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빠요! 바빠! 바쁘단 말야! 힘들어! 쿨럭!;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8 화 : 희생에 대한 찬탄#6 ------------------------------------------------------------------------ 팔마력 1548년 10월 20일 어느정도 라이오니아 왕성에 가까워 지자 나는 말에서 뛰어내리고 레이퍼 의 엉덩이를 쳐줬다. "자 레이퍼! 그만 돌아가라! 그동안 신세 많이 졌다." "히이잉." "원래 회자 정리라고 그랬다. 만나면 헤어지는게 세상의 이치. 이별을 슬 퍼할...." 하지만 벌써 레이퍼는 멀리 달려가고 있는 중이었다. 저놈 참 오래살 상 이야. 나는 레이퍼가 사라지는 걸 보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도 비는 지긋지긋하게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구름 너머에서 해가 지는지 확실히 이전보다 더 어두워 지고 있는게 느껴진다. 이건 하늘의 가호로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쉐도우 아머로 몸을 숨긴 뒤 다리를 향해 달려갔다. 비 가 많이와서 수량이 늘은 탓일까? 평소에는 잔잔하던 강이 완전 흙탕물로 범벅이 되어서 흘러내려가고 있었다. 강은 무시무시한 비명을 지른다. 아 무래도 이걸 헤엄쳐 건넌다는 건 무리다. "역시." 다리는 병사들로 가득히 메워져 있었다. 그들은 빗물을 맞으면서도 화톳 불을 밝히고 루델 후작령의 입구 등을 막고 있었다. 이리드 강의 하구는 폭이 넓기 때문에 그 강을 건널 수 있는 다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아니 루델 후작령과 라이언즈 캐슬을 연결하는 이 다리가 전부이지 나머지는 죄다 나룻배로 건널 수밖에 없는 곳이다. 만약 인피니티 로프와 윈드워커 부츠가 있다면 한번 도강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그 런게 없다. 그렇다고 여기부터 다리의 경비병을 쓰러뜨리고 들어가면 라 이오니아 왕성, 라이언즈 캐슬 전체에 싸움을 거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것은 무모하기 짝이 없는 짓. 승산이 보이지 않는 짓을 할만큼 이 일이 가벼운 게 아니다. 메이파의 목숨이 걸린 이상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인 것이다. "칫." 나는 일단 강둑을 따라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원래 다리밑은 거지나 빈 민들이 판자로 집을 짓고 살기 마련인데 수위가 올라와서 그런지 그것도 다들 떠내려가버렸다. 게다가 병사들은 수시로 다리 밑도 순찰을 돌고 있 었다. "이것도 도둑질이랑 비슷하군." 나는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빗속을 달렸다. 쉐도우 아머를 뒤집어 써서 그런지 사람들에게는 그림자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화톳불 을 밝힌다 하더라도 대낯처럼 밝아지는게 아니니까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는 쉽게 다리 밑에 다가갈수 있었다. 위에서는 병사들이 투덜거리는 소 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이게 뭔 일이야? 갑자기 비상이 걸리고." "낸들 알아? 팔마놈들이 걸어달라고 했나보지." "젠장. 우리나라가 팔마제국 속국인것도 아닌데 해달라고 다해주다니 미 친거 아냐?" "어쩌겠냐. 종교가 그런걸 빌어먹을. 에이. 닥치고 있자. 얼마 안가면 교 대다." "그러게." 나는 병사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조심스럽게 다리의 옆을 잡고 매달 린 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번 움직일 때마다 힘은 꽤 드는데 정말 감 질맛 나는 이동속력이다. 팔을 한번 떼면 가슴 폭 정도밖에 못 움직이니 당연하지. 윈드워커의 부츠가 있으면 바닥에 발을 대고 걸어가기라도 하 지. 에휴. 그런 생각은 하지 말자. -콰아아아아아.... 발 밑에서는 또 폭포 뺨치는 물소리가 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제지 없이 다리를 건너는데 성공했다. 병사들은 위아래로 열심히 순찰을 돌기는 하지만 다리 밑은 조사하려고 들지도 않았고 내가 어둠에 동화되 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설사 본다고 해도 쉽게 알아차릴 수 없을 것이다. 일단 루델 후작령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건넜으니 여기에서 라이언즈 캐슬 로 넘어가는 다리만 건너면 만사오케이다. 일단 다리를 건너면 그다음은 문댄서가 알려준 비밀통로로 들어가서 바로 라이언즈 캐슬 시내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쿠르르르르릉.... 그러나 내 낙천적인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라이언즈 캐슬의 위에서 불 길한 뇌운이 깔리는 것이 보였다. 보디발 왕자를 캐스윈드가 어느 정도 두들겨 놨는지 모르겠지만 많이 두들겨 놔서 정신을 못차렸으면 좋겠는 데... 뭐 펠리시아 공주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 그런게 얼마나 헛된 기대 인가 알 수있지만. 쳇. 응? 나는 강을 따라서 뭔가가 떠내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꽤 많은 나무들, 아 마 어디 재재소라도 무너진 것 같았다. 원래 재재소라는 것은 물가에 있 기 마련이니까 폭풍이 오면 이런 일도 종종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마치 나보고 건너가라는 것 같군. "좋아 해볼까?" 나는 격류로 떠내려오는 통나무로 도약해서 올라탔다. 당연히 물위니까 통나무가 흔들리지만 나는 그 나무에서 다음나무로 건너뛰는 방법으로 계 속 건너뛰었다. 나는 그렇게 건너뛰다가 나무가 다 하는 시점에서 다리쪽 으로 뛰어올라서 난간을 잡고 이동했다. 완전 곡예지만 원래 급류에 익숙 한 지라 쉽게 넘을 수 있었다. -컹컹! 하지만 내가 쉽게 넘으면 뭐하냐. 개가 있는데. "앗 왜 짖는 거지?" "침입자다!" 병사들은 개가 짖자마자 호루라기를 불었다. 뭔가 수상한 게 있으면 조사 하러 직접 오는 게 아니라 일단 비상을 걸고 보다니 완전 비상체계로군. 옛날 이야기 등에서 보면 꼭 이런 짓 하면 한 놈이 뽈뽈뽈 어리석게 걸어 와서 히어로의 손짓 한방에 드러눕게 마련이지만 그런 이야기가 돌고 있 다는 것은 경비체계도 발전한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다리 밑으 로 기어들어갔다. 다리 밑의 돌틈에 손가락을 끼우고 악력만으로 다리 밑 에 달라붙어있는 것이다. 옛날보다 내가 힘이 많이 늘었지만 아무리 그래 도 무리한 자세라서 얼마 오래 할 수 없다. 그런데 그때 경비병들의 목소 리가 들려왔다. "제길! 왠 개람." "하여튼 어떤 놈이 암캐를 풀어둔 거야?" 무? 무슨 일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다리밑에 매달려있었다. 그순간 갑자기 다리 위에서 퍽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싸운다기 보단 마치 이 불이라도 털고 있는 것 같은 소리였다. 일방적인 구타랄까? "카이레스 윈드워커씨?" "문댄서?!" 나는 다리를 따라서 걸어오는 문댄서를 보고 기가 막혀서 그를 바라보았 다.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깃털달린 모자, 버터플라이 마스크 (Butterfly Mask), 잘 빼입은 정장을 걸친 변태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물론 저렇게 하고 무도회에 나가면 누가 뭐라고 하겠냐마는 궁중예복 입 고 전장에 나오는 사람이 없듯 의복은 그때그때 어울리는게 있는 법이다. 루피네저드 문댄서는 왜 저런 화려한 복장을 하고 있는거지? 루피네저드 는 마치 거미처럼 가볍게 다리에 달라붙어서 나에게 다가왔다. 한손으로 는 여전히 잘 다듬어진 콧수염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저러다 수염 닳 겠다. "위의 녀석들은 처리했습니다. 가죠." "고, 고맙기는 한데 이용하는 놈들이 너무 많아서 믿을수가...." "이런. 저를 못믿으시다니. 저는 언제나 사랑과 우정과 용기의 수호자로 서 이런 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아니면 청구서를 발행할까요? 그러면 신 뢰할 수 있겠죠?" "...." 그건 또 싫은데. 어쨌거나 보내주는 호의를 사양할 만큼 내 상태가 좋은 것도 아니니까. 나는 다리 위로 올라섰다. 비상이 걸려서 꽤 많은 병사들 이 이곳으로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루피네저드는 나를 보고 묘하게 웃었 다. "자 그러면...달리기 빠르십니까?" "꽤." "그거 좋군요. 갑시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정말 빠르게 달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얼른 그의 뒤 를 따라 달렸다. 병사들이 뒤에서 머라고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루피 네저드는 꿋꿋하게 달려서 비밀통로의 입구로 나를 안내했다. 역시 이전 에 내가 이용했었던 비밀통로다. 내가 그안으로 뛰어들어가자 문 댄서는 비밀통로의 입구를 폐쇄하고 나에게 말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아무래도 보디발왕자나 팔마교단 이 당신을 노리고 있는 것 같은데 이이상 관여하면 미운털이 박히거든요. 그 경우는 적어도 이 라이오니아에서 문 스트라이더스를 철수해야 하니까 요." "문 스트라이더스?" "저희 길드입니다." 루피네저드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인사를 했다. "그럼 전 이만." "아 고마워요. 돈한푼 안생기는데 이렇게 도와주다니." "뭘요. 이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수염을 쓰다듬더니 그림자 속으로 몸을 숨겼다. 나는 비밀통로에서 사라져 버린 그를 바라보곤 한동안 멍하니 서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이럴 때가 아니지. 젠장. 가야겠다." 지금 이순간에도 메이파의 목이 떨어졌을지 붙어있을지 모른단 말야. 나 는 그렇게 생각하고 비밀통로의 앞을 달려나갔다. 그러자 역시 전에 들어 갔던 라이언즈 캐슬 외곽부의 하수도로 나왔다. 이 비밀통로는 겉으로 보 기엔 쥐한마리 지나기 힘들 것 같은 하수도지만 실제로는 환상주문으로 위를 덮어놓았을 뿐이고 사람하나가 지나가기에 충분한 터널인 것이다. "으음. 이런게 있는 걸 보디발 왕자가 모르지는 않을텐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왕성을 바라보았다. 왕성의 하늘 위에는 여전히 뇌운이 깔려있었다. 이따금 섬광이 비칠뿐 비가 쏟아지거나 그런 일은 없 었다. 보디발 왕자의 영향인 걸까? 정상적인 날씨라고는 할 수 없었다. "으음." 불길한 예감이 손가락 끝에서부터 혈관을 타고 팔로 치밀어 오른다. 마치 얼음장같이 차가워서 스스로 놀랄 정도였다. 나는 쉐도우 아머로 몸을 가 리고 수로 위를 기어올라와 거리에 섰다. 한 나라의 수도라고 하기엔 거 리는 너무 한산했다. 비록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무거운 공기가 숨통을 조여온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있었다. 아니 비단 사람만이 아닐 것이다. 쥐새끼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곳 저곳 순찰 을 돌고 있는 병사들이 느껴진다. "젠장. 저 구름은 아무리 봐도 마음에 걸려. 그렇지 않나?" "누가 아니래. 요새는 통 맑은 하늘을 못본 것 같아. 바람도 살을 에듯 차고 말야." 병사 두명이 순찰을 돌며 잡담을 하고 있는게 들렸다. 나는 골목의 그림 자에 숨어서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병사들은 작은 랜턴을 나무막대 기에 끼워서 들고 다니면서 여기저기 그늘을 비춰보고 있었다. '이런 젠장.' 나는 얼른 좁은 골목의 벽을 양팔로 밀고 위로 기어올라갔다. 내가 있던 자리로 랜턴빛이 아슬아슬하게 스쳐지나갔다. "세상에. 완전히 죽은 도시 같애." "사람들도 다들 얼어서 말야. 음. 이그 그만 떠들자. 순찰중에 떠들면 범 죄자들이 듣고 숨을 거 아냐?" "그렇지?" 이미 숨었다 임마.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도로 내려왔 다. 으음 일단 병사들도 별로 보디발 왕자, 아니 왕을 탐탁지 않게 여기 나 보군. 하긴 저런 구름이 깔려있는데 맘에 들어하면 그게 이상한 인간 이겠지만. 어쨌거나 메이파를 구하는데 전념하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앞으로 달려갔다. 이따금 순찰자들이 돌았지만 그때마다 골목으로 피하고 어둠에서 어둠으로 움직이자 아무도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컹컹컹! 난 개가 싫어. 싫다고. 아무리 숨어도 냄새는 어쩔 수 없으니까. 잘깔린 보도블럭위로 사람과 개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런 제길!" 나는 잘 깔린 대로를 질주해오는 개들과 그 뒤에서 달려오는 사람들을 보 았다. 병사들이 아니라 전부 팔마의 문장을 수놓은 의복을 입고 있었다. 팔마 교단 교도대임에 틀림없다. 팔마 성기사단보단 못하지만 그래도 상 당한 권세를 누리고 있는, '권력을 쥔 깡패'의 다른 이름이다. 그들은 두 꺼운 곤봉, 메이스, 창등을 들고 나에게 달려왔다. "네놈은 누구냐?!" "금족령이 내렸을 텐데?!" "아 그래?" 나는 그렇게 반문하고 달려드는 개를 살펴보았다. 늑대인지 개인지 분간 가지 않을 정도로 크다. 게다가 적의로 눈을 뒤집고 입에 거품을 물고 있 었다. "죽여! 돌아 다니는 놈은 다 죽이라는 상부의 지시다!" "카앗!" 그순간 개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가볍게 몸을 틀어서 목덜미를 물 려고 덤비는 개를 피하고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으적하는 소리와 함께 흉골이 부러지며 개가 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그때 다른 한 마리가 내 다리를 물었다. -퍼억! 그러나 그순간 머리부터 터져나갔다. 쉐도우 아머의 이빨이 오히려 개의 머리를 물어버린 것이다. 그러자 다른 개들이 흠칫 놀라서 물러났다. 특 별교도대도 무기를 들고 달려오다가 그걸 보곤 멈칫했다. "역시. 이놈이다." "이놈이 로그마스터?!" 그순간 교도대들의 사이로 묘한 살기가 퍼져나갔다. 개들도 갑자기 으르 렁 거리며 동료가 죽은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전의를 불태웠다. 뭐냐? 이 분위기는? "죽여!" "주님의 뜻이다!" 그순간 개들이 달려들었다. 나는 휴렐바드의 방패로 전기의 구를 쳤다. 달려들던 개들은 다 전기에 감전되었지만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뇌구 (雷球)를 뚫고 들어온다. 하지만 나는 렉스가 건네준 장검을 뽑아든 뒤 다. "풍경(風勁)!" 손에 뭔가 걸리는 느낌이 나나 싶더니 개들이 다 횡으로 머리가 베여 쓰 러졌다. 하지만 그때 교도대의 2차 공격이 들어왔다. 그들 역시 라이트닝 스피어(Lightning Sphere)를 무시하고 공격해왔다. 이거 보통 아픈게 아 닐텐데, 아무런 주저없이 뚫고 들어오는 군. 광신도인가? "죽엇! 배교자!" "칫!" 나는 창을 피해서 뒤로 물러났다. 교도대는 감전을 당하면서도 달려든다. 하지만 나는 검을 세워서 창을 막은 뒤 칼을 부드럽게 뒤집었다. 그것만 으로도 창은 방향을 잃고 밑으로 떨어져 달려드는 다른 교도대들의 창검 을 눌렀다. 적의 힘을 빌려서 적을 막는 달까? "네놈들 상대할 시간이 없다!" 나는 바닥으로 창을 내리치고 그 위를 밟은 뒤 덤블링으로 놈들을 뛰어넘 었다. 윈드워커의 부츠가 없어도 사람하나쯤 충분히 넘을수 있다. 나는 그렇게 적들을 넘고 앞으로 달리며 칼을 도로 칼집에 집어넣었다. 사람을 죽이기 싫다는 게 아니라 여기서 녀석들이랑 토닥거릴 여유가 없는 것 뿐 이다. 팔마라면 이제 지긋지긋하다. "서라!" "죽여! 비상이다!" 적들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호각을 불면서 쫓아오기 시작했다. 이거 는 마치 도시 전체가 나를 쫓는 것 같은 느낌이다. "젠장!" 나는 달려가다가 멈춰섰다. 성당거리라고 불리는 7번가, 그곳의 입구에는 바리케이트가 쳐져있고 열명도 넘어보이는 교도대가 기다리고 있는게 아 닌가? "뭐냐. 시가전이라도 벌일 셈이냐?" 나는 멈춰서서 그렇게 그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들중 리더인 것 같 은 놈이 나서서 대꾸했다. "아니, 네놈을 죽이는 학살로 끝날...." -퍽! 나는 녀석이 말하는 틈을 타서 우릴의 단검을 던져 녀석의 목젖을 꿰뚫었 다. 그러자 녀석은 불신의 표정을 지으면서 앞으로 쓰러졌다. 워낙 빨리 일어난 일이라서 그런지 다른 녀석은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좋아! 간다!" 나는 앞으로 달리면서 녀석의 시체를 들쳐업었다. 과연 거리 양옆의 건물 들에는 궁사들이 숨어있다가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는 이 인간의 시체를 방패로 바리케이트를 넘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화살들이 날아와서 인간의 몸에 꽂히는 느낌이 묵직하다. 쉐도우 아머가 비마법 무기를 막아 주긴 하지만 재수없을 경우 뚫리는 수도 있다. 마음 놓고 맞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잡아!" "뭔놈의 발이 저렇게 빠르지!?" 녀석들은 바리케이트를 순식간에 돌파해버린 나를 보곤 기겁해서 달려오 기 시작했다. 나는 들고 있던 놈의 목에서 나이프를 뽑고는 벽쪽으로 달 라붙었다. 기름으로 불을 밝힌 가로등이 어두운 거리를 밝히고 있었다. 나는 그 가로등을 달리던 가속을 받아서 회전한 뒤 뒤에서 추격해오는 놈 들에게 시체를 던졌다. "이익!" 녀석들은 물론 시체에 들이받는 바보짓은 하지 않았다. 내가 아무리 힘이 세졌다고 해도 인간을 공깃돌 던지듯 할 수는 없으니까. -피피핑 하지만 그때를 노리고 또 화살이 날아들었다. 나는 앞으로 달려갈 듯 몸 을 앞으로 숙였다가 뒤로 구르면서 그 공격들을 피했다. 돌바닥에 화살들 이 떨어져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이얏!" 마악 구르고 일어나는 나를 향해 교도대의 일원이 새하얀 옷을 휘날리며 달려와 보병용 프레일을 휘둘렀다. -터억! "헉!" 나는 프레일은 손으로 잡고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교도대원을 바라 보았다. 나도 나이가 많은건 아니지만 아직 어려보이는 소년이었다. "쳇!" 나는 녀석의 손에서 프레일을 나꿔챘다. 물론 그 소년은 힘으로 반항했지 만 나는 발길질로 녀석의 팔꿈치를 차서 분질러 버렸다. 그리고 앞쪽으로 달려갔다. "이런 쓸모없는 놈들! 발을 막아!" "예!" 그 순간 이번엔 건물 위에서 커다란 그물이 확 펼쳐지는 게 보였다. 이 인간들이 나를 물고기로 아나? 나는 쉐도우 스파이럴을 써서 그물들을 갈 갈이 찢어버리고 달렸다. 화살들이 몇발 몸에 맞았지만 쉐도우 아머의 힘 때문에 튕겨나갔다. 지금으로선 디모나에게 빌리고 있는 것이니 그녀에게 감사라도 해야 하나? 나는 그런 악의에 찬 생각을 하고 앞으로 달려가 길 을 따라 달려오는 기병을 보았다. 팔마의 신성기사단이군. "귀찮군! 이거나 받아라!" 나는 말의 다리를 향해 프레일을 볼라처럼 집어던지고 동시에 앞으로 굴 렀다. 아무리 대단한 마갑이라고 하더라도 말의 다리를 보호할 수는 없겠 지. -히이잉 "이런!" 과연 말이 앞으로 무릎을 꺾고 쓰러졌다. 나는 그순간 지면을 박차고 뛰 어 오르며 검을 뽑았다. -스칵! 역시 마법이 걸려있는 샤프니스 소드(Sharpness Sword). 나는 그 기사와 엇갈려 지나가면서 단숨에 기사의 갑주와 허리를 갈라버렸다. "지금이다!" "죽여!" 창검을 든 교도대원들이 공중에 도약한 나를 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착지 점에서 아예 창을 세운 놈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검으로 아래를 찌르듯 하면서 원을 그렸다. -키킥! 나는 일단 검으로 창의 예봉을 꺾어 누른 뒤 그들 사이로 안전하게 내려 섰다. "비키지 않으면 다 죽인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왼손을 딱 튀겼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쉐도우 아머 가 발동해서 내 주위의 인간들을 찢어발겼다. 뜨거운 피가 후드득, 마치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인간의 몸에 피가 이렇게 많았나 싶을 정도로.... "큭, 우습군. 우리가 죽음을 두려워 할 것 같은가?" "목숨을 버릴만큼 가치 있는 명령인 건 아닐텐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정단의 자세를 취한채 휴렐바드의 방패로 다시금 라 이트닝 스피어를 쳤다. 이놈들은 광신도라서 이 정도로 쓰러지지 않는 것 같지만 라이트닝 스피어를 관통하는 순간 적들의 속력이 느려진다. 그것 만으로도 쓸만하다. -바지지직. "자 그럼...." 나는 다시금 성당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교도대원들이 나를 가 로막았다. "죽어랏!" 네명이 스크럼을 짠 채로 동시합격을 걸어온다. 이놈들은 합동공격을 많 이 연습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검을 세우고 칼날에 뭐가 닿는 순간 옆으로 밀치며 비껴지나갔다. 옆의 다른 놈이 낮게 검을 휘둘렀지만 나는 슬라이딩으로 빠져나갔다. 지금 녀석들을 싸워 이기는게 전부가 아니다. 나의 최우선 목표는 메이파의 구출이다. -퍼억. 쳇. 한 대 맞았군. 뭐 이 많은 인간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면서 안 맞길 바라는 것도 사치지. 나는 이를 악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화살의 비 가 내린다. "쉐도우 디펜더엇!" 나는 그렇게 외치고 팔로 몸을 가렸다. 휴렐바드의 방패와 쉐도우 디펜더 가 화살들을 튕겨 내었다. "우리는 그냥 있는 줄 아냐!" "하아!" 또 한놈들이 검을 들고 나에게 달려와 몸통을 향해 찔렀다. 나는 그놈을 뛰어넘으며 무릎으로 찍어 부쉈다. 그리고 녀석의 머리를 손으로 찍고 뛰 어넘었다. "로그마스터!" 나는 교회의 문까지 달려 갔다. 교도대원들이 길을 막아섰지만 나는 몸통 박치기로 한놈을 들어서 내던지고 다른 놈은 샅을 움켜쥐고 든채 달렸다. 같은 교도의 창검에 당해서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간이 죽어버렸다. "에이! 귀찮다! 비켜!" 나는 7번가를 계속 달려나갔다. 그러자 곧 밤의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거대한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이전 왕성에서 머물었을 때 야경을 살펴보 았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절대로 공짜로 세워질리 없는 거대한 건축물, 신을 찬양하기 위해 인간의 피와 땀을 모아 세워진 건물. 신에게 제물을 바치는 장소, 신을 대신한 인간에게 재물을 바치는 장소. 그리고 신의 이 름으로 지상의 권력을 약탈하는 장소. 어느 쪽이건 간에 웅장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사실이다. 공포와 외경을 부르지 못하면 신앙이건 권력이건 소 용이 없으니까. 대리석과 화강암을 섞어서 만든 거대한 성당은 아름다운 추태(?)를 성벽외부에 새겨놓고 있었다. 사람의 키 세배를 가볍게 넘기는 성당의 문은 굳게 닫혀있고 앞에는 성당기사단들이 잔뜩 문의 크기를 보 건데 인간보단 오우거에게 더 어울리는 건물이다. 아무리 아름답게 치장 했어도 그것만은 확실하다. "개자식들. 비켜!" 나는 성당의 앞을 막아서고 있는 놈들을 노려보고 쉐도우 아머 어그레시 브를 걸고 달려들었다. 놈들은 창검을 들고 막으려 했지만 손톱을 들고 휘두르자 짝 하는 소리와 함께 깨끗하게 인간들이 두 동강 났다. 어찌나 예리하게 쳐 날렸는지 상반신이 날아갔는데도 하반신은 쓰러지지 않고 아 직 서있었다. 나는 그들을 뛰어넘어서 성당의 문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지지직... "으아악." 나는 손을 빼고 뒤로 물러났다. 젠장. 이게 뭐냐? 그런데 그때 위에서 비 웃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이레스. 후후후후. 그 문은 성스러움으로 봉해져 있으니 사악한 마의 힘을 사용하는 그대가 들어올수 있을 리가 없지."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성당의 옥상, 첨탑의 옆에는 새하얀 법복을 펄럭이며 뱀같은 눈으로 나를 내려다 보는 인간이 있었다. "이. 이자식! 갈바니!" "하하하. 당신. 이걸 찾아 왔겠죠? 하하하." "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 뭔가를 손가락 사이로 흘렸다. 바람을 따라 흩어지는 가느다란 머리칼들이 보였다. 이 어둠속에서 저걸 본다는 게 거짓말 같지 만 확실히 보였다. "개자식!" "최상층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밖의 교도대 쓰레기들로는 상대가 안되었 나본 데. 안의 제 109 특별 교도대는 어떨지 모르겠군. 흐흐흐흐. 안심 해. 그 꼬마에겐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으니까." 손가락 하나도 안댔으면 그 머리카락은 뭐야?!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괜시리 놈을 자극해서 이득을 볼게 없으므로 검을 뽑았다. "카앗! 데스 바운드!" 나는 그렇게 외치고 앞으로 달려들어 문을 찍었다. 검은 깨끗하게 문을 자르고 들어갔다. 나는 바로 어깨로 문을 밀어서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두꺼운 빗장이 떨어졌다. -텅! "세, 세상에 저 통나무만한 빗장을 문과 함께 자르다니!" 안은 스테인드 글라스로 채광창이 길게 나있는 아름다운 강당이었다. 아 마도 예배당일 테지? 맞은 편에는 큼직한 파이프 오르간이 있고 천장까지 일직선으로 뚫린 강당의 양옆에는 난간이 있다. 한 3층정도의 복합층 구 조일까? 위에서는 궁사들이 석궁을 들고 여길 노리고 있고, 밑에는 특별 교도대라고 불리우는 남자들이 있었다. 결투를 위해서인지 원래 일렬로 늘어서 있어야 할 미사용 벤치들이 양옆으로 치워져 있었다. 나는 교도대 들을 바라보았다. 새하얀 법복에 파란 칼라, 그리고 금실로 수놓은 팔마 의 문장. 나는 그들을 노려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비키란 다고 비킬 놈들은 아니지?" 과연 교도대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는 앞으로 달려나갔다. -챙! 검이 충돌하는게 지금까지의 적과는 확실히 실력이 다르군. 그러나 그것 도 잠깐이다. 나는 옆으로 몸을 날려 양옆에 쌓인 벤치를 차서 그들앞으 로 날려보냈다. "무, 무슨 각력이 저정도냐?!" 교도대들은 놀라서 좌우로 흩어졌다. 그사이에 나는 한놈에게 달려들어 검으로 그 몸통을 꿰뚫고 검을 잡은채 몸을 뒤로 날렸다. 내가 서있던 곳 을 노리고 상당한 수의 석궁이 날아와 두꺼운 돌바닥을 꿰뚫고 박혔다. 강력한 화살의 힘, 동방에서는 강노라고 불리우는 철화살을 발사하는 대 형 십자궁이다. 맞을 경우 아무리 쉐도우 아머로 보호되고 있다고 하더라 도 상처를 입고 심할 경우 죽겠지. "용이라도 잡으려는 것 같군." 나는 그렇게 비아냥 거리고 검을 휘둘렀다. 창검이 다가오는걸 피하고 쳐 내고, 베고 찌르고 정신없이 앞으로 돌격했다. 녀석들은 아군은 죽어도 상관없다는 건지 그렇게 접전이 벌어져도 서슴없이 화살을 발사했다. "제길!" 나는 도끼를 휘두르며 덤벼드는 놈의 손목을 잡아서 녀석을 일으켜 세우 고 휴렐바드의 방패로 놈의 몸통을 대고 밀었다. 그러자 그순간 철시들이 발사되었다. -퍽퍽.... 인간의 몸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군. 철시는 인간을 무슨 치즈처럼 가볍 게 관통하고 바닥에 박혔다. 물론 휴렐바드의 방패까지는 뚫지 못했지만 이대로 싸우면 내가 위험하다. "젠장! 너희들! 제정신이냐? 이런데 싸우다니!" 나는 동료의 손에 죽는 녀석들을 보고 기가막혀서 외쳤지만 특수 교도대 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나에게만 돌격해왔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철시하 나를 잡고 위로 던졌다. 철시는 그렇게 날아올라서 샹드리에를 강타하고 촛농을 뿌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와 동시에 바닥에서 교도대원이 떨어뜨린 검과 창, 도끼를 집어들 어 4검 4도의 형을 취했다. 그리고 앞으로 돌격, 마악 촛농 때문에 뜨거 워 하는 교도대들을 향해 달려갔다. "이 이놈이!" "하앗!" 나는 쉐도우 아머의 팔로 우에서 좌로, 나는 좌에서 우로 데스바운드를 동시에 걸었다. 앞을 막아서던 교도대들은 전부 나동그라졌다. 렉스에게 받은 이 검이 병기를 자르고 적들을 죽여버린 것이다. 나는 그렇게 놈들 사이를 베고 점프로 그들을 넘었다. "으아악!" "뭐 이런 놈이!" 교도대들은 내 공격에 놀라면서도 덤벼들었다. 그러나 나는 공중 도약 후 자리에 웅크려 앉았다. "데스바운드 어비설 볼텍스...라고 할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부러진 도끼 자루를 집어던졌다. 쉐도우 아머도 부러 진 창과 검을 버려버렸다. "뭐하는 거야? 윗층! 어서 철시를 쏴!" "미친! 장전이 그렇게 빨리되는지 알아?" 그러나 그렇게 말하면서도 철시가 날아들었다. 나는 지면에 웅크린채 히 죽 웃었다. "그래....덤벼봐." "이자식! 조금 이상한 기술을 썼다고 뻐대지 마라! 우린 너보다 훨씬 수 가 많다고! 이 빌어먹을 배교자 놈!" 그렇게 외치고 한명의 교도대가 무모하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는 내가 그놈을 공격할 때 틈을 타려는 놈들이 눈을 번뜩이고 있었다. 한 놈이 목숨을 버리고 그 기회를 이용한다. 이상적인 일이지만 죽고 싶어하 는 놈이 없기 때문에 불가능한 전술, 그런데 어째서 저놈은 못죽어서 안 달이지? "전술을 바꿨다." 나는 그렇게 외치고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놈은 검을 휘둘렀지만 나는 녀 석의 팔뚝을 받은 뒤 팔을 겨드랑이에 견착하고 몸을 틀었다. 으드득 하 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팔이 부러지고 손아귀에서 검이 떨어졌다. 나는 그검을 쉐도우 아머에게 들리고 하늘로 올려보냈다. "잘라라!" 그러다 쉐도우 아며는 지상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앗! 무슨!" "젠장 녀석! 샹드리에를 노린다!" 놈들은 그걸 알아차렸지만 막을 방법은 없었다. 쉐도우 아머는 잠시 내몸 에서 분리되어서 샹드리에들을 자르고 내려왔다. 그러자 하늘로부터 샹드 리에가 떨어졌다. "이자식!" "자 그럼, 어둠에서 보자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 쉐도우 아머를 회수했다. 샹드리에가 이 예배당의 조 명 전부는 아니지만 그게 떨어지자 주위는 어둠으로 휩싸였다. 다른 이들 은 어둠속에서 나를 ㅂ로수 없지만 나는 어둠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일수 있다. "계단이다! 계단을 막아!" "눈도 안보이는 주제에 나를 막겠다고?" 나는 그렇게 외치고 앞을 막아서는 놈들을 베어넘기고 계단위로 올라갔 다. 계단위에도 사람들이 있었지만 나는 가리지 않고 베고 올라갔다. "으아아악!" "제, 젠장. 이놈 어둠속에서도 보는 건가?!" "모두들! 화망을 짜! 계단의 복도에서 화살로 놈을 잡는 거다!" 그들은 그렇게 외치고 움직였다. 그리고 여기저기에서 곧 횃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그림자에서 그림자로 움직이며 그들을 피했다. -쿠으으으으! 하지만 내가 3층에 올라섰을 때 옥상으로 올라갈 계단의 입구에서 커다란 인간의 그림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으으으으." 인간의 형태가 아니다. 인간의 그림자지만 인간보다 훨씬 크고, 그리고 머리에 뿔이 나있다. "미노타우르스? 팔마 교회는 신기한 애완동물을 키우는군." "쿠우으." 그순간 미노타우르스가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아무 생각없이 옆으로 피하면서 검을 휘둘렀지만 그놈은 뿔로 검을 막고 도끼를 휘둘렀다. "이런!" 좁은 복도에서 도끼를 휘둘러? 나는 엉겁결에 휴렐바드의 방패로 그걸 막 았지만 그순간 갑자기 주위가 빙글 돌았다. 빛을 보지않는 암흑의 눈으로 보는 세상이 회전하는 모습은 진짜 특이했다. "젠장!" 나는 이를 악물고 쉐도우 아머의 손톱으로 벽화를 찍었다. 팔마에 관련된 일화가 새겨진 벽화지만 나는 그 얼굴에 손톱을 박아넣고 멈춰섰다. 이러 니까 마치 팔마의 얼굴에 일부러 상처를 내려고 찍은 것 같잖아? "젠장! 이 빌어먹을 괴물! 힘만 있는게 아니라 실력도 있잖아?" "앗! 저기다!" 그런데 그때 횃불을 들고 있는 놈중 한놈이 나를 발견하고 그렇게 외쳤 다. 그순간 철시가 두두둑 날아들었다. "윽!" 나는 불로 지지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고 밑으로 미끄러졌다. 쉐도우 디 펜더로 막았지만 철시가 그걸 꿰뚫고 나의 몸을 찌른 것이다. 만약 쉐도 우 아머가 없었다면 그대로 관통당해서 죽었을 것이다. "크우우우!" "으윽. 이, 이자식들!" 나는 몸을 앞으로 날려서 아직 조금 남아있난 샹들리에의 끈을 잡고 날아 올라 미노타우르스에게 쏘아져나갔다. 미노타우르스는 도끼를 들고 나를 막으려 했지만 나는 공중에서 쉐도우 팡을 녀석에게 갈긴 뒤 샤프니스 소 드를 양손으로 단단히 쥐었다. "크악!" 쉐도우 팡이 미노타우르스의 어깨에 작렬하면서 그 도끼와 뿔을 자르고 피를 뽑아내었다. 나는 지상에 착지하면서 동시에 검으로 녀석을 쪼개버 렸다. "크워어어어." -벌컥... 미노타우르스의 피가 나를 머리부터 뒤덮었다. 마치 피의 비를 맞는 것 같다. 나는 그걸 느끼고 쉐도우 아머로 철시를 뽑아내었다. 렉스의 몸에 박힌 화살을 뽑을 때는 그냥 아무생각없이 뽑았는데 내몸에 박힌걸 뽑으 니 눈물이 다 나온다. -때그르르르르... 철시는 돌바닥 위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구르기 시작했다. 나는 자리에 서 일어나서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올라갔다. 이 위에 메이파가 있 다. 제발.... 무사해라. "으으윽...." 나는 계단을 오르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았다. 내 발자국마다 피가 계단을 물들이고 있었다. 이런 몸으로, 이단심문관을 이길수 있을까? 그리고, 이 긴다하면, 그후 탈출은 할수 있을까? < 계 속 > -------------------------------------------------------------------- <휘긴경 대극장> 휘: 자 오늘은 인터뷰를 쉽니다. 쉬고 싶어. 하하하.^^; 윌: 뭐, 뭐라고?! 휘: 엇 이런, 윌사쿠잖아. 윌사쿠녀석. 왜 왔어? 윌: 내 이름은 윌카스트다. 윌사쿠가 아니야. 휘: 자 그럼 윌카스트, 질문을 하겠소. 벨론델은 왜 잡아갔어? 윌: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남자는 여체를 노린다. 이 한마디로 설명하 지. 휘:....왜 하필 벨론델이지? 윌: 본작에 안나와서 그렇지 다른 여잔 꽤 많았어. 휘: (강적이군 이놈) 그러니까 벨론델을 잡으려면 부담이 컸을거 아냐. 그런데도 강행해야 할 필요가 있었냐고. 윌: 체내사정도 재미있긴 하지만 오래 살다보면 그것도 별거 아니지. 진 짜 즐거운 것은 고결한 영혼을 파괴하고 인성을 제거하는 것, 정신을 죽 이고 심적으로 지배하는 것이야 말로 완전한 정복의 맛이지. 그 상대가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휘: ..... 윌: 후후후후후. 하하하하하하. < 이런 꼴 보고 싶었어? > *********************************************************************** 하하하. 자 내일은 또 부산내려갈 듯. 연재 못해요. 알겠죠? 자 그럼 이만.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8 화 : 희생에 대한 찬탄#7 ------------------------------------------------------------------------ 팔마력 1548년 10월 20일 옥상을 향하는 계단을 얼마나 올라갔을까? 나는 길을 가로 막고 있는 창 대를 보았다. 창대는 마치 빗장처럼 복도를 가로 막고 있었고 그 끝에는 한 사람이 꿰여 있었다. "...잭?" "크으으." 잭은 분명히 심장이 관통된 상처를 입고도 '아직' 살아있었다. 그는 숨을 들이 쉬었다.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라기 보단 말하기 위해서 숨을 들이 쉬는 것이다. "크윽. 카,카이레스. 이 멍청한 놈. 네놈 때문에." "...미안." 나는 그렇게 밖에 말할수 없었다. 그러자 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데 신기하네. 분명 심장을 관통당했는데 어떻게 살아있는 거지? 그리고 이곳은 진짜 창 한자루 길이면 딱 끝나는 복도이다. 어떤 재주가 있어서 이자를 벽에 박을 수 있는 것이지? 망치를 움직이지 않고 못을 박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된 거죠?" "내가 미쳤지. 나 주제에 메이파를 구하겠다고 왔다가 잡혀버렸어. 크... 그 갈바니가 마법을 걸어서 난 죽지도 못하고 아직 살아있는 거다. 네놈 을 설득해서 그 목걸이인지 뭔지를 받으라고. 뭐 별로 기대는 안하던 눈 치던데? 단지 나를 괴롭히는게 재미있었나 보지." "...미안. 다 내탓이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잭이 나에게 말했다. "미안한 줄 알기는 아냐? 그럼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라." "...." "메이파를 구해. 그리고, 절대로... 내가 그애 아빠였단 걸 말하지마, 알 겠어?" 나는 놀라서 잭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잭은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반드시!" "하지만 어째서.... 아니." 하지만 내가 뭐라고 말도 하기전에 잭은 피식 웃더니 웃는 얼굴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마도, 마법의 방아쇠가 당겨진 것 같았다. 나는 앞을 가로 막는 창을 부러뜨리고 그를 벽에서 뽑아내 계단옆에 눕혀놓았다. "젠장. 메, 메이파가 무사해야 할텐데." 나는 잭을 눕힌 뒤 일어났다. 이성은 절대 무사하지 않을거라고 비웃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방금 전 갈바니가 말했던 '절대 손가락도 대지 않았다.'는 말에 기대고 싶다. 이단심문관 갈바니의 입에서 나오는 것들 은 모두 일고의 가치도 없는 쓰레기이지만 그래도 그중 하나 쓸만한게 있 기를 빈다. -휘이이잉 계단의 출구로 나가자 이곳저곳, 화톳불을 밝히고 있는 라이오니아 왕국 의 전경이 들어왔다. 그리고 성당 옥상의 네귀퉁이에 서있는 첨탑의 입구 에서 갈바니와 몇몇 특별 교도대원들이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이런. 기다리다가 화석이 되어 버리는 줄 알았군. 안의 특별 교도대 도 별로였나보군, 그다지 큰 상처를 입지 않은걸 보니." "...." "잭이란 놈도 역시 쓸모가 없었군. 그다지 마음이 흐트러지지도 않았잖 아. 하여튼 배교자인 주제에 쓸모마저 없다니 천벌을 받을 놈이군. 그래. 목걸이는 가져 왔소? 고대의 문장 말이오." 갈바니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살펴보고 있었다. 어둠속에서도 빛나는 맹 수의 눈처럼 그는 나를 훑어보고 있었다. 피부위로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갈바니, 생긴것도 혐오스럽게 생긴 것이 하는 짓 은 저주를 퍼붓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의 내가 저놈을 이길 수 있을 까? 뭐 이정도의 부상으로 그 많은 인간들 사이를 빠져나왔으면 나쁜 것 도 아니지만 갈바니는 이단심문관으로 유명한 녀석, 그런 놈을 이길수 있 을지는 모르겠다. 뭐 하지만 안할 수는 없잖아? 나는 그렇게 마음을 다 잡고 갈바니에게 외쳤다. "일단 메이파를 보여봐! 무사한지 봐야겠다!" "아 그 꼬마아가씨 말인가? 물론 보여드려야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 손뼉을 쳤다. 그러자 첨탑의 문이 열리며 로브를 걸 친 두명의 남자들, 아마 종지기로 보이는 녀석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메이파?!" 머리가 짧게 깎여있는 전라의 여자아이가 그들에게 끌려나왔다. 눈은 뜨 고 있지만 이미, 숨은 끊어진 듯 하고 허벅지 사이로 끈끈한 피와 점액이 흐르고 있었다. "아, 사인은 자궁경부 손상에 의한 복막염...정도일까? 의사가 아니니까 잘은 모르겠군." "...." 나는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마치.... 종소리처럼 커다란 심장의 박동이외엔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 어째서 저게 메이 파란 말이지? 그렇게나 착한 아이가 저런 꼴이 되다니? 그럴수가, 내가, 내가 죽인거야. 내가 그녀를 이용했기 때문에 죽은 거야. 제길. 미안해. 잭, 메이파. 나 약속 지킬수 없게 되었어. 메이파, 아직 피어보지도 못한 너를 죽게 해서....미안해! 으으윽! '만약 내가 더 아름다웠다면 그녀대신 나를 택했을까요?' '나에게는 너무나 잔인하군요....' 메이파의 말이 귓가에 메아리치는 것처럼 들려왔다. 아아... 내, 내가 무 심코 한마디 한마디 했던 일들이... 이런 잔인한 결과로 돌아올 줄이야. 내가, 죽인거야. 디모나를 위해서 메이파를 희생시키다니! 나, 나란 녀석 은!? -투두둑.... 잇몸에서, 등의 상처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마치 새로난 상처처럼 피가 다시흐르고 있는데도 아프지 않다. 아프긴커녕 몸이 한없이 뜨거워 지는 걸 느꼈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묘한 공포 때문에 다리가 후들거려서 서 있을 수도 없다. 어, 어떻게 이런.... "빌어먹을 자식! 손대지 않았다고 했잖아!" "물론! 나는 손댄적 없지. 다만 천대받는 종지기들이 여자에 많이 굶주려 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 설마 이정도 까지 될줄은 몰랐다고 할까?" 갈바니는 그렇게 말하고 능글맞게 웃었다. "'사소한 실수'였던 걸 인정하네. 후후후후." "...." 나는 대답대신 검을 빼들었다. 그러자 그때 갈바니가 종지기들에게서 메 이파의 시신을 받더니 마치 장작개비 던지듯 나에게 던졌다. 나는 메이파 의 시신을 받았다. 아니 받지 않을 수 없었다. -팟! 순간 주위의 풍경이 멀리 밀려났다. 뭔가 강력한 힘이 나를 쳐낸 것이다. 나는 메이파를 놓친채로 그 힘에 밀려 날아가 버렸다. 휴렐바드의 방패로 막기는 했지만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나는 그대로 맞은편의 첨탑으로 날 아가 등으로 벽을 부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했다. -팍! 돌가루들이 떨어지는 소리에 미묘하게 쇳소리가 섞인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틀었다. 그러자 곧 첨탑 꼭대기에 매달려 있던 거대한 종이 떨어졌 다. 마치 폭탄이 터지는 것 같은 굉음과 함께 종소리가 울렸다. -데에에에엥 밤의 어둠이 짙게 깔린 라이언즈 캐슬로 종소리가 퍼져나갔다. 나는 앞으 로 굴러나와서 잔해속에서 몸을 일으켜세웠다. "크으." 종지기들과 교도대원들이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검을 양손으로 잡기 위해 손을 가져가다가 왼손이 짓뭉개진 것을 발견했다. 엄지, 검지, 중지 는 무사하지만 나머지 둘은 완전히 뭉개져서 못쓰게 되었다. 이 많은 상 대를 두고 한 손으로 싸워야 할 판이다. "크윽!" 나는 달려드는 놈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불꽃의 궤적이 그어지 면서 녀석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달려오던 교도대가 쓰러지 자 종지기들은 깜짝 놀라서 돌격을 멈췄다. 역시 훈련받지 않은 단순한 종지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놈들이 메이파를 직접 죽인 장본인들이다! "이 개자식들!" 나는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겁에 질려서 칼을 내미는 자들을 내리치고 목 젖을 쑤셨다. 발로 배를 차고 장파열로 데굴데굴 지면을 구르는 놈의 얼 굴을 다시 공처럼 걷어찼다. 학살이다. 전투훈련도 받지 않은 단지 고아 로서 교회에 맡겨진 채 허드렛일이나 하던 종치기들일 뿐이다. 그들을 두 들겨 패고 죽일 때마다... 진정 메이파를 죽인건 이들이 아니라 나임을 통각하게 된다. 뼈 속에 철필(鐵筆)로 새기는 것 같다. "크아아아악! 젠장! 젠장!" 나는 마지막 한놈을 내리치고 갈바니를 바라보았다. 갈바니는 지면에 쓰 러진 메이파의 시신을 들고 뒤에서 끌어안은채 마치 꼭두각시 인형처럼 갖고 놀고 있었다. "네 복수를 그가 갚아주었단다. 오 잘했어요. 잘했어. 아무 힘없는 종지 기를 죽이다니 역시 영웅적인 행위에요." 그는 고개가 푹 꺼진 메이파의 시신으로 박수를 치게했다. 메마른 박수소 리가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배경으로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간다. 나는 눈앞이 노래지는 걸 느꼈다. 너무 화가 나서 몸을 지탱하기 힘들정도다. "이 자식! 메이파에게서 떨어져!" "메이파? 아 이 시신 말하는 거군? 흐흐흐. 분한가? 어리석은 놈! 배교자 인 주제에 감정을 가지고 있다니. 뭐냐 그 시건방진 표정은? 신의 사도인 나에게 상당히 불만인가 본데...응?" "뭐... 이자식!" 나는 그렇게 외치고 놈에게 달려갔다. 그러자 그놈은 히죽웃었다. 내가 녀석의 앞에 쇄도 할 때까지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그러나.... -텅! 뭔가가 내 검을 막았다. 그순간 갑자기 허공에서 길다란 일곱 개의 철판 이 나타난 것이다. 그것은 마치 자유의지를 가지고 공중을 헤엄치는 물고 기처럼 갈바니의 주위를 떠다니다가 내가 공격을 가하자 우산처럼 둥글게 말아져서 방패가 된 것이다. "뭐?!" "훗. 어리석군 배교자." 그순간 나는 뭔가가 몸통을 다시갈기는 걸 느꼈다. 몸이 중력을 이기고 날아간다. 날아가지 않기 위해서 난간이랄 수 있는 옥상의 턱을 발로 걸 었지만 화강암으로 만든 돌벽이 버티지 못하고 부서졌다. "으아아악!" 나는 공중에서 회전해서 얼른 쉐도우 아머의 팔로 벽을 잡았다. 그러자 마치 그네를 탄것처럼 몸이 진자운동을 하면서 벽에 들이박혔다. 하필이 면 그곳에 가고일 상이 있어서 가고일의 날개가 내 가슴에 충돌해 부서졌 다. -후드드득! 깨진 석상과 돌가루가 밑으로 떨어졌다. 나는 그곳에서 이를 악물고 매달 려 있었다. 숨을 쉴때마다 폐부에 찬 피가 역류해서 입으로 튀어나오고 숨을 쉬지 못해서 귀가 달아 오른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으아아악!" 나는 폐부의 피를 짜내어서 성당의 벽을 붉게 칠하고 힘겹게 기어 올라갔 다. 이렇게 해치우기 쉬운데도 그 갈바니는 나를 바라만 보지, 선수를 쳐 서 공격해오는 일이 없었다. 이놈. 나를 비웃는 건가? 갖고 노는 거란 말 인가? "아무래도 고대의 문장은 안 가져 온 모양이군. 젠장. 일을 여러번 해야 하다니. 역시 신을 두려워 할줄 모르는 놈이구나! 신의 사도인 나와의 계 약을 어기려 하다니! 어리석게도." "...." 젠장! 메이파를 먼저 죽여놓고서는! 이제 와서 뭔 소릴 하는 거지 저놈 은!? 하여튼 하는거 하나하나가 정말 마음에 안드는 놈이다. 게다가 저녀 석은 그 잔인한 짓을 하고서도 태연스럽게 '나는 정의'라고 믿고 있는 듯 했다. 그 팔마를 믿고 따르는 것만으로 남을 태워죽일 자격이 있다고 생 각하는 놈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태도일지 모르나, 화가 난단 말이다! 나 는 이를 악물고 쉐도우 아머로 가슴의 어긋난 늑골을 맞췄다. 너무 아퍼 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는 통증이었다. 만약 휴렐바드의 방패로 막지 못하 고 직접 맞았다면 거의 흉골이 패일 정도의 강한 일격이었다. 공격인지 마법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저런 걸 계속 걸어 온다면 방패로 막아도 도리가 없다. 날아가서 석벽을 부술 정도인데 어쩌겠는가? '단기 승부인가.' 나는 그렇게 마음을 먹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때 갈바니의 앞으 로 떠 다니는 철판들이 움직여 방패를 만들었다. 나는 전력을 다해서 검 을 휘둘렀지만 너무나 쉽게 막혀버렸다. "윽!" "후후후. 힘없는 종지기들은 잘 죽였는지 몰라도 나는 힘들걸, 배교자 녀 석." "이이익!"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계속 갈바니를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저 철판들은 마치 그물처럼 갈바니를 감싸서 내 검을 튕겨내었다. 오히려 이따금씩 그 철판이 나를 후려치고 베어서 상처만 극심해지고 있었다. "아. 지루하군. 정말 지루해. 네놈은 같은 벨키서스 레인저면서도 그들과 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약하군. 제발 내 목에 칼을 들이 밀어 주겠 나? 응? 이렇게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지 않나? 이단심문관 갈바니가 첫 날밤의 신부처럼 다소곳하게 기다리고 있는데 그 기다림에 응답해주지 못 하다니 너무 잔인한 게 아닌가? 하하하하. 크하하하하하!" 갈바니는 그렇게 비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떠다니는 철판들은 강 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었다. "으으으윽...." "하. 아무래도 당신. 이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나 보군. 이렇게 힘이 없어서야. 참 지루하기 짝이 없군. 좋아. 조금만 더 잠재력을 끌어낼 여 건을 만들어줄까?" 그 순간 갈바니의 주위로 칼날의 창들이 돌기 시작했다. 마치 쇠파리떼들 이 그를 감싸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빈틈이 없다. 쇠파리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상처를 입을 것이다. 그는 그렇게 칼날의 장벽을 치고 메이파에 게 손을 내밀었다. 칼날이 그의 몸을 따라 움직이면서 그녀의 머리쪽에 닿기 시작했다. "아아. 가련한 꼬마로다. 시체도 온전하지 않게 되다니. 이게 다 그대가 무능한 탓이다. 더러운 배교자여." "그, 그만둬! 이자식! 그만두란 말야! 제발!" 나는 계속 공격했지만 녀석의 방패가 내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의 몸의 주위를 도는 칼날들이 마치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나를 찔렀 다. 계속 공격하면 나만 상처를 입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공격을 안할 수 는 없다. 이런 내 사정을 아는지 녀석은 일부러 느릿느릿 메이파에 다가 갔다. "...흠. 흐흐흐. 역시. 스트라포트 경의 영혼도 없는가 보군! 형편없는 놈!" 그는 그렇게 말하고 갑자기 빨리 손을 뻗었다. -파다다다닥! 마치 새가 홰를 치는 것과 같은 소리와 함께... 메이파의 머리가 내가 보 는 앞에서 부서져 나갔다. 피와 뇌수, 새하얀 뼈가 모두 칼날에 彭?저 며지면서 성당의 위를 칠하기 시작했다. 나는 다리의 힘이 다 풀리는 걸 느끼고 풀썩 주저앉았다. "아... 아아아.... 아." 이제는 목위로 아무것도 없는 너무나 처참한 시체가 전부다. 마침 먹구름 사이로 달이 잠깐 고개를 드밀며 창백한 달빛을 내리 비췄다. "...." 그렇게 돌아다녀도 별로 햇빛을 못 받은 탓인지 새하얀 메이파의 속살이 푸른 달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순간 나는 이성의 끈이 완전히 끊어지는 걸 느꼈다. -투두두둑.... 그러는 와중에도 갈바니의 비아냥 거림이 들려왔다. 그는 메이파의 머리 가 박살나 흐르는 피에 손을 대더니 말했다. "아아. 머리가 없는 소녀의 시체라니. 참 처참하군. 아 이런이런. 어디 맛을 좀 볼까? 크엑. 정말 형편없는 맛이군. 역시 머리가 이런 맛을 내니 까 저능하게 다 죽은 미트라나 섬기고 있지. 권력도 없는 미트라의 신관 이 뭐 좋은 일이라고 훗. 감히 위대한 신 팔마에게 대항한 결말치곤 너무 당연해서 더 할말이 없군." "...." 나는 이를 갈았다. 갈바니가 증오스럽다. 하지만 그보다... 무력하기 짝 이 없는 나 자신이 더더욱 증오스러웠다. 나란 놈은 뭐였냐? 대체 뭐였길 래 메이파는 나로 인해 희생되어야 했냐? 왜 나같이 가치없는 놈을 위해 그 고결한 아이가 죽어야 했지? 그리고 나는, 얼마나 쓰레기인가? 하다못 해 그녀의 복수도 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녀를 죽게 만든 놈의 손에 죽을 지경이라니. "흑...으으으윽...우아아아아아아아아!" 나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나, 카이레스의 무력함을 절실히 알았 다. 여자아이 하나 지켜내지 못하면서 무슨 로그마스터냐?! 그러고도 무 슨 벨키서스 레인저냐! 그러고도 무슨... 인간이냐?! -투두둑. 끊어진다. "그나저나 이제 다 즐겼으니 당신도 죽어줘야겠어. 고대의 문장을 숨긴 장소를 말하라고 해도 말하지 않을테니...죽인 뒤 언데드로 만들어서 조 사해보도록 하지. 안심하라고. 곧 그녀의 곁으로 갈 수 있을테니까. 신에 게 대항한 우매함을 지옥에서 후회하고 있어라." 갈바니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또 예의 공격이 나온 다... 갈바니의 법복사이에서 새카만 구슬같은 것이 나를 향해 날아온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뻗어 그것을 잡았다. 그순간... -으적! 구슬이 부서져 버렸다. 갈바니는 그순간 갑자기 놀라면서 뒤로 물러나고 나는 내가 일어나려 했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한 채 일어났다. 일순 나 자신이 방관자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 지금 여기 서있는 자는 카이 레스가 아니라... "신에게 대항한 우매함이라. 그말 그대로 너에게 돌려주지!" -화르르륵.... 불꽃의 날개가 펼쳐졌다. 물질로 만들어지지 않은, 반투명한 불꽃이 날개 의 형상으로 타오르며 나를 감쌌다. 나는 잔인한 미소를 짓고 그를 바라 보고 있었다. "감히... 신의 세포를 이식받은 것에 불과한 쓰레기에 능멸당하다니... 무력하기 짝이 없는 카이레스 같으니라고. 흥. 하하하하하! " 검은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한다. 무력해진 나를 대신 하여 환염의 미카엘이 일어난 것이다. 그, 그래. 차라리 잘되었을 지도 몰라. 나같은 것보다는 그가 더.... 나는 눈을 감았다. < 계 속 > -------------------------------------------------------------------- <휘긴경 대극장> 의문의 독자1: 최근 부실한 연재를 하고 있는데 이유가 뭡니까? 위대하신 휘긴: 훗. 비밀이지. 의문의 독자2: 뭡니까 이 불성실한 이름은? 휘긴: 나도 한달에 한번은 마법에 걸린다고. 아 오늘의 휘긴경 극장 인터 뷰는 바로 저, 휘긴입니다. 아 쑥쓰럽구만. 하하하. 의문의 독자1: 전혀 쑥쓰러워 하는 얼굴이 아닌데? 휘긴: 응. 뭐 그래도 남의 글, 구절채로 표절하고 뻔뻔할 정도로 철판은 아니지만. 의문의 독자2: 바로 그게 뻔뻔하다는 거야! 휘긴: 훗. 훗후훗.(실제로 이렇게 웃기는 굉장히 어렵다. 여러분도 한번 씩 해보도록.) 자 궁금한 건 뭐지? 의문의 독자2: 당신 혹시 실제로는 쑥맥아냐? 실제로 만나면 순하다든지 둔하다던지... 휘긴: 어머. 정답. 맞아. 나는 사실 순진하고 세상물정을 모르고 말하자 면 이 세계에 유일하게 남은 순수의 결정체라고 할까나. 독자들:..... 휘긴: 크워~ 안 믿고 있는 거지?! 그렇지?! 나는 숫총각이라니까! 독자들: 아무도 그런거 안 믿고 있어. 휘긴: 그럼? 뭘 바라는데? 절세 미소년 작가를 원하는 거냐? 정말 그러면 이따위 글쓰지도 않아. 여자친구가 있으면 같이 노느라 정신없겠지!? 인 기가 있다거나 음란변태라면 환락의 밤을 매일매일 보내고 좀더 사악한 놈이라면 원조교제도 했을 테고! 안 그래? 아아 여중생을 푼돈에 사다니! 이 무슨 폭리란 말인가! 원조교제도 매니저가 필요해! 너무 싸게 팔고있 단 말야. 음. 보도방 할까? 돈 될까? 해볼까? 독자들: 포, 폭주하고 있어! 휘긴: 후... 으으으음. 자 궁금한게 뭐야 물어봐! 독자1: 당신의 현실적인 모습이 궁금해. 휘긴: 글써서 팔아먹는 놈이라고 생각해. 에잇! 독자2: ...전혀 제대로 된 대답이 아니잖아! 휘긴: 제대로 되지 않은 인간을 상대하면서 제대로 된걸 바라면 안돼지 -_-; < そう! わたしは だめ人間だっだ! > *********************************************************************** 한가지 확실하게 말하죠. 협박을 한다고 메이파 살아날 것도 아닙니다. 간살 이 너무했다~ 너무 싫어! 라고 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 저도 이거 쓰면서 인 기 없어질 거 각오하고 하는 겁니다. 다음부터는 밝고 건전하고 활기찬 야오 이기 풀풀 풍기게 미소년 잔뜩나오고 지들끼리 엉겨서 아마이한 러브러브 전 파를 풍기는 그런 글을 쓰겠습니다....다크세인트는 이름부터 다크하잖아!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8 화 : 희생에 대한 찬탄#8 ------------------------------------------------------------------------ 팔마력 1548년 10월 20일 "?. 어디 감히!" 갈바니는 그렇게 외치고 나에게 마법을 걸었다. 하지만 목소리에 당황스 러워 하는 기색은 지우지 못했다. 어리석긴... 저놈은 팔마라는 것의 세 포를 이식받아 강력한 생명력과 마력을 지니고 있지만 염마대전 때의 하 급 마법사도, 시골 교회의 하급성직자도 저만큼은 된다. 나는 검을 치켜 들고 녀석을 노려보았다. 그녀석이 뭔가 마법을 썼지만 내 마법저항에 밀 려 완전히 무산되었다. "이, 이럴수가?!" 크으 짜증날 정도로 약하군. 옛날의 인간은 이렇게 약하지 않았어. 게다 가 약한 주제에 건방지기까지 하다니. "마법이란 건 말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 거야! 신성마법이건 비전마 법이건 간에 말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녀석에게 파이어 볼을 날렸다. 놈은 미처 피하지 못 하고 그걸 맞은 뒤 물러났다. "으윽... 아." "흠. 어떤가?" "하하하하. 고, 고작 이런 하급마법? 내가 불사신이란걸 잊어먹었나? 응?!" 갈바니는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허세다. 아무리 신의 세포를 이식해도 네놈 자체가 미천한 인간임은 어쩔수 없다. 어리석은 녀석. 네가 벌리는 입은 차라리 쓰레기통에서 심호흡을 하는 것만 못한 거짓의 악취가 넘쳐 흐른다. 그런 허영심은 네놈의 목숨을 완전히 빼앗고 말 테지. 허영이 안 통하는 상대란 있기 마련이니까. 나의 경우처럼 말야. "그래. 네가 꽤 오래타는 장작개비란 건 알았다. 하지만 그게 어다는 거지?" 나는 그렇게 비웃었다. 녀석은 그제서야 자신의 몸이 좀 이상하다는 걸 안 모양이다. 그놈의 다리에 튄 불똥이 계속해서 타들어 가고 있었다. "이, 이럴수가?" "말했지? 오래 타는 장작일 뿐이라고. " 나는 그렇게 말하고 갈바니에게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러자 갈바니를 호 위하는 마도기, 패널 프로텍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꺼번에 일곱 개가 뜨다니. 제법 상등품이긴 하군. 원래 플로팅 실드(Floating Shield)는 하 나 이상 뜨지 못하지만 오브에 의해서 조종당하는 패널 프로텍터는 여러 개가 동시에 떠서 유기적으로 움직인다. 몸이 안 좋은 마법사들이 자객들 에게서 몸을 지키기 위해서 만든 물건인데 세월을 뛰어넘어 다시 보게 될 줄이야. 게다가 보아하니까 그때의 유물이 아니라 새로 만든 것 같은데? "하지만 재질이 나쁘다고!" 나는 그렇게 외치고 단숨에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패널 프로텍터들이 단 숨에 갈라지고 검에서 새파란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메키드 인볼브 (Mekido Involve). 이걸 막기에 미스릴 합금은 너무 약하지. "이럴수가?! 네, 네놈? 미카엘이 우리엘보다도 더 강하단 말이냐? " 갈바니의 눈에 경악의 빛이 떠올랐다. 녀석. 내 정체를 알고 있었군. 하 지만 이런 결과가 될줄 몰랐다는 건가? 아주 좋아. 겁에 질린 인간은 언 제봐도 참 귀엽단 말야. 방금전에는 뱀 같아 보이던 놈이 이렇게 귀여워 보이다니. 나 위험한거 아닐까? "레지스트 매직!(Resist Magic)" "메키드 플레어...." 오래간만에 써서 잘 될지 모르겠군. 환생을 겪는 동안 힘이 많이 떨어진 것은 내 스스로 느낄 정도니까. 하지만 그래도 내게서 뿜어져 나간 푸른 불꽃은 멋지게 녀석의 마법저항을 뚫고 명중했다. "으으으악! 나, 나는 부, 불사신이란 말이다!" "그래. 그래. 너는 오래 타는 장작개비지. 좋겠다. 불사신이어서. 참고로 말해주지. 그 푸른 불꽃은, 일단 붙으면 죽을 때 까지 꺼지지 않아. 타는 속도가 빠를까? 네 재생력이 더 빠를까? 후자라면 영원히 탈수도 있겠 군." "으으으윽." 방금전까지 잘난 체를 하던 갈바니가 통증 때문에 벌레처럼 바닥을 기고 있었다. 그러니까 신의 힘을 얻으려고 괜히 이식수술을 해봐야 이 정도 물건에 지나지 않는 다니깐. 나도 비슷한 입장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반 편도 안 되는 쓰레기와는 차원이 다르지. 이 정도의 자존심이 없으면 살아있을 수도 없고 말야. "으윽." 푸른 불꽃에 휩싸인 갈바니의 몸은 점점 변형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녀석 의 몸에 숨겨져 있는 팔마 세포가 메키드(Mekido)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받자 인간의 형태를 포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공기 중에서 에너지 를 흡수하면서 세포분열을 가속했다. 녀석은 인간의 모습을 버리고 거대 한 문어, 아니 식물? 그런 것으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크크큭. 크흐흐흐흐흐." 어쨌거나 이놈은 신경 쓸 가치도 없는 놈이다. 녀석의 몸에 일단 메기드 가 맞은 이상 고통스러워 하면서 죽는 게 전부이지. 아무리 세포분열 속 도가 빠르다고 하더라도 불 역시 번지는게 빠르다. 세포분열은 3차원의 공간을 배수로 메우는 과정이지만 불이 번지는 것은 3차원의 공간을 2차 원적으로 삼켜나가는 과정이다. 결국 불꽃이 승리하게 되어있다. 지금 이 불꽃에 타 들어가는 버러지 보다 더욱더 신경쓰이는 것은 바로 내 형 제... 라파엘이다. -지지지지직.... 공기가 흔들린다. 성에서부터 녀석이 느껴진다. 아마... 성에서 옥좌에 앉아서 다리를 이렇게 꼬고 지금쯤 '훗, 이제 겨우 깨어났나? 정말 잠꾸 러기 동생이로군!' 이라고 말할테지. 보나마나 옆에는 귀족이나 그런 인 간들 다 날려버리고 독재체제로 들어갔을 테고. 아 젠장. 왜 이렇게 녀석 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있지? "크아!" 그런데 그때 갈바니가 나에게 덤벼들었다. 불꽃에 타고 있는 주제에도 몸 이 움직인다는 건가? "고기타는 냄새가 좋은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날개를 휘둘렀다. 불꽃의 날개가 바로 불꽃의 검이 되어서 녀석을 비스듬히 잘랐다. 나를 향해 달려들던 녀석은 그대로 반대 쪽 첨탑으로 밀려났다. "이야. 남에게 고통을 주는 데만 익숙한지 알았더니 맞는데도 괜찮군. 소 질이 있는 편이야." "으으윽." 나는 그놈에게 손을 대었다. "힐(Heal)!" 역시 회복주문을 한번 걸어주자 아무리 화상이라고 하더라도 불에 탄 부 분은 모두 완전히 회복되었다. 그러자 졸지에 나의 선의(?)를 받은 갈바 니는 화들짝 놀라서 나를 돌아보았다. "뭐? 뭐라고?" "벌써 죽으려고 했어? 재미없잖아? 열심히 살라고." -치이이이이이! 녀석의 화상이 치료되었다가 다시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놈을 보 고 피식 웃었다. 메키드 때문에 성당에도 불이 붙을 법도 한데 돌로 잘 만들어진 것이라서 타지 않았다. "자 그럼... 응?" 그런데 그때 나는 왠 시체가 발에 걸리는 걸 보고 눈길을 돌렸다. 시체에 는 불이 옮겨 붙어있었다. "흠... 확실히 메이파였나?" 방금전에 카이레스 녀석 때문에 죽었다는 그 계집아인가? 수많은 기억이 잔뜩 들어와서 별로... 게다가 왜 이런 인간 꼬마 죽었다고 슬퍼하는 거 지? 응? 그럴 이유가 없잖아? "뭐 어쨌거나 고맙다 꼬마야. 네 덕분에 카이레스를 쉽게 몰아낼 수 있었 다. 네 복수도 해줄테니까 염려말고 잠들어라. 그러면." 나는 그렇게 말하고 메키드 플레어를 쓰기 위헤 손가락으로 수인을 맺었 다. 왼손 손가락은 못쓰겠군. 자르고 재생시키는 게 낫겠어. "하?" 그런데 마악 메키드 플레어를 쓰려는 순간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 고.... "시간이?" 나는 멈춰버리는 시간을 느끼곤 눈을 감았다. 그순간 내 정신은 둘로 갈 라졌다. 미카엘과 카이레스. 전생의 기억이 남긴 인격과 후생에 새로이 태어난 인격. 기억과 힘을 매개로 봉인된 기억과 스스로의 의지로 봉해진 기억이 완전 별개의 인격을 형성해 내어 다른 두 존재를 만들어내었다. 그리고 나는.... "미카엘! 안돼! 용서할수 없다!" 카이레스는 미카엘에게 외친다. 비웃음을 사면서, 그래 스스로도 자기의 행위가 얼마나 불합리 한지 알고 있다. 그녀를 죽게 한 장본인. 그녀의 죽음에 눈 돌린 장본인... 그러나 방금 전과 달리 엄청난 의지로 불타오 르고 있었다. "그녀를 죽게 한 것도 모자라 그녀의 죽음에서 눈을 돌리다니! 나, 나란 놈은 얼마나 쓰레기인가?!" "내가 복수해주지. 애초에 네 힘으론 저 갈바니란 놈조차 이길수 없다. 왜냐면 너는 나에게 기생하는 정신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 부인격이 라고 해야 하나? 너는 단지 내가 기억을 봉인당한 사이에 생긴 새로운 인 격에 지나지 않아. 인간의 20년... 나같은 천족의 삶에 비하면 화살이 지 나가는 정도에 불과하다." 미카엘은 복수의 이름으로 그를 회유했다. 그러나 카이레스는 고개를 저 었다. "그럴수 없다! 복수의 이름으로 달아나는 것 뿐이야! 그것 역시!" "그러면 뭐를 하겠나? 응? 그놈의 손에 같이 죽어서 나란히 시체가 되겠 다는 거냐?! 네 몸의 가능성은 내가 쥐고 있다! 너로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어!" 확실히 맞는 말이다. 방금전까지 갈바니에게 농락당한 카이레스가 아닌 가? 더구나 몸은 완전 박살나기 직전. 이제와서 무슨.... "나를 사랑해준 여자아이를 지키고 싶어! 내게 과분한 사랑을, 결국 목숨 까지 희생시킨 아이를 지켜야 했어! 하다못해... 하다못해! 쓸쓸히 죽은 그 아이를 위로해야 했어! 미카엘이 아닌 카이레스로서 말이다!" 그러나 카이레스의 의지는 확고했다. "카이레스로서 말이냐? 하하하하하... 할수 없어! 게다가 이제 디롤의 봉 인도 완전히 풀렸다! 너는 이제 내 부인격에 지나지 않아! 나는 너를 부 정하고 배제할 것이다! 너는 나에게 있어선 치부야! 수음을 하다 들킨 기 억과 같아! 빨리 잊어버리는게 내 정신건강에 좋아!" "...한가지 말하지." 카이레스는 그렇게 말하고 나서서 미카엘에게 손을 뻗었다. 미카엘 역시 손을 뻗어서 그걸 잡았다. "네 수백, 수천년의 삶은 어느정도 가치가 있냐?" "뭐?" "나는... 벨키서스 레인저의 우정, 베인의 부정, 뒤스띤의 사랑, 디모나 에 대한 갈망, 그리고... 메이파의 사랑과 희생을 얻었다. 너는 무얼 얻 었냐?" "뭐? 하하하. 그런 것에 가치가 있다고? 이 신에 필적하는 힘 만큼의 가 치가 있단 말이냐?" 미카엘은 철저히 비웃었다. 이런 힘의 의미도 모르는 녀석! 그러니까 힘 이 있는 갈바니나 다른 놈들에게 밀려 버리는게 아닌가? 네가 가치있다고 한 소녀의 사랑과 희생. 그 희생은 결국 네놈의 무력함과 어리석은 선택 이 부른 것이다. 힘이 없으면 소중한 것도 지킬 수 없다고. 나로서도.... '소중한 것?' 미카엘은 순간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건 함정이다! 함정이라고! 이 승 부... 이미 끝이 보였다. 의지와 의지의 싸움. 살아있는 인간과 죽어버린 신의 의지. 무엇이 더 강할 것인가? 그것도 방금전처럼 격한 경험으로 봉 인의 마법마저 이겨낼 의지를 가진 녀석에게! 미카엘이 표면으로 부상할 수 있던 원동력은 미카엘의 힘이 아니었다. 카이레스가 복수를 원했기 때 문이었다. 만약 메이파의 시체를 건드리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랬다면 약간의 시간이 흐른 것만으로 카이레스의 영혼이 미카엘의 속으로 잠식되 었겠지! 하지만 미카엘은 오히려 그녀의 시체를 불태워서 카이레스의 정 신을 말살하려 한 것이다. "디...디롤 이 개 자식! 아니... 질리언인가?! 가브리에엘! 제기랄! 라파 엘과 싸움을 붙이려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그러나 카이레스는 당황해 하는 미카엘에게 성큼성큼 다가왔다. 미카엘은 마음을 다잡았다. 의지의 승부다. 의지력이 강하다면 카이레스를 능가할 수 있다. 그래. 마법도 쓰지 못하는 인간 따위에게 의지에서 질 이유는 없다. 그러나 단지 후에 20년 동안 생긴 인격에 자기자신의 존재 자체를 위협받아야 하다니.... "카이레스의 20년이 미카엘의 수천년보다 더 가치있다." 카이레스는, 아니 나는 천애 고아지만 많은 것을 얻었다. 주제넘게. 나 따위를 위해서 메이파는! 그런, 그녀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가? 그녀 가 목숨을 버렸어야 할만큼 나란 녀석이 가치가 있던가?! "크윽... 너는 그럴 가치가 있냐? 카이레스란 인간이 그만한 가치가 있냔 말이다!" "그걸 증명하는게 내 빚이고 사명이다. 사라져! 미카엘!" 그 순간 미카엘의 손이 내 손에 들어왔다. 그리고 멈춰버린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메, 메이파!" 나는 다크레전을 펼쳐서 메이파를 덮었다. 그러자 다크레전은 내 맘을 알 아주는지 구체로 변하면서 메이파의, 목도 없는 시신을 감싸주었다. -화르르르륵! 불꽃의 날개가 꺼져간다. 나는 얼른 일어나서 짓뭉개진 왼손으로 샤프니 스 소드의 칼날을 쥐고 손가락 밖으로 돌렸다. 투둑하는 소리와 함께 약 지와 무명지가 끊어져 나갔다. 어차피 뼈가 조각조각나서 움직이지도 않 는 손가락, 잘라버리는 게 낫다. "아? 아아아앗! 오! 메키드가 사라진다! 무, 무슨 속셈이냐?" 메키드 플레어에 휩싸여 고통받던 갈바니는 갑자기 불꽃이 사라지자 눈에 띄게 기뻐하면서 나를 돌아보다 놀라워 했다. 아마도 미카엘이 아닌 카이 레스가 서있어서 그런 것 같았다. "카이레스...." "성 갈바니...." 나는 검을 뒤로 빼고 외쳤다. 칼자루에서 찰칵하는 쇳소리가 나면서 주위 의 공기가 바뀌었다. 나는 이를 갈면서 갈바니를 노려보았다. "메이파의 피값을 여기서 받겠다!" "아. 하하하. 미, 미카엘도 아닌 당신이 말인가?! 우습군. 정말 바보로 군!" "바보인지 아닌지는...." 나는 혁대를 풀러서 왼팔에 감고 끈의 한쪽을 입에 물었다. 왼팔이 잘 움 직여지질 않지만 겨우 힘을 다해서 렉스의 검을 양손으로 쥐는데 성공했 다. 손가락 두 개가 날아간 것만으로도 악력이 떨어져서 왼손은 별 도움 이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덜렁거리면서 다니는 것 보단 훨씬 나으니 까. "네 목으로 시험해봐라! 으으윽!" -구우우우우우! 그러나 이미 갈바니는 인간과 다른 존재가 되어있었다. 화상의 상처로부 터 계속 손이 돋아나고 있었다. 몸 전체가 지네? 아니면 거미? 그러한 몸 통에서 계속 손이 나와있는 형태였다. 갈바니는 무수한 손들로 땅을 짚고 몸을 일으키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어리석은! 신의 힘을 스스로 버리다니!" "어리석은! 인간의 마음을 스스로 버리다니!" 나는 그렇게 되받아주고 달려들었다. 녀석의 방패는 미카엘이 잘랐다. 그 렇다면 승산이 없는 것은 아니지! "으오!" 그러나 그때 검은 구체가 날아왔다. 저번에 단 두발로 나를 이모양으로 만든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벤다!" 나는 검을 휘둘러 그것을 베었다. 그러자 갈바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으아아앗!" 나는 그렇게 외치고 뛰어올라 녀석의 가슴(?)을 찍고 발로 턱을 올려차며 공중에서 반전했다. 그리고 반전 중에 악력만으로 몸을 멈춰 전 체중을 검에 실었다. -우드드드드득! 만약 녀석이 일반적인 생명체였다면 끝까지 갈라져 죽었을 것이다. 이 검 은 지독하계 예리해서 체중을 실은 것만으로 사람을 일도양단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으으으윽." 몸통에 달린 무수한 손들이 나와서 칼날을 잡았다. 그 순간 나는 칼자루 를 쥔 손에서 몸을 반전해 이번엔 칼자루를 발로 밟았다. 그리고 허리춤 에서 우릴의 단검을 꺼내 중지를 고리에 끼웠다. 약간의 스냅을 주자 칼 날이 손아귀 안에서 돌면서 마법의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하앗!" 광륜으로 변한 단검이 갈바니의 목으로 날아들었다. "뭐? 뭐라고?!" 놀란 갈바니는 고개를 틀려고 했지만 나는 우릴의 단검으로 갈바니의 목 을 자르고 뛰어내렸다. 그리고 지상에 내려서면서 즉시 배낭을 열고 안에 갈바니의 목을 집어넣었다. 이녀석의 목은 일단 이렇게 잘라서 분리시켜 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되살아 날테니까. "크으으으윽!" 갈바니의 몸통은 머리 없이도 움직였다. 원래대로라면 아무리 몸이 움직 인다고 하더라도 피해야 했지만.... 부상이 심해서 나는 휴렐바드의 방패 와 쉐도우 디펜더로 막았다. 물론 나는 그대로 튕겨나가서 종지기들이 걸 어나온 첨탑 쪽으로 날아갔다. "제, 젠장!" 나는 등의 배낭을 벽 쪽으로 대고 날아갔다. 쾅 하고 뭔가가 터지는 느낌 과 함께 나는 벽을 뚫고 뒤로 떨어졌다. -우르르르르! "으윽!" 나는 공중에서 몸을 틀어서 왼팔로 끈을 잡았다. 어깨위로 들려지지 않을 정도로 부상을 입은 왼팔이지만 어떻게 로프를 잡자 멈춰지기 시작했다. 오른손은 칼을 쥐고 있고 왼손은 손가락이 두 개 끊어졌는데, 그래도 계 속 힘이 강해져서 그런지 매달릴 수 있었다. 미카엘의 힘인건가? -뎅강! 뎅강! 크나큰 종소리가 종탑 안 밖을 진동시켰다. 내가 잡은 건 종줄이었다. 이 위에는 꽤 거대한 종이 매달려 있다는 걸 알수 있었다. 다행이 이건 아까 전 것처럼 떨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만약 여기 매달려 있는데 종이 떨어 지면 종탑 안에 갇힌 나로서는 피할 길이 없을 것이다. "카, 카아아악." "뭐 뭐야?" 나는 밑을 내려다보았다 안에는 교회의 일꾼들이 몇 명 더 있었다. 아마 도 그들도 메이파의 죽음에 관여한 녀석들이겠지? 젠장. 원래 낡은 종루 는 종의 무게를 버티는 것만으로도 무겁다. 로프에 계속 매달려있는 것도 상당히 위험하지. "흡!" 나는 지상으로 뛰어 내려 그들 사이에 착지했다. "이, 히이이익!" "자, 잘못했어요! 저, 저희는 죽고싶지 않아요!" 녀석들은 그렇게 말하고 지면에 드러누웠다. 아, 제길! 이런 녀석들에게! 이런 쓰레기 같은 것들이 메이파를?! "으으으윽. 그으으으으윽!" 베, 베어버리고 싶다. 하지만.... 무력한! 무력한 자들이 아닌가? 그러나 그건 달리 생각하면 이렇게 된다. "무력한 주제에! 자기보다 약자인 여자애를 간살해?! 이 개자식들! " 단지 힘이 약할 뿐 만약 힘을 갖게 되면 자기보다 약자를 가뿐히 죽이고 도 남을 놈들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외치고 녀석에게 검을 휘둘러 베었 다. "으아아악! 사... 사과하잖아!" "사과해서 사람이 살아나냐! 죽어버려! 죄지었다고 생각한다면 닥치고 죽 어! 결국 단지 죄를 피하기 위해 하는 사과라면 속임수에 지나지 않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무장도 하지 않은 인간들을 칼로 베었다. 기분은 더 럽지만... 이녀석들이 메이파의 인권을 생각해주지 않았는데 나는 이 녀 석들의 인권을 생각해줘야 한다면 그것만큼 불공평한 게 없다! 이제부터 나도 팔마 교단 놈들의 인권 따위는 절대 생각하지 않겠다! 개인의 차이? 선한 팔마 신자를 해칠 수도있다고? 선한 배교자들이나 해치지 말고 그런 말을 해보시지? 누구는 아무 생각없이 이인간 저인간 가리지 않고 학살하 는데 누구는 학살자 개체 식별은 물론 그 도덕성까지 파악해야 한단 말이 냐? "이, 이이익! 이 칼은 왜 이렇게 안 뽑히는 거야?" "데일라잇?!" "익, 이... 이!" 나는 칼을 뽑으려고 애쓰는 놈의 목을 쳐 베어버리고 데일라잇을 뺏어들 었다. 그리고 그걸 뽑으려 했다. 물론 미트라의 성기사만이 뽑을수 있는 검이니 뽑히진 않는다. 그러나.... "후...." 나는 정신을 집중하고 내 정신을 미트라의 성기사에 어울리는 경건하고 선한 의지로 덮었다. 표층의식을 감싼다고 할까? 얇은 속임수지만 그것만 으로도 충분하다. -치이이익! 청백색의 빛을 발하는 검날이 칼집에서 뽑혀나왔다. 나는 그걸 오른손에 들고 왼손에는 샤프니스 소드를 들었다. 세손가락으로 칼을 쥐자니 너무 힘이 안 들어가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양손에 칼을 쥐니까 마음은 좀 풀리는 군. 나는 그렇게 양손에 검을 쥐고 나선형으로 감긴 계단을 달려 올라갔다. "카아!" 그러나 마악 달려 올라갈 때 첨탑의 옆이 부서지며 갈바니의 몸체가 움직 여서 첨탑 안으로 침입해 들어왔다. 거대한 괴물이 첨탑의 위를 흔들기 시작하자 벽돌과 바위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칫!" 나는 빠르게 달리면서 위에서 쏟아지는 파편들을 피하고 벽면으로 달렸 다. 그리고 양발로 벽을 박차고 텀블링을 해서 위에 올라 섰다. -크우우우우우! 이건 완전 괴물이군! 나는 이를 악물고 달려들어서 데일라잇과 샤프니스 소드를 역방향으로 휘둘렀다. 갈바니의 몸에서 뻗어나온 손이 검을 막으 려 했지만 무의미하다! -스칵! 무수한 팔을 가르고 쉐도우 아머가 휘두르는 샤프니스 소드와 내가 휘두 르는 데일라잇이 교차했다. 그리고 여기서 뇌경으로 바꿔서 데스바운드! 이번엔 90도로 방향을 바꿔 위아래로 역전해서 두 개의 검을 교차시켰다. 거대한 십자가 형태로 녀석을 베어버린 것이다. 무수한 팔들이 그대로 잘 려나가며 바닥에 투두둑 떨어졌다. 팔마교단의 녀석들에게 정말 어울리는 공격이다. 나는 그렇게 녀석을 가르고 나를 잡으려 하는 손을 발로 짓 밟 은채 뒤로 날아올랐다. 검은 밤하늘이 눈앞에서 빙글 돈다. 마치 춤을 추 듯, 스스로가 생각해도 괜찮은 기술이었다. "어떠냐?! 이 개자식!" -그오오오오! 이제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무 것도 남지 않았다. 갈바니의 육체는 계속 괴로워 하며 몸부림치다가 바닥을 내리쳤다. -쿠우우우우웅! 지붕이 갈라터지며 밑이 꺼지기 시작했다. 갈바니의 육체는 메이파의 시 체, 그리고 다른 이들의 시체와 함께 밑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나는 그렇게 외치고 손을 뻗었다. 밑이 완전히 갈라터져서 발판도없는 마 당! 이 교회는 3층높이 밖에 되지 않지만 교회의 3층이면 일반적인 높이 와는 차원이 다르다. 나는 그렇게 공중회전을 한 뒤 떨어지면서 손을 뻗 었다. -텅! 다행이도 벽 한 면을 완전히 차지하고 있던 파이프 오르간의 파이프를 운 좋게 잡을 수 있었다. 그러자 그것이 휘어지면서 나는 그대로 지상에 안 착했다. 그러자 그걸 본 안의 경비병력들이 깜짝 놀라서 나와 갈바니를 바라보았다. "카, 카이레스다!" "그리고 저건 뭐야?!" "으아아아악!" 갈바니의 육체는 영양을 보급받기 위해서인지 인간들을 습격하기 시작했 다. 역시 머리를 잘라낸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나? 하지만 이렇게 되면 메 이파의 시체를 완전히 잃을 수 있다. "메, 메이파!" "시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나보군." "닥쳐! 이 개자식! 어쨌건 이 이상 다치는 것 보단 온전한 게 좋을 뿐이 다!" 나는 배낭에서 들리는 비아냥을 무시하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이놈 폐가 없어도 머리만으로 말할 수 있나 보군. 벽에 일부러 들이받아서 박살내게 했는데 벌써 재생하다니! 뭐 좋다! 떠들 수 있을 때 떠들라고! 네놈을 괴 롭힐 방법은 끝내주는 걸로 생각해 뒀으니까! -그으으으으으! 이미 상당히 상처를 입은 녀석이다. 나는 녀석을 올려다보고 앞으로 달려 들었다. 샹드리에중 끊어지지 않은 물건이 옆으로 날아가서 그대로 창을 작살냈다. 색을 입힌 납유리가 깨지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납유리는 신경쓰지 않고 달려갔다. "좋아! 순식간에 불살라주지! 하아아앗!" 나는 륭센의 수갑과 휴렐바드의 방패에 동시에 드로우 파워를 걸었다. 그 러자 엄청난 전하가 걸리면서 몸을 구형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 "인볼브, 메키드!" 검으로부터 푸른 불꽃이 인다! 나는 그렇게 달려들어 갈바니의 허리를 절 단했다. 단 일섬! 통나무를 베는 것처럼 둔탁한 손맛이 느껴졌다. 데스바 운드를 계속 써대서 팔이 버티지 못할 것 같지만... 지금의 나는 한계의 한계를 넘고 있다! "으으윽!" 이번엔 반전하면서 검을 위로 비스듬히 올려쳤다. 무수히 난 팔과 촉수들 이 잘려나가고 입과 이빨들은 칼을 휘두른 틈을 따라서 들어온다. 독가시 와 같은 불의의 습격이었다. 그러나! "하아앗!" 나는 거기서 몸을 틀면서 날아오는걸 재차 베어버렸다. 일단 시작하면 멈 춰선 안되는 춤이다. 나는 계속 재생되어 공격해오는 갈바니의 육채에 대 항해 검무를 추며 맞섰다. -쉬쉬쉬쉭!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공격들, 촉수, 이빨, 손, 뭐가 되었든 간에 나는 그렇게 상대하면서 춤을 췄다. 베고 잘린 육체의 파편이 지면에 떨어져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엄청난 재생력이라 하더라도 에너지 공급이 없으면 죽기 마련이지. 미카엘의 지식에 의하면 '신의 세포'라 불리우는 것을 이식한 자는 어느 정도 공기 중에서 에너지를 흡수하는게 가능하지 만 그것은 마치 화로와 같다. 일정 크기가 되지 않으면 불도 피울 수 없 는 것 처럼 말단으로 잘려나간 세포는 그냥 고사할 뿐이다. "어디 그 재생력 얼마나 버티나 보자!" 나는 그렇게 외치며 검을 계속 휘둘렀다. 그러자 푸른 불꽃이 넘실거리며 갈바니의 육체를 태워갔다. "이이이이익! 다시 한번 간다!" 데스바운드닷! 나는 쉐도우 아머와 함께 데스바운드를 걸었다. 그 거대한 고깃덩이, 갈바니가 완전히 찢겨졌다. "한번 더엇!" 나는 몸을 파이프 오르간으로 내던졌다. 쿠웅 하는 소리와 함께 웅장하지 못한 저음으 쇳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나는 오르간의 관을 뽑아서 갈 바니의 몸통에 던졌다. 든 순간의 손맛으로 짐작해봐도 얼추 700킬로그램 은 될 것 같은 물건이었는데도 나는 그걸 던져서 갈바니의 몸통을 짓이긴 것이다. 이미 교회의 스테인드그라스는 다 깨지고 교회의 벽도 천장도 무 너지고 난리가 아니다. "우워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갈바니의 육체가 머리도 없는 주제에 비명을 질렀다. 나는 일단 난간으로 뛰어올라서 2층, 거기서 다시 3층으로 올라갔다. 바닥은 이미 다 무너져 있고 신의 축복을 받은 용감한 사람들, 특별교도대들도 우왕좌왕거리다가 죽어있는게 보였다. 나는 그 시체와 잔해들을 뛰어넘고 3층 계단복도에 쓰러져 있는 잭의 시체를 회수했다. 잭과 메이파의 시신... 그냥 두고갈 수는 없다! "하다못해... 미트라의 성지에라도!" 젠장. 왜 하필 머리가 날아가서... 제기랄! 나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혈기를 이기지 못하고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때였다. "2억 4천만의... 라이트닝 볼트!" 그 소리와 함께 푸른 빛이 시야를 찢어발기고 뛰어든 것이다! < 계 속 > <--나는 비뚤어졌다고! -------------------------------------------------------------------- 휘: 부산가기전에 한화 더 써서 올립니다. 펠: 여어~ 몰살의 휘사쿠! 휘: 휘사쿠 안해. 젠장. 펠: 아 화났어? 그러니까 간살은 심했다구. 개인적 취향이 다분 들어갔고 말야. 화형을 했으면 어쨌을까? 휘: 그러면 카이레스가 종지기 살해하는 이벤트는 어떻게 하라고? 개인취 향 때문에 인기 떨어질 짓을 할 정도로 바보인게 아냐! 펠: 큰 의미있는 이벤트였어? 휘:... 젠장 됐다. 아 어쨌거나 이로서 인기 떨어지겠지? 인터넷 좀만 돌 아다녀보면 아~ 너무 기분나빠~ 불쾌하다. 이제 로그따위 안볼거야~ 라는 필의 글이 있던데. 푸우! 그런다고 정해둔 스토리 라인을 바꾸느니 내가 지금 치고 있는 키보드를 다 뜯어먹겠다. 게다가 무려 협박을 하는 인간 도 있다고. 므흐흐. 협박한다고 들을 사람이 있고 안들을 사람이 있다는 건 그들도 잘 알텐데. 펠: 아아. 2부는 어때? 좀 밝고 건전한 분위기인가? 휘: 칼릭 카르나크의 경우를 봐서 알겠지만 2부의 주인공은 그의 동생이 자 카르나크 왕가의 왕제, 랑켄 카르나크다. 멸망한 민족의 왕자가 밝고 건전하면 욕 잔뜩 먹지 않을까? 펠: 엣? 그녀석 미소년이잖아? 안 그래? 휘: 육체적 성장이 15세에서 정지. 굉장한 미소년이지만 천연백발, 뭐 ED 때문이지만. 펠: 엔한스드 도파민 부스트인가. 휘: 아, 도파민이 멜라닌의 원료이면서 신경전달 물질이기 때문에... 펠: 또 어디서 들은 구라과학인거야? 그건. 그래서 그걸 많이 써서 백발 이란 설정이냐? 휘: 그냥 백발이 이뻐보일 것 같아서. 뭐 이쁘지 않으면 곤란한 설정이거 든. 설정도 그렇고 이벤트도 그렇단 말야. 대신.... 펠: 대신? 휘: 지혜가 카이레스+펠 정도 돼. 산술적으로. 이제 좀 지혜로운 녀석을 주인공으로 써봐야지. 펠: 뭐야 그건? 괴물이잖아?! 내...내 지혜가 48이라고! 휘: 카이레스가 좀 낮아. 게다가 48이라니...너가 이미 괴물이다. 펠: 아, 난 Will Save 자체가 없는 걸 뭐. 정신에 작용하는 모든 주문에 면역이니까. 5레벨 이하 주문 면역이기도 하고. 한라운드에 주문을 다섯 개씩 쓰고~타임스톱 쓰면 한 25개 쓰나? 게다가 지능은 64~아아~ 나란 놈. 왠지 약간 먼치킨틱~! 휘: 야, 약간이냐? < 전혀 약간이 아니잖아! > ********************************************************** ************* 연재에 복귀합니다. 훗. 쉔무를 플레이 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처음엔 복제 로 하다가 정품을 사버렸습니다. 역시 세가는 사람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 는다니깐. 하지만 2의 마지막은 왜 갑자기 환타지가... 용경과 봉황경은 청 조 재건의 보물고를 여는 열쇠인게 아닌가? 약간의 오해가 있는데 다크세인 트를 야오이로 만들겠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8 화 : 희생에 대한 찬탄#9 ------------------------------------------------------------------------ 팔마력 1548년 10월 20일 허물어진 성당의 벽을 뚫고 번개들이 뛰쳐 들어오기 시작했다. 뭐라고 설 명해야 할까? 필설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광경이었다. 빛으로 만들어진 무수한 들소들이 미쳐 날뛰는 것처럼 시야를 유린했다. 공기가 들끓는 굉음이 귓가를 때려갈기고 눈을 감고 있는데도 빛은 눈꺼풀을 뚫 고 망막을 태웠다. "크으으윽!" 나는 팔을 들어서 빛을 가리는 것도 모자라 등을 돌리고 고개를 돌렸다. 하나도 내게 직격된 것은 없지만 그 빛만으로도 괴롭다. -화아아아아아악! 빛이 가시고 뜨겁게 달아오른 공기가 팽창하며 주위를 때려부쉈다. 강력 한 충격파들이 몸을 후려갈겨서 나는 그대로 튕겨 나갔다. 눈도 보이지 않는데 충격파를 맞으며 날아가는 지라 기초적인 낙법마저 할 수 없었다. 나는 마치 꼬마아이가 내치는 인형처럼 힘없이 날아가 떨어지는게 전부였 다. -우르르르! 그리고 위에서부터 뭔가가 쏟아져 내렸다. 몸이 너무 아파서 감각과 정신 이 따로노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크으으으으! 보, 보디발?" 나는 겨우겨우 고개를 들어서 앞을 바라보았따. 성당의 회랑안에는 마치 눈오는 날의 강아지처럼 뛰어 다니는 전기의 스파크가 보였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완전 탄화되어서 그대로 부서지고 있는 갈바니의 육체, 아 니 그 숯이 남아있었다. "크윽!" 몸을 움직여 보았자민 영 움직여 지질 않는다. 계단이 무너져 내리면서 내위로 쏟아져 몸이 깔려버렸다. 그리고 뜨거운 피가 이마로부터 눈으로 흘러내린다. "팔마 세포를 단숨에 태워버리다니?" 거의 무한으로 재생을 하는, 아예 불사신이라고 부를 만한 그 몸이 단숨 에 탄화되다니 역시 보디발이로군. 보디발이 왔다면 그 목적은 당연히 나 일 것이다. 나는 무의식중에 몸을 체크했다. 팔마 교도대에게 맞은 철시 는 아마도 견갑골을 뚫어버린 것 같다. 왼팔은 계속 혈기가 차서 팔이 제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손가락 두 개를 자른 곳에서는 상처가 아 물지 않고 피가 계속 흘러나온다. 늑골은 거의 부서지다 시피해서 그냥 아물게 될 경우 부정접합이 되어서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 지금 당장 관에 들어가 누워도 이상하지 않을 상처들뿐이다. "...." 그러나 나가야 한다. 이 몸으로 포위망을 뚫고 무사히 이탈한다는 것도 무리다. 밖을 나가면, 적어도 보디발 왕자의 병사들과 팔마교단의 성직자 들이 풀어둔 인원들이 이곳을 포위하고 있을 테지. "카이레스! 나와라! 카이레스!" "제길." 나는 옆의 뭔가를 잡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다 일어나려는 순 간 손에 쥐고 있는 것이 부서지면서 도로 주저앉고 말았다. 주저앉은 순 간 자동으로 눈꺼풀이 확 감기는게 몸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았다. "카이레스! 아니! 미카엘! 나와!" 보디발의 외침이 의식의 저편에서 멀리 들려오고 있었다. 이대로 잠이나 잤으면 소원이 없겠다. 전신의 근육이 나른하게 풀려서 몸을 일으키는 것 조차 힘들다. 그리고 피가, 끝없이 흘러나가는 피 때문에 오한이 든다. 오한이 드는데도 부러진 늑골 때문에 몸은 뜨겁다니, 정말, 이러고도 살 아있는게 용하다. "하아...." 그러나 나는 데일라잇의 칼집을 바닥에 대고 전력을 다해서 힘겹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나가 떨어질 때 놓쳐버린 잭과 메이파의 시신을 찾았다. 성당은 완전히 박살나서 천천히 자체적으로 붕괴하고 있었다. 그 잔해에 깔린 잭과 메이파의 시신을 꺼낸 나는 쉐도우 아머를 이용해서 두 시체를 들었다. "칫. 아무래도. 나도 여기서 죽을 것 같군."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 탄화되어 버린 갈바니의 시체를 발로 걷어차 고 숯 더미를 헤치며 나아갔다. 성당의 입구, 넓게 벌려진 광장에는 화톳불과 횃불이 빛을 밝히고 있었 다. 얼추 보아도 200여명이 넘는 병력이 그 빛을 등지고 내쪽으로 그림자 를 드리웠다. 꽤 넓은 성당의 앞뜰을 병사들이 가득 메우고 있는 모습을 보니 숨이 다 막힌다. 보디발 왕자, 아니 이제 보디발 왕이라고 불러야 하나? 어쨌건 보디발은 병사들을 이끌고 왼편에 서있고 그 맞은 편엔 신 성 팔마 교단의 병력이 대기하고 있었다. "쳇! 영광이군." 이 많은 병사들이 나를 마중해주다니. 게다가 비단 보디발만 노리는 것 같지는 않다. 신성 팔마제국의 병사들도 한켠에 서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다. 신성 팔마 교단 측에서는 질리언 체이스필드가, 라이오니아 왕국 측에서는 보디발 라이오노스가 마치 먹이를 바라보는 맹수처럼 나를 바라 보고 있었다. 포위진이 둘로 나뉘어 있는걸 보니 서로서로 손을 잡고 있 진 않은 것 같지만 암묵적으로 서로 용인하고 있는 것 같다. 어쨌거나 단 한 명에게 200여명도 넘는 포위진이라니 영광스러워서 죽어버릴 것 같군. 윌카스트에게도 이만큼 붙은 적이 없을 텐데. 그러나 영광스럽다고 잡혀 줄 수는 없는 일이지. "카이레스!" 그때 병사들을 헤치고 보디발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는 새로 구했는지 거대한 갑옷을 걸치고 스컬버스터를 들고 있었다. 잠깐 안 본 사이에 머 리가 꽤 길어져서 어느덧 목덜미를 뒤덮고 있고 눈에서는 깊은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것은 이미 인간이라 할수 없는 이질적이고 마력 적인 모습이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인간을 지배할 정도의 카리스마가 넘 쳐 나온다. 나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영향력이 상당히 강해졌는지 병사들 은 보디발이 그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는 것만으로도 황송해 하고 있었다. 이전 그를 비웃어대던 사람들의 반응을 볼 때 굉장한 발전이다. 아니 솔 직히 말해서 지금 여기있는 병사들은 다 보디발에 의해 마법적으로 조종 되고 있을 것이다. "여 내 동생. 이건 정말 놀랍군. 분명히 좀 전에는 미카엘인 줄 알았는데 말야. 어째서 도로 카이레스인거지?" 보디발의 표정은 경박한 웃음에서 깊은 회의로 변했다. "얼마나 기다려왔다고! 카이레스! 나는 미카엘을 기다려 왔다. 수천년동 안 기다려왔다고. 내 사랑스런 형제여! 우리들의 맹세는 피보다도, 운명 보다도 강하게 이어져 있다. 그것을 외면하고 미카엘을 죽여버리다니! 무 슨 속셈이지?! 그렇게 까지 해서 지켜야 할 인간성이란 말인가? 너란 인 간에게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단 말이냐? 카이레스란 인간의 모습이 미카엘 이란 천사의 모습보다 어디가 더 낫단 말이냐? 이제 네가 택한 인간의 길 때문에 죽음이 네게 그림자를 드리웠구나. 그동안의 시간의 흐름이 단지 네 육신을 성장시켜주기 위해서였다면 이제부터는 너를 죽이기 위한 것으 로 바뀔 거다. 맹세도 지키지 못하면서.... 죽음까지 등에 업을 필요가 있단 말이냐?" "몰라. 그런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보디발의 표정은 이제 회의에서 극심한 분노로 바뀌 었다. "어째서 너는 여전히 카이레스일 수 있는 거지? 수천년을 기다려 왔는데 왜? 너 같은 인간에게 미카엘이 패한거지?" -우르르르르릉! 보디발의 질문과 함께 하늘로부터 푸른빛이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곧 비 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네놈의 한심한 호기심에 답해줄 생각은 없다! 비켜!" 나는 메이파와 잭의 시체를 쉐도우 아머에 업은 채로 걸어갔다. 그러자 보디발 왕자의 맞은 편에서 백마를 탄 기사가 한 명 달려나왔다. 팔마교 단의 추기경이며 우리들과 같이 천사의 알에서 태어난 질리언 체이스필드 가 나왔다. 그녀는 보디발 왕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에게 말했다. "만약 당신이 고대의 문장을 우리에게 넘겨준다면 신성 팔마 기사단의 명 예를 걸고 당신을 탈출시켜드리겠습니다!" "뭐라고?!" 그 말을 들은 보디발의 눈 꼬리가 치켜 올라갔다. 그러나 질리언 체이스 필드는 자신 있다는 듯 건틀렛으로 자신의 흉갑을 두들겼다. 투구 때문에 표정은 볼수 없지만 목소리부터가 자신감에 가득차 있었다. "할수 있습니다. 팔마 기사단의 명예를 걸고 당신과 그, 희생자들을 안전 한 곳으로...." "팔마 기사단의 명예? 푸하하하하하하! 노, 농담이겠지?" 나는 그 말을 곱씹어 보고 크게 웃었다. 웃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지금 의 날 보고 팔마 기사단의 명예를 믿으라고? 여기 죽어있는 희생자들은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데? 넌센스도 이런 넌센스가 없군! 나는 지금 잭과 메이파의 시체를 들고있다. 그런데 팔마 기사단을 믿으라고? 이 시 체의 무게가 천근, 만근 같이 내 가슴을 누르는데 어떻게?!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여기서 저 질리언의 제의를 수락해서 팔마 교단과 보디발을 싸움 붙이면 나에겐 이득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럴 바엔 차라리 죽는게 낫다! "웃기는 소리 하지마! 나는...나는 말이다!" 나는 그렇게 외치고 잭과 메이파의 시신을 지면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데 일라잇을 뽑았다. 검신으로부터 차가운 청백색의 빛이 뿜어져 나온다. 원 래 미트라의 성기사에게 밖엔 뽑히지 않는 다는 검, 그러나 나는 단지 간 단한 표층의식 컨트롤로 그 검을 뽑을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이 검이 나에게 속아주는 것일지도 모르지. 뭐래도 좋다. 소드 블래스터가 없는 이상 이 검만이 보디발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 과연 보디발 도 데일라잇을 보곤 약간 인상을 썼다. "데일라잇. 이노그를 물리친 그 검이라면 분명히, 위험하지. 지금의 나는 옛날과 비할수 없을 만큼 약해졌으니까. 그러나 아무리 신의 검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인간인 네가 날 이길 수는 없다. 알고 있겠지? 카이레 스!" "모르나 본데 나는 이미 미카엘을 물리쳤다. 여자에게 채여서 라파엘에게 몸을 넘긴 '누구' 와는 차원이 달라! 알겠냐?" "그래?" 보디발은 별로 화도 내지 않고 스컬버스터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스컬버 스터로부터 강렬한 방전과 불꽃이 일기 시작했다. "어디 떠든 만큼의 실력은 있을지 시험해볼까?" "거기까지." "?" "그 이상 다가오면 벤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자세를 잡았다. 2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데도 고요하다. 그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빗소리와 성당이 타들 어가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다. 몸은 완전히 망가져서 움직이는게 신기 할 정도고 정신은 마치 바람 앞의 호롱불처럼 깜빡이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를 관통하는 의지가 있다. 온몸에 열이 오르면서도 오한이 드는 것 처럼 정신적인 혼란 속에서도 단하나 확실하고 차가운 의지가 나를 붙들 어 주는 것이다. -쏴아아아아아 우리 둘 사이로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보디발은 스컬버스터를 머리 위로 치켜든 채로, 나는 데일라잇을 하단으로 내린채, 서로서로를 노려보 았다. 흘깃 살펴보니 질리언 체이스필드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 산인지 그냥 우리들을 방관하고 있었다. 그때 내가 한눈을 파는 순간, 보 디발은 내 경고를 무시하고 앞으로 한걸음 내딛으며 나에게 스컬버스터를 휘둘렀다. -부우우우웅! 스컬버스터가 일으키는 바람소리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그러 나 나는 이미 검을 휘둘렀다 거둔 뒤였다. 검의 궤적을 따라 빗물이 갈라 지며 물보라가 채찍처럼 일었다. 마치 공간 그 자체를 베어내는 것처럼 예리한 검광. 스스로 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마 내 일생에 이렇게 이상적으로 검을 휘두른 적이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그리고.... "큭..." 보디발은 검을 거두고 뒤로 물러나다가 엉덩방아를 찧었다. 내가 휘두른 데일라잇은 그대로 보디발의 상완 삼두근을 자르고 지나간 것이다. 보디 발은 그 거대한 스컬버스터를 휘두르다가 거둬서 용케 팔이 잘려나가는 걸 면한 것이다. 역시 아무리 천사의 몸이라 하더라도 데일라잇에게는 상 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나에게도 승산은 있지. "대, 대단한데. 역시 말한 대로의 실력은 있군." "..."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노려보았다. 아까전처럼 실수다. 방심 할 때 팔이라도 잘라버렸어야 했는데, 보디발은 같은 수에 두번 당하진 않을 것이다. 이틈을 놓치면 내가 죽는다. 내 몸은 이미 너덜너덜한지라 어차피 장기전이 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200명이나 되는 적들에 포위 당해있는 걸 무슨 용쓰는 재주가 있어서 빠져나갈 것인가? 그러나! "간닷!" 나는 보디발에게 달려들었다. 로얄가드들은 보디발 왕자를 엄호하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비켯!" 나는 데일라잇을 몸에 붙이고 앞을 가로막는 로열가드를 몸통으로 밀어붙 인 뒤 옆으로 빠지며 검을 휘둘렀다. 마치 꿈속에서 허우적 거리는 것처 럼 실감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적들의 방어도 굳건했다. 역시 로열가드 란 이름이 괜히 붙은게 아닌지 그 기사는 자세가 흩어진 주제에도 길목을 막고 있었다. 내가 보디발에게 뛰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 자신의 몸의 안전을 도외시하는 것이다. "칫! 간다!"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스트라포트 경의 망토, 다크레전이 두 갈 래로 갈라져서 마치 날개처럼 나를 휘감았다. 나는 소울 리버(Soul Reaver)를 걸고 로열가드들을 베면서 보디발에게 돌격했다. 그러나 보디 발은 그 순간 덤블링으로 가볍게 피해서 뒤로 물러났다. 비인간적으로 날 렵한 움직임이었다. 게다가 그는 그렇게 덤블링을 하면서 나에게 라이트 닝 볼트의 주문을 날린 것이다. "으으윽!" 보디발 왕자가 쏘아보낸 푸른 번개가 나에게 날아왔다. 내 몸의 마법저항 이 어떻게 번개를 잠시 지체하게 했지만 곧 힘없이 뚫려버렸다. 하지만 나는 그순간에 번개를 뛰어 넘어버렸다! "세! 세상에!" "저 부상을 입고도!" 병사들 사이에서도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내가 착지한 순간 로열가 드들의 검이 격자를 짜서 내 목을 둘렀다. 번개를 피하는 데만 신경을 썼 지 그 후는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큭!" 사실 착지한 것만으로도 온몸이 부서지는 것 같다. "칼을 버려라." 로열가드들은 전투의 흥분도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 다. 나는 빗속에서 조심스럽게 데일라잇을 놓았다. 로열가드 중 한 명이 그 검을 집어들려 했지만, 뽑힌 상태의 데일라잇에 손을 대더니 화들짝 놀라서 손을 놓았다. "으으윽! 뭐냐? 이 칼은? 윽. 옮기지도 못하겠어!" "뭐?" "지, 진짜다." 결국 데일라잇은 내가 떨어뜨린 그대로의 위치에 놓여있게 되었다. 잠깐 만 웅크려도 주워들 수 있는 거리다. 그러자 로열가드들은 혹시 내가 저 항을 할까봐서 내 목에 댄 검을 더더욱 조여 왔다. "으음. 카이레스. 정말 강해지긴 강해졌군. 거기까지라 하더라도 대단한 거야. 옛날의 너에 비해선 말이지. 뭐 미카엘에 비하면 여전히 부족하지 만 말야. 어쨌거나 네가 미카엘이 되길 완전히 거부했다면... 처음에 마 음먹은 대로 확실히 흡수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오히려, 이쪽이 내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외치고 로열가드에 사로잡힌 나를 바라보았다. 그 리고 뭔가 음산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휘이이이이잉! 그 순간 바람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빗방울의 방향이 틀어지면서 마치 얼 굴로 물이라도 끼얹듯 빗방울이 달려들었다. 젠장! 눈도 뜨지 못할 정도 로군. -으으으으으으! 보디발에게서는 절대로, 인간의 성대로는 낼 수 없는 음산하고 낮은 소리 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보디발의 주문 영창이 시작됨에 따라 비를 쏟아 내고 있는 하늘들 사이로 번개가 번뜩이고 비바람은 점점 거세어져 집들 의 지붕을 이루고 있는 기왓장들이 벗겨질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으아아아악!" "저, 적습이다!" 먼 곳에서부터 비명이 들려왔다. 그리고 마치 공성병기로 집이라도 헐어 버리는 것처럼 뭐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지금 이 성 당도 타면서 무너지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훨씬 더 먼거리에서 들려 온 것이다. 적습? 라이언즈 캐슬에 적이 나타나다니? 설마 사우스 가드가 에스페란자 공국에게 뚫리기라도 했나? 아니면 공안요원들? 나는 로열가 드들의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았 다. 과연 라이언즈 캐슬의 서문으로부터 거대한 흙 거인이 빗속에서 일어 난 것이다. "어스 엘레멘탈(Earth Elemental)? 흠. 뭐 관계없지. 지금은 카이레스나 흡수하는데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주문이나 계속 할까?" 보디발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금 주문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내 안에서, 이제 완전히 죽어버린 미카엘의 기억이 단편적으로 떠오르기 시 작했다. "...." 저항하려 하지만 속에서 떠오르는 기억들, 내 정체성을 오염시키는 그것 들이 나를 내가 아니게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이 . 그러나 그렇 게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7번가의 입구로 한 명의 인영이 걸어오는 게 보 였다. "으윽. 저건?" 나는 로열 가드들의 검에 목을 할퀴면서도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역 시. 디모나다. 저 바보가! 이곳에 와봐야 잡혀서 안 좋은 꼴이나 당할게 뻔한데! "뭐냐?!" "한패거리인가?" 병사들은 새로 나타난 디모나를 보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꽤많은 수가 달 려가는데도 디모나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마치 독오른 암코양이처럼 조용 히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병사들 몇 명이 달려갔지만 그녀의 손에서 뻗어나온 인피니티 로프가 마치 살아움직이는 뱀처럼 병사들 사이를 누볐 다. 그 순간... -퍼억! 피가 튀며 병사들이 짚단처럼 쓰러졌다. 인피니티 로프는 이전과 달리 일 곱갈래로 갈라져서 각각의 끝에는 얼음으로 이뤄진 뾰죽한 고드름을 달고 있었다. 아마 디모나의 검 아이스 브랜드와 결합해서 사용하는 것 같았 다. 전에도 그녀는 그런 방법으로 인피니티 로프를 강화해서 사용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런 황당한 위력이라니? 그때와는 전혀 다르잖아?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디모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보디발 왕자도 주문을 멈 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흡!" 나는 그 순간 몸을 숙였다. 내 목에 검을 들이대고 있던 로열가드들은 깜 짝 놀라서 검을 휘두르려 했지만 나는 쉐도우 아머로 둘을 공격하고 발차 기로 앞의 놈 둘을 차면서 지면으로 몸을 던졌다. 낙법을 쓸 만큼 몸 상 태가 좋지 않아서 착지하는 것만으로 숨통이 턱 막혔지만 나는 즉시 몸을 움직여 지면에 떨어진 데일라잇을 쥐었다. "죽여!" 병사들이 나에게 달려들었지만 나는 데일라잇을 좌우로 휘두르며 몸을 일 으켰다. 디모나 쪽의 경우는 그야말로 거대한 괴물같다. 무시무시한 사정 거리의 인피니티 로프가 밤하늘을 누비며 병사들을 유린하고 있었다. 정 말 학살이라고 밖에는 할말이 없다. 디모나는 그렇게 인피니티 로프를 휘 두르며 마치 춤을 추듯 경쾌하게 움직였다. "안되겠군! 저 여자를 잡아라! 죽여도 상관없어!" 그 동안 수수 방관하고 있던 질리언 체이스필드가 그렇게 외쳤다. 왕성수 비대들이 신나게 당하고 나서야 뛰어들어서 고대의 문장을 탈취하겠다는 건가? 하지만 그때 디모나가 소드 블래스터를 쥐고 왼손을 소드블래스터 의 칼등에 얹었다. 그녀가 사용하는 소드 블래스터는 내가 쓸때와는 색이 다르다. 검신을 이루는 에스터크 자체가 검은 색으로 칠해져 있고 칼날은 가만히 있어도 여러 가지 색으로 맥동(脈動)하고 있었다. 붉은 색, 황색, 녹색, 청색등 계속해서 색상이 바뀌는 것이다. "아, 난 펠리시아 공주가 아닌데, 취미에도 맞지않는 일을 해야 한다니."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소드블래스터로부터 손을 떼었다. 그러자 소드블래 스터로부터 빛의 입자들이 그녀의 손에 얽히더니 그녀의 손을 따라 궤적 을 그린다. 마치 검의 마력을 빌어서 마법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그러한 주문의 수인에 디모나의 낭랑한 영창이 따라붙었다. "연옥을 떠도는 망자의 영이여. 카빌리드의 바위에 타서 여기, 8자루의 검으로 강림하라! 하앗! Damned Meteor Swarm!" 디모나의 주문영창이 끝나자 그녀의 앞으로 투명한 수정바위들이 나타나 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면으로부터 허여멀건 망령들이 몰려들더니 바위에 올라탔다. 그러자 예리한 수정바위의 끝이 음산한 불꽃으로 뒤덮이기 시 작했다. "뭐? 미티어 스웜 주문인가!" 질리언은 깜짝 놀라서 방패를 들었다. 나는 주위로 달려드는 병사들을 물 리치며 마법에 말려들지 않도록 몸을 피했다. 그 회피 행동이 끝나자 마 자 디모나는 망령들이 올라탄 수정들을 쏘아내었다. "Damned Meteor Brake!" 거대한 수정들이 병사들을 할퀴며 날아들어 새하얀 불꽃과 함께 폭발했 다. 디모나에게 달려들던 병사들은 그 수정바위에 직격 당해 말 그대로 두동강 나서 불타버리기 시작했다. 불꽃과 폭발 속에서 망령들이 뛰어다 니며 광소를 터뜨렸다. 삽시간에 수많은 병력들이 불꽃에 살라져 쓰러졌 다.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꽃은 마치 그 자체가 의지를 가진 생물처럼 도시 전체를 삼키고자 움직이기 시작했 다. 하늘을 뒤덮은 비구름이 불빛으로 멍들기 시작했다. "다 된 일에 방해가 들어오다니! 디모나!" 보디발은 주문의 방해를 받아서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듯 전기의 날개를 펼치고 디모나에게 날아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디모나가 소드 블래스터를 휘둘렀다. 긴 붉은 섬광이 휙 하고 우리들의 시야 앞을 지나 갔다. -스르르르릉. 마치 칼을 막 뽑은 것 같은 검명음이 들려왔다. 그순간 뭔가 큰 그림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록 전기와 불꽃으로 완전 그을려진 성당이지만 엄 연히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튼튼한 건축물이다. 그런데 그걸 마치 치즈처 럼 자르고 지나간 것이다! 소드블래스터의 칼날에서 뻗어나온 붉은 빛이! "으아아악!" 나는 쉐도우 아머로 잭과 메이파의 시신을 갈무리 하고 뒤로 뛰어올랐다. 힘이 없어서 뛰지 못했지만 쉐도우 아머의 팔을 펴서 팔꿈치를 돌출시킨 뒤 그걸로 땅을 찍어 재차 뛰어 올랐다. 그렇게 아슬아슬하게 피하자마자 성당의 상반부 건물이 무너지면서 얼마남지 않은 병사들과 보디발을 덮쳤 다. -와르르르르르 보디발은 날개를 펼쳐서 바위덩이들을 막아내었지만 두꺼운 교회의 탑이 송두리 채 떨어지자 어쩌질 못하고 그 잔해에 깔렸다. 보디발이 그 정도 로 죽을리는 없지만 이상하게 그렇게 깔린 이후론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하!" 나는 기가 막혀서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잠깐 사이에 200여명이 넘 는 병사들이 괴멸의 위기를 맞았다. 아니 이미 괴멸당했다. 이, 이 무슨 엄청난 힘이냐? 디모나의 재능은 언제나 나를 상회하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의 힘을 감추고 있었단 말인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데일라잇을 칼집에 넣고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가까워질 때마다 그녀의 손에서 번뜩 이는 소드 블래스터가 눈에 거슬린다. 칼날이 영롱한 빛을 발하고 있고 검극(劍戟)에서는 기이한 연기 같은 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저게, 내가 쓰던 그 소드블래스터란 것과 동일품이란 말인가? 나는 바닥에 내려놓았 던 메이파와 잭의 시신을 다시 추스리고 그녀에게 걸어갔다. "카이레스. 괜찮아? 메이파는?" -쩍! 나는 메이파와 잭의 시신은 쉐도우 아머에게 들리고 디모나를 때려버렸 다. "꺄악!" 워낙 독하게 마음을 먹고 때려서 그런지 그녀는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 엉 거주춤한 자세로 나를 바라보았다. 갑자기 맞아서 그런지 화가 난다기 보 단 황당하단 표정이 앞서는 듯 놀란 눈초리다. 이미 입술이 찢어져서 피 가 나오고 있고 코에서도 코피가 흘러나오는 게 보인다. 여자를 이렇게 심하게 치다니...최악이다. 그러나 난 이미 최악인 녀석이다. 이미 메이 파를 죽게 만든 녀석이다. 더 떨어질데도 없이 타락한 녀석이란 말이다. "내게 손대지 마...." 나는 조용히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디모나는 깜짝 놀라 서 내 앞을 막아섰다. "카, 카이레스? 설마? 그럼 그 시체가?" "왜, 왜지?" 나는 문득 멈춰서서 디모나를 노려보았다. 디모나는 당황스런 표정으로 내가 들고 있는 두 시체를 바라보았다. 잭과 메이파. 그래. 그들을 죽게 한건 내 우유부단함과 멍청함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디모나가 원망스럽 다. 아니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난다. 그녀는 내 멍청한 짓들의 집합체나 다름없고 나에게 있어, 내 가장 혐오하는 부분을 떠올리게 만든다. "왜 이런 강력한 힘을 가지고 쓰질 않았던 거지? 어째서?! 그리고, 이게 소드 블래스터란 말야?" "카이레스. 이건 오해야! 소드 블래스터를 조금 개량한 것에 지나지 않고 그리고 저건...." "닥쳐! 닥쳐! 닥치지 않으면 닥치게 만들겠어!" 나는 그렇게 윽박질렀다. 그러자 디모나는 충격을 먹은 듯 눈을 크게 뜨 고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눈을 감았다. 도시는 혼란의 소리로 가득 차 있었다. "제발, 싸구려 변명으로 날 실망시키지 말아줘. '로그마스터 디모나 윈드 워커'. 너는 언제나! 진실이 없었어! 네가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 하나 하나에 진실이 어느 정도나 있었는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너는 남들에 게 자기 자신은 전혀 노출하지 않은 셈이야! 대체 네 정체는 뭐지? 네 목 적은 또 뭐야!? 왜?!" 이건 불공평해! 결국 너 자신의 소중한 것은 아무것도 꺼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상처입는 것은 네 주위 사람들 뿐, 너 자신은 아무런 상처도 입 지 않잖아! 아! 제기랄! 나란 녀석은 얼마나 쓰레기이냐? 처음부터 나는 메이파에게 구해졌었는데. 이제는 그녀가 회복마법을 쓰는 것을 당연하다 여겼고, 나 자신이 팔마교단과 악감정을 쌓으면서도 그 아이에게 피해가 갈 것은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다니. 나란 녀석은 얼마나 생각이 짧은 바 보란 말이냐! "...지금은 네가 뭐라고 변명해도 믿을 수가 없어! 디모나! 지금의 나에 게는, 네가 어쩌면 그들의 중독이나 종속의 벌레도 일부러 받아서... 자 기 자신은 진정 안전한 곳에서 나를 조종하면서 놀고 있었다고까지 생각 되니까." "그건 오해야! 카이레스!" "오해래도 상관없어! 오해받는 정도로 징징대지마!" 나는 그렇게 말하고 메이파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완전하지도 않은 메이 파의 시체를 보니까 다시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나는 빗물과 함께 얼굴을 닦아내었다. "젠장! 그, 그래. 너에겐 잘못이 없지! 내가 멍청한 탓이야! 그러니까 꺼 져 버려! 두 번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마!" "카이레스! 미, 미안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사과할게. 하지만 내게 도 변명정도는 할 기회를, 그 정도도 줄 수 없어?" "...." 그 순간 나는 그녀를 돌아보았다. 디모나는 똑바로 내 눈을 바라보고 있 었다. 코피가 터지고 입술이 터져서 피가 흐르는데도, 그녀는 당당했다. 역시 한 일족의 족장을 할 정도의 그릇이다. 설사 죄를 짓더라도 죄책감 에 대해서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은, 부러울 정도다. 왜냐면 지금의 나는 나 자신이 한심하고 부끄럽고 혐오스러워서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결 국, 나는 디모나보다 두 살 더 많기는 하지만 그녀가 나보다 더 강한 인 간인 것이다. 디모나는 그 한없는 강함으로 똑바로 서서 나를 보며 말했 다. "지나간 일을 돌이킬 수 있다면 내 목숨이라도 내놓겠어. 내게 어떤 비난 을 퍼부어도 좋아! 하지만 내게, 기회를 줘!" "...어떤? 어떤 기회말야? 너 자신을 변호할 기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디모나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당혹스 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카이레스...." "이제 됐어. 더 이상은 진저리가 나! 기회를 달라고? 주겠어! 그래! 네가 가장 갖고 싶어할 걸 주겠다고! 결국 나란 인간은 너에게 있어서 쉐도우 아머 이상의 가치가 없잖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왼손을 들어서 잘려진 손가락의 그루터기에 손톱을 대고 그었다. 그러자 애써 굳은 딱지가 다시 터지며 피가 흘러나오기 시 작했다. 나는 그곳으로 쉐도우 아머를 모아서 디모나의 상처난 입술에 가 져갔다. 그러자 그걸 본 디모나는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카이레스! 이 손가락...." "조용히 해!" 나는 그렇게 마랗고 상처를 통해서 쉐도우 아머를 디모나에게 넘겨버렸 다. 원래 몸에 완전히 융합되면 쉽사리 분리되지 않는 것이라고 했지 만... 내 자신이 간절하게 그것과의 분리를 원하는 이상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쉐도우 아머와 완전히 단절할 경우 12초 이내에 쉐도 우 아머가 숙주를 공격해서 에너지를 얻으려 한다는 것이... 본인의 의지 로 완전히 쉐도우 아머와의 공생관계를 단절할 수 있다는 증거이니까! "쉐도우 아머를 넘겼다. 이제 두 번다시 볼일이 없기를 바란다!" "카이레스!" "그럼 이만! 무운을 빈다. 로그마스터!" 나는 그렇게 말하고 디모나에게 뒤돌아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보디발이 다시 움직일 때 까지, 적어도 그가 나를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거리는 벌 려놓아야 한다. 게다가, 이것 하나는 디모나에게 감사해야겠는데, 덕분에 정신이 말짱해진 기분이다. 의식이 멀어져 가는 이 몸이, 신기하게도 다 시 움직여진다. 나는 잭의 시신을 어깨에 올리고 메이파의 시신을 옆구리 에 낀 채 앞으로 걸어갔다. "카이레스! 이 바보가! 내가 잘못한 건 알지만! 만회할 기회도, 하다못해 한마디 변명도 듣지않고 네 성질만 부리다가 가는게 어디있어! 카이레 스!" 디모나는 그렇게 내 뒤에서 외치고 있었다. 일순, 바람소리가 일더니 내 주위로 두꺼운 얼음 창들이 떨어져 보도블럭들을 깼다. 인피니티 로프로 뒤에서 위협 공격을 건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날 죽이지 못할 거라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었다. 그 순간 어이없게도 기뻤다. 내 가 조금이나마 디모나를 상처 입혔다는 걸 확인하고 나니 저절로 입꼬리 가 올라간다. 자조의 웃음이다. 이런 걸로 기뻐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 조. 아 이 저열한 희열이란! "...크." 이 무슨 한심한 꼴이지. 메이파도 죽게 만들고, 하는 짓이라는 게 고작 여동생 뻘의 여자아이에게 성질이나 내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러 지라도 않으면 나는 나 자신이 싫어서 데일라잇으로 내 목이라도 찌를지 모른다. 나는 나 자신이 증오스럽다. 이렇게 멍청하고 무력한 나 자신이 싫다. 더, 강해지고 싶다. 사나이가 되고 싶다. 그리고, 속죄를 하고 싶 다. 메이파에게 용서받고 싶어. "이 벌레같은 어리석은 것들! 절대로 카이레스를 놓치지 마라!" 보디발의 고함과 함께 뭔가가 뒤에서부터 날아왔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돌려서 그걸 피하고 주위를 돌아보았다. 보디발이 건물의 잔해를 떨쳐내 고 일어나면서 주위로 돌풍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빛의 기둥이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크으윽!" 그러나 나는 그대로 앞으로 걸어나갔다. 비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어둠속으로 나는 하염없이 걸어갔다. 광야, 끝없 는 넓은 평원과, 그 지평선에서 하늘에 맞닿아 있는 벨키서스 산맥이 어 두운 실루엣으로 비구름을 찌르고 있었다. 도시의 입구는 어스엘레멘탈에 게 파괴되어서 아무런 제지도 없었다. "아아아." 머리속에서 수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내 기억인 것일까? 옛날 어 린 시절의 일, 아니 카이레스란 이름을 얻기 전, 환염(幻炎)의 미카엘, 미카엘 개조형(改造形)이란 이름으로 불리던 시절의 기억부터 시작해서 오만가지 이미지가 머리속을 떠다녔다. 그리고, 빌키서스 산맥을 떠나, 지금의 내가 스스로 선택한 일들, 나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들이 머리 속 을 메웠다. 벨키서스 산맥을 떠나고, 내 친우들의 우정을 져버리고 스스 로 선택한 그 길이 결국 무슨 결과를 불러 일으켰나. 나 좋을대로 하겠다 고 하면서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 그래. 어린 시절부터 나로 인해 희생된 많은 아이들, 그리고 지금처럼 커서도 나로 인해 희생된 메이파. 그것도 옛날 이야기에서처럼 미화될 수 있는 죽음도 아닌 개죽음. 나 자신을 혐오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죽음. 그 작은 여자아이 하나 지켜내지 못하면서 뭐가, 로그마스터고 뭐가 벨키 서스 레인저냐? 뭐가... "으아아아악!" 나는 비바람 속을 걸어가면서 몇 번이나 용서를 빌고 빌었다. 내가 미쳐 가는 것인지, 주위의 풍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온통 내 머리속에서 어 지럽게 흔들리는 그림자들만이 나타났다. 어린 시절의 기억, 전생의 기 억, 모든 것들이 그림자가 되어 나를 감싸고 돌았다. 나는 시체를 끌어안 은 채로 계속 앞으로 걸어가며 메이파에게 용서를 빌었다. 하지만 그림자 의 메이파는 그때마다 나를 거부했다. 나를 저주하고, 어떨때는 아이답게 계속 울어대고, 때론 어른스러운, 슬픈 눈초리로 아무말도 없이 쳐다보았 다. 그래. 절대 용서해서는 안돼. 내 고뇌와 방황이, 메이파의 목숨에 대 한 값이다. 옛날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름다운 죽음도 아니다. 차라 리 스스로의 각오 하에 목숨을 희생시켰다면 그 옛날의 시인들의 노래에 서처럼 무수한 찬탄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영광된 죽음으로 서, 내게 지어지는 짐도 그 무게를 덜어낼테지. 찬탄받지 못하는 희생, 이건 개죽음이다. 나를 위한 희생이 아니라 내가 강요한 희생이었다.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 속죄할 수 있지? 어떻게 해야 용서받을 수 있지? 나 자신을 용서해 주겠어? 나를? 그러나 그러한 생각을 하더라도, 내 꿈 속의 메이파는 언제나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러한 꿈을 꾸면서, 계속 걸 어갔다. 라이언즈 캐슬로부터 달아나기 위해. 디모나로부터 달아나기 위 해. 내 죄로부터 달아나고 싶어서. 나는 미쳐가고 있는 건가? 이 머리속 의 울림, 그리고 내 멋대로 해석되어지는 시각, 어쩌면 눈이 멀어버린 것 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다만 계속, 발길이 닿는 데로 그림자 속으로 걷고 있었다. 그 옛날, 팔마가 구원을 찾아 광야를 떠돌았다는게 이런 것일까? 그러나 가르침도 구원도 없이 나에게는 온통 후회와 자조만이 속삭여 왔 다. '그래 알고 있다.' 나 자신이, 나를 용서하지 못하면서 그녀에게 나를 용서해 달라고 주장하 는 것은 사실 내 죄책감을 덜기 위한 또 하나의 강요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더더욱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그리고 이 죄책감은, 이것은 적 어도 나에게 영원한 상처로 남겠지. "으으윽!" 나는 육체의 한계를 느끼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빗물에 젖어 축축한 풀잎 들이 쓰러지는 나를 감싸안아주었다. 그리고.... 의식이 멀어져갔다. < 다음 화에 > -------------------------------------------------------------------- 다음화 예고 신이 주는 구원은 달콤한 마약에 지나지 않는다. 신앙심이 죄를 사할 수 있다면 죄의 피해자는 어디서 구원을 얻을 수 있는가? 너 신앙이 있다면 다만 빌어라. 정의가 힘을 지배하기를! 너 죄가 있다면 다만 빌어라! 네 속죄가 너를 구원하기를!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부 The Rogue! 그 제 29 화 속죄자! 진정 안다는 것은 주어지는게 아니다! (정의가 힘을 지배하기를...은 도용입니다. 어디서 도용했게요? 퀴즈!) *********************************************************************** 멋지다. 헬싱... 멋지군요. 게다가 저 엔딩곡... 설마 미스터 빅이 부른건 가?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9 화 : 속죄자#1 ------------------------------------------------------------------------ 진정한 구원은 고행에서 온다! 고행과 경건함이 지옥에서 그대의 영혼을 구할 것이다. -오스카 K. 스턴필드 (798~860 성직자, 경건주의자) 신이 주는 구원은 마약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고행은 그 마약의 맛이 쓰냐 다냐를 바꿀 뿐이다. 충고하건데 차라리 단 쪽을 택해라. -칼 라이쯔(1431~1460) 팔마력 1548년 11월 1일 "으으으윽!" 나는 몸을 뒤척이다 겨우 눈을 떴다. 차가운 공기와 촉촉한 이슬이 섞여 있는 것으로 보아선 새벽 무렵, 어두운 하늘의 한켠이 밝아지는 거로 보 아선 얼마 안 가서 해가 뜰 시간인 것 같았다. 하지만, 어쩌면 지금도 꿈 을 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눈꺼풀은 하염없이 무겁고 의식도 온전하 지 못하다. 나 자신의 시각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왜곡되어있고 피로가 나를 지면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 차가운 공기가 나를 일깨웠다. 체온이 너무 떨어져 있다는 증거! 나는 깜짝 놀라서 눈을 번쩍 떴다. 생명이 위태롭게 되자 정신이 번쩍 든 것이다. "여, 여기는?"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라이오니아의 수도, 라이언즈 캐슬에서 얼마 달 아나지도 못하고 쓰러졌던 것 같았는데, 북쪽을 돌아보니 벨키서스 산맥 이 상당히 크게 보인다. 그렇다는 것은,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북쪽으 로 걸어왔다는 건가? "쳇, 연어도 아니고 말야. 고향으로 돌아오다니 말야."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다가 깜짝 놀라서 앞으로 나동 그라졌다. 몸 전신이 안 아픈 곳이 없어서 일어나려는 순간 고꾸라진 것 이다. "으에에엑.... 제기랄! 젠장!" 나는 땅을 주먹으로 치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리곤 잭과 메이파의 시신부터 살펴보았다. 벌써 시체에서는 썩어가는 묘한 냄새가 나기 시작 했다. 얼른, 저 시체를 안장할 장소를 찾아봐야 겠다. 메이파는 미트라 교단의 신관이니 미트라 교단을 만나봐야겠는데. 미트라 교단의 성역이 어디였더라? 레다나? 라다넬? 레다넬인가? 음. 레다넬이 맞는 것 같다. 아, 제길. 배고파서 머리가 핑핑 도는 군. 휴대용 식량은 벌써 다 먹어서 남은 게 없을테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배낭을 만져보다가 왠지 배낭 이 지나치게 가벼워졌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놈이 없군." 나는 내 배낭이 열려져 있다는 걸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과연 갈바 니의 머리가 달아난 것 같았다. 아무리 각성으로 인해서 비인간적인 괴력 을 가진 나라고 하지만 메이파와 잭의 시체를 들고 그 먼 거리를 걸어왔 다면 몸이 남아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갈바니를 달아나게 할 수는 없다. "쳇. 기어간 건가?" 어쨌건 녀석에게는 메이파의 죽음의 죄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곱게 놓아 줄 생각은 없다. 곱게 달아나게 할 생각은 더더욱 없고. 마침 녀석이 기 어간 흔적은 길 위에 선명하게 나있었다. 머리만으론 하루 진종일 달아나 봐야 얼마 가지고 못 했을테고. 설사 들쥐나 다른걸 잡아먹으면서 성장했 다 하더라도 몸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을 것이다. 과연, 나는 바위 뒤에 숨어있는 갈바니의 머리를 잡아서 집어들었다. "크아아악! 카이레스!" 갈바니는 내게 잡혀서 들려지면서 바둥거렸다. 나는 갈바니의 머리를 돌 위에 내던졌다. 잠깐 사이에 개구리라도 잡아먹었는지 몸이 꽤 성장해 있 었다. 흉곽과 폐가 생길 정도이니 원. "인간이 아니군. 하긴 애초부터 인간같지 않은 놈이기는 했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데일라잇을 뽑아서 바위 위로 내리쳤다. 그래서 다시 금 갈바니의 몸을 잘라버리고 인볼브 파워(Involve Power)로 불꽃을 뽑아 내어서 완전히 몸을 소각해 버렸다. "이, 불경한 놈! 감히, 팔마교단의 사도에게 이런 짓을 하고 무사할 거라 고 생각했는가?! 네놈이 나에게 이런 무례한 짓을 하면!" 나는 대답대신 놈의 머리를 바위에 댄 채 발로 밟았다. 으적하고 부서지 는 소리가 났지만 그래도 녀석은 죽지 않았다. 신기한 놈이군. 죽지 않는 건 그렇다 치고 목소리라는 건 흉강에서 공기가 뿜어져 나오며 성대를 진 동시키는 것일 텐데 흉부를 다 자르고 목만 남은 놈이 잘도 떠드는데? "지금 이 정도로 큰소리를 내다니 앞으로 당할 일을 걱정하시지? 아주 멋 진 일을 계획하고 있으니까 말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놈의 머리를 배낭에 넣지 않고 바닥에 놓은 뒤 발로 차서 굴리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이제 쉐도우 아머가 업어졌기 때문에 시 체를 내가 직접 들어야 한다. 나는 그렇게 시체를 끼고 사람의 머리를 발 로 차 굴리면서 벨키서스 산맥으로 걸어들어갔다. 가을도 이제는 그 끝을 맞이하고 있었다. 계절은 언제나 그렇듯 빨리도 지나간다. 내가 이곳을 떠날 때는 마악 추위가 가신 초봄이었는데 이제는 벌써 가을도 다 갔다. 나뭇잎들은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산짐승들은 이리 저리 먹을 것을 찾아서 돌아다닌다. 강가에는 연어를 잡으려는지 곰들이 어슬렁거리고 다람쥐들은 분주히 나무와 나무를 뛰어다닌다. 모든 것은 그 이전, 내가 이곳을 떠나기 전의 모습과 같다. 그러나 바뀐 것은 나 자 신. 메마른 마음이 눈에 들어오는 광경과 의식을 유리시킨다. 나는 완만 한 오르막길로 이뤄져 있는 벨키서스 산맥에 입구로 걸어 들어갔다. "멈춰! 무기 버리고 손들지 않으면 벌집으로 만들어 주겠다! 벌집과 고슴 도치! 양자 택일해봐! 얼른! 난 성질이 급하다고! 알겠냐?" "...." 숲의 입구에 들어서자 그러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하긴 시체를 이렇게 주 렁주렁 달고 산 속으로 기어들어오는 초췌한 인간을 보고 누가 경계하지 않으랴? 나는 숲 속에 매복해있던 벨키서스 레인저들의 방향을 돌아보았 다. 그러자 벨키서스 레인저들은 자신들의 매복위치를 간파당한 탓인지 놀라워했다. 원래 매복에서 말을 걸면 당연히 위치가 드러나긴 하지만 한 번에 돌아보는 놈은 없는 법이다. 평원이면 모를까 산 속에서는 목소리가 울리기 때문에 두리번 거리는게 정상인데 말이다. "야? 저놈 혹시 카이레스 아냐?" "뭐? 머리색도 틀리잖아?" "전에 머리색 바뀌었다고 하던데." "카이레스? 그 소드 스쿼드(Sword Squad)의?" 벨키서스 레인저들은 그렇게 떠들면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선두에 모습을 드러낸 놈은 글래시어 스쿼드(Glacier Squad)의 벨린이었다. 나보다 한해 늦게 들어와서 내 후배 격이다. 나랑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라 안면정 도만 튼 사이인데도 그는 나를 보고 굉장히 반가워했다. "여 카이레스! 그런데 왜 그렇게 수척해? 끼니라도 굶었어?" "그런 것 같다. 그런데 북부전선이 해결되어서 경계가 완화되었을 텐데도 삼엄하네. 그것도 아닌가 보지?" "당연하지. 어떤 미친 놈이 남자시체 하나, 목없는 여자시체 하나를 끼고 사람 머리를 발로 굴리면서 돌아다닌다는데 삼엄하지 않게 생겼냐? 응? 보자 마자 쏴버려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그것도 그렇군. 크큭." 나는 그렇게 웃었다. 틀린 말이 아니군. 나는 갈바니의 머리를 다시 발로 차 굴리면서 물어보았다. "커크님을 한번 뵙고 싶은데? 아 그리고 배도 고파." "얼마든지. 근데 그 시체 꼭 들고 가야 해?" "아아."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벨키서스 레인저들은 더 이상 묻 지 않고 나를 안내해주었다. 이곳은 계절만 빼고는 전혀 안변하는 모양이 다. 북부전선에 참전해서 작위를 받건 뭐를 받건 다 팔아버리고 도로 이 산 속으로 기어들어오는 걸 보니 역시 이곳이 아무리 시골이니 여자가 없 니 해도 살만한 곳인가 보다. 아 뭐 못보던 여자들이 좀 많이 늘어난 걸 보니까 확실히 어디서 사람을 구해오긴 한 모양이군. "그런데 그 시체, 확실히 보기 안 좋다. 무슨 일이야? 어디에 안장하면 안될까? 아니면...." "그럴 일이 좀 있어. 시체를 묻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역시, 이렇게 시체를 들고 다니 면 누구든지 이상하게 여길텐데 그들은 대단히 궁금해하면서도 더 이상 물어보진 않았다. 벨키서스를 떠난 나 따위 녀석의 그러자 곧 커크의 집 이 나왔다. 역시 옛날과 별 다를 게 없는 오두막 집이었다. "자 그럼 우린 갈게. 뭐 너도 벨키서스 레인저였으니까 설마 그 잠깐 사 이에 이곳 지리를 다 잊어버렸을 리가 없겠지?" "물론,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몇 년을 이곳에서 살았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 다. 그때 문득 문이 열리더니 검은 옷을 입은 여성 한 명이 물통을 들고 걸어나오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텅.... 물통이 힘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뒤스띤에게 쓴 웃음을 지어보였다. "안녕." "카이레스!? 뭐야 그 몰골이?" "...으윽." 나는 휘청거리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그녀는 달려와서 나를 부 축하면서 물어보았다. "카이레스! 이게 무슨 일이야?" "아 그럴 일이 좀. 있었어. 커크님은 안에 계셔?" "베인님이랑 같이 나가셨는데? 일단 안에 들어와서 쉬고 있어. 모, 몸이 불같아!" 뭐 불의 천사 미카엘의 환생이라는 나에겐 어울리잖아?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잭과 메이파의 시신을 내려놓았다. 물론 이 몸의 열은 염증 때문에 그렇다. 몸 안쪽 구석구석 성한 곳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뒤스띤은 처 참한 시체들을 보곤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것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지 않 고 일단 나부터 부축해 주었다. "일단 침대에 누워있어." "아니 그보다... 식사를 먼저하고 싶은데. 며칠을 굶었는지 모르겠거든?" "그래? 그럼 급히 준비할게. 그 동안이라도 누워 있어!"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강제로 침대에 눕혔다. 그녀의 침대라서 그런 지 나에겐 좀 작고, 내 몸이 지금 피와 오물로 뒤범벅이 되어서 전혀 깨 끗하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인데도, 그녀는 거리낌없이 나를 침대위로 눕혔 다. "그럼....으윽." 나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간의 피로와 굶주림은 죽음같은 잠으로 돌아왔다. 쇠약해진 육체는 살 아남기 위해 이기적이 되었다. 따뜻한 스프와 부드러운 빵을 삼키고 도로 쓰러져 버리고 기름낀 닭고기와 포도주를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게걸스럽 게 먹어치우고 도로 잠들었다. 누가 음식을 차려주는지, 몸을 씻겨주는지 는 제대로 머리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저 먹고 자면서 체력을 회복하는 것 뿐, 하긴 몸의 기름기가 전부 빠져서 피부가 딱딱해질 정도로 굶주리 고 걸어다녔는데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일어났느냐?" 커크님은 내가 조금만 뒤척이자 그렇게 말했다. 상반신을 일으켜 보니 어 느덧 저녁이 되었는지 이곳저곳에는 호롱불이 밝혀져 있고 레인저 마스 터, 커크가 테이블에 앉아있었다. "커크님. 으윽." 나는 통증에 신음하면서 다리 쪽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마치 수녀처럼 검은 옷을 입고 있는 뒤스띤이 침대 시트 위에 엎드려 졸고 있었다. 그녀 의 옆자리에 놓인 물통에 물수건이 놓여 있는 걸 보니 아마 내가 잠든 사 이에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준 것 같았다. 핏자국이나 때가 많이 가셔있 는 걸 보니 보통 세심하게 한 게 아닌 것 같은데 그런데도 안 깨어났다니 나 자신이 신기할 정도다. "...." "참 착한 아이구나. 네 뒷바라지를 얼마나 잘해주던지. 클클클. 어린 시 절의 친구라고 하기엔 너나 저 아이나 다 큰 것 같지만 말이다." "그, 그렇죠."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자고 있는 뒤스띤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메이파도 나로 인해서 희생된 사람인데, 나란 녀석에겐 정말 과분한 대우를 해주는 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며칠동안 씻지도 않았더니 굉장히 가렵다. 머리만은 물수건으로 될 일이 아니지.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냐. 그 시체들은...." "예. 그건." "네 친구들인가 보구나." "...."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 메어서 말이 나오질 않는다. 그러 자 커크님은 그런 나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쯔쯔쯔." "커크님, 질문이 있습니다." "뭐냐?" "어떻게 해야지... 나를 용서할 수 있지요?" "자신을 용서하는 법 말이냐? 알면 너무나 간단하고 모르면 절대 모르는 것이란다." "...." "그리고 그것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야 하는 것이지." 커크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잔 주름이 얼굴을 덮어서 눈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 다. 그러나 그 안에서 진심으로 날르 걱정하는 눈빛 이 느껴졌다. "모르겠어요. 나는, 내 손으로 수많은 사람도 죽였고, 인간의 목숨따위 그렇게 소중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만... 내 동료가 나 때문에 죽게되 다니. 게다가 그런...." "휴. 그런게 모두 네 잘못은 아니잖느냐." "예. '모두' 제 잘못은 아니죠. 그렇지만 제 잘못이 작은 일부라 하더라 도, 잘못했다고 사과할 상대도, 용서해줄 상대도 다 죽어버렸는데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고 머리를 쥐어뜯었다. "나, 나 자신이 한심하고 싫어 죽겠어요. 멍청한 자식, 잘난체는 그렇게 하면서, 고작 여자아이 하나 지키지 못하다니! 게다가... 아무것도, 나는 아무것도 해준게 없어요. 마음을 받아들이는 것도 거절하는 것도, 결국 주위의 흐름에 따라 흐르면서, 나 자신은 아무 것도 없이, 빈껍질이었어 요. 내게 메이파처럼 자기 마음을 확실히 정할 용기와 결단력이 있다면, 디모나처럼 냉정하고 침착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이런 겨과가 나오진 않 았을 텐데! 하지만 나는 진짜가 아니에요. 진짜....가!" -덜컹 그런데 그때 거실 밑의 트랩도어(Trap door)가 열리더니 밑에서 베인이 술통을 들고 올라오는게 아닌가? 아마도 베인도 여기 와서 내가 깨어나길 기다리고 있던 것 같았다. 베인은 술통을 꺼내오다 나를 보곤 눈살을 찌 푸렸다. "깨어났냐? 카이레스?" "예." "쳇. 네놈. 눈깔이 썩었구나." "?" "폐인이 됐다고. 이 자식아." 베인은 그렇게 말하고 술통을 가져와 테이블 옆에 두고 커크의 맞은 편에 앉았다. 그리곤 술통 위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탁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술통 윗 부분이 깨지는 게 보였다. 그러자 커크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베 인에게 말했다. "흐흠. 뭐 그냥 굶주린 채 많이 돌아다녀서 저런 것 같은데 뭘 그러나?" "아닙니다. 저건 속까지 완전히 썩은 눈이라고요. 그렇지 않으면 저렇게 까지는 되지 않아요." 베인은 그렇게 말하고 테이블 위에 놓인 사발을 꺼내더니 술을 퍼 마시기 시작했다. 보는 사람이 무서울 정도로 벌컥벌컥 들이키는 게 물이라도 저 렇게 마시진 못할 것 같다. 나는 그런 베인을 바라보곤 웃어야 할지 울어 야 할지 몰라서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 시체는 뭐냐?" "예?" "그 시체, 너 때문에 죽은 사람이냐?" "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트랩도어 안쪽에서 내 이야기를 듣지 못했나? 베인은 내가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자 다시 술을 퍼마시면서 성 질을 부렸다. "젠장. 이 바닥까지 한심한 녀석아. 속 터져서 말이 안나온다. 그런데 왜 여긴 또 도로 기어들어왔어? 설마 이제 나가서 사는 짓 안하고 돌아오겠 다는 건 아니겠지? 그런 말 하면 목을 비틀어 버릴테다." "...."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어쩔 줄 몰라하는 베인을 바라보고 한숨을 내쉬 었다. 물론 벨키서스 레인저로 이제 되돌아 갈 수는 없는 일이지. 그냥 여기 온 것은 나 자신이 방황하면서 들른 것 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 엔, 어디도 내가 있을 곳이 아니다. "그래. 어쩌고 싶으냐. 그럼." "예?" "...네게 남은 건 몇 가지 없다. 속죄를 위해서 자살이라도 할래? 아니면 깨끗하게 잊고 새로 출발하던가 이 곳으로 돌아오는 것, 그리고 영원히 후회하면서 궁상을 떠는 거다. 알콜중독도 괜찮지. 어느것도 네게는 맘에 들지 않겠지만 네 선택권은 별로 없다." "...." "알겠냐. 죄란 그런 것이다. 양심이 있는 한, 죄는 영원히 너를 따라다닐 것이고 후회가 네 영혼을 좀먹어가겠지. 어쩌겠느냐? 그것이 바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면 누구나 짊어져야 할 족쇄인데." 나는 베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베인의 말은 구구절절이 옳다. 그것이 사 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면 각오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그렇게 치부하기엔 나는.... "가, 강해지고 싶어요." "...." "누군가를 더 희생시킬 필요없이, 그리고 나 자신이 싫어지지 않을 만 큼." "켓! 꼬마녀석이 이래저래 잘난체 하기는! 하긴 네놈은 어렸을 때부터 별 로 지고 싶어하질 않았지. 뭐 완전히 썩어서 못쓰게 된 것 같지는 않군. 추천서를 써줄테니까 일단은 여기서 푹 쉬다가 브린이란 노움을 찾아가도 록 해라. 아, 지금 써주겠다는 건 아니니 푹 쉬고 있어라. 가다가 뒤지면 늑대들의 겨울 양식이 될테니까." 베인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술대접을 기울였다. 그러자 커크가 한숨을 내 쉬었다. "이놈의 녀석. 남의 집에 들어와서 멋대로 술통을 따더니 주인 입은 생각 지도 않고 자기 혼자 다 마시는 구나." "커크님도 참. 그 연세가 되셔서 이런 독주를 마시면 안됩니다. 커크님의 건강을 생각해서 제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는데." "...너 잘났다." 커크와 베인은 그렇게 대화를 나누었다. 역시... 벨키서스 레인저들을 보 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안정이 된다. 나는 한결 낳아진 기분으로 베인 에게 물어보았다. "아 저기, 혹시 마법사 아는 사람 없어요?" 내가 알고 있는 마법사들의 대부분은 적, 이를테면 지금은 죽어버린 린드 버그라던가 수상하기 짝이 없는, 마커스. 아니 디롤인가? 뭐 이런 적들 뿐이고 그게 아니면 인간의 운명에 관여하려 들지 않는 떠돌이, 캐스윈드 뿐이니 어떻게 내 계획을 위해서 힘을 보태줄 마법사가 없는 것이다. 그 나마 옛날에 모험가를 했던 베인이라면 좀 아는 사람이 있겠지. "마법사? 어떤 정도의? 동네 약사 수준이라면 밤하늘의 별까지는 아니더 라도 발에 채일 정도는 알고 있는데?" "상급 악마를 소환할 정도면 되겠는데요." "악마라...." 베인은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악마는 왜 불러내게? 죄책감을 덜기 위해서 되살려 달라고 할 셈이냐? 악마의 경우는 절대로 남지 않는 장사는 안 할테니까, 그런 일은 하지 않 을 거다. 혼 하나를 얻기 위해 혼 하나를 달라는 요구를 들어줄 만큼의 바보 악만 어디도 없으니까.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잊어라." "...." "대답은 당연히 알고 있잖냐. 물론 시간이 필요하겠지. 하지만 네가 설사 목숨을 버린다 하더라도 죽은 사람은 살아나지 않는다. 그 옛날 강력한 신성마법이 있던 고대에는 죽은 자도 되살아난다고 하더만 잘나신 팔마 교단덕분에 그런 기적도 볼 수 없게 되었지." 베인은 그렇게 투덜거리곤 다시 술대접을 술통에 담궜다. 그때 커크가 헛 기침을 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크흠. 마법사라면 벨키서스 레인저에도 한 분 계시는데. 정확히 말하면 마법을 쓸 수 있는 분이지 마법사인건 아니다만, 그분이라면 악마소환도 무리가 없을 거다." "에?" 나는 그 순간 놀라서 커크를 바라보았다. 설마 세르파스를 말하는 건가? 하지만 세르파스의 성격이나 그 라크세즈에 관한 건도 있고 그녀가 나를 그다지 좋게 볼 리가 없을텐데. "하지만 그분, 돌아와 계실지 모르겠는데, 원래 많이 돌아다니는 분 아닙 니까?" 베인은 그렇게 말하고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게다가 이놈, 심지가 썩어가지고 눈부터가 맛이 갔는데 그분이 보시면 뭐라고 하실지. 원래 그분은 예의범절을 따지시는 분이 아니지만 썩은 인 간을 상대할 만큼은...." "어쨌거나 카이레스는 자네 양자가 아닌가. 게다가 자기 때문에 사람이 죽었는데 전혀 거리낌 없어한다면 그게 어디 인간인가?" 베인과 커크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그분...이란게 세르 파스는 아닌 것 같다. 자주 돌아다닌다니. 혹시 캐스윈드인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침대에서 내려서기 위해 발을 내렸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뜨끔하니 아퍼왔다. 늑골이 부러졌다가 이상한 방향으로 붙어서 염증이 끈덕지게 달라붙어있었다. "아아..." 나는 침대에서 몸을 내리다가 다시 앞으로 굴러 떨어졌다. 정말 곧 죽어 도 이상할게 없는 상태다. 그러자 베인이 다가와서 나를 일으켜 세웠다. "이 녀석. 이런 꼴이 될 거면 왜 내 앞에 나타난 거냐?! 그냥 길바닥에서 죽어버릴 것이지! 못된 자식!" 베인은 그렇게 말하고 나를 도로 침대위로 올려놓았다. 1548년 11월 2일 다시 눈을 뜬것은 다음날의 일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주위는 묘한 약 냄새로 가득 차있었다. "으응?" 나는 고개를 들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벽에는 온통 선반이 만들어져 있 고 천장에도 밧줄이 걸려있고 그곳에는 각종 약재등이 매달려 있었다. 내 팔에도 가느다란 바늘과 유리관이 꽂혀져 있고 그걸 통해서 계속 약물이 내려오는게 보였다. "링겔인가?" 이런 비싼걸 맞고 있다니.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여전히 가슴팍은 뼈가 잘못 붙어서 아프다. 하지만 이제는 몸을 움직일 정도는 된다. 사실 보통 인간이라면 한 석달간은 정양해야 할 정도의 중 상이었다. 그러나 나는 움직일수 있다. "좀더 쉬는 게 좋을걸." 그때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뻑뻑한 목을 애써서 옆으로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계단에 걸터앉아서 내쪽을 바라보고 있는 세나가 보였다. 제법 그럴 듯 해 보이는 새하얀 가운을 걸친 그녀는 꽤나 신경질 적인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가락 두 개는 완전히 잘라졌고, 늑골도 접합이 잘못되어서, 내 손에선 건드릴 수 없어. 흉곽 절개를 해서 뼈를 잘라내지 않으면 적어도 싸움을 하는 건 무리일거야. 도대체 어쩌다 인간이 그렇게 까지 될 수가 있지?" "...." 나는 세나를 바라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아참 결혼 축하한다." "지금 놀리는 거야?" "...." 그럴지도. 그녀는 계단에 걸터앉은 채 계속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나 원해서 이 벨키서스를 떠난 결과가 뭐야? 기도 안 막혀 서. 그 시체들은 다 뭐냐고. 그리고 왜 수배지가 이곳 저곳에 붙는 거지? 어째서 또 그런 상처를 입고 이곳으로 도로 기어들어오냐고. 오빠가 편할 때는 떠났다가 편할 때 들러서 치료도 받고 쉴 곳쯤으로 생각하는 거야?" "...." "아아, 오빠. 어울리지 않게 상처받은 표정 하지마. 오빠로 인해서 누가 죽건, 어쨌건 간에 오빠는 이미 자기 갈길 다 정해놓지 않았어? 결국엔 오빤 그 좋아하는 방랑, 모험가의 길을 걷게 될 거야. 그런 주제에 남의 희생으로 상처입지 마. 상처입은 척 웅크려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 모든 걸 잊고 다시 일어나겠지. 왜 그렇잖아." 세나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전, 내가 알던 그녀와 달리 그 말 한마 디 한마디에서 악의가 스믈스믈 기어올랐다. 처량한 악의.... 심술 궂지 만 그래도 내가 다시 일어날 거라고 믿어주는 것이, 왠지 슬프면서 화가 난다. 아니 믿어주는 것은 기쁘다고 해야 하나. 그녀의 심정도 복잡할테 니까 뭐 나라고 속 편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어쨌건 그녀의 말에 내가 반박할 구석은 어디에도 없다. 그녀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니까. 나는 벨키 서스 레인저를 스스로 떠날 만큼 바깥세상이 좋았고 그래서 선택한 길이 다. 그리고 그말은, 설사 메이파가 희생되었다고 해서 내가 내 인생의 길 을 포기하진 못할 거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나에 대해서 너무 과대평 가하는 게 아닐까? 나도 이제 길을 모르겠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걸 알 수 있다면 좋으련만. 차라리 지나간 일은 깔끔하게 잊어버리고 마음 한 켠에 묻어놓고 나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다면, 내 길을 알게 해주 고 "어?거나 약사로서는 절대로, 안정하게 하고 싶지만 그럴 사람도 아니고 어차피 죽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몸이니까 괜찮겠지? 만약 마법사를 찾고 싶으면 벨키서스 산맥 서부 구역의 여섯 개의 폭포를 찾아보라고 하셨 어." "여섯 개의 폭포?" "설마 벌써 벨키서스 산맥의 지리를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그 마법을 쓰 는 사람의 이름은 류카드 드래곤베인(Dragon Bane). 벨키서스 레인저의 스트라이더니까 도와주실거라더군. " 세나는 그렇게 말하고 찬바람 소리가 나게 몸을 돌려서 앞으로 걸어갔다. "세나?" "꼴도 보기 싫으니까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일어나서 꺼져버리란 말야. 그런 반병신 몰골은 더더욱." 세나는 그 말을 남기고 문밖으로 나가 버렸다. 나는 그녀가 닫아버린 문 을 바라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금 피로가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깨 다 자다를 반복하면서, 나는 다시금 어둠 속에 몸을 맡겼다. < 계 속 > -------------------------------------------------------------------- 흠. 제가 세가 팬인 건 아는 사람은 다 알죠? 쉔무를 하면서 느낀 건 역 시 세가라는 것입니다. 그 과감한 미친 짓들이라니 절대 피해를 보지 않 으려는 쪼잔한 닌텐도와는 확실히 다르죠. 드캐란 플랫폼을 포기하는 건 진정 아쉽지만 언젠가 세가는 반드시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믿습니다. *********************************************************************** 아아 네트웍이 날아가서 연재를 못했군요. 뭐 윈도우 문제일으키는 거야 컴가지 상사라 했으니 이해하세요. 닌텐도가 쪼잔하다고 한건 옛날부터 팩 공장 돌려서 서드파티 뜯어먹던 회사운영 방침이라던가 이번에 티어링 사가에 딴지 거는 것을 두고 말하는 거지요. 닌텐도 게임은 잘 만드는 거 누구든지 인정합니다만 운영방침이 쪼잔한 것도 사실인데요 뭘.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9 화 : 속죄자#2 ------------------------------------------------------------------------ 팔마력 1548년 11월 3일 밖에는 때늦은 가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여기서는 비로 내리지만 산 꼭 대기 즈음에는 눈보라라도 치는지 새하얀 구름과 안개들이 가득 차 있었 다. 나는 조심스럽게 촛불을 밝히고 들창을 닫았다.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밤처럼 깜깜했다. 그래서인지 촛불의 한줌 온기마저 묘하게 따뜻하 게 느껴졌다. 나는 그곳에서 장비를 점검했다. 인피니티 백팩이 없고 로 그마스터의 각종 보물들을 디모나 윈드워커에게 돌려준 관계로 지금의 나 에게 있는 장비는 그다지 대단한 게 없었다. 홀리어벤저(Holy Avenger) 데일라잇이나 샤프니스 소드(Sharpness Sword), 륭센의 수갑이나 다크레 전(Darkregion), 휴렐바드의 방패 라이트닝 스피어(Lighting Sphere)를 대단하지 않다고 하는 것엔 어폐가 있지만 적어도 짐 정리나 여행용 물품 으로는 쓸모가 없다. 다 전투용 물품들 뿐 이잖아. 하지만 그중에 하 나.... 눈에 띄는게 있었다. "...." 나는 나뭇가지로 만들어진 마법봉을 들고 그걸 살펴 보았다. 이전 마커스 가 주었던 마법봉으로 아직 열 두번이나 마력이 남아있었다. "이, 이거라면...." 나는 그 마법봉을 잡고 살펴보았다. 손이 자연스럽게 떨리기 시작했다. 이거라면... 죽은 자를 불러낼 수 있으니까 이야기를 해볼 수 있을 지도. 하지만 그렇게 죽은 사람을 불러내어서 이야기를 한다는 게 과연 괜찮은 것일까? 그렇잖아도 환상 속에서 본 기억들을 떠올리면 그들은 언제나 나 를 비난하거나 거부했었다. "으음." 그러나 해봐야 겠다. 다른 어떤 이유에서 있는게 아니라 내가 말을 해보 고 싶다. 그래서 결국 비난이나 저주를 받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건 당연 히 내가 책임져야 할 짐이다. 아니 오히려 비난과 저주를 받는다면 차라 리 후련하겠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문밖으로 걸어나갔다. 잭과 메이파의 시체는 깨끗 하게 수의로 갈아 입혀져 있고 그걸 다시 삼베로 감싸져 있었다. 메이파 는 머리가 있던 곳에 두꺼운 곰 가죽 자루를 씌워서 흉측한 부분이 드러 나지 않게 가렸다. 그걸 보자 또다시 욱하는 성질이 속에서 치밀어 올랐 다. "나... 안식에 잠든 자여, 그대의 잠을 깨워 잠시 이야기를 청하고자 한 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마법 봉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마디 하나가 사 그러 들면서 마법이 발동했다. 촛불로 밝혀져 있는 어두운 거실 한 가운 데로 빛이 가루처럼 뿜어져 주위를 감돌기 시작했다. 그 짧은 순간, 심장 이 쿵쾅거려서 이대로 코로 피를 뿜고 죽는게 아닐까 싶었다. 그만큼 긴 장되고, 솔직히 겁났다! 메이파를 보고 싶지만 그것은 결국 내가 지은 죄 와 직면하는 것이다. 두렵지 않다면 그건 거짓말이지. 그러나 영원같은 순간이 지나고, 마법봉에서부터 은은하게 뿜어져 나온 빛이 사라져도 아 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이마에서 땀이 흘러서 눈을 가릴 때 까지 가만히 서있다가 겨우 몸을 움 직여도, 그때까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왜? 왜지?" 나는 다시 한번 마법 봉을 사용해보았지만 역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 았다. 나는 당황해서 마법봉을 조사해보았다. 분명히 사용할 때마다 나뭇 가지의 마디마디가 말라가고 있었다. 이제 남은건 10개 뿐, 그럼에도 불 구하고 왜 메이파는 불러지지 않는 거냐? "그럼 어디 잭을 불러볼까?" 나는 타겟을 바꿔서 잭에게 마법 봉을 사용했다. 그러자 곧 새하얀 연기 같은 것이 시신으로부터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안개를 뿜어 올리는 샘처럼 보였다. 푸근한 느낌을 주는 새하얀 연기. 그것이 잭의 형 상으로 변하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으으으아악! 아... 밝아! 밝아!' "잭?!" 나는 모습을 드러낸 잭의 유령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잭은 나타나자 마자 고통의 표정을 짓고 몸을 떨고 있었다. 게다가 나를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는 것 같았다. "잭! 나야! 정신 차려!" '카이레스? 카... 카이레스!' 잭은 그순간 나를 알아보고 노한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그의 육신을 이 루고 있는 새하얀 영체가 삽시간에 붉게 물들면서 격렬하게 소용돌이 치 기 시작했다. 마치 일렁이는 수면 너머의 세계인 듯, 그래 산자와 죽은 자의 경계가 현실화 된 것처럼 그 모습이 흔들렸다. "잭! 나야. 카이레스라고!" '이, 이 자식! 메이파를 죽게 내버려뒀어?!' "...." 나는 메이파의 시체를 보고 발작을 일으키는 잭을 보고 어쩔 줄 몰랐다. 사실이니까. '네놈은 그러고도 로그마스터냐?! 여자아이 하나 지키지 못하는 게 무슨 마스터야?! 애초에 너만 없었다면! 성검은 찾을 수 없겠지만 적어도 메이 파가 죽는 일은 없었을 거야! 무엇보다 가장 맘에 안 드는 건 네놈에게 있어서 메이파가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었냐?!' "!!!" '입이 있으면 대답해봐! 입 없는 유령인 내가 떠드는 것의 절반도 못하고 있잖냐! 말해봐! 메이파가 소중했어? 메이파가 너를 소중히 생각한 것까 진 바라지 않아! 소중했어?' 잭은 그렇게 나를 윽박질렀다. 나는 이를 악 물고 대답했다. "물론이야! 소중..., 소중했어." '네놈은... 네놈이 말하는 소중함이란 건 의미가 없어! 사람은 애완동물 이나 장난감도 소중해 한다고! '소중함' 이란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어서 말이지! 네놈은 그렇게 노골적으로 아메리아 계집애에게나 혹해서 빌빌거리고 있는데! 어째서 메이파는 너 같은 놈을 그렇게, 그렇 게 귀중하게 여긴 거지?!' 잭은 거의 반쯤 미쳐서 호소했다. 귓가에 바람소리가 울리고 좁은 오두막 안이 터져나갈 것처럼 흔들렸다. 그 안에서 잭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발악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잭을 보고 입을 벌리지 못했다. 맞아... 잭의 말 은 맞다. '나...나는 이 어린 딸이랑 같이 죽다니. 무력하다고! 힘이 없어. 팔마에 대항해 싸울 힘이 없다고. 너는 가지고 있잖아! 살아남았잖아! 어째서. 어째서 그 아이를 지켜주지 않은 거지? 어째서 그 아이랑 함께 있지 않아 준 거지? 내 딸이란 말이다!' "...미안, 미안하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마법봉을 들었다. 그러자 그걸 본 잭이 퍼뜩 놀라서 물어보았다. '메이파도 소환했나?' "아니... 시도는 했는데 되질 않았어." '그런가? 아마도 메이파는 토라인지 미트라인지 하는 신에게 거둬진 것 같았다. 어쨌건 그 아이는 그 신의 성직자이니까.' "뭐?" 나는 깜작 놀라서 잭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잭은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 다. '지옥에서 인간의 혼을 끌어들이기 위해 유혹을 하는 것처럼 각 신의 교 단에서도 인간들에게 교세를 넓혀나가지. 아마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을 거다! 아... 그래도 메이파는 구원을 받은 건가? 다행이다. 다행이야.' "구원...인가?"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구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지옥에 떨어지지 않은 것은 기쁘지만. 그것이 행복이라고는 할 수 없다. 선한 자를 거둬 가는 것은 선한 신이 자신의 힘을 늘리기 위한 방편이라고, 뇌리 한 구석 에서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마도 대부분은 환염의 미카엘의 지식. 하지만 그냥 문득 떠오른 생각과는 달리 확실한 지식으로 각인 되어있다. 그렇다. 신은 자신의 힘을 늘리기 위해 인간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신이 줄 수 있는 위로와 인간이 줄 수 있는 위로는 어디까지나 그 성질이 다르 다. 천상계는 선한 힘이 차원에 충만해 있어서 인간의 정신을 정화해 준 다지만 결국 망각의 강으로 사라져버리는 것 뿐. 나의 미련일지도 모르나 메이파에겐.... 반드시 내 사과를 전달하고 싶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그런 결의를 다지는 사이에 잭은 서서히 사라져 갔다. '그 아이는 그래도 미트라의 가호를 받는 구나. 잘 되었다. 잘되었어.' "하지만 그건...." 결국 메이파와는 영원히 헤어지게 되는 것이 아닌가? 나는 그렇게 말하려 던 것을 씹어 삼켰다. 거실은 다시 차갑게 진정되었다. 나는 손에 쥔 마 법봉을 보곤 이를 악 물었다. "크으으윽." 부러뜨려 버리고 싶다. 조디악 나이츠의 경우는 어차피 천년전의 인물들, 비록 맹세를 지키며 살아가는 슬픈 영웅들의 혼이지만 그것은 차라리 참 아 줄만 하다. 옆에서 숨쉬고 살아가던 인간이 죽음의 장벽너머로 사라지 는 것을 직접 바라보고 있는 것은 참을 수 없이 불쾌하다. 그를 불러낸 나 자신이 하염없이 싫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왼손은 손가락이 두 개가 잘린 탓인지 악력이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단단히 쥔 마법봉을 배낭에 정리했다. 나는 몸을 풀고 배낭을 등에 메었다. 다크레전은 가볍게 배낭 을 통과해서 그 위로 올라와 버렸다. 바람도 없는데 공중으로 부풀어 오 르고 두 가닥으로 갈라져 날개처럼 나를 감쌌다. "휴, 그럼 이제 가볼까? 시체를 둘이나 짊어지고 산길을 오를 걸 생각하 니 깜깜하군." 나는 그렇게 투덜거렸다. 시체 2구면 적게 잡아도 80킬로그램을 넘어간 다. 하지만 잭과 메이파의 시신을 가져가지 않을 수 없다. 뭐 올 때도 어 떻게 왔으니까 갈 때도 불가능하진 않을 것이다. 내 몸에는 마법에 의해 추출된 천족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잭의 영혼을 한번 불러내어서 그런지 그 시신을 볼 엄두가 안 난다. 삼베로 감싸져 있어서 그나마 다행 이지. -똑똑. 그때 누군가가 문을 두들기는 게 들려왔다. 벨키서스 레인저 중에 노크를 할 정도의 교양을 가진 인간은 몇 없다. 나는 배낭을 맨 채로 문으로 다 가갔다. "열려있어요." "아 카이레스." 그때 문이 열리고 검은 옷의 뒤스띤이 들어왔다. 여전히 검은 옷, 그러나 이전 자작의 유산을 상속받을 저택에서 보았던 색기 넘치는 검은 옷이 아 니다. 진정한 의미의 검은 상복. 그것은 묘하게 그녀에게 어울렸다. 나랑 동갑이지만 벌써 미망인이라니, 내가 보지 못한, 알지 못한 그녀의 고통 은 얼마나 될까? 그녀는 여전히 아름다운 용모를 가지고 있지만 나와 동 갑이란 것에 비하면 왠지 나이가 있어보인다. 나와는 다른 시간을 보낸 것처럼. "뒤스띤." "이제 가는 거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시선을 내리깔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카이레스. 이제 그만 하면 안돼?" "...." "더이상 돌아다닐 이유가 있어?이곳 사람들은 모두 좋은 사람들이야. 베 인님만 해도 저렇게 화를 내고 있지만 다 카이레스가 걱정되어서 그러는 것 뿐이야. 카이레스. 만약 마음을 정한다면 다시 이곳에 돌아오는 것도 생각해보지 않겠어? 어쨌거나 이곳은 카이레스의 고향이고 베인님은 카이 레스의 가족이잖아." 가족? 가족...그렇다. 베인은 내 아버지. 이곳은 내 고향. 그리고 친구 들... 이곳은 나에게 있어서 영원히 버리지 못할 고향인 것이다. '50년 방랑하며 천애절경 다 돌아봐도 뇌리에 남는 건 고향의 시냇가'라는 옛 시도 있다지만 확실히. 고향이란 강렬한 힘을 가지고 있다. 가을의 뒷자 락에 접어든 차갑고 신선한 공기,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숲, 그리고 낙엽 이 지며 앙상한 뼈대를 드러내는 쓸쓸한 고지, 눈을 이고 있는 산의 정 상, 그 모든 것의 위로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태양이 달리면 빛 은 대지를 스쳐 지나가며 여러 가지 형상을 만든다. "이 곳은...." 나는 창문을 닫았다. "내 고향이야." "카이레스." 그때 뒤스띤이 나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나는 머리를 나무 창에 대고 눈 을 감았다. "그래도 여기에 머물 수는 없어. 나는 죄인, 죄를 잊고 한번 버렸던 내 고향으로 돌아와 모든 걸 잊고 살 수는 없어.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결국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자신을 학대한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진 않아." 뒤스띤은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녀의 손에 내 손을 얹었다. 손가락이 두 개나 잘려나간 왼손이었다. "...." 뒤스띤은 말없이 나를 끌어안은 팔을 풀었다. 뭐 배낭 때문에 어차피 완 전히 끌어안는 것도 불가능 했지만. 나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응. 아 참 시체들은 그렇다 치고 혹시 갈바니의 머리가 어디있는 지 알 고 있어? 그 녀석 살아있기 때문에 달아날 수도 있는데." "그거라면 호우류시님이 가져갔는 걸. 살아있는 머리 말하는 거지?" 뒤스띤은 그렇게 물어보았다. 나는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 시체를 들고 다니는지 물어봐도 돼? 다른 건 몰라도 그 살아있는 머 리는 좀, 이해할 수가 없는데." "... 그 녀석은 그래도 팔마 스폰이야. 신인지 괴물인지 알지 못할 팔마 란 놈의 영향을 받은 놈이지. 나는 그걸, 네 영혼과 바꾸려 해." 지옥의 악마와 교섭을 해서라도. 그래, 어쨌거나 뒤스띤은 고작 인간의 여자, 그런 여자의 영혼보다는 팔마 스폰이 훨씬 더 가치가 있겠지. 그걸 위해서 마법사를 소개받으려 한 것이다. 뭐 벨키서스 산맥으로 온건 그러 자는 뜻은 아니었지만 이왕 온 것 할 일은 해야지. "카... 카이레스." 뒤스띤은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있는게 지 금 내 말이 믿어지지 않는 것 같았다. 하긴 옛날 속담 중에 악마가 삼킨 건 도로 토해내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악마가 삼켜버린 영혼은 절대로 회복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악마도 분명히 적은 투자로 큰 효 과를 보고 싶어하는, 욕망을 가지고 있는 존재인지라 교섭의 여지는 있 다. 더 좋은 걸 주겠다는 데 거절할 이유가 없잖아? "어쨌거나 같이 갈래? 아무래도 같이 갈 필요가 있을지도 몰라." "그, 그런게 가능할까?" 뒤스띤은 여전히 믿겨지지 않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아 물론, 별로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아. 하지만... 기대 안할 수는 없 겠지?" 그러자 뒤스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보아오면서 계속 착잡하게 가 라앉아있던 그녀의 눈동자가 마치 소녀의 것처럼 반짝인다. 이렇게 기뻐 하는 뒤스띤을 본적이 있던가? "...." 결국 그녀가 지옥에 떨어진 것은 내 책임인데, 이제와서 되돌린다고 하더 라도 그녀의 몸에는 그때의 상처가 남아있는데도 그녀는 나에게 고마워 하고 있다. 결국 본전치기도 안 되는 일에 기뻐하다니. 나는 왠지 머쓱 해져서 머리를 긁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문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문 입구에 천으로 싸여 있는 시신 2구를 메었다. 역시... 배낭까지 합치 면 근 10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엄청난 무게일텐데도 그다지 무겁지는 않 다. "마침 여섯 개의 폭포로 가는 5번 도로가에 호우류시의 집이 있잖아? 가 는 길에 들려보자." "그래. 카이레스. 그런데 무겁지 않아?" "별로." 나는 그렇게 말하고 산길로 걸어갔다. 뒤스띤은 안절부절 하면서 나를 뒤 따라왔다. "아 외출 준비를 해야, 아니 음. 그럴 필요가 없나. 어쩌지?" "뭘 그렇게 서성이고 있어? 따라와." < 계 속 > -------------------------------------------------------------------- <휘긴경 극장> 휘: 안하려고 했어. 펠: 그럼 나는 못나오잖아. 휘: 꺼져버려. 나 이제 너희들이랑 안놀아.(아니 이건?!) 펠: 어이어이. 휘: 자 대부분의 건전한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넘어가고 아무래 도 지금 본편이 시리어스 해서 휘긴경 극장의 유쾌상쾌통쾌한 전개는 본 편에 독이 된다고. 게다가 이거 말고 해야 할 일이 있어. 결국 돈을 벌어 야지. 펠: 어때? 기왕 카이레스 병신된거 이기회에 앵벌이를 시키는 건? 껌팔고 다니게 한다던가. 휘: 고작 손가락 두 개 날아간거 가지고? 카:(문열고 뛰어들어온다.) 지금 당신들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야?! 휘: 드디어 한국에도 음모를 꾸며주는 가게가 생겼나? 카:(잠시 이해 불능) 뭐? 펠: 으음. 왜 체리인 나는 이해하고 비 체리인 카이레스는 이해 못하는 거지? 카: .... < 계속 된다면 계속 된다! 정말?> *********************************************************************** 턴 A 건담을 보고 있는데 역시...건담 시리즈의 군대는 전부다 당나라 군 대로군요. 최악의 군대는 물론 윙 건담이죠. 캬...그거 도저히 닭살돋아 서 못보겠던데. 턴 A는 훨씬 양호하죠.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9 화 : 속죄자#3 ------------------------------------------------------------------------ 팔마력 1548년 11월 3일 호우류시는 비가 오면 물이 불어나 시내를 이루는 마른 시내의 옆에 오두 막을 짓고 살고 있었다. 떠내려가기 딱 좋은 위치에 높다랗게 집을 지은 것이 위태롭기 짝이 없지만 지난 10년간 한번도 떠내려가거나 무너진 적 이 없는 튼튼한 집이다. "저긴가?" 나는 뒤에서 헉헉 대며 따라오는 뒤스띤을 바라보았다. 손이 놀고 있으면 어떻게 이끌어주기라도 하겠지만 시신을 둘이나 짊어지고 있는 지라 손이 놀지 않는다. 그런데 그때 뒤스띤이 비명을 질렀다. "꺄악!" "에?" 나는 왜 그러나 하고 앞을 보다가 호우류시의 오두막 처마에 갈바니의 머 리가 걸려있는 걸 보곤 실소를 터뜨렸다. 전에 갈바니에게 호우류시가 으 름장을 놓더니 정말 말한 대로 저질러 버렸잖아! 뭐 호우류시의 성격상 당연히 이런 결과는 예상했지만 죽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계십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문이 열리고 안에서 호우류 시가 걸어나왔다. "카이레스냐? 오늘 아침은 돼지 머릿고기로 할 생각인데 들어보겠냐?" 그는 그렇게 말하고 갈바니의 머리를 가리켰다. 사양하고 싶어지는군. "사, 사양하죠." "그래 무슨 일이냐? 별로 힘이 없어 보이는데." 호우류시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살펴보았다. 음. 베인이나 다른 사람에게 서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 같군. 나는 갈고리에 꽂혀있는 갈바니의 머리 를 들어서 포에 싼 뒤 배낭에 집어넣었다. 이번에는 녀석이 떠들지 못하 도록 재갈을 물려 두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 녀석은 메이파의 살해범이 다. 지옥에 던져버리는 정도는 당연한 대가. 뭐 팔마의 성직자로선 열심 이었으니까 만약 팔마가 정말 자비로운 신이라면 지옥에 떨어진 갈바니라 고 하더라도 구해주겠지. "괜찮으면 잠깐 들어오거라. 차라도 한잔 대접하마." "예. 아니 지금은 그럴 시간이 별로 없습니..." "호오 많이 크긴 했구나. 네놈이 내 제의를 거절하다니. 아니 내가 늙은 건가?" "...." 나는 시신을 내려놓고 그의 집으로 걸어갔다. 호우류시의 집은 동방식이 라 그런지 입구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들어가면 그냥 넓은 마루가 나오는데 호우류시는 그 위에 갈대로 짠 방석을 깔고 앉아있 었다. "아 뒤스띤. 당신도 들어와요. 흠. 뭐야? 둘이 산책이라도 가는 건 아니 겠지? 암매장 하러가나?" "아, 아니요. 실례하겠습니다." 뒤스띤은 호우류시의 심술궂은 이야기를 애써 거부하면서 걸어들어와 방 석위에 다소곳이 앉았다. 그러자 호우류시는 찻잔을 건네면서 말했다.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다." "...." 호우류시는 나를 바라보고 꽤나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저질러 버린 일은 후회하느니 잊어버리는게 최고다. 아 니면 후회만 하고 마는 거지 굳이 후회에 몸을 가라앉힐 필요는 없다. 뭐 후회만 하고 마는 거나 잊어버리는 거나 그게 그거인 소리지만." "...." "이런이런, 납득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군. 그래. 그거야." 호우류시는 잔에 차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윽한 다향이 방을 메웠다. 메 마른 시냇가에 위치한 호우류시의 집이지만 그래도 물내음 그득한 곳인데 그 물의 냄새에 차의 향기가 더해지자 묘하게 청량한 느낌이 들었다. 마 침 가을 햇살이 창으로 들이쳐 오면서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뭐 별로 도움이 안될 이야기지만 말이다. 옛날 아주 먼 옛날에 한 소년 이 아버지의 복수를 갚겠다고 당대의 명 무술가를 찾아갔단다." 호우류시는 그렇게 말하고 뒤스띤을 바라보았다. 뒤스띤은 자리가 불편한 지 몸을 뒤척이다가 호우류시의 시선을 받고 머쓱해져서 고개를 숙였다. "아 편히 앉아요. 자자 어디까지 말했나?" 호우류시는 그렇게 이야기를 했다. 음. 어쨌거나 복수를 위해서 무술가를 찾아간 소년은 그 사람에게 부탁했 지. 자기를 제자로 받아달라고. 그러자 그분이 이렇게 물었지. '검을 차고 있구나. 검에 대해서 아느냐?' 물론 소년은 무술을 배우고 싶다는 욕심에 안다고 대답했지. 그러자 그 무술가는 검을 한 자루 가져와 뽑아서 소년에게 물었다. '그럼 이 검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아느냐? 제작 연해와 공 방, 그리고 야장(冶匠)의 유파(流波)를 맞춰보거라.' 소년은 당황했지. 아니 칼을 감정하는 것과 검술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 인가? 그러나 그 무술가는 당대에 가장 유명한 명인이었어. 그의 제자가 된다면 복수를 갚는 건 일도 아니었단다. 결국 소년은 검을 만드는 도공 의 제자로 들어가 2년간 기초적인 공부를 끝마치고 다시 그 무술가를 찾 았다. 무술가는 여전히 똑같은 화두를 제시했지. '검에 대해서 아느냐?' '예.' 소년은 당당히 대답했지만 그때 무술가는 다른 방향으로 틀었지. '그렇다면 따라오거라.' 그리고 곧 소년은 무술가를 따라서 전장을 보게 되었다. 마침 이웃 나라 간의 전쟁이 벌어진 지라 그 근처는 온통 아수라장이 되어있었고 소년은 전쟁을 직접 눈으로 보았다. 또한 그 전쟁이 끝나고 무기를 주워 파는 빈 민들과 그 전쟁에서 죽은 희생자의 유족등... 전쟁의 결과물을 보고 돌아 온 것이지. '검에 대해서 아느냐?' '아니오 모릅니다.' 소년은 솔직히 대답했다. 그리고 소년은 청년이 되어 전장에 나갔다. 수 많은 사람들을 직접 베고, 난관을 돌파하면서, 청년은 지긋지긋한 전쟁에 서 살아 돌아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수심은 더더욱 타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혼자서 그 원수를 상대하기엔 벅차서, 그는 다시금 무술가 에게 찾아갔지. 무술가는 여전히 화두를 던졌다. '검에 대해서 아느냐?' '나는 직접 그 검을 벼리었으며 또한 그걸 들고 휘둘러 사람을 죽였소. 당신이 보여준 그 전장의 속을 나는 그 일원이 되어 누볐소이다. 내가 당 신에게 가르침을 구하며 그렇게 성의를 보였거늘 어찌하여 당신은 가르침 이 없소이까? 행여 당신은 진실로 아는 것이 없고 단지 이름을 팔아먹으 며 사는 겁먹은 늙은이가 아니오?' 청년은 그렇게 비아냥 거리고 무술가를 모욕했다. 그러나 그 무술가는 여 전하게 화두를 던지고 있었다. 검에 대해서 아느냐고. '모르오.' 청년은 결국 시인할 수밖에 없었지. 검을 직접 벼리어 내어도. 전쟁을 겪 으며 직접 휘둘러도, 그 참상을 눈으로 보아도, 어찌해서 무기를 들고 휘 두르는 것에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을 것인가? 그리고 무엇 때문에 그 무술 가는 검에 대해서 아무 것도 전수해주지 않으면서 그러한 화두를 던지는 것인가? 검에 대해 알고 있다면 가르침을 구하러 올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러던 찰나 청년은 마침내 깨달았던 거지. 가르침이란 주어지는 것이 아 니라 찾아내는 것, 설사 제 아무리 위대한 스승이라 하더라도 스스로 깨 닫는 거만 못하다는 걸, 그리고 그 노 무술가가 원하는 것은 무수한 의미 를 함축하고 있다는 것을. 그것을 깨달았을 때 청년은 무술가와 다시 만 나게 되었다. '검에 대해서 아는가?' '나는 검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보았소, 그것은 철과 금속으로부터 두들 겨져 나오는 것이오. 어떤 찬사가 붙어도 결국은 생명없는 도구이니 그에 마음이 담긴다면 만든이와 그걸 쓰는 이에게 달린 것이오. 또한 어떻게 쓰이는지 알았소. 전장에서는 그 창과 검을 써서 적국의 병사를 죽이고 무력을 행사하오. 시장의 잡배들은 그것으로 상인들을 핍박하오, 무뢰배 는 그것으로 사람을 죽이고 재물을 강탈하며 검사는 그걸로 자신의 심신 을 갈고 닦소. 그리고 그 검의 영향도 알고 있소. 무릇 전쟁은 계속되고 소중한 인명은 죽어 없어지오. 인간의 욕망이 계속 충돌을 불러일으키지 만 그 손에 검이 들려있으면 반드시 검은 목숨을 앗아가오. 즉 검은 폭력 이고 그 도구였소. 그러나 스스로의 의지가 확고한 자는 검이라 하더라도 꺾지 못함을 알았소. 아니 그것은 그의 내면이 검으로 드러나는 외압보다 도 더 강했기 때문이었소. 검은 결국 도구. 마음의 깊이가 없는 한 싸구 려 폭력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도.' '그래 그래서 검에 대해서 아는가?'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르오. 그래서 알기를 원하오.'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무술가의 제자가 될 수 있었지. 제자? 아니 아니 지. 스스로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자를 무술가는 도와주었다. 무릇 기술 은 가르칠 수 있으나 마음은 가르칠 수 없으며 마음이 없으면 검은 진정 한 검이 되지 못한다. 외적인 가르침은 주어질 수 있으나 내적인 깨달음 은 결코 주어지지 않는 것이란 것은... 그걸 깨닫고 자신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본인뿐이라는 게 지금의 네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구나. 호우류시의 긴 이야기가 끝났다. 나는 그의 말을 듣고 호우류시를 올려다 보았다. "그 말인즉슨...." "글쎄다. 말에 내포된 의미까지 알려주고 싶진 않구나." "아니 알았습니다. 아니 안 것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가르침은 스스로 구하는 것, 그저 주어진 것은 진정한 깨달음이 아니다." 나는 그 말을 마치 주문처럼 읊조렸다. 즉... 나는 이미 대답을 알고 있 다. 메이파가 죽었다고 따라 죽을 것도 아니고, 그녀의 죽음은 나에게 깊 은 슬픔을 준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나 자신의 길을 포기할 수도, 그리 고 바꿀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 나는 내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하 지만 그렇게 알고 있는 대답은 아는 것이 아니다. 검을 알고 있는 가란 간단한 질문에도 많은 답이 존재하며 궁극적인 답이나 간단한 답이나 같 은 단어일수 있다. 그러나 그 깊이만은 다를 것, 깊이를 지니지 않는 한 답은 답일 수 없다. "그 청년은 혹시?" 뒤스띤은 그렇게 물으며 호우류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호우류시가 고개 를 끄덕였다. "물론 나요." "...그런 것치고는 별로." 뒤스띤은 무의식중에 그렇게 말하다 깜짝 놀라서 호우류시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렇게 해서 검술을 배웠다는 인간이 뭐 이렇게 인품에 흠집이 많 은거야? 진짜 무술가들은 훌륭한 인품을 갖고 있다고들 하는데 호우류시 의 경우는 영 아니잖아! 하지만 그게 내가 한 말이면 모를까 뒤스띤이 지 적해버리다니. 호우류시는 한방 맞은 표정이 되어서 뒤스띤을 본 뒤 흥하 고 코웃음 쳤다. "어쨌거나 내 아침거리를 가져가겠다니 빨리 가라. 류카드 님이 계시는 곳은 이곳에서 훨씬 먼 곳이다. 한나절 가도 닿을지...."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호우류시에게 큰절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카이레스. 류카드 님을 만나러 가도 반드시 이곳으로 돌아와라. 베인 이 그 소개장을 써준다고 했으니까 잊지 말고. 그리고 류카드 님은 13년 만에 찾아오신 분이니까 예의를 지키라고. " 호우류시는 그렇게 말하고 찻잔을 거두기 시작했다. 나는 뒤스띤과 함께 일단 그 오두막을 빠져나와 갈고리에 박혀있는 갈바니의 머리를 빼냈다. 이 녀석의 머리는 갈고리에 박혀있어도 여전히 살아있었다. 하지만 덕택 에 떠들 기력은 남아있지 않은 것 같았다. 애초부터 어떻게 폐도 없이 목 소리를 내는지 모르겠지만 상처가 심해서 기력이 없으면 떠들지 못하는 건 확실한 것 같다. 일단 다시 산길로 돌아갔다. 류카드 드래곤베인이 라. 어떤 자일까? 어째서 무서울 것 없는 인간들이 그 이름만 나오면 안 색이 확 변해버리지? 이해가 안 가는데? "류카드... 드래곤베인?" 나는 그 이름을 중얼거렸다. 어쨌거나 지금으로선 그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서 제대로 된 마법사를 찾기란 하늘의 별따이기오 그나마 있는 중에는 내 편보다는 적이 더 많았으니까. 나는 뒤스띤과 함께 산길을 걷기 시작했다. 뒤스띤은 옛날부터 체력이 약 해서 내 걸음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헐떡이는게 애처로웠다. 그녀의 발 걸음에 어떻게 속력을 맞춰서 걷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이다. 게다가 벨키서스 산맥 서부로 이어지는 길은 이루 말로 할수 없을 정도로 험하다. 이곳은 순찰회수도 적고 길도 엉망이라서 길가에는 잡초 가 무성하고 오르기 쉽도록 걸어둔 밧줄이라던가 말뚝 같은 것들은 손보 지 않아서 다 썩어 있었다. 그렇지만 뒤스띤도 예상보다는 훨씬 잘 따라 와주었다. 그녀는 원래 악마숭배자인 옛 남편에 의해서 갖은 변태적인 고 문을 다 받아서 몸이 쇠약해 져있었다. 그렇지만 벨키서스 산맥에서의 생 활덕분에 활력을 되찾은 듯하다. 하긴 산속에서 일주일만 살아도 산의 험 준한 기세에 적응이 되기는 한다. 인간의 적응력이란 것은 그만큼 대단한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거야? 헉...헉..." "뭐 여섯 폭포의 경우는 이제 곧 나오는 물을 따라서 가면 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산 기슭을 바라보았다. 가을이라지만, 벨키서스 산맥 의 정상에서는 회색의 구름이 휘몰아 치고 있었다. 비가 오겠는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바위와 수풀이 뒤엉켜 있는 낭떠러지 쪽으로 다가가 보 았다. 강한 바람을 맞아서 뒤틀어져 있는 소나무가 낭떠러지 앞에 위태로 이 서있고 그 소나무의 뒷켠에는 한없이 광활해 보이는 북부평야가 보였 다. 가을을 맞이한 평야는 온통 황금색으로 물들어서 바람을 타고 황금색 의 파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하늘이 어둑어둑한 관계로 제아무리 금으 로 치장된다 하여도 칙칙하다. 그 옛날 나는 이러한 높은 곳에서 저 평야 를 바라보며 벨키서스 산맥에서의 따분함을 타파할 각종 모험을 꿈꿔왔 다. 그러나 모험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모험이다. 무언가를 잃을 각오가 되어있지 않으면 모험이란 너무나 위험한 것이다. -휘이이이잉 바람이 불어온다. 나는 그곳에서 잠시 멍하니 세상을 바라보았다. 마치 시간이 나를 남겨두고 빨리 흐르기라도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 다가 멀리서 보아도 부정한 느낌을 주는 소델린 사원이 망막을 찌를 듯 선명하게 보인다. 마치 눈가에 검은 벌레가 달라붙은 것처럼 거북하면서 도 떠나지 않는 사악한 신들의 검은 사원. 그 영향 때문인지 이 벨키서스 산맥 서부는 왠지 고요하고 음침했다. "자 그럼 갈까?" 나는 겨우겨우 숨을 돌린 뒤스띤을 바라보고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런데 류카드 드래곤베인이란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벨키서스 레인저라고 하는데 내가 모르다니. 게다가 벨키서스 레인저에 마법사가 있다는 것도 금시초문이지." "....과연 악마소환해서 혼을 돌려받는다는 게 가능할까?" "확답은 할 수 없어. 그러나 기대하지 말라는 것도 무리가 있겠지? 기대 하고 있으라고." 나는 뒤스띤에게 그렇게 말하고 수풀을 발로 차서 길을 열어가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곧 산의 각도가 급격히 변하며 차가운 청색의 빛을 발 하는 토양이 나타났다. 꽤나 급한 내리막길로 근처에선 물소리가 들려온 다. "얼마 안가면 폭포겠군." "으응. 그 말을 벌써 여러 번 듣는 것 같아." "원래 힘든 길에서는 '이제 곧 끝나' 라던가 '얼마 안 남았어' 등의 이야 기가 많은 법이지. 하지만 이번에는 진짜야." 과연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자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를 만날 수 있었 다. 그리고 그 물줄기의 앞에서부터 들려오는 폭포를 발견할수 있었다. "저거야." -콰아아아아! 그런데 갑자기 물줄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그리고 갑자기 눈앞에서 물기 둥이 거세게 치솟아 올랐다. "뭐? 뭐야? 폭포가 역류를 해?!" 나는 깜짝 놀라서 칼집 위에 손을 댄 뒤 방어자세를 취했다. 폭포가 거꾸 로 치솟아오르다니? 간헐천이란 것도 있긴 하지만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 다. 정말 중력이 뒤집어 진 것 처럼 물이 거꾸로 올라간 것이다. 놀라울 정도다. "꺄아!" 뒤스띤은 깜짝 놀라서 귀를 감싸 쥐었다. 그러자 곧 하늘로 치솟아 오른 물이 위에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아! 마치 비가 오는 것 같군. 나는 폭포의 낭떠러지 앞으로 달려가서 고개를 내밀었다. 물이 떨어지며 여섯 개의 폭포를 이루는 곳에서 한 청년이 있 었다. 폭폭의 물이 떨어져 소용돌이를 이루고 있는 곳에서 암초처럼 비죽 솟아나있는 푸른 색의 바위위에서 거만하게 뒷짐을 지고 서있는 것이었 다. 그대 역류한 폭포가 쏟아지면서 흐릿한 무지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청년은 손으로 얼굴을 가린 뒤 이쪽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크 이거 미안. 손님이 오다니." "...." 나는 그의 금발 옆에서 살짝 빠져나온 귀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엘프 다. 확실히 엘프의 귀를 하고 있다. 그런데 입고 있는 옷은 역시 엘프에 게 어울리지 않는 반들반들한 벨벳 장포... 동방의 용이 수놓아져 있는 뭐 지금껏 만난 엘프가 제대로 된 놈이 없어 가지고 엘프에 어울리는 게 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저자가 류카드인가? "벨키서스 레인저는 이곳에 오는게 허락되지 않았을 텐데. 뭐 상관없지. 내려오겠나?" 나는 그의 말에 따라서 먼저 내려섰다. 그러자 그 엘프가 바위에서 물가 로 뛰어내렸다. "자자. 무슨 일이지? 네 표정에 드러나 있어. 너는 나에 대해서 이야기정 도는 듣고 온거지?" 그 엘프는 걸어오면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고 물어보았다. "그럼 당신이 바로 류카드 드래곤베인입니까?" "아 물론. 내가 류카드 드래곤베인이지. 그 외에 달리 다른 사람이 있겠 냐? 그래 나를 찾아온 이유는 뭐지? 시체를 둘이나 메고 오다니 인간보단 오래 살긴 했지만 이런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거든. 뭐... 근성이 썩어가 는 녀석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여기까지 온건 뭔가 생각이 있어서겠 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 흥미가 있다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근성이 썩어간다니? "게다가 보석안을 가지고 있잖아? 인간도 아닌 것 같군. 더구나... 이칼 은 데일라잇? 끝내주는군. 네가 그 이노그를 물리쳤다는 카이레스냐?" "아 예. 뭐 그건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게 아닌데 요. 실은 부탁할게 있어서 왔습니다." "부탁? 뭐?" "악마를 소환해주길 원합니다. 그것도 상급으로." 나는 그렇게 말했다. 너무 본론으로 일찍 들어간 탓일까? 류카드의 눈썹 이 가운데로 모아졌다. "악마소환? 너 지금 내가 누구인지 알고 부탁하는 거냐?" 그 순간 그 엘프의 팔에서부터 광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광점은 곧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주먹만한 크기의 빛들이 공중으로 떠올라서 적 색, 청색, 백색으로 반짝이는 것이다. 나는 갑자기 불길한 생각이 들어서 물러났다. 뭔가, 성스러운 느낌이 그 빛으로부터 뿌려지고 있었다. "이건?" "천권 셀레스철 피스트(天拳 Celestial Fist)의 증거. 아콘 비트(Archon Bit)지. 악마라면 데몬(Demon)이건 데빌(Devil)이건 데이먼(Daimon)이건 모두 사이가 너무 좋아서 미칠 지경이란 말야." "셀레스철 피스트?" "뭐 소환을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갑자기 왠 폐인꼴을 한 녀석이 악마를 소환해달라고 해서 해주겠다고 선뜻 나설 만큼 좋은 입장은 아니란 거지. 시체를 2구나 지고 다니는 녀석이 제정신이라서 좋은 일 하겠다고 악마를 소환하겠다고 할 속셈은 아니겠지?"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꺄아아아악!" "웃사!" 고개를 돌려보니 류카드가 비탈길에서 미끄러진 뒤스띤을 받아 들고 지상 으로 내려섰다. "숙녀를 위험한 산길에 그냥 방치하다니 벨키서스 레인저가 언제부터 이 렇게 여자에 무뎌지게 된 거지? 미녀의 목숨 하나는 1개 전단의 목숨보다 가치있다는 게 벨키서스 레인저의 슬로건 아니던가? 이래저래 맘에 안드 는 군. 뭐 엄청난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맛이 가있는 눈하며, 무엇보다 같이 온 여자에도 신경쓰지 않냐? 완전히 땀 투성이잖아. 무리해서 네 속 도를 따라오고 있었다고. " 그는 그렇게 말하고 뒤스띤에게 윙크를 해보였다. "그렇지? 악마에 팔린 아가씨?" "...어떻게?" "마족의 흔적은 언제나 강렬한 냄새를 남기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겠는데. 해보자고. 셀레스철 피스트가 악마를 소환하다니. 어울리 지 않는 일이지만 사람을 구하는 일에 물러서있을 수는 없지."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폭포의 옆에 세워져 있는 작은 오두막을 가리켰 다. "자 그럼 일단 안에 들어오라고. 오래간만의 손님인데 예의를 갖추지 못 했잖아." "근성이 썩은 놈이라느니 눈이 맛이 갔다느니 이미 예의란 건 많이 벗어 났는데요?" "별로 신경쓰지마. 맘에 안 들면 나중에 나를 한방정도 칠 기회를 주지."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의 오두막으로 먼저 걸어들어갔다. < 계 속 > -------------------------------------------------------------------- 크으.... *********************************************************************** '너 왜 아라비아 인을 쐈어?', '날이 더워서' 인권이란 것은 소중한 것이 지만 결국 남의 것보단 자기것이 소중한 법이죠.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9 화 : 속죄자#4 ------------------------------------------------------------------------ 팔마력 1548년 11월 3일 류카드의 오두막은 여섯 개의 폭포 옆에 붙어있는 작은 통나무 집이었다. 원래 사람이 살지 않은지 10년이 지나면 통나무집은 위에 이끼가 끼고 빗 물에 썩고 각종 잡초가 자라나서 견디지 못하기 마련이다. 설사 살면서 아무리 손질을 하지 않더라도 인간이 살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란 선은 지켜지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류카드의 집은 굉장히 깨끗했다. 13년간 방 치했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지붕 위에 넓은 바위를 얹어놔서 그런 지 나무는 썩지도 않은데다 잡초하나 없다. 왠지 깔끔한 오두막이 주인의 성격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깨끗하군요. 13년동안 방치했다고는 도무지." "아 그렇지. 이곳 바닥의 흙은 독성이 강해서 풀이 안 자라. 그리고 뭐 청소야 조금 했지. 자 오래간만의 손님이지. 안에 들어오시게나." "안이라고 해도..." 나는 그렇게 말하고 집 안을 살펴보았다. 이 집은 방이 없고 홀라당 한칸 으로 되어있었다. 이러면 텐트랑 별로 다를게 없잖아! 지붕과 벽이 나무 로 된 파오라고 불러도 다를 게 없다. 하기야 혼자 사는데 굳이 여러칸 만들 필요는 없겠지. 게다가 한 칸이라곤 해도 꽤 넓고 벽에는 화덕, 가 운데엔 테이블, 구석엔 침대 등등의 가구가 다 구비되어 있었다. 혼자 살 기에는 전혀 지장없는 구조로 되어있었다. 게다가 집밖에도 창고는 붙어 있으니까 혼자 살기는 그만이다. 이래저래 합리적이긴 하다. 그런데 그럴 거면 아예 집을 짓지 않는게 더 합리적이란 말야. 텐트치고 살지 뭐하러 힘겹게 집을 짓느냐 이말이다. 어쨌건 우리보다 먼저 들어간 류카드는 방 을 조금 치우더니 테이블을 우리들에게 내주었다. "자 그러면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지. 그래서 뭘 그녀의 영혼 대신 걸 거 지? 설마 아무리 생각이 없는 놈이라고 하더라도 데일라잇을 걸진 않을 테고." "...." 나는 대답대신 배낭에서 갈바니의 머리를 꺼냈다. 갈바니의 머리는 그사 이에 정신이 들었는지 보자마자 떠들기 시작했다. "이 사악한 자식들! 감히 신의 사도인 나를 악마와의 교섭물로 내걸 셈이 냐?" "흠. 당연히 내걸 셈이지. 팔마스폰. 그런것도 몰라서 물어보는 것은 아 닐테고. 게다가 나를 사악한 놈으로 매도하다니. 이래봐도 정의의 사도란 말야."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돌아보았다. "제법 재미있는 완구를 가져왔구나. 생긴게 예뻤으면 더 좋았을 텐데 왜 하필 이런 사내놈이지?" "예. 여자였으면 목을 자르기가 좀 곤란하지 않았을 까요?" "그것도 그렇군."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류카드 역시 엘프 의 피를 이어서 그런지 뭔가 인간답지 않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문제는 이몸이 이제 인간같지 않은 아름다움을 가진 놈을 워낙 많이 만나 서 면역이 되었다는 것일까? 주위에 미남미녀가 득시글거리다 보면 다 면 역이 생겨서 별로 놀라고 그런거 없다. 그저 그러려나 하다보지. 나는 그 런 생각을 하고 류카드에게 물어보았다. "그거면 사람의 목숨 하나정도의 가치는 하지 않을까요?" 팔마스폰의 머리통이 사람 영혼만큼의 가치가 없다면 곤란하다. 뒤스띤이 야 뭐 무슨 전설의 용사 혈통도 아닐테니 그렇게 어렵진 않을 것 같지만 문제는 저 팔마스폰, 갈바니의 머리통 값이다. 사실 나라면 거저 줘도 싫 을 텐데 저런 머리통을 받아서 어디다 쓸까? 만약 안바꿔 주는 거면 어쩌 나. 괜히 기대만 잔뜩하게 해놓고 안된다고 하면 뒤스띤에게 미안하잖아. 그러나 다행이 그런 일은 없었다. "물론 하고도 남음이 있지. 그러나 사람의 영혼이란 것은 상대적 가치가 높고 저놈들은 그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 이대로 녀석들을 불러내면 놈들은 저 여자의 영혼을 인질로 잡고 우리를 위협할 것이다. 결국 단물 쓴물 다 빨아먹는 거지, 괜히 악마인게 아니라니까." "그런." 뒤스띤은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하긴 악마들은 우리가 원하는 영 혼이 있다면 그것이 상대적으로 대단히 높은 가치가 있다는 사실쯤 간파 할 것이다. 우리가 가진 것 모두를 다 내놓으라며 뒤스띤의 영혼을 가지 고 협박한다면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다. 나는 속이 뜨끔함을 느끼고 가 슴을 억눌렀다. "그래서 이 교섭은 내가 맡겠다. 다른 수가 없다면 그렇게 하자고. 이의 없지?" "하지만...가능합니까?" "걱정하지마. 나는 악마에 관련된 일이라면 프로라고 할 수 있으니까."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갈바니의 머리를 테이블에 놓고 수도로 내리쳤 다. 뻑 하는 소리와 함께 계속 저주를 늘어놓던 갈바니의 머리가 조용해 졌다. 원래 검으로도 사람의 두개골은 깨기 쉽지 않은 법이다. 그런데 수 도로 깨다니. 게다가 그렇게 잘 만들어지지 않은 테이블의 다리가 멀쩡한 것을 보면 테이블에까지 충격이 가지 않은 것 같다. "자 그러면 다른 것보다 얼른 시작하길 바라고 있겠지? 아가씨? 아무래도 이건 당신의 영혼에 관련된 문제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 뒤스띤을 바라보았다. 뒤스띤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 덕였다. 류카드는 갈바니의 머리를 손가락 끝에서 빙글빙글 돌리면서 "그러면 잠시 기다리고 있으라고. 이곳에 결계를 칠테니까. 이러면 악마 들도 잔꾀를 부리지 못하지. 카이레스도 여기 있어." "그렇지만...." 나는 류카드의 마지막 말에 놀라서 일어났다. 그러면 갈바니의 최후를 보 지 못한다. 자칭 신의 사도인 갈바니가 지옥에 떨어지는 모습은 일생에 거쳐서 오직 한번만 볼 수 있는 명 장면인 것이다. 그걸 놓치고 싶지 않 다. "저도 그 의식에 참관하면 안되겠습니까?" "안돼."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저었다. 으으윽... 갑자기 속이 아파온 다. 환부에서 염증이 나서 그런가? 나는 인상을 찡그리고 류카드를 바라 보았다. 어쨌건 갈바니의 최후를 지켜봐야지. 그 잘난 신의 사도가 멸망 하는 꼴을 보지 않으면 내 복수는 끝나지 않으니까. "왜 안된다는 거죠?" "악마를 얕보지마. 소환진을 치고 마법으로 자신을 보호한다 하더라도 놈 들의 손길은 결코 약한게 아니야. 무엇보다도 벨키서스 레인저인 네가 서 큐버스나 에리네스의 유혹을 이겨낼 것 같으냐? 네 단순한 호기심으로 악 마소환 의식을 망치고 싶진 않다고."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에요. 나는 녀석의 최후를 보고 싶다고요! 아니 봐 야 해요! 녀석이 메이파를 죽였다고요! 그 잘난 신의 이름으로!" 나는 그렇게 말하고 갈바니의 머리를 가리켰다. 그러자 그걸 본 류카드가 피식 웃었다. "녀석. 악취미로군. 하지만 그 뜻에 응해줄 생각은 없다." "왜죠? 녀석이 메이파를 죽였어요! 메이파만 죽인게 아니라 이녀석은 그 야말로 악이에요! 쓰레기! 개자식이라고요!" 열이 오른다. 나는 어지러워서 비틀거리면서도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류 카드는 그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입꼬리를 말아올리고 묘하게 웃고 있 었다. 왠지 그 웃음이 디모나를 연상시켜서 더더욱 화가 난다. "그래서 그녀석이 처참하게 지옥에 끌려가는 꼴을 보겠다는 거냐? 재미있 어? 즐거워? 정당화된 폭력을 휘두르는 게 그렇게 즐거울 만큼 벨키서스 레인저가 폭력에 민감하다곤 생각지 않는데. 복수란 건 나쁘다고 말하진 않겠어. 그러나 그것에 집착해서 죽도 밥도 안되게 만드는 것은 어떻게 보더라도 납득할수 없다." "그, 그게 아니라!" "닥쳐. 마법을 거는 것도 나. 교섭을 하는 것도 나다. 너에게 명령받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어! 아니! 내게 명령할 수 있는 건 없어!" 그 순간 류카드로부터 폭풍같은 열기가 치솟아 올랐다. 그 열풍은 무서운 속도로 나에게 달려와 삽시간에 숨통을 조여왔다. "뭐?" 그 순간 나는 순수한 공포로 두 걸음 물러났다. 뭐지? 이자는? 이건 마 치... 그래. 윌카스트같아! 아니 그 이상. 전혀 인간같지 않은 엄청난 살 기다. 하긴 엘프니까 인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때 류카드가 한숨을 내쉬더니 어깨를 으쓱해보이며 말했다. "뭐 하지만 약간은 양보하지. 정 원한다면 창문정도는 열어두고 먼발치에 서 바라보는 것 정도는 해주마. 그러나... 반드시 저 여자는 사각에 있어 야 해. 이 마법은 기척을 못 느끼게는 해주지만 눈에 뻔히 보이는 걸 안 보이게 해주진 않거든." "예." "그리고 만약 현혹이 되어서 마법진 밖으로 뛰쳐나오거나 하면... 죽이겠 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내게 주먹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팔뚝에 붙어있던 광구가 나에게 날아와 내 주위를 떠돌았다. 그 광구는 내 주위를 떠돌다 갑자기 빛을 발했다. "윽!" 머리칼 일부가 잘려나갔다. 뭐냐? 이건? "이건?" "랜턴 아콘. 하급 천사이지만 그 정도 거리에서 목을 노리면 대책이 없 지. 알겠어? 현혹당하면 죽인다." 류카드는 그렇게 당부하고는 악마소환진을 완성하기 시작했다.나는 뒤스 띤을 창 옆에 세우고 그 악마소환 장면을 바라보았다. "카이레스. 괜찮아? 그냥 포기하고 창문을 닫는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나는 녀석의 최후를 볼 권리가 있어." "카이레스." 뒤스띤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만 손수건을 꺼내서 내 이마에 가져다 대었 다. 나는 그제서야 내가 땀으로 흠뻑 젖었다는 걸 알았다. 설마 류카드의 살기 때문인가? 아니면. "으윽...." 나는 머리가 빙글빙글 도는 걸 느끼고 주저앉았다. 이런 제길. 여기까지 와서! 갈바니 녀석의 비명을 듣고 싶어! 녀석이 지옥에 떨어지며 저주를 내뱉는 것을 보고 싶다고! 일그러진, 추악한 욕망이란 건 알고 있어. 그 래도! 나는 성자를 목표로 하는게 아니니까, 내 추악한 욕망 하나쯤은 따 라가도 괜찮지 않을까? '하나뿐...이라면 말이지.' 비릿한 피냄새를 맡으며 깨어났을때는 천장에 매달린 작은 램프가 흐릿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쓰러진 다음에 깨어보니 벌써 밤인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상반신을 일으키다가 마치 칼로 째기라도 한것처럼 옆구리가 아퍼와서 치를 떨었다. "아으으으으윽!" "괜찮냐?" 그때 류카드와 뒤스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은 각자 걱정스러운 표정 으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으으윽... 이게 어찌된." "아니 뭐 이런 뼈를 하고 있길래. 몇대 뽑았을 뿐이야. 그냥 놔두면 죽을 뻔 했어."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왠 새하얀 뼈를 들어보였다. 사람의 늑골만한 크 기와 모양을 하고 있는데 뼈의 표면이 깨졌다가 붙어서 그런지 삐죽 튀어 나온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저런게 왜 밖에 나와 있는 거지? "서? 설마?" "응. 몇 개는 쓸만한데 갈아서 나이프라도 만들어 줄까? 자기 뼈로 만들 어진 나이프는 좋은 기념품이 될거야." "...." 나는 안 보이는 목을 움직여서 옆구리를 보려고 했다. 그러자 류카드가 아콘 비트를 날렸다. "가만히 있어. 안정이 필요해." "아니. 그렇지만." 그런데 그때 랜턴 아콘하나가 내 옆구리에 와닿고 다른 한놈은 눈위에 떴 다. 그러자 내 눈앞의 아콘이 마치 거울처럼 변하며 옆구리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아니 이놈들, 시야를 공유할수 있고 그걸 남에게 또 보여줄수 있는 건가? 뭐 그건 그렇다 치고 뭐야? 이 옆구리는? 근육을 최대한 손상 시키지 않도록 옆에서 길게 짼 흔적이 보였다. 이렇게 되면 늑골을 뽑아 내기 힘들텐데? 완전히 개흉하지 않는 한 늑골만 뽑아 낸다는 건 불가능 하지 않나? "며, 몇대나 뽑았어요?" "손볼수 있는 건 손보고 정 안될 세 개만 뽑았어." "...느, 늑골을 뽑다니." "아 피를 많이 흘렸으니까 주의해. 주워담을수 있는 건 주워담아서 재수 혈하긴 했지만 그 정도론 부족하니까." "하, 하아." 나는 황당해져서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류카드는 마치 '잘했지' 라고 하 는 것처럼 으쓱 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를 보고 궁금해져서 물어보 았다. "혹시... 아니 아니, 그것보다 악마와의 교섭은 어떻게 되었어요?" "잘됐지. 자 이건 선물." 그는 그렇게 말하고 왠 검은 색의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케이스를 건네주 었다. "쿼렐이 무한대로 나오는 케이스다. 그럭저럭 쓸만할걸." "아니... 뒤스띤은요?" "물론 구했지. 이건 덤이야. 녀석들은 하나만 요구하면 그게 상대적 가치 가 높다고 생각해버리거든. 일부러 여러개 요구해서 목적을 흐리는 게 좋 지. 그러다 보니 얻은 것 뿐이야." "하아." 나는 긴 한숨을 내쉬고 뒤스띤을 바라보았다. 뒤스띤은 아직도 믿겨지지 않는지 얼굴이 발갛게 랜턴빛에 달아올라서 멍한 눈으로 앉아있었다. 마 치 꿈꾸고 있는 소녀와 같은 모습이었다. 이제야 겨우 나랑 비슷한 또래 의 여자로 보이는 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옆으로 돌린 뒤 일어났 다. "나원참. 상처 터진다니까. 말을 안듣는 군." 류카드는 그렇게 경고했지만 더 이상 나를 말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한 걸? 늑골을 뽑은 것 치고는 가슴에 제법 충실감이 있었다.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어서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세대 뽑았다고요?" "아 그만큼 대체물을 끼워넣었어." "뭘 넣었는데요?" "내 이빨." "에?" 나는 기가 막혀서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이빨로 늑골을 만들어? 이 인간 이 도대체 뭘 내 몸안에 넣은 거야?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류카드를 바 라보았다. 그런데 지금 그는 연마용 숫돌을 가져다 내 늑골을 갈고 있는 게 아닌가? "아... 아니 정말 만들 거에요?" "뭐 좋잖아? 하나쯤은? 인간의 뼈도 안에 골수가 차있어서 그렇게 칼날이 크진 않겠지만 늑골 하나당 골제단검 하나 쯤은 만들겠는데."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숫돌에 뼈를 갈기 시작했다. 아니 간다기 보단 돌과 함께 부숴버린다고 할까? 한번 숫돌에 대고 밀 때마다 무슨 치즈 저 미는 것처럼 쉽게 뼈가 갈려나오더니 곧 작은 나이프가 하나 만들어 졌 다. 그는 그렇게 세 자루를 만들더니 나에게 건네주었다. 원래 뼈로 나이 프를 만드는 일은 짧게 잡아도 반나절은 걸리는 일인데 눈앞에서 이렇게 쉽게 끝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그런... 모든게 다 끝났단 말야?" "흠. 그렇게 그 머리통이 죽는게 보고 싶었나? 절망하는게 보고 싶었어? 괴로워 하는 게 보고 싶었단 말야?" "예. 당신은 몰라요. 아무것도. 녀석은 죽을자격도 없다는 걸...."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순간 류카드는 싱긋 웃더니 내 멱살을 쥐었다. 살 기도 전의도 없이 가볍게 다가와서 쥔 것이라 어쩔수 없이 잡혀버렸다. 게다가 무슨 팔힘이 그렇게 강력한지 잡힌 순간 목덜미가 그대로 줄처럼 바뀌어서 내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크악!" "...자 카이레스. 적당히 해둬. 이제 그건 과거가 된다. 아니 모든 일은 지나면 과거가 되지. 후회는 스스로를 가다듬는 계기가 될지 모르나 그것 은 집착에 지나지 않아." "지...집착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요! 나는 성자가 될 생각인 것도 아니니 까! 난 악당이라고요!" 류카드는 나를 번쩍 치켜들고 나를 노려보더니 벽으로 내던졌다. 나는 그 대로 벽에 들이받았다가 침대위로 떨어졌다. 세상에. 나 같은 거구를 공 깃돌 던지듯 던지다니. 나는 기가 막혀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지금 까지와는 전혀 다른 살기가 풀풀 피어오르는 표정을 짓고 있는게 아닌가? "이노그를 물리친 인간이 어느 정도 되나 보고 싶었는데 고작 이 정도냐? 실망이군 카이레스. 아니 그게 인간의 한계란 걸지도 모르지. 맞아. 네말 이. 네가 성자나 도인이 되어서 은원을 끊고 모든 걸 용서하는 성인이 된 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지. 무예를 갈고 닦아 어떤일에 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갖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 개인의 일일 뿐 세상은 여전히 더럽고 사악해. 그런데 너는 그걸 모르고 있었냐?" "?" "정말 모르고 있어서 지금까지 순진무구하게 잘 살아왔냐고 묻잖아 이 개 자식아! 개새끼가 인간취급 해주니까 지금 누구 앞에서 징징거리냐?"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내 턱을 주먹으로 올려쳤다. 그순간 머리속이 핑 그르 돌면서 주위에서 빛이 번뜩이기 시작했다. -드드득! "크아아악!" 나는 그대로 창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처음에 한방 맞은 순간 아콘들이 연속으로 공격해서 정신을 못차릴 정도였다. 제, 젠장. 잘못 건드렸단 느 낌이 팍팍 드는데? 더구나 늑골을 뽑는 대 수술을 해서 그런지 몸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태어날 때부터 그 정도는 각오했어야지. 이 어리석은 녀석. 세상이 살기 좋아서 사랑과 애정이 넘치는 곳인 줄 알았냐? 약자는 죽고 강자는 살아 남는 거야. 아니 약자의 모든 권리가 강자에게 주어지지. 생사여탈이 강 자의 뜻대로. 이게 세상이야. 알고 있을텐데?" 나는 겨우 몸을 일으켜 앞을 바라보았다. 류카드는 실날같은 달빛아래에 서 금발을 흩날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밤바람이 그의 옷에 수놓아진 동방 의 용을 반짝이게 하고 있었다. 그 흉흉한 살기가 전부 나를 향해 쏘아지 고 있다. 젠장. 몸도 엉망인데 어쩌라는 거야? 나는 겨우겨우 몸을 일으 키며 앞을 바라보았다. 방금전까지 좀 멀리 떨어져있던 류카드는 어느틈 애 내 앞에 다가와 다시 나를 치켜들었다.간단히 팔목을 잡고 일으켜 세 우는 것인데도 몸의 힘이 쫘악 빠지고 저항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정도에 마음이 흔들려서 다 죽어가는 척, 저까짓 머리통에게 복수심을 불태우다니 네놈의 그릇이 그 정도냐? 그렇다면 오래살아봐야 별 볼일 없겠군. 여기서 네놈의 인생을 접어주지." 류카드의 잔인한 목소리와 함께 내 몸이 튕겨나갔다. 나는 그대로 벽으로 날아가 폭포를 뚫고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졌다. -촤아아악! "크아아아악!" 나는 소용돌이속에서 허우적 거리면서 비명을 질러야 했다. 류카드는 그 런 나를 물 속에서 다시 건져내고 무서운 표정으로 노려보았다. 세상에. 무슨 힘이 그렇게 센지 내 팔뚝을 두손가락으로 잡고 번쩍 들어올린다. 내 체중도 장난 아니게 나갈텐데. 그렇게 들고도 아무런 흔들림없이 차가 운 눈동자로 나를 쏘아보는데 간담이 서늘해진다. 그러나 간담이 서늘해 지는 것도 잠시. 나는 끓어오르는 분노와 적개심으로 공포를 억누르고 그 를 쏘아보았다. 류카드는 침침한 달빛 아래에서도 눈부시게 빛나는 금발 을 가다듬으며 나에게 말했다. "복수를 하는걸 뭐라고 하진 않겠다. 그런데 네 복수의 대상이 고작 머리 통 하나냐?" "크으윽." 이제는 눈도 뜨지 못하겠다. 단지 고막을 강하게 때리는 류카드의 목소리 만이 들려온다. 그 동안 멈춰있던 통증이 등골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하긴 인간을 누덕누덕 기워놨는데... 움직이는 게 용하지. "네 의지가 그렇게 싸구려란 말이냐? 이 애송이! 복수를 할려면 팔마 멸 절 정도는 생각해야지! 고작 그렇게 약한 마음으로 방황하다니!" 류카드는 그렇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방황하느니 다른 길을 찾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잘나신 분들은 다들 그렇게 고통을 극복하서 성장하는 가 보지? 그렇지만 그게 어디가 인간이야?! 그런 놈들은 잘난 자기들끼리 살 라고 해! 나는.... "으아아아악!" "호오?" "아...알고 있어! 그렇지만 알고 있는 거로 아는 게 아냐! 방황하지 않으 면 되는 걸 누가 몰라! 그건 누구나 다 안단 말야! 그래서는 대답이 될 수 없어! 다 알고 있기 때문에. 당연하기 때문에 그걸 고를 수 있다면!" 그러면...메이파는 잊혀지게 되잖아! 기억 밑으로 묻어버리고 모든 것을 잊으면서 단지 '극복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가?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희생자가 소중한 것인가? 아니면 소중했다는 증거가 너무나도 없기에 이제부터 고행이라도 할 셈인가?" 류카드의 비아냥이 들려왔다. 그 순간 나는 이를 악물고 눈을 떴다. -퍽! 원래는 내가 한방 먹이려 했지만 류카드는 맞아주지 않고 오히려 반격으 로 나를 쳐 날렸다. '아! 제길! 제길!' 나는 물속에서 비치는 달을 올려다 보며 욕을 했다. 가슴을 치고 후회했 다. 억울하지만 저놈 말이 맞아! 그래! 메이파가 죽고나서 죄책감 때문에 쓸데없이 발악하고 있는 거야. 젠장. 나란 놈은! 하지만 그 정도 발악을 하지 않으면 메이파에게 더 미안하기 때문에! '역시... 나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어.' 결론은 그것 뿐.... < 계 속 > -------------------------------------------------------------------- 아 잘 안써지네요. 오래동안 쉬어서 그런가? <휘긴경 대극장> 펠: 왠지 말야. 카이레스는 나랑 다르네. 나는 후회하지 않는 자인데 카 이레스는 궁상떨고 있잖아? 카: 선베가 인생경험이 별로 적은 것 뿐이야. 펠: 그래. 나는 아직 동정이지. 그렇지만 경험이 별로 없진 않을 것 같은 데. 카: 이런 F...(beep!) 펠: 쯔쯔쯔. 사우스 파크를 안 봤군. 오직 게이나 호모만이 Fag란 욕설을 쓸 수 있어. 그외에는 게이와 호모를 비하하는 표현이 되어서 방송정지란 말야. 카: 뭔가 심오하군. < 계속 된다면 계속 된다 > *********************************************************************** 음! 마호로매틱 무삭제2화를 위해 디비디라도 사야 할판... 야하다는 것의 문 제 보다는 역시 남들이 호들갑 떠니까 이 눈으로 확인해 보고 싶다는 것일까? 보고 나서 에이... 역시 아무리 심야상영이라고 하더라도 TV판이 그렇지~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호기심이란 건 감당할 수 없는 지라.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9 화 : 속죄자#5 ------------------------------------------------------------------------ 팔마력 1548년 11월 3일 "아프지?" 류카드는 나를 끌어올린 뒤 지면에 조용히 내려놓았다. 그럼 때려놓고 '응 안아파' 라는 소리라도 듣기를 바라나? 나는 무력감과 고통, 패배감 이 뒤범벅된 묘한 느낌을 맛보고 있었다. 힘이 모자르다는 것은 참을 수 있다. 아니 그 정도로는 도무지 화가 나지 않는다. 강자에게 경의를 갖는 것은 무인으로서 당연한 마음가짐이다. 하지만 내 속마음이 바로 드러나 다니. 나 자신도 알지 못하던 것을 그렇게 쉽게, 잔인하게 까발려놓을 필 요는 없잖아? "이런이런. 이대로는 또 죽겠는데. 상처를 좀 치료하자. 알겠지. 마법을 걸 테니까 저항하지 말고 받아 들여라." "으으윽." 나는 짓눌린 폐에서 물을 토해내곤 몸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류카드는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아니... 이자가 회복주문까지 쓴단 말인가? 나 는 그렇게 생각하고 가만히 마법을 기다렸다. 그러자 이게 왠 일인가? -으두두둑! 갑자기 등골이 틀리기 시작하면서 주위의 사물이 작아지기 시작했다.그리 고 묘하게 주위가 일그러지는 느낌. 그래.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넓어지 면서 묘하게 왜곡이 되기 시작한다. 그뿐아니라 몸의 근육이 마치 물결치 듯 일렁이며 팽창되고 있다. 묘한 느낌. 설마 커지는 건가? 나는 그런 생 각을 하고 내손을 바라보았다. 역시... 손이 뒤틀리면서 흉칙한 녹색 피 부로 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길어지는 손가락과 손톱! "크워어어어억!? 엑? 퀘엑? 크루륵? 캬오?" "...풋. 어울리는데?" 나는 깜짝 놀라서 물가로 다가가서 수면에 내 얼굴을 비춰보았다. 그러자 이쁘장한 트롤(!) 이 수면을 바라보고 있는 게 눈에 들어온다. "쿠에에에엑?!" "아 벌써 상처가 대부분 아물고 있어. 역시. 트롤변신 마법은 정말 좋다 니까. 다 나을 때까지 그러고 있어." "크엑? 그으?" 나는 어이가 없어서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류카드는 바위위에 걸 터앉아서 나를 바라보고 물어보았다. "트롤이니까 배고플거야. 그렇지?" "크으." 아무래도 트롤의 몸으로 인간의 말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 같다. 그러 고 보면 이따금 트롤 중에 인간의 말을 할 수 있는 놈이 있었는데. 칭찬 해주어야 겠다. 하지만 정말 굉장한 허기다. 마치 몸 한군데에 구멍이 뚫 려가지고 그곳으로 나 자신이 빨려들어갈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머리 속엔 온통 먹을것 생각으로 도배가 되고 흉폭한 살기가 치솟아 올라서 인 간이라도 잡아먹고 싶은 기분이 든다. 확실히 트롤은 온종일 허기에 사로 잡혀있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다. 그러나 류카드를 본 순간 식욕이 싸아악 가셨다. 저놈은 완전히 미친놈이라고. 나를 공격할 때의 그 솜씨. 분명히 제딴에는 적당히 한다고 한것이겠지만 격정이 오르면 나를 죽이는 것도 그다지 부담갖지 않을 것이다. "좋아. 그럼 이제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카이레스. 그럼 데일라잇은 어 쩔거냐? 앞으로 네가 계속 휘두를 거냐?" "...." 류카드는 그렇게 물어보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차가운 눈동자. 은색의 눈 동자를 본 나는 왠지 떠오르는 얼굴이 있어서 중얼거렸다. "...라크세즈?" "응? 갑자기 그 아이는 왜?" "아?" 나는 무의식중에 인간의 공용어를 말했다는 것을 깨닫고 놀라서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뭐 나야 류카드를 보고 그녀가 떠올라서 말한 것이지만 왜 그는 반응 하는 거지? "크우. 다앙 시인 혹시." "그래. 내가 라크세즈의 삼촌 되지. 하프 드래곤이지만." "하~푸?" "응. 하프 실버/하프 골드 드래곤."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을 가리켰다. 이봐. 그럼 결국 드래곤이란 것에는 그다지 변함이 없잖아? 하지만 그렇다는 것은 그가 바로 세르파스 의 아들이라는 것이다. 벨키서스 레인저의 창립자중 한명이라던가. "그래서...." "그래. 그래서 라크세즈는 왜? 아 혹시 네가 그때 세르파스님께 건방진 소리를 좀 했다는 인간이로구나." "그으." "뭐야? 제법 뼈대가 선놈이 아닐까 하고 기대했는데 그게 네놈이라니. 왜 그때의 오만방자한 정열을 팔아먹고 지금은 단지 돌이킬수 없는 후회를 반복하고 있냐? 시간은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크엣. 가안 단히 마라는쿤." 나는 트롤의 목소리로 투덜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류카드로부터는 아까 전과 같은 살기가 나오지 않았다. 마음은 조금 풀린 것 같군. 그리고 지 금 내가 자기 무덤을 파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괴로워 하지 않으면 메이파에게 미안한 것도 사 실이다.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는 것만으론 부족하기 때 문이다. 호우류시의 가르침이 이렇게 까지 강한 임팩트를 가지고 다가온 적이 없었는데. 쳇. "자 그럼 카이레스. 이제 어쩔거냐?" "....." "아 상처는 다 나았군. 설마 트롤로 평생 살고 싶지는 않을테고 마법 해 제한다."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금 나에게 주문을 걸어 변신상태를 해제해 버렸다. 나는 다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와서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그럼 앞으로 어쩔건지 말해보겠나?" "...데일라잇을 가져다 둔 뒤 저는 베인이 소개한 브린이란 놈을 만나보 려고 합니다. 일단은 베인의 충고를 따를 생각이에요." "갖다 둔다면 데일라잇을 미트라 교단에 돌려놓는 다는 말이지?" "예."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류카드는 흡족한 미 소를 지어보였다. "자 그러면 잘되었다. 내가 레다넬까지 텔레포트를 해주지. 이걸로 나도 미트라 교단에 조금은 면목이 서겠지." "결국 내게 빌붙어서 실속을 챙기려는 거잖아요." "그래서? 필요없다는 건가? 지금부터 레다넬까지 열심히 걸어가던가. 아 니 위치나 알고 있냐?" "아니요." 질 수밖에 없잖아? 게다가 텔레포트라는 건 이래저래 편리한 것이라 먼 거리를 애써서 걸어다닐 필요없이 번쩍번쩍 이동하는 게 얼마나 좋은가. 사람이 좀 게을러지긴 하겠지만 나도 텔레포트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음. 그런데 류카드는 자기가 말을 꺼내곤 텔레포트를 시켜주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능청을 떨고 있었다. 그는 오두막쪽을 바라보고 나에게 물 어보았다. "그나저나 참 좋은 아가씨로군, 무슨 관계냐?" "어린 시절의 친구입니다." "그래? 애인이 아니라?" "아닌데요." "저런. 쯔쯔쯔. 어쨌거나 밤이 깊었는데? 오늘은 자고 내일 갈래? 아니면 지금 다녀올까? 비록 트롤로 상처를 회복했다고 하더라도 지금으로선 좀 무리일텐데."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폭포로 손을 뻗었다 허공에 쥐었다. 그러자 폭포 를 따라 물거품이 역류하며 물보라가 흩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커다란 냄 비속의 물이 들끓는 것 같았다. -촤아아악 "으음. 이건 힘이 센 것과는 별개의 문제 같은데. 드래곤이니까 힘이 센 것은 이해하더라도 어째서 폭포가 들끓는 거죠?" "천진열공(天震裂空)이지. 그것보다 내 질문에 대답해봐." "쇠뿔도 당긴 김에 빼라고 지금 가죠." "지금? 좋지."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바위에서 일어났다. 실날같은 달빛을 제외하면 온통 점점이 뿌려진 별들이 가득한 하늘이 류카드의 뒤에서 명멸하고 있 었다. "자 그럼 레다넬로 가볼까? 말해두지만 성역이라서 그냥 텔레포트는 안 돼. 나도 오래간만에 가보는 거라서 자신도 없고. 텔레포트 사고쯤은 생 각해 두고 있으라고." "사고요?" "그래."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오두막 입구에 눕혀져 있는 잭과 메이파의 시신 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저 시신은 어쩔거야?" "물론 가져가야죠." "짐이 느는군. 가자!" 류카드가 그렇게 말한 순간 나는 지면이 갑자기 꺼지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수백미터는 되는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듯 하다. "으아아악!" 추락하는 느낌을 떨치고 정신을 차려보니 여전히 초승달이 떠있는 밤하늘 이 나를 맞이해 주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류카드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고 서있었다. "남들이 보면 내가 널 죽이기라도 한 줄 알겠다. 뭐냐? 텔레포트 처음해 봐? 비명을 지르다니." "아니 전에도 해본 적은 있는데 이런 느낌이 아니었다고요. 수천미터쯤 추락하는 것 같았는데." "마법도 학파에 따라서 틀리니까. 이쪽이 스릴있고 좋지않아? 사람들에 따라서 누구는 떨어지는 재미를 보려고 갖가지 어트랙션(attraction)을 만들어서 즐긴단 말야."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앞을 바라보았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해서 무 슨 이야기인지 잠시 접수가 안되어서 그러나 보다 넘어갔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굉장히 이상한 소리다. 떨어지는 재미를 보려고 갖가지 어트 랙션을 만든다고? 어트랙션이 뭐지? 하지만 류카드는 이미 내게 등을 돌 리고 있었다. 이곳 역시 벨키서스 산맥과 비슷한 산지로 형성 되어있다. 다만 벨키서스 산맥과 다르다면 언제나 삐죽삐죽한 벨키서스 와는 달리 이곳은 대체적으 로 완만하다. 그러나 완만하고 둥글둥글한 산 가운데에서 마치 단검이라 도 박은 것처럼 삐죽하니 솟아있는 준봉들이 특이하다. 우산을 뚫고 나온 대같은 느낌이랄까? "여긴?" "메인센테니얼 산맥. 신성 팔마제국의 북쪽 경계지. 자 가자. 시체 하나 쯤은 들어주지."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지면에 놓여진 잭의 시신을 들었다. "...시체가 맛가는 냄새가 만만찮은데 빨리 매장던지 화장하던지, 조장하 던지 하자." "조장은 좀." 조장을 하려면 뼈와 살을 발라놔야 하잖아. 너무한데. 나는 그렇게 생각 하고 류카드의 뒤를 따랐다. 류카드는 마치 지면에 떠서 날아 다니는 유 령처럼 미끄러지듯 산길을 올라가고 있었다. 상반신이 전혀 움직이지 않 은 채로 산길을 올라가다니.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나는 류카 드의 발을 묶기 위해 말을 걸었다. "그런데 레다넬이 이 근처 맞나요?" "응. 산에 숨겨져 있어서 그렇지 틀림없어. 왜? 걱정되냐? 뭐 데일라잇이 있으니까 그쪽에서 우리를 먼저 발견할걸?" 과연 산기슭에서 인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숨어있다가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우리들이 다가오는 걸 보고 허겁지겁 산 위에서 달려 내려오는 것 같았다. 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류카드는 눈에 확 띄니까. 아니 사실 시체를 둘 짊어지고 야밤에 산을 뛰어 다니는 인간들이 정상적으로 보일 리 없는 것은 당연하다. "멈춰! 그 시체는 뭐냐?!" "신원을 밝혀라!" 이렇게 나오면 난감한데? 나는 당황해서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류 카드는 고개를 휘휘 내저었다. "우리들은 여기 있다는 신전을 찾으러 왔는데." "뭐?" "혹시 알고 있으면 안내해 주겠나? 오래간만에 오니까 까먹어서." 류카드가 그렇게 뻔뻔스럽게 말하자 병사들은 잠시 서로서로를 쳐다보았 다. 그들의 표정을 보건데 과연, 그들도 모르지는 않는 것 같았다. '이녀 석들 들여보내도 되나?'하고 걱정하고 있는 듯 했으니까. 그렇다는 것은 이들도 그 신전의 일원이라는 뜻인가? "자, 잠깐만. 당신들이 누구인줄 알고 들여보낼 수 있겠소?" "그럼 이건 알아볼 수 있나?" 나는 그렇게 말하고 데일라잇을 뽑았다. 그들은 꽤 겁이 많은지 칼을 뽑 자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나 검을 쥐었다. 그러나 곧 달빛보다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데일라잇을 보곤 눈을 휘둥그레 떴다. "거! 그 검은?!" "설마? 데일라잇?!" "이런. 얼른 따라오시죠." 그들은 대번에 안색이 변해서 우리들을 안내해주었다. 산허리를 다 올라가자 탁 트인 분지가 나타났다. 굉장히 큰 분지이지만 위치가 절묘해서 밑에서는 아무리 올려다 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주위를 온통 빽빽히 자라난 숲이 덮고 있어서 길을 잘 모르면 들어가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어쨌거나 그 분지 안쪽이 바로 성지 레다넬인 것 같았다. "성지 레다넬인가." "뭐 일반명사화 되었으니 그렇게 불러주긴 하지만 누구 멋대로 성지라는 거야?" 류카드는 그렇게 투덜거리곤 나무들 사이를 빠르게 지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를 보고 호우류시가 생각나서 물어보았다. "그런데 원래... 무예에 뜻을 둔 사람은 심성이 곧고 올바른, 도덕적으로 도 문제없는 사람이 되지 않나요?" "뭐야? 그 말뜻은? 내가 심성에 문제가 있다는 건가?" "예. 뭐 당신도 그렇고. 호우류시도 그렇고. 인간적인 결함이 많이 있어 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대답을 기다렸다. 그러자 앞서서 걷고 있던 류카드가 끄응 하고 신음을 냈다. "내, 원참. 별 소리를 다 들어보는군." 하지만 더 이상 가타부타 하는 말이 없는 걸 보니 자기도 인정하긴 하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때 숲이 트이며 분지의 안쪽이 나타났다. 이상하게 입구에서 보았을 때는 아무것도 없는 황망한 분지이더니 안쪽에 도달해보 니 두터운 화강암으로 만든 고풍스런 신전이 있는게 아닌가? "어?" "환상마법으로 보호되고 있는 거지. 신전을 통째로 환상마법으로 보호하 지 않으면 안될 정도라는게 우습긴 하지만 팔마의 교세가 강력한 것은 사 실이니까." "그래도 아직은 힘이 남아있나 보군요. 이 정도의 마법을 유지하는데는 힘이 많이 들지 않나요?" 나와 류카드는 그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러자 우리를 안내하던 두 사람이 불쾌하다는 듯 이야기를 잘랐다. "그것보다 빨리 대 신관님께!" 우리는 그들이 서두르는데 템포를 맞춰서 신전의 입구로 들어갔다. 그곳 에는 역시 꽤 긴장한 듯 창을 들고 서있는 사병들이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데일라잇! 데일라잇이 돌아왔소!" "뭐라고요?" "정말입니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얼른 신전의 문을 열어주게! 대신관님은?" "지하통로의 입구를 막고 계십니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신전의 입구 기둥뒤에 있는 보석들을 빼내었다. 그 러자 류카드가 나에게 중얼거렸다. "결계석이야. 저거로 문을 대신하는가 보군." "만약 결계석이 처져있어도 안에 들어가려 한다면 방법이 없나요?" "결계석의 성질이 중요하지만 뭐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왜? 도둑이라도 되어보게?" "...." 그러는 사이에 우리들은 신전의 입구를 지나서 내부의 커다란 홀, 그리고 안쪽 의 복도로 들어갔다. 빛의 신의 신전이라서 그런지 여기저기 반짝이 고 있기는 하지만 쇠락의 느낌을 지울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따금 지하층 으로부터 비명과 흐느낌이 들려오고 있었다. 어찌나 음산하고 으르렁 거 리는지 속이 다 떨릴 정도였다. "뭐야 저건?" "예. 실은 신전의 힘이 갈수록 쇠약해져서, 신전 지하에 위치한 옛 신상 에서 사기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데일라잇으로 정화하지 않으면...."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내 허리춤에 채워져 있는 데일라잇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들을 보고 문득 메이파에 생각이 미쳐서 물어보았다. "혹시 메이파라는 신관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데일라잇을 찾으라고 보내 진 신관일텐데." "아뇨. 그런 임무를 받은 신관은 너무 많아서요." "...." 그런, 아니 그렇겠지? 나는 납득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곧 그들이 말한 지하신전의 입구란 곳이 나타났다. 폭이 약 20여미터는 될 매우 넓 은 건축물로 천장은 둥그렇게 뚫려있어서 그곳으로 달빛이 비치고 있었 다. 바닥으로는 큼지막한 공동이 뚫려있고 그 공동으로 긴 나선형의 계단 이 늘어서 있다. 그 입구를 봉쇄하듯 꽤 많은 성직자들이 각자의 무기를 들고 손을 앞으로 내민 채 주문과 경구를 외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이 애쓰고 있어도 지금도 굉장한 사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니 이미 사악 한 분위기를 풀풀 풍기는 시커면 연기가 피어올라 은은한 달빛처럼 반짝 이는 신전의 빛을 더럽힐 정도였다. "뭐야? 이건?!" "대신전은 미트라의 영역과 연결되어있지. 그 차원의 영역이 더럽혀 지면 서 각종 괴물들이 득시글 거릴거야. 내말이 맞나?" 류카드는 그렇게 신관들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귿르은 부끄러워 하고 있었다. 어쨌건 그들의 신전을 더럽히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그들이 아 무리 잘하건 못하건 간에... "아 저기. 에또 그러니까." "지금 밑에서 이계의 힘이 올라오는 걸 막고 있습니다. 방해하지 말아주 십시오." 나는 대 신관을 찾아보려다가 다른 신관들에게 핀잔을 들었다. 결국 백문 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고 데일라잇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신관들 도 대번에 그걸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니! 그건!?" "데일라잇?!" "오오! 사, 살았다!" 신관들은 대번에 그렇게 반가워 하기 시작했다. 너무 반겨서 나는 내가 무슨 사막을 돌아다니면서 물 파는 장사꾼이라도 된 줄 알았다. 그정도 아니라면 이렇게 환영받기는 쉽지 않을테니까. "자자 그럼 일단 이야기부터 하죠." "아 예. 지금 이 안쪽에 미트라의 신상에 있는데 그 신상에 검을 들려놓 으면 이 사태를 해결하고 신전을 정화할수 있습니다!" "...이야기부터 하자니까."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신관들이 너무나 기뻐하고 있어서 차마 말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러자 류카드가 잭의 시신을 지면에 내려놓았다. 나도 메 이파의 시신을 내려놓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들은 데일라잇을 찾기 위해 떠났던, 이 미트라의 신관 메이파와 그 아 버지입니다. 내가 여기에 이 검을 들고 온 것은 이들을 대신해서 온것이 오." "메, 메이파가?" 그때 한 중년의 여성이 나서서 메이파의 시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녀 는 메이파와 비슷한 새하얀 법복을 걸치고 있지만 그것보다는 훨씬 화려 한 수가 놓아진, 그래 미트라의 검이 그려져 있는 청은으로 수 놓여진 법 복을 걸치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가 바로 대신관인 것 같았다. 나는 데일 라잇을 들고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안에 들어가면 되는 겁니까?" "예. 성검이 당신을 지켜줄 것입니다. 그검을 뽑아서 들고 있을수 있다면 미트라의 가호가 당신과 함께 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 별로 자신없는데. 그런데 그때 류카드가 나를 불렀다. "그럼 일단은 들어가자. 카이레스." "예?" 고개를 돌려보니 류카드의 주위에는 아콘 비트가 회전하면서 빛을 뿌리고 있었다. "세, 셀레스철 피스트?" 대신관도 류카드의 아콘비트를 보고 놀라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류카드 를 따라서 계단으로 내려갔다. 계단의 아래쪽은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뭐, 뭐지?" "걱정하지 말고 데일라잇을 앞으로 드밀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앞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확실히 데일라잇 이 앞에 가자 검에서 뿜어져나오는 빛이 어둠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보고 무의식 중에 중얼거렸다. "랜턴 같군." 정말 랜턴같다. 배에 매다는 커다란 탐조등이랄까? 뒤에 거울 망갓을 씌 워서 빛을 반사하는 랜턴이면 딱이다. 하지만 덕택에 길이 간단히 열리니 까 뭐라고 할건 없나? "류카드는 괜찮아요?" "응." 과연 류카드는 주위의 아콘들이 어둠을 몰아내어주고 있었다. 저 아콘도 굉장히 편리한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지하 신전 역시 복도로 이뤄져 있고 여러 갈래의 길로 갈라져 있었다. 하지만 그때 마다 류카드가 방향을 지시해줬다. "이쪽이다." "어떻게 알죠?" "사기가 풀풀 풍겨나는데 모를리 없잖아." "그런데 어째서 신전에 이런게...." "차원 통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금새 오염된다고. 그런 면에서 데 일라잇을 선뜻 성황 오르테거 대제에게 빌려준 이 미트라 교단도 대단한 거지." 류카드는 그렇게 평했다. 음 그렇다면 빌려가서 빨리 반납하지 않은 오르 테거 대제도 좀 문제가 있군. 이렇게 귀한걸 빌려가서 입을 싹 씻다니. 그런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앞에 길이 트이기 시작했다. "다왔군." 과연 앞에는 특이한 신상이 서있는 넓은 공동이 나타났다. 저게 미트라의 신상인가? 불순물이 많이 섞인 장석을 깎고 그걸 다시 뭔가로 코팅한 듯 번들거리는 특이한 석상이다. 게다가 인간의 형상을 하지 않고 마치 거대 한 불꽃처럼 그려져 있었다. 감히 신의 모습을 새기지 못한다는 것인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앞에 다가가 보았다. 신상의 양옆에는 둥글게 말 려있는 고리같은 불꽃이 있는데 아마도 그것에 검을 꽂으면 되는 것 같았 다. 나는 데일라잇의 칼집을 왼쪽에, 검을 오른쪽에 끼워보았다. 그러자 그순간 갑자기 강한 섬광이 터져나왔다. < 계 속 > -------------------------------------------------------------------- 더 도그라...켓! 그러니까 문학에 쓸데없는 환상을 가지면 죽도 밥도 안 된다니까! 문학성 에 노스탤지어라도 느낍니까? 문학을 신성시하는 그 순간 문학과는 영원 히 바이바이 하는 줄 아시오. 나 원참. 빌어먹을 환타지나 끄적거리는 인 종은 소위 말하는 그 잘나신 문학이란 것을 부인할 수도 긍정할 수도 없 다는 거요?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고쳐먹고 그 문학이라는 것에 알 량거려 볼까? 문학천국 불신지옥이군.-_-; 물론 재미를 위해서 쓰면 장땡이라는 소리는 더더욱 아니지. 재미를 위해 서 쓰면 재미없어지거든. 나도 요새 환타지가 맘에 안드는 걸. 알량한 개 똥 철학 끼워 넣는다고 글이 문학이 되는 게 아니잖소? 게다가 철학의 입 장에서 보면 문학은 어디 제대로 굴러가는 줄 아시오? 그렇다면 이책을 보시구려. '철학과 문학비평, 그 비판적 대화-책세상 문고.우리시대' 어 설픈 철학 넣어봐야 그것은 철학에 대한 문학의 월권행위에 지나지 않소. 아는 것은 진정 알고 있는 게 아니거든. 그러나 그렇게 되면 문학이란 더 더욱 좁아지지. 쓰레기 환타지 작가가 '요새 독자들 우민이고 쓰레기라서 제대로 글을 쓰면 살아남을 수 없어~'라고 하는 말이나 문학작가가 '요새 는 저질 대중문화가 판쳐서 제대로 된 문학이 설 곳이 없어' 라고 하는 말이나 다를게 뭐가 있소? 스스로가 진정으로 인정한 가치가 아닌 것을 좇으며 글을 쓰는 게 낫겠소? 아니면 스스로 인정한 가치에 따라서, 아무 리 쓰레기라도 그걸 쓰는게 낫겠소? 문학성을 동경하면서 어려워 하기보다는 문학성을 부인함으로서 오히려 문학에 접근한다고 보는데? 결국 창작의 의지가 없으면 죽도 밥도 안되니 까. 문학에 철학을 편입시키는 월권행위를 하면서 문학을 신성시하면 이 미 문학이랑 영영 이별했다고 밖엔 보이지 않소. 진정 문학에 대해서 몰 라야지만 저렇게 이것저것 들먹이면서 거들먹거릴 수 있는 거지 알면 쪽 팔려서도 못하지. 에이. 젠장.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뭐 이해해줄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여기까지. 어쨌건 한가지 할 말은 재미를 위해서 썼으 니까 비평 안받을래요~도 꼴같잖지만 문학성, 문학성 노래를 부르는 어설 픈 비평가들도 꼴같잖소. 결국 자기 목소린 없고 권위에만 빌붙는 인간들 은 짜증나니까. 그 권위의 근원인 톨킨, 보르헤스, 마르케스나 열심히 보 고 말지 뭐하러 비평을 읽겠소? 비평가의 생각은 별로 보이지도 않구만. 알겠소? 비평도 발전이 없으면 표절이오. -_- *********************************************************************** 우악 이놈의 K그루브! 서바이벌에서 상대하기 가장 힘들군요! 3레벨 초필들은 다들 판정이 너무 좋아서 피하기 힘드니 원! 그리고! 카이레스 가슴이랑 손가 락 재생 안되었어요, 오래된 흉터는 이제와서 트롤 변신한다고 해서 낫지 않 습니다. 상처와 흉터의 차이는 크죠. 아 그리고 여러분의 성원으로 마호로 매 틱을.... 구했습니다. 고마워요. 진짜 메일함 터지게 문의가 오는데 감동해버 렸음....T.T 그래서 말인데 흑랑가인도 팔아주면 안될까? (퍽!)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9 화 : 속죄자#6 ------------------------------------------------------------------------ 팔마력 1548년 11월 3일 빛이 지나고 나자 시야가 점차로 회복되었다. 차갑고 음침하던 지하 신전 이었을텐데, 어느덧 주변의 공기는 따뜻하고 포근하다. 마치 방금 걷어온 침대시트를 깔고 그 위에 드러누운 기분이랄까? 기분 좋은 태양의 잔향 (殘香)을 맡으며 까실한 시트에 몸을 파묻고 나른한 오후를 보내고 있는 기분이다. 아아! 이 행복감은 뭐에 비유할 수 있을까? "카이레스?" "에?" 그때 나는 나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류카드 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정신차려. 벌써부터 헤롱헤롱하면 어쩌자는 거야?" "여, 여기는?" 나는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언덕 위에 서있었다. 언덕에는 싱그러운 풀들이 잔뜩 자라있고 새하얀 사슴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마치 마을 처녀들이 나물을 캐며 노래하는 듯한 콧노래 소리가 들리며 뭔가가 빠르게 지나갔다. 뭔지 몰라도 행복한 기분. 들이마시는 공기마저 묘하게 달콤하다. 폐부의 먼지를 깔끔히 씻어내는 기분이랄까? 방금 전까지 메이 파의 죽음이나 그런 걸로 인해서 망가진 심신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가지 기엔 이상할 정도의 행복감이다. 류카드는 그런 나를 다독이며 말했다. "천국이지." "예에?" "미트라의 영역. 성스러운 섬의 일부야." 뭐? 뭐라고? 천국이라고?! 나는 기가 막혀서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그런 데 미트라의 영역이라니 같은 천국이라고 해도 신들에 따라 스타일이 틀 리기라도 하단 말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류카드에게 물어보았다. "에에? 저 죽은 겁니까?!" "바보."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나는 깜짝 놀라서 얼른 일어나 그의 뒤를 따라갔다. "죽은 게 아니면 왜 여기있는 거죠?" "그야 성검을 되찾아준 보답으로 미트라가 뭔가 좋은 걸 주려고 하는 거 아니겠어? 어쨌건 조금이라도 제대로 된 신이라면 상벌에는 확실해야 하 니까. 그런 거 확실히 하지 않으면 신성 마법을 쓴다고 해서 신의 존재가 증거되지 않으니까." "에에? 그렇습니까?" 나는 황당해져서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저런 관점이라면 일반적인 신앙과 는 전혀 틀리잖아. "왜 거 믿음으로서 신의 존재를 알 수 있다던가." 내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류카드는 마치 저능아 쳐다보듯 흘겨보면서 혀를 끌끌 차기 시작했다. "이봐. 요즘 세상에 말야. 일단 먼저 믿고 그 후에 생각하라는 게... 아 무리 멍청한 사기꾼이라도 그런 수법은 안 쓴다고. 일단 믿게 하고 보자 는 거야 뭐야?" 그...그건 그렇지만 말야. 신앙에 대해서 너무 경의가 없는 거 아냐? 신 앙이 장사도 아니고 그렇다면 그걸 위해서 노력하다가 결국 죽기까지 한 메이파는 뭐가 되는 거냐? 이상과 신념, 신앙이 그렇게나 쓸모없는 것이 라면, 그래서 신이 상품까지 주지 않으면 믿을 사람이 없을 정도라면 그 건 너무 이 세상을 불신하는게 아닐까? 뭐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천권 사, 셀레스철 피스트라는 드래곤이 말하는게 저따위라니 기분이 상하는 것도 사실이다. 마치 '신앙 별거 아냐. 케케켓' 하는 파계승을 보는 기분 이랄까. 옳건 그르건 자신과 같건 다르건 간에 자기 신념을 지키는 사람 은 존중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심하군요. 그러고도 성스러운 천사들을 다루다니 재주가 아주 용하 십니다 그려." 내가 그렇게 비아냥 거리자 류카드는 정색을 하고 말했다. "바보. 진정 선하고 정의롭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정의마저 끝없이 의 심해봐야 하는 거다. 알겠냐? 네가 그렇게 지옥에 떨어뜨려도 부족해서 그 처참한 꼴을 직접 보고싶어하는 녀석은 끝까지 자기가 정의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정의였나? 아니잖아?" 오호! 그럴듯한 말! "그럼 류카드는 자기 정의를 의심하고 있지요?" "물론이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정의입니까?" "...." 내가 그렇게 묻자 류카드는 말꼬리를 흐렸다. 천계의 선하고 기분 좋은 바람이 우리들 사이를 스쳐지나갔다. 산기슭에서 빛나는 태양이 넘어가고 토실토실 살진 곰이 우리가 걸어가는데 쳐다보지도 않고 나무 옆에 앉아 서 손을 빨고 있다. 아 평화로운 광경이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정의냐고요, 왜 대답하지 않아요?" 내가 그렇게 다그치자 류카드는 폐에 바람이라도 들어갔는지 버벅거리기 시작했다. "흠, 으흠, 에헴. 이봐 나는 지금도 내 정의를 의심하고 있는 중이란 말 야. 그런 나보고 정의냐고 묻는 다면 내가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결국 관념의 노예군요. 당신도. 후." "...그럴지도."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납득했다. 류카드에게 멋지게 한방 먹였군. 음. 그렇기는 하지만 이곳은 정말 좋은 곳이다. 늦은 봄의 따사로운 햇살, 그 럼에도 불구하고 산비탈에서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같은 눈과 빙하, 눈이 시리도록 맑은 물이 그 빙하로부터 비탈을 따라 흘러내리고 그것은 어느 덧 섬의 끝에서 폭포가 되어 내린다. 에? 그러고 보니까 여기 구름 위에 떠있잖아? 진짜 천상이군. 나는 계속 촌놈 도시 구경하듯 주위를 둘러보 며 류카드의 뒤를 따라갔다. "그런데 어디로 가는 거죠?" 내가 그렇게 말을 했을 때였다. 갑자기 하늘로부터 뭔가가 떨어지기 시작 했다. 마치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처럼 많은 깃털들이 쏟아져 내린다. 그 러자 류카드는 멈춰서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나 역시 하늘 위를 보고 깜작 놀랐다. 깃털의 날개를 단 천사들이 하늘로부터 내려오고 있었다. 저거, 상당히 다른데? 내가 보았던 천사의 날개, 즉 라파엘의 날개는 전 광을 이겨 만들어진 빛의 날개였다. 그런데 저런 새 날개 같은 것이라니? 하긴 그러고 보면 거 수도원에서 천사들에게 습격받을때도 그랬지. 앙겔 로스(Angelos)의 날개. "여어. " 류카드는 손을 들어서 하늘을 향했다. 그러자 천사들이 내려섰다. 역 시... 다들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극에 달한 모습이랄까? 나 도 지상에서 천사를 안본 게 아니지만 천계의 천사는 더더욱 아름답고 몽 롱하기까지한 존재였다. 마치 내가 지니고 있는 아름다움에 대한 갈망을 모두 해소시켜주기 위한 존재인 듯. 즉 모습을 보고 느끼는 것 보다는 아 름다움의 이미지를 모아둔 그런 것 같았다. 그때 천사들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데일라잇을 찾아준 장본인이로군요. 카툴 멕의 셀레스철 피스트, 류카드 드래곤베인." 그 천사는 상당히 부르기 거북한 긴 이름을 잘도 발음했다. 마치 노래를 부르듯, 목소리마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러자 류카드는 피식 웃었다. "내가 아니라 이쪽의 인간이라고." "그렇습니까?" 천사들은 류카드의 말을 듣고 나를 돌아보았다. 마치 이런 일은 당연히 류카드가 하는 게 원칙이고 나는 그의 시종이나 종자쯤으로 보이는 가 보 다. "뭐, 무슨 일이죠?" "예. 당신이 성검을 제 자리에 찾아다 주신 보답으로 소원하나를 들어드 리라는 그분의 뜻이 있었습니다." "소, 소원?" 나는 깜짝 놀라서 천사들을 바라보았다. 아니 지금 소원을 빌라는 건가? "예를 들자면 이런거야. 이쁜 여자천사 하나를 마누라로 내려달라던가. 아니면 너도 여기서 살고 싶다던가. 뭐 천사를 내려달라는 소원은 좀 부 담스러울테니까 그저 적당한 선에서- 으흠- 마무리를 짓던가." "에... 음." 거 군침 도는 제안들 뿐 일세. 그러나 왠지 그러면 뭔가 중요한 걸 잊어 버린 것 같단 말야. 이곳은 너무나 행복한 곳이라서... 지상에서 있었던 일들이 제대로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아참 메이파!" 나는 그제 서야 메이파의 일을 떠올렸다. 아! 나는 무슨 빌어먹을 놈이란 말인가! 지금 문득 천사도 벗겨먹기 괜찮을 거라는 남자로서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음란한 생각을 하다가(왜 남자로서는 당연한데?) 겨우 메이파에 생각이 미쳤다. 나는 이러려고 여기에 온게 아니지! "일단 메이파를 만나게 해주세요!" "예?" 천사들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서로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류카드가 부연설명을 했다. "소원과는 별개로 일단 메이파라는 아이를 만나고 싶다는데? 소원과는 별 개로 말야." "...." 류카드가 이렇게 도움이 되다니. 그러자 천사들이 나에게 물어보았다. "그럼 잠시 실례를 해도 되겠습니까?" "무슨?" 내가 당황해서 그렇게 물어보자 류카드가 설명해주었다. "좀 날아가야 하나봐. 아 나는 날수 있으니까 신경끊어줘. 그럼 갈까?!" 그 순간 류카드의 모습이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사들은 나 를 잡고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급격하게 지상이 멀어지며 새하얀 구름들 이 바다를 이루고 있는 운해로 몸이 치솟아 올랐다. "와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아! 비록 내가 날고 있는게 아니라 나는 것에 매달려 있긴 하지만 갑자기 무한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게다가 태양빛을 반사하는 새하얀 구름들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마치 지금까지 봐오던 세 상은 눈에 때가 낀 채 보던 칙칙한 세상인 듯, 이제서야 겨우 그 칙칙함 이 풀린 듯, 말끔하다못해 뇌리를 씻어내는 듯한 색채가 눈앞에 펼쳐진 다. "조금 더 속력을 내도 될까요?" 천사들은 내가 즐거워 하는 것을 알고는 그렇게 물어보았다. 물론 사양 할 이유가 없지. "더 내봐요." 그순간 지면과 구름들이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원래 지상에서라면 이렇게 빠른 속도는커녕 그 근처만 가더라도, 아니 말등에 올라탄채 달리기만 하더라도 맞바람 때문에 얼굴이 다 얼얼할텐데 그런 것이 없이 그저 무한정 속도만 올라갔다. 아찔한 속도감이 짜릿하게 전신 을 훑고 지나간다. -쉬이이이이! 그리고 그런 우리들을 지나쳐 날아가는 거대한 드래곤이 있었다. 은색의 비늘을 두르고 머리부터 등골까지만 금색의 비늘로 덮힌 드래곤이었다. 그의 주위로 아콘들이 따라서 나는 것을 보고 나는 그가 류카드임을 알았 다. 나는 류카드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뭐, 뭐야. 머리 기른 것 같아." "끄응. 시끄럽군. 이 자식." 류카드는 그렇게 핀잔을 주었다. 어쨌거나 류카드는 세르파스보다는 훨씬 인간적이다. 아니 세르파스야 고고하고 깐깐한 잘난 드래곤이라는 인상이 강하지만 하다못해 그 손녀인 라크세즈보다도 훨씬 더 인간적인 것이다. 역시 벨키서스 레인저의 대원이라는 게 문제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천사들이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아찔하고 통쾌한 낙하감을 느 낀 순간 나는 어느덧 지상에 근접해 있었다. "다 왔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왠 섬에 나를 내려놓았다. 이곳은 정말 눈부시게 빛나는 성과 그 주위를 떠있는 많은 수의 탑들, 그 탑과 탑 사이를 날고 있는 드래곤과 천사들이 보였다. 뭐랄까 웅장하달까? 보자마자 사람을 압 도하는 힘이 있었다. "저 성에는 아직 죽지 않은, 인간인 당신이 접근할 수 없습니다. 인성을 파괴 당할테니까요." 천사들이 그 말이 결코 빈 소리가 아니라는 것은 보는 것만으로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이 천상이라는 것은 정신적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서 내 정 신도 오염, 아니 이 경우는 정화라고 해야 하나? 어쨌건 본의 아니게 정 화당하는 느낌이다.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천사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런 류카드를 보고 물어보았다. "다, 당신은 괜찮아요? 나는 왠지. 정신이 편해지고 나른해지는게 강제로 무장해제 당하는 기분이에요." "나야 괜찮지. 이런 곳엔 익숙하단 말야. 그런데 그 여자아이는 만나서 어쩌려고?" "...." "별로 좋은 꼴 못볼탠데." 에? 무슨 의미에서 하는 말이지? 의미심장하게 들리는데? "게다가 너같은 필멸자는 여기 오래 있으면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 이곳 은 이념과 의지가 모여있는 아우터 플레인(outer plane)이라서 네 정신정 도는 마치 대해에 던진 각설탕처럼 바로 녹아버릴꺼야."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초원을 바라보고 숨을 들이쉬었다. 나는 류카드 의 충고의 의미를 생각해보며 물어보았다. "그렇다면 그 말은? 무슨 뜻에서 하는 거에요? 설마 메이파가?" "뭐 직접 보는 것만 못하겠지. 자 그러면 나는 좀 빠져 있을까? 저쪽에 가있을 게 일 끝나면 네가 찾아와. 알겠지?"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지면을 박차고 단숨에 운해를 뛰어넘어 허공에 떠 다니는 섬들을 향해 사라졌다. 얼핏 봐도 20여미터는 떨어져 있는 무 시무시한 거리인데 그걸 단숨에 도약하다니. 나보고 어떻게 나중에 찾아 가라는 거야? 윈드워커의 부츠가 있으면 모르겠지만, 아니 윈드워커의 부 츠로도 20미터는 좀 무리다. 쉐도우 아머랑 복합해서 사용하면 가능하겠 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밑을 바라보았다. 아래를 보면 도저히 끝도 안 보이는 운해인데, 음 아무리 천상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안전관리에 심 각한 문제가 있지 않나? 왠지 그런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정말 평화로운 곳이군. "...." 그런데 그때 등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서 나는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곳 에는 언제 왔는지 천사들과 메이파가 와 있었다. "에?" 갑자기 만나게 되어서 황당하다. 솔직히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데 이렇게 보게 되다니! 메이파는 새하얀 법복을 걸치고 천사들 사이에서 꽤 나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카, 카이레스 오빠!" "...아 저, 저기. 메이파. 그러니까 저기." 나는 그렇게 말하고 메이파의 표정을 살펴보았다. 어,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그래도 그렇게 험한 방법으로 죽었으면 뭔가 슬픈 기색이나 그런게 있을 것 같은데. 예상과는 전혀 달리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뿐이다. "카이레스 오빠. 어떻게 오빠도 여기에 온 거에요? 죽은건 아니죠? 그렇 죠?" 내 상념을 깨며 메이파가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고 어설프게 웃었다. "아니 그게. 음" "설마 죽은 건 아니죠?" "물론. 데일라잇을 가져다 주니까 어쩌다 보니 이곳에 오게 되었는데 말 야. 아 그러니까 내 말은 데일라잇은 걱정하지 말라는 거야." 나는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을 정도로 횡설수설 하고 있었다. 이거는 예상 과 전혀 달라서 뭐라고 할 말이 없잖아? 어떤 비난이라도 들을 각오를 했 건만 왜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는 거지? "아 저기. 메이파. 나는 내게 사과를 해야 할게 있어." "뭐요?" "너, 너를 죽게 방치한 것을...." 나는 그렇게 말하고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그녀는 조용히 내 어깨위에 손을 얹었다. "...괜찮아요. 지나간 일인걸요." "!" 그순간 내 마음에 파문이 일었다. 다행이야. 다행이야. 그녀에게 용서받 아서 다행이야. '다행이냐! 이런 제기랄!' 나는 이를 뿌드득 갈았다. 너무나 아름다운 목소리, 마치 남의 일을 이야 기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메이파는 말을 이었다. "그런 것 보다 나는 오히려 오빠가 걱정이에요. 그런 세상에 남아서 괴로 워 할 오빠가 더 걱정이라구요." "그런! 메이파! 아, 잭은...." "아, 알아요. 잭이 제 아버지죠?" 메이파는 그렇게 선수를 치고 싱그럽게 웃었다. 정말... 아름다운 햇살이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죽기전 보다 더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그녀는 너무 나 아름다워서 차라리 비현실적이었다. 게다가 그 정신도. '선량함'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비인간적인 목소리, 비인간적인 선.... "아버지는, 제게 있어서 축복이었어요. 저는 죽을 때까지 그것을 몰랐지 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분의 사랑을 느낄 수 있어요. 나는 좋은 아버지 를 둬서 행복했어요." 메이파는 정말 성녀처럼 은은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말했 다. 이렇게 되면 그녀를 죽인 팔마교도건 뭐건 간에 다 용서해줘버릴 것 같다. 그래. 그건 좋아. 원래 메이파는 선량했으니까 이제 아예 그 정점 에 서서 세상사람 혼자서 다 용서해줘도 좋다 이거야. 그렇지만 뭐, 뭐 야? 이건. 뭐냐고? 이래서 어떻게 메이파일수 있는 거지?! 인간의 정신의 일부를 거세해 놓고, 어떻게 인간이랄 수 있어?! "카이레스 오빠. 제 일은 마음에 두지 말고 열심히 사세요. 아니, 오빠도 여기에 오겠어요? 이곳은 정말, 정말 살기 좋은 곳이에요." "...." "저는 행복해요. 이곳이 바로 그 옛날부터 말해지던 천국인 걸요. 슬픔도 고통도 없는 신의 낙원, 아이스딜 바인드의 경계에 위치한 미트라 님의 천국, 슬픔은 너무 쉽게 사라져 이제 흔적조차 남아있지 않아요. 그러니 까 그런 슬픈 표정은 짓지 마세요. 아 벌써 이렇게? 그럼 전 이만. 헤 헷." "...." 나는 무릎을 끓은 채로 일어날줄 몰랐다. 그러자 천사들 중 일부는 다시 메이파를 데려가고 남은 천사들이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만족하셨습니까?" 만족? 뭘 말야? 내가 그녀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서, 그녀를 찾은 줄 아 냐? 용서받기 위해서 찾아온! 그러냐고?! "이, 이런게 아냐." "예?" "...어째서. 어째서 그렇게 쉽게 용서할 수 있지? 어째서...." 나는 눈물이 주체하지 못하고 흘러나오는걸 느끼고 소매로 얼굴을 훔쳤 다. 그러자 천사들이 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따뜻한 느낌이 어깨를 따 라서 몸 안으로 파고들자 방금 전까지 격렬히 치솟아오르던 슬픔이 마치 물 끼얹은 불처럼 급격히 사그러 들었다. 그러자 더더욱 깊은 혐오감이 치솟아 올랐다. "슬퍼하지 마세요. 그녀는 구원받은 겁니다. 완전한 정화를 이뤘어요. 인 간 세상에서의 고통과 슬픔을 모두 잊고...." "그게 싫어!" 그 순간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우, 웃기지마!! 그게 뭐가 구원이야!" "그러시면 안됩니다. 그런 격한 감정은 천계의 질서를 파괴하고 선의의 화합에 장애를 줍니다. 감정을 자제하고 선량한 천계의 바람에 마음을 맡 기셔야...." 천사들이 나를 제지하려 했지만 나는 그들을 뿌리쳤다. 그리고 목청이 터 져라 외쳤다. 나를 가라앉히려는 천계의 바람에 대항하여 몸 안의 모든 힘을 짜내어 포효했다. "역시! 다 똑같아! 슬픔과 고통을 거세해버리고 그걸 구원이라고 부르겠 다는 거야?! 결국 시스템 적인 구원일 뿐이야! 인간 하나하나에 대해서 신경쓰는 게 아니라 막연히 전부 구원하기 위해서 오히려 개인에는 무관 심할 뿐이잖아! 왜 천국이라고 부르지? 구원 공장이라고 부르시지! 일일 이 규격화 되어서 공작대에서 찍어내는 구원이라니 이게 구원이냐! 차라 리 마약을 무한정 공급해! 그러면 현세도 구원할 수 있겠다!" 내 목소리가 날카로운 창이 되어서 천사들을 찔렀다. 정말로 천사들은 깊 은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하긴 이렇게 선량한 천계에서 악을 지르는 게 얼마나 힘든데. 지금의 나만 하더라도 내 정신을 평화적으로 제압하려고 선의가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정신오염이다! 나는 저 항했다! "...그만두십시오. 경고하겠습니다." 천사들의 표정이 싸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의 변화를 보고 갑 자기 기뻐졌다. 드디어 적어도 인간적인 부분이 하나는 나타났군 그래! 분노하고 있지? 그렇지?! 나는 크크큭 웃었다. 디모나에게 상처를 입힐 때와 같다. 음험한 기쁨이, 추악한 즐거움이 가슴속에서 치밀어 올랐다. "그래. 너희들은 선하지만 결국은 악을 용서하지 않는 검의 예리함. 나는 너희들의 선을 부인하겠어! 그러니 너희들은 나를 네놈들의 악으로 인정 하고 나를 베어라! 자! 천계에 어디 살아있는 인간의 피를 흘려보라고! 내 피가 이 아름다운 섬들에 칠해질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영광이지!" 하, 하하하하하하하! 제길! 이 빌어먹을! 미안해. 메이파! 미안해! 나는 눈물을 흘리며 웃었다. 메이파...는 구원되었다. 더 이상 어떤 방법이 없 을 정도로 완벽하게. 결국 이건 내 투정일지도 모르지. 그렇지만...내가 알던 메이파는 더 이상, 그 영혼마저도 없어졌다. 슬픔을, 후회를 도려내 어진 인간의 영혼은 비인간 적이야! 내게 있어선 메이파 프로스트란 소녀 는 죽음을 넘어서 소멸해 버린 것이다! 그래도, 그녀가 나를 그렇게 쉽게 용서하지 않았다면, 나를 저주하고 증오했다면 이렇게 까지 허탈하진 않 을텐데! 선량한 천계의 바람이, 저 따스한 햇살이 이렇게 까지 저주스럽 지는 않았을 텐데! "...거기까지." 그 순간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휙 날아들어서 내 앞에 멈춰섰다. 류카드 드래곤베인이 나와 천사들 사이를 막아서고 있는 것이다. "류카드...! 그 경고란 게 이런 의미였나요?" "네가 직접 경험하지 않았나? 슬픔도 분노도 이곳에선 용납되지 않아. 너 는 지금 용납되지 못할 짓을 하고 있고 말야. 이제는 아주 죽으려고 용쓰 고 있군. 멍청이." 류카드는 그렇게 싸늘하게 말했다. 나는 화가 나서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며 외쳤다! "하지만! 저들이 메이파의 정신을 멋대로 뜯어고쳤어요!" "말을 삼가십시오! 뜯어고치다니!" "지금의 나만해도 느끼고 있어! 슬픔이 거세되고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것을! 하지만 이건 강제라고! 뭐가 천상계고 뭐가 천국이야! 이것이 미트 라의 천국이라면! 흥! 왜 팔마에 밀려서 패했는지 알 것 같군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 순간 류카드가 히죽 웃으며 돌아보았다. 새하얀 치아가 햇살을 반사하며 반짝거릴 정도로 웃는 게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 정이었다. 하지만 그 다음에 번쩍 하고 눈앞이 흔들렸다. "바보. 조금 자라." 류카드의 그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나는 전신의 힘이 빠지는 걸 느끼면 서 주저앉았다. 천계의 부드러운 빛이 내 얼굴을 감싸주었다. < 계 속 > -------------------------------------------------------------------- 자 그럼 슬슬 연재가 부실해질 조짐이 보입니다.-_- *********************************************************************** 카이레스가 저와 사상이 같은가하면 같다고 할수 있고 아니라고 할수 있고, 페르아하브도 마찬가지지만 정신구조가 비슷하면서도 다르니까요. -_-;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9 화 : 속죄자#6 ------------------------------------------------------------------------ 팔마력 1548년 11월 3일 깨어났을 때는 지상이기를 빌었다. 그러나 여전히 너무나 포근한 천상의 하늘이 나를 맞이했다. 너무나 눈부 신 천상의 하늘. 아름다운 세상. 그러나 정신을 강제로 정화시키는 천상 의 바람이 분다. 인간의 마음을 강제로 뜯어고칠 수 있는 세계. 덕택에 메이파에게 용서받았지만, 그래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대안을 제시 할수 없다. "깨어났냐?"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쓰러진 나를 일으켜세웠다. "어떻게 된 거에요?" "어떻게는. 네놈이 발작을 일으키길래 때려눕힌 거지." 류카드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류카드에게 맞았다는 사실을 기억해 내고 몸을 만져보았다. 하지만 아픈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사람을 절묘하게 기 절시키다니. 나는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는 싱긋 웃으면서 물어 보았다. "그래. 이제 좀 속이 풀렸냐?" "..." 풀렸을까? 메이파는 구원받았으니까 기뻐해야 하는 것일까? 그녀가 나를 용서했기 때문에 기뻐해야 할까? 나는 허탈해져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 까이에는 천사들이 없고 하늘의 이곳저곳을 기예를 부리듯 누비는 천사들 만이 간간이 보였다. 물론 평화롭게 살고 있는 생물들도 근처에 있지만 별로 신경쓰고 싶지 않다. "자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빨리 소원이나 빌고 가자. 기분은 알겠는데 받 을 건 확실히 챙겨먹고 가자고. 이 이상 여기에 오래 있으면 네놈 정신은 더 못 버텨." "소원이라. 소원이라는게."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니 더 이상 빌 소원이 없다. 아니 지금 으로서는 원할 소원이 그다지 없는 것이다. 바램이라면 있지만 그것은 남 에 의해서 이뤄질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래 바램이라면 있다. 강해지고 싶다. 나 자신을 싫어하지 않을 정도로, 내 주위의 어떤 세파에서도 나 자신의 의지를 관철할 수 있도록 강해지고 싶다. 나는 나 자신이 강하다 고 생각했다. 주위 인간들보다 무력이 뛰어나고 사람을 죽여도 상황이 용 납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으니까. 내 마음은 강하고 나 자신도 강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결국. 자기 합리화였고 자아 도취였다. 그래. 대안을 선택하지 못한다면 차선을 택하자. 지옥보단 이 천국이 훨씬 낫잖아? 메이파가 나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기를 바라는 음험 한 생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은 결국 메이파가 고통받고 있기를 바라고 있다는 소리랑 다를 게 뭐가 있어? 나 자신의 마조히즘을 충족시 키기 위해 메이파가 고통받기를 원한다는 거야 뭐야? "쳇. 어쩔 수 없죠. 왠지 공장에서 뽑혀나온 획일화 된 구원이지만 타협 할 수 밖에. 잭을 여기로 데려와 달라고 해야 겠어요." "잭? 아 그때의 그 남자시체?" "예. 잭은 메이파의 아버지니까.... 어떻게 되겠죠." 획일화된 구원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인연이란 그보다 더 강력할지 모 른다. 인연은 윤회전생을 초월한다고 하니까. 이 천계의 바람도 초월하길 빈다. 왠지, 내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잭에게 떠넘기는게 되겠지만 그 부 녀에게 보답할 길은, 지금의 나로선 이게 전부인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20일동안 정화가 끝나면 천사로 다시 태어난다고. 아콘 (Archon)으로 태어날지 데바(Deva)로 태어날지는 모르겠다만." "...." 그 순간 나는 메이파의 정신이 천사로 재조립되어서 환생한다는 생각보다 는, 잭이 천사의 날개를 달고 야시시한 옷을 걸치고 나는 걸 상상해 버렸 다. "푸아앗! 크,크크큭. 웃긴다. 크?."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난다." 류카드는 그렇게 말했지만 별로 비웃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나는 그렇게 미친 놈처럼 키득키득 웃다가 류카드를 돌아보았다. "그러면... 다른 천국이란 건 어때요? 신들마다 다른가요?" "신마다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랑 별로 다를 게 없어. 인간 하나하나 신경써서 구원해주는 것 보단 주물에서 찍어내듯 구원을 선물하지. 어쩔 수 없잖아. 입장을 바꿔서 네가 신이라면 어떤 천국을, 어떤 대안을 제시 할건데? 아니 행복이란 게 주어질 수 있는 거냐? 스스로가 납득하면 그것 이 구원이고 그것이 행복이지. 자기가 행복을 찾는 거지 주어지는 게 아 니니까. 그렇다면 좋은 여건에서 찾는 게 더 편하고 쉽겠지? 안 그래? 좋 은 여건이 바로 천국의 필수 조건인거야." "자기가 행복을 찾는 거지 주어지는 게 아니다...인가?"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때 천사들의 깃털이 다시금 하늘로부터 나풀 나풀, 마치 민들레 홀씨처럼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받아들고 하 늘을 올려다 보았다. 과연 천사들이 다시금 하늘에서 지상으로 내려와 우 리들 주위에 섰다. "진정된 것 같군요." "아아 어떻게 조금은." "그러면 당신의 소원을 말씀해 보세요." 나는 잭의 이름과 이미지를 떠올리며 그들에게 말했다. "잭을, 메이파의 아버지도 구원해주길 바래. 아직 늦지는 않았을 거야. 그렇지?" "....우리는 선량한 영혼이 아니면 받아들이지 않습니다만." "나도 별로 선량하지 않지만 이곳에 있으니까 선량해질 지경이라고. 그정 도는 괜찮지 않아? 데일라잇이란게 그렇게 싸구려였나?" "예. 소원은 소원이니까요. 수리하겠습니다." 천사들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 소원을 수리해 주었다. 그러자 류카드가 그런 나를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그럼 돌아갈까. 벨키서스 산맥으로 바로 돌아간다. 나도 천계의 바람은 별로 좋지 않다고. 내 고향이 카툴 멕의 랄바스발다 이긴 하지만." "예. 아 메이파와 잭의 시신은...." "이제 그런 건 의미가 없지. 뭐 신관들이 알아서 장례 지내줄 테고." "그것도 그렇네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다시금 지면으로 푹 꺼지는 느 낌이 나를 사로잡았다. 아아아! 이 텔레포트의 감각은 좀 개선하면 안되 나?! "다 됐다. 눈떠라." 나는 나를 부르는 소리에 조용히 눈을 떴다. 그러자 어둡고 음침한 밤하 늘이 눈에 들어왔다. 천계와는 확실히 다른, 레이펜테나의 하늘이 맞아주 자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천계도 좋긴 하지만, 그곳에 있은면 나 자 신이 아니게 될 것 같아서 두려웠다. 정신을 파고 드는 그 성스러운 힘이 라니. 성자 카이레스라도 탄생하면 그 얼마나 웃기는 일이냐? 나를 아는 사람이 본다면 비웃느라 한나절을 소비할 것이다. '성자 카이레스라니!' "무사히 돌아왔구나." 나는 주위를 확인해보았다. 류카드의 오두막은 아니지만 분명히 벨키서스 산맥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서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그는 키득키득 웃으 면서 허리춤에 찬 작은 물병을 꺼내더니 입에 가져갔다. 그러자 진한 위 스키의 향기가 뿜어져 나왔다. 뭐야? 음주 드래곤이라니. "그렇게 발광하더니 소원은 결국 천국에 사람을 맡겨 버린 거잖아? 응?"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어요. 개인적 구원을 할 수 없는 천국이라면, 적 어도 안면이 있는 사람을 같이 있게 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고. 그러면 적어도, 조금쯤은 더 나아지겠죠. 잭에게도." 나는 그렇게 말하며 말꼬리를 흐렸다. 과연 이게 최선이었을까?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 이상의 방법은 모르겠다. 류카드도 천계의 바람은 싫어하 는 것 같지만 그렇다고 나처럼 대놓고 불만을 표시하진 않았다. 생각해보 면 이미 저런거 신물나게 보아온 사람의 앞에서 이제와서 비판을 하다 니.... 무슨 낙방문인 앞에서 '세상이 썩어서 안돼.'라고 떠드는 철부지 같다. 부조리를 알면서도 그 속으로 몸을 내던진 사람과 아무것도 아닌 문외한인 주제에 밖에서 이상적인 소리나 떠드는 인간은, 아무래도 후자 가 쓰레기에 가깝다는 건 부인할 수 없겠지. "그런데 랄바스발다는 뭐에요?" "카툴 멕의 차원. 내 아버지는 랄바스발다의 금룡 바스틸이니까. 난 바스 틸과 세르파스 사이의 자식이고. 뭐 천계는 익숙하니까. 네놈이 성질 부 리는 것도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닌데 그 정도 가지고 발작을 일으키는 꼴 도 못 봐주겠다는 거지." "...." 헤에? 아주 고결한 태생이네. 하는 말이나 행동은 별로 고결해 보이지 않 은데. 천계의 금룡과 은룡의 자식이라니 왕족들은 이름도 못 드밀 정도의 고결한 태생이잖아? "이 우주자체는 인간이 느끼기에 부조리하다고. 왜냐면 인간 자체도 부조 리함을 안고 있기 때문이야. 보는 자신부터가 비뚤어져 있는데 그것을 한 탄해서야 되겠냐? 세상은 결국 나란 거울에 비쳐지는 그림자인데." "마치 자기 자신은 맑은 거울처럼 말하는 군요." "맑은 거울은 더럽혀지기 마련이지. 적당히 맑다고."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 수통안의 위스키 한병 을 다 마신 듯 아쉬워 하면서 입술을 핥는게 보였다. 하지만 독주를 물처 럼 마시고도 멀쩡하다니. 역시 인간이 아니랄까? 그와 나는 계속 산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면 메이파나 잭이 천사가 되면 앞으로 어떻게 사나요?" "미트라의 영역을 수호하면서 살겠지." "흐음. 잘 살았으면 좋겠는데." "...흠. 너도 꽤 좋은 녀석이구나."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마치 어린아이를 대하듯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평소의 나라면 화가 나야 마땅할 텐데 나는 가만히 고개를 숙여서 그가 쓰다듬게 내버려두었다. 호우류시에게도 그렇지만 류카드에게도 뭔가 배 울 점이 의외로 많은 것 같았다. "좋은 녀석이라. 그렇지도 않아요." 나는 쑥쓰러워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류카드는 내 머리를 쥐어박 았다. "조금 칭찬해주니까 헬렐레 하기는! 뭐 마음을 파괴하는 천계의 바람도 나름대로 좋군. 많이 밝아졌어. 어쨌거나 이걸로 속은 개운해졌냐?" "...." 그러고 보니... 그런 것도 같군. 메이파는 어떤 형식에서건 자신의 구원 을 찾았고 잭도 덩달아 구했다. 고통을 제거해버리건 딛고 일어서건 구원 은 구원이니까.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왠지 고통을 딛고 일어서는 것만이 진정한 구원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공포에 질린 병사들을 사지로 내밀며 애국심을 강요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남의 사상이나 인생에 지나친 간섭 을 하는 게 될 테니까. "벼, 별로." "으응. 하긴 그렇지. 네놈은 못나고 멍청하고 한심한 녀석이야. 네가 피 해를 끼친 사람들이 천국에 갔다고 해서 네놈의 모자람이 채워지진 않으 니까. 단지 망설이고 방황하고 궁상떨면서 주위사람들에게 더 큰 피해나 주지 말라고." "...." 무시무시한 말이군. "그나저나 류카드, 정의에 대해서 의심을 품고 있다고 했죠?" "그야 당연하지. 너도 저런걸 보면. 회의를 갖지 않을 것 같냐? 인간들이 상상하는 천국엔 가까울지도 모르지만. 모든 생물은 결코, 천국에 가기 위해 태어나는 건 아냐." "...." 과격하다! 그러나 맞는 말임은 부인할 수 없다. 마치 천국에 가기 위해 태어난 인생처럼 신의 눈에 들기 위해서 아부하면서 일생을 살아갈 필요 는 없으니까. "그러나 세계를 지배하는 법칙이 있는 이상 천국이 최선이라는 게 한심한 거지. 우리가 사는 것은 천국을 위해 사는 게 아닐텐데도 결국 천국은 노 려야 할 곳이라는 것이야. 이 세계는 그래서 원죄를 지고 있어. 그릇된 세계랄까. 아무리 천국이라고 하더라도 거세된 인간들끼리의 화합과 평화 는 의미가 없어. 그렇다고 현세가 그런 절단된 천계보다 가치있는가 하면 그것도 전혀 아니고. 뭐 나도 맑은 거울이 아니라서 그런지, 내게 비치는 세계도 그다지 좋지만은 않구나." 할말없군. 얼마 보지 않은 나도 염증이 날 지경이니까. 하지만 확실히 살 기 좋은 곳인건 분명한 걸. 잭 모습의 천사가 날아다닌다면 약간 복지수 준이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대단한 곳이었으니까. 맘에 들 건 안 들건 간에 멋진 곳임에는 분명하다. "결국, 완벽한 천국도, 완벽한 지옥도 없는 셈이군요." "그래. 그러니 더더욱 강해져라. 인간이여. 앞으로의 시련은 마음을 파괴 하는 전쟁이 될 테니. 이정도에서 쓰러진다면 인간들도. 그정도의 프라임 에 불과하다는 게 되겠지."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깜짝 놀랄 만큼 매력적으로 웃었다. 그 순간 나 는 드래곤이란 것의 그 무한한 저력의 일부를 엿본 것 같아서 심히 놀랐 다. 비록 이 류카드가 투덜거리기 좋아하는 특이한 녀석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꿰뚫는 혜안을 갖고 잇는 것 같았다. 솔직히 부럽다. 나 도 드래곤이라면.... 아 생각해보니까 나도 환염의 미카엘이잖아. 스스로 버린 주제에. 뭐 힘을 갖고 싶다는 게 아니라 지혜나 강한 정신력을 갖고 싶다는 거니까. 류카드는 분명히 현명하고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로 존경심이 안 이는 것은 역시 너무 투덜거린다. "자자 그럼 오두막으로 돌아가자. 그 뒤스띤인가 하는 아가씨 두고 왔잖 아. 걱정 안돼?" "배고픈데요?" "녀석. 무뚝뚝 하군. 여자에게 인기없다고 그럼. 역시 플레이보이 기질로 완전 무장해서 알량거리면서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살갑게 굴다가 한번 밤이라도 보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냉랭해져서 여자를 갈아버리는 변태들이 오히려 여자에게 인기가 있지. 벨키서스 레인저는 그런 면에서 영 텄지만 말야. 그럼 가자."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산길을 사뿐사뿐 달려갔다. 뭔가 여성 비하적인 발언이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의 뒤를 따라 달렸다. 초생달이 점점 산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는 자정을 지나서 새벽에 접근 하고 있는것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류카드의 오두막을 바라보았다. 밤이 되었다고 폭포가 마르는 건 아니니까 제법 요란한 물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뒤스띤이 여기 있을까요?" "있어. 숨소리가 들리잖아." "...." 이 거리에서 오두막 안에 있는 사람의 숨소리가 파악된단 말야? 나는 기 가 막혀서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류카드는 가볍게 문 앞으로 달려 가 노크를 했다. "예?" 안에서는 깜짝 놀란 것 같은 뒤스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오 두막 안쪽에서 불빛이 새어나온다. 아마 램프에 불을 붙인 것 같았다. "오셨어요?" "아." 나는 문을 열고 나온 뒤스띤을 보곤 손을 들어서 인사를 했다. 그러자 그 녀는 살포시 웃고는 류카드와 나를 바라보았다. "식사는 하셨어요. 아 죄송해요. 멋대로 청소도 하고 가재도구도 좀 정리 했어요." "아 그런. 오히려 고맙지. 그런데 레이디도 식사는 하셨는지?" "예. 식료가 있던데요. 창고에." "엑?!" 그 말을 들은 나는 놀라서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이 인간, 아니 엘프, 아 니 드래곤이 13년간 집을 비웠다고 하는데 그 창고에 식료가 있다니 말이 나 되는가? 그러나 류카드는 히죽 웃었다. "보존 마법이란 게 있잖아. 신경끊어. 자 그러면 저는 술이 떨어져서 사 러 마을에 다녀오겠소이다. 아마 내일 해가 중천에 뜰 때 까진 안 돌아 올 것 같으니까. 후훗!"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윙크를 해 보였다. 나는 그 의미를 헤아 리는데 3초 정도를 투자해야 했다. "허억. 아니 이건 저기 그게." "뭘 또 빼고 그래. 배고프잖아. 피도 많이 흘렸고. 자 그럼 뒤스띤양. 굶 주린 늑대, 카이레스에게 상이나 차려줘요. 나는 이만!" 류카드는 그렇게 말하고 단 두 번의 도약으로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기가 막히는 군. 순식간에 저만큼의 거리를 날아가다니 이건 쉐도우 아머 나 윈드워커의 부츠 이상이다. 인피니티 로프를 감아놓고서 도약해도 저 렇게는 안되겠다. 즉 류카드의 움직임에는 이미 물리법칙의 냄새가 없다. 킷이나 스트라포트, 그루자트도 범인이 흉내내지 못할 정도의 비인간적인 경지이지만 그래도 그것들은 물리법칙이란 선을 넘지 않는다. 류카드는 그야말로 마법도 아니고 무예도 아닌 경이로운 경지였다. 아무리 단련한 다 하더라도 저런 짓은 도저히 못할 것 같다. 만약 저런 자가 적으로 돌 아서면 이길 수 있을까? 지금의 나로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군. "...아, 아하하핫. 시, 신경쓰지마. 자고 있었지. 계속 자." "...." 뒤스띤은 바보냐는 듯 나를 흘겨 보았다. 윽 그러고 보니까 여긴 방도 없 고 완전 한 칸 짜리 집이잖아! 아 심오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구나! 게다 가 그 순간 주책없게도 뱃속에선 꼬르륵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식사는 했어? 뭐 물어보나 마나네. 오기 부리지 말고 들어와." "...." 나는 민망해져서 고개를 숙였다. 뒤스띤은 램프를 밝히고 화덕에 불을 지 피기 시작했다. "미, 미안해. 곤히 자고 있는데." "무슨 소리야 카이레스. 오늘은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날이라고. 사실 설 레여서 밤잠을 못 이루다가 방금 자기는 했는데." "...." 더 미안해지잖아. 나는 얼굴을 붉히며 안에 들어갔다. 뒤스띤은 다시 화 덕에 불을 지피고 몇 가지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 무슨 일이 있었어?" 어슴푸레 비치는 희미한 달빛과, 화덕에서 일렁이는 불빛이 어우러지는 깊은 밤의 오두막안에서, 뒤스띤은 그렇게 물어보았다. 나는 테이블에 앉 은채로 이야기를 꺼냈다. "나 때문에, 죽은 아이가 있어." "...." "그 아이에게 용서받고 싶었어. 그 아이가 고통을 받고 있다면 나 자신은 도저히 나를 용서할수 없을 것 같았어." 타닥 하고 장작타오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 아이는 구원되었지. 신은 그 아이를 구원해줬다. 아름다운 천 계, 성스럽고 자비로운 힘이 가득한 그곳에서 그 아이는 지상에서의 일을 모두 용서해 주었어. 오히려 나보고, 앞으로의 고난에 대비해서 잘 살라 고 해주었지." "그러면 된거 아냐? 그 이상 할수 있는 건 없는 것 같은데?" 뒤스띤이 그렇게 말했다. 맞아. 맞는 말이다. 내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애초에. 메이파에게 해준 것도 아무것도 없었는데 해줄수 있는 것도 남아있지 않다.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그래. 어쩌면 나는 잊는 게 두려웠는지도 몰라. 그 아이가 나를 용서하면 나는 그를 잊어버릴만큼, 나약할지도.... 아니 나는 나약해. 나는... 약해." 나는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섭고 두려워. 나 자신의 나약함이 남을 희생시킨 주제에, 이제는 또 그걸 망각시킬지도 모른 다는 것이. 구원이란 뭘까. 행복이란 뭘까.... 용서란 뭘까. 나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아무 것도 해낼 수 없어. 남 을 구원할 수도, 행복하게도, 용서하는 것도, 받는 것도! 아무 것도 해낼 수 없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팔 사이에 머리를 파묻었다. 아름다운 미트라의 성역 을 생각하자 문득 눈물이 흘러나왔다. 요사이는 얼마나 우는지 모르겠다. 나는 천천히 흐느끼다가 어린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카이레스. 넌 절대로 그걸 잊지 못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뒤스띤은 그렇게 말했다. 어이없게도 향긋한 수프의 냄새가 풍겨오자 슬 픔을 허기가 이겨버렸다. 나 자신이 한심하지만, 감정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고개를 치켜들었다. "어쨌건 앞의 일이 남아있잖아. 카이레스. 앞으로 걸어가기 위해선 오늘 의 식사와 잠도 중요한 법이야." "...." "나는 그 아이가 어떻게 죽었는지, 카이레스에게 있어서 어떤 무게를 지 니고 있는지도 몰라. 그렇지만, 충고라면 해줄 수 있겠지? 그렇지?" "으응." "그럼 살아. 카이레스." 나는 멍청한 표정을 하고 뒤스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멍청한 표정을 짓 고 있는 나에게 스푼을 쥐어주었다. "그럼 나는 잠시 산책을 하고 올게. 폭포나 보고 올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외투를 꺼내서 걸쳤다. 나는 눈물을 닦아내고 테이 블 위를 바라보았다. 빵과 스프, 간단한 식사지만 그것이 거기 있었다. 나는 그걸 마시고 빵을 쪼개 먹었다. 그리고 잔 것 같다. 11월 4일 깨어났을 때는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고 문밖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폭포에 손을 집어넣고 있는 류카드와 그걸 바라보고 있 는 뒤스띤이 있었다. "아 일어났어?" "카이레스! 이녀석!" 류카드는 왠지 화가 난 듯 그렇게 말하고 폭포에서 손을 빼냈다. 그리곤 물을 안은 채로 달려와 오두막의 옆에 있는 큼지막한 물통에 부어넣었다. 나는 그걸 보고 깜짝 놀라서 류카드를 바라보았다. "이녀석. 어제 그렇게 좋은 기회를 줬는데 아무일도 없다니. 실망이다." "...피곤했다고요. 그리고 그런 사이 아니에요." "그런 사이가 아니긴." 류카드는 그렇게 귓속말로 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 "그나저나 저 물은 어떻게 퍼나른 거에요?" "간단하지. 물이 떨어지기 전에 도로 주워담으면서 계속 가서 여기서 놓 으면 돼. 해볼래?" "...사양하죠." 인간은 불가능하다고. 그런거. 어쨌거나 이제 잭과 메이파의 일은 여기서 일단락 된 것 같았다. 앞으로 영원히 내 마음을 잡고 놓지 않겠지만, 일 단 뒤스띤의 말대로 살자. 나는 그렇게 마음먹고 일어났다. 그러면 이제. 돌아 갈까. 노스포레스트로. 그리고.... 11월 5일 "가는 거야?" 나는 짐을 챙기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옛날처럼 세나가 서있었다. "으응. 가야해." "바보야. 카이레스 오빠는." "아아."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배낭을 짊어졌다. 전날밤 베인이 건네준 추천서는 벌써 품에 넣어가지고 있었다. 나는 배낭을 짊어지고 앞으로 걸어갔다. "잘있어라. 세나." "뒤스띤 언니에게는 인사했어?" "해야지." "...쳇." 세나는 머리위로 깍지를 끼며 투덜거렸다. "뭐 그래도 이전보단 훨씬 나아졌네. 그렇지 않으면 그냥 내버려 두지 않 았을텐데." "그래. 미안해. 그리고 고맙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세나를 뒤로 한채 집밖으로 걸어나갔다. 하늘에서는 나풀나풀 눈이 내리고 있었다. 11월에 눈이라니 빠르군. 나는 손을 들어 서 눈발을 받으며 걸어갔다. 마을의 입구에서는 뒤스띤과 하건이 나무에 기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어. 뒤스띤. 하건, 비번인 모양이네." "...." "나는 그래도 네가 쓸쓸해할까봐 귀한 비번을 까서 여기 마중나와 있잖 아. 임마." 하건은 그렇게 말하고 그 굵직한 팔을 내 어깨위에 걸쳤다. 나는 그런 하 건을 보고 투덜거렸다. "팔뚝 무거워. 이건 뭐 멧돼지 짊어진 것 같다." "하여튼 좋으면서 내숭은." "시끄러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뒤스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뭔가 우수에 찬 표정으 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가. 돌아오란 말은 하지 않을게. 언젠가 다시 볼 수 있겠지?" "응. 물론." "그래." 뒤스띤은 그렇게 말하고 나의 머리를 끌어안고 입을 맞췄다. 나는 가만히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은 뒤 몸을 돌렸다. "아... 음. 자 그럼 난 간다." "잘가." "편지라도 좀 써라!" 나는 뒤스띤과 하건의 배웅을 받으면서 눈이 내리는 노스 포레스트를 떠 났다. "하아." 입김이 새하얗게 뿜어져 나온다. 나는 회색의 하늘을 올려다보고 망토를 들어서 얼굴을 가렸다. "알고 있는건 대답이 되지 못하지만... 일단은 아는 정도에서 만족해볼 까. 미안해."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노스 포레스트를 돌아보았다. 여전히... 변한 것 없는 나의 고향이 내 뒤에서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고맙다." 나는 나를 감싸주는 과분할 정도의 애정을 느끼며 다시 길을 떠났다. 하 늘로부터 내려오는 눈이 발밑에서 기분좋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 다음화 예고! 무대를 바꿔서 에스페란자 왕국. 광왕 보디발의 공격에 의해서 혼란을 겪 는 에스페란자 왕국에, 로그마스터가 나타나다. 역시, 로그마스터의 정체 는 디모나인가!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The Rogue! 그 제 30 화! 부활! 궁상은 여기까지다! 그러나 연재는 부실해질 것 같다. 휘긴경이...또 글을 하나 더 씁니다. '13번째 현자'라고 해서 이건 바로 출판이 될 것 같은데....^^; 뭐 그런 거죠. 후. .... *********************************************************************** 그럼 로그 30화 시동!? 궁상스러운 일은 여기서 끝...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