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 FANTASY (go SF)』 29804번 제 목:<> 흑마의 탑#1 올린이:휘긴 (홍정훈 ) 01/06/22 16:36 읽음:2312 관련자료 없음 ----------------------------------------------------------------------------- *********************************************************************** 태권도도 하단차기랑 안면가격을 허용하면 참 재미있을텐데. 그리고 포인트 제보다 넉다운 제로 하면? 음. 럭키짱을 봐버렸습니다. 아싸 신나는 구 나!-_-; 역시 눈에 독이더군요. 그냥 김화백님의 아름다운 대사만 음미하면 모를까. 그걸 봐버리면 눈이 아픕니다. 저 눈의 독이라는 표현은 쓰면 안되 는데. 음. 어쨌거나 계속 갑니다. 아 Gs매거진을 사야지. 후후훗. 후후훗. 그래, 나는 로리건 오죠사마건 오히메 사마건 메이드건 미코건 상관없어! 이 쁘면 되는 거야! 하지만 오바상은 역시 별로.-_-;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1 화 : 흑마의 탑#1 ------------------------------------------------------------------------ 팔마력 1548년 9월 13일 눈을 뜰때마다 날짜가 지나있다는 것은 참 괴롭다. 모험일지야 물론 일기 와 다르긴 하지만. '팔마력 1548년 9월 12일, 오늘은 그루자트와 싸우느라 부상을 입어서 혼 절했습니다. 참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적을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게다가 내가 싸웠으면 말을 안하 지. 싸운 주체는 저 전설의 성황 오르테거 대제를 보필하던 12인의 기사. 그중에서도 무용담으로는 거의 탑을 달리는 최강의 기사 스트라포트 경이 아닌가! 이렇게 되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어려울 때는 언제나 스 트라포트 경의 힘을 빌리고 말야. 이래서야 위신이 서겠냐구. 그렇기는 한데.... '으쓱으쓱. 아 뭐하고 있냐고? 우쭐대는 중. 몸도 안좋은 놈. 계속 자고 있어. 난 혼자서 우쭐거릴 테니까.' '적당히 해둬.' 이 스트라포트 경이 세기는 진짜 세구나. 킷보다 약간 밀리는 감이 없지 않지만 그건 이 스트라포트 경의 전공이 창이기 때문이지 전체적인 강함 으로 보았을 때는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것 같다. 뭐 그런 전설의 용사님을 빙의령으로 갖고 있기 때문에 내 몸은 이런 만신창이가 된 것이지. "아아." 어쨌거나 눈을 떠보니 옆에는 모닥불이 타고 있었다. 밤인지 새벽인지 모 르겠지만 하늘이 약간 어두컴컴하다. 몸상태는 여전히 안좋고. 나는 자리 에 일어나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킷이 모닥불 옆의 통나무에 앉아서 칼집 을 품에 안고 자고 있었다. 그리고 워로드도 역시 그냥 바닥에 드러누워 자고 있고 펠리시아 공주와 디모나는 모포를 몸에 두르고 자고 있었다. 이 인간들 적진 한복판에서 잘도 자고 있군. "깨어났군요. 카이레스." "아. 윽..." 나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허리가 당기는 걸 느끼곤 비명을 질렀다. 그러자 불침번을 서고 있던 니나가 와서 내 머리를 조심스럽게 다시 지면에 눕혔 다. "안정을 취해요. 무리하게 일어나려고 하지 말고." "아 윽." 나는 그렇게 말하고 니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정말 레오나 공주 랑 닮았군. 닮은게 아니라 똑같다. 게다가 쌍둥이 언니도 있었다고 했잖 아. 무슨 수를 써서 죽은 걸로 위장을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다. "저기 니나. 질문이 있는데요." "예?" "어린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어요? 고향은 어디죠?" "아. 음. 그런걸 왜물어보는 거죠?" "그야 관심이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곤 천연덕 스럽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순간 다 크레전이 펄럭거리기 시작했다. '오 카이레스 선수, 또 시작했습니다. 여자에게 치근덕 거리기는.' '좀 모르면 닥치고 가만히 있지 그래? 전설의 용사라더니만 리자드맨 친 척쯤 되는 놈에게 이렇게 당하다니.' '리자드맨 친척? 놈은 드래곤 친척이야! 게다가 너 내 덕에 살아놓고서도 그런 말이 나오냐? 아 요즘 것들은 이래서 안 된단 말야. 전설의 용사는 좀더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으흠, 그래서 내가 이렇게 우쭐대고 있는 거 지. 알겠어?' 하지만 나는 스트라포트 경의 항의는 웃으면서 씹어주고 그녀를 바라보았 다. 그러자 니나는 피식 웃으면서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관심이라. 음. 미안하지만 말할 수가 없는 걸요. 기억이 안나는 걸." "에?" 나는 황당해져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렇다면 그게 바로 그 소문의 그 기억 상실증이란 것인가? 그런데 니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보였 다. "봐요." "으음." 나는 분명 혈관까지 그어버렸음에 틀림없는 옛 흉터를 보곤 혀를 내둘렀 다. 아주 오랜 상처인지 흉터는 거의 남아있지 않지만 그걸 감안하면 분 명히 깊은 상처였음에 틀림없다. 게다가 저건 바로 자살하기 위해서 그은 곳이 아닌가? "저런." "어린시절에 그었던 것 같아요. 뭐 어째서 이런 상처가 있는 지는 모르겠 지만. 나를 발견한 건 킷이었죠." 나는 과거를 회상하려는 듯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몸을 내맡기고 있는 그녀를 보곤 억지로라도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 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곤 나를 바라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내가 그녀의 손을 잡자 그녀는 나를 당겨서 일으켜 세워 주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들어서 갑자기 물어보는 거에요?" "갑자기 랄 건 없고 뭐 음." 나는 그렇게 말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내 억측을 그녀에게 말해도 되는 것일까? 게다가 그게 사실 전혀 행복한 기억도 아니지 않는가? 혹시 그녀 가 바로 에스페란자의 공주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이야기 한다면? "그러면 킷하고는 어떤 관계..." 나는 거기 까지 물어보다가 이러면 내가 무슨 그녀에게 연애감정을 느끼 고 물어보는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였는데 말야. 하지만 니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후로 킷은 나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어요. 나는 그의 도움을 받아 서 워터베인의 도적길드에 맡겨지고 뭐 늘 그렇듯 몸을 팔지 않기 위해 여도적이 되었죠. 하지만 지금생각해보면 킷이 돈이나 그런건 부족하지 않을 만큼 언제든지 준비해 줬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 "역시 짐이 되기 싫어서였을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들어 있는 건지 그냥 앉아있는 건지 구별이 가 지 않는 킷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킷은 미동도 하지 않고 앉아있었다. "흠." "에이 그만 말할래요. 너무 센티멘털 해지는건 내 취향이 아냐. 카이레스 는 이야기 해줄게 있어요?" "나야 뭐 산골에서 잘 살아서 별로 이야기 해줄건 없는데."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여자 앞에서 내가 벨키서스 레인저로서 얼마나 고생했는지,얼마나 단련했는지 자랑할 생각은 전혀 없다. 원래 사람은 누 구나 괴로운 법이고 그거 말해봐야 괜히 구질구질 해질 뿐이다. 그런데 그거 빼면 정말 할 이야기가 없는걸. 아 나는 도대체 어떤 청춘을 보낸 거냐. "그럼 적어도 왜 불꽃에 안 맞는지나 알려줘요." "아 그건. 으음." 나는 과연 니나에게 이런말을 해도 될것인지 의문을 품었다. 내가 염마대 전 때의 유산이라는 그런 황당한 이야기, 아무에게나 할 성격의 말은 절 대 아니다. 하지만 그녀라면 믿어도 되지 않을까? 뒷날이야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지만. 그러나 적어도 그녀에게 뭔가 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면, 그리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나 자신의 이야기도 하는 게 좋지 않을 까? "뭐 그러면 일단 그건 쉐도우 아머의 능력..." "쉐도우 아머? 음. 확실히 그거라면 가능할지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수긍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일단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는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물론 적당히 각색해서 들려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인데도 불구하 고 의외로 집중해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러더니 픽 하고 웃었다. "그러면 결국 좋아하는 여동생 내버려두고 여행 떠났다는 이야기잖아요." "뭐 그렇게 된 거지만. 벨키서스 산맥에야 다른 좋은 남자들이 많이 있으 니까." "그렇지만 사실 그녀랑 결혼해서 인생 끝마칠 생각은 없었다는 소리네? 결국 카이레스도 남자군요." 니나는 그렇게 말하곤 차가운 눈초리로 나를 쏘아보았다. 그, 그러면 할 말 없지. 그런데 나도 남자라니 뭐야. 그럼 전에는 여자로 보였단 말야? 하긴 나는 피부가 좋으니까 그럴지도. 후. 여자같아 보일 정도의 미소년 이라니 이런 소리는 또 처음 들어보는군. '....' 미안 스트라포트. 장난이야. "뭐 부인하기 힘드네요." 내가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자 니나는 하품을 좀 하더니만 나를 바라보고 물어보았다. "별로 안 이뻤나 보지요?" "요새 내 눈이 호강하고 있는 건지 펠리시아 공주나 디모나나 니나, 당신 이나 모두 미인이다 보니까 그렇지. 그때는 이쁘다고 생각했어요. 단지. 아무리 그래도. 친구 이상으로는 느껴지지 않아서 문제였지. 그걸 떠나서 그곳의 삶이 너무 지루하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즐거운 일도 많았고 분명히 즐거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한 건 어쩔 수 없잖아요." 나는 그렇게 은근히 니나를 칭찬해주었지만 펠리시아 공주랑 디모나도 언 급해서일까? 그녀는 별로 칭찬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페팅까지 갔단 말이에요? 뭐 하긴 그 나이에 설마 여자 한둘쯤 안 건드렸을 리 없을 테지만." "...." 아 이 입이 주책이지 왜 그런 것까지 자세하게 이야기 해 가지고. 뭐 이 경우 여자랑 아무런 일 없었다고 자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멋대로 오해 하게 입 다물자. 괜히 우기다가 골치 아파진다. 어쨌거나 그녀는 할 이야 기가 다 끝났는지 하품을 하기 시작했다. "아함. 시간이 되었나보다. 교대해야지. 카이레스도 그만 자요. 건강도 안 좋으면서." "아 뭐 건강이야. 다 회복되진 않았지만 괜찮은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는 곧 자리를 찾아 서 디모나를 깨우더니 모포를 두르고 자기 시작했다. 나는 거기까지 보고 다시 쓰러져서 잠에 빠져들었다. 아이구 삭신이야. 9월 14일 눈을 뜨자 주위가 밝았다. 아침이로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 펴보았다. 과연 어제 피워둔 불은 완전히 죽어있고 피로가 쌓인 일행들은 다들 세상없이 자빠져서 자고 있었다. 그러나 킷과 워로드는 일어나서 몸 을 풀고 있었다. 상당히 빨리 일어났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앞을 바 라보았다. 그러자 이게 웬걸? 내가 쓰러진 장소는 분명 평원이었을 텐데 어느덧 꽤 큰 산맥이 보이는 구릉지대로 바뀌어 있는게 아닌가? 가만, 그 러면 어제 깨어있을 때, 그래. 니나가 불침번을 설 때 보았던 곳은 어디 지? 혹시 저번에 깨어났을 때는 새벽이고 지금은 또 다음 날인 건가? 그 렇게 생각하니 배가 매우 고픈 것도 같고. "일어났나? 카이레스." "아 뭐 그렇지." 나는 어정쩡하게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킷은 나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무엇인지 몰라도 일단 너를 돕기로 하겠다. 그루자트와도 제법 잘 싸워 줬으니까 도움이 되겠지." "돕는 다니? 우리가 흑의 탑으로 갈거란 사실을 알고도? 그러면 당신에겐 아무런 이득도 없을텐데?" "뭐 어느쪽이건 간에 네가 그 목걸이를 가지고 있는 한 그루자트는 다시 나타난... 다면 좋겠지만 그 놈이 그럴리는 없고." 킷도 제법 농담을 할줄 아는군. 아니야. 농담이 아니라 진심인가? 어쨌거 나 도와주겠다는데 내가 굳이 초치거나 그럴 이유는 없지? 좀 껄끄러운 상대이긴 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킷은 다시 안대 를 하고서 나를 돌아보았다. "그루자트의 실력을 보니까 어‹š?" "역시 괜히 경고한 게 아니었군. 그런데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 "일단 그 그루자트 랑은 무슨 관계지? 그리고 어떻게 해서 그놈은, 그 칼 릭이란 놈은 저 크로매틱 원을 강림시키려는 거지? 그걸 막을 방법은 없 나?" 나는 그렇게 여러개의 질문을 한꺼번에 던졌다. 그러나 킷은 나를 멀뚱히 바라보더니 말하기 시작했다. "크로매틱 원은 그 옛날 우주가 시작될 때의 혼돈에서 태어났다. 태초의 의지가 죽음으로서 이 우주는 시간을 갖게 되었고 그 시간의 흐름에 거역 하여 우주로부터 생겨난 최초의 생명체, 드래곤의 일부를 강탈한 사악한 의지가 바로 크로매틱 원이다. 그 상징은 욕망이고 추구이고 또한 예술이 면서 광기. 크로매틱 원은 모든 것의 여왕이며 무엇에도 존재하고 있는 강대한 힘, 어머니 지모신이니 만약 그것이 '강림' 이란 형태로 올 수 있 다면 그것은 이 작은 시간축의 소멸임을 이해해라." "그러니까 그것은 어떻게 하냐고."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그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렇군 너는 마법에 문외한이지. 인간수컷." "마법?" "간단히 말해서 이 세계는 무수한 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차원이란 매개를 정하는 것이 기운과 힘과 에너지, 그리고 의지와 정신, 이 모든 것에 의해서 형성되고 그것에 의해서 지배받고 있는 인식론적인 대우주, 그 우주 중 혼돈에 속한 차원을 관장하고 있는, 아니 혼돈 자체에서 태어 났을 우주적인 신이 바로 크로매틱 원이다. 그녀는 단차원 적인 존재가 아닌 까닭에, 그래 정상적인 방법의 강림이라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이 세계가 그녀의 성향인 혼돈에 접근하게 되면, 그녀는 그 차원으로 자 신의 힘을 보낼 수 있게 된다. 즉 이 세상을 혼란하게 만드는 것 자체가 크로매틱 원의 강림을 부르기 위한 초석이 되는 것이다." 음 이 인간도, 아니 엘프도 매우 박식하군. 나는 궁금해서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째서 이 목걸이를 노리는 것이지?" "그것은 드워프들의 힘을 비장시킨 비장의 목걸이니까 그렇다. 혼돈을 바 라는 자에겐 혼돈을 줄 것이고 재생을 원하는 자에게는 재생의 힘을 주리 라. 그것이 바로 그 고대의 문장에 내려오는 싯귀지. 이 목걸이는 파멸의 열쇠인 동시에 희망인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전자가 더 설득력 있지만 어 리석은 자들이 스스로의 죽음을 바란다면 그걸 이루게 해주는 것이 지자 의 도리이다. 도리를 따지고 싶은 생각도 별로 없지만." 뭐 좋아. 그럼 이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바로 저 놈은... 샤기투스의 자식 들을 모조리 부활, 혹은 강림시키려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것 만으로 도 충분히 이 세계는 망가질 테고, 게다가 브로큰 랜드에서 부활하게 된 다면 그들의 침공루트는, 전부 백인들의 나라로 향해지게 된다. 제국, 라 이오니아, 에스페란자. 이 레이펜테나가 얼마나 큰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 어도 알려져 있는 세 곳의 백인들의 국가는 전부다 브로큰 랜드와 인접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는 마법에 문외한이니까... 라고 말했다면 당신은 마법에 문외 한이 아니었겠군?" "이 검은 내가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나? 원래 엘프의 야장들은 마력을 부 여하는 마법을 익히기 위해 엔첸터Enchanter가 된다. 나 역시 다르지 않 았지. 그러나 내가 죄를 짓고 엘프의 마을에서 추방당할 때 나의 그 능력 까지 잃어버렸다. 내게 남은 건 그루자트가 준 진실의 눈과 내손으로 벼 렸던 이 두 자루의 도 뿐." 그는 거기까지 말하다 퍼뜩 정신을 차리곤 나를 바라보았다. "왜 너에게 이런 이야기까지 하고 있는 지 모르겠군. 어쨌거나 크로매틱 원을 강림하는 걸 막고 싶다면 앞으로 그들이 악신과 암흑의 세력을 각성 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 나는 이 세상에 미련 따위는 없지만 아무리 그 렇다고 하더라도 그루자트의 뜻대로 세상이 망하는 걸 놔둘 수는 없지." "아아.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세상 자체를 전쟁터로 바꾸고 인류 전부를 불태우려고 하다니 미친 놈 아냐. 제길."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곤 앞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영원한 겨울의 산맥이 라고 불리우는 그 산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리고 근처는 기온이 낮 아서 벌써 완연한 가을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과연 옛날에 도대체 얼마 나 마법으로 두들겨 놨길래 저렇게 된 것인지는 도통 모르겠다. 그런데 그때 모닥불 옆에서 식사를 준비하던 디모나가 나를 보고 물어보았다. "아 카이레스. 아침은 뭐로 먹고 싶어? 잘 끓인 오트밀하고 설 끓인 오트 밀하고 날게 준비되어있는데." "뭐야? 그 메뉴는?" "그거야 건강과 식도락을 두루 충족시켜주는 주방장 추천 메뉴지." "...웃기려고 한 거라면 10점을 주지." "너무 점수가 박하다. 미인계를 쓰면 어떻게 돼지?"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히죽히죽 웃었다. 그러더니 내 망토를 잡고 말 했다. "참, 카이레스. 저기 스트라포트 경에게 고맙다고 이야기 좀 전해줄래? 역시 조디악 나이츠란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더라. 카이레스 때랑 몸 놀림이 천양지차로 다르던걸?" "아니. 절대 싫어. 내가 차라리 지금 여기서 내 혀끝으로 콧구멍을 파겠 어!" "정말 할 수 있어?" "들었지 스트라포트? 음. 들었대. 됐지?" "...." 그러자 스트라포트 경은 또 우쭐대기 시작했다. '아이 뭐. 나야 연륜이 있고 원래 좀 잘난데다가 거 뭐시기 염마대전때 실전되었던 고검술들을 쓰니까 그렇지. 카이레스가 약한 건 절대 아냐. 에헤헤헷.' '전설의 용사라면서 그런건 무지 좋아하네? 평소에도 칭찬이나 아부는 많 이 받지 않았어?' '그야 그렇지만 그렇게 칭찬에 중독 되었다가 수 천년간 못 듣는다고 생 각해봐. 어떻게 될 것 같아?' 칭찬에도 중독되냐? 으이구. 하여튼 이 인간이. 아니 이 유령이 정말 멋 진 성격을 가지고 있군. 확 엎어버릴까 보다. "어쨌거나 카이레스보다 한 두배, 아니 제곱정도는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카이레스는 성검 되찾을때까지 그냥 스트라포트 경에게 빙의되어 있으면 안돼?" 디모나는 순진한 표정으로 그렇게 물어보았다. 메이파를 연상시키는 순진 한 표정으로 그런 심한말을 하다니. 흑. 누, 눈물이 날려고 그런다. 내가 그렇게 까지 쓸모 없나? 하지만 스트라포트 경은 좋아서 열심히 우쭐대기 시작했다. 우쭐거리는 소리가 사람에게 들릴수 있다면 오케스트라의 합주 쯤은 가볍게 누르고도 남을 정도였다. 게다가 그가 우쭐 거리는 것에 따 라서 망토도 넘실거린다. '이야! 저 아가씨가 뭔가를 아는군 그래. 아 얼굴만 이쁜게 아니라 예의 도 바르고 올곧은 마음을 가지고 있어.' '그게 뭐가 올곧아?' '너처럼 심사 꼬인 놈보다 낫지 뭘 그래. 음. 하하핫. 질투하는 거야? 어 ‹š 카이레스도 고검술을 배워보겠어?' 아 제길. 기분 심란해지네. 나는 계속 우쭐대기 시작하는 스트라포트 경 을 무시하고는 주위에서 생나무를 몇 개 주워다가 불에 구우면서 휘기 시 작했다. 그러자 나무 진이 배어나오면서 나무가 둥글게 휘어진다. "뭐하는 거야? 아무리 배고파도 나무도 구워먹는 거야? 나도 생존술을 좀 배웠지만 나무를 구워 먹는 거는 못 본 것 같은데?" "눈신을 만들려고 하는 거야. 눈신없이는 저거 걷기 힘들겠는데 저런 설 산을 그냥 걸어가면 발이 눈에 빠진다고." "빙벽이면?" "벗어야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무로 만든 눈신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디모나는 잠이 좀 부족했는지 하품을 하면서 나에게 물어보았다. "몸은 괜찮고? 그런 거 하느니 더 쉬지 그래?" "천만에. 그럴 수는 없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녀는 내 결의를 느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더니 내 인피니티 백팩에서 뭔가를 끄집어 내었다. 바로 눈신들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 산을 오를걸 예상해서 그 장로할머니 가 준비시켰었나 보다. "그럼 계속 수고해." "...." 이 경우 내가 바보가 된 게 맞지? < 계 속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크 시스프리 팬픽이나 쓸까? 시스프리 팬픽 아오사쿠 오니사마! 12인의 미소녀 여동생을 가진 아오사쿠... 형님인 유작, 취작, 귀작의 뒤를 이어 귀축의 길을 간다! 멋지지 않은가 『SF & FANTASY (go SF)』 29903번 제 목:<> 흑마의 탑#2 올린이:휘긴 (홍정훈 ) 01/06/23 13:40 읽음:2313 관련자료 없음 ----------------------------------------------------------------------------- *********************************************************************** Gs매거진이 매진이더군요? 아 역시 너무너무 인기가 좋은 거였어. 좀 비싸더 라도 정기구독 해야 겠다.-_-; 그럼 오늘은 또 TR이나 하러 갈까. 요사이 인 터하비에도 드디어 사이오닉 핸드북이 들어왔군요. 아마존에서 미리 사둔게 도움이 되네요. 훨씬 싸다~. 그런데 역시 아무리 봐도 사이오닉은 좀 사기 야. 아스트랄 컨스트럭처! 이걸 쓰는 사이언은 거의 에버퀘스트의 네크로맨 서라고나 할까. 혼자서도 잘해요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캐릭터이니.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1 화 : 흑마의 탑#2 ------------------------------------------------------------------------ 팔마력 1548년 9월 14일 새삼스럽게 말할 것도 없지만 설산은 사람 살 곳이 못된다. 살기만 힘든 게 아니라 그곳을 지나 간다는 것도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게다가 만약 그 말대로 영원히 겨울이었던 산맥이라면 굉장히 위험하다. 그동안 축적 된 눈이 빙하를 이루어서 온통 빙원을 이루고 있을 테고 그런 빙원과 눈 속에 숨겨진 벼랑이나 빙하가 갈라져 생긴 크레바스 등을 생각하면 저곳 은 진짜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역시 저 설산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 "아, 갑갑해. 더워!" "참아요. 좀." 나는 펠리시아 공주에게 방한복을 입히고 나 역시 방한복을 걸쳤다. 혹시 불에 강하니까 얼음이나 냉기에는 더 약해 진 게 아닐까 걱정을 하긴 했 지만 뭐 그럴 염려는 없는데. 음. 문제는 이렇게 방한복 때문에 둔한 몸 을 하고 저 설산을 오를 수 있는 가 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산은 사람이 나 짐승이 살지 않으면 오르기가 힘들어진다. 얼음이 멋대로 자라나고 바 위는 험해지는 법, 사람이나 짐승들이 좀 밟고 다녀야 다져지고 깎여져서 그럭저럭 걸어다닐 수 있는 곳이 되는 것이다. 뭐 나야 벨키서스 산맥에 서 맨날 훈련을 받아왔으니 모르겠지만 펠리시아 공주나 저 다른 멤버들 이 문제였다. "아 저기. 킷, 눈신 필요하지 않아?" "필요없어." "...." 매정한놈. 나는 내가 급조한 눈신을 내려놓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들 별로 이걸 필요로 하는 눈치가 아니였다. 매정한 놈들. 나는 그들을 그렇 게 흘겨보곤 배낭에 눈신을 집어넣고는 일행들을 돌아보았다. "산을 올라가기 전에 할말이 있는데 설산쯤 우습게 넘을 수 있다고 자신 하는 사람 손한번 들어봐? " 내가 그렇게 도전적인 말투로 물어보자 아무도, 심지어 성질 더러운 킷 마저도 이의를 달지 않았다. "좋아. 그렇다면 내가 리드하는데 불만 있어?" "당연히 너가 해야지 무슨 소리야? 레인저였으면서." "맞어." 다들 그렇게 나에게 리더의 자리를 몰아주었다. 나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 고 한숨을 내쉬었다. "리드를 하는 건 문제가 없는데, 설산에서의 행동은 단체 행동이야. 누군 가가 사고를 치면 자칫 다 죽을 수 있어. 그러니까 절대로 큰 소리 내지 말고 내가 먼저 걸어서 안전이 확보된 루트만 이용해야해. 그리고 전부 방한복의 후드를 얼굴까지 내리고 마스크를 써. 그리고 다들 허리에 이 구명 밧줄을 달아." 뭐 디모나랑, 킷, 워로드는 별다른 설명 없이도 매듭을 충분히 매었지만 펠리시아 공주랑 니나는 내가 도와줘야 했다. "그럼 인피니티 로프로 이 사이를 다 연결한다. 만약 전달할 내용이 있으 면 큰소리를 치지 말고 로프를 탭 하는 걸로 신호를 주도록 해. 그리고 수신호는 알고 있어?" 나는 그렇게 하나하나 점검을 하고 일행들에게 수신호도 가르쳐 준 뒤 그 제사 설산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다행이도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햇빛이 눈위로 강하게 비추고 있었다. "조심해. 햇살을 계속 보면 눈이 상하니까." 나는 후열에 그렇게 말을 전해주고 계속 앞으로 나갔다. 뭐 사실 설원에 서는 반사광이 아주 세기 때문에 눈을 상하기 쉽다는 것은 모험이야기 꽤 나 본 놈이면 누구나가 알고 있는 기초상식쯤 되겠다. 그나저나 이곳은 정말 대단하군. 산 전체가 빙하로 이루어져 있다니. 과연 옛날에 무슨 일 이 있었길래 기후랑 상관없이 이런 모습이 되는지 궁금하다. 영원한 겨울 이란 이름답게 기온이 낮기는 하지만 여름철이라서 그런지 눈이나 얼음이 군데군데 녹아서 굉장히 위험한 상태가 되어있었다. 나는 얼음이 얼어있 는 상태, 녹는 상태를 보고 조심스럽게 길을 선택했다. "하켄이 있으면 좋을 텐데. 뭐 할 수 없지." 나는 하켄대신 네코테를 얼음에 박으면서 앞으로 올라간 뒤 피치를 박고 아래에서 올라올 사람들을 끌어 올려주었다. 킷과 워로드는 그냥 가볍게 훌쩍 얼음벽을 오르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좀 문제다. "아 춥다. 춥다. 미치게 춥다." 디모나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 내 손을 잡았다. "읏샤. 휴 디모나 너도 여기가 고향이면 북쪽이잖아. 별로 추위에 약할 것 같지는 않은데?" "그거야 뭐. 고향이라고 맨날 여기서 산 건 아니니까." "아 알았어. 비켜." 나는 디모나를 옆으로 비키게 하고 니나와 펠리시아 공주도 끌어 올렸다. 그녀들 역시 추위를 징하게 타는지 벌써부터 체력이 저하되는 기미가 보 이기 시작했다. "코로 숨쉬어. 입으로 숨쉬면 기관지가 약해져서 계속 체력이 떨어진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걷기 시작했다. 눈이 많아서 길을 내기가 힘 들지만 눈 신 때문에 눈 위로 밟고 서있을 수 있어서 그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거 오늘 내로 넘는 건 절대 무리인데. 이쪽이 가장 낮은 능선 같으니 까 이쪽으로 따라가자." "어? 저쪽은?" 디모나는 의아해 하면서 동쪽을 가리켰다. 확실히 그곳은 내가 지정한 곳 보다 낮기는 하지. 하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햇빛을 바로 받는 곳이고 경사가 급해. 태양빛을 받으면 산사태 일어나 기 딱 좋은 곳이야. 게다가 계곡이니까 달아날 방법도 없지. 죽고 싶은 거야? 겨울이면 쓸 수 있는 루트이긴 하지만 지금은 늦여름이라고." "아니. 그렇긴 한데 역시." "뭐?" 나는 픽을 박으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디모나가 고개를 끄덕이 면서 말했다. "아니. 카이레스도 의외로 믿음직해서." "흥. 어려울 때만 믿음직하지?" 나는 다시 인피니티 로프를 앞으로 풀어서 피치에 연결을 하곤 얼음 상태 를 살펴보았다. 이거 피치로 사람 체중 버틸 수 있는지 좀 의심이 가는 걸. 여름의 햇살 때문에 얼음이 좀 녹고 그래서 질이 별로 좋지 않다. 하 지만 뭐 여기라면 떨어져도 크게 다치지 않을 곳이긴 하군. 그런데 그때 갑자기 킷이 귀를 쫑긋 세우더니 손가락을 입에 가져갔다. 그러더니 수신 호로 나에게 적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 하긴 이 얼음을 밟는 소리, 아이스 트롤인가? 적어도 세 마리는 되는 것 같군. 하지만 문제는 내가 지금까지 계속 피치를 박고 있었단 말이지. 적 은 이미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다. 나는 그래서 얼음 벽을 기어올라서 산 중턱쯤에 드러난 공터를 바라보았다. 과연 그곳에는 새하얗다 못해 투명 한 피부를 가진 아이스 트롤이 이쪽을 향해서 걸어오기 시작했다. 일반적 인 트롤처럼 긴 매부리코와 손가락, 예리하게 자란 손톱, 그리고 헝클어 진 더러운 털이 인상적인 놈이다. 파르스름한 백색이 경우에 따라서 얼마 나 흉측하게 보이는지는 아이스 트롤을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캬오~!" "제길. 이곳이면 소드블래스터 점화도 못시키잖아?"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고 두자루의 검을 뽑았다. 그러나 그때 뒤에서 킷이 조용히 말했다. "비켜서라 인간 수컷. 불꽃을 일으킬 수 없다면 내 방식대로 할테니까." "아 그러도록 하지. 엘프 수컷." 나는 그렇게 답하고는 옆으로 몸을 틀었다. 그러자 그순간 킷이 트롤들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스 트롤들은 창백한 몸을 흔들면서 기형적으 로 긴 팔을 휘둘렀다. 예리한 손톱들이 번뜩이면서 킷의 목줄기를 노렸지 만 킷은 벌써 그놈의 허리를 가르고 몸을 낮게 숙이면서 그 팔을 피해버 렸다. 그러자 단 일격에 트롤의 몸이 일도 양단. 킷은 우고키를 한손으로 고쳐잡고 시즈카를 뽑아서 뒤에서 달려드는 놈을 향해 마치 귀찮다는 듯 뿌렸다. 그러자 퍽 하고 뒤에서 트롤이 수직으로 갈라진다. "비켜주시게. 마무리를 지어야 하니까." 내 뒤를 따라 올라온 워로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동굴의 입구를 거의 덮을 듯 자라있는 고드름을 잡더니 뿍 꺾어서 보기에도 한 100킬로그램은 넘기 는 거대한 얼음 창을 만들었다. 그는 그 고드름을 들고 트롤을 그대로 얼 음벽에 박아 버렸다. 킷 역시 얼음 기둥을 베어서 얼음의 쐐기를 만들더 니 아이스 트롤을 그대로 벽에 박아버렸다. 파란 피가 흘러내리면서 눈 위를 이상한 색으로 물들였다. 그걸로 끝이다. 아이스 트롤들은 몸을 바 둥거리면서 빠져나오려 했지만 킷이 훌쩍 뛰어오르더니 얼음 절벽 위를 우고키로 휙 그어주자 얼음벽이 우르르 무너지면서 아이스 트롤들을 삼켜 버렸다. "좋아. 가자." "하." 이런 전투법이 있었군. 확실히 킷의 역량은 매우 크다. 이런 엘프가 협력 을 해준다니 뜻하지 않게 굉장한 전력을 얻었군. 게다가 스트라포트 경도 있으니 여차하면 스트라포트 경의 실력도 빌릴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하면 뭐 아무리 브로큰 랜드래도 그다지 위험할 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얼음 위에 보이는 발자취들은 뭔고? "아이스 트롤이나 설인인가보지." 나는 주위의 자취를 바라보곤 할말을 잃었다. 도대체 풀 한포기 제대로 안나는 이런 추운 곳에서 아무리 몬스터라지만 뭐 먹고사는 거냐? 나는 의외로 많은 몬스터들이 득시글 거리는 이 산을 바라보곤 치를 떨었다. "그러고 보니까 점심은 어떻게 하지?" "육포나 조미버터같은걸 먹어. 불을 피울 수 없잖아." 물론 나라면 얼음 위에서 불을 피울 수도 있지만 태울 물건이 없다. 어쨌 거나 인피니티 백팩에서 꺼낸 날 음식을 먹게 되자 펠리시아 공주가 우는 소리를 했다. "아. 공주인 내가 이런 짓까지 해야 한다니." "설익은 오트밀을 드시는 기분으로 하시면 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녀에게 배급분을 건네주었다. 뭐 양이야 풍부하지 만 배낭을 내가 가지고 잇는 관계로 일행들에게 그렇게 배급하는 형식이 되어버렸다.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그녀는 그렇게 흘겨보았지만 더 이상 뭐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역시 옛날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찻잔 이상 무거운 걸 들어보지 못한 유약한 공 주는 아니니까. 악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상당히 바람직한 공주라고 할까? "뭐 달리 방법도 없네. 그런데 내가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 전투 에서도 그렇고 여행하는 것도 그렇고." "...." 잘 아시는 군요~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 후. 그렇게 말하 면 안되지. 하하하. 하지만 확실히 펠리시아 공주는 별 도움이 안된다. 그건 사실이다. 위로를 하려고 해도 할말이 없을 정도로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아 잔혹한 현실이여.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녀를 위로 하려고 했다. "하지만 임무를 맡은 건 어디까지나 공주님이고 저희는 도와드리는 것뿐 이니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맡겨두고 이렇게 직접 참가하고 위험을 무 릅쓰지는 않죠. 자부심을 가져도 되지 않을까요?" "다른 병신, 머저리들보다 좀더 멍청하다고 해서?" "...." 역시 안 넘어가는 군. 나는 머쓱해져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녀 는 한숨을 내쉬었다. "뭐 상관없어. 쓸모 없으면서도 짐이 되는 건 원래 신분 높은 자만의 특 권이지." "그럴거면 왜 처진 모습을 보여줘요?"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핀잔을 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나를 다시금 흘겨보 았지만 곧 진짜 침울해진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니. 그냥. 침울해져서. 이렇게 해도 내가 원하는 건 손에 들어오지 않 을 걸 아니까."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리를 주물렀다. 음. 확실히 이 산은 그녀에게 는 매우 힘들테지. 나는 배낭에서 칼을 맞고 마법에 맞아서 너덜너덜해진 헌옷을 꺼내서 그녀의 옆에 깔았다. "이 위에 앉아요. 그리고 그거 말인데. 음. 다른걸로 원하는 걸 수정하면 어때요?" "이를테면..." 그순간 그녀는 상당히 도전적? 아니 도발적인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았다. "너를 말하는 거니?" "설마. 하하하." 나는 볼을 긁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러자 그녀는 피식 하고 코 웃음 쳤다. "그래. 빨리 가자."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배급받은 버터조각을 입에 넣었다. 살짝 얼어서 딱 딱해졌는지 생 버터를 먹는데도 그다지 위화감이 느껴지질 않는다. 나도 그거 맛을 보곤 메슥거리는 속을 참으면서 육포를 씹었다. "으. 메슥거려. 자 그럼 출발하자." "잔인해. 카이레스. 물좀 먹자." "얼음을 먹어. 눈을 먹지 말고 얼음을 먹어야 한다. 알았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빙벽에서 떨어진 얼음조각을 들고 일행들에게 건네 주었다. 킷이나 워로드는 아무런 생각없이 생얼음을 와작와작 씹는다. 나 원참. 이놈들은 확실히 터프하군. "그럼 가자. 앞장서라. 카이레스." 킷은 마치 나를 인질로 잡고 있는 노상강도처럼 그렇게 말했다. 뭐 그렇 게 우리는 걷기를 계속 했다. 걷다 쉬다 걷다 쉬다... 그렇게 몇번 계속 반복하는 사이에 해는 떨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진짜 악랄하게도 해가 떨어질 무렵에 남쪽에서 꾸역꾸역 먹구름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쓰...큰일이다. 눈보라가 불겠는데? 밤에는?" 나는 강해지는 바람을 느끼면서 남쪽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망토가 펄럭 이면서 스트라포트 경이 비명을 질렀다. '뭐하는 거야! 어서 텐트를 쳐!' '텐트로 버틸수 있을까? 음.' 나는 내가 들어도 기막힐 불안한 소리를 하고 배낭에서 텐트를 꺼냈다. "일단 바람을 안맞을 장소를 선별해! 에이! 제길 저기로 해야 겠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얼음 벽 사이에 자리를 잡았다. 바닥이 평탄하지 않 아서 텐트를 치기에는 더없이 안좋지만 지금 그런거 따질 때냐? 나는 얼 른 바닥에 아울베어 모피를 깔고 네 모퉁이에 픽을 박았다. 그러자 워로 드와 킷도 사태의 심각성을 아는지 달려와서 텐트를 치는데 도와주기 시 작했다. 그렇게 우리는 삽시간에 뚝딱 텐트를 치고 주위를 튼튼히 정비했 다. "남녀칠세 부동석이라는데 한 텐트만 쳐도 될까 모르겠군." 워로드가 그렇게 속없는 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를 바라보곤 피식 웃었다. "그럼 나가 자든가." "아 그런 뜻은 아니였소." "됐고 다들 침낭 꺼내서 자리잡아. 이거 텐트 좁으니까.많이 못잔다고. 가장자리에서 자는 사람은 냉기로 반쯤 죽을 각오해야 하니까 터프한 킷 하고 워로드가 가에서 자." "...." 내가 이렇게 말하자 워로드가 질문을 던졌다. "그럼 당신은?" "그야 나는 가운데서 자야지." "...." "농담이야. 눈보라 오기 전에 빨리 하고 자자." 나는 그렇게 말하고 텐트를 치고 텐트겉에도 낡은 옷가지들을 널어놔서 최대한 열을 빼앗기지 않도록 했다. 나는 최대한 빨리 한다고 했는데 그 러고 있는 사이에도 바람은 점점 거세지더니 결국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 다. -휘이이잉! "으윽. 제길!" 나는 텐트안으로 들어와서 주위를 살펴보곤 내 침낭을 폈다. 그런데 니나 랑 워로드, 킷은 이 얼음산을 넘을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침낭이 없는게 아닌가? "...." "어떻게 하죠?" "이봐. 좀 진작 말하지. 에이. 제길." 나는 잠깐 망설이다가 내 침낭을 니나에게 건네주고 텐트 밖으로 나갔다. 방금전에 들어올 때는 붉게 타오르고 있던 하늘이 어느덧 깜깜해지고 바 람은 눈덩이를 잔뜩 실어서 무슨 창처럼 텐트벽을 때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텐트위에 걸어둔 옷가지들을 회수해서 텐트안으로 들어온 뒤 그 거랑 모포들을 연결해서 간이 침낭을 만들기 시작했다. "괜찮겠어? 이제와서?" "아아. 걱정하지마."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말하는 내가 걱정되는데 걱정하지 말란다고 안 할 까? "응 그럼 안 할게. 아 레지스트 콜드 같은 주문을 쓸 수 있다면 이럴 때 유용하게 쓰는 건데 익히질 못했어."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벌렁 드러누웠다. 저 여시 같은 것! 하지만 나는 그사이에 벌써 대바늘로 대충 땜질을 해서 간이침낭을 두 개나 만들었다. 아 이 생활력, 나 자신이 눈물이 날 정도다. 나중에 내 자식이 생기면 삯 바느질을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줘야지. "....." 뭐냐 이 궁상은. 어쨌거나 그렇게 예비 침낭을 만드는 동안 텐트 벽에는 계속해서 눈보라가 드드드드 하고 두들겨 주었다. 과연 눈을 떴을 때 이 텐트가 무사해 줄까? 무사해주길 빈다. 9월 15일 이가 딱딱 부딪치는 게 느껴지는 좋은 아침이었다. 나는 거의 얼어서 정 지하기 직전인 심장부를 손으로 눌러서 확인해보곤 몸을 일으켰다. 찬데 서 자서 그런지 몸이 영 아니다. "으으으윽. 제길. 눈이 들이쳤잖아." 나는 몸을 일으켜 세우곤 사람들 밟을새라 조심조심 텐트 밖으로 나왔다. 주위는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었고 길도 알아보지 못할정도다. 그래도 밤 사이 눈이 멎어서 다행이군. 텐트는 그 눈에 쌓여서 거의 무너지려고 하 고 있었다. 참 운이 좋았군. 저게 무너지지 않다니. 나는 다시 윈드워커 부츠에 눈신을 매고는 안의 사람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다들 일어나. 죽은 사람없지?" "아아..." 일행들은 그제사 일어나서 텐트밖으로 하나둘씩 기어나왔다. 하지만 아무 도 침낭을 개진 않는군? "침낭은 개지?" "그게... 흠. 뭐 그냥 인피니티 백팩에 구겨 넣으면 안되나? 어차피 무한 으로 들어가잖아."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하품을 하더니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동 쪽에서 해가 뜨는 걸 보고 좋아하기 시작했다. "아 햇님이다. 햇님. 햇님. 저는 햇님이랑 사랑에 빠질 것 같아요. 이 가 련한 소녀의 심정을 이해하시죠?" "지금으로선 내가 더 가련해. 좀 배낭에 넣어주기라도 하면 밉지나 않 지." 어쨌거나 이렇게 되면 내가 늘 뒷치닥거리를 하는 기분이 들잖아.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저놈들이 고쳐먹을 놈들도 아니고 이짓도 많이 해 서 이력이 붙으니까 이제 그냥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나는 다시 텐트안 으로 기어들어가서 침낭을 대충 접어서 배낭에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때 아직 깨어나지 않은 펠리시아 공주가 보였다. "공주님. 일어나요. 어? 혹시?" 나는 깜짝 놀라서 공주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러자 공주가 아주 힘겹게 눈을 떴다. "응? 카이레스? 여긴 어디야?" "아니 음. 몸은 괜찮아요?" "아마도. 그런데 카이레스... 윽." 펠리시아 공주는 몸을 침낭에서 빼려다가 신음소리를 냈다. 내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발에 감각이 없는데?" "도...동상이잖아. 어디 발 내봐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의 발을 살펴보았다. 이런 젠장. 침낭안에 부 츠를 신고 들어가면 어떻게 해? 이런데 동상안걸리고 배기나. "왜 부츠를 신고 들어갔어요?" "아 그냥 추워서." 펠리시아 공주는 내가 화난 시선으로 바라보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나 는 그녀의 발을 벗겨보곤 상태를 살펴보았다. 음. 아직 잘은 모르겠는데 혈액순환이 안되고 있군. "참내." 나는 내 옷소매로 그녀의 발을 부볐다. 그러자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뭐하는 거야?" "감각 없어요?" "아무래도 감각이 없는 걸?" "그럼 큰일인데. 음." 나는 그녀의 발을 부비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그녀의 발을 들고는 공주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는 거야?" "아니 최후의 수단을 써야 할 것 같아서." "뭔데. 절단만 아니라면 상관없으니까 써봐." 나는 그녀의 발을 안고선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으로 물었다. 그 러자 펠리시아 공주는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꺄~! 지금 뭐하는 거야?" "최후의 수단이라고 했잖아요. 나는 뭐 좋아서 이러는 줄 아나?" "으... 으응." 공주는 얼굴이 벌개져서 고개를 돌려버렸다. 크에... 아무리 동상이지만 이럴 필요까지는 없는거 아닌가? 게다가 요 며칠간 강행군을 하고 몸도 씻지 않은지라 절대 깨끗하지 않다. 그러나 어쩔 수 없지. 나는 조심스럽 게 얼어서 곱은 발가락 하나하나를 빨았다. "?. 으음." 나는 옆에 침을 뱉고는 펠리시아 공주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해고 고개를 돌리고 있다가 내가 멈추자 힐끗 나를 쳐다보았다. "괜찮아?" "괜찮을리 있어요? 어때요. 감각은 돌아와요?" "아까전 보다는 나...나은 것 같애." "돌아오면 이야기 해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금 그녀의 왼발을 입에 넣었다. 그러자 펠리시 아 공주의 발가락이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음? ?. 괜찮아요?" "으...응. 돌아온 것 같애." 펠리시아 공주는 얼굴이 시뻘개져서 그렇게 대답했다. 나는 배낭에서 마 른 수건을 꺼내서 그녀의 발을 닦고 조심스럽게 연고를 발랐다. 그리곤 오른쪽 발도 똑같은 과정을 거친 뒤 연고도 다 닦아내고 조심스럽게 붕대 로 감았다. "일단 응급 조치니까 나중에 내려가서 뜨거운 물로 씻자고요. 알았어요?" "응."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뭐...뭐야. 나 는 이전까지 한번도 본적없는 어마어마한 표정의 펠리시아 공주를 보고 적잖이 당황해야 했다. 그녀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음. 이러면 내가 곤란한데. "괜찮은 거야? 카이레스?" "예. 무좀만 없다면." "...." -퍽! 역시. 이렇게 될 줄 알았어. 하지만 나는 싱긋 웃고서 자리에서 일어났 다. "그 발로 신발신고 걸으면 악화 될 테니까 워로드에게 업어달라고 해요. 자 그럼 텐트를 거둬야지!" 아 오늘은 햇님이 반짝이는 구나! 좋다! < 계 속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변태자식. 아니 쓰는 내가 변태인 건가. -_-; 아 슬슬 비축분이 떨어져 가는데. 이제 좀 써야 하는 건가 『SF & FANTASY (go SF)』 30029번 제 목:<> 흑마의 탑#3 올린이:휘긴 (홍정훈 ) 01/06/24 14:44 읽음:1963 관련자료 없음 ----------------------------------------------------------------------------- *********************************************************************** 사이킥 워리어 정말 대단하더군요. 이제 겨우 1레벨 파워인 바이오 피드백을 익혔는데...이거 장난 아니게 좋네요. 파워들도 파워지만 피트들도 마인드 립(거의 반쯤 날아다닌다.) 사이오닉 차지(돌격중 90도 방향전환!) 딥 임팩 트(인코퍼럴 어택!) 으흐흐흐흐. 그래도 기왕이면 사이오닉 몽크가 있었으면 더 좋을뻔 했다는.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1 화 : 흑마의 탑#3 ------------------------------------------------------------------------ 팔마력 1548년 9월 15일 어제밤에 내린 눈 때문에 길 상태가 영 좋지 않다. 음지부분은 눈이 허리 까지 쌓여서 대책이 없을 정도였다. 눈신을 신고 눈위를 밟으니까 그나마 발이 덜 빠지는데 그래도 걷는 속력이 느려져서 짜증이 날 정도다. "이거 오늘도 이 산에서 야영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얼음조각을 씹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일행들이 나를 바라보 곤 대뜸 싫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안돼!" "어떻게 빨리 갈 방법 없을까?" 일행들은 오늘도 이 설산에서 야영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내말에 기겁을 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하지만 나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다들 스키 탈줄 알아?" "스키?" "뭐 하긴 스키도 없긴 하지만 저 텐트 폴이랑 로프, 텐트용 천으로 썰매 를 만들면 되겠다. 그리고 쉐도우 아머 어그레시브로 썰매를 끌고 거기에 타지 못하는 사람들은 내가 등에 태우면 되고. 어때?"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일행들은 모두들 나를 쳐다보고 외쳤다. "그런게 있으면 진작하지." "하하하. 아니 어제는 텐트가 필요했잖아. 하지만 오늘은 썰매를 쓰면 벗 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산맥도 얼마 안 남았고." 하지만 사람들은 내가 꺼낸 의견에 다들 동의하고는 텐트를 뜯어서 썰매 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렇게 하면 이 텐트는 못쓰게 되지만 뭐 어 때. 어차피 이 산만 벗어나면 아직 여름인데다가 돌아올 때는... 돌아올 때는 어떻게 하지? 에이 이렇게 해서 뜯어지는 건 텐트 폴 밖에 없으니까 텐트폴이야 나중에 나무를 구해서 조달하면 되지. 나는 인피니티 로프를 적당히 끊어서 텐트폴과 칼집으로 프레임을 짠 썰매를 텐트천과 연결하다 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킷이 칼자루에 손을 가져가자 나직하게 스르릉 하 는 검명음이 울려왔다. "조심해라." "아. 나도 뭔가 느끼긴 했는데." 그런데 그때 갑자기 능선쪽에서 뭔가 큼직한 털투성이 같은 것이 달려오 는게 보였다. 역시 저것 때문이였나? "저건?" "설인들인가?" 확실히 설인이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눈신을 신고 둔하게 걸어다니는데 어떻게 저놈들과 싸울 수 있겠는가? "젠장! 전부 방어태세를 갖춰! 그리고... 어?" 하지만 그때 킷과 워로드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아니 저 자들이? 그런데 눈 위에서도 매우 빨리 달리네? 킷은 그렇게 달리면서 시즈카를 뽑아서 설인들 사이로 뛰어들었다. 그러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뜨거운 피가 촤악 쏟아진다. 목을 잘라서 피를 뿜어내고 배를 갈라 내장을 끄집어낸 다. 워로드의 주먹은 이빨을 들이밀고 덤벼드는 설인의 턱뼈를 부숴버리 고 돌려차기는 무슨 눈보라를 쏘아내는 것처럼 강력하다. "대단하다." "자 이 사이에 얼른 이동해! 저런!" 나는 앞으로 걷다가 앞에서도 일단의 설인들이 다가오는 걸 보곤 깜짝 놀 라서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이 경우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좋아! 썰매에 타!" "하지만!" "에이! 간다!" 나는 쉐도우 아머 어그레시브를 걸고 썰매에 매단 끈을 입에 문채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설인들은 눈위를 풀쩍풀쩍 뛰어 오면서 나를 물려고 했 지만 주먹으로 한 대 퍽 갈기자 깨액 하는 듣기 싫은 비명을 지르며 나가 떨어졌다. 꼬리를 휘두르자 설인의 목이 잘려 날라가고 손톱으로 내리그 으면 얇게 조각난다. 하지만 설인중 한놈이 나를 무시하고는 텐트 썰매로 다가가 덮치는게 아닌가? "꺄~ 카이레스! 좀 잘해!" 디모나는 암살용 석궁을 쏴서 달려드는 설인을 맞추고는 아슬아슬하게 그 거대한 살덩이를 피했다. 그러나 고통에 몸부림 치는 설인이 왼쪽 축에 떨어지자 방금전 만든게 무색하게 텐트 썰매는 프레임이 부러지면서 좌로 전복되어버렸다. "이것들이!" 내 노력은 다 어디다 팔아먹으라고 저렇게 임시 썰매를 부숴버려! 좀 타 다가 망가지면 덜 억울하기라도 하지 이거야 원. 나는 분풀이 삼아서 까 불던 설인을 꼬치 꿰듯 꼬리로 푹 찍어서 하늘 높이 던져버렸다. 설인들 이 우르르르 몰려오다가 그 꼬리에 맞고 다들 우당탕 하고 넘어졌다. "칫! 싸울수가 없어!" 펠리시아 공주는 동상에 걸린 주제에 자기 발로 일어나서 칼을 뽑아들었 다. 그러나 역시 눈이 많아서 발이 푹푹 빠지는데 싸울 수 있을 리가 없 다. 이 설원은 새하얀 늪이다. "하!" 킷은 눈위를 나는 듯이 달려와서 설인들을 가르고 계속 앞으로 달리기 시 작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여자들을 다 등에 태우고 앞으로 내달려서 얼른 설인들의 포위망을 벗어났다. "젠장! 저따위 놈들을 피해서 달아나야 한다니!" "어쩔수 없습니다. 이곳은 설원이니까." 워로드는 킷을 달래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때 다시 앞쪽에서도 킥 킥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번엔 또 아이스 트롤이다. 창백한 피부의 아이스 트롤들이 능선위에서 킥킥 거리더니 큼지막한 얼음덩이들을 들고 우리들에게 던지는게 아닌가? "그러니까 뭐 먹을게 있어서 설인들이 이렇게 많냐고!" 나는 그렇게 고함을 지르면서 칼을 뽑아들었지만 그때 갑자기 주위가 쿠 르르르 하고 흔들리는게 보였다. 산 위쪽을 바라보니 역시... 거대한 눈 보라가 아래로 몰아치고 있었다. 눈사태로군. "카이레스!" "나 아냐. 하하하. 내 고함 때문에 그랬을까?" "죽어버려." "에이! 이쪽으로 피해! 피할 수 있어 저건!" 나는 그렇게 외치곤 옆쪽에 놓여있는 크레바스를 훌쩍 뛰어넘었다. 그러 자 과연 몰려들던 눈사태는 크레바스를 채우고... 그래도 좀 남아서 우리 를 덮쳤다. 하지만 쉐도우 아머가 키가 워낙 크다 보니까 별로 위험하지 않다. "휴우. 십년 감수했다." "하지만 트롤이 쫓아 오는데?" 그러나 역시 킷과 워로드가 아이스 트롤들을 해치웠다. 그러자 스트라포 트 경이 오래간만에 또 한마디 하기 시작했다. '내 몸이 있다면 좋은 승부가 되겠군. 하하하. 하지만 말야. 눈사태가 나 면 어젯밤 눈도 그렇고 이 길 괜찮을까?' '아픈데를 찌르는군.' '설마. 페티시스트 변태가 아픈 데가 있을까?' '뭐... 뭔 스트?' '아니 신경쓰지 마라. 그냥 해보는 말이다. 하하하.'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사라졌다. 그런데 확실히 길이 파 묻혀 버렸다. 정말로 이거 어쩐다냐? 게다가 텐트는 그 설인들이 곱게 잡 숴주셨고... "크으." "어... 어떻게 할거야?" "음. 일단 갈 때 까지 가보자."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킷과 워로드도 태운 뒤 달리기 시작했다. "와. 하지만 정말 대단하구나. 쉐도우 아머란거. 역시 로그마스터의 유산 이네." 니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펠리시아 공주는 혀를 찼 다. "이거야 쉐도우 아머가 뛰어난 탓이지." "그렇네요." "...." 즉 나는 쉐도우 아머를 쓰기 위해 존재하는 그런거냐? 뭐 어쨌거나 텐트 는 잃어버리고 길은 막혔어도 쉐도우 아머니까 잘 하면 오늘 안에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희망을 갖자. "희망은 개뿔이!" "카이레스 왜그래?" "아. 아니." 나는 소드블래스터를 가지고 얼음을 자르다가 잠시 손을 겨드랑이에 끼워 녹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역시 밤이 되니까 또 바람이 강하게 불어온다. 제길. "이정도 크기면 되나?" 킷도 역시 얼음을 잘라서 큼직한 벽돌을 만들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나 는 고개를 끄덕인 뒤 얼음을 잘라서 벽돌을 만들고 모아두었다. 륭센의 수갑이 있어도, 장갑을 끼어도 손이 시리다. 지금이라도 피가 얼어서 퉁 퉁 불어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으... 제길." 하지만 소드 블래스터를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겠다. 무슨 버터 자 르듯 얼음을 자를수 있으니까 얼음벽돌은 금방 다 완성되었다. 나는 그걸 로 우리가 발견한 작은 동굴의 앞쪽에 둥글게 쌓아서 방풍벽을 만들고 넓 이도 넓혔다. 이 정도면 우리들 모두가 잘 수 있을 것이다. "자. 전원 다 들어가. 나는 저걸 좀 다듬어야 겠어."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설인의 시신을 찾아서 가죽을 벗기고 가죽과 근육 사이에 있는 지방을 긁어서 모았다. 손이 피에 젖으면 눈으로 씻어내고 그걸 다시 마른 수건으로 닦은 뒤 겨드랑이에 끼고 팔짝팔짝 뛰면서 체온 을 높인 뒤 다시 가죽을 긁어내는 작업을 반복해서 지방을 긁어 모으는 것이다. "호... 아 죽겠다. 추워. 너무 추워."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지방을 모아서 동굴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역시 일행들이 침낭으로 몸을 감싸고 죽은 듯이 쓰러져 있었다. 나는 벽 에 모아둔 지방을 쏟아두고 밧줄을 풀어서 심지를 만든 뒤 그걸 기름에 꽂아서 불을 붙였다. "아 고기 굽는 냄새 난다." "그러게. 설인고기도 먹을수 있나?" "날로 먹겠다면 가져다 줄수 있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다들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어쨌거나 저 촛불 하 나만 있어도 의외로 공기가 따뜻해진다. 나는 얼음벽돌로 입구를 좁게 만 들고 빛이 흘러나가는지 살펴보았다. 역시 저 어설픈 지방 촛불의 불빛이 새어나갈 정도는 안 되는군. 방향도 그렇고. 나는 그렇게 완전히 야영할 준비를 하고 겨우 자리에 앉았다. "휴. 다들 몸은 괜찮아? 아. 펠리시아 공주는 동상 어때요?" "괜찮아." "한번 내봐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펠리시아 공주는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 심스럽게 발을 꺼냈다. 나는 그녀의 발을 살펴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네. 음."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녀의 발바닥을 간질여 보았다. 손이 곱아서 잘 움직이질 않지만 효과는 있는지 그녀는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꺅." "도대체 무슨 짓이야?" 디모나가 깜짝놀라서 그걸 말렸지만 나는 손으로 빅토리를 그려보였다. "나는 어디까지나 발에 감각이 돌아왔나 확인해 본 것 뿐이라고." "그렇다면 할말없지만. 도대체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그러나 그때 니나가 끼어들었다. "그래도 카이레스는 참 친절하네요. 여자에게만 친절한 건지는 모르겠지 만." "헤헤. 뭐 친절하긴 사실인데. 음. 다들 피곤하지 않아? 일단 자둬." 말이 떨어지자 마자 킷과 워로드는 주위에 쓰러져 버렸다. 원래 노련한 전사들은 잠을 잘때는 확실하게 빨리 자는 법마저 터득한다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인가 보다. 킥과 워로드는 눈을 감자마자 무슨 몇날몇일을 시달 린 사람들처럼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그건 그 두사람의 경우고 다른 일행들은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너무 추워서 잠이 안와." "멀쩡한 침낭들 갖고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나는 간이 침낭이라고. 그나 저나 날로 먹을수 있는 식량은 다 떨어져 가는데. 내일은 반드시 산을 벗 어나야겠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밤사이에 계속 바람소리가 울어대 었는지, 꿈은 이상망측한 것을 꾸었다. 검은 그림자가 계속 나를 쫓아 다 니더니... 내 발밑에서 일어난 쉐도우 아머가 내 팔을 잘라가는 꿈... 그 리고 누군가가 웃으면서 나의 눈을 파내고 심장까지 끄집어내어서 사라졌 다. 나는 시체가 되어서도 그걸 쫓아가면서, 계속, 계속 깊은 어둠 속에 서 자다 깨다 를 반복했다. 9월 16일 빌어먹을, 이번에는 아침부터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나가 지도 못하고 발이 묶인채 차가운 동굴안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특히 부실한 침낭을 가지고 있는 내가 그렇다. "뭐 ... 오늘 먹을 식량이 있기는 한데 저 눈보라가 오늘 끝나는 가가 문 제지." 나는 비상식량을 씹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눈보라가 안끝나면 생 거건 뭐건 먹으면 되니까 상관없다. 인피니티 백팩이 있는 이상 조난당할 염려는 별로 없지. 그러나 그렇지도 않은데 이대로 계속 눈보라가 몰아치 면 어찌되겠는가? 뭐 킷이나 워로드, 나야 살겠지만 체력이 약한 쪽은 아 무래도 위험하다. "지방은 넉넉했던 모양이네." 나는 아직도 타고 있는 촛불을 보곤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그 근처에 있 으니까 조금 훈훈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훈훈한게 아니라 훈훈한 것 같 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내가 태울게 있는데 태워도 될까?" "응." 그러자 킷은 가느다란 여송연을 하나 꺼냈다. 그러자 다들 킷을 째려보았 다. "연기는 밖에다 뿜지." 킷은 그렇게 말하고 여송연에 불을 붙이곤 정말 입구에 서서 입구로 내뿜 으면서 담배를 피었다. 그런데 배가 고파서 그런지 평소엔 탁한 담배연기 를 맡으면 별로 기분이 안 좋았을텐데 지금은 매우 식욕이 자극된다. 뱃 속의 창자가 부들부들 진동하는 기분이 이럴까? "아. 배고플때는 뭐든지 좋구나."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일행들에게 물어보았다. "설인이라도 하나 잡을까? 찬 고기는 찬 고기대로 조리하는 방법이 있는 데." "사양할래." "하긴. 유인원 같은 거는 먹기가 좀 그렇지. 차라리 오크를 먹지." "오크도 먹어?" "돼지 고기 맛이 난다고 하던걸? " 내가 그렇게 말하자 일행들은 다들 괜찮을지도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거나 눈이 멎을 때 까지 좀 잘까. 추운곳에서 자면 깨어날때는 퍼뜩 깨어나는데 아무리 자도자도 피곤한 것이다. 아니 피곤함을 모를 정도로 몸이 각성한다. 신체는 위험한 상황, 자칫하면 죽을 상황이 되면 스스로 자신을 조율하는 것이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건 뭐냐? 방금일어났어도 다시 자고 싶다는 소리지 뭐. -딱딱딱딱... 하지만 이가 부딪힐 정도로군. 나는 그렇게 추위에 떨면서 침낭을 덮고 잠에 빠져들었다. 결국 저녁때가 되어서야 겨우 눈보라가 멈춰버렸다. 밤에 설산을 넘는건 굉장히 위험한데... 지금으로선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대로 또 눈 집에서 자는 건 다들 사양이니까. 그래서 우리들은 길을 나섰다. 뭐 나야 밤눈이 좋고 쉐도우 아머가 있으니까 문제도 아니지. "그럼 간다." 나는 쉐도우 아머에 일행들을 태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쉐도우 아머 어그 레시브, 즉 쉐도우 핀드의 모습으로 바꿔서 질주하자 주위의 풍경이 휙휙 지나갔다. 나는 쉐도우 아머가 허용하는 시간동안 계속 달려서 산을 넘어 섰다. "좋아! 드디어 이제부터는 내리막... 헉!" 하지만 나는 언덕을 넘고 나서 드러난 풍경을 보곤 기겁을 했다. 영원한 겨울의 산맥이라고 해서 이 산맥만 겨울인줄 알았는데. 저 북쪽으로는 설 원이 꽤 넓게 퍼져 있는게 아닌가? 일행들도 그걸 보도 모두들 놀라기 시 작했다. "이런." "어이! 디모나 너는 여기 토박이잖아. 어째서 저런 거야?" "그걸 나에게 물으면 내가 알아? 나도 오래간만에 오는 거야." 우리들은 그렇게 그걸 보고 충분히 놀란 뒤 한숨을 내쉬었다. 설산에서 3 일을 야영하면 체중이 10킬로그램이 준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될까 두 렵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쿵~하고 뭔가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 했다. "에?" 나는 옆을 돌아서 봉우리 너머를 살펴보았다. 그곳에선 왠 인영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매우 빠른데?" "게다가 먼거리에서도 확실히 커 보이는 군. 실물이 크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겠는데?" "프로스트 자이언트다." 우리는 이 밤에 우리를 발견하고 달려오는 프로스트 자이언트들을 바라보 았다. 머리에 뿔 투구를 쓰고, 거대한 도끼를 들고 있는 이노그만한 키의 거인 두 명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저기 말야. 인간같이 생긴 저 거인들은 혹시 착하지 않을까?" "옛날 이야기나 전승에 의하면 프로스트 자이언트는 절대 착하지 않은 거 인이야. 그 성향은 굉장히 악하지." 디모나가 그렇게 말하자 킷이 맞장구쳤다. "저 인간 암컷의 이야기가 맞다." "제길! 그럼 달아날 수밖에. 지가 빠른가 쉐도우 아머 어그레시브가 빠른 가 어디 한번 승부를 내보자!" 나는 그렇게 말하고 설산을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프로스트 자이언트들 이 성큼성큼 걸어오지만 쉐도우 아머의 속력을 따라오진 못한다. 나는 무 서운 속력으로 주위를 다 돌파하고 앞으로 뛰어갔다. 결국 그날 밤을 새 면서 달려서 우리는 빌어먹을 설원을 돌파할 수 있었다. < 계 속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음. 그런데 AD&D시절엔 초능력자의 이름이 사이오니스트였는데 이제 사이 언으로 바뀌었으니 어쩐다? 사이언 하니까 019가 생각나서.-_-; 아 그리 고 버그 지적해 주시는 분들게 감사. 그런데 일일이 답장 바라지 말라고 요. 이상한 질문도 좀 자제해 주고요. 저는 원래 네타바레를 즐기는 성격 이라서 입 열기 시작하면 한없이 가벼워 진다나 어쨌다나. -_- 『SF & FANTASY (go SF)』 30160번 제 목:<> 흑마의 탑#4 올린이:휘긴 (홍정훈 ) 01/06/25 13:36 읽음:1932 관련자료 없음 ----------------------------------------------------------------------------- *********************************************************************** 음. 인피니티 로프로 불피우면 안되냐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 군요. 텐트도 그렇고 동굴도 그렇고... 동굴에서 얼음 벽돌로 바람을 막은 상태이기 때문 에 안에서 큰 불 피우면 안됩니다. 환기가 문제라서. 불 피울 상황은 아닙니 다. 환기 되게 동굴 터놓지 그랬냐~면 불로 온도의 이득을 얻는 것보다... 바람으로 훨씬 더 많이 체온을 잃고 불 자체도 위험합니다. 눈보라가 부니까 눈을 잘라서 벽돌로 만들어서 동굴 폭을 좁게 해둔거죠. 괜히 노가다 하는 것도 아니고. 굴뚝이 그래서 좋은 거죠.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1 화 : 흑마의 탑#4 ------------------------------------------------------------------------ 팔마력 1548년 9월 16일 결국 우리는 영원한 겨울의 산맥을 넘을 수 있었다. 눈위로 빠지지도 않 고 빠른 속력으로 달릴수 있었던 쉐도우 아머의 공이 크다. 만약 쉐도우 아머가 없었다면 그 설산의 거인들, 프로스트 자이언트 들에게 잡혔을 것 이다. 아무리 내가 이노그에게도 덤벼본 겁을 상실한 놈이라지만 이노그 에게 한방 맞은 것으로 비참한 꼴이 되었는데 자이언트들도 그런 위력을 가지고 있겠지?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그래서 거인들을 따돌렸을 때는 심 지어 킷 마저도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정도이다. 다른 사람들은 뭐 말할 것도 없지. 어쨌거나 이후로 일행들이 나를 무슨 탑승물로 여기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우리는 밤새서 달려서 설원을 벗어 났다. 어쨌건 오래간만에 설원이 아닌 평지를 밟게 되었으니 다들 기분이 좋은가 보다. 하지만 결국 오늘도 야영을 해야 한다는 건 변함이 없다. 뭐 나야 혼자서 겨울의 벨키서스 산맥에서 잘도 살아남은 적이 있지만 요 근래 계속 야영만 하다보니까 몸이 축난다. 내가 아무리 체력에 자신이 있다지만 퍼낸다고 계속 차는 우물도 아닌데 말야. 하지만 설산에서 야영 을 하다보니까 일반적인 평원에 자빠져서 자는 게 얼마나 복에 겨운 짓인 지 모두들 이해했다는 게 도움이 될까? 우리는 설원에서 습지로 흐르는 강에서 발을 멈추고 이곳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다. 이 곳 전체가 그다지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은 전나무 숲으로 되어있고 그 전나무 숲 사이를 빙하가 녹아서 만들어진 강과 시내가 지나간다. 역시 브로큰 랜드답게 전 체가 칙칙하고 어두운 곳이다. 하지만 설산에 비하면 어디든 천국이 아닐 까? "우와! 진짜 오래간만에 물을 만났구나!" 나는 빙하가 녹아서 흐르는 맑은 시내에 들어가서 차가운 물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몸을 떨었다. 그러자 옆에서 역시 물로 몸을 씻고 있던 킷이 중 얼거렸다. "담배가 떨어져 가는 데." "건강에도 안좋은거 왜 그렇게 피는 거지?" "그런 의미가 아냐." "흠." 역시 지독한 애연가로군. 나야 근처에 담배피는 사람이 없어서 모르지만 사람들은 으레 담배피다가 끊는 놈은 무슨 전설의 마수쯤으로 여기고 있 고 담배는 애연가들에게 있어서 단순한 기호품 이상의, 삶의 여유라고 하 지 않던가. 그런데 그런 의미와는 약간 다른 것 같은데. "이제 어디로 가는 겁니까?" 워로드가 그렇게 물어보았다. 우와. 그야말로 구릿빛의 건장한 근육질, 전체다. 나도 몸에 자신이 없는 건 아니지만 워로드는 그야말로 인간이 네모 반듯하다. 전부 근육에 각이 잡혀 있는 것이다. 나는 그의 몸을 조 심스럽게 살펴보면서 대답했다. "그야 뭐 리자드 맨들이 득시글 거리는 습지를 지나서 흑의 탑으로 가는 거죠." "송 오브 블레이드, 벨론델을 구한다는 건가?" 킷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서 나는 혹시 같은 엘프니까 뭔가 알고 있 는가 싶어서 물어보았다. "알고 있는게 있어?" "흠. 나는 레이펜테나에 그렇게 오래 있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블랙 웜, 윌카스트가 그녀를 잡아서 흑의 탑에 유폐했다고 하지. 성황 오르테 거 대제는 그녀를 구하려고 했지만 이 브로큰 랜드에서 죽어버려서 그들 의 원정은 이 브로큰 랜드에서 끝났다고 하더군. 결과적으로 그녀는 희생 된 채로 이곳에 남겨졌다고 하던데." "...." 모른다고 말한 것치고는 자세하게 알고 있군. 아. 만약 이걸 스트라포트 경이 들었다면 팔짝 뛰고 광분했겠다. 그나마 목욕을 위해서 망토를 벗어 놔서 망정이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곤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블랙 드래곤 윌카스트란 놈은 어떻지?" "녀석은 크로매틱 원을 섬기지 않는 특이한 용이라고 하더군, 자세한 건 잘 모르지만 차라리 발러를 잡으면 모를까 드래곤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 을거야." "발러?" 하... 하긴 드래곤을 상대로 한다는게 얼마나 무모한 짓이냐. 하지만 로 그마스터는 적을 잡으러 들어가는 게 아니라 훔치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물론 내가 미숙한 탓에 좀 많이 때려잡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이념은 그렇 다 이거지. 그러나 지금같은 경우는 너무 정보가 없다. 게다가 상대가 드 래곤이라니. "로그마스터인 네놈에게 기대를 하마." "벼, 별로." 나는 그렇게 말하고 아무말없이 수면만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인간이 아 니라 용이 지키고 있는 흑의 탑을 들어가야 한단 말이지. 음. 과연 괜찮 을까? 블랙 드래곤 윌카스트, 추정 연령은 최하 1400. 성격은 극도로 악하고 집 요하고 잔인한 성격이라고 한다. 뭐 그러한 성질머리의 대상이 된 자는 살아 남은 이가 없다고 한다. 어쨌거나 이 블랙 드래곤은 오래 전부터 이 재앙의 늪에서 살아 온 것 같다. 그리고 신기하게 크로매틱 드래곤의 일 원인 블랙 드래곤이면서도 크로매틱 원을 섬기지 않고 이 레이펜테나에는 존재하지 않는 암흑투신 듀렉을 섬긴다고 한다. 듀렉의 영향을 받아서 굉 장히 호전적인 성격이라는데. "아... 절망적인 말 뿐이군." 나는 로그마스터의 모험일지를 덮었다. 그러자 내게 접시를 건네주던 디 모나가 물어보았다. "왜 그런데?" "아니. 드래곤은 자고 있어도 반경 30피트의 영역에 뭔가가 접근하면 바 로 깨어나고, 또 반경 30미터의 땅은 전부 감압 센서로 바뀌어서 지면에 뭔가가 접촉하면 바로 알아차린다고 적혀있어. 이 능력은 '움버 헐크'(주 로 땅속에 사는 몬스터, 마치 땅강아지를 인간처럼 2족보행 시켜놓은 것 처럼 생겼다. 시력은 없고 대신 지면에 접촉하고 있는 모든 생명체를 감 지할 수 있다.)처럼 지저생물들이 갖는 접촉 감각과 같다고 하는데? 게다 가 100미터내에선 냄새로 일일이 다 구별할 수 있고 시력은 1마일 밖에서 남의 편지를 엿볼 수 있는 정도라니! 이런 놈을 적으로 두고 어떻게 살수 있겠어? 손도 발도 머리도 아무 것도 댈게 없잖아? 이런 놈의 시각을 피 해서 저 높다란 흑의 탑에 올라가서 여자를 구출해 내라고? 아무리 로그 마스터라고 하더라도 이건 무리야." 그렇다. 드래곤에게는 너무나 예민한 감각이 있다. Draconic Keen Sence 라고 아예 인간들의 속담이나 관용구로 있을 정도로 예민한 감각. 그게 있는데 과연 이게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맞어. 염마대전 이후로 지금까지 레이펜테나에선 아무도 드래곤을 잡지 못했어. 알어? 이노그가 세르파스에게 패주해서 물러난거? 놀의 신이란 자가 드래곤에게 패해서 물러났다니까." "....." "음." 그 정도란 말인가?! 확실히 세르파스라면 라이오니아 왕국의 수호신이라 고 부르지만 정말로 이노그까지 물리쳤단 말인가? "가만. 그러면 세르파스가 이노그를 해치워 버리면 되잖아? 이렇게 고생 할거 없이." "하지만... "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말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세르파스 님은 우리를 더 이상 수호하지 않겠다고 공언하셨어. 나타날 때부터." "에? 왜?" "모르겠어. 거기까지는, 어쨌거나 만약 세르파스가 라이오니아 왕국을 버 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민심이 이탈할 테니까 그건 말려야 하겠지만." 공주는 그렇게 말했지만 디모나는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벌써 알려질걸요. 그 백계백작, 린드버그란 작자가 어떤 사람인데." "하기야 그렇겠군." 그놈은 우리들을 압박해올 때도 자기자신의 정체는 언제나 감추고 왕명을 받아서 왔었지. 절대로 자기 손에 피 묻히고 자기 이름에 피 칠할 타입이 아니다. 교활한 녀석. 그러나 저러나 이렇게 적이 많은데 과연 돌아갈 때 까지 노스가드가 버틸 수 있을까? "당면한 문제는 일단 드래곤을 어떻게 속이고, 혹은 물리치고 그 벨론델 을 구출하냐는 거야. "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일행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다들 하품을 하기 시작 했다. "나는 그런거에 전공이 아니니까." "역시 그런건 로그마스터가 전공 아냐?" "잘해봐." 젠장. 뭐 좋아. 어쨌건 일단은 좀 자고 생각해보자. 내일 일은 내일 생각 하자. 하지만 마악 자려고 하는데 내가 가장 먼저 불침번이 되는 군. "아. 제길. 다들 잘자." "응." 나는 불도 안피우고 숲 여기저기에 누워서 자는 일행들을 보곤 한숨을 내 쉬었다. 어쨌거나 몸에 물을 묻히게 된거는 기뻐해야 하겠지. 하지만 브 로큰 랜드는 과연 무서운 동네로군. 긴장하고 있어서 그런지 몸이 상당히 피곤하다. "카이레스." "응?" 그런데 나는 디모나가 나를 부르는 것을 보곤 그녀를 바라보았다. 디모나 는 잠자리에 누워서 눈을 빛내는 꼬마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왜? 굿나잇 키스라도 해줄까?" "누구 좋으라고?" 디모나는 그렇게 흘겨보더니 몸을 돌렸다. "펠리시아 공주랑 뭐했어?" "뭐...뭐냐니?" "아니 이전에 텐트에서." 예리한데? 하긴 좀 시간이 오래 걸리기는 했지. 그렇지만 디모나가 왜 그 런걸 물어보는 거지? 역시 나에게 관심이 있기는 있는 건가? 그렇다면 희 망이 있군. "왜 그런걸 물어보는데?" 그러자 갑자기 디모나는 슬픈 표정을 하곤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럼, 역시 나는 물어보면 안 되는 거구나. 알았어. 카이레스. 잘자." "저, 저기." 나는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리는 디모나의 어깨를 잡았다. 그러자 그녀는 금새 고양이처럼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왜?" "...." 뭐냐. 무의식중에 몸이 반응해버렸어. 연기인줄 알았는데. 연기인 건 알 았는데. 젠장. 나는 바보란 말이냐? 디모나는 그런 나를 보곤 한숨을 내 쉬었다. "카이레스. 그만 이거 놔주지 그래?" "으응." 나는 그녀의 어깨에서 손을 떼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곤 문득 생각 나서 물어보았다. "디모나. 지금의 나를 어떻게 생각하니?" "어떤 의미에서?" "어떤 의미라니. 뭐. 음 그래. 로그마스터로서 일까?" 내가 그렇게 묻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앉더니 나를 바라보곤 훗 하고 웃었다. "형편없어. 내가 기획이나 그런걸 잡아주지 않으면 한없이 표류하겠던걸? 아아. 이게 바로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엄마의 마음일까?" "알았어. 엄마. 그러면 또하나 물어봐도 돼? 이번에는..."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디모나는 흥미있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 는 그녀의 한없이 깊은 검푸른 눈동자를 바라보곤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 끼면서 물어보았다. "이후에 어쩔거야? 만약 이렇게 해서 내가 이노그를 물리쳐버리면? 그후 로는 어쩔까?" "카이레스는 어쩔건데?" 디모나는 오히려 그렇게 반문했다. 음. 사실 그게 문제다. 나는 로그마스 터가 된다고 해서 나왔는데 벌써 로그마스터는 된 상황, 그리고 지금 이 노그 건에 말려들었고, 이것도 해결한다면 그 다음엔 뭐할까? "일단은, 라이오니아 왕국을 벗어나서 세계여행을 해보고 싶거든, 에스페 란자로 가서 거기서 배를 타고 또 제국으로도 들어가고. 아 그전에 저 무 모한 칼릭 카르나크의 일을 좀 말려야 하겠지만." "그럼 좋아. 뭐 칼릭 카르나크의 일은 나도 말려야지. 나는 백인들이 망 하건 말건 신경쓰지 않고 싶지만 저러면 레이펜테나 전체가 망할 것 같은 데?"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곤 하늘을 올려다 보더니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분명한건 누군가가 되었건 간에 지금의 백인 문명에 대해서, 죄 를 물어야 한다는 거야. 제노사이드, 국가 몰살, 그리고 종교에 근거한 학살...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라는 건 위험한 발상이지만 당한 자들의 분노는 어디로 사라지지 않아. 그리고 지금의 사회는 분명히 부조리해. 뭐 언제건 부조리 하지 않은 적이 있었을까만. " "그렇지. 하지만 칼릭도 잘못된 건 사실이잖아. 그리고 우리가 설사 말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한 피해는 만만치 않을걸. 음." 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 순간은 어떠한 장벽같은걸 느꼈다. 그래. 디모 나는 아무리 그래도 유색인종이고 나는 사실 인간도 아니지만 겉으로 보 기엔 백인종, 샤르누스다. 디모나는 아메리안의 클랜로드로서의 연대감과 의무감이 있으니 결코 인정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잠시 숙 이고 있다가 나를 바라보았다. "뭐 그런거는 나랑 상관없지만 말야. 아이 귀찮아. 이런 이야기 하지 말 자. 카이레스. 그나저나 묻고 싶은게 그거였어?" "그래서, 너에게 이야기를 듣고 싶어. 앞으로 이러한 일들을 넘어서고 나 면 어쩔거니?"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그녀의 눈빛이 이채를 띠었다. 전에 한번... 무심 결에 끌어안았을 때와 비슷한 눈빛이다. "왜 그걸 물어보는데? 나는 아메리안이야. 방랑은 천성이지. 물론 로그마 스터 컨팬디움을 포기한 건 절대 아냐." "그렇다면? 계속 나랑 함께 다닐 셈이야?" "마치 매우 싫어하는 것 같다?" "싫어할 리가." 나는 그렇게 말하다가 내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런데 그때 디모나는 손을 맞잡고 말하기 시작했다. "캐스윈드나 따라다닐까? 그 드워프를 데리고 다니는 걸 보면 나도 별 문 제는 없는 것 같은데. 흠." 윽. 그 말을 듣자 순간 헉하고 가슴이 철렁 하는게 느껴졌다. 으음. 아 뭐라고 해야하나. 이걸. '1번, 질투심. 우~ 남자가 치사해. 2번, 후회. 역시 괜히 말 꺼냈다고 후 회하고 있겠지? 3번, 자괴감. 나는 왜 이렇게 바보같을까 하고 자괴감을 갖는 거겠지?' 좀 닥쳐줘 제발! 9월 17일 다음날 우리는 캠프를 걷고 숲속을 계속 북상해서 마침내 블랙드래곤의 영역이라는 늪으로 걸어들어갔다. 처음엔 전나무 숲들이 주위를 감고 있 었지만 점점 주위가 서늘해지더니 곧 큼지막한 늪지가 나타났다. 게다가 이 곳은 어찌된 영문인지 늪위에 살짝 살얼음도 끼어 있었다. 나는 손가 락으로 늪의 표면을 문질러 보고 손으로 뜬 살얼음들을 일행들에게 보여 주었다. "여름 맞지?" "너무 북쪽이라서 그런가?" "그런가?" 나는 앞으로 나아가서 조심스럽게 늪을 피하곤 일행들에게 말했다. "내가 지나간 자리만 따라와." "알았어."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우리는 늪지 사이에 걸려있는 길다란 로프웨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로프를 타지 않으면 건너지 못할 늪이긴 한데... 앞 쪽에 왠 리자드 맨들이 있다. 푸르스름한 비늘을 가진 리자드맨들과 녹색 비늘을 가진 리자드 맨들, 정말 도마뱀을 일으켜 세운 것 같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그 징그러운 드레이클링 그루자트에게서 날개를 뗀 것과 같지만 머리모양이나 몸 크기, 그 기품과 위압감등에서는 하늘과 땅 차이다. 어 쨌거나 우리가 대 일행이긴 하지만 이 근방은 기형적으로 자란 전나무들 이 많이 있어서 아직 들키지 않고 접근할 수 있었다. '카이레스. 어쩌지?' '암습.' 나는 그렇게 수신호로 일행들에게 알렸다. 그러자 그순간 휭 하고 바람이 일더니 킷과 워로드가 앞으로 달려갔다. 저... 저 인간들이 저게 암습이 냐? -스캇. 하지만 곧 다리를 지키고 있던 리자드 맨들의 목이 하늘로 날아오르고 말 았다. 나는 얼른 뛰어나와서 건너편에 매복해 있던 리자드 맨들에게 리피 팅 보우건을 날렸다. "뭐하는 짓이야!" "결과가 좋으면 된 거 아닌가? 가지." 킷은 그렇게 말하곤 앞을 살펴보았다. 그곳에는 내 화살을 맞고 쓰러진, 그러나 아직 죽지는 않은 리자드 맨이 있었다. 킷이 칼을 들어서 그걸 내 리치려고 하자 니나가 앞을 막아섰다. "잠깐만. 정보는 얻어야 하잖아." 그러자 킷은 칼을 칼집에 꽂아넣고는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었다. 뭐... 뭐냐. 적진 한가운데에서 담배를 꼬나무는 저 여유는? 하지만 이 일대에 더 이상 적이 없을 것 같고 윌카스트도 수천년간 별로 습격을 받아본 일 이 없을테니 느슨해져있을지도. 어쨌거나 리자드 맨에게 뭔가를 말하기 시작한 니나는 나를 돌아보았다. "그럼 뭘 물어볼까요. 로그마스터 님?" "흑의 탑에 관해서." 내가 그렇게 말하자 니나는 마음을 가다듬더니 아까전처럼 생전 듣지도 못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리자드 맨은 고개를 돌렸다. "말을 잘 안 듣는데?" "그래?" 그러자 펠리시아 공주가 부츠 끝으로 리자드맨의 턱을 올려찼다. 찌익 하 는 소리와 함께 리자드맨의 턱이 돌아갔지만 리자드맨은 고문이나 고통에 강한지 굴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원래 리자드 맨들의 부족에는 잔인 한 풍습과 고문이 일반화되어 있어서 그 정도의 고문으로는 말을 듣지 않 는 것 같았다. "음. 역시 말을 안 듣지?"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말하고 칼을 뽑아들더니 볼거없이 꼬리를 찍어서 잘라버렸다. 그러나 역시 도마뱀이라 그런지 꼬리를 잘라도 별로 아퍼하 는 기색이 없다. "흥. 이거로는 안된다는 건가? 역시 도마뱀이군. 하지만 전신을토막낸다 음에도 그렇게 태연할수 있는지 보고 싶은데?"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칼을 치켜들었다. 그러나 그때 니나가 그런 그녀를 발렸다. "그만둬요. 일단 자기가 왜 고문을 당하고 있는지, 어떤 정보를 요구하는 지 알려줘야죠." "흥. 역시 숙녀다운 소릴 하는 군. 레오나 공주를 닮아서 그런가? 아니 면..." 펠리시아 공주는 그렇게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내가 그녀를 제지했다. 아 니 솔직히 말해서 저렇게 닮았는데 아무리 첫째 공주가 죽은 걸로 되어있 다지만 다들 의심도 한 번 해보지 않냐? 아니, 어쩌면 알고서 이렇게 나 오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나도 고문은 원래 반대하지만 이번만은 그 필요성을 인정해야 겠 네. 게다가 펠리시아 공주는 요새 스트레스가 쌓여있으니까 냅둬요." 나는 그렇게 두사람 사이에 끼여서 펠리시아 공주의 편을 들어주었다. 그 러나 그녀는 나를 바라보곤 흘겨보았다. "뭐야 그말은? 내가 스트레스 삼아서 누굴 죽인다는 거야?" "...." 전에 자기입으로 그렇다고 이야기 한적 없었나? 나는 그렇게 의문을 품고 는 어깨를 으쓱 해보였다. 그러자 그녀는 더 이상 그거로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리자드 맨에대한건 포기할수 없는가 보다. "내가 고문할테니까 그쪽은 통역이나 제대로 담당해." "예." 공주는 일단 그렇게 인정을 받고 시작하자 마치 도마위에 놓은 생선 치듯 팔도 자르고 다리도 자르기 시작했다. 이 정도가 되자 리자드맨도 상황이 걱정되는지 뭐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니나는 좋지 못한 표정을 지 었다. "아무리 그래도 블랙 드래곤 윌카스트가 훨씬 무섭기 때문에 그냥 죽겠다 는 데요?" "....."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하긴 그만큼 블랙드래곤이 이들에게 심어놓은 공 포가 대단하다는 말이겠지. 그런데 그때였다. -그르르르르륵! 갑자기 리자드맨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우리는 깜짝 놀라서 경기를 일으키는 리자드 맨을 살펴보았다. 그러자 이게 왠 일인가? 갑자기 놈이 공용어를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 묘한 비웃음도 띄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고문당하던 리자드맨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 리가 없 다. "후후후후. 뭔가. 아주 오래간만의 손님들이군. 그다지 예의가 없다는 게 흠이지만." 리자드맨은 그렇게 말하고 우리들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킷은 입에 담배 를 문 채로 조용히 시즈카를 횡으로 휘둘렀다. 그러나 리자드맨은 목이 날아간 상태에서도 웃으면서 말을 계속하는 게 아닌가? "혹시 확인해 볼 셈이었다면 이로서 증명이 되었겠지? 어쨌거나 나도 소 리는 들을 수 있어서 요새 시끄러운 이야기를 좀 들었지. 벨론델을 데려 가고 싶나?" "응, 주면 안될까?" 나는 그렇게 솔직하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리자드맨의 머리는 하하하 하 고 웃기 시작했다. "정말 웃기는 놈이로..." -퍽. 그러나 이번엔 워로드가 발로 밟아서 그 머리를 터뜨려 버렸다. 리자드맨 의 눈알이 힉하고 튀어나오면서 남작한 떡이 되자 드래곤도 더 이상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이런 놈 상대하지마. 그렇게 되면 디비네이션으로 우리를 조사하게 된 다. 그나저나 블랙드래곤이라고 해서 마법은 잘 못쓸줄 알았는데 굉장히 잘쓰나 보군." 킷은 그렇게 말하고는 담배연기를 위로 후욱 내 뿜었다. "여기서부터는 다수로 움직이면 오히려 위험하니까. 나혼자 갈게." 나는 일행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펠리시아 공주가 놀라서 물어보 았다. "그런! 가능해? 무모한 짓이야!" "흠. 하지만 이 많은 인원 다 달고 다니는 것보다 그게 낫고 나도 그건 생각이 있으니까. 일단 배낭에서 식량이나 그런건 꺼내 줄테니까 저 남하 해서 동쪽으로 이동해, 바로 벨키서스 산맥 입구에서 기다려줘. 돌아갈때 는 저놈의 설산 피해서 가게. 알겠지? 연기로 신호할테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모나가 고개를 저었다. "카이레스. 혼자서 무슨 생각하는 거야. 그러다가 죽으면 어쩌려고 그 래?" "바보. 죽으려고 이러 겠냐? 그리고 죽으려면 구차하게 이런 방법 택하지 않아! 나는 어렸을 때부터 내 죽음의 형태는 복상사밖에 없다고 생각했 어!" "...." 그러자 다들 나를 신기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음. 어쨌거나 그래도 일 행들은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카이레스. 괜찮아요? 그리고 만약 우리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괜찮아요. 나는 나 자신이 죽으려고도 많이 해본 사람이니까. 내 목숨은 가치가 없는 걸요." 니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나에게 다가왔다. 윽. 니나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 줄은 몰랐는걸. 겉보기론 밝고 쾌활한 미녀인데도 그런 생각을 하 고 있었다니.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아니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간다. 내가 예상하고 있는 그녀의 신분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그런 것을 떠나서 킷과의 관계라던가 그런 것도 많이 있겠지. 나는 일행들에게 말해 두었다. "그러면 나는 안에 들어가지. 다들 주의해서 흩어져. 알겠지? 아니면 먼 저 벨키서스 산맥으로 올라가던가. 레인저들이 있을 테니까 얼마 안가면 쉽게 만날 수 있을 거야. " "그럼 그러도록 할게." 결국 나는 그렇게 일행들을 떼어놓고 별개 행동을 하기로 했다.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센서라고 부를만하고, 또한 아무리 준신이라지만 놀들의 신 이노그를 물러나게 할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는 드래곤, 그 드래곤의 영역으로 발걸음을 내딛게 된 것이다. < 계 속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 성질나는 군. 이번엔 또 먼치킨 광분하다 가지고 그러나.-_-; 뒷북을 쳐도 유분수가 있지 *********************************************************************** 전격 Gs매거진을 4,5, 7월호 이렇게 샀습니다. 음. 멋진 분류제목... 게임 미소녀 캐릭터 전문지.-_-; 우훗~ 게임상의 치카게도 이쁘지만 역시 일러스 트상의 치카게는 발군이군요. 게다가 나이스바디라는... 쿨럭!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1 화 : 흑마의 탑#5 ------------------------------------------------------------------------ 팔마력 1548년 9월 17일 나는 리자드 맨들을 피하면서 습지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뭐 리자드 맨들 은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체온을 감지한다고 하는데 그 거리가 얼마 되 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숲의 그림자를 이용해서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늪이 보이면 인피니티 로프로 휘익 넘어버리고 가볍게 나가면서 로그마스 터의 일지를 꺼내서 드래곤에 관한 내용을 찾아보았다. 역시 드래곤을 상 대로 도적질을 하는 방법이 나와있구나. "음. 어디 보자. 웃!"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1. 드래곤이 암컷인지 수컷인지 확인한다.' '2. 암컷이면 꼬신다. 수컷이면 잠시 보류...' '3. 꼬셔졌으면 달라고 한다.' 뭐냐 이건? 게다가 저 2에서 옆에 줄이 그어져 있네? '수컷일 경우 암컷을 꼬신 뒤 암컷에게 부탁해서 수컷을 꼬시던가 암컷의 힘으로 때려눕히던가 한다.' 참 심오한 방법이다. 내가 그걸 보고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까 스트 라포트 경이 한마디했다. '이야. 누구냐. 이거. 정말 존경하고 싶다.' '닥쳐 좀.' 나는 그렇게 말하곤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얼마나 더 갔을 까? 갑자 기 숲이 없어지고 썩는 내가 요동을 치는 어마어마한 넓이의 늪이 나왔 다. 정상적으로 이렇게 엄청난 늪이 있을 수 있는가 의심스러운 넓은 늪 이었다. 늪에는 갈대같은 것이 자라 있기는 한데... 그 늪의 좌우로는 굉 장히 원시적인 오두막들이 즐비하고 곳곳에서 리자드 맨들이 보였다. "이건 장난이 아니잖아?" 나는 늪에서 북쪽으로 쭈욱 뻗어있는 검은 탑을 보고 그렇게 외쳤다. 여 기서 정말 날아가는 재주 없으면 저곳으로 갈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그런 데 그때였다. 갑자기 주위의 수면이 흔들리면서 살얼음이 자르륵 흔들리 기 시작했다. "?" 나는 하늘로부터 날아오는 거대한 드래곤을 발견했다. 저놈, 저 먼거리에 서 날아오는데 이렇게 늪이 떨릴 크기는 아닌데? 하지만 나는 곧 알았다. 그 드래곤을 보고 놀란 리자드 맨들이 뛰어다니고 뭔가를 준비하느라 늪 의 수면이 흔들릴 정도인 것이다. 그 정도란 말인가? 고문을 당해도 눈하 나 껌뻑하지 않던 리자드 맨들이 저렇게 겁에 질릴 정도로 무서운 용이란 말인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는 나무 그늘로 숨었다. '제길. 엄청난 놈이군. ' 스트라포트 경은 거대한 드래곤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그렇게 혀를 찼다. 나는 그런 스트라포트 경을 보고 물었다.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 '너가 나에게 물으면 어떻게 해?' 나도 알아. 하지만 너무 막막하다고. 일단 리자드 맨들이야 그렇다고 쳐 도...응? 그런데 그때 갑자기 거대한 블랙드래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곳에는 왠 검은 머리칼을 늘어뜨린 남자만이 서있었다. 너무 멀어서 얼굴 이나 그런건 확인할수 없지만 전신으로부터 사악하면서도 기품이 넘쳐흐 르는게 틀림없이 용이 변신을 한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용이 변신하는 옛날 얘기는 얼마나 많던지 이제 용하면 변신괴물의 시초이자 무슨 마스 터쯤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탑으로 가는 건가? 어?" 그런데 나는 그때 옆에 사람들이 몇 명 달라붙은 것을 보았다. 뭐지 도대 체? 물론 옆에서 리자드 맨들이 창칼로 목을 겨누고 가는 걸 보니까... 손님은 아닌 모양인데 이 근방에도 사람이 있단 말야? 게다가 왜 탑으로 끌고 가는 걸까? '제길. 벨론델이 저기 잡혀있는데 아무 것도 못하다니! 나는 뭐지!' '유령.' '....' '어쨌거나 이 경우는 나에게 맡기라고. 일단 리자드 맨을 잡아야 겠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외곽으로 빠져나왔다. 일단 밤이 되어야 좀 움직일 수 있는 것 같은데 그전에 리자드 맨을 좀 잡아서 정보를 물어봐야겠다. 문제는 내가 리자드 맨들의 언어를 잘 모른다는 것인데 스트라포트 경에 게 묻자. 스트라포트 경은 리자드 어를 안다고 했으니까. 나는 일단 숨어서 밤이 되기를 기다렸다. 그러면서 이따금 탑이나 그런곳 을 봤지만 드래곤이 나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젠장. 드래곤이 나를 의식하고 그러는 게 아닐까 의심 될 만큼 오래 있구나. 어쨌거나 곧 그렇 게 기다리고 있다 보니까 리자드 맨 두 놈이 서로서로 짝을 지어서 이쪽 으로 오는 게 보였다. 아마 2인 1조로 경계를 서고 있는 순찰병인 것 같 은데 굉장히 편안해 보이는군. "이봐." 나는 그렇게 말을 한 뒤 놈들이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보곤 바로 뛰쳐 나가며 소드블래스터와 제로테이크를 휘둘렀다. 놈들은 칼배가 휘어있는 두터운 칼날의 쿠쿠리를 휘두르면서 막으려 했지만 소드블래스터는 두꺼 운 쿠쿠리도 바로 잘라버리고 앞에서 덤빈 리자드맨의 어깨를 베어버렸 다. 뒤의 녀석이 뭐라고 외치려고 했지만 나는 가볍게 뛰어들면서 아래에 서 위로 제로테이크를 쳐 올렸다. 녀석도 쿠쿠리를 가지고 내 공격을 막 았지만 나는 쳐올리는 것과 동시에 몸을 빙글 돌리면서 소드블래스터로 연달아 공격을 가했다. 상대방의 시각에서 사각을 만들고 하단을 베는 공 격이라서 단순한 리자드 맨은 바로 당해버렸다. "키에에엑!" 놈들은 동료들을 부르기 위해 입을 벌렸지만 나는 놈들의 목을 밟고 그걸 제지했다. "자자. 그럼 스트라포트 경. 이야기를 좀 들어보자." '좋아. 몸 건네줘.' '잠깐만이다.' 나는 그렇게 말하자 곧 스트라포트 경이 역시 알지 못할 말로 리자드 맨 들을 심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황을 보아하니 놈들은 역시 잘 응하지 않았다. 드래곤의 공포는 그들의 의식, 그 뿌리부터 박혀있는 것 같았다. "도통 말을 안듣는데." '그러면 할 수 없지. 다른 방법을 찾을 수밖에. 가만... 땅에 닿아도 안 되고 눈에 보여서도 안되고 냄새를 내도 안 된다라.' 나는 그렇게 생각해보았다. 리자드 맨은 두렵지 않지만 그게 문제가 아닌 가? 나는 스트라포트 경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기 이 근처 지형 알아볼 수 있겠어? 이놈들에게 늪의 위치말야.' "엥? 전혀 호응할 생각을 안 하는데? 그런 중요한걸 말하려고 하겠냐?" '그러면 할 수 없네. 몸 넘겨.' 나는 그렇게 말하고 스트라포트 경에게 몸을 되찾았다. 그리곤 주저없이 리자드 멘들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러자 스트라포트 경은 눈살을 찌푸렸 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튼 싫은 소리를 했다. '그래도 꼭 죽일 필요까진 없지 않나?' '어차피 살려둘 수도 없잖아. 자 그러면 갈까." '너 무슨 생각이야?' "무슨 생각은? 일단 탑 근처로 가야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배낭에 보관해 놓은 도적용 장비 중에서 호흡용 대 롱을 꺼냈다. 그래서 그걸 입에 물고 씨익 웃었다. 길이가 될까 모르겠 군. "자 그럼 가볼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안에는 수초가 자라서 늪을 이루고 있고 바닥의 흙이 썩어있지만 그럭저럭 괜찮다. 진흙이나 수초들 때문에 눈을 뜰 수 없다는 게 흠이지만 나는 내 방향감각을 믿고 늪의 밑 바닥을 기어서 가기 시작했다. 물론 내 팔보단 쉐도우 아머의 팔이 길고 힘도 좋으니까 쉐도우 아머를 이용해서 기어간다. 그러니까 쑥쑥 지나가 는 게 물 속에서도 느껴진다. 다만 이따금 풀이나 진흙이 많이 자라서 어 쩔 수 없는 곳이 있는데 그곳은 그저 운에 맡기고 빨리 지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수면에 너무 가까우면 리자드 맨들에게 발견될지 모른다 는 것이였는데 역시 리자드 맨들은 그동안 별로 사고가 없었는지 경계가 삼엄하진 않았다. 경계라는 건 그냥 그 위치에 경계병 세워둔다고 삼엄해 지는 게 아니다. 경계병이 긴장을 할 여건을 만들어 줘야지. 아 물론 블 랙드래곤의 공포에 벌벌 떨고 있는 놈들이 긴장을 안 할 리는 없지만. '좋아. 흠. 꽤 빠르네. 왠지 폼은 억수로 안 나지만 말야.' '나는 드래곤 앞에서 폼 찾고 싶지 않아.' 나는 스트라포트 경에게 그렇게 말하고 계속 앞으로 나갔다. 그렇게 얼마 나 갔을까? 탑에 가까워지자 늪도 수심이 너무 얕아서 모습이 드러난다. 뭐 밤이고 쉐도우 아머 때문에 내 모습은 잘 안 보일테지만 드래곤의 예 리한 감각이라는 게 마음에 걸리는걸. '자 여기서부턴 어떻게 할거냐?' '들어가는 수밖에.' 나는 그렇게 말하고 눈앞의 진흙을 털어내고 앞을 바라보았다. 과연 탑의 주위에는 리자드 맨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그리고 몇놈들은 늪지안도 조 사하라는 명령을 받았는지 창으로 여기저기 쿡쿡 찌르고 있다. 윽... 들 키기 딱 좋은데? 나는 바닥에 납작 엎드리고는 조심스럽게 탑으로 다가갔 다. '으와. 너무 폼이 안나. 지저분하잖아.' '알아! 하지만 어떻게 해? 댁이면 드래곤 물리칠 수 있어?' '와이번이나 그리핀같은 걸 타고 있고 하이피어스 드래군을 들고 있다면 당연히 해볼 만 하지. 아니 그러면 반드시 이긴다. 블랙드래곤 쯤은.' '....' 확실히 그랬었지. 비룡기사 스트라포트, 나는 그가 검을 쓰는 것도 보았 고 랜스를 쓰는 것도 보았지만 그의 진정한 역량은 오직 하늘을 나는 것 에 타고 랜스를 든 채로 천공을 누빌 때 발휘된다. 뭐 지금의 역량만으로 도 일반인들은 놀라 뒤집어질 정도지만. 드래곤을 상대할 때는 일반적인 역량으로 상대할 수 없 잖은가? '어쨌거나 잔소리 그만 하라고. 드래곤 상대하는데 몸이 진흙 투성이가 되건 오물투성이가 되건 그게 문제겠어?' '맞아. 문제는 드래곤이지.' '그래.' 나는 그렇게 말하고 리자드맨들의 보초들을 살펴보곤 조심스럽게 탑에 달 라붙어서 탑을 오르기 시작했다. 윈드워커의 부츠를 쓰면 공기를 빨아들 이는 소리가 나기 때문에 그냥 오르는 수밖에 없다. 다행이도 탑은 가까 이에서 보면 돌기나 그런 부분이 많아서 오르기 쉬운 구조로 되어있었다. 나는 탑의 북쪽면에서 조심스럽게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리자드 맨들이 볼지도 모르지만 쉐도우 디펜더로 몸을 덮자 가뜩이나 검은 탑에 완전히 동화되어서 그런지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다. 나는 그렇게 어둠속에서 계 속 기어올라가면서 탑을 살펴보았다. 신기하게도 들어가는 입구가 아무 데도 없다. "...아무 데도 없잖아?" 나는 거의 세시간에 걸려서 최상층까지 올라갔다가 이 빌어먹을 탑은 입 구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기겁했다. 뭐야? 이런 완전 밀봉형의 탑이라니! 공기도 안 통할텐데 여기에 어떻게 엘프를 가둬둔단 말야? 게다가 높기는 뭐 이렇게 높아? 최상층이 분명히 있기는 하지만 하긴 옛날 마법의 시대 에 만들어진 탑이니까 어떻게든 방법이 있겠지. 하지만 이런 건... "좋아. 그렇다면 쉐도우 워크다. 그림자 도약이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 겠지?" '불가능하다는 거에 걸지.' 스트라포트 경이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애써서 무시하고 정신을 집중했 다. 탑안의 어둠을 향해 내 정신을 투사하듯 정신을 가늘게 집중시킨 것 이다. 그러자 곧 주위가 일렁거리는 느낌이 들더니 눈앞에 문이 있었다. 아! 제길. 정문 경비병의 그림자로 도약한 것이다. 원래는 탑 안으로 도 약하려고 했는데 이 탑은 그런 공간 도약을 막는 힘이 잇는 것 같았다. "...." 나는 숨을 죽이고 리자드 맨의 뒤에 서서 문을 바라보았다. 이놈 바로 뒤 에 사람이 있는데 돌아보지도 않는군. 너무 훈련을 잘 받아서 그런가? 어 쨌거나 나는 조심스럽게 문을 살펴보았다. 문에는 열쇠가 채워져 있는데 왠 못보던 금속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 내가 손을 대자마자 삑 하고 무 슨 병아리 발로 밟으면 날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문이 좌우로 열리는 게 아닌가? 나는 얼른 뛰어들어서 그림자로 숨었다. 그러자 리자드맨들은 깜 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제발 보지마라. 보지마라. 보지마!' '이 근거리에서 그게 될 거 같냐? 위험하면 나에게 넘겨.' 스트라포트 경은 이번에도 싸우고 싶어서 근질거리는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벌써 싸우기 시작하면 리자드맨 부족 전체가 몰려올 것이다. 뭐 분명히 스트라포트 경의 말대로 이렇게 지근거리인데 못알아 볼 리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나는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었다. 몸에서 나는 인간냄새야 이 근처 늪지를 헤매고 다녔으니 늪의 냄새가 인간의 냄새를 지웠을 것이다. 그리고 놈들이 혀로 느끼는 체온은 쉐도우 아머가 가려줄게 아닌가? 역시 내 기대대로 리자드맨들은 나는 못 본 것 같았다. 그러나 대신 바닥에 떨어진 진흙을 발견했다. 탑 을 기어오르는데 시간을 많이 들여서 옷은 대충 말라주었는데 진흙은 그 대로 남아있는 게 아닌가. "캬아아아아!" 그러나 리자드 맨들은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리 고만 있었다. 머리가 나쁜가 보구나. 휴. 다행이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 니까 탑의 문은 다시 처음처럼 자동으로 닫혔다. 좋아 잠입은 성공했군. 그럼 일단 안으로 들어가자. "제길. 그런데 어떻게 열린 거지?" '네 목걸이가 반짝였어.' 역시 이건가? 그런데 이상한걸. 이건 염마대전 때 마법사들이 만든 탑이 라고 했는데 어째서 그런 드워프의 유산에 의해서 열리는 거지? 세큐리티 시스템은 드워프들에게 맡겨 둔 거였나? 게다가 탑의 안은 밖에서 본 것 과 비교도 안되게 넓잖아? 이거 참 모를 일 투성이로군 그래. '역시 다른 차원이잖아. 이렇게 되니까 네 그 쉐도우 워크가 안 먹혔지. 자 카이레스. 이번에 몸을 다시 빌려주지 않을래?' '왜?' '벨론델은 내 손으로 구하고 싶다.' 음. 그건 이해할 수 있겠는데. "이봐, 지금 구하고 탈출해야 한단 말야. 당신이 내 몸을 험하게 굴리면 어떻게 걸을 수 있겠어?" '그런가? 하지만 그럼 적어도 말할때는 넘겨주는 거다.' "알았어. 나도 매정한 놈이 아니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탑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런 경우 여자는 지 하에 있거나 그게 아니면 최상층이라는 법칙이 있잖은가? 여기서도 당연 히 통용되겠지? "음... 왜 계단이 끝이 없지?" 얼마나 걸었을까? 아무리 걸어도 걸어도 계단은 끝이 나질 않았다. 나는 좀 숨을 돌리면서 아래를 바라보았다. "...얼마 안되네?" 나는 그걸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마법적인 뭔가가 있나 보군. 그렇 다면 좋아. 나는 다시 밑으로 내려가서 처음부터 올라오려고 했다. 하지 만 이번에는 아무리 걸어도걸어도 밑으로 내려가지질 않는 게 아닌가? "환상인가? 환각인가? 음. 이건 어떨까?" 나는 인피니티 로프를 풀어서 계단 아래로 주우욱 내려보냈다. 그러자 얼 마 지나지 않아서 윗 쪽에서 로프가 주루룩 계단을 타고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내려오는 게 아닌가? 음. 무섭다. 내 로프인건 알지만 정말 밧줄 이 뱀처럼 꿈틀거리면서 내려오는 모습은 너무 무섭다. "이...이게 뭐야? 여기 이상해!" '침착해. 침착.' "아 그래." 나는 그렇게 말하곤 벽에 몸을 돌린 뒤 바지를 벗었다. "물을 먹어서 그런지 물을 버리고 싶어졌어." '...그렇게까지 침착해질 필요는 없는데.' 스트라포트 경은 차마 못볼 걸 봤는지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내게 네 거보다 더 컸어. 확실히.' "으윽. 아니 뭐...뭔데?" '뭐긴 뭐야. 그거지.' 지금 여기서 이런 남근 숭배적인 이야기를 해야겠냐? 거함 거포주의도 아 니고 말야. 하지만 이 스트라포트 경도 긴장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쓸 데없는 소리로 자신의 긴장을 풀려고 하다니. (이렇게 생각해주자.) 오래 간만에 벨론델을 만난다는 생각 때문인 걸까? 의외로 순정파였군. 아니 확실히 순정파구나. 너무 까불어 대서 그렇지 순정파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 테니까. "어차피 썩어문드러져 있으면서 뭘." 나는 그렇게 투덜거리고는 아래로 내려가서 인피니티 로프가 사라진 계단 을 표시하고 거기부터 인피니티 로프가 내려온 계단까지 걸어가서 수를 세었다. 120계단정도 된다. 한 계단의 높이가 30센티나 하니까 36미터의 높이. 엄청나게 높잖아? 어쨌거나 계단 수를 세는 것도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군. 아래로 내려보낸 밧줄에 표시를 하고 당겨볼까? 물론 로프 길이 를 줄이지 않고 직접 당기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밧줄을 당기고는 그 길 이를 살펴보았다. 아마도 내가 지금 움직이는 이 120계단부하고 밑에 부 분, 위의 부분이 같은 거리 인 것 같았다. "역시 마법으로 해제하지 않으면 지나지 못하는 건가? 로그마스터의 모험 일지에 보면 마법사의 이런 것도 절대로 주문을 필요로 하는 타입으로 만 들지는 않는다고 하던데. 주문을 외우는데 한계가 있는 마법사로서는 치 명적인 피해를 부를 수도 있다고 해서."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계단의 구조를 생각해보았다. 아래로 늘어뜨리니 위에서 나온다. 위로가면 아래에서 나오겠지? 아래와 위는 대칭... "해볼까?" 나는 아래로 120계단을 내려간 뒤 뒤로 돌아서서 다시 120단을 올라갔다. 그러자 역시... 계단의 제일 위쪽에 도착했다. 이런 방법이었군. "그럼 그렇지." 계단의 위쪽은 넓은 식당 같은 곳으로 되어있고 그곳에서는 아무도 들어 있지 않은 장식용 갑옷들이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주위를 경 계하고 있었다. 이건 아무래도 싸우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어 보인다. 어쨌거나 그 식당같이 넓은 홀의 맞은 편에는 큼직한 벽난로와 문이 있었 다. 벽난로 옆에 문이 붙어있다니 건물로서는 특이한 일이지만 이 곳의 공간에 대해서는 방금 전에 비싼 수업료를 치루었기 때문에 의문을 갖지 않았다. 원래 이상한 동네인 법! -끼이이익! 나는 소드블래스터와 제로테이크를 뽑아들고 다가오는 갑옷을 향해 우선 제로테이크를 날렸다. 거대한 양수검(Two Handed Sword)을 가지고 있던 그 갑옷은 내 공격은 막으려고 생각하지도 않고 양수 검을 휘둘렀다. 하 지만 나는 녀석을 제로테이크로 먼저 찌르곤 몸을 휙 틀어서 공격을 피했 다. "바보! 느리다!" 순간 소드블래스터가 이 갑옷의 허리를 끊어버렸다. 역시 마법검 답게 두 꺼운 갑옷을 무슨 종이 자르듯 잘라버린다. 그러자 갑옷은 맥없이 피식 쓰러져 버리고 주위의 수많은 놈들이 나를 인식하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무거운 쇳소리를 내면서 다가오는 적들이 제법 긴장하게 만들어 주는데. 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선 안되지. 나는 칼을 뽑아들고 외쳤다. "이잇! 귀찮게!" 나는 그렇게 외치고 다가오는 놈의 공격을 피하고 녀석의 목을 쳤다. 그 러자 역시 목이 붕 하고 뜨면서 나동그라졌다. 목이라고 해봐야 고작 헬 멧이지만. 어쨌거나 녀석들은 그걸 보더니 검으로 무기를 바꾸고 다가온 다. "헤헹! 그래봐야 깡통이지!" 나는 그렇게 외치고는 놈들 사이에서 칼을 휘두르면서 싸우기 시작했다. 역시 녀석들의 실력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나는 연달아서 놈들을 베면 서 벽난로 쪽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놈들의 검술이 점점 빨라지고 예리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어느 틈엔가 놈들의 무기가 모 두들 쌍검으로 바뀐 게 아닌가? 그 쌍검을 쓰는 태도나 자세, 스타일등은 나와 똑같다. "뭐...뭐야?" '조심해라. 이놈들 네 스타일을 학습하는 것 같다.' 아니. 내게서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따라할 수 있다는 거야? 갑옷 주제 에?! 이렇게 되면 10년간 칼질을 한 내가 억울하잖아. 그러고 보니까 말 야. 그렇다면 풍경, 뢰경, 데스바운드도 베끼는지 볼까? "간닷!" 나는 기합을 넣으면서 앞발을 구른 뒤 미끄러지듯 적의 앞으로 뛰어들어 서 부드럽게 풍경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텅 하는 소리와 함께 갑옷 하나 가 나가 떨어져 박살났다. 그러나 박살나는 것도 잠시. 놈은 마치 누가 실로 매어서 끌어올리는 것처럼 쓰윽 일어나더니 원상태를 회복했다. "저런." 나는 그놈들이 왜 안 죽는지 비로서야 알고, 얼른 옆의 문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거 잠겨있네? "하하하. 잠시 휴전하면 안될까?" 나는 록 픽(Lock pick)을 꺼내려다가 갑옷들이 나를 향해 칼을 들고 자세 를 잡는 것을 보곤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갑옷들은 대답대신 지면을 굴 렀다. 엑! 설마?! "풍경?!" 나는 다급하게 방어를 하려고 했지만 놈들은 사방에서 쇄도해오기 시작했 다. 이런! < 계 속 > -------------------------------------------------------------------- 흐흐흐. 그런데 왜 7월 부록의 포스터는 Air냔 말이냐~ 표지의 치카게였 다면 내 벽을 멋지게 장식했을 터인데. 아쉽군. *********************************************************************** 음. 겨우겨우 29레벨 만들었습니다. 헬렙을 경험한다~라고 했는데 뭐 사낙 포트에서 사낙들 잡으니까 그렇게 어렵지만은 않네요. 하 피곤하다. 죽겠네. 그리고 로그의 날짜는... 회상씬은 회상 연도가 나와서 그런거지요.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1 화 : 흑마의 탑#6 ------------------------------------------------------------------------ 팔마력 1548년 9월 17일 "제길!" 나는 놈들의 풍경의 궤도를 예측하고 소드 블래스터로 놈들의 공격을 향 해 풍경을 펼쳤다. 소드블래스터가 이 갑옷들의 칼보다 훨씬 좋기 때문에 챙그렁 하는 소리와 함께 놈들의 검이 부러졌다. 그러나 그러지 않은 공 격들은 모두들다 내 목을 노리고 날아왔다. "하앗!" 그러나 나에겐 데스바운드가 있다! 나는 뢰경으로 동작을 바꾸면서 횡으 로 빠르게 휘둘렀다. 그러자 스칵 하는 소리와 함께 공격해오던 검들이 다들 잘려나가고 놈들의 허리춤이 끊어졌다. 나는 일단 그렇게 일격으로 좀 시간을 번 뒤 얼른 다시 록픽을 들고 문을 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순간 뒤에서 다시 덜컹덜컹하고 갑옷들이 일어나는 소리가 들린다. "젠장. 이제 데스바운드 까지 베끼는 건가?!" 나는 그렇게 외치곤 뒤를 돌아보았다. 과연 놈들은 이번엔 데스바운드를 쓰려고 했다. 일단 한놈이 풍경으로 선수를 쳐온다. 나는 놈을 옆으로 피 하고 재차 날아드는 뢰경도 상반신을 젖히면서 피했다. 그리고 지면을 굴 러서 일어나 보니 놈들이 나를 노려보고 다시금 다가온다. "크으. 이대로라면 죽겠는데?" '어서 문을 따지 그랬어.' '하지만...' 나는 그렇게 외치고 앞에서 다가오는 놈들을 바라본 뒤 문득 생각이 나서 뒤로 몸을 띄워서 멋지게 후방낙법을 해보았다. 그러나... 놈들은 그건 따라하지 않았다. "제길. 무시하는 건가?" '가만.. 놈들은 네가 공격해오는걸 보고 반응하는거 같은데? 좋은 방법이 다. 한번 후방낙법후 몸을 탄력있게 일으켜서 찌르기를 해봐.' "그런 바보 삽질하는 기술을 쓰라고?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지. 에잇!" 나는 갑옷이 다가 오는 것을 보곤 뒤로 훌쩍 뛰어서 후방낙법을 한 뒤 바 로 몸을 스프링처럼 튕기면서 일어나 검으로 그 갑옷을 찔렀다. 그러자 역시 앞의 갑옷은 무방비 상태로 내 공격을 맞는다. 그러고 보니까 이놈 들은 내 방어기술이나 그런 것은 배우지 않는 구나. 그러니까 이렇게 공 격을 하는 대로 맞는 거지. 원래는 이렇게 공격을 맞아주면서도 공격해오 는 것은 상대방에게 공포감을 준다. 그러나 지금은 너희들의 패턴을 알려 주는 것에 지나지 않아! -쿠당탕탕~ 과연 갑옷들은 나의 무의미한 공격기를 소화하기 위해 전부 후방낙법을 했다. 하지만 쇳덩이가 무슨 탄력과 순발력이 있다고 지면을 박차고 일어 날까? 게다가 쓰러지는 충격만으로도 갑옷은 망가지기 딱 좋다. 나는 그 렇게 놈들을 쓰러뜨린 뒤에 앞으로 가서 문을 땄다. 문에는 손을 대면 독 침이 튀어나오는 함정이 걸려있고 진짜 열쇠구멍은 밑에 있었지만 록픽의 가이드 심을 넣고 보조 픽들을 투입시켜서 만능열쇠를 만든 뒤 돌렸다. 그렇게 문이 열리자 갑옷들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맨 처음 내가 보았 던 위치로 돌아갔다. "휴우. 정말 진땀 빼게 하는 군." 이곳은 정말 장난 아니잖아. 이래서야 과연 최상층까지 갈 때까지 몸이 남아나겠냐? -덜컥 그런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건 또 뭐야? 큼지막한 톱니바퀴들이 계속 돌아가는 왠 신기한 방이 나왔다. 기계실인가? 동력은 뭐지? 나는 그렇게 주위를 둘러보다가 앞쪽에 올라가는 사다리를 발견하고 그쪽으로 다가갔 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뭔가가 위에서 뚝 떨어져 어깨를 때렸다. -치이이이 엑? 뭐지? 나는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나서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 게 웬일? 투명한 슬라임 같은 놈이 위에서 천천히 내려오는게 아닌가? '금속이 상하지 않는 걸 보니까 이건 산이 아니라 효소로군. 젤라틴 큐브 니까 조심해.' '나도 그쯤은 알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 검을 뽑았다. 젤라틴 큐브라면 거대한 아메바 같은 단세포 생물로 생물을 녹여버리는 효소를 분비해서 사람이건 뭐건 살아있 는 채로 삼켜버리는 반투명한 괴물이다. 뭐 지능이 없는 상대이니까 그렇 게 무서운 적은 아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주위에서 픽픽 하고 뭔가가 튀기기 시작했다. "이런 제길! 뭐야 이건!" 나는 몸을 돌렸지만 튀기는 액체를 전부다 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 다가 불의의 공격! 뭔가가 살에 닿으니까 또 치이익 하면서 타들어간다. "아아악! 이 빌어먹을!" 나는 옆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방금까지 톱니바퀴였던 것들이 움직이면서 나를 향해 몰려오는 게 아닌가? '미믹이었군.' 미믹이라면 물건으로 변신해서 사람들을 홀린 뒤 잡아먹는 괴물을 말한 다. 주로 보물상자형태로 되어있어서 길가는 도적이 좋아서 열어보면 눈 에 독이나 산을 쏘아주고 집어삼킨다는 옛날이야기는 많이 있었지. 하지 만 톱니바퀴 형태라니? 듣도 보도 못한 타입이로군? '미믹은 상자 형태 아닌가?' '그런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으니까 당하는 거야.' 어쨌거나 이렇게 많이 덤비다니 하지만 나에게는 쉐도우 아머가 있다! "간다! 바하르 케보스의 왕자여!" 그순간 내 발밑으로 그림자가 마치 먹물을 종이에 부은 것처럼 화악 번져 나갔다. 그리고 그 그림자로부터 무수한 손들이 튀어나와서 미믹과 젤라 틴 큐브를 박살내 버렸다. 쉐도우 아머의 공격은 음차원의 힘을 가지고 있는지 칼로 베어도 잘 안 죽는 젤라틴 큐브도 쉽사리 죽어버렸다. "야호! 뭐 간단하군. 훗." 나는 그렇게 말하곤 상처를 살펴보았다. 미믹의 산에 의해서 닳은 상처는 외피가 타들어 가고 벌써 검게 변해 있었다. 응? 검게 변해? 게다가 굉장 히 아픈데? "독도 있나보지? 산에?" 나는 그렇게 스트라포트 경에게 물었지만 그는 잠잠하다. '거기까진 나도 모르지. 인간들이 샤르누스, 세베른, 라인, 시크카르투, 베난카르투, 한족, 무인한족, 아타와, 아메리아등 각종 인종이 있듯 미믹 도 여러종류가 있을거야. ' 으윽. 독인가? 나는 깜짝 놀라서 물통을 꺼내서 상처를 씻어내고 살펴보 았다 손을 대자 찍 하고 검붉은 피와 고름이 떨어진다. 벌써 고름이 차다 니 독이 확실한 것 같다. "아 제기랄. 이런 빌어먹을 경우가 있나. 어째서 내게 이런 시련이 계속 되는 거야? 나는 착하게 살았다고 자부하는데도 말야. 우윽." 나는 나이프를 꺼내서 내 팔을 조심스럽게 십자로 째고는 피를 흘려보았 다. 그러자 검은 독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 보고 있는 내가 다 어지 러울 지경이다. 나는 어깨 밑을 인피니티 로프로 감고 자리에서 일어났 다. "갈수록 부상을 입겠는데. 이래서야 벨론델을 구할 수 있을까?" '그런. 반드시 구해야지 무슨 약한 소릴 하는 거야? 네 목숨을 바꿔서라 도 구해야지!' '왜 내가 죽어서 까지 그녀를 구해야 하지?' '미인이니까.' '...단지 그 이유로?' 나는 그렇게 물어보고 사다리를 올라갔다. 한팔로 오르는 건 좀 귀찮군. 그런데 그렇게 사다리를 얼마나 올라갔을까? 갑자기 위에 큼지막한 문이 보인다. 그리고 그 문에서 갑자기 얼굴이 하나 나왔다. "흐흐흐흐. 오래간만의 침입자로군. 뭐 좋아. 퀴즈를 풀면 누구라도 다 손님으로 맞이해 준다. 어때. 도전하겠는가?" "그래." 나는 신기한 문짝을 바라보고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그 문짝이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 간단한 산수부터 해볼까? 아헬라의 동산에는 꽃이 만개하여, 벌들 은 꿀을 따러 갔네. 그러나 바람이 불어, 벌의 반은 바람에 날아가고, 또 그 반의 10분의 1은 물에 빠지고 2/3은 방향감각을 잃어서 40마리만 겨우 돌아왔지. 그렇다면 제일 처음의 벌의 수는 몇마리 였을까?" "...이걸 문제라고 내는 거야?" 나는 그렇게 반문하고 계산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문제가 얼마나 악랄한지 알게 되었다. 2/3은 방향을 잃었다는데 이게 전체의 2/3인지 남 은 놈의 2/3인지, 또 남은 놈은 어떤 시점에서 2/3인지 모르겠다. 말이 애매하잖아?! "저기 문제 다시 이야기 해주면 안될까?" "미쳤냐. 훗. 그런 문제를 이야기 해주게?" 뭐야? 이 문짝은? 하지만 한팔로 사다리에 매달려 있자니 정신 집중하기 가 힘들잖아? 나는 사다리에 매달려서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 머릿속에 서는 수가 뒤죽박죽이 되어간다. 하지만 어떻게 계산이 끝났다. 그런데 이상한 걸? "어? 정수가 아닌데?" "뭐? 그래서 지금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거야?" "아니 그런게... 아니라. 음. 검산을 해볼까? 이봐. 벌의 수는 정수지? 뭐 반 마리나 그런 거 안치는 거지?" "물론이지. 반 마리짜리 벌도 있냐? 여기가 무슨 정육점도 아니고 말야. 하긴 정육점이래도 벌 반마리 주세요 하면 칼맞을 걸." 그렇게 말하면서 문짝은 은근슬쩍 웃었다. 저 문짝치고 참 표정이 풍부하 군. 보는 사람이 기분나빠질만큼. 어쨌거나 이 문제는 참 악랄한데. 도대 체 뭐가 답인지 모르겠잖아? 그러자 스트라포트 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마리.' '엣? 어째서? 마지막에 남는 놈만 40마리가 넘는다고.' '그거야 최초의 벌이라면 여왕벌을 말하는 거잖아? 한 마리지. 간단한 거 에 속지 말라고.' '....' 그... 그렇구나! 이놈 산수문제라고 나를 속여서 고민시키더니만 그런 수 법을 쓰다니. 교활한 놈이군! "한마리."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 문짝은 깜짝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아... 아니 이놈. 어떻게 그걸 알고 있었지?" "훗. 뭐 기본 실력이라고 할까?" '바보. 내가 말해줬잖아. 너가 잘난 척 하지마~!' 스트라포트 경이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계속 문앞에서 우쭐댔다. 그러자 문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좋아. 열어주지. 음. 이제 나의 퀴즈도 좀 패턴을 바꿔봐야 겠군. 쉽게 맞추잖아. 제길." 문짝은 그렇게 투덜거리며 열렸다. 그렇게 올라가니 비로소 방다운 방이 나온다. 그릇이 들어있는 유리장식장과 주방을 접하고 있는 식당, 그리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는 방이다. 그런데 주방의 앞에는 아까 전 입구 에서 보았던 용에게 끌려간 인간들이 곱게 죽어있었다. 도살당했다고 해 야 하나? 몸통 여기저기가 잘려서 도마 위에서 붉은 피를 흘리고 있고 화 덕 위에 올려진 커다란 냄비에서는 물이 끓으면서 간혹 사람의 팔다리 같 은 것이 냄비위로 올라온다. 정말 비위 상하는 장면이지만..., 그걸 보면 서 배고프다는 생각을 하는 내가 더 무섭다. "젠장." 나는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를 간신히 삼켰다. 이런걸 보고 배고파하다니 토할 것 같다. "계단인가?" '드래곤은 안 내려 왔지?' '...' 그러고 보니 그렇 네. 이대로 위에 올라가면 드래곤을 만나게 될게 아닌 가? 하지만 그때 윗층에서 으윽 하는 여자의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 작했다. '좋아. 가자. 드래곤이 무서웠으면 조디악 나이츠 못해먹었다. 가자!' "저기. 댁은 12성기사인지 조디악 나이츠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민간인이 라고. 민간인." '네가 민간인이면 나는 꽃다운 소녀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릴." 나는 그렇게 말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계단위의 문이 열리더니 왠 검 은 원피스 드레스 앞에 에이프런을 걸친 꽤나 얌전해 보이는 검은 머리칼 의 여자가 나왔다. 검은 옷과 정말 잘 어울리는군. '메이드다! 남자의 로망스가 저 치마 밑에 집약되어있다고 살아생전 우리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지. 양아버지는 그걸 몸으로 실천하고 계셨고 말야.' '남자의 로망스인가? 댁도 그렇지만 그 아버지도 정상인이 아닌 것 같은 데?' 나는 그렇게 스트라포트 경에게 일렀다. 뭐 치마속에 로망스가 있는지 없 는지는 모르겠지만 드래곤의 소굴인데 그곳에 사는 여자에게 들키면 재미 없겠지? 나는 옆의 장식장 뒤로 숨었다. "..." 그러나 곧 그녀가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또각또각 들리더니 주방에서 뭔가 달그락 거린다. 조심스럽게 살펴보니 그녀는 주방의 식기를 이용해 서 인간을 조리한 그것들을 접시에 담아서 준비하고 있었다. 계속 몰래 숨어서 지켜보니까 그녀는 그걸 들고 이쪽으로 다가 온다. 순간 나는 장 식장 밖으로 뛰쳐 나가서 그 메이드의 복부에 주먹을 박아넣고 흔들리는 쟁반을 받아서 들었다. 음 팔에 독이 도는지 어쩌는지는 모르겠지만 쟁반 하나 드는 것도 휘청거리는 군. 나는 하마터면 떨어뜨릴 뻔 한 것을 어렵 게 받아 들고 메이드를 바라보았다. 이런 제길... 아주 예쁘장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눈이 없다. 안구를 파내어 버려서 그런지 눈이 움푹 들어 가 있고 눈꺼풀이 썩어서 없어지고 있는 거 아닌가? "미친 놈이군." 나는 그렇게 말하고 소드 블래스터를 소리 안 나게 뽑아서 들고 문으로 들어갔다. 드래곤의 감각이 예민하다지만 개체까지 구별할까 하는 것에 걸고 암습을 가하기 위해서였다. 잘하면 드래곤을 암습한 최초의 남자로 이름이 남겠지? -퍼엉! 그러나 그 순간 갑자기 문이 폭발하면서 나무파편이 날아들었다. 나는 그 대로 문의 앞쪽으로 날아가 난간에 등을 들이받고 계단 쪽으로 나가 떨어 져 몇 차례나 굴러야 했다. "크어어억!" 전신이 찢어질 것 같다! 등골이 정면 충돌되어서 하반신까지 찌르르르 하 는게 감각이 사라져 버린다. 게다가 얼마 안 되는 계단인데 그 위에서 구 르니까 왜 이렇게 아픈건지! 하지만 나는 고통에 패해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주먹으로 내리치곤 이를 악문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그곳에 는 검은 머리칼을 휘날리는 남자가 서있었다. 드래곤이라서 그런가? 남자 인 내가 봐도 무섭고 그러면서도 카리스마적이고 혹할 것 같다. 뭔가 위 험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를 풍기는 놈이란 건 확실하다. "제길!" "크?, 손님 접대를 해드리려고 메이드를 보냈더니만 그렇게 대하면 안되 지." '카이레스. 네겐 무리다. 나에게 넘겨라.' '하지만...' 그런데 그렇게 말한 순간 갑자기 블랙드래곤 윌카스트가 눈앞에서 사라졌 다. 놈은 놀라운 도약력으로 내 머리를 뛰어넘어버린 것이다. "치잇!" 나는 얼른 몸을 숙여서 공격을 피했다. 그러자 과연 뒤통수에서 바람가르 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늦었다면 후두부를 그냥 날려 먹을 뻔했다. 그 블랙드래곤은 지상에 착지함과 동시에 나에게 손을 뻗었다. "뚫어라!" 그 순간 갑자기 푸른 섬광이 번쩍하고 지나갔다. 다행히도 몸을 옆으로 틀어서 피했지만 내 마법저항도 우습게 뚫려버리고 전격의 화살이 지나갔 다. 하지만 그렇게 공격을 피한 순간 이번에는 드래곤이 중단 돌려차기로 옆구리를 향해 차왔다. 나는 칼날을 세워서 막았지만 드래곤은 상관없이 그냥 차버렸다. -퍼헉! 순간 나는 장식장으로 날아가서 몸으로 장식장을 깨버리고 바닥에 쓰러졌 다. 장식장의 유리와 안에 있던 접시들이 쏟아지는지 와장창 하는 소리가 나고 바닥에 피가 뚝뚝 떨어진다. 몸을 일으키는데 유리조각들이 살집으 로 파고든다. 그런데 하나도 아프지 않다. 아프지 않다는 게 더 무섭다. "제기랄! 스트라포트!" '내가 무슨 정령이냐? 부르면 들어가게?'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했지만 그래도 묵묵히 내 몸에 들어갔다. 그러 나 그 순간 스트라포트 경도 비명을 질렀다. "크윽! 너무 다쳤는데?!" "흐흠. 뭐야? 너는?" 드래곤은 내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는지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스트라포트 경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 뭐냐고?"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면서 은근슬쩍 손을 들어서 상처에 가져다 대었다. "넥서룬의 자비여!" 순간 갑자기 그의 몸에서, 아니 내 몸이구나. 하여간 내 몸에서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유리조각들이 몸에서 빠져나가고 피도 꽤 많이 멎는다. 상처가 모두 다 아무는 것 같지는 않지만 아까전에 비하면 훨씬 상태가 양호해졌다. 그리고 스트라포트 경은 검에도 외쳤다. "넥서룬의 가호여! 이 검에 임하소서!" 그러자 소드 블래스터도 백열하기 시작했다. 아! 그렇지! 스트라포트 경 은 이제는 잊혀진 고신 넥서룬의 팰러딘이라고도 했지! 과연! 그러나 드 래곤 역시 스트라포트 경이 그렇게 주문을 거는 것만 바라보지 않았다. "헤이스트! 고신 넥서룬의 성기사라니 그냥 두지 않겠다!" "그것도 좋겠지! 듀렉의 추종자 드래곤이여! 네 실력을 보자! 넥서룬의 오러여! 성광의 빛이 되어 나를 감싸고Holly Aura! 내 영혼은 타올라 전 광이 된다! 소울 부스트Soul Burst!" 그 순간 스트라포트 경은 보기에도 성스러운 푸른 오러를 휘감고 백렬하 는 검을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게다가 소드 블래스터를 양손에 틀어쥐더 니 그야말로 현란한 백열의 빛을 뿌린다. 놀라운 검술! 나는 이 공격 앞 에 10초나 버틸 수 있을 까? 하지만 그 드래곤도 만만치 않아서 계속 그 공격을 피하고 반격하면서 주문을 외웠다. 마치 싸우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전광 울고, 폭염 혀를 내민다." 그러자 다시 푸른 섬광과 함께 라이트닝 볼트와 발사된다. 드래곤이 그저 노래를 하듯 말하는 것뿐인데 그 뒤를 이어서 주위를 온통 불꽃으로 휘감 는 파이어볼이 나온다. 스트라포트 경도 내가 불꽃에 면역이란 사실을 알 게되었는지 전격 마법이 나올 때는 주문의 인을 긋는 소매틱이란 행동 사 이에 검을 쑥 찔러넣어서 주문의 완성을 방해하고 파이어 볼은 그냥 맞았 다. 그러나 그 순간 방안에 불꽃이 가득 차면서 갑자기 메이드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비명은 비명인데 '끄어어'하는 소리 없는 비명과 함께 고통으로 몸을 떠는 것이다. 아니 이놈이 저 여자의 혀도 잘라 버린 건 가?! "물이 마르고 죽음이 정명을 끊는다. 단죄하는 독의 구름은 유한 자를 삼 키니." 그순간 이번에는 리치가 쓰던 것과 같은 호리드 윌팅의 주문이 터진다. 순간 빠지직 하면서 주위가 터지기 시작했다. 주위의 모든 수분이 말라버 리기 시작한 것이다. 나무로 만든 장식장은 그 장식장의 얼마 되지 않는 수분마저 전부 빨려서 뒤틀려 버리고 메이드의 시체도 수천년은 지난 미 이라처럼 바짝 마른다. 그러나 넥서룬의 홀리 오러 때문인지 내 마법저항 이 그 강력한 주문을 이겨냈다. 만약 막지 못했다면 이 일격으로 반드시 죽었으리라! 다만 방안에 독가스가 가득 차는 두 번째 주문은 막지 못했 다. "암흑의 성광, 천개의 운명을 단죄하는 전신 듀렉의 철퇴가 되어. 나에게 가호를! 또한 적에게는 죽음을! 전신의 철퇴를 지금 여기에..." "흥!" 그러나 거기까지 주문을 외우게 하던 스트라포트 경이 갑자기 비웃더니 방금전의 빠른 공격보다 더 빠르게,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드래곤에게 검을 휘두르곤 놀랍게도 드래곤에게 등을 보였다. "끝." 그러자 그 순간 갑자기 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또그르르르... 돌로 만들어진 바닥을 탄피가 굴러가면서 앙증맞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소드블래스터의 탄피가 떨어져 있다는 걸 무얼 의미하지? 그러고 보니 방 안에 윙윙 거리는 잔향이 남아있고 화약냄새도 난다. 스트라포트 경의 동 작이 너무나 완벽해서 소음도 그다지 크게 나지 않은 것이다. -찰칵! 스트라포트 경은 소드블래스터를 휘둘러서 우아하게 허리춤에 꽂았다. 그 러자 뒤에서 끊어질 것 같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드래곤은 그렇게 말하고 풀썩 쓰러져 버렸다. 울컥 하고 핏덩이가 쏟아지 는 소리를 들으니 정말로 치명상인가 보다. 세상에... 아무리 조디악 나 이츠가, 그리고 이 스트라포트 경이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노래하듯 마법 을 쓰면서 격투기로 공격해오는 상대를 이렇게 쉽게 쓰러뜨리다니! 물론 그래도 이단심문관과 팔마기사들보다 이 드래곤이 더 강적이었나 보다. 안 쓰던 성기사의 능력도 끌어내서 싸운걸 보니. 하지만 싸움의 내용이야 어찌되었건 간에 스트라포트 경은 내 몸을 가지고 저 드래곤을 이겨버렸 다는 게 대단한 것이다. 뭐 하긴 이곳이 좁은 곳이라서 드래곤으로 변신 하지 못한 상태에서 해치워 버렸으니 반칙인 듯 싶어도. "역시 이 검 끝내주는데. 자 그럼 가보자. 저 윗방에 벨론델이 있으렷 다!?"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 독가스가 차있는 방을 빠져나사거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때 그가 갑자기 큭 하고는 무릎을 꺾 었다. "으으으윽!" '아니 왜 그래? 몸이 그렇게 상태가 나쁜가?' "아. 그것도 그거지만... 유령인 주제에 넥서룬의 홀리 오러를 썼더니 너 무 아프다." '....' 넥서룬의 홀리 오러라면 신성한 오러란 말이지. 유령주제에 그걸 썼으 니... 아무리 선한 유령이라도 피해를 보겠지? 이거 바보 아냐? 그러나 저러나 이제 저 윗 층으로 올라가기만 하면 바로 벨론델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구나?! 아 기대 되는데. 과연 실물로 보면 어떨까? 물론 꿈에서는 보았지만 꿈이란게 워낙에 그런 거라서. 게다가 스트라포트가 유령이 되 어서도 찾아왔다는 것을 알면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내 일도 아니건만 왠지 설레이는 마음을 느끼고 가만히 스트라포트 가 문을 여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 계 속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대도 중화캐논을 쏠 수 있다! 내일의 파일럿은 그대다! 음. 시스 프리 의 마수와 에버퀘스트의 마수 속에서 과연 로그는 마감을 지킬 것인가?! 다시한번 악마의 힘을 부르지 않고서야... 힘들겠군요. 아 제 동생은 병 역특례를 위해 연구소에 취직했습니다. 그래. 군대는 안 가는 게 좋은 거 지. 흐흠. 흐흐흠. 왜 억울하단 생각이 드는 걸까? *********************************************************************** 내 동생이 에버를 시작해서 꽤 키웠네요. 덕택에 이제사 컴 앞에 앉았습니 다. 흘흘흘.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1 화 : 흑마의 탑#7 ------------------------------------------------------------------------ 팔마력 1548년 9월 17일 나는 스트라포트 경이 걸어가는 것을 보곤 가만히 그걸 살펴보았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부서진 문을 넘어서 안에 들어가 보았다. 안은 지하감옥 같은 돌벽이 쳐져있고 안에는 각종 구속구에 매여있는 엘프의 여성이 있 었다. 엘프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그곳에 있는 여자가 벨론 델일거라는 선입견 때문이지 귀도 잘려서 알 수 없고 얼굴은 기괴한 마스 크에 가려져서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는 전신에 채찍질과 매질, 그외 고 문등으로 인해서 살갗이 다 벗겨져 있었고 살갗이 벗겨진 위에 문신이 새 겨져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지금. 틀림없이 아까전의 그 인간이라고 생 각되는, 고깃국같은 것을 두 손이 묶인 채 개처럼 할짝이고 있었다. 젠 장. 저 블랙드래곤 완전히 변태잖아?! "이... 이런! 벨론델!" 스트라포트 경은 그 참담한 광경을 보더니 깜짝 놀라서 앞으로 달려나갔 다. 그러나 그때 갑자기 그는 자리에 우뚝 멈춰 서더니 새까만 응혈을 입 으로 토해내었다. 역시 독 때문인가? 아까 전에 미믹에게 당했던 팔이 팅 팅 부어있고 독가스 때문인지 눈에서도 찔끔찔끔 피눈물이 나기 시작했 다. 정말 지금은 모르겠지만 다시 내 몸으로 되돌아갔을 때가 걱정스럽 다. 어이. 남의 몸이지만 그렇게 험하게 굴려도 돼? "...아. 주...주인님?" "뭐...뭔 소리야. 벨론델! 나야! 나..." "아!? 헤, 헤젤 드리스!" "...." 순간 스트라포트 경은 아무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너무나 가혹하 게도 그 벨론델은 닿지 않는 손으로, 그 잔인한 말로 계속 이름을 불렀 다. 스트라포트가 아닌, 헤젤드리스의 이름을. "아 다...당신. 나를 구하러 와주었군요. 믿고있었어요. 주욱, 고뇌와 고 통, 그 속에서도 나는 당신을 기다려 왔어요. 헤젤드리스. 내 사랑." 뭐, 뭐야! 도대체 이건 뭐냐구! 보고 있는 내가 비참해 질 지경이다! 비...빌어먹을 스트라포트 경은 좋은 놈인데! 좋은 녀석인데 왜 이렇게 되는 거야?! 죽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되어야 하는 거야? 나는 내 머릿속 을 관통하는 무언가를 느꼈다. 그래! 어디에 풀어야 좋을 지 모르는 분노 로 미칠 것 같았다. 이게 그에 대한 보답인건가?! 하지만 스트라포트 경 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마치 머리속에 가득차 는 상념을 떨쳐버리려는 듯. 그는 단지 무릎을 끓고 그녀의 앞에 앉아서 그녀의 구속을 풀어주며 마치 봄날에 스치는 바람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마치 바드처럼! "그래. 나요. 나의 레이디여. 그대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건너서 이곳에 왔소." "...헤젤 드리스...!" 그 순간 벨론델은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일어나려다가 주저앉았다. 다리 의 힘줄도 다 끊어져 있잖아? 그러나 스트라포트 경은 가만히 나이프를 꺼내서 그녀를 묶고있는 구속들을 풀었다. 세상에... 마스크 안에 드러난 얼굴은 분명히 아름답지만... 콧구멍과 눈꺼풀을 전부 꼬매서 봉해버린 상태였다. 미친... 그러나 스트라포트는 아무말없이 그녀를 안아서 들고 앞으로 걸어나갔다. '스트라포트...' '아무말 하지마!' 정말...마음속으로 하는 말이지만 피맺힌 절규보다 더더욱 처절하다. 나 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제기랄. "헤, 헤젤드리스. 기나긴 꿈을 꾸었어요." 벨론델은 분명히 아름다웠을 목소리로, 그러나 겁에 질리고 피로에 지치 고 매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 스트라포트는 그저 아무말 없이 그녀의 말을 받아주었다. 과연 저러면 기 분이 어떨까? 그녀를 위해 죽고, 천 수백년 동안을 그녀만을 생각해왔는 데, 그녀는 이미 다른 사람의 것이 되었고 더구나 저렇게 폐인이 되어 버 리다니. "스트라포트도, 당신도 모두 죽는 꿈을, 그리고 나는... 사악한 검은 용 에게 넘겨져서. 아! 왜 이렇게 주위가 어둡죠?" "...다 잊으시오. 레이디. 피곤 할 테니 잠시 눈을 붙이고 나에게 몸을 맡기시오. 지금 내 소망이 있다면 잠의 여신이 그대에게 입맞추기를." 그런데 스트라포트 경은 마치 자신이 그 헤젤드리스인 것처럼 말하고 그 녀를 안심시키고 있었다. 대체 왜 그런 거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어. 그 녀를 보고 싶은 게 아니었어? 고작해야... 이제 없어진 사람의 대리가 되 기 위해서 그녀를 구출하려고 한 것이었나? 아! 그러고 보니 목적을 떠올 렸구나. 빌어먹을! 젠장! 이 순간에 말해야 한다니! 하지만. 말하지 않을 수 없잖아! '잠깐...미안하지만 헤젤드리스의 유품을 찾아야 해! 헤젤드리스를 초혼 할 수 있는, 인연이 닿은 물건을!' '유품이라면 찾았다.' '?' '그녀가 바로... 헤젤드리스의 미망인이기 때문이지. 가자!' 스트라포트는 그렇게 말하고 계단을 내려왔다. 그런데... 그 드래곤은 없 고 메이드의 바짝 마르고 불에 탄 흉측한 시체가 전부이다. 드래곤의 시 체는 사라져 있던 것이다. "역시...죽은 체 한 거군. 제대로 먹였는데도. 드래곤이란게 워낙 터프하 니까."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무뚝뚝하게 말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 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벨론델은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그의 품에서 칭얼거렸다. "당신의 목소리가 왜 바뀌었죠?" "시간은 무엇이든 바꾸는 법이오." "하지만... 아니, 그래도 당신에겐 친숙함을 느껴요. 내 사랑." "...." 스트라포트 경은 아무말 없이 왔던 길을 되돌아 걷는다. 내 몸은 독에 중 독 되어서 피눈물이 흐르고, 코피가 터져 나온다. 하지만 스트라포트 경 은 아무런 고통을 느끼지 않게 된 것처럼 그냥 걸어갔다. 그는 그렇게, 어린아이처럼 달라붙는 벨론델을 데리고 독으로 마비된 팔만으로 사다리 를 기어 내려가고 마법의 계단을 지나서 최하층으로 내려왔다. 나는 그...후로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노래를 불러주세요. 잠이 오질 않아요." 미친... 미쳤어! 확실히 미쳤어. 하긴 천년이 넘게 유폐되었고, 그 하루 하루를 빼지 않고 고문을 받았다면 미치지 않았을리 없지. 하지만 스트라 포트 경은 가만히 검을 빼들었다. "그대를 구하기 위해 악기를 버려두고 왔소. 하지만... 우리들, 조디악 나이츠는 검으로 노래를 부르는 법. 그대를 위한 내 노래를 지금 부르겠 소."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탑의 안쪽에 그녀를 내려 놓았다. 그는 이를 악물고 탑의 문을 열었다. 햇살이 비쳐들어온다. 아! 이런. 날이 새 었구나. 그런데, 그 햇살 속에서 기나긴 그림자가 드리워 진다. 그곳에는 과연, 살아서 달아난 블랙 드래곤과 그의 조종을 받는 무수한 리자드 맨 들이 있었다. "하하하하! 어리석은 인간. 아까전에는 잘도 했겠지만 그건 너희들, 나약 한 인간의 형태로 변했을 때 뿐이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승부를 가려 주마." 블랙드래곤은 그렇게 외치곤 우리를 노려보았다. 햇살을 반사하는 전신의 검은 비늘은 그 하나하나가 방패로 쓸만큼 두꺼워 보이고 머리를 감싸고 있는 나선형의 긴 뿔은 거대한 랜스를 연상시킨다. 무시무시한 턱과 그 턱에 나열된 이빨들, 거무튀튀한 피부에서 번뜩이는 녹색의 눈동자, 그리 고 그 자체로 피와 살육의 화신임을 나타내는 예리한 손톱과 발톱, 그리 고 날개의 각질이 아침햇살아래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걸 본순간 나는 죽도록 도망가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스트라포트 경은 아무런 말없이 블랙드래곤을 올려다보았다. "...한가지만 묻자. 윌카스트여." "호. 무언가? 용맹한 인간. 그대의 무용에, 그 인간을 초월한 무용에 경 의를 표해서 나 블랙드래곤 윌카스트가 대답해주마. 물론 그 대가는 죽음 뿐이지만." 블랙드래곤은 그렇게 말하고는 스트라포트 경을 기다렸다. 그러자 스트라 포트 경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른게 아니다. 그녀를 네가 저렇게 만들었나? 음. 너무 뻔한걸 물은 건 가?" "그렇다. 그대들의 영웅담을 듣고 너무나 흥미를 가지게 되어서 하나를 빼앗았을 뿐이다. 왜? 화가 나는가? 혹시 네가 그녀의 뭐라도 되었는가? 후하하핫! 그렇다면 사죄하마! 어쩐지 처녀가 아니라 했지!" "....사죄? 사죄로 끝날 일인가?" 스트라포트 경이 그렇게 물어보자 블랙드래곤은 히죽 웃었다. "그렇다면 네 검으로 한번 죄를 물어보거라." "그렇잖아도 그럴 셈이다." 그 순간 스트라포트 경은 칼을 치켜들고 마음속으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미안하다. 카이레스. 어쩌면 이번에...죽을지도 모르겠다.' '괜찮아요. 어차피 나라면 이미 죽었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대답해주었다. 물론 나는 죽는 것은 싫지만... 그렇지만 사 람에게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죽음을 두려워 하여, 영원히 살지 못하게 되느니, 죽음으로 진정한 삶을 살라는 것이 조 디악 나이츠의 노래였지? 스트라포트 경은 잠깐 뒤로 눈길을 던졌다가 비 장한 자세를 잡았다. "아마...이것이 내 영혼도 잃어버릴 마지막 노래가 되겠지만. 검의 노래 를 들어봐라!" 그순간 스트라포트 경이 매우 빠른 속력으로 뛰쳐나갔다. 주위에서는 그 를 향해서 무수한 리자드맨이 달려들었지만 그야말로 검광! 스트라포트가 지나가자 뒤에서 뭔가 털푸덕 털푸덕 쓰러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하아아!" "어리석은 놈!" 그러나 그때 드래곤이 브레스를 날렸다. 입을 쩌억 벌리자 목구멍에서 부 글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시무시한 수압을 지닌 것 같은 액체가 직선으로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스트라포트 경은 옆의 리자드맨을 밟고 뛰어올라 서 브레스를 피했다. 그러나 그때 드래곤의 날개가 펼쳐지며 스트라포트 경을 막았다. "차핫!" 스트라포트 경은 날아드는 날개를 소드블래스터로 올려치고 방아쇠를 당 겼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드래곤의 날개로 불꽃이 쏟아졌지만 제대로 꽂히고 터트린 것이 아니라서 타격이 크지 않았다. 나는 스트라포트 경을 돕기로 마음먹고 내 정신을 집중해서 쉐도우 아머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쉐도우 아머에 리피팅 보우건을 들려서 주위에 접근하는 리자드맨과 드래 곤을 향해 연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역시 내 몸이 아니라서 그런지 륭센 의 수갑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드래곤 윌카스트에게는 화살이 다 튕겨나 가고 만다. 리자드 맨들은 죽지만. "흥." 하지만 드래곤은 진짜 강적이군! 스트라포트 경은 몇번이나 드래곤에게 검을 적중시켰지만 날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쇠도 버터처럼 자르는 소드 블래스터가 들어가지 않을 정도라니! 게다가 드래곤의 공격은 너무나 벅 찬것들 뿐이다. 꼬리로 지면을 쓸면서 공격하면 스트라포트 경은 진짜 열 심히 뒤로 뛰어서 피한다. 그러면 이어지는 브레스 공격. 이번엔 옆으로 뛰어서 피하면 다시 앞발로 지면을 쓸면서 물려고 한다! 스트라포트 경이 검으로 반격하면서 피하면 날개... -퍽! "으윽!" 날개 끝에 난 갈고리 같은 손톱에 긁힌건 아니지만 날개가 너무 크다. 스 트라포트 경은 실끊어진 연처럼 주욱 날아가떨어졌다. 그나마 쉐도우 디 펜더로 막았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이 공격만으로 죽을 뻔했다. "제...제길!" "크하하하핫! 얼음! 죽음을 부르는 윤무를 춰라! 아이스 스톰Ice Storm!" "칫!" 스트라포트 경은 주위에서 날아드는 얼음덩이를 피할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얼른 쉐도우 디펜더로 그를 보호했다. -투타타타타타탁! 정말 차가운 얼음조각들이 무슨 자갈처럼 소리를 내면서 몸에 충돌한다. 하지만 일단 이건 버텨내었다. "그리고 냉기는 나의 적을 파한다! 콘 오브 콜드Corn Of Cold!" 과연 거대한 냉기의 폭풍이 블랙드래곤의 앞으로부터 뿜어져 나왔다. 스 트라포트 경은 피하는 대신 냅다 몸을 엎드려 늪으로 잠수했다. 그러나 정말 물의 수면에 살얼음이 다시 낄 만큼 엄청난 냉기가 휘익 지나갔다. "푸하! 이대로는 안되겠군! 제길!" 스트라포트 경은 뒤에서 다가오는 리자드 맨들을 칼로 베어버리고는 창을 들어서 드래곤에게 던졌다. 그러나 화살도 안 먹혔는데 드래곤에게 창이 먹힐까? 블랙드래곤은 코웃음 치면서 다가오더니 꼬리를 수면위로 내리쳤 다. 그러자 철썩 하는 소리와 함께 스트라포트가 뒤로 물러나다 넘어졌 다. "크으윽!" 세상에! 늪의 수면을 내리친 것만으로 이런 간접 타격을 준단 말인가? 그 런대 그때 갑자기 드래곤이 홰를 치면서 날아올랐다. 아니! 도약했다. "젠장!" 스트라포트 경은 바닥의 수초를 손으로 잡고 이를 악물었다. 드래곤이 수 면으로 떨어지고 퍼엉 하는 엄청난 소리와 함께 물기둥이 튀었다. 그 순 간 거대한 격류가 밀려온다. 드래곤이 노린게 이것인가? 스트라포트는 이 를 악물고 저항했지만 거대한 드래곤에 비하면 인간은 나뭇잎 하나에 지 나지 않는다. 결국 너무나도 거센 물살에 버티지 못하고 휩쓸려버렸다. 애써서 잡고 있던 수초들도 뿌리 채 뽑혀서 함께 날아가 버린다. 스트라 포트 경은 그렇게 물에 쓸려서 늪지에 떨어져 버렸다. 크아. 이거 내 몸 일텐데 오늘 완전히 걸레 되는 구나! "으으윽!" -솨아아아아! 하지만 그때 스트라포트 경이 손을 들었다. 이 주위는 또 아까전에 드래 곤이 산을 뿜어둔 곳인지 리자드맨들의 시체가 녹고 있었다. 물론 물이 많이 유입되어서 산은 바로 풀렸지만 손이 약간 화상을 입었군. '어이! 스트라포트! 하이피어스 드래군이라도 불러!' '그 calling은 손에서 떨어진 뒤 한번만 쓸 수 있어. 무리다.'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익. 뭔가. 그리핀이나 와이번이!" 하지만 그대신 이번엔 드래곤의 꼬리가 날아들었다. 스트라포트 경이 뛰 어서 피하려고 했지만 발 밑이 늪이다. 게다가 꼬리가 늪의 물을 쫘악 끌 면서 스트라포트 경에게 먼저 수류를 먹이고 그 다음에 적중한다! 나는 다시 쉐도우 디펜더로 막았지만 역시 역부족이다. 뻑 하는 소리와 함께 스트라포트 경은 다시 창공을 가르며 나가떨어졌다. -촤아아아악! 물이 주위로 흩어지면서 스트라포트 경은 쓰러진 고목에 충돌했다. 콜록 콜록하고 기침을 하는데 주위가 온통 붉게 물든다. 마치 내 몸안의 피를 다 짜낸 것 같다. "흠. 정말 질긴 인간이군. 이렇게 맞고도 살아있다니!" 드래곤은 입을 벌리고 스트라포트 경을 물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스트라 포트 경의 망토인 다크 레전이 발동하면서 블랙드래곤의 예리한 이가 허 공을 지나갔다. "지금이닷!" 그 순간 스트라포트 경이 소드블래스터를 잡고 정신력을 끌어모아서 몸을 움직였다. "하아아아아아!" 순간 무시무시한 강타가 드래곤의 옆얼굴을 강타했다. 스트라포트가 혼을 건 보람이 있는지 드래곤의 옆얼굴이 찢어지고 나가며 피가 튀었다. 그리 고 방아쇠! 하지만 무심하게도 딸칵하는 빈 공이 소리만 들려왔다. '빌어먹을! 하필 이럴 때 탄이 떨어지다니!' "제길!" 드래곤은 성질을 내면서 그 거대한 머리를 옆으로 틀었다. 피하고 자시고 가 없다. 쉐도우 디펜더로 막았지만 막는 다는 행위 자체에 의구심을 가 질 정도의 위력이다. "크억!" 뿔의 옆면, 둥그런 테에 맞았는데도 스트라포트 경이 비명을 지르며 늪 위로 떨어졌다. 리자드맨이 물에 떨어지는 스트라포트 경을 잡기 위해 그 물을 던졌지만 그는 즉시 주위를 향해 검광을 뿌려서 그물을 자르곤 일어 났다. 일어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검을 휘둘러서 그물을 정확히 잘라버리 다니. 확실히 대단한 실력이긴 하다. 그러나 지금 저 드래곤을 쓰러뜨리 는 것은 역부족이다. "제길! 뭔가 하늘을 날게...."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다가 왼쪽 눈을 손으로 가렸다. 헉? 설마 안 보이는 건가? "음." 그러고 보니 미믹에게 당한 팔에 묶은 로프가 어느새 풀려있었다. 역 시... 독이 올라왔군. 중독된 주제에 이렇게 싸우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라고 밖에 할말이 없다. 그러나. 지금의 스트라포트는 싸워야 한다. 그리고 이런 말 하면, 그래. 아무것도 아닌 내가 말한다면 건방지 게 여기겠지만. 나는 스트라포트를 친구로 생각한다. 그와 알게 된지는 얼마 안되지만, 만약 그와 같은 시대에 태어났다면 나는 그의 옆에서 칼 을 휘두르고, 등을 맞대고 적과 대치한 채로 농담을 주고 받고, 그리고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웃고 싶다. 그리고 나는 우유부단하고 멍청하지만 적어도 친구라 생각하는 놈을 위해서라면 목숨을 맡겨도 좋다! 내 몸에서 흘러나오는 피보다... 지금 마음속으로 울고 있을 그의 눈물 한 방울이 더 아픈 것이다. '일어나! 아직 희망은 있어. 탄창을 갈면...'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쉐도우 아머를 이용해서 소드블래스터의 탄창을 갈 았다. 그러나 드래곤은 그걸 보고도 별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하는지 천천 히 그러나 위압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위험하다. 저놈은 움직이는 그 자체로 죽음이요, 공포요, 절망이다! 그렇지만 이 몸으로 대체 저 산만한 드래곤에게 이길 수 있을까? 왼팔은 미믹에게 산인지 독인지 모를 것으로 중독 되어서 팅팅 부었고 독가스에 의해서 눈이 상했다. 인간 상태의 드 래곤에게 킥을 맞아서 몸 안에는 아직도 무수한 유리조각이 박혀 있을 테 고 저 드래곤에게도 무지하게 많이 맞았다. "하하하하...." 그러나 그때 스트라포트 경이 실성한 듯 웃었다. 제... 제길. 스트라포트 경의 정신도 이상해진 건가? 이렇게 엄청난 타격을 맞았으니 그럴만도 하 지. 하지만 그때 스트라포트 경이 하늘을 가리켰다. "날고 있군!" 그 순간 갑자기 뭔가가 날아들었다. 드래곤에 비해서는 작고 앞발도 없 는, 날개달린 도마뱀같은 큼직한 와이번이 위에 리자드 맨을 하나 태우고 날아오고 있었다. 스트라포트 경은 나에게 부탁했다. '카이레스. 저놈을 잡아줘. 나는... 힘을 절약해야 겠다.' '알았어.'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쉐도우 아머를 조종해 몸에서 튀어나왔다. 그러자 랜스로 이쪽을 찍으려고 하던 리자드맨이 깜짝 놀라는게 보였다. "크아아아아아!" 나는 쉐도우 아머의 포효를 내지르고는 팔꿈치를 접었다. 그러자 팔꿈치 끝에서 예리한 그림자의 칼날이 나타났다. 나는 그걸 휘둘러서 단숨에 리 자드 맨의 목을 날리고 녀석의 안장을 풀어서 시체를 늪으로 떨어뜨렸다. 그러자 스트라포트 경은 얼른 그걸 탔다. -크워! 하지만 그때 산성 브레스가 와이번의 꼬리를 직격했다. 하늘을 날던 와이 번은 깜짝 놀라서 꼬리를 파르르 떨었다. 그러나 치이익 하는 살타는 소 리와 함께 이미 꼬리가 다 녹아 없어져 버렸다. "하! 한번만! 제발 날아라! 날아!"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비명을 지르면서 랜스를 잡았다. 그러나 와이번 은 제대로 날지 못하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이미 죽어도 당연할 상처 다. 쉐도우 아머의 시각으로 와이번의 상태를 살펴보니 이 와이번은 꼬리 만 없어진 게 아니라 뒷다리, 뒤쪽까지 전부 다 녹아서 내장을 쏟고 있었 다. 제기랄! 애써서 탔는데! 역시 드래곤에게는 역부족인가?! "제기랄! 넥서룬이시여!"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그때였다. 갑자기 고요한 늪지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일순간 강해진 바람은 힘을 잃은 와이번의 날개를 펄럭이게 하더니 놀랍 게도 상승기류가 되어서 와이번을 잠시 띄워 주었다. 그순간 스트라포트 경은 바람을 타면서 기수를 돌렸다. "감사합니다! 넥서룬!" "크하하하! 어리석은 놈이군! 그런다고 인간에 불과한 네게 승산이 있을 것 같으냐?!" 블랙드래곤은 주문을 준비하면서 스트라포트 경을 맞을 준비를 했다. 나 는 얼른 스트라포트 경, 즉 내 몸의 그림자로 되돌아갔다. 스트라포트 경 은 부들거리는 손으로 고삐를 잡고 오른손으로 랜스를 꼬옥 쥐었다. "인간의 주제를 알게 해주마! 어리석은 놈!" "닥쳐! 윌카스트! 이 일격에 모든 걸 건다!"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외치고 랜스를 쥔 손을 등뒤까지 당겼다. 그리고 무서운 속도로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타아아아아!" 블랙 드래곤의 마법이 시전 된다. 얼음, 번개, 독... 모든 주문이 앞을 휘감지만 스트라포트경은 와이번의 목과 머리에 몸을 숨겨서 최소한의 방 어를 할뿐 용감히 돌격한다 와이번은 죽기 직전의 발악을 하는지 무모할 정도로 빠르게 떨어져 내린다. 아니 이건 비행이 아니라 이미 추락이다. 그러나 스트라포트 경의 예기는 죽지 않았다. "간다!" 스트라포트 경은 몸을 들어서 거창을 잡고 정신을 집중했다. 순간 창으로 부터 성스러운 빛이 비치기 시작했다. 스트라포트 경의 기합이 늪지 사이 로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데들리 어설트!Deadly Assault!" 순간 드래곤은 몸을 옆으로 움직여 피하려고 했다. 민첩하다. 저 거구를 가지고도 민첩하다. 그러나! 그러나 스트라포트 경은 더 빨랐다! 게다가 와이번은 이미 죽음이 완연한 상태에서 남은 생명력을 모두 짜내어서 발 광을 했다. 그래서 와이번이 감히 드래곤을 덮치면서 동시에 랜스가 충돌 했다. 아니 충돌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폭발이었다. 폭발이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크워어어어어어어어! 순간 늪 전체가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와이번과 드래곤은 한 떼가 되어 서 늪 위를 미끄러지며 주위를 온통 물기둥과 수류로 뒤덮었다. -촤아아아아아! 갈대건, 리자드 맨이건, 나무건 상관없이 모두다 휩쓸려 버린다. 드래곤 의 육중한 몸체가 지면을 쓸어버리면서 늪의 한가운대로 계속 밀려나간 다. -우두두두두두두! 치솟아 오른 물기둥이 수면으로 떨어지며 주위에 무지개가 일기 시작했 다. 마악 솟아오른 아침햇살이 더러운 늪에 오색찬란한 무지개를 뿌린다. 아! 이 무슨 장관이냐! "내...내가!" 드래곤은 그렇게 비틀거리더니 머리를 수면에 처박았다. 거대한 드래곤의 머리가 느릿느릿 수면에 처박히자 물기둥이 솨아 하고 치솟아 오르며 피 거품이 부글부글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 다시 그 고개를 들지 못하 리라. 스트라포트 경의 혼을 건 돌격이 강대한 힘을 자랑하던 블랙 드래 곤 윌카스트를 수면에 처박아 버린 것이다. "크으으윽!" 스트라포트 경은 충돌로 부러진 랜스를 잡고 몸을 웅크려서 둥그렇게 말 았다. 아마 충돌에 의한 내상이 심한 것 같았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크윽... 크아아아악!"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포효하면서 눈물을 떨구었다. 몸을 숙이고 눈물 을 삼키고 있는 그의 위로 낮게 뜬 아침해가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채 가시지 않은 물보라가 만드는 무지개가 아름답다. 너무 아름다워서 차라 리 처절하다. 마치 오래된 수도원의 벽화처럼 고풍스럽고 아름답지만, 처 절하기 짝이 없는 기나긴 전투가 끝난 것이다. "하아, 하아, 하아, 헉..." 감정을 주체하기 위해서 헐떡이면서...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 고 이제는 거대한 살덩이가 되어버린 와이번에서 뛰어내리다 안장에 발이 걸려서 힘없이 늪 속으로 떨어졌다. 진흙탕에서 그는 몸을 일으켰다. 힘 겹게. 마치 밑 없는 진흙 뻘이 그를 빨아들이기라도 하듯 그는 진흙탕에 서 허우적거리다가 겨우 일어났다. 피로 물든 늪에서 그는 비틀거리며 천 천히, 너무나도 천천히 걸어간다. 드래곤과의 전투가 할퀴고 지나간, 그 래서 완전히 파괴된 늪지를 그는 비틀거리며 횡단한다. 그리고 그는 탑의 입구로 들어가 몇 번이나 넘어지면서... 벨론델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 고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울고 있나요? 헤젤 드리스?" 벨론델은 떠지지 않는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그렇게 물어보았다. 하지 만 스트라포트 경은 웃었다. 눈에서는 피눈물을 흘리면서도 웃을수 있는 것이다. "아니요. 그럴 리가 있소이까. 내 ....내 사랑하는..." 그는 그렇게 말하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몸을 옆에 눕혔 다. '....' 순간 그의 의식이 꺼지고, 나 역시 갑자기 의식이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나와 스트라포트, 둘은 그렇게 의식을 잃어버렸다. < 내일 이 시간에 웃~ 더빙판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드래곤 폼이 휴머노이드 폼보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더 강 합니다. 설사 셀레스티얼 폼이나 핀드 폼으로 변해도 드래곤만 못하죠. 다음화 예고. 성황전설을 잉태한 성검 데일라잇. 다시금 성검은 그 모습을 드러내는가? 조디악 나이츠의 허락을 받아 마침내 오르테거 대제의 무덤에 도착한 카 이레스! 그러나... 천사백년의 시간을 넘어온 맹세와 의지. 12성기사의 의지를 넘을 수 있을 것인가?!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The Rogue! 그 제 22 화! 12성기사의 노래! 레이펜테나의 평화는 너나 지켜라! *********************************************************************** 그러니까 이때 인기투표 했으면 스트라포트가 1위일 것 같더라구. 불쌍한 카 이레스.-_-;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2 화 : 12성기사의 노래(Ballad of Zodiac Knights)#1 ------------------------------------------------------------------------ 팔마력 1548년 9월 19일 사랑이라는 건 숭고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 것도 바라지 않고 줄 수 만 있는 사랑. 신의 자비와 같이 모든 허물을 감싸주고 대가를 바라지 않 는 사랑이라고. 하지만 그게 아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다는 것은 결국 아무런 관심 도 없는 것을 돌려 말한 것이다. 그건 절대로 사랑이 아니다. 그래! 마치 신의 사랑처럼! 인간 하나하나에겐 아무런 관심도 없이, 그러면서도 너희 들 모두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잔인하고 헤프고 천박한 신의 사랑처 럼! 나는 따가운 태양 빛을 느끼면서 천천히 눈을 떴다. 늦여름의 강한 햇살 이 늪의 수면에 반사되어서 탑 안으로 비치고 있었다. 아마 그 빛이 내 눈꺼풀 위를 비췄나 보다.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힘들다. 마치 바짝 말라 버린 통나무를 힘들여 비트는 기분이다. 말라버린 통나무를 비틀어서 비 틀리면 그게 인간이겠는가? 그러나 정말 통나무로 느껴질 만큼 목이 뻑뻑 하다니 죽을 때가 다 되었는가 보다. 이런 몸으로 잘도 살아남았구나. 나 는 나 자신의 생명력에 스스로 경탄하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크으...." 내 몸에서 흐르던 피는 굳어서 이 검은 탑의 복도에 검붉은 딱지를 만들 어 놓았다. 피와 오물들이 뒤섞여서 말라붙은 검붉은 딱지는 이게 한 인 간의 몸에서 나왔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그 옆에서 벨론델은 어린아이처럼 잠들어 있었다. 분명히 성숙해 보이는 엘프의 숙 녀인데도... 그녀는 파괴된 정신을 따라 퇴행해 있었다. 그것만은 확실하 다. "제길!" 나는 몸을 일으켜 세워서 바로 앉혔다. 아직 빠지지 않은 유리조각과 사 기 조각들이 피부밑에서 욱신욱신 쑤시고 있다. 젠장. 이런 부상은 굉장 히 심각한데? 나는 이를 악물고 움직이지 않는 팔을 움직였다. 피와 진흙 으로 범벅이 된 몸에서는 지독한 악취가 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너 무 아파서 그런지 혼절할 때 소변도 흘린 것 같았다. 뭐 래도 좋다. 지금 은 몸이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아...우욱... 으아아아!" 나는 겨우겨우 몸을 움직여서 배낭에서 바늘을 꺼냈다. 그리곤 그걸로 피 부를 파서 유리조각을 하나하나 다 빼냈다. 그 다음에는 나이프로 옷을 찢어야 했다. 피와 진흙 때문에 단단하게 굳어서 제대로 벗겨지지도 않았 다. "제길." 나는 겨드랑이를 찢고 들어온 자그마한 자갈을 빼서 던지곤 몸을 일으켜 세우려다가 주저앉았다. 진짜 징그럽게도 맞았다. 블랙드래곤의 거대한 몸으로 사람을 이렇게 징그럽게 패버렸으니 인간이 버틸 수 있겠는가? 그 나마 쉐도우 디펜더 덕에 이렇게 살아있는 거지. "아... 꺄아아아. 주... 주인님!" 그런데 그때 벨론델이 깨어났는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비명 을 지르면서 탑의 안쪽으로 엉금엉금 기어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녀 를 말리려고 했지만... 목소리도 잘 안나오고 어이없게 걸을 수도 없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녀에게 기어가서 겨우 그녀를 따라 잡았다. "젠장! 진정해요! 진정! 이런 제길!" 나는 그녀의 눈을 살펴보았다. 오래 된 실밥으로 봉해진 눈꺼풀, 하지만 안구까지 꼬맨 것 같지는 않다. 나는 쉐도우 아머의 예리한 손톱으로 그 녀의 눈꺼풀을 봉해버린 실밥을 끊었다. 눈뿐 아니라 코를 막고 있는 실 밥도 다 끊어내고 발버둥 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세게 눌렀다. 그리곤 그녀의 눈을 억지로 뜨게 했다. 역시 이전 스트라포트 경의 꿈에서 보았 던 것처럼 매우 아름다운 진록색의 눈동자이다. 그러나 그녀의 눈동자는 초점이 없었다. 퀭한, 마치 나를 보면서도 바라보지 않는, 먼 시선을 가 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스트라포트 경에게도 향해져 있지 않았 다. "아... 주...주인님.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부디 용서해주세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이번에는 발버둥치는 대신 나에게 매달리기 시작했 다. 나는 그런 그녀를 힘으로 떼어 내면서 이를 갈았다. "제기랄! 완전히 미쳤잖아!" 나는 그렇게 욕을 내뱉고 벽에 기대어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아 제기랄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젠장. 빌어먹을! 나는 탑의 입구까지 그녀를 끌 고 갔다. 그녀는 힘줄이 끊어진 상태에서 나에게 매달리려고 발버둥 쳐댔 지만 나의 힘에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몸도 걸레나 다름없이 너덜 너덜해서 그녀가 발버둥 칠 때마다 매우 아팠다. "헉!" 하지만 그렇게 탑의 밖으로 나아간 나는 놀라고 말았다. 늪은 밑바닥부터 헤집어져 있었고 그 위로 무수한 리자드맨들의 시체들이 전쟁직후의 평원 처럼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폭풍을 맞은 것처럼 부러진 나무들, 그런 한가운데에 곱게 죽어있어야 할 블랙 드래곤 윌 카스트의 시체가 없었다. 역시... 그 공격에서도 살아있었단 말인가? 그럴 리가? 분명히 목덜미에 구멍이 나서 물에 빠진 걸로 거품이 뿜어져 나올 정도였는데? '블랙드래곤은 물에서 숨을 쉴 수 있지.' 스트라포트경은 그렇게 말해왔다. 나는 그의 말을 들은 순간 반가워서 답 했다. '뭐야? 죽은 줄 알았잖아. 왜 아무런 말도 없는 거야?' '차라리 진짜 완전히 죽어버리고 싶다. 그게 차라리 나을텐데. 어쨌거나 블랙드래곤은 아직 살아있는 것 같으니 이곳에서 벗어나라.' 나도 그 정도쯤 알고 있다고! 하지만 어떻게? 이렇게 자기몸 하나 지탱하 기도 힘든 상황에서 어쩌지? 하지만 그러고 보면 이런 경우는 많았지. 그 리고 그때마다 쉐도우아머가 힘이 되어 주었다. 나는 태양 빛을 애써 무 시하고 쉐도우아머를 몸에 걸었다. 그러자 곧장 전신에 유리조각이 박힌 것 같은 따가움이 느껴진다. 그렇지만 너무나 고통이 심해서 이제 고통이 고통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살을 짓무르는 어떤 강한 느낌만 전부였 다. 일단은 이곳에서 달아난다. 드래곤이 언제 몸을 회복해서 나를 찾을 지 모르니까. "꺄아아아!" 하지만 벨론델은 나를 바라보고 비명을 질렀다. 아마 어렴풋이 밝고 어두 운 것 정도는 보이는 것 같았다. 거의 지렁이 수준이군. 그녀는 그렇게 겁을 먹으면서 뒤로 물러났다. "제기랄!"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내가 봐도 저렇게 화가 나는데 스트라포트 경이 직접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는 그녀를 잡아서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곤 남쪽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일단은 이 습지를 벗어 나는 게 급하다. "자. 아아..." 스트라포트 경은 습한 늪지에서 어렵사리 구한 장작으로 불을 피워 조리 한 음식들을 손수 떠서 벨론델에게 먹여주었다. 그러나 벨론델은 망가진 정신으로 고개를 가로 저으며 그것을 거절했다. 고깃 국물이 튀고 스푼이 흙위로 떨어진다. 스트라포트 경은 아무런 말없이 그걸 손으로 주워서 손수건으로 잘 닦아서 다시금 그릇에 담긴 것을 퍼냈다. "아아." "싫어요. 언제나 먹던 게 아닌 걸요?" 언제나 먹던 거라면 인육을 말하는 건가? 이런 빌어먹을. 그 드래곤 놈이 아주 미친 짓을 골라가면서 했군. 원래 드래곤이라면 좀 장중한 악을 행 해야 하는 거 아냐? 이를테면 세계정복 같은 거 말야. 그렇게 장중한 악 을 실행하는 것도 아니고 본성 자체가 사악한 놈이라니 정말 혐오스럽다. 하지만 만약 내가 이런 일을 당했거나, 내가 아는 사람이 이런 일을 당했 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을 하니 측은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스트라 포트 경은 과연 이렇게 망가진 벨론델을 보고 어떤 기분이 들까? 내가 그 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에 스트라포트 경은 조심스럽게 수저를 그녀의 입까지 가져갔다. 하지만 그녀는 야멸차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 그럼 상처 치료나...."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벨론델의 상처 위로 손을 가져다 대었 다. 그러자 고신 넥서룬의 성스러운 빛이 그녀의 상처위로 쏟아져서 마치 빛이 살로 바뀌듯 상처를 아물게 하고 있었다. 스트라포트 경은 저 능력 을 하루에 한번 밖에 쓰지 못한다면서 계속 그녀의 상처만 지우는데 사용 했다. 그 중엔 꽤나 오래된 상처도 있어서 스트라포트 경은 그걸 지울 수 있을 때까지 성스러운 빛의 치료를 계속 반복했다. 레이온 핸즈Lay on hands라고 하던가? 지금은 팔마에 의해서 회복 마법이 신의 기적을 모방 한 악마의 사술 쯤으로 인정받지만 팔마가 그렇게 종교전쟁을 벌이기 전 에는 성스러운 기사들, 팰러딘들은 누구나가 이러한 성스러운 빛의 치료 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스트라포트 경도 그것에서 예외가 아니지만 이 레이온 핸즈는 정해진 시간에 쓸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스트라포트 경은 그 모든 역량을 전부다 벨론델의 치유에 기울이 고 있었다. 덕택에 그의 혜택을 받지 못한 나는 내 몸에 박힌 유리조각이나 사기조각 은 내 손으로 일일이 다 파내어야 했지. 뭐 스트라포트 경도 결국 내몸을 빌려서 그녀를 치료하는 것인데 그렇게 그녀를 치료하고서 정작 나는 내 손으로 직접 붕대 감아가면서 상처를 치료해야 한다니 불합리하다. 뭐 어 쨌건 스트라포트 경의 심정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 거로 신경 쓰진 않는다. 비록 결과가 어찌 되었건 간에 벨론델이 그에게 어떠한 의 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잘 알 것 같으니까. "음. 꺄아아아악! " 하지만 그때 멍한 표정으로 불을 바라보던 벨론델은 발작을 일으키면서 스트라포트에게 안겼다. 그리고 부들부들 몸을 떨기 시작했다. "주인님! 잘못했어요! 살려주세요. 어떤 벌이든 받을래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 저는 잘못한 게 없어요! 아니 있어요. 그래서 죄를 받겠어요!" 세상에. 전설적인 조디악 나이츠의 한명인 그녀가 이렇게 까지 망가지다 니. 하긴 천 몇 백년 간 가둬두고 고문과 학대를 거르지 않았을 텐데 망 가지지 않는 것도 이상하리라. 그런걸 독하게 실행한 드래곤의 사악함에 새삼스럽게 이가 갈린다. "...." 스트라포트 경은 발작을 일으키는 그녀를 끌어안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다만 앞을 바라보았다. 벨론델은 스트라포트의 품안에서 경기를 일 으키면서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 그만해. 나도, 나도 힘들어." 스트라포트경은 그렇게 말하곤 그녀를 으스러지게 끌어안았다. 그리곤 이 를 악물고 두 눈을 감았다. 마치 몸살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그는 몸을 부 들부들 떨면서 흐느꼈다. 아니 흐느낌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이를 악물고 참고 있었다. 제기랄! 도저히 못 봐주겠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그녀를 위 해야 하는 것일까?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그런데 왜! 왜 이렇게 까지 희생해야 하는 것일까?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다 못 해 정체를 밝혀서도 안된단 말인가? 사악한 흑룡 윌카스트에 의해서 미쳐 버린 벨론델에게... 그녀의 정신 건강을 위해서 헤젤드리스라고 말해야 할 필요가 있었어? 하다 못해 자기 자신의 이름이라도 알려선 안된 거냐 고! 이건 불공평해! 왜 그는 그녀를 위해서 죽어야 했는데! 그렇게 까지 희생했는데도! 그녀는 어째서 자신을 위해서 아무런 희생도 하지 않고 그 저 모든 여자에게 친절하고 노래에 익숙한 헤젤드리스를 선택해야 했지? 물론 노력을 기울인 순으로 여자를 차지하라는 말이 아니야. 하지만... 하지만 그러면 그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서 저주라도 퍼붓고 싶어진다고!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벨론델은 다시금 새근새근 잠들었다. '제길...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지?'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는 흐느끼는 소리마 저 새나가게 하지 않기 위해 이를 악 물어야 했다. 벨론델은 발작을 일으 키고 개처럼 기어도 되지만 그는 울음조차 마음대로 터뜨리지 못한다. '힘들다. 카이레스. 넘겨 받아.'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 몸을 나에게 넘겨주었다. 나는 그에게서 내 몸을 돌려 받고 이미 내 품안에서 잠들어 버린 벨론델을 지면에 내려 놓았다. 죽은 자와 산 자가 한 몸을 쓰게 되니 이런 일이 생기는 군. "으으윽." 몸의 상태는 여전히 말이 아니다. 드래곤과의 사투로 인해서 몸의 늑골은 전부 부러지고 전신의 관절이 메마른 마차 축처럼 비명을 지른다. 차라리 기름이라도 칠 수 있다면 좋으련만. 뭐 내 몸을 치료하지 않고 그녀의 치 료를 우선시한 덕택에 벨론델은 분명 이전의 아름다움을 회복한 것 같았 다. 하지만 정신이 망가진 것만은 넥서룬의 가호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스트라포트. 나 그 초혼을 하겠어. 그 헤젤드리스를 말야." '해.' 나는 스트라포트경의 허락을 받고 마법봉을 사용해서 초혼을 했다. 그러 자 과연 잠든 벨론델의 주위에서 새하얀 안개같은 것이 일어나더니 인간 의 형상을 취했다. 그것은 곧 살아 생전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마치 살아 있는 생령을 보는 것 같은 생생한 모습이었다. "안녕하시오. 노래가 마음에 차서 울리는 아주 멋진 밤..." "속없는 소리 하고있네." 나는 그렇게 말하고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헤젤드리스는 이상한 표정 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젠장. 조디악 나이츠의 노래에서는 벨론델을 깨끗 하게 포기한 사나이라고 나오는데 그게 아니였단 말이지. 하긴 죽은 사람 때문에 산 사람이 물러난 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껄떡대는 것도 정도가 있 어야 할 것 아냐! 게다가 이 녀석은 벨론델에게서 초혼을 했는데도 벨론 델이 무슨 꼴을 당했는지 전혀 모르고 있잖아! 같은 유령이라고 하더라도 스트라포트 경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스스로도 구현시킬 수도 있는 것 에 비하면 왠지 모르게 굉장히 허약한 유령이다. 마음가짐의 차이인가? "지금 설마 나에게?" "하나만 개인적으로 물어보자. 어째서 여자 하나 지키지 못했나?"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헤젤드리스는 이상하다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그 러더니 풀밭에 누워서 자고 있는 벨론델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서 물어보 았다. "벨론델?!" "그래. 젠장." 나는 다크레전을 벗고는 그곳에 마법의 봉을 사용한 뒤 벨론델에게 덮어 주었다. 그러자 역시 마법봉의 힘에 의해서 스트라포트 경이 나타났다. 스트라포트경은 대단히 슬프고 지친 표정으로 나타나서 만면에 미소를 머 금고 있는 헤젤드리스와 대면했다. 헤젤드리스는 스트라포트 경을 보자마 자 양팔을 벌리고 달려들었다. "오 친구여!" "그만둬. 피곤하다."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헤젤드리스는 그런 그를 바라보고 유령주제에 입맛을 다셨다. 그는 긴 머리칼의 일부를 손가락으로 꼬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이 경우는 말이네. 음. 자네가 확실히 먼저 죽은 거고 그녀는 누군가를 필요로 하고 있었네." "지금은 그런 변명은 필요 없어. 묻는 말에 대답해주게. 그대가 나에게 외친 그 '친구여~'라는 말의 메아리가 채 사라지기 전에." "묻게나. 친구여. 그대의 시적인 어휘도 나날이 늘어나는군. 그런데 벨론 델과 좀 이야기를 해도 될까?" 헤젤드리스는 그렇게 물어보고 있었다. 그러자 스트라포트 경은 앞머리를 쓸어 올렸다. "묻겠네. 자네는 그녀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했다...는 건 알겠어. 그렇다면 생전에 그녀는 행복했었나?" "에? 어떤 의미에서 묻는 말인가 그건? 출제의도를 명확히 해주지 않겠 나? 친구? 그대의 말은 심오하고 또한 가시가 박혀있어서 우매한 나는 그 대답을 위해 자칫 내 혀를 가시에 던질지 모른다네." "그러니까 그녀는 그대와 함께 있어서 행복했는가 하는 말일세. " ".... 물론이지." "...됐어. 그렇다면 자네라면 그녀를 제정신으로 돌릴지도 모르지. 계속 그녀를 위로해 줘. 나는 자리를 비키지."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뒤로 걸어갔다. 달빛이 쏟아지 는 어두운 숲으로 그는 천천히 걸어갔다. "스트라포트!" 나는 혹시 그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까 두려워서 그렇게 외치며 따라갔 다. 그러나 스트라포트 경은 뒤로 손을 내저었다. "걱정하지마라. 돌아온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어두운 숲 속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그러자 헤젤 드리스는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아 냅둬. 저 친구도 한 달에 한번씩 마법에 걸리거든. 그나저나 살아있 는 친구. 내 아내랑 이야기 할 기회를 줘서 정말 고맙네. 그런데 왜 그러 지? 어이." "젠장!" 나는 바닥을 발로 차고 헤젤드리스를 바라보았다. "나도 하나만 물어보자. 그녀가 무슨 일을 당했는지 정말 모르는 거지?" "뭐? 무슨 일이 있었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헤젤드리스에게 무슨 권리로 모독을 줄수 있 을까? 그걸 떠나서 내가 이들에게 뭐라고 말할 수 있을 까? 나는 조디악 나이츠도 아닌 제삼자에 불과한데. 그래. 스트라포트 경도 가만히 있는데 내가 나설 게제가 아니지.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럼 해후를 즐기시길. 아참. 그리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헤젤드리스는 빨리 벨론데 롸 만나고 싶어 죽겠는데 자꾸 내가 방해하자 발을 동동구르고 있었다. 유령주제에 발을 동동 구른다는 것도 우습군. "오르테거 대제의 무덤은 어디있습니까?" "아. 그것은 바로 고신 넥서룬의 숨겨진 신전이 있는 델시즈에 있다네. 델시즈는 이곳에서 남동쪽으로 내려가면 있어. 여기 거기 맞지? 얼음의 늪지? 그렇다면 확실해." "그럼 좋을대로." 나는 그렇게 말하고 뒤돌아서 나왔다. 그러자 헤젤드리스는 내가 아직 가 건말건 상관하지 않고 잠자고 있는 벨론델에게 속삭였다. 뭐 이후의 일은 그에게 맡길 수밖에. "벨론델! 벨론델! 아... 아니 이게 무슨 일이지? 오 맙소사! 신이시여!" 나는 헤젤드리스 경이 경악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 자 그곳에는 유령인 주제에 바위에 걸터 앉아서 달을 올려다 보고 있는 스트라포트 경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옆에 앉아서 물어보았다. "스트라포트?" "응?" "뭔 생각해?" "아니 그냥. 뭐 결과적으로 차인거구나 하고." "차여?" 그걸 차였다고 해야 하나? 차이는 거랑 수준이 좀 틀리지 않나? 하지만 정작 스트라포트 경은 나를 바라보고 히죽 웃었다. "녀석. 너 쓸데없이 사람이 좋다. 너무 좋아서 탈이야. 내 일인데 왜 네 가 신경 써 주냐?" "그야 신경 쓰이니까." "괜찮아. 이게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어차피 나는 죽은 놈인걸 뭘. 그 나저나 벨론델이 얼른 나았으면 좋겠다."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활달하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궁금해져 서 물어보았다. "감정이 그렇게 쉽게 정리가 돼?" "쳇. 됐어. 뭐 내가 그녀를 위해 죽었다고 해서 그녀보고 나를 기리며 수 절하라고 할 것도 아니였고 시간도 미치도록 오래 흘렀다고. 나도 이따금 정신이 흐트러져서 이제 한계라고 생각하는걸. 원래 그런거야. 사람의 마 음이란 건 랜스 차징하고 같아."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옆의 나뭇가지를 주워서 겨드랑이에 끼 웠다. "랜스는 말야. 말을 타고 달리는 거라서 동작이 매우 커. 너같이 빠르고 날랜 스타일이라면 사실 맞추기가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지. 하지만 나 라면 맞출 수 있어. 왠지 알아?" "실력이 차이나서?" 내가 그렇게 물어보자 스트라포트 경은 유령인 주제에 콧방귀를 뀌었다. 그는 방금전 랜스 대용으로 든 나뭇가지를 자기 코에 대더니 뚝 하고 부 러뜨렸다. "그런 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나는 내 공격에 확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 이야. 이게 반드시 맞으리라는 확신이 아니야. 그런걸 가지면 그게 깨어 질 때 인간의 정신이나 투지도 같이 깨지니까. 그보다는 이 공격이 빗나 가도 후회하지 않고 전진하리라는 확신이야. 상대가 맞건 피하건 간에 랜 스차저는 그걸 두려워 하거나 걱정해서는 안돼. 자기 자신의 창에 확신을 갖는 다는 것은 그런 것이지. 그렇게 하면 비로소 랜스도 쓸만한 무기가 된다고."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뭇가지를 내려놓았다. 그러더니 나를 바라보고 말했다. "역시 내가 너무 이상한 소리를 했나? 랜스에 빗대어 설명하다니 원. 배 운 게 이거다 보니까 이런 쪽으로만 머리가 굴러가는 구나. 어쨌거나 마 음이란 것도 마찬가지야... 만약 내가 그녀에게 거절 받을 걸 두려워하였 다면 나는 그녀를 위해 죽지 않았고 어쩌면 제명대로 살다가 죽었을지 모 르지. 다른, 그래 아마 미녀랑 결혼하고 자식들도 낳아보고 나도 아버지 란게 되어볼 수도 있을 거야. 아마 인간으로서의 인생을 많이 살아봐야만 손에 얻을 수 있는 경험들을 했을 거야. 어떤 면에서 내 인생은 반쪽짜리 지. 그렇지만 나는 그녀에게 내 모든 걸 걸었고... 네 생각대로 아무런 보답 없이 끝났어. 하지만 나는 보답도 바라지 않았고 빗나간 걸 가지고 아쉬워하거나 후회하지도 않아. 왜냐면... 거는 순간에 이미 그걸 각오했 으니까. 그래. 이건 그 칼릭 카르나크와 드래곤 뉴트 여자가 한 말이 맞 다. 인생은 도박, 모든 걸 걸 때 이미 잃을 각오도 해야 하는 거야. 그리 고... 솔직히 원망스럽고 화도 나지만, 그래. 내가 성인 군자도 아니고 어떻게 울화가 치밀지 않겠어! 그...그렇지만. 그게 바로 나니까. 벨론델 을 사랑하는 것은 그녀를 사랑했던 나를 사랑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나 조금만 더 나 자신을 사랑해보고 싶다."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피식 웃었다. "어차피 난 죽었으니까 그녀에게 고통을 주는 것보다는 내가 입다물고 좀 참는 게 낫지 않겠어? 그런 면에서 나는 공리주의자인 셈이지." "좀...참는다고? 제길. 당신도 쓸데없이 사람이 좋아!" 나는 그렇게 화를 냈지만 그 이상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스트라포트 경이 선택한 것이니까. 하지만.... "그나저나 너 카이레스. 성검을 얻기 위해서 헤젤드리스에게 허락을 받아 야 하는 것 아니었어? 벨론델에게도 허락을 받아야 하고 말야." "그건 내게도 생각이 있어."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스트라포트 경의 옆에 앉아서 달을 올려다보았다. 차가운 겨울 빛을 뿌리는 겨울을 보니 확실히 푸르게 보인다. "내게도 생각이 있단 말야. 크크큭." 나는 그렇게 웃고는 무릎 속에 고개를 파묻었다. 제기랄. 그렇게 잘난 척 하더니 결국 목숨을 던지고도 사랑한번 제대로 못 받아 보냐! 나는 절대 로 저렇게 되지는 않을 거다. 나는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오늘밤은 왠지 차가울 것 같구나. < 계 속 > -------------------------------------------------------------------- 조디악 나이츠 12인은 참... 내가 글쓰는 놈이지만 매력적이란 말야. 이 걸로 한 시리즈 써도 되겠다.-_-; 레이펜테나 클로니클이 아니라 레이펜 테나 로어...인가. *********************************************************************** 휘작의 뒤를 잇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군요. 아 그리고 저는 드래곤은 언제 나... 그레이트 웜 좀 넘으면 클래스를 갖게 만들어서... 물론 드래곤 기본 인 소서러 레벨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몽크라던가, 클레릭이라던가, 드 루이드라던가, 갖게 하니까. 훗. 아싸 좋구나!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2 화 : 12성기사의 노래(Ballad of Zodiac Knights)#2 ------------------------------------------------------------------------ 팔마력 1548년 9월 20일 나는 쉐도우 아머를 몸에 걸고 벨론델을 품에 안은 채 남으로 달리고 있 었다. 스트라포트 경에게 들은 바로는 넥서룬의 성역이 있는 델시즈라고 한다. 델시즈는 지금으로선... 신성 팔마 제국과 라이오니아 왕국의 벨키 서스 산맥이 연하는 곳이다. '벨론델은 좀 나아진 것 같네. 다행이다.'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헤젤 드리스와 대면을 시켜준 이 래로 정신적인 안정을 찾고 있었다. "아... 제길! 한계다." 나는 쉐도우 아머를 풀고 바로 그늘로 몸을 던져서 쓰러졌다. 쉐도우 아 머는 스스로 움직인다는 느낌이라서 몸의 통증이나 기능 저하의 영향을 덜받지만 태양빛 아래에서는 계속해서 타격을 입는 다는 문제점이 있었 다. 그래서 이렇게 좀 쉬어주지 않으면 쓰러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쉬어가면서 쉐도우 아머로 가는 게 걷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쉐도우 아 머는 말쯤은 가볍게 넘어가고 날아다니는 새도 추격할 수 있을 정도로 빠 른 것이다. "헉헉... 아 죽겠다. 몸상태가...너무 안좋아." 나는 자리에 앉아서 배낭에서 붕대를 꺼내서 피로 젖은 붕대를 되감았다. 이렇게 상처가 많을때는 원래 가만히 정양을 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곳이 브로큰랜드다 보니 정양을 할 곳이 못된다. 방금전에도 왠 괴상한 검은 표범 같은 것이 내 피 냄새를 맡고 추격해왔었다. "으윽." 나는 붕대를 앞니로 끊어서 매고는 상처들을 살펴보았다. 유리조각들은 꽤 잘 빠진 것 같은데 다른 건 어쩐지 모르겠다. 늑골은 아직도 다 부러 져 있어서 허리를 틀거나 몸을 비틀면 체온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일 종의 난방효과랄까? "..." 효과는 무슨. 아퍼 뒤지겠다는 소리지. 뭐 가슴에는 압박붕대를 매놔서 뼈가 놀지 못하게 해 놨는데 이동하다보니까 감아둔 의미가 없다. 그런데 그렇게 마악 붕대를 몸에 감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멀리서 떠드는 소 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이런 제길." 다 감지도 못했는데 벌써 오다니. 나는 얼른 뼈 위쪽에 염증을 가라앉힐 연고형 소염제를 바르고 붕대를 대충 감은 뒤 나무 뒤로 숨었다. 앗차. 이런 바보짓을! 소염제는 원래 좀 자극적인 냄새를 풍기기 때문에 인간이 래도 찾기 쉬울 거다! 하물며 휴머노이드들이라면?! "크켁~ 쿠이취 쿠이취!" 그러나 그때 길의 북쪽에서 나타난 것은 울프 라이더(Wolf Rider)들과 그 들을 이끌고 있는 홉 고블린 샤먼이었다. 샤먼은 사람의 눈임에 분명한 구슬들을 꿰어서 특이한 색채로 칠한 나무방패에 매달고 팔다리에는 온통 주술적 의미로 가득한 매듭을 매고 있었다. 이국적인 색채가 강하고 상당 히 화려하군. 어쨌거나 나는 몸에 연고를 바른 상황이기에 최후의 경우를 생각해서 검에 손을 가져갔다. 과연 놈들은 내가 멈춰 섰던 곳에서 움직 임을 멈췄다. 아! 갈등되네. 이대로 놈들이 발견하지 못할 거에 기대를 해볼까? 아니면 여기서 리피팅 보우건으로 일단 점수를 벌고 들어가? 아 니면 쉐도우 아머를 치고 다시 열심히 달아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고 나 무 밑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놈들은 내 연고 냄새가 분명히 날텐데도 별 로 냄새에 신경쓰지 않고 저희들끼리 말하기 시작했다. 주로 고블린 어였 지만 고블린의 어는 원래 샤기투스어에서 파생된 것이라 어감이나 어휘등 으로 대충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남쪽에서 누군가가 오크부족을 공격해서 이 고블린들이 증원으로 파견 된 것 같았다. 병력 구성이 울프 라이더로 대부분 메워진 걸로 보아 이들은 선발대이고 그 뒤로 꽤 대군이 몰려오겠지. 음. 확실히 골치아픈데. 몸도 이런데 고블린의 대군이라니. 고블린은 인간의 허리정도에 녹색 피부를 가진 도깨비같은 종족이지만 홉 고블린은 인간보다도 머리하나는 더 크다. 놀과 비슷한 크기랄까? 그런 놈들이 증원을 해올 정도라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혹시 라이오니 아 왕국이 설마 노스가드에서 반격으로 치고 올라간 것일까? 그렇다면 이 노그도 별 힘을 못쓴다는 이야기니까 굳이 무리해가면서 성검을 얻을 필 요도 없을 것 같은데? 나는 그런 낙천적인 생각을 하곤 좀더 그들의 대화를 엿들어 보았다. 하 지만 그 다음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발음도 부정확하고 원래 고블 린들이 말은 잘 하지 못하니까. "크이취!" 하지만 그때 갑자기 벨론델이 몸을 살짝 틀었다. 나무위에 숨어있다 보니 까 그것만으로도 부스럭 하는 소리가 났다. "쿠으?" "키엑?!" 그순간 고블린들은 즉각 이쪽을 돌아보았다. 이런 제기랄! 사실 나는 전 신에서 비명을 지를 정도로 몸이 안좋은데도 억지로 참고 버티고 있었다. 사람이 원래 가만히 있기가 힘든 법이라고 소리도 안내고 가만히 나무에 숨어있는데 얼마나 힘든가. 하지만 벨론델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뭐 달리 숨을 곳이 없기도 했지만. "캬!" 고블린들은 나를 발견하고 즉각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다이어울프들이 흥분해서 짖어대기 시작했다. 이리된 이상 숨어봐야 의미가 없군. 나는 벨론델을 끌어안은채 나무에서 뛰어내려 지면에 착지했다. "흥." 나는 지면에 손을 대고 가만히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마치 먹물이 퍼 져나가듯 내 그림자가 지면을 통해 확장하면서 그들을 덮쳤다. 그리고 쉐 도우 스파이럴, 지면으로부터 손이 튀어오르면서 고블린들을 공격했다. -쉬이이이익! "키에에엑!" "캬오!" 몇몇 놈들은 물러나서 그 공격을 피했지만 그렇지 못한 녀석들은 그대로 피투성이가 되어 나동그라졌다. 나는 그 다음에 쉐도우 아머 어그레시브 를 걸고 달아났다. 뒤에서 홉고블린의 샤먼이 주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렸 지만 홉고블린 샤먼의 마법 정도는 내 마법저항을 뚫지 못했다. 뭔가 뒤 에서 좀 간지러운 느낌이 나고 그뿐이었다. -컹컹! 울프 라이더들이 나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쉐도우 아머는 거의 치타도 따 돌릴 수준이라서 별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몸이 아프다. 부상을 입은 몸으 로 계속 쉬지 않고 달리다 보니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렇다고 멈춰서서 고블린들과 싸울 수도 없는 것 아닌가? "엎드려라." "에?" 그런데 갑자기 앞쪽 수풀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엉겁결에 그 말대로 엎드려 버렸고 그순간 푸른 섬광이 내 머리위로 지나갔다. -파지지지직! "됐다. 이제 일어나도 돼." 됐다니? 내가 몸을 일으켜서 뒤를 돌아보니... 고블린들이 모두들 멈춰서 천천히, 너무나도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뭔가 매우 부자연스럽 다? 그러니까 방금 전까지 훌쩍훌쩍 뛰어오던 늑대들은 그 느린 속도로 하늘에 떠있는 것이다. 즉 느려지긴 했는데 폼은 여전히 무서운 속도로 달려올 때와 같다는 것이다. 마치 무슨 전쟁을 그린 벽화에서처럼 생동감 이 있는 장면이랄까? "누구야?"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곳에서 갑자기 쿵 하 고 뭔가 묵직한 것이 나타났다. 에? 그 이동 두꺼비잖아? 그리고 그곳에 서는 연녹색과 푸른색이 섞인 특이한 머리칼을 늘어뜨리고 있는 엘프가 있었다. 은색의 반투명한 문신을 전신에 하고 있고 손에는 왠 창을 들고 있는데 내가 정상적인 엘프를 본적이 없어서 저게 정상인건지 비정상인 건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좀 피부색이 진한 실반엘프와 달리 새하얀 피부를 가지고 있는 걸 보니 종족으로는 하이엘프일까? "크으..." 하지만 역시 그를 보는 순간 공포가 밀려온다. 캐스윈드는 염마대전 때 환염의 미카엘을 죽여버린 초강력의 마법사, 혹은 초능력자로 여겨진다. 아니면 둘다 일지도. 그가 전생의 나를 죽였기 때문에 나는 그를 보면 원 초적인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가 나를 공격하지 않을거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가슴이 벌렁거리는게 상당히 두렵다. 게다가 스트라포트 경도 놀라고 있었다. '세상에... 저건 누구야 도대체. 아니.. 누구야라고 묻는 것 보단 무엇이 냐고 묻는 게 더 나을 정도로군.' '뭐?' '아니 이쪽의 이야기야.' 스트라포트경은 그렇게 말끝을 흐렸다. 그사이에 캐스윈드는 그 이동두꺼 비에서 가볍게 뛰어서 지면에 내려섰다. 이동 두꺼비의 등잔이 꽤 높은데 도 뛰어내리는 폼이 마치 계단 한 칸 내려오듯 거침이 없다. 동작도 매우 빠르고. "이야. 오래간 만이군. 이런데서 만나다니 인연이란 참 신기한 거야. 그 렇지 않나? 음. 이름이?" "카이레스." 정말 이놈은 징그럽게 사람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군. 나는 쉐도우 아 머를 풀고 그렇게 말했다. 뭐 마악 달아나려던 놈이 쉐도우 아머를 풀어 도 되는가 의심스럽지만 뒤의 저놈들을 보아하니까 안심을 해도 될 것 같 은데. 놈들은 거의 멈춰진 시간속을 헤엄치는지 빌빌거리고 있었다. 하지 만 과연 어떤 마법을 썼길래 저렇게 만들 수 있는 것일까? 저렇게 느려져 서야 원. 하나씩 목을 따주면 수백, 수천이래도 무난하게 죽일 수 있겠 다. "오. 그 여자가 벨론델인가? 흠. 이야기는 좀 들었어. 상태는 어떤가?" "뭐... 안 좋아."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때 캐스윈드의 뒤쪽에서 두꺼 비를 몰고 있던 예의 그 드워프, 그림스위그는 벨론델이란 이야기를 듣자 마자 놀라서 내려다보았다. "가만! 벨론델이라고?! 오! 역시 미인이군." "...." 저 놈의 머리통 속에는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 거야? 나는 그게 상당히 궁 금해졌다. 아무리 밝히는 벨키서스 레인저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실성한 사람을 건드리지는... 않을까? 확신할 수가 없잖아? 음. 뭐 그렇게 전부 발정 난 것은 아니고 말야. "그런데 다른 동료들은 다 어쩌고 여기에 혼자있는 거지? 혹시 따돌림 당 하는 거야?" "...." 내가 나이가 몇인데 따돌림을 당해? 아니 왜 거기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 는지 모르겠다. 저놈의 뇌는 정상인의 그것과 상당히 다른 모양이군. 어 쨌거나 주위도 안전해졌겠다 나는 다시 주저앉아버렸다. "어... 일어나야 하는데. " 하지만 몸이 일으켜지지 않는다. 나는 감기는 눈꺼풀을 주체하지 못하고 픽 쓰러져 버렸다. 에라 뭐 사람도 앞에 있겠다. 설마 저 많은 괴물들 앞 에서 쓰러진걸 못 본체하고 그냥 넘어가진 않겠지! 9월 21일 눈을 떠보니 주위가 파르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무인지 금속인지 알 지 못할 재질로 되어있는 지붕이 기우뚱거린다. 아마도 그 두꺼비 등에 얹혀진 집인 것 같다. 역시 내 예상대로 쓰러진 사람을 버리고 갈 만큼 모진 놈은 아니었나보다. "음. 얼마나 지났지?" '하루 지났어.' 스트라포트 경이 그렇게 대답해주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몸을 일으켜 보았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몸의 상처가 전부 사라져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근육통마저 없어져서 몸을 움직이는데 아무런 부담이 없다. 게다 가 근육에는 활력이 잔뜩 들어차있고 피로도 싸악 가셔있었다. 이 브로큰 랜드로 피신 온 이래 이렇게 몸의 컨디션이 좋은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아흠. 음냐음냐. 여자다~." "...." 나는 벽에 붙박이로 되어있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곤 밑을 살펴보았다. 침대 밑에는 모포를 두르고 굴러들어가 있는 그림스위그가 있었다. 벨키 서스 산맥에서 자주 들려오던 잠꼬대, 그것과 별로 다를 게 없구나. 어쨌 거나 갑자기 활력을 회복한 몸을 일으켜 창밖을 보니 해도 뜨지 않은 새 벽이다. 동쪽 하늘이 점점 쥐색으로 밝아지는 것을 보니 얼마 안가면 해 가 뜨겠구나. "벌써 일어났어?" 그런데 그때 캐스윈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고개를 돌려보니 캐스 윈드는 옆의 나뭇가지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있었다. 도저히 인간의 체중을 버티지 못하게 생긴 가느다란 나뭇가지인데 캐스윈드는 마치 청설 모나 다람쥐라도 된 것처럼 사뿐하게 앉아있다. 세상에. 어떻게 저럴수가 있는 거지? 저 나무의 높이는 상당해서 이 거대한 두꺼비의 집에서도 올 려봐야 할 정도다. 그런데 그 위의 가느다란 가지에 앉아서 흔들리지 않 은 채로 자세를 잡고 있다니. 게다가 눈을 감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명 상을 하는 것 같았다. 그의 몸에 새겨진, 아니 입혀진 문신들은 마치 살 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고 어깨 위에는 한 개의 사이 크리스탈Psi crystal이 떠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저게 바로 누워서 천장을 보고 있을 때 비치던 불빛의 정체로구나. "헤? 뭐하고 있는 겁니까?" 나는 신기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캐스윈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 "명상. 아카식의 파동을 몸에 받아들이는 것이지. 재미있다고 의외로." "..." 이해할 수가 없군. "네 동료가 가까이에 있으니까 만나게 해줄게. 합류하면 되겠지?" 캐스윈드는 그러게 말했다. 아마 남쪽에 그 사고를 친 사람들이 내 동료 들인가 보다. 킷이나 워로드라면 틀림없이 저정도 사고쯤 우습게 칠 수 있으리라. 어쨌거나 나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당신은 뭐를 하려고 여기저기 돌아 다니는 거죠?" "나? 나야. 음. 실은 흑의 탑을 점검하려고 했었지.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군." "흑의 탑? 그러고 보니까 들리는 이야기에는 흑의 탑이 염마대전 때 멸망 을 앞에 둔 마법사들이 자신들의 힘을 봉인하기 위해 세운 탑이라던데 맞 나요?" 내가 그렇게 질문을 던지자 그가 나에게 반문했다. "어째서 그걸 나에게 묻는 거지?" "당신이 염마대전 때부터 있었다는 걸 아니까."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명상을 그만두고 제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바라 보았다. 바라보는 눈길에 이채가 어려있다. 아니 눈이 스스로 빛을 발하 고 있는 것 같다. "재미있군. 그런걸 알고 있다니. 어떻게 알았지?" "초능력자잖아...." 내가 그렇게 퉁명스럽게 말하자 그는 훗 하고 웃어주었다. 그리고는 마음 을 바꿨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흑의 탑의 정체는 인간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거야. 특히 그대처럼 호기심이 강한 인간에게는. 하지만 말해두고 협력을 얻는 게 도움이 될지 도 모르겠군. 언젠가는 반드시 벗겨질 베일이니까." "에?" 나는 캐스윈드가 갑자기 준엄하게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을 보곤 놀라서 바라보았다. 염마대전의 생존자가 그들의 비밀을 나에게 전수해 주려고 하는 것이다. "이 레이펜테나의 중앙대륙은 오래된 이름으로는 뢰흐네펜이라고 하지. 어려운 발음이지?" "...매우 어렵군." "뢰흐네펜의 북, 남, 동 , 서에 세워진 네 개의 탑이 있지. 북의 흑, 동 의 청, 남의 적, 서의 백... 이 네 개의 탑은 다른 차원과 연결되어 있어 서 일반적인 텔레포트나 디멘전 도어로는 접촉할수 없고 설사 입구로 들 어가더라도 강력한 마력을 지니지 않은 자는 입구에서만 헤멜 수밖에 없 어. 그러나 그 안에 일단 들어서서 네 개의 탑의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면... 마법이 부활하지." 나는 그 말을 듣고는 깜짝 놀라서 캐스윈드를 바라보았다. 그럼 캐스윈드 가 쓰는 건 마법이 아니란 건가? 그러자 내 의아한 시선을 느꼈는지 그는 해명을 하기 시작했다. "염마대전 이전에는 시크카루트들, 즉 흑인들중 원래 정신이 고양되어있 는 상위종족들이 주로 마법을 배웠지. 용들에게서 드래코니안, 즉 용언으 로 전해진 마법은 그 강대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 많은 인고가 필요했 어. 굉장한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돼지. 적어도 인간에게는. 그렇기에 마법사는 그때 당시에도 그렇게 많지 않았지. 하지만 신화시대 이래로 트 루 오우거 메이지와 천사, 악마나 용인, 혹은 진짜 용들의 피가 흐르고 있는 몇몇 인간들이 있었어. 인간들과 교류를 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피가 섞이게 되었고 그것이 유전되면서 특별한 형질을 자손들에게 선물로 주었 지." "그것이 바로?" "마력의 피. 즉 소서러로서의 재능이지. 그때 당시는 신화세계 때로부터 그렇게 오래 유리되어있지 않아서 사람들에게 남은 피의 영향도 매우 강 했지. 지식으로 마법을 배운 시크 카르투들과 혈인마력으로 인해서 마법 을 익힌 소서러들이 온 천지에 널려있었을 정도니 어쨌거나 지금보다 훨 씬 더 마법이 보편화 된 세계였지. " "그건 안다고요. 그런데 그렇게 해서 저 탑은 왜 만든 겁니까?" 내가 그렇게 질문을 던지자 캐스윈드는 뒤돌아서서 북쪽, 흑의 탑을 바라 보았다. "저 흑의 탑은 에보케이션Evocation을 담당하고 있지." "에보케이션?" "그래. 에보케이션 계열, 즉 강령계 마법의 힘을 관장하는 인보킹 타워 야. 저 탑의 기능이 회복되면 탑은 에보케이션과 관련된 차원의 문을 열 고 유지하면서 그 영향력을 이 중앙 대륙 전체에 행사한다. 그 영향권의 안에서 에보케이션 계열의 모든 주문들은 강력해지고... 그로 인해 생긴 파동으로 흐려진 피 속에 잠든 마력이 되살아나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소서러로서의 능력에 각성하게 될 거야. 아무리 순수한 혈통의 인간들이 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조상의 조상을 따라 계속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신 화적인 존재들과 만나게 되지. 그들의 자취는 긴 시간 속에서도 남아있기 마련이거든. 그걸 일깨우는 역할을 해준다는 것일세. 그렇게 저 탑이 재 기동하게 된다면 무수한 사람들이 소서러로서의 능력에 각성하게 되고 그 러면 굳이 용언(Draconian)의 연구가 없이도 바로 마법의 부활이 이루어 지는 것이지." 음 분명히 인간들 중 신화시대의 괴물들, 천사, 악마, 그리고 용의 피를 이어 받은 이들은 소서러로서 지금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범위가 더더욱 넓어진 다는 것인가? 소서러로서의 능력에 각성하게 된다 라. 음. 좋은데? 그러면 나도 마법을 쓸 수 있게 되려나? 아니. 사실 혈 인 마력으로 생각해보면 내가 마법을 못 쓰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나? 나야 원래는 환염의 미카엘이고 그 혈인 마력이 너무나 강력해서 마법저 항 까지 있을 정도인데? 원래 마법 저항이란 것은 자기 몸을 해하려 하는 마법에 대해서 체내의 마력이 자동 반응하는 항체현상 같은 것이라고 한 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곤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서 살펴보았다. 어쩌면 나에게도 소서러로서의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래. 북의 탑이 에보케이션이라면 남쪽, 적의 탑은 얼터레이션 Alteration 변환계의 힘을 봉하고 있다. 서쪽, 백의 탑은 어뷰저레이션 abujeration 강화계를 봉했지. 동쪽, 청의 탑은 인첸트먼트enchantment를 ... 이렇게 사대 마력의 탑을 다 풀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혈인 마력에 눈뜨게 되니 명실 상부한 마법 시대의 부활이 되는 것이지. 4대 계열이 다라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그것만 봉인이 풀려도 나머지 마법의 부활은 식은 죽 먹기 거든. 이 많은 인간들을 보면. " "좋은데요? 그건? 음. 마법을 쓰면 사람들의 생활이 편리해지고 좋아질 것 아닌가요?" 나는 그렇게 생각을 해보았다. 이제부터 돌을 자르거나 할 때도 마법을 쓰는 거고 이동할 때도 마법으로 이동하고 건물을 지을 때도, 물건을 나 를 때도 그렇게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편리하기 그지없군. 물론 마법 이 전쟁에 악용될 것도 생각해야겠지만 마법이란 것은 결국 도구잖아? 어 차피 칼로 싸우나 마법으로 싸우나 그게 그거지. 그러나 캐스윈드는 고개 를 저었다. "하지만 마법의 탑을 해방시키기엔 아직 이르고 무엇보다도 이걸 해방시 키면 인간들의 역사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으니까. 게 다가 인간들에게 혈인마력이 생긴다면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로서 차별을 하거나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고자 하게 되지. 지금의 인간 사회가 더 낫 지 않나? 유전으로 이어지는 마력이란 것이 있으면 싫어도 혈통의 가치란 것이 생길텐데?" "그렇다면 지금은 안그런가요? 혈통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용모라면 어 때요? 잘생긴 사람, 못생긴 사람. 머리좋은 사람 나쁜사람. 어쨌거나 유 전이란 건 분명히 지금에도 전해지고 있고 비단 그런 형질만 유전되는 건 아니잖아요? 돈도 있고 신분도 있고... 그런 사회적 지위도 세습되는데 뭐 마법 하나쯤 더한다고 해서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지는 않네요." 내가 그렇게 말하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름대로 일리는 있군.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 배후에는 여러 가지 역학 관계가 있어서 순수하게 마법의 재건을 위한다고는 할 수 없지. 어 쨌거나 그러한 것이니 이후의 세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저 탑은 공략하지 말아주게. 로그마스터. " "...." 또 몸에 오한이 든다. 캐스윈드는 상당히 차가운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확연하게 느껴 지는 밝기의 은은한 빛이 그의 망막안에서 고동치고 있었다. 역시 최강의 호문크루스들을 혼자서 다 제거할만큼 강 력한 대마법사의 비위를 건드리는 것은 사양하고 싶다. "뭐 그런거야 어찌되었건 간에 몸은 괜찮나? 굉장히 부상이 심하던데." "아 덕분에. 그건 그렇고 혹시 조디악 나이츠의 맹세가 어떠한 메카니즘 을 가지고 성역을 보호하는지 아십니까?" 그러자 그 순간 스트라포트 경이 놀라서 나에게 말을 걸었다. '너 도대체 무슨 속셈이야? 어이?! 카이레스!' '아 좀 가만히 있어.' 나는 그렇게 말하곤 왼손으로 눈을 가렸다. 해가 뜨기 시작하면서 동쪽에 서부터 눈부신 햇살이 비쳐들고 있었다. 캐스윈드는 좀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그런 건 왜 물어보는 거지? " "그야 당연히..."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가슴을 쳤다. "성황 오르테거 대제의 무덤을 도굴하기 위해서죠!" < 계 속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시스프리 애니를 봤습니다. 이 묘한 허접함속에 숨어있는 썩은 사상의 냄 새가 저를 즐겁게 하는 군요. 그래. 이거야! *********************************************************************** 폭~처음엔 여섯놈도 상대하기 힘들던 고블린을... 4레벨에 도달하자 부족을 아작 낼 수준이 되다니. 감격! 단. 사이킥 워리어 이거 울버린을 생각해서 만들어진 것 같단말야.;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2 화 : 12성기사의 노래(Ballad of Zodiac Knights)#4 ------------------------------------------------------------------------ 팔마력 1548년 9월 22일 아침의 호수는 물안개가 짙게 피어있었다. 칼로 자르면 정말 잘릴 것처럼 두터워 보이는 희뿌연 안개가 눈앞을 가린다. 밤새 모기가 기승을 부려서 인지 펠리시아 공주는 볼을 싸잡고 정말 볼멘 소리를 하고 있었다. 우리 들은 그렇게 일어나서 여행을 떠날 채비를 다 챙겼다. 그러자 그 때에 정 확히 맞추기라도 한것처럼 호수 서쪽의 숲으로부터 캐스윈드가 나타났다. 그는 짙은 안개 속에서도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리를 향해 걸어 오고 있었다. 정말 신출귀몰하달까? 사실 저정도 되면 같은 살아있는 생 명체로도 보이지 않는다. "여어. 다들 잘 잤나?" "캐스윈드!" 디모나는 그림스위그가 추근 대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빠르게 뛰어가 서 캐스윈드의 팔에 매달렸다. 그러자 그림스위그는 닭쫓던 개가 지붕 쳐 다본다고 정말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 무슨 일 있었나?" 캐스윈드는 꽤나 자상한 어투로 디모나에게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일은 쥐뿔이. 디모나는 그 팔짱을 끼고는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밤동안 어딜 간거죠?" "그걸 신경쓰면 좋은 제자가 되지 못한단다. 스승은 제자에게 행동을 일 일이 보고하지 않는 법이거든. 그 반대면 모를까." 캐스윈드가 그렇게 말하자 디모나는 헤죽 웃으면서 더더욱 밀착한다. 그 림스위그를 열받게 만드려고 일부러 저러는지는 모르지만 보고 있자니 나 까지 화가 나잖아. "그러면 다음부터는... 응? 피냄새가?" "아. 뭐 아무것도. 하하핫. 좀 제거할 놈이 있어서." "...." 아무것도~라고 말하면서 그런 내용이 올수 있는 거냐? 누구를 제거했단 말야? 나는 기가 막혀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만약 캐스윈드 가 나를 기억해 낸다면. 그래 염마대전 때의 일을 기억해 낸다면 나도 그 제거할 놈의 일원이 되는 게 아닐까? 게다가 저 캐스윈드를 막을 자신이 없다. 칼을 들고 싸우는 놈은 사실 아무리 무서운 놈이라고 하더라도 달 아날 자신이... "흠. 누구를 해치웠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인간의 피냄새는 아니군. 피에 서 밀향(蜜香:벌꿀냄새)이 나는 걸 보니... 오우거 메이지 팔부중인가?" 킷은 그렇게 물어보았다. 그러고 보니까 킷에게도 달아나기 힘들구나. 그 러고 보니. 그루자트도... 내가 칼릭 카르나크는 이길 수 있으려나? 갑 자기 자신이 팍팍 없어진다. 스트라포트 경도 만약 지금까지 살아있거나 한다면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는데? 아니 솔직히 인간이 아무리 와이번을 타고 날았다고 하더라도 거창 한방으로 드래곤을 고꾸라뜨린다니 그거 말 이나 될법한가? 나도 내가 직접 보기 전엔 절대로 믿지 않았을 것이다. "오우거 메이지 팔부중이라니? 트루 블러드 오우거 말씀하시는 겁니까? 염마대전보다도 더 전에 이 세상을 지배한 귀신의 종족?" "워로드는 뭔가 알고 있나 보군?" 킷이 그렇게 물어보자 워로드는 놀라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요. 그건 정말 오래 전에 내려오는 괴물같은 귀신들입니다. 그런데 그런 걸 잡다니." 확실히... 아담카드몬 전설에 보면 태초에 샤다이로부터 태어난 아담카드 몬은 인간들의 시조가 되고 그때 당시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던 마수들, 오우거 메이지 팔부중이라는 여덟 종족의 귀신들을 물리쳐 문명 발달의 기틀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인간들은 이 세계의 패권을 오우거 메이지들로부터 찾아왔고 그렇게 인간들에게 세계의 패권을 빼앗 긴 오우거들은 그후 귀신으로서의 힘을 잃고 단순한 몬스터로 전락해버렸 다. 마치 염마대전 때의 인간들이 지금의 인간에 비해서 훨씬 뛰어난 능 력을 지닌 신과 같은 종족이었던 것과 비견된다고 할까? 그런데 그런 희 귀종족을 죽였다니. "그런거에 신경쓰지 말고 이 팔이나 놔라. 그런건 나의 프라이버시니까." "프...프라이버시." 나는 기가 막혀서 캐스윈드를 바라보았다. 디모나도 좀 질리는지 그의 팔 을 놓았다. "자자. 그러면 가실까요?" 그림스위그는 우리들 모두에게 그렇게 말했다. 뭐 캐스윈드가 뭘 죽였건 어찌되었건 그건 신경쓰지 말자. 신경쓰면 정말 다시금 가슴속에서 공포 가 밀려온다. 캐스윈드가 언제 나를 알아채고 죽이려 들지 모르니 말이 다. 그럼 가볼까. 성황 오르테거 대제의 무덤을 도굴하러! 9월 23일 델시즈는 벨키서스 산맥의 북쪽으로 벨키서스 산맥과 임페리얼 가드 산맥 의 교차점에 위치한 협곡이었다. 이곳은 신성 팔마 제국과 라이오니아 왕 국의 국경지대인 셈이다. 정확히는 제국과 라이오니아, 그리고 브로큰 랜 드의 삼국 접경인 셈이지만 아무도 이 근방엔 병력을 배치 하지 않았다. 제국도 왕국도 휴머노이드들도, 아무도... 그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로 이곳의 지형은 굉장히 험하 다. 벨키서스 레인저처럼 산악 지형에 능한 사람들이면 모를까 그렇지 않 으면 여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둘째로 그런 험한 지형 때문에 교역로 나 전장으로서의 가치가 없다. 차라리 그냥 벨키서스 산맥을 건너는 거면 모를까 계곡이 있는 루트를 통해서 대군을 침투시킨다는 것은 더더욱 미 친 짓이다. 계곡 사이는 거대한 급류가 흐르고 있고 구절양장으로 구비치 는 수류는 이곳을 넘는다는게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 대변하고 있다. 뭐 그런 저런 이유에서 이곳은 병력을 배치할 필요도 없는 공백지로 남아있 다. 어쨌거나 그런 협곡들의 사이에, 델시즈의 넥서룬 신전은 숨겨져 있다고 했다. 이곳은 이미 두꺼비도 지나갈 수 없는 길이 되어버린지라 우리들은 다시금 두 다리로 걸어야 했다. "가을이 다가오나봐." 니나는 하늘을 올려다 보고 그렇게 말했다. 확실히 이전 태양에 찌들었던 탁한 하늘이 이제는 점차 맑은 푸른 빛을 찾아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여 전히 낮은 더운가 보다. 더운가 보다~라고 의문형으로 말하는 것은 물론 나는 더 이상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몸이 되었기 때문이지. 그거 참 아주 즐거운 걸! 아마 용암위도 걸을 수 있지 않을까? "헥헥. 가을이고 뭐고 간에 이렇게 길이 험해서야 원." "길이 어디있어요. 여긴 길이 없는 곳이라고요." 나는 힘겹게 올라오고 있는 펠리시아 공주에게 손을 뻗어서 그녀를 끌어 올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스트라포트 경은 계속 주위를 살펴보면서 나 에게 길을 일러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어머머? 이 길이 아닌가 보네?' '....' 펠리시아 공주가 들으면 죽이려고 할 테고 다른 사람들도 꽤나 화를 낼테 지? 하지만 훗. 역시 스트라포트 경이 내게 들러붙어 다닌 다는 것은 일 행들이 다 아니까 솔직히 말해도 되지 않을까? "후후후. 여러분께 비보. 스트라포트 경이 길을 틀렸다고 하시는 구려." "....." -퍽! 그러니까 왜 내가 맞아야 하냐구. 나는 델시즈의 메마른 땅에 발을 내밀었다. 험한 계곡과 계곡 사이에 숨 어있는 개활지는 풀한포기 찾을 수 없게 황폐화 되어있었다. 발을 디딜 때 마다 푸석 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에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황량한 바람 소리와 함께 바람이 흙먼지는 안개처럼 자욱하게 일었다. 나는 눈을 가리고 앞으로 나섰다. 이렇게 황폐한 곳이지만 이곳에도 인간의 자취는 남아있었다. 이미 수백년 전에 세워진 것 같은 항마의 비석. 마교탄압을 기념하여 세 웠다는 팔마교단의 기념비가 황무지 한가운데에 어울리지 않게 웅장한 모 습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다른 종교를 모조리 제거했다는 팔마교 도의 자랑스런 기념비, 속칭 항마의 비이다. 넥서룬 보다는 그쪽이 훨씬 더 마교같은데 말이다. '마...맙소사. 그 사이비 약장수 같은 것들이 어떻게 넥서룬을 파괴했지? 믿을 수가 없어! 팔마교단이 넥서룬의 교단을 파괴할 만큼 힘이 있었단 말이야?' 스트라포트 경은 황폐해진 델시즈와 그 앞에 있는 사원을 바라보고 외쳤 다. 음. 내가 보기에도 상태가 극심하구나. 델시즈는 이전 보았던 동부 크레이터에서 흘러나온 물이 지나가는 계곡에 위치한 신전이었다. 신전에 는 원래 성스러운 신상들이 있었을 테지만 누군가가 대포로 부숴놓기라도 했는지 다 허물어져 있고 그 잔해가 신전의 입구를 메우고 있었다. 이 험 한 산세로 용케 그런걸 끌고와서 용케도 기념비를 세웠구나. 아 이렇게 되면 이걸 치우는 데만도 엄청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거야 원. 어이. 스트라포트경. 다른 입구는 없어?" '그런게 있을리 있나. 신전이 이렇게 될줄은 아무도 몰랐지. 젠장. 그 팔 마 놈들. 아주 잘 해줬군 그래!'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하고 유령주제에 이가는 소리를 내기 시작했 다. 디모나나 펠리시아 공주도 그걸 보곤 할말을 잃어버렸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대도라고 하더라도 들어갈 방법이 없잖아?" "음. 팔마에서 한 것 같은데? 신전을 파괴하기 위해 대포까지 끌고 다닌 다니." "대포?" 캐논포 말인가? 폭약의 힘으로 포탄을 날려보내는 무기로 어지간한 마법 같은 위력이 있다고 하는데 그 효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실제 전쟁에 사용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왜냐면 폭약이나 그런 것은 전부 연금술사 길드에서 독점하고 매우 비싼 가격에 공급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발리스 타나 투석기를 쓰고 말지. 게다가 대포나 폭약같은 경우 노움이나 드워프 들의 기술인데 그들은 인간들에게 이러한 기술을 유출하는 것을 극도로 꺼리고 있었다. "팔마교단은 대포 쓰나?" "몰랐어? 특별 교도대나 신성 팔마기사단에는 포병대도 있다고 하던데?"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저러나 안에 들어가는 게 문제인데. 이 바윗덩이들이 앞을 막고 있어서야 원. 가만. 혹시 쉐도 우 아머라면 들 수 있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보곤 정신을 집중해서 쉐 도우 아머를 움직였다. 하지만 쉐도우 아머로도 좀 무리인 것 같다. 어지 간한 돌덩이들은 치울 수 있지만 큼직한 기둥같은 것은 어떻게 치울 방법 이 없는 것이다. 쉐도우 아머는 물론 나보다야 힘이 세지만 그렇게 까지 터무니없을 정도로 센건 아니로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곤 혀를 찼다. "쉐도우 스텝으로 이번에야말로 한번 점프 해서 들어가 볼까? 뭐 그러면 되겠지?" "가만! 그러면 우리는 들어갈 수가 없잖아?" 일행들은 그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손을 들어보였 다. "아 뭐 걱정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이것은 로그마스터의 긍지를 건 일이 야. 던전 탐사는 나의 보람이지. 후후훗. 어쨌거나 걱정해 줘서 고마..." "널 걱정하는 게 아냐! 이 험한 산속까지 왜 따라와야 했냐는 거지! 우리 는 산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면 됐잖아!" "음. 하긴." 캐스윈드와 그림스위그는 더 이상 두꺼비가 진입하지 못하는 길목에서 기 다리고 있지. 하지만 펠리시아 공주. 그렇게 까지 말할 필요는 없잖아. "자자. 그러면 카이레스. 잘 다녀와." "오케이!" 나는 일행들에게 그렇게 말하곤 쉐도우 아머에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럼 들어가 볼까!" '미친놈'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벌써 신전안으로 도약해 버렸다. 한줌 빛도 찾을 수 없는 어둠 속에서 나는 나타났다. 나는 쉐도우 아머의 시력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돌을 깎아내어 만든 거대한 회랑은 두꺼운 기둥들로 받쳐진 채 앞으로 뻗어있었다. 오랜 시간동안 아무도 손보지 않 아서 망가져 버린 회랑. 이제는 아무도 숭배하지 않는 옛 신의 신전에는 팔마교도들에 의해서 파괴된 신상들과 그 때 죽었을 것 같은 여러 사람들 의 백골들이 널려 있었다. "백골이 남아있는 걸 보니까 그렇게까지 오래된 것 같지는 않군? 아니 습 도가 별로 없는 걸 봐서 보존상태가 양호한 건가?"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곤 앞으로 나아갔다. 해묵은 공기가 가득한 이 신전 은 음 뭐랄까. 죽은 신의 무덤이라는 느낌일까. 팔마에 의해 살해당한 신 앙의 자취라서 마음이 심란해진다. "어이. 스트라포트. 스트라포트?" 나는 망토를 잡고 그렇게 말을 걸었지만 스트라포트 경은 대답이 없었다. 그래. 이안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는 나에게서 떠나가 버린 것이다. 음 나 에게서 떠나갔다고 말하니까 무슨 사귀던 사이 같잖아? "이런 제길. 이제부터 혼자인가?" 뭐 스트라포트경이야 유령이니까 혼자인 건 마찬가지이지. 하지만 음. 사 실 위급할 때 그의 도움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가 없다니까 약간 불안 한데. 카이레스의 마지막 카드~ 에잇 빙의다~ 수호령 스트라포트. 이런 느낌으로 갈 수는 없을라나? "어찌되었거나 내가 성공하면 스트라포트 경도 사라지는 거 겠군. 음." 유령인 상태보다는 빨리 조화의 품에 안기는 게 그들에게도 좋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앞으로 걸어갔다. 일단 아무리 막나가는 멍청이 호색한 대도인 문댄서라고 하더라도 그때 당시는 넥서룬의 신관들이 있었을 텐데 이 신전 건물에 함정을 설치했을 리는 없다. 그럼 신관들이 함정에 주의 하면서 살아야 하잖아. 일단 이 신전의 카타콤이나 그런 곳 아무래도 지 하에 위치했을 그것부터 찾아야 겠다. 그곳부터 문댄서의 함정이 있을 테 지. -히이이이이.... 그런데 그때 갑자기 흐느낌 같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앞으로 걸어가다 말고 멈춰섰다. 유령인가. 음. 원래 나는 유령같은 거는 상당히 무서워 했지만 그것은 마법검이 없었을 때였다. 원래 실체가 없고 영체만 존재하는 유령은 일반 무기나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물리칠 수 있는 상 대가 아니니까. 그러나 마법검이 있는 이상은 두렵지 않다. 공포라는 것 은 저항할 수 없을 때 찾아오는 것이지 저항이 가능한 시점에서는 남들에 게 공포를 부르기에 충분한 것도 일종의 도전에 지나지 않는다. 적어도 벨키서스 레인저일 때 나는 그러한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 "....." 물론 이건 여담인데 벨키서스 레인저들은 그 유령이나 흡혈귀건 뭐건 간 에 여자면 상당히 좋아했을 것이다. 서큐버스가 나타나길 바라고 있는 인 간들이라면 말 다했지. 음. 어쨌거나 나는 앞에서 푸르스름한 불빛같은 것이 보이는 것을 보곤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갔다. -살아있는 인간... -히이이이이이. -어째서 이곳에 오는 가? 푸르스름한 빛을 발하면서 앞에서 유령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둥의 뒤쪽에서 마치 유령처럼... 아니 진짜 유령이지. 하여튼 흐릿하게 떠오르 는 그것들은 분명히 유령이었다. 흘낏 뒤쪽을 바라보니 내가 지나온 길에 서도 유령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음. 이거 상당히 많은 수인데? 막상보 니까 확실히 무섭기는 하다. 살아있는 사람으로서 죽은 자는 역시 공포의 대상인 걸까? 그러나 나는 정신을 집중하고 그들을 노려보았다. "나. 성황의 검을 찾아 왔으니 그대들. 이미 죽은 자는 비켜다오." -그것은 안될 말. 살아있는 인간. -우리는 그대에게서 유령의 자취를 느낀다. -몸을 빌려주겠는가. 아... 젠장. 스트라포트 경에게 빙의를 좀 당했더니 내 영체에 구멍이라 도 뚫렸나. 이제 별 잡귀까지 다 내 몸을 달라고 하네. 나는 좀 짜증이 나서 그들을 노려보았다. "거절한다. 팔마에 복수할 생각인가 본데 그건 내가 알아서 해주마." 나는 그렇게 말하고 그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예상 대로라면 이들은 팔 마 교단에 의해서 살해당한 넥서룬의 신관들임에 분명하다. 그들이 내 몸 을 요구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일 것이다. -크아아아악! 파... 팔마! -어떻게든! 팔마를! -아아아아! 하지만 이들의 이성은 붕괴되어 있는 것일까? 그들은 팔마란 단어에 반응 해서 발작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나는 이대로 있으면 위험할 것 같아서 얼른 몸을 날렸다. "그럼 간다!" 나는 그렇게 외치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러자 회랑은 곧 끝나고 큼직한 홀이 나왔다. 나는 홀에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잘 찾아볼수 없 었지만 목이 베여진 넥서룬의 신상 뒤에 자그마한 계단이 있는 것을 발견 했다.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인 것으로 보아서 이것이 바로 카타콤으로 이 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낡은 자물쇠와 사슬이 채워져 있는 게 아닌가? "여긴가?" 나는 그렇게 말하고 록픽을 꺼냈다. 그런데 그때 뒤에서 사람들의 목소리 가 들려왔다. 아니 유령들이라고 해야겠다. -침입자! -침입자다! -침입자침입자침입자침입자침입자침입자! 어쭈구리? 발작을 하는 군. 하지만 이 자물쇠는 녹이 슬어서 록픽으로 딸 물건이 아니잖아? 나는 소드블래스터로 자물쇠를 잘라버리고 문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문이 열리질 않는다. 제기랄! 오래되서 그런가? 나는 이를 악물고 몸에 힘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후우우우우우...." 나직하게 숨을 들이쉬면서 손가락 끝에서부터 신경을 집중해서 몸 전체의 힘을 이끌어낸다. 손가락, 손목, 팔뚝, 상완, 그리고 몸통 전체로. 모든 근육들이 팽팽하게 긴장하면서 힘을 기울인다. 이렇게 좀 느리게나마 전 력을 다하면 나도 하건까진 아니라도 상당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 자 두꺼운 석관으로 된 문이 끼기기긱 하고 열리기 시작했다. "좋았어!" 나는 그렇게 외치고 안으로 뛰어내렸다. 그러자 뒤에서 유령들의 노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캬아아아아아아! 음. 아무래도 저 석관의 입구 안쪽으로는 들어서지 못하는 가보다. 12성 기사들의 수호의 힘이 작용하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나도 들어설 때 좀 뭔가 찌릿하는 느낌을 받았는데. 나는 대부분의 조디악 나이츠 들에게 인 가를 받아서 그런지 그 타격은 거의 전무한 정도였다. "음." 나는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곳은 일단 일반적인 카타콤과 달 리 네모 반듯한 석관벽으로 되어있었다. 돌을 깎아 만들어도 이렇게 깨끗 하게 만들 수 있을까? 게다가 이런걸 깎아 만들려면 보통 노력이 필요 한 게 아닐텐데. 어쨌거나 석관벽의 폭은 약 2.5미터. 정사각형 형태의 터널 에 상당히 길다. 함정이 잔뜩 있을 거라는 느낌이 드는 건 원래 이런 터 널이 함정 설치하기 좋기 때문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앞으로 걸어가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 "흠." 나는 곧 앞에 바닥에 문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자들이 블록 하나하나에 다 새겨져 있는데... 뭘 밟고 가라는 거지? 아마 잘못된 거를 밟으면 바로 피보는 그런 장치일텐데. "음. 에이." 나는 앞으로 달려서 단숨에 윈드워커의 부츠로 훌쩍 뛰어넘어 버렸다. 문 댄서에게 미안하지만 이런 방법도 있다고. 나는 그렇게 날아서 착지하고 앞으로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터널에 함정이 더 있을 까 염려했지만 아직 함정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좁은 터널은 긴장감을 부르기 때문에 함정 을 더 둬봐야 낭비라는 생각에서 인 것 같았다. 그럼 터널을 넓게 만들던 가. 나참. "어." 그런데 그때 눈앞에서 터널의 끝이 보였다. 나는 앞으로 걸어가서 터널의 끝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두꺼운 황동제의 문으로 막혀있는데 문의 앞에 는 왠 자판이 적힌 금속원통이 있고 그 위에는 이상한 숫자가 쓰여져 있 었다. '24571의 열쇠' '아르티니 바르하의 네 번째 운명.' '현재의 상태가 중요하다.' 으음. 암호인가. 나는 로그마스터의 모험일지를 펴서 암호에 관한 것을 찾아보았다. 일단 열쇠라고 불리우는 24571은 아마도 암호표의 행일 것이 다. 문제는 이 암호표가 기준이란게 없다는 것이지. 아르티니 바르하의 네 번째 운명이라는 것은 뭘까? "아르티니 바르하의 네 번째 운명." 나는 나직히 그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모험일지는 스스로 파라라라락 넘 어가면서 아르티니 바르하가 나온 페이지를 펼처보였다. 아르티니 바르하 는 아득히 먼 옛날의, 그러니까 염마대전 때의 마법사로 그가 네 개의 시 련을 돌파하고 자기의 숙명인 죽음을 극복한 것을 바로 네 번째 운명이라 고 한다. 음. 죽음을 극복하다인가? 이게 아마도 암호표의 열일 것이다. 네 번째의 운명은 죽음. D로 시작하면 딱 4번째 숫자로군. 하지만 옛날이 니까 틀릴 수도 있지? 게다가 네 번째 운명이라는 단어에서 4를 예상할 수 있으므로 출제자로서 그런 문제를 내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생각을 달리했다. 역산으로 셈하나? 아니아니. 마법사가 죽음을 극복하면 뭐지? 리치Lich잖아? 고로 L일 것이다. 훗. 문제는 암호표다. 하지만 그러면 세 번째 말이 그냥 나온게 아니겠지? 나 는 세 번째 힌트인 현재의 상태가 중요하다는 것에 착안해서 숫자가 새겨 진 드럼을 살펴보았다. 지금 나와있는 이 숫자도 암호표의 일부일 것이 다. 35681인가. 음. 지금 이 드럼 역시 힌트인 것이다. 이제 두 개의 숫 자를 가지고 암호표를 복기해야 하는데.... 미치겠군. 뭐 다행이 나에게 는 로그마스터의 모험일지가 있으니까. 나는 그곳의 암호표들을 보곤 자 리에 쭈그려 앉아서 암호표를 복기하기 시작했다. 수가 하나씩 증가했는 데 마지막 자리가 증가하지 않았다는 건 음. 아 같은 행인가. 결국 한참 자리에서 빌빌 거리던 나는 겨우 겨우 암호표를 필요한 만큼 복기하고 그걸 돌려서 맞췄다. 그러자 끼기기긱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휴. 리치가 맞았구나. 아니면 암호표 복기가 틀려서 우 연히 맞았을 수도 있지만 어쨌거나 이로서 나는 전설에 한발 다가선 것이 다. 스트라포트 경을 생각하면 별로 전설의 용사라고 특이해 보이진 않지 만 그래도 가슴이 설레인다. < 계 속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초필살 러브러브 예고~ 다음화 예고도 아니라 다음 부~ 예고 도~ 아니라 레이펜테나 연대기도 아닌 걸 예고합니다. 이것은 휘긴경의 글이 아니다! 휘작의 글이다! 절대 18금! 아니 22금 건전 환타지! 용왕전생! 많은 기대 바랄까나. 하하하하핫! *********************************************************************** 헉~! 화가 틀렸잖아! 젠장! 아 미리 써놓고 올리는 거냐고 하는 사람이 있는 데...저는 풀 스트레이트 연재를 결심한 순간~ 써서...하다 보니까 쌓인거지요. 못믿으면 믿지 말구.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2 화 : 12성기사의 노래(Ballad of Zodiac Knights)#3 ------------------------------------------------------------------------ 팔마력 1548년 9월 21일 느릿느릿, 느긋하게 걸어가는 두꺼비가 왠지 내 몸을 나른하게 만든다. 캐스윈드에게 픽업된 덕분에 브로큰 랜드에 들어온 이래 오래간만에 편안 한 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언제나 치고받고 뛰고 숨고 하던 생활에 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였다. 이따금 오크나 놀, 고블린들의 정찰대들이 나타나면 캐스윈드는 가볍게 손을 흔들어서 예의 그 느릿느릿 빌빌거리게 만드는 마법을 펼쳤다. 그걸로 끝이었다. 그 많은 고블린이나 오크 병대 가 감히 캐스윈드에게 손 하나 대지 못하고 허공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것이다. 굉장히 편하군. 게다가 식사나 그런 것도 상당히 괜찮았다. 나는 호박을 향료로 구워낸 김이 피어오르는 따끈한 빵과 말간 국물로 점심 식사를 마치곤 창 밖을 바라보았다. 어지간한 나무들의 끝이 눈 높이에 닿을 만큼 이 두꺼비는 거대하다. 그래서 그런지 느릿느릿 걷는 것 같은데도 사람이 달리는 것보 다 훨씬 빠르다. "아. 나도 이런 거 하나 있으면 좋겠는데? 응?" 그런데 그때 드워프, 그림스위그가 침대에 눕혀져 있는 벨론델을 바라보 곤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벨론델은 캐스윈드에 의해서 마인드 트랜 스 상태에 빠져서 자기 스스로 정신을 회복하고 있었다. 캐스윈드는 그 마인드 트랜스를 걸면서 아마 최하 1년간은 깨어나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그런 그녀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았다. "흐흐흐. 이제 이 두꺼비 집도 따끈따끈한 신혼 방이 되겠구나." "...." '저놈 죽여버릴까?'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말만 저렇게 하는 놈은 원래 행동력이 없...어이! -퍽! 나는 무심결에 주먹을 뻗어서 벨론델을 덮은 모포를 들추고 있는 그림스 위그의 안면을 갈겨 버렸다. 이놈은 행동력까지 있군. 그림스위그는 코를 부여잡고 쓰러지더니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내가 잠시 이성을 잃었군. 나의 인성을 구해줘서 고맙네." "... 잠시? 그 인성이란게 있기는 있는 거야?" 항상 계속인 것 같은데? 나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고 스트라포트 경을 달랬다. 그러자 스트라포트 경은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뭐 어쨌거나 너 어쩔 셈이냐? 12성기사의 보호를 뚫고 오르테거 대제의 묘를 도굴해 보겠다는 거냐? 벨론델이랑 헤젤드리스에게만 허락 받으면 바로 열 수 있잖아? 지금까지 고생한 게 아깝지 않아?' '아깝기야 하지만 덕분에 좋은 경험을 많이 했고 좋은 마법의 도구도 얻 었잖아. 그걸 이용해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거지. 아 그것보단 스트라포트 경의 검술을 좀 배우고 싶은데? 그 당신이 쓰는 고검술이란건 뭐지?' 내가 그렇게 질문을 하자 스트라포트 경은 못말리겠다는 듯 속으로 혀를 찼다. 그렇지만 역시 그도 뼈 속까지 무인인 것일까? 내가 그런 질문을 던지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하기 시작한다. '일단 내 스타일은 너처럼 이도류가 아니라서 배워서 이득이 될지 모르겠 다? 게다가 이건 기본 역량이 뛰어나서 그런 것이지 결코 무슨 특출난 뭔 가가 있어서 그런 건 아냐. 단련이 중요한 것이지 어떤 특정한 기술을 익 힌다고 세지는 건 아니잖아? 그리고 그런 역량이라면 네가 너의 몸을 사 용하는 동안 네 몸에도 어느 정도 익혀질걸 뭐. 그리고 많은 스타일을 섭 렵하는 건 좋지만 중요한 건 결국 기본 역량인데 뭘.'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 정말 그런가 하고 방안에서 검을 한번 휘둘러보았지만 그렇게 스트라포트 경처럼 예리한 각이 나와주질 않 는다. "아닌데?" '그거야 뭐 부상을 입고 어쩌고 하면 몸도 잊어버리니까.' 스트라포트 경은 그렇게 말했다. 하긴 확실히 극심한 부상을 입어댔으니 까 지금처럼 걸어다닐 수 있는 것만도 행복하게 여겨야 하겠다. '그리고 나중에 가면 카이레스 너가 나보다 훨씬 뛰어난 실력을 가지게 될걸. 장래성이란게 있으니까.' '아하핫! 역시 그렇지?' '아니. 농담이야.' '.....' 스트라포트 경과 나는 그렇게 농담을 주고 받았다. 그런데 그때 두꺼비의 머리위에 서있던 캐스윈드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림스위그! 두꺼비 세워라." "예!" 그림스위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건물의 벽에 있는 레버를 당겼다. 그러자 느릿느릿 걸어가던 두꺼비의 등으로 뭔가 이상한 쇠막대 같은 것이 닿더 니 두꺼비가 멈춰섰다. 그리고 그 앞에서는 디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캐스윈드!" "오 그래! 누...누구였더라?" "...." 황당하겠지? 나는 소리를 듣고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러자 디모나가 나를 올려다보고 의아해 했다. "카이레스?! 어째서 거기 있는 거야?" "아 그냥 좀 다쳐서." 나는 그렇게 말하고 일행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동안 상당히 좋은 환경 에서 야영을 한 듯 다들 꽤 건강을 회복한 모습이어서 다행이다. 결국 나는 그렇게 일행들과 합류했다. 킷과 워로드, 니나. 펠리시아와 디 모나 이렇게 다섯명의 일행은 벨키서스 산맥의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가 아무래도 걱정이 된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북상하면서 걸리는 놀이나 오크들을 좀 손봐줬더니 그렇게 증원군까지 오게 된 것이다. 뭐 그 증원군들은 결국 캐스윈드에 의해서 봉해졌지만 말이다. 혹시나 해서 캐스윈드에게 도대체 그 주문이 얼마나 오래가는지 물어본 결과 캐스윈드 의 황당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최소한 실제 시간에서 한달 동안은 느려질 걸." 한달? 그런! 그 많은 놈들을 한 달간이나 느리게 할 수 있다는 건가? 어 쨌거나 그덕분에 우리는 확실히 안전해 진 것이로군. 그렇다면 그간의 이 야기를 좀 해볼까? 그래서 나는 일행들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 주었다. 그들은 스트라포트 경이 단독으로 블랙 드래곤 윌카스트를 패 퇴시키고 벨론델을 구출해 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들 놀라워했고 벨론 델의 정신이 붕괴된 이상 내가 성황의 무덤을 털겠다는 결의를 밝히자 경 악해버렸다. "에에에엑!?" 펠리시아 공주는 차가운 표정으로 딱 한마디만 말했다. "돌았군." "...." 윽. 뭐라고 항변할 말이 없군. 역시 남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겠지? 조 디악 나이츠 대부분의 유품을 모아두고서 마지막에 실력으로 돌파하겠다 고 말하다니. 내가 들어도 미쳤다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는 군. 하지만 사 나이에겐 오기가 있는 법이다. 내가 로그마스터가 되기 위해선 그 조디악 나이츠의 수호를 뚫고 당당하게 성황의 검을 훔쳐내야 하는 것이다. 아. 성검 데일라잇을 들고 당당하게 무덤에서 기어나오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멋지다. 아. "...." 하지만 무덤에서 기어나온다고 하니까 전혀 멋진 구도가 안 나오는 걸? 기껏 생각나는 건 무덤 파고 있는 굴이나 좀비, 뱀파이어 등이 전부다. 그러나 구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1400년간 성황의 무덤을 지켜온 황도궁 의 기사들은 이제 성황의 무덤이 파해되면 그들 자신을 잃고 위대한 우주 의 질서에 휩쓸릴 것이다. 그러한 이들의 최후를 내가 장식해주겠다는 거 지. "죽을지도 몰라요. 그 12성기사의 유품을 모으는 것만 하더라도 고생했잖 아요." 니나도 절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마음을 굳혔다. 뭐 쓸데 없는 고집 같기는 하지만 사실 벨론델을 치유하고 그렇게 시간을 끄 는 것보다 이렇게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서 그런 거다. "하지만 확실히 지금의 벨론델에게서 그대들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한다 면 적어도 1년은 걸릴 거야. 그리고 맹세의 힘이 마법적인 방어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라면 이미 상당부분의 술식을 풀었고 조금 무리를 한다면 무 덤을 터는 것도 별로 일이 아니라고 보는데? 약간의 위험 몇 가지를 제외 한다면 말야." 음. 캐스윈드가 저렇게 말한다면 분명히 방법이 있겠지? 하지만 니나는 그 의견에 반대했다. "원래 몇 가지 위험을 제외하면 뭐든지 가능한 법이에요. 그런 식으로 하 면 세상에 위험한 게 어디있어요? 게다가 성황의 무덤은 문댄서가 직접 설계해서 온통 함정 투성이라는 소문이 있던데요? 과연 몇 가지를 제외할 수 있을 까요?" "그건 그렇네." "그러면 캐스윈드가 어떻게 해주면 안될까?"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캐스윈드의 옆에 다가서서 물어보았다. 그러자 캐스윈드는 고개를 저었다. "왜 그런 것까지 도와줘야 하는 거지? 그런 것쯤 스스로 해." "아이. 참 그러지 말고. 귀여운 제자에게 선심 좀 쓰는 게 어때요?"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가증스럽게 귀여움을 떨었다. 하지만 캐스윈드 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람에겐 명운이란 게 있어. 소원은 함부로 비는 것이 아니다. 모르지. 만약 네 목숨과 바꾼다면 들어줄 수 있을 지도." 그렇게 까지 말하자 디모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킷이 물어보았다. "그렇다면 당신은...흠. 하긴 명운이란 것과 상관없는 존재란 말이군." "그렇소. 그 이상은 이야기하지 맙시다." 캐스윈드는 그렇게 말하고 우리들을 돌아보았다. "그렇다면 벨론델은 어쩌는 게 좋을까? 케레네탄으로 보낼 수 있는데? 케 레네탄에는 아직도 벨론델의 가족이 살아있어. 가족에게 보내는 게 낫겠 지?" 음. 그건 스트라포트 경에게 물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스트라포 트 경은 이미 마음을 정한 것 같았다. "예." 결국 우리들은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캐스윈드는 두꺼비 집으로 올라 가더니 모포에 감싸인 벨론델을 안고 나왔다. 사람 한명을 안아두고도 그 는 너무나도 사뿐히 지면에 내려앉았다. "그럼. 나는 잠깐 다녀오도록 하지." 캐스윈드는 그렇게 말하고 눈앞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정말 마법이란 건 편리하군. 하지만 마법으로 그녀를 빨리 고향으로 보낼수 있다고 하더라 도 스트라포트 경은 괜찮은 걸까? '괜찮아. 신경쓰지 마라.' 스트라포트경은 딱 부러지게 그렇게 말하고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없었 다. 당분간 저렇게 혼자 내버려 두는게 나을까? 음. 우리는 델시즈를 향해서 해가 떨어질 때 까지 두꺼비를 움직였다. 어둠이 짙게 깔린 숲을 지나서 정말 브로큰 랜드라는 이름을 돋보이게 해주는 어 마어마한 크기의 동부 크레이터에 도착한 우리들은 여기에서 멈춰섰다. 동부 크레이터는 빙하가 녹은 물과 빗물이 한데 어우러 져서 꽤나 맑은 호수가 되어있었다. 염마대전 때 강대한 파괴마법이 시전되어 생겨난 이 크레이터는 이제 거대한 호수가 되어있는 것이다. 브로큰 랜드라는 황량 한 이름과는 다르게 이곳에는 물고기도 상당히 많고 나무나 수풀들도 생 기있게 자라나고 있었다. 그만큼 주위에 오크나 고블린들이 많은 것 같지 만. "흠. 오늘은 여기에서 야영하도록 하자." 나는 주위를 정찰해 보고 일행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벨론델을 데 려다 놓고 돌아온 캐스윈드는 손가락을 퉁겼다. "좋군. 불은 밝힐까?" "밝히면 적들에게 발각당하기 쉬운데." "상관없어. 그럼 제한적인 조명 주문을 쓰지." 캐스윈드는 그렇게 말하고는 조그마한 월장석을 꺼내서 들었다. 그러자 주위가 빛나기 시작했다. 하늘의 달빛이 이상하게 우리들에게만 내리 비 치는 듯 밝은 것이다. "다른 존재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주문이니까 안심해. 그럼 그림스위그! 식사준비를 하라고. 나는 잠시 다녀올 곳이 있으니까. 내 몫은 신경쓰지 마!" 캐스윈드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어디론가 뛰어가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 는 이 호숫가에서 야영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 오래간만에 정말 제대로 된 식사를 했다." 디모나는 식기를 내려놓고는 손을 가슴높이에서 모아서 합장을 했다. 그 러자 그림스위그가 히죽히죽 웃었다. "다 이 몸의 솜씨지. 후후훗. 어떤가? 앞으로 평생 이런 요리를 먹고 싶 지 않은가? 그렇다면 언제든지 환영하지." "...." 어쨌거나 이게 그림스위그의 솜씨라면 확실히 좋군. 전채는 어디서 구했 는지 알지 못할 과일을 정말 투명하게 보일 만큼 얇게 썰어서 멋지게 장 식한 샐러드, 메인 디시로는 육질의 지방을 쪼옥 빼고 그걸로 고기 자체 를 튀겨서 만든 두꺼운 커틀릿과 깔끔하게 레몬즙으로 풍미를 더한 농어 구이. 그리고 마무리 디저트가 월계수 잎을 띄운 차가운 넥타와 따뜻한 홍차라니. 드워프 치고 요리를 너무 잘하는 거 아냐? 나는 기가 막혀서 그림스위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림스위그는 나를 보고 진저리쳤다. "남자는 안돼! 훠이훠이! 꺼져버렷!" "...." 뭐 이렇게 적나라한 놈이 다 있냐? 나는 기가 막혀서 그를 바라보았다. 어쨌거나 좋은 식사였다. 오래간만에 제대로 된걸 먹었달 까. 다만 거슬 리는 것은 호수가라서 그런지 벌레들이 많다는 것이다. 나야 모기에게 쏘 일 일은 없지만 다른 이들은 그것 때문에 굉장히 신경이 쓰이는 것 같았 다. "아. 살찔 것 같아. " 니나는 그렇게 말하고 주저앉아서 웃었다. 하지만 설산을 넘을 때 엄청나 게 살이 빠져서 그럴 걱정은 필요 없는 것 같은데? 일행들 모두가 그때 너무 고생을 해서 원기손상이 컸던 모양이다. 특히 내가 가장 상태가 심 하다. 브로큰 랜드로 넘어온 뒤 체중이 거의 10킬로그램은 줄은 것 같았 다. 하긴 그 동안 흘린 피만도 그 정도는 되겠다. 블랙 드래곤에게 두들 겨 맞을 때는 주위의 물을 온통 피로 물들일 정도였으니 살이 안빠지면 그게 이상한 거다. 아 정말 나 징하게 살았어. "그런데 카이레스. 계획은 세워 놨어?" "음. 일단 들어가는 거지." "... 역시 그럴줄 알았다."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문댄서가 설치한 함정들이라면 장난이 아닐텐데. 게다가 12성 기사들이 맞서기 시작하면 매우 아플걸. 그건 어쩔 건데?" "뭐 늘 잘해왔잖아. 앞으로도 잘 되겠지." "말은 잘한다."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곤 한심하다는 투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곧 고 개를 저었다. "뭔 이유인지 물어봐도 될까? 단지 그것만으로는 납득 할 수가 없어. 그 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찾아다닌 건 뭐야?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는지 이야기 해주면 안돼?"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곤 피곤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캐스윈드가 띄워놓고 간 은은한 푸른빛이 그녀의 검푸른 머리칼과 눈동자를 더더욱 돋보이게 했다. 윽... 넘어가면 안돼! 그녀는 내가 자신을 좋아하는 걸 알고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는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아 나 인간이 너무 약해. 아니 디모나가 너무 센것일지도. "그게 그러니까. 어떤 생각으로 하는 거냐면." "...응?" "시간절약하자는 의미지 뭐." "단지 그것치고는 좀 이상한 걸. 그런 이유로 이런 위험을 감수하는 거 야?" "물론이지. 진정으로 열심히 로그마스터의 길을 가려는 거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디모나는 피식 웃었다. "하지만 내가 봐도 어설픈걸? 게다가 그동안 내가 다 도와줬다는 것을 잊 지 마." "그러니까 네 도움 없이 한번 해보고 싶다니까. 그렇지 않으면 너는..." 나는 디모나의 말에 흔들려서 외칠뻔했다. 하지만 그때 스트라포트경이 말렸다. '그만둬. 카이레스! 개털도 못되고 싶냐?!' '...개털도 못돼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곤 목구멍까지 치밀어 오른 말을 도로 삼켰다. 그러 자 디모나는 역시 왠지 유혹하는 것 같은 미소를 짓고 나를 바라보고 있 었다. 제...젠장. 사람 미치게 만드는군. 나는 마치 사랑에 빠진 사춘기 소년처럼 설레는 가슴을 느끼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그걸 보곤 펠리시 아 공주가 하품을 했다. "아 벌써 졸리는데. 둘이 장난치지 말고 야영할 장소나 잡지. 저 거북인 지 두꺼비인지 등에서 자는 건 사양하고 싶어." "하지만 벌레가 이렇게 많은데." 니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목을 찰싹 때렸다. 그리곤 나에게 손바닥 을 보였다. "봐요. 이거 뭐라고 하죠? 모기치고는 너무 큰데?" "각다귀. 많이 물리면 건강에 안 좋은데." "보기만 해도 건강에 해로워 보여.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 "그야 뭐. 연기를 피우면 되는데." 나는 그렇게 말하곤 킷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킷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 다. "이 빛은 마법이라서 어떤지 몰라도 연기를 피운다면 발견되지 않겠나? 굳이 적들을 부를 이유는 없지." "그것도 그렇군."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일행들에게 말했다. "옷으로 몸을 감싸고 자면 드러나지는 않으니까. 그리고 불침번 순서를 정하죠." 그러자 디모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에? 뭔가 할말이 있어?" "나는 말야. 드워프가 뛰어난 체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들어왔어. 귀에 못이 박히도록. 그래서 말야 오늘은 한번 그림스위그 씨에게 불침번을 3 시간 정도 세워보는게 어떨까?" "...세시간?" 여행을 하고 있는 도중에 세시간이나 불침번을 세운다는 것은 한번 죽어 보란 소리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그 여행을 저 두꺼비가 하고 있긴 하지 만 그렇다 하더라도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는 이야기임에는 틀림없다. 과 연 그림스위그는 곧바로 반발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인원이 이렇게 많은데!" "아잉. 그림스위그 씨. 저는 드워프의 힘이란걸 보고 싶어요. 그리고 그 러면 그림스위그 씨가 얼마나 믿음직스러울지 알게 될 것 같은데요." 디모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그림스위그의 턱수염을 손가락으로 쓰윽 문질 러보았다. 그러자 그림스위그는 즉시 헬렐레 하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핫! 뭐 이몸의 힘을 보여주겠소. 후후후. 아마 나의 절륜한 정 력을 시험해보고자 하는 것 같은데 이몸이 그 시험에 응해주리리다! 세시 간 아니라 네시간이래도 좋소!" "...." 걸렸군. 저 바보. 정말 디모나가 전에 말한대로 유니콘이건 뭐건간에 남 자라면 대부분 이용해 먹기 쉽구나. 나는 너무나 뻔하게 함정에 걸려든 그림스위그를 보곤 혀를 찼다. 결국 껄떡쇠의 최후란 이렇게 되는 거군. 스트라포트경은 혀를 차더니 이렇게 말했다. '너의 미래의 모습이다.' '절대 아냐!' 나는 그렇게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9월 22일 어젯밤은 그림스위그의 덕분에 아주 편안하게 잘수 있었다. 정말 네시간 이나 불침번을 선 그는 아침이 되어서도 꽤나 건강한 모습을 보이며 디모 나에게 웃어보였다. "하하하. 이정도입니다. 레이디." "예. 그렇군요." 하지만 디모나는 별 관심없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순간 아무리 철면피이 던 그림스위그도 약간 상처를 입은 듯 했다. 그러나 디모나는 곧 또 그 가증스러운 일면을 보여주었다. "그림스위그 씨의 요리는 정말 끝내줬어요. 어제 저녁의 그 요리들은 정 말 천상의 것 같았어요." "하하하. 과찬의 말씀이오." "...." 바라보고 있던 나는 킷과 눈을 마주 쳤다. 킷은 어께를 으쓱 해보이고는 모포와 해먹등을 개었다. "내버려 둬라. 우리가 신경쓸 이유가 없다." "아니... 나는 그것보다는." 나는 그것보다는 디모나가 무섭단 말야! 어쩌다가 저런 악독한 여자를 좋 아하게 되었담? 나도 참. 어쨌거나 디모나는 너무나도 쉽게 그 드워프를 부려먹어서 보는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왜요? 앞날이 걱정되요?" 니나는 팔꿈치로 내 겨드랑이를 쿡 찌르면서 그렇게 물어보았다. 나는 니 나를 바라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매우 걱정되네요." < 계 속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 본의 아닌 연참... 그것도 좀 이상하게 말이지.-_-; *********************************************************************** 인피니티 백팩은 무한대로 들어간다는 거랑 프리 액션이란게 굉장히 좋죠(퀵 드로우를 익히면 아이템을 프리액션으로 빼낼 수 있거든요. 던전앤 드래곤 서드에서는 1라운드에 캐릭터가 할수 있는 액션이... 무브액션과 파샬액션으 로 나뉘죠. 파샬액션은 주로 공격, 마법, 포션 먹기에 사용되고 무브액션은 이동, 아이템 빼기, 무기 뽑기 등에 사용되죠. 그런데 프리 액션이라 함은 이 액션 중 어느 것도 사용하지 않고 쓴다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차원을 연결해서 하는 건 좋은데... 게이트를 달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차원을 폴딩 (Folding) 해서 사용합니다. 즉 공간을 접어놓는 거죠. 무생물은 끊어졌다가 도로 이어놔도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생물은 끊어졌다가 이어지면 사망이죠. 즉 생물은 넣지 못합니다. *********************************************************************** 레이펜테나 연대기 제 1 부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제 22 화 : 12성기사의 노래(Ballad of Zodiac Knights)#5 ------------------------------------------------------------------------ 팔마력 1548년 9월 21일 터널의 안쪽은 넓은 홀이었다. 천장에는 성 궤도가 그려져 있고 주위로 황도 13궁이 그려져 있는 넓은 홀. 그리고 내가 서있는 이곳이 바로 제 13궁, 여왕의 자리였다. 금지된 성좌 크로매틱 원의 자리가 바로 입구인 것이다. 아마 정 중앙이 솔, 바로 태양이리라. 그곳에는 바로 성황 오르 테거 대제의 관이 놓여있고 그 관 위에 바로 한자루의 긴 장검이 누워있 었다. 칼집에 꽂혀있는 채로 놓여있는데도 불구하고 황금빛의 성광을 뿌 리고 있는 그 검은 누가 보아도 예사로운 것이 아니었다. 아마 그것이 바 로 태양의 군신 미트라의 성검 데일라잇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까 넥서룬 역시 군신이어서 미트라 신과는 경쟁 관계였다고 한다. 스트라포트 경에 게 들었던 이야기지만 아마 성황의 사후 성검이 미트라 교단에 돌아가지 않은 것은 어쩌면 넥서룬 교단의 견제였을 지도 모른다고 하니. 음. 참 오묘하다고 할까. 세속을 벗어난 옛신들의 교단끼리도 서로서로 그렇게 다투고 그런다니 참. 인간 사는 곳은 어디나 다 마찬가지구나. 그런데 저 성검 바로 집으면 안되겠지? 게다가 명색이 12성기사들의 맹세 로 보호되는 곳인데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된다. 12성 기사들이 괜히 윤회 전승을 거치지 못하고 천 수백년간 망령으로 떠돌아다니진 않았을 테니 까. 캐스윈드도 경고하기를 성스러운 맹세의 힘은 너무나도 강력한 것이 라서 어떤 의미에서의 진정한 마법이라고 한다. 마법은 그냥 불 쏘고 전 기 쏘고 그런 게 아니라서 심지어는 맹세만으로도 성립되는 것이라고 한 다. 그런데 그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성황의 안식을 방해하는 자 그 누구인가?" 이런이런. 조디악 나이츠의 등장인가. 나는 눈에 힘을 주고 앞을 바라보 았다. 이 맹세의 힘은 굉장히 강해서 내가 아무리 나머지 사람들의 허락 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반대한다면 절대로 그냥은 통과할 수 없다고 했었다. 그게 이런 결과로 나오다니. 앞에 나타난 유령은 이글 로드 뷔르벤트였다. "호오. 그대는 그때의 그자인가. 어찌되었건 성황의 안식을 방해하는 자 는 용서할수 없다. 아무리 그대가 성검을 올바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 라고 하나 난세를 다시 불러들인 것은 그대들. 살아있는 인간들의 뜻이 아닌가. 우리가 어렵사리 극복한 운명을 그대들은 그대들 스스로의 뜻을 위해서 부활시켰다. 그렇지 않은가?" "...." 아마도 칼릭 카르나크나 에스페란자 공국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서 전략 적으로 마물들을 부활시키는 것을 두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젠장. 할말 없 네. 하지만 그렇다고 예 예 알겠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고 물러날 수는 없는 일 아니겠어? 나는 그래서 뷔르벤트를 바라보고 외쳤다. "그래서 한 두 사람의 허물을 전 인류에게 소급시킬 셈이십니까? 누군가 가 잘못을 저질렀다면 다른 누군가가 바로잡으면 됩니다. 제가 그걸 바로 잡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대들은 참 어리석군. 원래 인간들이란 그런 것인지 모르나. 누군가의 잘못을 보고 전체를 파악하지 말라는 말이 얼마나 어리석은 줄 아는가? 그런 식으로 치면 차라리 눈을 뽑아버리라고 하게나. 잘못을 바 로잡아? 그대가 그렇게 지키는 인간이란 게 얼마나 많은 과오를 반복했는 지 아는 가? 솔직히 말하자면 인간들은 이 세상을 썩게 만드는 쓰레기일 뿐이야." 하긴. 어떤 집단에서 더러운 짓을 하는 누군가가 있다고 치자. 저걸 저놈 이 더러워서 그렇지 집단 자체의 의미는 숭고하다~라고 하면 누가 아 그 렇군요~라고 납득하겠냐? 게다가 그런 누군가가 한둘도 아니고 사실 상당 수일 때. 그래 악이란 속성은 사실 인간에게서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런 악과 같이 타고난 속성중의 하나가 발현되는 것일 때 전체 역시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강도 살인 강간? 솔직히 나도 이런저런 생 각하다 보면 누구 죽여버리고 싶고 뺏고 싶고 강간은... 에이 솔직히 강 제라던가 더러운 면을 제외하고 행위 자체만 놓고 보면 하고 싶다. 솔직 하게 말해서 그렇지만 그걸 하지 않을 만큼의 분별이 있는 것이지. 하지 만 분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욕구가 본성임은 부인할 수 없는 것 아닌 가? "하지만 그건 이미 죽은 당신의 생각이지 살아있는 사람은 살기 바쁘고 또 사는 게 중요합니다. 당신도 설마 살아있을 때 인간의 일부는 더럽고 또 더러운 본성을 가지고 있으니 죽어도 나몰라라~ 라는 소리를 듣고 참 을 수 있는 건 아니겠지요?" 내가 그렇게 말을 하자 이글로드 뷔르벤트 경은 피식 웃었다. "미천한 혈통의 인간치고는 좋은 말을 하는 구려." "나는 천족의 피가 흐르고 있는 지라 별로 미천한 혈통은 아닐텐데요?" 내가 그렇게 말해주자 뷔르벤트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유령 주제에 눈을 크게 뜬다는 게 우습지만. 놀랐다는 뜻이려나? 과연 이글로 드는 그 말을 듣더니 태도가 변했다. 뼛속까지 권위가 들어찬 귀족답게 혈통이나 권위를 중시하는 지라 천족의 피가 흐른다는 말에 태도가 변한 것이었다. 솔직히 이런 타입의 성격은 싫어하지만 대접해주니까 좋기는 하군. "그대의 열의는 잘 알겠소. 그러나 그대의 열의가 어떻건 간에 그대 스스 로 우리들의 시험을 통해서 가치를 증명해 보이도록 하시오. 단순히 열의 만 넘치는 이에게 성검을 넘긴다면 우리가 기다려 온 천년의 시간이 그 얼마나 헛되겠는가?" 그 말과 함께 이글로드는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주위의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내가 들어온 입구와 마찬가지로 각 성좌에 해당하 는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쳇. 그간 노력한 보람도 없이 이제부터 12성기사 들에게 도전하는 건가. 나는 일단 1월의 성좌 울프의 기사, 윈 터울프 디프경의 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순간! -슈칵! 갑자기 벽에서 창이 하나 튀어나오는게 아닌가? 피하기엔 늦다! 나는 반 사적으로 쉐도우 디펜더를 발동해 그걸 받아내었다. 역시 함정에 설치한 창이라 그런지 마법무기가 아니다. 쉐도우 디펜더로 받아내는데 큰 무리 는 없었다. "으윽. 젠장.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잖아!" 보나마나 문댄서의 솜씨이리라. 가장 긴장하면서도 함정에 대해 신경 안 쓸 타이밍에 설치한 이 함정. 그렇지만 너무한 거 아냐? 나야 쉐도우 아 머가 있으니까 살아남았지 다른 사람 같았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 지금 은 그런 거에 신경 쓸 때가 아닌가? 나는 문의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그 러자 곧 주위 풍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어?" 이게 어찌된 일일까?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틈에 주위는 설원으로 변해 있었다. 무릎까지 쌓여있는 새하얀 눈, 그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눈 발. 그 한가운데에 은색의 털가죽 망토를 두르고 서있는 하프엘프의 기사 가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대가 성황의 검을 얻고자 하는 자인가? 분명히 그대는 그때의 보석안 의 기사로군." "윈터울프 디프?!" 나는 기가 막혀서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기사가 아닌데. 하지만 온통 기 사들이 득시글 거리는 웨스트 가드에서 보았으니 나도 기사단의 일원으로 보였는가 보다. 윈터울프 디프는 제로테이크를 뽑아들고 천천히 뒤돌아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세상에나. 분명히 유령일텐데 어째서 이렇게 생생 해 보이는 거지? 게다가 이 묘한 살기는? 그순간 그는 흩날리는 눈발을 가르며 제로테이크를 들어서 나를 겨누었다. 길게 흩날리는 은발. 그리고 예리한 눈동자가 나를 겨눈다. 마치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처럼 독 하고 야멸차다. 분명히 상당한 거리가 있건만 마치 창을 목 앞에 가져다 대는 것 같은 살기가 느껴진다. 과연 이게 조디악 나이츠의 힘이란 말인 가? "나는 나보다 강자만을 인정한다. 오르테거 대제에게도 내세웠었지만 그 것이 바로 조건! 만약 그대가 성황의 검을 얻고자 한다면 나 윈터울프 디 프를 넘어라!" "...." 이전 웨스트 가드에서 보았던 유약한 미소년의 모습이 아니다. 지금 그는 예리한 이빨을 간직한 야수가 되어있었다. 그것이 12성 기사의 긍지요 힘 인가?! 하지만 결투라니! 만약 윈터울프 디프 경이 스트라포트 경만한 실 력자라면 내 실력으론 무리다. 그러나! 물러설 수는 없지. "좋소. 당신이 준 검으로 승부하겠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제로테이크를 뽑았다. 은백색의 검날이 회색으로 물 든 설원에서도 빛을 발한다. 아름다운 음각의 조각이 살아있는 것처럼 생 생한데 그것과 같은 빛이 디프 경의 검에서도 나타났다. 그런데 같은 칼 두자루가 같은 공간에서 서로 맞설 수 있나? 아니 그것보다는 도대체 이 게 이론상 가능한 건가? 그러나 지금은 앞에 있는 적부터 상대하는 게 우 선이다. 나는 몸을 가볍게 하고 양손으로 제로테이크를 잡았다. "오라!" 윈터울프는 그렇게 외치고는 두꺼운 털가죽 망토를 던지는 것과 동시에 눈위를 빠르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빠르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 위를 이 렇게 빠르게 움직인 다니! "차핫!" 나는 횡으로 크게 휘둘러 베었다. 이런 지형에서 빨리 달려온다면 응당 회피하기 힘들터! 맞추는 것은 걱정하지 말고 파워로 밀어붙이자! 그러나 윈터울프는 어느 틈에 옆으로 돌아가면서 예리한 찌르기를 넣어왔다. 나 는 몸을 틀면서 아슬아슬하게 그걸 피했다. 하지만 그 후에 이어진 연속 베기가 오른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나는 눈 위를 구르면서 두 번의 연속 베기를 피했다. 빠르다! 스트라포트 경만큼 노련해 보이지 않고 그 루자트의 완성도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야수처럼 거친 감각이 돋보인다. "뭐야! 지면을 구르다니 꼴사납구나! 그게 그대의 실력인가?! 그 정도로 이노그나 다른 악신을 물리칠 수 있겠는가? 의지를 보여봐!" 윈터울프 디프경은 그렇게 말하고는 나를 노려보았다. 눈 속에서 빛나는 은발이 과연 겨울 늑대같이 차갑고 아름답게 보인다. 게다가 검술도 장난 이 아니잖아! 아무리 천년전의 영웅들이라지만 잘생긴 주제에 실력까지 있다니 용서못해!... 가 아니라 지금은 이기는데 신경을 쓰자. "하앗!" 제로테이크와 제로테이크가 공중에서 얽힌다. 디프 경은 말하자면 야수 다. 그 날카로운 감각은 페인트를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나는 직접 승부 를 걸 수밖에 없는데 그는 나에게 페인트를 건다. 정석에서 벗어나고 거 칠지만 현란하기까지 한 검술이 펼쳐진다. 눈발을 가르며 두 자루의 검은 얽히고 빠져나간다. -투두두둑... 한번의 격돌이 있을 때마다 백설위로 내 피가 쏟아져 내린다. 가슴팍에 제로테이크가 박혔다가 빠져나갔다. 검과 검이 충돌하면서 피가 주위에 흩뿌려진다. "차하하하!" 나는 눈위를 빠르게 달리면서 그와 함께 검을 치고 받으며 달렸다. 윈터 울프 디프경은 분명히 헛점이 많아 보이는데... 야수적인 감각을 발휘해 서 그 공격들을 피하면서 계속 나에게 카운터를 날려온다. -채채채채챙! 하늘에서는 눈발이 휘날리고 지상에서는 검광이 춤을 춘다. 윈터울프와 나 사이의 공간에서는 검이 춤을 추고 예리한 금속음이 새된 소리로 노래 를 부른다. 그러나... 멋을 차리는 것도 이제 질렸다! "에잇! 전력을 다해서 쓰러뜨려 주겠다!" 나는 전신에 피칠갑을 하고 나서야 마음을 고쳐먹었다. 윈터울프 디프경 의 실력은 나보다 위다! 정정당당하게 싸우기 위해서 죽음을 자초하느니 전력을 다한다! 솔직히 쉐도우 아머나 로그마스터의 장비들은 공정하지 못할 정도로 강하다. 그러나 적이 충분히 강하니까 어디 한번 비겁한 수 를 좀 써볼까?! "간다" 나는 쉐도우 아머를 컨트롤해서 쉐도우 아머의 손에 리피팅 보우건을 쥐 어주고 발사했다. 그러자 디프 경은 망토와 검을 휘둘러서 화살들을 쳐냈 다. 원래 칼로 화살을 쳐낸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 없는데 아직 쉐도 우 아머로 화살을 발사 할 만큼 내 컨트롤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디 프 경은 그 화살들을 대부분 피해내었다. "무슨 얕은 수를!" "얕은만큼 효과적이지!" 나는 그렇게 외치고는 앞으로 달려들며 제로테이크를 잡고 풍경을 넣었 다. 일단 이게 적중하는 순간 데스바운드를 넣는 거다! "치잇!" 그러나 내가 데스바운드를 쓰려고 하는 걸 미리 안걸까? 윈터울프 디프경 은 화살을 방어하느라 흐트러진 자세에서도 탁월한 감각으로 풍경을 받아 내었다. '설마?!' 나는 깜짝 놀라서 데스바운드를 시전, 바로 뢰경을 발했다. 하지만 그 순 간! -챙! 윈터울프경은 제로테이크를 횡으로 휘둘러서 목을 노리고 빠르게 날아드 는 뢰경마저 막아버렸다. 즉 윈터울프경도 데스바운드를 써서 내 데스바 운드를 막아버린 것이다. 이럴 수가! "젠장!" "크윽!" -츠카카카칵! 나는 데스바운드의 여세가 남아있는 순간 얼른 칼날을 세우고 달려들었 다. 그러나 디프는 데스바운드를 비껴내고도 여력이 남아있는지 역시 검 을 세워서 막았다. 윈터울프 경과 나는 두자루의 제로테이크을 맞대고 서 로서로 밀치기 시작했다. 원래 힘은 내가 더 우위인 것 같은데 부상을 많 이 입어서 백중세를 이루었다. "하아...하아. 재미있는 기술을 쓰는군." 그래도 자부심을 가져야 하는 걸까? 윈터울프라고 불리우는 디프 경이 숨 이 거칠어져 있다. 방금전의 데스바운드를 막는게 상당한 부담이 되었던 것 같다. "헉헉...이걸 재미있는 기술이라고 칭하는 것은 당신이 처음이오." 나는 데스바운드를 감각만으로 막아낸 디프경에게 진심으로 탄복하고 그 렇게 말했다. 하지만 말야. 나는 쉐도우 아머가 있다고. 나는 칼을 그렇 게 밀어서 막고 쉐도우 아머의 주먹으로 그를 후려갈겼다. 그러나 그순간 디프경은 나를 발로 차내면서 주위를 마치 검풍으로 휘감듯 촤? 하고 베 어버렸다. 주먹질로 공격했던 쉐도우 아머의 팔을 잘라버릴 정도였다. "뭐...뭐 이 따위가 다있어?!" 나는 기가 막혀서 뒤로 물러났다. 이렇게 되면 전력을 다해 싸운다가 아 니라 사력을 다해야 하잖아!? 나는 소드 블래스터도 뽑아들었다. 빠르고 예리한 공격을 주로 하는 강적에게는 이도류가 먹히지 않는다. 그러나 상 대가 너무 빠를 경우 동선을 제어하기 위해서라도 이도류를 쓰는게 낫다. 패링을 위주로 이도류를 전개하면 방패만큼은 아니더라도 방어에 상당히 도움이 되니까. "이도류? 재미있는 기술을 쓰는 군 그대." "재미있을뿐 아니라 유익하기도 하지요. 재미있고 유익한 이도류랄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앞으로 다시 달려들었다. 리피팅 보우건으로 일단 다 시 동작을 묶기위해 쉐도우 아머를 발동시켰다. 그러나 디프경은 뒤로 훌 쩍 뛰면서 검을 아래에서 위로 쳐 올렸다. 순간 눈보라가 일면서 화살들 이 힘을 일차적으로 잃고 그걸 두꺼운 털가죽 망토로 받아서 다 방어해버 린다. 그야말로 싸움의 달인이군. 검으로 눈더미를 친다고 저런 일이 일 어나지 않는다. 눈이 쌓인 지 오래되어서 덩어리로 굳어있는 걸 뒤집어 까서 던진 것이다. "차핫!" 그러나 헛점은 생겼다! 나는 다시 달려들면서 두 자루의 검과 쉐도우 아 머로 동시에 공격을 가했다! "하앗!" 디프 경은 아슬아슬하게 몸을 옆으로 빼면서 반격을 날렸다. 그러나 나는 소드 블래스터를 비끄러뜨리면서 그 공격을 흘려보냈다. 그리고 몸을 다 시 틀면서 몸 안쪽에서 밖으로 소드 블래스터와 제로테이크를 연달아 뿌 렸다. 스칵 하는 예리한 소리와 함께 피가 튀어 올랐다. 맞췄다! 이번에 야 말로 맞춘 것이다. 사실 아까 전 검과 쉐도우 아머의 단순하지만 효과 적인 사방 합격으로 디프경에게 쉐도우 아머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칼 에 집중을 하다보니까 옆으로 검을 미끄러 뜨리면서 피하게 할 수는 있었 지만 쉐도우 아머의 공격은 피하지 못한 것이다. "크억. 쿨럭!" 윈터울프 디프 경은 눈위에 제로테이크를 꽂고는 풀썩 주저앉았다. 그는 입에서 피를 뿜어내었다. 쉐도우 아머의 공격이 몸통에 들어가서 피가 역 류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분명 유령인 그가 저렇게 피를 토하다니 역시 이상하다. "크 여기까지인가. 내 인생 마지막을 잔 재주로 장식해 주다니. 뭐 그것 도 나쁘지 않지만." "응?" "그럼 그대. 계속... 길을 나아가라... 성황에 이르는 길을... 지키 는..." 그는 그렇게 말하더니 피를 토하면서 앞으로 쓰러졌다. 그리곤 힘겹게 손 을 들어 올렸다. "마지막을... 큭!" 그 순간 갑자기 주위가 명멸했다. 마치 물속을 통해서 세상을 보듯 주위 가 일그러져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기기묘묘한 공간의 일그러짐은 마치 호수에 돌을 던져둔 것처럼 파문을 일으키다 곧 회복되었다. 그 순간 이 곳은 더 이상 설원이 아니었다. 단지 일반적인 돌로 만들어진 큼직한 방, 그 안에는 1월을 의미하는 늑대의 별들에 대한 룬문자들이 벽에 빼곡하게 새겨져 있었다. "음?"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윈터울프의 모습은 어디 에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내 몸에 제로테이크에 의한 상처만은 그대로 남아있다. 환상은 아니었던 것 같군. 도대체 이 결투에 무슨 의미가 있었 지? 나는 룬 문자를 바라보곤 수첩을 펼쳐 보았다. 역시나 이 룬 문자는 1월을 가리키는 용의 언어였다. 나는 그 룬문자에 조심스럽게 손을 대었 다. 그러자 그것만으로 푸르스름한 빛이 마치 석벽 안쪽에서부터 솟아나 듯 비치기 시작했다. 문자가 푸른색으로 명멸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그 빛으로부터 충만한 마법의 힘을 느끼고는 뒤돌아 나왔다. 성황의 관과 검, 그리고 성좌도가 그려져 있는 석실로 돌아와 보니 과연 1월의 성좌가 천장에서부터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음." 이런 식으로 나가야 하는 건가? 하지만 뭔가 이상한데. 아무리 변칙기술 을 썼다고 하더라도 그거에 당할만큼 조디악 나이츠가 허술해 보이지는 않던데? 스트라포트 경이 보여준 역량에 비하면 지금 이 디프 경이 보여 준 역량은 확실히 큰 차이가 있다. 물론 내게서 피를 듬뿍 뽑아 낼만큼 칼을 많이 맞추기는 했지만 이쪽은 그 유명한 디프 경을 유령이나마 베어 버린 것이다. 나는 그런 생각에 이번에는 2월의 자리로 들어섰다. 그러자 과연 주위는 곧 풍경이 바뀌어 버렸다. 이번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는 황량한 바위산이었다. 역시 겨울인지 산봉우리 옆으로 떨어지는 폭포는 거대한 얼음기둥으로 변해있고 주위에는 쓸쓸해 보이는 겨울 고목들이 음 침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곳에는 검붉은 비단에 은색 실로 꼼꼼 한 룬 문자의 자수가 들어간 특이한 로브를 입고있는 데스 위저드 우릴이 있었다. 우릴은 가부좌를 튼 채로 바위 끝에 올라가 앉아있었다. 전에 캐 스윈드가 한 나뭇가지 위에 앉는 것에는 비할 바가 못되지만 그렇다고 하 더라도 상당히 비인간 적인 자세다. "천년의 시간을 넘어, 우리들이 지키는 우리들의 성황. 그의 유지를 잇고 자 하는 그대의 이름은?" 그는 내쪽은 바라보지도 않고 나직히 그렇게 물어보았다. 나는 조디악 나 이츠들에게 예의를 갖추기 위해 검을 뽑아들곤 얼굴앞에 세워서 예를 취 했다. "카이레스.... 로그마스터 카이레스!"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칼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데스위저드 우릴은 새 하얀 수염을 흩날리면서 나를 바라보았다. 카르투(흑인 베난카르투와 시 크카르투가 있다.)와 라인(백인종의 하나)의 혼혈인 듯 거무스름한 피부 를 가지고 있는 그는 특이하게 샌 하얀 수염과 머리칼을 날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성검을 가져가는 것은 분명히 옳은 일이다. 그리고 그대가 악하지 않다는 것은 의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냥은 넘겨줄 수 없구려." "그 말은?" 내가 그렇게 묻자 그는 측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싸울 수밖에." 그의 그말이 끝나는 순간 그는 수인을 맺었다. 나는 바로 뛰어들어서 한 달음에 바위를 달려 올라가 그에게 검을 휘두르려고 했지만 챙 하는 소리 와 함께 공격이 막혀 버렸다. 뭔가 투명한 것이 그의 몸 주위를 막고있는 게 아닌가? "앗!" "북풍의 한숨. 나의 적을 치는 창이 되라!" 그순간 그의 손앞에서 뭔가 반짝이는 것이 모이기 시작했다. "강화! 최대화, 어케인 부스트!" 그순간 나는 얼른 옆으로 몸을 틀었다. 그러나 이미 마법은 발동했다. 차 가운 냉기의 눈보라가 마법사의 손을 통해서 마치 폭풍처럼 빠르게 퍼져 나갔다. 나는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지만 다리가 묶여 있었다. 어느 틈에 왼다리가 그 냉기의 공격에 노출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제기랄!" 산 넘어 산이라 더니 뜬금 없이 조디악 나이츠와 대결을 시키는가! 이대 로 라면 절대로 살아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 계 속 >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에고에고에고. 마감이 얼마 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