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30 화 : 부활#1 ------------------------------------------------------------------------ 신이 부활한다는 것은, 신이 죽는 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라우엘 H. 콘라드공(998~1032)- 팔마력 1548년 12월 4일 "일어나랏! 다들 일어나! 이놈들! 뭐하는거야?!" 여기저기서 사람을 차서 깨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부스럭거리는 침구의 소리, 잠에 절어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의 신음소리. 그 속 에서 나는 눈을 떴다. 너무나 졸려서 미칠 지경이지만 스스로를 독려했 다. 커크님은 하루에 1시간 이상 자질 않는다. 야생동물도 잠은 거의 자 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고 억지로 몸을 움직여서 나 자신을 깨워야 했 다. 겨울에 한층 다가선 탓인지 차가운 새벽공기가 나를 맞이해 주었다. 잘 때는 몰랐던 육신의 감각이, 되살아나는 것과 동시에 나를 괴롭힌다. 나 는 수련생을 깨우려는 선배들이 다가오기 전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내 침구를 정리하고 옷을 입었다. 수도원의 검소한 수사들도 이렇게 일찍 일 어날 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어둑어둑한 새벽이었다. 물론 벨키서스 레인저로서 살아오던 동안 일찍 일어나는 것은 숙련되어있 지만 어제의 힘든 일과를 생각하면 언제까지 이렇게 일어날지 자신이 없 었다. "얼씨구? 빨리 일어났네? 이 녀석 제법인데? 너 어제 잠도 안 잤잖아? 응? 도제(徒弟)치곤 가장 나이가 많은 녀석이." 우리들에겐 큰 엄마라고 불리우는 선배, 아리에는 새하얗게 탈색된 왼쪽 눈동자를 굴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말은 칭찬같지만 눈꼴시다는 표정을 하고 칭찬을 하면 차라리 욕만 못하다. 그녀는 은을 녹이는 왕수(王水:정금용 용해제)를 다루다 왼쪽 눈을 영원 히 잃었다. 그래서 이 수련생 들에게는 무섭기 짝이 없는 조교로서의 역 할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녀가 나를 미워하 는 것도 사실 당연하다. 베인의 소개장 때문에 도제인 주제에 마스터 (Master)에게 직접 달라붙어서 교육을 받고 있으니까. 그녀처럼 숙련된 기술자가 되기까지, 오랜 세월을 투자해야 하는 인간들이 나를 보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자자! 그럼 병아리들! 빨리 아침 먹고 시작이다! 이녀석들 도대체 생각 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응?! 매번 이렇게 일으켜야 해? 그럴거면 집에 돌아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우리들을 밖으로 내몰았다. 그렇게 하루 일과가 시 작되었다. 도제들은 한때 마구간이었던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큼직한 막 사에서 나와서 수도원같이 엄숙한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각 작업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각종 공방 등에서 일을 배우며 잔일을 해야 했다. 나는 식사를 마치고 얼른 일어나서 식기를 씻어놓고 조용히 식당밖으로 나갔 다. 그런데 그때 식당의 밖,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들이 나를 부르 기 시작했다. "여어! 세손가락!" 그들은 내 왼손에 남은 손가락이 세 개 밖에 없는 걸 두고 자주 그렇게 불렀다. "...." "너를 부르잖아 자식아!" 나는 고개를 돌려서 나를 부르는 선배를 바라보았다. 이미 도제기간을 거 쳐서 길드원까지 승급한 선배들이 불쾌한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 다. 그들로서는 도제인 주제에 마스터에게 직접 일을 배우는 나를 못마땅 하게 여기고 있었다. 베인이 써준 소개장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지만 그 들로서는 비열한 새치기 행위로 보였나 보다. 하긴 도제에서 길드원이 되 기까지 적게 잡아서 10년이 걸린다고 하는데 텃세를 부릴만도 하다. 만약 벨키서스 레인저에 막 들어온 녀석이 바로 레인저 마스터에게 배우기 시 작하면 나라도 화를 냈을 테니까. "예. 부르셨습니까?" "야. 너, 하인들하고 같이, 식당 다 청소하고 나가." "...아침종이 여섯 번 치기전에 마스터의 공방에 가야 합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서 호숫가에 위치한 수도원을 바라보았다. 저 수도원의 종탑이 여섯 번 울리면 아침 여섯시라는 소리다. 꽤나 빡빡한 일과인데 하인들과 함께 잡일을 할 여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선배들은 곧 비 아냥 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귀한 몸이라서 함부로 굴리지 못하겠다 그거냐? 응?" "이녀석, 마스터와 같이 일하게 되었다고 우쭐대지 말란 말야. 너처럼 잘 난체 하는 놈을 보면 학을 뗀다고. 자식아." "그래. 이 자식아. 너 밤에 잠도 안자고 주위를 계속 떠돈다면서? 미친 놈 아냐 이거?"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둘러싸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틈을 노려 서 지나쳤다. "이야기가 다 끝나셨으면 갑니다." "뭐? 이 자식이!" 그때 그들 중 주먹코를 한 거구의 남자가 달려들어서 다짜고짜 주먹을 휘 둘렀다. 하지만 나는 가볍게 그 주먹을 흘리고 그 남자의 다리를 후렸다. 정말 짜고 해도 이렇게 넘기기 힘들만큼 깨끗하게 넘어갔다. "으악!" "어! 이놈이 이제 사람도 치네?" "뭐야? 해보겠다는 거냐? 엉?" 나도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해준다고 해서 그들의 횡포에 당해줄 만큼 도덕적 수양이 되어있지 않다. 이 이상 이런 바보들 상대해 봐야 남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정말 두들겨 패면 앞날이 걱정되니 적당히 위협만 해야겠다.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품에서 우릴의 단검을 꺼내서 녀석의 목에 들이 밀 었다. 왼손의 경우는 세 손가락만 남았기 때문에 장검 같은 것은 잡지 못 한다. 하지만 손가락을 넣을 구멍이 뚫려있는 우릴의 단검이라면 오히려 손가락이 없어서 더 쓰기 쉬워졌다. "해보겠다면 이런 거랄까?" "...." 역시 목에 나이프를 들이미니까 조용해지는 군. 하지만 그때 다른 사람들 이 끼어들어서 나를 말렸다. "그만둬! 카이레스! 그러면 안돼!" "이익. 너희도 좀 참아! 뭐하는 거야. 도제를 상대로!" "저놈이! 아무래도 사람들의 감정은 더더욱 나빠지는 것 같았다. 쳇. 베인도 도대 체 소개장에 뭐라고 쓴 거야? 나는 속을 그렇게 투덜거리며 우릴의 단검 을 품속에 갈무리했다. 장검이나 다크레전 등 뭔가 확 튀어보이는 무구들 은 애초에 이곳에 올 때부터 근처에 숨겨놓고 왔지만 우릴의 단검과 륭센 의 수갑, 휴렐바드의 방패 정도는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만약 싸우게 된 다면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아니 만약 내 눈에 보이는 인간들이 적이라 면 맨손으로도 충분하다. -땡, 땡, 땡, .... 놋쇠로 만들어진 수도원의 종이 경박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 두들 허겁지겁 식당을 빠져나와 각자의 공방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들을 앞질러 달려갔다. 노움의 마이스터라고 불리우는 브린 한스는 정말 대단한 기술자이고 예술 가였다. 그는 에스페란자 왕국 제일의 보석세공사이며 고서적과 미술품을 복원하는 복원가이며 시계와 오르골, 자물쇠와 금고를 만드는 기술자였 다. 그래서 베인은 나를 그에게 보냈다. 이 나이에 도제부터 하라는 것은 좀 무리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베인의 뜻 을 따랐다. 처음에는 노움이니까 유쾌하고 엉뚱한 수다쟁이일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 만 그는 노움이란 종족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과묵했고, 어떤 슬픔 을 안고 있었다. 뭐 내가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상처입은 사람의 냄새가 난다. 아마, 벨키서스 산맥으로 돌아갔던 때의 나도 저랬을 것이다. 베인 이 나를 보고 그를 떠올렸던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자아 그러면 끝났군." 나는 겨우 종이 다 치기 전에 공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공방은 아트 리에와 시계기술자, 보석세공사의 공방을 합쳐놓은 듯한 형상을 하고 있 는데, 굉장히 특이한 채광창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빛이 들어오면 벽 면에는 무지개 빛으로, 작업대로는 자연광으로 쏟아지고 있었다. 마치 거 미줄처럼 유리를 이어서 만든 창문이었는데 저 창문만 하더라도 굉장히 비싼 물건이라고 한다. 나는 얼른 공방 안쪽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브린은 별로 청소가지고 깐깐 하게 굴지 않았지만 다른 선배들이 문제였다. 아무리 어리숙한 꼬마들의 투정이라고 하더라도 그걸 계속 들어야 하는 내 입장은 확실히 나빠진다. 그래서 나는 브린이 오기 전에 얼른 청소해두었다. 그러자 곧 브린 한스가 나타났다. 그는 새하얗게 샌 머리칼 위에 작은 베 레모를 쓰고 있었는데 베레모를 옷장에 걸어두고 곧장 작업대 위에 놓여 있는 그림에 다가갔다. "그럼 아즈라이트를 갈아라." "예." 나는 그의 짧은 말에 대답하고 안료용 절구를 잡고 아즈라이트를 갈기 시 작했다. 그 사이에 브린은 작업대에 놓은 옛 그림을 수복했다. 그는 내가 만든 안료를 아트나이프로 떠서 잘 개기 시작했다. 각종 화학약품의 냄새 가 물감통으로부터 풍겨나왔다. 내가 이렇게 갠 안료를 용제나 유지등에 개어서 만드는 것이 물감이다. 그는 그걸 붓으로 칠한다기 보다는 떠서 접착시킨다는 느낌으로, 가급적 화가의 터치가 죽지 않게 색을 입혔다. 그리고 부분적으로 산화제를 사용해서 안료를 오래된 것처럼 만들어서 수 복을 끝마치는 것이다. 이 작업이 가장 힘든 일이지만 그는 너무나 익숙 하게 이 작업을 끝마친다. 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그의 옆에서 각종 광물을 곱게 갈아서 안료를 만 든다. 주로 아즈라이트, 라피스 라줄리, 코발트, 이산화티탄, 등등 갈기 도 굉장히 벅찬 물건들을 작은 절구에 넣고 곱게 빻아야 했다. 뭐 환염의 미카엘이었던 덕분인지 힘은 무서울 정도로 강해져서 그런 작 업도 그다지 어렵진 않다. 단지 아무 생각 없이 가루가 곱게 나올 때까지 계속 갈아야 하는 일은 좀이 쑤셨다. 브린의 작업을 바라보긴 해도, 이 늙은 노움의 솜씨는 어깨너머로 쉽게 배울 성질이 아니었다. 도제란 그런 것이다. 기술을 가르쳐 주진 않는다. 다만 옆에서 잔일을 하 면서 보고 배우는 것이다. "다 됐냐?" "예." 나는 다 빻은 안료를 그에게 보여서 검사를 받고 그 사이에 다시 공방을 청소했다. 그러면 브린은 그림을 치워두고 이번에는 보석들을 깎기 시작 했다. 보석이나 금 위에 에나멜을 입혀서 팔마교전에 나오는 내용을 그려 낸 아이콘(Icon)같은 것을 깎아서 에나멜은 벗기고 보석은 빼내고 금은 녹인다. 에나멜을 칠한 보석들은 대부분 원석을 둥글게 갈아놓은 카보숑 상태이기 때문에 공작대에 놓고 커팅을 한다. 여기서 브린의 경우는 굉장히 특이한 작업방법을 쓰는데 미리 환상마법으 로 허공에 영상을 띄워둔 뒤 정확한 커팅 도면을 입체적으로 만든다. 그 는 공방의 예술가이면서 또한 환영마법을 주로 다루는 환상술사이기도 하 다. 원래 노움이란 종족은 빛과 색채에 대해서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기 때 문에 환상술사로서의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다. 마법이 소멸한 시대라고 하지만 노움들은 환상마법의 비전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어쨌거나 저렇게 작업을 하면 확실히 편하기는 하다. 보석의 커팅이라는 것은 진짜 어려운 작업이다. 가뜩이나 경도가 높은 것들이라 육면체 바 (Bar)로 정확히 깎는 것도 힘든데 하물며 테이블 컷(Table cut), 마퀴즈 (marquise), 브리올렛(briolette), 로즈 컷(rose cut), 최근 나온 브릴리 언트 컷 (brilliant cut)이라는 기술은 정말 어렵다. 각도가 조금만 틀려도 굴절된 빛이 나오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뭐 아직 내가 보석을 깎은 건 하나도 없지만 그래도 눈 공부는 된 것 같았다. '역시, 베인은 그런 생각이었나?' 베인은 다시 나를 세상에 내보내려고 하는 것이다. 로그마스터로서.... 사실 보석과 미술품을 보는 눈은 쉽게 길러지지 않으니까 이렇게 아예 공 방에 쳐 넣어 버린 것이다. 로그마스터라고 해도 내가 그 동안 한 짓은 강도나 다를 게 없었다. 기초도 부족하고, 기술도 별볼일이 없었다. 그저 로그마스터의 유산이 대단해서 그 아이템의 힘에 의존해서 도둑질을 해온 것이지만 그것은 마법도구의 힘이지 내 힘이 아니다. "자 그럼, 카이레스. 가자." "예." 오전일과가 어느 정도 끝나면 브린은 나와 함께 호수로 나아갔다. 베인 오브 드래곤 산맥의 서부에 위치한 이 공방은 이트란트 수해에 이어 진 호수를 끼고 있었다. 이트란트 수해는 에스페란자 왕국의 목재생산지로 그곳에서 베어낸 목재 들은 물에 실어서 웨델만으로 실어보낸다. 하지만 개중에는 물길을 잘못 타고 이쪽 호수로 실려온 놈도 있었다. 그렇게 와서 물밑에 가라앉은 통 나무의 수가 엄청나다. 백년도 넘게 실려온 목재들이 쌓여있다 보니 적어 도 이 호수는 물 반, 목재 반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건져라." "...예." 나는 옷을 벗고 밧줄을 든 채로 물 속으로 들어갔다. 겨울의 호수는 지독 하게 차갑다. 정말 너무 차가워서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하지만 나는 오돌오돌 떨면서 물 속에 내려가서 차곡차곡 쌓여져 있는 통 나무를 밧줄로 묶은 뒤 지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걸 끌어당겨서 통나무 를 물 밖으로 들어내는 것이다. 이 통나무 하나가 최소 500킬로그램에서 좀 크면 1톤 가볍게 넘기는데 그 걸 혼자서 끌어내는 것이다. 처음에는 여러 사람이 끌어냈지만 내가 혼자 서 저걸 끌어낼 정도로 힘이 좋다는 게 알려지자 다른 사람들은 다 빠지 고 나 혼자 끌어올리게 되었다. 뭐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는 것도 미워하는 것이지만 나도 계속 공방에 처 박혀 있느니 그렇게 몸을 움직이는 게 낫다. 훈련도 되고 안 좋은 기억들 도 그렇게 험악하게 몸을 쓰면 뇌리에서 지워진다. 그러나 아무리 훈련이라고 납득해도 할 때는 힘들다. 차가운 물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것도 힘들지만 그걸 끌어내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이렇 게 끄집어낸 통나무는 브린이 마법으로 얼려서 그늘에 쌓아두고 말린다. 물에 가라앉은 나무는 세포벽 내에 물이 차있기 때문에 이 물들이 빠질 때 수축, 뒤틀림이 심하다. 세포벽 내에 이물질이 없어서 목재로서는 이 상적이지만 말릴 때 수축과 뒤틀림이 크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법. 그래서 얼려둔 채로 승화시켜서 뒤틀림을 줄인 채로 건조시키는 것이다. 이렇게 오전일과가 끝날 때까지 나무를 건지고 나면 아무리 환염의 미카 엘이니 뭐니 해도 사지가 후들거릴 정도로 지쳐버린다. 차가운 물 속에서 헤엄치는 일만으로도 엄청난 체력을 소모하는 데다가 물에 젖은 통나무는 무시무시하게 무거운 것이다. 그렇게 통나무를 건져놓고 나면 그 다음은 오후 일과의 준비를 해야 한 다. 나는 식당에서 즉시 식사를 끝마치고 공방으로 돌아가 공작도니 작업 대 위를 깨끗하게 청소하고 짜투리 목재를 깎아서 훈련용 목검을 몇 자루 만든다. 이러고 있는 사이에 그 통나무를 건져낸 후유증이 사라져 주니 확실히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회복력이다. 트롤처럼 재생하는 것은 아니 지만 이런 면에서는 트롤 뺨친다고 해야 할까? 그렇게 목검을 깎고 있으 면 다시 브린이 돌아와서 작업에 들어간다. 나야 인간이 아니니 그렇다 쳐도 이 노움은 나이도 많이 먹었는데 지치는 기색이 없다. 오후에는 회중시계나 오르골, 자물쇠 등을 만드는데 도제인 내가 수십 장 의 설계도면을 관리해야 하고 각종 공구, 이를테면 공작대, 작업틀, 핀셋 부터 톱니바퀴 등에 들어가는 윤활유까지, 작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 해 둔다. 결국 하는 일은 철저한 잡일꾼이다. 그러나 잡일꾼이니 뭐니 불평불만거 리야 넘쳐나지만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도 상당하다. 역시 장인의 손길이 살아 숨쉰달까? 이전에 도적으로서 자물쇠 따기를 연 습하고, 함정 해체법을 배우고 하는 것보다는 훨씬 심도가 있었다. 그때 는 아무 생각 없이 금고를 열기 위해서 연구를 한 것이지만 이번에는 입 장을 바꿔서 도둑놈을 막기 위해 만드는 금고인 것이다. 브린은 고글을 낀 채로 작업에 들어가서 미세한 부품들을 공작대에 세팅 하고 세밀하게 금고의 잠금 장치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 금고의 설계 도 등을 훔쳐보면서 설계도면을 보는 법이나 금고 그 자체에 대해서 열심 히 머리를 굴려보았다. 물론 내가 저런 걸 딸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그러나 브린이 만들어 내는 금고들은 금고 중에서도 가장 고급품이다. 어설프게 철사를 넣으면 자동 잠금 장치가 작동해서 절대 열리지 않는다. 완벽한 열쇠의 모양을 갖추지 않으면, 각종 감지용 홀에 걸려서 절대로 열 수 없게 된다. "그럼.... 세트한다." "예." 나는 금고 케이스를 가져와서 조심스럽게 틀에 고정시켰다. 브린은 그걸 짜 맞춰서 금고를 만들고, 마법으로 마무리를 짓는다. 나는 그렇게 완성 된 금고를 바로 공방 밖으로 내놨다. 약 140킬로그램 정도 나가는 금고를 내놓으니까... 왠지 나의 존재가치는, 막노동인 것 같다. 통나무 건지기, 금고 나르기 등등, 처음에는 여러 명이 함께 하던 일도 나중에 정신을 차 려보면 전부 내 몫이 되어있는 것이다. 혹시 베인의 소개장에 힘 잘쓰는 놈이라고 되어있는 거 아냐? 어쨌건 이렇게 금고를 내놓으면 하인들이 실어가서 곧 고객에게 배달한 다. 공방에 일거리가 이렇게 넘치고, 기술력도 넘볼 수 없는 수준이다. 사실 평생 놀고먹기에도 벅찰 정도로 돈이 쌓이고 있으니 이제 그만 일을 줄여도 될텐데, 그렇게 금고를 만들고 나면 또 다른 물건들의 설계도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러면 너는 나가보거라." "예." 결국 해가 떨어질 때쯤 일에서 풀려난다. 브린은 그후로도 계속 작업을 하다가 깊은 밤이나 되어서야 작업장을 나간다고 한다. 일반적인 노움과 는 확연히 달랐다. 마치 스스로에게 어떤 책임을 부과한 죄인 같았다. 어쨌거나 일에서 풀려난다고 해도 도제의 일은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하인을 따로 두고 있긴 하지만 도제의 신분도 하인들과 다를게 없다. 오 후 중에는 다들 청소를 하고 이불을 널고 각종 잡일이 남아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돌아가면 이제 겨우 10대 초반에 들어온 꼬마 애들이 대부분 인 도제들과 함께, 선배들의 이러저러한 뒤치닥거리를 해야 한다. "아아. 또 돌아가면 이래저래 쪼일텐데." 나는 한숨을 쉬었다. 선배라고 하는 이들은 도제들 중 가장 눈에 띄는 나 를 대단히 싫어한다. 전에 말한 대로 베인의 소개장이 오히려 독이 된 것 이다. 그렇다면 어차피 가봐야 잡일만 하는데 바로 숙소로 돌아갈 필요는 없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깎아둔 목검을 쥐고 호수로 걸어갔다. 메이파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전히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녀야 미 트라의 영역에서 구원을 받았다곤 하지만 그 구원도 납득하진 못할 형태 였고, 또한 거기서도 무력한 나 자신을 뼈저리게 느꼈다. "이런 다고 강해질지는 의문이지만." 나는 호수가의 바위에 앉아서 다 닳아버린 부츠를 벗고 발바닥에 붕대를 감았다. 처음에는 이곳의 일과에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선배가 시키는 일 들도 너무 많았고 배워야 할 것도 많았다. 밤을 새워가며 공구를 쓰는 법,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선배들의 괴롭힘을 받으면서 한 2주일은 그렇 게 지냈다. 그러나 그럴수록 메이파에 대한 생각, 나 자신의 무력함에 대 한 생각이 커져서 주체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그러면 음. 됐다." 나는 붕대를 다 감아서 마무리하고 물에서 건져낸 통나무 중 물기가 많이 빠진 것을 어깨 위로 얹었다. 물이 많이 빠져서 그런지 약 200킬로그램 정도? 원래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이런걸 들고 달린다는 미친 짓은 못하겠 지만 지금의 나는 환염의 미카엘을 정신적으로 누른 뒤로 몸에서 비인간 적인 힘이 샘솟고 있다. 어쩌면 환염의 미카엘의 힘이 돌아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 이제 할건 다했고, 가볼까?" 나는 그렇게 통나무를 짊어지고 호수 주위를 달리기 시작했다. 자갈들이 뾰족한 머리를 감추지 않은 곳이라 부츠를 신고 달리면 부츠가 다 닳아서 해질 정도가 된다. 그걸 발바닥에 붕대 감고 달리면 상태가 더 심해지겠 지? 처음에 이렇게 달릴 때는 호수 주위가 내 피로 붉게 물들 정도였었 다. 발바닥이 다 찢어져서 발가락이 따로 움직이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 만 곧 자갈들을 피해서 발을 쓰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 불규칙한 땅바닥 이라서 그런지 달리다 보면 발가락의 힘이 많이 단련되었다. 원래 내가 힘이 센 건지는 모르겠지만. "헉헉, 헉헉...." 그렇게 달리고 있자니 머리 속엔 아무런 생각도 남지 않는다. 그저 자갈 들이 잔뜩 깔린 땅바닥이 계속 달려드는 것 같았다. 시야도 머리속도 자 갈들이 가득했다. 아무 생각도 없이 계속 달리니까 맥박이 상승해서 머리 속까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 달리기를 멈췄을 때는 분당 140회까지 맥박이 상승할 정도였다. "헉, 허억, 으엑." 아무리 힘이 세져도 과한 운동을 하면 역시 몸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 다. 하긴 이 정도가 아니면 의미가 없지. 나는 그대로 통나무를 집어 던 지고 자갈밭 위로 드러누워서 하늘을 보고 숨을 골랐다. 쿵쾅거리던 심장 도 빠르게 진정이 되고 산소부족으로 타오르는 것 같던 사지도 바로바로 회복이 된다. 나 자신의 몸이 너무 편리해서 스스로가 무서울 정도였다. "그럼 쉬는 것도 여기까지, 다음 단계로 가볼까?" 나는 몸을 일으켜서 호수를 헤엄쳐 건넜다. 눈이 시리도록 맑은 호수물은 눈만 시린게 아니다. 들어가면 뼛속까지 시리다. 그렇게 계속 헤엄을 쳐 서 호수를 가로지르면 산에 숨겨져 있는 폭포가 하나 있다. 이 호수의 수 원이라기엔 빈약한 수량이지만 수행을 하기엔 충분하다 못해 과한 양이 다. 만약 저 폭포를 맞으며 서있겠다면 몸이 배겨나질 못할 것이다. "그럼 시작해 볼까?" 나는 세 개 밖에 남지 않은 손가락으로 목검을 쥐었다. 원래 악력은 약지 와 무명지가 더 강하다. 사람들이 손가락 자체의 힘을 가지고 평가하기 때문에 약지와 무명지가 약한 줄 아는데 약지와 무명지 자체는 약해도 전 체 악력에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이건 여담이지만 뭐 스모선수들이 약지만으로 샅바를 잡아서 던진다고 격투만화에서 나오는데, 당연한 이야 기다.> "하앗!" 나는 왼손에 쥔 목검으로 폭포를 후려쳤다. 그러자 퍽 하고 손에서 목검 이 날아가 물위로 떨어졌다. 팔에는 찌리릿하고 저린 느낌이 올라와 어깨 까지 마비시켰다. "크으으으윽!" 역시 악력이전의 문제다. 이렇게 세손가락 밖에 남지 않았어도 일반인보 다 훨씬 힘이 센데, 그래도 손에서 미끄러져 나간다. 마찰력이 부족한 것 이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목검을 집어들어서 폭포를 향해 휘둘렀다. 퍽 하고 물 속을 검이 지나갔지만 그건 단지 폭포를 지난 것에 지나지 않 는다. 그냥 폭포를 횡단한다고 폭포를 베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베야 해!" 나는 다시 자세를 잡고 폭포를 계속 쳤다. 오른손으로 백번을 하면 왼손 으로는 200번, 오른손으로 천번을 하면 왼손으로 2000번을 한다는 각오를 하고 계속 폭포를 후려갈겼다. 그렇게 좌우, 도합 3천번을 치고 나니 해 도 떨어지고 주위가 어둑어둑해졌다. 역시 미끄러운 바위 위에서 검을 휘 두르다 보니 발바닥이 버티지 못하고 다시 찢어졌다. "쳇! 또야? 나도 약하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이번엔 물 속으로 목검을 갖고 들어갔다. 이번에 는 바위에 발목을 걸고 자세를 잡은 채, 물속에서 검을 휘두르는 것이다. 처음에는 매우매우 느려서 신경질이 날 정도였지만 그냥 만련(慢鍊)한다 고 생각하고 한번의 검격, 검격에 정성을 다해서 휘둘렀다. 자세를 교정 하기 위해서 그렇게 느리게 검을 휘두르니까 확실히, 실력이 부쩍느는 느 낌이 들었다. 처음에는 4초에 한번 휘두르기도 힘들었는데(물론 휘두르기 보단 베기 전의 자세로 들어가서 베고난 뒤로 돌아오는 한 동작을 말한 다.) 점차 그 기간이 단축되는 것이다. 옛날에 비해서 물의 저항도 느껴 지지 않고. "푸아!" 이렇게 수중에서 검술을 연마하기를 계속 반복하면 정말 시간가는 줄 모 른다. 하지만 슬슬 저녁 먹을 시간이 되는 데? 나는 젖은 앞 머리칼을 쓸 어 올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수도원쪽에서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좋아. 그러면 돌아가 볼까?" 나는 벌써 어둠에 물들어 버린 호수를 헤엄쳐서 돌아나가기 시작했다. 정 신없이 단련을 해도, 아직 머리 속이 완전히 날아가진 않은 것 같았다. < 계 속 > -------------------------------------------------------------------- 펠: 머리속이 완전히 날아가면 백치지. 흥. 카: 백치가 호모보단 낫지 뭐. *********************************************************************** 표지에 속지마라! 슈마하.... 이것은 전율이다!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30 화 : 부활#2 ------------------------------------------------------------------------ 팔마력 1548년 12월 14일 "소문 들었냐?" "소문?" 왠지 분위기가 다르다고 느낀건 아침식사 시간의 일이었다. 라이오니아와 에스페란자의 사이가 대단히 나빠져서, 전쟁이 일어날 준비가 다 되어있 다는 것은 알고 있고, 실제로 계속 국경등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기 때 문에 전시나 다름 없긴 하다. 하지만 이곳은 후방 중에서도 후방이고 어 지간한 일이 있어도 절대 징병되는 일이 없는 곳이다. 베인 오브 드래곤 산맥은 원래 놈과 하플링, 드워프들이 살고 있는 곳이고 드워프들의 입김 으로 아예 유사인간 자치구 같이 되어있는 곳이다. 하지만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고 소문은 계속 사람들 사이를 돌고 있었다. "마왕 보디발이 괴물들을 조종해서 베인 오브 드래곤 동부를 넘어서 글리 실 강까지 진출했다고 하는데?" "국경 침범이잖아?" 식탁에 앉아 있는 도제들은 선배들의 눈치를 보면서 그렇게 말하고 있었 다. 나는 그들 사이에 앉아서 역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마왕 보디발, 에스페란자에서는 보디발을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하긴 그럴테지. 이제 는 마왕이라는 말도 제법 어울릴 정도로, 그만큼의 연륜이 쌓인 것 같았 다. "그럼 우리들 지는 거야? 벌써 적들이 그렇게 진출하다니. 글리실 강 그 대로 따라가면 바로 시타델 솔까지 직행할 수 있잖아?" "그게 문제가 아냐. 우리 집이 글리실 유역에 있는데 말야." "젠장. 빌어먹을 라이오니아 놈들, 이놈들 인간인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군, 흥. 먼저 에스페란자가 비겁한 수를 써서 라 이오니아를 들쑤셔 놓았다고. 뭐 엄밀히 따지면 라이오니아가 에스페란자 를 강점한 뒤 여러 가지 일을 벌인 게 먼저랄 수도 있겠지만. 뭐 이들의 심정이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지만 나도 라이오니아 인간이어서 그런지 그다지 듣기 좋진 않다. 어차피 전쟁을 시작한 이상 인권 유린이네 악랄 하네 하고 수단을 가지고 욕하는 건 잘못되지 않았나? 서로서로 안 좋은 수단 쓰는 건 마찬가지인데. "됐어. 우리에겐 로그마스터가 있다고 하잖아." "윽?" 나는 깜짝 놀라서 그말을 한 녀석을 바라보았다. 로그마스터라니 뭔 소리 야? "로그마스터? 정말 있었어?" "그러고 보니까 최근 들어서 다시 나타났다고 하던데." "아 지금 라이오니아 곳곳에서 파괴와 암살을 일삼나봐. 우리편이라고 봐 도 확실하지. 이번에 진군이 그나마 글리실 유역에서 멈춘것도 로그마스 터가 암살을 해서 그렇다던데?" "와아. 역시."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에. 로그마스터라니. 그렇다면 디모나 윈드워커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이를 악 물었다. 쳇. 그 여자는 도 대체 뭔 생각이지? 이제는 라이오니아를 적으로 두고 싸우는 것인가? 에 스페란자에 붙어서? 나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어떻게 보디발에게 잡히지는 않은 모양이군?' 쳇... 이런 빌어먹을. 나는 왠지 알지 못할 복잡한 심정에 이를 갈았다. 기쁘다고 해야 할지, 화난다고 해야 할지. 하지만 나는 내색은 하지 않고 모른척, 스튜나 스푼으로 떠서 열심히 입에 넣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내 옆에 도제들 몇 명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10대 초반의 제법 큼직한 체구 의 도제들이 와서 내 주위를 에워싸고 앉기 시작한 것이다. "야. 그런데 너." "너?" "그래. 너 라이오니아 사람이라던데 맞냐?" "......." 여기서 아니라고 말하는 게 불똥을 피하기 위해서 좋지만, 이런 꼬마들이 무서워서 아니라고 말하자니, 심사가 뒤틀려서 그렇게는 못하겠다. 나에 게 애국심이란건 먼 나라 이야긴줄 알고 있었는데 그래도 인간 심리라는 게 그렇지 않은가 보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그들을 돌아보았다. "맞아. 난 라이오니아에서 태어났다. 왜?" "...하 역시." "왠지 재수없더라니." "그래. 라이오니아 놈들은 모두 너처럼 피에 굶주린 붉은 눈을 하고 있 냐?" 역시 도제들은 곧 흥분하기 시작했다. 잘하면 집단 린치라도 하겠군. 그 렇지 않아도 요새 계속 수행을 하느라 저녁밥 먹고도 또 사라져서 그런지 다들 나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다. 마스터에게 편애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도 있으니까. 질투하고 있다고 할까? 그러던 차에 내가 적대국의 인간 이라니 그거 참 기쁘기도 하겠다. 이렇게 흠잡기 좋은 구실이 또 어디있 겠는가? 하지만 내 눈을 보고 라이오니아 왕국 전체에 일반화를 하다니 역시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놈들의 수준은 예나 지금이나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나는 그런 녀석들에게 웃어보이며 말했다. "보석안이야. 내 매력포인트라고." "뭐?!" 그순간 옆의 도제가 내 접시를 뒤엎으려고 했다. 물론 느리다. 나는 그녀 석보다 먼저 내 접시를 들어서 가볍게 피하고 손끝에서 접시를 돌렸다. "이걸 뺏으려고? 네놈들 실력으론 무리다. 아서라. 꼬마들아." "이 자식이!" "흥?" 하지만 나는 가볍게 녀석을 피했다. 손과 발을 마구 휘두르며 덤벼들어도 내가 이렇게 피하면 방법이 없지. 나는 그렇게 녀석을 피하면서 약을 올 렸다. 다른 도제가 뒤에서 나를 태클로 잡으려 했지만 나는 의자를 녀석 의 밑에 차 넣어서 태클을 원천 봉쇄하고 앞에서 덮치는 녀석은 가볍게 다리를 걸어서 넘겼다. "이, 이이이이익!" "그만둬!" 그때 아리에가 나타나서 사태가 진정 되었다. 도제들은 다들 하얀 눈의 아리에를 두려워 하고 있었다. 하긴 저런 하얀 눈은 원래 사악한 시어 드 워프들의 특징이라서, 무섭지 않을수 없다. 사악한 신, 에인션트 오더 (Ancient order)를 섬기는 시어 드워프들은 악랄한 악당들이니까. "이놈들! 무슨 소란이야! 응?!" "아뇨. 뭐 별로." 나는 그렇게 말하고 접시에 남은 음식들을 마저 먹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이렇게 모나게 살면 안 되는데 말야. 성격이 그러다 보니까 원. 어쨌거나 괜히 여기서 다른 이들에게 욕먹기 싫으니까 다시 공방으로 향 했다. 브린은 먼저 공방에 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도제보다 마스터가 먼저 오다니! 나는 당황해서 얼른 청소를 시작했다. 아직 종은 치지 않았는데 브린이 먼저 와 있는 거니, 상관은 없겠지만 그래도 사람 기분이라는게 그렇지 않다. 더구나 나는 저 브린이란 노움을, 종족은 달라도 왠지 존경 하고 있었다. 비록 영혼 밑바닥부터 상처를 입고, 그 상처가 곪고 썩어서 자기자신을 좀먹고 있는 사람이란 느낌이 있지만, 그런 심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나 자신도, 저렇게 될 뻔 했으니까. "그래. 왔느냐?" "예." "시작하자." 브린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금 그림을 수복하면서 말하기 시작했다. "심미안이란 건 조금 길러졌느냐?" "그, 글쎄요?" 아직도 저따위 유화가 왜 저렇게 비싼지 이해하지 못하겠는걸? 나는 그렇 게 생각하면서 안료를 배합하고 있었다. 이제는 안료를 가는 단순작업만 이 아니라 그걸 합성해서 물감으로 만드는 과정까지 다 내가 하고 있었 다. 남들에게 물어본 결과 한 달도 안된 도제에게 이 단계까지 가르친 적 은 내가 처음이라고 한다. 원래는 그냥 한 반년은 죽었다고 생각하고 안 료를 갈아야 하는 것인데 벌써 물감 만들기 까지 배우다니, 남들이 나를 보고 화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녀석, 아직도 이따위 그림이 왜 그렇게 비싼지 모르겠다는 거냐?" "예." "나도 그렇다." "....." 본인이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해? 이 아저씨야! 나는 속으로 그렇게 비명 을 질렀지만 브린은 작업을 하면서 말했다. "그러나 진짜와 가짜는 가려낼 수 있지. 돈을 벌기 위해 그린 것과 그렇 지 않은 것은, 미라는 것은 사실 자기 자신을 투영해 내는 것이기 때문에 주관적이야, 맘에 들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 그러니 오히려 비 싸고 유명한 거라고 아름답다고 하는 자들이야 말로 웃긴 것이지. 남이 미인이라고 한다고 해서 자기자신도 미인이라고 맞장구 치는 행위가 아니 냐? 미인이란건 결국 주관적인 감상이 낄 수밖에 없는데 말이다." "...." "하지만 적어도, 이 인간이 최소한 돈벌이를 위해서 그리진 않았구나. 순 수한 감상을 위해서 그렸구나~라 고 느껴지는 게 있지. 그래. 썩은 정신 이랄까? 썩은 영혼?" 브린은 그렇게 말하고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렇게 말하면 브린 자신도 썩 은 영혼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하긴 그러니까 예술가라고 하겠지만. "얼마안가면, 에스페란자가 라이오니아에게 멸망당하겠지." "...." "그전에 에스페란자는 제국을 끌어들일거다." "신성 팔마 제국이요?" "그래. 그리고 교황에게 막대한 뇌물이 들어가겠지. 아마도, 그 뇌물의 제작이 나에게 떨어질 것 같다. 12천사의 륜이라고 불리우는, 고난도의 초정밀 장치가...." 브린은 그렇게 말하고 기계적인 솜씨로 파괴된 도자기를 붙이고 있었다. 옌제국에서 흘러 들어온 도자기는 귀족들 사이에서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 고 있는 품목이다. 뭐 신비한 빛깔, 아름다운 모양~이라고 하는데 나 자 신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다. 분명히 아름다운 청색은 마치 맑은 호수를 보는 것 같아서 좋지만, 저런 거에 저렇게 많은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 나? 한 5모나크라면 나도 하나쯤 살만하다고 생각하지만 2000모나크라면 문제가 크지. 그나저나 브린이 대놓고 교황청에 들어갈 뇌물을 이야기 하다니 나는 이 상한 생각이 들어서 브린을 바라보았다. "내 제자들은 10명, 나까지 11명으로 12천사의 륜을 만드려고 한다. 기본 구동장치등은 다 설계대로 만들겠지만, 단 한명이 부족하다." "예?" "....너가 해라. 마지막 천사는." "...." 나는 멍청히 있다가 깜짝 놀라서 브린을 바라보았다. 아니 지금 내가 제 대로 들은 건가? 아니면 브린이 미친 건가? "이제 도제에 불과한 저에게요?" "말했을 거다. 미란 상대적인 것, 설사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하더라 도, 아무런 고통도 갈등도, 고뇌도, 행복도, 사랑도 없는 스스로의 인생 의 깊이가 없는 자가 금으로 치장한들, 은을 깎아 입히든, 그것은 예술이 아니라고. 이건 예술가들 스스로가 만든 굴레다. 알겠냐? 슬픔을 알지 못 하는 자라고 하더라도, 남들에게 들은 슬픔이나 고통을 상징해서 그걸 꾸 밀 수는 있겠지. 그러나 그게 진짜가 아님은 누구나 알고 있어. 재능은 있을 수 있지만 경험 역시 무시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어안이 벙벙해져서 브린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브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물론 지금 실력으론 아무리 해도 어림도 없다. 그때까지 실력을 반드시 키워라. 기준을 통과할 정도로." "...." 그렇게 말해도 그게 어디 쉽냐? 하지만 브린은 그다음 한마디로 나를 사 로잡았다. "그 정도까지 실력이 키워진다면, 윈드워커도 능가할 수 있을테지." "에?" "...." 윈드워커를 능가한다? 내가? 아, 하긴 여기서 배우는 것들을 다 소화시킬 수 있다면 나는 분명히... 윈드워커를 능가하게 될지도 모른다. 디모나도 물리칠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러면 나는 다시 세상으로 나가야 하 는 건가? 나 자신이 원하고 있나? "...." 물어볼 것도 없다. 벨키서스 산맥을 박차고 나갔을 때부터 내가 죽을 곳 은 지붕이 없다고 정해졌다. 나는 떠돌다 죽을 팔자다. 한곳에서 도제 생 활을 할 수는 없잖아? 그럴 거면 벨키서스 산맥을 떠나오지도 않았다고. 좋아. 좋아. 일단 목표는 디모나 윈드워커다. 이전에는, 내가 그녀의 손 바닥에서 놀아났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내가 그 드높은 자존심을 완전히 박살내주지. 저열한 복수심이라고 생각되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통쾌할수 없는 각오다. 내가 그렇게 결심하자 브린은 공작대에서 수정을 꺼내더니 나에게 던졌 다. "그럼 이것부터 깎아봐라." "예?" "기초이면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다만. 수정으로 렌즈를 깎는 거다." "에엑?! 처음부터 그렇게 어려운걸?" "시끄럽군. 로그마스터라는 게 고작 그 정도냐? 이 렌즈깎기는 어렵고 손 이 많이 가면서도 기초다. 즉, 보석연마의 기술을 가장 빨리 익힐 수 있 는 거지. 아울러서 보석과 미술품 감정법도 가르쳐 줄테니 잘 배워라. 대 도라면서 가짜 보석이나 그런 거에 속으면 망신만 톡톡히 당할거다." "다른 것들도 차근차근 가르쳐 줄테니 오늘은 어디 렌즈나 실컷 깎아보려 무나!" 으음, 원래 기초부터 한다면 바(Bar)로 깎는게 먼저 아니던가? 속성 코스 란 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렌즈를 깎기 시작했다. 어쨌건 베인도 편 지에 뭐라고 썼는 지 알만하군. 그래. 내가 여기서 쓰러지는 걸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이야기렸다? 역시... 영락없이 아버지라니깐. 쓸데없이 참 견하는 것부터... 괜히 신경이나 쓰고. "쳇." 이래저래 나는 어리광을 피우고 있었나 보다. 차가운 바람이 느껴진다. 눈을 감고 있어도 바람은 나를 휘감고 폭포의 소리는 내 귀를 때리고 있었다. "음!" 나는 눈을 뜸과 동시에 목검을 휘둘렀다. 쩌억하고 폭포가 멋지게 끊어졌 다. 그래, 그것이야 말로 절단, 물의 흐름이 한동안 정지 된것처럼, 깨끗 하게 끊어져 나가고 목검은 물에 영향을 행사한다. 문외한이 보더라도 이 행위가 절단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절단의 끝과 동시에 목검의 방향이 바뀌어, 이번에는 폭포에서 물 을 튀겨 내었다. 파쇄. 마치 상처를 후벼파고 피를 튀겨내는 철퇴처럼, 목검은 둔중하게 폭포를 튀겨내었다. 겨울이지만, 만월의 달은 여전히 밝았다. 폭포의 계곡이 그림자를 드리우 지만, 물보라는 마치 산산히 흩어지는 보석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데스바운드에도... 이제 능숙해 졌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목검을 살펴보았다. 역시 내 악력과 수압 때문에 칼의 목부분이 부러져 있었다. 나는 그걸 들고 물에 집어던졌다. "슬슬 몸이 되살아 나는 것 같은데." 데스바운드도 이전까진 풍경에서 뢰경으로 이어지는 공격이었지만 이젠 뢰경에서 풍경으로도 이을 수 있다. 더구나 각각의 위력은 옛날의 내가 쓰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폭포를 베며 수행하고 물 속에서 자세 와 호흡을 가다듬고 수행한 결과가 점점 나와 주는 것이다. 아니 사실 아무리 천재라고 하더라도 한달 훈련해서 갑자기 강해지진 않 는다. 그러나 확실히 벨키서스 산맥을 떠난 이래로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훈련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력은 오히려 떨어져 있었다. 그 감각을 다 시 끌어올리면서 실전에서 얻었던 경험도 소화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제 는 도제 생활에도 익숙해져 있어서 연습 시간도 많이 낼 수 있었다. "흐음. 쉐도우나 연습해볼까?" 나는 이전 내가 상대했던 적들을 생각하며 연무를 하기 시작했다. 가상의 적을 상정하고 싸우는 것이다. 적은 우스베, 보디발, 이노그, 윌카스트등 강력한 적들뿐이었다. 그들과의 싸움, 목숨을 건 실전의 감각, 그들의 전 투 센스에 맞춰서 나 자신을 움직인다. 강한 적들을 상대로 종이한장으로 공격을 피하고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 카운터, 때로는 희생을 감수하면 서 싸운다. 이 훈련은 그 동안 내가 쌓아온 실전을 내 것으로 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했을까? 너무나 기분 좋게 탈진한 것 같다. "하악! 하악! 하악!" 나는 물위에 떠있는 바위에 앉아서 숨을 골랐다. 이제 슬슬 숙소로 돌아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브린의 공방에는 고가의 미술품들과 보석들이 많기 때문에 야간에도 경계가 철저하다. 나야 마스터가 이야기를 해놓아서 밤 에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고 그게 오히려 남들의 반감을 크게 사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돌아갈 시간은 지켜야 한다. "또 물을 헤엄쳐야 하나? 그런거 싫은데."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물이 너무 차긴 하지만 일단 물에 들어갔다가 나오면 운동으로 몸을 달구면 된다. 그러나 몸이 달궈지면 잠이 안 오는 데. 뭐 어쩔 수 없나? 헤엄치지 않으면 날아갈 수밖에 없는데. 나는 달빛 을 반사하고 있는 물 속으로 다시 뛰어 들었다. 차디찬 물이 전신을 덮쳤 다. 그러고 보니까 슬슬 눈도 내리는 것 같던데 주의해야겠다. 이 근방은 내일이라도 눈이 온다고 하니까. 이곳은 에스페란자 왕국의 최북단이니 날도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춥다. 어쨌건 이 수영만도 족히 1킬로미터는 헤엄치는 것 같다. 도중에 탈진하면 죽는 거고. "어쨌거나 지금은, 가르쳐 주는 건 열심히 배우면서, 나를 단련 시킬 수 밖에 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물가에 나와서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불자 그야말로 살을 에는 듯 하지만 나는 몸을 대충 닦은 뒤 옷을 입고 다시 왔던 길을 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자갈밭 위를 맨발로 달리는 짓을 했더니 순발력과 동체시력에도 많은 단련이 된 것 같았다. 균형을 잃거나 뾰족한 돌에 발을 댔을 때 잽싸게 그 발을 옮기거나 뛰어넘거나 하면서 동체시력과 순발력이 훈련되는 것이다. 덕택에 한동안은 발이 부 어서 걸을 때 마다 아파 죽을 지경이었지만 이제 그것도 슬슬 성과가 나 와 주는 것 같다. "...로그 마스터라." 만약 내가 다시금 세상에 나가서, 디모나와 겨룬다면, 질까 이길까? 어쩌 면 한번 물러난 놈이 다시 쓸데없는 걸 노린다고 화내지 않을까? 아니 당 연히 화내겠지? 하지만 그게 더 맘에 든다. "이번엔 내가 널 화나게 해주지! 잘나신 윈드워커를 이름도 없는 카이레 스가 꺾어주겠단 말야!" 나는 하늘에 떠있는 만월을 향해서 건방지게 중지를 세워 보였다. < 계 속 > -------------------------------------------------------------------- 으음....... 이번화 쓰는데 딱 한시간 걸렸군. *********************************************************************** 웃 저번화가 200이었군요! 아 그리고 이번에 13번째 현자라는 특이한 걸 써 봤습니다. 대 해일 이래 전 세계의 90%가 민물바다에 잠겨버린 세계에서 유 일하게 살아남은 엘프, 아트레이스의 이야기입니다.(광고)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30 화 : 부활#3 ------------------------------------------------------------------------ 팔마력 1548년 12월 15일 "어 저 라이오니아 녀석!" "뻔뻔스럽군!" 이제는 도제들도 다들 나를 비난하고 대놓고 욕하고 있었다. 아니 도제들 뿐이면 말을 안 하겠는데 하인들도 나를 노골적으로 싫어하고 있었다. 그 렇잖아도 매일 밤마다 한 네 시간씩은 꼬박꼬박 맥박 수 140넘어가는 강 훈련을 하고 있는데 이번엔 정말 고양이 눈곱만큼 적게 주는 것이다. "뭐야?" 나는 배식을 하고 있는 하인을 보고 그렇게 물어보았따. 그러자 그는 나 를 보고 히죽 웃었다. "라이오니아 사람은 라이오니아 식량이나 축내라고." "......." 이, 이녀석들이 진짜! 하지만 뭐 심정이 이해는 간다. 에스페란자 사람들 은 라이오니아 왕국이라면 치를 떠니까. 사실 니나의 예를 들것도 없이 라이오니아가 에스페란자를 강점한 이래, 불미스러운 일이 많았다. 즉 그 들의 입장에선 라이오니아는 영원한 가해자. "그래도 먹을거 가지고 그러지 마." "흥. 아 그래. 먹고 싶으면 바닥을 네발로 기는 게 어‹š?" "......." 그러자 다들 왁자지껄 웃기 시작했다. 모두들 다 내 적이라 이말이지? 그 들은 나를 비웃으면서 좋아하고 있는 것이다. 쳇. 내가 라이오니아 왕족 이면 또 모를까 왜 라이오니아의 악행에 대해서 내가 피해를 봐야 하는 거지? 하지만 그때 갑자기 한 도제가 달려와서 식당의 입구를 열었다. "크, 큰일이야!" "큰일?" "아! 하악, 하악!" 그러니까 별로 신통치도 않은 체력을 가지고 뛰어다니지 말라니까. 나는 말도 못하고 있는 녀석을 바라보고 속으로 그렇게 궁시렁 거렸다. 하지만 모두들다 그를 바라보고 뭐라고 말하는 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 새로온 놈 있지! 라이오니아 놈! 그놈에게 도면실 열람권이 주어 진대!" "......." 도면실? 그 도면실 말하는 건가? 브린 한스와 그의 공방이 만들어낸 모든 물건의 도면, 4만장이 모여있는 거대한 창고? 그곳은 마스터인 브린과 그 의 제자들 10명밖에 들어가지 못하는 곳인데 왜 나를? "뭐, 뭐라고?!" "이, 이런 젠장할!" "빌어먹을! 왜 하필 이녀석이야?! 응?!" 그 순간 방금 전까지 나를 비웃던 녀석들이 모두들다 격분해서 날뛰기 시 작했다. 도제생활에 힘겨워 하던 녀석들도 다들 멍청한 표정으로 나를 보 았고 이 길드에서 고용한 하인들도 모두들 다 충격을 먹은 듯 했다. "그럼 좀 더 먹어도 되겠지?" 나는 내가 직접 국자를 잡아서 스튜를 더 부었다. 아무래도 이 도제들, 제자들 할 것 없이 모두들 내 적이 될 것 같다. 대체 브린은 왜 그러는 거지? 나는 식사를 다 끝마치고 차가운 밖으로 나갔다. 하늘이 어두컴컴한게 언 제 눈이라도 한번 쏟아질 것 같았다. "으음! 아?" 얼어붙은 손으로 공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브린은 없고 왠 긴머리의 바짝 마른 남자가 한명, 살이 찌고 근육도 많이 붙은 거한이 한명 해서 두명의 남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알기론 이들은 이미 정식으로 세공기술자 조합원이 된 브린의 제자들이었다. 각자의 공방을 가지고 있 어서 이 시간엔 다들 자기 작업장에서 일할때인데? 이런 곳에 있을 인간 들이 아닌데 여기 있다는 것은 아마도 사부인 브린에게 탄원을 하려는 것 같았다. "...무슨 일이죠?" "윽! 노, 놀랐잖아 이자식아! 붉은 눈 들이밀지 마! 재수없으니까." 신경질적으로 생긴 메마른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내게 손을 내저었다. 마 치 사람을 좀비취급하는군. 나는 화를 애써 삭이고 물어보았다. "브린님은 지금 안오셨는데 무슨 용무로 오셨는지요?" "넌 알거 없다. "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바닥을 청소하고 채광창의 줄을 당겼다. 그러자 지붕에 덮여있는 원형의 슬레이트가 움직여서 빛이 더더욱 많이 들어오게 되었다. 그렇게 해봐야 뭐 하늘이 다 회색이니 그 다지 빛이 많이 들어오진 않는다. "여긴 램프도 없는데. 어두운데 괜찮으세요?" "신경쓰지 말랬지! 애송아! 기분나쁜 눈깔 들이밀지 마!" "아 예." 나는 그렇게 말하고 공작대에 앉았다. 어제 수정을 깎다 말았는데 다시 렌즈깎기에 도전해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공작대에 수정을 끼웠다. 어제는 오전 내내 갈아도 렌즈 비슷하게 갈리지도 않았다. 일단 볼록하게 만들면 될 것 같은데 그만큼 깎는 것도 매우 힘들고 조금만 잘못해도 영 모양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표면이 매끈하게 깎는 것도 힘들다. "이, 이녀석 지금 뭐하고 있는거야?! 응?!" "예? 연습하고 있는데요?" "아니! 이 미친자식! 도제주제에 스승님의 공작대에 앉는단 말야?!" "....." 여기서 브린의 허락을 받았다고 말하면 내가 더 미움받겠지? 나는 어영부 영 자리에서 내려섰다. 그러나 그때 거한의 남자가 물어보았다. "렌즈 깎는 거냐?" "아 예." "처음에는 매끈하게 깎는 것부터 연습해. 렌즈모양을 만드는 건 일단 광 택처리를 배우고 나면 쉬우니까. 알겠지? 그리고 바이스에 끼우고 공작대 를 돌릴 때, 칼날 넘어가게 돌리지 마, 한꺼번에 많이 깎아내는 건 익숙 한 사람들이 하는 거다." "예." 나는 의외로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거한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비 쩍 마른 남자는 생긴 것 답게 히스테리를 부리기 시작했다. "왜 저따위 녀석을 가르쳐 주는 거야?" "그래도 뭐 괜찮잖아. 나이 많은 도제니까 빨리 졸업시키는 게 낫지." "쳇! 우린 여기까지 오는데 12년 걸렸다고. 야. 네가 소문의 그 편애받는 라이오니아 인간이지?" 비쩍 마른 사람은 신경질적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이녀석은 뭐지? 지 친 구의 반만 인간이 돼지 그래?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를 바라보았다. "아 예. 그런데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나에게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네놈 무인이지? 전사지? 그렇지?" "예." 호오, 그래도 사람보는 눈은 있군. 단숨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다 니. 하긴 몸에 흉터가 워낙 많은데다가 아무리 두꺼운 겨울옷으로 몸을 감추고 있어도 체질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최근 계속한 훈련으로 근육도 많이 불어나고 해서 도저히 골방에서 일하는 도제라고 할 수는 없 는 것이다. "적당히 해둬라. 네놈에게 무슨 사연이 있어서 스승님이 그렇게 총애하는 거겠지만 우리들은 이 일에 인생을 걸고 있다고. 이제 나타난 녀석이 재 미삼아서 휘젓고 갈 일이 아니란 말야. 네게 꼭 필요하지 않다면 빠져. 보아하니까 칼질로도 먹고살긴 충분하겠구만." "......." 의외로 생각이 깊은 놈이군. 나도 그 부분은 아프게 생각하고 있었다. 내 가 이렇게 끼어들면 다른 사람들은 기분이 나쁠테지. 그들은 인생을 걸 각오를 하고 있는데 나는 운 좋게 편지 한 장으로 길드에 들어선 행운아 니까. 하지만 나에게도 브린에게 배우는 기술들은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비록 할 때는 좀이 쑤시지만 결국 재미있다. 그래. 이 기계나 보석들을 다루는 일은 정말로 즐겁다. 새로운 것을 배워나간다는 게 이렇게 즐거운 일인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그나저나 다른 놈들은 왜 안오는 거야?" "글쎄?" "예?" 내가 그렇게 의아해 하는 사이에 다른 제자들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왕수를 다루다 한쪽 눈이 멀어버린 보석길드 지부장 아리에. 정밀한 기관을 제작하는 기관제작의 달인 페르난드. 시계를 만드는 데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도밍고. 에스페란자 수도인 시타델솔의 개선문을 만드는 영광을 얻은 건축가 벨드 린. 천문대를 만드는 데 일생을 바친 하늘을 보는 노움 소로스. 대 보석상인 럭슈리의 후계자 조안. 금과 강철에 미친 대장장이인 라뎀. 오르골 전문가인 드린스콜. 왕실화가 린셀른. 그리고 하모니카 장인인 설리반. 모두들 이 에스페란자에서 난다 긴다하는 장인들인 것이다. 이들이 대부 분다 브린의 제자라고 하니 브린 한스의 실력이 어느정도인지는 말할 필 요가 없다. 이 제자들도 자기 전공에서 더 뛰어난 재능을 발휘한 것 뿐이지 다른 기 술에 대해서도 문외한들이 아니었다. 일례로 나에게 조언을 해준 거한은 대장장이 라뎀이었다. "모두들 다 모인 건가?" 그때 뒷문이 열리고 왜소한 체구의 노움이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공 작대 옆에 서서 브린 한스를 바라보았다. 저 늙은 노움이 이 많은 장인들 의 스승이라니, 정말 믿어지질 않는군. "너희들을 여기에 모이게 한건 다른게 아니다. 드디어 '12천사의 륜' 제 작 명령이 떨어졌다." "12천사의 륜 말입니까?" "그래... 내년 3월까지 제작을 완료하라는 군." 브린이 그렇게 말하자 그순간 여기 모인 제자들의 표정이 모두들 다 굳어 버렸다. 나는 왜 그러나 싶어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 은 모두들 일급의 장인, 그들이 모여서 힘을 합치면 그렇게 오래 걸릴 물 건은 없을 텐데? "미, 미쳤군요!" 아리에가 화가 나서 그렇게 외쳤다. 그러자 브린은 손을 내저었다. "용공자, 디에고 에스페란드 님이 직접 와서 부탁한 것이다. 그때까지 완 성이 되지 않으면 라이오니아의 공세를 막아낼 때까지 팔마의 원군을 기 다리는 건 무리라고 하는 구나." "예. 디에고 에스페란드 님은 이 일에 국운이 걸려있다고 하셨습니다." 왕실화가 린셀른은 남자답지 않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아 마 저자가 바로 디에고 에스페란드의 특사일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왕실 화가가 여기 있을 이유는 없으니까. "그리고 이게... 팔마 교황 제라프가 생각했다는... 100년 전의 문서다." 브린은 그렇게 말하고 왠 종이쪽지를 꺼냈다. 천사의 륜이라는 것은 원래 팔마의 교황 제라프 2세가 신의 계시를 받았다고 하는(즉 낮잠을 자다가 꿈에 그게 나왔다고 하는) 물건으로 이걸 갖추는 것은 팔마교황청의 오랜 숙원이었다고 한다. 아마 그때 나온 그 쪽지 인 것 같았다. "음...어디보자 금은보화로 치장된 12천사가 돌아가면서 매시간을 알린 다. 에? 회전하는 오르골 비슷한 건가? 크기는 종탑의 최상층을 메울정도 라고?" 아리에가 첫 장을 읽자 조안이 뒷장을 받아서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매 달을 상징하는 천사만은 대열에서 이탈해서 그 달을 상징한 다. 그리고 매번 정오에 움직여서... 날짜를 상징한다고? 윤년과 윤달을 포함해서 반응할 것. 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노, 농담이겠지?" 조안이 그렇게 말하자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대열이탈?!" 마치 눈앞에서 누가 죽기라도 한것처럼 전부 얼어붙었다. 태엽과 톱니, 기어로 만드는 장치에서, 원형운동을 하던 놈이 자기 달이라고 이탈한단 말인가? 이 구조만 해도 이미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즉 톱니로 돌아가는 만세력을 만들고 거기에 회전할 발판을 가지고 있는 천사상, 그리고 그놈 이 이탈할수 있는 레일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걸 톱니바퀴만으로 만 들면... 엄청나다. 이미 인간의 기술력을 가볍게 벗어난 미친 짓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비나 눈이 오면 대열을 이탈했던 천사도 안에 들어가 대열에 합류 한다." 노움인 소로스가 조용히 말하자 이제는 모두 질려서 말도 꺼내지 않았다. "......." "습도계라도 달아야 하나?" 아리에가 그렇게 투덜거리며 탁자를 내리쳤다. 12천사의 륜은 교황청에서 그렇게 갖고 싶어하던 물건인데 왜 지난 100년간 아무도 못 만들었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놈의 교황, 꿈도 이상한걸 꿔 가지고 여러 사람 피곤하게 만드네. "그리고...." 이번엔 하모니카 장인인 설리반이 살펴보기 시작했다. "또 있어? 어디 들어나 보자, 그 미친 소리." 나에게 화를 내던 그 신경질적인 남자, 도밍고는 다 포기한 듯 그렇게 중 얼거렸다. 그러자 설리반은 안경을 고쳐쓰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매 시간을 알릴 때 각각 다른 찬송가 11곡을 연주한다." "......." 오르골 전문가인 드리스콜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오르골로 11곡 따로 따로 내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지만 위의 모든 것들을 생각할 때 장치할 장소가 없는 것이다. 더구나 종탑위에 장치해도 들릴 정도의 오르골이라 면 소리를 크게 해야 하는데 오르골의 소리를 키우려면 당연히 부피도 커 지기 마련! 도대체 저 교황놈은 어째서 꿈을 꿔도 이렇게 악랄하게 꿀 수 있는 거지? 모두들 다 한숨을 푹푹 쉬어대서 바닥이 꺼지지 않을까 걱정 스러울 정도였다. "뭐 좋아. 우리가 할 일은 뭐지? 설마 저걸 다 만들어서 보내라는 건 아 닐테고." 벨드린이 그렇게 말하자 린셀른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야 물론, 설계도면과, 보석으로 치장될 천사들입니다. 어쨌건 이 건 뇌물이니까요." "설계도면인가...." 그 순간 모두들 한숨을 푹푹 내쉬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 어마어마한걸 4월까지 만들라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군! 설계 도랑 보석 세공 만인가! 쳇. 예산은?" "60만 모나크." "......." 다시 한숨이 터져나왔다. 와... 뇌물이니까 많을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설 마 60만 모나크로 천사상을 만들어서 바친단 말야!? 정말 어마어마한 뇌 물이군. 에스페란자 사람들이 약소국의 설움을 집어삼키며 나에게 이를 가는 것도 다 납득이 갈 정도다. "그거 군자금으로 돌리는게 더 낫지 않나?" 내가 그렇게 혼자 중얼거리자 아리에가 한쪽밖에 남지 않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군자금으로 돌리면 없는 사람이 생겨나냐? 용병도 사들이는데 는 한계가 있어. 그리고 어떤 미친 용병이 마왕 보디발과 싸우려고 하겠냐? 응? 좋 왕 둬서 좋겠구나. 라이오니아 왕국인 카이레스!" "으음." 마왕 보디발인가? 녀석 출세했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가 브린이 봉투를 드는 것을 보았다. "참고로 천사상의 설계도는 여기 동봉되어있다만." "예?" "어디. 천사상도 기계장치이잖아. 그래도 이놈들 천사상 움직일 건 생각 해 뒀나보군." 도밍고는 그렇게 말하고 이를 갈았다. 모두들 다 그나마 설계가 간단한 천사상 정도는 저쪽에서 설계해 왔구나 하고 좋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브린은 종이를 꺼내더니 인상을 찡그렸다. "설계도는 설계도인데 그림한장 없는 설계도구나." "예? 아니 그게 무슨 설계도야?" 도밍고가 그렇게 중얼거리고 다가가더니 깜짝 놀라기 시작했다. "이익! 이건 보석 세팅 주문이나 다름없잖아?! 이 개자식들!" 도밍고가 내던진 종이에는 뭐 몇 번째 천사는 눈을 사파이어로 할 것~ 등 등의 보석을 어떻게 비싼 것들만 골라서 쓰게 만들어져 있었다. 즉 '천사 의 륜' 자체보다는 비싼 보석과 금으로 만든 물건을 받고 싶다는 뜻이었 다. 하지만 또 기술력을 총 동원해서 만들어낸 설계도도 가지고 싶다는 거고. "쳇.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요? 스승님? 에?" 조안이 그렇게 묻자 브린은 떨어진 종이들을 주우며 말했다. "2월까지 설계도면을 만든다. 천사상은 한 달이면 충분하겠지?" "12개나 되지만 뭐 그건 우리들이 한 개씩 만들면 될테니까. 충분하오." "그러면 내가 설계를 총지휘하지. 너희들은 거기에 따라와라." 브린이 그렇게 말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의 솜씨에 대해서 아 무더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음, 그럼 난 자리를 비켜줘야 하 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뒤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브린이 나를 가리켰다. "카이레스! 너도 참여한다." "...얘?!" 나는 깜작 놀라서 브린을 바라보았다. 아니 갑자기 이게 뭔 소리야? 왜 겨우 도제에 불과한 나에게 그런걸 시키는 거지? "스승님!?" "저! 저놈은 렌즈도 못깎아서 겨우 빌빌대는 놈인데!" "말이나 됩니까?!" 과연 모든 제자들이 반발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브린은 단호했다. "그건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마라. 나는 저녀석을 소개해준 자에 게 씻지 못할 빚이 있으니까." "그, 그렇지만 이 일은 에스페란자의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왕실화가인 린셀른이 그렇게 말했지만 브린은 벌써 자리를 떠났다. "어차피 오늘 당장 머리를 짜내라고 해도 설계도면이 나오진 않을테지? 각자 자기 스스로가 자신있는 방향에서 이 일에 대한 해결책을 찾도록 해 라. 오늘은 해산하도록 하자!" 브린은 그렇게 말하고 먼저 나가버렸다. 그러자 다른 제자들은 모두들 미 심 쩍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 대체 일이 어떻게 되려고, 라이오니 아 왕국의 인간인 나에게 에스페란자의 사활이 걸린 뇌물을 맡기는 거야? < 계 속 > -------------------------------------------------------------------- 그럼 또 쓰는 대로 올리죠. 이제 가속 모드에 들어갑니다..... 수능 보신분들 수고하셨어요 *********************************************************************** 자 그러면 또 올립니다....도배인가? 에이 오늘은 여기까지. 하이텔은 나중 에 올리죠.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30 화 : 부활#4 ------------------------------------------------------------------------ 팔마력 1548년 12월 23일 결국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에 끼인 채로 나는 도면실을 계속 들락날락해야 했다. 사실 프로젝트 멤버라고는 해도 내가 직접 하는 일보다는 참고 자료가 되 는 도면들을 그들에게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이 인간 저 인간 할거없이 도면실에 있는 도면 중 무작위로 몇 개를 가져다 달라고 하니 내가 직접 하나하나 꺼내서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오전 오후 일과 중엔 틈틈히 렌즈를 깎고 저녁밥을 먹고 나면 꼬박꼬박 폭포에 가서 훈련을 하고 나도 나름대로 다른 도제들에게 뒤쳐 지지 않게 공부를 하다보니 요새는 하루에 한시간씩 밖에 못 잔다. 그나 마 자투리 시간을 꼬박꼬박 활용하니까 이렇게 되는 거지 실제로 자는 시 간은 그 반정도? 뭐 각성한 이래로 잠은 많이 줄었으니까 일단 일어나기 만 하면 그 정도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브린과 그의 제자들은 인간이면서도 거의 잠을 자지 않는 것 같았 다. 뭐 설리반이나 라뎀과는 꽤 친해져서 이야기도 주고 받는데 설리반의 경우는 한 2주일동안 한잠도 자지 않고 초고급 하모니카를 만든 적이 있 다고 한다. 왕비가 에밀리오 왕자에게 선물한 물건이라고 하는데 에밀리 오 왕자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좀 감회가 뒤틀린다. 그 음흉 한 꼬마도 한때는 귀여운 아이였던 시절이 있다는 것인가? 어쨌거나 설계도만 작성하는데도 다들 열심이다. 이 거대한 기계 장치에 대해서 들어가는 설계도는 적게 잡아도 약 5000장이라고 한다. 게다가 그 건 최종 완성이 되었을 때의 이야기이지 그 사이에 계속 수정과 삭제가 반복될 예정이다. 하지만 얼마나 엄청난 기획이기에 설계도면이 그렇게 많이 필요한 것이지? "아 눈 온다." 나는 공작대에서 렌즈를 깎다가 창밖을 바라보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난 방이 전혀 되지 않아서 공작대를 잡고 있는 손이 곱아가고 있었다. "쳇. 안돼. 두께가 일정하질 않아." 나는 렌즈로 창 밖을 바라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투명하게는 만들 었는데 그것 때문에 너무 많이 깎은 모양이었다. 안깎인 부분과 깎인 부 분의 차 때문에 굴절이 생겨서 울렁인다. 이렇게 만들면 실패인데. 나는 그렇게 한숨을 내쉬고 작업대에 매달려있는 브린을 바라보았다. 그는 펜 을 잉크병에 담그곤 열심히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톱니바퀴 톱니바퀴 톱니바퀴들.... 계속 톱니바퀴를 그려대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자연스러 웠다. 마치 이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노움이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렌즈를 살펴보았다. "도면실의 도면들은 잘 봤냐?" "예. 찾아보면서 많이 봤어요. 하지만 아직 모르겠어요. 이런 엄청난 일 에 끼어들 실력은 전혀 없는 걸요." "하지만 이게 네게 엄청난 양분이 될 거다. 잘 봐둬라." 그는 그렇게 말하고 도면을 그리며 말했다. "시간을 가게 하는 것은 아주 쉽지. 초가 분을 가게 하고, 분이 시를 가 게하고, 시가 하루를 가게 하는 건 어렵지 않아. 한 달을 가게 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아.(레이펜테나는 매달이 같은 날짜인 28일로 되어있다. 윤년 도 결국 달에는 들지 않는다.) 그러나 해의 날(어느달에도 속하지 않은 날, 7월과 8월사이의 하루) 과 달의 날(13월과 1월 사이의 하루)을 생각 하는 건 힘들어." "그것도 해결하지 않았어요?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이 설계도는 차라리 혼자 만드는 게 낫겠군요?"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브린이 큭큭 하고 웃었다. "웃기는 군. 일단 내가 먼저 중요한 시계부분과 공간을 배분해주면 그들 은 그 공간에 맞춰서 만들지. 이 많은 도면을 한사람이 다 그려낸 다는 건 불가능해. 호흡이 맞지 않으면 따로 하는 게 낫겠지만." "태엽 가지곤 어림도 없을 거잖아요? 저 장치는? 크고 무겁다고요." "그래서, 태엽을 감는데는 수차를 쓴다. 아 그 구동축과 수차의 설계는 네가 해라." "예." 나는 무의식중에 그렇게 말했다가 깜짝 놀라서 브린을 바라보았다. "지, 지금 저보고 하신 말씀이에요?" "그렇다. 간단하다. 구동축은 종탑의 밑에서 정중앙으로 올라가야 한다. 헬리컬 기어보단 굵은 체인을 쓰는게 나을 거다. 무게를 줄이기에는 그게 낫지. 그렇지만 아래로 향하는 부하가 너무 크면 위의 시계가 종탑을 부 수고 가라앉을 테니까 밑에 버팀봉을 세우는 걸 잊지 마라. 이건 도제 5 년차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다. "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애써서 평안한 척 웃어 보 였지만 그는 내가 깎고있는 렌즈를 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렌즈를 만들겠다는거냐? 아니면 수정으로 종이를 만드려고 그러냐?" "하, 하하하하하." "재능은 별로 없군, 아니 수정을 그렇게 얇게 깎는 건 대단한 재능인가? 그래. 어쨌건 구동 축은 빨리 해둬라." 뭐 그냥 하자면 어렵겠지만 나는 도면실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잖아? 결국 나는 도면실에서 참고할 만한 것을 찾아다가 구동축과 수차 부분을 좀 배껴서 만들었다. "으음, 좋았어. 표절이긴 하지만 이렇게 빠릿하게 해내다니, 도제 1개월 차 치고는 대단한 것 같아." 나는 스스로 그렇게 만족하고 도면번호를 붙였다. 어쨌건 이 많은 사람이 달라붙어서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도면 번호를 제대로 붙이는 게 무 엇보다도 중요하다. "자 그럼 또 한번 돌아야 겠다." 나는 수도원이 2시의 종을 치는 것을 듣고 밖으로 나갔다. 눈이 잔뜩 쌓 여있는 산맥이 나를 맞이했다. "후, 나도 참 정말 파란만장하게 사는 군. 올해 초엔 벨키서스 레인저였 고 연말에는 노움 마스터의 도제인가." 나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손으로 받고 각자의 공방으로 향했다. 그리 곤 철야작업으로 반 시체가 된 장인들에게서 도면을 받아서 도면 번호를 붙이고 정리했다. 그렇게 정리한 새 도면들과 그들이 참고로 본 도면들을 회수해서 본 도면들은 도면실로 갖다 놓고 나머지는 브린의 공방으로 가 져가 정리하는 것이다. "후우, 음." 나는 떨어지는 눈발을 향해 왼손을 뻗었다. 세손가락밖에 없는 주먹이지 만 손을 뻗자 공기가 흔들리면서 시익하고 예리하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 가 났다. 떨어지던 눈발들이 여럿으로 흩어지는게 보였다. "눈을 흩는다, 이 정도면 쓸만한 주먹이군. 오늘 밤도 훈련은 빼먹지 말 아야 겠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딱! "....." 단단한 나무에 뭔가가 박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리가 난곳을 돌아 보았다. 지금은 빗물대신 얼음이 가득 차있는 빗물받이 통 위에 종이를 맨 화살이 하나 박혀있었다. "뭐지 이건?" 나는 화살이 날아온쪽을 바라보았지만 그곳에는 눈이 잔뜩 쌓인 나무들만 그득하다. 이미 화살을 쏘고서 멀리 이동해 버린 것임에 틀림없다. 나는 화살에 매인 편지를 펴보았다. 그러자 강렬한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독?' 나는 혹시 독인가 싶어서 코를 막았지만 독은 아닌 듯, 말 그대로 진짜 강렬한 향기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글씨가 적혀져 있었다. '12천사의 륜이 완성되는 날, 가져가겠습니다. 로그마스터 디모나 윈드워 커.' "......." 그렇군. 12천사의 륜은 확실히 완성되기만 한다면 세계 제일의 보물이라 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물건이라면 로그마스터가 노려도 전혀 이 상할게 없지. "디모나!" 그러나 나는 그 순간 지면을 박차고 달리고 있었다. 화살이 발사된 곳으 로! 그러나 역시 사라져 있었다. 나는 숙소 뒤에 위치한 산비탈로 미친 사람처럼 달려 올라가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확실히 여기까진 걸어온 발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지만 이후로는 발자국이 없어졌다. 나무들을 살펴 보니 방금 가지가 부러진 것 같은 나무가 하나 있었다. 아마 저걸 박차고 하늘로 도약한 것 같았다. 이쪽 언덕은 낮기 때문에 능선만 넘어가면 아 까 전 내가 있던 곳에서는 바로 사각이 되어버린다. "인피니티 로프인가? 아니면 윈드워커의 부츠?" 나는 그쪽을 바라보고 중얼거렸다. 어쩌면 쉐도우 아머로 그림자에 숨었 을 지도 모르지. "후우...." 숨을 들이쉬자 확실히... 향기가 난다. 그녀에게서 나던 풋풋하면서도 묘 하게 선정적이던 향기. 디모나 윈드워커임에 틀림없다. "....." 나는 쥐고 있던 화살을 부러뜨리고 지면에 집어던졌다. 웃음이 나온다. 남들이 보면 미친놈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웃고 싶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녀는 나를 보고 뭐라고 생각했을까? 이국의 땅에서, 심부름꾼으로서 바 쁘게 뛰고 있는 나를 보고 뭐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나를 보고 싶어할까?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날, 나에게 해명하려 했던, 내게 말하려 했던 변명 은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아니면 이제는 낙오된 별볼일 없는 남자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는 편지를 품속에 넣고 다시 산비탈을 미끄러져 내려왔다. 눈이 쌓여있 어서 그런지 가볍게 미끄러지며 지상에 내려설 수 있었다. "그런데 어쨌건 이 편지는 어쩌냐?"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그걸 보았다. 이걸 보이면 난리가 날텐데? 지금 다들 정신이 없는데 이런걸 보여주면 과연 기한까지 설계도나 완성될까 의문이다. "좋아. 이건 내가 보관한다." 나는 편지를 품에 집어 넣었다. 디모나 윈드워커가 12천사의 륜을 노린다 니 이거 참! 인간의 인연이란 것은 알 수 없군. 나는 마음을 정리하고 도면실로 뛰어들어가 도면들을 정리하고 그들이 찾 아달라고 한 도면들을 찾아보았다. 역시 도면을 찾다보면 금고, 함정, 자 물쇠등등 쓸만한 도면들도 많이 나오고 자동으로 닫히는 문이라던가 하는 기관도 있어서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걸로 과연 디모나 윈 드워커를 능가할 수 있을까? "......." 나는 마지막으로 본 디모나 윈드워커의 모습을 기억속에서 떠올렸다. 다 른 이들을 상대로 쉐도우를 할 때도, 윌카스트나 이노그처럼 압도적인 힘 을 지닌 상대를 적으로 상정하고 싸웠어도 막연하진 않았다. 그러나 디모 나가 마지막으로 보여준 그 힘은, 미지수다. 그녀의 잠재력이 어느정도일 지, 패턴은 어떨지! 짐작도 할 수 없었다. "뭐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나 충분히 해둘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도면들을 찾아놓았다. 이렇게 도면을 찾아놓고 그 들이 그려둔 도면을 정리해두면 모두들 다 브린의 공방에 모여서 열띤 토 론을 한다. 서로서로의 할당공간을 맞춰보고 각 장치의 배치를 완전히 새 로 하기도 하고 할당공간을 바꾸기도 한다. 역시 오르골이 가장 큰 자리 를 차지하고 있었다. 소리막대를 두들겨서 소리가 나게 하는 것이 오르골 인데 이놈의 찬송가란 것들이 음악 중에서도 꽤 길고 장중한 것들이 많아 서 보통 큰 드럼을 필요로 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종탑에서 쳐도 밖으로 들릴 소리가 되려면 소리막대가 커야 하는 것이다. 그런걸 11곡이나 다르 게 하라니. 오르골 전문가인 드린스콜이 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제길 도저히 공간이 부족해. 어이 이렇게 하면 어때?" 드린스콜이 그렇게 묻자 건축가인 벨드린이 화를 냈다. "이 자식아! 무게가 넘잖아! 무게를 줄일순 없냐?!" "소리막대 속을 비우면 어때?" 노움인 소로스가 충고하자 드린스콜은 다시 항의했다. "그건 생각해뒀어! 문제는 계속 두들겨 맞아야 소리가 나는 물건인데 비 우면 찌그러지기 시작한단 말야. 강도가 적절히 유지되어야 하는데 경도 가 너무 높은 놈은 길어도 고음이 잘 난다고! 재질에 따라선 같은 길이여 도 한음 정도 차이가 난단 말야!" "뭐 대충하지 그래?" 아리에가 열을 내서 설명하는 드린스콜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그는 완강했 다. "그래도 100년간 아무도 만들지 못한 12천사의 륜이다. 그런데 조율처럼 사소한 것을 틀릴순 없다고!" "하긴... 100년동안 아무도 만들지 못한 예술작품을 우리가 만드는 거 야." "악취미한 기계공 괴롭히기로 밖에 보이지 않지만 말야."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서로서로의 도면에서 모순을 찾아보고 있었다. 나 는 그들의 대화를 듣고 도면을 이용해서 브린이 환상주문으로 예상도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았다. "거봐! 이 자식아! 내가 밑으로 체인을 빼서 연결하자고 했잖아. 걸리잖 아!" "뭔 소릴 하는 거에요? 톱니바퀴를 지탱하는 축을 조금 짧게 하면 저 정 도 까진!" "그렇게 하면 버티지 못해. 기계적인 내구력도 생각해야지." "전부 미스릴로 만들라고 해요! 이 빌어먹을 교회놈들!" 그들은 그렇게 열띤 논쟁을 하고 있었다. 그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 려왔다. "들어와!" 도밍고가 성질 사납게 외치자 문이 열리고 도제들이 식사를 준비해 왔다. 나는 그들에게서 냄비와 국자를 받아서 식사를 푸는 잡일을 하고 내 식사 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는 거냐?" "예. 잠시 훈련좀 하러." "......." "뭐 이런 토의 단계에서 너는 필요 없으니까. 그렇게 해라." 브린은 속시원하게 그렇게 말했다. 마스터 급의 장인들이 다 밤새서 일하 고 있는데 내가 개인적인 목적으로 빠진다는게 우습지만 다들 브린을 존 경하는 의미에서 내가 그렇게 빠져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대체 베인이 브린을 어떻게 구했 길래 저렇게 끔찍하게 날 위해주는 것일까? 설마 물 에 빠진 브린을 베인이 인공호흡으로 구해줘서 그후 사랑이 싹터서 그랬 다던가 하는 건 아니겠지? "휴우! 정말 하루하루가 지옥이군. 일이 많다는 게 이런 것인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기지개를 폈다. 많이 기울어서 달빛은 약하지만 하늘에는 별이 촘촘하게 떠있고 눈이 쌓여서 밤인데도 불구하고 묘하게 환했다. 나는 눈 위를 밟으며 호수 쪽으로 걸어가 보았다. "아참!" 가기 전에 샤프니스 소드와 다크레전을 회수해야 겠다. 디모나 윈드워커 가 나를 보았다면 혹시 접촉을 해올지도 몰랐다. 그녀라면 그 거리에서도 나를 알아봤을 테니까. 어쨌거나 무장을 갖춰놓는 게 좋겠지? 나는 목검 들도 짊어진 채 조심스럽게 베인 오브 드래곤 산맥을 올라갔다. 이전에 벨키서스 산맥에서 베인 오브 드래곤으로 넘어오고 목적지에 다 도달했을 때, 너무 과 무장을 하고 가면 사람들이 싫어할까봐 묻어둔 것이다. 어쨌 거나 나는 라이오니아 왕국의 사람이고 그렇게 무장을 한채 산길을 따라 내려오는 인간을 좋게 볼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여긴가?" 나는 눈이 잔뜩 쌓인 바위들을 찾아다니다가 유달리 검은 바위를 하나 찾 았다. 약 200킬로그램정도 나갈 것 같은 묵직한 바위 나는 그걸 집어서 치우고 안에 묻혀있던 리피팅 보우건, 다크레전, 샤프니스 소드와 인피니 티 볼트 케이스를 꺼냈다. "흠 쓸만하군." 리피팅 보우건의 보우 샤프트(Bow shaft)는 형상기억합금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분해해서 묻어놨더니 그렇게 상하지 않았다. 문제는 현인데 뭐 현 도 팽팽하니 쓸만하다. 나는 그걸 챙기고 인피니티 케이스를 확장카트릿 지에 끼워서 리피팅 보우건에 달았다. "인피니티 보우건...정도로 부를까? 너무 유치한가?" 나는 다크레전을 걸쳤다. 오랫동안 땅속에 파묻혀 있어서 차가울 줄 알았 는데 그거 하나 덮자마자 상당히 훈훈하다는 것을 알았다. 게다가 이제는 입자마자 바람이라도 부는것처럼 펄럭이면서 망토의 가운데가 갈라지며 날개처럼 펼쳐진다. 만약 내가 불꽃의 날개를 뽑으면, 그 갈라진 틈으로 멋지게 뻗어나갈 것이다. "흠 어디 한번." 나는 등 쪽으로 정신을 집중하고 난다는 이미지를 품어보았다. 그러자 부 웅 하는 소리와 함께 등 쪽에서 불꽃의 날개가 나타났다. 역시 다크레전 과 충돌하지 않았다. "괜찮은데." 나는 몸을 띄워보았다. 이 날개가 펼쳐지면 관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지 전혀 부담감 없이 가볍게 날았다. 날다가 직각으로 꺾이는 것은 물론 날 다가 등속 후진마저 가능할 정도다. 나는 지면에 내려서서 날개를 없애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얼마나 열기가 강렬한지 등 뒤에 있던 눈들이 한 2미 터 내는 죄다 녹아 들어가고 있었다. "날개 자체로도 훌륭한 무기가 되겠군. 아, 정말 대단하다." 나는 두통을 억누르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불꽃의 날개의 성능은 감 히 말로 표현할수 없을 정도로 좋다. 날개 자체가 화력이 대단하고 관성 을 무시하고 고속으로 난다. 화살을 쏜 뒤, 날아가서 그 화살을 다시 잡 을수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역시... 환염의 미카엘의 힘을 이끌어내면 머리가 지끈 거리고 마치 피가 끓는 것처럼 뜨거워 진다. 오래 지속하진 못할 능력이다. 미카엘의 힘을 이끌어 내 사용하는 불꽃의 날개, 무한히 발사할 수 있는 리피팅 보우건, 그리고 베는 맛은 소드 블래스터보다도 더 우월한 샤프니 스 소드와 다크레전, 전격을 이끌어내는 륭센의 수갑과 전력의 방패를 형 성하는 휴렐바드의 방패까지. 이 정도가 있으면 로그마스터 디모나에게도 크게 밀린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나 역시 마법의 무 구들로 도배를 한 처지란 말이다. "그러면 어디.... 아가씨를 맞이 해볼까?!" 나는 다크레전을 펼쳐서 발 밑에 깔고 산비탈을 썰매타듯 내려갔다. 어쩌 면 디모나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일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 한다. < 계 속 > -------------------------------------------------------------------- 으음. 잡담하면서 글쓰자니 힘들군요. 아...비참해... 책이 너무 안팔려 서 비참해 하는 중. *********************************************************************** 그러면 다시... 오늘밤도 프릭~프릭~.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30 화 : 부활#5 ------------------------------------------------------------------------ 팔마력 1548년 12월 23일 호수는 얼어있었다. 긴 겨울동안 물을 지키던 호수는 결국 완전히 추위에 항복하고 말았다. 나는 산비탈을 달려오다 멈춰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적만이 이 산을 휘감고 있었다. 그 외에는 아무도 없다. 그저 나 혼자, 깊이를 알 수 없는 밤의 한가운데 서서 새하얀 입김을 내뿜고 있었다. "하, 하하하하하하." 내 웃음이 파문이 되어서 공기중으로 흩어졌다. 나참 바보같아서. 이게 뭔 짓이냐. 나에게는 관심도 없다 그거야? 나는 어이가 없어서 바위 위에 주저앉았다. 디모나는 오지 않은 것 같다. 하긴 그녀가 로그마스터로서 이곳저곳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는 건, 한번 일을 본 장소에 오래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가 정말로 나를 인정하고 있다면 내게 잡힐 짓은 안하는 게 당연하겠지. 나를 무시하건 경계하건 어느쪽에서건 그녀 가 모습을 드러낼 이유는 없다. 단지 나라면, 보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그 생각 때문에 나선 것이지만 역시 부질없는 짓이었다. "쳇. 할 수 없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호수로 걸어가 보았다. 얼음은 꽤 단단하게 언 듯 위에서 아무리 발을 굴러도 꿈쩍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번 샤프니 스소드를 세워서 찔러봤더니 자루가 닿을 정도로 집어넣었는데도 얼음이 끝을 보이지 않는다. 즉 그만큼 얼음의 두께가 깊다. "이렇게 얼기도 쉽지 않을텐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가 나에게 흥미가 없다면 훈 련을 계속할 뿐이다. 러닝을 생략한 건 그래도 어디선가 디모나가 숨어있 을 경우를 대비해서였다. 괜히 체력을 빼고 나서 기습당하면 꼴만 사나워 지니까. 사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냥 돌아가서 쉬는게 더 낫다. 그렇지 않는 걸 보면 나도 그녀를 만나고 싶어하나보다. 그래. 하고 싶은 이야기도, 듣고 싶은 이야기도 너무 많다. "뭐 지금의 나에게 그녀를 만나서 할말이 얼마나 있겠냐마는."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걸어가 보았다. 꽁꽁 얼은 호수 위를 밟고 걷자 왠지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아! 얼어붙은 호수위, 달도 흐릿한 이 밤에 그 위를 걷는 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다. 나는 걷다말고 멈춰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양팔을 벌려보니 차가운 바람이 불어와서 나를 얼음판 위에서 밀고 있었다. 밤바람이 좀 찬가? 고개를 돌려서 숲을 바라보니 은을 뒤집어 쓴 듯 새하얀 눈을 이고 한줌 달빛을 반사하고 있는 숲이 너무나 멋져 보인다. 동화를 그다지 좋 아하진 않지만 어린시절 가슴을 졸이던 이야기들이 마치 내 안에서 다시 부활하는 것 같았다. "......." 물론 요정담은 빼자. 난 요정만 생각하면 속이 다 쓰리다. 어쨌거나 내 발 밑에 깔린 밤하늘, 내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새하얀 숨길이 달빛에 물 드는 것과 고요한 가운데 끝없이 넓게 느껴지는 세계. 나는 주위를 둘러 보며 순간 다른 모든 걸 잊고 순수한 감동에 멈춰섰다. "아.... 멋진 밤이다." 내 폐부에서 내뿜어지는 공기가 마치 연기처럼 하늘로 피어올라간다. 나 는 그것을 바라보고 폭포로 다가갔다. 역시 폭포도 꽁꽁 얼어있었다. 이 렇게 커다란 호수가 완전히 얼었다면 폭포도 같이 어는게 정상이겠지. 나 는 샤프니스 소드를 들고 휙 휘둘렀다. 그러자 얼음폭포가 소리도 없이 끊어졌다. -콰드드드드드등! 곧 요란한 소리를 내며 얼음들이 떨어져 호수의 얼어붙은 수면을 강타하 기 시작했다. "......" 나는 물보라가 일면서 호수의 수면이 깨어지는 것을 바라보고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짝짝짝짝짝.... 박수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산과 계곡을 따라서 반사되는 소리지만 틀 림없는 박수소리였다. 나는 얼른 절벽에 몸을 붙이고 몸을 가렸다. "오래간만이야. 카이레스. 뭐하고 있어?" "윽?" 나는 절벽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디모나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서 물러났다. 그녀는 아무런 기척도 없이, 마치 허깨비처럼 거기에 서있었 다. "디모나!" 나는 그렇게 외치고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녀는 마치 검은 표점처럼 전신 을 검은 옷으로 감싸고, 흐릿한 달빛을 등지고 서있었다. 은색의 실루엣 과 검푸른 머리칼, 그리고 야성적이면서 또한 유혹적인 윤곽선이 눈을 어 지럽게 했다. 그녀는 마치 밤의 여왕처럼 달빛을 등지고 서서 도도하게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녀의 허리뒤에 비스듬하게 꽂혀있 는 소드블래스터와 아이스 브랜드, 그리고 그녀의 몸을 감고 있는 인피니 티 로프에 주목했다. 하지만 그녀측은 전의가 없는 듯 했다. "안녕 카이레스. 잘 지냈어? 그동안?" "......." 뭐라고 말을 하고 싶은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멍청히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할말이 너무나 많아서 뭐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 다. "어쨌거나 내 예고장을 혼자 보다니 그러면 못써요. 다른 사람들이랑 같 이 봐야지! 응?" "시끄러워! 그런걸 내가 용납할 것 같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디모나를 노려보았다.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너는 라이오니아 왕국 사람들을 암살했다고 했 어. 그런데 이번에는 왜 에스페란자도 공격하는 거지? 이 12천사의 륜이 없어지면 에스페란자가 어떤꼴이 될지는 알고 있어?" "언제부터 에스페란자 국민이 되었다고 그러는 거니? 카이레스?"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마!" 나는 너무나도 태연한 그녀를 올려다보고 외쳤다. "어떤 이유가 있건 간에! 나는 너를 그대로 놔두지 않겠어! 알겠어?!" "어머머. 무서우셔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혀를 낼름 내밀었다. 저게 지금 나를 놀리는 건 가?! 나는 화가 나서 그녀를 올려다 보았다. "뭐가 어쩌고 저째!" "아 그만둬. 카이레스. 그렇게 화내면 건강에 안 좋으니까. 옛날에도 그 렇고 지금도 그렇고 나만 보면 화를 내는 구나." "네가 화나게 하고 있잖아! 그래! 뒤에서 호박씨 까면서 의뭉하게 사람 휘두르던게 누군데! 엉?! 그 정도 힘이 있으면서 당할거 다 당해가면서 결과적으로 남의 손을 빌리는데다가 그 소드블래스터랑 인피니티 로프는 어떻게 된거야 엉?!" "...이건 소서러의 재능이 없으면 쓸 수 없는 거라고. 굳이 너에게 알려 줘봐야 필요없잖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그때 당한 거는 말야. 아니 되었어. 구차하게 변명할 이유가 없 잖아? 오해하고 있으라고. 카이레스. 그것보다 12천사의 륜은 만들 수 있 겠어?" "그런걸 알려줄 의리가 있다고 생각하나?"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디모나는 윙크를 했다. "물론 알려줄 필요는 없지. 하지만 어때? 이번에 나랑 승부를 해보는 건?" "뭐?" "나는 훔치고 너는 지키는 거야. 해볼만 하지 않아? 전 로그마스터씨?" "......." 말하는 거 하나 하나가 신경에 너무 거슬린다. 게다가 저 태연함, 어쩌면 저렇게 뻔뻔해질 수가 있을까? 나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도도하고 강하고 흔들림이 없다. 나 같은 인간보단 훨씬 강할지도 모른 다. 그래서 더더욱 이기고 싶다. "그런데 왜 여기서 도제를 하고 있는 거야? 카이레스? 설마 은퇴하려는 거였어? 응? 이런데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그동안 뭐하고 있었어?" "신경쓰지마." "여전히 화가 안풀렸구나. 속도 좁지." "닥쳐! 승부는 받아들이겠어! 너가 훔치고 내가 막는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검을 잡았다. "메이파가 죽은게 네 잘못이 아니란 건 알아! 너의 손바닥에서 춤추고 있 는 줄도 모르고 있던 내 잘못이지! 그러나, 손바닥 하나쯤 잃을 각오는 하라고!"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도 소드블래스터에 손을 얹었다. "그렇게 곡해하지 마. 내가 너를 손바닥에서 춤추게 하다니. 너를 춤추게 해서 무슨 이득이 있다는 거야?" "윽!" 더 화난다. 춤추게 할 가치도 없다는 거냐 그럼? 나는 단숨에 달려들어서 절벽을 타고 뛰어 올랐다. 그러자 그녀는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뭐?!" "하앗!" 나는 디모나를 향해 샤프니스 소드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때 갑자기 그녀 가 오히려 몸을 칼에 던지는게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서 움찔 하고 검을 멈췄다. 그리고 그순간 디모나가 나를 지나쳤다. "에?" 투명해? 그러나 예기는 앞에서 날아온다. 나는 다크레전을 펼쳐서 공격을 막고 뒤로 물러났다. "윽! 속았다!" 디스플레이스먼트(Displacement) 실체는 더 뒤에 있지만 영상은 앞에 나 타난다. 빛을 왜곡하는 주문으로 그녀는 마치 계곡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는 것처럼 연기를 한 것이다. 그녀의 실체는 뒤에 있었고.... "아, 고, 고마워 카이레스. 약간이라도 칼을 멈추다니." "......." 역시 디모나를 공격할 때 망설였지. 나란 녀석 왜 이모양이냐? 나는 그렇 게 생각하고 디모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럼 승부는 12천사의 륜이 완성되는 날까지 미루자. 안녕 카이레스!" "기다려!" 나는 그렇게 외쳤지만 그녀는 윈드워커의 부츠로 가볍게 지면을 박차더니 인피니티 로프를 휘둘러 맞은편 산의 바위에 걸어버렸다. 그리고 쉐도우 아머까지 전개해서 나는 듯이 눈 앞에서 사라져 버렸다. "자 그럼! 안녕!" 그녀는 그렇게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나는 그녀가 날아간 방향을 보고 멍청히 서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물론 미카엘의 날개를 뽑아서 날아가면 단숨에 추격이 가능하겠지만 관두자. 어차피 그녀는 12천사의 륜이 완성 되면 반드시 찾아온다. 디모나 윈드워커.... 네가 12천사의 륜을 훔치려 한다면 나는 지키겠어. 어디 로그마스터로서의 실력을 나에게 보여봐라. 지금은 나를 무시하는 건지, 존중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때가 되면 태도 가 드러나겠지. "쳇...." 그래도 마음 한켠에서는 그녀가 나타나서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12천사 의 륜을 훔치기 위해서는, 나를 무시하건 경계하건 간에 절대로 나를 보 러 올 필요는 없었을 테니까. 이런 마음을 먹는게 과연 12천사의 륜 때문 인지, 그녀를 증오하기 때문인지, 아니면 여전히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세 번째는 상상하기도 싫지만, 어느 정도 아직 감정 의 앙금이 남아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었다. 그걸 확실히 하고 싶다. 차가운 밤바람만이 내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지나갔다. 어렴풋히... 디모 나의 향기가 남아있는 바람이다. 내 착각일까? 그리고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일은 상당히 전개가 되어서 12천사상의 움 직임에 대한 기획은 완전히 끝나있었다. 어렵기로 소문난 12천사의 륜을 만드는 것은 의외로 간단하게 끝났다. 상부 판을 여러 개로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일단 초침역할을 하는 것, 그 밑에 분, 그 밑에 시간판이 있어서 시간 판 위에 천사상이 위치한다. 그러나 천사상의 위치는 정확히 말하면 시간의 판 위에 몰래 감춰져 있는 레일에 있다. 그래서 만세력에 따라 달이 바뀌는 때에는 오가 되면 천사가 레일을 갈아 타게 된다. 즉 전에 있던 천사와 자리를 바꾸게 되는 것이다. 결국 13월 을 제외하면 만세력의 천사들은 한 명 씩은 반드시 소외되어서 원의 흐름 에서 빠져나간다. 이것이 각 달을 상징하는 천사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천사상이 나아가는 위에는 빗물과 눈이 고이는 차양이 있는데 여기에 비와 눈이 고여서 일정한 무게 이상이 되면 노출된 천사 상이 자 연히 안쪽으로 수납되게 되어있었다. 물론 별도로 습도계를 마련해서 습 도가 높아져도 자동으로 수납되도록 만들어져있다. 전체적으로 천사상 자 체는 만세력 위에 위치해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조금씩 돌아가는 거고 그 중 이번 달의 천사가 갈리는 시점, 만세력에 의해서 달이 바뀌는 순간 천 사들이 자리를 바꿔서 비를 피할 수 있는 레일로 올라가는 형태로 제작되 었다. 이렇게 정리를 해놓으니까 왜 100년동안 다른 놈들이 못 만들었는지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하다. 그러나 작업은 그후부터가 시작이었다. 저 만세력을 정확히 만드는게 가 장 어렵고, 이놈의 오르골도 어렵고, 천사상 자체도 매번 오르골이 울릴 때마다 움직여 줘야 한다. 오르골은 시간이 바뀌기 15분전부터 울어서 쿼 터 리피터(Quarter repeater)가 된다. 그리고 정시가 되면 천사상이 움직 이면서 종을 치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12개의 천사상도 각자 움직일 수 있는 기능이 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100장 정도의 설계도 에 들어간 부품들만 해도 어지간한 수공업 공장의 1달 생산 분이다. 적어 도 5000장은 그려져야 끝나는 프로젝트에서 벌써부터 이렇게 부품이 많다 는 것은 그만큼 이 일이 난해하단 것이다. 역시 그 꿈 꾼 교황을 죽여버려야 한다. 이런 난해한 꿈을 꾸다니. 하지 만 난점이 해결되자 그런 기술적인 것은 점점 해결되어가고 있었다. 그렇 게 일이 방향을 잡아가자 더더욱 여유가 생겼다. 어쨌건 만드는 일 보다 는 설계도가 중요했으니까, 보석이나 미학에 소질이 있는 사람들, 즉 벨 드린과 린셀른, 아리에와 조안은 슬슬 천사상의 외형을 준비하고 있었다. 소재비로만 60만 모나크가 지불된 희대의 사업은 보석공예가인 그들의 피 를 끓게 하는 것 같았다. 뭐 12천사의 륜은 순조롭다고 할까? 이대로라면 반드시 그녀가 나타날 것이다. 12천사의 륜이 완성되는 그 순간에. 나는 그들을 도우면서 나 자신의 훈련량을 더더욱 늘려나갔다. 12천사의 륜, 천사상과 설계도가 다 완성되는 날에 디모나가 온다. 그것을 생각하 면 맥박이 올라가서 코피가 터지건,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유린해서 기침 으로 숨을 쉴 수 없을 정도가 되건 개의치 않았다. 나는 계속 나 자신을 학대해갔다. 스승은 없지만 그 동안 내가 벨키서스 레인저에서 배운 것과 나 자신이 생각한 것으로 수련을 했다. 다만 지금의 나는 정상적인 인간보다 훨씬 강한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운동량으로는 자극이 되자 않았 다. 무거운 통나무를 지고 달리고, 교합력(交合力)을 강화하기 위해 밧줄 을 물고 바위를 끌었다. 나중에는 그 밧줄을 문 채로 절벽까지 기어올라 갈 수 있게 되었다. 끊어진 손가락의 공백을 메우기 외해 왼손과 두 다리 만을 사용해서 절벽을 기어오르기도 하고 목검으로 얼음폭포를 쳐서 끊어 보기도 했다. 수련이라고는 하지만 그야말로 이 호수 전체를 파괴하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미친 듯 난동을 부렸다. 그렇게 한차례 난동을 부려서 혈압 때문에 코피가 터지고 폐부가 들끓어 올라서 숨도 쉬지 못하게 되면 무조건 정좌하고 앉아서 마음을 다스렸다. 훈련의 기간에는 마음 속의 적 을 세우고, 실전에서 얻었던 경험을 나자신의 것으로 소화하려 했다면 명 상의 순간에는 내 마음속의 적을 지우고 나 자신의 분노를 녹였다. 남기 는 것은 의지, 이기고자 하는 의지, 강해지고자 하는 의지뿐. 나는 계속 그런 나날을 보냈다. 아침과 낮, 저녁은 내 지식과 기술을 쌓 아가고 밤은 내 육체를 단련한다. 잠이라는 공백을 겪지 않는 내 몸은 무 서울 정도로 성장해 나아갔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 계 속 > -------------------------------------------------------------------- 그러면 시작해볼까요. 오늘밤도 광란의 파티 데이~ 정말이냐? *********************************************************************** 프릭~프릭~. 13번째 현자는 통신연재 없이 바로 쓰고 있습니다. 허공도도 물 론 쓸거고요. 그럼 많이 예뻐해주세요.(뭔 뜻이냐?)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30 화 : 부활#6 ------------------------------------------------------------------------ 팔마력 1548년 13월 20일 "소문 들었어?" "소문?" 나는 나에게도 제법 다정하게 구는 도제를 바라보곤 의아해져서 그렇게 반문했다. 녀석은 이제 15세 정도 된 소년인데 동그란 빵을 마치 토끼처 럼 야금야금 뜯어먹는 버릇이 있었다. 자기자신은 빵 껍질이 좋아서 그런 다지만 그런 행위가 다른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된다. 그러다 보니 이방인 친구는 이방인이라고 나에게 살갑게 구는 것이다. 이름이 아마 앙쉐였던 가? 어쨌거나 나에게 있어서는 터무니없는 꼬마이지만 살갑게 구는 게 싫 지는 않다. "뭔 소문인데?" "흐흐흥. 그야 물론 니나 공주님에 대한 것이지." "........" 여기 사람들은 에스페란자 왕족에 대해 대단히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 다. 에스페란자 왕실은 그만큼 민심과 함께 하고 있었다. 하긴 여기서 들 어본 바로는 용공자라고 불리는 세 명의 왕자는 감히 다른 인간들과 격을 같이 할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인물들이었다. 심지어 역대 왕들보다 뛰어 나다고 서슴없이 들 말하는데 정말 다들 그 세 왕자를 좋아하는 것 같았 다. 그러다 보니 그 왕자들의 가족이라고 하는 니나 공주도 굉장히 좋아 하고 있었다. "흐음. 그 니나 공주가 왜?" 니나는 나와 함께 잔 일이 있었다.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하는 자는 킷이 라는 실반엘프였지만, 그의 눈은 현재의 그녀보단 더더욱 먼 과거, 그녀 의 전생에 닿아있었다. 뭐 킷도 킷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으니 그녀를 받 아 들이지 않은 것이지만 어쨌건 그녀는 그에 대한 반발로 나를 유혹했고 또한 에스페란자 왕국으로의 복귀를 선언했다. 그때는 그녀가 죽은 레오나 공주, 즉 니나공주의 쌍둥이 동생의 대행이 될 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대로 공개된 모양이었다. 하긴 라이오니아 왕국에 의해서 죽은 줄 알았다 살아난 공주가 돌아왔다는 건 기쁜 일이겠지. 하지만 일각에서는 레오나 공주가 1인 2역을 하는 게 아 니냐는 이야기도 있었다. 라이오니아 왕국의 입지를 약하게 하기 위해서 레오나 공주가 죽은 걸로 꾸미는 게 아니냐는 음모론이 대두한 것이다. 그러나 보디발도 레오나 공주의 죽음은 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의 문은 가셨다. 아직도 레오나 공주가 니나공주로 변장한 것이다~라고 우기 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건 논외로 두자. 어쨌건 니나도 잠깐 사이에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레오나 공주의 자리를 대신 차지한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쨌건 그녀가 이 나라 사람들에게 소중 한 존재가 된 것은 틀림없다. "......." 이 녀석들 앞에서 내가 니나 공주랑 잤다고 이야기하면 다들 날 죽이려 들겠지? 그게 진실익ㄴ 아니건 간에 니나를 모욕하는 셈이 되니까. 그나 저나 그녀는 어떻게 된 것일까? 킷은 그녀를 그냥 보내주었나? 그렇다면 뭐하러 그녀를 찾아다닌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니나에 대한 기억 을 떠올렸다. "헤....." 역시 아무리 좋지 않은 일이라고 하더라도 첫 경험은 쉽게 잊을 수 없었 다. 그러고 보면 아무리 이용당했다지만, 니나는 미인이었다! 미녀였다! 어둠 속에서 본 것이지만 그 몸매, 그 부드러움, 그리고 왠지 모를 능숙 함, 성숙함! 으으으음. 정신차리자. 좋긴 좋았지만 내가 짐승도 아니고 정신적인 면이 없이... 육체만 관계한 첫 경험이.... '솔직해지자.' 좋다. 헤헤헤헤헤. 내가 그렇게 웃어대자 앙쉐는 뒤로 물러나면서 마치 나를 불붙은 다이너 마이트라도 되는 것처럼 쳐다보았다. "뭐야 그건? 너도 공주님의 팬이냐?" "일반적으로 팬은 이런 표정을 짓냐?" "일반적으로 그런 표정은 화장실에서 짓지. 남들 앞에서 짓진 않아." "그런 말을 직접하다니." "그런 표정을 직접 짓는 것 보단 낫지. 아아 본론에 들어가자. 본론! 이 대로 하면 평생가도 아무런 말도 못하겠다! 니나 공주님이 약혼한데." "약혼? 누구랑? 보디발이랑 하는 건가?"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앙쉐가 힛힛하고 기분나쁘게 웃었다. "아니라구. 물론 신성 팔마제국의 황태자, 이클레스 발렌시아라구." "이클레스?" 확실히 팔마제국은 황제와 교황의 힘으로 반분되어있으니 교황에게 천사 의 륜을 준다면 황제에게는 여자를 줘야지. 그 정도가 아니면 보디발에 맞서서 싸우겠다고 제국이 선뜻 나설 리가 없다. 그만큼 보디발에 관련된 소문은 정말 흉흉한 것 뿐이다. 계속 전쟁을 일 으키는 보디발에 대항해서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켰는데 반란을 일으킨 농 민들을 자신의 사설부대로 모두 죽였다고 하는가 하면, 자신에게 대항하 는 귀족들도 모두들 공격해서 지하감옥에 가둬두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게다가 그는 천사들을 병사로 채용해서 인간들을 공격한다고 하는 헛소문 까지 퍼지고 있었다. 앙쉐는 생각에 잠긴 나를 흔들며 말했다. "어쨌거나 그것 때문에 사람들이 난리야. 아마 여기서 만들어지는 12천사 의 륜이 완성되면 그것과 함께 니나 공주가 선을 보기 위해서 황태자를 만나러 갈 꺼야." "그래서?" "다른 도제들은 죽을상을 하고 있다고. 아무리 마악 찾은 공주라지만 저 렇게 다른 곳에 팔려가면 말야. 더구나 이클레스는 호색하기로 유명한 개 망나니라는데 말야." 쩝 역시. 아무리 그래도 살을 섞은 사이인데 그런 일이 있다니 별로 안 좋군. 젠장! 킷은 뭐하는 거야? 지 여자가 팔려가게 생겼는데! 하긴 그런 거 신경쓰는 놈이었으면 내가 지금 여기 살아있을 수도 없었지만 그런 소 릴 들으니까 화가 나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럼 난 간다." 나는 앙쉐를 남겨두고 일어났다. 그리곤 끈을 꺼내서 머리를 묶었다. 요 새는 머리가 많이 자라서 시야도 많이 가리고 있었다. 목을 가려줘서 추 위는 막을 수 있는데 그래도 시야는 확보해야지. 하지만 겨울이 지나고 나면 깎을 생각이다. 그전에는 추워서 아무래도. "그러면 또 일을 해볼까? 아아. 삭신이야. 너무 잠을 안 잤나?" 오늘도 눈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고 눈을 감았다. 니나 라... 쳇. 정말 일국의 공주랑 놀아나다니, 절대로 하기 힘든 경험을 해 본 셈이군. 어쨌건 브린의 공방은 어젯밤부터 여전히 불이 밝혀진 채였 다. 이 인간들 밤새기를 천사같이 한다니까. 여기서 천사는 나를 말한다. 뭐 나야 그래도 버틸 만 하지만 그들은 평범한 인간, 아니면 노움이다. 그런데 저렇게 잠을 안 자도 되나? 혹시 몸에 이상이라도 생기지는....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아아아악!" 갑자기 공방 안쪽에서 비명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깜작 놀라서 그 공방으로 달려갔다. "서, 선생님!" "이런 제길! 어서 의사를 불러!" "무슨 일이야! 이게!" 안에서는 제자들이 소란을 떠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어보니 역시 안 에는 난장판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허공에 떠서 날리고 있는 도면 들 사이에 작은 노움이 쓰러져 있었다. "안돼요! 쓰러지면 안돼! 스승님!"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쓰러진 브린을 부축하고 있었다. 나는 얼른 그들사 이로 달려가 브린의 상태를 살펴 보았다. 그러자 평상시 온후하던 대장장 이, 라뎀이 나에게 화를 내었다. "비켜! 스승님이 위급하시다! 이자식아!" "나는 벨키서스 레인저였어요! 일단 응급처치 정도는 제가 할수 있다고 요! 비키고 문을 닫아요! 의사를 부르려면 선생님을 옮기는 것보단 건강 한 의사가 제발로 오는게 더 낫다고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도면 대 위에 브린을 눕힌 뒤 상세를 살펴보았다. 역 시 폐부로부터 피가 올라오고 있었다. "결핵? 아니면...염증? 각혈이라니!" 나는 얼른 브린의 입에 입을 대고 피를 빨아내었다. 탁하고 더러운 가래 가 섞여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그걸 빨아들인 뒤 바닥에 뱉었다. 그런 와중에서도 도면들에 떨어지지 않게 주의했다. "제길! 상태가 심각해요!" "크으으으으으!" 그때 브린이 발작을 일으키며 나를 잡았다. 어이없게도 이 상황에서 내가 입을 맞대고 피를 빠는 걸 거부하는 것 같았다. 나는 화가 나서 브린에게 외쳤다. "저도 기분 나쁘다고요! 누군 좋아서 하는 줄 아세요?! 예?!" "그, 그게아니다! 크으으으윽! 이, 이건 전염성....." "괜찮아요. 지금까지 감기한번 안 걸렸고, 아마도 인간의 병은 안 걸릴 걸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브린의 자세를 편하게 해주었다. 그러는 사이 길드의 하인이 부리나케 달려오는 게 보였다. "무슨 일입니까?!" "의사를 불러와!" 조안은 그렇게 외치고 그사이 다른 제자들이 이곳으로 몰려왔다. "역시...." "무슨 일입니까?" "결핵이다. 스승님의 지병이지." "겨, 결핵?"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내 입가를 닦았다. 전염성이라면서? 아 결핵이 입으로 전염되던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제자들을 바라보았다. 모두들 이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일단 결핵이 이렇게 진행되었다면 아무리 의료길드라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더구나 브린은 노움치고도 상당히 늙 어서 쇠약해진 상태였다. 그동안 잠도 안자고 일을 한 게 더 이상할 정도 다. 노움이 에스페란자 왕국에 애국심을 느끼고 있지도 않을텐데 어째서 이렇게 무리를 해서까지 일을 한 것일까? "이제 어떻게 하죠?" "뭐?" "일 말이에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설리반이 웃어보였다. "푸훗. 넌 참 좋은 아이구나. 카이레스. 벨키서스 레인저라면서 우리들을 걱정해주다니. 너는 라이오니아 사람이잖아." "그래도...." 이대로는 내가 싫다고. 나는 그렇게 마음먹었지만 속으로만 우물쭈물 할 뿐이었다. 어쨌거나 이곳에서의 가르침은 나에게 있어서 좋은 공부가 되 었으니까. 지금만 해도 이미 이 곳 도면실의 도면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 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어떻게 해서 풍차를 만들고 수차를 만들 고 어떻게 해서 벨트가 움직이고, 그런 것들을 모두다 익혔을 때 나 자신 의 실력이 어느 정도 향상될지 그것은 아무 것도 모른다. 그러나, 배우는 행위가 이렇게 즐거운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 "설계는 어떻게 해나갈 수 있다. 다만 일손이 많이 부족해. 스승님의 환 영 마법이 없으면 일도 속력이 느려질 수밖에 없는데다가 천사상도 만들 어야 한다. 이럴 때면 누군가가 꽤 괜찮은 실력을 가지고 있는 놈이 있어 야 하는데 여기 도제들 중 설계에 특출난 녀석있나?" 헤에? 전혀 상태가 좋은게 아니잖아? 그럼? 그러나 그때 브린이 몸을 일 으키려했다. "괜찮다! 괜찮아! 크으, 쿨럭쿨럭!" "괜찬긴 쥐뿔이 괜찮아요! 의사를 불러왔으니까 그 동안 벌어두신 돈으로 항생제나 듬뿍 맞으시죠!" 조안은 그렇게 화를 내면서 브린을 다시 눕혔다. 그러자 소로스가 말했 다. "설계만 필요한게 아냐. 천사상도 만들어야 해. 이건 직접 만드는 거라 고! 일일이 손이 많이 간다! 젠장! 왜 하필 이런 일이." 그들은 반쯤 만들어지다 만 천사상의 원형을 보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제가 하면 안될까요?" "뭐?" 그 순간 꽤 조용히 있던 벨드린이 기가 막히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네가 브린님을 대신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과연 그들은 말을 듣자마자 발끈하기 시작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그들에 게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 잡일은 필요하다고 했잖아요. 어쨌건 제가 도 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어쨌거나 이일에 도움이 되고 싶어요." "너는 계속 구경만 하고 잡일이나 했잖아! 이제와서 실력이 팍 늘었다고 는 말 안 할테지?" 벨드린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러면서도 내게 기대를 갖는 듯 묘한 눈초리 로 바라보았다. "좋아. 그렇다면 해보겠나? " "예." 나는 그렇게 말하고 브린을 바라보았다. 브린은 각혈을 하면서 고개를 끄 덕였다. "그래. 뭐 좋겠지....." 결국 브린은 그렇게 말하고 의식을 잃었다. 브린을 구할 의사를 부르러 간 하인은 도중에 눈보라가 몰아쳐서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왔다. 역시 이 곳은 외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의사를 불러올 수는 없었다. 눈보라가 몰아쳐서 갈수 없었다는 것이다. 대신 근처의 수도원에 상주하고 있던 수도사가 달려왔다. 그는 의료길드 의 멤버가 아니지만 의료길드와 협약을 해서 약을 쓸 수 있는 약사였다. 세나도 저런 약사였던 걸로 기억한다. 어쨌건 그는 정말 조안이 말한대로 비싸디 비싼 항생제를 듬뿍 브린에게 놓았다. "결핵이 이렇게 진행되다니. 골치 아픕니다. 나이도 너무 많으니까 버틸 체력이 있을지 어떨지는." 수도사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조안이 말했다. "돈이 필요한 겁니까? 어떻게든 해주시죠. 수도사님." 마치 돈 때문에 이렇게 박하게 구느냐고 시비거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수도사는 팔마의 사람치고는 제대로 되어있는지 돈 이야기를 하는데도 별 로 눈이 뒤집혀지지 않았다. 그러기 보단 오히려 곤란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말하셔도 힘듭니다. 전 의사가 아니라 약사입니다만." "......." "어쨌건 일단은 따뜻한 곳으로 옮기죠. 그리고 기회가 닿을 때 마다 폐 배액을 계속 해줘야 합니다." "폐 배액?" "폐에 차는 액체를 빼내는 거죠. 결핵이 폐부를 썩게 하고 있어요. 상처 를 치료하고 일단 제일 먼저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앞으로 몸을 숙 이고 속에서부터 각혈을 하는 겁니다. 이 자세부터 시작해서 좌우, 폐부 에 찬 모든 피고름을 다 빼내는 겁니다." 수도사는 그렇게 말하고 폐배액의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했다. "따뜻한 곳으로 옮겨요. 약은 많이 있지만, 회복할 수 있을 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다면 옮기는 게 좋다구요." "알겠어요. 내가 옮기면 되는 거죠?" 나는 그렇게 말하고 브린을 업었다. 바깥은 여전히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 었다. "괘, 괜찮겠냐? 내가 도울 일은 없어?" 그나마 장인들 중 가장 몸이 좋은 라뎀이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몸이 좋아도 일주일간 자다말다 한 인간은 도움이 되질 않는다. "걱정마요. 힘을 쓰는 일에는 자신있으니까!" 자랑할게 힘밖에 없다는 게 왠지 한심하지만.... 나는 길 안내의 하인과 함께 눈보라 속을 달렸다. 뭐 통나무도 지고 뛰는 데 병에 걸린 작은 노움 따위는 짐 축에도 끼지 못한다. 나는 나는 듯이 달려가서 브린의 집, 그 허름한 오두막집에 도착했다. 브린의 집은 그 벌 이에 어울리지 않게 작은 통나무집이었다. 그것도 마치 사람들을 피해서 숲속으로 피신한 것 같은 집, 숲속에 파묻혔다고 과언이 아닐 집이었다. 이런 곳은 낮이건 밤이건 나무그늘 때문에 햇빛을 못받아서 춥기 마련이 다. 하긴 집안에 들어서는 순간 밖에 있는 건 지 안에 있는 건지 모를 정 도라면 이해가 가는가? 그냥 바람막이 벽이 세워져 있는 것에도 감사해야 할 정도다. 어쨌거나 지금은 내가 무슨 부동산업자라서 브린의 집을 사러온 것도 아 니고 브린이 새집으로 이사했다고 집들이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디까 지나 다친 브린을 실어나르는 게 내 임무였다. 나는 브린을 얼른 침대에 눕히고 불을 피우기 위해서 벽난로를 살펴보았다. "이, 이런! 불도 안 피웠잖아!" 나는 벽난로의 상태를 보고 기가 막혀서 중얼거렸다. 뭐 몇번 때우기는 했는지 그을음이 지긴 했지만 어찌나 불을 안 때웠는지 굴뚝으로 눈이 쌓 여서 화덕을 적시고 있었다. 게다가 하인이 처마 밑에서 가져온 장작들은 죄다 젖은 것뿐이었다. 브린은 마치 죽음을 기다리는 것처럼 이런 험악한 곳에서 살아온 것이다. 보석이니 그림이니, 예술품이니 브린이 하루에 한 번씩 만져대는 물건들만 하더라도 수만 모나크를 호가하는 물건이건만 정 작 브린 자신은 이렇게 허술한 곳에서 가족도 없이 혼자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고 결핵환자가 불도 안 때우고 자다니. 이러면서 철야작업 을 했다는 것은 정말 정신력이라고 밖에는 설명되지 않는다. "젠장! 정말 죽고 싶어서 환장한 영감이었잖아!" 나는 젖은 장작을 잡고 인볼브 파워(Involve power)를 걸었다. 그러자 나 선형의 불꽃이 장작을 휘감으면서 금새 불이 붙기 시작했다. 역시 이런데 는 쓸만한 재주라니까. 나는 다른 장작들에도 그런 방법으로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길드의 하인이 들어왔을 때는 벌써 따뜻한 모닥불이 피워져 있 었을 정도였다. "큭, 녀석 재미있는 재주를 쓰는구나." 그때 브린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나는 기가 막혀서 그 노움을 바라보았 다. "좀 자두는 게 어떻습니까? 그렇게 몸을 험하게 굴리면 죽어요." "놔둬라. 어차피 안자던 몸, 이제와서 갑자기... 졸기라도 할까 보냐?" 그는 그렇게 말했지만 말과 달리 죽은 듯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 나는 아무런 생각없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대체 그는 어째서 이런 짓을 하는 것일까? 돈을 벌어서 쓰는 것도 아니고 따로 무슨 복지사업에 쓰는 것도 아니다. 그저 하염없이 무언가를 만들고 만들고 만드는 데만 열중하 고 있었다. 그런 그가 또 어째서 베인에게는 그 정도의 의리를 졌다고 하 는 것일까? 다른 도제들의 불만을 사면서 까지 나에게 속성코스를 준비해 주지 않았던가? "...썩었다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해답은 그것밖에 나오지 않았다. 브린의 말에서 들은 건 그런거 밖에 없으니까. 나는 한숨을 내쉬고 하인을 바라보았다. 하인 은 눈보라가 걱정이 되어서 그런지 오두막 밖으로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내 또래로 되어보이는 순박한 시골 청년이었다. "저기. 돌아가지 않나요?" "아아, 잠깐만 기다려봐." 나는 그렇게 말하고 곧 집의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제는 나도 장인이 다 되었는지 한번 둘러보는 것만으로 대충 가구의 배치나 집의 구조를 짐작 할 수 있었다. 방의 크기 하나만 보더라도 대충 나머지 집의 구조가 어떻 게 생겼는지 짐작할 수 있게된 것이다. 나는 가구들을 뒤져보기 시작했 다. 역시 옷이나 그런 것 외에 필요없는 건 일체 없었다. 마치 일부러 버 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내가 그렇게 짐을 뒤지자 하인이 깜짝 놀라 서 나를 바라보았다. "다, 당신 무슨 짓이에요?! 에?" "....시끄러워. 도둑 아니니까 신경끊어. 뭣하면 직접 보고 있으면 되잖 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뭔가 마스터의 인생을 엿보는데 도움이 될만한 게 있 을까 하고 찾아보았다. 나는 그렇게 찾다가 문득 왠 노트 한권을 발견했 다. "......."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것을 펼쳐 보았다. 그 노트 안쪽에는 목탄화가 그 려진 작은 기름 종이가 종이 안쪽에 접혀서 포개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꺼내서 펼쳐보았다. 목탄화로 그려진 가족화였다. 노움들의 가족이라는건 인간인(엄밀히 말하면 인간이 아니지만) 나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것이었 다. 하지만 브린이 직접그린 듯, 화목하고 단란한 가정으로 보였다. 모퉁 이에 오래된 피가 묻어있는 걸 제외하고는.... "......." 모르겠다. 이 노움은 어떻게 되려는 지. 무엇 때문에 자기자신을 혹사시 키는 지, 뭐 혹사라면 지금 나도 하고 있지만 나는 디모나를 이기기 위해 서 한다. 브린의 경우는 자기를 학대하는 것 자체가 목적으로 보일 정도 였다. 어쨌건 브린이 쓰러졌으니, 잘 풀려나가던 12천사의 륜은 어찌 될 지 모르겠다. 무엇보다도 내가 거기서 과연 천사상 하나나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 계 속 > -------------------------------------------------------------------- 쓰다 죽겠다. *********************************************************************** 13번째는 틀렸다면 열세 번째 현자라고 해야겠군요. 그럼 과연 대처할 말이 뭐가 있는지 들어봐 주시길. (이제 이런건 상대하는 것도 귀찮아요. 4차 슈 퍼로봇대전도 아니고.) 곧 발간할 예정이고 출판사는 쌈박입니다.(로그를 큰 칼의 비보로 만들어서 기분이 팍 상할 때 정한 일이라서 이제부터 외도 하기 로 마음먹었습니다.) 저는 자음과 모음 전속도 아니고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30 화 : 부활#7 ------------------------------------------------------------------------ 팔마력 1548년 13월 26일 올해도 이제 오늘까지 해서 4일 남았다. 나는 도면실에서 옛 도면들을 꺼 내서 살펴보았다. 태엽으로 감아서 움직이는 여자 인형이라던가 하는 묘 한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노움의 마스터라는 것은 신기한 물건을 만들어 내는 재주가 풍부하니까. 나는 그것들을 참고하기 위해 펼쳐놓고 내 자신 의 공작대에 앉았다. 바이스 들을 치우고 대신 위에 도면용지를 놓고 펜 을 잡았다. 이제는 나도 내 천사상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도안은 미리 잡아두었다. "...미안. 메이파. 초상권을 멋대로 침탈해서." 나는 목탄화로 그려진 하프를 들고 있는 메이파 모습의 천사상을 보고 그 렇게 말했다. 역시 내가 천사상을 만든다면 이것밖에 없다. 왠지 안일한 발상이지만 메이파가 천사상으로나마 웃어준다면, 마음이 조금 풀릴 것 같다. "흐음. 오오. 이렇게." 나는 천사상의 도면을 그리고 있었다. 메이파의 모습을 한 천사상의 경우 는 남의 도움없이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다. 마침 디자인도 정해둔 상태겠 다. 이렇게 참조할수 있는 도면들도 많겠다. 내게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 천사상의 경우 난점이 있었다. 자유롭게 이동하면서도 정해진 위치, 리피터의 역할을 하는 종탑 밖으로 나오면 동력을 받아서 움직여야 한다. 종을 쳐야 하는 것이다. 뭐 그건에 대해서는 미리 페르난드에게 조 언을 받았다. 천사상의 발 밑에 가변형 편향 톱니를 설치해서 레일의 끝 에 위치하는 순간 발 밑이 열리고 톱니바퀴끼리 맞물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트랜스미션(Transmission)도 설치해야 하 고 자체 구조도 복잡해진다. 태엽을 감아서 그냥 움직이기만 하는 인형이 라고 하더라도 굉장히 어렵다. 하물며 그걸 발 밑에서 받아서, 그것도 정 시에 종을 쳐야하는 리피터라면 여러 가지 오차를 감안해야 하는 것이다. 뭐 대신 행동은 종을 치는 단순한 동작이니까 그나마 낫지. "여어! 기술자! 제법인데. 그래. 잘하고 있어?" 아리에는 그렇게 말하고 내 어깨에 팔을 둘렀다. 나는 톱니바퀴들을 필요 한 만큼 공구상자에서 집어들다가 물어보았다. "45호 바퀴는 없는데요?" "다 떨어졌어. 우리들도 천사상을 만들기 시작했거든. 그런데 너 보석연 마는 배웠냐?" "커팅은 못 배웠어요." "그럼 은의 유광처리기법은?" "역시....." "뭐 믿고 한다고 했냐?"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어두운 공방에서 부품들을 찾아서 꺼내면서 말했다. "그러면 가르쳐 주면 되잖아요. 보석처리 기법을...." "누가 도제에게 그렇게 쉽게 가르쳐 주냐. 이런 비상사태가 아니면 그렇 지 않아." 그녀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말은 가르쳐주겠다는 소리나 다름이 없었다. 어쨌거나 이 일에 참여한 것으로 나는 다른 도제들을 훨씬 앞지르고 있었 다. 이전에는 잘 깎지도 못했던 렌즈도 이제는 한시간에 한 개나 깎는 기 염을 토했다. 그래서 남는 수정들을 가져다가 렌즈로 깎아서 근사한 망원 경도 몇 개 만들어둔 상태다. 이 망원경이 80~100모나크 정도 하는 물건 이고 수정 단가가 10모나크, 원통이 50데린도 안하니까 단가는 10모나크 50데린 정도? 엄청난 폭리로군. "커팅은 연습 많이 했어?" "예." 나는 아리에에게 그렇게 말하고 테이블 컷으로 잘 깎은 가네트를 보여주 었다 그러자 아리에는 그걸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음 잘 했는데. 의외로 조형감각이 탁월하구나. 너. 어쨌거나 그럼 전체 적으로 셋팅은 할 수 있어?" "프롱(보석을 무는 집게를 만들어 물게 하는 세팅법)은 배웠는데요." "프롱으로 천사상을 만들거냐? 눈은 어떻게 만들건데." "아뇨. 어떻게 해야 해요?" 나는 그렇게 아리에에게 천사상을 만드는 법을 배웠다. 그녀는 이전에 보 았던 인상과 달리 꽤 친절하게 나에게 이것저것을 가르쳐 주었다. "알겠지. 유광제는 독성이 강하니까 조금씩만 써, 너무 많이 쓰면 아예 은을 못쓰게 된다." "예예. 알겠습니다. 그라데이션은 어떻게 주죠?" "갈아. 반사율이 떨어지면서 그늘이 생길테니까. 그럼 난 간다!" "예!" 나는 그렇게 말하고 설계도를 붙잡고 씨름했다. 인간의 몸 형태로 만드는 천사상이라는 건 역시 어렵다. 몸 안에 톱니 바퀴를 넣어야 하는 데 얼마 나 장소가 협소한가? 게다가 그걸 장치하는 작업도 좀이 쑤시고 땀이 뻘 뻘 난다. 톱니바퀴의 크기나 회전수도 다 계산해야 하고 각 바퀴에 전해 지는 힘이 바퀴 내구도의 한계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안그러면 안에 서 붕괴되어서 박살날테니까. 뭐 그렇게 엄청난 부하가 걸리는 일은 아니 지만, 종을 때린다는 작업은 때린 뒤 팔을 도로 빼야 한다. 그것도 스윙 이란 느낌으로.... 음 여기서 메이파모양의 천사상이 하프를 들더니 하프 로 종을 때린다면 그거 꽤 멋지겠지? "......." 아서라. 교황이 그런거 보고 허허허~ 웃겠다. 당장 난리나지. 게다가 하 프를 들어서 종을 때리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차라리 종을 때리는 시늉 을 하면 종이 자동으로 울리는 것이 더 좋을 텐데. 그러면 톱니바퀴의 힘 을 걱정할 필요도 없으니까. 그렇게 큰 종을 울리게 하려면 상에 부하가 많이 걸린단 말야. "음 이건 한번 이야기 해볼 필요가 있군." 종 안에 미리 리피터를 집어넣고 천사는 손을 들어서 치는 시늉을 하면 종이 울린다. 이게 오히려 천사답고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아! 나에겐 엔 지니어로서의 센스가 있나봐! 이렇게 되면 눈가리고 아웅이지만 아웅이나 마 하는게 어디냐. 게다가 이렇게 되면 천사상의 움직임, 그 딜레이와 종 소리의 시각을 걱정할 필요도 없잖아! 어차피 음악도 오르골에서 내는 건 데 종좀 따로 친다고 별일 있겠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자자잣!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부터다! 타도 디모나!" 스스로 외치고도 부끄럽긴 하지만 나는 디모나를 타도하기 위해 이 근처 의 지도를 그렸다. 역시 산과 숲, 호수에 파묻혀 있는 곳이라서 그런지 지도도 굉장히 단순했다.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면 도제들이 자는 숙소, 각각의 공방들과 철을 녹일 수 있는 큼직한 용광로, 그리고 식당과 그 외 길드 관할이 아닌 수도원이 전부다. 어차피 내 실력으로 함정을 설치해봐 야 디모나가 잡혀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봐야 오 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게다가 12천사의 륜이 완성되는 때를 그녀 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도제들 중에 협력자가 있나?" 나는 그렇게 생각해보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이곳에 모인 도제들중 가 장 늦게 온 사람은 나다.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12천사의 륜에 대한 것은 최근 발생한 일이다. 이런 것 까치 미리 꿰뚫어보고 사람 을 보냈다고 하기엔 그녀가 그 동안 저지른 일들이 워낙 많았다. 로그마 스터를 사칭하는 자들이 늘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로그마스터에 털렸다 는 사람이나 암살 당했다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계속 늘어 나는 추세인 것이다. 아무리 디모나 윈드워커가 대단하다 하더라도 그런 많은 일들을 저지르면서도 심도 높은 공작을 가할 만큼, 이 공방이 알려 져 있는 것은 아닐 터였다. 하긴 오고가는 물건들이 워낙 많으니 털려면 진작에 털었어야 하는 곳인가? "그렇지만 디모나는 권력도 있는 편이잖아? 음 생각해볼 여지가 있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밖으로 나갔다. 이제 겨울이 다되어서 그런지 이 근처는 아주 눈이 잔뜩 쌓여있었다. 에스페란자 사람들이 심심하면 말 하는 것이지만 이트란트 수해는 비가 너무 많이 오고 겨울이 되면 눈도 많이 와서 이따금 나무가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부서지는 경우가 다 반사라고 했다. 물론 이곳은 이트란트 수해와는 기후가 달라서 건조하지 만 한번 눈이 오기 시작하면 미친 듯 쏟아져 내렸다. 그런데 그렇게 많이 쌓인 눈속을 걸어오고 있는 인영이 보이기 시작했다. "브, 브린!" 나는 그순간 눈위를 박차고 달렸다. 세상에! 이 미친 노움! 뭔 생각이 야!? "브린! 괜찮아요! 이봐요! 브린!" 나는 얼른 브린을 부축하고 공방으로 돌아갔다. 그러자 브린은 쿨럭쿨럭 기침을 하면서 내 말을 받았다. "시, 시끄럽다. 애송이. 아직은 그만둘 수가 없어! 아직은...."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내 손을 쳐내려 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인간의 한계 를 벗어난 몸, 하물며 다죽어가는 노움 상대라면 말할 것도 없다. 나는 그를 강제로 들어다가 침대에 눕히고 외쳤다. "도대체 생각이 있는 겁니까 없는 겁니까?! 예?!" "쿠으으윽. 쿨럭쿨럭." 그러나 그때 그는 피고름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젠장 폐배액도 한번 안했 군 그래! 나는 얼른 그를 침대 밑에 앉히고 장작개비를 잡아서 벽난로에 집어 던졌다. 공방에도 벽난로가 설치되어있긴 하지만 나는 불을 때우지 않고 있었다. "쳇!" 나는 륭센의 수갑에 드로우 파워를 걸고 벽난로를 향해 휘둘렀다. 그러자 빠직 하고 젼기가 튀면서 벽난로에 쌓여진 장작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을 붙인 뒤 브린의 뒤에 가서 등을 누르면서 수도사가 말한 대 로 폐배액을 하기 쉽게 도와주었다. 그러자 그는 바닥에 진한 피를 토해 내었다. 젠장. 도대체 이렇게 다 죽어가면서 무슨 생각으로 공방에 나오 는 거야? 여기서 집까지 거리도 엄청날텐데! "항생제 안먹었죠?" "그렇다." "왜 안먹어요?! 그걸!" 나는 화가 나서 그렇게 말했지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원래 끼니 외엔 음식을 먹지 않아서." "......." 약을 간식거리로 착각하지 않는 한 이따위 소리는 하지 못할텐데? 나는 기가 막혀서 그를 바라보았다. 노움은 드워프 보다는 오래 살지만 엘프 만큼은 오래 살지 못한다. 인간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을 살지만 결국 시간 에 의해서 쓰러질 존재. 그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손과 발, 얼굴 은 깊은 주름살로 각인 되어있었다. 나는 그런 브린을 내려다 보고 물어보았다. "무엇이 당신을 일어나게 하죠?" "그건 너같은 애송이가 알게 아냐." 브린은 그렇게 말하고 내 공작대를 바라보았다. 브린이 병으로 쓰러져서 임시로 내가 쓰고 있는 거긴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내 공작대라고 하 자. 브린은 그 위에 붙어있는 메이파의 도안을 보고 물어보았다. "저거 네가 그렸냐?" "예." "형편없구만." "......." 남은 애써서 그렸구만 하는 말이 고작 그런 거유? 그럴 거면 입을 열지를 말던가! 이 영감이 정말. 나는 좀 속이 상해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브린은 빙긋 웃었다. "그래도 네놈. 그렇게 재능이 없는 건 아니구나." "그래요?" "사실 애송이가 이정도 하면 늘 이렇게 말해줘서 기운을 북돋아 주는 법 이다. 너무 좋아하지 마라." "......." 이 늙은 놈을 지금 이 자리에서 죽여버려? 나는 그런 망상을 했다. 사람 을 갖고 노는 군. 어쨌건 브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 천사는 네가 알고 있는 사람같구나 그렇지?" "어떻게 그런걸 아세요?" "그야. 세세한 특징을 억지로라도 남겨두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니까. 사람이란 것은 조각상으로 만들면 의외로 비슷비슷해지는 법이다. 세세한 특징이라고 해도, 색채가 사라지고 행동이 사라지고, 피부가 사라지지. 그런데 너는 그런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뭔가 하나, 그려내고자 하는 의지 를 갖고 그린 거겠지? 그래서 서투른 그림이나마, 좋아보이는 거다." "...그, 그럴까요?" "나에게도, 저런걸 해야 할...." 그는 그렇게 말하고 결국 또 침대에서 일어났다. 나는 그를 눕히려고 했 지만 손을 내저었다. "삶에 의미가 있어야만 한다면. 그 의미를 좇기 위해서 삶마저 버릴 수 있다는 것 역시 성립된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지는 잘 알겠지?" "예."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브린을 눕혔다. 어찌되었건 이 노움을 여기서 죽게 할 수는 없다. 그러고 보면 베인이나 그런 사람들 앞에서, 메이파 죽었다고 추태를 부리던게 생각나는 군. 아무리 그 심정을 이해한다고 하 더라도, 미래를 찾지 못하고 괴로워 하는 것은 추태에 지나지 않는다. 그 러나, 상처의 아픔, 그 깊이를 알지 못하는 자는 확실히 예술가가 될 수 없겠지. 한 사람을 파괴하면서 까지 예술이란 것이 존속해야 하는 지는 의문이지만. "쿨럭, 쿨럭, 왜..., 왜 너를 이렇게 받아 들였는지 모르겠지?" 브린은 기침을 계속 하면서 베갯머리를 피로 물들이고 있었다. 작은 체구 에서 이렇게 피를 많이 뿜어내다니 괜찮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 를 바라보았다. "예. 베인이 뭐라고 했나요?" "아니. 그렇다기 보단, 어차피 네놈이 이 곳에 남을 녀석은 아니니까... 새는 키울게 아니라면 빨리 날려보내는게 좋지." "......." "알겠냐. 예술이란 건 썩지 않으면 못하는 거야. 썩고 상처입은 영혼만이 진짜 예술을 할 수 있지. 밝고 밝은 사람이 빛을 찬양하는 것은 자화자찬 에 지나지 않아. 부잣집 도련님이 부를 찬양하는 것 만큼 우스운 것도 없 다고. 크크큭." "예." "베인은 편지로 이렇게 말했다. 이녀석을 썩지 않게 해달라고. 그렇다면 썩은 부위는 도려낼 수밖에. 알겠냐. 이번으로, 네 썩은 모든 것을 여기 에 내놓고 가라. 싸구려 천사상이나마 네 썩은 모든 것을 다하고 이 곳을 벗어나라. 꺼져라." 브린은 마치 잠에 취해서 중얼거리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미 눈을 감고 흐릿하게 중얼거리는 것에 불과했다. 노쇠한 장인은 그 동안 혹사한 몸의 반란에 져서 잠 속으로 빠져들면서도 말했다. "썩은 모든 것을...." "......." 그런데 왜 당신은 버리지 못했지? 왜 당신은 그렇게 많은 것을 만들면서 도 아무것도 버리지 못했지? 하긴... 나는 메이파를 직접 만날 수 있었지 만 그렇지 않았다면 그녀가 웃고 있다는 것을 수긍할수 있었을 까? 나는 도안을 바라보았다. 그래. 나도 분명히 느꼈다. 용서받는 것은 미움받는 것보다 더더욱 힘든 일이다. 내가 저지른 일이 있는데 그게 너무도 쉽게 용서받아지면... 죄책감이 사라지나? 아니다. 오히려 더해질 뿐이다. 죄 책감을 즐기고자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 죄책감이 사라지길 원하는 것 도 아니다. 그저, 용서하는 자의 마음이랄까. 결국 모든 것을 다 날 위해 희생하면 서, 그 희생에 한 줄의 희생을 더하는 것이 마음 아프다. 하지만. 그래도 웃어줘. 웃고 있어 줘. 메이파. 너를 슬픈 얼굴로 조각한다면, 나란 인간 은 더할 나위 없이 썩은 쓰레기가 되겠지. "...그리고 브린. 당신은 어떤 걸 만들려는 거지?" 나는 잠들어 있는 브린을 내려다 보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12천 사의 륜을 만든다. 만들고, 그걸 노리는 디모나로부터 지켜낸다. 일단은 그것이 목적. 그러나 12천사의 륜은 나도 가지고 싶어졌다. 이것은 내 영혼의 단편, 다 른 모두의 영혼의 단편이다. 왜 사람들이 미술품이나 그런 것에 그토록 거금을 선뜻 내놓는지, 이제사 조금은 이해가 갈 것 같았다. 아직 만들어 지지 도 않은 12천사의 륜을 이렇게 미치도록 갈망하는데, 돈이 문제일 까? "뭐, 나는 교황에게서 훔쳐낼까?"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쨌거나 지금은 그 12천사의 륜을 만드는데 전 념하자. 그걸 만들지 않으면 이 열망을 채울 수는 없을 테니까. 그래 나는 웃고 있는 메이파를 만들겠다. 그리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나는 귀금속을 다루는 법, 보석과 미술 품을 감정하는 법, 기관을 설치하고 함정을 장치하는 법 등 각종 공부를 해가며 천사상을 만들어가기 시작했고 그러는 한편으로는 도제들을 살펴 보기 시작했다. 디모나와 내통하고 있는 자가 있을 까 해서였다. 하지만 도제들 중에는 밖과 내통할 인물을 찾을 수 없었다. 게다가 내통을 한다 손 치더라도 어떻게 해서 연락을 하는 것일까? 뭐 디모나야 워낙 신출귀몰하니까 그렇지~라고 쉽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나도 한때는 로그마스터였다. 도적질이라는 건 생각처럼 쉬운일이 아닌데 다가 지금의 경우는 12천사상은 물론 그 도면까지 훔치는 일이다. 그것들 을 다 훔쳐야 비로소 12천사의 륜을 훔쳤다고 말할수 있는 것이다. 물론 만약 그녀의 목적이 단지 에스페란자를 곤란하게 하자는 것이라면 도중에 몇 개만을 훔쳐도 된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로그마스터의 프라이 드(Pride)라는 건 저 멀리~ 달나라로 날아가 버린다. 그리고 물론 로그마 스터의 후예라는 걸 뼈에 새기고 다니는 그녀가 그런 짓을 할리 없다. 하지만 도면을 훔치기 위해선 가장 중요한 정보가 바로 도면의 매수이다. 몇장이나 되는 가? 그걸 알고 있어야 자기가 훔친 게 전량인지 일부인지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12천사 상에 도면들까지 다 훔친다면 그것은 절대 로 혼자서 할수 있는 일이 아니다. 아무리 인피니티 백팩이 있다고 하더 라도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그런 엄청난 일을 시작부터 끝까지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젠장." 나는 식당에서 또 식사를 배급받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요새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막히는 바람에 식사가 부실해지고 있었다. 물론 나는 밤에 수 련을 하면서 물고기를 잡아서 먹지만 그 정도로는 아무래도 부족했다. 공 방에서 그냥 죽치고 사는 인간들과 산천을 뛰어 다니는 무인과는 하루 식 사량이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 길드에서 고용된 주방장이 국자를 들고 나섰다. "또 뭐가 불만이냐! 앙?! 이 빌어먹을 라이오니아의 뻘건 눈깔 같으니라 고!" "아 그래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지나치려다 딱 멈춰섰다. 저 인간 피부가 적갈색이었 나? "......." 나는 식당한가운데 멍하니 서있었다. 그러자 다른 도제들이 화를 내기 시 작했다. "야! 뭐하는 거야! 지금!" "비켜! 이자식아!" "...어 어이!" 나는 얼른 몸을 돌려서 그 주방장을 불렀다. 그러자 그 주방장이 신경질 적으로 돌아보았다. "뭐야! 뭐?" "당신 아메리아 인이었나?" "그럼 내가 무슨 라인이나 세베른으로 보이나?" "...아니 됐어. 식사에 약이나 타지마." 나는 그렇게 그에게 말하고 자리를 물러났다. 아무래도 내통자는 저놈인 것 같은데. 무슨 수단으로 내통을 하는지는 모르겠단 말야. 어쨌거나 천 사의 륜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으니 일단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내통자를 잡는다고 디모나가 안 올 건 아니고 내통자는 나중에라도 언제든지 잡을 수 있으니까. 1549년 2월 14일 시간은 계속 흘러 어느덧 한해가 지나고 새해가 왔다. 라이오니아와 에스 페란자의 전쟁은 한동안 소강상태를 맞이했다. 용왕자 펠릭스 에스페란드의 기함 엘리시온이 이리드 강을 타고 올라가 라이오니아의 수도를 급습한 것이다. 그 덕분에 글리실 유역을 침공해오 던 라이오니아의 병력이 패퇴해서 사우스 가드 성까지 물러나계 되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에스페란자의 국력은 한계에 도달했다. 돈은 있다. 하지만 싸울 인간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에스페란자의 사람들 은 육전에서 라이오니아 사람들에 비해 약했다. 그들은 활이나 석궁, 등 등을 안전한 장소에서 사람들에게 쏘아낼 때는 비상하게 강해지지만 정작 자기 목숨이 위험해지면 바로 밀려서 패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에스페란 자 수병들의 실력은 감히 해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지만 수병들을 뽑는 기준이 엄격해서 그렇지 에스페란자 사람들이 난폭해서는 절대 아니다. 다행이 이 공방은 천사의 륜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징병대상에서 제외되 었지만 이제는 징병대가 움직이면서 젊은 남자들을 강제로 징집까지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왕실에 대한 불만이 쌓이지 않는 것 은,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어쨌거나 그렇게 에스페란자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하는 데도, 팔마제국 은 수수 방관하고 있었다. 아니 사실은 한번 전력적으로 공백이 된 이스 트 가드를 공격했지만 마왕 보디발의 심복이 된 펠리시아 공주가 멋지게 그들을 막아내었다고 했다. 그리고 제국병들을 잡아다가 철창에 가두고 달군 쇳덩이를 던져 넣어서 서로서로를 잡아먹게 만들었다고 한다. 뭐 펠리시아 공주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란 건 알겠지만, 이곳에서 는 마왕 보디발의 심복인 마녀 펠리시아 쯤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 입장이다 보니 제국도 함부로 손을 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에스페 란자가 쓰러지면 그 다음은 제국 차례인데도 말이다. 하긴 제국이 과연 그런걸 생각할 머리가 있는지 모르겠다. 그저 나라가 어떻게 되건 말건 뇌물과 여자에 정신이 팔려있으니. 그래서 그 풍전등화의 나라를 구하기 위해 12천사의 륜을 만들고 있는 것 이다. 이 12천사의 륜에 대한 교황의 집착은 정말 대단해서 그걸 만들어 주면 원군을 보내주겠다는 밀서까지 오고갔다고 한다. 표면상으로는 세속 의 권력에 무관한 교황으로서는 입 밖으로 낼 수도 없는 일이다. 파병이 라니. 그런 것을 떳떳하게 문서까지 만들 정도로 천사의 륜에 집착한다는 게 아니고 뭐겠는가? 그런데 지금.... 그 천사의 륜이 완성되었다. 1549년 2월 10일... 도밍고 가 마지막 도면을 완성함으로서 예정보다 훨씬 일찍 12천사의 륜이 완성 된 것이다. < 계 속 > -------------------------------------------------------------------- 최단시간 한화 끝내기 기록이 될 듯. 아 이정도면 하이텔의 도배제한에 벗어나겠죠? 하루 지났습니다 *********************************************************************** 으음.... 왜 40기가 짜리 하드를 샀는데 인식에서 33기가, 포맷하고 나니 31 기가가 되어있지? 비싼 돈 주고 정품 샀더니만.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30 화 : 부활#8 ------------------------------------------------------------------------ 팔마력 1549년 2월 15일 나는 내가 완성한 천사상을 보고 어둠 속에 앉아있었다. 어설프긴 하지만 이제 반년도 되지 않은 도제가 이뤘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완성도 였다. 그래. 메이파는 웃고 있었다. "......" 나는 무의식중에 천사상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 대었다. 브론즈 위에 도금 을 해서 만든 것이지만 도금층이 쉽게 벗겨지지 않도록 일곱 번 도금한 데다가 그 위에 다시 에나멜로 코팅을 해놓아서 차가운 느낌이 들지 않았 다. 천사상은 사람 만한 크기로 만들어져있기 때문에 12개의 천사상을 일 곱 번씩 도금하는 데 들어간 금만 금괴 하나가 될 정도였다. 나는 금에 에나멜을 입혀서 만들어진 메이파를 쓰다듬었다. "......." 눈물이 조금씩 흘러나온다. 나란 녀석은 결국 이런 것 밖에 못하는 것인 지 나 자신이 한심하다. 하지만 웃어야지. 여기서 쓰러지면 아무 것도 되 지 않는다. 나는 이 세상을 살아나갈 것이다. 그리고.... "로그마스터가 될 거야." 지진으로 운좋게 고대의 비보를 얻어서 결심을 하던 철부지 때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의지가 나를 일깨우고 있었다. 나는 로그마스터가 될 것이 다. 디모나를 이기고, 자신의 의지로 거대한 국가권력마저 고꾸라지게 만 들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인. 자유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자가 될 것이다. 내 무력함으로, 내 어리석음으로 피해보는 사람이 없도록. 차 라리 내 손에 피를 묻히더라도 그것은 나의 의지이며, 내가 감수한 것이 기를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디모나를 잡아야 한다."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것은 지금 여기서 결판을 내어야 한다. 물론 디모나가 오늘 온다는 보장은 없다. 일단 이송중에 탈취하는 것이 훨씬 더 쉽고 간편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에는 길드에서 파견한 경호원들이 철통같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 그러나 이송중의 것을 급습하는 것은 강 도나 하는 짓, 결코 로그마스터가 할 짓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오늘 올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로그마스터가 아니다. "......" 하지만 밖은 고요했다. 겨울의 바람이 처마를 스치고 지나가면 나무로 만 든 건물이 들썩 거리며 이곳저곳에서 끽끽거리는 소리를 낸다.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서 어두운 창고에 앉아서 디모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막상 그녀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떨린다. 안에서 격정이 치밀어 오 른다. 나를 이용한 그녀. 독사처럼 표독하고, 소녀처럼 발랄하고,여우처 럼 교활한, 뭐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여자임엔 분 명하다. 게다가 그 힘, 그 무시무시한 잠재력은 나 자신의 승리를 점칠수 없게 한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싸울 의미가 있다. 나는 부들부들 떨 리는 팔을 잡고 가만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라.... 디모나. 잔재주는 필요없어." 도적질에 있어서 공격자는 방어자에 비해서 불리하다. 아무리 그래도 이 렇게 물건을 앞에 두고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빼갈 것인가? 물론 그녀 라면 능청스럽게 변장을 해서 훔치고 달아나거나 그럴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녀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 정정, 아직도 모르긴 하지만 어쨌거나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물건을 훔칠 것인가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곳을 지킨다. 직접 이곳을 지키면, 결국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나와 맞닥뜨린다. 설사 불을 지른다고 하더라 도 나는 여기서 움직이지 않을테니까. 게다가 마차 네 대 분의 물건을 훔 쳐야 하는 입장. 그렇게 쉽게 들어오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 뭔가가 눈 위로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 그녀다.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군. 나는 마치 첫사랑의 상대를 만난 것 처럼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일어났다. 아 사실이 첫사랑이던가? 그건 모 르겠군. 어쨌거나 웃기는 일이 아닌가? 이성은 그녀를 미워한다고 고집스 럽게 외치고 있지만 나는 그녀와의 만남을 기다리지 못하고 이렇게 안절 부절 밤을 지샌다는 것이? -털썩, 털썩! 사람들이 쓰러지고 있다. 역시. 그 주방장이 내통자인 것 같았다. 아마도 음식에 수면제를 탄 모양이다. 디모나가 아무리 악랄하다고 하더라도 독 약을 탈수는 없을 터, 그렇게 되면 로그마스터의 프라이드에 상처가 날테 니까. 하지만 말이다. 디모나. 로그마스터의 낡은 프라이드에 집착하기만 하는 너는 결국 나에게 패할거야. 이것이 나의 오만이라고 해도 좋아. 그러나 지난 3개월 동안 아니 정확히는 지난 1년간의 모든 역랑을 갈고 닦아, 이 날을 위해 예리하게 만든 내가, 지리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일단 그 주방장의 정체도 스파이가 아닐까 하고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까. 원래부터 스파이는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같은 아메리아 인이 도와달라는 데, 더구나 족장쯤 되는 인물이 도와달라는 데 안 도와줄 수가 없었겠지. '그런식으로 치면 나는 적어도 그녀가 자기 민족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는 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가 피식 웃었다. 인정이고 뭐고 사실이 아닌가? 메 이파가 죽은 것도 결국 그녀에 반한 내 잘못이지. 그녀에게 죄가 있나? 없다. 그렇지만 나를 우롱한 사람이 옳다고 예예~ 박수를 쳐줄 수는 없는 일이 지. 사실 그렇게 알고 있었으면 주방장의 정체를 까발리고 약을 타지 못 하게 하는 게 정상인의 행동이다. 그러나 거기서 그 주방장의 정체를 까발리면 괜히 자기 민족을 위해서 열 심히 일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꼴이라 참았을 뿐이다. 뭐 디모나를 상대할 때에는 이런 사람들 아무리 많아봐야 소용없는데다가, 그 동안의 맛없는 식사에 보답이라도 하는 셈치지. "와라." 나는 그렇게 말하고 도면중 한 장을 집어들었다. 천사상의 도면중 하나, 내가 그려놓은 물건이다. 이것을 품에 지니고 있으면 그녀는 적어도 12천 사의 륜을 훔치지 못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는 파기해 버릴테다. 어쨌건 이걸 그렸던 게 나이기 때문에 나는 하루정도 고생하면 복구할 수 있다. 나를 쓰러뜨리기 전에는 12천사의 륜을 가져가지 못할걸? -찰캉! 찰캉! 디모나가 함정을 해체하는지 기묘하게 기관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렸다. 역시 그녀는 나보다 우위였다. 아무리 기묘한 기관장치라 하더라도 한번 에 그 위치를 알아보고, 진행을 방해하는 물건은 반드시 해체한다. 그러 나 그렇지 않은 물건은 모조리 피해간다. 여기 근처에 설치된 방법장치의 수나 위치를 파악해보면 분명히... 필요한 것들만 해체하고 있다. 역시 나보다 훨씬 세련된 대도이다. 그러나 내가 도면을 갖고 있고 그녀가 완 벽주의자인 이상 나를 무시하진 못할 것이다. -크릭! 나는 리피팅 보우건을 들고 눈을 감았다. 그녀는 발소리를 죽이고 있다. 윈드워커의 부츠는 소리도 거의 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기다린 다. 문이 열리는 순간, 아무리 그녀라 하더라도 쏜다! -드르르르륵! 그때 문이 열렸다. 창고에 걸린 자물쇠를 금속소리도 내지 않고 따다니 대단하다! 그러나 나는 이미 리피팅 보우건을 연사한 뒤였다. -슈슈슈슈슉! 물론 디모나는 문만 열고 옆에 숨어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행동도 예측하고 있었다. "하앗!" 나는 지면을 박차고 디모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때 나에게 튕겨 져 나온 것은 길드에서 내보낸 경비원이었다. 디모나에 의해서 마비가 되 었는지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고 비틀거린다. 나는 그를 비껴서고 디모 나에게 돌격했다! "......." 기합도 없이 조용히 검을 휘둘렀다. 어둠을 가르는 샤프니스 소드의 검광 이 완벽한 일직선을 그렸다. 막으면 막았지 피하진 못하리라! 그러나 그 때 그녀는 그림자 속으로 휙 하고 가볍게 사라졌다! 아차! 쉐도우 아머! "후후후훗! 카~이~레~스! " "......." 나는 조용히 몸을 틀었다. 그녀는 방금 전 내던진 그 남자의 그림자를 타 고 와서 나를 지나친 것이다. 디모나는 창고의 어둠 속에서 손을 까딱이 고 있었다. "그 정도론 안돼요." "아무리 너라고 해도 이걸 다 훔쳐갈 수 있을 것 같아?" "글쎄 어떨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천사상 하나에 등을 기대었다. 그러자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마치 천사상이 그대로 녹는 것처럼 사라지며 그녀는 뒤로 넘어지 는 게 아닌가? 물론 그녀는 고양이처럼 몸을 둥글게 말더니 휙 굴러서 일 어났다. "이, 인피니티 백팩!" 저, 저렇게 쓰는 방법도 있었던가? 나는 기가 막혀서 안으로 들어갔지만 그때 어둠 속에서 뭔가가 다가왔다. 쉐도우 아머인가? 나는 옆을 주의하 면서 앞으로 몸을 숙였다. 내 돌진력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 다. 그녀의 공격은 내 뒤를 가르고 지나갔다. "각오해!" "꺄악!" 그녀는 웃으면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천사상을 내게 밀어서 막는 게 아닌가? 나는 깜짝 놀라서 손을 멈췄고 그 순간 그녀는 등을 천사상에 대 면서 뒤로 넘어지듯 나랑 엇갈려 지나갔다. "후훗! 아직 멀었어. 카이레스! 로그마스터를 상대하기는." "......" 나는 대답대신 몸을 틀어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요염한 웃음을 짓고 있던 디모나의 영상을 검이 자르고 지나갔다. 역시 디스플레이스먼트, 게 다가 곧 그녀의 분신이 나타나더니 움직이기 시작했다. "젠장! 장난하지마!" 나는 그렇게 외치고 달려들었지만 발목에 로프가 걸렸다. 그녀는 자신의 허상을 움직이면서 인피니티 로프를 이 검은 어둠속에서 풀어내는 것이 다. 나는 인피니티 로프를 샤프니스 소드로 찍어서 끊으려 했다. 그러나 그때 인피니티 로프가 검게 물들었다. "어?!" 그리고 인피니티 로프로부터 손톱이 튀어나오는게 아닌가? 마치 트롤의 손과 같은 예리한 손톱이 갑자기 튀어나오다니! 나는 반사적으로 휴렐바 드의 방패를 쳐서 그걸 막아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단번에 골로 갈 뻔 했다. "제, 제기랄!" 확실히 나 자신의 실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었다. 그러나 저 아이템들, 로그마스터의 유산들이 내 실력 발휘를 방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걸 사용하는 디모나의 전투센스와 재치는 장난이 아니었다. 그 래. 원래 그녀의 솜씨로 치자면 나 같은 것은 저 밑에 둘 정도였다. 그러 나 나 역시 내 모든 것을 보인 게 아니다. 싸움은 이제 전초전! 나는 도 면을 담은 통에 접근하는 디모나를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디모나 는 아이스 브랜드를 뽑더니 내 공격을 흘려내었다. "꺄악!" 그러나 여기서 실력차가 나는 법이다. 나는 그동안 갈고 닦은 검술로 아 이스 브랜드를 거슬러 오르면서 오히려 디모나를 공격했다. 파워라는 면 에서 나는 디모나보다 압도적으로 강하다. 유능제강 강능단유(柔能制剛 剛能斷柔)라고 부드러움은 강함을 제압하지 만 강함은 또한 부드러움을 끊을 수 있다. 결국 역량이 더 뛰어난 쪽이 이기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역시 마법을 써서 피했다. 검술의 역량은 나보다 떨어지지만 검, 마법, 체술, 기술등 모든 것의 밸런스가 잘 잡혀 져 있고 그것 전체가 바로 디모나의 역량이다. 그녀는 아이스 브랜드를 쥔 손을 놓지 않는 대신 뒤로 몸을 빼면서 아슬아슬하게 검을 피한 것이 다. 그러자 애꿎은 분신들만 대신 갈라졌다. "으윽...." 디모나는 뒤로 두걸음 물러났다. 단 한합, 그것도 검을 흘리려고 한 방어 행동인데도 팔뚝에 무리가 가는가 보다. 얼음 폭포를 무자르듯 자르는 검 을 받았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나마 아이스 브랜드니까 부러지지 않고 버틴 것이다. "쳇! 역시 파워는 어디 가질 않는 군." 그녀는 정면으로 충돌할 경우 자기가 지리라는 것을 느꼈는지 바로 주문 을 다시 외워서 분신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뭐 그것도 한계가 있을테 지? 나는 그녀를 도발했다. "소드 블래스터를 써봐!" "싫은데?" "그럼 알아서 뽑게 만들어주지!" 나는 그렇게 외치고 발차기를 했다. 디모나가 만들어둔 분신이 그녀를 대 신해서 내 공격을 받아 사라졌다. 나는 계속해서 공격을 연달하 퍼부어서 그녀를 몰고 갔지만 그녀는 공세에서는 수세에 몰려도 인피니티 백팩으로 거의 대부분의 천사상을 훔쳐버리는 게 아닌가? 무엇보다도 어둠 속에서 감으로 검을 휘두르는 나에 비해 그녀는 마법으로 모습까지 지워버리고 쉐도우 아머와 인피니티 로프로 계속 공격하면서 싸우기 때문이었다. 확 실히 쉐도우 아머가 한명 분, 인피니티 로프가 한명 분을 해서 이대로는 승산이 없다. 좀 넓은 곳으로 나가지 않으면! "아! 이건!" 그런데 그때 그녀가 내가 새긴 천사상의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메이파를 닮았다는 걸 아는 걸까? 그녀는 천사상을 보더니 마치 싸움마저 잊은 듯 멍청히 멈춰 섰다. "...메이파." "디모나?" 나는 그녀가 갑자기 멈춰서서 당황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지면의 어둠 에 숨어있던 인피니티 로프가 움직였다. 쉐도우 아머로 모습을 감추고 어 둠 속에서 로프가 움직이는데 피할 재주가 없다! "윽! 이봐!" "하앗!" 디모나가 기합을 지르자 인피니티 로프는 마치 거대한 히드라처럼 몸을 일으켰다. 어찌나 로프 자체의 힘이 강렬한지 그 로프가 나를 지붕으로 들고 올라가자 지붕이 부서지는 게 아닌가? -투확! "으으윽!" 나는 몸으로 지붕을 부수면서 얼른 휴렐바드의 방패를 쳤다. 그러자 내 발목을 감고 있던 인피니티 로프가 타서 끊어졌다. 하지만 이미 상당한 높이! "제길! 저게 진짜!" 나는 지상에 떨어지기 전에 살짝 날개를 펼쳐서 옆으로 비껴난 뒤 무사히 착지했다. 그런데 그때 부서진 창고의 지붕쪽으로 인피니티 로프가 치솟 아오르더니 곧 그 반동을 이용해서 디모나가 훌쩍 올라섰다. 그녀는 지붕 위에 서서 내게 키스를 보내었다. "쪽~ 카~이~레~스~! 아직 미숙하네. 그 정도로 이 언니를 이길 수 있겠 어? 응?" "이봐. 너가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아냐?" "미안. 하지만 아까전 그거 카이레스가 만든 거야? 실력 많이 늘었네? 어 쩌면 적성에 맞을 지도 모르는데 그거나 계속하지?" "......." 나는 대답대신 품안에서 도면을 꺼냈다. "한 장 부족하지 않아?" "뭐...,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바라보고 웃었다. 나는 대답대신 인피니티 보 우건을 꺼냈다. 그리고 륭센의 수갑과 휴렐바드의 방패에 드로우 파워 (Draw Power)를 걸었다. "...간다." 나는 디모나를 향해 연사를 했다. 그러자 전기를 머금은 쿼렐이 휴렐바드 의 방패가 만들어내는 전자막을 통과하면서 더더욱 강력해졌다.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전기의 검이 되어서 그녀를 향해 날아갔다. 쿼렐이 지 나가는 길바닥 위에서 유도 전류가 흐르다 못해 방전할 정도다. 지면으로 전기가 거미줄처럼 내달린다! -드르르르르르르르르륵! -쉬이이이익! "마! 말도 안돼!" 처음으로 디모나가 진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윈드워커의 부 츠로 잽싸게 도약하면서 그 공격을 피했다. 그러자 창고가 거의 벌집이 되면서 지붕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발군의 위력! 처음 써보는 것이 지만 이렇게 강렬하다니. "으으윽!" 디모나는 그렇게 외치고 일어났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다시 인피니티 보우건을 날렸다. "조용히 죽어! 짜증난다!" -두르르르르륵! 다시 무시무시한 전기의 쿼렐들이 날아갔다.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단 한 발에 코끼리도 쓰러뜨리고 남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 디모나가 주문을 외 웠다. "라이트닝 볼트!Lightning Bolt!" 그 순간 굵직한 전기의 격류가 그녀의 손으로부터 나에게 뻗어져나왔다. 역시 전기적 성질을 띄고 있어서 그런지 화살들이 다 그녀의 전격에 딸려 서 그녀를 빗나가고 전격은 그대로 나에게 달려와 휴렐바드에 방패가 만 든 전기막에 충돌했다. 그러자 빛이 번쩍이며 전기막이 일순간 약해졌다. 아니 중화된 것이다. 나야 항마력이 있으니까 그녀가 나에게 마법을 써봐 야 좋은 효과를 얻기 힘들다. 그렇지만 항마력 범위 밖에 쳐지는 휴렐바 드의 마법 방패는 그대로 라이트닝 볼트에 노출된 것이다. "하앗!" 그리고 디모나의 나이프 던지기, 그녀는 수십개의 나이프를 동시에 던져 내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나는 발밑의 눈을 차올리고 뒤로 몸을 젖혀 서 그 나이프들을 다 피해내었다. "별거 아니군. 잔재주는 좋았지만!" "하, 하악...." 디모나는 긴장 때문에 피로가 가중되었는지 갑자기 헉헉 댄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보우건을 겨누었다. "끝이다!" 그러나 그때 크랭크가 헛돌기 시작했다. 앗! 이런 제기랄! 무슨 일이지? 내가 놀라서 리피팅 보우건을 살펴보니.... 리피팅 보우건에 나이프가 하 나 박혀있는게 아닌가? 디모나는 나를 맞추기 보단 인피니티 보우건을 노 리고 공격해온 것이다. 순간순간에 그런 짓까지 생각하다니 제법인데? "에잇! 쉐도우 팡!" 그순간 디모나가 내게 손을 뻗었다. 쉐도우 팡과 동시에 지면에서 쉐도우 아머의 팔이 나와서 나를 공격한다! 이런 제길! 복합공격이냐! -스칵! 나는 몸을 확 꺾으며 눈더미로 몸을 던졌다. 그러자 손톱이 휙 하고 내 얼굴을 할퀴고 지나갔다. 다행이 정통으로 맞지는 않은 것 같은데..... -후드드드득! 그래도 출혈량이 엄청나다. 새하얀 눈 위가 삽시간에 시뻘겋게 물들었다. "하아아아아아!" 디모나는 그사이에 기합을 외쳤다. 내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니 얼 음의 머리를 단 인피니티 로프가 마치 거대한 히드라처럼 꿈틀거리며 날 아오고 있었다. 저건가? 맞으면 인간 아니라 거인이라고 하더라도 그냥 끝나지 않을 어마어마한 무기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내 몸을 그 앞으로 던졌다. "쳇!" 다크레전을 몸에 휘감자 그녀의 공격이 모두들다 내 몸을 비껴 지나간다. 나는 그 속력 그대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때 그녀가 허리춤에 찬 소드 블래스터를 잡았다. "합!" 시뻘건 검광이 튀어나왔다. 나는 돌격을 멈추고 아슬아슬하게 몸을 숙여 서 그것을 피했다. 다크레전의 소울리버가 풀리면서 붉은 검광이 눈앞을 지나갔다. 에? 뭐야? 검에서 뭐 쏘기라도 하는 건가? -투하아아아아! 뒤의 돌 벽이 쓰러지고 나무가 베어지며 눈가루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 치 죽음의 신이라도 납셔서 여기를 큼지막한 낫으로 한번 휙 휘둘러 사정 거리에 닿는 모든 사물을 후려친 것 같았다. 뭐, 뭐냐 이 어이없는 위력 은? "어, 어디가 소서러 용이란 거야?" 나는 기가 막혀서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때 인피니티 로프가 고개를 틀더 니 뒤에서부터 나를 덮쳐오는게 아닌가? 나는 거대한 얼음의 창을 단 로 프들이 뒤통수를 노리는 것을 보고 무의식 중에 날개를 뽑았다. -콰아아앙! 순간 폭음과 함께 뒤에서 수증기들이 화악 피어 올랐다. 나는 날개의 힘 으로 단숨에 가속해서 디모나에게 달려들었다. "윽!" 나는 그 속력 그대로 날아들어서 디모나에게 검을 휘둘렀다. 그녀는 쉐도 우 아머를 몸에 휘감은 채로 내 공격을 막았지만 쩡 하는 소리 와 함께 밀려났다. 마치 화살로 쏘아낸 것처럼 멀리 튕겨나가는 것이다. 만약 소 드 블래스터가 아니라면 죽었다. 아니. 지금 날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지 면에 떨어져도 죽긴 매한가지겠다. "꺄아아아악!" 그녀는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면서 튕겨난 속력 그대로 눈이 쌓인 호수위 로 떨어졌다. 그리고 빙판에서 주우우욱 미끄러져 나갔다. 마치 빙판 위 에서 공이라도 굴리는 것처럼 멀리 쏘아진 것이다. 나는 날개를 접고 나 가 떨어진 그녀에게 달려갔다. "좋았어! 항복해! 이제 승부는...." 나는 그녀를 날려보낸 김에 승부를 결정짓기 위해 앞으로 달려갔다. 하지 만 그때 갑자기 시야에서 그녀가 사라졌다. 그리고 내 목에 소드 블래스 터의 칼날이 와 닿았다. "으윽, 카이레스. 너무 아팠어." "!" 디모나다! 다시 쉐도우 점프를 쓴 건가! 어쨌건 방금 전 그렇게 쳐 날렸 어도 끄떡없다니 맷집이 늘은 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소울리버를 걸어서 휙 빠져나왔다. "뭐야? 아직도 쓸 수 있는 거야?" "너야 말로! 쉐도우 점프를 제법 많이 쓰는 구나." 나는 그렇게 말했다. 사실 그녀가 등에 달라붙었을 때 날개를 뽑아서 단 숨에 태워버리는 방법이 있지만 목에 소드블래스터가 걸린 채로 그런걸 쓰면 공멸하는 수가 생긴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그녀가 죽기를 바라지 않는 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그런 속마음이 있건 없건 간에 지금 싸움은 목숨을 건 싸움이 다. 살아남고 나서 뭐가 있는 거지 이대로는 안된다. 디모나는 쉐도우 아 머의 팔을 뽑아서 소울리버를 풀어낸 나를 공격했다. 물론 나는 휴렐바드 의 방패를 쳐서 그걸 막아 내었다. "오래간만이지! 이렇게 둘이 싸우는 건!" "너 말야!" 나는 태연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디모나에게 화가 나서 인볼브 파워를 잔 뜩 걸어서 불타오르는 샤프니스 소드를 휘둘렀다. 그러자 그녀는 인피니 티 로프를 던져서 그걸 막았다. 인볼브 파워의 화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인피니티 로프에 매달려 있던 기둥만한 얼음들이 녹아내리면서 수증기가 간헐천처럼 피어올랐다. -슈악! 마치 온천에라도 뛰어든 것 같은 열기다. 그녀 역시 쉽게 물러나지 않고 마법을 써서 휴렐바드의 방패를 봉쇄하는 한편 쉐도우 아머와 함께 검으 로 나를 공격해왔다. 이건 이미 인간의 싸움이 아니다. 인간의 움직임을 초월하게 해주는 각종 마법의 도구들이 우리들의 전투를 더더욱 격렬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스칵! 어이없게도.... 소드 블래스터가 결국 샤프니스 소드를 잘라버린 것이다. 샤프니스 소드도 명색이 마법검인데! 칼날을 바로잡은 소드 블래스터의 위력이 이렇게 대단하단 말인가?! "에?!" "아. 아아아아!" 디모나는 벌써 잔뜩 지쳐서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긴 겨울에는 공 기가 차서 숨을 거칠게 쉬면 바로 폐부가 얼어붙는다. 옛날의 나보다 지 금의 내가 월등히 강한데도 이렇게 승부가 나질 않다니.... "카이레스! 그만 항복해. 헉, 헉...." "그렇게 헐떡이면서 항복하라고 하면 설득력이 있겠냐?" 나는 그렇게 말하고 부러진 검을 휙 집어던진 뒤 자세를 잡았다. 내 경우 는 피를 좀 흘리긴 하지만 호흡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 그리고 아무리 검 이 없다고 하더라도 내 공격은 일격필도(一擊必倒). 디모나는 방어만 시 켜도 내가 이긴다. 지금까지 내 공격을 막은건 마법과 쉐도우 아머의 힘 때문이지 결국 검술과 격투술의 역량은 내가 그녀를 상회하는 것이다. 그 녀는 그런 내 공격을 마법과 스피드, 유연함으로 어떻게 피하긴 했지만 일격 일격이 치명타이니 긴장과 스트레스가 쌓였을 것이다. 칼이 부러졌 다고 해서 밀리진 않는다. "......." 하지만 재미있군. 그 갸날픈 여자의 몸으로, 아무리 무구가 좋다고 하더 라도 여기까지 맞먹을 수는 없을텐데. 역시 대단해. 그녀는 너무 대단해. 그래서 더더욱 이기고 싶다. "으음! 그럼 가차없이 간다!" 그녀는 그렇게 외치고 소드 블래스터를 휘둘렀다. 왠지 어설픈 동작, 지 쳐서 그러나? 나는 그 공격을 옆으로 피하고 간격을 좁힌 뒤 우릴의 단검 을 옆구리에 찌르려 했다. 하지만 피킥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멈췄다. "......." 우릴의 단검을 아이스 브랜드가 막아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뻑 하고 옆구리에 느낌이 왔다. 물론 나는 팔꿈치로 디모나의 얼굴 옆을 찍어 치고 빠진 뒤였다. 서로서로 한방씩 주고받은 것. 내가 압도적으로 우위라고 생각했지만 팔 꿈치가 지끈거린다. "스톤 스킨Stone skin인가?" 스톤 스킨이라면 자신의 몸에 금속이나 돌의 힘을 부여해서 타격에서 몸 을 보호하는 주문! 그게 있다면 타격이 제대로 들어갈리 없다. 나는 즉시 뒤로 물러나며 그렇게 물어보았지만 디모나는 광대뼈를 맞아서 욱신 거릴 텐데도 승기를 잡은 순간 악착같이 덤벼들었다. 내 경우는 옆구리를 윈드 워커의 부츠로 걷어 채여서 크게 다친 상황! 하지만 류카드의 이빨이 늑 골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에 윈드워커의 부츠에 맞고도 부러지지 않았다. 그리고 쉐도우 아머의 공격! 나는 쉐도우 아머의 공격에 대해 륭샌의 수 갑에 드로우 파워를 걸고 한방 갈겼다. 바지직 하는 방전과 함께 쉐도우 아머의 팔이 밀려났다. 그리고 디모나의 소드 블래스터! 나는 양팔을 앞 으로 내밀었다가 쓱 빼면서 그녀와 발의 위치를 바꿨다. 벨키서스 레인저 라면 누구나 익히는 번천장( 天掌)의 기본 보법이었다. 그러나 기본이 궁극에 통한다던가? 그녀는 허공을 헛치고 오히려 균형까지 잃어버렸다. "아!" 나는 그녀의 어깨 위로 다크레전을 펼친 뒤 륭샌의 수갑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그녀는 얼른 몸을 틀어서 소드블래스터로 그걸 막았다. 이대로 내 려치면 내 팔목이 날아갈판! 하지만 내 손은 그대로 소드블래스터를 지나 서 그녀의 어깨 위를 찍고 지나갔다. "아!" "핀포인트, 소울리버라고 할까?" 그녀는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소드 블래스터는 강력한 마법검이 라서 에테르체가 되건 뭐가 되건 막을 수 있는데 어째서 그냥 허망하게 뚫렸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물론 나도 그건 알고 있다. 하지만 소드 블래스터는 마법의 칼날을 끼워서 쓰는 검, 나는 그 칼날을 피해서 자루 쪽을 지나 그녀에게 공격을 가한 것이다. "아....으으으으윽!" 디모나는 고통 때문에 인상을 찡그리면서 앞으로 주저앉았다. 비록 소울 리버로 죽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녀는 한계에 달했다. 그나마 스톤스킨을 걸고 싸웠으니까 첫 번째의 공격에서 안 쓰러지고 버틴 것이다. "하아, 하아...." "......." 나는 숨을 몰아쉬고 있는 디모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비틀거 리면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으으윽!" "흥?" 나는 다리를 걸어서 그녀를 도로 쓰러뜨렸다. "꺄악!" "아아. 이걸 어떻게 할까? 후후훗. 각오는 되었어? 응?" 나는 그렇게 디모나에게 물어보면서 상처를 살펴보았다. 사실 나도 전혀 상태가 좋지 않았다. 쉐도우 아머에 맞은 얼굴과 몸통은 지금도 계속 피 를 흘리고 있고 윈드워커의 부츠에 맞은 늑골은 아무리 드래곤의 이빨이 라고 하더라도 그 안쪽의 몸은 내 것이다. 디모나의 공격도 매섭기 그지 없었던 것이다. 뭐 결국 내 승리로 끝나기는 했지만. "그럼 디모나. 너도 로그마스터라면..., 슬슬 패배를 시인하시지?" "...그렇게는 할 수 없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핀 포인트 소울리버를 맞은 몸통반쪽은 완전히 마비된 것 같았다. 저럴 거면서 억지를 부리기 는, 뭐 그녀답긴 하다. "그럼... 죽여주지. 죽어서 메이파에게 사과해. 네가 천국을 갈지는 의문 이지만."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우릴의 단검을 들었다. 그러자 그걸 본 디모나가 갑자기 머리칼을 휘익 쓸어올리며 물어보았다. "천국? 너무 야박한 소리를 하는군 네가 날 죽일 수 있을까?" "허세부리긴." 나는 그렇게 말하고 돌격했지만 그때 갑자기 그녀가 지면을 박차고 날아 올랐다. 윈드워커의 부츠 때문에 인간은 감히 따라가지도 못할 어마어마 한 도약력을 발휘했다. "쉐도우 아머는 이런 것도 가능하다고!" "뭐?" 나는 그녀가 뭘하나 싶어서 멍청히 바라보았지만 그때 갑자기 그녀의 등 에서 쉐도우 아머가 뻗어나왔다. "...저런 것도 가능한가?" 나는 기가 막혀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긴 그러고 보면 나이트 쉐이드는 세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하늘을 나는 거대한 그림자, 나이트 윙 (Night Wing), 그리고 거대한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지상을 기어 다니는 나이트 크로울러(Night Crawler), 그리고 인간형태를 하고 있는 나이트 워커(Night Walker)다. 지금까지의 쉐도우 아머 어그레시브는 나이트 워 커의 모습만을 취했다면, 그 나머지의 모습도 취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럼! 이만! 카이레스! 첫 경험은 아니지만 너무 아팠어." 그녀는 아직도 입이 살았는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뭐... 그녀 답다. 역시 디모나 윈드워커 다워. 하지만 나는 대답대신 품의 도면을 다시 한 번 보여주었다. "이봐.... 하나만 확실히 하자! 넌 실패한 거야. 나머지도 내놔." "카이레스. 말은 똑바로 해. 나는 탈취하고 너는 지킨다. 그럼 내가 실패 하면 너는 성공했다는 소린데, 그 한 장 가지고 성공을 주장할 수 있어?" "...뭐가 어쩌고 어째?" 나는 그렇게 화를 냈지만 사실이다. 내가 로그마스터 지망이라면 그녀와 대등하게 완벽을 기해야 한다. 그녀가 로그마스터라는 입장만 생각한 결 과가 이것인가. "...내가 날개를 뽑고 추격하면 그 느린 날개론 바로 잡힌다. 타협하자." 물론 이 날개는 오래 뽑지 못하지만 사실이다. 이 날개를 펼치면 그 속력 은 발군! 그녀는 내게서 달아나지 못한다. 그러자 디모나가 수긍한 듯 고 개를 끄덕였다. "그럼 좋아. 여기서 나를 놔주면.... 다 돌려주지." "내가 왜 그런 수고를 해야 하지? 로그마스터의 유산들까지 다 내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모나는 나를 보고 왼팔을 휘휘 저었다. 여전히 오 른팔은 못 움직이는 것 같군. 핀 포인트 소울리버도 위력이 대단한데? "만약 내가 여기서 천사상을 떨어뜨리면 어쩔거지?" "죽인다." "그런, 카이레스. 심술부리지 말고 여기서 타협하자고. 알겠지? 되돌려 주는 것 이상의 뭘 더 바라는 거야?" "두번 말하고 싶지 않아. 정 이해를 못한다면 실력으로 보여주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당황한 듯 말했다. "좋아! 좋아. 그럼 인피니티 백팩 째로 돌려주지. 알겠어?" "...나머지는." "글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인피니티 백팩을 풀어서 호수쪽으로 던졌다. 나는 깜짝 놀라서 그걸 받기 위해 달려가고 그사이에 그녀는 달아나기 시작했 다. 결국 호수의 빙판에 떨어지려는 인피니티 백팩을 받고 나니 그녀는 꽤 멀리 달아난 뒤였다. "그럼 안녕! 카이레스! 나중에 또 보자!" 그녀는 멀리에서 달아나면서도 손을 휘휘 휘저었다. 젠장. 뭐가 안녕이 야?!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주저앉았다. 어쨌거나 일단은 이긴 걸로 만족할까. "훗...후후후후후훗. 아하하하하하하하핫!" 젠장 저런 작은 여자아이 하나 이기고 이렇게 좋아하다니! 하지만 나는 가슴속에서 퍼져나오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웃기 시작했다. 왠지 이번에 도 디모나에게 농락당한 것 같지만 역시 그녀답다. 나를 갖고 놀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하하하하하! 어디 다음 번에도 이렇게 무사히 달아날 수 있는지! 기대해 볼까? 나는 그렇게 웃으면서 인피니티 백팩과 함께 공방으로 돌아왔다. 팔마력 1549년 2월 16일. "그럼 그 동안 고마웠습니다. 당신도 몸 좀 추스리라고요. 바보같으니." 나는 인피니티 백팩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침대에 누워있던 브린이 한숨을 내쉬었다. "닥쳐라 애송아. 아직 애송이에게 핀잔을 들을 만큼 내가 늙진 않았다." "그래요?"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웃었다. "재미있군요. 그러면 어디 계속 그 썩은 물건을 만들어 보세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브린의 좁은 오두막을 벗어났다. 그러자 곧 오두막 안에서 브린이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쳇! 베인의 친구라, 역시 유유상종이야. 투덜거리는 거 하고는."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눈이 쌓여있는 길로 걸어갔다. 마침 오늘은 12천 사의 륜을 실어나르기 위해서 마차가 온 날이다. 도제들과 하인들이 모두 들 달라붙어서 그 마차에 12천사의 륜을 실어 옮기고 있었다. "여어! 빌어먹을 라이오니아 자식아! 힘잘쓰는 네가 좀 돕고 가면 어떠 냐?!" 앙쉐는 나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주제에 그렇게 입을 놀렸다. 나는 대답대 신 지면에서 눈을 뭉쳐서 던졌다. "닥쳐라! 자식아. 다음 부터는 형이라고 불러!" "때려죽여도 싫다 그건!" 녀석은 끝까지 그렇게 말했다. 쳇. 웃긴 놈이군. 나는 그놈을 바라보고 앞으로 걸어갔다. 천사상들은 포대에 감싸여서 조심스럽게 장식대에 고정 되어있었다. "....내가 설마 역사에 길이남을 12천사의 륜의 제작에 참여할 줄이야. 나참. 오래살고 볼 일이라니까."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마차의 옆을 걸어 가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 별로 오래살지도 않았지만 감회가 새롭군. 나는 인부들이 마차에 도면과 천사상을 싣는 것을 바라보며 걷다가 문득 한 천사상의 앞에 멈춰섰다. "......." 이것만은 포대에 감싸지지 않았다. 작은 아기 천사가 밝게 웃고 있었다. 사실은 작은게 아니라 노움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보는 것만으로도 가 슴속의 때가 벗겨질 것 같은 멋진 천사였다. 달리 말로 설명할 뭔가 확실 한 건 없다. 선입견 없이 볼때는 과연 대가의 작품인지 의심스러울 정도 로 소박하다. 하지만 화려한 천사만큼 우스운 것도 없으리라. 그 천사상 을 보고 있을 때는 팔마교도가 아닌 나로서도 그 순간은 절로 고개가 끄 덕여 졌다. '브린도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나는 그 천사상을 보고 빙긋 웃었다. 그런데 그때 인부들이 이 마차로 올 라오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아니 젖어서요." "얼른 다시 씨워. 너 지금 산적이랑 도둑놈들에게 여기 황금상 있습니다~ 하고 동네방네 알릴 셈이냐? 앙?!" "아 예." 마차위에 올라선 순박해 보이는 일꾼은 머리를 긁으면서 새로 포장을 준 비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미리 준비한 쪽지를 조심스럽게 천사상의 손을 향해 날렸다. 틱 하고 손가락 사이로 쪽지가 들어갔다. 하지만 포장을 뒤 집어 씌우는 인부는 천사상의 등 쪽에 서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볼 수는 없었다. 물론 그것은 예고장, 내년에 정중히 찾아뵙겠다는 뜻을 적은 예 고장이었다. "흠... 그러면 이제 슬슬 가볼까? 보디발 왕자, 아니 왕과도 결판을 내야 하고, 디모나하고도 아직 끝나지 않았고. 밀린 숙제가 많구나."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앞길로 걸어갔다. 오랜 눈보라로 새하얗게 변한 길 위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 다음 화에 계속 > -------------------------------------------------------------------- 다음화 예고! 에스페란자의 용왕자 펠릭스, 디에고, 에밀리오. 세명의 기량으로도 풍전 등화의 에스페란자를 구하기는 역부족! 신의 힘을 휘두르는 보디발을 막 기 위해서는 오직 카이레스가 필요하다. 세상 모두가 적! 그러나 고독에 쓰러지기 위해서 부활한 게 아니다! 모두가 적이라면 모두 물리친다!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The Rogue 제 31 화! Kissing Blade! 휘긴경 극장은 오늘도 불탄다 *********************************************************************** 그럼 로그 31화 시동!? 궁상스러운 일은 여기서 끝...일까?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31 화 : Kissing Blade#1 ------------------------------------------------------------------------ 마음을 굳게 하라. 네 주가 그 크신 손을 들어 네 적의 반석을 치시리라! -팔마 교전 기덴서 12장 8절- 팔마력 1549년 2월 17일 나는 에스페란자의 수도 시타델 솔을 향해 남하하기 시작했다. 원래는 니 나가 제국으로 선을 보러 간다니 한번 그전에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하 는 생각으로 정한 일이다. 하지만 곧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다. 오래된 도제 생활 때문에 돈이 한 푼도 없는 것이다. 뭐 로그마스터니까 털면 금방 끝날 일이지만.... 왠지 며칠동안 계속 걸 어도 숲만 나오고 있었다. 즉 털려고 해도 털 곳이 없다. "젠장. 길을 잃었나?"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찬 바위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벨키서스 레인저 가 길을 잃다니 웃기는 일이지만 이곳의 지형은 익숙한 곳도 아니고 눈도 많이 온다. 그리고 처음에 그냥 오래간만에 길을 나선김에 마차바퀴를 무 시하고 걸었던게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뭐 어쨌거나 만약의 경우에는 날면 된다. 하늘로 날아오르기만 해도 길은 대부분 알 수 있고 그 속력도 엄청나다. 이 미카엘의 날개는 무시무시하 게 빠르다. 한 30초 정도만 날면 한시간은 걸어야 할 거리를 벌 수 있었 다. 그러나 역시 사용할수 있는 시간도 30초 정도가 한계였다. 그 이상은 도저히 몸이 버텨내질 못한다. 뭐 어차피 나는 두다리로 걷는게 성질에 더 맞는다. 하늘을 날아다니다가 재수 없게 누구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그 것도 참 처치 곤란이고. "아 새울음 소리를 내서 속여볼까?" 그렇게 해서 속는 놈은 인간이 아니라 붕어겠지. 어쨌거나 슬슬 배가 고 파오기 시작했다. "아 제길. 계속 숲이네. 배고프다."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걸어갔다. 겨울이 되어서 그런지 짐승도 많지 않고 식물도 먹을만한 게 없었다. 그저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은색으로 뒤덮인 천지. 아름다운 숲과 자연 뿐이었다. 배부를 때야 아름다움을 감 상할 여유가 있지만 배가 고프니 그런 건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호수에서 물고기나 잡아놓는 건데 그랬나? 음. 뭐 어 쨌거나 지금은 괜찮아. 괜찮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동안은 짐승들의 길이 계속 이 어졌다. 숲길은 조용히 눈에 뒤덮여 있었다. "......." 뭐 한적한 길로 걷는 것도 좋군. 나는 원래 레인저 출신이라서 그런지 이 런 길이 더 맘에 든다. 역시 길을 걷는 다면 사람들 많이 다니는 길보다 는 이런 곳을 가는게 재미지. 하지만 그때 그런 나의 기분을 망치기라도 하겠다는 듯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이건." 나는 그렇게 툴툴거렸지만 벌써 앞으로 달리고 있었다. 입하고 몸이 반대 로 논다고 할까? 역시 기나긴 벨키서스 레인저의 생활이 여자 비명에는 자동적으로 몸을 작동하게 만들어버린 것 같다. 베인도 세나가 까불거릴 때 때리려고 손을 들어도, 차마 때리지 못했었다. '아 내 딸이지만 여자라서 차마 못때리겠구나!' 뭐랄까. 이건 가정교육의 문제가 아니라서 더 심각하달까? 어쨌거나 내가 마악 달려가 보니 아 이게 왠 일인가.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산적들이 사 람들을 공격하고 있는게 아닌가? 나는 얼른 달려가면서 인피니티 보우건 을 날렸다. -퍽! "으아아아악!" 처음 일격으로 가볍게 한 명 보내버리고 다음 놈을 겨누니 녀석들은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이 자식!" "유언치곤 너절하군."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쏴버렸다. 그러자 역시 또 한놈이 푹 고꾸라 졌 다. 그러나 확실히... 힘이 늘어서 샤프트 클램프(Shaft Clamp)를 많이 조여놨더니 한발한발의 위력이 너무 강했다. 산적들을 쐈더니 그대로 관 통을 하고 지나가는 게 아닌가? 이대로라면 인피니티 보우건을 난사할 경 우 다른 사람들도 크게 위험해진다. "이, 이자식! 꼼짝마! 안그러면 여기 이 사람을 죽인다!" "남자잖아?" 나는 인질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산적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 보았다. 아주 측은하게.... "히익! 이봐! 그 눈초리가 뭐야? 어? 뭐냐구!? 무슨 의미냐!?" 산적은 내 눈초리가 마음에 걸리는지 그렇게 물어보았다. "아니 뭐, 꼭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그러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산적을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한숨도 푹푹 내쉬면서 진짜 불쌍하다는 듯, 마치 곧 죽을 놈을 바라보는 것처럼 그렇 게 굴자 산적들은 왠지 벌벌떨기 시작했다. 그때 몇 놈들이 이동해서 내 뒤로 돌아가려는 게 느껴졌다. 아무리 허술한 산적들이라고 하더라도 포 위를 당하면 내가 불리해진다. "쏠까?" 내가 그렇게 협박하자 그놈들은 깜짝 놀라서 즉시 근처의 인간들의 목에 무기를 들이밀었다. 뭐 칼을 든 녀석이야 그렇다 쳐도 망치를 들고 있는 놈이 사람 목에 망치를 들이밀고 협박하는 건 뭐지? "히이이익! 이녀석! 보, 보석안이다!" "무, 무기를 버려! 버리란 말야!" 그들은 거의 공포에 질려서 히스테리를 일으키고 있었다. 왜 이렇게 반응 이 격렬하지? 오히려 반응이 너무 격렬해서 걱정된다. 이러면 이놈들, 정 말로 사람을 찔러 죽여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글쎄?" 나는 그렇게 말하고 보우건을 내려 놓았다. 그리고 우릴의 단검도 내려놓 고 으쓱해 보였다. 어쨌거나 내가 싸워서 사람이 죽게 할 수는 없으니까. 일단은 녀석들에게 좀 당해줄까? "자. 무기 없어." "그걸 이쪽으로 차보내!" 다른 산적들이 그렇게 말해서 나는 그들에게 무기를 차보냈다. 그러자 사 람들이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맨 처음 내가 등장했을 때는 혹시 용감 한 용사의 덕을 봐서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던 사람들이 그 기대를 휙휙 집어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체념이 상당히 빠르군. 나는 그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이사를 하는 중에 습격을 받았는지 노새가 끄는 작은 수레에 세간을 싣고 움직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 좀 힘깨나 쓸 것 같은 남자들은 이미 대부분 산적들에 의해서 피살된 상태다. 뭐 이 산적들의 모습을 보 면 잘 상상이 가지 않지만 의외로 철저한 성격인 것 같았다. "이야. 이 칼좀 봐. 장난 아닌 물건인데 그래?" "그것뿐이냐? 이 활은 정말 좋은 물건이군. 근데 너무 무거워." 산적들은 내가 차준 무기들을 보고 그렇게 감탄하고 있었다. 하기야 당연 하지. 카트릿지에 케이스까지 달려있다구. 저 악마에게 갈바니를 바치고 선물로 받은 케이스는 무한대로 쿼렐이 나오는 건 좋은데 무게가 상당히 묵직한 편이었다. 리피팅 보우건에 저걸 장착하면 무게가 6킬로그램이나 나가는데 일반인이 쓸 수 있을 리가 없지. 어쨌거나 산적들은 내가 무기 를 순순히 버리자 좋아하고 있었다. "자! 그럼 너희들 모두들. 짐을 들고 따라와! 너는 로프에 묶여줘야 겠 다." 산적들은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들중 일부는 내 배낭에 대해 서 관심을 보였지만 이 산적들의 두목인 것 같은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됐어. 짐엔 절대 손대지 말고 가져오라는게 두목의 말씀이잖아. 그거 건 드렸다고 입이라도 연주하면 우리가 피곤해져." "그렇지는 하지만 용돈벌이정도는 해야죠." 그들은 그렇게 말했지만 군소리 없이 나를 묶기만 했다. 그러는 걸 보면 확실히 두목이란 사람을 무서워 하는 것 같았다. "아 저기 그런데 말야." 나는 산적들에게 그렇게 말을 걸었지만 그때 나를 묶던 산적이 내 머리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뻑! "으아아악!" 비명은 나를 때린 녀석에게서 터져 나왔다. 나는 은근 슬쩍 녀석의 주먹 에 머리를 받아버린 것이다. 그러자 녀석은 부러진 손목을 들고 쩔쩔 매 고 있었다. "쓸데없는 짓 하지마. 이따위 밧줄로 묶었다고 나를 두들겨 패면 맞아주 는 모래주머니로 보지 마라. 지금이야 인질이 있으니 참는 거니까. 처신 잘해. 머리에 피가 치솟으면 인질들과 같이 여기에 고스란히 다 묻어줄테 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산적들은 찔끔거렸다. 이렇게 겁이 많은 녀석들이 어 떻게 산적을 하고 있는 지 심히 걱정될 정도였다. "으음. 이자식! 허세부리지마!" "그럼 시험해볼래? 칼들고 덤벼봐."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들의 리더도 쩔쩔 맸다. 농민들 보는 앞에서, 묶여 있는 놈에게 당해서 쓰러지면 꼴이 말이 아닐 것이다. 나는 많은 산적들 에게 포위되어있는 데도 태연자약하게 말했다. "그럼 산채로 안내해. 어디 여기 산적들은 어떻게 사는 지 복지수준이 궁 금하다." "뭐, 뭐 이런 놈이 다있어?" 산적들은 질려가지고 먼저 걷기 시작했다. 인질들은 뒤에서 창으로 위협 하고 있는 산적들 때문에 할수없이 앞으로 걸어가면서 이따금 나를 살펴 보았다. 혹시 마음이 변해서 내가 자기를 구해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산적들도 바보는 아닌지 그중에 가장 Œ고 싱싱한 여자아이를 옆구리에 끼고 목에 칼을 들이 댄채로 걷고 있었다. 저놈. 내 약점을 알아차린 건가? 남자를 인질로 잡고 있는 녀석앞에서 몇 번 한숨을 내쉰거로? "그런데 저기. 왜 이 겨울에 이사를 가는 거에요?" 나는 그렇게 같이 잡혀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뒤에서 산적 한놈이 날카롭게 외쳤다. "이 새끼! 잡담하지 마라!" "뭐? 이 새끼?" 나는 빙그레 웃고 발을 멈췄다. 그러자 그 말을 꺼낸 산적이 깜짝 놀라서 창을 잡아들었다. 역시 이녀석들은 필요이상으로 나에게 겁을 내고 있었 다. 뭐 확실히 녀석들이 나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 건 사실이지만 자신들 의 수가 이렇게 많은데도 겁을 집어먹다니. 왜그러는 것일까? "이, 이자식! 바, 반항할 셈이냐?!" "반항? 아니!" 나는 그렇게 말하고 멀쩡히 움직이는 다리로 가볍게 하이킥을 날렸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석이 공중에서 한바퀴 팩 돌면서 지면에 나동그라 졌다. 창으로 막기는 했지만 창대가 부러져버린 지라 아무런 방어도 되어 주지 못했다. "미안미안. 얼음 폭포도 끊어내는 발차기인데 아프겠다." "크억....쿨럭." 나는 다리를 들고 발등을 손대신 까딱 였다. "이 자식이!" 다른 산적이 나이프를 들고 나섰다. 이 렇게 묶여있는 경우는 사실 나이 프가 더 상대하기 힘들지. 나는 그래서 발을 들고 뒤로 총총걸음으로 물 러났다. "뭐 싸우겠다는게 아냐. 그저 잡혀가는 사람의 입장에서 재미있는 이야기 를 하려는데 방해를 하길래 말야." "......." "잡혀가 준다니까 그러네. 그럼 지금 여기서 사생결단 내볼까?" 내가 그렇게 묻자 산적들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산적두목이 나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녀석이 포로냐 상전이냐?" 결국 그들은 나를 자신들의 산채로 안내했다. 나는 그사이에도 혹시 인질 들을 풀어줄 기회가 있을까 하고 계속 기회를 엿보았지만 저놈의 산적은 무슨 여자애를 옆구리에 차는 검인줄 아는지 전혀 놓지 않고 있었다. 이 렇게 되어서 결국 산채까지 끌려오고 만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또 산적이라니. 에구 내 팔자야.... 에이고 데이고...."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던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하고 통곡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글리실 유역의 전화를 피해서 달아나던 피난민이었던 것이다. 그 리고 그런 피난민들을 탈영병들로 이뤄진 산적들이 다시 약탈하고 있는 것이고. 정말 뭐랄까. 전쟁이 사람을 피폐하게 만든달까? 따지고 보면 약 탈당하고 있는 사람이나 하고 있는 산적이나 전쟁의 희생자인건 마찬가지 이다. "하지만 희생자끼리도 우열이 갈라지는데 뭐."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고 산적들을 바라보았다. 산채는 예상보다 꽤 컸다. 전쟁이 무서워서 달아난 탈영병 산적이라면 이렇게 크지 않은게 정상인 데... 100여명은 수용할 것 같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산채들, 그리고 그 산채의 앞에는 농장이 있고 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포로들이 보였다. 비옥한 토지를 버리고 네브라스 황무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니 사람들이 불쌍하다. 게다가 짐승들이 없어가지고 쟁기는 다들 사람이 끌고 있었다. 저경우는 쟁기가 아니라 보습이라고 하던가? 어쨌거나 꽁꽁 얼어붙은 땅 을 벌써부터 까 뒤집고 있는 꼴을 보아하니 이곳의 사정이 어떤지는 물어 보지 않아도 훤했다. 산적들이랍시고 전혀 부유하게 살고 잇지 못한 것이 다. "헤에? 뭔 탈영병들이 이렇게 많지? 군기가 엉망인거 아냐? 에스페란자 도?"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산적들 옆을 지나쳤다. 그러자 나를 잡아온 산적 들이 다들 벌레 씹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자식. 우리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좀 잡혀오고 나선 얌전히 있을 수 없 냐?" "체면?"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산적들 체면을 피해자들이 챙겨 주기까지 하라는 거냐? 웃기는 놈들이군. 이런 마음가짐으로 산적을 하겠 다니 무르다. "뭐 나를 두목과 만나게 해준다면 생각이 바뀌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들은 의외로 쉽게 내 조건을 수락했다. "발도 묶게 해준다면 허락해주지." 사실 지금껏 그들은 내 발을 묶으려고 하다가 계속 실패했던 것이다. 그 러느니 만큼 그들이 발을 묶고 싶다고 요구를 해오는 것도 이상한게 아니 다. 물론 묶이고 나면 정말 폭행을 당하던가 아니면 죽겠지만 그런거는 다크레전이 있는 이상 걱정할게 없다. 사실 다크 레전을 한번만 발동해도 이 로프들을 다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묶게 해줬지 아니면 아 무리 인질들이 귀중하다 하더라도 묶게 내버려 뒀을 것 같냐? 나는 그렇 게 생각하고 그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리도 묶어. 하지만 쓸데없는 짓하면 각오해." "뭐... 뭐라고?" "이 당돌한 녀석!" "그 당돌한 녀석에게 얼마나 당했는지 다들 상기하라고."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들은 내 위세에 눌려서 꿈지럭 거리기 시 작했다. 역시 보스에게 직접 연락을 하려는 것 같았다. 곧 그들중 한놈이 먼저 보스에게 알린다면서 뛰어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녀석들이 로프를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런데 누가 묶을 거냐?" 내가 그렇게 묻자 그들은 당황해 하면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까전에 내 발차기를 맞은 놈은 턱이 빠져서 퉁퉁 부은 턱을 그대로 하고 돌아다니고 있는 중이다. 그러자 다들 서로서로를 바라보았다. "저기 그런 것은 역시... 가장 높은 사람이." "뭔 소리야. 낮은 놈이 해! 나는 미친개 다루는건 정말 싫다고." "호오 미친 개?" 내가 그렇게 반문하자 그 산적이 또 찔끔 해서 물러났다. 이놈들 의외로 상당히 귀여운데. "...그 눈으로 보지마!" "......." 보석안 때문에 그런건가?な는 그렇게 생각하고 오히려 눈을 부릅뜨고 그 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그는 깜짝 놀라서 물러났다. "그, 그만! 제발 그만둬!" "?" 뭔가 그런 것 치고는 반응이 굉장히 격렬하군? 어쨌거나 나는 그들에게 발까지 묶여 졌다. 하지만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내 태도 때문인지 그 들은 감히 덤벼들 생각을 하지 못했다. 팔다리 다 묶은 상대를 무서워 하 다니 웃기는 놈들이군. < 계 속 > -------------------------------------------------------------------- 오늘은 여기까지... 사실 충동적으로 좀 돌아다녀서 졸려요. 그럼 잡니다. *********************************************************************** 애국의 불꽃! 파이어! 인피니티 백팩은 무려....모두 꺼내기란 방법으로 아 이템을 한꺼번에 꺼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디모나가 천사의 륜을 뿌려버린 다고 말할수 있었던 거죠.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31 화 : Kissing Blade#2 ------------------------------------------------------------------------ 팔마력 1549년 2월 17일 나는 산적들에 의해서 고스란이 묶여서 두목에게 실려갔다. 이 놈들은 마 치 내가 무슨 북어라도 되는 줄 아는지 지독하게도 로프로 묶고 있었다. 이 정도로 해두지 않으면 내가 위험하다나 어쨌다나? "알겠지? 절대로, 그 눈으로 노려보지 말라고. 알겠냐?" 그들은 다시 나에게 거듭 강조했다. 이녀석들 진짜 겁쟁이들만 모였나? 나는 기가 막혀서 웃었다. "뭐야? 대체 왜 그러는데?" "...네놈은, 마왕과 같은 눈을 가지고 있어." "......." 에스페란자 사람들이 마왕이라고 부르는 이는 오직 한명, 마왕 보디발 라 이오노스 뿐이다. 왕위를 계승하면서 그의 이름은 클레프 4세가 되었지만 에스페란자도 라이오니아도 보디발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클레프 4세라니 우습군. 에스페란자를 정복한 현왕 클레프, 비록 라이오니아를 미치도록 싫어하는 에스페란자 사람들도 현왕 클레프만은 모독하지 않는 다. 정복지에서 평가받는 정복자라는 것은 역사를 통 털어 서 그 한명 뿐일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 성스러운 정복자의 이름을 더럽 히는 마왕인건가. 마왕이 된 건가 보디발은? "그러고 보니 탈영병이라고 했군. 보디발을 만났나 보지?"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그들은 다시 학질에라도 걸린 것처럼 몸을 떨었다. 나는 그들에 의해서 끌려가면서 말했다. "좋아. 그녀석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었는데. 당신들에게 듣 는게 가장 효율적이겠지? 이야기 해줘." "뭐, 무슨 소리야?" 그런데 그때 갑자기 문 저편에서 젊은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그리고 문이 열렸다. 안에는 침대에서 옷을 입고 있는 젊은 청년기사가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사도 탈영하나?" "단순한 장교일뿐이야. 자 모두들 다 나가도록." "예? 그, 그렇지만?!" 다른 이들이 놀라서 말했지만 산적두목은 냉정했다. "만약 너희들이 걱정하는 대로 이자가 마왕과 같은 성질의 존재라면.... 이녀석을 막을 자신이 있나?" "어, 없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뭐야? 인간을 폭탄 취급하는 군." "그러면 나가." 그러자 산적들은 곧 군말없이 나가기 š諛′杉? 역시 이 두목의 카리스마 는 대단하다. 어쨌거나 탈영병 무리들을 산적으로 재편해서 이렇게 이끄 려면, 보통의 카리스마로는 부족할 텐데. 그것도 이런 겁쟁이 산적들을 이끌고는 말이다. 나는 묶인 채로 몸을 일으켜서 무릎을 끓고 앉아서 주 위를 둘러보았다. 목재로 급하게 만든 허름한 산채지만 두목의 방은 꽤 치장이 잘 되어있었다. 침대도 무슨 목적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넓었 다. 그러고 보니 여기 여자들도 많이 잡혀왔지? "......." "이봐 그 눈으로 노려보지 말라고. 당신, 색이 다를 뿐, 마왕 보디발의 눈동자와 똑같군." "그 보디발에 대해서 묻고 싶은게 있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산적두목을 쳐다보았다. 짧게 자른 단정한 갈색머리 칼에 꽤 고등교육을 받은 것 같은 지적인 분위기, 체격이나 근육의 발달 상태를 보건대 그다지 실전엔 강하진 않지만 이론과 정치에 강한 타입 같 았다. 벌써 내 말과 행동을 보고 머리 굴리고 있다는 느낌이 팍팍 나니 까. 어쨌거나 귀족 출신의 사람인 것 같았다. "쳇. 보디발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듯 말하는 군. 아무리 적국의 인간이 라지만 다짜고짜 보디발이라고 부르다니." "의형제거든."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산적두목의 눈썹이 치켜올 라갔다. "행여 농담이라도, 그따위 소린 하지 말라고. 자기 입장을 잘 알고 있을 텐데?!" "예를 들면?" "보고도 모르냐?!" "아 이 밧줄 말하는 거야?" 나는 로프를 잡고 훅 당겼다. 그러자 투두둑 하고 로프가 끊어졌다. 원래 는 다크레전으로 풀려고 했지만 이 정도는 다크레전을 쓸 것도 없지. 사 용횟수에 한계가 있는 소울리버를 쓸데없는 데 낭비하지 말자. "이! 이봐!" 두목은 깜짝 놀라서 문밖을 향해 그렇게 외쳤지만 나는 인피니티 백팩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시원하게 제로테이크를 꺼내서 그의 목에 겨누었다. "갑자기 조용한 대화를 하고 싶어지지 않아?"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그 산적 두목은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 작은 배낭에서 무슨 장검이 튀어나와?" "깜짝 마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씨익 웃었다. 뭐 디모나가 일부러 그랬는지 실수인지 모르겠지만, 아니 사실 실수일 가능성은 전혀 없겠지. 어쨌거나 그녀가 던져줬던 인피니티 백팩에는 제로테이크가 들어있었다. 도대체 무슨 속셈으로 이걸 나에게 돌려주는 거지? 설마 나아닌 다른 사 람은 제로테이크를 제대로 쓸 수 없는 건가? 아냐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 가 그녀에게 적의가 있는 건 그녀 자신이 더 잘 알텐데 왜 내게 무기를 주는 거지? 아무리 적의가 있어도 나는 결국 무섭지 않다는 건가? 하지만 그녀의 저의야 어쨌건 쓰라고 준건 써야지. "자 그럼 이야기나 좀 해볼까?"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그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뭘 원하는 거야?" "이야기. 보디발을 만나봤지? 어때? 그는. 뭐든지 좋으니까 세세하게 이 야기를 해봐. 왜 탈영해서 여기서 산적질을 하고 있는지 말야." "...이야기 하자면 긴데?" "길어도 좋으니까 이야기 해. 시간은 많잖아? 시간이 남아돌아서 산적질 이나 하고 있는 주제에." 나는 그렇게 말하고 끊어버린 로프 중 좀 긴 놈으로 그의 손을 묶었다. 그러자 그는 잠깐 용을 쓰더니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이 튼튼한 걸 어떻게 끊은 거야? 이 괴물 같으니. 난 또 썩은 로프인줄 알았잖아!" "나 괴물 맞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마침 탁자 위에 놓인 작은 나이프를 잡았다. 그리고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두 번 휘어서 둥그런 고리모양으로 만들었다. 그러 자 산적두목은 군말 없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일단 그의 이름은 로 버트 하인즈. 통칭은 로비라고 불리우는(이런 쓸데없는 이야긴 왜 하는 거야? 이름따위 관심 없다고! 내 인생을 스쳐지나갈 엑스트라 주제에!) 꽤 명망 높은 장군의 부관이었다.(이 말을 할 때의 이놈은 꽤나 자부심을 가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탈영병 주제에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는 모습이 아주 멍청해 보였다.) 그들은 제 2 차 증원으로 글리실 유역 입구라고 하는 알벤제 요새로 향한 것이다. 이 요새에는 강력한 연노(連弩), 쉽게 말하면 벨키서스 레인저의 리피팅 보우건을 대형화해서 요새 벽에 고정시켜 놓고 쓰고 있었었는데, 그 덕분에 라이오니아 왕국군은 대단히 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요새는 함락되지 않았어도, 사람들은 탈영하기 시작했다. 원래 애국심이 강한 에 스페란자 인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일단 한번의 전투가 끝나 고 사람들이 살아남으면 죄다 달아나 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그 한번의 전투라는 것도 무시무시할 정도로 길었다. 잠도 자지 못하고 72시간동안 계속 되는 전투, 그리고 견디다 못한 인간들의 탈영. 어쩌면 너무나 당연 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군법은 그것을 용서하지 않았다. 교전중의 탈영은 사형으 로 다스려지는 중죄. 더구나 그들의 공포가 전투를 겪지 못한 일반인들에 게까지 전해지면 제 아무리 투철한 애국심으로 무장한 에스페란자 왕국의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흔들리게 된다. 그것만은 막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 서 출정하는 도중에 그들은 탈영병들을 잡았다. 저항하는 자는 죽이고 그 렇지 않은 자들은 다시 전쟁터로 끌고 갔다. 로비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 고 생각했다. 아무리 탈영병이라 하더라도 일단 한번 살아남은 사람들은 귀중한 재원이 다. 전쟁을 생각하면 괜히 군법을 앞세우기 보단 사람들을 회유해서 다시 '재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탈영병들은 거부했다. "뭐, 나도 처음에는 애국군인이었으니까. 그들을 보고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쓰레기라고 생각했지. 살려두면 산적이 될테니까 다 처형했어." "그런데 결국 너도 그렇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놈을 바라보고 히죽 웃었다. 그러자 그놈이 나에게 투덜거렸다. "알았어. 그나저나 계속 이야기 하는데 목이 아프다. 담배 좀 펴도 될 까?" "...목이 아픈데 담배를 피냐?" "골초거든." "좋아. 담배는?" "내 웃옷 주머니에." "흥~그래?" 나는 그렇게 말하고 다크레전을 움직였다. 그러자 망토가 펄럭이며 날아 가 녀석의 웃옷 주머니로 들어가더니 작은 궐련갑을 꺼냈다. 괜히 손으로 꺼내려다 녀석의 수작에 걸리면 골치 아파진다. 나는 그중 하나를 꺼내서 녀석의 입에 물렸다. "우, 우와~ 뭐야 그건?" "용기사 중의 용기사, 스트라포트 경의 유품인 다크레전이다." "...노, 농담이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 담배를 물었다. 나는 담배를 손으로 잡아서 불을 붙 였다. "괴, 괴물이잖아? 너 마법사냐?"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하고 일단 그 이야기나 계속 해. 어떻게 되어서 탈 영한 거야?" "......." 로비는 담배맛을 음미하는지 얄밉게도 깊이 숨을 들이쉬더니 새하얀 담배 연기를 푸욱 뿜어내었다. 그는 그렇게 숨을 내뱉고 말했다. "뭐.... 알게 된 거지. 그 마왕 보디발은 정말 괴물이란 걸." 그는 다시 말을 해나갔다. 제 2 차 증원군은 알벤제 요새를 이어받고 다 시 쳐들어올 라이오니아 왕국군을 맞을 준비를 했다. 그동안 요새를 지키 던 병사들은 모두들 다 탈진으로 쓰러져 버렸고 대부분은 깨어나지 못하 고 죽었다. 심지어 그런 탈영병들이 속출하는 가운데도 훌륭히 성을 지켜 낸, 한 평생을 라이오니아와 창을 맞대고 살아온 노장 카를로스도 탈진으 로 쓰러져 죽어버렸을 정도였다. "카를로스 장군이 죽어버렸다는 건 정말 당황스러운 일이었지. 그것도, '우리는 요새를 지킨 게 아니라, 먹다 남겨진 것이오.' 라는 수수께끼의 유언을 남기고 말야." "......." 먹다 남겨져? 온지 불길한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 러자 그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날이 왔지. 마왕 보디발의 등장이. 처음에는 인간들의 부대가 돌격해 들어왔어. 우리는 모두들 그걸 무시하고 연노로 날려 버렸지." 로빈ㄴ 그때의 전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전쟁은 굉장히 치열했지만 연 노의 위력 때문에 요새는 쉽게 함락되지 않았다. 게다가 연노용 화살에는 소량의 은이나마 코팅시켜두기 때문에 라이칸스롭이나 언데드 몬스터들이 라도 쉽게 쓰러뜨릴수 있었다. 하지만 곧 인간들이 다 ㅈ  기 시작하자 보디발이 나선 것이다. "그것은, 정말 끔찍했지. 인간에겐 있을 수 없는 완전히 푸른 머리칼을 하고 나타난 남자는 정말, 멀리서 보아도 소름이 오싹 끼치더군. 그만큼 강렬한 힘을 외투처럼 몸에 휘감고 있었어." "뭐? 푸른 머리칼?" 보디발이 푸른 머리칼? 아 하긴 나도 머리털의 색이 바뀌었으니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군. 어쨌거나 나는 계속 그의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마왕 보디발은 날개를 펼쳤어. 푸른 빛의 날개, 너무나 거대 하고 아름다운 날개여서 나는 적이라는 사실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보고 감탄했지. 진짜 아름다운 날개였어. 하지만 보디발이 그걸로 홰를 한 번 친 순간, 우리는 죽음을 예감해야 했지." "?" "그 날개로부터 새하얀 빛의 입자들이 날리기 시작한 거야. 그래. 그것들 은 깃털이야. 그리고 그 깃털이 땅에 떨어지자, 끔찍하게도 꾸물꾸물 자 라나더니 인간의 형상이 되어갔어." 로비는 다 피워 버린 담배를 바닥에 내뱉고 계속 이야기 했다. "그래. 그것은 일단 천사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었어. 아무리 지상에서 꾸물꾸물 자라났다고 하더라도 새하얀 날개를 달고 있고, 아름다웠으니 까. 물론 싸우기 전에 본 감상으로 하는 말이지." "......." 허억. 그, 그런게 가능하단 말야? 보디발이 그렇게 강했나? 아니면 강해 진건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침을 꿀꺽 삼켰다. 세상에, 사실 나도 좀 강해져서 승산이 높아졌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면 오히려 차이는 더 벌어진 게 아닌가? "천사라고?" "그래. 헛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실이었어. 마왕 보디발은, 날개 로 천사를 만들어서 병력으로 쓰고 있었던 거야. 빛의 깃털을 뿌리자 천 사가 되다니! 우리들은 모두들 깜짝 놀라서 연노를 당기는 것마저 잊고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지. 그리고 곧 진짜 지옥이 시작된 거야." 로비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떨기 시작했다. 하긴 만약 그 천사들이 이전, 내가 수도원에서 보았던 놈들보다 더 강하다면 제아무리 정규군이라도 당 해낼 수가 없을 테지. "녀석들은 끝없이 공격해왔어. 공격, 공격, 또 공격, 미친 놈들! 죽음도 두려워 하지 않았어. 아무리 연노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놈들을 상대 로 쓰다보니 당연히 망가지고 못쓰게 되더군. 우리는 연노를 수리하면서 계속 싸웠지만 결국 패했어. 천사들은 그렇게 떨어진 인간을 마치 사자가 양을 뜯어먹듯 잡아먹더군." "......." 나는 그 장면을 상상하고 입을 다물었다. 인간들이 보는 앞에서 사람을 찢어발기고 뜯어먹는 천사들. 확실히 그것은 무서운 장면일테지. 게다가 설사 물리친다고 하더라도, 라파엘이 날개를 한번 펼치면 다시 태어나는 천사들을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까? 무한한 적들을 상대로는 전의도 용기 도 다 꺾일텐데. "72시간 동안 싸웠어. 계속 몰려드는 적들 때문에 서로서로 교대로 잠을 자면서, 계속 적을 공격했어. 식사? 몰라. 뭘 먹었는지 모르겠어. 어쩌면 주위에 떨어진 날고기를, 즉 인간을 잡아먹었을지도 모르지. 확신할수 없 지만 그래도 뭔가 먹고 살아남은 것 같아. 하여튼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런 것 치고는 정말 용케도 살아남았군. 게다가 산적질을 할 정도라니. 엄청난 사건이 있었던 것 치고는 마음의 상처가 별로 깊지 않은 모양이 다. "결국 72시간이 지났을 때. 모든 천사들이 갑자기 사라졌지. 그리고 그곳 에 남은 건 오직, 보디발 혼자뿐이었어. 그는 푸른빛이 나는 눈을 들어서 우리들을 바라보았지. '너희들은 남겨둔다. 과식은 건강에 좋지 않거든!' 이라고. 그는 그렇게 말하고 물러났다. 결과적으로 요새는 지켰지만 모두 들 직감적으로 느꼈지. 그 녀석은 이 요새로 계속 증원군이 오길 기다리 고 있어. 에스페란자 왕국의 인간들을 모두 거덜내기 위해서, 쳐들어오는 대신 우리가 직접 사람을 모아서 그곳으로 몰려가게. 차라리 가재나 물고 기를 잡는 거라면, 그렇게 몰려가진 않겠지. 이래저래 뿔뿔이 흩어지면 소탕하기가 힘드니까. 그러나 그놈은 의도적으로 숨통을 트여두고, 우리 들 같은 병력들이 모이길 기다려서 전멸전을 벌이고 있었어. 에스페란자 인들을 전멸시키기 위한 전멸전을 말야.... 진짜 미친 놈이고 진짜 마왕 이지! 그놈을 당해낼 수 있는 인간은 없어. 아무리 용공자, 아니 용왕자 펠릭스라고 하더라도 그런 괴물을 당해낼 수 있을까?" "으음. 그건 확실히 그럴 가능성이 크군." 보디발이 각성하게 된 계기는 결국, 레오나 공주의 배신과 죽음이니까. 뭐 그걸 떠나서 각성한 보디발, 아니 라파엘은 정말 최악의 성격을 가지 고 있었다. 같은 형제인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더러운 인품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 악취미한 전멸전을 벌이는 거겠지. "그래서 탈영했단 말야?" "... 도저히, 싸울 수가 없었어. 전투의 긴장이 풀어진 인간들은 다들 쓰 러졌고, 탈진으로 죽는 이들이 속출했어. 내 상관이던 몰드 장군도 그 무 모한 전투 끝에 탈진으로 죽었지. 두 번 다시 그 지옥같은 전장으로 가고 싶지 않아. 차라리 동족들의 손에 죽는 게 낫지. 어차피, 이 에스페란자 의 사람들은 모두들 죽을 테니까. 녀석은... 신이야."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입맛을 다셨다. 나는 담배를 한 대 더 물려주었다. "이노그에 이어서, 보디발인가? 신들도 꽤나 싸구려가 되었군. 염가 처분 인가?" "그런게 아냐. 너는 그 녀석을 못봤나보군." "...못봤다고 해두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복도쪽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가 허겁지겁 뛰어서 이 방으로 달려오고 있는 중 인 것이다. 나는 얼른 로비의 밧줄을 풀어주고 제로테이크는 칼집에 넣어 서 다시 배낭에 넣었다. 물론 로비에게 눈짓으로 엄포를 놓는 것은 잊지 않았다. 명색이 산적 두목인데 앞으로 처신은 잘하겠지? 이미 그는 내 실 력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만약 허튼 짓 하면 적어도 이 방에서 내 공격 을 피할 방법은 없다. 솔직히 이제는 산적 100명쯤 우스워 보인다. 왠지 이렇게 말하면 인간 같지 않지만 사실이다. 파이프 오르간을 던지고 지치 지 않는 데다가 고속으로 날아다니기까지 하면서 인간이라고 하면 말이 안돼지. 곧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헉! 허억, 으으으윽!" "무, 무슨 일이냐? 갑자기 달려와서 신음만 지르다니." "예, 크, 큰일입니다! 아, 아니 이놈은?" "됐어. 내가 풀어줬다." 로비는 그렇게 말하고 그놈을 내려다 보았다. "그것보다 큰일이라니 뭐야?" "아니 예. 실은 4차 증원군이 탈영병 처리를 위해서 이쪽으로 온다고 합 니다!" "뭐? 뭐라고?" 시종일관 침착함을 유지하던 로비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하긴 자기도 옛날의 탈영병들을 처형했는데, 이제 그 입장이 뒤바뀐 상태가 아 닌가? 확실히 감회가 남다르긴 할 것이다. 그러자 그는 당황하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으윽! 어쩌지?" "어쩌기는. 죽어라 달아나던가 항복해서 전장에 나가 죽거나 해야지." 나는 그렇게 간단하게 조언해 주었다. 이 이상, 정확한 조언이 있을 수는 없겠지. 그러나 로비는 한숨을 내쉬고 아직 채 에스페란자 왕국군의 휘장 도 지워지지 않은 갑옷을 걸치기 시작했다. "그게 가능하면 이러지 않지. 공포에 젖어버린 인간에게, 어차피 죽으니 까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다 죽으라는 것은, 이성적으론 가능하지만 실제로 가능하지 않아. 인간은 기계가 아니라고." "잘난척 하지마. 산적질 하면서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자신들의 인간 적 고뇌는 알아달라는 말을 하다니. 너무 뻔뻔한거 아냐?" "가급적 피해는 주지 않으려고 했어. 배가 고픈데 어쩌란 말이지?" "적어도 사람은 죽이지 말았어야지!" "자, 잘났다. 그럴 거면 산적짓도 하지 않는다고! 제길! 더 말걸지마! 갑 옷입는데 방해된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더 이상의 대화를 회피했다. 나도 왠지 답답해져서 창문의 문을 열어보았다. 그러자 차가운 바람과 함께 밖의 풍경이 달려들 었다. -휘이이이잉 네브라스 황무지의 황량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넓게 펼쳐진 눈 쌓인 황야를 보고 문득 생각나서 그에게 물어보았다. "근데 달아날 곳은 있냐?" "네브라스 황무지에서 더 달아날 곳이 어딨어?! 그리고 방금 전 까지 포 로이던 놈이 보스에게 시건방지게 굴지마!!" 그 전령이 그렇게 말했지만 로비는 손을 내저었다. "지금 보스에게 대한 예의같은거 신경 쓸 때가 아냐! 일단 전부 연락해!" "...바보냐? 차라리 항복하고, 죽더라도 보디발이랑 싸우다 죽는게 더 낫 지 않냐? 아무리 탈영병이래도 조국을 향해 이빨을 들이밀 필요는 없잖 아?" 이 녀석들 정말 이상하군, 이전에는 그렇게 애국심이 강했으면서 보디발 과 한번 싸우고 난 것만으로도 차라리 자국민끼리 서로 죽고 죽이더라도 보디발과는 싸우지 않으려고 하다니. 뭐 겁에 질렸다는 건 알겠지만. 선 택의 여지가 없지 않나? "그놈들이 시체를 뜯어먹는 꼴을 못봐서 그래. 그렇게 죽느니 차라리 검 에 찔려 죽는게 낫지. 어쨌거나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자고 했다. 더 이상 이야기 해봐야, 죽음의 방법을 달리 하는 것 뿐, 그렇다면 차라리 보디발과 싸우지 않는게 나아. 녀석은 인간을 죽이면서 즐기고 있어. 괜 히 녀석의 장난감이 되긴 싫다." "그래도 항복하지 그래. 어쨌거나 이대로 가면 라이오니아 왕국의 공세를 버티지 못해. 열심히 싸우다 보면 살수 있지도 않냐?" "그 전투 자체가 이미, 죽느니만 못하는 전투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갑옷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알았으면 꺼져! 우릴 도와주지도 않을 녀석 같은데." "내가 미쳤냐? 산적을 돕게? 그것보다도 내 활이랑 단검을 돌려받아야 겠 는데?" "그런건 몰라! 두목씩이나 되어서 그런거 신경쓸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 산채 밖으로 뛰어나갔다. 나도 그를 뒤따라 밖으로 나갔다. "우아아아아악!" -펑! 마악 산채를 나설 때 즈음, 강렬한 진동과 폭음이 몸을 덮쳤다. 나는 자 세를 제대로 잡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네브라스 황무지라고 불리 우는 척박한 평야지대라서 산채 주위에는 방책으로 보호받고 있었다. 그 런 방책들이 폭탄으로 단숨에 날아갔다. "포, 폭탄인가?!" "제기랄! 공안요원이다! 그, 그것도 이건?!" 망루 위에서 화살을 쏘던 산적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때 그런 그들의 망 루가 갑자기 폭발하면서 날아갔다. "크아아아아아악!" 대 폭발이 일어나면서 산적들이 나가 떨어졌다. 그리고 곧 폭발의 먼지와 불꽃을 뚫고 한 놈이 나타났다. 기이하게 몸이 긴, 9등신 조금 넘어설 정 도의 길쭉한 녀석이었다. 그녀석은 나타나자마자 광소를 질러대었다. "이야호! 난 폭탄이 좋아! 하하하하하하하!" 검은 슈트 정장, 목에는 나비넥타이, 악취미한 둥근테의 검은 안경. 누가 봐도 저놈은 공안요원이었다. 젠장. 저놈들, 이제는 전쟁에도 직접 나서 나? "우리 임무는 정찰이었습니다만." "상관없어! 전장을 이탈한 겁쟁이들! 매국노야! 애국자인 내가 다 죽여주 지! 크하하하하! 조국의 미래를 위한 반석이 되지 못하는 놈들은 다 죽여 서 사료로 만들테다! 비료로 만들테다!" 불꽃을 뚫고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역시 검은 옷의 사람들, 그것도 구면인 백인남자, 흑인남자, 하프엘프의 여자가 있었다. "미, 미친! 공안국 처형과, 익스큐터즈(Executers)가 움직였다!" "뭐?!" "미, 미친!" 나는 어이가 없어서 산적들을 바라보았다. 공안요원들이 나타난게 놀라워 서가 아니라 그걸 보고 단숨에 소속까지 알아채는 사람들이 놀라워서였 다. 아무리 이 산적들이 정규군이었다지만 어째서 공안국의 분과까지 다 알고 있냐? 저놈들 정보요원들이 아니었나?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이 녀석 들이 기밀유지와는 멀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 되면 무슨 홍보과라도 설 치한 게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세상에 보고 모르는 녀석이 없잖아? "오우! 소년! 보았던 얼굴! 여기엔 어째서?" 흑인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그러나 그 옆의 백인남자는 굉장히 화가난 듯 나를 노려보고 욕지거리부터 하기 시작했다. "이녀석! 네놈 때문에 우리는 처형과로 강제 차출되었단 말야!" "미안하군. 강제차출하는 놈들이나 오는 과라서." 맨 처음, 폭염을 뚫고 나온 기괴한 9등신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다 이너마이트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간다! 극렬 우익 봄버!" "엥?" 저놈 지금 뭐라고 외친 거야? 나는 황당해서 그를 바라보았지만 폭탄이 날아온다! "칫!" 나는 제로테이크를 뽑고 폭탄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쉬이익! 나는 다이너마이트들을 베고 앞으로 달려갔다. 내가 달리는 코스에 걸린 다이너마이트들은 전부 심지와 뇌관을 완벽히 절단했다. 그러나 내가 처 리할 수 없는 방향으로 날아간 폭탄들은 그대로 터져서 산적이고 민간인 이고 가리지 않고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이녀석들! 설치지 마!" "우흐흐흐흐흣!" "......." "대! 대단하다!" 뒤에서 산적들이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 앞의 폭탄마(爆彈魔)는 히 죽 웃었다. "오호! 재미있군! 애국 슬래쉬!" "이런 제길! 이름 짓는 센스하고는!" 나는 폭탄마의 손에서 탄성소재로 만들어진 뭔가가 튀어나오는 걸 보고 제로테이크를 휘둘렀다. -챙! 역시... 사슬검이다. 내가 검으로 내려쳤지만 사슬검은 휘릭 감기면서 오 히려 검을 타넘고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사슬검은 검만 써서 싸우는 방 법으로는 상대하기 힘든 무기다. 그러나 나는 내려쳤던 제로테이프를 직 각으로 틀어서 휙 휘둘렀다. -스칵! 내 머리통을 향해 날아들던 사슬검이 잘려나가며 마치 활로 쏘아낸 화살 처럼 옆으로 휙 날아갔다. "으에에에엑! 이, 이럴수가! 애국애족검이 잘리다니!" "그렇게 아까우면 너도 함께 잘리지 그래? 썰어줄 용의는 충분히 있는 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그 폭마의 슈트 앞섬이 잘라지고 속살이 드러나 보였다. 남자 속살은 절대로 볼 가치가 없지만. 어쨌거나 살갗도 베지 못하다니, 확실히 다른 놈들과 차원이 달랐다. "카이레스! 네놈! 탈영병들을 유혹해서 무슨 짓을 하려고 했냐!" 꽤 여러 번 보아서 눈에 익은 백인 남자가 그렇게 외치며 달려들었다. 나 는 대답대신 제로테이크를 휘둘렀다. "그냥 우연히 들렀을 뿐이야! 그리고 그 많은 단어 중에 하필이면 유혹이 뭐냐!?" "보디발의 의형제가 에스페란자에 그냥 우연히 들러?! 웃기지 마!" -챙! 녀석이 이렇게 약했나? 나는 연속적으로 들어오는 녀석의 공격을 흘려내 면서 검극을 한 포인트에 고정하고 검신을 놀리며 원을 그렸다. 원래 레 이피어는 빠르고 날렵하기 때문에 장검으로 레이피어를 상대하려면 무기 파괴를 거는 게 가장 좋다. 그런데 무기파괴를 걸 것도 없이 전부 방어되 다니. 수준 차가 이만저만 나는 게 아니다. "이, 이게 어찌된 거야?" 과연 그 남자도 자신의 실력이 나보다 훨씬 못 미친다는 걸 알아채고 깜 짝 놀랐다. 이전에도 내가 우위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어마어마한 차이가 나진 않았다. 성장기의 소년도 아닌데 실력이 몇 달 사이에 이렇게 부쩍 늘어버리자 "물론. 실력차이지! 자식아! 날아가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제로테이크를 밑으로 내렸다, 그리고 위로 섬광처럼 쳐올리자 공안요원의 레이피어가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마! 말도 안돼! 공안요원을 무장해제 시켰다?!" "뻗어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질풍처럼 달려가 세손가락만 남은 왼손을 앞으로 뻗 어서 그 백인 대원의 몸통을 관통했다. 손가락 세 개로 생살을 뚫고 근육 을 찢고 뼈를 부쉈다. -우드드득! "크아아아아악!" 나는 손을 녀석의 몸에 꽂은 뒤 번쩍 들었다가 돌팔매를 하듯 내던졌다. "우아아아아악!" "아무리 불사신이래도 아픈건 아프겠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공안요원들을 바라보며 씨익 웃어주었다. 그러자 그 들은 모두들 당황해서 두목인 듯한 폭탄마를 바라보았다. "...강하군, 그래. 역시 마왕의 형제. 자 정찰활동은 이만! 돌아가자!" 그는 그렇게 말하고 손을 치켜들었다. "그럼 애국의 불꽃~ 파이어!" "하지마!" 내가 그렇게 외쳤지만 펑 하고 폭발이 일어나면서 파편들이 날리기 시작 했다. 나는 즉시 바위 뒤로 엎드려서 몸을 숨겼다가 폭풍이 다 사라진걸 확인하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물론 녀석들은 벌써 모습을 감춰버린 뒤였 다. 황무지라곤 해도 녀석들은 몸을 감추는 재주가 대단히 뛰어난 것 같 았다. 그런 검은 양복을 입고 다니면서 괜히 안 들키는 게 아니었다. "뭐, 뭐야? 저녀석들?" "고, 공안요원 익스큐터즈, 속칭 처형과...." 로비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를 노려보고 말했다. "어쨌건 폭탄광 녀석에게서 몸을 구해줬지만, 항복해라! 알겠지? 내 활과 단검 가져와! 이 자식들아!" 그러자 산적들 중에 두 놈이 쭈볏거리며 나와서 내 활과 단검을 가져왔 다. "여기 있습니다...." "쯧!" 나는 그들에게서 무기를 돌려받고 몸을 털었다. "그럼 가지. 민간인들은 다들 놓아주고 전쟁터로 나가라! 알겠냐?" 나는 그렇게 말하고 산채를 뒤로 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어쨌건 이녀석 들. 산적이긴 하지만 불쌍한 놈들이군, 아니 에스페란자의 모두가 불쌍하 다.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를, 그것도 그들을 전멸시키려는 의지로 불 타오르는 이를 적으로 두고 싸우고 있다니. 이 산적들도, 결국 죽기 위해 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 라파엘은 인간의 손에 의해 죽지 않으니까. '결국 내가 나서야 하나.... 마왕 보디발? 하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그를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확신이 있건 없건 간에 싸워야 한다. 이들은 죽 으리라는 확신이 서있는데도, 싸움을 강요받고 있으니까. 내가 우물쭈물 하는 사이에 더 많은 인간들이 삭풍의 라파엘에게 죽게 될텐데 어떻게 할 것인가? "쳇. 아 정보는 고마웠어! 다들 잘 죽어라." 나는 그렇게 말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을 들었다. 강한 바람이 불어 와 꽤 자란 머리칼을 흩날려주었다. 후, 이렇게 생각하니까 나도 참 멋진 데 말야. 그런데... 잊어먹은 게 하나 있군. 제길. 나는 걸어가다가 멈춰 섰다. "...식량이 있으면 좀 얻어가자." < 계 속 > -------------------------------------------------------------------- 에구구구구..... 속 안 좋아. 감기 걸렸나 봅니다. 그리고 지금 왼팔이 어깨높이 이상 안올라가고 힘이 안들어가네요. 휴우..... *********************************************************************** 당연히 카이레스의 날개는 홰쳐서 나는게 아닙니다. 프로펠러기 자체회전도 절대 시속 734킬로를 못 넘는데 홰를 쳐서 날기엔 무리가 있죠. 게다가 솔라 는 우주도 날아야 하기 때문에 관성제어, 인력제어는 필수입니다. 아 그리고 인피니티 백팩은 생명체를 담지 못하고 넣으려는 의지가 없으면 뚫립니다. 물건을 넣으려는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인간을 찌르려고 하면 칼이 그냥 관 통하죠. 즉 방패로도 못씁니다. 그리고 넣는데 제한이 없지는 않습니다. 보 통의 백 오브 홀딩이 10000CN 즉 1000파운드 정도 들어가는 것의 10배인 1만 파운드가 들어가서 그렇지(약 4.5톤) 인피니티 백팩의 가장 멋진 점은 그것 보다는 물건 넣고 빼내는데 편하다는 겁니다. 아 나도 저런거 하나 있으면 좋겠네. 아무렇게나 집어넣어도 다 정리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