되게 당했으면서 말이야. 아니. 그걸 당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아무튼 바넷사. 레이첼 누님께서 늦잠을 자셔서 말이야. 출근 시간이 지난 모양인데 미리 마차를 준비해줄 수 있겠어? 아, 그리고 이왕이면 가면서 간단하게 끼니를 때울 것도 부탁할게.” “…….” 내 부탁에도 불구하고 바넷사는 날 지그시 바라보기만 할 뿐 반응이 없었다. “바넷사?”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가 한 번 더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바넷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발끝을 돌려 식당을 빠져나갔다. 쟤 설마 질투한 거야? 아니. 야. 집사님. 방금 레이아의 발언으로 내 오해도 다 풀렸을 텐데 그 반응은 아니지 않냐? 그야 질투해주는 건 기쁘지만 말이야. 바넷사의 반응에 뭐라 말하기 힘든 감상을 품으면서도, 나는 일단 할 일을 끝마쳤다는 충실감을 느끼며 일단 뭐라도 좀 주워 먹기로 했다. “…그래서. 구원씨는 왜 같이 오시는 건가요….”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흘러서 지금은 마차 안. 나는 레이첼 누님과 함께 길드로 향하는 마차를 타고 있었다. 분명 같이 오지 말라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굳이 따라온 나를, 레이첼 누님은 살짝 원망하는 것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표정 속에서는 희미하게나마 기쁨의 감정도 엿볼 수 있는 게 또 귀여우셨다. 누님도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내가 따라오는 게 싫지만은 않은 건가. “그야 어제일의 해명이 아직 안 끝났으니까요.” “그건…이제 됐어요. 어차피 착각했던 제가 잘못한 거니까요.” “아뇨. 그럴 순 없죠. 그게 어떻게 누님 잘못이에요. 착각하게 만든 제 잘못이죠. 그 상황이면 누구라도 그런 착각을 했을 걸요?” “…….” “사실 요즘 이런 저런 일들이 많아서, 디아나하고도 같이 잔지 조금 오래 된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어제 오랜만에 디아나랑 같이 자게 돼서, 디아나를 실망시키면 안 된다는 마음에 괜히 안달해서 그렇게 제대로 설명도 안 하고 끌고 간 거였어요. 죄송해요.” 내가 그렇게 사과하자, 누님은 살짝 실망한 것 같은, 한편으론 어쩔 수 없다고 자포자기 하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러면, 굳이 절 데려가는 게 아니라. 그냥 거기서 헤어졌어도 되는 것 아니었나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뭔가 기대하는 게 있는지, 마치 매달리는 것 같은 표정으로 내게 그런 질문을 던졌다. 물론, 난 이미 누님을 만족시킬만한 답변을 준비해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게 말이죠. 디아나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누님이랑 조금이라도 더 오래있고 싶기도 했거든요. 어차피 집에 가더라도 곧장 디아나랑 둘이서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 같이 식사도 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싶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가 잘못한 건 맞지만요. 그러니까 미안해요. 용서해주시면 안 될까요?” “…….” 내가 누님의 손을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누님은 고개를 숙이고 한동안 대답이 없었다. “누님?” 대답이 없는 누님에게 살짝 불안해진 나는, 대답을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다시 한 번 누님의 이름을 불렀다. 물론 누님은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누님?”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는 누님에, 더더욱 불안해진 나는 결국 몸을 숙여서 아래로부터 그 얼굴을 엿보려고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누님의 두 손에 가로막혀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정확히는 두 눈을 틀어막은 누님은 갑자기 당황한 것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아앗! 바, 바넷사씨! 여기면 되요! 여기서 세워주세요!” 살짝 일부러 그러는 것 같은 느낌도 없잖아 드는 말투였지만 말이다. “네? 하지만 길드까지 가려면 아직 조금 더 가야합니다만.” “그, 그게…다들 구원씨가 디아나님과 같이 사시는 걸 아는데, 거기까지 이 마차를 타고 가는 건…아, 아무튼 여기면 됐어요! 여기부턴 제 발로 갈게요!” “…네. 알겠습니다.” 누님의 부탁에 눈치 빠른 바넷사는 대충 상황을 파악한 듯 마차를 세웠고, 누님은 그대로 내게 눈도 마주치지 않고 얼굴을 돌린 후 마차에서 내렸다. “그럼 전 여기서! 데려다주셔서 고마워요!” “네? 잠깐! 누님! 어제 일은 용서해주신…!” “그럼 다음에 봐요! 구원씨는 절대! 절대 따라오시면 안 돼요!” 나는 황급히 누님을 불러 세우고 사과를 받아주신 건지 확인하려 했지만, 누님은 그렇게 외치고는 순식간에 내 시야에서 모습을 감췄다. 절대 따라오지 말라니. 아니. 뭐, 내가 따라가면 그야 시선을 집중할 테니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뜻으로 따라오지 말라고 한 거 맞겠지? “사과, 제대로 받아주신 거 맞겠지?” “…저한테 묻지 마십시오.” 내 중얼거림에 대답하는 건, 평소보다 더 굳어진 것처럼 들리는 바넷사의 목소리뿐이었다. 하지만 바넷사의 그 반응을 보고, 나는 살짝 안심할 수 있었다. 얘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건, 내가 레이첼 누님과 잘 됐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난 눈이 막혀있는 바람에 레이첼 누님의 반응을 보지 못했지만, 적어도 바넷사가 봤을 땐 잘 된 모양이다. “에이. 넌 또 왜 그러냐. 질투하냐?” 안심한 나는 마부석 쪽으로 뚫린 조그만 창에 얼굴을 가져다대고, 돌아가는 동안 바넷사와 장난이나 치기로 했다. “핫.” “어라? 답지 않게 리액션이 큰 거 보니까 진짠가 본데? 잠깐 마차 멈춰봐.” “싫습니다.” “에이. 그러지 말고. 나도 마부석에 가서 앉게.” “오지 마십시오. 좁습니다.” “얘가 또 싫은 척 한다. 자기도 내심 좋으면서.” “방해됩니다.” “그러지 말고 멈춰 보라니까? 안 그러면 나 그냥 이대로 마부석에 간다? 위험해질 수 있다고?” “위험한 거 아시면 가만히 계십시오.” “자, 지금부터 간….” 찰싹! 내가 진짜로 마차 문을 열고 마부석으로 넘어가려고 하자, 바넷사가 들고 있던 채찍을 강하게 휘둘렀다. 당연히 마차의 속도는 빨라졌고, 문을 열었던 나는 하마터면 마차에서 떨어질 뻔 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내가 다칠만큼 연약한 놈은 아니지만 말이다. “야! 너 뭐하냐?!” 그래도 일단 항의를 하자, 바넷사는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마차를 멈춰 세웠다. 그럼. 그래야지. 자기도 실은 좋으면서. 그 틈에 나는 마차를 나서서 마부석으로 옮겨가려고 했지만, 그 전에 바넷사가 고개를 돌려 조그만 창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마부석은 좁습니다. 방해됩니다. 얌전히 계십시오.” “…네.” 아무래도 바넷사는 진심이었던 모양이다. 미안. 레이첼 누님이랑 잘 풀린 것 같아서 너무 들떴어.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610==================== 집사의 본심 저택으로 돌아가는 동안, 나는 침묵을 유지한 채 마차에 가만히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딱히 바넷사가 화내는 게 무서운 건 아니라고. 하지만 바넷사의 기분도 좀 헤아려줘야 되지 않겠어? 내 여자가 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바넷사 앞에서 또 새로운 여자를 꼬드기려고 시시덕대는 장면을 보이는 건, 확실히 내가 좀 경솔했다. 뭐, 엄밀히 따지면 레이첼 누님을 꼬드기려고 한 건 바넷사가 고백하기 전부터의 일이기도 했고, 이번에는 오해를 풀기 위해 그런 식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고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바넷사의 기분이 나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니, 나는 바넷사의 기분을 헤아려서 가만히 있어주기로 했다는 말이다. 게다가 이 마차는 디아나의 마차. 바넷사 말대로 괜히 사고라도 났다가는 괜히 디아나의 명성에 흠이 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음. 안전운전 중요하지. 그런 고로, 할 일이 없어진 나는 멍하니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 고급 주택가에 접어들게 되었을 때, 거대한 저택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저택을 본 순간, 나는 할 일이 하나 생각났다. 솔직히 말해서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니지만, 이왕 온 김에 인사도 할 겸 들러서 처리하고 가는 게 좋겠지. 어차피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고. “바넷사. 여기서 멈춰줘.” “…방해된다고. 말했습니다만?” 하지만 내가 멈춰달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바네사가 목소리에 힘을 잔뜩 주면서 내 쪽을 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여기서 내려달라고.” “…여기서 말입니까?” 내가 제대로 말을 하자, 그제야 바넷사는 마차의 속도를 서서히 줄이면서 내 쪽을 돌아봤다. 마부석 쪽으로 뚫린 조그만 창가에 너머로 보이는 바넷사의 얼굴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뚝뚝해 보였지만, 한편으론 어딘가 쓸쓸하게 보였다. “아니. 너랑 같이 마차타고 가는 게 심심하다든가, 그런 게 아니야. 오히려 엄청 즐거워. 할 수 있으면 계속 이렇게 둘이서 같이….” “아무도 그런 말 안 했습니다만.” 어, 어라? 아니야? 그럼 방금 그 약간 쓸쓸해보였던 무표정은? 그냥 내 기분 탓?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까.” 그런 말을 내뱉는 바넷사의 표정은 살짝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변해있었다. 이번엔 내 기분 탓이 아니다. “그러니까 아니래도. 진짜로 볼 일이 있어.” “여기에 말입니까?” “그래! 여기….” 그렇게 말하면서 창밖으로 보이는 목적지를 손가락질한 나는, 창 너머에 비친 광경을 보고 말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손으로 가리킨 곳은 바로 아라크네 클랜의 클랜 하우스. 그리고 거기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살짝 노출도가 있는 털털한 복장의 섹시한 경비들이 문을 지키고 있었지만, 지금은 어째선지 그 수가 평소보다 조금 더 많았다. 그리고 다들 한결 같이 호기심 가득한 눈동자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잠깐만요. 그런 거 아니거든요?” “…….” 야. 적어도 왜 존댓말이냐고 딴죽이라도 걸어주지 않으련? 침묵이 제일 무섭다고. “말해두는데, 그냥 저기 클랜장에게 볼 일이…그러니까 그런 볼 일 말고! 제대로 된 볼 일이 있어서 말이야!” “아직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만.” “아직 안 했단 건 지금부터 할 거란 얘기잖아! 진짜 그런 거 아니거든?! 너 나 못 믿어?!” “아뇨. 그냥 장난이었습니다.” “거짓말 마라! 완전 진심이었던 주제에!” 무지막지하게 진심으로 의심하는 눈이었어! 이번에도 절대 내 착각이 아니야! “아무튼 난 여기서 내린다. 먼저 가.” “오래 걸리는 용무인 모양입니다?” “그…러니까 그런 거 아니라고!” 이게 진짜 아직도 의심을 못 거두고 유도신문을 하려고 하네! 하마터면 나도 모르게 그렇다고 말할 뻔 했잖아! “고작 여기서 저택까지 마차 타고 가려고 널 기다리게 만들 수도 없는 일이잖아? 그냥 그뿐이야.” “그렇습니까. 전 별로….”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제야 바넷사는 살짝 눈에 힘이 풀리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리고 뒤에 이어질 말이 뭔지 대충 짐작할 수 있었던 나는, 드디어 전세역전의 찬스가 왔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별로 뭐? 날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고?” “볼 일 있는 것 아니었습니까? 내리시죠.” 물론 바넷사가 그렇게 호락호락 당해줄 상대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고. 이미 흐름은 내 쪽으로 넘어왔다! “아니. 잠깐만. 얘기는 끝까지 다 듣고 내려야지. 뭔데?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데? 말해봐. 응? 응?” “이럇!” “으악! 야! 알았어! 내릴게! 내리면 되잖아!” 얘 지금 진짜로 그냥 출발하려고 했지?! 하여간 농담이 안 통한다니까. 고분고분하게 귀여운 말 좀 해주면 어디 덧 나냐?! “아무튼 그럼 이만. 네가 정 기다리고 싶으면….” “이럇!” 아니. 그러니까 말이라도 좀 끝까지 듣고 가라. 내가 마차를 내리기가 무섭게, 바넷사는 절대 기다리지 않겠다는 듯 마차를 몰고 갔다. 쟤 말이야. 나한테 고백하고 내 여자가 되기로 한 애 맞지? 사도 임명인가? 사도 임명을 안 한 게 문제인 건가? 아니. 사도 임명이 무슨 성격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저건 그냥 성격 문제인가. 뭐, 둘이서 노닥거리는 분위기가 되면 또 그땐 내가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테니까 상관없지만 말이야. 내 여자가 됐는데도 불구하고 전이랑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은 바넷사의 태도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도, 나는 일단 아라크네 클랜에서 볼 일부터 마치기로 했다. “야! 진짜다. 진짜로 이리로 온다!” “숨어! 너희는 왜 나와 있어?! 훈련은 어쩌고?! 됐어! 아무튼 빨리 숨어!” 그리고 내가 아라크네의 클랜 하우스에 접근하자, 정문 근처에 모여서 날 주시하고 있던 여성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니. 숨고 자시고 할 것 없이 이미 진작에 다 알고 있었거든? 아무튼 나 한명 접근한다고 저렇게나 술렁거리는 걸 보니, 살짝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나 뭔가 저질렀던가? 내가 요즘 많이 유명해지기는 했지만, 내 유명세에 지대한 공헌을 한 건 바로 그 교육용 영상이다. 즉, 굳이 교육용 영상이 필요 없는 모험가들까지 저렇게 날 보고 환호할 일은 없다는 거다. 실제로 모험가들은 나에 대한 반응이 일반인에 비해 시큰둥한 편이었고. 뭐, 유명세에 따른 효과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말이다. 하긴 그러고 보니 어제도 그런 일이 있었지. …어라? 혹시 모험가들이 지금까지 날 보고 시큰둥했던 건, 주위에 우리 애들이 견제하고 있어서 그런 척 했을 뿐? 사실은 나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엄청 인기인이야? “무,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무튼 내가 다가가자, 처음부터 정문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이 날 막아서며 힘차게 질문했다. 물론 내 대답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앨리시아를 만나러 왔는데요.” “꺄아아아악!” 그리고 내 대답과 동시에, 뒤에서 새된 환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야? 뭐야?! 뭔데 그래?! 아니. 그보다 너희들 숨는 거 아니었냐? “앨리시아님 말씀입니까?” 심지어 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경비병마저도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다는 듯 입을 꿈틀거리고, 호기심 가득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날 쳐다봤다. “네? 네. 그런데요? 혹시 없어요?” “아, 아뇨! 아닙니다! 있습니다! 있고말고요! 어디 가지 마시고 꼭 여기에서 기다리고 계십시오! 금방 얘기를 전하고 오겠습니다!” 던전을 나오면서 앨리시아와 대화를 나눴던 게 벌써 며칠 전이다. 안 그래도 그 삼인방을 엄청나게 굴려대는 앨리시아니 혹시 또 금방 던전에 간 건가 싶었지만, 다행이도 아직 던전에 가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경비병은 어째선지 내게 떠나지 말도록 신신당부를 하고는, 곧장 저택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아니. 경비가 직접 그래도 되는 거냐? 뭐, 어차피 여기 숨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대놓고 날 엿보는 사람들이 엄청 많으니까 별문제는 없겠지만 말이야. 구경꾼들은 숨으려는 노력을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아예 내게 들릴 정도로 큰 소리로 자기들끼리 뭔가를 떠들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중에서 내가 주워들은 말이 바로 이거였다. “드디어 앨리시아님에게도 봄이?!”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지금까지 일들이 전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 응. 과연. 그런 거냐. 여기 클랜 사람들이 날 보고 유독 소란스러웠던 것도, 경비병이 그런 말을 하고 서둘러 들어갔던 것도 전부 말이다. 하지만 착각을 해도 그런 착각을 하다니. 뭐, 확실히 내가 여기 클랜 사람들 중에서는 유독 앨리시아하고만 친하게 지내기는 했지만 말이야. 그리고 앨리시아는 뭐, 일단 생긴 건 미인이고, 자랑은 아니지만 나도 선남이다. 주변에서 보면 잘 어울리는 선남선녀 커플로 보였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내가 주변에 있는 미인들은 전부 내 여자로 만들고 다니는 것처럼 보였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앨리시아는 아니지. 나도 그렇게까지 아무한테나 막 손을 뻗는 게 아니라고. 이래 봬도 진짜 반한 상대한테만 손을 뻗는다니까? “앨리시아랑 나랑 그런 관계 아닌데 말이야.” 너무도 어처구니 없는 착각에, 나는 저도 모르게 그만 입 밖으로까지 그런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소란스럽던 주변이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순식간에 정적에 감싸였다. 아니. 갑자기 이렇게 조용해지면 무서운데. 뭔데? 대체 왜 그렇게 심각한 반응인데? 그야 앨리시아 걔가 생긴 것과는 달리 남자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들어서…응. 생각해보니 심각한 일 맞네. 너희가 그렇게 들떴던 이유가 있었구나. 미안. 아무리 그래도 난 아니야. “아니. 그게 말이죠. 앨리시아 걔 따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던데요.” 숨 막히는 침묵을 버티기 힘들어진 나는, 마치 누구에게 변명이라도 하듯이 허공에 대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거짓말은 아니다. 전에 나한테 그렇게 놀려지면서까지 여자다운 행동을 연습하려고 했으니까 말이야. 분명 마음에 둔 남자가 있기는 있는 거다. 물론, 내가 그렇게 말한다고 해서 주위를 짓누르는 숨 막히는 정적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나는 결국 구경꾼들의 시선을 피하듯 땅을 바라보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크, 크흠! 뭐야? 무슨 일이냐?” 그리고 그렇게 기분 나쁜 정적이 흐른 지 얼마나 지났을까? 저택으로 들어갔던 경비병이 직접 앨리시아를 대동하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앨리시아!” “우앗! 뭐, 뭐야! 새끼야! 갑자기 달라붙고! 떠, 떨어져!” “아니. 미안. 반가워서.” “크, 크흠! 며칠 전에 봤잖아?” “뭐, 그렇긴 하지만 말이야. 아무튼 어디 조용한곳 없냐? 단둘이서 얘기할 수 있는 곳.” “뭐, 뭐?! 그, 그게 무슨…!” “아니. 여긴 조금…그래서, 없어?” “따, 따라와!” 솔직히 그냥 전에 있던 일을 설명만 하면 끝이니 여기서 얘기하고 헤어져도 별 문제는 없었겠지만, 지금 여기는 너무 분위기가 침울하다. 모두가 앨리시아를 불쌍히 여기고 있다고.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건 앨리시아뿐이다. 그런 고로, 나는 앨리시아를 유도해서 이 장소를 벗어나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우리가 도착한 곳은 저택 내부. 바로 앨리시아의 집무실 같은 곳이었다. 집무실이라고 딱 잘라 말하지 않은 이유는, 얘가 진짜로 여기서 일을 하기는 할지 의문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별 뜻은 아니고 말이야. 얘는 딱 봐도 육체노동 전문이잖아? “그, 그래서? 크, 크흠! 굳이 둘만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한 이유가 뭔데?” 앨리시아는 묘하게 안절부절 못하면서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것도 상당히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거기는 지금 네 처지를 불쌍히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서 그랬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얘기할 수 없겠지. 말했다간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얘한테 내 입이 찢어질 가능성이 있다. “아니. 그게 말이지. 거기 조금 사람이 많았잖아? 왠지 다들 우리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조금 불편해서 말이야.” 그래서 나는 머리를 살짝 더 굴려서 진실 아닌 진실을 대답하기로 했다. “무, 무, 무, 뭐어어어?!” “그래. 나도 알아.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야. 안 그래?” “으, 으핫! 으하하핫! 그, 그렇지! 그렇고말고! 그럴 리가 없지! 하핫! 너 같은 병아리랑?! 내가?! 응?! 하핫! 어떤 녀석들이 그랬는데?! 걸리기만 해봐! 하, 하핫! …찾아내서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그리고 내 대답을 들은 앨리시아는 황당하기 그지없단 표정으로 웃으면서 내 등을 팡팡 때리더니, 마지막엔 야수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아따! 따갓! 아파! 아파! 아얏! 아, 아니. 어떤 사람이 그랬는지는. 아무리 기분 나빠도 그렇지 살인은 안 되잖아. 살인은.” 그리고 그 미소를 보면서, 나는 등에서 느껴지는 격통을 필사적으로 참으며 앨리시아를 뜯어 말릴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나랑 그런 관계라고 오해 받는 게 그렇게 싫냐?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연참은 3시쯤에 합니다. 신판타지 // 아직 써 본지 얼마 안 되기는 했지만, 허리는 확실히 편해졌습니다. 오래 앉아있어도 허리에 통증이 생기지 않네요. 제품명은 죄송합니다. 이 글도 돈을 내야 읽을 수 있는 글인 만큼 상품명 같은 걸 함부로 말해도 되는 건지 잘 판단이 서지 않네요. 정 궁금하시면 쪽지를 보내주시면 답변해드리겠습니다. 611==================== 집사의 본심 “그래서 새끼야. 그럼 넌 왜 왔는데?” 기분이 풀리지 않는 건지 씩씩 대면서도, 일단 이성을 잃지는 않은 모양이다. 앨리시아는 팔로 내 얼굴에 헤드 락을 걸듯이 낚아채고는 난폭한 말투로 질문을 던졌다. 아니. 그러니까 왜 나한테 화를 내고 그러냐. 아프다 이것아. …뭐, 뺨에 가슴이 닿고 있어서 그나마 조금 고통이 완화되기는 하지만. 얘도 겉모습은 참 훌륭하단 말이야. 성격만…그놈의 성격만 조금 더…. “뭘 닥치고 있냐? 왜? 누님 가슴에 홀렸냐? 동정 뗄 때 기억이라도 나냐?” “핫. 레이아보다 작은 주제…크허헉…! 포, 폭력 반대….” “지금 뭐라고 했냐? 새끼야?” 이 치사한 녀석…. 자긴 되는 대로 막 내뱉어놓고 내가 뭐라고 하면 실력행사로 나서더라. 그러니까 네가 그 외모 가지고도 남자가 없는 거다. 그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나도 목숨은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앨리시아님의 가슴은 크고 말랑말랑하고, 뺨을 부비고 있으면…끄아악! 왜! 이번엔 칭찬했잖아!” “그게 칭찬이냐! 성희롱이잖아, 새끼야!” 앨리시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마치 자기 가슴을 보호하듯이 한 손으로 가리면서 헤드 락을 풀고 내게서 한 발 떨어졌다. 아니. 이제 와서 조신한 척 해봤자 엄청 안 어울리거든? 그렇게 말해도 목숨을 잃을 게 뻔했기 때문에, 나는 이번에도 목구멍에서 튀어나오려는 말을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뭐, 아무튼 할 말이란 건 다른 게 아니라. 며칠 전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오해를 조금 풀려고.” “…오해?” “그래. 너 며칠 전에 우리 애들이랑 싸웠잖아.” “응? 아, 아아. 그랬었지.” 드디어 본론에 들어가게 되기는 했는데, 앨리시아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아니. 이건 기억을 못 한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신경을 안 쓰고 있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 말인가. 원래부터 싸워도 그냥 그때뿐인 털털한 성격이란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디아나까지 포함된 그룹이랑 말다툼을 했는데 이런 태도라니. 얘도 참 어떤 의미로는 그릇이 크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그런 앨리시아의 태도를 보면서 말을 이어갈 의욕이 대폭 깎여나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끝은 보지 않으면.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나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아무튼 그때 일을 변명 좀 하자면. 우리 애들은 그때 내가 위험한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멀쩡했잖아?” 그리고 내 변명을 들은 앨리시아의 반응은 바로 이랬다. 역시나. 뭐, 그럴 것 같아서 내가 지금 여기에 설명을 하러 온 거지만 말이야. 그때 우리 애들은 다급해져서 어서 날 저택으로 데려가야 한다는 생각에 제대로 설명도 없이 앨리시아를 몰아붙이기만 했다. 심지어 그 디아나가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서 고압적인 태도를 취했을 정도니까 말 다했지. 그런 행동을 극도로 하기 싫어하는 디아나가 그럴 정도였으니, 그때 우리 애들이 얼마나 다급했는지 알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나는 멀쩡하게 앨리시아랑 대화를 했다는 게 문제였다. 앨리시아 입장에선 황당했겠지. 눈앞에서 내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멀쩡하게 있는데, 주변 사람들만 날 마치 깨지기 쉬운 도자기 취급하면서 다급해하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앨리시아가 그날 눈치 없이 우리 앞을 계속 막아서며 도발했던 건, 내 태도가 크게 한 몫을 했다는 거다. …그래도 앨리시아가 눈치가 없었다는 건 변함이 없지만 말이다. “멀쩡했지. 그래도 우리 애들은 그렇지가 않았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때 우리 애들이 조금 강압적으로 굴었던 것도 네가 조금 이해해줘라. 내가 대신 사과할게.” 아무튼 나는 앨리시아한테 살짝 고개를 숙이고, 우리 애들이 했던 행동을 대신 사과했다. 내 여자의 실책을 뒤에서 살짝 커버해주는 나. 멋지지 않냐? “그래라.” 그리고 그런 내 사과를 듣고, 일말의 고민도 없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앨리시아였다. 아니. 사과를 받아준 건 고마운데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너무 가볍지 않냐? “진짜로? 그렇게 간단히?” “그럼 뭐 내가 고작 그딴 걸로 너한테 보상이라도 요구할까? 됐다. 어차피 네가 지금 말하기 전까진 신경도 안 쓰고 있었는데?” 내 재확인에도 털털하게 손을 휘저으며 말하는 앨리시아를 보니, 역시나 얘가 성격이 좀 거칠기는 해도 된 놈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맙다. 짜식. 역시 남자답다니까.” “누가 남자란 거냐, 새끼야! 이 새끼가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그래서 살짝 농담 식으로 그런 말을 던졌던 거지만, 그 말이 앨리시아의 역린을 건드렸는지 앨리시아는 매섭게 내게 달려들어 내 팔을 휙 잡아채서는 꺾어버렸다. “아휴. 형님. 또 왜 그러세요. 말이 그렇단…아파! 아파! 항복! 항복!” “네 놈과는 한 번 제대로 말을 나눠볼 필요가 있을 것 같군.” 팔을 꺾이자마자 곧바로 탭을 하면서 항복을 외쳤던 나지만, 아무래도 앨리시아는 항복을 받아줄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앨리시아는 내 팔을 꺾은 손을 휘둘러서 내팽개치듯 날 던진 후, 그대로 갑자기 웃통을 까기 시작했다. 응? 잠깐만. 뭔가 흐름이 이상하지 않아? “어때?! 새끼야! 이래도 남자로 보이냐?! 앙?! 아앙?!” 던전에 다닐 때도 노출도가 심한 갑옷을 입고 다니던 앨리시아는 당연히 평상복도 상당히 노출도가 심한 옷을 입고 있었고, 때문에 앨리시아의 맨가슴이 드러내기 위해서는 그리 많은 옷가지를 벗을 필요도 없었다. 때문에 눈앞에서 출렁이는 커피색의 가슴에 시선이 고정되는 건, 남자로서 어쩔 수 없는 본능이었다. 이 세계에 처음 왔을 때도 일단 보기는 했었지만, 그땐 이렇게 느긋하게 감상할 여유 따윈 없었으니까 말이야. 역시 성격은 둘째 치더라도, 외모는 훌륭하다니까. 저 크기에, 저 탄력하며…특히 커피색의 피부와 핑크빛의 꼭지가 대조되어서, 뭔가 더 야하게 보이는 효과까지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별 신경을 안 썼지만, 얘는 가슴도 커피색이네. 원래 피부색이 이런 건가? 아니면 혹시 웃통을 까고 태운 건가? 지금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웃통을 까는 걸 보니,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핫! 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지금 가슴 감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내가 살짝 시선을 올려서 앨리시아를 바라보자, 앨리시아는 이미 승리를 확신한 듯 마치 야수와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고 있었다. “핫. 뚫어지게 쳐다보기는. 뭐? 남자다워? 형?” “아니. 그러니까. 그런 태도가 남자답다고. 다 큰 처자가 그렇게 훌렁훌렁 벗어던지기나 하고.” “이…! 네 새끼가…! 큭! 후, 훗. 그런 식으로 도발해봤자 소용없다. 방금 전까지 내 가슴에서 눈도 못 떼고 있었던 주제에.” “아니. 그건….” “그건 뭐? 핫. 말 못하겠지? 솔직하게 인정하지? 이 누님의 가슴을 보고 꼴렸다고. 새끼. 동정 뗀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동정새끼처럼 가슴에 홀리냐? 응? 왜? 동정 뗄 때 기억이라도 나냐? 어디 한 번 만져볼래? 흐으으읏!” 날 내려다보며 승자의 미소를 짓고 되는대로 지껄여대는 앨리시아. 솔직히 반쯤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그런 앨리시아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던 나였지만, 과연 도발이 이렇게까지 계속되자 살짝 오기가 생겼다. 게다가 마침 앨리시아가 저렇게 말하고 있기도 해서, 나는 덥석 앨리시아의 가슴에 손을 얹고 힘껏 주물렀다. “무, 무, 무, 뭐해 새끼야?!” 앨리시아도 설마 내가 진짜로 만질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건지, 가슴을 꽉 주물러지자 한 번 요염하게 콧소리를 내더니 화들짝 놀라서 내 손을 때렸다. “아니. 만지라고 하니까.” “그렇다고 진짜로 만지는 새끼가 어디 있어?!” “여기 있잖아. 만지면 안 됐어?” “그, 그게 아니라…!” 그렇게 말한 앨리시아는 머릿속이 바쁘게 돌아가는지 잠깐 그대로 일시정시 상태가 되어서는 가만히 있었다. “그, 그래! 아프잖아 새끼야! 뭘 그렇게 꽉 쥐는 건데! 하마터면 자국까지 생길 뻔 했잖아! 하여간 이래서 동정 새끼는!”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 생각이 정리되었다는 듯,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면서 그렇게 외쳤다. 앨리시아가 가리킨 부분은, 집중해서 보니 확실히 살짝 붉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뭐, 확실히 꽉 주무르기는 했지. 아니. 탄력이 끝내주더라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만. “아니. 나 동정 아니거든. 내 동정을 뺏어간 당사자가 무슨 말이야.”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 나도 이것만큼은 물러설 수 없었기 때문에, 앨리시아의 눈을 보고 똑바로 얘기했다. 얜 볼 때마다 날 병아리 취급하는데 말이야. 이번 기회에 내가 더 이상 병아리가 아니란 걸 똑똑히 말해두지 않으면. “핫. 내 눈엔 거기서 거기야. 병아리 새끼. 그렇게 못해서 밤에 여자 만족이나 시킬 수 있겠냐?” 하지만 앨리시아는 그런 나를 더 도발할 뿐이었다. “뭐야?! 지금 말 다 했겠다?!” “다 못했다, 새끼야. 솔직히 처음 했을 때도. 아무리 동정이라지만 그게 뭐냐 새끼야. 토끼도 그거보단 더 오래 갔겠다.” 그것도 내 마음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힐 정도로. “너, 너 그때 마음에 들었다고 했잖아!” “어디까지나 동정치고 그렇다는 거지, 새끼야! 설마 잘 했다고 생각했냐? 너 더럽게 못했어!” “…….” 그 말까지 듣고 나니, 나는 머릿속에 한 가지 감정만이 휘몰아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녀석은 내가 반드시 복상사로 죽인다. “뭐, 뭐야. 새끼야. 변명의 여지도 없다는 거냐?” 그런 내 감정을 느낀 건지, 앨리시아도 답지 않게 살짝 위축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와중에도 날 향한 도발은 멈추지 않았지만 말이다. “…앨리시아.” “뭐, 뭐야.” “넌 지금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었다.” “뭐?! 아, 아니. 잠깐. 야. 그러니까…. 흐으으읏! 뭐, 뭐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앨리시아도 그제야 제대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뭔가 말하려고 했다. 물론 나는 앨리시아가 뭐라고 말하든 용서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앨리시아에게 성자의 파동을 날렸다. 그리고 앨리시아는 성자의 파동을 맞자마자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지면서 자신의 두 손을 가랑이 사이로 가져갔다. 나는 그런 앨리시아에게 다가가서는, 그 어깨를 잡아채서 뒤로 벌러덩 드러눕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앉아서 하반신에만 두르고 있는 옷가지를 마저 벗겨내려고 했다. “흐응! 읏! 야, 흐읏! 진짜로?!” 그러자 과연 천하의 앨리시아도 당황한 듯 외치면서 몸을 뒤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오히려 내가 옷을 벗기기 쉽게 만들어줄 뿐이었다. 게다가 상의와 마찬가지로 하의 역시도 천의 면적이 적은 옷을 입고 있었던 앨리시아였기 때문에, 그 몸이 실오라기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완전히 드러난 앨리시아의 알몸을 보고, 나는…드디어 이성이 돌아왔다. 솔직히 분노는 여전했지만, 그 이상으로 엄청난 죄책감이 날 짓눌렀기 때문이다. 위험해! 큰 일 날 뻔했잖아. 우리 애들한테 자제하겠다고 말 한지 얼마나 됐다고 또 다른 여자랑 몸을 섞을 뻔 했잖아. 안 돼지 안 돼. 이번만큼은 절대 그런 식으로 흘러갈 수 없지. “흐읏…뭐, 뭐냐? 병아리? 막상 여자 몸을 보고 나니 겁이 나냐?” 그런 내 마음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앨리시아는 마치 도발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했다. 아니. 너 지금 나한테 거의 강간당할 뻔 했거든?! 대체 그 당당한 태도는 어디서 나오는 건데?! 아니. 잠깐. 그러고 보니 아까 몸을 뒤척일 때, 묘하게 옷을 벗기기 엄청 수월했는데? 얘 설마 노리고 이러는 거 아냐?! 어?! 잠깐만. 하지만 대체 왜?! 이성을 차리고 자세히 생각해보자, 이상한 점이 곳곳에 보였다. 그러고 보니 앨리시아가 저항을 안 한 것도 이상했다. 물론 성자의 파동을 한 방 맞아서 몸이 민감한 것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앨리시아가 진심으로 저항하면 내가 이렇게 쉽게 얘를 눕혔을 리가 없다. 그걸 깨닫게 되자, 나는 지금까지의 대화 흐름 전체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분명 처음에는 내가 우리 애들의 실책을 사과하는 거였는데, 어쩌다보니 대화의 흐름이 이런 식으로 된 거지? 게다가 얘가 스스로 웃통까지 벗어던지고. 그리고 이 모든 것은…여기 아라크네 클랜 하우스의 심부에서 이루어졌다. 잠깐만. 잠깐만잠깐만잠깐만. 나 혹시 이대로 얘를 덮쳤으면 그대로 아라크네 클랜에 코 꿰이는 결말이 기다리고 있었던 거 아니야?! 그런 결말에 도달하자, 나는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흐응…핫. 동정 새끼. 여자 벗은 몸 정도로 쫄아서는….” 그리고 눈앞에 있는 앨리시아가 무시무시한 책사로 보이기 시작했다. 성자의 파동을 맞고서도 이런 도발이라니. 이 녀석은 대체…. 나는 한시라도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날 필요성이 있음을 느꼈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612==================== 집사의 본심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급해서는 안 된다. 내가 지금 여기서 달아나 버리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보자. 앨리시아는 이미 성자의 파동에 맞은 상태다. 이대로 도망가면 앨리시아는 분명 몸 안에서 감도는 쾌락에 미쳐 날뛸 테고, 그렇게 되면 눈에 뵈는 것도 없이 내게 달려들게 뻔했다. 그리고 자랑은 아니지만, 솔직히 얘가 진심으로 날 덮치려고 들면 내가 그걸 피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즉, 이대로 도망가면 분명 얘랑 관계를 가지게 될 거고, 그건 다시 말해 아라크네 클랜이 원하는 대로 일이 흘러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우선 얘의 몸에서 내 스킬의 영향을 몰아내지 않으면 안 된다. “뭘…흐읏…멍하니 있는 거야…이, 동정 새끼야…. 누, 눈앞에 밥상이…으읏…차려져있는데…떠먹지도 못 하냐…?” 몸 안에 감도는 아련한 쾌감에 간헐적으로 몸을 떨면서도 계속해서 날 도발해대는 앨리시아. 나는 그런 앨리시아에게 다가가서 그 가슴에 손을 댔다. 사실은 가슴도 안만지는 게 좋겠지만 말이야. 그리고 내 성자 스킬이라면, 굳이 이런 곳을 만지지 않더라도 앨리시아가 절정을 느끼게끔 유도할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그래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얘도 레벨이 레벨이니까 말이야. 물론 아마 실비아나 마틸다하고 비슷한 수준일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 둘과 얘는 경우가 다르다. 그 둘하고는 사랑이 있으니까 말이야. 아무래도 사랑 같은 감정 일절 없이 그저 쾌락만 느끼게 하는 경우는, 그 둘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 효율이 좋지 않겠지. 그리고 또 하나. 여기 오래 있어서 좋을 게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이미 내가 여기 와있다는 걸 정문에서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목격한 상황이니까 말이다. 여긴 그 아라크네 클랜이다. 조심해서 나쁠 건 하나도 없지. 그런 고로, 나는 앨리시아의 탄력 있는 가슴을 주무르면서 얘를 절정에 달하도록 만들기로 결심했다. 아무래도 성감대가 효율이 좋을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결코 내가 가슴을 만지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다. 욕망에 질 거였으면 옷을 벗긴 시점에서 바로 삽입부터 했을 거라고. 나는 지금 엄청나게 냉정해. 나는 손에 성자의 손길을 두르고, 오랜만에 섹스 애널라이즈까지 쓰면서 앨리시아의 가슴 중에서도 특히 민감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가지고 놀았다. “하으응!” 그러자 앨리시아는 그 건강미 넘치는 허벅지를 바르르 떨고, 섹시한 신음소리를 내면서 정직한 반응을 보여줬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모습을 보고 나도 살짝 흥분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니. 나도 신체 건강한 남자니까 말이야.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다고. 게다가 아침부터 디아나가 어중간하게 만지고, 레이첼 누님이랑 그렇게 붙어있었다가 아무 일도 없이 끝나는 바람에 안 그래도 조금 욕구 불만 상태였으니까 말이다. 젠장. 앨리시아 주제에. 앨리시아 주제에 섹시한 목소리를 흘리다니. 좀 평소처럼…그래. 야수처럼 흐느끼는 목소리 같은 걸 내면 어디 덧 나냐? “으응! 하앗! 흐읏! 뭐, 뭐하냐? 흐응! 한참을 망설이고 고작 한다는 게…으읏…가슴이나 주무르는…읏! 왜? 흐읏! 또 박으면 바로 쌀…하응…바로 쌀까봐…으응…무섭냐?” 게다가 앨리시아는 그런 와중에도 날 보면서 도발을 해댔다. 얼핏 보기엔 그냥 평소처럼 거친 입을 아무렇게나 놀리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모든 걸 깨달은 나는 앨리시아의 그 행동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명백하게 유도하고 있어. 내가 자기한테 박도록. 명백하게 기정사실을 만들려고 하고 있어. 명백하게 코에 고삐를 걸려고 하고 있어. “하, 핫! 누가? 내가? 그럴 리가 있냐. 그냥 너한텐 박을 생각도 안 드는 것뿐이거든? 너한테 내 위대함을 알려주는 건, 손만으로 충분하다고.” 나는 앨리시아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기 위해서, 일부러 앨리시아에게 냉정하게 딱 잘라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다 벗겨놓고 박을 생각도 안 든다고 하는 것에 저항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무래도 여자한테는 엄청나게 치욕적인 일일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뭐, 앨리시아고.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내뱉었던 말이지만, 앨리시아의 반응이 내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했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살짝 눈이 붉어지면서 날 노려보는 그 모습은…마치 마음에 심각한 상처를 받고 울 것 같은 표정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안 어울리게 그런 표정은 왜 짓는 거야. “야. 그게….” “읏…!” 그 표정을 보고 죄책감이 생긴 나는 반사적으로 뭐라도 말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앨리시아는 그대로 몸을 반 바퀴 빙글 돌려서 엎드려버렸다. 가슴을 만지던 손을 뗀 게 아니었기 때문에, 바닥과 앨리시아의 몸 사이에 내 손이 껴서 아까보다 더 강하게 손바닥 전체로 뭉클한 가슴의 감촉이 느껴졌다. 뭐,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만. 아아. 정말. 진짜로? 진짜로 상처받은 거야? 아무리 클랜 영입으로 꼬드긴 상대라도, 아무리 동성 친구처럼 지내는 사이라도, 아무리 그 앨리시아라도, 역시 이런 말은 상처받는 건가? 바닥에 엎드린 채 얼굴을 보이려 하지 않는 앨리시아를 내려다보며, 나는 대체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한동안 방 안에 침묵이 감돌았다. “으응…흣…흐응…!” 정정하자. 방 안에 앨리시아의 신음소리밖에 들리지 않게 됐다. 아니. 아무리 분위기가 이래도 말이야. 얜 지금 내 스킬 영향을 엄청 받은 상태니까 말이야. 이것만큼은 어쩔 수 없지. 응. 아무튼 그렇게 앨리시아의 신음소리만이 들리고, 둘 다 아무런 움직임을…아니. 그러니까 앨리시아가 쾌감에 몸을 간헐적으로 떠는 것만을 제외하면 아무런 움직임을 취하지 않은 채로 잠깐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건 앨리시아였다. “이렇게 커져있는 새끼가 잘도 말한다. 새끼야!” 엎드려있던 앨리시아는, 갑자기 내 고간 쪽으로 손을 뻗으면서 그렇게 외쳤던 거다. “뭐? 박을 생각도…크흥…안 들어?! 새끼가 거짓말을 하려면…흐읏!” 앨리시아는 중간 중간 신음을 섞으면서도 마치 맹수 같은 미소를 지으면서 할 말은 다 하고 있었다. 손으로는 바지 위로 내 고간을 꽉 붙잡으며. 꽤나 강한 힘으로 잡아왔지만, 아이언 페니스가 발동해있는 내 물건에는 그게 또 적절한 쾌감으로 느껴졌…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뭐야 이거!? 뭐야 이거?! 얘 울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 상처 받았던 거 아니었어!? 그럼 방금 전에 보였던 그 반응은 대체…서, 설마! 낚은 거야?! 내가 죄책감을 가져서 자길 안도록?! 어, 어떻게 이렇게 악랄할 수가?! 역시 아라크네 클랜의 수상한 소문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어! “야, 야! 손 떼! 안 떼?! 안 떼면 나도 다 생각이 있다!?” 앨리시아의 일련의 행동을 이해하고 소름이 돋은 나는, 당황해서 그렇게 외쳤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앨리시아가 내 고간에서 손을 떼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핫! 이렇게 만져달라는 듯이 부풀려놓…흐으으으으읏!” 나는 하는 수 없이 최후의 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 가슴을 만지던 손에 힘을 꽉 줘서 가슴을 터뜨릴 듯이 움켜쥐고, 덤으로 검지와 엄지 사이에 유두를 끼워서 강렬하게 비틀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은 아래로 내려서, 지금껏 건드리지도 않고 있던 음부에 손을 댔다. 이미 젖을 대로 젖어있었던 그곳에, 나는 중지로 검지를 꼬듯이 두 손가락을 겹치고는 그대로 손가락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을 앨리시아의 비어있는 한쪽 가슴에 가져간 후, 타액에 성자의 성수를 발동시킨 후 그 탐스러운 유실을 한껏 베어 물었다. 지금은 어딜 덜 만지고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일단 최대한 빨리 얘한테서 내 스킬의 기운을 몰아내고 여길 탈출하는 게 중요해. 그렇게 판단했기 때문에 보인 행동이었다. “크흐으응! 너, 너어…하응! 흐읏!”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과연 앨리시아도 이 이상 떠들 기력은 없는 모양이었다. 몸을 바들바들 떨면서, 솔직하게 쾌락에 흐느끼는 게 고작이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내 고간에서 아직도 손을 안 떼고 있다는 거였지만 말이다. 아니. 손을 떼기는커녕 오히려 아까보다 더 힘을 줘서 꽉 붙잡고 있었다. 그거 손잡이 아니거든?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입을 여는 것보다 앨리시아를 느끼게 만드는 것에 더 집중했다. 성기를 진동시키는 스킬을 응용하여 음부를 만지는 손에 진동을 가하고, 이왕 몸이 밀착해 있는 걸 이용하기 위해 성자의 전신까지 사용했다. 그 외에도 성역 선포를 제외한 갖가지 스킬들을 총동원하여 앨리시아를 느끼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니, 제아무리 앨리시아라도 절정을 느끼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흐읏…크흥…흐으으으으읏!” 드디어! 드디어! 나는 일종의 성취감 같은 것을 느끼면서, 앨리시아가 절정에 달함과 동시에 황급히 그 몸에서 떨어졌다. 앨리시아도 절정에 달하면서 내 물건을 잡고 있던 손에 잠깐 힘이 빠졌기 때문에, 나는 무사히 그 몸에서 떨어질 수 있었다. “크흠! 어, 어때?! 이제 알겠냐? 나도 더 이상 네가 알던 그 동정이 아니라고. 박지도 않았는데 그렇게나 느끼다니. 너도 좀 귀여워졌다?” “누…흐읏…하앗…하앗….” 그렇게 말하는 날 보며 앨리시아는 분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래도 절정에 달한 직후라 호흡이 가빠져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반박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알겠으면 앞으론 언행에 좀 더 조심하라고. 뭣하면 성자님이라고 불러도 된다. 그럼 난 이만!” “뭣…하앗…여, 여기까지 해놓고…그냥 갈 셈인 거냐?!” 그 틈을 이용해서 황급히 여길 탈출하려했던 나였지만, 아무래도 앨리시아는 날 이대로 보낼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그럼. 볼 일은 끝났잖아?” “이, 이이…개새끼야! 너 고자 아니야?! 너 고자지, 새끼야?!” “자기도 방금 전까지 만져놓고 무슨 소리를.” 이번엔 날 고자로 몰아가며 도발하려고 하는 앨리시아였지만, 아쉽게도 그 도발은 이미 대책이 끝난 상황이거든. “그, 그럼! 그럼 진짜로 내가…!” 내가 그렇게 나오자, 앨리시아는 분한 듯 뭔가를 외치려고 했다.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새끼야!” 하지만 무슨 생각인지 중간에 말을 끊고, 앨리시아는 그저 내게 욕설만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러냐. 그럼 난 이만. 아, 사과 받아줘서 고맙다.” 나는 그렇게 외치고, 황급히 문을 열고 밖으로 탈출을 하려고…. “어머. 얘.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니?” 탈출 하려고 했지만, 문을 여는 순간 문 앞에 있던 인물에게 그대로 붙잡히고 말았다. 바로 같이 5계층에 간 적도 있는 아라크네 클랜의 간부 중 하나. 루티아였다. 던전에 가는 것도 아닌데 여전히 몸에 딱 달라붙는 섹시한 차림을 한 루티아는,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날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 넘어뜨리며 팔을 꺾어서 제압한 후, 자신의 커다란 가슴을 내 등에 꾸욱 눌러오며 내 귀에 입을 가져다대고 속삭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 어쩐지 뭔가 이상했어. 아무리 아라크네 클랜의 간부라고는 하지만, 앨리시아가 그렇게까지 사람 마음을 가지고 노는데 익숙할 리가 없지. 그랬으면 진작에 남자 하나라도…크흠. 아무튼. 그래. 앨리시아의 방금 전까지의 행동은, 어쩌면 이 섹시한 도적 누님이 전수한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는 거다. 아니. 분명 그런 게 틀림없어. 그 은근슬쩍 그런 쪽으로 분위기를 몰고 가는 행동하며, 전부 이 누님이 전수한 게 틀림없어. 그리고 잘 되는지 문틈으로 엿보며 감시까지 했다는 거다. “아, 아뇨. 그냥 용무가 끝났으니 돌아가려고요. 제가 이래 봬도 조금 바쁜 몸이라.” 일단 나는 냉정하게 대답을 했지만, 루티아는 그런 날 놔줄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었다. “어머?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이렇게 욕구만 풀고 가버리면 되겠니? 남자라면 안은 여자는 책임져야하지 않겠어?” 놔주지 않을뿐만이 아니라, 내 의심에 확신을 더해주는 발언까지 하셨다. 역시나 그랬어! 이런 식로 내 코를 꿰려는 속셈이었던 거야! 하지만 내가 앨리시아를 안았다고 생각한다는 건, 밖에서 엿보지는 않고 그냥 소리만 들었다는 건가. “네? 아뇨. 안다니요? 저 앨리시아랑 그런 짓 안 했는데요?” “으, 응? 얘, 거, 거짓말은 좋지 않단다. 저기 앨리시아가 다 벗고 있는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과연 이번만큼은 루티아도 조금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거짓말인지 아닌지 직접 물어보세요.” “…안했어. 저 고자새끼.”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말하자, 방 안에서 앨리시아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로?! 얘, 혹시 정말로….” “제 아들은 멀쩡하거든요?! 확인은 못 시켜드리지만 진짜거든요?! 그럼 이만!” 당황한 루티아의 힘이 빠진 틈을 타서 자리에 일어난 나는, 꾸벅하고 인사를 하고 그대로 아라크네 클랜을 빠져나왔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잠깐 쉬겠다고 침대에 누웠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네요. 닭구 //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613==================== 집사의 본심 그렇게 무사히 아라크네 클랜 하우스를 빠져나온 나였지만, 정문 밖을 나서고 나서도 발걸음이 느려지는 일은 없었다. 한 가지 고비를 넘기기는 했지만, 나는 지금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해있었기 때문이다. 하고 싶다. 맹렬하게. 아침에 눈을 뜨고 나서 지금까지 너무 많은 유혹을 견디기만 했어. 얼른 저택에 가서 성욕을 조금 해소하지 않으면. 내 상태가 지금 어느 정도로 심각하냐면, 방금 전 루티아가 등에 가슴을 밀착시킨 것만으로도 흥분이 됐을 정도였다. 아, 냉정히 생각해보니 그건 평소에도 흥분할지도. 아라크네의 클랜장이나 앨리시아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레즈비언 의혹이 있는 누님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걸 감안하더라도, 아니. 그래서 더 색기가 느껴지는…크흠!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아무튼 중요한 건, 나는 지금 욕구 불만 상태라는 말이었다. 간밤에 나랑 하루 종일 뒹굴었던 디아나가 들으면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것만큼은 나도 어쩔 수 없었다. 가끔 나 스스로도 이해가 안 될 정도로 성욕이 왕성하단 말이야. 내가 원래부터 이렇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원래부터 야겜 매니아였던 놈이 무슨 말을 하냐고 하면 나도 할 말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정말이었다. 왠지 이 세계에 와서 성욕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단 말이야. 정력이 강력해야하는 성자인 만큼, 정력에 비례해서 성욕도 왕성해지는 걸까? 어쩌면 가능성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 나하고 마찬가지로 여신의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되는 서큐버스 역시, 그 강력한 매료능력에 대한 대가로 주기적인 성관계가 필요하니까 말이야. 전에 봤던 펠리시아의 그 모습을 생각해보면, 나 같이 살짝 성욕이 강해지는 것 정도는 귀여운 수준…응? 잠깐만. 그러고 보니 나…이번에 던전에 다녀와서 성에 들른 적이 있던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자신이 욕구불만 상태였다는 것도 잊고 황급히 머릿속으로 날짜를 계산했다. 던전에서 돌아오고 벌써 6일째. 게다가 이번에 던전에서 지낸 기간은 결코 짧지 않다. 아니. 길다. 물론 저번에 마지막으로 펠리시아를 만났을 때, 또 폭주하는 일이 없도록 엄청나게 해대고 오긴 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역시 너무 오래 방치해두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 아니. 변명을 하자면, 까먹은 건 아니었다. 다만 요즘 일이 너무 많았잖아? 나도 사람이다 보니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어서 말이야. 뭐, 이미 한 번 있었던 일인 만큼, 또 펠리시아가 폭주를 했다면 이번에는 성에서도 사람을 보내왔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아무튼 지금 여기서 이렇게 혼자 머리를 싸매고 있어봐야 소용없다. 저택에 가자마자 처음 보는 애 한 명 데려다가 방으로 끌고 가는 작전은 잠시 보류하기로 하고, 일단은 펠리시아부터 처리하도록 하자. 뭐, 어차피 나 스스로의 욕구 불만 상태를 풀기도 해야 했으니, 겸사겸사 잘 된 일일지도 모른다. “구원!” 그렇게 정하고 저택까지 황급히 뛰어간 나를 반겨주는 건, 사라의 목소리였다. 정문에서부터 대기하고 있었던 건가? 그러고 보니 얘도 아직 유아퇴행이 완치된 건 아니었지. 뭐, 방금 전에는 잠깐 나갔다 온 거니까 별 일 없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앨리시아와 대화를 나누러 갔다가 예상외의 사건이 터져서 살짝 시간을 잡아먹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 시간은 점심시간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응. 바넷사는 먼저 왔지?” “그거야…칫. 뭐야. 오자마자. 또 바넷사한테 볼 일이라도 있어?” 내게 다가온 사라의 몸을 살짝 끌어안아주며 바넷사가 왔는지 확인하자, 사라는 살짝 토라진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사정이 있었다고는 하나, 요즘 내가 바넷사한테만 너무 신경을 썼던 것도 사실이니까 말이야. 사라 입장에서는 그야 재미없었겠지. 하지만 사라도 사정을 이해하는 만큼 이렇게 대놓고 질투하는 모습은 안 보였었는데 말이야. 이번에는 나랑 떨어져있었던 거랑 겹쳐서, 살짝 본심이 흘러나와버린 건가?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런 모습을 보면 얘가 우리 중 제일 어리다는 게 실감이 난다니까. “그런 거 아니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볼 일이 없는 건 아니기는 하지만. 마차를 부탁하려고 했던 거야.” 나는 그런 사라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면서, 타일르듯이 그렇게 말했다. 마치 어린애를 대하는 것 같은 태도에 사라는 살짝 눈썹을 찌푸리면서, 그래도 머리를 쓰다듬는 내 손을 치우려고 하지는 않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차? 또 어디 나가게?” “응. 생각해보니 돌아와서 아직 성에 안 갔잖아. 공주한테도 슬슬 한 번 들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러고 보니 그게 있었네.” 내 말에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던 사실이 떠올라버렸다는 듯, 사라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같이 갈래?” “…됐어. 구원이나 갔다 와.” 아직 유아퇴행이 완전히 나은 게 아닌데다가, 성에 가면 또 얼마나 시간을 잡아먹게 될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사라도 같이 가자고 제안해봤던 거였지만, 사라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잠시 고민하는 것 같더니, 결국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정말 괜찮겠어?” “…괜찮아. 괜히 또 그 여자 얼굴 보면 화날 것 같고.” “아니. 그건….” “뭐야?” 그래 봬도 펠리시아 걔 너랑 친해지고 싶어서 일부러 그러는 건데. 그런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나는 결국 말을 아끼기로 했다. 괜히 그런 것까지 내가 참견할 필요는 없겠지. 말했다간 펠리시아 본인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고. “아니. 아무것도. 그럼 난 다녀올게. 만약 정 못 참겠으면 디아나라도 데리고 같이 성으로 와. 디아나정도면 그냥 들어갈 수 있을 테니까. 뭐니 뭐니 해도 걘 쿠데타를 일으키겠다고 날뛰면서도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신분이니까.” “바보. 저녁이면 볼 건데 그렇게까지 할 리가 없잖아.” 나는 이전까지의 대화내용을 얼버무리듯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을 했지만, 돌아오는 건 사라의 부끄러움을 감추듯 쏘아붙이는 말투뿐이었다. 하여간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과연 저녁이면 볼 수 있을….” “뭐야?” “아닙니다. 저녁때까지 돌아오겠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나는 바넷사를 불러 마차를 준비시키고 성으로 향하게 됐다. 안 그래도 내가 아라크네 클랜에 들를 때부터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던 바넷사는, 이번엔 또 성에 가겠다며 마차를 준비시키니 더더욱 기분이 안 좋아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 바넷사도 내가 성에 무얼 하러 가는지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바넷사.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차피 이건 그냥 의무로 하러 가는 거라니까 그러네.” 그런고로, 마차에 탄 나는 또 아까 전처럼 마부석 쪽에 난 창문으로 열심히 바넷사에게 말을 걸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이번엔 아예 마차에 탈 때부터 마부석에 같이 타려고 해봤지만, 이번에도 역시 방해라는 바넷사의 차가운 한 마디에 얌전히 마차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만.” 그런 내 노력에도 바넷사는 이쪽을 보지도 않고 있었지만, 그냥 운전을 위해서라고 믿고 싶다. “또 그런다. 또. 너 내가 네 표정도 못 읽을 것 같아?” 뭐,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도 반쯤 감으로 찍는 거지만 말이야. 아니. 진짜로 표정 읽기 힘들다니까. 얘. “괜찮아. 펠리시아하고는 너랑 할 때처럼 사랑이 담겨있지….” “성희롱입니다.” “뭣이?! 진짜로?! 이정도도 안 되는 거야?! 우리 사이에?!” “아무리 사귀는 사이라고 할지라도, 성희롱이 성립되지 않는 건….” “오, 우리가 사귀는 사이란 건 인정하는구나.” “…….” 똑바로 앞만 본 상태로 냉정하게 대응하던 바넷사였지만, 이번만큼은 스스로 말하고도 살짝 부끄러워진 건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바넷사. 할 말 없으면 입을 다물어버리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럼 어디 시험 삼아서 구원님이 아니라 자기라고….” “구원님.” “아니 그러니까 구원님이 아니라, 자기라고….” “방해됩니다. 조용히 하십시오.” “네.” 치사한 녀석. 대화가 자기한테 불리해지면 대화를 중단해버리는 것도 좋은 습관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하아…대체 쟤는 왜 이렇게 몰라주는 걸까? 왜라고 생각해?” 결국 그 이상 바넷사를 방해할 수 없어진 나는, 얌전히 포기하고 내 무릎 위에 올라가 있는 정신안정제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사실 나는 마차에 혼자 타고 있는 게 아니었다. 바로 실비아와 같이 타고 있었다. 그것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내 품에 꽉 껴안은 상태로. 아니. 실비아 얘도 간간히 집에 연락도 하고 해야할 테니까 말이야. 성에 볼 일이 있으면, 실비아도 같이 따라가는 게 당연하다는 거다. “…….” “실비아?” “흐햣! 네, 네헷!? 무, 무슨 일이십니까아?!” 아까부터 계속 바들바들 떨고 있던 실비아는, 처음엔 내가 자신에게 말을 걸었는지 눈치 채지 못했던 모양이다. 아니 정확히는 그런 것에 신경쓸 수 있을 정도로 정신이 온전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해야 하나. 사도 임명 전에 살짝 면역이 생기는 것 같더니, 결국 사도 임명을 하고 나니까 다시 원상복구 되어버렸단 말이지. 아니. 오히려 증상이 더 악화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아니. 그러니까 바넷사 말이야.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 거라고 생각해?” “그, 그건…!” “그건?” 솔직히 답변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은 아니었는데, 실비아는 제대로 된 답변을 해주려는 모양이었다. “다, 다른 여자를 이런 식으로 껴안고 그런 말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아!” 결국 제대로 된 답변이 아니라, 내 품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강한 소원을 드러낸 것뿐이었지만. 얘도 참. 무슨 말을 하나 했더니. “그래도 안 놔줄 거다.” “히이이잉….” 내가 냉정하게 딱 잘라 말하자, 실비아는 두 손으로 자신의 이마를 가리고는 귀여운 목소리를 흘리며 몸을 웅크렸다. 그런 자세를 취하면 내 품에 더더욱 파고들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아, 그래서 이마를 가리고 있는 건가. 혹시라도 내 몸에 닿지 않도록. “왜 싫어?” “우윽…조, 죠습니다아아! 히잉!” 아니. 야. 좋으면 좋은 거지 왜 울려고 그러냐. 아무튼 그렇게 달리는 마차 안에서 실비아테라피를 만끽하며 지내고 있자니, 어느 샌가 마차는 성문 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나는 고개를 창문 밖으로 꺼낼 기세로 창문에 달라붙어서, 밖에 있는 병사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전에 공주가 폭주했을 때는 성문 앞에서부터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직 기한이 맞은 건지, 적어도 성문 앞은 모습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괜찮아 보이는 것 같지?” “…그런 것 같군요.” 뭐가 괜찮은 건지 정확히 설명을 하지도 않았지만, 내가 하고자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눈치 챈 듯 바넷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히 보니 바넷사 역시도 꽤나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러고 보니 얘도 공주의 그 기운에 당했었지. 그래서 결국 내가 몸을 달래주게 됐고 말이다. 아마 그때 내가 엄청난 자제심을 보였던 것이, 바넷사의 마음의 벽을 허무는데 크게 도움이 됐을 거다. 어라? 그렇게 따지고 보면 공주의 그 기운은 나랑 바넷사 사이를 이어준 큐피트의 화살이었다고 볼 수 없는 것도 아니네? “혹시 긴장 돼?”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 그래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걸 보니까 신경은 쓰고 있었던 모양인데? 걱정 마. 또 그 기운데 당하더라도, 내가 다시 해결해줄 테니까. 그러니까 이번엔 화장 같은 것도 할 필요 없다고. 아니. 물론 화장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야. 넌 맨얼굴도 엄청 예쁘지만 화장도 엄청 잘 받으니까 가끔은….” 탁! 야. 이래 봬도 안심시켜 주려고 한 말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냥 창문을 닫아버리는 건 너무하지 않냐? 뭐, 창문이 닫히기 직전에 바넷사의 귀가 살짝 빨개진 건 볼 수 있었으니,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야.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우리는 아무 문제없이 무사히 성문을 통과하고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성에서 메이드의 안내를 따라 도착한 곳에서 우릴 맞이해준 건, 폭주 상태가 아니라도 요염한 기운을 사방에 뿌리고 있는 우리의 퇴폐적인 공주 펠리시아였다.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늘도 살짝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글 쓰던 중간에 코피가 터지는 바람에 조금 늦었습니다. 614==================== 집사의 본심 “어머, 실비아. 자기. 어서와.” 침대에 반쯤 드러눕듯 앉아서 이쪽을 향해 살랑살랑 손을 흔드는 펠리시아. 화려한 드레스는 반쯤 벗겨져서 어깨는 환히 드러나 있었고, 긴 치마도 아슬아슬한 부분까지 말려 올라가서 그 섹시한 맨다리가 허벅지를 거의 다 드러내놓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아침부터 계속 쌓여있었던 나로서는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광경이었다. 아니. 애초에 쟤는 왜 멀쩡한 의자를 놔두고 침대에서 저러고 있냐? 이전까지는 다른 놈들이랑 뒹구느라 그랬다고 쳐도, 이젠 그것도 아니잖아? 자기 스스로 나랑 붙어먹는 동안은 다른 남자랑 안자겠다고 했으니까 말이야. 하여간 언제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건지 알기 힘든 녀석이다. 아무튼 저 여유로운 모습을 보니, 성문에서부터 예상했던 대로 아직 폭주의 위험은 없는 모양이었다. 뭐, 지금도 사방으로 색기를 뿌려대고 있기는 하지만, 저건 쟤한테 있어서 패시브 스킬 같은 거니까 말이야. “그래. 별 일 없었지?” “응. 살짝 아슬아슬했지만. 그래도 위험했다고? 경고감이야. 경고.” “이쪽도 나름 사정이 있었다고. 그치 실비아?” “…….” “야. 실비아.” “네헷?! 아, 넷! 그게, 조금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또 멍하니 있던 실비아는, 내가 그 몸을 살짝 건드리자 그제야 전원이 켜진 것처럼 움찔하고 반응하고는 입을 열었다. 앞머리를 계속해서 손으로 쓸어내리는 동작이 엄청 어색해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실비아. 지금은 우리밖에 없으니까 존댓말 할 필요 없어. 그리고 자기. 우리 실비아한테 또 무슨 짓이라도 했어?” “무슨 짓이라니! 또라니! …뭐, 했지만.” “실비아! 괜찮아?! 심한 짓 당한 거야! 너무해, 자기! 그런 짓이 하고 싶으면 대신 내 몸으로…!” “넌 그냥 당하고 싶은 것뿐이잖아. 이 마조야.” “으흐응! 자, 자기도 참.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내가 냉정하게 딴죽을 걸자, 펠리시아는 살짝 몸을 떨면서 섹시한 콧소리를 흘렸다. 이 마조끼 있는 공주님…설마 진짜로 흥분한 건 아니지? 직접 때리는 건 또 싫어하는 주제에 하여간 성벽하고는. 뭐, 거칠게 다뤄지는 것 자체에 흥분하는 게 아니라, 생소한 경험 자체에 흥분하는 거라는 건 알고 있지만 말이야. “그래서, 사실은 어떤데?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비, 비밀! 비밀이야!” 펠리시아가 계속해서 흥미를 보이자, 아까부터 부끄러움에 몸을 떨던 실비아가 더는 안 되겠다는 듯이 두 팔을 좌우로 맹렬히 흔들어대며 외쳤다. “어머, 너무해. 나한테도 비밀인거야…? 실비아, 우리 우정이 고작 그 정도였어?” “웃…하지만…하지마안….” 하지만 펠리시아가 살짝 상처받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렇게 말하자, 반박할 말이 없어진 실비아는 도움을 청하듯 내 쪽을 쳐다봤다. 물론, 나는 실비아의 기대에 응해주기로 했다. “후훗. 궁금하냐? 궁금해?” “으아아아….” 야. 실비아. 그러니까 왜 절망한 표정을 짓는 건데. 너도 실은 자랑하고 싶잖아? 그냥 살짝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뿐이잖아? 그러니 내가 대신 말해줄게. “자기도 참. 너무 애태운다니까. 나, 그런 플레이도 싫어하지 않지만, 너무 애만 태우는 건….” 그리고 펠리시아 역시도, 실비아의 그런 반응은 완전히 무시하고 날 바라보면서 섹시하게 중얼거렸다. “아니. 그러니까 넌 왜 그런 대사를 쓸데없이 섹시하게 말하는 건데!” “글쎄? 선천적으로 타고난 넘쳐흐르는 페로몬 때문에?” “그냥 머릿속에 그 생각밖에 없는 것뿐이잖아!” 페로몬이 넘쳐흐른다는 말을 부정할 수 없는 게 은근히 분하다. 요망한 서큐버스 같으니라고. “어머. 너무해.” “하아…. 아무튼 이거다.” “으헷?! 헷?!” 나는 실비아의 뒤로 돌아가서, 더 이상 앞머리를 만지지 못하도록 두 팔목을 붙잡았다. 그리고 진심으로 저항하면 빠져나올 수 있을 실비아는, 내게 거친 짓을 할 수는 없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나랑 붙어있어서 힘이 빠진 건지, 두 눈을 꼬옥 감은 채 몸을 바들바들 떨기만할 뿐이었다. 아니. 딱히 잡아먹으려는 거 아니니까 말이야. 그렇게 반응할 필요는 없지 않냐? “어디어디….” 그리고 펠리시아도 실비아가 유독 앞머리를 만지고 있었다는 걸 진작 눈치 채고 있었는지, 내가 실비아를 구속하자마자 침대 위를 기어와서는 그 앞머리를 들췄다. 아니. 야. 앞 좀 가려라. 너 지금 반쯤 벗고 있는 거 모르냐? 흘러내린다고 이것아. “훗. 그 문양으로 말할 것 같으면.” “헤에. 이게 실비아가 말했던 그거야?” 나는 자랑스럽게 사도 임명에 대해 설명하려 했지만, 펠리시아는 이미 실비아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는 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으, 응….” “잘 됐잖아! 축하해!” 실비아는 그런 펠리시아를 보면서 살짝 말끝을 흐리며 왠지 자신 없게 대답했지만, 펠리시아는 그런 실비아를 꽉 껴안아주며 축하했다. “자기도 참. 손이 빠르다니까. 내 친구를 울리면 가만 안 둘 거야!” 그리고는 날 올려다보면서, 펠리시아는 경고를 하듯이 그렇게 말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표정은 장난스러웠지만, 나는 왠지 펠리시아가 진심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펠리시아를 보면서 나는…. “앞으로 너랑 안 한다.” 누구의 입장이 위인지를 똑똑히 알려줬다. “흐윽…미안해, 실비아. 내가 약한 바람에…. 이 귀축! 울릴 거면 날 괴롭혀! 실비아는…!” “아니. 그러니까 은근슬쩍 자기 욕망을 끼워넣지 말라고! 네가 말 안 해도 안 울려! …난 평범하게 잘해줬는데 실비아 혼자 우는 건 상관없지?” “아, 응. 그건 괜찮아.” “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와 펠리시아는 마주보고 웃고 실비아 혼자 절망하는 그림이 완성됐다. 아니. 그러니까 울지 말라고. 잘해주겠다니까? “우으…그럼 전 이만 나가있겠습니다아….” 설마 했던 나와 펠리시아의 합동공격에 정신이 피폐해진 실비아는, 어깨를 축 늘어뜨리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아, 응. 미안해, 실비아. 아, 통신 마법 사용허가는 미리 내려놨으니까.” “응….” 펠리시아는 실비아를 실컷 놀린 게 살짝 미안했는지, 몸을 뒤로 뉘이고 웃던 자세 그대로 그렇게 사과를 했다. “우후후후. 그래서 자기, 어떻게 됐어?” 하지만 그뿐이었다. 실비아가 나가자, 펠리시아는 곧장 쌓아둔 베개에 기대고 있던 상반신을 살짝 일으킨 후 날 바라보면서 갑자기 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물론, 갑자기 그런 의미 불명의 질문을 던져봤자 내가 알아들을 수 있을 리가 없었지만 말이다. “…뭐가?” “뭐긴 뭐겠어. 전에 내가 그렇게 되어버렸을 때 말이야. 새침이랑 실비아는 자기가 그날 직접 풀어줬지만, 그 무뚝뚝한 남장 집사씨는 방치하고 있었던 거잖아?” “새침이라니…너 사라한테 직접 그렇게 부르지 마라.” “아하핫. 알고 있다니까. 그래도 잘 어울리지 않아?” “전혀. 어딜 봐서? 사라의 어디가 새침한데? 난 전혀 모르겠는데.” “아하하하하하핫!” 아니. 이것아. 농담으로 한 말 아니거든. 시원스레 웃기는. “알았어. 알았어. 그러는 자기도 한 번에 알아들은 주제에. 아무튼 그래서? 그 무표정 남장 집사씨는? 실비아가 안색을 바꾸고 뛰쳐나갔을 정도니까, 엄청 큰일이었던 거지?” 그렇게 말하는 펠리시아는 전혀 큰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오히려 재밌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빛내며 날 바라봤다. 역시 이 녀석, 성격 더러워. 어쩌면 사라를 놀리는 것도 친해지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 그냥 원래 그런 성격인 건지도. 그리고 바넷사도 무표정 남장 집사라고 부르지 마라. 확실히 무표정이고, 바지를 입고 있고, 집사지만 말이야. 걔 그래 봬도 귀여운 옷도 있다고? 저래 봬도 더운 지방에선 엄청 노출도 높은 메이드 복 같은 걸 입는다고. …뭐, 그 옷도 이제는 내가 가지고 있지만 말이야. 아무튼 바넷사가 여기 없는 게 다행이지. 참고로 바넷사는 아예 이 방에 오지도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성에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해야 하나. 왜냐하면 마차에서 대기를 한다면서 그쪽에 눌러앉아버렸기 때문이다. 집사인 동시에 내 여자이기도 하니까, 난 데려오려고 했는데 말이야. 나도 꽤나 끈질기게 데려오려고 했지만, 바넷사는 요지부동이었다. 집사 일을 할 때는 집사의 본분을 다 하겠다나 뭐라나. 하지만 마차를 지키고 있는 게 집사의 본분이라는 바넷사의 말에는 살짝 모순이 있었다. 왜냐하면 전에는 같이 성까지 따라왔었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펠리시아의 기운에 당한 거고 말이다. 아마 바넷사가 안 따라온 건, 전 같은 일이 또 일어날 것을 걱정한 거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내 여자니까 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걱정할 것 없을 텐데 말이야. 하여간 조심성은 강하다니까. “응? 어떻게 된 건데? 얘기해봐? 그 집사씨랑 했어?” 아무튼 펠리시아가 저렇게까지 기대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나는 반대로 반격을 하고 싶어졌다. 나도 성격 더러운 걸로 남 말할 처지는 아니라고? 알아. 그래서 내가 쓰레기잖아. “아니. 별 일 없었는데. 그러는 너야 말로 어떤데? 전에 봤을 때 대충 세어도 열 명은 넘게 영향 받은 것 같았는데.” “그게 왜? 전부 느끼게 해주면 그만이잖아? 그런 것도 신선해서 재미있었어.” 하지만 내 반격에도 불구하고, 펠리시아는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 표정은 연기가 아니라 진짜로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라서, 나는 황당함을 금할 수 없었다. 아니. 뭐, 얘 성격이면 이렇게 나올 거라고 생각을 아예 못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재밌었다니. “아니. 같은 여자였잖아. 그래도 괜찮은 거냐. 공주님.” “하지만 그렇게 된 건 딱히 내 잘못이 아닌 걸? 굳이 따지자면….” “그래서 해결해줬잖아!” “아하핫. 그래도 조금 책임을 느끼기는 했었나 보네? 괜찮아. 책망하는 거 아니니까. 말했잖아? 그런 것도 신선해서 재밌었다고.” “아니. 그래도 그걸 재밌어하는 건 어떨까 싶은데.” 여자 둘이서 뒤엉키는 건, 물론 남자인 내 입장에선 꽤나 흐뭇한 광경이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가 됐다고 생각해보면…그러니까 나로 치면 내가 다른 사내새끼랑 붙잡고 뒹구는 느낌이란 거잖아? 난 때려 죽여도 못한다. 아니. 만약 그래야 되는 상황이 오면 상대를 죽인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으로. “하지만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이었잖아? 그럼 즐기는 게 좋잖아?” …그래. 너 엄청 긍정적이다. 아니. 그냥 쾌락주의자인 것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그쪽은?” “뭐가?” “또 시치미 떼기는. 설마 이런 걸로 말을 돌리 셈이었어? 그 집사님 말이야. 아무 일도 없었을 리가 없잖아? 한 거지? 그치?” 마치 미인을 운 좋게 따먹은 친구에게서 무용담이라도 들어보려고 하는 것 같은 태도. 물어보는 게 차라리 같은 사내 새끼였으면 나도 무용담을 떠들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저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게 퇴폐적인 색기를 뿜어대는 미인이라는 점에서 엄청난 위화감이 느껴졌다. 하여간 별난 녀석이라니까. 그리고 야. 그런 차림 하고서 앞으로 숙이지 마라. 아까도 생각했는데 말이야, 너 지금 자기가 반쯤 벗고 있단 자각이 있기는 하냐? “아니. 안 했는데? 그냥 애무로 풀어주고 끝났어.” 물론 나는 펠리시아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줄 생각이 없었다. 기대로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표정을 망쳐주고 싶다는 짓궂은 마음도 살짝 있었고, 무엇보다도 진짜로 안 했으니까 말이다. 적어도 펠리시아의 기운을 풀어줄 때는 안 했다. 그 이후에는 이런저런 일들이 있어서 엄청 했지만 말이다. “거짓말!” “진짜로 안했거든?! 너 예전에 네가 유혹할 때도 내가 거절했던 거 까먹었냐? 나 이래 봬도 꽤나 순정남이라고.” “아하하핫! 자긴 진짜 재미있다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펠리시아는 다시 배를 잡고 폭소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게 진짜! 나 농담한 거 아니거든?! “아하, 하아…아무튼 나 때랑 집사씨 때랑은 다르지. 이번엔 같이 잘 합법적인 이유까지 있었잖아? 그런데도 그 기회를 마다하고 안 했다고? 그것도 집사씨가 엄청 들이댔을 텐데? 자기, 내 눈 똑바로 보고 사실대로 말해봐.” 한참을 웃던 펠리시아는 장난 그만 치고 진실을 말해보라는 듯 또 다시 눈을 반짝이며 날 쳐다봤다. “진짜라니까 그러네. 매혹 걸 생각하지 마라.” “자기도 참. 자기한테는 이제 그런 짓 안 한데도. 하지만 정말로? 정말로 진짜로 안 한 거면…자기, 괜찮은 거지? 나 이번에도 엄청 기다렸는데, 만약 자기랑 못 한다고 하면 울 거야.” 내가 무뚝뚝하게 진실을 고하자, 펠리시아는 이번엔 두 주먹을 눈가에 가져다대고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물론 자기가 말해 놓고도 내가 고자가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듯, 여전히 눈은 웃고 있었지만. “미안. 실은 나 불능이…자, 어서 울어봐.” “에잇!” “우왓! 너 뭐하냐?!” 이 녀석! 아무 준비자세도 없이 갑자기 내 고간을 만졌어! 아니. 지금도 만지고 있어! 야! 주물거리지 마라! 장난감 아니거든?! 그리고 앞 좀 가려라! 아니면 아예 그냥 다 벗던가! “후훗. 자기도 농담은. 어머 손 안에서 팔딱팔딱 신선하게 뛰는 게….” “생선 아니거든?!”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정시 연참! 난 키보드를 두드리고 떡씬을 쓰려했지만, 거기엔 오직…만담뿐이었어. 615==================== 집사의 본심 “하아….” 펠리시아와의 장난에 지친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말해서 얘랑 이렇게 농담 따먹기를 하는 게 싫은 건 아니다. 이런 대화를 나눌 상대는 좀처럼 없다보니, 나름 즐겁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치는 건 지치는 거다. “어머. 왜 나이 먹은 사람처럼 한숨까지 쉬고 있어. 여긴 이렇게 건강하면서.” “누구 때문이냐! 누구 때문!” 뻔뻔한 펠리시아의 반응에 나는 얼굴을 굳히고 화난 척을 했지만, 그래도 역시나 펠리시아는 태연했다. “어머, 나 때문에 이렇게 선 거야? 미안해. 빨리 해결해줄게.” 심지어 내 말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기까지 했다. 내 바지 앞섶에 얼굴을 가져다대고, 마치 물건에 말을 걸듯 입김을 불어넣으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펠리시아의 태도에 나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으아아아악!” 펠리시아를 밀어서 뒤로 눕히고, 그 고급스러워 보이는 드레스를 거칠게 벗겨냈다. 그래. 원래부터 이럴 생각으로 온 거니까 말이야. 차라리 실비아가 나갔을 때부터 이러는 게 좋았을지도. “꺄악! 자기도 참. 너무 거칠다니까.” 펠리시아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요령 좋게 몸을 이리저리 틀어서 내가 자기 옷을 벗기기 쉽도록 도와줬다. 화려하게 생긴 값을 하는지 복잡한 구조를 가진 드레스였지만, 방 안에 들어올 때부터 이미 반쯤 벗겨져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완전히 벗겨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네가 도발한 게 잘못이니까.” 나는 벗겨낸 펠리시아의 드레스를 바닥에 던져버리고는, 손으로 펠리시아의 음부를 거칠게 쑤셨다. 펠리시아 역시도 거부할 생각은 전혀 없는 듯, 오히려 환영하듯 두 다리를 벌리고는 내 손을 맞이해줬다. 내가 방 안에 들어올 때부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지, 아니면 펠리시아가 아까 말했던 대로 내가 오는 게 꽤나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기 때문인 건지, 펠리시아의 음부는 역시나 벌써부터 흠뻑 젖어있었다. 미끈거리는 애액에 힘입어서 검지와 중지를 펠리시아의 안쪽에 넣고 살짝 번갈아가면서 거칠게 휘젓자, 펠리시아는 다리를 꽉 오므리면서 민감하게 반응을 보였다. “으응! 그치만…! 흐읏! 아응! 자기, 거기! 거기 좀 더!” 이렇게 되고 나니 펠리시아도 더 이상 나랑 말장난을 할 생각은 없는 듯, 딱히 내 말에 반박도 하지 않고 그저 전신으로 솔직하게 쾌감을 표현했다.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자기 성감대를 스스로 알려주다니. 하여간 얘랑 있으면 나도 여러모로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한다니까. 물론 펠리시아가 굳이 말해주지 않더라도 이미 펠리시아의 성감대 정도는 꿰고 있었던 나는, 펠리시아의 바람대로 음부 안쪽의 지 스팟을 손가락 끝으로 긁듯이 자극해줬다. “흐으으읏! 하응! 그거! 그거 좋아아…! 흐읏!” “너 왠지 더 민감해지지 않았냐?” “그러니까…으응…아슬아슬 했다고…흐읏…아까도 말했…!” 아, 역시나 그런 거였나. 아까 생각했던 대로, 펠리시아의 몸이 한계에 가까워져 있었던 건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뭐, 나로서는 잘 된 일이지. 더 효과적으로 골려줄 수 있으니까. 내게 매달리듯이 두 손으로 내 팔을 붙잡고 신음하는 펠리시아를 보며, 나는 타이밍을 맞춰서 손을 빼버렸다. “흐읏! 자기, 또 왜…. 내 몸…기분 좋지 않아? 자, 여기도 엄청 부드러워….” 절정 직전까지 갔다가 갑자기 쾌락원이 사라져버린 펠리시아는, 살짝 원망스런 표정을 지으며 날 쳐다봤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이내 유혹하듯이 속삭이면서 매달려있던 내 팔에 자연스레 자신의 가슴을 밀어붙이는 모습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고혹적이었다. 하여간 어떻게 하면 남자를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드는지 너무 잘 알고 있다니까. 하지만 이번엔 상대가 안 좋았어. 나 성자라고. 성자. 나는 펠리시아의 유혹을 무시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던졌다. 그리고는 아까 펠리시아가 그랬던 것처럼 쌓아놓은 쿠션에 등을 기대로 반쯤 드러눕듯이 침대에 앉은 후, 스스로의 고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까부터 계속 나만 봉사하고 있잖아. 너만 즐겨서야 되겠냐. 너도 실력 발휘 좀 해보지?” “하아…자기이. 그런 건 나중에 얼마든지 해줄 테니까…응? 우선은 나부터….” 절정 직전에 자극을 멈춘 게 생각보다 훨씬 더 먹혀들었는지, 펠리시아는 내게 눈웃음을 치면서 어떻게든 내 마음을 돌려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마저도 내게는 통하지 않았지만. “빨아.” “흐읏! 아, 알았어…빨면…빨면 되잖아…. 자기도 참, 난폭하다니까아….” 내가 거칠게 말하자, 펠리시아는 두 다리를 오므리고 손을 자신의 하복부에 가져가면서 약하게 신음을 했다. 내가 명령조로 말을 하자 또 살짝 느껴버린 모양이다. 하여간 이 변태는 진짜. 게다가 명령조의 말에는 거역할 생각이 안 드는 건지, 펠리시아는 살짝 불평을 하면서도 순순히 몸을 숙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얼굴을 내 물건에 가까이 가져갔다. “안녕. 오랜만이야. 여전히 기운차네?” 아니. 야. 지금 뭐하냐? “…너 지금 누구한테 말하냐?” “자기도 참. 누구기는. 얘지.” 내가 황당해하면서 질문을 던지자, 펠리시아는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말하며 내 물건을 손가락 끝으로 콕콕 찔렀다. “아니. 그러니까 빨라고.” “읏흐응…. 자기도 참…. 그렇게 급해?” 과연. 그렇게 나오시겠다 이거냐. 명령조의 말투에 흥분하는 건 흥분하는 거고, 분한 건 분한 거라는 거냐. 아까 전의 복수라도 하겠다는 듯, 펠리시아는 내 명령을 순순히 들을 생각이 없다는 듯 날 올려다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내 물건을 얼굴 바로 앞에 두고 올려다보며 눈웃음을 짓는 그 표정은, 원래부터 색기 넘치는 펠리시아의 얼굴을 더더욱 매혹적으로 만들어줬다. 이 녀석…분명 지금 자기 모습이 섹시하다는 걸 알고 일부러 이러는 거겠지. 직접적인 쾌감은 주지 않으면서 흥분만 시키겠다는 거다. 물론 나는 그 술수에 그냥 넘어가 줄 생각이 없었지만 말이다. 네가 아무리 그렇게 나온다고 해서, 내가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건 아니라고. “펠리시아.” “응?” “명령이다. 빨아.” “흐으읏! 자, 자기도 참…보채지 않아도 그럴 거라니까아…?” 내가 다시 한 번 명령하자, 펠리시아는 흥분에 몸을 떨면서도 여전히 내 물건을 빨 생각은 없어보였다. 그 대신 검지를 세워서 손끝을 내 귀두 부분에 대고 빙글빙글 돌리면서, 미약한 쾌감만은 느끼게 해줬다. 물론 그런 미약한 자극으로는 조금도 만족할 수 없었던 나는, 펠리시아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읏! 자기, 너무 급…으읍!” 펠리시아는 그런 날 올려다보며 생긋 웃으며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나는 그런 펠리시아를 완전히 무시하고 그대로 허리를 앞으로 내밀었다. 펠리시아는 이번에도 내가 그냥 명령만 하고는 직접 행동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건지, 그런 내 행동에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반사적으로 입을 꽉 다물었다. 하지만 나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더 허리를 앞으로 내밀며 말을 건넸다. “입 열어.” “으읏…으음…하아…아음…응…으음….” 내 명령에 다시 한 번 한 차례 몸을 바르르 떤 펠리시아는, 이번엔 정말로 순순히 입을 열었다. 한 번 명령해서 안 되면, 계속 명령하면 되는 거다. 얜 어차피 변태니까. 내가 또 변태들 다루는 데는 일가견이 있거든. 아무튼 그렇게 펠리시아의 입에 내 물건이 들어가자, 나는 그제야 조금 머릿속이 개운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느꼈다. 물론 펠리시아도 아직 본격적으로 빨기 시작한 건 아니었다. 스스로 입을 열었다고는 하나 내가 허리를 내밀면서 물건을 입에 담아서 그런 건지, 살짝 목이 메는 듯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고 몸을 떨면서 날 올려다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때문에 쾌감이 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걸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드디어 하게 된다는 만족감? 아침부터 계속 참아온 거니까 말이야. 이런 기분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럼 펠리시아. 정성껏 빨라고. 앞으로 널 기분 좋게 해주실 물건이니까 말이야.” 흡족해진 나는 펠리시아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말하고는, 부탁한다는 듯이 그 머리 위에 얹었던 손을 움직여 머리를 가볍게 두드려줬다. “흐으으으응읏!” 그리고 그와 동시에, 펠리시아가 고개를 푹하고 숙여서 단숨에 내 물건을 끝까지 입에 담아냈다. 아니. 솔직히 얘가 흥분하도록 일부러 살짝 더 거친 말투를 쓰기는 했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맹렬하게 의욕을 보일 줄이야. 효과 너무 좋잖아. 그렇게 생각했던 것도 잠시. 내 물건을 뿌리까지 삼킨 상태에서 몸을 바들바들 떨고 있는 펠리시아를 보며, 나는 곧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야? 야! 괜찮냐?!” “하읏…하앗…하앗…자, 잠깐…지금은 잠깐…건드리지 마….” 황급히 그 입에서 물건을 빼내면서 그 안색을 살피려 하자, 펠리시아가 손을 들어서 내 행동을 멈추고는 그렇게 애원했다. 그 덜덜 떨리는 가늘고 높은 목소리는, 마치…. “야. 너 설마 방금 그걸로 달한 거냐?” 내가 물음에, 펠리시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몸을 웅크린 채로 바들바들 떨기만 할 뿐이었다. “아니. 물론 절정 직전에 멈췄고, 일부러 네가 흥분하도록 행동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흐읏…하앗…하앗…. 뭐가?” 그리고 그렇게 절정의 여운이 지나간 후, 펠리시아는 드디어 붉어진 얼굴을 들어 올리면서 내 말에 반응했다. “아니. 변태라고. 이 변태.” “응. 맞아. 자기도 알고 있었잖아?” “…….” 펠리시아를 놀리기 위해서 일부러 변태라는 단어에 힘을 줘가며 말한 나였지만, 돌아오는 건 펠리시아의 쿨한 인정뿐이었다. 하여간 이 녀석은! 이 녀석은! 놀리는 재미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아하핫. 뭐야. 그 표정. 자기, 설마 내가 부끄러워할 줄 알았어?” “…아니거든.” “아하하핫. 삐지지 마. 삐지지 마.” “안 삐졌거든?” “응. 응. 제대로 느끼게 해줬겠다, 이번엔 내가 솜씨 발휘해 줄 테니까. 응? 쪽. 아…음….” 펠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타액으로 뒤덮인 내 물건을 손으로 쥐고 몇 번 위아래로 훑더니, 물건 끝에 가볍게 키스를 한 후 그대로 입 안에 내 물건을 천천히 집어넣었다. 기분 좋다. 역시 서큐버스. 기교가 끝내준다. 하지만 뭘까? 이 미묘한 패배감은. 에에잇! 지금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잖아! 아침부터 쌓여왔던 욕정을 드디어 풀 수 있게 됐는데! “좀 더 잘 빨아라. 실력이 그게 뭐냐.” “응흐읏…네에…음…쪽.” 마치 아랫사람을 대하는 것 같은 내 말투에, 펠리시아는 오히려 기분 좋은 콧소리를 흘리며 존댓말로 대답해주고는 더욱더 열심히 내 물건을 빨아갔다. 왠지 아까랑은 다르게 펠리시아에게 명령하고 있다는 기분이 조금도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물건에 느껴지는 쾌감은 역시나 기분 좋았다. 그리고 아침에 디아나가 내 물건을 자극했을 때부터 계속해서 차곡차곡 쌓여왔던 욕구가 펠리시아의 입 안으로 분출되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으응! 흐읍…응…응읏…응…쪽. 쭈우읍…응하아….” 내 물건의 반응으로 내가 쌀 타이밍을 짐작한 건지, 내가 사정하는 타이밍에 맞춰서 내 물건을 뿌리까지 입에 담은 펠리시아는 그대로 목구멍 안에서 분출되는 내 정액을 꿀꺽꿀꺽 마셨다. 그리고는 입술을 꽉 오므리고 고개를 위로 올려서 물건 안에 남은 정액까지 쭈욱 쓸어 올린 후, 내 물건 끝에 입술을 맞추고는 쪽쪽 빨아서 마무리까지 완벽하게 끝마쳤다. 게다가 물건에서 입을 떼고는 입을 벌려서 자신의 입 안을 직접 확인시켜주는 행위까지. 진짜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행위였다. “후우…어때? 기분 좋았지?”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하는 펠리시아에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하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 너 잘 한다. 이 서큐버스야. 내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주자, 펠리시아는 진한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입을 열었다. “자기도 참. 아직도 그렇게 쀼루퉁한 표정 짓고. 원인을 따지면 애초에 자기가 이상한 말을 하니까 그렇잖아.” 물론 그런 말을 하면서도 손은 열심히 내 물건을 훑어주고 있었지만 말이다. 벌써 다음 라운드를 준비하는 거냐. “이상한 말이라니?” “그 말 말이야. 흥분한 무표정 남장 집사씨랑 안 했다는 말. 차림새는 그래도, 그 집사씨 꽤나 예쁘지 않아?” ============================ 작품 후기 ============================ 쿠폰, 추천, 코멘트 정말 감사합니다. 연참 성공! 이번엔 드디어 떡씬 돌입 성공! 인데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