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Chapter 01 가짜 바츠 Chapter 02 탐색전 Chapter 03 정체가 드러나다 Chapter 04 철공소를 만들자 Chapter 05 율리아 계곡 Chapter 06 신의 광물 Chapter 07 운석 쟁탈전 Chapter 08 크리마스 이벤트 Chapter 09 형제는 용감했다 Chapter 10 죽음의 상인 Chapter 11 방문자 1.가짜 바츠 '너는 대체 누구냐!' 유한은 스스로 바츠라 칭한 유저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걸치고 있는 것은 바츠 시절에 상용하던 장비와 똑같았다. 광포한 분위기와 오만한 행동거지도 자신이 바츠 시절에 했던 그대로. 녀석의 머리 위에 드러난 이름 석 자를 본 유한은 또 한 번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그리고 이가 부서질 정도로 부드득 갈았다. "저 개자식이!" 흥분한 것은 유한뿐이 아니었다. 관중석으로 물러나 시합을 관전하고 있던 옌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화가 많이 났는지 얼굴이 잘 익은 홍시처럼 붉게 물들어 있었다. "겨, 경덕아. 아무리 분하더라도 지금은 참아!" 같은 학교 출신인 블루 라이언스들이 옌스를 붙들었다. 그들도 옌스가 바츠에 대해 원한을 품고 있는 것을 알았다. 매번 바츠가 어떻고 떠들어 댓기 때문. 당장이라도 옌스는 경기장에 난입해서 바츠의 머리통을 날려 주고 싶어 할 것이다. 그러나 깽판을 부려서 블루 라이언스에 좋을 것이 없었다. "경덕아, 제발 좀......." "시껴! 여기선 이 몸을 옌스라 부르라고 했을 텐데" 옌스의 큼지막한 주먹이 옆에서 말리던 친구의 머리로 떨어졌다. 주먹 한 방에 피통이 좍 내려간 친구를 보고 다른 녀석들의 인상이 파랗게 질렸기만, 말리는 것을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아무튼 지금은 나서지 않는 게 좋아." "그래, 잘못하면 실격패라고." 그 말에 옌스는 더욱더 화를 냇다. "닥쳐! 실격패는 저기 철십자 새끼들이야! 어디 가짜를 데려와서 사람들 앞에서 사기를 쳐!" 목소리가 컸는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옌스에게 쏠렸다. "뭐야, 바츠가 가짜라고?" "설마, 이렇게 많은 유저들 앞에서 사기를....." 캐릭터 이름이 '케이지'로 바츠와 달랐지만 유저들은 그리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새로 캐릭터를 만들며 얼마든지 바꾸었을 수도 있기에. 모두가 관심을 둔 것은 바츠의 실력이었다. 과연 레드 드래곤을 혼자서 잡았던 그의 실력을 그대로 발휘할 수 있을 것인가? 오직 그것에만 신경을 집중했다. "자 자식 푸른 새벽 길드에 있던 케이지 아냐?" "설마, 저놈이 바츠였다고?" 상대편인 다크 나이트 길드의 흑표기 들은 어리둥절해했다. 이전부터 푸른 새벽 길드나 철십자 길드와 종종 충돌했던 그들이었기에 간부인 케이지에 대해서도 대충알고 있었다. "참나, 철십자 새끼들. 뭔가 비밀병기인가 했더니 겨우 사기를 치는 거였나?" "사칭 사기는 처벌 대상이지 아마?" 그러나 피식거리는 이들과 달리 그들의 대장인 라르고는 신중했다. "단정할 수는 없다. 저 녀석 본캐가 진짜 바츠였을 수도 있어." "하지만 철십자 놈들이라면 케이지 대신 바츠를 길드에 가입시켰을 텐데요" 바츠 같은 든든한 전력을 왜 지금까지 길드 전에 동원하지 않았을까. 독불장군 바츠를 가입시킨 것만 해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게 만들기 충분할 텐데 말이다. "사정이 있겠지. 알스터 너도 그게 본 캐는 아니잖아." 라르고의 말에 알스터란 유저는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간혹 그와 같은 유저들이 있었다. 레벨이 높고 장비가 좋은 본캐는 아껴 두고, 길드 전에는 적당한 레벨에 적당한 장비를 갖춘 부캐를 내세우는 유저가. 그렇게 대타를 내미는 이유는 자칫 길드전에서 패했다간 본캐의 주력 장비를 몽땅 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그렇다 쳐도 허우대뿐일 겁니다." 알스터는 캐릭 '케이지'가 캐릭 '바츠' 정도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어디서 되찾았는지 몰라도, 바츠의 장비를 착용했다 해서 케이지가 바츠로 뒤바뀌는 것은 아니다. 캐릭터의 레벨이나 습득해 놓은 스킬이 다를 것이 자명함으로. "케이지가 저번에 대.장.장.이한테 목이 날아갔다고 들었으니까요." 당시케이지를 쓰러트린 상대가 요사이 유명한 대장장이 지그였지만, 알스터는 대장장이에게 죽은 것만 강조했다. "그러니까 알스터 네 말은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다?" "당연하죠! 제 놈이 그사이에 열렙을 해 봤자 우리보다 더 했겠습니까?" 철십자 길드에 패하고 흑표기들은 수련을 겸한 광렙에 몰입했다. 자기들 레벨보다 더 높은 몬스터들이 출현하는 필드와 던전을 누비며 실력을 쌓아 왔던 것이나. 그렇게 준비해서 복수의 때에 맞춰 등장했는데, 광전사 바츠가 등장했다. 처음엔 다소 당황했지만, 알스터가 말한 대로 생각을 해 보자 바츠라 자칭한 케이지가 무척 하찮게 보였다. 생각할수록 더욱 그랬다. 예전에 바츠였는지는 몰라도, 지금은 아니지 않는가. 그저 바츠의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자신들과 비슷한 수준의 전사일뿐. "좋아! 달려라! 철십자 놈들을 완전히 뭉개 버리는 거다!" 시합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 울리자 흑표기의 리더 라르고는 철십자 길드 진영으로 공을 몰고 나갔다. 그런데 철십자 길드의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은 이들을 맞이하기는커녕 뒤로 물러나 골대 근처에 포진했고, 오직 바츠, 아니 바츠였던(?) 케이지만 앞으로 나왔다. '뿌득! 우릴 무시한단 말이지!' 무시당했다는 생각에 라르고는 일부러 케이지 쪽으로 공을 몰고 갔다. 철십자 길드 놈들이 비밀 병기라 내세운 전직 바츠(?)를 일격에 박살 내 버릴 생각이었다. 그는 랜드 러너의 옆구리에 박차를 가하며 케이지에게 무섭게 돌진해 갔다. "죽어랏!" 16강 마지막 시합 최초의 충돌이 일어났다. 긴가민가하던 관중들의 시선이 일제히 라르고와 전직 바츠 쪽으로 향했다. 콰아앙! "크아아아악" 관중들이 보았다. 검가 갑옷이 처참하게 부서지며 랜드 러너의 안장 위에서 굴러 떨어지는 라르고의 모습을. 필드 위에 처참하게 처박힌 라르고의 몸은 불꽃에 휘감겨 있었다. 플레임 소드의 위력이 십분 발휘된 것이다. 뒤를 따르던 흑표기의 눈들이 휘둥그레 졌다. 방금 전 상황을 부정하는 그들의 앞으로 케이지가 괴성을 지르며 공을 몰아오고 있었다. "크하하핫! 전부 죽여주마!" 돌진해 온 케이지는 알스터를 깊이 베기로 내리찍었다. 단순한 깊이 베기 스킬이었지만, 위력은 엄청났다. 케이지의 공격은 알스터가 다급하게 디펜더 스킬을 써서 가로막은 방패를 쪼개 버리고 투구 깊숙이 박혔다. 콰직! 끔찍한 소리와 함께 알스터의 HP바가 순식간에 0으로 떨어졌다. 단 일격에 절명해 버린 것이다. "마, 말도 안 돼!" "저, 정말 바츠인 건가?" 아니 바츠였던 때만큼 레벨과 실력을 올렸다고는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상대는 골대로 달려가는 길이 횅하니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흑표기 유저를 향하여 공을 몰아가고 있었다. "치잇! 어차피 한 놈이다! 달려들어 없애 버렷!" 흑표기들이 세 방향에서 케이지를 둘러쌌다. 그들이 들이민 창끝이 케이지가 입고 있는 갑옷에 닿았다. 갑옷에 닿은 창끝에서 불꽃이 튄다 싶더니 맹렬한 폭음과 함께 인 불길에 3자루의 창이 부서지거나 휘어져 버렸다. "아, 아차! 레드 본 플레이트 메일이었지!" 바츠의 방어구인 레드 본 플레이트 메일. 화염 속성의 이 A급 방어구는 일정 확률로 자신에게 닿는 무기들을 폭염으로 으스러트리는 기능을 갖고 있었다. 잠시 그 사실을 잊었던 세 명의 흑표기에게 반격이 날아들었다. "휠 슬래쉬!" 케이지는 앞으로 말을 몰아 나가며 검을 크게 휘둘렀다. 단순한 범위 공격 스킬이었지만, 플레임 소드가 뿜어낸 불꽃이 더해지자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공격으로 탈바꿈 하였다. 아니, 그들의 레벨로는 도저히 막아 낼 수 없었다. "크아아악!" 불꽃에 밀린 흑표기들이 랜드 러너의 등 위에서 떨어졌다. 그런 그들을 보며 케이지는 한껏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붉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그의 모습은 흑표기들이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괴물처럼 보였다. 이분위기, 이 압박감. 이건 분명 바츠다! 동영상으로만 봤던 광폭한 불꽃의 일격을 직접 얻어맞은 흑표기들은 상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케이지 놈이 바츠였던 게 맞다고. 바츠 때 실력을 고스란히 회복한 것이 틀림없다고. 그렇지 않다면 도저히 레벨 150대의 자신들을 마구 날려 버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자, 작전타임!" 당황한 다크 나이트 길드 진영에서 깃발을 들어 올렸다. 막 또 다른 희생자를 향해 검을 휘둘렀던 바츠(?)는 그 대로 플레임 소드를 거두어들였다. 입가에 한껏 오만한 미소를 띤 그는 위풍당당하게 철십자 길드 진영으로 말을 몰아갔다. "우아아! 진짜 바츠가 맞구나!" "정말 잘 돌아왔어! 널 꼭 한번 보고 싶었다니까!" 시합이 시작된 것은 겨우 3분 남짓. 골 하나 터지지 않았지만, 광중들의 환호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고 높았다. 사라졌던 영웅이 돌아왔다. 아르페디아 대륙에 무수한 사전과 전설을 남기며 유저들의 혼을 쏙 빼 버렸던 영웅이 해킹이란 비참한 상황을 극복하고, 그것도 예전의 위풍당당했던 모습 그대로. 그러나 장내에는 환호성만 보내는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분노는 벌겋게 타오른 눈으로 귀환한 영웅을 쏘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그는 바로 진짜 바츠였던 유한이었다. '김필중이 이 개자식' 어찌나 화가 나는지 머리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 다른 누구도 아닌 케이지, 아니 김필중이 바츠라 사칭하는 것을 보게 될 줄이야. '이 자식, 내가 널 전단 안내면 사람이 아니다.' 이를 갈던 유한은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감히 자신을 사칭한 김필중을 응징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것이다. "저건 사기잖아." 게임 관리실에서 전투 폴로의 실황을 지켜보던 정경욱 부사장이 눈살을 확 찌푸렸다. 요즘 그는 꽤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서 예전 같으면 허허 웃고 넘겼을 작은 부정도 용서 없이 처단했다. "저놈 누구야?" "김필중이라는 유저입니다." 관리실 직원은 곧장 김필중에 대한 정보를 부사장 에게 올렸다. 홀로그램 스크린에 떠오른 김필중의 정보에는 그가 보유한 캐릭터들에 대란 기록도 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이놈이 비츠였다는 기록은 전무했다. "당장 경고문 발송하고 뻘짓 계속 저지르면 계정 압류해 버렷!" 사칭 사기는 처벌 대상이었지만, 아직 김필중은 유저들 에게 별다른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 그래서 경고나 처벌을 운운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직원은 찍소리도 할 수 없었다. 얼마 전에 있었던 사내 해커 침투 사건을 아직 수습하지 못했다. 도망간 해커도 잡지 못했고, 이놈이 털어간 차세대 가상현실 시스템의 데이터도 아직 회수하지 못했다. 상황이 지지부진하자, 지금까지 돌부처처럼 조용하던 사장이 정경욱을 소환했다. 장장 5시간에 걸친 사장의 잔소리와 질책은 정경욱의 다소 느긋한 성격을 바싹 구워 놓기에 충분했다. 요사이 예민해진 것은 다 그 때문이었다. "일단 내버려 두지요" "뭐라고?" 정경욱을 말린 것은 손석진이었다. 요새 새로운 보안 시스템을 만들고 있는 그는 전투 폴로 대회의 상황을 잠시 지켜보더니 김필중을 내버려 두라고 권했다. 물론 이것은 결코 김필중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지금 저 경기장에 지그가 있습니다. 과연 그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흠......." "강유한 군은 분명 자신의 힘으로 해결하고 싶어 할 겁니다." 정경욱도 유한의 성격을 알고 있었다. 녀석은 퀘스트를 포기하기 보다도 되든 안 되든 자기 손으로 끝장을 보여 할 정도로 자존심이 센 녀석이다. 그것은 바츠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지그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신종 퀘스트를 완수하기 위해 숙련도가 높은 도구들도 아낌없이 용광로에 집어던졋고, 직간접적으로 자신을 건드리는 세력을 절대 그냥 놔두지 않았다. 푸른 새벽 길드만 해도 그렇고, 저번의 티쳐스만 해도 그렇다. 그걸 생각하면 이번에 바츠를 사칭한 녀석에 대해서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화 많이 났던가?" "한번 보시겠습니까?" 손석진은 손가락을 튀기자 홀로그램 스크린에 스크린샷 한 장이 떳다. 김필중을 보며 이를 가는 유한의 얼굴은 심장이 움찔할 정도로 살벌한 것이었다. "좋아, 일단 좀 더 두고 보도록 하지." 정경욱도 보고 싶었다. 원조가 짜가를 어떻게 응징하는지를 말이다. 케이지의 활약으로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이 흑표기를 5:0으로 이겼다. 하지만 유저들의 관심은 경기의 결과가 아니라 다시 등장한 영웅 바츠였다. "정말 대단하지 않았냐?" "순식간에 흑표기 넷을 작살내 버리다니. 정말 놀라웠어." "그러게, 도대체 레벨이 얼마야?" "200은 가뿐히 넘지 않을까?" "아냐. 혼자서 흑표기 들을 박살 낸 걸 생각해 보면 250은 넘을 거야" 유저들은 경기장 밖으로 나오며 저마다 바츠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경기장 입구에 있던 옌스가 들었다. "크아악! 내 이 자식을!" 그가 당장 철십자 길드 원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려 하자 동료들이 말렸다. "대회 기간 중 사사로운 싸움은 실격 처리된다잖아." "그래, 참아 그리고 놈이 가짜라는 확실한 증거도 없잖아." "그 엄청난 실력은 바츠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어." 블루 라이언스들은 무구가 좋다 하여 감자기 능력치가 두 배가 되거나 레벨이 엄청 뛰어오르는 경우는 없다고 알고 있었다. 그저 무구에 걸려 있는 옵션에 따라 조금씩 스텟이 증가하거나 능력치가 오를 뿐. 만약 플레임 소드와 레드 본 플레이트 메일에 그런 엄청난 옵션이 달려 있었다면, 바츠 외에 그 무구를 곤에 넣은 유저들도 엄청 강해져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그런 유저가 있다는 소리는 들어 보지 못했다. 대다수 유저들이 알고 있는 사실도 그런지, 다른 케이지가 바츠의 재림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제길. 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으니까 너희들 먼저 숙소로 가 있어." 옌스는 도료들을 내버려 둔 채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곳은 바로 레드 타이거 용병대들이 있던 관중석이었다. "넌 또 왜 왔냐?" 자칼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바츠. 아니 지그 어딨수?" "지그라면 좀 전에 뭔 물건을 만든다며 숙소로 돌아갔는데?" "고맙수." 옌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숙소로 달려갔다. 숙소 한편에 위치해 있는 간이 대장간에서 캉캉 망치질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바츠!" "..........." 옌스가 이름을 불렀지만, 망치질 삼매경에 빠진 유한은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이에 옌스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봐, 내 말이 안 들리려?" "닥쳐! 잘 들리니까 조용히 좀 해." 유한은 지금 한창 집중력이 필요할 때였다. 조금만 실수해도 무구의 완성도가 떨어질 수 있으니까. "지금 이까짓 무구나 만들고 있을 때가 아냐. 너도 봤을 거 아냐. 가짜 바츠가 나타났다고!" "그래서?" "그래서라니? 널 사칭하는 놈을 당장 잡아다가 족쳐야...." 이대로 두면 케이지의 엄청난 무력에 홀린 유저들이 그를 바츠로 믿어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짜가 진짜가 되어 버릴 터. 망치질을 잠시 멈춘 유한은 마치 자신의 일인 것처럼 펄펄 뛰는 옌스를 바라보며 물었다. "너 그 자식보다 강해?" ".......아니." 옌스가 여느 랭커에 못지않게 강하다지만, 좀 전에 보여 준 케이지의 무력에 비할 수는 없었다. 단신으로 흑표기 들을 날려 버린 케이지의 무력은 레벨200대가 훨씬 넘어 보였으니까. "하지만 거기엔 뭔가 수작이 있을 거야! 그 자식 실력이 어떤지는 너와 내가 잘 알잖아" 대장간 문제로 푸른 새벽 길드와 충돌했을 때, 두 사람은 케이지의 실력을 파악했다. 정확한 레벨은 모르지만, 분명 옌스보다 하수였다. 무엇보다 녀석은 제가 싸우기보다 남을 앞장세울 정도로 비겁한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이후 광렙을 해서 바츠급의 랭커가 되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도 놈이 강한 건 사실이야." 유한은 흑표기들을 한 방에 날려 버리는 케이지의 무력에 눈을 부릅뜨지 않을 수 없었다. 무구가 좋아서? 바츠의 무구들이 레어 급이라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케이지가 강해진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를 알게 될 때까지는 경거망동하지 않는 게 좋았다. 괜히 나섰다가 바츠를 시기한다고 오해만 받을 수 있으니까. 지금 중요한 것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가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을 만날 때까지 패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케이지 녀석을 만나서 죽이든 살리든 할 수 있다. '일단은 스타 더스트 길드의 머큐리 기사단부터 이겨야 해' 이를 위해 유한은 아끼던 것을 내놓기로 했다. 유한이 분기를 참고 망치를 두드리고 있을 때,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의 숙소 앞은 유저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바츠 님, 얼굴 한 번만 보여 주세요" "전 바츠 형님 보고 전사 하겠습니다!" "꺄아악! 바츠 오빠, 오!" 다들 돌아온 바츠의 모습을 보기 위해 안달이었지만, 철십자 길드에서는 숙소의 창문과 문을 꼭꼭 닫아 놓고 비밀 병기인 바츠를 보여주지 않았다. 그러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크으윽, 이런 제기랄!" 침대에 누워 낑낑거리던 케이지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16강 경기를 끝내고 돌아와 스텟 창을 열어 봤더니 모든 스텟의 수치들이8~10씩 떨어져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경험치도 엄청나게 깎였다. 덕분에 레벨이 5나 낮아졌다. 거기다 걷는 몸놀림도 시원치 않았다. "뭘 투덜거려? 그리 될 걸 알고 마신 주제에." 근처에 있던 유나란 여마법사가 입술을 삐죽였다. 케이지가 바츠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지금 이런 상태 가된 것도 모두 그녀의 작품이다. 자세히 말하자면 유나가 만든 '광전사의 피'라는 포션 때문이다. 그녀는 마노스 제국의 남쪽 던전에서 이 포션의 제조레시피를 획득했다. 이 유니크 레시피의 끄트머리에는 '지나친 과욕에는 비참한 대가가 뒤따른다.'고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유나는 비참한 대가가 무엇인지도 몰랐다. 기껏 해 봐야 약간의 저주나 근육통 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몇몇 길드 원들을 상대로 실험해 본 결과 그게 아니었다. 철십자 길드에서는 그녀에게서 레시피와 제조된 표선을 압수하였다. 제조하는 데 필요한 재료들의 가격이 비싼 문제도 있었지만, 포션의 후유증이 이만저만 큰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광전사의 피의 제조는 금지되었고, 그 존재를 아는 것도 길드의 고위 인사들과 유나와 던전을 탐험했던 몇몇 길드원뿐이었다. 같이 탐험을 했던 케이지는 이번 전투 폴로 대회에 반드시 필요하다며 길드 고위 인사들 에게 광전사의 피를 요청했다. 유나가 만류했지만, 케이지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광전사의 피는 약 10분간 복용자의 능력을 2배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레벨과 스텟은 물론 공격력과 방어력, 스킬의 성공률도 2배 증가시키는 것이다. 덕분에 케이지는 그의 레벨이나 스텟으로는 착용이 불가능한 레드 본 플레이트 메일과 플레임 소드를 장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로 인한 대가는 상당했다. 스텟과 경험치의 영구적인 감소와 게임 시간으로 20시간 동안의 이동 속도 및 행동 능력 저하. 분명 광전사의 피는 한 차례 반짝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기막힌 아이템이지만, 유저들이라면 기겁할 후유증 때문에 철십자 길드에서 제조를 금지시킨 것이다. "오늘 더 이상 시합이 없었기 망정이지……."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원들은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케이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저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었다. "그런데 바츠 장비가 확실해?" "내가 좀 전에 봤는데 레드 본 플레이드 메일은 몰라도, 검은 바츠 것이 분명했어." 갑옷과 달리 플레임 소드에는 바츠(Vatzz)의 이름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렇다면 해커와 거래를 했단 뜻이잖아." 해커에게 직접 구했든, 몇 단계를 거쳤든 게임사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장물 취급으로 징계를 먹을 것이다. 본인만 징계를 당하면 다행이지만, 불똥이 길드까지 튄다면? "도대체 베히모스나 길드 위원들은 무슨 생각으로 놈을 돕는 거야? 그리고 굳이 바츠라 사칭할 이유가 있을까?" 자신들의 전력이면 충분히 우승할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길드의 비밀 병기라 할 수 있는 광전사의 피까지 줘서 도울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뭐,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보고 싶은 거겠지." "하긴, 튀고 싶어 안달이 난 놈이니까." 아이언사이드 기사 단월들은 근처의 당사자가 듣거나 말거나 할 말들을 다했다. 그만큼 케이지가 안중에 없다는 뜻이리라. '개자식들, 내가 뇌제의 홀을 얻기만 하면 너희들은 모조리 모가지다!' 침대에 누운 케이지는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원들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뇌제의 홀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반크의 열쇠가 필요했다. 이미 케이지는 뇌제의 홀이 묻혀 있는 테라칸 황제의 비밀 묘지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문제는 묘지를 여는 반크의 열쇠를 그로지아의 국왕이 이번 배틀 폴로 대회의 우승자에게 내리는 하사품으로 정했다는 것이다. 그로지아 왕가에서는 반크의 열쇠가 어떤 물건인지 전혀 모르는 듯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하사품으로 절대 내놓을 리 없었다. 왕국의 NPC들이나 대다수 유저들도 모르기는 마찬가지. '일단 이 대회에서 우승부터 해야 해' 우승을 위해서라면 몇 번이고 광전사의 피를 마실 것이다. 뇌제의 홀을 얻으면 상실한 스텟과 경험치를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을 테니까. 던전에서 얻은 고서에는 그것이 드래곤도 굴복시킬 만한 힘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게임에서 몇 안 되는 유니크 아이템. 그런 것을 손에 넣기만 하면 랭커가 되는 것은 물론, 강력한 길드의 장이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때도 네놈들이 내 앞에서 시시덕거릴 수 있을지 두고 보마.' 케이지는 환한 미래를 생각하며 히죽 웃었다. 대회 사흘째 되는 날. 8강 경기를 보러 사람들이 콜로세움으로 모여들었다. 칫 시합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와 머큐리 기사단의 시합. 유한은 어제 새로 만든 무구들을 레드 타이거 용병대를 에게 넘겨주었다. 표면에 금속판을 덧댄 라운드 실드. Z자가 새겨진 라운드 실드는 타워 실드보다 크기가 작고 방어력이 약했지만, 말을 타면서 다루기엔 무척 좋았다. 거기다가 방패에는 마법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마나 실드 마법인 인챈트되어 있었다. 머큐리 기사단의 마법 공격에 대비한 수단인 것이다. 방패를 만든 유한이었고, 거기다 마법을 인챈트한 사람은 자칼이 초빙해 온 마커스라는 마법사였다. 20대 중반의 마커스는 로브 차림이 어울리지 않게 부동자세로 자칼의 앞에 서 있었다. 마치 군인처럼. "그러니까 마법 방어력이 20% 증가한다 이거지?" "그렇슴다! HP 10닳을 거 8밖에 안 닳지 말입니다." 그렇게 호언장담했던 마커스는 좀 아쉽다는 듯 말을 이었다. "실은 방패만 좀 더 잘 만들었다면 마법 방어력이 더증가했지 말입니다." 그 말에 레드 타이거들은 유한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유한은 이 방패를 결코 대충 만들어 낸 것이 아니었다. "남은 피 같은 에르젠을 쏟아서 만들었는데 그런 눈으로 보깁니까?" 마법을 영구적으로 인챈트 할 수 있는 합금 에르젠. 유한은 저번 신종 퀘스트에서 획득했던 에르젠 합금의 일부를 이 방패를 제작하는 데 사용했다. 아무것도 얻는 것이 없는 대회에 눈물을 머금고 값비싼 에르젠을 사용한 이유는 반드시 결승전에 올라 케이지 놈을 묵사발 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 에르젠 무구를 만드는 데 서툼에도 불고하고 에르젠을 사용해서 방패를 만들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중간에 몇 번 실패했고, 완성된 방패의 마법 인챈트 효율도 그리 높지 않았다. "미안하다, 네가 그렇게 형님들을 위해 줬을 줄은 몰랐구나." 그 귀한 에르젠을 썼다고 하니, 레드 타이거들은 괜히 유한에게 미안해졌다. 뭐 방패의 마법 방어력이 20% 증가하는 정도 밖에 안 되면 어떤가. 막을 수 없는 나마지 80%는 악과 깡으로 극복하면 될 일이다. "아무튼 둘 다 수고 많았어. 그리고 김 상병. 휴가 중에 불러서 미안하다." "천만에 말씀입니다. 전 곽 중사님께서 불러 주시면 드래곤 레어라도 달려가지 말입니다." 마커스는 자칼이 제대하기 전 훈육했던 해병대 병사였다. 흡족한 얼굴로 마커스의 어깨를 다독이던 자칼은 유한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원래 널 공짜로 부리려고 했는데, 미안해서 그리는 못하겠구나, 뭔 열쇠인지 국왕이 부상으로 주는 건 너한테 주마." "그런 소린 나중에 하시고 지금은 이길 생각이나 하세요!" "오냐, 알았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가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거의 동시에 스타 더스트 길드의 머큐리 기사단도 입장하자,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펑! 시합 시작을 알리는 폭죽과 함께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자칼이 공을 몰고 가자 머큐리 기사단원들이 그를 노리고 일제히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러나 이전 시합과 다를 바 없는 그들의 전술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를 너무 우습게본 행동이었다. "공 간다! 잡앗!" 마법이 발동하기 직전, 자칼은 상대편 측면 깊숙한 곳으로 공을 쳐서 찔러 넣었다. 그와 동시에 측면을 맡았던 레드 타이거 용병대원이 번개같이 말을 달려갔다. 당황한 머큐리 기사단은 서둘러 표적을 바꾸었다. 그러나 공을 잡는다 싶었던 레드 타이거 용병 대원이 재빨리 공을 쳐 버리고 이동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또다시 표적을 바꾸려 했지만, 공은 자기 진영 중간에 떨어 졌다. 근처에 있던 머큐리 기사단원이 스틱을 들고 공을 잡으러 달려갔을 때였다. "저리 꺼져!" 언제 달려들어 왔는지, 자칼이 그를 후려갈기고 공을 빼앗았다. 마법이 일제히 자칼을 향하려는 순간, 스틱을 맞은 공이 골대를 향해 날아갔다. 철썩! 공은 말의 다리 사이로 빠져나가며 골대로 들어갔다. 머큐리 기사단의 골키퍼가 스틱을 뻗어 봤지만, 자칼의 한 박자 빠른 슛을 막을 수 없었다. "우와! 레드 타이거의 선취 득점이다!" "우왕! 굿!" 선제골이 터지자 관중들이 환호성을 질렷다. "대단한걸! 마법 쓸 틈을 주지 않잖아!" "아니, 그것보다 전혀 쫄지 않았어." 유절들은 16강에서 머큐리 기사단과 시합한 팀을 기억했다. 상대는 머큐리 기사단이 마법을 캐스팅하자 이를 신경 쓰느라 정신이 분산돼 전진은커녕 패스도 제대로 못했다. 당연히 시합의 주도권은 머큐리 기사단에 넘어갔고, 승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훗, 마법이 능사가 아니지." 유한이 대마법 방어구를 만들 동안, 자칼과 레드 타이거 용병 대원들은 마검사들을 상대할 방법을 모색했다. 그들이 채택한 전술은 기동전이었다. 상대에게 마법을 쏠 틈을 주지 않는 절묘한 공간 패스와 한 박자 빠른 슛으로 기선을 제압하자는 것이다. 마검사들의 마법 공격이 위협적이지만, 절대적이진 않았다. 경기 룰에 따라 공을 가진 상대, 혹은 공을 빼앗으려는 상대에게만 공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패스가 빠르게 오가니 머큐리 기사단은 공격자를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더구나 마법을 캐스팅하는 동안은 정지해 있어야 하니까.' 레드 타이거 용병대에서도 마검사가 1명 있었다. 마검사인 헨리는 마검사의 장단점에 대해 알려 주었다. 마검사는 마법사들보다 마법 스킬의 캐스팅 시간도 늦고, 고렙 마법사가 할 수 있는 무빙 캐스팅(Moving Casting)도 할 수 없다 그저 검과 마법을 함께 익힐 수 있는 것이 유일한 장점. "조심해라, 이번엔 놈들이 공격해 올 거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선제골에 오래 기뻐하지 않았다. 상대의 허를 찔러 선제골을 따냈지만, 자칼은 그 전술이 계속 먹힐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편이 바보가 아니면 플레이 스타일을 변화시킬 것이다. 과연 머큐리 기사단은 이전과 다른 공격 전술을 펼쳤다. 원래 그들은 삼각형 모양으로 돌격 포진을 구축, 선두에 공을 몰고 가는 공격수를 나머지 선수들이 캐스팅한 마법들로 엄호하는 전술을 펼쳤다. 레드 타이거 진형으로 들어올 때만 해도 글들은 전술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레드 타이거 용병대가 빠르게 접근하자 순식간에 개미 때처럼 흩어졌다. "아니, 뭘 하려고?" 측면으로 파고든 머큐리 기사단의 공격수가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골대를 향해 공을 길게 쳐 올려 보냈다. 축구로 치면 최전방으로 한 번에 센터링을 올린 셈이다. 그러나 골대 근처에는 머큐리 기사단원이 한 명도 없었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원들이 공을 잡기 위해 스틱을 들어 올린 순간, 머큐리 기사단원들의 마법이 일제히 쏟아졌다. "매직 미사일!" "어엇! 조심해!" 공 근처로 모인 자신들을 공격할 거라 생각한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저마다 에르젠을 도금한 방패를 들어 올렸다. 그러나 마법이 날아간 곳은 공쪽이었다. 모두 6발의 매직 미사일은 공중에서 공의 궤적을 지그재그로 틀어 놓았다. "아앗! 이런!" 공중에서 멋지게 춤을 춘 공은 골대 구석으로 쏙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환성적인 슛이었다. "나이스! 동점이다!" 머큐리 기사단은 환호성을 지르며 제 진영으로 돌아갔다. 허를 찔린 레드 타이거 용병대들은 고개를 저었다. "으으, 설마 공에다 직접 마법을 날릴 줄이야." "자식들 당구 좀 쳐 봤나 봅니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었다. 아직 시간은 충분히 있으니 이길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벤치에서 구경하던 유한도 그리 믿었다. 저 거칠고 제멋대로인 아저씨들은 반드시 승리해서 결승전까지 올라갈 것이다. '그래, 결승전에 올라가기만 하면!' 그 다음에 무엇을 할지 결정한 유한은 두 주먹을 부서져라 꽉 움켜쥐었다. 이른 시간에 한 골씩 주고받은 양 팀은 이후 치열하게 공격을 주고받았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 쪽은 기동력으로 득점을 따 내면, 머큐리 기사단은 변칙 마법 공격으로 응수했다. 그 와중에 머큐리 기사단의 마법 공격이 레드 타이거들 에게 떨어지기도 했지만, 유한이 만들어 준 방패를 이용해 적절히 위기를 모면했다. 초반부터 치열했던 공격은 후반부로 넘어가자 약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초반부터 전력을 다한 덕분에 양쪽 다 지쳐 버렸기 때문이다. 스코어는 3:3 동점. 뭔가 타개책이 필요했던 머큐리 기사단이 작전타임을 요청했다. "제길, 아저씨들 실력이 장난이 아니네!" "길포드 꼰대도 안 나왔는데 이렇게 고전할 줄이야." 작전 회의를 하는 중에 머큐리 기사단원들은 마나 포션을 들이켰다. MP소모가 많은 그들이기에, 이렇게 숨 돌릴 수 있는 시간에 mP를 채워 두어야 했다. 그런데, 사이좋게 마나 포션을 마신 그들의 표정이 시커멓게 변했다. -후궁! 맹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체력이 30저하 됩니다. 해독을 하지 않으면 1초당 10씩 HP가 떨어집니다. "뭐? 주, 중독이라니?" 언제 중독되었단 말인가. 그런 것을 따질 시간보다 지금은 해독이 중요했다. 근방에 있던 스텝 신관들이 서둘러 정화 마법을 펼쳤다. 그러나 중독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보통의 독보다 몇 배는 강한 지독한 맹독이었기 때문이다. "어이! 마법1004이 자식 어디 갔어!" 마법1004는 머큐리 기사단의 스텝으로 효능이 좋은 마나 포션을 마품하던 유저였다. 스타 더스트의 길드원은 아니고, 이번 대회를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였다. 방금 전에 마셨던 포션 외에 중독의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스타 더스트 길드 원들은 서둘러 그를 찾았다. 그러나 방금 전까지 있었던 마법1004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귓말이나 쪽지를 날려도 응답이 없었다. 아무래도 로그아웃을 해 버린 듯. "왜 저러지?" "글쎄,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작전타임이 끝났음에도 머큐리 기사단이 필드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자, 유저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실력될 거라 판단한 스타 더스트 길드에서는 실력이 떨어지는 후보들을 부랴부랴 내보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후보 선수들은 무사한 상태였다. -네가 그런 거냐? 관중석에서 스타 더스트 진영을 바라보던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원들이 케이지 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100% 승리 운운하면서 머큐리 기사단과 철갑기마대 등에 손을 쓰겠다고 말한 전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케이지는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투구를 깊게 눌러쓴 녀석은 자신에게 사인을 해달라는 여성 유저들 사이에서 딴청을 부리고 있었다. "시합 종료!" 최종 스코어는 5:3. 레드타이거 용병대는 머큐리 기사단의 후보들을 상대로 2골을 더 넣으며 4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승리를 했음에 불구하고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뭔가 찜찜해. 대체 저쪽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거지?" "글쎄요. 단체로 식중독이라도 난 분위기던데요?" 팽팽 하게 맞서고 있던 머큐리 기사단의 주전들이 한꺼번에 빠지고 후보들로 교체되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유한은 철십자 길드 원들이 앉아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희희낙락하는 김필중의 모습을 잠시 쏘아보던 그는 레드 타이거 용병대원들과 함께 천천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2.탐색전 8강전 2번째 경기는 가우리 길드의 철갑기마대와 블루라이언스의 시합이었다. 유한은 관중석에 앉아 옌스가 귀련이 만든 엄청난 무구들을 과연 어떤 수단으로 극복할지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빰 빠라 빰빰빰~~! 나팔 소리와 함께 양쪽 진영의 선수들이 앞으로 나왔다. 철갑기마대는 어제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는 반면 블루라이언스들은 달랐다. 저마다 자신의 몸통 반만 한 무기들을 들고 나온 것이다. 배틀 헤머, 배틀 엑스, 오함마, 철퇴 등등. 하나같이 크고 둔중한 무기들이었다. "호! 옌스 자식. 꽤 괜찮은 생각을 했는데?" 게세르 용병단과의 싸움에서 보았듯 귀련이 만들어 준 철갑기마대의 갑옷은 왠만한 공격은 퉁겨 낼 정도로 튼튼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곳에 칼질 몇 번 한다고 타겯이 들어가겟는가. 그래서 옌스는 생각한 것은 날은 무드지만 대신 일격필살의 깅능이 있는 중(重)병기들이었다. 배틀 해머나 오함마로 찍어 버리면 아무리 두껍고 단단한 갑옷이라도 부서져 버릴 테니까. "크하하하! 이번 시합은 우리가 이긴다!"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 터지자 옌스는 철갑기마대 중앙에 공을 쳐 넣고 말을 달려갔다. 그의 뒤로 블루 라이언스들은 기세 좋게 무기를 휘두르며 쫓아갔다. 상대가 귀련의 무구를 착용했다지만 그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양 팀이 충돌하자마자 줄줄이 낙마하는 것은 철갑기마대가 아닌 블루 라이언스들이었다. 난전 상황에서 옌스와 그의 친구들은 엄청난 괴력으로 중병 기들을 휘둘렀지만, 귀련의 무구가 달리 유명한 것이 아니었다. 비록 조금씩 타격을 입긴 했지만, 블루 라이언스들의 무구를 튕겨 내거나 빗겨 냈고, 그 이후에 이어진 철갑기마대의 반격에 블루 라이언스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크억! 이럴 수가!" 옌스의 두 눈이 불신으로 부릅떠졌다. 강대의 갑옷에 작렬했던 자신의 필살일격이 거짓말처럼 미끄러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역시 갑옷 모양이 저런 이유를 이제 알겠어!' 갑옷의 삐죽삐죽한 모양새는 멋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경사진 장갑판은 무기의 충격력을 다른 방향으로 흘려버리고 있었다. 힘이 집중되지 않으니 화살이건 철퇴건 제 위력이 발휘되지 않는 것이다. 거기다 슬레이트 지붕처럼 울룩불룩한 철판은 보통 평평한 천판보다도 강도가 더 강한 듯했다. '철판을 일일이 저렇게 구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겠는걸.' 유한은 경기보다 귀련의 무구를 파악하는 데 더 신경을 쏟았다. 어차피 블루 라이언스가 승리할 가능성은 없어 보였고, 그리 되면 4강에서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철갑기마대와 맞붙어야 했다. 옌스 녀석을 응원하느니 상대의 단점을 찾는 것에 주력하는 것이 나았다. "으아아! 이 몸이 지다니!" 시합은 3:2로 철갑기마대의 승리로 끝났다. 옌스는 홀로 분전하여 2골을 넣었지만, 철갑기마대들은 블루 라이언스에 다가와 경의를 표했다. "옌스님이십니까? 귀하 같은 숨은 고수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직 소속이 없으시면 우리 가우리 길드에............" "시끄럿! 누구 약 올리는 거냐!" 옌스는 철갑기마대의 대장 협부에게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경기장을 나갔다. 그의 뒤를 풀죽은 기색의 동료들이 따랐다. "잘 가라, 새파란 애송이들아!" "크크크! 우승한다더니 꼴 좋~다." 나가는 동안 그들은 레드 타이거들에세 야유와 비웃음을 들어야 했다. 당연하게도, 옌스는 펄쩍 뛰었다. "이 망할 꼰대들! 이 몸이랑 현피 뜨고 싶나!" "어이거, 이놈아 그럼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 "한강 굴다리 밑으로 나와라. 형이 십 초 안에 달려가 주마." 계속된 야유에 옌스는 펄펄 뛰었다. 당장이라도 레드 타이거 용병대와 한판 뜰 기세였지만, 경기 진행을 맡은 그로지아의 NPC 기사들이 그를 경기장 밖으로 몰아냈다. '후후. 수고했다, 옌스' 유한은 옌스에게 진정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녀석과 블루 라이언스가 선전해 준 덕분에 귀련의 갑옷을 분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곧장 자리에서 일어난 유한은 4강전 준비를 하러 갔다. 8강전 두 시합이 남아 있었지만, 김필중이 거들먹거리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지그야, 이번에는 뭐 만들 거냐?" 경기장 입구에서 마주친 유한에게 물었다. 에르젠 방패가 제법 쓸모 있었기에 이번에는 어떤 것으로 철갑기마대를 상대할지 내심 기대가 되었다. "글쎄요, 일단 철갑기마대의 방어구를 뚫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유한이 생각하는 철갑기마대 갑옷의 방어력은 최소 300. 레드 본 플레이트 메일보다는 못하지만, 블루 라이언스들의 무지막지한 망치, 도끼질에 부서지지 않은 것을 보면 A급 무구임에 틀림없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A급 무구를 만들어야 하겠네?" "이론대로 하자면 그렇죠, 하지만......." 문제는 유한의 생산 스킬이 아직 A급 무구를 만들 만큼 높지 않다는 데 있었다. 거기다 문제의 갑옷은 명장 귀련의 무구가 아닌가. 보통 A급 무구들 이상의 방어력과 성능이 있다고 봐야했다. 유한의 얼굴이 굳자 자칼이 피식 웃었다. "짜식!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라. 키 안 자랄라. 넌 네가 할 수 있는 데까지만 해. 나머지는 이 사법과 형님들이 알아서 할 테니까." 자칼이 어깨를 도닥여 주었다. 부담을 덜어 주는 듯한 그의 말에 유한은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그럼, 좀 있다 보자." 자칼은 다시 경기를 관전하러 갔다. 숙소의 간이 대장간으로 돌아가면서 유한은 귀련의 갑옷을 이길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도대체 뭘 만들어야 방어력 300의 갑옷을 뚫을 수 있을까?' 귀련의 갑옷이 무적이 아닌 이상 계속해서 두들기면 부술 수 있다. 그러나 이건 전투나 사냥이 아니라 시합. 한두 방에 격파해야 의미가 있다. 랜스? 모닝스타? 클레이모어? 그런 무기들은 아니었다. 이미 옌스가 깨진 것도 봤고, 그 자신이 대장장이기에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았다. '도대체 오우거의 일격도 거뜬히 막아 낼 것 같은 갑옷의 요철과 곡면 처리는 어떻게 한 거야?' 그 기술만 알 수 있다면 생산 스킬이 한 단계 더 오른 것과 같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나중에 귀련을 한번 만나러 가 봐야겠어.' 그와 잘 아는 파우린에게 받은 단검도 있으니, 찾아 가면 만나 줄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귀련이 자신의 비법을 가르쳐 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야야! 당겨! 월척이다, 월척!" 경기장에서 숙소로 돌아가면서 다리를 하나 건너야 하는데 유한은 강을 건너다 낚시꾼 유저들이 소리 지르는 것을 들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는 낚시만 전문적으로 하는 직업이 있었다. 물고기를 잡아 돈을 벌고, 스킬을 올리는 직업이었는데, 낚시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더러 선택해서 하고 있었다. 몇몇 낚시꾼 유저들이 강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물고기를 낚아 올린 유저는 즉석에서 고기를 굽거나 매운탕을 끓여 먹기도 했고, 시장에 팔러 가기도 했다. 그리고 "으라차!" 제법 덩치가 큰 아저씨 유저가 강가에서 커다란 투망을 집어던졌다. 공중에 쫙 펼쳐지며 날아간 투망은 물속에 있는 수십 마리 물고기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묵직한 그물을 잡아당기는 아저씨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물론, 주변에 경쟁자인 다른 낚시꾼들은 펄쩍 뛰었다. "아와, 님아 매너요" "그렇게 싹쓸이해 가면 우린 뭐 잡으라고?" 주변의 유저들이 뭐라던 간에 문제의 비매너 유저는 또다시 투망을 강에 던져 많은 고기를 끌어 올렸다. 그물에 끌려 올라온 것에는 물고기만 있는 게 아니라 녹슨 투고나 부러진 칼따위도 있었다. 심드렁하게 싹쓸이 조업을 보고 있던 유한은 그물에서 투구와 칼이 나오는 것을 보고 눈동자를 빛냈다. "그렇지! 그러면 되겠네!" 갑자기 유한이 박수를 치며 좋아하자 길 가던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NPC와 유저들은 웬 미친 녀석인가 하고 유한을 바라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춤을 추며 숙소의 간이 대장간으로 달려갔다. 생각난 것이다. 귀련의 갑옷을 걸친 철갑기마대를 물리칠 무기가. 레드 타이거 용병대가 숙소로 돌아왔을 때, 유한은 콧노래를 부르며 열심히 무구를 만들고 있었다. "노가다 노가다 강츄~ 노가다 노가다 강츄~" 멋대로 가사를 고쳐 부르던 유한은 고로에서 흘러내리는 쇳물을 받아 냈다. -크롬 합금을 1개 만들었습니다. 스킬 경험치를 35 얻었습니다. -합금 스킬이 5랭크로 올랐습니다. 솜씨가 1 올랐습니다. 인내심이 1 올랐습니다. "나이스" 무구를 만들며 관현 합금을 제작하던 유한은 반갑게 떠오른 안내 창에 번쩍 손을 치켜들었다. 곧이어 안내창이 하나 더 떠올랐다. -제련, 생산, 주물, 합금스킬이 모두 5랭크 이상이 되었습니다. 철공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업이 발전한 나라에 가서 관련 장비를 매입하고 새로운 스킬을 배우도록 하십시오. 이제 철공소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하고자 하는 목표에 조건을 맞췄다 생각하니 절로 덩실덩실 춤이 추어졌다. 그렇지 않아도 철갑기마대를 격파할 방법들이 생각난 상황에 겹경사가 터진 것이다. "이야, 표정이 아까하고 딴판인데, 뭐 좋은 방법이라도 생각났냐?" "물론이죠! 이게 철갑기마대를 격파할 무깁니다!" 유한은 시제품으로 만든 것을 자칼과 레드 타이거 용병대원들에게 보여 주었다. 난생처음 보는 무기. 이게 뭔가, 정말 무기가 맞나 싶었던 레드 타이거들은 이내 탄성을 내질렀다. 전투 경험이 풍부한 그들은 유한이 만들 무기를 보고 대충 어떻게 사용할지 개념을 잡은 것이다. "이대로도 가능하지만, 좀 더 개량할 여지가 있더라고요." "그래, 내가 생각해도 이것만으론 좀 부족할 것 같아 보여." 철갑기마대의 허를 찌르는 기가 막힌 무기임에는 틀림없지만, 자칼의 눈에는 2% 부족해 보였다. 이미 거기에 대한 보완을 염두에 둔 유한은 자칼에게 쪽지 한 장을 건네주었다. "이게 뭐냐?" "그걸 좀 많이 구해 주세요. 되도록 강한 걸로요." 자칼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지금 유한이 구해 달라는 아이템은 쉽게 구하기 힘든 물건이었다. 비싸거나 희귀한 것은 아니고, 그다지 쓸모가 없어서 거래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품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이 승리에 꼭 필요하다면 어떻게든 구해서 유한에게 가져다주어야 한다. "알았다. 이걸 구해 주면 되는 거지?" "예, 그런데 8강전 남은 두 시합은 어떻게 됐어요?" 김필중이 거들먹거리는 꼴을 보고 싶진 않아 나왔지만, 결과는 궁금했다. 어느 정도 예상되긴 했지만 말이다. "아쉬람 길드와 철십자 길드가 4강에 올라왔다." "예? 아쉬람 길드가요?" 유한은 살짝 놀랐다. 아쉬람 길드의 상대가 아르페디아 온라인 10대 길드의 하나인 최가장 길드였기 때문이다. 근래에 경주 최씨 종친회원들을 중심으로 결속한 최가장은 랭커 최강현과 스코필드 등을 중심으로 급성장한 길드였다. 그들이 보여 주는 끈끈한 협력 플레이는 이미 동영상으로도 잘 알려져 있었다. 그런 그들이 중소 길드에 불과한 아쉬람 길드에 패하다니. "어떻게 된 겁니까?" "시합 도중에 갑자기 최가장 길드의 말들이 마구 날뛰더구나. 자세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자칼은 거기서 잠시 말을 끊었다. 누군가 수작을 부렸을 거란 말을 이으려고 했지만, 확신도 없는 상황에서 함부로 말을 하자니 좀 그랬다. "그리고 귀환한 바츠 말인데......." "바츠가 왜요?" 유한은 바츠에 관한 말이 나오자 귀를 번쩍 열고 자칼을 쳐다보았다. "지난번과는 달리 오늘은 교체 멤버로 나오더라. 물론 나와서 죄다 쓸어 버렸지. 실력이야 저번처럼 막강했지만, 어쩐지 조금 힘이 떨어져 보이더라고." 그리고 자칭 바츠는 상대의 주축 멤버들을 쓸어버리기 무섭게 교체해 나갔다고 한다. 관중들은 그의 실력을 좀 더 보기를 원했지만,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저번 경기와 묘한 공통점이 있는 게 , 녀석이 플레이 한건 8~9분 정도라는 거야. 그리고 경기가 끝나지 않은 상대인데도 서둘러 경기장을 나갔어. 그건 16강전 흑표기와의 시합 때도 그랬지." "흐음......." "거기서 녀석은 투구를 제외한 장비는 출전 직전에 장비하더라고." 자칼이 말한 이상한 점은 별것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러나 유한은 무도로 단련된 자칼의 예리한 눈초리에 무시할 수 없는 날카로움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혹 그게 김필중의 사기스런 능력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어떻게 놈이 그런 사기적인 능력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그 비밀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놈이 바츠를 사칭한 사기꾼임을 만인에게 알릴 수 있을 텐데 말이야.' 지금쯤이면 철십자 길드 녀석들도 숙소로 돌아왔을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한은 잠시 일손을 놓고 철십자 길드의 숙소로 찾아갔다. 철십자 길드의 숙소 앞은 여전히 유저들로 바글바글했다. 모두 전설과 같은 광전사 바츠를 보고자 하는 유저들이었다. 무심하게도 철십자 길드는 여전히 문과 창문을 꼭꼭 닫아 놓고 있었다. 심지어 숙소 주변에 길드 원들을 풀어 유저들의 접근을 가로막기도 했다. "젠장, 너무하는 거 아냐? 얼굴에 금칠이라도 해 뒀나........" "뭔가 더 신비해질 것 같아서 저러는 거겠지." 바츠와 유저들이 있었다. 그들은 저마다 '바츠 재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러다가 이미지 나빠지게군.' 바츠의 이미지는 외로운 늑대. 바츠는 다른 유저와 어울리지 않고 외길을 걷는 전사였고, 자신을 귀찮게 하는 사람은 용서치 않는 캐릭터다. 차라리 처음부터 이런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한껏 으스대 놓고는 코앞에 얼굴 한 번 안 보이는 몰염치한 짓은 하지 않았다. '가만히 둬선 안 되겠어.' 유한이 군중들 헤치며 철십자 길드 숙소로 다가갈 때였다. 갑자기 커다란 손이 그를 붙들어 잡아당겼다. 고개를 돌리자 낯익은 녀석이 유한의 눈에 들어왔다. "뭐 하는 거야? 작살내러 가는 거라면 이 몸이 돕지" "옌스……." 순간 유한의 머리에 번쩍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처음엔 단순히 유저들을 선동해서 김필중을 끌어낼 생각이었는데, 보다 놈들을 당황스럽게 만들 계책이 생각난 것이다. "안 그래도 철갑기마대에게 지고 나서 기분도 저기압인데, 철십자 놈들에게 화풀이라도 해야지 안 되겠어." "어이, 깽판 치기 전에 내가 하자는 대로 해 볼래?" "어떤?" 유한은 귓속말로 옌스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지시했다. 옌스는 귓속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냥 확 가서 박살내면 될 걸 뭘 그리 빙글빙글 복잡하게 하라는 건지. "꼭 그렇게 해야 되냐?" "사나이의 싸움에는 명분이 필요한 법이다." 왠지 그 말이 멋지게 들린 옌스는 시킨 대로 하기로 했다. 그는 유저들을 헤치고 철십자 길드의 숙소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숙소를 지키는 철십자 길드원이 검을 내밀려 그를 가로 막았다. "물러 나지죠. 우린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이 자식이 죽으려고!' 옌스는 검을 즨 손에 힘을 주었다가 풀었다. 아직 날뛸 때가 아니다. 유한의 말대로 명분이 필요했다. "아, 난 수상한 사람이 아니다. 여기 바츠 유저가 있다면서?" "그렇습니다만." "난 바츠 침구다. 녀석을 만나러 왔으니 비켜라." "바츠 님의 친구시라고요?" 철십자 길드 원들은 말도 안 된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거짓말 말고 가십쇼. 바츠님은 친구가 없습니다. 그분이 어떤 분이지 모르십니까?" "훗, 안다. 아르페디아의 외로운 늑대. 하지만 그건 게임에서만 그럴 뿐이잖나." "그럼, 혹시.......?" "철이 더러 친구인 종수가 왔다고 해라. 그럼 알 거다." 정말 바츠의 오프라인 친구인가? 옌스의 이야기를 들은 철십자 길드원들은 그렇게 오해했다. 여유 있는 옌스의 표정을 보자니 더욱 그 이야기가 진심으로 느껴졌다. 당혹감을 느낀 그들은 김필중에게 전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길드 원 한 명을 숙소 안으로 들여보냈다. 유저들 속에 끼여 있던 유한은 그것을 보고 씨익 웃었다. '크크크! 자, 이제 어떻게 할 거냐?' 김필중 그 녀석이 바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놈은 바츠 유저가 누군지도 모른다. 바츠의 오프라인 친구에 대해서는 알 턱이 없다. 가짜의 입장에서 진짜의 친구가 왔다니 당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 다음 길필중이 보일 반응은 과연 어떨까? 만약 놈이 대범하게 옌스를 불러들인다면, 철십자 길드의 비밀을 알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도대체 어떻게 해서 케이지의 능력을 순식간에 뻥튀기했는지 말이다. '반대로 놈이 만남을 거부한다 해도 상관은 없어.' 그때는 또 다른 방식으로 철십자 길드를 물 먹일 수 있다. 패전의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옌스 입장에선 이쪽을 더 좋아할 것이다. "우와, 진짜 바츠 님이랑 친구예요?" 숙소 앞에 모여 있던 유저들이 옌스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봤다. "바츠와는 매일 만나고 있지." 사실을 말하는 옌스는 하나 꺼릴 것이 없었다. "우와! 그랬구나. 님도 깡 세던 걸요. 배틀 폴로 경기에서 님이 플레이 하는 거 봤어요." "후훗, 바츠의 친구라면 그 정도는 돼야지." "과연! 근데 왜 같이 플레이 안 하셨어요?" "하하, 그놈 성격이 좀 지랄 같아서…….," 옌스가 밖에서 유저들과 떠드는 사이, 유한의 예상대로 철십자 길드는 완전히 발칵 뒤집혔다. 다른 누구보다 놀라고 당황한 것은 김필중이었다. 그는 고독한 늑대 바츠에게 친구가 있을 줄은 몰랐고, 더욱이 그 친구가 이렇게 찾아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바츠가 해킹당한 이후로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냈다는 소식이 없어 아주 게임을 접어 버린 걸로 알았는데. "어떻게 하죠?" "제길, 그냥 적당히 핑계를 대서 보내 버려." 가짜란 게 들통 나면 모든 것이 끝장이다. 김필중의 말을 들은 길드 원들은 도로 밖으로 나가 옌스에게 곤란하다는 투로 이야기했다. "이거 죄송합니다. 지금 바츠 님이 잠시 로그아웃을 하셔서요." "그게 무슨 개소리냐? 내 메신저에는 분명 접속되어 있다고 되어 있는데" "예에?" 길드원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것은 주변의 다른 길드 원들이나, 창문 틈으로 상황을 살피던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지금 옌스가 뻥을 치고 있다고는 생각하니 못했다. 자신들 스스로 남에게 거짓말하는 상황이었기에, 남의 말을 의심하기보다 자신들의 거짓말이 들통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제길! 진짜 바츠라도 찾아오는 날엔…….' 모든 것이 끝이다. "잠깐만 기다려라. 내가 녀석에게 귓속말을 보낼 테니까." '아. 안 돼.' 손을 쓰기는 이미 늦었다. 잠시 후, 옌스의 표정이 싹 달라졌다.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철십자 길드원의 멱살을 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켁! 왜 , 왜 이러십니까?" "이 자식아, 내 친구는 지금 랑스에 있다는데 저 안에 있는 바츠란 자식은 대체 누구냐?" "그, 그게……." "오호라, 너희들 지금 사칭하고 있구나. 그렇지?" 옌스의 한 마디는 장내에 엄청난 충격을 불어 왔다. 숙소 앞에 모였던 유저들은 저마다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바츠가 가짜라고?" "설마! 그렇게 엄청난 무위는 바츠가 아니면 낼 수 없을걸." "하지만 저 옌스란 유저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는데? 거짓말을 해서 얻을 데 없자나. 금방 뽀록날 걸 왜?" 슬쩍 유저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던 옌스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제대로 약발만 치면 된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나였군. 이 자식들, 감히 내 친구를 사칭해서 사기를 치려고 해?" "그, 그게 아니고!" "안이고 밖이고 간에 너흰 오늘 내 손에 죽었다!" 옌스는 멱살을 잡은 길드 원을 집어던진 뒤 헤비 소드를 꺼내 들었다. 유한이 하라는 대로 다 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패전의 스트레스를 풀 시간이었다. "아악! 싸움이다!" "피, 피해!" 옌스가 검을 들자 주변의 유저들이 황급히 물러섰다. 이미 옌스의 실력을 배틀 폴로 대회에서 본 사람들이 많았다. 싸움에 휘말리면 지금 하늘로 날아가는 철십자 길드원의 꼴처럼 되고 말 것이다. "잔챙이 말고 올챙이들 까지 다 튀어 나와!" 옌스가 순식간에 일반 길드 원들을 해치우자 숙소 안에서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원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일이 이미 터지고 말았지만, 그중 몇 명은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해 보려고 애를 썼다. "너 이 자식! 가우리 길드에 지고 왜 우리한테 시비냐!" "닥쳐, 난 그저 사기 친 놈들을 작살내고 싶을 뿐이다." "거, 거짓말 마라! 괜히 시비를 걸고 싶어 그런 거지!" "우릴 모함하려는 수작을 모를 것 같으냐!" 철십자 길드 원들은 필사적으로 항변해 봤지만, 주변 유저들의 얼굴에 서서히 의구심이 떠오르는 것을 막을 수없었다. "억울하면 바츠를 불러라! 불러서 나를 작살내 보란 말이다, 하하핫!" "치잇! 네깟 놈을 상대로 바츠님이 나올 것 같으냐?" 방금 그 말을 한 철십자 길드원은 옌스의 대쉬에 맞고 구석에 날아가 처박혔다. "흥, 이 몸을 작살내 보고 그리 말해 보시지." 옌스가 마음껏 날뛰는데도 김필중은 나서지 않았다. 지금 후유증으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그가 나섰다가는 박살만 날것이고, 그럼 가짜라는 확신만 심어줄 뿐이다. 뒤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유한은 내심 미소를 지었다. 비록 케이지의 비밀을 알아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유저들에게 바츠가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심어 놓는데 성공했다. 이제 조금만 더 놈을 파헤치면 만천하에 정체를 까발리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네가 나락에 떨어지는 건 금방이다. 김필중.' 3.정체가 드러나다 준결승 시합이 벌어지는 콜로세움. 유저들이 가득 찬 관중석 한편에서 이제까지와는 약간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그로지아의 왕립 콜로세움입니다.] 제법 그럴싸하게 중계석을 만들어 놓은 버추얼 에이지팀은 곳곳에 카메라맨들을 배치해두고 오늘 준결승 시합의 중계를 준비하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점이라면 항상 나오던 사이버 캐릭터 미루가 출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뭐 , 캐릭터의 정기 점검 일이라나? 미루대신에 이정민의 옆에 자리한 사람은 꽤 럭겨실한 차림을 한 중년의 사내였다 . [제 옆에는 오늘 배틀 풀로 경기를 해설 해주실 마스터 정 선생님이 자리해 계십니다.] [안녕하십니까, 마스터 정입니다.] 마스터 정. 해설 위원의 정체를 안 시청자들은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미루 대신 나온게 누군가 했더니 ,악명 높은 드림맥스의 부사장 정욱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정격욱의 캐릭터. 아무튼 게임사나 부사장을 해설 위원으로 초빙하다니, 방송국이나 게임시나 둘 다 보통이 아니었다. 버추얼 에이지팀이 이렇게까지 공을 들인 이유는 단순히 이대회가 예상외로 인기가 있어서도 아니고 , 내로라 하는 길드들이 참가했기 때문도 아니었다. 바로 바츠가 컴백했다는 소문 , 그리고 그가 가짜일 수도 있다는 논란 때문이다. 단 하루도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 나타난 바츠가 가짜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 인터넷에 좍 펴져 있었다. 대형 공략 사이트틀에서는 진실 유무를 두고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고 , 그와 관련한 게시물과 리플이 홍수처럼 넘쳐 났다. "야 , 정말 철십자 길드에 있는게 바츠가 맞냐?" "글쎄 , 어제 숙소 앞에서 깽판이 벌어졌다던데 정작 본인은 나타나지 않았다지?" "로그아웃 중이었다고 하던데?" "아냐 , 진짜는 랑스에 있었대 . 철십자 길드에 있는건 사칭을 하고 있는 가짜라는 거야." "옌스인지 뭔지가 시비 걸려고 그런 건 아냐?" "그래도 앞마당에서 깽판을 부리게 내버려 두다니.. 바츠답자 않잖아." "그보다 , 외골수 캐릭터가 왜 철십자 길드랑 노는지 그게 더이상해." 반신반의하는 유저들은 어서 준결승시합이 시작되기를 바랐다. 그들은 논란의 불씨를 당긴 이대회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 믿었다. [네! 오늘 준경슬 첫 시합 , 가우리 길드와 레드 타이거 용병대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가우리 길드의 철갑기마대는 귀련의 갑옷을 그대로 장비하고 나왔다. 그들의 위풍당당한 모습에 유저들은 아낌 없는 환호성을 보내 주었다. [아, 철갑기마대는 지난 경기와 달라진 점이 없는 거 같습니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태도일까요?] [갑옷에 대해 신뢰를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술도 지난 시합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네 , 그렇게 자신만만한 철갑기대마를 마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과연 어떤 준비를 했을까요?] 카메라는 레드 타이거 용병대 쪽으로 돌아갔다. 시청자나 콜로세움에 모인 관중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가 8강 때까지 입고 있던 갑옷을 버려두고 상점표 가죽 갑옷을 입고나타났기 때문이다. 거기다 손에 든 스틱도 그냥 나무를 깍아 만든 볼품없는 물건이 아닌가. [아! 레드 타이거 용병대 , 시합을 포기한 것 같습니다.] [경무장을 갖춰 기동성으로 승부를 보려는 것 아닐까요?] 정경욱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그러나 이미 16강전에서 게세를 용병단이 경무장에 기동력으로 맞섰다가 철갑기마대에 패했다. 지금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무장은 게세르 용병단보다도 훨씬더 가벼워 보였다. 거기다 차림새로 보면 기동성으로 승부를 볼 듯했지만, 그들이 타고 있는 말을 살펴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았다. [대체 어쩌려는 생각일까요? 무기도 제대로 장비하지 않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입니다, 거기다 안장에 커다란 보따리들을 주러주렁매달고 있습니다.] [궁금하군요. 과연 저 보따리에 무엇이 들었을까요?] 궁금한 것은 유저들은 물론이고 , 철갑기마대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얼굴은 승리의 자신감으로 넘치고 있었다. 펑! 경시 시작을 알리는 폭죽이 울리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공격을 먼저 시작한 쪽은 철갑기마대로 , 3명의 공격수가패스를 주고 받으면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진영으로 넘어왔다. 그러자 물러설 것이라 생각했던레드타이거 용병대가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아닌가. '대체 무슨 비장의 무기가 있다는거냐?' 협부는 말을 멈추지 않았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귀련이 준 이 갑옷이라면 완벽하게 막아 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세상에 완벽한 것이란 없었다. 슈욱ㅡ 좌악 ! 자칼이 안장에 달린 보따리 하나를 풀더니 안에 든 것을 집어던졌다. 시커멓고 무거운 그것은 공중에서 좍 펼쳐지며 공을몰고 가던 협부를 그대로 덮쳤다. "헉 , 이것은!" 그물. 그것도 사슬을 꿰어 만든 강철 투망이었다. 자칼이 강철 투망에 연결된 와이어를 잡아당기자 투망이 쭉 오므라들면서 협부를 꼼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 "협부 님!" 근처에 잇던 철갑기마대원들이 협부를 구하러 달려왔다. 그들은 검으로 강철투망을 잘라 내려 했지만 , 유한이 밤을 새서 만든 강철 투망은 결코 호락호락하게 끊기지 않았다. "어머나 , 저런 수도 있었네." 캐릭터 파우린으로 분해 경기를 관전하던 귀련은 꼼짝 달싹 못하는 협부를 보면 미소를 지었다. 철갑기마대의 무력에 눌려 시합이 시시하게 끝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 다소 재미있어질 것 같았다. 다 그녀가 눈여본 지그란 녀석 덕분이었다. "훗, 놀라긴 아직 일러 !" 자칼이 협부를 잡고 있는 사이 , 마검사 헨리가 품속에서 마법 스크롤을 하나 꺼내면서 외쳤다. "마그네트(Magnet)!" 번쩍 빛이 맴돈 스크롤은 헨리의 손을 떠나 타켓으로 잡은 협부의 몸에 스며들었다. 철커덩! 철컹! 투망이 마치 본드라도 바른 듯 갑옷에 달라붙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투망뿐 아니라 투망을 자르려고 했던 동료들의 검과 갑옷도 달라붙기 시작했다. -쿠쿵! 마그네트 마법에 맞았습니다. 5분동안 갑옷에 강력한 자기장이 형성됩니다. 불길한 효과음이 울리면 당황하는 협부의 눈앞에 안내창이 불쑥 떠올랐다. "어떠냐? 인간 자석이 된 기분이?" 자칼이 다가와 씨익 웃었다. "당, 당했다 !" "크하핫! 네놈들 몽땅 다 자석으로 만들어 주마!" 당황한 철갑기마대가 그들을 막으려 했지만 , 공과 함께 날아오는 스크롤을 보고 혼비백산했다. 마그네트 마법이 깃든 스크롤이다. 맞으면 협부처럼 인간 자석이 되고 말것이다. 기를 쓰고 스크롤을 피했지만, 결국 골키퍼를 포함해 두 명이 자석 신세가 되고 말았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그들의 몸에 강철 투망과 쇠사슬을 던져주고 돌아갔다. 물론 무인지경이 된 골대에 골을 밀어 넣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아아! 뭐냐 저게!" "절라 치사하다!" 환성과 야유가 동시에 튀어나왔다. 가우리 길드에서 심판에게 항의를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에서 시합 룰을 어긴 것도 아니고 , 1회용 마법 스크롤 역시 무기의 일종으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놀랍습니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 , 상식을 뛰어넘는 공격입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설마 마그네트 마법을 사용할 줄은 몰랐습니다.] 빈정거리는게 아니라 정경욱은 진짜 놀랐다. 마그네트 마법. 금속으로 된 아이템이 자성을 띠게 만든다. 얼핏 듣기에는 대단할 것 같지만 , 단지 그뿐이다. 딱히 타격을 입히거나 다른 유효한 효과를 만들지는 못한다. 한때 어느 무료했던 마법사 유저가 이 마법을 마스터하여 길드전에서 응용한 적이 있었다. 결과는 상대의 무구뿐 아니라 자기네 무구마저도 봉쇄하는 자폭으로 이어졌다. 결국 던전의 ㅏ이템 탐색을 제외하면 마그네트 마법을 사용하는 일은 전무해졌다. 관련 인챈트나 스크롤 제조와 거래도 뚝 끊겼다. 그런데 그 사장된 마법을 지금 이 경기에서 사용하다니! "머 , 머리 좀 썻구나." 예상 밖의 사태에 귀련은 식은땀 한 방울을 삐질 흘렸다. 배틀 플로라는 이름에 낚여 치고받고 싸울 줄만 알았지 , 저렇게 잔머리를 굴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하여간, 대단한 녀석이라니까' "비겁하군요.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이름이 아깝습니다!" "후후후 , 진짜 강한 전사는 머리도 좋은 법이지." 실제 이 자석 작전을 구성한 건 유한이었지만 말이다. 아무튼 철갑 기마대 쪽에서 뭐라고 하건 자칼은 무시했다. 가우리 길드에선 인간 자석이 된 멤버를 교체하고 후보선수를 투입했다. 그러나 그런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최고의 갑옷이 이 시합만큼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니 거추장스러운 장매물만 되었다. 최상질의 철은 마그네틱 마법에 적중하자마자 강력한 자성을 띠어 버렸다. [아, 철갑기마대 또 한 골을 실점합니다. 자석 공격에 대한 대책이 과연 없는 걸까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가 준비를 아주 제대로 하고 나왔습니다.] 정격욱의 말대로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사용해도 넉넉할 정도의 마그네트 마법 스크롤을 보유하고 있었다. 거기다가 벤치 쪽에선 유한이 간이 대장간을 열어 놓고 쇠사슬과 강철 투망 따위를 계속 제조해서 공급했다. "제길! 이대로 당할 순 없다! 뭔가 방법이 없을까?" 경기는 예상 밖으로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허를 찔린 상황에서 3골을 헌납한 가우리 길드는 작전타임을 부르곤 반격의 방안을 모색했다. 그때 협부에게 귀련이 보낸 궛속말이 날아왔다. -사나이 근성으로 승부해! 황당하지만 , 협부는 궛속말에서 해답을 찾았다. 귀련이 이도하고 협부가 이해한 대응 방법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자석 공격을 무이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어쭈, 저것들이 "재들도 엄청 근성가들인 모양입니다." 작전타임이 끝난후 , 철갑기마대는 모든 무구를 벗어놓고 나무 작대기 하나만 달랑 든 채로 경기장에 나왔다. 철갑기마대라는 이름이 무색한 천옷 차림이었지만 , 지금 이상황에선 최적의 대응책이었다. "후후, 맨몸이라? 좋아! 받아 주지!" 이후 시합은 근성 넘치는 플레이로 진행해야 할 듯싶었다. 그러나 그역시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자신이 있었다. 자신들도 근성에 있어서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사나이므로 근성넘치는 시합이 되 버린 준결승 첫 시합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승리로 끝났다. 그리고 곧이어 준결승 두 번째 시합이 이어졌다. 철십자 길드는 아쉬람 길드를 압도하면 10:0의 대승리를 거두었다. 논란의 주인공인 케이지도 경기에 참가하여 다섯 골을 넣었다. 그러나 그는 또 10분이 채 되기 전에 교체해 나갔고 , 시합이 끝나기도 전에 장비를 벗고 경기장을 떠났다. 환호성을 보내던 관중들은 마지막엔 야유를 보냈다. 이전시합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인데다 , 케이지가 논란에 대한 일언반구 해명도 없이 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는 인터뷰를 하러 온 버추얼 에이지 팀도 무시해 버렸다. '자칼 아저씨 말대로 공격력이 더 약해진 것 같군.' 8강전 때와 달리 , 유한은 철십자 길드의 경기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덕분에 케이지의 실력이 다크나이트 길드와 시합할 때 보았던 것과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공격력이 조금 떨어진 것은 물론 , 몸의 움직임도 둔해져 있었다. 특히 9분쯤 뛰고 교체해 나갈 때는 무척 다급한 기색이었다. '무너지 모르지만 대략 10분 정도가 한계인 건가?' 만약 그 10분이 지나면 어떻케 될까? 그 점이 대해서 생각하면 경기장을 나서던 유한은 바로 옆에 있던 기둥에 몸을 숨겼다. 맞은 편 복도에서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이 걸어왔다. 단지 그뿐이라면 상관없지만, 그들의 선두에 있는 두사람 때문에 엉겁결에 몸을 숨기고 말았다. 가는 실눈의 여자마법사와 창을 든 던치 큰 기사 낯익는 녀석들이었다.그러나 씨알만큼의 반가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터. 그들은 바로 유한의 손에 플레임 마운트의 용암에 빠져 죽었던 유나와 리트만이었다. '아니 저것들이 왜 철십자 길드에? 그러고 보니 리트만이 유력한 길드와 연줄이 있다고 운운하던 것이 생각났다. 그 유력한 길드가 바로 철십자 길드였던 모양이다. "케이지 녀석은?"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어. 우리도 얼른 돌아가야해 어제 같은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으니까" 옌스가 난동을 부린 사건으로 말미암아 철십자 길드원들 중 일부가 징계를 먹었다. "제길 , 그 녀석 언제까지 가짜 바츠 행색을 할 거야?" "내일 결승전이 끝일 테니 좀 참아 . 어차피 광전사의 피도 이제 한 병밖에 안 남았으니까." 광전사의 피? 그것이 무엇일까. 유한은 자세한 것을 알수 없었지만 , 그것이 케이지의 비정상인 강함과 연관이 있을 것임을 직감했다. "쳇, 결승전이 끝나면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스텝인 녀석부터 족치러 가야겠다." "대장장이 지그 녀석?" "너도 그렇지만 , 그 녀석 덕분에 용암에서 아주 화끈하게 목욕을 했으니까." 리트만 덕분에 유나는 그때 그 끔찍한 일이 다시 기억에 떠올랐다. 가상현실이라지만 뼈와 살이 녹아내리는체험을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거기다 갖고 있던 아이템까지 몽땅 증발해서 얼마나 애를 먹었던가. "호호호, 끓는 쇳물에 발가락부터 하나하나 집어넣는건 어때?" "오, 그거 괜찬은데?" 두 사람은 끔찍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했다. 유한은 당장이라도 튀어나가 둘의 머리를 후려 갈기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자신은 생산직에 혼자였고 , 저쪽은 다수에 전원 전투직 유저였다. 나서면 그야말로 날 잡아 잡수 ~ 하는 것이나 다를게 없다. '뭐 , 대 신 좋은 정보를 들었으니까.' 두 녀석이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안 것만도 소득이었다.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유한은 서둘러 로그아웃을 하고 캡슐에서 나왔다. 광전사의 피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급했다. 공략 사이트에서 검색이 될지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2 배틀 폴로 대회 마지막 날. 결승전이 열리는 콜로세움에 특별한 인사들이 인장했다. 바로 그로지아 주변국의 군주와 귀족 NPC들이었다. 그로지아 국왕츼 초청으로 결승전을 참관하러 온 그들중 유저들이 가장 주목한 사람은 마노스 제국의 여제인 미네르바였다. 아리따운 용모와 달리 싸늘하고 무정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철혈 여제의 곁에 황금 갑옷을 입은 기사가 수행하고 있었다. 그 황금 갑옷의 기사를 본 유저들은 눈을 휘둥그렇게 떳다. "베히모스다! 철십자 길드의 베히모스야!" "헉! 아르페디아 랭크 4위 유저가!" 언제 베히모스가 철혈 여제의 마음을 잡은 것일까. 유저들의 관심이 온통 그에게로 쏠렸다. 그래서 경기장안으로 수상한 무리들이 스며들 듯이 침투하는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늘이 결승전이다. 여기까지 오느라 정말 많이 고생했다." 대기실에서 자칼은 레드 타이거들에게 일장 연설을 했다. 말솜씨는 떨어졌지만 , 그의 굵고 강한 목소리는 레드 타이거들의 긴장된 마음을 바로잡아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 결승전 상대는 광전사 바츠를 영입한 철십자 길드다. 상당히 벅찬 상대지만 , 나는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강하다 왜냐!" 자칼이 손이 유한을 가리켰다. "우리에겐 명장 귀련을 이긴 최고의 대장자이가 있다. 그리고 불굴의 정신과 의지가 있다! 들개같이 모여 거들먹거리는 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오!" 자칼의 말에 레드 타이거들이 강철 스틱을 바닥에 찧으며 연호했다. 그들의 마음 한편에 있던 패배에 대한 우려를 깨끗이 날려 버렸다. 그당당한 모습은 곁에 있던 유한의 근심마저 날리기에 충분했다. 가짜라지만 , 과연 레드 타이거들이 케이지의 상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그동안 수고 많았다, 지그야 . 마지막까지 우리를 믿고 지켜봐다오." "싫은데요." 다소 반항이 섞인 말에 자칼은 유한을 째려보았다. 자세히 보니 녀석의 차림새가 평소와 달랐다. 아니 분위기도 달랐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와 같은 색의 붉고 얼룩덜룩한 갑옷을 입은 유한의 눈동자는 전의로 이글거렸다. 그 모습으로 보자면 어엿한 전사로 , 대장장이스런 면모는 털끝 하나 남아 있지 않았다. "저도 배틀 폴로 경기에 참가할 겁니다." 의지가 깃든 단호한 말투. 무엇이 녀석을 경기에 참가하게 만들었을까. 알 수 없었지만 , 자칼은 유한의 그런 자세나 눈빛이 마음에 들었다. "좋아, 교체 멤버로 넣어 주지." "부대장님!" 다른 레드 타이거들이 만류했지만 , 이미 자칼은 결정을 번복하고 싶지 않았다. 유한도 교체 멤버라는데 만족했다. "이왕에 교체되어 들어갈 거라면 그때 교체해 주세요." "언제?" 자칼은 유한에게 뭔가 작전이 있는 것 같아 제세히 물었다. 유한은 자신의 교체 타이밍을 일러주었다. 자세한 이야기를 들은 자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만반의 준비를 끝낸 유한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띠웠다. 어제 유한은 광전사의 피에 대한 정보를 간신히 입수했다. 소규모 게임 동호회 카페에서였는데 , 예전에 철십자 길드에서 '짧은 시간 동안 2배로 강해지는 포션'을 만들었더라는 게시물에서 그 이름이 나왔다. 카더라 투여서 다들 믿지 않은 분위기였지만 , 관련자의 언급을 들었던 유한의 입장은 달랐다. 마침내 케이지에 대한 의문점을 풀 수 있었다. "자 , 이제 아이언 사이드 기사단을 박살 내러 가 볼까?" 3 폭죽과 함께 결승전 시합이 시작되었다. 관중들의 엄청난 함성이 콜로세움을 뒤흔들고 , 경기장에서 부딪치는 병장기 소리가 관중들의 엉덩이를 연방 들썩이게 만들었다. "허, 시시한 시합이라 생각해서 안 나갔더니만." 관중석 한쪽에서 결승전을 지켜보던 길포드는 아쉬운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룰에 따라 움직이는 스포츠는 관심이 없어 참가를 하지 않았는데 , 생각보다 겨룰 만한 왕건이들이많이 참가해있었다. 특히 철십자 기사단에 바츠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바츠는 길포드가 예전부터 꼭 한번 붙어 보고픈 상대였다. "아빠, 근데 철십자 기사단에 있는 바츠는 가짜래요." 길포는 옆에 있던 채린이 소문으로 들은 이야기를 말했다. 게임에서 만나기 힘든 부녀였지만 , 레드 타이거 용병대가 결승에 올랐다고 해서 응원 차 찾아온 두사람이었다. 채린의 경우 유한이 스텝으로 있다고 해서 온것이지만. "가짜라고?누가 그러더냐?" "옌스라고 아는 동생이 있는데 개가 가르쳐 줬어요." 현재 옌스는 케이블TV로 결승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시원하게 패전의 스트레스를 푼 건 좋았지만 , 징계를 당해서 콜로세움 입장이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뭐 진짜든 가짜든 실력만 있으면 되는거지 . 근데 네 친구는 어디로 간거냐?" "리지스요? 방금까지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 채린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리지스를 찾았다. 양반은 못 되던지 그녀는 금세 나타났다. "어딜 갔었니?" "아 , 저쪽에서 돈을 걸고 있더라고." 콜로세움 요소요소에는 유저들이 관리들 몰래 내기판을 벌이고 있었다. 돈이라면 홙아하는 리지스가 그것을 그냥 구경만 했을 리가 만무했다. "어허 , 학생이 도박 같은 거 하면 못 쓴다." "에이 , 아저씨도 참 도박이라 할 정도는 아니에요. 장난삼어 조금 걸었을 뿐이에요 , 조금." 말은 그리 했지만 , 틀리면 피보다 귀환 돈을 날리게 될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틀릴 가능성이 많았다. "어느 쪽에 걸었니? 레드 타이거 ? 아님 철십자?" "그야 의리를 생각해서 레드 타이거 용병대지." "글쎄, 의리르 지켜 준 건 고맙지만..." 누가 보더라도 바츠가 가세한 아이언 사이드 기사단의 승률이 훨씬 높았다. 그때 엄청난 함성이 콜로세움을 뒤흔들었다. 대기실에서는 잠자코 있던 바츠가 무장을 갖추더니 교체해 출전할 것이다. "드디어 왕건이가 납시었군." 교체되어 들어온 바츠를 보며 자칼은 미소를 지었다. 남은 시간은 15분 정도 . 스코어 1 :1 로 양쪽 다 팽팽한 상태였다. 애초에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를 쉽게 요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장비도 그렇고 조직력에서도 자신들이 우위라 믿었기 때문. 그러나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마치 브라질 추국 대표팀과 같은 플레이를 펼치고 있었다. 전원 개인 기량이 뛰어난데다 , 굉장히 노련해서 별로 연습한 것 같지도 않은데 손발을 잘 맞췄다. 그들은 변칙적인 공격을 예상 못했던 아이언 사이드 기사단은 몇번이고 허를 찔리곤 했다. 결국 선제골을 지켜내지 못하고 동점골을 허용했다. '망할 , 결승전에 케이지 새끼가 낄 기회는 주지 않으려했는데' 그것이 아이언 사이드 기사단원들의 소망이었지만 ,세상일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그들은 케이지에게 공을 주고 놈이 마음껏 설칠 수 있도록 뒤로 물러섰다. "다들 잘 들어라. 십 분이다 . 십 분 동안 절대 저놈이랑 상대하지 마라." 자칼의 지시에 레드 타이거들이 후방으로 물러났다. 케이지는 그런 그들을 노리고 공을 몰고 왔지만, 레드 타이거들은 녀석의 공벽 범위 밖으로 피해 버렸다. 심지어 골키퍼까지 골문을 버리고 케이지를 피해 달아났다. "뭐야 , 꼰대들 내가 그리 무서워?" 케이지는 빈정거리며 레드 타이거들을 쫒아가 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심지어 그들은 중앙선을 넘어 아이언 사이드 기사단 진영으로 도망가기까지 했다. 도무지 상대를 해 주지 않았다. [아 , 왜 저럴까요? 레드 타이거 용병대 , 이름 값이 아깝습니다.] 버추얼 에이지 중계석에서 이정민이 아쉽다는 듯 말했지만 ,해설 위원인 정경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작전에 대해 히애하고 있었다. "후후 , 소나가기가 내릴 때는 당연히 피해야지." 관중석에서 구경하던 길포드드도 부하들의 한심한 모습을 탓하지 않았다. 깨질 것을 뻔히 알고도 덤비는 것은 쓸데없는 만용이다. 승리를 위해선 때론 움츠릴 줄도 알아야 하낟. "쳇! 겁쟁이 꼰대들." 쫒아다니다 지친 케이지는 공을 텅 빈 레드 타이거 골대에 넣어 버리고 중앙선으로 되돌아갔다. 4 1:2 한점 뒤진 레드 타이거 쪽에서 공격할 차례였다. 그런데 레드 타이거들은 수비 진영에서천천히 공을 돌리기만 할 뿐 전진하지 않았다. 관중들의 거센 야유가 쏟아졌지만 ,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것들이 진짜!" 처음에는 몰랐지만 , 뻔히 보이는 레드 타이거들의 행동에 이유를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경기에 뛴 시간은 각각 8 ~9분 정도 저 엉큼한 꼰대들은 자신이 그 이상 날뛸 수 없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 틀림없다. 자신이 10분을 다 뛰고 나가도 경기 시간은 5분 정도 남는다. 레드 타이거 용병단은 그 5분에 승부를 보려는 심삼인것이다. "제길! 죽여 버리겠어!" 케이지가 공을 가진 자칼에게로 질풍같이 달려왔다. 그러나 자칼은 냉큼 공을 반대쪽 팀원에게 보냈다. 케이지는 자칼을 목을 향해 날리던 검을을 가까스로 멈추었다. 공도 없는데 상대방을 공격하면 3분간 퇴장이다. 아까운 시간을 벤치를 때우다 보낼 수는 없었다. "크아악! 니들 뭘 하는 거야! 얼른 달려와서 공을 뺏어!" 혼자 공을 뺏으려다가 실패한 케이지는 후방에서 구경만 하던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원들에게 고함을 질렀다. 뒤늦게 상황 파악을 한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원들도 공뺏기에 합류했다. 밀리고 밀린 공이 레드 타이거 용병대 골키퍼에게까지 전해졌다. "부대장님 , 달리십쇼!" "이미 달리고 있다!" 상대 진영으로 달려가는 자칼을 노려 긴 크로스가 올라갔다. 자칼은 롱 패스를 정학하게 받았다. 그의 앞에는 상대 골키퍼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 공을 뺏으러 레드타이거 진영에 내려갔기 때문이다. 자칼은 상대 골키퍼를 따돌리고 골대에 공을 집어넣었다. [역습 ! 레드 타이거의 역습입니다!] [2대 2 동점골을 허용합니다. 아이언 사이드 기사단 완전히 허를 찔리고 말았군요.] 경기장에 커다란 함성이 터졌다. 지금까지 철십자 기사단이 바츠를 들여보내고 나서 실점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제길! 이것들이 날 가지고 놀았겠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세레모니까지 알차게 하면 케이지의 아까운 시간을 갉아먹었다. 경기고 뭐고 , 케이지는 저 망할 꼰대들을 모조리 날려 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에게 시간이 벗었다. "어이 , 케이지 시간 됐다. 얼른 나가라." "뭐라고!" 리트만의 말에 케이지는 벤치에 있는 유나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활동 시간을 재고 있는 것은 그녀다. 그녀는 지금 다급하게 교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이제 1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증거. '이런 젠장! 시간이 벌써 그렇게 흘렀을 줄이야.' 케이지는 이를 갈며 벤치 쪽으로 말을 몰았다. 막 대기중인 후보와 교체를 하려고 했는데 , 옆의 레드 타이거쪽 벤치에서 낯익는 말소리가 들려왔다. "병신, 십 분도 안 뛰고 교체냐?" 교체하려는지 무장을 완료하고 스틱을 어깨에 턱걸치고 있는 녀석 투구를 삐닥하게 쓰고 있는 놈의 이름은 지그였다. 남바린에서 자신을 농락했던 망할 대장자이 녀석. "뭘 봐 , 머저리 시간도 없을 텐데 눈 깔고 꺼져." 말도 말이지만 , 케이지를 더 화나게 하는것이 있었다. 바로 갑자기 그의 눈앞에 불쑥 튀어나온 안내창 하나. -쿠쿵! 도발을 당하셨습니다. 1분간 인내심이 5깍입니다. 스킬 성공률이 10% 떨어집니다. 이 창의 출현은 다른 것이 없었다. 저 망할 대장장이 녀석이 자신에게 알량한 도발 스킬을 걸었다. '나 지금 너한테 시비 건다' 라고 말하고 있는것이다. "케이지 , 뭐 하고 있어 ! 시간 없어 ! 얼른 교체하고 나와!" 케이지는 유나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지금 케이지는 약이 바짝 오른 상태였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에게 농락당해 칼질 한 번 제대로 못했고 , 같은 편인 아이언 사이드 기사단조잧도 한심하다는 투로 그를 흘겨보았다. 이런상황에서 저 대장장이 녀석까지 나서서 허파를 뒤집어 놓았으니. '달려들면 십초 , 아니 오 초면 죽일 수 있다.' 놈을 때려죽이고 나가도 늦지 않았다. 반칙퇴장을 당하겠지만 , 활동 시간도 거의 다 끝나 가는데 그게 무슨 대수인가. 최후의 이성이 케이지를 붙들고 있는 순간 , 유한의 빈정거림이 또 한 번 들려왔다. "사기꾼에 찌질이 새끼" 케이지의 눈이 완전히 뒤집혔다. 그는 유나의 만류를 뿌리치고 유한에게 달려들었다. 한껏 힘이 실린 깊이 베기가 유한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갔다. [아! 저제 무슨 일입니까? 교체하려던 바츠가 갑자기 상대팀 선수를 공격합니다!] 유한이 깊이 베기를 아슬아슬하게 피한 것과 동시에 , 경기 심판을 맡은 그로지아의 기사가 케이지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막 싸움을 말리려던 그의 몸이 상하로 분리되었다. "시 , 심판을 죽였다!" "바츠가 NPC를 죽였어!" 케이지의 이름이 빨갛게 변했다. 아르페디아 온라이엔서 특별한 이유 없이NPC에게 사상을 입히면 PK나 다름없는 대우를 받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였다. 그러나 케이지는 자신의 상태나 관중들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게 심판을 죽인 그는 유한을 향해 제차 맹렬하게 달려들었다. "이 개자식! 죽여 버리겠어!" '이크 , 대쉬다.' 유한은 온 정신을 상대의 몸놀림과 간격을 파악하는데 집중시켰다. 아무리 거세고맹렬한 공격이라도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자세 보기 스킬 가동!' 게임에서 정식으로 존재하는 스킬은 아니지만 유한은 극기도장에서 익혔던 것을 적극 활용했다. 케이지의 몸놀림은 물론 , 동공의 움직임까지 살펴 발동스킬을 예상하고 , 말의 고삐를 당기고 박차를 가하며 적정한 간격을 벌려 나갔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는 있었다. 미쳐 날뛰는 케이지의 공격이 단순하다 해도 , 랭커 급의 파괴력과 스피드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 콰직 ! 투구가 쪼개지면 유한의 이마에 길고 가는 핏줄이 그어졌다. '헐 , 조금만 더 깊게 들어왔다면!' 방금 케이지의 휠 슬래쉬에 머리가 쪼개졌을 것이다. 유한은 죽어라 말을 달려 케이지와의 거리를 벌렸다. 그때였다. "허억!" 미친 듯이 쫒아오던 케이지가 경기를 일으키면 그자리에 멈춰 섰다. 경기장에 있던 철십자 길드원들은 물론 , 철혈의 여제 미네르바와 함께 귀빈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베히모스 까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케이지에게 허락된 10분의 시간이 다 끝난 것이다. -광전사의 피가 효력을 다 했습니다. 스텟이 일제히 하락합니다. 경험치가 폭랍합니다. 20시간 동안 이동 능력 및 행동 능력이 떨어집니다. 바츠와 같던 위풍 당당하던 힘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갑옷이 갑자기 무겁게 느껴졌고 . 손에 쥐여진 검은 불덩이라도 되는 듯 뜨거웠다. 포션의 부작용으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리던 케이지는 자신을 향해 비웃음을날리는 유한을 발견했다. '이 자식 서람 일부러 날 유도한 건가?' 다음 순산 , 벼락같은 유한의 고함 소리가콜로세움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놈은 바츠가 아니다! 그것을내가 지금 증명하겠다!" 말이 끝남과 동시에 유한의 검이 케이지의 머리로 날아갔다. 케이지는 피하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콰직! 유한이 전력을 다해 날린 마이티 소드는 케이지가 쓰고 있던 투구를 쪼개고 , 그의 머리르 ㄹ지나 가슴에 깊숙하게 박혔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HP바가 0으로 떨어진 케이지는 땅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아, 이게 무슨 일입니까! 바츠, 바츠가 한 칼에 죽었습니다!] [아니 , 저 케이지란 유저는 바츠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관중석에는 한바탕 충격이 휩쓸고 지나간 다음 , 일제히 야유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유저들에게 피어올라 잇던 논란의 불꽃이 한 방에 쓰러진 케이지로 인해 거세게 불타오른 것이다. 진짜 바츠라면 저리 한 방에 허무하게 갈 리가 없다. 더욱이 상대는 랭크 급의 고수도 아니지 않는가. 분명 무슨 수작이 있다고 유저들은 생각하게 되었다. "쳇, 끝났군" 베히모스는 도로 자리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반크의 열쇠를 획득하기 위해 가짜 바츠를 내세우는 데 동의했다. 타 길드들에 위압을 가하고 바츠의 위명이 이용하여 철십자 길드드의 명성을 드높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그것은 오히려 악수(惡手)가 되어 버렸다. 꼬리를 끊어 내는 정도로 사태가 수습되면 좋으려만 과연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다. 입술을 꽉 깨문 베히모슨느 김필중을 쓰러트린 대장장이 녀석을 노려보았다. 저 녀석은 분명 김필중이 진짜 바츠라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아다. '지그라고 했겠다? 어디 두고 보자. 5 이후 재개된 시합의 주도권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로 기울었다. 사방에서 관중들의 야유와 욕설이 쏟아지자 기가 죽은 아이언사이드 기사단이 연달아 결승골과 쐐기골을 허용하고 만 것이다. 결국 그로지아 국왕배 배틀 폴로 경기의 우승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가 차지했다 "승자는 짐이 내리는 검을 받으라." 그로지아의 국왕은 ' 승리의 검 ' 이라 적힌 의전용검을 상패 대신에 수여했다. 무기로서의 기능은 없었지만 , 충분히 기념할 만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었다. "상금인 백만 골드의 어음과 부상인 투사의 슈즈를 내리겠네." "어라 , 원래 반크의 열쇠가 아니었나요?" 유한의 뒤에서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소문을 듣자니 부상은 반크의 열쇠인가 하는 황금 장식물이라 했다. 그런데 왜 그걸 두고 이 시커먼 군바리 워커같은 신발을 주겠다는건지. "어흠!" 그로지아 국왕이 헛기침을 하자 대신은 진땀을 흘리면 양해를 구했다. "야 , 야간의 문제가 생겼네. 이 투사의 슈즈는 반크의 열쇠만큼 값진보물이니 부디 양해하고 받아 주게나." 우승자에게 수여할 부상이 갑자기 바뀌게 되었다? ' 도난당했군' 확실할 수는 없지만 추정할 수는 있었다. 실제 역사에도 그런일이 있었지 않는가. 유한은 오래전 월드컵 축구 우승팀에게 줄 줄레메컵을 누군가에게 도난당해 영영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뭐 , 이것도 괜찬아 보이네.' 부상을 챙겨야 할 유한의 입장에선 듣도 보도 못한 반크의 열쇠보다 투사의슈즈가 더 실용적으로 느껴졌다. 아이템을 확인해보니 옵션도 괜찬았다. [투사의 슈즈] 방어 15 상승 인내심 10 상승 이동력 15% 증가 공격력 20% 증가 크리티컬 발동 확률 20% 증가 설명 : 옛날 이계에서 온 말년의 용사가 남긴 신발. 이계의 존재가 신던 것이라 그런지 뭔가 비밀이 숨겨져 있는거 같다. 이걸 신고 사람의 무릎을 함부로 자지는 말자. '바츠의 부츠도 오래 신었으니끼.' 옷이며 장비도 여러 번 바뀌었는데 신발만 아직 그대로다 . 낡은 것은 아니지만, 방어력도 모자라고 해서 슬슬 대용품을 찾고 있던 터였다. 그렇게 유한과 레드 타이거 용병대는 상금과 부상을 받고 어전에서 물러나왔다. "밖에 대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신다고 한다. 우리에게 한터 쏘신다고 하는군" "와!" 신이 난 일행은 서둘러 경기장 밖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들은 중간에 철십자 길드와 마주쳤다. 콜로세움을 경비하던 기사에게 뭔가를묻건 그들은 서둘러 어디론가 달려갔다. "무슨 일입니까?" 궁금증이 생긴 유한은 기사에게 다가가 철십자 길드원들이 무엇을 물었는지 물었다. "저기 그게...누가 반크의 열쇠를 훔쳐 갔나 묻더군요." "반크의 열쇠를 훔쳐요? 그게 정달 도난당했던 겁니까?" 혹시나 했는데 , 역시나였다. 기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유한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무에게 말하지 아십쇼 우승 팀이니 말씀드리는 겁니다 , 보통 도적들이 아니었습니다 열쇠를 지키던 상급 기사들을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으니까요." "상급 기사들을 죽이고 훔쳐 갔단 말입니까?" "예 , 이마에 마법탄을 자은 자국으로 봐서 꽤 실력 있는 마도사들의 소행이 아닌가 추측하고 있습니다." 유저들이 한창 시합에 빠져 있을 동안 경기장 한쪽에선 난리가 났다. 보물 창고를 지키던 기사들이 살해되고 보물이 도둑맞은 것이다. ' 마법사들이 왜 반크의 열쇠를 훔쳐 간 것일까 ? 혹 반크의 열쇠에 뭔가 다른 비밀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지? "지그야 , 뭐하냐? 얼른 가자. 사아도 와서 기다리고 있댄다."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잇던 유한은 자칼의 부름에 정신을 차렸다. 궁금하긴 했지만, 수중에도 없는 물건 때문에 오래 고민하고 싶지 않았다. ㅝㄴ가 아쉬운 기분이 들긴했지만 말이다. 4.철공소를 만들자 "뿌드득 , 가만두지 않겠다!" 길드 운영 위원회의 통보를 받은 김필중은 이를 갈았다. 가짜 바츠 사건으로 망신을 당한 것으로도 모자라 , 철십자 길드에서 영구 추방된것이다. 철십자 길드는 '모든 것은 김필중이 저지른 일' 이라면 등을 돌렸다. 따지고 싶어도 게임사가 계정을 압류해 버려 그럴 수도 없었다. 계정 압류까지 당할 줄 몰랐던 김필중은 펄펄 뛰었다. 사칭을 했지만 ,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고 항의해 보았다. 그러나 드림맥스 쪽에서 '해킹된 바츠의 아이템을 소지한 채 사칭을 한 의도가 지극히 불순하다' 며 항의를 받아 주지 않았다. "제길 , 이게 다 지그인지 지랄인지 하는 자식 때문이다." 김필중은 미친듯이 지그의 유저를 추적했다. 그러나 해커도 아닌 그가 비밀로 되어 있는 유저의 정보를 알아내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무리 인터넷을 뒤져도 쓸 만한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지성이면 감천인지 의외의 길이 열렸다. 갑자기 낯선 번호로 휴대폰이 울리더니 아주 낯익는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 "여어. 머리가 쪼개진 기분이 어땟냐, 가짜 바츠." 바로 지그 그놈이었다. 사사건건 자신의 일에 훼방을 놓은 원수 같은 놈 "이 자식! 내번호를 대체 어떻케 알고!" "크크크 , 철십자 길드 홈피를 뒤지니까 간단하던데?" 그러고 보니 여성 유저를 꼬실 목적으로 길드 홈피에 글을 적으면 이런저런 정보를 남겨 두었던 것이 생각났다. 휴대폰 번호라든지 , 메신저 주소라든지. "뭐 하러 전화를 한 거냐?" "너 약 올리려고." "크아악! 이 새끼가 정말 죽고 싶나!" 김필중이 이성을 잃으려 하자 상대가 달래듯 말했다. "아, 농담이야 ,농담. 사실은 네가 날 찾아 방방 뛰고 있을 것이 눈에 선해선 말이야. 내가 그 답답한 심정을 잘 알거든." 잘 알아? 도대체 뭘 잘 안단 말인가? "너 나랑 현피 뜨고 싶지?" "그걸 말이라고 하냐 , 새끼야!" 김필중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정말 눈앞에 있으면 곤죽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었다. "잘됐군. 나도 너한테 열 받는 게 많아서 묵사발 내주려던 참이었거든." 갑자기 상대방의 말투가 싸늘하게 바뀌었다. 김필중은 어이가 없었다. 적방하장도 유분수지 , 제놈이 열 받을 게 어디 있다고 그런 소리를하는가? 당한 것도 그고 , 손해를 본 것도 그 였는데 말이다. "장소랑 시간은 네가 잡아라. 그럼 내가 찾아가 주마." 상대는 진심인듯 목소리가 진지했다. 잠시 머리를 굴리던 김필중은 장소와 시간을 일러 주었다. 마침 연락한 상대의 전화번호가 서울 지역이었기에 , 조만간 만나서 현피를 뜨기도 안성맞춤이었다. "좋다! 내일 아침 여섯 시까지 학힘 고등학교 옆의 공원으로 나와라. 안 나오면 지그 네놈이 찌질이 고자 새끼라고 공식 홈페이지에 도배를 할 테니 그리 알아" "흥! 너나 늦잠 쳐자지 마라 , 멍청아." "뭐야! 이게...." 김필중은 몇 마디 욕을 더 퍼부으려고 했지만 , 상대방이 먼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으아아아! 내 이 자식을 갈아 먹지 않으면 성을 간다 , 성을 갈아!" 잠시 식식거리던 그는 흥분을 가라앉힌 뒤 다른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 나다 . 좀 거들어 줄 일이 생겼는데 , 내일 아침 여섯 시까지..." "흥 , 머저리." 유한은 공중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가 김필중에게 전화를 한 것은 다름이 아니었다. 놈의 정체를 폭로하고 다시는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지만 , 그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주 박살을 내 놓아야 한다. 과거 힘이 없어 도망치고 당하기만 할 때와 다르다. 이제는 웬만한 또래 양아치 네다섯 정도는 가뿐히 상대할 만큼 강해졌다. 게다가 강북에서 알아주는 주먹인 고경덕과 싸워 무승부를 기록하기도 했고. "예전에 당할 것의 이자를 복리까지 쳐서 돌려주마." 학림고 시절의 복수를 다짐하며 주먹을 불끈 쥐는 유한이었다. 2 이튼날 아침 , 유한은 일어나자마자 간편한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어차피 한판 뜨러 나가는데 운동복만큼 편한 것은 없었다.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에 나간 유한은 주의를 둘러보았다. 학교 다닐 때와 달리 , 공원은 공사 중이었는지 곳곳에 자재와 벽돌들이 쌓여 있었다. '오는군.' 주위를 둘러보던 유한은 공원 반대편 입구로 들어서는 놈들을 발견했다. 바로 김필중을 위시한 20명 정도의 양아치들. 하나같이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이 이곳에서 유한을 해치운 뒤 학교로 가려는 모양이다. ' 그런데 좀 많군.' 김필중이 동료를 데리고 나올 것은 짐작했지만 20명이나 데리고 나올 줄은 몰랐다. 유한이 눈살을 찌푸리고 서 있자 그를 알아본 김필중이 허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겁도 없이 혼자 나오다니 간덩이가 부었군." "흥 , 넌 여전히 새가슴이라 똘마니들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냐?" "여전히라니? 니가 날 언제 날 봤다고?" 김필중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 말고 저 녀셕을 본 적은 없었다. 유한은 실망했다. 김필중은 물론이고 , 놈의 주변에는 과거 자신을 괴롭힌 녀석들이 제법 있었건만 ,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 "쳇 , 병신들 . 기억력이 붕어 수준으로 퇴화했군." 김필주의 똘마니 중 하나가 유한에게 달려들었다. 유한은 피하기는 커녕 발을 뻗었다. "컥!" 콩팥이 있는 곳을 정확하게 차인 똘마니는 짧은 비명을 토하며 그 자리에 고꾸라졌다. 단 한 방에 동료가 쓰러지자 김필중과 다른 양아치 녀석들이 흠칫 놀랐다. "생각이 안 나면 날 때까지 두들겨 패 주지." "개자식! 웃기지 마! 달랑 한 놈인 주제에 우릴 이길 수있을 것 같아?" "흥, 버러지 스무 마리가 뭉쳐 봤자지!" "크악! 당장 저 자식을 족쳐 버려!" 김필중의 외침에 양아치들이 유한에게 우르르 달려갔다. 쿵! 유한은 마치 황비홍처럼 자세를 잡더니 강하게 앞발을 굴렀다. 조용한 새벽이라 제법 큰 소리가 났다. 양아치들이 움찔 놀라 멈춰 서자 유한은 씨익 웃어 준뒤 곧장 등을 돌려 달아났다. "이 씨뱅이 누굴 놀려!" "넌 오늘 잡히면 최하 사망이다!" 유한은 기세에 잠깐 긴장햇던 일진들은 그가 도망치자 고함을 지르며 뒤를 쫒았다. "크하핫! 그럼 그렇지!" 처음에 유한이 20명에 달하는 일진들을 상대로 전혀 꿀림 없이 나오자 살짝 걱정했던 김필중은 역시나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제까짓 게 날뛰어 봐야 내 손바닥 안이지.' 그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똘마니들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탁탁탁! 유한은 힐끔 뒤를 돌아보았다. 양아치 녀석들이 잘 따라오고 있나 살피기 위함이다. 처음 그는 놈들과 공원에서 싸우려 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수가 너무 많았다. 6명 정도까지라 면 어떻케 해 보겠는데 , 20명이 넘는 숫자는 무리였다. 게다가 이 공원 현재 공사중이라 각목이나 벽돌과 같은 흉기로 돌변한 것들이 널려 있었다. 언제든지 무기를 들 수 있는 비겁한 놈들에게 유리한 전장인 것이다. '대발 사부도 소나기는 피해 가랬으니까.' 그래서 유한은 작전상 후퇴를 선택했다. "헉헉! 너 이 새끼 , 거기 안 서?" "잡히면 진짜 죽여 버린다!" 세 녀석이 숨을 헐떡이면 유한의 뒤를 쫒아왔다. 처음에는 스무 명에 달하는 인원이 그를 쫒았지만 , 근처 골목을 몇번 돌다 보니 발걸음이 느린 녀석들은 뒤쳐져 버렸다. "오냐 , 어디 죽여 봐라!" 셋 정도면 충분히 해치울 수 있겠다 싶은 유한은 뒤 돌아서서 놈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마침 그들이 서 있는 장소는 계단 유한은 위에서 날듯이 점프해 양아치들을 온몽으로 깔아 뭉갰다. "크에엑!" "케엑!" 졸지에 유한의 몸에 깔린 일진들 . 그들은 설마 죽어라 도망치던 녀석이 뒤돌아 덤빌 줄은 몰랐기에 그만 허를 찔리고 말았다. 녀석들은 높은 계단에서 구르면 온몸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죽여 봐! 죽인다면서 , 자식아!" 퍽퍽퍽! 유한은 바닥에 누워 마치 구더기처럼 꿈틀거리는 놈들을 발로 마구 걷어찼다. 르렇게 몇방을 먹였을까. "놈이다! 놈이 여기 있다!" 골목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더니 일진 녀석들이 우르르 튀어나왔다. 어느새 쫒자온 것이다. 유한은 패던 것을 멈추고 미련 없이 등을 돌려 달아났다. "잡아! 어서 따라가서 잡으란 말이야!" 동료가 당한 것을 확인한 일진들은 눈에 불을 켜고 유한을 추격했다. 하지만 유한은 극기도장에 부지런히 단련한 몸. 이정도의 뜀박질은 수련 전의 몸 풀기에 지나지 않았다. 또다시 몇 분 동안 잡힐 듯 잡히지 않을 듯 추격이 계속 되었고 , 일진들이 몇 남지 않자 유한은 다시금 멈춰 섰다. "헉헉! 시뱅이 너 이 자식." "오늘 우리가 고생시킨 만큼 더 맞을 줄 알아!" 놈들의 협박에 유한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겨울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다리가 반쯤 풀린 놈들이 할 만한 소리는 아니라 싶었기 때문이다. "자 , 도망 안 갈 테니 어디 때려 봐." 유한의 맘 놓고 때려 보라는 포즈에 맨 앞의 녀석이 달려들면 주먹을 날렸다. 하체에 힘이 빠진 상태에서 날린 주먹이라 맞아도 별로 아플 것 같지 않았지만 , 유한은 슬쩍 허리를 비틀었다. 그리고 녀석의 팔과 멱살을 잡아 그대로 바닥에 내려꽂았다. "컥! 왜...?" "내가 바보냐? 일부러 맞아 주게." 그의 빈정거림에 화가 난 양아치들은 한꺼번에 유한에게 덤벼들었다.그러나 부실한 하체로 휘두른 주먹은 허공만을 휘저을 뿐이었다. 그와 달리 놈들 틈 속으로 매섭게 파고든 유한은 한 발, 한 발 강편치를 날렸다. 도장에서 배운 대로 콧대와 인중 , 고나자놀이 등 상대가 맞고 정신 못 차릴 급소만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크윽! 제기랄 이게..." 쌍코피를 터르리며 물러난 양아치는 도무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똑같은 거리와 시간을 뛰어왔는데 , 자신들은 지치고 , 저놈은 쌩쌩한 건지? "그러니까 선생님들이 담배 피지 말라고 했잖아 , 새꺄!" 눈앞의 녀석은 과거 유한에게 담배 연기를 뿜고 당배꽁초를 손등에 비벼 끌려고 햇던 녀석이었다. 충고와 함께 날아간 그의 원투 펀치가 녀석의 양쪽 눈에 작렬했다. 눈이 시뻘겋게 부풀어 오른 셕은 다른녀석들과 사이좋게 바닥에 몸을 뉘었다. "후후후, 또 오시는군." 몇 놈을 뻗게 만든 사이 , 다른 양아치들이 헉헉거리면 쫒아왔다. 유한은 진즉에 일진들을 따돌릴 수 있었다. 예전에 다니던 학교 근처 주택가라 길을 모르는 것도아니고 , 체력 또한 별로 소진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일진 녀석들을 골목으로 끌어들여 작은 단위로 흐트러트린 뒤 하나하나 박살 낼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예전에 게임에서 바츠로 플레이하면서 쓰던 작전이었다. 혼자서 잡기 벅찬 몬스터들은 달아나면서 일렬로 늘어트려 놓고 한 마리씩 제거해 가는 "자 , 오늘 강유한이 레벨 좀 올려 볼까?" 다시 돌아서 양아치 몬스터들을 유인해 가는 유한의 표정은 예전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주름잡던 바츠의 얼굴이었다. 게임에서만 발휘되던 그의 강함이 현실에서도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3 김필중은 느긋한 걸음으로 부하들의 뒤를 따랐다. 비록 골목길이 복잡했지만 , 놓칠 염려는 없었다. 왜냐하면 손바닥 보듯이 길을 휜히 파악하고 있기에. '훗! 지금쯤이면 놈을 잡아서 족치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김필중이 골목을 돌았을 때였다. 계단 앞에 쓰러져 있는 세 명을 발견했다. '뭐야? 여기서 싸웟나?' 하지만 좀 이상햇다. 정작 쓰러져 있어햘 녀석은 없고 자신의 부하들만 끙끙거리며 드러누워 있었다. '운이 좋았겠지.' 그렇게 생각한 김필중은속도로 높여 골목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또 발견할 수 있었다. 으깨진 감자처럼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자신의 똘마니들을. 그들은 하나같이 쌍코피가 터지고 이가 부러지고 눈이 풀린 상태였다. "야 , 도대체 어떻케 된 거야?" 김필중은 그나마 멀쩡한 보이는 부하 하나를 붙들고 물었다. "히이익! 그 새끼 보통이 아냐." 아까 맞은 것을 떠올리던 똘마니는 몸서리를 쳤다. 갑자기 돌아서서 발차기를 날렸는데 , 그거 한방 맞고 숨이 완전히 멎는 줄 알았다. 그보다 살벌햇던 것은 귀뺨을 날려 버린 주먹이었다. 한순간 온 세상이 치즈처럼 녹아내리는 줄 알았다. "뭐라고?" 순간 김필중은 가슴이 섬뜩해짐을 느꼈다. 하지만 그래도 아직 자신의 부하들은 10명 이상 남아있었고 , 그들이라면 지그 유저 녀석을 박살 낼 거라 믿었다. 김필중은 이젠 아주 뛰듯이 골목을 달렸다. "이럴 수가!" 그러나 속속 발견되는 것은 모두 자신의 부하들뿐이었다. 어디에도 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부하의 말에 의하면 지그 유저 녀석이 애들이 전부 이지경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20명 앞에서도 당당하기에 한가락하지 않나 싶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 근방에서 어깨 힘주고 다니는 학림고 일진들은 이렇게 죄다 구겨 버리다니. '보통 놈이 아니다.' 증원이 필요했다, 아니, 짱인 정현일에게 보고해야 할 지도 그러나 김필중은 뜻을 이룰 수 없었다. 누군가가 자신의 휴대폰을 휙 낚아채더니 , 두 동강으로 부러트려 버렸다. "쓸데없는 짓 하지마. 버러지 몇 마리 더 부른다고 될거 같아?" 어느 틈에 왔는지 , 놈이 눈앞에 서 있었다. 휙! 흠칫 놀란 김필중은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유한은 충분히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일부러 피하지 않았다, 주먹이 빰을 스치긴 햇지만 , 별로 아프지 않았다. '진짜는 반대편이겠지?' 그게 김필중의 수법이었다. 눈속임으로 가벼운 펀치 한방 날리고 반대편에 묵직하게 장전한 주먹을 날리는 . 예전에 몇 버닝나 샌드백처럼 맞은 덕분에 기억하고 있었다. 덕분에 유한은 김필중이 진짜를 날리기 전에 놈의 얼굴에 박치기를 먹일 수 있었다. "크악!" 코뼈가 내려앉은 김필중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코피와 함께 왈칵 눈물이 흘러나왔다. 뿌옇게 흐려진 그의 눈에 유한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다 맥주병을 집어 들고 바닥에 내리쳤다. 반쯤 부서져 나간 자리가 날카롭게 빛났지만 유한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놈이라면 충분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충분히 피할 자신도 있었다. "훗! 하여간 양아치 새끼들은 다 똑같다니까." 유한의 독설에 김필중의 눈이 뒤집어졌다. 그는 앞으로 달려들며 유한을 향해 병을 내질럿다. "어이 , 그걸로 나 찌르면 살인미수라고 , 살인미수." "애개 , 코앞에 있는데도 한 방도 못 맞추냐?" "그래 가지고 어떻케 일진 부짱이 되었냐? 너 고스톱쳐서 땃지?" 유한이 요리조리 몸을 피하면 놀리자 김필중의 얼굴이 삻은 돼지 간처럼 벌게졌다. "크아악! 좀 죽어 , 자식아!" "내가 왜 죽냐? 네가 죽어야지." 적당히 놀렸다 싶은 유한은 수도로 놈의 손목을 쳐서 맥주병을 떨어트리게 만든 후 , 멱살을 잡고 엎어쳤다. 퍽! 단단한 시멘트 바닥에 등짝부터 떨어졌으니 엄청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유한은 놈이 비틀거리리면 일어나기를 기다려 얼굴과 복부에 연달아 잽을 날렸다. 갑게 주먹을 뻦는것 같지만 꽂히는 순간에는 묵지한 힘이 실려 있었다. 눈앞에 연방 ㅂ너갯불이 튀자 김필중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크억 ! 그 , 그만 때려!" 도저히 상대가 안 됨을 깨달은 김필중은 사정하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지 생각남녀 고려해 보지." 유한은 김필중의 샌드백 치듯이 계속 후렸다. 김필중의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대체 이놈은 누구인지. 분명 자신이나 자신의 패거리를 알아보는 것을 보면 , 예전에 만난 적이 있는 녀석일 것이다. 잘 생각 보니 어딘가 낯익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주먹이 꽂힐 때마다 , 기억은 저펴능로 사라져버렸다. 정말 , 이렇게 무지막지한 놈을 예전에 만난 적이 있기나 한 걸까? "이젠 좀생각이 나냐?" 펀치 세례가 잠시 멈췄다. 유한의 물음에 우물거리기만하던 김필중은 번개 같이 깨진 맥주병을 들고 유한에게 달려들었다. "죽어!" "병신 새끼 , 니가 그럼 그렇지!" 뻐 ㅡ 억! 멋지게 돌려 찬 유한의 뒤차기가 김팔중의 복부에 꽂혔다 . 거의 ㄷ 자로 몸이 꺽어진 김필중은 땅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 "우웩!" 김필중은 오늘 아침에 먹은음식을 바닥에 토해 냈다. 그는 자신이 게워 낸 토사물에 얼굴을 처박았다. 유한이 다가와 발로 그의 머리를 짓누른 덕분이었다. "이래도 생각 안나냐? 너하고 정현일 그자식이 매번 이렇게 날 처박아 줬었잖아." 학교를 그만두기 전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와서 괴롭혔었다. 김필중은 상대가 예전에 자신들에게 당했던 녀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모 , 몰라 정말 모르겠어 . 누 , 누군지 몰라도 내가 잘못했어" 유한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대체 이 쓰레기 같은 놈들은 얼마나 많으 애들을 괴롭혔으면 , 자신의 일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한단 말인가? 사람을 그렇게 진저리나도록 괴롭혀 놓고는 "이 개자식아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크아악!" 지금까지만 해도 그저 ' 상대를 때려눕힌다.'정도였다. 그러나 지금 유한의 발길질이나 주먹에는 ' 죽여 버리겠다;는 살기가 깃들어 있었다. 주변에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양아치들은 벌벌 떨기만 하고 김필중은 구할 생각은 하지 못했다. 싸움질을 하면 살았던 그들도 저렇게 살벌하게 사람을 때르는 녀석은 본적이 없었다. '히익! 주 , 죽는다. 이 자식은 정말 날 줄일 거야' 두둘겨 맞으면서도 김필중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었다. 기억속에 떠오르는 놈들과 유한의 얼굴을 대조해 보았다. 그러자 오래 전에 벌레처럼 괴롭혔던 비리비리한 녀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때 학교 급식 때문에 학교와 재단을 곤란하게 했던 놈이었다. 굠감이 정현일과 애들을 시켜서 처리하라 했던 그 녀석 이름이 분명... "커억...꺽!" 김필중의 눈이 풀리자 , 유한은 주먹을 멈췄다. 더 이상 패 버리면 정말 줄을 놓아 버릴 것이고 죽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죽이고 싶어도 진짜 살인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휴한은 김필중을 양아치들에게 던져 버리고 말했다. "그 자식 깨면 전해 . 다시 나랑 마주치면 그땐 진짜 죽는다고." "아 , 알았습니다." 완전히 피 떡이 도니 김필중의 얼굴을 보니 양아치들의 입에서 높임말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너네 학교 대가리한테도 말해. 다음은 그놈차례라고." 오늘은 김필중 , 다음엔 정현일 , 그 다음은 학림고 정교감 박살 낼 순서를 그렇게 잡은 유한이었다. 그는 골목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 아니 , 그 전에 근처의 목용탕부터 찾았다. 땀으로 흥건한 몸도 씻고 , 옷에 묻은 핏자국도 지워야 했기 때문에. 4 "너 아침부터 어딜 갔다 온 거니?" 유한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머니 김 여사가 아침밥상을 차리고 말고 물었다. "운동 좀 하러요." "히야~! 우리 아들 철들었네. 일찍 일어나라고 깨워도 늦장 부리기 일쑤더니 , 오늘은 해가 안드로메다에서 뜬 모양이네." "옷 갈아입고 나올게요." 유한은 내심 찔렸지만 , 모른느 척 방으로 들어갔다. 간만에 식구들과 아침을 먹은뒤 그는 캡슐에 들어갔다. 그러나 곧바로 게임에 접속하지 않았다. 게임을 시작하지 앞서 흥분을 가라앉혀야 했다. 그동안 마음 한구석에 앙금으로 자리햇던 김필중과 학림 고 일진들의 시원하게 두들겨 팼지만 , 아직 가슴속 , 분노가 식지 않는 상태였다. '멍청이 , 그대로 학림고에 쳐들어가서 엎어 버렸어야지.' 유한의 마음속에 있는 바츠가 혀를 차며 말했다. 그말이 맞는지 모른다. 정현일을 묵사발 내고 학교에 불을 확 싸질렀다면 속이 시원햇을지도. '아니야 , 그건 범죄야.' 단지 두들겨 패고 부수는 것으로 맺혔던 복수가 깔끔하게 풀릴까? 그건 아니다 . 자신이 좌절하고 방황햇던 고통을 그대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주먹은 그 앙갚음의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하다. 톡톡히 되갚아 주기 위해선 뭔가 결정적인 것이 필요하다 . 그래서 김필중만 처리하고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 결정적인 복수의 수단과 방법을 찾기 위해 물론 그게 금방 머릿속에 떠오르진 않았다 . 상대는 거대 재산을 배후에 둔 놈들이다. 어설 픈 수단은 통하지 않을 터. "쩝! 그냥 게임이나 하자." 천천히 기다리다 보면 방법이 생각나겠지. 그렇게 생각한 유한은 곧장 게임에 접속했다. <지그 님께서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접속하셧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유한이 모습을 드러낸 곳은 그로지아 왕국에서 지그 대장간이 있는 케이트 산맥으로 가는 가도였다. 배틀 폴로 대회를 마치고 복귀하던 중 로그아웃을 한것이다. "대장간에 돌아가면 그동안 수입부터 확인해 봐야지." 그로지아 왕구으로 떠 나기전 , 유한은 초열탄을 잔뜩 만들어 놓은 뒤 송코에게 무구를 가능한 한 많이 만들어 파랄고했다. 철공소를 세우는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대장간에 도착해 이제까지 모은 돈과 그간의 수입을 합쳐본 유한은 누을 휘둥그렇게 떳다. "뭐야 , 겨우 오십만 골드?" 야근에 , 특근 그것도 모자라 대장간을 2교대로 돌렸는데 돈이 그것밖에 모이지 않았다. 상급 대장장이 발리안이 남긴 100만 골드를 곧이대로 믿지 않는다고 해도 부족학다는 느낌이 드는것은 어쩔수 없었다. "이것들이 내가 없는 동안 처놀았나...." 유한은 당장 송코를 찾아갔다. "송코 형!" "어, 지그냐 ? 배틀 폴로 대회는 잘 봤다." 아마 게임 방송을 본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내가 없는 동안 애들 놀렸어요?" "아니 , 네가 지시한 대로 했는데." "그런데 왜 돈이 이것밖에 안 모였어요?" 유한의 부탁으로 리지스가 일감을 많이 따 왓으니 , 그동안 쉬지 않고 무그를 생산했다면 100만 골드는 아니라도도 적어도 8 , 90 만 골드는 벌어 놨을 거라 생각했다. "아 , 그거? 리지스가 돈 저금하라고 해서 말이야." "저금이라니요?" 일은 이렇게 된것이었다. 유한이 대장간에서철공소를 지으려던 것처럼 상인위 리지스도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상점을 넘어 보다 상위의 기업을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었단다. 그것은 열풍이었다. 요즘 아프레티다 온라인을 하고 있는 좀 잘나간다는 생산직들은 대부분 자신의 직업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려고 혈안이 되 있었다. "에 , 리지스가 은행을 만들었다고요?" "발덴에 '리지스 신용 금고 ' 라는 작은 은행을 만들었대. 너한테 직접 말한다던데? '칵! 이 망할 계집애가!' 송코의 말에 유한은 혈압이 오르는 서을 느꼇다. 사실게임에서 누가 뭘 하든 자유다. 리자스가 은행을 만든 것에 유한은 별 불만이 없다. 하짖만 그녀가 유한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거액을 휙들고 가 버렸다는 문제가 있었다. '제길 , 어쩐지 슈탈린에서 그냥 가 버렸다고 했지'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우승을 축하해 준다고 길포드와 채린이 슈탈린까지 왔었다. 리지스도 채린과 같이 왔었는데 , 갑자기 급한 일이 있다고 가 버렸다고 했다. 그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 지은 죄가 있으니 도망쳐 버린 것이다. "송코 오빠 , 저 왔어요 . 어머 , 지그도 있었네." 호랑이도 제말하면 나타난다고 리지스가 대장간 문을 열고 들어왔다. 도망쳐도 시원찮을 판에 그녀는 능청맞게 유한에게 통장과 계약서를 내밀었다. "잘됐네. 너한테 사인받을 게 있었는데." "야 , 너 뭐하는 짓이야! 나한테 묻지도 않고 삼십만 골드를 갖고 가 버리면 어떻케 해!" "헤에, 미안 은행 초기엔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 큰돈을 맡기는 사람이 없어서..." 그래서 대장간에 있던 돈을 홀랑 갖고 가 버린 것이다. 유한이 없을 때 저지른 것을보면 완전히 노렸던 것이 틀림없다. "됐어! 난 저금 같은 거 안할 거니까 당장 내 돈을 돌려줘." "그러지 말자 , 내가 이자 알차게 붙여 줄테니까..." "시끄럿! 이자는 같은 거 필요 없어!" "무리야 벌써 네 돈을 다 빌려줬는걸." 리지스 신용금고에 있던 유 하느이 30만 골드는 벌써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넘어가 버렸다고 한다. 주로 가게나 공방 같은것을 차리려는 유저들이었고 , 고급장비를 사기 위해 급전을 요청한 전투 직업군들도 있었다. "으악! 그 돈은 내가 필요햇던 거야!" "어머 , 그랬어?" "몰랐다는 듯한 표정 따위 짓지 마!" 버럭 소리를 질러 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나마 돈이 헛되이 날라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랄까. 손실을 본 것도 아니고 리지스라면 이자도 잘 붙여 줄것이다. "게임 시간으로 한 달이면 네 돈은 이자랑 함께 돌려받을 수 있을 거야." "으이구 , 내가 앓느니 죽지." 유한은 툴툴거리면 통장 개설 계약서에 서명했다. 통장 개설 계약서를 받은 리지스는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유한을 바라보았다. 단순기 감사의 미소가 아니었다. "또 뭔 볼일이 있냐?" "시아한테 들었는데 너 가짜 바츠가 가졌던 플레임 소드를 입수했다며?" 그건 사실이다. 멍청한 케이지가 말리는 심판을 죽인 덕분에 머더라가 되었고 , 놈을 죽인 유한은 녀석이 떨어트린 플레임 소드를 휙득했다. 혹시나 해서 살펴봤더니 , 바츠 때 자신이 쓰던 것이 맞았다. 눈독을 들이는 레드 타이거들로부터 지켜 낸다고 참 애를 많이 먹었었다. "그거 나한테 맡기면 엄청 비싸게 파랑 줄 수 있는데...." "시꺼. 이건 팔 생각 없어." "어차피 넌 쓰지도 못하잖아 기사나 전사 전용인 검을 갖고 있어 뭐 하려고?" "임나 , 이건 바츠가 쓰던 거란 말이야." 유한은 검면에 새겨진 이름을 보여 주었다. 그걸 본 리지스와 송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짜가 사용한 거라 검도 가짜일 거라 생각햇는데 진짜였다. "이걸 어디서 구했데?" "그걸 내가 어떻케 알아?" '쳇 , 이걸 누구에게서 구했는지 물어봣어야 햇는데.' 아침에 두들겨 패느라 바빠서 미처 생각하지 못햇다. 전에 블라덱이 말했던 금발의 날라리는 김팔중이었던 모양이다. 이걸 정상적으로 입수했을 리 없다. 분명 어둠의 루트를 거쳤을터 "저 , 저걸 경매장에 내놓으면..." 아이템 본래의 가치뿐 아니라 컬렉션으로의 가치도 무궁무진하다. 리지스가 군침을 삼켰지만 , 유한은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보였다. "아르페디아에 있는 돈 다 줘도 이건 안 파라아." "흥 , 방금 전까지도 급전이 필요하다고 햇으면서." 그랬다. 유한은 당장 철공소를 지을 돈이 필요했다. 바츠의 플레임 소드라면 100만 골드는 어렵지 않게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유한이 잃었던 추억의 조각이었다. 차라리 철공소를 뒤로 미루는 하니 있더라도 이것은 팔고 싶지 않았다. 이 검이야말로 바츠의 상징 중 하나가 아니었던가. "됐어 , 오십만 골드로 어떻케 해 보지 뭐." 일단 지르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발리안이 100만 골드 전부를 철공소를 짓는 데 다 사용했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런데 대체 뭘 하려는 건데?" 아까부터 궁금햇던지 송코가 물었다. "내가 이번에 철공소를 짓는 조건을 충족시켰거든요. 대장간을 청공소로 업그레이드하려고요." "오 , 그래 ?" "어머 , 이제 그럼 지그 사장님이라 불러야겠네." "그런데 리지스 너 때문에 그렇게 불리는 게 늦어질 지 도 몰르겠다." 유한이 비꼬거나 말거나 리지스는 화려한 미래를 상상했다 위풍당당한 철공소에서 쉴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수백 수천의 무구들. 그것을 납품받아 판매해 돈밧엇게 앉는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철공소에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갓다 올 테니까 그동안 건물 증축해 놓을 준비 좀 해주세요." "알았어. 우리 교수님한테 말을 해 놓을게." 여행을 준비를 끝낸 유한 곧장 아르페디아에서 가장 공업이 발전한 나라를 향해 떠낫다. 5 철공소는 규모도 규모지만 , 거기에 맞는 공작 기계와 기타 설비들이 필요했다. 또 이를 다룰 줄 아는 스킬도 익혀야 철공소가 원할하게 돌아 갈 것이다. 관련 공작 기계와 설비는 드워프들이 갖고 있었다. 노스아크에 갔을 때 드워프들의 앞선 문물을 본 바 있는 유한은 안내창에서 알려 준 나라가 노스아크임을 확신했다. 노스아크. 예전이나 지금이나 추운 것 마찬가지였지만 , 유저들이 훨씬 늘어나 있는 것은 달랐다.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하는 장사치들도. "쌉니다, 싸요! 드워프 상점에서 사면 이십 골드 하는 포션을 단돈 십오 골드에 팝니다." "설원의 나라에 어울리느 여우 목도리를 오십 골드에 팝니다!"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호빵 사려!" 유저들의 유입이 늘어나자 그들을 따라 생산직 유젇르이 대거 들어오면서노스아크의 전박적인 물가가 하락했다. 특히 추운 북쪽 지방에서 사냥을 하자면 반드시 필요한 식량과 옷드르이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훗! 내가 여기 한몫했다는 말씀' 교역로 퀘스트 등 은둔 왕국인 노스아크의 빗장을 여는데 한몫한 유한은 어께에 힘을 잔뜩 준 상태로 눈앞의 공업사로 막 발검음을 옮겼다. 막 들어가려던 찰나 , 문이 벌컥 열리면 남녀 유저가 나왔다. 대장장이 커플로 보였는데 그들의 표정엔 불만과 실망이 가득했다. "금덩이를 녹여 기계를만드나 , 뭐가 그리 비싸? "어휴 , 그러게 마링야 철공소 짓는거 포기할까 봐." 투덜거리는 두 사람의 대화가 유한의 귀에 꽂혔다.기계가 무척 비싸다고 한다. 터무니 없을 정도로 '일단 들어가 보자.' 여기까지 왔는데 헛걸음은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유한은 문을 열고 공업사 안으로 들어갔다. 공업사란 말에 어울리게 , 커다란 상점 안에는 온작 공작 기계들이 가득 차 있었다. 수풍 선반 , 풍력 드릴 , 증기 프레스 등등 . 유한이 갈리아의 공방이나 베르겐의 대공방에서 본 것 외에도 이름을 알 수 없은 온갖 기계류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또 인간인가, 무슨일로 왔나?" 공업사의 주인으로 보이는 드워프가 나타났다. 녹색 수염을 길게 기른 그는 그리 반갑지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가 철공소를 자으려고 하는데 거기 필요한 물건 좀 볼 수 없을까요?" "안 될 것도 없지." 표정과 달리 주인은 흔쾌히 관련 기계들을 보여 주고 설명까지 해 주었다. "일단은 선반이 필수지 . 선반 다루는 재주가 능숙해지면 못만드는 물건이 없게 되거든." 그 말인즉슨 , 선반을 다루는스킬 랭크가 오르면 생산되는 물건들을 다양화할 수 잇다는 소리다. "이건 용접기 , 그리고 이쪽은 절단기야 . 둘 다 마법으로 사용하는데 용접기는 라이트닝 마법이 , 절단기는 플레임 마법이 인챈트되어 있지." 둘다 총처럼 생겼는데 역할은 정반대였다. 하나는 붙이는 것이고 하나는 자르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드릴 , 이쪽은 프레스 말 그대로 구멍을 뜷고 압축해서 누르고 자르는거다 . 여러가 지가 더 있지만 , 이 다섯 개만 있으면 어엿하게 철공소를 차릴 수 있지." "모두 얼마죠?" 유한은 전부 구입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 그에게 청천 벽력타은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 합쳐 백만 골드다." "예에?!" "뭐 , 멀리선 온 걸 감안해 구십만 골드로 해주지." 유한은 다물어지지 않은 입을 간신히 놀리면 그에게 따졌다. "무, 무슨 쇳덩어리가 이렇게 비쌉니까?" 아무리 기계고 거기다가 마법까지 인챈트되어 있다 해도 5대에 90만 골드는 엄청난 가격이었다. "그야 이 기계들은 우리 드워프 기술의 총아니까 . 그리고 기계만 파느냐? 아니지 , 사용법도 일러 준다 말이야. 드워프의 기술을 가르켜 준다는거지 . 구십만 골드면 오히려 싼 것이나 마찬가지다." 유한은 아까 대장장이 커플이 포기하고 나간 이유를 알것 같았다. 드워프들은 기술 유출을 꺼린다. 그러나 그들도 대놓고 인간을 적대할 수 없는 노릇이니, 터무니없는 가격을 불러서 포기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사는 사람이 있다 해도 그것은 돈이 많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 '발리안이 백만 골드를 썻다는 말이 사실이었구나.' 현재 유한의 수중에 있는돈은 50만 골드 . 드워프가 요구하는 것보다 40만 정도가 모자랐다. 그래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르신 , 좀 더 깍아 주실 순 없습니까?" "때끼! 뭘 더 깍아 . 나만큼 싸게 주겟다는 사람도 없어 딴 놈들한테 가 봤자 이백만은 족히 부를걸." 주인은 턱도 없는 소리 말라는 듯 , 고개를 저었다 유한의 애원은 계속되었다. "그러지 말고 사정 좀 봐주세요 . 전 드워프님들은 존경하고 있단말입니다. 실제로 고명하신 드워프님 밑에서 일도 많이 했습니다. 드워프님들과 남이 아니다 이말 입니다." "정말이냐?" 주인이 눈을 부릅뜨고 보자 , 유한은 서둘러 칭호를 드워프의 조수' 로 바꾸었다. 그러자 주인은 눈빛을 누그러트리며 가는 미소를 ㄸ;었다. "흠 , 눈빛에 거짓이 없는 걸 보니 정말인 모양이군." 칭호의 위력이 통하자 , 유한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주인의 말투도 부르럽게 바뀌었다. "좋아! 자네가 꼭 이것들을 가지고 싶다면 돈 대신 다른 것으로 값을 치러도 돼." 순간 유한의 눈동자에 생기가 감돌았다. 그 말은 뭐겟는가 . 현물로 값을 치러도 된다는 말 아니겠는가. "뭐로 드릴까요? 철광석, 아님 구리 , 크롬?" 자신이 줄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줘서라도 구하고 싶은 기계들이었다. 녹색 수염의 드워프는 당찮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런 것들은 우리노스아크에도 많이 있으니까 필요 없고...혹시 신의 광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봤나?" "신의 광물이요? 오리 하르콘 말입니까?" "그건 신의 금속이고. 내가 말하는건 신의 광물. 신께서 우리 피조물에게 내리시는 천상의 광물을 이야기하는거다" 신이 내리는 천사으이 광물 처음 듣는 이야기에 유한의 눈이 둥그레졌다. 도대체 이 드워프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우리 드워프들 사이에서 비전으로 내려오는 광물이 바로 신의 광물이지 . 구하기 무젗ㄱ 어렵지만 , 만약 자네가 그걸 구해오면 이 기계들을 공짜로 넘겨주겠네." 순간 효과음과 함께 메시지 창이 떳다 [구센도르프의 의뢰] -녹색 수염 일족의 대장장이이자 공업사 주인인 구센도르프는 예전부터 신의 광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신의 광물을 과져오면 상품을 공짜로 넘기겠다고 할 정도이니 신의 광물을 가져와 그에게 건네주고 기계들을 얻도록 하자. "듣자니 얼마 전 율리아 계곡 근방에 신의 광물이 떨어졋다는 소문이 있더군.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율리아 계곡?" 최근에 들어 본 이름 같은데 당장은 생각나지 않았다. "어때? 해 보겠나?" 유한의 멍하게 서 있자 구센도르프가 물었다. "하겠습니다. 당연히 해야지요." 생각하고 자시도 할 것도 없었다. 철공소를 지을 수 있게 되는 데 뭔 일인들 못하겠는가 그리고 드워프들 사이에서 신의 광물이라고까지 불리는 아이템이 무엇인지도 상당히 궁금했다. 5.율리아 계곡 "조심 , 모주 조심해라." 그로지아 왕국 타사르 평원 깊숙한 곳 , 인적 없는 봉분을 향해 다가가는 일단의 인물들이 있었다. 마치 도둑고양이처럼 발검을을 죽여 가면 움직이는 이들은 철십자 길드에서 파견환 회수대였다. 주로 중요한 아이템이나 던전을 발견했을 시 이를 획득하고 장악하는 임무를 맡는 회수대는 철십지가 길드에서도 정예 멤버로들로 구성되어있었다. "대장 , 역시 누군가 들어간 흔적이 있는데?" 봉분 입구로 정찰찰을 나갔던 도둑 계열의 유저가 돌아와 보고했다. "제길 , 역시 그놈들이군." 배틀 폴로 대회에서 아깝게 준우수응을 차지한 철십자 길드. 그들은 반크의 열쇠를 손에 넣지 못했지만 , 결코 뇌제의 홀을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마침 반크의 열쇠를 정체불명의 마도사들이 강탈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수뇌부는 즉각 회수대를 꾸려 뇌제의 홀이 있는 타사르 평원으로 파견했다. "모두 전투 준비. 안으로 들어간다." 뇌제의 홀은 절대 남에게 넘겨줄 묽언이 아니다. 그래서 상대가 누구든 힘으로 빼앗을 생각이었다. 쿠쿵! 약100명에 달하는 회수대가 봉분 안으로 들어가자 얼마 안 있어 거짓말처럼 입구가 닫혔다. 계단을 한참 내려가자 지하 광장이 나왔다. 아마 뇌제의 무덤을 지키던 석상들이 있던 장소였는지 조각상의 일부가 남아 있는 그곳은 축구장 한 면 정도로 넓었다. 그런데 지하 광장의 맞은편, 그러니까 안으로 통하는 문이 있는 곳에 20명가량의 마도사와 기사들이 서 있었다. "으하하핫! 천한 놈들이 죽을지도 모르고 기어 들어왔구나!" NPC들의 앞. 온몸에서 검은 오러(Aura)를 뿜어내는 늙은이가 광소를 터트렸다. "감히 미케니아의 위대한 왕인 짐의 행사를 방해하려 하다니. 모두 죽여라!" 이바니우스 3세의 명령이 떨어지자 NPC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유저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막아라!" "실드!" "디펜더!" 창졸간의 공격이었지만 , 회수대는 전원 레벨 150 이상의 정예. 그들은 미케니아 잔당들의 공격을 막으며 반격을 가했다. '으음! 천한 놈들 중에서도 제법 강한 자들이 많구나.' 싸움이 팽팽하게 진행되자 이바니우스 3세는 즉각 주문을 외웠다. "나에게 주어진 권능으로 명하노라. 적들을 모두 띄워 올려라 , 제로 그래비티! 암흑의 심장을 손에 넣은 뒤로 처음으로 펼쳐 보는 마계의 마법이였지만 효과는 컸다. 지하 광장을 옅은 마기가 감싼다 싶은 순간 회수대 유저들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어 , 이게 뭐야?" "마법이다. 마법을 해지해라!" 그러나 일반 마법도 아니고 , 마기로 펼치는 마계의 마법은 디스펠이나 어지간 신성 마법으로 해제할 수 없었다. 이를 해제하려면 디스펠 1랭크의 마법사가 주문을 외거나 아니면 대신관 급의 사제가 축복을 내려야 하는데 , 그만한 실력자는 회수대 내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100명에 달하는 회수대 유저들이 지하 광장을 둥둥둥 떠다니자 이바니우스 3세는 다크 블레이드와 다크 에로우를 소환했다. "죽어라!" "크아악!" "으악!"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붓자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몸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서 공격을 피하거나 막기란 여간 어려운일이 아니었다. 간혹 실력이 뛰어난 유저들이 이를 막거나 튕겨 냈지만 , 그럴라치면 미케니아 잔당들이 벌 떼처럼 달려들어 공격했다. 그렇게 회수대의 유저들이 하나 둘 속속 로그아웃 당했다. "이런 바보 같은 일이..." 설마 뇌제의 호을 접수하러 왔다가 회수하기는 커녕 npc들에게 몰살아하게 될 줄은 몰랐던 회수대 대장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 그들에게 이나비우스 3세가 결정타를 날렸다. "모두 죽어라 , 다크 익스플로전!" 마기의 폭발. 그위력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였다. 지하 광장을 꽉 채운 마기가 폭발하자 그나마 버티고 있던 30명가량의 회수대 유저들이 한순간에 몰살당했다. "적들이 모두 죽었사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한차례 광풍이 지나간후 , 근위대장 라이칸이 무릎을 끓으면 말했다. 고개를 끄덕인 아빈우스 3세는 품속에서 반크의 열쇠를 꺼냈다. 배틀 폴로 대회 때 바크의 열쇠를 훔친 것은 이나빈우스3세의 부하들이었다. 그는 반크의 열쇠를 입수하자 뇌제을 홀을 얻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 그런데 , 감히 미천한 것들의 자신의 뒤를 치기 위해 미행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놈들을 기다렸다가 모두 없애 버린것이다. 반크의 열쇠를 문 옆의 홈에 끼우자 끼기긱 하면 기관 장치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절대 열리지 않을것 같던 석문이 열렸다. 이에 이바니우스 3세를 위시로 미케니아 잔당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가지 못해서 멈춰야만 했다. 뇌제 테리칸이 잠든 방으로 통하는 길이 환상 마법진으로 가로막혀 있었기 때문이다. "뜷어라!" 이나비우스 3세의 명령에 부하 마법사들과 기사들이 노력을 했지만 허사였다. 얼마나 지독한지 이바니우스 3세도 발을 들여놓았다가 홀릴 뻔했다. "이익! 부숴 버리겠다!" 이에 열 받은 이바니우스 3세는 환상 마법진이 펼쳐져있는 공간 자체를 없애 버리려고 했다. 그러낟 도대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복도는 마계의 마법을 맞고도 말짱했다. "페하 , 여기를 보시옵소서!" 이바니우스 3세가 씩씻거리고 있을 때였다. 주위를 살피던 마도사 하나가 벽면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시구절이 하나 적혀 있었다. 투사의 발걸음을 따르는 자 , 테리칸페하의 곁으로 가리라. "대체 이게 무슨 뜻이냐? 투사의 발검을을 따르라니?" 자세히 보니 바닥에는 발자국 같은 것이 있었다. 이나니우스 3세는 그 발작국을 따라가 봤지만 , 이번에도 역시 마법진에 가로막혀 되돌아와야 했다. "에잇! 소용없지 않는가!" "페하 , 제가 좀 살펴보겠사옵니다." 마도사 하나가 나와 마법진과 바닥의 발자국을 살펴보았다. 발자국을 유심히 살펴보던 그는 결론을 내렸다. "아마도 이곳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이 발자국에 딱 맞는 신발을 신어야 할 듯하옵니다." "발자국에 딱 맞는 신발? 그런 게 있느냐?" 그러나 또 다른 마도사가 생각나는 게 있다듯이 , 입을 열었다. "페하 , 소인이 반크의 열쇠에 대한 정보를 입수할 때 함께 들은이야기온데 , 그로지아 왕실에서 투사의 슈즈라는 것을 보관하고 있다 하옵니다. "투사의 슈즈?" "아마도 그 투사의 슈즈가 이 마법진을 통과할 열쇠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고 보니 과거 아르페디아 대륙을 통일한 테라칸 황제에게는 3명의 신하들이 있었다고 했다. 백색의 현자라 불리던 마도사 반크 , 전장의 귀신이라 불리던 투사 파일런, 빛스이 성녀라 일컬어지던 사제 아리엘. 바로 그 파일런이 남긴 유물이 투사즈이 슈즈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이바니우스 3세는 무척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렸다. "일닽 투사의 슈즈를 찾아라! 뇌제의 홀을 얻는 것은 그다음이다!" 베레타 공화국과 브로딘 왕국의 경계에는 산봉우리가 높고 골짜기가 깊은 님스 산맥이 있다. 그중에서도 약간 동쪽으로 치우친 곳에 바로 율리아 계곡이 있었다. "하아 , 여기 예전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산맥 입구에 서서 유한은 한숨을 푹 쉬었다. 바츠 시절 와 봤을 때와 달ㄹ 님스 산맥에서는 몬스터가 바글거렸다. 그것도 제일 약한 게 120레벨일 정도로 강한 몬스터들이. 그가 만약 기사나 마법사라면 두 손을 들고 환영햇을지 모른다. 퀘스트 도중 사냥해서 경험치도 쌓고 일석이조니까. 그러나 대장장이가 아무리 강해도 같은 레벨의 기사보다 강할 수 없다. 몇 차례 진입 시도를 해 봤지만 , 이놈의 몬스터들이 선공에 다수 인식까지 있어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로웠다. "죽어라! 쇼크 웨이브!" "꾸어엉!" 유한은 산맥 입구까지 쫒아온 님스 그리즐렝게 최후의 일격을 선사했다. -경험치를 620 얻엇습니다 -웅담을 얻었습니다. 곰 발다닥을 얻었습니다. -쇼크 웨이브 스킬 경험치가 50 올랐습니다. "에고 , 죽을 뻔 했다." 유한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혼자 몬스터 서식지를 뜷고 무사히 율리아 계곡까지 가기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어떡하지? 자칼 사부나 옌스 놈에게 부탁을 해볼까?' 그런 생각을 하자마자 마음속의 바츠가 쯧쯧 혀를 찼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일이다. 대장장이는 전투력이 약하니까. 더구나 지그로 플레이하면서 파티 플레이를 많이했다. 남에게 등을 맡기는 것을 나쁘지 않게 여기게 된 것이다. "일다은 우회로를 찾아보자." 그래도 혼자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 봐야 한다. 유한은 바츠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서 몬스터가 뜸하게 나타날 만한 길목을 찾았다. '응? 저건 뭐지?' 산맥으로 들어가는 어느 길목에 유저들이 꽤 많이 모여있었다. 유저들 사이에 는 피켓을 들고 호객 행위를 하는 무리들도 있었다. "산 중턱에 있는 '심연의 호수' 까지 데려다 드립니다. 저렴한 가격에 모십니다." 심연의 호수라면 율리아 계곡 바로 옆이다. 유한의 눈동자가 반짝하고 빛났다. 그는 당장 다가가 물었다. "정말 , 심연의 호수까지 데려다 줍니까?" "당근이죠 , 여기 든든한 호위들이 손님들을 손끝 하나 다치지 않게 모셔다 드릴 겁니다." 유한은 몰랐지만 , 이들은 얼마 전부터 님스 산맥에서 장사를 시작한 '사슴 택배' 길드의 길드원들이었다. 그들이 하는 일은 심연의 호수는 물론 , 님스 산맥 곳곳에 있는 경치 좋은 관광 명소까지 유저들을 돈 받고 호송 하는것이다. "예전과 달리 근방에 위험한 몬스터들이 출몰해서 돈벌이가 제법 잘 되지요" 주요 고객은 레업보다 데이트에 더 관심이 많은 커플유저들.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접속자 수가 기하급수저으로 늘고 플레이 스타일도 다양해지자 , 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도 생긴 것이다. '하연간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어요.' 유한은 돈을 지불하고도 좀 더 기다려 7쌍으 ㅣ커플들과 함께 심연의 호수로 이동했다. "자기야 , 나 다리 아파." "우리 아기 다리 아파? 그럼 내가 업어 줄 테니 업혀." "아잉 , 부끄러워." '아주 지랄들을 해라 , 지랄들을! 게임 속의 캐릭터가 다리 아플 리도 없으며 , 그런다고 당장이라도 여친이 죽을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남자 유저도 정말 병맛이었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이런 모습이 한 커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데 있었다. 한 커플이 스타트를 끊자 나머지 커플들도 뒤질세라 닭살 행각을 떨어 댔다. 업는 것은 물론이고 , 안고 가기까지했다. '애인 없는 놈 서러워서 살겠나!' 왠지 채린이가 강하게 생각나는 유한이었다. '몬스터가 습격해서 깡그리 엎었으면 좋겠다!' "꺄악! 몬스터다!" 유한의 마음이 하늘에 닿앗는지 , 일행들 앞을 율리안 계곡의 터줏대감인 사이클롭스들이 가록막고 나섰다. 레벨 130대의 사이클롭스는 외눈의 흉포한 몬스터로서 바위를 일격에 가루에 만들어 버릴 정도의 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죽어라 , 파이어 볼!" "놈들이 손님들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아 , 그리드!" "모두 다 썰어 버리겠다 , 휠 슬래쉬!" 사슴 택배의 호위들은 강했다. 그들은 쿵쾅거리며 달려 오는 사이클롭스들을 적절히 견제하며 모조리 쫒아 버렸다. 바퀴벌레 7쌍이 드러눕길 원햇던 유한의 입장에선 실망스런 결과였다. 참 근성 없는 사이클롭스들이었다. "그럼 계속 이동하겠습니다." 일행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약 2시간을 걸었을까? 간간히 나타나는 몬스터들은 사슴 택배 길드원들이 모조리 처리했고 , 손님들은 무사히 심연의 호수까지 이동할 수 있었다. "우와아! 멋지다!"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봤을 때보다 더 아름다운거 같아." 비치빛 물결과 다양한 모양의 나무들로 커플들이 많이 찾는 명소가 된 심연의 호수. 햇볕으로 반짝이는 비취 속에 살짝 발을 담그며 그대로 도오하 속의 요정이 되어 버릴것만 같다. '얼러리? 어느 틈에 카페랑 별장들이?' 호 변에는 예전에 없던 예쁘장한 건물들까지 들어서 있었다. 그 이용객들은 당연히 놀러온 관광객 유저들이었다. 그들은 커플끼리 스샷을 찍너ㅏ 호수에서 보트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으으 , 나중에 몹들을 몰고 와서 껑그리 엎어 버리고 말리라.' 심하게 배 아픔을 느낀 유한은 저주를 퍼부으며 율리아 계곡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율리아 계곡은 심연의 호수에서 가깝고 몬스터의 출몰도 적어 혼자 가도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엄청난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얼마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키아아악!" 닭의 상체에서 도마뱀의 하체를 한 괴물이 나타나 괴성을 질렀다. 껑충껑충 뛰어다니면 닿는 것은 무엇이든 돌로 만드는 브레스를 내뿜는 이 몬스터의 레벨은 138의 하프 바질리스크 였다. '이런!" 유한은 혼자서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거기다 놈은 컬고 혼자서 사냥하는 법이 없다. 반드시 가까운 곳에 동료들이 있을 터. "키아악! 키아아악!" 유한은 뒤에서 하프 바질리스크 두 마리가 뒤뚱거리며 걸어 나왔다. '내가 너무 성급하게 생각했군.' 뒤늦게 후회해 봤지만 ,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는 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죽얼 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싸워야 하나?' 퇴로는 없었다 유한은 마이티 소들르 들고 선두에 있는 하프 바질리스크에게 달려들었다. 생긴 게 우스워 보여도 , 하프 바질리스크는 상당히 강하다. 살각죽도 고무공 처럼 질기고 탄력이 있어서 검이 쉽게 박히지 않았다. 유한이 연달아 공격을 성공시켰지만 , 살껍질만 살짝 베었을 따름이었다. "쇼크 웨이브!" 유한은 막 자신에게 석화 브레슬르 뿜으려던 하프 바질리스에게 쇼크 웨으브 스킬을 날렸다. 검고 망치가 부딪치는 날카로운 소리에 놀란 하프바질리스크는 순간 멈칫하여 물러섰다. '됐다' 그 틈에 유한은 하프 바질리스크들을 따돌리고 계곡 안으로 달려갔다. 앞에는 더이상 몬스터가 보이지 않았다 . 그때였다. "키아악!" "아놔! 왜 하필 지금!" 갑자기 유한의 앞에 하프 바질리스크 한 마리가 리젠되어 나타났다. 재빠르게 유한을 인식한 하프 바질리스크는 석화 ㅡ렛르르 뿜으려는지 , 목을 불록하게 부풀렸다. 유한이 황급하게 몸을 피하려하는데 , 날카로 운 여성의 고함 소리가 그의 고막을 강타했다. "망항 닭대가리들이 감히 어디서 난리를 치는거야!" 고함과 동시에 , 엄청산 기운을 품은 뭔가가 하프 바질리스클에게 날아왔다. 쿠콰콰콰콰!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면서 날아온 클레이 모어는 막 석화 브레슬르 뿜으려던 하프 바질리스크 한 마리의 목을 댕강 자르고 지나갔다. "거기 괜찬아요?" 하프 바질리스크를 처리한 여 기사가 다가와 물었다. 유한은 완전무장을 한 그녀를 단숨에 알아보았다. "파우린 님?" "어라 , 너였어?" 배틀 풀로 대회 기간에 슈탈린에서 만났던 파우린이었다. 귀련의 무구로 완전무장한 초호화 캐릭터. 그녀의 등장으로 인해 유한은 잠시 잊고 있던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맞다 ! 귀련이 율리아 계곡에 산다고 그랬지!' 어쩐지 구센도르프에게서 율리아 계곡에 대한 ㅣㅇ야기를 들었을때 낯설지 않다 싶었다. 그리 오래전에 들은것고 아닌데 잊고 있다니. 유한은 자신의 둔한 머리를 스스로 두들겼다. "키에엑!" 그때 , 유한의 뒤에서 하프 바질리스크 3마리가 나타났다. 아까 유한을 가로막았던 놈들이 쫒아온 것이다. "인사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파우린은 등 뒤에서 큼지막한 도끼를 2개 꺼내 들었다. 그녀는 젓가락 던지듯이 하프 바질리스클에게 날렸다. "더블 부메랑 액스!" 휘리리릭! 무서운 소리를 울리며 날아간 한 쌍의 도끼는 하프 발질리스크의 2마리의 머리를 정확히 쪼갰다. "랜스 차지!" 파우린의 순식간에 장창을 뽑아 들고 남은 하프 바질리스크에게 돌진했다. 잔영을 날리며 고속을 돌진한 그녀의 창이 하프 바질리지크의 심장을 꿰뜷었다. '우와 , 엄청 세다.' 혼자서 순식간에 하프 바질리스크 4마리르 잡다니. 겉모습만 봐도 보통은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파우린은 유한의 예상 이상으로 강했다. 입을 헤 벌리고 있는 유한을 본 파우린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인사말을 건네 왔다. "다시 보니 반갑네 . 그동안 질 지냈어?" "예 , 파우린 님은 무탈 ...하셨겟군요." 한눈에 보아도 씩씩한 그녀다 그녀에게 문제가 생겼다면 그게 더 이상할 터. 간단히 인사를 마치자 파우린이 말했다. "여기는 몬스터들이 많이 출몰하는 지역이니까 다른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자" "그러죠." 두 사람은 그 자리를 떠났다 유한은 파우린을 따라 계곡 안쪽으로 들어갔다. 계곡 안 , 냇물이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경치 좋은곳에 집이 한 채 들어서 있었다. 녹색 지붕에 하얀 회칠을 한 아담한 2층집 "저기가 바로 귀련의 별장이야" 유한은 귀련이 머문다는 별장보다 주변 풍경에 더 눈길이 갔다. 별장 주변에는 창과 검 , 도끼들이 장식처럼 세워져 있었고 , 군데군데 플레이트 갑옷이 병정처럼 늘어서 있었다. "이거 전부 귀련이 만든 건가요?" "만들다 맘에 안 드는 건 이렇게 처리자." "그래도 명색에 귀련이 만든 거잖아요. 누가 훔쳐가면 어쩌려고..." "훔쳐 가도 못 쓰는 건데 , 뭐 " 파우린 말대로 무기에는 날이 서 있지 않았고 , 갑옷들는 관절이 고절되 어 있었다. 무엇보다 '鬼' 자가 새겨지지 않았다. 가져가 봤자 귀련의 무구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장식품들일 따름이다. "그냥 용광로에 녹여 버릴 것이지." "그래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거든 . 쇠 냄새를 진하게 풍겨서 몬스터가 접근하지 못하게 만드는 거야. 몬스터는 여기에 인간의 군대가 있다고 착각하게 되거든." 그런 목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대장장이 홀로 몹들이 득시글한 곳에 머물려면 이런 식의 대처도 필요할 터. 파우린은 열쇠를 꺼내 별장 문을 열였다. 유한은 별장 출입 열쇠를 가진 그녀를 보고 새삼 귀련과 파우린이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가 깨닫게 되었다. 그러낙 친구 혹은 애인일 거라 생각했던 유한은 예상은 별장에 들어온 순간 깨지고맗았다. "안녕 , 내가 귀련이라네 ~!" "켁!" 별장에 들어오자마자 파우린은 빛과 함께 사라졌고 , 잠시 후 또 다른 빛과 대장장이 귀련이 나타났다. 긴 생머리를 묶어 내리고 일하기 좋은 작업복 차림을 하고 있었지만 , 아까 파우린과 같은 사람이란 것을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었다. "왜 동일 인물이라고 말 안 했어요!" 유한은 마치 놀림을 당한 것 같아 기부이 상했다. 처음부터 자신이 귀련이라 했으면 될 것을 , 마치 아닌 것처럼 떠보다니. "훗 , 사람에겐 누구나 숨기고 싶은 비밀이 있는 법이야 . 네게도 비밀이 있을텐데. 안그래 , 지.그 .군 ?" 유한은 순간 움찔했다. 혹시 귀련이 옌스처럼 자신이 예전에 바츠였음을 눈치 챈 게 아닌지? 그러나 귀련은 그 이상의 언급은 하지는 않았다. 그저 유한에게손을 내밀 뿐이었다. "자 , 방문 퀘스트 아이템을 제출하세요 , 지그군 . 이 누나를 만나러 여기까지 힘들게 온 거 아닌가요?" "아! 예 , 여기" 유한은 파우린일 때 귀련이 줬던 단검을 돌려주었다. 생글새을 웃는 그녀 앞에서 , 그는 차마 철공소 관련 퀘스트 때문에 여기 온 거라고 말 할 수 없었다. 아르페디아 최고의 대장자이의 ㄱ분을 상하게 해서 좋을 게 뭐가 있겠는가? "자 , 이쪽으로 와." 귀련은 응정실로 유한을 안내했다. 명장의 집답게 응접실에는 그녀가 만든 것으로 보이는 무구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우와!" 유한은 사방에 눈 돌리기 바빳다. 밖에 장신된 것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명품들. 상당히 멋들어지고 우아한 데다 실용성까지 있어 보였다. 유저라면 누구나 침을 뚝뚝 흘려 댈 터. 반쯤 넋을 잃은 유한의 표정에 약간 우쭐한 기분이 든 귀련이 선심 쓰듯 말했다. "맘에 드는 거 있어? 있으며 골라. 뭐든지 줄 테니까." 유한은 잠깐 생각에 잠겼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었지만 , 그는 수십 번의 고민 끝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했다. "귀련 님의 기술을 받고 싶어요" "응? 내 기술을?" 귀련의 무구라면 내다 팔면 몇만 골드는 너끈히 받을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깟 무구 하나 가지는 것보다 그녀의 기술을 배우는 게 더 이득이다 싶었다. 그녀가 가진 기술을 배운 다면 이 무구들을 다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아니 , 내가 주겠다고 한 건....." "맘에 드는거 있으면 뭐든지 주신다고 하셧잖아요." "어유 , 엉큼한 자식." 귀련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내뱉은 말을 지키지 않은 것은 , 연장에 아르페디아 온라인 최고외 대장장이라 자부하는 그녀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좋아. 하지만 내가 손해를 많이 보는 거니까 대신 너 이 누나 일 좀 도와야해 , 알겠지 ?" "훗 , 무슨 일이든 맡겨만 주세요." 대장장이가 시켜 봐야 무슨 일을 시키겠는가? 유한은 귀련이 자신을 조수로 삼으려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녀의 일을 도우며 어깨너머로 배울 수도 잇으니 일석이조라 여겼다. 그렇게 자신에 찬 유한을 보며 귀련은 씨익 웃었다. "따라와 , 당장 가르쳐 줄게." 귀련은 별장 뒤에 이어진 자신의 공방으로 안내했다. 그녀의 공방은 좀 더 넓고 깔끔하고 정리가 잘된 것을 빼면 유한의 개인 작업실과 비슷했다. "내 기술은 대부분 내 히든 스킬에 근원한 것이기 때문에 지그 네가 익히기는 무리가 있어. 하지만 히든 스킬이 없어도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기술이 하나 있지." "그게 뭔가요?" "주름 철판을 가공하는 방법이야." '주름 철판이라면.....' 유한은 배틀 폴로 대회에서 철갑기다매가 걸쳤던 갑옷을 떠올렸다. 삐죽한 장갑과 함께 울룩불룩한 철판으로 만들어졌던 무적의 갑옷. 울룩불룩한 철판 , 그러니까 주름 철판은 일반적인 철판보다 강도가 훨씬 강해 보였다. 그러지 않아도 철판을 어떻케 일일이 주름지게 만들었을까 궁금햇었다. 철판을 그런 모양으로 대량생산 할 수만 있다면 같은 종류의 갑옷을 만들어도 방어력을 더 향상시킬수 잇을 것이다. "가르쳐 주세요. 철판을 어떻케 주름지게 만들죠?" "훗 , 그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지." 귀련은 가지런히 정돈된 공구들 중에서 한 쌍의 넓은 직사각형 모양의 철물을 끄집어냈다. 그 철물들의 한쪽 면은 울룩불룩하게 요철이 되어 있었다. 유한은 보기 전에는 이해를 못했지만,관련 공구를 직접 보게 되자 제작 과정을 단숨에 깨달았다. "아하! 달궈진 철판을 이 철물들 사이에 올려놓고 누르면 되는 거군요!" "맞아 , 철물의 요철이 맞물리면서 철판이 짓눌려 사이좋게 주름지게 되는거야." 그게 바로 울룩불룩한 주름 철판의 비밀이었다. 의외로 제작 과정이 간단했다. 제작에 필요한 철물도 주물 스킬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물건이었다. 그러나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철판은 , 보통 철판 보다 훨씬 우수했다. "대체 이렇게 만드는 걸 어디서 배웠어요?" "직접 재운건 아니고 , 파우린으로 모험을 하다 입수했어. 거기다 옛날 마도사들을 피해 숨어든 드워프들의 지하도시인가 그랫는데 , 지금은 몬스터들만 득식득실하더라. 처음엔 보상방에서 그걸 얻고도 무엇에 쓰는 물건인가 이해하지 못했지" 철판 간공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근래의 일이라고. 우연히 철물 사이에 끼인 종이가 주름지게 접히는 것을 보고 알아냈다고 한다. 바로 철파능로 대체해서 뽑아 보자 , 같은 두께의 철판보다 방어력이 더 좋은 것을 확인할수 있었다. "이제 받고 싶은 것을 받았으니 됐지?" "예! 감사히 받아서 잘 쓰겠습니다." 이제 지그표 무구는 훨씬 더 좋아지리라. 신이 난 유한을 보면서 귀련은 씨익 웃었다. 자신이 먼저 한 방 맞았지만 , 이제 유한이 한 방 맞을 차례다. "그럼 이제 이 누나의 일을 도와주는 거다." "뭐든 자신 있으니까 시키세요. 제련을 할까요? 아님 생산 , 주물? 정밀 조립?" "노노 , 그런 거 아니거든." "그럼 채광인가요? 장작 패기요? 물을 길어 올까요?" 귀련은 계속해서 고개를 저었다. 유한은 그녀의 번득이는 눈을 보고 가슴이 서늘해 옴을 느꼈다. 대체 이 명장 누님께서는 자신을 어디에 부려 먹으려는 것인가? 불안감이 해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으아악! 죽어! 죽으라고!" 유한은 끝도 없이 달려드는 베어도그(Beardog)들을 찌르고 베고 후려 갈겼다. "캐캥...! 크르릉! 컹컹!" 레벨 125인 베어도그는 곰과 개를 섞어 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 움직임도 굼뜨고 ,님스 산맥에서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 공격력도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능이 높고 , 무리 지어 공격할 줄 알기에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뭐 하는 거야 , 지그! 너 때문에 내 뒤가 위험해지잖아!" 다시 파우린으로 플레이하는 귀련이 호통을 쳤다. 그녀는 양손에 듣 롱메이스로 베어 도그들을 잘 때려잡고 있었다. 유한 쪽과 달리 파우린이 맡은 방향에서 연방 복날의 개들이 내짖는 비명 소리가 울려 펴졌다. -경험치가 650을 얻었습니다. -개가죽을 얻었습니다 -뼛가루를 얻었습니다. -524골드를 얻었습니다. 몬스터를 잡을 때마다 경험치와 아이엩ㅁ 획득을 알리는 안내창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대장장이뿐 아니라 기사로서도 레벨이 제법 높은 파우린과 파티 플레이를 해서 그런지 유한의 경험치는 쑥쑥 올라갔다 .당연한 일이지만 , 레벨도 꽤 올랐다. -레벨 132가 됬습니다. 힘이 2 올랏습니다. 행운이 2 올랐습니다. "헉헉 , 이게 웬 예정에도 없던 광렙이냐." 한동안 대장간 일에 몰두하느라 레벨을 많이 올리지 못했다. 그랬는데 이번에 귀련 덕분에 톡톡히 레벨 업을 하게 되었다. "상태창 확인!" [상태창] 이름:지그 칭호:오우거 헌터, 드워프의 조수 , 공중 요새의 발견자 , 리저드의 친구 , 고대 드워프 유적의 발견자 , 미케니아의 은인 , 신종 제작자 직업: 대장장이 레벨: 132 체력(HP): 1,200/1,200 스테미나: 950/950 마나(MP) 70/70 힘: 130 민첩성: 99 인내심 : 101 +10 (투사의 슈즈) 행운: 90 솜씨 : 185 + 15 (기술관의 관복) 명성: 12 ,000 공격력: 150 +186(마이티 소드 + 와이어 건틀렛 +투사의 슈즈) 방어력: 110+118(투사의 슈즈 + 기술관의 관복 + 와이어 건틀렛 +동지의 목걸이) 경험치: 4,000 /18,000 돈:502,000골드 [습득 스킬] 장작 패기 스킬 3랭크 벌복 스킬 6랭크 채굴 스킬 3랭크 채석 스킬 5랭크 제련 스킬 3랭크 생산 스킬 3랭크 정밀 조립 스킬 7랭크 수리 스킬 3랭크 주물 스킬 5랭크 도발 스킬 9랭크 쇼크 웨이브 9랭크 선동 스킬 9랭크 수리 성공률 74% [히든 스킬] 그레인 스킬 3랭크 암 브레이크 스킬 5랭크 '오! 많이 올랐다!' 레벨이 올랐다는 메세지를 볼 때는 잘 몰랐는데 , 직접 확인해 보니 지그의 스텟들이 골고루 올라 있었다. 그중에서도 공격력과 방어력이 많이 올라 몸빵 캐릭터로 나가도 될 정도.유한의 입이 헤벌쭉 벌어져 있을 때였다. "앗! 조심해!" "아악!" 갑자기 날아온 전격 마법이 유한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순식간에 HP가 절반 가까이 떨어진 유한은 방금 마법을 날린 녀석을 돌아보았다. "크르르..." 레벨 153의 '마석수' 마력이 강한 바위에 악령이 깃들어 만들어졌다는 이 바위 괴물은 몇가지 마법을 쓸 뿐 아니라 전투력도 강하고 돌로 되어 웬만한 창칼은 통하지도 않았다. 님스 산맥의 중간 보스로 활동하는 마석수를 본 유한은 눈을 부라리며 달려들었다. "이 돌 쪼가리 새끼가 죽으려고 환장했나!" 유한은 순식간에 검을 곡괭이로 바꿔 쥐고 마석수를 후려갈겼다. 창칼로도 끄덕없는 마석수의 앞다리에 금이 쩍 나가더니 화강암 석재들이 돌 쪼가리와 함께 떨어져 나왔다. "뒈져, 채광! 채광 ! 채석 ! 채석 ! "크에엑!" 마석수는 불행하게도 상성이 무척 나쁜 상대를 만났다. 하필이면 만만하다 여기고 찍었던 대장장이가 나무와 금속과 돌로 된 것들은 밤으로 아는 존재였다. "흠 , 다시 봐도 신기하단 말이야." 파우린은 남은 베어도그들을 두들겨 가며 유한이 혼자 마석수를 박살 내는 것을 구경했다. 이미 이틀 전에도 레벨 137의 '마계의 고목' 들을 혼자 죄당 처리해 버리는 것을 보았다. 처리할 때 사용햇던 스킬은 장작 패기와 벌목. 히든 스킬이나 강력한 공격 수킬이 나올 줄 알았던 그녀는 황당함에 입이 벌렸다. '나도 한번 따라해 봐?" 본캐인 귀련을 전투에 동원해 볼까 진지하게 고민하는 파우린이었다. 몬스터를 무찌른 유한과 파우린은 산 정상에 올랐다. 유한이 쉬는 사이 파우린은 아래쪽 율리아 계곳을 쓸어 보았다. 벌써 7일째 파우린은 매일 율리아 계속이 한눈에 보이는 산봉우리 들을 등정했다. 그런 그녀를 호위하는 것이 유한의 '일' 이었다. 처음에는 어떤 일인가 듣게 된 유한은 펄쩍 뛰었다. 대장간 관련 일을 할줄 알았는데 호위 업무가 웬 말인가. 항의해 봤지만 귀련은 다음과 같은 말로 일축했다. "내가 언제 대장간 일이라고 한 적 있어?" 그런 적 없다. 귀련은 그저 기술을 배운 대가로 힘든 일을 하게 될 거라고만 했다. 유한은 말이란 참 무서운 것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남의 말을 교묘히 용해 기술을 뜯어냈지만 , 말을 잘못 이해했다가 매일 사선을 넘나들고 있었다. "대체 뭐 때문에 자꾸 산에 오르는 겁니까?" "듣고 싶어? 그럼 더욱 힘든 일을 하겠다고 약속해." "이보다 더 힘든 일이 있습니까?" 대장장이에게 호위 엄부보다 더힘든 일이라니! 설마 님스 산맥의 몬스터를 죄다 사냥하자는 말은 아니겠지? 물론 마계의 고목이나 , 악령의 갑주 , 마석수 따위는 얼마든지 해칠울 수 있다. 그런 놈들은 장작 패기로 썰거나 암브레이크로 작살내거나 채석으로 조각내면 되니까. 그러나 피와 살로 뼈로 된 것들은 상대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우린은 유한을 호위로 부려 먹었다. 레벨도 더 높으면서 말이다. '기술 뺏긴 데 화가 나서 일부러 몸 많은 곳으로 끌고 다니는 거 아냐?'' 그럴지도 모른다. 유한이 귀련이라도 그런 식으로 ,아니 이보다 더한 방식으로 애를 먹였을 것이다. 그러나 목적도 모르고 마냥 쫒아다는건 절대 유한의 취미와 맞지 않았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ㅗㄹ라도 귀련의 목적이 무엇인지 확식히 알고 싶었다. "좋아 ,약속을 햇으니 들려주지 . 일은 주름 철판을 만드는 공구를 얻었던 드워프의 지하 도시에서 시작되었어." 당신 귀련은 부캐 파우린을 키우면 자신의 만든 무구의 위력을마음껏 실감하고 있었다고한다. 복잡한 지하 도시 탐험 중에 그녀는 알려지지 않은 비밀 통로를 발견했고 , 그곳을 쭉 나가다가 드워프들의 숨겨 놓은 비전을 입수했다. "그건 신의 광물을 제련하는 비법서였지." '헉 , 신의 광물이면!' 애초에 유한이 율리아 계곡에 온 이유가 신의 광물 때문이었다. 율리아 계곡 근방에 신의 광물이 떨어졌다고 해서 말이다. "난 신의 광물이 무엇인지 한참 동안 조사했어. 나중에 그것이 하늘에서 떨어진 운서깅란 것을 알았지." 귀련은 운석을 찾아 사방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아르페디아 대륙에 운석은 이미 옛날에 드워프들이 모두 접수해 버리고 남은 것이 없었다 그러다 얼마 전에 율리아 계곡에 운석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별장을 짓고 계곡 인근을 날마다 뒤졌지만 , 운석은 커녕 운석이 떨어진 크레이터도 찾지 못했다. "그러니까 저더러 그 신의 광물을 찾으라는?" "내가 힘든 일이라고 햇잖아." 유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어차피 그는 신의 광물을 찾아야 했다. 철공소에 필요한 기계를 입수하기 위한 가장 빠른 방법은 바로 신의 광물을 입수해 구센도르프에게 전달하는 것이니까. 문제는 귀련이 오랫동안 찾아도 못 찾은 것을 쉽게 찾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운석이 이쪽으로 떨어진 건 확실하답니까?" "NPC들이 그리 이야기하니까 믿을 수밖에" 귀련은 운석이 떨어진 장소를 알아내기 위해 님스 산맥에 사는 NPC들을 일일히 찾아다미녀 물어봤다고 한다. "그런데도 없다면....." "충돌할 때 충격으로 산이 무너져서 묻혀 버렸을지도 모르지." "그럼 더욱 찾기가 어렵잖아요." 정말 땅속에 묻혔다가면 그야말로 백사장에 바늘 찾기다 . 뭐 강력한 자석이라도 있다면 그나마 찾는게 조그이나마 수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묻혀 버린운석을 탐지할 방법은.... '있다!' 뭔가리 머리에 번쩍 떠오른 유한은 손바닥을 쳤다. "왜? 뭔가 찾을 방법이라도 있어?" "있지요 근데 맨입으론 좀..." "야 , 지그 . 너 나하고 약속하고도 그렇게 굴기냐?" "누님은 '찾으라'고 했지 , '갖고 와라;고는 하지 않았잖아요." "으이구!" 만약에 유한이 운석을 발견하고 그대로 먹고 튀어버리면 귀련으로선 손쓸 방법이 없다. 괜히 정보만 알려 줬을 뿐. 물론 그동안 살펴본 유한이 그럴 인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원하는게 뭔데?" "신의 광물 제련법을 저에게 '만' 공유해 주세요 그럼 운석 반띵해 드리죠." "좋아 , 반띵 할 수 있는 거라면 그렇게 해 줄게." 귀련은 정말 지그란 녀석이 만만찮음을 실감했다. 여느 대장장이들보다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단지 히든 스킬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렇게 협상을 완료한 유한은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역시 이런 일은 프로에게 맡겨야지.' 그는 가스톤에게 쪽지를 보냈다. 광산왕의 칭호를 가진 가스톤이 이번에 신의 광물 탐색을 맡을 최적의 인물이라 확신했다. 6.신의 광물 다음날. 가스톤이 탄 기구가 율리아 계곡에 도착했다. 기구에는 가스톤 외에 채린과 에이린 , 오펜이 함께 타고 있었다. 함께 오리라 예상하지 못했지만 , 학생 혁명 이후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이라 반갑기 그지 없었다. "어서와 , 그런데 여기까지 어쩐 일들이야?" "으응, 할아버지가 네 요청을 받고 율리아 계곡에 가신 다고 해서 따라온 거야." "율리아 계곡에 레벨이 높은 몬스터들이 많다고 해서요." "헤, 그러니까 광렙하러 온 거랍니다.!" 유한은 동료들을 귀련에게 소개해 주었다. "누님 , 이쪽 가스톤 영감님 제 동업자시고 , 이쪽은 제 친구들이에요." "반갑습니다. 귀련이라 합니다." "어머! 정말 귀련 님이세요?" 채린은 물론이고 동료들 모두가 놀랐다. 그들도 유한처럼 명장 귀련이 남자 유저인 줄 알았던것이다. 그만큼 게임 내에는 여자 대장장이가 적었고, 대장장이는 남자가 한다는 인식이 깊게 박혀 있었다. "헤에, 우락부락한 아저씨일 거라 생각했는데 귀련님 무지 예쁜 언니였네요!" "호호호, 다들 그렇게 생각하다 놀라곤 하지." 서로 통성명을 한 일행은 귀련의 별장에서 잠시 쉬었다가 운석 탐사를 하기 위해 계곡으로 발검음을 옮겼다. "어르신은 자원 탐사 스킬을 계속 써 주세요. 지금 찾으려는 광물은 지상의 광물과 다른 것이라 발끝으로 전해 지는 정보도 다를 겁니다." "으음, 알았다 . 나에게 맡겨라." 가스톤이 그의 히든 스킬인 자원 탐사 스킬을 쓰면 걸어가자 유한과 파우린은로 분한 귀련 , 채린 , 에이린 , 오펜 이 각각 한 뱡향을 맡아 호위를 했다. "언니 , 언니는 왜 기사 캐릭을 키웠어요?" 에이린이 그냥 걷기가 무료했는지 파우린을 향해 물었다. 보통 유저라면 한두 개의 서브 캐릭을 가지는 당연하다. 그러나 귀련같이 한 분야의 최고를 달리는 유저들은 서브 캐릭터보다는 최고의 자리를 지키는 위해 한 우물 만 파기 마련이다. 마침 유한도 예전부터 그게 궁금햇던지라 귀를 쫑긋했다. "글쎄 , 특별한 이유는 없는데." "아잉, 그러지 말고 가르쳐 줘요." 에이린의 애교에 파우린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걸 설명하기 위해서는 내가 대장장이가 된 이유뷰터 터 말해야 하는데...." 귀련이 대장장이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파스름한 예기가 감도는 칼과 검. 그리고 은빛으로 빛나는 갑옷에 혼을 빼앗겨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무구들을 만들어 놓고 보니 사용하고 싶어 지더란다. 그것이 기사 캐릭을 서브로 키웠고 , 온몸에 주렁주렁 무기를 걸치고 다는 이유가 되었다. "언니는 좀 별종인 거 같아요." "호호호, 그렇지? 나도 내가 별종이라고 생각해." 그렇게 얼마쯤 이야기를 나누며 갔을까. 묵묵히 앞서 가던 가스톤이 눈을 치켜떳다. "아니 ! 이것은!" 깜짝 놀란 그는 땅을 마구 파기 시작했다. 모두의 시선과 기대가 그에게로 쏠렸다. "대단해! 굉장히 순도가 높은 금광이다!" "우와! 번쩍번쩍 빛나요." 환호하는 동료들과 달리 유한과 파우린은 눈쌀을 찌푸렸다. 기대가 컸던 만큼 허무와 실망도 컸다. "누가 금광 따윌 발견하랍니까! 우리가 찾는 건 운석이라고요!" "이놈아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노다지 광맥을 그냥 지나치란 말이냐?" "그럼 침 발라 두시고 나중에 캐든가요! 우리가 찾는 운석 가치가 얼만지 아세요? 족히 백만 골드는 된단 말입니다.!" 100만 골드의 기계와 맞바꿀 아이템이니 당연히 그 정도로 가격은 될 것이다. "예?" "뭐라고요?" 유한의 말에 이행의 입이 떡 벌어졌다. 지금까지는 운석의 가치를 몰랐다. 그냥 유한이 필요해서 찾는 줄만 알았다. 그런데 100만 골드라니! 모두들 진지해졌다. 가스톤도 운석 탐사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운석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천천히 계곡 이곳저곳을 흩고 다녔지만, 가스톤은 특이한 반응을 감지하지 못했다. "음 , 여기도 아니야 . 이 아래 지층에는 자철광이 묻혀 있을 뿐이야." "그럼 잠시 좀 거들어 주시렵니까?" 그럴 때마다 광렙을 겸해서 족족 무찔렀다. 유한과 파우린이 선두에서 싸우고 , 오펜과 채린이 화살과 마법으로 지원했다. 버프와 힐은 에이린이 채워 주었고 , 가스톤의 발파 스킬도 몹들을 혼비백산하게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사흘 정도 지났을 쯤, "정말 운석이 율리아 계곡에 떨어진 게 맞아요?" 탐사가 슬슬 지켜워졋던지 에이린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NPC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니까 뒤져 보는 거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잖아요. 율리아 계곡 옆의 골짜기나 산등성이에 떨어졌다면?" 에이린의 말을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유한은 구센도르프가 했던 말을 다시 떠올려 보았다. 분명 '율리아 계곡 근방' 에 떨어졌다고 했지 , 율리아 계곡에 떨어졌다고는 하지 않았다. 계곡 근처의 다른 지역에 운석이 떨어졌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것이다. "계곡 밖으로도 범위를 넓혀 보죠." "그럼 님스 산맥을 몽땅 뒤져야 할지도 모르는데..." 오펜이 질린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유한은 고개를 저었다. "백만 골드짜리 운석을 그리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일행은 일단 가까운 서쪽 숲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지겹게 돌아다닌 계곡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모두 의 발걸음은 가벼워졌다. 더구나 계곡을 벗어난 순간 , 성과도 있었다. "이 앞쪽에 큰 구덩이가 있습니다!" 부유 마법으로 떠올라 주변을 살피던 오펜이 뭔가를 발견했다. 일행은 즉시 오펜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뛰었다. 구덩이라면 운석이 떨어졌을 때 생킨 크레이터일 가능성이 높았다. "뭐야 , 이 구덩이는?" 유한과 파우린은 한숨을 내쉬었다. 직접 도착해 살펴본 구덩이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다.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다. 거기다 운석으로 보이는 광물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건 사람이 판 것 같은데?" 채린의 말대로 한쪽에 돌과 자갈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만약 운석이 떨어진 거라면 절대 이런 것이 생길 리 없다. "흐흠, 그것도 매우 최근에 파 놓은 것 같구나." "누가 사금이라도 캐려 했던 걸까요?" "아니야 , 그런 의도는 보이지 않는구나. 더구나 여긴 금맥이 없어." 광산왕인 가스톤의 말이니까 확실할 것이다. 그러자 참 의문 스럽기 짝이 없었다. 구덩이는 함점을 판 것 같지도 않았고 , 그렇다고 집을 짓거나 연못을 파려고 했던 것도 아닌 듯했다. 대체 누가 무슨 목적으로 땅을 판 것일까?" "저쪽에 사람들이 있는데요?" 공중에서 정찰하던 오펜이 또 다른 방향을 가리켰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일행은 곧장 그쪽으로 이동했다. 중간 중간에 유저들이 쓰러트린 것으로 보이는 몬스터들의 잔해가 널려 있었다. 그리고... "여기서 반응이 온다 이거지?" "그래 , 여기에 묻힌 게 틀림없어." "너 아까처럼 허탕이면 죽는다?" 10명 명의 유저들이 유한 일행의 눈앞에 나타났다. 수맥 찾는데 사용하는 L로들르 든 한 명만 빼고 다들 삽과 곡쾡이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유한 일행을 보고 눈살을 찌푸렀다. "뭡니까?" "님들이 아까 저쪽에서 구덩이를 팠습니까?" "그러습니다만." 리더로 보이는 유저가 대표로 나서서 응당했다. 그는 꽤 호화로운 옷차림이었지만 , 망치나 집게 같은 공구들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왜 숲 속에 구덩이를 파셨습니까?" 유한은 기분 같아서 '왜 쓸데없이 삽질을 해서 사람 헷갈리게 만드냐!' 라고 항의하고 싶었다. 그러나 괜히 분란을 일으켜 득 될 것이 없었다. "그야 저희도 목적이 있어 그런 거지만...그 이유를 말해야 합니까?" 리더는 굉장히 말하기 싫다는 투의 표정을 지었다. 하기야 게임을 하는데 남에게 간섭받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유한도 딱히 그들의 목적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어뜻봐도 그냥 광물이나 캐려는 무리들로 보였으니까. "아뇨 , 수고하십쇼." 유한 일행이 등을 돌리자 그들은 열심히 땅을 파기 시작했다. 슬쩍 뒤돌아 그들은 보던 가스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참 , 이상한 일이군 . 저긴 점토밖에 묻히지 않는 곳인데." "도자기라도 만들려나 보죠." "글쎄 , 대장장이로 보이는 사람은 있어도 예술가나 도공으로 보이는 사람은 없던걸?" 유한도 그렇지만 ,파우린도 아까 무리의 리더가 대장장이임을 알아봤다. 허리춤에 연장은 대장장이 전용이었으니까. 파티에서 대장장이가 리더인건 흔치 않는 일이다. 더구나 차림새로 보건대 돈 꽤나 있어 보이는 대장장이다. 현질을 한것이 아니면 , 제법 실력 있고 레벨 높은 대장장이일지는 모른다. 일행은 또 다른곳으로 발검음을 옮겼다. 그리고 또 다른 진풍경을 보았다. 율리아 계곡 북쪽에 있는 암석 지대에 소풍을 나온 듯 한 수십 명의 아이들과 한 명의 젋은 남자를 본 것이다. "뭔가 특이한 돌멩이를 찾으면 바로 선생님에게 갖고 와라 , 알겠니?" "예!" "그래 , 선생님이 찾는 돌을 갖고 오는 착한 학생에겐 만 골드를 상으로 주마!" "우와아아!" 환호성을 지른 아이들은 부지런히 돌멩이들을 살펴보고 다녔다. 간혹 몬스터들이 근방ㅇ에 나타긴 했지만 ,무서운 초글링들의 공격에 속절없이 쓰러졌다. 초등학교 교사로 보이는 대장장이 남자는 그렇게 아이들이 들고 오는 돌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샘! 여기 굉장히 특이한 돌멩이요!" "이놈아 . 이건 몬스터의 알이잖아." 일행은 잠시 쉬면서 그들의 행동을 구경했다. 찾는 돌이 없는지 ,남자는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의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아까 그 남자 이름이 '아론' 이었지?" "머리 위의 이름자가 그렇던데 , 혹시 아는 사람입니까?" "응 , 스틸러스에 접 잘나가는 대장장이 유저야. 철십자 길드가 저번에 영입하려다가 실패한 사람이지." '아 , 그러고 보니 ....' 유한도 아론을 이전에 한 번 본 적이 있었다. 카잔 공국에 일꾼을 모집하러 갔을 때 , 스틸러스시의 경연대회에서 그와 우승을 두고 타투었지 않는가. 결국 공동 우승을 했지만 말이다. 그때 이후로 별다른 인연이 없어 잊었던 인물이다. "아론이 애들을 왕창 끌고 와서 뭘 찾고 있었던 걸까?" 귀련의 중얼거림에 유한은 흠칫했다. '혹시 설마...!' 아까도 무리를 이끌던 있던 대장장이를 만났다. 그도 꽤 실력이 있어 보였고 , 무너가를 찾는 듯했다. 만약에 그들이 찾는 것이 유한이 생각한 그것이라면? '아냐 , 괜한 과민 반응이야. 설마 나나 귀련 누님 말고 그걸 찾는 대장장이들이 있을리가...' 그때였다. 갑자기 아래쪽 숲 속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꺄아악! 사람 살려요" 수풀을 헤지고 한 쌍의 남녀가 튀어나왔다. 남자는 여자의 손을 잡고 도망가느라 정신이 없었고 , 여자는 연방 빽빽 소리를 질렀다. 그들의 등 뒤에는 외눈의 사이클롭스들이 몽둥이를 휘드루면 쫒아오고 있었다. '얼래 , 저 두 사람은?' 유한은 몬스터들에게 쫒기는 커플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들을 구하기 위해 먼저 행동에 나선 것은 채린이었다. 그녀가 날린 파워샷이 제일 앞에서 쫒아오고 있던 사이클롭스의 외눈에 박혀 들었다. "크워억!" 사이클롭스들의 시선이 유한 일행에게 향했다. 채린이 재차 활을 날릴 준비를 하자 , 그들은 곧장 일행이 있는 쪽으로 돌진해 왔다. "체인 라이트닝(Chain Lighrning)!" 오펜이 서둘러 범위 마법을 날렸다. 그러자 억센 사이클롭스들은 마법에 맞고도 발걸음을 늦추지 않았다. 채린이 날린 애로우 레인을 맞고도 마찬가지였다. "홀리 레이 (Holy Ray)!" "꾸어엇!" 에이린의 손끝에서 터져 나온 밝은 빛에 눈이 먼 사이클롭스들이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 틈을 타서 파우린이 도끼와 클레이모어를 던지고 , 장창으로 놈들의 심장을 찔렀다. 유한과 가스톤으 좌우에서 그녀를 지원하면 사이클롭스들의 공격을 차단했다. "죽어라! 쇼크 웨이브!" "발파 ! 발파!" 동족들이 속절없이 쓰러지자 살아남은 사이클롭스들은 등을 돌려 도망쳤다. 전투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경험치 700을 얻엇습니다. -513골드를 얻엇습니다. -쇼크 웨이브 스킬이 8랭크로 올랏습니다. 솜씨가 2 올랐습니다. -레벨 140이 되었습니다. 민첩성이 3 올랐습니다. 유한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안내창들을 지워 없앴다. 일행 덕분에 간신히 살아난 커플은 연방 머리를 숙이며고마워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뭘요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 주는 건 당연한 건데요." 채린이 손사래 쳤다. 무기들을 회수한 파우린은 두사람들을 잠시 살펴보다가 입을 열었다. "둘다 대장장이 같은데 이 위험한 곳엔 웬일이죠?" "그게...." 여자가 말하려고 하자 남자가 말하지 말라는 눈치를 보냈다. 그 순간 그들의 심장을 뜨금하게 하는 말이 들려왔다. "드워프가 신의 광물을 구해 오라 하던가요?" 이 말은 한 것은 유한이었다. 그는 이 커플을 베르겐에서 본 적이 있다. 구센도르프트의 공업사에서 투덜거리면 나왔던 이들이었다. 이들이 왜 율리안 계곡에 왔겠는가. 유한은 자세한 사정을 알수 없지만 , 자신과 비슷한 퀘스트 받았을 거라고 확신했다. 아마 먼저 보았던 두 대장장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신도 퀘스트를 받는 겁니까?" "그걸 구해 오면 기계 값을 공짜로 해 준다고 하던데요." 남자는 어이없던 모양인지 잠시 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그러다가 더 이상 숨길 필요가 없다고 여겻던지 ,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제 이름은 보시다시피 '맥스' 고 , 이쪽은 제 여자 친구인 '마야' 입니다. 저희는 견습 때부터 대장간에서 함께 경쟁하며 플레이하다 사귀게 되었죠." 게임은 물론 오프라인에서도 커플이 된 맥스와 마야는 그로지아 왕국에 터를 잡고 대장장이로서 명성을 쌓아 갔다고 한다. "대규모 업데이트가 되자 우리는 제련 , 생산 , 합금 , 주물 을 먼저 5랭크 이상 찍는 사람을 도와주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제가 먼저 조건을 달성시켰고 , 관련 기계를 사러 노스아크에 갔는데...." 그다음엔 유한이 본 대로였다. 드워프들이 제시하는 엄천난 가격에 놀란 두 사람은 처음에는 철공소를 포기할까 고민을 했다. 그러나 아무 소득 없이 그로지아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갖고 있는 돈을 좀 써서 고급술을 사서 만만해 보이는 드워프에게 먹였습니다. 유명 메이커 품목으로 지르니까 효과가 있더군요." 이슬같이 맑고 쓴 술맛에 넘어간 드워프는 신의 광물을 구해 오라는 퀘스트를 내렸다고 한다. 신의 광물을 구해 오면 공작 기계들을 공짜로 주겠노라고. "드워프의 이름이 구센도르프입니까?" "아니요 라르센이란 공업사 주인이었습니다." '뭐야 , 딴 놈이 줬는데도 똑같다고?' 아무튼 맥스와 마야는 신의 광물이 떨어졌다는 이곳 율리아 계곡으로 오게 되었다. 물론 대장장인 그들은 전투력이 약햇음으로 적잖은 돈을 주고 용병 유저들을 호위로 고용했다. "그런데 그놈들이 사이클롭스를 보자마자 로그아숫을 해 버리지 뭡니까? 저랑 마야는 정신없이 도망쳤고 , 여러분들 덕분에 간신히 죽음은 모면할 수 있었습니다." 두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파우린은 유한을 째려보며 말했다. "지그 너 , 실은 나 만나러 온 게 아니라 신의 광물을 찾으러 온 거아냐?" '헉! 예리하기도하지.' 하지만 절대 그렇다고 시인해서는 안된다. "아뇨 ,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이실직고하렷다!" 유한의 눈빛에서 거짓을 익은 파우린의 그의 귀를 잡아당겼다. "아앗! 아파요! 아파!" "엄살 피우지 마 ! 게임인데 뭐가 아파!" "그만 하세요. 지그가 아프다잖아요." 채린이 말리지 않았다면 유한은토끼 귀가 되고 말았을것이다. 살짝 뿔난표정의 채린을 보며 파우린은 미소를 지었다. 왠지 그녀의 눈에는 유하과 채린이 무척 잘 어울려 보였다. "저 , 부탁인데 저희들을 심연의 호수까지 호위해주시면 안 되나요? 사례비는 드리겠습니다." 마야는 간곡히 청했다 . 유한 일행이 무척 강해 보였기 때문이다. 심연의 호수에는 유저들의 휴양지가 있고 , 귿ㄹ의 호위해 주는 용병 유저들도 많았다. 마야는 그들을 고용해서 다시 탐사에 나서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안 됩니다." 유한은 딱 잘라 말했다. 그러나 실망하던 두 사람의 표정은 이어지는 유한의 말에 환하게 변했다. "사례비는 받지 않겠습니다. 공짜로 데려다 드리죠." "정말 그래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 다들 찬성이죠?" 동료들의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치켜들었던 주먹을 내렸다. 유한이 매정하게 거절하면 안 죽을 만큼만 때려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유한의 호의 보인건 주먹이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자신이 대장장이기에 , 약자의 어려움과 설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경쟁자지만 , 이들을 흔쾐히 돕기로 한것이다. "자 , 그럼 심연의 호수로 출발!" 운석 , 그러니까 신의 광물 탐사에 약간 지루함을 느꼇던 일행은 심연의 호수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간에 몬스터들을 만났지만 , 유한 일행은 별문제 없이 심연의 호수에 당도했다. 무사히 호수의 휴양지에 도착한 맥스와 마야는 일행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 호위 용병들을 구하러 갔다. 두 사람과 헤어진 유한 일행은 곧장 율리아 계곡으로 돌아가지 않고 휴양지 곳곳을 돌면서 구경했다. 호 변의 휴양지에는 구경할 것뿐만 아니라 즐길 거리도 많이 있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만 해도 . 질투와 부러움으로 가득했던 유한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관광을 즐겼다. 다 곁에 함께 걸어가는 채린 덕분이었다. "자 , 풍선 사세요! 풍선!" "커플 갑옷 팝니다! 무적의 커플 소드도 있습니다." 죄판을 깔고 파는 사람들의 물건 중에는 진귀한 것도 있었지만 , 쓸모없는 것들은도 많았다. 커플 소드가 그랬다. 그저 한 쌍인 것을 제외하면 허접스런 숏쇼드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가격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비쌌다. "참나 , 저런 걸 누가 산다고 . 내가 발로 만들어도 저거보단 잘 만들겠다." "기념품이라고 사는 거지 , 뭐" 하긴 여기엔 쓸데없는 곳에 돈을 펑펑 써 줄 커플들이 많았다. 특히 남자유저들 그들은인류의 원초적인 구애 행위에 충실했다. 특이하거나 진귀해 보이는 것은 뭐든지 사서 앤인의 환심을 사려는 그들의 소비 행태를 보자니 , 유한은 절로 코웃음이 나왔다. 그 코웃음은 스스로에 대한 비웃음이기도 했다. 유한은 자신도 남자라는 생물임을 새삼 깨달았다. 괜히 아까부터 옆에 있는 채린이 자꾸 신경 쓰이고 , 전에 파우치 백을 사 줬을 때처럼 뭔가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느 것이다. "근데 좀 이상한걸?" "뭐가요?" 뒤따르던 파우린이 고개를 갸웃하면 말문을 열었다. "여긴 주로 커플들이 많이 찾는 곳이거든 .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다를걸" 파우린의 말대로 커플이 아닌사람들이 꽤 있었다. 외롭고 황량한 분위기의 전사와 기사들 , 진지한 표정의 마법사와 성직자 , 연방 주변을 살피는 궁수와 도적 유저들. 전혀 관광이나 데이트를 즐기러 온 이들이 아니었다. 이 근방에서 활동하는 호위 용병 같지도 않았다. '네시라도 잡으러 왔나?' 네시는 심연의 호수에 사는 괴물 이름이다. 종종 출현해서 호수에서 배를 타는 유저들을 공격하거나 호 변까지 쫒자오곤 했다. 꽤 강한 만큼 좋은 아이템을 주기에 놈을 노리는 유저들이 많았다. 그러나 저들은 네시를 잡으러 온 것 같지도 않았다. 수중 몬스터를 잡기 위한 작살이나 갈고리 같은 것을 소지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철저히 지상용 장비로 무장한 그들은 누군가 접속을 하자 곧증 그와 함께 율리안 계곡 방향으로 떠낫다. 한 무리가 떠난다 싶더니 , 대장장이 유저를 앞세운 또 다른 파티가 율리안 계곡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설마 저지들도?" "드워프에게 술을 퍼 먹인게 맥스와 마야 커플만이 아닌 모양이지." 유한은 심장이 덜컥 내려 앉는 기분이었다.퀘스트를 내는 건 구센도르프와 라르센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공작 기계를 파는 드워프들 중 , 유저들에게 회유당한 NPC들이 모두 줄 수 있는 공통의 퀘스트인지도. '으으 , 드워프의 조수 칭호 때문에 받은 혜택인 줄 알았는데.' 사실 유한의 경우는 남들보다 빠르고 쉽게 퀘스트를 받은 것뿐이었다. 그것도 모르고 우쭐했으니. 아무튼 예상보다 경쟁자가 많은 듯하자 , 유한의 마음도 다급해졌다. 예상보다 철공소를 지을 조건을 갖춘 대장장이들이 많이 있었는데 . 하기야 이제 국내 이용자도 1,500만을 넘었다는데 , 그중에 상급 대장장이들도 꽤 있지 않겠는가. "안달하지 마 . 계곡은 이미 우리가 다 살펴봤잖아...." "그럼 어쩔 수 없지. 백만 골드를 써야지 뭐." "누님!" "자 , 여러분 우리 차나 한 잔씩 마시고 갈까요?" 파우린은다급한 유한의 마음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일행을 인솔해 노천 카페로 간 파우린은 런치 세트까지 주무누하는 느긋함을 보였다. "안달하지 마 급하게 설치며 들어올 복도 도망가는 법이야.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면서 쉬어야 길이 보이지." 초조한 마음이 가라앉지 앉았지만 , 유한은 파우린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발품을 팔아도 못 찾은 것이라면 , 뭔가 다른 비밀이 있을지 모른다.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는 머리를 굴러야 하고 , 조급해 해서는 머리가 잘 굴러가지 않는다. "누님 , 나 하나 궁금한 게 있는데요." "뭐가 궁금하니 , 지그 동생?" "누님은 철공소 안 지을 겁니까?" 자신도 그렇고 다들 철공소를 지으려고 안달이다. 그러나 유한의 곁에서 바라본 파우린 , 아니 귀련은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다. 그녀가 신의 광물을 찾으려는것도 던전에서 얻은 드워프 비전을 써 보기 위해서였다. "난 그런데 관심 없어 뭐 , 하려고 한다면 지금 당장 철공소가 아닌 제철소를 지을 수 있지만 말이야." '헉! 그럼 생산뿐만 아니라 제련 , 합금 , 주물도 다 1 랭크란 말?" 하기야 아르페디아 대륙 최고의 대장장이라 손꼽히는 귀련이면 그 정도 실력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현재 자신이 가진 대장가능로도 충분히 만족하는 듯했다. "철공소나 제철소 같은게 뭐겠어? 물론 관련해서 새로운 스킬을배울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런 것들은 결국 대량 생산을 노리는 방향으로 나갈 거야. 판에 찍듯이 만들어 내는 공장제 무구는 내 취미가 아냐." "우와! 언니 ,장인 정신이 투철하시네요." 옆에 에이린이 대단하다는 듯 탄성을 질렀다. 유한도 그녀의 장신 정신을 존경했지만 , 그래도 철공소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대장장이라 불리지 않는 최고의 대장장이가 되기 위해선 작업장의 확장은 불가피하다니까. "후후, 역시 귀련 님이군요. 그 옹고집은 여전하시다니까." 그때 옆에서 누군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화려한 차림새와 그에 걸맞은 준수한 용모를 자랑하은 청년. 유한은 그가 누군가 싶어 봤다가 그의 머리 위에 있는 이름을보고 깜짝 놀랐다. "발리안!" "그렇습니다. 제가 브로인 왕국의 명장 발리안입니다." 대장장이 발리안 주변의 유저들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로 쏠렸다. 귀련과 더붙어 아르페디아 최고의 대장장이 유저로 일컬어지는 이가 바로 발리안이다. 대장장이로서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 그에겐 또 다른 유명한 점이 있었다. "우와! 갑부 발리안이다!" "아르페디아 10대 갑부중 한 명이라며?" 발리안은 돈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했다 보유하고 있는 개인 재산이 웬만한 길드의 재력과 맞적을 정도라고 할정도로. 브로인 왕국과 주변의 여러 길드에게 무구를 납품하며 부를 축저하는 그는 100만 골드라는 막대한 자금력으로 아르페디아에서 제일 먼저 철공소를 지었다. 주변 유저들에게 연달아 터진 환호성에 발리안의 콧대가 쑥쑥 높아졌다. "왔냐, 2등 " 파우린은 가볍게 발ㄹ안의 콧대를 깔아뭉갰다. 기세등등하던 발리안의 얼굴이 귀신처럼 일그러졌다. "누가 2등이라는 겁니까!" "바로 너님." 파우린의 발리안을 2등을이라 운운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갑부건 명장이건 간에 발리안은 자신의 하수이기 때문이다. 둘다 비슷한 시기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지만, 발리안 귀련보다 스킬 랭크나 실력이 두처져 있었다. 돈을 벌기 위해 무구 생산과 판매에 매달려 개인 수련을 게을리 한 탓이다. "흥! 코딱지만 한 대장간을 운영하면서 너무 잘난척하시는 거 아닙니까 , 귀련 님?" "니 코딱지는 오십 평이나 되냐?" 둘다 명성이 높은 대장장이 그래서 그런지 서로에 대해서 잘 아는 듯했고 , 라이벌 같은 모습을 보여주 있었다. "여긴 뭐 하러 왔어? 나한테 데이트 신청하려고?" "후후후, 아쉽지만 그럴 정도로 한가하진 않습니다. 전그저 삭초제근을 하기 위해 왔을 따름입니다." 무슨뜻일까. 유한은 그의 말이 신경 쓰였다. 말투는 공손했지만 , 발리안의 눈빛은 오만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 오만한 눈이 유한을 바라보았다. "흠 , 지그라 ...당신의 이름은 익히 들었습니다." 유한에게 다가온 발리안 어깨를 토닥이며 충고하듯 말했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왔는지 압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당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얻지 못할 겁니다." 발리안의 시건방진 선언에 유한은 웃으며 답했다. "뭘 하려는지 모르지만 , 내 일을 방해하면 당신은 그날부터 끝장이야." 웃는 낯으로 이야기하는 말치고 꽤나 살벌했다. 발리안 내심 가슴으로 서늘했지만, 결코 내색하지 았다. "후후 , 제가 도마뱀 오만 마리를 무서워할 거라 생각 하셨다면 오산이라 말해 드리고 싶군요." "내가 단순히 리저드맨 오만 대군을 동원할 거라 판단햇다면 , 그거야말로 당신의 착각이야." 유한은 끝까지 지지 않고 대꾸했다. 발리안의 눈앞의 애송이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긴 이 정도는 돼야지' 자신의 확창한 판매처를 야금야금 좀 먹고 있는 녀석이다. 판매하는 무구의 질을 미루어 보건대 장장이로서의 실력도 뛰어나고 배짱까지 좋았다. 이 정도니까 대장장이면서 게임을 들었다 놓앗을터 "어디 기대해 보겟습니다." 기분 나쁜 미소를 지어 보인 것을 마짐가으로 발리안 일행의 곁에서 떠났다. 유한은 한참동안 발리안의 둿모습을 노려보았다. '아무래도 이번 퀘스트는 정말 쉽지 않을 것 같군.'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앞날이라지만 , 그거 하나는 확실할 수 있었다. 7.운석 쟁탈전 아론은 공업 도시 스틸러스에서 유명한 대장장이 유저였다. 불가에서 쇠를 두들기며 대장장이의 길일 걸었던 그의 마음에는 야심이 있었다. 바로 카잔 공국뿐만 아니라 , 아니르페디아 대륙 전체에 자신의 무구를 널리 알리고 판해하는 것. '그러러면 일단 철공소로 업그레이드를 해야 하는데 말이야.' 생각하면 아쉬운 일이 있었다. 저번 스틸러스 경언 대회 이후 , 자신을 영입하려던 철십자 길드의 제안에 퇴짜를 놓은 것이다. 그때 철십자 길드에 들어갔다면 이렇게 산속을 헤매며 운석 조각을 찾고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100만 골드는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거대 길드니까. '쩝 , 지난 일을 생각해 봤자 뭐 하겠어.' 그는 아이들이 가져온 돌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초등학교 교사인 그는 반 아이들을 동원해 운석을 찾도록 했다. 학생을 선도해야 할 선생님 사사로운 목적으로 아이들을 부린다는 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었다. 더구나 티쳐스 때문에 교육청의 눈길도 곱지 않은 상황에서 소문이 불거지게 된다면? '뭐 이번뿐이야. 신의 광물만 찿으면 끝나는 일이라 고' 아론이 막 다음 돌멩이를 손에 쥐었을 때였다. 갑자기 괴성이 들리더니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그와 아이들이 있는 산등성이로 달려 나왔다. "악! 사이클롭스 떼거지다!" "우악! 디게 많다!" "샘 , 얼른 피하세염!" 아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탐사 중에 몬스터가 나타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그중에는 무리를 지어 몰려온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자랑스런(?) 제자들이 힘을 합쳐서 해치우거나 쫒아 버렸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제자들이 감당할 수 없늘 정도로 몬스터들이 많았다. 어째서 이렇게 많은 몬스터들이 나타났나 고민할 틈도 없었다. 선두에서 용감한 초글링들이 발업한 질럿같이 맹렬히 사이클롭스들을 상대해 싸웠지만 , 얼마 버티지 못할것 같았다. 도망치려 했던 아론은 등을 돌려 몬스터 군단에게 달려갔다. "이놈들아! 차라리 나랑 싸우자!" "헉! 샘 , 도망가요! 샘은 상대도 안 되염!" "시끄럽다 , 제자 등 뒤에 숨는 비겁한 선생은 없다!" 아론은 망치를 들고 눈앞의 사이클롭스에게 달려들었다. 율리아 계곡 동쪽의 산등성이. 그곳에서 반월 초등학교 5학년 3반 일동은최후까지 싸웠다. 그리고 교사 이하 학생 전원이 장렬히 전사했다. "하하, 아주 삼류 드라마를 찍는군요." 발리안은 마법사가 거울을 통해 보여 주는 장면을 보며 함껏 비웃음을 터르렸다. 아론과 그의 제자들이 모두 로그아웃 당하자 , 그는 옆의 또 다른 거울로 시선을 돌렸다. L로드를 든 유저를 시작으로 10명 명의 유저들이 돌이 된 장면이 나타났다. 또 , 다른 거울에선 베어도그 무리에 쫒기는 남녀 대장자이가 비쳤다. 주변의 다른 거울들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율리아 계곡에 신의 광물을 찾으러 왔던 무리들은 하나같이 몬스터 무리에 쫒기거나 당해서 로그아웃을 하고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기대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보여 주시는군요." 발리안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옆에는 '헌터' 칭호를 단 궁수 청년이 서 있었다. 이름이 '라딘' 라고 하는헌터 궁수는 별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저 사냥 몰이를 할 때 쓰는 파리를 불었을 뿐입니다." 라딘은 궁수 유저가 중심이 된 '레인보우' 기륻의 장이었다. 전투력으로 치면 레인보우 길드는 중소 길드 수준도 못되지만 ,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어 길드전 용병으로 활약을 하고 있었다. 그 능력 중의 하나가 헌터 칭호를 따낸 길드원들이 가진 사냥 피리였다. 손가락만 한 길의의 논쇠 피리는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은 고음을 일으켜 몬스터들을 자극한다. 보통은 이렇게 이성을 잃고 흉폭해진 몬스터들은 저격으로 하나하나 없애는 것이 정석이지만 , 다른 식으로 악용할 수도 있었다. 몬스터들을 흥분시켜 놓고 잡지 않으면 , 몬스터는 식식거리며 돌아다니다가 엉뚱한 유저를 공격한다. 아론을 비롯해 여러 대장장이 탐사 파티가 몬스터 벼락을 맞은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그뿐이라도 섭섭하게 사례할 수 있나요. 저는 능력 있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특히 저를 따르는 사람은 더더욱." 발리안 품속에서 30만 골드의 어음을 꺼내 라딘에게 주었다. 레인보우 길드와 같은 작은 길드의 몇 달치 운영비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라딘이 굽실굽실하며 어음을 받았을 때 , 발리안의 못마땅한 목소리가 그이 귀청에 올려왔다. "그런데 , 지그라는 자의 일행은 멀쩡하군요." 라딘은 유한 일행이 바치는 거울로 눈길로 돌렸다. 계곡 남쪽을 탐색 중인 유한 일행 역시 그들의 덫에 빠진 상태였다. 그러나 수십마리의 몬스터에 둘러싸인 것치고 그리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다. "찌그러져!" "퀘엑!" 라딘의 눈이 동그래졌다. 대자앙이 녀석이 검을 휘두를 때마다 레벨 132의 악령의 갑주들이 산산조각 박살이 나고 있었다. 놈뿐만 아니라 놈의 동료들도 굉장했다. 귀련의 부캐 파우린은 이미 랭커 수준으로 강력하다는 걸 알았짖만 , 다른 멤버들의 분전은 정말 예상하지 못한것이었다. 늙은 영감의 지팡이에 맞자 몬스터들이 폭탄처럼 터져나갔고 , 활을 쏘던 궁수 소녀는 갑자기 광풍을 일으켜 몸들을 죄다 날려 보냈다. 그밖에 마법사도 꽤 레벨이 높아 보였고 , 버프와 힐을 남발하는 성직자 여자애도 '프리스트' 수준에 다다른 듯했다. "송구합니다. 예상 이상으로 강하다는 걸 예상치 못했습니다." "아니오. 저렇게 발목만 잡아 줘도 충분합니다. 어차피 저렇게 헤맬 동안 이쪽에서 먼저 물건을 찾으면 되는 일이니까요 , 후후훗." 발리안은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라딘의 반대편에는 '트레져 헌터' 칭호를 단 도적 유저가 대기하고 있었다. "운석은....신의 광물을 찾는 일은 어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송구합니다 , 저희 '쉐도우 워커' 길드가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찾지 못했습니다. 던전이나 유적탐사 전문 길드인 쉐도우 워커. 브로딘 왕국일대에서 많은 유적과 던전을 발견한 그들이지만 , 현재 하늘에서 떨어진 돌 쪼가리 하나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길드장인 '인디아나정수는'는 발리안을 볼 면목이 서지 않았다. "서둘러 찾아 주싶시오. 다른 자들 신의 광물을 입수해서 절대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 "명심하겠습니다." 원래 발리안은 쉐도우 워커 길드장에게 더한 잔소리를 하려 했었다. 그러나 마침 단골 길드로부터 거래를 요청하는 쪽지가 왔기에 길게 책망할 수 없었다. 그리고 너무 나무라면 반발을 살 수 있는 일이기에 그는 그 정도 선에서 넘어가기로 했다. "그럼 저는 잠시 브로인의 철공소에 다녀오겠습니다." 이미 고용한 마법사가 텔레포트 게이트를 열어 놓고 놓았다. 발리안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자 그의 몸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왜 몬스터가 부쩍 늘어난 걸까?" 화살을 회수하던 채린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옆에서 몬스터들이 떨어트린 아이템이 수거하던 에이린이 별거 아니라는 투로 응답했다. "업데이트 이후 이곳에 몹들이 많아졌다잖아요." "그래도 며칠 전보다 더 많아졌잖아. 그리고 더 흉폭해 졌고" "언니도 참 . 덕분에 레벨 업 잘 하고 득템 잘 하고 있으니 좋은 일이잖아요." "그래도...." 채린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것도 유한도 마찬가지였다. 왜이리 갑작스럽게 몬스터 군단이 줄지어 달려드는 것인지? 그것도 마치 기달리기라도 한 것처럼. '어떤 놈들이 몹몰이를 하는건가?' 그러나 물증이 없었다. 몹몰이를 하는 녀석들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어떤 방식으로 몹몰이를 하는지 추측하기도 어려웠다. 전투 뒷정리를 마친 유한 일행은 일단 귀련의 별장으로 돌아왔다. 그들은 율리아 계속의 지도를 꺼내 그동안 새로 모은 정보를 종합했다. 그들은 요 며칠 원점으로 돌아가, 근방의 NPC들을 다시 만나서 운석이 떨어진 자세한 방향을 캐물었다. "계곡 북쪽에 있던 사냥꾼 NPC 론 씨는 별이 떨어진 방향이 남쪽이라 했어요." 확실히 남쪽이라 말한 것은 아니다.NPC가 가리킨 방향이 그저 남쪽이었던 것이다. "동쪽의 수도승 NPC도 남쪽을 가리켰지?" "흠, 서쪽 요새에 있던 NPC 병사들도 동남쪽이라 하더구먼." 계곡 남쪽, 혹은 동남쪽. 그러나 이미 그곳도 샅샅이 살펴보았다. 가스톤 역시 그쪽에서 특별한 반응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남쪽에는 의심할 만한 곳이 하나 더 있었다. "만약에 운석이 좀 더 남쪽에 떨어진 거라면?" 유한은 심연의 호수를 가리켰다. 확실히 운석이 호수에 빠졌다면 지상에 흔적이 있을 리 만무했다. "운석은 율리아 계곡에 떨어졌다고 하지 않았어요?" "율리아 계곡 '근방'이라고 했으니까, 호수도 충분히 해당이 되지." "하지만 운석이 떨어졌다면 휴양지의 유저들이 못 봤을 리 없잖아." 채린이 의문을 제시하자, 귀련이 곧장 응답했다. "예전엔 호수를 찾는 유저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 심연의 호수에 유저들이 많아진 것은 대규모 업데이트가 있고 시간이 좀 더 지나서였다. 몇몇 유저들이 땅을 사들이고 , 별장과 상가, 놀이시설들을 지어 휴양지로 구축한 후였던 것이다. 그 전에는 경치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은 일부 커플과 호수에서 네시를 잡으려는 용감한 유저들뿐이다 "더구나 목격하더라도 그저 별일 아니라고 여겼을 거야." 하기야 운석의 가치가 조명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또 아르페디아 온라인에는 간혹 번개가 떨어지거나, 폭풍이 부는 등 갑작스럽 기상 현상도 일어나기 때문에 운석도 단순히 그런 종류로 치부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당장 가서 호수를 조사해 보죠." "잠깐, 가는 건 좋은데 일단 행동에 주의해야 해. 무슨 말인지 알지?" 귀련이 주의를 주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대장장이가 끼여 있는 파티가 호수에서 뭔가를 찾는다는 소문이 퍼지면, 다른 탐사단도 너도나도 호수로 달려올 테니까. "뭐 티 안 내고 조사하면 되잖아요." 은밀하게 조사할 계속을 세운 유한은 다시 심연의 호수로 발걸음을 옮겻다.호수에 도착한 일행은 두 팀으로 나뉘었다. 먼저 가스톤이 오펜과 함께 보트를 빌려 타고 호수로 나갔다. 자원 탐사를 위해서였지만, 낚시 도구를 챙겨 나갔기에 전혀 의심받을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린 다른 대장장이들의 동향을 살피도록 하죠." 유한을 비롯해 뭍에 남은 맴버들은 그 역할을 맡았다. 가능성이 많다지만, 운석이 호수에 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다른 탐사단의 동향을 조사하면 다른 가능성을 추적해 보려는 것이다. "나랑 에이린은 휴양지 서쪽을 돌아볼게." "그럼 저랑 시아는 동쪽을 돌아보겠습니다." 뭍에 남은 맴버들은 다시 둘로 쪼개졌다. 채린과 함께 휴양지 동쪽 거리를 돌아보던 유한은 며칠 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레벨 높은 녀석들이 많아졌어' 장비하고 있는 무구를 살펴보니 , 저번에 봤던 용병유저들보다 더 강해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휴양지 거리 곳곳에는 '호위해 드립니다', 호위병 구해요' 등의 팻말을 든 유저들이 돌아다녔다. 자신이 소속된 길드원들과 조우하는 대장장이 유저의 모습도 보였다. 유한과 채린은 거리를 걸어가며 유저들의 말에 부지런히 귀를 기울였다. "도대체 율리아 계곡에 뭐가 있다고 저리 찾아다니는거야?" "고렙 대장장이의 퀘스트에 필요한 거라던데? 우리 길드 대장장이가 그랬어. 아 , 근데 이거 딴 데 가서 말하지 말했는데..." "거 운석인지 별똥별지 무지 비싸다더라." 운석탐사에 나선 유저들이 쉬쉬하고 있짖만 , 소문을 완벽히 차단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휴양지에 사람이 늘어나고 율리아 계곡으로 향하는 탐사낟이 많아진 것도다 그 때문이었다. 탐사단 중에는 대장장이가 유저가 인솔하지 않은 파티토 있었다. 아마 발견해서 비싸게 팔아먹으려는 속셈이 분명했다. "가면 조심해야 돼. 요새 율리 계속 방면 몬스터들은 장난이 아니거든" "수십 마리씩 몰려다니며 유저들을 덮친다지?" 몬스터들의 이상 현상도 언급되었다. 고레벨 호위 용병들이 등장한 것도 다 그 때문인 듯. "발리안도 왔다면서?" "어디서 소문을 들은 모양이야. 혼자 온 게 아니고 길드 몇 개를 고용해서 같이 왔다던데?" "쳇 , 그 자식은 뭐 하러 온 거야." 발리안의 이야기도 들렸다. 이미 철공소를 지은 발리안이 신의 광물과 관련되 퀘스트를 받았을 리 없다. 분명히 퀘스트 때문에 온 것은 아니다. '뭐 때문에 왔을까?' 잠시고민하던 유한은 그가 말한 삭초제근이 생각났다. 풀을 베려면 뿌리부터 뽑아야 한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를 생각하면 ,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 대충 추리할 수 있었다. '나쁜놈 , 훼방을 놓을 속셈이군.' 다른 유저가 철공소를 세우면 , 발리안의 입장에선 경쟁자가 나타나는 것이다. 그걸 사전에 차단하려 운석을 가로채려는 것이 틀림없다. 거기서 얻은 운석은 덤이고. '뭐 ,내가 발리안이라도 그랬을 거지만.' 유한은 그의 심정을 이해했다. 물론 그렇다고 신의 광물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퀘스트를 멋지게 완수해서 철공소를 세운 뒤 , 발리안을 보란 듯 눌러 줄 생각이었다. -찾았다! 지그야 , 찾았어 ! 갑자기 가스톤에게서 궛속말이 날아왔다. 별다른 설명이 없었지만, 유한은 그게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운석 찾앗습니까? 생각보다 너무 빨리 발견해서 믿기지 않았다. 유한은 확실한 말을 듣기 위해 그에게 궛속말을 보냈다. -뭔지 모르지만 , 물 밑에서 한 번도 감지해 보지 못한 묘한 떨림이 전해지는구나. 온작 광물을 섭렵한 가스톤이 한 번도 감지해 보지 못한 거싱라면 신의 광물이 틀림없다. 이제 철공소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 대충 위치를 확인하시고 돌아오세요. -알았다. 유한은 마음 같아선 당장 배를 타고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일단 주변의 이목을 주의해야 한다. 자신도 지금 다른 대장장이들의 동향을 살피고 있는 중인데 , 다른 대장장이들이라고 그러지 않으라는 보장이 없었다. "지그야 , 오펜이 그러는데..." "쉇!" 채린도 오펜에게서 궛속말로 연락을 받은 모양이다. 기쁜 듯이 말하려던 그녀는 유한의 반응에 입을 꾹 다물었다. 유한이 대장장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주시하고 있을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채린도 그런 이들을 눈치 못 챌 정도로 둔하지 않았다. "일단은 에이린이랑 파우린 누님에게 궛말을 보내. 선착장으로 오라고" "알았어." 주변을 살펴본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선착장으로 걸어갔다. 휴양지 동쪽 끝에 위치한호화로운 별장. 빌리안이 사들인 이 별장의 홀에는 현재 10여 명의 맙버사 유저들이 모여 있었다. 수십 개의 거울을 가져다 놓고 인근의 동향을 살피던 그들의 앞에 고용자인 발리안이 나타났다. 브로인에서 볼일을 마친 그가 율리아 계곡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수고들 많습니다.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감시 마법사들의 수장이 양피지 서류 하나를 발리안에게 제출했다, 그 서류에는 현재 율리아 계곡을 탐사 중인 유력 대장장이들의 동태가 기록되어 있었다. 대부분 누구는 어디서 몬스터에게 걸려 죽었고 . 누구는 엉뚱한 곳에서 삽질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과연 떠날 때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예전과 다른 행보를 보이는 이들이 하나 있었다. "귀련과 지그 팀이 현재 놀있다고요?" 마법사는 그들을 비추고 있는 거울을 보여 주었다. 제법 큰 요트 하나를 대여한 그들은 호수 중앙에서 낚시도 하고 헤엄도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군요 . 귄련 님이라면 모를까 , 저 지그라는 사람은 철공소를 지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을 텐데 말입니다." "탐사가 지루해서 잠시 쉬는 것은 아닐지는?" 그럴 가능성도 있지만 ,발리안은 의심의 눈동자를 거둘수 없었다. 저 지그라는 녀석은 보통 대장장이보다도 훨씬 빠르게 실력을 쌓은 녀석이다. 누구보다 한발 팡서서 움직였기에 히든 스킬도 익혔고 , 리저드맨들도 한패로 만들었다. 그런 놈이 남들이 달려가고 있을 때 논다고 하니 어쩐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어쩌면 저것은 노는 것이 아니라... "그래 , 그런 거였군요." "예? 무엇이 말입니까?" 감시 마법사들의 수장은 눈치 채지 못했지만 , 발리안은 알 수가 있었다. 그는 명장이라는 자리에 설 때까지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 왔다. 숱하게 주변 상황을 살피고 경험하면서 남들보다 우월한 안목관 결단력을 갖주게 되었다. "귀련과 지그 팀은 호수로 놀러 간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 당장 전투원들을 소집하고 호수에 배 띄우세요." 발리안은 신의 광물을 누구에게도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자신은 100만 골드라는 거금을 들여 철공소를 완공했다. 그런데 누구는 퀘스틑 한 방으로 지을 수 있게 된다면 너무 불공평한 일이 아닌가. 먼저 철공소를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절대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었다. 자신의 경쟁자가 되려면 정정당당히 100만 골드를 써야 한다.; 발리안의 그것이 정의이며 , 정도라 믿었다. 게임사의 퀘스트 설정 따위 인정할 생각은 눈곱만치도 ㅇ벗었다. "기달리십시오 , 지그 님. 당신의 눈앞에서 신의 광물을 앗아가 드리겠습니다. 음하하하핫!" 대마왕과 같은 음흉한 웃음소리를 터트린 발리안은 곧장 호수로 발걸음을 옮겼다. 호수에는 떨어진 운석의 위치를 확인한 유한은 곧장 회수 작업에 들어갔다. 6명이 넉넉하게 탈 요트를 1척 임대하고 , 남들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놀러 가는 사람들처럼 차림새를 갖추었다. 준비를 철저히 한 덕분에 아무도 그들을 의심하지 않았다. 가스톤이 탐지를 했다는 곳에 도착한 그들은 곧장 운석을 건져 내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난관들이 그들을 가로막았다. -숨이 막힙니다. 3분안에 숨을 쉬지 않으면 HP가 빠르게 감소합니다. '크윽 , 제기랄!' 물 밑으로 잠수해 들어가던 유한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와 함께 잠수했던 가스톤과 오펜도 얼마 있지 않아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안 되겠어요. 너무 깊어요." "허허 , 감지될 때만 해도 가까운 곳에 잇는 줄 알았거늘." 호수가 생각보다 깊었다. 몇 차례의 시도가 모두 무산되자 , 세 사람은 배 위로 올라왔다. 게임이라 숨이 차지는 않았지만 , 일단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기 위해서다. "역시 안 되는 거야?" "오빠나 할아버진 수영 스킬이나 잠수 스킬이 없으니까요." 에이린의 말이 맞았다. 수영과 잠수 스킬을 익히고 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그러나 그 두 가지 스킬은 강이나 바다에서 오랜 시간 활동한 유저들이 익히게 되는 것이다. 현실에서 아무리 수영을 잘하고 , 숨을 오래 참는다 해도 게임 내에서 그 능력이 발휘 되지 잖았다. 물론 '요령' 을 아니까 남들보다 쉽게 배울 수는 있지만. "잠수 장비 같은 거 없어요? 오리발이나 산소통 같은." "그런 게 있다고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는걸." 파우린이 고개를 저었다. 게임 속에 그런 게 있다면 휴양지의 대여 업체에서 먼저 사용했을 것이다. "잠수 스킬이 있는 유저를 고용하는 건 어떨까요?" "차라리 잠수 장비를 비슷하게 만들어 보면...." 괜찬은 생각이지만 , 당장 할 수는 없었다. 물밑으로 돌아가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별수 없군 . 그럼 돌아갈까?" "좀 더 놀다 가죠 . 요트 대여비도 비싸게 줬잖아요." "그럴까?" 그러나 유한은 요트 대여비가 아까워 허락한 게 아니었다. 오프라인의 바깥 계절을 생각하면 볼 수 없는 싱그러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 배 위에는 한 미모 하는 아가씨들이 수영복을 입은 채 늘씬한 자태를 선보이고 있었다. 남의 눈을 속인다고 놀러 가는 차림새를 하고 나온 덕분이었다. -잘말했다 , 지그야. -가자고 했으면 배 밖으로 던져 버렸을 거야. 가스톤과 오펜이 궛속말로 칭찬을 해 주었다. 나이 많고 점잖은 어르신 , 어딜 봐도 우등생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 역시 그들도 남자라는 생물이었다. 풋 여물이었지만 귀여운 에이린이나 , 20대의 섹시한 몸매를 비키니로 감싼 파우린의 자태는 세 사내들의 눈을 참으로 즐겁게 해 주었다. 채린도 마찬가지였다. 스타일 좋은 몸매에 늘씩한 각서미는 보는 사람의 눈을 시원하게 해 주고 있었다. 거기에 가느다란 허리에 살짝 걸친 랩 드레스는 그녀의 매력을 더 높여 주었다. 유한이 게속바라보자 , 채린의 얼굴이 빨갛게 변했다. "뭘 헬렐레하고 쳐다보는 거야?" "그냥 , 그쪽 경치가 아름다워서..." 유한이 싱긍벌글한 채 계속 바라보자 , 그녀는 곧장 평소에 입던 장비로 돌아가 버렸다. "뜨헉!" 시무룩한 표정이 되었던 유한은 기겁했다. 채린이 속에 활을 집어 든 것이다. "한번 알아볼까? 변태 잡으면 경험치 얼마나 주는지." "시 , 시아야 , PK하면....으아악!" 화들짝 놀란 유한이 서둘러 돗대 뒤로 몸을 숨겼다. 그에게로 날아가던 화살이 돛대에 두두둑 박혀 들었다. "바람이여 , 나의 화살을 인도하라!" 화살이 돛대에 가로막히자 채린은 발마의 날개를 이용했다. 그러자 바람이 불러와 그녀가 날린 화살을 인도했다. 화살이 커브를 돌며 날아드자 유한은 또 한 번 혼비백산했다. 그는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옛날 무협 영와의 주인공처럼 구르고 또 굴렀다. 안그랬다면 이미 고슴도치 꼴이 되고 말았을 터. "좀 말려 줘!" "괜찬아, 진짜로 죽는 것도 아니잖아." 유한이 애원했지만 , 동료들은 무정했다. 가스톤이나 오펜은 말려들기 싫어 잠자코 있었고 , 파우린과 에이린은 키득거리며 유한의 불행을 즐거워했다. 결국 유한은 배 구석까지 몰리고 말았다. "시아야 , 내가 잘못했어. 난 그냥 네가 너무 예뻐서 계속 봤던 거야." "시꺼 , 변태 . 넌 오늘 사망이야." 채린이 계속해서 살의를 불태우자 유한도 좀 화가 났다. "아놔 , 쩨쩨하게 진짜! 수영복 차림 좀 봤다고 이러기냐! PK하면 너만 손해야!" "글쎄 , 주인 없는 돌에 묶여 던져지면 내가 손해일까?" 채린의 말에 유한은 움찔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정해진 아이템 회수 시간은 30초. 버려진 채 30초가 지나면 해당 아이템은 임자 없는 아이템이 되어 누구나 주워 갈 수 있게 된다. 유한은 저번에 그 점을 이용해서채린의 파우치백을 압수해 간 티쳐스의 선생을 혼내 주었다. 그리고 그 전과를 자랑스럽게 채린과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자신이 생각한 그 방법에 이제 자신이 당할 판이다. 물 밑바까지 떨어지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몰라도 질식해 죽는 데까지 30초 이상 걸릴 테니 채린은 아무런 패널티를 받지 않게 된다. "언니! 스톱! 잠깐만 있어 봐요." 갑자기 에이린 나서서 채린을 말렸다. "왜? 변태를 처단할 더 좋은 방법이 있어?" "아니요 ,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왕에 기회를 살려 보는 게 어때요?" "기회를 살리자니?" "운석을 건질 기회요." 잠수해서 밑바닥까지 가는 데 시간을 잡아먹으니 발에 돌을 매달고 밑바닥까지 가라앉히자는 것이다. 돌을 매달았으니 자연히 빨리 가라앉을 것이소 숨을 참고 버티는 시간은 그만큼 절약된다. 그리고 운석을 회수한 다음에는 돌이 매달린 밧줄을 끊고 수면 위로 부상하면 된다. "어이 , 깊이가 얼마나 된 줄 알고? 중간에 숨이 막혀 죽으면 어떻케 해?" "호호호 , 그러면 언니를 엉큼하게 훔쳐봤던 오빠가 죗값을 치르게 되는 거죠." 채린은 에이린의 방법에 찬성했고 , 파우린 역시 마찬가지였다 . 가스톤과 오펜은 애도의 눈길을 유한에게 보내 주었다 "그런데 돌을 어디서 구하죠?" "요트 바닥에 벨러스트용으로 있을 거야. 배 중심을 잡는다고 자갈을 깔아 놓거든. 자루에 넣어서 무겁게 만들면 돼." 돌 문제는 금방 해결이 되었다. 유한의 발목에 돌 자루가 단단히 채워졌고 , 유한은 배 밖으로 강제로 내몰릴 처지에 놓였다. "진 , 진짜로 하려는 건 아니지?"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여러 번 죽어 봤지만 , 숨 막혀 죽은 적은 없었다. 그 고통이 과연 어떨지? "당연히 진짜지 . 운석이 무거울 수도 있으니 이 밧줄을 갖고 가서 칭칭 묶어. 그럼 위에서 우리가 끌어 올릴테니까. 파우린의 말에 유한은 울상을 지었다. "다 , 단검은요? 돌 자루를 매단 밧줄을 끊을 건?" "맞다 . 그것도 줘야지." 그녀는 인벤에서 단검 하나를 꺼내더니 호수에 던졌다. 단검은 금세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녀가 유한에게 단검을 주지 않은 이유는 단순했다. "중간에 끊고 기어올를지 모르니까." "이러깁니까!" "닥치고 입수!" 세 여자가 한꺼번에 달려들더니 유한을 호수에 집어던졌다. 풍덩! 가스톤과 오펜은 무서운 세 여자들의 플레이를 말릴수 없었다. 말렸다간 같은 꼴이 될 것 같았다. '지그야 , 살아라.'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기도뿐이었다. '망할! 수영복 차림 좀 봤기로서니...' 돌 자루 덕분에 유한의 몸이 빠르게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투덜거리던 유한은 사방이 어두컴컴해짐을 느꼈다. 빛이 잘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깊은 물속인 것이다. '아직도 바닥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쯤 , 쿵 하는 느낌이 발목으로 전해져 왔다. 드디어 돌 자루가 바닥에 닿았다. 물 밑까지 도착한 것이다. '칼!' 유한은 서둘러 단검부터 찾았다. 이대로 밧줄을 끊지 못하면 졸지에 익사하게 된다. 다행히 파우린이 던진 단검은 손이 닿은 곳에 있었다. 돌 자루에 매인 밧줄을 끊은 유한은 연방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운석을 찾았다. 어찌 되었든 일단 바닥까지 왔으니 , 건져서 올라가는 게 낫지 않겠는가. '저건가?' 유한은 물 밑에서 번쩍이는 돌을 보았다. 흐린 빛을 흘리고 있는 돌은 한 아름은 족히 보였다. 손에 들고 수면까지 올라가기는 무리였기에 , 유한은 파우린이 쥐어 줬던 밧줄로 운석을 단단히 묵었다.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 그래도 어떻게든 작업을 끝마칠 수 있었다. 묶는 것이 끝나자 유한은 밧줄을 잡아당겨 건져올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숨이 막힙니다. 3뷴 안에 숨을 쉬지 않으면 HP가 빠르게 감소합니다. 마침 경고 안내창도 떳고 작업도 끝내기에 유한은 바로 몸을 날렸다. '자 , 이제 탈출...커억!' 막 수면 위로 부상하려던 유한은 갑자기 어둠 속에서 번쩍 떠진 눈을 보았다. 커다란 쟁반만 한 눈알의 주인이 누군지 금방 느낌이 왔다. 심연의 호수를 다스리는 괴수 네시. 그놈 말고 다른 놈은 거론할 수가 없었다. '젠장 , 망했다!' 유한은 정신없이 수면으로 솟아올랐다. 지금 그는 수영복 차림에 단검 하나 달랑 든 상태였다. 레벨 200은 족히 될 보스 급 몬스터를 상대할 상태가 아니었다. -HP가 감소합니다. 서둘러 숨을 시지 않으면 위험합니다. 유한은 필사적으로 손발을 놀렸다. 안내창 때문도 아니고 , 빠르게 닳아 가는 HP바 때문도 아니었다. 네시가 쫒아올 거라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푸핫!" 익사 일보 직적에 유한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 수 있었다. 서둘러 배 위로 올라온 그의 등을 동료들이 도닥여주었다. "수고했어 , 해낼 줄은 몰랐는걸." "대단해요 . 역시 지그 오빠의 생명력은 바퀴벌레와 동급!" "괜찮니?" 채린이 염려스런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까는 화가 나서 집어 던지긴 했지만 유한이 오랫동안 수면위로 올라 오지 않아 걱정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유한은 기뻐할 틈이 없었다. 지금은 다급히 닥쳐올 위기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모두 전투 준비해." "뭐라고?" "장비 갖추라고! 아님 우리 전부 죽어!" 유한의 고함이 끝나기 무섭게 요트가 크게 휘청했다. 갑자기 날라온 거대한 바위가 요트 옆에 떨어진 덕분이었다. 바위는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두번 , 세 번 계속 날아왔다. 세 번째 바위는 돗대를 하나 부수고 지나갔다. "뭐야? 대체 누구야?" 모두들 바위가 날라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거대한 호화 유람석 1척이 떠 있었다 언제 저런 게 나타났는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모두들 물 밑으로 들어간 유한에게 신경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랍쇼? 이건 또 뭐야?' 유한은 어이가 없었다. 네시가 공격해 올 거라 생각했는데 , 갑자기 웬 엉뚱한습격? 전투용 선박이 아니지잠ㄴ , 유람선에는 공석용 투석기 세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 주변에 있는 유저들은 재장전을 한답시고 지렛대를 당기고 , 바위를얹었다. 그러나 유람선은 재차 포격에 나서지 않았다. 그 대신 서로 얼굴을 마주 볼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하하하하핫! 놀라셨습니까?" "발리안 , 이 자식!" 유람선에는 발리안이 타고 있었다. 언제 보아도 밥맛인 녀석이었지만 , 지금 웃고 있는 모습을 보니 역겹기까지했다. 서둘러 무장을 갖춘 귀련이 발리안에게 도끼를 던지려 했다. 그러나 유람선에 타고 있던 레인보우 길드의 궁수들이 일제히 그녀를 향해 화살을 겨낭했다. "섣부른 행동 하지 마십이오 , 귀련 님. 이왕이면 안 죽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이 자식 , 이게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겠습니까? 저기 지그 님이 찾는 신의 광물을 가로채려는 것이지요." 역시 목적은 그것인 모양이다. 그러나 대체 저 녀석은 자신들이 여기서 신의 광물을 찾고 있는걸 어떻케 알았을까? 주위의 이목을 속이기 위해 나름 준비를 했는데 말이다. "후후후 , 내가 어떻케 알고 왔는지 궁금한 표정이군요. 실은 신의 광물을 손에 넣기 위해서 제가 인그에 감시용 아이템을 뿌려 놓았습니다. 사람도 많이 고용했지요." "이런 미친! 그럴 돈 있으면 철공소나 하나 더 짓지 왜 남한테 고추가루를 뿌리는 거야!" 유한은 기가 막혔다. 감시용 아이템을 뿌리고 , 저런 유람선을 동원하고 , 또 저만한 전투원을 고용하는 데 엄청난 돈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 돈을 남의 퀘스트를 방해하는 데 퍼붓다니! 역시 저놈은 사이코임에 분명했다. "하하핫! 남은 뼈 빠지게 일해서 모은 돈으로 철공소를 지었는데 , 누구는 퀘스트로 손귑게 해결한다는 게 어디 말이나 됩니까? "손쉽긴 뭐가 손쉬워 , 인마!" "아 , 닥치십시오. 닥치고 당장 이 수역에서 물러나십시오. 물에서 건져 낸 건 몽땅 이쪽에 넘겨주시고 말입니다." "시끄러! 어디서 해적...아니 , 수적질이야?" "응하지 않으면 전원 수장시켜 드리겠습니다. 업데이트 이후로 물에 빠져 죽으면 어떻케 되는지 아시지요?" 듣긴 들었다. 아이템의 일부를 소실한다고. 그렇게 잃어버린 아이템이 물고기가 꿀꺽하고 , 그 물고기를 잡은 유저가 횡재하게 된다. 하지만 그곳은 바다. 과연 호수에서도 그럴까? 그러나 배짱을 부리기엔 상황이 너무 불리했다. 발리안쪽이 배가 더 크고 전투 인원도 많았다. 투석기까지 있어 일행이 타고 있는 요트를 부수려고 작정한다면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제가 셋 설 때까지 결정하십시오. 하나 , 둘...." 발리안이 둘까지 셌을 때였다. 갑자기 거센 물보라가 일어나더니 배가 휘청했다. 유한 일행이 탄 보트는 뒤집어질 뻔하다가 간신리 중심을 잡았고 , 발리안의 거대한 유람선도 좌우로 흔들거렸다. 덕분에 갑판에 당당하게 서 있던 발리안은 넘어져서 불썽 사납게 엉덩방아를 찧어야 했다. "으윽! 대체 뭡니까!" "바 , 발리안 님 , 저길 보십쇼!" 발리안은 마법사의 떨리는 손끝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 보았다. 수면 위에는 굵고 긴 목을 내민 괴수가 있었다. 머리는 메기를 닮았지만 목은 드래곤에 가깝게 생겨 먹은 녀석 심연의 호수를 다스리는 괴수 네시였다. "퀘에에에에엑ㅡ!" 네시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자신의 안식을 깨운 인간들에 대한 분노였다. 제일 먼저 녀석을 깨운 것은 유한이지만 , 발리안 일당도 한몫 단단히 했다. 유한의 요트를 공격한다고 투석기를 쏘면 소란을 피운 게 결정적이었던 것이다. "고 ,공격! 어저 저 괴물을 죽이십시오!" 상대가 유저라면 어떻케 대화로 오해를 풀겠지만 , 상대는 몬스터 공격을 기다리기보다는 먼저 공격해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발리안의 명령에 레인보우 길드이 궁수들이 활을 쏘고 용병 유저들이 네시를 향해 투석기를 쏘았다. 마법사들도 필사적으로 마법탄을 날려 댔다. "파워 샷!" "파이어볼!" "퀘에에엑!" 발리안 일당은 선공에 네시가 주춤했지만 , 그래도 심연의 호수를 지배하는 괴수답게 쉽게 쓰러지지 않았다. 대신 입으로 독액 브레슬르 뿜어 대고 , 물보라를 입으켜 유람선을 뒤집으려고 했다. "으아앗! 이게 대체 뭔 난리야!"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게 생긴 유한일행은 배가뒤집어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감힘을 썻다 파우린이 키를 잡는 사이 , 채린은 서둘러 인벤에서 바람의 날개를 꺼냈다. "바람이여 , 우리르 뭍으로 인도해 다오!" 바람의 무녀 아르네스에게 받은 유니크 아이템 바람의 날개 바람을 부리는 힘을 가진 이 신기한 보석은 채린의 레빌이 올라가고 거듭 사용할수록 위력이 점점 더 강해져 갔다. 처음에는 공중에서 중심을 잡거나 바람을 타고 나는 정도밖에 할 수 없었지만 , 이제 화살을 유도하거나 근접해 온 몬스터를 날려버리는 위력적인 힘을 보여 주었다. 휘이잉! 거세게 불어온 바람이 유한 일행이 탄 요트를 밀어 보냈다. 덕분에 요트는 전투 지역에서 벗어나 가까운 섬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배의 속도가 일행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발리안의 공격으로 돗 하나가 부러져 버린 탓이다. "더 빨리! 더 빨리 밀어줘!" 채린은 연방 바람을 재촉했다. "퀘엑?" 네시는 달아나는 유한 일행이 탄 배를 슬쩍 돌아보았다. 그러나 녀석은 그들에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아직도 자신의 공격에 상당수 살아남은 발리안 일당이 공격을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으! 갑자기 어째서 이런 괴물이!" 발리안은 발을 동동 굴렀다. 이미 갑판에 있던 전투원의 절반 이상이 죽었다. 배 위에서는 독액 브레스를 피할 공간은 한정돼 있고 , 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공격 성공룰도 많이 떨어졌다. 그래서 네시를 한 번이라도 잡아 본 유저들은 수면 위에서 녀석과 상대하지 않은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생산직인 발리안이 알 리 없었고 , 그가 부리는 용병 유저들도 네시와 싸워 본 경험이 없는 자들이었다. "어 , 사라졌네?" 갑자기 네시가 발리안 일당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HP가 많이 떨어졌던데 , 견디지 못해서 도망가 버린 것일까? 그런 생각에 안도의 숨을 쉬고 있던 그들에게 재앙이 닥쳐왔다. 으드득! 와지끈! "아이고오!" 네시는 도망간 게 아니었다. 배 밑으로 들어간 네시는 솟구쳐 오르면 유람선을 들이받았다. 용골이 부러지면 배가 둘로 뚝 쪼개졌다. 아우성치는 유저들이 수면 위로 자갈처럼 떨어졌다. 그때부터 네시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네시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유저들을 지느러미로 쳐 날려 버리거나 입으로 물어 죽였다. 그리고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일부러 물 밑으로 끌고 들어가 질식시켜 죽이기도 했다. "으악! 살려 줘!" 판자 조각하나를 붙들고 허우적거리던 발리안도 네시 입에 물려 물 밑으로 끌려 들어갔다. 발리안 일당의 희생(?)에 힘입어 유한 일행은 무사히 근처의 섬에 도착했다. 꽤나 넓지만 인적이 없는 게 아무도 살지 않은 무인도 같았다. 서둘러 땅으로 올라온 일행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세상에 , 갑자기 필드 보스가 나타나다니..." "그러게 말이에요." 일단 생존을 쟁취하자 , 일행은 다음 건에 관심이 갔다. "그런데 운석은?" 분명 자신들은 우넛ㄱ을 건져 올리던 중이었다. 그러나 중간에 발리안이 나타나 훼방을 놓았고 , 네시의 등장 때문에 신경도 못 쓰고 도망을 쳐야 했다. "훗! 신의 광물은 여기 있지!" 유한은 어깨 위의 짐을 일행에게 보여 주었다. 한 아름이나 되는 은빛 바위를 짊어진 유한의 눈앞에 안내창이 스르륵 나타났다. -신의 광물을 입수했습니다. 구센도르프에게 갖고 가 보상을 받으십시오. "아니 , 대체 어느 틈에?" "챙길 건 챙겨야죠." 조금 전 다급 상황에서도 , 유한은 운석을 건져 올렸다.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왔던가 . 아무리 상황이 급하고 혼란스럽다 해도 이대로 두고 가기에는 아까웠다. 그래서 유한은 ㄱ회를 탐다 끌어 올렸고 이렇게 가져온 것이다. "하여간 지그 오빠는 악착같다니까요." "공부를 그렇게 하면 전국 수석도....으아아악!" 오펜이 말을 하다 말고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다른 이행들도 마찬가지였다. "크웨에에에!" 유한은 땅에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를 보았다. 돌아봄 안되나 싶었지만 ,결국 돌아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섬에 상륙하신 호수의 제왕 네시를 "퀘에에에!" "엄마야!" 네시의 입에서 독액 브레스가 쏟아지자 , 근방의 촘고이 순식간에 시커멓게 타 버렸다. 일행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 사방으로 흩어진 일행중에서도 세는 유독 유한만을 노리면 엉긍엉금 쫒아갔다. "악! 왜 날 쫒아오는 거야! 정신없이 도망치던 유한은 그만 들고 뛰던 운석을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러자 네시는 달아나는 유한은 안중에 두지 않고 운석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녀석은 떨어진 운석을 이빨로 살짝 집어 들었다. "이 자식아 ! 그건 내 거야!" 도망치던 유한이 되돌와와 네시에게 덤볐다. 놈이 노리는 것이 신의 광물이라는 것을 알았다.그러나 그것을 내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벗었다. 제대로 장비를 갖춘 유한은 들고 있던 마이티소드를 네세의 콧구머에 푹 밀어 넣었다. 여린 콧구멍이 찔린 네시는 물고 있던 운석을 떨터트리고 말았다. "퀘엑!" 네시가 또다시 독액을 뿜으려는지 , 목을 부풀렸다. 그러나 바람같이 달려온 파우린이 장창으로 녀석을 목을 찔렀다. "누님!" "이놈은 땅에서 둔해! 버벅거릴 때 해치워 버려!" 그녀는 율리아 계곡에 머물면서 종종 네시를 사냥하는걸 구경했다. 네시는 메기의 머리에 드래곤의 목 , 거북의 몸통에 꼬리와 발 대신 지느러미를 가진 괴물이었다. 물에서는 무적의 존재지만 , 육상에선 제 힘을 온전히 쓰지 못했다. 그래서 네시 전문 사냥꾼들은 놈을 항상 육지로 끌고와서 잡곤 했다. '그러고 보니 바츠 적게 녀석을 잡았을 때도.....' 땅 위에서 잡았지 , 물 위에서 잡은 것은 아니다. 유한은 녀석의 이빨과 독액에 주의하며 놈의 몽 이곳저곳을 찔렀다. 등판이 거북이처럼 딱딱하긴 했지만 , 그 외에 비늘로 덮인 곳은 찌를 만했다. "우리도 거들게!" 흩어졌던 동료들도 제대로 무구를 갖추고 돌아와 네시를 공격했다. "파워 샷! 트리플 샷!" "파이어 레인!" 채린과 오펜이 공격을 퍼붓는 사이 , 가스톤이 용감하게 놈의 등으로 올라갔다. "발파!" "퀘에엑!" 가스톤 특유의 발파 스킬은 네시의 딱딱한 등판을 사정없이 깨부쉈다. 유한의 파우린이 이어서 달려들어 가스톤이 터트린 등판에 칼과 창을 찔러 넣었다. "힐링! 스트랭스!" 에이린은 부지런히 동료들을 살피며 힐과 버프를 공급했다. 모두가 필사적이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네시에게 당하는 건 둘째 치고 , 겨우 건져 낸 신의 광물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6명으로 벅차디는 걸 알면서도 그들은 있는 힘을 모두 짜내어 공격을 퍼부었다 "퀘에엑!" 네시는 견딜 수가 없었다. 조금 전 발리안 일당과의 전투에서 피를 적지 않게 흘렸다. 그런 상황에서 여섯인간들이 악다구니처럼 달려들었다. 한 번에 쓸어버리고 싶지만 , 지상에서는 특기인 물보라를 일으킬 수도 없고 , 몸통 무딪치기를 하기도 어려웠다. 그리고 독액 브레스도 무한하지 않았다. 결국 네시는 호수로 고개를 돌렸다. 달아나려 했지만 , 이 피라니아 같은 인간들은 그를 보내 주지 않았다. 도망갈 기미를 보이자 , 지느러미부터 마구 찌르고 베고 지져 댔다 "키에에에엑!" 구슬픈 울음을 흘리면 네시의 목이 축 늘어졌다. 동시에 유한의 눈앞에 안내창이 번쩍 떠올랐다. -경험치 6 ,000을 얻엇습니다. -레벨 145가 되엇습니다. 힘이 1 올랏습니다 지식이 1 올랏습니다. -네시의 비늘을 얻었습니다. -섬광의 레이피어를 얻었습니다. -스나이퍼의 활을 얻었..... "우와 대박 득템이다!" 다들 입이 귀밑까지 벌어졌다. 네시가 꽤 많은 아이템을 내뱉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스 몹답게 경험치를 많이 줬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옛말을 전혀 틀리지 않았다. 신의 광물도 손에 넣고 대박도 터트린 일행은 한참 동안 그자리에서 환호성을 질렀다. 8.크리스마스 이벤트 한동안 기쁨에 날뛰던 유한 일행은 네시가 떨어트린 아이템들을 회수하면 감정에 들어갔다. [네시의 비늘] 설명: 네시의 아가미를 덮고 있던 비늘 , 잠수할 때 이것을 입에 물면 물속에서도 숨을 쉴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아가미 비늘이었다. 물속에서도 마음대로 숨 쉴 수 있게 하는 레어 아이템 '이걸 입수한 다음에 운석을 건지는 게 정서적인 순서였나?' 유한은 어쩐지 그랬을 것 같다고 생각되었지만 ,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방법이야 달랐지만 어쨋든 운석을 손에 넣는 것에 성공했으니까. "이상하네 , 네시가 스나이퍼의 활도 주던가?" "우와! 이것 보세요 . 성령의 묵주에요." "이건 저주받은 기사의 갑옷 같은데?" 네시가 뱉은 아이템 중에는 엉뚱한 것들도 끼여 있었다. 접누 네시가 준다고 알려지지 않았던 아이템과 무구들 그 이유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섬광의 레이피어의 검면에 '발리안' 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이건 아까 우리를 공격했던 사람들 거란 말인데...." "네시한테 당했나 보군요." 일행의 대박은 발리안 일당 덕분이었다. 그들이 네시의 피를 깍아 먹지 않았다면 유한 일행은 네시를 잡지 못했을 수도. 그러나 누구도 그들을 위해 애도하거나 고마워하지는 않았다. "일단 일을 다 끝마쳤으니 돌아가자고." 모두들 아이템을 분배해서 인벤에 집어 넣었다. 넉넉하게 채워진 인벤을 보자니 먹지도 않았는데 포만감이 느껴졌다. 유한 일행은 요트를 타고 무인도를 떠났다. 그들이 휴양지로 부두로 돌아오자 요트 주인은 펄펄 뛰었다. 멀쩡히 대여해 준 배의 돗대가 부러졌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러나 유한이 득템한 아이템 중 비싸 보이는 것을 하나 찔러 주자 언제 그랬냐는 듯 공손한 태도로 돌아갔다. "돗대 부러진 건 미안하게 됐습니다. 네시가 덤벼서요." "네 , 네시를 만났단 말입니까!" 필드 보스를 만났다고 하니 주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행히 놈을 쓰러트릴 수 있었습니다." "네시를 물 위에서 죽였다고요!" 유한이 둘러댄 말에 살이 붙어 만들어진 소문은 순식간에 휴양지 거리에 퍼져 나갔다. 배 타고 놀러갔던 사람들이 네시를 때려잡았다고 하니 , 유저들의 놀람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뭐? 물 위에서 네시를 잡은 사람이 있어?" "그것도 딸랑 여섯 명이서 조각배 타고 잡았단다." "헐!그 님들 대체 레벨이 얼마임?" 수많은 유저들이 진실을 모르고 떠들어 대는 사이, 논란의 주인공인 유한 일행은 귀련의 벌장으로 돌아갔다. 운석을 다른 사람ㄷ르의 눈에 띄지 않게 옮긴 것은 물론이다. 도착하자마자 파우린은 본캐인 명장 귀련으로 되돌아 갔다. 이제부터 시작해야 할 작업이 있기 때문이다. "자, 동생. 이제 방띵할 시간이야." "그러지요." 유한은 운석에 정을 대고 망치로 때렸다. 망치로 몇 번 두들기자 운석은 두 조각으로 쪼개졌다. '혹시 모르니까......,' 유한은 퀘스트창을 떠올려 보았다. 자칫 운석을 쪼갠 것 때문에 구센도르프의 퀘스트 조건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흐흐,그럼 이거 조금만 가져다줘도 되는 건가?' 생각해 보면,구센도르프는 광물을 갖고 오라고 했지,'얼마큼' 가지고 오라고는 안했다. 사악한 유한은 구센도르프에게는 자갈만큼만 떼 주고,나머지는 자신이 몽땅 챙기기로 마음 먹었다. '이제 누님도 약속을 지키셔야죠?" "그래, 신의 광물을 제련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지." 귀련은 예전에 드워프의 지하 도시 유적에서 얻은 비전서를 꺼냈다. 그것을 유한에게 보여 준 그녀는 직접 운석의 일부를 떼 내서 제련 작업을 했다. "일단은 가루가 될 정도로 빻아서....," 귀련은 운석을 곱게 가루로 만들고, 그 가루를 미리 준비해 둔 광천수(鑛泉水)에 넣었다. 불순물은 광천수 밑바닥에 가라앉았고, 운석의 주성분들은 광천수와 반응하여 하얀 결정을 이루기 시작했다. "오!이것이 신의 광물인가?" "우와, 예쁘다!" 유한은 물론이고 일행 모두가 귀련이 제련하는 광물에 시선을 집중했다. 귀련은 완성된 결정을 꺼내 다시 고로에 녹였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가 뻘건 쇳물이 흘러내렸다. 귀련이 그 쇳물을 틀에 받아 식히자 은빛의 반투명한 금속이 만들어 졌다. 유한은 제련된 금속에 손을 대어 확인해 보았다. [스타레이] 설명:신의 광물을 제련해 얻을 숭 있는 천상의 금속. 지상에서는 절대 얻을 수 없는 희귀 자원이다. "근데 이걸 어디에 쓰나요?" 에이린의 물음에 유한은 물론이고 귀련도 응답하지 못했다. 이 금속을 제련하는 것은 드워프 비전이고 , 드워프가 뭔가 만들 때 이 금속을 사용한다는 것만 추측할 수 있을 뿐이지 자세한 쓰임새는 그들도 몰랐다. "그 , 글쎄 무구 만든느데 쓰지 않을까?" "드워프가 환장하며 찾는 거니까 고급 무기를 만들 때 쓰이겠지." 적당히 둘러댄 두 사람이었다. 귀련은 재빨리 유한에게 궛속말을 보냈다. -구센도르프인지 , 굳센돌이이인지한테 가거든 어드 쓰나 물어봐. 그리고 알아내면 나에게도 알려 줘. -알겠습니다 , 누님 . 알아내면 곧장 알려 드리죠. 안 그래도 유한도 그러려고 마음먹고 있던 중이었다. 아무리 유니크 아이템이라도 쓸모가 없다면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법이까. 유한은 곧장 떠날 준비를 했다. 동료들이 올 때 타고 온 기구가 있기에 그것을 타고 노스아크로 가면 되었다. "덕분에 재미나게 놀았어. 언제 다시 기회가 되면 또 만나서 모험을 즐겨 보자." "예 , 조만간 다시 만났으면 좋겠네요." 유한은 귀련과 악수를 나누고 기구에 올랐다. 뜨거운 공기를 머금은 기구가 하늘로 오르자 귀련은 손을 흔들어 환송했다. "잘 가. 먼 길 조심하고." "안녕히 계세요." 유한 일행은 귀련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기구는 순풍을 타고 북쪽으로 떠났다. 시끌벅적했던 율리아 계곡을 뒤로하고서. 노스아크의 수도 베르겐에 도착한 유한은 곧장 구센도르프를 찾아갔다. 그를 기억하고 있는지 구센도르프는 반갑게 맞아 주었다 "어때? 고생은 실컷 했나?" 말해는 투로 봐서 구센도르프는 유한이 실패했을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유한이 자갈만한 운석 조각을 꺼내 들자 영 딴판으로 변했다. "그 , 그 , 그건 신의 광물!" "말씀하신 대로 고생 실컷 했습니다. 그래도 요만한 놈을 하나 건질 수 있었죠." 구센도르프는 유한이 던진 운석 조각을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그의 손에 신의 광물이 들어가자 곧장 유한의 눈앞에 퀘스트 완료를 알리는 안내창이 떠올랐다. -구센도르프의 의뢰 퀘스트를 완료했습니다. -경험치 2,000을 얻었습니다. -명성 500 올랐습니다. -수동 선반 , 용접기 , 절단기 , 풍력 드릴 , 증기 프레스를 얻을 수 있습니다. "수고했네 , 정말 해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네." "약속대로 공작기계들은 공짜로 주시는 거지요?" "암! 주지! 주지말고!" 이렇게 좋아하는 구센도르프를 보자니 , 유한은 새삼 신의 광물이 무엇에 쓰이는지 궁금해졌다. 신의 광물을 제련해 얻는 스타레이. 과연 드워프들은 그것을 어디에 사용하는 것일까? "여기 주소를 적어 주게 . 그럼 내가 기계들을 그쪽으로 바로 배송해 주지 . 아차 , 이런! 사용법이 적힌 책자를 잊을 뻔했군." -공작 기계 사용 설명서를 얻었습니다. 책을 다 읽으면 사용법을 터득할 수 있고 , 익숙해지면 해당 공작기계를 다루는 스킬들을 습득하게 됩니다. "설명은 물론 그림까지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배우는데 크게 문제는 없을 걸세." 유한에게 책을 건네준 구센도르프는 곧장 돌아섰다. 신의 광물을 얻었으니 전해져 온 비전을 한번 시험해보려는 모양이다. 그런 그를 유한이 붙들었다. "왜 그러는가? 나랑 볼일은 다 끝났을 텐데?" "하나 궁금한 게 있어서요. 신의 광물이란 거 대체 어디에 쓰는 겁니까?" "알아서 뭘 하겠나? 자네에겐 인연이 없는 물건인데." 구센도르프의 얼굴엔 얕보는 기색이 역력했다. 아마 유한이 더 큰 운석 덩어리를 갖고 있고 , 제련법까지 익히고 있는 것을 알면 그런 표정을 짖지 못할 것이다. "인연은 없겠지만 궁금해서요. 그걸 제련해서 합금에 쓰는 겁니까? 검이나 방어구에 섞어 넣나요?" "후후후, 이래서 인간은 안 된다는 거지. 어떻게든 치고 받고 싸우는 용도로밖에 만드려고 하지 않으니." "무구를 만드는 게 아닙니까?" 구센도르프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그런 데 쓰는 게 아니야. 이건 보다 건설적인 데 사용하는 거란 말이야. 우리 드워프들의 한을 풀고 열망을 이루어 줄....." "그게 대체 뭡니까?" 유한이 계속 꼬치꼬치 물어보자 , 구센도르프는 인상을 쓰면서 그를 가게 밖으로 몰아냈다. "더 이상 말해 줄 수 없어! 나도 잘 모르는 데다가 연구중이야! 알고 있는 것도 남에게 알려 줄 순 없다고!" 순식간에 내몰린 유한은 가게 문을 두들기며 구센도르프를 불러 봤지만 , 그는 전혀 응답하지 않았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채린이 유한의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왜 그래? 기계를 그냥 떼먹힌 거야?" "아니 , 그건 아니고 다른 거야." 아무래도 스타레이의 비밀을 푸는 건 다음을 기약해야 할 것 같았다. 구센도르프의 태도로 보건대 , 다른 드워프들도 쉽게 가르쳐 줄 것 같지 않고. '갈리라면 가르쳐 줬을까?' 자신을 조수로 삼아 이것저것 가르쳐 줬던 드워프 갈리. 인간에게 기술을 공개하고 , 동일한 조건에서 서로 경쟁을 펼쳐야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그라면 스트라이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 줬을지 모른다. 그러나 갈리는 메카 드래곤 사건 이후로 사라져 버렸다. 어디로 갔는지 종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아니 살짝 의심나는 곳이 한 군데 있긴 하지만..... "뭘 생각해?" "아니 , 별거 아냐." 유한의 의심나는 곳에 대한 약간의 미련을 버렸다. 그곳에 갈리가 있다 해도 자신은 그와 만날 수 없다. 다른 계기가 생기지 않는 이상은. 구센도르프의 의뢰를 끝낸 유한은 곧장 케이트 산맥의 대장간으로 돌아왔다. 대장간 주변에는 목재라든가 , 벽돌 같은 자재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송코에게 증축할 준비를 해 놓으라고 했는데 , 착실히 잘 준비해 놓은 모양이다. "잘 갔다 왔어?" "예 , 그런데 이분은?" 유한은 송코 옆에 있는 안경 쓴 노신사를 바라보았다. 이미 송코에게 들은 것이 있어 누군지 추측은 할 수 있었다. "우리 학교 교수님이셔." "아비지라고 하네 , 여기 흥수...아니 , 송코에게 지그군 이야길 많이 들었어. 꽤 실력 있는 대장장이라며?" 유한은 아비지가 건네는 손을 잡으며 고개를 숙였다. "예 , 아버지 님 . 저도 만나서 반갑습니다." "하핫 , 아버지가 아니라 아비지일세 삼국시대 때 황룡사 9층 목탑을 지은 백제의 목수 이름을 땃지." 송코의 말로는 현실에서도 건축학을 가르치는 교수라고 하는데 , 게임 세계에서도 목수로 제법 한 실력 발휘하고 있는 모양이다. 유한은 아비지의 이름 앞에 있는 '대목' 이란 칭호에 계속 눈길이 갔다. "철공소를 짓는다지? 그래 , 기계들은 사 두었나?" "배송해 준다던데.....아 , 저기 오고 있네요." 때맞춰 NPC 운송업자가 유한의 기계들을 가지고 왔다. 커다란 5개의 나무 상자에는 노스아크의 구센도르프가 보냈다는 직인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흠 , 그래 . 이제 기계도 도착했으니 철공소를 한번 지어 볼까?" 사실 아비지는 서둘러 건물을 지을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한다. 기계 설비에 맞는 공간을 생각하고 짓기 위함이고 , 작업 라인에 맞춰 철공소의 구조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직접 기계를 보지 못한 그로서 섣불리 일을 진행할 수가 없었다. "이게 수동 선반인가?" "증기 프레스. 이제 이걸로 무구를 막 찍어 만들 수 있겠네." 언제 접속했는지 , 리지스가 찾아봐 공작기계들을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야말로 돈을 벌어 줄 복덩이들이 아닌가. "좋아 , 공작 기계는 이런 순서로 배치해서 작업 라인을 구축하면 된다 생각하는데 , 지그 군은 어찌 보나?" "예 , 그러면 저도 편할 것 같네요." "최종 결정이 되자 아비지는 철공소의 설계도를 작성하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최종 결정이 되자 아비지는 철공소의 설계도를 작성하고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철공소는 원래 대장간 건물과 이어지게 짓기로 했고, 기존의 건물도 이왕에 싹 탈바꿈하기로 했다. 제법 돈이 들어가는 일이었지만, 유한은 즐겁게 투자할 수 있었다. 공작기계를 사려고 모았던 돈이 굳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지만. "어이, 거기! 기둥 똑바로 박아! 비스듬하잖아!" "누가 거기 벽돌을 쌓으랬나! 거긴 창문 자리야!" "그쪽에 마감이 소홀하잖나!" 며칠 동안 아비지의 호통 소리가 대장간 주변에 울려 퍼졌다. 그의 휘하 목수 NPX들은 연방 구슬땀을 흘렸고, 송코도 교수님 눈살에 부지런히 오가며 벽돌을 쌓고, 회칠을 했다. 그사이 유한은 공작기계 사용법을 익혔다. 공작기계 사용 설명서를 펼쳐 들자 빛과 함께 책장들이 파라락 넘어갔다. -수동 선반 사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용접기 사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절단기 사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풍력 드릴 사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기 프레스의 사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용법을 숙지한 유한은 공작기계들을 하나하나 조작해 보았다. '오오! 홈을 파는 게 이리 쉽다니!' 유한은 한 번에 매끈하게 깎인 쇳덩이를 보며 연방 감탄했다. 예전엔 홈을 파고 깎다 보면 다소 빗나가거나 깊게 파여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었는데, 선반을 비롯해 여러 공작기계들을 가지고 작업을 하니 오차와 실패가 훨씬 줄어들었자. 예전엔 낑깅대며 철판에 구멍을 뚫던 일도 풍력 드릴 한 방에 간단히 해결되었다. 두꺼운 철판도 증기 프레스를 사용하니 보다 다양한 모양을 찍어 내고 자를 수 있었다. 그렇게 유한이 시험적으로 몇 차례 기계를 만져 보는 사이 시간이 흘러 철공소가 완공되었다. "오! 대단한데!" "정말 번듯해 보여." "이건 공방이 아니라 공장이야, 공장!" 지그 대장간의 단골 유저들은 철공소의 모습에 입을 떡 벌렸다. 통나무로 얼기설기 지었던 대장간은 온데간데없고, 하얗게 회를 바른 청색 지붕의 커다란 건물들이 그들 앞에 서 있었다. '아아, 진짜 공장 사장이 된 기분이다.' 유한은 뭐라 자세히 말하기 어려운 뿌듯한 기분을 느꼈다. 커다란 철공소 입구에 걸린 '지그 철공소'라는 청동현판이 그를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다. 철공소 입구에 색종이 테이프들이 가로로 걸려 있었다. 아비지는 유한에게 가위를 건네주었다. 유한은 TV에서 봤던 대로 가위로 테이프를 자르며 지그 철공소의 개업을 알렸다. 펑! 퍼퍼펑! "축하합니다, 지그 님." "지그 오빠, 축하요!" 폭죽이 터지고, 주변에서 단골들과 동료들의 축하 인사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게임 시스템도 팡파르를 울리며 유한을 축하해 주었다. -축하합니다, 지그 님. [사장] 칭호를 얻으셨습니다. 입이 함지막만하게 벌어졌던 유한은 포포가 철공소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삐이! 삐이!" 티쳐스 사건 이후로 곰만 한 덩치가 된 포포는 이전보다 먹성이 더 좋아진 상태였다. 녀석은 신기하게 생긴 쇳덩이를 보고 연방 침을 흘렸다. "야, 인마. 스토오오-옵!" 기겁한 유한이 포포에게 달려가는 장면은 그날 공식 홈페이지에서 최고의 코믹 스크린샷으로 선정되었다. 하마터면 개업과 동시에 폐업을 맞을 뻔한 지그 철공소는 다음 날부터 본격적인 생산 작업에 들어갔다. 예전의 대장간 자리는 '제련방'으로 개칭되었고, 생산과 수리 작업은 공작기계가 들어서 철공소에서 이루어졌다. 유한의 개인 작업실도 고스란히 남았고, 그 옆에 '사장실'과 '사장 숙소'라는 새로운 공간이 생겼다. NPC들의 숙소와 자재 창고도 깔끔하게 개조되었고, 그밖에 손님 대기실 같은 공간들도 새로이 생겼다. 더불어 리지스가 만든 가게도 철공소에 걸맞게 '직판장'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바뀌었다. "근데 생산량은 왜 이 모양이냐고?" 철공소가 완공된 지 사흘. 리지스가 유한을 찾아와 투덜거렸다. 무구를 산더미같이 쏟아 낼 것이라는 그녀의 예상과 달리 철공소의 초기의 생산량은 이전과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NPC 일꾼들은 공작기계를 '사장님이 다루는 신물'이라 여기고 감히 손을 대려 하지 않았다. 유한은 부지런히 사용하고 있지만, 아직 익숙해지지는 못한 상태였다. "곧 나아질 테니 좀 기다리고 있어." "언제쯤? 경쟁 업체들이 수두룩해졌을 때?" "으이그, 하여간 성질도....." 공작기계는 단순히 사용할 줄 안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이 아니다. 그 기계가 가진 기능들을 숙지하고 응용할 줄 알아야 비로소 익숙해졌다 할 수 있는 것이다. "됐다! 이젠 쓰는 법을 제대로 알겠어!" 유한이 몇 가지 기능들을 응용해서 시계 부품들을 만들어 내자 반가운 효과음과 함께 안내창이 떠올랐다. [엔제니어] 칭호를 얻었습니다. 공작기계를 다루는 스킬들을 습득하게 됩니다. [선반 가공] 스킬을 익혔습니다. 선반으로 다양한 아이템을 제작 할 수 있게 됩니다. [용접] 스킬을 익혔습니다. 금속을 보다 쉽고 빠르게 붙일 수 있습니다. [절단] 스킬을 익혔습니다. 두꺼운 철판을 자를 수 있게 됩니다. [천공] 스킬을 익혔습니다. 구멍을 뚫거나 팔 수 있습니다. [압력 가공] 스킬을 익혔습니다. 금속을 손쉽게 누르거나 가공할 수 있게 됩니다. "호오, 이제 대장장이에서 엔지니어가 된 건가?" 새로운 칭호와 함께 각 공작기계와 관련된 스킬들을 배우자, 어쩐지 신분이 상승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더구나 대장장이보다 엔지니어 쪽이 어감이 더 좋지 않은가. "사장님, 편지가 왔습니다." 일꾼들이 유한을 부르는 호칭도 바뀌었다. 예전엔 그저 지그 님 정도로 불렀는데, 이제 확실히 사장님이라고 불러 주고 있었다. '음홧홧홧!" 확실히 이런 맛에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유한은 흐뭇한 기분으로 일꾼이 가지고 온 편지를 읽어 보았다. 지그 님께, 안녕하십니까, 저 상인 홉스입니다. 편지를 드린 것은 다름이 아니라 지그 님의 철공소 개업을 축하드림과 동시에 한 가지 상품을 제작 의뢰하기 위함입니다. 요새 많은 사람들이 제가 모르는 성인(聖人)의 탄생을 기념한다며 나무에 여러 가지 장식을 달아 꾸미고 있습니다.그것을 크리스마스트리라고 부르더군요. 트리 장식을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는지라, 제작 의뢰를 요청합니다. 황동으로 된 별과 작은 종을 각각 300개씩 만들어 주십시오. 사례는 톡톡히 하겠습니다. 서둘러 주시기를 청하며 이만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항상 건강히 지내시킬 바랍니다. -홉스가. "크리스마스라....." 그러고 보면 매년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벌어졌다. 샅나 NPC가 나타나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기도 하고, 선물 배달을 부탁하기도 했다. 구세군 NPC도 등장해서 불우이웃 돕기 성금도 받았다. 그것도 게임 머니가 아닌 ARS 요금으로다가. -홉스의 의뢰를 받아들이겠습니까? 유한은 당연히 수락했다. 별로 어려워 보이는 일이 아니었다. 주물 스킬이나 새로 입수한 공작기계들을 쓰면 간단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퀘스트보다 유한의 신경이 쓰이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러고 보니 실제로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잖아.'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바츠로 던전을 누비고 있었다. 바깥세상에는 캐롤이 울리고, 커플들이 솔로로 승천한 예수님을 모독하는 행태를 보였지만, 유한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크리스마스는 달랐다. 어쩐지 캡슐이나 방 안에 들어앉아 있긴 싫었다. 예전과는 좀 달라지고 싶었다. 이제 더 이상 자신은 바츠가 아니니 말이다. 유한은 잠시 게임을 종료하고 캡슐 밖으로 나왔다. 밖에 나와서 달력을 본 그는 지갑을 살짝 살펴봤다가 책상 위에 한 자리 차지한 돼지 저금통으로 고개를 돌렸다. 잔돈뿐이었지만, 그래도 중학교 때부터 조금씩 모아서 제법 묵직한 무게를 자랑하고 있었다. "흐음, 돼지를 잡으면 되겠군." 누구를 위해 잡아야 할지는 이미 결정해 두었다. "어머, 눈이 오네." 채린은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제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없을 것이라고 웃음 짓던 기상 캐스터의 말과는 전혀 달랐다. 이브 저녁부터 함박눈이 내리는 걸 봐서 이번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 틀림없다. "밖에 나가니?" 외출 준비를 하는 채린을 보고 어머니가 상냥하게 물었다. 이어지는 채린의 말에 신문을 보던 송태수의 귀가 쫑긋했다. "네, 친구가 영화 보여 준댔어요." "그래? 잘 다녀오려무나." "잠깐!" 나가려는 채린을 송태수가 불러 세웠다. 그는 채린의 손에 손바닥만 한 길이의 금속봉을 쥐어 주었다. "이게 뭐예요, 아빠? 크리스마스 선물?" "어흠, 만약에 누가 너에게 치근덕대면 그 삼단봉을 늘여서 그냥 머리통을 후려갈.....커억!"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호신용 삼단봉은 채린의 손에서 어머니의 손에 넘어가 있었다. 삼단봉을 펴서 남편의 옆구리를 질러 버린 그녀의 동작은 그야말로 전광석화 그 자체. 극기도 창시자를 잡고 사는 채린의 어머니 황 여사는 세상이 모르는 은거고수였다. "다녀오렴, 너무 늦지 말고." "갔다 올게요." 집 밖을 나선 채린은 버스를 타고 시내에 도착했다. 크리스마스 이브답게 시내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사방에 캐롤송이 울려 퍼졌다. 채린은 약속한 장소로 갔다. 커다란 트리가 세워진 중심부로 가니 까만 코트를 걸친 유한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쭈, 강유한, 제법 모양이 나는걸?' 저번에 드림맥스 리셉션 때도 생각했지만, 유한은 다시 만났을 때 보다 더 듬직해져있었다. 7년 만에 대면했을 땐 바람에라도 날아갈 것같이 비리비리했는데, 그사이 키도 제법 큰 것 같고 등이나 어깨도 넓어진 것 같았다. 근육도 탄탄해진 듯. '일 년도 안 됐는데..... 운동이라도 하는 건가?' 채린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유한이 아버지의 도장에 나와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는 사실을. 유한은 최근 극기도 도장에 하루도 빠짐없이 나가고 있었다. 김필중 일당을 박살 내고 나서 자신의 레벨 업을 실감하자, 더욱 실력을 높이는 일에 치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 상대인 정현일에 대한 준비도 준비지만, 현실에서의 레벨 업을 즐기고 있다고나 할까. "왔어?" "응, 조금 늦었지?" "괜찮아. 영화 시간까진 아직 남았으니까." 두 사람은 나란히 극장으로 걸어갔다. 극장 앞에 도착한 채린은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극장 외벽에 붙은 신작 간판을 보았기 때문이다. '28년 후' 라는 제목의 영화 간판은 음침하고 핏빛 어린 분위기였고, 반쯤 썩은 좀비가 누런 이빨을 씨익 내밀고 있었다. 유한을 바라보는 채린의 눈빛이 가늘어졌다. "야, 걍유한. 설마 저건 아니겠지?" "걱정 마. 우리가 볼 건 '골든 메이지' 니까." 옛날 유명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국산 판타지 영화. 영화표까지 보여 준 뒤에야 채린은 안심하고 극장으로 들어갔다. '녀석, 아직도 저런 거 무서워하네.' 피식 웃은 유한은 채린을 따라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좀 떨어진 곳에서 두 남자가 자신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유한은 그들의 감시를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만큼 그들은 프로였다. "여친이랑 데이트라.....팔자 좋구만. 지금 자기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고." 두 남자 중에 키가 좀 작은 남자가 투덜거렸다. "어떻게 할까요? 따라 들어갑니까?" "걱정 마. 극장 안에서는 놈들도 손을 쓰지 못할 테니까." 상부의 지시 때문이라지만, 마음 같아선 유한이 확 당해 버렸으면 싶은 것이 두 사람의 진심이었다. 날도 날이었고, 날씨도 참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망할 놈의 허연 똥덩이 같으니라구." 이브에 외로움을 타는 두 감시자는 담배를 씹듯이 입에 물었다. 2시간 후, 채린과 유한은 극장을 나왔다. 여전히 영화 속의 활극에 취해 있는 채린은 아이처럼 얼굴이 상기되어 있었다. "주인공 너무 엇있지 않았어? 나도 차라리 마법사 캐릭터를 할 걸 그랬어." "마법사라.....여 마법사 좋지." 유한은 노출과 방어도가 반비례하ㅡㄴ 여 마법사의 의상을 떠올렸다. 그걸 채린이 입은 모습을 생각하니 괜히 입끝이 씨익 말려 올라갔다. "뭐야, 너 또 이상한 생각 했지?" "아무것도 아니야." "아니긴 뭐가 아니야. 저번에 나 수영복 입은 거 훔쳐보던 표정과 똑같은데!" "큭!" 채린이 부츠 굽으로 유한의 발등을 꾹 밝았다. 현실에서만 실감할 수 있는 생생한 곹ㅇ에 유한의 얼굴이 뻘겋게 달아올랐다. "아무튼 고마워. 친구란 것들이 죄다 애인이랑 데이트한다고 오늘 심심하게 보낼 뻔했거든." "하하, 의리 없는 친구들이네." "그래도 한 사람은 의리를 지켜 줘서 고맙지, 뭐." 의리인가. 유한은 조금 씁쓸한 기분을 느꼈다. 사실 예전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도 충분했지만, 어쩐지 아쉽고 섭섭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인간이란 욕심이 많은 동물이라더니, 그 말이 딱 맞았다. 가지면 좀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어 한다. 돈뿐만 아니고 사람의 마음까지. "뭐, 의리 그 이상이면 더 고맙고." 채린이 싱긋이 웃으며 말하자, 유한의 마음이 순간 두근했다. 좀 전의 씁쓸한 기분이 확 날아갔다. 어쩌면 욕심을 부리는 것은 자기 혼자만이 아닐지도. "아참, 이거 받아." "이게 뭔데?" "크리스마스 선물." 유한은 정성껏 포장한 작은 상자를 채린에게 넌네주었다. 고이 기른 돼지 저금통을 희생해 산 선물이었다. "부적이야. 은목걸인데 목에 걸고 있으면 악몽 같은거 안꾼대." "진짜? 효과 좋대?" "좋다니까 한번 믿어 봐." 무서운 걸 싫어하는 녀석이니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좀 비싸긴 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헤에,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난 줄게 하나도 없는데." "괜찮아, 마음만으로도 충분해." "안 돼, 안 돼! 난 빚지고는 못 산다고."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채린은 대뜸 유한에게 말했다. "잠깐 눈 좀 감아 봐." "눈?" "감아 보래도." 설마 그건 아니겠지? 유한은 아니라고 믿으면서도 그것이기를 바랐다. 그리고 기대하며 눈을 감았다. 채린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좋은 향기와 따스한 숨결이 전해진다 싶은 그 순간. "이얏!" 쓰고 있던 털모자를 벗은 채린은 멍청하게 서 있는 유한의 머리에 깊숙히 씌워 주었다. 그리곤 유한이 버벅거리는 사이, 저만치 달아났다. "야! 송채린 너!" "머리 너무 차게 하고 다니지 마! 감기 걸려. 내념 크리스마스엔 내가 좀 더 좋은 선물 줄게." 그렇게 손을 흔들며 가 버리는 채린이었다. 달아나듯이 가 버린 그녀였지만, 유한에겐 섭섭한 마음 따위는 전혀 없었다. 물론 기대하던 키스가 아니라 좀 실망스럽긴 했어도. '내년 크리스마스엔 좀 더 좋은 선물이라고 했겠다?' 은근히 기대가 되는 유한이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서는 그의 맞은편에 웬 아저씨가 걸어오고 있었다. 양손을 점퍼 속에 넣고 가던 아저씨는 눈길에 쭉 미끄러졌다. "어이쿠!" "엇!" 유한은 엉겁결에 넘어지는 아저씨의 팔을 잡았다. 간신히 중심을 잡은 아저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고맙네, 학생." "아니요, 뭐 그런 걸 가지고....." 어쩐지 아저씨의 얼굴을 어디서 본 듯하다고 생각한 순간, 유한은 전기가 온몸을 흝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유한이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본 것은 아저씨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전기충격기였다. 끼기기긱! 마치 기다렸다는 듯, 그들 앞으로 검은색 스포츠카가 달려왔다. 아저씨는 유한을 차 안으로 밀어넣고 자신도 곧장 올라탔다. "이, 이런!" 조금 떨어진 곳에서 지켜보더 두 감시자는 감짝 놀랐다. 드디어 열 받는 장면이 끝난다 싶었는데, 갑자기 사고가 터질 줄이야! "기다려! 거기서!" 두 사람은 서둘러 스포츠카를 쫗아갓다. 그러나 사람의 다리로 차를 쫓아갈 수는 없는 노릇. 순식간에 속도를 높인 검은색 스포츠카는 도로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9.형제는 용감했다 뒷세계에서 근성 있는 깍두기로 불리는 덕근이파 두목 김덕근은 요즘 바짝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메모리를 회수할 기회가 좀처럼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딩 녀석이 혼자인 것 같으면 항상 주위에 이상한 놈들이 어슬렁거렸고, 그렇지 않으면 집, 학원, 도장이었다. '제길. 의뢰인 자식은 그런 것도 모르고 히스테리를 부리는 판이니.....' 메모리를 가져오면 의뢰금의 2배를 준다던 의뢰인이 이젠 매일같이 전화를 해서 짜증을 부렸다. 오늘은 거의 반 협박으로 나왔다. 이틀 내로 가져오지 않으면 거래를 없던 걸로 하겠다던가. '그냥 확 덮쳐버려?' 그 이상한 놈들이 경찰 같지는 않으니까 일단 일을 저지르고 볼까 싶었다. 덕근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사무실 문이 벌컼 열리더니 졸개인 도끼가 뛰어 들어왔다. "형님! 온답니다요!" "오다니, 뭘?" "형님들이 고딩 놈을 잡아 오고 있답니다!" 덕근은 벌떡 일어났다. 얼굴엔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상한 놈들 때문에 기회가 없었는데, 부하 놈들이 기회를 잡아 한 번에 성공시킨 모양이다. "근데 메뚜기, 아니 메모리는?" "뒤져 봤는데 그건 없다던데요?" "이런!" 좋다가 말았다. 뭐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없으면 나오도록 족치면 그만이니까. "여기 말고 옛날 사무실로 오라고 해라." "알겠습니다, 형님" 덕근이파의 옛날 사무실. 그곳은 철거 직전의 빈 창고였다. 건방진 고딩 놈을 갈구기엔 아주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제길, 갑자기 뭐야?' 정신을 차린 유한은 천천히 눈을 떳다. 낡고 어둡고 곰팡이 냄새 나는 창고. 자신을 보며 웃는 웬 네모난 아저씨가 보이고, 주변에 새까만 양복들이 늘어서 있었다. 저마다 회칼이랑 쇠파이프를 들고 있는게 무척 살벌해 보였다. '조폭?' 조폭들이 맞았다. 자세히 보자 낯익은 얼굴들도 두엇정도 보였다. 그랬다. 분명 한강다리에서 물 먹였던 이들이다. '제길, 갑자기 장르가 바뀌었군.' 방금까지 하이틴 드라마였는데, 조폭 영화로 뒤바뀌었다. 사방에 조폭투성이였다. 그야마로 완전 포위된 상태. 도망갈 틈이라곤 전혀 없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이게 웬 날벼락인지? "메모리는?" 눈앞에서 히죽거리던 네모난 사내가 물었다. 나머지 덩치들은 잠자코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가 아마 이들의 두목인 듯했다. "무슨 소릴 하시는지...." 퍽! 유한이 능청을 떨자 사내가 가차 없이 주먹으로 뺨을 날렸다.고개가 획 돌아가는 것이 주먹이 상당히 매웠다. 사내는 유한의 멱살을 잡으며 으르렁거렸다. "이 고삐리 새끼가 죽고싶나. 바로 말 안해? 한강 바닥에 처박히고 싶어?" 조폭가 양아치의 차이는 조폭은 실제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거고, 양아치는 협박만 한다는 것이다. 유한은 눈앞의 사내가 정말 자신을 죽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사내에게선 살기가 풀풀 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한 마디 더 하겠는데, 저번에 니가 지포라이터를 한강물에 던진 바람에 우리 애들이 무척 고생을 했다. 그래서 너한테 맺힌 감정들이 많은데, 난 자극하지 않는게 좋을 것다." '지독한 새끼들, 그걸 진짜 건졌냐?' 던진 게 가짜라는 걸 알았으니 이렇게 자신을 잡아 왔을 터. 결국 유한은 사실대로 말했다. 일단 살아야 도망을 가던, 탈출을 하던 할 것 아닌가. "집에 있어요." "당장 전화해." 덕근은 핸드폰을 내밀었다. 아마 번호를 누르라는 듯. 유한이 번호를 누르자, 잠시 신호가 가고 저쪽에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젊은 소년의 목소리. 바로 유한의 동생 유현이었다. 그리스마스이브에 여친과 데이트를 한답시고 일찍 집을 나갔던 녀석이 마침 동아와 있었던 모양이다. "강유한이 집이죠?" "그런데요?" 김덕근의 물음에 유현이 대답했다. "내가 유한이를 보호하고 있는데, 이 녀석을 살리려면...." 철컥! 덕근이 미처 용건을 말하기도 전에 유현이 전화를 끊어 버렸다. 순간 창고 안에 찾아온 정적. 그 누구도 유현이 그렇게 전화를 끊어 버릴 줄은 몰랐다. 형인 유한조차도. "뭐야 이거!" 덕근을 짜증을 내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미 저장된 번호가 리다이얼되면서 신호가 갔다. 다시 유현이 전화를 받자 덕근은 목소리를 높였다. "좀 전의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는 모양인데, 우린 지금 강유한을 납치....." 철컥! 또다시 전화를 끊어 버리는 유현이었다. "크아악! 뭐 이딴 자식이 다 있어!" 제대로 불 받은 덕근을 핸드폰을 내팽개쳐 버렸다. 움찔한 유한은 고개를 숙였다. 망할 동생 놈 때문에 자칮 맞아 죽겠 생겼다. 도끼가 휴대폰을 얼룬 주워서 식식거리는 덕근에게 바쳤다. "형님, 진정(본문에는 전정)하시고 다시 한 번 전화를....." "네가 해, 임마!" 할 수 없이 도끼가 전화를 하게 되었다. 유현이 3번째로 전호를 받았다. "여보세요?" "우린 네 형을 납치한 사람들이다. 형을 무사히 돌려받고 싶으면.....야 끊지 마!" 유현이 또 전화를 끊으려 하자 도끼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네 형 바궈 줄 테니까 잘 들어!" 그렇게 말한 도끼는 핸드폰을 바로 유한에게 건넸다. 유한은 떨떠름한 얼굴로 전화를 받았다. "나다." "어? 진짜 형이야?" "그래, 이 자식아! 형이 납치되었다고 하는데, 용건도 안 들어 보고 끊으면 어떡해!" 덕근만큼이나 화가 나 있던 유한은 결국 소리를 버럭 지르고 말았다. 하나뿐인 동생이 이런 매정한 놈이라니. "믿어져야 말이지. 내 귀염둥이 여친이라면 모를까 형 같은 게임 폐인을 납치하는 또라이들도 있나 해서." "뭐 또라이? 죽을래, 인마!" 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덕근이 화를 내며 휴대폰을 앗아 들었다. "형을 납치한 분이 아저씬가요?" "그래! 나다, 인마!" "취향 참 독특하시네. 아저씨 변태입니까?" "크아악! 이눔의 시키가 진짜!" 덕근은 진짜 미치고 펄쩍 뛸 지경이었다. 개무시를 당한 것도 모자라 이젠 변태 취급이다. 곁에서 구경하던 조폭들은 어이가 없었다. 자기 두목을 저렇게 열 받게 하는 녀석이 있다니. 김덕근이 뒷목을 움켜쥐며 물러나자, 도끼가 유한에게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야, 얼른 니 동생한테 메모리 갖고 오라고 해. 지금 당장!" 아무래도 동생은 이곳에 오면 조폭 두목에게 맞아 죽지 싶었다. 그러나 당장 자신의 목숨이 간당간당한 유한으로선, 동생을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유형아, 내 책상 서랍에 지포라이터 있을 거다. 그거 메모리니까 당장 가져와, 여기 위치는....." 유한은 도끼에게 물어 이곳의 위치를 말해 주었다. "형, 그런데 정말 납치당한 거 맞아? 혹시 장난 아냐?" "인마, 이게 지금 장난하는 걸로.....!" 유한이 핸드폰에다 대고 빽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간신히 진정한 덕근이 휴대폰을 다시 휙 낚아채 갔다. "한 시간 내로 지포라이터를 가져오지 않으면 네 형은 용궁 구경을 하고 있을 테니까 그렇게 알아." 할 말을 마치고 덕근은 전화를 끊었다. 형이란 놈도 물론이지만, 동생 놈도 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 다짐하는 그였다. 한 30분쯤 갇혀 있었을까? 갑자기 창고의 문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를 본 유한의 눈동자가 휘둥그렇게 떠졌다. "너, 너 이 자식!" 방금 들어온 것은 드림맥스의 리셉션 파티 때 봤던 해커였다. 찾을 때는 어디에 숨었는지 머리카락 하나 보이지 않더니 이렇게 쉽게 만나게 될 줄이야. 유한은 자리에서 벌덕 일어나 해커에게 가려고 했다. 하지만 조폭틀이 그를 붙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덕근이파에 메모리 회수를 의뢰한 해커는 덕근의 연락을 받고 이렇게 달려온 것이다. "메모리는?" "곧 올 거요." 그러면서 덕근을 눈짓으로 유한을 가리켰다. 그제야 유한을 발견한 해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넌?" "이 빌어먹을 자식아! 그래 내 캐릭터 날려 먹으니까 좋더냐? 그리고 전화를 해 놀려 먹으니 좋아?" "이놈이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해커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치미 떼도 소용없어! 당장 바츠 살려 내! 내 케릭터 살려 내라고, 이 개자식아!" 유한은 당장이라도 해커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주변의 조폭들이 그를 붙잡았지만, 유한이 힘들 쓰자 질질 끌려갔다. "얌전히 있어!" "컥!" 보다 못한 덕근이 손날로 유한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유한은 정신을 차렸다. 슬그머니 눈을 떠 보니 자신은 묶인 채로 꿇려져 있었다. 하긴 그 난리를 쳤는데 묶어 놓지 않는다면 더 이상할 것이다. '유현이 녀석은 아직 오지 않았나?' 아직 약속 시간이 되지 않은 모양. 조폭들의 얼굴엔 여유가 있었다. 슬그머니 고개를 든 유한을 보고 도끼가 으름장을 놓았다 . "한 번만 더 날뛰면 당장 죽여 버릴 거니까 알아서 해라잉?" 협박을 하든 말든 유한은 해커 자식만 노려볼 뿐이다. 죽일 듯이 노려보았지만, 해커는 코웃음을 쳤다. 그 모습을 본 유한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이 자식! 니가 날 이렇게 만들고 무사할 것 같냐?' 당장이라도 저 뻔뻔한 면상을 뭉개 주고 싶었다. 그러나 자신을 묶인 몸. 지금 상태론 밧줄을 풀 방법이 없었다. 또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다. 갑자기 밖에서 신호가 왔다. 그리고 창고 문이 열리더니 조폭의 안내를 받은 유현이 들어왔다. 덕근은 유현을 노려보았다. 운동 좀 하는지 제법 튼튼해 보이는 녀석이다. 면상과 눈빛은 건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니가 동생이냐? 좀 늦었구나." "차가 막혀서요. 근데 우리 형은?" "저기." 유현은 덕근이 눈짓하는 곳을 바라보았다. 거기엔 유한이 묶여서 꿇려 있었다. "제가 왔으니 이제 우리 형 풀어 주시죠. " "그 전에 나한테 줘야 할 것이 있을 텐데?" "먼저 우리 형을 풀어 주세요." 당당한 유현의 모습에 덕근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싫다면?" "그럼, 이거 부숴 버릴까요?" 유현이 지포라이터, 아니 그 케이스 속에 든 메모리 장치를 거내 들었다. 손에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는 것을 보니 진짜 부숴 버릴 기세였다. 상황을 심각하게 지켜보던 해커가 덕근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는 연방 고개를 저었다. 일단 져 주라는 뜻이다. 일단은. 덕근은 짜증이 났지만, 도끼에게 유한을 풀어 주라는 눈짓을 보냈다. 풀려난 유한은 해커 쪽을 노려보다가 일단 동생이 있는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가온 유한을 보며 유현이 말을 건넸다. "형 다친 데 없어?" "개념 없는 동생 덕에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뭐 그 정돈 금방 낫겠네." "그래, 자식아. 니가 내 속 긁은 게 어제오늘 일이냐?" 두 형제가 서로의 안부(?)를 물을 때 덕근이 끼어들면 말했다. "자, 이제 지포라이터를 돌려주실까?" 덕근이 유한을 먼저 풀어 준 데에는 두 고딩 놈들이 도망쳐도 잡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출입문과 창문쪽은 부하들이 막아선 상태. 두 놈이 아무리 날뛴다 해도 연장을 든 부하들을 뿌리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받아요." 유현은 메모리를 던졌다. 조심스럽게 받아 든 덕근은 곧장 해커에게 건네다. 해커는 얼른 자신이 가져온 넷북에 메모리를 연결해 내용물을 살폈다. 내용물에 별 이상이 없는지, 그는 밝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그덕였다. 그런 해커의 모습을 보던 덕근은 고개를 돌려 유한 형제를 바라봤다. 이제 이 망할 형제 놈들을 작살 낼 시간이다. "너희들 각오는 돼 있겠지? " "무슨 각오요?" "뭐긴 뭐야, 죽을 각오지. 우리 얼굴을 본 놈들을 살려 둘 거라 생각했냐?" 덕근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유현은 코웃음을 칠뿐이었다. 아니, 그는 코웃음 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예 혀를 차고 있었다. "이래서 대한민국 조폭들은 안 된다니까. 신의가 없는데 어떻게 세계로 진출할 수 있을까." "시끄럿! 진출할 마음 전혀 없거든!" 덕근이 회칼을 치켜들고 달려들었다. 유한은 재빨리 동생 앞으로 나오면서 발차기를 날렸다. 시원하게 뻗어간 옆차기가 덕근의 배에 정확히 꽂혔다. "컥!" "혀, 형님!" 놀란 졸개들이 덕근의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덕근은 아프기도 아팠지만, 쪽팔림이 더했다. 그의 얼굴은 토마토 만큼이나 새빨갛게 변했다. '제길, 방심했다.' "동생아, 너는 대체 간덩이 어디 내던졌냐?" "그러는 형은 안드로메다에 팔았나?" "자식아, 빌어도 시원찮을 판에 조폭을 약 올려!" "그러시는 누구는 발로 찼지 아마?" 형제가 태평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보자니 덕근의 이성은 완전히 끊어지고 말았다. "조져 버렸!" 하늘 같은 형님의 명령에 조폭들이 일제히 형제에게 달려들었다. 유현은 잽싸게 모서리 쪽으로 튀었고,유한은 달려드는 조폭들을 뿌리치고 때려눕혔다. "형, 눈 감아." 구석으로 도망쳤던 유형이 외쳤다. 그러나 마침 회칼을 피하기 바빴던 유한은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뭐라고?" "눈 감으라고!" 쨍그랑! 유현이 고함을 지르는 그 순간, 창문을 개고 둥그런 물체가 안으로 들어왔다. 조폭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굴러 온 그것은 번적하더니 사방으로 강렬한 섬광을 내뿜었다. "크아악!" "으악!" 강렬한 빛에 갑자기 눈이 멀어 버린 조폭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당한 것은 조폭들뿐만 아니었다.유한도 눈을 부여잡으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눈 감으랬잖아! 바보 형아!" "제길, 누가 이럴 줄 알았냐?" 그때였다. 창고 문이 꽝 하고 열리더니 드림맥스 경비 직원들이 우르르 들이닥쳤다. "전부 제압해!" 손석진의 명령에 경비 직원들은 아직 시력이 마비돼 움직일 수 없는 조폭들을 마구 잡아들였다. 간혹 저항하는 자들도 있었지만, 그럴라치면 전기 충격기와 삼단봉이 무자비하게 떨어졌다. "뭐가 어떻게 된 거냐?" 시력이 약간 회복된 유한의 눈에 조폭들이 박살 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사실 내가 좀 늦은 데는 이유가 있어." 유현은 이곳으로 오는 도중 일단의 인물들과 만났다고 한다. 그들은 바로 손석진과 드림맥스의 경비 직원들이었다. 유현에게 사건의 전말을 설명한 그들은 시간에 맞춰 섬광한을 터트릴 테니 구석으로 피해 있으라 했다. 그 뒤는 자신들이 해결하겠다고. "제길!" 한쪽 구석에 있던 해커가 제압하러 온 경비 직원에게 넷북을 집어던졌다. 그는 섬광탄에 다하지 않았다. 이상할 정도로 당당한 유현을 의심하고 있던 그는 유현의 외침에 곧장 손으로 눈을 가렸다. 무엇인가 불길한 상황이 벌어질 거라 예상했던 것이다. 하지만 반갑지 않은 녀석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저, 저자식이!" 유한으 창고 뒷문으로 해커가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아직 완전히 시력이 돌아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곧장 놈을 쫓아갔다. 창고 뒤는 철거 직전의 허름한 동네 골목이었다. 해커는 꼬불꼬불한 골목 안으로 달아났다. 그는 악귀같이 달려오는 유한을 보고 이를 갈았다. '제길, 피할 곳이.....' 해커는 어느 집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마침 동네가 재개발 추진 중이라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그는 빈 방으로 들어가 숨을 돌렸다. 밖에선 유한이 악을 쓰며 찾는 소리가 들렸다. 쉽게 찾지는 못할 것이다. 좀 전의 골목에서 살짝 따돌렸고, 빈집도 한두 곳이 아니니까. 해커는 여기서 숨을 돌렸다가 유한이 사라지면 달아날 생각이었다. 삐리리리리ㅡ!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누가 전화를 했나 보니 덕근이었다. 아까 두들려 맞고 있던데 어떻게 탈출을 했던 것일까? "여보세요?" "나다." 낯익은 목소리에 해커는 움찔했다. 머뭇거리던 그에게 상대방의 말이 계속 흘러나왔다. "역시 진태 너였군. 목소리를 들어보니 확실히 알겠어." 해커는 여전히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상대방에게서는 계속 말이 이어졌다. "뭐, 내가 만든 보안 프로그램을 깰 만한 실력자는 허진태 너뿐이니까. 그래도 얼굴까지 성형했을 줄은 몰랐다." 지금 해커 허진태의 얼굴은 그의 것이 아니었다. 드림맥스 본사에 침입하기 위해 어느 신문 기자의 얼굴을 베껴서 성형했던 것이다. 이미 자신의 얼굴은 알 만한 자들은 다 알고 있으니까. "아직도 이런 짓을 하고 있을 줄은....." "흥! 이런짓? 그래도 손석진 니가 하는 한심한 짓보다야 낫지." 가만히 있던 진태가 입을 열었다. 덕근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한 것은 아까 창고에서 봤던 손석진이었다. 그는 손석진과 잘 알고 있는 사이였다. "아까운 재주를 망상 세계를 만드는 데 쓰고 있다니..... 난 너 같은 몽상가를 보면 구역질이 나. 그런다고 엿 같은 세상이 달라지나? 그 가상세계가 진짜 세상이 될 것 같냐고, 멍청아?" "최소한..... 사람들이 달라지는 데 도움이 될 거라 믿고 있다." "크크크! 개소리 마! 그딴 식으로 세상은 안 변해! 바꾸려면 모조리 박살 내고 부숴 버려야지!" 비슷하게 불우한 생활을 했었고, 같이 공부를 했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방향은 전혀 달랐다. 한 사람은 언제나 바라고 굼꾸던 세상을 만들려고 했고, 한 사람은 세상을 어지러트리는 데 전력을 다했다. "진태 네가 말하는 식으로도 세상은 안변해. 그리고 넌 틀렸어. 그저 세상을 탓하며 네 욕심만 채우고 있을 뿐이지."정곡을 찔린 허진태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다, 닥쳐!" "세상은 생각한 것보다 밝고 아름다워. 난 내가 선택한 길이 틀리지 않았다고 확신해. 너같이 어둠만 보는 사람도 얼마든지 별할 수 있다는 사례가 바로 내 눈앞에 있으니까." "뭐라고?" 통화는 거기까지였다. 손석진 쪽에서 먼저 끊어 버린 것이다. 허진태도 계속 통화를 할 겨를이 없었다.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유한이 들어온 것이다. '아차, 전화벨 소리!' 진태의 생각대로 유한은 전화벨 소리를 듣고 찾아왔다. 재개발 중인 텅 빈 동네에 희미하게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는 과연 누구의 것이겠는가. '손석진, 이 망할 자식!' "어딜 가! 거기 안 서?" 진태가 창문을 뛰어내려 도망치자 유한도 곧장 따라왔다. 급하게 쫓느라 착지를 잘못해서 다리를 살짝 삐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바츠를 날려 버린 해커 놈을 잡을 수 있다면 다리가 부러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헉헉! 너 이 자식. 왜 날 못 잡아먹어서 난리냐?" 진태를 뒤를 돌아보며 빽 소리를 질렀다. 그는 정말 억울했다. 철천지원수를 진 것도 아닌데, 숱하게 많은 조폭들을 놔두고 왜 하필 자신을 쫓아온다 말인가. 그때 드림맥스 본사에서도 그랬다. 그냥 다짜고짜 덤벼들었다. "나더러 널 잡으라고 한 건 바로 너잖아!" "뭐? 내가 언제?" "흥, 이젠 그것도 발뺌할 생각이냐?" 허진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릏이었다. 도대체 자신만 죽어라고 쫓아오는 것만도 화가 나는데 아까부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따지고 드니..... 결국 해커 허진태는 골목 끝에서 유한에게 잡히고 말았다. 유한은 마치 다이빙을 하듯 몸을 날려 진태를 붙잡았다. 쿠당탕탕! 두 사람은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바닥을 뒹굴었고, 그 와중에 진태가 지니고 있던 지포라이터 메모리가 골목 바닥에 내다 굴렀다. 그러나 진태는 그걸 미처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유한의 주먹이 마구잡이로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크아악! 이 빌어먹을 고딩 새끼가!" "화낼 사람은 이쪽이거든!" 두 사람은 볼썽사납게 골목 바닥을 뒹굴려 일명 개싸움을 벌였다. 엎치락뒤치락 그들의 싸움은 경비 직원들이 달려와 말릴 때가지 계속되었다. "실장님, 산업스파이 일당을 모두 잡았습니다." 상황이 정리되자 경비 책임자가 손석진에게 다가와 보고했다. 드림맥스는 처음부터 유한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것은 유한이 산업스파이가 흘리 메모리 장치를 주워 갔기 때문이다. 나중에 CCTV에 녹화된 화면을 보고 그 사실을 안 정경욱은 당장 메모리를 회수하라 지시했지만, 손석진이 말렸다. 마침 그에게 좋은 방법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산업스파이 일당이 유한에게 접근하기를 기다려 일망타진하는 것이었고 그 계획은 지금 성공했다. "모두 안전 가옥으로 압송하세요." "예? 경찰에 넘기시는 게 아닙니까?" "회사 털렸다고 광고할 일 있습니까? 놈들을 경찰에 넘기는 것은 철저히 입을 막은 뒤입니다. 그런데 메모리 장치는 회수했습니까?" 손석진의 물음에 경비 책임자는 골목에서 회수한 메모리를 건네주었다. "잘했습니다. 이걸로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까요." "할 일이 남다니요?" "두고 보면 압니다." 경비 책임자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손석진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중국 상해. 이곳에 샹화 소프트의 본사가 있었다. "사장님! 드디어 도착했습니다." 사장실의 문이 벌컥 열리더니 얍삽하게 생긴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심드렁한 얼굴로 새로운 먹이가 없나 인터넷 이곳저곳을 뒤지던 사장의 눈이 번적하고 빛났다. "차세대 가상현실 시스템을 말인가?" "그렇습니다. 드림맥스가 개발하고 있던 그겁니다. 우리가 고용한 해커가 한국 지사고 시스템이 저장된 메모리와 패스워드를 보내 줬답니다." 그리고 샹화 소프트 한국 지사장은 곧바로 본사 개발실에 파일을 전송해 주었고. "허허허! 띵하오! 수고했어, 부사장!" "뭘요, 사장님이 다 계획하신 일 아닙니까." 서로를 치하한 두 사람은 한국 지사에서 보낸 파일을 보기 위해 개발실로 달려갔다. 정말 오랫동안 공들인 작업이었다. 은영전기라고, 드림맥스의 히트작 아르페디아 온나인을 베껴서 서비스했지만, 그 결과는 신통찮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드림맥스가 개발하고 있다는 차세대 가상현실 시스템을 슬쩍해 보자는 것이다. 정보에 따르면 차세대 가상현실 시스템은 현재보다도 더 실감나는 상황을 유저에게 선보여 줄 수 있다고 했다. 그것을 기반으로 차기 신작을 만들면 시장 점유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샹화 소프트는 드림맥스의 개발실 직원을 스카웃해 보려고도 했고, 외부에서 해커를 동원해 해킹도 시도해 봤다. 하지만 둘 다 실패했다. 마지막 방법으로 한국의 해커를 고용해 드림맥스 내부에서의 해킹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위험도와 실패 확률이 높았지만, 작전은 멋들어지게 성공했다. "자, 어디 한번 볼까?" 사장의 말에 직원이 다운받은 파일을 열어 스크린에 띄웠다. 그런데, 나와야 할 자료는 나오지 않고 낯선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게 아닌가.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저희 드림맥스의 데이터를 훔쳐 내시느라 무척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사내는 유창한 중국어로 인사를 했다. 그를 본 사장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게임 업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치고 저 사내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저, 저 작자는 드림맥스 개발실장 손석진이잖아! 왜 나오라는 데이터는 안 나오고 저자가 말을 하고 있는 거야?" "그, 글쎄요. 저도 잘....." 사장의 물음에 부사장은 식은담만 뻘뻘 흘렸다. 그로서도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당황하거나 말거나 손석진은 계속해서 말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전 드림맥스의 개발실장 손석진입니다. 제가 여러분들의 노고에 작은 선물을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부디 사양치 마시고 받아 주시길."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갑자기 화면이 팟 하고 꺼졌다. 순간 두 사람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을 때 갑자기 파란 화면이 뜨더니 무수히 많은 숫자들이 배열되기 시작했다. "으악!" 비명을 지른 것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던 직원이었다. "크, 큰일 났습니다. 컴퓨터가 폭주하기 시작합니다." "그럼 끄면 되잖아." 부사장의 말에 직원은 울상을 지었다. "이미 늦었습니다. 메인 서버로 바이러스가 침투하고 있습니다." 개발실 컴퓨터는 회사 메인 서버와 연결되어 있었다. 물론 몇 겹의 보안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바이러스는 마치 비웃듯이 보안 프로그램을 해제해 버리고 있었다. 메인 서버는 그 자체로 샹화 소프트의 심장. 이곳에 샹화 소프트에서 서비스하는 게임들의 데이터가 모두 저장되어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바이러스가 침투한다면? "안 돼! 당장 막아! 회선을 끊어!" 사장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지만, 이미 손을 스는 것은 늦어 버렸다. 직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샹화 소프트의 메인 서버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그날로 샹화 소프트에서 서비스하는 모든 게임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10.죽음의 상인 해커를 잡은지 사흘이 지났다. 그동안 유한은 게임도 접은 채 이제나저제나 드림맥스에서 전화가 오기를 기다렸다. 해커를 잡아갔으니 사건의 당사자인 자신에게 결과를 통보해 줄 것이다. 그러나 아무 연락도 없었다. "제길, 뭐 하는 거야?" 그러고 보니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명색이 서울 도심에서 벌어진 인질극에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드림맥스의 본사가 해킹당한 사건이다. 그런데 눈을 씻고 뉴스를 살펴도 그런 사건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한 줄도 언급되지 않았다. "오냐, 내가 전화한다. 전화해!" 기다리다 지친 유한이 전화를 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냈을 때였다. 갑자기 신호음이 울더니 전화가 왔음을 알렸다. "강유한 군, 드림맥스의 개발실장 손석진입니다." '쳇, 이 사람도 양반은 못 되는군.' 속으로 투덜거리는 유한에게 손석진이 말을 이어 나갔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다까?" "잘 못 지냈습니다." 유한의 목소리에 심통이 가득하자 손석진은 허허 웃었다. "이런, 우리의 영웅께서 왜 화가 나셨을까요?" "화가 안나게 생겼습니까? 댁들한테 이용당했다는데요!" 조폭들에게 납치되었을 때 드림맥스 경비 직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들이닥친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감시하고 있었따는 이야기다. 그리고 메모리가 자신에게 있는 줄 알면서도 손을 쓰지 않았다. 해커 일당을 잡기위해 자신을 낚싯밥으로 써먹었던 것이다. "아, 그거 말입니까? 하지만, 유한 군도 우리 회사의 데이터가 담긴 메모리를 슬쩍하지 않았습니까?" '컥!' 손석진이 지적하자 유한도 할 말이 없어졌다. 사실, 드림맥스의 데이터가 든 메모리를 무단으로 가져간 것만으로도 유한은 처벌을 받을 수 있었다. "알았어요. 거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따지지 않죠." "후후, 잘 생각했씁니다." 유한은 그 이야긴 그정도까지 하기로 하고,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바츠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바츠라니요?" 손석진이 의아한 듯 물었다. "해커를 잡았으니, 바츠 캐릭을 다시 살려 주셔야죠." 해킹당한데 자신의 잘못이 없다. 회사에 문제가 있다. 그것이 유한의 주장이었지만, 지금까지는 증거가 없었다. 그러나 해커가 잡혔으니 모두 다 밝혀지지 않았겠는가. 유한은 드림맥스의 보안에 허점이 드러나 바츠가 해킹당한 것이니, 이제 이를 만회해 주는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이미 그에 대한 보상은 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이번에 잡은 해커는 바츠를 해킹한 해커가 아닙니다." "에에?" 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란 말인가. 황당해 하는 유한의 귀에 손석진의 말이 계속 들려왔다. "조사해 보니, 그자는 중국 모 기업으로부터 우리 회사가 개발 중인 시스템을 훔쳐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더군요. 아지트를 수색해 봤지만 바츠를 해킹했다는 증거는 어디에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크아아악! 그럼?" "바츠를 해킹한 것은 다른 해커라는 소리지요." 그놈을 잡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던가. 칼에 찔릴 뻔하기도 하고, 조폭들의 추적을 받았으며, 심지어 납치까지 당했다. 그런데 그놈이 아니라니! "믿을 수 없습니다!" "그럼 경찰에 문의해 보십시오. 내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알게 될 테니까요." 유한은 당장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사이버 수사대의 담당 경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그의 말도 손석진과 같았다. "이번에 잡힌 해커는 전문적으로 회사의 기밀을 빼내는 산업스파이입니다. 조사 결과 강유한 군이 당했던 해킹 건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허, 허허!' 유한은 허탈하다 못해 허무할 지경이었다. 그렇다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소린데.... '제길, 제길, 제에에에에길!' 유한은 가슴 속으로 고함을 질렀따.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속의 울분이 풀릴 것 같았다. 그렇게 그가 마음을 다잡지 못해 방황하고 있을 때였다. 채린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깃들어 있었다. "근일 났어, 유한아!" "왜, 무슨 일인데?" "그게..... 자세한 것은 지수가 설명한다고 빨리 게임에 접속하래." "알았어." 유한은 전화를 끊자마자 캡슐에 접속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좋지 않은 것만은 분명했다. 유한이 게임에 접속하자 리지스와 송코, 채린이 심각한 얼굴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 났어?" "당연히 일 났지." 리지스가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도대체 너 뭐 하느라 계속 접속 안 한거야?" "그게, 사정이 있어서....." 크리스마스이브에 산업스파이에게 고용된 조폭한테 납치당했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그런 영화 같은 상황을 과연 그대로 믿어 주기나 할까. "후! 네가 없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줄 알아? 바로 다이노스 왕국하고 키예프 공국이 휴전을 맺었어." "난 또 뭐라고." 유한은 공작기계를 포포가 먹어치웠다거나, 도둑이 들어 만들어 놓은 무구를 죄다 쓸어 간 줄만 알았다. "다이노스 왕국이 키예프 공국과 휴전 협정을 맺었으면 더 좋은 거 아냐? 지금까지 전쟁 지역으로 선포된 서쪽 지역으로의 여행이 쉬워질 거니까." "이런 한심한 남자를 봤나. 두 나라 때문에 우리가 전쟁 특수를 누려 왔단 말이야. 그런데 두 나라가 이제 싸움을 그치면 무구 값이 가만있을까? 당연히 폭락할 게 뻔하잖아!" 두 나라의 전쟁으로 대륙 서쪽 지역의 무구 가격이 껑충 뛰었다. 키예프 공국의 사절들이 무구를 싹 쓸어 가기도 했지만, 용벙으로 참전하는 길드와 유저들이 수요를 증가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쟁이 그치면 당연히 키예프 공국은 무기 구입을 중단할 것이고, 용병 우져들도 제각기 게임을 즐기기 위해 흩어져 버릴 것이다. "아..... 그렇군!" 그제야 유한은 상황이 파악되었다. "내가 아는 상인들을 통해 정보를 모아 봤는데, 이달만 해도 무구 가격이 적게는 30%, 많게는 50%가 떨어질 거야. 특히 우리가 주력으로 팔고 있는 값싸고 저렴한 무구는 더 떨어질 거고." 값싸고 저렴한 무구는 주로 아바란 왕국과 키예프 공국에 납품하고 있었는데, 한 군데서라도 수요가 끊긴다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거기다가 우리 창고에는 재고가 엄청나게 쌓여 있는 상황이라고." 철공소를 짓고 이에 대한 스킬을 모두 습득한 유한은 야심 찬 계획을 세웠따. 그것은 아바란 왕국뿐만 아니라 아르페디아 대륙의 무기 상권을 자신이 장악해 버리겠다는 것. 그래서 그는 일꾼들을 독려하며 부지런히 무구를 만들게 했다. 그런데 갑자기 거대한 시장(?)이 하나 사라져 버린 것이다. 값은 둘째 치고, 그 무구들의 처리가 애매해졌다.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해." 세 사람은 제고 처리와 앞으로 닥칠 엄청난 불황을 이겨 낼 방법을 모색했다. "다른 왕국에 가져가 팔면 안될까?" "한두 개도 아니고 한꺼번에 많은 무구들을 사들이는 나라는 별로 없어. 그리고 그런 나라가 있다 쳐도 이미 계약해서 물건을 납품하는 길드나 상단이 있을 거야." "그럼, 길드에 납품하는 것은?" "갑자기 판로를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아. 그리고 휀만한 대형 길드들은 자체 대장장이들을 보유하고 소모성 무구들은 직접 생산하고 있어." "골드 러시 상인 연합이라면 좀 더 사 주지 않을까?" "내가 벌써 발덴 지부장 아저씨에게 이야기해 봤어. 그쪽도 이번 일 때문에 더 받기는 곤란하대." "그냥 일반 유저들에게 팔아 볼까?" "하지만 유저들은 보통 고급 장비들을 선호하니까 일반 무기는 사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야." 철공소 창고에는 유한이 손수 제작한 고급품도 있지만, 상당수가 값싸고 쓸 만한 무구들이었다. 주로 초보자나 왕국의 병사 NPC들이 사용하기에 편한.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면 어쩌자는 거야?" "난들 알아? 계속해서 생각해 보는 수밖에." 유한은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다 묵직한 표정을 지었따. '결국 그 수밖에 없나?'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일어나게 만들면 된다. 그리고 유한에게는 마침 좋은 수가 있었다. "나 잠시 볼일이 있어 나갔다 올게." "야, 어디 가는데?" "갔다 와서 이야기해 줄게." 유한은 그렇게 궁금해 하는 세 사람을 남겨 두고 밖으로 나왔다. 짐마차를 소환한 그는 서쪽으로 말을 몰았다. 2 리저드맨들이 세운 왕국, 다이노스. 짐마차를 달려 다이노스의 왕성에 도착한 유한은 이제 리자드 킹과의 면회를 신청했다. "인간 대장장이. 반갑다." 왕이 되었다지만, 족장은 변함없이 유한을 반겼다. "그런데 무슨 일로 찾아왔나?" "응, 키예프 공국과 휴전 협정을 맺었다면서?" "그렇다." "왜 휴전 협정을 맺었지?" 아무리 리저드맨들과 친하다지만, 만나자마자 바로 협정을 파기하랄 수 없었기에 유한은 일단 그 이유부터 물어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인간들과 치열하게 치고받던 리저드맨들이 아닌가. 갑자기 평화 협정을 맺었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인간들이 공물 준다고 했다." "공물?" "매년 소 오천 마리, 양 일만 마리, 닭 오만 마리 준다고 했다. 그 외에도....." 리저드 족장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건 더이상 전쟁을 수행할 능력이 없어진 키예프 공국이 뇌물을 바치고 항복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 휴전 협정은 그냥 체면치레일 뿐. "휴전 협정을 파기하고 다시 공격할 수는 없나?" 유한의 물음에 리저드 족장이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 리저드, 한 번 한 약속 꼭 지킨다." "그러지 말고....." "안 된다. 위대한 혼이 화를 낼 거다." 비록 몬스터이긴 하지만, 리저드맨들은 굉장히 정직한 종족이었다. 유한은 몇 번 더 꼬셔 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그래, 알았다." 주위에 다른 나라라도 있으면 전쟁을 붙일 텐데 그것도 힘들었다. 키예프 공국 외에는 다이노스화 국경을 접하는 나라가 없었기 때문. 다이노스 왕국의 북쪽은 대륙의 등뼈 네메시스 산맥이 있었고, 남쪽과 서쪽은 인간이 살지 않는 불모지다. "잘 있어라. 난 이만 간다." "벌써 가나? 인간 대장장이, 놀다 가라." "미안하지만 지금은 놀 기분이 아니야." 족장이 붙잡았지만, 유한은 거절하고 왕궁을 나왔다. 황궁을 나오면서 유한은 리저드맨들의 나라를 다시 보았다. 원시 시대 수렵 생활을 했던 리저드맨들은 이제 농사도 짓고, 가축도 키우고, 시장에서 물물교환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그런 것을 가르친 것은 유저들이었다. 키예프 공국의 용병으로 리저드맨과 싸운 유저들도 있지만, 리지스처럼 약삭 빠르게 리저드맨들과 거래를 튼 이들도 있었다. 상인이나 농부 같은 생산직 유저들이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 유저들이 단순이 기술만 가르치지 않은 모양이다 "리저드맨과 화평을 주선한 유저가 있다며?" "응, 그 공로로 키예프로부터 남작 작위를 받았대." 유저들이 수군거리는 이야기를 들은 유한은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렸다. '망할! 어떤 자깃이야?' 남의 장사에 훼방을 놓다니! 어떤 놈인지 몰라도 작살을 내놓고 싶었다. 유한이 그렇게 이를 갈고 있을 때였다. "아니, 이거 지그 님 아니십니까?" 반가운 얼굴로 다가오는 이는 NPC 상인 홉스였다. "홉스 님이시군요. 여기는 웬일이십니까?" "마노스 제국으로 가는 중입니다. 리저드맨들이 수확한 밀을 팔러 가는 길이지요." 그러고 보니 홉스의 뒤로 밀을 가득 실은 마차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따. 리저드맨과 거래하는 건 이제 유저만의 아닌 모양이다. "이번에 그쪽이 흉년이 들었나요?" "아닙니다. 마노스 제국은 올해 풍년이었습니다." "그런데, 밀을 왜?" 유한이 의아해 하며 쳐다보자 홉스는 주위를 살피더니 귓속말을 했다. "이거 지그 님이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 절대 비밀입니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렇게 분위기를 잡는 것일까?" "마노스 제국이 조만간 전쟁을 일으킬 것 같습니다." "전쟁이라뇨?" "얼마 전부터 마노스 제국이 밀과 철을 끌어 모으로 있습니다. 군량과 무기를 확보하려는 것이지요." '이거다!' 유한의 눈이 번쩍하고 빛났다. 드디어 위기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마노스 제국은 태생부터가 주변의 작은 왕국들을 정복새서 거듭난 정복국가다. 지금은 내부의 몇 가지 문제 때문에 외부로 눈을 돌릴 틈이 없다고 하는데, 만약 그 문제가 해결되었다면? 더구나 마노스 제국을 다스리는 미네르바 여제는 야심이 큰 여자였다. 분명 주변의 나라를 침공하려고 할 것이다. 아마 그 대상은 인접한 그로지아 왕국이나 베레타 공화국이 될터. "정보 감사히 잘 들었습니다." "뭘요,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언제나 이 사람에게 물어보십시오." 홉스에게 인사한 유한은 당장 짐마차를 몰아 철공소로 달려갔다. 그런데 저 멀리 사라지는 유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상이 홉스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NPC답지 않은 자연스러움과 생동감. 그는 유한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산업스파이에 대한 빚은 갚은걸로 치겠습니다. 유한 군." 그는 바로 손석진이었다. 회사 게임 관리실에서 유한의 모습을 지켜보다 슬쩍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이다. 철공소로 돌아온 유한은 즉각 자신이 알아 온 정보를 동료들에게 들려주었다. "근데 전쟁이 언제 일어날 줄 알고?" "예?" "이야기를 들어 보니 지금은 준비 단계인 모양인데, 개전 대까지 몇달이 걸릴 수 있어." 송코의 지적에 유한은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알게 ㅗ디었다. 전쟁이란 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준비하는 데만도 몇 달이 걸릴 수 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지만, 마노스 제국과 같이 정복 전쟁을 준비하는 경우엔 시간이 오래 걸릴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도 전쟁 준비를 하는 중이니까, 마노스 제국에 무기를 가져다 팔면 안 될까요?" "그건 어려워." 리지스가 마노스 제국에 판매할 수 없는 이유를 ㅇ일러주었다. "마노스 제국의 상권은 철십자 길드가 독점한 상태나 다름없어. 거기에 다른 길드나 유저들이 장사를 하려면 막대한 세금을 내야해." "세금? 누구에게 세금을 내?" "당연히 마노스 제국이지. 근데 철십자 길드의 주머니로 들어가는 것이나 다름없어. 베히모스가 미네르바 여제를 아주 꽉 잡고 있다고 하니까." 그러고 보니 유한도 생각나는 게 있었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와 함께 배틀 폴로 우승상패를 받을 당시, 귀빈석에 베히모스가 미네르바 여제와 같이 있었다. "그럼 마노스 제국이 인접국에 판매하면 되겠네. 마노스 제국이 전쟁을 준비한다고 알려 주면 되잖아." 채린의 말에 리지스는 고개를 저었다. "과연 믿으려 할까? 그리고 믿는다 쳐도 당장 전쟁이 터진 것도 아닌데 무구를 사려고 할까?" "그럼?"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허겁지겁 사들이겠지." 리지스의 말을 들은 유한은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손바닥을 쳤다. "그럼 발등에 불을 떨어트리면 되겠군." 마노스 제국에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은 인접국에서도 접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당연히 경계를 철저히 할 것이고, 국경 지방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을 것이다. "바로 거기에 우리가 폭탄을 터트리는 거지. 두 나라 사이에 전쟁을 붙이는 폭탄을!" "후후후, 그거 괜찮은데?" 리지스는 유한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음침하게 웃었다. 전형적인 악덕 상인의 모습. 유한도 그에 못지않게 음흉한 미소를 지었따. '무, 무서운 녀석들.' 잠시 식은땀을 흘리던 송코는 슬그머니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폭탄을 터트릴 구체적인 방법은?" "그게......" "어떤 식으로 충돌을 일으킬 건지에 대한 구상이 있어?" 우한은 리지스를 바라보았다. 녀석이라면 뭔가 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리지스도 머리만 긁적이고 있을 따름. 아무리 게임이고,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전쟁까지 일으키게 한다지만, 뭔가 마땅한 방법이 있어야 싸움이든 전쟁이든 하게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저기, 내가 겪은 일이 있는데 이걸 이용해 보면 어떨까?" 의외로 방법은 채린에게서 나왔다. 그녀는 예전에 엘프의 숲에 가던 중에 겪었던 일을 모두에게 들려주었다. 그 말을 들은 유한과 리지스의 표정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 작전 회의가 계속되었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새로운 시장 건설에 대한 계획은 한참 동안 계속 논의되었다. "폐하, 아직 전쟁을 일으키기에는 성급한 면이 있사옵니다." 마노스 제국의 황궁. 황금빛의 갑옷을 걸친 사내가 무릎을 꿇고 간언하고 있었다. "성급하다니? 우리 마노스 제국에는 삼십만에 달하는 대군과 기사들이 있소. 그들을 동원하면 이웃 나라 하나쯤 정복하는 건 손쉬운 일이 아니오?" "물론 폐하의 말씀이 맞사옵니다. 하지만, 전쟁이란 병사의 수로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전쟁을 치를 보급이 완비되어야 하고, 그다음으로는 적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옵니다." "그럼 백장의 생각은?" "아직 좀 더 준비가 필요합니다. 식량과 철을 지금보다 더 많이 모아 전쟁을 준비하고, 병사들을 훈련시켜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웃 나라에 첩자들을 파견해 정보를 캐 와야 합니다. 그런 다음 개전하면 우리 마노스 제국을 막을 나라는 없을 것이옵니다." 여제는 사내의 말이 합당하다 여겨졌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의 말이 맞는 듯하다. 고로 좀 전에 내렸던 짐의 출전 명령을 거두도록 하겠다"(본문에는 "그대의 말에 맞는듯하다." 라고 적혀있는데 '에'가 아니고 '이'가 맞는듯요ㅎ) "황공하옵니다, 폐하!" 황금빛 갑옷의 기사, 베히모스는 어전 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내심 여제에 대한 욕설을 퍼부었다. '망할 NPC 년. 감히 내 야망을 박살 낼 뻔했잖아.' 그가 마노스 제국의 출정을 막은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베히모스의 야망은 당연히 아르페디아 세계의 제패. 그러기 위해서는 정복국가인 마노스 제국의 힘이 필요했다. 그런데 성질급한 미네르바가 아직 전쟁 준비가 갖춰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출전을 서두르려고 했다. 아직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베히모스지만 병참과 물자가 부실한 나라가 전쟁에서 이길 리 만무하다는 정도는 상식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게임에 접속하기 무섭게 서둘러 달려와 명을 거둬 달라고 여제에게 거듭 간청한 것이다. 대전을 나가는 베히모스의 뒤를 철십자 길드원 하나가 따라붙었다. 부관 역할을 맡은 유저였다. "대장. 뭐 하러 NPC 따위의 비위를 맞추는 거야." 그는 불만이 많은 듯 목소리가 퉁명스러웠다. 하긴 게임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유저가 노예나 다름없는 NPC의 비위나 맞추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훗, 넌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얼마나 넓은지 알아?" "글쎄." "가입자 수만 천오백만이다. 여기에 NPC 숫자까지 합치면 엄청날걸? 아무리 우리 길드가 강하고 세다지만, 혼자서는 결코 왕국 하나도 정복하지 못해." 베히모스는 길드의 힘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1만이라는 숫자. 유저들 입장에서는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기본 인구가 수백만에 달하는 왕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할 뿐이다. "그런 아르페디아 세상을 정복하려면 왕국의 힘이 필요해. 기왕이면 강한 나라의." 베히모스의 계획은 미네르바를 꼬서서 그녀와 결혼하는 것이다. 인간과 NPC가 어떻게 결혼하냐고? 당연히 가능하다. 거의 인간과 똑같은 사고를 하는 NPC들과 호감도를 극도로 높이면 결혼도 가능했다/ 공력 게시판에는 몇몇 NPC들과 결혼에 성공한 유저들의 사례담이 올라올 정도다. 여제라고 하지만 역시 NPC인데 못할 리는 만무하다. 만약 미네르바와 결혼에 성공하면 베히모스는 마노스 제국의 대공이 된다/ 대공(大公). 가히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 그리고 미네르바가 불의의 사고로 사라져 주기만 한다면....... '흐흐흐. 이 나라는 내 것이 되는 것이지." 그랬기에 마노스 제국이 성급한 출정으로 국력을 갉아 먹는 것을 피해야만 한다. "그런데 길드장한테서 연락 온 거 없어?" 철십자 길드의 길드장이라면 랭커 마법사 노벨이었다. 노벨과 베히모스는 다니는 학교는 다르지만 친구였고, 마노스 제국을 삼키겠다는 음모를 함께 짠 당사자였다. "회수대를 전멸시킨 놈들의 정체를 알아냈다고 해." "그래? 누구지?" 베히모스는 철십자 길드의 정예 중 하나인 회수대를 전멸시켰을 정도면 거대 길드의 공격대거나 랭커 급 유저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생각은 멋지게 빗나갔다. "미케니아의 왕과 그 졸개들이래." "미케니아? 그 공중 요새와 관련된?" 마노스 제국에서 기반을 다지느라 북쪽으로는 별로 신경을 못 썻지만, 소문으로 들은 것이 있었다. "큭! 겨우 NPC 따위에게 당했다 이 말이야?" NPC라고 다 약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저가, 그것도 대(大)철십자 길드의 유저가 NPC에게 당했다는 것은 수치였다. "추적에 능한 길드원들을 보내 놈들의 뒤를 계속 쫓고 있는 중이야. 이유는 몰라도 그놈들이 아직 뇌제의 홀을 손에 넣진 못한 것 같대." "훗, 다행이군. 아직 기회가 있어서." 뇌제의 홀은 반드시 철십자 길드에서 차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놈들이 훔쳐 갔던 반크의 열쇠를 빼앗아야 한다. "그런데 대장, 김필중이는 어떻게 할 거야? 계속 이대로 병원에 둘 거야?" 열흘 전 김필중과 부하 녀석들이 엉망진창으로 당해서 병원에 실려 갔다. 다른 녀석들은 치료받고 바로 퇴원했지만ㅡ 김필중은 아직도 입원해 있었다. 완쾌가 덜된 것도 아니고 이미 완쾌되었다. 하지만 병원비를 내지 못해 못나오고 있었다. 지금도 하루에 몇 번이나 전화가 와서 병원비 좀 내 달라고 조르고 있지만 무시하고 있는 베히모스였다. "흥. 그딴 병신은 내버려 뒤. 어떻게 한 놈에게 스무 명이 두들겨 맞을 수 있어?" 베히모스는 감히 자신의 허락도 받지 않고 부하들을 데리고나간 김필중을 용서하고픈 마음이 없었다. "그러게. 도데체 일진 망신은 혼자 다 시키고 있다니까." 두 사람은 이 자리에 없는 김필중을 마구 씹으며 황궁을 빠져나갔다. 마노스 제국의 변경에 위피한 헤레타 지역. 과거 헤레타 왕국이 있던 곳으로 이곳에 유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으쓱한 뒷골목을 전전하던 그는 어느 허름한 술집에 들어갔다. "무엇을 마실 거유?" 꾀죄죄한 몰골의 주인이 다가와 주문을 받았다. 유한은 썰렁한 주점 안을 쓱 돌아보더니 입을 열었따. "이곳에 피보다 더 진한 '진홍의 눈물'이 있다고 하던데....." 그의 입에서 진홍의 눈물이란 단어가 나오자 주인장은 흠칫했다. 그러나 곧 태연한 안색으로 물었다. "도둑 길드에서 보낸 자가 당신이유?"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그들을 통해 연락을 넣은 당사자입니다." "따라오시우." 유한이 주인장을 따라간 곳은 술집 뒤에 있는 낡은 집이었다. 그곳은 마치 피난민들이 임시로 살기 위해 지은것처럼 허름한 판자집이었는데, 그 안에 눈빛이 맑은 NPC 둘이 있었다. "그럼 이야기들 나누시우." 주인장이 나가자 둘 중 나이가 많아 보이는 NPC가 먼저 입을 열었다. "댁이 우리 헤레타 해방군에 편지를 보낸 사람이오?" 헤레타 해방군. 유한은 채린에게서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따. 채린은 예전에 바람의 날개를 구하기 위해 엘프의 숲으로 가던 중, 한 무리의 유민 NPC를 만났다. 그녀는 마노스 제국에 나라를 잃은 헤레타 왕국의 유민들로부터 한 가지 퀘스트를 받았다. 그들이 어렵게 모은 군자금을 해방군에 은밀히 전달해 달라는 것이다. 헤레타 해방군은 망국의 기사들이 조직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였다. 언젠가 왕국을 되찾기를 소원하면서. 유한은 도둑 길드를 통해 헤레타 해방군에 편지를 1통 보냈다. 아까 뒷골목의 술집은 해방군들의 접선 장소였다. "편지를 보낸 사람이냐고 묻지 않소?" "예, 제가 편지를 보냈습니다." 유한이 시인하자 젊어 보이는 NPC가 다소 흥분해 물었다. "우리에게 무기를 무상으로 제공해 준다는 게 사실이오?" "물론입니다. 다만 편지에도 나와 있다시피 이쪽에서 원하는 일을 하나 처리해 주어야 합니다." 유한의 말에 방 안은 잠시 침묵에 싸였다. 대장 NPC가 가타부타 말을 않고 있자 옆의 부관 NPC가 입을 열었다. "각하.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헤레타 왕국은 영원히 마노스 제국에 합병될지 모릅니다. 그러니 이번에 반드시 봉기를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자가 무엇을 요구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사실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잖습니까?" 부관의 종용에 대장 NPC는 결정을 내렸다. "좋소. 당신의 요구를 받아들이겠소." "그럼 일차 분으로 가져온 칼과 창 백 점을 넘기겠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물건은......" 유한은 그 뒤로도 해방군 NPC들과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베레타 공화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마노스 제국의 초소. 평소에도 그다지 사이가 좋지 않은 두 나라여서 긴장감이 감도는 이곳에 짙은 살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단의 인물들이 은밀히 접근하고 있어서였다. "흐아암, 잠 온다." "어이, 졸다 기사님께 들키면 혼나. 그러니 정신 차리라고." 2명의 병사들이 잠을 쫓으며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러나 은밀히 접근하는 인물들은 이들의 이목을 속인채 거의 다 가왔고, 곧 석궁을 꺼내 발사했다. 쉬익! "윽!" "억!" 2명의 초병이 쓰러지자 일단의 인물들은 목책을 타 넘어 안으로 진입했다. 그리고 경계를 서는 보초들을 제거하고 식량 창고와 막사에 불을 질렀다. "불이야!" 처음에는 화재가 난 줄로만 알고 화들짝 놀라 뛰쳐나온 병사들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베레타 공화국의 병사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적이다!" "적이 침입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보는 베레타 공화국의 병사들이었지만, 설마 자신들을 공격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으나 그래도 대륙 최강이라 자부하는 제국의 병사들. 그들은 혼란을 수습한 뒤 초소 안으로 난입한 적들을 격퇴했다. "놈들을 쫓아라!" 화가 잔뜩 난 기사 NPC가 퇴각하는 베레타 공화국 병사들의 뒤를 쫗기 시작했다. 그러자 병사 NPC들도 이들의 뒤를 쫓았다. 드림맥스에서 평소에 국경 초소를 지키는 병사들에게 부여한 임무는 간단했다. 국경을 넘나드는 상단과 행인들을 감시하고, 적의 도발이 있을 시 이를 격퇴하고 응징하라는 것이다. 기사와 병사들은 프로그램된 임무에 아주 충실했다. 그러나 국경선을 넘자 어찌 된 영문인지 베레타 공화국 병사들 모습이 싹 사라지고 없었따. "이만 돌아가심이....." 고참 병사 NPC 하나가 적진 깊숙이 들어왔음을 상기시켰다. "닥쳐라! 놈들은 야간에 침투해 나의 부하들을 죽였다. 그런데 어찌 이대로 돌아간단 말이냐!" 머리 끝까지 화가 난 기사 NPC는 돌아가기는 커녕 가까운 곳에 위치한 베레타 공화국의 초소로 병사들을 이끌고 갔다. 당연히 그곳을 공격할 심산이었다. 격퇴하고 응징하라는 프로그램은 기사 NPC의 행동을 그렇게 유도했다. 스스슥! 스슥! 미노스 제국의 병사들이 사라지자 숲 속에서 베레타 공화국의 병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마치 유령처럼 땅을 뚫고 나타났는데, 사전에 파 놓은 비트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후후후, 바보 같은 녀석들." 선두에 선 두 NPC의 입가에 비웃음이 떠올랐다. 그들은 바로 유한과 허름한 판잦비에서 대화를 나우었던 레지스탕스 NPC들이었다. 유한이 그들에게 건네준 무구는 베레타 공화국의 무구를 복제해서 만든 것이었다. 그의 요구 조건은 베레타 공화국 병사로 위장해 마노스 제국과 베레타 공화국 간에 싸움을 붙이라는 것. "이제 두 나라가 전쟁에 돌입하겠지요?" "아마도 그렇겠지." 대장 NPC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헤레타 왕국이 독립할 수 있을까요?" "장담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기회를 엿볼 수는 있겠지.: 대화를 나눈 두 NPC는 부하들과 함께 자신들의 거점으로 사라졌다. 쾅! 자신의 집무실에서 일을 보고 있던 베히모스는 뜻밖의 보고에 책상을 부서져라 내려쳤다. "이게 정말 사실이야?" "그, 그래. 방금 국경 지바으이 사령관으로부터 전령이 왔는데 몇 번이고 확인한 내용이야." 전령이 가져온 소식이란 다름이 아니었다. 바로 베히모스가 반대했던 전쟁이 터졌다는 것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전력이 만만찮은 베레타 공화국과. "북쪽 국겨의 사령관이 NPC였지? "응." 부관을 맡은 유저의 대답에 그는 뿌드득 이를 갈았따. "내 그토록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고 이야기를 했건만....." 멍청한 NPC들이 자신의 야망을 망친다고 생각되었따. 그러나 NPC들이 이 소리를 들었다면 무척 억울했을 것이다. 그들은 자신에게 부여된 프로그램대로 행동할 뿐이니까.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NPC들은 그들 나름의 프로그램된 성격과 임무가 있었고, 어떤 일이 발생하면 프로글매 된 대로 움직이고 대응한다. 그 결과 수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세상이 바로 아르페디아 대륙이었따. [꿈의 대륙 아르페디아! 무한의 자유를 누리십시오!] 드림맥스의 광고 문구는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으.......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다. 최대한 빨리 전쟁을 끈내눈 수밖에.' 바보같은 국경 사령관이 전쟁을 일으켰지만, 한번 벌어진 전쟁을 되물릴 수는 없었다. 그럴바에는 차라리 조기에 전력을 집중해 한시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는 것이 나았다. "여제를 만나러 가야겠다." "전쟁을 하는 거야?" "이왕 벌어진 일. 이번 전쟁을 기회로 삼아 제국 내에서 나와 길드의 입지를 굳혀야지." 베히모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장 서서 집무실을 나갔다. 드디어 전쟁이 터졌다. 유한이 부린 수작으로 마노스 제국과 베레타 공화국이 전쟁에 돌입한 것이다. "그하하핫! 이걸로 됐다!" 유한은 입이 찢어져라 웃었다. 이것이 만약 현실이었으면 유한은 정말 손가락질 받아도 마땅한 놈이었다. 그러나 이건 가상현실이다. 그것도 게임. 게임 속에서 유저가 전쟁을 일으키던, 평화의 사도가 되던 그건 맘대로 였던 것디ㅏ. 벌써부터 내렸던 무기의 값이 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원래의 가격에 미치지 못하지만, 조금 잇으면 이마저도 돌파할 기세. 그때를 노려 유한은 창고에 재어 놓았던 무구들을 방출할 셈이었다. "그런데, 베레타 공화국과 그로지아 왕국과의 협상은 잘 되고 있더?" 유한의 물음에 채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리지스가 협상 중인데 조만간 계약을 따 낼 수 있을 것 같데." 전쟁이 벌어지기도 한참 전, 리지스는 무기 카탈로그를 챙겨 들고 그로지아 왕국과 베레타 공화국을 방문했다. 무기를 팔기 위해서다. 평상시라면 당연히 이들 왕국에 납품하는 상단이나 길드가 있어 납품이 불가능했겠지만, 전쟁이 터져 상황이 바뀌었다. 평화시에 준해서 무기를 준비했던 상단들은 절대 단시간에 전군을 무장시킬 수 있는 무기를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렇다면 계약은 따 놓은 당상. 지금 베레타 공화국은 서둘러 무기를 사려 했고, 전쟁 당사자가 아닌 그로지아 왕국도 매입을 서두르고 있었따. 베레타 공화국 다음에 자신들이 될 수 있었고, 또 베레타 공화국에서 원병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흐흐흐, 리지스에게 최대한 비싼 가격에 팔라고 해. 지금이 아니면 바가지 씌울 기회가 별로 없을 테니까." 유한이 그렇게 웃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메시지 창이 하나 떴다. - 쿠궁! [죽음의 상인] 칭호를 받으셨습니다. -명성이 2,000 하락합니다. '컥! 이건 또 뭐야?' 기껏 힘드렉 올려 놓았던 명성이 대폭 깎였다. 도대체 뭐 때문에 이런 거란 말인가. 유한은 얼른 정보창을 열어 죽음의 상인에 대해 알아보았다. [죽음의 상인] 설명 : 무기를 팔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덕 상인. 돈을 벌기 위해 사람의 목숨으로 초개처럼 여기고, 전쟁까지 일으키길 불사한다. 생산직이라면 조건을 충족시켰을 시 누구나 받을 수 있다. 효과 : 죽음의 상인 칭호를 달면 생산이나 판매를 20% 높이는 것이 가능하지만, 전쟁 지역 주민 NPC들과의 친밀도는 최악이 된다. '뭐 이런 칭호도 다 있어?' 유한이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3년 가까이 해왔지만, 이런 칭호가 있다는 소린 금시초문이었따. 하지만, 이를 어쩌랴. 이미 받아 버린 칭호인 것을. '혹 리지스도?' 자신이 받았다면 이번 작전에 두 팔 걷고 나선 리지스도 받았을 것 같다. 그래서 귓말을 보냈다. -야, 리지스 -바쁜데 왜 자꾸 부르는 거야? -너 혹시 죽음의 상인이란 칭호 받지 않았따냐? -아니. 아무래도 주동자만 받는 칭호인 모양이다. 자신에게 결정적인 정보를 제공한 채린이도 멀쩡하니까. 아무튼 불명예 칭호를 받았다는 것은 기분 나쁜 일이다 "왜? 무슨 일이야? 그 칭호는 대체 뭐니?" 유한이 얼굴을 붉으락푸르락하며 서 있자 채린이 물었다. "아, 아무 것도 아니야." 자랑도 아닌데 죽음의 상인 칭호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는 없었다. 11.방문자 처얼썩! 철썩! 방파제에 부서지는 새하얀 포말. 그리고 그 너머로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사방에 갈매기들의 울음소리와 배 만드는 소음이 울려 퍼지는 이곳은 카잔 공국 남쪽의 항구 바니아스였다. 동쪽 연안 무역의 중심지인 이곳의 부두에는 배들이 줄지어 정박해 있었다. 엄데이트 이휴 바니아스는 대양으로 나가는 통로가 되면서 그 규모가 훨씬 더 커졌다. 이전보다 큰 조선소가 들어서고, 드나드는 배들의 크기도 커졌다. 당연히 유저들의 왕래도 많아졌다. 다소 위험은 있지만, 바다 저 멀리에 있을 신대륙에 대한 환상은 많은 유저들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여기서 신대륙으로 가는 배를 타는 건가?" 2명의 남자가 부두로 나왔다. 쓸데없이 번쩍이는 갑옷을 입고 있는 기사의 이름은 제르스였고, 그에 못지 않게 치장한 마법사 청년의 이름은 알덴이었다. 여성들에 대한 지나친 껄떡임과 대쉬로 악명을 자자하게 떨쳤던 그들이 멀리 이곳까지 온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신대륙으로 가기 위함이었다. "근데 우릴 배에 태워 주는 길드가 있으려나?" "걱정 마, 크라켄이나 서펀트의 습격이 잦은 지역을 통과하려면 전투원이 하나라도 더 필요할 테니까." 제르스가 자신만만해 했지만, 알덴은 우려를 떨칠 수 없었다. "근데 꼭 배를 타야 하냐? 여자를 꼬시는 건 다른 데서 해도 되잖아. 괜히 물에 빠져서 아이템만 날렸다간....." "마!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쟁취할 수 있는 법이야!" 그렇게 쏘아붙인 제르스는 은근한 투로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생각해 봐라. 일단 망망대해로 나가면 활동 범위가 배 안이 고작이야. 한 마디로 부딪칠 일이 많아진다는 거지. 그만큼 아가씨들과 돈독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그렇군!" 제르스가 신대륙으로 가려는 이유는 바로 그것이었다. 항해 도중에 건수를 올리는 것. "흐흐, 그리고 잘돼서 신대륙에 도착하기만 해 봐. 유저라곤 하나도 없고 몹만 버글거릴 그곳에서 과연 누굴 의지하겠어?" "그렇구나!" 두 사람은 가 보지도 못한 신대륙을 상상했다. 그들이 상상하는 신대륙은 원시인 NPC가 날뛰는 미개한 황무지였따. 거기서 여린 여성 유저들을 보호하며 점수를 따 내고 오프라인에서의 만남까지 이어 보자는 게 그들의 계획. 그러나 그들의 생각대로 잘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원양 항해에 성공하고 돌아온 탐험대도 겨우 무인도 정도만 발견했을 뿐이다. 아직까지 대륙이라 할만한 큰 땅덩이에 도달한 이들은 없었다. 원양 항해에 전력투구를 하고 있는 최가장 길드에서 섬대륙 근방 섬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지는 좀 더 두고 봐야 알 일이었다. "되도록이면 큰 배를 타는 것이 좋겠지?" "당연하지. 생존 확률이 그만큼 올라가니까." 두 사람은 부지런히 부두를 오가며 배들을 살펴보았다. 되도록 크고 튼튼한 배, 그리고 예쁜 여성 유저들도 많이 탄 배를 찾았다. "어, 제로스. 저길 좀 봐." "저기 뭘?" 알덴이 바다 저편을 가리켰다. 수평선 너머로 배가 1척 다가오고 있었따. 멀리 탐험을 떠났던 배가 귀한하는 것일까? 처음에는 다들 그렇게 생각했었다. 제르스도 알덴도, 부두에 있는 다른 유저들도. 그러나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배를 본 사람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한 번도 보지 못한 특이한 양식의 선박이 항구로 접근하고 있었따. "저게 뭐야?" "저렇게 생긴 배도 있었나?" 상자처럼 네모난 모양, 누런색의 부챗살같이 펼쳐진 돛. 예전에 홍콩에 놀러간 적이 있는 제르스는 저것이 중국의 전통 선박이라는 것을 알았다. 뭐라던가..... 저런 배를 정크선이라고 하던가? 모두가 웅성이고 스크린샷을 찍어 대는 가운데, 배는 천천히 부두에 정박했다. 곧바로 큼지막한 닻은 내린 배에서 일련의 사람들이 갑판 위로 모습을 내밀며 손을 흔들어 댔다. 'NPC인가?' 제르스나 알덴은 물론 부두에 있던 유저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보트를 타고 접근하는 그들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Hello!" "Nice to meet you!" "허거걱!" 보트에서 내려 부두에 올라온 이들. 그들은 한 번도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본 적이 없는 차림을 하고 있었다. 몽뚱그려 말하자면, 그야말로 오리엔탈스러웠다. 여자들의 차림새도 그랬고, 남자들이 걸친 무구도 마찬가이였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그들의 외모였다. '양놈들이잖아!' 옷은 동양풍인데, 사람은 서양인이었다. 제르스는 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그들을 보며 입을 쩍 벌렸다. 캐릭터를 만든다고 염색했던 자신의 금발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금발 머리 소녀, 레게 머리를 늘어트린 큰 키의 흑인과 붉은 피부의 매부리코 사내. 그들이 입에서 내뱉는 말들은 그야말로 '외국어'였다. 알아들을 순 없어도 영어라는 것은 알 것 같았다. "외국인도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하던가?" "한 놈 있떠. 스코필드라고." "응, 그 자식 랭커지. 한국말도 절라 잘해." "그 녀석 말고도 찾아보면 꽤 있지 아마?" 전무한 건 아니다. 그러나 이렇게 떼거지로 뭉쳐 다니는 건 본 적이 없었다. 지금 부두에 올라온 녀석들만 해도 10명은 족히 되었고, 아직도 많은 수가 타고 온 배에 머물고 있는 듯했따. 이상한 배, 이상한 차림새, 거기다 외국인. 그것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Hey, you. Are you NPC?" "뭐? 내가 NPC냐고?" 제르스가 자신에게 말을 건넨 백인 청년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그밖에 백인 청년은 제르스에게 여러 것을 물어 댔지만, 영어 수업에 졸기만 했던 제르스가 알아들을 리 만무했다. 부두에서 제법 영어 좀 한다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이 쇼킹한 상황에 당황해 제 역할을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본토 발음이라는 게 장난 아니었다. "Where am I?" "There're a lot of koreans!" "Call him, Yarn. quickly!" 답답한 건 저쪽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당최 말이 통하지 않으니 짜증을 내고 배에서 빨리 누구를 불러 오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런데 그사이 일이 하나 터졌다. 알덴이 어설프게 영어를 내뱉으며 히스페닉계 여자에게 껄덕거리다가 밀쳐진 것이다. 그를 민 것은 그녀의 남친으로 보이는 남자였는데, 그는 영어인지 어디 말인지 몰라도, 욕이 분명한 말을 마구 내뱉으며 커다란 손바닥으로 알덴의 어깨를 툭툭 밀었다. "야야, 그만해. 그만! 쏘리, 쏘리." 제르스가 말린다고 나섰다. 그러나 끼어든 그에 대해서도 화가 났던지 남자는 제르스에게도 마구 욕설을 퍼부었다. "Son of a bitch!" 순간 제르스의 눈빛이 바뀌었다. 아무리 영어가 짧아도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있었따. "뭐? 야, 방금 뭐라고 했어?" "Kiata lavoko puto!"(궁금해서 검색해보니, 개놈아 닥쳐,,뭐 이런뜻이라내요?ㅋ) "한국말로 해, 자식아! 여긴 This is 대- 한민국이다!"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제르스는 상대를 발로 걷어찼다. 가슴을 발에 차인 남자는 비틀거리다가 부두 아래 바닷물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남자의 동료들이 눈을 치켜뜨더니 제르스에게 덤벼들기 시작했다. "Drop dead!" "오냐, 새끼들아 한판 붙어 보자!" 역사적인 만남은 불행하게도 유혈 사태로 이어졌다. 덕분에 사람들은 구경할 수 있었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공격 스킬과 마법들, 그리고 그것을 사용하는 직업군을. 상황이 진정된 후 오해를 풀자, 외국인들은 슬그머니 다시 부두 주변을 돌아다녔다. 여전히 당혹함을 감추지 못하는 그들은 자신이 본 것들을 동료들에게 서로 이야기해 주었다. 다들 모두 놀라고 기가 막히는 지 고개를 저었다. "그럼 여기가 신대륙이 아니란 말이야?" 아까 제르스에게 차여 물에 빠졌던 사내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젠장, 사방에 한국 놈들 천지야! NPC에게 말을 건네도 한국말을 해. 간판이고 책이고 적힌 글도 모두 한글이야!" 도무지 읽고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없었따. 아이템 설명조차 한글로 나왔다. "그럼 결론은 하나겠군." 한쪽에서 내륙 쪽을 바라보고 있던 소년이 말문을 열었다. "얀(Yarn)! 넌 뭔가 알고 있지?" 동료들은 그가 뭔가 알 거라고 생각했다. 검은 머리에 검은 눈. 동양인인 얀은 유일하게 이 부두에 있는 사람들과 말이 통하는 녀석이었따. 게다가 이 녀석은 누구보다 먼저 신대륙을 목격한 최초의 발견자이기도 했다. "내가 이 대륙을 보고 따 낸 칭호가 뭔지 알아?" 다들 궁금하다는 듯 얀을 바라보았따. "아르페디아의 발견자다." "뭐라고!" 다들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르페디아라니, 그들이 알기로 아르페디아는 그들이 현재 즐기고 있는 '레전드 오브 프론티어'의 기초가 되는 게임이 아닌가. 한국에서 서비스 중인. "다시 말해 이 대륙의 이름은 아르페디아란 거지." 얀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의 이름이 언급되자 혹시 했지만, 정말 그럴 줄이야. 신대륙, 신대륙, 그렇게 강조하더니 음흉한 게임사에 모두 속은 것이다. "자, 잠깐. 얀, 그럼 우리가 지금까지 했던 게임이 아르페디아 온라인과 같은 거라는 소리야?" "그런 것 같아. 한마디로 우린 변경(Frontier)에 있었던 셈이고 이제 본 대륙에 들어왔단 소리지." "오 마이 갓! 믿을 수 없어!" "틀림없어. 저번에 대규모 업데이트할 때 꾸물거린 이유가 뭐겠어? 전부 이것 때문이야." 국가별로 각기 다른 이름으로 서비스되던 게임이 하나로 통합되었따. 그렇지 않으면 북미에서 레전드 오브 프론티어를 즐기고 있던 자신들이 한국인들이 우글우글한 대륙으로 올 수 있었을 리가 없다. "이젠 어쩌지? 본 대륙으로 돌아가서 보고해야 하나?" "젠장, 이거 완전히 난리 나겠는걸." 다들 사태의 심각성을 논하고 있을 때였다. 일행에서 빠져나온 얀은 천천히 마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얀, 어디가?" 베르디라는 이름의 금발 머리 소녀가 얀을 쫓아갔다. 그녀의 부름에 얀은 발걸음을 늦추긴 했지만, 멈추지는 않았다. "여기가 아르페디아가 맞다면 찾아야 할 것이 있어." "찾다니, 뭐? 아이템?" 궁금해 하는 베르디의 얼굴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지은 얀은 대답해 주었다. "우리 형." (대장장이 지그 8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