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 지그 1 강찬 게임 판타지 장편소설 PROLOGUE CHAP 01 새로운 시작 CHAP 02 대장장이 견습생 CHAP 03 특별 퀘스트를 받다 CHAP 04 광산 마을의 위기 CHAP 05 대장장이로 전직하다 CHAP 06 수리의 비결 CHAP 07 마녀 데보라의 동굴 CHAP 08 악당을 처리하다 CHAP 09 생활의 지혜 CHAP 10 용사 카웬의 유산 CHAP 11 골드러시 산인 연합 PROLOGUE "급하다!급해" "인석아!뭐가 급하다고 뛰어 들어가!" 차에서 내린 유한은 곧장 장으로 들어갔다. 못마땅해 하시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뒤에서 터져나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않았다. "설마 그사이에 랭킹이 내려가지는 않았겠지" 일주일 전 유한은 어머니에게 끌려 시골로 내려갔다. 그동안 게임 접속을 전혀 하지못했기에 온몸에 가시가 돋는것 같았다. 바에 들어온 유한은 옷을 갈아입자마자 바로 캡슐에 들어가 게임에 접속했다. <아르페디아 대륙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눈앞이 환해지며 주위의 풍경이 경건한 빛의 신전으로 바뀌었다.게임'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전형적인 접속 대기 화면이었다. 은빛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다니던 작은 요정이 다가와 물었다. <게임에 접속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그럼 내가 캡슐에 왜 들어왔겠냐?" 유한이 시골에 내려간것은 외할머니께서 위급하시다는 외삼촌의 전화 때문이었다. 당신이 죽기전에 외손자얼굴을 한번더 보고싶다고 하셨단다. 그런데 이게 웬걸. 막상 어머니의 손에 잡혀 가기싫은걸 억지로 끌려가 외갓집에 도착했을때 밝은 얼굴로 문앞에 서서 반겨주시는 외할머니의 모습을 뵐수있었다. 외할머니께서 거짓말을 하신것이다.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방구석에 처박혀 있는 외손자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라나. '제길, 랭킹이 내려가면 다 외할머니 때문이야!' 유한은투덜거리며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입력했다. 곧이어 캐릭터 선택창이 뜨자,유한은 부랴부랴 유일한 분신'바츠'를 선택했다. <바츠님께서 접속하셨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되십시오> 요정의 귀여운 목소리를 뒤로하고 유한은 마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듯한 느낌을 받았다.청룡 열차를 타고소용돌이 속으로 빠려들어가는것 같아다. "큭!하여간 이놈의 접속 방식은 당최 적응이 안된다니깐!" 어지럼증 때문에 고개를저은 유한의 눈앞에 바르카스 왕국의 왕도 발덴의 광장이 보였다. 쏴아아아아! 중앙 분수대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줄기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 주위로 경비병을 비롯한 NPC들과 막 게임을 시작하건 아직 저레벨이라 도시를 벗어나지 못하는 초보유저들이 보였다. "어라? 이상하네.난 분명 천공의 탑에서 게임을 중단했는데......." 게임을 하다 죽었을때가 아니면 종료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는것이 상식. 이상해서 주위를 둘러보던 유한의 눈이 번쩍 떠졌다.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유일무이한 분신 바츠의 복장이 천 바지에 면 티였다. 이건 게임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의 복장이 아니던가! "이,이게 뭐야!레드 본 플레이트 메일과 플레임 소드는 어디간거야? 그리고 또 아이템 가방은?" 화염 속성의 방어력 400짜리 레드 본플레이트 메일은 획득하기가 힘든 A급의 방어구다. 플레임 소드는 또 어떤가? 화염의 시전 퀘스트 중에 손에 넣었단 공격력 250의 장비가 아닌가! 화들짝 놀란 유한은 서둘러 자신의 상태창을 열었다. 허공에 나타난 윈도우 창을 본 유한의 머릿속에 콰르릉 천둥소리가 울려퍼졌다. "으아아아!이게 어떻게 된거야아아아아아!" 주변 풍경이 컴컴하게 변했다. 쇼크로 충격을 먹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츠 님의 상태가 불안정하여 게임에서 강제로 접속을 종료하겠습니다> 아리따운 여인의 목소리와 함께 비극의 소년 강유한은 게임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강제로 접속 종료 당했다. 가상현실 게임의 최대 문제는 바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중독 현상이다. 초창기의 어설픈 가상현실 게임들과 달리 아르페디아 온라인은 거의 현실과의 차이를 느낄수 없을정도로 완벽한 가상현실 기술을 갖추고 있었다. 그래서 제작사 측은 유저들의 현실을 외면하고 가상현실 게임에 중독될것을 우려.발매전부터 몇가지 안전장치를 갖춰놓았다. 그중의 하나가 자동 종료 프로그램이었다. 유저의 정신 상태가 불안하거나 몸이 극도로 쇠약해지게 되면 프로그램이 강제로 게임접속을 끊어버린다. "어떻게 된거야!대체 어째서 나의 바츠가!"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바츠라고 하면 상당히 유명하다. 상위 50위권정도의 전사캐릭터로,고집스런 기행과 전과로 명성이 자자했다. 바츠는 길드활동을 하지않았다. 파티플레이도 전혀 하지않았다. 필드든 던전이든 항상 홀로 플레이했다. 그는 혼자 싸우는것에 집착해서 주변의 사람이 호의로 보조 마법이나 힐링을 해주는것조차 싫어했다. 이정도에서 그쳤다면 그냥 독불장군으로 취급을받았을것이다. 그런데 그런 독불장군이 상용서비스와 동시에 등장한 최강의 필드 보스몬스터 레드 드래곤을 단신으로 떄려잡았다. 그것도 HP와 MP를 빵빵하게 채우고 새로 리젠된 레드 드래곤을. 단신으로 드래곤을 잡는것은 게임사에서조차 불가능한 일이라고 공언했던일. 그러나 바츠는 남들이 보는앞에서 당당히 레드 드래곤을 잡았고,이 상황은 동영상 파일로 찍혀 공식 홈페이지는 물론,각 공략 사이트들에 올라갔다. 광전사 바츠,드래곤 슬레이어 바츠. 이후로 바츠는 유저들에게 그렇게 불렸다. 바츠처럼 되겠다는 유저들이 무수히 나오면서 전사 캐릭터의 숫자도 많아졌다. 그러나 바츠가 누군지 아는사랆은 아무도 없었다. 현실은 커녕 게임상에서도 바츠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바츠는 사납고 외로운 늑대였다. 그런데 그늑대가 갑자기 하룻강아지가 되었다. "대체 어째서........" 유한은 캡슐 안에서 한참동안 멍하니 누워 있었다. 커다란 망치로 뒤통수를 한대 맞은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자신으 ㅣ유일무이한 분신인 바츠가 완전 빈털터리에 레벨마저 1로 돌아와있는것을 호강니했을때는 심장이 오그라드는줄 알았다. 다행히 심장은 멎지않았지만,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듯했다. 그 구멍으로 휑한 바람이 계속 스쳐 지나갔다. "뭐,뭔가 착오가 있는게 틀림없어" 우연히 다른 사람의 아이디로 접속되었을뿐일 것이다. 그렇게 확신한 유한은 다시 아르페디아 대륙에 접속했다. <접속을 할수 없습니다> <컨디션이 회복될때까지는 접속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6시간이후에 접속을 하시기 바랍니다> 몇번이나 접속을 시도했지만 매번 같은 소리다. 강제 종료된유저는 6시간내에 재접속이 되지않는다. 이 또한 게임을 하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쾅! 캡슐 벽면으로 주먹으로 내리친유한은 방안의컴퓨터로 아르페디아 온라인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게임을 할수는 없지만, 자신의캐릭터 상태를 확인할수 있다. "크아아악!" 그토록 부정했건만 악몽은 현실이었다. 좀전에자신이 본것은 헛것이 아니었다. 홀로 죽을 고생을 하며 획득했던 아이템들은 모조리 사라졋고,돈과 보석으로 가득차 있던 자신의 은행 창구도 텅 비어있었다. 이정도라면 그래도 지랄 발광을 떨지않았을것이다. 아이템과 돈이야 다시 모으면 그만이니까. 그런데,유한을 정말 미치게 하는것은 무수한 시간과 노력으로 키워 놓은캐릭터가 완전히 초기화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레벨 1. 스테이터스 포인트와 스킬 포인트까지 캐릭터를 처음 생성했을떄 그대로였다. "크아아악!이럴수는없어!정말 이럴수는 없다고!" 유한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절규했다. "이놈의 자식!이럴수 없긴 뭐가 이럴순 없어? 빨리 방청소나 해!" 미치고 환장할 판에 방문 너머로 어머니의 잔소리가 날아들었다. 그날은 강유한 게임 인생에서 최고로 비참한 날이었다. 새로운 시작 1 분노와 혼란에서 정신을 차린 유한은 제일 먼저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서비스하고 잇는 게임회사로 전화를 걸었다. "네,주식회사 드림맥스입니다.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밝은 목소리의 여자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다. "저기,게임을 접속했더니 캐릭터가 이상해져서......" 숫기가 없는 유한은 더듬거리며 일주일만에 게임에 접속했더니 계정이 마치 초기의 상태로 돌아간것 같다는 설명을 장황히 늘어놓았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고객님" 뭔가 알아보는듯하더니 상담원은 고개를 내저었다. "고객님 계정은 이상이 없습니다" "뭐라고요? 이상이 없다뇨?" "캐릭터를 나흘전에 생성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아니 무슨 소릴 하는겁니까!바츠는 오픈 베타 때 만든 캐릭터라고요!바츠라고 하면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그런데 사일전에 생성했다니!대체 무슨 귀신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하는겁니까!" 흥분한 유한은 더이상 더듬거리지도 않았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선 '용자의 집'이라 하여 최초,최다,최가의 기록은 물론이고,게임상에 일어난 여러 특이한 사례들을 꼼꼼히 모아서 관리하고 있다. 바츠가 홀로 드래곤을 잡은 전과 역시 용사의 집에 당당히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4일전에 캐릭을 갓 생성했다니 이 무슨 망언인가. "죄송합니다,고객님.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상담원은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는지,한참 동안 자판을 두들기며 무엇인가를 찾았다. 초조하게 기다리던 유한은 잠시후 청천 벽력같은 소릴 들었다. "고객님.고객님꼐서 말씀하신 전사 바츠는 닷새전에 삭제되었습니다" "뭐라고요?" 상담원의 말에 따르면 사정은 이랬다. 원래 유한이 키웠던 전사 바츠는 5일전에 정식으로 삭제되었고,나중에 다시 같은 이름으로 새로운 캐릭터가 생성되었다는 것이다. "난 삭제 안했어요!시골 외갓집에 가 있느라 게임에 접속조차 못했다고요!내가 미쳤어요 ?정성 들여 키운 캐릭을 왜 지웁니까!" "하지만 고객님,데이터에는 그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상담원은 몇번이나 확인해 보았지만 분명그랬다. 유한은 어이가 없어 숨이 턱 막히는것 같았다. 이건 잘못되었다. 잘못되어도 매우 크게 잘못되었다. 그때 유한의 머리에 떠오르는 단어가 하나 있었다. '해킹!' 이 상황에서 유추할수 있는것은 해킹밖에 없다. 아이템의 현금 거래가 음양으로 횡행하면서,온라인 게임에 해킹은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아이템을 해킹당한 고레벨 유저가 한순간에 파산하고,애지중지하는 캐릭터마저 삭제되어 게임을 접는 사람이 우후죽순처럼 나타났다. 각 게임사에서는 해킹에 대비하여 강력한 보안 프로그램과 방화벽을 구축했지만, 찌르는 창끝을완벽히 막아낼수 없었다. 그나마 캡슐을 이용한 가상현실 게임들은 사정이 나았다. 음성이나 지문, 홍채를 이용한 접속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안전성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역시 완전히 안전하지는 않았다. 새로운 보안 장치나 프로그램들이 등장하면,비웃는듯이 해킹 기술도 발전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가상현실 게임 접속 순위 1위로 올라선 아르페디아 온라인은 주가가 상당히 올라가 있었다. 이에 아이템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가는 주이었고,현거래가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과저에서 하나둘 해킹다하는 유저들이 나타났다. 유한도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온 이들의 하소연을 본적이 있다.보고나서 그냥 '남의일'이라고 생각했는데,이게'자신의일'이 되어 버릴줄이야. "이,이건 해킹이에요!누가 멋대로 접속해서 내 캐릭터를 지운거라고요!책임져요!회사에서 책임지라고요!" 패닉 상태에 빠져 버린 유한은 강짜를 부리기 시작했다. "고객님,책임을 지라니,무슨 말입니까?" "무슨말이긴!회사 컴퓨터가 해킹을 당했으니 책임을 져야죠.설마 내가 지웠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죠?" 캡슐을 인터넷에 연결해 주는것은 유한의 컴퓨터다. 거기에는 게임사 드림맥스가 제공하는 캡슐 보안 프로그램은 물론,유료 백신이 깔려있다. 왠만한 바이러스나 악성 스파이웨어는 침투할수 없다. 유한은 드림맥스 쪽에서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가 털린것이라 확신했다. 설사 미지의 해킹 프로그램에 의해 내 컴퓨터가 뚫렸다 하더라도 게임사의 보안 프로그램을 깐 이상 그 책임은 게임사에 있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게임내에서 유명한 캐릭터가 지워지는데도 아무런 물음이나 확인을 않는다는게 당최 말이나 되는가! "고객님,고객님쪽에서 개인정보를 소홀히 하신듯한데,이점은 저희가 책임져 드릴수가 없습니다" "아,진짜 내가그런게 아니라고 그러네!" "저희 회사는 고객님들의 계정을 보호하기 위해 최고의 보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무조건 내 잘못이라는겁니까?" "일주일 동안 외부에서 저희 회사 서버를 침투한 흔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경우에는......" 회사에 책임이 없으니 복구가곤란하다는 말이었다. 상담원의 설명에 유한은 꼭지가 도는것 같았다. 상당한 시간과 돈,열정을 게임에 투자한 고객을 어찌 이리 매정하게 대할수 있는가. "시끄러!어쩄든 난 아무 잘못 없으니까 내캐릭이나 살려줘!안 그럼 고소할거야!빨리 원래대로 복구 시켜 달란 말이야!" "뭘 복구해,이놈아?" 유한의 목소리가 컸던지 어머니가 방안으로 들어오더니 ,아들의 손에 들린 휴대폰을 획 낚아챘다. "여보세요.그깟 캐릭터 안살려도 되니 염려마세요.이놈도 이제 정신차리고 공부할겁니다" "엄마!뭐하는거야!그게 어떤 캐릭턴데!" 유한이 펄쩍 뛰었지만,어머니 김여사는 눈썹하나 까딱하지않고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큰 손바닥으로 아들의 등판을 후려갈기며 잔소리를 기관총처럼 퍼부었다. "이놈의 자식!어미가 공부하라고 캡슐 사 줬지 오락하라고 사줬니!공부도 안하고 허구헌날 그 아에 틀어박혀서 노닥거리기나 하고,게임을 하면 돈이나오니 아님 하다못해........." 어머니의 잔소리는 1시간동안 계속되었다.귀 따갑게 이어지던 잔소리의 최종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한번만 더 쓸데없는짓 해봐! 그땐 아예 캡슐을 고물상에 팔아버릴테니까!" "엄마!" "시끄러워!얼른 밥먹고 공부나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 기가막히다 못해 탁 풀려버린 유한은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2 미치고 환장하는것은 유한만이 아니었다. 드림맥스에서도 바츠가 삭제되었다는것이 뒤늦게 알려지자 관련 직원들이 총출동해 이번 사태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시시껄렁한 캐릭터 하나 날아갔다면 별 상관없는 일이겠지만, 드래곤 슬레이어로 명성이 자자한 바츠가 날아갔다는것은 큰문제다. 그것도 바츠 유저가 뜻하지 않은 삭제였다지 않은가. "외부에서 해킹했을가능성은?" 부사장의 질문에 보안실 실장과 팀원들은 고개를 내저었다. "지난칠일간 외부에서 회사 데이터로 침입한 흔적은 없습니다" 캐릭터가 삭제된것은 5일전. 그렇다면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바츠 유저의 데이터가 해킹당한건 아니란 소리다. "그럼 다른 경우와 같은건가?" "유저 본인도 모르게 개인정보를 흘렸을겁니다" 부사장의 질문에 고객 상담실의 실장은 뻔하지않겠느냔 표정을 지었다. 귀찮다고 여러곳의 계정 아이디와 비밀 정보를 통일해 쓰거나,뭐가 준다는 피싱 메일에 낚였다가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것이다. "흠,유저쪽에 문제가 있다면 복구는 곤란하군" 설사 유저에게 문제가 없더라도 복구를 해줄수는 없다. 회사의 실수가 명확하지않은 상태에서 인심쓴다고 복구를 해줬다가는 자칫 '게임에 문제가 있는거 아니냐'며 오해를 살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회사의 신임도가 추락할것은 자명하고,해킹당했는지 확실치 않은 유저들까지 벌뗴같이 달려들어 복구해 달라고 나설수 있다. "그래도 그냥 넘어가긴 그렇습니다. 바츠라면 꽤 유명해서 말이지요.유명한 캐릭터가 날아갔다는데 유저들 사이에 말이 많지 않겠습니까?" "그냥 적당히 무시하면 돼" 부사장은 태연하게 말했다. "적당히 무시하다니요!부사장님,이건 심각해질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일로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탕! 부사장이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내리치자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부사장은 방금전 이야기한 직원을 노려보며 말을 건넸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재미가 없나?" "예? 그,그럴리가 있습니까,얼마나재밋는데요" 아부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가입자 수천만명,게임접속 순위1위가 그냥 된것은 아니다. 게임을 구상하고 제반 기술을 확보한다고 걸린 시간만 10년. 여기에 방대한 필드,탄탄한 설정,수많은 퀘스트,끊이지않는 이벤트...... 다른 게임들이 보유한장점에 아르페디아 온라인은 그 특유의 장점과 깊이를 더했다. 가공성이 짙은 차가운 다른 게임들과 달리 아르페디아 온라인에는 자연스러운 온기가 있었다 그것은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끌어들이는마력이었다. 일상의일부가 되고,결코 지겹지않은 즐거움이 되는 게임. 그것이아르페디아 온라인이다. "그럼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져야지!아르페디아 온라인이 유저 하나가 해킹당했다고 휘청거릴 게임 같나?" 절대 그렇지 않다. 해킹당한 본인이라면 모를까 다른 유저들은 조금 불안해할지는 몰라도 게임을 접지 않을것이다. "이런건 시간이 지나면 수그러들 일이야.우리는 그저 다로 바츠 유저를 위로하고 공지로 이런 멘트를 남기면 그만이라고,'유저 여러분,개인 정보 유출에 주의하십시오'라는" "그걸로 되겠습니까? 유저들이 집단으로 항의하면요?" 그말에 정경욱 부사장은 피식 웃었다. 게임에 있어 항의사례는 종종 나타난다. 그러나 이 문제를 바츠와 연고나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럴일 없을걸.바츠는 독불장군이잖아.누가 녀석을 위해 항의해 주겠나?" 길드는커녕 파티도 하지않는것이 바츠다. 게임상 바츠와 친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물론 동경해서 전사 캐릭을 키우는 유저들이 있긴 하지만 집단 항의를 해줄 정도는 아니다. "바츠 유저가 법적 대응을 할수 도 있습니다" 현재 가치가 상승하고 있는 아이템이나 캐릭터의 현 거래 시세를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할수 있는 있는일이다. 그러나 정 부사장은 그런 가능성마저도 일축해 버렸다. "열일곱살이잖아.고삐리가 법을 알아봤자 얼마나 잘알겠어.거기다 소송비가 어디 애들 군것질 값인가? 그리고 우리가 잘못한것도 없잖아.무서워할게 뭐 있다고 그래" 맞는말이긴 하지만 어쩐지 부사장이 사악해보였다. 직원들이 느끼기에는 그랬다. 정 부사장이 가끔씩 대마왕 NPC를 컨트롤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애들은 그냥 적당히 어르고 달래면돼.그럼 금방 잊어먹고 다른데 열중하기 마련이라고" "부사자님 말대로 일이 술술 풀리면 다행입니다만..........." "걱정마,유저들 안떨어진다니까.너무 오냐오냐 맞춰 주는것도 좋지않아.조르는대로 다 해주면 원칙이 무너지고 에미도 엉망이 되 버려" 그렇게 드림맥스는 바츠를 복구하지 않기로 결정지엇다. 드래곤 슬레이어 바츠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3 "겟 더 더티 엔드다.이 코쟁이 새끼야" 버츄얼 시뮬레이터. 캡슐이라 불리는 가상현실 기구의 원래 명칭이다.생김새나 편리성때문에 캡슐이라고 불리고 있다. 원래는 교육과 서비스를 위한 용도로 개발된제품이었다. 현재 유한처럼 가상 영어 마을에 접속하여 회화를 습득하건,저택에서 업무를 보고,회의를 하는 용도로 쓰도록만든것이다. 거기다 가상 도서관에서의 자료 열람이나 가상공간에서의 쇼핑,여행응을 하는데 사용할수도 있었다. 그러나 과거 가정용 컴퓨터의 운명이 그랬듯, 캡슐은 본래의 목적보다 게임의 용도로 더 많이 이용되었고,제품의 사양도 그 방면으로 발전되어 갔다. 본래의 기능은 상실하지 않았지만 캡슐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대부분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였다.. 특히 유한 또래가 공부한다면 캡슐을 산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었다. "하아!미치겠네" 유한은 가상 영어 마을에 들어간지 10분도 안되어 점속을 끊어버렸다.마구잡이로 말을 거는 학습 NPC를 상대하기 힘들기도 했지만,무엇보다 집중이 되지않았다. 집중이 안되는 이윤 단하나,유한에게 있어 분신과 같은 존재인 바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깟 캐릭터 하나가 무엇이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건 게임을 해보지 않은 사람의 말일 것이다. 작년에 학교에서 퇴학당한 유한은 오픈베타 때부터 접했던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푹 빠져 살았다. 때마침 상용화가 시작되며 여러가지 패치들이 단행되어 게임이 훨씬 재미있어졌기에,유한도 캐릭터 바츠로 본격적인 전투와 모험을 즐겼다. 거의 1년동안 모든 시간과 열정을 그 게임에 투자했다. 검정고시 학원을 가는 시간을 빼고는 잠자는 시간도 아껴가며 노가다를 수행한것것이다. 피곤하거나 지겨운 줄을 몰랐다. 현실에서 경험할수 없엇던 꿈과 모험은 물론,스릴과 쾌감이 게임안에 있었다. 유일한 캐릭터인 바츠는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기는 커녕 120%충족시켜 주엇고,현실에서 쌓인 스트레스까지 말끔히 날려주었다. '어째서 그런일이!' 해킹은 그저 남의 일인줄만 알았는데. 사이버 수사대에 신고를 했지만, 해킹범을 잡기는 어려울거란 말만 들었다. 유한은 텅빈마음을 당최 추스를 수가없었다. 만화를 보고 TV를 보고,심지어 게을리하던 공부를 하면서까지 잊어버리려 했지만,잊어지지도 않았고,뻥 뚫린 가슴도 채워지지 않았다. 세상이 한순간에 무너진것 같았다. 현실의 자신과 달랐던 바츠. 그 때문에 애정을 쏟아 키웠던 바츠의 상실은 감당하기 힘들만큼의 슬픔과 허탈감을느끼게 해주었다. '이제 앞으로 뭘 해야 하지?' 17살.고교 중퇴의 한심한 인생. 공부를 잘하는것도아니고,특기같은것도 없다. 친한 친구도 없고,집도 그저 그렇게 사는 수준밖에 안된다. 그런 현실에서 지난 1년간 시간과 정성을 기울여 키우고 투자한것은 가상공간에서의 또다른 자신인 바츠. 바츠가 되어 경험한 모험의 나날 덕분에 시시한 현실을 잊을수 있었다. 비록 가상 세계 안이라지만, 그 안에서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광전사라며 두려워하고,드래곤 슬레이어라며 추어올려주는 사람들로부터 명성도 얻었다. 그런 바츠가 사라졌다.이제 소년 강유한은 아무것도 아닌 고교 중퇴생일뿐이다. "진짜 죽고 싶다.젠장........" 한순간에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질줄이야. 이미 죽은것이나 다름이 없다. 자신의 자랑스러운 분신이자 생명같앗던 바츠는 사라져 버렸으니까. 삐리리리리리! 유한이 연방 한숨만 푹푹내쉬고 있을때였다. 휴대폰이 울려서 들어보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고있었다. 유한은 일단 전화를 받았다. 잘못오거나 쓸데없는 전화일지도 모르지만, 그럴 경우엔 그냥 끊으면 그만이다. "여보세요" "강유한 고객님이십니까? 저는 드림맥스 고개 상담실의 실장 양호식이라고 합니다" 유한의 눈이 번쩍 떠졌다. 게임사에서 전화를 준것이다.혹시 캐릭터를 다시 살려주려고 그러는것이낙? "이번에 고객님 사정에 대한 보고를 받았습니다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 아닐수 없습니다 .저희도 드래곤 슬레이어 바츠가 사라진것에 대해 무척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그럼 내 바츠를 다시 살려주는거죠? 아이템도 찾아줄수 있고?" 사이버 수사대에서 난색을 표한 이상 기댈곳은 회사밖에 없다. 그러나 기대에 찬표정은 금세 시무룩하게 변해버렸다. "죄송합니다.고객님.이미 삭제된지 24시간이 지났고,약관에 명시된 삼일간의 캐릭터 복구 신청 기간도 지났기 때문에 바츠를 정상적으로 복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그런.........난 해킹당해서 그런건데" 일주일,외갓집을 다녀온 그 사이에 자신도모르게 모든것이 끝장나 버렸다. 그런데 그걸 이해해 주지 않는단 말인가? "그 점에 대해선 저희도 유감스럽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일단 저희 쪽 데이터베이스는 해킹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보안이 취약한 고객님 컴퓨터를 해커가 해킹한게 아닌가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건 상관없고요.바츠를 정말 못 살려주는겁니까?" "예,일단 복구 기간이 지나면 데이터는 자동 삭제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드래곤 슬레이어씩이나 되는 캐릭터인데요" "기록은 용사의 집에서 관리되고 잇고,계정 데이터 문제는 다른 유저들과의 형편성을 고려해 유저가 삭제 신청한 경우 따로 보관해 두지는 않습니다" 사실 복구가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안되면 비슷하게나마 짝퉁을 만드는식이라도 복구는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 드림맥스의 입장은 복국 불가였기 때문에 양호식은 회사의 입맛에 맞춰진약관 원칙을 내세우고있었다. 건성으로 생각했던 약관이 이리 잔인하게 적용될줄이야. 유한의 어깨는 바람빠진 풍선처럼 축 처졌다. 조금전만해도 다시 바츠를 되찾을수 있다는 회망에 부풀어기에 절망은 더 깊었다. "으으..........정말 복구 방법이없습니까?" "죄송합니다. 여기에 고객님꼐서는 개인정보를 소홀히하신 책임이 있기 땜누에 저희가 더욱 나서기가어렵습니다" "전 피해자라고요!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겁니까?" 유한은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복구를 못해 주는건 둘째치고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려고 하지 않은가. 그러나 사실 유한에게도 책임이 있다. 양호식도 그점을 발견해서 약관과 더불어 유한을 압박해 나갔다. "저희는 일주일마다 비번을 갱신할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해킹 예방 차원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고객님의 계정 비번은 가입한뒤로 한번도 변하지 않았더군요" "그,그거야 음성이나 홍채,지문 인식 같은게 있잖아요" "요즘 같은 세상엔 그런것도 쉽게 도난당합니다. 맹신하시는 분들도 많은데,현실은 그렇지 못하지요" 과거와 비교할수 없는 고해상도 캠카메라를 이용하여 홍채 정보를 뺴 가는 해커도 있다. 피싱 전화를 걸어 음성 정보를 훔치기도 하고,공공장소에 남은 지문을 습득해가기도한다. 더구나 캡슐을 쓴다고 하지만 그런 정보역시 0과 1로 구성된 디지털 신호로 입력,저장되고 있다.온라인으로 연결만 되어 있다면 해커는 얼마든지 빼갈수있는것이다. "약관에는 본명 '본인의 개인 정보 관리 소홀로 인해 벌어진 일은 게임사가 책임을 지지않는다'고 되어 있습니다.저희도 봐드리고 싶지만 형평성 문제를 고려하지않을수가 없습니다" 유한은 완전히 할말을 잃어버렸다. 오만하긴 하지만 틀린말도 아니라 찍소리도 못하고 있는 유한에게,양호식은 최후을 일격을날렸다. "그리고 저번에 고객님과 연결된 상담원의 말로는 어머님이 게임하는걸 반대했다고 하던데요" 10년전,청소년들의 인터넷 홈쇼핑과 온라인 게임중독으로 인해 벌어지는사회문제를 방지하고자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었다. 이에따라 청소년들이 홈쇼핑이나 온라인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부모의 동의가 필요했다. 그런데 이동의라는것이 대개 서류적인 수준에 불과했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부모님의 개인정보를 훔치고,서명을 꾸며서 회원가입을 성사시키곤 했다. 유한도 아르페디아 온라인 계정을 만들떄 그랬다. "설사 저희가 복구를 해드릴수 있다 쳐도 부모님께서 반대를 하시면 손을 써 드릴수 없습니다" 회사의 돈줄을 잘라 내는짓이지 그렇게까지 하는 회사는 없지만,드림맥스는 바츠의 복구불가에 이 사항을 써 먹고 있었다. '다시말해서 결론은 아무것도 못해준다는 거잖아!' 대체 뭐하러 전화를 한것이지 모르겠다. 안됐다고 위로한답시고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런 짓은 쓰린 속을 헤집는것이나 다름이 없다. '쓰벌!그러니까 나보고 그냥 닥치고 있으라는거야 뭐야!' 유한은 내심 인터넷에 자신이 당한 억울함을 폭로해 버릴까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다고 사라진 캐릭터가 돌아올수 있을까? 분란이 있다해도 드림맥스 같은 거대 게임사가 순순히 굴복할까? 회의적이었다. 더구나 모든 상황이 자신에게불리했다. 3심까지 가서 사형선고를 받은 죄수의 기분이 이럴까? 악을 쓰고 발버둥을 쳐도 어쩔수 없는 상황.잔인한 현실은 또 한번 유한에게 굴복과 수긍을 강요하고 잇었다. 학교를 그만 뒀던 그때처럼..... "아무튼 이번사건은 저희 회사입장에서도 무척이나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고객님이 당하신 일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위문품이라도 드릴까 해서 전화를 드린겁니다" "위문품이요?" "예.위.문.품입니다" 양호식은 오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위문품임을 강조했다. "조만간 최신형 캡슐을 고객님 자택으로 보내드릴겁니다. 그리고 저희 드리맥스의 게임 중 어떤 것이든 육 개월동안 무료로 즐길수 있는특별 쿠폰도 이메일로 보내드리려 합니다" 최신형 캡슐이야 유한도 탐을 내고 있었다. 200만원대의 이 신형 캡슐은 양산형의 부족했던 후각이나 미각 기능을 향상시켰고,촉감이나 통감등,기존의 감각 기능들도 훨씬 편리하고 안전하게 개선시킨 제품이었다. 거기다 그래픽 해상도나 음향 효과는 기존의 것에 비할바가 아니었다.인체 공학적인 공간 배율과 자세 교정 시스템은 보다 쾌적하게 가상 체험을 즐길수 있게 해주엇다. "그동안 고객님꼐서 저희 게임을 성원해주시고 또 이끌어 주셨기에,저희가 이만큼 신경을써 드리는겁니다" '치,생색을 내기는' 위문품 지급이라는 핑계로 사태를 여기서 막아보자는 투가 역력했다. 유명 캐릭터가 해킹당한 사건이라면 게임내의 다른 유저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하기에 충분할테니까. 유한이 바츠의 복구를 원하는까닭은 그에게 있어 바츠는 소중한 존재였고 ,동경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결코 남에게 의지하지않고,방해받지도않고,스스로의 길을 열어가며,앞을 가로막는것은포악한 레드드래곤이라 할지라도 깨부숴버리는 용사. 현실에선 결코 맛볼수 없는 꿈과희망. 비록 가상현실에서라지만 ,그 꿈과 희망을 보여주던 존재가 날아갓다. 그충격과 공허함은 어떤 위로의 말이나 위문품으로도 지울수 없었다. "그리고 어떤 게임이든 새로 하시면 특별한 아이템을 받으실수 있을겁니다" "됐어요.그딴거" 무엇으로 생색을 내든 지금의 유한을 달랠수 없었다. 희망이 저 멀리 날아가고 나니,의욕도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다. 보통 해킹을 당하면 게임을 접는다고 한다. 유한으로선 왜 그럴까 싶었는데,지금 그 기분을 똑똑히 알것 같았다. "고객님,상심이 크시겠지만, 좌절하지 말아주십시오.고객님이라면 다시 전사 바츠와 같은.....아니,그것을능가하는 존재를 창조할수 있을것입니다" 직원이 뭐라고하건간에 유한은 전화를 거기서 끊었다. '내가 과연 할수 있을까?' 말로는 무너진 탑을 쉽게 쌓을수 있을것이다. 그러나 과연 실제로 그럴수 있을까? 어려웠다. 몇번을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다. 자신에게 모든 것이나 다름없는 분신을 잃은 상황에서 과연 무엇을 할수 있을까.유한에겐 지금 그 어떤 의욕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바츠의 전설이 끝나는 듯했다. 4 바르카스 왕국의 왕도 발덴. 이곳은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초보자들의 여러 시작점중에서 가장 많은유저들이 몰리는곳이다. 활기차고 번화한 환사의 도시는 현재 그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NPC들을 제외하고,유저라는 사람들은 저마다 이리저리 뭉쳐서 심각한 대화를나누고 있었다. "야,바츠가 없어졌다며?" "해킹을 당했데,공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 적혀 있더라고.개인 정보 관리에 주의하라면서" "바츠 유저 게임 접겠구나" 광전사 바츠의 사망(?)은 유저들에게 이슈거리가 안될수 없었다. 바츠 유저가 자살을 했다는등,게임사를 상대로 고소를준비중이라는둥.......온갖 루머들이 떠돌았다. "그만큼 캐릭터 키우기도 쉽지 않았을텐데 진짜 불쌍하다" "대체 어쩌다 해킹을 당한거야? 괜히 나까지 불안해지잖아" "나당장 비번 바꾸러 갈래" 다들 안됐다는 반응 아니면 나도 혹시 같은 꼴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뿐. 잠시 동정과 불안감을 느끼던 유저들은 제각기 플레이를 하기위해 이리저리 흩어졌다.퀘스트를 즐기거나,몬스터를 사냥하거나 ,끼리끼리 모여 잡담을 즐기거나. '쳇,뭐야.바츠가 고작 이 정도였나' 왕도 발덴의 중앙 광장. 한쪽에서 크게 실망하는 사람이 있었다. 천바지와 면티를 걸치고 허리에는 단검을 하나 달랑 찬 초보 캐릭터. '지그' 지그는 유한이 새로 생성한 캐릭터였다. 현재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분위기를 살펴보기 위해 들어왔는데,이번 사태로 인한 유저들의 반응은 그의 기대 이하였다. '슬퍼하기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너무들 섭섭하네' 원체 솔플만 즐겨서 파티에 들거나 길드에 가입한적이 없었다. 교류가 없다보니 게임상으로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애초부터 유저들이 제 일처럼 가슴아파해 줄거라는 기대는 하지않았다. 다만 아르페디아를 주름잡았던 캐릭터가이대로 사라져서는 안된다,게임사가 복구를 해줘야 한다는 등등의 반응을 기대하고 있었다. 유한은 그런 유저들의 반응을 등에업고 게임사에 다시 졸라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바츠의 일을 동정하는 사람은 있어도 그이상으로 신경 써주는 사람은 없었다. 용자의 집에 선명한 발자국을 찍어놨으니 그걸로 된게 아니냐는 말을 하는 이들이 오히려 더 많았다. "바츠 말고 혼자서 레드 드래곤을 떄려잡을 사람이 있을까?" "바츠가 상위 50위 정도였으니까,그 위의 랭커들이라면 가능하겠지" "아냐,그건 랭킹보다 배짱이 중요한거야.그만한 배짱을 가진 사람은'철십자'길드의 '베히모스'님밖에 없을걸" 사람들의 관심은 차츰 다른곳으로 쏠렸다. 이를테면,바츠가 가졌던 아이템에 대해서. "바츠 말이야.솔플하면서 레어아이템을 꽤 챙기지 않았을까?" "당연하지.지금 해킹한 놈은 일단 잠수한채 팔 기회만 엿보고 있을걸" "해커가 아이템을 잘 처리해 줬으면 좋겠다. 바츠야 없어지던 말든 상관없지만 아이템은 사라지면 아깝잖아.기존에 있는것도 가격이 뛰어 버리니까" "아무렴 ,자원은 재활용해야지" "그렇고 말고" '윽!이럴수가!' 유한은 바닥에털썩 주저앉았다. 자신이키운 캐릭터가 아이템보다 가치가 없다니. 정말이지 사람들이 태연히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가슴을 헤집는것 같았다. 누군가 세상에서 사람의 말이 가장 잔인하다고했는데 그걸 실감할수 있었다. '이 자식들!너희가 한번 당해봐라!너희가 당해보라고!' 절규하는 유한의 머리속에서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자신을 해킹한 녀석의 낄낄거리는 천박한 웃음소리가. 컴퓨터 앞에 앉은 해커가 자신이 힘들게 획득한 레어 아이템으로 배를 부리는모습이 떠올랐다. 키득거리며 바츠를 삭제하는 모습도보였다. 분명히 녀석도 현재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을것이다. 그리고 생각할 것이다 .유한이 분명 게임을 접을거라고. "빌어먹을!내가 그냥 접어버릴줄 알아!" 버럭 내지른 소리에 유한의 옆을 지나가던 유저들이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자리에서 일어난 유한은 앞으로 달려나갔다. 초급 퀘스트를 건네주는 NPC에게로. '두고보자,이대로는 안 접는다.어떤 비겁한 새끼인지 몰라도 찾아서 작살을 내 놓을테다!' 한떄 의욕을 상실해 심각하게 게임을 접을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키득거리는 해커의 모습을 상상하자니 화가 나서 이대로 찌그러져 줄수가 없었다. 비록바츠는 사라졌지만, 유저 강유한은 아직 사라지지않았다. 현실에서 벼랑까지 내몰리긴 했지만,아직 그는 죽지 않았다. 게임을 접지않을것이다. 즐기기만 했던 과거와 다르게 플레이할것이다. 이제 유한에겐 목표가 확실히 잡혔다. 동경하던 자신의 분신을 날려버린 녀석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리라! BY RAYAN 대장장이 견습생 1 '그런데 어떻게 범인을 잡아낸담?' 게임을 계속하기로 결심한 유한은 해커를 잡을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마땅한 방안이 없었다. 경찰이나 사이버수사대에 신고를 한다? "죄송합니다.해킹범의 수법이 교모해서 힘들겠습니다." 했지만,이런 소리만 들었다. 그럼 게임 회사에 도움을 구한다? "해커를 잡는데 저희도 협조해 드리겠습니다" 목소리는 친절했지만, 성의가 전혀 느껴지지않았다. 드림맥스는 옛날 부터 그랬다. 워낙에 게임이 인기를 끌다보니,그것을 믿고 오만하게 군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아무튼 그런것은 접어두고. 마지막으로 혼자 해커를 추적해 본다? 이것도 무리였다.유한은 그저 순수한 유저일뿐,컴퓨터나 프로그램에 대해 자 알고 있지 못한다. 그가 할수 있는거라곤 게임상에서 직접 확인하는 방법뿐. 누군가 자신이 쓰던 아이템을 장비하고 다니는것을 보기를 기대하는것 외에 다른 방법은없었다. 그런 녀석이 하나 나타나 붇들고 계속 추적하다보면 원흉을 잡게 될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않은일이다. 해커와 은밀한 뒷거래를 해서 손에 넣은 장비나 아이템을 드러내놓고 사용할 바보는 없다. 더욱이 바츠유저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서 자기 아이템을확인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면 범인과 장물을 취득한 자들은 곧장 잠수를타 버릴것이다. '제길,뭔가 좋은 방법이 없을까?' 티안나게 남의 장비들을 살펴볼 방법은없는가? 집에 있으면서도,게임에서 초급 퀘스트를 진행하면서도,검정고시 학원에서 강의를 들으면서도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학원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올떄까지도 그랬다. "야,너 오늘 현핀 뜬다며?뭐 때문에 그러냐?" "길드 대장장이 새끼가 절라 짜증나게 하잖아" 학원입구 근처에서 몇몇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게임을 소재로 이야기하는 모양이었는데,귀를 힐끗거리며 들어본 결과 녀석들도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얼마 전에 사냥하다 검 내구도가 많이 깎였거든.그래서 같이 사냥나온 길드 대장장이 놈에게 맡겼는데 이자식이 고치기는커녕 내구도를 70이나 더 깎아먹더라고.전체 내구력이 120밖에 안되는 검인데 말이야!" "미친!어떻게 한번에 70이나 깎아먹을수 있냐?" "그 새끼 말로는 '손이 미끄러졌다'고 하는데,아무리 봐도 이건 일부러 그런거야.사람 물먹이려고 말이지" "너 그자시한테 원한 산거라도 있냐?" "씨팔!얼마전에 소개팅한 애를 내가 가로채서 그런가" 이야기를 듣고 잇던 유한은 피식 웃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는 무기의 내구가 많이 깎인 만큼 수리 실패 확률이 올라간다. 그래서 무기를 잘 관리하는 유저의 경우 내구가 조금만 깎여도 바로바로 수리를 하곤 했다. 문제는 수리를 해주는 대장장이의 수리 성공률이다. NPC대장장이들이 수리를 해주긴 하지만,수리비가 너무 비쌌다. 또 특별한 무기나 장비의 경우에는 수리에 필요한 금속이나 재료들이 따로 필요했다. 대장장이 유저들도 수리 스킬을 배울수 잇지만, 제련이나 생산 스킬이 높아야 수리 성공률이 높게 나온다. 그래서 수리 성공률이 80%정도인 NPC대장장이들과 달리,대장장이 유저들의 수리 성공률은 60~70%수준으로 그리 높지 않았다. 전체 서버에서 NPC보다 높은 수리률을 자랑하는 유저는 100명이 채 안되고,90%이상의 달인급들이 10명이 될까 말까 였다. 그때문에 많은 유저들이 비싼돈을 지불하고 NPC에게 수리를 받거나,기도하는심정으로 대장장이 유저에게 수리를 맡기곤했다. "너뭐야 새꺄.뭔데 웃고 지랄이야?" 칼이 박살났다는 녀석이 유한에게로 다가와서 멱살을 잡았다. 아마 유한이 피식 웃은것을 보았던 모양이다. "아니 난 다른 생각을 한다고......." "구라까지마 새꺄,이쪽보면서 실실 깐거 다 봤어" 녀석은 다짜고짜 주먹을날렸다. 참성질도 급한 녀석이다. 눈앞에서불꽃이 번쩍하는순간 유한의 고개가돌아갔다. 녀석은 한 대로 성이 차지않는지 반대쪽 주먹을 날렸다. 옆구리에 또 한방 맞은 유한은 크게 비틀거렸다. "얌마 ,왜 엄한 놈을 상대로 힘을 빼고 그래?" "크크,준비 운동 해놓으면 좋잖아" 바닥에침을 탁 뱉은 녀석은 유한의머리로 발차기를 날렸다. 이종 격투기에서 봤던 하이킥을 흉내낸것이다. 그러나 어설픈 발차기는 유한이 들어올린 팔에 막혔다. 유한은 녀석의 다리를 잡더니 그대로 뒤로 떠밀어 버렸다. "어,어!으아아악!" 뒤로 벌렁 나자빠진 녀석은 운이 없는지 뒤통수를 땅바닥에 찧었다. 실실웃으며 구경하던 녀석의 친구가 곧장 유한에게 달려들었다. "이새끼가 죽으려고 환장했나!" 녀석의 친구는 유한의 얼굴을 후려치고는 움찔했다. 후려치는순간 유한의 눈과 딱 마주쳣는데,눈동자에 독기가 가득했기 때문이다. '위,위험해' 그러나 두뇌의 경고보다 유한의 행동이 더 빨랐다. "크억!" 한대 먹인 유한은 몸을 앞으로 튕기며 박치기로 상대의 콧대를 뭉개버렸다. "어?코,코피!" "아이,쓰벌 !뒤통수 깨졌어!" 두녀석은 호들갑을 떨었다. 그들은 떄리는데는 익숙하지만,맞는것은 그렇지않았다. 더구나 이런 녀석에게 얻어터질줄은 몰라다. 평범한 인상에 부실한 체격.부스스한 차림새.어딜봐도 양아치들에게 갈굼당하는 호구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닌가. 그러나 사자에게 발길질하는 얼룩말이 있는것처럼,맞기만 하는 호구만 있는게 아니다. 악에 받치면 이렇게 눈이 뒤집혀 덤벼드는 호구도 잇었다. "싸움도 못하는 놈들이 시비는" "뭐,뭐라고? 이새끼가!" 두 녀석이 한대 치려고 손을 치켜 올리다가 슬그머니 도망쳐 버렸다. 유한이 만만하게 보이지 않은것도 있었지만,거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잇었다. "어떤 놈들이 학원 입구에서 싸움질이야!" 검정고시 학원의 원장이 나타났다. 정작 시비가 벌어졌을때는 보이지도 않더니,일이 끝나고 나서 엉뚱한 사람을 붙들고 늘어졌다. "너냐? 네가 소란 피웠냐?" "보면몰라요?난 피해자라고요" 유한이 터진입술을 가리켯지만,원자은 그의 말을 믿지않았다. 시비 건 놈들은 이미 도망쳐 버렸고,애꿎게 남겨진 유한을 위해서 변호해 주는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시끄러,이놈아!싸움을 건 놈이나 맞는 놈이나 그게 그거지!" 무엇보다 고루한 어른들의 사고방식이란 이랫다. 어떤 사고가 발생했나보다,잡음이 이는것 자체를 꺼려한다. 가해자나 피해자나 그들에게 있어서 학원의 평판을 떨어트리는 귀찮은 존재일뿐이다. "또 학원앞에서 싸움을 벌이면 그땐 아주쫓아낼테니까 알아서해!알겠어?" 원장은 엄포를 놓은후 들어갔다. '빌어먹을,제 자식 놈이 당해도 그따위로 말하려나?' 유한은 기분이 무척 더러웠다. 자신을이렇게 막장으로 내몰았던 학교 선생들과 저 원장의 사고방식이 다르지 않는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안위와 체면만을 생각하는 자들.그런 자들이 사람을 가르칠 자격이 잇는가? 세상이 정상이라면 그런 자들은 없어져야 마땅하지 않는가.세상이 정상이라면 말이다. "야,네가 방금전에 내 동생 쳤냐?" 얼마쯤 걸어가고 있었을때 였다. 웬 비곗덩어리가 유한의 앞길을 막아섰다. 비곗덩어리뒤에 방금전에 시비가 붙었던 녀석과 그 친구 놈이 있었다. '병신새끼,처맞았다고 꼬질렀냐?' 유한은 비릿하게 웃고있는 녀석들을 쨰려보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비곗덩어리가 유한의 멱살을 잡더니 골목 쪽으로 우악스럽게 집어던졌다. "이 새끼가 어딜 꼬라 보는........" 비곗덩어리는 채 말을 끝맺지못했다. 골목에 던져졌던 유한이 음식물 쓰레기통을 집어던졌기 때문이다. 비계덩어리와 그 일당은 썩고 냄새나는 오물을 그대로 뒤집어써야 했다. "우엑!더러워!" "이 썅!저 개새끼 잡아!" 유한은 악을 쓰며 쫓아오는 양아치들을 피해 달아났다. 재미없다.이렇게 도망가는것도 재미없는 짓이다. 하지만,잡혀서 개처럼 두들겨 맞는것은 더더욱 재미없다. 유한은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복잡한 골목을 지나,큰 찻길을무단횡단해서 집에 올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이 망할놈의 세상!' 현실은 시궁창. 마음먹은대로 성적은 오르지않고,양아치들은 제멋대로 활개를 친다. 어른이라는것들은 모조리 짜증나는것들뿐이다. '세상이 아예 뒤집어졌으면좋겠다' 게임속의 세상 아르페디아가 차라리 현실이고 바츠가 진짜 자신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사람들은 자신을 고교 퇴학생이 아니라 유명한 전사로 알아줄것이고,매일 그에 걸맞은 즐거운모험을 즐길수 있을것이다. 적어도 검 내구가 깎였다고 징징대는 멍청한 양아치와 싸우지는 않을것이다. 그 패거리 때문에 학원을 옮겨야 할까 싶은 찌질한 걱정 따위도 하지않을것이고. '가만,내구라고?' 가상의 세계지만 아르페디아에서 불변의 아이템이란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검이고 장비든지 내구가 정해져있고,쓰다보면 닳고 이가빠지고 금이가서 내구가 깎이게 도니다. 내구가 0이 된장비들은 부서지거나 사용할수 없고,그런건 레어급 장비들도 마찬가지다. 레드 본 플레이드 메일과 플레임소드도 그랬다. 유현이야 잘 아는 대장장이 유저가 없어 막대한 돈과 비싼 재료를 들여 NPC대장장이에게 그 수리를 맡겼지만 유한의 장비를 가지고 있는 녀석은 어떨까. NPC대장장이에게 수리를 받을수도 있겠지만,NPC 대장장이보다 높은 수리율에 저렴한 가격으로 고쳐주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에게 수리를 맡기지 않을까? "그렇지!그러면 되겠구나!" 가늘지만 붙잡고 올라갈 줄을 하나 찾았다. 대장장이가 되는것이다. 대장장이로 전직해서 수리 성공률이 높은 달인이 되면 여러 길드에서 초빙해 가려고 할것이다. 그렇게 초빙되면 길드원들이 가진 장비를 볼수 있을것이고,유력한 길드 몇갤 전진하다 보면 잃어버린 장비들을 찾을수 있을것이다. 그리고 이왕 새로 게임을 하는거라면 ,전과 다른 계통의 직업을 선택하는것도 흥미로운 일이 될것이다. "그래,대장장이가 되자!대장장이가 돼서 추적을 해보는거야!" 유한은 컴퓨터를 켜고 아르페디아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와 공략 사이트들에 접속했다. 사라진 바츠의 뒤를 이을 새로운 전설을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범인을 찾을 추적자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2 대장장이가 되기로 결심했지만,당장 대장장이가 될수 있는것은 아니다. 간단하지만 몇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해커를 잡기로 결심했던 날,유한은 초보자 퀘스트를 모두 수행했다. 관리 NPC를찾아가서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기본적ㅇ니 배경과 정보에 대해서 듣고,그가 주는 기초 퀘스트를 수행했다. 지도를 보고 어떤 곳을찾아가는 법이나,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는 방법,아이템을 보관하고 사용하는 방법등등. 그렇게 기초 퀘스트를 완수하면 얼마간의 골드와 식량을 받고 본격적인 게임을 시작할수 있었다. 성급하게 사냥부터 시작하는 유저들과 달리,노련한 유한은 발덴의 가게들을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게 힘은 들지만 정해진 시간에 훨씬 더 많은 경험치와 골드를 얻을수 있었기 때문. 유한은 레벨 10이 될때까지 음식점에서 설거지혹은 배달을 하거나,밭에서 두더지나 토끼를잡았다. 최소 레벨 10은 되어야 어느곳이든 정식 일꾼으로 채용될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서라,인마!" 밭에서 당근을 갉아먹던 토끼는 유한이 나타나자 부리나케 도망쳤다. 밭을망치는 토끼나 두더지를 10마리 잡아야 밭에서의 아르바이트를 완수할수 있었다. 유한이 마지막 10마리쨰 토끼를 잡아농부에게 건네주자 농부는 수고했다며 보상금을 지불했다. 동시에유한의 경험치도 올라갔다. -보상금 10골드를 받았습니다. -경험치 5올랐습니다. -레벨 10이 되셨습니다. 민첩성이 1올랐습니다. *민첩성이 오르면 보다 빠르고 날렵하게 움직일수 있습니다. "휴우,이제 다 되었군" 그렇게 레벨 10까지 올린 유한은 대장간으로 달려갔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대장장이가 되기 위해서는 두가지 길이 존재했다. 스스로 스킬을 터득하는것과 대장간에서 일을 하면서 스킬을 배우는것이다. 그런데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장인 NPC들은 하나같이 성격이 괴팍하고 까다로워 그들 밑에서 일하며 스킬을 배우는것도 쉽지 않았다. 본캐가 있어서 돈이 많은 유저들은 도구와 관련 스킬북을 사서 스킬을 연마하곤 했다. 그러나 초보나 빈털터리들은 대장간에서 다소 피곤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후자들이 불리해 보이지만,꼭 그렇지도 않다.까다로운 NPC밑에서 수련하다 보면 스킬북으로 알수 없는 조언들을 듣고,경험을 쌓으면서 나름의 노하우를 만들어 갈수 있다. "여기가 딱 좋겠군" 유한이 선택한 대장간은 왕도 발덴에서 가장 큰 대장간이었다. 기왕에 대장장이가 되기로 결심한 이상 큰 대장간을 운영하는 유명한 장인 NPC밑에 들어가야 빨리 대장장이 스킬을 습득할 수있을것이라 생각햇다. 깡!깡! 치이익!치익-! 커다란 대장간에는 수십명의 대장장이들이 온몸에 비지땀을 흘리며 풀무질에 망치질을 하고있었다. 바로 NPC대장장이들과 그들에게 스킬을 배우고 있는 초보 유저들이다. "지그라고? 대장장이가 되고 싶다고?" 머리가 희끗희끗한 초로의 대장장이가 못마땅한 얼굴로 유한을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예!세계 최고의 대장장이가 되고 싶습니다" 유한의 씩씩한 대답에 피식 웃은 야장은 고개를 저었다. "하루에도 수십명의 젊은이들이 대장장이가 되겠다고 찾아오지.하지만,대부분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둬.지금 이곳은 사람들로 꽉 찼으니 돌아가" "네?" 설마 대장간에서 다짜고짜 거절당할 줄은 몰랐던지라 그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게암에서 설마 알바를 거절하는 NPC가 있을줄이야. "아 뭐하고 있어!당장 돌아가라니까!" 유한이 가만히 서있자 늙은 야장은 망치를 휘둘러 그를 쫓아냈다. "큭큭큭!" 멀지않은 곳에 있던 유저들이 유한을 힐끔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수치심으로 얼굴이 벌겋게 변한 유한은 다짜고짜로 야장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이곳 말고 대장간이 없는것은 아니지만,이대로 물러서기에는 자존심이 상했다. "아니 그러지 마시고 일단 한번 써 보세요.저 이래 봬도 꽤 쓸만하다니까요.아놔!최소한 테스트는 해봐야하잖아요!" 유한의 강짜가 통했는지 늙은 야장의 태도가 변헀다. "흠,퀘스트라?" "뭐든지 잘할 자신이 있으니까 한번 시켜 보시라고요" 잠시 뭔가 생각하던 야자은 유한을 대장간 뒷마당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는 굵은 나무들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저 장작들을 내일아침까지 다 패면 널 받아주마" "켁!" 유한은 장작더미들을 바라보다 사래가 들릴뻔했다. 하루는 커녕 사나흘을 해도 다 패놓을수 있을까 싶었다. "저,저걸 하루만에 다 패라고요? 서,설마 농담이시죠?" "뭐든지 잘할 자신이있다면서? 저 정도도 못할것 같으면 당장 가거라~" "아,알았어요.한다고요.하면 되잖아요" 유한이 울며 겨자 먹기로 늙은 대장장이의 제안을 받아들이자,효과음이 울리며 퀘스트 창이 떴다. [대장간 장작 패기] -근성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첫번째 관문. 하루안에 장작 500개를 패놓는것이 당신의 임무입니다. *실패하면 대장간 취직은 물건너감. 퀘스트 창에는 장작의 개수까지 친절히적혀 있었다. 500개의 장작.과연 내일아침까지 다 팰수 있을것인지? '제길 !난 빨리 유명한 대장장이가 되어야 하는데.........' 그가 대장장이가 되기로 한것은사라진 아이템을 추적 하여 범인을 찾기 위함이다. 그래서 일부러 힘들지만 빠른길을 선택한것인데,이게 처음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3 휙!탁! 유한이 도끼를 내려치자 모로 세워놓았던 장작이 두 조각으로 쪼개졌다. "아구구,삭신이야!통감 옵션을 조금 줄여 놓을걸 그랬나?" 장작을 패본적이 없는 유한으로서는 장작 ㅐㅍ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도끼가 무거운것은 둘째치고 방향 조절을 못해 엉뚱한곳을 찍기 일쑤였다. 간신히 맞춰서 때리면 도끼가 통나무에 박혀 빠지지않을때도 있었다. 무엇보다 허리와 팔뚝이 쑤시고 아픈것이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물론 실제로 일하는것에 비하면 조금 뻐근한 수준이었지만 말이다.보통 유저들은 이 통감 옵션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꺼 버린다. 게임을 하면서 고통을 느끼기 싫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유한은 싱크로율을 20%까지 올려놓았다. 이유는 예전에 바츠를 키우면서 알게 된 경험 때문이다. 바츠 시절의 유한은 무수한 전사 유저들이 자신의 피가 얼마나 다는지도 모르고 나자빠지는것을 몇번이고 보았다. 가상현실 게임을 마치 예전의 2D나 3D게임처럼 단순하게 여긴것이다.통증은 단순한 고통이 아니다. 위험을 알려주는신호고,위험을 넘길수 있도록 유저들을 분발하게 만들어 주는 요소였다. 어떻게 하면 덜맞을까,그리고 어떻게 하면 맞더라도 아픔을 감소시킬까 고민케 했다. 그 결과 조금이라도 덜 아프기 위해,아니 덜 맞기 위해 남들보다 한발짝 더 움직였고,그 미세한 차이는 레벨이 올라가면서 확연히 드러났다. 결국 혼자서 레드 드래곤을 잡을수 있었던 것도 다 이런 노력 덕분이다. 뭔가에 의존하지않고,고통을 통해 위험을 감지하고 넘기다 보면 남들보다 훨씬 기민하게 움직일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고,결과도 그렇게 나타났다. 그렇게 예전에 그랬던 대로 아픔을 각오하고 켜 둔 통감 옵션은 장작 패기에도 큰 도움을 주었다. 수십번의 실패를 거듭하며 ,올바른 자세와 힘의 강약을 익히게 해준것이다. 덕분에 유한은 장작 패기의 요령을 터득,생각보다 빠르게 작업을 진척시킬수 있었다. 장작을 쉽게 패기 위해서는 평범한 통나무 위에 장작을 모로 세워놓고 정확히 결을 따라 내려치는게 중요했다. 그러면 적은 힘으로도 장작을 둘로 쪼갤수 있고,쪼개진 장작도 모양이 가지런해진다. 그렇게 얼마나 장작을 팼을까? [장작패기스킬]을 습득하셨습니다. -이제 어디에서든 장작을 쉽게 구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힘이 1올랐습니다. *좀더 강한 힘과 공격력을 발휘할수 있게 되었습니다. 효과음과 동시에 스킬을 습득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상태창을 띄워 확인한 유한은 어리둥절한 표표정을 지었다. "뭐야? 장작 패기 스킬이라니? 그런 스킬도 있었나?" 아르페디아 온라인은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자유도를 자랑하고 있었다. 장작 패기 스킬이 있어도 이상할것은 없지만,전투 스킬만 올려봤던 유한에게는 생소한 스킬이었다. "그런데 이 스킬을 어디서 써먹어야 하는거야?" 정작 습득하긴 했지만, 쓸모없어 보였다. 장작이야 나무꾼 NPC를 통해 싼 값에 구입할수 있기 때문이다. 유한은 장작 패기 스킬을 익혔다는것보다 부가로 힘이 올라 스탯이 향상되었다는게 더 좋게 느껴졌다. "장작은 다 팼나?" 게임시간으로 하루가 지나자 늙은 야장 NPC가 나타났다 유한은 한쪽에 가지런하게 쌓인 장작들을 가리켰다. 쓸만하게 팼다고 생각했는지 늙은 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저만하면 충분하구먼" "저,이제 그런 정식으로 대장장이 일을........" "어허!애송이 주제에 어딜!닥치고 허드렛일이나 좀더 해라.장작 패기가 지겹다면 물을 길어 오던지" "그,그런게 어디 있어요!왜 나만 차별하는데요!" "너만 차별하는것이 아니다" 늙은 야장은 유한과 같이 뒷마당 한쪽에서 장작을 패고있는 유저들을 가리켰다. 한참 자신의 일에 빠져 주위를 보지못했는데,어느새 저렇게 모여들었던 모양이다. "머뭇거리다간 허드렛일도 못하게 될게야" "알았어요!하면 되잖아요.하면!" 결국 유한은 '물긷기'를 수행하기로 하고 같은 신세가 된 유저들과 함꼐 물통을 들고 근방의 우물로 가서 물을 퍼 날랐다. 물 긷는일은 힘들고 지루했으며 장작 패기같이 스킬이생기거나 스탯이 오르지도 않았다. "아이씨,이게뭐야!누군 알바를 망치질부터 시작하고,누군 노가다부터 하고!" 유한이 투덜거리자,같이 물을 나르던 유저중의 한명이 그 이유를 아는지 슬쩍 가르쳐 주었다. "아마 우리가 야장 NPC와 상성이나빠서 그럴겁니다" "상성이 나쁘다니요?" "처음 캐릭터를만들떄 생일 정하잖아요.월마다 별자리가 있고 거기에 따른 상성이 있는데,생일 상성이 대장장이와 안맞는 캐릭터는 야장 NPC한테 갈굼을 많이 당한데요" "뭐요?" 유한도 캐릭터를 생성할때 생일이 중요하다는건 알고 있었다. 몇월며칠에 태어나는가에 따라 초기 스탯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유한의 경우는캐릭터 지그가 초기 스탯이 안정적으로 나오도록 생일을 설정했다. 그런데,그 생일이 대장장이와 상성이 안 맞는거라니! "그,그럼 이거 혹시 노가다만 하고 대장장이는 못 되는거 아닙니까?" "글쎼요.뭐 하다보면 친밀감이 상승되어 할수도 있다는데요.다만 초반에 고생한다 그거지요" 스탯이 좋은 대신에 그런 대가를 치러야한다. 유한도 지그를 시작하며 나름 공략 사례를 찾아봤지만 그런 내용은 보지 못했다.캐릭터 생성은 기본이라 여기고 그냥 넘어갔기 때문. '앞으로 남의말에도 귀를 기울여야 되겠군' 바츠 시절에는 남의 조언이나 정보따위는 듣지않았다. 그 자신이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선도해 나가는 초고렙 중의 하나였으니까. 그러나 초보 캐릭터 지그는약하기 짝이없고그나마 능력치도 보잘것없었다.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놓을 수밖에. '하아!한심하군.정말 대장장이가 될수 있을까?' 낙심하려는 자신을 간신히 추스른 유한은 열심히 우물의 물을 길어 대장간으로 날랐다. 시간이 지날수록 단순 노가다에 싫증을 느낀 초보 유저들이 대장간 알바를 그만두고 나갔다. 다른 일을 해보겠다거나,캐릭터를 새로 만들겠다면서. 결국 유한과 유한에게 별자리 상성을 가르쳐준 유저만이 남았을때 야장 NPC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흠!이만하면 대장간에서 일해도 되겠군" [대장간 결급생]이 되셨습니다 -대장간에서 일을하며 대장장이 스킬을 익히실수 있습니다. 대장장이 NPC에게 인정을 받으면 대장장이로 전직할수 있습니다. -힘이 1올랐습니다. -인내심이 1올랐습니다. *강한 힘과 인내심은 당신을 성장시키는데 도움이 될것입니다. 효과음과 동시에 2개의 메시지 창이떴다. 드디어 야장 NPC의 테스트를 통과한 모양이다. 그날부터 유한은 왕도 발덴에서도 가장 큰 대장간에서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BY RAYAN 특별 퀘스트를 받다 1 "아함~!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아르페디아 온라인은 현실과 1: 3의 비율로 시간이 흐른다. 유한이 캡슐에서 지난밤을 꼴딱 세웠으니 게임상으로 만 하루하고도 반이 지나간것이다. "제길!대장장이 되는게 왜 이렇게 어려워? 공략집에는 그렇게 안나와 있던데..........." 유한은 투덜거리며 캡슐을 나섰다. 배가 고팠기 때문이다. 시간을 보니 새벽 5시 30분. 마침 오늘이 일요일이라 학원을 가지 않아도 되는게 다행이었다. 유한은 냉장고에서 빵과 우유를 꺼내먹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상성이 너무 나쁜가? 캐릭터를 새로 바꿔봐?' 야장 NPC와 상성이 좋은 캐릭터로 새로 만들까 싶었다. 그러나 그동안 했던 노가다들이 아까웠다. 더구나 고생한 만큼 스탯도 올라가지 않았던가. 거기다 오기도 생겼다.어려운 만큼 포기하 기 싫어졌다. 유한 특유의 똥고집이 발동한것이다. 망할 야장 NPC가 어디까지 갈구나 보자며 이를 뿌드득 갈아붙였다. 다시 게임에 접속한 유한은 견습생으로서 대장간 일을 수행했다. 보통 견습생들은 연장을 나르거나 재료와 연료를 가져다주는 대장간의 잔신부름부터 시작했다. 그러다가 보다 상위의 일들을 배우게 되는데 여기서 하나둘씩 스킬을 익히곤 했다. 유한도 허드렛일을 얼마쯤 하다가 야장 NPC의 부름을 받았다. "네놈도 어느정도 익숙해진거 같으니 이제 일을 가르치도록 하겠다. 네가 제일 먼저 배울것은 광석을 제련하는 일이다" 야장 NPC는 시범을 보이듯이 빈 고로에 숯을 다녀 넣고 광석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장작을 넣고 불을 붙이자 이내 고로에서 쇳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대장장이에게 기초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스킬이다. 숙제를 내줄테니 제대로 터득해 놓도록" 야장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효과음과 함께 유한의 앞에 퀘스트창이 펼쳐졌다. [제련 스킬 익히기] 1.동괴 10개 제작. 2.철괴 10개 제작. -동괴 1개 제작에는 동광석 10개필요.철괴 1개 제작에는 철광석 10개가 필요하다. *완료하면 제련 스킬을 익힐수 있다. 광석이나 연료는 대장간에 잇는걸 얼마든지 가져와 쓸수 있었다. 유한은 야장 NPC가 보여준대로 고로에 광석을 넣고 불을 지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로의 구멍으로 쇳물이 흘러나오자 유한은 그것을 틀에 받아서 괴로 만들었다. "뭐야,되게 쉽잖아" 동괴 10개를 만들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철괴를 만드는일은 그리만만치 않았다. 아무리 불을 지펴도 고로에서 쇳물이 흘러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놈아,그렇게 나무만 태운다고철광석이 녹겠느냐?" 유한이 계속 장작만 집어넣고 있자,야장이 한심하다는듯 고개를저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온도가 영 안올라가는데요" "이런 멍청한 놈!풀무는 장식으로 달린줄 알아?" 야장은 고로 옆에 놓인 풀무를 가리켰다. 그가 풀무의 손잡이를 잡고 앞뒤로 밀고 당기자 고로의 불꽃이 거세게 타올랐다. "바람은 불꽃을 강하게 해준다. 멍하게 있지 말고 네놈이 직접 바람을 일으켜!" '맞다!산소 공급!' 불을 강하게 지피기 위해서는 다량의 산소가 필요하다. 유한은 풀무의 손잡이를 밀고 당기며 고로에 계속 공기를 불어넣었다. 그런데 이 일은 만만치 않았다. 지루하고 힘든데다가,불가마 같은 고로 옆에서 쉬지않고 몸을 움직여야 했다. 땀으로 목욕을 한듯 온몸이 흠뻑 젖어들었다. "크읏!좋아 누가 이기는지 한번 해보자고!" 유한은 이를 악문채 풀무질을 반복했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고로의 구멍에서 뻘건 쇳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유한은 재빨리 틀에다가 그 쇳물을 받았다. 그렇게 철괴 10개를 만들어 내자 곧바로 안내창이 떠올랐다. [제련 스킬]을 익히셨습니다. -솜씨가 1올랐습니다. 인내심이 1 올랐습니다. *어려운 일을 참고 견디는자만이 앞으로 나아갈수 있습니다. -불에 대한 내성이 생겼습니다. 화염 속성이 가미된 물리적 공격이나,마법에 잘 견딜수 있습니다. 화염의 속성에 대해서는 유한도 익히 알고 있었다. 과거 바츠 시절,그의 속성이 화염이었다.화염의 브레스를 극복하고 레드드래곤을 잡을수 있었던것도,플레임 소드를 휘두를수 있었던것도 이 속성에 기인한 바가 컸다. "휴,드디어 익혔다" 몇시간을 매달린끝에 9랭크의 제련 스킬을 익힐수 있었다. 보통 견습생이나 하급 대장장이들은 제련이 9~7랭크였고,중급은 6~4,상급은 3~1랭크다. 랭크가 높아질수록 상위 랭크로 오르기 위해서는 보다많은 수련 경험치를 필요로한다. 제련 랭크가 높을수록 같은 양의 광석으로 질 좋고 더 많은 양의 금속을 얻을수 있다. 그렇기에 대장장이를 플레이하는 유저라면 제련 기술은 반드시 일정 수준까지 익혀 놓아야했다. '자,잠깐!근데 이건 왜 이래?' 제련을 9랭크에서 8랭크로 올리려면 당연히 스킬 습득때보다 많은 수련 경험치를 필요로 한다. 공략 사이트에는 동괴 200개,철괴 100개를 제작하면 8랭크로 올라갈수 있다고 되어 있었다. 그런데 유한의 스킬 수련 목록에 적힌 수량은 동괴 300개,철괴 150개였다. 공략 사이트에 올려진것보다1,5배는 더 많았다. "버그인가? 아니면 새로 패치된건가?" 유한은 게임을 잠시 중단하고 컴퓨터로 공식 홈페이지와 공략 사이트들을 둘러보았다. 버그라면 신고를 해서 고쳐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런 문구가 유한의 눈에 턱 하니 들어왔다. 수련 경험치는 직업과 캐릭터의 상성에 따라 달라질수 있습니다. 직업 적성에 맞을수록 수련경험치가 줄어들고,적성이 안 맞을수록 수련 경험치가 많아집니다. 유한은 자신의 상성이 대장장이와 나쁜것이 떠올랐다. 그땐'노가다만 하고 말겠지'하고 넘어갔는데,이런 지뢰가 숨겨져 있었을 줄이야! "크악!이것들이 지금 장난하나!" 이렇게 되면 앞으로 랭크가 오를때마다 남들보다 더 많은 수련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남이 철괴 1000개를 만들때,유한은 1500개를 만들어야 하는것이다. 1,5배라지만,랭크가 높아질수록 그 차이가 장난이아니게 되어 버린다. "아놔,어쩌지......그냥 캐릭터 지울까?" 장기적으로 봤을떄는 그러는것이 맞았다.하지만,오기가 생겼다. 바츠 시절에는 힘든 상대라고,어려운 퀘스트라고 절대 피하지않았다. 어렵고 힘들어도 도전하고 앞으로 전진했던것이 바츠였다. 입장이 바뀌었다고,캐릭터 상성이 힘들다고 그 정신을 버리면 정말로 바츠를 죽이는것이 되 버린다. "에라,그냥 하자" 유한은 다시 게임에 접속해 고로에 불을 지피고 풀무질을했다. 어렵고 힘들수록 그 열매는 달다. 그것은 바츠 시절에도 경험해보았다. 강한 몬스터일수록 좋은 아이템을 주었고,어려운 퀘스트일수록 많은 명성을 올려주었다. 분면 처음에 이리 힘들어도 나중에 좋은것이 있을것이다. 유한은 그렇게 믿었다. 그리고 며칠동안 풀무질 노가다를 계속했다. "호오,이제 좀 쓸만한 수준까지 되었군" 제련이 8랭크에 오르자 늙은 대장장이가 찾아와 말을 걸었다. "흘흘!네가 이정도까지 될줄은 몰랐다. 지그 네놈은 저기 카프라는 녀석보다도 싹수가 없어 보였으니까" 카프는 유한과 노가다를 같이 하면서 조언을 해줬던 유저다. 그는 이미 제련기술을 일정 수준까지 올린뒤 생산 스킬을 배우고 있었다. '저 양반보다 싹수가 없어보였다니.......도대체 난 이야장 영감하고 얼마나 상성이 나쁜거야?' 카프라는 유저도 야장 NPC와 상성이 좋지 않았는데,그렇다면 지그는 거의 상극이라 할만한 수준이 아닐지. 보통 유저들은 잡다한 알바나 퀘스트를 하다보면 레벨20이 금방된다.그리고 그쯤에 관련 스킬들의 랭크를 일정치까지 올려놓고 NPC의 인정을 받앙 정식 대장장이가 된다. 그러나 지그의 경우는 레벨 30이 다되어가는데도 아직도 견습생이었다. 남들보다 많은 수련 경험치때문에 발목이 잡힌것이다. "그동안 쭉 풀무질만 하면 제련을 해 왔으렸다?" '덕분에 생산 스킬은 아직 배우지도 못했다고요!' 지그는 정말 대장장이가 될만한 상성이 아닌 모양이다. "대장장이가 좋은 물건을 만들려면 손재주도 있어야 하지만, 좋은 재료도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제련은 중요한것이다" "예예,누가 아니라고 했습니까.저도 8랭크까지 올려놨으니까 이제 딴거나 좀 올리렵니다" 이제는 미뤄뒀던 생산 스킬을 익히고 올려야한다. 유한은 제련으로 얻어낸 철괴들을 갖고 모루 쪽으로 다가갔다.그런데 늙은 야장이 유한의 어깨를 잡고 돌려세웠다. "잠깐,너에게 따로 시킬 일이 있다" "시키다뇨?또 뭘?" 유한의 인상이 팍 일그러졋다. 이놈의 야장 NPC는 도대체 자신과 무슨 원수를 졌기에 하는일마다 족족 태클을 건단 말인가. '지금까지의 노력이고 뭐고 여기서 확 다뒤집어엎어?' 마음같아서 이놈의 야장을 한대 갈기고 싶었다. 그러나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선 명성과 평가라는것이 있어서 NPC라 할지라도 함부로 대하면 명성이 깎이고 나쁜 평가를 받게 된다. 이성의 끈이 툭 끊기려는것을 간신히 잡았을 때였다. 퀘스트를 받을떄나 들을수 있는 특수 효과음과 함께 메시지창이 떴다. [랑켈산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유한의 두눈이 휘둥그레졌다. 랑켈산 퀘스트라니! 지금까지 야장 NPC가 이런 퀘스트를 준다는 정보는 없었다.아르페디아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에도 언급이 없었고,대장장이 유저들이 올려놓은 공략 사례들에도 없었다. 지금까지 야장 NPC는 대장간과 관련된 일들을 준것이 고작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오호라!지금 내가 알려지지않은 퀘스트를 받은것인가?' 최악의 상성을 가진 캐릭터가 모든 난관을 이겨냈을때 보상으로 주는 퀘스트가 아닐까?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퀘스트는 유저들이 알고 있는것보다 훨씬 더 많아 이렇게 숨겨진 퀘스트가 있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중요한것은 이 랑켈산 퀘스트란게 어떤 보상을 해주는가다' 현재 지그의 레벨이 낮아서 그리 대단한 보상은 아닐지도 모른다.어쩌면 시시한것일지도...... 그러나 미지의 영역에 발을 딛는다는 자체가 흥미로운 일. 그것도 남들이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것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무슨 일을 해야 하는데요?" "랑켈산의 광산에 가서 안젤로란 자를 찾거나.내가 보냈다고 하면 일거리를 줄것이다. 그일을 하면서 나오는 광물 10개를 나에게 가지고 오면 도니다" [랑켈산 퀘스트] -랑켈산 광산의 광부 안젤로를 찾아가자. 광물 10개를 습득하여 야장에게 전달하면 퀘스트를 완수할수 있다. '뭐야,광산에 가서 광 캐오라는건가?' 기한 제한은 없었다. 생각보다 시시한 일은 아닌지? 실망감을 느끼던 유한에게 늙은 야장이 주섬주섬 뭔가를 내밀었다. "단순히 광물을 캐오는거라고 생각지 말거라.너같은 애송이에게 랑켈산은 험한곳이다. 그래서 이 장비를 내주는것이니 단단히 준비를 하고 가라" "이거 저 주시는겁니까?" 군침이 꼴깍 들었다. "이게 얼마짜린데 공짜로 주겠느냐!임무를 마치면 꼭 돌려줘야 한다" '쳇!좋다가 말았네' 유한의 입술이 댓자나 튀어나왔다. 야장 NPC가 건네준것은 한벌의 갑옷과 한자루의 검,그리고 아이템 가방이었다. [야장 파부치의 갑옷] 방어 : 30 내구 : 50 설명 : 아래위 한벌로 투박해 보이지만 초보들이 장비하기에 딱 좋다. 상점에서 파는 초보용 갑옷들보다 방어력이 높고,내구성도 뛰어나다. [야장 파부치의 검] 공격 : 25 방어 : 2 내구 : 30 설명 : 길이가 다소 짧고 투박하지만 다루기 편리하다. [야장 파부치의 가방] 설명 : 주로 광물을 담는 용도로 쓰이며 최대 100개의 아이템까지 넣을수 있다. 야창 NPC의 이름이 파부치인 모양이다. 가방을 열어보니 안에 얼마간의 식량가 비싼 힐링 포션이 들어있었다. 다쳤을때나 몬스터에게 공격을 받았을때 요긴하게 쓸수 있을것이다. "고맙습니다.영감님" "흥,시킨 일이나 잘해라" 효과음이 들리거나 따로 살펴본것도 아니지만, 왠지 야장 NPC와 친밀도가 높아진것은 아닌가 싶었다. '확실히 미운정도 드니까 좋네.이런 일도 다 생기고' 유한은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갑옷을 입고 검을 드니,어쩐지 예전의 바츠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2 광삼이 있는 랑켈산은 왕도 발덴에서 한나절정도 떨어진곳이다. 왕도에서 비교적 가깝고 나무열매나 약초등 여러가지 아이템을 모으고 사냥을 하면서 경험치를 높일수 있어 초보들의 명당으로 불리는곳이다. 유한도 바츠를 처음 만들었을때 이곳에서 레벨을 높였다 .그러나 고렙이 된 뒤로는 한번도 찾지 않은 곳이었다. "하아,감회가 새롭구나" 유한은 곳곳에 흩어져 들개나 코볼트같이 비교적 손쉬운 먹잇감들을 사냥하는 초보 유저들을 보며 아련한 에전의 일을 떠올렸다. 그러나 '초보때 이곳에서 렙업했다'는것 외에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었다. '무리도 아니지,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나가고 싶어 했으니까' 랑켈산은 말그대로 초보들이 거치는장소. 이곳에 무슨 던전이 있는것도 아니고,희소가치가높은 아이템을 주는 몬스터가 있는것도 아니다. 고렙이 되면서 유한은 초보때 쓰던 장비들을 팔거나 버렸고,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지원하는 모험 일지는 커녕 그 흔한 스크린샷 하나도 찍지 않았다. '이렇게 될줄 알았으면 기록이나 착실히 남겨 둘것을............' 그럼 캐릭터가 해킹당했어도 섭섭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텍스트 파일로 저장되는 모험 일지나 스크린샷은 해킹을 당해도 사라지지않는다.왜 자신은 그런것에소홀했을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말이다. 어쨌거나 유한은 앞으로'지그의 기록'은 부지런히 남겨두리라 결심했다. 4월 26.대장장이 견습생 지그가 늙은 야장의 특별 퀘스트를수행하러 가는중임. 유한은 모험 일지를 켜서 그렇게 기록하고는 저장했다. 전경이 좋은 곳에서 스크린샷도 한장 찍었다. 그렇게 기록을 마쳤을때였다. 갑자기 주변에서 초보유저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악!피해!놈이 나타났다!" "필드 보스가 떴다!" 아래쪽 계곡을 내려다보니 집채만한 멧돼지 한마리가 날뛰고 있었다. '레이징 보어(Razing Boar)다!' 일명 미친 멧돼지라 불리는 랑켈산의 필드 보스다. 게임 시간으로 하루에 한번 씩 소환되는 놈은 산속을 이리저리 들쑤시며 초보 유저들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이다.이곳에 들리는 유저들의 평균레벨이 20~30대 사이인데,놈의 레벨은 38. 레이징 보어를 잡으려면 적어도 5명 이상의 유저가 힘을 합치거나 레벨 40은 되어야 단독으로 가능했다. 그런데,불행하게도 지금 이 주변에는 고렙 유저는커녕 중렙 유저들도 없었다. "꺄아아아!살려줘!" 미친 맷돼지는 계곡을 휘젓고 다니는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 한 사람만 쫓아다니고 있었다. 활을 든 궁수 소녀. 그녀가 쫓기는 이유는 미친 돼지의 옆구리에 꽂힌 화살을 보면 충분히 추정해 볼수 있었다. '레벨도 안되는 주제에 필드 보스의 성질을 건드렸구먼' 쯧쯧 혀를 찬 유한은 광산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그는 몇 발자국 가지 못했다. 레이징 보어에 쫓겨다니는 소녀의 비명이 계속 들려왔기 때문. 저 궁수 소녀가 누군지 모른다. 멀리 떨어져 있어 소리가 그리 크게 들리는것도 아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소녀의 비명은 계속 귓가에 울리고 있었따. 마치 자신을 부르기라도 하듯이. "쳇!시끄러워 죽겠네" 유한은 발걸음을 돌렸다. 귀찮지만, 광산에가기전에 저 성가진 비명부터 어떻게 없애야 할 듯싶었다. 3 '히잉, 왜 자꾸 나만 쫓아오는거야!' 채린은울상이 되어서 개울을 건넜다. 혹시 레이징 보어가 물을 무서워해서 따돌릴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놈은 몇번읭 도약으로 개울을 간단히 넘었다. "뀌이이이익!"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채린의 모습에 화가 났는지 레이징 보어가 괴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아아!이렇게 죽는건가?' 더이상 움직일 기운이 남아 있지 않던 채린은 눈을 찔끔 감았다. 통감 옵션을 최소화로 해 놨기에 그리 아프지는 않겠지만, 집채만 한 놈이 자신을 향해 돌진해 오는 모습은 너무나 무시무시했다. 그때 그녀의 귀에 구원과도 같은 말소리가 들렸다. "이 바보야!거기서 눈을 감으면 어떡해!옆으로 굴러!놈은 직진밖에 몰라!" 채린은마지막 힘을 짜내 옆으로 몸을 날렸다. 거칠에 돌진하던 레이징 보어는 눈앞에서 소녀가 사라지자 몸을 돌리려 애썼다. 그러나 관성때문에 쉽게 멈춰 설수 없었다. 거기다 왼쪽 다리를 베어오는 화끈한 느낌은 소녀를 잊게 만들어주기 충분했다. "어이,돼지.나한테 한번 덤벼 보시지" "꾸익!" 소녀를 구한것은 바로 유한이었다. 현재 지그의 레벨은 28.허나 전투 스킬을 올리지않았기에 전투력은 그보다 아래 레벨의 전사들보다도 약하다 할수 있었다. 필드 보스를 잡을만한 레벨은 아니다. 그러나 절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분명 예전에도 이놈을 잡았어.그때도 레벨이 한참 낮고 전투 스킬도 별로 없었지' 오픈 베타 시절 겁없이 레이징 보어한테 덤벼든 기억이났다. 그러나 그때 어떤식으로 이 미친 돼지를 요리했는지 생각이 나지않았다. 분명 녀석의 저돌적인 움직임을 이용했다는것은 떠올랐지만........... "퀴이익!" '이크!정신 차리자!' 유한은 멍하게 있다가 레이징 보어에게 받힐뻔했다.유한이 옆으로 살짝 발을 빼면서 공격을 피하자,레이징 보어는다시 몸을 비틀어 달려들어왔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유한은 가볍게 피해 버렸다. "우와아!저 님 대단하다" "마치 투우사 같아" 주변에서 구경하던 초보유저들이 감탄을 아끼지않았다. 거칠고 저돌적인 필드 보스를 상대로 여유있는 몸놀림을 구사할수 있다니. '그래!아직 바츠의 전투 감각은 날아가지 않았군!' 캐릭터는 지워졌어도 바츠를 조종할때의 감각은 남아있었다. 물론 전사였던 바츠때와는 달라서 과감하게 공격을 퍼부을수는 없다. '이제 생각이 난다. 그때도 이런식으로 피하며 녀석의 패턴을 파악했지.그렇게 패턴을 파악해서 피하고 난뒤.........' 그다음은 들고 있던 대검으로 레이징 보어의 목을 갈랐다. 그 일격에 크리티컬이 제대로 터지면서 레이징 보어는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엔 '깊이베기'를 익히지 못했어' 깊이베기는'베기 수련'을 마스터하면 익히게 되는 전투 스킬로,전사라면 가장 먼저 익히고 레벨의 고하없이 유용하게 사용할수 있는 스킬이다. 당시 바츠로 미친 돼지를 잡을떄도 깊이 베기를 사용했다. 그러나지금의 지그는 그어떤 필살기도 없다. 깊이베기를 안쓰고 벨수는 있겠지만,그렇게 되면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힐수 없다. '어딘가 약점이 없나?' 아르페디아 온라인은 단순히 치고받는 게임이 아니다. 약점이 있고,급소가 존재해서 잘 응용만 하면 적은 힘으로도 일격필살이 가능했다. 레이징 보어는 두꺼운 가죽과 근육을 자랑한다. 거기다 무시무시한 저돌성을 갖고 있어 치명적인 약점이나 급소를 찾기는 무척 어려웠다. "찾았다!" 유한은 레이징 보어가 재차 달려들자 비스듬히 몸을 돌리며 검을 찔렀다. 살가죽 가르는 소리와 함께 야장의 검이 레이징 보어의 머리에 깊게 박혔다. "꿰에에에엑!" 달려오는 관성 때문에 레이징 보어는 금방 멈춰서지못했다. 땅바닥에 머리르 처박다시피 하며 주르륵 미끄러지다가 얼마후 완전히 축 늘어져 버렸다. "우왓!잡았다!" "그것도 단 한방에!" 유저들의 탄성이 흘러나오는동안,유한의 눈앞에 안내창이 연달아 나타났다. -경험치 360을 얻었습니다. -레벨 29가 되셨습니다. 힘이 1 올랐습니다. *앞으로 좀더 강한 힘으로 사냥할수 있습니다. -레벨 30이 되셨습니다. 민첩성이 1 올랐습니다. *몬스터의 공격을 좀더 빠르게 피하거나 움직일수 있습니다. -레벨 31이 되셨습니다. *한번에 3레벨을 올린 당신의 힘이 3올랐습니다. 행운이 2 올랐습니다. *행운은 당신이 사냥을 하거나 던전을 탐사할때 아이템을 발견할 확률을 높여 줄것입니다. -명성이 10올랐습니다. -멧돼지 삼겹살을 얻었습니다. 멧돼지 가죽을 얻었습니다. 멧돼지 이빨 5개를 얻었습니다. "나이스!" 레벨 상승과 아이템 획득을 알려주는 창들을 보며 유한은 주먹을불끈 쥐었다. 필드 보스라서 그런지 경험치를 꽤 많이주었다. 덕분에한번에 3레벨 이상 올랐고,추가 스탯도 받았다. 일종의 보너스인 셈이다. 기껏해야 1~2포인트지만,티끌 모아 태산이 되듯 나중에는 상당한 도움이 된다. 이 때문에유한은 바츠 시절에 경험치를 많이주는 필드 보스나고렙 몬스터들을 노려가며 레벨을 올렸다. 물론 경험치를 많이주는 몬스터는 그만큼 강하고 위험했지만,이겨낸만큼 대가도 충분했다. 항상 자기보다 강한 놈들과 싸우다 보니 레드 드래곤과 혼자 싸워도 물러서지 않을만큼 배짱도 생겼고. "우와,어떻게 한방에 죽일수가 있지?" "미친 멧돼지 미간에 칼을 찔러넣었잖아.저러니까 한방에 갈수 밖에 없지" 유한은안내창에서 일러준 아이템들을 챙긴뒤,레이징 보어의 미간에 박힌 검을 뽑아냈다. 찰나의 순간에 급소로 찎은것이 바로레이징 보어의 미간이었고,거기에다가 검을 깊숙이 찔러 넣자 뇌까지 관통된 미친 멧돼지는 죽을수밖에 없었다. 물론 레이징 보어가 저돌적으로 덤벼들지않았다면 시도할수 없었을것이다. 그의 힘만으로는 멧돼지의 단단한 두개골을 꿰뚫을 능력이 안되었으니까. "나도 저런식으로 한번 잡아볼까?" "미쳤냐? 저렇게 하는게 아무나 될것 같아?" 배짱이 없으면 저리못한다. 저렇게 할수 있다는건 레벨의 고하를 떠나 게임에서 사냥이나 전투를 상당히 많이 해봤다는 증거다. "이봐,잠깐!" 유한이 레이징 보어를 죽이고 다시 갈길을 가는데 누군가 그를 불렀다. 돌아보니 아까 레이징 보어에게 쫓기던 궁수 소녀가 서 있었다. 좀전에는 자세히 살펴보지 못했는데,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소녀였다. 맑은 목소리에 어울리는 용모와 맵시를 갖추고있었는데 연예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진짜 예쁘군.성형도 이정도까지는 안될텐데' 아르페디아 온라인은 기본적으로 캐릭터가 유저의 용모와 체격에 맞춰서 만들어진다. 점이나 흉터같은것은 없앨수 있지만, 얼굴 윤곽이나 골격 자체는 수정할수 없다. 물론 계정을 현질하면 바꿀수 있지만, 여기선 패스. "난 '시아'라고 해.아까는 사정이 여의치 못해서 인사를 못했어.구해줘서 정말 고마워" 원래 게임 내에서 사람들과 사귀지않는데다가 여성에 대해서 서투른 유한은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괜히 화끈거리고 심장이 두근두근 했다. "다음부터는 수준에 맞는 몹을 잡는게 좋겠어.남에게 피해를 안 끼치려면 말이야" 말을 내뱉고 유한은아차 싶었다. 적당히 조언을 해준답시고 꺼낸 말인데,어쩐지 비아냥거리는 투인것 같았다. 상대도 그렇게 느꼈는지 말투가 달라졌다. "뭐라고? 방금 무슨 의미야?" "그러니까 내 말은..........분수를 알라는거야" 이게 아닌데!이번에도 적당한 말을 찾다 그만 엉뚱한 소리를 해버렸다. 왜 자꾸 엉뚱한 소리를 해서 저 에쁜애의 인상이 돌아가게 만드는건지 모르겠다. 채린은 두손을 허리에 척 올리며 소리쳤다. "사람 우습게 보지마!내가 화살이 떨어져서 도망친거지.화살만 있었으면 미친 멧돼지쯤은 충분히 잡을수 있었어" "그럴지도" 유한은 절대 소녀의 실력을 비하할뜻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말투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할정도로 교만했다. 유한은 자신의 입에서 왜 이런 말투가 나오는지 알고 있었다. 독불장군이었던 바츠 시절 .그는 자신을 아는 척하거나 친근하게 구는 사람들을 이런 식으로 대하여 쫓아버리곤 했다. 괜히 친절하게 굴면 달라붙어서 여간 귀찮지 않았으니까. '이상하다.대장간에서 일할때는 이러지 않았는데' 오랜만에'바츠다운'전투를 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자신은 바츠가 아니다. 교만한 말투를 내뱉을 만큼 레벨도 높지않고 유명하지도 않다. 만약 이 궁수 소녀가 울컥해서 자신에게 활이라도 쏴 버리면 자신은 꼼짝없이 죽음이다. 물론 소녀는 머더러(Murderer)가 되겠지만. "잘났네.진짜.게임 좀 했다고 재는거야 뭐야?" "좀 한건 사실이지" "오호!그러셔? 그런분이 왜 이런 초보들만 오는 랑켈산에 오셨을까?" "누가 사냥하러 왔데? 난 퀘스트 하러 온거다" "흥!알게 뭐야" 다행히 그즘에서 말다툼은 끝났다. 주변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이 부담스러웠는지 소녀가 찬바람을 쌩 일으키며 가 버렸기 때문이다. '뭔가 멍청한 짓을 해 버렸군' 바츠 시절부터 줄곧 게임을 했지만, 저렇게 예쁜 소녀와 만난것은 처음이었다. 아니,사실 예쁜 여자 유저들은 많았다. 가까이 할 기회가 없었고,이쪽에서도'바츠스럽게'먼저 대쉬하지 않았을뿐. 이렇게 우연히 기회가 만들어지기는 처음이었다. 그러나 서투르고 멍청한 자신은 그것을 걷어차 버렸다. '잘하면 여자친구를 사귀게 됐을지도 모르는데...........' 아르페디아 온라인에는 게임을 하면서 사귀게 된 커플들이 많았다. 같이 파티를 이뤄 게임에 열중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정이 생겨나는 것이다. 일명 닭살이라고 불리는 유저들은 레벨업보다 상대방과의 데이트에 열중한 나머지 솔로 부대원들의 부러움과 시샘을 사기도 했다. '솔로부대원들이여!커플 연방을 타도하고 솔로 제국을 만들자!' '이곳은 솔로 부대원들의 전용 사냥터임.커플 연방의 출입을 엄금함' 닭살들의 애정 행각이 얼마나 지나쳤으면 필드 곳곳에위와 같은 문구나 팻말을 심심찮게 발견할수 있었다. '훗,내 팔자에 여자 친구는..........' 한번피식 웃어 버린 유한은 광산을 찾으러 떠났다. BY RAYAN 광산 마을의 위기 1 야장 NPC가 가르쳐준 광산은 랑켈산 기슭에 있었다. 남쪽이 초보 유저들에게 인기 있는사냥터라면 산 중턱은 광산들이 모여 있는 군락지다. "이게 뭐야?" 산과 계곡을 넘어 간신히 도착한 광산의 모습에 유한은 입을 다물수 없었다. 광산을 끼고 세워진 마을에는 시커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군데군데 무너진 집.그리고 반쯤은 부서진 울타리. 곳곳에 다치고 헐벗고 굶주린 모습의 주민들이 넋을 놓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저기 안젤로라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아십니까?" 마을 입구에 앉아있는 NPC아낙을 향해 다가간 유한은 조심스레 물었다. 아낙은 대답할 힘도 없는지 팔을 들어 마을 한쪽을 가리켰다. 아마 그곳에 있다는 의미인듯. "고맙습니다" 얼른 인사를 한 그는 마을에서 가장 큰 집으로 향해다. 마침 집 앞에서 유한은 자신이 찾는 자를 발견할수 있었다. 그는 다행이 멀쩡했다. "파부치 씨가 보내서 왔다고?" "네,여기서 광물 열개를 캐 오라고 했습니다" 유한의 대답에 안젤로는 한숨을 푸욱 내쉬며 되물었다. "자네가 보기에 이곳에서 광석을 캘수 있을것 같나?" "아니요" 광산은 무언가에 공격을 받았는지 입구가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광산은 물론 무엇보다 이곳에서 광물을 캘 광부들이 더 문제였다. 광부들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어 온전한 사람이라곤 찾아보려야 찾아볼수 없었따.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겁니까?" 유한의 물음에 이 마을의 혼장이자 광산 책임자인 안젤로는 어두운 얼굴을 했다. "며칠전 오크 무리의 공격을 받았네" "네? 오크라고요?" 유한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가 알기로 이곳 랑켈산은 오크가 살지 않는 지역이다.비록 하급 몬스터지만 무리를 지어 다니는 오크는 초보유저들에게 아주 치명적인 상대다.만약 오크들이 이곳에 살고 있었다면 벌써 아르페디아 온라인 홈페이지에 정보가 올라왔을것이다. "사실 오크 무리가 랑켈산에 이주한것은 얼마 되징낳았네.아마도 북부 네메시스 산맥에서 먹이 다툼에서 밀려난 놈들이 내려온것이겠지" 놈들을 막기에는 광산촌의 힘만으로는 부족했단다.놈들의 공격에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버렸고............ "다행히 희생된 사람은 적지만놈들이 마을의 재물과 식량을 죄다 약탈해 갔네.그래서 다들 이렇게 쫄쫄 굶으면서 왕도의 군대만을 기다리고 있지" 그제야 유한은 왜 마을 사람들이 헐벗고 굶주린 모습으로 넋을 놓고 있었는지 알수 있었다. "그럼 광산은........." "오크들이 곡괭이나 삽 같은 도구들도 모두 가져가 버렸어.이대론 광산을 복구할수도,광물을 캘수도 없네" 도구도 없이 광물을 캔다는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즉,유한의 퀘스트는 이곳에서 뜻하지 않은 장애에 가로막힌 것이다. '크아악!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냐고요!' 퀘스트를 냈으면 일단성공하든 실패하든 도전할 기회를 주어야지.아예 시작도 못하게 만들어 놓는건 무슨 심본지 모르겠다. 유한이 절망에 빠져 있을떄 효과음이 울렸다. -연계 퀘스트가 발동되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그는 서둘러 메시지 창을 띄웠다. [광산 마을의 위기] -오크들의 침입으로 평화로운 광산 마을이 위기에빠졌다. 주민들은 본업에 종사할수 없을정도로 약탈당했고,또다시 들이닥칠 오크들의 침입이 두려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대 용감한 자여!북쪽 계곡에 있는 오크들을 물리치고 광산 마을을 위기에서 구하겠는가? '어쩐지 야장 NPC가 제법 쓸만한 갑옷과 검을 준다고 했더니만..........' 이런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을 줄이야! 연계 퀘스트를 확인한 유한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오크들을 물리치는 것은 쉽다. 그가 전사 바츠였다면 말이다. 그러나 레벨 31의 대장장이인 지그로서는 레벨 30의 오크 한마리도 상대하기 힘들었다. 그런데,한 마리도 아닌 무리 전체를 상대해야 하다니! '어쩐다.여기서 퀘스트를 포기해? 그럼,지금까지 들인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텐데.......' 어쩌면 대장간에서 쫓겨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실패하면 경험치가 떨어지고,어렵사리 획득한 아이템을 잃을수 있다. 유한은 야장 NPC가 준 퀘스트를 포기해야 할지 말지 고민을했다. 그리고 결심을 내렸다. '까짓것 한번 죽지 두번 죽나!실패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되잖아' 바츠 시절에는 한번도 퀘스트를 거절해 본적이 없다. 그런것은 지그가 되어도 달라지지 않았다. 유한은 오프라인에서의 다소 숫기 없는 모습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행동이 과격한 면이잇었다. 저돌적이며 물불을 가리지 않는 광전사 바츠가 괜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안젤로를 향해 말했다. "제가 오크들을 물리치겠습니다!" "오오,자네가!정말 그렇게 해주겠나?" "물론이죠!다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촌장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유한의손을잡고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동안 오크들에게 많이 시달린 모양이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하자.몸이 피곤하니까 좀 쉬어야지' 유한은 게임 접속을 종료하고 캡슐에서 나왔다. 2 유한이 학교를 중퇴한것은 원해서 그렇게 된것이 아니었다. 우연찮게 접하게 된 사실을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렸을뿐인데,이게 문제가 되어 버린것이다. 유한이 다니던 학림 고등학교는 학림재단이라는 곳에서 운영하고 있었다. 학림 재단은 땅 투기로 벼락부자가 된 졸부가 세운 교육 제단으로 이사장부터 학교장,교감까지 한집안 식구들이 도맡아서하고 있었다. 덕분에 학교 운영에 비리가 개입하지않을수 없었고,이런저런 좋지 않은 소문이 떠돌았다. 다소 세상에 불만이 있긴했지만 평범한 소년인 유한은 아무런문제없이 학림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런데,입한한지 한달후에 문제가 발생했다. 유한이 급식으로 받은 국속에 생쥐한마리가 들어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작고 에쁜 녀석이. 평소 학교 밥이 낸 돈에비해 형편없기로 소문난 학림 고등학교였다. 하지만 아무리 형편없다 해도 이럴수는 없다. 유한은 폰카로 찍은사진을 포털 사이트의 게시판에 올렸다. 이게 5500원짜리 밥입니다. 도대체 말이 됩니까?밖에 나가 분식점에서 사먹으면 이보다 배는 맛있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먹을수 잇습니다. 그리고 이 사진좀 보십시오.오늘 점심 식사 시간에 제 국속에서 나온겁니다. 예쁘게 웃고 잇는 녀석 보이시죠? 바로 생쥐입니다.크악!이런걸 먹으라고 내놓는 학교 당국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습니다. 유한이 올린 글은 수많은 네티즌들에 의해 이곳저곳으로 퍼져 나갔고,학림 고등학교 홈페이지가 항의하는 학부모들과 네티즌들에의해 다운되는 사태로까지 발전했다. 유한이 특별히 학교나 재단을 미워해서 이런 글을 올린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던진 돌멩이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고,학교에서는 아이피를추적해 처음 글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냈다. 그러나 정작 학교에서는 유한에게 어떤 제대도 가하지 않았다. 유한도 학교에서 자신을 어쩌진 못할거라는것을 알고 있었다. 학부모들과 네티즌들이 학림고를 두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고,교육청에서도 장학사를 파견해 이런저런 사정조치를 내렸다. 괜찮을거라 생각했다. 자신에겐 아무일이 없을거라고. 그러나 그것은 유한의 착각이었다. "야,니가 우리 학교의 명예를 더럽혔다면서?" '이것들은왜?' 갑자기 불쑥 찾아온 녀석들.학림고 일진들이었다. 평소 학교의 명예와 위신을 깎는데 서슴지 않던 녀석들에게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애교 심이 가득하다 못해 철철 넘쳤다. 놈들은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핑계로 매일 유한을 끌어내서 린치를 가했다. 말리려고 나온 유한의 친구들에게도 주먹을 휘둘렀고,유한을 편들면 가만 안두겠다고 을러대기도 했다. 견디다못한 유한은 선생과 학생 주임에게 녀석들을 신고햇다. 그러나 그런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친구들도 하나둘 등을돌렸고,유한은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끝까지 싸워보자는생각도 했지만,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잔뜩 터져서 교실로 돌아가고 있을떄였다. 교감이 누군가를 불러서 이야기하고 잇는것을 보았다. 학림고 일진 짱 정현일이라는 녀석이었다. 재단이사장의 손자라고 온갖 말썽과 악행을 부려도 선생들이 그냥 내버려 두던 인간 말종. 웬일로 그녀석을 훈계하나 싶었는데,훈계하는게 아니었다. 오히려 잘했다고 어꺠를 다독이고 있었다 "이제 좀 있으면 그 유한인가 하는 녀석도 학교를 관둘게다.다 너랑 네 친구들 덕분이지" "크크,저만 그랬나요.그놈 친구들도 그랬잔아요" "그러게 말이다. 시험 답안 몇개 뺴준단 말에 친구를 배신하다니.요새 애들은 뿌리부터 썩었어.아!너는 뺴고 말이다.하하핫" 대화를 들은 유한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것인지 모두 이해했다. 학교에선 직접적으로 자신을 건드릴수 없으니 일진들을 사주하고,친구들에게 배신하도록 꼬드긴 것이다. 인간이라는게 이따위던가. 세상이 이렇게 더러웠나. 이성의 끈이 툭하고 끊어지는 순간,공교롭게도 근처에 밀대 자루 하나가 나뒹굴고 있었다. 그것을 손에 쥔 다음 저질렀던 일은 자세히 기억나지 않았다. 정신이 들었을때는 퇴학 통보를 받은 다음이었다 교감 선생님과 선량한 학생을 몽둥이로 마구 떄렸다면서 말이다. 그날 유한은 학교를 그만뒀다. '헉!꿈이엇잖아' 학원 강의 시간에 몰래 구석에서 졸고있던 유한은 화들짝 놀라 잠에서깼다. 손등으로 입가의 침을 훔치던 유한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복도에서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던 비곗덩어리와 눈이 마주쳤기 떄문이다. 씨익! 유한을 향해 미소를 짓는 놈은 며칠전 학원앞에서 시비가 붙은 녀석의 형이었다. 안그래도 옆에 동생 놈과 친구 녀석이 같이 있었다. '바로학원을 바꿨어야 했는데..........' 때늦게 후회해 봐야 이미 물건너 간일. 각오를 다진 유한은 강의가 끝나자마자 가방을 꾸려 복도로나왔다. "크크,뒈질준비는돼 있겠지? 이 찐따 새............." 비계덩어리의 말은 거기까지였다.유한이 사타구니를 냅다 걷어찼기 때문이다. "끄어어억!" "동생몫까지 한대 더 맞아라!" 유한은 잔뜩 오그라든 비곗덩어리의 사타구니에 또 한번 킥을날려주고는 바람같이 도망쳤다. "잘있어라,멍청이들아!앞으로 영영 보는일이 없을거다!" "크아악!너 이자식!거기 안서!잡히면 죽을줄 알아!" 비곗덩어리와 그 동생들이 일제히 유한을 잡기 위해 쫓아왔다. 유한은 유유히 달아났지만 잘못해서 막다른 길로 들어가고 말았다. 돌아섰을때는 놈들이 눈앞에 당도해 있었다. '제길,재수가 없는 날이군' 유한은 힘껏 저항해 보았지만, 힘과 숫자 모두에서 약세라 당해 낼수 없었다. 그는 잔뜩 열받은 비곗 덩어리와 동생놈들에게 눅신해질떄까지 두들겨 맞았다. "꺄악!경찰 아저씨 !여기에요,여기!여기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어요!" 골목 입구에 그림자가 아른거린다 싶더니 여학생 하나가 고함을 질렀다. 갑작스런 훼방꾼의 등장에 양아치들은낭패어린 표정을 지었다. "너 이새끼!앞으로 한번만더 까불었다간 그땐 아주 뒈질줄 알아.알았어?" "웃기고 있네,골통까지 비계가 찬주제에" "이 자식이 진짜!" "형,저새끼 놔두고 빨리 가요!" 민중의 지팡이가 무섭긴무서운지 비곗덩어리 녀석들은 유한을 내버려 둔채 꽁무니를 뺐다. 그러나 정작 경찰은 오지않았고,엉망이 된 유한에게좀전에 고함을 질렀던 여학생이 다가왔다. "너 괜찮니?" 건빵 바지에 영문이니셜이 찍힌 티셔츠.그다지 꾸민 모습은 아니지만, 상당히 예쁜 얼굴이었다. 그런데,왠지 낯이 익어 보였다. 목소리도 어디서 들어본듯하고. "괘,괜찮아" 유한은 아픈것보다 미소녀에게못난 꼴을보여준것이더 쪽팔렸다. 그래서 곧장 돌아섰지만, 소녀는 놓아주지 않았다. "안괜찮은거 같은데?이것봐!이마에서 피가나잖아" 소녀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유한의 이마를 닦아주었다. "그런데,너 굉장히 눈에 익은데? 혹시 이 동네에 사니?" "아,아니.여기는 아니고 옆 동네에......" 유심히 유한의 얼굴을 들여다보던소녀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강유한!너 유한이 맞지?" 이번에는 유한이 깜짝 놀랐다. "어? 맞는데 넌 누구?" "나야나!송채린.어렸을적 옆집에 살았잖아" "뭐? 네가 채린이라고?" "그래,이야~너 어릴때랑 하다도 안변했구나" 기억이났다. 어릴때 옆집에살던 소꿉친구 송채린. 유한의 옆집에 살다 초등학교 4학년이되면서 다른곳으로 이사를 간 아이였다. 아주 멀리 이사간줄 알았는데,알고보니 가까운곳에 살았던 모양이다. '이,이자식 언제 이리 예뻐졌냐?' 어릴떄 기억속의 채린은 자신보다 키도크고 얼굴이 새까만 활달한 아이였다. 짧은머리에 남자애들처럼 입고 다녀서 처음에는 여자애인줄도 몰랐다. 힘도세고 어찌나 싸움을 잘하는지 초등학교때 채린을 이기는 남자애가 없었다. 그랬던 녀석이 지금은 아주 예쁘고 멋진 소녀가되어 있었다. 유한보다 작고 아담한 체구에 양갈래로 묶어내린 귀여운 헤어스타일,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생기발랄한 모습은 옛날의 골목대장 같은 치기를 찾기가 어려운 정도였다. '그런데 이 녀석어디서 본것 같은데........' 어릴떄가 아니라 얼마전에 만난듯했다. 그러나 그게 언제인지,그리고 어디인지 떠올리려 할때 채린이 유한의등짝을 짝 소리가 나도록 후려쳤다. "이야!반갑다,짜식!칠년 만이네!" "컥!" 좀전에 맞은 부위를 맞아 쓰라렸다. 외모와 달리 채린의 성격은 7년전과 그리 달라지지 않은듯했다. 하지만 유한은 오랜만에만난 짝궁이그닥 반갑지않았다. 하필이면 이런때에 만날것이 무언가,동네양아치들에게 흠뻑 두들겨 맞아 엉망진창일때 말이다. '제길!' 예전의 단짝 친구는 이렇게 멋지게 변했는데,자신은 갈수록 별 볼일 없에 되어 버리다니.부끄럽기도 하고자신을 이렇게 몰아간세상이 밉기도했다. "너희 집 아직 거긴? 부모님 잘계시지? 슈퍼는 잘되고 있고? 유현이는? 그 말썽쟁이 동생은 잘 있는거야?" "으,응.근데 나바빠서 그러니까 나중에보자" 유한은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둥 마는둥 하더니 후다닥 달아나 버렸다. 뒤에서 채린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뒤로 돌아보지않았다. 나중에 보자고 했지만, 다시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자격지심일지 모르지만, 자신의 한심한 꼬락서니를 소꿉친구에게 보여주기 싫었다. 3 광산 마을을 위협하는 오크들을 물리치기로 약속한 유한은 오크들에 대한 정보를 모았다. 놈들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는 방법을 생각해 낼수 없었다. 오크들이 군락을 이룬곳은 광산 북쪽의 계곡이었다. 규모는 대략 30마리. 이중 성인 남자 오크가 10마리,암컷 오크가 5마리,나머지는 새끼들이었다. '휴!그나마 싸워야하는 대상이 줄어들어다행이다' 생식과 육아를 담당한 암컷 오크들은 전투를 치루지않는다. 새끼들도마찬가지다. 유한이 상대해야하는것은 10마리의 수컷 오크들뿐이었다. 만약 지그가 아닌 바츠였다면 이대로 오크마을로 쳐들어가 닥치는대로 죽였을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오크 한마리 상대하기 어려운상태.정면 대결을 벌이기보다는 머리를 써서 놈들을 처리해야 한다. '나 혼자 싸울게 아니라 파티를 모아봐?' 그러나 안하던 짓을 하자니 마음에서 심각한 거부 반응이 솟구쳤다. 아직도 죽지않은 바츠의 근성은 혼자 싸울것을 외치고 있었다. '그래,어차피 아는 사람도 없고........' 마을이나 근처 필드까지가서 사람을 모으는것은 번거롭기도 하거니와 경험치와 아이템을 나눠야 하는 단점이 있다. 4인 파티가 100의 경험치를 주는 몬스터를 죽이면 실제로 받는 경험치는 25밖에 안되는것이다. 유한은 포기하고 오크 군락지를 돌며 정보를 수집했다. '뭔가 좋은 방법이없을까?' 이쪽에서 먼저 기습한다면 일대일이라도 승산이 있다. 하지만 그 소란을 듣고 나머지 9마리가 우르르 몰려나와 몰매를 가하것이 뻔하다. 방법은 궁리하던 유한은 오크한마리가 군락지 밖으로 나오는것을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조심조심 놈에게 들키지않게 따라가던 유한은 한적한 곳에 이르자 뒤에서 덮쳤다. 파부치의 검을 휘두르자 놈의 체력이 3분의 1이상 닳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크리티컬 데미지를 입히지못해 놈의 화만 돋우고 말았다. "최이익!인간!죽어라!" 그때부터 지그와 오크의 난타전이벌어졌다 .유한의 공격력과 방어력이 오크보다낮았지만, 파부치에게서 받은무구들로 어느정도 만회했다. "이걸로 끝이다!" 유한은 오크가 휘두른 도끼를 피하고,녀석의 목을 그었다.몸이 갸우뚱했던 오크는 피를 뿜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다. -경험치 80을 얻으셨습니다. -수컷 오크의 이빨을 얻으셨습니다. "헉헉!힘들다" 전사가 아닌 이상 오크와 맞짱을 뜬다는것은미친짓이다.생산직 계열들은 물건을 생산하고 유통하는데서 그 능력을 발휘하기 떄문이다. 물론 그들이라고해서 싸움을 못하는것은 아니지만, 같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는 전사 캐릭터의 전투 능력을 따라갈수 없다. 간혹'전투상인'이나'전투요리사'같은 캐릭터를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같은 직종의 유저들보다 잘 싸울수 있다는것을 제외하고는 장점이 없다. 이도저도 아닌'잡캐'일뿐인 것이다. "휴우,이제 좀 살겠군" 포션을 마셔 체력을 회복한 유한은 재빨리 몸을 낮췄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싸우는 소리를듣고 다른 오크가 오지않을까 긴장했는데 말이다. '인식 범위 밖인가?' 눈으로보든,소리로 인지하든 몬스터는 자기 영역에들어온 유저를 공격한다. 선공을 하지않더라도 동족을 공격하고 있는 유저들을 적으로인식해 공격하는 개체도있다. 몬스터에 따라 인식 범위가 넓기도하고,좁기도 하다. 지금 유한이 있는 장소는 군락지의 오크들이 인식하기에는 먼거리인 모양이다. 인식,인식이라........ '만약 놈들이날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면?' 아무리 몬스터라 해도 다른데 신경을 쓰다보면 바로 옆을 지나는 유저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 공략 사이트에 보면 돌던지기나 소음을 이용해 몬스터를 따돌리는 방법들이 올라와 있을정도로. '그래!그걸 응용하면 되겠군!' 생각해 보니 괜찮은 방법이 떠올랐다. 그때부터 유한은 미친듯이 검으로 나무를 찍어대기 시작했다. 도끼가 아니라서 불편하기는 했지만, 장작패기 스킬을 배운뒤라 필요한 만큼의 나무를 구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이거 생각보다 유용한 스킬이네" 처음 장작 패기 스킬을 습득했을때는 어디에 써먹을지 한숨만 나왔는데,이렇게 요긴하게 써먹을 줄은몰랐다. 유한은 필요한 만큼의 장작을 아이템 가방에 집어넣은뒤,어두워지기를 기다렷다가 오크 군락이 있는 계곡으로 내려갔다. 오크들의 집은 나뭇가지와 낙엽을엮어서만든 움집이다. 그래서 화재에 무척 취약했다. 유한은나뭇잎과 흙을 온몸에 묻혀 후각이 예민한 오크들을 속인뒤,군락지 곳곳에 장작더미를 쌓아놓았다.들키지 않게 처리하자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도 들었지만, 오크들을 상대하자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준비를 마치자 유한은 장작더미에 불을질렀다. "꾸이익!불이다!" 갑작스레 불길이 치솟자 움막에서 오크들이 뛰쳐나와 비명을 질렀다. 일부러 송진을 듬뿍 머금은 소나무를 장작으로 썼기에 불길뿐만 아니라 매캐한 연기도 같이 피어올랐다. "꾸에엑!" 유한은움집 사이에 숨어있다 한 녀석을 향해 검을휘둘렀다. 이번에는 제대로 노렸는지 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졌다. -경험치 80을 얻으셨습니다. -레벨 32가 되셨습니다. 힘이 1증가했습니다. 지식이 1 증가했습니다. *지식의 축적은 마법을 효율적으로다루고,지능적인 전투를 수행하게 해 줍니다. -수컷 오크의 이빨을얻으셨습니다. 역시 한칼에 해치우니 얻는게 많았다. 한 녀석을 해치운 유한은 서둘러 다음 상대를 노렸다. 오크들은 계곡을 뒤덮은화마와 매캐한 연기때문에 지금 군락지에서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눈치 채지를 못했다. 연기가 그들의 시각와 후각을 마비시켰고,시뻘건 화염은 오크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꾸웨엑!" "꿰엑!" 어썌신은 아니지만 유한은 불길과 연기속에숨어 우왕자왕 하는 오크들을 하나씩 처리해 나갔다. 간혹 한방에 죽이지 못한 오크와 치고받는싸움을 벌이면서 착실히 놈들의 숫자를 줄였다. 바츠 시절에 쌓았던 전투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다. "네 녀석이마지막이지?" "뀌이익!이 괴씸한 인간!" 마지막 수컷 오크를 해치우자 나머지 오크들은 유한과 불길을피해 저 멀리 달아났다. 성인 수컷들이 모두 사라진 이상 이곳의오크 무린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될수 없다. "아이구,삭신이야!" 유한은 통감 옵션을 20%로 맞췄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녹아내리는 고통에 부르르 몸을 떨었다. 마지막남은 포션을 들이켰지만 상처만 아물뿐,긴박한 상황에서 죄어졌던긴장감은 쉽게 풀리지않았다. 거기다 극도의 집중력을 유지해 전투를 치러야 했기에 정신적인 피로가 많이 쌓인 상태였다. "오크가 이렇게 처리하기 힘든 녀석들이었을줄이야" 역시 다른 이유가 아닌 생산 직종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정도 레벨의 생산 직종 치고 이만한 전투를 치른 유저는 없을거라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우쭐해졌다. 4 오크 토벌에 성공한 유한은 수컷 오크들의 이빨과 녀석들이 뺴앗아간 광산 도구들을 가지고 마을로 돌아왔다. 마을은 처음 왔을떄와 달리 싹 정리가 되어 있었다. 여기저긱 병사들이 돌아다녔고,NPC신관들이 굶주림과 허기에 지친 마을 사람들을치료해 주고 있었다. "오!저기 오는군요" 지그가 나타나자 안젤로가 허리에 쌍검을 찬 NPC기사와 함꼐 다가왔다. "오크들은 어찌 되었나?" "수컷들을 모두 처리하고 나머지는 쫓아 버렸습니다" "오오오!고맙네!정말 고마워!" 안젤로는 기쁜 나머지 눈물까지 글썽였다. 유한이 아이템 가방에 있던 수컷 오크들의 이빨과 광산 도구를 넘기자 효과음이울렸다. -퀘스트 완수로 경험치 300을 얻었습니다. -레벨 33이 되셨습니다. 인내심이 1올랐습니다. -명성이 30높아졌습니다. *광산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유명인이 되셧습니다. '에게 겨우 이거야?' 퀘스트 완수에대한 보상이 겨우 경험치와 명성치르 족므 올려주는것으로 끝나는데 유한은 실망했다. 괜찮은 아이템 하나정도는 줄거라 기대했는데. '망할 놈의 게임회사!이것도 보상이라고' 유한이 한창 드림맥스를 씹고 있을때였다. 쌍검의 기사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나는 오크 토벌대의 대장 기욘이라한다. 다소 사정이 생겨 늦게 오게 되었는데 자네에게 선수를 빼앗겨 버렸군." '다소 사정이란건 드림맥스의 수작이겠지' 퀘스트의 발동을 위해서 게임사에서 만든 설저일것이다. 시간이 정해진 퀘스트를 제외하고,언제나 게임속의 군대는 이렇게 뒷북만 울리는 역을 수행한다. "기사로서 전공을빼앗긴 일은 분하나,백성들의 고충을 해결해준데에 자네에게 고맙다고하고싶군.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지그라고 합니다" "지그? 들어보지못한 이름이군" 아직 지그는 명성이 낮아서 이렇다. 명성이 높으면 NPC들의 말투나 대접이 완전히 달라진다. 유한이 예전에 키웠던 바츠의 경우는 모르는 NPC들이 없었다. 어떤 국왕 NPC는 바츠에게 백작의 작위를 주겠노라고 한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것을 받아들이면 해당왕국에 봉사해야하고 귀찮은 일도 많아지기에 유한은 아르페디아 대륙 어떤 나라의 작위도 받지 않았다. "평민인가? 직업은 뭔가?" "대장장이 입니다. 광물을 구하기 위해서 왔습니다" "호,대장장이라 ,앞으로 나라를 위해 큰일꾼이 되겠군" 기욘의 칭찬과 함꼐 안내창이 하나 슬쩍 떠올랐다. -명성이 15올랐습니다. 그러나 명성이 올랐다는 사실보다 유한의입이 쩍벌어지게 한것은 따로있었다. "옛 이야기에위대한 기사나 영웅이 대장장이였던 경우가 많더군.직접 신검을 만들고 그 신검을 이용해 악마나 마물들을 퇴치하셨지.그대도 그런인물이 되길 바란다" 이렇게 말하며 기욘은 자신이차고있던 검중의 하나를 풀어서 지그에게 건네주었다. 곧 효과음과 함꼐 안내창에 '기욘의 검'을 받았다고 올라왔다. '어이쿠 이게 웬떡이냐!' 아이템을 획득하자 유한은 바로 클릭해서 살펴보았다. [기욘의 검] 공격 : 37 내구 : 42 설명 : 바르카스 왕국의 상급 기사 기욘이 쓰던검.적당한 길이에 안정적인 중량을 자랑한다. 장비하고 있으면 명성이 5상승한다. '호오,이거 제법 괜찮은걸?' 파부치의 퀘스트가 끝나면 돌려줘야 할 야장파부치의검과 달리 이것은 완전히 지그,바로 유한의 것이 되는거였다. 초보 시절에 이리저리 돈 쓸일이 많고 아이템이 하나라도 아쉬운데 이만큼 쓸모있는 검을 얻는다는건 굉장히 반가운일이다. "자네의 앞길이 창창하도록 주신꼐 빌겠다. 나는 국왕 폐하께 보고를 해야하니 이만 가보도록 하겠다" "안녕히 가십시오,나리" 안젤로와 마을 사람들의배웅을 받으며 토벌대는광산 마을에서 철수했다. 희미하게 사라지는 토벌대를 보고있던 유한에게 안젤로가 말을 건네왔다. "이제 다시 광물을 캘수 있겠군.자네,파부치 영감이필요로 하는 광물을 열개 가져가야한다고 했지?" "예,그랬지요" 한가지는 해결했지만, 정작 중요한 파부치 영감의 퀘스트가 남아있었다. 이미 광산 입구는 다른 광부 NPC들에 의해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다. 남은일은 안에들어가 광물을 캐 오는것뿐. "따라오게.광산 깊숙한 곳에서 광물이나오니까" 안젤로는 지그에게 곡괭이 하나를 건네주며 갱도로 안내했다. 유한은유쾌한 기분으로 그의 뒤를따랐다. 퀘스트가 거의 다끝났다는생각에 또 다른 어려움이 생길것이라고는 상상도못한채............ 5 "파부치 영감이 말한 광물은 바로저쪽 벽에 붙어있지" 안젤로는 갱도의 끝,막장의 한쪽 면을 가리켰다. 은은하게 칠흑빛으로 빛나고 있는 벽면 전체가 모두 광물이었다. 유한은 소매를 걷어 붙이고 곡괭이를 들었다. 그리고 기세 좋게 내려찍었다. 까앙!까앙! 몇차례 두들겼음에도 불구하고 벽면은 요지부동이었다. 유한은 곡괭이지에 좀더 힘을 주기로 했다. 그렇게몇차례 강도를 높여가며 곡괭이질을했지만, 여전히 떨어지는것은 부스러기 뿐이었다. "헉,헉!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야?" 유한이 영문을 몰라할때 한쪽에서 지켜보고있던 안젤로가 다가왔다.그리고 벽에곡괭이를 박았다. 안젤로는 그저 가볍게 곡괭이질을 했을 뿐인데도,벽면이 쩍갈라지더니 커다란 광석 덩어리가 굴러떨어졌다. "자네는 아직 광석을 '채굴'하는 방법을 모르는군.그래서는 힘만 낭비할 뿐이야" "아니,그럼 어떻게 하는겁니까?" "힘만 준다고 되는게 아니야.일단 요령이란게 필요하지.강하게 내려친다는 생각은 말고 곡괭이를 가볍게 쥐고 허리를 이용하게" 안젤로가 또 한번 곡괭이를 휘둘렀다. 여지없이 광석덩어리들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유한은 안젤로가 채굴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손바닥을 마주쳤다. 안젤로의 말대로 자신은 미련하게 힘으로 몰아붙이려했었다. 필요한것은 힘을 많이주는게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얼마나 힘을 집중하는 가인데말이다. '그래,임팩트!임팩트를 제대로 줄수 있어야 하는거야!' 용도만 틀리자,전사가 쓰는 '베기'기술과 다를게 없었다. 베기는 힘으로 하는것이 아니다. 베는 순간칼날에 얼마나 힘을 집중시킬수 있느냐에 따라 공격력이 달라진다. 제대로 베기가 성공하면 크리티컬이 터질 확률도 증가하고 일격참살의 기회도 높아진다. 채굴할때도 마찬가지다. 유한은 안젤로가 가르쳐준대로 해보기로했다. '자세를 잡고,자루를 가볍게 쥐고,원심력을 이용해 곡괭이를 휘두르면서........' 나비처럼 날아벌처럼 쏜다. 유명한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의 말처럼 곡괭이 날이 타점에 가까워졌을때 유한은 힘을 실었다. 캉! 곡괭이 날이 벽에 부딪치자 큰 소리와 함께 광석 덩어리가 떨어져 내렸다. [채굴스킬]을 익히셨습니다. 광산이나 바위에서 광물을 채집할수 있습니다. 랭크가 높을수록 더 많은 광물과 희귀한 보석을 얻는것이 가능해집니다. '헉!보석까지!' 어느게임이나 그렇지만, 보석은 돈이 되는아이템이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선 보석이 마법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그래서 마법사의 스태프를 만들때,혹은 여러가지 아티팩트들을 만들떄 사용되곤 했다. 희귀하고 알이굵은 보석일수록마법효과가 높다. 그래서 인첸트(Enchant)스킬을 익힌 마법사들은 보다 좋은 스태프나 아티팩트를 만들기 위해 매일 보석들을 사모았다. '하지만 이것도 상당한 노가다가 필요할것 같군' 채굴의 경험치를 본 유한은 고개를 내저었다. 직업상많은 광물이 필요한 것이 틀림없다. 그것을 일일이 사모을만한 재력이 현재 자신에게 없기에,광부가 부업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빨리 광석을 캐서 퀘스트를 종료하자' 지그는광석 덩어리를 아이템 가방에넣고 다시 곡괭이질을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생각만큼 광석 덩어리가 그리 자주떨어지지는 않았다. 이미 스킬을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작업하는 안젤로와 채굴량이 달랐다. 아마 광산 전문 NPC니까 채굴랭크가높아서 그럴것이다. "제법 요령이 생긴 모양이군.하지만 그 정도로는 이 바닥에서 어림도 없지" "걱정 마세요.광부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니까" "하하핫,하지만 자네가 대장장이라면 하지않을수 없을거야.그러니까 알아두라고,좋은 광물을 얻으려면 곡괭이 다루는요령뿐만아니라 광석 자체를살피는것도 중요해" "광석을 살펴요?" 그게 무슨 말인지? 유한은 이어지는 안젤로의말에 귀를 기울렸다. "광석이란게 말이야.애초에 여러가지 물질이합쳐져서 만들어진 거야.강한 압력에의해서 한 덩어리가 되었지만, 각 물질들간에는 경계가 있지" "물질의 경계라........." "그리고 같은물질이라도 조직의 결합이 강한것과 느슨한것이 뒤섞여있네.그것들 사이에도 경계는 있기 마련이고,경계를 잘 살피면 작은 힘으로도 쉽게 광물을얻을수 있지" 뭔가 베테랑 광부다운 심오한 이야기를 하는듯했다. 결론은 물질이 합쳐진경계를 노려떄리면 광석이잘 부서진다는것이고,그럼 광물도 쉽게 얻을수 있다는 이야기. "그것을 알아보려면........어렵겠군요" 광석의 결을 알아보고 정확히 경계를 떄리는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나도 꽤 오랫동안 채굴을 하면서알게 된 사실이니까 애송이정도의 안목과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지" 다시 말해서 광물을 잘캐고 싶으면 스킬 랭크를 올리라는이야기다. 그러나 유한은 칙칙한 막장에서 이런노가다까지 해야되는가 싶었다. 사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선 이런 노가다를전문적으로해주는 세력들이 있었고,돈을 어느정도 벌게 되면 그들에게서 광물을 힘들지않게 구입할수 잇다. 대장장이 육성 공략집을 봐도대부분의 유저들이 광물을 직접 채굴해서 얻기보다는 시간절약을 위해 살것을 권하고 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전 광물을 열개 다 구했으니 이만 가 봐야겠어요" 어느새 광물을 10개 다 모을수 있었다. 퀘스트창이 떠오르며 이제 다시 발덴으로 돌아가 야장 NPC를 만날것을 권했다. "잘가게.자네에게 신세진거 잊지않겠네.언제든 광물이 필요하면 이곳으로 찾아오도록해" "그럴일이 있다면요.그럼 안녕히 계세요" 유한은 광물 10개를 아이템 가방안에 확실히 챙기고 발덴으로 향했다. 광산입구에서 퀘스트 내용을 일지에 적고 스크린샷을 찍는것을 잊지않았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처음 등장한 퀘스트를 완료했다는 뿌듯함이 마음을 가득채웠다. '크크크,이걸 공식 홈페이지와 공략 사이트에올리면 다들 놀라겠지?' 놀라고 신기해할것이다. 하지만, 보상이 뛰어나지않는 이상 자신과 같은 플레이에 도전할 사람이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링켈산의 퀘스트를 받은것은 아무래도 대장장이와의 극악한 상성 때문인것 같으니까.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만 할까?' 모든것을 하루아침에 다 아는것은 재미없는 일. 내일의 즐거움을 남겨두기위해 유한은 게임을 종료하고 캡슐에서 나왔다. BY RAYAN 대장장이로 전직하다. 1 광물을 캔 다음날. 유한은 게임에 접속하기 전에 현 거래 사이트들을 둘러보았다. 혹시 바츠의 아이템이 거래 물목에 올라왔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바츠가 장비하던 레드 본 플레이트 메일과 플레임소드는 전사계통이라면 누구나 탐을 내는장비다. 현 거래 사이트에올라왔다면 단번에 거래가 이루어졌을것이다. 그러나 거래 목록을 뒤져봐도 레드 본 플레이트 메일 과 플레임소드는 올라와 있지 않았다. 마법 가방이나 개인창고에 처박아두었던 아이템들도 검색해 봤지만 나오지않았다. 망할놈의해커는 멍청하지 안았다. 철저하게 게임 내에서 만나 거래를 하거나,사태가 조용해질때까지 기다리는것이 틀림없다. 그것도 아니면,이미 남에게 넘어가 사용되고 있던가. '쳇,수면위로 떠오르려면 아직 멀었나?' 어쩌면 영영 떠오르지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포기할수 없다. 결코 아이템이 아까워서 이러는것이 아니다. 바츠에대해서 아무런 기록도 남겨두지않은 유한에게 바츠가 쓰고 모았던 아이템들은 소중한 유산과도 같았다. 그런 아이템을 강탈해 간자식! 어떻게든 놈을 잡아 감옥에 처넣어 콩밥을 먹이고 말리라고 다짐했다. 유한은 컴퓨터를 끄기전이 드림맥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게임사에서 제공한 새로운 보안 시스템에 가입했다. 어차피 캡슐방 같은 곳에서 게임하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상관은 없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이용해서 이중으로 비밀번호를 치도록 설정했다. 번거로운 일이었지만, 또다시 털리는 것은 절대 사양이다. 곧바로 게임에 접속한 지그는 발덴으로 돌아와 야장 NPC파부치에게 어제 캤던 광물을 넘겼다. "흐음,잘했어.훌륭한 광물이군" 곧바로 효과음이울리며 메시지와 함꼐 보상이 나왔다. -명성이 5올랐습니다. -보상금을 300골드 받았습니다. -경험치를 150받았습니다. 이렇게 받은것이 있고 아쉽게 손아귀에서 떠난것도 있었다. -야장 파부치의 갑옷이 회수되었습니다. -야장 파부치의 검이 회수되었습니다. '쳇, 귀신같이 회수해 가는구나' 다행히 파부치의 가방은 회수되지않았다. 파부치가 봐준건지,아님 유한 의 아이템이 들어 있어서 그런지,그것도 아니면 버그의 일종인지는 알수 없었다. "지그야,내가 너에게 가져오라 한 광물이 무엇인지 아느냐?" "뭔데요? 철광석 아닌가요?" 광물 덩어리에 무슨 광물이라는 설명이 없었다. 이곳이쇠를 다루는 대장간이었기에 그냥 철광석의 한 종류가 아닌가 하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건 역청탄이라고 하는거다" "역청탄요?" "드워프들은 이것을 가공해서 제련을 하는데 사용한다는구나.이걸 잘 이용하면 순도 높은 철을 대량으로 생산할수있다고 하더군" "그래요? 영감님은 사용법을아세요?" "나도 모른다. 드워프의 나라에서 십년넘게 머슴살이를 하면서도 알아낸것은 고작 역청탄을 이용한다는 정보뿐.그나마도 들통 나서 쫓겨나 버렸지" 북쪽에 '노스아크'라 불리는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드워프의 나라다. 바츠 시절에 유한도 가본적이 있었다. 상당히 좋은 무기들을 저렴하게 구할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대륙 북쪽에 위치한 이 나라는 춥고 땅이 척박하여 식량값이다른곳보다 몇배는 더 비싸활동에 지장이 많다. 공식 홈페이지의 설정에서도 노스아크는 드워프들의 공업 국가로 철과 무기를 수출하고 식량을 수입해서 먹고사는 나라로 언급되어 있었다. '그러닌 자국의 비밀을 가르쳐 줄리가 업지' "난 고국으로 돌아와 오랫동안 역청탄의 사용과 그 가공법에 대해서 연구했다. 그러나 별다른 진전을 얻지 못했어" 답답하다는듯이 역청탄 덩어리를 바라보던 파부치는 지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왜 이런 이야기를 네놈에게 했는지 아느냐?" "부려먹었으니 연유는 알게 해주겠다는건가요?" "네놈의 근성을높이 샀기 때문이다. 싹수가 없는 녀석이 그렇게 열정을 갖고 매달리는것을 보자니 뭔가 해낼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다" '설마 역청탄의 비밀을 캐라는 퀘스트가 떨어지는거아냐?' 아직 대장장이로 전직도못했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퀘스트를 덜컥 맡아버리느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유한이 내심 마음을 졸일때 파부치가 입을 열었다. "내 심부름을 훌륭히 수행했으니 오늘부터 너를 이곳의 정식 직원으로 뽑아주마" 다행이 그의 걱정대로 퀘스트가 발동되진 않았다. <대장장이로 전직을 하시겠습니까?> 은빛 날개의 작은 요정이 날아와 물었다. "당연하지!내가 지금까지 왜 그고생을 했는데?" 유한이 수락하자 요정이 그에게 축복의은빛 가루를 뿌려주었다. 순간 그의 몸에서 환한 빛이 뿜어져 나오는듯했다. <축하합니다. 지그님은 대장장이로 전직을 마치셨습니다. 앞으로 아르페디아 대륙에서 좀더 의미있는 일들을 하실수 있습니다.> 요정이 축하를 하고사라진 다음,안내창이덜컥 떠올랐다. -아직[생산 스킬]과[수리스킬]을 배우지 못하셨습니다. 서둘러 배우도록 하십시오. 유한은 제련노가다의 랑켈산 퀘스트때문에 생산 스킬과 수리스킬은 배우지 못했다. 다른 대장장이 유저들보다 뒤진 상태인것이다. '그래도 일단 한고비는 넘겼으니까' 유한은 바로 자신의상태창을 열어 확인해보았다. [상태창] 이름 : 지그 직업 : 대장장이 레벨 " 33 체력(HP) : 120/120 스테미나 : 60/60 마나(MP) : 9/9 힘 : 27 민첩성 : 16 인내심 : 33 지식 : 6 행운 : 15 솜씨 : 10 명성 : 82+5(기욘의 검) 공격력 : 10+37(기욘의 검) 방어력: 4+3(천 바지,면 티) 경험치 : 160/300 돈 : 452골드 [습득스킬] 장작 패기 스킬 9랭크 제련 스킬 8랭크 체굴 스킬 9랭크 '휴우,아직 갈길이멀구나' 바츠 시절을 생각하면 까마득했지만, 이제 부담감을 털어버렸다. 이미 바츠는 사라졌다. 자신은 대장장이라는 새로운 직업의 캐릭터를 키우고있다. 그리고 게임을 하는이유는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괘씸한 해커 놈을 잡아 바츠의 유산을 회수하기 위함이다. '일단 생산 스킬이랑 수리스킬부터 배워야겠군. 제련 랭크도 더 올려야 하고' 앞으로 할일이 많았다. 그것을 명심시켜 주기라도 하듯,파부치의 고함이 지그의 고막을 때렸다. "뭘 멍하니 서있느냐!얼른 따라오거라,앞으로 할일이 태산같으니까" "예예!알아 모시겠습니다요!" 이제부터가 진짜 대장장이로서의 시작이다. 앞으로 얼마나 힘들지 모르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려갈 생각이었다. 괘씸한 해커녀석을 생각하면 그냥 미적거리고있을수가 없었다. "이제 정식 대장장이가 되었으니 생산 스킬과 수리 스킬을 가르쳐 주도록 하겠다" 그러게 말한 파부치는 유한에게 두툼한책을 한권 건네주었다. "일단은 생산스킬부터 가르쳐주마.하지만 망치를 두들기기 전에 책부터 읽어야할것이다" '초보 대장장이를 위한 지침서?' 스킬북엔 생산 스킬이 어떤것인가에 대한 설명과 초보대장장이가 기본적으로 만들수 있는 농기구와 무구들의 설계도가 들어있었다. 유한이 책을 다보고 덮자 파부치가 다가와 집게와 망치를 내밀었다. "다봤냐? 그럼 이제 한번 만들어 보도록해" 유한은 집게와 망치를 받아서 모루 앞으로 갔다. 이미 재료인 철괴와 다른 잡동사니들은 잔뜩 쌓여 있었다. '뭐부터 만들지?' 곰곰이 생각하던 유한은 제일 쉬운 부엌칼부터 만들어보기로 했다. 일단 철괴를달군 다음,모루 위에서 보기좋게 다듬고,자루를 꽂을 슴베를 만들었다. 그렇게 성형을 끝낸 다음 나무자루에 단단히 끼우고,숫돌에 갈아서 날을 세웠다. 그렇게 식칼을 완성하자 효과음과 함께 안내창이 떠올랐다. [생산 스킬]을 익히셧습니다. -솜씨가 2올랐습니다. 생활과 전투에 필요한 여러가지물건을 만들수 있게 되었습니다. 보다좋은 아이템을 만들기 위해서는 랭크를 높이는것은물론,알맞은재료와 상세한 설계도가 필요합니다. "헷!드디어 배웠군" 희희낙락하는 유한을 보고있던 파부치는 그가 만든 식칼을 낚아채더니 모루에 그대로 내리쳤다. 캉! 날카로운소리와함께 식칼은 두동강이 났다. 거기서 끝내지 않고 파부치는 두동강난 식칼의 자루를 뽑아버렸다. '아니 이 영감이 미쳤나!' 울컥하는 유한에게 파부치는 부러트린 식칼과 자루를 건네주며 말했다. "이번엔 고쳐봐" "예?" "고치라고 ,만들었으면 고칠줄도 알아야지" '아!그렇지' 파부치는 일부러 식칼을 부러트린게 아니었다.유한에게 수리 스킬을 일러주기 위해 그랬던 것이다. "꺠진 쇠는 불속에서 되살아난다. 너무 어렵게 여기지말고 없는 부분은 만들고 끊어진 부분은 연결한다고 생각해.그게 바로 수리 스킬이다" 유한은 파부치의 조언에 따라 부러진 칼날 조각을 화로속에서 달구고,그것을 맞붙여 다시 한덩어리로 연결했다. 그리고 빠진 자루를 끼우고 다시 칼날을 갈았다. [수리 스킬]을 익히셨습니다. -솜씨가 1올랐습니다. 부서진 도구와 아이템을 고칠수 있게 되었습니다. 랭크를 높이면 수리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이제 대장장이의 기본이되는 3가지 스킬을 모두 익혔다. 남은것은 정진하여 스킬 경험치를 모아서 랭크를 높이는 일뿐이다. 2 생산 스킬을 수련하는 방법에는 3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로는 스스로 재료와 공구를 모아서 수련하는 방법. 둘쨰로는 좋은 무기를 원하는 유저에게서 재료를 공급받아 제작해주면서 스킬 경험치를 쌓는방법. 마지막 셋째로는 대장간에서일을 하면서 스킬 경험치를 올리는 방법이다. 보통 첫째는 어느정도 자금이 있고,레벨도 높은 대장장이들의 수련 방식이고,둘째는 길드에 속한 대장장이들의 수련방식이었다. 아직 랭크나 레벨이 낮은 대장장이 유저들은 대장간에 채용되어 생산을 거듬으로서 경험치를 올려나갔다. 지그 역시 아직은 세번째 방법으로 경험치를 얻고 있었다. -낫을 만들었습니다. 스킬 경험치 30을 얻었습니다. "헤에,이것도 별로 어렵지 않잖아?" 생산 스킬과 수리 스킬을 배운 유한은 이제 당당한 대장간의 일원으로 생산 작업에 참가했다. 유한이 제일 먼저 맡은 일은 낫 30개를 만드는것이었다. 낫을 만드는 일은 식칼처럼 간단했다. 대장간에서 받은 철괴를 화로에 달군뒤 두들겨 모양을 만들고,나무 자루를 끼우고 ,마지막으로 숫돌에 갈아날을 세우면 되었다. 실패율도 적어서 유한은 모자람 업이 낫을 30개를 만들어 제출할수 있었다.(:원문에는 식칼로 표기되있음) "낫 삼십개를 만들어 왔습니다" 유한이 낫을 내놓자 이리저리 살펴보던 파부치는 눈살을 찡그렸다. "흥,밀 이삭이잘릴까 의심스럽군. 이번엔 봐주지만 또 한번 이따위로 만들어오면 네놈의 일당은 없다." '젠장, 잘 만들어 와도 잔소리야' 돈과 경험치를 얻긴했지만, 파부치 영감의 쓴소리가 지워지지 않았다. 계속 스킬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 유한은 이번엔 호미 25개를 만드는 일을 받아냈다. 그리고 얼마뒤 다 만든 호미들을 제출했다. "뭐냐? 이게 호미냐? 내 콧구멍이나 파는데 쓰면 딱좋겟군" "크크큭!" 파부치의 말에 지그처럼 생산품을 제출하러 왔던 유저들이 낄낄 거리며 웃었다. 지그의 얼굴이 벌겋에 붉어졌다. 자신이 보기엔 자기것이나 다른 유저들것이나 상태나 질이 틀려보이지않았다. 그럼에도 파부치는 유독 자신만을 까대고 있었다. 다른 유저가 혼나는 경운 거의 없었다. 상성이 나빠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런 일은 연거푸 게속 되었다. 내가 발가락으로 만들어도 이보단 잘만들겠다느니,자루가 헐겁다느니,오크에게 줘도 안 쓸거라느니...... 스킬 경험치는 쑥쑥 올라가지만 계속 이런식으로 비아냥거리니 기분이 상할 수박에 없었다. "크아악!빌어먹을 영감탱이!왜 나만 갖고 지랄이야!" 유한은 쾅쾅쾅 달군 쇠를 두들기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그러나 어찌나 세게 두들겼는지,모루가 쩍 하고 쪼개져버렸다.그리고............ -쿠쿵!도끼 만들기에 실패했습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스킬 경험치를 3얻었습니다. 안내창의 친절한 멘트는 유한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더구나 부서지는 바람에 납품할도끼의 숫자를 채우지못할것을 생각하니 더 짜증스러웠다. 생산품 숫자를 채우지못하면 보수와 경험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하,생산 스킬 올리는 중이신가요?" "어,댁은 분명........" 짜증으로 충만한 유한에게다가온 사람이 있었다. 초반에 같이 노가다를 하며조언을 해줬던 카프라는 유저였다. 그도 파부치와 상성이 나쁜 캐릭터엿는데,그나마 유한보다 나아서 훨씬 전에 전직을 했고,덕분에 스킬 랭크도높았다. 이미 대장간에서 올릴 경험치는 다 올렸는지 한동안 보이지 않았는데,무슨 일로 대장간에 들른것인지? "지그님도 파부치 영감에게 잔소리를 듣고 있나 보군요" "지그 님도라니.......그럼 카프님도 그랬었습니까?" "예,저도 물건을 갖다주면 매번 잔소릴 하더군요.나중엔 좀 괜찮아졌지만요" "어째서요?" 자신과똑같이 상성이나쁜 캐릭터.거기다 생산 스킬을 올리면서 잔소리를 들었다는데 나중엔 안들었다고 하니 유한으로선 그 비결이 궁금할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단순히 일을 완수하겠다는 생각보다 좀더 잘 만들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부터였을겁니다" "엥,어차피 쓸것도 아닌데 잘만들 필요가 뭐있어요?" 유한도 좀더 좋은 물건을 제작하는게 좋다는건 알고있다. 상점에서 파는 물건보다 내구와 성능이 더 우수한 물건을 만들어야 스킬 경험치도 많이 받고 유저들에게 팔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장간 수업으로 만드는 생산품은 판매용이 아니다.따로 빼돌릴수 없기에 일부러 잘만들 필요도 없고,보상과 경험치를 온전히 받을 만큼만 성공하면 된다. 더구나 일부러잘만들려고 하면 시간이 많이 걸려서 돈을 모으고 경험치를 올리는데 비효율적이다. 거기다 잘 만들고 싶다고 만드는 족족 좋은 물건만 나오는것은아니다. 과유불급. 오버하다간 오히려상점 물건보다 더 저질의 상품이 만들어질때도 있다. "설사 그렇더라도 좀 더 좋은 것을 만들어줘야 파부치 영감이 좋아할겁니다" "그러니까, 영감의 비아냥거림을 덜 듣기 위해 잘 만들것이냐? 아님 돈과 경험치를 빨리 올리기 위해 그냥 무시할것이냐? 택하라는거군요" "단순히 비아냥거리는게 아니라 더 분발하라는 거겠죠" 정말 그럴까. 유한은 속는 셈치고 물건을 잘 만들어보기로했다. 좀더 시간을 들여서 좀더 정성을 들여서 말이다. -도끼를 만들었습니다. 질이 좋고 튼튼해 보입니다. 스킬 경험치 65를 얻었습니다. -도끼를만들었습니다 .다소 성의가 없는 제품입니다. 스킬 경험치 25를 얻었습니다. -쿠쿵!너무 힘을 주어서 도끼만들기에 실패했습니다. 스킬 경험치 5를 얻었습니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잘 만든것도 있고 못 만든것도 있고 아예 실패한것도 있었다. 유한은 완성된 도끼 24개를 파부치에게 갖다주었다. 그가 만든 도끼들을 꼼꼼히 살펴보던 파부치느 짤막하게 말했다. "좋아지고 있군.좀더 신경 써서 만들도록 해" 보상과 경험치를 온전히 받진못했지만 이 까다로운 영감에게서 조금은 좋은 평가를 들을수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잘했다'는 의미는 아니였다. 카프와 이야기한후 몇번이고 정성을 들여 일을 했지만 파부치의 멘트는 같았다. '좋아지고 있다',혹은'좀더 잘해봐라'정도.절대 칭찬은 없었다. "아놔,이 까탈스런 영감탱이!내가 더러워서라도 멋진걸만들고만다" 유한은 빨리 경험치와 돈을 쌓겠다는 생각을 접어버렸다. 오기때문이라도 썩을 영감탱이를 찍소릴못하게만들어 주고싶었다. 그래서 되도록 수량이 적은 품목으로 일거리를 받고,시간과 정성을 들여만들었다. 덕분에 한번 고품질로 납품 수량을 채울때도 있었다. 그러자 파부치 왈. "이제야 좀 쓸만해졌군.장인이라면 이 정돈 되어야지" 유한이 기대했던 반응은 아니었다. 훌륭하다,어엿한 장인이 되었다 정도는 아니더라도 솜씨가 많이 발전했다 정도는 들을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슬슬 짜증이 몰려오려 하고있었다. "제기랄,대체 뭘 어째야 칭찬을 들을수 있는거야?" -생산스킬이 7랭크로 올랐습니다. 인내심이 1올랏습니다. 솜씨가 2 올랐습니다. 투덜거리는 사이 생산 스킬이 올라갔다. 확인하지않은 사이에 벌써 그만큼 스킬 경험치가 쌓인 모양이다. '아놔!확 대장간을 떄려치워 버려?' 그래도 오기가 있지 꼭 칭찬을 듣고야 말겠다고 다짐한 유한은 허공에 떠오른 안내창을 지워버리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쇠를 두들겨 식히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원형 숫돌에 날을 갈았다. '응? 이게 뭐지?' 유한은 멍하니 숏소드의 날을 살펴보다 묘한것을 발견했다. 시퍼렇게 드러난칼날에 보일듯 말듯 희미한 선들이 그어져 있었던 것이다. 뚫어져라 쳐다보지않음녀 절대 발견할수 없을정도였다. '전엔 이런게 없었던거 같은데' 왜 이런 선이 그어져 있을까. 이유는 알수 없지만, 한가지 분명한것은 유한이 그려 넣거나 만든것은 절대 아니라는거다. '혹시 다른것도?' 아까 상당히 질이 좋다는 안내문이 나왔던 물건을 꺼내 서 비교해보았다. 거기도 칼날에 희미한 선들이 있엇고 지금 들고있는 것보다 가지런한 것이 일정한 형식이있었다. '그럼 다른 사람들것도?' "님!이건 제거에요!" 유한은 옆의 유저가 제작해 놓은 도끼의 날을 사펴보았다. 과연 거기도 희미한 선이 있었다.그런데 선의 간격과 형식이 일정하지 않고 들쭉날쭉 제멋대로였다. '일정하게 나오면 좋은건가?' 문제는 이선들이 어떻게 해서 나오게 되느냐는것이다 .분명 중간에 일부러 선을 긋거나 뭘 첨가하거나 한적은 없다. 숫돌을 갈면서 생겼다면 그리 큰 차이도 없을것이다. '옳거니!' 유한은 옆에서 대장장이 NPC들이 쇠를 두들기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다 손바닥을 마주쳤다. 문제의 선들은 쇠를 두드리는,그러니까 단조하는 과정에서 생긴것이다. 단조할때 쇠를 겹치고 구부려서 두들기는 작업을 반복하는데,이게 이리저리 눌리고 물속에서 냉각되면서 겹쳐진 흔적이 겉으로 드러나게된것이다. '그렇군!그래,그랬던 거야!' 일거리를 새로 받은유한은 쇠를 단조할때 정성을 기울였다. 다른 유저들처러 아무렇게나 하는것이 아니라 일정한 형식으로 구부리고눌러서 두들겼다. 아니,단순히 구부리고 두들기는 것은 아니었다. '두들기는 것도 아무렇게나 하면 안돼.일정한 힘과 규칙적인 간격으로 내리쳐야..........' 그래야쇠가 힘을 고루 받아서 골고루 퍼지고,눌리며 겹쳐진 흔적들도 제멋대로 구불구불하지 않고 일정한 간격과 패턴을 보이게 된다. 그 최종적인 확인은 숫돌에 갈았을때 알아볼수 있었다. -숏소드를 만들었습니다. 고품질의 숏소드입니다. 일반 숏소드보다 내구가 10높습니다. 공격력이 5높습니다. 무게가 1 줄었습니다. 스킬 경험치 75를 얻었습니다. "오호!그래,이거다!이거야!" 유한은 펄쩍 펄쩍 뛰었다. 이제야 잘만드는 비법을 터득한 것이다.한번으로 긴가민가해 계속해서 만들었다. -고품질의 숏소드입니다....... -일반 숏소드보다 내구가 8높습니다. 공격력이 4 높습니다........ 나머지 9개도 처음보다 옵션의 수치가 조금 낮기는 해도 상당히 좋은 물건들로 생산되었다. 그렇게 정성을 들인다고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잡아먹었지만 ,고생한 만큼 보람은 있었다. 파부치에게 물건을 갖다주자 이전과 반응이 상당히 달랐던 것이다. 그는 한참동안 말없이 숏소드들을 살펴보았다. 뭔가 심각한듯 신음을 흘리기도 하고,작게 탄성을 내뱉기도했다. 과연 어떤 말을 할까. 유한은 무척 궁금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음!훌륭하군!그래,이 정도는 만들어야 어딜 가든지 대장장이라고 말할수 있는게다" "하하하!그렇습니까?" 기대는 어긋나지않았다. 파부치의 칭찬은 그리 대단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고생하고 핀잔을 들었던것을 생각하면 너무나 달콤하게 들려왔다. "그동안 손재주가 많이 는 모양이군" "그럼요!생산 스킬이 7랭크에 올라섰다고요" 7랭크에 오르기 위해 유한이 지난 며칠동안 벌인 노가다는 눈물겨울정도였다. 고개를 끄덕이던 파부치는 곧장 말을 이어나갔다. "지그야,왜 내가 너에게만 섭섭한 소리를 많이 한건 아느냐?" "상성........아니 싹수가 없어 보여서요?" "너 같은 녀석은 작은 재주만 믿고 우쭐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는 옳은 대장장이가 될수 없지.그래서 내가 유독 너에게만 섭섭한 소리를 많이 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랬던가.덕분에 뜨거운불앞에서 고생을 실컷 했지만, 좋은 물건을 만드는 방법을 알게되었다. 앞으로 상점가보다 조금 높은 가격에 상점것보다 좋은 질의 도구와 무기를 판다면 뗴돈을 벌수있을터. "하지만 여기서 만족하면 곤란하지.작은 칼 몇자루를 잘만들엇다고 방심하다간 더 좋은 물건은 절대 만들수 없다. 알겠느냐? 보다 명품을 만들기위해선 끊임없이 정진해야 하는 것이야" "예!잘 알겠습니다" 이제 겨우 생산 7랭크일뿐.최고의 대장장이가 되려면 제련이나 생산,수리에 있어서 1랭크의 고지에 올라야 했다. 그리고 관련된 다른 스킬들도 더 익혀 놓아야 한다. "그래,이제 난 너에게 가르칠 것은 다 가르쳤다. 이제 너에게 필요한것은 세상에 나가 더 많은 경험을 쌓는것뿐이다" "예 ?떠나라고요?" "그래,이제 둥지를 떠날떄가 된게다" 사실 경험치만을 생각하면 벌써 떠났어야 옳았다. 그러나 극악 상성으로 인한파부치와의 관계가 대장간에서 좀더 오래 머물게 했다. 처음에 고생할떄는 언제 이 덥고 지긋지긋한 곳에서 떠나나 싶었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니 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네놈의 근성이라면 전설의 '아이언 마스터(Iron Master)가 될수 있을지도" "예?뭐라고요?" "아니다.아무것도 아니다" 내뱉은 말을 얼버무린 파부치는 그동안 수고했다며 얼마간의 돈과 아이템을 주었다. 망치,집게,숫돌등 대장장이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다니는 도구들이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앞으로도 종종 들르겠습니다" "그럴 필요없다. 그 지겨운 면상 다시 내밀지 마라" 파부치가 말은 이렇게 햇지만, 눈빛은 그렇지 않앗다. 시원섭섭해 하는 파부치를 등지고 유한은 대장간을 떠났다. 이제 대장장이 지그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된것이다. 3 파부치의 대장간을 떠난 유한은 그동안 모은 돈으로 필요한 장비와도구들을 사기위해 발덴 상점가에 있는 잡화점에 들렀다. "어서 오십시오!" 예쁘게 생긴 여점원이 나와 친절하게 반겨주었다. 그러나 유한은 겉모습에 속지않았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은 어떻게 된것이 철없는 초보유저들이 상점에 들렀다가 별 쓸모도 없는 아이템을 잔뜩 사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상인 NPC들과 종업원 NPC들의 화려한 상술에 말린 덕분이다. 이들은 상당히 끈덕진 면이 잇었다. 그냥 멍하게 유저가 물건을 사기를 기다리는 다른 게임속의상인 NPC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뭐 찾으시는거 있으세요? 혹시 이 항아리를 사러 오신 건가요?" "아니,그건 필요없는데......." "이 도마가 요즘 최고 인기 상품이랍니다. 이번에 특별히 할인을 하고 있는데다가 박달나무로 되어 있어 내구가 무척 뛰어나죠" "저기,난 대장장이거든" "어머!그런가요? 그래도 하나 지르세요.요리 스킬을 연마하는 여친에게 이보다좋은 선물은 없을거에요" 싫다고해도 자꾸권한다. '아놔,이놈의 게임 인공지능은 진짜' 매번느끼는거지만 치 떨리도록 실감났다. 예쁘거나 혹은 상당히 멋진 NPC들이이런식으로 아양을 떨고 유혹을하니,게임 속 세상이 어떤지 모르는 초짜들은아까운 돈으로 쓸데없는 사재기를 하곤했다. 더구나 쓸모없는 아이템을 게임속 비밀 퀘스트에 필요한 은밀한 품목처럼 속여 비싸게 파는 용팔이 NPC들도 있어 게임 공략 사이트들마다 이들에 대해주의할것을 명시해 놓고있었다. 유한도 바츠 시절에 그런 용팔이 NPC에게 걸려 큰돈을날린적이 있었다. 'GM들이 NPC를 조정하고 있는건 아닌지 의심스럽단 말이야' 성가실정도로 NPC들의 인공지능 사양이 높았지만,좋은 점도 있다. 자주들르는 단골에겐 가격을 깎아주기도 했고,특별한 아이템을 팔기도 한다. 그리고 퀘스트나 모험에 관련된 정보들도 제공해주었다. "저기 '작은모루'랑'청동화로',그리고'숯'을 주세요" 지금 유한이 고르고 있는 것들은 여행을 하는 대장장이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다니는도구들이었다. 저것들만 있으면 생산이나 수리를 얼마든지 할수있었다. "다 합쳐 338골드 되겟습니다" '생각보다 비싸군' 모루가 150골드,청동화로가 180골드,숯이 30개에 8골드였다. 바츠 시절에는 껌값이나 다름없는 가격이지만, 초보인 지그 입장에선 상당한액수였다. 그나마 대장간 일을 하면서 모아둔돈이 있고,저번에 레이징 보어를 잡으면서 얻었던 아이템들을 팔면서 여유가 좀 있었다. "어? 저건 뭔가요?" "'야장의 작업복'이랍니다. 훗,대장장이라면 이 정도는 입고 다녀야죠" '어쭈 ,이게 지금 도발을 하나?' 여점원 NPC를 살짝 쨰려본 유한은 '야장의 작업복'을살펴보았다. 그리고 같이 있는 '야장의장갑'이라는것도 보았다. [야장의 작업복] 방어 : 4 내구 : 12 불에 대한 내성 10%증가. 설명 : 대장장이들의 작업복,두껍지만 통풍이 잘된ㄴ 천으로 만들어져 있다. 천옷보다 높은 방어력을 갖고 있다. [야장의 장갑] 방어 : 2 내구 : 8 불에 대한 내성 5%증가. 설명 : 대장장이들의 장갑.내화성이 강한 가죽으로 되어 있어 열기로부터 손을 보호해준다. "손님, 지금 이둘을 같이 사시면 특별히 할인해 드리겠습니다" 유한이 관심을 표하자 여점원이 살살 꼬드겼다. '음,당장 필요한건 아니지만........' 언제까지 추레하게 천 옷을 걸치고 다닐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여행을 하다보면 몬스터를 만날때도 있으므로 어느 정도 수준의 방어구는 갖춰 놓아야 했다. 유한은 남은돈으로 야장의 작업복과 장갑을 사고,이왕에좀 더 지르자는 생각에서 방어력을 2높여 주는 가죽 구두도 구입했다. 그렇게 한바탕 쇼핑을 하고나니 수중에는달랑 10골드정도만 남앗다. "에고,지름신이 완전 강림하셨어" 알고도 당하는게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유저들이다. 싸다는 말에,특별히 할인해 준다는말에 이것저것 사다보면 어느새 주머니는 텅 비어 버린다. '재료비가 없으니까 일단 수리 스킬을 올리면서 돈을벌자' 수리 스킬은 꼭 대장간이 아니라도 높일수 있다. 식당의 NPC들이나 농부 NPC들에게 일거리를 받을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거리는 보통 유저가 찾아가 얻어내지만, 가끔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어이,거기 너!대장장이 맞지?" '켁!돌발 퀘스트다' 이렇게 NPC쪽에서 먼저 접근하는 경우가 있었다. 직업이나 레벨에 따라 이런 일들이 종종 생기는데,현재 유한에게 있어그리 반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경비병 NPC가 무엇을 맡기려는지 짐작이 갔기 떄문이다 " 이 창 좀 수리해줘.사례는 충분히 할테니까" 경비병 NPC는 대뜸 창을 건네며 수리 퀘스트를 걸어왓다. -경비병의 수리 퀘스트를 받으시겠습니까? '제길,아직 수리 스킬이 엉망인데' 기회가 될수 있는 돌발 퀘스트가 반갑지않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그동안 제련과 생산에만 전념했던지라,유한은 아직 수리 스킬을 거의 올리지 못했다. 최악 9랭크. 원래 계획은 식칼이나 낫을 고치며 수리 스킬 랭크를 올릴 생각이었다. 병사 NPC에게 일을 받는것은 예정에 없었다. "저기,전 아직 초보라서 실력이 변변치 못합니다 .죄송합니다" 창을 수리할순 있겠지만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무기는 도구보다 수리하기가 어려우니까. "뭐? 창 하나도 못고치면서 대장장이인 척하고 다니는거야? 너 혹시 다른 나라 첩자 아냐?" "아뇨!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퀘스트 거부가 쉽지않다. 거부 버튼을 누르고 안하겠다고 말하는데도 경비병 NPC는 물러서지를 않았다. '제길,이런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는 퀘스트를 거부하고 싶어도 못하는 때가 종종 잇었다. 바츠때도 공짜로 몬스터를 토벌해달라,산적을 때려잡아달라며 마을 촌장 NPC가 달려든 적이 있었다. 유한은 한번 받은 퀘스트를 거부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와 달리 이런 돌발 퀘스트를 끝까지 거부한 유저도 있었는데,결국 그는 명성이 깎이는 낭패를맛봐야했단다. '마음 같아서 그냥 차고 있는 칼로 푹 쑤셔 버리고 싶은데' 귀찮다고 경비병 NPC에게 그런 짓을 했다간 명성이 깍이고,수배범이 되어 다른 유저들을즐겁게 해주는 퀘스트의 소재가 되어 버릴것이다. NPC에게 상해를입히는짓은 PK와 동일하게 취급되기 때문에. "제가 아직 스리 스킬을 올리지못해서요" "흥,대장장이가 수리스킬도 안올렸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NPC주제에 슬슬 사람 속을 긁기까지 한다. 바츠였다면 그 까마득할 정도로 높은 명성치때문에감히 말도 못건넬 NPC병정놈이. "아무리 봐도 수상하군.따라와.신분을 좀 확인해봐야겠어" '우쒸!퀘스트 거부한다고첩자 취급을 하다니!' 이 상태로 끝까지 거절했다간 진짜 첩자로 몰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자신은 발덴에 있는 유저들에게 즐거운 오라거리가 될것이다. '첩자를 잡아라'의 퀘스트 주인공이 되어서. "알았어요.알았어.대장장이 맞으니까 창 이리 내놔요.당장 고쳐 드립죠" 유한은 퀘스트를받아들였다.기분이 상하기도하지만, 어쩌면 가능할것도 같았다. 이미 자신은 보통 대장장이가 아니지않은가? 시간이 좀 걸렸지만 10연속으로 고사양의 숏소드를 생산한 초보치고는 매우 우수한대장장이니까. "좋아,어디한번실력을 발휘해 보라고" 경비병 NPC는 수리할창을 건네주었다. 군데군데 이가빠지고 녹이 슬었고,내구도 3정도 떨어져있었다. '해보자,어차피 하지않으면 안될일이잖아" 녹슨 창을 노려보던 유한은 화로에 숯을 넣어 불을 지피고 ,창끝을 달구었다. 그리고 달궈진 창끝을 망치로 두들기고 식혀서 숫돌에 갈아 날을 세우고 녹을 없애 나갔다. 다행이 잘돼 가는것 같았다. 그리고 한순간! 갈고있던 창날의 한쪽이 뚝부러졌다. 수리는 완료되엇지만,오른쪽이 약간 부러진 덕분에 내구가 17이나 깎이고 말았다. "호오,이렇게 쉬운것도못 고친단 말이지?" 경비병의 눈매가 무섭게 변했다. "수리는 안올렸다고 했잔아요" "시끄럿!아무리 봐도 수상하다!첩자가 아닌지 직접확인해 봐야겠어" "아 진짜 왜 그래요!나 대장장이 맞다니까요!선량한 발덴 시민이라니깐요!" 보상은 커녕 경비병 NPC에게 질질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유한이 이런 지경에 빠지든 말든,게임의 시스템은 어김없이 친절한 안내창을 띄웠다. -창을 수리하셨습니다. 내구가 17 떨어졌습니다. 스킬 경험치 5를 얻엇습니다. *수리 스킬을 계속 올리면 낡은 물건을 새것같이 고칠수 있게 됩니다. "어휴!진짜 재수도 없지" 경비병 NPC에게 끌려가던 유한은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빠져나올수 있었다. 물론 말만으로 되지않아 수중에 남은 10골드를 몽땅 뇌물로 바쳐야 해다. 뇌물에 헤벌쭉해진 경비병 NPC의 표정이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않았다. 다짜고짜 수리를 맡긴것도,턱도 없이 첩자라고 몰아세운것도 처음부터 뇌물을 받아내려는 수작이었는지도 모른다. "제길,게임속의 세상도 썩은건 똑같군" NPC주제에 유저를 상대로 그따위 짓을 저지르다니! 바츠 시절엔 이런식으로 수모를 겪은 적이 없었다. 직업이 전사 였기때문인지,당시엔 아직 패치가 세세하게 안 되어서 그런진 몰라도 감히 자신에게 시비를 건 NPC가 없었다. 한참을 투덜거리던 유한은 자신의수리 성공 확률이 얼마인지살펴보았다. '43퍼센트라........이대로라면 한동안은 꽤나 욕을먹겠군' 처음 장사에 나서는 초보 대장장이의 수리 성공률이 60%인걸 감안하면 상당히 나쁜편에 속했다. 공략 사이트들을 보니 수리 스킬에 대해서 이렇게 언급하고있었다. 당신이 부러트린 검의 숫자만큼 수리 스킬의 랭크가 올라갑니다. 그리고 수리 성공 확률은 랭크 외에도 솜씨가 얼마나 되는가에 영향을 받기도한다니 시간이 나는대로 솜씨를 많이 올릴것을 권하고 있었다. "내 솜씨가 15정도인데 좀더 높일 방법이 없을까?" 솜씨를 높이는 방법은 얼마든지있다. 레벨을올리면서 볼규칙적으로 추가되는 스탯을 알뜰히 모으던지,아님 요리 스킬이나 그림 스킬과 같이 솜씨를 높여주는 스킬을 배우면 된다. 하지만 그러기에 시간이많이 걸린다. 요리나 그림 스킬도 쉽게 랭크를 높일수 잇는것이 아니다. "흐음!어쩌면 좋지?" 잠시 고민하던 유한은 무릎을 탁 치더니 그대로 게임에서 로그아웃했다. 캡슐 밖으로 나온 그는 방안의 컴퓨터를 켜서 이메일을 확인해보았다. 저번에 바츠가 해킹된 다음,게임사에서 위로랍시고 최신형 캡슐과 아르페디아 온라인 6개월 무료이용권,그리고 특별 아이템 한개를주겠다고 했었다. 이중에 캡슐은 아직 집에 배달되지 않았고,6개월 무료 이용권과 특별 아이템은 이메일로 전달되었다. 유한은 건성으로 넘겼던 특별 아이템을 확인하기 위해 메일을 열었다. 특별 아이템은 더러 게임 내에서 흔하지않은 특수한 기능을 지원해 주는 경우가 있기에 잘만 걸리면 상당히 쓸모가 있다. '제법 솜씰르 높여주는 아이템이 나오라' 유한은 예쁜 목걸이처럼 생긴 아이템을 커서로 눌러 확인했다. [티케의 부적] 방어 2상승 마법 방어력 10%증가. 설명 : 행운의 여신 티케가 내려준 부적.걸고 있음녀 재수가 좋아질것 같다. 티케는 아르페디아 세계에서 행운을 관장하는 여신이다. 그래서 스탯 중에 행운을 왕창 올려주는 효과가 있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행운이 높아지면 수리 성공률도 좀 높아지는데,이건 아무리 살펴봐도 생산과 관련된 아이템은아닌듯했다. "쳇!이게 뭐야!이게 무슨 특별 아이템이야? 마법 상점에서 파는 아티펙트도 이보다는 낫겠다" 유한은 드림맥스에 대한 악감정이 100증가하는것 같았다.무엇보다 문구가 더 기분나빴다. 차고 있으면 재수가 좋아질거라니.마치 유한이 지금까지 재수가 없어서 해킹을 당하고,이런 고생을 하는거라고 조롱하는것 같지않은가. "쳇!기대했던 내가 바보지" 확 삭제해 버리려다가 참았다. 저렙인지라 이 정도의 아이템도 아쉬운 판이었기에. 유한은 다시 캡슐에 들어가 게임에 접속했다. 이제 수리 스킬의 랭크를 올리려면 팔에 알통이 베기고 손바닥이 까지도록 모루를 두들기는 방법밖에 없다. BY RAYAN 수리의 비결 1 -낫을 수리하셨습니다. 내구가 13떨어졌습니다. 스킬 경험치 5를 얻었습니다. '어째 제대로 고친적이 한번도 없냐' 내구가 떨어지면 수리를 해도 경험치를 조금밖에 받지못한다. 유한은 원망스런 눈빛으로목에 차고있는 목걸이를 바라보았다. 차고 잇으면 재수가 좋아진다더니 뻥이 아닐까 싶었다. 유한은 짤막해진 낫을 상대방에게 건넸다. '농부'를지향하며 파종과 채집,수확에 열을 올리던 유저는 길이가 줄어든 자신의낫을 보며 떨떠름한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어쩔수없다.초보농부라서 수중에 돈이 별로없어 유한처럼 레벨은 낮지만 대신 요금이 산 대장장이에게 수리를 맡긴 자신을 탓할수밖에. "휴우!" 농부를 한숨을 푹 내쉰후 낫을 들고 사라져버렸다. 오늘만 해도 이와 비슷한 일이벌써 3번째였다. "이놈의 게임은 수리 성공률이 왜 이리도 지랄 같담?" "수리를 하라는거야,말라는거야?" "장비를 안부숴 먹으려면 비싼돈을 주고 NPC대장장이를 찾아가라니,이거 너무 하는거 아니야?" '수리해드립니다'라는 팻말을 세운 대장장이들 앞으로 줄줄이 모여든 유저들이 제각기 분통을 터트리고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발덴 광장의 대장장이 유저들은 대부분 수리 성공률이 70%미만의 초,중레벨이었기 때문이다. 장비를 맡겼다가 내구가 깎이거나 부러지면 어느 누구라도 혈압이 오를것이다. "그래서 아예 수리에 신경 안쓰는 사람도 있다지?" "아,'가우리'길드의'욘락대왕'님 말이야? 그양반은 늘 칼을 다섯개씩 들고 다닌다며?" "내구가 다 닳을떄까지 쓰고 그냥 버린대.그래선지 칼도 싼거만 쓴다고 하더군" "아니야.그래도 한 자루는 길드 대장장이가 만들어준 걸로 진짜 좋은걸로 갖고 있다더라" 유한도 재활용을무시하며 장비를 험하게 다루는 유저들에 대해서들어보았다. 그러나 그들은 돈이 많거나 레벨이 높은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많은 유저들은 자신의 무기에 애착을 가졌고,수리때마다 온전하게 살아남길(?)바랐다. 또한'숙련도'라는 수치가 있는데 이것은 장비를 사용할때마다 상승한다. 숙련도가 올라간 장비는 공격력과 방어력이 상승하고 무게가 가벼워지기에 대부분의 유저들은 하나의 장비를 오래 사용하는 편이었다. 물론 사악한 드림맥스는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지않았다. 유저들이 자주 장비를 구입해야 게임회사가돈벌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수리 성공률은 표시된 확률보다도 더 나쁘게 나왔다. 70%라고 10중에 7번이 성공하는게 아니라 10중에 7번 실패할수 도 있었다. 워낙에 이러다보니 추가로 행운이높아야한다는둥,닥치고 수리성공률을 높여야한다는둥,유저들 사이에 말들이 많았다. "크악!야 이색키야!이게 어떤 철퇴인데 분질러 먹어!" "케켁!이,이건 고의가 아닐........" 수리 문제로 옥신각신하다가 드잡이까지 당하는 대장장이도 있었다. 바로 옆에 있던 대장장이가 바닥에 내팽개쳐지는것을 보고 유한은 조용히 팻말을 내렸다. 이곳에서 어물쩍거리다간 자신도 그 유저 꼴이 날수있었기 때문이다.아니,그 유저보다수리 성공률이 더 형편없는 자신이라면 더 험한 경우를 당할수도 있었다. 실제로 꽤 고가의 검을 부숴먹은 대장장이 유저가 검의 주인에게 현피를당했다는 기사가 9시 뉴스에 뜨기도했다. '어떻게 하면 수리를 잘할수있을까?' 남에게 욕먹기 싫었던 유한은 그동안 수리를 해서 번돈으로 싸구려 단검들을 사서 일부러 분질러 가면서 수리스킬의 숙련치를 높였다. 그렇게 며칠을 하니 수리 스킬이 8랭크에 올랐고,수리 성공률도 45%로 조금 높아졌다.그러나 들인 공에 비해 발전속도는 더디기 그지없었다. '제길,생산 스킬은 잘 만드는 비법을 알게 되었는데..........' 물건을 만들떄 표면에 드러나는 선들의형태에 따라 품질의 고하가 결정됨을 알게되었다. 선들이 선명하고 간격이 일정하면품질이 높은편이고,반대로 선들의 간격이일정하지않고 흐릿하면 품질이 떨어졌다. 유한이 수련을 목적으로 산 5골드짜리 싸구려 단검들도 표면의 무늬가 흐릿하고 제멋대로였다. '선들이 이래서야.........어라,이건?' 유한은 부러진 단검을 살펴보다가 고갤 갸웃했다. 단검의 부러진 부위를 중심으로 실금처럼 크랙이 간것을발견할수잇었다. 잘 살피지않으면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작은 균열이었다. "부러지면서 생긴건가?" 수십번도 더 검을 부러트리고 고치다보니 이런 균열이 생긴 모양이다. 거기다 검의 품질이 좋지 않은 것도 한몫단단히 했을것이다. 싸구려다 보니 제대로 된 단조 과정을 거치지 못했을것이고 불과 강도에 취약한것은 당연한일.금속 조직이 엉성한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충격을받았으니 조직의 경계면을 따라 금이 생겼을것이다. 그런데,이 금이 난 자국이 심상치 않았다. 불규칙적으로 생긴것 같앗지만, 대부분표면에 드러난 선들을 따라 갈라져 있었다. 뚫어지다시피 단검을 노려보고있던 유한은어느순간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래,이제 어떻게 하면 알것 같군" 지금까진 파손 부위만 가열하고 두들긴것으로 수리를 해왔다. 그러나 그런 수리 방식으로 게임사에서 설정해 놓은 수리 성공률을 넘지못했다.만약 지금 봤던 대로,선을 따라 갈라진 실금들을 두들겨서 없애 버리면 어떻게 될까? "좋아!한번 해보자!" 유한은 부러진 단검을 청동화로에 넣고 달궜다. 그리고 작은 모루위에 올려놓고 두드리기 시작했다. 파손된 부분을 무작위로 떄리던 전과 달리 실금들을 보면서 꼼꼼히 망치질을 했다. -단검을 수리하셨습니다. 새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훌륭한 상태입니다. 스킬 경험치 80을 얻었습니다. -단검을 수리하셨습니다. 내구가 온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스킬 경험치 65를 얻었습니다. 연속으로수리 성공. 내구도 전혀 떨어트리지 않았다 더구나 그것을 45%의 극악한 수리 성공률을 가진 저렙 대장장이가 해낸것임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역시!내 생각이 옳았어!" 원리와 요령을 알것 같았다. 생산 스킬을 익힐떄와 비슷하다. 그러나 안다고 해서 다 되는것만은 아니었다.눈으로 보고 머리로 이해했지만, 아직 손이 따라가지 못했다. -단검을 수리하셨습니다. 내구가 2떨어졌습니다. 스킬 경험치 20을 얻었습니다. "제길,이런건 무리라는건가?" 방금 유한이 수리한 단검은 실금이많이 가있고,칼날의 이가 거의 다 빠져 있었다. 버려야할정도로 상태가 나쁜것이었다. 아무리 실금까지 보는 안목을 키워도 완벽하게 수리를 해낼수는 없었다. '손재주.........그러니까 솜씨가 더 필요하단거로군' 역시 수리 스킬 랭크를 더 높여야 할것 같았다. 수리 스킬 8랭크로는 겨우 나무나 무쇠로 된 D급 장비들밖에 고칠수 없는데,좀더 고급 장비들을 만지기 위해서는 수리 랭크를 높일 필요가 있엇다. "좋았어!이제부터 수련치를 마구마구 올리는거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는 요령만 알면레벨업은 훨씬 쉬워진다. 덩치큰 사냥감을 잡을때는 급소를 노리면 되고,캐릭을 성장시킬때도 정해진 길이아닌 지름길을 찾아가면 더 빨리 키울수있다. 지금 유한은 제작과 수리에 있어 바로 그 요령을 터득했다. 3 유한은 혼자만의 수련터에서 다시광장으로 나왔다. 광장 한편은 여전히 시끌시끌했다. 수리를 맡고자 하는 대장장이들과 수리를 청하는 유저들 사이에서 흥정과 고성,탄식,안도의 한숨이 계속해서 흘러나오고있었다. 이것과 달리 유한은 수리에있어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팻말을 올리기전에 확인해 보고싶은것이 있었다. "님,이것좀 봐주세요" 유한은 이곳에서 제일 수리 스킬이 높은'질풍장인'이 이라는 대장장이를 찾아가 대뜸 단검을 내밀었다. 수리 스킬을 올리기위해 일부러 내구를 마모시킨 싸구려 단검이었다. "뭐요? 고쳐달라고? 새로 사는게 나을것 같은데?" 질풍장인은 뭐 이런것을 다 고쳐달라고 하느냐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뇨,고칠 필요는 없고 좀 봐주세요" "보긴 뭘 봐줘요? 볼것도 없구먼" "좀 자세히 보라고요.이상한거 안보여요?" "아니,그러니까 뭘 보라는건데?" "그러니까 표면에........" 유한은 미세한 금이 보이지 않느냐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혹시 다른 대장장이유저들이 모르는 사실이라면 훌륭한 영업비밀을 남에게 덜렁 알려주는 꼴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뭐 아무튼,단검이 어떻게 깨진것 같아요?" "어떻게 깨지긴 어떻게 꺠져요? 그냥 가로로 뚝 분질러졌구먼" 질풍장인은 더 상대하기 귀찮다는듯 단검을 건네주며 고개를돌렸다. 그는 파손부위 아래쪽에 세로로 생긴 미세한 실금들을 보지 못한듯했다. 유한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다른 장인들에게서도 똑같이 물어보았다. "아니,그러니까 대체 뭘 보라는건데요?" "이거 싸구려의 모습을 한 전설의 무구라도 되나요?" "님,혹시 용팔이 NPC에게 속아서 샀수?" 다른 대장장이들의 눈엔 일정한 방향으로 난 선이나 금이 보이지 않는듯했다. 전혀 그런것에는 신경을쓰지 않는것인지,그렇지 않으면............ '역시 내눈에만 보이는건가?' 발덴 광장의 대장장이들이 대부분 레벨이 낮은 이들이라 그럴지도 모른다. 고레벨 대장장이들에게는 나중에 또 물어보면 알수있겠지만, 중요한것은 대부분의 대장장이들이 보지못하는것을 자신이 볼수 잇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통찰력을 기반으로 해서 낮은 수리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우수한 수리 실력을 갖게되었다. '그래,확인은 이 정도면 충분해' 확인을끝낸 유한은 사람들 눈에 잘띄는곳에 팻말을 세웠다. '30골드에 D급 이하의 장비를 완벽하게 수리해 드립니다' 라고 써놓으니 지나가던 유저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한번씩 돌아보았다. "뭐? 삼십 골드?" "D급이하만 수리해준다면서 뭘 저리 비싸게 불러?" "아니,그보다도.......완벽하게 수리해준단다" 이곳에 있는 다른 대장장이들이 대부분 10골드에서 15골드 사이를 수리비로 받는것에 비하면 비싼편이었다. 게다가 척 보기에도 초보 대장장이임이 분명한 자가 완벽하게 수리를 해주겠다고 장담하고있었으니. "멱살 잡히고 싶어서 안달난 인간이구먼" "게임을 하루이틀밖에 안해봤나 보지뭐" "혹시 우리가 모르는 초고렙대장장이가 아닐까?" "초고렙 대장장이 따위가 왜 저렙들이 사는발덴에 어슬렁거리고 있겠냐? 더구나 D급 이하만 해준다잖아.고렙쯤 되면 B급 이상장비를 수리해야 경험치를 얻는다고,저건 절대 고렙이 아니야" "잠시 인심 좀 쓰려고 온건지도모르지" "그래도 차림새를 보면 고렙은 절대 아니야" 터무니없을정도로 자신감에 찬 엉뚱한 녀석의 등장에 유저들은이리저리 한마디씩 했다. 만약 눈앞의 캐릭터를 조정하는사람이 과거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역사에 한획을 그은 바츠 유저였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다들 어떤 표정을 지을까. 유한은 광장 바닥에 퍼질러 앉아 느긋하게 손님이 찾아오기를기다렸다. 이렇게 비싸더라도 분명 한두사람은 호기심에 수리를 맡길것이다.그때 제대로 된 실력을 보이면 사람들의 반응은 확 달라질 것이다. 오래지 않아 첫번째 손님이 나타났다. 그런데 녀석을 본순간,유한의 얼굴이 험하게 일그러졌다. "저기님,진짜 완벽하게 수리해 줄수있으신가요?" '이 새끼가 왜?' 지금 수리를 해달라고 찾아온 녀석은 검정고시 학원에서 두번이나 마주쳤던 비곗덩어리였다. 게임 시스템상 얼굴과 몸매를 크게 바꾸지 못하기에,단번에 알아볼수 있었다. 캐릭터 이름은 '라스트모히칸' "제가 힘들여 오크 전사를 잡아서 얻은 '오크니스 액스'에요.제발 흠없이 수리좀 해주세요" 녀석은 현실의 양아치스런 태도는 어디다 버렸는지,매우 공손하게 부탁을 해왔다. 물론 수리를 잘못해주면 본색을 드러낼지도. '쳇!이 색키가 왜 하필이면첫빠따야?' 세상 참 넓고도 좁았다. 유한은 수리하다 실수인척 녀석의 도끼를 확 부셔먹고 싶었다. 그러나 참아야했다. 사소한 원한 때문에 대의를 그르칠수는 없었다. 오크니스 액스는 D급 장비들 중에서도 상급에 속한 물건. 이걸 흠없이 잘 고치면 단번에 좋은 평가를 받을수있다. "좋아요.한번 맡겨 보세요" 유한은 오크니스 액스를 넘겨받았다. 도끼날은 물론 자루까지 빠지지않고 세세하게 살폈다. 오크니스 액스는 도끼날 중간에 이가 크게 빠져 있었고,몸체에도 미세한균열이 가있었으며,자루도 흔들흔들했다. 전체 내구는 58인데 22나 깎인 상태였다. 상태를 살펴본 유한은 곧바로 수리하기 시작했다. 일단 청동화로에 숯을 넣어 불을 붙이고 도끼와 자루를 분리시켰다. 도끼날은 화로에 넣어 달군 다음, 모루에 옮겨놓고 망치질을 시작했다.이가 빠진 부분을 두드려 메우고,실금을 따라 골고루 야무지게 두들겼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저런다고 잘 고쳐지는거 아닌데 말이야" "그래도 꽤 정성을 들이는것 같지않냐?" 주변에서 구경하던 유저들이 한마디씩 중얼거렸다. 그들이 뭐라거나 말거나 유한은 수리에만 정신을 집중했다. 수리할때 다른데 신경쓰는짓은 사냥할때 몬스터를 앞에두고 뒤를 돌아보는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비곗덩어리가 유한의 신경을 건드렸다. "근데 대장장이님 어디서본듯한.......?" "어이쿠!손이 미끄러졌네!" "허억!조심하세요!조심!" 유한이 일부러 실수하는 척하니 비곗덩어리는 화들짝 놀아 입을 다물었다. 녀석의 그런 모습에 재미가 들린 유한은 이리저리 장난삼아 실수하는척하며 비곗덩어리의 애간장을 살살 녹였다. 얼마후 ,오크니스 액스에 이가 빠진 흔적이 사라지고,미세한 균열들도 보이지않게 되었다. 유한은 숫돌에 날을 갈아서 마무리를 하고 자루는 쇄기와 함께 끼워 흔들리지않도록 했다. -오크니스 액스를 수리하셨습니다.내구가 온전히 회복되었습니다. 스킬 경험치 65를 얻었습니다. "오오!완벽히 고쳤어!" 비곗덩어리는 마치 새것처럼 윤기나 흐르는 도끼를 들고 덩실덩실 춤을췄다. 내구가 어느정도 깎일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온전히 고쳐지니 기쁘지 않을수 없었다. "고마워요.여기 삼십 골드" 비록 작은 돈은 아니었지만, 아이템의 가치에 비하면 거저나 마찬가지였다. "감사합니다. 게임 즐겁게 하세요" 유한은 속으로 확 필드 보스에게 죽어서 경험치나 장비를떨어트리라고 저주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저 녀석 캐릭터 이름을알아놨으니 언젠간 두들겨 맞은 만큼 복수를 해 주겠다고. 이렇게 한번 실력을 발휘하자 다음 손님이 곧바로 찾아왔다. "님,수리 잘한느 모양이네요? 내 칼도 좀 고쳐줘요" 초보 기사로 보이는 유저가 내민것은 이가 빠진 숏소드였다. 어찌나 알뜰하게 빠졌는지 칼이 아니라 톱이라 해도 믿을수 있을정도였다. 척 보기에는 가능성이 없어보엿지만, 생각보다 내구는 많이 닳아있지 않았다.거기다 검신 자체의 손상은 거의 없었다. '호오,잘 다뤘구먼.덕분에 수월하겠네' 지그의 수리 성공률은 45%.그러나 상태가 아주 심각한 것이 아니면 얼마든지 고칠 자신이 있었다. -숏소드를 수리하셨습니다. 신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스킬 경험치 80을 얻었습니다. "오오!이 연속으로 완전 수리!" 내구가 하나도 안깎이고 두번이나 완전 수리를 하는것은 상당히 드문 케이스였다. 고레벨의 대장장이가 아닌 이상 수리하다 보면 이리저리 실패를 하게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유저들이 유한의 앞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들이 자신의 아이템을 고쳐달라고 내밀자 유한의 입이 쟁반을 넣어도 될 정도로 쩍 벌어졌다. '크하하하!이제 뗴돈을 버는것은 시간문제다' 덤으로 수리 스킬과경험치도 팍팍 올리고. 그러나언제나 하늘이 맑기만 한것은 아니다. 먹구름을 드리울때도 있었다. '제기랄,이건 당최 답이 없군' 3번째로 받은 손님이 내민 무쇠 방패는 도저히고칠수가없어보였다. 가운데가 크게 벌어진데다,얼마나 험하게 다뤘는지 사방으로 균열들이 뻗어있었다. 정말 부서지지 않은게 용할정도였다. 전체 내구가 38인데 남아있는 내구는 달랑 2였다. 가만히 놔둬도 시간이 지나면 부서질것인데,수리한답시고 망치를 갖다댔다간 바로 박살 날것이다. "저기,이건 저도 자신이 없는데요" 아무리 돈이 탐난다고 해도 할수 있는게 있고,할수 없는게 있다. "왜요? 안심하고 완벽수리해준다면서요?" "그래도 이건 상태가 너무 심해서...........나 아직 수리 스킬이 8랭크밖에 안된다고요" 유한의 솔직한 고백에 구경하고 있던 유저들이 크게 술렁거렸다. "야,들엇냐? 수리 스킬이 이제 겨우 8랭크래" "근데 어떻게 그렇게 잘 고치지?" "고쳐 주기 싫으니까 구라치는거 아니야?" 유한은 괜히 말했다 싶었지만,유저들은 저마다 떠들면서도 그의 앞을 쉽게 떠나지않았다. 과연 저 대장장이가 고칠수 있을지 없을지 궁금했던 것이다. 최악의 무쇠 방패를 맡겼던 유저도 그랬다. 사실 그가 이곳에 오기전 다른 대장장이들을 찾아갔는데,한결같이 고칠수 없다며 고갤 내저었다. "내구가 다 깎여도 상관없으니까 망가트리지만 말아주세요.제가 처음으로 산 방패거든요.정이들어서 버릴수가없어요" 수리가 실패하면 장비는 파괴되어 사라진다. 유한은 간곡한 그의 눈빛에 마음이 약해져 망치를손에들었다. "좋아요.나도 장담한건 있으니까 부서지면 돈을 받지 않을게요" 유한은 지금까지보다 몇배의 정성과 시간을 들여 방패를 손질했다. 등과 이마에 땀이 흐르고 팔다리가 저려왔다. 하지만, 멈출수가 없었다.중간에서 그만두면 방패는 바로 부서질것이다. -방패를 수리하셨습니다. 방패의 내구가 20깎였습니다. 스킬 경험치 5를 얻었습니다. "오오오!" 주위에 모여있던 유저들이 저마다 감탄사를 터트렸다. 방패의 내구가 많이 깎이긴 했지만, 그래도 부서트리지않고 고친것만 해도대단했기 때문이다. "님!제것도 고쳐 주세요!" "아니에요.제것부터 고쳐주세요!돈은 더블로드릴게요!" 유한의 능력이 확실히 확인되자 장내는 먼저 고쳐달라는 유저들로 도뗴기시장을 방불케했다. "야,저기 구석에 있는 대장장이 말이야.완전 도사더라" "못고치는 무구가 없데.손만 가져다 대면 저절로 고쳐진다고 하던걸?" "에이~설마!" "정말이라니까.더욱 대단한것은 수리스킬이 8랭크라잖아.어디가서 명함도 못 내밀 랭크 갖고 저런 신기를 보인다니 놀랍지안아?" "나도 그럼 내 칼을 한번 가져가 볼까?" 다소 비싼 가격이긴 하지만, 완벽히 수리만 된다면 결코 아깝지않은 금액이다. 거기다 고치다 내구가 조금이라도 깎이면 가격을 할인해 준다니 밑져봐야 본전 아닌가. -10명 연속으로 완전 수리를 했습니다. 명성이 15올랐습니다. '오호,이런식으로도 명성을 주는구나' 유한이 새로운 사실에 감탄하고 있을떄,그의 앞으로 또 다른 손님이 찾아왔다. 이번엔 아주 예쁘고 늘씬한 손님이었다. "무구를 잘 고쳐 준다고 하던데 내 활좀 봐 줄래요?" '헉!얘는..........' 지금 유한의 앞에 선 사람은 저번에 랑켈산 필드에서만났던 궁수소녀였다. 이름이 시아라고 했던가? 그녀도 유한의 낯이 익었는지 아는척을 했다. "어? 어디선가 본것 같은데......." '얘가 까마귀 고기를 처먹었나? 분명랑켈산에서 만났잖아' 유한은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간신히 삼켰다. 왠지 그녀 앞에만 서면 자꾸 심사가 비틀리는것 같앗다. 시아란 름의 궁수 소녀는 유한의얼굴을 뜯어보더니 등짝을 냅다 후려갈겼다. "끄억!뭐,뭐야!" "너!강유한이지!" 너무나도 뜻밖의 소리에 유한은 깜짝 놀랐다. "엥?누구?" 어리둥절해 하는 유한에게 시아는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짜샤!누구긴 누구야,얼마전에도 봤잖아.나라고,송채린" "에엑?" 랑켈산에서 보았던 이 궁수 소녀가 채린이었다니! 유한은 너무나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채린은 그런 모습이 우스웠는지,아님 너무 반가워서 그런지 그 예쁜 얼굴에 환한 웃음을 가득지었다. "우와!너도 이게임을 하고있었구나!하긴 요새 안하는 사람이 거의없으니까"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개발된지 3년.정식으로 서비스를한지는 1년이 조금넘었다. 그동안 여러차례의 크고 작은 패치를 거치며 발전한 이 게임은 국민게임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정도로 성장했다. "아무튼 반갑다.강유한,게임에서 아는사람 만나기가 참 어려운데 말이야" "..........." "너 뭐하는거야? 나 만난거 반갑지 안아?야,강유한!" 유한이 돌처럼 가만히 있자 채린은 어깨를 흔들어보려다가 깜짝 놀랐다. 갑자기 유한의 몸이 환한 빛이 되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지그님의 요청으로 게임을 종료합니다> 유한은 도우미의친절한 설명을 듣는둥 마는둥 하며 캡슐에서 나와 두근거리는 속을달랫다. 오픈베타때부터 해왔지만, 게임속에서 자신의실명이 불리게 된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더구나 상대가 마주치고싶지않던 채린이었기에 놀람은 더했다. "아아,어째 이런 일이......." 우연이라고 하기엔 벌써 2번이나 만났다. 현실에서 만난것까지 합치면 3번이나된다. 앞으로 계속 마주치게된다. '제길,그건 싫은데........' 어릴적 친구가 싫어서가 아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자신의 한심한 꼴을 채린에게보여주고 싶지않았다. 주위의 시선을 확 끌어당길 정도로 예쁘게 자란채린이가 자신의 현재 모습을 보고 무슨 말을할지,그리고 무슨생각을할지 두려웠다. "빌어먹을 ,찾아야 될 놈은 안 나타나고!" 알수없는 마음에 속이 울렁거렸다. 주먹으로 벽을 후려쳐봤지만, 분기는 사라지지않았다. 그런데 이 망할놈의 심장은 왜 자꾸 두근거리는지 모르겠다. 머릿속에 채린의 환한 미소가 스크린샷보다 더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3 "우왓!바츠다,드래곤 슬레이어 바츠야!" "오!광전사 바츠" 군중속에서 유저들의 감탄과 찬사가이어졌다. 거기엔 놀라움도 뒤석여 있었다. 바츠가 어떻게 되었다는건 그들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해킹당했다더니 어떻게 된거야?' "멀쩡하잖아.장비도그대로고" 유한은 유저들의 수군거림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갓다. 해킹을 당하다니.그게 무슨 말인가. 그럴일이 생길리가 없지 않은가.자신의 자랑스러운바츠가 사라지는 일따위 생길리가....... '응? 근데 여긴?' 돌아보니 이상한곳에 와 있었다. 늘 다니던 사냥터와 마을이 아니었다. 회색빛 하늘과 유리와 강철로 된 차가운 빌딩.딱딱한 아스팔트 속의 이곳은 게임속세상이 아니라 한숨만 절로 나오는 답답한 현실이었다. '어째서? 왜 이런데 바츠인채로 나온거지?' 유한은 순잔 이해가 되지않아 혼란스러웠다. 이곳이 현실이라면 바츠가 아닌 유한의 모습을하고있어야 옳았다. 그러나 현실속의 사람들은 그에대해서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아니,눈길조차 돌리지 않았다. 모두들 바츠에 대해 모르고 있는듯했다. '뭐 당연할지도 모르겠지만........' 씁쓸히 웃으며 지나가던 유한은 누군가와 어깨를 부딪쳤다. 고개를돌리니 저번에 자신을 떡이 될때까지 두들겨 팼던 비곗덩어리였다. 캐릭터명이 라스트모히칸이라고 하던가 ?게임에서도 한번 보았다. "뭐야,새꺄!눈깔이 삐었어?" 곧장 비곗덩어리가 큰지막한 주먹을 날렸다. 느닷없이 얻어맞은 유한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곧장일어나 비곗덩어리를 쏘아보았다. 자신은 지금 강유한이 아니라 바츠다. 어째서 바츠의 모습으로 현실에 나올수있었는지 모르지만,마음만 먹으면 저런 비계 정돈 깊게 베기 한방에 쪼개버릴수 있었다. "못할걸? 넌 바츠가 아니니까" "뭐?" 비곗덩어리가 입술을 실룩거리며 말했다. 어리둥절해 하는 유한에게 비곗덩어리는 말을 덧붙였다. "니가 무슨 바츠야.넌 초짜 대장장이일 뿐이라고" 그리고 비곗덩어리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오크니스 액스를든 전사 라스트모히칸의 모습으로,그리고 유한의 모습도 변했다. 바츠의 모습이사라지고,어느새 대장장이 지그의 모습이 되었다. 그래,뭔지 몰라도 사실 이게 맞았다. 바츠는 이미 삭제 되었지 않았던가. "젠장!초짜 대장장이라고 네놈 따위에 당할줄 알아?" 유한은 허리에찬 검을 뽑아들었다.그러나 비곗덩어리는 그 모습을 보고 더욱 비웃기만 했다. "초짜 대장장이도 아니지,넌 쓸모없는 퇴학생이니까" "뭐,뭐야 이자식이!" 비곗덩어리는 또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몇배는 더 크고 무시무시한 랑켈산의 필드 보스 레이징 보어의 모습으로. 그에반해 유한은 지그의 모습도 잃어버렸다. 남은것은 구겨진 셔츠에 추리닝 바지를 입은 추레한 강유한의 모습뿐이었다. "이제 알았냐? 니 원래 모습은 그런거라고" "이 빌어먹을 돼지가!" 유한은 주먹을 불끈 쥐고 비곗덩어리를 향해 덤벼들었다. 그러나 강유한으로선 레이징 보어가 된 비곗덩어리를 이길수 없다. 비곗덩어리의 돌격에 유한의 몸은 하늘높이 튕겨졌다. 그리고 속절없이 아래로 추락했다. 4 쿵! "으악!" 유한은 머리를 감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변이 밝아지더니 사방이 똑똑히 보였다. 책상에 책과 노트는 아무렇게 쌓여있었고,컴퓨터와 캡슐 배선은 엉망으로 늘어져있었다. 바닥엔 먼지 뭉치와 휴지조각,빈패트 병이 구겨진 옷가지와 함께 나뒹굴었다. 창문으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지저분한 자신의 방을 적나라하게 비추고 있었다. "꿈이었나?" 하늘까지 날았다 떨어진다 싶었는데,실은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진것뿐이다. 한심스러운 개꿈. 왜 이런 꿈을 꾸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게임 속에서 정체를 들킨것 때문이라면 망할 비곗덩어리 녀석보다 채린이가 나타나는게 마땅하지 않는가. '아니,채린이보다야 비곗덩어리 쪽이 낫지뭐' 채린이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았다. 전사 바츠,아니 대장장이 지그로서 채린에게 알려지는 것은 상관없었다. 하지만 자꾸 만나다 보면 그녀는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해 알게 될것이다 그는 채린이 자신에 대해서 몰랏으면 했다. 앞으로도 모를것이다. 이제 다니는 학원도 옮길것이고,게임을 해도 쉽게 마주치긴 어렵게 될테니까. 그러나 자존심 때문에 몇년만에 만난 친구를 외면해야 한다고생각하니 한심스럽고 또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망할놈의 현실 같으니. "젠장, 이따위 꿈을 꾸다니.대체 뭔일이 터지려고 그러는거야" 오늘은 즐거운 공휴일인데말이다. 과연 오늘 일진이 좋지 않을모양인지,방문이벌컥 열리며 어머니가 방안으로 들어오셨다. "일어났니?" "예 ,뭐 같은꿈을 꿔서 잠이 확 달아났어요" "다행이구나 .일어나서 씻고 방청소 좀하렴.거지가 보면 자기 소굴이라고 달려오겠구나" 확실히 유한의 방은 귀신 몇은 살고 남을만큼 너저분했다. 이나이대의 사내아이라면 대부분 방치우는것을 소홀히 하게마련이지만, 유한은 좀 심한 편이었다. "그리고 밥 먹고 슈퍼에 가서아버지 좀 도와드리렴" "현이는요?" 강유현.유한의 동생이다. "친구들이랑 만날거라고 아침 일찍 나갔다" "자식,휴일인데도 얼굴 보기 힘드네" "네가 만날 관짝 안에 들어있으니 그렇지" 어머니가 맘에 들지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그녀가 캡슐을 관짞이라 비하하는데는이유가 있었다. 초창기 캡슐과 가상현실 프로그램들에 문제가 있어 안에서 탈진해 죽은 사람들이 더러 나왔기 떄문이다. 강제 종료 프로그램이 도입된거도 다 그 때문이었다. 거기다 실제로 캡슐을 관으로 쓴 사람도 있었다. 가상 현실에 푹 빠져서 죽어서도 계속 하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다던가.9시 뉴스에 나와 한때 이슈가 된적이 있었따. "너도 이제 그 관짝에 그만 매달리고 밖으로 좀 쏘다니고 그래라.니가 무슨 드라큐라니?" "알았어요.알았어" 유한은 어머니와 괜히 다투고 싶지 않았다.어머니 언성을 높이는짓을 하느니 대충 대꾸해주고 시키는대로 하는척하다 돌아오면 편하기 때문이다. "좀 치우긴 치워야겠군" 유한은 옷가지를 발로차서 구석으로 밀어넣고 츄지조각들을 집어다 쓰레기통에 쑤셔 박았다. 환기를 하려고 창문을 연 순간 캡슐안에 나뒹굴고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예,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강유한 고객님.드림맥스 고객 사담실의 실장 양호식입니다" "아,안녕하세요" 누군가했더니 전에 전화했던 게임사 직원이었다. "다름이 아니라 오늘 고객님 댁으로 최신형 캡슐을 배송해 드릴 예정입니다. 오늘 자택에 계시죠?" 휴일인데도 드림맥스 직원들은 쉬지않는 모양이다. 하긴 대한민국에서 접속율 1위 게임이 되었고,해외 진출도 순풍에 돛을 달고 있다는데 휴일이라고 느긋할 순 없을것이다. 그러나 유한에겐 그들의 그런 성실함이 왠지 짜증났다. '제기랄,그런 성실함을 계정 관리하는데나 발휘해 주지' 해커가 유명캐릭터를 다 털어가고 지우는데도 멍청하게 방관하고 있었던 그들.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다.그러나 일이 이왕 이렇게 된거 받을건 확실히 받아내는게 좋았다. "오후 5시쯤에 자택으로 배송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예,그렇게 해주세요" 전화를 끊은 유한은 방을 대충치우고 세수를 했다. 그리곤 딱딱한 식빵 한조각을 늦은 아침 삼아 질겅이며 아버지 슈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네입구에 '행복마트'라고 간판이 달린 가게가 바로 유한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슈퍼였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대통령이 총맞아죽던 해에 세웠다는 가게인데,중소 규모라도 오랜 단골이 많아 그럭저럭 장사가 잘 되고있었다. 대형 마트의 공습에 작은 슈퍼들이 차례로 문을 닫는 추세에 적자를 보지않는것만 해도 어디인가. "허허,우리 구석퉁이 아드님께서 웬일인가?" 각진 얼굴에 후덕하게 생긴 아버지가 유한을 반겼다. "엄마가 가게일좀 도와주래요" 유한의 아버지는 마침 일손이 필요했는데 잘되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청소좀 해라.저 뒤의 물건 좀 정리하고" "왜요? 이만하면 깨끗하구먼" "뭐가 깨끗해.저기 구석에 먼지 안보여?" 아버지가 가리킨 곳은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곳이었다. 그런곳까지 알뜰히 닦으라 하니 유한으로선 귀찬은 노릇이었다. 하긴 아버지의 이런 근면함덕분에 이 작은 가게가 장사가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만날 그러지 말고 청소 로봇하나 사요.요새 성능 좋고 똘똘하고 가격도 싼게 얼마나 많은데" "인마,그런 기계덩어리는 아무리 그래도 사람 손을 못 따라가는 법이야.조금만 움직여 주면 될일을 갖고 뭘 로봇을 사고 말고해?" "편하니까 그러죠" "그런걸 보고 게으르다는거야" 21세기문명 이기들을 거부하는 아버지에게 더이상어떤 설득도할수 없었다.하라는대로 묵묵히 걸레질을 할수밖에. "그런데 너 아직도 아르 뭔가 하는 게임을 하고 있니?" "많이는 안해요" 물론 거짓말이다. 유한은 요즘 지그를 키우는맛에 푹 빠져 하루 대부분을 캡슐 속에서 보내고 있었다. 해커를 잡기위해 시작한 대장장이였지만, 요령을 터득하고 스킬을 높이면서 점점 매료되어 가고 있었다. 아마 해커를 잡은 뒤에도 대장장이로 쭉 게임을 할지도....... "작작해 인마.아버지도 너만할때 온라인 게임에 미쳐서 광렙으로 밤낮을 세웠지만 아무것도 얻은게 없엇어" 유한의 아버지는 온라인 게임 1세대였다. 2D와 3D온라인에 황금 같은 청춘을 바쳤지만, 남은것은 폐인이라는 타이트뿐.서른이라는 나이에 아무것도 손에 쥔것이 없이 살벌한 세상에서 생존 경쟁을해야했다. 그나마 가업을 이어받아 이정도까지 이른것이 다행이라면 다행.그는 아들도 자신처럼 되길 바라지 않았다. 유한의 나이라면 아무리 코스에서 이탈해도 노력만 하면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값진인생을 만들어 갈수 있었다. "디지털로 만든 세계가 아무리 좋아도 현실보단..........어서오십쇼!" 유한에게 충고를 하려던 아버지는 가게 안으로 손님이 들어오자 곧장 깍듯한 태도로 맞아들였다. 좀전에 자신에게 잔소리를 하던 것과는 180도로 다른 모습이었다. 유한은 그런 아버지가 불만이었다. 아무리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약삭 빨라야 한다지만,자신과 비슷한 나이대의 여자애에게 굽실거리는 모습이 달가울린없다. '가만!저 녀석은!' 가게로 들어온 손님을 본 유한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영문 이니셜이 찎힌 티셔츠에 건빵 바지,허리에는 얼룩 재킷을 질끈 묶었다. 밀리터리 풍의 헐렁한패션보다 눈에 들어오는것은 뚜렷한 이목구비에 생기가 넘쳐흐르는 자태. 유한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는 얼마전에 게임에서 만났던 어릴적 친구. 바로 송채린이었다. BY RAYAN 마녀 데보라의 동굴 1 "안녕하세요.아저씨.저 기억 안나세요?" "응? 누구더라?" "아이참!저 채린이에요.채린이" "아하!송씨네 깡패 딸내미!" 깡패라는 단어에 채린의 예쁜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지만, 이내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옛모습이야 어떻든 강씨 아저씨가 자신을 기억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허허,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강산이 변하기도전에 네가 먼저 변해 버렸구나" "호호호,저 많이 에뻐졌죠?" "그래,그래.멋진 아가씨가 다 됐구나.근데 역니 웬일이냐?" "그냥요.옛날에 살던 동네가 얼마나변했나 보고싶기도 하고,또........." 채린은 유한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유한은 모른척 열심히 가게를 청소하고있었다. 그런 유한에게 스르르 다가온 채린은 엉덩일 냅다 걷어찼다. "아얏!뭐하는짓이야!" "너야말로 뭐 하는건데? 옛날친구가 왔는데 무시하기니?" "가,가게 일이 바빠서 몰랐어" "거짓말 마라.너 아까 나 온거 다 봤잖아" 채린은 또 한번 유현을 걷어찼다. 하필이면 무릎아래를 워커로 까 버리는 바람에 3배는 더 아팠다. 게임으로 치자면 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진 셈이고,유한의 HP는 간당간당해졌다. "너 이번까지 치면 세 번째다. 게임에서 만난것까지 치면" '세번째가 아니라 네 번쨰 일텐데..........' 여전히 랑켈산에서 만났던 건 기억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하긴,그때는 레이징 보어한테 쫓기느라 정신이 없었을테니까. 어쨋거나 유한에겐 지나간 일보다 현재가 더 중요했다. 채린이 도끼눈을 하고 노려보고 있었다. "반갑다는 인사 정도는 해야하는거 아니야?" "바,반가워" "헤에,엎드려서 절 받기네.반갑다면 어제는 왜 도망간건데?" 게임속에서 만난 채린이 자신의 본명을 부르며 아는척을 하는 바람에,깜짝놀라 게임 접속을끊어버렸다. "왜그랬어? 내가 무슨 메두사라도 되니?" 메두사는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나오는 중급 몬스터다. 뛰어난 마법 공격에 유저를 석화시키는 독특한 능력을 갖고 있는데,고렙들도 줄행랑을 칠정도로 악명이 높았다. 그렇게 된건 드림맥스에서 메두사의 용모를 너무 무섭게 재현해 놓은 덕분이었다. 레벨 고하를가릴것 없이 매두사를 처음본 유저중 상당수가 상태 불안정에 빠져 강제 로그아웃되었다. 당연히 사람들의 항의가 빗발쳣고,게임사 내부에서도 메두사를 좀 예쁘게(?)패치하자는 주장이 나왔다.그러나, "그 정도는 돼야 메두사 아니겠어?" 부사장이 이렇게 고집을 부려서 아직도 고치지 않고 있단다. 아무튼,얼마나 유명한지 게임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아르페디아 온라인의 메두사'라고 하면 흉측함과 공포의 대명사로 다알고 있을정도였다. 물론, 채린은 흉측함과는 안드로메다만큼이나 거리가멀었다. "그,그때는 엄마가 심부름을 하라고 부르셔서 그랬어" "거짓말이라고 얼굴에 쓰여 있는데?" "진짜라니까!넌 어릴때 친구를 그렇게 못 믿냐?" 유한은 이대로 밀리면 죄다 털어놓아야 할것 같아서 강하게 밀고 나갔다. 확실히'어릴 때 친구'라는 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채린은 더 이상 추궁을 하지않았다. 그틈에 유한은 슬그머니 화제를 바꾸었다. "그런데 여긴 왜 온거야?" 채린의 눈빛을 보자니 엣날 동네를 찾은 이유는 자기때문인 듯했다. 설마 내구가 깎인 활을 고쳐달라고 친히 왕림한 것은 아닐테고. "아저씨,유한이 좀 빌려 갈게요" 채린은 유한의 팔을 잡아끌고 가게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를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보았다. "너 게임한지 얼마나 됐어?" "글쎄,두어달 정도되었어" 오픈 베타때부터 2년정도 되었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이미 바츠는 사라졌고,채린에게 게임페인이라고 자랑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장장이 말고 다른 캐릭터는 없어?" "지그 말고 다른건 없어" 유한은 가슴이 아팠다. 그런 유한의 마음을 아는지모르는지,채린은 곧 말을 이었다. "그럼 부탁하기가 좀 곤란한걸........" "부탁? 무슨 부탁을 하려는건데?" "내가 요새 레벨을 높이는 중인데,던전에 가면 레벨이 잘 오른다고 하더라" 채린의 말이 맞았다. 숲이나 사냥터보다 던전쪽에 더 강한 몬스터가 나오기에 더 많은 경험치와 아이템을 얻을수 있다. 그런데 던전이 무작정 좋기만 한것은아니다. "근데 너는 궁수잖아.궁수면 던전이 불리할텐데?" 초보 궁수들의 경우 필드 같은 개활지에서 익혀놓은 히트앤드런(Hit And Run) 이 몸에 배어 공간이 한정도니 던전에서는 전투를 수행하기 불리했다. 물론 계속 하다보면 던전에 익숙한 전투 스타일을 만들어갈수 있다. 하지만,그렇게 되기 위해선 몇번이고 몬스터에게 터지고 바닥에 드러누워야 했다. "그건 네 말이 맞아.확실히 불리하지.그래서 같이 가줄 사람을 구했는데 두명밖에 못 구했어" "두명 이라............" 어떤 던전에,어느정도 레벨의 유저들이 가는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4인파티가 일반적이었다.그 이하로는 파티 전투를 수행하기 힘들고,그 이상은 경험치나 아이템 분배에 있어 잡음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저마다 수행하고 있는 퀘스트가 있어 바쁘다는거야.퀘스트 안하는애들은 나보다 더한 초보거나 다른 먼 필드에 있어서 불러오기가 어렵고" "그래서 날 찾아온거구나" "너도 이 게임 하니까 혹시나 해서 찾아왔는데,아무래도 안되겠네" 고레벨이면 모를까,저레벨의 대장장이는 급하게 무기를 수리해주고,화살이나 만들어주는 것이 고작이다. 물론 아예 못 싸우는것은 아니지만, 변변한 전투 스킬이 없으니 전투에 큰 도움을 주지는못한다. 오히려 위험에 처하면 구해줘야 하니 짐이 되어 버린다. 지그 역시 마찬가지다. 그나마 유한이 바츠 시절의 전투 감각을 잊지않아 일대일정도가 가능하지,던전에서 몬스터 뗴거리에 둘러싸이면 방법이 없다. 튀거나 아님 잡혀서 죽어야 한다. "언제 갈건데?" 유한이 문득 물었다. "응?" "던전언제 갈거냐고.시간맞으면 내가 도와줄게" 무슨 생각에선지 유한은 같이 가 주겠다고 했다. "너 대장장이 캐릭터밖에 없다며?" "그걸로도 충분해" 그의 말에 채린은 말도 안된다는듯 피식 웃었다. "야,강유한.너 그렇게 까불다가 경험치 잃고 엉엉 운다?" 그녀가 가려는 던전은 초보 대장장이가 들어가기에 위험했다. 자신도 혼자 들어갈 엄두가 나지않아 파티원을 구하고 있는 중이니까. "시꺼,간만에 착한일좀 하려는데 뭔 잔소리.내가 대장장이라도 근접전은 너보다 강할걸" 랑켈산에서의 경험도 있지만, 대장장이라 하여 무조건 약한건아니다. 대장장이라도 경험을 쌓기에 따라 전투에 뛰어난 능력을 보일수 있다. 유한이 갑작스레 던전에 가기로 마음먹은 이윤 서둘러 캐릭터를 키우기 위함이다.고위 대장장이가 되기 위해서는 생산 계열 스킬들의 랭크도 올려야 하지만, 그에못지않게 솜씨나 인내력 같은 기본 스탯들도 중요하다. 기본 스탯들을키우기에 던전 만큼 좋은곳도 없다. "토요일 오후 한시야" 유한의열정이 전해졌는지 채린이 선뜩 말했다. "그때 던전에 갈거니까 발덴 중앙 광장에나와있어" 그녀는 유한을 파티에 넣기로 했다. 친구중에는 마땅히 더 알아볼 사람도없고,유한이 장담을하기도 했기 때문. "알았어.근데 이렇게 이야기해놓고 날 두고 가기없기다?" "너야말로 약속시간 잊지마.그리고 확실히 서포트안해주면 국물도없을줄 알아" 그렇게 말하며 채린은 유한의 다리를 툭 걷어찼다. 친근감의 표시.이런식으로 툭툭 건드려 대는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가지는 알수 있었다. 옛날처럼 자신을 친구로 생각해 주고 있다는것. 아무것도 묻지않고 예전처럼 어울리며 대화를 주고받는다. 마치 어제 놀이터에서 또 보자고 헤어졌던 것처럼. "그럼 토요일 오후 한시에 보자" "알았어.잘가" 동네를 한바퀴 돌러본 채린은 유한에게 인사를 건네고 버스에 올라탔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채린은 창문을 열고 유한에게 다시말을 건넸다. "어이,강유한.힘내라.어깨 축 늘어트리지 말고" "뭐라는거야? 누가 힘이 빠졌다고" "지쳐 보이는거 눈에 다 보여.파이팅이다!다음에 봣을때도 상한 동태 꼴 보이면 그냥 날려 버린다!" 버스는 떠나고 채린도 떠났다. 유한은 채린이 탄 버스가 보이지 않을떄까지 가만히 서 잇었다. '그자식,뭘 알고 있는건가? 아니면 그냥 해 본 말인가?'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이 있었다. 지그가 된 뒤로도 바츠의 플레이 스타일을 버리지않았던 자신이 채린이 파티 이야기를 꺼내자 덥석 하겠다고 달려든 점이다. 고위 대장장이가 되어 해킹범을 잡겠다라는 당위성은 있지만, 지금까지 파티 플레이라곤 전혀 하지않았던 그가 아까 전엔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마치 놀러가자며 부르는 친구에게 이끌린것처럼. "뭐,나쁘진 않겠지" 모르는 놈들과 얼굴 마주하고 할바에 아는 사람이 더 낫지 않겟는가.더구나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터. 유한은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방으로 올라와서 게임을 하려고 캡슐을 열고 들어갔지만,어째서인지 로그인을 하지않고 그냥 나와 버렸다. 뭔가 달랐다. 어제까지 들어갔었던 캡슐이 오늘은 전혀 다른 공간이 돼 버린 듯 낯선 기분이었다. 똑똑똑! 노크소리가 들리기에 문을 열자 어머니가 마치 못볼것을 본것처럼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 관짝이 하나만으론 부족했나 보구나" "아!" 시계를 보니 벌써 오후 5시.1층이 웅성거리는것을 보니 드림맥스에서 캡슐을 보내온 모양이다. "도대체 어디서 돈이나서 캡슐을 산거니?" "산거 아니에요.보상으로 받은 거에요" "보상?" "해킹당했거든요" 유한은 추긍하는 어머니에게 대충 사정을 알려주고는 아래로 내려갔다. 택배업체 직원들은 캡슐을 유한의 방에 내려놓고 바람같이 사라졌다. 새것 냄새가 풀풀 풍기는 캡슐을 내려다보던 유한은 소맬르 걷어붙였다. "뭐 하려고 폼을 잡니?" 뒤따라온 어머니가 시큰둥하게 물었다. "방 청소 좀 하려고요" "어머나,어쩌다 그렇게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되었니?" "글쎼요.잘 모르겠어요" 유한은 방을 싹 치웠다. 아침에 대충 쑤셔 놓고 말았던 것과 달리 청소기로 밀고 걸레로 먼지를 닦고 휴지는 밖에 내다 버렸다. 그리고, "이건 이제 필요없어" 지금까지 애지중지했던 구형 캡슐을마당에 내놓았다. 동생이 필요하면 가져갈것이고,아니면 아버지나 어머니가 팔아치울것이다.그렇게 헌집이 나간 자리에 새집이들어섰다. "그래,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게 좋지" 반짝이는 새 캡슐에 비친 유한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지어져 있었다. 2 "수리가 다 되었스니다" 채린이와 던전에 가기로 약속한 날도 유한은 열심히 발덴의 중앙 광장에서 수리 스킬을 연마하고 있었다. 자투리 시간마저도 소중했던 그는 광장 한편에 팻말을 세워둔채 영업을 계속했다. 솜씨 좋은 대장장이에 대한 소문이 제법 퍼졌는지 이웃도시에서까지 유저들이 찾아와 무구를맡겼다. "헤헤헤!다음에 또 이용해 주십시오" 30골드를 챙긴 유한이 손님을 향해 깍듯하게 인사를 했다. 닷새 내내 죽어라고 수리만 해 댄 덕에 수리 스킬은 7랭크에 올라섰고,수리 성공률은 45%에서 49%로 무려 4%를 높였다. 물론 돈도 꽤 많이 벌었고,명성도 더 올라갔다. "이제 슬슬 이곳을 떠날때가 됬네" 보다 나은 성장을 위해서는 발덴을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초보들만 득시글하는 이곳곽 달리 다른 도시에선 좀더상위 랭크의 무구를 만질수 잇고,그만큼 경험치를높일수 있으니까. "그나저나 시간이 되었는데........." 현실 시간으로 오후 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유한이 내심 늦는 채린을 탓하고 있을때 늘씬하게 빠진 궁수소녀와 제법 멋을 부린 기사,마법사가 그에게 다가왔다. 궁수는 당연히 채린이었고 기사와 마법사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대략 유한보다 2~3살이 많아보였다. "아하하,늦어서 미안" 채린이 넉살좋게 웃더니 옆의 두 사람을 소개시켜 주었다. "인사해.이쪽은 기사 제르스 오빠고,이쪽은 마법사 알덴 오빠야.모두 한성 대학교에 다니고 잇데" "아,안녕하세요?" 유한의 인사에 1,2학년 정도로 보이는 두 사람은 그를 한차례 쓰윽 훑어보았다.이런 안하무인의 태도에 유한은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들은 상관없단듯 자기들끼리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뭐야? 대장장이잖아?" "던전을 탐사하는데 대장장이는 거추장스럽기만 할텐데......." "그러게.차라리 도둑이었으면 좋았을걸" 유한은 욱한 마음에 바츠 유저엿다고 말하려다가 말았다. 말해봤자 이자리서 증명할 길이 없다. "시아야.그러지 말고 우리끼리 가자.우리가 완벽하게 방어해 줄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돼" "그래,이 오빠가 시아는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해줄게" '제르스와 알덴이라..........' 두녀석이 채린을 상대로 거들먹거리고 있는동안 유한은 두놈들이 누군지 곰곰이 생가해 보앗다. 처음 만나는 놈들임에도 불구하고 왠지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름이었다. 대체 어디서 들어봤었던가? '맞다!이놈들은 분명!' 게임 공략 사이트에서 본적이 있었다. 주의 요망이라며 몇 차례 씩 올라온 이름들. '분명 게임하면서 여자들한테 껄떡대는 놈들이라고 그랬어' 두녀석은 레벨이 좀 높은것을 이용해 초보 여성 유저들을 꼬시고 다니는 놈들이었다. 처음에는 게임을 가르쳐 준다며 접근해서 아이템과 경험치를 미끼로 껄떡거렸다. 그러다 여성쪽에서 어느정도 받아준다 싶으면 오프라인에서 만나자고 끊임없이 귀찮게 구는 진드기들이었다. 당연히 두놈의 평판은 '최악'이었다. 중렙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명성치는 0. 여자들에게 엄한짓을 하다 먹은 패널티 때문이다. '채린이녀석.모르고 끌어들였나 보군' 게임을 처음 하는 사람치고 각 사이트의 공략집을 면밀히 살피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게임을 빨리 즐기고 싶은 마음에 대부분은 건성으로 넘어가고 부딪히고 깨져 본뒤에야 공략집이나 관련 사이트를 뒤지는 것이다. '공식 홈페이지에서 명성도만 검색해 봐도 알았을텐데.채린이 이 녀석 그렇게 같이 갈 사람이 없었나?' 하기야 게임상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나쁜 놈인지 착한분인지 어찌 알겠는가 ? 당해보고야 이놈이 나쁜 놈이구나.......라고 아는게 일반적이었다. "아무튼 이녀석은 두고가자.삼인 파티라면 경험치도 더 만이 챙길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얘는 내 친구에요.같이 가기로 약속했다고요" "안돼.가봣자 경험치나 잃을걸.그럼 이 녀석도 손해야" 유한이 내심 생각하는 와중에도 채린은 두사람과 옥신각신했다. 둘은 계속 반대하는 입장이었고,채린은 약속도 했고 친구니까 의리를 지켜야 한다며 완강히 버티고 있었다. 끝날것 같지 않은 싸움은 유한이 나서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형님들 세지않나요?" "훗,물론 우리가 좀 강하지" 유한의 아부에 두 녀석은 우쭐댔다. 레벨 70대.초보들만 득시글한 발덴에서 어깨에 힘주고 다닐만했다.그래봤자 바츠에게는 한방감도 안될 레벨 이지만. 유한은 비웃음을 감추고 말을 이었다. "그럼 저 하나 챙겨주시는것도 문제가 없으시겠네요" "야,누가 대장장이 따위를........" "형님들'꽤 평판이 좋다고'들었는데요.저렙 유저들을 파티로 데리고 다니면서 많이 키워 주신다면서요?" 순간 두 녀석의 얼굴이 굳어졌다. 유한이 '꽤평판이 좋다'는 말에 강세를 두었기 때문이다. '이자식,우리들에 대해 알고 있나?' 두 녀석도 자신들의 악명이 퍼진것은알고 잇었다. 그래서 요즘은 게임을 처음 하는 여성 유저들에게만 수작을 부리고 있는데,이 초보 대장장이는 아무래도 자신들에 대해 아는 듯했다. 의미심장하게 웃고 있는것이 데리고 가지 않음녀 채린에게 까발릴 속셈임이 틀림없다. "대장장이 하나 키워준다고 생각하시고 좀 데리고 사주세요.저 무기 수리 잘하거든요" '맞아요.던전 가서 칼이 부러지면 어떡해요?" 두녀석은 난감한 표정을 짓다가 못이긴척 수락을 했다. "알았다. 그럼 인심 좀 더 쓰는 셈치지" 유한은 녀석들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가는것을 보았다. 그걸 눈치 못챌 유한이 아니다. 놈들은 그냥 순순히 자신을 받아준 것이 아니다.다 속셈이 있는 것이다. '분명 던전에서 떼어 놓을 수작이렷다?' 파티 플레이는 안해봤지만, 혼자서 던전을 돌면서 그런 모습을 종종 보았다. 고렙 따라 던전왔다가 상대방이'귀찮다'고 두고 가는 바람에 고립되어 어쩔줄 몰라하던 초보 군상들. 결국 그런 치들은 몬스터에 죽어 경험치를 잃고 마을에서 부활하거나,죽으면서 떨어트린 아이템과 돈을 바라보며 통곡을하곤했다. '내가 쉬운 놈이 아니라는걸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지' 사실 채린에게 이 둘의 정체를 까발리면 일은 간단하게 끝난다. 하지만 유한은 그렇게'가볍게'놈들을 끝내 놓긴 싫었다. 자신을 무시한 만큼의 합당한응징을 해주리라. 유한은 그렇게 결심했다. 3 아르페디아 대륙은 광대하기 때문에 멀리 갈때는 꼭 탈것이 필요했다. 게임속 다양한 이동수단이 있지만, 단체로 이동할때 역마차만큼 저렴하고 간단한것이 없었다. "자,내려" 록스턴은 발덴 남쪽에 있는 마을로,'은둔의 숲'과 '마녀의 산'으로 가는 관문이다. 마을과 그 인군은 40~60대 레벨의 몬스터들이 우글거리는데 중렙으로 성장하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덕분인지 록스턴엔 갓 초보를 벗어난 유저들이 많았다. '오랜만이군' 유한도 바츠시절에 이주변을 돌면서 레벨을 좀 올렸다. 레벨만 올린게 아니다. 처음으로 게임에 자신의 흔적을 또렷이 남겨두기도했다. '잠깐,그럼 지금 가고 있는 던전이 혹시?' 자신이 아는 그곳이 아닐까? 유한이 가만히 서있자 채린이 물었다. "뭘 생각하는거야? 막상 던전에 가려니까 무섭니?" "아니,채린아.그 때문이 아니라......." "게임할 동안은 채린이 아니라 시아라고 부러.나도 지그라고 부를거니까" 유한이 의문을 표하자 채린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야 게임하는 기분이 난단 말이야.넌 안그래?" "하긴" 사람들이 가상현실 게임에 빠져드는 이유는 현실 일탈때문이다.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 환상과 모험의 세계를 즐기고 있는데 진짜 이름으로 부르면 흥이나 재미가 반감될 것이다. 파티는 록스턴 마을에서나와서 마녀의 산으로 올라갔다. 수풀을 헤치고 계곡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폭포 하나가 나타났다. 콰콰콰콰콰!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뒤로 커다란 동혈이 입을 벌리고 있었는데 채린이 그곳을 가리켰다. "저곳이 바로 우리가 탐험할 던전이야" '큭!역시'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유한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마녀 데보라의 동굴. 록스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곳이다. 레벨업과 아이템 드랍이 잘되기에 만은 유저들이 찾고 있었다. 지금도 유한과 채린이 속한 파티 말고 여러 사람들이 던전으로 들어가는 중이었고,폭포 주변에는 포션과 랜턴,화살 따위를 파는 상인 유저들의 좌판이 가득했다. "마녀 데보라의 동굴..........대체 어떤 곳이죠?" 채린도 이곳이 유명하단거만알지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그녀의 물음에 제로스는 잔뜩 잘난 척하며 설명했다. "삼백여년전,바르카스 왕국을 위협했던 데보라의 본거지라 하더라" 마녀 데보라,혹은 인형술사 데보라라고 불린다. 그녀는 단순한 흑마법사가 아니었다. 자신의 흑마법으로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군단을 만들어서 록스턴을 비롯한 주변지역을 정복했던 여왕이었다. 그녀의 마법 군단은 바르카스 왕국의 수도 발덴을 위협했지만, '용사 카웬'에게 패배하여 먼 나라로 쫓겨나고 말았다고 한다.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다 나오는 이야기야" 록스턴 인근의 정보들을 검색하다 보면 나오는 이야기다.그 인근의 유적이나 몬스터들은 데보라와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난 그런거 안봐요.그런거 보고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그러냐?" 하긴 채린이 공식 홈페이지나 공략 사이트를 뒤적였다면 자신들과 파티는 절대맺지 않았을것이다. "그나저나 네 친구는 왜 우두커니 서 있는거야?" "대장장이 녀석.겁을 먹은것 같은데?" 그러나 유한은 겁을 먹어서 던전 앞에 멍하니 서 있는것이 아니었다. 마녀 데보라의 동굴 옆에 새겨진 금박이 입혀진 문구 때문이었다. [이 던전은 전사 바츠 님이 최초로 발견하였습니다.-바르카스 왕립 학술원-] 아르페디아 온라인은 게임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 던전의 최초 발견자나 미지의 지역에 처음 들어간 모험가의 이름을 푯말로 새겨 기리고있다. 마녀 데보라의 동굴을 최초로 발견한 것은 유한이었다. 동굴 앞에 나됭굴고 있는 돌조각들도 던전 입구를막고 있던 바위를 부수면서 생긴 것이다. 최초로 발견만 한것이 아니라 3층 던전을 최초로 클리어한것도 그였다. 공식 홈페이지 용자의 집에 가면 그 당시의 동영상을 볼수 있다. '그래,이곳에서 레벨을 꽤 올렸었지' 이상할 정도로 가슴이 벅차고 또 슬펐다. 전생에 살던 곳을 방문했다면 혹시 이런느낌일까. "뭐하니,지그야.너 그냥 놓고 간다" "무서우면 들어오지 않아도 돼" 제르스와 알덴,그리고 시아가먼저 던전안으로 들어갔다. 멍하니 문구를 바라보던 유한은 고개를 흔들고 던전 안을 들어갔다. 지금은 감상에 젖어 있을때가 아니다. 4 던전안은 완전 암흑 천지였다. 저 멀리 먼저 들어간 유저들의 고함소리가 들리고,그들이 왔다 갔다 할때마다 번쩍이는 불빛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조심해!이 던전은 몬스터들천지야" 알덴은 지팡이에 라이트마법을 걸어 사방을 좍 비추었다. 그러자 스켈레톤과 목인병(木人兵)등이 시야에보였다.녀석들은 불빛이 나타나자 곧바로 반응하여 이쪽으로 다가왔다. "이것보라고 .이렇게 가까이에 몬스터가 있을줄은 몰랐지?" "던전에선 사방을 잘 비춰보면서 가야돼.언제 뒤통수를 맞을지 모르니까" 칼과 방패를 든 스켈레톤 병사가 파티를 둘러싸고,목인병들이 화살을 날렸다. 위험한 순간, 불꽃이 터지고 칼날 이 번득였다. "리볼빙 파이어(Revolving Fire)!" "휠 슬래쉬(Wheel Slash)!" 요란하고 화끈한 연발 마법과 범위 공격 스킬들이 터져나왔다. 유한과 채린은 가만히 있어도 경험치를 얻을수 있었다. 많이 해 본 솜씨인지,제르스와 알덴은 어렵지않게 몬스터들을 해치워 나갔다. 여유가 있는지 전투중에 이런 저런 충고까지 해줄정도였다. "목인병은 불에 약하니까 파워샷(PowerShot)보다는 불화살이 더 강한 타격을 입힐수있어" "어,그래요? 나아직 불화살 스킬은 안올렸는데" "전투 스킬은 부지런히 올려둬.안그러면 시아 네 친구 대장장이처럼 고생한다" 제르스는 보라는듯이 유한을 가리켰다. 유한은 스켈레톤 병사 하나를 상대로 싸우고 있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나타나자마자 제르스와 알덴의 화려한 기술에날아가 버렸지만, 일부러 그랬는지는 몰라도 유한의 앞에 나타난녀석은 멀쩡했다. 레벨 38의 스켈레톤 병사는 저렙 몬스터들 중에서도 까다로운 편에 속한다. 동작이 빠르거나 힘이 센것은아니지만, 단숨에 박살 내지 않으면 자꾸 살아나 상대하기 귀찮다. "끼이이!" 유한의 공격을 막은 스켈레톤은 가운데 뾰족한 뿔이 달린 방패를 휘둘렀다. 찰나의 순간, 유한은 대장장이 망치로 방패를 후려쳐 버리고는 스켈레톤 병사의 허리를 기욘의 검으로 갈랐다. -경험치 110을 얻엇습니다. -120골드 얻었습니다. -레벨 36이 되셨습니다. 힘이 1 올랐습니다. 솜씨가 1 올랐습니다. "이야 ,제법인걸?" 채린의 칭찬에 유한은 으쓱해 하며 두 녀석을 바라보았다. 제르스와 알덴의 표정이 일그러졋다. 대장장이 녀석이 스케렐톤 병사에게 터져서 바닥에 누울거라 생각했는데 반대로 돼 버렸다. '역시 저자식은초보가 아니야.전투를 많이 해본것 같아' '걱정마.어차피 대장장이야.전투 스킬은 없으니까 다구리당하면 눕게 되있어' 둘은 귓속말을 주고받으며 유한을 어떻게 떨어트려 놓을까 열심히 머릴 굴렸다. 되도록 시아가 의심하지 않도록 조심하는것도 잊지 않았다. '속 보인다,인마들아' 아마 나를 떨어트려 놓을 방법이 잘 생각나지 않겠지. 피식 웃은 유한은 뒤쪽으로 돌아섰다. 바로 뒤에서 목인병이 생성되었기 때문이다. 레벨 39의 나무로 만든 병사 목인병. 마녀이자 인형수사 데보라의 여러 작품들중 하나다. 나무로 만들어 화염 속성의 공격에 취약하지만, 활이나 석궁을 이용한 원거리 공격은 초보유저들에게 큰 위협이 되었다. 일행의 뒤에 생성된 녀석은 팔에 달린 석궁을 유한에게 쏘았다. 머뭇거리던 유한의 다리에 화살이날아와 박혔다. "지그야!" 놀란 채린이 재차 화살을 발사하려는 목인병에게 파워샷을날렸다. 보통 활 공격보다 3~5배는 강한 파워샷은 무시무시한 소리를 울리며 날아가 목이병을 산산조각 냇다. 제대로 크리티컬이 터진것이다. "지그야,괜찮니?" 채린이 다가와 물었다. "걱정마.피는 좀 깎엿지만 죽을 정돈 아니야" 그러나 유한의 표정은 좋지 못했다.실제와 같은 수준의 통증은 아니지만, 통감 옵션을 꽤 높여놓았기에 이번 공격은 상당히 아팠다. 마치 커다란 주삿바늘에찔린것처럼. 더구나 방금전 목인병의 공격은 유한의 체력은 3/1이나 깎아 놓았다. 거기다 화살에 마비 효과가있는지 오른쪽 다리를 움직일수 없었다. "헤,이거 큰소리쳤는데 역시 짐만 되었나?" "그런 소리하지마.넌 잘 싸웠어.재수가 좀 없었던거야" 유한은 자신을 위로하는 채린에게서 제르스,안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고것 참 잘됐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에게 유한은 꾸벅 고갤 숙이며 사과했다. "죄송해요.형님들.저때문에 앞으로도 못가고....." "그러게 대장장인 대장간이나 지킬것이지" 조롱의 눈빛을 보이는 둘을보며 유한은 내심 이를갈았다. "저 때문에 던전 탐사를 그만둘수 없으니까 먼저 가세요" "응? 먼저 가라고?" "무슨 소리야?그럼 널 두고 가라는거야?" 채린이 말도 안된다며 반대했다. 유한은 고개를 저었다. "여기 우리말고도 들어온 사람들이 많아.지체하다간 다른 파티에게 몬스터를 다 뺴앗길거야.그러니까 날두고 형들이랑 먼저가" "넌 어쩌고? 대장장이가 혼자 남아서 어쩌려고?" "좀 쉬면 체력이 회복될거야.그때쯤이면 마비도 풀릴거고.그럼 바로 쫓아가지 뭐" 채린은 고개를 저었지만, 제르스와 알덴은 이런 기회를 놓칠수 없다는듯 그녀를설득했다. 그들이 보기에 이것은 하늘이준 기회였다. "시아야.친구 말이 맞다. 머뭇거리다간 몬스터를 다른 녀석들에게 뺴앗길수 있어" "어차피 같은 파티니까 여기서 쉬고 있어도 경험치는 올라갈거야" "그래,같은 파티원이니까 위치 파악도 된다고.이 근처의 몹들은 다 쓸어버렸으니까 리젠되는데 시간이 걸릴거야.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제르스와 알덴은 이 기회를놓칠 생각이 없었다. 유한이 회복하고 있는 사이에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거리를 벌려 놓을 생각이었다. 대장장이니까 몬스터들을 뚫고 쫓아오기도 쉽지않을것이다. "그냥 나도 같이 기다릴래요.오빠들먼저 가세요" "안돼 ,시아야.경험치 말고 숙련도와 컨트롤을 익히는 것도중요해.그냥먼저 형들을 따라가" 제르스와 알덴은 시아를 설득하는 이 멍청한 대장자이자식이 예뻐 보일 정도였다. 출발하기 전에는 상당히 껄끄러웠었는데 말이다. 거듭된 설득에 결국 채린도 유한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아이템 가방에서 포션을 꺼내서 유한에게 주었다. 마비가 풀리는데 도움은 안되지만 체력을 회복시키고 몬스터들과 싸우는데는도움이 될것이다. "알았어.그럼 마비가 풀리면 곧장 쫓아와야해.위험하면 곧바로 쪽지나 귓속말을 보내고" "그래 .어서 먼저가" 아무래도 두고 가기 껄끄러웠던지,채린은 몇번이나 주저하다가 두 녀석과 함께 던전 저편으로 사라졌다. 파티원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유한은 곁에 놔두었던 랜턴의 불을껐다. 곧있으면 몬스터들이 리제될 것이기 때문에 불을 켜 두는것은 위험했다. '데보라 던전의 몬스터들은 불빛과 소리에 반응해 움직이지' 사실이 그랬다. 이렇게 불을끄고 가만히 있으면 바로 옆에 유저가 있어도 몬스터들은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알덴처럼 불빛을 사방에 비추고 다니는짓이야말로 '나 죽여줍쇼'라고 광고하는 멍청한 짓이었던 것이다. 물론,그것이 몬스터를 몰아오는데는 좋은 효과가 되긴 하지만.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수많은유저들중에서 꽤 노련한 사람이 아니면 이 사실을 모른다. 알아도 가르쳐 주지않을것이다. 아니,안다해도 하기가 힘들다. 인간은 정보의 8할이상을 시각으로 얻는 생물 .본능적으로 어둠을 두려워하고 ,어둠속에서 활동하는데 익숙하지않다. 불리하다는것을 뻔히 알면서도 랜턴을 찾게 되어있다. '그러나 나는 다르단 말이야' 유한은 랜턴이 필요없다. 바츠 시절데보라 던전을 안방 들여다보듯 속속들이 파악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시스템은 가상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실제와 똑같이,혹은 더 높은 수준으로 리얼리틸 반영하곤 했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때가 됬군' 얼마쯤 어둠속을 바라보고 있었을까. 유한의 눈에 리젠된 몬스터들의 흐릿한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포션의 약발이 도는지 체력이 거의 회복되었고 동시에 다리에 걸려있던 마비도 풀렸다. 씨익!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사실,유한은 목인병이 쏜 화살을 충분히 피할수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부위에 맞아준것이다. 그리고 일부러 채린을 설득해 파티원들을 먼저 보냈다. 유한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며 사악하게 웃었다. "크크크,이제 슬슬 반격에 나서 볼까?" BY RAYAN 악당을 처리하다 1 유한이 일행과 떨어진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바츠라면 모를까,대장장이 지그인 상태로 놈들과 함께 있으면 응징할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이제 놈들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 "크크큭!아주 피똥을 싸게 만들어주마" 유한은 한손에는 망치를.그리고 또 한손에는 집게를 들었다. 딱! 딱! 딱! 유한이 공구들을 두들기자 주변에 리젠된 몬스터들이반응을 보였다. 그중 가까운곳의 스켈레톤 병사들이 먼저 유한에게 다가오기시작했다. "자!따라와라,아그들아!" 유한은 뛰었다. 그냥 뛰는것이 아니라 되도록 발소리를 크게 울리면서 뛰었다. 더 많은 몬스터들이 반응하며 유한을 쫓아왔다. 개중에는 중간 보스급인 우드 골렘도 섞여 있었다. "케케케!" 유한이 뒤를 돌아보자 십수마리의 몬스터들이 열심히 따라오고 있었다. 이정도로는 레벨 70대의 제르스와 알덴을 쓰러트리기 어렵지만, 저레벨의 다른 유저들에겐 큰 위협이 될것이다. '어디 마땅한...........' 주위를 살피던 그의 눈에 마침 전투를 벌이고 있는 파티가 포착되었다. '룬의 자식들'이라는 이름의 파티였다. 뒤로 처진 성직자는 랜턴을 들고주변을 비추며 동료들에게 힐(Heal)을 써주고 있었고,마법사와 기사로 보이는 두 사람은 앞에서 열심히 몬스터를 도륙하고 있었다. 그들은 전투에 집중하고 있던지라 유한이몬스터들을 끌고 오는것을 보지 못했다. "으랏차!" 쨍강! 유한은 성직자가 들고 있던 랜턴에 돌을 던졌다. 랜턴이 깨지면서 불이 꺼졌고,순간 파티원들은 어둠에 사로잡혔다. "어라? 랜턴이 왜 꺼졌지?" "야!빨리 불을켜!" 파티원들이 당황한느 사이,유한은 교묘하게 그들 사이를 빠져 나갔다. 그리곤 곧바로 걸음을 멈추곤 벽에 찰싹 달라 붙었다. 순간 그는 벽과 하나가 되었다. "키끼?" 유한을 쫓아오던 몬스터들은 갑자기 유한이 사라지자(?)당황했다. 그러나 그들은 오래 망설이지 않았다. 근처에 시끄럽게 날뛰는 침입자들이 있었기에 곧바로 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켁!뭐야? 왜 이리 갑자기 많아졌어?" "젠장,앞이 보이지않아 제대로 공격을 할수가......" 룬의 자식들 파티는 몬스터들의 공격에 당황했다. 랜턴이 깨져버려서 제대로 된 공격과 방어를 할수 없는데다가 중간 보스 우드 골렘을 비롯한 몬스터 떼가 새로이 가세하자 제대로 몰매를 맞게 된것이다. 일격필살이 가능한 것이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전투 시스템.그것은유저만이 아니라 몬스터에게도 유효한 시스템이었다. 마법사가 뒤늦게 라이트 마법을 쓰려했지만, 목인병이 날린 화살을 머리에 맞고 즉사하고 말았다. 그렇게 파티 룬의 자식들은 전멸을맞았다. "아이고,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야?" "흑흑,내 롱 메이스가......." "어디서 갑자기 몬스터 떼거리들이나왔지?" 어두워서 제대로 보지못했지만 ,자신들이 상대하던 몬스터들 외에 다른 몬스터들이 나타났다는것은 알수 있었다. 분명 비정상적인 숫자였다. 몬스터들이 한장소에이렇게 많이 리젠되지는 않으니까.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대체 어떤 개자식이 몹몰이를 한거야?" "잡으면 죽여버릴테다" "흑흑,어떻하냐..........나 롱메이스 떨어트렸어" "시끄럿!나도 방패 떨어트렸어,임마!" 쓰러진 룬의 자식들은 죽은 다음에도 한참동안 그자리에 누워있었다. 이대로 부활을 선택하면 록스턴에서 다시 시작해야 되기에 떨어트린 아이템을 회수할수 없다. 저벅저벅. 몬스터들이 사방으로 흩어지자,쓰러진 룬의 자식들 쪽으로 누군가가 다가왔다. 어두워서 얼굴을 알아볼수는 없지만 몬스터와는확연히 다른 발걸음 소리. 순간,룬의 자식들 파티원들이 바빠졌다. -님아 ,살려주셈! -살려주면 그 은혜는 잊지 않겠음! 죽은 유저는 살아있는 유저에게 말을 건넬수 없다. 게임시스템이 그렇기 때문에 룬의 자식들 파티원들은 비주얼 키보드를 두들겨 열심히 대화창을 올렸다. 그러나 유한은 살려달라는 그들의 대화창을 깡그리 무시했다. 그러나 그들이 떨어트린 돈이나 무기들은 무시하지 않았다. -아악!안돼! -어떤 개쉑이냐? 내 방패 주워가면 뒤진다! '쏘리,댁들에게 감정이 있어 이런것은 아니우' 유유히 남의 돈과 무기를 챙긴 유한은 또다시 공구들을 딱딱 두들겼다. 그러자 주변에 흩어졌던 몬스터들이 곧장 반응하여 다가오기 시작했다. 유한은 몬스터들을 끌고 또 다른 희생자들을 찾아 떠났다. 남은것은 퍽치기를 제대로 당한 룬의 자식들뿐. "으으!아까 그 새끼 캐릭터명 봤냐?" "어두워서 안보이던데" "그 개새끼,누군지 모르지만 절대 그냥 안둔다" 록스턴에서 재부활한 룬의 자식들은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잃어버린 무기는 무기는 무기상에서 사서 충당하고 곧바로 마녀 데보라의 동굴로 달려갔다. 몹몰이를 하며 퍽치기를 하는 비매너 자식을 잡아야 했다.그리고 빼앗긴 아이템도 돌려받아야 했다. "크엑!" 유한은 또 하나의 길드가 전멸당하자 이번에도 그들의 아이템을 챙겨서 달아났다. 원성이 빗발쳤고 양심의 가책도 느꼈지만, 일단 그런 것은 무시하기로했다. 몹을 몰아와서 전투 중인 파티에게 쏟아버리는 방식으로 모두 7개의 파티를 전멸시켰다. 돈도 주웠고,아이템도 이것저것 많이 챙겼다. '크크,이거 쏠쏠한데.아예 퍽치기 전문범으로 나서봐?' 그러나 이젠 더 하고 싶어도 그럴수 없엇다. 던전 안이 상당히 시끄러워졋기 때문이다. "야,전투 중지!던전 안에 퍽치기 하는 비매너가 있데" "님들 ,좀 도와주세요.그 색키 안잡으면 님들도 뒤통수 맞을거라고요" "GM을 불러야 하는거 아니야?" 마지막 말을 듣는순간 유한은 움찔했다. 사실 이 정도로 GM이 달려오지는않는다. 더구나 어두운 던전의 특성 때문에 유한의 캐릭터가 아직 들통나지 않은 상태. 피해자가 대량으로 속출하면 GM들이 강림하실지 몰라도,드림맥스는 되도록 유저들이 게임하는데 관여하지않으려고 애를썼다. 대신 게임에 수배 시스템을 적용해 놓고 그것으로 PK범을 잡도록 권장하고 있었다. '뭐 이정도면 충분하군' 가방을 슬쩍 열어본 그는 씨익 미소를 지엇다. "그나저나 이놈들이 시아를 데리고 어디까지 갔으려나" 지도를 띄워서 살펴보니 제르스와 알덴은 던전 2층으로 내려가는 입구에있었다. 이동하지 않고 있었는데,그자리서 경험치를 올리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채린이 자신을 기다리자고 버티고 있는지 알수 없었다. "날기다리고 있다면 당연히 찾아가줘야지" 유한은 유저들속에서 슬그머니 모습을 감췄다. 다시 몬스터들을 모아야했다. 되도록 많은 수가필요하지만,던전 안이 시끄러워졌으니 조심하면서 움직일필요가 있었다. 2 채린은 유한을 기다리고 있었다. 제르스와 알덴은 2층에 내려가서 기다리자며 재촉했지만, 의리가 있지 유한을 두고 그냥 갈수 없었다. 채린은 유한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유한은 마비에서 풀린듯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지만, 길을 제대로 못찾아 그러는지 던전을 헤매고 있었다. '마중 가는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채린의 앞에 몬스터들이 한 무더기가 나타났다. 덕분에 채린은유한에 대한 걱정을 잠시 접어야 했다. "트리플 샷(Triple Shot)!" 채린은 화살 3발을 동시에 발사했다. 선두의 스켈레톤 병사가 화살을 맞고 멈칫했지만, 그정도로는 파괴할수 없었다. 오히려 성질만 돋웠는지 놈은 괴성을지르며 도끼를 휘둘렀다. "끼이이이!" "시아야,엎드려!" 채린이 고개를숙이자 알덴이 날린 파이어볼이 도끼를든 스켈레톤 병사를 가루로만들었다. 뒤를 이어 제르스가 뛰어나와 나머지 스켈레톤과 목인병들을 아주 손쉽게 처치했다. 레벨 차이에 이은 아이템발이 수적인 차를 무색케 했다. 초보 지역에서 레벨 70대가 가지는 힘이란...... "고마워요 ,알덴 오빠" "시아야,너 알덴한테만 고마워하기냐?" 제르스는 삐진듯 채린의 어깨를 두드리다 슬그머니 손을 허리춤으로 내렸다. 조금더 아래로 내려가려는 찰나,알덴에게서 귓속말이 날아왔다. '얌마,서두르지마.그러다 저번처럼 따귀맞는다' 그리고 명성치에 패널티를 먹겠지.더 내려갈 여지도 없지만 말이다. '쳇, 알았어' 사전에 충분히 떡밥을 뿌려 놓아야 했다. 그래야 은긴슬쩍 스킨쉽을 해도 거부감을 일으키지않고 오프라인으로 불러내 만날수 있다. 그전까지는 '좋은 오빠들'이라는 이미지를 튼실히 심어둬야한다. 그러기위해선 경험치와 레벨을 올려주는 것은물론,뇌물도 갖다 바쳐야했다. "아무래도 그 활은 공격력이 약한것 같구나.자,오빠가'레인저의 활'을 줄테니까,시아가 쓰도록해" "와!이거 정말 저한테 주는거에요?" "그럼 ,난 기사라서 쓸일이 없거든" "이'레인저의 제복'과 '레인저 장갑'은 어떠니? 나도 마법사라서 이건 못 입는데" 이왕주는거 화끈하게 주기로 했다. "'레인저의 모자'하고 '레인저의 부츠'까지 다 가져가렴" 레인저 세트는 준레어급의 아이템들이다. 상점에서 파는것이 아니라 오직 몬스터를 잡아야 얻을수 있다. 테시아스 필드의 레벨 65급 보스'황야의 무법자'를 잡아야 하나씩 얻을수 있는데,제르스와 알덴도 어렵사기 구했을정도로 세트를 모두 맞추기가 어렵다. D급이지만, 디자인이 멋지고 드문 물건이라서 고렙들도 차고 다니거나 보조 캐릭터에 입혀 놓기도했다. 초보들은 현질이 아니면 착용하기도 어려웠다. 다시말해,부르주아장비. 늑대들의 흑심을 모르는 채린은 그저 멋진 디자인과 D급 최강 공격력을 자랑하는 레인저의 활에홀딱 반했다. "와우,이거 정말 멋지다!고마워요,오빠들!" 두녀석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채린의 늘씬한 몸매에 레인저 세트는 너무나 잘 어울렸다. 찰랑거리는 짧은 치마아래로 미끈하게 빠진 각선미를 보고있자니 투자한만큼 눈이 즐거워진 순간이다. 떡밥이 먹혔다고 생각한 두 사람이 채린의몸에 손을 뻗으려는 찰나였다. 휙!쨍그랑! 뭔가 날아오는듯하더니 주변이 깜깜해졌다. 바닥에 내려놓았던 랜턴이 깨진 것이다. "뭐,뭐야?" "누가 돌을 던졌어?" 목적을 달성하려는 순간에 방해를 받자 제르스와 알덴은 욕지거리가 목구멍까지 튀어나오는것을 느꼈다. '아서라,참자 참아!시아를 꼬시기 전까진 멋진 모스만 보여줘야해' 하지만 그것도 잠시, "꺄아아악!" 어둠속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설마 시아가 몬스터들에게 공격이라도 당한것일까. 알덴은 곧장 라이트 마법을썼다. 그리고볼수 있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수십마리의 몬스터 군단을. 스케렐톤 병사에 목인병,우드 골렘까지.1층에 나오는 거의 모든 몬스터가 한자리에 몰려온것 같았다. "허걱!우째 이런일이!" 알덴은 즉각 라이트 마법을 해제하고는 사방으로파이어볼을 날렸다. 폭음과 함께 몇마리의 몬스터가 날아갔지만, 그것은 몬스터들의 흉성에 기름을부었을뿐이다. "불켜 ,불!" "지금 한가하게 라이트를 쓸때가 아니라고!" 알덴은 연방 연발 마법을 날렸고,제르스도 거검을 뽑아들고 범위 공격 스킬을 연달아펼쳤다. "리볼빙파이어!" "휠 슬래쉬!" 화염계 마법이 폭발할 때마다 잠깐씩 동굴 안을 볼수 있었다. 하지만 눈감고 싸우는것과 마찬가지다 보니 보통때보다 더 많이 맞았고,공격 성공률도 현저히 떨어졌다. 두사람은 어둠속에서 말그대로 난전을벌였다. 여자들한테 껄떡대느라 한동안 레벨업을 소홀히 했지만, 레벨 70정도면 데보라의 던전에서 쉽게 죽지는 않는다. 마녀 데보라의 동굴은 레벨 40~60사이의 초중수들을 위한 던전이기 때문이다. 3 "누,누구세요? 왜 날 끌고 가는거에요?" 제라스와 알덴이 악전고투를 치르고 있을때,ㅊ린은 누군가에게 손목이 잡혀끌려가고 있었다. 대체 누가 자신의 손을 잡은것인자 궁금해 하는 그녀에게 낯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야,나.지그" "뭐야,너였어 ?대체 어딜 헤매다가 이제 온거야?" "하하,몬스터들에게 쫓기느라고 늦었어" 지금 제르스와 알덴이 상대하는 녀석들은 유한이 몰고 온 놈들이었다. 유한이 채린을 데리고 잽싸게 빠지자 목표물을 제르스와 알덴으로 바꾼것이다. "오빠들을 도와줘야 하는데........" 채린이 뒤를 돌아보며 우물쭈물하자 유한은 고개를 내저었다. "안돼.불이 없잖아.이럴때는 가만있는게 두사람을 도와주는거야" 이런 암흑천지에서 제르스와 알덴을 도울 방법은없었다. 도와준다고 어쭙잖게 화살을쏘다가 제르스와 알덴이 맞게 되면 채린만 머더러가 되어버린다. "걱정마.저둘은 강하니까 무사할거야" 그렇게 채린을 안심시킨 유한은 커다란 바위뒤에 숨어 두사람을 지켜보았다. 얼마의 시간이지났을까. 자르고 부수고 마법을 구현하는 소리가 잦아들더니 동굴 한쪽에서 밝은 빛 덩어리가 생겨났다. 알덴이 라이트마법을 쓴것이다. 몬스터들을 다 처리했는지 두 사람의 주위에 몬스터들의 사체가 즐비했다. "헉헉!뒈지는줄 알았다" "제길,피가 거의 다 닳았잖아" 간신히 몬스터들을 처리하기는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체력과 마나를 거의 다 소진하고 말았다. 두 사람은 인벤토리에서 체력 포션과 마나 포션을 꺼내 벌컥벌컥 들이켰다. "도대체 어떤 놈의 새끼가 이따위 짓을 한거야" "잡히기만 하면 아주 뼈를 발라 버릴테다" 제르스와 알덴은 몬스터를 몰아온원흉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대상을 향해 이를 뿌드득 갈아붙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그들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오오오!대박이다,대박!" 죽을 고생 한만큼 보람이 있었다. 죽은 몬스터들 사이에 돈과 함께 여러가지 장비들이 떨어져 있는게 아닌가. "이야!목인병이 롱메이스도 주던가?" "이 방패좀봐.데보라 던전에선 안나오는 준레어 급이라고" 도대체 언제 데보라의 던전이 이렇게 후하게 변했을까. 두사람은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않고 떨어진 장비와 아이템들을 주워모으기 시작했다. 채린에게 레인저 세트를 넘겨주면서 상당한 지출을했기에 은행 잔소를 다시 채워놓을 필요가 있었다. "야,알덴 .너 꽤 챙겼잖아. 그러니까 이 칼은 나한테 넘겨라" "인마,내가 마법 안써줬으면 넌 아까 죽엇어" "무슨........살려주긴,내가 널 살려준거지" 제르스와 알덴은 그렇게 아이템들을 놓고 티격태격했다. 그러나 다툼은 그리오래가지 못했다. "동작 그만!" "엥?" 언제 나타났는지 ,한무리의 유저들이 두사람앞에 서있었다.적게 잡아도 30명이 넘었는데 저마다 살기등등한 눈으로 제르스와 알덴을 쏘아보고있었다. "제르스와 알덴.......이번일은 네놈들 짓이냐?" "응? 뭐가요?" 여자들한테 껄떡대기로 유명한 녀석들.설마 이런비매너 짓까지 할줄은 몰랐는데 아주오리발까지 내미고 있었다. "뭐긴 뭐냐!너희들이 몹을 몰아다 유저들 뒤통수 치고 우리가 떨어트린 장비를싹 걷어갔잖아!" "아니,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겁니까?" 두사람은 진정 영문을 몰랐다. 모를 수밖에.범인은 따로 있으니까. "무슨 소리긴 무슨 소리야!지금 니들 손에 들린 그 칼이 바로 내거다!" 선두에 선 인상 험악한 아저씨 유저의 말에 다른 유저들도 제각기 언성을 높였다. 제르스와 알덴이 미처 아이템 가방에 챙겨넣지 못한 장비들을 가리키면서. "저 롱메이스는 내 거라고!" "내 방패도 저기있구먼!" "이런 쓰벌 놈들!그런 식으로 남의 아이템 훔치면좋냐?" "뭐 이런 새끼들이 있어? 훔친 아이템을 아예 바닥에 깔아놓고 나눠 먹고 있네!"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유저들의 비난에 제르스와 알덴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대체 누가 누구의 아이템을 먹었단 것인가. 자신들은 그저 죽은 몬스터들이 드랍한아이템을 주운것뿐이건만. '힉,설마!' 제르스와 알덴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자신들이 주워 챙겼던 것중에 데보라 던전의 몬스터들이 안주는것들이 있었다. 어쩐지 아이템이 이상하게 후하다 했었다. 대체 어떻게 된것인가? 누가 이런음모를 꾸민것인가? "오,오햅니다!사실은 우리도........" "오해는 무슨 오해!여자를 집적대는 것으로도 모자라 이제 퍽치기까지 하는거냐?" 아이템은 유저들의 땀과 돈이깃든 소중한 물건이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유저들은 두사람을 에워싸고 발길질과 주먹질을 날리기 시작했다. 자칫 머더러가 될수있지만, 그것을 분별할만한 이성은 그들에게 없었다. "아,아니.제 말좀 들어........" 제르스와 알덴은 기를쓰고 변명을 해 보았지만, 유저들에게 씨알도 먹히지않았다. 평소 행실이 너무 좋지 않은탓이다. "저,접속 종료" 이런 상황에서는 내빼는것이 최고,그러나 내뺴는것도 쉽지는 않았다. <공격받고 있는 상태에서는 게임을 종료할수 없습니다. 전투 종료휴에 로그아웃하시기 바랍니다> 게임 시스템이 이러니 강제종료가 어려웠다. 억지로 접속을 끊었다가는 패널티로 경험치와 돈을 날리는것은 둘째치고 캡슐의 가상현실에 맞춰놓았던 신진대사에 문제가 생길수 있었다. 다시 말해 내뺄수가 없다. 이렇게 되면 방법은 하나뿐. "이런 썅!우리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제르스가 거세게 검을 휘둘렀다. 유저 2~3명이 한꺼번에 쓰러지자,둘을 두들기던 유저들이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제르스의 이름이 새빨갛게 변했다. 아까 유저들을 해치우면서 머더러가 된것이다. "어쭈,이제 아주 본색을 드러내시는구먼" "닥쳐!니들이 칠칠맞게 아이템을 떨어트려 놓고 뭔 개소리야!" 이렇게 되면 이판사판,말이 안통하면 주먹이다. 제르스와 알덴이 이런식으로 나오자 유저들도 더이상가만있지 않았다. 전사 계열들은 검과 방패를 뽑아들었고,마법사들은 주문을 외우고 성직자들은 여러 유저드에게 버프를 걸었다. "까불지마!우리 레벨이 얼만지 알아? 70대야,70대!" "흥,고작 그정도냐? 겁없이 까불기에 레벨 100대는 되는줄 알았다" 두 사람을 에워싸고 있는 유저들의 평균 레벨은 40~50대.레벨 10의 차이가 큰것을 감안하면 상대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문제는 숫자였다. 몰매에 장사없다고 30명이 넘는 쪽수는 확실히 압박감이 느껴졌다. 거기다 유저를 상대로 싸우는것은 몬스터를 상대로 하는것보다 훨씬더 까다롭다. 빈틈을 보이면 레벨 70대라도 죽게된다. 절대 방심하거나 빈틈을 보여서는 안된다. 딱!딱! "아얏!어떤놈이야?" 뒤에서 돌멩이가 날아오자 제르스와 알덴은 고개를 훽 돌렸다. "아,미안해요.도와주려고 한건데 형님들이 맞았네요" 언제 나타났는지,대장장이 녀석이 자신들에게 손을 흔들며 아는척을했다. "이 자식이 지금 어떤 상황인줄 알고!" "어어어!앞을 봐요,앞을" 유한의 경고에 두 녀석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랬다. 자신들은 지금 유저들과 대치중이었지 않던가. 황급히 돌아서자 득달같이 달려들고있는 유저들이 보였다. 그중 빠른 몇은이미 코앞까지 와 잇었다. "니들도 죽어서 아이템좀 떨어트려 봐라" 유저들은 유한이 만들어준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제르스와 알덴은 그야말로 폭풍같이 두들겨 맞았다. 칼에 찔리고 몽둥이에 터지고,마법에 굽히고.......한번 기선을 제압당한 상태에선 반격조차 쉽지않았다. '크크크!감히 날 깔본 대가다' 유한은 몹을끌고 오면서 제르스와 알덴몰래 가로챘던 아이템을 뿌려놓았다. 자신을 깔보던 두놈에게 누명을 씌우기 위한것이었지만, 이렇게 간단하게 걸려들줄이야. '너희들은 이제부터 게임하기 무척 피곤할거야' 잃어버린 아이템을 못 돌려받은 유저들은 계속 두 녀석을 쫓아다닐것이다. 한동안 계속 시달릴것이고,퍽치기 전과와 머더러 전과 때문에 게임을 즐기기가 무척 어려울것이다. 역시 공을 들여 음모를 짜낸 성과가 있었다. 처음부터 채린에게 이 둘의 정체를 알려줬다면 이런 재미난 구경은 못했을터. 자신을 무시하는 놈들에게는 응당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한다. 그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유한스스로를 위한 일이었다. 가상현실에서까지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해서야 어디 게임을 즐기는 의미가 있겠는가? "지그야,뭐가 어떻게 된거야? 저 사람들은 왜 오빠들을 패고 있는거야?" "나도 몰라.여기있다간 우리도 휘말릴지 모르니까 얼른 도망가자" "하지만........" "빨리!형들도 네가 얼른 도망가기를 바라고 있을거야" 유한은 채린을 끌고 가다시피하며 2층으로 내려갔다. 등 뒤로 들려오는 제르스와 알덴의 비명 소리가 그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2 "어떻게 되었어?" "떡.실.신 일보 직전이야" 유한이 1층을 살피고 돌아와 말하자 채린은 고개를 저었다. 오빠들이 뭔가 곤란한 문제에 휘말렸다는것은 알지만,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정확히 몰랐다. 거리가 멀어 두사람이 유저들과 나누는 대화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올라가서 상황을 알아보려 했지만 유한이 위험할거라며 말렸다.그가 대신 보고 오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어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던데" "그게........행실이 안 좋은 사람들이었나봐" "행실이 안 좋다니? 누가?" "그 형들 말이야 .게임하면서 여자 유저들한테 치근덕댄다고 하더라.나중에는 오프라인까지 불러내서 껄떡댄다던가?" "에이,설마......" 며칠동안 같이 다니며 경험치를올려주고 멋진 장비도 선물해줬다. 그런 사람들이 어찌. 채린이 믿겨 하지않자 유한은 두사람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까발렸다. "제르스와 알덴이라고 하면 꽤 유명하데.아까 그사람들도 여자친구가 희롱당해서 온거라고 하더라고" "정말이야?" "게임 공략 사이트의 요주 인물 게시판을 보면 알거라던데?" 사실은 그게 아니지만,두 녀석의 전과를 이용해 적당한 거짓말을 만들어 냇다. 채린도 그제야 믿는 눈치였다. "사람은 겉만 봐선 알수 없는 거구나" "과도한 호의에는 엉큼한 목적이 있기 마련이지" 유한은 충고를 하면서 곁눈질로 채린의 아래위를 쓰윽 훑었다. 좀전에는 어두워서 몰랐는데,불빛이 비치는 던전 2층로비에서는 채린의 달라진 차림새를 확실히 알아볼수 있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레인저 풀 세트. 채린이 황야의 무법자를 상대할 레벨은아니고 현질을 했을것 같지도 않으니,제르스와 안델이 준것이분명했다. '그자식들,꽤 공을 들였군' 하긴 성격은 둘째 치더라도 채린은 확실히 미소녀가 아닌가. 미모도 연예인 안부러울정도로 상당하고,성숙미가 쌓인 늘씬한 몸매도 상당히 착한편. 여기에 결정적인것은 현질을 통해 외모를 가다듬은게 아닌.본인이 순수한 자연 미인이란거다. '그래도 그렇지 레인저 세트까지 바친건 심한거 아냐?' 유한도 바츠 시절에 레인저 세트를 모은적이 있었다. 참 어렵게 모았었다. 당시 황야의 무법자를 잡을 레벨은 되었지만, 레인저세트의 드랍이 극악한 탓이었다.틈틈이 사냥을 하다보니 나중에 다 모았을때는 유한의 손에는 그보다 좋고 멋진 아이템들이 수북할때였다. 그래서 유한은 몇번입지도않고 은행 창고 구석에 처박아 두었다. 아마 그역시 해커가 털어갔을것이다. '혹시 그놈들 이거 현질해서 구한건 아닐까?' 레인저의 제복과 부츠는 남녀의 성별이 구분되어 있다. 그러나 장갑과 모자,활은 남녀 공동이다. 숙련도가 쌓인 아이템이나 준레어와 레어급 아이템에는 독특한 부가기능이 있었다. 바로 아르페디아 온라인 유저들이 자신의 아이템에 흔적을 남기거나 지울수 있는 기능이었다.유저들의 아이템에 대한 애착을 강하게 하기 위해서다. 유한도 귀한 아이템들에는 바츠의 이름을 적어두었다. 눈에 잘 안띄는 곳을 골라서........... 플레임 소드나 레드 본 플레이트에도 그랬고,레인저 세트에도 이름을 적어두었다. "활좀 잠시 보여줄수 있어?" "내 활을?" 확인해보고싶었다. 혹시 채린이 장비한 레인저 세트중에 자신이 갖고 있던 것이 있는지.그리고 있다면 두 녀석을 추궁해 누구한테서 구입했는지 알아볼것이다. "모자랑 장갑도 건네주면 더 좋고" "왜 그러는데? 설마 먹고 튀려는건 아니겠지?" "튀면 네가 우리집에 쳐들어오면 되잖아" "맞네" 채린은 순순히 장비들을 넘겨주었다. 유한은 레인저 세트에 자신이 이름을 적엇던 부위를 살펴보았다. 그러나 거기엔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왜그래? 뭐가 문제가 있어?" "아냐,레인저 세트가 꽤 희귀한거라서 그냥 한번 살펴본거야" "그래? 멋지다 싶었는데 비싼거였구나" 유한은 대충 둘러댔다. 자세한 이유를 말하자면 바츠시절에 대해서 설명해야 했다. 또 채린을 못 믿는건 아니지만, 만약 소문이 새어 나가면 해커가 잠수해 버릴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우린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거야? 여기서 던전 탐사를 그만둬야 하는걸까" 제르스와 알덴은 유저들에게 맞아 죽었는지 파티 리스트에서 빠져 있었다. 초보 궁수와 대장장이 단둘이서 이 험한 던전을 뚫을수 있을까.채린은 무척이나 회의적이었지만,며칠동안 벼르고 벼른 데보라 던전의 탐사를 그만두고 싶지않았다. "흐음!글쎼,딱히 그만둘 필요는 없을것 같아" 유한의 말에 채린이 반색하며 물었다. "그렇지? 하지만, 우리 둘이서 가능할까? 랜턴도 없는데................" 2층 로비는 밝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1층과 마찬가지로 어둡다. 몬스터도 2층 몬스터들이 더 강하다. 그러나 유한은 둘이라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다. "내가 아까 도망치면서 신기한 것을 알아냈거든" "신기한거라니?" "오다가 몬스터들에게 쫓기면서 랜턴을 잃어버렸어.거기다 막다른 곳에 몰리기 까지했지" "그런데?" "어쩌나 해서 바위뒤에 웅크리고 있었는데,몬스터들이 반응을 하지않는거야.마치 날 갑자기 못보는것처럼 말이야" "와!그거 설마!" 유한은 바츠 시절 장기간 데보라의 던전을 탐사하며 알아낸 사실을 방금전에 알아낸것처럼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여기 몬스터들은 빛과 소리에 반응해서 움직이는거 같아.그걸 잘 이용하면 크게 어렵지 않게 몹들을 사냥할수 있을거야" 물론 그러기에는 한가지 전제가 있었다. 바로 어둠에 익숙해져야 하는것이다. 유한은 바츠 시절에 그 감각을 익혀 놓았지만, 채린은 그것을이제부터익혀야 했다. "우리가 잘할수 있을까?" "걱정마.나한테 다 작전이 있으니까" 유한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두들겼다. 이미 1층에서 몹몰이를 할때부터 생각해 놓은 작전이었다. "어차피 우리둘로는 다시 던전 밖으로 나가기도 힘들어.차라리 앞으로 나가면서 부딪쳐 보는게 나아" "흠,못 먹어도 고라 이거지?" 채린은 유한이 내미는 손을 잡았다. 생산직 캐릭이라 자신보다 훨씬 불리할텐데도 이상하게 자신감이 넘쳐흐르는 유한이 든든하게 느껴졌다. "자,가자!생초보 둘이서 던전을 통과해 보자고!" "좋았어!" 그렇게 초보궁사와 초보 대장장이는 던전의 어둠속으로 용감하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BY RAYAN 생활의 지혜 1 던전 2층은 1층보다 유저들이 훨씬 적었다. 그럴수밖에 없는것이 2층던전이 더 위험하고,구조상 유저들이 몰려다니며 사냥할수 있는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칠흑같이 어둡고 오싹할 정도로 조용한 던전 안을 유한과 채린은 한걸음 한걸음 조심해서 내디뎠다. '히잉!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훨씬 어둡잖아' 채린은 한치 앞도 안 보이는 던전의 어둠에 치를 떨었다. 워낙에 어둡다 보니 환경설정에 들어가 밝기와 감마,대비를 각각조정했지만 ,그래도 앞을 제대로 살필수 없었다. 그나마 처음보다 좀 나아진게 다였다. "지그야,뭐가 보여?' "쉿!몬스터들은 소리에 에민하니까 목소리를 낮춰" 유한은 채린의 손을 잡고 앞장서 가고 있었다. 한발짝씩 내디디면서 주변을 아른거리는게 없는가 바짝 신경을 곤두세웠다. "으읏, 아무것도 안보이니까 괜히 무서워지는것 같아" 채린은 유한의 손을 잡는것을 넘어 아예 팔을 꼭 붙들었다. 어둡고 고요하고 으스스한 느낌이 완전 유령의 집에라도 들어온듯했다. '이 녀석 이런데 약하구나' 언제나 활달하기만 한 채린에게 이런 모습이있었을 줄이야. 사실 어둠에 익숙하지않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둠을 두려워하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날수록,그리고 혼자일수록 더욱 큰 공포감을 느끼게 된다. 그때문인지 채린은 더욱더 유한에게 바싹 붙고 있었다. 뭉클! 채린이 끌어안은 팔쪽으로 부드러우면서도 푹신한 감촉이 느껴졌다. 통감 옵션을 올리면 좀더 생생한 기분을 느끼겠지만, 최대로 올린다 해도 촉감과 통감이 실제같진 않다. '헤에!채린이 녀석 제법 글래머잖아' 어릴땐 삐쩍 마른데다 피부까지 새까매 성별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아니,초등학교 1학년까지 같은 남자인줄로만 알았다. 그런 채린이 여자란것을 알게된것은 2학년때 같은 반 짝궁이 되면서다.같이 화장실 가자고 했다가 걷어차인뒤 녀석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았다. '후후후!' 채린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걷던 유한은 어느순간 발걸음을 우뚝 멈추었다. 앞쪽에 뭔가 있었다. 어둠속이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청각과 시각등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리니 뭔가 잡히는게 있었다. 삐걱거리는 관절소리와 어스름한 실루엣. 목인병이었다. '주변에 다른 놈들은 없나?' 목인병은 홀로다니지 않는다. 근거리 공격력이 약했기 때문이다. 아니나다를까 멀지않은 곳에 다른 놈들이 있었다.스켈레톤 병사와 던전 2층부터 등장하는 스켈레톤 나이트였다. 레벨 40의 스켈레톤 나이트는 스켈레톤 병사보다 좀더 상위의 마물로서 상대하기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분명 한녀석을 공격한다고 소란을 피우면 주변의 다른 녀석들도 달려들터. 유한이 가만히 서있자 채린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 왜 걸음을 멈춘거야?" "앞에 몬스터가 우글우글해" "정말? 난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귀를 기울여봐.뭔가 이상한 소리가들릴거야"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않았지만, 채린은 유한의말을 믿기로 했다. 던전 안에서 조심해 손해 볼것은 없으니까. "그럼 우리 빙돌아서 가는거야?" "아니,저들 사이를 뚫고 지나가야해.길은 여기밖에 없으니까" "뭐?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데 어떻게?" "쉿!목소리가 너무 크잖아!" 유한이 경고했지만 늦었다. 채린의 말소리가 들리자마자 몬스터들이 반응을 보이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얼른 뛰어!절대 손을 놓으면 안돼!" 유한은 채린의 손을 잡고 곧장 앞으로 달려갔다. 채린이 아프다고 꿍얼대었지만 어쩔수 없었다. 여기서 꾸물거리다가 몬스터들에게 포위되는 날에는 둘다 바닥에 드러누워야 했으니까. "끼이이이이!" "끼끼끽!" 몬스터들이 괴성을 지르며 쫓아왔다. 유한은 계속 달렸다. 중간중간에 가로막는 몬스터들이 있었지만 우회하거나 놈들 사이의 틈새로 날렵하게 빠져나갔다. 그에게 있어 어둠은 전혀 장애가 되지 않는듯했다. '2층은 구불구불한 미로로 되어 있어 1층처럼 계속 쫓아오지못하지' 2층 던전은 갈림길이 있고,코너도 군데군데 있었다. 때문에 몬스터들은 추격을 하다가도 목표를 쉽게 잃어버리곤 했다.유한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 점이었다. 길을모르면 어둠속에서 헤매다 몬스터에 죽을수 있지만, 바츠 시절에 데보라 던전의 지리를 통달해놓았기에 눈감고도 길을 찾아갈수 있었다. '문제는 그래도 쫓아오는 놈들이 있다는거다' 간신히 몬스터를 떨어트려 놓는다해도 금세 3~4마리씩 나타나 따라왔다. 중간중간에 새로 리젠되는 몬스터들이었다. 1층이라면 이런놈들은 동굴 구석에 숨거나 벽에 붙어서 쥐 죽은듯 있으면 피할수 있다. 그러나 2층은 폭이 좁은 미로라서 숨을 곳이 마땅찮았다. 부딪쳐서 발각당할 가능성도 높았다. 그때는 비장의 방법을 쓸수밖에. "죄송합니다. 이놈들 좀 부탁할게요" "앗!뭐하는거야!" 유한은 중간중간 만나는 파티들에게 몬스터들을 맡겨놓고 도망갔다. 이런식의 떠넘기기는 바츠시절에 고안한 방법이다. 사냥을 하는데 방해하거나 몹을 가로채는 비양심파티에 이런식으로 몬스터를 곱뺴기로 넘기곤했다. 물론 자주하지는 않았다. 자주하면 꼬리를 밟힐테니까. "다 왔다!" 유한이 채린이를 데리고 온곳은 2층 던전 중앙의 작은 광장이었다. 2층 로비처럼 환한 이곳에는 몇몇파티가 모여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헉헉!숨차다.그런데 여기는 몬스터가 안나오나 보네?" 주위를 둘러본채린이 가쁜 숨을 가누며 물었다. "일명 '휴게실'이라고도 불리는 안전지대야" "나도 던전이나 사냥터에 안전지대가 있다는이야긴 들었어.그런데 지그 넌 이곳에 안전지대가 있는걸 어떻게 알았어?' 채린의 물음에 순간 유한은 말문이 막혔다. "난 어두워서 앞도 보이지 않는데 넌 몬스터들을 피해서 길도 척척 찾아내더라" "그,그건........" "뭔가 이상해.아니,수상해!너 설마 나보다 먼저 여기 와본거 아니야? 실은 이 게임을 미리 해보았다든지" 궁지에 몰린 유한은 필사적으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아냐.이런거 공략 사이트를 둘러보면 다나와.공략사이트를 뒤지다 보면 숨은 고수들이 알려주는 팁(Tip)을 적잖게 건질수 있어.난 대장장이 라서 약하잔아.던전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런것들을 알아두는게 중요하다 싶어서 주사를미리 좀했어" "응,그랬구나. 난또 그런줄도 모르고" 유한은 간신히 채린의 의심을 잠재울수 있었다. 공략 사이트라는 핑계가 생각나지 않았다면 자칫 바츠시절의 전과를 구구절절 읊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어둠을 꿰뚫어보는 방법도 거기서 안거야?' '뭐 그런셈이지" 유한의 대답에 채린은 두눈을 반짝였다. "그럼 나도 설명만 들으면 어두운데서 앞을 볼수 있겠네" "그,그건 좀............" 바츠 시절에 쌓은 오래된 경험과 감각이 있기에 가능한것이지.아무나 익힐수 있는 요령은 아니다. 유한이 곤란한 표정을 짓자 채린은 가르쳐 달라고 뗴를 썼다. 결국 유한은 그녀에게 요령을 가르쳐 주기로했다. 어두컴컴한 던전안에서 계속 손을 붙잡고다닐수도 없는 노릇이고....... '채린이 배우면 한결 수월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유한은 채린을 데리고 어두운통로로 나왔다. 안전지대와 가깝기에 몬스터가 리젠되지않는곳이다. "어둡다고 지레 겁먹지말고 집중해서 잘살펴봐.어둠에 익숙해지면 상대의 실루엣을 어렴풋하지만 알아볼수 있다고했어" 일명 암(暗)적응을 이용한 방법. "그리고 눈으로 보려고만 하지마.눈으로 보는동시에 귀로 소리를 들어야해.소리를 듣고 방향을 파악하고 소리의 크기에따라 거리를 계산할줄도 알아야해" 유한은 소리를 듣고 위치와 거리를 유추하는 방법을 설명해줬지만 ,채린이 과연 어디까지 이해할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확실히 채린도 힘들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까다롭네.그냥 저기 쉬는 사람들에게 랜턴 하나 달라고 하면 안될까?" "그래도 상관없지.다만 지금 우리가 불을 환하게 켜고 던전을 걸어가는것은 '나 잡아 잡수세요'하는거랑 똑같아" 초보궁수와 초보 대장장이로 이뤄진 파티는 그래서 서러웠다. "알았어,너도 익혔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는 없지" 채린은 자신감을 갖고 배워보기로 했다. 사실 두사람은 얼마든지 쉽게 갈수 있었다. 저기 쉬고 있는 파티들에 끼워달라고 하면 된다. 하지만, 유한은 물론이고 채린도 그런식으로 기생해서 던전을 탐험하기는 싫었다. 거기다 두사람이 초보 궁수에 초보 대장장이라는걸 안다면 거절당할 공산도 높았다. 파티에 도움이 되긴커녕 경험치만 가져가는 거추장스런 존재로여길테니까. 이미 고생을 각오했던 바,어떻게든 둘이서 데보라의 던전을 뚫어야했다. '후후,이 요령을 배우면 랜턴 값을 굳힐수 있겠...........' 쓸데없는 생각으로 잠깐 집중력을 흐트린 채린이 악 비명소리를 냈다. 옆구리를 뭔가 푹 찌른것이다. 몬스터의 공격은 아니었다. 유한이 던전 바닥에 구르는 나뭇가지를 집어들고있었다. "딴 생각하지말고 집중해" "야,너!갑자기 그런식으로 찌르는데 어딨어?" 채린은 유한의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주먹은 허공을 갈랐을뿐이다. 다음순간, 나뭇가지가 이마를 떄리고 지나갔다. "아얏!지그 너!" "집중을 해서 찾아봐.내가 지금 어느쪽에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지 파악해 보라고" 절대 쉽게 익힐수 있는게 아니다. 유한은 채린이 그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주고 싶었다. 물론 채린은 유한이 바츠였던 걸 모른다. 그래서 유한도 금방익힌것을 나라고 못하겠냐는 당찬 생각을 하는 모양이지만,그런 그녀의 자신감은 유한의 자존심을 슬쩍 건드렸다. 바츠는 사라졌어도 바츠의 감각과 지식은 지그에게 계승되고 있었다. 아무리 채린이 모른다해도 그것을 깔보게 놔두고 싶지는 않았다. 물컹! 유한은 순간 깜짝놀랐다. 여유있게 채린을 능락(?)하던 중이었는데 ,방금전에 나뭇가지가 위험한곳을 찌르고말았다. 바로 채린의 착한 가슴을. "뭐야,강유한!너 인마 죽을래!" "으악!" 분기충천한 채린이 유한이 있는 쪽으로 화살을날렸다. 호아급히 옆으로 구른 유한에게로 화살이 계속 날아와 퍽퍽 박혔다. "미안!일부러 한건 아니야!" "계획적이었지,이 엉큼한 자식아!" 화살은 계속 날아왔다. 유한이 민감한 부분을 건드려 준 덕분에 채린의 감각은 100%아니 200%까지 올라갔다. 유한이 어디로,또 얼마나 멀리 피하는지,채린은 모두다 파악했다. "나와,인마!바위뒤에 짱 박혀 있으면 모를줄 알아!" 그렇게 유한의 도움(?)덕분에 채린은 어둠속에서도 사물을 알아볼수 있는 요령을 터득하게 되었다. 2 채린이 성공리(?)에 훈련을 마치자 유한은 주섬주섬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기 시작했다. 그가 서둘러 착용한것은 아래위 한벌의 스케일아머와 나무에다 쇠를 덧씌워 만든 라운드 실드였다. "뭐야? 너 장비를 갖고 있었어? 지금까지 왜 숨긴거야?' "숨긴게 아냐.몬스터들을 피해 달릴때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워서 안꺼냈을뿐이야" 무게가 늘어나면 방어력은 좋아질지 몰라도 민첩성이 떨어진다. 이 아이템들은 제르스와 알덴을 누명 씌운다고모았던 것들중 일부였다. 다급하게 처리하느라 좋은것을 남겨두지 못했지만 쓸만한 것들은 챙겨두었다. "이제부턴 각오해야해.아까처럼 마냥 달릴수가 없으니까" "몬스터가 길을 막고 있기라도 한단 말이야?" 던전 3층으로 내려가자면 가장 좁은 3개의통로들을 지나야 했다. 그 좁은통로에는 몬스터들이 일렬로 나열되어 포진해 있었다. 길이 좁다보니 한거번에 몰려오는 일은 없지만,지나가는 사람 입장에선 몬스터를 반드시 상대해야 했다. 유저가 파티나 전사 계열일때는 손쉽게 돌파할수 있다. 나타나는대로 차례차례 각개격파를 해버리면 되니까. 게임사에서도 앞의 미로에서 길을 헤매고 몬스터들과 난전을 벌인유저들이 잠시 쉴수 있도록 만들었다. 쉽게 경험치를 쌓을수 있도록 만든 일종의 보너스 구간이라고 할까. 하지만, 초보 대장장이유한과 초보 궁수 채린에게는 오히려 난코스나 마찬가지였다. "내가선두에서 막을테니까 넌뒤에서 활을 쏴줘" 그렇게말하며 유한은 채린에게 한가지를 건네주었다. 자신이 목에 걸고 다니던 티케의 부적이었다. 특별아이템 치고 방어력 2상승에 마법 방어력 10%증가라는 빈약한 옵션밖에 없는 물건이다. "이게 뭐야?" "이벤트 당첨돼서 받은거야.별로 좋은 건 아니지만 궁수는 방패나 중갑을 못끼니까 너한테 필요할거야" "웃긴 아이템이네.재수가 좋아진다며 왜 방어력을 높여주지?" "글쎼.나도 잘 모르겠다. 아무튼 슬슬 가볼까?" 무장을 완료한 유한은 채린과 함께 앞으로 나갔다. 얼마쯤 가다보니 첫번째 좁은 통로앞에 도끼를 든 스켈레톤 병사 하나가 서 있었다. "앞에 뭔가 희끄무레한것이 아른거리는데 몬스터맞지? "그래,아직 우리를 감지하지 못한거같아" 채린은 호라에 화살을 재었다. 기습할수 있는 기회를 놓칠 이유가 없었다. "맞아라!트리플 샷!" 화살3발이 어둠속을 가르고 날아갔다. 순간 채린의 목에 걸린 티케의 부적이 약한 빛을 발했지만,채린과 유한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전방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탁!타탁! "와!세발 다 맞았어!" 채린이 기뻐서 소릴 질렀다. 발걸음 소리만듣고 날린 공격인데 다 명중했다. "으랏차차차!" 유한은 화살이 날아가는 순간에 이미 몸을날리고 없었다.그의 임무는 화살 공격에 피가 닳은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이엇다. 스켈레톤 시리즈의 약점은 등뼈 하나로 버티고 있는 허리,그리고 목. 일격 필살! 유한은 기욘의 검을 크게 횡으로 휘둘렀다. 바삭 부서지는 소리가 울리더니,반가운 소리가 들려왔다. -크리티컬이 떠졌습니다. 경험치를 110얻었습니다. -98골드를 얻었습니다. 랜턴을 얻었습니다. "또있다!" 스켈레톤 병사를 해치운것을 기뻐할틈도없이 둘은 곧장 정면에 있는 또다른 몹에게 곧바로 공격을 퍼부었다. "파워샷!" 매서운 소리를 울리며 날아간 화살은 목인병의 복부에 적중했다. 피가 쭉 닳았지만,그걸로는 부족했다. 유한은 돌진하며 검을 마구 휘둘렀다. 퍽퍽퍽! 조금전과 같은 순서로 채린이 활로 선제공격하고,유한이 남은 피를 깎아낸다. 다른 몬스터들도 같은 방식으로 하나씩 쓰러트렸다. 어둠속에서 조용히 다가가 정지된 몬스터를 기습하니 성과도 좋앗고,경험치고 쑥쑥 올랐다. -경험치 115를 얻었습니다. -130골드를 얻었습니다. 화살 20발을 얻었습니다. -레벨 40이 되셨습니다. 민첩성이 1 올랐습니다. 인내심이 1 올랐습니다. 한마리씩 상대하다 보니 레벨 업에 시간이 좀 걸리는게 아쉬웠다. 그러나 어쩔수 가없었다. 지금 유한은 대장장이 지그이지 전사 바츠가아니니까. '그래도 생각한 것보다 쉽네' 공격력과 방어력이 약한 두사람이라 고전할거라 생각했다. 채린이 초반에 몸의 피를 얼마만큼 깎아주느냐에 따라 유한이 마무리를 쉽게하느냐 어렵게 하느냐가 결정되는데,유한이 처음 예상한것보다 훨씬 수월하게 사냥이 진행되고 있었다.그것은 채린의 사격 명중률이 상당히 높게 나오는 덕분이었다. 거기다 트리플 샷이라든지,파워샷 같은 스킬의 크리티컬확률도 높았다. 대략 10발중에 6발 정도가 크리티컬이 발동하고 있었다. '궁수가 다른 직업에 비해 크리티컬율이 높다지만, 6할이면 거의 명궁 수준인데.........' 과연채린이 크리티컬을 잘 터트리는 비결이 무엇일까 잠시 딴 생각을 하던 유한은 한순간 휘청했다. 몬스터의 공격 때문은 아니다. 유한은 HP가 바닥난 스켈레톤 병사를 완벽히 몰아세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며 공격력이 절반이하로 뚝 떨어진것이다. '아차,이런!' 유한은 자신이 무엇을 잊고 있었는지,무엇을 실수했는지 깨달았다. HP는 신경 쓰고 있었으면서 스테미나는 살피지 않았다. 흉성이 치민 스켈레톤은 곧장 반격을 폈다. 유한은 스켈레톤의 공격을 막아내며 뒤로 벌렁쓰러졌다. 스테미나가 바닥나서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이번엔 일부러 쓰러진거였다. "시아야,한방더!" "알았어!" 유한이 위기에 처했단것을 안 채린은 곧바로 스켈레톤에게 화살을 날렸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들리더니 곧 해골이 부서지는 소리가들려왔다. -경험치 110을 얻었습니다. -113골드 얻었습니다. "헤,큰일 날뻔했네" 유한이 바닥에서 일어나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휴,바보야.스테미나가0이 되는것도 모르고 있었어?" 파티창으로 알수 있는 항목.그러나 채린도 유한의 스태미나가 바닥이난것을 몰랐다. 그만큼 둘 다 전투에 몰입하고 있었던 것이다. '칼질만으로 스태미나가 0이 되어 버리다니' 칼을 한번 휘두르면 스태미나가 1닳는다. 그러나 그정돈 금방 회복이 된다. 유한이 스태미나에 별 신경을 안썼던 데도 이유는있었다. 갖가지 공격스킬로 스태미나를 많이 소모한느 전사 계통과달리,대장장이는 스태미나를 크게 소모할 일이 없었기 때문.그러나 그렇게 생각하고 신경 끈것이 오판이었다. 공격 스킬이 없는 만큼 검을 몇배나 더 휘둘러야 했기 떄문에 스태미나의 소모가 자연 회복 속도를 추월해 버린것이다. "자,이거마셔서 스태미나 보충해" 채린이 건네준것은 유리병에 든 우유였다. 잠시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던 유한은 뚜껑을 따고 우유를 마셨다. "이거 옛날생각나네.2학년 소풍때였지? 그때도 내가 너한테 우유줬었잖아" "그래,바나나 우유였지.그때 죽을뻔했는데 왜 잊겠어?" 당시 소풍날 점심시간,엄마가 아줌마들과 수다떨고 있을때 유한은 채린과 나란히 앉아서 김밥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너 그때 김밥이 목에 걸렸잔아.내가 준 바나나우유가 아니었으면 황천길갔을거야" 자신이 생명의 은인이라 주장하는 채린에게 유한ㅇ느 조용히 말을 붙엿다. "바나나 우유,유통기한이 일주일넘은거였어" "그,그랬나?" 유한은 똑똑히 기억하고있었다. 그걸 마시고 3일동안 설사에 구토로 죽을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게임이라서 참 다행이었다.유통기한 걱정을 안해도 되니까. 옛추억(?)을 떠올리며 잠시 휴식을 취한 두사람은 계속 앞으로 나갔다.3층던전으로 내려가는 통로에 거의 다다랐을때쯤.갑자기 그들 앞에 거대한 몬스터 하나가 리젠되었다. 3미터 크기에팔다리가 웬만한 유저의 허리보다 더 굵은 우드 골렘이었다.우드 골렘 한마리로 통로가 꽉 찬 든했다. "꺄아,이게 왜 여기에!" 지금까지 목인병과 스케레톤 시리즈는 둘이서 힘을 합쳐 잘 쓰러트려 왔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나타난 우드골렘은 다른 몹들과 수준이다르다. 중간 보스라서 레벨도 훨씬높고,나무로 되어서 방어력이 좀 약하다는것 빼고는 저렙들을 상대로 가공할 파괴력을 자랑했다. 그래서 유한도 이곳까지 오면서 우드골렘이 안나타나기를 기원했었다.하지만, 이렇게 나타나 버렸고,여기는 둘러갈길 없는 외통수. 빠각! "크아악!" "지그야!" 우드 골렘을 상대하기 위해 앞으로나선 유한은 놈이 휘두른 팔에 맞아 날아갔다.그나마 비켜 맞았으니 망정이지 제대로 맞았다면 한방에 게임 오버되었을거다. "파워샷!" 채린이 뒤에서 필사의 공격을 날렷다.티케의 부적이 은은하게 빛난 순간,채란의 파워샷에서 크리티컬이 터졌다. 우드 골렘은 기우뚱했지만, 지금까지와 달리 그뿐이었다. "위험해!물러나있어!" HP포션을 입안에 쏟아부은 유한은 채린을 안고 바닥에 쓰러졌다. 육중한 우드골렘의 팔이 두사람의 머리를 스치고 벽을 부쉈다. 엄청난 굉음이 두사람의 귀청을 때렸다. '쳇!바츠였다면 한방 감이었을놈인데' 그러나 투덜거리고있을틈이 없다. 곧장 일어난 유한은 기욘의 검으로 우드 골렘의 허리를 후려쳤다. 퍽퍽! 열심히 때려보았지만, 대장장이 지그가 입힌 타격은 겉표면에 흠집을 낼 정도에 불과했다. 체력도 얼마닳지 않았다. '제길!공격 스킬만 있었어도..........' 우드 골렘의 HP를 팍팍 깍을수 있었을것이다. '이놈의 게임사는 왜 대장장이에게 공격 스킬을 안주는거야?대장장이들은 사냥을 하라는거야 말라는거야?' 아무리 생산직이라지만 이건 너무 하는 처사 아닌가. 해커를 쫓기 위함이라지만 ,대장장이를 선택하고 나서 이토록 후회해보기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언제까지 원통해 하고 있을수만은 없었다 .우드 골렘이 파리채를 휘두르듯 팔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그는 재빨리 방패를 들어올려 막았다. 퍼엉! 방패가 단 한방에 내구의 반이닳아버렸다. "오냐,네가 죽나 내가 죽나 어디 한번 해보자!" 두려움보다는 오기가 생겼다. 그때부터 우드골렘과 유한의 본격적인 타격전이 시작되었다. 유한은 방패가 부서지면 갑옷으로 막고,갑옷마저 내구가 닳으면 HP포션을빨며 버텼다. "지그야 !안되겠어.우리 그냥 도망가자" 뒤에서 화살을 계소 날리던 채린이 외쳤다.쏘고 쏴도 우드골렘의 피가 닳지 않으니 질릴만도 했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지금까지 던전을 헤매며 고생한것이 모두 허사가 된다. "잠깐!" 뒤로 물러나 숨을 고르던 유한의 머리에 순간 뭔가 번뜩였다. 그는 기욘의 검을 집어넣고나무를 할때 쓰던 도끼를 꺼내들엇다. 무기를 바꾼 이유는 단 한가지 때문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거!장작이나 패보자!" "너 미쳤어?" 채린은 도끼를 들고 달려가는 유한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 유한은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었다. 우드 골렘도 나무니까,나무로 되어 있으니까 장작 패기 스킬이 통하지 않을까 하느 터무니 없는 생각으로 돌진하고있는것이다.너무나 억울한 마음에 이판사판 여섯판까지 벌여보자는 심정이기도 했다. 왜 드림맥스는 대장장이를 이토록 약하게만들었는가! 대장장이중에서도 특이하게 사냥을 잘하는 유저가 있긴 하다.하지만 그것도 유저의 눈물나는노력과 노하우에 의한편법일뿐 전투 스킬이 따로 있는건 아니다. 생산 스킬로 우드골렘을 공격하는것,이 무모한 행동은 약한자의 몸부림이자 게임사에 대한 항의였다. 퍽! 요란한 소리와 함께 유한이 휘두른 도끼가 우드골렘의 다리에 박혔다. 그리고 유한은 죽음을 직감한듯 눈을 질끈 감았다. -장작 1개를얻었습니다. "얼레?" 놀란것은 유한뿐만이 아니었다. 안타깝게 바라보던 채린도 놀랐고,우드 골렘도 황당한지 굳어있었다. 그러는 사이 안내창이 하나 더 떠올랐다. -생활에서 지혜를 찾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지식이 3올랐습니다. "버,버그가 아니었어?" 버그인줄 알았는데,안내창에 멘트까지 나온느걸 보면 원래 이렇게 할수도 있는 모양이다. 공략 사이트에서는 이런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크하하하!어쨌거나 유효하다 이거잖아!" "지그야!해치워버려!" "오케이!맡겨만 줘!" 유한은 우드 골렘의 양 다리에 장작 패기스킬을 마구날렸다. 획득 아이템으로 장작이 계속 떨어지면서 우드 골렘의 다리가 쩍 벌어졌다. "쿠우우우우!" 양다리를 잃은 우드골렘이 서글픈 울음을 흐릴며 앞으로 넘어졌다. 그 다음은 완전히 학살이나 다름없었다. 우드골렘의 등으로 올라간 유한은 연방 장작 패기스킬을 섰고,채린은 화살을 날려 골렘의 피를 깎았다. 결국 이 대단한 콤비는 일반 전사나 마법사들도 버거워하는 우드골렘을 완벽히 처치했다. -경험치 500을 얻었습니다. -레벨 42가 되셨습니다. 힘이 1 올랐습니다. 솜씨가 1 올랐습니다. 행운이 1 올랐습니다. -500골드를 얻었습니다. 나무 활 1 개를 얻었습니다. "하하핫!난 이제 최강의 대장장이다!" 중간 보스답게 경험치나 보상이 푸짐했다. 그러나 그런 것보다 더 기쁜것은 장작 패기스킬의 새로운 기능을 발견한 일이었다. 나무를 얻는것 뺴고 아무짝에도 쓸모없을거라 생각했던 스킬이 이렇게 요긴하게 쓰일줄은 몰랐다. "대단한데!생활 스킬이라고 우습게 볼게 아니구나!" "크하하!이제 장작 패기 스킬도 열심히 올려놔야 겟어!" 목인병과 우드골렘은 물론이고,나무로 된 놈들을 죄다 쓰러트려 벌리수 있을것 같앗다. 새로운 발견에 흥분한 유한은 한참동안이나 장작더미 위에 서서 광소를 터트렸다. 들뜬 마음은 한참동안 가라앉지 않았다. BY RAYAN 용사 카웬의 유산 1 우드 골렘을 잡은 다음날인 일요일 아침. 유한은 채린이 접속하기를 기다리며 레벨을올리고 있었다. 어제 장작 패기 스킬로 우드 골렘을 잡은 흥분이아직 가시지 않았기에.그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장작 패기 스킬을 시도했다. "키이이!" 지금까지 상대해 보지못한 괴상한 공격에 목인병은 한쪽 다리를 잃었다. 기우뚱하고 쓰러지기 무섭게,유한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쓰러진 목인병을 장작으로 해제해버렸다. -경험치 115를 얻었습니다. -140골드를 얻었습니다. -장작 10개 얻었습니다. 스킬 경험치 50 올랐습니다. -장작 패기스킬이 7랭크로 올랐습니다. 보다 나무를 잘 팰수 있게 되었습니다. 체력이 1 올랐습니다. 솜씨가 1 올랐습니다. "크크큭, 드디어 7랭크가 되었다 이거지?" 지금까지 전투 스킬 하나없이 얼마나 힘들었던가. 장작 패기론 나무로 된 몹들 밖에 상대할수 없지만, 아예 없는것 보다는 낫다. 또 나무로 된 몹들은 레벨 100의 '악령의 나무'를 비롯해 각 레벨 대에 골고루 있기 때문에,언제 어떻게 사냥을 할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친구 시아 님이 접속하셨습니다. "오,채린이 녀석 딱 맞게 왔구나" 오전 10시 30분.어제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였다.. 유한은 어젯밤에 헤어졌던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채린이 있는 곳은 3층 던전 북쪽의 공터로,2층 중앙의 광장처럼 유저들의 휴식공간으로 이용되는 안전지대였다. "어서와.지그 너 먼저 접속해 있었구나" "하하핫, 난 누구와 달리 부지런하거든" 그러나 채린은 유한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부스스한 머리에 충혈된 눈동자,왠지 밤을 꼬박 샌 것 같았다. "야,솔직히 마해.너,나 가고 나거도 게임 계속 했지?" 정말 귀신이 따로 없다. 유한은 어깨를 으쓱했다. "장작 패기 스킬을 올리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 장작 패기 스킬로 몬스터를 잡을수 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다 해도 이를 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을것이다. 생산직이라면 모를까,전투 직업군들은 그 시간에 전투 스킬을 올리는게 더 효율적이다. "그래서 밤을 꼬박 샌거야?" "워낙에 흥분이 가시지 않다보니.........." "어휴,인간아.캡슐째 땅속에묻히고 싶니?" 가상현실 게임 초기에는 게임에 너무 빠져 캡슐속에서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이 뉴스에 종종 나왔다. 지금은 여러 안정장치로 그런일은 없지만, 게임 페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그리 좋지 않았다. "쳇, 오늘만 밤을 샌것뿐이야" 물론 거짓말이다. 바츠 시절까지 합치면 하얗게 지새운 날들이 손꼽을수 없을만큼 많다. 물론 모자라는 수면은 검정고시 학원에서 충당했다. "재밌다고 너무 오래 하지는 마" "시어머니처럼 잔소리하기냐?" "재밌다고 게임을 오래하면 금방 질려 버리잖아. 넌 그렇게 되는게 좋니?" 채린은 게임을 즐기지만 오래 하지 않았다. 어떤 게임이든 오래하면 익숙해지고,익숙해지면 서서히 흥미가 떨어진다. "딱 재미있을만큼만 하고 다른것도 해보라고.TV를 보든지,친구를 만나든지" 그러나 유한에게 게임보다 재미있는건 없었다. TV오락 프로그램도 그저 그랬고,밖에 나가 만날 친구도 없었다. 게임에서 메신저 친구로 등록한것도 채린이 유일했다. 가상이 아닌 현실은 유한에게 재미없는 세상일 뿐이다. "알았어,알았어.그러니까 어제 못한 탐험 오늘 마무리 하자고" 마녀 데보라의 던전 중에서 3층이 가장 크고넓다. 더구나 시간마다 통로의 형태가 바뀌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으면 빙글빙글 돌아야 할 공산이 커진다.채린이 파티로 들어오자 유한은 곧바로 출발했다. 큰 통로는 다른 파티들의 왕래가잦고 몬스터들의 협공이 빈번하기 때문에 비교적 좁고 어두운 통로로 방향을 잡았다. "여긴 무슨 공장 같은데?" 지하 1,2층과 달리 3층은 군데군데 횃불이 걸려 있었다. 그런곳에는 어김없이 용도를 알수 없는 장치들과 공구,부속품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혹시 여기서 목인병을 만든건가?" "맞아,지금 싸돌아다니는 놈들은 삼백년 전에 만들어진 놈들이야" 마녀 데보라가 목인병과 스켈레톤을 만들었고,용사 카웬이 데보라를 물리친뒤 졸개들은 던전 곳곳에 흩어졌다는 설정. 그러나 워낙에 많은 목인병과 스켈레톤 시리즈가 나타나고 있어 숨겨진 생산 시설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었다. "...........라고 왕국 사람들이 말하고 있지" 데보라 던전을 소재로 NPC들에게 말을 건네면 그런 식으로 수군거렸다. 하지만 숨겨진 생산 시설 따위는 없었다. 바츠 시절에 마르고 닳도록 뒤져 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던전을 찾는 유저들이 심심하지 말라고 몹이 계속 리젠되는 것뿐이다. "다 왔다. 저 앞이 데보라 던전의 보스방이야" 앞을 가로막는 몬스터들을 족족 없애고 오다보니 지하광장이 나왔다. 광장 뒤에는 커다란 돌문이 있었고 먼저 온 파티들이 광장의 몬스터들과 싸우고 있었다. 광장의 몬스터들은 하나같이 범상하지 않았다. 중무자의 스켈레톤 나이트와 우드골렘,그리고 일반 목인병보다 2배는 큰 거대 목인병등등. 유저들은 몬스터들을 상대로 잘 싸우고 있었지만, 이미 죽었는지 누워서 구조를 요청하는 이들도 많았다. "보스의 친위병들이지.저걸 다 쓰러트리면 돌문이 열리고 다음엔 보스랑 싸우게 돼" "그러니까 일단은 저걸 쓰러트리라는 거구나?" 채린은 곧장 정면에있는 거대 목인병을 향하여 파워샷을 날렸다. 티케의 부적이 번쩍하는 순간,크리티컬 데미지가 터지며 거대 목인병의 피가 쭉 닳았다. "뭘 보는거야?얼른 가서 해치워 버려" "알았어" 유한은 채린이 활을 쏜 순간 티케의 부적이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것을 보았다. 어제도 몇번 봤지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자신이 착용하고 있을때는 그런일이 없었는데,채린의 궁술이 급격히 발전한 것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것은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몹을 잡아야 하기에 오래 생각하고 있을수는 없었다. "장작 패기!" 밤새 연마한 전법대로 유한은 거대 목인병의 다리부터 노렸다. 상대가 우드 골렘이든,거대 목인병이든 ,덩치가 큰 것들은 다리만 고장나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장작 패기!장작 패기!" 주변의 유저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전투 스킬도 아니고 생산 스킬로 몹을 사냥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 유한을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은 채린밖에 없었다. 모두들 자기앞의 몹을 상대하기에 바빴다. 그렇게 얼마동안 싸움을 벌였을까. 유저들이 광장에 있는 몬스터들을 모두 쓰러트리자,정면의 돌문이 스르륵 열렸다. 그러자 유저 몇명이 어두운 보스방을 향하여 달려갔다. "야!멈춰!지금 들어가면 위험해!" "무슨 소리!보스를 먼저 잡아야 보상을 챙길수 있다고!" 선두의 유저들은 보상에 눈이 멀어 동료가 말리는것도 뿌리친채 앞으로 뛰쳐나갔다. 조바심이 난 채린도 달려들어가려 했지만, 유한이 그녀의 팔을 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문 바로 너머에 함정이 있어.대지 속성이 아닌사람은 큰 봉변을 당하게돼" 유한의말대로 땅이 들썩거리더니 보스 방에서 유저들의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스퀘이크 마법이 발현되었습니다. 대지 속성이 아닌 유저들은 30초간 움직일수 없습니다. 유한이 채린의 팔을잡은것은 이 때문이었다. 유한은 화염 속성이었고,채린은 바람 속성이었다. 뛰어 들어갔다면 꼼짝달싹 하지못하고 함정에 걸려 버렸을것이다. 보스 방의 이 1회성 마법 함정은 적이 침입하면 자동으로 지진을 일으킨다. 불나방처럼 뛰어 들어갔던 유저들은 탐욕의 대가를 치러야 했다. 커다란 망치로 떡메를 칠때처럼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유저들의 비명과 아우성이 연방 터져 나왔다. "안에 뭐가 있는거야? 대체 보스가 뭐지?" "글쎄,직접 가서 보는게 나을거야" 유한과 채린은 천천히 유저들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노련한 유한은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체린을 데리고 옆으로 살짝 빠지는것을 잊지 않았다. 쾅! "크아악!" 커다란 돌주먹이 날아오더니 바로 앞의 4인파티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채린은 데보라 던전의 최종 보스를 똑똑히 볼수 있었다. 거대한 바위를 깎아 만든 돌 거인. 마녀 데보라의 회심의 병기 자이언트 스톤 골렘이었다. "맙소사!저런걸 어떻게 이겨?" 6미터가 넘는 자이언트 스톤 골렘은 마법이통하지 않았다. 마법사들이 날리는 파이어볼이나 선더볼트는 그저 겉에 그을음을 남길뿐이다. 궁수들의 화살도 큰 타격을 주지못했다. 일반 활 공격은 팅겨나갔고,파워샷으로 HP를 얼마쯤 깎아도 곧바로 자연회복 되어 버리곤했다. 제대로 타격을 줄수 있는것은 기사나 전사 유저들뿐. 그러나 골렘의 주먹이나 발에 채이면 한방에 죽을수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달려드는 이들은 없었다. '중구 난방으로 공격하기만 하다니,경험자들이 없는건가?' 모두 보스방은 처음인것 같았다. '후후,나쁘지 않군. 보스를 빼앗길 염려는 없으니까' 문제는 유한자신이었다. 바츠라면 몰라도 대장장이 지그로 과연 자이언트 스톤골렘을 때려잡을수 있을까?괜히 앞으로 나섰다가 한방에 피떡이 되어 버리는것은 아닐까 우려되었다. 하지만, 방법은 있었다. 어제 일로 유한은 한가지를 확신하게 되었다. "시아야,엄호좀 해줘.내가 저 녀석을 공격할 테니까" "너 설마 바위를 상대로 장작 패기 스킬을 쓰려는건 아니지?" "바보,당연히 아니지" 유한은 아이템 가방에서 커다란 곡괭이를꺼내 들었다. 일반 곡괭이보다 2배나 더 큰것으로 보스를 처리하기 위해 어젯밤 준비한것이다. "으랏차차차!" 자이언트 스톤 골렘은 유한이 달려오자 그쪽으로 반응을 보였다가 채린이 날린 파워샷을 맞고 움찔했다. 스톤 골렘의 동작에 틈이 생긴 순간,유한은 웬만한 유저의 몸통보다 굵은 놈의 다리에 곡괭이를 쑤셔 박았다. "채굴!" 나무로 된 우드 골렘에 장작 패기 스킬이 통했다. 그렇다면 돌로 된 스톰 골렘에게서 채굴 스킬이 통하지 않겠는가. 확실하진 않지만 유한은 그렇게 생각했다.어차피 채굴이라는게 바위를 파서 광물을얻는 일이었으니까. 카앙! "어?" 그러나 곡괭이는 불꽃만 튀겨 냈다. 스킬이 먹혔다는 안내창도 뜨지 않고,어떤 광물이 떨어졌다는 설명도 없었다. "뭐야? 왜 안되는거야?" 쾅쾅쾅! 다시 곡괭이질을했다. 그러나 역시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크르르!" 화가 치밀었는지 자이언트 스톤 골렘은 유한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녀석은 자신의다리에 붙어 마구 곡괭이질을 하고있는 유한을 응징하기 위해 크게 발을들었다가 땅에 내리찍었다. 쿠웅! "꺄악!" 채린은 유한이 쥐포가 되었을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게임이니 실제로 죽거나 하진 않겠지만 살이 터지고 뼈가 부러지는 영상효과는 있다. 그러나 유한은 무사했다. 재빨리 바닥을 구르며 피한 그는 골렘의 반대편 발등에 올라섰다. 그리고 미친듯이 발등을 곡괭이로 내려찍었다. "제길,왜 안 되는거야? 장작은 됐는데 왜 채굴은안되냐고!" 만약 여기서 채굴 스킬이 먹히지 않으면 최종 보스인 자이언트 스톤 골렘을잡기는 요원해졋다. "저 또라이 자식,뭐 하는거야?" 골렘 주변의 전사 유저들은 유한이 하는 짓거리가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날렵하게 자이언트 스톤골렘의 다리 사이롤 파고들때만 해도 뭔가 할것 같이 느껴졌는데,채굴이니 뭐니 영양가 없는 짓만 하고있는게 아닌가. '왜? 왜 안될까? 이놈이 광물이 아니기 때문에?' 유한은 골렘 다리 사이를 다람쥐처럼 돌아다니며 연방 채굴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나 튕겨 나오는것은 돌조각 뿐. 왜 자꾸 돌조각만 나오는것일까?시스템상 스톤 골렘에 채굴을 사용할수 없는 것인가? '대체 뭐가 잘못된거지?' 랑켈산의 광산에서 광물을 캘때 배웠던대로하지 않았던가. 그순간 ,유한의 머리에 베테랑 광부 안젤로의 말이 떠올랐다. '좋은 광물을 얻으려면 곡괭이 다루는 요령뿐만 아니라 광석 자체를살피는 것도 중요해' 당시 안젤로는 그렇게말했다. 그리고, '광석이라는게 말이야.애초에 여러가지 물질이 합쳐져서 만들어진거야.강한 압력에의해서 한덩어리가 되었지만, 각 물질들 간엔 경계가 있지' 광석에는 경계가 있단다. 안젤로는 그 경계를 노려서 치라고 했다. 그럼 적은 힘으로도 많은 광석을 얻게 될것이라 했다. "그래,맞아!그러니까 안되는 거엿어!" 유한은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소리를 질렀다.중구난방으로 두들기고 있는데 깨질리가 없었다. 유한은 자이언트 스톤 골렘의 공격을 피하며 녀석의 몸뚱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바위를 깎아만든 스톤골렘의 몸에는 연하지만 줄무니가 있었다. 좀전에는 왜 이런것을 발견하지 못했는지 화가 났다. "야!지그!정신 차려!" 뒤에서 채린이 다급하게 유한을 불렀다. 자이언트 스톤 골렘의 주먹이 정면에서 날아오는데 유한은 피하지않고 날아오는 주먹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한순간, "채굴!" 콰지직! 유한은 아슬아슬하게 자이언트 스톤 골렘의 주먹을 피하며 곡괭이를 휘둘렀다. 곡괭이를 찍은 곳은 골렘의 주먹중 가장 무늬가 짙은 경계.유한이 내리친 중심으로 골렘의 주먹 전체에 굵직한 금이 생겨났다. 골렘의 HP도 어느정도 깎였다. -대리석 1개를 얻었습니다. 스킬 경험치가 20올랐습니다. -지혜와 용기가 당신의자산입니다. 지식이 3올랐습니다. "얏호!" 통했다. 역시 채굴 스킬도 통했다. 어제는 방어력이 약한 우드 골렘이라 몰랐지만, 지금은 확실히 알았다. 생산 스킬도 얼마든지 전투에서 응용이 가능하다는것을. 환호하는 유한,그리고 뒤에서 좋아하는 채린과 달리 주변 유저들은 당최 무슨 일이 벌어진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크하핫!넌 이제 죽었어,인마!" 신이난 유한은 비호같이 자이언트 스톤 골렘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광석의 경계점만을 노려 후려친것은 물론이다. 두번에 한번 꼴로밖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자이언트 스톤 골렘의 양다리에 금이 가기시작했다. "뭐,뭐냐? 저놈?" 주변의 유저들은 멍하니 유한이 날뛰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처음엔 또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신들이 공격 스킬을 그렇게 퍼부어도 멀쩡하기만 한 자이언트 스톤 골렘이 지금 연방 금이 가 깨지고 있었다. 유한의 채굴이 먹힌 이유도 있지만, 금이 간곳을 노려 채린이 파워샷을쏴 대면서 파괴가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저 움직임이란............" 거기다 유저들은 유한의 빠르지는 않지만, 현란한 움직임을 보고 입을 다물수 없었다. 여기있는 누구도 자이언트 스톤 골렘에 바싹 다가가 공격을 퍼붓지 못했다. 한방만 맞아도 피가 반 이상 쭉 닳아 버리기 때문. 그런데 저 또라이는 자이언트 스톤 골렘의 움직임을 모두 알고 있는듯 한발 앞서서 움직이고 있었다. 저런것은 고레벨의 전사,그것도 사냥을 많이해본 사람만이 보일수 있는 움직임이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본캐도 아닌 부캐 같아보이는 약한 캐릭터로 저렇게 움직일수 있는가? '저놈 대체 누구지?' 유저들이 의문스러워 하는 사이 자이언트 스톤 골렘의 무릎 관절이 부서졌다. 중심을 못잡은 자이언트 스톤 골렘은 바닥에 엎어졌고,HP가 왕창 깎여나갔다. "캬하하!죽어라,돌 쪼가리!" 유한은 움찔거리는 자이언트 스톤 골렘위에서 연방 채굴 스킬을 사용했다. 채린 역시 골렘 위로 올라와서 파워샷을 난사했다. 두명의 톰비가 어찌나 잔인하게 요리하는지,유저들에게 자이언트 스톤 골렘이 불쌍하게 보일정도였다. 방금전까지만 해도 위풍당당하게 유저들을 학살하던 놈이었는데. "이럴게 아니라 우리도........" "서둘러!이러다가는 보상을 못챙긴다고" 멍하니 있던 유저들은 그제야 달려들어 공격을 한다 마법을 날린다 허둥지둥댔다. 보스를 쓰러트린 보상은 가장 공헌이 큰 파티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늦게 가세한 유저들은 이미 그 기회를 놓쳤다. 유한과 채린은 자이언트 스톤 골렘의 HP를 절반 이상 깎아 놓았기 때문이다. 보상은 그들에게 돌아갔다. -'지그와 시아'파티가 자이언트 스톤 골렘을 쓰러트렸습니다. 전체알림 창이 뜬 순간,하얀 빛을 뿌리며 지그와시아의 모습이 보스방에서 사라졌다. 산산조각 난 자이언트 스톤 골렘과 무수하게 캐 놓은 돌조각들,그리고 허탈한 유저들을 남겨 둔 채로. 2 -경험치 1500을 얻었습니다. -600골드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역시 던전 하나를 책임지는 보스몹다웠다. 안내창들이 떠더니 경험치와 레벨이 올랐다는 문구가 계속되었다. 그러나 유한과 채린은 안내창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눈앞에 낯선 광경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꺄아,여긴뭐야?" 채린은 감짝 놀랐다. 그녀는 마녀 데보라의 던전에서 보스를 쓰러트리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되어 보상을 받는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나 놀란것은 채린뿐만이 아니었다. 바츠시절에 숱하게 자이언트 스톤골렘을 잡고 보상을 받아본 유한도 흠칫 놀라고 있었다. '여긴 대체 어디지?' 한번도 와보지 못한 낯선 공간. 바츠 시절에 몇번이고 들렀던 ,부서진 골렘과 잡동사니로 가득찼던 폐허 같은 보상 방이 아니었다. 희미한 빛을 뿜어내는 마법 등 아래 커다란 기계들이 컨베이어 벨트로 연결되어있었다. 마치 거대한 공장을보는듯했다. 기계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쉬지 않고 목인병과 각종 골렘들을찍어냈다. 완성된 놈들은 빛이 번쩍한느 순간 어디론가 소환되어 사라졌다. "여기가 숨겨진 생산 시설일까?" "아마도 그런것 같아" 바르카스 왕국의 NPC들이 말하던 비밀 생산 기지가 아닐까 싶엇다. 두사람은 가운데 놓인 통로를 따라 쭉 앞으로 걸어겄다. 그러자 목인병 생산시설들이 사라지고,정체를 알수없는 설계도와 못쓰는 마법 용액들이 내버려진 연구실이 나왔다. 연구실 너머는 서재였는데,먼지가 뽀얗게 쌓인 책들이 아무렇게 쏟아져 있었다. '왜 이런데로 온거지? 내가 대장장이라서? 대장장이가 골렘을 쓰러트렸기 때문에?' 알수 없다. 하지만,곰곰이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들인 한번도 알려지지 않은 곳을 최초로 발견한것이 중요했다.유한과 채린은 사방을 돌아보며 스크린샷을 찍었다. "헉!이건?" 유한은 연구실 한쪽에 우뚝 서 있는 강철 거인을 보았다. 크기가 3m는 족히 넘는 강철 거인은 멋들어진 갑옷을 장착하고 있었고,큰 검과 방패를 들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투구의 눈이 번득이며 움직일것만 같았다. '설마 이게 보상은 아니겠지?' 설사 보상이 맞다 해도 이만큼 큰 갑옷을 입을수 있는 유저는 없을것이다. 거기다 강철 거인의 갑옷 안쪽에는 수많은 톱니바퀴와 와이어로 구성된 몸체가 들어있었다. 대체 뭐 하는 물건일까. 몬스터의 일종일까,아니면 유저가 사용할수 있는 병기일까. "지그야!여기 상자가 하나있어" 채린의 말을 듣는 순간,유한은 곧장 상자로 달려갔다. 보상은 보상방에 놓여있는 상자에 들어있는것이 일반적.채린은 그 보상 상자를 발견한 것이다. 채린이 뚜껑을 열자 안에서 다량의 금화와 함께 기름종이에 싸인 무언가가 나왔다. "뭐지 이게?" "고글..............같은데?" 판타지 세계를 지향하는 MMORPG에 고글이라니. 뭐 아무렴 상관없지만, 중요한것은 존재의 개연성이 아니라 아이템 옵션이었다. "상태 확인!" 유한은 고글에 손을 대고 외쳣다. 그러자 창이 뜨면서 고글에 대한 정보가 소개되었다. [이글아이(Eagle Eye)] 명중률 20% 증가 사거리 30% 증가 솜씨 13상승 설명 : 마녀가 이계에서 소환한듯한 아티팩트.원거리 공격을 하는데 사용하면 안성맞춤이다. 부수 효과 : 밤에도 낮처럼 볼수 있다. "우와,이거 괜찮은 장비인걸?" 궁수가 쓰기에 딱 좋은 물건이었다. 어차피 상자는 채린이 열었기에 그녀의 소유. 레어 품목임에 분명했다. 사거리 연장에 명중률 증가,거기다 밤을 낮처럼 볼수 있는 부가 옵션은 B랭크의 장비들중에서도 쉽게 발견할수 없다. 거기다 고글 유형은 유한도 처음 보는것이었다. 채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헤,지그 넌 아무것도 없어서 어쩌냐?" "보상 상자는 하나만 있는게 아니야.뒤져보면 다른곳에서도 나올거라고" 유한은 사방을 뒤져 보았다. 그러자 서재에 있는 책 더미속에서 보상상자를 하나 발견할수 있었다. 새로 발견한 보상상자에서 돈은 안나오고 모두 3개의 물건이 나왔다. 첫번째로 나온것은, [바람의 부츠] 방어 2 상승 민첩성 10 상승 설명 : 신으면 바람과 같이뛰어갈수 있다. '쳇,뭐야? 채린이는 레어 품목이더니 ,난 단순 아티펙트냐?' 바람의 부츠는 상점에서 파는것은 아니지만, 중렙 몬스터를 잡으면 곧잘 떨어지는 것이었다. 당연히 유한의 입이 튀어나올수 밖에 없었다. 그는 다른 2개의 아이템을 싸고 있는 기름종이를 벗겼다. 그러자 두루마리 하나와 책 한권이 나왔다. "뭐야 이건?" "무슨설계도 같은걸?" 채린의 말대로 두루마리에 그려진것은 어떤 물건의 설계도 였다. 머리와 가슴 부위밖에 그러져 있지 않았지만, 유한은 그것이 아까 본 강철거인과 관계된 물건임을 직감했다. 아이템 설명도 이렇게 쓰여 있었다. [가디언 설계도] 설계도를 완성하면 마녀 데보라가 만들려 햇던 '블랙 아이언'을 만들수 있을듯하다. *제조 시 필요조건 합금 스킬 5랭크 이상 정밀 조립 스킬 3랭크 이상 *완성 후 소환 마법 7랭크 이상 마법사의 협조. '컥!제조 옵션이 덜덜덜 하구나' 합금 스킬은 제련 3랭크 이상 되어야 비로소 배울 수있었다. 정밀 조립 스킬역시 생산 스킬 5랭크 이사 되어야 익힐수 있는 상위 스킬.거기다가 소환마법 7랭크의 마법사가 필요하다니. 대체 이렇게 해서 만든 가디언은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을까. '가디언에 대한건 아직 드림맥스에서도 언급이 없었는데.............' 가디언은 아직 게임에 적용이 안된것일까.아니면 적용이 되었는데 유저들에게 공개를 안한것일까.몰래 적용된 사례라면 나머지 설계도는 또 어디에서 구할수 있을까. 유한은 설계도 역시 접어두고 마지만 책을 펼쳤다. [용사 카웬의 교법] 마녀 데보라를 물리친 용사 카웬이 남긴 기록이다. 대장장이가 읽으면 그레인(Grain) 스킬과 암 브레이크(Arm Break)스킬을 익힐수 있다. 순간 유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 책이 스킬북이란것도 놀랍지만, 아래에 있는 스킬을 익히기 위한 전제조건을 보고 눈이 번쩍 떠진 것이다. [그레인 스킬을 익히기 위한 조건] 1. '대장장이와 최악의 상성'이 필요 2. '랑켈산 퀘스트','광산 마을의 퀘스트'수행. [암브레이크 스킬을 익히기 위한 조건] 1. 채굴 스킬 보유. 2. 데보라 던전의 보스 자이언트 스톤 골렘을 격파. 3. 그레인 스킬 7랭크 이상시 스킬 습득 가능. 보통 사람은 눈살이 찌푸려질정도의 극악 조건이었다. 암 브레이크만 봐도 그렇다. 채굴 스킬을 익힌 광부가 데보라의 던전에 올일이 없고,반대로 자이언트 스톤 골렘을 잡은 전사나 마법사가 채굴 스킬을 익힐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동안 숱한 고생과 노가다를 수행했던 유한으로서느 입이 딱 떨어지지 않을수 없었다. 마치 이 스킬북은 바로 자신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듯이 존재하고 있지 않은가! '그레인 스킬? 그리고 암 브레이크라............' 유한은 곧장 책장을 넘겨내용을 읽어보았다. 앞쪽에는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언급된 마녀 데브라의 이야기가 용사 카웬의 일기와 뒤섞여 쓰여 있었다.유한의 시선이 집중된 부분은 중간부터였다. ............다른것은몰라도,마녀의 골렘은 쉽게 쓰러트릴수 없었다. 특히 자이언트 스톤 골렘의 경우는 더했다. 그러던 와중 나는 대장장이 한 사람으로부터 중요한 조언을 듣게 되었다. 모든 광물은 물질이 결합하여 이루어져 있고,각 물질들간엔 경계가 존재한다는 그의 말은 나에게 골렘 격파의 길을 열어준것과 마찬가지였다. 나는 무단한 수련끝에 물질의 경계를 볼수 있는 안력을 키우고,그 안력을 보다 증폭시키는 스킬을만들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그레인 스킬을 익히자,물질의 경게를 때려 광석과 무구를 파괴하는 스킬 암 브레이클르 익힐수 있었다. 세상에,무구를 파괴하는 스킬이라니! 전사의 길을 착실히 밟아갔던 유한으로서도 처음 들어보는 스킬이었다. 방어구가 전체 방어력의 절반 이상을 먹고 들어가는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암 브레이크는 적의 방어력을 반감시킬수 있는 획기적인 스킬이었다. 더구나 오래 수련하면 무구가 파괴된느 동시에 상대에게도 타격을 입히는것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훗!내가 만약 이 스킬을 익힌다면?' 생각만 해도 재밌었다. 용사의 기록은 계속되었다. 아마 이 스킬을 익히는것은 전사보다 대장장이들이 더 유리할것이다. 그것은 이 스킬이 대장장이의 조언에서 나온것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마녀 데보라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녀는 언젠가 더욱 강력한 군단을 이끌고 돌아올것이다. 내가 마녀의 동굴을 파괴하지 않고 내버려 둔것은 그 때문이다.후인들이 마녀의 장단들을 상대로 수행하여 데보라 군단에 맞서는 실력을 쌓게 해주기 위해서........... 비밀 생산 시설이 가동하는 이유는 훗날을 생각하는 용사의 마음 덕분이었다. 감동적이긴 하지만 ,냉정하게 따지면 이것도 드림맥스의 수작.일일이 감동 먹을 이유는없다. 유한은 데보라가 돌아올것이라는 카웬의 말이 다소 마음에 걸렸다. '데보라가 완전히 죽지 않는다면 아직 그녀와 연관된 던전이나 퀘스트가 남았다는 소리잖아' 그러나 지금까지 이곳외에 데보라의 던전이 발견되었다는 말은 없었다. "왜? 보상이 마음에 안들어?" "아냐,뭐 그럭저럭 쓸만해" 그럭저럭 쓸만한것이 아니었다. 이건 완전 대박이었다. 하지만, 채린에게 일일이 설명해줄 필요는 없어 유한은 대강 이야기해주고 밖으로 나가는 출구를찾았다. 연구실 한구석에 밖으로 나가는 이동 마법진이 있었고,그곳에 발을 딛자,두사람은 마녀 데보라의 동굴입구로 이동되었다. "후아,이틀동안의 긴 탐험이었어" "정말 많이 길었지" 쉽지 않은 모험이었다. 치한 녀석들과 파티를 먹기도 했고,놈들을 퇴치하느라 몹몰이도 했었다. 지하 2층과3층의 던전은 채린이 지금까지 겪어본것들중 가장힘들고 벅찬 몬스터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정도에서 모험이그쳤다면 여타의 다른던전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것이다. 그들은 지금 까지 알려지지않은 보상방에 들렀고 거기서 레어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 "내일 또 만나서 탐험 계속할래? 이 주변에 아직 볼것들이 많은데" "글쎄..........어려울것 같아.당분간 게임에 접속하기 힘들것 같거든" "그,그러냐?" 어쩐지 섭섭했다. 채린과 함께 돈 던전 탐험은 재미있었고,성과도 많았다.더 재미있고 스릴 넘치는 곳으로 탐험을떠나면 좋을텐데,여기서 헤어져야 한다니 아쉬운 일이었다. "메신저 등록을 했으니까 내가 접속했을때 부르면 되잖아. 아예 게임을 그만두는것은 아니니까 그렇게 우거지상 짓지마" "누가 우거지상을 지었다고" "너 말이야너.나 이사갈때 니가했던 얼굴이 딱 이랬잖아" 그랬던가? 오래되어서 기억나지 않는다. 옛날은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은 많이 섭섭한게 사실이었다. "또 보자.지그야.게임이 아니더라도 어디에서든 또 보자고" "그래 잘가라" 또 볼수 있겠지. 아쉬워하는 유한을 두고 채린은 게임 접속을 종료했다. 게임에서 친한 사람과 이렇게 만났다가 헤어진것은 이번이 처음.옛날같으면 눈을 번쩍이며 곧바로 다른 필드로 떠났을 유한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있었다.채린이 가고 난뒤에야 유한은 깨달을수 있었다. 지그로 새롭게 도전한 데보라의 던전에서 얻은 최고의 보상은 스킬북이 아니라 친구라는것을 말이다. BY RAYAN 골드러시 상인 연합 1 채린과 헤어진 유한은 상태창을 확인했다. 지난 이틀동안 얼마나 캐릭이 성장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상태창] 이름 : 지그 직업 : 대장자이 레벨 : 46 체력(HP) : 280/280 스태미나 : 150/150 마나(MP) : 12/12 힘 : 39 민첩성 : 35+10(바람의 부츠) 인내심 : 36 지식 : 20 행운 25 솜씨 : 42 명성 : 350+5(기욘의 검) 공격력 : 30+37(기욘의 검) 방어력 : 28+37(스케일 아머 +바람의 부츠) 경험치 : 1150/1800 돈 : 7500골드 [습득 스킬] 장작 패기 스킬 7랭크 제련 스킬 7랭크 채굴 스킬 9랭크 생산 스킬 7랭크 수리 스킬 7랭크 수리 성공률 49% '흐음,썩 나쁘진 않군' 데보라의 던전에서 이틀을 투자한 결과로 크게 나쁘지않았다. 게다가 보상방에서 용사 카웬의 스킬북과 가디언의 설계도의 일부까지 얻지않았는가. 이 두가지는 돈을 주고도 살수 없는 초레어 급 아이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캡슐에서 나가 컴퓨터로 몇번이나 확인해 봤지만,아직까지 한번도 게임상에서 등장하지 않은 유니크였다. 이걸 현 거래 사이트에 내가 팔면 제법 큰돈을 벌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돈이 게임을 하는 목적은 아니었다. 유한이 게임을 하는 주된 목적은 자신의 캐릭을 해킹한 범인을 잡는것이다.해킹범을 잡아 감방에 처넣어 몇년이고 콩밥을 먹게하는것이 그의 바람이었다. '오뉴월에 빌어먹다 감기에 걸려 죽을 해킹범 같으니라구!' 해킹범을 향해 이를 뿌드득갈아붙인 유한은 용사 카웬의 스킬북을 펼쳐들었다. <스킬북을 익히시겠습니까?> 아름다운 목소리의 요정이 나타나 물었다. "당연하지.그러려고 널 부른거잖아" 유한이 말을 마친순간 스킬북에서 오렌지색 환한빛이 뿜어져 나왔다. 화아아악! '아,눈시려!' 이놈의 게임은 어떻게 된것이 툭 하면 화려한 특수효과다. 처음 접속할때의 빛의 신전도 그렇고 유저들의 시력을 보호할 생각이 있는것인지 없는것인지. 유한은 두눈을 살짝 감았다가 떴다. 그러자 의미를 알수없는 도형과 룬문자가 가득 적혀 있는 책이 파라라락 넘어가기 시작했다. 몇 초의 시간이 흐른후 효과음이 터졌다. [그레인(Grain)스킬]을 익혔습니다. 암석과 금속 물질의 결을 볼수 있습니다. [암 브레이크(Arm Break)스킬]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레인 스킬을 7랭크로 올리시면 습득이 가능합니다. 그레인 스킬은 암 브레이크와 달리 수련을 위한 전제조건을 모두 충족시켰기에 단번에 익힐수 있었다. '좋아!어디 한번 써볼까?' 배웠으니 얼마나 좋은건지 확인해 봐야한다. 유한은 가방에서 이빠진 단검 하나를 꺼내 들고는 스킬을 시전했다. "그레인 스킬!" 단검의 안쪽에서 파도같이 굵은 선들과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균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이건 바로............' 유라이 전에 본적이 있는 바로 그선들이다. 그가 결이라 명칭을 지은 이 선들은 대장간에서 물건을 만들때 처음지었고,도구나 무구를 수리할때 이 선들을 따라 망치질을하면 내구손실을 막을수 있었다. 하지만 당시는 스킬없이 그냥 살펴본것이라 자세히 보지않으면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지금 스킬을 배워서 구사하니 그냥 봐도 선과 균열의 모습이 선명히 보였다. 생산 과정에서 생긴 선들은 푸른빛을 띠고,내구가 떨어져 생긴 균열들은 붉은빛을 띠는 차이를 보여,보다 확실히 알아볼수 있었다. '이게 바로 결을 보는 스킬이라 이거지?' 단검을 내려다본 유한은 흡족한 미소를지었다. 게다가 한번도 공개된적이 없는 스킬을 자신만 쓰고 있다고 생각하니 더욱 흐뭇해졌다. 결을 보는것은 생산이나 수리할때만 유용한게 아니다. 결이란 서로 다른 물질들이 만나서 이루는 경계.당연히 그곳의 결합이 약할수 밖에 없다. 스킬을 응용해서 제대로 후려갈기면 나무든 돌이든 쩍하니 갈라지는 것이다. 그레인 스킬은 사람으로 치면 급소에 해당하는 부위를 알아보게 해주는 유용한 스킬이었다. 그리고 암 브레이크는 그 급소에 치명타를 안겨주는 공격 스킬. '흐흐흐!이제 어딜가든 서러움 당할 일은 없어!' 상대만 적당하다면 옛날처럼 솔플을 만끽할수도 있을것이다. 변변한 공격 스킬하나 없는 대장장이에게 용사 카웰의 스킬북이야말로 하늘이 내린,아닌 게임 개발자가 내린 은총과도 같았다. '좋아,그럼 이제부터 죽자사자 스킬 랭크를 높이는거야!' 목표를 세운 유한은 바르카스 왕국의 수도 발덴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레벨이 높아진 만큼 수준 높은 장비를 만질수 있는 도시로 가려고했으니 스킬을 익히는데에는 익숙한 곳이 좋을듯했다. 중앙 광장의 자주 애용했던 자리에 돗자리를 깐 그는 팻말에 커다랗게 광석을 구입한다고 적어놓았다. 상점에 가면살수 있지만, 바가지를 씌우는 상점보다는 유저들에게서 사는것이 훨씬 저렴했다. "자!철광석 구합니다. 잡석이 섞인 하품도 상관없습니다.괜찮은 가격 쳐드릴테니 파십시오!" "동광석이나 구리도 구합니다. 착한 가격 쳐드립니다!" 유한의 외침에 주위를 지나가던 유저들이 하나둘 호기심을 띄고 다가왔다. 초보 유저들의 천국 발덴. 레벨이 낮다보니 이곳에서 잡을수 있는 몬스터도 하나같이 약한 것뿐이다. 하급 몬스터들이 주는 광석은 재질이 나쁘기에 상점에 팔지도 못하고 쓸데없이 인벤토리만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했다. "저기,하품 철광석이 열개 있는데.........." 초보티가 팍팍나는 유저하나가 수줍게 철광석 덩이를 내밀었다.불순물이 섞여 있어 상점에 가져감녀 2골드도 받지못한느걸 알기에 차마 사줄까 싶었다. 그러나 유한이 그자리서 3골드를 척 건네주자 초보 유저는 놀라 눈을 똥그랗게 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허겁지겁 인벤토리를 뒤져 나머지 철광석들을 모두꺼내놓았다. "이거 모두 팔게요!" "음,철광석이 34개니까 10골드입니다" 예상치 않게 10골드를 번 유저는 연방 고맙다며 고개를 숙이고 떠나갔다. 그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제법 많은 유저들이 모여들어 유한에게 철광석을 포함한 여러광물들을 팔았다.초보 시절은 현질을 하지않는 이상 항상 가난한 법이기에 그들은 서로 먼저 광석을 팔려고 난리였다. "내 광물좀 사주세요!" "무슨 소리!내 게 더 좋아요.내거부터 사주세요!" 유한은 광물 외에도 유저들에게서 금방이라도 부서질듯한 단검이나 도끼같은것도 사들였다. 수리랭크도 높이고,그레인 스킬 랭크도 높이기 위함이었다. 덕분에 적지않은 돈을 썼지만, 저번에 수리를 해주며 번 돈이 제법 되기에 두눈 딱 감고 질러버렸다. 그레인 스킬의 랭크를올리기 위해서는 다양한 도구를 만들고 고쳐야한다. 적어도 암 브레이크를 익힐때까지는 수행을 한다 생각하고 정진해야 했다. "자!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 바닥에 청동화로와 모루,망치등을 꺼내놓으니 당장 작은 대장간이 차려졌다. 유한은 화로에 철광석과 목탄을 집어넣고 불을 지폈다. 풀무가 없었기에 연방 부채질을 하며 화로 안에 바람을 불어넣었다. 얼마후, 시뻘겋게 녹은 쇳물이 흘러나왔다. 이를 거푸집에 받아넣은 유한은 모루위에 반쯤 식은 단검을 올려놓고 두들겼다. 따앙!땅! 여기서부터가 중요하다. 예전같으면 그냥 철의 몇몇결들을 따라 망치질을 했을텐데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 "그레인 스킬!" 유한이 스킬을 발동하자 단검의 결들이 등고선처럼 파랗게드러났다. 과거의 희미했던 ,그나마도 몇 안되는 결들이 아니었다. '이래서 스킬이 중요한거야' 유한은 결들을 골고루 두들겨 단검을 완성했다. -상당히 우수한 품질의 단검이 만들어졌습니다.솜씨 좋은 대장장이의 작품으로 생각됩니다. 솜씨가 2 올랐습니다. 생산 스킬 경험치가 80 올랐습니다. 그레인 스킬 경험치가 70올랐습니다. -자갈밭도갈수 있는 단단한호미가 만들어졌습니다. 농부가 탐을 낼것 같습니다. 생산 스킬 경험치가 50 올랐습니다. 그레인 스킬 경험치가 30 올랐습니다. 물건을 만들떄마다 스킬 경험치가 팍팍 올라갔다. "우허허허!이렇게 되면 중급 대장장이가 되는것도 금방이다!" 무척 신이난 유한은 유저들에게서 구입한 광석을 모두 꺼내 D랭크 무구의 농사 도구들을 만들었다. '그레인 스킬에 이런 묘용이 있을줄이야!' 전에도 대장간에서 결을 맞춰 무구를 만들긴 했다. 하지만 그때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러나 그레인 스킬을 사용하니 제작 시간도 줄고,제품의 품질도 급상승했다. 초보 대장장이인 유한이 거의 중급 대장장이는 되어야 능속하게 만들수 있는 품질의 도구들을 만들어 낸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기 님 ,이거 파시는건가요?" 언제 왔는지 도둑 계열로 보이는 유저하나가 유한이 만들어놓은 단검 앞에 쪼그려앉아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새파랗게 윤기가 도는 단검은 상점에서 파는 단검들보다 내구가 무려 30%높았으며 공격력과 방어력도 10~20%가량 뛰어났다. 단검을 주로 쓰는 도둑이 탐낼만했다. "이거 좀 비싼데......." 유한이 슬쩍 튕기자,유저는 파리처럼 손을 삭삭 빌었다. "제가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이 백 골드밖에 없거든요.이거 모두 드릴테니 저한테 파세요" 100골드라면 상점보다 10%정도 비싼 가격이지만, 성능이나 내구를 감안하면 절대 손해는 아니었다. "음,그럼 내가 손해 좀 보죠" 들어간 단가가 20골드도 채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한은 마지못해 물건을 건네는 척했다. 그뒤로 이와 비슷한 일이 몇번 발생했다. "야!광장 서쪽에 제법 괜찮은 물건을 파는대장장이가 있다면서?" "내 친구가 거기서 철검을 하나 샀는데 가격에 비해 성능이 꽤 좋다더라" "저번에 수리 겁나 잘하던 유저있지? 바로 그 사람이래" 원래 중앙광장은 유저들이 모여 파티를 구성하고,정보를 교환하며,아이템을 거래하는 장소다.입에서 입으로 소문을 탄 지그표 상품들은 어깨에 날개가 달린듯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다. '아예 이쪽으로 나가버려?' 그깟 해커를 잡는게 무에 대수냐. 그냥 이렇게 재미나게 게임을 즐기는게 더 좋지 않느냐.한순간 들려온 유혹의 속삭임에 넘어가 버릴뻔한 유한은 얼른 고개를 내저은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힘차게 외쳤다. "자,철광석 구합니다!동광석이나 구리도 구합니다!착한 가격 쳐드립니다!" 이번에는 방패와 어깨 보호구,쟁기와 같은 좀 전에 만들지 않았던 물건들을 만들어 보기로했다. 2 유한이 발덴의 중앙 광장에서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지도 언 일주일이 다 되어 갔다. 밥 먹고 잠자고 검정고시 학원가는 시간을빼고 하루종일 도구만 만들었다. 단순작업에 질릴만도 했지만, 의외로 대장장이 일도 할 만했다. 다양한 종류의 무구가 완성될때마다 뿌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거기다 유저들이 자기 물건이 좋다며 칭찬까지 해주자 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 덕분에 솜씨를 30이상 올릴수 있었고,제련 스킬과 생산 스킬은 6랭크,그레인 스킬은 7랭크까지 갈고닦을수 있었다. 물론 돈도 많이벌었다. 유저들이 너도나도 몰려들어 지그표 무구를 팔라는 바람에 나중에는 즉석에서 경매가 붙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헤에!대장장이도 할만하잖아?' 유한은 대장장이란 직업에 대해 새로 눈을 뜨게 되었다. 생산직이라 보잘것없고,항상 전투 계열의 뒤치다꺼리만 하는 줄 알았는데,이런 재미도 쏠쏠했다. "좋아,이제는 암 브레이크를 수련해 볼까?" 그레인 스킬이 7랭크에 들어선 이상,암 브레이클르 수련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암 브레이크를 익히겠습니까?> 유한이 스킬북을 꺼내들자 이번에도 빛의 요정이 나타나 물었다. 그런다고 하자 스킬북이 파라라락 넘어가며 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암 브레이드(Arm Break)스킬]을 익히셨습니다. 무구나 병기를 부술수 있습니다. 드디어 그토록 염원하던 전투스킬을,아니 전투 스킬 비슷한 것을 익히게 되었다. 암 브레이크는 5랭크가넘어야 착용자에게 타격을 입힐수 있다. 하지만,5랭크 밑이어도 상관이 없었다. 암브레이크의 특징은 무구를 부수는데있다. 상대가 아끼면 아끼는 무구일수록 금전적, 정신적 데미지는 클것이다. '크크크,나한테 시비거는 놈들은 장비를 모조리 깨버려야지' 내심 음흉한 미소를 지은 유한은 어제팔다 남은 단검을 하나 꺼내 놓았다. 그리고 그레인 스킬을 펼쳤다. 가지런히 한 방향으로 나 있는 결들이 보였다. 유한은 가장 취약해 보이는 지점을 노려 기욘의 검을 휘둘렀다. "암 브레이크!" -쿠쿵!암 브레이크에 실패하셨습니다. 수련 경험치 1 올랐습니다. 단검은 원래 목표로 했던 곳이 아니라 날의 이가살짝 빠지며 내구가 2 깎였다. '제길!' 쉽지 않으리라 생각은 했지만 역시나 였다. 결을 볼수 있다 해도 손이 익숙하지않으면 스킬은 성공하지 않는다. 물론 실패해도 내구는 조금깎을수 있지만, 상대에게 큰 타격을 주지는 못할것이다. 적어도 내구가 절반 가까이는 날아가야 상대가 화들짝 놀라 물러날것이다. 내구 2~3정도 깎고 말다가는 분노한 상대에게 맞아 죽기 딱 좋다. '세상에 몰매 이겨내는 장사 없고,노가다 이겨내는 스킬없다!' 유한은 바츠시절의 교훈을 떠올리며 다시 암 브레이크를 준비했다. 과거 상위 전사의 스킬들을 익힐때도 무척애를 먹었다. 하지만, 무려 한달간에 걸친 노가다 플레이로 불가능해 보이던 스킬 숙련도를 마스터했다. "암 브레이크!암 브레이크!암 브레이크!" 유한은 계속해서 암 브레이크를 구사했다. 엉뚱한곳을 때려 실패해도 굴하지 않았다. 단검을 다 소진하면 그 자리서 망치질을 해 다시 이어붙였다. 그런 유한의 행동이 무척 특이했던 모양이다 지나가던 유저들이 한번씩 그를 쳐다보았다. 대부분 멀쩡한 단검을 부수고 다시 이어붙이는 그의 행동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님, 단검이 필요없으면 저 주세요" "쯧쯧,할일 없으면 필드에 나가 사냥이라도 하던가" 유한은 유저들의 만류에도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열심히 단검들을 부서뜨렸다. 그렇게 백여개의 단검을 부수고 다시 이어 붙였을때였다. 캉! 이전과는 다른 날카로운 파열음.내리치는 순간 손에 딱 느낌이 전해졌다. -암 브레이크가 절반 성공했습니다. 경험치 15올랐습니다. 불완전하지만 스킬이 먹혔다. 조금 비뚤하지만, 그가 목표로 한결을 따라 단검이 두조각나 있었다. 내구도도 절반 가까인 떨어졌다. 절반이라지만 성공했다! 드디어 성공한 것이다! "크하하하하핫!" 흥분과 희열로 가슴이 터질것 같았던 유한은 그 자리서 미친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지나가던 유저들이 깜짝놀라 '드디어 이놈이 미쳤구나'란 표정을 지으며 돌아보았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대장장이 지그의 겜생에 처음으로 공격 스킬을 익혔으니 손가락질 좀 받는다고 그게 무에 대수겠는가. "흐음!그래,그러면 될것 같아" 좀 전의 감각을 떠올린 유한은 다시 단검을 붍잡고 스킬을 발동시켰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부서지는 단검의 숫자가 쌓여 갈수록 성공 확률은 조금씩 올라갔다. 3 검정고시 학원을 다녀온 유한은 게임에 접속했다. 그런데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효과음이 울리더니 안내창이 떠올랐다. -쪽지가 왔습니다. 확인해주세요. "채린이가 보냈나?' 자신에게 쪽지를 보낼만한 사람은 채린밖에 없었다. 같이 게임을 하잔건지,아님 무구의 수리를 맡기려는건지,그것도 아니면 다른 용무가 있는지. 유한은 일단 족지 함을 열어보았다. 그런데 쪽지는 채린에게서 온것이 아니었다. "딜론?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발덴 지부장?"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이름은 처음 들어보았지만, 하루에도 수십개의 길드가 생성되었다가 사라진느 아르페디아 온라인인만큼 크게 신경쓸것은 아니다.문제는 저들이 왜 자신에게 쪽지를 보냈느냐 하는것이다. 저들과 문제되긴 커녕 마주친 적도 없는 데 말이다. '일단 열어 보면 알겠지' 유한은 곧바로 쪽지를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발덴 지부장을 맡고있는 딜론이라고합니다. 오늘 서신을 보낸 이유는 '수리의 달인'으로 불리는 지그님의 명성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저희는 지그님 같이 우수하고 장래가 촉망받는 장인과 관계 맺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있으시거든 답장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지그님이 항상 영업하시는 중앙 광장으로 찾아가겠습니다. 답장이 오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골드러시 상인 연합 발덴 지부장 딜론 드림. "하하,뭐가 했더니 스카웃 제의로군" 바츠 시절에도 이런 쪽지가 왔었다. 고명하신 드래곤 슬레이어께서 우리길드에 오셔서 후학들을 이끌어주십사하는 쪽지들이 하루에도 몇통씩. 독불장군 바츠의 소문을 모르지 않을텐데도 어떻게든 줄을 대보려는 심산이었다. 유한은 모조리 씹어버렸고,그런 쪽지는 오는 족족 휴지통에 집어넣었다. 아르페디아의 고독한 늑대 바츠가 왜 길드에 들어야 한단 말인가 ?혼자서도 잘 먹고 잘 살고있는데. 그러나 바츠는 죽었고,지금 유한은 지그를 키우고 있다. '가입하면 수리를 핑계로 길드원들의 장비를 볼수 있겠지.상인 연합이니까 유명한 전사 캐릭은 없더라도 아이템 거래가 활발할터.거래 정보를 통해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수 있을지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한은 곧바로 달론에게 답장을 보냈다. 중앙 광장에서 자리를 잡은 유한은 언제나처럼 그레인스킬과 암브레이크를 수련했다. 몇번이나 단검을 부숴먹었을까. 답장을 보낸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유한의 앞에 부유한 상인 복장을 한 사람이 나타났다. 외모로따지면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사이. 계산적이로 날카로운 눈빛을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로 가리고 있는 전형적인 상인이었다. "딜론님이십니까?" "예<제가 골드러시상인 연합의 발덴 지부장 딜론입니다" 딜론은 유한에게 악수를 건네왔다. "답잦을 받고 곧장 오는 길입니다. 어디 조용 한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할까요?" 딜론이 유한을 데리고 간곳은 동쪽 번화가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 '엔젤가든'이다. 아름다운 샹들리에에 대리석 조각과 청동 장식으로 치장한 아담한 2층 레스토랑 안엔 제법 고급 장비를 걸친 유저들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앉아 환담을 나누며 식사를 하고있었다. 유한도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 .초보나 저렙들이 아닌 도 많은 중렙이나 고렙들이 이용하는 곳이었다. 고렙들은 초보 시절 발덴에서서 추억을 더올리고 금의 화향을 기분을 즐기기위해,게임사는 골드 회수를 위해 운영하고 있었다. "일단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는게 좋겠지요? 지그 님은 뭘로 드시겠습니까?" 여기서 꿀리면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길지 모른다. 유한은 대차게 나가기로 했다. "로블랑산 와인이랑,이오드 해의 다랑어 스테이크로 주세요" "오,여기간판 메뉴를 잘 아는 모양이군요" 딜론은 내심놀랐다. 초조 대장장이에 불과한 유저가 당황한기색없이 엔젤가든의 대표 요리들을 ,그것도 비싼것들만 골라서 주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리가 나오자 유환은 능숙하게 와인을따라 마시고 절도 있게 요리를 썰어먹었다. 이건 절대 공략집만 보고와서 할수 있는행동이 아니다. 분명 많이 먹어본 솜씨다. '부캐인가?본캐는 전사인 모양이군' 딜론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유한이 시킨 메뉴 때문이다. 지금 유한이 먹는 두가지 요리는 전사 게통이 즐겨먹는 요리여다.왜 전사들이 즐겨 먹는가 하면........... -적절한 식사는 건강에 보탬이됩니다. 하루동안 스태미나10%가 증가합니다. 게임시간으로 하루밖에 안되지만, 이렇게 스테미나를 상승시켜 놓으면 전투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돈있는 유저들은 이렇게 추억을 만끽하고 고급 요리를 먹어 스탯을 올려놓은 뒤 사냥르 나가곤했다. "자,원하는것이 뭡니까? 이런곳에서 밥까지 사준것을 보면 다 원하는것이 있을텐데요?" "이유야 뻔하지요.지그 님이 우리 길드에 가입하길 권합니다" 유한이 그럴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딜론이 보다자세히 말을 이었다. "지그님은 초보시절부터 우수한 실력을 선보였기 때문에 많은 길드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만약 고렙이 되신다면 그 수준의 다른 이들보다 월등한 것이 자명한 일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쪽지를 받은것도 골드러시 뿐인데요" "저희 제의가 제일 빨랐던 거지요.다른 길드는 아직은 두고 보고 있을겁니다. 대장장이는 어낙 수련이 고되고 지켜워서 키우다가 접는 사람들을 많이 봤기 때문입니다." 확실히 그랬다. 미래를 보고 길드에 넣어 놨는데 캐릭터 키우는것을 접어버리면 대장장이에게 투자한 길드만 손해인것이다. 그래서 길드들은 대자장이의 수준이 중렙을 넘어지면 가입을 제의하곤했다. "하지마 저희는 다릅니다. 100명중에 1명을 건지는 한이있더라도 일단 투자를 한다는게 저희 길드의 방식이지요" 확실히 상인 기질이 느껴지는 딜론이었다 .혹시 현실에 상업이나 마케킹쪽이아닌지? "자금 많은가보네요" "상인 연합이라 하지 않았습니까.우리 길드원들 대부분이 상인들입니다" 딜론의 말에 따르면 골드러시는 오픈 베타 테스트때부터 있었던 길드 5개가 연합하여 만들어진 것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상인과 장인들을 중심으로 포섭,1000여명의 길드원을 확보한 중간 규모의 길드였다. "우리 길드의 최종 목표는 아르페디아의 상권과 유통을 지배하는겁니다" 순간 딜론의 눈빛이 번득이더니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버렸다. 아까까지만 해도 전형적인 상인이었는데,지금은 무슨 혁명가 처럼 보였다. "지금님도 알겁니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에서 생산직들이 얼마나 고되게 게임을 하고있는지 말입니다" "뭐,그거야 각오하고 하는거니까........" "물론 각오는 했지요.하지만 대놓고 괄시받을 이유까지는 없잖습니까? 왜 우리가 전투력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무시를 당해야 합니까 ?이런 불합리한 사고가 만개한것이 부당하다 생각하지는않습니까?" 사실이 그렇다. 전투 직업군들은 생산직들을 사냥터에서 파티에 끼워주지도 않고,간혹 끼워주더라도 허드렛일만 시킨다. 길드에 가입한다 해도 역시 대우는 마찬가지.전사나 마법사 계열들보다 은근히 차별 대우는 받고있다. 오로지 전투에서 싸우거나 지원할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공식 홈페이지에 생산직들의 불만과 하소연이 매일 게시판에 올라왔지만,게임사는 묵묵 부답하고 있었다. "우리가 뭉치면 저 오만한 전투 직업군들에게 한벙 먹여줄수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그들에게 그 어떤것도 공급해 주지않을수 있다는것이지요.그들이 필요로 하는 수제 무기나 장비역시 꿈도 못꾸게 만들수 있는겁니다" 아무래도 골드러시의 탄생 배결에는 생산직들의 설움이 있었던 모양이다. 확실히 저런식으로 상인과 장인들이 대동단결한다면 전사들이 꽤나 괴로울 듯싶엇다. 물론 전사들에게는 최후의 보루로 NPC상인들이 있긴 하지만 ,상당히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고,안정적인 물품 공급을 받지 못하면 게임을 즐기는데 애로사항이 꽃필것이다. "어떻습니까? 우리들의 대의에 동참하는것이?" "흐음 ,뜻은 좋지만 좀 위험한건 아닙니까?" "절대 운영자로부터 제제당할 짓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정당한 절차를 통해 시스템을 장악하는것입니다" 그럼 다행이다. 요즘 아르페디아 온라인이 인기를 끌자 어떤 길드는 계획적으로 시세 조작에 나서거나 현질을 빙자한 사기행각을 벌여 길드원 전원이 계정을 압류당한 적도있었다. "만약 지그님이 골드러시에 가입하시면 저희는 지그님의 수련에필요로 하는 모든 물품들을 지원할 의사가 있습니다. 고랭크 스킬을 올리기위한 금,은은 물론이요.니켈,크롬 같은 특수 금속까지 제공하겠습니다. 그리고 레벨업에 필요한 제반 정보들을 제공할 의사도 있습니다" 달콤하게 들리는 말이기는 한데 한가지 걸리는것이 있었다. "하지만 받는 만큼 내놓는게 있어야겠죠?" 유한이 바츠 시절 길드에 절대 가입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일단 회원이 되시면,게임을 하다가 익히는 노하우들을 길드에 알려야합니다. 그리고 생산한 수제 물품들을 전량 납품해야합니다. 롱소드를 기준으로 일주일에 이백개정도면 충분하겠군요" "일주일에 이백개라......." 유한은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든지원을 아낌없이 해주는 대신 길드에 얽매이는것이 아닌가. "랭크가 올라가면 납품 묵록의 질과 수량도 다라지겠죠?" "만족할만한 금액을 지불할것이니 지그님께 손해되는 일은 없을겁니다" 딜론은 유한이 대장장이로서 생산에만 전념해서 돈을 벌려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장장이 유저들이 그럴지라도 유한은 다른 사정이 있었다. 그가 대장장이를 키우는 이유는 바츠의아이템을 추적해서 해커를 잡기 위함이다. 골드러시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그리고 또 앞으로 얼마나 커질지 알수는 없지만, 한곳에 묶여 있을수는 없다. 어느정도 수준이 되면 여러 길드들과 접촉하여 장비와 아이템을 살펴볼 계획이기 때문이다. "말씀은 고맙지만, 전 어디에 얽매이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유한의 말에 딜론은 실망 어린 눈빛을 보였다. "생각을 잘하세요.스킬을 높이기 위해서 들어가는 돈은 대장장이에게 큰 부담이 됩니다. 홀로 자금을 마련하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것은물론,재료를 제대로 구할수 있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대장장이 유저들이 중간에서 접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대장장이가 스킬과 스탯을 올리려면 물건을 자꾸 생산하는 수밖에 없는데,그러려면 재료비가 등골이 휠 정도로 많이 들어간다. 그중에는 돈을 주고도 살수없는 희귀한 재료들도 있어 상급 대장장이가 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다른 직업군들도 나름대로 캐릭을 키우는데 힘이 들지만, 전투 계열에 비해 생산직 게열이 좀 더 힘든것은 분명했다. 상위 랭크 50인의 면면만 봐도 알수있다. 50인중에 생산직 유저는 한손에 꼽을정도로 드물었다. "저도 잘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얽매이는것이 싫군요" 유한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딜론이 화들짝 놀라 그의 소매를 잡았다. 사실 초보 대장장이 하나 가입하든 안 하든 상고나은 없다. 길드에 소속된 대장장이의 수만 이미 수십명은 된다. 그러나 딜론이 며칠동안 지켜본바에 따르면 유한은 다른 대장장이들과 다른 뭔가 특별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이 소년을 엄청난 대장장이로 키울것이 틀림없다. "하하하,성격이 급하군요.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준회원으로 가입하면 됩니다" "준회원요?" "게임상으로 등록되는 길드원은 아니고,인터넷에 있는 저희 골드러시 길드홈페이지에 가입을 하면 준회원으로 인정해 드리겠습니다" "길드원도 아닌데 홈페이지에 가입할수 있습니까?" "사실 안되지만, 제 직권으로 허락하는겁니다" "물론 공짜는아니겟지요?" 딜론은 어린놈이 정말 조심성이 많구나 싶었다. 보통 유리한 조건 하나만 걸면 뒤는 듣지도 않고 덥썩 무는 녀석들이 많았다. 특히 유한 나이대의 소년들이 말이다. 그러나 유한은 현실의 더러움을 충분히 보았고,게임사의 야박함과 약관의 냉정함을 두루두루 경험했다. 달콤한 유혹에 쉽게 넘어가지 않게 된것이다. "준회원이 되면 일단 제 메신저로 관리가 됩니다. 지그님은 그저 매주마다 생산한 물품을 저에게 넘기면 됩니다. 앞에 이야기했던 노하우도 제공해 주면 고맙겠고요.물론 노하우 제공시에는 보상이 따를겁니다" "길드의 정보는 열람할수 없습니까?" 사실 유한이 제일 탐을 내는것은 이것이엇다. "정보를 원하면 회원등급을 상향시켜 주겠습니다. 단,정보의 가치에 따라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유한은 이 조건이 맘에 들었다. 까다로운 조건도 없고 그냥 물건을 만드는대로 넘기면 그만이다. 정보도 마찬가지고. "좋습니다. 그럼 준회원으로 가입하겠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언제든지 정회원 신청을 하십시오" 딜론은 옅은 미소를지었다. 만족할 만큼은 아니지만 성과는 이뤄냈다. 그는 쪽지에 뭔가를쓰더니 유한에게 넘겨주었다. "우리 길드의 홈페이지 주소입니다" "혹시 개인정보가 누설되지는 않겠지요?" 유한은 혹시나 해서 물어보았다. 아무래도 해킹을 당한 뒤로는 이런데 많이 민감해졌다. "우리 길드는 상인 연합니다. 신용을 최고 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입시 다른 개인정보는 필요없습니다.이메일 주소 하나와 지그 본인이라 증명할수 있는 스크린샷 한장이면 충분합니다. 그럼 24시간안에 준회원으로 가입시켜 드리겠습니다" 믿고 거래만 하겠다는데 유한은 더이상 물어볼것도 없었다. 그렇게 유한은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준회원이 되었다. 4 이튿날,유한은 골드러시 상인 연합의 준회원이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강유한 너 많이 변했다. 길드에도 가입하고" 비록 준회원이지만, 그리고 필요 때문이라지만 이렇게 누군가와 협력을 하게 될줄은 몰랐다. 바츠 때만 해도 독불장군으로 쏘다녔는데 말이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것은 해커 때문이다. 그 망할 놈이 바츠를 없앰으로서 유한의 플레이 스타일까지 비틀어 놓았다. 별 볼일 없게 여겼던 생산직을 하게 되었고,채린과 재회해서 파티 플레이도 해 보았다. 거기다 이젠 길드까지 가입했다. '뭐 나쁘지는 않잖아' 생산직이라 힘들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지름길이 있었고,생산이란 활동 자체에도 나름 보람이 있었다. 파티같은건 남의 뒤치다꺼리나 해줘야 하니 짜증 날것 같앗지만,채린과의 탐험은 오히려 즐거웠고 덕분에 새로운 방식으로 던전을 돌파하여 숨겨진 보상방에 가 보기도 했다. 길드에 가입함으로서 얻는 이득도 있을것이다. 바츠 시절에 이렇게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바츠는 생산직이 아니니 여러모로 입장이 달랐을것이다. "언제까지 옛날 생각만 할수는 없지" 중요한건 현실이다.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바꿀수 있다면 모를까. 유한에게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중요했다. 지그를 잘 키워서 해컬르 잡는 첨병으로 삼아야한다. 그리고 그 외에도 잘 이용을 해야한다. 이를테면...... "크크크,라스트모히칸이라고 했지?그 비곗덩어리 자식 피눈물 흘리는 꼴을 봐야 하는데" 이미 사악한 대뇌는 모든 계획을 짜 두었다. 제르스와 알덴때처럼 . 유한은 콧노래를 부르며 게임에 접속했다. 발덴 중앙 광장에는 언제나처럼 많은 유저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 중에는 유한이 접속하기를 기다린 이들도 있었다. "오 ,지그님왔네요.제 칼좀 수리해 주세요" "요새 무기 새로 만든건 없어요?" "철광석 모아 왔거든요.이걸로 갑옷 좀 만들어 주시렵니까?" "멀쩡한 칼 그만 부러트리고 일 좀 해주세요" 이미 지그는 발덴의 유명인사. 아직은 발덴과 그 인근 지역에서만 유명할 뿐이지만, D급 장비만이 아니라 희귀한 장비들도 손보게 되면 더 멀리,더 위험한 필드에 있는 고렙들에게까지 유명해질것이다. "님아,님아!님이 발덴에서 수리 킹짱이라는 대장장인가여?" 암브레이크 수련을 잠시 멈추고 유저들을 상대로 장사 좀하려는데 웬 초딩하가 새치기를 하며 나타났다. 그냥 초딩이아니라 갑부 초딩이었다. 레벨은 얼마나 되는지 알수 없지만, 걸치고 있는 장비는 화려했다. D급이지만 극악의 드랍율과 멋진 디자인때문에 부르조아 장비로 공인된 레인저 세트를 착용하고 있었다. 제르스와 알덴이 채린의 환심을 사려고 바쳤던 그것이었고,유한도 바츠 시절 힘들게 모았던 장비였다. 그외에도 몇 가지 비싼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있었는데 ,그건 패스. "아 올만에 발덴 왔는데 절라 짜증!레인저 셋 질렀는데 상인 놈이 활 내구 20닳은 거 판 거심!" '한국어로 해,자식아' 유한은 괜히 짜증이 났다. 눈치없는 초딩은 유한에게 레인저의 활을 내밀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암튼 찌질 대장장이한테 맡기면 내구 즐 될것 같아 님이 잘 고친다고 해서 왔삼.내구 깎지 말고 고쳐 주라능.내구 하나라도 깎으면 캐허접이라 소문낼 거심" '이놈을 암 브레이크의 제물 1호로 만들어 버릴까' 문득 이런 생각이들었다. 주변 유저들도 이 건방진 갑부 초딩을 방법하기를 원하는듯했다. 그러나 유한은 욕구를 억누르고 활 수리에 들어갔다. 초딩과 싸워봤자 득될게 없다. 시위를 풀고 활대를 감싸고 있는 장식들을 떼어냈다. 그리고 백단목과 황동으로 된 궁신(弓身)을 그레인 스킬로 살펴보았다. 불게 드러나는 균열들을 노려보던 유한은 깜짝 놀랬다. '이,이건!' 시위를 거는 활 끝의 구석. 혹시나 해서 살펴봤는데 있었다. 희미하고 작지만, 구석에 새겨진 글자는 그것임이 분명했다. 바츠(Vatzz). 이 레인저의 활은 바로 유한이 소유했던 장비였다. "드,드디어 찾았다!" (대장장이 지그 2권에서 계속) TYPING BY RAYAN [II텍스트II]_소설_자료실 http://cafe.daum.net/JustA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