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가패스 자료실에 로그가 올라와 있더군요. 매가패스면 하이텔 아이디 무료 이용일텐데 대체 왜? 역시 모음집으로 올려놓으면 이몸이 친히 봐주마~인가. 그리고 나우누리이야기인데 로그 잡담은 줄여주세요. 아무래도 그것 때문에 피해본다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으니 피해를 주지 않도록 노력해보죠.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2 화 : 12성기사의 노래(Ballad of Zodiac Knights)#5 ------------------------------------------------------------------------ 팔마력 1548년 9월 23일 나는 냉기에 직격당한 다리를 질질 끌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데스 위저드 우릴은 허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정도인가. 스트라포트가 칭찬을 하였길래 나는 그대가 얼마나 대단한 지 보고 싶었다." "크윽." 나는 감각이 없어진 왼쪽 다리를 주무르면서 우릴을 바라보았다. 조디악 나이츠라면 나에게 비하면 까마득한 선배인데 나처럼 귀여운 후배에게 이 렇게 무지막지한 공격을 퍼부어 오다니! 너무한 것 아닌가?! 게다가 마법 사 하면 파이어볼 아냐! 어째서 이렇게 냉기 마법부터 걸어오는 거지?! 그리고 이렇게 다리가 다치면 마법을 피하거나 하는 건 불가능하잖아! "산의 안개. 그 질료(質料)로부터 부해(腐解)의 형질을 얻어 뛰쳐나오 라!" "윽!" 나는 불편한 다리로 앞을 향해 뛰어 들면서 윈드워커의 부츠를 분사시켰 다. 그러자 몸이 휙 날면서 앞으로 부웅 굴렀다. 하지만 덕분에 아슬아슬 하게 산성임에 분명한 갈색의 구름을 피하고 앞으로 굴러 들어왔다. 역시 산성의 구름을 소환하는 주문이였군. 이런 주문은 그 특성상 시전자도 피 해를 입기 때문에 시전자 근처가 가장 안전한 법이다. 그러나 그건 그 시 전자가 손놓고 놀고 있을 때다. 그는 나에게 살짝 손을 가져다 댔다. "힘이여. 이자를 구속하는 철창이 되라! 포스 케이지!Force Cage!" 순간 나는 무형의 강력한 힘이 마치 새장처럼 나를 감싸는 것을 느꼈다. 이런! 위험하다! 이렇게 갇혀버리면 승부고 뭐고 간에 끝난다! 그러나 그 림자는 그대로로군! 나는 순간 쉐도우 스텝으로 단숨에 공간을 도약하려 했다. 하지만 데스위저드의 주문이 더 빨랐다. "벼락이여. 나의 적을 꿰뚫는 화살이 되라!" 순간 푸른 섬광이 내 몸을 강타했다. 마법 저항력으로 어떻게 막아내려고 했지만 우릴의 주문은 마치 계란껍질 깨듯 내 마법저항력을 박살내고 들 어왔다. -바지지지직! 나는 무릎을 끓고 앞으로 고꾸라지다가 힘의 창살에 부딪혀서 턱하고 퉁 겨 나갔다. 입에서는 침이 주체하지 못하고 흐르면서 부글부글 끓는다. 불꽃의 마법을 맞을 때는 멀쩡하던 옷들이 새하얀 김을 발하면서 타기 시 작했다. -치이이이이이! "쿠윽! 으아아아아악!" 제길! 이... 이길 수가 없어! 데스위저드 우릴이면 마법사 중에서도 최강 에 속하는 자가 아닌가?! 저 사람이 나에게 죽으려면 자기가 죽어주려고 하지 않는 이상 힘들 것이다! "역시 이 정도인가. 마법이 소멸한 시대의 용자여?" 데스위저드 우릴은 왠지 측은하다는 듯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비틀비틀 몸을 일으키다가 다시 다리의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전격 공격한방에 몸이 이렇게 풀려버리다니. 그런데 우릴은 그 정도로 속 이 차질 않는지 다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내 말은 진리요 곧 힘이라. 한마디 말로 독의 구름을 부르고 또한 강산 의 안개를 이끈다!" 순간 내 주위로 독과 산의 구름이 섞여서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그리 고 살타는 소리가 들려온다. -치이이이이이이.... "크아아아악. 아아아! 으윽! 우아아악!" 참을 수 없는 극심한 고통이 밀려온다. 폐부를 전부 찌르는 것 같고 머리 칼과 피부가 타들어 가기 시작했다. 젠장! 독과 산의 합동공격이라니! 게 다가 이건 피할 수도 없다! 나는 지금 저 포스케이지란 마법에 의해서 새 장에 갇힌 새나 다름없는데 거기에 독가스와 산의 안개를 뿌려놓은 것이 다. 나는 내 눈꺼풀이 제발 산을 버텨주길 바라곤 손으로 눈을 가린 채 웅크려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정신을 끌어올렸다. 집중해야 한다! 이 미칠 것 같은 고통에 굴복하면 정말 죽어버리게 된다! 나는 이를 악물 고 있다가 쉐도우 아머를 조종해서 나이프를 꺼냈다. 인피니티 로프의 끝 에 매단 데스위저드 우릴의 단검이였다. 나는 그걸 조심스럽게 잡고 안개 너머에 있을 데스위저드를 노렸다. 아무리 자신이 대마법사라 하더라도 이렇게 쓰러져 있는 놈이 갑자기 단검을 던지리라고 상상하진 않겠지? 나 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웅크려 있다가 조심스럽게 창살틈새로 단도를 던졌 다. 그러자 챙하고 처음은 창살에 부딪혀 땅에 떨어졌다. 그러나 나는 인 피니티 로프를 잡고 정신을 집중해서 재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릴 의 단검이 창살을 뚫고 들어가 우릴에게 날아들었다. 그 다음은 단지 이 손의 감각에 기대하는 것이라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살 속에 뭔가가 박히 는 느낌이 났다. 그러자 데스위저드 우릴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크으윽. 흐음. 좋소. 당신을... 인정하리라. 부디! 크억!" 순간 갑자기 주위가 일그러지고 역시 석벽에 룬문자가 가득한 방이 나타 났다. "으아아아악!" 나는 주문이 풀리자마자 얼른 배낭에서 수통을 꺼내서 머리에 대고 미친 듯이 부었다. 그러자 물이 독과 산을 씻어 내주었다. 오늘은 정말 살갗의 모든 통각신경이 발작을 일으키는 것 같다. 아 맙소사. 세상에 무슨 저런 잔인한 놈이 다 있담?! 죽이려면 단번에 죽이던가 그럴 것이지 사람을 철 창 같은 것에 가둬 둔 다음에 산과 독가스를 풀어놓다니! 덕택에 산과 독 가스 때문에 옷이 타버리고 피부가 다 부식되어서 물집이 전신에 두껍게 생기고 있었다. 그렇게 약해진 몸에 독가스까지 상승 작용을 해서 피고름 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수통이란 수통은 다 동원해서 몸을 씻어내고 있기는 한데 곧 물도 다 떨어져 버렸다. "크으으으윽." 나는 부풀어 오르는 눈을 감싸쥐고 흐릿한 시야로 바닥을 살펴보았다. 머 리카락이 매우 많이 빠져서 바닥에 깔려 있었다. 산을 맞아서 머리카락이 많이 뽑혀버린 것 같았다. 하긴 머리도 타서 지금 완전히 엉망일테지. 이 런 몸으로는 도저히 버틸수 없다. "쿨럭. 으으윽." 윈터울프 디프경에게 맞은 게 도진것만 하더라도 너무나 큰 중상이다. 나 는 뒤로 벌렁 넘어져서 눈을 감았다. 성검이고 나발이고 간에 일단 쓰러 져야 겠다. 그렇게 얼마나 쓰러져 있었을까? 나는 힘겹게 눈을 떴다. 여전히 오른쪽 눈꺼풀 위에는 부기가 빠지질 않았지만 몸 상태는 한결 양호해졌다. "으으윽!" 나는 전신의 피부가 뜨거워서 정신이 없을 정도라는 것을 인식하곤 비명 을 질렀다. 그리고는 인피니티 백팩에서 약들을 꺼내었다. 산에 의한 화 상을 입었기 때문에 소독약이 필요하다. 나는 나이프 하나를 꺼내서 괴사 해버린 살가죽을 긁어내기 시작했다. 등이라서 손이 안 닿는 부분은 쉐도 우 아머를 이용해서 긁어내었다. 심장약한사람은 까무라칠만큼 많은 피가 주위를 온통 물들이기 시작했다. 나도 워낙 상처가 심해서 빈혈기, 독기 로 머리가 어지럽다. "으으윽.... 죽겠다." 나는 살가죽을 벗겨내고 핏물이 찌걱거리는 몸통에 약을 바르기 시작했 다. 살껍질 벗기고 그 안에 약을 바르는 기분? 아주 시원하다. 정말 죽도 록 시원해서 방바닥을 구르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나는 그걸 다 감행 하고 붕대로 상처를 감았다. 문제는 머리인데.... "휴우."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만져보니까 머리에도 상당수 산에 의한 침해를 입었다. 머리카락보다 눈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지. 엎드리 느라 다 노출된 뒤통수는 그야말로 머리카락이 없다! 나는 나이프로 내 뒤통수의 두피를 긁어내고 아예 머리카락 전부를 밀어버렸다. 사각사각하 고 예리한 절삭음을 내면서 머리카락들이 발 밑에 수북히 쌓인다. 이렇게 다치면 머리카락 안 나지 않나? 일반적으로는? "...." 안돼! 상상하면 안돼! 상상하면 지는 거다! 하지만 상상해버렸다. 그러나 일단 치료를 위해서 다 밀어버리자. 상처에서 열이 올라와서 지금이라도 다시 쓰러지고 싶다. 게다가 피도 매우 부족하고. 그런데 원래 털은 무딘 칼로는 잘 안깎인다. 나는 그래서 화강암 벽에 계속 나이프를 문지르면서 날을 예리하게 갈아서 그걸로 머리칼을 깎아내었다. 그렇게 귀찮은 작업 을 하자니 다시 눈이 감기려고 한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쓰러져도 이상 하지 않다. "으윽!" 나는 이를 악물고 머리에 약을 바른 뒤 붕대를 감았다.... 결국 대머리가 되어버렸다! 9월 24일 나는 굶주림을 느끼고 눈을 떴다. 여전히 몸은 지독하게 상태가 안 좋다.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배낭에서 식량을 꺼내 먹 었다. 혀도 산에 의해서 화상을 입었는지 무슨 맛인지 통 모르겠다. 아니 혀에 뭔가 음식물이 닿으면 아프다. "으으윽." 이 몸으로 나머지 조디악 나이츠와 싸운다는 것은 무리다. 절대로 무리 다. 그렇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상처가 나으려면 적어도 두어 달은 푹 정양해야 한다. "음... 뭔가 꽁수로 성검을 가져가거나 이길 방법이 없을까?" 결국 나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음. 일단 저 성검을 한번 들고 그냥 가면 어떻게 될까? 하지만 설마 그런 것쯤 대비를 해두었겠지? 그것도 무 슨 함정이나 기관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니라 영적인 어떤 힘으로 되어있을 것이다. 아니... 가만. 홀리어벤저 데일라잇은 관의 앞에 나와있어. 과연 조디악 나이츠의 맹세가 성황을 지키는 것일까 그의 소유품, 부장품 포함 인 걸까 아니면 성황의 묘를 지키는 것일까? 이 한 글자 차이에 따라서도 얼마나 많은 변화가 생기는가? 그러나 그걸 모르고 함부로 시도해서 시행 착오를 겪기에는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다. 그렇다면... 3월은 프리스트, 성직자 자리이다. 3번째로 나를 상대할 조디악 나이츠는 프리스트의 기사 디펜더 데보트일 것이다. 그에게 물어볼 수밖에. 그런데 아무리 물어보더 라도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싸움이 일어날 것 같지? "하지만 이몸으로는 도저히..." 철벽수비를 자랑하는 디펜더 데보트에게 공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를 어 떻게 해야 뚫을 수 있을 까? 지금 이 몸으로는 무리다. 아니지. 잠깐 만.... "어디 연습을 해볼까?" 나는 문득 떠오른 기술을 생각하곤 조심스럽게 연습해보았다. 충분히 가 능하군. 좋아. 이거라면 해볼만 하다. 나는 그렇게 마음먹고 결의를 다졌 다. 어차피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대머리까지 된 거 이제 와서 아쉬 울 게 뭐 있겠어?! 응? 머리카락? Hair? 머리칼? 머리채? 머리털? "....." 그래. 저게 아쉽다. 젠장. 하지만 그걸 생각한 덕택에 상당히 릴랙스 된 것 같아서 나는 이를 악물고 걸어갔다. 3월의 성좌 프리스트의 방으로. 아마 신성 팔마 제국을 중점으로 두고 있는지 3월인데도 주위는 천천히 나무 우듬지 등에 새 눈이 보이는 봄과 겨울의 경계에 놓인 너른 정원이 나를 반겨주었다. 평상시 이곳에서는 마상시합, 검투 시합등 각종 기사들 의 시합이 이루어지는 성인지 여기저기에는 말발굽자국, 각종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그런 정원의 한가운데에 마치 거대한 쇳기둥 처럼 단단해 보이는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가 있다. 방패를 들고 가벼운 검과 창을 장비하고 두꺼운 갑옷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조디악 나이츠의 디펜더 데보트 경이었다. 방 그다지 강하지 않은 이른 봄의 햇살을 반사하는 새하얀 백색의 갑옷, 그 리고 방패에는 유니콘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화려하기 구 그지없는 장비이다. 아직 칼집에서 뽑혀 나오진 않았지만 칼집만 보더라 도 대단해 보이는 검을 허리에 차고 있다. 게다가 방패에 새겨진 유니콘 의 눈 부분에는 한눈에 봐도 보통 심상치 않은 투명한 보석이 박혀 있었 다. 설마 장식용 보석은 아닐 테고 틀림없이 어떤 마법적인 힘이 담겨져 있는 보석일 것이다. "성황의 검을 얻기 위해 온 자가 그대인가?!" 디펜더 데보트 경은 정말 어디 뚫고 들어갈 데가 없어 보이는 단단한 방 어태세를 취하고 나에게 그렇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런 그에게 물어보 았다. "그전에 질문을 좀 해도 될까요?"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그 데보트 경은 의아한 듯 나를 바라보았다. 투구 속에서 얼핏 보이는 밤색의 눈동자에 호기심이 약간 담겨있다. "다름이 아니라 조디악 나이츠의 맹세는 군주를 지키는 건가요? 아니면 군주의 부장품까지 다 지치는 것인가요? 어떻게 해서도 평화적으로 저 성 검 데일라잇을 가져갈 수 없겠습니까? 저 검은 원래 미트라 교단의 것입 니다. 아무래도 넥서룬 교단의 지하에 있을 물건이 아닙니다만!"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한 일이 있었나?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군. 어찌되었건 우리의 수호 는 성황의 무덤을 불손한 의도로 침범한 자를 제거하는 것. 그리고 만약 세상에 악이 다시 밀려왔을 때 가치 있는 자에게만 성검을 인도하기 위해 서 이곳을 지키고 있다. 그대가 만약 성검을 얻고자 한다면 그 가치를 증 명하라!" "....." 무슨 성검 가져가는데 전설의 조디악 나이츠를 다 물리쳐야 하나? 하긴. 원래대로라면 신전의 문이 열려있어서 일행들 전원이 도전할 수 있을 지 도 모르겠다. 그 정도라면 충분히 쉽긴 한데... 문젠 팔마교단이 넥서룬 신전을 파괴해서 들어올 수 있는게 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제기랄. 어 쨌거나 이렇게 되었다면 이전에 연습한 그 기술을 한번 써보는 수밖에. 그러나 디펜더 데보트는 나를 바라보더니 방패를 들었다. "그대의 상처는 굉장히 크군. 나는 제국의 기사로서 공정을 기하고자 한 다. 나를 이곳에서 한 걸음이라도 움직이게 한다면 그대의 승리로 치겠 다." "...." 음. 그것도 나쁘지 않은 조건이군. 일단 차지라도 해서 몸통으로 들이받 으면 설사 아무리 디펜더가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데보트 경도 인간인 이 상 한 걸음 쯤은 움직이겠지. "좋습니다. 나중에 딴말하기 없어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일단 리피팅 보우건을 꺼냈다. 그러나 못돌리겠다. 몸의 부상이 너무 심해서 감히 이런 걸 시도할 여력조차 없다! 나는 리피 팅 보우건을 잡고 낑낑거리다가 쉐도우 아머에게 들게했다. 쉐도우 아머 는 그다지 컨트롤이 좋지는 않지만 힘이나 몸상태가 나와 비할바가 안되 기 때문에 바로 화살을 쥘수 있었다. "흠 특이한 능력이로군." "갑니다!" 나는 예의상 디펜더 데보트에게 그렇게 외치고는 화살을 발사하기 시작했 다. 설마 아무리 데보트라고 하더라도 이곳에서 한발도 안 움직이고 이걸 다... -티티티티팅! 디펜더 데보트의 방패, 그 방패에 그려진 유니콘의 눈에서 붉은 빛이 피 어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자 방패주위로 투명한 힘의 막이 생기면서 화살들이 죄다 튕겨나간다. 음. 저런게 있군. 그러고 보면 휴렐바드경의 방패랑 비슷한 성능인 것 같아. 하지만 저런게 있다면 어떻게 하지? 접근 해볼까? "그럼 공격하겠네." 그때 디펜더는 그렇게 말하곤 제자리에서 창을 들었다. 그리곤 발은 한걸 음도 떼지 않고 제자리에서 허리를 감아서 힘을 모은 다음 나에게 창을 던졌다. 하체의 힘을 쓰지 않고 던졌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한 기세로 창이 날아와서 내가 놀라야 했다. "헉!" 나는 통증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몸을 억지로 틀어서 겨우 그 공격을 피 했다. 붕대로 감싸져있는 살집이 찍 하고 피고름을 터트렸지만 창은 나에 게 스치지도 않았다. 그럼 데보트 경에게 남은건 방패와 검? "휴! 좋았어! 무기가 검밖에 없다면 돌격을!" 그러나 그때 갑자기 뒤에서 바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깜짝 놀라 서 고개를 옆으로 돌렸지만 귀 위쪽이 찢어지면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 다. 세상에... 저 창은 마법의 창이었던가? 분명 던져질 때와 똑같은 속 력으로 되돌아 온게 아닌가? 나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오는 창을 피하고는 디펜더 데보트를 바라보았다. 그는 역시 날아드는 창을 손쉽게 받아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 부상으로도 제법 민첩하군." "....." 개털 됐다. 화살은 방어 당하고 멀리 떨어지면 창을 던지고 가까이 가면 칼을 쓸 거 아냐? 그야말로 전천후 파이터잖아! 내가 그렇게 감탄하는 사 이에도 그는 다시 한번 창을 던졌다. 데보트 경은 참 신기하게도 발을 옮 기지 않는데도 체중이동과 무릎, 허리힘과 팔 힘만으로 무시무시한 속력 으로 던진다. 물론 좀 거리가 있으니까 나는 피할 수 있다. 문제는 돌아 올 때 궤도가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돌아오는 창이 아니라 돌아 올 때 내 뒤통수를 노린다는 것이다. "피했다!" 나는 몸을 돌리면서 가뿐하게 그 창을 피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스킷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예리한 것이 미간을 베고 지나갔다. "어?" 나는 피가 튀는 것을 느끼곤 머리에 손을 가져갔다. 머리를 감고 있는 붕 대 때문에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붕대가 끊어진다. "이런 제기랄. 뭐지?" 나는 흐릿한 눈을 크게 뜨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곧 왜그런지 알수 있었다. 데보트는 창에 나선형으로 왠 가느다란 와이어 같은 거를 감고 있었던 것이다. 저걸 투척기에 걸고 던지면 창이 회전하면서 날아갈 뿐만 아니라 주위를 와이어로 베고 나간다. 와이어 스핀 저벨린이라고 해야 하 나? 게다가 마법무기라서 그런지 쉐도우 아머의 방어력도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칫!" 눈이 흐려져서 못 봤어. 정말 데스위저드의 잔혹한 마법 때문에 몸이 완 전히 걸레가 되어버렸군.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간다!" "좋은 기백이군!" 데보트는 그렇게 말했다. 좋은 기백이지 아무렴. 세상에 어떤 미친놈이 있어서 이런 몸을 하고 조디악 나이츠에게 덤벼들겠냐? 이게 어디 기백이 좋은 정도냐? 죽고싶어서 돌은 수준이지! 그러나 그렇게 칭찬하고 감탄하 지는 못할망정, 그는 나에게 창을 던졌다. -쉬이이이익! 바람 가르는 소리가 소름돋을 정도로 오싹하다. 맞으면 그대로 꿰여서 날 아가 벽에 꽂혀버릴 정도잖아? 하지만 나는 그렇게 창이 날아오는 급박한 순간 그림자에 정신을 집중해서 쉐도우 점프를 성공시켰다. 데보트 경의 뒤로 단숨에 도약해서 공격! -챙! 그러나 허망하게도 데보트 경은 방패를 틀어서 내 공격을 막아버렸다. 회 심의 일격이었는데 이 인간은 견갑골이 몸통 안쪽으로 쑥 들어가는 체질 인지 팔을 뒤로 돌려서 방패로 내 공격을 막은 것이다. "예상하고 있었네." "이런!" 그 순간 데보트 경은 칼을 뽑으려고 손을 뻗었다. -챙! 나는 칼이 다 뽑히기 전에 방패를 밀어서 아예 나오지도 못하게 막아버렸 다. 그러나 데보트 경은 칼이 봉쇄 당하자 바로 주먹으로 전환해 나를 후 려갈겼다. 원래 주먹한방에 나가떨어질 몸이 아니지만 체력이 너무 떨어 져서 상대할 수가 없었다. "윽!" -휘리리리릭! 예리한 소리와 함께 와이어가 어깨를 베고 지나갔다. 데보트 경은 돌아온 창을 다시 잡고 나에게 겨누었다. 이렇게 되면 쓸 수밖에 없군! "차핫!" 나는 소드블래스터를 내 그림자에 찍었다. 그 순간 데보트경의 그림자 밑 에서 소드블래스터의 칼끝이 튀어나와서 데보트 경을 찔렀다. 데보트 경 은 소드블래스터에 찔려서 윽 하곤 신음을 냈지만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 았다. "이... 이 정도로!" "그럼 이건 어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자 쾅하는 소리와 함께 데보트 경이 눈앞에서 박살나 버렸다. 나는 그림자에서 소드블래스터를 뽑아 들 고는 땅바닥에 다시 주저앉았다. 주...죽겠다. 조디악 나이츠들을 상대하 라니. 어떻게 요행에 요행을 거듭해서 이기긴 했지만 이대로 계속 간다면 묘를 겹쳐 쓰게 될 판이다. 말하자면 성황 오르테거의 묘에 세입자 신세 가 된다고 할까? "헉헉...제기랄. 아프잖아 제길!" 나는 몸에 감긴 붕대를 풀었다. 살을 긁어내고 연고를 발라던 상처는 어 느 틈에 피고름이 가득 차서 붕대와 찰싹 붙어있었다. 살점이 떨어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그걸 떼어낸 나는 붕대들을 바닥에 버리고 다시 새 붕대 들을 꺼내서 몸에 감은 뒤 룬을 건드리고 도로 나왔다. 그러자 세 번째 성좌. 프리스트 역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네 번째는 벨론델인가? 벨론델은 어떻게 될지 모르겠군." 그녀는 이미 이곳에 나타날 상태도, 그렇다고 성황과의 맹세를 지킬 수 있는 처지도 아닐텐데? 나는 피투성이가 된 몸을 이끌고 4월의 성좌. 메 이덴의 방으로 들어갔다. < 계 속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마감이 다가와서 바쁘네요. 슬슬 풀 스트레이트가 깨질지도 모릅니다. 뭐 이만큼 썼으니 그누가 뭐랄 손가?! *********************************************************************** 우훗. 쉐도우 아머~ 소드 블래스터. 발더스에서 쓰니까 그 위력이 참 만점이 군요.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2 화 : 12성기사의 노래(Ballad of Zodiac Knights)#7 ------------------------------------------------------------------------ 팔마력 1548년 9월 24일 역시 벨론델의 방은 아무런 가디언 없이 바로 룬의 벽이 드러나 있었다. 나는 그 룬을 만지고 돌아와서 석관의 방으로 들어왔다. -우우우우우웅.... 그런데 그때 갑자기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진동음? 아니 면 공명음이라고 해야 하나? 소리라기보단 진동에 가까운 그런 느낌이다. 나는 한동안 그 공명음의 진원지를 찾지 못하다가 허리에서 뭔가가 떨고 있다는 걸 알고 소드블래스터를 잡았다. "역시 이거군. 무슨 일이지?" 역시 소드 블래스터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소드블래스터를 들어서 조심 스럽게 바닥에 내려 놓았다. 그러자 소드블래스터는 마치 스스로 살아있 는 것처럼 바닥에서 움직이면서 다다다닥 하고 마찰음을 내주었다. 그리 고 검신에 붙어있는 이터니움 웨이퍼가 무지개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이건? " 나는 석실에서 빛나는 성좌를 향해 소드 블래스터를 들어보았다. 그러자 그순간 검에서의 광채가 더더욱 강해졌다. 아니 눈부실 정도로 백열한다! 게다가 검으로부터 소름끼치는 마력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어 느 것과 다른 순수한 마력이었다. "으으으으윽!" 나는 소드 블래스터를 잡고 비명을 지르다가 칼을 옆으로 눕혀버렸다. 그 러자 진동이 덜해진다. 아마 저 성궤진의 빛에 반응하는 것 같았다. 그러 고 보니 이 소드블래스터에 끼워진 이터니움 웨이퍼는 원래 다른 검, 조 디악 소드라고 부르는 무기의 부품이라고 했겠다. 조디악이라는 것이 황 도궁을 이야기하는 것이니 분명 성궤진의 힘과 무슨 관련이 있으리라. 하 지만 방금전의 그 마력은 도대체? "...." 일단은 그런 거 생각하는 것 보단 어서 들어가는게 좋겠군. 다음은 5월 드라군인가. 드라군이라면 그 성좌의 룬을 받은 자는 스트라포트 경. 바 로 그자다. 솔직히 스트라포트 경은 나와 함께 다녀서 내 기술이나 동작 은 다 꿰뚫어 보고 있을 텐데? 게다가 그의 실력을 나는 반도 제대로 보 지 못했다. 이러면 상대가 될까? 하지만 설마... 스트라포트 경 정도는 말이 통하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는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순간 주위는 험준한 산봉우리 위로 바뀌었다. 이제는 완연한 봄이라서 그 런지 척박하고 험준한 산봉우리인데도 주위가 아주 아름답다. 하늘은 새 하얀 구름이 흐르고 있고 그곳에는 와이번도 한 마리... 엑? "여어! 카이레스!" 그순간 그 와이번이 마치 칼처럼 허공을 예리하게 가르듯 날아오기 시작 했다. 푸른 하늘을 자르는 검은 나이프라고 할까? 거대한 와이번이 날아 드는 것인데도 예리하기 짝이 없다. 나는 깜짝 놀라서 옆으로 피하려 했 지만 스트라포트 경은 가볍게 나를 스치면서 랜스를 내 얼굴 앞에 들이밀 었다. "...." 저런 날아다니는 걸 타면서 이렇게 섬세한 컨트롤을 할 수 있단 말야? 지 면에 발붙이고 사는 말을 타고 다녀도, 아니 맨 땅위에 자기 다리로 서서 가만히 서있는 상대에게 한다 치더라도 힘들텐데 날면서 그런 고난도의 기술을 보이다니! 나는 기가 막혀서 그를 바라보았다. 스트라포트 경은 이미 나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외쳤다. "하하하핫! 오래간만에 내 몸을 써보니까 아주 좋은데! 비록 배경은 환상 에 가상현실이니까 정확한 내 몸은 아니지만~ 이것만 해도 어디냐! 어이! 감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시험해보자! 카이레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공중에서 선회하기 시작했다. 산봉우리와 그 근처 라서 이건 어디 피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물론 와이번을 타고 날아서 공 격해오는 스트라포트 경도 벽에 처박을 위험이 있을 테지만 방금 전 보여 준 컨트롤로 보건 데 그런 일은 정말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질 확률과 비슷하게 발생할 것 같다. "머리카락이라도 침 발라서 머리에 붙여! 머리카락만 잘라보자!" "...." 그게 없다고! 그러나 그 순간 벌써 스트라포트 경은 나에게 쇄도해왔다. 이거 원 생각할 여유도 안주는 군. 뭐 눈에 장난기를 듬뿍 머금은 게 살 의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살기를 품지 않은 것에 비해 랜스 공격은 정확 하기 이를 데 없다. 나는 쉐도우 아머를 쳐서 반격하려 했지만 쉐도우 아 머만 타격을 입을 뿐 그는 멋지게 치고 빠지는 전법을 펼쳤다. "하하하하하하!" 스트라포트 경은 호쾌하게 웃고는 푸른 하늘로 다시 날아올랐다. 급강하 하면서 속력을 더했던 와이번은 그 속력을 타고 그대로 상승해서 멋지게 하늘로 올라갔다. 스트라포트 경이 고삐를 잡은 탓인지 와이번은 매끈한 커브를 그리면서 다시 날아온다. "음?" 그렇지만 나를 직접 공격하지는 않는군. 그건 다행이다. 나는 다시 선회 해서 돌아오는 스트라포트 경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꼴은 그게 뭐야? 많이 당했어?"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거창으로 내 다리를 찔러왔다. 이걸 피 하려면 산밑으로 떨어질 판이라 나는 이를 악물고 급소만 피할 생각으로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나 그는 놀랍게도 거창으로 내 바지 깃만 꿰어서 창에 매달고 번쩍 들어서 와이번의 등위로 앉혔다. 나도 체중이 꽤 나가 는 장정인데 무슨 낚시하듯 휙 채다가 뒤에 앉혀버리다니! 이 자의 힘은 도대체 어느 정도란 말인가? 하지만 나도 그 조디악 나이츠를 세명이나 물리친 강자다. 조금 우쭐댈까? "으음! 그게 좀. 뭐 조디악 나이츠를 셋이나 물리쳤으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약간~ 우쭐거렸다. 그래. 내 비록 많이 터지고 다녔 지만 그래도 역시 배운 가락이 어디 가지는 않는 모양이다. 벨키서스 레 인저로서 훈련 받은 몸이라고 하더라도 설마 전설의 영웅들인 조디악 나 이츠를 이길 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어? 그것도 셋이나 물리치다니! 물론 내 피해도 매우 크지만 이 정도면 역시 대 승리라고 할 수 있다. 그 유명 한 조디악 나이츠와 산골마을에서 봉급받던 레인저 청년과는 그 격이 다 르지 않은가! 하지만 스트라포트 경의 반응은 영 신통치 않았다. "하하하하! 그렇게 생각하냐? 그러면 조심하고 내 허리 좀 잡아! 떨어져 죽기 싫으면! "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산봉우리에서 아래로 급강하하기 시작 했다. 나는 그의 말대로 그 허리를 잡고 오금이 저려오는 낙하감을 느끼 면서 이를 악 물었다.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재주를 펼쳐서 지상에 와 이번을 앉히고는 자신도 뛰어내렸다. "자자. 그러면 카이레스. 어디 상태를 볼까?" 스트라포트는 산밑에 펼쳐진 넓은 평원에 내려서고는 내게 손을 내밀었 다. 그리고는 내가 뭐라고 할 사이도 없이 바로 넥서룬의 치료의 빛을 나 에게 내뿜어 주었다. 아까 전부터 계속 아파 죽을 것 같았는데 그 빛을 받게 되자 확실히 몸 상태가 양호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 데스위저드 우릴을 상대한 것치고는 몸이 좀 양호한 편이군." 스트라포트는 내 상처를 살펴보고는 그렇게 논평했다. 나는 그러한 그의 태도를 보곤 솔직히 기가 막혀서 물어보았다. "이게 양호하다고?" "그럼. 원래 죽었어야 정상이야." "그렇지만 나는 분명히 이겼다고." "음. 음. 뭐 그렇겠지. 오죽하겠어?"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칼을 뽑아들었다. "그러면 카이레스. 몸이 좀 괜찮으면 시작하자." 역시 스트라포트 경과도 싸워야 하는 건가?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어서 물어보았다. "꼭 이렇게 싸워야만 하는 거야? 12성 기사와 차례로 싸워서 다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어?" 나는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스트라포트 경은 엷은 웃음을 띄고는 바 라보기만 할뿐이었다. "적어도 천사백년 동안 처음 찾아온 손님인데 우리들을 좀 즐겁게 해주라 고. 카이레스. 성검을 받는데 그 정도 가지고 투덜거리면 안되지." "내가 받는 것도 아니고 말야."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칼을 뽑아들었다. 스트라포트 경의 태도에서 이 곳 을 그냥 무사히 통과하기는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럼." 스트라포트 경은 좀 얇고 가느다란 검을 꺼내 들어서 코앞에서 세우고는 나에게 예를 표시했다. 하지만 나는 그순간 바로 두자루의 검과 쉐도우 아머를 이용한 파상공격을 펼쳤다. 윈터울프 디프경도 이 공격에는 당해 내지 못했으니 제아무리 스트라포트 경이라고 하더라도! "하앗!" "흠!" -채채챙! 나는 망연 자실한 표정으로 내 손을 바라보았다. 손에 들려있어야 할 검 들은 내 뒤로 떨어져 버리고 스트라포트 경은 쉐도우 아머도 가볍게 몸을 흔들면서 피하고 빠져나갔다. "쉐도우 아머에 이도류 교차찌르기라? 괜찮은데? 상당히 좋은 공격이야."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윙크했다. "상대가 내가 아니라면 말이지. 내 앞에서는 그런 잔재주 쓰지 마." "아니 아니. 잠깐만. 아무리 조디악 나이츠라고 하더라도 방금 전 그건 나도 피할 자신 없는 공격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렇게 간단히 파 해가 되나?" 나는 솔직히 그렇게 물어보았다. 방금 전 그 공격은 너무 빨라서 눈앞에 서 벌어진 일인데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어떻게 내 4종 합격(四種合 擊)을 다 방어해내고 오히려 나를 무장해제 시킬 수 있냔 말인가? "휴렐바드의 특기인 더블 임팩트를 두 번 연달아 쓴 거야. 어때? 확실히 속검이지?"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 바닥에 떨어진 소드블래스터와 제로테이 크를 들어서 나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자세를 좀 낮추고 나에게 말했 다. "재 시연 해 보일까?" "으... 으응." 나는 그렇게 말하고 천천히 두 개의 검으로 방금 전의 공격을 재현했다. 그러자 스트라포트 경은 천천히 자신의 검을 들어서 제로테이크를 막으면 서 옆으로 밀어서 소드 블래스터에 제로테이크를 충돌시켰다. 그리고 그 순간 찌르기로 전환해서 검의 힐트를 직격했다. 그런 수법으로 내 손아귀 에서 제로테이크와 소드 블래스터를 날려버린 것이다. 공격의 전환이 거 의 데스바운드 수준으로 빠른데다가 정확하기까지 하다. 연습이나 서있는 상대에게 쓴다면 나도 못할 기술은 아닌데 죽일 기세로 덤벼드는 상대를 이렇게 쉽게 농락하다니? 게다가 이걸 두 번 써서 검도 막고 쉐도우 아머 도 피했단 말인가? "...." 나는 새삼스럽게 스트라포트 경에게 감탄했다. 하긴 혼자서 드래곤도 쓰 러뜨리는데 오죽하겠냐. "자자. 그럼 다시 덤벼봐!" "그래." 나는 왠지 좀 머쓱해져서 빨리 검을 잡고 공격을 했다. 하지만 역시 한 네 번 정도 부딪히면 손에서 칼이 빠져나간다. "이봐! 이래서야 이글 로드는 어떻게 이기려고 그래? 카이레스? 가장 무 서운 놈이 그놈인데." "그놈이라니?" 나는 이상한 생각에 물어보았다. 그러자 스트라포트 경은 고개를 저었다. 뭐야? 말해 줄 생각이 없단 말야? "안돼. 일단 실력을 좀 키우자. 덤벼." "에?" "일단 이글로드 뷔르벤트는 자기보다 혈통 나쁜 놈에게 지는 걸 용서하지 않는 다니까. 그놈 대책을 세워둬야 한다고. 알겠어?" "...." "칼 들어! 덤비라니까!"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곤 나에게 공격을 해왔다. 나는 그의 공격을 방어하면서 어리벙벙해져서 바라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지? 설마 나를 가르칠 셈? "좋아! 그렇다면 한번 스트라포트 경의 실력을 봅시다! 차핫!" "많이 봤잖아?"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맥빠지는 소리를 하더니 가볍게 칼을 눕혀서 내 소드 블래스터를 밑으로 눌러버리고 나를 옆으로 밀어 버렸다. "윽?" 나는 얼른 반격을 하기 위해 몸을 돌렸지만 이미 스트라포트 경은 내 뒤 로 돌아가서 뒤통수를 칼자루 끝의 폼멜로 살짝 쳤다. 하지만 살갗을 긁 어내고 약을 바른 부위라서 살짝 친 것 만으로도 까무러치게 아펐다. "으그그그극!" 나는 엉겁결에 머리를 감싸고 주저앉았다. 그러자 스트라포트 경은 피식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그 정도 가지고 엄살이야?" "쳇. 그럼 이건 어때?! 바하르 케보스의 왕자여!" 나는 쉐도우 스파이럴을 지면에 걸었다. 순간 내 그림자가 확장되면서 스 트라포트 경의 발밑뿐 아니라 부근 전부를 휘감았다. 그리고 곧 쉐도우 아머의 팔들이 여기저기 솟아오르며 공격을 가하는데... "흥! 잔재주는 통하지 않는다고 했지!" 순간 스트라포트 경은 뒷걸음질 치면서 칼을 아래로 향해서 연속으로 찌 르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호미로 밭고랑을 이는 듯 하다고 할까? 그러나 그 속도나 위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매우 빠르게 찔러대는 저 솜씨. 확실히 보통이 아니다. 그런데 도대체 왜 저런 짓을 하고 있지? -크어어어! 그런데 그때 쉐도우 아머의 비명이 들려왔다. 맙소사! 스트라포트 경은 지면으로 확장되는 쉐도우 아머를 공격한 것이었다. 그러자 어이없게도 쉐도우 아머가 계속 타격을 입더니 내 발 밑으로 되돌아와 버렸다. "...." "흠. 쉐도우 아머도 좋지만 너무 그거에 의존하지마. 커지면 때릴 곳도 많아져." "괴물이다. 진짜." 나는 기가 막혀서 스트라포트 경을 바라보았다. 저게 인간이냐? 나는 먹 히지도 않는 이도류는 접고 소드블래스터를 양손으로 쥐었다. "간다!" "아니 내가 먼저 닷!" 스트라포트 경은 내가 공격으로 전환하는 순간에 맞춰서 뛰어들었다. 그 순간 손이 허전하다. -부우웅.... 소드 블래스터는 창공을 날고 있구나. 스트라포트 경은 검을 위로 치켜 들더니 하늘에서 떨어지는 소드 블래스터에 맞추곤 휙휙 돌리기 시작했 다. 그러자 이번엔 소드 블래스터가 마치 프레일이라도 된 것처럼 스트라 포트 경의 검에 붙어서 휙휙 돌기 시작했다. 저런걸 할 수 있다니! "카이레스. 다시 받아라." 스트라포트 경은 다시금 칼을 넘겨주었다. "네가 공격으로 전환하는 타이밍이 얼마나 느린 줄 알겠지?" "그거 보단 정말 역량차인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금 소드 블래스터를 쥐었다. 역시 이번에도 스트 라포트 경이 검을 휘두르며 덤벼든다. 나는 힘으로 때려눕힐 듯 내리쳐서 그의 돌격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그는 칼 옆에 몸을 대고는 마치 숄더 태클을 걸 듯 달려들어서 소드 블래스터를 튕겨내었다. 세상에! 칼 하나 에 전신을 실어서 돌격? 나는 팔이 저려오는 걸 느끼면서 뒤로 물러나 피 하려고 했다. 하지만 벌써 스트라포트의 검이 목에 와 닿아있었다. 쉐도 우 아머도 쓸 새가 없었잖아? "이런... 제길." 나는 계속 스트라포트 경에게 돌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몇 번 칼을 맞대 지도 못하고 계속 물러나야 했다. 쉐도우 아머를 섞어 써도, 변칙적인 기 술을 써도 스트라포트 경에겐 큰 위협이 되지 않았다. 게다가 오히려 쉐 도우 아머를 쓰려고 잠깐 정신을 팔면 바로 스트라포트 경의 칼이 목덜미 를 시원하게 해주니... 변칙적인 기술도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야 쓰는 것이지 이건 너무하잖아?! -채쟁! -팍! 또 소드블래스터가 손에서 떠나서 바닥에 꽂혔다. 몸에는 칼 한번 맞지 않았지만 손아귀가 부들부들 떨린다. "헉...헉...헉!" 나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스트라포트경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철벽이 라고 느껴진달까? 스트라포트 경은 여전히 호흡도 고르고 땀도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사실 나에게는 디펜더 데보트 경도 상당한 실력인지라 정 상적인 방법으론 이길 길이 없었다. 그런데 스트라포트 경은 내 쉐도우 아머라던가 그런 것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변칙 공격 도 거의 안통하고 쓸 기회도 잘 주지 않는다. "흠. 그럼 잠깐 쉴까?"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물어보더니 내 머리를 향해서 칼을 내리쳤다. 분 명히 바람만 느꼈는데... 머리를 감고 있던 붕대가 끊어져서 풀리기 시작 했다. 머리에는 상처하나 없이... 붕대만 잘랐다는 말이지. "아 몰라 젠장! 죽일 테면 죽여라."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발라당 뒤로 쓰러졌다. 그러자 스트라포트 경은 키득 키득 웃더니 칼을 붕붕 돌렸다. "머리 모양이 그게 뭐냐. 다 밀어버렸네? " "보면 몰라? 잘난 조디악 나이츠 상대하다가 이렇게 되었지. 뭐. 아 그런 데...." 그러고 보면 디프나 우릴이 쉽게 당했단 말야. 물론 싸울 때는 그런 생각 이 들지 않았지만 그들도 다같은 조디악 나이츠가 아닌가? 조디악 나이츠 중 스트라포트 경이 이 정도로 강한데 그거에 비하면 나머지는 너무 약한 것 아닌가? "스트라포트 경. 객관적으로 봐서 조디악 나이츠 중 최강이 누구야?" "우릴하고 오네건. 마법사랑 초능력자니까." 스트라포트 경은 뭐 생각도 해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음. 확실히 그렇 긴 하겠지? 하지만 내가 듣고 싶은 건 그게 아니라고. "순위를 먹인다면 스트라포트는 얼마나 돼?" "글쎄올시다. 내 생각에는...3위가 아닐까? 디프랑 뷔르벤트, 데보트랑 알시온은 다 깨봤거든. 륭센이 좀 강적이긴 한데." "....." 결국 마법사나 초능력자등을 제외하면 자기가 제일 강하다는 거잖아? 하 지만 그래야 한다. 솔직히 이렇게 센 놈이 열 두명이나 득시글거린다니 이들을 상대한 암흑 제국이 불쌍해질 정도다. 그런데 그때 스트라포트 경 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녀석들... 이제 이것도 마지막이구나."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내 옆에 앉았다. "빨리 일어나라. 내 모든 걸 전수...까지는 못하겠고 보여주긴 할 테니 까." "모든 거라면?" "그야 내 섹시한 자태지." "...." 죽여버릴까 보다! "젠장! 좋아! 어디 한번 그 섹시한 자태를 보자!" 나는 그렇게 외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스트라포트 경은 헤죽 웃 고는 역시 일어나서 검을 쥐었다. 긴 바스타드 소드가 마치 수족의 일부 처럼 움직인다. 그와 나의 검이 허공에 섞이면서 쇳소리를 내기 시작한 다. 그래도 내가 바보는 아닌 탓인지 검이 얽히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여전히 스트라포트 경을 수세로 몰고 가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시 작하자마자 날아가던 초반에 비하면 많이 익숙해졌다. 금방이라도 목숨이 날아갈 진검으로 승부하고 있지만 마치 어린아이시절 나뭇가지를 가지고 칼싸움 놀이를 하는 것처럼 즐겁고 신까지 난다. 내가 아무리 공격해도 스트라포트 경은 스치지도 않고, 그 역시 아무리 우위를 점한다 하더라도 나에게 찰과상 하나 입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목숨이 오락가락 하는 싸움을 하다 보니까 이렇게 서로서로 다치지 않고 실력만 겨뤄 보는 것도 괜찮은데? "그런데 질문이 있어. 스트라포트. 어째서 조디악 나이츠들은 개인적으로 다 설득 한거나 다름없는데도 이렇게 가디안으로서 싸우지? 지금은 시기 가 안좋다고. 성검을 그냥 넘겨주면 안되는 거야?" "그야. 우리 모두의 동의가 없는 한, 수호의 맹세는 깨지지 않기 때문이 지. 우리의 맹세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 구속력 역시 강해지니까."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검을 퉁기듯 꺾으며 위에서 아래로 찔렀다. 나는 옆으로 그걸 비껴내고는 바로 반격을 넣으려 했다. 하지만 스트라포트 경은 밀려난 검을 바로 틀어서 내 목을 겨누었다. 공격에서 수비, 거기에서 다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 나도 공격 에서 다음 공격까지 전환이 더더욱 빨라지지 않으면 스트라포트 경과 제 대로 싸우기는 어림도 없을 것 같았다. "카이레스. 이 정도 실력은 너무 하잖아. 이런 정도로 디프를 이겼다니 이해는 해도 납득할 수가 없어."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 내 자세를 교정해 주었다. "나쁜 버릇이 들었잖아! 검을 가슴높이로 올리고 상완을 몸에 너무 붙이 거나 떼지마! 허리에 힘이 안 들어가잖아! 지금 네 모습이 어떤 줄 알아? 여차하면 달아나려고 허리 빼고 있는 놈으로 밖에 안보여! 그래서야 뭐가 되겠어!" "음." 나는 스트라포트 경의 지적을 받고는 혀를 찼다. 그동안 실전을 하면서 너무 달아나는걸 주로 하다보니까 나쁜 버릇이 들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실전에 실전을 거듭해서 몸에 배인 폼이 달아날 폼이라니 왠지 비참해지 는데.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진지하게 싸움에 임했다. 그러자 이번에 는 제법 밀리지 않고 어느 정도 호각으로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스트라포 트 경이 별로 공격하려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호각인 것이지 역량의 차이 는 어떻게 뒤엎을 수가 없었다. "푸하! 아. 나도 힘들군. "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곤 검을 물렸다. 나 역시 검을 멈추곤 그를 바라보았다. 잠깐이나마 호각을 이루고 있다가 물러나서 저런 말을 하다 니. 내 실력도 나름대로 괜찮다는 이야기겠지? "카이레스. 머리 좀 옆으로 치우지 않을래? 빛이 반사해서 눈이 아파." 그런 이야기였냐? 그 힘들다는 것은? 나는 기가 막혀서 외쳤다. "거짓말 마! 깎은 지 얼마 안되었는데 반짝반짝 대머리일리 없잖아!" "후후훗. 신경쓰이나 보지?" "당연하지!" "좋아! 그럼 이제 끝을 내자. 점점 손맛이 사는 게 느껴질 정도니까. 내 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인가 보군." 스트라포트 경은 솔직히 그렇게 칭찬을 하곤 나에게 웃어보였다. "벨키서스 레인저라고 했지? 잘은 모르지만 기초를 확실히 잘 훈련했나 봐?"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자 그럼 내 목을 쳐 날려줘." "에?" 나는 순간 멍해져서 스트라포트 경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유령이라지만 목을 쳐 날려달라니? 나는 이상한 느낌을 받고 그를 바라보았다. "꼭 그래야 해?" "수호의 맹세가 깨어지지 않았으니까. 명목상 가디언이니 만큼 내가 죽지 않으면 너는 이곳에서 빠져나가질 못해." "그게... 어차피 유령이잖아? 그런데 죽는 다니?" "우리가 천 사백년간이나 윤회전승하지 않고 이렇게 자기자신을 유지한 것은 맹세의 힘 때문이지. 하지만 이제 그것에서 해방되면 우리들은 소멸 해. 혼마저 소멸하고 마는 거지." "...." 그렇다면 내가 쓰러뜨린 윈터울프와 우릴, 데보트 경은 이제 영원히 소멸 한 것이란 말인가? 분명 멩세로부터 해방되는 것이긴 하겠으나 그러한 형 식으로, 꼭 죽어서 소멸해야 하는 것인가? "1400년간, 오직 맹세를 위해서 라지만 그 한마디 말에 목숨을 걸고 영혼 을 건 대가치곤 좀 잔인하지. 그러나 어쩌겠어? 그 덕에 지금 이렇게 너 에게 성검을 넘겨 줄 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주먹을 내밀어서 내 손을 툭툭 쳤다. 내가 주먹을 쥐자 그는 내 주먹에 자기 주먹을 강하게 날렸다. 주먹과 주 먹이 부딪히면서 몸속 깊이 울려왔다. 아프다.... 주먹이 아픈게 아니다. 나 역시 건틀렛을 끼고 있으니까. 하지만 너무 아퍼서 눈물이 나올 것 같 다. 왜... 도대체 왜 이렇게 되어야 하는거지? "이제 천 사백년을 넘게 남아온 망령들은 퇴장할 때다. 그러니까 부디. 다른 놈들의 최후를 멋지게 장식해 주라고. 전장에서 살다가 전장에 죽은 자들에게... 가장 아름다운 검의 발라드를, 그것이 바로 진혼곡이 될테니 까. 지금 같은 실력으론 안돼. 우리들은 어차피 너에게 성검을 넘길테지 만... 적어도 전장에서 나서 전장에 죽은 몸, 그 혼마저도 싸우다 잃고 싶다."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 검을 세워서 얼굴앞에 가져다 받치고 예 를 취했다. "그것이 나의 바램이다. 암흑의 시대에... 이 것을 휘두름으로서 인간일 수 있었다. 그러므로 그 끝도 이걸로 끝내고 싶다. 이 멍청한 놈의 최후 를 장식해 주지 않겠나! 로그마스터여!"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곤 나에게 검을 휘두를 자세를 취했다. 제기 랄! 나는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놈은 오르테거 대제다. 자기만 곱게 뒤지면 될걸 성검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미명하에 12인의 기사들에게, 자 기에게 충성을 다한 이들에게 영혼까지 바치게 하다니! 하지만... -화르르륵.... 순간 눈앞이 붉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피처럼 붉은 세계를 검을 쥔 채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래. 검의 발라드를 부르는 이들에게 검으로 끝을 내주자. 내 모든 힘을 끌어내어서라도. "스트라포트!" 나는 검을 들었다. 어린시절. 수도원에서 책에 파묻혀 살던 시절 나를 설 레게 했던 검의 발라드. 이제는 그들의 앞에서 내가 그걸 부를 차례다. 그 옛날 고결한 기사들이 있어. 그 검을 하늘에 대어 부끄럼 없는 자들이 12인 있었네. 그들의 이름은 12성 기사. 성황제 오르테거 대제를 도와 어둠을 넘어, 절망을 넘어. 얼어붙은 대지를 뛰어넘고 강철의 숲을 지나. 단지 한줄기 빛을, 희망의 온기를 손에 넣기 위해 그들은 검을 들었다. 우리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에게.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에게. 희망에 등돌려야 했던 그 시절이 있었네. 아! 시인의 노래는 피지 못하네. 피 냄새 섞이는 철검에 밀리고 잔혹한 병대의 군화에 짓밟혀.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사치인가 알게 될 때. 고결한 기사들이 있어 희망을 위해 싸웠네. 그렇네. 그들의 연주한 검의 발라드. 어느 시인도 연주하지 못한 희망의 노래를.... 우리는 경탄해 조디악 나이츠의 노래라 부르네. 1월의 성좌 늑대의 기사 윈터울프 디프. 아름다운 숲의 요정의 피를 받아 무한히 젊은 청년. 눈동자는 별빛처럼 반짝이고 가슴은 뜨거운 피로 끓었네. 새하얀 피부는 여인네도 수줍게 만들지만 그 용기는 누구에도 지지 않았네. 2월의 성좌 위저드의 기사 데스위저드 우릴 시간이 허락한 지혜를 두눈에 담고 노회한 머리를 삼라에 두어 언어를 노래하면 힘이 되었고 손을 저으면 마법이 되었네. 이보다 위대한 현자가 누가 있을까? 3월의 성좌 프리스트의 기사 디펜더 데보트 연모의 마음 검에 묻고 사랑과 긍지를 함께 지켰네. 그 검은 바람처럼 날래었으나 그 마음은 바위처럼 굳세었다네. 완전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다만 그처럼 할 수 있기를. 4월의 성좌 메이덴의 기사 송 오브 블레이드 델론델 숲을 거닐고 바람을 노래하는 오랜 종족의 후예. 사슴같은 그 자태 매혹의 미성. 그 아름다움에 매혹된 자 많으나 그녀는 고결히 사명을 다했네. 언젠가 코넬르아르의 숲에서 검이 울면 그녀를 추억하게나. 5월의 성좌 드라군의 기사 비룡기사 스트라포트 천공을 노닐며 미소를 지을 때 동료들의 환호와 적의 절망. 그 스스로 광대라 낮추었으나. 어느 누가 그 랜스에 웃음지을까? 아 고결하다. 용의 기사여. 벨론델에 바친 사랑 보답없으나 그 목숨은 고결히 산화하였다. 6월의 성좌 머메이드의 기사 암전궁 륭센. 바다를 건너 이곳에 온자. 누가 그의 신궁앞에 목을 뺄수 있으랴? 단단한 결의와 끝모르는 구도의 길에 그는 과연 무엇이 되었나? 7월의 성좌 킹의 기사 이글로드 고결한 혈통 위대한 정신. 어둠의 탄압에도 굴하지 않네. 아름다운 애검 루셔스 알티몬. 독수리처럼 전장을 날제. 살육마저도 예술인가? 시인의 탄식. 8월의 성좌 메일스트럼의 기사 샌드스톰. 검은 피부에 단련된 몸. 한번 뜻을 가지면 폭풍처럼 몰아쳐 예리한 할버드 황소를 가르네. 후에 어떤 용사가 있어. 나 알시온을 넘었다 할까? 9월의 성좌 사자의 기사 사이마스터 신비한 정신력과 마검의 기사. 마음을 세워 우주를 흔들고 시간도 뒤튼다는 염마대전의 후예. 인간의 미래를 위해 검을 세우다. 10월의 성좌 오브의 기사 휴렐바드. 그 검은 그림자인 듯 종잡을수 없고 그 지략은 뛰어나 적들을 손에 쥐었네. 지략과 속검에 뛰어나 문무예지용을 겸비했으니. 과연 기사중의 기사 칭송 높았다. 11월의 성좌 트루바드의 기사 브라스본드 우리 시인의 긍지가 있다면 검의 노래를 부른 시인이 있다는 것일세. 아름다운 여성과 미주를 위해 그리고 그것을 지킬 긍지를 위해 브라스본드의 발라드 검이 되었네. 12월의 성좌 사이드의 기사 패스파인더 안개속에서 나무를 보며 바다위에선 별을 보네 삼라의 이치를 우릴이 안다 그러나 위콘은 그게 삶이네. 친구에게 받은 목숨 주군을 위해. 고결한 레인저를 기억하는가? < 다음 화에 계속! > ------------------------------------------------------------------- 파하! 겨우 끝냈다. 다음화 예고! 에스페란자 공국은 독립 선언을 하고만다. 에스페란자 남부에서는 에스 페란자 공국과 전선이 벌어지고 북부는 놀들의 공격이 계속 된다. 백계백 작의 선동에 의해서 남부와 북부전선을 다 확장한 무모한 전란의 시기. 보디발 왕자는 병권을 박탈당해 자신의 성에 처박히고 스틸바론이 미스트 레어를 공격한다. 무의미한 싸움, 무의미한 희생. 그러나... 의미란 것은 과연 어디에서 오는가!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The Rogue! 그 23화! Steel & Storm! 미소녀 만세! 음. 뭔가 다른 것 같은.... *********************************************************************** 슬슬 풀 스트레이트에 위기가! 다가오고 있으니. 흐흠. 얼마안가면 풀스트레 이트가 깨지겠군요. 뭐 상관없지. -_-;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3 화 : Steel & Storm#1 ------------------------------------------------------------------------ 팔마력 1548년 9월 25일 "카이레스! 카이레스! 일어나 봐! 카이레스!" 나는 나를 흔드는 사람의 손길을 느끼곤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그러자 그곳에는 놀란 표정의 펠리시아 공주가 푸르른 하늘을 뒤에 깔고 걱정스 러운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에?"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보고 외쳤다. "괜찮아? 카이레스?!" "아. 그게..." 나는 깜짝 놀라서 머리를 만져보았다. 머리카락이 없는 모습은 별로 보여 주고 싶지 않은데?! 그런데 이게 왠 일인가? 머리카락이 있다? 그것도 이 전보다 더 길었으면 길었지 짧지 않은데? 나는 앞머리를 끌어내려서 그걸 살펴보고 다시 놀랐다. "붉어?!" 나는 원래 진한 갈색머리칼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불꽃 처럼 환한 붉은 색 머리칼이라니? 게다가 몸의 상처도 대부분 없어졌다? "카이레스! 잘했어! 정말 잘했어!" 펠리시아 공주는 내가 일어난 걸 보고 그렇게 기뻐하면서 내 머리칼을 쓱 쓱 쓰다듬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나보다 나이 어린 여자에게 머리 쓰다듬어지면서 좋아할 것 같으냐? "...." 뭐 나쁘진 않네. 어쨌거나 왜 그렇게 칭찬을 하는 거지? 그런데 그때 디 모나가 탄성을 지르는 것이 들려왔다. "역시... 역시! 홀리 어벤저! 틀림없는 정품이야! 아! 옛날이야기에만 나 오던걸 이렇게 직접 보게 될줄이야! 대~감~격~!" "응?" 나는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세상에... 그곳에는 분명 오르테거 대제의 석관위에 놓여있어야 할 성검, 데일라잇이 칼집 째로 곱게 바위 위에 놓 여있었다. 디모나는 그 검을 뽑아서 휘둘러봤는지 연신 감탄하면서 칼을 살펴보고 있었다. "어?" "역시! 로그마스터로군요! 설마 했지만 성검마저 가지고 나올 정도라니!" 니나도 옆에서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에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음음. 하지만 어떻게 꺼내 왔더라? 그리고 없던 머리카락은 왜 시뻘겋게 자라 있는 거지? 또 상처는 왜 다 나았고? 몸에 피묻은 붕대가 감겨있는 걸 보 면 그 부상을 입고 지독하게 치고 받고 하던 게 사실일텐데? 적어도 산에 의한 상처는.... "음. 새살이 돋았군." 나는 칼로 긁어냈던 부분에 새살이 돋은 걸 보곤 기가 차서 주위를 둘러 보았다. 메이파가 회복마법을 써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주위는 여전히 넥서룬 신전의 입구인 황무지에 일행들이 친 텐트와 넥서 룬의 신전이 보일 뿐, 메이파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 설마?'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넥서룬의 신전을 바라보았다. 넥서룬의 신전 입구 에 있는 바위들은 마치 촛농이 굳은 양초처럼 녹았다 굳은 걸로 보이는 바위들이 그득했다. "...." 보통 마법의 불꽃으로도 어림없을 것 같지? 저건? 나는 그렇게 단정짓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머릿속에서 어떤 기억들이 떠오 르기 시작했다. 9월 23일. "Draw Power!" 나는 조용히 중얼거리면서 오른손으로 소드 블래스터를 집었다. 그러자 륭센의 건틀렛으로부터 뭔가 찌릿한 느낌이 나오더니 소드 블래스터의 검 신으로부터 붉은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카이레스. 마법을 쓸수 있었나? 아니면 아예 카이레스가 아 닌건가?" 스트라포트 경은 그답지 않게 당황해 하면서 물어보았다. 하지만 나는 대 답대신 제로테이크와 소드블래스터를 쥐고 다시 한번 중얼거렸다. "Involve Power!" 그 순간 이번에는 검신을 따라 불꽃이 나선형으로 휘감기기 시작했다. 스 트라포트경이 달려들면서 공격을 가했지만 나는 귀찮은 파리를 내쫓듯 가 볍게 검을 휘둘러 그 공격을 쳐냈다. 그러나 역시 스트라포트 경은 그 다 웠다. 한번 쳐내지는 순간 갑자기 찌르기로 전환해서 연속으로 찌른 다음 옆으로 빠져서 바로 이탈한다. "좋아. 역시 보석안의 힘이란 말이렸다. 그럼 어디 실력을 볼까? 카이레 스!" "보시지!" 나는 그렇게 외치고 가볍게 쌍검을 휘둘러서 공격했다. 그러나 스트라포 트 경은 마치 날벌레처럼 날렵하게 움직이면서 짜증날정도로 가볍게 공격 들을 피했다. 하지만 공격이 빗나가면서 수풀들을 치자 탁하고 나무가 끊 어져 버리고 바위도 흙먼지를 피워 올리면서 쓰러진다. 게다가 숲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와우! 대단한 위력! 그러나 전투는 역시 센스지!"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손을 위로 들었다. 그러자 그 순간 내 눈앞으로 시커먼 나뭇가지가 나타났다. 나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그거에 턱 걸려서 뒤로 넘어져 버렸다. "바보냐?"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비웃으며 달려들어서 검으로 지면을 훑듯 베어왔 다. 나는 검으로 막고 잽싸게 몸을 빼서 일어났다. "하나!" -챙! "둘!" -창강! "셋!"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숫자를 세면서 공격하더니 세 번째 공격에서는 내 검을 발로 밟고 검으로 위를 들어서 내 몸통을 완전히 열어버린 뒤 베 어왔다. 나는 바닥에 깔린 제로테이크를 버리고 얼른 뒤로 뛰어서 그 공 격을 피해야 했다. 그... 싫어하는 호문크루스로서의 힘을 끌어내서 싸우 고 있는데도 이 간격이 좁혀지지 않다니! 역시 스트라포트 경의 검술은 보통이 아니다. "나는 폭주니 각성이니 하는게 가장 싫어. 얄팍한 정신력을 가지고 이성 을 상실하면 세져? 웃기지 마. 카이레스! 그 정도론 조디악 나이츠의 드 래군! 스트라포트 윌라콘을 이길 수없어!" "하지만! 이게 나로선 최선이야!" 나는 양손으로 소드 블래스터를 쥐었다. 그러자 검의 불꽃이 더더욱 크게 불타기 시작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외쳤다. "천 사백년의 싸움을 끝내고 쉬게 해주지! 안심하고 잠들라!" 나는 그렇게 외치고 지면에 정신을 집중했다. 스트라포트 경에게 타격을 입어서 쉐도우 아머의 힘이 많이 약해졌지만 아직 한두번은 안전할 것 같 아서다. 과연 쉐도우 아머가 스트라포트 경의 발밑에서 튀어나왔다. 스트 라포트 경은 폴짝 뛰어서 뒤로 피했지만 나는 그의 앞으로 달려가며 데스 바운드를 걸었다. 스트라포트 경은 데스바운드도 막아내었지만 그 가슴으 로 불꽃의 검이 관통해버렸다. 검으로 불꽃은 막을수 없다. -화르르르륵! "치잇!" 역시 아무리 스트라포트 경이라 하더라도 불꽃에 휩싸이는 순간 틈이 생 겼다. 나는 아무런 주저 없이 검을 들어서 스트라포트 경의 가슴을 꿰뚫 었다. -퍼억! 둔중한 손맛이 왔다. 폐부를 부수고 근육과 뼈를 뚫는 느낌... 순간 검에 그의 체중이 실렸다. 살아있는 것으로부터 생명력이 빠져나가면서, 그 체 중조차 지탱하기 힘들어질 때 검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게 차갑고 음습한 무게가 검에 실리면 전투의 흥분은 물을 끼얹은 것처럼 가라앉고 정신이 든다. "....." 아 도대체 이게 무슨 짓이냐! 죽음의 안식을 얻기 위해서... 다시 한번 죽어야 하는 망자라니! "크윽!" 스트라포트 경은 내 검에 가슴이 뚫려서 앞으로 주저앉았다. 나는 가만히 서서 앞으로 쓰러지는 그를 끌어안고 서서 가만히 그의 어깨 너머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역시 일부러 맞았군...." "바보냐. 네놈이 제 아무리 비장의 힘을 이끌어 내봐야... 내 적은 안... 쿨럭. 젠장. 천사백년이라. 길구나. 내 인생도." 스트라포트 경은 홀가분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그를 품에 안고 맞은편을 바라보면서 물어보았다. "후회는 없나?" "없어. 내가 믿었던 것은 성황으로 칭송 받는 대제. 내가 목숨을 건 것은 세계 제일의 미녀.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가?' 보다는 자신의 생각이 가장 중요하잖아."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거는 남들의 평가고, 스트라포트 자신의 평가는 또 다르지 않겠는가? 게다가... 그런 벨론델 같은 경우는 어찌되었거나 다른 남자를 선택했고 그가 간 길은 적어도 그의 노력과 희생에 비해서 아무런 보답도 없는 셈이다. "크윽... 아퍼. 아퍼 죽겠다. 이 자식. 그냥 칼로 쑤셔도 아플텐데 불꽃 과 전기의 검이라니."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투덜거리곤 내 어깨를 잡았다. "그래도 난 괜찮아. 만약 시간을 되돌려서 나에게 선택을 다시 강요했어 도.... 나는 기꺼이 목숨을 내던졌을 테니까. 죽음이 삶을 증거 한다면 기꺼이 죽음으로서 삶을 사리라, 이건 오르테거 대제가 한 말이 아니라. 쿨럭. 크윽. 내가 한말이거든. 젠장. 아. 제길. 눈앞이 침침해 지는데. 유령인데도 죽는 건 인간같이 죽는다니... 기분 더럽다. 두 번 죽는 셈이 잖아." "...." 나는 아무말없이 그를 끌어안은 채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숲의 한곳은 불꽃의 검으로 인해서 불이 붙어 오르고 있었다. 이곳은 환상일 테지 만... 이제 이 환상이 사라지면 스트라포트 경과도 작별일 것이다. "쿨럭. 쿨럭. 이... 이제 오랜 망령생활도 끝이군. 하지만... 내 마음은 어디로 가는 걸까. 모르겠어. 확실히 후회없냐면 거짓말이지만... 후회하 더라도 갈 길을 가는 게... 인간이잖아. 제길. 너... 카이레스. 너나 잘 해. 멍청한 놈... 왜 내 친구들은 다 이렇게 멍청한 놈들 뿐인지." 친구.... 지금 나를 친구로 불러주는 건가? 나처럼 아무런 힘도, 재주도, 긍지도 없는 자를?! 나는 붉게 타오르는 시계를 눈물이 흐리는 것을 느끼 곤 이를 악물었다. "그래. 그럼 안녕히. 스트라포트." 나는 그렇게 말하고 조용히 스트라포트의 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조심 스럽게 검을 뽑았다. 상처를 막고 있던 검이 빠져나오자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공간은 일렁이고 내 몸에 묻은 스트라포트 경의 피도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아." 유령의 죽음이란 이런 것인가. 처량하구나. 나는 무의식중에 탄식하고 앞 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메마른 석벽에 손을 대서 룬문자에 빛을 밝히게 하고 앞으로 나갔다. 스트라포트 경에 비하면 다른 조디악 나이츠는 비교 적 쉽게 내 검앞에 쓰러져 갔다. 마치 술에 취한 것처럼 눈앞이 울렁이고 있었다. 나는 뭘 하는 걸까. 아무리 한번 죽은 자들이라지만 그들의 죽음 을 내 손으로 만들어 내고 천사백년의 시간을 끝낸다는 것은 참지 못하겠 다. 그러나 해야 한다. 나는 결국 모든 조디악 나이츠를 물리치고 모든 석실의 정중앙인 성궤진 에 섰다. 이미 모든 마법의 룬이 발동해서 이 석실은 마법의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조디악 나이츠들을 다 죽이면서 격 양된 감정이 천천히 가라앉으면서 묘한 증오심까지 들었다. 도대체 성황 오르테거 브리아레오스, 신성 미드갈드 제국의 황제 미드갈드 1 세란 인 간은 대체 어떤 자 이길래 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혼까지 희생할 것을 강 요했단 말인가? 아무리 조디악 나이츠가 그에게 충성을 다해서 자발적으 로 희생한 것이라지만 죽어줬으면 됐지 영혼까지 망귀가 되어서 단지 칼 한 자루와 무덤을 지키고 있다는 것은... 너무 하지 않은가? 그러나 그렇 게 마음 먹고 있을 때 나직히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젊고 낭랑한 목 소리. 하프엘프의 기사 윈터울프 디프 경이었다. "기나긴 맹세의 시간." "우리가 수호하는 우리의 황제여." 3월의 성좌에서 바로 대구가 나왔다. 2월의 데스위저드 우릴도 어느덧 나 타나서 지팡이를 치켜들고 있었다. 아니... 벨론델을 제외한 모든 조디악 나이츠가 나타나서 자신의 성좌에 서서 검과 지팡이, 활과 창을 치켜들고 오르테거 대제의 무덤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순간 이곳은 더 이상 단순한 어둠의 석실이 아니었다. 기나긴 세월동안 암흑신의 추종자들에 대항해서 인간들의 긍지를 세웠던 신성 미드갈드 제국의 장엄한 홀이었다. 마치 시 간의 흐름을 상징하는 듯한 황도 13궁의 성궤 아래. 각자의 무기를 들고 의연한 자세로 서있는 조디악 나이츠. 그들은 자신들의 황제를 기다리며 검을 치켜들었다. "지금 기나긴 약속의 시간을 다해." 스트라포트경은 그렇게 말하면서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윙크를 했다. 멋 진놈. 내 검에 찔려 피를 토하며 죽던 자이지만... 지금은 말끔하게 예식 용 중장갑을 걸치고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 만. "이제 밀려드는 어둠에 대항할 힘을 물려줄 때." 반면 뷔르벤트는 떫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셔스 알티몬이 던가. 하늘을 날면서 스스로 공격해오는 마검을 써대서 골치 아펐지만 솔 직히 잘난 혈통 타고나신 분치고는 스트라포트 경보다 약했다. "이제 우리의 사명은 다하여." "마법의 끝을 고하려니." "죽음으로서 삶을 증거하고!" "삶으로서 영원을 산 기사중의 기사여!" "별의 운명을 떠나 황도를 가로지르는!" "태양의 기사 오르테거." "오오 우리들의 황제여!" 모두들 그러한 외침과 함께 검과 지팡이를 잡고 하늘을 향해 찔렀다. 그 러자 정 중앙으로부터 오르테거 대제로 예상되는 중년의 기사가 나타났 다. 유령임에 분명하지만 너무나도 위풍 당당한 태도에 놀라서 나는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금발, 잘 정리된 단정한 머릿칼, 강해보이는 긴 눈썹, 그리고 금색의 턱수염을 당당하게 기르고 있는 거대한 남자. 정 말... 몸이 거대하다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만으로도 그 위엄에 숨막히게 만드는 자였다. 영웅이란 이런 것일까? 누구든지 그를 보면 바로 성황 오 르테거 대제를 떠올릴 만큼 큰 사람이었다. 그가 조디악 나이츠를 희생시 킨 장본인이란 점에서는 화가 나지만 그 역시 희생에 희생을 거듭한 전설 의 영웅임을 잊지 말자. 나는 천천히 무릎을 끓고 예를 표했다. "그대가... 조디악 나이츠의 모든 수호를 파괴하고 성검을 구하는 자인 가?"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내려보았다. 마치 내 뒤통수를 뚫을 것 같은 시 선이 느껴진다. "그렇습니다. 성황이시여. 지금 인세는 샤기투스의 아들들이 부활하고 또 한 동족들에 의해 배제당한 이들이 혼돈의 여왕에 마음을 빼앗겨 바야흐 로 흑암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 옛날. 위대한 지식을 나누어 받 아 진실한 마법을 쓰는 자들과, 신의 자비와 정의를 받아 성스러운 권능 을 행사하던 신들의 사도들도, 이제는 인간의 손에 의해 버려지고 신전은 피폐하여 더 이상 악신에 대항할 힘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그리하여 나 로그마스터 카이레스는... 성검 데일라잇을 가져가려 합니다." 나는 최대한 예의를 차려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오르테거 대제는 희미 하게 웃었다. 왠지 쓸쓸해 보이는 웃음이었다. "나의 헛된 걱정 때문에 기나긴 시간을 허비한 내 전우들이여. 이자의 바 램은 합당한 것인가?" 그때 스트라포트 경이 나섰다. "그에 대해서는 나 윌라콘의 아들 스트라포트가 증거 하겠습니다. 그 검 은 섬광과 같고 의지는 강하며 지혜와 용기는 다른 제국의 어느 기사보다 뛰어나니. 성검을 맡기기에 가장 합당한 자입니다!" "...." 아... 미치겠다. 거짓말도.... 칭찬이 너무 과하면 차라리 욕이 되는 법. 나는 얼굴을 붉히고 있다가 스트라포트 경이 한마디 더하는 걸 듣고는 멍 청히 굳어버렸다. "예. 죽어서 사귄 제 친우입니다." 저...정말 기쁘다. 아까 전에 한 번 들은 말이지만 다시 들어도 기쁘다. 나는 거의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기분이 되어서 얼른 고개를 들었다. 이대 로 가다간 감정에 눌려서 말도 제대로 못할 것 같다. "그러나 성황이시여. 무모하고 건방진 소리인 줄은 알지만... 저는 성검 을 훔쳐가겠습니다." "...." 순간 주위에 정적이 감돌았다. 하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황은 그런 나를 보고 질문을 던졌다. "어째서 그대는 이미 그대에게 주려고 마음먹은 것을 훔쳐가려 하는가? 그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 가?" "그것은 제가 앞으로 걸어갈 길이 험난할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에 나는 어떠한 경우에서도 내 길을 걸어갈 것을 확신하고 있어야 합니 다. 물론 저라고 날 때부터 도둑놈인 건 아니지만. 남이 가져야 할 권리 를 빼앗아 끌어안고 있는 이상. 그 나름의 의무를 지키고자 하는 것입니 다. 게다가 이것은 제 긍지이기도 합니다." "긍지.... 그런가. 그렇다면 나의 축복도 훔쳐가도록 하게나." 성황은 그렇게 말하고 웃었다. 음. 금색의 턱수염이 인상적이군. 그는 세 파에 지쳐 피곤해 보이는 얼굴로 인자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가게나. 로그마스터 카이레스. 이제 우리들 망자들의 운명은 다했네. 이 후 그대에게 미트라의 가호와 넥서룬의 용기가 함께 하기를." "그리고 우리들의 축복이 함께 하기를." 조디악 나이츠들은 그렇게 말하고 검과 창, 지팡이를 치켜들어서 나에게 축복을 하기 시작했다. 스트라포트 경만은 축복대신 주먹으로 쿵 한 대 쥐어박고 씨익 웃었다. "그럼... 이별이구나." "아...." "언젠가. 운명이 허락한다면. 위대한 시간 속에서 다시 만나자. 뭐 지금 죽으란 이야기는 아니야." "하하하하하." 나는 그렇게 웃으면서 그의 주먹에 내 주먹을 맞췄다. 그러자 곧 모든 기 사들은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곳에는 다만 어둠 속에서 빛나고 있는 성검. 데일라잇만이 남아있었다. 룬 문자도, 성 궤 진도, 모두다 사라져 버린 자리에서 쓸쓸하게 빛나는 푸른 검. 나는 무심결에 손을 가져가 그걸 집어들었다. 그리곤 조심스럽게 날을 뽑아 보 았다. 순간 푸른 색을 발하던 검의 빛이 바뀌었다. 마치 태양빛과 같이 밝은 황금빛이 석실의 안을 가득 메웠다. 나는 그걸 뽑아 들고 허공에 휘 둘러보았다. -시이잉....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다르다. 소드 블래스터같은 명검을 쓰고 있긴 하니 그 감동이 덜하긴 하지만 휘두를 때마다 마치 태양을 손에 쥐고 휘두르는 것처럼 웅장한 빛의 궤적이 그려진다. 나는 성검 데일라잇을 다시 칼집에 꽂아 넣고는 석실을 되돌아 나가며 뒤돌아 보았다. 이제 조디악 나이츠와 성황은 모두들 잠들었을까? "편히... 잠들기를."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석실을 돌아나갔다. 팔마력 1548년 9월 23일... 이날 비로서 조디악 나이츠의 모든 무용담이 끝났다.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던 암흑신 샤기투스의 축복을 받은 휴머노이드 들과의 전쟁을 통해 지금의 인간들을 있게 한 전설적인 영웅들, 그들은 죽어서 까지도 시간과 마에 의해 투쟁하면서 그들의 시대에서 우리의 시대로. 이 마를 물리치는 태양신의 성검, 데일라잇을 건네준 것이다. 그들이 죽고... 망령으로서 지켜야 했던 1400년의 검. 아무리 대단한 검이래도 이 한자루가 모든 것 을 다 해주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에 목숨을 걸었고 혼을 걸 었고, 그것은 지금 내손에 까지 이어졌다. 지금보다 훨씬 더 절망스러운 상황에서도 인간들에게 희망이 되어준 검이다. 이게 다시 나타났다는 것 은... 단순한 검에 깃들인 마력이나 그런 것을 떠난 문제인 것이다. 그 래. 이것이 바로 인간이 마에 대해 승리한 기념비이고 우리들의 긍지인 것이다. 9월 25일. "자 그럼 돌아가자!" 나는 붉은 머리칼을 뒤로 돌려서 묶고 일행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각성의 순간 자라난 붉은 머리칼이 길게 나부끼고 있었다. 펠리시아 공주는 그런 나를 바라보고 물어보았다. "그런데 그럼 성검 데일라잇은 어쩔거야? 누가 그걸 들고 이노그랑 싸우 는 거지?" "그야 당연히~ 당연히~ 보디발 왕자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펠리시아 공주는 고개 를 설레설레 저었다. "하긴... 너에게 많은 기대를 한 내가 잘못이지." "...." 어쨌거나 드디어. 성검 탐색이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이노그와의 재 대 결 뿐! 과연 암흑의 아버지. 샤기투스의 아들. 이노그에게 승리할수 있을 까? 그리고 크로매틱 원의 추종자와 그들의 계획은? 하지만... 지금은 나 자신이 희망을 가져야 할 때다! 이 성검 데일라잇과 함께! 나에게 전해진 조디악 나이츠의 축복을 안고서! < 계 속 임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랄라라라.-_-; *********************************************************************** 흐음. 오래간만에 연재 재개를 하는 휘긴입니다. 진짜 오래간만이죠. 저는 성격상 비축분 못씁니다. 쓰다보니 비축분이 생기면 몰라도. 그나저나 책은 어때요? 후, 1300매, 1400매씩 넣다니 저도 손해가 막심하다고요. 게다가 리 콜 때문에 책도 잘 안나가고, 이래서야 전업작가로 나서는 건 포기해야 하 나. 앗~ 아니 환타지 같은 걸로 전업작가를 꿈꾸다니 돌았나~ 라고 할지 모 르지만 그렇다고 환타지 소설계가 전부~ 아르바이트, 이건 취미에요~ 하는 작가들로 메워지는 것 보단 누군가 인생을 거는게 낫겠죠. 즉 책값에 대한 책임을 지는 작가가 나와야 하지 않나.(뭐 비평도 듣기 싫다는 사람도 있는 데 뭘~)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3 화 : Steel & Storm#2 ------------------------------------------------------------------------ 팔마력 1548년 9월 24일 우리는 성검 데일라잇을 찾고 델시즈의 계곡을 도로 내려왔다. 산을 올라 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내려가는 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 리지 않았다. 아니 그것보다는 내 몸의 상태가 좋아졌다고 할까? 아마 기 억이 혼란스럽지만 나는 환염의 미카엘의 힘, 그 일부를 사용할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그런 힘은 사실 사용하기 싫어서 자제하고 있었다. 나 자신이 인간이 아니란 증거이기도 하고 또한 나를 이 시간대에 되살린 이들이 바라는 바대로 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내 어린 시절의 얼마 또렷 하지도 않은 기억 중에서... 내가 각성하지 않자 그들이 발을 동동 구르 던 것을 생각하면 확실히 그렇다. 비록 지금으로선 솔직히 그 바포우 메 트 교단의 손길을 느끼지 못하겠다. 어딘가 감시의 시선이 있는 것도 아 니고 누군가가 매일 매일 나를 미행하거나 따라 다니는 것도 아니다. 하 지만 그래서 더 무섭다.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올지 모르기 때문에. "아 카이레스! 괜찮아요? 몸은?" "응. 좋은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인피니티 로프를 걸고 절벽을 내려갔다. 인피니티로 프를 천천히 길게 만들어주기만 하면 산을 내려가는 건 일도 아니지. 워 로드나 킷은 놀랍게도 그냥 휘적휘적 절벽을 타고 내려오니까 신경 쓸 필 요가 없다. "어?" 그런데 왠지 땅이 울리지 않나? 나는 위를 살펴보았다. 이 흔들림 때문인 지 절벽에서 바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낙석이다." "꺄악." 나는 바위들을 피하면서 위를 올려다 보았다. 지진이라기엔 규모가 작다. 마치 이 봉우리만 움직이는 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까 몇 달 전에 이런 현상을 겪었던 것 같다. "이건?" 그런데 역시. 그때 갑자기 절벽의 벽이 퍽 하고 터지면서 뭔가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뭔가 거대한 지렁이의 앞부분 같은 살과 각질 덩어리가 머리 를 들이민 것이다. 전체적으로 푸르스름한 자줏빛, 즉 보라색을 띄고 있 는데 마치 피부 및의 혈관을 보는 것처럼 기분나쁜 색이다. 그런 색을 입 은 거대한 벌레가 꿈틀거리는 모습은 가히 보기 안 좋았다. 나는 인피니 티 로프의 자루부분을 잡고 당긴 채 뒤로 달리면서 외쳤다. "로프잡고 뛰어 내려!" "하지만!" "뭐가 하지만이야! 날 믿어!"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모나가 반문했다. "그러니까 어딜보고?" "....나 이거 다 놓아버리고 여기 누워버린다?" "알았어. 그럼 한번 믿어보도록 하지." 그렇게 말을 꺼낸 디모나는 왠 U자형의 금속판을 꺼내서 로프에 걸더니 그걸 잡고 내려오기 시작했다. 나는 절벽에 그녀가 닿지 않도록 하고 로 프를 팽팽히 해서 그녀가 내려오는 걸 지켰다. 디모나의 체중이 얼마 안 될 것 같지만 절벽에서 로프를 멀리 떼어놓아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힘이 들었다. 디모나는 그래도 요령이 있어서 그런지 어느 정도 그 U자형 금속 관을 틀어서 로프의 마찰력으로 속도를 줄여서 지면에 착지했다. 니나도 벨트를 풀더니 로프에 걸고 타고 왔다. 그녀는 좀 속력이 빨라져서 내게 충돌할 기세로 날아왔지만 나는 쉐도우 디펜더를 걸고 그냥 그녀를 받았 다. 퍽 하고 몸이 흔들리지만 블랙 드래곤 윌카스트가 머리로 들이받거나 꼬리로 때리는 것에 비하면 간지러운 수준이다. "이익." 나는 그렇게 버텨내고 절벽을 바라보았다. 이제 절벽 위쪽도 균형이 무너 지고 있었다. 어렵사리 절벽 위에 자리한 커다란 소나무가 자기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쓰러지고... 절벽에서 튀어나온 커다란 벌레는 머 리를 흔들면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거대한 지렁이 같다고 할까. 전체적인 몸의 생김새는 그렇지만 껍질은 플레이트 아머가 울고 갈 정도로 단단해 보인다. "퍼플 웜(Purple Worm: 대형 보라벌레, 평균 몸길이 16미터에 달하는 거 대 벌레이다.) 이군." 먼저 지상에 내려섰던 킷은 카타나를 뽑아들었지만 함부로 달려들지는 않 았다. 놈의 위치가 절벽에 있는 지라 발 디딜 곳도 마땅치 않고 돌과 토 사가 계속 떨어지고 있는데 저 밑으로 함부로 가는 건 위험하기 때문이 다. "펠리시아 공주님! 뭐 걸거 없어요?!" "빨리 해요!" "알았으니까 그만 보채!."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그녀는 로프에 걸 물건도 없어보 인다. 결국 그녀는 그냥 건틀렛을 믿기로 한 건지 맨손으로 잡았다. 굉장 히 위험한데. 아니 손은 어느 정도 악력을 풀어야지 미끄러지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추락할 수 있다. 게다가 저 퍼플웜의 상반신이 절벽의 바위에 서 몸을 비틀면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데 그 범위가 더더욱 넓어지고 있었 다. "제길! 안되겠군 해치워야지!" "퍼플 웜을? 좀 무리일텐데?" 하긴 저건 이전 로그마스터의 무덤에서 나타나던 블러드 웜보다도 굵기가 세 배는 될 것 같다. 사실 크기 전체를 놓고 보자면 블랙 드래곤 윌카스 트와 동급이랄까? 블랙 드래곤처럼 지능이 있다거나 마법을 쓰는 게 아니 란 것만 빼면 무서운 점은 마찬가지다. "흠. 카이레스. 실력이 많이 늘은 것 같은데 한번 보여주겠나?" "좋지." 나는 킷에게 그렇게 말하곤 데일라잇을 잡아보았다. "어디 한번 성검 데일라잇의 힘을 써보자고." "원래 홀리 어벤저라면 성기사밖에 그 힘을 꺼내지 못할텐데." "그래? Draw Power!" 그 순간 검이 웅웅 하고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걸 본 킷은 피식 웃었 다. "그런 재주가 있었군. 나는 왼쪽으로 간다. 넌 오른 쪽으로." "오케이." 그순간 킷이 절벽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나 역시 일단은 가속을 얻기 위해 쉐도우 아머 어그레시브를 걸고 앞으로 달렸다. 지면이 휙휙 지나가 는 게 매우 속력이 빠르다. 거기에서 공중으로 도약! 쉐도우 아머는 풀어 버리고 윈드워커의 부츠를 분사했다. "간닷!" 순간 킷이 먼저 퍼플웜의 몸통을 우고키로 베고 지나갔다. 픽 하고 피거 품이 튀어오르고 킷은 놀랍게도 벽에 발을 대더니만 무너져 내리는 바위 들을 피하면서 절벽을 다시 기어올라간다! 아니 그냥 나는 듯이 달려서 절벽을 타고 올라가 버린 것이다. "차핫!" 나는 태양처럼 빛을 발하는 성검 데일라잇을 뽑아서 킷이 베고 지나가서 너덜너덜해진 퍼플 웜의 오른쪽을 강타하고 윈드워커의 부츠를 재 분사 해서 역시 절벽을 타 넘었다. 펠리시아 공주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둘 다 대단하네." "자 공주님! 뭐해요! 얼른 와요! 퍼플웜은 아직 안 죽었어!" 그런데 과연 그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쪽에서 퍼플웜의 파편이 튀어 올 랐다. 아마 절벽에서 위쪽으로 파버린 것 같았다. 꼬리인지 머리인지 도 무지 분간이 안가는 시퍼런 몸체는 흙과 바위 속을 누비고 다니면서도 번 들거리는 광택을 유지하고 있었다. "어?!" 그런데 그때 갑자기 지면이 푹푹 꺼지기 시작했다. 아마 이 밑의 땅이 파 여서 꺼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절벽에서 드러난 상반신이 벌써 다 들 어갔단 말인가? 아니... 아니면 설마 몸길이가 이렇게 긴 거였나? "길군. 꼬리를 조심해라. 독침이 있다. 한방이면 절명이야." 킷은 그렇게 말하곤 가라앉는 지면에서도 마치 평지에 있는 것처럼 균형 을 잡고 서서 그렇게 말했다. "어디가 꼬리인데?" 나는 펠리시아 공주를 호위하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뒤에 있는 게 머리고 방금 나온 게 꼬리다. 입을 벌리면 구분이 가지만 그때 되면 죽은 거다." "...뒤에 있는 게 머리?" 나는 의아해 하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아! 아까 전 절벽에 나와있던 부분 은 그대로 있다. 나는 저게 들어가면서 꼬리가 땅을 뚫고 나온건 줄 알았 는데. 알고 보니까 이만큼 몸통이 길단 말야?! 가만! 그러면 밑은 왜 꺼 지는 거야? "굉장한 괴물이군!" 과연 곧 밑에서 보랏빛의 벌레몸통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단하군. 몸을 트는 것만으로 주위의 흙을 까내다니 그 힘이 얼마나 되는지는 상상하기 도 싫다. "먼저 꼬리를 무력화시키겠다. 인간 수컷!" "오케이!"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킷은 우고키를 양손으로 쥐고 긴 호흡을 하기 시작 했다. "하아아아아아!" 그 순간 킷은 지면을 박차고 나는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퍼플 웜의 꼬 리가 그순간 휘릭 뒤집어지면서 표피안에 묻혀있던 독침을 꺼내었다. 침~ 이라기 보단 창에 가깝다고 할까? 마치 무슨 새의 부리 같은 각질인데 그 독침이 킷을 노리고 내리 찍혔다. 하지만 킷은 옆으로 부드럽게 미끄러지 며 그 공격을 피했다. 화강암 덩이 위로 독침이 꽂히자 쿠웅 하는 둔중한 소리와 함께 화강암 덩이가 깨지면서 무너져 내린다. 세상에. 독도 독이 지만 저걸 찍는 행위 그 자체가 사람 한 둘쯤은 우습게 동강 내겠는걸? 독침으로 죽이는 건지 찢어죽이는 건지. 원. "훗!" 킷은 짧은 기합과 함께 그 독침에 우고키를 휘두르고 지나갔다. 그러자 스컥 하는 소리와 함께 꼬리가 잘려나가고 검붉은 피가 촤아악. 마치 봇 물이 터지듯 터져나왔다. -크에에에에에에에~ 도대체 이 괴물은 어디에서 소리를 내는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들기는 하 지만 소리라고 하기도 힘든 수준의 울림을 내면서 놈이 몸부림을 치기 시 작했다. 나는 그사이에 펠리시아 공주를 번쩍 안아 들고는 이제 꽤 무너 져서 토사가 쌓인 비탈로 뛰어 내렸다. "카이레스!" 워로드가 밑에서 올라오려다가 펠리시아 공주를 들고 내려오는 나를 보곤 놀라서 그렇게 외쳤다. 나는 그에게 펠리시아 공주를 건네주었다. "데리고 피해!" "하지만!" "어서!" -부우우웅!! 그런데 이건 뭔 소리냐? 나는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가 그 퍼플웜의 입으 로 상정되는 무언가가 나에게 덮쳐드는 것을 보았다. 내가 바다에서 산적 은 없지만 해일이라면 아마 이런 느낌이 아닐까?! "하앗!" 나는 절벽을 박차면서 뛰쳐나가서 그 무식한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공중 에서 회전하면서 데일라잇으로 오히려 놈의 입? 하여튼 다른 생물이라면 입 언저리라고 부를 만한 부위를 칼로 베어 버리곤 지면에 착지했다. 울 컥 하고 피가 튀어오르는 것이 보였지만 저걸로 죽이기엔 턱도 없을 것 같다. "킷! 이탈하자!" 나는 그렇게 외쳤다. 어차피 펠리시아 공주까지 다 내려온 이상 무의미하 게 괴물과 싸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반응이 없지? 설마 킷 도 괴물에게 당해버렸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다시 절벽에 다가가려 했지만 그때 킷이 휘익 뛰어서 그 높은 절벽에서 지면으로 유연히 착지했 다. 그리곤 나를 돌아보았다. 역시 상처하나 입지 않았다. "후. 갈까?" 게다가 담배까지 물고 있잖아?! 킷은 나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담배연기를 후욱 내 뿜었다. 윽. 젠장. 이런 걸 뭐하러 피는 지 모르겠어. 나는 콜록 콜록 기침을 하곤 앞으로 달렸다. "음. 그런데 데일라잇... 손맛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소드 블래스터 수 준인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투덜거렸다. 확실히 소드 블래스터도 1급 마법기라서 그런지 데일라잇과 그렇게 특별한 차이가 나지 않았다. 굳이 데일라잇에 점수를 주자면 소드 블래스터처럼 기형 검이 아니라서 쓰기 편하고 뭔가 힘이 비장 되어 있다고 할까? 드로우 파워로 검의 힘을 이끌어 내어 보았 지만 확실히 내 파장과는 잘 맞지 않는 듯하다. "카이레스! 괜찮아요?" 그때 니나가 그렇게 물어보았다. "아 괜찮아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내 이곳저곳을 살펴보 면서 물어보았다. "그런데 뭔가 확실히 변한 것 같기는 하네요." "하하하." 하긴 아무리 킷이 먼저 놈의 예봉을 꺾고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저런 괴물 에게 붙어서 이렇게 무사히 나온 적이 없었지. 게다가 내가 봐도 내 완력 은 이전과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 있었다. 예를 들어서... "흡!" 나는 그렇게 외치곤 소드 블래스터로 옆의 나무를 쳤다. 사람의 팔뚝만한 굵기의 나무인데도 아무런 저항없이 쉽게 끊어진다. 마치 갈대다발을 칼 로 치는 느낌이랄까? 스냅을 좀만 주면 바로 끊어지지만 그렇지 않으면 칼에 감겨드는 갈대.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힘이 늘긴 늘었군. 게다가 스트라포트 경에게 가르침을 받아서일까? 기본적인 역량도 꽤 는 것 같 다. 아직은 꽁수가 주를 이루지만 언젠가는 나도 그처럼 광명정대(光明正 大)한 바다같고, 또한 드높은 하늘같은 이가 될 수 있을까? "퍼플 웜은 추격해오지 않네요. 이렇게 뛸 거 있어요?" "그런가?" 나는 니나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듣고 멈춰섰다. 워로드는 펠리시아 공주를 들고 오다가 그제서야 내 앞에서 내려놓았다. "무... 무례하다! 이게 무슨 짓이지!?" "아아. 공주님. 참아요. 덕분에 살았잖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턱을 쓰다듬었다. 더위로는 땀을 흘리지 않지만 이따 금 이렇게 뛰어 다니면 땀이 좀 나와준다. 완전 각성하기 전에 비하면 턱 없이 적은 양의 땀이지만 적어도 아직은 인간이란 거겠지? 헤헷. 나는 짭 짤한 땀의 맛을 느끼곤 펠리시아 공주를 말렸다. "카이레스! 앞에." "응?" 그때 가장 먼저 앞서서 달아나던 디모나가 그렇게 외쳤다. 나는 그녀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곤 혀를 찼다. 수풀 너머로 어렴풋이 보이는 저 모습 은 바로 거대한 두꺼비였다. 캐스윈드와 그림스윅이 타고 다니는 그 이동 가옥 두꺼비의 모습이었다. "굉장히 빨리 내려왔군 우리. 이건 퍼플 웜에게 감사해야 하나?" "감사패라도 만들지 그래?" 킷은 담배도 피는 주제에 호흡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채 나에게 그렇게 물 어보았다. 농담인 건 알지만 킷이 말하면 왠지 모르게 화가 난다. 인간 수컷이라고 불러서 그런가? "확실히 실력은 상당히 늘었군. 인간수컷. 전에 나에게 달아날 때에 비하 면 확실히 늘었어." 그는 나에게 그렇게 말하곤 다 타버린 궐련을 버려버렸다. "문제는 과연 인간의 수컷인가 하는 거지." "암컷으로 보이나? 그럼?" "설마." 킷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 순간 내 가슴이나 허리, 몸매등을 가늠해 보고 있었다. 저놈은 눈이 단추구멍인가? "브로큰 랜드에서는 이게 마지막 궐련이 되겠군." 킷은 바닥에 버려버린 궐련을 보고는 입맛을 다셨다. 확실히 궐련을 잔뜩 갖고 다녔다고 하더라도 설산에 들어가고 험한 곳을 좀 다니는 동안 시간 이 꽤 흘렀으니까 그사이에 보급을 받지 못했다면 떨어지는 거지 뭐. "그럼 금연인가?" 나는 내심 기뻐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담배연기와는 별로 친해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서다. 킷이 피고 있는 걸 보면 이따금 멋있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원래 원판이 멋진 놈은 뭘 해도 멋져보이기 마련이기 때문 이다. 아무나 담배 피면 없던 멋이 생기는 게 아니란 말이다! 물론... 그 렇다고 내가 킷 보다 어디 용모가 떨어진다는 건 아니다. 정말이야. 정말 이라구! "금연? 그게 뭔데?" 그는 그렇게 말하고 품속에서 담뱃대를 꺼냈다. 동방의 금룡이 새겨져 있 는 주석제 담뱃대였다. 이 근방에선 상당히 비싸게 팔릴 물건인데 그런걸 가지고 있다니. "궐련이 떨어졌으면 이제부터는 잎담배를 필 수 밖에." "...." 그러니까 그게 무슨 차이가 있냐고. 어쨌거나 우리들은 일단 산을 다 내 려온 것 같으니 캐스윈드에게 합류해봐야겠다. 우리는 거대한 두꺼비의 실루엣을 따라가 보았다. 이자들은 할게 더럽게 없는지 맨바닥에 칼과 병 기들을 늘어놓고 있다가 우리가 다가오자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야 벌써 왔어? 에...." "카이레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내려섰다. 역시 이놈은 사람 이름 하나 지독하게 기 억 못하는 군. "그런데 원래 머리칼이 이런 색이었나?" "아 그거야 뭐." 나는 그렇게 말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 밝은 적색 머리칼은 환염의 미 카엘의 머리칼이다. 이것을 보고 혹시 내가 각성했다고 여기고 공격해오 지 않을까? "뭐 염색했나보죠. 요새 놈들 꺼떡하면 머리 물들인단 말야. 호박에 줄긋 는다고 수박이 되나." 그림스윅이라고 하는 그 드워프는 신경질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이런이 런. 내가 언제 멋있어 지자고 머리를 염색했냐? 왜 저렇게 신경질일까? 드워프가 질투라도 하는 건가? 그런데 그때 푸르륵 하고 갑자기 왠 말의 투레질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까 갑자기 저 맞은 편에서 왠 백마가 상당히 방정맞게 뛰어오는 게 아닌가? "어? 스텔라!"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말하면서 놀라서 일어났지만 스텔라는 나에게 달 려왔다. 하지만 머리칼이 변해서일까? 잠시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만 역시 머리를 한번 맛보려는 듯 혀로 핥으려 했다. 나는 고개를 얼른 빼서 그걸 피하고는 스텔라를 바라보았다. "아 말들은 찾아 놨다." 캐스윈드는 그렇게 말하고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음 확실히 마법사라서 그런지 재주하난 좋군. 곧 레이퍼도 스텔라의 뒤를 따라서 나오면서 우리 를 반겨주었다. "어쨌거나 데일라잇은 찾은 것 같구나. 그렇다면 타라. 상황이 굉장히 안 좋게 흐르고 있으니까." 캐스윈드는 내 허리에 걸려있는 데일라잇을 바라보곤 그렇게 말했다. 아 니 갑자기 이게 뭔 소리야? 안 좋게 흐른다니? 은룡 세르파스가 이노그를 한번 격퇴시켜주지 않았던가? "상황이 안 좋게 흐른다고?" 내가 의아해서 그렇게 물어보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노스가드 성이 놀들에게 점령당하고 남쪽에서는 에스페란자 공국이 독립 을 선언했다. 인간들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는 않지만 이대로 라면 성검을 찾아온 것이 헛된 노력이 될 테니까. 알려주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해 서." 그는 그렇게 이상하게 말했다. 알려주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과연 펠 리시아 공주는 캐스윈드가 거슬리는지 째려보면서 말했다. "당신은 당신이 하는 짓 하나하나에 그렇게 확신이 없나? 알려주는 것도 그렇게 고려하다니! 협력을 안하겠다는 건가!?" "내가 확신을 하면 공주 당신이 죽이는 인간들 정도는 우스울 만큼 많이 죽거든. 차라리 확신을 안 하는 게 더 낫지 않나?" "...." 말로만 보자면 명백한 협박이다. 하지만 캐스윈드에게서는 어떠한 살기도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그는 사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확신 만 갖는다면 펠리시아 공주가 죽이는 인간들은 아무 것도 아닐 만큼이라.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몸의 솜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캐스윈드. 이놈은 정말 위험하다. 적으로 돌릴 경우 어떤 결과가 될지, 보지않아도 선하다. "아 그럼. 데일라잇을 보여주겠나?" 캐스윈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싱글싱글 웃었다. 나는 식은 땀을 애써서 감 추면서 검을 건네주었다. "뭐 보는 정도라면~야." 그러자 캐스윈드는 그걸 받아 들고는 조심스럽게 칼집에서 검을 꺼내 보 곤 다시 칼집을 채웠다. "미트라 신의 교단이 궤멸 당했는데도 이 검은 아직 그 빛을 잃지 않고 있군. 하지만 이 정도로 쇠약해진 인간들이 샤기투스의 아들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 이 성검으로도 안 된단 말야? 그렇다면 조디악 나이트의 희생은 뭐였지? 아니. 그것보다도... 그 검에서 힘을 빼앗아간 팔마 교단놈들은 도대체 뭐지? 종교가 다르단 이유만으로 남들을 태연하게 죽여버리고 잔혹한 신 을 섬길 것을 강요하면서 정작 인간들이 위기에 처하면 아무런 도움도 되 지 않는 것들이 인간들의 미래를 빼앗아 갔단 말인가? "아. 신경쓰지마. 적어도 너희들 인간의 수명에서는 데일라잇의 힘이 다 하는 일이 없을 테니까. 하지만 한 몇 백년 지난다면 뒤는 장담할 수 없 지."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검을 돌려주었다. "그렇다면 이걸로 이노그는 쓰러뜨릴 수 있는 거죠?" "끈질기게 때릴 수만 있다면 샤기투스의 아바타(Avatar:환신)나 인카네이 션(Incarnation:화신)도 문제없지. 샤기투스 본체는 무리지만." 그때 펠리시아 공주가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역시 노스가드 성이 함락되 었다고 하니까 대단히 충격을 먹은 것 같았다. 노스가드 성이 함락당했다 는 것은 보디발 왕자가 패했다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보디발 오라버니는 어디 있는 거지? 알고 있어 마법사?!" "...." "아니. 아무리 미인이라지만 캐스윈드님께 그런 무례를 범하다니!" 그 드워프는 그렇게 나서더니만 펠리시아 공주가 노려보자 흠칫 놀라서 캐스윈드를 돌아보았다. "아 캐스윈드님. 저는 역시 미인에게 약해서 안되겠습니다." "꺼져 그럼." 캐스윈드는 그렇게 말하고 그림스위그를 잡고 뒤로 휙 던져버렸다. 사람 을 저렇게 던져도 되나 싶지만 그림스위그는 터프한지 일어났다. 하지만 캐스윈드는 뒤로 손을 뻗어서 어떻게 썼는지 모르지만 바로 그림스위그를 쳐 날려버렸다. "윽...." 단지 괴롭히는 거라면 상당히 심하게 괴롭히는데. 어쨌거나 펠리시아 공 주는 앞에서 상당히 폭력적인 장면이 일어나도 눈하나 깜박 하지 않았다. 공주라는 신분은 원래 앞에서 아무리 폭력이나 무력시위가 있어도 그게 자기에게 방향을 바꾸리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그런 직위니까. 캐스윈 드가 저 드워프를 집어던지는 폼을 보건 데 그 힘은 정말 보디발 왕자나 그 이상은 될 것 같다. "보디발 라이오노스라면 아직 살아있다. 게다가 포로가 되거나 그런 것도 절대 아니지." "그렇다면?"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말하고 역시 아직도 적의가 담긴 눈으로 캐스윈 드를 바라보았다. 그때 내가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그것보단 일단 그 상황을 알아보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이동하죠." "카이레스. 끼어들지 마." "하지만 지금 만약 진짜 보디발 왕자가 위험하다면 바로 가는 게 중요해 요. 그리고 캐스윈드라면 우릴 거기로 보내주는 건 일도아니니까. 이경우 는 아무리 공주님이라도 굽히고 들어가는게 현명하지 않을까요?" 펠리시아 공주는 내가 끼어들어서 불쾌한 것 같았지만 더는 말하지 않았 다. 우리들은 그렇게 캐스윈드를 이동수단(?)으로 이용하는 데 합의했다. "...나는 합의하지 않았어." 캐스윈드가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 계 속 > -------------------------------------------------------------------- 가정의 달 명작 게임 코코로~ 정말 아름다운 가족의 모습~ 이죠? 그렇죠? 단지 전 CG모으기가 힘든 성격의 게임이라서. 음. 트리를 그려가면서 해 야 하나. *********************************************************************** 대여점의 폐해~라고 하지만 저는 그래도 양호하죠. 만화가가 문제지.-_-; 설 이야 자료니 뭐니 해도 돈이 그렇게 많이 들어가진 않지만 만화는 화실도 운 영해야 하고 각종 자재값, 어시스턴스 비, 등등 돈이 지출되기 마련인데... 쩝. 물론 당장은 돈이 없는데 빌려보는 걸 어떻게 탓하겠습니까만 빌려보는 걸 합리화하진 않는 게 예의 아닐까요?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3 화 : Steel & Storm#3 ------------------------------------------------------------------------ 팔마력 1548년 9월 26일 우리는 캐스윈드의 마법인지 초능력인지 알 수 없는 신비한 힘에 의해서 미스트레어 호수 근처의 숲길로 나타났다. 이놈의 미스트레어는 하루라도 안개가 안 끼면 미스트레어란 이름에 부끄럽다고 생각하는지 짙은 안개가 깔려있었다. 캐스윈드는 그렇게 우리를 텔레포트 시키고 말했다. "그러면 이제는 그만 가보도록 하지. 내가 할 일은 여기까지 인 것 같으 니까." "저 스승님. 저희들 계속 도와주시면 안 돼요? 스승님이 잠깐 손을 내밀 어 주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이 살수 있어요." 디모나는 캐스윈드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캐스윈드는 고개를 내 저었다. "운명은 너희들 손으로 만드는 것이지 누군가가 만들어 주는 건 아니잖 아? 게다가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휴머노이드 들을 죽여야 해. 결국 문명 의 주체가 누구인가가 결정될 뿐이지. 실질적으로 피해를 보고있는 이들 에게는 잔인하겠지만 결국 자리를 바꾸기 위해, 누군가가 반드시 이 자리 를 차지 하기 위해 힘을 더해줄 생각은 없다." "좋은 소릴 하는 군." 킷은 그렇게 투덜거리곤 담뱃대를 털었다. "분명 당신이 운명의 제약을 받으리라는 것쯤은 우리도 알고 있어. 왜냐 면 당신은 분명히 정상적인 엘프보다도 지독하게 오래 살았으니까. 사실 엘프인지도 의심스럽고. 그런데 그런 주제에 우리들의 이해까지 얻으려고 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 아닐까? 이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는 거 야. 그렇지 않아?" "그렇다면?" "그냥 짖어대는 인간 암컷의 개소리나 우리들 유한자의 투정 따위는 무시 하라고. 영원의 시간을 살려면 백년도 못살고 뒤져버릴 인간의 암컷에게 미움 사는 것쯤 우습지 않게 생각해야지. 구차하지 않아?" "...." 그 순간 정작 그 말을 들은 디모나 보다도 니나가 발끈 했다. 하지만 킷 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캐스윈드만을 바라보았다. 뭐랄까. 두 사람사 이의 대화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 되어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뭔지 도통 모르겠다. "좋은 충고로군. 따르겠다는 건 아니지만." 캐스윈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럼 가겠다. 다들... 에.... 하여튼 뭐든 간에 가호가 있기를." "...." 순간 무수한 잡귀나 어둠속의 망자들, 어둠에서 부르는 자Caller of Darkness같은 것들이 가호(?)하겠다고 뒤에 달라붙는 상상을 한 건 나밖 에 없을 까? '뭐든 간'의 것에게 가호를 받을 만큼 가호에 목마른 것도 아닌데. 하지만 캐스윈드는 자기가 무슨 소리했는지 이해도 못하는 것 같 았다. 그는 그저 우리들에게 작별인사를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음. 쳇." 디모나는 그렇게 외치곤 손가락을 튕겼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고 물어보 았다. "캐스윈드는 별로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가 보지?" "응. 누구랑 달라서 말야." "....." 그 누구가 누군데? 나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입을 다물었다. 아니다 꿀먹은 벙어리면 달기나 하지. 입맛이 무지 쓰다. 어쨌거나 디모나는 앞 에서 인간 암컷이니 그런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는데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현명하다고 해야 하나. 약았다고 해야 하나? 킷같은 스 타일과는 언쟁을 해봐야 목숨만 위험하지 얻을 게 없으니까. 그렇지만 니 나는 상당히 상처입은 것 같았다. 솔직히 말해서 킷이 하는 행동 대부분 이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것들뿐이다. "뭐하고 있어. 서둘러야 한다는 사람은 너였어. 카이레스!"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말하고 먼저 말을 몰아서 가버렸다. 그러자 디모 나 역시 마차를 몰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카이레스! 마차 몰아주면 안돼?!" "절대 안돼!" "어째서?" "그건 말이지... 나도 네 마음대로 안 움직인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서 지." "보통 그런 마음 먹으면 말하지 않는 게 멋있어." "흥. 그래. 아무래도 나는 멋 따윈 없으니까! 나는 카이레스이지 캐스윈 드도 킷도 스트라포트도 아닌걸!" 나는 그렇게 외치고는 먼저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러자 뒤에서 투덜거리 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트라포트 경에게 밀려서 콤플렉스가 심한가봐." "...." 저것들이 말을 해도 꼭! 하지만 스트라포트 경의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좀 아프군. 좋은 녀석이었는데... 검의 실력이나 그의 영웅적 행위, 그런 걸 떠나서... 단지 26살? 그정도 쯤의 청년이였잖아. 어떤의미에서는 형 이라고 봐도 좋을 사람인데... 그런 희생을 했다니. 물론 세상에도 죽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지만. 스트라포트 경은... '쳇!' 나는 칼자루를 잡고 이를 꽉 물었다. 그는 죽었고 나는 살아있다. 그리고 스트라포트 경에게 나는 검도 배우고 마음가짐도 배웠다. 배웠다고 다 소 화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조디악 나이츠가 휴머노이드들의 손에서 지켜낸 이 검. 데일라잇이 이노그의 피맛도 보지 못하고 썩게 만들지는 않겠다. 나는 앞을 가로막는 나뭇가지를 손으로 딱 후려쳐 보았다. 우와. 이 완력 이 이전에 비해서 얼마나 들었는지 그냥 생나무 가지가 뚝 하고 끊어져 버린다. "휘우. 어이. 레이퍼. 이제 내 말 더 잘 들어야 되겠다." "히힝?" 레이퍼는 갑자기 그게 무슨 개털 깎아서 옷 만드는 소리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개털 깎아서 옷을 만드는 소리라... 내 머리 속에서 나 온 비유지만 열 받잖아! 그런데 그때 앞에서 병사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는게 보였다.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아서 마치 불쑥 지면에서 솟아 오르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나는 얼른 말을 세우면서 외쳤다. "뭐야?! 위험하잖아!" "윽!" 과연 뒤에서 달려오던 펠리시아 공주는 말을 멈추면서 당황해 했다. 스텔 라의 말굽이 땅에서 치이익 끌리면서 공주가 계속 딸려나갔지만 나는 도 중에 그녀의 망토를 잡고 반대쪽 팔로 나뭇가지를 잡았다. 그러자 나뭇가 지가 팽팽히 당겨지면서 그녀가 도중에 멈춰설 수 있었다. 망토가 좀 찢 어지긴 했지만 그 정도면 양호하지. "켁켁! 아... 음. 아니 도대체 무슨 짓이냐?!" 공주님. 사람 앞에서 기침하다가 이제와서 폼을 잡아도 위엄이 생기진 않 는 다오. 흠흠흠. 뭐 그렇게 기침을 하게 만든 장본인이 나지만. "멈춰서시오. 지금 이 곳은 일반인들은 출입할 수 없소!" "뭐? 어째서?" 펠리시아 공주는 바로 공주라는 신분을 노출하지않고 그들에게 그렇게 물 어보았다. 일단 이 병사들의 정체도 잘 모르는 것이다. 전에 보았듯이 이 미 백계백작 린드버그가 로스트 프레일의 맴버로서 놀들에게 협력하고 있 었으니 왕국 병사라고 해서 믿을 수 있는 게 아닌 것이다. "에... 당신들 정말 모른단 말이오? 이 미스트레어는 지금 포위 중이오. 보디발 전하께서 그 빌어먹을 여자를 내놓지 않아서 문제 아니오." 병사 중 입이 좀 싼 녀석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옆의 병사가 귓속말을 했다. "닥쳐 이 자식아! 아무리 그래도 왕녀야!" "원~참. 이제 적국 왕녀인데 뭘! 빌어먹을 건 빌어먹을 것이고 쌍것은 쌍 것이제." "...." 그 순간 펠리시아 공주는 이를 악물고 병사들에게 외쳤다. "길을 비켜라! 미천한 것들! 네놈들이 지금 누구를 가로막고 있는 줄 아 느냐?!" "하..." 그런데 그때 겨우 다가온 장교 한 명이 펠리시아 공주를 보고 외쳤다. "페... 펠리시아 공주님!? 안됩니다!" "비켜!" 그러나 공주는 보디발 왕자 때문에 정신이 나갔는지 칼을 뽑아들고 병사 들에게 휘둘렀다. 병사들은 깜짝 놀라서 물러나 피했지만 감히 반격을 내 려고 하지 못했다. 상대가 공주란 것은 알았을테니까. "안돼! 공주님을 막아!" 병사들 사이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나왔다. "강행돌파! 죽여도 괜찮아!" 펠리시아 공주는 자국의 병사인데도 그렇게 외치고 앞으로 달려들었다. 나는 뒤의 마차를 바라보곤 이를 악물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펠리시아 공 주야 실력이 얼마 안되지만 문제는 킷이다! 킷이 칼을 휘두르면 이 근처 는 피바다가 되고 말 것이니까. 그런데 그때 킷보다 워로드가 먼저 마차 에서 뛰어내리더니만 앞을 막는 병사들을 두꺼운 다리로 뻥 걷어차서 길 옆으로 치워버렸다. 그리고 우렁찬 기합소리와 함께 통나무로 짠 바리케 이트를 번쩍 들어서 옆으로 던져버렸다.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바리케 이트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박살나 버렸다. "후!" 워로드도 킷이 살인을 하는 걸 막기 위해서 그랬구나. 나는 그런 그를 보 곤 앞으로 말을 달렸다. 과연 보초는 이것 뿐만이 아니였지만 워로드를 이기는 자들은 별로 없었다. 병사들은 꺄악 하고 비명을 지르면서 워로드 의 두꺼운 팔다리에 쓸려서 나가 떨어지는데 권법에 깊은 조예가 없는 내 가 보더라도 죽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알수 있을 정도였다. 그냥 맞춰서 밀어버리는데 중점을 두고 팔다리를 휘두르는데 당연하지. "쓸데없는 짓을." 디모나의 마차 위에 올라선 킷은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펠리시아 공주가 윽 하고 멈춰선게 보였다. "하... 워 웨건War Wagon 아냐!?" 나는 길의 앞을 막아선 큼직한 마차를 보고 기막혀 했다. 워 웨건이라는 것은 전차 Chariot를 발전시킨 것으로 상판까지 다 나무로 뚜껑이 덮여 있고 쇠테로 보강되어진 큼직한 전차다. 그 안에 병사들이 들어가서 화살 을 쏘아대고 창으로 밖을 찌르는 것이다. 앞에는 공성추까지 달려있으니 성문으로 달려갈 때 효과적이다. 적어도 화살은 막을 수 있으니까. "저런 거를 준비하다니!" "파이어 볼!" 하지만 디모나가 뒤에서 파이어 볼을 시전하자 불꽃의 구체가 워 웨건을 강타했다. "키에에엑!" "으아악!" 병사들은 허우적 거리면서 워 웨건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 워 웨건은 두 꺼운 나무로 만들었기 때문에 제 아무리 파이어 볼이라고 하더라도 불이 붙는 것 빼고는 무서울게 없다. 그러나 안의 인간들은 산소결핍으로 죽기 딱 좋지. 그러니까 원래 마법이 없다면 저거 참 무서운 물건이라는 거지 마법이 있으면 별로 쓸모가 없다. "돌파!" 나는 워 웨건의 옆, 나무사이로 난 협소한 길로 훌쩍 뛰어넘었다. 레이퍼 녀석. 이럴 때는 말을 잘 들어서 껑충 뛰어서 그 길을 지나갔다. 하지만 디모나의 마차는? -스칵! 그러나 킷이 우고키를 휘둘러서 단숨에 그 거대한 워 웨건을 박살내버렸 다. 우리는 그렇게 포위망을 돌파하면서 달렸다. "제길! 화살을 쏴라!" "이런!" 나는 얼른 다크레전을 펼쳐서 날아드는 화살을 피했다. 다크레전을 펼치 니까 다크레전은 펄럭이면서 늘어나 내가 타고 있는 말까지 전부 가려준 다. 그래서 나와 레이퍼는 화살비속에서 무사히 지나갔다. 하지만 디모나 의 마차는 말들이 화살에 노출되어서 위험하다! 그러나 그때 갑자기 킷이 마차에서 뛰어내리더니만 외쳤다. "거기까지. 다들 그만둬!" 지금 우리는 화살의 타겟인데 놈들이 그만 둘 이유가 어디있냐? 나는 그 렇게 생각했지만 화살비는 다들 멈춰버렸다. 왜냐면 킷이 칼을 뽑아서 공 주의 목을 겨누었기 때문이다. "이 인간 암컷의 내장을 말리기에 좋은 날씨라고 생각되지 않나? 해도 없 고 바람은 센데." "...." 저놈 엘프의 모습으로 저런 말을 하면 얼마나 무섭게 들리는지 알고서 하 는 건가? 어쨌거나 킷의 협박은 정말 시의 적절했다. 내용은 좀 과격하지 만. "음. 그런 방법이 있었군." 하긴 지금의 저 병사들은 우리를 통과시키지 말라는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병사들의 입장에선 명령을 어길 수 없으 니까. 하지만 이렇게 공주의 목에 검을 들이밀었는데도 공격을 명령했다! 라고 하면 지휘관의 책임이 되기 때문에 공격이 멈추게 되어있었다. 병사 들이야 책임을 지건 말건 자기들만 안전하면 된다는 무사안일주의의 군인 들에겐 아주 적당한 대응 방법이었다. 과연 병사들은 물러나고 단지 우리 들을 노려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럼 가자!" "오케이!" 우리는 그렇게 해서 포위망을 돌파하고 미스트 레어 성의 입구로 향했다. 그곳에는 물론 성문이 굳게 닫혀있고 성의 망루 위에는 붉은 망토를 휘날 리며 보디발 왕자가 서있었다. 미스트 레어 성은 다른 성보다 훨씬 벽이 높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화살을 발사하면 맞지 않을 위치는 아니다. 그 런데도 불구하고 그는 마치 여기 보란 듯이 성의 망루 위에 서서 눈에 띄 는 붉은 망토를 휘날리고 있었다. "보디발!!!!" 내가 그렇게 외치며 말을 달리자 보디발 왕자는 얼른 병사들에게 신호를 했다. 그러자 성문이 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역시 포위하고 있던 병력 들은 공주의 목이 달아날까봐 우리를 치진 못하지만 미스트레어 공략은 포기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들은 우리의 뒤를 따르며 달려오기 시작했 다. "칫!" 나는 리피팅 보우건을 꺼내서 뒤에다 마구 발사해버린 뒤 성문안으로 들 어갔다. 일단 이렇게 리피팅 보우건을 발사하자 그들은 모두들 다 멈춰서 서 돌격해오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동요하는 기색마저 보였다. "저건?!" "리피팅 보우건이다!" "벨키서스 레인저잖아?!" 역시. 이전 노스가드 공성전 때 벨키서스 레인저의 활약을 본 사람들은 벨키서스 레인저에 대해서 다시 한번 경외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리피팅 보우건을 쓰면 동요할 수밖에. 그런 이유로 우리는 쉽게 성 문 안에 들어올 수 있었다. "카이레스!" 보디발 왕자는 망루의 계단을 따라 뛰어내려오며 우리들을 맞이해 주었 다. 펠리시아 공주보다 나를 먼저 찾다니 쑥스럽군. "머리는 그게 뭐야? 원래 색깔이 그랬어?" "예. 실은 저는 멸망한 왕국, 쿠알라푸할라의 왕자이기 때문에... 그 왕 족의 상징인 적보석안은 어쩔 수 없지만 머리칼만은 가리고자 염색을 했 던 것이지요." "...그런데 왜 지금은 멀쩡하냐?" "그야. 오랜 피난 생활 때문에 염색약이 떨어져서 그만." 나는 능청스럽게 농담을 했다. 그러자 펠리시아 공주가 짜증을 냈다. "조디악 나이츠의 축복을 받더니 저렇게 되었어요. 축복보단 왠지 저주에 가까운 것 같지만." 뭐 조디악 나이츠의 축복 때문은 아닌데... 그렇게 생각해준다니 할 말 없군. "도대체 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에요?!" "아 그건 말하자면 긴데."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대 그때 내성의 입구에서 레오나 공주 가 걸어나오더니 우리를 보곤 반가와 하며 말했다. "아... 안녕하세요." 반가워 하는 것 치곤 좀 꺼려한다. 역시나, 펠리시아 공주가 쓰윽 째려보 고 있었다. 위험한 눈초리인데. 그런데 그때 보디발 왕자가 펠리시아 공 주에게 말을 걸었다. "그런데 펠리시아. 고생은 없었니?" "아. 오라버니. 뭘요. 고생이랄 것 까지야." "고생은 내가 했지."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곤 벨트의 소드 바인더에서 데일라잇을 뽑아서 보디 발 왕자에게 건네주었다. "이게 그거에요.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인간들끼리 싸우고 있다니." 내가 그렇게 말하자 레오나 공주는 흠칫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이렇게 말하면 이 순간에 오히려 자국의 이득을 위해 독립전쟁을 벌이는 에스페란자 공국이 나쁘다는 이야기 밖에 안되는 군. "어?!" 하지만 그때 디모나의 마차에서 뛰어내린 니나는 깜짝 놀라서 레오나 공 주를 바라보았다. 아니... 레오나 공주도 니나를 바라보곤 놀라서 외쳤 다. "서... 설마?!" 아! 이런.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이 다 똑같이 생겼지! "엑?!" 보디발 왕자도 깜짝 놀라서 니나를 바라보았다. "아 저기 그게 그러니까. 음 이 경우를 뭐라고 해야 하나." "...." 우리는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을 짓고 서로서로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나? 아무리 생각해도 종잡을 수가 없다. 그 래서 우리는 모두들 성의 앞뜰에 모여서 제대로 말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밖에는 성을 포위하고 있는 병사들, 안에는 뭔가 말을 해야 할 사람들. 정말 내우외환이라는 말에 너무도 어울리는 상황이라고 생각지 않는가? "이런 젠장." < 계 속 > -------------------------------------------------------------------- 토나리노 코코로~코코로~ 여선생 공략은 어떻게 하죠? 옛날엔 했었는데 오래간만에 다시 하려니 도통 모르겠어요. *********************************************************************** 여러분의 도움으로 토나리노 코코로 100퍼센트 클리어를 달성했습니다. 가정 의 달 추천게임 코코로~우음. 코코로를 클리어하자마자 이번에는 맥스 페인 을 하고 있는데요. 아 맥스 페인, 멀미가 나는 걸 제외하곤 정말 재미있네 요.특히 야구방방이로 사람잡는 게 의외로 간단해서 샷건보다 더 위력이 나 으니, 원.;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3 화 : Steel & Storm#4 ------------------------------------------------------------------------ 팔마력 1548년 9월 26일 결국 우리는 장소를 옮겨서 그 이야기를 논의하기로 했다. 물론 여기서의 이야기는 니나와 레오나 공주의 관계는 도대체 뭐냐?! 어째서 이렇게 사람이 닮았는가?! 이런 걸 논하는 게 아니라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음. 여기는?" 나는 안개가 가득 찬 미스트 레어의 전역이 한눈에 들어오는 높은 종탑에 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뭐 둘러본다고 해도 안개 때문에 보이지도 않는 다. "옛날부터 스파이를 염려해서 작전회의는 이곳에서 치뤄졌다고 하더군. 높으니까 지형도 알아보기 쉽고."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하면서 테이블에 앉았다. 펠리시아 공주는 사면 이 열려서 강한 바람에 시달리는 종탑에 서서 금발을 흩날리면서 보디발 왕자를 돌아보았다. 다른 일행들은 다들 밑에 남겨두고 나와 펠리시아, 보디발만 이 종탑의 방에 있었다. "오라버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요?" 펠리시아 공주는 역시 보디발 왕자의 앞에서는 근사한 어투로 말을 했다. 누가 이런 여자가 사람 목숨을 파리목숨처럼 여기고 사람 죽이기를 아침 체조정도로 여기리라고 생각하겠는가? 말하는 폼마다 기품이 흐르고 부드 러운 목소리는 어지간한 남자들도 가슴이 두근거릴 것이다. "일단 사정을 설명하지. 카이레스는 이단 심문관에게 쫓겨서 어떻게 되었 는지는 모르겠지?" "물론이죠. 내가 천리안인 것도 아니고." 나는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보디발 왕자는 고개를 끄덕이면 서 설명했다. "일단 카이레스가 떠난 뒤... 신성 팔마 기사단은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한창 중요할 때에 철군을 했지." "...." 설마 나한테, 아니 스트라포트 경에게 당해서 그런가? 그러고 보니 이단 심문관 갈바니는 죽었을테지? 세인트라는 칭호를 달고 있는 이가 그렇게 죽어버렸으니 물러날 만도 하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찬 바람을 맞으 면서 나무탁자에 앉았다. 계절은 분명 늦여름이건만 이 미스트 레어는 기 온이 상당히 낮았다. 게다가 이곳은 이렇게 높아서 바람까지 불어오니...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정말 경치하나는 장관이었다. 짙게 끼어있는 안개와 그 사이에서 머리를 디밀고 있는 진록색의 침엽수들. 확실히 서정 적이고 아름다운 곳이었다. 마음이 시원해진다고 할까? "저 밑 안개에는 무수한 적병들이 기다리고 있겠지."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훗, 같은 걸 보고도 이렇게 생각이 갈 리다니. 아. 내 감수성이 이렇게 빛나는 구나. "뭐 그래서 병력이 떨어질 때... 세르파스님이 나타나서 이노그를 물리쳐 주셨지." "예. 그건 들어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아무리 드래곤이라지만 상대는 준 신인데 쉽게 물리칠 수 있었나요?" "그게...."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하고 머리를 긁었다. "세 방에 끝났어." "...." "처음에는 창공에서 내려서면서 굵직한 두 다리로 공격! 이노그의 머리를 팍 쳐버리고 물어서 집어던진 다음에 브레스 웨폰으로 마무리를 짓던 걸?" "...." 순간 나는 그 거대한 이노그를 무슨 장난감처럼 다루는 거대한 은룡의 모 습을 상상했다. 하긴 윌카스트만 하더라도 이노그만한 크기다. 블랙드래 곤은 원래 습지에 사는 소형드래곤이라고 하니... 은룡 세르파스는 윌카 스트 보다 더 클 것이다. 그런건가. 우주에서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런데 어째서 그럼 세르파스는 이노그를 죽이지 않고?" "... 실은. 이건 다 알려져 있는 사실이겠지만."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 라이오노스 가문은 더 이상 벨키서스 대공과 피가 이어져 있지 않 아. 현왕 클레프 1세는 원래 알레곤 대공의 조카였는데 양자로 들어가서 왕위를 계승했지. 그러다 보니까. 음. 벨키서스 대공이 세르파스에게 맹 세를 강요했을 때는... 혈연에 걸었기 때문에 세르파스는 더 이상 라이오 니아 왕국을 수호할 필요가 없지." "...." 세상에. 충격이다! 그럼 펠리시아 공주가 입버릇 처럼 말하는 세르파스의 가호를 받기 합당하다는 말은 순전 거짓말이 되어버린 거잖아?! "그래서 세르파스는 음.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사라진 하이피어스 드래군을 찾아서 날아가버리고... 말았지. 그렇지만 이노그도 한풀 꺾였 으니까 우리는 충분히 싸울 수 있었어. 벨키서스 레인저들도 대단했고. 보급선도 다시 회복되었으니까. 하지만...."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하고 탁자 위에 놓인 주석으로 만든 물병을 잡았 다. 그 순간 콱 하고 주석 물병이 찌그러졌다. "빌어먹을. 네 예상이 맞았어. 이 놀들의 신 이노그 부활에는 그들이 관 여하고 있던 거야. 에스페란자 공국은 라이오니아 왕국의 군대가 북으로 몰리는 사이에 사우스 가드를 공격했어. 다행히 사우스 가드에는 홀 오브 위너의 기사단장, 요하넬 경이 있어서 어떻게 막기는 한 모양이지만... 남쪽으로 에스페란자 해군이 몰려오고 있다고 하는 소문이야." 에스페란자 해군! 확실히 해군세력이 약한 라이오니아 왕국으로선 에스페 란자 해군의 공격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물론 제대로 된 대륙간 무역항 구도 없는 라이오니아가 해상봉쇄를 당한다 한들 아쉬울 것은 없다. 그러 나 바다를 빼앗긴다면... 그들이 언제 라이언즈 캐슬을 남쪽에서부터 치 고 올라올지 아무도 모른 다는 말도 된다. 병력이동이 매우 자유로우니 까. 일단 사우스 가드 성을 공격해보고 어렵다고 여겼다면 그들은 얼마든 지 우회해서 공격할 수 있으니 전적으로 라이오니아 왕국이 위험한 것이 다. "아버님께서는 무슨 전략을 세우셨지요?" "...홀 오브 위너는 남으로 출정... 에스페란자 공국의 예봉을 꺾고 그 동안 노스가드를 지킬 것. 미친 소리야. 남과 북의 적을 다 상대하겠다 니. 그 북쪽의 공격만 하더라도 인류 자체가 위기에 처할 판인데 말야. 하지만 나는 노스가드를 지킬 수 없었지." "...." 나는 아무런 말 없이 보디발 왕자의 손에 쥐여서 거의 찢겨지고 있는 물 잔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펠리시아 공주는 잔인한 질문을 던졌다. "레오나 공주를 대신 지켰군요. 성 하나와 연인중에서 연인을 택하다 니... 후대에 길이 길이 이름이 남겠네요?" "그래."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대답했다. 원래 적국에 혼인을 올리기 위해 간 왕 족은 그 신병 면에서 인질이나 다름없다. 아니 약혼자란 이름의 인질이 다. 그런데 전쟁이 났으면 그녀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 마도 보디발 왕자에게 그녀를 바치라는 명령이 내려왔을 것이다. 하지만 보디발 왕자는 그걸 거부해 버린 것이다. 거부할 뿐만 아니라 어쩌면 반 역자의 이름을 뒤집어쓰고도 전장을 이탈해서 이 성에 들어왔을지도 모른 다. 사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공주의 신병을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왕자 가 있는 성을 이렇게 포위 할 리 없다. "도... 도저히 참을 수 없군요. 오라버니! 정신을 차리세요! 오라버니는 지금 그 여우같은 것에게 이용당하고 있다고요! 알겠어요?! 그것은 오라 버니를 이용해서 라이오니아 왕국을 찢어 발기려고 하는 거에요! 이미 에 스페란자가 그놈들 배후에 있는데 너무 뻔한 거 아니겠어요?!" "펠리시아!" "그 빌어먹을 레오나 왕녀인가는 바로 스파이라고요! 오라버니의 눈은 단 추구멍인가요?! 왜 그걸 몰라요?!"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보디발 왕자의 눈초리는 사나웠다. 만약 보디발 왕자가 조금만 더 이성을 잃는 다면 따 귀라도 한 대 후려갈길 기세였다. 젠장. 하지만 솔직히 이 경우는 감정적 으로 펠리시아 공주의 의견에 동조한다. 아무리 여자가 중요하다고 하더 라도 이런 행동을 취해서는 안돼는 것이었다. 적어도 일국의 왕자이면서 기사요 장군이라면. 그러나 그는 여자를 택했다. "아... 나도 알아! 아니 아는 지는 모르겠지만 그럴 거란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때마다 어떠한 답이 나오는 줄 알았니?" "듣고 싶지 않아요! 그래봐야 오빠의 궤변일 뿐이에요! 나라를 저버리고 저 빌어먹을 여우년의 치마폭에 휩싸여서 좋으시겠군요!?" "뭐?!"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외치고 손을 들었지만 내가 일어나서 그들 사이를 갈라놓았다. 그리곤 보디발 왕자를 바라보았다. "계속 해요. 지금 이런걸 보려고 서있는 건 아니니까." "미... 미안하다."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탁자를 내리쳤다. 애꿎은 탁자만 두 조각 나는 군? "제기랄!"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왠 물통 같은 걸 꺼내서 입에 가져갔다. 이곳에 있어도 진한 떡갈나무의 냄새가 느껴지는 최고급 위스키였다. "나도 그녀를 인질로 보내는 게 옳다는 걸 알아! 하지만 사람은 옳지 않 아도 해야 할 때가 있는 거야! 그녀를 그렇게 남에게 넘겨줘서 목숨을 위 협하게 하면서 어떻게 내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겠어?!" "그러면 그녀를 그냥 내버려두고 어떻게 이 나라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 겠어요?!"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가시 돋힌 말투로 말꼬리를 잡고 늘어졌다. 그러 자 보디발 왕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모르겠어. 그건 모르겠어. 하지만 나는... 그녀를 배신할 수 없었어!" "결과적으로 적국의 손아귀에 스스로 올라가신 거로 군요!? 이거는 아무 리 봐도 오라버니의 잘못이에요!" 펠리시아는 그렇게 외치곤 말했다. "오라버니에겐 정말 실망이에요!" "...." 하지만 보디발 왕자는 아무런 대꾸없이 위스키만 입에 부었다. 그러자 펠 리시아 공주는 흥 하고 문을 박차고 아래쪽 계단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의 뒤를 쫓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보디발 왕자를 추스려 주었 다. "그만 두고 일어나시죠. 포위중인데 술을 마시는 건...." "...." 그러나 보디발 왕자는 고개를 저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후후후 하고 웃기 시작했다. "역시. 카이레스 네가 봐도 내가 바보처럼 보이지? 내가 이렇게 괴로워 하는 건...." "...." "나 그녀랑 잤다." "그녀라면?" "레오나 공주지." "역시." 나는 그렇게 말하고 다시 의자에 앉았다. 뭐랄까. 일국의 왕자와 공주간 의 로맨스를 이렇게 황당하게 표현하다니. 그러나 지금 보디발왕자의 상 태를 보건데 매우 망가져 있어서 그 이상은 바라기 힘들겠지? 그러자 보 디발 왕자는 나에게 위스키 병을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손을 저었다. "그래서요?" "...결혼하려고 생각해. 이미 예물은 마련했고. 하지만..." "의심스럽다?" 나는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보디발 왕자는 힘없이 웃었다. "맞아. 나... 그녀를 의심하고 있어. 어쩌면 그녀도 단지 나를 부추겨 서... 내 형과 싸우게 하려는 게 아닐까 하고 말야. 실제로 이렇게 되어 버렸고. 라이오니아 왕국은 위기에 직면했어." "음. 그래도 확실한 증거는 없잖아요." "의심하고 있다는 게 슬픈거야. 이렇게 사랑하는데도 믿을 수 없다니." "사랑이라." 거 참 그 한 단어 때문에 무수한 사람 인생 망치는 군. 나는 속으로 그렇 게 삐딱한 생각을 해보곤 그를 바라보았다. 보디발 왕자도 확실히 정신적 으로 망가져 있었다. 이대로라면 확실히 문제가 크겠군. 과연 저런 망가 진 정신을 가지고 이노그를 물리칠 수 있을까? 지금 이런 난세에서 단지 자기 자신의 연애 쪽에만 신경을 쓴다니, 일국의 왕자로서, 그리고 기사 로서의 의무는 어떻게 하였길래? 하기야 그러니까 지금 이렇게 자신의 성 에서 포위를 당한 거겠지. "뭐 데일라잇을 얻었으니까 이노그를 물리치면 됩니다. 이노그를 물리치 고 나면 모든 병력을 다 남쪽으로 돌릴 수 있으니 브래들리 쪽도 화해를 하려 하겠죠." "큭큭큭.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겠냐." 보디발 왕자는 내 의견에 대해서 그렇게 말했다. 하긴 역시 너무 이상적 이었나? "하지만 이노그를 물리치는 건 정치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대단히 큰 이 득이 된다는 걸 아시겠죠? 아울러서... 왕위를 노린다면 더더욱." "카이레스. 너도 그런 생각을 하는 구나." 보디발 왕자는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보고 그렇게 말했다. 나도 원래 로 그마스터로서 왕위니 그런 치사한 것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 없다고. 하지 만 나라 돌아가는 판이 이 모양이니 나라도 잠시나마 우국지사를 해줘야 지 누가 하겠어? 안 그래? "바보가 아닌 한에야 다 한번쯤 생각하게 되죠."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보디발 왕자는 피식 웃었다. "이거 로그마스터 님을 더러운 권력 다툼의 세계에 이용해 먹는 것 같은 데. 행운아라고 해야 하나?" "이노그를 물리치는데 까지만 도와주고 그 이후는 전혀~ 도와줄 생각이 없으니까 미리 좋아하지 마시죠? 솔직히 지금 저도 굉장히 실망하고 있으 니까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보디발 왕자는 피식 웃었다. 방금 전의 망가진 인간 이 이제는 어느정도 감을 회복한 것 같았다. 아니. 표정에서 패기가 넘친 달까? 역시. 그래야 보디발이지. "좋아. 그럼 이노그를 물리치고 보자. 적어도 그러면 내가 바보짓은 안한 다는 걸 알게 될 테니까. 하지만 지금 병력으론 포위를 풀기 힘든데." "적 지휘관 누군지 알아요?" "스틸바론 스테판 호크." "....." 엑?! 그 호방한 영감하고 왜 싸우는 거야? 나는 깜짝 놀라서 그를 바라보 았다. 그러자 보디발 왕자가 실소를 머금었다. 마치 자기 자신을 경멸하 는 것 같은 허탈한 웃음이다. "내가... 노스가드 성을 버리고 달아난 덕분에 그들이 꽤 크게 깨졌거든. 그리고... 스테판 호크경의 외동 딸. 그레이스 호크 경은 실종된 것 같 아. 생사가 불분명 하지만 아마 전사겠지." "그런!" 나는 그말을 듣고 놀라서 보디발 왕자를 바라보았다. 아... 그 보이쉬한 여기사가 죽었단 말인가? 제... 제기랄. 원래 전쟁이란 것이 죽고 죽이는 일이니까 전사자란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 나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 바람이 다크레전을 펄럭인다. 나는 다크레전을 붙잡곤 몸을 감싼 채 물어보았다. "그... 그러면 스테판 호크경은?" "진심이지. 자기가 직접 국왕에게 토벌을 자청했을 정도야. 외동딸이 죽 었으니까 그 심정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지. 모든 게 내 잘못이야." "...." 미쳤군! 미쳤어! 나는 순간 보디발 왕자를 노려보았다. 그가 자기의 여자 를 위해 전장을 이탈하는 바람에 그를 믿고 따르던 젊은 기사들은 놀과 오크들의 손발에 찢겼을 것이다. 그레이스 호크 경은 여자니까 어쩌면 더 심한 일을 당했을 지도 모른다. 블랙 드래곤 윌카스트를 보면 알겠지만 악의 영혼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은 잔혹하다. 여자에게는 더더욱. 스테판 호크경이 화를 내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하나뿐인 외동 딸을 잃었는데 누군들 분노하지 않으랴? 게다가 용사로 칭 송이 자자한 지휘관이 아무리 사정이 있었다지만 부하들을 놔두고 전장을 이탈하다니. 사실 페이스 오브 글로리의 기사들은 명령도 없이 무모하게 보디발 왕자의 이름과 의기에 이끌려 전장으로 향하지 않았던가?! 보급 품도 부족한 것을 스테판 호크경의 인맥과 보디발 왕자의 과격함으로 주 위 귀족들에게서 징발해서 보충했었다. 그런데... 그런 싸움의 결과가 이 렇게 끝나다니. "카이레스... 너는 그녀와 친했지?" "친했다는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그랬죠." "내가 죄인이다. 내가 잘못한 거야. 제기랄! 아 미치겠어! 나는 왜 왕자 로 태어났고 왜 그녀는 공주로 태어났을까?! 이런 고통에서 허우적거리는 게 인생인 건가?!" "...그래도 책임은 져야 하잖아요. 당신을 믿고 따르던 기사들을 어떻게 아무리 연인이라지만 사람 한 명과 바꿀 수 있죠? 스스로 말했잖아요! 그 녀를 위험 앞에 던질 수 없었다고. 그런데 그게... 아! 제길! 말을 해도 통하지 않을 거란 거 알고 있어요. 제기랄." 나는 그렇게 보디발 왕자에게 말하고 고개를 돌렸다. 보디발 왕자는 한숨 을 내쉬곤 다시금 위스키 병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래. 이노그를 물리치는 게 사죄가 된다면 나는 반드시 물리칠테다. 다 른 선택도 없고." "그래요? 그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의 앞으로 간 뒤 손을 들었다. 철썩 하는 소리 와 함께 그의 얼굴에 붉은 손자국이 생기고 그가 들고 있던 위스키 병이 벽으로 날아가 떨어졌다. "...." "술 마시면서 하는 개 소리치곤 너무 당당하고 과격하다고 말해주죠. 알 콜 중독자가 물리 칠 만큼 이노그가 만만해 보여요? 악의 신을 타도하는 게 알콜중독자라니!" "미안하다." "미안하다고.... 아니 됐어. 일단 맨 정신으로 이노그를 물리칠 궁리나 하죠. 어쨌거나 지금의 상황은 대 핀치라는 거니까 해결하려고 발버둥이 나 쳐봐야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일어났다. "그럼 나도 가보죠." "아 카이레스!" "?" 보디발 왕자는 나를 불러세우곤 머리를 긁적이기 시작했다. 저 인간이 기 어코 알콜 중독 말기까지 갔나 의심스러운 장면이었다. 아마 머리 속 에 서 뭔가가 생각나지 않아서 계속 저러는 것 같은데. "그 금발의 여자. 레오나를 닮은." "아. 니나요?" "니나? 역시." 보디발 왕자는 니나란 이름을 듣자 고개를 끄덕였다. "왜요?" "레오나 공주의 쌍둥이 언니의 이름이지." "에? 설마 이름까지 같았을 줄은 몰랐는데? 그 이름을 그대로 쓰다니." 나는 그렇게 답하고 보디발 왕자를 돌아보았다. "그래서요? 설마 인질로 그녀를 대신 건네주자고요?" "설마. 내가 미쳤어? 나는 그렇게 까지 타락한 놈은 아냐." "하지만 적어도 여자 한 명에 미친 건 확실하지요." "...." 나는 아무대꾸도 없는 보디발 왕자를 보곤 혀를 찼다. 제기랄. 이런 사람 이 아니었는데... 만약 에스페란자 공국이 레오나 공주를 사주해서 이러 한 일을 꾸몄다면 아주 상상이 지나친 로맨스 극작가이거나 아니면 정말 인간사를 다 꿰뚫어 본 무섭기 짝이 없는 전략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인가?" 나는 스트라포트 경의 벨론델에 대한 사랑과 보디발 왕자의 레오나 공주 에 대한 사랑을 생각하고는 혀를 찼다. 펠리시아 공주도 보디발 왕자를 사랑하고 있는데... 음. 뭐 셋 다 참 결말이 나쁘게 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도대체 인간의 마음은 무엇이기에 이렇게 인간세상을 고해로 만든단 말인가? "제길!" 나는 종탑의 밖으로 나가서 난간 앞에 섰다.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고 있 었다. 하지만 안개는 걷힐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디 안개가 없는 부분이 있어야 바람이 불어서 안개가 걷히던가 하지. "도대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인간들끼리 싸워서 어쩌자는 거지?!" 내가 그렇게 탄식하자 뒤의 종탑에 앉아있던 보디발 왕자가 중얼거렸다. "원래 인간이나 휴머노이드나 똑같아. 인간끼리 언제 화해 공존하고 살았 었냐? 휴머노이드의 위협이 가세해 봐야 이익집단이 하나 추가 된 것에 지나지 않거든. 그런 거지. 인간이란. 아. 내가 인간의 길을 논할 입장이 아니로군. 전장에서 이탈하고 부하들을 버린 쓰레기 왕자인데. 크크크 큭!" 광기와 패배감이 짙게 서린 목소리다. 저것이 라이오니아의 황금사자라고 불리우던 보디발 왕자란 말인가? 나는 대답 대신 탑의 위로 기어올라갔 다. 사람은 닿지 못할 높이에 걸려있는 작은 황동의 종이 보인다. 작다고 하지만 그래도 이게 울리면 주위 사람들에게 다 들리겠지? "젠장!" 나는 종을 주먹으로 갈겼다. 그러자 땡강거리는 종소리가 안개가 가득 찬 공기 속으로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나 가겠어! 보디발 왕자! 당신이 안 한다면 나 혼자서라도 그 멋진~ 이 노그 님을 물리쳐주지! 그 성검은 그냥 훔쳐온 게 아니야! 조디악 나이츠 의 혼이 담긴 거라고! 게다가 그들의 혼은 모조리 내 손으로 장사지내야 했어! 실력도 모자란, 나 같은 애송이의 칼 앞에 전부 알아서 목을 던져 줬단 말야! 이대로... 이대로 라면 그들은 뭣 때문에 저 검을 지키고 있 었지?!" "....후." 하지만 보디발 왕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내가 내려가서 살펴보 니 그는 벌써 잠이 들어버렸다. 전장의 지휘관이라는 자가 술을 마시고 잠에 빠져들다니. 이미 구제할 수 없는 폐인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하긴 그 자신의 선택이 자신의 영혼을 파괴했으리라. 가장 소중하다고 믿는 여 자를 위해서 자신의 의무와 책임을 버려버렸는데 그녀는 또한 스파이일지 도 모른다면... "레오나 공주는 그 선택으로 목숨을 이었겠지! 하지만 그럼. 그레이스 경 은? 누가 그걸 선택할 권리가 있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레이스 경의 전사로 스테판 경이 분노하는 것 도 당연하다. 가장 신뢰한 상관이요, 나이를 벗어나서 뜻을 함께 한 기사 요, 오랜 시간 전투를 같이 한 친우가 이런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다면 어떨까? 그러나 보디발 왕자는 아무런 대답없이 테이블에 머리를 파묻고 잠들어 있었다. "할수 없군." 나는 그렇게 말하고 보디발 왕자를 어깨에 메었다. 이전에는 너무나도 무 거워서 감히 들 수도 없던 이 엄청난 갑옷이 지금은 그렇게 까지 무겁지 않다. 역시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전에 비교하면 거의 2배 가까이 세졌 다고 할까? "지독한 인연이군. 삭풍의 라파엘, 나의 형제여. 이 기나긴 운명의 끈은 과연 우리를 어디로 인도하는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천천히 계단으로 내려갔다. < 계 속 > -------------------------------------------------------------------- TRPG 플레이어의 일인으로서 말하자면, TRPG를 그냥 자료로 취급하는 건 대단히~매우 매우~ 아쉽네요. 게임용 룰은 그 본질인 게임으로서 즐겨봐 야지, 환타지 소설을 쓰기 위한 자료(!) 라니...쿨럭!<너도 TRPG계 소설 이나 다름 없잖아!> *********************************************************************** *********************************************************************** 카아. 미치고 팔짝 뛰겠네. 맥스 페인 챕터 2의 레스토랑은 그야말로 사람 머리 터지게 만드는 군요. 어떻게 해야 저 불바다에서 탈출하지? 쿨럭. 멀미 난다.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3 화 : Steel & Storm#5 ------------------------------------------------------------------------ 팔마력 1548년 9월 26일 술에 취해 잠든 보디발 왕자를 방에 던져놓고 돌아 나오려 하니 문의 앞 에서는 에스페란자 공국의 레오나 공주가 다소곳하게 서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은 가요? 보디발 왕자님은?" "예. 몸은 괜찮겠죠. 마음이 문제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몸을 일으켰다. 레오나 공주는 왠지 애처로운 눈빛으 로 보디발 왕자를 바라보더니 말없이 그에게 다가가서 침대 옆에 앉았다. 그리고 사랑이 듬뿍 담긴 손길로 그의 갑옷을 하나하나 풀어놓기 시작했 다. 너무 무거워서 그녀가 감히 들어내지도 못하는 물건이지만 그녀는 일 국의 공주이면서도 마치 누군가의 시종처럼 굉장히 공손하고 순종적으로 갑옷을 끌러내기 시작했다. 만약 저게 연기라면 정말 대단한 여자이리라. 디모나가 울고 갈 정도는 되지 않을까? "...." 나는 아무 말 없이 방을 나왔다. 에스페란자가 아무리 라이오니아 왕국의 속국으로서 치욕적인 세월을 보내야 했다지만 휴머노이드 들을 인간들의 싸움에 끌어 들인 것은 뭔가가 잘못되어있는 행위였다. 칼릭 카르나크처 럼 자기 백성들이 다 죽거나 노예가 되어서 어차피 잃을 것도 없는 상황 이면 모르겠지만 에스페란자는 백성들도 남아있고 솔직히 제법 살만한 상 황이 아닌가. 결과적으로 라이오니아는 풍전등화의 상태가 되어버렸고 삶 의 터전을 잃은 난민들은 여기저기 넘치고 있었다. 자기가 당했기 때문에 남들도 피해를 봐야 한다는 것은 이기주의에 지나지 않는 것 아닌가? "....저기. 제 이야기를 들어 주시겠습니까?" 그때 레오나 공주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무엇을 말하고 싶으십니까? 뭐 들어드리긴 하죠. 어차피 할 짓도 없으니 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곤 테이블 위에 데일라잇을 내 려놓았다. 만약... 보디발 왕자가 계속 저 상태라면 데일라잇 아니라 우 주를 쪼개는 칼을 갖다 준다고 해도 절대 이길 수 없다. 결국 보디발 왕 자에게 데일라잇을 들려주고 대신 싸우게 한다는 내 계획에 지대한 차질 이 생기고 만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걸 차질이라고 부를 힘도 남아있 지 않았다. 너무 절망적이라서 오히려 포기하고 싶을 정도니까. "실은 그 니나라는 분. 아니... 분명히 실종되었던 제 언니에 관한 이야 기입니다. 그리고 물론... 저와 보디발 왕자전하의 이야기도 될테지요." "확실히 니나는 당신의 언니가 맞았군요." 그렇게 닮았는데 전혀 관계없다고 발뺌하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겠지 만. 그러나 한가지 이상한 것이 있다. 그게 사실이라 치자. 니나가 확실 히 에스페란자의 공주라고 하면... 이제와서 없던 공주를 받아 들일만큼 여건이 좋단 말인가? 아니 왕족은 형제끼리도 왕위를 놓고 죽고 죽이는 자들이라고 하는데 없던 공주를 받아들이면 왕위 계승에 문제가 있지 않 을까? 하다못해 귀족 사회는? 게다가 이 공주가 라이오니아에 의해서 국 민들에게는 알려질 기회도 없이 무대상에서 한번 퇴장했던 공주라면 가짜 가 아니란 증거는 어디서 구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렇게 되면 왕실이 입 는 모욕은 어느정도 일까? "어디까지 알고 계시는지 잘 모르겠지만 에스페란자의 왕족은, 태어나 젖 을 떼자마자 라이오니아 왕국에 볼모로 잡혀오게 된답니다." "예. 그건 알고 있습니다. 그걸 에스페란자에서 얼마나 혐오하고 있는지 도."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얼마나 잔혹하고 권위에 찬 관습이란 말인 가. 이렇게 되면 인질로서의 가치보단 반감만 사게 되지 않겠는가? "예. 그리고 그러한 일로 죽은 왕족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성인이 되면 본국으로 귀국할 수 있게 되지만... 그간 받는 모욕과 고통은 이루 말로 다 할수 없지요. 아 왕족인 제가 고통을 입에 올린다 하여 행여 어리석다 하실지도 모르겠군요. 저는 제 손에 피 한번 묻혀보지 않았고 시골 아낙 처럼 거친 일도 하지 않았으니까요. 언제나 남들에게 피를 흘릴 것을 강 요하는 인형의 입에서 괴로웠다는 독백이 나온다면... 들어 주시겠습니 까?" "...." 말은 왜 이렇게 잘 하냐? 나는 마치 시를 읊듯 부드럽게 흘러나오는 그녀 의 목소리에 취해서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우리들은 그 존재조차 백성에 알려져선 안되었습니다. 언제 죽을지 모르 기 때문에... 예. 라이오니아의 현왕 클레프 1세의 검에 패해 에스페란자 가 굴복했을 때. 왕국의 이름을 버리고 공국으로.... 용의 문장을 버리고 사자의 발톱에 짓눌렸을 때, 우리는 저항했습니다. 이미 목을 사자에게 물린 산양이 무모하게 몸부림치 듯, 그걸로 죽는다 하더라도 전혀 슬프지 않을 거라고 선조들께선 그렇게 생각하셨죠. 하지만 틀렸습니다. 무수한 백성의 피들만 흐를 뿐. 바뀌는 것도, 얻어지는 것도, 없었죠" "그래서 아예 왕족들이 성인이 되기 전엔 공표도 하지 않는 다는 거였습 니까?" 나는 그렇게 물어보았다. 물론 들어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라이오니아 가 에스페란자 공국의 왕족에 대해서 언제나 손을 쓰기 때문에 에스페란 자의 왕족들은 얼마 가지 않아서 죽고, 그렇기 때문에 라이오니아에 비해 서 손색없는, 거대한 국가인 에스페란자가 라이오니아의 힘에 좌지우지 되고 에스페란자는 감히 왕이란 칭호를 쓰지 못하고 대공이라고 부른 다 는 것을. "예. 그리고 저희들의 대가 되었습니다. 1 왕자 펠릭스 에스페란드 님과 2 왕자 디에고 에스페란드, 공녀 니나 에스페란드와 저 레오나 에스페란 드, 아직 어린 아이이던 막내 에밀리오까지. 모두다 라이오니아 아카데미 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보디발 왕자님은 그때 알게 되었죠." "음." 그래서 적국의 공주와 왕자가 사랑에 빠지는 건가. 로맨스로 치면 아주 정석이군. 나는 레오나 공주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 말했다. "니나 에스페란드 공주는 그때 당시 모욕을 받고 자결을 했다고... 그렇 게 들었습니다만?" "예. 그게 사실입니다. 저도 어떻게 해서 언니가 살아있는지 이해 할 수 없군요. 분명 시체를 확인하고 나서, 시체를 분실하기는 했습니다만." "분실?" "당시에는 라이오니아 왕실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시체를 유기해버렸 다고 생각했습니다." "...." 라이오니아 왕국도 이래저래 정떨어지는 곳이군. 하긴 그 왕태자만 봐도 알겠지만 국왕도 참 죽여버려야 할 놈이다. 나도 사실 나라의 녹봉을 받 고 살던 처지라서 애국심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나도 라이오니아 왕국 의 국민이 갖는 기본적인 감성? 그런 것을 조금이나마 공유하고 있는 것 이다. 하지만 그런 치욕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부끄러워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한 나라의 왕이란 놈이 변태 색마라니 무슨 망신인가. "그 사건까지 알고 계신가요?" "아. 뭐 좀. 왕태자를 매달다 보니까 좀 알게 되었다고 할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볼을 긁었다. 왕태자를 매단 도적이라는 건 남들에게 는 굉장한 자랑거리이겠지만. 기품있는 귀부인인 레오나 공주의 앞에서 그런 걸 가지고 자랑하는 것은 자기가 망나니라고 자랑하는 것과 같은 행 위다. 그러나 레오나 공주는 부드러운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그랬지요. 죄송합니다. 기억을 하지 못해서." "뭘요. 사과하실 것까지야." "그러면 그 일로 인해서 일어난 사건도 아시겠군요. 결국 참지 못한 공안 국의 요원들이 볼모로 잡혀가 있는 저희들을 구하기 위해 움직였답니다. 물론 그 일은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죠. 공안요원들은 전원 살해당하고 저 희들은 신체의 자유를 빼앗긴 채 좁은 탑에 유폐되어야 했습니다." "....." 공안 요원들이라. 그런 면도 있었군. 내가 본 놈들은 대부분 바보들이라 서 그런 건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때. 큰 오라버니의 말씀이 우리들의 가슴에 남아서 흐르는 것일까요. '에스페란자의 깃발은 우리를 위해 피를 흘린 사람들의 것이지 우리의 것 이 아니라고. 언젠가 우리가 피를 흘리자'고...." "!" 뭐, 뭐라고?! "오라버니는 그렇게 말씀하셨죠. 그 말이... 결국 이런 결과로 나타나게 될 줄은." "...." 나는 그 이상 듣지 못할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 이건 이미 내가 들어야 할 이야기가 아니다. "'언젠가는 우리도 에스페란자의 깃발을 위해 피를 흘리자.'라고...." 솔직히 멋진 말이다. 언제나 나라를 위해서 죽는 것은 죄 없는 백성들 뿐. 왕족들은 슬픈 듯 눈물만 흘리며 잘도 타국에 망명을 떠나버리고 하 는게 전부인 세상에서... 왕족의 입에서 조국을 위해 피를 흘리겠다는 이 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실로 멋진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뜻하는 의 미는 무엇인가? 나라를 위해서 왕족의 희생도 불사하겠단 이야기는? 레오 나 공주는 그럼...? "당신이 바로 그 '희생'인 겁니까?" 나는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레오나 공주는 자신의 드레스를 꼬옥 쥐 고 나를 바라보았다. "저를... 당장 죽이지 않는 군요?" "그런걸 바라셨다면 상대를 잘못 봤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데일라잇을 쥐어서 벨트의 그립홀더에 끼우곤 한숨을 내쉬었다. 여자의 무기는 눈물이라지만.... 의연하게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성은 그다지 약해보이지 않는다. 다만 경의를 표할 뿐. 그리고... 그 눈물이 진실 된 것이라면... 적어도 보디발 왕자는 희망이 있으리라. "그럼. 밤이 깊었으니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방문을 나섰다. "후우...." 결국, 내가 설득을 당한 셈이로군. 뭐 나는 속 편하다. 내게 있는 의무라 면 로그마스터의 유산을 물려받은 자로서의 의무, 그것뿐이다. 그것마저 도 상당히 유동적인 것이라서 별 문제가 없다. "책임." 솔직히 나는 그다지 책임을 지는 입장에 서본 적도 없으니까. 그래서 기 사들을, 귀족들을, 왕족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되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렇지만 무언가를 짊어져야 하는 사람들은 그만큼 무언 가를 포기해야 하는 거구나. 그리고 그것이 명백하게 오류였으면 좋겠는 데 그렇지도 않고. 아! 세상이 동화책처럼 단순하다면 얼마나 좋을 까? 나쁜 놈은 마냥 나쁜 놈이고 공주님은 이쁘고, 왕자님은 잘생겨서 둘이 손잡고 과속을 좀 해서 배 부른 채로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을 하건 말건 언제나 엔딩은 해피엔딩. 그들은 그후로 잘먹고 잘 살았습니다~는 어쩐지 의식주를 기반으로 한 원초적인 행복론이긴 해도 잘 살았다는 말 에 담겨진 행복을 스스로 상상하면서 기뻐할 수 있는 밝은 세상이라면 좋 으련만.<쉬지않고 읽을 것!> 세상이란 묘하게 뒤틀어져 있다. 선과 악으 로 이원화 한다면 얼마나 많은 세부적인 것을 잃어야 할까. 게다가 그 선 과 악 역시 확실치 않다. 칼릭 카르나크의 경우도, 이 에스페란자 공국, 아니 이제는 독립을 선언한 이상 왕국이라고 불러야 하리라. 이 두 가지 의 경우도. 막연히 공익을 위해서 어느 한쪽의 희생만을 요구할 수는 없 다. 인류전체의 공익을 위해 그들의 복수를 포기하라고 권유한다면 그들 은 이렇게 되물을 것이다. 그래서 그 잘난 인류 전체가 그들에게 해준 게 무엇이냐고. 아니 인류 자체가 사실 존속할 가치나 있느냐고. 그런 걸 생각하고 있자 면 대단히 외롭다. 마치 이 우주 전체에서 나만 홀로 동떨어져 있는 것 같다. 저 은은하게 숲과 호수를 덮은 쓸쓸해 보이 는 안개처럼. 가슴이 가라앉는다. 왠지 모르겠지만 외로워서 미칠 것 같 다. 사람은 혼자서는 확신을 가질 수 없는 가 보다. 누군가가 자신을 필 요로 하고 내가 옳다고 맞장구 쳐줄 수 있는 사람. 내가 바라보는 방향을 같이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그래서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왁!" "엑?!" 나는 깜짝 놀라서 디모나를 바라보았다. 보통 사람을 놀래키려면 몰래 뒤 에 다가와서 큰 소리를 지르는 게 정상이다. 절대로 수십미터에 달하는 내성의 난간에서 사람의 다리를 잡고 밖으로 드미는 게 아니란 말야! 나 는 디모나에게 발목이 잡힌 채 난간을 끌어안고 외쳤다. "뭐 하는 거야?!" "아니 왠 폼을 잡고 있나 싶어서."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손을 놓았다. 나는 얼른 자세를 바로잡고 다시 난간을 넘으려 했다. 그러나 디모나는 꺄아 하고 작은 비명을 지르면서 손으로 나를 밀어내었다. "벼... 변태. 바보~." "그러니까 이건 무슨 상황인데." "창문을 열어달라면서 테라스 밑에서 세레나데를 부르던 변태가 무단 가 택 침입을 하는 상황. 여기서 내 역할은 유모." "...." 어디선가 많이 보던 연극의 내용 같은데 이상하게 비틀어져 있군. 묘하게 도 풍부한 감수성이다. 그거 참. 나는 그래서 한숨을 내쉬고는 디모나의 손을 잡았다. "여기서 유모를 유혹하는 변태로 가는 건 어때?" "글쎄 그건 안돼."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내 손에서 자기 손을 빼냈다. "아. 어느 사람도 유모에게는 신경 안 쓴단 말야. 알겠어? 변태씨? 그나 저나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한 거야?" "아니 별로. 깃발에 피를 흘리기 위해서 과연 어느 정도의 것을 희생해야 하는가~ 에 관한 논의랄까?"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디모나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깃발 따위에는 아무런 것도 희생하고 싶지 않아. 역시. 뭔가를 희생한다 면 사랑을 위해서~, 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꿈꾸는 소녀처럼 두 주먹을 꼭 쥐었다. 글쎄올시 다. 내가 보기에는 디모나는 결코 자기자신을 희생시킬 타입은 아닌 걸? "... 네가 남을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모나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캐스윈드는 역시 오래 사는 엘프라서 그런지 나에 게 별로 관심을 가지질 않는단 말야. 아. 하지만 그것은 언젠가 헤어져야 할 운명을 알고 있기 때문에 틀림없이 슬픔을 주지 않고자 외면하고 있는 것일 거야. 사실은 그 마음속에는 이미 사제지간의 정을 넘어선 그 무언 가가 꿈틀~꿈틀 피어나고 있을 거라고." "꿈틀꿈틀 피어나는 마음 따위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군." 나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돌렸다. 어두워진 미스트 레어에는 별빛이 내 려서 더더욱 신비한 모습을 만들고 있었다. 밤이 되어도 가시지 않는 안 개, 그리고 안개에 흐트러져 신비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불빛, 비록 그 불빛의 주변에는 이 성을 포위한 병사들이 캠프를 치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름다운 것은 아름답다. 젠장. "역시. 사랑인가?" 나는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혼자 중얼거렸다. 아 나 혼자 들떠 가지고 그런 건가? 역시 디모나는 방어가 강하단 말야. 그런데 그때 디모 나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작전 명 데일라잇은 잘돼?" "잘 되냐니? 작전 명 데일라잇은 또 뭐야?" "그야 데일라잇을 보디발에게 쥐어줘서 이노그를 물리치고 밝은 미래를 개척한다는 계획이지.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라면 이 정도 하는 게 좋다~라고 후대에 교훈을 주고자 하는 거 아니었어?" "...."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빠르게 쏟아져 나오는 디모나의 말들을 들었 다. "피곤해. 잘게." 나는 그런 말을 하고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렇지 않아도 심란해 죽 겠는데 남의 가슴을 아주 쪼개버리는 구나. 하지만 확실히 디모나는 캐스 윈드가 좋은가 보다. 비록 캐스윈드가 무수한 시간을 넘어서 사는 괴물에 가까운 존재라고 하더라도 디모나에게는 남자로 보인 다는 건가? 뭐 그렇 겠지. 어쩌다 저런 여자애를 좋아하게 되었을 까? 역시 내가 얼굴을 좀 많이 따져서 생긴 결과 같았다. 나란 놈도 참. 결국 디모나에게 나는 그 저 재미있는 장난감 이상이 되기 힘들 것 같다. "제기랄." 9월 27일 "우오오오오오오!" "죽여버려!" "나와랏!" "개새끼들! 다 찢어서 갈고리에 매달아 버려!" 성 전체를 흔드는 묘한 음악소리(?)에 놀라서 눈을 떠보니 벌써 해가 중 천에 떠있었다. 병사들은 튼튼하기 이를데 없는 미스트레어 성을 열심히 치면서 아는 욕지거리란 욕지거리는 다 내뱉고 있었다. "뭐야?" 나는 기가 막혀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성문의 앞에는 워 웨건이 화살을 막으며 서있고 그 워 웨건은 계속 공성추로 성문을 두들기고 있었다. 그 러나 철 격자가 워낙에 튼튼해 놔서 그런지 워 웨건을 가지고도 뚫는 게 힘들어 보인다. "뭐하는 거야! 기름을 부어!" 성벽에서는 병사들이 기름을 부어서 워 웨건을 향해 쏟고는 바로 불화살 로 워 웨건을 맞춰버렸다. 그러나 맞는 각도가 문제가 있었는지 아니면 기름이 고급스럽지 않았는지 불이 쉽게 붙지는 않았다. "이런. 벌써 시작이군." 나는 옷을 대충 걸치고 바로 뛰쳐나갔다. 하지만 보아하니까 적어도 성문 이 부서지기 전에는 절대로 본격적으로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미 스트 레어의 성벽은 지독하게 높기 때문에 화살을 퍼부어 봐야 아래에서 는 도무지 각도가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성에서 화살을 쏴서 효과를 볼 수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워 웨건의 두터운 나무판이 화살을 다 막아내기 때문이다. 결국 이대로라면 보급을 받지 못하는 성 쪽이 불리할 것은 뻔하다. "아 카이레스. 일어났냐?" 보디발 왕자는 상당히 수척해진 표정으로 나를 맞이했다. 어제 술과 상심 에 찌들어 쓰러져서 솔직히 걱정했었는데 그래도 일찍 일어났다니 그건 다행이군. 하지만 상황을 보건대 도저히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 니다. 이 미스트 레어의 병사들은 보디발 왕자의 사병으로 그 수는 200이 채 안 된다. 게다가 대의 명분도 없다. 대의 명분이 없으니 누군가의 도 움도 바랄 수 없는 절망적인 상태. 그나마 성이 훌륭해서 제대로 싸우지 않는 게 다행이다. "...용하군." 킷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망루에 서있었다. 그는 담뱃대를 털면서 화살 도 무서워하지 않고 성의 앞에 발을 얹고 서있었다. 화살이 그를 노리고 아래에서 위로 한번 날아올랐지만 킷은 고개를 트는 걸로 가볍게 피해 버 렸다. 마치 귀찮다는 듯 피하는 그 자세에는 여유가 넘쳐흘렀다. "용하다니?" 나는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혀를 차면서 말했다. "니나 말야. 이렇게 포위 당했는데 탈출하다니 말야. 어린 애인줄 알았는 데 실력이 늘었군." "탈출?" 내가 그렇게 반문하자 망루로 올라오던 워로드가 말했다. "편지를 남기고 나가버렸소이다." "....." 그게 혹시 가출? 아니지 가출이라고 하긴 그렇고 도대체 뭐라고 해야 하 나? "어째서? 편지 내용은 뭔데?" "....." 킷은 입을 굳게 다물고 편지를 건네주었다. 손수건 위에 세필로 쓴 글씨 는 분명히 자신을 찾지 말라고 되어 있었다. 역시 자신의 신분이나 잃어 버린 기억이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찾으러 가지 않나?" "....지금은 내버려두는 게 제일이다." 킷은 그렇게 말하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자 그를 노리고 화살의 비가 날아올랐다가 허무하게 성벽만 때리고 떨어져 버렸다. "그나저나 계속 이렇게 포위당한 채 죽기만을 기다릴 건가? 그렇다면 네 말대로 니나를 찾아 나서는 것이 더 빠를 것 같군." "...." 말은 그렇게 해도 걱정을 하기는 하는 것일까? 나는 대답대신 보디발 왕 자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보디발 왕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갈까? 워로드?" "예!" 킷은 담뱃대를 비스듬하게 물고 카타나에 손을 얹었다. 그러더니 성벽에 서 뛰어내렸다. 아니 거의 20미터에 가까운 망루에서 뛰어내리다니! 윈드 워커의 부츠가 있는 것도 아닐텐데 미쳤나?! 그러나 킷은 성벽에 발을 대 더니 마치 성벽을 달려 내려가는 것처럼 타다가 담쟁이덩굴을 잡고 감속 한 뒤 사뿐히 지면에 내려섰다. 워로드 역시 성벽을 달려내려가서 킷의 옆에 섰다. "그럼. 인간 수컷, 아니 하프 셀레스티얼, 하프 호문클루스의 수컷이라고 하는 게 정확할까?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도록 하지. 나는 이 만." 킷은 그렇게 말하고 카타나를 등뒤로 뿌렸다. 그러자 그의 뒤에서 다가오 던 병사들의 창이 모조리 잘려나갔다. "히이이이익!" 병사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킷은 귀찮다는 듯 머리칼 을 쳐 올렸다. 음 여기서는 자세히 보이지 않지만 자세 하나하나 마다 오 만이 좔좔좔 흘러 넘치고 있었다. "오늘은 내가 기분이 매우 좋다. 죽이지는 않을 테니까 이대로 비켜주지 않겠나?" "뭐... 뭐라고?!" 그 순간 다른 병사들이 무기를 들고 몰려들었다. "이놈이 눈깔이 부족해서 그런지 개소리를 지껄이는 구나!" "이런 대가리에 곰팡이 핀 자식을 봤나! 조져버려!" 병사들은 부족한 용기를 폭언으로 보충하면서 달려들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병사들 사이를 가르면서 한 기사가 나타났다. "그녀석들은 보내줘라! 너희들이 상대할 수 있는 자들이 아냐!" "스테판 호크경!" "하지만...." 그러나 킷과 워로드는 그 틈을 타서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제법 현명하군. 늙은이." 킷은 스테판 호크경을 지나치면서 그렇게 작게 말했다. 나나 되니까 겨우 들을 수 있는 것이지 아마 이정도 거리에서는 아무도 듣지 못했을 것이 다. 그러나 스테판 호크경의 대답은 누구든지 들을 수 있을 만큼 컸다. 아니... 누구 보고 들으라고 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일까? "글쎄올시다. 그건 어떨지 모르겠소. 현명하다면 딸을 잃지 않았어도 되 었을 텐데 말이오." 스테판 호크경은 그렇게 자조에 가까운 말을 하고는 성을 바라보았다. 그 러자 보디발 왕자는 찔리는 데가 있는지 찔끔하고 물러났다. "보디발! 이렇게 까지 타락했는가!? 너도 한때 기사였다면 나와라! 그렇 지 않다면! 내 딸은 기사도 아닌 놈 때문에 전사했단 말이냐!? 설마 그 성에서 굶어죽을 때까지 버텨보겠다는 것은 아니겠지?! 지금은 휴머노이 드 들, 에스페란자와 함께 전쟁 중이니 이렇게 그대를 상대로 낭비할 병 력 따윈 없다. 그대도 이 나라의 왕족, 사자의 피를 이어받았다면 우리의 싸움에 빨리 종지부를 찍자!" 스테판 호크경은 그렇게 외치고 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보디발 왕자는 쓴웃음을 지었다. "참 어째야 할지 난감하군. 이럴 때는." "...설득할 수 없을까?"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보디발 왕자는 나를 보고 제정신이냐는 듯 눈을 크 게 떴다. "저 인간이 딸을 얼마나 아꼈는데... 게다가 나는 전장을 이탈한 지휘관. 기사로서도 실격이다. 어떻게 설득을 한단 말이지? 설사 현왕 클레프나 데스위저드 우릴이 살아온다고 하더라도 그런 일은 불가능할걸?!" 확실히 그렇긴 하군. 하지만 스테판 호크경도 군관. 자신의 딸 역시 전장 에 나선 군인의 신분이 아니었던가. 그가 보디발 왕자에게 집착하는 것은 실망감이 커서이지 결코 모든 책임을 왕자에게만 돌리는 것이 아니란 것 을 지금 저 노기사의 외침을 듣고 알게 되었다. 상심으로 일그러진 말투 이지만 그래도 기사로서의 자존심이 남아있는 노기사의 외침... 그거라면 아직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데일라잇을 들어보였다. "데일라잇을 가지고 이노그를 물리쳐서 사죄하겠다고 하는 거야." "그걸로 사죄가 될까?" "데일라잇을 성기사가 아닌 자가 쓰면 생명력이 빨려나가서 죽는 다고 해. 그래서 이 목숨 바치겠다고 하면 되는 거야!" 내가 그렇게 말하자 보디발 왕자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디모나나 펠리시 아 공주가 없어서 더 이상 놀라는 사람이 없다는 게 다행이다. "....그거 진짜냐?" "물론 아니지. 어쨌거나 위기는 벗어나야 하잖아." "....그래서 이노그를 운좋게 물리쳤다 치고 그 결과 안 죽고 살아남으 면?" "그러면 뭐 태양신 미트라께서 이 무용을 보고 감탄하여 생명을 거둬가지 않는 자비를 베풀었다고 해야지." 나는 그렇게 말했다. 원래 기사란 사람들은 기적이나 영웅적 행위에 약해 지니까 그런 일이 벌어지면 대쪽같은 스테판 호크 경은 눈물을 머금고 용 서해줄 것이다. 죽은 그레이스 경에겐 대단히 미안하지만...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힘이 필요한 때다. 살아있는 사람들끼리 싸우게 할 수는 없 지. 그러나 이러한 내 조언을 무시하고 보디발 왕자는 고개를 저었다. "덕택에 결심이 섰다. 카이레스. 고맙군. 달아나려고 하면 안‰쨈募?걸 역설적으로 가르쳐 줘서." "....." "나는 나 자신의 의무보다 레오나 공주를 선택했어. 그래놓고 스테판 호 크 경도 잃고 싶지 않다고 하는 것은 얼마나 이기적인가! 그래. 이 승부. 이 죄. 모두 내가 짊어져야 하니까." 그는 그렇게 말하고 망루를 내려서며 외쳤다. "블랙 스톰! 가자! 스틸 바론이 기다린다!" "자... 잠깐!" 그런데 그때 성의 밑에서 병사를 지휘하던 펠리시아 공주가 망루로 올라 오며 외쳤다. "오라버니! 설마?! 아무리 오라버니라고 하더라도 스틸바론은 오라버니와 호각의 상대! 지금 오라버님의 심경은 흐트러져서 승부를 가늠할 수 없지 않습니까?!"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외쳤다. 맞는 말이다. 아무리 보디발 왕자가 힘 이 세더라도 노기사의 노련미는 그걸 메우고도 남음이 있었다. 원래 나는 검사 타입이라서 기사들을 무시하고 있었지만 조디악 나이트의 일원인 드 래군의 기사 스트라포트 경의 힘을 본 이후로는 감히 기사들을 무시할 생 각이 들지 않았다. 스트라포트 경만은 못하겠지만 스틸바론이 그만큼 노 련하다면 아무리 상대의 힘이 강하다 하더라도 메울 수단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다가 지금의 보디발 왕자의 심경은.... 뭐 사실. 스테판 호크경이 옳다. 그레이스 경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그는 아마. 절대로 보디발 왕 자를 용서할 수 없을 테지. 이전에 보았던 그 주책스런 노기사와 그레이 스 경의 모습이 머리 속에서 겹쳐진다. 오늘, 보디발 왕자나 스테판 호크 경, 둘중 하나는 또 죽을 것이다. 그것도 서로의 손에 의해서. "....." 어째서 이런 결말로 가는 걸까. 대체 어디서부터 이렇게 어긋나 버린 것 일까? 역시... 보디발의 사랑도 위험하다. 주위 모두를 불행으로 몰고 가 다가 결국 보디발 자신도 불행해질, 그런 독기어린 일이다. 에스페란자를 강점한 라이오니아의 숙명일까. 아니면 에스페란자의 3공자, 펠릭스, 디 에고, 에밀리오가 에스페란자의 깃발에 피를 뿌리겠다는 의지를 굳혔을 때부터? "만약 내가 죽거든 카이레스. 그대와... 스테판 호크가 이노그를 물리쳐 주게." 그는 그렇게 말하고 망루를 내려서기 시작했다. 펠리시아 공주는 망연 자 실히 그런 보디발 왕자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시작했는 지 모를 더러운 운명이 지금 또 한 명의 희생자를 요구하고 있었다. 그게 보디발이 되었 건 스테판이 되었건...간에. < 계 속 > -------------------------------------------------------------------- 논스톱 어그레시브 요루시쿠! 갓뎀! 이케! *********************************************************************** 웃흥~ 맥스페인 클리어, 게임은 재미있는데 역시 3D게임은 멀미가... 아 퀘 이크도 못해요 그래서. 둠부터 못했는데 뭘. 우엑. 그리고 에이. 2연타는 자 제하죠. 이러다 내가 죽겠다.;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3 화 : Steel & Storm#6 ------------------------------------------------------------------------ 팔마력 1548년 9월 27일 -히이이이잉! 보디발 왕자의 흑마, 블랙 스톰은 앞발을 들어올리며 힘차게 외쳤다. 보 디발 왕자는 붉은 망토를 벗어 던지고 스컬버스터만을 장비한 채로 성문 의 앞에 섰다. "랜스는 필요없으십니까?" 보디발 왕자의 종자인 것 같은 젊은 기사가 물어보자 보디발 왕자는 고개 를 저었다. "랜스로 싸우면 스틸바론을 이길 수 없어. 아예 들고 나가지 않으면 난타 전으로 끌어들일 수 있으니까." 그는 그렇게 대답했다. 확실히 스틸바론이 노련하다면 기술이 좌우하는 거창 대결-랜스 저스팅은 보디발 왕자에게 손해다. 검으로 치고 받으면 힘과 체력으로 우세를 점할 수 있을 테니까. "오라버니!" 펠리시아는 지극히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보디발 왕자를 바라보았다. 그러 나 보디발 왕자는 그녀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라. 이 보디발, 절대로 죽거나 하는 일은 없다. 어차피 나는 죄인이니까. 펠리시아. 너도 앞날을 생각한다면 나의 편에 서서는 안된 다. 나는 왕국에 대한 반역자이니까." "하지만 오라버니 옆에 서기 위해서 저는 지금껏 검을 들고 살아왔습니 다. 절대로 떨어질 수는...." 그러나 그때 갑자기 병사들이 아 하고 놀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망 루에서 뛰어내리며 병사들이 고개를 돌린 방향을 쳐다보았다. 역시 그곳 에서는 레오나 공주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 그만하세요. 왕자님." "레오나 공주!" 보디발 왕자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나 공주는 흙바닥에 옷을 질질 끌면서 달려나와서 외쳤다. "제가... 인질이 되면 되잖아요. 그러면 끝날 일을 어째서? 그렇게 투항 하시면... 아무리 적전 도망의 죄를 지었다고 하더라도 왕족인 만큼 유폐 당하는 것이 전부일텐데!" "...." 확실히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다. 라이오니아의 군대에 잡혀서 에스페란 자에 대한 인질이 된다면, 그녀를 내주고 보디발 왕자가 항복한다면 아무 리 죄인이라고 하더라도 처형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왕권다툼으 로 인해서 몰래 독살 당하는 일은 있겠지만. "그렇게,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당신을 잃을 수 없소. 당신을 넘기려 했 다면 애초에 이런 짓도 벌이지 않았소." "당신은 정말 바보로군요. 나같은 여자에게 목숨을 걸 가치가 있나요?" 레오나 공주는 그렇게 말하고는 자신의 목걸이를 풀러서 보디발 왕자에게 건네주었다. "부적이라고 합니다. 효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에스페란자 왕가에 전 해 내려오는 몇 안 되는 보물이니까 반드시 돌려 주시길 바랍니다. '직 접!'" "그러도록 하겠소."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블랙스톰에 타고 앞으로 튀어나갔다. 철 격자 문은 어느새 들려 있었고 그곳에는 벌써 말위에 올라탄 스틸 바론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때... 내 가장 존경하는 주군이며. 내 가장 사랑하는 전우이며, 내 가 장 명예로운 기사였던 보디발 왕자여! 글로리 오브 페이쓰의 기사로서 드 높던 그 이름, 그 무용은 어디에다 버렸는가! 그 패기는 어디로 갔는가? 어째서 결투에 임하는 기사가 패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가!"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새하얀 망토를 끌러서 뒤로 던져 버렸다. 일단 싸 움을 시작하게 되면 저런 공기저항이 큰 망토는 방해가 된다. 내 다크레 전처럼 혼자서 펄럭거리지만 사실 공기저항이 없는 것이면 모를까. 하지 만 망토를 떨구자 드러나는 새하얀 갑옷, 그 갑옷을 입은 위풍당당한 모 습에서 볼 수 있는 패기는, 노기사의 나이를 의심케 할 정도다. 하긴. 스 틸 바론이란 그 이름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닐 것이다. "대답하라! 보디발!" 스테판 경은 웅장한 기품을 풍기며 보디발 왕자에게 외쳤다. 그러자 보디 발 왕자는 초췌한 얼굴에 독기를 머금고 외쳤다. "스테판 경. 변명은 통하지 않을테지?" 보디발은 그렇게 외치곤 다가갔다. 블랙스톰이 한걸음 내딛을때마다 터벅 터벅하고 흙먼지 피어오르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희뿌연 안개 때문에 흙먼지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진하게 깔린 안개속을 누비고 달려나가는 흑마, 블랙 스톰의 모습은 위풍 당당하건만 그 위에 타고 있는 보디발은 지쳐 보인다. "변명을 하는 남자 때문에 내 딸이 죽었다면 그것 역시 슬플테지." 스테판 경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 역시 위풍당당한 백마를 타고 새하얗게 샌 머리칼을 흩날리면서 안개속에서 서있었다. 진 록색의 숲을 바탕으로 희뿌연 안개를 휘감고 서있는 두명의 기사는 그순 간 천년만년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바위덩이 처럼 완고하고 웅장 해 보였다. 아마 만감이 교차하리라. 보고 있는 내가 봐도 그렇게 느껴질 정도니까. "이런 식으로 대결하고 싶지는 않았소. 그러나! 내 선택에! 내 사랑의 증 거를 세우기 위해서는! 당신 역시 넘어야 할 산이겠지!" 보디발 왕자도 스컬 버스터를 뽑아들면서 그렇게 말했다. 비록 지친 거동 이지만 보디발 왕자의 마검 스컬버스터에서는 밝은 호박색의 불꽃이 피어 오르고 있었다. 거대한 직선형 블레이드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이 보디발 왕자의 전의를 대변하는 듯 하다. 나는 성문에 서서 그 두 사람을 바라보 았다. "격자를 닫을 테니 비켜주십시오." 병사들은 나에게 그런 요구를 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스테판 경은 이 틈을 노릴 사람이 아니야. 그리고 만약 보디발 왕자가 패한다면 더 이상의 전투는 무의미하다. 열어두고 있어." "그러나..." 병사들은 난감해 하고 있었다. 나는 정식으로 군인이 아니기 때문에 내게 는 병사들에 대한 통제력이 없다. 그러나 그들은 내가 데일라잇을 찾아온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태도가 다들 공손했다. 결국 그들은 내 말을 따라서 성문을 열어둔 채로 보디발 왕자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 다. "자 그럼! 보디발 왕자 전하! 각오하시오!" 스테판 호크경은 그렇게 외치고 말을 몰아서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보 디발 왕자는 스컬버스터를 들어서 블랙스톰의 목 옆으로 비스듬히 늘어뜨 리고 달려오는 스테판 호크경의 공격을 막을 준비를 했다. -채챙! 가벼운 공격과 함께 보디발 왕자가 앞으로 휘청 떨어졌다. 아마도 칼을 튕겨내려고 힘을 줘서 앞으로 밀렸다가 스테판 경의 기술에 말려서 앞으 로 몸이 쏠린 것 같았다. "이 정도인가! 그대는 고작 이정도였나!" 스틸 바론은 노성을 지르며 양수검을 왼팔만으로 잡고 오른쪽으로 휘둘렀 다. 처음엔 느리게 그어지는 검이지만 몸 중앙에 오는 순간 오른손이 칼 자루를 함께 쥐면서 임팩트를 주자 묵직한 양수검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검이 가속을 했다. 손목을 트는 대신 양손으로 꺾어 치는 속칭 패 스트 잽이었다. 하지만 보디발 왕자는 얼른 상반신을 일으키면서 피하고 스컬버스터를 들어서 찔렀다. 그러나 스틸바론의 검이 스컬 버스터의 옆 면에 달라붙더니만 나선을 그리면서 스컬버스터의 위로 올라가 검을 아래 로 내리쳐 버렸다. 보디발 왕자의 몸통은 완전히 열려버리고 그 순간 스 틸바론이 기합을 넣으며 칼을 들었다. "저런!" 펠리시아 공주의 비명이 옆에서 터져 나왔다. 어느 틈에 그녀는 내 옆에 서 이 결투를 관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다시 고개를 돌려서 두 사람의 결투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 만 스틸 바론이 타고 있는 백마의 목이 반쯤 날아가고 그곳에서 피가 마 치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보디발 왕자는 스틸 바론을 노리는 대신 말의 목을 쳐서 날려버린 것 같았다. -히이이잉! 그리고 그 순간 블랙스톰이 몸을 일으켰다. 기골이 장대한 거마가 몸을 일으키자 그 박력이 대단하다. "하앗!" 보디발 왕자의 기합과 함께 백마가 일도 양단 되어버렸다. 블랙스톰이 지 상에 착지하는 순간 스컬버스터에 힘을 실어서 백마를 정수리부터 쪼개버 린 것이다. 하지만 스틸바론은 그걸 예상하고 말에서 몸을 던졌다. "크아악!" 스틸 바론은 지상에 떨어지는 순간 몸을 굴리면서 바로 일어났다. 세상 에.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노인네가 낙마하자마자 벌떡 일어나다니. "보디발!" "스테판!" 보디발 왕자 역시 말에서 뛰어내렸다. 스틸 바론이 그 순간 달려들어서 검을 내리쳤지만 보디발 왕자는 스컬버스터의 자루로 그걸 막았다. "여자 하나 때문에 군률을 버리다니! 그러고도 기사인가!" "그까짓 기사따위! 포기하겠소! 당신도 남말할 처지는 아니잖아!!"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외치고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부우웅 하는 바람소 리와 함께 사람의 허리를 동강낼 정도의 어마어마한 검세가 날아 든다. 그러나 스틸 바론은 검을 쥔 손을 유연하게 놀리면서 검을 휘두르는 보디 발 왕자의 오른 손목에 검을 맞췄다. -퍼억! "으윽." 보디발 왕자의 건틀렛, 그 아대가 깨지고 피가 흘러내린다. 저 아대는 매 우 두꺼워서 도끼로 내리쳐도 끄덕 없을 물건이었다. 보디발 왕자의 힘이 실리면서 그게 카운터로 충돌해 끊어진 것이다. 하지만 보디발 왕자는 공 격을 멈추지 않고 스틸바론의 옆구리를 쳤다. 그러나 스틸바론도 옆구리 쯤은 맞아 주기로 했는지 양수검으로 보디발 왕자를 찔러서 밀쳐 내었다. -치익! 보디발 왕자가 찌르기를 맞고 뒤로 튕겨나가는 바람에 스컬 버스터의 끝 이 미묘하게 스틸 바론의 갑옷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만으로도 스틸바 론의 갑옷이 갈라지고 피가 튄다. 하지만 보디발 왕자의 상처도 심상치 않았다. 보디발 왕자의 갑옷이 두꺼워서 방금 전 찌르기에서 살아날 수 있었던 것이지 정말 곰이라도 일격에 쓰러뜨릴 것 같은 맹타(猛打)였던 것이다. 노기사와 보디발 왕자가 격돌을 하며 물러나자 주위의 안개는 소 용돌이치면서 흐르고 검풍과 검풍이 매섭게 운다. "실력이 많이 느셨구려. 왕자." "그대는... 늙지도 않는가 보군." 한때는 친구였던 두 기사는 그렇게 말하고 서로를 바라본 뒤 씨익 웃었 다. "그럼 스컬버스터의 힘을 써도 되겠군! 하앗!"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외치곤 검에 정신을 집중했다. 그 순간 호박색의 불꽃이 강하게 피어오르며 주위의 안개가 밀려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 치 패링 대거처럼 스컬버스터의 옆면이 덜컥 하고 열리면서 불꽃은 더더 욱 강렬하게 치솟아 올랐다. "마검에 의존하다니. 형편없구려." 스테판 호크경은 그렇게 외치고는 몸을 옆으로 빠르게 움직여서 보디발 왕자를 중심으로 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보디발 왕자는 앞으로 달리면서 외쳤다. "꼭 이렇게 싸워야 하나!?" "그렇소. 당신이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더더욱 실망이오!" 스틸바론은 그렇게 외치고 맹타를 퍼부었다. 보디발 왕자의 괴력과 정면 대결하지 않으면서 검을 아래로 떨궈버린다던가 밀어낸다던가 하는 전법 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그는 보디발의 괴력에도 불구하고 호각으로 싸울 수 있었다. "크악!" "커헉!" 결국 두 사람은 또다시 타격을 한번씩 교환하고 물러났다. 이번에도 보디 발 왕자는 오른팔을 맞아서 피를 줄줄 흘리고 있고 스테판 호크경은 배쪽 의 갑옷이 너덜너덜해지고 그쪽으로 네이팜 버스트가 터져서 화상을 입은 것 같았다. 아무리 내가 눈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 거리에서는 화상을 실 제로 입었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불꽃이 폭사되는 걸 내 눈 으로 봤으니 틀림없이 화상을 입었을 것이다. "한가지 약속을 해줄 수 있겠나?" 보디발 왕자는 상처를 가늠하면서 스테판 호크경에게 외쳤다. 그러자 스 테판 호크경이 반문했다. "약속이라니 뭘 말이오?" "우리는 데일라잇을 찾아내었으니... 만약 이 승부가 어떻게 갈리던 간에 우리들 중 생존자가 그걸 들고 이노그를 물리치겠다는." 보디발 왕자가 그렇게 말하자 스테판 호크경은 좀 놀란 듯 잠시 멍청히 서있었다. 성황 오르테거 대제가 사용하던 홀리어벤저를 되찾았다는 말이 니 놀라울 수밖에. "즉 당신이 이기면 이 포위를 물러달라는 말이군요." "그렇지. 난 절대로 패할 수 없으니까. 당신들을 버리면서 까지 지켜야 했던 것을 방치할 수가 없거든." "그러셔야지요. 그 정도 일관성도 지키지 못할거면 죽은 제 딸은 더더욱 억울해 할 겁니다." 스테판 호크경은 그렇게 외치곤 뒤를 돌아서 병사들에게 외쳤다. "지휘관으로서 명령한다! 만약 이 승부에서 내가 패하면... 성에 대한 포 위를 풀도록 해라!" "예?! 그... 그러나!" 결투를 관전하고 있던 제장들은 놀라서 그렇게 항의했다. 하지만 스테판 호크경의 심경은 이미 굳은 것 같았다. "자 그럼. 계속 할까요?" "그러지."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하고 왼손으로 검을 고쳐 잡았다. 스테판 호크경 에게 카운터로 손목을 두 대나 맞아서 저렇게 된 것이다. 스테판 호크경 은 옆구리와 배를 맞았으니 피장파장... 이라고 하기에는 피해부위가 상 당히 안 좋다. 전투력의 손실은 보디발 왕자가 더 클테니까. 물론 검은 팔로만 휘두르는게 아니다. 스테판 호크경도 몸과 허리를 쓰려면 꽤 피를 쏟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몸통에 상처를 입었어도 무리하면 허리는 쓸 수 있지만 손목은 근육과 힘줄의 밀도가 높은 곳이라 다치면 절대로 팔을 쓸 수 없다. 부상으로 판단해 볼 때 장기전으로 나가면 보디발 왕자가 유 리하지만 단기전에서는 스테판 호크경이 유리하다. "차핫!" 보디발 왕자는 왼팔 만으로 두꺼운 스컬 버스터를 휘둘렀다. 아무리 괴력 의 보디발 왕자라지만 양손으로 휘두를 때에 비해서 속력이 눈에 띄게 느 리다. 그러나 스테판 호크경은 검을 옆으로 눕히고 비스듬하게 스컬버스 터를 올려쳐 낸 뒤 마치 제비가 수면을 치고 튀는 것처럼 칼을 튕겨서 보 디발 왕자의 흉갑을 내리쳤다. 착 하고 불꽃이 튀면서 스테판 호크경의 검이 뚝 부러져버렸다. "이런." 스테판 호크경은 뒤로 손을 들어서 종자가 던져주는 검을 받고 다시금 자 세를 고쳐잡았다. 역시 기사들의 결투라서 그런지 스테판 호크경이 맨손 이 되어도 보디발 왕자는 공격을 걸지 않았다. "카이레스. 어떻게 오라버니를 도울 방법이 없을까?"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물어보았다. 나는 결투를 보다 말고 그녀를 바라 보았다. 펠리시아 공주는 안절부절해 하고 있고 레오나 공주는 누군가에 게 기도라도 하는지 양손을 가슴앞에 쥐고 눈을 감고 있었다. 디모나만은 냉정하게 그걸 보고 있었다. "기사들의 결투인 걸요. 건드리지 못합니다. 그리고 만약 건드린다면 저 들은... 이 미스트 레어 성에서 생존자를 남기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보디발 왕자의 상태를 바라보았다. 흉갑이 두꺼워서 스테판 호크경의 검을 날려버렸지만 상처가 없는게 아니다. 갑옷의 틈새 로 피가 배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스테판 호크경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아까 전의 그 반격으로 인해서 허리춤에서 피가 왈칵 쏟아져 나 왔으니까. "자. 그럼 간다!"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외치고 불꽃의 검을 휘둘러서 스테판 호크경에게 불꽃을 퍼부었다. "하앗!" "이런!" 스테판 호크경은 검을 세워서 불꽃을 향해 찌르기로 돌격했다. 하지만 보 디발 왕자도 앞으로 돌격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힘대 힘으로 충돌했 다. 스테판 호크경이야 물론 힘을 피하려 했지만 스컬버스터가 전개되어 서 옆으로 드러난 패링 블레이드에 걸려버린 것이다. "크억!" 순간 스테판 호크경이 퉁 하고 튕겨나갔다. 거의 인형을 집어던진 것처럼 멀리 튀어나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보디발 왕자는 맹공을 펼쳐서 돌 격했다. "끝이다. 스테판 호크!" "그렇게는!" 스테판 호크경은 그렇게 외치고 검을 빠르게 휘둘러 보디발 왕자의 흉갑 을 완전히 갈라버리고 피 분수를 튀겨내었다. 하지만 보디발 왕자의 무시 무시한 검격이 스테판 호크경의 어깨를 찍었다. -으적! 스테판 호크경의 팔이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지금껏 튀던 피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피가 흐른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결투를 시작한 이상 어느 한쪽이 성하게 끝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이 얼마 나 무의미한 싸움이고, 이 얼마나 무의미한 출혈인가? "크아아아악!" 백발이 성성한 노기사는 상처입은 맹수처럼 포효하며 지면에 주저앉았다. 잘려나간 팔과 어깨를 감싸고 있지만 피는 멎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안 개가 자욱한 땅에서 흘러나오는 검붉은 비는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몽환적 이다. 젠장.... 좋은 사람인데. 보디발 녀석의 바보같은 선택 때문에... 그리고 그 고집스러움 때문에 이렇게 되다니. 대체 왜 이런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것일까? 복수란 것은, 계속 피를 요구하는 흡혈귀란 말인가. 하지만 보디발도 스테판도 이해할 수 있었다. 스테판 경에게 있어서의 복 수란... 소중한 것에 대한 사랑의 증거이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다. 보디발 왕자에게 있어서의 이 선택 역시. 그의 사랑의 증명이다. 결 국 인간의 마음과 마음이 피를 부르고, 비극을 부르는 것이다. "결국, 이렇게 끝나...는. 쿨럭." "미안하오... 스테판 호크." 보디발 왕자는 상처입은 몸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이미 치명상 을 입은 스테판 호크경은 피를 쏟으면서 경련을 일으켰다. "크윽. 미...미안해 할건 없소. 이런 거로 미안해하는 사람에게.... 죽었 다면. 내 딸도 나도...." "...." 스테판 호크 경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보디발 왕자는 상처입은 몸 으로 스테판 호크경에게 예를 표하고 힘겹게 블랙스톰에 올라탔다. 결투 의 검풍에 밀려버린 안개들은 다시금 몰려와서 주위를 감싸버렸다. "그... 그럼." 성을 포위하고 있던 측은 당황해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최고 사령관이 결투에서 죽어버린 데다가 그가 죽을 경우 군사를 물리라고 까지 명령했 으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그때 스테판 호크경의 종자로 보이는 기사가 결 투장으로 달려가서 시체를 거둬오더니 검을 뽑아들었다. "이익! 뭣들 하는 것입니까?! 스테판 호크경의 원수를 갚을 생각을 하지 않고?! 스틸바론은... 친구라고 믿었던 자의 손에 죽은 게 아닙니까!" "그... 그러나!" "상대가 왕족이라고 해서 기사로서의 의무에서 자유롭단 말입니까! 이대 로... 진정한 기사는 죽어버리고 말면. 단지 여자에 혹해서 나라를 버린 배덕자가 기사의 탈을 쓰고 있으란 말입니까?! 기사란 것도 타락했군요! 이렇다면 저 역시 기사로서 살아있을 생각이 없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단검을 꺼내서 자신의 목을 찔러버렸다.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급소를 찔러 버린 것이라서 순식간에 절명해 버리고 말았 다. "저런!" 나는 사태가 안 좋게 흐른다는 것을 알고 보디발 왕자를 바라보았다. 그 는 이런 사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느릿느릿 말을 걷게 하면서 성문으로 다 가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분노한 기사들의 공격에 의해서 보디발 왕자 가 살해당할 판이다. "카이레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말들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뒤를 돌아보 니 디모나는 어느덧 마차와 레이퍼, 스텔라를 끌고 왔다. "보디발 왕자를 데리고 성을 탈출해서... 이노그를 물리칠 수밖에 없어!" "적들이 저렇게 많은데!?" "마법은 뒀다가 스프 끓여 먹는 게 아니지!"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얼른 레이퍼에 올라탔다. 펠리시아 공주도 스텔라 에 올라타면서 힐끗, 레오나 공주를 바라보았다. "...." 그녀는 뿌드득 하고 어금니를 갈더니 고개를 돌렸다. "가자!" 우리는 앞으로 달리면서 성문으로 들어오는 보디발 왕자에게 외쳤다. "달아나요! 분위기가 이상해!" 내가 그렇게 외쳤지만 보디발 왕자는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고 있었다. 이런. 보디발 왕자도 상처가 심하구나. "블랙스톰! 따라와라!" 나는 그렇게 외치고 먼저 말을 몰고 달려나갔다. 그러자 블랙스톰이 몸을 돌려서 자기 주인을 등에 얹은 채로 뒤따라 왔다. "저놈들! 죽여!" "스틸 바론의 원수를 갚자!" 과연 포위하고 있던 병사들은 그렇게 외쳤다. 하지만 디모나가 주문을 외 우자 안개가 더더욱 자욱하게 끼기 시작했다. 얼마나 자욱한지 말등에 앉 아서 말머리가 안보일 정도다. "그럼 가자!" 우리는 그렇게 미스트레어 성을 등지고 탈출을 하기 시작했다. 스테판 호 크 경은 죽고 보디발 왕자는 중상, 지금 이 순간에도 북쪽은 이노그의 군 대가, 남쪽은 에스페란자의 군대가 공격을 해오고 있는데... 과연 어떻게 하란 말인가? "..." 나는 데일라잇의 칼집에 손을 얹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세월은 유 구한데 인걸은 간데 없구나. 조디악 나이츠 같은 영웅들이 있었다면 이렇 게 어려운 상황도 그다지 절망적이진 않을텐데. "스테판 호크...."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다시금 레이퍼에게 박차를 가했다. 호탕한 노기 사 스테판 호크 경. 그는 나와 보디발 왕자가 의형제를 맺을 때의 증인이 었고 멋대로 나를 데릴사위로 데려가려고 한... 좀 주책 떠는 노인네였 다. 보디발 왕자의 선택 때문에 죽어야 했다면 그건 너무나도 슬픈 노릇 이다. 나는 말 위에서 계속 달려나가며 이를 갈았다. 일단은 이노그를 물 리친다. 그것에만 전념하자! < 다음 화로~ 고~ > -------------------------------------------------------------------- 다음화 예고! 에스페란자의 암살대가 라이오니아 왕국 내에서 활개치고 북부 전선은 계 속 후퇴 중이다. 절망의 순간! 과연 홀리어벤저 데일라잇은 인류의 희망 이 되어 줄 것인가?! 그리고, 백계백작 린드버그 라이오노스는 어째서, 왕위 계승권자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조국을 버리는가?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The Rogue! 그 24 화! Conspiracy of Count! 많은 기대 바랍니다. *********************************************************************** 하아. 뭔가 끝내주게 재미있는게 없을 라나. 아 인생, 따분 그 자체로고, 오 늘은 TR이나 하러가야지.;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4 화 : Conspiracy of Count#1 ------------------------------------------------------------------------ 라이오니아 왕국의 국조, 벨키서스 대공의 피는 현왕 클레프 1 세 때부터 끊어졌다. 지금의 라이오니아 왕가는 라이오노스란 성을 가지고 있지만 벨키서스 대공과 혈연 관계가 없다. 이것은 보디발 왕자가 스스로 시인했 을 정도다. 물론 보디발 왕자의 경우는 아예 인간도 아니니까 당연히 벨 키서스 대공과 혈연이 없을 테지만. 그러나… 과연 혈통이 끊어진다는게 가능한 것일까? 팔마력 1548년 10월 1일 천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지내왔을 검은 숲, 안개를 휘감고 그늘을 드리운 조밀한 침엽수림을 우리는 지나치고 있었다. 미스트레어, 그 옛날부터 안개의 호수와 신성한 수해(樹海)로 둘러쌓인 신비의 영역, 정지된 세월에 묻혀있는 아름답고 서글픈 영역을 우리는 아 무런 감정도 없이 달리고 있었다. 보디발 왕자와 함께 미스트레어 성을 탈출해서 계속,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아름답건 말건 눈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렇게 안개와 어둠을 휘감고 있는 침엽수림을 벗어나자 드넓은 평원과 구릉들, 그리고 하늘을 위협하고 있는 검은 먹구름들이 보였다. 별로 좋 은 날씨는 아니군. 그러나 계속 숲 속에서 달리고 있다 보니까 탁 트인 평원이란 것만으로도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나는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을 품에 안으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내 뒤에서는 펠리시아 공주와 디모나가 각각의 말과 마 차를 타고 뒤따르고 있었고 제일 후열에는 검은 흑마, 블랙스톰의 위에 올라탄 보디발 왕자가 직접 후미를 방어하고 있었다. “드디어 숲을 벗어났다! 빨리 나와! 그리고 보디발 왕자님! 뒤에 추적자 는 따라붙고 있습니까?” “잘 모르겠어. 카이레스. 보이질 않아.”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하곤 마차를 앞질러서 내게로 달려왔다. 스틸 바 론, 스테판 호크 경을 자기 손으로 죽여버린 보디발 왕자, 그는 이전과 비교할수 없을 만큼 초췌해져 있었다. 비록 그가 스테판 호크 경을 물리 치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하더라도 마음 고생 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하긴 그런 것도 안 하면 그게 인간이냐? 게다가 사람 죽여놓고 마음 고생정도로 끝난 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도 보디발 왕자와 이어진 질긴 인연의 끈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렇게 쉽게 용서하지 않았을 것이다. 뭐 인연이 질긴 것도 있지만 그것 말고 다 른 이유를 하나 더 들자면, 보디발 왕자의 불안한 정서가 자칫, 삭풍의 라파엘을 깨우지 않을까 두려워서다. 나의 경우도 이따금씩 힘을 주겠다 며 미카엘이 유혹을 걸어온다. 게다가 나는 그 유혹을 모조리 거부했건 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내재되어있던 힘은 조금씩 풀려나기 시작한 다. 아마 보디발 왕자의 인간을 벗어난 괴력도 이와 같은 원인으로 인해 서 얻어진 것이리라. 그렇다면 보디발 왕자는 나보다 더더욱, 전생을 강 하게 각성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게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그럼 가도록 합시다. 추적자는 오고 있을 거 에요.” “카이레스.” 나는 고개를 돌리고 앞으로 달려나가기 위해서 말고삐를 잡다가 나를 부 르는 소리를 듣고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는 원색적인 아메리아의 마차가 마차 축이 닳는 소리를 내며 열심히 따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마차를 몰고 있는 아메리아의 소녀, 디모나가 머리칼을 쓸어올리면서 외쳤다. “비가 올 것 같은데 야영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마부석을 덮어주는 포장을 펼쳤다. 저 신기한 마차 는 여러 가지 편리한 가구들과 악세사리가 완비되어있는 아메리아 인들의 전통 마차라고 한다. 바로 그녀, 디모나가 족장으로 있는 드래곤즈 블러 드 클랜(Dragon's Blood Clan)의 보물이라고 한다. 그래서 함부로 버릴 수 없기 때문에 숲에서 추적자들에게 쫓기면서 계속 마차를 가져온 것이 다. 만약 내가 추적자들을 속이기 위해 거짓 흔적들을 만들어 놓지 않았 다면 저 느린 마차 때문에 반드시 잡혔을 것이다. “가까운 마을을 찾아보자. 어차피 이제 와서 야영 준비를 해봐야. 비를 맞는 건 마찬가지니까. 여기서 야영하는 것도 그다지 좋지 않고. 평원의 입구에서 야영하는 것은 추적자들에게 좋은 표적이 되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 벌써 비구름은 우리들의 머리 위를 덮었다. -쏴아아아아 이건 숫제 비의 커튼이군. 계절에 어울리지 않는 비가 천지를 뒤덮고 아 울러 내 몸을 적신다. 나는 붉은 머리칼을 쓸어 넘겨 빗물이 눈에 흘러드 는 것을 막았다. “쳇! 일단 비를 맞는 건 맞는 거고 빨리 이동하자!” 나는 투덜거리면서 레이퍼의 고삐를 잡았다. 펠리시아 공주는 그런 나에 게 질문을 던졌다. “카이레스! 가까운 마을이 어디있는지 알고 있어? 아 비가 너무 거세.” “이곳 지리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평원이니까 가다보면 마을이 보이 겠죠!” “이렇게 비가 오는데?” 과연 비가 쏟아져 내리면서 평원의 끝이 보이지 않게 짙은 물 안개가 피 어오른다. “지긋지긋한 안개로군. 미스트 레어에서도 질리게 봤는데, 겨우 미스트 레어를 벗어났다 싶었더니 그 밖도 똑같은 꼴이라니.” “운치 있잖아요.” “운치가 더 있다간 내가 미치겠다.”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내 옆으로 말을 달렸다. 레이퍼마저 도 지쳤는지 앞으로 스텔라가 추월해서 지나가는데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 지 않았다. 위에 타고 있는 우리들도 그렇지만 말들도 지쳐서 거의 반쯤 죽어가고 있었다. 미스트 레어를 탈출한 이래 우리는 우리를 추적하는 추 적자들을 피해서 계속 앞으로 쉴 틈 없이 달려야 했었다. 설마 그들이 아 무리 용맹하다 하더라도 라이오니아의 황금사자, 보디발 라이오노스 왕자 가 있는 일행을 공격하리라곤 생각지 않지만 긴장을 풀 수 없었다. “그럼!” 나는 비바람 속을 달리면서 앞을 바라보았다. 눈도 뜨기 힘들 정도로 쏟 아지는 빗속이건만 어렴풋하게 앞은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과연 마을까지 갈 수 있을까? 차라리 그냥 여기서 추적자들이야 오건 말 건 신경쓰지 않고 야영하는 게 나을까? “카이레스! 뒤에 추적자들이 왔어!” “벌써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물안개가 자욱한 평원을 노려보았다. 과연, 우리가 지나쳐온 미스트 레어의 숲 쪽에서 추적자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 다. 물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지만 움직이고 있는 것을 보니 확실하다. “으응. 우리를 추적하던 이들과는 다른 추적자들 같은데? 교대한 건 가?”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마차를 앞으로 몰았다. 하지만 말들이 지쳐있 는 지라 계속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 “위험한데. 그나저나 왜 저놈들 죽어라 쫓아오는 거야? 보디발 왕자가 아무리 잘못했다지만 이건 철천지 원수같군!” 보디발 왕자는 라이오니아 왕국에서 완전히 권력을 잃었다. 비단 권력뿐 아니라 목숨마저 잃을 판국이다. 일단 라이오니아 왕국의 가장 유서깊은 기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글로리 오브 페이쓰의 기사들을 무단으로 끌고 나가서 노스가드성을 방어한 것이다. 만약 그대로 노스가드 성을 지킬 수 있었다면 그의 행위는 영웅적인 일이 되었을 것이고 언젠가 그가 왕위에 오르려 할 때 틀림없이 유리한 입장에 서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의 왕위 경쟁 대상인 브래들리 4세의 능력과 인망으로서는 결코 보디발 왕자를 넘 을수 없었기에. 하지만 보디발 왕자는 노스가드에서 패전했고 더구나 자 기의 부하들을 내버려둔 채, 단지 자신의 연인을 구하기 위해 무단 이탈 한 것이다. 패전한 것도 모자라서 부하들을 버리고 달아났으니 아무리 왕 족이라고 하더라도 이런 꼴이 되는 건 당연한 결말이겠지. “어떻게 하지? 카이레스? 추격자들은?” 디모나가 그렇게 물어보았지만 펠리시아 공주는 벌써 검을 빼들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펠리시아 공주를 제지했다. “저들은 그저 라이오니아 왕국의 병사일 뿐이라고요. 건드려서 죽여봐야 이 상황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죽일 거에요? 그들은 당신에게 충성하 던 병사라고요.” “하지만 추적자를 살려둘 수는 없잖아. 그냥 놔두면 반드시 우리들의 목 을 노릴 테니까. 카이레스! 이건 네 책임도 있어. 추적자를 따돌리지 못 하다니. 벨키서스 레인저 맞아? 맨날 가다가 갑자기 뒤로 돌아가서 추적 자들을 혼란시키겠다고 한 건 뭐야?!” “하하하하하!”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다고 하더라도 저 마차를 가지고 숲길을 달아나 는 것 이상 잘할 수는 없을 텐데? 막말로 마차 추격하는 것은 일도 아니 다. 마차는 일단 탁 트인 길로만 갈 수 있고 그 흔적도 일정하니까. 그나 마 나나 되니까 뒤에 함정을 설치하고 길을 흐리고 해서 시간을 번 것이 지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잡혔을 것이다. 그러나 괜히 펠리시아 공주를 설득할 생각은 없다. 지금의 나는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없으니까. “일단 달리죠!” 나는 그렇게 말하고 말을 몰았다. 레이퍼는 지쳐서 늘어진 몸을 가지고 다시 열심히 뛰었다. 일단 그렇게 달아나기 시자하자 추적자들도 역시 속 력을 더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네. 아무리 보디발 전하께 화를 내고 있다고 하더라도 병 사들이나 그런 이들의 반응이 다르지 않아요? 스틸 바론과의 약속도 존중 해주지 않다니.” 디모나는 마차로 따라오면서 그렇게 외쳤다. 마차소리, 말발굽 소리, 바 람소리에 섞여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지만 대충 알아들을 수는 있다. 으 음. 왜 추격자가 달라붙는가? 아니 왜 이렇게 보디발 왕자의 권위가 떨어 졌는가? 확실히 그 부분이 이상하다. 보디발 왕자는 아무리 그래도 왕족 인데 이렇게 쉽게 실각시키고 죽인다니. 그런 것에 병사들까지 하나하나 다 동조하고 있다는 게 이상하다. “그거야 린드버그 등이 뒤에서 협잡을 부리니까 그렇지! 보디발 오라버 니를 잡아먹으려고 호시탐탐 노리던 놈들이 있는데 당연한 거 아냐!?” “그런데 그 린드버그는 대체 왜? 그런 짓을 한다고 해서 이득이 생기나 요?” “그야 린드버그는 왕의 조카인 셈이니까. 린드버그 라이오노스 백작도 왕위 계승권을 가진 자인걸.”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고함을 지르곤 칼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었다. 하 지만 만약 그게 사실이고 그래서 보디발을 물리치고 나면 린드버그가 왕 이 되기 쉬워진다고 하더라도 의문점이 남는다. 린드버그가 그렇게 나라 를 파느라 열심인데 그렇게 해서 라이오니아 왕국을 없애고 나면 그가 통 치할 것은 아무 것도 안 남게 된다. 에스페란자 공국이라면 그나마 같은 인간들이니 이해할 수 있겠지만 휴머노이드 몬스터들을 끌어들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단 말이다. “왕위 계승권도 가지고 있으면서 그런 짓을 하다니. 이해할 수가 없군. 자기가 못 먹을 밥상도 아닌데 엎어 버리다니. 왜 그런 걸까?” 대체 무슨 원한이 있길래 린드버그는 그렇게 악랄하게 라이오니아 왕국을 공격하는 것일까? 어쨌거나 지금은 그런 일을 추리할 여유가 없는 것 같 다. 추적자들은 열심히 말을 달리면서 우리들을 추격해오고 있었다. 놈들 의 말도 지치긴 마찬가지이지만 우리는 마차가 있다. “디모나! 갈 수 있겠어?! 그 마차 버려버리고 내 뒤에 타는 게 좋을텐 데? 이 평원에서는 철저히 속도전이야!” “가야지! 어쩔 수 없잖아! 이 마차는 드래곤 블러드 클랜의 귀중한 재산 이야! 이걸 버리면 조상님을 뵐 면목이 없다고.” “하지만! 그러면 조상님을 일찍 뵈러 갈걸! 뵐면목이 없어져도 늦게 뵈 는게 낫지 않아?” 나는 빗속을 헤치며 달려오는 추격자들을 바라보곤 중얼거렸다. 우리는 그렇게 빗속에서의 추격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비바람 속으로 말을 달리 자 바로 체온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나야 그나마 낫지, 펠리시아 공주 나 디모나는 어떨까? 그런데 그때 앞서 나가던 보디발 왕자가 외치는 소 리가 들려왔다. “카이레스! 앞에!” “에? 설마?” 녀석들이 전서구라도 날렸나? 계속 앞으로 쉬지 않고 달려서 추월당할 일 이 없었을 텐데, 앞에서도 추적자가 나타났단 말야? 나는 그런 생각에 주 의를 앞으로 기울였다. 그런데 그때 눈앞에 보인 것은, 추적자가 아니라 일단의 피난민이었다. “아?” 비구름 때문에 시야가 그다지 넓지 않아서일까 약 400미터쯤에 한 40여명 정도 되어 보이는 피난민들이 달려오고 있었다. “사람살려!” “살려주세요!” “우와아악!”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 를 오크 전차(Orclish Chariot)가 추격하고 있었다. -으적! 오크 전차는 거무스름한 철침으로 앞에 걸리는 난민을 꿰어버리고 계속 달리며 사람들을 박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 무장하고 달리는 고블 린 라이더들은 옆으로 비껴나는 난민들을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죽이 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뒤를 놀의 창병들과 펄션으로 무장한 홉 고블린 보병들이 따르고 있었다. 전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내가 봐도 군기가 서있는게 일 반적인 휴머노이드 들과 자세가 달랐다. 그들은 천천히, 매우 천천히 전 진하면서 난민들 중 낙오하는 자를 죽였다. 휴머노이드들은 대체적으로 잔인하고 살육을 즐긴다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그들은 아무런 감정을 싣지 않고, 기계적으로 살인을 하고 있었다. “저… 저건?! 호드 오브 데스?!(Horde of Death)” 그래도 브로큰 랜드 출신인 디모나는 휴머노이드 군대를 알아차리는 것 같았다. 나는 말을 멈춰세우곤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호드 오브 데스라니?!” “휴머노이드의 정예부대야. 저놈들은 말하자면 휴머노이드들의 기사단이 라고 할까? 물론 기사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양민을 학살하는 게 기사라면 그다지 성격이 다르지 않을 수도 있겠 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레이퍼의 고삐를 쥐었다. 그때 디모나가 나를 제지했 다. “그만둬 카이레스! 위험하다고!” “하지만! 지금 저놈들이 난민을 학살하고 있잖아! 설사 하늘이 용서하고 땅이 용서해도, 이 내가 용서하지 못한다!” “….” 그순간 디모나도, 펠리시아도, 보디발도 다 나를 쳐다보았다. 웃, 그렇게 쳐다보면 쑥쓰럽잖아. “아~ 이건 농담이야.” “농담인건 알겠는데 이런 때 잘도 그따위 소리를 한다?” “어쨌거나 위험하다고 해도 나에겐 쉐도우 아머가 있어.” “수가 많아! 게다가 저놈들은 제대로 훈련받은 정규군이야. 지금까지 상 대하던 강도나 산적들 같은 놈들과는 질이 다르단 말야. 아무리 쉐도우 아머가 비 마법 무기로부터 몸을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무리야.” 디모나는 그렇게 만류하고 있었다. 하긴 수도 거의 200명 정도 되어보이 는 적이다. 내가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고 쉐도우 아머가 있다고 해도 절대로 이길 수 없다. 보디발 왕자가 합세한다면 결말을 알 수 없지만. 그때 우리들을 추격하던 추적자들이 마침내 도달했다. 그러나 그들 역시 앞에서 벌어지는 학살극을 보았는지 우리에게 달려들지 않고 말을 멈춰 세웠다. “이런! 철수다!” 그들은 그렇게 탄식을 하고는 말을 돌릴 준비를 했다. 추적자들이 그렇게 물러난 다는 것은 좋지만 이들도 전력인데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인원 도 20여명에 가깝고 원래 추적자들은 레인저같은 유격전 전문 부대이기 마련이니까 실력도 제법 있을 것이다. “어이! 거기 당신들. 한가지 제안할게 있는데 생각 있소?” “무슨 말씀이오?” 그들은 방금 전까지 추적의 표적이던 내가 말을 걸어오자 의아해 하면서 도 그렇게 반문했다. “지금 저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는데 협력을 좀 해줬으면 싶어서 그래. 당신들도 라이오니아 왕국의 병사들이라면, 아니 인간이라면 저렇게 학살 당하는….” 하지만 거기까지 말했을 때 그들은 이미 말의 기수를 돌리고 달아나고 있 는 중이었다. 나원참. 허공에 대고 이야기 한 거야? 나는? “바보. 카이레스 너도 벨키서스 레인저였으면서, 저런 거래에 추적자들 이 응할 거라고 생각했어? 카이레스. 어쨌거나 할거면 말리지는 않겠는데 리피팅 보우건은 나 빌려줄래?” 디모나는 나에게 그렇게 말했다. 뭐 마차에 있는 그녀로서는 칼을 들고 휘두르면서 직접 싸우는 것보다는 활을 쏘면서 싸우는 것이 훨씬 유리할 테니까. 어쨌거나 이 추적자들이 다 돌아가 버리다니. 근성이 없군! 하긴 세상사람들이 다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것도 아니고 저 많은 수의 휴머노 이드 군대로 뛰어드는 미친 짓을 하고 싶진 않겠지. 그러는 사이에도 난 민들은 계속 앞으로 달려오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고 휴머노이드의 군대들 은 우리들을 발견하고도 여전히 천천히, 그러나 착실하게 사람들을 죽이 고 있었다. “그럼 간다!” 나는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리피팅 보우건을 풀어서 디모나에게 던져준 뒤 앞으로 달렸다. 일단 이길 수 있을지 없을 지는 모르겠지만 무장도 안 한 일반인보다는 내가 나서는 게 나을테지. “카이레스! 무모하다!” 보디발 왕자는 내 뒤를 따르며 내 이름을 불렀다. 무모하다고 말하기는 했지만 따라오는군! 좋아. 보디발 왕자도 협력을 해준다면 뭐 그렇게 나 쁘지 않은 결과를 볼 수 있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앞을 바라보았다. 비바람이 들이치면서 얼굴을 때려서 눈도 뜨지 못하겠다. “차핫!” 나는 일단 난민들을 비껴서 달려갔다. 혼란스러워 하는 난민들이 휙휙 옆 으로 지나가는 게 엄청난 속도감을 준다. “꺄아아아아!” “으아악!” 마침 제일 앞에 서서 창을 가지고 처지는 난민들을 찌르고 있는 놀이 눈 에 들어왔다. 나는 말안장에서 소드 블래스터를 휘둘렀다. 이 놀은 침착 하게 창을 들어서 막으려 했지만 레이퍼의 주력(走力)이 잔뜩 실린 소드 블래스터는 그 창과 놀의 목을 함께 잘라버렸다. 좋았어! 시작이 좋군! 그러나 그 순간 뒤에 있던 놀들이 창을 들이밀어서 세웠다. 선두의 녀석 이 공격을 받는 사이 후위의 창병들이 창을 세운건가? 기병을 잡기 위한 아주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그러자 이 빌어먹을 레이퍼는 자기 몸을 구하 겠다고 급정거해서 나를 말안장에서 쏘아내었다. “으악!” “카이레스!” 그 순간 뒤에서 검풍이 일었다. 내가 몸을 굴려서 일어나 보니 뒤에서 있 던 놀의 병사들은 깨끗하게 두 토막 나있었고 보디발 왕자가 말에서 뛰어 내리는 게 보였다. 보디발 왕자는 스컬버스터를 잡고 동서남북, 네 방향 으로 네 번 검을 휘둘렀다,. 그것만으로도 날 듯 달려들던 고블린 라이더 (Goblin Rider)들이 타고있던 늑대와 함께 동강나서 피를 뿌렸다. “네놈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카이레스. 이 많은 적들로 용 감하게 뛰어들다니. 뭐 나도 무모하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말야.” 초췌한 표정의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하곤 나에게 씨익 웃어보였다. 그 래도 아직 눈매가 죽지는 않았군. 스틸 바론을 죽이고 미스트레어를 탈출 한 이래로 계속 죽은 것처럼 침울해져 있던 보디발 왕자라서 내심 걱정하 고 있었는데. 다행이다. “뭐 나야 달아나면 언제든지 달아날 자신이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대답하곤 자리에서 일어나 앞을 바라보았다. 난민들은 그사 이에도 열심히 달아나고 있었다. 하지만 호드 오브 데스는 더 이상 난민 들을 추격하지 않고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즉 남은 놈들은 모두다 우리들 을 공격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수가 좀 많은데. “크루루루.” 과연 가시가 잔뜩 나있는 곤봉을 들고 있는 오우거가 샤기투스 어로 지시 를 내렸다. 휴머노이드 군대들은 난민 추격을 포기하고 우리들에게 창끝 을 돌렸다. 나와 보디발, 단 두 명에게 200마리의 괴물들이 덤비는 것이 다. 누군가 이야기를 남긴다면 전설적인 싸움이 될텐데. “이거 자신없는데. 인볼브Involve!” 나는 내 검에 불꽃을 휘감고 다가오는 고블린 라이더에게 휘둘렀다. 불꽃 이 파르륵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늑대의 목이 날아갔다. 아무리 소드 블 래스터가 명검이라지만 짐승의 목을 이렇게 가볍게 쳐서 날리다니 이전에 는 할 수 없던 일이다. “크에엑!” 고블린들은 그렇게 비명을 지르더니 우리 둘을 포위하려 했다. 포위망을 어떻게 깨볼까 생각했지만 고블린들의 반응이 너무 빠르다. 그리고 그렇 게 포위진 이 형성되자마자 고블린 라이더들의 틈 사이로 오크와 놀의 창 병들이 글레이브나 단창 같은 보병용 창들을 들고 진영을 갖춘채 다가오 기 시작했다. 게다가 그 포위진 밖의 녀석들은 활을 잡고 우리들을 겨누 고 있는 게 아닌가? “흠. 머리가 좋은데? 이놈들?” “하지만 쉐도우 아머는 모르는가 본데요?” 나는 그렇게 외치고 일단 가장 위험한 궁사들을 향해 쉐도우 점프를 했 다. 나는 단숨에 녀석들의 그림자 뒤쪽으로 공간이동을 해서 나타난 뒤 소드 블래스터를 휘둘러 가까이에 있는 녀석들을 베어 버리고 홀리어벤저 를 뽑아서 크로스 크레센트의 자세를 잡았다. “하랏!” 보디발 왕자의 이상한 기합 소리와 함께 스컬버스터가 불꽃을 뿜자 수많 은 고블린등이 튕겨 나가고 포위진이 무너진다. 좋아좋아! 포위진이 무너 지면 좀 할만하지! “이잇! 이 인간!” 나는 궁사들이 활을 버리고 환도(還刀)를 뽑는 걸 보곤 가까이에 있는 녀 석부터 베어 넘기고 지면을 발로 굴렀다. “스파이럴!” 내가 그렇게 지면을 발을 구르며 정신을 그림자에 집중시키자 그림자가 확산되어 지면을 검게 물들이고 곧 사방을 찢어발기기 시작했다. 나에게 달려들던 궁사들이 전부다 쉐도우 아머에 의해서 피떡이 되어버렸다. “크흠.” 그걸 본 놀 한 명이 내 앞으로 달려왔다. 나는 쉐도우 스파이럴의 방향을 바꿔서 그 놀을 잡으려 했지만 놀은 마치 허깨비처럼 좌우로 흔들 거리듯 싶더니 쉐도우 스파이럴을 피해버렸다! “뭐?” 내가 놀라서 당황해 하는 사이 그놈은 로우킥을 걸면서 간격을 좁히더니 지르기를 날렸다. 예리한 손톱을 가지고 있는 놀이 주먹을 쓰다니? 나는 그런 의문을 가지면서 녀석의 공격을 팔뚝으로 막아내었다. 그러나 무시 무시한 충격과 함께 내가 뒤로 밀려났다. “젠장! 몽크(Monk)인가?” 나는 그렇게 비명을 지르곤 뒤로 훌쩍 뛰어서 피했다. 그러고 보니 녀석 의 털 위에 붉은 안료로 칠한 문장은 암흑투신 듀렉의 문장이었다. 전투, 살의, 피와 광전사의 신이라는 듀렉은 훌륭한 전사들로 이루어진 비밀교 단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팔마교단 마저 그들을 사멸시키기 못했을 정도 라고 하는데. “쿠르르르!” 그 몽크는 어느 틈에 벨트에서 다트를 뽑아서 나에게 던졌다. 나는 크로 스 크레센트를 유지한 채로 녀석의 왼쪽으로 몸을 날리며 다트를 피했다. -끼리리릭! 그런데 이번엔 갑자기 길다란 사슬 낫이 옆쪽에서 날아드는 게 아닌가? 시야의 사각에서 갑자기 사슬이 날아들다니! 나는 깜짝 놀라서 몸을 틀며 사슬낫을 밀어내고 앞으로 뛰어들었다. 근육질의 홉고블린이 사슬낫의 반 대쪽 끝을 잡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자식! 끼어들지 마!” 거센 빗속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간다. 비에 젖은 풀들이 내 발에 밟히면 서 촤아악 하고 물소리를 낸다. 거추장 스럽군! 나는 질풍처럼 달려들면 서 좌검으로 비스듬히 내려치고 우검으론 비스듬히 올려치는 교차베기를 걸었다. 피하면 모를까 막기는 힘든 기술이다. 그러나 그 홉고블린은 한 팔로 등뒤의 땅을 짚은 뒤 뒤로 텀블링을 하며 피해버렸다. 피하는 순간 에 발목 높이로 사슬을 뿌렸지만 풀들이 길게 자라있어서 사슬이 내게 닿 지는 않았다. “뭐냐! 이놈들! 차원이 다르잖아!” 나는 비명을 지르고 녀석들을 상대했다. 내가 마악 홉 고블린을 잡으려고 돌격할 참이면 놀의 몽크가 암기를 던지거나 뒤에서 날아차기 등으로 신 경을 건드린다. 그러는 사이에도 멀리서 궁사들이 보디발 왕자와 나를 잡 기 위해 모이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 가면 벌집이 되겠는데? 보디발 왕자 가 구해주길 기다려야 하나? 하지만 나만 고전하고 있는 게 아니다. 괴력을 자랑하는 보디발 왕자도 창병들에게 둘러싸인 채 창을 맞고 있었다. 평소대로라면 보디발 왕자는 괴력을 앞세워서 창대를 후렸겠지만 사방이 다 창인 이상 그런 수가 통하 지 않았다. 앞의 진열을 헤집어 놓는 사이에 이미 등뒤에서 무수한 수의 창들이 덤벼들어 찔렀다. 마치 전쟁에서 낙마한 기사를 농민반란군들이 덮쳐서 사방에서 공격해 농기구로 때려죽이는 것 같다. 보디발 왕자의 갑 옷이 들면 욕 나올 정도로 무겁지 않았다면 벌써 보디발 왕자는 다진 고 기가 되었을 것이다. “제기랄! 너무 상대를 얕봤어! 일단 먹고 떨어져라!” 나는 그렇게 외치곤 정신을 집중한 뒤 쉐도우 팡을 날렸다. 쉐도우 아머 의 일부가 튀어나가며 사정거리 밖에서 사슬 낫으로 공격을 걸어오던 홉 고블린에게 명중했다. 녀석은 사슬 낫으로 그걸 막으려고 했지만 방어가 단숨에 뚫리고 새카만 그림자가 녀석을 찢어발겼다. 그리고 그틈을 타서 나는 소드 블래스터로 몽크에게 찌르기를 넣었다. 녀석은 발을 쓰면서 빠 르게 옆으로 돌아 내 공격을 피했지만 스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펑! 단 일격에 놈의 팔이 다 날아가 버렸다. 나는 그렇게 몽크를 해치우고 보 디발 왕자 쪽을 바라보았다. “으럇!” 보디발 왕자의 기합소리와 함께 몇몇 놈들이 나가떨어진다. 그러나 퍽 하 는 소리와 함께 보디발 왕자도 창대를 몇 번 받았다. 벌써 갑옷이 찌그러 지고 틈새로 피가 흘러나오는 게 보인다. 펠리시아 공주나 디모나는 자기 들에게 몰려드는 고블린 라이더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 젠장. 내가 영웅심에 미쳤나. 괜히 난민들 구하겠다고 200명이나 되는 놈들에게 달려들다니. 이대로는 반드시 죽는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곤 나를 노려 보는 궁사들을 보며 쉐도우 디펜더를 칠 준비를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어?” 갑자기 휴머노이드 군대가 흔들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적들의 본진은 뒤로 돌아서고 있었다. 오크 전차는 회전반경을 얻기 위해 일부러 옆으로 돌아서 달리고 있고 창병이나 보병들은 바로바로 몸을 뒤로 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왠 깃발이 흔들리고 있었다. “린드버그?!” 보디발 왕자는 그 깃발을 보고 빌어먹을 녀석의 이름을 외쳤다. < 계 속 > -------------------------------------------------------------------- 휘긴경이 좋아하는 건 역시, 팔 네 개 달린 기형트롤이 한 손에 하나씩, 네 개의 수은중검(머큐리얼 그레이트 소드, 데미지 2d8)을 들고 휘두르는 것, 아 물론 내가 마스터일 때. *********************************************************************** 만약 이 세계로 가는 문이 열리면 냉큼 들어가겠다는 사람이 있군요...(제정 신이냐?) 물론 이 세계로 가면 다 미소년 미소녀가 되고 대마법사가 되고 대 검사가 되면 갈만하죠. 저만 하더라도 만약 50레벨 위저드/50레벨 드루이드 /50레벨 사이오니스트의 하프 쉐도우 드래곤/하프 솔라 정도 되는 괴물이 될 수 있다면 지옥이라도 가겠습니다만. 지금의 저는 칼든 고블린 하나 당해낼 자신이 없군요. 산적도 무섭고 음식에 약을 타서 노예로 팔아버릴지도 모르 는 여관주인도 무섭고. 40킬로 행군만 해도 발바닥이 울어서 껍질이 벗겨질 판인데 걸어 다니는 것도 괴로울 테고. 그 세계의 미남미녀는 그 세계의 미 남미녀들끼리 잘먹고 잘살겠죠.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4 화 : Conspiracy of Count#3 ------------------------------------------------------------------------ 팔마력 1548년 10월 2일 북부전선 캠프는 괴물들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머리가 두 개 달린, 타락한 오우거의 먼 친척쯤 되는 에틴(Ettin)이라는 거인이 가시가 잔뜩 박힌 두꺼운 곤봉을 휘두르며 캠프의 앞에 쳐놓은 통 나무 울타리를 쳐 부러뜨리고 그 사이로 오크의 경장보병들이 도끼를 든 채 밀물처럼 밀려든다. 울타리 위에서 화살을 퍼부어 대던 궁사들이 오크 경장보병들을 방어하고 창병들이 성안에서 부채꼴의 진을 형성해 무너진 방책부를 방어하고 있지만 에틴이 곤봉을 계속 휘둘러 대자 방책의 틈은 계속 벌어진다. 치열한 전투를 증명하듯 주위에는 휴머노이드 들의 시체 가 잔뜩 깔려있고 방책 안쪽 캠프의 막사에는 불이 붙어서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른다. 그리고 그 치열한 전투는 지금도 계속 되고 있었다. "나 암천성 에카사난스의 이름으로 네 정신을 억압하노라. 도미네이션 Domination!" 그러나 그때 린드버그 백작이 캠프를 공격하고 있는 에틴에게 주문을 외 웠다. 놀랍게도 주문에 걸려버린 에틴은 몸을 틀더니 방금 전까지 자신의 편이던 휴머노이드 군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오크들이 쓸리고 놀들이 물러난다. "오오오! 원군인가!" "젠장! 린드버그잖아!" "상관없어! 오이! 잘 왔소이다!" 방책에 있던 사람들은 린드버그의 깃발을 보고 아군임을 인식했는지 그렇 게 환영하기 시작했다. "제1진 돌격!" 그순간 웨어 보어(Were Boar)들이 거대한 멧돼지로 변신해 먼저 앞으로 달리며 걸리는 건 닥치는 대로 들이받기 시작했다. 그렇게 적들의 진영이 흐트러지자 린드버그는 제 2 진을 움직였다. "제2진 공격!" 린드버그의 제 2진은 바로 웨어 랫(Were Rat)으로 편성된 궁병들이었다. 방금 전 아군인 웨어 보어들을 돌격시켜놓고 궁을 쓴다는 게 얼핏 생각하 면 바보같은 짓이지만 라이칸스로프는 은이나 마법무기를 제외하고는 상 처를 입지 않는다. 그렇기에 가능한 전술인 것이다. 어쨌건 웨어보어가 돌격해서 상대방을 흐트려 놓고 화살을 쏘자 꽤 많은 병력이 제대로 반항 도 하지 못하고 쓰러져 죽었다. 밀집대형일 때 화살을 쏘아야 효과가 클 것 같지만 방패는 뒀다가 국 끓여 먹는데 쓰는 게 아니다. "제3진!" 그리고 이제 웨어울프들이 돌격하기 시작했다. 린드버그는 그렇게 공격을 시켜놓고 옆의 기사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그 기사가 병사들의 캠프 를 향해 외쳤다. "강철촉으로 된 화살은 계속 쏴! 웨어 울프는 철에 다치지 않아!" "알겠소!" 캠프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화답하더니 곧 화살의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충분히 우세를 점한 것 같은데? 세상에. 방금전까지 꼼짝도 하지 못하던 북부전선 캠프를 이렇게 쉽게 구하다니. 린드버그의 심보야 어쨌건 간에 그의 부대는 굉장히 강한 것 같았다. 그런데… "쿠와아아아!" 갑자기 하늘로부터 큼직한 그림자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린드버그 에게 지배받고 있는 에틴에게 날아들어 단숨에 에틴의 두 목을 잘라 버리 고 공중에서 선회하며 방책 위에서 화살을 날리고 있는 궁사들을 후려쳤 다. 그리고 그 와이번으로부터 뭔가가 뛰어내려서 지상에 내려섰다. "크루루루루! 나 오크 밀레니언 위칸이 상대해주마!" "헤?" 나는 말위에 서서 멍청하게 앞을 바라보았다. 저 오크, 아니 오로그인가? 저놈은 보통 오크의 두배 정도로 큰데 양손에 할버드를 하나씩 들고 있 다. 할버드로 이도류를 펼쳐? 미치도록 힘이 센가 보다. 게다가 날고있던 와이번에서 바로 뛰어내리다니 그 무슨 탄력이냐? "크와아아아!" 놈은 그렇게 포효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그 순간 그 근처의 웨어 울프, 웨어 보어 할거 없이 전부다 싹 쓸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양손으로 할버 드를 휘두르며 닥치는 대로 때려부수기 시작한 것이다. 웨어 보어 한놈이 달려들어서 그 거구에 머리를 들이박았지만 녀석은 그 웨어 보어를 무릎 으로 차서 날려 보낸 뒤 마치 곡괭이로 땅을 파듯 할버드로 찍어서 두동 강 내버렸다. 저렇게 두 동강을 내면 마법의 무기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 는 건지, 아니면 저 할버드가 마법의 무기인지 웨어보어는 조금 꿈틀 했 을 뿐,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았다. "무서운 놈이군." 린드버그 백작은 그렇게 말하곤 나와 보디발 왕자를 바라보았다. "적의 대장에겐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내가 나가지." 린드버그가 아직 제대로 도발도 하기 전에 보디발 왕자가 나섰다. 그는 슬픈 표정을 하고 앞을 바라보았다. "이게 사죄가 될 수 있다면 좋겠는데. 노스가드를 버리고 달아났는데, 다 시금 그들을 만나게 된다면, 무슨 소리를 들을지." 쳇. 일 다 저질러 놓은 주제에 '무슨 소리' 따위 걱정하지 말라고! 젠장. "될 겁니다. 아마도. 뭐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겠지만. 사촌형님이 어 디 한번 진짜 강철의 태풍을 보여주시죠." 린드버그는 비아냥인지 탄복인지 알지 못할 뉘앙스를 풍기며 그렇게 말했 다. 그러자 보디발 왕자는 말에서 내린 뒤 위칸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그 오로그에게 다가갔다. 그 오로그는 할버드를 휘둘러 웨어울프가 재생하지 못하도록 두 동강을 내더니 보디발 왕자를 보곤 공격을 멈췄다. "네가 인간의 기사냐!?" "아니, 인간인지도, 기사인지도 의문이다. 하지만 그런걸 확실히 해둬야 만 싸울 수 있는 것도 아니잖나." "좋은 승부가 되겠구나!" 위칸은 그렇게 외치고 보디발 왕자에게 달려들었다. 보디발 왕자는 초췌 한 표정으로 스컬버스터를 단단히 쥐었다. "네이팜 버스트!(Napalm Burst)" 보디발 왕자는 마치 앞으로 쓰러지듯 자세를 낮추며 스컬버스터를 휘둘렀 다. 흡사 불새가 된 것처럼 강한 호박색의 불꽃이 검의 궤적을 휘감고 보 디발 왕자도 휘감았다. 그러나 위칸이란 오로그는 보디발 왕자의 공격을 할버드로 막아내었다. 당연히 할버드가 스컬버스터를 버틸 리 없다. 할버 드는 토막 나고 위칸의 팔도 함께 잘렸지만 위칸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지 바로 반격에 나섰다. "크와아악!" 그야말로 광전사였다. 위칸의 할버드는 단숨에 보디발 왕자의 중장갑을 찍어버리고 보디발 왕자를 튕겨냈다. 조금만 스냅을 더 줬다면 갑옷과 함 께 보디발 왕자를 동강냈을 것이다. "쿠윽!" 보디발 왕자는 비명을 지르며 뒤로 몇 걸음 물러났지만 지면에 스컬버스 터를 꽂고 멈춰 섰다. 할버드 강타를 맞고도 버틸 만한 갑옷을 입고 있다 니 정말 저 인간도 괴물이라니까. "쿠아아아!" "우아아아!" 보디발 왕자와 위칸이란 그 오로그는 같이 고함을 지르며 충돌해 단숨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보디발 왕자는 칼을 휘두르는 대신 몸통박치기로 위 칸을 십여미터 쯤 날려버린 것이다. 위칸의 경우 사용하는 무기가 할버드 이다보니 아무래도 공격 폭이 좁아서 몸통박치기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 "끝이다!"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몸통으로 날려버린 오로그를 향해 훌쩍 뛰어 오르 며 스컬버스터를 내리쳤다. 피와 불꽃이 튀면서 위칸이란 오로그가 그대 로 두 토막 났다. 그야말로 태고적의 광전사들의 싸움이랄까? 야만적인 박력이 넘친다. 하지만 보디발 왕자는 광전사에 걸맞지 않은 초췌하고 슬 픈 표정을 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캬아아아아!" 휴머노이드 몬스터들은 이 이상의 전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는지 퇴각 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캠프 안쪽에서는 그들이 퇴각함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기쁘지 않은 것 같았다. "보, 보디발 왕자다!" "보디발 왕자가 돌아왔다!" "뭐?! 뭐라고!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다시 돌아온거지?" "미친!" 사람들은 그렇게 반발하고 있었다. 아 제길. 역시 이렇게 되고 마는 군. 보디발 왕자가 전장을 이탈했는데 여기에 남아서 싸우고 있던 사람들이 보디발 왕자를 환영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뭐 그래도 죽이겠다고 덤빌 분위기가 아닌게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라고 할까? 뭐 보디발 왕자가 밉다고 해서 린드버그 백작의 원군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은 아니라서 캠프는 우리들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북부전선 캠프의 모습은 예상대로 엄청나게 망가져 있었다. 패잔병들의 집단이라고 해야 하나? 완전히 패퇴한 사람들이 폐 자재를 모아서 방책을 세우고 막사를 세워 병사들이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전략적으로는 그 렇게 중요한 위치가 아니지만 노스가드에서 놈들이 내려오게 된다면 이 평원 전체가 전장이 된다. 솔직히 대군을 상대하기에는 안 좋은 위치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노스가드 성으로 쳐들어가서 성을 도로 빼앗아 올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노스가드 성은 마법적으로 보호되어서 파괴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우스베 가 잠금의 마법을 파해하는 바람에 성문이 열려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보 디발 왕자가 애인을 지키기 위해 전장을 이탈한 바람에 노스가드 성은 적 에게 함락당해 버렸다. 레이펜테나에는 아주 오래전, 지어진 고대의 성들이 있다. 이것들은 그 옛날 염마대전 때 지어진 것으로 마법 공격에 의해서 성이 파괴되지 않으 며 각종 탐지마법과 은밀 마법등을 감지해 내는, 그야말로 철옹성이다. 라이오니아 왕국이 쇠약하던 때에도, 주변국의 공격을 방어해낼 수 있었 던 것은 저런 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스트 가드, 웨스트 가드, 노스 가드, 사우스 가드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이언즈 캐슬. 라이오니아 왕국을 방어하는 이 다섯 개의 마법고성, 이중 하나인 노스가 드를 그렇게 허망하게 빼앗겨 버리다니 보디발 왕자의 인망이 한방에 날 아간 것도 당연하다. 그때 달아난 병력이 원군을 받아 병력과 물자를 재정비해서 이 노스가드 평원에 진을 치고 버티고 있는 것이 바로 북부전선 캠프이다. "원, 원군인가!" "백계백작 린드버그다!" "제…젠장. 아쉬운 대로 저놈이라도 쓸모가 있겠지!" 역시 이전 린드버그 백작이 노스가드 보급을 끊은 것 때문인지 사람들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린드버그는 이전에 보디발 왕자가 있을 때 노스가드 성의 보급을 끊고 후미봉쇄를 꾀했기 때문에 그때까지 살아있던 노스가드의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기분 나쁜 존재인 것이다. "아!" 그러나 그들의 시선이 린드버그를 떠나 우리들, 아니 정확히는 보디발 왕 자에게 이르자 상태는 더더욱 나빠졌다. 린드버그가 그냥 굉장히 기분 나 쁜 정도라면 보디발 왕자는, 배반자다. 그들이 보디발 왕자를 증오하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는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모욕적인 언행으로 술 렁이는 것을 느끼면서 린드버그와 함께 사령관의 막사로 향했다. "어서오십시오. 린드버그 백작님." 북부 방어캠프의 사령관은 중년의 기사, 랭카스터 루델 후작이었다. 즉 이전에 내가 무릎 한방으로 유명을 달리하게 만든 귀족파의 원로, 루델 후작의 아들이었다. 루델 후작도 자기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귀족파에 속 하는 자이긴 하지만 그는 놀랍게도 홀 오브 위너의 기사였던 것이다. 게 다가 지금 캠프의 운영을 보건데 모자란 물자와 병력을 가지고도 잘 싸우 고 있는 것 같다. 적어도 아무런 생각없는 멍청이 귀족이 아닌 건 확실하 다. 그는 린드버그 백작에게 깍듯하게 대하면서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오래간만입니다. 보디발 전하." "오래간만이긴 하군." 보디발 왕자는 수심이 가득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과연 랭카스터 루델 은 보디발 왕자를 보곤 비웃기 시작했다. "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돌아왔는지 도무지 모르겠군요. 스틸바론이 당신 을 잡으러 포위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갑자기 기 적적으로 화해라도 한 것입니까? 아니면 구차한 타락 기사의 목숨을 연명 하기 위해서 기사중의 기사라 할만한 사람을 죽이기라도 한건가요?" "자자 그만 하시죠. 지금은 그런 신경전을 벌이는 것보다 어떻게 이 라이 오니아 왕국을 지킬지 그것부터 생각합시다." 린드버그는 그렇게 랭카스터를 말렸다. 정말 화내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동서가 밉다는 옛 속담에 딱 걸 맞는다고 할까? 언제부터 그렇게 사려깊 고 우아했다고 이따위 수작을 부리냐. 하지만 그거는 다른 사람들이 알바 없다. 지금의 린드버그는 과거야 어찌되었건 간에 이 북부캠프의 구세주 이다. 적어도 보디발 왕자보다는 훨씬 더 인기가 있는 것이다. "예 그럼 지금 상황을 설명해 드리죠, 우선 현재로서는 이노그가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덩달아서 우스베나 리치도 나서지 않기 때문에 방어하기 엔 편한 상황이지요." 랭카스터 경은 그렇게 말하고 지도를 펼쳐보였다. 음. 저 사람은 내가 루 델 후작을 살해한 사람이란 걸 알고 있을까? 나에게 수배도 걸어놓고 있 는데, 그러고 보니까 글로리 오브 페이스의 기사들은 모두들 내 정체를 알텐데 이거 밝혀지는 건 일도 아니잖아! 그때는 정체정도 밝히는 거야 별로 문제가 될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 한 일인데 설마 랭카스터 경이 이 곳의 사령관이 될 줄이야. "일단 리치나 우스베의 마법에 대항하기 위해서 마법사가 필요하지요? 제 가 마법사 역할을 하겠습니다. 제 병권은 죄다 이 캠프에 이양하도록 하 죠." "그래도 되겠습니까? 저 고맙긴 합니다만." "마인드 컨트롤이라면 확실히 되어있습니다. 이 반지를 끼고 있으면 그들 은 다 말을 듣죠. 게다가 이걸 손에서 뺀다고 해서 마인드 컨트롤이 바로 풀리는 것도 아닙니다. 적의 손에 들어가면 문제겠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고 그걸 빼서 랭카스터 경에게 맡겼다. 음 좋은걸 알았 다. 저 반지가 바로 그 라이칸스로프의 병력을 컨트롤 하는 열쇠가 되는 건가? 하지만 그런 건 우리들 있는 곳에서 함부로 알려줄 이야기가 아니 니 함정일 가능성도 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랭카스터 경은 우리들을 돌아보았다. "그럼 다음 습격까지는 좀 시간이 있을테니… 숙소를 정해 드리죠. 그리 고 보디발 전하는 그다지 좋은 꼴 보기 힘들테니까 돌아다니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랭카스터 경이 그렇게 말하자 펠리시아 공주는 여전히 발끈 했다. 참 이 렇게 매번 발끈하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뭐라고! 무엄하구나! 랭카스터! 네 아비도 그렇지만 너희들 귀족들은 정 말 왕족을 뭐로 생각하는 것이냐?" "암살 교사자 쯤? 아 물론 농담입니다. 공주님. 위대한 벨키서스 대공의 후예가 암살을 교사하는 자, 일리 없지요. 그렇지 않습니까? 진짜 위대한 벨키서스 대공의 후예라면 말입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곤 나를 바라보더니 살짝 웃었다. 젠장. 저 인간 내가 제 아버지를 죽였다는 걸 알고 있군 그래. 게다가 펠리시아 공주에게 대 하는 태도도 굉장히 불손하다. 라이오니아 왕가는 계속 되는 실정으로 인 해서 그 인망을 다 잃어버린 지 오래다. 더구나 보디발 왕자가 스스로 말 했듯이 지금의 왕가는 벨키서스 대공의 피가 이어져 있지 않았다. 그래서 랭카스터는 저렇게 벨키서스 대공의 후예라면 말입니다~하는 식으로 비아 냥거린 것이다. 펠리시아 공주는 매우 화가 난 것 같지만 지금의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지 더 이상 성질을 부리진 않았다. 다행이다. 이런 상황에 서 난동을 부려봐야 우리들의 입장만 난처해질 뿐이다. "그러면 숙소를 안내해 드리게." 우리는 기사의 종자를 따라서 막사로 안내 되었다. 팔마력 1548년 10월 3일 나는 벨키서스 레인저인 경력 때문에 정찰대에 배속되게 되었다. 이노그 를 잡는 작전이 있을 때 까지는 성의 방어에 협력하기로 했기 때문에 배 속에 불만을 가지지 않았다. 게다가 옛 동료들과 함께 배치된 다는 것은 적이 즐거운 일이었다. 노스가드가 위기에 처했을 때 원군으로 멋지게 등 장했던 벨키서스 레인저, 그들은 아직도 물러가지 않고 정찰대로서 활약 하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인가?" 나는 정찰대용 막사를 보곤 들어가기 전에 심호흡을 했다. 그들과 마지막 으로 헤어질 때, 나는 메이파를 탈출시키기 위해서 이단심문관, 팔마 기 사단과 싸워야 했었다. 그때 그들은 나를 구하기 위해 팔마기사단의 발목 을 잡아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나를 도와주고 나서 그들은 틀림 없이 후회했을 것이다. 왜냐면 여자애랑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지. 이전의 나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그럴 것이기 때문에, 들어가면 매우 시달림 받겠 군. 나는 그런 각오를 다지고 막사의 문을 열었다. 문이라고 해봐야 큼직 한 천막용 천이지만. "카, 카이레스!" 내가 문을 열자마자 한명이 그렇게 외쳤다. 안에는 1개 소대에 달하는 벨 키서스 레인저들이 무기를 손질하거나 드러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카이레스다! 머리색은 바뀌었지만." "이놈 뭐 하러 돌아왔어!" 나는 벨키서스 레인저의 대원들 앞에 서서 히죽 웃었다. "다들 안녕?" "죽을래? 안녕은 무슨 안녕이야! 이자식!" 그들은 그렇게 화답하곤 나에게 달려들었다. 곧 나는 그들에게 둘러싸인 채 애정이 듬뿍 담긴, 주먹, 발, 팔꿈치, 무릎 등을 받게 되었다. "이 자식! 산을 내려갔다 싶더니만 언제 그런 미소녀들을 알게 된 거 야?!" "헷! 예뻐졌는데! 잘먹고 잘 자나 보지?! 머리색은 또 왜 이래?" "하여튼 정말 미운 놈이군! 어이! 하나 분양해! 너 혼자 독식하면 천벌을 받게 될 거야! 귀두 밑에 동상 걸릴 거다!" "그래. 난 공주님, 헤헤, 한번 여자 덕에 출세해보고 싶다." "무슨 말도 안돼는 소리야!" 나는 협박과 회유로 나를 위협하는 벨키서스 레인저들을 밀어내었다. 그 러자 그들은 하하핫 하고 웃으면서 주먹으로 나를 후려갈겼다. 한 대 맞 으니까 코가 찡하고 울리는 게 만약 쉐도우 아머가 없었더라면 바로 코피 가 났을 강타였다. 젠장. 이놈들이랑 오래간만에 다시 만나서 그런데 정 말 몸이 남아나지 않을 녀석들이다. 나는 일단 그들의 화제를 돌리기 위 해 질문을 던졌다. "혹시 전사자 있어?" "미쳤냐? 이놈의 나라가 어디 여자라도 갖다 붙여주는 것도 아닌데 뭔 충 성심이 솟아난다고 죽을 때까지 싸우냐?" "고럼 고럼!" 정말, 나도 이들의 일원이었지만 할말이 없군. 수세에 몰린 부대에 속한 사람들이 전사자 한 명 내지 않다니. 하긴 기본적으로 수비전에서 벨키서 스 레인저는 궁사대다. 장거리 무기로 싸우는 세력인지라 적의 화살 등에 당하지 않는 한 그렇게 쉽게 전사자를 볼 수 없다. 또한 유격대, 정찰대 로서 운용할 때도 워낙 단위 전투력이 높은 지라 죽음을 각오하고 스스로 사지로 기어 들어가지 않는 한에야 전사자가 나올 일이 없다. 하지만 아 무리 그래도 한 명도 없다는 건. 너무 놀았던 것 같은데? "그나저나 카이레스. 하건은 안 만나냐?" "하건?" "그래. 이제 무려 하건 경이다." "경?" 나는 놀라서 반문했다. 도대체 그게 뭔 소리지? 하건이 기사가 되다니? "랭카스터 경이 자기 직권으로 벨키서스 레인저에 작위를 막 뿌렸을 뿐이 야." 그때 내 뒤쪽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한쪽 눈을 감고 있는 하건이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서 물어보았다. "하건! 눈이라도 다쳤어?" "오옷! 역시 달링! 내 건강부터 먼저 걱정해 주는 군! 다쳤을 리가 있나! 단지 물기가 어리게 하려고 감고 있을 뿐이었는데! 기뻐!" "…." 나 갑자기 달아나고 싶어졌어. 나는 그렇게 속으로 생각했지만 이미 하건 의 쇠사슬 같은 손가락이 어깨를 단단히 틀어쥐었다. "윽!" "자자! 그러면 밀린 이야기나 하자! 물론 밀린 밤도 보상을 받아야 겠 지!" "언제 밤이 밀렸어!?" "그럼 꼬박꼬박 했다는 거야?!" 나와 하건이 그렇게 말하자 벨키서스 레인저 측에서 술렁임이 일기 시작 했다. "이야. 역시." "소문은 사실이었군." "그래. 그래도 카이레스가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까 전에는 분명히 하긴 했다는 거 아냐?" "…." 대체 뭘 하는 데? 나는 기가 막혀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의 외의 구원군이 나타났다. "자자! 너희들 개소리 할거면 가서 개나 잡아먹어라! 출동이다!" "베인?!" 나는 막사의 입구에 서있는 중년 남자를 보고 놀라서 외쳤다. 베인은 나 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었다. "크윽. 카이레스! 네놈이 여기 배속된다는 건 알았다. 쳇. 그래, 그때 일 은 잘 해결했냐?" "무, 물론이죠." "그렇구나. 네놈이 왜 세나를 거부했나 했더니, 훗 취미가 그랬단 말이 지?" "…." 아마 메이파를 두고 하는 말 같은데? 내가 뭐라고 항변하려 했지만 베인 은 내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전부 출동 준비!" 에? 임무 브리핑도 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당황해 했지만 다들 이 일에 익숙한지 무기를 꺼내들고 출동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러면 나도 손가락 빨고 앉아있을 수가 없잖아! < 계 속 > -------------------------------------------------------------------- 이건 아주 도피군요.-_-; 칼들도 누가 찌르러 다니지도 않는 현실에서 달 아나면, 괴물들이 득시글 거리는 환타지에서는 더더욱 쓸모 없는 인간입 니다. 뭐 이렇게 말해봐야 듣지도 않을테지만. *********************************************************************** 아 졸리다. 글도 잘 안 써지고. 쉬고 있다가 오래간만에 쓰다 보니까 원.;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4 화 : Conspiracy of Count#4 ------------------------------------------------------------------------ 팔마력 1548년 10월 3일 정찰은 아무런 충돌없이 편안하게 이루어 졌다. 적과의 조우도 없고 적들 의 감시나 관찰에 걸리는 일도 없이 무사히 끝났다. 우리는 그렇게 정찰 을 끝내고 캠프로 다시 복귀했다. "열어! 벨키서스 레인저다!" "예!" 캠프의 방책을 지키고 있던 병사들이 문을 열어주자 우리들은 누가 먼저 랄 것도 없이 우르르 몰려들어가 캠프 안으로 들어왔다. "여어! 카이레스! 이 짓 오래간만이지? 어때?" 가을인데도 남자들끼리 계속 뛰어다니니까 열기가 상당하군, 뭐 나는 더 위를 느끼지 못하지만. "나쁘지 않군. 그런데 아마 이 평원 캠프에서 벨키서스 레인저가 가장 강 한 전력일텐데. 이렇게 놀아도 되는 거야?" 나는 그렇게 반문했다. 매일 이러리란 생각은 들지 않지만 적과의 조우도 없이 너무나 편하게 정찰을 한데다가 전체적으로 벨키서스 레인저들의 태 도가 '편하게 살자'라는, 즉 다시 말해서 열의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 다. 벨키서스 레인저의 저력을 이미 알고 있는 나로서는 아무리 보아도 농땡이 피우고 있다고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어쨌거나 이번 정찰에서 얻은 정보도 상당히 안 좋았다. 노스가드의 성 북쪽에서부터 꾸역꾸역 밀려오는 증원군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승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할까? 우리가 린드버그와 함께 이 캠프에 구원을 오면 서, 캠프를 공격하고 있던 꽤 많은 유사인간의 병력을 제거했지만 그 정 도로는 어디 내세울 것도 없다. 놀들이나 고블린들은 2년~3년이면 바로 성체가 되어버린다. 가장 짧은 코볼트의 경우는 10개월이던가? 그렇게 휴 머노이드들은 라이프 사이클이 짧기 때문에 수가 늘어날 여건만 갖춰진다 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인간이 그런 종족들을 상대해서 싸운 다는 것 자체가 무모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렇기에, 12성 기사의 전설은 설사 암흑제국에 의해서 피해를 보지 않은 동방에서도 전해져 내려오는 게 아 닌가? "후우. 아 덥다. 카이레스! 오래간만에 움직이니까 어떠냐?" "별로. 좋진 않군."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베인을 좀 만나볼게." "베인? 왜?" 하건이 그렇게 물어보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비밀이다. 하건 경!" "경(卿:Sir)이란 글자대신 여보~라고 불러줘." "꺼져." 나는 그렇게 답하고 베인의 막사로 향했다. 뭐 베인의 막사라고 해봐야 좀 작은 천막이 전부였다. "베인!" "아 카이레스. 무슨 일이냐?" "실은…." 나는 일단 주위를 둘러보았다.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새가 듣는지 쥐가 듣는지 분간하기도 힘들정도로 소란스럽다. 야전 캠프가 조용할 리가 없 으니까. "그, 린드버그 백작 때문에 말하는 건데요." "린드버그 백작? 그게 왜?" "아니. 녀석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나는 베인에게 녀석의 계획등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베인은 머리를 긁 으면서 나에게 반문했다. "카이레스, 넌 바보냐?" "예?" "벨키서스 레인저가 자기 눈앞에서 동료가 죽는 걸 방치할 만큼 바보로 보이냔 말이다. 제 아무리 잘난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벨키서스 레인저의 앞에서는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 나는 베인의 그런 말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그래. 미안하지만 린드버그 가 무슨 수를 쓰건간에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있는 이상 자기 멋대로 하 진 못할 거다. 그럼 나는 이노그나 쓰러뜨릴 궁리를 해야 겠군. "그럼 질문을 할께요." "또 뭔데?" 베인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의 앞에는 엉성하게 짠 간이 탁 자가 놓여있었고 그 위엔 전술지도가 있었다. 나는 그쪽에 시선을 한번 던지다 물어보았다. "왜 이노그는 가만히 있죠? 세르파스에게 다쳤다고 하더라도 금방 부상을 회복할텐데? 솔직히 이노그가 나서면 이 캠프는 금방 쓸려버릴 텐데요?" "모르고 있었냐? 세르파스 님이 이노그의 무기인 그리즈낙을 깨트려 버렸 어. 그게 회복되려면 꽤 많은 시간이 걸릴걸." "헤에! 과연 라이오니아 왕국의 수호신이군요." 엄밀히 말하면 이제 수호신이 아니지만. 과연 은룡 세르파스, 그 강대한 힘은 신인 이노그마저 위협할 정도인가? 그런데 그때 갑자기 뒤쪽에서 발 소리가 들리더니 한 사람이 들어왔다. "어이. 카이레스. 꼬마숙녀가 찾아왔어." "에? 그래?" 메이파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베인에게 양해를 구한 뒤 밖으로 나갔 다. 가을의 청량한 공기, 와는 좀 거리가 먼 전장의 피비린내 속에서 메 이파는 수줍어 하면서 나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다 본다구." 나는 아무에게도 안 들릴 정도의 크기로 투덜거렸다. 지금 여기에 있는 무수한 벨키서스 레인저들이 다 쳐다보는데 그렇게 친한척 굴지말라고. 내 생명이 위험하단 말야. "카이레스 오빠!" "응. 메이파. 괜찮은 거야? 팔마교단 군이 물러났지만 팔마의 신자들은 많이 있을 텐데. 참 넌 어디에 배속되어 있니?" "예. 저는 그, 의무대에 있어요." "…회복마법 쓰지마."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당부했다. 하지만 아마, 메이파의 성격상 막상 팔 이라도 잘려서 피를 철철 흘리는 사람을 보면 참지 못 하고 회복마법을 쓸 것이다. 이전에 수도원에서 피를 철철흘리며 쓰러져 있던 나를 충동적 으로 살려냈듯이. 그렇게 되면 이단 심문관들이 찾아…, 아 아니다. 이단 심문관 성 갈바니는 스트라포트 경이 목을 날려버렸지? 당분간은 안전한 건가? "무슨 일로 왔어?" "그냥 오면 안돼요? 예를 들어서 보고 싶어서 라던가." 허억. 이 아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나는 주위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느끼며 식은 땀을 흘렸다. 왜 이렇게 적극적이 된거지? "그런 건 아닌데. 음. 아 일단 자리를 옮기자." "예." 메이파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따라서 쫄래쫄래 따라오기 시작했다. 이거 야 원. 일단 사람들이 좀 적은 곳을 찾아볼까? 인간과 휴머노이드의 전투야 어찌되었건 간에 계절은 변해서 가을로 접어 들고 있었다. <레이펜테나는 13개월이 1년이므로 10월부터 가을에 접어든 다…> 여름의 강한 햇살에 물들어 허옇게 탈색되었던 하늘은 다시금 푸른 빛을 되찾고 초원에는 각종 풀꽃들이 만발해 있었다. 캠프의 안에도 좀 사람의 발길이 뜸한 곳이면 풀꽃들이 자라있었다. "코스모스다." 메이파는 길가에 피어난 꽃을 보곤 뭐가 좋은지 웃으면서 멈춰섰다. 우리 는 마차를 세워둔 캠프의 방책 옆에서 멈춰섰다. 이 정도면 사람도 그다 지 많지 않군. "자 그럼 왜 부른 거야? 정말 보고 싶어서 그 이유만으로 부른 거야?" "뭐 그런건 아닌데요. 오빤 너무 삭막한 것 같아요. 오래간만에 봤는데 하는 말이 고작 그것 뿐이에요?" "…미안해." 나는 메이파의 핀잔을 받으면서 사과했다. 그러자 그녀는 손가락을 까딱 이면서 대답했다. "괜찮아요. 사과할 것 까지는 없어요. 그나저나 오빠가 정말 성검을 되찾 다니 너무 기뻐요. 일단 이노그를 퇴치하면 돌려주시는 거죠?" "그래. 나는 소드 블래스터랑 제로테이크 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물론 나 보고 그냥 가지라면 가지겠지만 말야." 나는 메이파에게 그렇게 대답한 뒤 물어보았다. "그런데 왜 돌아왔어? 안전한 곳에 계속 피해있을 것이지. 어쩌면 여기로 팔마 성기사단이 찾아올지 모르는데. 그러다가 만약 놈들과 맞닥뜨리기라 도 하면 어쩔거야?" "하지만 성검을 회수해야 하잖아요. 이건 제 임무이고 의무에요." 메이파는 그렇게 말했다. 음. 성직자로서의 의무가 있겠지 하긴. "하지만 그것 말고도 물론, 오빠를 보려고 찾은 것도, 이유중의 하나랄까 요?" "왜?" "그야." 메이파는 거기까지 말하더니 얼굴을 붉혔다. 으으음. 어쩌다가 이렇게 되 었냐. 나는 난감함을 느끼곤 메이파에게 말했다. "메이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어디로 피신해 있어. 이노그를 물 리치게 되면 내가 그곳으로 데일라잇을 가져다 줄테니까." "안돼요. 오빠는 전에 당한 것도 잊었어요? 이노그에게 맞아서 죽을 뻔 한 걸 구해준 게 누구죠? 그때 같은 부상을 다시 입지 말란 법도 없잖아 요." 확실히 그것 때문에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셈이다. 메이파에게는 두 번 이나 목숨을 빚졌군. 만약 갚으라고 우긴다면 참 처치곤란 하겠다. 나는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하곤 메이파를 달랬다. "단지 그걸 위해서 네가 죽기라도 하겠다는 거야? 나는 너처럼 비싼 약상 자를 쓸 생각이 없어." 듣기에 따라 매정하게 들릴, 아니 충분히 매정한 말을 해버렸다. 그러나 메이파는 그걸 듣고도 나에게 화내지 않았다. "그것보다는 오빠. 이전에 제가 고백한 거 기억나요?" "윽!" 올게 왔구나. 잊어먹고 있던 걸 들먹이다니. 난감하잖아! 그걸 본 메이파 는 수상하다는 듯 나를 흘겨보았다. "뭐에요. 그 반응은? 혹시 잊고 있었어요? 겨우겨우 용기를 냈는데." "저기 말이다. 음. 내가 이런 말하긴 그렇지만 메이파. 어린 나이에 너무 성급한 결정을 내려선 안돼. 인생은 아직 많이 남아있고, 음 거 뭐시기." 태어나서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설교란 걸 하자니까 혀가 굳어서 말이 제 대로 나오질 않는 군. 메이파가 나를 좋아해 주는 건 나도 솔직히 기분 좋다. 여자에게 좋다는 소리 듣는데 싫어할 사람 어디있냐. 그렇지만 나 는 메이파의 기분에 보답해 줄 수 없다. 좋게 말하면 나보다 좋은 사람 만날 텐데 괜히 불행해 질 거다~ 고 솔직히 말하면 이런 꼬마 책임지기 싫다. 너무 솔직한 건가? "역시, 너무 부담스러운가요? 그러면 천천히 생각하세요. 4년정도는 기다 려 줄테니까." "에엑." 더 부담스럽잖아! 아 하지만 나란 녀석 정말 비열한데. 만약 디모나가 이 렇게 나왔다면 얼쑤 좋다구나 받아 들였을 거 아냐? 젠장. '그렇게 내 편한 대로해도 되는 걸까?' 메이파도 매우 답답해 할텐데 나는 내 좋을 대로 이리저리 저울질 하고 가늠질 하고 생각해보고, 기회를 노리고, 이러는 게 과연 옳은 것일까? 나 원참. 차라리 내가 아주 도덕 군자여서 어려서 안돼~ 라고 말할수 있 으면 좋겠는데, 나도 '나이쯤이야 뭐 어때?' 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니까 문제다. 내가 그렇게 상념에 빠지자 메이파는 아무런 말 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정말 그녀는 나이에 비해서 속이 깊다. "어이! 카이레스! 이놈 어디갔어!" "응?" 그런데 그때 잭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꽤 먼 것 같은데 왜 날 부르지? 어쨌거나 잘됐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군. 잭도 이렇게 쓸모있는 경우란 게 있구나. "카이레스! 메이파!" "여기요!" 나는 잭에게 우리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메이파는 깜짝 놀라서 내 소매를 잡았다. "응? 아니 왜?" "그, 아뇨." "뭐 할말 있어?" "아니에요." 이상한 아이일세. 혹시 잭이 자기 아버지라는 걸 눈치챘나? 아니, 눈치를 보건데 그런 것 같지는 않고.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잭이 우리들을 찾아왔다. "카이레스. 린드버그가 만나자고 하는데! 에잇!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 야?" "린드버그가요?" 아니 그놈이 왜 나를 찾지? 벨키서스 레인저에 배속시킨게 어제였는데 벌 써 내가 필요하단 말인가? "설마 이노그가 움직인 건가?" "아닌 것 같은데? 어쨌거나 너 뿐만이 아니라, 우리들 일행은 모두다 오 라는 걸?" "대체 무슨 속셈이지? 음. 그럼 가보죠. 일단."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잭의 뒤를 따라 걸었다. < 계 속 > --------------------------------------------------------------------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번화는 너무 짧은 감이 있죠? 으음. *********************************************************************** 로리의 혼 아리아로 불태우자! 아냐! 이게 아냐!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4 화 : Conspiracy of Count#5 ------------------------------------------------------------------------ 팔마력 1548년 10월 3일 결국 나는 린드버그가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그의 숙소 앞까지 쫄래쫄래 따라갔다.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린드버그의 강력한 마력과 군대를 생 각해볼 때 그에게 반항해서 자존심을 챙기는 것보다는 얌전히 따르는 게 건강에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의 막사는 대부분이 천막으로 되어있는데 이놈의 숙소만 집으로 되어있지? 마굿간이 없어서 말들은 평지에 말뚝박고 매어 두고, 그런 것으로 보아 원래 이 캠프는 마을이 아닌 초원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런 의문을 가지고 린드버그의 숙소를 살펴보았다. 꽤나 견고한 돌 벽에 나무로 서까래를 만들고 기와를 얹은, 좀 이국적인 집이었다. "세상에. 마법의 쉘터(Shelter)군요." 메이파는 그 집을 보곤 그렇게 감탄했다. 아니 그럼 지금 저 집이 마법으 로 소환한 집이란 말야? "이런 마법도 있었어? 나는 마법이라면 그냥 불 쏘고 얼음 쏘고, 괴물 부 리는 건 줄 알았는데." "그런." 우리는 그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린드버그의 숙소에 들어섰다. 그 순간 자 욱한 연기같은 게 코를 찔렀다. 마치 책에서나 보던 아편굴처럼 퇴폐적인 연기였다. "윽. 뭐야 이건. 아편인가?" 나는 왠 향을 피워놓고 테이블에 앉아있는 린드버그를 바라보았다. 집의 거실이라고 할 곳에서 린드버그는 향을 피우고 수경(水鏡)을 마련한 뒤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보디발, 펠리시아, 디모나 등도 다 모여있 는 상태였다. 내가 들어서는 걸 확인한 린드버그는 기묘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일단 중요한 사람은 다 모인 것 같군요. 그러면 방문을 닫아주 시죠. 슬슬 이야기를 시작할 테니까." "이야기?" 내가 그렇게 반문했을 때 파닥거리는 소리와 함께 창문으로부터 왠 박쥐 날개를 단 자그마한 인간형태의 생명체가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추하고 찌그러진 모습을 하고 있는 그것은 한눈에 보아도 악의 생명체가 분명했 다. "케케케켁! 주인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히히힛!" "그런가. 잘했다." 아, 아니 지금 저게 말을 했네? "임프Imp? 당신의 패밀리어(Familiar) 인가요?" 디모나가 그렇게 비난하듯 물어보자 린드버그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패밀리어라면 마법사와 마법적으로 이어져 있는 생명체를 말한다고 한다. 생명이 이어져 있기 때문에 그들은 서로서로의 감각을 공유하며 생명력 마저 공유한다. 이래저래 마법사에겐 편리하다고 하지만 설마 임프 같은 악마를 패밀리어로 부릴 줄이야. "그렇소." "꽤 어울리는 군요." "그런 말을 많이 듣곤 하오." 린드버그 백작은 그렇게 말하고 팔을 뻗었다. 그러자 임프가 거기에 내려 서서 말했다. "주인님. 모든 준비가 끝났습니다. 슬슬 시작하는게 어떨까요?" "그래? 그럼 슬슬 시작할까." 린드버그가 그렇게 말하자 경호원으로 보이는 미노타우르스와 기사가 문 과 창문을 닫기 시작했다. 저 기사는 이전에 나와 펠리시아 공주에게 말 을 걸었던 그 기사였다. 음. 저자가 린드버그의 경호원이라니. 계급이 높 은가 보군. "잘도 그런 악마를 부리면서 이단심문관에게 걸리지 않았군?" 보디발 왕자는 임프를 팔 등에 올리고 있는 린드버그에게 그렇게 물어보 았다. 그러나 임프가 꺄꺄꺅하고 기분나쁜 고음을 내며 웃었다. "꺄꺅. 그런 눈 대신 단추구멍을 달고 있는 놈들에게 걸릴 주인님이 아니 다! 인간!" "그래그래. 그건 그렇다 치고 왜 불렀는지 설명이나 해주지 않겠나?" "아예. 물론 설명해 드려야죠."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고 재수없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난 아무래도 이 놈과 친해질 것 같지 않다니까. "우선 현재 이노그는 칩거중이고 병력만 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병 력만으로도 우리는 숨이 차서 죽을 지경이란 거죠. 그건 알고 있겠죠?" "그래서?" "성검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노그가 나서지 않는 이상, 이노그를 물리 칠 방법이 없습니다. 이노그만 물리치면 저 군대들의 대부분이 힘을 잃고 다 물러난다는 건 알고 있습니까?" 그렇겠지. 지금 저 휴머노이드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은 그 뒤에서 정신적으로 이노그와 우스베가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장을 물리치자 부하들이 모두 오합지졸이 되어서 물러났다, 고 하는 건 지휘체 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은 녀석들의 이야기지만 이노그의 경우는 자신의 마력을 믿고 지배하기 때문에 이노그만 물리치면 사태는 일단락 된다. "문제는 이노그를 물리치는 것도 가능할지 불가능할지 모르는데 이런 군 사적 열세를 딛고 어떻게 녀석을 끌어내는가 하는 겁니다." "그래. 그건 그렇지. 무슨 뾰족한 수가 있나?" 보디발 왕자가 그렇게 물어보자 그는 히죽 웃었다. "이노그를 물리치고도 남음이 있는 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되지요." "물리치고도 남음이 있는 자?" "예. 실버드래곤 세르파스, 라이오니아 왕가의 수호신이면 되지 않겠습니 까?" 린드버그가 그렇게 말하자 펠리시아 공주는 기가 막혀서 웃었다. "하! 미쳤군. 세르파스님은 우리들의 수호를 거절했다. 그런데 어떻게 협 력을 얻는 다는 거지? 너무 권력만 생각하다보니까 과대망상증에라도 걸 린거 아냐?" "설마요. 세르파스님은 지금의 왕가가 벨키서스 대왕과 단절되어있기 때 문이라고 거절한 거 잖습니까?" 응? 가만, 지금 저놈 무슨 말을 하려는 거지? 나는 그런 의문을 가지고 린드버그를 바라보았다.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뭔가 이상하다 는 걸 느꼈는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예. 여기, 벨키서스 대공과, 은룡 세르파스의 후손이 있잖습니까."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고 자신을 가리켰다. 그러자 모두들 놀라서 린드 버그를 바라보았다. 이, 미… 미친! "네놈! 지금 그 말 책임질 수 있나?" 펠리시아 공주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금안으로 린드버그를 노려보았다. 그 러자 린드버그는 피식 웃었다. "책임이고 말고, 제가 세르파스 님을 설득하려 나섰다가 거짓임이 밝혀진 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죽겠지." 디모나는 그렇게 대답한 다음에 물어보았다. "가만. 세르파스가 벨키서스 대공하고 결혼했단 말야? " "그건 아니고 세르파스의 딸과 결혼했죠. 어쨌거나 후손인 건 확실합니다 만." "우와. 그러면 하프 실버 드래곤Half Silver Dragon?! 반인 반용이라니 대단하다." 나는 그렇게 솔직하게 탄복하고 린드버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왠 지 인간같지 않은 기품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풋." 농담이다. 아무래도 용의 피도 너무 오랫동안 희석되어서 없어진 것 같 군. 어쨌거나 린드버그 이놈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녀석이 왕이 되는 건 일도 아니군. 녀석은 분명히 벨키서스 대왕의 후손일 것이다. 그의 아버 지가 왕제(王弟)인걸 감안하면 아마 벨키서스 대왕의 피는 모계에서 피가 이어졌을 테지만 직계후손이건 방계후손이건 벨키서스 대왕의 혈통이란 것은 굉장한 메리트로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저 녀석의 요구를 들어서 세르파스가 움직이고 그 결과 이노그를 물리칠 수 있다면, 아무리 성검을 찾아서 직접 이노그를 회쳐놓는다 하더라도 왕위계승권은 린드버그의 것 이다. 나라의 수호신이 인정한 녀석이 왕위에 오르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 가? "하지만 벨키서스 대왕이 용과 결혼하다니. 굉장하군." 아아~ 남자의 로망이잖아! 늙지도 죽지도 않는 엘프라던가 드래곤이라던 가! 그런 여자와 관계한다니. 모탈리티(Mortality:필멸성)를 벗어나지 못 하는 인간들은 원래 이모탈리티(Immortality:불멸성)를 동경하니까!<발더 스 게이트의 히로인은 전부 엘프지. 일본 환타지라고 경멸할거 하나 없다 니까.> "뭐 염마대전 이전에는 인간과 용이 결합하는 건 흔히 있는 일이니까. 사 실 생각하는 것만큼 순애적인 이야기는 아냐. 좋게 말하면 종족을 초월한 사랑이고 나쁘게 말하면 먹고 버렸다~지." 디모나는 그렇게 나에게 설명해 주었다. 설명에 사용하는 단어가 상당히 적나라한데? 먹고 버리다니. "…." 먹고 버려진 벨키서스 대왕인거냐? 나는 그 생각을 하곤 너무 웃겨서 피 식피식 웃으며 펠리시아 공주를 바라보았다. "무슨 뜻에서 그렇게 쳐다보고 웃는 거야?" "아뇨. 뭐 별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고. 후훗." "…기분나빠." 그러고 있는데 린드버그는 수경에 마법의 약을 붓고 우리들을 바라보았 다. "그래서 여러분과 함께, 세르파스님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대군이 이동하 면 세르파스님도 불쾌해 하실 거고 저 우스베도 눈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소수 정예라 이거지?" "예. 하지만 그전에…"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임프도 옆에서 따라 주문을 외우는데, 음. "앗! 자, 잠깐! 그주문은?!" 디모나는 깜짝 놀라서 자리를 박차더니 다짜고짜 아이스 브랜드를 뽑아서 린드버그에게 휘둘렀다. 하지만 미노타우르스가 도끼를 들고 린드버그의 앞에 휘둘렀다. 디모나의 아이스 브랜드와 미노타우르스의 도끼가 충돌하 자 디모나가 투당탕, 테이블위로 엎어져 버렸다. "…내 말은 곧 그대의 숙명이 되리라. 이것은 위대한 마법의 근원 토라의 언령이다! Improved Geas!" "뭐?!" 그 순간 나는 내 귓가에 메아리치는 목소리에 사로잡혔다. 마치 검은 동 굴에 가둬두고 계속 말을 외치는 것처럼, 한없이 메아리치는 목소리는 나 에게 여러 가지 명령과 금제를 걸고 있었다. "뭐…뭐야!? 지금 이건!" "그야. 앞으로의 임무를 생각해 볼 때 상당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야 하 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마법을 건 겁니다." 린드버그는 그렇게 대답하고 사악한 웃음을 짓더니 다시 그 주문을 썼다. 아차! 나는 얼른 소드블래스터를 뽑아서 녀석을 후려치려 했지만 그 순간 머리가 빠개질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크으윽!" 이럴수가! 나는 마법에 저항력이 있을텐데! 그래도 걸려버린 건가?! 나는 뇌가 새하얗게 타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체면도 생각하지 못하고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쿠당탕. 나만 드러눕는게 아니군. 보디발 왕자도 바닥에 쓰러졌다. 아마 나와 보 디발 왕자에게 최우선 적으로 마법을 건 것 같았다. 린드버그는 재차 마 법을 외워서 펠리시아 공주와 메이파에게도 주문을 걸었다. "꺄아아악!" "지금 이 주문은 Geas를 강화한 주문이오. Geas가 어떤 주문인지 모른다 면 뭐 마음대로 해도 좋지만. 아아. 목숨이 아깝다면 칼집에서 손을 떼는 게 좋을 겁니다. 계속 반항할 경우 죽게 될테니까!" "제기랄! 이건 비겁에도 정도가 있잖아!" "아 주문이 안 걸릴까봐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러오? 이 향은 괜히 피웠는 줄 아시오? 후후훗. 아마 이걸 풀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겠지. 어쨌거나 디모나 윈드워커씨...." 나는 디모나를 부르는 것을 듣고 바닥에 누워서 몸을 틀었다. 그러자 당 황해 하는 디모나의 얼굴이 들어왔다. 저렇게 당황해 하는 표정은 처음이 로군. 마치 옛날에 놀란 척 하는 것은 그저 연기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 로, 이렇게 놀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의 얼굴이었다. "놀랍군요. 대단히 인상적이에요. 설마 이렇게 쉽게 강한 주문을 쓰다 니." "뭐 칭찬은 고맙소. 당신의 경우는 이 기아스Geas 대신 종속의 혈충을 기 생시킬 생각인데. 어떻소?" "...싫다고 하면 안 할 거에요?" "합의를 해주면 합의하에 기쁜 마음으로 기생시키고, 합의를 해주시지 않 으면 슬픈 마음으로 기생시키겠소." 저 녀석 말하는 거 하고는!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디모나를 바라 보았다. 이미 그녀의 목뒤로 붉은 실같은 것들이 파고 드는게 보였다. 아 마 저것이 종속의 혈충이라는 물건인가 본데. 뭔지 몰라도 아마 우리들을 제어하기 위한 물건 인 것 같다. "흠. 어쨌거나 이렇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주문을 걸어서 대단히 미안하 오. 뭐 이로서 따뜻한 신뢰관계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하하하하 핫!" "어이. 어떤 일을 할 때 통증이 오지? 이 주문은 얼마나 오래가?" 나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일단 그걸 알수 있 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감이라도 잡힐 테니까. 그렇지 않더라도 머리 통에 폭탄을 넣어두고 이게 어째야 터지는 지 알지 못한 채 돌아다니라는 것은 어처구니가 없다! "그런 건 비밀이오. 알려줄 이유가 없지 않소?" 린드버그는 그렇게 대답했지만 디모나가 한숨 섞인 투로 말했다. "이 주문은 해제하지 않는 한 평생 가." "평생?" 뭐 이런 개 같은 마법이 다 있냐? 나는 기가 막혀서 린드버그를 바라보았 다. "평생 당신의 종이 되라는 건가?" "평생이라고 해봐야 얼마 남지도 않았을텐데?" "...." 우릴 지금이라도 다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건가? "뭐 내가 당신들 평생을 줄이겠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세르파스 를 만나러 가는 도중에 당신들이 나에게 손을 쓰는 걸 방지할 수 있지 않 겠소? 물론 개인적 취미도 좀 포함해서랄까? 어떻소. 디모나 윈드워커. 앞으로는 밤마다 내 침실로 찾아오는 게. 내가 명령한번만 하면 당신도 죽을텐데?" 거기까지 들었을 때 나는 소드 블래스터에 손을 얹고 미노타우르스와 기 사들을 바라보았다. "주문이 발동해서 고통을 느끼는 시간이 빠를까? 내가 단숨에 칼을 뽑아 서 이놈을 베어버리는 게 빠를까? 궁금하지 않나? 벨키서스 레인저는 고 통에 강하다는 소문을 확인해 보고 싶은 게냐?" "후흣, 농담이오. 그런 거에 심각하게 반응하다니. 당신도 제법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모양이군?"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고 느끼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 순간 칼을 뽑 아서 린드버그의 목 앞에 정지시켰다. "...." 윽. 2초쯤? 아니 그 이상? 나는 의식이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지는 것을 느끼고 린드버그를 노려보았다. 린드버그의 목 앞에는 소드 블래스터가 날을 세우고 멈춰 서있는게 보였다. 하지만 이게 한계다. 방금전 그 적대 행위만으로도 눈앞이 하얗게 탈색되어버리고 머리속은 빠개질 것 같다. 게다가 눈과 코, 입술등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젠장." 쓰러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린드버그의 앞에서 쓰러져서는 안되겠 지? 나는 이를 악물고 린드버그를 바라보았다. 지금도 계속 머리가 아프 고 그 느낌은 심장이 매동할때마다 더더욱 커진다. 하지만 허세를 위해서 나는 이를 악물었다. 고통을 내색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거다! "흐흠. 대단하군요. 기아스를 버티다니. 하지만 더 지속할 경우 뇌손상이 올거요. 아무리 당신이라고 하더라도 그런건 피하는게 좋을텐데?"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웃어보였다. "지금 이 행위 자체도 꽤 아플거요. 뭐 당신의 뜻은 알았으니까 그만하지 요."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고 소드블래스터를 손가락으로 밀어 보냈다. 그 순간 나는 다시 눈앞이 새하얗게 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극심한 고 통이다. 마치 뇌가 갈갈이 찢어져서 뇌수위로 파편이 떠 다니는 느낌이랄 까? 나는 다시 머리를 감싸쥐고 주저앉았다. "으아아아악!" 내가 통증에 몸부림치는 사이 린드버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말했다. "그러면 오늘은 다들 푹 쉬시오. 내일 세르파스 님을 만나러 떠날 테니 까. 하하하하하핫!" 제, 젠장! 이 음흉한 자식! 하지만 설마 이런 주문이 있었을 줄이야! 게 다가 이런 녀석이 벨키서스 대공과 세르파스의 후예라니. 역시 괜히 여기 저기 사고치고 다닌 건 아니군. "크억. 쿨럭. 우웨엑." 젠장. 어쨌건 지금은 정신이 없다. 나는 대단히 송구스럽게도 왕족과 귀 족들, 그리고 일행들이 모인 가운데에서 바닥에 반쯤 소화된 음식물들을 도로 토해내었다. 피가 섞여서 시뻘겋게 물든 음식물이 바닥에 질펀하게 깔린다. "카! 카이레스! 괜찮아!?" "쿨럭!" 나는 좀 진정 된 것 같아서 구토를 멈췄다. 으윽, 죽겠다. 가물거리는 군, 그런데 그렇게 숨을 들이다가 토사물이 콧구멍으로 역류하는 바람에 다시 또 울컥하고 토해내었다. 아 제기랄! 이 무슨 강력한 마법이냐? "우엑, 쿨럭, 칫!" "아 이대로는 크게 다치겠어요! 비켜보세요!" 메이파는 그렇게 나서며 주문을 쓰려했지만 나는 그런 그녀에게 손을 뻗 어서 말렸다. "그만둬! 나, 나는 괜찮으니까. 젠장!" 나는 그렇게 메이파를 제지하고 뒤로 물러나다가 다리가 풀리는 걸 느꼈 다. 천장이 핑그르르, 눈앞으로 돌았다. 또 쓰러지는 건가? 나는 뒤로 발 라당 넘어져서 의식을 잃었다. 팔마력 1548년 10월 4일 나는 눈을 떴다. 이런이런, 마치 울다 지쳐 잠든 것처럼 눈이 퉁퉁 부어 있고 따가웠다. 아마도 피눈물을 흘린게 굳어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제 기랄. 그녀석 린드버그! 절대 용서할수 없다! 이자식 이렇게 강력한 마법 을 우리들에게 걸다니! 그러고서 무슨 '따뜻한 신뢰관계'냐? 따뜻하긴 따 뜻하겠지. 혈압이 오르고 열이 받으면 따뜻하긴 할테니까. "크으으. 음?" 나는 누군가가 물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런데 눈이 침침해서 잘 보이지 않는 군? 나는 고개를 옆으로 틀어서 물어 보았다. "누구? 메이파?" "...." 응?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눈을 부비려 했다. 하지만 그때 그 손이 내 손목을 잡았다. "그만둬. 지금 눈을 비비면 각막이 다 상할걸? 피가 굳어서 딱지가 졌으 니까." "각막이 뭔데?" "안구말야." 음. 이 목소리는 디모나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았다. "뭐 쉐도우 아머 때문에 괜찮지 않나?" "그럴지도. 하지만 눈을 판돈으로 건다면 어떤 도박도 사양하고 싶은 게 일반적인 반응아냐? 눈물이 씻어내길 기다리면 다 알아서 잘 될 거야." "그런가?" 나는 눈을 감은채 도로 자리에 드러누웠다. 그러자 디모나는 다시금 물수 건으로 내 얼굴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기아스Geas가 뭐지?" "그 주문은, 고대의 주문중 하나로, 상대방에 잠재의식에 금기를 새겨넣 는 주문이야." "잠재의식?" "응. 그래서 그 금기가 행해지면, 정신적인 타격을 입고 심하면 죽을 수 도 있어." 디모나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말을 듣고 물어보았다. "그걸 풀 방법은?" "일단 기아스만 하더라도 나에게는 그게 없어. 하지만 캐스윈드라면 주문 으로 우리들을 풀어줄 수 있겠지." "그래?" "하지만 캐스윈드는 그런걸 해주지 않을 거야. 그는...."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말끝을 흐렸다. 나는 조심스럽게 눈을 떠서 디모 나를 바라보았다. "한마디만 해도 돼?" "뭐를?" "너, 그를 좋아하는 거라면 그만둬." "캐스윈드?" 디모나는 그렇게 반문했다. 으음. 역시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굉장히 건 방진 것일까? 하지만 이미 말을 꺼낸 거, 계속 할까? "그는 절대로, 너를 받아들이지 않을테니까. 영원한 생명체가 인간을 이 해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좋은걸? 그리고 어차피. 달리 좋아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묘하게 웃었다. 마치 고양이가 웃는 것처럼, 살 짝 눈웃음을 짓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즐기고 있군. 디모나는 이미 내 마음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단지. 그녀 의 무심한 언행 하나하나에 상처받는 나를 보면서 즐기고 있을 뿐이다. 아니, 성급한 판단은 하지 말자. 단지 내 피해망상일지도 모르니까. 하지 만.... 나란 녀석은 그렇게 가치 없는 것일까? 그녀가 나에게 상처를 주 려 의도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최소한, 상처주기가 꺼려질 만큼의 가치 도 없단 뜻일까? 행여 나에게 상처 입힐까봐 조심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 는다. "카이레스. 아까전에 린드버그에게 대항한건 고마웠어. 하지만 다음부터 는 절대 그런 짓 하지마. Improved Geas라면 궁극주문중의 하나야. 일반 인간이 버텨낼 수 있는 주문이 아니지. 그나마 버텨낸 것만 하더라도 매 우 인상적이야. 후훗." "그러면, 녀석의 침실에 들락날락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나는 그렇게 반문하다가 내 목소리가 스스로 듣기에도 꽤나 떨리고 있다 는 것에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었다. "...."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는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디모나는 그 런 나를 마치,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처럼 포근한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 었다. 검푸른 머리칼이 어둠속에서도 윤기를 발하고 있었다. 이런 전장에 서, 계속 달아나느라 그다지 다듬을 여유도 없을 텐데, 여전히 아름답군. 나는 무심결에 손을 뻗어서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카이레스." 디모나는 내 손을 잡더니 자신의 볼에 가져다 대었다. 놀랍도록 부드러운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져 온다. 왜. 나를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이 여자는 이렇게 사람 가슴을 쥐고 흔드는 걸까? "너는 참 잔인하구나." "칭찬이라면 고마워. 후후훗. 그나저나 몸은 괜찮은 거지?" "...." Queen of Spade, 잔인한 창의 여왕. Demona... 악마적인. 정말로. 나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이대로 간다면,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될 것 같아 두렵지만. 그렇다고 돌아나오기엔 너무 깊은 늪에 발을 디뎌버렸다. "더 이상. 누워 있어도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눈도 이제 보이는데. 그만 가봐." "으응." 디모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일어났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쿠르릉 하고 지 축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옆에서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 전부! 적습이다!" "그래."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천막의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게 왠걸? 벌써 방 책은 뚫려버리고 여기저기 막사에서 불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정말 빠른 공격이군? "뭐야?! 이렇게 쉽게 당하다니!" "이 바보! 여기가 성인 줄 아냐!"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하건은 나에게 그렇게 외치곤 케이스를 던졌다. "자! 안에 쿼렐이 들어있으니까 신나게 쏴보자고!" "그래? 그것보다는...."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소드 블래스터를 뽑았다. "자 가자!" 우리는 어둠 속으로 달려나갔다. 마침 방책을 부수면서 거대한 에틴과 오 우거들이 몰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는 언데드들이 천천히 이곳 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좋아. 차라리 싸우는게 낫다. 아무런 생각없이 몸 을 움직이면, 미래라던가 앞으로의 일이 어떻게 될지는 고려의 여지가 없 으니까! "제기랄! 언데드다!"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인간들은 언데드는 강하건 약하건 간에 일단 싫어하고 보는 것 같다. 자신들이 저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마음 때 문인가? 어쨌건 언데드들 보다는 저 에틴과 오우거들이 문제다. 하지만 벨키서스 레인저들이 쿼렐의 비를 퍼붓자 에틴도 오우거도 픽픽 쓰러져 버렸다. "하이! 다들 쿼렐 아껴! 가뜩이나 보급도 잘 안나오는데! 다들 원샷 원킬 을 노리라고!" "이 밤에 무슨 원샷 원킬이야?!" 몇몇 사람들이 그렇게 항변을 했지만 그 순간 누군가 쏜 쿼렐이 오우거의 눈을 뚫고 들어가 오우거가 단발에 쓰러졌다. 그러자 또 다들 자존심이 있는 지라 열심히 원샷 원킬을 노리고 신중하게 쏘기 시작했다. 나는 앞 으로 걸어가며 상황을 살펴보았다. 사방에서 적들이 포위하고 마치 파도 처럼 캠프를 공격해오고 있었다. 그러나 린드버그의 괴물부대와 벨키서스 레인저, 라이오니아 기사단 모두가 굉장히 잘 싸워줘서 괴물들은 방책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저렇게 사방에서 에워싸인다면 이 캠프로 오 는 보급로가 침탈 당하기 쉽다. 단기적인 모습으로야 인간들의 군대가 우 세하게 잘 싸우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대로 가면 결국 패하는 건 인간이 다. "오오옷! 리, 린드버그 백작이다!" 그때 사람들의 환성이 들려왔다. 갑자기 왠 환성이람? 이 사람들은 노스 가드 성에 있을 때 린드버그 백작에게 뒤통수를 맞아 봤기 때문에 린드버 그가 무슨 용쓰는 재주를 부려도 이렇게 좋은 반응이 나오기 힘들텐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뒤를 돌아보았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곳에는 전신 에서 은빛 광택을 발하고 있는, 윌카스트만한 크기의 실버 드래곤이 있었 다. 그러고 보니 저놈, 변신술이 전공인 변신술사랬지? ".... 드래곤 변신?" 드래곤 같은 것으로 변신하는 주문이라면 분명히 고대에 봉인된 궁극 마 법일텐데? 저런 것도 쓴단 말야? 내가 그렇게 놀라고 있는 사이에 저놈은 적진으로 직접 뛰어들어서 꼬리와 손톱, 날개를 휘두르며 싸우기 시작했 다. 그 린드버그 백작의 주위엔 오우거고 트롤이고 남아있는게 없었다. -크오오오! 린드버그 백작은 앞발로 에틴의 목을 쳐 끊어 버리고 꼬리를 휘둘러 오우 거들을 쓸어버린다.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브레스는 닿는 것들을 전부 얼 려 버리고 포효는 그야 말로 공포. 전투는 빠르게 종결되고 있었다. 이 많은 대군이 삽시간에 쓸려버리다니! 정말 적으로 돌리면 안될 놈이었군! 이렇게 뛰어난 마법을 가지고 있다니! "마법 상실의 시대라면서! 왜 저놈은 저런 강력한 마법을 자유자재로 쓰 는 거지?" 나는 엉뚱한 데 화풀이를 하고 다가오는 오크에게 소드 블래스터를 휘둘 렀다. 오크는 무거운 창대로 내 공격을 막으려고 했지만 너무 느리다. 나 는 가볍게 오크를 베고 지나갔다. "Fire Ball!" 으음. 이 목소리는, 아니 목소리라고 하기도 민망한 이 소리는 리치, 빌 리 와이즈맨? -쿠아앙! 어라라? 이놈들 건물을 주로 노리고 공격하잖아? 이제보니까 이놈들의 공 격은 우리를 죽이려고 하는게 아니라 인간들이 장기전을 벌이지 못하도록 기간시설들을 파괴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었다. 병력이야 어차피 넘쳐나고 휴머노이드들은 무기가 없어도 손톱과 발톱, 이빨이 있으니까 물자 보충 도 그다지 필요 없다. 반면 인간의 경우는 물자가 없으면 아무래도 싸울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녀석들은 그렇게 우리들의 기간 시설의 태반을 부수고 해가 뜰 때 즈음에 전장을 이탈했다. 쓰러져 있는 사체들은 괴물들의 사체가 훨씬 많 았지만, 막사는 불타오르고, 방책은 다 망가졌다. 이대로 가면 설사 벨키 서스 레인저라고 하더라도 살아남을 확률이 드물다. 휴머노이드 몬스터들 은 넘쳐나는 물량과 살의로 우리들을 완전히 말살하려 하는 중이다. "으아아악." "제...제기랄!" 여기저기서 부상자들의 비명이 들려오는 군. 나는 전장의 한가운데에 멍 하니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쳤다. 정말 이건 미친 싸움이다. "하...하하하하하. 젠장. 이래서야 원 인간들이 남아나겠냐!?" 1년만 지나면 성년이 되어버리는 휴머노이드 몬스터들과 최소한 16년은 지나야 전력이 되는 인간, 그 차이를 지금 몸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뭐 그런 거죠. 그래서 영웅이 있고 전설이 있는 거 아닙니까?" 린드버그는 그렇게 말하고 나에게 다가왔다. 가장 선두에서 은룡으로 변 신해 싸우던 그는 지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이놈도, 마냥 미워하기엔 이상한 놈인걸.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홀리 어벤저를 믿을 수 없을 것 같군요?" "홀리어벤저를? 왜?" 나는 그렇게 반문했지만 그는 대답대신 내 뒤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 쪽을 바라보니 허탈한 표정을 짓고 피에 물든 스컬버스터를 든 채 다가오 고 있는 보디발 왕자가 보였다. 그는 미트라의 홀리 어벤저, 데일라잇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카, 카이레스." "왜요?" "나는. 이, 이 검을 뽑을 수 없어." "...." 왁스를 칠하고 해보시죠?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가 사라졌다. 나 는 그에게서 검을 받아들고 뽑아보았다. 빛을 발하는 검신이 아침 햇살에 대항해서 청백광을 내고 있었다. "이걸 못 뽑는 다고?" "...나도 평상시는 뽑을 수 있지만, 전투에 들어가면 뽑을 수 없어. 싸울 마음을 먹고 칼을 뽑는다면, 검을 손대는 것만으로 괴로워서."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스컬버스터에 기대었다. "제기랄. 이, 이럴 줄 알았다면 나는 뭐하러 스틸 바론을 죽였지? 하다못 해, 내가 죽더라도 이노그를 물리쳐야 하는데. 훗, 타락기사에겐 성검을 쥘 자격조차 없다는 것인가?" 보디발 왕자는 그렇게 말하고 린드버그를 바라보았다. 린드버그는 그런 보디발 왕자를 보고 기뻐하는 건지 씨익 웃고 있었다. "역시 성기사가 아니면 이 검을 쓸 수 없나 보군요. 뭐 그런 건 그렇다고 치고. 그럼 소드 블래스터를 믿을 수밖에 없군요. 소드 블래스터로 이노 그의 다리를 날려버린 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아 그랬지." 그렇게 이노그의 다리를 날려버린 다음에 나는 반쯤 죽었지만. 날려버린 것은 사실이니까. 게다가 왠지 나는 이 데일라잇을 쓸수 있는 것 같다. 혹시. 12성 기사들과 오르테거 대제가 나를 축복해줬기 때문에? 그러면 계획에 대단한 차질이 생기는데? 내가 이노그를 물리쳐야 한단 말이냐? "그렇다면 세르파스님의 도움이 더더욱 절실해진 거죠? 한시가 급하니 어 서 출발합시다. 녀석들이 냄새를 맡기 전에." 결국 이렇게 되는 군, 세르파스라. 라이오니아 왕국의 수호신 은룡 세르 파스는 과연 우리를 도와줄 것인가? 그리고 린드버그의 꿍꿍이는 또 뭐 지? 게다가 녀석들이 냄새를 맡는다니? 녀석들이란 것은 유사인간들을 말 하는 것인가? 아니면 손을 잡고 이 라이오니아 왕국의 혼란을 획책하던 로스트 프레일과 에스페란자 공안요원들을 말하는 것인가? < 계 속 > -------------------------------------------------------------------- 먹고자고 컴퓨터 앞에 앉는 생활을 계속하니 몸이 막 망가지는 군요. 이 래서는 안돼! 방에 들어가서 펜대만 굴리는 인간은 나 자신이 싫어하니 까... 뭔가 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