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벨키서스 레인저 이검이도의 형 개전은 신 이천일류 서적을 참조했어요. 뭘 참조했는지는 후기에 밝힐 예정입니다. 왠지 표절한 느낌이야. 쿨럭!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4 화 : Conspiracy of Count#6 ------------------------------------------------------------------------ 팔마력 1548년 10월 4일 린드버그는 자신의 병권 모두를 노스가드 캠프에 맡겨버리고 우리일행과 자기 경호원 둘만을 데리고 세르파스를 찾기 위해 벨키서스 산맥, 북쪽으 로 떠나기로 했다. 새벽녘에 적에게 습격을 당해서 정신이 하나도 없는 판국이지만 우리의 뜻을 알고 있는 랭카스터 경은 혼쾌히 승낙해 주었다. "그럼 조심해서 가십시오." 랭카스터 경과 기사들 몇몇은 이 험한 와중에도 마중을 나와 주었다. 그 러나 랭카스터 경의 취미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 평판이 그런건지 다들 린 드버그에 대한 표정은 좋은 반면, 보디발에 대해서는 경멸을 숨기지 않았 다. "자. 그러면 가도록 할까요." 린드버그는 그렇게 대답하고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일단 벨키서스 산맥 입구까지는 텔레포트로 갑시다."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고 우리들 한명 한명에게 주문을 걸었다. "자 마법에 저항하려 하지 말고 마음을 편히 먹으십시오." "댁 같으면 그렇게 당하고 나서 마음을 편하게 먹겠냐?" 나는 그렇게 그를 흘겨보았다. 그러자 린드버그는 넉살좋게 받아쳤다. "뭐 이제 더 걸만한 주문도 없으니까요. 게다가 그때 그 주문을 건 것은 굉장한 모험이었습니다. 비싼 마연향(魔煙香)을 써도 사실 당신과 보디발 왕자님은 걸릴지 안 걸릴지 의문이었으니까요. 뭐 걸려줘서 저야 다행이 지만. 아 매혹주문이라도 걸어서 내게 충성하게 만들까?" "내게 매혹 주문을 걸면 밤에 침실로 찾아가서 강제로 덮쳐주지. 아마 그 걸 당하면 한동안 변비 걱정은 없을 거야." "...." 음. 이런 말은 효과가 있군. 잠잠해지는 걸 보니. 하지만 린드버그 이녀 석 실제로 믿는 듯한데? "자아 그러면...." 나는 마법에 대한 저항을 풀고 눈을 감았다. 린드버그가 살짝 내 이마에 손을 대자 마치 밧줄에 매달린 채로 절벽에서 미끄러졌을 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몸이 땅으로 푹 꺼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또 뭔가가 강하게 내 몸을 끌어당기는, 그래서 몸 안의 체액이 진탕을 치는 것 같은 느낌 말이 다. 하지만.... -쿵! 윽! 실제로 추락한 거였나? 다행이 쉐도우 디펜더를 무의식중에 발동시켜 서 다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른 일행들은 다 제대로 착지했는데 나만 좀 좌표보다 높게 나타나는 건 뭐람? "아 카이레스." 디모나는 그렇게 나를 부르곤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표정은 굉장히 어두 워 보였다. 응? 왜 그러지? 그 종속의 혈충인지 뭔지 하는 벌레 때문인 가? "왜?" "아니. 이 많은 인원을 일일이 다 텔레포트 시키다니, 린드버그란 자, 역 시 굉장한 마력을 가지고 있구나 해서 말야. 게다가 변신술사라면 쓰지 못할 계열의 주문도 쓰는 것 같고." "그래?" 확실히 마법에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린드버그는 대단해 보인다. 그런데 마법을 아는 사람이 보면 더더욱 대단하단 건가? 이놈에게서 탈출할 일이 걱정이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마지막으로 린드버그가 텔레포 트 되었다. 그는 검은 빌로드에 백금으로 수놓아진 이상한 마법문자의 로 브를 입고 우리들 정 중앙에서 나타났다. "후후훗. 기다리셨습니까?" "아니. 텔레포트 사고로 죽기를 바라고 있었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주위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이 주위는 벨키서스 산맥 의 입구라고 할수 있었다. 왜냐면, 남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그곳에 드 랜자드 령이 보였으니까. "으음." 벨키서스 레인저들의 마을도 가까울 것 같군. 한번 녀석들을 만나보고 갈 까? 아냐. 세나를 보면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 르겠다. 그냥 입다물고 지나가자. "이곳의 지리는 카이레스가 잘 알테죠? 지금 당장 은룡의 성역으로 출발 하죠?" 린드버그는 그렇게 나를 보챘다. 자기 야망을 향한 걸음이니까 흥분될 만 도 하겠지? 하지만 난 기분 나쁘다고. "은룡의 성역이라. 어디인지 알고 있기는 하지만 직접 가본 적은 없어. 괜히 성역이라고 불리우냐. 그 안에 들어서는 인간들은 세르파스의 분노 를 사서 다 죽으니까 성역이라고 부르지." "그래서 가보자고 하는 겁니다." 하긴 린드버그가 만약 정말 세르파스의 후손이고 그래서 안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된다면 갈 수 있겠지? "그런데 꽤나 서두르는 군? 왜지?" 펠리시아 공주가 린드버그에게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린드버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야 로스트 프레일이 추격해올 테니까죠. 나도 결성하는데 제법 손을 썼으니까 그들은 나에 대한 조사도 미리 끝마쳐뒀을 겁니다. 세르파스님 이 이노그를 패퇴시켰으니까 녀석들은 더더욱 우리를 감시하려 하겠죠. 틀림없이 우리들의 목표를 예측하고 있을 겁니다. 그들은 내 정체를 알고 있으니까." "정체?" "그러니까 내가 벨키서스 대공과 은룡 세르파스의 피를 이었다는 사실 말 입니다. 그 정도 안다면 누구라도 제 행동을 예상할 수 있겠죠." "같은 왕족인 우리들에게도 숨기고 있던 정체를 인간도 아닌 괴물들이랑, 엄연한 적국의 녀석들에게는 알려줬단 말야? 참 싸구려로군, 네놈의 주둥 이는."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비아냥 거렸다. 그러자 린드버그가 피식 웃었다. "뭐 역시 아름다운 사촌누이, 성격이 더러운 것도 맘에 들어. 브래들리 4 세가 참 사람을 예쁘게 만들어놨단 말야." "!!!!" 윽, 이놈은 브래들리 4세가 어린 시절의 펠리시아 공주를 추행한 것도 알 고있는 건가? 펠리시아 공주는 충격을 받았는지 입도 뻥긋 하지 않고 그 놈을 다만 바라보았다. 아무리 망가져서 반 폐인이 된 보디발 왕자라 하 더라도 펠리시아 공주는 아직 그를 좋아하고 있는데 그런 이의 앞에서 과 거의 안 좋은 일이 알려진다면 기분 나쁘겠지? 아니 기분 나쁜 정도인가? "자자. 그러면 얼른 가자고. 로스트 프레일인지 뭔지 모르지만 녀석들 피 해야 한다며?! 가자!" 나는 더 이상 그 이야기가 안나오게 일행들을 다그쳤다. 그러자 모두들 내 말에 따라서 뒤따르기 시작했다. "이야. 단풍. 벌써 이렇게 단풍이 들다니." 디모나는 단풍이 들고 있는 산을 보고 감탄했다. 벨키서스 산맥같은 경우 는 상록수들이 많아서 단풍을 들면 일부가 색이 변하는 정도뿐이지만 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워낙에 수려한 산세를 가지고있기 때문이다. 나도 여기서 10년씩 살지 않았다면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트이고 사나이의 웅지가 끓어오르는 곳이라고 평했을 것이다. "라피스 라줄리나 터키석 같은 하늘이야. 멋진데. 푸르고 투명하고." 디모나는 그렇게 내 옆을 걸으면서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지금이 무슨 야유회 나온 것도 아닌데 그렇게 감탄하기는. 하지만 펠리시아 공주는 죽 을 맛인지 벌써 허덕이고 있었다. "무슨 겨, 경사가 이렇게 급해?" "정원 뒷산이 아니니까요. 갑옷을 입고 이동하기엔 좀 무리가 있죠?"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펠리시아 공주는 내 손을 잡고 간신히 올라왔다. 가만, 그러고 보면 메이파도 너절한 스케일 메일 이나마 금속갑옷을 입었던 것 같은데? 나는 메이파에게도 손을 뻗었다. "으음." 린드버그는 허공에 살짝 떠서 날아오면서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이녀석은 별 걱정이 없겠군. 날아오다니. "그거 참. 산악지형이라는 걸 고려하지 못했군요. 힘들겠는데. 뭐 체력 단련하는 셈치고 따라와 주시죠." "너는 좀 닥치고 있어!"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화를 냈다. 자기는 발도 땅에 딛지 않고 편하게 날아오면서 일행들에게 체력단련을 하라는 둥 신경을 거슬리고 있으니 당 연한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가고 있을 때 갑자기 우리들의 발 앞에 화살 이 떨어졌다. "거기 까지! 신분과 방문 목적을 밝혀라!" "어이 벅스!" 나는 화살이 날아온 쪽으로 손을 흔들며 벅스를 불렀다. 그러자 과연 숲 속에 숨어있던 벨키서스 레인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켓?! 카이레스?! 뭐냐! 그 머리통은? 사람이 확 바뀌었네?!" "아 좀, 염색이라고 생각해." 나는 내 머리에 대해서 궁색하나마 그렇게 변명했다. 그러나 벨키서스 레 인저들은 다들 남자! 내 머리야 빡빡 밀건 백발이 되건 플라티나 블론드 가 되건 신경쓸게 아닌가 보다. 그들은 디모나와 펠리시아를 보고 나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여기 이 많은 사람들은?" "왜 돌아왔어?!" 나는 그런 이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자자. 벨키서스 레인저들을 만났군요." "너가 무슨 관광 가이드냐?"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하고 벨키서스 레인저들에게 시선을 보냈다. 벅 스는 나를 이모저모 훑어보더니 물어보았다. "혹시 최근 은룡의 성역 근처에 숨어있는 놈들 때문이냐?" "뭐?" 먼저 선수를 친 놈이 있었단 말야? 나는 기가 막혀서 벅스를 바라보았다. "이봐! 혹시 놀이나 무슨 검은 옷 입은 바보들 아니지?" "맞는데? 잘 아는 군? 놀하고 검은 슈트의 인간들이 있어." 역시 선수를 쳤군. 아마 로스트 프레일과 에스페란자 공안국일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가 올 시점에 여기를 지키고 있을 수 있는 거지? "호오. 역시 당신의 동료애가 빛을 발하는 군요. 백작님. 미리 예상하고 있다고 치더라도 이런 곳에 계속 매복해 있을 수는 없었을 텐데?" 디모나는 그렇게 비아냥 거렸다. 내 생각과 같은 점을 의문으로 제기하고 있군. 어째서 놈들은 우리가 이곳에 올 타이밍에 길목을 지키고 서있을 수 있는 거지? 정보가 새는 건가? "그건 나도 의문이군. 뭐 정보가 새는 거야 언제나 예상하고 있으니까. 요는 앞으로의 일이 문제 아니겠소?" 린드버그는 그렇게 태평스럽게 대답했다. 태도는 상당히 훌륭하군 그래. 앞의 일이 중요하다~라. 그건 우리에게도 해당하는 말이지. 대체 우리에 게 걸린 기아스인지 뭔지 하는 마법은 어떻게 해제한담? "그런데 어째서 그런 놈들을 공격하지 않은거지?" 나는 벅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벅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야. 커크 님이 공격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그뿐 아니라 근처에도 못 가게 하시는 걸? 또 왠 성수같은 걸 잔뜩 구해다가 각자 창문 등에 달고 하나씩 들고 다니게 하셨어." "그래? 혹시 뱀파이어라도 있는 건가?" "거기 까진 말이 없었지만 다들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지. 알다시피 벨키서스 레인저는 여자에 약하잖아. 여자 뱀파이어라도 된다면 다들 쉽 게 당할 테니까." 서글프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군. 여자 뱀파이어 한 명이 유혹하면서 다닌다면 벨키서스 레인저가 전멸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그럼 커크님을 만나봐야 겠군?" 나는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걸어가려 했다. 그런데 그때 펠리시아 공주가 호통을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놈들! 무엄하다! 지금 그 시선은 대체 무언가!" "...." 아마 여자구경 해본 적 없는 벨키서스 레인저들이 좀 심하게 쳐다본 모양 이지? 결국 나는 레인저 마스터 커크를 만나기 위해 오래간만에 노스 포레스트 로 돌아왔다. 레인저의 절반은 그 노스가드 평원 캠프로 원정을 간 상태 이기 때문에 노스 포레스트는 상당히 한적했다. 오래간만에 돌아온 제 2 의 고향이 이렇게 한적하다니. 왠지 감회가 깊다. 뭐 사실 전체적으로 생 각해보면 이제 오륙개월 정도 지난 것뿐이잖아? 하지만 이제 이곳은 '내 집', '내 마을'이 아니다. "이야. 여기가 카이레스의 고향 마을이야? 멋지다. 엘프들의 도시 같아." 렉스는 그렇게 말하면서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하기야 나무들을 이용해 서 자연친화적인 모습으로 집을 지어놨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 다. 사실은 적의 관찰에서 마을을 은폐하기 위해서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아름다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괜찮아?" 나는 뒤에서 허덕이는 메이파를 바라보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메이파는 손을 내저었다. "헉헉. 아 괘, 괜찮아요. 오빠." "뭣하면 업어 줄 수 있는데." "애 취급 하지 마세요." "그래?" 나는 그렇게 대답하곤 머리를 긁적였다. 역시 애는 애 취급을 싫어하는 구나. 나라면 업어준다면 냉큼 업혔을텐데. 그런데 그때 벅스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이 카이레스. 세나는 만나봐야지?" "으음. 많이 화났지? 세나?" "응. 그야 당연하지. 화나서 나랑 약혼까지 했는걸?" "아 그래. 음." "...." "윽. 지, 지금 뭐라고?" 나는 잠깐 흘려들었다가 깜짝 놀라서 벅스를 바라보았다. 이 인간이 세나 랑 약혼을 했어? "너, 너가? 너가 내 매제가 된단 말이냐?" "헤헷. 어 뭐 그렇게 되는 거지. 히히힛." 벅스는 그렇게 말하고 좋아하면서 수염이 수두룩하게 난 턱을 매 만졌다.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는 와중에도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야. 이 반 설인이.... 아냐아냐. 내가 지금 왜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하지만 굉장 히 심란하다. 세나는 영원히 애일 줄 알았는데, 약혼이라니. 역시 사람이 크는건 금방이라니까. 하지만 왜 하필 벅스지? 다른 녀석, 괜찮은 놈들도 많은데. "그러면 안 만나는 게 낫겠네. 잘 살아라." "으응." 벅스는 그렇게 말하고 코를 긁적였다. 녀석 내심 걱정했나 보군. 나 때문 에 세나가 마음 상해할까봐. 그래. 사랑하는 사람이나 소중한 사람에 대 해서는 이런 게 정상이야. 조금이라도 다치지 않게 하고 싶은 것, 그게 소중히 하는 마음 아니겠어? 적어도....아 안돼. 피해망상에 걸려서 내가 미치겠다. "자자. 얼른 가자. 커크는 어디있어?" 나는 계속 마음을 잡고 놓지 않는 생각을 떨치기 위해 서두르기 시작했 다. 일행들은 산을 오르느라 지쳐있는 지라 내가 서두르는 것을 반겨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곧 우리는 커크의 집에 당도했다. "여기야? 레인저 마스터라고 하면 무슨 산속 요새같은 곳에서 살 줄 알았 는데 평범하네?" 펠리시아 공주는 기대이하인지 커크의 오두막을 보고 그렇게 평했다. 나 는 그런 그녀의 말에 답해주었다. "대마법사라는 마커스도 오두막에서 살았잖아요." "거물들은 원래 오두막 한 채에서 사는 건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우리는 그렇게 말을 주고받고 집 앞에서 노크를 했다. 그러자 문이 열리 고 검은 옷의 여성이 걸어나오다 나와 눈이 마주쳤다. "앗 뒤스띤 씨! 커크님 계십니까?" 다른 레인저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혼이 나가가지고 말 몇 마디 붙여보자 고 노력하는 티가 역력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바라보고 놀라워 하며 내 이름을 불렀다. "카, 카이레스!" "뒤스띤?" 에? 여기에 왜 뒤스띤이? 그런데 그때 뒤에서 커크가 걸어나오다 우리와 눈이 마주쳤다. "흠. 카이레스 왔구나." "아 예. 저 그 그런데 뒤스띤은?" "일단 집이 없어서 짓고 있는 중이다. 그녀는 네가 보냈다고 하더구나. 노스포레스트야 뭐 여자는 언제나 환영이니까." 커크는 그렇게 말했다. 벅스는 그런 커크에게 경례를 했다. "그럼 저희들은 다시 임무에 복귀하겠습니다." "그러도록 해라. 자자 이러지 말고 들어들 오시게나. 좀 좁은 집이긴 하 지만 그래도 엉덩이 붙일 자리쯤은 마련해 줄 테니까." 우리는 커크의 뒤를 따라서 오두막에 들어갔다. 그러자 뒤스띤은 조용히 우리들의 뒤에서 문을 닫았다. "손님들이 오셨으니 차라도 준비할까요?" "아니 되었소. 당신은 손님이지 하녀가 아니오. 그리고 나도 이 마을의 지배자가 아니고." 커크는 그렇게 말하고 테이블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거 참. 린드버그 백작님에 왕자님, 공주님까지. 참 좁은 집에 귀빈을 모시자니 수치스럽군요." "그렇게 겸양하실 것 없습니다. 벨키서스 레인저의 원군 때문에 노스가드 때는 참 고마웠습니다."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정중하게 인사를 했다. 린드버그는 당장 본론에 들 어갔다. "자 그러면 질문을 하겠습니다. 한시가 급하니까 무례를 양해해 주시길." "예. 뭐든지 답해 드리죠." "그, 왜 벨키서스 레인저들로 은룡의 성역에 몰려있는 이들을 해치우지 않으시고 그대로 방치하는 것입니까?" "적중에 서큐버스(Succubus:몽마.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 악마.)가 있습니 다. 아시다시피 벨키서스 레인저의 복무여건이 너무 열악한 지라 그런 유 혹에 약하죠. 그렇지 않느냐? 카이레스?" "...." 왜 그걸 저에게 물어보시는 겁니까? 하지만 나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 다. "음음. 유혹에 약한 편이죠. 음음. 유혹을 당해본 적이 없으니까 꼭 그렇 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음." "뭐 드라이어드 들이 벨키서스 산맥쪽으로는 다가오지 않는 다는 말이 있 을 정도니까 어느 정도인지는 아실 것이라 믿습니다." 커크는 그렇게 말하고 히죽 웃었다. 으음. 이렇게 말하니까 마치 벨키서 스 레인저가 색마 집단 같잖아? 사실일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서큐버스가 있어서 저희들은 도와드릴 수 없는 것 같군요. 하 지만 혹시 인원 이외의 방법으로 도울 수 있다면 어떤 수를 써서든 도와 드리겠습니다." "뭐 그 외에는 그다지 필요 없을 것 같군요. 자 그럼 갈까요? 아니면 여 기서 점심 식사라도?" 린드버그는 그렇게 대화를 끝내고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의자에 앉아서 잠시 한숨을 돌리던 펠리시아 공주는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휴우, 그 은룡의 성역은 이 마을에서 얼마나 걸리지? 일단 식사는 하고 가야 할 것 같은데? 오늘은 새벽부터 적들에게 침략을 받았는데 이렇게 강행군을 하다간 몸이 못 버틸 테니까." "저는.... 음. 길에서 식사를 하더라도 지금 가는 게 나을 것 같은데요?" 나는 그렇게 말했다. 세나를 만나는 게 무섭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 것이 라 곧장 반발을 사고 말았다. "왜 그렇게 까지 해야 하지." 시노이도 짧은 다리로 산을 오르느라 힘들었는지 그렇게 투덜거렸다. 하 지만 나는 그런 그에게 답해주었다. "얼마 안가면 해가 떨어져요. 그렇게 되면 밤의 산길을 당신들이 걸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아 드워프인 시노이랑 마법을 쓰는 디모나, 린드버그는 모르겠지만 누가 실족하기만 해도 사망인데? 게다가 밤에 불을 밝히고 걸 어가면 적들이 공격해올텐데. 해가 떨어지고 나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여기서 하루를 지새면 이 사이에도 북부평원 캠프는 완전히 박 살날텐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일행은 다들 설득 되었는지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펠리시아 공주가 투덜거렸다. "그럼 그 은룡의 성역이란 곳에는 밤이 되기 전에 도달할 수 있단 말이 야?" "응. 뭐 나 혼자라면...." 나는 거기까지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마 여기서 내 이동력을 따라올 수 있는 것은 하늘을 나는 린드버그와 디모나, 그 둘 뿐일 것이다. 이런 문제가 있었군. < 계 속 > -------------------------------------------------------------------- 아 혹시 '격류'라는 책 한번 보세요. 명랑해전을 소재로 쓰여진 전쟁소설 인데, 김경진님하고 안병도님~이 쓰셨는데 디펜스 코리아가 자문으로 붙 고 내용도 재미있네요. *********************************************************************** 젠장. 일단 멀미를 좀 하고 나면 계속 멀미에 대한 내성이 떨어지는 군요. 차를 타도 그렇고 뭘 해도 그렇고. 군에서 계속 걸어다니느라 차를 별로 안 탔을 때, 휴가나오고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하던 기억이.;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4 화 : Conspiracy of Count#7 ------------------------------------------------------------------------ 팔마력 1548년 10월 4일 결국 나는 일행들의 원성에 약간 양보해서 점심은 여기서 먹지만 바로 출 발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내 원참. 왕족인 내가 식사하는 것 가지고 남에게 허락까지 받아야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세상만사, 꿈으로 다 보고 산다면 재미없죠. 가끔은 이렇게 예측 불허의 일도 경험해 보셔야 합니다." 펠리시아 공주가 투덜거리는 걸 들은 나는 그렇게 답해주고 커크가 준비 해준 식탁에 앉았다. 레인저 마스터의 식탁에 앉아서 밥을 먹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러기에 레인저 마스터 커크는 너 무 벽이 없었다. "...." 뒤스띤은 아무런 말없이 식탁에 접시와 식기를 가져다 두기 시작했다. 그 걸 본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도 도와줄게." "아니. 됐어. 카이레스. 또 싸우러 간다며? 조금이나마 더 쉬고 있는 게 낫지 않아?" "으응." 나는 나에게 하나하나 신경 써 주는 뒤스띤을 보고 뭐라고 말을 하지 못 하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뭔가 과거가 있는 성인여성의 향취랄까? 그런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 여자가 나와 같은 나이라니, 아니 나보다 한 살 어리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어느 쪽이건 간에 그녀에 비하면 나 는 완전 애다. 나도 나이 20씩 먹었으면 좀 어른스러워 져야 할텐데 말 야. 그러자 디모나가 그런 나를 보고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색남! 멋져!" "농담이라면 그만둬." "진담이면 계속해도 되는 거야?" "응. 계속해. 계속해 보시지 어디 한번? 기대하고 있을 테니까." "앗. 카이레스가 많이 능숙해졌어." 디모나는 그렇게 투덜거렸다. 나를 바보로 보냐. 그렇게 골백번 당하면 바보래도 처신 하는 법은 알겠다. 어쨌거나 나는 뒤스띤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면. 여기, 살기로 한거야?" "응. 지금 집은 짓고 있는 중이야. 아무래도 조용한 곳에서 살고 싶어 서." "...." 그런데 왠지 인기척이 있다? 나는 그런 생각에 창문 쪽을 내다 보았다. 과연 저 멀리서 벨키서스 레인저들이 좀 모여서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여자가 없는 곳에서 갑자기 미인이 나타나다 보니까 그런가 보다. 이거 조용하게 살기는 틀린 것 같은데? 뭐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겠지. "참 커크. 그런데 왜 서큐버스라고 안하고 뱀파이어라고 믿게 해놨어요?" "그야 뱀파이어에 대한 거부감이 서큐버스보다 더 크기 때문이지. 뱀파이 어는 유혹한 뒤 피를 빨지만 서큐버스는 유혹한 뒤 본 게임(?)을 치르면 서 키스로 생명력을 빨아들이지 않니? 만약 솔직하게 서큐버스라고 말했 을 경우...." 커크는 그렇게 말하고 손을 내밀었다. 그곳에는 지금 창문 틈으로 구경하 고 있는 벨키서스 레인저들이 있었다. "저 녀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안 봐도 뻔한 거 아니냐?" "...." 아마 자기 스스로 서큐버스에게 몸을 던질 녀석들 꽤 나올 테지? 할말없 군. 이러니까 진짜 벨키서스 레인저가 무슨 발정난 수캐 같잖아! 사실이지만.<당당히!> 나는 그렇게 커크의 집에서 식사를 마쳤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가 걱정 하던 세나와의 만남은 없었다. 그건 다행인데. 또 안 만나니까 왠지 섭섭 하군. 하지만 그녀가 벅스랑 약혼까지 했다면 나란 녀석은 오히려 방해만 될 테니까. 벅스도 내가 세나랑 가까운 관계였다는 걸 알기 때문에 친구 임에도 불구하고 껄끄러워 하는 것 아닌가. '아무래도 이제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군.' 그런 생각을 하니 왠지 서글퍼진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스스로 없애버 려 놓고, 향수를 느끼다니. 하지만 나에게는 앞으로 해야할 일이 산적해 있다. 그것들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없겠지. 이노그도 물리치고 린 드버그의 주박도 풀어야 하니까. 계절은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풀내음 뒤섞인 선선한 공기는 여름의 폭 염에 찌들은(나는 안 찌들었지만) 폐부를 씻어내리고 청량한 가을 냄새는 정신을 맑게 한다. 일광에 탈색되어 허옇게 물들었던 하늘은 자신의 색을 되찾아 한없이 푸르고 새하얀 구름은 옹기종기 몰려서 천천히 동쪽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제기랄! 젠장!" 하지만 지금 내 뒤에서는 나를 음해하는 이들의 원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아름다운 대자연의 속에서는 이렇게 허약하고 신경질적인 인간들이 있는 것이다. 아 인간이란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위대한 위더와 실바너스의 뜻에 따르지 못하는 인간들이란.... 훗. 이렇게 말하니까 내 가 엘프같잖아? "카이레스! 좀 쉬었다가 가자! 카이레스!" 이제 아주 비명을 지르는 군? 산길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가? 나는 하늘 에 떠있는 태양을 바라보곤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은룡의 성역까지는 사 실 반나절만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지금 서두른다고 해서 어차피 해떨어지기 전에 도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적들이 기다리고 있는 걸 생각한다면 충분히 체력을 안배하면서 가야 한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휴머노이드 군대와 싸우고 있을 노스가드 평원의 사람들과, 벨키서스 레인저들을 생각하면 그렇게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아아 제기랄. 카이레스! 내가 애원하게 만들어야 속이 시원하겠니?" 펠리시아 공주는 헐떡이면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사실 속이 시원한 것 도 부인할수 없다. 아~ 저 도도한 공주가 나에게 애원을 하고 있어! 신난 다! 이런 느낌이랄까? 아 이런 걸로 좋아하다니 진짜 나란 놈은 바보로 군. 만약 적들의 위협이 없다면 그녀의 체력을 계속 빼앗아 가는 갑옷을 벗겨 주었겠지만 지금의 경우는 언제 적이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갑옷을 벗 을 수 없다. 그렇다고 쉬고 있을 수도 없다. 밤이 되어도 환하게 사물을 보는 휴머노이드 몬스터들을 적으로 두고 있는 마당에 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으니까. "힘들면 보디발 왕자에게 업어달라고 해요." "...." 펠리시아 공주는 대답대신 나에게 가운데 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뒤에서 따라오던 메이파가 윽 하고 앞으로 넘어졌다. 나는 깜짝 놀라서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괜찮아? 무슨 일이야?" "헉헉...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메이파는 땀을 흘리면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런데 아무 것도 아니라 고 하다니. 괴로웠을텐데도 내색하지 않느라 무리를 한 모양이다. 탈진 증상이 보일 때까지 참았단 말야? 정말 메이파도 의외로 독종이라니까. "이런, 이렇게 무리하고 있었으면 말했어야지." "우리도 지금 계속 말하고 있다고. 말해도 들어야 말이지." 시노이는 그렇게 투덜거렸다. 할말이 없군. 아무래도 이렇게 되면 싸우는 것도 무리일테니까. "응?" 그런데 그때 내 귀에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일행들에게 손을 저어서 조용히 하라는 시늉을 하곤 귀에 정신을 집중했다. "젠장. 적이다." 나는 뭔가가 수풀을 꺾고 다가오는 소리를 느끼고 일행들에게 작게 말했 다. 뭐 적들도 이미 우리가 있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야유회인지 이동 인지 구별이 안갈 정도로 떠들면서 다녔으니까. "자. 렉스랑 시노이는 메이파를 보호해!" 내가 그렇게 말을 했을 때 갑자기 우리들의 앞으로 뭔가가 툭 떨어졌다. 이미 심지에 불이 붙어있는 다이너마이트였다. "젠장! 뭐야 이건!" 나는 그렇게 외치고 그걸 발로 걷어차서 치운 뒤 뒤로 굴렀다. 심지가 굉 장히 짧았기 때문에 다이너 마이트는 즉시 굉음과 함께 폭발해 버렸다. -쿠앙 굉음과 함께 흙더미들이 날아 올라 후드드득 하고 떨어진다.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앞을 바라보았다. "모두 괜찮아?!" "그...윽!" 이거야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데? "오라버니!" "크윽." 보디발 왕자가 무릎을 앞으로 꺾고 주저앉았다. 예리한 돌 조각 하나가 보디발 왕자의 갑옷 틈새에 박힌 것이다. 원래는 갑옷 때문에 막혔어야 할 물건이지만 보디발 왕자의 갑옷은 그 동안의 전투로 인해서 많이 찢어 져있었다. 그 틈사이를 뾰죽한 돌덩이가 마치 화살처럼 날아가 꽂힌 것이 다. "오라버니!" "내게 고개 돌리지마! 적이 온다!" 과연 수풀 틈 사이로 검은 옷의 인간들과 전투도끼를 들고 있는 놀들이 보였다. 그들은 우리를 보더니 바로 전투 대응을 취했다. "이런이런. 다이너마이트라니 곤란하군요. 카이레스씨. 여기서 불을 피우 면 벨키서스 레인저가 곤란해 하겠죠?" "산불을 내지 않으면 돼." 내가 그렇게 말하자 린드버그는 머리를 긁적였다. "그거 참. 으음." 그러는 사이에 이미 적들은 육박전 거리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소드 블래스터와 제로테이크를 들고 이스턴 업 라이트를 잡았다. "와라!" -푸슥! 그순간 수풀을 헤치는 소리와 함께 머리 위에서 한 요원이 뛰어내렸다. 나는 몸을 틀어서 그가 던지는 독바늘을 피하고 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제로테이크를 예리하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 요원은 검은 슈트 사이에서 두자루의 나이프를 꺼내더니 그걸 엇갈려서 나의 공격을 미끄러뜨렸다. 잘 하는데? "흥. 네놈이군!" 그때의 그 하프엘프 여자요원이로군? 나는 그녀를 알아보곤 방실 웃어보 였다. "하나만 알려줘. 도대체 어떻게 계속 살아있을 수 있는 거냐?!" "...." 하지만 그녀는 대답대신 나이프를 휘둘렀다. 역시. 아무리 의상에 좀 집 착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공안요원은 공안요원이다. 그녀는 두자루의 나 이프를 휘두르며 내 공격에서 물러나지 않고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그런 데다가 그녀의 뒤와 옆으로 놀의 병사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전체적으 로 집단전술에 능숙한 놈들이다. 한 명과 싸우고 있으면 시야가 좁아지는 데 그 시야의 사각으로 다른 두놈들이 급히 이동해서 공격을 걸어온다. 이대로라면 확실히 위험하군.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옆으로 날려 나 뭇가지를 잡았다. "응?" 나는 다른 이들이 당황해 하는 걸 보면서 수풀속으로 이동해서 자리를 잡 은 뒤 인피니티 로프를 뽑았다. 이런 나무들 사이에선 인피니티 로프를 막기가 힘들다고! "찻!" 나는 로프의 끝에 매달린 우릴의 단검을 던져 가까이에 있던 놀 한 마리 의 목덜미를 맞췄다. 급소에 제대로 적중되어서 그런지 놀은 단 일격에 픽 하고 쓰러져 버렸다. "저 자식이!" 검은 옷의 요원한명이 나에게 다가 왔지만 나는 인피니티 로프를 조종해 서 그에게 공격을 가했다. 수풀 사이에서 단검과 로프가 뱀처럼 움직이면 그걸 피하는게 쉽지 않지. 디모나에게 당했을 때 내가 경험한 거니까. "윽!" 그 요원은 자신의 목덜미를 감싸 쥐고 뒤로 물러났다. 경동맥이 끊어졌는 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지만 그것도 잠시... 그놈의 목은 곧 아물 어 버린다. "네놈들 도대체 정체가 뭐야!"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외치며 앞에 달려드는 놀들에게 스컬 버스터를 휘 둘렀다. 그러자 놀 중 가장 큰 놈이 보디발 왕자의 스컬 버스터를 양수검 으로 튕겨내며 외쳤다. "알 거 없다! 인간!" "엥?!" 보디발 왕자의 검을 튕겨내?! 놀이?! "조심해!" 그순간 지쳐서 허덕이던 펠리시아 공주가 놀과 보디발 왕자 사이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그 순간 놀의 검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딥 임팩트(Deep Impact)!" "저런!" 펠리시아 공주는 방패로 그 양수검을 막았지만 그 순간 양수검의 날이 방 패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니... 방패를 무시하고 검날이 펠리시아 공 주의 몸 속을 훑고 지나갔다. 마치 유령이 벽을 뚫고 지나다니는 것과 같 다! "꺄아아악!" 다행이 급소는 빗나간 듯 하지만 펠리시아 공주는 목덜미에서 피를 흘리 면서 주저앉았다. 보디발 왕자는 어이가 없어서 그 놀을 바라보더니 스컬 버스터로 찌르기를 했다. "이 개자식!" "크하하하하!" 그러나 그 놀은 뒤로 훌쩍 물러나서 수풀 속으로 사라졌다. 엥? 뭐야? 저 놈! 굉장히 빠르잖아! 게다가 그녀석이 그렇게 빠지는 것과 동시에 두 명의 공안 요원이 시미터와 클레이모어를 들고 보디발 왕자를 향해 달려 와 양옆에서 협공을 했다. 마치 전부다 한 마음인 것처럼 유기적인 움직 임이다. "죽어라!" "하아!" 하지만 그때 하늘로 날아오른 린드버그가 급강하하면서 싶더니 그중 한 명에게 손을 휘둘렀다. -쩌억! 사람이 수직으로 갈라지고 피가 분수처럼 치솟는다. 린드버그는 그렇게 공안요원 한 명을 갈라버리고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뭐야?! 저거!" 반대쪽의 공안요원이 동요하는 순간 보디발 왕자는 스컬버스터를 횡으로 휘둘러서 그 공안요원의 허리를 날려버렸다. 결과적으로 린드버그가 보디 발 왕자를 구한 셈이군. 왠지 높은 곳에서 안전히, 자기 몸을 보호하면서 도 활약은 활약대로 하는 군. 치사한 마법사야. "오우! 소년! 한눈 팔면 안됩니다!" 윽! 나도 이런 거 보고 있을 때가 아니군! 나는 인피니티 로프를 나선형 으로 풀면서 내가 있던 자리에서 이탈했다. 과연 전에도 한번 보았던 흑 인 요원이 뛰어 오르면서 올려차기로 내가 있던 자리를 강타했다. 생나무 가지가 끊어져 날아가는 게 맞으면 뼈라도 부러질 강타다. 하지만 내가 나선으로 풀어둔 로프가 있지? 나는 그 흑인 요원의 다리를 로프로 감은 뒤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과연 흑인요원은 다리가 감겨서 나무에 매달린 채 버둥거린다. "오 갓뎀!" 흑인 요원은 그렇게 외치며 바둥거렸다. 쳇. 이 자식 진짜 위험한 놈일 세! 이번에 제거해 버려야지. "이 자식. 소드블래스터로 조각조각 날려놔도 재생하는 지 한번 구경해 봐야 겠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소드 블래스터를 겨누었다. 하지만 그 순간 다른 요 원들이 그를 구하기 위해 나에게 달려들었다. 아마 정말 갈기갈기 찢어버 리면 재생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멈춰!" "젠장!" 벨키서스 산맥에서 공안요원들이 설치다니. 서큐버스가 있다는 이유하나 만으로도 이렇게 밀리는군. 나는 단창을 들고 나에게 달려오는 금발의 남 자 요원을 보고 로프를 풀어버린 뒤 소드 블래스터를 휘둘렀다. "윽!" 녀석은 아슬아슬하게 내 공격을 피하고 뒤로 물러나며 창을 돌렸다. 쳇. 반사신경이 제법이군. 나는 한 걸음 더 내딛으면서 녀석의 목을 노리고 재차 휘둘러 녀석의 목을 절반정도 자르고 지나갔다. 정상인이라면 바로 즉사할 상처지만 이 녀석은 이 정도로 죽지 않겠지. 그 사이에 또 다른 놈이 나무를 박차고 삼각 날아차기로 나에게 날아들었다. "큭!" 나는 고개를 돌려서 아슬아슬하게 그걸 피했지만 녀석의 등뒤에 숨겨져 있던 쇠사슬이 튀어나오며 내 머리통을 갈겼다. 이 공안요원들도 가지가 지 무기를 쓰는 군. -철썩! 뭐 쉐도우 아머가 막아줬으니 이 정도쯤이야! 나는 그대로 몸을 앞으로 밀면서 녀석을 공중에서 잡은 뒤 바위에 거꾸로 꽂아 버렸다. 머리가 찢 어지며 피가 바위를 붉게 물들인다. 녀석의 몸은 부들부들 경련을 일으키 다가 축 늘어졌다. 반응 상으로는 완전히 죽었군. 나는 칼을 고쳐 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으아악!" 시노이의 비명이 들린다. 아니 이 인간들 아무리 공안요원이 좀 세다지만 다 당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나도 도와줄 여력이 없다. 잠깐 한눈을 파 는 사이에 두꺼운 전투도끼를 들고 있는 놀이 새하얀 타액을 흘리며 뛰어 들었다. "크르릉!" "꺼져!" 나는 가볍게 뢰경을 발해서 녀석을 두 동강 내고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렉스는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시노이는 왼팔을 놀에게 물어 뜯겨서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다쳤다. 펠리시아 공주는 쓰러졌고 보디발 왕자도 피 투성이. 디모나는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달아난 건가? "이런이런! 당신들 별로 도움이 안 되는군요. 기대 이하인데...." 린드버그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주문으로 이따금씩 공안요원들을 공격했 다. 하지만 전혀 싸우려는 성의가 보이지 않는다. 이놈들과 싸우다가 우 리가 다 전사해도 신경쓰지 않겠다는 건가? "칫! 입은 뚫렸다고 지 좋을 대로 떠드는 군! 뭔가 괜찮은 마법 없어?! 용으로 변신한다던가!" 나는 놀의 턱을 제로테이크로 가르고 소드 블래스터로 날아드는 비수들을 막아내며 외쳤다. 다른 동료들이 다 쓰러져 가니 이제 공격이 모두 나에 게 집중되는 판이다. 그러나 린드버그는 피식 웃더니 몸을 날렸다. "지상에서 열심히 싸우고 계시오. 나는 먼저 가 있을테니까!" "뭐? 야! 야! 이 개자식! 너 지금 진심이냐?!"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었지만 린드버그는 상큼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물론 진심. 자 그럼!" "...." 나는 쌍검을 들고 멍청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나와 보디발 을 제외한 모두가 다 쓰러졌다. 디모나는 안보이니 모르겠지만 그에 비해 공안요원과 놀들이 너무 많이 남았다. "크윽! 카... 카이레스!"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때 그 흑 인 공안 요원이 보디발 왕자에게 달려들었다. 보디발 왕자는 피투성이가 되어서 스컬 버스터를 휘둘렀지만 흑인은 가볍게 보디발 왕자의 팔에 잽 을 넣어서 패링(Parring)으로 공격을 막은 뒤 심장 위를 때리는 하트 브 레이크 펀치(Heart Break Punch)를 연달아 날렸다. -텅텅, 텅! "끄윽!"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심장 위에 연타를 맞게 되자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졌다. 아까 전에 다이너마이트가 날린 돌 파편에 맞은 게 큰 타격이었나 보지? 결국 그렇게 보디발 왕자가 쓰러지니 남은 건 나 밖에 없다. "크르르르르!" "자아 그럼." 녀석들은 이제 다 나를 향해 몸을 돌린다. 에? 이거 어쩌라고? 나는 나를 향해 돌아서는 공안요원들을 보고 갑자기 내 안에 잠재된 평화주의자로서 의 본성이 눈을 뜨는 것을 느꼈다. 항복할까? < 계 속 > -------------------------------------------------------------------- 더워더워 더워~ 더워 죽겠어! 쿨럭. 오늘은 왜이렇게 덥지. 아 카잔이란 만화 볼만하군요. 사막의 세계관, 물을 만들어 내는 소녀 파나와 성장이 멈춘 소년 카잔의 모험담...쯤? 7권 완결이고 출판사가 듣도보도 못한 '조은 세상'인걸 보니 요즘 구하기는 힘들지도. *********************************************************************** 아 죽겠다. 더워서 잠을 매우매우 설쳤군요. 머리통 깨질 것 같고 울렁울렁. 크으. 아 린드버그를 벌레 보듯 싫어하시는 분이 많군요. 저로선 기쁩니다. 악역캐릭터는 미움 받아야지. 그리고 임프로브드 기아스는 물론 오피셜 매직 이 아닌 제작 마법입니다.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4 화 : Conspiracy of Count#8 ------------------------------------------------------------------------ 팔마력 1548년 10월 4일 "자자. 소년. 버릴 무기를 줘." 흑인 요원은 나에게 항복을 권고하며 그렇게 말했다. 누가 좀 저놈 문법 을 잡아주지 그래?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양손을 들었다. "무기 버려!" "오케이 오케이." 나는 옆에서 창을 들고 내 옆구리를 찌르는 백인남자를 보곤 칼을 놓았 다. 그리고 마악 발 높이에 떨어지는 순간 발로 제로테이크를 차서 앞의 녀석에게 던지고 허리춤에서 데일라잇을 뽑아서 주위로 휙 호선을 그었 다. "크억!" 창을 들고 있던 녀석의 팔뚝이 깨끗하게 잘려나가며 새하얀 뼈의 단면이 보인다. 나는 제로테이크를 쉐도우 아머로 잡은 다음 세 자루의 검으로 이스턴 업라이트와 웨스턴 업라이트를 동시에 취했다. "뭐?!" "뭐야 저 녀석은?!" 이전에 나를 보지 못했던 공안요원들은 내 자세를 보고 놀라워하고 있었 다. "괴물은 너희들만 괴물이 아니지! 인볼브!" 나는 그렇게 외치고 불꽃을 검에 휘감은 뒤 앞으로 달렸다. 도끼를 쥐고 있던 놀이 놀라서 나에게 공격을 가했지만 세 개의 검으로 동시에 찌르기 를 넣자 놀이 막을 방법이 있나? "쿠에에엑!" "좋아!" 나는 녀석을 찌른 뒤 옆으로 돌면서 금계독립(金鷄獨立), 즉 한발로 몸을 지탱하면서 뒤로 돌아 세 자루의 검으로 검막을 만든 뒤 윈드워커의 부 츠를 발하며 단숨에 나무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곤 공안요원들에게 혀를 내밀었다. "내가 미쳤냐?! 너희들처럼 느려 터진 놈에게 잡히게?!" 그러자 공안요원 중 한 명이 얇은 시미터를 뽑아들고 그걸 공주의 목에 가져다 대었다. "인질이 죽을텐데?" "...." 그건 좀 아프군. 보디발 왕자나 펠리시아 공주는 에스페란자 왕국에서도 쓸모가 많으니 살려둔다고 하더라도 메이파, 잭, 렉스, 시노이는 죽는 거 아냐? 시노이는 상처가 굉장히 심하고 잭은 아예 적에게 항복, 렉스도 싸 우다 다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상태다. 나는 나무 위에서 공안요원 들과 놀들을 바라보았다. 보디발 왕자의 공격을 피하고 펠리시아 공주를 일격에 쓰러뜨린, 놀들의 두목 격으로 보이는 녀석은 벌써 탈진해 쓰러진 메이파의 목에 칼을 들이밀고 있었다. "만약 항복해 준다면. 성의를 봐서라도 이들을 살려두지. 확실히 당신을 완전히 제압하려면 우리들이 피를 많이 봐야 할 것 같으니 말야." 그 하프엘프 여자요원이 나에게 제안을 해왔다. 나는 그녀를 보곤 고개를 저었다. "너희들의 말을 어떻게 믿지?" "우리는 긍지 때문에 이 검은 옷을 입고 있다. 에스페란자 공안요원의 긍 지는 결코 싼 것이 아니다. 이렇게 해도 우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협상 은 결렬로 알겠다. 물론 결렬이 되면 우리가 할 행동은 말을 안 해도 알 겠지?" 역시 요원다운 말투로군. 뭐라고 빼도 박도 못하게 하잖아? 이러면 선택 의 여지가 없지. "좋아. 좋아. 저항을 포기하기 전에 하나 물어봐도 될까?" "뭐지?" "어째서 너희들은 갈라버려도 죽지 않지? 트롤도 아닐텐데?" 나는 그렇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그들은 나를 비웃었다. "그것은 네가 알 것 없다." "순수한 호기심인데 말해주지 않을 건가?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하늘로 신 호탄을 쏴서 벨키서스 레인저를 불러와도 될까?" 물론 신호탄 따위는 없다. 그러나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들의 인상이 구 겨졌다. 역시 아무리 공안 요원들이라고 하더라도 벨키서스 레인저는 무 서워하는 가 보다. 게다가 그들은 나를 통해서 벨키서스 레인저의 실력을 보았으니 굉장히 난감해 하겠지? "뭐? 왜 이제와서 벨키서스 레인저를 부른 다는 거지?" "내가 여기서 저항을 계속하면서 동료를 부르면 인질을 지켜낼 수도 있거 든. 물론 한 두 명이 죽기야 하겠지만 완전 패배하는 것보다 그게 낫지. 그걸 포기하는데 정보 정도에 인색해서야 쓰겠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 최대한 태연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표정을 잘 관리해 야 해. 이건 지금 배짱이다. 배짱. 물론 요원들이 자신들의 비밀을 쉽게 말해줄 리는 없지만 내가 저항하면 그들도 상당히 피를 본다는 것을 인식 시켜 줘야 한다. "좋아. 우리는 마법적인 수술을 받았어. 됐지?" "그걸로 됐다고 할 것 같냐?" 나는 나무 위에 서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껄렁껄렁하게 말했다. 공안 요원 들은 그런 나를 보고 상당히 초조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쉐도우 아머가 굉장한 인상을 준 데다가 그들이 우르르 몰려서 공격을 했어도 나 에게 긁힌 상처하나 주지 못하고 피해만 입었다. 만약 내가 저항할 경우, 신호탄이 있다면 정말 인질들을 다 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신호탄이 없 어서 문제지. "우리에겐 우리 입장이란 게 있어." "나에겐 내...." "좋아좋아. 말하지. 우리는 팔마의 세포를 이식 받았어. 됐나?" "팔마의 세포?" 나는 깜짝 놀라서 반문했다. "아니 가만. 팔마라면 그... 구주 팔마를 말하는 거냐?" "그래. 그래서 우리들의 몸은 기본적으로 팔마교단의 이단심문관과 같아. 타락한 신의 자식들이지. Tainted God Spawn이라고 하면 알아듣겠나?" "...." 노, 놀라운 사실이군. 그럼 저들은 전부 팔마의 세포를 이식 받은 팔마스 폰(Phalmar Spawn)이란 말인가? 게다가 이단심문관들도? 그렇다면 갈바니 는? 그 녀석 목 날린다고 죽는 녀석이 아니잖아?! 나는 그들의 말을 듣고 나무에서 내려섰다. "좋아.좋아. 아주 인상적이군. 자. 무기는 다 해제하지. 어때." "...." "알았어 알았다고. 신호탄 같은 거 없었어. 내 몸 뒤져봐."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바닥에 끌러놓은 리피팅 보우건, 소드블래스터, 제로 테이크, 데일라잇, 인피니티 로프 등을 그들에게 다 발로 차 밀어주었다. 그러자 그제서야 그들은 내게 다가와서 몸을 뒤져보고 내 무기를 집어들 어서 자기들이 들었다. "그는 로프로 묶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어. 그저 인질들 업게 해." 그동안 나에게 줄창 쓰러졌던 하프엘프, 흑인, 레이피어의 백인 남자가 계급이 높은지 다른 요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예."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인질이 된 이들을 밧줄로 묶은 뒤 나에게 렉스와 시노이를 건네주었다. "그들을 다 부축해서 오라고. 만약 떨어지거나 하면 안 좋은 일이 생길 거야." "흠. 아주 정석적이군."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인질을 나에게 떠넘겨 사실상의 구속으로 삼는 다는 건가. 나는 이미 인질들 때문에 자유를 포기했을 정도니 동료들을 버리고 달아날 타입이 아닌데다가 밧줄로 묶어봐야 쉐도우 아머로 풀어버릴 테니 까. "자자. 힘을 써 주시라고 레인저씨." "그래. 당신이 실수해서 더 이상 동료를 업어 나르지 못한다면 그만큼 사 람을 죽여서 버리고 갈 거야." 젠장. 산길에서 두 명을 업어 나르라는 거냐? 나는 일단 이들의 갑옷을 벗기고 상처를 살펴보았다. 렉스의 경우는 머리쪽으로 강타를 맞아서 기 절했고 시노이는 팔과 어깨에서 대량의 피를 흘려서 지금이라도 쇼크를 일으킬 것 같았다. 드워프가 쇼크를 일으킨다는 것이 약간 이해가 안 가 긴 하지만 드워프건 드래곤이건 피를 많이 흘리면 죽는 건 매한가지다. "둘다 상처가 심한데. 치료를 좀 해도 될까?" "안돼." 역시. 공안요원들은 그걸 허락해 주지 않았다. 그들은 린드버그가 먼저 은룡의 성역으로 날아간 것이 신경쓰이는지 다시 되돌아가고 있었다. 나 는 상처를 입은 렉스와 시노이를 들처메고 힘겹게 걸어갔다. 렉스나 시노 이나 상태가 심각한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일찌감치 투항해 버린 잭은 메이파를 업고 걷고 있는 게 앞에 보인다. "쳐다보지마." 공안요원들은 내가 혹시 잭과 눈짓으로 의사소통을 할까봐 그렇게 말했 다. 젠장. 이놈들 인질에게 인질의 수송을 맡기는 주제에 꽤 꼼꼼하군. 결국 나는 인질이 되어 그들과 함께 기절한 우리 일행들을 데리고 산길을 걸어갔다. 산의 소도를 따라 계속 올라가던 그들은 과연 내가 한번도 가 본적 없는 북측으로 우회하기 시작했다. 수목한계선에 도달한 탓인지 이 제 더 이상 나무들은 보이지 않고 새하얀 바위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게 보였다. "자 얼마 안 남았다." 해가 떨어지면서 새하얀 바위는 황혼에 물들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길게 늘어지는 그늘들이 눈부신 붉은 빛과 어우러저 밝으면서도 어두운, 황혼 시간대의 특유의 신비한 모습을 만들어 내었다. 선명한 명암,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 차가운 공기. 그리고 산 위에서 불어오는 강한 바람. 모든 것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휘이이잉! 하지만 환자들에게는 안 좋은 여건이지. 나는 시노이의 상처를 대충 싸매 고 다시 둘을 잡아끌었다. 둘 다 인간이면 좋겠는데 한 명은 인간, 한 명 은 드워프인지라 잡고 들어야 걸어갈 수 있다. 혼자서 두 명을 잡고 들어 야 걸어갈 수 있다니! 산길인 것을 감안하면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런데 도 공안 요원들은 발걸음을 늦추지 않는다. "크윽." 나는 힘든 시늉을 하면서 그들의 눈칠르 살펴보았지만 그들은 냉정하게 말했다. "버리고 갈 거면 죽여버려." "...." 사람이 무슨 쓰레기냐? 아무리 잭이나 렉스, 시노이 쯤 남자니까 들고 가 기 힘들면 버려버려도 상관없다지만(진심이냐?) 그래도 중상을 입은 사람 을 버리고 달아나는 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남자니까 버려버리는 것도 왠지 인간이 할 짓이 아니고 말야. "하지만 역시 벨키서스 레인저, 혼자서 두 명이나 끌고 올라오고 있어. 게다가 전부, 근육질에 갑옷을 입은 전사인데 말야." "괴력인데. 음. 저래서야 지치게 해서 발을 묶는 다는 게 의미가 없는 거 아냐? 한 명 더 줄까?" 이 녀석들이! 내가 정상적인 인간이 아니니까 이런 짓이 가능한 거지 인 간이 어디 한 명 업고 산이나 제대로 오를 것 같으냐? 하지만 그들은 모 두들 다 팔마의 세포를 이식한 괴물들이라 그런지 나에 대해서도 일반적 인 인식 이상의 평가를 내리고 있었다. "자 그럼!" 그들은 그렇게 외치고 펠리시아 공주를 나에게 넘겼다. 제기랄! 정상적인 인간이 세 명을 끌고 산을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으냐?! "...." "버릴 거면 죽여." "적당히 하지. 설사 내가 힘으로 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대로 환자를 다루면 죽는다." 나는 참지 못하고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적들은 그런 나의 반응을 비웃 었다. "...거기까진 알 바 없지. 들고 따라오던가. 여기서 좀 죽여서 짐을 덜던 가." "펠리시아 공주도 인질로서의 가치가 별로 없단 말인가?" "당신이 의미를 부여할 것 같으니 넘겨준 거지. 설마 그 두 남자를 위해 공주라는 신분의 여자를 죽이진 않을 것 아닌가." 이놈들. 상당히 머리가 잘 돌아가는데. 나는 나를 향해서 말하고 있는 흑 발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내 손으로 사람을 죽이라고 할 거면...." "앗!" 그런데 그때 선두에서 걷던 공안요원이 비명을 질렀다. 응 왜 그러지? "피 냄새...." 과연. 진한 피 냄새가 바위 틈 사이로 풍겨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뭔가 태워버린 냄새도, 그래. 살이 타는 냄새다. "저건!" 그 순간 나도 앞을 바라보고 놀랐다. "세상에!" 수많은 공안요원들이 갈갈이 찢어진 채로 바위 위에 널 부러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인형을 잡고 비틀어서 박살내놓은 것 같았다. 인형상자를 통 채로 들어 엎은 느낌? 그러나 그러한 어린아이의 행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악의와 폭력성이 깃들어 있다. 왜냐면 서큐버스. 그러니까 벨키 서스 레인저를 그 존재만으로 잠재워 버릴 서큐버스로 예상되는 날개 달 린 여인이 거대한 바위에 꽂혀 죽어있기 때문이다. "뭐...뭐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어이! 괜찮나?! 이럴수가?" 공안요원들은 바닥에 쓰러진 공안요원들을 추스리기 시작했다. 팔마의 세 포 때문에 아무리 잘라도 잘라도 살아나던 공안요원들, 그러나 지금은 그 들도 모두 깨끗하게 죽어있었다. 린드버그가 마법을 쓴 것인가? 나는 시 체들을 살펴보고 흘낏 바위 쪽을 바라보았다. 인간들을 현혹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아름다운 용모를 가지고 있는 여자 악마, 서큐버스가 뾰 족한 바위에 꿰여 죽어있다. 아마 발목을 잡고 휘둘러서 바위에 꽂은 듯 서큐버스의 왼쪽 발목은 강력한 힘으로 완전히 박살나 있었다. 저런 힘이 라니. 린드버그가 드래곤으로 변신이라도 한 것인가? "으음." 말 그대로 꽂아 죽인 것이다. 뾰죽한 바위를 사타구니부터 꽂아 죽인 그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녀석의 소행이다. "리, 린드버그!" "대체 그놈은 뭐야?" 꽤 정신적으로 단련이 되어있는 공안요원들도 그걸 보고 동요하기 시작했 다. 나도 동요하겠는데? 린드버그 녀석, 그렇게 강하면 뭐하러 우리들에 게 마법까지 걸면서 이곳으로 데려온 거지? 나는 일단 내가 짊어지고 있 던 부상자들을 바위위에 내려놓았다. 의식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는 군. 상태가 심각한 것 같아. 하지만 이놈들이 나나 일행들을 끝까지 살려 둘 이유도 없잖아? "제기랄! 이대로는 녀석이 은룡의 성역에 들어간다!" "하지만 어떻게 하지?" "우리도 추격할 수밖에!" 공안요원들은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그때 나는 잭에게 시선을 보냈다. "...." "음." 잭은 내게 도적들의 수신호를 보냈다. 눈을 가리키는 손동작은 무사하다 는 뜻, 아마 이 경우 메이파를 말하는 거겠지? 메이파가 깨어났다는 소리 다. "크흑!" 그러나 그순간 잭의 다리를 공안요원이 걷어찼다. 꽤나 정확하게 들어간 로우킥이라 잭은 버티지 못하고 픽 주저 앉았다. "쓸데 없는 짓 하지말고. 이경우는 저자를 보내자." "저자?" "그래."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나를 가리켰다. 나는 의아해서 그들에게 물어보았 다. "아니 내가 린드버그랑 손을 잡으면 어쩌려고 그러지?" "여기의 인질들이 죽는 것 뿐이지. 독을 먹여두겠어. 물론 해독제는 우리 가 알고 있는 조합순서대로 조합해야만 약효를 발휘하는 물질이고. 이 정 도면 어때?" "...." 아까 전에 내가 녀석들에게 허풍을 떤 신호탄과 비슷한 건가? 하지만 놈 들은 실제로 독침을 꺼내더니 일행들을 찌르기 시작했다.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야?" 나는 독침으로 일행들을 찌르는 공안요원들을 보고 기가 막혀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하프엘프의 여자가 나에게 말했다. "린드버그를 죽여. 어차피 그렇게 친한 사이로 보이지 않던데. 그 정도는 할수 있겠지?" "...." 기아스 걸려서 못한다는 사실을 말해줄 필요는 없겠지? 결국 나는 일행들 의 목숨을 담보로 맡긴 채 은룡의 성역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 계 속 > -------------------------------------------------------------------- 드래곤이 나와서 싫어요~ 천사가 나와서 싫어요~.... 대체 언제부터 드래 곤은 뭐로 정해져 있고 천사도 다 정해져 있어서 그런게 나오면 그렇고 그런 환타지 인식을 받는 걸까요? 이 경우 이렇게 인식하게 만든 자들이 잘못한 건가요 아니면 인식한 쪽이 잘못한 걸까요. 으음. 그리고 비평하 지 말라, 작가의 노고를 알아달라. 이따위 소리 저 진짜 싫어합니다. 저 도 글 쓰고 있지만 제 노고 따위 알아줄 필요 없습니다. 비평 비판 비난 다 들으면서 사람이 크는 거지 어떻게 좋은 소리만 들을 생각을 하지? 게 다가 좋아서 하는 일에 무슨 얼어죽을 노고? 아 책을 많이 팔아주면 모르 겠다. 노고를 생각해 주느니 책을 팔아주는게...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 어? (-_-; ) *********************************************************************** 크으! 플스2는 차마 못 사겠어! 할만한 소프트가 너무 적어! 도, 돈은 있지 만 꽤 많이 있지만 차마 못쓰겠네. 진짜 내가 돈독이 오른건가.-_-;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4 화 : Conspiracy of Count#9 ------------------------------------------------------------------------ 팔마력 1548년 10월 4일 벨키서스 산맥에는 은룡 세르파스의 레이어가 있다. 라이오니아 왕국의 국조 벨키서스 대왕을 도와 크로매틱 원의 추종자들을 파괴한 은룡 세르 파스는 어마어마한 양의 금은 보화와 마법의 보물들을 가지고 있는 고룡 이라고 한다. 당연히 무수한 도적들이 드래곤의 재보를 노리고 찾아 왔지 만 살아서 나간 이는 없다. 실버드래곤 세르파스의 레이어는 인간이 발을 들일 수 없는 성역인 것이다. "드래곤의 분노인가."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곤 발을 안에 들이밀었다. 저 공안요원들은 드래곤 의 분노를 사기 싫어서 나에게 이 일을 떠맡기는 것이다. 게다가 소드블 래스터와 데일라잇은 돌려주지 않고 다만 제로테이크만 내 손에 쥐여준 채로, 이걸 가지고 린드버그를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설사 이길 수 있다 고 하더라도, 내가 미쳤냐. 아무리 린드버그가 악당이라지만 세르파스의 피를 이은 녀석이라면 그놈의 피를 내 손에 묻힐 경우, 그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더구나 여긴 세르파스의 성역아닌가? 세르파스의 성역을 그 후손의 피로 더럽히라는 건가? 하지만 만약 린드버그가 이대로 들어가서 자신의 야욕을 성취하게 놔두는 것도 문제다. 잡혀있는 인질들도 문제고. 언제나 나에게는 그다지 선택권이 없다. "하지만...." 나는 앞의 길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산비탈을 따라서 계속 이어진 능선이 여기서는 아예 계곡으로 바뀌어 있었다. 게다가 그 계곡에는 눈이 소복하니 쌓여있다. 수목한계선에 달하긴 했지만 만년설이 쌓일 고도는 아닌데도 눈이 쌓이고 얼음이 얼어붙은 계곡, 이곳은 이미 세르파스의 본 거지이다. 이 이상 들어가는 것은 벨키서스 레인저 마스터에게만 허용된 권리이다. "뭐 잘 이야기하면 이해해 주겠지.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면 말이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계곡의 폭은 꽤 좁고 험해지기 시작했다. 기온도 급격히 떨어지지만 지금에 와서는 냉기도 그다지 큰 피 해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드래곤의 레이어에는 괴물들이 많이 살던데. "...."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계곡의 바위를 하나 넘자 마자 피비린내가 확 풍겨왔다. 새하얀 얼음들 위로 설인들의 시체가 널려 있고 그들이 흘린 피가 눈과 얼음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빛이 잘 들어 오지 않는 계곡이라서 그런지 붉게 보여야 할 피가 남색으로 보인다. "야. 오셨구려." 그리고 그 피를 쏟아낸 설인들을 밟고 린드버그가 서있었다. 그는 자신의 얇은 로브를 잡고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홑옷 한 장 달랑 입고 버티기엔 좀 춥지? "아 이런 추위를 대비 안 해서 아 이제 오셨소? 다른 사람들은?" "아 그게." "보나 마나 인질이겠군. 공주나 왕자가 죽었다면 당신이 이곳으로 들어올 이유가 없고 살아있다면 혼자 들어올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지 않나? 게 다가 소드 블래스터나 데일라잇은 빼앗긴 상태로군. 공안요원 녀석들이 그런 칼을 들려줄 여유는 없을 테니까. 그놈들은 다들 멍청이인가?" "에? 잘 아는 군?" 이 녀석 그런 거 잘 아네? 역시 같은 놈들은 서로 통한다는 건가? 이 녀 석도 음모나 모략, 그런 것에 밝으니까. 하기야 백계백작이란 이름은 가 만히 있는데 남이 붙여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 어쩔거요. 임프로브드 기아스에 걸린 주제에 날 해치우겠다는 생각 은 갖고 있지 않을 테고 일단 나를 엄호하면서 세르파스 님을 만나고 그 다음에 함께 공안요원들을 해치우지? 그렇잖아도 마법을 많이 써서 슬슬 한계에 치닫고 있는데 주문을 절약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하 오." "나도 그게 낫다고 생각하긴 하는데 놈들이 독침으로 인질들을 찔렀어. 혹시 그 독의 해독법 알고 있나? 공안요원들도 당신도 로스트 프레일의 멤버였으니 당신은 알고 있지 않나?" 내가 린드버그에게 그렇게 물어보자 린드버그가 피식 웃었다. "그 독침? 로스트 프레일이 쓰는 독 말이오? 뭐 나에겐 해독할 방법이 없 지만 그 메이파라는 여자아이가 성직자 아니던가? 독은 문제가 아니지. 이단심문관이 문제겠지만 어차피 이래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면 해독마법 정도는 쓰는 게 좋겠지." "그런가? 뭐 그런 방법이 있었군. 그럼 갑시다." 내가 그렇게 말하자 린드버그는 하늘로 팔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하늘로 부터 임프가 내려와 그의 팔뚝에 앉았다. "앞쪽에는 아이스 트롤과 이에티. 윈터울프등 괴물이 꽤 많이 있습니다. 이 계곡 전체가 괴물들 천지에요. 주인님. 아무리 주인님이 강력하다지만 혼자서는 무리가 아닌지?" 임프는 그렇게 정찰 결과를 알려왔다. 날아다니는 녀석이라 그런지 매우 편하군. 그런 것도 봐오다니. 하지만 아이스 트롤이나 그런 것들은 분명 히 사악한 몬스터일텐데 왜 선하고 아름다운 실버드래곤의 영역에 그런 괴물들이 있는 거지? "뭐 됐다. 이곳에는 꽤 든든한 원군이 있으니까. 그렇지 않소?" "...." 면상을 한 대 쳐버리고 싶다. 아니 때려도 될까? 나에게 마법을 걸어놓고 이렇게 태연한 녀석이라니. 하지만 지금은 이놈의 말에 따르는 게 최선이 라는 게 문제다. 뭐 지금은 이렇게 당하고 있지만, 나도 생각이 있으니까 언젠가 다 되갚아 주겠다. "그럼 가지요. 지금부터 주문을 아낄테니까 카이레스 씨가 괴물들을 물리 쳐 주시오." "예이 예이. 저는 마법으로 부려지는 종복이지요? 당연히 그 정도쯤은 해 야죠. 썩을." "오오. 훌륭한 마음가짐이오.역시 그정도의 마음가짐을 가져주지 않으면. 곤란하오." "...." 언젠가 네놈을 죽이고 말테다! 나는 그런 살벌한 마음을 먹고 앞을 바라 보았다. 얼음이 잔뜩 얼어있는 계곡을 계속 올라가다 보니 과연 위에서 이에티들이 나타났다. 새하얀 털을 가진 고릴라 같은 녀석들이 큼직한 얼 음 덩이를 밑으로 떨어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제기랄. 왜 실버드래곤이 저런 괴물들을 데리고 있는 거야?"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곤 제로테이크를 잡은 뒤 얼음덩이를 피하며 앞으로 다가갔다. 내가 그렇게 얼음덩이를 피해버리자 설인들은 더더욱 흥분해서 날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얼음판 위를 그냥 걸어가서 제일 처음 나 에게 덤벼드는 설인의 가슴을 제로테이크로 뚫었다. "꺼져! 이 개털같은 자식들아!" 나는 그렇게 외치고 제로테이크를 양손으로 쥔 채 앞으로 달렸다. 얼음판 위라서 조금 미끄럽지만 윈드워커의 부츠는 빼앗기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무난하게 걸을 수 있었다. -크워! 한 설인이 공처럼 통통 튀면서 비탈길에서부터 내려와 나를 덮치려 했다. 하지만 나는 윈드워커의 부츠를 분사시키면서 날아올라 녀석의 턱을 걷어 찼다. 분사와 동시에 올려 차서 위력은 턱뼈를 부수고도 남음이 있다. 뭔 가 덜컥하고 깨지는 느낌과 함께 설인이 뒤로 벌렁 나동그라지고 나는 그 위에 멋지게 착지했다. "더 덤벼봐. 지금 가뜩이나 기분도 더러운데 네놈들의 피로 눈과 얼음을 물들이는 것도 정서발달에 도움이 되겠지." 나는 은백색으로 빛나는 제로테이크를 들고 설인들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설인들은 내가 쓰러뜨린 시체에 더 관심이 많은지 나와 린드버그는 무시 하고 시체에 달려들어 고기를 뜯기 시작했다. 방금 죽은 동족을 잡아먹다 니,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놈들이라서 당연한 건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가만. 같이 갑시다." "시끄러워. 여기서 네가 설인들에게 죽으면 나는 이득이라고." "세르파스님을 설득할 것은 나밖에 없을 텐데?"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고 내 옆에 달라붙었다. "...." "아 따뜻하다. 당신은 체온이 높군요. 의외로." "야!" 나는 그 순간 내 팔짱을 끼려하는 린드버그를 보고 진저리를 쳤다. 뭐, 뭐냐 이놈? 혹시 변태인거 아냐?! 하지만 린드버그는 왜 그러냐는 듯 나 를 되려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좀 추워서 그러는 데 왜 그러시오?" "훠이! 훠이! 저리 꺼져! 미친 녀석!" 나는 그렇게 린드버그를 밀어내고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곧 아이스 트 롤들이 지키고 서있는 큼직한 얼음 동굴이 보였다. 계곡이 여기서 끝나는 걸 보니 아마 저 안쪽에 세르파스가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아이스 트롤들 이 꽤 많다는 것? 한 열댓 마리 되나? "린드버그." "알겠소." 린드버그는 그렇게 대답하고 나서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새하얗고 끈 적끈적한 거미줄 같은 것이 날아가 그 주위를 완전히 휘감았다. "키이익!" 트롤들은 거미줄에 쌓여서 잠시 혼란스러워 하더니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 작했다. 원래 인간이라면 저거에 감겨서 옴짝달싹 못하는 게 정상이지만 힘이 센 트롤들은 가뿐하게 그걸 이기고 다가오는 것이다. 하지만 린드버 그는 그렇게 거미줄을 몸에 휘감고 다가오는 녀석들에게 이번엔 파이어 볼을 날렸다. 그러자 불꽃이 트롤들을 휘감고 완전히 살라버렸다. "휴우. 자 갑시다." "이봐. 왜 거미줄은 친 거야?" "마법으로 만든 거미줄은 가연성 물질이니까 그랬소. 자자 갑시다."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고 얼음 동굴의 입구로 들어갔다. 나도 입구로 따 라 들어가며 앞을 바라보았다. "좀 어둡군. 볼스." 린드버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의 어깨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뭐 나야 빛이 없이도 보이지만 불빛이 밝아지자 색 감도 느껴지는 게 괜찮군. "얼음 동굴이네. 완전."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 동굴의 천장에는 고드름 들이 매달려 있고 벽도 바닥도 다 얼음으로 되어있다. 린드버그는 그런 동굴을 살펴보면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으, 추워. 젠장. 냉기저항 주문이라도 외워올걸." "그래? 나는 별로."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은 비스듬하게 아래쪽으로 계속 비탈이 져 있었다. 이런 비탈이 얼어있다니 윈드워커의 부츠가 아니 면 그냥 미끄러져도 할말이 없잖아? 올라올 때가 걱정이군. "으 추워. 비탈길이라니 더럽군." 린드버그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날아들었다. 하늘을 나는 재주가 있다니 마법사는 참 편하군. 나도 마법이나 좀 배워볼까? "그나저나 세르파스라면 이미 우리가 여기까지 들어왔다는 거 알고 있겠 지. 드래곤이고 이 나라의 수호신씩이나 되니까 말야." "물론 알고 있겠지요. 아마 지금 우리를 보고 있을 것입니다." "그래?" 나는 그런 대답을 듣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시선이 느껴지지는 않는 군. 하지만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면, 중지를 세우고 엿먹으라는 제스처를 하고 싶다. 진짜 그러면 큰일난다고 이성은 경고하고 있지만 누가 엿본다 는 생각이 그런 마음을 먹게 하는 것이다. 나도 변태기질이 조금은 있는 건가? 아냐아냐. 원래 모든 인간들에게는 다 변태적인 기질이 조금씩은 있기 마련이라고 들었어. 그런데 그렇게 얼마나 걸어 들어갔을까? "아야!" 갑자기 누군가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 나는 그런 생각이 들어서 소리가 난 곳을 살펴보았다. 얼음 기둥 반대편 에 왠 여자의 인영이 있었다. "누구야? 에?" 나는 즉시 얼음 기둥을 돌아서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 여자는 깜짝 놀라 서 자리에 일어나 달아나려고 했지만 나는 그녀를 따라갔다. 은발이다. 눈부시게 밝은 금속광택의 머리칼, 적어도 인간에게 나타날 머리칼이 아 니다. 그렇다면 실버 드래곤인가? 혹시 그녀가 세르파스? 왠지 천살 넘게 먹은 용치고는 어려 보여서 아니란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단서는 되리라. 나는 그래서 얼음 판 위를 달려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저기 잠깐!" "꺅!" -쿠쿵! 그 순간 나는 그 여자의 손목을 잡은 채로 휘둘러져서 얼음 기둥을 등짝 으로 격파하는 진기명기를 보이게 되었다. 역시, 드래곤은 드래곤이군. "으으윽!" 나는 이를 악 물고 얼음덩이들을 치우고 일어났다. 그러자 그 여자가 깜 짝 놀라서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 저, 저기 괜찮아요? 미안해요. 그냥 무의식 중 에." "으음. 뭐. 쉐도우 아머 덕분에 괜찮기는 한데." 나는 그렇게 대답한 뒤 나를 바라보는 여자를 보았다. 인간으로 치자면 한 18세에서 20대 초반쯤으로 보인달까? 그렇지만 왠지 세상 물정을 모르 는 표정을 하고 있군. 게다가, 엘프처럼 귀가 뾰족하고 눈은 꽤 크다. 눈 동자도 은회색을 하고 있고 피부는 눈처럼 새하얗다. 정말 미인인데? "아 음. 혹시 세르파스님?" 나는 그렇게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분은 제 할머니이신데요. 역시 당신들은 할머님을 찾아오신 분들이군 요. 제가 안내해 드리죠." "그거 고맙군요." 그순간 방금 전까지 추워서 오들오들 떨던 린드버그가 나는 듯이 달려와 서 그녀의 앞에 무릎을 끓으면서 절을 했다. 닐 Kneel 이라고 하나? 굉장 히 정중한 자세로군. 녀석은 그렇게 인사를 하곤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레이디. 저는 린드버그 라이오노스라고 하는 인간입니 다." "인간? 아닌 것 같은데요? "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린드버그에게서 고개를 돌려서 앞서서 걷기 시작했 다. 린드버그 편을 들 생각은 아니지만 무안하겠군. "안쪽은 얼음 미궁으로 되어있으니까 잘 따라오기나 하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먼저 앞서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에 게 질문을 던졌다. "저기요. 그런데 아까 전에 왜 우릴 숨어보고 있었죠?" "그야 인간들은 그렇게 많이 보지 못했으니까요. 뭐 두 분 다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는 것 같지만. 자기 집에 무단 침입한 사람 둘을 몰래 숨어 본 게 기분 나쁘셨다면 사과 드리죠. 어느 쪽의 사과가 필요할지는 모르겠지 만." "...." 쳇. 드래곤이래도 이쁘게 생긴 값은 한다는 건가? 성질이 보통이 아닌데? 게다가 둘 다 인간이 아니라니. 린드버그야 그렇다 치더라도 나까지 한눈 에 보고 안단 말야? 그런데 그때 린드버그가 질문을 던졌다. "아름다운 레이디, 혹시 그 존귀하신 성함을 물어봐도 실례가 아닐런지 요." "충분히 실례에요. 입을 다무시죠. 사악한 마법사. 당신의 더러운 숨결은 공기를 더럽힐 권리가 없으니까요. 그나마 생명을 빼앗지 않는 것은 당신 이 저의 먼 친척이란 것 때문이지요. 아시겠나요?" "...." 나는 그녀의 뒤를 따르며 린드버그를 보고 비웃었다. "사악한 마법사라니. 히힛. 제법 사람 보는 눈은 있나봐." "탐지 마법을 쓴 것 뿐이오. 쳇. 이러면 안돼는 데." "왜? 청춘사업에 지장이라도 생기시는 건가?" 나는 그렇게 물어보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굉장히 의외였다. "용의 피가 필요하거든. 그녀도 세르파스의 후손이라면 꼬셔두는 게 이래 저래 쓸모가 많잖소. 기아스라도 걸어볼까나?" "...." 뭐 이따위 자식이 다 있냐? 단지 민중들의 인기를 위해 꼬신다 라? 드래 곤 꼬시기야 로그마스터의 모험일지에도 나와있을 만큼, 아니 굳이 로그 마스터의 모험일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설등에서 증명해주는 남자의 로망스라고 하지만. 그걸 이렇게 정치적인 의도로 해석하는 놈은 처음보 는 군. 나는 기가 막혀서 린드버그를 노려보고 그 실버드래곤 소녀를 바 라보았다. 그녀는 마치 우리들과 조금이라도 관여하기 싫은 듯 상당히 빨 리 걷는다. 린드버그의 말은 얼음동굴 안에서도 아무런 울림이 없다. 하 지만 조금이라도 민감하다면 이 말을 들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못들은 건 가 못들은 척 하는 건가? "흐음. 그런 이유인가?" 나는 얼른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녀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미궁 속을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정정. 자기 집 맞구나. 그래, 그녀는 그녀의 집을 거침없이 걷고 있었다.(왠지 이상한 문장이야) "젠장. 갈수록 추워지는데. 카이레스. 당신은 괜찮은가?" "응." 나는 멀쩡하게 앞으로 걸어가면서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린드버그는 오들오들 떨면서 내 뒤를 졸졸 따라왔다. "프, 프로텍션 주문이라도 쓸까. 아껴야 하는데." "자, 다 왔어요." 그때 그 실버드래곤의 여성이 발을 멈추고 우리들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묘한 경멸의 눈초리로 린드버그와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은회색의 눈 동자가, 상당히 예쁜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녀의 앞에는 얼어붙은 큼지막한 철문이 보였다. 저 문 뒤에가 바로 세르 파스의 레이어인가? "세르파스님에 대한 찬양으로 두 시간동안 떠들어야 열리는 문은 아니겠 지요?" "한시간 사십분 정도에요. 아쉽군요. 맞출 수 있었는데." "...." "농담이에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양손을 철문에 대었다. 사실 인간들은 그다지 돌아 다니지 않았는지 문 위에는 두터운 얼음이 얼어붙어서 절대 인간이 지나 갈 문은 아니지만 그녀가 손을 대자 마자 문에서 얼음 가루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서 떨어지는 얼음들을 쳐냈다. "괜찮아요. 그 정도 얼음덩이에 다칠 나는 아니니까. 쓸데없는 친절 부리 지 말고 비켜있어요." "그렇지만. 왠지 보기에 좀 그래서. 놀고있기도 그렇고." 게다가 너에게 좋은 인상을 새겨둬야 린드버그 녀석과 달리 말할 때 내 편이 생길 거 아냐. 젠장. 나도 린드버그같은 놈이군. "말을 잘 안 들으시는 군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문을 열어버렸다. 그러자 쿠르릉 하는 울림과 함께 안쪽에서 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윽!" "크읏." 그 순간 나와 린드버그, 둘은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눈부시다. 안쪽에서 쏟아져 나온 빛은 그만큼 강렬했다. 아니면 우리가 어둠에 적응해 있던 탓일지도.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앞을 바라보았다. 세상에. 앞에는 얼마 인지 헤아리지도 못할 양의 금은보화가 지천으로 널려있는 거대한 공간이 나타났다. 천장은 뻥 뚫려서 아마도 드래곤들이 그곳으로 날아가고 들어 오는 통로로 쓰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상에서 거기까지의 높이는 거의 200여미터에 달한다. 그리고 그 공간 전부를 얼려둔 극심한 냉기, 이곳은 그야말로 험준하기 이를데 없는 얼음 공동(空洞)이었다. 그 공동의 양 옆, 협곡을 이루고 있는 비탈에는 꽤 많은 수의 실버드래곤들이 모여있었 다. 그들은 우리가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우리가 열고 들어온 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눈길이 전혀 곱지 못했다. 실버드래곤은 선하고 아름 다운 생명체라고 한 녀석들을 때려주고 싶을 것이다. 후자는 분명히 맞는 것 같다. 금은 보화의 빛을 반사하는 아름다운 은색의 비늘, 도도하고 준 엄해 보이는 강력한 모습, 하지만 보는 눈초리가 저래서야. "이야. 앗 죄송." 나는 감탄사를 터뜨리다가 문득 실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 그렇게 얼버 무렸다. 그러자 우리를 안내한 그 실버드래곤 여자는 나를 보고 피식 웃 었다. "위대하신 어머님. 세르파스이시여. 여기 감히 성역을 침범해 들어온 모 탈Mortal들을 데려왔습니다." 그녀는 드래곤들의 앞에 나가서 그렇게 말하더니 자신도 드래곤으로 변신 했다. 너무 눈 깜짝할 새에 변신한 것이라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확실히 드래곤들이군. 왠지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애 같다고 생각 했는데 드래곤으로 변하니 역시 멋있다. 아 젠장. 세상은 왠지 너무 불공 평해. 저런 잘난 종족들이 있다니. 뭐 그런 식으로 치면 나도 천족이니 불공평한 종족인건가? "에, 성역침범의 경우는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그게..." "입다물어." 린드버그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곤 앞에 나섰다. 그리고 여전히 그 느끼한 말투로 가장 거대한 은룡에게 다가가 말하기 시작했다. "벨키서스 대왕을 도와, 미천한 인간들에게 세세토록 갚지 못할 은혜를 배푸신 고결한 드래곤 세르파스이시여!" "...여기다 인간아." "...." 나는 그 거대한 은룡의 등뒤에서 나타난 은발의 여자 드워프를 보곤 실소 를 금치 못했다. 위대한 드래곤이 왜 하필이면 수염 난 여자 드워프를? 게다가 그 수염이 은색이면... 아주 볼만하다! 그러나 그 여자 드워프는 분명, 거역하지 못할 기품이 있다. 게다가 그런 자가 우리를 명백한 적의 로 바라보고 있다니! "에... 그러니까." 내가 세르파스에게 미움 살 짓 한 거 있나? 아 혹시 하이피어스 드래군? 그건 내가 한게 아니라 스트라포트 경이 한 일인데. 하지만 이 경우 린드 버그도 꽤 난감해 하겠군. 괜히 용기를 내어서 나섰는데 사람(아니면 용?)도 틀렸을 뿐 아니라 처음부터 저렇게 강경한 반응이라니. 하긴 린드 버그는 악당이니까 탐지마법 같은 걸로 보면 악의 오라가 풀풀 풍겨나겠 지. "으음. 여기 오랜 세월동안 이어져 온 벨키서스 대공과 아델라이드의 후 손, 린드버그 라이오노스가 가져야 할 경의를 가슴에 품고 머리를 조아리 나이다." 린드버그는 사람을 틀려놓은 주제에 어떻게든 수습해 보겠다고 능청스럽 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르파스의 반응은 냉담했다. "진짜 경의를 품었는지 역심을 품었는지는 내가 결정할 바이겠지? 뭐 좋 다. 하지만 네가 벨키서스 대공과 아델라이드의 후손이라는 말은 삼가 주 는게 어떻겠는가?" 세르파스는 그렇게 말하고 자기가 타고 있는 은룡의 머리에 손을 대고 쓰 다듬었다. 저 거대한 용의 머리를 여자드워프의 몸으로 쓰다듬어봐야 무 슨 의미가 있겠는가마는 그 은룡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마치 세르파스의 손 길을 하나하나 느끼려는 듯 조용히 있었다. "그렇지 않느냐 아델라이드?" "예." 윽! 저 드래곤이 바로 벨키서스 대공과 백년가약을 맺은 그 드래곤 아델 라이드인가? 백년가약이라고 해봐야 드래곤에게는 얼마 되지도 않는 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선한 실버드래곤이 자신의 피를 이은 후손을 이렇 게 쓰레기 보듯 한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아무리 악한이라고 하더 라도.... < 계 속 > -------------------------------------------------------------------- 으음. 어제 TR을 했는데 워 베어에게 도적이 1라운드만에 뻗고 개떡이 됐 다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성기사가 1라운드 때 랜스 차지를 할 수 있 었는데 홀리 소드걸고 스마이트 이블 걸고 파워어택 걸고 차지했으면 워 베어도 한방에 갔을 텐데. 어이. 성기사. 혹시 이 글보고 있으면 맨땅에 머리 박고 반성하고 있어. 알겠냐? *********************************************************************** 으음. 사이언이 버핑해주는 사이킥 워리어 10레벨 녀석을 막을 방법이 보이 지 않을 정도니, 대체 초능력을 쓰는 드래곤은 얼마나 강하다는 거냐?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4 화 : Conspiracy of Count#10 ------------------------------------------------------------------------ 팔마력 1548년 10월 4일 "하! 역시. 이것 때문에 그러십니까?" 린드버그는 냉랭한 세르파스의 반응을 보곤 자조하더니 자신의 로브에 손 을 가져갔다. 그러자 그의 어깨에 앉아있던 임프가 놀라며 날아올랐다. "주, 주인님! 그건." "상관없다! 쳇!" 그는 그렇게 말하고 입김을 불면 새하얀 김이 쏟아져 나올, 차가운 얼음 동굴 속에서 로브를 벗었다. 속바지만 남기고 다 알몸이 된 그의 몸에는 흉측한 흉터들이 나 못지 않게 많이 있었다. "!!!!" 하지만 그중 가장 압권인 상처는 등의 상처, 불로 뭔가를 지져버린 흔적 이었다. 견갑골을 따라 길게 이어진 두 개의 상처, 마치 날개를 자르고 지져버린 흔적 같았다. "날개?" "역시. 더러운 피를 가지고 있구나. 네가 우리 일족임을 주장한다는 게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느냐? 수십 대 전의 아델라이드의 피가 고작 2대전 의 핀드Fiend의 피보다 진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세르파스는 그렇게 말했다. 핀드의 피라니. 그럼 저건 악마의 날개를 지 져버린 흔적인 건가? "핀들링(Fiendling:주로 마족 바테주Battezu의 피가 섞인 이를 말한 다.)?" "아아. 그렇지. 이거 대단히 실례했습니다. 성스러운 세르파스님의 후손 중에 저처럼 쿼터 핀드(Quarter Fiend:하프 핀드와 인간의 후손)가 있어 서야 곤란하시겠지요." 린드버그는 연기를 하는 건지 오기를 부리는 것인지 좀 무례하게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지금 라이오니아 왕국은 멸망하려 하고 있습니다. 저도 악한 놈 이라지만, 분명 악하기 그지없는 이노그가 자기의 세력을 확장하려 하는 건, 막아주시겠지요?" "네게 흐르는 마족의 피가 너에게 지혜란 것도 앗아간 모양이구나." 세르파스는 그렇게 말했다. 윽, 그럼 그래도 우리들을 돕지 않겠다는 건 가? 나는 그런 생각에 의아해 하며 세르파스를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허 공에 손을 뻗으며 말했다. "잘봐라. 균형의 천칭을." "균형의 천칭Libra of Balance?" 그러자 곧 허공에 빛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마법인가? 나는 신기한 생각 에 그걸 바라보고 있었다. 곧 빛은 거대한 천칭으로 바뀌고 그 양쪽에는 백색 빛과 검은 암흑이 걸려있었다. "이것이. 너희들 인간의 사념이다. 선과 악,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리라 믿느냐?" "악." 린드버그는 입술을 깨물면서 그렇게 말했다. 과연 천칭은 검은 암흑으로 기울어져 버렸다. 저, 저런. 뭐 세상에 악당이 좀 많다고는 생각하고 있 었지만 인간들 대부분이 악으로 기울다니. 저건 도대체 무슨 권리로 선악 을 나누는 것이지? 나는 그런 의문을 가졌지만 린드버그가 벌레 씹은 표 정을 하고서도 승복을 하고 있는 걸 보니 저 균형의 천칭이라는 게 제법 공신력있는 판별법인가보다. "그래. 이것은 악한 인간들과 악한 놀들의 생존권을 놓고 벌어지는 싸움 이다. 우리들이 관여할 구석은 어디에도 없다." "...." 아, 악한 인간? 젠장. 그렇구나. 왜 은룡들이 그렇게 벌레 씹은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는지 그제서야 알았다. 첫째는 린드버그가 자신들의 일족 이 타락한 모습이라서, 둘째는 바로 인간 대부분이 악이기 때문이다. 놀 중에 선한 놈이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만나는 놀은 악하기 때문에 인간들은 놀들을 악하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다른 종족이 인간을 평가 할 때는 어떻게 할까? 역시 마찬가지인 것이다. 인간이 선을 주장할 권리 는 없다. 그러면 용들의 입장에서는 인간들이 오크와 싸우건 놀과 싸우건 상관할 일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러면 뭐하러 나는 여기까지 왔지? 뭐 하러? 고작 인간이 악하다는 판결을 받으러 온건가? "그, 그렇지만 세르파스님!" 나는 당황스러워서 그렇게 나섰다. 그러자 세르파스는 작달막한 여자드워 프의 몸을 하고서도 거만하게 나를 내려보았다. 그녀는 길게 자란 은색의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나에게 외쳤다. "무례하구나! 모탈, 너에게 발언을 허락한 기억이 없다!" "죄송합니다. 그러나 무례를 무릅써야 할 때도 있다면 지금을 그렇게 믿 겠습니다! 세르파스님! 무례인줄은 알고 있으나 저도 한 말씀 드려도 되 겠습니까?!" 나는 노한 세르파스에게 그렇게 외쳤다. 목소리는 입김이 되어 새하얗게 입 밖으로 뻗어 나온다. 과연 노한 드래곤이 내 말을 들어줄까? 아무리 내가 천족이라고 하더라도 드래곤의 분노를 감당할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가올 전투, 아니 일방적인 학살을 대비했다. 만약 세르 파스가 나를 죽이고자 한다면 지금 이곳에 있는 모든 드래곤들이 나를 적 으로 둘 것이다. 이곳에선 어린 드래곤 한 마리도 허술하게 상대할 수 있 는 곳이 아니다. 달아날 길도 없으니까. 하지만 그때 세르파스가 표정을 풀었다. 아마 진짜 노한게 아니라 노한 척 하면서 나의 반응을 살펴본 것 이리라. "그 용기가 가상하구나! 어디 한번 들어보자꾸나. 무슨 말이냐?" "예 비, 비록 인간이 총체적으로 악하다고 하더라도, 이노그는 신입니다! 이건 불공평한 싸움입니다!" "그러나 다른 신의 개입도 없이, 그 옛날 조디악 나이츠 들은 그들을 물 리치지 않았던가? 그것은 그대도 잘 알고 있을 텐데? 그 망토를 두르고 있다면." "...." 다크레전을 말하는 것인가? 하지만 조디악 나이츠 같은 영웅들은 이제 다 없어졌고 마법도 사멸한 시대다. "저도 많은걸 바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들이 악하기 때문에 돕지 않는 다는 건 철회해 주십시오. 설사 악인이 아무리 많아도 전체를 모두 악으로 일축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내가 왜 인간들 개개의 선악을 다 판별해야 하지? 그럴 생각도 필요도 못 느낀다. 우리 드래곤들이 오만하다 말하지만 사실 인간에 댈 것이 없 지 않은가? 너희들 인간들은 어째서 남이 자기를 이해해주길, 그게 무슨 의무라도 되는 마냥 생각하는 것이냐. 우리도 다른 누구도, 인간을 이해 하려는 욕망을 느끼지 못한다. 그만큼 너희들은 매력없는 종족이다. 이런 실정에서, 인간들 하나하나를 이해해줘야 한단 말이냐? 아무리 오랜 기간 살아서 지루함을 달랠 소일거리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런 짓은 이쪽 에서 사양하겠다." "...."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몰라도 굉장히 인간을 불신하는데? 마치 인간을 원수 로 두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라서 정말 할말없 다. 그녀로서는 인간들 하나하나 사정을 살펴보고 이해해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인간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 하지만 여기서 내 가 납득하면 어쩌자는 거냐? 이건 설득하는 게 아니라 설득 당하는 거잖 아? 내가 여기서 설득 당할 수는 없지! "그렇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죽어야 할 이들에게는 굉장히 납득하기 힘든 일 아닙니까? 이노그를 물리쳐 달라는 게 아닙니다. 하다못해...." "적어도 나는 싫다. 너희들 인간을 도운 일은 그때, 벨키서스 대왕을 도 운 것으로 끝내고 싶다. 게다가 벨키서스 대왕과 같은 영웅도 아니라. 너 처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린드버그를 돌아보았다. "사악한 마법으로 자기자신의 몸을 망치기까지 하는 야심찬 마법사는 더 더욱 돕고 싶지 않다." "세르파스님...." 린드버그는 차가운 공기 위에 맨살을 드러내놓고 세르파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혀를 찼다. "이건 팔마의 세포입니다. 이단심문관들이라고 하는 팔마 스폰들의 육체 조직을 연구해서, 이런 성과를 거뒀죠. 적어도 어느 정도 시간동안은 불 사신으로 만드는 기술을." "역시. 네 마음이 풍기는 오라는 검은 걸 확인했다만 설마 그 정도로 야 심이 있었을 줄이야. 하지만 너도 그 것에 대한 제약은 알고 있을텐데." "예. 무모하게 이모탈의 힘을 받아들이면 죽을 때 내 영혼이 침탈당해 완 전히 파괴되어서 윤회조자 못하고 소멸 당한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하 지만 그래도 좋습니다. 뭐 주제넘는 야심이란 건 저 같은 모탈이나 누릴 수 있는 권리니까요. 크크크큭!"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며 드래곤들을 바라보았다. 맨 처음 껄렁거리면서 위장했던 존경심과 경외감은 완전히 얼굴에서 지워져 있었고 그저 남아있 는 건 사악한 허무감이었다. 실버드래곤 세르파스를 설득한다는 건 완전 히 수가 틀린 것 같다. 저렇게까지 인간을 싫어할 줄이야. 여기서 내가 기아스를 풀어달라고 말하면 어떻게 될까? 원래 세르파스에게 부탁해서 기아스를 풀려고 했는데 이래서야 기아스를 풀기는커녕, 그보다 더 중요 한 지원도 못 받게 생겼다. "그렇다면. 제가 도움을 요청하면 어떻겠습니까?" "호오. 그대가? 무슨 권리로." 제기랄. 보자보자하니까 아무리 나라의 수호신이고 위대한 은룡이고 해도 너무하는 거 아냐? 권리가 있어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이를 악물고 세르파스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부탁입니다. 선한이도, 악한이도, 모두들 괴로워 하며 죽어가고 있습니 다. 선과 악을 들어서 죽어가는 이들을 외면한다면, 그래서 다 죽어 없어 진다면 무엇이 남아서 선이라 하겠습니까? 저에겐 도움을 요청할 자격이 없지만 자격이 있는 자만이 요청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도움이라고 부를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벨키서스 대공이 자격이 있어서 그 요청을 들어주 셨다면, 용의 피에 속하지 않는 제게도 자격이 생길 수는 없는지요! 하다 못해 구걸을 하더라도! 제게 꺾어서 의미가 있을 자존심이 있다면. 그걸 버려서라도 이렇게 빕니다. 살아야 할 가치가 있는 것들을 위해서라도 이 전투에 힘을 빌려주십시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차가운 얼음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 온다. 하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는다. 얼음 속에서, 용들이 숨을 내쉬는 거북한 소리가 들려온다. 젠장. 사실 저 숨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두렵 다. 드래곤들이 호흡운동 한번 하면 인간이 죽어나가지 않는가. 물론 세 르파스가 나를 죽이겠다고 나서지는 않겠지만. "무릎을 끓고 긍지를 버린채 구걸을 하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거 라 생각하는 가? 스스로를 벨키서스 대왕과 같은 위치에 놓다니. 그대의 오만은 극에 달했군. 더구나 그때의 인간들은 선하였다. 지금의 인간들과 다른 점이지. 놀의 왕자, 우스베가 와서 나에게 그러한 요청을 한 것과, 그대가 한 것, 이 두 가지에는 근본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그런데 어떻게 내가 그대를 도와 놀들을 해할 수 있는가?" "...." 제기랄. 역시, 세르파스의 선과 악은 결국 이념의 차이에 불과한 것인가? 아무리 내가 빌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빈다고 하더라도 이제 아무도 사 랑하지 않는 은룡은 인간들에게 더 애정을 쏟을 이유가 없어졌다. 그래! 고결하고 잘났다! 하지만 고결하고 위대한 것만으로는 납득할 수 없어. 적어도 나는 절대 싫다! 이런 용을, 지금까지 라이오니아 왕국의 수호신 이라 부르며 그의 성역을 지키고 그의 산을 지키는 레인저임을 자랑스러 워했다니. 순간 나 자신이 한심해져서 나는 엎드린 채 웃기 시작했다. "하...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무슨 짓이냐? 무슨 뜻이냐?" "...." -쿠웅! 으음. 목뼈가 부러질 것 같군. 나는 내 이마로 얼음 바닥을 들이받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찌나 세게 받았는지 쉐도우 아머가 있음에도 불구 하고 이마가 깨져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이마에서 흘러내려 눈 앞을 가리는 피를 닦지도 않고 일어나 세르파스를 올려다 보았다. 세르파 스는 단지 차가운 눈동자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하하하하하하! 젠장. 듣자 보니까 정말 우습군요. 저도 드래곤이 긍지없 는 존재는 싫어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게 아니 잖아요! 만약, 사람의 목숨이... 내가 책임질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 의 목숨이 걸린 일에서 고작 긍지를 아끼는 사람이 라면, 그러면 만족하 시겠습니까?!" "...." "말씀해보세요! 인간은 악하기 때문에 도울 가치가 없다고요? 권리가 있 어야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까? 권리가 있을 정도라면. 그 권리를 주 장할 수 있을 정도의 인간들이라면 이런 상황까지 와 닿지도 않았겠지요. 어째서... 어째서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에 그렇게 냉정할 수 있습니까? 구걸해도 안됩니까? 놀들의 목숨을 이 손에 안겨달라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이노그를 물리칠 용기만큼은 주면 안됩니까? 아니. 용기 와 희생을 내세우면 이노그를 물리칠 수는 있겠지요. 당신이 발로 쳐서 쓰러뜨릴 수 있는 이노그를 위해 대평원이 전부 인간의 피로 물들고 나 면! 그런걸 바라고 계십니까?" "그럴 수 없다. 그것은 가치 없는 존재에게 다른 존재를 학살할 힘만을 안겨줄 뿐이다. 더구나 이 재앙을 불러일으킨 것은 너희들 인간이다." 드래곤들은 그렇게 말했다. 맞는 말이다. 이 재앙을 불러 일으킨 것은 인 간, 하지만 인간이 했기에 인간이 책임지라는 그 말은 어찌 그렇게 잔인 하게 들리는지. 사신을 일깨운 이들의 슬픔과 눈물, 한과 증오를 모르는 것이 아니나. 지금은 증오스러웠다. 저 드래곤들의 질타에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증오스럽다. 하지만 어쩌란 말야?! 그렇다고 인간들 모두를 증오하기에는 나는 너무 낙천적이라고! "알겠습니다. 진저리 처지게 잘 알겠다고요! 인간도 결국 휴머노이드 몬 스터와 다를게 없죠? 드래곤의 시야에서는 인간도 결국 작은 생물에 지나 지 않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렇게 외치곤 드래곤들을 바라보았다. 아니야! 아니야! 모두들 마 음이 없어!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을 지니고 잇는 이가 없어! 그들 은 다만 얼음처럼 차가운 눈초리로 여기 작은 인간이 억지를 부리고 앙탈 을 떠는 것을 지켜볼 뿐이야! 그들에게 있어서 나는 그 누구보다 훌륭한 어릿광대라고! 하지만.... 어릿광대에게도 말할 수 있는 목청은 있어! 영 원히 나를 조소하는 관객들에 불과할 지라도 나는 내 목소리로 내 이야기 를 하겠어! "인간은 지금까지 그 위기를 극복해왔고! 극복했고! 극복하려 해요! 그 가능성을 왜 인정해 주지 않죠? 왜 선과 악의 관점으로 모든 걸 이해하려 하는 거죠?! 그리고 그걸로 나를 이해시킨다면! 나는 내 동족을 버려야 합니까?! 이 행위가 우스베와 같다고 하면... 우스베도 이랬을 겁니다! 왜냐면, 적어도! 선하건 악하건 간에 그나, 나나 자기 동족을 사랑할 테 니까요! 선과 악이 그렇게까지 중요해요? 눈앞에서 말라 죽어가는 자를 단지 너는 악하다고 말살할 수 있고, 무시할 수 있다면 선과 악의 구별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진정 선하고 악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면...." "뭐!? 뭐하는 거야?" 그 순간 린드버그가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나를 말리려 했지만 나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순간 기아스 때문인지 눈앞이 새하얗게 타 들 어가기 시작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코피가 터져나온다. 눈에서는 피 눈물이 터지고 무심결에 통증을 견디느라 깨문 입술에서 살점이 한 뭉텅 이씩 떨어지고 피가 쏟아졌다. 하지만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린드버그 를 노려보았다. "말리지 마!" "미친놈! 죽을 셈이냐? 세르파스 님에게 무슨 무례를 범하는 거냐?!" "보면 몰라?! 이걸 보면서도 모른다면, 그런 녀석에겐 대답할 의무도 의 미도 없어! 마음도 없는 녀석에게! 내 긍지를 꺾이건 뭐건 어떤 말도 듣 고 싶지 않다고!" 나는 그렇게 외치고 세르파스를 노려보았다. 은발의 드워프 여자, 세르파 스는 그런 나를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용감하기가 이를 데 없는 인간이군." "됐어요. 당신의 산을 지키는 레인저로서 긍지를 가졌던 적이 있었죠. 하 지만 이제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마음이 없는 선과 악이란 것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뼈저리게 알게 해줬으니까요! 좋아요! 어차피 당신의 힘 필요 없습니다! 자기 스스로 저지른 과오는 스스로 메우는 게 좋겠죠! 제 기랄!" "미쳤나?! 카이레스! 지금 무슨 망발이냐!" 린드버그는 내 독단적인 발언에 놀라서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에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됐어! 마음도 없는 파충류에게 짓밟히고 싶지 않아. 나는 비록 이렇게 볼품없지만, 조디악 나이츠의 긍지가 내 어깨에 얹어져 있다! 마음도 없 는 선(善)에게 능멸당하는 건 이쪽에서 사양하겠어!" 내가 그렇게 외치자 드래곤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내려다 보던 세르파스는 갑자기 무슨 생각에서인지 웃기 시작했다. "흐흐흣,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주 오래간만에 유쾌한 인간을 보게 되었 구나. 이래저래 안 좋은 소리를 들었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군." "...." "그래 꼬마 인간. 네 말이 맞다. 마음 없는 선은 때로는 악보다도 더 더 러운 법이지. 하지만 어쩌겠느냐. 그게 또한 세상을 사는 한 시각인 것 을, 설마 이 세상 모두가 네 '마음' 이란 것을 가져야 한다는 건 아니겠 지? 그건 또 하나의 편견이고 욕심이다. 하지만, 어차피 죽을 운명의 필 멸자에게는 그러한 욕심과 편견이 필요한 것이겠지?" 세르파스는 그렇게 말하고 린드버그를 내려다보았다. "린드버그 라이오노스, 나의 머나먼 후예여. 그대는 믿을 수 없지만 그렇 다고 인간들의 고난을 못본 체 할 수는 없다." "아!" "그러니 일단 옷부터 입거라! 보고있는 내가 다 춥구나." "...." 실버드래곤이 추위를 느낀다는 것은 불의 정령이 더위를 탄다는 소리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이다. 세르파스에게도 유머감각이 있기는 하군. 어 쨌건 린드버그는 어렵사리 옷을 걸치기 시작했다. 그 잠깐 사이에 몸이 꽤 얼어버린 것 같았다. "아, 감사합니다." "입은 아직 안 얼은 것 같구나. 자 그걸 가져오거라." 그러자 곧 드래곤들 사이에서 날개 달린 용인 한 마리가 날아올랐다. 이 전에 보았던 그루자트와 비슷한 드레이클링이었다. 다만 다른건 전신이 은색으로 번쩍이는 것이랄까? 저렇게 반짝이는 비늘이라니... 왠지 움직 임이 굉장히 기계적으로 보인다. 그 용인은 빛이 들이치는 얼음동굴의 천 장으로 날아 오르더니 왠 지팡이를 들고 우리들의 앞으로 날아왔다. "죽을 운명을 가진 나의 후손 린드버그여. 이것은 바로 너희들의 적들이 점거한 노스가드 성을 만든 마법사, 다르크발드의 지팡이이다. 완전한 마 법에 의해서 보호받는 노스가드성은 이 지팡이를 통해서 완전히 제어되 니, 네 적의 군세를 제거하기엔 이만큼 훌륭한 것이 없다." "예? 그, 그러면 이노그는?" "그 다음의 일은 너희들이 해야 할 일. 아까 전에 말했듯 우리는 너희들 의 손을 어느 정도 덜어줄 수는 있지만 너희들을 위해서 대신 싸워 줄 수 는 없다. 그것은 우리들의 이념과 신념에 어긋나는 일임을 알라. 원망보 다는 이해를 바란다면, 그리도 큰 요구가 되겠느냐?" 물론 세르파스에게 그런걸 바라진 않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이 된 다. 어쨌거나 이렇게 되면 또 곤란한데. 내가 세르파스를 설득한 것 같기 는 한데 그렇게 해서 이득을 보는 것은 바로 저 린드버그란 말이다! 내가 왠지 린드버그의 이득을 위해서 목숨을 건 것 같아서 굉장히 기분 나쁘 다. 하지만 그때 드래곤 중 한 마리가 나에게 다가왔다. 체고만 해도 3미 터에 달하는 거대한 크기, 그러나 다른 용들에 비하면 작은 그 용은 내 앞에 다가오더니 눈부신 빛과 함께 은발의 엘프로 변신했다. 그녀는 내게 손을 뻗더니 주문을 외웠다. "인의로우신 넥서룬이시여. 아픔을 거두고 죽음의 그림자를 지우소서!"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내 몸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강렬한 느낌과 함게 몸에 활력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지배하고 있던 통증의 대부 분이 사라져 버렸다. 상처 자체도 다 사라져 버린 게 눈에 띈다. "에? 네, 넥서룬?" "예. 아 참, 제 소개를 안했나요? 제 이름은 라크세즈 바인 세르페세스에 요. 그냥 편하게 라키라고 불러요. 당신은?" "아 나는 카이레스. 자, 잠깐만? 그런데 지금 이 통성명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나는 의아해 하면서 세르파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세르파스는 나 대신 라크세즈를 바라보았다. "흠. 정녕 그들을 따라가겠느냐? 네가 모탈들에 대해서 꽤 깊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건 알았다만, 좋다. 네 지혜와 지식, 순발력과 용기를 믿는 다. 라크세즈 바인 세르페세스. 그러나 세르페세스, 즉 내가 세운 법에 따라 그대는 앞으로 100년간, 혹은 영원히 이곳으로 돌아와서는 안 ‰쨈? 이것은 네가 선택한 길이고 이제 네 완벽한 독립을 위해 우리의 혈족이 너와의 왕래를 끊을 것이다. 어쩌면 모탈들이 감히 너를 이용하려 하고, 네 피를 노리고 유혹을 할 수도 있다." "예. 대모님.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즐거운 여행으로 이끌겠군요. 후훗." 라크세즈는 그렇게 대답했다. 저, 드래곤도 성격이 이상한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라크세즈는 그렇게 세르파스에게 인사를 하고 세르파스가 쌓아둔 보물들 속에서 몇 가지 필요한 물건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사이 린드버그는 드래곤과 용인들로부터 지팡이의 사용법을 터득했는지 그 지팡이를 단단히 쥔 채 나에게 걸어왔다. "그럼 떠나도록 할까?" "하지만...." 세르파스에게 이야기를 좀 해야겠는데. 일단 기아스를 풀어놓지 않으면 설사 우리가 이렇게 내려가서 이노그를 죽인다고 하더라도 이득이 없다. 린드버그가 나와 보디발, 펠리시아 공주등을 제거하고 자기가 이 나라의 왕이 될 테니까. 나는 물론 세르파스의 방식이 마음에 안들어서, 순수하 게 나 자신의 의지로 저항하고 설득한 것이지만 그 결과가 린드버그의 원 하는 바대로 되는 것이라면 사양하고 싶다. "잠깐만, 세르파스님! 이야기를 드릴게 있습니다!" "기아스 말인가?" 세르파스는 내가 기아스에 걸려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는지 그렇게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거 참 말이 잘 통해서 좋기는 한데. 그렇게 세 르파스가 말하자 린드버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이 보였다. "카이레스!" "흥. 역시 사악한 녀석은 뭔가 다르긴 다르군. 사실 내가 그대를 떠본 것 도 그대가 기아스에 걸려있어서, 아무리 올바른 생각을 하고 있건 간에 저 린드버그의 인형에 지나지 않는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건 아닌 것 같으니...." 그 순간 나는 지면에서부터 은은한 녹색의 빛이 솟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묘한 행복감, 해방감이 몸을 지배했다. 발끝에서부터 머리끝 까지, 짜릿한 느낌이 전신을 지배한다. 마치 비온 뒤의 폭포를 기어오르 다 겨우겨우 위에 올라가서 한숨을 돌릴 때와 같은 느낌이다. "이제 기아스는 해제했다." "...." 린드버그는 그순간 나를 노려보고 이를 갈았다. 녀석. 내가 세르파스를 만나고 입다물고 있을 줄 알았냐. 만약 세르파스가 조금만 더 친절했다면 '세르파스님~ 이놈 혼내줘요!' 필의 응석을 떨었을 텐데 세르파스가 성격 이 꽤 더럽기 때문에 그렇게는 차마 못하겠다. "저만 기아스가 걸려있는게 아니라...." "여기. 스크롤들을 넘겨주마. 네가 로그마스터의 후계자라면 주문의 스크 롤을 사용하는 법을 알고 있을 테니까." 그 순간 내 눈앞에서 스크롤이 나타났다. 나는 그걸 얼른 받아서 인피니 티 백팩에 넣었다. 방금 전까지는 세르파스가 상당히 원망스러웠는데 이 러니까 참 고맙다. 인간의 마음이란 게 이렇게 간사하다니, 아니아니. 이 경우 간사한 것은 나인가? "자 그럼. 이제 떠나도록 해라." 세르파스는 우리에게 그렇게 말했다. 말은 떠나라는 권고이지만 그 말은 이미 거역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하지만 조심해야 겠는 걸. 내가 스크롤 을 받았고 이미 기아스가 풀려버렸기 때문에 린드버그는 여기서 나가기 전에 다시 지배를 확립하고 싶어할지 모른다. 뭐 이제는 당해줄 생각은 없지만 말야. < 계 속 > -------------------------------------------------------------------- 엔더도 확실히 오래 된 SF티를 내는 군요. 유전자 조작으로 새로운 생물 도 만드는데 암을 정복하지 못하다니. 군사학교에서는 아무리 응용하면 도움이 된다지만 해병대 훈련을 시키고. 거의 서바이벌 게임 수준이니. 그래서 잘도 세계를 지킬 지휘관을 만들겠다. 게다가 어떻게 가면 갈수록 천재라는 엔더가 멍청해지는지. *********************************************************************** #11이라니 무지 길어졌군...; 아 우릴의 단검의 효과는 맞추면 적의 SR에 1d4씩 데미지를 줍니다. 마법사에겐 아주 좋은 무기죠. 맞출 수 있다면.... (마법사가 던지는 단검을 맞아주는 SR몬스터가 있나?) 카이레스에겐 그다지. 큰 필요가 없죠. 제가 진짜 미친 먼치킨 플레이를 할 때는 +5 파이어, 애시 드, 프로스트, 일렉트릭, 운딩, 댄싱, 킨, 홀리, 보팔 바스타드 소드를 준 적이 있었죠. 궁극 결전병기랄까?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4 화 : Conspiracy of Count#11 ------------------------------------------------------------------------ 팔마력 1548년 10월 4일 나는 라크세즈, 린드버그와 함께 얼음 동굴을 돌아나오고 있었다. 라크세 즈는 은발의 엘프 여성의 모습으로 내 옆을 걷고 있었다. 엑, 그러고 보 니까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거의 나랑 키가 비슷할 만큼 크잖아? 아름 답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여자로서는 꽤 큰 체구 군. "자자. 그럼 카이레스라고 했던가? 당신들은 이제 이노그랑 싸우려고 하 는 거죠?" "아마도요. 일단 저 지팡이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봐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지팡이를 들고 있는 린드버그를 살펴보았다. 린드버 그는 상당히 기분이 나쁜지 내 쪽을 흘겨보고 있었다. 젠장. 일단 저녀석 의 도움이 없으면 인질들을 구하기가 꽤 힘들텐데 그렇다고 뒤 따르게 하 자니까 위험하다. 이 녀석이 언제 마법의 지배를 재확립하겠다고 덤벼들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때와 달리 지금은 마연향(魔煙香)인가 뭔 가 하는 마법의 도구가 없으니 쉽게 당하진 않겠지만 내 경우 걸리면 끝 난다는 게 문제였다. "자자 그런데 한가지 말해둘게 있어요. 라크세즈." "라키로 불러요. 그래 무슨 이야기인데요?" "응. 그게 지금 여기 계곡 입구에 인간들이 몰려있는 거 알고 있어요?" "그래요. 왜요? 적인가 보죠?" 라크세즈는 그렇게 물어보며 자신의 머리칼을 잡고 손가락으로 비비 감았 다. 완전한 금속광택을 가지고 있는 머리칼이라서 이질적인 느낌도 들지 만 그런 만큼 상당히 아름답다. 그런데 왜 드래곤씩이나 되어서 이렇게 인간이나 엘프 형태로 있기를 좋아하는 걸까? 인간이건 엘프 건 굉장히 무시하는 주제에. "아 뭐 아니 다행인데. 인질이 잡혀 있거든요." "구하면 되잖아요?" "말이야 그렇지만... 아 참 왜 드래곤은 이렇게 인간이나 엘프형태를 취 하는 거죠?" "그야. 작으면 여러모로 편리하잖아요. 게다가 대화에도 격식이 없어지 고. 지금 같은 경우 말이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가리켰다. 나는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그녀가 왼팔을 들었 다. "여기서 왼쪽으로요." "에. 알았어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얼음 동굴은 복잡한 미 궁으로 되어있는지라 만약 그녀, 라크세즈가 우리들에게 합류하겠다고 하 지 않았으면 돌아나갈 길이 막막했겠다. 그런데 라크세즈는 어째서 우리 들을 따라오는 걸까? 호기심 때문에? 그러기에는 좀 위험한데? 물론 드래 곤이니까 전투능력은 감히 인간이 따라갈 정도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린 드버그는 자기자신의 왕위 계승권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 도 할 것 같은데? "자 그러면." 그때 뒤에서 린드버그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틀어서 제로테이크를 린드버그의 목에 겨누었다. 역시 기아스가 풀려서 그런지 전에 이런 짓을 했다면 고통 때문에 미쳐버렸을 텐데 지금은 멀쩡 하다. "아, 내 말은 그러니까 인질을 구조할 계획을 세우자는 것인데." "...." 나는 아무런 말없이 린드버그를 노려보았다. 린드버그는 내 칼날에 목을 들이밀고도 태연자약하고 있었다. 하긴 이녀석은 팔마 스폰이지. 지금 당 장 머리통을 날린다고 해서 죽을 녀석도 아니다. 그래서 이렇게 태연한 건가? "말해두겠는데.... 두 번 다시 그따위 짓 하면 가만 안둬. 아니 지금 같 은 경우도 사실 죽이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하지만 지금은 내 도움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인질들을 무사히 구출하 려면 마법사가 도와주는 게 필수일텐데?"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고 능글맞게 웃었다. 그것도 맞는 말이지만 다시 기아스에 걸리느니 이놈을 여기서 죽여버리고 싶다. 그렇지만 이녀석, 기 아스를 여러 번 외웠을 리는 없을 테지? 마법사는 주문을 외워둬야 비로 소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아스같은 특수한 목적의 주문은 평상 시에 잘 외우지 않고 다닐 것이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좋아. 그러면 어떻게 해서 구출할 것인지 그거나 결정하지? 지금 시간이 꽤 걸렸으니까 녀석들은 내가 배반하지 않았을까 의심하고 있을 거야. 게 다가 린드버그, 당신이 살아있다면 당연히 그들은 인질을 다시 잡겠지." "요는 안보이면 그만인데, 나는 투명술 주문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어쩌 려고 그러오?"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면서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정말인지 아닌지는 모 르겠지만 이녀석 정말 배짱이군.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린드버그의 심장 부에 제로테이크를 가져간 뒤 쿡 찔렀다. 제로테이크의 검신이 심장을 꿰 뚫으면서 린드버그는 마치 실 끊어진 인형처럼 앞으로 풀썩 주저앉았다. "일어나. 안 죽은 걸로 알고 있으니까. 네놈에게 당한 거 생각하면 지금 부터 이 짓을 365번 더 하고 싶으니까. 부지런히 일어나시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린드버그는 몸을 일으켰다. 그는 가슴팍에서 묻어나 오는 피를 손바닥으로 바르더니 나에게 따졌다. "지금 이게 무슨 짓이오!?" "이런 짓." 나는 다시 한번 찔렀다. 그러자 이번에도 린드버그는 뒤로 발라당 넘어졌 다. "아! 그만하죠. 그런거." 라크세즈는 내가 하는 짓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렇게 말했다. 하긴 선하디 선한 실버드래곤은 고문같은 거 싫어할 테지? 나는 린드버그 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물었다. "자 그러면.... 네놈을 살려둬야 할 이유를 만들어봐." "일단 투명술은 제가 가지고 있어요." 라크세즈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도대체 인간들끼리 싸워서 어쩌자는 거죠?" "저도 그게 의문이네요. 하지만 걸어오는 싸움을 피할 방법이 없어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머쓱해져서 머리를 긁었다. 린드버그를 감싸주다니. 하긴 그녀는 린드버그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를테지? 그러자 린드버그가 라크세즈에게 고개를 숙였다. "가, 감사합니다. 레이디." "레이디는 무슨. 제가 말하는 건 당신을 치는걸 이야기 하는 게 아니라 밖에서 인질을 잡은 채 진을 치고 있다는 그들을 말하는 거에요. 뭐해요. 카이레스. 밧줄로 묶고 입을 재갈로 막고 해야죠. 마법사를 이렇게 멀쩡 하게 놔둘 거에요?" "...." 에? '그런거 그만하죠' 라는 말이 고문을 하지 말란 소리가 아니라 이런 뜻이었나? 나는 왠지 모르게 과격한 라크세즈를 바라보곤 멍한 표정을 지 어보였다. 그러자 그녀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싫으면 로프를 주세요. 제가 하죠." "...아니 됐어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로프로 린드버그를 묶어버렸다. 일단 팔과 입을 묶으 면 주문을 제대로 쓰진 못하겠지? "자 그러면 일단 린드버그는 제압했고." "웁, 읍, 으!" "에이. 닥치고 있어." 나는 바둥거리는 린드버그에게 발길질을 했다. 그러자 그걸 보던 임프가 자기 눈을 가렸다. "케케켁. 주, 주인님! 이봐 인간. 무저항의 상대를 발로 차다니!" "훗. 네놈에게 들을 말이 아니다. 너희들은 저항하지 못하게 상대를 마법 으로 옭아맸잖아! 아 라키! 이녀석 임프도 잡아요." "뭐 좋아요. 어쨌거나 저는 인간상대로는 손을 안 쓰도록 하죠. 카이레스 씨 혼자서 할 수 있겠어요?" "투명해진다면."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가 나에게 손을 튕겼다. 순간 은색의 가루같은 것이 반짝거리면서 내 주위를 맴돌았다. "자 이제 안보일 거에요." "보이는데?" 나는 내 손을 보고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안 보이는데요? 특이한 눈을 가지고 있군요?" "하긴...." 그러고 보니 전에 변신을 한 건지 환상주문을 쓴 건지 하여튼 놀들이 이 전에 미스트 레어에 숨어들었을 때도 나는 몇몇 놈들을 알아볼 수 있었 다. 그때는 그냥 아 내가 마법에 저항력이 있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나중 에 로그마스터의 모험일지를 봤더니 환상 마법이나 투명술등은 마법저항 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한다. 아마 나에겐 환상을 간파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았다. "자 그러면 구출을 해볼까? 아 린드버그 잘 관리해줘요. 혹시 녀석이 유 혹한다고 넘어가지 말고." "설마. 제 취향은 갸날픈 미소년이라고요. 능글맞은 녀석은 쳐죽이기로도 사양하겠어요." "...." 드래곤이 무슨 취향씩이나 있지? 아 이 경우는 내가 말을 말아야겠죠? 나 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일단 눈과 얼음 위를 걷는 거니까 아무래도 발자국에 신경을 써야 겠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서 투명 해져도 의미가 없으니까. "계곡의 위로 올라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얼음 절벽을 기어올라서 위에 올라섰다. 그리곤 얼음 바닥을 조심하면서 천천히 계곡의 입구, 즉 공안요원들이 있는 곳으 로 이동했다. 역시 공안요원들은 활과 석궁, 단검과 수리검등을 들고 입 구로 뭐가 보이기만 하면 집중사격을 할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놈들 역시 믿을 놈들이 못돼. 아니 사실 이 건에 관해서는 뭐 내가 린 드버그를 죽이고 나면 내 목숨과 인질의 목숨을 보장해준다는 이야기는 없었으니까. 믿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그렇기는 한데 과연 인질들은 멀쩡한가? 나는 차가운 얼음바닥에 엎드려 서 공안요원들을 살펴보다가 내가 지금 투명한 상태라는 걸 자각하고는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괜히 차가운 바닥에 엎드릴 필요가 없지. 그 런데 저건 뭐냐. 지금 인질들이 살아있기는 한 건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쓰러져서 꼼짝도 안 하는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원래 인질이나 포로 를 잡을 경우 한곳에 몰아두는 것이 관리에 드는 인력을 줄이므로 도움이 되지만 이렇게 인질들이 아무런 저항력이 없을 때는 산개시켜 놓는 것이 이득이다. 내가 구출하려 하면 그 순간 다른 이의 목숨을 위협할 수 있으 니까. "젠장." 나는 입안에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녀석들을 바라보았다. 나도 공안요원 을 인질로 잡을까? 아냐. 저들도 명색이 요원들인데 인질에 굴하는 짓 따 위는 하지 않을 테지. 임무가 우선이고 목숨은 그 다음일텐데. 게다가 그 들은 팔마 세포의 영향을 받아서 죽인다고 쉽게 죽는 이들이 아니다. "역시 마법사가 좀 필요한가?" 나는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라크세즈와 린드버그를 불러올까 하곤 망설였 다. 그런데 그때였다. -슈슈슉! 뭔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인질을 관리하고 있던 공안요원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젠장! 이게뭐야?" 그들은 날아온 것을 보고 경악해 하고 있었다. 세상에. 가느다란 얼음으 로 만든 바늘같은 것이 사람들의 몸을 꿰뚫는다. 얼음이야 물론 무게가 꽤 있지만 그 강도나 비중을 생각할 때 결코 좋은 던지기 무기는 아니다. 그걸 던질 수 있다니? "그!? 은발?!" 공안요원들은 얼음의 바늘이 날아온 곳을 보곤 기겁했다. 그곳에는 긴 은 발을 얼음의 바람에 휘날리며 서있는 엘프의 소녀가 있었다. 엘프가 아니 라 실버드래곤이지만 일단 겉모습은 엘프다. 메탈릭 실버 블론드, 은회색 의 눈동자. 키는 약 5피트 10인치에 한 36-25-36 쯤? 윽. 내가 이런걸 왜 생각하는 거지? "적당히 하시지. 세르파스의 성역 앞을 피로 물들이다니." 라크세즈는 팔짱을 끼곤 거만한 표정으로 공안요원들을 바라보았다. 원래 그녀의 신분이라면 '세르파스의 성역' 이라고 부르지 않고 '세르파스님의 성역'이라고 불러야 할테지만 그녀는 적들이 자신에 관해서 맘껏 오해하 도록 잘라 말한 것 같다. 머리 좋은데? "피를 흘리게 한 건 그쪽이야!" 공안요원들은 그렇게 외쳤지만 감히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사실 저 반짝 이는 은발하며 추운 눈보라 속에서도 늘씬하게 다리를 드러낸 복장으로 추위를 전혀 타지 않고 서있는 모습, 게다가 장소가 장소 아닌가? 세르파 스의 성역에서 나타난 은발의 엘프 여성을 건드리고 싶어하는 놈이라면 어린 시절, 머리 속의 액체의 상당수를 햇볕에 증발시켜본 적이 있을 것 이다. 아 정정, 건드리고 싶어하는 놈은 많겠다. 적대하고 싶은 놈이라고 해야지. "하...하지만." 공안요원들은 겁을 집어먹으면서도 물러나지 않고 있었다. 질긴 놈들이 군. 하지만 그때 라크세즈가 발을 톡톡 차더니 히죽 웃었다. -쩡.... 순간 얼음이 끼어있는 바닥이 갈라터지면서 지면으로부터 얼음 기둥이 치 솟았다. 그녀는 그걸 잡더니 머리위로 번쩍 들었다. "하나를 던져서 몇이나 잡을 수 있을까?" "...." 얼추 봐도 한 10여톤은 될 것 같은 엄청난 크기의 얼음이다. 그걸 들고 있는 엘프의 소녀라니 누가 봐도 부조리한 모습이다. 그걸 본 공안요원들 은 물러나기 시작했다. "쳇. 알겠습니다. 실버드래곤인 당신의 뜻을 고려해서 물러나도록 하죠." "잠깐. 인질은 놓고 가." "그럴 수는...." 여기서 내가 활약할 차례로군? 나는 투명한 채로 놈들 사이로 뛰어내린 뒤 제로테이크를 뽑아서 휘둘렀다. 그러자 푸쉿 하는 소리와 함께 팔다리 가 잘리고 피가 튀어나왔다. 나는 그렇게 내 검을 빼앗아든 녀석의 팔에 서 데일라잇과 소드 블래스터르를 회수했다. 이런 꽤나 과격한 행동을 했 음에도 불구하고 내 모습은 여전히 투명한지 그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당 황해 하기 시작했다. "놓고 가라면 놓고가. 드래곤은 모탈과 협상 따위 하지 않아. 너희들 인 간에게는 실버 드래곤은 굉장히 선하고 순하다고 여겨지는지 모르겠는데. 한번 구경해보겠어? 실버 드래곤의 선이 과연 인간들에게도 통용되는지?" 라크세즈는 그렇게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공안요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 다. 아마 내 공격을 라크세즈가 한 것쯤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하기야 워낙 깨끗하게 베어버린 지라 검상이라고 여기지 못하는 건가? "아? 조심해! 가까이에 뭔가가 있다!" 하지만 역시 공안요원들, 아마 칼이 허공에서 없어지는 걸 보고 내 정체 를 파악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잭과 메이파를 구했다. 그리고 인질을 확보하려고 하는 다른 이들을 보고 소드블래스터와 제로테이크를 휘둘렀다. -스컥! "끄억!" 공안요원들은 그렇게 당하기 시작하자 뒤로 물러났다. "쳇! 할수 없군. 더 이상 있어봐야 얻을게 없다! 모두 이탈!" 결국 공안요원들은 계속 되는 자기들의 희생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퇴 각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들은 대부분의 인질들을 그대로 내버려 두고 물 러나기 시작했다. "오케이! 다 구했다! 라크세즈! 고마워!"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말하고 쓰러져 있는 일행들을 추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정말 죽었으면 어떻게 하지? 잭이나 시노이는 상태가 워낙 안 좋 아서 죽을 것 같던데 거기에 독침까지 꽂다니. 펠리시아 공주도 아주 상 태가 안 좋았는데? 하지만 일단 메이파부터 깨워야 겠다. 그녀가 깨어난 다면 일단 치유는 할 수 있겠지. "음? 으음." "메이파. 일어나봐. 메이파!" 하지만 메이파는 탈진을 한 상태에서 독침에 찔린 탓인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고 신음만 하고 있었다. 그 뿐 아니라 다른 이들도 상태가 엉망인 데... 시노이와 펠리시아 공주의 상태가 매우 치명적이었다. 독은 벌써 제대로 돌아서 심장에까지 이른 듯 하다. "이런 제길. 혈독이네?" 이게 이미 심장까지 돌았으면 사실 소생은 불가능하다. 이미 몸의 모든 장기를 돌면서 독에 의해서 신장이며 폐며 할거 없이 박살났을 테니까. 젠장. 독을 너무 우습게 봤나? "어디 비켜봐요. 독에 중독된 건가요?" 하지만 그때 라크세즈가 다가왔다. 맞다! 그녀는 넥서룬의 신관이다. 메 이파가 미트라의 신관이듯, 그녀도 넥서룬의 신관. 아마 그녀도 독을 치 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이런. 상태가 다들 심각하네요. 비켜봐요." 라크세즈는 그렇게 말하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가벼운 눈 보라 같은 것이 일어나더니 독에 중독 된 일행들의 몸을 부드럽게 휘감았 다. "전부다 중독이네. 치료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앗!" 그런데 그때 나는 치유를 위해 웅크려 앉는 그녀의 등뒤에서 끊어진 로프 를 몸에 달고서 그대로 걸어오는 린드버그를 발견했다. "흐흐흠. 아까 전의 대접은 참 고마웠습니다. 하지만!"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고 주문에 집중하고 있는 라크세즈를 향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만둬!" 나는 얼른 라크세즈를 몸으로 막아섰지만 린드버그가 손을 뻗자 뭔가가 내 가슴을 후려갈겼다. -투캉! 나는 마치 달려오던 들소에 치인 것처럼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하지만 이 정도로 드러눕기엔 나도 베테랑이라고! 나는 공중에서 방향을 전환한 뒤 바위를 박차고 착지했다. 라크세즈가 걸어진 투명술은 그 주먹을 맞아 서 깨진건지 주문의 지속시간이 지나서 깨진 것인지 하여튼 풀려버렸다. "크윽!" "방해하지마!" 린드버그는 나에게 일격을 날린 것으로는 부족한지 재차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나는 하늘에서 떠다니던 손 같은 것이 나에게 날아오는 것을 보았 다. 아마 저것이 나를 쳐 날린 원흉인 것 같았다. "젠장!" 나는 코피를 소매로 닦고는 소드 블래스터로 날아드는 손의 옆을 베면서 앞으로 굴렀다. 하지만 타격이 커서였을까? 평소라면 괜찮았을 지형에서 그만 앞으로 고꾸라졌다. 방금 전 맞았을 때는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 몸 을 움직이다 보니 절실히 느끼는 게, 늑골에 금이 가서 몸을 움직일 때 마다 속에서 뜨거운 기운이 따라 움직인다. "흐흠. 인간 마법사치곤 제법인데. 임프가 풀어줬나?" "그대야말로 어린 실버드래곤 치고는 제법이구려." "...어린 드래곤이라니. 인간에게 그런말 들으면 달갑지 않은데? 뭐 누가 오래 살았건 간에 앞으로 살아갈 날이 중요하겠지?" 라크세즈는 그렇게 말하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린드버그는 그녀 에게 손을 들어보였다. "당신은 계속 살 거요. 단지 내 소유물이 되겠지만!" < 계 속 > -------------------------------------------------------------------- 쩝. 로그가... 초판만 찍고 2 쇄가 안 들어가다니. 할말이 없군요. 총판 을 돌아 다녀봐도 로그가 들어온 곳이 없을 정도니, -_-; *********************************************************************** 출판소설을 안 들키게 돌려보시면 저도 기분이 좋죠. 그렇지만... 좀 너무하 군요.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2 부, Dark Saint는 통신연재 안할 겁니다.-_-;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4 화 : Conspiracy of Count#12 ------------------------------------------------------------------------ 팔마력 1548년 10월 4일 린드버그가 그 사악하기 이를데 없는 말을 끝마치자 라크세즈는 그를 비 웃으며 바닥의 바위와 얼음을 차서 린드버그에게 날렸다. "어머. 꿈도 야무지셔." 하지만 린드버그의 주위에서 그 바위와 얼음은 다 비껴지나간다. 이미 보 호주문은 다 치고 온 것 같았다. "!!!" "아앗!" 순간 린드버그의 몸에서부터 검은 오라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라크세즈 는 그런 린드버그를 보곤 한번 한숨을 내쉬더니 주문을 외웠다. "넥서룬의 오라여, 성광의 빛이 되어 나를 감싸고Holly Aura! 나, 천계의 성장(城將)들의 방패로 지켜진다.Celestial Shield! 은색의 비늘은 악의 마법을 반할 힘이 되며Spell Deflection! 또한 마법의 인식을 벗어나 무 의 존재가 되리.Globe of Invulnerability!" 그녀는 그렇게 노래하듯 바로 방어주문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 린드버그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으음! 무슨 바보같은 짓을!" 하늘이라면 드래곤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기 마련이지. 과연 라크세즈는 바로 용으로 변신해서 지면을 박차고 날아오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린드버그가 용으로 변신하며 급강하... 날아오르려고 제자리에서 홰를 치 고 있는 라크세즈를 두 발로 찍어버렸다. -퍼헉! -쿠르르르르릉! 라크세즈는 린드버그에게 깔린 채 연속적인 공격을 받기 시작했다. 린드 버그는 그녀에게 올라탄 채로 이빨과 날개, 손톱으로 잽싸게 공격을 하고 있었다. "이 자식이!" 나는 얼른 몸을 일으켜서 린드버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린드버그가 날개를 펼치자 강력한 바람이 불면서 나를 밀어내었다. "하하하하하! 방해하지마! 이 천족도 되지 못한 쓰레기!" "좀... 어설프군! 변신술사!" 하지만 그때 지면에 깔려있던 라크세즈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갑자기 몸 을 웅크렸다. -쿠쿠쿵! 바위와 얼음이 깨지고 눈사태가 계곡 위에서부터 입구 쪽으로 달려온다. 그녀는 그 틈을 타서 순식간에 린드버그의 발 밑에서 빠져나오며 몸을 굴 렸다. 순간 우드득 하고 그녀의 날개가 부러졌다. "저런!" 나는 몸을 굴리며 내 진로를 막은 라크세즈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의 부러진 날개, 상처입은 목 등에서 피가 쏟아져 내리며 은색의 비늘을 피 로 더럽히고 있었다. 하지만 라크세즈 본인은 덤덤했다. 탈출을 위해서 자기가 일부러 자기 날개를 부러뜨린 거니까. "갚아주지!" 순간 라크세즈가 달려들어 이번엔 린드버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원래 드래곤인 라크세즈가 린드버그보다 드래곤 형상에서의 전투에 능한 지 일단 접전이 붙자마자 린드버그는 상대도 되지 못하고 두들겨 맞았다. 라크세즈는 아주 능숙하게 좌우 앞발로 목줄기를 후려치고 린드버그의 어 깨를 문 뒤 그나마 성한 한쪽 날개로 머리통을 후려 갈겼다. 린드버그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 나려했지만 그런 그에게 라크세즈는 마법을 퍼 부었다. "Fire Ball!" 두 번의 불꽃이 확산되며 린드버그를 공격했다. 굉장한 타격인지 린드버 그가 휘청거렸다. 하지만 그때 린드버그의 외침이 들려왔다. "너어어어! 토라의 이름으로 굴복하라! Improved Geas!" 앗?! 저 주문 가지고 있었어?! 나는 깜짝 놀라서 라크세즈의 옆으로 돌아 가 소드 블래스터를 잡았다. 그리고 아직 용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린 드버그에게 달려들었다. "카, 카이레스!" 린드버그는 내가 달려드는 걸 보고 깜작 놀라서 반격을 하려고 했지만 이 미 나는 그의 앞으로 윈드워커의 부츠를 분사시키며 접근해 소드 블래스 터를 박아 넣었다. "크윽!" "잘가라!" 나는 소드블래스터의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린 드버그의 몸통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며 나를 쏘아 보냈다. 그리 고 동시에 변신이 풀리면서 린드버그도 일반적인 인간크기로 돌아가 버렸 다. 다만 그냥 멀쩡한게 기절만 한 것 같군. 이 기회에 죽였어야 하는데. "체엣!" 나는 공중에서 일회전 한 뒤 뒤로 쓰러졌다. 착지를 하기엔 몸이 영 안좋 다. 어쨌건 용끼리 싸워서 그런가? 계곡에선 눈사태가 일어나면서 피투성 이가 된 린드버그를 얼음으로 덮어버렸다. "아욱! 린드버그. 이녀석. 나라고 맨날 당할 줄 알았냐?"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일어나 눈더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라크세즈 가 내 옆에서 엘프 여자의 모습으로 서서 눈 더미를 바라보았다. "대단한 모탈이군요. 우리들의 피를 이어받았다지만 이 정도까지 할 줄이 야." "기아스는 걸렸어요?" "예. 걸려버렸네요." "...." 에? 그런?! 젠장. 나는 얼른 스크롤을 꺼냈다. 그러나 그녀는 고개를 저 었다. "저에게는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아요." "...." 나에겐 상당히 위협적이었는데, 드래곤에겐 별로 위협적이지 않은 거냐? 나는 그렇게 놀라서 라크세즈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싱긋 웃어보일 뿐이 다. "스크롤 낭비는 하지 말고 일단 다른 사람들에게 주세요. 뭐 세르파스님 이 하신거니까 넉넉하겠지만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음. 나는 머리속이 홀라당 타버릴 것 같던 그 고통이 라크세즈에게는 대단치 않은 상처인 건가? 하 지만 그녀가 그렇게 말하는 자세를 보아하니 나를 속이면서까지 선심을 쓰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메이파는 라크세즈에게 회복주문을 받고 깨 어난 뒤 일행들에게 해독과 회복의 마법을 계속 걸어주어서 어느덧 일행 들을 다들 활동 가능한 정도로 만들어 두었다. 보디발 왕자는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리고 나와 라크세즈를 바라보았다. "카이레스?! 그리고 그 분은?" "아. 소개하죠. 이쪽은...." 나는 그렇게 말하고 라크세즈를 소개하려 했지만 라크세즈가 손을 저었 다. "쉬잇! 다른 적이 왔어요." "다른 적? 설마 공안 요원들 말고 다른 적이라니?"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말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젠장. 저러면 조용히 하라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야? "일단 계곡을 벗어나죠! 이곳에선 위험하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일행들을 재촉했다. 그래서 우리들은 서둘러서 계곡 의 입구를 벗어나 산비탈로 향했다. "과연!" 나는 그제서야 겨우 적들의 낌새를 느끼고 새삼스럽게 라크세즈에게 감탄 을 표했다. 벨키서스 레인저가 겨우 들을 수 있는 소리를 그녀는 닿기도 전에 알아버렸단 말인가? 엄청난 청각이라고 할까? 꽤 많은 수의 적들이 수풀을 통해서 이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포위진을 둥글게 짜고 있는 걸로 봐서 절대로 벨키서스 레인저는 아니다. "가만! 카이레스! 그 린드버그는? 끝장을 내지 않고 뭐하는 거야?" "얼음더미 속에 파묻혔어요! 시간도 없으니까 지금은 저대로 놔두죠! 게 다가 저놈... 파내면 살아난다고요." "살아나?" "그럴일이 있어요." 나는 그렇게 펠리시아 공주에게 말하고 앞으로 내려섰다. 그러자 다른 이 들은 라크세즈를 보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저 은발이라니, 설마?" "아 저는 라크세즈라고 해요. 실버드래곤이죠. 그런데 지금은 소개나 통 성명보다는 달아나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라크세즈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과연 그녀의 말 대로였다. "거기까지!" 꽤나 충실한 공용어 발음과 함께 열심히 달아나고 우리들의 앞에서 불의 벽이 피어올랐다. 수목한계선이어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산불이 나도 할 말이 없을 만큼 격렬한 불의 벽이었다. 그리고 조금 오랫동안 안 들어도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런이런, 인간들은 인간의 손으로~ 라는 생각이 안일했음을 자책해야 겠군요. 뭐 그래서 우리가 여기 있는 거지만." "...." 우스베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틀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과연 바보는 높은 곳을 좋아한다던가? 꽤나 까마득한 높이의 바위에 걸터앉아있는 한 마리 놀이 보였다. 화려한 금색의 갈기털을 길게 길러서 앞쪽으로 늘어뜨 린 모습하며 전체적으로 길고 늘씬한 몸매, 허리에 감고 있는 검은 벨트 와 연갑. 전체적으로 잘 빠진 놀이다. 전에 한번 나에게 혼났는데도 불구 하고 우스베에게서는 강자의 여유가 느껴진다. 지금 우리들을 내려다 보 는 저 자세도 굉장히 거만하지 않은가? 우스베는 새하얀 바위 위에 걸터 앉아서 고개를 저었다. 젠장. 왜 이렇게 연속적으로 적들이 나타나는 거 지? "나와라." 그러자 우리가 있는 비탈길에서 꽤 많은 놀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 다. 몇놈은 우리들을 포위하고 있었고 다른 몇놈들은 그렇게 포위를 한 놈들을 따라서 진을 잡기 시작했다. 아마 이 일대에 쫘악 놀들을 풀어놓 고 기다리고 있다가 우리들을 발견한 것 같았다. "굉장하군." 이 놀들, 보통 훈련받은 녀석들이 아니다. 공안요원들만큼 강하지는 못하 겠지만 공안요원들보다도 수가 많다. 약 200여마리? 이래서야 아무리 우 리가 굉장하다 하더라도 살아남을 길이 없잖아? 세르파스야 우리를 도와 주긴 했지만 라크세즈에게 100년간 돌아오지 말라고 말을 했으니 지금 라 크세즈가 위험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그녀를 도우려 하진 않을 것이다. 린 드버그가 있었으면 이때 써먹었어야 하는데 이거 참. 아니아니, 라크세즈 의 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봐야지. 그녀라면 어쩌면 이 정도의 적들 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쓰러뜨릴지 모른다. "라크세즈. 괜찮아요?" "... 달아나야 할 것 같은데요? 그 린드버그가 저에게 건 기아스가, 용의 형태를 취하지 마라는 내용이거든요? Do Not Take Dragon Form." 젠장. 왜 하필 그런 거냐? 이래서야 라크세즈도 믿을게 못되는군? 나는 한숨을 내쉬곤 우스베를 바라보았다. 우스베는 내 눈동자에서 자포자기의 기미를 보았는지 나를 회유하기 시작했다. "뭐 카이레스 씨야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데일라잇을 넘겨 주면 물러나도록 하죠. 벨키서스 레인저들의 본거지에서 싸우고 싶은 생 각은 없거든요." "...." "하지만 길게 생각할 시간은 주고 싶지 않습니다. 앞으로 3초안에 결정하 시죠. 하나, 둘, 셋." 우스베는 그렇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흐름을 타고 하나부터 셋 까지 바 로 세어 버렸다. 그 순간 나도 놀들도 다 놀라서 우스베를 바라보았다. "흐음." 우스베는 꽤나 의외라는 듯 눈 위의 새하얀 털, 아마도 눈썹같은 털을 치 켜들었다. "이런이런, 반응이 좀 느렸나? 죽여." 마치 밥 먹을 시간을 넘겼다고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말투다. 하지만 놀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우리들을 향해 덤벼들기 시작했다. 산비탈을 타 고 바위 위를 미끄러져 내려오는 모습은 마치 먹이를 향해 달려드는 늑대 떼를 연상시켰다. 우리가 먹이란 부분이 맘에 들지 않는군. "좋아." 나는 녀석들이 내려오는 것을 바라보면서 싸울 태세를 취했다. 하지만 200은 될 것 같은 괴물들을 상대로 싸운다니. 미친 짓이지? "이... 이런! 카이레스!" 렉스는 당황해 하면서 휴렐바드의 방패를 다루었다. 그러자 그의 몸 주위 로 둥그런 광막이 생겨났다. 물론 그래봐야 공안요원들도 막지 못한 렉스 다. 이 멤버로 200마리의 놀들을 당해낼 수 있을 리 없다. "크으!" "라크세즈!?" "기아스를 버텨내고 변신합니다! 비켜요!" 라크세즈는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그러자 은발이 화악 치솟아오르 며 빛이 그녀를 감쌌다. 곧 순식간에 그녀의 몸은 거대한 은룡으로 변했 다. 순간 달려오던 놀들이 기겁하기 시작했다. "키에에엑!" "흥!" 린드버그에 의해서 날개도 부러지고 했던 그녀인데, 아까전에 스스로에게 회복주문을 써뒀는지 그런 상처는 온데간데 없었다. 그녀는 몸을 틀며 다 가오는 놀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뒤는 우리가 맡아야 해!" 나는 그렇게 외치고 달려드는 놀들 사이로 뛰어들며 쉐도우 아머 어그레 시브를 걸었다. 하지만 놀들이 전체적으로 좀 뛰어난 놈들인지 금새 집단 전술로 응해왔다. "캬!" 일렬로 늘어선 놈들이 손도끼를 던져온 것이다. 게다가 샤먼같은 놈들이 마법이라도 걸어놨는지 도끼날에서 빛이 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건 피하고 파고들며 양팔로 놀들의 목을 쳐 날렸다. "흥. Unholy Smite!" 하지만 우스베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으악하는 비명이 들려왔다. 나는 꼬리를 휘둘러서 달라붙는 놈들을 떨구면서 우스베가 올라가 있는 바위를 기어올랐다. 일단 적장인 우스베를 잡지 않으면 이 많은 수의 적들을 상 대로는 승산이 없다. 우스베는 자존심이 강하니까 인질을 잡게 되더라도 나의 도전에 응해줄 것 같다. 확실하진 않지만. "흐음." 우스베는 바위를 기어 오르는 나를 보고도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지 일 행들을 보고 다시금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또 비명과 함께 뭔가가 나 가 떨어졌다. "은룡은 확실히 터프하군." "뭐! 이 더러운 놀이?!" 라크세즈는 놀의 피로 전신을 물들인 채로 근처에 다가오는 놀들을 쓸어 버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녀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다 땅바닥에 드러누 워 있는 걸로 보아 방금전 우스베가 시전한 마법으로 승부가 갈려버린 것 같다. 라크세즈만이 그나마 전력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지만 우스베가 마 법으로 그녀를 때려서 그런지 그녀도 잠깐 사이에 많은 부상을 입었다. "그렇다면 일단 마무리를 지어야겠군." 바위에 걸터앉아 있던 우스베는 나에게 시선한번 던지지 않다가 갑자기 일어나며 하늘에 손을 들었다. "Storm of Vengeance!" 그 순간 놀들이 깜짝 놀라서 허겁지겁 물러나기 시작했다. 우스베의 머리 위로 순식간에 검붉은 구름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저런! 모두 달아나!" 나는 그렇게 외치고 우스베에게 달려들었지만 우스베는 나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듯 주문만을 외웠다. 우스베의 몸 주위로 예리한 칼날들의 장벽 이 생겨났다. 하지만 나는 다급한 마음에 그 장벽을 무시하고 손을 집어 넣어 우스베를 쳤다. 그러나 그 공격은 이상하게 칼날까지만 들어갈뿐! 우스베의 몸 앞에 무슨 투명한 장막이 있는 것처럼 나를 밀어내었다. -퍼퍼퍽! "안돼요! 다들! 달아나요!" 그 순간 라크세즈가 그렇게 말하며 일행들에게 외쳤다. 하지만 이미 달아 날 힘을 잃은 것 같다! 놀들도 제대로 달아나지 못했는데 검붉은 구름이 우리들의 머리 위를 덮은 것이다. "위험해!" 라크세즈는 비명과 함께 그 몸으로 일행들의 위를 덮었다. 그 순간 그녀 의 위로 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이! 산의 비인가? 나는 붉은 비를 보곤 기막혀 했다. 쉐도우 아머로 보호하고 있지만 이 몸 위로도 치이익하고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정말 살갗 이 타는 것처럼 따끔거린다. "아아아악!" 나는 바위를 하나 집어들어서 머리 위를 막았다. 미처 산의 비를 피하지 못한 놀들은 그 비를 맞으면서 기괴한 비명과 함께 죽어가고 있었다. 그 러나 이 폭풍은 산의 비를 뿌리는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검은 구름으로 부터 갑자기 번개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이다. -꽈르르르릉! "제기랄!" 나는 순간 바위도 던져버리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칼날의 장벽으로 보호 받는 우스베는 이 폭풍의 영향을 받지 않는 듯 한자리에 서서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가 왠지 굉장히 얄미워서 이를 악물고 놈 에게 달려들었다. "이미. 당신은 내 적이 아닙니다. 카이레스 씨. 좀 조용히 죽어주시죠!" 우스베는 그렇게 말하고 팬텀 세이버를 뽑아들었다. 하지만 나는 대답대 신 손톱으로 녀석을 공격했다. 역시 칼날의 장벽을 뚫고 아슬아슬하게 공 격했지만 우스베의 노란 털 몇가닥만 잘랐을 뿐, 우스베는 가볍게 내 공 격을 피했다. "그 정도로는 당해줄 수 없군요!" "우스베!" 나는 우스베의 이름을 불렀지만, 어떻게 이놈을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각종 방어마법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는 우스베를 물리칠 방법이 있을까? "흥." 우스베는 나를 비웃고 팬텀 세이버를 휘둘렀다. 빠르고 정확하다. 나 역 시 강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우스베는 이전과 비교도 할수 없을 만큼 강해 졌다. "컥!" 우스베의 검이 쉐도우 아머를 찌르고 지나가자 마법과 검에 시달려서 그 런지 쉐도우 아머가 풀려버렸다! "윽! 뭐야? 이게 풀리다니!?" "죽으시죠!" 우스베는 그렇게 외치고 내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그 순간 다 크레전이 발동하면서 검이 나를 지나서 그냥 허공으로 빠져나갔다. "다크레전?!" "그래!" 나는 겨우 헛점이 드러난 우스베를 향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칼날의 장막을 뚫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놀들이 비명을 지르는게 들려왔 다. "쿠에에엑!" "거기까지. 산성비는 머리에 나쁘니 그만하시지. 이런이런. 바위도 부식 되잖아? 너희들 전원을 산림관리법 위반혐의로 즉결처분하겠다." 뭔가 동쪽 사투리가 진하게 섞인 서방공용어가 들려왔다. 나는 그 순간 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돌렸다. "호우류시!" "여어! 카이레스? 앗! 실버드래곤아냐?" 호우류시는 그걸 보고 예도위에 손을 얹고 앞으로 걸어왔다. 그가 이끌고 온 레인저들 사이에서 검푸른 머리칼의 소녀가 일어나서 우리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카이레스! 괜찮아?!" 역시 이 목소리는 디모나로군. 아마 그녀가 이 벨키서스 레인저들을 원군 으로 불러들인 것 같았다. 다행이다. "뭐야! 디모나! 어디가면 좀 간다고 알려주기나 해! 어디 갔는지 은근히 걱정 했었잖아!" "걱정마, 설마 내가 죽기야 하겠어?" "너가 안죽을 지 몰라도 우리는 뒤질 지경이라고."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라크세즈가 힘겹게 폭풍에 서 일행들을 지키고 있지만 그 모습을 보아하니 그렇게 오래 버틸 수 있 을 것 같지는 않다. "벨키서스 산맥에서 실버드래곤을 해하다니 무슨 만용인지 모르겠군." 호우류시는 알 수 없는 재질로 만들어진 장포를 바람에 펄럭이면서 우스 베를 바라보았다. "흐음. 당신들이 바로 벨키서스 레인저? 그리고 당신이 스트라이더?" "뭐 카이레스가 왜 저렇게 변했는지, 이 실버드래곤이 무슨 잘못을 했는 지는 모르겠지만 좀 적당히 해주시지. 산악관리법 위반인 건 사실이니까 말야." "...." "산악관리법 위반 벌금은 서큐버스 10명이다. 만약 에리네스나 드라이어 드가 있다면 8마리로도 계산이 가능하지. 그렇지 않다면 네놈의 추한 모 가지로 계산할 수밖에 없다. 수지는 안 맞지만 말야." "흠. 재미있는 분이시군요. 그 입담만큼의 실력이 있다면 좋겠지만 말입 니다." "좋지 않을걸. 내 실력의 유무를 궁금해하던 놈들은 대부분 안 좋은 결말 을 보고 말았으니까." 호우류시는 그렇게 말하고 왼손을 오른쪽 팔꿈치 안쪽에 댄 뒤 오른손을 칼자루에 얹었다. 그러자 우스베는 놀라워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그래도 저놈, 상당히 짐승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구나. 만약 아까 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면 호우류시가 쓰는 '원월元月'에 당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스베가 알았건, 아니면 찍었건 간에 우스베는 그 간격에서 아슬아슬하 게 목을 피하고 물러났다. 그러자 여덟 마리의 놀들이 우스배를 보호하기 위해 호우류시에게 달려들었다. "흥." 순간 검광이 번쩍이면서 여덟 마리의 놀들이 나란히 팔뚝이 잘려서 지면 을 구르기 시작했다. 열 여섯 개의 손목이 마치 뭍에 올라온 물고기처럼 펄떡이면서 선지피를 쏟아내었다. 호우류시는 오른손으로 발검과 동시에 팔꿈치에서 대기시키고 있던 왼손으로 칼자루를 틀어쥐면서 스냅을 주며 휘두른 것이다. 손목이 매우 단련되어있지 않으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기검이었다. 그 귀신같은 솜씨는 보고 있던 우스베도 감탄하게 했다. "이런! 역시 벨키서스 레인저는 강적이군요." "그 정도로 강적이랄 건 없지. 다음 것도 봐주게." 호우류시가 그렇게 말하자 그의 아들 호우엔핑이 비탈 아래에서 손을 들 었다. 그와 동시에 활시위가 튕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설마 산비탈 아래에서...." "꿰에에엑!" 우스베는 그렇게 비웃었다가 정확하게 쿼렐을 맞고 나가떨어지는 자신의 부하들을 보곤 입을 다물었다. 산비탈 아래에서 위로 쏴서 사람을 맞추는 것쯤 벨키서스 레인저는 곧잘 하는 기술인 것이다. "...." "뭐, 우리는 저 사람들을 구해야 하니까 긴말 않겠네. 마법을 풀어주지? 아니면 이 간격에서 한번 검을 섞어 볼까? 나야 좋지만." 호우류시는 그렇게 말하고 우스베를 바라보았다. 팬텀 세이버를 든 우스 베는 그런 호우류시를 보고 히죽 웃더니 몸을 틀었다. 역시 벨키서스 레 인저의 본거지에서 벨키서스 레인저와 싸우려고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알겠소. 그럼 내 아이들을 데리고 퇴각하겠소. 어차피 나는 이노그 님을 믿고 있으니까. 여기서 굳이 데일라잇을 빼앗지 않더라도 이노그님이 패 할 일은 없겠지." "...그런데 난 별로 신사적이지 못하거든?" 호우류시는 그렇게 말하더니 마악 돌아가려고 폼잡고 있는 우스베의 등짝 을 칼로 내리쳤다. 물론 칼날의 장막이 우스베를 보호하고 있지만 호우류 시가 발하는 예도는 휘두른다기 보다 차라리 발사라고 부르는 것이 적당 할 것이다. 매우 빠른 내려베기로 단숨에 방어막을 절단하고 들어가 우스 베의 피를 빨고 튀어나온 것이다. 정작 그런 속도와 파워에도 불구하고 몸으로부터의 거리가 멀어서 호우류시는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다. 저게 바로 호우류시의 '원월元月', 사정거리가 굉장히 길어서 앗하는 순간 당 해버리는 기술이다. "커헉! 이, 이런! 멍청한!" 그 순간 갑자기 눈앞의 우스베가 사라져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모 든 놀들도 한꺼번에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 처럼, 하지만 그 렇다고 환상주문이나 그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굉장한 놈들이군. 뭐 그런 놈들을 세치혀로 돌려보낸 나도 대단하지만." "...." 칼 뽑고 위협하는 게? 게다가 정말 한 대 쳤잖아?! 그게 어디가 세치혀였 냐? 나는 멍한 표정으로 호우류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호우류시는 칼을 칼집에 집어넣으면서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다들 무사한가?" "저는 괜찮은데...." 나는 라크세즈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폭풍이 사라지자 다시 몸을 일으키 더니 용의 상태에서 자신에게 회복주문을 썼다. 굉장히 강력한 치유마법 인지 극심하던 상처는 언제 다쳤냐는 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렇게 심한 부상을 입어놓고도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경면의 비늘을 유지하고 있는 게 아닌가? 왠지 회복마법을 마구 쓰는 게 팔마 교단이 추격해 오지 않을 까 걱정되는 군. "실버드래곤이군요! 아. 멋진데." 디모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다가왔다. 으음. 그런데 그러고 보니까 디 모나는 기아스에 걸린게 아니라 종속의 혈충인지 뭔지에 기생당한 거잖 아? "...." 나는 바본가? 라이오니아 왕국의 수호신으로 불리우는 세르파스라면 그런 것도 해결해줄 수 있을텐데. 그렇다고 이제와서 다시 찾아갈 수는 없다. 세르파스는 자기 자손도 100년간 금족령을 내려버릴 만큼 엄격하다. 그런 데 쫄래쫄래 걸어 들어가서 '저기요. 얘는 기아스가 아닌데요?' 라고 해 봐라. 으휴.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끔찍하다. "아?" 하지만 그때 위쪽에서 지팡이를 들고 비틀거리면서 린드버그 백작이 내려 오고 있었다. 역시 팔마의 세포 때문인지 죽지 않았군. 공안요원들도 그 렇지만 린드버그도 완전히 찢어놓고 끝장을 보기 전엔 죽지 않는 것 같았 다. 그렇게 맞아 놓고도 저렇게 걸어오다니. "린드버그! 젠장! 어이!" "그만두지 그래. 기아스야 세르파스의 스크롤로 푼다고 하더라도... 디모 나씨에게 종속의 혈충을 박아둔 건 기억하고 있나?" "...." 과연 디모나도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린드버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세 르파스의 손녀, 라크세즈는 그런 린드버그에게도 굴하지 않는지 린드버그 를 올려다보고 노호성을 내질렀다. "적당히 하시지 이 악당! 내가 악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보고 싶은 거냐? 이래뵈도 정의의 드래곤이라고!" "...." 저, 정의의 드래곤? 농담도 아주 과하게 하는 군. "충분히 봤소. 저항하는 것도 제법 강렬했고. 하지만...." "하지만?" 라크세즈는 그렇게 반문했다. 그러자 린드버그는 피식 웃었다. "증오는 아무 것도 낳지 못하오. 하하하하핫!" "...." 둘이 번갈아가면서 웃겨주는군. 뭐냐? '증오는 아무 것도 낳지 못하오?' 저 정의의 사도가 복수의 화신을 설득할 때나 쓸 것 같은 느끼한 소리는? 저걸 도대체 악당인 린드버그가 말하면 어쩌자는 거야? "흐음. 우스베를 물리다니 과연 벨키서스 레인저로군. 뭐 어쨌거나 지금 은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곤 나를 바라보았다. 마침 보디발 왕자와 펠리시 아, 메이파와 렉스등이 간신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당신들은 해고요. 이렇게 쓸모 없어서야. 쯧쯧쯧. 아무리 내가 마법 적 으로 강요해서 의욕이 안 난다고 한들 어떻게 그렇게 까지 무능할 수가 있소?" "뭐, 뭐라고? 네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냐?" 보디발 왕자는 기가 막혀서 린드버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린드버그는 딴청을 피웠다. "뭐 그건 그거고 당신들은 해고요,. 당신들에게 내 몸을 지키게 한다는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그것을 알게 해준 것만으로도 마연향의 가치 는 충분히 했으니. 기뻐하도록 하시오. 그럼 난 이만, 먼저 가서 세르파 스님에게 지팡이도 받았다고 해서 내 자리를 다져야 겠소. 천천히 걸어들 오시오. 하하하하핫!" 린드버그는 그렇게 외치고 우리들에게서 모습을 감췄다. 아니, 텔레포트 인가? "아 라크세즈. 혹시 텔레포트 쓸 줄 알아요?" "아뇨. 저는 텔레포트는 안 익혔는데요?" "...." 나는 그녀의 천진난만한 대답을 듣고 쓰러져 있는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린드버그는 아직 자신의 야욕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를 먼저 보내 도 되는 걸까? 물론 인간들끼리의 권력싸움보단 일단 이노그를 물리치는 게 중요하지만 과연 이렇게 되면 무엇을 위해서 싸우는 건지, 그것도 모 르겠다. < 다 음 화 에 > -------------------------------------------------------------------- 다음화 예고! 드디어. 모든 준비는 끝났다. 라이오니아 왕국의 존망을 걸고, 피할 수 없는 전투는 다가온다. 조디악 나이츠의 긍지를 지고... 신을 멸하는 검이 되라!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The Rogue! 그 25 화! Deicide! 격전의 끝에 얻어지는 것은? *********************************************************************** 왜 화 제목이 다 영어지? 나 영어 약한데.; 漫遊의 여왕 크로매틱 원~ 백수 여왕인건가. 漫遊가 아냐! 萬有라고!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5 화 : Deicide#1 ------------------------------------------------------------------------ 시간은 흐르고 인간은 쇠락했다. 다만 남은 것은 영웅들의 빈자리. 끝나 버린 옛 노래의 긴 여운. 그러나 악은 멸망하지 않았고, 우리도 멸망하기 엔 이르다. 무엇보다도 나는, 성기사도 아닌 주제에 홀리어벤저를 쓸 수 있다. 타락 한 기사 보디발 왕자는 사용하지 못하는 데일라잇을.... 이노그와 우스 베, 그들을 만났을 때 나는 저것들과 싸우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성검 을 찾은 것도 그걸 보디발 왕자에게 넘겨서 대신 싸우려 했던 것이지. 하 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 스스로 말하지 않았던가? '내 어깨에는 조디악 나이츠의 긍지가 걸려있다.' 팔마력 1548년 10월 5일. 린드버그 백작에게 정신없이 휘둘려진 우리들은 결국 린드버그에게 버려 져서 이곳, 벨키서스 산맥에 남겨졌다. 버려졌다니 어감이 좀 이상하군. 린드버그는 우리들을 놔두고 혼자서 마법으로 달아나 버렸다. 물론 현재 홀리어벤저 데일라잇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나밖에 없기 때문에 아무리 무 모한 린드버그라고 하더라도 우리들을 버려 둔 채 이노그에게 덤벼들지는 않을 것이다. 적어도 이 라이오니아 왕국 내에서 이노그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검은 단 두자루, 소드 블래스터와 미트라의 홀리어벤저, 데일라 잇 뿐이다. 하지만 린드버그가 먼저 간 것은 다른 의미에서 곤란하다. 녀 석은 무려, 수호신 세르파스를 만나고 무사히 살아 돌아왔을 뿐 아니라 지팡이까지 받아가지 않았던가? 그 정도만 있어도 녀석은 자기 기반을 단 단히 하고 공을 다 자기 걸로 돌려놓을 것이다. 이미 녀석의 얌체짓은 진 저리쳐질 정도로 실감했기 때문에 난 린드버그가 세상사람들을 다 바보로 만들어서 지배한다고 하더라도 믿을 거다. 그만큼 린드버그는 음흉하고 독랄하고 비열하고.... 이렇게 말하면 끝이 없다. "에이! 제길. 내가 왜 신경 쓰고 있냐! 공이야 어찌되건 나는 이노그만 물리치면 돼! 그 이상은 다 보디발 왕자가 알아서 할 일이지. 제길. "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가을은 산이 좋다지만 벨키서 스 산맥이 가을이라고 완만해지는 게 아니다. 산비탈은 험한 바위들과 낙 엽에 의해서 가려진 비탈길로 위험하게 되어있었다. 산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실족하기 딱 좋군. 뭐 하지만 나는 원래 벨키서스 레인저인데다가 윈드워커의 부츠도 있으니까. 폴짝폴짝 뛰면서 즐겁게 산을 내려갔다. 그 러자 뒤에서는 일행들의 곡소리가 들려왔다. "카....카이레스. 천천히 가자!" "그러니까 내리막길이라고 무턱대고 걷지 말랬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라크세즈와 디모나, 보디 발을 제외하곤 전부다 허덕이고 있었다. 라크세즈야 원래 드래곤이다 보 니까 무한의 체력을 가지고 있고 보디발도 마찬가지 입장, 디모나는 묘하 게 이곳저곳에서 노련미가 배어나온다. 다만 다른 일행들은 내리막길이라 고 무턱대고 터벅터벅 걷는 바람에 아마 무릎이 퉁퉁 부었을 것이다. 솔 직히 신경써서 걸을 만큼 길이 만만했던 것도 아니다. "카이레스. 좀 쉬었다 가자!" "아 상쾌한 날씨다. 완연한 가을이야." 나는 펠리시아 공주의 말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면서 그렇게 걸어갔다. 그 러자 디모나가 그런 나를 보고 말했다. "쉬어가지? 어차피 지금 걸어가 봐야 텔레포트로 날아간 린드버그를 추격 한다는 게 불가능하잖아. 그리고 린드버그 때문에 화나는 거야 이해하겠 는데 그건 우리들도 다 마찬가지니까...." 그래. 린드버그는 우리들을 멋지게 한방 먹이고 달아났다. 물론 실제로 때린 수를 생각해보면 내가 더 많지만 녀석은 팔마 스폰이라서 어차피 죽 지 않는다. 어쨌거나 디모나에게는 좀 미안하군. 다른 동료들의 기아스는 세르파스의 스크롤로 전부, 심지어 라크세즈까지 다 풀었건만(그래도 세 르파스가 써준 스크롤은 아직 남아있었다. 앞으로 기아스 열 번은 더 풀 만큼의 힘이 남아있다고 하니 대단하다.) 디모나는 기아스에 걸린 게 아 니라 종속의 혈충이란 이상한 마법적인 기생충에 감염되어있었다. 그렇다 면 나보다 그녀가 화가 나고, 왠지 정신적으로 불안할 것 같은데. 그럼에 도 불구하고 그녀는 침착하게 있지 않은가?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린 소녀 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침착한 반응이다. 아 왠지 너무 능숙해. 처녀가 아 닌 것 같아.(?)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만유(漫遊)를 즐기긴 안 좋은 시국이잖아. 시국 이 어느 지경인데 그런 편안한 생각을 하는 거야? 응?" 쳇. 너무 노련하다고. 디모나. 나는 너를 못 믿겠어. 너를 만나고 알면 알수록 더더욱 너를 모르는 것 같아. "시국... 카이레스가 그런 말도 할 줄 아네?"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놀라는 시늉을 지었다. 젠장. 언제나 그런식이 지. 나는 대신 라크세즈를 돌아보고 물어보았다. "아 저기 라크세즈." "라키라고 부르라고 했잖아요. 왜요?" "라키는 별로 부르기 안 좋은 이름이야. 저 그거 텔레포트는 못하더라도 용으로 변해서 우리를 태우면...." "꺄악." 그 순간 라크세즈가 비명을 질렀다. 나는 왜 그러나 싶어서 멍하니 그녀 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면서 자기 볼을 잡고 부비부비 비비꼬기 시작했다. "아잉. 처녀 위에 올라타겠다니 그 무슨 발칙한 소리람. 부끄러워." "...." 하아.... 나는 뇌 속이 깨끗하게 청소되는 걸 느끼면서 청량한 공기를 폐 속 가득히 들이 마셨다. 그러자 라크세즈는 윙크를 하면서 말했다. "농담이에요. 저는 그렇게 크지 않으니까 등에 매달려서 올 수 있는 사람 이 많지 않을 걸요? 게다가 돌풍이라도 불면, 떨어질텐데?" "인피니티 로프가 있으니까 뭔가 매달릴걸 만들면 되지 않을까?" "날기에는 좀 무거운 데...." 그녀는 그렇게 투덜거렸지만 곧 주위에서 나무를 골라보기 시작했다. "나무를 좀 베야 겠군요." "예." "넥서룬의 용기, 영망(令望)의 검이 된다. Spiritual Brand." 라크세즈는 낭랑한 목소리로 주문을 영창했다. 그러자 라크세즈의 손위에 반투명한 청광(淸光)의 신월도가 나타났다. 저 마법은 신성마법일텐데 아 직도 제대로 작동을 하고 있다니 넥서룬이 멸망한 신이란 이야기는 거짓 인가? 나는 그런 의문을 품고 라크세즈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잭이 내 옆 구리를 푹 찔렀다. "...윽." "야. 드래곤에 반했냐?" "뭐 이쁜건 사실이잖아요. 그리고 그런게 아니라." "...너 말야. 아니 됐다. 내가 이런 말 해서 뭐하냐. 알아서 해라. 이 쌍 것아." "고맙습니다. 그려." 나는 그렇게 답하고 라크세즈를 바라보았다. 라크세즈는 빛나는 검을 소 환한 뒤 우리들에게 우아하게 절을 했다. 마치 사람들앞에서 서커스를 하 는 극단의 얼굴마담(?)이 인사를 하는 것처럼, 정중하면서도 쇼맨쉽이 배 어나는 그런 인사였다. 벨키서스 산맥에 처박혀서 살았다면 저런 건 또 어디서 배웠을까? 내가 그런 의문을 품는 사이 라크세즈는 검을 잡더니 아름드리 전나무를 후려쳤다. -짝! 단 일격에 나무는 깨끗하게 끊어졌다. 전나무처럼 단단한 나무를 이렇게 쉽게 끊다니. 드래곤이라곤 하지만 정말 믿어지지가 않는 군. 그녀는 그 렇게 자른 나무를 손질하려는지 신월도를 던졌다. 신월돈ㄴ 그녀의 손에 서 떨어졌는데도 마치 누군가가 조종하는 것처럼, 아니 들고 휘두르는 것 처럼 허공에서 빙글빙글돌며 나무의 잔가지를 치고 손질을 하기 시작했 다. 그뿐 아니라 곧 칼집을 내더니 마치 목공소의 판자들처럼 제대로 제 재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산속에서 나무를 자른 뒤 바로 판자로 가공 하는 것이다. 전에 마커스의 통나무집을 보고 판자집을 짓는 건 쓸데없이 일을 많이 늘린다고 한 적이 있는데 라크세즈가 하자 그 작업이 매우 빨 리 끝나버렸다. "왜 굳이 판자를?" "그야 그렇지 않으면 나무를 여러개 베야 하니까요." "모습만 엘프를 취한게 아니라 사상도 비슷한가요?" "아뇨. 그보다는 그걸 들고 날아야 할 내가 무겁기 때문이죠." "...." 그런건가? 하긴 엘프도 나무를 아낀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가 본 엘 프가 캐스윈드나 킷 밖에 없으니까 일반화시키기 안 좋지만. 라크세즈는 그 스피리추얼 브랜드를 날려 나무를 다듬는 그 작업을 계속 반복했다. 그렇게 밥한끼 먹을 시간정도가 지나자 어느덧 나무로 틀을 짠 뗏목같은 것이 만들어져 있었다. 음. 멋진데. 마치 목수가 만든 것 처럼 판자의 옆 에 홈이 파여서 판자끼리 맞물려져 있었다. 이렇게 되면 접착제나 못이 필요없지. 하지만 공중에 들릴걸 생각해서 로프로 보강을 하자. 나는 그 판자들을 인피니티 로프로 매서 묶은 뒤 그렇게 묶인 상태 그대로 인피니 티 로프를 꼬아서 라크세즈가 들고 가기 편하도록 만들려 했다. 하지만 너무 복잡한 구조인데다가 인피니티 로프는 왠지 자르기가 께름직해서 안 자르고 한번에 만들려고 하다보니 머리속이 꼬이는 느낌을 받았다. "카이레스. 줘봐. 내가 할게." "너도 지친 것 같은데 쉬고있지 그래?" 나는 나와 라크세즈가 그걸 만드는 동안 바위와 나무이 기대어 앉아서 쉬 고있는 일행들을 가리켰다. 그러나 디모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문제가 아니라 너를 그대로 놔두면 오늘 여기서 야영해야 할 것 같 아서 하겠다는 거야. 어쨌거나 일이 빨리 끝나면 좋잖아. 안그래?"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내가 실패한 로프 꼬기를 이어서 바로 큼직한 그 물같은 것을 만들어내었다. 마치 거대한 안전그물이 보자기처럼 펼쳐지 고, 그위에 이 나무판자를 얹은 뒤 입구를 봉한 것 같은 모습이다. 일단 이렇게 입구를 봉한 뒤 그 부분을 라크세즈가 잡고 난다면 생긴 건 이래 도 제법 안전하게 날수 있을 것이다. "이 정도는 해야지 카이레스. 간단한 뜨개질 비슷한 거야. 카이레스도 로 프 매듭은 잘 만들잖아. 레인저니까. 다만 응용을 좀 하면 되는데." "알았어. 내가 잘못했다. 매우.... 뭐 나중에 연습하게 해줘. 상냥하게 가르쳐 주면 고맙지." 나는 그렇게 말한 뒤 나무판자 위에 올라섰다. 으음. 역시 건조시키지 않 은 생나무를 바로 베어서 그런가? 아무리 홈을 짜고 그래도 좀 시간이 지 나자 어색한 느낌이 든다. 뭐 이거 평생 써먹을 물건도 아니고 잠깐만 쓸 거니까 괜찮겠지? 그러나 내 표정을 본 일행들은 내 표정을 보자 마음이 불안한지 질문을 던져왔다. "이거 괜찮은 거야?"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으니까 다들 걸어와라. 어때? 이렇게 말해야 알 아듣겠어? 애 투정도 정도 것이지. 다들 적당히 못해? 얼른 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일행들은 다들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잭은 내가 신경질을 내는 걸 보자 상당히 거북한지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카, 카이레스. 왜 그래? 너무 신경질 적이야. 너 답지 않아." "짜증나서 그런다. 좀 다들 생각 좀 해라. 안전을 생각했으면 걸어가자는 거야 뭐냐? 만드는 작업을 하기 전에 했어야지 다 만들고 나서 말하면 지 금 다 버리고 그냥 갈까? 그리고 그런 게 아니더라도, 아 그래. 펠리시아 공주야 공주고 보디발 왕자야 왕자니까 그렇다 치자. 모험가 물 꽤나 먹 은 너희들은 좀 투덜대지 마. 갑자기 다들 애라도 됐어?" "...." "뭐해! 얼른 들어가! 만약 셋 셀 때 까지 안 타면 여기 남겨두고 간다! 벨키서스 레인저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으니까 혹시 순찰중이던 놈들에 게 잡혀서 이상한 짓을 당해도 나는 모른다!" 내가 그렇게 성질을 부리자 다들, 심지어 펠리시아 공주마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공중뗏목(?)위로 걸어 올라갔다. "멋진 플라잉 케이지네. 내가 만들었지만 말야."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안은 생나무를 잘라서 밑 바닥을 만든 탓인지 나무진이 배어 나와서 미끌거리고 있었다. "나무진 때문에 앉아있을 수가 없잖아?" "싫어도 앉게 될걸? 날다보면 흔들릴테니까." 나는 렉스에게 그렇게 말한 뒤 주먹을 쥐었다. "나무진 따위에 신경 쓰고 모험가라고 할 수 있어?" "어, 카이레스 오빠. 갑자기..." 메이파는 그렇게 말하고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윽 이런. 역시 메 이파가 저렇게 쳐다보니까 가슴이 철렁한다. 내가 너무 심하게 굴었나? 하긴 그 동안 일행들에게 무시당하고 그런 여러 가지 원인을 들수있겠지 만 지금 일행들에게 이렇게 신경질을 내는 것은 최근 린드버그에게 당한 게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건 우리 동료들 모두가 마찬가지란 말이지. 다들 린드버그에게 당했잖아? "하지만 누구누구씨는 트롤의 머릿기름 조금을 갑옷 위에 발랐다고 성화 를 부렸는걸?" 디모나는 이전에 마커스를 만나러 갔을 때 있었던 일을 가지고 나에게 핀 잔을 주었다. "불편을 감수해야 할 때와 단지 누군가에게 놀림받을 때는 구별했으면 좋 겠어...." "자자 조용히 해요. 나 변신할 거니까." 라크세즈는 그렇게 말하곤 우리들을 확인해본 뒤 등을 돌렸다. 그러자 긴 은발이 바람도 없는 데 휘날리기 시작했다. 으음. 멋지다. 원래는 거대한 드래곤이면서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로 변신하다니. 드래곤이란 족속도 꽤 나 외모를 따지나 보다. 어쨌거나 라크세즈는 실버드래곤의 본모습으로 돌아와서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라크세즈. 발진합니다." "...." 그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우리들이 타고 있는 안전그물의 끝을 잡고 날아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엔 있는 힘껏 지면을 발로 구르더니 우리를 들고 도약한다. 순간 로프가 마치 채찍처럼 팽하고 튕기는 게 속이 뒤집힌다. "으엑!" "웩!" 일행들은 서 있다가 갑자기 상하로 크게 흔들리자 그렇게 품위없는 비명 을 질렀다. "...." "라크세즈?" 하지만 라크세즈도 날려고 굉장히 힘들어하는 것 같군. 그러고 보면 우리 들 무게가 꽤 나가지. "마, 말시키지 말아요. 날기 힘드니까!" 라크세즈는 그렇게 대답하곤 간신히 날아올랐다. 좀 무리하는 건가? 어쨌 건 그녀는 벨키서스 산맥의 산비탈로 날개를 펼치고 상승기류를 탄채 날 기 시작했다. 확실히 라크세즈로서는 우리들 전부를 들고 나는 것이 굉장 히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들이 걷는 것과는 비할 수 없이 빠른 속력이다. "아아! 바람이!" 일행들은 라크세즈가 날면서 우리들 앞으로 불어오는 바람을 피해 등을 돌렸다. 나 역시 고개를 돌려서 우리가 방금 떠난 벨키서스 산맥을 바라 보았다. 가을의 하늘, 잘 닦아둔 터키석처럼 아름다운 코발트 블루로 반 짝이는 하늘이 회백색의 산맥과 맞닿아 있었다. 시리고 맑은 바람이 내 붉은 머리칼을 흩날려 시야의 좌우를 차단했다. 내가 살던 곳이지만 이렇 게 멋있을 줄이야. 역시... 진정한 아름다움은 잃어버렸을 때야 발견이 되는 것 같다. 잃어버려야만... 비로소. 쳇, 내가 뭔 궁상이람. 잃어버린 게 아니라 나 스스로 버린 것이다. 뒤돌아보기엔 아직, 반년정도가 지났 을 뿐이다. 반년사이에 겪은 일치고는 참 파란만장하지만. "으음. 우리가 드래곤에 이런 식으로 탑승하게 될 줄은 몰랐다." 나는 경치를 바라보고 있다가 시노이의 말을 들었다. 하긴, 일반적인 인 간이라면 하늘을 난다는 이 감각을 느끼지 못하겠지? 강한 바람, 차가운 공기, 그리고 작게 보이는 지면들. 탁 트인 시야는 코발트 블루의 침범을 받아, 마치 내 시신경에 각인 된게 아닐까 싶을 만큼 아름다운 하늘, 무 한의 깊이를 가진 코발트 블루, 모든 게 경이롭다. 드래곤들은 매번 이런 걸 볼수 있다니, 그들도 이걸 잃어버리지 않는 한,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 하는 것일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시노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시노 이에게는 하늘을 난다는 경의나 감동보다는 고소 공포증이 더 우선한 것 같았다. 죽을둥 살둥 로프를 잡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때 라크세즈가 고 음과 저음이 섞인 드래곤 특유의 이상한 말소리로 우리들에게 경고했다. "에어 포켓." 순간 우리가 매달려 있는 이 케이지가 휘청 하고 흔들렸다. "으아아악!" "...." "다들 줄 꽉 잡아." 으음. 라크세즈, 저거 일부러 한 건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앞쪽을 바 라보았다. 그렇지만 그때 라크세즈가 투덜거리는 게 들려왔다. "인세에 나가자 마자 화려한 데뷔를 하는 군요. 뭐 세상을 구경 못한 건 아니지만 당신들처럼 짧은 수명의 모탈들이 어째서 이렇게 많은 적들을 몰고 올 수 있나요?" "뜬금 없이 무슨 소리지?" 나는 라크세즈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는 사이에도 우리가 매달린 로프 케 이지는 계속 흔들렸다. 나야 로프를 잡고 버티고 있지만 펠리시아는 그러 지 못하고 앞으로 쏠리면서 나에게 날아들었다. 그러나 나는 갑옷을 입고 있는 그녀를 한 팔로 잡아서 고정하고 다시 라크세즈를 바라보았다. "블랙 드래곤이 다가 오고 있어요. 저보다 훨씬 나이를 많이 먹은, 강력 한 드래곤이군요. 제가 세르파스의 자손임을 알 텐데도 공격해온다는 건 아마 당신들이 원한을 샀기 때문이겠죠?" "...." 윌카스트인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곤 바닥을 내려다 보았다. 푸르른 초 원이 눈앞에 벽처럼 세워져 있는게 보인다. 케이지가 너무 심하게 흔들려 서 그렇다. 음. 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상보다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 지. 일단 왠 농가의 헛간이 손톱만하게 보인다면 이거 엄청난 고도다. 이 높이에서, 우리들을 매달고 라크세즈가 싸운다면 절대 윌카스트를 이기지 못하리라. 원래 실버드래곤이 우수한 종족이라지만 그래도 블랙 드래곤 윌카스트는 많은 나이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세르파스의 손녀에 지나지 않는 라크세즈가 과연 윌카스트를 짐을 매단채 이길수 있을 까? 아니 이 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니라 우리들이 죽는게 문제다. "라크세즈? 어디서 날아오는 거야?" "북쪽이요. 잘 보면 보일 거에요. 당신에게는." 라크세즈는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북쪽에서 날아온다면 윌카스트가 맞겠 지? "제길! 모두들 조심해! 블랙 드래곤 윌카스트가 온다!" "윌카스트?!" 순간 일행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일단 제대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이 도 없는 실정이다. "아 괜찮아. 진정해. 일단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멀리 있잖아. 우리들을 땅에 내려 두면...." 나는 그렇게 일행들을 안심시키고 뒤를 돌아보았다. 북서쪽의 하늘로부터 검은 점 하나가 점점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게 보였다. 아마 저것이 바 로 윌카스트일 것이다. 젠장. 도대체 어떻게 저놈이 우리들이 있는 곳을 알아챈 거지? 우스베가 가르쳐 주기라도 했나? 아니 우스베만이 아닐수도 있다. 어쩌면 그 빌어먹을 린드버그랑 한패일지도, 어쨌거나 설마 그냥 단순히 비행을 하고 있는 건 아닐테니 대처를 해야 겠지? 나는 그렇게 생 각하고 목청껏 라크세즈에게 말했다. "라크세즈! 일단 우리를 좀 내려놔요! 이대로는 전멸당해!" "알았어요!" 라크세즈는 그렇게 대답하고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앞에 서 섬광이 터졌다. "우아아악!" 일행들은 갑자기 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광량에 버티지 못하고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나는 그 빛속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나는 것을 지켜보 고 있었다. 너무 밝아서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느낌을 받았지만 나는 눈 한번 깜빡이지 못하고 그걸 바라보았다. 마치 빛으로부터 어둠이 태어나 는 것 같은 장면이랄까? 새카만 비늘로 가을의 태양 빛을 반사하는 블랙 드래곤이 마법의 빛으로부터 나타나는 부분은 정녕 멋있었다. 그 후에 벌 어질 일이 나를 걱정시키지만 말이다. 왜 윌카스트가 여기 있는 거야 도 대체! "근거리 공간 도약인가?!" 라크세즈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잽싸게 선회하강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블랙드래곤 윌카스트는 특유의 새디즘한 광소를 터뜨리며 우리들을 추격 했다. "어딜 가시나! 귀여운 실버드래곤 아가씨?! 후후후후후." "천박하다! 이 비열한 블랙 드래곤!" 라크세즈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 순간 윌카스트가 뭔가 부글부글 끓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브레스를 뿜으려는 건가? "젠장! 렉스! 방패쳐!" "그렇지만!" "빨리 해!" 나는 그렇게 말하고 다크레전을 펼쳤다. 스트라포트 경이 옛날에 말한걸 로는 이걸로 몸을 완전히 감싸고 심지어 자기 말이나 와이번도 감쌀수 있 다고 했겠다? 어디 얼마나 효과가 좋은가 믿어볼까? "나머지 사람들은 이거 덮고 있어!" 나는 그렇게 외치곤 디모나에게 다크레전을 건네 주었다. 그러자 디모나 가 나를 바라보고 놀라서 외쳤다. "카이레스는?!" "나야 쉐도우 아머로 버틸수 있어!" 그러는 사이에 벌써 윌카스트는 라크세즈의 뒤를 따라오며 브레스를 뿜었 다. 꽤 먼 거리에서부터 브레스를 뿜었지만 그가 내뿜은 산성의 액체는 마치 거대한 액체의 창처럼 날아오고 있었다. "뭐야! 저건!" "산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쉐도우 디펜더로 방어자세를 취했다. 다른 일행들은 어렵사리 다크레전으로 피신해 있고 렉스는 내 옆에서 휴렐바드의 방패로 장벽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때.... "으악!" 라크세즈가 회피동작을 한 탓일까? 케이지가 크게 좌우로 요동을 치기 시 작했다. 마치 뒤집어지는 배위에 탄 느낌이랄까? 그 덕분에 장벽을 치고 있던 렉스가 균형을 잃고 내게 날아와 쉐도우 디펜더에 충돌했다. -바지지직! "이런!" 휴렐바드의 방패와 쉐도우 아머가 서로 반발을 일으켜버렸다. "꺄아아악!" 라크세즈는 그렇게 회피를 했지만 윌카스트가 내뿜은 산성의 액체줄기는 마치 거대한 백색의 창처럼 직선으로 날아와 우리를 매달고 있는 케이지 를 적중시켰다. 다행이라고 할 만한 점은 상하좌우로 요동을 치는 바람에 우리들에게 직격되진 않고 나무판에 맞았다는 것이다. 다행이긴 한데 발 밑이 다 녹아버리니 불안하군. 실제로 잭은 발밑이 빠져서 다리가 밑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으아아악! 뜨거워! 크윽!" -쉬이이익! 잭의 허벅지쪽에서 김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역시 산이 아직도 남아있 구나. 우리가 매달린 이 땟목 사이에 균열과 구멍이 생기면서 새하얀 김 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뿐 아니라 맞는 순간 안개 같은 산성 액체가 튀 면서 로프에도 꽤 많은 양이 튀었다. 일반 로프라면 단번에 부식되어서 끊어졌을 테지만 인피니티 로프라 그런지 꽤 버텼다. 하지만 여기저기서 부식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런 제기랄! 끊어졌어 이쪽!" "괜찮아! 아직은 버텨!" 내가 그렇게 말했지만 선 하나가 끊어지자 우리들 모두가 진자처럼 흔들 리기 시작했다. 역시 이 계획은 너무 무리였나? 다른 드래곤은 세르파스 때문에 라크세즈를 건드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윌카스트 저놈은 부담이 없군! 아니면 여전히 라크세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그저 노 리는 것은 우리들? "라크세즈!" "....왜요?!" "안되겠다. 그냥 던져버려!" 내가 그렇게 외치자 그 순간 일행들이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뭘 던지라는 거죠?" "우리들." "야 카이레스?!" 보디발 왕자는 당황해 하면서 나에게 외쳤다. 나는 그때 보디발 왕자의 팔목을 잡아당겼다. "우린 상관없어! 일행들은 내가 책임질테니까 우릴 놓고 자유롭게 싸워!" "뭐 훨씬 낫기는 하겠지만 상대는 블랙 드래곤 그레이트웜! 저같이 어린 용은 상대하기 버거워요! 꺄악!" 라크세즈는 비명을 질렀다. 윌카스트가 마법을 써서 그녀를 뒤에서 공격 한 것이다. 다행이 마법저항이 막아준 것 같지만 윌카스트의 마력이 강해 서 그런지 뚫리는 게 일도 아닐 것 같다. 지금의 경우는 운이 좋아서 마 법을 막아낸 것 같지만 과연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까? "달아나더라도 버리는 게 낫잖아! 나를 믿어!" "...." 그 순간 디모나가 조용히 투덜거리는 게 들려왔다. "어딜 보고 믿으란 거야?" "대체 못 믿을건 또 뭔데?" "좋아요! 믿죠!" 라크세즈는 그렇게 말하고 로프의 틈 사이에 끼워둔 발가락을 풀었다. 그 러자 퍽 하고 밧줄이 풀리며 우리들은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 계 속 > -------------------------------------------------------------------- 그럼 이번엔 인기 폭발의 라크세즈 양의 비밀을 알아볼까요? -_-; 그녀는 마법사 마법은 소서러 로서 사용합니다. 소서러는 하루에 쓰는 주문이 마 법사보다 더 많고 메모라이즈가 필요없는 대신 아무리 레벨이 올라가도 한 레벨 당 사용할 수 있는 주문이 세 개쯤으로 제한되죠. 주문을 지식으 로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체득하기 때문에 많은 종류를 배울수 없는 것인 데다가 라크세즈는 의외로 나이가 어려서 5레벨 주문인 텔레포트를 익히 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죠. 하지만 라크세즈는 무려, 드래곤인 주제에 프 리스티스인 겁니다! 아무리 잘난 전설의 영웅도 HP150넘기기 간당간당한 데 드래곤은 가볍게 600넘어갑니다.(물론 라크세즈는 어려서 그정도는 아 니다.) 그런데 그런 놈이 힐Heal같은 전쾌주문을 쓴다면? 상상을 초월하 죠. 게다가 주문은 좀 많이 쓰나. 제가 드래곤으로 플레이 했을때는 소서 러였는데 주문을 다 써서 떨어진 적이 한번도 없었다는. 원체 능력치들이 높아서 보너스 스펠만도 엄청나니까요.-_-; *********************************************************************** 으음. 요새 왜이렇게 글이 잘 안서지지? 휴. 할 일도 미치도록 많구만 골치 아프네! 또 휴학이나 할까....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5 화 : Deicide#2 ------------------------------------------------------------------------ 팔마력 1548년 10월 5일 "카이레스 무슨 생각이냐?!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살아남지 못해!" 보디발 왕자는 얼마 남지도 않은 지면을 보고 놀라서 그렇게 외쳤다. 가 을의 푸르른 초원이 눈앞으로 달려드는 폼을 보자니 아름답다기 보단 심 란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긴 하는군. 저런데 뛰어내린다는 건 보통 정신을 가지곤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보디발 왕자를 잡고 우선 옆으로 뛰어내렸다. "나는 살아남을 수 있어요! 당신이 나를 형제로 생각한다면! 이번만이라 도 날 믿어요. 형을 죽이려는 동생이 세상에 어디있겠어!?" 나는 그렇게 외치고 보디발 왕자와 함께 뛰어내렸다. 그러자 보디발 왕자 는 당황스러워 하면서도 외쳤다. "나...!" "...." 음 하긴 브래들리 4세라면 나라도 죽이고 싶겠지. 그건 동의한다. 그렇지 만 남이 멋진 말을 좀 하려고 하는데 김을 빼는 게 무슨 매너냐?! 어쨌건 보디발 왕자가 브래들리 4세를 죽이고 싶어하건 말건 나와 그는 벌써 뛰 어내렸다. 그러나 우리도 떨어지고 케이지도 같이 떨어지는 마당에 우리 가 케이지에서 뛰어내린다고 해서 케이지 보다 더빨리 떨어지는게 아니지 않는가? "꽉 잡아요!" 나는 보디발 왕자를 단단히 틀어잡은 뒤 몸을 회전시켜서 윌카스트의 브 레스에 너덜너덜해진 뗏목을 박차고 밑으로 뛰며 윈드워커의 부츠를 분사 시켰다. 그리고 다시 일회전 해서 재 분사로 무사히 착지했다. 옛날에는 드는 것만으로도 허덕일 만큼 무거운 보디발 왕자를 매달고 이런 짓을 할 수 있다니 내가 힘이 세지 긴 많이 세졌군. 나는 일단 그렇게 데려온 보 디발 왕자를 세워 놓은 뒤 떨어지는 뗏목을 잡기 위해 쉐도우 아머를 내 몸에 씌웠다. 그리곤 보디발 왕자에게 말했다. "이제 떨어지는 걸 받는 거에요!" "....너 미쳤지?" 보디발 왕자는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하긴 단 둘이서 저 큼직한 것을 받자니 나도 왠지 내가 미친 것 같더라고. 제정신인 놈이 생각할 방법이 아니지, 그러나 그대로 하늘에서 날아다니면서 윌카스트의 일방적인 공격 을 받는 것보다는 이렇게 하는 것이 훨씬 낫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당하느니 도박이라도 한번해보는게 낫지 않은가! "큭큭!" 나는 대답대신 씨익 웃어보였다. 이거면 충분한 답이 되겠지? 게다가 그 다지 미친것도 아니라고. 나와 보디발 왕자는 엄밀히 말하자면 인간이 아 니지 않는가? 그 괴력 뒀다가 어디다 써먹냐? 이런데 써야지. 어쨌거나 다행인 건 우리가 내려선 곳이 산지가 아니라 초원이란 것. 적어도 걸려 넘어질 염려는... 그런데 저게 왜 그러지? 나는 하늘에서 팔랑거리며 천 천히 내려오는 뗏목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보디발 왕자도 그걸 보 고 나에게 중얼거렸다. "좀 천천히 떨어지는데?" "굉장히 천천히 떨어지는데요?" 윌카스트의 브레스를 비껴 맞고 너덜너덜해진 케이지가 천천히 하강하고 있었다. 아마 마법을 걸어서 추락속도를 늦춘 것 같았다. 젠장 저런 게 있으면 빨리 쓸 것이지 괜히 나만 뛰어내려서 혼자 별 짓을 다한 거 아 냐? 아마 이 마법을 걸었을 장본인으로 보이는 디모나가 그 위에서 우리 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윌 카스트에게 습격을 당한 것 치곤 묘하게 긴장감이 없군. 하지만 마악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머리위로 부터 강한 바람이 덮쳐왔다. "으읏!" 그곳에서는 윌 카스트가 홰를 치며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전에 내 몸을 빌린 스트라포트 경이 싸울 때도 저놈에게 매우 많이 맞아서 너덜너 덜하게 당했었는데 이제 내가 직접 대면해보니 정말 살 떨리게 무서운 놈 이다. 보는 것만으로도 무섭다고 해야하나? 만약 동료들이 없다면 바로 달아나고 싶었을 것이다. 어지간한 성벽보다 훨씬 더 큰 키를 가지고 있 는 새카만 비늘의 드래곤을 보니 어디부터 공격해야 할지, 아니 '내가 지 금 저놈을 상대해야 하는 가' 하는 의문부터 든다. 이런놈과 단신으로 싸 워서, 한방에 보내버린 스트라포트 경의 무위(武威)는 차라리 존경스럽 다. 어쨌건 저놈이 날개를 펼치니까 거의 하늘을 덮고, 지면으론 바람이 너무 거세게 불어서 눈도 뜨기 힘들다. "크윽! 뭐 저, 저런 괴물이. 카이레스. 너, 너는." 보디발 왕자는 당황해하고 있었다. 게다가 자기가 당황해 하고 있는데 내 가 묘하게 침착한 것을 보고 더더욱 당황해 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도 윌카스트는 차분하게 호버링(Hovering)하면서 우리들의 수를 파악하고 있었다. 젠장. 저렇게 날아다니면 건드릴 방법이 없잖아? 이대로라면 일 방적으로 당하기만 할 뿐이다. 라크세즈에게만 맡길 수도 없고. 도대체 저 드래곤은 어떻게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았는지. "자 그러면 시작해 볼까?" 윌카스트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사악한 느낌이 풀풀 풍기는 녹색 눈동자를 번뜩였다. 검은 피부 속에 박힌 눈동자가 내 위를 훑고 지나갈 때는 마치 뱀 앞에 선 개구리가 된 것처럼 바짝 얼어버렸다. 젠장. 예전에 한번 스 트라포트 경에게 맞아서 복수심에 불타오를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달리 굉 장히 냉철한데? 드래곤의 프라이드는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아무리 프라이 드가 강해도 일단 사태를 냉정히 파악하고 본다는 건가? "그럼 각오하시지 인간들! 내 취미를 알고 있는 놈이라면 너희들의 미래 가 꽤나 즐거울 것이란 걸 알테지?" 취미라. 그거를 말하는 건가? "뭐? 전에는 한방에 나가떨어져서 죽은체 하고 있다가 달아난 게. 꿈도 야무지시군." 나는 일부러 윌카스트를 도발했다. 스트라포트 경에게 쓰러진 것은 저 블 랙드래곤에게 있어서 크나큰 치욕일 것이다. 저 위에 있는 놈에게 들릴지 어떨지 모를 소리로 작게 말한 거지만 윌카스트는 귀가 좋은지 그 거리에 서도 내 말을 듣고 대답해주었다. "웃기는 군. 애송이. 그때의 너는 스트라포트 윌라콘 경이 아니었나? 유 령의 힘을 빌어 거둔 승리를 제것인양 여기다니 네놈은 수치란 것을 모르 는 긍지없는 벌레로구나. 스트라포트가 없는 이제와서 나에게 허세 떨어 봐야 남는 건 죽음밖에 없다. 아니. 말은 그만하도록 하지. 나도 좀 흥분 을 하니 말이 많아지는 군 그래." 젠장. 도발을 한 내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좀 더 흥분하면 안되냐? 윌카스 트는 내 도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에서 나폴거리며 떨어지고 있는 뗏목을 향해 브레스를 뿜었다. 공중에서 나풀거리는 목표라니! 저건 막을 방법도 피할 방법도 없다. 그렇게 완전히 노출된 로프케이지를 향해 거센 산의 줄기가 날아간다! "으아악!" 그러나 그렇게 산성 브레스가 직격 될 순간 갑자기 검은 망토가 ? 펼쳐 지면서 놀랍게도 그들이 있는 뗏목 전부를 덮어버렸다. 그리고 드래곤 브 레스는 그 망토를 투과해서 바로 뒤쪽으로 일직선으로 날아가 버렸다. 디 모나가 내 다크 레전을 이용해서 브레스를 피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저 다크레전이 저 만큼의 부피를 다 방어할 수 있다니! 아무리 와이번까지 감쌀 수 있는 마법의 보물이라지만 굉장한 성능이잖아? 하지만 윌카스트 는 자신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간 것을 한탄하기 보단 철저하게 뗏목을 공 격하기로 작정했는지 앞으로 날며 뗏목을 직접 공격하려 했다. 젠장. 강 력한 힘을 가진 드래곤이면서 철두철미하기까지 하다니! "안돼!" 그때 라크세즈가 그런 윌카스트를 막으려고 사이에 끼어 들었다. -콰아아아아! 라크세즈는 입에서 브레스를 뿜어서 윌카스트에게 공격을 가했다. 라크세 즈의 입으로부터 눈보라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다. 실버드래곤의 프리징 브레스(Freezing Breath), 그러나 왠지 윌카스트의 브레스웨폰에 비하면 훨씬 초라해 보인다. 라크세즈가 윌카스트에 비해서 너무 작아서 그 브레 스웨폰의 크기에서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저런!" 윌카스트는 라크세즈가 뿜어내는 냉기를 유연하게 몸을 뒤집어서 피하고 되려 라크세즈를 공격했다. "캬아!" -우직! 세상에. 일반론적인 이야기에서 드래곤은 머리좋고 현명한 존재로 그려진 다. 그러나 지금의 윌카스트는 절대로 그런 자로 보이지 않았다. 그저 싸 우기 위해 존재하는 사악한 마수, 그것이다. 대체 머리좋고 현명한 드래 곤이라는 이미지는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윌카스트는 그저 야성적으로 날 아들어서 라크세즈의 목을 물어뜯은 것이다. 으득 하는 소리와 함께 피가 튄다. 사람도 꽤 많이 죽인 , 숙련된 전사인 내가 보더라도 가슴이 덜컥 거릴 정도의 엄청난 선혈이 폭포처럼 지상으로 쏟아졌다. 윌카스트는 그 렇게 라크세즈를 문 채로 밀어서 나풀거리는 뗏목에 집어던져 처 박았다. "안돼!" "꺄아아아악!" "와아아악!" 그야말로 일엽편주, 거대한 드래곤의 몸에 비하면 우리가 타고 있던 나무 판자는 나뭇잎 한 장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정도로 드래곤이 큰 건 아니지만 윌카스트가 집어던진 라크세즈에게 치인 뗏목은 정말 쏘아진 살 처럼 날아가 초원 저 멀리로 나가떨어졌다. 그러나 라크세즈는 겨우 몸을 틀더니 공중에서 균형을 잡았다. 저런 거대한 생명체가 허공을 날면서 그 렇게 쉽게 자세를 회복하다니. 대단하다. 그러나 윌카스트는 아무런 감정 도 없이, 그저 싸우는 기계처럼 라크세즈를 향해 돌격했다. "애송이 실버 드래곤. 죽어라." "핫!" 윌카스트는 독랄한 표정을 짓고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순간 라크세즈는 스스로의 모습을 엘프로 바꾸어 그 높이에서 지상으로 뛰어내렸다. 그녀 는 그 높이에서도 무사히 지면에 착지한 뒤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괜찮나요?" "라크세즈! 목에서 피가 나고 있어! 네가 제일 안 괜찮다니까!" "으으윽! 이 정도는 버틸 수 있어요!" 그녀는 그렇게 우기면서 자기 목에 선명하게 그려진 새빨간 상터에 회복 의 주문을 걸고 자리에서 일어나며 우리에게 외쳤다. "부상자들을 보호해요! 다들 상태가...." "너가 성직자잖아! 우리가 보호한다고 해서 저들이 더 안전해지진 않아!" "아 그렇지 참. 그럼 저는 카이레스와 보디발을 믿을께요." 라크세즈는 그렇게 말하더니 자기가 부상자들에게 뛰어갔다. 그래, 너가 성직자잖아! 회복주문을 쓸 수 있는 자신이 우리들 보고 환자를 돌보라 니! 하지만 확실히 라크세즈의 도움없이 단 둘이 윌카스트를 상대한다는 것은 무리다. 이런 제기랄! 그러고 보니 다른 일행들은 저 높이에서 그대 로 지상으로 팽개쳐졌는데 다른 일행들이 혹시 죽기라도 했으면 어쩌냐? 하지만 지금은 그들을 라크세즈에게 맡기고 싸울 수밖에 없다. 물론 윌카 스트가 날고 있는 이상 나나 보디발 왕자는 직접공격을 할 수가 없다. 하 지만 일단 어떻게든 저녀석을 지상으로 끌어내려야겠는데, 어떻게 하지? "보디발 왕자님은 나에게서 떨어져서 우회해요! 내가 정면 승부를 걸죠!" "너는 괜찮겠어?" "저 블랙드래곤이랑 승부를 내야 할게 있어서! 정면승부를 거는 건 저부 터 할겁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리피팅 보우건을 꺼냈다. 그리고 륭센의 수갑에 정신 을 집중했다. "너만 믿는다! 드로우 파워 Draw Power!" 그러자 륭센의 수갑으로부터 붉은 스파크가 튀어올랐다. 느낌이 아주 좋 은데! 나는 그렇게 수갑의 힘을 끌어낸 뒤 리피팅 보우건을 잡았다. 윌카 스트는 내가 그런 오만가지 짓을 하고 있는 사이에도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마치 유람이라도 온것처럼 하늘을 날면서 지금의 상황을 즐기고 있 었다. 젠장! 왠지 태도부터가 굉장히 오만하군. "윌카스트! 네놈의 적은 내가 아니었나?" "자네는 메인 디쉬(main dish)일세. 일단 에피타이저(appetizer)부터 먹 고 나서 생각해보지." 윌카스트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하고 지상에서 일행들을 돌보는 라크세즈를 향해 날아들었다. 라크세즈가 에피타이저냐? 하지만 라크세즈는 지면에 웅크리더니 놀라운 힘으로 땅을 박차고 날아서 옆으로 굴렀다. 드래곤의 힘을 가진 여자가 지면을 박찼으니 오죽하겠냐? 윌카스트가 병아리를 노 리는 소리개처럼 발톱을 세우고 날아들었지만 라크세즈가 더 빨랐다. "파이어 볼!" -퍼엉! 저건 뭐라고 해야 하나? 캐스팅 온 무브Casting on move? 아니면 캐스팅 닷지Casting Dodge? 어쨌건 라크세즈는 몸을 옆으로 날리며 마법을 써서 자기를 치려고 한 윌카스트에게 불꽃을 명중시켰다. 하지만 드래곤 특유 의 항마력 때문인지 윌카스트는 불에 그슬린 흔적 하나 없이 유유히 날아 올랐다. "지금이다!" 나는 그 순간을 노리고 리피팅 보우건을 갈겼다. 역시 몸이 무거운 대형 생물인 드래곤은 상승하는 순간 느려진다. 내가 리피팅 보우건을 갈기자 붉은 섬광에 휩싸인 볼트들이 날아가 윌카스트의 등판을 연타하기 시작했 다. "?! 제법!" 윌카스트는 의외라는 듯 신음을 질렀다. 내가 쏜 볼트의 대부분은 드래곤 의 두꺼운 비늘을 뚫지 못하고 튕겨나갔지만 그 중 몇 개는 정통으로 맞 았는지 윌카스트의 등에 박혀버렸다. 물론 거대한 용에게 저 정도의 상처 는 그야말로 작은 상처다. 인간으로 치자면 할퀸 정도라고 할까? 그 정도 뿐 이지만 윌카스트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공중으로 날며 선회하기 시작했 다. -휘이이잉! 거대한 블랙드래곤, 윌카스트가 선회를 하기 위해서 몸을 틀자 지면에서 는 강한 바람이 하늘로 치솟으며 검불과 꽃잎 등을 휘감아 올렸다. 바람 이 강하게 귓가를 스치면서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블랙드래곤 윌카스트는 그 거구를 틀어서 공중에서 반전했다. 저 돌아서는 폼을 보니 다음 목표 를 나로 잡은 것 같다. 젠장. 심장이 쿵쾅쿵쾅 아주 요란하게 뛰는 게 흥 분된다! 죽을지 살지 모르는 이 흥분 때문에 눈앞이 빨갛게 물드는 것 같 다. "이런이런, 아무래도 조용히 식사를 하는게 좋을 것 같군. 메인디쉬를 나 중에 먹겠다는 생각이 안일했음을 인정하지!" "에이! 어디 할 수 있으면 해봐라!" 나는 그렇게 외치고 뒤로 벌러덩 드러누웠다. -쉬이이익! 내가 그렇게 드러누워버리자 윌카스트의 발톱이 아슬아슬하게 눈앞을 스 치고 지나갔다. 마치 거대한 창. 그래 기사가 들고 있는 랜스처럼 예리하 고 빠른 윌카스트의 발톱들이 지나가는걸 보니 간담이 서늘하다. 하지만 역시 내 예상이 들어맞았군. 저런 거대한 생물이 하늘을 날면서 지면에 밀착한 사람을 발톱으로 잡는 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 "좋아. 아주 재미있군! 인간들!" 결국 윌카스트는 내가 드러누운걸 보고 하늘을 날면서 싸워선 나를 잡을 수 없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우리들의 공격력을 우습게 본 것인지 지상에 착지했다. 나는 그 순간 몸을 일으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좋아. 이제 드래곤이 지상에 내렸으니 승부를 걸어볼까? 그러나 드래곤을 혼자 서 물리친다는 것은 어불성설, 다른 동료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고 개를 돌려 동료들의 상태를 본 순간 정말 말이 안나온다. "널 부러져 있군." 이 한마디면 된다. 더 이상 할말이 없다. 가을의 초원, 이름 모를 풀꽃들 이 만발한 이 황갈색의 초원에서 내 일행들이 여기저기 골고루 추락해 있 다. 라크세즈가 그들을 돌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사태가 진정될 기미 는 보이지 않는다. 회복주문을 받아서 상처가 낫는다고 바로바로 깨어나 는게 아니니까. 아까 전에 일행들에게 케이지를 만들고 태우면서 투덜대 지 말라고 했는데, 안전에 대해서 생각할 거면 걸어오라고 했는데 바로 이런 꼴을 당하다니 내가 할말이 없잖아?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윌카스 트를 바라보았다. 윌카스트는 자기자신에게 이것저것 보호마법을 걸고 나 서 입술을 뒤집어 말았다. 새하얀 이빨들이 햇빛을 반사하는게 보통 무서 운게 아니다. "자 그럼 이제 메인 디쉬의 맛을 볼까?!" 윌카스트는 그렇게 외치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검은 해일이 나 에게 달려드는 것 같았다. 엄청난 거구의 드래곤이 돌격해오는 게 이렇게 박력있다니! -쉬익! 윌카스트는 단검같은 이빨이 늘어선 턱을 벌리고 뿔과 이빨을 내세운채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그 순간 몸을 틀어서 그 공격을 피한 뒤 소드 블래스터를 휘둘렀다. 그러나 윌카스트의 비늘은 너무 두껍고 단단해서 자세를 제대로 잡지 않으면 아무리 소드 블래스터라고 하더라도 뚫고 들 어갈 수가 없었다. "제길!" "카이레스!" 라크세즈와 보디발, 그나마 몸이 온전한 이 두 사람(?)은 나를 걱정해 주 고 있었다. 보디발 왕자는 우회 하던 대로 달려들어서 윌카스트의 옆구리 를 향해 스컬 버스터를 휘둘렀다. 그러나 쩡 하는 소리와 함께 스컬 버스 터는 윌카스트의 비늘에 튕겨나갔다. 정말 이도 들어가지 않는 군. "이, 이런!" 보디발 왕자는 자기 힘으로도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에 놀랐는지 당황해 했다. 하지만 윌카스트는 꼬리로 지면의 흙을 끌며 나와 보디발에게 휘둘 렀다. 젠장. 나야 윈드워커의 부츠로 날아올라서 피하면 돼지만 보디발 왕자는! "하앗!" 그러나 보디발 왕자는 무식하게 스컬버스터로 윌카스트의 꼬리를 후려쳤 다. 그리고 흙과 꼬리에 치여서 단숨에 허공을 날아서 초원으로 나가 떨 어졌다. 다 죽은 황갈색의 잡초들이나 가을의 꽃들이 흩날리며 장렬한 싸 움의 서막을 장식했다. "뭐, 뭐야?! 괜찮아요? 보디발?!" 나는 공중에서 착지한 뒤 데일라잇과 소드 블래스터를 들고 메인 크로스 의 자세를 취했다. 원래 인간 상대라면 잘 쓰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윌카 스트에게는 어쩔 수 없다. 이미 일반적인 검술이 의미없는 상대란 것은 보디발 왕자가 몸으로 증명한 ㄱ서이다. "흠. 이 거 참. 굉장히 잘 피하는 군." 윌카스트는 그렇게 투덜거리며 나에게 꼬리를 휘둘렀다. 나는 그 꼬리를 피하기 위해 다시 뛰어올랐지만 그게 함정이었다. 윌카스트는 꼬리를 휘 두르며 돌렸던 몸을 반대쪽으로 틀면서 손톱과 날개로 공중에 떠버린 나 를 파리채로 파리잡듯 공격한 것이다. 물론 나에게는 윈드워커의 부츠가 있지만 아까 전부터 분사만 계속 한 지라 더 이상 공기가 남아있지 않다! "그냥 당할 것 같냐?!" 나는 그 윌카스트의 날개를 향해 소드 블래스터를 겨누고 폭파 시켰다. 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눈앞이 핑글 돌았다. "제기랄!" 나는 그런 비명과 함께 지면으로 나가 떨어졌다. 등으로 어떻게 낙법을 쓰며 착지를 했지만 그순간 지면에 미끄러지며 두 번 돌았나? 쉐도우 아 머가 아무리 내 몸을 지켜준다고 하지만 정말 엄청난 손상이었다. 입고있 던 노옴들의 가죽갑옷은 단번에 찢어져 버리고 코와 입에서 피가 쏟아지 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워낙 많이 맞아서 익숙하다. 나는 콧잔등 위를 손가락으로 누르고 천천히 일어났다. "...크워웍!" 역시. 윌카스트도 방금전 나와 일격을 주고 받은 것으로 심각한 데미지를 입었다. 왼쪽 날개의 피막이 다 뜯어지고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역시 소드 블래스터! 드래곤과 치고 받아도 대등한 상처를 주다니! 이 일격은 그다지 손해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그때 윌카스트가 자신의 날개에 앞 발을 갖다 대었다. "Restoration!" 그순간 빛과 함께 윌 카스트의 날개가 치료되는 게 보였다. 어? 이렇게 되면 같이 치고받으면 나만 죽잖아?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소드 블래스 터의 폼멜에 왼손을 가져간 뒤 당겼다. -철컹! 역한 화약냄새와 함께 탄창이 튀어나갔다. 그리고 탄피들도, 나는 새 탄 창을 배낭에서 꺼내서 끼운 뒤 폼멜을 다시 밀어넣어 검을 재 장전했다. 이렇게 몸을 움직일 때 마다 코피가 흐르고 뱃속에서는 먹은 음식들이 식 도를 타고 기어오르려 해서 미치겠다. "카이레스! 괜찮냐?" 보디발 왕자도 피투성이가 된채로 풀밭을 헤치고 이쪽으로 달려왔다. 나 는 그렇게 걱정하는 그를 바라보고 반문했다. "괜찮아 보여요? 어쨌건 아까전처럼 꼬리로 지면을 쓸면 또 당하니까 뭔 가 막을 방법을 생각하시죠?" "...." 하지만 갑옷을 입은 보디발 왕자에게 지면을 쓰는 용의 꼬리를 뛰어넘으 라는 말은 차마 못하겠다. 그러나 이대로는 승산이 없는데. 음 시간을 좀 끌어볼까? "죽기전에 뭐하나 물어봐도 될...." -추학! 에? 뭐냐 이건?! 나는 앞에서 날아오는 물줄기를 보곤 기겁해서 옆으로 굴렀다. 그러나 역시 몸이 굼뜬 보디발 왕자는 피하는 대신 두꺼운 스컬 버스터로 막았다. 그러자 또 보디발 왕자는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날아가 버렸다. "...." 이 인간 전혀 도움이 안되잖아! 라이오니아의 황금사자라고 해도 드래곤 앞에서는 장난감인 건가? -쉬이이잉! 그런데 그때...윌카스트가 머리를 틀었다. 일직선으로 방사되던 산이 내 게로 방향을 튼다! 마치 새하얀 검과 같이 그 것은 지면의 풀들을 불사르 며 나에게 달려왔다. "이익!" 나는 브레스를 피하지 않고 쉐도우 디펜더를 펼쳐서 막았다. 그러자 내 주위의 풀들이 타오르면서 불바다가 되었다. "호오! 역시 메인디쉬라서 그런지 굉장히 터프하군?" "메인디쉬라. 나는 당신처럼 커다란 생물을 다 먹을 자신이 없는데. 남겨 둬도 괜찮은 거지? 음식 버리면 천벌받는 다지만 이 경우는 남기고 싶거 든?" "...입심은 좋군." 윌카스트는 그렇게 말하더니 갑자기 검은 오라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어디, 먹을수 있으면, 먹어봐라!" < 계 속 > -------------------------------------------------------------------- 아음. 왜이렇게 글이 안써질까. 힘드네요. *********************************************************************** 으윽! 이제 TR하러 갑니다! 아 바쁘다 바뻐!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5 화 : Deicide#3 ------------------------------------------------------------------------ 팔마력 1548년 10월 5일 블랙드래곤 윌카스트.... 전설적인 영웅, 조디악 나이츠의 일원인 벨론델 을 완전히 폐인으로 만들어 버린 그 사악한 그레이트 웜은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카이레스! 녀석이 마법을 완성하지 못하게 해요!" 라크세즈는 나에게 그렇게 충고하며 그녀 자신도 보호 마법을 걸기 시작 했다. 그러나 벌써 윌카스트는 검은 오라를 뿜어내며 주문을 완성시키고 있었다. "에? 하지만?!" 어떻게 마법을 쓰지 못하게 하란 말야? 지금 달려들어볼까? 하지만 저런 거대한 괴물에게 앞으로 달려드는 것은 아무리 용감한 다라고 하더라도 쉬운일이 아니라서.... "생명, 늦춰지고Slow! 그 육신 묶여진다Hold Person!" "어림없다!" 잠깐 망설인 사이에 벌써 주문이 끝나다니!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고 뒤로 물러났다. 윌카스트의 주문은 나에게 털이 곤두서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 지만 그뿐, 실효를 거두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윌 카스트는 그렇게 주문을 걸면서 나에게 달려들어 앞발을 휘두르는 게 아닌가? 주문과 동시 에 공격?! 이런 재주도 있냐? "크앗!" "이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조금 남아있는 윈드워커의 부츠를 분사해서 옆으 로 피하며 소드 블래스터를 휘둘렀다. 퍼엉 하는 폭음과 함께 윌 카스트 의 앞발의 피부가 찢어지며 피가 튀었다. 하지만 그순간 나도 갑자기 푸 른 하늘이 눈에 달려드는 느낌을 받았다. "!" 말도 안나온다? 나는 가슴이 답답한 것을 느끼며 하늘로 튕겨올랐다. 아 제길. 윌 카스트의 앞발에만 신경 쓴 나머지 그 뒤쪽에 달려있는 날개를 신경쓰지 않은 것이다. 윌카스트는 날개로 나를 쳐서 하늘로 날려보낸 것 이다. "카! 카이레스!" "이런 제길!" 동료들의 비명이 들리지만 나는 통증 때문에 몸이 마비되어서 낙법도 하 지 못하고 썩은 나무토막처럼 땅에 떨어졌다. 풀꽃들이 푸스슥 하고 무너 지며 꽃잎을 휘날린다. 워낙 풀들이 많아서 땅에 떨어질때의 충격이 얼마 되진 않았지만 정신은 오락가락 한다. 아까 전에도 저 날개에 맞았는데 또 날개에 맞을 줄이야. "아윽!" "이런! 넥서룬의..." "듀렉의 철퇴!" 라크세즈와 윌카스트가 주문을 교환하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지금은 몸에 데미지가 너무 커서 정신도 차릴 수 없다. 바닥이 불타면서 나를 삼 켰다. 물론 나야 불에 상처를 입지 않는 체질이지만 불 속에서 숨을 쉬는 것까지는 못하겠군. "젠장!" 나는 없는 힘을 짜내서 이어타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라크세즈?" 나는 고개를 돌려서 라크세즈와 윌카스트가 싸우고 있는 장면을 바라보았 다. 라크세즈는 다시금 드래곤으로 변신해서 윌카스트와 맞붙어 싸우고 있지만 버티지 못할 것 같았다. 이미 전신이 다 피투성이가 된데다가 윌 카스트에겐 제대로 된 타격조차 입히지 못한 것이다. "크크크크크! 이 꼬마 녀석. 제법 예쁘게 생겼구나." "...." 왠지 어린 여자애를 보고 침을 흘리는 중년 변태가 연상되는 건 왜일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소드 블래스터를 손아귀에서 빙빙 돌렸다. "아직 내가 안 죽었어. 메인 디쉬보다 더 맛있어 보이는 음식인 건 사실 이지만, 이 경우 메인디쉬의 자존심도 생각해 주시지!" "...카이레스. 직접 그렇게 말하니까 처참해요." 라크세즈는 강력한 적을 앞에 두고도 내 말에 대해서 지적하길 잊지 않았 다. 하긴 스스로 저녀석의 밥이라는 걸 인정해 버린 셈이니까. 그렇지만 내가 그렇게 팔팔하게 일어나서 말하자 윌카스트는 라크세즈를 공격하려 다 말고 나를 돌아보았다. "그러고 보니 쉐도우 아머던가? 그게 있으니 쉽게 죽지 않지. 이 인간 은." "그래! 너는 날 죽일 수 없어! 전에도 당했잖아!?" "그게 도발이라고 한거라면 너도 굉장히 수준이 낮구나." "그, 쳇!" 나도 그런 것 쯤 안다고. 쪽팔려 죽겠군. 하지만 확실히 녀석이 보디발이 나 라크세즈를 공격하는 것보다 나를 공격하는게 우리들에겐 이득이다. 쉐도우 아머가 녀석의 공격에 의한 타격을 흡수해 주니까 내가 이렇게 버 티고 서있을수 있지 이런 맹타를 동료들에게 돌려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역시. 억지로 우기니 좀 화가 나긴 나는가 보군. 윌카스트는 나를 돌아보 고 억지로 웃어보였다. 드래곤이 웃는다는게 이상하지만 그는 그런 드래 곤의 모습을 하고서도 입술을 옆으로 벌리며 씨익 웃어보였다. "확실히. 메인 디쉬를 무시할 순 없지!" 윌카스트는 그렇게 외치곤 자세를 낮춘채 나에게 달려들었다. 빠르다! 저 거구를 하고 저렇게 빠르다니! "카이레스!" 그때 옆에서 보디발 왕자가 뛰어 들었다. 윌카스트는 귀찮다는 듯 왼쪽 날개로 보디발 왕자를 쳐내려 했지만 보디발 왕자는 그 갑옷을 입고도 지 면을 한번 굴러 윌카스트의 날개를 피했다. "윽?!" "간다!" 그리고 보디발 왕자는 스컬버스터를 들고 뛰어올라 윌카스트의 옆 머리를 내리쳤다! 스컬버스터로부터 피어오르는 호박색의 불꽃이 불기둥이 되어 윌카스트의 머리로 직격했다. -팍! 하지만 애석하게도 윌카스트의 굽어진 뿔이 스컬버스터를 막아내었다. 두 껍고 검푸른 각질의 뿔은 보디발 왕자의 혼신의 일격을 막아내고도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뭐야 이건!" "으악!" 윌카스트는 고개를 휙 틀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뿔로 보디발 왕자를 받아 서 하늘로 띄워버렸다. 그리곤 입을 벌리더니 공중으로 치솟은 보디발 왕 자를 잡고 삼켜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악!" "아! 안돼!" 보디발 왕자의 비명이 윌카스트의 목구멍으로부터 흘러나왔다. 그걸 본 라크세즈는 그순간 용으로 모습을 바꿔 돌격했다. "카앗!" "흣!" 그러나 윌카스트는 앞발을 높이 치켜 들더니 달려오는 라크세즈를 찍어 누르고 위에서 주문을 외웠다. "악의는 선을 정벌하고 Smite Good! 나바라의 망자들은 제물을 맞이한다 Call Nahvarah's Starvation!" 순간 지면으로부터 붉은 빛이 튀어나오더니 무수한 손이 되어서 라크세즈 를 잡고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다. 나는 순간 데일라잇을 잡고 휘둘렀다. "그만둬!" 순간 갑자기 하늘로부터 강렬한 태양빛이 쏟아져 라크세즈의 위를 비추었 다. 붉은 손들은 그 빛을 맞는 순간 봄눈 녹듯 다 녹아버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데일라잇의 힘을 이끌어내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개자식! 토해내!" "오! 솔 디바이드Sol Divide! 설마 미트라의 성기사도 아닌 네가 홀리어 벤저에서 그런 힘을 이끌어 낼수 있다니?! 역시. 왜 이노그가 너희를 지 명해서 제거하라고 했는지 알 것 같군." 윌카스트는 그렇게 비웃고 라크세즈를 짓누른 채로 나에게 입을 벌렸다. 그러자 그가 삼켰던 보디발 왕자가 목구멍을 역류해서 튀어나왔다. "으악!" 나는 보디발 왕자에 맞고 휩쓸려 쓰러져 버렸다. 산때문인지 대부분의 갑 옷이 녹아버린 보디발 왕자는 기절한채로 스컬버스터를 들고 나와 엉켜버 였다. -치이이익! "윽! 보, 보디발!" "자 둘이 같이 죽어라." 윌카스트는 그렇게 외치고 브레스를 뿜으려 했다. 젠장! 이대로는 당한 다! 하지만 그때 쓰러져 있던 라크세즈가 날개를 펼쳐서 윌카스트의 입앞 을 막았다. 취익 하는 소리와 함께 라크세즈의 날개가 산에 의해서 불타 오르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라크세즈!" 맙소사! 저, 저 은룡! 무슨 생각이야! 왜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까지 우리를 위해서 힘써주는 거지? 역시, 넥서룬의 신관이라서 그런가? "이런이런! 이 계집. 점점 더 맘에 드는 군. 고결한 정신일수록 파괴할 때의 기쁨은 큰 법이지. 하하하하! 오늘은 이 실버드래곤의 꼬마나 잡고 물러날까?" 저 개자식! 또 저 광증이 발작하는가 보군! 나는 벨론델의 망가진 모습과 라크세즈의 모습을 겹쳐 떠올리곤 이를 갈았다. "자...잠깐! 말했지! 메인 디쉬를 무시하지 말라고!" 나는 보디발 왕자를 떨치고 일어나 녀석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녀석은 그순간 나에게 꼬리를 휘둘렀다. "이거나 피하고...." "하앗!" 그러나 나는 날아오는 꼬리를 향해 데스바운드를 먹이고 데일라잇을 그 꼬리에 꽂은 채로 뛰어 올랐다. 그리고 윈드워커의 부츠로 부드러운 윌카 스트의 가슴을 밟고 최대로 공기를 빨아들여 붙은 다음 소드블래스터를 잡았다. "간다! 데드리 스트라이크!" 나는 윈드워커의 부츠로 윌카스트에게 매달린 채 혼신의 힘을 다해 소드 블래스터를 꽂아 넣었다. 스트라포트경이 쓰던 랜스차지를 응용해서 등뒤 에서부터 전신의 힘을 다해서 꽂아 넣자 소드블래스터는 단숨에 윌카스트 의 가슴팍을 뚫고 자루까지 깊숙하게 들어갔다. 좋았어! 이제 방아쇠만 당기면 아무리 윌카스트라도! -찰칵! 빌어먹을! 하필 이럴 때 잼(Jam:탄피나 탄이 걸리는 것)이냐?! 맙소사! 소드블래스터는 윌카스트의 가슴을 찢고 깊이 들어갔지만 터트리지 않으 면 윌카스트에겐 큰 타격이 아니다! "크으! 재밌었다. 그렇지만... 죽어라. 메인디쉬." "윽!" 나는 윌카스트가 고개를 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런데 그때 윌카 스트의 목에서 끓는 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서, 설마?" -츄학! 설마가 사람잡는 다던가? 윌카스트는 하늘로 산성브레스를 뿜어올렸다. 그러자 곧 지상으로 산들이 후드드득 떨어지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익! "꺄악!" 주위의 풀들이 불타오르고 지면에 쓰러져 있는 라크세즈로부터 새하얀 연 기가 피어올랐다. "제기랄!" 나는 소드 블래스터를 뽑기위해 윌카스트에게 매달려있었지만 윌카스트는 그렇게 주위에 산의 비를 뿌려버리고 나에게 손톱을 대려했다. "미트라의 성스러운 불꽃! 악을 사르는 힘이 되라! 플레임 스트라이크!" "극한의 차원! 아르베인의 눈보라를 나 여기 강령한다! Invoke Arvein's Blizzard!" 그순간 불꽃과 눈보라가 일어나 윌카스트를 양쪽에서 두들겼다. 나는 그 순간 윌카스트의 몸을 발로 차며 소드블래스터를 뽑고 공중에서 문설트를 돌며 라크세즈의 위로 내려섰다. 윌카스트의 꼬리를 보니 데일라잇이 박 혀있는 채로 꽤 많은 피를 쏟아내고 있었다. "카이레스!" "메이파! 디모나? 다 일어났어?" "나머지는 별 도움이 안되는 데?"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렉스와 시노이, 잭을 가리켰다. 정정, 잭은 드래곤을 보자마자 패닉을 일으켜서 바위뒤로 웅크 려 있고 렉스와 시노이만 그래도 전사라고 다가오고 있었다. "자아. 제 2 라운드를 해볼까? 카이레스! 이걸 받아!"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다크레전을 던졌다. 아니 망토를 던지다 니? 공기저항 때문에 날아오지 못할텐데? 그러나 망토는 일직선으로 날아 와서 나의 손에 떨어지고 안에서 뭔가가 빠져나가 디모나에게 돌아갔다. "그건?" "아 내가 써도 돼지?"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인피니티 로프를 들고 웃어보였다. "흥. 인간 몇이 덤빈다고 이 상태가 호전 될 것 같으냐?" 윌카스트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사이 라크세즈는 다시 엘프의 형태로 변신해서 윌카스트의 발에서 빠져나왔다. "암흑투신 듀렉의 가호를 받는 자로서! 네놈들 모두를 여기서 죽여버리겠 다!" 윌카스트는 그녀가 달아나건 말건 신경쓰지 않고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 다. "위대한 듀렉의 힘을 빌어! 여기 권과 검, 손톱과 이빨에 암흑의 축복이 깃들기를 바라노라! 카이-에써릴 스트라이크!" "마...맙소사! 듀렉의 에써릴 스트라이크?" 윌카스트가 외우는 주문을 본 메이파는 놀라서 외쳤다. "피, 피해요! 이, 이대로는 이길수 없어요!" 그녀는 그렇게 우리에게 경고했다. 라크세즈도 자기에게 회복마법을 걸다 말고 우리들에게 물러서라고 경고했다. 대체 저게 뭐길래? "오라버니!" 하지만 펠리시아 공주는 쓰러진 보디발 왕자를 힘겹게 끄느라 윌카스트의 앞에서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펠리시아 공주!" "에이 젠장!~ 뭔지 몰라도 한꺼번에 덤벼!" 우리들은 그렇게 외치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다크레전 을 뒤집어썼다. 윌카스트의 몸에선 검은 오라가 피어오르면서 손과 발, 입과 꼬리, 뿔 등에서 전부다 암흑이 엉기며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 다. "무모해! 저건 듀렉의 궁극 주문인데!" 그리고 윌카스트가 달려들었다. 일단 윌카스트는 펠리시아 공주와 보디발 왕자를 노리고 달려드는데 나는 그순간 펠리시아 공주를 뛰어넘으며 다크 레전을 발동시켰다. "간다! 소울리버!" 나는 스트라포트 경이 쓰던 기술, 소울리버를 발휘한 뒤 앞으로 달려들어 윌카스트의 목부분을 데스바운드로 베고 지나갔다. 신기하게 지금은 영체 상태라 그런지 윌카스트와 충돌을 해도 겹쳐지지 않고 지나갔다. 나는 그 렇게 윌카스트를 지나친 뒤 몸을 틀었다. 그리고 윌카스트의 꼬리에도 한 방 먹이고 박혀있던 데일라잇을 잡은채 앞으로 굴렀다. 짧은 소울리버의 시간은 바로 풀려버리고 나는 윌카스트를 뚫은 채로 그의 뒤에서 멈춰섰 다. "먹혔나?" 일단 베기는 베어버렸는데 하지만 나는 그렇게 돌아서다가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윽...."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뭐지? 원래 이 소울리버는 나에게 타격이 없었을 텐데? 왜 이런? "으아아아악!" "아아악!" 동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의식이 멀어진다...아... 제길 녀 석의 몸에 엉긴 그 암흑, 그걸 피하지 않고 그대로 소울리버를 건 탓인 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주저앉았다. < 계 속 > -------------------------------------------------------------------- 할말이 없군. 요새 슬럼프인듯. *********************************************************************** 으음. 왜이렇게 하는일은 없는데 바쁘지. 요새는 눈코 뜰 새 없군요. 아 잠 을 자지 않아도 되는 체질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5 화 : Deicide#4 ------------------------------------------------------------------------ 팔마력 1548년 10월 5일 "카이레스. 어떠냐. 만족스럽냐?" "...." 나는 핏빛으로 물든 공간을 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날개의 형상으로 타오 르는 불꽃을 등에 얹고 있는 붉은 머리칼, 붉은 눈동자의 야성적인 미청 년이 서있었다. 주위는 핏빛으로 일그러져 있는데 그만이 선명하게 보이 고 있는 걸 보니까, 또 기절한 모양이다. 어쨌거나 굉장히 기분상하는 시 선이군. 저 남자, 뭐랄까. 세상사람을 다 깔보는 것 같은 건방진 표정이 랄까? 하지만 그 얼굴 선은 왠지 묘하게 나와 닮아있었다. "환염의 미카엘인가?" 나는 몸을 일으키면서 물어보았다. 뭐 물어볼 것도 없이 그놈이지. "그렇다. 어때. 저 하찮은 블랙드래곤에게 두들겨 맞은 소감이?" "...별로 좋진 않아. 너를 만나는 것 보다 더 재수 없진 않지만 말야." "크크큭. 이런 제기랄. 나는 너라고. 그걸 잊었어?" 환염의 미카엘은 그렇게 말하면서 나에게 손을 뻗어 내 턱을 손으로 잡았 다. 나는 그의 손을 쳐내면서 말했다. "글쎄. 적어도 나는 그렇게 세상사람 다 무시하는 건방진 눈초리는 갖지 않는다고. 나는 그저, 순진무구하고 사랑과 평화를 존중하는...." "기절한 주제에 개소리까지 하는 군. 상당한 발전이다." 환염의 미카엘은 그렇게 말하고 나를 내려다보았다. "어때. 나를 받아들일 생각은 하고 있나?" "전혀." "그래? 그 윌카스트 놈의 성격은 너도 봐서 알텐데? 네가 좋아하는, 그래 디모나인가? 그 여자가 강간당하고 죽은 것보다 못한 꼴로 바닥을 기는 것을 보고 싶은가?" 환염의 미카엘은 그렇게 물어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라크세즈가 있잖아. 윌카스트도 드래곤, 라크세즈도 드래곤. 뭐 그녀가 다 잘하겠지." "이런 젠장. 고작 240살 먹은 실버 드래곤이 1200살도 넘긴 블랙드래곤을 이길 수 있을 걸로 보냐? 게다가 그녀도 윌카스트에게 패하면 어떤 꼴이 될지 잘 알고 있지? 한가지 말하지. 내가 너에게 지금 이런 제안을 하고 있는 것은 너에겐 아주 좋은 기회야! 알겠어?" "아니. 천만에! 너에게 굴복하는 것은 카이레스의 죽음을 의미하는 거야! 나는 내가 죽으면서 까지 남을 지킬 만큼 고결한 존재는 못돼! 다치는 건 몰라도."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환염의 미카엘이 이를 악무는 게 보였다. "이자식! 두고보자! 언젠가 너가 나를 필요로 할 때가 오면, 그때 애원하 게 만들어주겠다." "그렇게 뻔질나게 얼굴을 들이밀면서 그런 소리하면 설득력이 없어! 그리 고 그런 일 평생 없을 거다! 패배자!" 나는 환염의 미카엘을 그렇게 비웃어주고 눈을 떴다. 타는 냄새가 진동을 하는 새카만 초원의 한가운데에서 나는 눈을 떴다. 산에 의해서 타버린 나무들은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주위를 바라보 았다. 그러자 메이파가 옆에서 서 있다가 정신을 차린 나를 보고 내 머리 말에 조심스럽게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아 카이레스 오빠. 깨어났어요?" "응? 으응." 나는 그렇게 답하고 메이파를 바라보았다. 메이파는 내가 깨어나서 정말 기쁜 듯 밝은 미소를 보였다. "정말 다행이에요." "...." 순간 나는 그 메이파의 웃음이 환염의 미카엘과 타협하지 않은 나를 칭찬 해주는 것 같아서 부끄럽다. 그리고 매우 기뻤다. 그런데 윌카스트는? "다들 괜찮은거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다른 일행들이 모두들 쓰러져 있는데 윌카스트는 보이지 않았다. "엥?" 설마 이거 환상이 아닐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정신을 집중했지만 환 상이나 현혹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따. 그렇다면 내가 없이도 윌카스트를 물리친 건가? 음. 나는 그래서 메이파에게 물어보았다. "이봐 메이파. 무슨 일이야? 윌카스트는?" "윌카스트라면 내가 물리쳤다. 애송이." 그때 왠 꼬장꼬장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다 타버린 초원의 한가운데, 그 상공에서 일행들을 살펴보고 있는 노 마법사를 발견했다. 하늘에 둥실둥실 떠있는 그 마법사는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마커스?" "그래." 그 노마법사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돌아보았다. 확실히 마커스로군. 우리 들에게 마법의 막대를 줘서 그걸로 12성 기사를 초혼하게 한 사람, 바포 우메트 교단이 무서워서 숲에 숨어있다더니 왜 기어나왔지? "뭐냐. 그 불손한 표정은 내가 아니었으면 너희들은 모두들 그 블랙드래 곤 윌카스트에게 죽었어." 마커스는 내 표정이 불손하다고 생각했는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말야. 이건 타이밍이 너무 좋잖아? 숲에서 은자연 하던 마법사가 갑자기 우리가 위험해질 순간에 나타나서 우릴 도와주다니. 나의 운명을 누군가가 억지 로 조율하고 있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다. "그래요? 당신이 윌카스트를 물리친 건가요? 윌카스트의 시체는?" "달아났어." 스트라포트경이 공격해서 윌카스트가 쓰러졌다. 그러나 윌카스트는 달아 났다. 그리고 그 뒤 우리는 윌카스트에게 습격을 받았다. 음. 이 패턴이 그대로 반복되는 건가? 별로 반갑지 않은 전개로군. 그럼 언젠가는 또 한 번 윌카스트의 공격을 받아야 한다는 것 아냐?! "젠장." "카이레스! 일어났어?" 디모나는 새카맣게 타버린 풀밭에 누워 있다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나에게 걸어왔다. "왜 그래? 카이레스?" 그녀는 내 표정을 살펴보더니 그렇게 물어보았다. 하긴 방금전까지 쓰러 져 있던 녀석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으면 여러 가지로 상태가 의심스러 울 것이다. "아니 윌카스트가 달아났다며?" "응. 그런데?" "윌카스트같은 사악한 드래곤은 복수를 매우 즐겨할걸?"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모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괜찮아. 카이레스. 그래도 아무도 다치지 않았잖아. 그리고 일단 이 노그를 물리치고 나면 대책을 세우기도 쉬울거고." "그러고 보니까, 음. 라크세즈는?" "라크세즈 말이지?"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뒤를 가리켰다. 그곳에는 잭과 렉스등이 널부러 져 있고 라크세즈가 열심히 회복마법을 걸어주는 게 보였다. 그녀는 윌카 스트와 싸우는 도중에도 꽤 많은 회복주문을 써대더니 아직도 주문이 남 아있단 말인가? "아 카이레스. 일어났어요? 후. 멋졌어요. 용감한 인간인줄은 알았지만 그렇게 잘 싸우다니~!" 라크세즈는 나를 칭찬하면서 머리칼을 털었다. 그녀의 은빛 머리칼에도 재가 엉겨서 마치 굴뚝이라도 한번 들어갔다 나온 것 같이 보인다. 그래 도 그녀의 아름다움에는 전혀 퇴색됨이 없다. 다행이다. 그녀가 패해서 윌카스트에게 잡혀가기라도 했다면 어떤 꼴이 났을까? "으음. 뭐 하하하. 별로." 아 신난다. 드래곤에게 칭찬받았다. 으음. 역시 아무리 드래곤이래도 모 습이 미인이니까 좋은데? 나는 라크세즈를 바라보고 물어보았다. "다들 괜찮아요?" "예. 뭐 윌카스트의 공격이 워낙 강력해서 한때 목숨이 위태롭기도 했지 만.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네요. 지금 당장이라도 움직일 수 있어요." 라크세즈가 그렇게 말하자 쓰러져 있던 잭이 비명을 질렀다. "히이이익! 이제 제발 사양하고 싶소. 드, 드래곤이라니 꿈에 나올까 두 렵소." "어머? 저도요?" 라크세즈는 그렇게 말하고 빙그레 웃어보였다. 메탈릭 실버의 허리까지 닿는 긴 머리칼이 쓰러져 있는 잭의 얼굴께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찰랑거리는 머리칼 그리고 장난기 있게 웃고 있는 라크세즈는 정말 아름 다웠다. 잭은 지금 딸도 있는 중년남자주제에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나 는 그런 잭을 보곤 발로 재를 차서 그 위에 뿌려주었다. "케켁 무슨 짓이야 카이레스!?" "쯔쯔쯔. 정신차리란 뜻에서 한 거요. 자 그러면 이제 이노그를 상대하러 북부전선에 가야겠지? 그런데 마커스. 어떻게 여긴 알고 온 거에요?" 나는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마커스에게 물어보았다. 뭐 마커스가 난입해 서 우리들을 구해준 건 좋은데 어째서 그렇게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우리 의 핀치 때 나타나서 윌카스트를 물리쳐줬느냐는 거지. 목숨을 보전한 것 은 좋지만 그게 남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는 거라면 이쪽에서 사양하겠 다. "...." 물론 윌카스트도 마법으로 물리칠 정도의 대마법사를 적으로 돌리면 지금 의 우리들로선 죽음밖에 없지.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알고 싶은가?" "별로 알고 싶지는 않지만 알아야 겠어요." "흣, 그말이 그말이지. 곧 죽어도 말해달라는 소린 안하는군 그래?" "예. 비뚤어져서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마커스를 노려보았다. 아 솔직히 윌카스트에게도 죽 을 뻔했는데 마커스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아냐. 윌카스트는 우리 가 많이 때려놔서 그래! 게다가 마커스의 경우는 인간이니까 칼만 들어가 면 죽일 수 있다! "뭐 나는 그거 때문에 온게 아니라 보디발 왕자에게 통보할 일이 있어서 온 것 뿐이네." "예? 통보라뇨?" 나는 그러한 의문을 품고 보디발 왕자쪽을 바라보았다. 보디발 왕자의 부 상은 매우 극심해서 라크세즈와 메이파가 회복주문을 써줘도 깨어나지 못 하고 있었다. 하긴 윌카스트가 삼켰다가 다시 뱉어냈으니 그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리라. 그 두꺼운 보디발 왕자의 갑옷이 다 녹아서 못 쓰게 될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왜 머리카락은 멀쩡한 거야? 나는 데스 위 저드 우릴에게 맞았을 때 머리카락도 다 날아가서 스타일을 완전히 구겼 는데 보디발 왕자는 회복주문을 받으니까 그냥 다 나아버릴 뿐이잖아? 나 는 그런 생각을 하고 다크레전의 깃을 여몄다. "무슨 일인지 이야기 해줄 수 없어요?" "해줄수 있지. 잘 듣게. 브래들리 3세, 그러니까 라이오니아의 국왕이 서 거했네. 사인은 독에 의한 심장정지.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네." "...."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동료들이, 특히 펠리시아 공주가 놀라고 있었다. "예?! 사망? 그런! 그럼 지금 라이오니아 왕궁은?" "물론 무법천지지, 그러나 그걸 빠르게 제압해나가고 있는 이가 바로 브 래들리 4세. 자네들의 형이지." "...." 순간 펠리시아 공주의 눈에 강렬한 적의가 떠올랐다. 브래들리 4세가 사 태를 장악한다면 틀림없이 그건 왕위를 노린 행위이다. 그리고 펠리시아 공주로서는 그가 왕이 되는 걸 용납할 수 없겠지. 물론 나도 용납할 수 없다. 역대 왕들이 다들 청렴결백 깔끔담백한 인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 고 지금 쓰레기가 왕위에 올라서는 걸 두눈 뜨고 볼 수는 없다. 산골 레 인저 소년이 왕위계승을 보고 감 놔라 배놔라 하는 것 도 웃기지만 지금 의 나에게는 그걸 바꿀 힘이 있다. "그래서요? 제압해서 뭘 하려고 하는 데요?" "그야 대관식이지. 대관식과 결혼식을 동시에 하려는 것 같더군." "누구와?" 나는 알면서도 그렇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그러자 마커스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야 물론. 레오나 공주지." "...." 나는 쓰러져 있는 보디발 왕자를 바라본 뒤 마커스에게 말했다. "일단 보디발 왕자에겐 이야기 하지 말죠." "하지만 그럼? 그렇게 북부전선에 도착했을 때 아마 모두들 알게 된 사실 일텐데 다들 입다물고 있을 것 같은가? 모두다 보디발 왕자앞에서 함구하 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가 말일세. 더구나 그 린드버그라는 마법사 청년 은 또 자네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텐데." "...." 언제나 린드버그 녀석이 문제로군. 하긴 보디발 왕자의 인기야 바닥을 달 리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보디발 왕자의 심기를 위해 입다물고 있을 리 가 없다. "그럼 어쩌겠다는 겁니까?" "보디발 왕자를 깨워주게." "안돼!" 그때 펠리시아 공주가 나섰다. "그런건 내가 용납할수 없어! 오라버니는 지금 당장 북부전선으로 가야 해! 브래들리 4세가 아무리 대관식을 하고 결혼식을 한다 하더라도 라이 오니아의 왕은 언제나 영웅의 후손으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해야 하잖아! 이제 와서 오라버니가 그 말을 들으면 틀림없이! 지금 당장 라이언즈 캐 슬로 가려고 할걸?!"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말하고 마커스를 올려다 보았다. 하지만 마커스 는 지면에서 둥실 떠서 하늘로 올라간 뒤 우리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렇다면 그대들은 그런 이유로 보디발 왕자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겠다 는 건가? 아니면 북부전선으로 밀어넣어서 이노그를 물리치는데 우선하게 하겠다는 건가? 일단 선택의 여지를 없애고 알리겠다는 소리 같기는 한 데." 그는 그렇게 말하고 우리들을 경멸의 눈초리로 내려보았다. 마치 그 정도 밖에 안되는 놈들이냐는 듯한 그 눈초리. 작달막한 노인의 눈초리인데도 그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보디발 왕자를 믿지 못하는 것 같군." "윽!" 그의 말에 정곡을 찔린 펠리시아는 입을 다물었다. 펠리시아 공주의 행동 은 보디발 왕자가 그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레오나 공주를 구하기 위해 우리들을 죄다 버리고 달아날 거라는, 그런 우려가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보디발 왕자가 믿을 구석이 어딨냐? 노스가드 성을 버렸을 때부터 이미 보디발 왕자의 싹수는 노랗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병사들과 기사들을 버리고 달아난 왕자가, 이번에도 달아 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어디있나? 게다가 보디발 왕자에게는 세상 무엇보 다도 레오나 공주가 우선이지 않는가? "으으음." 그런데 그때 다른 동료들이 하나둘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디발 왕 자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 윌카스트는?" "블랙드래곤은 어떻게 된거야?" 정신을 차린 일행들은 다들 그렇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그때 보디발 왕자 는 허공에 떠있는 마커스를 바라보고 사태를 파악했는지 눈살을 찌푸렸 다. "마커스? 이게 어찌된 일이오? 당신이 윌카스트를 몰아내었나?" "그렇습니다. 왕자님." "흠. 타이밍이 수상할 정도로 좋군. 뭐 윌카스트에게 삼켜져서 죽는 줄 알았는데 살아있는 것만 해도 감사해야 하나?" "타이밍이 좋은건 어쩔수 없습니다. 알릴 일이 있어서 와봤더니 블랙드래 곤 윌카스트와 피를 튀기며 싸우고 있더군요." 마커스는 그렇게 말하고 주위를 가리켰다. 윌카스트의 브레스와 마법에 의해서 초토화 된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우리들이 내려서기 전에는 가을 의 풀꽃이 만연한 벌판이었는데 순식간에 잿더미가 되다니 이만큼 윌카스 트의 파괴력을 대변하는게 있을까? 보디발 왕자도 주위를 둘러보곤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군. 아 마커스. 텔레포트의 주문을 쓸수 있지? 우리들을 북부 캠 프로 옮겨 주겠나?" "예. 하지만 그전에 제 말씀을 들어보는게...." 마커스는 그렇게 말하고 보디발 왕자를 내려보았다. 그러나 그때 펠리시 아 공주가 보디발에게 외쳤다. "오라버니! 지금 당장 가죠. 한시가 급해요. 린드버그가 먼저 도착할 경 우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르잖아요?! 예?" "뭐 그래도 잠깐 이야기를 들어보지. 라크세즈 님에게 매달려 간다고 쳤 을 때 보단 훨씬 빠를테니까. 텔레포트가." 보디발은 그렇게 말하고 펠리시아를 제지했다. 펠리시아 공주는 답답해하 면서 뭐라고 말을 잇지 못하고 그사이에 마커스는 말했다. "레오나 공주와 브래들리 4세의 결혼식이 내일 있을 예정입니다." "!!!!" 저 인간 말하는 투가 왜 저래? 왕위계승하고 어쩌고 이런 식으로 서문이 길게 말하던 건 다 어디가고 결혼식을 강조한 것일까? 보디발 왕자가 가 장 민감할 부분만 있으면 충분하다는 것인가? 하지만 그 효과는 확실하 다. 보디발 왕자의 표정도 안보이는데, 뒤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보디발 왕자가 얼마나 흥분했는지 느낄수 있었으니까. "뭐라고?!" "예. 브래들리 3세는 의문의 독살을 당했습니다. 그리고 브래들리 4세, 당신의 형인 그가 왕위에 오르게 되었죠." 원래 전통적으로 라이오니아의 왕위 계승은 왕위 계승권자를 모조리 한곳 에 모아둔 뒤 치뤄진다. 왕위계승의 분쟁소지를 없애고 또 아울러 위험한 라이벌을 미리 제거할수 있도록 한곳에 모아놓자는 괴씸한 발상에서였다. 그러나 그 규정은 사실 여러 가지로 완충작용을 해줬기 때문에 지금까지 수많은 왕위 계승을 겪으면서도 지켜졌던 전통이다. 그런데 그걸 브래들 리 4세가 어기고 먼저 대관식을 치루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긴 제국에 유 학을 가있는 엘레노어 공주도 있고 행방이 묘연해진 보디발 왕자와 펠리 시아, 이렇게 라이벌들이 죄다 행방이 묘연할 때 얼른대관식을 끝내버리 고 싶지 귀찮게 왕위계승 심사같은 낡은 전통을 지킬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나 전통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는 비난의 대상이 되기 충분하 다. "제기랄! 브래들리!" 하지만 보디발 왕자의 분노는 전통의 옹호도 아니고 왕위에 대한 갈망도 아니다. 단지, 레오나 공주에 대한 갈망일 뿐. 솔직히 이정도 되면 아무 리 보디발 왕자가 눈에 들어와서 나가려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납득할 수 없다. 여자 하나가 그렇게 중요하단 말이냐? 나는 흥분한 보디발 왕자 를 진정시키려 했다. "잠깐! 진정해요! 지금 가서 어쩌겠다는게 아니잖아요! 이번에도 달아나 면 보디발 왕자, 당신은 어디에도 발붙일 곳이 없어요!" "하지만! 내가 그녀를 잃게 되면 그때는 발붙일 의미가 없어진다!" 젠장. 이런말 나올줄 알았어. 그때 펠리시아 공주가 보디발 왕자를 말리 며 말했다. "오빠! 그만둬요! 그 레오나 공주는 첩자인게 분명하잖아요! 그런건 오빠 가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이대로는 그 여우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게 된다 고요!" "닥쳐! 듣고 싶지 않아!" 보디발 왕자는 약간 악의섞인 펠리시아 공주의 이야기를 듣고는 아예 귀 를 막아버렸다. "그런거 의미없단 말이다! 나에게는 에스페란자도 라이오니아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다만 의미가 있는 것은 그녀뿐이다! 놔두라고!" "하지만 왕족이잖아요!" "나라고 좋아서 왕자로 태어난게 아냐!"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속없는 소리를 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곤 피식 웃었 다. 진짜 어이없군. 내가 그 잘난 사랑이란걸 못해봐서 그런건지 감수성 이 메말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사랑에 모든걸 건다는 그따위 사고 방 식은 대단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좋아서 왕자로 태어난게 아니라고? 그 런 말을 하려면 좀 일찍해야 했다. 이제와서 하기에는 너무 늦었잖아?! "이제와서 그런말 해도 늦었어요. 스틸바론과 그레이스 경의 목숨을 가져 간 사람이 그따위 소리를 할 줄은 몰랐군요." "...." 보디발 왕자는 역시 그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 조용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납득은 하지 못한 얼굴이었다. "그렇지만, 카이레스....." "당신이 레오나 공주를 사랑한다는 건 알겠는데. 그렇게 해서 달아나서 무슨 의미가 있죠? 어차피 처형시키는 것도 아니잖아요! 결혼식? 그게 무 슨 의미가 있지?" "카이레스!" 그때 잭과 렉스가 나를 말리려 했다. 나도 모르게 내 자신의 감정이 격해 졌나 보다. 그래. 그렇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지! 진정 보디발 왕자를 아낀다면 그렇게 계속 감싸줄 수는 없는 거 아닌가? "그만둬! 충분히 알아들었을 거야! 카이레스! 너도 흥분해있다고!" "하지만!" "그래! 누가 자기 애인이 결혼하는 걸 달갑게 여기겠냐?!" 그들은 그렇게 말하고 보디발 왕자와 나를 뜯어 말렸다. 하지만 그때 마 커스는 조용히 보디발 왕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자 어떻습니까? 지금이라도 당신을, 라이언즈 캐슬로 보내드릴 수 있습 니다. 원하신다면 말이죠. 어차피 윌카스트와의 싸움에서도 알았겠지만 당신은 몸이 무거워서, 절대로 이노그와의 싸움에서 도움이 되지 않습니 다. 어차피 성검 데일라잇은 성기사만이 사용가능한 것, 당신은 그걸 쓸 수 없지 않습니까? 사실 당신은 전장에 나가보아야.... 아무런 역할도 하 지 못할 것입니다." 세상에! 저건 대놓고 유혹하는 거 아냐? 나는 황당해져서 그 마커스를 바 라보았다. "당신 지금 제정신인가?! 말려도 시원찮을 판에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거 야?!" "나는 그에게 선택의 기회를 줄 뿐이오." 마커스는 그렇게 대답하고 지상으로 다시 내려와 보디발 왕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보디발 왕자는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것처럼 마커스의 손을 잡았다. < 계 속 > -------------------------------------------------------------------- 오늘은 여기까지. *********************************************************************** '더 로그 드릴게 황검 7권 있으면 주세요~' ,이런게 싫습니다. 라니안 정문 에 보면 저런거 잔뜩 있던데.-_-; 어떤 놈이 자기 글이 교환요건이 되어서 이리저리 팔려 다니는 걸 좋다고 보고 있겠습니까? 뭐 그렇다고 통신연재 두 번 다시 안한다는 건 아니고,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2 부 다크세인트Dark Saint를 연재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글의 성격상 연재보다는 그냥 쓰는 게 더 낫기 때문이죠. 아 허공도는 언제 쓰냐. 13번째 현자도 써야 하고.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5 화 : Deicide#5 ------------------------------------------------------------------------ 팔마력 1548년 10월 5일 "역시! 현명한 선택입니다. 후회할 짓은 안하는 게 좋죠." 마커스는 보디발 왕자가 자신의 손을 잡자 기뻐하며 그렇게 말했다. 젠 장! 저렇게 되는 건가? 하긴 그의 말이 맞다. 보디발 왕자는 나에게 필요 없다. 윌카스트와의 싸움에서 보았듯이 그는 이노그 전에선 필요없을 것 이다. 하지만 왕자로서의 긍지가 있다면 앞으로 벌어질 전투는 그가 책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에게 미래를 건 수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디발 왕자가 레오나 공주를 선택하겠다면 나 로서는 그를 말리지 않겠다. 왜냐면 그것은 이미 그의 선택, 내가 어떻게 강요하여서 바꾼다 하더라도 보디발 왕자의 속 마음 까지 바꿀수 있는 것 은 아니지 않는가? 마음도 없이 싸워서 쓰러뜨릴 수 있을 만큼 이노그가 만만한 상대인 것도 아니다. 그러나 솔직히 보디발 왕자에게는 실망이다. 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더더욱 실망이다. 사랑이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건가? 이놈도 저놈도 이야기하고, 노래하지만 그것이 인간 의 긍지를 다 부숴버려야 할 만큼의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일까? "아냐!" 그런데 그때 갑자기 보디발 왕자가 마커스의 손을 뿌리쳤다. "내가 원하는 건 라이언즈 캐슬이 아냐! 북부전선으로 우리 모두를 텔레 포트 시켜줘!" "!!!" 마커스는 의외라는 듯 보디발 왕자를 바라보았다. 보디발 왕자는 입술을 깨물고 말했다. "마커스! 당신의 뜻은 알겠지만! 나로서도 지켜야 할 것이 있다. 내가 만 약 레오나 공주를 위해서 나 자신을 버려버린다면 무엇이 남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도 긍지도 다 버린 쓰레기가 되길 원하지 않아! 그 렇기 때문에 가는 거야!"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당신의 뜻에 따르겠습니다만 결혼식이 내일입니 다. 브래들리 4세는 굳이 제가 말하지 않더라도. 색마(色魔)라는 건 다 알고 있겠죠." 저 마커스는 무슨 의도로 저렇게 말하는 것이지? 나는 그런 의심이 들어 서 마커스를 바라보았다. 왜 보디발을 라이언즈 캐슬로 보내려 하는 걸 까? 저렇게까지 하면 역효과가 나긴 하겠지만 마커스의 언행에는 어디도 역효과를 위해서 무리한다는 티가 나지 않는다. 즉 진심이란 이야기. 설 마 보디발을 왕위에 올린 뒤 허수아비처럼 조종한다는 건 아닐 테고. "상관없어! 그녀와 나 사이에서 육체적인 순결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까. 게다가 그녀는 이미...." 보디발은 그렇게 말하고 스컬버스터를 짊어졌다. 거대한 검이 휘둘러지자 휘익 하는 바람소리가 일고 재가 휘날렸다. "그럼 갈까!! 시간이 없다!" 보디발 왕자는 오래간만에 활달한 목소리로 그렇게 외쳤다. 그러자 마커 스는 보디발 왕자에게 맞장구 치면서 말했다. "뭐 할 수 없군요. 전하의 뜻이 그러시다면 따라드리는 것이!" 그 순간 나는 강렬한 돌풍이 눈앞을 휘감는 것을 느끼고 눈을 감았다. "이제야 미적미적 기어오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오! 아무리 내가 먼저 갔 다고 하더라도 당신들도 정신이 있다면 빨리 뒤를 따라와야 하는 것 아니 오?" "...." 나는 눈을 뜨자마자 앞에서 호통을 치고 있는 린드버그를 보게 되었다. "이봐?" 나는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게 아닐까 싶어서 볼을 꼬집어 보았다. 아 니 텔레포트 하자 마자 바로 린드버그가 보인다니. 내가 지금 정신이 이 상한 걸까? 그러나 환상이라기엔 너무나도 생생하고 볼도 아프다. 게다가 린드버그의 뒤는 마차들이 늘어서 있던, 북부캠프의 공터이다. 린드버그 는 이미 우리들이 어디서 나타날 것인지 알고 있었던 듯 북부 캠프의 공 터를 치워놓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에?" 나는 이놈이 지금 우리들에게 호통을 치는 건지 의심스러워서 눈만 껌뻑 였다. 맑은 가을의 햇살 속에서 린드버그는 정확히 우리들을 보고 말하고 있었다. "이제사 미적미적거리며 나타나다니 느려터지지 않소! 지금 북부전선 방 어력은 말도 못하게 떨어진데다가 보급품도 바닥나고 그런 판인데 느릿느 릿 기어오다니. 게다가 다들 옷은 그게 뭐요? 또 누구랑 싸우기라도 한거 요? 응?"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고 우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그때 우리 들을 헤치고 마커스가 나아갔다. "음. 린드버그, 약속한 대로 이들을 전부 데려왔네. 뭐 사정이 있으니까 그렇게 성질을 낼 필요는 없네. 하마터면 윌카스트에게 데일라잇을 빼앗 길뻔 했는데 이렇게 호통만 쳐서야 되겠는가?" "윽! 마커스님. 송구스럽사옵니다. 감히 제가 마커스님의 앞에서 성질을 부려서. 마커스 님이 계실 줄은 미처 모르고 그만 이 방정맞은 이빨을 연 주한 모양입니다. 생니를 뽑아서라도 사죄가 된다면 그러고 싶습니다만. 으음. 하지만..." 에? 둘이 아는 사이냐? 게다가 뭐냐? 저 공손함은? 린드버그같이 안하무 인에 느끼한 바퀴벌레 같은 녀석이 마커스에겐 극존칭을 쓰다니. 나는 놀 라서 마커스를 바라보았다. 마커스가 린드버그의 스승이라도 되나? "그건 그렇다 치고 전황은 어떻게 되었지?" 보디발 왕자는 아무리 보아도 수상한 린드버그와 마커스의 행동에도 의문 을 품지 않고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린드버그는 주위로 손을 휘익 돌렸다. "눈으로 직접 보시지?" "...." 나 역시 주위를 살펴보았다. 세상에. 캠프의 허술한 방책은 완전히 무너 져서 전부다 노출되어있고 여기저기에서는 시체를 소각하고 있는 검은 연 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이런 연기가 피어오르는데도 불구하고 맑은 가 을 햇살이 내리쬐이는데 그렇게 부조화일수 없다. 나는 주위의 참담한 모 습을 보곤 이를 갈았다. "제기랄! 이 녀석들이!" 나는 그렇게 외치고 린드버그를 바라보았다. 린드버그는 노스가드성을 축 조한 마법사. 다르크 발드의 지팡이를 들고서 우리를 바라보았다. 저놈은 우리들에게 마법을 걸고, 우리들을 지배하려고 한 놈이지만 지금 시점에 서는 더없이 소중한 마법사다. 전투를 앞두고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 때문 에 마법사를 잃을 순ㄴ 없는 일이 아닌가? 나는 이를 악물고 린드버그에 게 다가갔다.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겠지만... 빠른 시일안에 디모나에게 건 그 저주를 풀어주는 게 좋겠군." "저주가 아니라 기생충일 뿐일세. 뭐 걱정하지 말게. 설마 내가 미인을 죽이겠나? 하하하하핫!" 그는 그렇게 말하고 디모나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디모나는 찬바람 풀풀 나게 몸을 돌렸다. "그렇다면 지금은 전투후 교착상태로군요? 아직은 싸울 일이 없다면 휴식 을 좀 취하겠어요." "그러도록 하시오. 하하하하. 아참 보디발 전하께서는 저와 함께 작전 브 리핑에 참여해 주시죠." "...." 이녀석 또 기아스라도 걸 셈이냐? 나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지만 대신 보 디발 왕자의 곁에 섰다. 린드버그 녀석을 해치우려면 때를 잘 타야 한다. 적어도 지금은 린드버그가 소중한 전력이니 건드려선 안되는 것이다. 이 노그를 앞에 두고 인간끼리도 불신과 반목을 거듭한다니 왠지 한심하지만 어쩔수 없군. 나도 원해서 반복을 하는 건 아니니까. "좋아. 그럼 그 브리핑에 나도 참가해도 될까? 무엇보다도 데일라잇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으니까." 나는 린드버그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린드버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당신은 반드시 필요하지. 조디악 나이츠의 허락을 받아 데일라잇 을 쓸수 있는 인물은 당신밖에 없으니까. 그러나 이노그를 물리친 공은 가져갈수 없다는 걸 명심하시오. 어차피 당신은 로그마스터이니까 그런건 필요없겠지?" "...." 이 한심한 녀석. 세상이 어찌될지 모르는 판국에 공을 다투자는 거냐? 게 다가 그런건 내가 준다고 해서 주어지는 게 아니잖아? 그러나 녀석의 말 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지금 브래들리 4세는 나라꼴이 어찌되건 간 에 자기가 왕위에 오르기 위해서 무리하게 대관식을 진행하려 한다. 그 사이에 실제로 나라를 지키느라 전장에 와있는 이들, 설사 아무리 사악하 고 교활한 린드버그라도 하더라도 브래들리보다는 그가 낫다. 이노그를 물리치는 공은 보디발과 린드버그, 이 둘이 가져야 하는 것이다. 적어도 라이오니아 왕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아 그리고. 지금 이곳에는... 팔마교단의 기사단이 와있으니까 당신들의 숙소는 캠프 밖에 텐트막사를 쳐놨소." "으익!" 렉스는 그순간 기겁을 하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메이파를 지키란 말이로 군. 하지만 캠프 밖에 세워둔 막사라니. 위험하잖아? 언제 적에게 공격당 할지도 모르고. "그럼 잭, 렉스, 시노이, 나는 브리핑에 참여할테니까 텐트막사 주위에 호를 파고 캘트롭같은거 뿌려둬. 알았지?" "...오자마자 막노동이군. 뭐 그게 내 팔자지. 알았다." 시노이는 쉽게 수긍하고 일행들과 함께 막사로 이동했다. 나는 보디발 왕 자를 보고 말했다. "그럼 브리핑으로 가보죠." "잠깐만요. 오라버니." 그때 펠리시아 공주가 보디발 왕자에게 다가왔다. "한가지 물어볼게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요?" "물어보렴." "그, 무슨 의미였죠? 방금전, 그러니까 텔레포트 되기전의 그 말은...." 아... 그거 말인가? 나는 그때 사이에 끼어들어서 말했다. "몰라서 물어요? 벌써 같이 자도 몇번은 같이 잤으니까 이제와서 결혼식 을 하건 뭘 하건 순결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죠." "...이익! 너에게 물어본게 아냐!" 펠리시아 공주는 내 말을 듣고 건틀렛을 쓰고 있는 그 무지막지한 주먹으 로 나를 후려쳤다. 뭐 피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는 맞아주는 게 예의겠 지? 나는 그녀의 주먹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받아들였다. -퍽! "어... 펠리시아?" 보디발 왕자는 펠리시아의 돌발적인 행동ㅇ르 보고 당황해서 그렇게 물어 보았다. 하지만 펠리시아 공주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보디발 왕자를 바라보았다. "아니. 됐어요. 오라버니. 그것만 알면 됐으니까." "...." 강해졌는데? 흠. 사랑을 하면 사람이 강해진다더니 이런 의미였나? 나는 그렇게 말하고 우리들의 앞에서 물러나, 먼저 막사로 이동한 일행들을 따 라가는 펠리시아를 바라보았다. 그걸 본 보디발 왕자는 나에게 고개를 돌 려서 물어보았다. "네가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냐? 카이레스? 어차피 내가 해야 할 말인 데...." "...그녀는 당신을 미워할 수 없을 테니까. 스트레스 쌓일거 아니에요.나 같은 녀석이 말해주면 그녀도 화를 풀 대상이 있어서 좋고, 당신도 괜히 동생에게 미움 받을 필요 없어서 좋고. 일석이조인데?" 나는 일부러 퉁명스럽게 그렇게 말했다. 쉐도우 아머 때문에 그녀의 주먹 질은 나에게 큰 효과가 없었지만 그래도 기분은 조금 안좋군. 정말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까지 해줘야 하는 지 모르겠다. 보디발 왕자는 완전 바보인데 말이다. "아니. 미안. 그리고 고맙다." "만약 그레이스 경과 스틸바론이 저승에서 땅을 치게 되면 당신 목을 베 어다가 제사를 지낼 테니까. 미리 고마워 하지 마시죠." 나는 보디발 왕자에게 그렇게 협박을 했다. 그러자 린드버그와 마커스는 다친 병사들 사이를 헤집으며 먼저 걸어갔다. "얼른 따라오시지. 제장이 다 모여서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우리는 랭카스터 경이 머물고 있는 큼직한 막사에 도착했다. 이전에 공격 을 받아서 여기저기 타버린 큼직한 텐트를 개조한 이 막사에는 각 부대의 지휘관들인 기사들과 벨키서스 레인저의 베인, 그리고 마법사들과 팔마교 단의 성기사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은 한참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우리가 걸어들어오자 원망이 반쯤섞인 환영을 해주었다. "힘겨운 발걸음을 하셨군요. 보디발 전하." 랭카스터 경은 보디발 왕자를 그렇게 환영했다. 원래 귀족파의 태두인 루 델 후작가인 그가 이렇게 보디발 왕자를 맞이해 주다니 아마 보디발 왕자 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좋아진 것 같았다. 노스가드에서 성을 버리고 달 아났던 사람의 평가가 좋아져봐야 얼마나 좋아지겠냐마는. "으음. 뭐 나는 한일이 별로 없어. 그나저나 전황은 어떻게 되나?" "현재 남은 병력은... 700여명. 이게 전부입니다." "...." 고작 700여명? 랭카스터 경이 기죽을 만도 하군. 그러니 여기 남아있는 인간들이 보디발 왕자를 미워할 여력이 있겠냐? "700여명? 팔마 기사단은?" 나는 그렇게 물어보았다. 역시 아무리 미운 팔마 놈들이라지만 이럴 때는 머리수 하나라도 아쉬운 법이다. 그러자 사람들 사이에서 한 기사가 일어 났다. 긴 흑발을 늘어뜨린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정도로 아름다운 검은 보석안의 기사. 질리언 체이스 필드였다. 에? 저런 거물이 와있단 말야? "팔마기사단 200여명을 포함해서 700입니다." "현재의 편성은 팔마기사단이 200여명, 글로리 오브 페이스가 100여명, 벨키서스 레인저와 민병대, 근처의 귀족들에게 긁어모은 병사들이 400여 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말들이 죽어서 태반이 보병입니다." 랭카스터경은 그렇게 말했다. 우와. 확실히 징그럽게 부족하잖아? 린드버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 부하들은 컨트롤 링을 빼앗겨서 다 적으로 돌아섰다고 하더군." "컨트롤링을 빼앗겨?" "예, 에스페란자의 공안요원들과 훈련된 오크들이 쳐들어와서 컨트롤 링 을 빼앗았습니다. 우리들 사이의 정보도 새고 있는 듯 한데." 랭카스터 경은 그렇게 말하고 말끝을 흐렸다. 우와, 이건 사태가 장난이 아니잖아? 그러나 그때 린드버그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 700여명이나 남아있으면 그걸로 충분하군." "예?" 순간 제장들이 모두들 놀랐다. 나도 놀라서 린드버그를 바라보았다. 아니 이놈이 갑자기 미쳤나? "적은 최소한 2000은 됩니다. 그런데다가 저희들은 지금 무기도 없어서 부러진 창들은 재활용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700여명으로 충분하 다니오? 아무리 승산이 있다 하더라도 옥쇄는 사양하겠습니다. 지휘관 된 도리로서 병력은 보전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나중에 다시 일어날 여력이 있지 않겠습니까? 원군이 오거나 할 때도..." "말대꾸 하지 마시오. 그의 말이 사실이니까." 보디발 왕자도 린드버그를 거들었다. 하긴 만약 이노그만 물리칠 수 있다 면, 그런 확신이 있다면 700의 병력을 옥쇄시켜도 그렇게 나쁜 투자는 아 니지. 그렇지만 과연 그게 가능하기나 할까? 이노그를 물리칠 확신이 있 나? 그리고 설사 확신이 섰다고 하더라도 700명의 목숨을 요구할 자격이 있을까? 인류를 위해서 죽어달라고? 웃기는 소리다. 웃기는 소리지만 현 실은 냉혹한 법, 전쟁은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다. 지금도 막사의 밖에선 병사들이 참호를 파고, 부서진 무기들을 수리하고 시체가 마법에 이용당 하지 않도록 태우고 해체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일단 이 다르크발드의 지팡이는 노스가드 성내에 있는 모든 적들을 다 불살라 버릴 수 있습니다. 이 일격으로 단 숨의 적의 반수를 줄일 것이 오." 린드버그는 다르크 발드의 지팡이를 들고 그렇게 외쳤다. 그러자 그말을 들은 사람들이 놀라워 하기 시작했다. 린드버그 이녀석, 우리보다 먼저 도착하고서도 그걸 공표하지 않았군. 이제와서 알리다니 그 심보는 뭐지? 극적인 연출을 위해서인가? "이건 은룡 세르파스 님이 직접 제게 주신 것입니다. 세르파스님은 오랜 세월동안 인간사에 관여하지 않으셨기에, 그리고 라이오니아 왕국의 현 왕조가 벨키서스 대왕과 단절되었기 때문에 함부로 라이오니아 왕국을 도 울수는 없다고 하셨습니다만, 제 경우는 저의 모친, 프릴라 공작부인께서 벨키서스 대왕의 직계 혈통이었기에, 세르파스께서 소원을 들어주신 것이 죠." "...." 맘대로 각색하고 있군. 세르파스가 어디 현 왕조가 혈통에서 단절되어서 도와주지 않는 거라고 했냐? "공을 다투는 꼴이 오래가지 못할 것 같군. 뭐 맘대로 하시고." 나는 그렇게 비아냥거린 뒤 나섰다. "자 그러면 일단 그렇게 다르크 발드의 지팡이로 적들의 병력을 섬멸한다 면 그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야 물론, 불타는 노스가드에서 빠져나와 혼란된 적들을 격파할수 있게 앞에 다가가야지." "하지만 그 다가가는 행동이 적들을 유인해서, 오히려 놈들이 성밖으로 스스로 뛰쳐나오면 어쩌겠소?" 기사들은 과연 정해진 일을 가지고 갑론을박을 하고 있었다. 저렇게 떠들 여유가 있다는 것도 다 아직 한계에 부딪히지 않았다는 이야기겠지? 좋은 징조다. 그때 린드버그가 나섰다. "이 지팡이가 있으면 노스가드성내를 아무런 장해없이 볼수 있습니다. 이 전에는 이노그의 방어진에 의해서 성내를 엿보는게 불가능했지만, 아무리 이노그라고 하더라도 원래 성을 만들때부터 넣어둔 이 정찰 기능은 막지 못하는 것 같으니까요. 그러니 우리들은 일단 앞으로 군대를 몰아간 뒤 적들이 성에서 나올 경우 빠지고 그렇지 않을 경우 노스가드를 불태워버 리는 겁니다."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고 작전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워낙에 지형이고 뭐고 생각하지 않는 단순한 전투라서 작전도는 별게 없었다. 하지만 단순 한 작전일수록 타이밍이 중요한 법이지. "단순한 작전이지만 녀석들의 동태를 이렇게 확인할수 있는 이상, 타이밍 에서도 우리가 유리하지. 어떻소! 목숨을 걸어보지 않겠소?!" 린드버그는 그렇게 제장들에게 외치며 자신의 작전도를 들어보였다. 단순 한 직선과 소수의 병력만으로 펼쳐진 무모할 정도의 반포위 진형. 저 종 이 한 장에 700여명의 목숨을 걸다니, 무모한 짓이다. 하지만 다른 방법 이 없지. 베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미 우린 목숨을 걸었소. 그러니 더 이상 걸어봐라~ 라고 해봐야 걸 건 없소. 후후훗." "쳇. 벨키서스 레인저는 아직 사상자도 한명 없지 않소? 우리야 말로 진 짜로 목숨을 걸었지." 글로리 오브 페이스의 기사가 자신의 흉갑을 두들기며 그렇게 말했다. 그 러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린드버그의 말에 동조하면서 전의를 불태웠다. 이렇게 두들겨 맞고 전의를 불태울수 있다는게 대단하다. 나는 그런 이들 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린드버그를 바라보았다. 악당이고, 재수없지만 이 놈은 확실히 유능하다. 지금처럼 썩은 눈을 가지고 있는 보디발 왕자보다 더. "그리고 보디발 왕자와 카이레스, 이 두사람이 이노그의 목숨을 끊는 것 입니다. 성황 오르테거 대제의 검으로." "그래. 우리가 하지." 린드버그의 격양된, 극적인 동작에 대해 보디발 왕자는 무뚝뚝하게 일관 했다. "그럼 결행은 내일! 그때 까진 다들 쉬도록 하시오. 이만 해산합시다!" 랭카스터 경은 그렇게 말하고 해산을 명했다. < 계 속 > -------------------------------------------------------------------- 휘긴경 대극장을 점거한 옛 비상하는 매 멤버들을 잘 달래어 보낸 휘긴 경. 그러나 페르아하브는 휘긴경의 감시역을 자처하고 나선다. 펠: (대본을 보며) 으음. 카이레스 이놈 말야. 쓸데없이 이용당하는 것 같지 않아? 수상한 놈들 잔뜩 나왔는데 그러려니 하고 자기가 납득해버리 잖아. 이거. 휘: 원래 그런거지 뭐. 바보는 계속 이용당하는 법. 카: (인상을 쓴다) 난 머리도 제법 좋은 줄 알고 있었는데. 펠: (시건방 모드 발동)역시, 체리인 게 문제야. 여자에 너무 약하잖아. 글에 재미를 더하려면 에로틱한 것도 좀 보강해야 하는데 말야. 어이 체 리 보이. 카: 왜 호모? (-_-; ) 펠: .... " 그게 선배를 대하는 태도냐? 카: 훗. 바보. 난 남자에게 당하면 혀 깨물고 죽는다 죽어. 펠: 이봐. 이런 거 인용하긴 싫지만 나는 바이...다. 카: .... 휘: 동인지 인용하지 말라고. 얼른 돈벌어서 작업실을 갖자! 아자자잣! 계속된다면 계속... 휘긴경 극장의 평화는 내가 지킨다! *********************************************************************** 아욱.... 요새 왜 이렇게 잠이 많은지 원. 심장박동에 따라서 눈이 팔딱팔딱 뛰는 느낌이 나는데 아무래도 피로한 거겠죠? 아 그리고 이노그나 그런거는 물론 제가 고쳐서 쓰는 겁니다. 후우. 오늘은 왠지 좀 몸상태가...영.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5 화 : Deicide#6 ------------------------------------------------------------------------ 팔마력 1548년 10월 5일 나는 별 것 없는 브리핑에서 해방되어 막사밖으로 걸어나왔다. 하늘에는 투명한 푸른 달이 떠있었다. 내가 세르파스의 영역에서 있다 와서 그럴 까? 차가운 얼음 같군. 그 얼음을 희롱하는 검은 연기, 전사자를 태우는 검은 연기가 없다면 꽤나 운치있을 가을 밤이다. 여기저기에선 풀벌레들 이 울어대고 이따금 야광충들이 날아다닌다. "카이레스." "예?" 나는 앞으로 걸어가다가 뒤에서 날 부르는 보디발 왕자의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그늘을 드리운 보디발 왕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뭘요." "내일로, 모든게 결정나겠구나." "예." 나는 무성의하게 대답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보디발 왕자는 내 옆을 따라오면서 말했다. "그래도, 나는 아직 네 형제냐?" "...." 여기서 아니라고는 절대 말 못하겠지? 솔직히 별로 맘에 안드는 건 사실 이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뒤돌아서 씨익 웃어보였다. "왜요. 잘못한 줄은 아시나 보죠?" "...미안해. 정말, 너에게도 펠리시아에게도, 아니 나 때문에 죽은 모두 에게도." "알았어요. 어차피 죽은 사람들은 할말이 없겠죠. 그러니 레오나 공주를 반드시 손에 넣으십쇼. 흥. 하지만 이번까지만 도울겁니다. 이후는 알아 서 잘 하세요."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보디발 왕자는 내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듣자 굉장 히 기뻐하면서 반문했다. "나는 아직 네 형이냐?" "원래 형이었어요. 몰랐어요? 그거? 나는 알고서 의형제를 맺자고 한줄 알았는데? 원래부터 우린 형제라고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보디발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카이레스. 내일은 이노그와 싸울테니까. 먼저 가서 자라. 괜히 이상한 짓 하지말고." 내 말뜻을 이상하게 이해한 모양이군. "예." 나는 그렇게 말하고 보디발 왕자에게 손을 흔들었다. 어째 이렇게 되면 린드버그와 마커스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것 같은데? 하지만 나는 그런 생각을 애써서 떨치며 다크레전의 옷깃을 여몄다. 밤바람이 강하게 불어 온다. "후우." 결국 여기까지 온건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곤 허리춤에 채워져 있는 데일 라잇의 칼자루에 손을 얹었다. 산속 별볼일 없는 레인저 소년에 불과하던 내가 어느틈에 이렇게 나라의 운명을 건 싸움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또 한 로그마스터, 내 앞으로의 길도 정해졌다. "그렇지만, 이노그를 물리칠 수 있을까?" 나는 스스로 독백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나에게 꽤나 큰 기대를 거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노그를 물리칠 수 있을 때의 이야기이 다. 일단 나와 보디발이 이노그에게 밀려버리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물 론 그때는 마커스와 린드버그가 우리들의 백업을 해줄 셈이지만 그래도 윌카스트 하나 물리치지 못한 우리들인데 이노그를 물리칠 수 있을까? 물 론 '윌카스트 하나'쯤 으로 치부하기엔 좀 그렇다. 윌카스트는 블랙 드래 곤 그레이트 웜. 암흑 투신 듀렉을 섬기는 강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이노 그 보다 세진 않을테지? "젠장." 마음이 심란하군. 어쩌면 나는 내일 죽을 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 죽는 게 당연하다고 봐야 한다. 나는 왜 이런 일을 하려고 하지? 내가 이노그 를 쓰러뜨려봤자 내 이름은 역사에도 남지 않을 것이다. 야사로서는 남을 지 몰라도 적어도 정사에서는. 이노그 퇴치의 영광은 보디발이나 린드버 그에게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어? 카이레스?" "응? 뭐하는 거야? 방어진은 다 구축했어?" 나는 입구에서 웃 통을 벗어제낀 채 땀을 식히고 있는 렉스와 잭, 시노이 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삽과 괭이를 가지고 땅을 파두고 나무를 잘라서 만든 창을 땅속에 묻어두었다. 이 친구들, 일은 잘하는 군. "젠장. 아무리 우리가 그냥 용병이라지만 이런 막일을 하게 하다니! 카이 레스!" "뭐 브리핑도 별로 즐겁지는 않았어. 게다가 난 내일 이노그랑 싸워야 한 다고." 나는 항의해오는 잭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잭은 앗 하고 입을 다물 었다. 렉스는 벌써 가슴앞에 손을 모으더니 합장을 하고 말하기 시작했 다. "부디 내세에는 괜찮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길." "어이어이." 나는 이노그와의 싸움을 앞두고도 이렇게 위트를 잃지 않는 이들을 보고 피식 웃었다. "관은 필요 없지?" "글쎄. 이노그의 그리즈낙을 맞아서 죽는 다면 시체도 남지 않을걸?" "그런가?" "왜 언덕거인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도 시체 추리기 힘들다고." 이것들이! 나를 골로 보낼 셈이냐? 나는 이들을 바라보곤 인상을 썼다. "그런데 다른 일행들은?" "음. 라크세즈는 잠깐 어디 간다고 날아가 버렸고... 디모나는 말을 빌리 겠다고." "말?" 그런데 그때 어디선가 익숙한 말의 투레질 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작 놀 라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이런! 레이퍼잖아?!" "응. 아마 그럴걸." "젠장. 무슨 일이지?" 나는 지면을 박차고 레이퍼의 투레질이 들린 곳으로 달려가 보았다. 격심 한 전투 끝에 이제 완전히 다 헐어진 마굿간, 그 앞의 말뚝에 매여진 말 들 중에서 레이퍼를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디모나가 그 위에 올라타고 있기 때문이었다. "무슨 짓이야? 디모나? 에?" 나는 달빛아래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레이퍼를 바라보고 깜짝 놀랐 다. 레이퍼에 어느틈에 마갑이 씌워져 있는 것이다." "아 카이레스?!" "아니 디모나. 그 마갑은 뭐야?" "아마도 너가 말을 내버려 두고 가니까 기사들이 임시로 빌려 쓴 모양이 야. 전사자의 말은 다른 기사들이 쓰는게 당연하잖아." "그, 그런가? 그러고 보니 당연하긴 당연하군." 말이 부족해서 난리라고 했으니까 주인이 없다고 말을 놀려둘 이유는 없 는 법이지. 하지만 레이퍼에게 마갑을 입히다니 저 레이퍼는 바보냐? 원 래 명마는 주인이 아닌 남을 함부로 등에 태우지 않는 법이잖아! 잘 키워 서 후천 명마로 만들려고 했더니 선천색마에 지나지 않는 구나. 디모나야 워낙 눈에 익으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마갑을 입고 다른 기사를 등에 태우 다니. 하지만 지금의 레이퍼는 뭐가 좋은지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 그리고 옆의 다른 말들은 매우매우 불행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휴. 내가 왜 레이퍼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원. 정말 이름값을 톡톡히 하잖아! 이거 민폐를 끼쳐서, 아니 마폐(馬弊)라고 해야 하나? 어쨌거나 참 민망한 말 이다.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고. "디모나. 어딜 가려고?" "아 카이레스. 브리핑은 어땠어?" "마법에 의존한 싸움에 전술이고 뭐고 별다른 게 있을리 없잖아. 마법으 로 불지르고 쳐죽이자는 건전한 내용이었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녀를 돌아 보았다. 디모나는 푸른 달빛을 받으며 레이퍼위에 올라타서 웃어보였다. 달빛을 받아 빛나는 검푸른 머리칼은 묘하게 요염하면서도 청초하다. 뭐 라크세즈가 있으니까 요새는 눈이 높 아져서 그렇게 혹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내 마음 을 사로잡고 있다. "재를 뒤집어 써서 목욕이나 할까 하고. 마침 근처에 호수가 있다고 하던 데?" "전투가 계속 벌어지고 있는데 물이 깨끗할까? 시체들 썩는 내가 요동을 하면?" "으음. 하지만 좀 머니까 수질도 기대할만할 것 같은데. 가볼 만 하지 않 아? 아니면 그냥 호수나 구경하다 오지 뭐." "쳇. 전투중에 목욕을 한다니. 사치스럽다." 나는 그렇게 투덜거렸지만 디모나는 웃기만 할 뿐이다. 그녀에게는 내일 의 전투에 대한 불안감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 린드버그에 의해서 죽을지 모르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해하지 않는다니. 오히려 보고 있는 내가 속이 터진다. "괜찮은 거야? 정말?" "아니 목뒤가 좀 아픈데?"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자기의 목뒤를 쓰윽 문질렀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깜짝 놀라서 바라보았다. "뭐? 그거 위험한 거 아냐?" "...왜 카이레스가 걱정하는 거야? 이건 내일이잖아. 안그래?"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묘하게 웃었다. 으음. 왠지 나는 내 속 다 드러 내고 사는 것 같다. 디모나 저게 너무 약아가지고 같이 말을 하면 할수록 내가 손해다. 그런데 아무리 내가 놀려먹기 좋다지만 그래도 걱정되지 않 을까? 나를 놀려먹건 그렇지 않건 간에 린드버그가 마음만 먹으면 디모나 는 죽는단 말야. "바보. 걱정 안될 리가 있냐. 나는.... 에. 그러니까." "아참. 같이 가볼래? 뒤에 타." "원래 내 말이라고. 선심쓰는 척 하지 마." 나는 그렇게 말하고서도 뛰어올라서 단숨에 안장 뒤에 올라탔다. "꽉 잡아! 핫!" 디모나는 그렇게 외치고 말을 몰기 시작했다. 레이퍼는 힘차게 지면을 박 차더니 밤의 초원을 향해 달려나갔다. "어이. 디모나. 사람들이 우리보고 달아나는 거로 생각하면 어쩔거야? 응?" "원래 나 대책없어! 꽉 잡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레이퍼의 고삐를 잡은채 앞으로 몸을 숙였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팔로 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매달려 있었다. 이거 꽉 잡으란다고 꽉 잡으면 뒤에서 앉는 꼴이 되는데. 허리에 팔을 넣은 것 만으로도 부드러운 느낌에 어지러울 정도다. 와. 게다가 허리가 왜 이렇 게 가늘지? 나는 얼굴로 피가 몰리는 느낌을 받고 그녀의 뒤에 매달린 채 어두운 초원을 달려나갔다. "...."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가을밤의 초원, 달빛이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데 그녀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달려간다. 나는 디모나 의 뒤에서 그녀의 허리를 안은 채 눈을 감았다. 그러자 내 심장의 고동소 리가 들려왔다. 이대로 계속 달리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묘한 생 각이 들 때 즈음, 물 냄새가 나를 깨웠다. "다왔어. 카이레스."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안장에서 훌쩍 몸을 날려 뛰어내렸다. 상당히 가볍고 빠른 몸이다.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내리곤 호수를 바라보았다. 호수가에는 버드나무들이 자라있고 달빛을 받아도 수심이 보일 정도로 물 이 맑았다. 초원에 생기는 호수는 원래 늪이 되기 십상인데 이곳은 토질 이 경질이라서 그런지 물이 맑았다. "개구리들이 울어대는 데?" 나는 시끄럽게 울어대는 개구리들의 소리에 귀를 긁었다. 이렇게 어두울 때는 무심코 걸어가다가 개구리 밟아죽이기 십상이라고. 하지만 디모나는 허리띠를 풀면서 나에게 말했다. "카이레스. 나 목욕할 거니까 여기 지키고 있어 줄래?" "결국 그럴려고 부른 거지?" "응. 헤헷." "...헤헷이 뭐야 헤헷이. 그렇게 웃지마." 나는 그렇게 말하고 버드나무를 본 뒤 그 위에 올라갔다. 원래 버드나무 는 벌레가 많이 꼬이고 수액이 많은 지라 올라가면 끈적끈적한 수액이 묻 지만 가을이 되어가자 표면이 딱딱해지면서 그다지 끈적끈적하진 않았다. 나는 버드나무 위에 앉아서 가부좌를 틀었다. "마음대로 해." "으음. 거기 있으면 보이잖아." "어차피 어두워서 안보여. 달빛이 좀 있기는 하지만." "쉐도우 아머가 있으면 어두워도 보일텐데?" "바보. 이건 다크 비전이라고. 흑과 백으로 윤곽선만 흐릿하게 보이는데 알몸이건 갑옷이건 상관없다고."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게 바로 보인다는 걸 시인하는 꼴이잖아? 하지만 디모나는 옷을 훌훌 벗더니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가 물에 뛰어들자 그렇게 울어대던 개구리들이 잠시나마 잠잠해 졌다. "좋은... 밤이군."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달빛을 반사하는 수면을 바라보았다. 디모나는 물속으로 잠수를 했는지 보이지 않다가 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머리만 빼 꼼 내밀었다. "푸하. 뭐라고?" "아니. 조심해. 수심이 꽤 깊은 것 같은데. 물뱀도 있을테고." "뭐 린드버그 같은 뱀이 또 있을까?" "켓! 그놈은 정말 뱀같은 놈이지. 젠장. 하지만 지금 입장에서 쳐죽이기 도 뭐하고 말야." 나는 볼을 손가락으로 긁었다. 그러자 디모나가 나에게 외쳤다. "카이레스도 씻는게 어때? 요새 계속 싸우느라 제대로 씻지도 못했잖아." "...바보냐." 나는 말꼬리를 흐리면서 그렇게 대꾸했다. 도대체 저 여자는 의도를 가늠 할 수 없다. 하지만 말을 들으니까 가슴이 두근거리는데... 후회도 된다. 한번 꼬실 때 '응' 하고 염치불구한 채로 뛰어들었어야 하는데 내가 왜 상식과 양식을 갖춘 교양인 행세를 했지? "그나저나 내일 괜찮겠어? 아마 내일이면 이노그랑 싸우게 될 것 같은 데." "그리고... 그렇게 한 다음에는 린드버그가 우릴 제거하려 들걸." "설마. 라크세즈가 있으니까 쉽지는 않을 거야. 내가 보기엔 라크세즈가 린드버그 두 명보다도 더 강해." "그 정도야?" 그 실버드래곤 아가씨가 그렇게 까지 강하단 말야? 이거 의외로군. 하긴 싸우긴 잘싸우는 것 같지만 윌카스트에게 너무 심하게 당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레이퍼는 여기저기 난 풀들을 뜯으면서 자기 멋대로 노닐고 있었다. 저러다 야생마 되는 게 아닐까 저놈? 소질은 충분히 있던데. "문제는 이노그지. 카이레스. 죽더라도 그리즈낙에 맞아서 박살나진 마. 그러면 쉐도우 아머를 회수하기 힘들어지니까." "너는 나보다 그게 우선이냐." 농담인 건 알지만 아무리 그래도 좀 심하잖아? 나는 문득 괘씸한 생각이 들어서 나무 위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수면으로 뛰어내렸다. 물보라와 함 께 차가운 물이 순식간에 내 몸을 휘감았다. "카이레스?" 디모나가 깜짝 놀라서 내 이름을 부르는 게 들려왔다. 나는 그런 디모나 에게 다가갔다. "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무슨 짓? 으음. 그건 말이지." 나는 디모나를 바라보았다. 청백색의 달빛을 받아서 푸르스름한 윤곽을 비치고 있는 그녀는 마치 인어 같았다. 미끈한 윤곽선과 물에 젖어 왠지 색기가 흐르는 머리칼, 그리고 조금은 겁먹은 듯한 큰 눈동자가 나를 바 라보고 있었다. 아. 디모나가 나에게 겁도 먹다니 이런 일은 처음이군. "이런걸 하려고 하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물속으로 잠수했다. 그리고 디모나의 발을 잡고 호수 가운데로 헤엄쳐 들어갔다. "꺄악! 그, 그만둬! 카이레스! 무슨 짓이야. 나, 발 쪽은 약하단....아하 하하핫!" 디모나는 몇 번 몸부림 치면서 저항을 했지만 발을 잡고 들어가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더니 그녀는 수면을 손으로 쳐서 내게 물을 끼얹었다. 눈에 물이 들어가서 무심결에 눈을 감았더니 그순간 디모나는 나를 거세게 밀었다. "이크. 카이레스. 위험해 위험해. 나는 지금 알몸이란 말야." "그러니까 더 가치가 있지."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확실히 옷이 물을 빨아들이니까 나는 굼떠 지는 군. 디모나는 팔로 자기 가슴을 감싸고 나를 흘겨 보았다. "계속 그런 이상한 짓 할거야?" "어떤 걸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봐." "그러니까 강간." "...." 아주 구체적이고 체계적이군. 나는 할말을 잃고 멍청히 수면을 바라보았 다. "어머. 정신적인 타격이 큰가봐. 혹시 자살할거면 쉐도우 아머는 주고 가." "이봐 너!" 나는 그렇게 외치고 물을 튀겨보냈다. 그러자 디모나는 쏙 하고 물속으로 들어가 물보라를 피하고 오히려 내 발목을 잡았다. "응?" 그순간 나는 물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우와. 진짜 인어인가? 자기보다 훨 씬 체구가 큰 나를 이렇게 쉽게 끌어들이다니?! 나는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다가 뭔가가 머리에 부딪히는 걸 느꼈다. 축축하고 말랑말랑한 느 낌? "엑?! 개구리다!" "꺄악!" 결국 나와 디모나는 개구리가 무서워서 도로 호수 밖으로 뛰쳐나왔다. 무 섭다기 보단 그 감촉이 뭐라고 해야 하나. 끔찍하다고 해야 하나. 께름칙 하다고 해야 하나? "푸하. 아. 혼났다. 카이레스가 엉뚱하게 물로 뛰어드니까 그런거 아냐." "개구리가 나랑 뭔 상관이야? 그리고 나라고 맨날 망이나 보고 있을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디모나는 깜짝 놀라서 머리칼로 자기 몸을 가리면서 화를 냈다. "무, 뭐하는 거야?" "아니 저, 에또 그게." 아깝다. 디모나 머리칼이 저렇게 길었나. 중요한 부분은 다 가릴 수 있잖 아? 하지만 자기 머리칼로 몸을 감싸고 있다니 굉장히 아름다워 보인단 말야. 나는 불현 듯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디모나를 바라보았다. "디모나. 한가지 질문에 답해줄래?" "뭔데?" "진지하게 대답해 줘.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 마, 만약 이노그와 싸 워도 내가 살아남으면... 나랑...." 나는 그렇게 말하며 디모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디모나는 놀라워 하면 서 눈을 크게 뜨더니 곧 고양이처럼 가늘게 웃기 시작했다. "카이레스. 내가 너를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는 거야?" "응." "바보, 호구, 강간미수. 이 정도면 충분하지?" "...." 달빛이 처량하게 나를 비치고 있었다. 달리 할 말이 없다. '나는, 채였다!' < 계 속 > -------------------------------------------------------------------- 카: 이...이번화는 왠지 나, 바보 같애. 펠: 바보 맞아. 이럴 때는 그냥 눈 딱 감고 해버리는 거야. 바보녀석. 입 에 떠 먹여줘도 씹어 삼키질 못하다니. 이 선배를 본받으란 말야. 좀. 카: (비상하는 매 대본을 본다) ....대체 본받을 구석이 어디 있단 말야? 펠: ....; 그렇게 없나? 카: (단호히)응! 펠: ...어이 강간미수범. 카: 먼치킨, 호모, 변태. 펠: 남말하고 있네. 먼치킨, 둔치, 강간범, 체리보이, 아이템발. 둘은 그렇게 공멸해 갔다. 계속이라면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