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 지그 2권 by.라크 강찬 게임 판타지 장편 소설 -차례 Chapter 01.[무역로 개척] Chapter 02.[레드 타이거 용병대] Chapter 03.[검은 초승달 길드] Chapter 04.[먹느냐 먹히느냐] Chapter 05.[노스아크 입성] Chapter 06.[채린의 아버지] Chapter 07.[괴짜 드워프] Chapter 08.[수정 광산] Chapter 09.[광산 탈환 작전] Chapter 10.[얼음 궁전] Chapter 11.[지하의 요새 도시] Chapter 01.[무역로 개척] 1 "드, 드디어 찾았다!" 쿵쾅쿵쾅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해커가 털어간 바츠 시절의 아이템. 그중의 하나가 유한의 손에 들어왔다. 대장장이 캐릭터를 키워 해커를 추적하기로 결심한 뒤로 처음 거둔 쾌거였다. "님아, 대체 뭘 찾았다는 거심?" 갑부 초딩의 물음에 유한은 잠시 머뭇거렸다. 대체 뭐라고 말해 줘야 할까? "실은 내가 바츠 유저고, 이것은 해커가 털어간 내 아이템이니까 돌려받아야겠구나" 라는 말이 혀끝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지금은 아이템이 문제가 아니다. 유한이 정체를 밝히는 순간 일파만파 소문이 퍼져 갈것이고, 기껏 부상한 해커는 총알같이 잠수해 버릴것이다. "아무것도 아냐.흠이 난곳을 찾았다는거지" "그래염? 그럼 깔끔하게 잘 고쳐 주셈" 유한은 정성을 다해 레인저의 활을 고쳐주었다. 내구가 하나도 떨어지지 않은 완벽 수리로 활을 돌려받자 초딩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우와!님, 킹짱이셈!자, 여기 사례금 받으삼!" 수리비만 갑절로 100골드를 내놓았다. 그러나 유한은 고개를 내저엇다. "수리비는 필요없고, 대신 형한테 레인터 세트를 어디서 샀는지 안 가르쳐 줄래?" 그러자 초딩은 자신이 왔던 거리를 가리켰다. '서문 근처의 무기상 많은 데서 샀심.'헌드레드'라고 좌판 깔고 장사하는 상인이 팔았삼" 유한은 곧장 판을 접고 서문으로 달려갔다. 과연 초딩이 말한대로 헌드레드라는 이름의 상인 유저가 있었다. 유한은 돗자리 위에 검과 갑옷 따위를 진열해 놓고 팔고 있는 유저에게 다가갔다. "헌드레드님, 혹시 아까 초딩 꼬마에게 레인저 세트 팔았습니까?" "레인저 세트?아, 네 그랬지요" 워낙에 흔하지 않은 목록이라 사 간 사람을 기억하고 있었다.갑부 초딩이 사준 덕분에 돈도많이 벌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봅니까?" 잠시 멈칫하던 유한은 곧장 말을 꾸며냈다. "혹시 남는거 있으면 사려고요.여친에게 선물하려고" "그래요? 하지만 내가 구한건 한 세트뿐인데요.워낙에 흔하지 않은 장비라서" "누구한테 산건데요?" "시장에서였어요.'록펠러'라고 마차 끌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입니다. 매일 시장에 나와서 장사하니까 한번 가보세요" 유한은 처음에 이 헌드레드가 혹시 해커가 아닐까 의심했었다. 그러나 그는 일말의 머뭇거림이 없었다. 더구나 시장에 있다는 록펠러를 찾아가자 정말 그에게 레인터 세트를팔았다고 했다. "근데 나도 딴 사람에게 산거야.그저께였나? 이름이 분명........" 그날 유한은 하루종일 발덴과 인근 지역을 돌아다니며 레인저 세트의 구매자들을 찾았다. 때때로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유저도 있어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용모나 차림새로 구매자를 파악해서 추적을 계속할수 있었다. 그런 추적 끝에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을 '알리에트'라는 여자 궁수로, 레벨 80대의 중수였다. "아아, 레인저 세트!" 그녀는 기억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름전쯤인가 그때 샀었죠.정말 괴상한 방법으로 샀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어요" "괴상한 방법으로 사다니요?" 현질이라도 했단 말인가. 유한의 심장이 쿵쿵 뛰었다. "공략 사이트의 채팅방에서 잡담하며 놀고있을때였어요.누가 불쑥 들어오더니 레인터 세트를 사지않겠냐고 글을 띄우는거에요" "그, 그 사람 이름이?" 해커가 분명하다. 지금까지 유한이추적했던 사람들의 거래방식과 달랐다. "이름은 몰라요.더구나 비회원 접속이었고, 이름도 성의 없는 영어와 숫자 덩어리였어요" 한마디로 기억하지못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름도 기억 못하면서 거랠 어떻게 했는지. 유한의 물음에 그녀는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괴상한 방법으로 샀다는거죠" "어떻게 괴상했는데요?" "내가 사겠다고 하니까 바로 귓속말을 주더군요.'폐허의 땅'에 있는 이층 교회 뒤쪽 나무밑에 물건을 묻어놓을테니, 돈은 맞은편 집의 침대 밑에 두라고 하더라고요" 유한은 기가 막였다. 이건 괴상한게 아니라 어처구니가 없는 짓이었다. "도대체 그렇게 만난 사람을 어떻게 믿고 거래를 튼 겁니까?" "가격이 무척 쌌거든요.거의 시세의 반값수준.그러니까 나 같은 중수가 레인저 세트를 살수 있었던 거죠" ".........." 확실히 그만하면 혹할만햇지만, 그래도 이해되지 않는게 있었다. 만약 유한에게 그런식으로 거래가 들어왔다면 물건만 가져가고 돈은 놓고 가지 않았을것이다. "나도 그러려고 했어요.그런데 레인저 세트가'봉인의 상자'에 들어있더라고요" 봉인의 상자는 007가방 비슷한 것으로, 암호를 말해야 그안의 물건을 꺼내 갈수 있다. 보통은 유저들이 보물 찾기 놀이를 할때 쓰는데, 1회용이라서 안의 물건을 꺼내면 사라지게끔 되어 있다. "갑자기 멀리서 화살이 날아왔는데 거기에 편지가 있었죠.돈을지불해야 암호를 가르쳐 준다는거에요" 결국 알리에트는 약속 장소에 돈을 두었고, 나중에 화살 편지로 암호가 날아오더란다. '치밀한 자식이구나'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정체를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거기다 돈만 받아먹고 암호 따윈 몰라라 할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 정직해서가 아니라 시시하게 사기같은 짓으로 소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함이다. "하여튼 그렇게까지 하니까 좀 미심쩍더라고요.반값에 넘기는걸 보면 혹시 부정한방법으로 입수한 물건이 아닌가 싶기도하고" 알리에트는 찝찝한 나머지 레인저의 활 내구가 20정도 떨어지자 곧바로 처분해 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결국 물건은 돌고돌다 유한에게 수리를 의뢰한 초딩에게 건네진것이다. 유한은 채팅 사이트의 운영자에게 문의해보았다. 하지만, 알리에트와 쪽지를 주고받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 '쳇 , 쉽지 않군' 아이템을 추적하다보면 해커를 잡을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상대는 매우 치밀한데다 신중하기까지 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모습을 보인다면 놈의 덜미를 잡는것은 굉장히 힘들것이다 '그래도 포기할수는 없지!' 포기할수 없는 일이다. 어차피 쉽지않을것은 각오했던바.아무리 놈이 치밀하고 신중해도 사람인이상 실수를 할것이고, 그러면 꼬리를 드러내게 될 것이다. 이번만 해도 그랬다. 놈은 거래 캐릭터로 궁수를 이용했다. 레벨 80대 궁수인 알리에트의 시야밖에서 활을 쏠만한 실력자라면 최소 100레벨은 될것이다. 물론 그것으로 놈을 섣부르게 판단할수는 없다. 궁수 캐릭 외에 다른것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놈이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하고있고, 또한 궁수 캐릭을 가지고 있다는것을 안것만으로도 소득이었다. 2 해커 추적을 마친 유한은 광장으로 돌아왔다. 해커를 잡는것도 중요하지만 지그의 스킬을 올리는것도 중요했다. 접었던 좌판을 다시 펴려는데 눈에 띄는것이 있었다. "어라, 웬 사람들이지?" 유한이 고개를돌린곳은 광장 게시판이 있는곳이었다. 게시판에는 왕궁에서 내놓은 퀘스트가 올라오는데 머더러를 잡기위해 수배 퀘스트가 가장 빈번했다. 그러나 흔한 퀘스트가 올라온거라면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 잇지는 않을것이다.유한은 모여 있는 사람들 사이를 해치고 게시판에 올라온 공고문을 보았다. -모집- 위대하신 국왕 폐하께서 이번에 북방의 노스아크와 무역로를 열기로 하셨다.이에 가장 먼저 무역로를 개척하고 교역에 참가할 상인과 상단을 호위할용병, 그리고 상행을 지원할 기술자를 선발하는 바이다. 발덴의 백성이라면 누구라도 환영한다.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자 하는 인재라면 지체하지 말고 외무성으로 달려와 이번 개척대에 참가하라. -바르카스 왕국 외무대신 콘라드. '어라? 새로 만들어진 퀘스트인가?' 유한이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바르카스 왕국와 노스아크는 직접무역을 하지 않는다.두 나라사이에 네메시스 산맥이라는 거대한 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산맥이 험하기도 험하거니와, 몬스터들이 득실득실해 지금까지는 제 3국을 통한 간접 모역만을 해 왔다. 그런데 이번 공고문을 보니 그런 설정이 바뀌려는 모양이었다. 주변의 NPC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들어봐도 그랬다. 국왕이 영구적인 교역로를 만들기 위해 개척대를 조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한은 즉시 퀘스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았다. 난이도 B랭크의 퀘스트. 마녀데보라의 던전이 C랭크인것을 감안하면 그 난이도를능히 짐작할수 있다. "난이도가 B인데 쉽지 않겠지?" "대신 보상이 꽤 좋을거야" "하긴, 처음 공개되는 퀘스트인데 게임사에서 신경 좀 쓰겠지?" "좋아!우리 한번 해보자" 보상에눈이먼 유저들은 하나둘 외무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한도 퀘스트에 참가하기로했다. 해커를잡기 위해서라도 지그의 레벨을 올려놓을 필요가 있었다. 최소 A급 장비를 수리할수 있어야 바츠의 장비를 만질수 있고, 해커 역시 찾을수 있었으니까.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는 던전이나 퀘스트만큼 좋은게 없다. 외무성 앞 임시로 만든 천막에서 NPC관리가 신청 용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유저들은 줄을 서서 신청 용지를 받았는데, 뭔가 문제가 있는 지 간간히 소란이 일었다. "이봐, 왜 나는 신청 용지를 못 준다는거야!내가누군지 알아? 나 레벨 130대의 마법사 듀크라고!" "실력이 높다고 아무나 신청을 받아주지 않습니다.듀크님은 베레타 공화국 국민이아닙니까" "그래서? 그게 뭐가 어쨌다는건데?" "공고문에 밝혔듯이 이번 선발대는 발덴 백성 중에서만 뽑습니다. 듀크님은 조건이 안됩니다" 고렙이라고, 명성이 높은 유저라고 무조건 참여할수 없는 퀘스트인 모양이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고렙들은이번 퀘스트에 참가하기 힘들듯했다. 다들 레벨이 오르면 바르카스 왕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하기때문이다. 유한은 아직 저렙이고 바르카스 왕국을 떠나지 않은 덕분에 신청 용지를 받을수 있었다. "이름을 쓰고 지원할 업무의 신청함에 용지를 넣으시오" NPC관리가 가리키는곳에는 3개의 신청함이 있었다. 각각 '호위 업무', '통상 업무', '지원 업무'라고 적혀 있었는데, 유저들은 자기 직업에 맞는업무의 신청함에 용지를 넣었다. 유한은 지원 업무에 신청 용지를 넣었다. 그러자 곧장 안내창이 떠올랐다. [무역로 개척]퀘스트에 참가 신청을 하셨습니다. 호위할 용병을 뽑는다는것은 몬스터의 습격이든, 도적의 노림이든 전투가 벌어진다는 소리고, 노스아크까지 거리를 생각하면 한두번의 전투로 끝나지 않을 공산이 컸다. 거듭되는 전투는 유저들의 장비 내구를 깎을것이 뻔한일.그것은 수리 랭크를 높일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리고 암 브레이크를 실전에서 쓸수 있을지도 모르지' 유한은 슬슬 퀘스트가 기다려지기까지 했다. 문제는 퀘스트신청자는 많고, 인원은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이번퀘스트의 정원은 70명인데, 신청자는 직므 외무성에 모인 사람만 봐도 수백명은 되어 보였다. 그만큼 갱쟁률은 치열했다. 선발에 떨어지면 당연히 퀘스트에 참가하지 못한다. '그럴수는 없지.새로운 퀘스트인데 내가 그걸 놓칠것 같아?' 유한은 바츠때를 떠올려 보았다. 그때도 이런식으로 신청자중에서 몇명을 선발하는 퀘스트가 여럿 있었는데, 유한은 한번도 빠지지 않았다. 명성도 때문이다. 선발 권한을 NPC가 갖고 있는데, 명성도 높은 캐릭터를 우선으로 하였기에 그가 요청을 할 경우에는 함부로 거부하지 못했다. '문제는 지그의 명성도가 먹힐수 있느냐는건데' 이제 겨우 명성치 380. 유저들 사이에서 솜씨 좋다고 입소문 탄것과 달리 대장장이 지그는 NPC관리에게 이제 겨우 초보를 벗어난 수준으로밖에 보이지 않을것이다. '뭔가 방법이.........' 그 순간 유한의 눈에 번쩍 띄는 NPC가 있었다. 랑켈산의 광산 마을에서 만났던 기사 기욘.그가 이번 무역로 개척에 참가하는지 관리들을 상대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유한은 곧장 기욘의 앞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안녕하십니까" "오, 자네는 전에 광산 마을에서보았던......." "지그라고 합니다" "그랬지.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인가? 자네도 개척대에 끼려고?" "하하하!당연한거 아니겠습니까? 노스아크는 드워프들의 나라.드워프하면 제철 기술!나라에 도움이 되게 무역로도 뚫고 , 철의 왕궁에 찾아가 볼 기회가 생겼는데 그걸놓칠수야 없지요" 유한의 말에 동감한다는듯 기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자네말대로 노스아크는 제철과공업이 대륙에서 최고로 발전한 나라지.여러 나라의 장인들이 노스아크의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했지만 성공하지는 못했어" 유한은 문득 파부치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역청탄의 비밀을 알아내려다가 쫓겨났었다고 하던가. "만약 자네가 노스아크로 가서 그곳의 기술을 익혀 온다면 우리 왕국의 국방에 큰 도움이 될것이야.제철 기술은 바로 한 나라의 군사력과 직결되는 것이니까" "이를 말슴이십니까.하지만 제가 이번에 노스아크로 갈수 있을지........에휴, 일단은 선발 명단에 올라야 할텐데 워낙에 쟁쟁한 장인들이 많아서요" 말을 하면서 유한은 슬쩍 눈치를 보았다. 일부러'저 좀 뽑아주세요'라고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진 않았다. 그저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숨만 내쉬었을뿐. 이 성실해 보이는 기사NPC의 성격으로 보아 노골적인 청탁을 했다가는 도리어 부작용이 일어날수도 잇었다. 재수가 없으면 '이놈을 당장 하옥하라!'의 상황이 벌어질지도. 아무튼 유한이 초조한 기색을 보이자 기욘의 표정도 진지해졌다. "흠, 그 점이라면 염려말게.자네라면 뽑힐거야.광산 마을을 구원한 용맹한 대장장이를 개척대에 뽑지 않는다면 대체 누굴 뽑는단 말인가?" "하지만 선발은 심사관에 의해 공정하게 진행되지 않겠습니까" "합당한 인물이라면 추천할수도 있는 문제지.그 점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자네는먼길을 떠날 준비나 단단히 해두게" "아!감사합니다" 유한은 기욘에게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런 유한이 기특해 보였는지 기욘은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는 외무성 안으로 들어갔다. 분명 추천을 하러가는 것이리라. '크크크, 이제 선발은 따 놓은 당사이다' 유한은 자신이 뽑힐거라 믿어 의심치않았다. 내심 미소를 지은 그가 중앙 광장으로 돌아가려고 할때였다.외무성 청사 밖의 그늘진 곳에서 두사람이 실랑이하는 모습을 우연찮게 볼수 있었다. "아 글쎄.이러면 안된다니까" "좋은게 좋은거라고 관리님이 편의를 봐주시면 제가 가만히 안있죠" 유저로 보이는 여자가 품에서 주머니를 꺼내 배불뚝이 NPC관리에게 건넸다. 생김새로 보아 돈주머니가 틀림없었다. "이걸로는 부족한데......." 좀전까지 거절하던 태도는 어디가고 배불뚝이 관리가 탐욕스런 표정을 지었다. "호호호!어디 장사 하루이틀 해요?돈걱정은 말고 제가 이번 개척대에 포함될수 있도록 힘이나 써 주세요" 보아하니 퀘스트에 참가하려고 뇌물을 먹이는 중인듯했다. "알았어.내 확실히 처리해 줄테니까 나중에 또 그만큼 성의를 보여야돼" "염려마세요.개척대에 뽑히면 이만큼 또 상납할테니까" '쳇, 현실 세상만 썩은게 아니라 게임세계도 썩었구먼' 유한은 두 사람을 향해 혀를 끌끌 찼다. 부패 관리가 있는것도 , 뇌물을 먹일수 있는것도 게임상에 그런 설정과 기능이 있으니까 가능할것이다. 물론 유한이라 해서 그리 떳떳한것은 아니다.그도 빽을 써서 퀘스트의 선발권을 따내려 햇으니까.그러나 자신은 적어도 뇌물을 먹이지는 않았다. '어쩌면 이래서 게임이 더 재미있는지도 모르지' 현실의 세세하고 구질구질한 모습을 적당히 차용함으로써 유저의 호기심을끌어낸다. 가상현실이라는 말에 어울리도록 말이다. 아니 이것은 가상현실이 아니라 또 다른 현실일지도 모른다. 아르페디아는 단순한 가상현실게임이 아니라 현대인이 경험하고 있는 또 다른 세계인지도. 그런데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유한의 눈이 그만 여성 유저의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 생각보다 상당한 미녀였다. 붉은색의 드레스를 입어서 그런지 몰라도 화려한 장미를 연상시켰다. 눈매가 날카롭고 입꼬리가 치켜올라간 것도 한 성격할듯. 나이는 유한과 비슷해 보였다. 그녀는 유한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한마디 쏘아붙였다. "멀봐? 뇌물 먹이는거 처음봐?" 유한은 기가 막혔다. 최소한 들켰으니 부끄러운줄은 알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뻔뻔함이라니. "어디가서 소문내면 내 손에 죽을줄 알아!" 유한에게 한마디 더 쏘아붙인 그녀는 유한이 미처 뭐라고 하기도 전에 총총 걸음으로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허참!별별 인간이 다 있구먼"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국민 게임이라는 말을 실감할수 있었다. 온갖 군상들이 다 접속해서 즐기고 있는것을 보니까 말이다. 3 다음날 아침, 퀘스트 참가자명단이 발표되었다. 광장의 게시판을 본 유한은 지원 업무 명단에 올라와 있는 자신의 이름을 확인할수 있었다. 역시 기욘이 잘처리해준 모양이다. -축하합니다. 무역로 개척 퀘스트에 선발되셨습니다. 안내창이 떠오르며 이번 퀘스트에 대한 정보들이 쭉 나열되었다. [무역로 개척] -그대는 바르카스 왕국과 노스아크 사이에 첫번째 직통 무역을 일궈내고 교역로를 개척하는 임무를 맡게 되었다. 용감한 그대여!왕국의 부강과 발전에 혼신의 힘을 다하라! 1. 퀘스트 진행 기간 : 현실 시간으로 5일간. 2. 퀘스트 진행 시간 : 현실 시간으로 오후 10~새벽 3시. *해당 시간에 접속하지 않으면 낙오된것으로 간주됩니다. 낙오되면 퀘스트는 더 이상 참가할수 없으니, 유저 분들은 시간을 엄수해 주시기 바랍니다. 탈락자들은 한숨과 함께 돌아서고 선발된 유저들은 앞으로어떻게 준비할것인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특히 상인유저들은 무엇을 사서 팔것인지 사업 계획을 짜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럼, 나도 슬슬 준비해 볼까?' 유한은 여행기간동안 필요한 물건을 사러 중앙 광장 뒤편에 있는 상가로 발걸음을 옮겼다. 가상현실 게임에서 전투나 생산 활동을 하면 스태미나를 소모하기에 유저들은 항상 식량을 휴대해야 한다. 바르카스 왕국은 식량이 풍부한 나라라 어디에서는 쉽게 식량을 구할수 있지만, 이번은 달랐다. 몬스터가 우글우글한 네메시스 산맥에서 식량을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노스아크에서 식량을 구입하기도 쉽지 않다. 노스아크는 대륙 북부에 위치한 공업 국가라 식량이 매우 비쌌기에 현지에서 식량을 구입한다는 것은 땅에다 돈을 버리는것과 마찬가지였다. 설마 NPC들인 개척단 퀘스트에 참가한 유저들을 굶기기야 하겠냐마는 그래도 비상식량은 휴대하는게 좋았다. '어디 보자.비용대 효과가 좋은 먹을거리가.........' 드림맥스에서 보내준 캡슐은 미각 기능이 강화된 신품이었지만, 유한은 미식가가 아니라서 그점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는 현실에서조차도 먹을것은 무엇이든 배 안고플정도로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유한이 선택한 것은 바로 건빵과 육포였다. 가격이 저렴할뿐만 아니라 인벤토리 공간도 그다지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헛? 사람이 꽤 많잖아' 유한처럼 생각한 유저들이 많은지, 시장의 제과점과 상점에는 사람들이 와글와글했다.이야기하는것을 들어보니 대부분 노스아크로 사무역을 떠나는 유저들이었다. "어서 오십시오.무엇을 사시겠습니까?" "건빵 백개 주세요" 게임속에서 건빵은 현실에서 파는것처럼 작고 앙증맞은것이 아니다.모양은 비슷하지만, 크기가 손바닥만했다. "건빵만 사십니까? 버터나 크림은 필요없으십니까? 비스켓이 건빵보다 나은데 그건 어떠십니까? 가격은 좀더 비싸지만, 삼백개 이상 구입시에는 할인을........" "아 그냥 달라는걸로 줘요" 유한은 제과점 주인 NPC의 상술에 넘어가지 않았다. 하여간 이놈의 게임은 어떻겓느 유저들의 골드를 긁어모으려고 난리였다. '응?' 건빵을 사서 돌아서던 유한은 제과점안으로 우르르 들어오는 일단의 무리들과 마주쳤다. 소규모 길드라도 되는지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인상이 험악해 보였다. 가장 나이 어린 유저는 30대 초반, 제일나이 들어보이는 유저는 유한의 아버지 뻘이었다. '용병 길드인가?' 유한은 별생각 없이 그들 옆을 지나가려 했다. 그런데 제일 나이 많아 보이는 털보 유저의 말에 유한의 발걸음이 멈칫했다. "쯧쯧, 세상 참 어찌 되려는지.이 시간에 한창 학교에 서 공부를 해야 할 고삐리가 방구석에서 게임이나 하고앉았으니" 누구라고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 시선의 각도나 어투가 유한을 두고 이야기한듯했다. '아놔, 이 아저씨가!' 보통때라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갔지만, 해커를 추적하다 놓친일로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을때라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짜증이 분노를 일으키고, 분노는 이성을 장악했다. "뉘 집 자식들이지 몰라도 참 불쌍하구먼.가정을 책임져야 할 가장이 한가롭게 대낮에 게임이나 하고 있고" 유한의 비꼼에 털보는 화가났는지 다가와 어깨를 움켜쥐었다. "어이, 꼬마야.방금 뭐라고 했지?" "안경을 쓰셔야겠군요.세상에 이렇게 큰 꼬마 봤습니까?" "허허, 이거관을 봐야 정신을 차릴 놈이로군" "번지수 잘못 잡으셨네요.이건 무협 게임이 아니라 판타지 게임이거든요" 수틀리면 비무를 신청할수 있는 무협 온라인게임과 달리, 판타지 게임에선 지정된 장소나 이벤트가 아니면 PK를 인정하지 않는다. 무시하고 공격해서 유저를 죽임면 머더러가 된다. 상대방이 도발하거나 놀렸다고해도. 아무튼 유한이 꼬박꼬박 대들자, 장년의 사내와 같은 길드에 속한 유저들은 입을 쩍 벌렸다. 레벨도 낮아보이는 고삐리 녀석이 대체 무슨 깡으로 자기네 대장의 심기를 이토록 건드리는지 의아했다. 걸어다니는 폭탄이라 부를 정도로 한번 눈이 뒤집어지면 뵈는게 없는대장인데.그들은 곧 고삐리가 경을 칠것을 믿어 의심치않았다. '길포드라고?' 유한은 시비가 붙은 상대의 이름을 슬쩍 확인해 보았다.어디선가 들어본것 같은데 확실히 기억나지 않았다. 하긴, 비슷한 이름의 유저가 하나둘도 아니고, 좀 유명한 유저가 있다면 그 아류의 이름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아르페디아 온라인이다. "하룻강아지 범무서운줄 모른다더니.꼬마야, 이 아저씨가 마음만 먹으면 너 따윈 손가락 튕기는 것만으로 죽일수 있다" 털보의 협박에 유한은 지지 않았다. "그럼 어디 한번 해보시죠.아주 대놓고 머더러 한번 돼 보세요.이곳의 유저들이 아주 좋아할 겁니다" 털보의 인상이 더 험악해졌다. 그러나 무슨생각에선지 유한을 붙들엇던 손을 놓았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 그냥 보내주마.하지만, 다음에 마주쳤을때는 말조심하는게 좋을거다" "흥!누가 말조심해야 하는데요" 유한은 끝까지 지지않고 말대꾸를 한뒤 제과점을 나섰다. "대장 , 저 고삐리 자식을 그냥 두실겁니까?" "저한테 맡기십쇼.조용히 한방에 끝내겠습니다. 머더러가 되면 수배 시간이 풀릴때까지 숨어 있으면 그만입니다." 부하들이 한마디씩 하고 나섰다. 길포드는 그들의 행동을 말렸다. "어허!레드 타이거 용병대가 애송이에게 조롱당해 PK까지 하더라고 소문을 내고 싶은거냐?" "하지만........" "나도 혼쭐을 내주고 싶은 마음은 너희들과 다르지 않다. 허나 우린 어른이다. 어른이 어린애와 싸워서야 쓰나" 길포드의 점잖은 말에 부하들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대장이 오늘 뭔가 잘못 먹었나?' '그러게.요 며칠 딸과 함께 지내더니 머리가 이상해진것이 틀림없어' 부하들이 저마다 이런 생각을할때 길포드가 말을 이었다. "여기서 먹을걸 잔뜩 산것을 보면 고삐리 녀석도 노스아크로 가는게 분명하다. 틀림없이 이번 무역에 참가할터..........." 레드 타이거 용병대도 무역로 개척 퀘스트에 참가하기로 되어있다. 유저들을 선발한 것과 별개로 바르카스 왕궁에서 개척대의 안전을 위해 경호를 의뢰했기 때문이다. "그때 녀석을 요리하면돼" 씨익! 길포드가 사악한 미소를 짓자 부하들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이 되었다. 이번 개척대는 노스아크까지 가야하는 퀘스트다. 당연히 하루이틀에 끝나지 않는다. 그동안 저 버릇없는 녀석을 손봐줄 기회는 많을것이다. '그런데 아까 그놈의 이름이 지그였던가?' 길포드는 문득 고삐리의 이름이 생각났다. 낯설지 않은 이름.분명 어디서 들어본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대체 어디서 들었던 것일까. 며칠전에도 들었던것 같은데. 곰곰이 생각했지만, 떠오르지않았다. 오히려 생각하려 할수록 더 생각이 나지않는것 같았다. '그런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해보면 되겠지' 일단은 노스아크로 떠날준비부터 하는게 먼저였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 1 출발하기 하루전부터 약속된 장소에 유저들이 속속 합류했다. 개척대를 호위하기 위한 용병들과 직접 물건을 사고팔 상인, 그리고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잡다한 생산직들이 모이니 거의70명에 달했다. 생산직은 대부분 저렙이었고, 호위직은 중렙에 드물지만 고렙의 유저들도 섞여 있었다. 바르카스의 국적을 유지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보상의 고하를 떠나 퀘스트를 해 보자며 참가한듯했다. '출발 안하나? 거의 다 온것 같은데' 기다리기 지루했던 유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러 유저 군상들 중에는 어제 그 '뇌물녀'도 끼여 있었다. 노란 카트에 뭔가를 잔뜩 실어 놓았는데 , 아마 노스아크에 가서 팔 물건들이리라. 상인들은 보통 카트, 마차, 상단의 순으로 거래 규모를 키운다. 레벨이 낮고 돈이 많이 없을때는 카트에 짐을 싣고다니고, 중렙에 돈좀 벌었다 싶으면 마차를, 고렙에 한지역의 상권을 장악했다 싶으면 상단을 소유한다. 카트라 해서 무시할것은 못된다. 보기에는 야쿠르트아줌마들이 끌고다니는 작은 수레 정도로 생각되지만 그안에는 자그마치 쌀 포대 50개는 거뜬히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있다. '이름이 뭐지.......리지스라고?' 들어본 적이 없는 이름이다. 그녀는 이번 상행이 무척 기대되는지 싱글벙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긴 기대되기도 할것이다. 대장장이가 생산과 수리로 능력치를 올린다면 , 상인은 거래로 능력치를 올릴수 있다. 거래중에서도 가장 큰 이문이 많이남는 거래는 독점 거래. 이번바르카스 왕국과 노스아크 간의 거래는 성공하기만 하면 독점 거래나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뇌물을 먹였든 아니든 상관할바 아니다. 부패관리나 상인을 신고하는 퀘스트가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저 여자의 뇌물 행각 때문에 유한이 손해 본것도 없었다. 탈락한 유저에게는 미안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저 여자처럼 관리들의 유형을 파악해서 뇌물을 먹이는것도 일종의 능력이라고 봐야 했다. '응?' 유한이 그녀를 한참 살펴보고 있을때였다. 그녀가 무슨 일인지 카트를 끌고 유한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손을 불쑥 내밀었다. "내놔" "뭘?" 유한이 어리둥절해 묻자 그녀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부터 날 훔쳐봤잖아.아니, 아까부터가 아니지.어제 외무성에서도 그랬잖아"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고?" "관람비 내.모두 합쳐서 삼십골드야" 유한은 어이가 은하계 너머 안드로메다까지 날아갔다. 아니, 얼굴좀 훔쳐봤다고 관람비를 내라니.대체 이런 억지가 어디 있단 말인가? "나같이 늘씬한 미소녀를 음흉한 눈으로 훔쳐 봤으니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지 .안그래?" 소녀의 말에 유한의 입이 댓 발은 나왔다. "뭔놈의 대가!비쩍 말라서 볼것도 없는 주제에" "뭐라고?" "볼것도 없다고 했다. 앞이고 뒤고 슬림사이즈에 완전 평면인데 대체 뭘 보냐?" 사실 리지스의 몸매는 나쁘지않았다. 다만 제법 글래머였던 채린에 비해 떨어지는 수준일뿐. 유한의 야유 섞인 항의에 리지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그러나 유한에게 내밀고 있는 손을 내리지 않았다. "아무튼 본건 본거잖아!얼른 관람비 내놔!" "아놔, 짜증나는 여자애로구먼!" "짜증은 누가 나는데?" 두사람이 서로 내니 못내니 으르렁거리고 있을때였다. 유저들이 모여 있는곳으로 한 무리의 전사들이 다가왔다. 그들을 바라본 유한은 흠칫 놀랐다. 그들은 바로 어제 제과점에서 실랑이를 벌였던 길포드와 그의 부하들이었기 때문. "죄송합니다. 조금 늦었습니다" "시간을 엄수하라 하지 않았소!" NPC관리가 언성을 크게 높였다. 호위 전력으로 고용한 이들이 늦는 바람에 출발이 지연되어 버린것이다. "정예 병력을 선발한다고 늦은겁니다. 너그럽게 이해해 주십시오" 길포드는 그렇게 말했지만, 실제 그가 데려온 길드원들은 길드에 들어온지 얼마 안된 저렙 혹은 중렙의 유저들이었다. 이번 퀘스트에 참가시켜 레벨과 경험치를 쌓게 해주려고 그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했다. "뭐야, 우리말고도 용병단이 참가하는거야?" "왕국에서 호위를 위해 따로 의뢰한거라나봐" "그런데, 저 아저씨들 별로 강해보이지않는데? 복장이 추레해 보이는게 초보티를 갓 벗은 유저들같아" "하긴, 빈티가 심하네" 용병들의 복장은 낡아 빠진 레더아머에 가죽 바지엿다. 그렇다고 무기도 그리 좋은것도 아니었다. 왜 바르카스 왕국에서 저들에게 경호를 의뢰했는지 의아할 정도였다. "야, 근데 저 아저씨 어디서 본것 같지 않아?" "글쎄, 비슷비슷한 사람이 한둘이냐?" 길포드는 수군거리는 유저들 속에서 유한을 찾아싿. 혹시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유한은 참가하고 있었다. 씨익! 길포드는 자신을 바라보는 유한에게 의미있는 웃음을 흘리고 돌아섰다. 왠지 이번 여행이 저녀석으로 인해 심심하지않을것 같았다. "자,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길포드와 용병대가 합류하자, 외무대신의 간단한 축사를 끝으로 개척대 행렬이 왕도 발덴을 출발했다. 총 100대의 식량을 가득 실은 수레를 중심으로 일꾼 NPC와 병사 NPC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의 뒤로 상단 호위를 맡은 용병들과 잡무를 지원할 생산직 유저들이 따랐다. '훗!이렇게 빨리 노스아크로 가게 될줄은 몰랐는걸?' 유한은 성문을나서며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공략 사이트에는 노스아크는 대장장이들이 꼭 가보야 하는 나라라고 적혀 있었다. 드워프들의 대장장이들이 뭔가를 가르쳐 주는것은아니지만, 캐릭 육성에 있어 힌트를 얻을수 있고, 여러가지 광물을 값싸게 구할수 있어 스킬 수련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다만 식량값이 너무 비싸다는것과 기술 수준이 높아 유저들이 생산한 상품은 잘 사주지 않는다는 단점 때문에 대장장이 유저드이 활동하기 좋은 나라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 퀘스트 완수로 무역로가 열리게 되면? 바르카스 왕국과 교역으로 노스아크의 식량값이내려갈것이고, 유한을 포함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유저들이 노스아크에서 생활하는게 가능해질 것이다. 그것은 게임의 설정이 변하게 됨을 의미한다. 여기서 유한은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개발자인 드림맥스의 야심을 엿볼수 있었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뿐아니라 게임속의 세계에도 자유도를 부가하겠다는건가?' 이런저런 이벤트나 사건의 결과에 따라 게임의 설정이 변하고, 게임속의나라들이 변한다. 지금이 바로 그렇다. 개척대가 무역에 성공하면 노스아크는 고렙이나 몇몇 소수의 유저들만 갈수 있는 은둔의 나라에서 벗어나 보다 많은 유저들이 쉽게 찾아갈수 있는곳이 된다 반대로 실패하면 노스아크는 여전히 폐쇄적인 국가로 남게 될것이다. 유한은 꼭 퀘스트에 성공해 보상을 얻고, 노스아킁서 새로운 스킬도 익히겠다고 다짐했다. 2 이번 무역행의 중요성을 보여주듯 유저들을 제외하고도 동원된 NPC만도 200명이 넘었다. 기사와 병사들을 제외하고도 제법 많은 일꾼들이 동원된것이다. '기욘이 호위 병력의 대장이었구나' 어쩐지 자신만만해 보인다고 했더니 그 이유가 있었다. 무역행첫날, 유저들은 바짝 긴장했다 난이도 B클래스의 퀘스트를 처음 접해 본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북쪽으로 갈수록, 나타나는 몬스터의 수준도 높아졌다. 회색 오크나, 라이칸스로프, 실버울프류같이 위협적인 몬스터들도 등장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한번에 등장하는 몬스터들의 숫자가 많지 않았다 .거기다 NPC병사들과 협공하여 해치우니, 몬스터들은 개척대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유저들은 점점 과감해지게 되었고, 오히려먼저 몬스터에게 달려들어 공격할정도로 자신감이 붙었다. "뭐야? 난이도 B클래스라더니 이렇게 쉬워도 되는거야?" "그러게.이전 C클래스보다도 못한거 같아" 자신감이 붙은것은 좋았지만, 거만감도 함께 붙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저들의 긴장감은 뚝뚝 떨어졌다. 나중에는 소풍이나 온것처럼 재잘거리거나, 장난을쳤고, 무겁다고 장비를 몽땅 벗어버리는 유저들도 나왔다. "오늘밤은 이곳에서 쉬어간다" 해가지자 개척대 행렬은 평원에멈춰섰다. 병졸 NPC들이 주위로 흩어져 나뭇가지를 주워오자 요리사 유저들은 무쇠 솥에 각종 재료들을 넣고 끓이기시작했다. 요리사 유저들은 제각기 자신의 솜씨를 뽐내려는지 신선한 재료와 조미료들을 아끼지 않았다. "호오, 냄새 좋은데?" 유한이 군침을 꼴깍 삼키고 있을때였다.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유저가 그에게 칼을 하나 쭉 내밀었다. "어이, 대장장이.이 검좀 봐주겠나?" 검을 봐달라고 한 유저는 길포드가 데려온 용병중 하나였다. 그가 내민 검은 내구가 겨우 1 남은것으로 고치기보다 버리는것이 나을정도로 상태가나빴다. 아니, 오히려 수리한다고 망치를대다가는 부서질것이 틀림없었다. "내가 무척 아끼는 검이야.부숴 먹으면 알아서 하라고" 그는 유한의 코앞에 주먹을 흔들며 을러댔다. 유한은 그가 왜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는지 알수 있었다.분명 그의 대장이 제과점에서 자신에게 당했던 수모를 갚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것이다. '흥, 순순히 당해 줄것 같으냐?' 유한은 청동화로에 불을 지피고 그레인 스킬을 활성화했다. 검신을 뻘겋게 물들일 정도로 금이 간 자국이 많았다. 망치를 조금이라도 잘못 놀리면 끝장.유한은 검을 조심스럽게 불에 달군 다음 모루에 놓고가장 균열이 큰 쪽부터 천천히, 그러면서 야무지게 두들겼다. 깡! 깡! 깡! 두들기다 식히고, 다시 가열하여 두드릭는 것을 몇차례 반복했다.몸이 땀으로 흥건히젖었지만, 엉망으로 부서졌던검이 차츰 제 모습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구경하던 용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브로드소드를 완벽히 수리하셨습니다. 경험치 100을 얻으셨습니다. "자요, 다 고쳤습니다" 유한이 새것과 다름이 없는 검을 건네주자 용병은 넋을 잃고 검만 말똥말똥 바라보았다. 어제 무기점에서 사서 일부러 돌에 내리치는등 상태를 엉망으로 만들어 놓앗던 검이었다. 그런데 그걸 부서트리는 것은 커녕 내구 하나 안날리고 고스란히 고쳐 버린것이다. '귀, 귀신같은 솜씨다!' 왠지 기가 죽어버린 용병은 어깨를 늘어트린채 길포드에게 돌아왔다. 마침 길드원들과 식사를 하고있던 길포드는 그가 돌아오자 미소를 띠며 고개를 돌렸다. "왔나? 어떻게 했나?적당히 손을 봐 줬겠지?" "저, 그게......." 우물쭈물하던 용병은 유한이 고쳐준 검을 길포드에게 내밀었다. 그검을 본 길포드와 다른길드원들은 눈을 동그랗게떴다. 분명 자신들이 이리저리 긁고 내리쳐 고물로 만들엇던 검이다. 그런데 살때와 다름없는 모습인데다가 자르르 윤까지 흐르고 있었다. "어, 어떻게 된거냐?" "그녀석이 멀쩡하게 고쳤습니다" "정말로?" 고렙대장장이 같아 보이진 않았다. 그런데 D급 무기중에서도 상급에 속하는 브로드소드를 이렇게 깔끔하게 고쳐버리다니. '보통내기가 아니란 건가?' 하긴 처음 만났을때도 그랬다. 자신의 눈빛 공격이면 사나운 맹수도 잠재울수 있는데, 녀석은 빤히 바라보면서 꼬박꼬박 말대꾸까지 했다. 대체 누군가. 길포드가 발덴에 오래 있었다면 '수리의 지존'으로 한창 명성을 날리고 있는 유한에 대해서 들었을것이다. 그러나 그와 그의 길드원들은 최근까지 다른 지방에 머무르고 있었다. "어쩌실 겁니까? 그냥 놔두실 겁니까?" 방금 말을건넨사람은 왼쪽 이마에서 뺨까지 카랒국이 나있는 사내였다. 그는 대장이 명령을 내리면 저 버릇없는 꼬마 녀석의 입에서 악 소리가 날 정도로 교육시킬 자신이 있었다. 과거 해병대 훈육단에서 악명을 떨친그는 버릇없는 녀석과 고문관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했다. "글쎄, 그냥 놔둘수는 없지" 그냥 놔두면 자신과 길드의 체면이 손상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짜고짜힘으로 밀어붙이기도 힘들다. 이미 눈치 빠른 몇몇 유저들이 자신의 용병단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 있엇으니까. "그녀석 지금 당장 내 앞에 데려오도록" 곱게 타이르든, 따끔하게 손봐주든. 그런것은 녀석에 대해 보다 확실히 알고 나서 할일이었다. "무슨 용건이십니까?" 유한은 3명의 건장한 사내들이 자신을 둘러싸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은근슬쩍 기욘의 검을 집으들었다. 아까 왔던 자와 같은 길드의 용병들.이번에는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것인지? "긴말하지 않겠다. 우릴 따라오던지.아님 뒤질때까지 맞다가 포션을 다 날릴지 둘중 하나를택해라" 건들거리며 말하는 폼이 불량스러웠다. "따라가면 어떻게 됩니까?" "어른에게 무례했던 것을 얼마나 반성하는가에 따라 대접이 달라지겠지" 그말에 유한은 결정을 지었다. 어쨌거나 이 아저씨들은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 속셈이 분명했다. "둘다 싫은데요" "후후후!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선택하겠다?"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사내가 나무 몽둥이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 원래 그의 무기는 배틀 액스였지만, 그걸 쓸수는 없었다. 유한이 한방에 죽기라도 하면 머더러가 되기 때문이다. "일단 선방부터 한대 맞고........!" 사내가 달려들며 나무 몽둥이를 휘둘렀다. 훈육단에서도 이와 비슷한 정신봉을 주무기(?)로 사용한만큼 유한을 충분히 제압할 자신이 있었다. "장작 패기!" 유한은 검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검과 나무 몽둥이가 마주치는 순간, 나무 몽둥이가 두조각으로 쪼개지자 사내는 당황했다. 말이나무 몽둥이지 그의 정신봉은 기름먹인 박달나무를 깎아 만들어 철퇴만큼 단단했기 때문이다. 그런 무기가 애송이의 괴이한(?)스킬에 박살났다. "이 자식, 대체 무슨 수작을 부린거냐?" "뭐긴 뭡니까?장작 패기지" 원한다면 누구나 쉽게 익힐수 있는 장작패긱.그러나 장작패기는 나무를 패는생활 스킬이지 전투 스킬이 아니다. 유한의 말을 곡해한 사내는 분노를 터트렸다. "이 자식이 감히 어른을 우롱하려 들어?" 사내는 뒤춤에 차고 있던 배틀 액스를 꺼내 들었다. 진짜 떄릴 생각은 아니고, 겁을 먹도록 잠깐 위협만 가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유한은 피하기는커녕 달려들면서 검을 마주 내밀었다. 그리고 이번에 펼쳐지는 그의 스킬은. "암 브레이크!" 유한의 검 끝에 빛이 잠깐 맴돌다 사라졌다.두 무기가 마주치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이를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우직! 검과 도끼가 충돌했다면 구조적으로 허약한 검이 꺠지기 마련. 검의 주인이 약하다면 더 말할것도 없다.사내도 분명히 유한이 들고 있는검이 깨졌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이게 웬걸? 거미줄같이 균열이 가더니 우수수 깨지는것은 바로 그의 손에 들린 배틀액스였다. "아니!" -암 브레이크가 성공했습니다. 스킬 경험치가 50올랐습니다. '우흐흐!역시!' 유한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내심 암 브레이크를 믿었지만 , 결과를 확신하진 못했다. 상대방이 무기를 휘두르는순간 정확하게 스킬을 먹이지 못하면 도리어 부상을 입을수도 있었기 때문. "이, 이게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거야?" '이때다!' 유한은 머뭇거리지 않았다. 사내가 당황하는 사이 연이어 공격을 퍼부었다. 머리에 남아있는 바츠의 실전 감각이, 당황하는 사내를 놔주지 말고 몰아칠것을 외쳤기 때문. 눈앞의 사내는 거칠어 보이는 만큼 그 기세가 만만치 않았다. 물론 예전의 바츠였다면 한 주먹거리도 안되겠지만, 지금은 대장장이 지그.레벨도 그렇고, 전투력도 그렇고 정식으로 겨룬다면 결코 이길수 없는 상대다. 상대가 암브레이크에 당해 허둥댈때 최대한 타격을 입혀 놓아야 한다. 유한은 앞으로 나서며 기욘의 검을 마치 도끼 다루듯이ㅣ 연달아 내리쳤다. 사용한 스킬이 암 브레이크였음은 물론이다. 쾅쾅쾅! 암 브레이크가 연거푸 3번 떨어지자 사내의 방패는금방이라도 누서질듯 너덜너덜해졌다. 사내는 이해할수 없었다.내구 170의 방패가 어찌 허접한 대장장이의 칼질 몇번에 고철이 된단 말인가. '이건 뭔가 잘못됐어!' 그가 아는 상식 밖의 사태였다. 어쨌거나 지금은 놈의 괴이한 공격을 피할수밖에 없었다. 무기든 방어구든 놈의 칼끝에 닿기만 하면 박살이 나버렸다. 하지만 마냥 피할수도 없다. 놈이 귀신같이 그가 피하는 방향으로 검을 휘둘렀다. "이, 이 자식!" "흥!전사의 패턴이야 뻔하지" 바츠의 유저였던 유한에게 상대의 움직임은 능히 읽을수 있는 수준이었다 .더구나 패턴이 간단한 도끼전사라면 더욱 말할것도 없다. 다만 힘과 속도가 떨어져 그를 궁지로 내모는데 시간이 걸렸을 뿐. 유한이 최후의 일격을 날리려는 순간. "매직 미사일(Magic Missaile)!"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내가 다급하게 나섰다. 우락부락한 용병들 중에서 그나마 체력이 가늘고 단정한 인상의 소유자였는데 , 직업이 마검사였다. 그가 날린 마법탄이 유한의 등을 후려갈겼다. 펑! 결정적인 순간에 두들겨 맞은 유한은 휘청거리며 쓰러졌다. HP를 보니 피가 20 % 닳아 있었다. 유한의 인상이 일그러졌다. 공격당했다는 사실보다 최후의 일격에 방해를 당한것이 더욱 기분이 나빴다. "흥!혼자서는 대장장이 하나 못 죽이나 보군" "뭐야?" 유한에게 몰렸던 사내는 물론이고, 마검사와 다른 한명의 사내가 발끈하며 나섰다. 그러나 딱히 대꾸할 말은 없었다. 사실 말이지 다 큰 어른 셋이서 어린애 하나 갈구고 있는것 자체가 부끄러운일이었으니까. "다 덤벼 보시지!댁들 같은 허접 전사들이 몽땅 덤벼도 겁나지 않으니까" "이 자식이 말이면 단줄아나!" "안 덤비면 내가 먼저 덤빈다!" 유한은 검을 휘두르며 세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혼자라서 불리하거나, 상대가 전사라서 두렵다거나 이길수 없을거라는 생각은 하지않았다. 어차피 질 싸움이면 죽을떄까지 한 방이라도 더 때리고 상대의 무기를하나라도 더 부숴 놓을 셈이었다. "먹어랏!암 브레이크!" "이런, 싸가지 없는 자식!" "어따대고 어른에게 칼질이냐?" 일대 삼! 비리비리한 고딩과 신ㅊ 건장한 사내 셋의 싸움.그나마 사내들은 전사계열이고, 고딩은 생산직.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싸움이었다. 처음엔 유한이 장작 패기나 암 브레이크같은 스킬과 바츠 시절의 감각으로 싸움을 대등하게 이끌어나갔다. 그러나 기욘의 검이 마검사의 마법 공격에 맞아 저 멀리 날아가자 더 이상 스킬들을 사용할수 업게 되었다. "흐흐흐!꼬마야, 이제 그만 항복 하시지!" 세 사내는 싸우는 중에 유한의 단점을 간파했다. 괴상한 스킬의 정체는 모르지만, 적어도 검이 없으면 스킬을 구사할수 없다는것을 알았던 것이다. 이제 싸움은 끝났다. 적당히 주물러 주고 대장 앞으로 데려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그들만의 생각이었다. "항복 좋아하시네!차라리 죽여!배 째!" 유한은 고래고래 악을 쓰며 세사람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미 눈은 까뒤집혔고, 죽음마저 도외시한채 마구 달려들었다. 그가이렇게 나오자 세 사내는 검과 마법을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대적했다. 유한은 무지막지하게 얻어맞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열대 맞으면서도 한대 날렸고, 바닥을 뒹굴면 상대의 얼굴에 흙을 집어던졋다. 상대가 차는 다리를 붙들어 매달리기도 했다.심지어는 아예....... "물어뜯기 스킬!" "이 자식 !있지도 않은 스킬을 만들지마!" 그야말로 개싸움. 기이한 스킬의 등장에 흥미를 느끼고 싸움을 지켜보던 유저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하나둘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그렇게 얼마나 싸움을 벌였을까. 유한은 얼굴이 다 터지고 머리에서 피가 줄줄 흘러내려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되었다. 갖고 있던 포션도 다 썼고 이제 HP도 달랑 10 남았다. 세 사내는 더이상 손을 쓰지 않았다. 머더러가 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아직도 으르렁대는유한에 질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애송이의 근성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어이, 이 녀석 좀 치료해줘"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사내에 말에 함께 있던 용병들중 하나가 다가와서 유한의 몸에 포션을 부어주고 갔다. 유한의 모습이 원래대로 돌아가자, 칼자국 사내가 다가와서 손을내밀었다. "난 자칼이라고 한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십인장이지.너처럼 독종인 대장장이는 처음봤다" 사내는 유한이 그저 싸가지 없는 녀석인줄만 알았다. 하지만틀렸다. 녀석은 싸가지가 없는게 아니라 배짱이 두둑한것이었다. 그리고 사나이다운 투지도 갖고 있었다. "앞으로 잘 지내........" "호두까기 스킬!" 퍽! 유한은 또 없는 스킬을 만들어냈다. 무방비 상태에서 기습적으로 낭심이차인 자칼은 입에 거품을 물고 고꾸라졌다. 곁에 있던 두사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칼 형님!" "캬캬캬!웃기고 자빠졌네.신명나게 패놓고 잘지내자고? 너같으면 그러겠냐?" 유한의 비웃음에 사내들은 무기를 뽑아들었다.그러나 자칼이 이를 말렸다. 말린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비틀거리며 일어선 그는 유한을 잡아먹을듯 노려보였다. "죽여 버리겠다. 썅 놈의 새끼!" "어이구~그러셔!어디 한번 죽여봐!죽여보라고!" 또 한번 개싸움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1:1이었다. 그러나 처음과달리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다. 자칼의 동료들조차도 마찬가지였다. 3 "하하핫!그랬었단 말이지?" 길포드는 애벌레처럼 꽁꽁 묶인 유한을 내려다보며 크게 웃었다. 유한이 이런꼴이 된것은 끝까지 자칼에게 대든데가 길포드를 만나지 않겠다고 박박 우겼기 때문이다. 떨떠름한 얼굴로 전후 사정을 이야기한 자칼에게 길포드는말했다. "저놈 풀어줘" "네?" "할말이 있으니까 저놈 풀어주라고" 자칼이 유한을 묶고 있는 로프를 끄르자, 길포드는 술이가득 담긴 잔을 유한에게 내밀었다. "자 , 마셔라.사내답게 한방에 털어 부어" "대, 대장님?" 레드 타이거 용병대언들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대장이 건방진 고삐리를 용서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유한은 술잔을 받아 꿀꺽 삼켰다. 그리고 예상하던 사태가 벌어졌다. -쿠쿵!음주는 청소년에게 유해합니다. 명성을 10 잃으셨습니다. 유한은 안내창을 무시했다. 그리고 길포드가 따라주는 술을 또 받아마셨다. 실제로 취하지도 않는 술을 , 그것도 청소년일 경우 패널티를 주는 술을 넙죽넙죽 받아마신데는 이유가 있어다. -쿠쿵!청소년에게 음주를 강요하셨습니다. 명성을 100잃었습니다. -쿠쿵!19세 미만에게는 술을 권할수 없습니다. 명성을 200잃었습니다. "에이, 시끄러!어른이 애들한테 술 가르치는게 뭐가 나빠!" 길포드는 손을 휘휘 저으며 자신의 앞에 떠오르는 안내창들을 지워버렸다. 자신이 10배 패널티를 받을것이 분명한데도 또 술을 따른다. 유한은 이 길포드라는 아저씨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난 처음에는 네 녀석을 불러 따끔하게 혼내줄 생각이었다" 술잔을 던져 버린 길포드가 입을 열었다.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 눈곱만큼도 없는 너에게 예절 교육좀 시키려고 한거지.하지만, 네 녀석이 부하들과 싸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이 바뀌더군" "왜요? 날 죽이기라도할 셈입니까?" "죽여? 왜 내가 널 죽여야 하지?" "그거야 당연히 당신 부하와 싸웠으니.........." 유하의 대답에 길포드는배를 부여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핫!정말 재밌는 녀석이군.한번 싸웠다고 다 죽여야하다면 여기 게임속에 살아있을 녀석은 얼마나 되겠냐?" 유한은 인간관계에 대해서 서툴렀다. 바츠 시절 독불장군의 길을 걸었던 것도, 현실 속의 어른들에 대한 불신의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네녀석의 투지가 마음에 들었다. 질것을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 악바리 정신이 말이다" "쳇, 그게 무에 대수라고......." 유한은 그저 만만히 보이고 싶지 않았을뿐이다. "어쨋거나 우리 길드에 들어오지 않겠나? 네 녀석이라면 부하들도 동의할것 같은데" "대, 대장!" 이번에도 부하들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럴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용병단은 대단하고 안 하고를 떠나 아무나 들어올수 있는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레드 타이거 용병단은 오프라인에서 한곳에 속한 사람들끼리 뭉쳐서 만든 길드였다. "싫은데요" 유한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왜냐?" "낄데가 없어서 아저씨들이 우글우글한 곳에 낍니까?" "허허, 요놈 말버릇하고는" 길포드와 부하들은 유한을 노려보았지만, 크게 탓하지 않았다. 젊으니까, 팔팔한 10대니까 당연하게 나오는 반응이다. 자신들도 저만할땐 그랬다. "그리고 전 체질적으로 단체 생활이 맞지 않습니다. 전튜계열들의 뒤치다꺼리를 하고 싶지도 않고요" 그에겐 할일이 잇었다. 바로 해커를 잡아야 한다. 척 봐도 가난해 보이는용병 길드에 그의 아이템이 있을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가? 그렇다면 할수 없지" 길포드도 더이상 권하지 않았다. "그런데, 좀 전의 그 이상한 스킬은 뭐지? 자칼 말로는 무기를 부서트렸다고 하던데" 아마도 암 브레이크를 말하는듯했다. "아, 그거요? 비밀입니다" "뭐, 비밀?" "당연하죠.미쳤다고 자신의 히든 스킬을 가르쳐 줍니까? 아저씨 같으면 가르쳐 주겠습니까?" 유한은 암 브레이크를 자신만의 스킬로 만들고 싶었다. 개나소나 암브레이크를 쓰는 꼴은 보고 싶지 않았다. '대장장이의 히든 스킬이라........' 아르페디아 온라인에는 숨겨진 스킬이 많다. 히든 스킬들 중 공개된것이 전체의 반이 안될거란 말이 있을정도다. 그런 히든 스킬은 NPC를통해 습득할수 있고, 퀘스트의 보상으로 받으 스킬북을 통해 배울수도 있다. 그러나 길포드가 알기에 대장장이의 히든 스킬은 쇠나 무구를 만드는것에 있지 전투에 있지 않다.대장장이가 전투 스킬을 배웠다고 들은적도 없다. 하지만, 자유도가 높은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그런것이 하나쯤 있다 해도 이상할것 같지는 않았다. 사실, 유한의 태도는 당연했다. 뼈 빠지게 고생해서 습득한 만큼, 유저들의 히든 스킬에 대한 독점욕은 무척 강하다. 인심이 좋아서 습득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도 있지만,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것은 길포드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알려지지 않은 히든 스킬을 습득하고 있었다. 부하들에게도 가르쳐 주지않은 그만의 필살기였다. "거참 깐깐한 녀석이군" "흥, 그래도 누구처럼 막돼먹지는 않았다고요" 유한은 끝까지 한마디도 지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 평원의 밤은 깊어갔다. Chapter 03.[검은 초승달 길드] 1 개척대 퀘스트 2일째. 유한이 포함된 행렬이 드디어 네메시스 산맥에 발길을 들였을때였다. "몬스터다!" "어디?어디?" 개척대 행렬의 앞에 10여마리의 고블린들이 나타났다. 녀석들으 짐수레를 습격할듯 다가왔다가, 수십명의 유저들이 포진한것을 보고 재빨리 발걸음을 돌렸다. 드림맥스의 우수한 인공지능이 이럴때 어김없이 발휘되었다. "서라!거기 안서냐!" "몬스터라면 당당하게 싸워라, 이놈들아!" 첫째날과 둘째날에 걸쳐 위험이없자.유저들은 긴장이 나사끝까지 풀려있었다. 그들 중 일부가 고블린들을 쫓아가자, 나머지는 뒤에서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기 바빴다. 누가 고블린을많이 잡을까 하고 내기하는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고블린들을 쫓아가던 유저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제일 뒤쳐져 도망가던 고블린들이 뒤를 돌아보며씨익 웃는다 싶은 순간. "크악!사람 살려!" "아아악!" 추격하던 유저들은 함정에 빠지거나, 올가미에 걸려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주변 수풀 속에서튀어나온 수십마리의 고블린들이 고성을 지르며 함정에 빠진유저들에게 독침을 쏘아댔다. "아니, 몬스터가전술을 !" 유저들은 깜짝 놀랐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뿌우우! 바위 위에 올라선 홉 고블린이 뿔피리를 불자 숲속에 매복해있던 수백마리의 고블린들이 한꺼번에모습을 드러냈다. 레벨은 유저들보다 낮지만, 한꺼번에많은 숫자가 나타나니 다소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병사들은 방어 대형을 구축하라!" "상인과 일꾼들은 수레 밑으로 피해라!" 기욘의 명령에 병사들은재빨리 방어대형을 갖추었다. 그러나 유저들은 달랐다. 특별히 누구하나 지시하는 사람도없고, 설령있다해도 들을 유저들이 아니었다. 초전에 당한 유저들이 있음에도 그들은 여전히 고블린을 가볍게 생각했다. 몬스터중에서 약한 편에 속한 고블린에 대한 무지와 경시때문이었다. 다들 느긋하게 서서 고블린들과 맞서 싸웠다. "쯧쯧!저러다 큰코 다칠텐데......" 뒤에서 유저들의 행동을 지켜보던 유한은 혀를 찼다. 네메시스 산맥의 몬스터는 험한 지형만큼 흉포하기 짝이없다. 비록 몬스터 먹이 사슬의 가장 아래에 위치하는 고블린이라지만 평균 레벨이 35.유한이 링켈산에서 싸웠던 오크보다 높았다. 더구나 놈들의 숫자는 유저와 NPC를 합친것보다 배는 더 많았고, 홉고블린의 지휘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놈들은 NPC병사들의 방어선이 견고하다는것을 알자, 상대적으로 느슨한 유저들에게로 전력을집중했다. 고블린들이 한번에 벌떼 공격을 펼치자 유저들이 맡은 방어선의 일부가 그대로 무너졌다 "으악!살려줘!" "난 요리사란 말이야!" 고블린들이 방어선을 뚫고 난입하자 난리가 났다. 전투능력이 고블린보다 못한 생산직 유저들은 혼비백산해 메뚜기처럼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들로 인해 진형은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하지만, 생산직 유저라고 해서 모두도망간것은 아니다. 이 와중에서도 침착히 대응하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유한과 리지스였다. "암 브레이크!" "돈 던지기!" 유한은어제 처음 실전에서 써 본 암 브레이크를 고블린들을 상대로 마구 남발했다. 스킬의 성패가 들쑥날쑥했지만, 효과는 만족할만한 수준이었다. 무구의 내구가 깎여서 놀란 고블린들이 주춤하면 급소를노려 검을 찔러 넣었다. 반면, 리지스는 품속의 돈을 끄집어내기에 바빴다. 돈 던지기. 상인들의 호신용 스킬이다. 상행중에만난 몬스터를 물리치기 위해 설정된 스킬인데, 동전을 던져 몬스터를 맞추는것이다. 스킬 숙련도가 올라가면 동전 하나로 몬스터의 단단한 이마를 꿰뚫을수 있을정도로 위력이 상승한다. 이돈던지기를 5랭크 이상 올리면 범위 공격 스킬인 '돈뿌리기'를익힐수있다. 상인에겐 이것 외에도 몇가지 공격 스킬이 더 있었다. 대륙 각지로 상행을 나가는 그들을 배려한 것으로, 덕분에 다른 생산직들보다 높은 전투력을 가질수 있었다. 던지는 동전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리지스의 얼굴이 울상이 되었다. "아놔!님들아 , 빨리 고블린 좀 몰아내 주삼" "호위를 맡은 님들은 고블린이랑 노는건가여?" "제길, 여기서 내가 죽으면 댁들 책임입니다!" 여기저기서 생산직 유저들의 항의가 터져나왔다. 하지만 호위를 맡은유저들이라고 해서 형편이 좋은것은 아니었다. 당장 눈앞에 달려드는 고블린들을 해치우는것만도 버거웠기 때문이다. 그건 NPC병사들도 마찬가지. "그러게 처음부터 방어진형을 탄탄히 구성했어야지" 유한은 고블린 한마리를 해치우며 혀를찼다.처음 고블린무리가 공격해 왔을때 병사들과 함께 방어진을 제대로 짰으면 이렇게 난리가 나지는 않았을것이다. 고블린의 공격이 드세어지자 생산직 유저들의 아우성이 더 커졌고, 급기야 몇몇이 고블린에 잡혀 죽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퀘스트는 여기서 어이없이 끝나고 마는것일까? 3 "크허허허헝!" 절체절명의 위기 순간 , 엄청난 포효가 네메시스 산맥을 쩌렁쩌렁 울렸다 공격을 하던고블린도, 공격을 막아내던 유저들도 고막을 찢어버릴듯한 포효에일순 동작을 멈추었다. 무협 온라인 게임이었다면 가히 사자후라 칭할만했다. "이놈들, 보자보자 하니까 아주 가관이구나!" 사자후를 터트린 사람은 바로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길포드였다. 그는 자신의 키보다 크고 날이 넓은 기형검을 마치 풍차처럼 휘두르며 고블린 무리로 뛰어들었다. 추풍낙엽. 마치 빗자루로 마당을 쓸어내듯 칼질 한번에 고블린 수십마리가 쓸려 나갔다. "뭐, 뭐야? 어떻게 된거야?" 유한의 눈이 휘둥그레였다. 방금 전만 해도 길포드는 다른 유저들과 다를바 없이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사자후를 토한 이후, 고양이에서 호랑이로 변신한것처럼 사납게 날뛰었다. "쯔쯔, 대장이 열 받았구먼" "애들이 빌빌거리니까 그런거잖아" 달라진것은 길포드만이 아니었다 .길포드의 부하들도 언제 고전했냐는듯, 고블린들을 닥치는대로 베어 나갔다. 그러나 누구보다 돋보이는것이 길포드였다. 그의 검에서 빛이 뿜어져 나온다 싶은순간 그 주위로 폭발이 일었다. 폭발에 휩쓸린 고블린들은 순식간에재가 되어 사라졌다. 소드 익스플로전(Sword Explosion). 최상급의 전사만이 익힐수 있는 범위 공격 스킬이다. 그렇다는말은 길포드가 그저 그런 유저가 아님을 뜻했다. "서, 설마!" 유한도 이제 생각났다. 이름을 어디선가 들어본것 같다고 했는데, 정말 저 아저씨가 '폭풍의 길포드'였을 줄이야. 그러고 보니 길포드의 부하인 자칼이 레드 타이거 용병대라고 운운한것이 생각났다. "크헝!모조리 죽여주마!" 길포드의 모습은 폭풍이었다. 길포드의 검은 폭풍의 핵이었으면, 길포드가 일으킨 바람은 거센 태풍이 되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선두에있던 고블린 무리가 싹 몰살당하자 겁을 집어먹을 고블린들이 등을 돌리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상대가 강하다는것을 인식한것이다. 홉 고블린이 싸우라고 거듭 명령을 내렸지만, 한번 무너진 기세는 되돌릴수 없었다. "폭풍의 길포드라니!그 초고렙 유저가 왜이곳에?" "저것봐!주특기인 폭풍 휘두르기야!" "헉, 동영상으로 보던 거와 똑같잖아!" 유저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설왕설레햇다. 폭풍의 길포드는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이끌고 있는 상위 랭커중 한 사람이다. 랭킹은 45위. 그의 직업은 용병이다. 주로 돈을 받고 의뢰인이나 의뢰길드를 위해 싸우는데, 한번도 져 본적이 없다고 한다. 길포드가 유명해진것은 아르페디아 온라인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는 철십자 길드의 장'노벨'을 전사시키면서였다. 노벨이야 래킨 42위의 마법사기 때문에 충분히 죽일수 있다지만, 랭킹 4위의 기사 베히모스를 따돌리고 그렇게 했다는것은 가히 놀랄만한 전과였다. "폭풍의 길포드가 이런 빈티나는 아저씨였다니" 유저들이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사이 전투가 끝났다. 숲속 깊숙한곳까지 고블린들을 추격했던 길포드는 검과 갑옷에 푸른피를 잔뜩묻히고 돌아왔다. "몇이나 당했나?" 길포드의 물음에 자칼이 대답했다. "생각보다 피해가 컸습니다. 초반에 튀어나갔던 녀석들은거의 다 죽었습니다" 초반 고블린의 유인에 넘어간 유저들은 9명.이중에 7명은 독침 세례를 받고 운명을달리(?)했다. 그외에 죽은 유저는 생산직 2명이 다였다. "어떻게 할까요? '부활의 성수'라면 넉넉히 챙겨와습니다" 부활의 성수는 죽은 유저를 되살리는 값비싼 아이템이다. 개당 1, 500골드라서 초보들은 살 엄두를 못내지만 레드타이거 용병대는 자신들뿐만 아니라 퀘스트에 참가한 유저들을 몇번이고 살릴만한 분량을 챙겨왔다. 행렬에서 낙오되면 바로 탈락이기 때문에. 그러나 길포드는 고개를 저었다. 죽은 유저들이 살려달라 메시지를 띄워도 그는 깨끗이 무시했다. "내버려둬.고블린 따위에 죽는 놈들은 끝까지 데리고 갈 필요가 없어" 그러면서 길포드는 유한을 바라보았다. 대장장이 주제에 겁도없이 고블린들이랑 싸우기에 죽진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멀쩡히 살아있었다. 스태미나가 떨어졌는지 헉헉대고 있긴 하지만. '훗, 제법이군' 절대 평범한 대장장이 캐릭터가 아니다. 대체 어떤 녀석일까? 하지만, 길포드의 생각은 이어지지못했다. 기욘을 비롯해 NPC들과 살아남은 유저들이 감사를표하기 위해 그의 앞으로 몰려들고 있었기때문이다. 3 키라는 도적이다. 하지만, 그는 물건을 훔치는 대신 남의 목숨을 훔친다. 초보 시절 도적으로 전직하고, 100건의 청부살해 퀘스트들을 한번의 실패없이 완수하여 어쌔신(Assassin)의 칭호를 얻었다. 그 칭호에 어울리게 현재 직업도 암살자. 키라는 아르페디아 온라인 89위의 초고렙이고, 어썌신 랭킹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력자다. '검은 초승달'이란 청부 길드의 장이기도 한 키라는 지금 관청으로 가고 있는중이었다.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처구니없게도 도적이라면 잡아죽이지 못해 안달인 NPC관리가 부른것이다. '도대체 무슨 퀘스트이기에?' 카라가 도착한곳은 브로딘 왕국의 재무성이었다. 왕국의 재정과 통상에 대한 모든업무를 관장하는 기과나. 그 기관의 총수는 재무대신 세르코 백작이다. 바로 그가 카라를 부른 NPC관리였다. "부르셨습니까?" 세르코백작은 카라의 인사를 받는둥마는둥 하며 곧바로 본론으로 넘어가 이야기했다. "바르카스 왕국에서 노스아크로 무역개척대를 보낸걸 알고 있겠지?" "예, 소문으로 들었습니다" 그덕분에 앞으로 노스아크가개방될거라는 등.값싸고 질 좋은 무구를얻을수 있겠다는둥의 이야기들을 들었다. 그런데 그것이 암살자인 자신을 부른것과 무슨 상관일까. "다른 나라에서 노스아크와 교역하기 위해서는 항상 우리 브로딘 왕국을 거쳐야 했지.바르카스 역시 마찬가지였고" "알고 있습니다" 노스아크는 네메시스 산맥과 얼음의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로 외부와의 통하는 유일한 길이 브로딘 왕국과 이어져 있다. 덕분에 브로딘 왕국은 지금까지 노스아크와의 무역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했고, 다른 나라 상단들은 막대한 상세(商稅)를 지불해야 노스아크와 교역할수 있었다. 이것이 지금까지 적용되어 있었던 게임의 배경 설정이다. "만약 바르카스의 무역 개척대가 노스아크와 통하는 또 다른 무역로를 만들게 되면 사정이 달라지게 돼" "브로딘 왕궁의 수입이 줄겠군요" 키라는 왜 세르코 백작이 자신을 부른건지 알것 같았다. "우리나라는 바르카스와 우호적인 관계다. 그런일로 군대를 움직일수 없어.그렇다고 바르카스가 노스아크와 무역로를 만들는것을 그냥 두고 볼수도 없는 일이고......." "다시말해'더러운일'을 해줄놈들이 필요하다 이거군요" '바로 그거야" 바르카스의 개척대가 무역로 개척에 실패한다면 브로딘은 지금처럼 앉아서 돈을 벌수 있다. 물론 알아서 실패한다면 가장 좋겠지만 ,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것보다 감을 흔들어 떨어트리는게확실하다. "이번일은 내 독단이다. 국왕 폐하께선 전혀 모르시는 일이지.일을 잘처리해준다면 섭섭하지 않게 보상해 주겠다" 세르코의 말이끝나자 카라의 눈앞으로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개척대 습격 퀘스트] -바르카스 왕국이 노스아크로 대규모 무역 개척대를 보냈다. 브로딘의 재무대신 세르코는 이를 우려하여 그대에게 은밀한 임무를 맡기려 한다. 브로딘 왕국의 미래를 위해 바르카스의 무역 개척대를 저지해보지 않겠는가? 내용을쭉 읽어본 카라는 아래쪽으로 눈을돌렸다. [기한 : 바르카스 왕국을 출발한개척대 행렬이 노스아크에 입국하기 전까지. 1. 이 퀘스트는 참가자를 모을수 있습니다. 2. 바르카스 무역 개척대 행렬에 한해서 PK를 허용합니다. 3. 개척대의 마차뿐 아니라 유저들의 마차나 카트에 있는 아이템도 약탈 가능합니다. 4. 실패 시 패널티가 주어집니다. 세르코와 밀약을 발설할 경우 명성을 5, 000상실합니다. 5. 보상으로 10만골드를 받습니다. 참가자는 '음지의 애국자'라는 칭호를 받습니다.] "호오!" 보상으로 10만골드 받을수 있을 뿐만아니라 개척단이 갖고 잇는 아이템도 강탈할수 있다. 거기다 합법적인 PK까지. 무엇보다 카라의 눈에 들어오는것은 음지의 애국자라는 칭호였다.칭호는 명성을 높여주거나 숨겨진 퀘스트를 발견하는데 도움이 되는 요소이기에 관심이 가지 않을수 없었다. "어떤가.나의 의뢰를 받아들이겠나?" -개척대 습격 퀘스트를 수행하시겠습니까? 안내창까지 떠올랐지만, 키라는 금방 결정을 내리지못했다. 하나 마음에 걸리는것이 있었기 때문. '개척대 쪽에 레드 타이거 용병대가끼어 있다고 하던데' 폭풍의 길포드까지 있다고 들었다. 과연 퀘스트를 성공시킬수 있을까? 아니, 충분히 서공시킬수 있을지도. '개척대의 임무를 실패하게 만들면 되는 일이잖아' 세르코 백작은 정면 승부를 하라고하진 않았다. 어떻게든 상대방이 노스아크에 도착하지 못하게 저지하면 그만이다. 무슨수를 쓰든간에. "그 의뢰 받아들이겠습니다" "잘 부탁하네" 재무성에서 나온 키라는 곧장 길드원들에게 전체 쪽지를돌렸다. 한번도 의뢰를 실패한적이 없다는 레드 타이거 용병대에게 한방 먹일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다른 누구가 아닌 바로 자신이. "크크크, 기대가 되는군!" 4 퀘스트 3일째 개척대원들은 험난한네메시스 산맥을 전진해 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갈수록 길이 가늘어져 중간부터는 직접 길을 만들어 가야했다. 포장은 언감생심.수레가 지나갈수 있도록 나무를 뽑고 바위를 치우는데 일꾼 NPC들뿐만 아니라 생산직 유저들도 팔을 걷어붙이고 일을도왔다. 정해진시간에 퀘스트를 완수해야 하기에 마냥 구경하고 있을수 없었다. -통나무 1개를얻었습니다. -나무를 베었습니다. [벌목 스킬]을 익히셨습니다. 아름드리나무가 쓰러지자 유한에게 새로운 생산직 스킬이 하나 추가되었다. "벌목 스킬? 나무로 된 놈들에게 장작 패기보다 잘 통하려나?" 생산 스킬도 나름 쓸 만하다는것을 안 유한은 게으름을피우지 않았다. 직접 앞장서서 나무를 쓰러트리고, 바위를 부쉈다. 바위를 부서트릴때는 그레인 스킬을 함께 사용했다. 그레인 스킬로 결을 보고 체굴 스킬로 내려쳤더니 바위가 훨씬 잘 부서졌다. 한나절동안 유한이 벤 나무와 부서트린 바위의 수는 개척대 내에서 단연 제일이었다. "수고많네.오렌지 쥬스라도 좀 마시면서 해" "고마워" 출발할때와 달리, 리지스가 친근한 태도로 다가와 오렌지 쥬스를 건넸다. 마침 스태미나를 많이 소모했던 유한은 고맙게 받아 마셨다. 그런데. "가격은 이십 골드야" "뭐? 공짜 아냐?" "얘는 .내가 무슨 자선 사업가인줄 아니?" 이런데서 바가지 상혼을 발휘하다니 정말 못 말리는 녀석이었다. 유한이 애써 무시하려하자 리지스는 근처에 잇던 NPC병사를 불렀다. "병졸 아저씨!여기 먹튀 하는 놈 있데요!" "알았어!주면 되잖아.이십 골드!" "이십오 골드" "그사이 올리냐!" "빨리 안주면 또 오를걸?" 생산직 유저들이 길을 개척하는 동안 호위 병력들도 놀고 있진 않앗다. "모두 조심해라.언제 어떤 놈들이 튀어나올지 모른다" 길포드는 시간이 날때마다 부하들의 긴장으 고취시켰다. 하나같이 믿을수 있는 싸움꾼들이엇지만, 방심은 금물이다.단 한번의 실수로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불패 전적이 무너져 버릴수 있었다. "후후후!어떤 놈들이든 빨리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맞아요.지금까지 등장한 몬스터들 너무 약했다고요" 이곳까지 오면서 이들이 마주친 몬스터는 회색 오크와 라이칸 스로프무리였다. 고블린떄와 마찬가지로 네메시스 산맥에서 더욱 강해진 몬스터들이었지만, 유저들은 침착하게 그들을 막아냈다. 별 피해없이 막아낸 데는 길포드의 공이 컸다. 그가 유저들의 지휘관이 되어 방어진을 구축하고, 선두에서 몬스터를 물리쳤다. 유저들은 불만없이 길포드의 명령을 따랐다. 불패의 전적을 가진 폭풍의 길포드가 통솔을 하겠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길포드와 레드 타이거 용병단의 활약 덕분에 개척대는 순조롭게 북쪽으로 전진해 갈수 있었다. 거기다 크게 드러나진 않았지만 , 유한도 큰 활약을 해주고 있었다 "채굴!채굴!채굴!" "오오오!바위가 순식간에!" 유한이 혼자 집채만한 바위를 부숴버리는것을 보고 유저들은 탄성을 아끼지 않았다. 유한 말고도 채굴 스킬을 익힌 유저들이 있었지만 , 저렇게 빠르고 능숙하게 바위를 쪼개지는 못했다. 그것은 그레인 스킬 덕분이었지만, 이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채석 스킬]을 익혔습니다. -채석 스킬을 수련할수록 바위를 쉽게 쪼개고 석재를 많이 얻을수 있습니다. -금광석 1개를 얻었습니다. "앗싸!노다지!" 유한이 의외의 득템에 기뻐하고 있을때였다. 옆에서 돌조각을 치우던 유저가 갑자기 픽 쓰러졌다. "뭐야, 왜?" 유한이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눈앞으로 뭔가가 날아왔다.유한은 반사적으로 곡괭이를 들어그것을 막았다. '독침?' 곡괭이 자루에 박힌것은 까맣고 가느다란 독침. 고블린의 공격인가 했는데, 고블린은 아니었다. 고블린들이 주로 쓰는 나무가시 독침이 아니라, 날카롭고 반짝이는것이 분명 금속으로 된 것이었다. 아르페디아 대륙에서 이런 금속 독침을 사용하는이들은 한 부류밖에 없다.로그(Rogue)나 어쌔신 같은 도둑 계열의 캐릭터들 말이다. "습격이다!모두 엎드려!" 유한의 외침이 터져 나오는 순간 NPC일꾼 하나가 독침에 맞고 쓰러졌다. 그러나 이번엔 그냥 당하지않았다.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십인장 자칼이 독침이 날아온 방향을 감지하고 손도끼를 날린것이다. 패래래랙! "으악!" 시커멓게 위장하고 손에 바람총을 들고 있던 도적은 머리에 손도끼를 맞고 즉사했다. 기겁하고 엎드렸던 유저들은 죽은 도적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뭐야? 이자식 유저잖아?" "얌마!너 왜 PK한거야?" 상황 파악이 안된 유저들은 죽은 도적을 둘러싸고 말을 건넸지만, 녀석은 아무 메시지도 띄우지 않은 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아마 접속을 종료했거나 마을에서의 부활을 선택한 모양이다. "아까 그 녀석 처음 보는 놈이었지?" "응, 개척단엔 없는 녀석이었어" "혹시 이번 퀘스트에 끼지 못했다고 깽판을 치는건가?" 유저들은 오래 잡담을 나누지 못했다. 그들을 공격하는 도적은한명만이 아니었다. "한놈 더 있다!" 바위 뒤에 웅크리고있던 녀석이 튀어올라 길포드에게 단검을 날렸다. 일부러 그를 노린것 같았다. 길포드는 단검 공격을 여유있게 검으로 쳐냈다. 그러나 다음순간, 얼굴에서 여유가 싹 사라졌다. 옆에서 갑자기 어쌔신이 등장한것이다.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듯 기척 조차 없었다. 허공을 격하고 나타난 어쌔신은 길포드의 옆구리로 자마다르(Jamadhar)를 찔러넣었다. "대장님!" 캉! 찰나의 순간, 어쌔신의 손에 들린 자마다르가 부러졌다. 유한이 끼어들면서 날린 암 브레이크 덕분이었다. "쓸데 없이 나섰구나" "흥!목숨을 빚져 놓고 그런 소리하지 마시죠" 여유있게 대꾸하던 유한은 눈앞에서 번갯불이 번쩍이는것을 보았다. 길포드의 검에 맞고 튕겨 난것은 쟁반만큼이나 큰 수리검이었다. 저렇게 큰것이날아왔는데도 유한은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갚았으니 된거지?" 길포드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스텔스 어택(Stealth Attack)!' 암기나 무기를 보이지 않게 만드는 도둑 계열의 스킬이다. 유한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상대는 평범한 어썌신이 아니다. 스텔스 어택은 익히기 매우 까다로운 조건을 가진 암살 스킬이다. 그걸 구사한다는 것은 눈앞의 어쌔신이 손꼽히는 고수임을뜻한다. 스텔스 어택 뿐만이 아니다. 은신 스킬도 절정에 달해 있었다. 달려들기전까지는 길포드도 그의 기척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으니까. "대체 웬 놈이냐?" "검은 초승달 길드의 장 키라입니다" 길포드를 공격했던 어쌔신은 정중하게 인사를 올렸다. 그사이 처음에 길포드에게 단검을 날렸던 도적과 은신망토를 두른 도적이 키라의 옆에 섰다. "오, 네가 그 유명한 청부 길드의 두목이라고?" "고명하신 길포드님께 인사는 해야할듯해서 나왔습니다" 유저들이 웅성이기 시작했다. 검은 초승달 길드와 그 장인 키라의 이름을 듣는순간, 유저들의 안색이 납빛으로 변했다. 그것은 유한도 마찬가지.바츠 시절에 키라라는 놈이나 검은 초승달에 대해서 들어본적이 있엇다. 세력은 크지 않지만, 약삭 빠르고 집요한 놈들이라고 들었다. "겨우 인사를 하려고 내 앞에 나타난거냐?" "자세히 말하자면 인사 겸 선전 포고지요" 키라와 그의 부하들이 전력을 기울였다면 일꾼 NPC생산식 유저 몇명 죽는것으로 그치지 않았을것이다. "선전포고? 난데없이 나타나 무슨 개소리야" 잠자코 듣고있던 유한이 나서서 따지고 들었다. 영문을 모르는것은 길포드나 다른 유저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신들이 출발하고 얼마후 우리들에게도 퀘스트가 날아왔습니다." "설마 연계 퀘스트가?" "그렇습니다. 당신들이 노스아크로 가는것을 막는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그순간 경고음과 함께 공지창이 떴다. [개척대 습격 퀘스트]가 발동되었습니다! -누군가 바르카스 왕국과 노스아크의 직통 무역을 방해하기 위해 암살자들을 고용했습니다. 이들의 방해를 물리치고 정해진 기한까지 노스아크에도착해야 합니다. "제기랄, 뭐 이딴게 다있어!" "이런 일은 미리 알여줘야지 않냐고!" 개척대에 참가한 유저들이 분통을 터트렸지만 유한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망할 드림맥스라면 충분히 이렇게 꾸미고도남았다. '그래서 우리 용병단을 바르카스 왕국에서 고용한 것이었나?' 길포드는 대충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후회했다. 레벨과 경험치를 올려준다고 저렙, 중렙 길드원들을위주로 뽑아온것을 말이다. 퀘스트 난이도가 B급이라고 하더니 역시 만만치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아시고 분발하시죠.우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신들을 저지하겠습니다" "흥, 이 길포드를 앞에 두고 큰소리를 치는거냐?" "칠만하니 치는것이 아니겠습니까" 이자리에서 확 이놈을 요절내 버릴까. 그런 마음이 간절했지만 .길포드는 놈을쉽게 처리할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녀석은 자신과 충분한 간격을 두고 있었고, 곁에있는 놈의 두 부하도 여차하면 가세할것이 뻔했다. 게다가 좀 전과 같은은신술을 펼치면 찾아내는 것만도 쉽지 않을터. "우리는 여러분들의 아이템도 노략질할수 있습니다. 아이템을 털리고 퀘스트까지 실패하고 싶지않다면 여기서 이만 발걸음을 돌리십시오" 키라는 대놓고 유저들을 협박했다. 게임하는 유저치고 자기 아이템을 소중히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이번에 자칫 몽땅 날릴수 있다는데 쫄지 않고 베기겠는가. 그러나 전혀 쫄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유한이었다. "입이 뚫렸다고 말은 잘하는군.삼류 자객주제에" "뭐라고?" 키라의 눈썹이 꿈틀했다. 지존 급 암살자가 아니란건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지만 , 그렇다고 3류라는 말을 듣고 참아야 할 이유는 없다. "내가틀린말 했나? 어떤 일류 암살자가 '내가 널 죽일게'하고 폼 잡는데? 프로는 진짜 프로답게 구는거야.너같이 자랑하지 못해 안달하는 찌질한 모습 따윈 보이지 않는다고" "뭐라?" "이놈이 죽고 싶냐?" 부하들이 발끈하자, 키라는 그들을 말렸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렇게 빈정거렸다면 키라는 당장 수리검을 날렸을것이다. 그가 유한이 제멋대로 내뱉도록내버려 둔데는 이유가 있었다. "지그라고했던가? 듣.보.잡 주제에 친절히 충고해 주어서 고맙다" "곧 유명인사가 될테니 확실히 기억하고 있어.네 이름을 발판 삼아서 내 명성을 높일테니까" "후후후! 정말 건방진 녀석이로군" 실력은 모르지만 말빨은 초고렙수준. 길포드를 긴장 타게만들려던 키라는 오히려 유한에게 한방 먹고 물러나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아무튼 개전을 알렸으니 이만 물러나지요.부디 다들 생각을 잘하고 앞길을 선택하기 바랍니다." 이말을 마지막으로 키라는 개척대 앞에서 사라졌다. 돌아가는 길에 키라의 두 부하들은 연방 분통을 터트렸다. 길포드를 뒤에 두고 호가호위하던 유한 떄문이었다. "키라님 , 왜 그놈을 그냥 두신 겁니까?" "맞습니다. 키라님 답지 않습니다!" 부하들의 성화에 입을다물고 있던키라가 말문을 열었다. "그놈은 내 자마다르를 부러트렸다" 길포드를 돕겠다고 유한이날린 일격. 그 일격에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자마다르가 순식간에 내구도가 반토막 났다. 항상 풀 내구를 유지하고 잇던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놈은 어쩌면 강한 전사일지 모른다" 키라가 그렇게오해를 한것은 암 브레이크에 대해 아는것이 없었던 탓이다. 거기다 유한과 별 차이가 없던 길포드의 후줄근한 차림새 덕분에 레벨의 고하를 유추할수 없었다. "설사 레벨이 낮다 해도 평범한 놈이 아닌건 분명해" 길포드 말고 경계해야 할상대가 하나 더 늘었다. 그뿐이다. 키라는 자신들의 승리에 대해 믿어 의심치 않았다. 길고 짧은건 일단 대봐야 아는 일이지만............. Chapter 04.[먹느냐 먹히느냐] 1 검은 초승달 길드가 선전 포고를 하고 간후, 묵묵히 전진하던 개척대는 해가떨어지자 휴식겸 저녁식사를 했다. 길포드는 유저들의 사기를 높이고 지금까지의 노고에 대한 보상도할겸 요리사들로 하여금 식재료를 아끼지 말고 최고의 요리를 만들도록 했다. 요리가 만들어질 동안 , 유저들은 삼삼오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대로 퀘스트를 진행해도 괜찮을까?" "그러게 .여기서 다 털리면 난 개털이 된단 말이야" 유저들은 대부분저렙.갖은돈을 탈탈 털어 무역품을 마련했는데, 도둑 길드에 헌납하면 그야말로 거지가 되어 버린다. "괜찮을거야.검은 초승달이 무서운 놈들이긴 해도 레드 타이거 용병대정도는 아니니까" "그렇지? 폭풍의 길포드에게는 안되겠지?" "그럴거야" 유저들은 애써 걱정을 떨쳐 버리고 저녁식사를 들었다. '훗!다들 걱정이 된 모양이군' 귀를 기울이고 있던 유한은 피식웃었다. 애써 안 그런 척하지만 유저들은 검은 초승달 길드가 두려운 모양이다. 하긴 , 중간에 퀘스트를 포기하면 패널티를 받으니 그들입장에서는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무사히 노스아크까지 도착해 퀘스트를 성공하는것이다. 글너데, 요리를 먹고 난 뒤 이상이 발생했다. 유저들이 하나둘 배를 움켜잡더니 바닥에 쓰러지기 시작한것이다. -쿠쿵!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체력이 10 저하됩니다. 해독을 하지 않으면 3초당 1 씩 HP가 떨어집니다] "주, 중독?" 유한은 서둘러자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HP수치를 나타내는바가 보라색으로 물든채 조금씩 줄어들고 있어다. "포, 포션을!" 유한은 서둘러 포션을마셨다. 그러나 포션을 마셔도 중독이 풀리지 않았다.혹시나 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모두 비슷한 처지인지 리지스를 비롯해 모두들 얼굴을 있는대로 일그러트리고 있었다. "당했다!" 길포드는 개척대원들이 난데없이 중독된것이 바로도적길드의 작품임을 꺠달았다. 좀 전의 습격은 선전 포고가 목적이 아니라 소란스런틈을 타 음식에 독을풀기 위하이었던것이다. "성직자들은 얼른 중독자들을 해독하고 마법사와 전사들은 주위를 경계한다!" 하지만 그 지시가 미처 유저들에게 모두 전파되기 전이었다. 갑자기 사방이 소란스러워지더니 주위에서 쿼렐 과 단검, 그리고독침등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오늘의 숙영지로 잡은지역이 알고 봤더니 도적들이 은신해 있는곳이었던 것이다. "크아악!" "으악!" 피해는 일꾼 NPC와생산직 유저들에게서 먼저 발생했다. 무장도 빈약한데다 도적길드가 그들을 집중적으로 노렸기 때문이다. 어차피 이번 퀘스트는 전멸전이 아니다. 그저 개척대가 정해진 기한안에 노스아크에 입성하지 못하도록 하면 되는것이다. 일꾼들과 생산직 유저들이 속속 쓰러지자 길포든느 기욘과 힘을 합쳐 일단 이 포위된 형국을돌파하기로 했다. "모두 나를 따르라!" 그의 외침과 동시에 레드 타이거 용병단과 NPC기사들이방패로 앞을 가린채 돌진했다. 숲속에서 맹렬히 활과 독침등이 날아왔지만, 중무장을 한 이들을 쓰러트릴 수는 없었다. "파이어볼!" "매직 애로우!" 비교적 상태가 양호한 마법사들이 뒤에서 이들을 지원했다.그러자 살아남은 NPC일꾼들과 상인 유저들이 용감하게 그들의 뒤를 따랐다. "놈들을 막아라!" "한놈도 도망치게 해서는 안된다!" 앞쪽에서 도적들이 일어서며 길을막았다. 길포드는 그들을 향해 성난 포효를 터트렸다. "비켜라!내 앞을 가로막는 놈은 모두 죽는다!" 쿠콰콰콰콰! 그 의 기형검이 폭풍처럼 앞을 쓸어 갔고 화들짝 놀란 도적들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길포드의 폭풍 베기는 도적의 빈약한 방어력으로써는 도저히 막을수 없었다. 기욘도 지지않고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에서 뿜어져 나온 유형의 검기가 앞을 가로막는 도적들을 베어 버렸다. NPC라고 하지만 기욘의 무위는 그들이 어떻게 할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기욘은 적어도 100대 초반 유저의 전투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쪽으로!" 유한은 마차뒤에 숨어어쩔줄 몰라하는 리지스를끌고 왼쪽으로 튀었다. "왜 다른 사람들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거야?" 엉겁결에 끌려가고 있지만, 리지스는 유한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모르지 않았다. "바보야!저쪽으로 가면 적의 추격이 집중된다고, 차라리 이쪽으로 가는게 훨씬 나아" 도적의 추적은 아무래도 다수의 유저들이 빠져나간 쪽이 되기 십상이다. 유한ㅇ느 오히려 그 허를 찔러 반대 방향을 목표로 잡았다. 다행히 도적들의 시선이 모두 길포드가 빠져 나간 쪽으로 집중되었는지 유한의 앞길을 가로막는자들은 없었다. "헉헉헉!" 숨이 턱까지 차올라 더이상 뛰지못할 때까지 달린 유한과 리지스는 바닥에 털썩주저앉았다. "쫓아오는놈들은 없는거지?" "그런거 같아?" 리지스는 그렇게 말하며 카트에서 드링크를 하나꺼내서 마셨다'해독제'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글씨가 유하의 눈에 들어왔다. "너만 먹냐!" "후후후!이백 골드, 아니 삼백 골드 되겠습니다" 리지스는 HP가 거의 다닳아가는 유한을 바라보며 간사한 미소를 지었다. 손에 해독제를 꺼내들고 약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너무 여유와 오만을 부렸다. "이리 내놔!" "앗!이도둑놈!" HP가 달랑 5남은 유한에게 이성은 남아 있지않았다. 리지스의 손에 들린 해독제르 획 낚아챈 그는 벌컥벌컥 들이켜 중독을 풀고 HP포션을 마셔 피를 채웠다. "휴, 이제 살것 같군" 위기를 극복한 유한은 한숨을돌렸다. "뭐가살거 같다는거야!" "아놔, 진짜 쪼잔한 지지배네.그깟 해독제 한병 갖고............" 고개를돌리던 유한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리지스는단지 해독젝 아까워 외친게 아니었다. 언제 나타났는지 주변에 가득한 몬스터들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레드 오크와 라이칸 스로프, 거기다 대들보만 한 몽둥이를 든 오우거까지. "이런 제기랄" 승냥이때를 피하려다가 호랑이 소굴에 들어온꼴이었다. 3 -아놔!이 씹다만 껌 같은 도둑놈의 새끼들! -개-삐리리-들아!내 아이템 먹고 얼마나 잘 사나 보자! -검은초승달 길드 콱 망해 버려라! 전투 종료후, 도적들은 죽은유저들이 떨어트린 아이템을 주워모으고, 개척단의 NPC들이 끌고 가지 못한 마차에 실려있는 상품을 전리품으로 습득했다. 주변에 죽은 유저들이 메시지로 아우성을 부렸지만, 그들은 눈썹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생각보다 소득이 별로입니다" "폭풍의 길포드를 너무 가볍게 본건가" 키라는 한곳에 쌓인 전리품들을 보고 고개를저었다. 함정은 완벽했다. 먼저 선전 포고를하는 척하며 부하를 잠입시켜 음식물에 독을탄다. 이를위해 키라 자신이 직접 나서서 길포드와 유저들의 시선을 유인했다. 독을푸는데 성공한뒤 개척단이 야영을 할만한 곳에 미리와서 매복하여 저들이 중독 되기를 기다린다. 유저들이 하나둘 주독되어 체력이 떨어지면 기습하고, 혼란에 빠지면 포위망을 갖춘뒤 사냥하다. 하지만, 길포드는 그냥 길포드가 아니었다. 그는 빠른 판단력과 막강한 무력으로 함정의 한축을뚫고 탈출했다. 그의 뒤를 따라 적지 않은 수의 NPC들과 유저들이 빠져 나갔다. 특히 상인 유저들은 약삭빠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죽은 유저들의 대부분이 지우너 업무를 맡아던 생산직 유저들이었다. 거기다 데려온 부하들도 생각보다 많이 죽고 다쳤다. 10명의 전사자중 절반 이상이 길포드와 레드 타이거 용병대를 막다가 당했다. ㄹ "제길,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백전노장이 다르긴 다른가 봅니다" 키라는 부하의 말에 100%공감이갔다. 길포드도 그렇지만, 그의 부하들도 만만치 않았다. 세세한 명령없이도 각자가 흩어져서 자기위치에서 도적들을 물리치며 탈출을도왔다.실제 레벨이나 전투력은 그저그런 수준이었지만, 일사분란한 행동과 빠른 대처 능력은 모자란 전투력을 보오안하고도 남았다. "일설에는 레드 타이거 용병대길드원의 상당수가현역 군인이라고 하더라고요" "참나, 군바리면 군바리답게 FPS게임이나 할것이지" 아직 모든것이 끝난것은아니다. 개척대가 노스아크까지 가려면 아직 멀었고, 그사이 몇차례 기회는더 생길것이다. 초전의 실패는 분석하여 차후에 보완해서 사용하면 된다. "추적향(追跡香)은 뿌려 놓았겠지?" "당연하지요.이틀동안은 유효할겁니다" 은신 망토를 걸친 도적이 자신있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키라가 선전 포고를 할때 몰래 스며들어 유저들의 식량에 독을풀고, 추적향을 뿌려놓았다. "냄새가 짙은곳에 놈들이 모여있을겁니다" "좋아, 그럼 두번째 사냥을 시작하도록할까?" 키라는 자리를 뜨기전에 죽은 유저들을 한번 더둘러보았다. 아까도 확인했지만, 그 지그라는 놈의 시체는 보이지않았다. 죽지 않은건지, 아니면 이미 죽고 다른곳에서 부활을 한것인지. '전자였다면 좋겠군' 키라는 반토막이 난 자마다르를 꺼내들었다. 아끼던 무기를 쓸모없게 만들어준 보답은 반드시하고 싶었다. 상대가 평범하지 않다면 더더욱. 3 "야, 이 의리 없는 놈아!너 혼자만 도망치기냐?" "닥쳐!쌓아둔 의리나 있었냐?" 유한은 리지스의 바난을 무시하고 계속 달렸다.등뒤로는 몬스터들이 계속 쫓아오는 중이었다 .카트를 끌고 있어 유한보다 속도가 되지는 리지스는 죽을 힘을 다해 뛰고 또 뛰었다. 만약 처음 유한이 먹을것을 던져서 몬스터의 시선을 살짝 돌려놓지 않았으면 벌써 잡혔을것이다. '제길, 이렇게 도망만 쳐서는.........' 뭔가 방법이 없을까.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높다란 나무에 걸린 넝쿨들이 유한의 눈에 들어왔다. 그순간 번쩍하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유한은 곧장 넝쿨을 타고 나무 위로 올라갔다. "꺄아악!저리가!저리 가란 말이야!" 리지스는 몬스터들에게 따라 잡히기 일보직전이었다. 특히 발 빠른 라이칸스로프들이 리지스의 카트를 붙잡을만큼 거리를 좁혔다. 라이칸스로프 한마리가 막 리지스의 카트를 붙잡으려는순간. "켕!" 손을 베인녀석이 화들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다른 한마리는 대체 어디서 공격이 날아왔는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적이 보이지않는다 생각되는 순간, 난데없이 발차기가 라이칸스로프의 뒤통수를갈기고 지나갔다. "케엑!" "하하핫!맛이어떠냐? 이게 바로 시계추 검술이다!" 라이칸스로프를 공격한것은 바로 유한이었다. 덩굴에 매달린 유한은 마치 타잔처럼 나무와 나무사이를 옮겨다니며 검을 휘두르고 몬스터들을 발길질로 차버렷다. 생전 처음 보는공격에 몬스터들은 당황했다. 상대가 땅에 있으면 우르르 쫓아가 발방주기라도 할텐데 나무의 덩굴을 타고 공중에서 날쌔게치고 빠지니 잡기도 쉽지 않았다. '시계추 검술?' 리지스는 저것과 비슷한 장면을 예전에 본적이있었다. 직접 본것은 아니고 타인의 플레이를 동영상으로 찍은것을 공략 사이트에서 보았다. "저건 분명 '마의 시계탑'에서........" 마의 시계탑 던전이 최초로 본서버에 적용되었을때였다. 보스 '시계의 마왕'을 누가 가장먼저 물리치는가를 두고,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려 있었다. 당시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무섭게 인기 상승을 하던 떄라서 게임 전문 채널에서도 방영을 해줄정도였다. 마의 시계탑은 등장하는 몬스터도 몬스터였지만, 필드 그 자체만으로도 유저들의 치를떨게 만들었다. 좁고 가파른 계단과 촘촘하게 늘어선 함정들. 그러나 무엇보다 유저들을 돌아버리게 한것은 로프와 쇠사슬로 된 공중 통로였다. 발 딛을곳이라곤 없기에 로프나 쇠사슬에 매달려서 싸워야했는데, 흡혈바쥐나 가고일같은 비행 몬스터들의 공격에 취약할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런 필드 환경을 이용해 몬스터를떄려잡고 빠르게 통로를 통과한 유저가 있었다. 그는 바로 드래곤 슬레이어 바츠. 바츠는 로프와 쇠사슬을 타고 공중 곡예라도 하듯이 왔다 갔다 하면서 몬스터들을 베고 후려쳣다. 그것을 본 유저들은 '시계추 검술'이라 부르며 흉내 내기 시작했다.물론 그들이 바츠 흉내를 내고 있을때, 통로를 돌파한 바츠는누구보다 먼저 시계의 마왕을 해치워버렸다. '저 녀석, 어디서 본것은 있어 가지고' 리지스는 유한이 바츠 본인이라고 전혀 상상 하지 못했다. 아니, 상상할수 없을것이다 .일격에 몬스터를 베어 버리던 바츠의 시계추 검술과 달리 유한의 공격은 위력이 턱없이 낮았으니까. 자세히 살펴보면 유한이 초심자와 다르게 매우 능숙하게 시계추 검술을 펼친다는것을 알수 있겠지만, 리지스는 줄행랑을 치느라 바빠서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우어어!" 계속된 유한의 공중 공격에 짜증이 난 오우거는 몽둥이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한방에 아름드리나무를 쓰러트릴 일격이 있었지만 , 오우거 답게 속도가 느리고 정확도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었다. 오히려 주변의 나무와 애꿎은 몬스터들만 몽둥이에 맞아 피해를 입었다. 오우거의 난동에 견디다못한 몬스터들은 하나둘 도망쳤다. 그러나 쪽수를 믿고 오우거에게 달려드는 놈들도 있었다. 자중지란. 유한은 공격을 늦추고 나무위에서 몬스터들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마지막으로 남은것은 역시 오우거. 네메시스 산맥의 중간 보스로 군림하는 몬스터다웠다. 그러나 녀석은 수많은 몬스터들을 상대하느라 적잖은 타격을받았는지 피통이 꽤 줄어있었다. "크크크, 슬슬 파이널을 장식해 볼까?" 유한은 다시 시계추 검술을 펼치며 오우거를 공격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오우거는 길길이 날뛰며 닥치는대로 나무를 부수괴 찍어넘겼다. 공격력이 갉아대는 수준이라도 계속되는 타격에 장사가 없는 법.그렇지 않았도 몬스터들과 싸운다고 많은 피가 깎였던 오우거는 끝내 쓰러지고 말았다. -경험치 800을 얻엇습니다. -명성이 100 상승했습니다. -오우거 고기를 얻었습니다. [오우거 헌터]칭호를 얻으셨습니다. *칭호는 명성과 퀘스트를 얻는데 도움이되고, 특정한 효과를 발휘하기도 합니다. 벌렁 쓰러진오우거 위에 올라선 유한은 지그라는 이름앞에 붙은 오우거 헌터 칭호를 보며 광소를 터트렸다. "캬캬캬!이 몸은 대장장이 오우거 헌터시다!" 그야말로 언감 생심에 가까운일을 해낸것이다. 지그의 레벨과 공격력으로 오우거를 잡는다는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렇게 편법을 부린다면 불가능하지도 않았다. 이것은 버그 때문이 아니라 드림맥스가 설정한 몬스터의 인공 지능 수치와 행동 패턴 때문이다. 따로 설정하지 않는한 , 몬스터는 적의 움직임에 반응하여 움직인다. 이런 식으로 오락가락하면 움직임만 쫓다가 혼란에 빠지는것이다. 물론 상대가 유저였다면 나무에 기어오르거나 같이 덩굴을 타고 달려들었을것이다. 그러나 그만한 이성과 지능이 힘만 쎈 오우거에게는 없었다. '그래도 고블린이었다면 결과가 달랐을거야' 상대가 고블린이었다면 주저없이 독침 세례를 퍼부었을것이다. 싸움에는 상대에 맞는 전술이필요한 법이다. 무식하게 칼질만 해서는 레벨을 빨리 올리기가 힘들다.아르페디아 온라인은 그런게임인것이다. "어?살아있었네!" 나무에서 내려온 유한은 얼마 가지않아 라지스를 만났다. 바위틈에 숨어있던 그녀는 유한이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것을 따지려나 머리 위에 붙은 칭호를 발견하고 흠칫했다. '뭐, 뭐야? 시계추 검술을 흉내내다 싶었는데, 정말 오우거를 죽였단 말이야?' 대장장이 주제에 대체 무슨 수를 썼단 말인가? 유한은 리지스에게 거드름을 피며 다가와 손을 쓱 내밀었다. "내놔" "뭘?" "어허, 남이 힘들게 목숨을 구해줬으면 응당 보답ㅇ르 해야지" 유한은 이참에 리지스에게 당한것을 조금이라도 갚으려고했다. 그러나 상대를 잘못 골랐다. "웃기네!누가 구해달랬어?" "그래도 결과적으로 널 구해 준셈이잖아" 물론 유한은 그녀가 예뻐서 구해준것은 아니다. 언제까지 쫓길수 없으니까 해치웠을뿐이다. "흥!네가아니래도 몬스터들을 따돌릴수 있었어.그리고 네가 날 몬스터들이 있는곳으로 데려갔잖아" 오히려 위로금을 내놓으라는 리지스의 강짜에 윻나은 피식 웃었다. "알았다.주기 싫으면 주지마.대신 여기서부터는 따로 행동해" "뭐라고?" "난 저쪽으로 갈테니까 넌 이쪽으로 가든지, 아님 여기서 몬스터들이랑 쎼쎼쎼 하고 잘 놀고 있어라" "야, 지그!" 얼굴이 새파랗게 변한 리지스는 성큼성큼 걸어가는 유한을 후다닥 쫓아갔다. 만약 여기서 헤어진다면 자신은 정말 몬스터의 손에 죽을것이다 "어, 얼마 주면 되는데? 천 골드 주면돼?". "삼천 골드" "너무 많잖아!" "어허, 앞으로 누리게 될 혜택은 생각하지 않는건가?" 앞으로 누리게 될 혜택. 리지슨느 그 혜택을 벌써 누리고 있었다. 방금 숲속을 헤매던 레드 오크 한마리가 유한과 그녀앞에 나타났는데, 녀석은 화들짝 놀라서 도망쳐 버렸다. 유한이 달고 있는 오우거 헌터의 칭호 때문이었다. 오우거 헌터 칭로를 달면 몬스터에게 '오우거를 죽일정도로 강한자'로 인식되는 효과가 있다. 물론 몬스터의 쪽수가 많거나, 몬스터가 오우거보다 레벨이 높을 경우에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칭호는 게임속에서 의미 있거나 훌륭한 일을 한 유저에게 부여된느데, 유저는 필요에 따라 칭호를 드러낼수도 있고 숨길수도 있다. "싫으면 마시고~" "야!돈 줄테니까 같이가!" 유한은 돈을 받는것보다 리지스의 속을 바싹 태우기로 마음을 바꿔먹었다. 그래서 앞으로 후다닥 달려가자 리지스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죽어라고 쫓아갔다. "헥헥, 너무해!연약한 소녀를 보호해 주지 못할망정" "누가 연약하더라? 난 그런 사람못 봤는데" 한참을 쫓고 달리던 두사람은 어느산으로올라갔다. 이름도 없는 , 네미시스 산맥의 수많은 산봉우리 중의 하나였지만, 유한이 이 산을 오르는 이유가 있었다. 이산을 넘으면 노스아크에 더빨리 갈수 있다. 바츠시절에 노스아크에 몇번 오가면서 발견한 지름길이었다. 그러나 지형이 나쁘고 길이 좁아 카트는 몰라도 마차는 오를수 없어 개척대는 아마 다른 길로 가고있을것이다.카트 역시 그리 수월하게 오를수 있는 지형은 아니다. 내용물이 무겁다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헥!헥!나쁜놈.사내자식이 여자애가 힘든걸 그냥보고만있다니" "힘들면 좀 덜어내던가.뭐가 그리 귀한 물건이라고" 유한은 슬쩍 리지스의카트를 살펴보았다. 카트짐칸을 열자 지독할 정도로 어지러운 냄새가풍겨왔다. "으악!뭐야 이거!" "어른의 달콤한 음료수.이게 드어프들에게 정말 비싸게 팔리는 품목이지" 유한은 못 말린다는듯 고개를저었다. 그는 묵묵히 정상으로올라갔고, 리지스도 낑낑거리며 그의 뒤르 따랐다. 이윽고 두사람은 산의 정상에 이르렀다. "저 다리르 넘어서 조금만 더 가면 노스아크야" 유한은 저 멀리 보이는 계곡을 가리켰다. 깎아지는 낭떠러지위에 출렁다리가 위태롭게걸려 있있었. 저 다리에 대한 정보는 공식홈페이지에 있다. 강철 로프를 꼬아만든 저 다리는 드워프들이 세운것으로, 과거 남쪽으로 진출하다 중단한 흔적이라고 했다. 저 다리가 완성되었을 쯤 , 브로딘 왕국과 개통되는 길이 만들어졌기에 강한 몬스터가 빈번히 나타나는 이 지역은 가도 건설이 중단되었다는것이 게임상의 설정이었다. "앗!저길 봐!" 유한은 리지스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갤 돌렸다. 그들이 서 있는 산 아래쪽의 비탈길에서 개척대와 검은 초승달간의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개척대는 마차를 둥글게 배치하여 방어벽으로 삼았고, 도적들은 독화살을 날리거나 화염병을 던지는식으로 개척대의 방어벽을 뚫으려 했다. "어떡하지? 저러다 전멸하는거 아니야?" 개척대가 전멸하면 퀘스트는 실패. 두사람이 이곳까지 고생하며 온 보람이 없다. 그러나 리지스의 걱정과 달리 유한은 개척대가 전멸할 것이라 생각하지않았다. 겉으로 보기엔 검은 초승달 길드의 맹렬한 공격에 숫자가 많이 준 개척대가 꼼짝달싹 못하는 듯했다. 그러나 도적들중에 마차를 넘어가는 녀석은 몇 없었다. 개척대는 길포드와 기욘의 지휘하에 잘싸우고 있었다. 상대의 맹공에 당황하지 않고 착실하게 맡은바 임무를 수행하며 바어에 임하고 있는것이다.아마 초전에 당했던 것을 발판으로 미리 대비를해둔듯했다. '조만간 도적들이 물러가겠군' 아직 승패가 난것은 아니지만 , 유한은 그렇게 생각했다. 기습에 실패한 이상 시간을 끌면 손해 보는것은 도적들뿐이다. 그들은 기사나 전사들같이 정면 승부에 익숙하지 못하니까. '하지만 그대로물러서지는 않겠지' 개척대가 다리를 건너게 되면 도적들에게 기회는 거의 없다. 계속 건너부터 사방이 확 트인 평야 지대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놈들은 다리를 건너기 전에 또 한번의 승부를 걸려고 할것이다. '아마 저곳이 놈들의 마지막 승부처가 되겠군' 유한이 눈여겨본곳은 출렁다리 앞에 있는 작은 협곡이었다. 협곡 위 쪽은 수풀이 무성해 복병을 두기에 매우 적절해 보였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도적들의 마지막 습격을 막을수 있을까? 번쩍 좋은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빨리 내려가자!여기서 어물쩍 거릴틈 없어!" "야!대체 어딜 데려가는 거야?" 유한은 리지스를 끌고 가다시피 하며 산을 내려갔다. 그런데 그들이 가는 방향은 개척대가 싸우고 있는 방향이 아니었다. 4 "도적들이 도망친다!" 수차례 거센 공격을 퍼붓던 검은 초승달 길드가 물러나자 개척대의 유저와 NPC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몇몇의 유저들이 방어벽 너머로나와 도적들을 쫓으려들었지만, 우레같은고함이 그들의 발목을붙들었다. "전원 제자리에서 대기!" 다들 명령을 따르긴 했지만, 못마땅한 얼굴들이었다. 도적들에게 얼마나 시달렸는데 그냥 도망가게 놔둔단 말인가. 여기까지 오면서 죽거나 낙오한 유저들은 20명이 넘었고 NPC들의 희생은 그보다 많았다. 그러나 유저들은 길포드의 명에 따르지 않을수 없었다. 초전의 습격 때 살아난것도 그의 활약덕분이고, 이후 개척대를 수습해 여기까지 이끌고 온것도 바로 길포드였다. "피해는?" "전사 일곱명, 부상 열입곱 명입니다 자칼이 보고했다. 그러나 실제 전투중에 죽고 다친 사람은 훨씬 더 많았다. 부활의 성수가 있었기에 유저들을 몇번이고 살릴수 있었다. 문제는 부활의 성수가 얼마 남지 않앗단 거였다. "한번 더 공격을 받으면 무너지고 말겁니다. 특히 NPC들의 희생이 클것입니다" "나도 알아.하지만 이제 우리도 다 왔어.저 앞의 달미나 넘으면 놈들도 더이상은 어쩔수 없을거야" 문제는 놈들이 얼마나 빠르게 정비해서 달려드느냐하는것이다. 더구나 저쪽은가볍고 이쪽은 짐이 많다. "서둘러라!얼른 다리를 건너야 한다!" 쉴 시간도 없었다. 길포드는 직접 마차를 밀면서 행군을 독려했다. 노스아크가 코앞이지만 , 아직 안전하다고 말할수 없었다. "분명 서둘러 다리를 넘으려고 할거다" 키라는 길드원들과 함께 다음 지점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조금 전의 일전에서 검은 초승달은 적잖은 전력을 상실했다. 기습이라고 하지만 도적답지않은 정면 승부를 벌였기 때문이다. 굳이 그렇게 해서 피해를 낼 이유가 있었던가. 검은 초승달 길드원들은 불만이었지만, 키라가 그리했던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놈들의 아이템과 무구를 소모시키기 위해서다" "둘째로 놈들을 기만하기 위해서지" 개척대는 부활의 성수와 포션을많이 소모한데다가, 초전에 생산직 유저들이 많이 죽는바람에 내구가 떨어진 무구를 수리하기도 힘든 상황이 되었다. 상대가 많은 피해를 입고 도주하면 경계가 느슨하게 풀어지기 마련.빠른 시간에 전력을 정비해서 재공격에나서면 큰 전과를 거둘수 있다. "놈들이 기만에 속겠습니까? 놈들을 이끌고 있는건 폭풍의 길포드입니다" 우회하거나 복병을 우려하여 행군을 멈출수도 있다. "속지 않아도 상관없어.저 앞에 있는 다리를이용하지 않으면 노스아크로 가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니까" "과연!" 개척대는 정해진시간안에 어떡해서든 노스아크에 도착해야한다. 다리를 이용하지 못해 시간을 초과해도 검은 초승달 길드 입장에선 퀘스트를 완수한 셈이다. "기왕에 다리를 아주 없애 버리면 좋을 텐데요" "드워프들이 워낙에튼튼하게 만들어 놔서 말이지" 키라도 그런 생각을 해보지않은것은 아니다. 그런 출렁다리는 강철 로프로 만들어진 것이라 도적들이 든 단검 같은것으론 어쩔수 없었다. 부서트리고자 하면 못학것은 없지만 , 적잖은 시간이 걸릴것이다. "더구나 다리가 멀쩡해야 놈들이포기를 안하지" 키라는 길드원들을 다리 앞 협곡 위쪽에 매복하도록 했다. 개척대가 다리에 막 들어갈 쯤에 공격을 퍼부을 생각이었다. 느닷없이 공격을 받으면 좁은 출렁다리를 서로 건너려고 아우성을 칠것이고, 통제되지 않은 집단은 모래성처럼 무너질것이다. "그런데 어디서 술 냄새가 나는것 같지 않습니까?" "술 냄새라고?" 부하의 말에 키라가 냄새를 맡아 보려 할때였다. 개척대가 협곡안으로 들어오는것이 보였다 . 도적들은 은신술을 펼치거나 머리카락 한올 보이지 않도록 몸을 낮추었다. "복병이 있을지도 모른다!샅샅이 살펴라!" 그러나 개척대 척후병들은 협곡 위에 몸을숨긴 도적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더구나 어서 다리를 건너야 한다는 조바심이 그들을 더욱 성급하게 만들엇다. "크큭, 됏다. 이제 놈들이 안으로 들어올 것이야" "그런데 아까부터 계속 술 냄새가......." "대체 술이 어디 있다고 술 냄새가 난다는거냐?" 키라는 짜증을 내다말고 깜짝 놀랐다. 좀 전까지는 몰랐지만, 신경을 쓰니 부하의 말대로 술 냄새가 나고있었다 .그것도 아주 독한 술냄새가. 키라는 수풀속에 숨겨져 있는 커다란 술통을 발견했다. 술통에는 작은 구멍이 여럿 있었는데, 그곳을 ㅗ술이 조금씩 흘러내리고 있었다. '뭐야 이건?' 누가 버리고 간것인가> 자세히 생각해 보려고 할때, 뒤에서 거센 외침이 들려왔다. "어이 삼류자객!"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길포드옆에 있었던, 자신의 자마다르를 동강 냈던 놈의 목소리였다. 이름이 지그라고 했던가? 키라가 묵묵 부답이자 이번에는 비아냥거림이 들려왔다. "어디있냐, 삼류자객.너한테 줄 선물이있으니까 얼른 나와라!두꺼비처럼 엎드리고 있다고 일류가 되는건 아니야!" '크으윽, 내 이놈의 자식을!' 키라가 울컥해서 나서려고 하자 옆에 있던 부하들이 말렸다. "조금 있으면 개척대가 공격 지점에 다다릅니다" 여기서 나섰다가는 도적 길드가 매복한것을 들킬수 있었다. 키라는 할수 없이 꾹 참았다. 공격개시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공격 명령을 하달한뒤 놈을 잡아 죽여도 늦지는 않을터. '그래 계속 까불어라 .조금 있다가 아주 박살을 내줄테니까' "야, 너 계속 안나오면 나 이선물 그냥 던진다?" '던지든지 말든지' 휘이익-퍽! 키라가 애써 유한을 무시하고 있을때였다. 허공을 격하고 무언가가 날아와 바닥에 부딪쳐 깨졌다. '화, 화염병?' 유한이 던진것은 바로 술병에 헝겊 뭉치를 꽂아 불을 붙인 엉성한 화염병이었다. 화염병은 땅에떨어지는순간 박살나며 주위로 불꽃을 날렸다. 그뿐이었다면 키라나 도적들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갔을것이다. 그런데 화염병이 떨어진 자리가 술통 근처였다는것이 문제였다. 술통에서 조금씩 흘러내리던 술은 불꽃을 만나자 아주 반갑다는듯 맹렬하게 불타올랐다. "저, 저거!" 도적들이 경악하는사이, 불꽃은 술통에서 흘러내리는 술을 따라 술통 안으로 빨려 들어갓다. 키라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지금이순간 그가 할수 있는거라곤 목젖이 찢어져라 고함을 지르는것뿐이었다. "모두 피햇!" 콰아아아앙! 화염병과 술통 안에 들어 잇는것은 드워프들이 코가 비틀어질때까지 마시는 독한 보드카. 통속에 들어있던 보드카에 불꽃이 옮겨 붙는 순간, 무겁고 조용한 액체는가볍고 사나운 불꽃이 되어 자신을 감싸고 있는 참나무통을 산산조각으로 찢어발겼다. "크아아악!" 갑작스런 폭발에 도적들은 혼비백산했다. 물리적인 데미지도였지만, 생상한 시각적, 청각적 데미지가 그들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콰아앙! 반대편 협곡에서도 폭음과 함께 도적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반대편에서 작업을 한것은 보드카의 주인인 리지스였다. 원래는 노스아크에 가서 비싸게 팔려던 보드카였는데, 유한의 독촉에 눈물을 머금고 내놓은 것이다. 양쪽에서 치솟는 불꽃은 두사람이 감춰놓은 다른 술통들로 퍼져 나갔다. 폭발이폭발을 부르고, 풀숲 전체가 화염에 휩쓸렸다. "캬캬캬!술맛이 어떠냐 , 삼류 자객!" 폭발하는 불길속에서 갈팡질팡하는 도적들을보며 유한은 연방 키득거리며 웃었다. 워낙에 현실과 근접한 게임이라 술로 화염병을 급조해봤는데 그게 통할줄이야. 이제 도적들의 마지막 기회는 날아간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유한의 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불속에서 전신을 시커멓게 그을린 키라가 걸어나왔기 때문이다. 키라의 눈동자는 불꽃만큼이나 이글이글 불타오르고이었다. "젠장, 너무 여유를 부렸나?" 화염병만 던지고 튀었어야 했는데. 뒤늦게 도망치는 유한의 등뒤로 키라의 악에받힌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저 새끼 잡아!" Chapter 05.[노스아크 입성] 1 출렁다리로 향하던 개척대원들은 협곡 위쪽에서 감작스레 폭음이 터지고 불길이 솟구치자 발걸음을 멈추었다. "뭐야? 웬 불이야?" "저기에 누가 있나?" 폭발은 한번이 아니었다. 협곡 반대편에서도 폭음과 함께 불꽃이 터졌고, 잠시 후에는 계속해서 폭발이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다들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앞에서 누군가가 달려와 길포드를 찾았다. "길포드 님!길포드님!" "누군가?" "개척대 퀘스트에 참가한 상인 리지스입니다. 저 앞에 도적들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도적들이 매복해 있을거라 예상하고 있었던 길포드의 얼굴이 무거워졌다. 도적들이 화공으로 개척단을 공격하려는 것인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방금전 폭발은 도적들이 아니라 저랑 지그가 터트린 거니까요" "지그가?" 처음 검은 초승달 녀석들의 습격을 받고 탈출했을때, 대장장이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난오되거나 죽었을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살아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 도적들은 혼란해 하고 있을거에요.그 사이에 어서 다리를 넘으셔야 합니다." 리지스의 독촉에 길포드를 비롯한 유저들은 마차와 수레를 끌고 서둘러 출렁다리로 향했다. 그들이 협곡을 지나는 순간 도적들이 위에서 뛰어내렸다.그러나 도적들은 폭발과불길을 피해 떨어진 것일뿐, 유저들을 기습할 정신은 없었다. 그나마 정신을 차리려 할때는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칼날이 날아온 뒤였다. "모두 서둘러라!놈들이 정신 차리기 전에 다리를 건너야 한다!" "상인들부터 먼저 보내라!" 기욘과 NPC병사들이 내려오는 도적들을 공격했다. 호위 업무를 맡은 유저들도 길포드의 지휘하에 도적들을 물리쳤다. "막아라!놈들을 막아!" 뒤늦게 정신을 차린 도적들은 어떻게든 길을 막으려 했지만 , 기습할 기회를 놓친 그들로선 승기를 잡을수 없었다. 결국 도적들은 패주했고 길은 뚫렸다. 이윽고, 개척대의 모든 유저와 NPC들이 다리를 건너갔다. 개척대는 출렁다리를 모두 건넜지만, 웬일인지 더이상가지 않았다. 모두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것이다. "왜 안가는 거에요? 도적들이 추격해 오면 어쩌려고요?" 리지스가 항의했지만, 길포드는 고개를 저었다. "모두 함께 간다. 지그가 아직 오지 않고 있지 않은가" "하지만 지금까지 오지 않은 것을 보면 그는 분명......." 리지스는 지그가 도적들에게 잡혀 죽었을거라고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길포드가 매섭게 노려보았기 때문이다. "이봐 리지스라고했나? 아르페디아 온라인은 부명 가상현실 게임이야.하지만 현실과 게임을떠나 소중한것이 있다고 생각한다.그 소중한 것을 위해서라면 나는 이깟 퀘스트 정도는 포기할수 있다" '히잉!' 울상을 지은 리지스는 레드 타이거 용병단을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좀 말려 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들 또한 출렁다리 너머를 바라보며 움직일생각을 하지않았다. "리지스양.지그는 나와 친분이 잇는 대장장이기도 하오.그렇기에 그를 두고 갈수 없소" 이건 개척대의 수장인 기욘의 말이었다. 2 개척대가 출렁다리를 건너갈 무렵. 유한은 키라와 검은 초승달 길드원들에게 쫓기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었지만, 도적들의 스피드는 그야말로 가공할수준이었다. 산길을 굴러가다시피 하며 도망쳤지만 , 따돌리기는 쉽지 않았다. 보통이런 상황이면 절망에 빠지지만 유한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거기까지만 가면!' 도주하는중에 떠오른 방법이 있었다. 도적들을 따돌리고, 또 한방 먹일수 있는 방법이. "잡아라!반드시 산채로 잡아야 한다!" 키라는 유한을 고이죽여줄 생각이 없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훼방을 놓은 만큼 응징을 가할 생각이었다. 알량한 아이템 다 토해 내게 만들고, 다시 게임하기 싫을정도로 무참히 짓밟아 줄것이다. "놈이 동굴 안으로 도망갔습니다!" "추적한다!" 눈이 뒤집어진 키라는 다짜고짜 추적을 명했다. 한 단체를 이끄는 수장이라면 먼저 동굴이 안전한지 아닌지 살펴야 하지만 , 지금 그에게는 그런 이성이 없었다. 이성은 아까 그 불꽃 속에서 다 타버리고 남아 있지않았다. "어서와라.기다리고 있었다" 얼마쯤가자 놈이 짝다리를집은채 서 있었다. 키라는 기가 차서 말이안나왔다. 계속 도망쳐도 부족할판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니! "여기는 예전에 전사 바츠가 발견한 동굴이지.노스아크로 가는 중에 비를 피하려다가 말이야" "그게 어쨌다는거냐? 바츠가 튀어나오기라도 한다는거냐?" 키라는 같잖다는 표정을 지었다. 바츠는 이미 해킹당해 죽은(?)걸로 유저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키라가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유한이 천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쯧쯧, 멍청하긴. 여긴 종유 동굴이야.천장에 뾰족한 석주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지" "서, 설마......." 키라와 도적들은 무슨 생각을 떠올렸는지 얼굴이 창백해졌다. 유한은 뒤춤에서 곡괭이를 꺼내 들었다. 그레인 스킬은 동굴에 들어올때부터 쓰고 있었다. 동굴 벽의 숨은 결과 균열을 살피기 위해서. 그리고 가장 균열이 큰 지점에 자리를 잡았다. "지옥으로 떨어져라!" "피, 피해!" 유한은 있는 힘을 다해서 곡괭이로 동굴 벽을 찍었다. 곡괭이가 벽면을 파고들기무섭게 동굴 전체에 균열이 갔다. 동시에 천장에 매달린 무거운 석주들이 떨어졌다. 쿠르르릉!쿠쿵! "크아악!케엑!" 도둑들이 날벼락을 맞고 있는 사이, 유한은 허겁지겁 동굴 반대편 출구로 빠져나왔다. "아야야야!하마터면 깔려 죽을뻔했네" 서둘러 나왔지만, 무사한 것은 아니었다. 유한도 떨어지는 석주 몇개를 얻어맞았다. 그나마 크기가 작았으니 망정이지, 큰것이었다면 즉사하고 말았을것이다. "자아, 이제 슬슬 돌아가 볼까?" 기분좋게 포션을 들이켠 유한은 발걸음을돌렸다. 콰아앙! 얼마가지 않았을때 뒤에서 엄청난 굉음과 함께 돌조각이날아왔다. 화들짝 놀란 유한은 뒤를 돌아보았다. 무너진 동굴에서 뽀얀 먼지를 덮어쓴 키라와 그의 부하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헉!살아 있었나?" "이 빌어먹을 대장장이 새끼.한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꼼수를 부려?" 키라는 자마다르의 손잡이를 강하게 쥐었다. 철컥!날이 가위처럼 살벌하게 벌어지자, 키라는 곧바로 유한에게 자마드를 날렸다. "으악!" 자마다르는 유한의 옆구리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한끗 차이로 피한 유한은 곧장 등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너 이새끼!잡히면 뼈를 발라 버릴줄 알아!" "빙신, 이건 게임이야!게임에서 뼈를 어떻게 바르냐?" 도망치는 유한의 등 뒤로 수십개의 단검과 독침, 그리고 암기들이 나랑왔다.유한은 뒤에 무기가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 죽어라고 출렁다리를 향해 달렸다. 점점 다리가 크게 보이는것이 조금만 더 가면 될것 같았다. 그런데 출렁다리를 코앞에 두고 갑자기 오른 다리가 휘청거렸다. 힘이 쭉 빠지는게 이상해 다리를 봤더니 독침 한개가 꽃혀 있는게 아닌가. '아뿔싸!' 암기를 완전히 피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유한에게 해독약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끝인가?' 그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을때였다. "멈추지마!" "뛰어!뛰란 말이다!" 갑자기 계곡 너머에서 사람들의 고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바로 유한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개척대원들이었다. "뭐하는거야!멈추지 말라니까!" "거기서 죽으면 알을 확 까버릴줄 알아!" 그들의 열기가 통했는지 유한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굳어 버린 다리를 질질 끌면서 앞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도적들이 쫓아오자 마지막 남은 화염병을 집어던졌다.도적들이 잠시 주춤한사이, 유한은 구르다시피 출렁다리로 뛰어 들었다. 유한이 출렁다리를 반쯤 건너자 자칼이 마중을 나와 업다시피 데려갔다. "수고했다. 뒤는 우리에게 맡겨라!" 출렁다리 출구에 서 있던 길포드가 유한을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는 출렁 다리를 건너오는 도적들을 힐끔 바라보더니 기형검을 머리위로 추켜 올렸다. 그리고, "으라라라라차찻!폭풍 베기!" 길포드의 검에서 폭풍과도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와 출렁다리를 고정 시키고 있던 쇠줄을 잘랐다. 드워프들이 제련한쇠를 꼬아 만든 어른팔뚝 만한 굵기의 쇠줄은 쉽사리 끊기지 않지만 , 길포드의 전력을 다한 폭풍 베기를 이겨낼순 없었다. 끼이이익! 쇠줄이 끊겨 나가자 출렁다리가 한쪽으로 기울었다. 그러자 도적들 사이에서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 눈치가 빠른 몇은 벌써 뒤로돌아 도망치고 있었다. "크하하하핫!죽어랏!폭풍 베기!" 감히 레드타이거 용병대의앞길을 가로막은 놈들을 용납할수없었다. 길포드가 나머지 쇠줄도 잘라 버리자 출렁다리가 와지끈하며 무너져 내렸다. 지탱할 곳을 잃은 다리는 유저들을 품에 안은채로 계곡 아래로 떨어졌다. "으아아아악!이 대장장이 새끼!절대로 네놈을 용서치 않겠다아아아아아!" 키라의 것인 듯한 고함소리가 계곡 아래서부터 들려왔다. 유저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쉴때 효과음과 함께 전체 공지창이 떴다. -개척대 습격 퀘스트 실패! 바르카스 무역 개척대를 저지하기 위해 고용된 암살자들이 모두 죽었습니다. 더 이상 개척대를 노릴 암살자들은 없습니다. 검은 초승달 길드원들에게는 퀘스트 실패로 인한 패널티가주어집니다. "와아아아!이겼다!" 공지창을 확인한 유저들은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그들은 유한을 잡아끌더니 이번 퀘스트의 영웅이라면 헹가래 쳤다. "대장장이 만세!" "지그 만만세!" 유한은 그저 도적들의 마지막 일격을 막으려 했던 것뿐이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그게 퀘스트를 성공시키고 , 검은 초승달까지 패퇴시켜 버렸다. '이 기분도 나쁘지 않군' 비록몸은 힘들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으니 기분은 하늘을 나는것처럼 시원하고 상쾌했다. 3 간신히 도적들을 뿌리쳤지만 그것으로 퀘스트가 완전히 끝난것은 아니다. 상인들과 교역품을 무사히 노스아크의 수도까지 호송해야 성공하는것이다. 개척대는 두차례 더 몬스터들의 습격을 물리친뒤에야 간신히 노스아크에 입국할수 있었다. 철의 나라라 불리는 노스아크는 유한이 바츠 시저에 와 봤을때와 그리 달라진 점은없었다. 눈이 쌓인 길 위로 숯과 광석을 실은 썰매들이 오가고, 곳곳에 들어선 대장간과 공방의 굴뚝에서 쉴새 없이 연기가 피어올랐다. 역시 아르페디아 대륙에서 제일 발달된 공업 국가답다고 할까? 대부분의 NPC들은 키가 작고 어깨가 떡 벌어진 드워프들로 두꺼운 가죽옷과 털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병사들은, "우와!갑옷 봐라, 갑옷!" 노스아크에 처음와본 유저들은 드워프 병사들의 장비를 보고입을 다물줄 몰랐다. 일개 병사들까지 기사처럼 번쩍이는 판금 갑옷에 두꺼운 타워실드를 들고 있었다. 개개인이 들고 있는 할버드나 배틀액스 같은 무기들도 바르카스에서 파는것들과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훌륭했다. 그것은 유한이 봐도 알수 있었다. 그레인 스킬로 슬쩍 훑어봤는데, 흠이라곤 하나도 찾아볼수 없을정도로 완벽했다. 바츠 시절에도 NPC주제에 꽤 좋은 무기를 들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관련 직업인이 되어 보니 얼마나 좋은 무기들인지 실감할수 있었다. "저 할버드만 어떻게 가질수 없을까?" "빵 몇개 주고 바꿔달라고 해보지?" "죽이면 혹시 떨어트리지 않을까?" 유저들은 잡담을 나누면서 대로를 쭉 걸었다. 대로를 따라가던 그들은 어느순간 누구하나 가리지 않고 탄성을 터트렸다. 그것은 정면에 있는 거대한 성벽 때문이었다. 햇빛을 받아 투명하게 반짝이는 이 성은 '크리스탈 월(Crystal Wall)'이었다. 노스아크의 수도 '베르겐'을 방어하기위해 드워프들이 쌓은 최강의 성벽이었다. 성벽은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약간씩 빛나는게 달랐다. "우와, 저거 뭐야? 얼음을깎아만든건가?" "설마, 유리겠지" "아냐,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드워프들만 아는 특수한 합금으로 만든거래" 노스아크에 처음 온 유저들은 그야말로 서울에 갓 상경한 촌놈과 다를것이 없었다.유한처럼 이미 하번 와 본 유저들도 웅장하고 아름다운 성벽을 경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다시 봐도 정말 대단하다니깐' 강철을 다루는것은 드워프들에게 있어 숨을 쉬는것과 마찬가지. 그들은 인간에게는 가르쳐 주지 않은 자신들의 기술로 이 춥고 험한 땅에 대륙 최고의 공업 국가를 만들었다.베르겐은 바로 드워프 기술과 문명의 총아와도 같은 도시였다. 유저들이 관광 온것처럼 스크린샷을 찍어대는 사이, 개척대의 수장인 NPC기사 기욘은 성문 앞으로 걸어갔다. 성문 앞에는 미리연락을 받은 노스아크의관리들이 마중나와 있었다. "바르카스 왕국에서온 무역상단,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오오, 원로에 수고가 많았습니다" 기욘은 품속에 소중히 간직하고있던 것을 꺼냈다. "이것은 우리 국왕 폐하의 친서입니다. 폐하께선 앞으로도 계속 바르카스와 노스아크가 직교역 하기를 원하십니다" "허허, 그것은 우리노스아크 역시 마찬가지요" 드워프관리들이 기욘으로부터 바르카스 국왕의 친서를 받아들자 효과음과 함께 유저들에게 공지창이떠올랐다. -무역로 개척 퀘스트 성공! 바르카스 왕국에서 출발한 개척대가 무사히 노스아크에 도착했다.이는 모든 참가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으로 이루어진 값진 결과. 개척에 참여한 자들은 기욘으로부터 바르카스 국왕의 치하와 함께 하사품을 받게 될것이다. -경험치 3, 000 , 명성 700올랐습니다. -레벨 55가 되셨습니다. 인내력이 3 올랐습니다. -바르카스 왕실에 보관되어 있던 지도를 받았습니다. "오오!" "아아아!" 유저들 사이에서 감탄과 탄식이 터져 나오는것을 보니 다들 상당한 가치의 보상들을 받은모양이다. 하긴, 난이도 B급에 처음 공개된 퀘스트인데 보상이 시시하진 않을것이다. '젠장, 그런데 난이게 뭐야?' 유한이 받은것은 딸랑 지도 한장. 그동안 고생했으니 지도 보고 관광이라도 하라는건가. 그는 투덜거리며 지도를 확인했다. [홀트의 지도] 300년전, 바르카스왕국의 뛰어난 대장장이이자 모험가였던 홀트가 남긴것으로 그동안 왕실 도서관에 보관 되어 있었다. 이 지도는 대륙 북부의 광산 위치를 표시한것으로 대장장이에게 왠지 쓸모 있을것 같다. 지도에는 노스아크를 중심으로 대륙북부의 광산 위치가 자세히 나와 있었다. 철광산, 니켈 광산 , 구리 광산 등등. 정보로써의 가치를 빼면 하등 쓸모없는 물건이었다. 유한은 기욘을 붙잡고 말했다. "다른 걸로 바꿔주면 안될까요?" "하하, 자네에게 꼭 어울릴 만한 걸로 내가 친히 골라왔네.앞으로 훌륭한 대장장이가 되는데 큰 도움이 될거야" 기욘은 유한의어깨를 두드리더니 드워프 관리들과 함께 먼저 가버렸다. 4 '제길, 난 왜 죽을 고생을 하며 이곳에 온거야?' 허탈한 표정으로 서있는 유한의정신을 깨운것은 길포드였다. 그는 레드타이거 용병단과 바르카스 왕국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유한에게 할말이 있는듯했다. "다시한번 묻겠는데, 우리 길드에 들어올 생각없나?" 길포드가 보기에 지그는 상당히 탐나는 캐릭이었다. 대장장이치고 전투에 능하지 않나, 제법 강단과 판단력도 있었다. 길드의 성격을 훼손시키더라도 옆에 두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아씨!쉰내나는 아저씨들 사이에 끼이고 싶지 않다고 했잖아요" "우리는 아저씨들이 아니라........" "듣기싫어요!안해요!배 째요!" 유한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길포드는 어깨를 으쓱했다. "알았다. 본인이 싫다면야 할수 없지" 평양 감사도 자기가 싫으면 그만이다. 그렇게 레드 타이거 용병단이 떠나갔다. 그외에도 퀘스트를 마친 유저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새로운 모험을 찾아 떠났다. 그들중 일부는 아르페디아 대륙 어딘가에서 다시 만나게 될것이다. 유한은 문득 자신의 캐릭이 어느정도 성장했는지 궁금해졌다. "상태 확인!" [상태창] [이름 : 지그 (오우거 헌터) 직업 : 대장장이 레벨 : 55 체력(HP) : 350/350 스테미나 : 200/200 마나(MP) : 15/15 힘 : 50 민첩성 : 40+10(바람의 부츠) 인내심 : 41 지식 : 22 행운 : 35 솜씨 : 75 명성 : 1200+5(기욘의 검) 공격력 : 55+37(기욘의 검) 방어력 : 45+37(스케일 아머+바람의 부츠) 경험치 : 1300/2500 돈 : 7800골드. [습득 스킬] 장작 패기 스킬 5랭크. 벌목 스킬 8랭크 체굴 스킬 6랭크 채석 스킬 7랭크 제련 스킬 6랭크 생산 스킬 6랭크 수리 스킬 6랭크 수리 성공률 52% [히든 스킬] 그레인 스킬 7랭크 암 브레이크 스킬 8랭크] 그동안 고생한것에 비해 많이 발전했다고 볼 수 는없지만, 그래도 대장장이와의 극악 상성치고는 스탯이나 스킬이 괜찮았다. 하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 "일단 상점에 들러 필요없는 잡템부터 처리하고, 그다음에 대장간을 찾아가 알바로 고용해 달라고 해야지" 아르페디아 최강의 공업 국가 노스아크. 이왕 이곳까지 온김에 생산 계열 스킬이나 왕창 올려야겠다고 다짐하는 유한이다. Chapter 06.[채린의 아버지] 1 토요일 오후 3시. 유한은 검정 고시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아아 , 하느님. 왜 하루는 24시간밖에 안되는건가요?" 새로 옮긴 검정고시 학원은 헐렁하다는 소문과 달리 빡세기 그지없었다. 머리는 지끈지끈 아팠고, 발걸음은 무거웠다. 마치 유한이 오자마자 바뀌기로 작정한것처럼 쉴새없이 진도를 나가고 연거푸 시험을 치렀다. 유한은 공부 해야 할것들이 늘었고, 과제도, 준비할시험도 많아졌다. 노스아크에서 지그를 키우기로 마음먹었는데 , 이렇게 되어 버리니 단단히 발목을 잡힌 셈이 되었다. 게임할 시간이 줄어든다는것은 지그를 키울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그 말은 해커를 잡는것도 그만큼 늦어진다는 소리다. "덜도 말고 더도 말고 하루가 딱 36시간이었으면 좋겠는데........." 유한이 거기까지 생각했을때였다. 갑자기 누군가 유한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무방이 상태에서 차인 그는 땅바닥에 엎어질뻔하다 간신히 중심을 잡고 돌아섰다. "누구야!" "안녕, 친구.잘 있었니?" "송채린?" 채린이어다. 한도안 게임에 접속할 시간도 없을정도로 바쁘다더니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이곳에 나타난것일까. 한여름에 어울리는 가볍고 시원한 옷차림에 유한의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왜 대뜸 걷어차고난리야?" "내가 전에 그랬잖아!썩은 동태 눈깔하면 날려버리겠다고" "내가 썩은 동태라는거냐?" "그래, 거기다 태양 아래 푹 쉬어 가고 있구먼" 이렇게 말한 채린은 대뜸 유한의 손목을 잡았다. "가자, 이 누나가 널 시원한 태평양으로 데려가 줄테니까" "뭐? 대, 대체 어딜 가려고? 나집에 가서 저녁도 먹어야 하고 거기다 할일이.........." "밥은내가 사주면 되잖아. 그리고 할일이라고는 게임하는 것밖에 더있어? 가자, 내가 오늘 신나게 해줄테니까" 채린은 '이터널 월드'의 무료 이용권을 보여주었다. 무슨 경품 추첨에 당첨되었던모양. "자자, 빨리 가자.오늘이 아니면 쓸모없게 된단 말이야" 피곤한 가운데 갑작스레 끌려갔지만, 유한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채린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이터널 월드는 얼마전 부천에 새로 생긴 대한민국 최고의 놀이동산이다. 영화와 만화의 아기자기한 테마 파크와 다양한 스릴만점의 놀이기구들은 한여름의 더위를 잊게 해주기에 충분 햇다. "으에에에에에엑!천천히!천천히 가라고!" "무슨 소리!천천히 가면 일등을못하잖아!" 지금 채린과 유한이 탄것은 '크레이지 카트'라는 놀이기구였다. 기본적으로 과거의 범버카와 비슷하지만, 상대를들이받으며 서킷을 달리는것이달랐다. 안전이 보장되어있다지만, 채린이 사정없이 상대 차량을 들이받고 드리프트를 하는통에 유한은 혼이 싹 빠질 지경이었다. "아, 아깝다 .이등상품이 탐났는데" "저기, 좀 클래식한 놀이기구를 타면안될까?" 얼굴이 해쓱해진유한의 애원에 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자이로드롭 타러가자" "그게 어디가 클래식하다는 거야!" 회전목마나 관람차 같은것도 잇지 않은가. 유한의 애원에도 불구하고 채린은 유한을 자이로드롭이 있는곳으로 끌고 갔다. 이터널 월드의 자이로드롭은 150미터로 세계 최고의 높이를 자랑했다. 밑에서 구경하는것만으로도 아찔한 지경인데 저걸 타야 한다니. '대체 어떤 미친놈들이 이딴걸 만든거야!' 결국유한은 그 미친놈들이 만든 놀이기구에 탑승하게되었다. 사람들이 모두 타자 탐승대는 150미터 꼭대기롤 천천히 올라갔다. '이거 완전 사형 집행 당하는 기분이잖아' 잔뜩 긴장해 있는 유한의 기분을 풀어주려는지, 채린이 옆에서 말을 건네왔다. "너, 저번에 건네준 목걸이 있잖아" "목걸이? 티케의 부적 말이야?" 드림맥스가 위문 차원에서 주었던 특별 아이템. 상점의 아티팩트보다 못한 옵션을 하고있던 티케의 부적은 저번에 유한이 채린에게 주었다. 궁수라서 방어력이 취약할테니 그거라도 끼고 있으라고. "그거 굉장히 좋더라" "좋긴 뭐가 좋아.옵션도 구리더구먼" "아냐!그거 대단해 .차고 있을때는 크리티컬이 펑펑 터지던걸? 명중률도 꽤 높게 나오고" "에이 설마......." "정말 이야 .안차고 있을때랑 비교해봤는데 굉장한 차이가 있었어" 크리티컬과 명중률이 높게 나온다니! 차고 있으면 재수가 좋아질거라는 의미는 그것을 뜻하는거란 말인가. 아이템 획득이 잘 되거나 물건을 잘 만드는것이 아닌? '크윽, 그러고보니 데보라 던전에서 채린이 녀석이 크리티컬이 잘 터진다 싶었어!' 생각해 보면 , 자신은 티케의 부적의 위력을 채 실감하지도 못하고 채린에게 넘겨주었다. 실제 그런 물건이라는걸 알았다면 넘겨주지 않았을텐데. "덕분에 사냥도 수월하고 레벨도 참 잘오르는거 있지?" "아 그러냐?" "앞으로도 고맙게 잘쓸게" 하긴 이제와서 돌려달라고할수도 없는노릇. 유한이 후회를 하고 있을때쯤 , 탑승대는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서늘한 상공에 매다려있던 탑승에는 까마득한 지상을 향하여 무섭게떨어져 내렸다. "크에에에에엑!" "꺄아아아아아!" 유한은 무서워서, 채린은 재밌어서 비명을 질렀다. '사, 살려줘!살려 달란 말이야!' 한참을 비명을 질렀는데도 계속해서 추락했다. 유한은 유체 이탈을 제대로 경험한 뒤에야 자이로드롭에서 내릴수 있었다. 땅에 발을 딛는 순간, 살았다는 생각외에 다른 생각은 나지 않았다. "어때? 더위가 싹 가시지?" '제길!더위? 이젠 간 떨려 죽겠다' 유한의 기분도 모른채, 채린은 연방 다음 목표물을찾았다. "다음은 어디로 갈까? 롤러코스트를 타 볼까?" "이번엔내가가고 싶은 곳에 가면안될까?" "뭔데? 시시한 곳이면 나 안간다" "시시하지 않아.아주 소름이 오싹 돋는 곳이야" 유한의 말에 호기심이 동한 듯 채린이 그곳으로 가자고 했다. '흐흐흐!너도 한번 당해 봐라' 유한은 내심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자이로드롭에 당한 뒤에 생각해 둔곳이 있었다. 그곳에 채린을 데려간 순간, 예상대로 그녀의 아색이 변했다. "이 놀이공원 유령의 집은어떨까나?" "............." "무섭겠지? 요즘은 홀로그램 영상이 발달되서 유려도 아주 실감난다던데" 컴컴했던 데보라 던전에서 채린이 보인 반응을 생각하고 선택한 것이었다.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던듯, 채린은 슬그머니 뒷걸음질을 쳤다. "맞다.야외 공연장에서 '브레이브 레인저'쇼 한다던데 우리 그거 보러가자" 채린은 은근히 화제를 돌렸다. "야, 너 치사하게 이러기냐!" "뭐가 치사하다는거야!너도 전대물을 좋아하잖아!" "초딩 때나 그랬지!" 그러나 무료 이용권을갖고 있는것은 채린이다. 그녀의 횡포를 유한이 이겨낼 힘은 없었다. 결국 유한은 야외 공연장에서 아동용 전대물 , 브레이브 레인저 쇼를 봐야했다. "꺄악!살려주세요, 브레이브 레인저!" "으하하, 오로라 공주!그렇게 불러도 놈들은 오지 않는다!" 악의 총수 다크페이건에게 아리따운 오로라 공주가 잡히자, 야외 공연장을 가득 메운 아이들이 일제히 야유를 퍼부었다. 아이들의 틈에서 흥미진진한눈으로 관람하는 채린과 달리, 유한은 오로라 공주가 그냥 콱 죽어서 쇼가 이대로 끝났으면 하고 바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순간 정의의 사자들이 나타났다. "다크 페이건!네놈의 악행도 여기서끝이다!" "와!브레이브 레인저다!" 관람석 뒤쪽에서 레드, 옐로우, 핑크, 블랙, 그린의 오색 슈트에 가면을 쓴 전사들이 나타났다. 그들이 바로 브레이브 레인저.아이들의 열렬한 환호성을 받으며 브레이브 레이저들은 번개같이 무대로 다렬갔다. 그런데. "크엑!" 무대로 달려가던 레드가 계단을 내려가다 엎어졌다. 순간 야외 공연장 전체가 싸늘해졌다. 다크 페이건 조차도 돌발 사태에 당황하여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릴정도였다. "어이쿠, 괜찮습니까?" 유한이 부축하며 안부를 묻자 레드가 흠칫 놀라는것이 아닌가. "네, 네놈은!" "날 알아요?" 유한은 그를 모르는데, 그는 유한을 아는듯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레드는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이어 갔다. "비겁하구나, 다크페이건!이런 곳에 암살자를 심어두다니!" '컥!내가 어디가 암살자냐?' 졸지에 유한은 다크 페이건의 졸개가 되어버렸다. 공연은 다시 순조롭게 이어졌고, 브레이브 레인저들이 힘을 합쳐 오로라 공주를 구하고 다크 페이건을 해치우는 바람직한 엔딩으로 끝났다. 그렇게 쇼를 끝내고, 관객들이 다 나가자, 배우들은 다음 공연이 시작될때까지 휴식 시간을 가졌다. 물론 그사이에 레드는 선배인 다크페이건에게 갈굼을 당했다. "야, 박건우.너 거기서 넘어지면 어떡해?" "넘어진게 아님다. 대장장이 새끼가 다리를 건겁니다" "응? 대장장이라니?" "그런 놈이 있습니다!" '젠장 , 그 새끼 누군지 알아놔야 하는 거였는데' 박건우는 공연이 급해 일단 모르는 척했다. 하지만, 생김새로 보아 아까 다리를 건 녀석은 분명 개척단 습격 퀘스트 때 훼방을 놓았던 대장장이가 맞았다. 그놈 때문에 퀘스트를 실패해 패널티를 먹고 상당한 경험치와 명성치를 날렸다. 덕분에 길드원들의 신망까지 잃어버린 상태다.어찌 놈의 얼굴을 잊겠는가. "아직 멀리가지 않았을거야" "야, 너 어디가?" 박건우, 아니 검은 초승달 길드의 장 키라는 바람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너무 서두르는 바람에 그가 실수한 것이 잇었으니 그것은........ "야!건우야 , 옷은 갈아입고 가야지!" 2 브레이브 레인저 쇼를 보고 난다음, 유한과 채린은 놀이공원 내 매점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떄우고 있었다. 감자튀김을 씹고 있던 유한에게 채린은 살짝 쨰려보며 말을 걸었다. "너 , 아까 레드한테 발을 걸었지? "아니" "내가 다 봤어" 채린의 다그침에 유한은 솔직히 시인했다. "흐흐흐, 유치한 쇼에 돌발적인 재미를 가미시켜 주려고" "짧게 말해 고의적이었단 거군" 채린의 눈매가 가늘어 졌다. 옛날엔 딱 이럴떄 한방씩 날아오곤 했는데 , 지금은 날아오지 않았다. "아무튼 오늘은 재밌었어.너하고 던전 탐사를 끝낸 후 쭉 도장에서 뒤치다꺼리하느라 바빳거든" "너네집 도장하냐?" 유한은 처음 알았다는듯 물었다. "우리가 아빠가 무술이란거 잊었어?" "알고 있지만, 도장은 안 했었잖아" 채린의 아버진 제법 유명한 무술인이다. 그러나 도장을차리진 않았다. 자신의 무예를 완성하지 못했다며 혼자만의 수련에 더 맣은 힘을 쏟았기 때문. "아빠가 이사가고 나서 곧바로 도장을 차리셨어.그러니까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듯이 수련생들이 찾아오더라고" 당연한 반응일것이다. 채린의 아버지, 송태수 관장은 실력만큼 명성도 자자하니까. 그는 소년 시절부터 여러 무술을익히고, 각국을돌면서 고수들을 만나 그들에게서 오의를 배웠다. 그가 유명해진것은 우연히 찾아온 기회덕분이었다. 당시 무에타이 세계 챔피언인 세나무앙이 방어전을 앞두고 연습상대를 골랐는데, 마침 태국에 있던 송태수가 그 상대로 발탁되었다. 송태수는 옆차기 한방으로 세나무앙의 오른쪽 넓적다리뼈를 부러트렷다. 단 일격에 무쇠만큼 단단한 넓적다리뼈를 박살낸것이다. 그의 나이 22살때 일이었다. '그런데 이종 격투기클럽들의 러브콜을 죄다 거부했다지' 이후, 송태수는 육군에 입대하여 군 생활을 하다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되는 UN평화유지군에 지원했다. 탈레반과의 전투에서 실종되었던 그는 얼마후 탈레반의 포로로 방송에 나타났다. 탈레반은 한국군이 철수하지않으면 송태수 병장의 참수 동영상을 감상하게될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나 참수 당일 엄청난 영상이 전세계를 강타했다. 쇠사슬에 묶여있던 송태수가 괴력으로 쇠사슬을 절단내버리고 무장한 탈레반병사들을 박살낸뒤 간부를 인질로 잡아 버린것이다. 그 뒤로 한참동안 송태수의 이름이 사람들 사이에서 오르내렸다. "요새 아빠는 눈코 뜰 새없이 바빠.굉장히 많은 오빠들이 아빠 밑에서 배우고 있고 , 군부대에서도 일일 교관으로 아빠를 초빙하곤 하거든" "잘된다니 다행이네" "너도 우리 도장 와서 한번 배워 보지 않을래?" "글쎄.난 땀 흘리고 몸 쓰는건 안 좋아해서" 게임으로 하는건 몰라도 직접 움직이는건 사양이다. 특히 맞고 터지면서 격투기를 배울 마음은눈곱만큼도 없다. "넌 주먹 쓰는것좀 배워야해.사내자식이 어릴때도 만날맞고다니더니 커서도 변하게 없잖아" 저번에 비곗덩어리에게 맞은 것을 두고말하는 모양이다. "만날 맞고다닌건 아니야.그리고 사실말이지 날 만날 때린게 누군데?" 두 사람이 여기까지 말을 주고받았을때였다. 누군가의 손이 둘이 앉아 있는 테이블 위에 턱 하니 올라왔다. 유한과 채린은 손의 주인을 올려다 보았다. "잠시 끼어들어도 되겠니?" 두사람을 , 아니 유한을 찾아온것은 박건우였다. 머리의 가면은 벗어 버렸지만, 아직 레드 복장 그대로인. "내가 왜 왔는지 알겠지?" "아, 그 일은 미안하게 됐어요" "미아낳다고 하면 끝날것 같나?" 박건우가 화가 난얼굴로 으르렁거렸다. "그래도 공연을 아주 망친건 아니잖아요" "뭐?" 갑작스레 공연 이야기가 나오자 박건우가 오히려 혼란스러워졌다. 이놈은 아직 자신의 정체를 모른단 말인가? 박건우는 다시한번 유한에게 말을 건넸다. "너 내가 누군지 모르는거냐?' "알죠.브레이브 레레인저의 레드 아저씨잖아요" "그거 말.......뭐? 너 지금 날더러 아저씨라고 했냐?" "왜요? 아저씨더러 아저씨라고 한게 뭐가 잘못되기라도 했습니까?" 올해로 24살이 된 박건우. 삭지 않은 준수한 얼굴 덕분에 '잘나가는 오빠'로 통하는 그에게 있어, 아저씨란 말은모독이나 다름이 없었다. 평소 그가 제일 싫어하는말도 아저씨였다. 게임식으로 하자면 '대장장이에게 도발을 당하셨습니다'라고 말할수 있는 상황. "유한아 , 저사람 왜 저러는거야?" "몰라, 이 아저씨 아직도 내가 다크페이건의 졸개인줄 아나봐" 유한이 유들유들하게웃으며 말하자 박건우의 분노게이지는 100을 돌파했다. 게임에서 당한것도 서러운데 현실에서 이런 취급까지 받자 박건우의 이성은 뚝 끊어졌다. "이 대장장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퍽! 유한의 멱살을 잡아 일으킨 박건우는 다짜고짜 주먹을 날렸다. 유한이 땅바닥에 나뒹굴자 주변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우와!레드가 사람 쳤다!" "브레이브 레인저잖아. 정의의 사자가 저레도 되나?" "신고해야 하는거 아냐?" "그러게.애들 교육에 안 좋은데......." 박건우는 그제야 자신이 레드의 의상을 그대로 입고 나왔단것을 깨달았다. 깨달은것은 그만이아니다. 유한도 박건우가 누군지 알게 되었다. 대장장이란 말과 귀에 익은 고함덕분에 상대가 누군지 알수 있었다. 퀘스트때 마주쳤던 검은 초승달 길드의 장 키라라는것을. "이 아저씨가 미쳤나 !어디서 현피 뜨고 지랄이야!" 유한은 벌떡 일어나서 박건우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박건우는 유한의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이 새끼가 누구더러 자꾸 아저씨래?" "커억!" 주먹을 피한 박건우는 무릎으로 유한의 복부를걷어찼다.유한이 비틀거리며 물러나자 곧바로 잡아서 팔꿈치로 등을때려 쓰러트려다. 떄리는 폼이 예사롬지 않았다. 꽤나 많이싸워본 솜씨다 .유한은 학교 다닐 적에 양아치들에게 실컷 맞아 봤기에 확실히 느낄수 있었다. "크윽!" "일어나, 새꺄.말로 할려니까 감히 내 성질을 긁어놔?" 박건우가 유한의 머리채를 잡고 일으키려 할때였다. 누군가 그와 유한 사이에 끼어들더니 박건우를 확 떠밀었다. "넌 뭐야?" "아저씨 뭔데 자꾸 내 친구 때려요?" 유한에게서 박건우를 밀쳐낸것은 채린이었다. 아저씨란 말에 박건우의 마음이 적잖게 상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사람들이 빤히바라보고 있는데 여자애를 떄릴수는없는일.대신 그는 손가락으로 채린의 볼을 콕콕 누르며 으름장을 놓았다. "쥐뿔도 모르면나서지 마라.그러다 다치면 너만 손해다 , 응?" 세번째로 채린의 볼을 찌를때였다. 채린의 손이박건우의 얼굴을 철썩 후려갈겼다. 박건우의 고개가 빙글 돌아갔다. 꽤나 매서운 따귀. 박건우는 피식 웃었다. 계집애치고 꽤 세다고 생각했는데 입술이 터지며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벌어진 입술 사이로 송곳니가 하나 뚝 떨어졌다. 채린이 날린따귀는 생각 이상으로 강했다. 박건우의 이성을 날려 버릴정도로. "이런 빌어먹을 계집애가!" 박건우의 귀에는 주변사람들의 야유나 비명이 들리지 않았다. 그는 채린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일이 얼마나 커질지는 생각하지않았다. 사실 이미 커질대로 커지지 않았는가. "윽!" 채린은 박건우의 주먹을 막아냈다. 그러나 그 묵직한 일격은 그녀의 가느다란팔로 온전히 받아낼수 없는 수준 이었다. 뒤에서 유한이부축해 주지않았다면 그대로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었을것이다. "죽어 , 이 쌍년아!" 박건우는 재차 주먹을 날렸다. 그러나 다음순간, 그는 세상이 뒤집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온몸이 둔한 충격이 전해졌고 , 감자튀김 조각과 음료수방울이 그의 눈앞에서 어지럽게 날아다녔다. 사람들은 보았다.여자애가 휙 돌아서더니 레드의 멱살을 잡아서 거꾸로 내다 꽂아 버리는 광경을 . 정말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쓰러진 레드는 꿈쩍도 하지않았다. 뒤늦게 신고를 받고 달려온 경비원들이 실신한 레드를 끌고 갔지만, 아무도 정의가 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악당을 퇴치한 소녀는 친구를 돌보고 있었다. "유한아 괜찮아?" "끙, 뭐 이정도는........" 유한은 아무것도 아니라도 이야기하려다 흠칫했다. 채린의 손목에 멍 자국이 남아있었다. 분명 아까 박건우의 주먹을 막다가 생긴것이 틀림없었다. "너 손목 안 아프냐?" "아, 이거? 헷, 뭐 침좀 바르면 낫겠지" 채린은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씩 웃었지만, 유한의 표정은어두웠다. '그러고 보니 그때 밀렸을때..........' 엉겁결에밀려난 채린을 부축했었다. 채린의 어깨는 작았다. 팔은 가늘었고, 몸은 가벼웠다. 어릴때는 동네 대장이라 참 강하게 보였는데 , 7년이란 세워링 지난 다음 다시 만난 채린은 자신보다 자그마한 소녀였다. 그럼에도 예전처럼 자신을 지켜 주었다. 자신과 상관없는 일임에도 친구라면서 말이다. "자, 괜찮으면 얼른 먹고 다른거 타러가자 롤러코스터도 타야하고 바이킹도 타야돼 .오늘내로 다 타봐야 한다고" 이후로 채린과 함께 이런저런 살 떨리는 놀이기구들을 탔지만, 유한은 스릴감을 만끽하지 못했다. 머릿속에 복잡한 생각으로 가득차있었다. 하지만 그 복잡한 생각들의 결론은 하나였다. 이대로는 언제나 지금처럼은 곤란하다는것이다. 3 채린과 함께 놀이공원에 간 이튿날 아침. 여느때와 달리 일찍 일어난 유한은 서둘러 준비를 하고 집을 나왔다. 버스를 타고 간곳은 시내 근처의 제법 큰 체육관이었다. 비록 건물은 오래 되었지만 수리를 해서인지 깨끗했고, 입구에는 '대한 극기도 도장(大韓 克己道 道場)'이라는 큼직한 간판이 걸려 있었다. '여기가 그 유명한 극기도 도장이구나' 극기도는 현재 유명세를 얻고 있는 신종무술이다. 이종격투기 대회에서 극기도 수련생들이 챔피언 타이틀을 휩쓸고 있는데다가, 특수 부대에서도 도입을 서두를 정도로 위력을인정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극기도가 등장한것은 10년도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효율적인 수련 방식과 강한 실전성, 거기에 적절한 화려함까지 갖추고 있어 수련생들이 빠르게 늘고 있었다. 인터넷에 극기도라고 치면 관련 동영상들이 수두룩하게 튀어나왔다. 대부부이 실전 대련 영상들이었다. 유한도 지난밤 여러무술들을 검색하다가 극기도 동영상을 보았다. 빼빼 마른 사내가 레슬러같이 덩치 큰 거구의 남자를 가볍게 처리하는것을 보고 극기도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집에서 제일 가까운 극기도 도장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극기도의 본원(本院)이 있었다. 그곳이 바로 눈앞에 있는 이 체육관인 것이다. '배우는 사람이 꽤 많나 보군' 아침임에도 체육관 안에서는 수많은 사람의 기합소리가 들려왔다. 체육관 앞 주차장에는 스포츠카나 고급 세단들이 섞여 있었는데, 개중에는 쉽게 볼수 없는 최고급 차량들도 있었다. 대체 이런 차를 끌고 다니는 수련생은 어떤 사람인가. 최근에 영화배우들도 극기도를 배운다고 하던데, 꽤 유명인사를 볼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유한은 조심스럽게 도장문을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도 크게 들리던 기합 소리가 안에서 더 크게 들렸다. '우와, 대단하다!' 도장안을 둘러본 유한은 입을 떡 하니 벌렸다. 이건 여느동네 도장들과 수준이 완전히 틀렸다. 도장 한 구석에는 역기를 비롯해 온갖 운동 기구들이 즐비하게 놓여 있었고, 한가운데는 사각의 링까지 있었다. 걸려 있는 샌드백도 10개는 넘는듯했고, 수련 용도인기묘한 도구들도 여기저기 배치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유한의 입을 벌어지게 한것은 수련생의 숫자였다. 사람이 많다 싶었지만, 아침부터 수십명은 족히 될 사람들이 까만 도복을 입고 체육관안에서 수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런닝으로 몸을 푸는 수련생, 줄넘기를 하는 수련생, 샌드백을 치는 수련생에 대련을 하는 수련생들까지. 동네 코흘리개 들만 있는 도장과 다르게 수련생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청장년의 남자들이었다 .유한의 또래는 서너명 정도에 불과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귀에 낯익은 소리가 들렸다. 뒤를 돌아본 유한은 깜짝 놀랐다. "어? 아저씨는!" 유한의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은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십인장 자칼이었다 .차림새나 헤어스타일이 틀려도 얼굴에 있는 흉터 때문에 한눈에 알아볼수 있었다. "어라, 너 혹시?" 자칼도 유한을 알아본 모양이다. 유한은 꾸벅 인사를 하며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제가 바로 그 대장장이입니다" "오!반갑네.웬일이냐.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온거야?" "저, 그게 사실은..........." 유한이 대충 이야기를 하려 할때였다.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우람한 체격의 중년 사내가 나왔다. "곽 사범 , 무슨 일이야?" "헉!" 중년 사내를 본 유한은 깜짝 놀랐다. 덥수룩한 이 중년의 털보도 안면이 있었다. 바로 자칼의 상관이자 타이거 용병대의 길드장인 길포드가 아닌가. 그런데 길포드와 자칼이 왜 여기에 있는것인지 유한은 어리둥절했다. "관장님 , 이 녀석 아시죠? 지그가 우리 도장에 찾아왔습니다" "지그? 개척대 퀘스트를 같이 했던 지그?" 길포드, 아니 털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길포드더러 관장이란다. 그렇다면 길포드가 바로 이곳 대한 극기 도장의 관장이라는 말이 아닌가. 놀란 유한에게 길포드가 다가와 반갑다며 등판을 펑펑 두들겼다. "허허, 세상 한번 넓고도 좁구먼 , 으하하핫!" "켁!아파요, 아프다고요" 몇번 유한의 등을 두들긴 뒤 길포드는 물었다. "그래, 여기는 무슨 일로 온거냐?" "저기.......그러니까 싸움하는것 좀 배워 보려고요" 이왕이면 현재 최고의 실전 무술을 배워보자며 극기도장을 찾아왔다. "싸움? 너 싸움 잘하잖아" "그거야 게임에서나그렇죠" "게임에서나 그렇다고? 그럼 평소에는 운동 같은거 전혀 안했냐?" "운동했으면 이렇진 않겠죠" 유한은 자신의 팔뚝을 보여주었다. 알통과 근육으로 우락부락한 자칼이나 길포드에 비하면 성냥개비 같은 팔이었다. "허허, 거참.전투에 센스 있는 녀석이다 싶어서 나름대로 단련을 했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몸보다 머리를 더 단련한거겠죠.이미지 트레이닝 같은 식으로 말입니다. 원래 캡슐, 버츄얼 시뮬레이터의 용도가 그런 식의 경험을 쌓아주는 기구 아닙니까" "그렇지 .곽 사범 말대로 캡슐은 원래 그런 물건이니까" 길포드는 근엄한 표정을 하고유한을 내려 보았다. 유한은 마친 산속의 호라이가 자신을 조용히 노려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게임에서도 이렇게 위압감을 받지는 않았는데, 역시 현실과 가상현실의 차이는 존재하는 모양이다. "싸움을 배우고 싶다라.........하지만 우리 도장은 아무에게나 싸움을 가르쳐 주진 않아.누가 칼을 쥐냐에 따라 요리 도구가 될수도 있고, 살인 도구가 될수도 있으니까" "남을 때리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런 목적이었다면 애초에 찾아올 이유가 없다. 당장에 무술을 배우자, 싸움을 잘해보자 각오한데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하나뿐인 친구에게 언제까지 기대고 싶지 않아서요" "오오 친구 때문인가" 엄하던 길포드의 표정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옛날처럼 절 지켜줬어요.하지만 이제는 제가 녀석을 지켜주고 싶습니다 .단한번이라도 말입니다" 길포드와 자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폐인 같은 생활을 해서인지 몸이 부실하긴 해도 눈빛만은 살아있다. 그의 진심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더구나 쉽게 포기할녀석도 아니다. 게임에서 보았던 악바리 근성이라면 원하는 만큼 성취를 이룰것이다. "좋아, 그런 마음이라면 얼마든지 가르쳐주지" "후후, 이 자칼. 아니 곽대발님이 모든 기술을 전수해주마" 본명을 밝힌 자칼은 맡겨만 두라는듯 가슴을 팡팡 두들겼다. "그런데 너 이름이?" "제 이름요?" "지그는 게임에서 이름이잖아. 네 진짜 이름이 있을 게 아냐?" 곽대발의 말에 유한은 곧방 본명을 밝혔다. "강유한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오 , 유한!우리 딸내미 옛날 소꿉친구 이름도 강유한 이었지" "예?" 반갑다며 이야기하는 길포드에 유한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길포드는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예전에 단골이었던 슈퍼 사장의 아들놈이었지. 그놈 얼마나 컸을지 궁금해지는걸?" 유한은 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는것 같았다. 총알이 날아와 머리를 산산이 부숴 놓는 듯한 충격이었다. 설마 아니겠지.우연일 뿐이겠지.그럴것이라 믿은유한은 길포드에게 말을 건넸다. '확실하게'확인하고 싶은것이 있었다. "혹시 그 가게 이름이 행복 마트입니까?" "오 , 맞는데 어떻게 알았지?" "사장님 성함은 강영후라고...........맞습니까?" "그게 강 사장 이름이었지.근데 너 그걸 어떻게 알고 있냐?" 당연히 알수밖에 없지 않는가! 바로 유한네 가게였고, 가게 주인은 유한의 아버지니까. 충격으로 일그러진 그의 얼굴을 보고, 길포드도 대략 사정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딸내미 옛날 소꿉친구랑 이름이 같은 녀석이 과거 단골 가게 사정까지 알고 있다면 결론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너, 유한이였냐!" "크악!꽃가게 송 건달!" 꽃가게 송건달은 채린이 아버지의 한때 별명이었다. 꽃가게를 하는 채린이 어머니를 빗대어 수련을 한답시고 가정을 돌보지 않는 송태수에게 붙은 별명이었다. 길포드가 꽃가게 송건달, 아니 송태수였다니! 유한은 벼락에라도 맞은 기분이었다. 사실 눈앞의 털보가 채린의 아버지일줄은 꿈에도 몰랐다. 옛날에는 얼굴도 미끈하고 차림새도반듯하던 양반이 어째서 지금은 수염이 덥수룩한 털보에 추레한 중년 남자가 된것인가? '저 녀석이 바로 그 꼬맹이였을 줄이야!' 송태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그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어디서 들었나 생각해보니 채린에게서 들었던 모양이다. 한번은 녀석답지 않게 게임을 오래하기에 마누라가 타일렀더니, 채린은 게임하다가 옛날 친구 유한이를 만났다고 이야기했다. "유한이가 글쎄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하더라고요.캐릭터 이름은 지그라고 하는데......." 그때 그 이야기를 송태수는 지나가다 들었다. 그러나 대한 무술 총회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오느라 피곤했기에 머릿속에 깊이 담아 두지 않았다. "이건 사기야!" 유한과 송태수의 입에서 똑같은 말이 튀어나왔다. 유한은 그 껄렁한 길포드가 대한 극기도 관장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고, 송태수는 자신의딸이 눈앞의 이 비리비리한 녀석과 어울려 다녔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다. '역시 예사롭지 않은 인연이었던 거군' 곽대발은 충격에 빠져있는 두사람을 향해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아마 두 사람의 머릿속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떠오르고있을 것이다. -혼란에 빠지셨습니다. 60초동안 움직일수 없습니다. 4 시간이 지나자 상호아이 조금은 진정되었다. 어차피 부정하려고 해도 현실은 변하지 않고, 두사람에게 있어 미래가 더 중요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송 건달이 극기도의 창시자일 줄은!' 송태수가 유명하긴 했지만 ,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평판은 안좋았다. 사지 멀쩡한 사내놈이 예쁜 마누라 등쳐먹으며 싸움질만 하고 다닌다고. 물론 송태수는 깡패나 조폭은 아니었고, 오랜 수련 끝에 완성한것이 극기도였고, 극기도를 완성한 시점에 도장을 차리게 된것이다. 유한도 처음엔 그 사실을 믿지 않았지만 체육관 벽면에 걸린 송태수의 사진들을보자니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사진들은 전부 송태수가 극기도를 창시한 이후의 활동들을 찍은것이었다. "그래, 내 도장을 찾아온 이유는?" "아까 말했잖아요.친구를 위해서 싸우는 법을 배우고 싶다고" 옛날부터 알던 사람임을 알게 되자, 유한의 말투도 조금은 편해졌다. 사실 일찍 간파했어야 한다. 이터널 월드에 갔을때 채린이 이야기해 주지 않았던가. 아버지가 도장을 열었고 수련생도 많고 군부대에 일일 교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중이라고. "친구라..........그 친구가 혹시 채린이인 거냐?" 송태수의 눈빛이 심상치 않게 빛났다.유한은 어떻게 말할까 주저하다가 직접적인 답변은 회피했다. "채린이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오냐, 알았다.하지만 네가 명심할것이 하나 있다" "그게 뭔데요?" 순간 유한은 꿀꺽 침을 삼켰다. 송태수의 눈빛이 이글이글 불타고 있었다.마치 호랑이가 회등잔만한 눈을 코앞에서 번득이고 있는것 같았다. "너 채린이한테 껄떡대다가 뒈.진.다.알겠냐?" 어릴땐 같이 놀아도 뭐라지 않던 사람이 왜? 하긴 이해 못할것은 아니다. 하나뿐인 딸이 참하게 컸는데 아버지라는 사람이 주변에 도사리는 늑대들을 그냥둘리는 없지 않겠는가. '그러고보니 채린이 녀석 .정말 예뻐졌단 말이야' 예전과 다른 녀석의 귀여운 미소와 늘씬한 자태를 생각하면 괜히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얼굴은 왜 붉히고 있지?" 비수처럼 날아든 송태수의 지적에 유한은 서둘러 변명했다. "그, 그냥 아저씨에게 무술을 배울것을 생각하니 좀 흥분돼서요" '요놈 자식, 거짓말을하고 있군' 좀 전의 진심어린 눈빛과 다른 거짓된 혓바닥. 그러나 송태수는 유한의 거짓말을 탓하지않았다.유한을 갈굴 사람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어이!이봐, 대발이" "옛, 관장님" "요 녀석을 자네에게 맡기지.삼 주 줄테니까 그사이에쓸만한 몸으로 만들어놔" "후후, 이 주면 충분합니다" 송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칼, 아니 곽대발은 2주가 아니라 1주라도 저 비리비리한장작개비를 쓸만한 재목으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과거 그의 군대 보직이 해병대 훈육관이었으니까. "근데, 여기 수려비는 얼마죠?" 유한은 엄마 몰래 가져온 돈이 있지만, 혹시모자르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물론 그 걱정은 송태수가 시원하게 날려 버렸다. "걱정마라 .수련비는 필요 없으니까" "필요 없다고요?" "애들의 코 묻은 돈은 받지 않아. 그게 우리 도장의 원칙이다" 그만큼 극기도 도장이 잘 나가고있다는 건지. 그러나 유한은 그저 장사가 잘되는 모양이라 생각하고 넘길수 없었다.수련비가 공짜인데도 또래의 수련생들이 서너며뿐이라는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서서히 밝혀지려 하고 있었다. 곽대발이 도복 하나를 꺼내 오더니 유한에게냅다 던지며 말했다. "십초 만에 갈아입는다. 실시!" "예?" "뭐 하나.구초 남았다!" 곽대발의 벼락같은 고함에 유한은 그 자리에서 허둥지둥 옷을 갈아입었다. 물론 10초만에 갈아입었을리는 만무했다. "굼뜨군.정확히 1분 15초 걸렸다" "그게.......도복 입는게 적응이 안돼서" 나름대로 빨리 입긴했지만, 유한은 엉망으로 도복을 걸치고 있었다. 상의는 뒤집어 입었고, 허리띠는 제대로 매지 못했다.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하나? 1분5초 초과했으니 그에 따른 처벌은 각오하고있겠지?" "아니 , 그걸로 처벌 운운하기는 좀......" "앉는다.실시!" "저기요.여기 도장이지 해병대가 아니잖아요" "실시!" 곽대발의 위압감에쫄아버린 유한은 더이상 찍소리도 못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곽대발은 유한을 편안하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일어나, 앉아!일어나, 앉아!어허, 동작 봐라!" 나름대로 유한이 빠릿빠릿하게 쫓아간다고 애를 썼지만 , 곽대발에겐 어설퍼 보일 따름이었다. "저쪽에 벽 보이나?손 짚고 도로 뛰어 온다. 실시!" "저기요, 아저씨 이거 정말 수련 맞나요?" 유한이 송태술르 보고 물어봤지만, 송태수는 바쁘다며 사무실로 들어가 버렸다. 어이가 없어 멍하니 서 있는 유한을 곽대발이 냅다 엉덩이를 걷어찼다. "실시! 빨리 뛰엇!" 굴러가다시피 반대편 벽쪽으로 쫓아가는 유한을 보며 다른 수련생들은 재밌다는 듯 키득거렸다. 그중의 몇몇은 유한과 개척대 퀘스트를 함께 했던 이들이다. 바로 레드 타이거 용병대의 길드원들. 그에 반해 구석에서 수련하고 있던 유한 또래의 수련생들은 아무도 웃지 않았다. 다만 지옥에서 함께할 동지가 늘어나서 기쁜듯했다. Chapter 07.[괴짜 드워프] 노스아크의 수도 베르겐에는 드워프들의 나라답게 무수히 많은 공방과대장간들이 있었다. 개중에는 유한이 한때 몸답았던 파부치영감의 대장간보다 10배 더 큰 대장간도 있었다. 그런 대장간에는 거대한 기계들이 들어서 있었는데 가히 공장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수준이었다. 열기가 확 밀려오는 대장간 안에는 수백명의 드워프들이 분주히 오가며 일을 하고 있었다. 유한은 그중에서 나이가 많아 보이는 드워프에게 다가갔다. "인간, 여기는 어쩐 일로 왔나?" 늙은 드워프가 경계의 눈초리를 하며 유한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 일을 하고 싶습니다" "푸웁!풉" "풉풉풉!" 대장간 곳곳에서 웃음을터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괜히 모르는척했지만, 드워프들 대부분은 유한이 처음 대장간에들어갔을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노스아크에서 인간을 보기란 흔하지않았기 때문. 늙은 드워프는 입가에 비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인간을 쓰지않네만" "일단 한번 고용해 보시죠.일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할 자신 있습니다" 유한의 너스레에 늙은 드워프는 게슴츠레 아래위를 훑어보더니 이렇게 말하는것이 아닌가. "졀로 실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구먼. 그리고 대장간 일이 적성에 맞아 보이지도 않네만 직업을 바꿔 보는것은어떤가?" '아놔, 이놈의 영감탱이가' 유한이 발끈해서 늙은 드워프의 멱살을 움켜잡으려다참았다. 여기서 소란을 피웠다가는 대장간 취업은 고사하고 베르겐에서 쫓겨날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 그러지 마시고 일단 한번 써 보시라니까요.한번 써 보시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유한은 최대한 친절한 미소를 지으며 드워프 NPC에게 아양을 떨었다. 그러나 늙은 드워프는 생긴것만큼이나 완고했다. "써보길 뭘 써 보나.인간이 실력이 좋아 봤자 얼마나 좋다고" "지금종족 차별하시는 겁니까?" "뭣들하고 있어? 얼른 이 얼간이를 당장 쫓아내" "예 , 어르신" 결국 유한은 대장간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우쒸!내가 여기가 아니면 취직할곳이 없는줄 알아? 이제 오라고 해도 사양이다!이놈의 대장간 콱 망해 버려라!" 입구에서서 갖은 악담을 퍼부은 유한은 다른 대장간을찾아갔다. 하지만 그곳도 마찬가지였다.인간에다가 실력도 없어 보이는 유한을 고용할수 없다는것이다. 더욱이 어떤곳에서는 기술을 훔치려는 스파이가 아니냐며 물벼락을 맞고 쫓겨나기도 했다. "캬악, 퉤!내가 다시는 드워프한테 아쉬운 소리하면 인간이 아니고 개다.개!" 바닥에침을 탁 뱉은 유한은 대장간에 취직할 생각을 깨끗이 단념했다. 그리고 스스로 스킬을 연마하기로 했다. 비록 새로운스킬을 익힐수는없지만, 기존의생산이 나수리, 제련 스킬을 몇단계 더 올릴수 있을것이다. 드워프들이 인간에게 불친절하지만, 노스아크는 공업국가인 만큼 좋은점도 있다. 그것은 바로 수련을 하는데 필요한 질좋은 광물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는것이다. 유한은 돈도 아끼고 채굴 스킬도 높일겸 직접 광물을캐기로 했다. 마침 홀트의 지도에는 베르겐에서 가까운 곳에 질 좋은 광석이 나오는 광산이 있다고표시되어 있었기에 그곳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2 지도에 표시되어 있는 광산은 베르겐에서 동쪽으로 약 1시간 거리에 있었다. 숲과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분지 안에 있었는데, 이미 드워프들이뚫어놓은 갱도가 여럿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다 페광이 되고 실질적으로 광물을 캐는 곳은얼마 되지않지" 중간에 들른 작은마을의 식당에서 이렇게 들었다. 실망하는 유한의 얼굴을 본NPC식당 주인은 말을 이었다. "그래도 광맥이 아주 마른건 아니야.채산성이 없으니 채굴을중단한 것뿐이니까" "그럼 혼자 쓸 정도의 광물은있겠군요" "그럴거라면 충분하고도 남지" 유한은 다시 분지로발걸음을 옮겼다. 광산을 찾아 눈덮인 숲을 지나던 유한은 중간에 이상한 소리를들었다. "으으으..........." 처음에는 잘못들었나 싶어 그냥지나치려 했는데, 계속해서 신음 비슷한 소리가 들려오는 게 아닌가. '누가 있나?' 혹시 몬스터가 아닐까. 주위를 둘러보니 멀지 않을 나무 둥치 아래 시커먼 인영이 엎어져 있었다. "크윽, 망할 놈........감히 내 광산을......." 허리가 굵고 키가 짜리몽땅한 것이 척 봐도드워프. 전신에 입은 상처를 보면 몬스터에게 습격을 당한듯했다.이대로 두면 죽어 버릴지도. '헹, 알게 뭐야!' 이미 드워프에 대해 감정이 상할대로 상한 유한은 그냥 무시하기로했다.그러나 유한은 채 세 걸음을 떼지 못했다. 촤르르륵! "헉!" 뭔가 날아와 유한의 다리를 휘감았다. 흠칫해서 봤더니 다리에 강철 와이어가 감겨 있었다. 쓰러진 드워프가 던진 와이어는 뱀처럼 유한의 발목을 단단히 감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크으윽. 네놈은 죽어가는 드워프를 그냥 두고 갈 셈이냐?" 드워프의 늙은 모습과달리 목소리는 제법 젊었다. 다 죽어가는드워프는 어디서 힘이났는지 유한을 붙들고 늘어졌다. 고개를 휘휘 내저은 유한은 와이어를 끊어버리려 했다. 그런데 암브레이크를 맞았음에도 와이어는끊어지지 않았다. "크흐흐!그건 텅스텐 합금으로 만든 강철 와이어다.허접한 칼질로는 끊어지지 않지" "우쒸!뭐야 이거!" 암 브레이크 8랭크로는 어림도 없단 말인가. 유한은 몇차레나 암브레이크로 와이어를 갈겼지만 유연하고 질긴 와아어는 흠집 하나 생기지 않았다. 결국 유한이 선택한 것은 드워프의 목에 검을 겨누는 일이었다. "이봐, 난쟁이 영감.당장 이거풀지 못해?" "쿨럭!멋대로 해라.날 살려 주던가 아님 내 시체를 끌고 다니던가" 배 째라는듯 눈을 감아 버리는 드워프의 고집에 두손다 든 유한은 베르겐의 상점에서 시세의 3배에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산 포션을 먹였다. 붉은 수염의 드워프는 포션을 꿀꺽 꿀꺽 잘도 받아먹엇다. '크흑!어디서 이런 물귀신이 걸려서는' 돈이 아까워 죽을 뻔했다. 포션의 위력이 발휘되었음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드워프가 일어났다. 그리고 떨떠름한 포정을 하고 있는 유한의 다리에서 와이어를 풀어주었다. 유한은 드워프가 와이어를 던질때 썼던 장비를 자세히 살폈다. 와이어는 드워프가 찬 건틀렛에서 발사되었는데, 주먹을 강하게 움켜쥐자 와이어는 거짓말처럼 도로 감겨들어갔다. '포션 값으로 저 건틀렛이나 달라고 해볼까?' 왠지 탐이 나는 장비였다. 유한의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유한을 아래위로쓱 훑어본 드워프는 그에게 말을 건넸다. "이봐 , 인간 .날 좀 도와주겟나?" "또 뭘 해달라고요?"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이젠 보따리까지 내놓으라는 참인가. "그렇게 인상 쓰지 마라.날 도와주면 섭섭지 않게 보답할테니까" '오잉?이것은?' 유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퀘스트다. 저 드워프는 분명 유한에게 퀘스트를 내놓으려는게 분명했다. 유한은 당장 태돌르바꾸었다. 드워프는 미워도 퀘스트는 사랑스러운법.그는 언제 그랬냐는듯 싹싹한 태도로 드워프를 대했다. "뭐든지 말씀만하십시오 .제가 다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다름이아니라, 저 분지 안쪽에 내 광산이 있는데 , 얼마 전 갑작스레 쳐들어온 몬스터에게 뺴앗겼어.그곳을 되찾아 주지않겠나?" 효과음과 함께 창이 떴다. [붉은 수염 일족의 이단아 갈리의 부탁] -실력 좋은 대장장이인 갈리는 분지내에 자신만의 광산과 대장간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며칠전 갑작스레 나타난 예티의 공격으로 부상을 입고 간신히 탈출했다. 모험가여, 갈리의 광산을 되찾아 주지않겠는가? '뭐시라? 예티?' 유한은 퀘스트를 허락하려다 말고 눈을 똥그랗게 떴다. 레벨 85의 예티. 춥고 눈이 많이 쌓인 산에 산다고 알려진 설인이다. 덩치가 크고 인상이 귀여워 여자 유저들 사이에서 한때 테이밍 열풍이 불기도했다. 피부는 왠만한 칼질로는 밸수 없을정도로 질기고, 간단한 얼음 마법도 펼칠줄 알아 적으로 삼으면 꽤 골치 아픈 존재다. '왜 하필 예티냐고요!' 유한도 예전 바츠 시절 예티를 사냥해 봤기에 예티가 얼마나 강한 몬스터인지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바츠도 아니고레벨 55의 허접 대장장이가 아닌가. 레벨 30차이도 극복하기 힘든 판국에 상대는 마법까지 사용할줄 안다. 유한은 아쉽지만 퀘스트를 포기하기로 했다.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이건 못하겠습니다" "뭐? 다 해결해 준다 하지 않았나!" 거부의사를 밝혔는데도 퀘스트창이 닫히지 않았다. 몇번이고거부하고 , 창을 닫으려 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드워프는 어느새 유한의 소매자락을 붙잡고 늘어졌다. "광산을 찾아줄때까지는 이 손을 놓지 않겟네" '크아악!이건 또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이냐고요!' 유한은 미치고 팔짝 뛸것만 같았다. 드림맥스의 사악한 술수에 또다시 걸린것이다. 발덴에서 경비병 NPC에게 걸려 상납금을 바쳤듯,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유저가 거부할수 없는 퀘스트가 가끔씩 뜨곤 한다. 일명, 퀘스트 앵벌이! 결국 유한은 눈물을 머금고 퀘스트를 수락해야만 했다.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쓰벌!" "하하하!잘 생각했네.자네야말로 나의 어려움을 돕기 위해 토르(Thor)님께서 보낸 영웅일세!" 토르는 대장장이와 드워프의 신이다. 그러나 신이 보내준 영웅따위는 안해도 좋으니까 퀘스트나 취소해 줬으면 좋겠다 싶은 것이 유한의 진심이었다. -갈리의 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정식으로 퀘스트를 수락했다는 창이 뜨자 갈리는 광산가 주변의 정보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 시작했다. 3 '우선은 놈이 왜이곳에 왔는지를 알아내는 거다' 예티는 북쪽의 춥고 눈이 많이쌓인 산간 지방에 사는 몬스터.비록 노스아크가 북쪽에 위치해 있지만, 이곳은 예티가 살기에썩 좋은 환경은아니다. 그래서 예티를 보려면 노스아크에서도 북부로 가야한다. 유한도 바츠시절 노스아크 북부에서 예티를 만났고 사냥을 했다. 예티는 천성적으로 흉포한 몬스터가아니다. 약간의 지성이 있어서 먼저 인간을 공격하는 법이 없고, 사냥할때를 빼고는 자신의 영역을 벗어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예티가 이곳에 온 이유가 있을거고, 그 이유를 알아내면 예티를 상대하는데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분지 안으로 들어온 유한은 놈이 자리르 잡았다는 갱도로 다가갔다. 그런데 이곳을 찾은 손님이 그만이 아닌모양이다. "야, 뭐래? 불을 더 지피라니까!" 일단의 유저들로 구성된 파티가 갱도 입구에 서서 무언가를 하고있었다. 전사둘에 마법사하나로 이뤄진 파티였는데 유한도 본적이 있는 이들이었다. 개척대 퀘스트에 참가해 노스아크까지 같이온 유저들인 것이다. 레벨이 70대 수준인 그들은 두더지 사냥을 하는것처럼 갱도에 연기를 불어넣고 있었다. "이곳에 뭐가 있을까?" "글쎄, 발자국이 큰걸 보니까 트롤이나 오우거 아닐까?" "그럴지도.난 이번에 오우거 가죽을 얻었으면 좋겠다" "난 트롤의 피" "야, 나온다. 모두 전투 대형으로!" 리더로 보이는 전사의 외침에 대화를 나누던 파티원들은 각자 자리를 잡았다. 전사 계열의 유저둘이 앞에 서고 마법사와 궁수가 뒤에서 지원해 주는 전형적인 몬스터 사냥 포메이션이다. "크워어어어!" 연기가 매캐한 동굴안에서 회색 털이 숭숭한괴인영이 몽둥이를 휘두르며 나왔다. 순간 파티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예티가 왜 이곳에 있는거야?" "예티가 있다는 소린 못 들었는데......" 갑작스런 예티의 출현에 파티원들은 당황해 공격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궁수의 화살곽 마법사의 마법이 침묵을 지키고 있을때 예티의 얼음 마법이 유저들에게 쏟아져 내렷다. "마, 마나 실드(Mane Shield)!" 화들짝 놀란 마법사가 방어마법을 펼쳤지만, 한 박자 늦었다. 예티가 날린 아이스 스피어(Ice Spear)가 실드를 뚫고 유저들의 몸에 박혀 들었다. "제, 제기랄!우리도 공격해!" 유저들이 반격을 가했지만, 예티는 생각보다 강했다. 구경하던 유한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예티가 저렇게 강했나?' 어떻게 된것인지 유한이 예전에 마주친 예티들보다 훨씬 더 강한 듯했다. 뻐버버버벅! "크아악!" "케엑!" 예티의 몽둥이에 사정없이 두들겨 맞은 유저들은 하나둘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 로그아웃. "우워어어어어!" 파티가 전멸하자 예티는 몽둥이를 높게 추켜올린채 흉성을 드러냈다. 그럻게 한동안 분에 겨워 씩씩거리던 놈은 배가 고팠는지 먹이를 찾으러 숲속으로 들어갔다. '당최 이해할수 없군' 유한은 나무 뒤에서 나오며 고개를 갸웃했다. 에티의 공격력이 강하다지만 레벨 70대의 4인 파티 하나를 순식간에 전멸시킬정도는 아니다. 유한은 고개를 갸웃하며 놈이나온 갱도로 들어갔다. 갈리로부터 예티는 한마리뿐이라고 들었기에 두렵지 않았다. 폐광되어 중간이 막혀 있는 갱도에는 예티가 먹다 버린 동물의 뼈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유한은 마치 사건 현장에 나온 형사처럼 갱도 안을 샅샅이 조사했다. 그리고 뭔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예티가 얼기설기 나무껍질을 엮어서 만든 어설픈 나무 인형이었다. '혹시 임신중?' 다 큰 예티가 가지고 놀것은 아니고, 앞으로 태어날 아기 예티에게 주려고 만든것임이 분명했다. 그러고보니 한마리가 먹는것치고는 많은 동물의 뼈도 충분히 납득이 되었다. 좀 전의 강한 모습도 임신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왜 그런 말이 있지 않은가.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강하다고. '그럼 이곳에 온이유가?' 남쪽으로 사냥을 나왔다가 산기가 있자 급히 가까운 동굴을 찾은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강한 몬스터라고 해도 출산 중에는 무방비로 노출되기 마련 .아기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동굴과 같이 추위와 적으로부터 보호해 줄 곳이 필요했을것이다. '결국 나 혼자는 무리야' 레벨 70대의 파티도 순식간에 전멸당했는데, 유한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것은 아니다. 그러나 뾰족한 수가 없으면 뾰족하게 만들기라도 해야한다. 어쩄든 퀘스트를 수락했으니까. 유한은 서둘러 베르겐으로 돌아왔다.그리고 곧바로 무기점으로 향했다. "무얼 찾으시오?" 무기점 주인은 흔하지않은 인간 손님에 관심을보였다. "예티를 잡을만한 덫이 있습니까?" "예티? 예티는 덫 같은것에 걸리지 않아요.쇠 냄새를 얼마나 잘 맡는데" "그럼 독 같은걸써야 됩니까?" "훗 , 놈을 너무 가볍게 보는군요.놈은 수상한 음식 같은건 절대 먹지 않아요.냄새도 잘 맡거니와 눈치도 매우 좋거든" 그럼 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것도 안되고, 저것도 안되면 방법이 영없는것인가. "놈을 잡는 방법은 둘뿐이오.공격해서 죽이든지, 아니면 구슬러서 친구가 되든지" "구슬린다고요?" 테이밍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테이밍은 간단했다. 먹이를 주면서 몬스터의 호감을 사는데 상대가 비선공(非先攻)몬스터거나 지능이 낮을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예티의 경우에는 비선공이지만 지능이 제법 높아서 성공 확률이 매우낮은편이다. 하지만 예티가 임신중이니 먹이를 주면 환심을 살수 있을것 같았다. 환심을 산 다음에는 구슬려서 광산 갱도보다 더 좋은 보금자리로 옮겨주면 된다. 그럼 퀘스트는 끝. '그러려면 준비할게 많겠군' 유한은 주변 산과 숲을 뒤지며 동물들을 사냥하기 시작했다. 작고 먹기 쉬운 산토끼에서부터 며칠은 뜯어먹을수 잇는 맷돼지에 이르기까지 닥치는 대로 잡았다. 인벤토리가 가득차자 그는 다시 에티가 살고있는 갱도로 향했다.마침 그곳에있었는지 예티가 유한의 접근을 알아채고 밖으로 나왔다. "쿠워어어!" 얼마전의 사건 때문인지 예티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여기서 중요하다. 만약 조금이라도 적대적인 행동을 취한다면 예티는 바로 공격할 것이다. 하지만 우호적으로 대한다면? 유한은 인벤 안에 있는 동물 고기들을 꺼내 쌓아 놓았다. 그리고 손으로 먹으라는 시늉을했다. "이거 너 주려고 잡아온 거야" "쿠억?" 예티는 도대체 이 인간이 왜이러나 싶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악의는 느껴지지 않기에 슬금슬금 동물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경계를 늦추지는 않았는데 유한이 멀찍이 떨어지지 고기덩이를 하나 집어들었다. "쿠우우" 처음에는 조심스레 유한의 눈치를 보기도했지만, 유한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자 본격적으로 뜯어먹기 시작했다. 임신 중인 예티는 평소의 몇배에 달하는 음식을 먹는다. 평소에도 먹보인 예티가 하루동안 먹어치우는 양은 어마어마했다. 그래서인지 녀석은 유한이 내놓은 고기를 다먹고도 친근한 기색 하나 보이지 않았다. "오냐, 너 그리 쉬운 여자가 아니라 그거지?" 유한은 다시 숲으로 들어가 사냥을 했고,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면 나무 열매나 나무뿌리도 캤다. 물론 지루한 일이었고, 춥고 황량한 노스아크에서 먹을것을 구하기도 무척 힘들었다. 그래서 유한은 몇번이고 때려치우고 싶은 욕망에 휩싸이곤 했다. "제기랄, 여자 예티 환심 사려고 이 짓거리 하는 농느 나밖에 없을거다!" 유한은 통나무만한 칡뿌리를 캐 가며 연방 투덜거렸다. 그래도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을 고생하니 예티와 조금은 친해지게 되었다. '테이밍은 제 살을 발라줘야 성공할수 있다고 하더니만' 유한은 요즘 그 사실을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었다. 테이밍은 직업 불문하고 누구나 할수 있지만, 많은 노력과 인내심이 필요했다. 늑대 한마리를 꼬이는것만 해도 오랜시간 쫓아다니며 많은 양의 먹이를 먹어야한다. 설사 공격을 받더라도 절대 반격을 해서는 안된다. 예티를 테이밍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했던 것의 몇배나 더 많은 노력과 인내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유한에게 중요한것은 예티를 길들이는것이 아니다. 적당히 구슬려서 다른 곳으로 내보내면 된다. "......그래서 말이야.내가 이곳을 써야 하거든. 그러니까 네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면 안되겠니?" 유한은 벌써 몇시간째 예티를 열나게 설득하고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 예티는 한번 자리 잡은 이곳이 마음에 드는지 계속 고개를 내저었다. "내가 더 아늑하고 좋은 동굴로 소개해 준다니까. 그리고 네가 옮기면 애기를 낳을 때까지 먹을 것을 책임질게. 그래도 싫어?" "크억!크억!" 예티의 거부에 결국 유한은 비장의 카드를꺼내고 말았다. "좋아!이 오우거 고기도 너 줄테니까 제발 좀 옮겨라" 유한이 저번에 오우거를 잡으면서 얻은 고기를 내놓자 예티의 눈빛이 달라졌다. 오우거 고기는 예티가 환장할 정도로 좋아하는 고기다. 그런데 이 오우거 고기는 꽤 쓸만한 아이템이었다. 강장 효과가 있어서 먹으면일정 시간 동안 스탯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식당을 하는 NPC에게 헐하게 넘겨도 천 골드는 받는다. 유한도 아꼈다가 먹으려고 알면서도 함부로 꺼내지 않았다. 이것을 예티의 한끼 식사로 줘야한다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릴 지경이다. 그러나 대업을 위해선 다소의 희생이 필요한 법. 오우거 고기를 본 예티는 침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예티의 마음이 흔들리는 이 순간을 놓쳐서는 안된다. "이사 갈거야?" "크어어!" 예티는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에고, 간신히 성공했네" 왠지 기쁨보다는 허탈함이 더했다. 어차피 하고 싶지 않은 퀘스트였고, 전투 한번 치르지 않았다지만 이를 위해 유한이 들인공은결코 적지 않았다. 게임 시간으로 5일동안 잠도 자지 못한채 사냥을 해야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과일 채집이나심마니 흉내도 냈다. 그리고 아끼고 아꼈던 오우거 고기까지 상납했다. '제기랄 !차라리 처음부터 오우거 고기를 줄걸 그랬나?' 그러면 갖은 노가다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지도.물론 확신할수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제길 , 내가 그놈의 앵벌이 퀘스트때문에 뭔 고생이냐!' 어쨌든 예티가 수락했으니 녀석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다른 곳으로 보내야 한다. 유한은 오우거 고기를 건넨뒤 예티를미리 봐 둔 산 너머의 동굴로 이끌었다. 오우거 고기를 한 입 문 예티는 선선히 유한의 뒤를 따랐다. 예티가 분지를 완전히 빠져 나가자 효과음이 울렸다. -갈릭의 퀘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명성이 400올랐습니다. 안내창이 뜨거나 말거나 유한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보상이 엿 같기만 해봐!내 그냥 안둘테니까!" 4 퀘스트를 마친 유한은 곧장 붉은수염의 드워프 갈리를 찾아갔다. 갈리는 처음 만났던 눈덮인 숲속에 그대로 있었다. "크하핫!역시 자네는 해낼줄 알았어!" "닥치고 보상이나 주시죠" 시시껄렁한 것을 주면 작살을 내놓으리라 마음먹었다. 살기를 풀풀 풍기는 유한을 갈리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고개를 내저었다. "보상? 역시 인간은 어쩔수 없군.째째하게 보상이나 바라고 말이야" "섭섭지 않게 보답해준다고 한건 누구셨더라?" 설마 앵벌이 퀘스트로 사람을 골탕 먹여놓고 입을 싹 닦겠다는것은 아닌지.칼자루를 쥔 유한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유한이 막 폭발하려 할때 갈리가 말을 이어나갔다. "어흠, 뭐 붉은 수염 일족의 기린아인 나를 도운 공이크긴 하니 특별히 보상을내리도록 하지.보상으로 잔에게 아주 영예로운 직책을 내리겠다" 한껏 거만한 미소를 지은 갈리는 유한을 올려보며 말했다. "이몸이 조금 , 아니 아주 많이 손해를 보는 일이지만 자네를 특별히 조수로 삼겠네.보아하니 직업이 대장장이인듯한데......어떤가? 드워프, 그것도 붉은 수염 일족의 천재인 이 몸의 조수가 되는것은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무슨 소리를 하나했더니 결국 보상은 없고, 조수로 부려먹겠단다.뻔뻔스럽다 못해 아주 가공할 정도로 자신만의 착각에 빠져 사는 놈이다. 어쩐지 퀘스트 창이뜰때 붉은 수염 일족의 이단아라고 하더니만. '그래, 이참에 머더러가 한번 되어 보는거야' 스르릉!검을 뽑아들던 유한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잠깐, 이놈의 조수가 된다는 말은 바로 대장간에서 같이 일을 한단말이고, 그렇다는것은 잘하면 새로운 스킬도 배울수 있다는 거잖아' 현재 유한은 드워프에게 새로운 스킬을 배우고 싶어도 배울수 없는 형편이다. 찾아가는 대장간마다 퇴짜를 맞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 이 엉뚱하지만 괴팍스런 놈의 조수가 된다면 새로운 스킬도 익힐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이미 익힌 스킬 수련도 할수 있고. 그렇게 생각하니 그리 나쁜 조건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전 인간인데요.인간에게 기술을 막 가르쳐 줘도 되요?" 유한의 물음에 갈리는 같잖다는 얼굴로말했다. "흥!그깟 기술 좀 가르쳐 준다고 뭐가 닳기라도 하나? 오히려 난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니, 인간은 믿을수가 없다느니 주장하는 늙다리들을 이해할수 없단말이야" 이단인만큼 갈리는 생각도 파격적이었다. "기술이란 말이야 , 서로 비교하고 견제하면서 발전하는거야.죽어라고 감춰봐야 인간의 발전을막을수 있는것도 아니고, 그럴바에는 차라리 기술을 전수한뒤 서로 경쟁해 나가는게 낫지.안그래?" "그, 그야 그렇지만......." 도대체 유한은 지금 자신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상대가 NPC인지 유저인지 헷갈릴정도였다. 당최 이놈의 게임은 인공지능이 어느정도란 말인가. <붉은 수염 일족의 이단아 갈리의 조수가되시겠습니까?> "당근말밥" 유한이 승낙하자 환한 빛이 터지며 사방으로 번져나갔다. 동시에 효과음이 울리며 안내창이 떠올랐다. -붉은 수염 일족의 이단아 갈리의 조수가 되셨습니다[드워프의 조수]칭호를 얻었습니다. -갈리의 대장간과 공방을 제약 없이 사용할수 있습니다. 갈리의 광산에서 광물을 채굴할수 있습니다. '얼레? 조수가 되었더니 이런것도 있네' 이걸 복이라고 해야 할지. 유한은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분지 안에는 총 7개의 광산과 1개의 대장간, 그리고 공방이 있었다. 그외 주택인듯 자그마한 집들이 십여채 다닥다닥 붙어 있었는데, 오랫동안 방치되어 허물어지기 직전이었다. 7개의 광산 중 5개는 폐광이고 오로지 2개만이 지금도 광물을 캐고 있었는데, 한곳에서는 순도가 높은 철이, 그리고 다른 한곳에서는 크롬이 나왔다. "이곳에서 혼자 뭐하고 있었습니까?" 철을 다룬다는것은 꽤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라 드워프들은 혼자 일하기보다는여럿이서 같이 작업한느걸 즐겼다. 유한의 질문에 갈리는 기다렸다는듯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커험 , 험!내가 왜 이곳에서 혼자 작업을 하고 있었냐고? 나같은 위대한 대장장이가 어찌 다른 녀석의 도움을 필요로 하겠나, 이 어르신은 말이야......." 갈리의 말을 요약해 보면이랬다. 노스아크를 구성하는6개의 드워프 일족 중에서 붉은 수염 일족으로 태어난그. 어렸을적에는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손재주로 일족 내에서 꽤 인정받았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엉뚱한것들을 만들어 내 괴짜 드워프로 치부되다 '드래곤 대항 병기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한 뒤로는 아예 일족들에게 외면당했다고 한다. "정말 말이지.우리 드워프들은 도전정신이 없어.언제까지 화이트 드래곤에게 삥을 뜯겨야 하냐고.놈이 차지한 북동부 산맥의 노다지 광맥은 또 어떻고.한시라도 빨리 놈을 몰아내고 광산을 개발해야 하지 않겠나!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 글쎄요" 유한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노스아크 북동부의 산맥을 통째로 차지하고 있는화이트 드래곤 '안듀라스'.공식 홈페이지에 소개되어 있어서 유한도 익히 알고 있는 녀석이다. 아르페디아 온라인 최강의 몬스터인 드래곤. 개중에는 인간과 유자 종족들에 우호적인 놈들도 있지만 , 기분 내킬때마다 레어에서 나와 삥을 뜯어가는 놈들도 있었다. 과거 유한이 처치한 레드 드래곤처럼 불문곡직 도시를 파괴하고 인간을 학살하는 놈들은 광룡(狂龍)이나 마룡(魔龍)으로 분류된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놈들은 많지 않았다. 안듀라스는 보석을 끔찍이도 좋아하는 드래곤이다. 다른 드래곤들 이상으로 보석에 탐욕스러운 녀석이 드워프들을 가만히놔둘리가 없다. 드워프가 아르페디아에서 보석 채굴과 세공에서 최고의 실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안듀라스는 정기적으로 부하들을 보내 노스아크에서 보석과 세공품들을 상납받고 있었따. "언제까지 그 허연 도마뱀에게 우리의 장신 혼이 담긴 예술 작품들을 빼앗겨야 하겠는가!드래곤들을 물리치지 않으면 우리 드워프들의 예술정신은 자유를 얻을수 없어!" 그래서 이 엉뚱한 드워프는 이곳에서 혼자 드래곤을 상대할 무기를 만들고 있었단다. "내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보여 주지않았는데.자네에게만 특별히 보여주지" 그러면서 갈리는 유한을 공방으로 데려갔다. 커다란 체육관을연상시키는 공방의 문을 열자 그 안에 커다랗고 시커먼 물체가 웅크리고 있었다. "이게 드래곤 대항병기?" 육중한강철로 된 골격.전신에 박힌 이름 모를거대한 기계 장치들 , 어지럽게 얽혀진 와이어와 톱니바퀴. 그것은 기계로 된 드래곤 모양의 전투 병기였다. 일명 메카 드래곤. "어떤가? 드래곤을 상대하고도 남겠지?" 갈리가 아주 자신감에 차서 유한을 바라보았다. 메카 드래곤은 진짜 드래곤처럼 덩치 하나만큼은 정말 컸다. 과거 유한이 처치한 레드드래곤과 거의 비슷한 크기. 기계 장치로 움직이는 이 드래곤은 아직 미완성. 거대한 덩치를 움직일만한 동력원을 아직 찾지못했다고 한다. "동력원만 해결되면 당장이라도 저것을 움직일수 있지. 그럼 화이트 드래곤 정도는 한주먹 거리감도 안되지 .암, 그렇고 말고!" 입에서 침을 튀겨 가며 이야기하는 갈리의 얼굴에서 자부심을 느낄수 있었다. 하지만, 유한은 한심하기만 했다. '다 좋은데 마법을 막을수 있는 방법은?' 드래곤이 어디 덩치가 커서 아르페디아 대륙 최강의 몬스터가 되었나? 작은 마을 하나쯤은 단번에 지워 버릴수 있는 브레스와 마법이 있기 때문에 최강이라 불리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드래곤이라고 해도 덩치 큰 오우거나 트롤과 무에 차이가 있겠는가. 내심 그렇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아프게 NPC와 떠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저 적당히 맞장구치며 갈리의 기분을맞춰줄 뿐이다. "그런데 일은 언제 시작합니까?" 유한은 은근슬쩍 화제를돌렸다. 이대로 둔다면 하루종일 메카 드래곤에 대한 설명이 이어질것 같았다. "아참, 내정신좀 보게.대장간으로 안내해 줄테니까 따라와" 그렇게 유한은 드워프의 대장간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Chapter 08.[수정 광산] 1 유한은 갈리의 조수가 된뒤로, 그의 대장간에서 수련을 계속할수 있었다. 처음에는 드워프의 조수가 되었으니 부림을 당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유한이 부림을 당하지 않고 저만의 수련에 몰두할수 있었던 데는 갈리의 꾸지람 덕이컸다. "지그 너는 인간치고 안목은 좋은데 손재주는 많이 모자라더군. 얼마간 시간을 줄테니까 기술과 솜씨를 늘리도록해" "저 이왕이면 드워프의 첨단 기술을 익히고 싶은데요" "이런 건방진놈!기본도 안되면서 무슨 첨단 기술을 배우겠다는 거야!지금 하고 있는것이나 더 잘하도록해!" 그래서 유한은 일단 익히고 있는 스킬들의 랭크를 높이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우선 제련 스킬과 생산 스킬을 5랭크로 올리기 위해 스킬 경험치를 쌓아 나갔다. 제련 스킬과 생산 슼리이 5랭크에 오르면 함급 스킬과 정밀 조립 스킬을 익힐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설계도가 1장밖에 없지만, 마녀 데보라가 만드려했던 블랙 아이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미리미리 준비를 해 둬야 했다. '힘세고 오래가는 머슴 하나 있으면 좋을테니까' 거기다 아무도 가지지 못한 유니크를 소유하고 또 만들수 있다는 것은 자랑할만한 일이다. 유한은 대장간에서 부지런히 풀무질과 망치질을 하고, 틈틈이 광산에 가서 수련에 필요한 광물들을 채굴해 왔다. 그리고 얼마쯤 지났을 무렵. -제련이 5랭크로 올랐습니다. 철광석 10개로 철괴 2개를 생산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강철괴를 생산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리선과 철사를 생산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합금 스킬]을 알게 되었습니다. -상급 대장장이에게 합금 스킬에 대해 물어보면 배울수 있습니다. 유한은 제련이 5랭크가 되어 합금 스킬을 알게 되자 곧장 갈리에게 달려갔다. 한참 메카 드래곤의 부속들을 끼워넣고 있던 갈리는 귀찮은 투가 역력했지만, 합금 스킬에 대해 제법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이때 유한은 갈리의 친절함에 음흉한 속셈이 있다는것을 알지 못했다. "두가지 이상의 금속을 더해서 새로운 성질을 이끌어 내는것이 바로 합금 스킬이지.어떤 금속을 섞느냐, 어떤 비율로 섞으냐에 따라 여러가지 성질이 나올수 있어.무르게 만들거나, 단단하게 만들거나, 색깔을 더 아름답게 만들거나......." "단단한건 몰라도, 무르게 만드는 경우도 있나요?" "너무 단단하면 깨지고 말거든. 종 같은 것을 만들때는 특히 주의해야해.철이 있음에도 여전히 구리나 청동이 쓰이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거지" 여기까지 설명을 한 갈리는 유한을 데리고 대장간에 가서 직접 합금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우선은 청동과 황동 만드는것부터 가르쳐 주지.인간인 네가 처음부터 고차원의 합금술을 익히기는 힘들테니까" 갈리는 동괴를 도가니에 넣어 녹이고, 거기에 주석 가루를 비율에 맞춰 집어넣었다. 그렇게 주석을 녹여 불속에 석은것을 꺼내 틀에넣어 식히자 밝은 빛의 금속괴가 하나나왔다. "청동이라면서요? 왜 파란색이 아니죠?" "녹이 슬면 파랗게 되는거야.청동은 그런 식으로 살짝 녹이 슬어야 운치가 있지" 갈리는 처음과 같은 방식으로 동괴를 녹이고 , 이번에는 아연 가루를 비율에 맞춰 넣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것은 황동이었다. "황동은 놋쇠라고 부르기도 하지.청동이 동상이나 종을 만드는데 주로 쓰인다면 황동은 그릇을 만드는데 주로 쓰이지" 유한은 새삼 시골 외갓집 할머니가 애지중지하는 놋쇠 그릇과 숟가락이 생각났다. "구리 합금은 더러운 균을 죽이고 벌레를 쫓는 신기한 힘이 있어.그래서 신전의 제기(祭器)로 곧잘 만들어지지. 신성한 힘이야 은이나 오리하르콘이 더 높지만, 그런것들은 비싸서 말이야. 특히 오리하르콘의 경우는 부르는 것이 값일정도로 흔하지 않았다. "보통 합금의 최고봉은 '에르젠(Arzen)'이라고 하지.지그 너도 대장장이니까 한번 들어본적이 있겠지?" "물론이죠" 에르젠은 은에다가 몇가지 원소를 더해서 만든 합금. 강도는 강철보다 강하고, 마법을 영구적으로 유지시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마법 금속이라고 통하고 인첸터들이 기를 쓰고 구하고 다니는 품목이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고렙 소리를 듣는 유저들은 저마다 에르젠 합금 장비들을 갖고 있었다. 아니, 고렙용 무구들은 모두 에르젠이 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인간들의 생각이고, 우리 드워프들은 오리하르콘도 합금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오리하르콘은 신의 금속이 아닙니까"?" 보통 사람들은 신의 금속은 순결하지 않냐고 생각하기 마련. 오리하르콘은 폐허가 된 신전이나 과거 신마대전의 유적지 같은 필드에서 아주 희귀하게 발견된다. 공식 홈페이지 설정에 따르면 신들은 오리하르콘 장비로 무장하고 마족과 싸웠다고 했다. "신의 금속이지.근데 신들에게 무구를 만들어준 신이 바로 대장장이 신인 토르님이시다. 신화에 따르면 토르님은 오리하르콘을 '만들어'신들의 승리에 기여했다고 전해지고 있어" 그 만들었다는 무구만으로 드워프들은 오리하르콘을 합금으로 믿고 있단다. "지그 넌 운도 좋아.내 조수인 덕분에 인간들도 모르는 사실을 알게 된셈이니 말이야" 하긴, 이런 설정은 공식 홈페이지에도 , 공략 사이트에도 공개되어 있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중에 오리하르콘도 합금 스킬로 제작할수있다는건가?' 하지만 그거 알수없는 일이다. 히든 피스로 있을수 있지만, 드워프들의 헛된 망상일 가능성도 있었다. 결국 판단도 삽질도 모두 유저가 하는것이다. "자, 이제 합금을 익히도록해.네가 빨리 재주가 늘어야 나도 힘이 덜 들게 아니냐" [합금 스킬 익히기] 1. 청동괴 5개 제작. 2. 황동괴 5개 제작. -청동괴 1개 제작에는 동괴 1개와 주석 가루 1줌 필요 황동괴 1개 제작에는 동괴 1개와 아연가루 1줌 필요 *완료하면 합금 스킬을 익힐수 있다. 유한은 갈리가 가르쳐준대로 재료를 섞어 청동괴와 황동괴를 생산했다. 시간이 지나자 몸에서 빛이 나며 효과음이 들렸다. [합금 스킬]을 익히셨습니다. -스킬 랭크를 올리면 좀더 다양한 종류의 합금을 생산하실수 있습니다. '앗싸!합금 스킬 습득 완료!' 내심 기쁨의 함성을지른 유한은 합금 스킬에 관한 정보를 확인했다. 유한의 합금 스킬을 올리는 경험치는 역시 공략집에있는것보다 1, 5배 더 많았다. 극악 상성덕분에 그레인 스킬이나 암 브레이크 같은 히든 스킬을 배울수 있었지만, 남보다 더 많은 노가다를 해야한다고 생각하니 고개가 절로 저어졌다. '그래도 아예 못 익히는것보다 낫겠지' 그때부터 유한은 합금스킬의 수련에 전념했다. 그런데 유한이 합금 스킬을 마스터 하자 갈리의 태도가 바뀌었다. 합금 스킬을 익히기 전만 해도 내버려두던 갈리가 유한이 합금 스킬을 익히기 무섭게 이것저것 온갖 일들을 시키기 시작한것이다. "어이 , 지그야.내일까지 신전에 제기를 납품해야 하는데 네가 좀 하거라.난 메카드래곤 때문에 바빠서 말이야" 처음엔 놋쇠로 제기만드는 퀘스트가 날아오더니. "내 친척 녀석이 종을 만드는데 청동괴가 모자란다는구나. 청동괴 백개를저녁까지 생산해 놓거라" "참나, 대족장님이 나에게놋쇠로 문고리를 만들어 오라는게야.이 영감은 내가 무슨 자기 허드렛일을 하는 머슴인줄 아는모양이야.난 바쁘니까 니가 문고리 열개만들어 놔라" "지그야, 노스아크 학술원으로부터 제의가 들어왔다. 고대 청동기 시대의 청동검 모형을 만들어 달라던가? 아무튼 학술용으로 삼십개의 청동검이 필요하다니까 니가 좀 잘만들어봐" 하나끝내면 마치 줄줄이 사탕처럼 연달아 작업 퀘스트가 날아왔다. 짜증나긴 했지만, 그래도 스킬 수련에 득이 된다고 해서 별말 안하고 시키는대로 했는데, 날이 갈수록 일거리는 더더욱 늘어가기만했다. 거기다 작업을 완수하면 잘했다고 곱게 말해주지도 않았다. 갈리는 마치 파부치와 피를 나눈 형제라도 되는것처럼 핀잔과 잔소리를 퍼부어댔다. 그레인 스킬을 이용하여 온갖 정성을 들여도 소용이 없었다. "야 이놈아!우리 드워프 다벼락 맞아 죽게 만들셈이냐? 이게 대체 제기냐? 내가 언제 개 밥그릇을 만들라고했어!" "이 청동괴는 뭐냐!대체 비율을어떻게 맞춘거야!" "너는 문고리 하나도 제대로 못 만드냐? 둥그렇기만 하면 문고리가 되는줄 알아? 장인이라면 정성이 좀 있어야지!" "허허, 이놈이 이제는 우리드워프의 청동기 역사를 왜곡하려 드는구먼" '아놔, 이놈의 드워프가!' 유한은 하루에도 몇번씩 터져나오는 성질을 죽여야만했다. 정 마음에 안들면 댁이 만들라는 말을 몇번이고 내뱉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냥 조수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나가고 싶었던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런 유한을 붙든것은 스킬 경험치였다. 끈임없이 쏟아지는 일감덕분에, 빠른 속도로 스킬 경험치가 쌓이고 있었다. 극악 상성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많은 경험치가 필요한 유한에게, 이런 고난은 전화위복이나 마찬가지. '그래도 갑갑해'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공방에 처박혀 며칠동안 작업만 몰두하고 있으려니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청동괴 1개 제작했습니다. 스킬 경험치 50을 얻엇습니다. -합금 스킬이7랭크로 올랏습니다. 솜씨가 2 올랐습니다. 인내심이 1 올랐습니다. 어느사이 합금 스키이 7랭크로 올랐다. 그러나 유한은 스킬이 오르는것이 별로 기쁘지 않았다. 스킬이 오르면 오를수록 망할놈의 드워프가 자신을 더 많이 부려먹을것 같았기 때문에........... 그러나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하여 유한은 일약 해방을 맞이하게 되었다. 공방에있던 주석 가루와 아연가루가 동이 난것이다. 구리 합금의 주재료가 거덜났으니 작업은 일시중단될수밖에 없었다. 유한은 기쁨을 감추고일단 갈리에게 보고를 했다. "뭐? 아연과 주석을 다 썼다고? 거참 재료를 아낄줄 모르는녀석이구먼" '아놔 , 내가 누구 때문에 다 썼는데!' 유한은 치밀어오르는 혈압을 간신히 억눌렀다. "재고는 없습니까? 여기 광산에서 구할수 없어요?" "그것들은 이곳 광산에서 안나온다. 푸른 수염 일족의 광산에서 새앗ㄴ되지.베르겐의 시장에 가서 구해와야해" 갈리가 재료비로 유한에게 돈을 건네주었다. '베르겐까지 갔다 와야하나' 귀찮다기보다 간만에 바깥 구경을 하게 되어 좋았다. 유한이 돌아서는데 갑자기 갈리가 불렀다. 동시에 퀘스트 창이 함께 떠올랐다. "아참, 베르겐시장에 가는 김에 수정을 좀 구해오너라.돈은 모자라지 않을정도로 주마" [갈리의 심부름 퀘스트] -메카 드래곤을 제작하는데 있어 수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갈리에게 수정 30개를 구해다 주자. 유한이 퀘스트 수행을 승인하자 곧장 갈리에게서 돈이 보내졌다. -갈리에게 30, 000골드를 받았습니다. '헤에, 이게 웬떡이냐?' 3만골드에 유한의 눈이 게슴츠레하게 변했지만, 곧 차갑게 식었다. 수정의 시세가 1, 000골드정도니, 돈이 남아서 삥땅 칠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했다. 오히려 시세가 1, 000골드보다 더 나오면 유한만 손해를 보게된다. "스승님, 돈이 모자랄지도 모르는데 더 주시면 안되요?" "왜? 남은 돈으로 군것질이라도 하려고? 그 정도면 충분하니까 얼른 가서 사와!' 쪼잔한 갈리는 땡전 한푼 더 주지 않았다. 유한은 더 조르지 않고 물러났다. 어차피 거래하기에 따라 가격을 깎을수도 있으니까. 대신 모자라는 금액은 지금까지 틈틈이 생산한 무구들을 팔아 충당하기로 했다. 준비가 끝나자 유한은 곧장베르겐으로 떠났다. 보름정도 갈리의 공방에 머물며 주야장천 생산만 했기 오랜만에 외출에 가슴이 설레었다. 2 간만에 도착한 베르겐은 예전 같지 않게 시끌벅적했다. 그렇게 눈에 띈 정도는 아니지만, 에전에 비하면 베르겐을찾은 유저들의 숫자가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유저가 들어난 만큼 메시지나 대화도 늘어났기에 번잡하게 느껴졌다. "자자, 따끈따끈한 호빵이 왔어요" "포션 팝니다. 아주 싸게 드려요~" 특히 상인 유저들이 많았다. 그들은 노스아크에서 비싼 식량과 포션을 저렴하게 판매하거나, 가게를 돌아다니며 노스아크의 값싼 공산품들을 긁어모았다. '길이 열린 덕분이겠지?' 얼마전에 작은 패치가 있었다. 개척단 퀘스트가 성공한 덕분에 바르카스와 노스아크간에 정식으로 무역로가 개통된것이다. 초창기라 많은 왕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 상인들의 활동이 빈번해지자, 전투 계열의 유저들도 식량과 포션의 고물가 압박을 떨쳐내고 느긋하게 활동할수 있게 되었다. '이럴게 아니라 나도 갖고 온걸 팔아야지' 유한은 목 좋은 곳에 좌판을 깔고 갈리의 공방에서 만들어온 무구들을 늘어놓았다. 전부 그동안 늘어난 솜씨를 마음껏 발휘하여 만든 수작들. 개중에는 C급의 장비들도 있었다. 생산 스킬이 6랭크가 도어 C급 장비를 생산할수 있게되었고, 갈리의 광산에서 필요한 광물들도 얻을수 있었기 떄문에 제작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시간이 없어서 많이 만들지 못했을뿐. 유한은 품질이 좋은 수제무구들이니 비싸게 팔수 있을거라 생각햇지만, 이곳은 다른곳이 아닌 드워프의 나라 노스아크다. 1시간이 지나도록 단검 하나 팔지 못했다. 간혹 오는 손님들도 힐끔힐끔 쳐다보다가 이내 드워프의 무기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상점표 무기라도 드워프가 파는 무구는 유한의 수제 무구들에 뒤지지 않을정도로 품질이 뛰어난데다 디자인이 멋있었다. 거기다 가격마저 저렴하니 유한의 무구는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크흑!역시 드워프들의 나라 노스아크라 이건가?' 값을 반으로 깎아도 잘 팔리지 않았다. 유한은 결국 좌판을 접었다. 이대로는 시간낭비만 할것 같아서 나중에 다른 나라에 갔을때 팔아보기로했다. 상점으로 이동한 그는 합금 스킬을 올리는데 필요한 주석과 아연가루를 사 모았다. 노스아크에선 광물은 매우 헐해 싼값에 제법 많은 양을 살수 있었다. "다음은 수정인가?" 갈리의 신부름 퀘스트를 완료하려면 수정 30개를 건네주어야 한다. 상점에서는 수정을 개당 3, 000골드에 팔고 있었다. 갈리가 준 돈으로는 상점에서 수정을 살수 없었다. 그러나 유한이 알기로 상인 유저들은 개당 1, 000골드에 팔고 있었다 아마 유저들의 시세가 그정도니까 돈을 3만 골드만 지급했을것이다. '사람만 잘 만나면 950골드 정도에 살수도 있겠지' 지그를 키우면서 바츠때와 달라진 점을또 하나 꼽자면 거래와 흥정을 배우게 되었다는 것이다. 만들어 놓은 무구를 팔다보니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다. 바츠때는 그런 흥정과 거래가 필요 없었다. 필요한것이 있은면 NPC에게 사고, 필요 없는것 역시 NPC에게 팔면 그만이었으니까. 생각해 보면 싸게 살수있는것도 괜히 많은 돈을 주고 산것이 많았다. 왜 그렇게 사람들을 상대하지 않으려 했던 것인지. '뭐, 그때는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바츠를 키우던 초창기, 유한은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다. 선생들을 비롯해서 친구들까지, 모두가 자신을 배신했었으니 가상의 세계에서라도 사람을 쉬이 믿을수가 없게 된것이다. '바츠가 죽고(?)지그를 키울때도 혼자 다 하려고 했었지.그러다 생각이 바꾸엇는데 그렇게 된것은 분명...........' 이러저런 생각을 하는사이, 유한은 수정을팔고 있는 유저를발견했다. 그런데 그가 파는 수정의 가격이 이상했다. "개당 이천 골드?" 얼마전에 확인한것보다 2배나 더 비싸지 않은가. 혹시 이상인 유저만 그렇게 바가지로 파는것이 아닌가 싶어 다른 좌판들을 뒤져 봤지만, 다들 2, 000골드나 2, 100골드에 팔고 있었다. '어라, 언제 수정값이 이만큼 튄거지?' 유한이 고개를 갸웃하고 있을때뒤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게 누굽니까?" 날카로운 눈빛과 정반대의인심 좋은 미소를 띄고 있는 상인. 그는 바로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발덴 지부장 딜론이었다. "안녕하세요.그런데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셨어요?" "하하핫!새로 열린 바르카스 -노스아크 간의 무역로를 한번 살펴보고 싶어섭니다" 브로딘 왕국의 독점을 피해 노스아크의 공산품을 보다 저렴하게 들여올수 있는데 어찌 살펴보지 않을수 있겠는가. '하긴,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리가 없지' "그런데 지그님은 여기웬일인지요? 저와 거래하기로 했으면서 그동안 연락이 없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유한이 생산한 물품을 일주일에 한번 넘기기로 했는데 , 그동안 어쩌다보니 연락을 못하고 말았다. "아, 그게요........." 유한은 개척단 퀘스트에 참가했던 일과 괴짜 드워프 갈리의 조수가 된일을 모두 이야기해줬다. "드워프의 조수라는 이 칭호 좀 보세요.갈리의 조수가 되면서 따게 된겁니다" "호오!이런 칭호는 처음 보는데요" 확실히 이 지그라는 녀석은 뭔가 특별한 구석이 있었다. 여러 공략 사이트들에서 유저들이 올린 육성 데이터를 보았지만, 드워프의 조수가 된 경우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 '역시 이녀석은 놓쳐선 안될떡잎이야' 그렇게 생각한 딜론은 얼굴 가득 미소를 띠며 말ㅇ르 이어 나갔다. "드워프의 조수가 되었다면 실력도 제법 올랐겠습니다" "뭐 그럭저럭요.요새는 합금 스킬을 올리고 있습니다. 스킬 올리면서 틈틈이 무구를 만들었는데, 이거 생각보다 잘 팔리진 않더라고요" 유한은 좀 전까지 시장에서 파리만 날린 이야기를 해주었다. "하하, 여긴 드워프의 나라니까요.제가 살테니 있는것을 모두 넘기십시오.가격은 발덴의 시세로 해주겠습니다" "오오, 정말입니까?" 마치 구세주라도 만난 기분. 유한은 인벤에 있던 무구들을 모두 딜론에게 넘겼다. 그렇게 홀가분하게 가방을 탈탈 털어낸뒤 다른 문제를 떠올렸다. "혹시 수정 가진거 있으세요?" "수정이요? 이거말입니까?" 딜론은 손가락만한 크기의 수정을 꺼내 들었다. "샘플이라서 이거 한개밖에 없는데.....왜 그러십니까?" "곤란하네, 삼십개는 있어야 하는데" "하핫, 퀘스트인가 봅니다.여기도 우리 골드러시 상인 연합 길드원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저렴하게 구입할수 잇을겁니다" 딜론의 말에 혹한 유한은 자세한 시세를 물어보았다. "흠 , 수정의 시세라면 현재 개당 이천 골드 정도합니다.준회원인 지그님은 좀싸게 사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천구백골드 정도로요" "더 싸게 해주면 안됩니까?" "얼마 정도를 예상하고계신데요?" "천 골드면 좋겠는데......" "그건 곤란합니다. 반값이면 엄청 손해 보고 파는건데.지그 님이 정회원이라면 모를까 준회원의 신분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딜론은 냉철한 상인답게 딱 끊어서 거절했다. 유한은 섭섭하긴 했지만, 별수 없었다.골드러시 상인 연합과의 관계를 준회원으로 선택한것은 자신이니까. 그렇다고 수정 하나때문에 정회원이 될수는없는일. "미안하지만 우리도 땅 파서 장사하는건 아니라서요" "이거야 원.다른 나라에 가봐야 하나?" "어딜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지금 수정값이 죄다올랐거든요" 딜론의 말에 따르면 , 며칠전부터 시장에 수정의 출하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첸터들의 수요는 많은데 출하가 줄어드니 당연히 가격은 오를수밖에 없다고....... "왜 수정의 출하가 줄어든 겁니까?" "그거야 모르지요.광산에서 수정이 안 나오는거 아님 광부 유저들이 파업이라도 하는거겠죠" "혹시 누군가 사재기를 할 가능성은요?" 유한의 물음에 딜론은 고개를 저었다. "사재기를 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우리 쪽에서 먼저파악했을겁니다. 매점매석 같은 비매너 행각은 운영자에게 신고할 사항이니까요" 아무튼결론은 싼값에 수정을 구할수 없다는 소리다. 유한은 그냥 생돈을 보태서 퀘스트를 완수할까 생각해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는 곧바로 홀트의 지도를 꺼내 들었다. "뭐하려는 겁니까?" "이 근처에 수정광산이 있나해서요.비싸서 못사면 직접 캐 보기라도 해야 할것 아닙니까" 광산에서 수정을 구하면 3만골드도 날름 먹을수 있다. 어차피 퀘스트는 수정 30개를 구해오라고했지만 사 오라고 하진 않았으니까. 왜 진작 이 생각을 못했는지 후회가 되었다. '여기군' 브로딘 왕국과 국경근처에 보데라는 산이 잇는데, 이산에 수정 광산이 하나 있었다. 유한은 곧장 보데산의 광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3 지도상으로는 보데산의 수정광산은 베르겐에서 꽤 먼곳에 있었지만, 가는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얼어붙은 강을 달리는 썰매가 있는데, 삯을 지불하고 그 썰매를 타면 편하고 빠르게 이동할수 있었다. 사실 말이 썰매지, 돛으로 바람을 타고 달리기에 배라고 해도 무방했다. 많은 짐과 사람을싣고 다닐수 있기에, 브로딘 방면으로 왕래하는데는 다들 이대형 썰매를 이용했다. "딜론님은 왜 따라오시는 겁니까?" 유한은 자신을 따라와 썰매에 덥석 오른 딜론을 바라보며 물었다. "지그님이 가는 수정 광산을 한번 살펴보려고요.쓸만한 광산이면 미리 선점해 둬야죠" 다시 말해 돈 냄새가 나니까 따라간다는 소리다. 수정 값이 2배로뛰었으니 딜론의 행동은 상인으로서 당연했다. 썰매가 국경근처에서 멈추자 유한은 지도를 보며 보데산을 찾아갔다. 주변의 우뚝 솟은 산들보다 작은 산이 있었는데 그 산이 바로 보데산이었고, 광산은 바로 그 산기슭에 있었다. 수정 광산으로 걸어가던 유한과 딜론은 광산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수정 광산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 이미 임자가 있는 모양이군요" 입맛을 다시는 딜론의 말대로 수정광산에서 일단으 유저들이 일 을하고있었다. 그들은 부지런히 광산을 드나들며 수정을 채굴했고, 체굴한 수정들을 바구니에 담아 수레에옮겨 실었다. '산출량이 꽤 많아 보이는걸 .그런데도 가격이 폭등했단 말이지?' 유한은 일단 궁금증을 가슴속에 묻었다. 당장은 수정을 구하는 일이 급 했으니까. 유한이 광산으로 가려는데, 딜론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왠지 접근하지 않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왜요? 쟤들이 광산을 전세내기라도 했답니까?" 보통 국가 소유의 광산이면 길드에서 임대료를 내고 사용 권한을 갖는다. 그러나 이곳 보데산의 수정광산은 국가 소유의 광산이 아니다. 유저라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수 있었다. "뭔가 좀수상하고 위험한 냄새가 풍깁니다" '수상하긴 개뿔' 유한은 딜론의 경고를 무시하고 광산으로 걸어갔다. 그가 다가오자 한창 작업중이던 광산의 유저들이 인상을 찌푸리며 알아듣지 못할 말들을 내뱉었다. "Cong Zhe Li Zou Kai!" 말은 못 알아들었지만 유한은 그들의 바디 랭귀지를 통해 충분히 이해할수 있었다.손을 휘휘 내젓는 꼴이나 곡괭이를 치켜들며 위협하는 꼴을 보면 꺼지라고 하는듯 했다. '뭐야 , 외국인들인가?' 직업은 하나같이 광부. 척 봐도 별로 세 보이지도 않는 녀석들이다. 유한이 더 가까이 다가가자 몇 녀석이 우르르 달려와서 손에 들고 있던 곡괭이를 휘둘렀다. 자기들딴에는 위협하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 유한이 암 브레이크로 연달아 곡괭이를 박살 내버리자 화들짝 놀라 물러섰다. "야, 넌뭐야?" 유한이 득의의 미소를 짓고 있을때였다. 등 뒤에서 말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껄렁한 인상의 양아치 셋이 서있었다. "뭐냐고 묻잖아, 새끼야!" 머뭇거리던 유한이 빨리 대답을 하지 않자 입술에 피어싱을 한 녀석이 멱살을 움켜쥐었다. 녀석의 동작은 빠르고 힘이 실려 있었다. 적어도 유한보다 10레벨 정도는 높아보였다. 거기다 놈은 전투 직업군인지, 한껏 멋을 낸 갑옷을 차려입고 허리에는 검을 차고 있었다. 제대로 된 전사라면 유한이 정면에서 싸워서 이길 가능성이 없다. 더구나 상대는 셋이나 되지 않는가. 분하지만 저자세를 보이는 수밖에. "에, 전 대장장이 인데요......수정이 필요해서 캐러 왔더니 저기 광부님들이 못 들어가게 하는데요" 유한의 말을 다 들은 그들은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 그러나 불량스럽고 험악한 기색은 사라지지 않았다. "여긴 우리 아르마달 길드의 전용 광산이다. 광을 캐고 싶으면 사용료를 내고 캐야된다" 멋대로 자기거라고 우기며 사용료를 내라니.뭐 이런 놈들이 있나 싶었다. "사용료가 얼만데요?" "십만골드다. 비싼 수정을 캐는데 그 정도는 내야지" '허걱!십만 골드?' 칼만 안들었지 완전히 도적놈들 아닌가. 아니, 칼을 차고 있으니 도적놈임에 틀림없다. "알았으면 얼른 꺼져!" 멱살을 잡았던 검사는 유한을 집어던지듯이 내팽겨쳤다.나머지 녀석들은 킬킬 거렸고, 광부 놈들도 엉덩방아를 찧은 유한을 손가락질하며 비웃었다. "십만 골드도 없으면 얼씬도 하지마!여기서 네깟 놈 하나 PK했다고 뭐라는 자는 없으니까" 분하지만 그의 말대로였다. 저놈들 중에 한 놈이 유한을 죽여 머더러가 된다해도 카운터가 풀릴때까지 손대는 놈들은 없을것이다. 다들 한통속이니까. '두고보자, 이 자식들!' 유한은 속으로 이를 갈며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가 돌아오자 딜론이 점잖게 나무랐다. 마치 왜어른 말을 듣지 않았냐는듯이. "거 보십시오.내가 뭐랬습니까, 수상하다고 했지요?" "제길 , 많이 수상하더군요" 유한은 이대로 물러나지는 않았다.이대로 물러나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유한은 몰래광산 주변을 맴돌면서 정보를 수집했다.광산 주변에는 아까 세 녀석을 비롯해 10명의 전투 개통 유저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는데, 그들은 광부들이 수정을 캐내면 그것을 광산에 온상인들의 썰매에 실어 보내곤 했다. 상인들은 수정을 받고 그 대신 식량과 함께 채굴에 필요한 곡괭이와 여타 도구들을 두고갔다. 골드로 거래하지 않는것을 보면 양쪽이 다 같은 한통속임을 짐작할수 있었다. 문제는 상인들이 생산된 수정의 전량을 가져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경비들은 상인들이 넘긴 봉인의상자에 남은 수정들을 넣고 광산 주변에 묻었다. 나중에 다시 파낼것을 생각해서 인지, 묻어둔 주변에 꼭 흔적을 남겨두었다. "젠장, 저러니 멀쩡한 수정값이 오르지!" "어떤 자들인지 알만하군요" 유한과 함꼐 놈들을 살펴본 딜론은 놈들의 정체를 파악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르마달이라는 길드는 작업장을 돌리고 있을겁니다" "작업장이요?" "광산의 광부들은 아마 중국인들이겠지요" 작업장은 사람을 고용하거나 프로그램을 써서 한번에 여러 캐릭터를 돌려 게임 내 아이템과 골드를 대량으로 습득하고 생산하는 조직을 말한다. 처음에는 한국인들로 구성된작업장이 인기를 끌었지만, 인건비가 올라가자 저렴한 중국인, 그것도 말이 통하지 않는 현지의 중국인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작업장은 주로 거둬들인 아이템과 골드를 현거래로 매각해서 이득을 챙기기에 , 접속자가 많은 인기 게임에 기생하고 있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접속율 일위가 되니 현거래 시세가 연일 폭등하고 있습니다.작업장들이 거기에 한몫 끼는게 이상한 일은 아니지요" 작업장에 대해서는 유한도 들은 바가 있었다. 오래전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작업장들이 많은 문제를 일르켜 정부의 단속 대상이 되었다는 것도. "단속은 안합니까?" "옛날과 달리 요즘엔 워낙 점조직화되어 있어서요.옛날엔 건물을 빌려서 컴퓨터를 여러대 놓고 했지만, 요즘은 대규모로 작업장을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소규모로 뿔뿔이 흩어져서 관리하거나, 어떤 경우는 인부(?)들의 접속만 체크해서 작업을 진행한단다. "그런데도 관리가 되는 겁니까?" "돈은 주니까요.그날그날 계좌로 일당을지급합니다. 선금을 주면 돈만 먹고 잠적해 버리고 , 후불로 하면 일을 안하기 때문에 일일 지급 방식으로 가는거죠" 아무튼 광산은 꽤 돈이 되기 때문에 작업장 길드에서 무단으로 독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요새는 광산뿐만 아니라 강이나 바다의 어장, 필드의 약초밭 같은곳에도 마수를 뻗고있단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그거야 저는 상인이니까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딜론도 현거래를 하거나 작업장을 직접 돌리지는않는가 의심스러웠다. 그러나 지금중요한것은 딜론이 작업장을 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작업장때문에 수정을 못캔다는거였다. "그래도 작업장이 아이템을 대량 생산하는 덕분에 생기는 이점도 있습니다. 생산량이 많아지면 아이템 가격이 하락하고, 그럼 유저들은 이득을 보니까요" 대장장이가 대표적으로 그렇다. 작업장에서 많은 광물을 생산하기에 대장장이 유저들은 보다 싼 가격에 광물을 구입하여 스킬을 올릴수가 있다. 물론 지금까지 스스로 채굴하여 광물을 얻었던 유하은 작업장의 순기능따위를 좋게봐주지 않았다. "그게 뭐가 좋다는건데요? 이번 수정 사태를 생각해보라고요.한마디로 처음엔 싸게 팔다가 이제 현 시세가 오르니까 비싸게 팔아먹겠다는 속셈인 거잖아요" 현사태는 중간에서 매점매석을 하는 세력이 있는게 문제가 아니라 , 생산자측이 출하에서부터 교묘하게 농간을 부리고 있는게 문제였다. "조만간에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대대적인 패치가 있을것이기에 저러는지도 모르겠군요" 주위를 쓱 둘러본 딜론이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대대적인 패치요?" "자세한건 듣지 못했지만, 사냥과 전투 이외의 분야를 대폭적으로 강화한다고 들었습니다. 특히 위락이나 레저방면으로 확대할거라고 하더군요" "그건 어디서 들었습니까?" "거래하는 친구중에 드림맥스에 발을 딛는 친구가 있거든요.살짝살짝 듣곤 하지요" 작업장 쪽에서도 그런 정보를 들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패치와 관련된 물목들의 출하를 줄이고 가격을 조정하고 있는건지도. "아무튼 그런놈들은 싸그리 없어져야 돼요!신성한 게임을 매점매석으로 더럽히다니!" 덕본것 없이 오히려 작업장놈들에게 모욕만 당한 유한이다. 지금 그의 머릿속에는 어떻게 하면 놈들에게 한방 먹여 줄수 있을까 그 생각뿐이었다. 잠시후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유한은 손뼉을 짝 쳤다. '그래 , 그렇게 하면 되겠어!' 혼자는 힘들다 하지만, 골드러시 상인 연합이 도와주면 괜찮은 방법이있었다. 최대한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않고, 또한 머더러가 되지 않으며 , 저 수정 광산을 차지할수 있는 방법이........ "딜론님 , 저 좀 도와주지 않겠습니까?" 유한의 물음에 딜론이 씩 웃었다.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거 알지요?" "후후후, 물론입니다. 수정 광산을 딜론님이 차지할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힘을 좀 빌려주세요" 꿩 먹고 알먹고, 도랑치고 가재잡고. 유한은 복수를 하고, 딜론은 수정 광산을차지할수 있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유한은 딜론과 골드러시 상인 연합을 자신의 계획에 가담시켰다. Chapter 09.[광산 탈환 작전] 1 수정 광산과 외부를 이어주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썰매를 타고 이동하는거였다. 수정 광산에는 하루에 한번 썰매가왔다갔다. 아르마달 길드에서 직업 운영하는 썰매에는 들어올때는 광부들이 먹을 식량과 도구들을 실었고, 나갈때는 수정 광산에서 캔 수정을 가득실었다. 매번 같은 일상의 연속, 간혹 광산 근처로 몬스터가 접근하기도 하지만 , 경비하는 유저들에게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 스릴감이라곤 전혀 느낄수 없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곳에 처박혀 있어야 하는거야?" "글쎄, 조만간에 대거 패치가 이뤄진다고 하니까 그떄까지만 참으면 될거야.그때가 되면 다른 놈들에게 이 수정 광산을 넘기고 우린 다른 작업을 하게 될테니까 말이야" 꼬리가 길면 밟히기도 하지만, 한곳에 오래 붙어 있으면 발전이없다. 조만간에 적용될 패치에는 작업장 사업을 보다 발전적이고 세련되게 해나갈 요소들이 많이 들어있었다. 구시대 게임들같이 인부들을 끌고 막장이나 필드를 헤매는 짓은 이제 그만 하게 되는것이다. 물론 그놈의 패치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지루한 나날을 보내야한다. "제길, 그럼 오늘도 수고해" "그래, 너도 잘 있어" 이곳 수정 광산 책임자인 후퍼는 정말 갑갑해 미칠것만 같았다. 하루종일 볼수 있는거라고는 광산을 들라거리는 중국인 광부들과 하얗게눈 덮인 산밖에 없었기 때문. 그러나 길드장의 명령을 어길수 없기에 마지못해 손을 들어 썰매를 몰고 가는 동료를 향해 흔들어 주었다. 콰콰콰콰! 광산을 내려간 썰매는 얼어붙은 강으로진입했고, 곧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차라리 상인을 할걸 그랬나' 상인이 되어 썰매를 몰고 다니면 이렇게 따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입맛을 다신 후퍼가 등을 돌렸을때였다. 갑자기 우지끈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보니 썰매가 두꺼운 얼음을 꺠고 강바닥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썰매를 모는 유저들이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애를썼지만, 무거운 썰매가 가라앉는것은 순식간. 썰매와 유저들을 삼켜버린 얼음강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 썰렁한 바람이 불고 지나갔다. "뭐, 뭐야? 방금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썰매를 환송하러 나왔던 후퍼와 길드원들은 입을 떡 벌린채 다물줄몰랐다. "크크크!속이 다 후련하구먼" 유한은 얼어붙은강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서서 사악하게 웃었다. 썰매가 그냥 강에 빠진것은 아니다. 아르마달 길드의 썰매가 항상 다니는 길목의 얼음에 유한이 적당히 손을 써놨기에 저런 일이 벌어진것이다. 강의 얼음에 금을 깊게 그어놓고, 금이 간곳은 소금을 뿌려 다시 얼어붙지못하게 만들엇다. 그것도 모르고 그 위로 무거운 썰매가 지나갔으니 참사를 겪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 일단 썰매는 처리했고........." 유한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했다. 때마침 그의 주변으로 일련의 유저들이 다가왔다.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길드원들로 하나같이 손에 삽과 곡괭이, 로프를 들고있었다. 옷에 흙이 잔뜩 ㅁ두어있는것으로 보아 어디서 작업을 하다 온듯. "일은 끝냈습니까?" "지그님이 이야기한대로 다 해놧습니다" "좋아요.그럼 이제 떡밥만 뿌리면되겠군요" 유한의 말에 길드원들은 품속에서 돈주머니를 하나씩 꺼내들었다. 이미 작전을 충분히 설명해 놓았기에 수행함에 있어 다른 말을 해야할필요는 없었다. "자 , 이제 칼만 믿고 으스대는 놈들을 처리해 봅시다" "맞습니다 .저런 상도의를 모르는놈들은 혼쭐이 나야죠" 그들은 절벽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2 "이상하다. 아까 분명 이 근처에 인기척이 있었는데......." 광산 근처의 숲을 돌아보던 아르마달 길드의 전사는 의아하다는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숲속에서 수상한 유저들을 발견했다. 수정광산을 노리는 놈들이라 생각하고 달려와 봤더니 사라지고 없었다. "끄새 접속을 끊었나?" 돌아서던 사내는 눈 위에서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뭔가 싶어 가 봣더니 금화가 하나 떨어져 있었다. 아까 얼쩡거리던 놈들이 흘리고 간것일까. "어리? 여기에 또 돈이!" 그는 또 한개의 금화를 발견했다. "뭐지?돈 자루에 구멍이라도 난건가?" 그는 일정하게 떨어진 금화들을 주우며 점점 숲속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얼마쯤 갔을까, 그의 눈에 유달리 번쩍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눈밭 가운데 놓인 찢어진 돈주머니.그 안에는 번쩍이는 금화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 "우왓!이게 웬 떡이람?" 돈이 쌓여 있는곳으로 달려가는 순간, 푹하는 소리와 함껙 그의 신형이 사라져 버렸다.교묘하게 입구를 감춰 놓은 구덩이에 빠진것이다. "아구구!어느 빌어먹을 놈이여기다 함정을 파놓은거야?" 간신히정신을 차린 사내는 욕설부터 늘어놓았다. 그때 위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한점을 판 놈인지, 아님 지나가던 유저인지 알길은 없었지만, 그는 일단 구조를 요청했다. "사람살려!여기 사람이 빠졌어요!" 자력으로 탈출하기에는 함정이 꽤 깊었다. 그때 여러명이 다가오는 듯한 발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들은 구조 활동은 커녕 매장 활동을 벌였다. 함정 입구를 완전히 막아버린 것이다. 그들은 나뭇가지와 눈덩이로 순식간에 함정을 덮어버렸다. "뭐야!니들, 뒤지고 싶냐!얼른 안꺼내!" 그러나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가버린것이다. "이런 개새끼들 .걸리면 아주 뒤졌어!" 그는 길드 채팅을 통해 동료들에게 구조 요청을 보냈다. 광산 근처에는 10명의 길드원들이 있으니 구조엔 어려움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 돌아온 답이 걸작이었다. -쓰벌 , 나도 당했다. -도대체 어떤 놈의 새끼가 구덩일 파 놓은거야? -그러게.잡히기만 해봐라.다리 몽둥이를 아주 확 부러트려 버릴거다! 채팅창에 온갖 욕설들이 올라왔다. 구조 요청을 하던 사내는 같이 욕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확인해보니 지금 광산을 지키고 있는 동료들이 모두 함정에 빠져 있는게 아닌가. 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것을 깨달은 사내는 함청 위로 기어오르려고 했지만, 워낙에 높고 미끄러워서 오를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말이 안 통하는 중국인 광부들에게 구조 요청을 할수 도 없었다. 그나마 중국어를 할줄 아는 후퍼가 있었지만 마침 접속을 끊었는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재접속? 자살? 그 어떤것도 해답이 되지 않았다. "아놔, 미치겠네!대체 어떤 새끼들이 이런 짓을 벌인거야!" 이리저리 생각을 해봐도 방법이없었다. 상인 연합의 도움을 받아 경비병들을 격리한 유한은 곧장 수정 광산으로 향했다. 수정 광산에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중국인 광부들이 수정을 캐고 있었다. 그들은 유한이 또다시 나타나자 아르마달길드원들을 불렀지만, 달려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크크크!짱꿰들아 죽었다고 복창해라" 死 유한의 도발에 중국인 광부들은 곡괭이를 휘두르며 덤벼들었다. 쪽수를 믿는듯했는데, 과연 레벨차를 무서워하지 않을정도로 숫자가 많았다. 얼핏 봐도 50명은 넘어보이니까. "암 브레이크!암 브레이크!암 브레이크!" 유한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곡괭이와 삽들을 모조리 암 브레이크로 부숴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광부들은 자루만 남은 도구들을 휘두르고 돌을 집어던졌다. "이크크, 작전상 후퇴!" 도구를 다 깨 버린데 마족한 유한은 재빨리 도망쳤다. 유한의 계략을 알리없는 중국인 광부들은 쫓아낸것이 기쁜지 만세를부르며 유한이 도망간 쪽으로 너도나도 침을뱉었다.그리고 다음날. 수정광산은 도떼기시장처럼 시끌벅적해졌다. 유한이 광산도구들을 모두 부숴 버린 바람에 중국인 광부들은 작업을 할수가 없었다. 하소연을 하려고 해도 아르마달 길드원들은 어디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뒤늦게 나타난 후퍼는 상황이 심상치않다는것을 깨달았다. 어젠 운송 썰매가 가라앉더니, 일이 있어 잠시 자릴 비운사이 경비보던 녀석들도 다들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또 어제까지 멀쩡하던 도구가 다 깨져 있었고, 중국인 광부들은 빨리 새 도구를 달라고 난리를 쳤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일단은 광부들의 동요를 가라앉혀야 한다' 그렇게 판단한 그는 날뛰는 중국인 광부들을 진정시켰다. "모두 걱정하지 마라.조만간 길드에서 보급품을 실은 썰매가 올것이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 그때까지 휴가 왔다고 생각하고 각자 쉬고 있어라"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썰매가 오지 않았다. 노스아크에 길드 지부가 없기에 브로딘 왕국 지부에서 썰매가 오려면 시간이 걸린다는것을 알지만, 너무 지체되고 있었다 기다리다 못한 후퍼는 상인 길드원에게 쪽지를 날렸다. 왜 아직 오지 않느냐고. 그러자 놀라운 답장이 왔다. 중간에 사고가 나서 새로 출발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처럼 또 얼음이 깨져서 썰매에 싣고 가던것이 몽땅 가라앉았다고 하던가. '똑같은 사고가 또 벌어졌다고?' 아르페디아온라인에서 돌발 사고가 가끔 일어나곤 하지만 , 이건 좀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것은 유한이 꼬드긴 골드러시 상인 연합측에서 손을쓴것이지만, 여기까지 후퍼가 알리는 없었다. "빌어먹을!그건 그렇고 이 자식들은 이바쁜 판국에 모두 어딜 간거야?" 꾸지람이라도 하려고 채팅창을열었더니 온갖 욕설과 한탄이 난무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야? 니들 전부 어디있는거야? -아니 , 형님은 대체 어디에 있었습니까? -맞아요!한참 기다렸다고요! 다들 어떤 놈들이 파놓은 함청에 빠졌다고 하는데 하루종일 후퍼를 기다리고 있었단다. -미안하다. 여자 친구랑 데이트를 하느라........ -젠장,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빨리 구하러 오기나 하쇼! -알았어, 잠시만기다려! 후퍼는 서둘러 길드원들이 갇혀 있다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가다보니 중간에 번쩍이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어? 저거 갑옷아니야?" 누가 흘리고 간것인지 갑옷이 한벌 눈밭에 뒹굴고 있었다. 금빛으로 번쩍이는게 꽤나 좋아 보이는 고급이었다. 욕심이 동한 후퍼는 갑옷을 향해 다가갔다. -형님!뭐하고 있는겁니까!빨리 좀 오라고요! -잠깐 좀기다려.갑옷 떨어진거 줍고 갈테니까. -뭐요? 갑옷이라고요? 순간 아르마달 길드원들은 엄청난 불안감에 사로잡혔다. 그들은 광속의 속도로 채팅방에 글을 띄워 올렸다. -형님, 그거 함정! -스톱!스톱! 그러나 동료들의 경고는 늦은감이 있었다. 갑옷을 주우러 걸어가던 후퍼는 외마디 비명을 남기며 깊은 수렁 아래로 떨어졌다. "크아악!이제 우릴 누가 구해주냐고요!" 아르다라 길드의 마지막 남은희망마저 그렇게 꺼져 버렸다. 마지막 녀석마저 처리되자 유한은 숨어 있던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주위로 낯익은얼굴들이 모여들었다. 딜론을 비롯한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조합원들이었다. "광산은 봉쇄했습니까?" "물론이죠.우리 길드의 허락이 없으면 이제 어느 누구도 이곳에 올수 없을겁니다" "중국인 광부들은 어떻게 할겁니까?" 유한의 물음에 딜론은 피식 웃었다. "손을쓸 필요도 없지요.일당은 주는 사람이 없으면 알아서 사라질테니까" 중국인 광부들이 사라지면 수정 광산은 텅비게되어 자연스레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수중에 들어오게 된다. "그러데 경비들을 함정에 빠트린 정도로 될까요? 만에 하나 함정에서 빠져나가면 일이 복잡해 질텐데요" 상인들 중의 하나가 내심걱정을 털어놓았다. 유한은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알았다. 경비들이 '자살' 을택해서 마을 부활을 노릴수도 있고, GM에게 구조 요청을 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마을 부활을 해봤자 가장 가까운 마을은 걸어서 3일 거리에 있다. 여기까지 오렴녀 필히 썰매를 타야하는데 썰매는얼마든지 손을 써 놓을수 있었다. 거기다, 'GM이 어디 그리 쉽게올까봐?' 드림맥스는 오류나 버그가 아니면 게임에 개입하려 하지않는다. 게임 내에서 해결할수 있는문제는 유저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GM을 보거나 부르는것은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 "거기에 대한 걱정은 마세요.그보다 아르마달 길드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텐데 광산을 지켜낼 방법은있습니까?" 광산을 차지하는것은 어찌어찌 되었지만, 지켜내는것이 문제다. "지그님, 우린 상인 연합입니다. 돈으로 용병을 고용할수 있고, 다른 방법도 잇으니 그런 걱정은 안해줘도 됩니다" 딜론이 그렇게 한다는데 유한이 더걱정해줄 필요는 없었다. 골드러시 상인 연합과 아르마달이 길드전을 붙던 , 아니면 곳곳에서 힘겨루기를 하던 그는 수정만 캘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혹시 용병을 구할거면 레드 타이거 용병대에 문의해 보세요.지그가 추천했다고 하면 잘 봐줄겁니다" "호, 레드 타이거 용병대와 알고 지냅니까?" "그게 개척단 퀘스트를 한다고 폭풍의 길포드와 안면을 트게 돼서요" 어디 안면만텄는가. 극기도 배우러 갔다가 딱 마주쳐서 이젠 아주 뺴도 박도 못하게 되었다. 3 과연 3일이 지나자 광산은 텅텅 비었다. 50명에 달하던 중국인 광부들은 일당을 못 받게되자 모두 떠나 버렸고, 아르마달 길드원들은 자살을 선택해 함정을 빠져나갔다. 광산이텅 비어 버리자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길드원들이 그 자리를 채웠다. 길드 소속의 광부들은 수정을 캐고, 호위로 고용된 용병 유저들은 행여나 모를 아르마달길드의 공격에 대비하여 각종 방어물을 설치했다. 유한은 갱도 안으로 들어가 수정을 캤다. 갈리가 부탁한 30개면 충분하지만 , 지금까지 고생한것도 있고 일종의 수고비라 생각하며 가방 가득 수저을 담았다. 볼일을 모두 마친 유한은 베르겐으로 돌아왔다. 베르겐에는 그사이에 유저들이 더 늘어나 있었다. 바르카스 왕국과의 교류가 증가했다는 증거다. "정말이야?" "아, 그렇다니까!" "어허, 그럼 큰일이잖아" 무슨 일인지 유저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군거리고 있었다. NPC드워프들도 뭔가 심상치 않다는듯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눴다. "저기, 무슨 일인가요?" 유한이 다가가 물었지만, 유저들은 아무일이아닌양 슬쩍 외면했다. NPC드워프에게 물어봐도 인간에겐 가르쳐 줄게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아니 대체 무슨 일인데 이러는거야?' 유한은 무척 궁금햇지만 일단 갈리의 공방으로 돌아왔다. 심부름 퀘스트를 마치는것이 더 중요했기 떄문. 여전히 메카 드래곤을 조립중이던 갈리는 유한이 오자마자 호통을 쳤다. "아니, 왜 이리 늦은게야!수정 캐러 광산까지 갓다 왔냐!" "어이쿠, 어ㄸㅎ게 그러 아셨습니까?" 유한은 갈리에게 수정 30개를 건넸다. 그러자 안내창들이 뜨면서 보상이 날아왔다. -퀘스트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경험치 500, 명성이 150올랐습니다. -드워프의 가방을얻었습니다. 갈리의 나이프를 얻엇습니다. 간단한 심부름 퀘스트치고 보상이 두둑했다. 드워프의 가방은 지금까지 쓰던 파부치의 가방보다 물건을 1, 5배 더 많이 넣을수 있었다. 그러나 유한의 시선을 끈것은 갈리의 나이프라 불리는 작은칼이었다. 그는 곧바로 아이템의 정보를 살펴보았다. [갈리의 나이프] 공격 : 12 내구 : 31 갈리가 발명한 다용도 작업칼 .나이프를 비롯하여 병따게, 가위, 톱, 송곳, 핀셋등의 도구들이 함께 들어있다. 사용 시 솜씨가 3 증가한다. '이거 완전 스위스 군용 칼이잖아' 어른들이 흔히 '맥가이버 칼'이라고 부르는 그 물건. 한손에 쏙 들어올정도로 작지만, 여러가지 작업에 사용할수 있다 .특히 필드에서 급히 무언가를 만들어야 할때 꽤 도움이 되리라. "아무튼 수고했다. 생각같아선 느긋하게 휴가를 주고 싶다만 , 네가 해줄일이 생겼구나" '제길, 돌아온지가 언젠데 또!' 유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갈리의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안한다고 해봤자 억지로 시킬것이 뻔해 일단 받는다고 한유한은 갈리에게서 퀘스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북쪽에서 마물이 나타났다는 보고 올라왔단다. 그곳을 탐험하던 인간들이 발견했다고 하는데, 그들의 증언에 따라 놈의 생김새를 그려보니 이렇게 생겼더구나" '이건 데보라 던전의목인병?' 생김새나 덩치는 조금씩 틀렸지만 분명 데보라 던전의 목이병과 비슷했다. [동력원 획득 퀘스트] -북쪽에 나타났다는 신형 목인병을 찾아 쓰러트리자.목인병이 출현하는 지역의 정보는 '드워프의 조수'칭호를 이용하면 알수 있다. 목인병의 심장을 갈리에게 전해주면 보상을 받을수 있다. "너도 아는지 모르지만 , 이 마물은 마녀 데보라의 목인병과 무척닮았다. 데보라의 목인병은 투박한 움직임에 비해 강력한 동력원을 갖고 있지" 갈리가 탐내는것은 바로 목인병의 심장, 즉 동력원이었다. "이 마물은 어쩌면 데보라의 비공개 작품인지도 몰라.보다 강력한 동력원을 가지고 있을지 모른단 소리야" 현재 갈리는 메카 드래곤의 동력원을 찾고 있는 중이다. 목인병의 동력원은 갈리에게 있어 당연히 참고할만한 사항이었기에, 그는 데보라 던전의 목인병을 입수해서 동력원 연구를 했었다. "덕분에 많은 자료를 얻었지만, 메카 드래곤을움직일만한 동력원의 개발에는 실패했지.하지만 신형 목인병을 입수할수 있다면 돌파구를 마련할수 잇을지 몰라" "저더러 이놈을 잡아오라 이거군요" "그래, 동족들에게 맡기려 했지만, 그놈들 도끼질에 목인병이 어디남아나겠냐? 내 이야길 코로도 안듣는 녀석들인데 말이야" 그래서 조수인 유한에게 맡기게 되었다는 것. 유한은 공방으로 돌아오면서 들린 베르겐에서 유저들과 드워프들이 수군거리던 것이 생각났다. 아마 그들이 떠들던것도 이 퀘스트와 관련된 일이 아니었을까. "그럼 또 다녀오겠습니다" "오냐.이번엔 어디서 놀지 말고 재깍재깍 돌아오도록해.이번일만 잘 해내면 너도 메카 드래곤 제작에 참가할 영광을 누리게될게다" 유한은 느긋하게 놀다 오기로 결심햇다. 재주가 느는것은 몰라도, 괴짜 드워프의 망상에 동참하고 싶진 않았다. 4 베르겐으로 온 유한은 NPC드워프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끌어모았다. 드워프들은 여전히 인간에게는 아무말도 안해준다며 버텼지만 유한이 드워프의 조수라는 칭호를 드러내고 다시 말을 걸자 그제야 못이긴척 이런저런 정보들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놈 하나뿐이 아니야.똑같은 놈이여럿발견되었어" "북쪽으로 가다보면 큰 계곡이 나오는데 놈들은 그안에서 나오는것 같았어" "생긴건 데보라 던전의 목인병과 비슷한데 성능이나 위력은더 뛰어나더군. 우습게보다간 큰코다칠게야" 드워프들에게 정보를 얻은 유한은 유저들에게서도 정보를끌어모았다. 물론 순순히 말해주는 사람은없기에 식당이나 주점에서 도둑처럼 몰래 엿들었다. "그러니까 노스아크 북쪽 어딘가에 제 2의 데보라 던전이 있다는거야?" "틀림없다니까. 안그러면 왜 목인병 비슷한 놈들이 싸돌아다니겠어?" 목인병은 데보라 고유의 마병.오직 데보라 던전에서만 나온다. 유한은 유저들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알것 같았다. 던전 최초의 발견자라는 기록을 용사의 집에 남기고 싶었던 것이다.그런데 던전의 존재 말고도 유저들에게 또 다른 궁금증이 있었다. "이것 참 이상하단 말이야" "뭐가?" "이런식으로 북쪽에 제 2의 데보라 던전이 있다고 나올것 같으면 패치를 했어야 하지 않겠냐는거야" 지금까지 데보라의 던전은 오직 바르카스 왕국에만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공식 홈페이지에도 그랬고, 여러 공략 사이트들에도 다른 곳에 데보라의 던전이 있다는 언급은 없었다. "예전에 패치가 되어 있었던 건 아닐까 ?드림맥스에서 미리 해놓고 일러주지 않은 거겠지" 미리 알려주면 재미없단 이유때문이다. 히든 피스를 비롯해서 그러것이 꽤 많았다. 막상 장작 패기만해도 나무로 된 몬스터에 유효하다는걸 유저들은 모르고 있지 않은가. "미리 해 놨다고 치자.그럼 그게 나온건 누군가 숨겨진 던전이 드러나도록 행동을 했다는거잖아" 뭔가를 깨야 그와 연관된 다음 사건이 일어나기마련. 뜬금없이 등장할이유는 없었다. "누군가 등장 조건을 맞췄다는거야?" "딱히 등장 조건이 보고된게 있었나? "저번에 광부인지 대장장이인지 뭔가가 데보라의 던전에서 채굴로 자이언트 스톤골렘을 때려잡았다고 하던데 그 때문이 아닐까?" 얼마전 유한이 데보라의 던전에서 활약한(?)동영상이 공략 사이트들에 올라와 이슈가 된적이 있었다. 생산 스킬의 재발견에 유저들이 환호했지만 곧 반응이 싸늘하게 식어버렷다. 유한을 따라 한 많은 유저들이 스톤 골렘에 피떡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유한의 활약은 오로지 암석의 결을 볼수 있는 눈을 가져야만 가능하단 것을 유저들은 알지 못했다. 덕분에 동영상이 합성이다. 거짓이다는 의견이 대세로 자리를 잡았다. "자식아, 말이 되는 소릴해!생산 스키로 어떻게 보스몹을 잡아? 그런거 다 구라야, 구라!" "그렇겠지? 나도 좀 이상하더라고" 문제의 당사자가 뒤에서 엿듣고 있다는것도 모르고유저들은 제멋대로 떠들어 댔다. 유한은 가방안에 있던 가디언 설계도를 꺼내서 바라보았다. '혹시 내가 이걸얻었기 때문인가?' 아무도 가보지않은 보상방에서 이것을획득했기 때문에 다음 단계의 퀘스트가 열린것은 아닌지? '그럼 북쪽에 잇을지 모를 제2의 데보라 던전에 설계도의 남은 부분이 있다는건가?'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았다. 유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북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가디언의 남은 설계도가 꼭 자신의 손에 떨어진다는 보장이 없기에 지체할수 가 없었다. 5 "에이~거짓말!언니, 자이언트 스톤 골렘을 어떻게 채굴로 잡을수 있어요?" "정말 그렇다니까, 얘는 왜 사람 말을 못 믿고 그래?" 베르겐을 벗어나 북부관도를 걷던 유한은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낯선 이들 속에 껴 있는 반가운 얼굴을 발견할수 있었다. 바로 채린이었다. "시아야!" 그제야 채린도 유한을 발견했느지 아는척을 했다. "어!지그야!" 얼마전 놀이도산에같이간 이후 몇번 통화를 하긴했지만 '시아'로서 만나는건 데보라 던전 이후처음이었다. 유한이 개척단 퀘스트에 드워프 조수 노릇을 하느라고 매우 바빳기 때문이다. "이야!딱 보고 싶을때 만났네!" 보고싶었다고 하는 채린의 말에 유한은 왠지 기분이좋아졌다. 예전과 다를바 없는 그녀의 미소가 어쩐지 더 환하게 느껴지는것은 그의 마음에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 아닐까. "자 , 다들 인사해.이 녀석이 내가 이야기했던 대장장이 지그야" 채린의 소개에 그녀와 함께 서 있던 세 사람이 유한에게 인사를 건넸다. 두눈에 호기심이 가득한 것으로 보아 채린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 대충짐작이 갔다. "안녕하세요.마법사 오펜입니다" "로키다" "방가방가, 저는 에이린이랍니다" 모범생 스타일의 소년 마법사와 중갑을 걸친 이십대 초반의 청년 기사, 그리고 성직자치고 꽤나 화려한 사제복을 입은 귀여운 아이가 채린의 파티원이었다. 채린의 설명에 의하면 오펜은 90레벨 , 로키는 105레벨 , 에이린은 88레벨이란다. '헤에, 직업별로 골고루 모았네' 다들 성격도 괜찮은듯. 전에보았던 제르스와 알덴같은 음흉한 부류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로키라는 기사가 인상이 무서워 보였지만, 그것은 그가연상인데다가 과묵한 탓일것이다. "다 네 친구들이야?" "응!로키 오빠는 아빠 제자고, 오펜은 우리 반 반장 .그리고 에이린은 중학교 후배야" '어, 중학생이었나?' 키가 작고 어려 보여서 초딩인 아닌가 싶었다 .당사자에게 그런 말을 하면 분명 기분 나빠하겠지만. "시아야, 이 대장장이 분이 네가 이야기했던 그사람이야?" "응, 채굴 스킬로 자이언트 스톤 골렘을 잡은 당사자 지" "에이, 언니.거짓말은 그만 하라니깐" 일부러 무시하는건 아니지만 오펜이나 에이린은 유한의 전과를 전혀 안믿었다. 하기야 워낙에 엄청난 짓을 저질렀으니 못 믿는다고 해도 할말은 없었다. '당장 스톤 골렘을 잡아 보여줄수도 없고' 유한이 멋쩍은 얼굴로 서있을때 로키가 입을열었다. "꽤 특이한 칭호를 달고 있군" 그제야 오펜과 에이린도 유한이 달고 잇는 칭호를 보게 되었다. "드워프의 조수?" "어머머머!이런 칭호도 있었나?" "후훗!내가 보통대장자이가 아니라고 말했잖아" 채린은 데보라의 던전 이후 게임상에서 유한을 만난적이 없었다. 한동안 도장일로 바빴던 데다가 그 뒤로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복귀했을때는 친구들과 어울려 모험을하고 다녔다. "드워프는 인간을 경계한다고 하던데.어떻게 조수가 될수 있었죠?" "저도 그게 알고 싶어요" 오펜과 에이린이 궁금해 죽겠다는 얼굴로 바라보자 유한은 머리를 긁적였다. 특별히 비밀이란 것은없지만, 사람들에게 알려져 좋을것은 없었기 때문. 특히 경쟁자가 생기는것을원치 않았다. "저, 그게..........." 난처해 하는 유한을 구해준것은 역시 채린이었다. 그녀는 자연스레 화제를 다른곳으로 돌렸다. "지그야, 노스아크엔 언제부터 있었어?" "한달정도 되었어.그런데, 넌 여기 웬일이야?' "북쪽에 새로운 던전을찾아보려고.제2데보라던전이 발견될거라는 소식이 사방에 좍 퍼졌거든" "아하!그래서 이렇게 파티를 짜서 온거구나" "너도 던전을 찾으러 가는중이야?" 자세한 이야기를 하려면 길어지기에 유한은 일단 대충 짧게 넘어갔다. "뭐 비슷해.따로 받은 퀘스트도 있어서 말이야" "그래? 그럼 우리랑 같이 갈래? 혼자 가는것보다 여럿이 가면 더 재밌을거야" "하지마 대장장이가 끼면 불편해 할텐데....." 채린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문제였다 파티에서 전투력이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생산직은 애물단지나 마찬가지니까. "야!니들 반대하면 죽는다!로키 오빠도 반대하기만 해봐요.강퇴시켜 버릴테니까!" 그러나 다른 맴버들이 뭐라 하기도 전에 파티 리더인 채린이 손을 쓰면서 상황은 간단하게 끝났다. 독단이라면 독단인 상황.하지만 채린에게 불만스런 눈빛은없었다. 다들 자이언트 스톰골렘을 해치웠다는대장장이의 실력이나 한번 보잔 듯했다. 그렇게 유한이 '시아네 패밀리'파티에 끼는것이 결정되었다. "자 , 이제 렛츠........" "헉!" 기우좋게 렛츠고를 외치려던 채린은 한순간 화들짝 놀랐다. 그것은 마법사인 오펜도 마찬가지.그들은 재빨리 유한과 로키의 등뒤로 숨었다. "왜그래?" "시꺼 !나 잠시 로그아웃할테니까 나 봤다고 하면 죽을줄 알아, 알겠지?" 그리고 채린은 서둘러 접속을 끊엇다. 유한은 채린이 무엇때무에 당황했는지 몰랐다. 분명 앞을 보고 도망치듯 로그아웃을 했는데 , 대체 이유가 무엇인지. '앞에 누가 있나?' 안그래도 누군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이는 30대 중반 정도? 아레스라는 이름의 날카로운인상에 강건한 체격의 전사였다. "이봐, 혹시 이 근처에서 안경쓴 마법사 녀석과 레이저 세트를 갖춘 궁수 여자애못봤나?" 그는 유한의 앞으로 와서 다짜고짜채린과 오펜을 찾았다. 도대체 그둘과 이아저씨는 무슨 상관인 건지. "글쎼요.못봤는데요" "거참 이상하군. 석구고놈이 거짓말을할놈은 아닌데" 뭐라고 중얼거린 그는 유한과 에이린을 흘깃보더니 점잖은 투로 잔소리를 했다. "보아하니 학생같은데 게임은 적당히 하도록해.학생이면 학생답게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지" 아레스는 그 잔소리를 마지막으로 파란 빛을 뿌리며 사라졌다. 순간이동 아이템을 써서 다른곳으로 이동한것이다. "참나, 자기가 뭐라고 이래라저래라야?" "그러게요.뭐 잘났다고 구시렁구시렁....." 유한과 에이린이 사이좋게 투덜거리는사이, 채린과 오펜이 다시 접속을했다. "갔어?" "누구?" "아까 그 아저씨말이야" "가긴 갔는데 대체 누구야?" "하아, 쓸데없이 잔소리 해대는 그런 사람있어" 채린은 말하기도 싫다는듯 대충 얼버무렸다. 유한도 눈치채지 못할정도는 아니라서 더 묻지 않았다. 채린과 오펜이 다시 파티에 가담하자, 일행은 곧장 북쪽으로떠났다. 모험을 떠나는 그들의 발걸음은 빠르고 또 가벼웠다. Chapter 10.[얼음 궁전] 1 문제의 계곡을 찾아가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많은 유저들이 새로운던전을 찾아 신형 목인병이 나오는 계곡으로몰려갔기 때문이다. 앞서간 유저들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가니 헤매지 않고 바로 계곡에 당도할수 있었다. "저기로군요" "우앙~어째 좀 으스스하게 보여요" 눈과 얼음이 쌓인 계곡의 입구는 뿌연 안개가 깔려 있었다. 아마 계곡 북쪽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이 계곡 안의 따스한 공기와 만나 수증기가 형성된 모양. 문제는 계곡 안에서 뭐가 나오느냐 하는것이다. 계곡 밖에는 적잖은 유저들이 모여 있었는데, 다들 부상을 당했거나 무구가 부서진 상태였다. 아마 들어갔다가 호되게 당하고 나온모양. 계곡 안에선 유저들의 고함과 비명 소리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조심해요.앞쪽엔 한치 앞도 안보이니까" "그래요.지금 같은 밤에는 더더욱 위험하다고요" "목인병뿐만 아니라 언데드도 나오니까 주의하세요" 유한 일행이 계곡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여러 유저들이 충고랍시고 한두마디씩 건네주었다. 그런데 왠지 그 충고가 유한 일행을 위해서가 아니라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로 들렸다. 물론 그런다고 들어가지 않을 유한 일행이 아니었다. "내가 앞장서지" 중무장을 한 기사 로키가 랜턴을들고 맨 앞에 섰다. 확실히 뭐가 불쑦 튀어나올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탱커 타입으로 보이는 그가 앞장서는게 안전할 것이다.로키를 앞에 , 채린과 오펜, 에이린을 가운데에 두고, 뒤는 유한이 맡았다. 유한이 뒤를 맡게 된데는 채린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다. 왠만한 전사보다 더 잘싸우니까 믿고 한번 맡기라고. 그들은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겨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볼때보다 그 앞은 시야가 더 좁았다. 랜턴을 들고 있어도 희뿌연 안개 떄문에 1m앞도 거의 보이지 않을지경. "시아야, 너 이글 아이 가지고 있지?" 저번에 데보라의 던전에서 얻은 보상이 생각난 유한의 말에 채린은 인벤에서 이글아이를 꺼내 착용했다. 밤에도 낮처럼 볼수 있게해주는 아티펙트 이글 아이. 이글 아이를 착용한 순간, 채린의 눈에 뭔가 포착되었다. "꺄아아악!" "왜 그래 채린아?" "조, 좀비!바로 앞!" 이글 아이에 포착된것은 머리가반쯤 부서진 좀비였다.측면에서 안개를 가르고 나타난 좀비는 채린을 향해 이빨을 내밀었다. 콰직! 유한은 가슴이철렁했지만, 파티엔 믿음직스런 기사가 있었다. 번개같이 나선 로키는 방패로 좀비의 공격을 막고, 철퇴로 놈의 허리를 부숴 버렸다. "언니, 괜찮아요?" "으, 응 .갑자기 나타나서 놀란 것뿐이야" 의외로 무서운것에 약한 채린이다. 그때부터 시작이었다. 몬스터들이 본격적으로 공격해 온것은 . 사방에 발소리가 들리며 몬스터들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파티는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시야가 넓은 채린이 몬스터의 등장을 알리면 파티원들은 번갈아 가며 몬스터들을 제압했다. "11시 방향. 스켈레톤 병사!" "파이어볼!" 오펜의 마법에 당한 스케렐톤은 활활 타오르며 안개속으로 사라졌다. "6시 방향 .목인병!" 채린의 말에 유한은 곧장고개를돌렸다. 과연 뒤쪽에 목인병이, 그것도 문제의 신형 목인병이 다가오고 있었다. 레벨 60대의 녀석은 몸통이 구형보다 조금더 크고 팔다리가 길었다. "벌목!" 유한은 다짜고짜 덤벼들어 벌목 스킬을날렸다. 장작패기보다 벌목이 목인병에게 더위력있을것 같았기 때문. "아니, 왜 여기서 벌목 스킬을?" 영문을 모르는 오펜과 에이린이 당황했지만, 유한의 칼질에 목인병이 가차없이 박살나는것은 보고 입을 딱 벌렸다 그들은 생산 스킬이 전투에도 쓰일수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알았다. -경험치 300을 얻었습니다. -통나무 획득에 실패했습니다. 스킬 경험치 10을 얻었습니다. 목인병에게서는 통나무를 못 얻는 모양이다. 그러나 벌목의 위력은 강력했다. 60대 레벨의 신형 목인병이 까불지도 못하고 유한의 손에 박살이 났으니까. "저럴 수가......." "벌목 스킬을 저렇게 쓸수도 있다니" 채린이 장작 패기로 목인병과 우드 골렘을 잡는게 가능하더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지만, 파티원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었다. 대장장이가 얼마나 강할까 싶었는데, 저런것을 보니 정말 무시못할 정도였다. "훗!역시 장작 패기보다 벌목이 더 위력이 있군!" 그러나 위력이 있었던 만큼 문제도 잇었다. "악!목인병의 심장이!" 벌목 스킬로 신나게 찍어댈떄는 몰랐는데, 신형 목인병의 심장은 박살나 있었다. 너무 설친게 탈이었다. '으으으!할수없군.다음에 나타나는 녀석은 적당히 장작패기로 상대해야지' 그러나 이후에 신형 목인병은 나타나지 않았다. 나타나는 몬스터들을 족족 해치우고 앞으로 전진하니, 안개지대가 끝났다. 그리고 일행은 계곡 안에 다다랐다. "어휴, 이제 좀 살것 같네" 에이린이 가슴을 펴며 심호흡을 했다. 인간은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동물이다. 그런데 짙은 안개 때문에 눈의 기능이 봉쇄되었으니 갑갑했을 만했다. "그런데, 우리보다 먼저 온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네" 계곡 안은 생각보다 넓지 않았다. 양쪽으로 절벽이 있었고, 그 안으로 약 축구장 2배 크기의 분지가 있었는데 파괴된 목인병과 몬스터들의 사체들이여럿 목격되었다. 그사이로 드문드문 유저들이 서 있었다.힘들게 안개 지대를 돌파한 이들이었는데, 포션을 마시거나 잡담을 나누면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 유한 일행도 잠시 주변에 앉아서 휴식을 취했다. 부상은 없지만 , 그래도 휴식을 취하며 음식을 먹어둬야 게임을 하는데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는다. "생산 스킬로 몬스터를 공격할 생각은 어떻게 했습니까?" "그러게요.전 벌목 스킬로 목인병을 죽일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한숨을돌리자 오펜과 에이린은 유한에게 좀전에 본것을 묻기 시작했다. 채린에게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좀처럼 믿기지 않았던 것을 두눈으로 확인했기에 신기하고 또 놀라웠다. "그게 마땅한 공격 스킬이 없었기에......" "에이, 그러지 말고 사실대로 이야기해 주세요.히든 클래스죠? 방금전의 그 몸놀림은 대장장이라고 하기 어렵다고요" 에이린이 자꾸 달라붙으며 속사정을 이야기해달란다. '진짜인데...........' 유한이 질문공세에 난처해 할때 그를 구해 준것은 로키였다. 동료들이 쉴때 주위를 둘러보고 오겠다던 그는 미간을 찌푸린채 돌아왔다. "던전은 벌써 발견된 모양이야" 계곡 안쪽에 얼음 궁전이라는 곳이 잇는데 그곳이 바로 새로 발견된 던전이란 것이다. "으윽!김이 팍 새네요" 이곳에 온자 치고 던전 최초 발전자의 칭호를 탐내지 않는 사람은 없다. 주위의 유저들이 느긋하게 쉬고 잇는것도 이미 그기회를 놓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아직 던전을 깬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헤, 그건 반가운 소린데요" "어서 가자!그것까지 놓칠수는 없잖아!" 이미 1차 목표는 날아갔지만 새로운 던전을 최초로 깨서 이름을 날리고 싶은 마음은 아직 남아있었다. 유한과 동료들은 서둘러 계곡 안으로 들어갔다. "뭐야? 얼음이 아니잖아?" 계곡 깊숙한곳에 얼음 궁전이 있었다. 유저들이 얼음궁전 , 얼음 궁전 해서 신화나 동화속에 나오는 얼음으로 된 투명한 궁전을떠올렸는데 실제로 보니 그게 아니었다. 바위와 벽돌로 된 궁전 위에 눈이 쌓이고 얼어서 그렇게 불린것뿐이었다. 오래되어 낡고 부서진 궁전의 입구가 활짝 열려있었다. 마치 어서 들어오란듯. 유한 일행이 막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 안에서 일련의 유저들이 투덜거리며 나왔다. 들고 있는 무기나 복장을 보면꽤 고렙의 유저들 같았다. "우라질!뭐 이딴 던전이 다있어?" "그러게.끝까지깼는데 '얼음 궁전의정복자'라는 칭호를 왜 안주는거야!" "보상도 없고, 뭐 같은 보스를만나기나 하고" 보통 던전을깨면 던전의 이름을 딴 정복자의 칭호가 주기 마련이다. 그런데 저 유저들은 던전을 클리어했음에도 그런 칭호를 받지 못한 모양.더구나 보상이 하나도 없다니, 이건 또 무슨말인가. "뭐가 어떻게 된거야? 보상이 없다니?" 채린의 물음에 유한은 피식 웃었다. "저사람들이 너무성급하게 나온거겠지.보상이 없을리가 있나" 던전에 무슨비밀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분명 저들은 수박 겉핥기식 던전 탐사를 한것일 게다. 예전에 바츠때도 던전을돌다보면 중간 보스를 쓰러트렸으면서 최종보슬르 잡았네 보상을 안주네 징징거리던 녀석들이 있었다. 숨겨진 통로나 힌트같은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서 말이다. "어서 가자.아직 우리에게 기회가 있는것 같아" 얼음 궁전의 정복자가 되어 보자. 그렇게 마음먹은 일행은 용감하게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2 얼음 궁전은 지상으로 올라가는 시스템으로 되어 있었다.1층을 클리어하면 2층으로, 2층을 클리어하면 3층으로 올라갈수 있었다. 1층은 중앙에 길쭉한 복도를두고 양쪽으로 수십개의 방이 있었는데, 각 방마다 몬스터가 자리를 잡고 있어 유저들이 지나가면 나타나 공격했다. "불의 정령이여, 나에게 힘을 주소서!파이어 블라스트!" "사악한 힘 , 어둠의 힘 .신의 이름으로 정화하노라 , 퓨리파이(Purify)!" "트리플샷!파워샷!" 역시 파티 플레이하면 서로 도울수 있어 좋았다. 특히 마법사와 궁수같은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캐릭이 잇으면 훨씬 더 쉽게 던전을 통과할수 있었다. 새로운 침입자들을 공격하러 나타난 레벨 50~60대의 몬스터들은 연속으로 터져나오는 공격에 가까이 오지도 못한채 전멸하고 말았다. 역시 레벨 88, 90, 105짜리들이 낀 파티다웠다. "아악!내 목인병을!" 그러나 좋은 점이있으면 좋지 않은 점도 있기 마련. 유한이 기껏 신형 목인병을 발견해 달려가려 하면디에서 마법과 화살을 난사해 없애 버렸다.그나마도 원거리 공격에서 살아남은 녀석이 있다 싶으면 로키가 철퇴 한방으로 잠재웠다. 유한의 순번까지는 오지도 않앗다. "아놔, 또!" 방금 리젠된 신형 목인병을 오펜이 마법으로 산산조각내 버리자 유한은 자리에털썩 주저앉았다. "왜그래? 무슨 문제라도 있어?" 영문을 몰라 묻는 채린에게 유한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내가 퀘스트를 하나 받았거든. 그게 신형 목인병의 심장을 가져가는 건데 너희들이 다 부숴버리니까 달성할수가 없잖아" "그랬어? 진작에 말하지" 채린은 미안했던지 뒷머리를 긁적였다. 다행히 1층을 클리어하기 직전, 신형 목인병을 또 만날수 있었다. 이번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유한은 장작 패기로 놈을 끝장내고 심장을 획득했다. '크크크!일단 퀘스트 하나 완수!' 갈리에게 돌아가 건네주기만 하면 된다. "되었지? 그럼 이층으로 올라간다" 유저들에게 있어 1층이 몸을 푸는 단계라면 , 본격적인 탐험은 2층부터였다.2층의 곳곳을 지키고 있는 것은 신형 목인병과 강화된 우드 골렘, 그리고 리빙아머였다. 강화된 우드골렘은 골렘의 급소 부분에 쇠로 만든 갑옷을 덧대놓아 취약한 방어력을 향상시킨것으로 레벨이 무려 73에 달했고, 살아 움직이는 갑옷인 리빙아머는 85레벨로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몬스터 중의 하나였다. "시아야, 조심해.지그 님도요" 일행중에 레벨이 가장 낮은 사람은 누가 뭐래도 채린과 유한. 두사람의 방어력으로는 리빙아머의 칼질이 제대로 들어가면 한방에 사망이다. 유한도 몸을 사려야 할곳임을 알았다. '제길, 이래서 생산직은 서럽다니까!' 전열을 가다듬은 파티는 몬스터들의 공격을 뚫고 전진하기 시작했다. 오펜과 채린이 원거리 공격을퍼부어 피를 깎으면 , 로키가몸빵으로 놈들의 접근을 막으며 동시에 난타전을 벌인다. 로키의 피가 닳으면 즉각 즉각 에이린이 채워넣었다. 제법 파티플레이를 많이 해본 솜씨인지 이들의 공격은 손발이 척척 맞아들어갔다. 뒤에서 이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유한이 할수 있는거라고는 채린의 화살이 떨어지기 전에 새로 만들어 주는것과 로키의 무구가 부서지면 바로바로 수리해 주는것밖에 없었다. "어, 어어?" 그런데 한 반쯤 왔을까, 갑자기 측면에서 리빙아머가 리젠되었다. 동료들은 모두 앞쪽의 몬스터들과 싸움을 벌이고 있어 미처 그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유한은 측면으로 나서며 얼른 기욘의 검을 휘둘렀다. "암 브레이크!" 유한의 공격을 받은 리빙아머는 방패를들어막았다. 그러나 전문적으로 무구만 박살내는 암 브레이크에 방패가 부서지자 리빙아머는 흉성을 드러내며 거칠게검을 휘둘렀다. 유한은 자세를 바꾸며 리빙아머의 검을 막았다. 바츠때였다면 바로 튕겨내고 그어 버렸을텐데, 지금은 레벨도 힘도 낮은 대장장이라 리빙아머의 검앞에 밀렸다. 리빙아머는 유한의 방어를 뭉개 버리고 그의 어꺠에 검을 내리찍었다. 유한의 HP가 순식간에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지그야!" "지그 님, 괜찮으세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동료들이 놀라 달려왔다. 로키가 철퇴를 휘둘러 리빙아머를 날려버리고, 오펜이 연달아 마법을 쏘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에고, 죽을뻔했네.에이린, 나 힐링좀!" "오케이!조금만 기다리세요.마나포션좀 마시고" 마나를 다시 채운 에이린이 유한에게 힐링을 써줬다. 그러자 HP가 원상태로 회복되었다. "휴, 죽을뻔했다" 리빙아머의 일검을 제대로 맞았으면 골로 갔을것이다. 그러나 유한이 나서지 않았으면 동료들 중의 하나가 리빙아머의 기습을 받고 죽었을지 모른다. 어디 한 사람뿐인가. 공수 협력을 하는 파티 전투에서 한명이 쓰러진다는것은 연쇄적으로 파멸을 맞는것이나 다름없다. "고마워요.지그님" "지그 오빠, 떙큐!" "고맙다" 유한이 회복을 하는동안에도 싸움은 계속되었다. 리빙아머의 검이 날카롭게 떨어졌지만, 강화된 우드 골렘의 괴력의 파티원들을 거세게 몰아붙였지만 , 결국 그들은 파티원들의 화려한 조합속에 모조리 드러눕고 말았다. -레벨 64가 되었습니다. 힘이 2 올랐습니다. -레벨 65가 되었습니다. 레벨이 연속으로 올랐습니다. 추가로 솜씨가 1 올랐습니다. 행운이 2 올랐습니다. 정신없이 싸움을 벌이다보니레벨이 부쩍부쩍 오르고 있었다. 서로 협조하다 보니 몬스터를 잡는 속도가 몇배 빨라졌고, 빨라진 속도에 비례해 경험치도 무섭게 쌓여가는 것이다. 그러게 2층의 몬스터들을 싹 처리한 파티는 잠시 음식을 섭취하며 스태미나를 채운후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은 바로 얼음 궁전의 최종 보스가 있는곳, 어떤 난관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기에 일행은 마음을 단단히먹고 올라갔다. "흐갸악!" "으에엑!" "이런!" 그러나 3층에올라가자마자 그들의 입에서 비명과 함께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그것은 3층의 중앙 홀에 턱 하니 자리를 잡고 서 있는 거대한 마물때문이었다. 보스로 나온것은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악명이 자자한 마물 , 그 이름은 바로.............. "메, 메두사!" 메두사를 발견한 동료들 사이에서 난리가 났다. 원래 무섭고 흉측한 것을 싫어하는 채린이는 충격을먹엇는지 움직일줄을 몰랐고, 에이린은 웅크려서 훌쩍이는게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듯했다. 남자인 오펜과 로키도 얼굴이 돌처럼 굳은것이 메두사와 맞닥뜨린 것은 처음인 듯했다. "뭐하는거야!모두 정신 차리지 못해!" 이대로 놔뒀다간 메두사와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채 전멸할것이 뻔한 유한은 고함을 질렀다. 길포드의 사자후를 흉내내어 소리를 질러봤는데, 효과가 있었던 모양. "제, 제길!내가 넋을 놓고 있었다니!" "시아야, 에이린.정신 차려!" 로키와 오펜은정신을 차렸는지 동료들을 챙기며 메두사와 싸울준비를 했다. 그래도 다들 강단이 있었다. 메두사를 본 것만으로 쇼크를 받아 로그아웃이 되는 사람도 있는데 말이다. 이 정도면 잘 버티고 있는셈. 오만한 표정으로 유저들을 내려다보고 있던 메두사는 그제야 입을열었다. 미처 정신을차릴때까지 기다려 준듯. "크크크, 미천한 인간들!여기가 어디라고 들어왔느냐!" 크기가 3미터에 달하는 메두사는 흉악한 생김새만큼 목소리도 귀에 거슬리기 그지없었다. 유저들은 모르지만 , 메두사 몹을 설계할때 드림맥스에서는 메두사의 음성속에 인간을 소름끼치게 만드는 극저주파 발생 프로그램을 삽입시켜 놓았다. 물론 인체에 피해를 줄만큼은 아니고, 몹을 대할때 은연중 두려움을 느끼도록 만든 것이다. 일종의 드래곤 피어라고 할까? 또다시 채린과 에이린의 정신이 혼미해질것을 우려한 유한은 한발나서서 질문을 던졌다. 마침 확인할것이 있었다. "여기가 데보라의 숨겨진 던전이 확실한가?' "오오오, 데보라!그분은 나의 주인님이시다" 데보라의 이름에 반응한 메두사가 흥분해 소리쳤다. '흐흐흐, 확실하다는 소리군' 그럴리는 없지만, 행여 기껏 힘들게 보스몹을 잡았는데 이곳이 데보라의 비밀 던전이 아니라고 하면? 게임사에서 확실히 이곳이 데보라의 던전이라 밝힌것도 아니기에 일단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 , 널잡으면 데보라의 보상을받을수 있다는 소리네?" "미천한인간.네가 날 잡을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오히려 널 돌로 만들어 나의 장식물로 삼아주마!" 치켜든 메두사의 손에서 회색 기운들이 모이기 시작했다.'스톤 클라우드(Stone Cloud)'마법이었다. 피부에닿거나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돌이 되어 버리는 무서운 마법이다. "헹 , 누가 장식물이 될지는 두고보면 알겠지" 유한은 메두사가 스톤 클라우드를 준비하는 사이에 파티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오펜은 원거리에서 마법을 날려 메두사를 공격해.시아도 마찬가지야.활을 싸서 귀찮게 만들어.에이린 너는 회복 마법과 정화 마법을 써서 로키형의 공격을 지원하고, 로키형은 근접 공격을 하되 절대 눈이 마주쳐선 안되요.알겠죠?" 좌우 양쪽 방향에서 원거리 공격을 하여 메두사의 신경을 분산시킨다음, 방어력이 좋고 근접전이 강한 로키를 지원하면서 메두사의 피를깍는다. 유한은 파티플레이의 경험이 그리많지 않았다. 그나마 해본것이라고는 지그를 만들고 난 뒤가 전부.바츠 시절에는 한번도 파티 플레이를 해본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유한이 적절한 지시를 내릴수 있었던 것은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의 풍부한 사냥경험과 메두사를 상대해본적이 있기때문이다. '메두사의 인식을 흐트러트리고 지속적으로 피를 깎는다' 다들 자신의 역활을 이해했다. 그러나 대체 지그가 무슨 역활을 맡을지 궁금해졌다. 사실 보통의 대장장이라면 안전한곳에 숨어 있기 마련이지만, 지그가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는 것은 이곳까지 오면서 그가 보여준 활약으로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로키형, 그 방패 잠시 좀 빌려주세요" 로키의 타워 실드는 대장장이가 장비하기엔 너무 무거웠다 .의문스럽긴했지만 , 로키는 자신의 타워실드를 순순히 건네고 인벤토리에서 예비방패를 꺼내들었다. "다들 시간 좀 벌어줘!확실하게 메두사를 처치할 방법이 잇으니까!" 큰소리를 친유한은 건네받은 타워실드를 갖고 구석진곳을 자리를 옮겼다. 동료들은 잠시 의아한 눈빛을 했지만, 머뭇거리지 않고 곧장 유한이 시킨대로 공격 준비를 했다. "거울이있었으면 좋았을텐데요" "그러게.이곳에 메두사가 있다는걸 알았으면 진즉에 거울을 준비해왔을텐데" 그러나 후회할틈이 없었다. 메두사가 스톤 클라우드마법을 완성시켰기 때문. "스톤 클라우드!" 메두사가 손을 휘젓자 회색의 뿌연 안개가 그녀의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이렇게 되면 누구도 메두사에게 접근할수 없다. 성직자의 지원을 받은전사가 아니라면 말이다. "우오오!디펜더(Defender)!" "퓨리파이!" 두려움을 떨쳐 버리기 위해선지 로키는 기합을 지르며 메두사에게 달려갔다. 몸에서 빛이 뿜어지더니 몇배는 더 강해졌다. 로키의 갑옷에 스톤 클라우드가 닿는순간 , 그의 몸이 회색으로 굳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떄를맞춰 쏟아지는 에이린의 정화 마법이 정상으로 되돌려 놓았다. "흥!간도 큰 놈이로구나!" 로키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메두사는 머리칼을 빳빳하게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메두사의 머리칼이 뱀으로 바뀌더니 뾰족한 독니를 드러내고 로키를 물려고 했다. "그따위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기사의 방어스킬인 디펜더로 강화된 로키의 몸은 뱀들이 물어서 어쩔 수준이 아니었다. 로키는 크게 철퇴를 휘둘러 메두사의 몸통을 후려갈겼다. 한방 허용한 메두사가 다음 공격으로 전환하려는 순간, 마법탄이 그녀의 등을 두들겼다. "매직 미사일!" "크윽!애송이 마법사 놈이!" 메두사가 오펜에게 손을 쓰려는사이, 옆구리에 화살이 날아와 꽂혔다. 채린이 날린 공격이었다. "트리플 샷!파워 샷!" 화가난 메두사는 채린쪽으로 고개를돌렸다. 그러나 로키의 다음 공격이 메두사의 머릴 후려갈겼다. 메두사는 무섭게 로키를 쏘아보았지만 , 로키는 딴청을피우는것처럼 시선을돌렸다.그사이 메두사의 몸통에 오펜의 마법과 채린이 날린 화살이 번갈아가며 꽂혔다. "나이스!나이스!이렇게 하면 쓰러트릴수 있겠어요!" 에이린은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언제 메두사를 보고 겁을 먹었냐는것처럼. 일행은 착실하게 메두사의 피를깎아나갔다. 보스몹 답게 메두사의 피통은 무식할정도로컸지만, 다굴에 장사 없는 법이다. 거의 메두사의 피를 70%정도 깎은순간. "스틸 라이프(Steal Life)!" 메두사가 로키의 팔을 낚아채더니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로키의 HP가 줄어들면서 메두사의 HP가 차기 시작했다.순식간에 메두사의 피통이 거의 다 회복되었다. "앗!비겁해!저런게 어딨어!" 메두사에게 저런 능력이 있다는건 처음알았다. "에이린!얼른 로키형에게 힐링을 써!" 이대로 놔두면피를 다빨린 로키가 죽을것이다.메두사는 파티원들이 당황하는틈을 놓치지 않았다. 녀석은 보스다운 빠르고 영악한 인공지능을 갖추고있었다. 메두사는 로키를 스톤 클라우드가 남아있는곳으로 던져 버리고 오펜쪽을 돌아보았다.오펜이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주춤거리는 사이, 메두사의 손끝에서 보라색 물방울이 튀어나갔다. "포이즌 스트라이크(Poison Strike)!" "헉!" HP가 쭉 빠져나갔다. 에이린은 로키를 돌보다 말고 오펜에게 정확 마법을 걸었다. 그런데 그것은 메두사가 노린 함정이었다. 에이린의 지원을 받지못한사이, 로키가 스톤 블라우드 안에서 석화되기 시작했다. 로키가 석화되자, 메두사는 곧장 채린을 향하여 돌진했다. "꺄아악!오지마!" 채린은 연방 메두사에게 화살을 난사했지만 , 상대를 제대로 보지않고 날리는 화살이 명중될리없다. "크크크!네놈을 장식품 1호로 만들어주마!" 로키는 피를빨린채 석화되는중이었고, 오펜ㅇ느 독에 중독되어 힘을쓸수 없다. 그나마 에이린이 멀쩡했지만, 물리력은 꽝. '아아, 이렇게 죽는건가' 채린이 포기하려는 순간. "누가 그렇게 하게 내버려 둘것 같냐!" 돌멩이 하나가 날아와 메두사의 뒤통수를 떄렸다. 메두사는 자신에게 돌을 던진 놈에게 고개를 돌렸다. 상대는 아까 자신에게 큰소리를 탕탕 쳤던 대장장이였다. "크크크, 이게 누군가?동료들에게 맡기고 꼬리를 감춘 대장장이가 아닌가?" "닥쳐!이제부터제대로 상대해줄테니까, 각오해라!' 메두사가 보기에 이 대장장이 놈이 제일 약했다. 지금도 자신과 눈을 마주치지못해 바닥을 바라보고 있지 않는가. 그런놈이 터무니없는 장담을 하고있으니 기가막힐 지경이었다. 어쨌든 메두사는 뒤늦게라도 당당히 나선 유한의 용기를 무시하지 않았다. "대장장이야.돌이 되어라!" "돌이 되는건 너다. 메두사!" 메두사가 독사로 변한 머리카락과 얼굴을 들이밀자, 유한은 눈을 질끈 감으며 들고 있던 타워실드를 내밀었다. '위험해!' 석화에 걸린 로키는 안타깝게 유한을 바라보았다.자신의 방패를 들고 용감히 나서긴했지만, 어디 대장장이가 메두사의 공격을 제대로 막을수 있겠는가? 그런데 그는 물론이고 모두의 예상을 깬 엄청난 사태가 벌어졌다. "끼아아아아악!" 메두사가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동시에 그녀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눈을 마주치는것만으로 유저를 석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메두사가 오히려 석화되어 가고 있었다. 그것은 유한이 들고있는 로키의 타워실드 떄문이었다. 지금 로키의 타워실드는 마치 거울처럼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고 있었다. 메두사는 유한에게 석화마법을 걸려다, 타워실드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걸리고 말았던 것이다. 초등생들 말로 하자면 완전히'반사'를 먹은상황 '크크크, 갈리한테 갈굼당한것을 이렇게 쓰게 될줄이야' 다른 파티원들이 메두사와 싸움을 벌이는동안, 유한은 로키에게 받은 타워실드를 숫돌로 열심히 갈고 닦아 윤을 냈다. '야 이놈아!우리 드워프 다 벼락맞아 죽게 만들셈이냐? 이게 대체 제기냐?네기 언제 개 밥그릇을 만들라고 했어!' '우쒸!이게 무슨 개 밥그릇이란 말입니까!' '신에게 바치는 제기라면 정성이 있어야지!네놈의 못난 얼굴이 비칠때까지 광내고 윤을 내야 하지 않겠느냐!" 놋쇠로 제기나 그릇을 만드는 작업을할때마다 갈리는 유한을 갈궈대곤했다. 윤을내는 스킬이 따로 있는것은 아니지만, 보다 완성도를 높이는데 꼭 필요한 작업.갈리의 호된 꾸지람 덕분에 유한은 금속의 광택을 살리고 윤을 내는데는 이골이 나있었다. 바로 그 숙련된 기술을메두사를 잡는데 쓰게 된것이다. "방패에다 거울을 만들 생각을 하다니!" "꺄아!지그 오빠 멋쟁이!" 메두사가 제 얼굴을 보면 돌이 된다는것은 파티원들도 알고 있었다. 신화에도 나오지만 , 공략 사이트에서도 주전술로 소개되기 때문. 하지만 보스가 메두사인줄 몰랐던 일행에게는 거울이 없었다. 거울이 없는걸 얼마나 아쉬워했던가. 그랬는데 유한이 즉석에서 거울을 만들어냈다. 로키에게 받은 타워실드를 이용해서말이다. "크크크!감히 나에게 내 모습을 보이다니!" 아직 메두사는 죽지않았다. 그저 돌이 되었을뿐.환호하는 파티원들에게 안내창이 하나 떠올랐다. -10초후 메두사의 석화가 풀립니다. "10초다!10초후에 네놈은 잔재주를 부린것을 후회하게 될것이다!크크크!" 유저는 석화에 걸리면 기본이 30초인데, 메두사는 10초밖에 되지 않다니. 아무튼 게임 설정을 따질 틈이 없었다. 채린이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섰다. 그녀는 파워샷을쏴댔고, 오펜도 마법을 날렸다.에이린의 지원을 받고 회복한 로키도 공격에 가세하러 달려왔다. 하지만 10초안에 메두사의 피를 모두깍는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더구나 석화가 된 메두사는 방어력이 더 강해진듯, 로키의 철퇴에도 돌 부스러기만 떨어트릴 뿐이었다. "뭐 이런게 다있어!" "제길 , 이렇게 실패하는건가!" "히잉, 마나포션을 열병이나 마셨는데......" 파티원들이 절망에 빠져 있을때였다. 유한이 곡괭이를 들고 질풍처럼 달려왔다. 사실 그도 처음에는 좀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는 메두사를 노리고 곡괭이를 내려찍기 시작했다. 물론 그냥 때린것은 절대 아니었다. "채석!채석!채석!" "끄아아아아악!" 유한이 돌이된 메두사를 그레인 스킬로 살펴본 다음, 채석스킬로 취약한 부분을 사정없이 후려갈겼다.석화된 상태에서 화살이나 마법공격에도 별로 타격이 없던메두사의 HP가 채석 스킬에 거짓말처럼 쭉쭉 닳기 시작했다. 이미 채굴로 자이언트 스톰 골렘을 잡은 유한이 그보다 상위(?)인 채석스킬로 돌이 되어 굳어있는 메두사를 잡는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이 엄청난 광경을 채린을 제외한 다른 파티원들은 휘둥그러진 눈으로 바라봐야 했다. "저런!" "발상의 전환이란 건가" "아니에요, 저건 채석이 아니에요.저 오빤 대장장이가 아니라 히든 클래스임이 분명해요!" 히든 클래스든 뭐든 지금의 유한은 대단했다. 10초가 되기전에 메두사의 HP를 모두 깎아 버렸으니까. "끼에에에엑!" 마지막 한방에 메두사는 원래의 몸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졌다. "흥, 대장장이를 우습게보지 말라고" 부서진 메두사의 파편을 내려다보는유한의 입가에는 진한미소가 걸려있었다. 3 "우와, 진짜 아무것도 없이 텅 비었네" 보스 메두사를 해치우고 보상방으로 이동한 일행은 방안의 황량함에 놀라고 또 실망했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보상방에는 먼저 들어온 유저들의 말대로 아무런 보상이 없었다. 보상방이면 응당 있어야할 보상상자가 보이지 않는것이다. "어디 숨겨진게 아닐까?" "한번찾아보자" 보상방의 중앙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좌측 벽면에는 책장들이 늘어서 있었다. 우측 벽면에는 사람 키만한 괘종시계가 하나 잇엇는데, 고장이 났는지 움직이지 않았다. 정면 벽에는 던전 밖으로 나가는데 쓰는 이동 마법진이 그러져 있었다. 곧바로 나갈 이유는 없으니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유한과 파티원들은 테이블 밑을 뒤지고 책상의 책을 걷어 내면서 숨겨진 보상을 찾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누렇게 낡아 빠진책들은 보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했고, 테이블 밑에서는 휴지뭉치만 나올뿐이었다. 시계 뚜껑을 열고 안을 살펴봤지만 , 안에 잇는거라곤 녹이 슨 톱니바퀴와 시계추뿐이었다. "진짜 아무것도 없는건가?" "아놔, 그럴리가 없는데" 베타 서비스 시절부터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한 유한이다 .보상상자가 숨겨져 있는경우는 있어도 아예없는경우는 없었다. "좀더 샅샅이 찾아보자" 채린의 말에 모두들 인내심을 갖고 다시 한번보상방을 뒤져 보았다. 말이 뒤지는것이지, 거의 청소를 했다고 말해도 무방할정도.일행은 보상방 안의 먼지를 걷어내고 쓰레기를 모두 치웠다. 종국에는 책장을 옮기기까지 했다. 그러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뭔가가 드러났다. "이 벽화는 뭐지?" 책장 뒤에 있는 오래된 벽화. 낡아서 색이 다 빠진 벽화는 무슨 기록이라도 되는듯 , 내용이 이어져 있었다. 제일 왼쪽에 있는 그림에는 화려한 도시에 사람과 사람에 동물을 뒤석은것 같은 괴상한키메라들이 사이좋게 살고 있는 장면이 그러져 있었다. 그 옆의 두번째 그림에는 그 도시의 사람들이 자신들의 우월한 문명을 다른 인간이나 유사 종족들에게 전파하는 그림이었다. 세번째 그림에는 인간과 키메라가 오만한 모습을 보이는 장면이 그러져 있었다.그들은 신에게 경배를 하지 않고, 오히려 거짓된 광휘를 두른 지도자를 신으로 추앙하고 있었다. 네번째 그림은 분노한신들이 징벌을 내리는그림. 신들의 명령을 받은 드래곤들이 도시를침략하였고, 그 도시의 인간과 키메라들은 드래곤들에 맞서 싸웠지만, 멸망하고 말았다. 다섯번째 그림은 재앙을 피한자들이 도망치는 그림이었다.그리고 하늘을 나는 요새들을 타고 바다를건너갔다. 하지만, 그 중 몇개는 하늘에서 떨어진 번개에 맞아추락하고 있었다. "이건 대체 무엇을말하는걸까?" "숨겨진고대문명을 이야기하는것 같은데요?" "키메라와 공존한 문명? 그런 언급이 공식 홈페이지에 나오던가?" "자세하진않지만, 고대마도 시대에 여러 문명들이 오만함을 보이다가 신의 분노를 사 멸망했다는 문구가 있잖아요" 오펜의 말대로 아르페디아온라인의 설정 연표에 그런언급이 있었다. 신마대전이후 신과 악마들의 영향에서 벗어난 인류가 고도의 문명들을 발전시켰는데, 너무 오만을 부리다가 신에게 징벌을 당했다고. "그럼 이 그림은 그렇게 멸망한 문명을 기록한것?" "아니!그거랑 보상이랑 무슨관계가 있는데요?' 에이린의 입이 댓발이나 튀어나와 있었다. 한참 동안 보상방을 뒤졌지만 아무것도 얻은게 없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안그래도 유한역시 슬슬 짜증이 나려 하고 있었다. 이쯤 했으면 뭔가 나올만도 한데 아무런 단서도 없고 생뚱맞게 고대 문명의 흥망성쇠에 대한 그림만 있었다. 이거 마녀 데보라답지도 않았다. 그녀와 관련된 던전이니 분명 흑마법이나 기계 인형과 같은 기록이 있어야 하는게 당연하지않는가. "아무래도 이 벽화가 보상인가 봅니다. 고대에 이런유적이 있었다는 걸알려준다. 그거겠죠" 그래서 어쩌라는건지, 고대 유적을 찾으라 이건가? 하지만 어떻게? 달랑 벽화 몇장 보고 찾을수 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노력한 만큼 소득이 없군" 로키의 무뚝뚝한 말은 삽질에 마침표를 찍는거나 다름이없었다. 안그래도 인내심이 바닥났던 유한은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다가 결국 폭발해 버렸다. "제기랄, 뭐 이딴 던전이 다 있어!" 유한은 화가나서 돌로된 테이블을 내리쳤다. 콰직! 내리쳤을뿐인데 테이블이 간단하게 금이 가버렸다. 테이블이 오래되거나 돌이 약해서가 아니었다.그렇다고 유한의 주먹이 돌을깨 버릴정도로 강한것도 아니다. 교묘하게 위장해 놓았지만 돌로된 테이블 표변에 석회가 발라져 있었다. "여기 뭔가 있어!" 유한의 외침에 파티원들이 테이블 앞으로 모여들었다.다들 유한이 하는것처럼 테이블 표면을 두들겨 붙어 있는 석회를 떼 냈다. 그렇게 석회를 모두 떼 내자 테이블에 적혀진 어떠한 글귀를 볼수 있었다. "엄청 악필이네" "뭐라고 썼는지 알아보기도 힘들겠어" 그래도 유한은 테이블에 적힌 글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워낙 악필에 휘갈겨 쓴 거라 읽을수 있는문구는 얼마 되지 않았다. "고대 '미케니아'문명, 신을 만들어 낸자들 , 오만에 멸망, 공중 요새 추락 7시 28분..............." 그림에 그려진 내용을 글로보다 상세하게 적어놓은 듯했다. 마지막 문구는 그나마 깔끔해서 문장 전체를 다 읽을 수 있었다. "정지된 시간으로 돌아가 과거의 세계에 발을 딛는다?" "도대체무슨 말일까요?" "제발 제발!보상과관련이 있었으며 좋겠어요" "아잠깐!집중하게지방 방송들좀 꺼봐" 유한은 주변을조용히 만들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여기까지 발견했다면 이게 최종 단서일 확률이 높았다. 고대 유적에 대한 기록과 마지막에 마녀가 남긴것으로 보이는 문구. 뭔가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 "정지된 시간으로 돌아가 과거의 세계에 발을 딛는다.정지된 시간.......과거의 세계..........." 보상방을 빙글빙글 돌며 그말을 되풀이하던 유한은 우측 벽면에 있던 고장난 시계에 눈을 돌렸다. 시계는 시간을 나타내는것. 뭔가떠오르는게 있었다. 그는 곧장 시계 앞으로 달려갔다. "지그야, 뭔가 알아낸 거니?" 유한의 달라진 행동에 채린이 물었다. "그래!정지된 시간이란게 아마 고대 문명이 끝장난 때를 말한걸 거야" "아니 그게 언제인줄 알고?" "공중 요새 추락시간이 7시28분 !바로 그걸 이야기 하는걸 거야!" 유한은 고장난 시계의 바늘을 돌렸다. 정확히 7시 28분에 맞추자 고장난 시계가 드륵드륵 태엽이돌아가더니 이내 종소리를 크게 울리기 시작했다. 댕! 댕! 댕! 고장난 괘종시계의 종소리라고 생각할수 없을정도로 울림 소리는 컸다. 어찌나 시끄러운지 다들 귀를 틀어막아야 할 지경. "악!이건 또 무슨조화야!" "설마 우릴 다 귀머거리로 만드는게 보상은 아니겠지?"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보상방이 환해지기 시작했다.천장에서 빛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저, 저게 뭐야!" "이동 마법진이다!정면 벽에 있는거랑 완전히 다른데!" 던전밖으로 나가는 이동 마법진보다도 훨씬 더 크고 문양도 복잡했다. 빙글빙글 돌아가던 천장의 이동 마법진은 한순간 환한 빛을뿜어냈다. 그리고 보상방안에 있는 모든것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휴지 조각을 비롯해 책과 부서진 석회 조각, 그리고 유저들을....... "어, 어어!" 유한은 아차하는순간 진공 청소기에 빨려들어간 것처럼 마법진을 통과했다. 그뒤는 온통 하얀 공간. '설마 이곳이 또 다른 보상방?' 하지만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하얀 공간으로 솟구쳤던 그의 몸은 갑자기 끝도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마치 번지 점프라도 하는것처럼. "으아아악! 왜 하필 이런 식이냐고!" 유한은 게임 접속을 할때보다도 더 심한 어지러움을 느꼈다. 하얀 공간이 끝나고 무섭게 다가오는 어둠을 본 순간,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Chapter 11.[지하의 요새 도시] 1 "아이고 , 삭신이야" 정신을 차린 유한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그러나 몸을 일으키기 무섭게, 뭔가가 공중에서 떨어져 그를 내리찍었다. "꺄아아!" "크엑!" 위에서 떨어진것은 채린이었다. 유한과 달리 그녀는 정신줄을 놓지 않았다. 워낙에 많은 종류의 놀이기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즐기는 기분으로 떨어졌다. 다만 유한을 완전힌 깔아뭉개 버린 게 문제라면 큰 문제였다. "아 미안해 지그야.많이 아팠니?" "끄응!괘 , 괜찮아" 사실 고통은 순간에 불과했다. 게임이라 실제와 같은 충격도 있는것도 아니고, 나긋한 채린의 몸에 깔리니 오히려 기분이 이상야릇했다. "이곳은 어디지?" 로키도 연이어 도착했다. 뒤이어서 오펜이 로브자락을 휘날리며 안착했고 , 떨어지는 에이린을 멋지게 받아냈다. 그렇게 파티원들이 모두 도착하자 효과음이 울리며 안내창이 떠올랐다. [시아네 패닐리 파티]가 미케니아의 공중 요새를 최초로 발견했습니다. [시아네 패밀리 파티]전원에게 명성이 2, 000과 함께'공중 요새의 발견자'라는 칭호가 주어집니다. 모두들 이름 앞에 '공중요새의 발견자'라는 칭호가 붙었다. 그리고 그들이 안착한 공터 앞 커다란 바위에 저절로 글자가 박히기 시작했다. [미케니아의 공중 요새는 시아네 패밀리 파티가 최초로 발견하였습니다. -노스아크 연맹 학술원- *시아네 패밀리 : 궁수 시아, 대장장이 지그, 기사 로키, 마법사 오펜, 성직자 에이린] 최초 발견유적이나 던전에는 이런식으로 흔적이 남는다.개인이 발견하면 개인의 이름이 남고, 파티가 발견하면 파티의 흔적이남는것이다. 다들 자신의 이름이 바위에 깊이 박히자 감개무량하다는듯 ,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엇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변하지 않을 기록이 세워진 것이다. "감동은 먹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이곳을 살펴보도록 할까?" 한참 뿌듯하게 바위에 적힌자신의 이름을 내려다보던 파티원들은 유한의 말에 정신을번쩍 차렸다. 얼음 궁전의 보상은 따로 있는게 아니다. 바로 미케니아의 공중 요새로 이동한 것 자체가 보상. 여기서 얼마나 많은 것을 얻느냐는것은 유저의 재량에 달려 있었다. 모두들 약간 긴장한 얼굴로 공터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동 요새라 불리는 이 유적은 지하의 거대한 공동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지하라고 해서 어둡지는 않았다. 그것은 곳곳에서 빛을 발하는 마법등들 덕분. 일행이 있는 공터는 요새 도시 맨 가장자리에 위치했다. 요새 중앙에는 크고 작은 건물들이 들어서 있엇고, 가운데 높은 언덕 위에는 호화롭고 웅장한 궁전이 우뚝 서 있었다. 마법등으로 반짝이는 건물들과 궁전은 아르페디아 어느 도시의 야경보다도 아름다웠다. 다만 고요하고 을씨년 스러운것이 흠이었다. 마치 유령의 도시 같다고나 할까.인기척이라곤 전혀 없었다. "아, 여기 너무 기분 나쁜걸" 채린은 불안한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걱정마.명색이 공중요새인데 사는 사람이 없겠어? 그리고 마법등이켜져 있잖아" "그, 그런가?" 유한들은 거리를 따라 걸었다. 잘 정비된 도로 양쪽으로 반듯한 건물들이 서 있었는데, 식당이나 주점도잇엇고 물건을 파는 상점도 있었다. "한번 들어가 볼까?" 일단 NPC든 뭐든 사람을 만나야 이곳에 대한 정보를 얻을게 아닌가. 유한은동료들과 함께 식당으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섰다. 행여 공격을 받지 않을까 긴장했지만, 식당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뭐야? 아무도 없네" 아직 식당을 이요할 시간이 아닌가 만약 그렇다 해도 주인이나 점원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번에는옆에 있는 상점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도 물건만 진열되어 있을뿐 상점 수인이나 점원이 보이지 않았다. "허, 진짜 유령 도시인가" "그렇다고 치기에는 도시가 너무 깨끗한데요?" "그렇기는한데 도대체 이곳 주민이 어디에 있는지" "그러게요.빨리 누구라도 만나야 이곳에 대해 물어볼텐데요" 유한들이 이야기를나누고 있을때였다. 갑자기 채린이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악!" "시아야, 왜그래?" "귀, 귀신이야!" 채린은 얼굴이 새하얗게 변해 상점의 한쪽을 가리켰다. 유한들이 그녀가 가리킨곳을 보았지만, 아무것도 없엇다. "귀신이어디있는데?" "거기에 있었단 말이야!" "에이, 네가 잘못 봤겠지" 채린은 억울하단 표정을 지었지만 몇번이고 확인해 봐도 그곳에는 텅빈 공간뿐. 상점에서 나온파티는 몇개의 가게를 더 뒤져 보았지만 역시 물건들만 깨끗이 진열되어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제길 우리 설마 이곳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돌아가는거 아냐?" "설마!일단 궁전으로 가보자.그곳에는 뭐가 있어도 있겠지" 파티는 궁전으로 향했다. 그런데 조금전부터 채린이 계속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는게 아닌가. "시아야, 왜그래?" "누, 누가 자꾸만 내 뒤를 따라오는거 같아" "언니, 또 그 귀신 이야이야? 귀신이 나타나면 내가 정화 마법으로......." 없애주겠다는 말을 하려다 말고 에이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정말 채린의 뒤에서 희뿐연것이 툭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끼아아악!" 이번에는 에이린이 비명을 질렀다. "흐흐흐!감히 이곳이 어디라고 들어왔느냐?" "토실토실 살이 찐게 잡아먹으면 아주 맛있겠구나!" "키키키, 이 할애비랑 놀지 않으련?" 몽달귀신처럼 생긴 물체는 채린의 뒤에서도, 유한의 뒤에서도, 그리고 오펜의 뒤에서도 생겨나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스펙터(Speacter)?" 고스트라고도 불리는 몬스터다.사람이 죽으면 그 영체가 저승으로 가게 되는데, 억울한 죽음을 당하거나 이승에 미련이 남아 있는경우 이렇게 스펙터가 되어 떠돌게 된다. 스펙터는 그 자체로 물리적 공격을 퍼부을수는 없지만, 사물이나 사람에 빙의하면 상당히 귀찮아진다. "파이어볼!" 오펜이 스펙터들을 향해 마법을 발사했다. 꼬랑지에 불이 붙은 스펙터들은 찢어지게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버렸다. "스, 스펙터였어?" 귀신의 정체를 안 채린이 안도하며 말했다. 상대의 정체를 모를때는 두렵지만, 그것을 알게되면 두렵지않다. "다음에 나타나면 정화마법으로 없애 버리겠어!" 에이린도 작은 주먹을 불끈 쥐며 복수를 다짐했다. 2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잇었습니다" 중앙 언덕의 왕궁 입구에 키메라가 한마리 서 있었다. 인간의 몸통에 양의 머리, 염소의 다리를하고 있는 키메라는 신기하게도 병사 복장을 하고 있었다. 몬스터가 아닌 NPC.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고?" "그렇습니다. 저의 주인님이자 이곳의 로드께서 여러분들이 오신것을 알고 저를 마중 보내셨습니다" 어떻게 올것을 알고 있었을까. 아무튼 누구라도 만나서 이곳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었던 일행은 키메라가 안내하는데로 안으로 들어갔다.화려한 왕궁 문을 들어서서 한참을 걸어가서야 겨우 접견실에 다다를수 있었다. 아름드리 기둥이 열을 지어 서 있는 대전의 맞은편에 커다란 의자가 있었고, 의자에는 머리에 왕관을 쓴 희뿌연 영체가 앉아 있었다. "엥? 국왕이 스펙터잖아?" "그러게.이곳이 정말 유령의 도시라도 되는모양인가봐" "그럼, 좀전의 스펙터들은 도시의 주민이고?" 파티원들이 소근소근 떠들때였다. 희뿌연 영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과인은 미케니아 왕국의 이바니우스 3세라 한다" "저희는 '시아네 패밀리'의 시아, 로키, 오펜 , 지그 , 에이린이라 합니다" 유한이 대표로 나서서 말했다. 어쩌다 보니 메두사를 잡은뒤 파티원들은 은연중 유한은전면에 내세웠다. "환영하노라.삼백년 만에 찾아온 손님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구나" 300년전에 온 손님이있다는 말인가. 아마도 그 손님이 마녀 데보라일지 모른다. 분명 이 유적은 마녀 데보라의던전과 이어져 있으니까. "감사합니다, 폐하.그런데 저희들을 부르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대들이 과인의 부탁을 들어줬으면해서다" 이바니우스 3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일행의 앞으로 퀘스트 안내창이 떠올랐다. -공중 요새 재건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공중 요새를재건한다?' 무엇으로 어떻게 재건한다는 건지는 모르지만 유한은 일단 승낙했다. 힘들게 몬스터들을 잡으며 이곳까지 왔는데 여기서 퀘스트를 거절하면 그야말로 삽질한것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 [공중 요새 재건 퀘스트] -고대 미케니아의 공중 요새는신의 징벌을 받고 어두운 지하로 추락했다. 망령이 된 백성을 이끌고 있는 이바니우스 3세는 요새를 재건하여 미케니아 왕국의 존재를 알리고, 망령으로 요새를떠도는 백성들을 성불시키고자 한다. 여기까지는 모두의 눈앞에 나타난 안내창의 문구가 똑 같았다. 그러나 다음에 나타난 재건 임무는 재각각이었다. 직업이 달라서인지 몰라도 유한의 경우는 다음과 같았다. -당신은 지금부터 공중 요새의 동력로를 재가동시켜야 합니다. 동력로를 재가동시키기 위해서는 부서진 부품들을 만들어 동력로를 수리하여야 합니다. [필요 조건] 1. 정밀 조립 스킬 7랭크. 2. 대형 톱니바큌 3개 제작. 3. 동력 제어장치 제작. *퀘스트를 완수하면 명성과보상, 그리고'미케니아의 은인'이라는 칭호를 받습니다. 유한은 대장장이다운 기술적인 임무를 맡게 되었다. 파티원들의 표정을 보니 다들 자신의 직업에 맞는 임무를 맡게 된듯했다. "나더러 '엘프의 숲'에 다녀오래.엘프들에게서 '바람의 날개'라는 보석을 받아오라는거야" 이건 채린이 받은임무였다. "저는 요새 밑바닥에 부유 마법진을 새로 그려야돼요.'노턴의 탑'에서 부유 마법 배우려면 한참 걸릴텐데 큰일이네요" 그리고 이건 오펜의 의무. "나는 성지 로므나로 가서 성수를 길어와야 해요.근데 대체 로므나가 어디죠?" 이건 에이린이 맡은 임무였고. "마녀 데보라의 행방을 추적하여 보고하는것이 내 임무로군" 로키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공중 요새 재건과 별로 관련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한은 세 사람중 로키의 임무가 가장 신경 쓰였다. 분명 데보라는 얼음 궁전을 만들다 공중 요새 유적을 발견하고, 이곳에서 무언가를 얻어갔을것이다. 그런데 , 무슨 일인지 얼음 궁전에 그녀의 흔적이 없는걸로 보아 어디론가 가 버린듯했다. 왜 떠난걸까? 그리고 국왕은 왜 그녀를 쫓는걸까? "나라가 멸망한것보다 참을수 없는것이 역사에서 잊히는것 .과인의 꿈은 우리 왕국의 마지막 유산인 이 공중 요새가 다시 빛을 보는것뿐이다" 이바니우스 3세는 일행을 안내해 온 키메라 병사에게 고개를 돌리며 뭔가를 지시했다. 잠시 물러났던 키메라 병사는 뭔가 커다란 상자를 가져오더니 일행의 앞에 내려놓았다. "과인이 그대들에게 내리는 선물이다. 공중 요새의 재건에 성심을 다하기를 바란다" "우와아!" 모두의 입이 쩍 벌어졌다. 이바니우스 3세는 파티원들에게 각각 알맞은 아이템을 하나씩 하사했다. 로키에게는 '미케니아의 방패'를 , 에이린에게는 '성자의 묵주'를 , 오펜에게는 '고대의 마법서'를 주었다. 채린이 받은것은 '바람의 활'이었다. 바람 정령의 가호를 받아서 레인저의활보다 사거리가 더 길었다. 유한은 '장인의 코트'를 받았다. 지금까지 입고 있던 스케일 아머보다 방어력이 2배는 뛰어났고 솜씨를 10올려주는 효과가 있었다. 다들 뜻밖의 선물에 눈을 떼지 못하는걸 보아 옵션이나 성능이 꽤 좋은 모양. "그리고 그대들에게는 특별히 이 궁을 드나들고 궁전안의 시설들을 사용할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 파격도 이런 파격이 없었다. 단순히 퀘스트를 수락한것만으로 준레어 급의 아이템을 하나씩 안기질 않나 , 왕궁을 제집처럼 사용할수 있게 하질 않나...... 아무리 텅텅 비다시피 한 왕궁이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지존이 사는곳인데. '뭔가 미심쩍단 말이야' 유한은 이바니우스 3세의 지나친 호의에 의심이 들었다. 살짝 째진 눈 거죽 사이로 재빠르게 움직이는 눈동자를 보니 더 의심이 갔다. 하지만 이미 퀘스트를 수락한 이상 여기서 의문을 표해봐야 득될게 없었다. "감사합니다, 폐하.그런데 아까부터 묻고 싶은것이 있었습니다만" "말하라, 대장장이여" "밖으로는 어떻게 나가는겁니까?" 공중요새는 지하의 공동 안에 있다. 즉 요새를 나가려면 지하를 벗어나야 한다는이야기다. "밖으로? 그래, 일단 밖으로 그대들을 내보내야 일이될것인데......과인은 출구를 모르겠구나" 이바니우스 3세는 곤란하다는 모습으로 고개를 괴었다. 일행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누구누구는 어딜 보내고, 어디로 가라고 하고, 누구의 행방을 쫓으라고 했으면서 출구를 모르겠다니! "그러나 길이 있을 것이야.그 사특한 마녀도 사라진것을 보면 분명 밖으로 나가는 길이 있음이야" "사특한 마녀라면 데보라를 말하는 겁니까?" 유한은 확인하기 위해서 물었다. "그렇다. 그 배은망덕한 계집은 공중 요새를 재건하겠다며 과인과 약조를 했으면서 미케니아의 지식만 갖고 도망쳐 버렸다" "왜 쫓지 않으셨어요?" 채린의 물음에 이바니우스 3세는 깊게 탄식하며 말을 이었다. "과인은 망령이니라, 망령이 된 과인의 백성들이 공중요새를 벗어나지 못하는것처럼 , 과인도 이 왕궁 , 왕좌가 있는 홀을 벗어나지 못한다" "키메라가 있잖아요" 왕궁에는 많지 않지만 키메라가 있었다. 병사, 시종 , 그리고 일꾼 키메라가. "저놈들 말이냐? 저 둔한 놈들은 스스로 판단을 못한다. 그저 시키면 시키는대로만 할줄아는 꼭두각시일뿐이지" 생긴건 멀쩡한 키메라가 그런 단점이 있는 모양이다. 하긴 겉으로 봐도 생기발랄하고 영악한 아르페디아의 여느 NPC들과 달리 키메라는 무덤덤하고 둔하게 생겨먹었다. "오직 살아있는 그대들이 이곳과 지상을 자유로이 오갈수 있다. 그래서 과인은 그대들이 왕궁으로 오기를 기다린것이야" "알겠습니다. 전하.그럼 바깥 통로는 저희가 찾아보겠습니다" "부탁하노라" 이바니우스 3세와의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이야기를 끝낸 왕의 망령은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키메라는 그야말로 석상처럼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고, 말을 건네도 '왕의 명령을 수행하시오'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그럼 일단 바깥으로 나가는 길을 찾아볼까?" 3 유한 일행은 왕궁을 나와 공중 요새 이곳저곳을 뒤졌다. 몇몇 스펙터들이 따라붙어놀래려 했지만, 오펜의 화염마법과 에이린의 정화 마법에 모두 도망쳐버렸다. "지금은 시간이 없어.그냥 가지만 나중에 화끈하게 놀아줄게" 얼마쯤 돌아다닌 끝에 일행은 통로로 의심되는 곳을 발견했다. 공중 요새 서쪽 부분은 지하 공동의 벽면에닿아 있었는데, 그 벽면에 커다란 동굴이 하나 뚫려 있었다.자연 동굴인지 누가만든것인지는 알수 없었다. 중요한것은 이 동굴이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가 하는것이다. "약하지만 건너편에서 바람이 불어오는것 같아" 채린의 말에 모두들 동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바람이 불어온다는것은 외부와 통하는 출구가 있다는 증거.일행은 길고 꼬불꼬불한 동굴을 기어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그 끝에 도착했다. "악!막혔잖아요!" 출구는 커다란 바위에 막혀 있었다.바람은 바위 틈새로 솔솔 불어오고 있는데 , 바위틈이 너무 작아 밖을 내다볼수 없었다. 모두가 난감해 하는 그 상황에서 유한이 곡괭이를 들고나섰다. "이런 바위는 대장장이에게 맡기라고" 유한은 그레인 스킬로 바위의 균열을 살핀다음, 연거푸 채석 스킬을 퍼부었다. 유한이 곡괭이질을 할때마다 집채만한 바위에 금이 가기 시작했고, 유한의 발치에는 석재와 돌조각들이 수북이 쌓였다. 바위에 막혀 암담한 표정을 짓던 파티원들은 부서지는 바위를 보며 활짝 웃었다. "다시는 대장장이를 무시하지 말아야겠군" "정말 다행이에요.시아 언니가 지그 오빠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우린..........." "그치, 지그랑 같이오길정말 잘했지?" 유한이 아니라면 메두사를 쓰러트리지 못햇을것이고, 얼음 궁전에서 허탕을 치고나왔을것이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도 발만 구르고 있었으리라. 쿠쿠쿵! 마지막 일격을 받은 바위가 양쪽으로 쫙 갈라졌다. 통로가 열리자 환한 햇살과 함께 유저들의 놀란 음성이 일행에게 쏟아졌다. 그들이 나온곳은 얼음 궁전이 있는 계곡 절벽. 주위에 흩어져 휴식을 취하고 있던 유저들은 갑자기 절벽 한쪽에 있던 바위가 부서지고 그 안에서 사람이 나오자 깜짝 놀랐다. 처음엔 NPC가 아닌가 했지만, 자신들과 같은 유저.그것도 특이한 칭호를 달고 잇는 유한 일행이 나타나자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헉!님들 대체누구세요?" "공중 요새의 발견자? 공중 요새가 어디에 있는데요?" "대체 어디로 어떻게 들어간 겁니까?" 일일이 대꾸해 줄수 없을정도로 쏟아지는 질문들이 많았다. 유한 일행은 동굴을따라 내려가 보라는식으로 둘러대며 인파속을 헤쳐나오려했다. 그러나 비밀을 알기원하는 유저들은쉽게 그들을 놓아주지 않았다. "하아, 이거 인기 폭발인걸?" "더 이상 게임을 못하겠어요" "그래도 충분히 즐길만큼 즐겼잖아" 맘에 찰만한 성과를거두었고, 중요한 퀘스트도 얻었다. 채린의 말대로 이만하면 충분히 즐길만큼 즐긴셈이다. "난 여기까지만 해야겠어.잘못하면 내일 지각할테니까" "저도 이만 접속을 끊어야겠네요" 여기까지만 게임을 해야겠다 생각하는건 채린과 오펜뿐만이 아니었다. 에이린과 로키는 물론이고 유한의 생각 역시 그랬다. 이 많은 유저들에게서 벗어날 방법은 일단 로그아웃뿐인것이다. "그럼 모두들 다음에 또 보도록 하지" "각자 퀘스트 잘 수행하세요" "파이팅!" 로키가 먼저 접속을 끊었고, 오펜과 에이린이 그 뒤를 이었다. 남은것은 유한과 채린둘뿐. "이거 또 한동안 못 보는건가?" "보고 싶으면 직접 찾아오면 되잖아.이번엔 네가 먼저 찾아오라고" "내가 너희 집 주소를 어떻게 아냐?" "그거야 내가 쪽지로 보내주면 되지" 채린은 싱긋 웃으며 유한의옆구리를 쿡 찔렀다. 마치 꼭 찾아오라는 제스처.유한은 그러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지만 , 길포드 아니 송태수가 버럭 화를 내는 모습이 떠오르자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자 , 그럼 나도 갈게 .안녕~" 채린은 바이바이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유한은 채린이 남기고 간 하얀 빛을 한참동안 ㅂ고 있다가 곧바로 로그아웃을 했다. 주변의유저들이 아우성을 쳤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4 공중 요새를 발견한 다음날. 검정 고시 학원을 마친 유한은 송태수의 대한극기도 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자칼, 아니 곽대발 사범이 해병대식으로 체력단련을 시키는 바람에 가기 싫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렇다고 가지 않을수도 없엇다. 하루 빠지면 그 이튿날은 수련량이 무려 4배. 하루 편하자고 수련을 쉬워버리면 그 다음 최소 3일동안은 게임도 못할정도로 축 늘어져 있어야 했다. '그래도 참고 견뎌야해' 다짐을했지 않은가.친구를 한번이라도 지켜 주고 싶다고.마음은 각오가 서 있지만, 몸은약하고 서툴기만 했다. 비곗덩어리나 키라같은 놈이 현피를 걸어오면 이길수가 없었다. "제길, 그놈들에게 한방씩 먹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놈들을 떠올리니 지난 '굴욕'들이 생각났다. 그때는 채리이 기지와 실력을 발휘해 퇴치했지만, 다음번에는 다를것이다. 반드시 이 손으로 갚아주고 말리라! [안녕하세요, 여러분!'버추얼 에이지(Virtual Age)'의 귀여운 요정 MC'미루'오늘도 인사드립니다!] 도장으로 가던중, 유한은 거리의 커다란 스크린에 방영중인 케이블 TV프로그램을 보았다. 버추얼 에이지. 가상현실 게임 전문 프로그램이다. 매일 방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접속율 1위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소식이나 이벤트를 주로 다루다 보니 '아르페디아 에이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MC를 맡고 잇는 것은 사이버 캐릭터 미루.그녀는 직접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나타나서 프로를 진행하기도했다. 이번에는 마치 방송국에서 뉴스라도 진행하는것처럼 아나운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오늘 첫 뉴스는 그야말로 기습적으로 나타난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새로운 필드!추락한 공중 요새에 대해 전하고자 합니다] 한두번 보는 프로그램도 아니라서 그냥 가려던 유한은 발걸음을 멈추었다. 자신과 채린의 친구들이 힘을 합쳐 발견한 공중 요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기 때문. 바츠 때도 종종 방송을 타긴했지만 대장장이 지그로서 나온것은 처음이니 관심이 가지 않을수 없었다. [이 공중 요새는 얼마전 노스아크에서 새로 발견된 얼음 궁전과 관련이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요.발견자들이 번개같이 사라진 바람에 현재 어떻게 발견되었는가는 밝혀지지 않고 잇습니다] '한심한 놈들뿐이군. 보상방의 테이블만 잘 봐도 될것을' 사실 남을 욕할수 없는일이다. 유한도 울컥하는 바람에 우연히 발견했을 뿐이니까. [아무튼 신고된 최초의 발견자들!시아, 지그 , 에이린, 로키, 오펜 이 5명의 용감한 탐험가들로 인해 추락한 공중 요새는 유저들에게 공개된것입니다] 누가 어느틈에 찎었는지, 유저들에게 둘러싸인 유한일행의 스크린샷이 떠올랐다. 자신의 얼굴이 비춰진 순간, 유한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그때는 몰랐는데 자신은 채린과 꼭 붙어 있었다. 화면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추락한 공중 요새의 현재 상황을 보여준것이다. 유한 일행이 나온 통로로 들어간 유저들이 꽤 됐는지, 요새의 유령도시를 이리저리 돌아보거나, 스펙터와 싸우는 광경이 여러번 비춰졌다. [추락한 공중 요새는 현재 중앙의 왕궁만 제외하고 모든 유저들에게 공개된 상태입니다. 과연 왕궁에는 무엇이 있을까? 왕궁에는 어떻게 들어갈수 있을까? 모든 유저들의 의문과 관심이 집중 되는 가운데.......] 잠시의 멘트가 이어진후 카메라는 다른곳으로 돌아갔다. 넉살 좋고 눈에 장난끼가 가득한 중년의 사내가 카메라 속에 나타났다. [유저들은 이 필드가 언제 패치되었는지, 왜 이제 공개되었느냐며 화를 내고 있습니다. 저도 화가 많이 났습니다!그래서 드림맥스의 정경욱 부사장님을 이렇게 모시게 되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유저 여러분 .항상 여러분께 즐거움을 주고자 노력하는 정경욱이 인사드립니다] 정경욱 부사장의 능글 맞은 인사가 끝나자 미루의 본격적인 질문이 시작되었다. [대체 추락한 공중 요새 필드는언제 패치가 된겁니까?] [데보라 던전을 패치했을 땝니다] [그럼 베타테스트 때부터란 이야긴데요.어째서 지금까지 아무런 언급을 안하신 겁니까?] [유저가 직접 비밀을 캐고 찾아야 모험다운거 아니겠습니까, 미리 다 가르쳐 주면 그게 뭐 재밌겠습니까.미루양도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까?] 유한은 틀린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분명 상업적인 술수가 있을거라 생각했다. 유저가 삽질하는 만큼 게임사의 주머니는 두둑해지니까. [아무튼 이번사태는 얼음궁전의 돌연한 등장과 관련이 잇는데요.이것이 데보라 던전에서의 어떤 조건과 상관있는겁니까?] [물론입니다. 죄송하지만 , 어떤 조건인지는 말씀 드릴수 없습니다. 말씀 드릴수 있는것은 문제의 조건을 만족 시킨 유저가 북쪽으로 간다는 또 하나의 조건을 만족시켰기에 필드가 열리게 되었다는 겁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도미노 같은 것이군요] [그렇습니다. 연쇄적인 거라고 할수 잇습니다] 둘의 이야기를 들은 유한은 결국 그 조건을 만족시킨 사람이 자신이란것을 확신할수 있었다. 분명 뭔가 게임 설정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채린과 데보라 던전의 숨겨진 보상방에 갔을때부터였다. 그리고 자신이 노스아크로 가면서 얼음 궁전과 공중 요새의 등장조건이 만족된것이다. [그럼 얼마전 개척단 퀘스트도 이번 등장 조건의 일부였습니까?] [아, 그건 아닙니다. 그 개척단 퀘스트는 얼마후 시행될 대대적인 패치의 예고편일 뿐입니다] [대대적인 패치라고요?일단 거기에 대해선 나중에 질문을 드리기로 하고........제가 궁금한 것은 이 5명의 유저들 중에서 정 부사장님께서 말씀하신 조건을 만족 시킨 사람이 있느냐는 겁니다] 미루가 손짓을 하자 화면에 시아네 패밀리 파티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정경욱은 5명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고는 음흉한 미소를 띠었다. [글쎄요.조건을 만족시킨 사람만이 다음조건을 만족시킬 필요는 없으니까요.누구든 도미노를 쓰러트릴 기회는 있습니다. 그래야 공평하다 할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아저시, 알고 있구먼!' 유한은 느낌이 딱 왔다. 하긴 드림맥스의 부사장 정도씩 되는 인물인데 그것을 모르겠는가.분명 지그 유저가 바츠 유저라는것도 알고 있을것이다. [다음은 아까 말씀하신 대규모 패치에 관한 것인데......] 유한은 더이상 방송을 보지않고 극기도 도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들을만한 것은 다들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건 그렇고 불랙 아이언의 설계도를 얻지 못햇네' 제 2데보라 던전이 있다고 해서 서둘러 갔던 이유는 그 설계도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설계도는 얻지 못했고, 새로운 필드만 발견했다.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지만, 분명 그건아쉬운 점이었다. 뭐 게임을 하다보면 나중에 또 발견할수 있을것이다. 같은 시간. 유한만 버추얼 에이지를 보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와 인연(?)이 있던 사람들도 그 케이블 프로그램을 시청했다. "저 자식 어디있나 했더니 저기 있었군!" 어쌔신 키라의 유저 박건우. 그는 지난번 폭력 사건으로 브레이브 레인저의 레드에서 블랙 페이건의 괴수 1로 강등되었다. 그나마 쫓겨날뻔 했던걸 , 손이 발이되도록 빌어서 간신히 살아남을수 있었다. 이 모든게 대장장이 탓이다! 그렇게 믿고 있는 그는 노스아크를 돌아다니며 유한을 찾아다녔다. 있을만한 광산이나 대장간은 다 뒤져 보았는데, 저기 있었을 줄이야. 대장장이 주제에 파티에 끼여 모험을 했단말인가? "크크!이 녀석, 각오하고 있어라 .내 반드시 복수를!" "뭔 복수!얼른 준비 안해?' 괜히 흥분했다가 다크 페이건에게 한대 맞은 박건우였다. 그 사이 아르바이트로 괴수 2, 3, 4를 하고 있던 녀석들도 주섬주섬 의상을 챙겨 입으며 TV를 바라보았다. "아!저 사람이야!저 지그란 사람이 저번에 발덴에서 내 오크니스 액스를 수리해줬어" 덩치가 커서 괴수 복장도 꽉 죄는 녀석이 저 사람을 안다는식으로 이야기했다. TV에 나오는 사람과 한번 만나본게 되게 자랑스러웠던 모양. "형 , 근데 저 대장장이 어디서 본것 같지 않아요?" "맞아 , 분명 어디서 본것 같은데" "자식들!니들이 언제 봤다고 그래? 만날 '어둠의 성'에서 사는 녀석들이!" 그렇게 동생들을 호통치는 비곗덩어리였다. 한편 같은 시간에 매점에서 방송을 청취하던 이들도 있었다. 놀이동산에 와서 여자들에게 껄떡대다 싸대기를 맞은 2인방은 말없이 콜라를 마시며 방송을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놈이구만" "그래, 그놈이야.그 죽인놈" 화면에 나타난 유한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던 두사람은 채린에게 시선을 옮겻다. 무서운 눈빛은 어느새 헬렐레하게 변해 있었다. "시아는 역시 예쁘네" "아놔, 레인저 세트.......저걸 주고도 못 꼬셨다니!" 한숨을 푹 쉬는 그들 앞으로 늘씬한 아가씨들이 지나갔다. 방학을 맞이하여 놀러온 대학생들인 모양. '킹카다!' '시아보다는 못하지만 꽤 괜찮은데?' 이심전심. 눈빛만으로도 두 사람은 서로의 생각을읽을수 있었다. "이봐요.아가씨들!어디 시원한 데 놀러가지 않을래요?" 그들은 지나간 과거보다 현실을 선택했다.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난두사람은 건들거리며 아가씨들을 쫓아갔다. 역시 같은 시간. 대한 극기도 도장에서 송태수와 곽대발도 버추얼 에이지를 시청하고있었다. "관장님!채린이가 나오는데요!" 그 소리에 후다닥 달려와서 봤더니, 유한이 녀석도 같이 있는게 아닌가. 채린이가 어제 늦게까지 캡슐에서 나오지 않는다 했더니 , 유한이와 다른 친구들이랑 파티를 짜서 이런 모험을 했던 모양이다. 방송에 올라온 스크린샷을 본 송태수의 눈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유한과 채린이 찰싹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보였기때문. 다른건 몰라도 저런 장면은 용납되지 않았다. 어디 마른 장작 같은녀석이 감히 나의 귀여운 천사 채린이와! "야!표재훈!" "예, 관장님. 부르셨습니까?" 송태수의 부름에 링 위에서 가볍게 스파링을 하던 청년이 내려왔다. 표재훈. 지난번 무제한 이종격투 대회'L.O.K'에 신인으로 참가형 8강에 오른 선수다. 송태수가 극기도의 미래를 보고 키우고 있는 인재중의 한명. 그가 바로 저기 방송에 등장한 로키의 유저이기도 했다. "정직하게 답해라.저놈이 채린이에게 껄떡대든 안대든?" "무척 친근하게 굴던데요" 친한친구처럼 대하더라는게 재훈의 대답. 그러나 그대답이 송태수의 귀에는 껄덕대더라는 말로 들렸던 모양이다. 쾅! 송태수의 주먹이 대리석 벽을 뚫고 들어갔다. "대발이!" "옙, 관장님" "유한이 자식 오면 확실히 조.져.알겠나?" "예 , 분부대로 합지요" 방송 프로그램 한편 덕분에 그날 유한의 운명은 결정났다. 유명세를타는게 결코 좋은것만은 아니었다. 5 늦은 저녁. 유한의 어머니는 비틀거리며 집안에 들어오는 아들을 흡족하게 바라보았다. 저리 곤죽이 되었으니 오늘은 그놈의 지겨운 게임도 하지 못하리라. 어머니의 눈은 정확했다. 지금 유한의 머리에는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어이구 , 죽겠다아!" 제방에 들어온 유한은 침대위에 바로 엎어졌다. 땀에 전 몸을 씻기는커녕 옷을 벗지도 못했다. 그러나 유한은 그 상태로 엎어져 잘 생각이었다. 워낙에 피곤하니 만사가 다 귀찮았다. 게임에서도 레벨을 올린다고 노가다를 해봤지만, 현실에서 레벨을 올리는것은 그보다 훨씬더 힘든일이었다. 삐리리리리! 주머니 속에 넣어둔 휴대폰이 울렸다. 유한은 무시했지만, 휴대폰은 끊임없이 계속 울렸다. 조금만 더 뻗어 있으면 깊은 잠을 잤을것인데, 휴대폰 소리가 고막을 긁으면서 신경을 자꾸 건드리고 있었다. "아놔!뭐야, 대체!" 짜증이 해일처럼 솟구쳤다. 알고있는 모든 욕을 바가지로 퍼붓고 끊어버리겠다는 결심을 하며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어랍쇼? 무슨 번호가 이래?" 한번도 본적이 없는 전화번호, 아니 정말이런 전화번호가 있나 싶을정도로해괴한 번호가 떴다. "000-0000-0000?" 인터넷 전화로 온것인지도. 어쩌면 태어나지도 않은 유한의 딸을납치했다며 1억원의 돈을 요구하는 이웃나라 범죄자가 보낸것인지도 모른다. 유한은 전화를 받았다.범죄자의 말을 듣고 계좌 번호까지 다 들어 줄 생각이었다. 물론 돈은 넣지 않고 계좌번호를 경찰 아저씨들에게 알려주면 알아서 범죄자를 잡아줄것이다. 보통 때는 그냥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자신의 휴식을 방해하는 놈을 용서할수는 없었다. "여보세요?" 전화를받는순간, 유한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지지직거리는게 라디오 채널을 맞추는것 같았다. 그 탁한 잡음 속에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츠...........맞나?" 순간 유한의 안색이 달라졌다. 하얗게 변한 얼굴이 뻘겋게 달아오른 것은 그 다음말을 들으면서였다. "아니야, 이제는 지그지? 맞아, 방송에서도 떳는데" "누구야, 너!" 유한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심장이 무섭게 뛰었다. 쿵쿵하는 소리가 귀에 선명히 들릴정도로. "누구긴, 너의 바츠를 지워버린 사람이지" 놈은 태연하게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내가 바로 네가 찾고 있는 해커다" (대장장이 지그 3권에서 계속) 대장장이 지그는 -라크의 블로그-에서 다운받으세요! 아 그리고 모바일 게임 검은방3가 나왔네요 ㅎ_ㅎ 근데 4000원임 ㅋㄷㅋ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