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뉴 라이프] 1회 -살고 싶다.- << 뉴 라이프 (New Life) >> -1- [부제: 살고싶다.] -끼끼끼끼끼기긱--- ?!!- -빵빵!! 빠아앙~~!!- "야! 이 개새꺄! 누구 인생 조지고 싶어!!" 엄청난 트럭이 새벽녘 부랑자같은 사람을 앞에 두고 아슬아슬하게 서 있 었다. 그리고 클락션을 울려대며 걸걸한 욕설을 내뱉는 트럭 운전수. 방 금 전, 한바터면 세상과 하직할 뻔한 경덕은 그런 운전수를 멀거니 바라 보다가 관심을 다시 덜덜 떨리는 손안의 술병으로 돌렸다. 진로... 역시 술은 두꺼비가 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새 젊은 것들은 '진로(眞露)'를 풀이한 뜻의 '참이슬'이란 소주를 마신다지만 그게 어디 술 맛인가? 맹물이지. "씹새끼!! 뒈지고 싶으면 애궂은 인간 걸고 넘어지지 말고 조용히 가 새 꺄! 너같은 놈들 때문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안되는 거여! 꺼져, 망할 늙 은이!!!" 우락부락하게 생긴 트럭 운전수가 한참을 자신에게 욕을 퍼붇더니 트럭 을 몰고 사라졌다. 경덕은 사라져가는 트럭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키득키 득 웃어제꼈다. 나같은 놈 때문에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안된다고? 그래. 그럴지도 모르 지. 아니, 맞다. 나같은 놈 때문에, 내가 이토록 사랑하는 우리나라 대한 민국이 선진국이 못되고 있단다. 국제적인 유명한 회의나 모임이 있으면 안빠지고 꼭 꼭 참석하지만 어딜가나 일본이나 중국보다 뒤로 밀려나 무 시당하기 쉽상이고, 그래도 자존심은 있어서 체면유지비용으로 세계평화 를 위해 엄청난 돈을 꼬박꼬박 내놓고 있지. 나라 안에는 나같은 인간들 이 쌔고 쌔서 넘쳐나는데 말이야. 큭큭큭... 하지만 저 인간, 하나는 잘못 집었어. 푸후후... 난 늙은이가 아니니까. 쌩쌩하진 않아도 아직 서른 여덟이다. 지금은 내가 병들고 망가져 이런 몰골이 되었지만.... "쿨럭! 쿨럭쿨럭!" 다시 발작이 시작되었다. 한참을 기침에 괴로워하며, 몸을 웅크려 겨우 겨우 진정시켰다. 그리고 고개를 든 경덕은 심한 알콜중독으로 덜덜 떨리 는 두손을 바라보았다. '피....' 훗! 이제 갈때가 된건가? 이젠 토혈까지 끊이지 않는군. 그래. 갈때가 됐지. 아니, 이미 오래전, 바로 3년전 부하들에게 배신당했을 때 갔어야 했다. 너무 늣은거야. 3년전 그날 일이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올랐다. <죽여라.> <...죽이진 않습니다. 멀리 가셔서 이쪽은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형님.> 성우 녀석의 말이 머리속에 울려 퍼졌다. 박경덕. 지금 땅에 쓰러져 피를 토하는 폐인의 이름이었다. 그러나 3년 전, 그당 시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 주먹으로 조직을 이끌고 있던 그에겐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주먹도 주먹이지만 무엇보다 의리와 페어플레이 정신을 중요시했던 그였다. 조직이라는 것도 '조직'이라고 만들었다기 보다 방황 하던 동생들 몇을 거둬 먹였던 것이었다. 그것이 식구가 늘어나고 효율적 으로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조직'이라는 이름으로 커나가기 시작했 다. 어떤 일을 하건 어린 자신이 뒷골목 세계를 살면서 주먹만큼 편리하 건 없었으니까. 하지만 배신은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그것도 자신이 가장 아끼 던 동생에게.... "후후후... 3류 소설의 뻔한 레파토리에 당한 거지." 그런데 어쩐 일인지 성우 녀석은 나를 살려 주었다. 쌍칼이 날 죽이라고 했을게 뻔한데... 하지만 그 녀석에게 고맙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한적이 없 다. 다시는 주먹을 쓰지 못하게 폐인으로 만들어 죽을 날만 기다리는 끈 질긴 목숨이 아니던가. 술로 삶을 버텨 오면서 몇번씩이고 잠들 듯 죽기 를 기도했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자살은 절.대. 안.된.다. 그것은 나, 박경덕의 마지막 자존심이 었다. 비웃어도 좋다. 손가락질 받으며 쓰레기 인생을 살아도 좋다. 아무 리 인생 밑바닥을 헤집고 돌아다녀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짓.......절.대. 안.한.다. .....무엇보다 쪽팔리니까. =.= 하지만 그 알량한 자존심...이제는 갈 때가 다 되었다. 동물들은 자신이 죽을 날을 안다고 하지. 그럼 나도 그 동물에 끼이는 건가? 만물의 영장 이라고 하지만 인간이 식물이 아니니 동물로 분류될 것이다. 그러니까 나 는 동물이다. 그리고 지금 난 내가 갈 시간이 다 되었다는 것을 안다. 음....이상한 논리인가. 막판에 가서 옛 버릇이 다시 나오는군. 후후후... 내가 조직 일을 뒷전으로 미루고 혼자서 이런저런 말도 안되는 생각에 빠 져 들 때면 성우 녀석 잔소리가 장난이 아니었었는데... 경덕은 힘들게 일어나 비틀비틀 어디론가 계속 걸었다. 동이 터오는지 동쪽 하늘이 밝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성당?" 아니, 교회인가? 모르겠다. 조폭이 언제 저런 것과 인연이 있었어야 말 이지. 흐음....죽을 날이 다가오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느님 얼굴 한 번 볼까? 그래. 가서 좀 물어봐야겠다. 세상이 왜 이렇게 엿 같은지! "당신은 아십니까? 이놈의 세상 정말 개떡 같습니다. 당신도 눈이 있으 면 한 번 보십시오. 어떤 자식은 하늘에서도 줄을 잘서가지고 부잣집에 태어나 호의호식하며 떵떵거리고 살지요. 하지만 어떤 놈은 태어날 때부 터 지지리 궁상으로 태어나 돈많은 것들이 던져준 '자비'로 살아가지요.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는지는 제탓이 아니지 않습니까? 초등학교도 제대 로 못나왔습니다. 복지시설을 뒤쳐나온 뒤서부턴 닥치는대로 일을 해서 제 힘으로 벌어 먹었습니다. 타고 난 건 큰 체격과 주먹밖에 없어서 그 주먹으로 입에 풀칠을 시작했죠. 그래서 이제 겨우 살만해졌는데.......당 신은 가장 괴로운 방법으로 날 다시 지옥으로 떨어뜨리다니.... " 경덕은 성당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면서 주절거렸다. 술과 여자, 도박은 남자를 망하게 하는 3대 요소라고 했다. 그러나 가장 매력적인 요소이기 도 하다. 그러나 경덕은 자신 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거둔 동생들을 위해 서 그 3가지를 멀리하며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것'이라 니... 마지막에 가서 그의 목소리에는 분노의 감정이 서렸다. "당신이 진짜로 계시다면 묻고 싶군요. 제가 무얼 잘못했는지... 조직이 라고 건사하고 있었지만 인간적으로 해서는 안될 일은 구별했습니다. 일 도 불쌍한 동생들 앞가림 시켜주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제 주먹이 아니 라 정말 합법적으로 건실히 일해서 떳떳해지려고 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세상을 견디고 살아남아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크흐흑...." 왠일로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믿었던 부하들에게 뒤를 찔렸을 때도, 두 팔이 아작이 났을 때도, 다시 일어설 방법이...살아갈 이유를 잃었을 때도 눈물 한방울 비추지 않았던 그였다. 입을 열어 하느님을 향해 욕을 하고 자신을 풀어내자 가슴에 뭉쳐진 뭔가가 풀린 느낌이었다. '세상... 모두 부질없는 짓이었어.' 경덕이 그렇게 하느님의 성전으로 가기 위해 길을 건너고 있을 때였다. -끼이이익!!- -텅!!!- "꺄아악! 자기야, 어떻해! 죽었나 봐." "시끄러 썅년아! 네가 더 밟으란 통에 이렇게 되었잖아!" "흑...그게 어떻게 내 탓이야!" "시끄러! 빨리 튀자!! 보아하니 부랑자 같은데. 야 이년아! 빨랑 안타!!" -부아앙!!- 순식간이군. 나 지금 차에 치인거 맞지? 하루에 두 번 교통사고라...푸하 하하... 훌륭하시군요. 당신을 찾아가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늘어질까봐 이러셨습니까? 하지만 전 이렇게 죽고 싶지 않습니다. 살고 싶습니다. 살 고 싶어요. 이렇게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습니다. 친구도 사귀고 싶고, 공 부도 맘껏 해보고 싶었습니다. 대학물 한 번 먹어 보는게 소원이었어요. 부모님께 어리광도 부리고 친구들과 게임하고 놀러다니고.... 그렇게 살고 싶었다는게 죽일만큼 큰 죄였나요? 경덕에게 어둠이 밀려왔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평생 한번도 찾 지 않던 신을 어둠에 완전히 잠식당할 때까지 끈질기게 불렀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신이 아니라 마치 주문처럼 되뇌었다. 죽고 싶지 않아. 살고싶어. 살고싶어. 살고싶어..... 살.고.싶.어...... ...계속 (1회의 테잎을 드디어 끊었다. 앞으로 누군가 '뉴 라이프'를 기다려 줬으 면 좋겠다. 5명만 꾸준히 봐준다면 내 목숨걸고 끝까지 연재하리. -.+(비 장감~) -------------------------------------------------------------------------- ---- 제 목 : [뉴 라이프] 2회 -새로운 삶- << 뉴 라이프 (New Life) >> -2- [부제: 새로운 삶] [일어나!! 일어나라, 이놈아!] 누구야....우씨.....간만에 편안하게 자고 있는데..... [죽은 놈이 무슨 잠이냐! 일어나거라! 날 그렇게 귀따갑게 불렀으면 말 을 하란 말이다.] 내가 죽었........억! 죽었다구!!! 벌떡! 경덕이 눈을 뜨자 눈앞이 온통 하앴다. 그냥 하얀 것이 아니라 빛이 나 는 하얀색... 빛속에 가라앉은 느낌이 들었다. 누가 날 불렀지? [내가 불렀다. 불렀으면 말을 할 것이지 잠이나 디립따 퍼자고 있냐? 에 잉~] "저...누구십니까? 어디에서 말하고 있는 거죠?" [신이다. 네가 불렀지 않느냐.] "....정말 신이세요?" 경덕은 의심이 들었다. 자신이 죽었다고 하는데 죽은 느낌이 나는 것도 아니고(죽어본 건 아니지만) 신이라고 한다면 매우 근엄한 느낌일 줄 알 았는데 자신의 생각과는 좀 달랐던 것이다. [다르긴 뭐가 달라. 네가 생각하는 모습 그대로 현신한 것인데.] "어라?" 고개를 들자 눈앞에 하얀 백발에 긴 수염이 늘어진 노인이 보였다. 옷은 한복같기도 하고...꼭 삼국시대에 나오는 옷처럼 여며서 끈으로 묶은 옷차 림이었다. 게다가 한손에는 긴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그건....그건 꼭.... [너 이 자식...........산신령 나오는 이야길 좋아하는가 보군. -.-++] 맞다. '이 도끼가 네 도끼냐?'라고 물어볼 때 나오는 산신령의 모습 그 자체였다. 살았을 적, 사시미나 일본도 같은 연장을 좋아하지 않았던 경덕이었다. 그나마 가장 맘에 드는 연장이 있다면 '도끼'였었다. 그걸로 누굴 해를 입힌다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속에서 쇠도끼로 금도끼와 은도끼까지 얻어, 한마디로 원금을 몇백배 뻥튀기한 감동(?) 깊은 연장이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코스닥인지 뭔지, 펀드 매니저들을 가뿐히 뛰어넘는 엄청난 이익 창출의 감동이었다. "하하하;;;; 워낙에 감명깊게 읽은 소설(?)이라서....." -째릿!- 윽! 한동안 째림을 당한 후, 신이 경덕에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인간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주긴 정말 오랜만이군. 네가 살던 차원계에 선 진실한 믿음을 갖고 있는 자를 찾기 힘들거든. 그런데 그런 면에서 넌 정말로 대단하구나. 으~ 지금도 귀가 다 쩌릿쩌릿하다.] ".....(안절부절 쩔쩔);;;;" [그래. 그건 그렇다치고....질문할테니 대답해라. 대답은 알고 있지만 뭐...서류상 꼭 거쳐야 하는 절차이니까. 네 한마디에 네 처분이 갈린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대답하거라.] "네." -꿀꺽- 뭔가 갑자기 성스런 분위기가 마구마구 뿌려진다. [진짜로 살고 싶은가?] "네! 살고 싶습니다." [죽고 싶어하지 않았나? 어째서?] "이렇게 죽는건 너무 억울합니다. 제가 이런 환경에서 태어나고 싶어 태 어난 거 아닙니다. 출발점이 다른데 다같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고 재는 거...불공평합니다. 제.대.로. 살게 해주세요." 갑자기 진지모드로 돌입한 신의 모습에 당황스러웠지만 경덕은 살고 싶 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정말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건 억울했 다. 한동안 깊이 생각하는 듯한 신이셨다. 그리고 결심을 내린 듯 경덕을 지 긋이 바라보는 얼굴. 갑자기 씨익- 기분 나쁘게 쪼개는 신이었다.;;; [그럼 살려주지. 그런데 지금 네 몸은...어디 한 번 보자.] 산신령 신이 한손을 들어 공중에 부웅 한바퀴 돌리자 내 몸이 영상에 비 췄다. 아스팔트에 치인 모습 그대로 죽어있는 육신, 그리고 날이 밝으면 서 주위에 몰려드는 구경꾼들이 보였다. 죽은 나를 내가 바라보는 미묘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길이 없군. 진짜 묘하다. [두 팔은 예전에 아작이 났고, 알콜중독에, 폐도 아예 가버렸군. 사소한 질병과 영양실조는 무시한다 하더라도 교통사고로 인한 내장 파열과 뇌출 혈까지는.....음, 이건 너무 엉망이 되어 다시 쓸 수가 없잖아. 이런이 런....이 정도라면 '신의 기적'이 일어나도 정상적으로 살게 하진 못해. 어쩐다...................] 살려주는 거야, 마는거야? 조마조마한 가운데 산신령 신이 눈을 새초롬 빛내자 또다른 의미의 불안함을 느끼는 경덕이었다. [아! 그렇지! 마침 네놈이 살던 같은 시간과 공간에 처리하기 곤란한 영 혼이 하나 있었는데....그 영혼이 있던 몸에 너를 넣어주마.] "다른 사람....몸에요? 그럴 수도 있는 겁니까?" [흠...원래 안되는 건데....그 인간은 지금 천수가 다하지 못했어. 그래서 다시 되돌려 보내려고 했지만 그 영혼이 삶에 대한 애착이 티끌만치도 없 어서 육체와 영혼을 연결시키는게 불가능하단 보고가 들어왔다. 그렇다고 수명이 다되지 못한 인간을 죽일 수도 없어서 고민중이었는데....잘됐 네!!!] -흠짓!- [너랑 그놈의 자리를 바꾸지 뭐. 그리고 네놈같이 끈질기게 살고 싶어하 는 놈이라면 그 육체에 파리가 끈끈이에 붙듯 척-하니 달라붙을 테니... 헛헛헛! 굳 아이디어로세!!] "그...그런가요?" [그럼그럼. 게다가 아주아주 좋은 자리야. 그 영혼은 워낙에 심약해서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지만....뭐 너.같.은. 질긴 인간에겐 더없이 좋은 자 리야.] 뭔가 쪼.끔. 기분이 나쁘지만....뭐, 어쨌든 다시 살려준다는 말인가? 잘 됐다. 어차피 다시 살려준다고 하면 다른 몸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고 할려 했으니까. 그런데 여기까지 왔는데... "잠깐만요!!" [뭐가.] "서비스 같은 건 없습니까? 마법을 펑펑 사용할 수 있게 된다거나 엄청 난 초능력자에 세계 제일의 천재가 된다거나...." 으헤헤헤~ 그래서 이쁜 여자들한테 폼도 좀 잡아보고 잘하면 세계 정복 도.... 에?????? 저기 저 산신령 신이 왜 쓰러져 있을까? 게다가 '꿈틀꿈 틀'이란 의태어까지 온몸으로 뿜어내면서. 마법이나 초능력이 어때서? 신이면 당근빠따 가능하지 않나? 나처럼 죽 어서 신과 독대한 인간이 또 어디 있을라구. 그러니까 서비스로 빠방한 능력 하나 줘도 괜찮잖아? 하나못해 우동집도 개업하면 첫손님한테 볼펜 한자루 선물이나 단무지라도 더 올려 주더라. 째째하기는... [너 혹시.......판타지 소설 매니아? 그렇지?! 정.신.차.리.거.라, 이,넘.아!!! 이게 공상 소설인 줄 아느냐!] 뭐야~. 안된다는 거군. 그럼 그렇게 말을 할 것이지. "쳇! (투덜투덜궁시렁궁시렁쨍알쨍알기타등등...)" [휘유~ 내가 인간 때문에 이정도 쇼크를 받다니... 너무 오래 산게야..... 씨끄러!!! 그만 좀 쫑알대거라!!! 너 정말 조폭 깡패에 보스가 맞냐? 이거 미카엘 녀석, 자료 조사 잘못 한거 아냐?] "핏!" [어쭈. 이제 삐지기까지... '암흑계의 젠틀맨'이라는 생전 별명이 안깝 다, 아까워. 쯧쯧... 본신을 이런 성격, 이런 모습으로 현신시킬 때부터 알 아봤어야 하는 건데. 저 근엄한 척 하면서 철부지 같으니....] 그래. 나 삐졌수다. 죽고나니 눈에 뵈는 것도 없수. 그리고 나 원래 이런 성격이야. 살아 있을 때야 나이도 있고, 먹고 살려면 근엄해야 했으니까 그렇다 치지만...뭐 지금 무게 잡아서 뭐할라구. 쳇! 처음의 예의 바른 모습을 이젠 완전히 벗어버린 경덕이 한참을 쭈그리고 투덜대자 신께서 찡그리며 관자놀이 부근을 지긋이 누르고 말씀하셨다. [알았다 알았어. 대신 허무맹랑하게 마법이나 초능력은 안되겠고....그런 건 자네가 살던 차원계에선 인간은 쓸 수가 없어. 균형을 망치니까. ...원래 자네가 쓸 수 었었던 만큼의 힘을 쓸 수 있도록 해주지. 그리고 그 외에 인간의 몸으로 낼 수 있는 잠재력 한계치를 모두 꺼내주겠네. 그 정도도 넘칠테야. 또 그 '힘'의 비밀은.....] "비밀은....?(꿀꺽!)" [비.밀!! ^0^] 푸스스..... [흠! 흠! ...이거 재밌군. 무슨 만화에서 나오는 건데 나도 한 번 꼭 해보 고 싶었다네.^^ 그리고 질문은 사양하지. 어차피 깨어나면 다 알게 될거 뭐가 그리 급한 가. 차차 알아보게. 그럼 이만 가보게나. 나도 바쁘고 자네가 들어갈 몸도 이 이상 늣어지면 회생하기 힘들어질지도 모르니. 자자, 어서 가. 어서 가. 귀찮아. 가버려.] "왓!! 우아아아아악~~~" 산신령 복장의 신이 등을 발로 퍽- 차버리는 바람에 경덕은 어디론가 무섭게 추락해 갔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인간은 떨어지는 도중에 심장 마비로 죽는다고 했던가? 그런데 육신없는 영혼에게도 적용되는 법칙이 란 말인가. 경덕은 암흑이 자신에게 닥치는 걸 느꼈다. 그리고 아득해지 는 의식 속으로 들려오는 신의 혼잣말. [헛헛헛... 귀찮은 녀석이라 대강 잠재력만 끌어내주고 던져 버리길 잘했 어. 난 왜 이리 잘났누.] 윽!!!! 역시 그런 속셈이었군. 이럴수가... 내가...내가....사기를 당했다 뉘!!!! 노인장! 믿었건만! 부루터스, 너마저.... 음, 이건 아니고. -.- 어쨌 든 다음에 만나면 그냥 두지 않으리. "으......" 그놈의 신을 내가 그냥....그냥.....으윽....빛이.... "도련님! 도련님! 정신이 드십니까?" 경덕은 힘들게 눈을 뜨고 초점을 마췄다. 주변에서 쟁알쟁알 거리는 소 리가 거슬렸지만 그것보다 진짜로 내가 살아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모 든 게 상관없었다. 코로 들이마시는 공기와 내뱉는 이산화탄소 가스, 눈꺼풀을 내리면 깜깜 해지고 올리면 풍경이 보이고....피부를 통해서 느껴지는 이불의 감촉과 온기......크---흑!!! 감.동.!! 나 진짜 살아난 거야. 살아났어. 너무 좋아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다. 이제부터는 정말로 가는 날(?)까지 후회하지 않게 열심히 살거다. "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너무 좋아서 깨어나자마자 낮게 깔린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갑자 기 주변의 짜증나는 쟁알거림이 툭- 끊어졌다. 1초.....2 초......3........4........5초....... 그러자 갑자기 곳곳에서 비명소리와 함께 엄청난 소음이 귀를 멍멍하게 만들었다. "꺄아아악!!! 도련님이 정신착란을?! 빨리 김박사님 모셔와!" -_-;;;;; ...계속 (진짜로 이제부턴 뉴 라이프당! ^0^ 열심히 살아라!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5명만 보면 꾸준히 연재하리.-_-;;; 그리고 이거 완전 픽션이란 사실 알아주세요.특정 인물 및 지명 등은 관계가 없습니다.^^) -------------------------------------------------------------------------- ---- 제 목 : [뉴 라이프] 3회 -라면이 먹고 싶다(1)- << 뉴 라이프 (New Life) >> -3- [부제: 라면이 먹고싶다(1)] "아~ 라면 먹고 싶다." 경덕은 지금 꼬르륵 거리는 배를 움켜쥐고 인간의 3대 생존 조건인 의 식주 중, 식(食)으로 인해 괴로워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그가 다시 살아 난 몸이 끼니도 떼우지 못할 만큼 가난뱅이라는 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넘쳐서 탈이었지. -.- 경덕이 들어온 몸의 이름은 '민제후'. 성전그룹 회장의 외손자로 나이는 18세(남). 이 정도만 알고 있어도 부와 권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해준다. 게 다가 경덕이 살아 있을 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더 경악할 노릇이었다. 성 전그룹이면 사성과 LC그룹 등과 함께 우리나라 10대 재벌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알고나서 경덕은 '부러븐 놈! 없는 것 없이 자란 새끼가 왜 살기 싫다 지랄이야? 쪼다같 은 새끼!' 라고 가볍게 씹어줬었다. 도데체 어떤 정신 상태를 갖고 있기에 먹여주 고, 재워주고, 입혀주고, 공부까지 시켜준다는데 죽지 못해 안달을 해서 하느님마저 고민하게 만들었는지 별 미친 새끼 다 보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지금은 어쩌면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된 경덕이었다. "제후라는 새끼, 라면 못먹게 해서 죽겠다고 지랄한 거 아닐까? 그래. 맞아. 그럴거야. 그런거라면 나 이해할 수 있다. 쩝!!" 라면을 못먹게 해서 죽었다고 생각하다니....어찌보면 어처구니 없지만 경덕은 지금 절실했다. 민제후라는 소년은 부모님이 모두 외국에 나가 계시기 때문에 그의 외할 아버지인 성전그룹 장회장의 저택에서 살고 있었다. 그러니 오죽 그 저택 이 크고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또한 얼마나 많겠는가? 주방일, 정 원일, 실내관리 및 수행원과 비서들, 그 밖에 집 지키는 셰퍼트들까지 생 각한다면 이 저택에 딸린 식구들은 아주 어마어마했다. 게다가 그 많은 사람들은 장회장의 불호령이 두려운지 제후의 건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죽어나는 것은 경덕이었다. '아~ 새끼! 도데체 죽기전에 얼마나 비실댔으면 밑의 사람들이 저 난리 일까? 건강에 안좋다고 간도 거의 안한 밍밍한 음식만 주다니.... 암맛도 안나는 음식, 더 이상 못먹겠다. 우~ 얼큰한 라면이 먹고 싶다. 계란 하 나 풀어넣고 묵은 김치하고 먹으면 끝내줄텐데....꺄하~ 음?!' 나는 침대에서 뒤굴뒹굴하다가 귀를 쫑긋 세웠다. 누군가 내방을 향해서 걸어오는 것 같은데... 한 2~3분쯤 뒤면 도착하겠군. 다른 놈들이 들으면 구라치지 말라고 짖어댔겠지만 이것이 이번에 내게 생긴 능력 중 하나다. 산신령 신이 인간의 잠재력을 깨워 주겠다느니 어 쩌겠다느니 하면서 날 내쫓았을 때는 속았다고 열받았었지만 지금은 이것 도 그것 나름대로 괜찮은 능력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꼭 6백만불의 사나 이가 된 것 같으니까. 캬하하하~ 현재 내가 알게 된 능력은 멀리 있는 걸 아주 잘 보게 된 것 하고(6백만 불의 사나이), 아주아주 멀리 있는 소리를 선별까지 해서 듣게 된 것이 다. 마치 소머즈같다.^^ 그러나 그 밖에 다른 능력은 아직 모르겠다. 다만 예전의 내 힘과 체력 을 그대로 쓸 수 있게 해준다고 한 것 정도만 확인했다고나 할까? 하지 만 그게 어딘가. 내가 전생(지금은 다시 태어난 걸로 치자면 전생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에 조직의 보스였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이 비실한 몸으 로 괴력을 내는 거나 마찬가지일테니... "제후. 자느냐?" 그 때, 풍채가 당당한 어느 노인이 수행원으로 보이는 몇몇 떨거지들을 뒤에 달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에? 누...누구지, 저 노인장은? 내가 여지껏 만나봤다는 사람 중에 저런 사람이 있었던가? 내가 어정쩡하게 일어서서 멀뚱멀뚱 쳐다만 보고 있으니 그 노인장이 날 지긋이 쳐다본다. (사실 그 노인장의 눈빛은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쳐다본 다고 하는 거지 아마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무섭게 노려본다고 했을 것이 다.;;;) "훗! 그래. 김박사가 기억상실증이라고 하더니만....그게 사실인가 보구 나." 어라? 기억...상실...증?!!!!!!!!!!! @.@;;; 그거 순정만화와 TV 드라마 주인공들이 걸리는, 백혈병과 공주병(?)과 함께 3대 악질로 불리는 그 병에 내가 걸렸다는 것인가? 하긴 내가 처음 깨어났을 때는 미친 듯이 웃어서 고용인들이 모두 미친 놈 취급했었으니까. 이 정도면 양호하다 양호해. 그리고 잘 생각해보니 잘된 것일지도... 기억상실증이라고 하면 모든 게 무사 통과일테니까. 꺄 하하하~ 고용인들 기억 못해도 통과, 친구들 기억 못해도 통과, 친척들 기억 못해도 통과, 부모 얼굴 몰라도 통과, 집에서 길 잃어도 통...과.... 음...이건 안되는데...한두번도 아니고....-.-;;; (전적이 있는 듯.) "사내 자식이 그렇게 심약해 가지고.....쯧쯧..." 내가 또 고개를 숙이고 엉뚱한 생각에 빠져 있자 그 노인장은 내가 무서 워서 고개를 수그린 것으로 아는지 찬바람이 휭휭 부는 목소리로 말했다. 왠지 시선에도 가시가 있어 온몸을 찌르는 듯 하다. 허어~ 이런 기도를 가진 사람은 정말 오랜만이다. 온몸이 따끔따끔할 정도인걸? 분명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내가 아는 한 이런 날까로운 기도를 가진 인간은 두 종류의 길을 간다. 나처럼 어둠의 세계에서 부수고 파괴하는 생을 살아가거나 그 반대로 창 조하고 쌓아서 일어서거나. 그렇다면 이 노인장.........성전그룹의 장회장이겠군. 민제후 주변에 그런 인물이라곤 그 사람밖에 없으니. 난 살짝 입꼬리에 미소를 걸고 장회장의 눈을 맞받아쳤다. 날까로운 기 를 살짝 느끼게 조절해서. 어린애 장난같지만 배도 고픈데 제후 녀석을 꼬라보자 왠지 기분이 나빠져서 말이지. 어쨌든 지금은 내가 민제후니까. 재.섭.는. 영감탱이~!! 그러자 곧 장회장의 눈썹이 꿈틀한다. "...죽었다 살아난 놈이라 이건가? 하하하하!!!" 어라? 뭐...뭐야? 기껏 나도 같이 째려줬건만 왜 기분 나쁘게 웃어 재끼 는 거야? 내가 노인장의 반응에 당황해 하고 있을 때(물론 속으로만), 장회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팡-팡- 두들겼다. 윽! "그래 그래. 오늘, 저녁이나 같이 하자꾸나." 뭐....뭐야?! 뭔 소리야?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너무나 순식간에 모든 일이 끝나버렸다. 그리고 그 재섭는 노인장 뿐만 아니라 그 뒤에 부록처럼 따라 다니는 사람들까지 흐뭇하단 미소를 짓고 나갔다. 뭐지? 이 집은 『재수없는 영감』이란 표정이 『같이 밥이나 먹죠』라 는 신호라도 된단 말이냐? 쓰불! 몰겠다! 지금 나한테 다른 잡생각 필요 없어! 아~ 라면 먹고 싶다. 밥 얘기 나오니 다시 라면 생각이 간절하다. 辛라 면에 가래떡 몇 개랑 삼포만두 두어개 넣어서 김치 짠지랑 먹어봤으면... 우~ 전생에 젊었을적 지겹게 먹었던 라면이 이렇게 간절해질 줄이야!! 라면 먹고 싶어!! 라면!!!!!!!!!!!!!!! ...계속 (시점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쓰기도 하고, 여러 가지 섞어서 쓰기 도 한다. 그래도 내 나름대로 기준을 가지고 쓰는 건데....^^;; 다시 또 말 하지만 5명만 봐라! 5명!) -------------------------------------------------------------------------- ---- 제 목 : [뉴 라이프] 4회 -라면이 먹고싶다(2)- << 뉴 라이프 (New Life) >> -4- [부제: 라면이 먹고싶다(2)] "허 참! 이번엔 기억상실증이라..." 어이가 없군. 김박사가 할말이 있다고 하기에 기분 좋게 맞았던 장회장은 민제후가 기 억상실증에 걸린 것 같다고 하자 기가 막혔다. 심약한 녀석같으니!!! 어릴 적부터 소심하고 비실비실한게 항상 눈치만 보는 꼴이라니... 한군 데도 마음에 차는 곳이 없는 놈이었지만, 하나밖에 없는 딸년이 낳은 유 일한 혈육이라 일부러 데리고 살면서 단련시켜 왔었다. 그랬건만...녀석은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아직 그대로니.....쯧쯧... 하고 다니는 꼴도 병든 병아리 같아 학교에서도 괴롭힘 당하는 것 같았 다. 그러나 장회장은 무시했다. 남자라면 그런 일쯤 스스로 처리해야 한 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장회장은 소시적부터 이를 악물고 생계를 이었던 기억이 있다. 난리통에 살아남고, 독재정권 속에서 이 성전그룹을 일궈냈다. 지금은 한국 경제계 의 큰 거목(巨木)인 장문수 회장. 그러니 그는 적어도 그의 손자 녀석이 세상을 담을 그릇은 아니더라도 성전그룹의 일원 정도는 될 수 있는 재목이길 빌었다. 그랬건만.....그 못 난 녀석이 약을 먹었다는 것이다. 김박사의 이야기로는 평소에 먹던 진정 제를 과다 복용으로 심장에 쇼크가 와서 마비를 일으켰다 하는데, 모르는 일 아닌가. 약물과다복용이 아니라 자살미수일지도. "못.난.놈!!!" 장회장은 시계를 힐끔 쳐다보았다. 마침 조금 시간이 나니 제후에게 한 번 가봐야 겠다 생각됐다. 아무리 덜 떨어진 놈이라도, 미우나 고우나 그 의 딸 혜영의 외아들이니까. '나중에 혜영이한테 섭섭하단 소리 듣지 않으려면 할 수 없지.' "제후. 자느냐?" 곧 회사에 나가볼 일이 있어 김비서와 한실장을 데리고 제후의 방으로 갔다. 어차피 한가족 같은 사람들이니 상관없을 것이다. 하긴, 수행원을 자기 방에 데리고 들어왔다고 불만을 표할 만큼의 담력도 없는 한심한 놈 이니. 장회장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정쩡하게 일어서며 바라보는 녀석이 보 였다. 못난 놈!!! 기억상실증이라고 하더니만 이제 할애비도 못알아 보는 구먼! "훗! 그래. 김박사가 기억상실증이라고 하더니만....그게 사실인가 보구 나." 제후 놈이 무서운지 고개를 푹- 수그린다. 이놈 어릴적부터 내 앞에서 비맞은 생쥐꼴 되는 걸 지겹게 봐 왔지만 오늘은 더 더욱 마음에 안찼다. 김비서와 한실장이 이놈을 한심하게 볼 걸 생각하면...허허~ 저 놈에게 앞으로 뭘 맡길 수 있단 말인가. 어찌 저리 못났을고. "사내 자식이 그렇게 심약해 가지고.....쯧쯧..." 그래도 내가 할애비인지라 죽을뻔하다 살아난 손자에게 호통은 칠 수 없 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목소리에 냉기가 어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음?!' 장회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제후가 그의 눈빛을 똑바로 맞받아쳤다. 서늘한 날이 서린 눈동자...거기다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까지? .........녀석! 우습게 보지 말란 소리냐? 장회장은 매우 유쾌해졌다. 저런 눈은 그 평생에도 몇 번 본 적이 없었 다. 그리고 그는 안다. 저런 눈을 갖고 있는 자들이 얼마나 강해지는지! "...죽었다 살아난 놈이라 이건가? 하하하하!!!" 기특한 녀석! 장회장은 제후가 드디어 자기 몫을 할 수 있을거라 생각되자 흐뭇한 미 소를 지으며 어깨를 두들겨 줬다. 그리고 간만에 손자 녀석과 외식이나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 그래. 오늘, 저녁이나 같이 하자꾸나." 제후에게 싸늘한 눈길만 줄 뿐, 별로 대화가 없었던 조손 사이란 점을 생각해 볼 때 이것은 엄청난 파격이었다. 문을 나서면서 손자 놈이 뭘 좋 아할까 생각하는 장회장의 머리속을 고용인 중 누군가 안다면 자기가 미 쳤거나 꿈을 꾼다고 생각할게 틀림 없었다. 이전까진 민제후란 불쌍한 천 덕꾸러기일 뿐이었으니. 그리고 경덕은 몰랐다. 자신의 『재수없는 영감』이란 눈빛에 '성전그룹 장문수 회장'이라는 엄청난 빽이 생겼단 사실을.... <라면 먹고 싶어!! 라면!!!!!!!!!!!!!!!> 멀리 저택을 나서는 장회장에게까지 경덕의 처절한 외침이 들렸다. 그 뜻이 뭔지 모르는 장회장은 의아할 뿐이었다. 역시 지금 경덕에게 중요한 것은 라면 뿐이리라. 젠틀맨 조폭 박경덕, 아니 이제는 소년 민제후. 과연 라면을 먹을 수 있 을까? 이 정도 집념이라면 몰래라도 먹었을지도... 물론 주방으로 가는 길을 또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말이다. ^^;;;;; ...계속 -------------------------------------------------------------------------- ---- 제 목 : [뉴 라이프] 5회 -학교에 가다(1)- << 뉴 라이프 (New Life) >> -5- [부제: 학교에 가다(1)] 제후는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아니, 다시보니 새벽이었다.;; 그러나 저택의 고용인들이 하나 둘 아침을 준비하고 있어 새벽이라 하기 에는 활기찼다. 제후가 자기 방에 딸린 욕실에서 씻고 나와 창문을 열어 졌히자 맑은 하늘이 보였다. "오~ 날씨 좋고!!" 물론 천둥 번개가 치며 비가 주륵주륵 내렸어도 날씨 좋단 소리를 했을 제후였다.-_-;;; 왜나햐면 오늘이 학교에 가는 날이기 때문. 마지막으로 다녔던 학교에 대한 기억이 초등학교로 끝이었던 제후(경덕) 는 무척 두근거리는 날이 아닐 수 없었다. 전생에 우락부락한 외모의 그 였지만 의외로 섬세해서 가끔 책도 보고, 음악도 발라드를 좋아해 성우 녀석에게 놀림을 많이 받았었다. 그리고 배움은 그의 꿈이었다. 하지만 주먹 쓰면서 연필을 굴리기엔 여러 가지로 여의치 않았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중등교육 과정은 예전에 검정고시로 패스했다는 것. 그렇지만 고등교육 과정은 하다 말았었는데..... 좀 걱정이 되는 제후였다. 그래도 원래 이 몸의 주인인 원판 '민제후'란 놈이 이제 막 고등학교 2 학년에 올라갔을 뿐이란 것으로 위안을 삼는 제후(경덕-앞으로 제후라고 하겠습니다.^^)였다. 그리고 고등학교 1년의 공백은 앞으로 자신의 노력 으로 기필코 메꾸겠다고 결심했다.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열심히 공 부하겠다고 맹세하지 않았는가. 이제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 거울 앞에 서서 교복을 입고 머리를 빗었다. 책가방도 잘 챙겼고... '음....이상없군. 그런데...' 나는 거울을 보며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보았다. 거울 속에는 금갈색 머 리의 허여멀건한 녀석이 서 있다. 키는 그렇게 작은 편이 아니지만 이 하 얀 피부와 밝은 머리색 때문에 기생 오래비처럼 비실해 보인다. 외모는 여자들이 본다면 잘생긴 편일 테지만 제후의 기준으로 '잘생겼다'는 것은 실버스타 스탤론같은 우람한 사나이인지라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다. '머리색이 멋지긴 한데....이것 때문에 너무 약해 보인단 말야. 그리고 학교에서 뭐라 하지 않을까? 에이~ 산신령 신은 이왕 바꿔 줄려면 듬직 한 사나이로 바꿔줄 것이지. 쳇!' 다른 날은 무시하고 살았지만 오늘같은 날은 머리색까지 신경쓰였다. 처 음에 거울을 보았을 때는 '염색한번 기똥차게 했다.'라고 생각했지만 나 중에 알고 보니 원래 머리색이란 것이다. 알고 보니 원판 외할머니께서 외국인이시더라구. 어쨌든....자! 이제 준비 완료!!! 이제 학교에 간다! 꿈같은 학창 시절을 보내는 거야! 점심은 라면을 먹 는 낭만과 함께! 공부 열심히 하고 선생님께 칭찬받는 모범생이 되는 거 야! 음하하하하!!!! ...계속 (이번 회는 짧다. 길때가 있으면 짧을 때도 있는 거니까...^^;;;) -------------------------------------------------------------------------- ---- 제 목 : [뉴 라이프] 6회 -학교에 가다(2)- << 뉴 라이프 (New Life) >> -6- [부제: 학교에 가다(2)] "여긴가? 성전 고등학교..." 나는 감개무량한 얼굴로 학교 건물을 올려다 보았다. 길은 알고 있었지 만 초행길이라 좀 헤맸었다. 한 40분쯤....;;; 집에서 가까운 편이긴 하지만 역시 걸어가기에는 힘들다. 집에서 현관까 지 걸어나오는 데만 한참 걸리니 원.... 할아버지한테 자전거라도 하나 사 달라고 해야지. 김비서가 차로 데려다 주겠다고 했지만 그.딴. 차를 끌고 갔다가 동물원 원숭이 될 일 있냐!! 예전에 원판일 때는 무섭게 냉정했다는데.... 지금은 할아버지고, 김비서고, 한실장이고 왜 그러는 거야? 귀찮게시리... 망할 영감탱이!! 어쨌든 이정도면 예전에 비해서 길을 쉽게 찾았다. 이것도 새로 생긴 능 력 중 하나가 아닐까? 음하하하~ 그러고 보니 옛날엔 정말 심한 길치(또는 방향치)였었는데... 한 번은 한 남동의 사시미파와 맞짱 뜨기로 했는데 내가 장소를 잘못 찾아서 애들 데 리고 여기저기 헤메고 다녔었지. 성우 녀석이 여기가 아닌 것 같다고 해 도 난 맞다고 바락바락 우기며 데리고 갔었고. 그리고 도착하는 곳마다 한바퀴 둘러보며 "미~안~행~^///^(애교애교애교애교)" ................-.-++ -_-+++ -.#++++ =?+++ 그래서 결국 사시미파 애들은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치고 열받아서 지들 끼리 난리 부루스를 췄고, 나중엔 용감한 시민의 신고 덕으로 모두 경찰 에 연행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생각해보면 참 아름다운 추억이야. ^^* "아! 저기여. 교무실이 어디예여?" 난 교실로 뛰어 들어가는 한 학생을 붙잡고 길을 물었다. 아침 일찍 나 와서 서둘렀건만 헤메는 바람에 벌써 첫 종이 울린 모양이다. "중앙 현관으로 들어가서 오른쪽이요." 잽싸게 대답하고 손을 뿌리치고 달려가는 학생. 아~ 역시 젊음이 좋구 나. 애들이 아주 힘이 넘치다 못해 통통 튀네? 글구 애들이 다들 뽀샤시 한게 귀엽기도 하여라. 귀여븐 것들!! 내가 제때 좋은 여잘 만났으면 네들 또래 자식이 없었겠냐. 후후후... ^^ 나는 학교에 대한 감동을 여전히 간직하며 교무실 문을 열었다. 참! 그 런데......내가 몇 반이지? "나 아까 민제후, 그 새끼 봤다." "뭐? 어디서?" 한 남학생이 교실로 들어서자 여드름으로 얼굴이 울긋불긋한 학생 하나 가 뛰어와 보고했다. 빙글빙글 웃으며 재밌는 장난감을 발견한 듯한 표정 이 기분 나쁘다. "그 새끼, 약 처먹고 뒈졌다고 들었었는데." "안뒈졌으니까 나왔겠지. 큭큭큭... 야~ 간만에 몸 좀 풀고 화끈하게 놀 겠다. 이래서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하는가 보다." "새끼! 지랄허네. 헤헤헤~" 이럴땐 교실에 대다수 애들은 뒤에 모여 낄낄대는 패거리들 눈치를 보며 숨을 죽일 뿐이었다. ...계속 (왜 학교얘기엔 '량자'들이 단골로 나올까? '복장 불량자', '두발 불량 자', '행동 불량자', '성격 불량자(?)'....그 중에서도 단연 독보적인 존 재, '불량 청소년'!! =.=) -------------------------------------------------------------------------- ---- 제 목 : [뉴 라이프] 7회 -학교에 가다(3)- << 뉴 라이프 (New Life) >> -7- [부제: 학교에 가다(3)] "그래. 이제 몸은 괜찮은 거니?" "네. 그럼요! 오히려 전보다 더 튼튼해졌는걸요." 우후후후... 정말 오늘은 운수 대통인 날인가 보다. 학교가는 첫날부터 날씨가 너무너무 좋더니 길도 수월(?)하게 찾고, 도착한 학교는 너무너무 좋은 시설에, 날 알아보는 선생도 있어서 담임을 쉽게 찾았다. 게다가 담 임 선생님이 예쁜 여선생님이다. *^^* "그...그래. 선생님이 제후한테 더 신경 썼어야 하는데 미안하구나. 그래 도 그런 짓은..." "그런 짓이라뇨?" "아! 기억상실증이랬지? 아..아무것도 아니야. 그렇지만 제후야! 앞으로 힘든 일이 있으면 꼭 선생님한테 와야 한다. 알았지? 응? 꼭! 꼭이다!" 두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내 두손을 꼭 쥐고 말하는 초보 담임이라... 에 구~ 이 모습 보고 진짜 무슨 일이 생길 때 선생이 도움될거라 누가 생각 할까. "교실로 가시죠, 선생님. 종 아까 아까 쳤는데요.^^;;" "아~ 그래. 조회 해야지. ^^*" 순진한 담임 뒤를 따라가면서 약간 앞날이 불안해졌다. 무슨 일이 있는 거지? ...그치만 뭐 어떻게 되겠지. 질 안좋은 애들은 달래가며 사귀면 되 는 거고. 어쨌든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공부 열심히 열심히 하자! 대학에 가 자!!! "자~ 그래서 학기초에 병으로 나오지 못했던 친구가 돌아왔어요. 여러 분들이 모두 따뜻하게 받아주세요. 제후야, 인사하렴." "난 '민제후'라고 한다.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 ^^" 건조한 박수소리가 들렸다. 애들이 왜 저러지? 왜 다들 얼어가지고.... "그럼 제후 자리는..." "친애하는 선.생.님! 저희 옆 자리가 비어 있네여. 저희들이 제후를 아주 아주 따.뜻.하.게. 돌봐주겠습니다. 킬킬킬..." 어? 친절한 아이구나. ^^* 인상도 좋고(네 눈에만 그래.-.-) 그런데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담임과 애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저 렇게 친절한 애들한테 왜 그럴까? 난 단정하게 가방을 챙겨 그 애들 옆 자리로 갔다. 예전에 내가 데리고 있던 동생들과 비슷하게 생겨서 그런지 더욱 정감(?)있어 보이는 얼굴들이었다. "이 자리가 내 자리구나. 와아~ 창가라서 전망도 무지 좋은 걸. 고맙다. 잘 지내보자." 내가 빙긋 웃으며 인사하자 그 애들의 면상이 심하게 구겨졌다. 그리고 그 애들이 벌떡 일어서서 막 뭐라 말하려는 찰라... "선생님!! 이번 저희 첫 시간, 체육이거든요. 옷갈아입고 나가려면 서둘 러야 하는데요." 상당히 예쁜 여자애가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참! 말 안한 것 같은데 내가 다니게 된 성전 고등학교는 남녀공학이다. 그나저나 저애...아까 인사도 저 애가 하던데 반장인가? 여자애가 대단하 다. 부모님이 얼마나 자랑스러워 하실까? 그런데 좀 아깝다. 아까 막 짝궁과 그 친구들을 소개받으려는 참이었는 데...쩝! 뭐 시간은 많으니까. 그나저나 그런 기분은 나만 그런 듯, 모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것 같은건 내 착각일까? "아! 그래요? 그런데 이번 시간 체육이 아닌 걸로 아는데?" "체육 선생님 사정상 시간표를 바꿨습니다." "아~ 네. 알았어요.^^" 오~ 예쁜이 반장이 아주 똑 떨어진다. 얼굴도 예쁘고, 반장이면 공부도 잘하겠지. 귀여븐 것!! 전에도 내가 말했지만 내가 일찍 결혼했으면 저만 한 딸이 있었을 텐데... 앗! 내가 또 전매특허인 망상(妄想)이란 것에 빠져있을 때를 노려 교실 의 남학생들이 다 빠져 나갔다. 체육복을 교실에서 갈아 입을 수 있는 건 여학생 뿐인가 보군. 그런데 난 어쩌나? 난 오늘 체육이 있는 줄도 모르 고 체육복 챙겨오지 못했는데... 역시 똑 부러지는 여자 반장한테 물어보 는게 빠르겠지? ^^ "저기..." 그러고 보니 반장 이름을 모르겠잖아.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뭐라고 부르 나 고민하며 호칭을 어물거리고 있자 예쁜이 반장이 쏘아 붙인다. "고마워할 것 없어. 그 녀석들 건들거리는 게 보기 싫었을 뿐이니까." "어?" "귀찮아. 괜찮다고 했잖아! 다른 애들 옷 갈아 입어야 되니까 이제 그만 나가줄래?" 무...무슨 소리야? 난 암말두 안했는데 왜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 람. 내가 어이가 없어 멍하니 서서 그 애를 바라보자 반장이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매섭게 째려보며 말했다. "민제후! 전에도 말했다시피 난 너같은 애한테 관심없어. 귀찮아졌어. 이 제 그만 떨어져 줄래. 너처럼 진뜩진뜩하게 달라붙는 애는 정말 난생 처 음이야!" ...계속 (5명만 봐라! 5명! =.=) -------------------------------------------------------------------------- ---- 제 목 : [뉴 라이프] 8회 -학교에 가다(4)- << 뉴 라이프 (New Life) >> -8- [부제: 학교에 가다(4)] -탕!- 교실에서.....쫓겨났다. 뭐...뭐야? 그러니까 원래 민제후가 저 기집애를 좋아했다는 것이냐?! 에구에구.....원판아~원판아~ 이 늙은이더러 어쩌라구. -.?게다가 성 격도 꼭 뭣 같은 것을. 뭐 이쁘긴 하다마는... 그렇지만 난 절대 원조 교제나 로리콤에 관심없다. 만약 내가...이건 진짜 진짜로 만약인데....정말 어쩌다가 저 예쁜이한테 관심을 갖는다면 그건......범.죄.다.=.=;;; <추적60분>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중년 남자들이 여고생을 노 린다!』라는 제목으로 출연 섭외가 쇄도할 것이고, 게다가 나같은 인간은 목소리 변조가 되어도 특이한 짱구머리와 떡대로 알만한 사람은 다들 알 아보는 전국적인 개망신 감인 것이다. 물론 지금은 몸이 바뀌어서 짱구도 아니고 쌩쌩한 10대가 됐지만.......뭐, 어쨌든!! -.-++ 당신 같으면 얼마 전까지 '저런 딸 하나 키워봤으면...'하다가 갑자기 여 자친구 후보로 볼 수 있겠는가? 만약 있다면.....자신에게 변.태.기.질.이 없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심각하게 생각해 보길 권하는 바이다. 수업종이 울렸는지 복도는 조용하다. 그래. 생각 좀 하자. 그러니까 결론은 원판 놈이 저 반장을 좋아했다. 원 판의 그 심약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끈덕지게 달라붙을 정도로 좋아했다. 그래서 소심한 성격에 스토커가 되었다. 하하....그래도 설마 스토커까지는......되..고도 남지 남아. ?? 이야~ 그럼 난 이제 자살미수 경력에, 엄청 소심한데다, 허약해 빠졌고, 거기다 여자를 스토커한 경력까지 생겼다~ ^^ 우~ 자기 혐오가...=.= 게다가 내 기억이 맞다면 방금 나...........공개적으로 여자한테 채인거 지? 이번엔 두통이... "이 좆같은 새끼!!" 갑자기 밀려오는 두통으로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체육관으로 향하던 나는 어떤 싸가지 음성에 고개를 돌렸다. 만약 나한테 지껄인 소리면 다들 주 우겄어. 첫날부터 땡땡이를 칠 수 없다는 기특한 생각으로 걷던 나였다. 빛의 자 식이 되고저 그저- 좋은 말, 고운 말만 골라 쓰려고 노력하는 나에게 귀 를 썩게 하는 이 단어는 무엇이란 말이가. 가뜩이나 엄청난 운명의 굴레 (?)를 느끼고 산신령 신의 목을 조르고 싶은 더러운 기분이건만! "빌어 이 개새끼! 기어서 빌란 말야!" 아아...나한테 한말은 아니었군.^^ 호오~ 그나저나 저건 반칙인데. 뭔진 잘 모르지만 1대 4는 좀 그렇다. (이봐. 이건 일방적으로 린치당한다고 하는 거야.?? 한 아이가 업드려 있고 그 위로 어지러운 4명의 아이들의 발길질이 보 였다. 그 분위기는 실상 살벌하기 그지 없었지만, 앞으로 이 나라를 짊어 지고 나가야 할 새싹들이 사이좋게 지내지 못하고 싸운다는 사실에 제후 는 단순히 가슴이 아플 뿐이었다. "얘들아. 친구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야지. 싸움은 나쁜 거란다. 거기 어서 넘어진 친구 일으켜주고 화해의 악수를 하거라.^^" 잠시 자신의 위치를 망각한 민제후. 옛시절 버릇이 나왔다. 길에서 쌈박질 하는 고딩들이나 자신을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깝죽대던 얼라들을 달래던 그 시절... 그때 내가 나서서 점잖게 타이르면 다들 공손 하게 내 얘길 경청하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화해하곤 했었지. (협박에 굴 복했던 거겠지. ?? 시끄러-, 사이비 작가!! 당신 말야, 요즘 말이 너무 많아! ??+) 어쨌든 내 한마디로 새사람이 되어 빛의 자식으로 돌아가는 애기들을 보 는 건 얼마나 뿌듯한가. 그러나 내가 한가지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저 또라이 새끼는 또 뭐야?" ??;; ...계속 (어제 배탈이 났어여. 힘들게 셤보구 밤늣게 들어왔는데 배탈까지 나다 니...??힘들게 하나 더 올리는데 또 너무 짧다. 오늘 밤에 하나 더 올 려 연참을 이룩해야지. 5명! 꾸준한 5명!!) -------------------------------------------------------------------------- ---- 제 목 : [뉴 라이프] 9회 -스터디 그룹 '초전박살'(1)- << 뉴 라이프 (New Life) >> -9- [부제: 스터디 그룹 '초전박살'(1)] 이런....나도 참! 그런 노인네 말투를 쓰면 애들이 기분 나빴을 텐데. (이봐. 말투땜에 그런 것 같지 않아. : 시끄러, 작가! 넌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 "꺼져!! 민제후!" 어?? "너같은 자식한테까지 도움받을 정도로 엉망아냐. ...아직은." 엎드려 있던 놈이 끙- 하면서 비틀비틀 일어선다. 입술은 터져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리 심해 보이진 않았다. 음..얼굴을 가리고 엎드려 있었기 때문이겠지. 사내자식이 얼굴을 그렇게 아끼다니...그러니까 얻어터지는거 아냐. 고저 아마추어나 프로나 싸움에 서 몸을 사리면 안돼. 기선부터 제압당한다고. 하긴 저 놈 얼굴이면 아낄만 하지. 짜식!! 넌 일찌감치 탈렌트나 해라. "야, 새꺄. 너 뭐야?" 이런! 버릇없는 녀석 같으니라구! 넌 애비애미도 없냐!! ??+ 저 머리에 피도 안마른게 누구보고 이 새끼 저 새끼야! 내가 예전 동생 들에게도 가장 신경썼던 부분이 '예의범절'이다, 임마! 깡패새끼들은 어 른 공경할 줄 모르고 막되먹었다는 소리가 듣기 싫었기 때문이었지. 그런 데 감히 어른한테 저딴 주둥이를 놀려? 내가 첫사랑에 실패만 안했어도 네들 또래의 자식이 있어,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들아! "큭큭...제가 왜 네 새끼야? 네들 숨겨논 자식이 있었냐?" 야, 넌 좀 가만히 있어봐. 정신없이 맞더니만 정신까지 가출하셨냐? "신동민....이 좆같은 새끼....으득!" "이젠 나까지 네 새끼냐? 가지가지 골고루 하는군. 퇘- ?! 저 얼빵한 자식은 신경쓰지 말고 나랑 얘기해. 엉뚱한 놈 끌어들이지 마." 자식이 좀전까지 무자비하게 린치당하던 놈 같지 않게 입에 고인 핏물을 뱉어냈다. 신동민이라... 똑똑해 보이는 놈이 자존심은 하늘이군. 눈도 살아있고... 괜찮은 녀석인데? 후후...왠지 저 놈을 보니 성우 녀석이 생각났다. 내 '장자방'이자 참모였던 놈이었지. ('장자방'을 어떻게 아냐고? 이봐. 그런건 SBS 대하사극드라마 '여인천 하'에 보면 다 나와. ?? "훗! 그러지. 그럼 다시 한 번 말한다. '스콜피온'에 들어와라." "싫어." 난 아주 꿔다논 보리자루구먼. ??그래 그래. 나 여기 구석에 쭈구리 고 앉아서 구경이나 하마. 뭐, 옛 말에도 애들은 싸우면서 크는 거라고 했으니까. 나도 참 성질 많이 죽었다. 에그~ 빛의 자식이 되는게 이렇게 어렵다니... 그런데 '스콜피온'이 뭔고? 난 아예 신경 쓸 가치도 없다는 듯, 없는 취급하는 것 같아서 야구 구경 하듯 앉았다. "우리가 한발 양보해서 그동안 네 행동들은 모두 잊어 주겠어. '스콜피 온'에 들어와. 어차피 이 구역에서 '스콜피온'을 무시하곤 너...제대로 다 닐 수 없어." 아하! 알았다!^^ '스콜피온'이란거 제들 동아리(?)로군! 요즘 애들이 그 런 걸 만들어서 깜찍하게 논다고 들은 적이 있었지. 그런데 스카웃은 저 렇게 하는게 아닌데. 쯧쯧... "싫.어." 거봐. 얼래? 또 잠시 생각 좀 하는 사이 분위기가 상당히 이상하게 흐르는 것 같다. 이상한 종이 상자 하나... 저게 뭐길래.... 쟤들 뭐하는 걸까?? 나 지금 짜증이 하늘로 뻗치는 중이다. 도데체 회장은 무슨 생각으로 신 동민 저 새끼를 끌어들이려고 난리인지. 고분고분하지도 않고 잘난 척 하 는 새끼! 네가 감히 우리를 무시해? 그래, 누가 이기는지 한 번 끝까지 가 보자. "훗! 그래? ...알았다. 본인이 정 싫다면 할 수 없는 거겠지." 동민은 상대가 너무 순순히 물러나자 뭔가 이상한 모양이었다. ".......무슨 수작들이야." "뭐...별로. 그냥 내가 좋은 걸 줍어가지고 구경 좀 시켜 줄려고." 내 말이 끝나자 내 뒤에 있던 애들이 왠 종이 상자 하나를 들고 나타났 다. 그리고 땅에 던질 포즈를 취하자 신동민, 그 자식 얼굴이 새하애졌다. 그래 그래. 그렇게 나와야 재밌지. 큭큭큭... "이 씹새끼들!! 그거 내려 놓지 못해!!" "아~이거 왜 이러시나? 줍은 물건이라니까." -키득키득 킬킬...- "원.하.는.게....뭐야." "알잖아. 킥킥..." 녀석의 눈이 우리들을, 정확히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본다. 처음 몰매맞던 때와 다르게 싸늘한 눈. 그렇지만 네가 어쩔거냐. 곧 동민이 이를 갈며 말했다. "...좋아. 알았어. 그러니까 그거 내놔." "싫-어-." "뭐야!! 네들이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했잖아, 이 빌어먹을 자식들아!!" "우리가 그동안 너 때문에 당했던 걸 생각해봐. 그냥 이렇게 끝나면 재 미없잖아." 그런데 녀석이 어느새 이성을 찾고 냉정하게 날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런 눈에 더 배알이 꼴리는 나. 저 새끼, 또 저런 눈으로...재수없게! "뭘 원해?" "별거 아냐. 네 그 잘난 면상에 그림 몇 개만 그리면 돼. 큭큭..."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맥가이버 칼 하나가 튀어 나왔다. 주머니 칼답 지 않게 날이 잘 서 보이는... 신동민은 이제 무표정한 얼굴로 차갑게 서 있을 뿐이었다. "경고하는데...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재미없어." 뒤에서 다른 애들이 종이 상자에 라이타 불을 들이대며 으쓱댄다. 재수없는 새끼, 넌 오늘로 그 면상 내가 쫑낸다. 그리고 곧 살얼음판 같 은 분위기속에 시퍼런 칼날이 동민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타악!- "윽! ...뭐, 뭐야!!!"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튀어나와 손목을 움켜쥐는 손과 어떤 얼굴에 칼 을 휘두르던 소년이 기겁을 하고 놀랬다. 저 녀석은 아까 힐끗 봤을 때 분명...저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빙글빙글 웃으며 앉아 있었는데? 윽! 존재감조차 없던 놈이 갑자기 나타나 우악스럽게 움켜쥐자 손목은 비명 도 못지르고 칼을 떨어뜨려 버렸다. "애들 노는데 끼여들지 않으려고 했지만... 한가지 알려줄 게 있어서. '신동민'은 안.돼." 민제후가 씨익- 웃으며 손에 살짝 힘을 주자 입에서 비명을 터지며 얼 굴이 새파래지는게 느껴졌다. "으-아악!!" "스콜피온 회장한테 전해 줄래? 미안하지만, 신동민은 우리 '초전박살'에 이미 가입했다고. 더 이상 질척거리지 말고 꺼지라고 말야. 만약 한 번만 더 귀찮게 하면..." 민제후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스콜피온인지 써글넘들인지 모두 없애버린다." ...계속 (컴터를 동생들에게 뺏겼다.??컴터 탈환하기도, 글쓰기도 진짜 힘들 다. 앞으로 갈길이 먼데 이러면 안되지.) -------------------------------------------------------------------------- ---- 제 목 : [뉴 라이프]10회 -스터디 그룹 '초전박살'(2)- << 뉴 라이프 (New Life) >> -10- [부제: 스터디 그룹 '초전박살'(2)] "잠깐! 누가 어딜 가입했다는 거야." 신동민이라는 아이가 화가 난 듯이 내뱉었다. 훗! 지금의 나에겐 네가 꼭 필요한 것 같애서. 훌륭하고 멋진 학교 생활 을 위해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이 '친구'라는 존재인데....내가 친구를 사귀어 본 적은 없지만. 네 '눈'이 맘에 들어. "네가 우리 '초전박살'에." 내가 당연한 걸 묻는다는 듯이 반응하자 신동민의 잘생긴 얼굴이 구겨졌 다. 야야, 얼굴 망가진다. 하지마라. 그렇게 하니까 원빈같은 얼굴이 신동 염처럼 되잖냐. "이봐, 너! 무슨 수작인지 모르겠지만......난 양아치랑 깡패 새끼들하곤 안놀아." "나두 그래. 나 이제 손 씻었거든." 그러자 신동민은 내가 농담 따먹기라도 하는 줄 아는지 얼굴을 더 심하 게 찌푸렸다. 진짜야 임마! "그럼 그 '초전박살'인지 뭔지 하는 건 뭐야?" "스터디 그룹!" "뭐..뭐?!" "방금 내가 만들었다. 회원은 나랑 너, 지금은 이렇게 단 둘뿐이야. 하지 만 곧 많이 늘어날 거야. 공부는 여럿이서 해야 서로 도움이 되는 거니 까. 너 똑똑해 보이는데...공부도 잘하겠지? 잘 부탁한다. 죽었다 살아나 보니까 다 까먹어 버렸더라구." 이름도 쥑이지? 『초전박살』!!! 역시 하려면 제대로 해야지. 나 중학교 과정까지만 공부했는데 그것도 검정고시로 공부한 거라서. 힘들게 다시 살아났는데 죽기 전에 대학물 한 번 먹어봐야 하지 않겄냐. 산신령 신하고도 한 약속도 있고. "하! ...하...하..." 동민은 다시 할말을 잊었다. 아까까지 칼들고 설치던 놈과 그 뒤의 패거 리들도 방금 일어난 일들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멍하니 바라보며 얼어붙 어 버렸다. 이전의 민제후는 스콜피온 졸개들에게 찍혀 이리저리 굴러 다니는 장난 감이었는데 몇 개월만에 나타난 민제후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 다. 지금은 더 이상 비맞은 쥐새끼처럼 어깨를 축 늘어뜨리지도, 떨면서 고개를 숙이지도, 겁먹고 움추려 든 눈을 감추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이제는 오히려 거만한 자세로 동민을 바라보며 그를 포섭하려 하 니... 게다가 좀전에 보여준 그것들은 대체.... "너, 저 종이상자를 돌려주면 동아리에 가입한다며. 남아일언중천금! 사 내가 갑빠가 있지 두말하기 없기다. 자...그럼!!" -획!- 가벼운 바람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제후가 서있던 자리에 그 모습이 사라 졌다. 그리고 순간, 그가 나타난 곳은 종이상자를 들고 있던 스콜피온 패 거리 앞. 갑자기 민제후가 공중에서 떨어지듯이 나타나 주먹을 그 애들 명치쪽에 대고 허공을 때렸다. "핫-!" -파팡!- "우앗!!"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파공음이 들리더니 동요된 공간에서 일어난 쇼크 웨이브가 종이상자를 들고 있는 녀석들에게 덮쳐들었다. "빙고!" 그것에 놀란 녀석들이 뒤로 밀리며 떨어뜨리는 상자를 제후가 공중에서 가볍게 잡아채 신동민 앞으로 걸어갔다. "마....말도....안돼." 어떻게 손도 대지 않고 허공을 내리친 충격으로... 스콜피온 아이들은 비 명도 제대로 못지르고 입만 뻐끔거렸다. 비겁한 수를 쓰던 놈들이라 쓴맛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모범생은 성질 죽 여야 될 수 있다는 예전 산신령 신의 조언을 받아들여 약간의 겁만 줬다. 감각이 치밀하도록 정교해져서 공기층의 흐름중심을 찾아내 공명을 일으 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효과가 좋네? 박경덕, 아니 민제후는 처음으로 사귀게 된 '친구' 신동민에게 다가가 종이 상자를 건네주며 인사를 건냈다. 성우 녀석과 닮았지만 배신까지 닮 지 않기를 바라며.. "난 민제후다. 스터디 그룹『초전박살』의 창단멤버로 가입한 것을 축하 한다, 신동민." 학교 간 첫날부터 좋은 친구를 사귀게 되었으니 오늘은 정말 운이 좋은 하루였다고 생각하는 제후였다. 앞으로의 학교 생활이 기대가 되었다. ...계속 (음...저에겐 아무도 어떤 말도 안해주나 봐여. 좀 서글픈데여. 어설프고 재미없는 설이지만...그래도 전 욕심이 많아서 '한명만 봐주면 난 기뻐^^'란 말은 못하겠네여. 적어도 5명은 되야지.?? 뭐, 내가 글을 쓰는 건 이걸로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그리고 시점은...음...보기에 상관없으면 되지 않나..요? ^^;;;; 많은 걸 따지고 살면 머리에 무리가 오고, 그럼 스트레스가 되고, 스트레스는 만병의 주범이 되니 이것은 곧 수명을 줄여 이 즐거운 세상을 오래 살지 못하게 할지도 모릅니다. 아셨죠?.......;;;;;;;;;) 제 목 : [뉴 라이프]11회 -특급 클래스(1)- << 뉴 라이프 (New Life) >> -11- [부제: 특급 클래스(1)] 예지는 지금 심란하다. 체육 시간이 시작된지 한참이 됐건만 민제후 그 애가 아직 체육관에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역시 말을 좀 심하게 했나..." 여자애들이 지켜보고 있었는데 창피했겠지? 하지만....아니야 아니야! 걔 는 그렇게 독하게 하지 않으면 못알아들으니까. 예지는 예전의 어눌한 말투에 흐리멍텅했던 민제후를 생각하고는 야멸차 게 가책을 털어버렸다. 지 주제도 모르고 이 '한예지'를 질리게 만든 녀 석이니 그 정도 망신쯤이야 가볍지. 하지만 역시 수업시간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좀 걱정이 되었다. 무엇보 다도 예지는 2학년 S반의 반장이니까. S반... 이것은 성전 고등학교의 독특한 학급 체계라 할 수 있다. S반...A반...B반...C반...D반... 레벨이 아니다. 성전은 학생을 이렇게 특기를 고려해 클래스를 나눈 특 이한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었다. 뛰어난 머리를 가진 수재들은 A반... 예술적인 재능이 남다른 영재들은 B반... 컴퓨터나 자동차 등 공학과 엔지니어링 부분에 뛰어난 이들은 C반... 운동이나 그밖의 뛰어난 특기를 가진 학생들은 D반 이었다. 그리고 S반은 스페셜리스트들의 특급 클래스! 다른 학교와 다른 점이 이런 차별성에 있었다. 이 학교에 들어오려면 이렇게 뛰어난 수재이던가, 운동이나 특별한 재주 의 특기생이던가, 집안이 외교관, 정치가, 재벌 등 빠방하던가......이런 조 건들을 충족시켜야 한다. 경제계의 기둥인 성전그룹이 『현사회 최전선에 필요한 실전 엘리트 육 성』이라는 이념을 위해 설립한 학교이므로 남들과 남다른 점이 아니면 입학할 수 없는 명문인 것이다. 집안 배경이 어찌 그 교육 목표에 맞냐고 반론할 수도 있겠지만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까. 여기에선 배경도 실력으로 친다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어릴적부터 특권계층이라는 개념을 심어주는 것이 아 니냐'라는 여론의 반발로 시험을 쳐서 일반 학생도 받고 있었다. 물론 그 시험 레벨은 굉장히 높고 선발하는 학생수도 매우 적었지만. 그러나 매년 응시자가 늘고 경쟁률은 높아만 가고 있었다. 이곳 졸업생들이 모두 국내 외에서 활발한 활동으로 성전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으니 비록 고등학교이 지만 이곳을 졸업하기만 하면 사회에서 무시당하지 않는 위치에 설 수 있 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예지가 생각하기에 그 일반시험제도 때문에 부작용이 생긴 것 같 았다. 운동 특기생으로 들어왔던 학생들이나 집안만 믿고 들어온 자기 잘 난 맛에 사는 멍청이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 우월함을 내세워 불량 써클을 만들고야 만 것이다. 그러데 이런 현상들은 이해가 간다지만.....'민제후'....그 녀석이 2학년 부터 S반에 편입될 수 있었던 건....도저히 이해 불가능이었다. 집안이 특별히 좋은 것 같지도 않고, 이 학교도 일반 수험생으로서 시험 을 쳐서 턱걸이로 들어왔다고 들었으니까. 물론 일반 평균 또래보다는 똑 똑한 측에 들었겠지만... 특기랄 것도 없는 것 같고. 아~ 한가지 특기라면 그 멍청함이 타겟이 되어 스콜피온 머저리들에게 찍혀 성전 고등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랄까? "반장! 몸풀기가 끝났으면 이제 조들 짜서 각자 연습하도록 하고 실기 시험은.....엇?!" 멍청이!!! 예지는 속으로 저 멀리서 어슬렁 거리고 들어오는 민제후를 향해 욕을 퍼부었다. 막 체육 선생 '개차반(체육선생 별명;;)'이 자율 연습에 맡기고 사라지려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늣게 체육복도 안입고 나타나다니! 이렇 게 되면 개차반이 우리가 아무리 특급클래스라도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 다. "늣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여유롭게 걸어와 웃는 꼴이라니... 체육선생의 드러운 성격을 아는 반 아 이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제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뒤로 죽일 듯이 노려보는 예지의 살벌한 눈빛이 보였다. ...계속 (요즘 정신이 멍해요. 드라마도 볼게 별로 없구...??'호텔리어'무지 좋아했었는데... 기운없어서 연재 속도가 매우 느려지구 있어여. clivias@hanmail.net 으로 쪽지라도 하나씩 날려주실래여? 심심하거나 시 간 나시거나 드라마에 관한 토론이라도 하고 싶으신 분...^^;;) -------------------------------------------------------------------------- ---- 제 목 : [뉴 라이프]12회 -특급 클래스(2)- << 뉴 라이프 (New Life) >> -12- [부제: 특급 클래스(2)] "수업 안하세요?" 난 뒤늣게 체육관으로 들어서며 열렬하다 못해 뜨겁게 타오를 것 같은 반장과 주변의 눈빛을 받고 미소지었다. 후후...반응이 매우 열렬하군만. 날 기다렸나봐.^^ 첫수업부터 지각이라... 도중에 잠시 좋은 구경거리가 있어서 지체하기는 했지만 사실 이렇게 늣 어버린건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뜩이나 학교도 무식하게 넓은데 체 육관이란 것이 어느 구석에 짱박혔는지 내가 알게 뭔가. 가방끈 짧은 놈 이라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대학 캠퍼스라는 것도 이놈의 학교보단 작 을 거라 확신한다. 여기저기 멀~찌감치 떨어져 흩어져 있는 5개의 다른 건물들을 바라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니까. 교내에 시내버스가 돌도록 시청에 폭탄과 함께 협박장이라도 보내던가 해야지.... 원판은 이런 곳을 어떻게 다녔나 몰라. ?? 허나, 이렇게 날 걱정해주는 친우들이 있으니 미로속에서 헤메다 죽은들 어떠하리. 저 열렬하게 환영하는 뜨거운 눈빛!! 새친구의 학교생활 첫날이라고 걱 정했던 것이냐? 날 이렇게 감동시키다니... 기특한 것들! 그래~!! 너희같 은 착한 아이들만 있다면 이 세상에 어찌 '이지메'라든가 '왕따'라는 불 미스러운 단어가 존재할까. 이 얼마나 따뜻한 우정이란 말인가~.^^ 뭔가 조.금. 핀트가 빗나가게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해석한 제후였 다. 어쨌든 모범생을 위한 첫발을 내딛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지각이라는 중 대한 사태를 저질렀다는 죄책감에 선생님께 정중히 사죄도 하였다. "오다가 길을 잃어서...하하하~ 저도 이제 나이가 있는지라 눈앞이 가물 거리는게 치매가 벌써 오는지.... 하지만 살다보면 뭐, 이런 일 저런 일이 다 있지 않겠습니까? 전 신경쓰지 마시고 어서 수업하시지요." 정중히...;;; '저 시끼....도데체 뭐야?' 반 아이들은 둘째치고 제일 황당한 것은 역시 체육선생 개차반이었다. 교사생활 20년 동안 개, 돼지와 고삐리는 몽둥이로 다스려야 한다는 신념 으로 '개차반'이란 명성을 굳굳히 지켜왔지만 저런 놈은 난생 처음이었던 것이다. 개차반... 그는 돈있고 빽있는 놈들에겐 한없이 자애로운 스승이지만 그렇지 않은 일반 학생들에겐 21세기를 앞서가는 신세대 하이 테그놀리지 새디스트 변태 티쳐였으니... 그런데 과연 이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과연 누구의 악 몽으로 남을 것인가? 드디어 얼굴을 벌겋게 물들이고 검지 손가락을 들어 제후를 향해 까닥이 는 체육 선생이었다. '....못보던 얼굴인데 혹시 일반합격자?......아냐....아닐거야. '일반'이라 면 내앞에서 저렇게 여유로울 수가 없지. 게다가 여긴 S반이지 않은가. 분명 뭔가 단단히 믿는 구석이 있는 놈이야!!" 그의 손짓에도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다가오는 제후를 보며 그는 깊 은 번뇌에 빠져 들었다. 원색적인 파란 원단 츄리닝 차림의 스뎅 목걸이 가 인상적인 체육 선생은 얼굴을 이그러뜨리면서도...혹시나 이 놈이 대단 한 집안 자식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에 주먹이 먼저 나가려고 하는 것 을 간신히 참고 또 참았다. 최근들어 성전고도 일반시험 합격자가 꽤 많이 들어와 있지만, 그래도 신학기 들어 처음 맡은 지금 이 반은 어디까지나 S반, 즉 특급 클래스... 그것도 배경과 브레인을 모두 갖춘 최고의 탑클래스인 S-0(제로)반인 것 이다. 성전의 교육 방침상 교사의 권위가 보장되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명문 가 자제를 건드려서 좋을 게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아니 오히려 잘만 비위를 맞춰주면 알아서 대우해주면서 떡고물도 짭짤하게 떨어지니 까... 그래서 그는 빠빵한 집안 녀석들을 일부러 찾아서 사건을 일으킬 때 마다 적당히 뒤를 봐주고 적당량(?)의 사례를 받으며 호화로운 생활을 영 위해 나가고 있었다. 그렇기에 저기 어슬렁거리며 기어들어오는 놈이 자 신을 무시했다는 생각에 뚜껑 열리기 직전이었지만 그것도 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라고 단정하고 섯불리 손을 대지 않았다. 잘하면 또다 른 훌륭한 수입원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어느정도 만족스런 결론이 내려지자 개차반은 임꺽정 같은 얼굴에 해표 콩기름 50ℓ쯤 마신듯한 개기름이 좔좔 흐르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하나씩 묻기 시작했다. "못보던 얼굴같은데... 이름이?" "'민제후'인데요." 민제후...민제후...민제후라.... 생긴것 같지 않게 잽싸게 자신이 알고 있는 정계, 재계와 관계있는 명문 가 자제들 명단을 머리속으로 검색하는 개차반. 이럴 때 그의 두뇌는 펜 티엄Ⅳ보다 더 확실한 성능을 보여줬다. 그러나 얼마전까지 집안의 천덕 꾸러기로서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라는 장회장의 불호령에, 이곳도 억지로 일반시험 턱걸이로 들어온 원판이 명단에 있을리가 만무하 다. 어쨌든 그걸 모르는 체육 선생은 민제후가 일반시험자라는 것을 알고서 점점 사람의 형상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다시 생긴 것 답지 않게 신 중한 개차반. 다시 한번 확인사살을 시도했다. "가..족은 어떻게 되나? 사는건?" 원래 이런걸 물어보는 건가? 제후는 의아해 하면서도 알고 있는 데로 친절히 대답해 줬다. 원판으로 살기로 했으니 원판 가족에 대해서 설명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지만 별로 아는 것이 없어서 자신이 보고 느낀 것만 친절히 말해주면서. "부모님은 지금 안계시구..." 부모님이 안계셔? 그럼 고아 아냐?! "지금 외할아버지랑 단둘이 살고 있는데..." 소년가장인가 보군. 망령난 노인네랑 단둘이 산다니... 알만하다 알만해. 개차반은 제후가 명문가 자제가 아니라고 생각되자 점점 얼굴에 피가 몰 리는 것을 느끼며 자신을 헷갈리게 한 기집애같은 얼굴의 민제후를 노려 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얼마전 제가 많이 아파서 약값 버시느라 바빠서 얼굴 볼 시 간도 별로 없다고 하던데요." ...............(잠시의 침묵이 공간을 감싸고)................ 잠시후, 민제후가 배시시 웃는 것과 동시에 S반의 모든 영재들은 개차반 의 놀라운 3단 입체 변신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야 쌔꺄!!! 그런데 너 뭘 믿고 그렇게 까부는 거야!!! 날 감히 물로 봐?!! 돈없고 빽없는 새끼가. 가진게 없으면 첨부터 알아서 기어야 할 것 아냐! 너 오늘 듀-욱었어 새끼--!!" =.=?? ...계속 (컴을 고쳤으나 저녁 무렵이 되서야 올리게 되는군요. 기다려 주신 여러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뛰어난 역량을 지닌 비범인이 아닌데 너 무 많은 분들이 기대를 갖고 계시니 정말 그 부담감에... 재미없다고 하면 어쩌지....고민하게 된답니다. =.=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원래 생각했던 대로 이야기를 끌고 가고자 오늘도 독한 마음 먹습니다. 조회수에 연연하면 안돼! 그냥 재미있게 스스로 즐 기며 쓰는 거야! 지나가다 드르신 분이 아닌 꾸준한 5명을 위해! ^^;;; 참! www.3dragon.net <삼룡넷>에서 개인연재란 받았습니다. 구경오세요. 저말고도 재미있는 거 많아요.^^) -------------------------------------------------------------------------- ---- 제 목 : [뉴 라이프]13회 -특급 클래스(3)- << 뉴 라이프 (New Life) >> -13- [부제: 특급 클래스(3)] "가..족은 어떻게 되나? 사는건?" 원래 이런걸 물어보는 건가? 참 이상하군. 아까 아침에 만난 담임 선생 도 아직 물어보지 않았던 것을... 참으로 학생들에게 관심이 많으신 분이 군.^^ 그런데 누구걸로 말해야 하지? 아무래도 원판의 가족 사항을 말해야 겠 지? 앞으로 내가 원판으로 살아갈 테니... 별로 아는 건 없지만. 난 갑작스런 질문에 조금 당황하다가 원판에 대해서 솔직히 말하는 것이 좋다 여기고 입을 열었다. "부모님은 지금 안계시구..." 원판 부모는 모두 외국에 나가 있다고 했으니까 지금 한국땅에 없는 거 맞을걸? "지금 외할아버지랑 단둘이 살고 있는데..." 집안이 워낙에 커서 관리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그들은 전부 별채에 있는 고용인 숙소에서 지내니까 단둘이 사는 거 맞을 거야. 그럼 그럼. "할아버지는 얼마전 제가 많이 아파서 약값 버시느라 바빠서 얼굴 볼 시 간도 별로 없다고 하던데요." 마지막은 좀 시큰둥하게 말해버렸다. 얼마전 성전그룹 장회장 노인네(원판의 외할아버지)와 밥먹을 때였을 거 야. 맛있는거 사준다고 해서 간만에 좋아라 따라 나갔더니 번쩍번쩍하게 돈을 쳐바른 어느 호텔 레스토랑에 가서 고기 한덩이를 사주더군. 삼겹살 에 순대국, 된장찌게, 김찌 추종자인 내가 좋아할 리가 없잖아. 게다가 푸 성귀 먹을 때 쓰는 포크 따로, 고기 잘라먹는 연장 따로, 술과 물은 어떤 잔에 마셔야 된다느니, 빵은 스프 후에 먹어야 된다느니, 생선은 뒤집으 면 안되고 등등.... 엄청 따지는 그것들에 질렸었다구. 그랬더니 요즘 갑자기 안어울게 친한 척하는 그 영감이 말하기를... 할애 비는 비실한 손주놈 약값 벌어오려고 뉴욕이니 베를린이니 세계를 돌면서 바쁘게 일하는데 손주라고 하나 있는 것이 애교도 없이 뻣뻣하다나 어쨌 다나. 가증스럽게.... 내가 무슨 약값을 그렇게 썼다고. 나 무지 튼튼해. 그런데 주변에서 내 외모만 보고 믿지 않아서 문제지. 안먹어도 된다는데 억지로 먹이는게 누 군데 어디다가 그걸 나한테 떠넘기냔 말야! 요즘은 김비서랑 한실장이 직접 나서서 내가 선천적으로 기(氣)가 약해 서 안된다며 이것저것 보약을 먹이는데... 우...아마 여기가 현대가 아니었 으면 난 엄청난 무림 고수가 되었을 걸. 벌써 꽤 굵직한 산삼도 몇뿌리씩 간식처럼, 껌처럼 씹었으니까. 하지만 말이야..... 돈을 쌓아놓고 사는거 아는데 그 망할 영감탱이가! 누굴 바지 저고리로 아나. 뭐가 손주 약값 버느라 바쁘냐 바쁘길. 쳇! ??+ 뭐 어쨌든, 좋은게 좋은 거라고.....그래. 넘어가자, 넘어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배시시 웃으며 돌아서자 그것과 동시에 난 체육 선생의 놀라운 변신합체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야 쌔꺄!!! 그런데 너 뭘 믿고 그렇게 까부는 거야!!! 날 감히 물로 봐?!! 돈없고 빽없는 새끼가. 가진게 없으면 첨부터 알아서 기어야 할 것 아냐! 너 오늘 듀-욱었어 새끼--!!" 오오~ 파래지다가 빨개지다가 까맣게 되면서 면상 근육들의 총체적 위 치 재배치가 이루어지는 놀라운 3단 변신!! 그런데 지금 뭐라고? 잠시 한 눈을 파느라 잘 못들었는데 좋은 얘긴 아닌 것 같은데? "오늘 수업 마지막은 민제후와 내가 실기 시험을 대비해 다른 학생들에 게 시범을 보이겠다."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뭐...좋아. 난 뭐든지 오는데로 돌려준다. 기브 앤 테이크! 되로 받고 말 로는 못줘도, 되로 받으면 적어도 5되 반은 돌려줘야 하겠지. "오늘 시범종목은 '유도'다. ...참고로 난 전국체전 유도 대표로 우승한 적이 있다. 민제후....큭큭큭..." 저 인간... 왠지 선생 자격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나 혼자만의 생각일 까? ...계속 (연참이다!^0^ 근데 스토리가 팍팍 안나가네. 아직 나올 인간이 더 있는데... 신동민 하 나론 영 성에 안찬단 말이야. ??그리고 여기가 판타지 쓰는 곳이니 조만간에 판타지적 요소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에궁! 몰겠다. 참! www.3dragon.net <삼룡넷>에서 개인연재란 받았습니다. 구경오세요. 저말고도 재미있는 거 많아요.^^) -------------------------------------------------------------------------- ---- 제 목 : [뉴 라이프]14회 -반향(1)- << 뉴 라이프 (New Life) >> -14- [부제: 반향(1)] '유도라.... 유도는 해본 적이 없는데....' '너 오늘 죽었어'라는 듯한 의기양양한 개차반의 표정에 제후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오는군. 선생이란 작자가 지금 학생을 상대로 분풀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그것도 수업을 빙자해서 말이지. 훗! 앞으로 이 나라를 짊어지고 나가야 할 새싹(?)들을 물질을 기준으로 등 급을 매겨 군림하다니... 현재의 내가 아무리 성질 죽이고 마음좋게 살고 있다지만 그것만에 대해서는 용서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주변에서 아이들의 쑥덕이는 소리를 듣자니 저런 인간들은 손대기도 짜 증나는 부류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지금 난 학생. 저 인간은 선생이다. ...난처하군. 어쨌든 선생은 선생인데...그냥 잘못했다고 빌고 말까? 조용 조용히 평범하게 살기로 했는데... 제후가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그때, 체육선생 개차반이 비칠비칠 웃으며 아이들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군들! 잘 들어둬라. 지금부터 보이는 시범은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규율'과 '무도 정신'을 엄수하며 실시하는, 아무 하자가 없 는 대련이다. 만에 하나...피식-....만에 하나 누군가 부상을 당한대도 수 업중 일어난 실수일 뿐이란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에 하나 누군가의 부상'이라.... 날 지칭하는 것인가? 거기다 '무.도.정.신.을 엄수하는' 이라고? 아~ 이런이런....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어쩌지? 나 정말로 화나버렸 어. 제후가 앞으로 나서며 넥타이를 풀고 교복 마이를 벗어 한쪽으로 던졌 다. 체육복도 입지 않고 구두를 신은 채로 대련한다는 것 자체가 웃기지 만, 반 아이들은 개같은 체육 선생의 성질을 잘 아는지라 나서서 말리지 도 못하고 지켜볼 뿐이었다. 아니, 오히려 제3자의 입장에서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감추지 못하고 대련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 더 옳다고 해야 할까. 그들은 알고 싶었다. 전과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온 『민제후』란 소년을... 알 수 없는 그의 자신감과 당당함의 정체를... 그리고 천천히 사람들을 휘어잡아 그의 페이스로 끌고 들어가는 그 뭔가를... 민제후의 예전 모습을 기억하는 그들은 지금 그의 모습이 약한자의 허세 인지 아닌지 확인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곧 분위기에 휩쓸려 반장인 예지가 불만스럽지만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와서 심판의 위치에 서게 되었다. "기술 제한은 없고, 효과 이상을 득점으로 인정하겠습니다. 시간은 심판 법에 따라 5분입니다." 예쁜이 반장의 말을 건성으로 들으며 제후는 고개 숙여 인사했다. 개차 반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하는 듯 거만한 표정으로 형식적인 인사도 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 누군가의 부상'... 당신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지 선 생.' 제후는 생전 처음 해보는 유도에 긴장이 조금 되었지만 그냥 집어던지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편안한 자세로 상대를 바라보고 섰다. 유도 이 론은 전혀 몰랐지만 풍부한 실전 경험이 있으니 뛰어난 반사신경과 자신 감을 믿었다. 어쨌든 5되 반은 돌려줘야 하니까. 곧이어 예쁜이의 시합시작 소리가 울렸다. "시작!!" ...계속 (아...어찌어찌 하다보니 14회를 올리게 되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글을 올릴 때마다 주눅들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쓸때는 신나게 서놓고 올릴 준 비 다 해놓고서 왜 이럴까? ?? 오늘도 다짐한다. 마음을 비우자. 조회수에 연연하지 않아. 드디어 내게 도 5명의 꾸준한 독자가 생겼다. 괜찮아. 이번에 재미없으면 다음번에 재 미있겠지. 글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하니 다른건 상관없다네. 등등... .....??그렇지만 멜 좀 보내줘여. 나 여러분들 멜 보는게 삶의 낙이란 말예요. '란'이는 멜 받은거 다 따로 저장해 놓고 심란할 때마다 하나하 나 꺼내서 다시 읽어본다오.^^;;;) -------------------------------------------------------------------------- ---- 제 목 : [뉴 라이프]15회 -반향(2)- << 뉴 라이프 (New Life) >> -15- [부제: 반향(2)] 반장의 시작 소리가 끝나기 무섭게 우락부락한 개차반의 얼굴이 순식간 에 가까워졌다. "이야아아압!!" '위험하다-!' 유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제후는 갑자기 달겨 들어 자신을 잡아채오는 개차반의 빠른 손놀림에 순간 당황했다. 체격차 이 또한 큰 대다가 상대의 덩치가 워낙에 크기 때문에 달려드는 그 자체 로도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주는데, 빠른 스피드로 기술까지 걸어오는 손 은 미처 준비하지 못한 당황스런 상황이었다. "윽--." 위험했다... 간신히 그 손아귀에서 빠져나와 몸을 뺀 제후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타고난 반사신경과 실전 경험이 아니었으면 개차반의 솥뚜껑만한 손에 잡 혀 어디로 던져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만만하게 볼 상대는 아닌 걸... "애송이 자식...쥐새끼처럼 잘도 도망다니는군." 이런 이런... 당신 정말 선생 맞어? 선생님이란 학생들을 관심과 애정으 로 가르치고 보살피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위대한 직업이라고. 옛날에 내 가 책보 매고 논두렁 걸어 학교에 다닐 때는 말이지....아니아니, 지금 이 게 중요한게 아니고.??어쨌든 이 학교는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곳이 란 말인가. 제후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별말씀을요." 체육 선생이라는 작자가 전국체전에서 유도로 우승한 적이 있다고 하더 니 완전히 뻥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덩치로 상상도 가지 않을 정도의 민첩함과 정교한 기술 구사라니... 우리나라 전국체전도 수준이 꽤 높은 모양이군. 그때, 가볍게 응수하는 제후를 바라보며 무섭게 얼굴을 구긴 개차반이 다시 제후를 잡기 위해 달려들었다. 서로를 피하고 잡기 위해 어지럽게 손이 엉키고 개차반이 여러번 기술을 들어갔다. 비록 아직까지는 피하는 데 급급했지만 유도에 문외한인 민제후가 유도 선수 경력의 체육 선생을 상대로 이정도 선전하리라곤.....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다. 알 수 없는 '기대'를 가지고 지켜보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눈이 점점 동그랗게 커져갔다. "씨발 쌔끼!!" 개차반도 의외로 제후가 요리저리 날렵하게 피하며 자신의 기술이 잘 걸 리지 않자 좀 당황하는 듯해 보였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흐름과 요 령을 파악한 듯 조금씩 공격도 해오는 모습에 초조한지도 몰랐다. "으윽!!!" 무릎쪽에 강렬한 통증을 느낀 제후가 꽤 상당한 충격에 얼굴을 찡그렸 다. 제길!! 그리고 개차반의 능글거리는 비웃음을 보았다고 생각되는 찰나에! -꽈당!- "절반!" 반장의 목소리가 고요한 체육관에 울렸다. 체육관엔 이미 대련하는 두 사람 이외에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젠장! 제후는 갑작스런 통증에 잠시 틈을 보였던 걸 자책하며 다시 자세 를 바로 잡았다. 뒤늣게 방어하려고 했으나 결국 점수를 내주다니... 예전 같았으면 이정도 헛점에 염라대왕과 면회시간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 동안 원판의 편안하고 안락한 삶에 젖어 마음까지 풀어졌던 모양이다. 정말 이것 저것 다 마음에 안드는군. 게다가... 기술을 거는 척 하며 고의로 찬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은 못본 건지 보고도 어쩔 수 없어서 그런건지 어떤 반응도 없었다. 하기사 처음부터 정정당당한 대련같은거 생각치 않았던 위인이니까... 제후가 점점 더 싸늘해지는 눈으로 피식 웃으며 개차반을 바라봤다. "사람이라고 다 똑같은 종자는 아니란 말씀이야. 큭큭... 건방진 새끼! 오늘 내가 교사의 권위가 뭔지 보여주마." 대련보다 이런 것이 더 큰 목적이었던 듯 개차반은 만족스럽게 비열한 웃음을 비칠비칠 흘렸다. 쿡! 재밌군. 정말 세계 10대 불가사이에 들어갈 일이야. 저런 인간도 선 생이 될 수 있는 한국이란 나라의 교육 시스템이란... 더 화나는 걸. 내가 생각했던 학교의 낭만에 저.딴. 건 없었는데.. 좋아. 당신...제대로 상대해주지. 제후는 눈과 귀에 신경을 집중시키기 위해서 잠시 잠깐 눈을 감자, 그 잠깐의 순간, 개차반이 그 틈을 노리고 끝장을 내겠다는 심보로 달려들었 다! "가난뱅이 주제에 건방진!!" 닿기만 하면 바위라도 부술듯한 무지막지한 주먹이 제후의 옆구리로 찔 러 들어갈 그때였다! 두눈을 번쩍 뜬 민제후...그의 눈에 모든 상황이 극성의 동체시력으로 슬 로우 모션처럼 보여지기 시작했다. 청각과 시각의 모든 잠재 감각을 깨운 제후는 그들 주위를 감싸고 흐르는 미세한 공기의 흐름까지 생생히 보고 느끼며 움직였다. -파팟!- '아래가 비었어!!' 제후는 개차반의 무지막지한 주먹을 한발을 옆으로 이동하면서 몸을 틀 어 가볍게 피하고, 몸을 낮춰 순식간에 그의 안쪽으로 파고 들었다. 그리고 상대가 밀어오는 힘을 이용하여 상대의 늑골부근과 오른팔을 잡 고 축으로 돌아 상대를 힘껏 집어 던졌다. "하아압!!" "으아아아악-!!" -콰과과과당--!!!- .......한동한 고요가 흘렀다. 학생들은 방금 벌어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한 가운데 누구도 그 침묵을 깰 엄두를 못내고 있었다. 집단 환각이 아니라면 저 멀리, 체육관 구석의 청소도구가 있는 곳까지 날아가 널브러진 것은 분명 체육 선생 개 차반... "민제후....한판..승.." 반장인 예지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흐음...끝났군. 딱 5되 반이야. 아~ 멀리서 수업이 끝났다는 걸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오는구나. 이제 교실이동을 해야겠지? "반장. 수업 끝났으니 난 먼저 돌아가 있을게. 교실에서 보자." 나는 바닥에 던져놓은 교복을 집어 먼지를 탁탁 털며 밖으로 나왔다. 처 음엔 좀 그랬지만 막판에 개운한 것이 첫 수업치고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본관 건물이 어느 방향이더라? 이런... -웅성웅성 와글와글- 그가 나가자마자 약속이나 한 듯이 체육관이 일제히 소란스러워졌다는 것을 제후는 몰랐다. 그리고 그를 놀람과 경외가 아닌 다른 종류로 지켜 보는 시선이 있다는 것도... ...계속 (오늘 이야기는 비교적 진지하군요.^^;;; 주인공이 그렇게 진지한 넘은 아 닌 것 같은데.... 모르겠습니다. 되는대로 살라죠 뭐.?? 저희 집은 컴퓨터 탈환이 매우 어렵답니다. 특히 동생 중 하나는 게임과 채팅에 정신없고, 하나는 인터넷 경품과 경매에 정신없죠. 정말....피곤한 싸움입니다.??언제까지 제가 이렇게 버틸지 모르겠군요. 전 싸움 정말 못하거든요. 맨날 져. ?? 아! 그리고 시점은 <1인칭+전지적 작가 시점>입니다. : 상황 설명이 전지 적 작가 시점이구요, 음....1인칭이란 것은 제후의 생각이라고 하면 되겠 네요.^^ 제가 제후의 생각에 일일이 ('.....')이런 표시를 하는게 귀찮아서 이런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될 듯...^^;;;) -------------------------------------------------------------------------- ---- 제 목 : [뉴 라이프]16회 -너 누구야?(1)- << 뉴 라이프 (New Life) >> -16- [부제: 너 누구야?(1)] "아직입니까?" 햇빛이 밝게 들이치는 한 부실에 또랑또랑한 맑은 음성이 울려 퍼졌다. 정오쯤 되었는지 햇살도 더 이상 은은하지 않고 한껏 따뜻했지만 그 목소 리에 어린 냉기로 방안 분위기는 가히 시베리아 벌판이었다. "저...그게...그 자식이 워낙에 신출귀몰한 놈이라서... 하지만 우리도 노 력했다구!" 어느 특별활동 부실로 보이는 곳에 운동을 하는지 체격이 건장한 학생 하나가 쩔쩔매고 있었다. 저런 학생이 누군가에게 쩔쩔맨다는 것도 놀랍 고 우수웠지만 그가 눈치를 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은 더 놀라웠다. "내가 알고 싶은 건 그게 아닌데요." 하얀 얼굴에 입가에 미소를 띤 소년... 책상에 한쪽 발을 올리고 걸터앉 은 그 모습은 어정쩡하게 서 있는 덩치에게 관심이 없는 듯 여유롭게 창 밖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러나 책상을 초조하게 두드리는 그의 손가락 은 그의 여유가 바닥을 보인다고 선언하는 것만 같으니... 덩치 큰 학생도 처음 보는 그의 모습에 불안한지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당황하여 빠르게 소리쳤다. "그...그래! 그래! 잘못했어! 잘못했어! 내가 좀 더 애들을 닥달해서 알아 올게. 너도 우리 스콜피온 애들 알잖아. 일주일, 아니 3일내에 그 자식이 오늘 입은 빤스가 줄무늬인지 땡땡이인지까지 알아올테니까...." "내일!" "엉?" 덩치큰 학생이 잘못들은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는 듯이 되물었다. 창밖 을 바라보는 소년은 전혀 미동도 없이 그림처럼 고요할 뿐이었는데. 게다 가 그 나직한 목소리는... 소년은 옆에 놓인 노트북을 눌러 어느 한 인물을 촬영한 짧은 동영상과 프로필을 보았다. 금갈색 머리칼이 인상적인 어느 인물의 영상... 그러나 전혀 색다른 것이 없는 평범한 인적사항... 그 너.무. 평범함이 신경쓰였 다. "내일까지입니다." 고개를 돌리고 생긋 웃는 소년은 천진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렇게까지 내 흥미를 끄는 존재는 처음입니다. 내일까지 '민제후'의 모든 걸 알아오세요." "어...니에...머드거?(어? 내 모든 것?)" "드러~ ...다 먹고 말해.;;;" 입에 라면을 잔뜩 물고 웅얼거리는 제후의 모습에 신동민이 얼굴을 찌푸 렸다. 맞은편에 앉아 있는 샤프하고 쿨한 동민에 비하면..한참 그림을 망 치는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짜식! 한창 먹는데 바쁜 사람한테 물어봐 놓고. 그런데 나에 대해 뭘 알 고 싶다는 거지? 요 며칠 같이 다녀 놓고도 날 잘 모르겠다니...똑똑한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둔하군. 후후... 그러자 갑자기 동민이 자식이 웃음띤 얼굴에 이마에 열십자를 여러개 세 기며 말했다. "그러니까 '민제후'란 놈이 심각한 라면 중독자라는 거, 생긴거 답지 않 게 무식하게 힘만 좋은 주제에 단순 만빵, 끔찍할 정도의 길치 방향치, 제일 좋아하는 오락은 '보글보글', 좋아하는 노래 십팔번은 '립스틱 짙게 바르고'. 그러나 전생에 못배우다 죽은 귀신이 씌었는지 배움에 대한 욕 구는 대단해 스터디 그룹이라고 하나 조직해 놓고 공부하기 위해 고군분 투하나 유일무이한 회원인 나, 신동민이 지켜본 바론 열의 빼곤 바줄 건 별로 없음. .....등등의 것들 빼고 아무거나 말해봐. 내가 둔.해.서. 더 이 상 혼자 알아낼 재준 없으니까." 무서분 넘...독심술도 배우냐? 예리한 넘...?? 근데 뭘 말하란 거야? 갑자기. "...무슨 생각이야?" "이름 '신동민', 아버지, 새어머니, 여동생이 있음. 지금 혼자 나와서 따 로 살고 있고 지금 보시다시피 성전고에 다니고 있다. 2학년으로 클래스 A-Ⅰ이다." 아~짜식! 알았다. 알았어. 기집애들처럼 깐깐해가지고... "알았다고 알았어. 물어만 봐. 다 대답해 줄테니..." 내가 뭘 어쨌다고 저러는 거야? 그만 쳐다봐 임마! ....뚫어져. ?? 그렇게 사람을 유혹하듯(?) 빤히 쳐다보면.....부끄럽잖아잉~ ^^* (신동 민이 지금 대사 들었으면 너 죽.었.어.??;;) 미심쩍다는 얼굴을 하고 있던 동민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너 어떻게......클래스 S에 있지?" ...계속 (부제 '너 누구야?'중에 '너'란 누굴까? 흐음.... ...오늘도 짧구나. ^^;;; 바닥에 엎드려 사죄를... 김민주님...^^ 오늘 바빠서 하이텔에 못올리고 뛰쳐나갔었거든요. 지송! 오늘이 연재 날짜인데 늣게 들어올지도 몰라 날짜를 어길까봐... 하이텔에도 드뎌 올렸습니다. 됐져? ^////^ 감쏴~아합니다!!! ^0^) -------------------------------------------------------------------------- ---- 제 목 : [뉴 라이프]17회 -너 누구야?(2)- << 뉴 라이프 (New Life) >> -17- [부제: 너 누구야?(2)] ......고요가 흘렀다. 동민도 쉽게 대답을 들을 수 있을거라 생각지 않았기에 그의 흔들림 없 는 눈은 인내심 있게 제후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성전특고의 독특한 클래스 시스템.......S...A...B...C...D... 뛰어난 머리를 가진 수재들은 클래스 A... 예술적인 재능이 남다른 영재들은 클래스 B... 컴퓨터나 자동차 등 공학과 엔지니어링 부분에 뛰어난 이들은 클래스 C... 운동이나 그밖의 뛰어난 특기를 가진 학생들은 클래스 D... 그리고 클래스 S는 단 하나뿐인 일명 스페셜리스트들의 '특급 클래스'!! 이것들은 각각의 레벨이 아니다. 그 전문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클래스 A,B,C,D 사이에는 레벨이 있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이 클래스 S라 면 문제가 달라진다. "얼마전까지 클래스 A의 가장 밑바닥인 A-Ⅸ에서 갑자기 특급 클래스 S로 편입된 일을 어떻게 설명할 거지?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은.....개교 이 래 처음이야." 클래스 S라면 입학전형 수석을 차지한 신동민조차 A-Ⅰ로 만족하고 결 코 속할 수 없었던 특별한 세계의 아이들 단체다. 누구보다 뛰어나야 하 지만 그 못지않은 엄청난 배경까지 갖추고 있는 인재들만의 클래스. 그런 선택받은 이들의 클래스이므로 특별한 성전고에서 더욱 특별 대접 을 받으며 최고의 교육을 받는 단 하나의 특급 클래스... 그런데 저 말도 안되는 녀.석.이, 그것도 어느날 갑자기 그 특급 클래스 에 편입된 일을 동민은 납득할 수 없었다. "원래 있던 반에서...갑자기....라구?" 그런 동민의 진지한 마음을 알아챈 것인지 제후도 어느덧 진지한 표정으 로 입을 열었다. "그래. 넌 도데체 누구지?" 그래. 너 누구야. 말해봐, 어서. 그러나 곧이어 기대속에 들려온 것은..... "안돼는데....난 모범생이 되구 싶다구!! 전에 있던 곳에서 갑자기 반까지 바뀌었다면....으아아악~ 원판이 전에 뭔가 사고쳐서 에슨지 뭔지로 쫓겨 난 거란 말인가?! 뭘까? 뭘까? 그래. 분명 스토커짓한게 탄로난 걸 거야!! 어쩐지~ 요새 애들이 날 이상하게 쳐다보더라니... 하긴 S반인지 하는 애 들은 착해는 보이는데 좀 맹한 것이 이상하더라구! 그래도 그렇지. 특..특 수반이라니!!!" ...혼자만의 세계에서 패닉 상태에 빠진 민제후의 절규 뿐이었다. 그 도도한 클래스 S 애들이 맹해 보인다니...그리고 '특수반'이 아니라 '특.급.'인데...;;;; 이후, 동민의 반응은 상상에 맡기도록 하자. 참고로 작가는 '죽지않을만 큼 패줬다.'에 걸고 싶다.??;; "제후...제후...민제후..." 한 소년이 특활 건물 밖을 나와 교정을 거닐면서 중얼거렸다. '민제후'....이 세글자의 단어가 요 며칠새 가장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 뿐만 아니라 성전의 모든 학생과 선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몇 개월만에 다시 나타난 그 이름은 잔잔한 연못에 떨어진 조약돌에서 계속해서 퍼져나오는 물결처럼, 조용하지만 끊임없이 주변을 흔들어 놓는 반향을 일으켰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일으키는 반향의 초점이 없다는 것 에 있었다. 특별한 사건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겉으로 보기엔 별 문제 없어 보였지만.... "그게 가장 신경 쓰인단 말야." 무언가 달라졌다는 것을 알겠는데...자료엔 아.무. 문제가 없다라... 흥미 있어. 훗! 국방성보다 더 보안이 철저하다고까지 말하는 성전특고의 중앙 컴퓨터까 지 해킹했지만 힘들게 알아낸 자료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간 단한 인적사항, 너무나 평범한 경력과 프로필... 그게 다라니... 역시 이제부턴 직접 알아보는 방법밖에 없는 걸까? "세진군." "아! 선생님." 누군가의 목소리에 그가 안경을 쓰며 뒤돌아섰다. 푸른기가 돌 정도로 새까만 머리칼이 이마에 흘러내려 하얀 얼굴이 더욱 하얗게 튀어 보이는 강한 인상이었지만 눈매를 가리는 뿔테 안경으로 약간 어리버리한 범생이 이미지로의 놀라운 변신이 되었다. 세진이라고 불린 작은 소년은 다가오는 담임 선생에게 대외용 미소를 지 었다. "본관으로 가시는 길이신가요?" "응. 그래.^^ 역시 세진군은 매너가 좋다니까." S반의 담임 선생이 에스코트하고자 길을 인도하는 유세진의 모습에 웃 음 지으며 말했다. "별만씀을요. 숙녀분께 당연한 대우입니다." 세진의 말에 초보 담임은 활짝 웃는다. ...계속 (우선 하나 올라갑니다.??;; 재미없죠?....담편에선....;;; 그리고 이번에 '판타지 월드'라는 곳에서 직접연재 신청 받았어요. 기쁘 기도 하지만 솔직히 자신 없는데... 혼자 즐기며 끄적인게 어떻게 여기까 지 흘러왔는지...) -------------------------------------------------------------------------- ---- 제 목 : [뉴 라이프]18회 -너 누구야?(3)- << 뉴 라이프 (New Life) >> -18- [부제: 너 누구야?(3)] "우리 S반 아이들 모두 그렇지만 세진군은 특히 더 예의바른 것 같애. 상류층의 바른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한예지도 훌륭하지만 세진군이 반장을 해도 잘 해나갈 수 있었을 거야." 쿡...상류층의 바른 모습...? 그런게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이런건 습관 이고 버릇일 뿐입니다. 자신들이 좀더 다른 인간이고 우월하게 보이기 위 한... 세진은 담임의 말에 조소하며, 그러나 겉으로는 착하고 예의바른 미소를 띠며 말했다. "아닙니다. 반장에는 예지양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죠. 저야 앞에 나서서 이끄는 쪽보다 뒤에서 서포트해주는 쪽을 더 좋아합니다. 그런데....이번 에 편입된 민제후 말입니다..." "아! 맞다. 제후! 전부터 얘기한다는게....^^" "예?" 무슨...? "제후는 갑자기 편입되서 적응하기 힘들 테니까 세진군이 잘 돌봐 줬으 면 하는데..." 아~그런 얘기군요. 전학생 등을 이런식으로 반장, 부반장에게 담임이 부 탁해서 왕따를 면하게 해주는, 전형적인 방패막이가 되달란 말이지요? 너 무 진부하고 고전적인 방법이군요. "상관은 없지만....민제후보다 제가 나이가 어린데도 괜찮을까요?" "아! 그렇지! 세진군은 2년 월반했었지! 세진군이 키는 작아도 너무 어 른스러워서 내가 자꾸 까먹는다니까. 괜찮아 괜찮아. 같은 반인데 나이가 무슨 상관일라구. 그리고 제후도 이제 적응이 되는지 친구도 생긴 것 같 고....그냥 반 아이들과는 잘 어울리는지만 살펴봐주면 될 것 같애." "...친구요?" 혹시... "음...'신동민'이라고 A-Ⅰ의... 유명한 애니까 세진군도 잘 알거야." "아...네... 일반전형 합격자이면서 전체 수석을 한 그 재원말이군요." 세진의 입끝이 올라갔다. 민제후... 정말 날 즐겁게 해주는 존재군요. 기대 이상입니다. 날 이렇게 신경 쓰이게 만든 존재가 처음 사귄 친구라는 것이 그 '신동민'이라니... "걱정하지 마세요, 선생님. 제가 잘 살피겠습니다." 유세진이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록 두터운 안경밑의 눈은 싸 늘했지만. '앞으로 어디까지 날 즐겁게 해줄지 기대가 되는군요. 실망시키지 않길 바랍니다.' 으아아아....아야.... 우....신동민 이 나쁜 시끼... 그렇지 않아도 요즘 비만 오면 뼈가 노글노 글한게 안쑤시는데가 없구만. 이넘의 늙은이, 때릴 때가 어디 있다구. 아 구구...-.? 그런데 저건 또 뭐야? 오...간만에 보는군. 신동민의 목줄 종이상자... "근데 그거 뭐냐?" "뭐-" 제후가 전부터 생각했던 궁금함에 못이겨 물어보자 철망담장이 있는 나 무 그늘을 향해 앞서 걸어가던 동민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아~짜식! 삐졌냐? 오뉴월에 찬바람이 쌩쌩 부네 쌩쌩. 그런데 네가 왜 화를 내구 그러냐. 팬건 지구, 맞은건 난데. 너무행~ "윽! 말을 말자, 말을. ...황당극치같은 놈. 이거나 들고 있어." 동민이 관자놀이 부근을 꾹꾹 누르더니 제후에게 조심스레 들고 있던 상 자를 건네주고 여기저기 땅을 고르며 왔다갔다 하기 시작했다 흐음....암말 안해주니까 더 궁금하잖아. 그냥 살짝 열어볼까? 뭔가 묵직 한데. 그런데 왜 여기저기에 구멍을 뚫어놨누? 살며시 상자를 열고 속을 들여다보자 그때 뭔가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 녀석도 널 좋아할 거..." "우아아아아아아악!!!! 이거 놔! 안놔!! 반그릇 자리 주제에!!!" 신동민! 뭐가 날 좋아하냐 좋아하길!! 넌 좋아하면 손가락 물고 늘어지 냐!!! 이건 왠 금닭(?)이야!!! ...계속 (전 원래 좀 짧게 끊어여.^^;;; 그런데 이번엔 부제를 바꿀라구 또 짧게 끊었어여. 그런데 제후가 자꾸 너무 푼수로만 보여지네. 좀 멋진 모습도 보여주면 좋을텐데... 아저씨일때는 위엄도 있고 하더니만 쯧쯧... 조만간 카리스마 제후의 모습도 보여지길 개인적으로 기대하며...??;) -------------------------------------------------------------------------- ---- 제 목 : [뉴 라이프]19회 -금응(1)- << 뉴 라이프 (New Life) >> -19- [부제: 금응(1)] "머가 보이나?" "햐아~ 그림 좋다 아이가." 그러자 까맣게 그을린 학생이 깍두기 머리의 학생이 망원경으로 바라보 는 방향을 보고 뒤통수를 후려쳤다. "문디 자슥!! 니 대장한테 맞구 싶나. 언제 가시나들 탈의실보라 했나. 민제후가 머하나 보란 말이다, 민제후!!" "쓰읍!! 와 치구 난리가? 보믄 될거 아이가. 구찮게 와 이런걸 시키는지 모르겠구마. (궁시렁궁시렁...) 앗! 방금 한예지와 민제후가 접선하느기 같 다." "뭐?! 이리 줘봐라!!!" "가만 있어봐라. 어어엇? 우앗!!" 어설프게 제후의 뒤를 쫓던 그 두 학생이 망원경을 가지고 싸우다 넘어 졌다. 그러나 문제는 그들이 넘어진게 아니었다. 그들이 넘어지며 그 앞 에 있던 정원공사 수레를 밀쳐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굴러 떨어진다는 것 이 문제였지.;;; "꺄아아아!!!" 온갖 연장들과 비료포대를 실은 어른 키만한 수레가 급경사로 그 밑의 여학생들을 덮쳐가자 여기저기에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들 어찌할 방법을 모르고 하얗게 질려갔다. "전에 산에 갔다가 주웠는데 새둥지를 찾을 수 없어서 데려온 녀석이지. 매종류의 하나인 것 같은데...도감을 찾아도 금빛 깃털을 가진 매는 없더 라구. 희귀종이나 돌연변이가 아닐까 하지만.... 좀 가만 좀 있어봐!!!" 잠시 떨어져서 씩씩대며 서로 노려보던 한명과 한 마리가 다시 붙자 동 민이 화를 버럭 냈다. 민제후를 만난 첫날부터 생긴 만성 편두통이 도지 자 동민이 머리를 붙잡고 말했다. "금응은 반짝이는 걸 좋아하던데....너하곤 왜 그러냐?" 반짝이는 걸 좋아해? 오호라~ 닭인줄 알아더니 까치였더냐? 시끄럽게 빽빽 울어대면서 덤비는게 재수없는 까마귀일수도 있겠군. 하지만 아무리 반짝이를 좋아해도 내 머리는 절대 안된다 안돼. 그리고 '금응'은 무슨!! .........넌 '닭'이면 족해. 흐흐흐... "반그릇 주제에... 닭.둘.기." "빼액-!!!" "그만두지 못해!!" 제후와 금응이 다시 한바탕 붙자 동민이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그 순 간, 금응이 휙 날아 제후의 금빛 머리칼을 한움쿰 뜯은 뒤, 철망으로 된 담장에 올라가 약올리듯 매달렸다. "앗-뜨!!! 쓰읍!! ....흐흐흐...좋다, 닭둘기!!! 그렇게 소원이라면 네 그 싯 누런 깃털을 몽창 다 뽑.아.주.마!!" 이제 '네 맘데로 하세요'란 마음으로 말리기를 포기한 동민이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제후는 새 한 마리를 상대로 투지에 불타올랐다. "너 이리로 안내려와!! 반그릇!!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5움쿰 반만 뽑 혀 임마!!" 그러나 그 금빛 매는 제후를 약올리며 철책을 넘어 여학생들이 있는 소 운동장으로 날아가 내렸다. 저 자식!! 닭 주제에 날 놀려?! 너 잡히면 죽 었어 이자식... "어머! 참 예쁘게 생긴 새네?" 누구야 누구? 누가 그 시건방진 닭둘기를 잡았냐. "앗! 한예지! 반장! 그 닭둘기 꼭 좀 잡고 있어. 절대 놓치면 안돼!" "어? 민제후?! 왜 그래? ...예쁜아, 제후가 널 괴롭혀서 도망친 거니?" "삐익-" 이론! ??잊고 있었다. 왜 하필이면 이때 나타난 애가 원판이 스토킹 한 예쁜이 반장이란 말인가. 오늘 재수가 옴붙었군. "호호호...이 새 아주 영물이잖아. 말귀도 알아듣고. 민제후, 너보다 훨씬 낫다." 새한테 말을 거는 인간이나 대답하는 새 새끼나...거기에서 바보되는 나 나....흐휴~ 너무 오래 산게야.(어디서 들은 듯한;;;) "꺄아아아악!!" 비명은 내가 지르고 싶.... 어?! 뭐..뭐야!! -쿠다다다다당!!!- 여자애들의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경사가 심한 언덕에서 요란하게 굴러 떨어지는 비료 수레가 보였다. 저대로라면 저 수레가 덮치는 곳은... "피해!! 이런 멍.청.이!!!" "꺄아아!!" 예지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굉음을 내며 눈앞까지 달겨든 수레를 느끼고 금응을 안은채 주저앉았다. 아무 생각도 안나고 머리속이 새하애졌다. 예 지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무서움에 눈을 꼭 감는 일 뿐이었다. -쿠콰콰콰쾅!!!- 곧이어 어떤 충격에 밀려드는 바람과 엄청난 파괴음이 주변을 휘감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주변의 다른 소음이 점점 잦아들었다. 피 어오르는 건 먼지뿐... '나....산 건가?' 닥쳐올줄 알았던 둔탁한 충격이 전해오지 않자 예지가 고개를 살며시 들 어 눈을 떴다. "미...민..제후?" 예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의 눈에 비춰지는 것은 예지의 바로 앞을 가로막고 옆으로 올려찼던 발을 내리는 제후의 모습.... 그리고 그가 싸늘하게 바라보는 방향에 찌그 러져 쳐박힌 비료 수레.... "어떻게 이..럴수가..." 살았다는 감정보다 인간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수가 없 어 온몸이 떨렸다. 게다가 제후는 좀전까지 담장 저 너머에 있었는데...어 떻게... 교정에 남아있던 몇몇 학생들도 경악의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그때 얼굴을 찡그리며 날리는 먼지를 털면서 투덜거리는 민제후의 목소 리가 들려왔다. "도데체 왜 여자애들은 위급한 상황에 주저앉는 거야!!" ...계속 (어라? 시간이 넘었네???; 그렇지만 3연참의 노력을 했다아~~푸하하 하!!! 뭐 재미는 둘째치고....;;;; 그래. 이제 떨어질때가 되었지. 추락한다아아아~~) -------------------------------------------------------------------------- ---- 제 목 : [뉴 라이프]20회 -금응(2)- << 뉴 라이프 (New Life) >> -20- [부제: 금응(2)] 고요함... 요즘 제후가 가는 곳에 자주 나타나는 기현상이 또다시 나타나고 있었 다. 주변 사람들을 경악케 해서 혼을 빼버리니... 이제는 고철이 되어 처박힌 비료수레 주위에도 먼지가 살풋 가라앉았으 나 한 번 얼어붙은 그 분위기는 쉽게 풀릴 줄 몰랐다. 허~참! 내가 잘나긴 좀 잘났지만 그런 뜨거운 눈빛을 보내면 내가 너무 부담스럽잖아.^^* 제후가 머슥해져서 머리를 긁적이고 있자 그때서 신동민이 나타나 제후 가 만들어 놓은 잔해를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괴.물." 야. 그런 말은 두려움과 놀람을 담고 해야 감동이 전해져 오는 거야. 신 동민 너처럼 무섭게 야리며 그런 말하면....=.= "삐익-" 아차차차! 잊고있었다. 음하하하~ 어쨌든 골로 간 넘은 없으니 이제 본 게임으로 들어가 보실까? "이제 잡았다. 흐흐흐... 닭둘기!! 어떠냐, 이~넘! 이래도 까불테냐!!" 제후가 그 순간 재빨리 예지의 품에 있던 금응의 모가지를 잡고 들어올 리며 말했다. 그런데 좀전같았으면 온갖 발버둥을 치며 손등을 물어뜯었 을 금응이 제후가 목을 쥐고 흔들고 있어도 순한 양처럼 가만히 있는 것 이 아닌가. ...뭐야? 이 시건방진 닭둘기가 또 무슨 꿍꿍이지? 그 초롱초롱하게 바 라보는 눈동자는 또 뭐냐? 사람 헷갈리게시리...?? "...금응이 널 주인으로 인정한 모양이다." 뒤에서 들려오는 동민의 말에 제후는 몸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 말에 대 답하는 듯이 웃는 반그릇... "삐-익-" 이론.... 진짠가 부네? 그럼 이제 어쩌지? 갑자기 날 주인이라고 아양까 지 떨어대는 것을 털을 몽창 뽑을 수도 없고, 닭도리탕을 만들 수도 없으 니...쩝! 이그~ 팔자련가 보다. 나는 어째 사람이건 동물이건 거두는 절차 가 이리도 비슷할꼬.;; 전생에 동생들 거두던 생각을 하며 제후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금응 의 목을 잡고 눈을 마주보며 말했다. "네 목숨을 나에게 맡긴다면 네가 먼저 날 배신하지 않는 한, 나도 널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나를 주인으로 섬기겠느냐?" "삐익-삐익-삐익-!!" 아~짜식! 너 나한테 반했구나. 구래구래. 이쁜 것.^^* (아까까진 반그릇, 닭둘기, 시건방진 이라고 했잖어. 줏대없는 바보깡패 : 시꾸랏!! 바부작가, 네나 잘해 ??++) 근데 임마. 내 머리가 네 둥지냐? 머리 위에 올라앉아서 뭘 그리 부비부 비하냐. 떨어져봐라. 앗-뜨뜨!! 머리 또 뽑힌다 임마! ....그래. 네 맘대로 하세요.??음... 앞으로 드라이 따로 안해도 되겠군. 그런데 설마 네 목 적이 첨부터 내 머리털은 아니었..겠지? 아하하하;;; -쨔악!!- 웃으며 고개를 돌리던 제후는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별들의 전쟁으로 어 안이 벙벙하여 그 자리에 돌이 되어 우뚝 섰다. 곧이어 느껴지는 안면근 육의 화끈거림... 치켜든 손을 들고 있는 한예지...?! "이....이...눔의 지지배가!!! 야, 이 지지배야! 기껏 똥줄타게 뛰어와서 살 려줬더니 왜 사람을 패냐 패길!!" 제후의 아우성에 태연한 예지가 서늘한 얼굴로 일어서서 머리를 어깨뒤 로 넘기며 말했다. "숙녀를 먼저 일으켜 줘야지. 에티켓이 엉망인 무례한에게 내리는 나의 사랑의 충고야. 새겨 들어. 흥!" 멀리 사라져 가는 한예지의 뒷모습에 제후가 기가 막혀 말을 못하자 드 디어 주변이 술렁술렁 거리더니 급기야는 시장바닥처럼 소란스러워졌다. 어우~ 기가막혀. 요즘 젊은 것들이란!! 말세야 말세... 신세대는 다들 그 러냐? 신세대라고 재냐? 이봐이봐. 나도 왕년에 X세대였었다구!! 그때 동민이 제후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가며 말했다. "쉬어라. 그리고 학교에는 말해놓을 테니 내일 무리해서 나오지 않아도 돼." "...알았냐?" 동민이 피식 웃으며 사라졌다. 저 넘은 인물값 한다니까. 기집애도 아닌게 눈치 하나는... 으~ 그나저 나 존나 시끄럽네!! "시끄럽닷---!!! 셔-타 마.우.스!!" 제후가 쨍알쨍알 울려오는 아이들 소음에 냅따 소리를 질렀다. 다시 찾아온 고요... 그에 만족한 제후는 흐뭇한 표정으로 성전특고의 사유지를 벗어났다. 그 러나 내일이면 학교에 퍼져있을 유언비어를 생각지도 못하고... "민제후가 한예지를 구해줬데. 그리고 한예지가 그제껏 무시하던 제후에 게 뺨까지 때리며 화를 냈다잖아." "....한예지가 제후의 뺨에 손을 댔데." "....한예지가 제후의 뺨을 쓰다듬었데." "한예지가 제후랑 공개적으로 러브러브 씬을 보여줬데." "한예지가 사랑이란 단어를 썼데." "걔들 서로 사랑하는 사이래." "다음달에 결혼한데." "벌써 애가 3살이라던데..." ??;;;; 교정을 벗어나 집으로 걸음을 향하던 제후는 갑자기 옆에 멈춰서는 은색 메르세데스 벤츠 뉴 S600(Mercedes-Benz New S600)에 얼굴을 찌푸렸 다. "도련님,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계속 (빠른 전개...를 위해서 정신없어진 20회...^^;;(정말일까?) 어쨌든 여기에 나오는 차종 참 멋있게 생겼답니다. 은색이 참 고급스 러우면서 너무 화려하지도 않고 세련된 것이...특히 Mercedes-Benz New S600은 우리나라에서 삼성 이건희 회장이 갖구 있다 하더군여. 독일 벤츠사가 자 랑스럽게 내놓은 디자인인데...전 언제 저런 거 타보져. 부러버라~) 제 목 : [뉴 라이프]21회 -전환(1)- << 뉴 라이프 (New Life) >> -21- [부제: 전환(1)] "도련님, 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제후는 절제된 고급스러움의 결정체인 은색 벤츠에서 내린 남자를 바라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학교까진 오지 말라고 하지 않았나? 김비서.." "하지만 오늘은 잘 온 것 같은데요.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도련님." 능구렁이 같으니라구... 제후는 사람좋게 웃는 수더분하게 생긴 젊은 남자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 다. 성전그룹 장회장 보좌 10년 짠밥으로 눈치 깐 모양이다. 역시 생긴 것과 다르게 신동민과 필적할 만한 넘이 분명하다. 저렇게 평범해 보이는 놈이 가장 위험할 수도 있지. "괜찮아. 좀...접질렀을 뿐이지. 윽!!" 열어주는 차문에 안으로 들어가 주저앉으며 짧게 신음했다. 어느새 제후 의 바지를 걷고 발목을 살피는 김비서 때문에 파랗다 못해 보라색으로 변 해 퉁퉁 부어오른 발목이 보였다. "...심한데요. 그런데 이 지경이 되셔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걸어오 셨단 말입니까? 제발....몸을 아끼십시오." "그럼 아파 죽겠다고 광고해야 하나? 게다가...." 제후가 차 시트 위에서 다친 다리쪽 무릎을 가슴까지 끌어당겨 앉아 입 에 물고 있던 교복 넥타이로 발목을 단단하게 묶었다. "은근히 날 걱정하는 놈이 있어서 말이야. 뭐, 그 자식이 워낙에 기집애 처럼 깐깐해 놔가지고 벌써 눈치 깐 모양이지만. 큭큭... 그리고 이 정도 쯤이야! ...자...이제 괜찮군. 어때?" 차 바닥에 다리를 탁탁 부딪혀 보고 만족한 제후가 싱긋 웃으며 시트에 기댔다. 만만치 않은 통증이 있었을 텐데 약간의 식은땀 빼고는 담담한 안색을 유지하는 그의 모습에 김비서는 당황스러웠다. 이전의 제후 도련님이었다 면 어땠을까? .....잘 상상이 되질 않는다. "...무슨 일이야?" "뭘 말입니까?" 김비서가 제후의 질문에 짐짓 모르는 척하며 기사에게 출발신호를 내렸 다. 미세한 진동도 없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차체를 느끼며 제후는 그런 김비서의 모습에 입꼬리를 올렸다. "말을 아끼는군. ...그래. 좋은 자세지." 말할 것이 없다는데 나도 굳이 힘빼고 싶지 않아. 그리고 어차피 알기 싫어도 그 영감과 부딪히면 저절로 알게 될 테고... 후후...수족은 역시 저 래야 해. 그 영감의 사람만 아니었음 내 사람으로 들여 쓸 것을....아깝군. 그러나 김비서는 다시 물어올 줄 알았던 제후가 슬쩍 웃고 넘어가자 오 히려 또 한번 당황하게 되었다. 무언가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미소와 여 유, 자신감에 자기도 모르게 눌리는 느낌이었다. 핏줄이란 그런 것일까? 종류는 다르게 느껴졌지만, 장문수 회장과 민제후... 그들에게는 은연중에 사람을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똑같이 갖고 있었다. "쿡! 별일 아닙니다." 음...별일이군. 무슨 일일까? "그런데 그 머리위에...그건 뭡니까?" "아~ 내 꼬붕." "네?" 제후가 자신의 금갈색 머리카락에 파묻혀 졸고있는 새끼 금응을 쓰다듬 으며 웃었다. "그런게 있어. 후후.." -고오오오오- 「Good Morning! Ladies and Gentlemen, Boys and Girls! Welcome onboard this flight to Seoul. My name is John Graham and I'm Your ISD (In-flight Service Director). I'd like to.....」 기내 안내 방송을 뒤로하고 창밖을 내다보는 젊은 여인의 모습이 있었 다. 초연한 모습이 아름다워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워 보였다. 어찌보면 완숙한 중년 여인같았고, 또 어찌보면 꿈에 가득찬 젊은 아가씨같았다. -파라라락- "앗! 죄송합니다. 제가 그만..." 통로를 지나던 한 청년이 지나다 실수로 부딪혀 여인의 손에 든 서류와 사진들이 흩어진 것에 대한 사과를 하였다. 그리고 그 후엔 아름다운 여 인의 얼굴에 잠시 넋을 잃고 서 있느라 흩어진 물건을 줍지 못하고 허둥 대며 사진 몇장을 챙겨 돌려줬다. "괜찮아요." "저...동생이신가요. 아~ 저 사진 말입니다. 금발인 예쁜 남자아이 사진 요. 동생분과 많이 닮으셨네요." "아들이예요." "네...아들......옛?!!!" 청년은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니가 의심스러웠다. "3년만에 서울로 돌아가는 거네요. 많이 컸을텐데..." 그녀가 청년에게 돌려받은 사진에 수줍은 듯 움추린 예쁘장한 소년의 모 습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쓰인 문장... 「민제후. 15세」 ...계속 (왜 이렇게 진지한 얘기만 나오냐? 지루하게...?? 에이~ 몰라. 그냥 살라 그러지 뭐. 근데 연참하려 했는데 또 날짜를 넘겼 어. 아~ 난 왜 이러지....;;;;) -------------------------------------------------------------------------- ---- 제 목 : [뉴 라이프]22회 -전환(2)- << 뉴 라이프 (New Life) >> -22- [부제: 전환(2)] -꽝!!!- "말도 안됩니다, 회장님!!" 성전그룹 총본부 회의장이 탁자의 거센 흔들림과 어떤 이의 고함소리로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이런 말도 안돼는! 나 참....어이가 없어서...' 장태현 이사는 바로 조금 전에 발표된 성전그룹의 총수인 장문수 회장의 발언에 기가 막혀 말이 다 안나왔다. 비록 장문수 회장이 그의 손으로 성 전그룹을 한국 경제계의 중심인 굴지의 대그룹으로 키웠다지만 이런 경우 는 처음 봤다. 낙하산이라니... 아니, 그 모든 걸 이해한다 치더라도 그 대상이 아직 18살짜리 고등학생 이라고?! 그것도 뭐, 누구?!!!! "허 참...이번 일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군요. 장회장님의 결정은 항상 극단적이었지만 이번 일은 저희 최고 간부들도 매우 당황스럽습니다." "그렇군요. 이번 일은 장회장이 실수를 하는지도...." 장태현 이사는 격양되어 있는 그의 주위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수근거리 는 간부들을 바라보았다. 이 자리에 모여있는 이들은 모두 성전그룹의 주 주들이자 최고 간부들이다. 아무리 장회장이 성전에서 절대 권력을 휘두 르는 입지에 있다 하더라도 이들이 한결같이 반대를 한다면 이번만큼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형의 아들이자 조카인 자신은 그렇게 무시해 오더니만 이제와서 곁에 두 려고 하는 사람이 그 멍청하기 짝이 없고 비리비리한 민제후라고? 내가 이 성전그룹을 그딴 세상물정 모르는 젖비린내나는 꼬맹이한테 뺏길 줄 알아!!! "숙부님!!!" 장태현 이사의 흥분한 음성에 장회장의 냉기가 펄펄 날리는 목소리가 날 아왔다. "회사요, 장.이.사." 장이사는 자기 할 말만 하고 찻잔을 들며 눈길도 주지 않는 차가운 회장 의 모습에 입술을 깨물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총수로서 필수불가결이라고도 할 수 있는, 냉혹하기 까지 한 장문수 회장이 아니었던가. 하나밖에 없는 외동딸의 하나밖에 없 는 외손자... 상식적으로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이뻐하는 것은 당연하겠지 만... 비루먹은 강아지처럼 항상 눈치나 보며 주눅들어 있는 민제후는 언 제나 장회장의 관심범위 밖이었다. 그랬는데....그랬는데 어째서..... 그래 서 그 자식에 관해서는 안심하고 있었건만!! "하! 어이가 없군요. 누구요? 민제후?! 그 덜떨어진 자식한테 뭘 맡긴다 구요? 기획부요? ....여기가 무슨 애~들~ 놀이터입니까? 허- ? 한글이나 제대로 떼었나 모르겠군. 끝까지 매듭 짓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어야 말 이지. 항상 웅얼거리기나 하고 말야." "장이사...그런...;;;;" 장태현 이사가 간부들과 주주들이 들으라는 듯이 일부러 큰소리로 실랄 하게 비꼬자 주변에서 만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그 소리에 더욱 열받아 격양된 그는 그동안 쌓인 불만을 터트리며 더욱 더 목소리를 높였 다. 참는데도 한도가 있었다. "제가 틀린 말을 했습니까? 제후라는 녀석...집안 망신은 혼자 다~ 시키 고...집안 말아먹지 않은게 다행이지. 게다가 하고 다니는 꼴 하고는 지 애.비.를 쏙 빼닮아가지고..." -꽝!!!- 그때였다!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총본부 회의장의 문이 깨지듯이 열리며 벽에 심하게 부딪혀 날아갔다. 양쪽으로 열리는 육중한 원목 나무문이 한쪽 이 음새가 망가져 덜컹거리며 매달려 회의장을 침묵의 바다로 빠트리고, 모 여있던 많은 중년 신사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 서있는 것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서있는 한 소년과 그 뒤의 무표정한 젊은 남자.. "이런... 발이 미끄러져 버렸네." 소년이 픽- 웃으며 가볍게 말했다. 비록 회의장에 시퍼렇게 날이 선 시 선을 쏟아붇고 있었지만 어쨌든 말투만큼은 매우 가벼운. "안녕하십니까? 여어~ 집안 어른들이 이곳에 다 계셨네요." "후후...수고했네, 김비서." 고요... 장회장만이 회의장의 그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표정하나 변 하지 않고 담담히 웃는 노인의 얼굴에 제후의 표정이 살풋 찌푸려졌지만 이내 환하게 순수한 어린아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가까운 아무 자리에 대 충 앉았다. "제 얘기 같은데요? 자, 그럼 이제 다시 시작해보죠. 단...." 제후의 시선이 엉거주춤 일어서 있는 장태현 이사에게 꽂혔다. "자리에 없는 사람 뒷.담.은 까지 말고. 알았습니까?" "윽-!!" 장이사는 제후의 시선을 견디며 식은땀을 흘렸다. 생글생글 웃고 있는 꼬맹이일 뿐인데...어째서 맹수 앞의 생쥐같은 기분이 드는 것인지... 자존 심이 상했지만 장문수 회장의 앞이라서 참는다고 스스로 합리화시킨 그는 기분 나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가 물러서자 장문수 회장의 기분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으로 할애비 회사 돌아가는 거나 좀 둘러보라고 불렀다. 기획부에 지 시를 내려뒀으니까 가봐." 그러나 생글거리는 제후의 반응... "싫은데요." -웅성웅성- 파격적인 대우와 그에 대한 장회장의 관심을 보여줌으로서 굳어질 그의 입지....그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싫다고 거절하는 제후는 회장과 주변인들 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웃기만 할 뿐이었다. 제후가 나타나면서 조성 된 어색한 침묵이 장문수 회장과 민제후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으로 숨막 히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고 있던 둘 중 드디어 장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떤 방법을 써도 이번엔 할애비 생각대로 해!" "성전그룹의 총.수." -헉!- 여기저기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많은 성전의 최고 간부들 이 이미 얼굴이 새하얗게 탈색되어 있는 상태였다. 잘하면 거품물고 넘어 갈 위인도 나올지 모를 상태. "총수자리를 주세요." 제후가 장회장이 있는 쪽을 향해 몸을 당기며 눈을 반짝였다. "높은 자리일수록 말아먹기 더 쉬울 테니까" ...계속 (제가 생각을 잘못했어요. 늣게 들어오는 것만 생각했지 저희 집의 컴퓨 터 쟁탈전을 생각못했으. ??;; 그래서 늣어버렸네?! 헤~^^* 아~ 그래도 앞으로 당분간은 학교 생활을 위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갈 겁니다. 스토리상 이런 이야기가 들어갔지만 뭐...?? 다음 회는 이 장면을 제후의 시선으로 본 걸 보여드릴까요? ^^;;) -------------------------------------------------------------------------- ---- 제 목 : [뉴 라이프]23회 -전환(3)- << 뉴 라이프 (New Life) >> -23- [부제: 전환(3)] 대 성전그룹 총본부. 그곳 정문 앞에 고급스러운 은색 벤츠가 소리 없이 부드러운 회선을 그 리며 멈춰서자 도어맨이 황망히 달려와 문을 열어 주었다. -달칵- "도착했습니다, 도련님." 김비서가 먼저 내려 옆으로 물러서며 말했다. 흠...여기가 성전그룹의 총본부인가? 호오~ 건물이 온통 번쩍번쩍 하는 군. 저 번쩍이며 감싸고 있는 건 유리일까, 거울일까? 그 참 신기허네. 역시 돈의 힘이란... 차에서 내려선 제후가 거대한 아름다움의 결정체인 성전그룹 총본부 건 축물을 올려다보며 잠시 감상하고 있자 그때 사원 몇 명이 초조한 기색을 띠고 달려와 그들에게 깍듯이 인사했다. "이제 오십니까, 김비서님." "회장님은?" "중앙 회의장에 계십니다. 도착하시는 대로 그쪽으로 오시라는 전갈입니 다." "알았네. ...가시죠, 도련님." 제후는 김비서의 안내에 슬쩍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능구렁이야. 회사로 돌아오니 표정에 눈빛까지 달라지다니... 마치 전쟁에 임하는 군인같은. 그렇지. 여기가 바로 당신들의 전쟁터일테지? 쿡쿡... 사람이 변한듯한 김비서의 모습에 제후는 재미있어 하며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여유롭게 그의 뒤를 따랐다. "김비서. 성전의 구조는 어떻게 되지?" 건성으로 내뱉은 듯한 제후의 말에 앞서가던 김비서가 잠시 멈춰서 뒤를 돌아봤다. 내가 그렇게 이상한 것을 물었던가? "아~ 뭐 그냥.. 호기심일 뿐이라고." 그러니까 그렇게 복잡한 표정 짓지 말라고. 이런 덩치 큰 괴물같은 회사 에 관심없으니까. 뭐 어떤 영감탱이는 생각이 좀 다른 것 같지만 말이야. "글쎄요. 성전그룹은...하나의 거대한 '제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국?" 김비서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제후와 그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성전그룹은 창립자이신 장문수 회장님께서 작은 건설업으로 시작하셨 죠. 그러나 지금은 해외진출과 함께 조선(造船), 자동차, 전자, 철강, 항 공, 운수, 식품 등 각계로 그 영역을 넓혀 한국 경제계의 가장 큰 기둥이 된 회사입니다. 아니, 이제 일개 회사라고 하기 어려울 정도의 영향력과 세력권을 쥐고 있으니.... 그래서 상징적으로 '제국'이라고 표현한 겁니 다." 흐음... '제국'이라... 제후는 소리없이 위로 오르는 화려한 크리스탈 엘리베이터에서 어느새 장난감 모형처럼 보이는 서울 시내 거리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재벌인가?" "일반적으로 그렇게 분류하지만... 재벌이란 콘체른의 속칭으로, 거대 자 본을 가진 동족(同族)으로 이루어진 혈연적 기업체군을 말합니다. 그런 면에서 성전그룹은 그 '혈연적'이라는 부분에서 미묘하게 다르다고 할 수 있죠. 혈연만을 이유로 성전에서 자리를 차지한 인물은 없었으니까요." 으.... 뭐가 그렇게 복잡해. 난 복잡한 건 딱 질색인데... 동민이 넘이 이 럴 때 있음 좋았을 걸. 아~ 그리워라, 동민아~ ??;; 제후는 이제 더 이상 짜증날 정도로 덩치만 큰 성전그룹에 호기심이 티 끌마치도 없었으나 자신의 사명인양 열심히 설명하는 김비서를 말릴 수도 없었다. 그냥 듣는 척이라도 할밖에... 으휴~ 내 죄려니... "하지만 그렇다고 주주들과 최고 간부 중 회장님의 일가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상당히 많은 분들이 주주로 계십니다. 그러나 한 국의 다른 재벌 기업과는 다르게 중요 요직은 혈연 관계만으로 차지한 사 람이 없단 것입니다. 회장님은 능력을 보시죠. 특히 장문수 회장님의 조 카되시는 장태현 이사님은 차기...." 그때 땡-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곧이어 육중한 원목으 로 된 회의장 입구가 눈에 들어왔다. -꽝!!!- -말도 안됩니다, 회장님!!- 어라? 어떤 아저씨가 무지 화가 났나봐. "저 분이 장태현 이사님이시죠." 김비서가 별로 맘에 안드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리고 회의장 안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격양된 그 장태현 이사의 음성. -하! 어이가 없군요. 누구요? 민제후?! 그 덜떨어진 자식한테 뭘 맡긴다 구요? 기획부요? ....여기가 무슨 애~들~ 놀이터입니까? 허- ? 한글이나 제대로 떼었나 모르겠군. 끝까지 매듭 짓는 말은 들어본 적이 있어야 말 이지. 항상 웅얼거리기나 하고 말야.- 저거...내 얘기지? ....훗! 재밌네. 김비서가 당황한 몸짓으로 앞으로 나서 문을 열려고 하자 제후가 손을 들어 김비서를 저지했다. 왜 그래? 어떤 얘기가 어디까지 나오는지 한 번 찬.찬.히. 들어보자고. -제가 틀린 말을 했습니까? 제후라는 녀석...집안 망신은 혼자 다~ 시키 고...집안 말아먹지 않은게 다행이지. 게다가 하고 다니는 꼴 하고는 지 애.비.를 쏙 빼닮아가지고...- 그때, 점점 싸늘해지던 제후의 눈이 중앙 회의실 안에서 들려오는 마지 막 대사에 파랗게 번쩍였다고 느껴졌을 때였다. -꽝!!!- 잠깐 눈앞에 뭔가가 지나갔다 싶은 순간, 커다란 회의장 원목 나무문이 박살이 나서 날아간 것이 보였다. 덜컹거리며 힘겹게 매달려 흔들리는 문 짝의 소음에 회의장은 단숨에 침묵으로 잠겨들었다. 그리고 안에 모여있 던 중년·노신사들의 경악의 눈동자가 입구 한가운데에 주머니에 손을 넣 고 거만한 자세로 서있는 소년에게로 순식간에 집중된 것은 말할 것도 없 었다. "이런... 발이 미끄러져 버렸네." 제후가 얼음같은 시선으로 피식 웃으며 가볍게 말했다. ...계속 (스토리 잘 안풀린다. 에휴~ 난 빨리 다시 제후의 학교 생활로 돌아가고 싶어.??특고의 아이들....각양각색의 얼마나 재밌냐구요. 우~ 머리에 쥐났나봐.) -------------------------------------------------------------------------- ---- 제 목 : [뉴 라이프]24회 -전환(4)- << 뉴 라이프 (New Life) >> -24- [부제: 전환(4)] "안녕하십니까? 여어~ 집안 어른들이 이곳에 다 계셨네요." 최첨단 회의 시설을 갖춘 드넓은 회의장에 고급 양복을 빼입은 어른들이 가득차 있었다. 그 중 상당수가 장씨 일족의 친인척이라는 걸 제후도 쉽 게 알 수 있었다. 얼마전까지 제후의 병문안이라는 핑계로 정탐하러 왔던 사람들... 구역질 나... "후후...수고했네, 김비서." 고요한 긴장감 속에서 장문수 회장이 입을 열었다. 문짝을 부수고 들어 왔는데도 담담히 웃는 회장을 바라보고 제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망할 영감탱이! 요새 뭔가 꿍꿍이 속이 있는가 했더니 결국 사고를 치다 니. 양심에 털난 노인네같으니라구. 당신 계획은 불법적인 미성년자 노동 력 착취야! 내가 그대로 당할 것 같아!! 그때 반짝 떠오르는 아이디어! 자기 계획대로 일이 돌아간다고 여유만만한 외할아버지의 모습에 벨이 꼴리던 제후는 이 게임에서 이길 최고의 패를 생각해내고 어린아이처럼 환하게 미소지었다. ...좋아. 나도 사고 한 번 쳐주지 뭐. 그런데 그 전에... 고개를 돌리니 장태현 이사로 생각되어지는 30대 후반의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제후는 싸늘한 눈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가까운 아무 자리에 대 충 털썩 앉았다. '당신은...나랑 잠시 토킹 어바웃 좀 하자고.' "제 얘기 같은데요? 자, 그럼 이제 다시 시작해보죠. 단!" 제후는 시선을 엉거주춤해 있는 장태현 이사에게 고정시키고 따뜻한 목 소리로 말했다. "자리에 없는 사람 뒷.담.은 까지 말고. 알았습니까?" "윽-!!" 뭐 나도 예전에 원판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말하 는게 아니지. 나이 차이도 한참나는 어린애를 상대로 그렇게 뒷담을 까서 되겠어? 보아하니 이런 시궁창 냄새 나는 인간들 틈에서 원판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는...안봐도 비디오네 비디오야. 이구~ 아아~ 그나저나 이제 나도 이제 그만 성질 죽여야 될 텐데... 저 문짝, 상당히 비쌀텐데... 그래. 역시 비싸겠지. 여기 물건치고 돈 안처바른 게 어디 있냐. 쳇! 잠시 제후가 애비애미가 어쩌고 하는 말에 눈이 홱 돌아가서 아작을 낸 문짝에 대해 명복을 빌고 있자 장회장의 기분 좋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 다. "앞으로 할애비 회사 돌아가는 거나 좀 둘러보라고 불렀다. 기획부에 지 시를 내려뒀으니까 가봐." 누.굴. 부려먹을려고요. 어림도 없음입니다. "싫은데요." -웅성웅성- 제후의 단호한 한마디에 여유롭게 차를 마시던 노인이 눈을 시퍼렇게 치 켜떴다. 그 모습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는 모양이었지만 제후는 생글거릴 뿐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서로를 노려보고 있던 둘 중 드디어 장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떤 방법을 써도 이번엔 할애비 생각대로 해!!" 장문수 회장의 고함에 제후는 마음속으로 빙고를 외치며 의미심장한 미 소를 지었다. 할아버지 생각이 정 그렇다면야... "성전그룹의 총.수." -헉!- 여기저기에서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성전의 최고 간부들이며 집 안 어른들이기도 한 수많은 어른들의 얼굴이 새하얗게 탈색되었다. 그러 나 제후는 그런 것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담담하게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 다. "총수자리를 주세요." 내가 거절하는 게 아닙니다. 당신 스스로가 날 감당할 수 없을 걸요. 제후가 장회장이 있는 쪽을 향해 몸을 당기며 눈을 반짝였다. "높은 자리일수록 말아먹기 더 쉬울 테니까" ...계속 (뭐라 할말도 이제 없다. 머리가 무겁다. 눈 아파. ?? ... 조회수...모두 부질없는 짓..흐흐흐 멜이나 많이 받아봤으면 좋겄네.??;) -------------------------------------------------------------------------- ---- 제 목 : [뉴 라이프]25회 -특고의 아이들(1)- << 뉴 라이프 (New Life) >> -25- [부제: 특고의 아이들(1)] 자연미와 인공미의 조화를 주제로 설계된 성전그룹 총본부. 생동감 넘치는 초록빛 숲 위에 반짝이는 크리스탈과 투명한 맑은 유리로 이루어진 조형물은 투박한 콘크리트의 사용을 최대한 절제한 건축 예술품 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었다. 초저녁, 서산쪽으로 몸을 숨기려는 듯 빠알갛게 물들은 붉은 구슬. 그 가느다란 마지막 햇빛을 잡아 각 방향으로 반사시켜 빛을 나누는 로비는 은은한 신비의 공간을 연출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공간을 가로질러 사라져 가는 마지막 햇살같은 머리칼의 소년.. 장문수 회장은 근엄한 표정으로 로비가 내려다 보이는 맑은 유리벽 앞에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그리고 집요하게 쫓고 있는 그의 시선은...점점 더 멀어지는 흥얼거리며 돌아가는 민제후의 뒷모습에 가 있었다. 성전그룹의 최고 오너들이 모인 자리에서 엄청난 요구로 그를 한방 먹인 황당한 녀석... "회장님. 이번 일은 여러모로 무리셨습니다." 김비서가 태산같은 무게로 움직일 생각을 안하는 장회장의 뒤에 대기하 며 입을 열었다. 그의 생각에는 역시 처음부터 무리였다. 이전에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지 금의 민제후란 소년은 무언가에 얽매일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과 세상에 당당하고, 솔직하며, 자유로웠다.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겐 가장 어려운 세가지... 어느 누가 그 소년을 틀에 가두어 놓을 수가 있을까? "푸하하하하!!!!" 그때, 화가 났다고 생각한 장문수 회장이 갑자기 화통하게 웃어제꼈다. "회...회장님?" "...아닐세. 흠흠...김비서, 한실장한테 연락해서 기자들 부르게." 김비서의 놀란 음성에 장회장이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생각에서 빠져나 온 노인의 얼굴은 흡족한 기색이 만연했다. 그러나 다시 창밖으로 몸을 돌린 그는 이제 밤의 장막이 서시히 내려앉아 하나 둘 깨어나는 보석이 뿌려진 도시를 알 수 없는 눈으로 내려다 보았다. 마치 로열 스트레이트 플레쉬의 패를 내놓는 승부사처럼. "그럼!! 사내라면, 이 장문수의 손주라면 그 정도 배포는 있어야지. 암~ 그렇구 말구. 하하하하!!!" 밝은 햇살이 비치는 부실에서 혼자 여유로운 아침을 만끽하며 느끼는 모 닝커피...가 아니라 모닝 컵라면을 먹는 기분은 이 얼마나 상쾌한가. 학교가 부자니 이건 정말 좋구먼. 부실이 남아돌아 회원이 달랑 둘인데 도 동아리 신고를 받아주고 말이야. 그리고 좀 낡긴 했으나 이런 동아리 에 TV도 있고. 음헤헤헤~ 제후가 TV를 켜자 마침 아침 드라마가 끝나고 뉴스가 시작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다른 학교처럼 자습을 시키는 대신 학생들의 전공 클래스 연구 를 할 수 있도록 준 시간인데 그 시간을 제후처럼 동아리 방에서 죽때리 고 있는 클래스 S의 학생이 또 있다면....성전특고의 창립자가 피를 토할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뉴스에서는 소식을 전하는 뉴스데스크 김주하 앵커의 모습이 보 였고, 그것을 바라보며 마저 남은 라면 국물을 마시면서 흐뭇한 표정을 짓는 제후가 있었다. 그 처녀. 참 참하게도 생겼다. ^^ -다음 뉴스입니다. 한국 경제계의 대부, 성전그룹의 장문수 회장이 어제 저녁 퇴임 의사를 기자회견에서 발표했습니다.- "푸-웃!!!" 그 순간, 제후는 입에 넣은 52.0%의 소금과 16.4% 글루탐산 나트륨, 그 밖에 분말 혼합 간장·아미노산 등의 부재료와 고추·후추·파·마늘 등의 건조채소류가 혼합된 국물... 무.난.히.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망연자실한 눈으로 바라보는 바보 상자 속에서는 누구의 간절한 마음과는 상관없이 참한 색시(?)의 냉정하게 계속되는 보도. -고령을 이유로 30여년간의 기업 활동을 접고 명예 회장으로 물러서는 장문수 회장의 갑작스런 행동에 각계각층에서 당황한 모습을 감추지 못 하고 있습니다. 김주훈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김주훈 기자입니다. 후임 성전그룹 총수에 세상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성전측은 후임 총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 욱 관심이 높아져 가는 신임 총수는 신비의 인물로.......- 쨍그랑- 소리와 함께 제후의 손에 들려 있던 스댕 젓가락이 탁자위로 떨어졌다. "다...당했다." 마...망할 영감탱이 같으니라구!!! 좋아좋아 좋다구! 소원이라면야, 맡기 기만 해! 다 물말아 먹어버릴테니!! "그래! 오라고 와!!! 으하하하--헉!!!" -우당탕!!- 폭주 바로 직전까지 가던 제후를 진정시킨 건 학문에 뜻을 둔 그의 마음 이 하늘에 닿아서 였을까? 라면 국물이 튀어있던 탁자 위로 온갖 참고서 와 문제집이 우수수 떨어졌다. 원래는 민제후의 머리를 조준한 것 같은 방대한 도서들. 모서리가 뽀족하니 반들반들하여 훌륭한 연장으로서의 자 세도 갖추고 있는 그것들... '기초기초기초…'로 시작하는 모든 <기초 영문법>, <기초 수학>에서부 터 <일급비밀 X-파일! 둔재를 천재 만들기 프로젝트!!>, <내 공부는 내가 한다>, <꼴통 길들이기>, <하루 한시간으로 원숭이도 아이슈타인!>, <치 매예방을 위한 특급 기억술>까지;;; "으헉! 죽을 뻔 했잖아! 근데 이게 다 뭐야? 엇?....한예지?!" "민..제..후....잠깐 이리로 와보시지." 이거 네가 던졌냐? 와아~ 가시내가 힘도 좋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한예지의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도 없는데 공중으 로 흩날리는 것 같은 건....눈의 착시현상이겠지. 기분 탓일 거야.;; "아하하;;; ...또 왜 그래?" 예지가 안면 근육을 실룩거리더니 눈에 반짝하고 불이 들어왔다고 생각 된 순간, 이미 그녀는 제후의 목을 조르며 볼을 무자비하게 잡아늘이고 있었다. "우아아아악!!" "그래. 여기 왔다 왔어! 어쩔래!! 앙? 숙녀가 무거운 물건을 들고 힘들게 들어오고 있는데 보고도 못본척을 해?" "못봤어 못봤어!! 그리고 네가 무슨 숙녀냐, 이 마녀야!!" 한때 잠깐 저것을 예쁘고 참하게 생겼다고 망발을 내뱉었었다니. 두얼굴 의 사나..아니, 두얼굴의 여인네 같으니라굿!! 우~~~볼따구니야~ "후후후... 분위기 좋네? 앞으로 있을 중간고사에 대비해서 예지가 네 공부를 도와주게 됐다. 그리고...잘왔다, 한예지." "뭐 별로. 책임감이야. 반평균 깍아먹는 누.구. 때문에" 우~ 신.동.민.... "삐익!" 동민이가 금응과 나갔다가 뒤늣게 들어오자 부실의 분위기가 화기애애하 게 바뀌었다. 제후만 빼놓고. 놀러 나갔다 온 금응만이 반갑게 제후에게 날아와 얼굴을 부벼댔다. 아~ 그래그래. 너밖에 없다. 둘기야. 단백질 섭취는 혼자 알아서 잘 하 고 있구나. 앞으로도 그렇게만 해라. 근데 밥을 먹고 왔으면 좀 딱구 오 구. 피묻는다. "호호호호... 이 한예지님께서 손수 공부를 가르쳐 주겠다는데 불만이 야?" "아...니... ??;" 왠지 곰도 때려잡을 것 같은 예지의 박력에 밀리고 만 제후였다. 그때, -똑똑- "실례합니다. 여기가...스터디 그룹 '초전박살'입니까?" 달깍하며 문이 열리더니 찰랑이는 푸른기가 돌 정도로 새까만 머리칼의, 하얀 이미지의 소년이 들어왔다. 투박한 뿔테 안경을 쓴 전형적인 소심한 범생이의 모습 그 자체. 그러나 소년은 의외로 자신에게 쏠리는 아이들의 시선을 어색하지 않게 맞받아쳤다. "오늘부터 이 스터디 그룹에 가입했으면 합니다. 제 이름은..." 그가 천사같은 미소로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세진입니다." ...계속 (오래 걸렸습니다. 많이 기다리셨다가 이젠 지치셨나요? 죄송합니다. 사 실 예전에 연재했을 때는 일주일에 한편 올리는 무책임한 작가였는데...지 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진거라 생각되고 있지만...^^;;;; -퍽! -.@;;; 어제 삼룡넷 챗방에 가서 '극악작가' 라는 소리를 들었어요. 무슨 소린 가 했더니 연재가 너무 느려서 라고 하시더군요. 어떤 분들은 출판했음 좋겠다고 하십니다. 그 이유란 것이...출판하면 완결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것이었네요. ??;;; 이런!! 글구 시간나면 멜 날려주세요.^^*) -------------------------------------------------------------------------- ---- 제 목 : [뉴 라이프]26회 -특고의 아이들(2)- << 뉴 라이프 (New Life) >> -26- [부제: 특고의 아이들(2)] "공항이 참 좋군요." 택시가 막 인천국제공항에서 빠져나와 영종대교를 위를 달리자 한 여인 이 창밖을 구경하며 입을 열었다. 원래는 하앴을 것 같은 그을린 올리브 빛 피부, 짧게 정리된 갈색 단발머리의 아름다운 여인. 딱딱한 정장이 아 니라 비교적 편안해 보이는 캐쥬얼 차림이었으나 오히려 그것이 젊은 부 인의 초연한 아름다움에 플러스적 요소로 작용하는 듯했다. 모든 게 신기하다는 듯 열심히 구경하는 손님의 모습을 흘깃 보며 택시 기사가 웃었다. "손님, 외국에 오래 나가 계셨나 봅니다. 얼마만에 귀국하신 건가요?" "...어떻게 아세요?" 택시기사의 서글서글한 중년의 여유로움에 여인이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인천공항이야 2001년 3월 29일부터 국제선 비행기들이 뜨지 않았 습니까? 그런데 지금 벌써 인천공항 개항한지 얼만데요. 이사할 땐 정말 굉장했었죠. 뉴스에서 생중계를 다 하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다는 거 아 닙니까. 그런데 잘 모르시니 당연히...오랜만에 들어오신 거 맞습죠? 게다 가 물품들이 수수하신데도 메이드 인 코리아가 없는 걸 봐선.....음...아주 오래 외국에서 생활하신 것 같네요!" "호호호... 재밌으신 분이시군요. 맞아요. 잠시 다녀갔던 일 빼곤.....벌써 7년이 흘렀네요." 마치 탐정이라도 된 듯, 작은 단서에서 즐겁게 결론을 내리는 택시기사 의 과장된 목소리. 그것에 여인이 짧게 웃음을 터뜨리다 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시 기사가 핸들을 치며 짓는 유쾌한 너털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맞죠? 내~그럴 줄 알았다니까! 제가 소시적부터 추리 소설 광이었단거 아닙니까. 셜록 홈즈 시리즈는 거의 다 독파하고 있었는데... 요즘 애덜 말로...매니아? 마니아? 하여간...그런거 였었답니다." "아~ 네." "거기다 공항근처 기사식당 짠밥 10년에 이젠 관상도 제법 보죠. 하하 하!! 그런데 부인...뭐 안좋은 일이 있으신가요? 부군되시는 분은...?" 젊은 부인 혼자 귀국하는 것이 처음부터 이상했던 택시기사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러자 갑자기 얌전하게 앉아있던 여인이 왈칵 눈물을 흘리는 것 이 아닌가. "부..부인?" "우리 그이는 얼마전에..." "아이구~이런! 변을 당하셨나 보군요." 택시기사가 한창 젊은 부인이 힘든 일을 겪었을 거라 생각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혀를 찼다. 그러나 다음에 손수건을 꺼내며 슬픔에 빠진 여인의 말소리. "제가 끓인 스튜를 먹고 급성 식중독에... 흐흑.. 그이가 어땠는 줄 아세 요, 아저씨? 저한테...저한테.......화를 냈다구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저한테 그럴수가 있어요? 전 단지 산에서 스튜 색깔에 어울릴만 한 예쁜 버섯을 발견했을 뿐인데...." 부인의 기품있어 보이는 이미지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택시기사는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이 부인의 남편에 대해 동정을 금 할 수 없었다. 얼마나 많은 정체불명의 요리를 앞두고 두려움에 떨어야 했을꼬. "그이는 저에 대한 사랑이 식은 거예요. 저번에는 아마존 아나콘다를 애 완동물로 사주겠다고 약속했으면서...아...아직도!! 흐흐흑!!" ".............;;;" "이름도 지어놨다구요, 아저씨. '귀여운 사라'라구요." "네...사..라요.;;;" "어머, 아저씨. 앞에 '귀여운'이란 말이 빠졌잖아요. 사실 처음 지은 이 름은 '깜찍한 예카테리나'였는데 그이가 싫어할 것 같아서 3일 밤낮을 고민해서 고친 거예요. 제대로 발음해 주세요!" 소녀같이 토라지는 목소리에 택시기사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헛기침 을 했다. 그가 받은 가치관에 혼란과 정신적 데미지, 예상치 못한 쇼크를 생각한다면 놀라운 회복력이 아닐 수 없었다. 기사는 집에서 자신을 기다 리는 토끼같은 사남매를 생각하며 간신히 평정을 유지했다. "험험...그럼 손님, 곧장 성전고등학교로 가시겠습니까? 선생님도 아니신 것 같은신데... 막 도착하셨으니 댁으로 바로 가시는게..." "아니예요. 꼭 봐야 할 사람이 있어요." 갑자기 달라진 분위기와 목소리에 택시기사가 의아해하며 손님의 얼굴을 살폈다. "그곳에 있을 거예요. 그 아이를 위해 만든 학교에." 11.1km의 영종대교를 통해서 바다를 달리는 택시위로 맑은 하늘과 쏟아지는 햇빛이 아름답게 빛났다. 어...여긴 어디? 제후가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사방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 다. 내가 언제 이런 곳에 왔을까? 순간, 저 멀리 보이는 희미한 빛. 그리 고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보고 제후가 가까이 다가갔다. "...거울?" 희미한 빛이란 건 이 거울이었구나. 누군가 서 있다고 생각한 것은 그럼 거울에 비친 나? 이런... 제후가 자신의 바보스러움에 어이없어 하며 옷매무새라도 가다듬고 길을 가자 생각해 다시 거울을 바라보자 그때, 갑자기 거울 속의 '나'가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네가 아니야.- "우..우아악!" 제후는 거울 속의 자신이 피식 웃으며 말을 하자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 로 굴렀다. 그러자 곧 바닥에 넘어진 제후에게 다가오는 또 다른 '제후'.. 어느새 거울은 사라져 보이지 않고 그 공간에는 두명의 민제후만이 존재 했다. 넘어진 제후쪽으로 또 다른 '제후'가 한쪽 무릎을 꿇은 상태로 서 로 눈을 마주 보게 하였다. -넌 민제후가 아냐. 너도 잘 알지?- "무...무슨 소리야!! 이젠 내가 민제후야!!" -그럼 난?- 제후가 눈을 치켜뜨고 소리를 지르자 또 다른 '제후'가 순진한 표정으로 물어왔다. "넌 허깨비일 뿐이야." 그래! 허깨비! 허상! 존재하지 않는...어쨌든 아무것도 아닌!! 제후가 이를 악물며 대답하자 또 다른 '제후'가 귀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왜 화를 내지? 난 아무것도 아니고 네가 민제후인데. 그건 너 스 스로가 민제후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맞지?- "저리 꺼져!!" 악에 받쳐 될대로 되라는 식이 되자 또 다른 제후가 일어서서 싱긋 웃으 며 한쪽을 가리켰다. -정말이야. 넌 저기에 있잖아.- "헉!! 저...저건...." <죽여라.> <...죽이진 않습니다. 멀리 가셔서 이쪽은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형님.> 성우...?! 성우와의 마지막 만남이다. 배신 당한 날의 모습. 그만둬...그 만둬...이 뒤에 나오는 장면은... <이...차라리 죽이란 말이다! 죽여!! 우아악!!!> 팔이 부서진다. 뼈가 부딪히는 소리....배신의 아픔...슬픔....그만해....그 만해...그만해!!! "그만해! 빌어먹을 자식아!! 나한테 이딴거 보여주지 마!!" -가짜는 너야.- 나쁜 자식! 개자식!! 손에 잡히지 않고 연기처럼 사라진 놈에게 욕을 퍼 부으며 제후는 바로 옆에서 펼쳐지는 과거의 그들에게 악을 썼다. "차라리 죽여!!" "오~냐. 소원이라면 들어주마." "어...어라?" 싸늘한 목소리에 눈을 떠보니 제후의 눈앞에 '초전박살'의 부실과 동그 랗게 눈을 뜨고 바라보는 아이들이 보였다. 뭐가 어떻게 된거지? 그리고 의아해 하는 제후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부실 벽에 걸려있던 화이트 보드를 집어던지려고 하는 한예지의 화난 모습?! 아하하하....너 설마 그걸 진짜로 던지려는 건 아니지?^^;;; 그러나 한예지 주변으로 뭉글뭉글 피어오르는 검은 오로라... "네가 아주 겁을 상실했구나. 예지님 스터디 시간에 감히 졸아?" "아닙니다. 예지마마! 소생이 어찌....으아아악!!" ?? ...계속 (라라라...힘든 하루...너무 더워...더워...더워....그리고 이제 난 미움받고 있는 것 같군요. 너무들 하십니다요. ?? -------------------------------------------------------------------------- ---- 제 목 : [뉴 라이프]27회 -클래스B의 천재(1)- << 뉴 라이프 (New Life) >> -27- [부제: 클래스B의 천재(1)] 하늘이 파랗다. 나무는 바람에 싱그럽게 흔들리고, 새들은 흥겹게 지저귀며 삶의 환희를 노래한다. 삶.... 삶이란 뭘까? 인생이란 뭘까? 인생(人生)....'사람의 삶'이다. 사람은 살면서 해야할 일이 있다. 그것은 안다. 하지만 원래 하고자 했던 일도 그 속에 외부의 강압이 들어온다면 사람으로서 당연히 거부하게 된다. 하기 싫어진다. 마치 갈아 입어야지 했던 빤쓰 고무줄이 끊어지면 도전을 느끼고 뒤집어 입는 백수의 마음으 로.(??) 그것이 바로 자유(自由)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이므로... 하지만 나는 뭔가? 그 자유를 외부적 압력에 의해 강제저당 잡혀 이곳에 갇힌 나는 무엇인 가? 크흑-!! "입 튀어나오겠다. 공부나 해." 우~ 매정한 놈! 제후는 쓰디쓴 인생의 고찰(?)에서 빠져나와 눈물을 삼키며 옆에서 조용 히 책을 보는 신동민을 노려보았다. 어떻게 젊디 젊은 것들이 이리도 삭 막할꼬. 게다가 내가 한예지, 저 마녀한테 잡혀 고문 당할 때 옆에서 암 묵적 동조하다니....나쁜 넘. 자고로 고문하는 마녀보다 그 옆에서 분위기 잡는 검은 고양이가 더 미운 법이여!! 알간? "제후군. 좀 더 분발하라고 예지양이 신경쓰는 겁니다. 제후군 때문에 반평균이 떨어지면 예지양이 난처해진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알겠습니 까?" 윽!! 유세진 너까지?! 왜 나만 갖구....너무해. -.? 졸음이 쏟아지는 거야 네들도 내 나이 돼봐라. 온몸이 노글노글한 것이 항상 나른하다구. 그것 말군 나도 예전엔 학구적인 학생이었는데... 볼펜 깍지에 끼운 몽당연필에 침까지 묻혀가면 꾹-꾹- 눌러 필기하면서 야학 도 다녔었단 말이다. 나쁜 것들! 그리고 네들 알고는 있는 거냐? '초전박살' 회장은 나야, 나! 제후가 뚱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왜 나 때문에 반평균이 깍인다고 하는 건데? 우리 반에 운동 특기생들 도 꽤 있잖아. 걔들도 공부 많이 안하더...억!!" -퍽!- "그래서 너 때문이란 거야! 그 애들은 특기생이니까 전공연구가 만점이 란 말야!! 그런데 넌 우리 반에 편입되기 전에 영재 클래스인 A에 있었잖 아!! 그것도 최하위인 Ⅸ이었다구! 즉..." 갑자기 음산한 빛을 띄고 나타난 마녀. 잠시 바람쐬고 온다던 한예지가 제후의 뒷통수에 구두 한짝을 날리며 나타났다. 바닥에 쓰러져 꿈틀대는 민제후의 멱살을 잡고 눈을 바라보며 한예지...웃으며 말했다.;; "넌 '성적' 그 자체가 전공연구란 소리야. 끔찍한 소리지." 아~ 그런거야?^^;;; 그런데 난 네가 더 끔찍해.?? "만약...너 때문에 우리 클래스가 A-Ⅰ보다 반평균이 떨어진다면..." 다...다면....;;; "그날이....한예지 손이 피보는 날인 줄 알.어!!!" 히-국!! 왠지 저 지지배가 한다면 진짜로 할 것 같애. "개교 이래 역사상 특급 클래스가 A-Ⅰ보다 처지는 경우가 없었다구! 알았어!!" 네~네~. 코피가 터져라 책을 파죠, 예지마마. ?? 그런데...어라? "저건?" 제후가 열린 창문에서 기분좋게 흘러들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고개를 돌 렸다. ...계속 (제 컴터 하드가 작살 났습니다. 많은 희생을 감수하고 포맷 시켰는데도 상태가 안좋아 오늘 용산에 다녀왔어요. 비...참 짜증나게 내리더군요. 그 래도 아직 AS기간이라 새거루 바꿨네요. 다행이다.^^ 하지만 이번 회 분량을 요것만 올리다니...??원래 생각했던 것의 딱 반... 그렇지만 제가 한 공지 때문에 우선 이것부터 나갑니다. 수정도 좀 더 보고 싶은데...에구구.??되는대로 계속 올리겠습니다. 그럼 이만) -------------------------------------------------------------------------- ---- 제 목 : [뉴 라이프]28회 -클래스B의 천재(2)- << 뉴 라이프 (New Life) >> -28- [부제: 클래스B의 천재(2)] '바람 속에...' 제후가 부실 창으로 다가가 창문을 마저 활짝 열어제끼자 밀려오는 공기 의 흐름에 하얀 커텐이 나풀거렸다. 민제후의 시선이 녹음이 푸르른 숲 저 너머를 헤메다녔다. "뭐야 저거...?" 헤이~ 유어 맨~. 저거 저거 저 소리 안들려? 왜 네들 그렇게 멀뚱멀뚱 거리고만 있는 거야? 니들 귓구멍은 구멍이 아니라 구녕이었더냐? 바람 에 실려오는 저 풍악소리를 들어보란 말이다. 우리는 정규 수업이 끝났는 데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건만 어떤 문디 자슥들은 풍악을 울리며 놀고 있 단 말이다. 크흑! 부러움이 한이 되어 골수에까지 미치는구나... "왜 또 혼자 삽질이야?" 동민이 혼자 눈물을 뿌리며 주먹을 부르르 쥐는 제후를 신기하게 바라보 며 말했다. 우띠~ "어이~. 정말 안들려? 증말?" "머가? ?? 잠깐! ...뭐야? 정말 다른 애들은 안들리나 보네? 이게 어떻게 된 일이 지? ??? 아하!! 지금 그럼 소머즈 능력의 발현이란 말인가? 이런 절묘한 시간에 신의 능력이라니.. 어쨌든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는 어떤 소리가 나같이 '특별한' 사람 에게 들린다는 건.....오홋! 그래,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신의 계시> 란 것이여!! 그래 맞구먼. 예지 마녀도 그랬지 않았는가. 쟌 뭐시기 라는 프랑스 처녀가 남들은 못듣는 소리를 듣고서 전쟁터에 나가 적군 꼬붕이 들을 몽창 다 조져버렸다고. ?? 지금 어딘가에선 착실히 학업에 열중하며 미래를 설계해야 할 자라나는 새싹들이 악마의 유혹에 빠져 유흥에 빠진 것이리니... 오호~ 통재라~. 이 대한민국의 역동의 세월을 거친 어른의 한사람으로서 악마의 유혹에 빠져 허우적대는 가련한 어린양을 구하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은 것이다. 그런데 신이라면....그 산신령 신할아범?! ....음, 신뢰도가 좀 떨어지긴 하지만.... 어쨌든 오늘 마녀가 주관하는 스터디는 임무 완수를 위해 진짜 진짜진짜~ 어.쩔.수.없.이. 조퇴할 수 밖에 없단 소리라네. 앗-싸 가오리!!! ^^* (진짜 목적은 그거? ??;) 제후가 혼자 히죽히죽 거리다가 곧 아이들을 돌아보며 살벌하게 씨익- 미소지었다. "나도 바람 좀 쐬고 올께." 그리고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민제후, 순식간에 몸을 돌려 난간을 짚고 창밖으로 훌쩍 뛰어내렸다. "꺄아악! 너 미쳤어! 여긴 4층이란 말이야!!" 예지가 놀라서 창가로 뛰어와 밑을 내려다 보았다. -촤촤촤촤악!!- "웃-샤!!" 제후는 나뭇잎을 스치며 떨어지는 도중 위에서 봐 둔 굵은 나무가지를 붙잡고 그 반동을 이용해 공중에서 몸을 빙글빙글 돌렸다. 점프해서 360˚턴, 그리고 세 번 비틀어 내리기로 멋지게 착지 성공!! 그리고 멋진 마무리와 팬들에 대한 서비스~!! 쪽~* ^0^ 음하하하! 네~ 참 깔끔한 마무리예요. 기술명,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쏴 주세요>. 게다가 어려운 기술 2번 연속 성공은 보너스 점수를 받을 수 있죠. 좋아요. 아주~좋아요.(신문선 버전) 바닥에 사뿐히 착지한 제후는 4층에서 벙쩌서 내려다보는 예지와 동민에게 귀엽게 손을 흔들며 사라졌다. "가자, 둘기야!!" "삐익-" 원래 정의의 사도는 주변 사람들 모르게 신비롭게 행동하는 법. 후후... 예지는 4층에서 뛰어내려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사라져 가는 민제후의 뒷모습에 황당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저건....인간도 아니야." "괴물이지. 내가 그랬잖아. 신경 꺼." 덤덤한 동민의 말투에 예지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런데 저쪽 방향....예술관 아니냐?" 그러나 이어서 들려오는 신동민의 말에 찬물을 뒤집어쓰는 것 같이 정신 이 번쩍 드는 한예지. 이런!! "오늘...클래스B의 전공 연구 발표날..." 마주보는 두 사람... 뭐 조용히만 있다면... 그럴 리가 없잖아. "흐휴~ 잡으러 가자!! 어머? 그런데 세진이는?" "조금 전까진 바로 옆에 있었는데..." 소리없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 유세진의 행방에 의아한 동민과 예지였다. ...계속 (매끄럽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도 원래 생각했던 내용으로 끌고 가려고 노력중입니다. 한 번 나중에 전체적으로 수정작업을 해야 할 것 같긴 한 데....??;; 요즘 이것저것 많이 혼란스럽네요. 어제 여기까지 올라갔 어야 했는데^^;; 의견 좀 주세요.) -------------------------------------------------------------------------- ---- 제 목 : [뉴 라이프]29회 -클래스B의 천재(3)- << 뉴 라이프 (New Life) >> -29- [부제: 클래스B의 천재(3)] "이상하다. 분명히 이쪽으로 계속 가면 될 것 같았는데..." 제후는 귓가를 울리는 음악소리를 따라 길을 가다가 멈춰서서 심각한 고 민에 빠졌다. 소리를 따라 일직선으로 쭉 따라왔는데도 어째 점점 울창한 숲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었 다는 것을 전혀 못느끼는 단순무식 민제후였다. 특활관에서 예술관의 직 선 거리는 비교적 다른 건물들보다 가까운 편이지만 그 사이에는 울창한 숲이 존재하고 있어서 예술관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 숲을 돌아갔어야 했 다. 그런데 음악소리만 듣고 무작정 길을 나선 그였으니 길을 잃는게 당 연할 수밖에... "둘기는 왜 또 이렇게 안오는 거야? 길 찾으라고 보냈더니... 써글..어디 서 또 혼자 단백질 섭취하는 거 아냐 이거?" 혼자 궁시렁거리다가 금응을 기다리기가 지친 제후는 또다시 무작정 걷 기 시작했다. 설마 학교에서, 그것도 일개 고등학교 교내에서 조난자가 되겠는가? 기껏해야 좀 헤메다 말겠지. 그러나 30분 후... "으아아! 진짜!! 어떤 놈이야! 어떤 놈이 가뜩이나 땅땡이도 비좁은 서울 하늘 아래 이딴 걸 만들었어? 돌겠네 진짜!" 조난자가 됐다.;;; 토요일이라고 수업 일찍 끝나서 좋아했었더니만 예지 마녀한테 잡혀서 고문 당했고, 필살의 탈출을 했더니만 써글 놈의 학교에서 길잃고 조난당 했다. 교내에서 길잃고 조난자가 됐으니 뉴스데스크 헤드라인으로 뜰 일 이군 그래. 그런데 구출은 될까? 혹시 한달만에 미이라가 된 나를 발견하 고 다들 아까운 새생명이 어이없게 갔다면서 혀를 차진 않을까? 그래. 그 러고 나서 대책반이 세워지겠지. 우리나라는 뭐든 사건이 터지고 난 다음 에 외양간 고치기 바쁜 비리 공무원의 천국이 아닌가. 그래서 내 희생 덕 분으로 이 써글 교내에 시내버스도 다니게 되고, 이런 미로와 정글은 정 리하게 되어 쾌적한 학업환경을 조성하게 되겠지. 내 후배들은 나에 대한 고마움에 내 위령탑을 세워줄지도 몰라. 이왕 세워 줄거면 화강암같은 싸 구려보다는 마블링이 이쁘게 들어간 연녹색 대리석이 좋겠는데....^^ 오늘도 여지없이 제후가 그만의 전매특허 릴레이 망상에 빠져 있을 그때 였다. 제후의 눈앞에 아마존 밀림을 방불케 했던 나무들의 이어달리기가 끝나고 꽤나 넓직한 공터가 나타났다. 그 한쪽으로는 창고같아 보이는 가 건물과 그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몇 명이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허어...분위기가 꽤나 친근한걸." 제후가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여기저기에 널린 각종 잡동사니와 날 카로운 분위기가 예전에 초창기때 동생들과 사랑의 대화를 나누던 공간과 비슷해 보여 마음이 편안해지기까지 했다. "야, 새끼야. 너 뭐야?" 역시 말투도 친근하다. "이봐, 학생. 처음보는 사람한테는 존대를 해야지. 아무리 동년배라고 해 도 그건 예의가 아니라네. 내가 남같지가 않아서 해주는 말이니 새겨 듣 도록 하라고." 제후가 속으로 '요즘 애들이란...'이라며 고개를 흔들면서 껄렁껄렁거리 며 다가오는 학생들에게 친절하게 대꾸해 주었다. 요즘 애들은 n세대라고 한다지? 대강 나름대로 정리해 보자면 자기 개성을 중요시하고, 하고 싶 은 일, 하고 싶은 말 다하며 거칠게 없는 신세대 애들을 말하는 것 같은 데... 그래도 그렇지. 어찌된 게 요즘 애들은 말이 하나같이 시작과 끝이 새끼에서 시작해서 새끼로 끝날까? 내가 왕년에 X세대일때도 이렇진 않 았다. 쯧쯧... "하! 이거 진짜 웃기는 또라이잖아. 야, 이리들 와봐라. 웃기는 물건이 하나 기어들어 왔다." "키득키득...야, 너 여기가 어딘지나 알고 기어들어 온 거냐?" "우리가 놀아줄까, 귀여운 아가야?" 대여섯명쯤 되는 큰 남학생들이 제후의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어딘가 위 험한 분위기였지만 제후는 긴장감도 없이 여유있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 다. "고맙지만 됐어. 난 여기 숲에서 나가는 길만 알면 돼. 그리고 네들도 참 귀엽게 생겼다 야." 요즘 애들은 정말 등빨도 좋다니까. 역시 어릴 적에 잘 먹여야 이렇게 키도 쑥쑥 크고 덩치도 좋아지는 것이여. 그런데 전에 테레비에서 보니까 요즘 청소년들이 덩치는 커졌어도 체력은 형편없이 떨어졌다는 소릴 들었 었는데 이 애들도 그런가 모르겄네? 그러나 제후의 말이 진심어린 것임을 모르고 놀림을 당한 거라 여긴 얘 들은 순간 얼굴을 심하게 구겼다. "야, 이 씹땡아! 죽고잡냐?" 살아난지 얼마나 됐다고 또 죽냐.?? "우리가 누군지 알어? 우리가 바로 '스콜피온'이야, 스콜피온!! 주둥이 잘 놀려, 새꺄!! 비실비실해가지고 닭모가지 비틀 힘도 없어 보이는 게..." 스콜피온? 음...언젠가 한 번 들어본 것 같긴 한데....어디서 들었었지?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면서 안나네. 우~ 역시 예지 마녀 말대로 난 치매 인가봐. "스콜피온? 그게 뭐냐?" "이 시끼가...끝까지 우릴 놀려? 야!! 저 자식 묶어!!" 얼굴을 벌겋게 물들인 애들이 씩씩대며 달려들자 제후는 약간 당황하며 재빨리 피해섰다. "왜 이래? 길 좀 물어보겠다는 건데." "길 좋아하시네. 푸헤헤헤... 우릴 이기면 가르쳐 주지. 감히 스콜피온을 놀려? 그 대가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마! 예전부터 너같이 재수없게 생긴 놈들 손봐주는 게 우리 특기였다." "뭐?" "내가 그 자리에 없었던 게 유감이긴 하지만...낄낄낄...몇달 전에도 제훈 지 뭔지 하는 재수탱이 하나를 지긋이 밟아줬더니 알아서 약 처먹고 골로 갔었지." 그거...어디서 들은 듯한 익숙한 이야기군. "그치만 너는 내가 약값 절약하게 도와주마. 씹새끼..." 아이들의 말을 조용히 듣고 서 있던 제후가 가라앉은 눈동자를 빛냈다. "그게 나 같은데..." 음, 정확히는 원판이지만. 제후가 차갑게 웃으며 말하자 스콜피온 애들이 약간 흠짓 하며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여태껏 떼거리로 몰려서 같이 놀자더니 갑자기 왜들 그러 냐? "내가 민제후다." 내 얘기가 아니고 원판 이야기지만 왠지 기분이 썩 유쾌하진 않다. 그리고 지금 막 생각났어. 스콜피온이란 거, 전에 동민이와 같이 있을 때 경고했었지. 다시 내 눈에 띄이면 쓸어버리겠다고 말야. ...어쩔까? "이...이...써글.....다들 지금 뭐하는 거야!! 저 새끼 별거 아냐!! 한꺼번에 덤벼!!" 제후의 싸늘해진 눈빛에 아이들이 주춤거리자 패거리들의 조장쯤 되는 녀석이 이를 갈면서 소리쳤다. 그래도 제후의 예쁘장한 외모 덕분인지 곧 아이들이 얼굴을 무섭게 일그러뜨리며 달려들었다. 하나...둘.......일곱...여덟... "8대 1이라...나쁘지 않은데. 그치만..." 제후는 일제히 달려드는 녀석들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오히려 순식 간에 그 무리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맨 처음으로 눈앞에 맞선 상대 를 옆으로 빠지며 발로 걷어차고, 뒤이어 달려드는 빨강머리의 배에 주먹 을 먹인후 팔꿈치로 턱을 날리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늣어늣어!!" -퍼억!!! 퍽!!!!!!- 제후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여덟명의 아이들 속을 헤집으며 날아 다니고 있었다. 날아오는 주먹이나 각목을 막는 동작도 없이, 피하고 치 고 차는 단순한 동작의 연속.. 그러나 맨 주먹으로 달려드는 녀석들에게 보다 각목이나 파이프 등의 도구를 들고 있는 녀석들에게 대해서는 더욱 더 가차가 없었다. -퍼억!!!!!!!- "허억!!!" "으악!!" "주먹은 그렇게 쓰는게 아냐!! 정확한 타점과 가격!!!" 휭- 하는 소리와 함께 야구 방망이가 날아오자 제후는 고개를 숙이고 피하며 바닥에 손을 짚고 다리로 크게 원을 그리며 휘둘렀다. 그리고 비 명과 함께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상대의 팔을 밟아 손에 쥐고 있는 무기 를 놓치게 만들면서 뒤에서 달려드는 다른 놈에게 주먹을 날렸다. -퍽!!!!- "으헉!!!" 쓰러지는 놈 위로 다시 위에서 뭔가를 내리치는 덩치는 다리를 올려 턱 을 힘껏 날린 다음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는 녀석의 등을 내리쳐서 다시 무릎으로 한방 먹여줬다. "정교한 기술과 힘의 배분이다!!" 제후가 그렇게 마지막으로 달려드는 덩치까지 해결하고 나니 그의 주변 흙바닥에 신음하며 구르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어느새 그곳에 멀쩡하 게 서 있는 것은 민제후 하나뿐이었다. "으.....으....." ...끝났군. 우리나라 뉴스는 정말 정확하단 말야. 등빨은 내 두배만한 것 들이 체력은 형편없잖아? 그리고 저 어린 것들이 벌써부터 연장들고 설 치다니... 그때... "삐이-익!!" 멀리서 매 울음소리가 들리더니 하늘에서 한바퀴 선회하던 금응이 제후를 발견하고 반갑게 내려왔다. 아직 새끼지만 금빛 깃털을 펄럭이며 제후의 팔로 내려앉는 모습이 햇빛에 빛나 일대 장관을 이루었다. 그러 나... "둘기야....너 밥 먹구 놀다 왔지." "삐익! 삐익! 삐익!" 얼굴을 실룩이며 째려보는 주인의 모습에 억울하다는 듯이 고개를 흔드 는 새끼매였다. "아니라구?" "삑! 삑!" "그럼 주둥이의 피는 닦구 와라잉.??;" 화들짝 놀래서 날개깃에 부리를 문대는 금응을 바라보며 제후가 빙그레 웃었다. 아직 어린 새끼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그때, 갑자기 금응이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퍼드득 날아올랐고, 제후의 눈에 제정신이 아닌 듯 잭나이프를 들고 달려드는 빨강머리가 비 춰졌다. "씹새끼!! 죽어라!! 우하하하!!!" 그리고 곧 무모하게 빨강머리에게 달겨드는 작은 새의 모습이라니... 제 후가 뒤늣게 놀라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비켜!!!" ...계속 (시간이 갈수록 '나중에 수정 한번 봐야지 '하면서 무책임해지는지도... 그리고 첨부터 생각했던 거지만 부제는 괜히 지었어요.??핀트가 안맞 아. 이번 부제의 본 내용도 빠르면 다음회, 아니면 다다음회부터 나올 것 같은데... 나중에 총정리할 때 부제도 다시 정리해서 어울리는 걸로 지어 야 겠네요. 그럼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제후의 능력이 싸움하는데만 소 용되는게 아니라는 걸 보여줘야 할 텐데.. 앞으로 예술적인 면을 조금 보 여드릴 겁니다. ^^ ) -------------------------------------------------------------------------- ---- 제 목 : [뉴 라이프]30회 -클래스B의 천재(4)- << 뉴 라이프 (New Life) >> -30- [부제: 클래스B의 천재(4)] 제후가 뭘 어쩌겠다는 생각도 없이 무작정 손을 뻗으며 소리쳤다. 그러 나 강하게 스치는 늣었다는 생각... 구겨진 종이 비행기처럼 버려진 꼬마 둘기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겹쳐지는 비웃고 있는 성우 녀석의 얼굴 도... 웃기지 마!! 그럴 순 없어! 이젠 누구도 내 주변을 무너뜨리게 놔두지 않 아!! 절대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아!! "이야앗!!!" 제후가 이를 악물며 두 주먹을 그러쥐고 기운을 모아 뭉쳐진 공기층을 터뜨렸다. 순식간에 극한으로 예민해진 온몸의 신경이 발동되어 두 손을 비틀린 대기로 인도하자 펑- 하는 짧은 소리와 함께 갑자기 강한 바람이 회오리 치기 시작했다. -슈아앙- "으아악!!" 빨강머리가 갑자기 밀려드는 회오리 바람에 칼을 떨어뜨리고 넘어지며 정신을 잃어 버렸다. 날카로운 바람이 정신없이 휘몰아쳤다. "두번 다시 날 망치게 두지 않는다. 성우..." 한 번 인위적으로 비틀린 공기가 촉매제 역할같은 제후의 인도를 받자 거대한 회오리를 이루어 그 반경을 넓히며 주변을 휩쓸기 시작했다. 과거 의 잔상이 급박한 상황에 떠올라 현실과 겹쳐지자 민제후의 눈이 전생의 알콜중독자 폐인 박경덕의 눈처럼 증오와 복수심에 흐려져 이성을 잃어가 고 있었다. 인간의 한계를 넘은 그의 감각이 더 정신을 흐리게 하는지도 몰랐다. "다...부셔버리겠어..썩을 놈...들..크흐흐흑...." "삐익! 삐익!!" 무서운 표정으로 돌변하여 제정신이 아닌 제후에게 금응이 달려들어 머 리털을 잡아당기며 정신차리라고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그러나 폭주 상 태에 들어선 그의 눈에는 평소의 개구쟁이 같은 호기심과 삶의 의욕 대신 에 단순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붉게 채워져 있을 뿐이었다. 금응은 제후의 간단한 물리침에 가볍게 바닥에 내팽겨쳐졌다. "뭐야!! 날 가로막지 마라!! 배신자들... 가만두지 않겠어..가만두지 않겠 다, 성우!!! 으하하하!!!!" 증오와 회한이 섞인 감정의 표출에 공기가 공명하며 불안정하게 흔들렸 다. -우두두둑!!- 커다란 나무 하나가 거센 무형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러지자 그때, -촤촤촤촤촹!!!!- 어디선가 한꺼번에 뭔가 깨지는 듯한 엄청난 파열음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것이 행운이었을까? 마침내 하늘을 찢는 것 같은 요란한 그 소리가 뇌 리에 닿은 듯, 제후가 퍼득 정신을 차렸다. -푸아앙- 그러자 그것과 동시에 사방으로 흩어지듯이 터진 바람의 힘.. 실태래가 풀어지듯이 가벼운 실바람으로 화해 공기중으로 다시 스며들어갔다. 사방 이 돌풍이 스치고 지난 흔적으로 흙과 모래가 쓸리고 나무들이 쓰러져 누 워있는 것이 보였다. "어..어라?;;;" 말도 안되는 어이없는 주변 광경에 제후도 눈만 껌뻑거리며 서 있을 뿐 이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잠시 정신을 잃었던 건가? 그런데 서서 정신을 잃 을 수도 있나? 서서 자본 적은 있지만 서서 기절해 본 적은 없었는데.... 음, 나날히 추가되는 새로운 신의 능력이로군.?? 그런데 스쿨버슨지 스콜피온인지 하는 애들은 그렇다 치고 저 닭둘기는 왜 저기서 퍼져 자고 있냐? "얌마! 얌마!" 제후가 바보 스콜피온 빨강머리 옆에서 퍼져자고 있는 금응을 찰싹찰싹 때리며 불렀다. 에구~고얀 것! 에구~부러븐 것! 주인은 정글속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떨고 있는데 넌 실껏 처먹고 와서 디비 자고 있냐? 언제부터 와서 여기 서 자빠져 자기 시작했냐 너? 내가 마지막 덩치까지 건강한 정신과 건강 한 육체에 대한 교육을 끝낸 건 기억하고 있다만... "끼룩..?" 제후가 잠시 생각에 빠져 있자 마침 금응이 깨어나 제후를 탐색하듯 쳐 다봤다. 음, 드디어 깨어났군. 그래 그렇게 후딱 후딱 일어나야지. 그렇게 맞고도 안일어나면 네가 사람이......아 참, 사람은 아니구나.;;; "뭘 쳐다봐, 마. 잘생긴 얼굴 첨 보냐? 아, 글쿤! 나같은 미남은 보고 보 고 또 봐도 황홀한 것을... 금수라고 그 미적 감각이 어디 가겠어? 후 후..." "삐-이-익-!!" 제후가 어깨를 으쓱이며 평소처럼 말도 안되는 이상한 소리를 하기 시작 하자 갑자기 금응이 반가운 것을 발견했다는 듯이 제후에게 매달리고 부 벼대며 난리 굿을 떨기 시작했다. 어허...풍악 소리 한 번 들으러 가는 길이 험난하기도 하구나. 길도 몰 라, 배는 고파, 거기다 미친 닭 한 마리라...??;; 이 놈의 닭이 왜 이 래? 제후가 옷에 묻는 닭털을 걱정하며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에 빠져 있 을 그때였다. 어디선가 익숙한 단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휘유~ 정말 대단한데요. 이곳이 돌풍이 잦은 곳이긴 하지만... 이 정도 돌풍은 몇 십년만에 처음 나타나는 걸 겁니다. 그렇죠?" 홀연히 나타난다 라는 말의 의미를 보여주듯 유세진이 제후의 뒷쪽에서 갑자기 나타났다. 예의 그 천진하고 세상때가 묻지 않은 듯한 밝은 미소 를 띠고서.. "어? 세진이 아냐? 나 어떻게 찾았어?" "...이곳일 것 같았습니다." 조난자에서 구조자가 된 기쁨을 안고 제후가 쳐다보자 세진이 싱긋 웃으 며 말했다. "왠지 말이죠." ...계속 (심난한 일의 연속...??;; 모든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가 생 기길... 그리고 요즘 지병처럼 번지고 있는 '심장벌렁벌렁병'도 어서 빨리 고쳐지길... 오늘은 연참을 이룩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이놈의 천재 는 언제 나오냐? 다음 회에는 꼭 나오겠지??? 제 목 : [뉴 라이프]31회 -클래스B의 천재(5)- << 뉴 라이프 (New Life) >> -31- [부제: 클래스B의 천재(5)] 제후가 금응과 함께 갸웃 거리며 유세진을 바라보았다. 항상 뭔가를 숨 기고 있는 듯한 녀석.. "이곳은 성전고 내에서도 비틀린 기류가 많이 모이는 장소죠. 그래서 이 곳에서 일어나는 바람은 가끔 꽤 강한 회오리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그 런데 오늘은 한바터면 '균형'이 깨질 뻔 했습니다." 균형? 무슨 귀신 시나락 까먹는 소리야? 균형...균형...내가 아는 사람 중엔 균씨 성 가진 양반이 없으니 난 균형이란 양반 만난 적도 없다네. ^^;;; "후후.. 행운의 여신의 미소를 두 번 보긴 힘들죠. 충고 하나 해 드릴까 요?" "........?" "증오에 먹히면 당신의 마지막 기회...사라질 겁니다." 유세진이 미소띤 얼굴로 담담한 소리로 말했다. 그 작은 한 마디에 여지 껏 장난처럼 듣고 있던 제후가 얼굴색을 달리하며 고개를 홱 돌렸다. 증오라니... 그리고 마지막 기회? 마치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아니 아 무것도 모르는 듯한 얼굴로 너 지금 무슨 소릴 지껄이고 있는 거지? 설 마... 아니. 그 누구도 알지 못해. 하지만... "왜 그런 소릴 나한테 하지." "이유요? 이유라..." 제후가 살벌한 눈빛으로 묻자 세진이 간만에 꽤 심각한 얼굴로 손에 턱 을 괴며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잠시 후 두 손을 가볍게 털며 한 대 답은.. "재미있어서요. 일단은 재미있어서 라고 하죠." 재미? 재미라...허허허..허탈한 웃음이... 천사같은 해맑은 미소를 띠고서 '재미있어서요.'라고 말하는 모습이라 니... 다른 사람들이 봤다면 깜찍한 모습이었을 테지만 현재 제후에게는 끔직한 모습이었다. "아 참! 그런데 제후군, 예술관으로 가는 길이었죠? 예술관은 저것 입니 다." 제후가 하늘을 쳐다보며 인생무상에 대해 심오한 철학을 주절거리고 있 자 세진이 돌풍에 쓰러진 나무가 있던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저 쪽도 아니고 저것? "헉!" 제후가 세진의 손가락 끝을 바라보다가 숨을 컥 들이켰다. 그런데 제후가 놀람의 숨소리를 들이킨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렇게 찾아 헤메던 예술관이 코 앞에 있어서? 물론 유세진이 가리킨 손가락 끝 에, 쓰러진 나무들 뒤로 아름다운 예술관이 바로 내려다 보였다. 그러나 아니다. 그렇다면 건물이 너무 아름답고 웅장해서? 물론 예술관은 대규모의 홀 과 강당을 갖춘 예술품의 가치를 지닌 화려한 건축물임이 틀림없다. 그러 나 이것도 아니었다. 정답은...정상적인 건물이었다면 3층으로 나누어 졌을 공간이 하나의 거 대한 대강당을 이루고 있는 모습 때문이었다. 물론 그 위용에 말문이 막 힌 것은 절대 아니었다. 장회장 집에서 뒹굴며 봐오던 것들과 다름이 없 는, 아니 오히려 학교의 예술관은 장회장 저택과 비교할 때 아담한 규모 였는지라 그 거대함에 놀란 것은 아니었다. 제후가 놀란 것은 3층 높이의 벽면이 전부 유리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점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완전 박살이 나서 뻥 뚫려 버린 벽면 유리창... 매우 가까운 위치에서 벽 전체가 날아가 버린 것과 같은 어지러운 대강 당과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럼 내가 정신을 막 차렸을 때 귀가를 찢던 엄청난 파공음이 그럼...아 하하하...설마...왠지 불길한 느낌이.... "이런! 유리가 모두 박살이 났네?" 세진이 제후의 식은 땀을 아는지 모르는지 생긋 웃으며 매정하게 말했 다. "제후군 작품입니다." 오~ 노~. 말도 안됩니다. 전 아무 생각도 안납니다. 기억이 나지 않습 니다. 제가 몸이 좀 아파서... 전 깃털입니다.?? "아! 그런데 이 애들은 어떻하죠? 스콜피온을 건드렸으니..." 세진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피곤한지 아직도 바닥에서 열심히 자고 있는 애들을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유세진, 그래도 너 좋은 놈이구나. 걱정도 해주고... 그러나 세진이 돌아서며 그의 트래이드 마크 '나 천진해 미소'를 뿌리며 말했다. "앞으로 재미있겠네요.^^" ;;; 파란 하늘... 솜사탕 같은 구름이 아기자기한 모양을 이루며 흘러가고 있었다. 한가롭 게 떠다니는 작은 구름들이 마치 바다를 헤메는 하얀 조각배 같고, 그 작 은 배를 이끌고 희롱하는 기분좋은 솔바람.. 그 가운데 어느 잔디밭에선 그 파아란 하늘로 하얀 구름과 어우러지려는 듯 가느다란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 "날씨 한번 겁나게 좋다." 푸른 잔디밭에 한 남학생이 누워 담배를 물고 있었다. 어디다 빼놨는지 보이지 않는 교복 넥타이와 흐트러진 하얀 셔츠, 최고 급 브랜드인 성전특고의 교복 상의는 구겨질대로 구겨져 그 학생의 깔개 로 전락해 있었다. 약간 길게 자란 머리가 귀와 목뒤를 덮고 있었지만 그 긴 머리칼을 쓸어 넘기는 섬세한 하얀 손에 매혹되어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아름답게 보일 지경이니... "씨발...이런 날은 집에서 발닦고 잠이나 잘 것이지 왠 발표회람. 쳇!" 섬세한 생김새와 어울리지 않게 상소리를 내뱉으며 소년이 다시 담배를 깊게 들여마셨다가 내뿜는다. ...계속 (연참이다...??졸려서 더 못하겠다. 한숨자다 일어나서 다시 해야지. 오늘 3연참 하려나? 못할까? 아마도 내일로 넘기겄네. 수정은 나중에 한꺼 번에 해야지. 아하하하^^;;; 그래도 드디어 천재 놈이 나왔다. 제후랑 한 판 뭐든지 붙어봐라.) -------------------------------------------------------------------------- ---- 제 목 : [뉴 라이프]32회 -클래스B의 천재(6)- << 뉴 라이프 (New Life) >> -32- [부제: 클래스B의 천재(6)] 담배연기가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공기 중으로 투명히 스며드는 그 것을 바라보는 소년은 망망대해 같은 푸른 하늘로 시선을 옮겼다. 송곳으 로 찌르면 금방이라도 파란 물감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하늘... 그 위로 자신을 떠받드는 몇몇의 얼굴이 떠오르자 소년의 눈이 매섭게 변했다. "빌어먹을!!!" 소년이 벌떡 일어나 앉으며 잔디를 잡아뜯어 신경질적으로 집어던졌다. "난 인형이 아냐, 이 새끼들아!!" 그가 한동안 발광을 하듯 소리를 지르다 털썩 무릎에 이마를 기대며 엎 드렸다. 온몸이 소년의 목덜미와 눈을 내리덮은 긴 머리카락처럼 축 늘어 졌다. 클래식의 날? 지랄하네.. 발표회랍시고 이상한 제목을 붙여서 짜여진 각 본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 연극. 모짜르트, 베토벤을 실수와 오차없이 기 계적으로 쳐주면 훌륭하다, 천재다 하며 치켜세워주는 바보들의 행진이라 니... 기계같은 정확한 연주는 컴퓨터라도 할 수 있다. "쥬디..." 눈앞에 염색한 금발에 싸구려 화장을 한, 그러나 눈빛만큼은 따뜻하고 희망과 열정이 가득한 여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재작년, 이곳 성전특고로 들어오기 전의 생활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거친 선원들과 외국인들이 주로 찾던 싸구려 술집... 낡아빠진 피아노 한 대를 장식처럼 가지고 있던 선술집에서 술과 웃음을 팔던 쥬디와 단골 손 님들 앞에서 가끔 재즈를 치던 생활. 항상 욕설과 걸걸한 농담이 난무하 고 주정뱅이들의 싸움에 지저분했던 뒷골목...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지겨운 기억들이건만 자꾸만 아련해지는 것은 왜일 까? 지금은 말 그대로 상류층 엘리트가 되었는데... 역시 피는 못속이는 걸까.. "학생이 담배를 피다니...나쁜 짓이야!" 그때, 순간적으로 입가에 가져가던 담배가 탁- 소리와 함께 눈앞에서 사 라졌다. 그리고 귀에 거슬리는 훈계소리. 재수없게 누구야? 소년이 눈에 불을 켜고 고개를 홱 돌렸다. "에이 씹!!! 누구..." '쥬..쥬디?' 소년이 화를 내려다 자신의 담배를 뺏어간 여인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 물었다. 그 여자의 모습 위로 겹쳐지는 것은 금발 염색을 한 활달한 쥬디 의 얼굴... 「어린애가 건방지게! 담배는 나쁜 짓이야!!」 예전에 쥬디가 술집에서 일하다 그가 담배를 피는 것을 보고 소리치던 장면이 떠올랐다. '쥬디가 어떻게 이곳에... 아니. 아니야. 다른 여자야!!' 너무 놀라 하얗게 된 소년이 여인을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이를 악물었 다. 어째서 갑자기 나타난 이 여자와 쥬디의 얼굴이 순간 겹쳐 보였는지 알 수 없었다. 자세히 살펴본 그녀는 머리색도, 헤어스타일도, 눈코입 이 목구비도, 하다못해 키까지도 다른, 전혀 다른 여자였다. 그리고... 무엇보 다 쥬디는 저렇게 세련된 고급 옷따윈 죽을 때까지 걸쳐본 적 없어! "무슨 상관이야, 아줌마!!" 소년이 이상하게 치미는 화에 목소리를 높여서 소리쳤다. "아줌마라니...너무해. 예쁘고 꽃다운 나이에... 넌 이렇게 쌩쌩하고 예쁜 아줌마 봤니? 봤어?" "쳇!" 여자가 눈물을 글썽이자 소년이 고개를 돌렸다. 아줌마가 아니면 아닌 거지 뭐 그런 일에 질질 짜고 난리람. "예술관 대강당으로 가려고 하는데 안내 좀 해줄래?" "거긴 왜?" 갈색 단발머리의 아름다운 여자가 말을 걸자 소년이 뚱한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쥬디가 아닌데 왠지 예전에 쥬디한테처럼 끌려 다니는 묘한 느 낌... "오호호호홋! 우리 아들도 이 학교 다니는데 혹시나 거기에 있지 않을까 하고. 이렇게 큰 행사면 있지 않을까?" "아줌마 맞잖아!!!" 아까 눈물도 다 연기지!!! 그리고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있다면서 꽃다 운 뭐? "이름이 뭐니?" 그녀가 분해하는 소년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며 잔잔하게 물었다. "...강제경." 그러나 어째서인지 다시 순순히 대답을 하게 되는 소년이었다. 평소에 가득 세우고 다니는 가시가 그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뭐? 강제경?? 그럼 국제주니어피아노콩쿨 1위, 한국청소년음악콩쿨 심 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그 천재 소년?! .........음 그래? 실망이다." "뭐...뭐가!!" "풍부한 음색 뿐 아니라 직접 작곡한 곡으로 완벽한 연주를 보여준 음악 계의 샛별이라 해서 잔뜩 기대했더니... 망나니는 아니어도 적어도 망나니 사촌 쯤은 되어 보이는 네가 작곡은 커녕...피아노나 제대로 알기는 아 니? 호호..우수워." 발끈. "들어보지도 않고 내 음악 모욕하지 마." "그럼 연주해." 제경이 무섭게 눈을 빛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하자 그녀의 냉랭한 음성이 바로 날아왔다. 조금 전의 덜렁대는 소녀같은 이미지가 사라지고 날카로 운 분위기가 그녀를 감쌌다. 오늘 연주 발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 왜? "들려줘봐." 생긋 웃으며 그녀가 부드럽게 말했다. 날카로운 분위기가 가시자 다시 겹쳐지는 쥬디의 모습... 제경의 눈과 그녀의 눈이 맞부딪혔다. 의지가 강한 사람의 눈.. "....좋아." 제기랄...넘어갔다. ...계속 (제가 지금 어디 나갔다 와야 되서 여기서 끊어 올립니다. 집에 와서 다 음회 또 올릴께요. 그럼 연참이 되려나. 안되려나? 왜냐면 내가 11시 부 근에 들어올 것 같거든요.^^;;; 12시 안넘으면 연참이고 넘으면 연참 아 니니까. 근데 제후 엄마가 나왔네요.^^ 그리고 '강제경'이란 캐릭이 맘에 들어서 이놈의 과거 이야기, 그러니까 성전특고에 스카웃되기 전의 생활을 외전 으로 쓸려 합니다. 이번에 비극버전(?)으로... ^0^;;;) -------------------------------------------------------------------------- ---- 제 목 : [뉴 라이프]33회 -클래스B의 천재(7)- << 뉴 라이프 (New Life) >> -33- [부제: 클래스B의 천재(7)] "저기 있다!!" 그때 멀리서 학교 관계자들과 선생님들이 제경을 발견하고 그들 쪽으로 달려왔다. 붉어진 얼굴에 당황한 표정, 안도가 뒤범벅이 된 선생들... 거 친 숨소리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보아하니 꽤 오랫동안 찾아다닌 모양 이다. "강제경!! 오늘이 얼마나 중요한 날이지 알아!! 너 또 이런데서.... 어 엇?" 제경이 담임의 지겨운 잔소리를 들을 준비를 하자 오히려 선생의 시선이 제경에게서 벗어나는 것이 보였다. 이상야릇한 표정을 짓던 담임, 뭔가 실마리를 찾은 듯 갑자기 작은 탄성과 함께 밝은 얼굴로 누군가에게 인사 를 했다. 인사를 받는 주인공은 누구...? 제경은 존경과 감격이 어린 담임 의 시선을 따라가다 그 시선이 그와 함께 있던 웃기는 아줌마에게서 멈추 는 것을 보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아! 저 혹시...피아니스트 장혜영씨 아니십니까?" '뭐?' 제경의 눈이 놀라서 크게 떠졌다. "어떻게 이곳에... 언제 귀국하셨습니까? 연락이라도 주시고 오셨으면 모시러 갔을 텐데요." "아니예요. 개인적인 일도 있고...오늘 기대가 되는 학생 발표회가 있다 고 해서 구경삼아 왔어요." 제경은 담임과 아줌마를 번갈아 보며 밀려오는 온갖 감정의 기류에 떠밀 려 다녔다. 더 이상 예전부터 팬이었다느니 만나서 영광이라느니 호들갑 을 떠는 담임의 모습도, 어울리지 않게 갑자기 우아하고 고상한 부인 흉 내를 내는 혜영의 모습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장혜영이....저 황당한 아줌마라고?' 장혜영.. 영 아티스트 콩쿠르, 쇼팽 콩쿠르, 줄리어드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메노 그 국제 콩쿠르 등 수많은 국제 콩쿨에서 입상, 세계 최고의 차이코프스 키 콩쿨에서 우승하여 일약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발돋움한 여성. 세계 3대 피아니스트로 선정되어 카네기 홀에서 특별 연주회를 가지기도 했던 명예로운 한국인. 그런데 제경의 눈으로 본 그녀는 각종 미디어 매체로 봤던 장혜영과는 영 딴판이었다. 게다가 상상했던 이미지와 성격도 전혀 달랐다. 화려한 붉은 장미같은 음악계의 퍼스트 레이디 장혜영과 철없는 푼수 아 줌마의 이 엄청난 괴리감이라니... 화장기술의 진보일까? 그렇다면 여자들의 화장술에 '기술(테크놀로지 -technology)'의 칭호를 내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신들 꿈 많은 청소년의 동경을 이렇게 무자비하게 망가뜨려도 되는가. "그리고 제경군이 안내해 준다고 해서....호호호, 그렇지?" 무르면 안될까요? ?? 혜영이 제경이의 목을 팔로 감고 친한 척하며 웃자 오한이 드는 제경이 었다. 쥬디같은 여자가 또 있다니... 음, 이건 인간적으로 너무 심한 욕이 다. "아줌마. 당신같이 대단한 사람이 날 어떻게 알지?" 제경이 혜영과 담임에게 잡혀 전공 연구 발표가 열리고 있는 대강당으로 끌려가면서 궁금했던 점을 물어보았다. 최근 그녀가 국내에 들어왔었다는 소린 들어본 적 없었다. 그리고 인재들은 세계에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널 렸을 것이다. "어머머? 당연하잖아? 내 밥그릇 뺏어갈지도 모르는 무서운 신인인 데..." 밥그릇...;; "어머? 강제경, 왜? 내 얼굴이 그렇게 이뻐?" 제경이 어이없어 뚫어지게 쳐다보자 혜영이 수줍다는 포즈로 웃었다. ...포즈만 수줍었다. ?? "여자들 화장술은 역시 변장술이야. 쳇!" 드디어 어느 위치에서 관계자들과 담임선생의 발걸음이 멈췄고, 단아한 흰색의 문 앞에서 자랑스러움이 담긴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가 예술관 대강당입니다." 그리고 곧 그들의 눈앞에 거대한 콘서트 홀이 펼쳐졌다. 십수미터 높이까지 시원하게 트인 높은 천정과 드넓은 공간.. 중세 유럽 의 궁전을 연상시키는 화려한 조각과 장식으로 치장되어 탄성이 절로 나 왔다. 또한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넓은 홀의 한쪽 벽면이 모두 특수 유리 로 이루어져 햇살을 조명처럼 활용해 신비(神秘)를 만드는 공간 효과였 다. 그리고 반짝이는 천연 조명 아래 아름답게 빛나는 최상급의 스타인웨이 (Steinway&Sons) 피아노... "제경이는 바로 다음 순서로 들어갈 테니 준비하고. 장혜영씨는 이쪽 특 별위원석으로 오십시오." ".........." 제경은 한숨을 쉬고 무대 쪽으로 향했다. 웅성거리는 저 많은 사람들... 하지만...나의 음악, 나의 피아노란 뭘까? 몇 년간 잊고 살아온 말. 이곳 성전특고에서는, 아니 한국에서는 언제나 '정확한', '훌륭한', '최고'를 요구할 뿐이다. "잠깐만 제경아!" ".........??" 오자마자 자신의 차례를 알리는 진행위원의 손짓에 걸음을 옮기던 제경 이 혜영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머리..." 혜영이 손에 긴 줄리본을 흔들며 웃고 있었다. "그건 리본이잖아.??;;" "그럼 꽃핀으로 해줄까?" "아니!! 나 리본 무지 좋아해!!! @.@;;" 앗! 어쩐지 또 혜영에게 끌려간 느낌이 강한 제경..;; 그러나 투덜거리면 서도 어깨에 늘어진 긴 머리칼을 혜영에게 맡기며 미소지었다. 지난 3년 동안보다 오늘 하루 더 많이 웃어본 것 같았다. '쥬디...' "됐다! 아~이쁘다." 무대 위에 도전을 기다리듯 버티고 있는 피아노를 노려보는 제경의 등을 치며 혜영이 소녀처럼 손을 흔들었다. "잘해, 강제경. 화팅!!" '약속대로 너의 피아노를 들려줘봐.' 제경이 혜영의 흔들림 없는 눈을 무표정하게 한 번 쳐다보고 무대로 걸 어나갔다. 수많은 학생들과 음악계 관계자들의 숨소리만 울리는 듯한 콘 서트 홀. 피아노 앞에 앉으며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최상급 스타인웨이... 어설 픈 솜씨로는 제대로 된 연주도 하기 힘들 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8번 C단조 op.13' 마침내 제경이 눈을 빛내며 집중하기 위해 마주 대고 있던 손가락들을 건반 위로 상쾌하게 떨어뜨렸다. '비창(Patheqe)' 홀 안에 맑은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자 관중과 특별위원석에 앉아있 던 한국 음악 관계자들에게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그것이 이루는 일대 반향.. "베토벤이군요. 제8번 op.13 1악장..." "놀랍습니다. 어떻게 저 나이에 저렇게 정확하고 정교한 터치를 할 수 있는지..." "아~ 한치의 오차나 실수도 없어요. ...정말 대단해요. 오늘 천재의 명성을 그대로 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혜영은 아무 감흥없이 점점 싸늘한 표정으로 날카롭게 무대를 노 려볼 뿐이었다. '실수다. 틀렸어! 이건 내 피아노가 아냐!!' 제경은 마음이 급해졌다. 다시 '최고'라는 늪에 빠져 자신의 피아노를 놓쳐 버렸다. 심사위원들이 좋아하는 천재의 피아노를 다시 재현하고 있 는 자신을 깨달았다. 오늘만큼은 나만의 피아노를 치고 싶었는데...치고 싶었는데!!! '이게 아니잖아!!!' 제경이 자기 혐오에 눈을 질끔 감았다. 그때, 어디선가 갑자기 강한 돌풍이 예술관 강당을 덮쳐왔다. -파아앙!!!- -촤촤촤촤촹!!!!- "꺄아아악!!!" 수미터 높이의 아름답고 웅장한 대강당의 유리 벽면이 어디선가 나타난 돌풍에 산산조각 부서져서 날렸다. ...계속 (이 부분이 내용상 어딘지 잘 아시죠? ^^ 제가 피아노를 좋아해서 이런 내용 써보고 싶었어요. 지루했나요? 어차 피 뉴 라이프는 옴니버스 스타일로 전개될 것 같아서 이번 파트는 피아노 를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판타지에서 음악을 소재로 쓴 거 없었을 것 같 아서...^^ 주로 검술이나 마법, 아니면 싸움이 많았던 거 같으니까. 어째 든 또 주인공이 나와야지. 지루한가봐.?? 참! 그리고 어제 새벽에 올리고 자려 하다가 잘 안다듬어져서 때려쳤었 어요.??; 기다리신 분들 계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틀만 잡힌 글을 올릴 순 없잖아요.^^;;; 어제 3시 30분까지 졸면서 하다가 지금 막 다시 잡았답니다. 요즘은 어째 잘 안되네... 외전이나 쓸까? 비극 써보고 싶어 졌어요. 쥬디 죽이러 가야지.^0^;;; 헉!!) -------------------------------------------------------------------------- ---- 제 목 : [뉴 라이프]34회 -신의 능력(1)- << 뉴 라이프 (New Life) >> -34- [부제: 신의 능력(1)] "아!" -푸드드득!!!- 파란 하늘거울을 깨뜨리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지자 숲의 산새들이 놀라 일제히 퍼드득 날아올랐다. 갑작스럽게 생성된 불안정한 대기가 조약돌이 떨어진 연못의 물결 파문처럼 예술관 주변을 휩쓸고 사라졌다. 그리고 조 금 전의 엄청난 강풍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잠잠해진 대기... "예지야! 괜찮아?" 동민이 충격파 같이 갑작스럽게 밀려든 강풍에 놀라 쓰러진 예지에게 다 가왔다. "지금 그게....뭐였지?" "글쎄.....모르겠어. 마치 뭔가가 폭발한 듯한 충격이었는데..." 예지가 불안한 마음으로 예술관이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방 금 전에 뭔가가 깨지는 듯한 엄청난 소리와 충격파가 쏟아진 방향... 예술 관에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제발 그 바보가 아니어야 할 텐데..." 예지는 왠지 강렬하게 민제후의 얼굴이 떠오르자 손톰을 물어 뜯으며 중 얼거렸다. 한예지의 호수같이 맑은 아름다운 눈동자에 그늘이 어렸다. 왜 그 바보 얼굴이 떠올랐는지 모르겠지만 거의 확신처럼 다가오는 그것... 여자의 육감이다. "너무 기대하지 마." 그러나 제후와 연관된 사건이 벌어졌다고 확신하는 듯한 담담한 목소리 의 신동민.. 예지와 동민이 한동안 침묵 속에 잠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 다가 예술관 쪽으로 뛰어갔다. "허허...이 일을 어쩌누." 제후가 세진과 함께 예술관으로 내려와 왕창 박살이 난 대강당을 바라보 며 식은땀을 흘렸다. 원래 아름다운 유리벽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들여다 보는 대강당은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었다. <<안내방송드립니다. 오늘 클래스B의 연구발표회는 갑작스런 재해로 인 해 연기되었습니다. 객석에 계신 여러분들께서는 안전을 위해 서쪽 비상 구를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질서를 지켜 주십시오....>> 웅성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 참관인들이 빠져나간 콘서트홀 바닥에는 산산조각나서 어지럽게 널려진 반짝이는 유리조각들이 보였다. 이런 엄청난 일을 내가 했다고오?? 말도 안돼!! 공기를 좀 진동시키는 거랑 폭풍을 일으키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구. 내가 무슨 히맨이나 우주 여왕 쉬라도 아니고... 누가 믿겠어. 나도 안믿기는데. 그럼~! 고로...완.전.범.죄.다!! +.+ 아무도 몰라. 며느리도 몰라. 그나저나 유리가 사람들 앞에서 깨졌는데 다친 사람은 없었나 모르겄네. 제후가 부서져내려 참담한 몰골을 내보이는 유리벽을 높이 올려다 보며 넋을 놓고 있자 옆에서 유세진의 맑은 미성이 들려왔다. "다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뭐?" 제후가 돌아보자 세진이 유리조각을 발로 밀치며 대충 관객이 빠져나간 홀로 들어섰다. "특수 유리죠. 빛의 투과성, 반사도, 그리고 또 무엇보다 강도가 뛰어납 니다. 왠만한 충격에는 깨지지 않죠. 그리고 만약 깨지더라도 일반 유리 처럼 위험하지 않습니다. .....이곳엔 싸구려는 없습니다." 여기 독심술하는 인간이 또 있었군.??;; "여기는 '성전(聖殿)'이니까요." 세진이 홀 무대를 향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너 잘났다. 안다. ??;; 하지만 비싼거라면서 바람 좀 부딪혔다고 이렇게 맥없이 부서져 내리 냐? 이봐, 유세진. 독심술 하니까 이번에도 대답해 보라구. 허허..말도안 되지말도안되고말고당연지사소도안돼... (무슨 소리야?) "제후군, 설명이 부족했나 보죠?" 세진이 주변을 정리하는 사람들로 분주한 홀안에서 제후를 뒤돌아보며 생긋 웃었다. 이놈, 진짜 독심술을 하는 지도... "제가 그랬지 않습니까. '균형'을 깨뜨릴 뻔한....'것'이었다구요. 음, 이 렇게 설명하면 좀 쉽게 이해가 될 지 모르겠습니다만... 비슷한 것을 예로 들자면 유리잔이 높은 소리에 깨지는 것을 영화 등에서 본 적이 있을 겁 니다." 그래. 집구석에서 할 일 없어 시체놀이를 할 때, 내 유일한 동무가 바로 테레비로다.??당근 못봤을리가 없다. 그 장면을 보며 얼마나 뿌듯했던 가. 아~ 우리나라 특수효과 기술이 이렇게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구나 하 며. 실제로는 그런 일은 있을 수가 없... "이론적으로 가능합니다.^^" "에?" "소리가 발생하는 이유는 물체가 진동하기 때문입니다. 이 진동이 공기 를 따라 전달하여 우리의 귀에 들리는 것이죠. 물체마다 서로 다른 소리 를 낼 수 있는 것은 물체의 진동이 크기, 모양, 재질에 따라 다르기 때문 입니다. 각 물체마다 갖고 있는 진동을 고유 진동수라고 하죠. 물체의 외부에서 주기적인 힘을 가하면 물체는 주어진 힘과 같은 주기를 갖고 진동합니다. 이때 외부의 힘이 물체가 갖고 있는 고유 진동수와 같 으면 물체의 진폭은 더욱 커지게 되고... 만약 외부의 힘을 가해서 물체가 진동하며 소리를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고유 진동수와 외부의 힘이 같으 면 음이 증폭되어 더욱 큰 소리가 나게 됩니다." 세진이 콘서트홀 무대 위로 올라가며 말했다. 가면같은 미소의 작은 소 년이 다가가는 무대 위에는 아직 아스라히 은은한 조명을 받고 있는 멋 진 그랜드 피아노가 남아 있었다. 세진이 보석처럼 빛나는 하얀 건반을 누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유리잔이 깨지는 현상과 그 진동이 열쇠입니다. 유리잔이 갖고 있는 고 유 진동수와 같은 소리를 낼 수만 있으면 유리잔은 큰 진폭의 진동이 형 성돼 유리잔을 깨뜨릴 수 있죠. 또한 마찬가지로 건물이나 다리가 주변의 바람과 공명을 일으킨다면 진 동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기도 합니다. 실제로 60여년 전 미국의 워싱톤 주의 타코마협교는 세워진지 4개월 후에 가벼운 돌풍에 의해서 무너졌습 니다. 그 가벼운 바람이 다리의 진동수와 공명하면서 진폭이 점점 커져 끝내 무너지게 된 것이죠." -딩~- 때깔나게 멋있는 피아노에서 머리를 울리는 맑은 소리가 흘러 나왔다. "이번 돌풍도 드물게 그런 현상과 비슷했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자! 그럼 이것으로 유세진의 과학 이야기 시간을 마치죠. 친구들도 모였는 데..." 세진이 고개를 들고 방긋방긋 웃었다. 그래. 너 오늘은 어울리지 않게 말이 너무 많았다. 그런데 누가 왔다 는..? 그때... "야!! 민제후!!!!" 귓가를 울리는 맑고 고운 소리~. 영창 피아노~! 아! 예지야 안녕?^^ 오늘도 변함없이 눈에서 튀는 불똥이 예쁘구나. 그 런데 새로 생긴 좋은 미장원이라도 발견했니? 오늘따라 바람없이 날리는 머리 모양이 끝내준다 얘. 오홍홍홍... 에구구...??;; "세상에...이런...엄청난..." 제후가 갑작스런 친구들의 등장에 어쩔 줄 모르고 패닉 상태에 빠져 있 는 사이 한예지와 신동민은 엉망이 된 대강당 홀로 들어섰다. 어이없어 하는 반장과 휘파람을 불며 구경하는 동민... "이.거. 네 짓이지!" "아...서...설마요!!" 한예지의 날카로운 눈빛에 식은 땀이 삐질삐질 흘렀지만 제후가 말도 안 된다는 얼굴로 손을 흔들며 웃었다. 우선 시침미부터 떼야지!! 난 정말 몰라. 난 아무것도 몰라. 기억도 없다 구.;; 산신령신도 이런 부작용에 대해서 일언반구도 없었고...그 신할아범 도 몰랐을 거라구. 그러니 맨손으로 이런 일을 사람이 했다고 믿을 사람 이 누가 있겠어. 그럼 아무도 없다구. 아하하하.. "내가 괴물인 줄 알어?^^" "어." 그러나 예지와 동민이 망설임 없이 동시에 대답했다. ...여기 있었다. 이런!! 우이C!! "널 보면 왠지 보통 사람은 불가능할 것 같은 사고를 칠 것 같다는 강렬 한 믿음이 생기거든. 이번 일은 폭탄을 설치했을지도 모르지. 아님, CIA 에서 원조를 얻어 이 일을 벌였거나 아랍권 테러리스트들과 손을 잡았을 수도..." 야 야... ??;;; "말이 그렇다는 얘기야." 미심쩍은 눈들. "아하하하^^;;; .....이야아~!! 여기 피아노 진짜 멋있네~!!! 내가 한 곡 쳐줄까 얘들아?" "얼버무리기는...구제불능 바--보--" 또 다시 날아오는 한예지의 비수 3연발. 난.....정말 여자가 싫다. ?? "야 너희들, 거기서 뭐하는 거야!" 그때, 어디선가 날아온 목소리.. 소리가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꿰뚫어 죽였을 것 같은 싸늘한 음성에 아 이들이 고개를 돌렸다. 무대 출입구 쪽에서 조명을 등지고 서있는, 뒷머 리를 묶은 묘한 분위기의 남자아이가 보였다. 앞머리가 눈을 가리고 있었 지만 머리칼 사이로 언뜻언뜻 비추는 눈이 차갑게 빛났다. "...떨어져. 네들이 함부로 만질 물건이 아냐." 어? ...아! 이 피아노?! 쿡! 그런데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제경아, 잠깐... 응? 무슨 일이니?" 제후와 제경이 서로를 싸늘하게 쳐다볼 때, 제경의 뒤에서 갈색 단발머 리의 아름다운 여자가 나타났다. 평균보다 약간 큰 키, 찰랑이는 단정한 머리, 캐쥬얼하지만 고급스런 옷차림, 그리고 무엇보다 깊이가 있는 강렬 한 눈동자.. 제후와 여인의 눈이 허공에서 맞부딪혔다. 묘하게 닮은 두 사람의 얼굴. 부딪히는 눈빛이 불꽃을 일으켰다. 여려보이는 외모와는 다르게 강렬한 열정이 담긴 여인의 눈과 '삶'이라 는 것에 포함된 모든 감정에 대한 의지가 누구보다도 강한, 소년 민제후 의 눈.. 이 여자...보통 사람은 아니야. 한동안의 긴장 속에서 서로를 응시하던 두 사람 중, 여인이 먼저 암묵적 인 기대 속에 입을 열었다. "꺄아~. 미소년이네!!^^*" 미소년... ??;;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후는 그 한순간에 긴장이 풀렸다. 누군진 모르지만 푸근한 느낌.. 네. 미소년(米少年)이라고 불러주세요. 제가 밥을 좀 많이 먹어요. 하하하.....^^ ...계속 (이게 진정 모자 상봉일까? ??;; 오늘도 '나중에 수정보자.아하하;;' 란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바보 허접 작가였다. 으엥~ 짱돌만은 제발...?? 그리고 이론적으로 이상한 점이 있어도 넘어가 주시길...^^;; 최선을 다하 지만 전 과학자는 아니랍니다. 다만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이야기를 꾸미 는 글쟁이일 뿐이지요.^0^;;;; 여러 가지 공식을 내세워 헛점을 물리학적 으로 따지신다면.....할 말 없습니다.??그냥 이야기를 재미있게 즐겨 주 시길...^^*) -------------------------------------------------------------------------- ---- 제 목 : [뉴 라이프]35회 -신의 능력(2)- << 뉴 라이프 (New Life) >> -35- [부제: 신의 능력(2)] "어머! 이 뽀샤시한 피부 좀 봐. 게다가 이 반짝반짝한 머리카락하며... 너무 예쁘다~!!!^^*" 인생의 황혼기를 바라보는 내 나이에는 귀엽다, 예쁘다 란 말은 실례랍 니다, 부인... 이.라.고. 점잖게 말하고 싶지만, 이미 벌써 혜영에게 잡혀 서 목이 졸릴 정도로 끌어안겨져 이런 멋진 대사를 구사할 기회를 잃어버 린 제후였다. "저...저기 이것 좀 놓고...^^;;" "남자답게 키도 이렇게 크고, 팔다리도 길고...너무너무 좋아!!!" "꾸--엑!!!" 제후는 피아노 의자에 앉은 채로 서 있는 혜영에게 머리를 잡혀 또 다시 갑작스레 그녀의 가슴에 꽉 끌어안겨졌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부비부비 공격...;;; 쿠엑! 무슨 여자가 이렇게 손힘이 세담? 도무지 빠져나올 수가 없다. 누 가 여자를 연약하다 했단 말인가. 여지껏 내가 본 여자들은 다들 하나같 이 곰도 때려잡을 것만 같은데... 예쁘고 연약한 여자들이 더 많다고? 지 금껏 뭘 봤는가. ......예쁠수록 더하다.?? 난 정말 여자가 싫다. "잘 컸구나, 우리 제후." '어?' 그렇게 제후가 속으로 눈물을 삼킬 때, 귓가에 나직히 들린 여인의 목소 리.. 내 이름을......알고 있다? 당신 누구지? 그때를 같이해서 날아드는 귓가를 찢는듯한 괴성.. "떨.어.져!!!" 정신이 번쩍 들어 고개를 들어 보니 한예지와 강제경이 제후를 무시무시 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허허 참... 어이 이봐들. 나 목졸린 것 좀 봐봐. 나두 피해자란 말야! "쥬디...아니, 아줌마! 그 바보 녀석이 어디가 좋아!!" "민제후!! 그 벌어진 입 다물어!!" 또 다시 동시에 외친 제경과 예지. 잘 살펴보니 어딘가 닮은 점이 많은 둘이다. 냉랭한 듯 하면서도 불같기도 한 것이... 그런데 잠시 후 예지가 또 뭔가 기분이 나빠진 듯, 조용히 팔짱을 끼고 제경을 돌아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너 지금 저 바보한테 바보라고 했니? 제경이라고 그랬지? 너 다시는 저 바보한테 바보라고 부르지 마. 물론 저 바보가 의욕만 앞선 주제에 수 업시간에 잠만 자고 먹기도 무지 많이 먹는 단순무식에 취향도 꼭 중년 아저씨 같은 이상한 바보놈이지만..." ...예지마녀, 네가 제일 미워.??++ "저 바보한테 바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나, 한예지 뿐이야!" 김희선보다 예쁜 저런 얼굴의 소녀에게서 얼음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눈초리를 받으면 말이라도 더듬겠건만...제경은 태연하게 입끝을 말아올릴 뿐이었다. "...한예지? 아하~ 이제 보니 그 유명한 특급클래스 아이스퀸이시군. 그 럼 내 이름을 기억해 주셔서 영광이라고 절이라도 해야 하나? 한예지 근 위대에 끌려가긴 싫으니." "미천한 것들에겐 절 안받..." "생각도 없었어." 그 날카로운 한예지의 말을 멋있게 자른 무사태평한 제경의 목소리라 니... 용호상박(龍虎相搏)!!!! 제경과 예지, 그 두명의 학생 뒤로 천둥 번개가 치는 배경이 보이는 듯 하다. "요즘 클래스S에 신비의 다크호스가 나타났다는 소문은 들었었는데...설 마 저 녀석이야? 쿡쿡쿡!! 역시 특급 클래스의 명성은 다 옛말이군. 물이 많이 흐려졌다니까." "뭐..뭐라구!!" 호스를 찾으려면 화장실 청소 도구함으로 가야지. 난 호스 따위가 아니 다. 더구나 까만호스는 아니야.;;; 어쨌든 이제 둘 사이에 끼어들 수가 없 을 것 같은.... 얘들아? 싸움은 나쁜 거란다. "그럼 뭐야? 제대로 만질 줄도 모르면서 왜 함부로 피아노를 건드려 건 드리길. 저게 어떤 건 줄 알아? 최상급 스타인웨이야. 저건 너희같은 애 들이 장난치며 노는 단순한 피아노 따위가 아니야. 차원이 달라!!" "무시하지 마! 우린 특급 클래스야." 처음엔 제후와 혜영으로 인해 시작된 시비가 이제 각자의 '명예'와 '자 존심'으로 번지고 있었다. 제경이 피식피식 비웃으며 결국 예지의 속을 긁어버렸다. "특급 클래스란 것도 옛말이던데? 아아~ 자존심 때문에 못하는 걸 할 줄 안다고 했다면 지금 말해. 내 넓은 아량으로 한 번 용서해 주지." "왜 만질 줄도 몰라!! 야, 민제후!!!" "어엇? 어." 덴장!! 제발 네들 자존심 싸움에 나 끼워 넣지 마라. 나 할 일 많은 사람 이야. "너 분명히 피아노 만질 수 있다고 했지." "어?" "있어 없어!!!!" "있어!" 무...무섭다, 예지마녀. 눈에서 진짜로 파란 불꽃이...헉...@.@;; 그런데...있나?....있을걸?....있을 거야....아마도....칠 줄은 몰라도....아마 도 만질 줄은. 말 그대로 만질 줄은 안다. 이렇게, 슥-슥-.....^^;; 그러나 그녀의 박력에 밀려 거짓 토설을 한 줄 모르는 예지는 간만에 득 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만질 줄도 몰라? 호호호호!!! 모르긴 왜 몰라. 멋있는 피아노라 연주하 려고 손댔던 것 뿐이야. 이렇게 훌륭한 피아노를 보고 쳐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 "그래? 그럼 나랑 한 번 붙어보는 건 어때?" "뭐?" 강제경, 회심의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그때... "어머!! 재미있겠다. 그럼 정식으로 해야지.^^*" "네?" 아이들이 호들갑스럽게 들떠서 소리치는 혜영을 일제히 동시에 쳐다봤 다. 저 아줌마가 뭘 어쩔려는 거야?!!! 흥정은 말리고 싸움은 붙이라고...아 니, 흥정이 붙고 싸움을 잘하라는 거 였던가? 아, 어쨌든!! 아주메는 좀 가만 계시구랴. 제후와 동민, 예지, 제경, 그리고 존재감 조차 없이 느껴지지만 유세진까 지 의아한 표정으로 혜영을 쳐다보고 있자 그때 무대 뒷문이 열리면서 익 숙한 모습의 학원 관계자가 나타났다. "아! 장혜영씨, 여기 계셨군요. 이제 곧 날도 저물테고, 이곳은 위험할지 도 모르니 그만 나가시죠. 학생들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나 혜영은 오히려 환히 웃으며 그 관계자를 불렀다. "아, 마침 잘 오셨네요. 직함이 어떻게 되시죠?" "네? 아, 각종 행사 유치 및 관리 운영을 맡고 있습니다." "좋아요. 그럼 앞으로 2주 뒤에 대강당 수리가 끝나는대로 피아노 전공 연구발표회를 다시 개최합니다." "네? 그렇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곤란하고...게다가 그건 제가 결정할 권한이 없는 사항..." 관계자가 장혜영의 어이없는 요구에 당황하며 얼버무리려 하자 한쪽에서 무심한 듯한 맑은 미성이 들려왔다. "그러나 성전(聖殿)재단 이사님의 자격이라면 추진하실 수 있으시겠죠." "유세진?"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니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손을 흔드는 세진이 보였 다. 그냥 보기엔 공부 잘하는 착실한 소년 같은데 세진은 가끔씩 음험한 놈이 아닐까 사람 헷갈리게 한다. 혜영이 조금은 놀랐다는 얼굴로 웃으면서 말했다. "맞아요. 전 지금 그 권한을 사용하려 합니다. ...똑똑한 학생이네. 어떻 게 알았지?" "한국은 줄을 잘 서야 성공하는 사회입니다. 줄이란 곧 정보죠." "그래? 그렇지만 가끔은 너무 복잡하지 않게, 단순하게 보기도 해봐요. 그렇지 않으면 자기 함정에 자기가 빠질 수도 있지." "훗! 그런가요?" 세진이 생긋 웃으며 말을 넘겼다. 그러자 곧 당황해하는 학원 관계자의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저...하지만 보수 공사는 아무리 빨라도 한달은 걸릴 것 같은데.." "그건 걱정하지 마시고 성전건설 관계자를 저에게 연결시켜주세요. 2주 에 끝냅시다. 회장님께서도......흔쾌히 허락해 주실 걸로 믿습니다." 혜영이 말을 잠시 멈출 때 제후를 웃으며 쳐다봤다. 뭐야, 저 웃음의 의미는? 기분 묘하게 어디서 본듯한 얼굴로 말이야. ....앗! 잠깐!! '장혜영'이라면... "그리고 여기 학생, 민제후군도 참가할 겁니다." 엑? 뭐요?!!!! "곤란합니다. 규정상 참가자격이 예능계열인 클래스B에서 전공연구 1년 이상을 교육받아야..." "제가 보증을 서죠." 다들 놀란 얼굴...경악의 표정... "성전특고 재단 이사의 자격과 피아니스트 장혜영의 자격으로 이 학생의 보증을 서겠습니다."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장혜영씨의 얼굴이 달라졌다. 그녀의 정 렬이 가득 담긴 눈동자가 더욱 깊어진 것만 같았다. "그리고 특별위원으로는 제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줄리어드와 버클 리 음대의 교수님들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 연주자분들을 특별초청 하겠습니다. 출전곡은 자유!! 기존의 클래식도 좋고, 직접 작곡한 곡이나 편곡도 좋습니다. 규정은 없습니다." "앗! 하지만.." "알아요. 그러나 더 이상 세계는 딱딱한 기존의 틀에 짜여진 인재를 원 하지 않아요." 아이들을 돌아보며 말하는 그녀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진지함 그 자체.. "규정은 없습니다. 자신의 기량을 최고로 보여주시면 되겠습니다. 한 사 람의 음악인으로서 두 학생의 대결을 진심으로 기대하겠습니다." ...계속 (오늘 안좋은 일만 있었다. 그래서 글 쓰기 싫었다. 그런데 어떤 독자와 의 약속 때문에 간신히 한편 써내렸다.??;;; 늣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큰일이네요. 세계적인 음악가들 앞에서 주인공이 뭘 칠 수 있을지...아마도 제후 엄마는 주인공이 피아노 못치는 거 알면서도 저랬을 거얌!!) -------------------------------------------------------------------------- ---- 제 목 : [뉴 라이프]36회 -신의 능력(3)- << 뉴 라이프 (New Life) >> -36- [부제: 신의 능력(3)] 지금 당신들 멋대로 날 갖고 뭐하는 거요!!! 가만히 있다고 날 가마니로 보지 말란 말이야!! 그러나 결국 제후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세상을 지배하는 건 남자이 나 남자를 지배하는 건 여자로니...어허~통재라~. ?? "아줌마가 정말 성전특고 이사?" 제경이 혜영에게 황당한 얼굴로 묻는 것이 보였다. 그 말에 평소의 분위 기로 돌아온 그녀... "무.늬.만 '이사님'이지! 난 평범한 가정주부라구, 오호호호.." "...특고가 망할 날이 멀지 않았군. ??;" 나도 동감이네.?? '장혜영....' 제후가 혜영과 제경을 진지하게 쳐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제후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민제후'의 것들 뿐이다. '민제후'의 집, '민제후'의 학교, '민 제후'의 친구들....그리고 드디어 나타난 '민제후'의 「어머니」... 이것만큼은 결코 나눌 수 없는 것. 제후는 새로 주어진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자리가 아닌 것 같은 불편함, 그리고 항상 해결하지 못한 듯한 어떤 매듭을 의식하곤 했 었다. 그런데 이젠 갑자기 나타난 원판의 '어머니'라는 존재로 그것이 더 욱 커져만 가는 느낌이다. 잠시 빌린 남의 행복... '으...복잡하군. 이런 건 딱 질색인데...' 제후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시선을 돌리자 그때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유세진과 눈이 마주쳤다. 두터운 뿔테 안 경이 빛을 반사하고 있어 눈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지만 새하얀 얼굴, 가 면같은 미소가 입가에 어려있다. 여유롭게 구경하는 자세.. 저 녀석, 도데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거야? 제후가 씁쓸하게 미소짓자 제경과 혜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강제경, 할 거지? 응? 응?" 혜영이 한쪽 눈을 찡긋이며 말하자 제경이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 맘대로 벌려놓고 해결은 나보고 하라고? 어쩌면 그런 것까지 쥬 디를 닮았나 모르겠군. 쳇!" "쥬디가 누군데?" "<내 마음의 자유>" "..그게 무슨 소리야? ???" 그러나 제경은 혜영의 의아한 표정을 무시하고 피아노 앞에 있는 제후에 게 뚜벅뚜벅 다가갔다. "민제후라고 그랬지? 난 너 별로 맘에 안들어." 흐음...심오한 문제다. 이럴 땐 뭐라고 해야 하나? ....마음에 안들어서 미안해? 그러면 안돼, 자라나는 청소년들끼리 사이좋게 지내자?^^ ....역시 어려운 문제로다. ??; "네 소문은 들었어. 그렇지만 네가 아무리 단번에 특급 클래스로 편입한 녀석이라 할지라도 나와는 차원이 달라. 만약에 이대로 간다면 앞으로 우 리가 같이 서게 되는 무대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이 지켜보는 자리야. 장 난치며 노는 수준이 아닌, 말 그대로 세계적인 수준을 요구한다." 제경이 별 감정변화를 보이지 않고 마치 책을 읽는 것처럼 제후를 똑바 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 말에 예지가 얼굴을 붉히며 뭐라 대꾸하려 했지 만 동민이 예지의 팔을 붙잡았다. "순간적인 자존심 때문이라면 그만두는 게 좋아." 제경이 양손을 주머니에 넣으며 가볍게 말했다. 음...그래. 나도 생각해 봤는데 역시 무리지. 그럼~. 게다가 난 악기라고 는 리코더밖에 할 줄 모르는데... 아! 아니다. 케스터네츠랑 트라이앵글이 랑 탬버린도 조금 다룰 줄 아는구나. 특히 탬버린은 노래방에서 환상의 반주를 맞춰준다. 아하하하...그럼 난 벌써 4가지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것 이군. 이 뿌듯함~! "알아." "....그래. 끝까지 하겠다면야." 제후의 웃는 얼굴을 다르게 해석한 제경. 앞머리칼 사이로 언뜩 강제경 의 눈빛이 번쩍였다. 어? 그게 아닌데... ??;; 제경이 제후를 지나쳐 스타인웨이 피아노에 다가가 살짝 부드럽게 쓸다 가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보이는 새침한 얼굴의 한예지. 도 도하지만 만개한 모란꽃처럼 화사한 아름다운 예지의 모습에 강제경의 눈 이 장난꾸러기처럼 빛났다. "야, 한예지! 내가 2주 뒤에 민제후를 이기면 어떻할래?" "시끄러!! 그리고 아까는 경황이 없어 생각 못했는데 우리가 선배지? 너 왜 반말..." "내가 이기면 나랑 사귀자." "엣?" 갑작스런 제경의 조건에 예지가 어쩔 줄 모르고 얼굴이 새빨개졌다. 아 이들도 당황한 표정이 역력....아니, 정정한다. 동민이만 정상적으로 당황 했다. 장혜영 여사는 '어머?'하며 재미있어 하는 표정, 제후는 '연상의 여인이 유행이라더니...'이라며 중얼중얼, 세진은 보기 드물게도 뭔가 상 당히 거슬리는 일인 양 인상을 팍 찡그리고 있었다. 정말 보기 드문 모 습.. "나...난 연하는 관심없어!!!" "너 귀여워. 잘해 줄게." "관심없다니까!!!" "아하하하!!!" 제경이 예지를 보고 웃다가 피아노를 향해 눈을 감았다. 길고 섬세한 손 가락... 열손가락 하나하나 마주대고 손가락들을 아미에 대고 집중하는 모 습을 보였다. 점차 소년의 주위의 공기가 변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민제후..." 그리고 어느새 가라앉은 분위기로 울리는 나직한 목소리.. "차원이 다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려주지." 들린 듯 안들린 듯 목소리가 울린다 싶을 그때 번쩍 뜬 천재의 눈! 제경의 손가락이 강렬하게 건반위로 떨어져 내렸다. 순식간에 생소하지만 정렬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이 그들을 휘감았다. 천 천히 느슨하게 잡아가던 박동이 경쾌하게 반짝이다가 갑자기 밀려드는 열 정에 떠밀려 공중을 부유했다. 심장이 박동치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듯... 다들 놀람과 감동, 부드러우면서도 정렬적인 곡에 매료되면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것은 마치 공기조차 정지한 느낌... "대단해. 이것이 바로...." '세계적인 수준'...? 모두가 영혼을 울리는 듯한 제경의 연주에 넋을 놓고 있자 그때까지 방 관자로서 멀리 떨어져 지켜보던 유세진이 아이들쪽으로 걸어왔다. "이 곡이 바로 한국청소년음악콩쿨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은 곡입니 다. 직접 작곡한 것이죠. 출전한 다른 아이들과 그 격이 아예 차원을 달 리했기 때문에 1위로 부족했었던, 그래서 심사위원들이 예외적으로 특별 상을 준... 당시 그는 이것으로 음악계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 습니다." "............." 강제경, 천재(天才)라고 불리는 소년. 드디어 가슴을 울리는 클라이막스 부분이 멋지게 울려퍼지며 그의 연주 가 끝났다. 그러나 아직까지 남아있는 그 열기의 영향은 엄청나다. 아직 함부로 움직일 생각을 하는 이가 없다. "...아무래도 강제경은 2주뒤, 이 곡으로 승부를 낼 것 같군요." 세진이 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계속 (원래 이번회 더 긴데 시간 상 짤랐어여.^^;;; 그래서 연참이당!!! 좀만 더 기다리세용~ 준비되는대로 곧...) -------------------------------------------------------------------------- ---- 제 목 : [뉴 라이프]37회 -신의 능력(4)- << 뉴 라이프 (New Life) >> -37- [부제: 신의 능력(4)] "곡명이 뭐야?" "곡명은..." 막 강제경의 연주곡명을 세진이 말하려던 순간, 연주를 마친 제경이 무 대를 내려가다 혜영을 향해 돌아서서 외쳤다. "연구발표회, 아줌마도 오는 거야?" "당연하지. 내가 주최자다." "음...그럼...오늘..좀 전에도 아직....완벽한 내 피아노를 치지 못했어. 그 러니까..." 그 연주가 완벽하지 못했다니...;;; 그러나 제경은 정말로 쑥쓰러운 듯 얼 굴을 조금 붉힌 얼굴로 눈을 부릅뜨고 혜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날은 진짜 나의 '피아노'를 칠 거야. 저런 어리숙한 녀석한테 지지 않을 거니까 아줌마가 꼭 봐줘." 혜영 앞에서는 그 나이만큼의 어린 티가 나는 말투. 그녀는 가만히 의아 한 듯 쳐다보다가 따뜻하게 미소지었다. "그래. 좋아. 대신 그날은 꼭 약속 지켜!" "당근이지!!" 그러나 곧 밖으로 달려 나가려던 제경이 생각났다는 듯이 다시 되돌아섰 다. "아줌마는 쥬디를 많이 닮았어. 그 말을 꼭 하고 싶었어. 그리고 한예지!!" 제경의 눈이 장난끼로 반짝였다. "너, 약속 잊지 마." "반말하지 말랬지!!!" 제경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복도에서 울려오는 웃음소리에 한예지, 파들 파들 떨었다. 정말 만에 하나 잘못하다가는 건방진 나이 어린 후배 녀석 하고 사귀게 될 것 같은 분위기... 강제경, 그 녀석의 너무나 굉장한 연주를 듣고서 불안해진 예지는 제후 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니, 예지는 민제후 그 자체가 너무 불안했다. "너...정말이지?" "뭐가?" 제후가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역시 불안감이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 "너 피아노 칠 줄 안댔잖아." "어, 그거? 당연하쥐!! 보여줄까?" 너무나 당당하게 말하는 민제후.. 제후, 정말 자신이 있는 건지 무신경한지 어떤지 동요를 보이는 다른 사 람들과는 달리 평온하다. 이번엔 믿어도 될까? 어쨌든 제후가 피아노 앞에 다가가 자신있게 앉았다. 눈을 감고 잠시 숨 을 고르는 것 하며, 두 손을 이리저리 꺽으면서 손가락을 풀어주는 것 하 며, 폼만은 뭔가 한가닥 제대로 보여 줄 것 같은 자세. 예지는 이번만은 제후가 제대로 할 것 같다는 기대에 가슴이 부풀었다. 드디어 제후가 멋진 포즈를 잡으며 피아노 건반에 두손을 갔다 댔다. 그리고... -솔솔라라솔솔미~솔솔미미레~~. 솔솔라라솔솔미~솔미레미도~!!!- 매우 빠른 템포로 두손으로 순식간에 쳐내린 곡조...그것은. 제후가 자신있게 들려준 그 곡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한 명곡 중의 명곡, 바로 <학교종이 땡땡땡>.....;;;; 고요해진 분위기... 하지만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민제후, 마지막 마무리로 지긋이 감상에 빠진 듯 감은 눈과 마지막 터치와 함께 힘껏 치켜올리는 손의 연출도 잊 지 않았다. 후후후...복잡한 곡만이 명곡은 아니지. 이 얼마나 훌륭한가. "이...이... ?..." 침묵속에 어딘가에서 이를 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야, 이 멍청아!!!!!!!" -뻐억!!- "아악!!!" 멀리 제후의 머리에 맞고 날아가는 까만색 구두 한짝이 보였다. "오호호호호홋!!!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다니까!!" 그런 모습의 제후와 예지를 바라보던 장혜영 여사의 호쾌한 웃음소리가 대강당을 울렸다. 눈이 틀리지 않았다니...그럼 원판 어머니, 역시 정말로 못하는 거 알면 서 그랬단 말이유? 그리고 그때를 같이해서 다른 한쪽에서는 신동민이 세진에게 날카로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 "다들 네 장단에 발맞추고 있는 거 아냐?" "무슨 말씀이신지..." 옆으로 다가와 조용하게 말하는 동민의 추궁.. 그러나 세진은 짐짓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이 생긋 웃었다. 세진의 그 여유로움에 동민의 눈이 더 날카로워졌다. "다른 애들은 몰라도 난 아직 널 믿지 않아. 이상하게도 네 정중한 말투 가 오히려 사람을 깔아보는 듯한 느낌을 주거든. 내....혼자 느낌일 뿐인 가?" "그러셨습니까?" 이런 말을 듣고도 웃는다? 순간 동민은 2살이나 어린 소년 앞에서 자기 혼자 긴장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어린 것이 영악하다라는 말...그 뜻을 알 것 같다. 동민이 어깨에 힘을 빼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채 벽에 기댔다. "모든 것이 처음부터 유도된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저 단순한 녀석 행 동 패턴을 조금이라도 꿰고 있다면... 넌 뭔가 '사고'를 보고 싶었겠지. 물론 나도 네가 처음부터 장혜영과 강제경이라는 인물까지 계산에 넣었다 고 보진 않아. 그들은 뜻밖의 변수였을 테고..." 세진은 아직도 아무 긴장감 없는 얼굴로 엉뚱한 방향을 쳐다보며 생글생 글 웃고 있다. "하지만 넌 그 변수로 인해 흘러가는 방향이 더 재미있었겠고...그 사건 을 도왔겠지. 그런데 내가 알고 싶은 건 왜 그 타겟이 '민제후'란 녀석에 게 맞춰져 있을까..." "네, 장혜영씨는 뜻밖의 행운의 패였죠! 덕분의 풀리지 않던 퍼즐이 한 꺼번에 풀렸다고나 할까요? 그래서요?" "뭐?" 아무 말없이 끝까지 웃기만 할 것 같은 녀석이 갑자기 동민의 말을 잘랐 다.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죠?" 돌아서는 세진의 얼굴이 보였지만 얼굴을 가린 안경이 이젠 붉게 물드는 저녁놀이 반사되어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에게 드리워진 검고 붉은 실 루엣이 강렬하다. "친구라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친구'라... 누굴 말하는 걸까?" 차갑게 말하는 시선... "자, 심문은 이제 끝내죠. 어설픈 '도둑과 경찰 놀이'가 지겨워졌어요. 증거 불충분입니다." 두손을 피며 생긋 웃는 유세진. 동민은 질렸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내가 못살아 못살아!!!" 그때, 예지의 한탄소리가 들려왔다. 두 손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걸어오는 모습을 보니 이젠 포기했다는 듯한 포즈다. 피아노 앞에는 제후 가 무안한지 머리를 극적이며 맨 아래서부터 88개의 건반 하나하나를 세 듯이 눌러보고 있었다. "난 이제 망했어." "할 말이 없다.^^;;;" "그...그래도 연하라니...난 망했다구." 부서진 창 너머로 붉게 물든 노을이 대강당에 스며들었다. 정말 길고 긴 하루였다. 오늘이 토요일이라 그런지 적막한 교정에 교내 방송에서 흘러 나오는 음 악 소리만이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모두의 마음을 너그럽게 해주는 선율 이다. "러브레터의 'A Winter Story'.... 봄에 듣는 겨울 이야기도 괜찮네." 그리고 멀리서 잔잔하게 들려오던 음악 소리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자 다들 그만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멜로디... "이건......'A Winter Story'잖아?!" 갑자기 매우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심플한 맑은 선율에 모두들 고개를 돌 렸다. 피아노 앞에 앉아있는 한 사람과 서 있는 한 사람이 보였다. 노을 을 등지고 있어 검은 실루엣만 보이는 피아노 앞의 사람은 누구? "장혜영씨?" "아니야!" "그럼..." 예지와 동민이 말도 안된다는 얼굴로 소리쳤다. "설마...민제후?!!!!" 유세진도 이번만큼은 계획이 어긋난 듯, 무서운 얼굴로 중얼거렸다. "Absolute Pitch....절대음감..." ...계속 (여러 편을 붙이면 연결이 잘 안되는 것 같은...??; 란이 바보~! 주로 제 정신이 아닐 때 써서 그런지 역시 전폭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그러나 나중에 나중에!! 왜? 귀찮으니까.^0^ 그리고 유세진이 앞으로 사사건건 제후를 방해할 것 같다. 또 동민이의 여동생도 등장할 것이다. 꼬마 숙녀님이다.^^ 제발 엽기 소녀만은 되지 않길 바라며... 정상적인 인물이 되길....(불가능한 소원을 비는군.켈켈 켈...) 흠, 또 스콜피온과의 매듭도 지어야겠군. ??? -------------------------------------------------------------------------- ---- 제 목 : [뉴 라이프]38회 -신을 부리는 아이(1)- << 뉴 라이프 (New Life) >> -38- [부제: 신을 부리는 아이(1)] 짹짹짹!! 명랑하기 그지없는 산새 소리.. 아침이 밝았다. 동쪽 하늘이 점차 밝아지 더니 푸른 물빛으로 변하고, 기분 좋은 안개가 적당히 가라앉은 숲은 가 슴을 씻어내리는 시원한 새벽 공기로 가득한 이른 아침.. 그 싱그러운 연두빛 초록 속에서 반짝이는 아침 첫 햇살 속에 성전저택 의 고용인들은 너무나 분주하다. 3년만에 귀국한 성전그룹 장문수 명예회 장의 무남독녀 외동딸이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장혜영을 위한 만찬 준 비였다. 마침 오늘이 일요일인지라 가벼운 저녁 만찬이라 하지만 준비할 것이 만만치 않은 것. 모르긴 해도 정·제계의 중요 인사들도 꽤 참석한 다 하니 아마도 어느 정도 규모의 파티가 될 것이다. 김비서가 분주한 아침 풍경을 살피다가 제후를 깨우러 그의 방으로 향했 다. 좀 이른 감이 있었으나 그의 생각엔 오늘같은 날은 아침을 일찍 시작 하는 것이 좋을 듯 싶었다. 앞으로 제후가 성전그룹의 전면에 나서게 되 면 전문 비서가 필요하겠지만 현재로선 그가 학업을 마칠 때까지 김비서 가 제후의 스케줄 관리와 업무 파악을 도와줘야 하기 때문에 챙기는 일이 다. 뭐, 그의 진짜 임무는 제후가 진짜로 회사를 말아먹지 못하게 감시하 는 역할이 더 크긴 하지만...;;; 민제후.. 취임식은 없었으나 이젠 명실공히 성전그룹의 총수인 18살의 소년.. 아마도 그는 최연소 그룹 회장으로 이름을 남길 것이다. 물론 한동안 그 에 대한 모든 것이 공식적으론 비밀에 붙여지더라도... -똑똑- "회장님. 김비섭니다." ...아무 대답이 없다. 아직 안일어나셨나? 하기사 아직 그럴 나이시지... 김비서가 예전의 아침잠이 많던 도련님을 생각하고 다시 노크하며 다시 큰 소리로 외쳤다. "오늘 친구분들하고 약속이 있으시다면서요. 그리고 어머님도 오셨는데 같이 식사하셔야지요." 그래도 대답이 없다. '이상하군.' 웅얼거리는 잠투정이라도 들릴 줄 알았건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무 반응에 김비서가 '실례합니다'라고 말하며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익숙한 거실과 방이 눈에 들어오자 김비서는 거실과 제후의 개인 서재를 지나쳐 침실쪽으로 주저없이 걸음을 옮겼다. "회장...?" 그러나 문을 연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따뜻한 느낌으로 인테리어 된 방안에는 오래전 사람이 나갔다고 말하는 듯 사람의 흔적이나 온기 없이 싸늘했다. '새벽부터 어딜 가신 거지?' 김비서가 서재까지 돌아보고 어느 곳에도 없는 제후의 행방에 의아해 하 며 거실로 나왔다. 물론 사고가 있기 전이지만, 아침잠이 많기도 하고 신 경이 예민해서 밤 늣도록 잠을 잘 이루지 못했던 제후 도련님.. 그래서 항상 늣도록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힘들어 했던 걸 기억하는 김비서 였다. 체질이 그리했던 것을 게으르다고 장회장에게 여러번 혼줄이 나기 도 했었는데... "어?" 그가 거실로 나오면서 활짝 열린 테라스 문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다가갔 다. 바람에 펄럭이는 투명한 커튼 뒤로 저택 뒤 정원과 개인 사유지 숲으 로 연결된 계단이 보였다. 그가 하얀 대리석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계단을 내려가 정원을 지나며 주변을 살폈다. 화려하지 않지만 우아하고 소담하 게 꾸며진 정원의 은은한 꽃향기가 아침을 더욱 싱그럽게 했다. 산책이라도 하고 계신 걸까? "회장님! 어디 계십니까!!"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찢어질 듯한 소리! "삐---이익-!!" 그리고 숲쪽의 나무들이 조금 흔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번쩍이는 금빛 물체 둘이 빛살처럼 쏘아져 나타나 김비서를 덮쳐왔다. -슈아앙!- "흐악!!" "비켜!!!!!" 갑자기 나타난 두 금빛 물체는 바로 민제후와 금응!! 그 둘이 숲을 빠져 나오자 예상치 못하게 마주친 김비서를 향해 다급히 소리쳤지만 이미 멈춰서서 피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 갑작스런 상황에서 김비서는 모두 심하게 다쳐 바닥에 구르는 모습을 떠 올렸다. '부딪힌다.' -팟!- 그런데 그때, 민제후의 모습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싶더니 김비서를 뛰 어 넘어 다음 순간에 그의 뒤에 나타났다. 전속력으로 달리다가 뭔가와 부딪히기 직전, 단 한 번의 도움닫기로 그 장애물을 뛰어 넘다니... 제후는 김비서를 뛰어넘고 바닥을 서너번 데굴데굴 구른 후에야 한쪽 무 릎으로 땅을 짚고 착지했다. 금응도 제후와 거의 동시에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김비서와 충돌하기 직전, 아슬아슬하게 하늘로 급선회하여 치솟아 올랐다. "으....." 세상에... 김비서 그가 비록 눈에 띄는 장신은 아니지만 거의 1미터 80에 가까운 키였다. 그런데... -푸득푸득- 금빛으로 화려하게 빛나는 새끼 매가 날개짓하면 지상 가까이로 내려오 자 제후가 한손으로 이마에 땀에 젖어 늘어진 머리를 쓸어올리며 의미심 장하게 씨익 미소지었다. "닭.둘.기!! 오늘은 내가 이겼다." "삑-!! 삑-!!" 새끼 금응이 금빛 머리의 소년의 통쾌한 웃음 소리에 분하다는 듯이 퍼 득퍼득 거렸다. "회...장님...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계속 (늣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괴로운 사정이... 기다리시는 독자보다 글 등록 못하는 작가가 더 피가 마릅니다. 죄송합니다.^^;;;; 아! 그리고 저번 회와 이야기가 갑자기 바뀐 것 같죠?^^ 오늘 또 이 곳에 서 끊었지만 지난 번 그 장면 이후의 장면은 지난 일을 생각하는 장면으 로 처리해서 다음회에 보여 드릴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진행이 될 겁니다.;;;; '신을 부리는 아이'라는 부제는 앞으로 등장하게 될 '신동희'라는 캐릭터 를 위해서 붙여봤습니다. ...이번회는 또 많이 짧네요. 우... 그럼 다음 회를 위하여 이만...사사샥~ ( --)/ -------------------------------------------------------------------------- ---- 제 목 : [뉴 라이프]39회 -신을 부리는 아이(2)- << 뉴 라이프 (New Life) >> -39- [부제: 신을 부리는 아이(2)] 김비서의 화가 난 듯 떨리는 나직한 목소리에 그제서야 제후가 시선을 돌렸다. "아! 김비서. 여긴 왠 일이야?" "왠.일.이라니요!!!" 지금 누구 덕분에 죽을 뻔 했는데!! 김비서가 미간을 찌푸리며 한마디 한마디를 강조해서 말했다. 예전의 제 후 도련님은 너무 예민하고 마음이 여려서 문제였는데 지금은... 좋게 말 하면 대범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거고, 나쁘게 말하면 둔하고 단순해졌다 고 하겠다. 게다가 얼마 전 약물과다복용으로 죽을 뻔했던 그 사고 이후, 여러곳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민제후라는 소년의 놀라운 능력과 날카 로운 눈은 그를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 지금같은 경우처럼. 물론....그것이 나쁜 변화라고 할 수는 없지만... "...됐습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김비서가 속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옛날 항상 주눅들어 쳐져 있던 무 표정한 민제후의 얼굴과 지금의 활기과다분비인 민제후의 얼굴이 겹쳐지 며 자꾸 비교가 되었다. 제후가 가볍게 차려입은 옷을 대강 털며 말했다. "아침운동." "네?" 운동? 아침에 잘 일어나지도 못하던 소년이 이른 새벽부터 운동이라 니... 그러나 이마에 흘린 땀방울을 보아 정말 꽤 오래전에 일어났던 것 같다. 그런데 어째서 그동안 그가 새벽에 일어나 뛰어 다니는 걸 아무도 몰랐던 걸까? 그 말은 즉, 아침에 일하는 고용인들 어느 누구보다 먼저 일어나 운동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소리?! "김비서도 내 나이 되면 알겠지만 노인네는 새벽잠이 없는 법이라네. 후 후후..." 회장님 나이가 될 리가 없죠. 제 나이는 이미 회장님 나이의 거의 2배 입니다. ??; "새벽에 눈 떠서 둘기 녀석이랑 한바퀴 뛰고 오면 몸이 날아갈 것 처럼 가벼워진다고." 그럼 매일 새벽 그렇게 뛰어다닌단 말입니까!! 김비서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날짐승하고 달리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안돼나?" "안돼죠!!" 김비서가 상식적으로 단호히 안된다고 말하자 닭둘기라고 불리는 금빛 새끼 매가 퍼득퍼득 날아와 제후의 어깨 위로 내려 앉았다. 그리고 제후 와 둘기, 그 둘이 똑같은 표정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그런데 이겼는걸?" "..........." 할 말이 없어진다. "처음엔 완벽하게 지기만 했는데 이제는 간발의 차이이긴 하지만 거의 열의 일곱은 이기지. 흐흐흐흐... 벌칙도 압권이라네." 제후가 오늘의 승리를 만끽함인지 예쓰라고 외치며 주먹을 아래로 힘껏 내리쥐면서 기묘하게 기뻐했다. 힘이 남아도시는군요. ??;; "그런데 허리에 찬 그건 뭡니까?" 김비서가 냉정을 유지하려 애쓰며 한손으로 머리를 누른채 제후의 허리 를 가리켰다. 정말 민제후라는 소년의 허리에 뭔가가 매우 위태롭게 매달 려 있는 것이 보였다. 적당히 곧은 아무 나무가지를 어설프게 대충 다듬 은 것 같은 나무 막대기... 몽둥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나무 막대 가 초라한 노끈에 묶여 달랑달랑 매달려 있다. "아, 이거. 내 검이야. 맨손체조 보다 이걸 들고 휘두르는 게 훨씬 좋다 구. 헤헤~" 웃지 마십쇼!! 헤실헤실 웃으며 말하는 제후의 모습에 김비서가 마음으로 절규했다. 아 무도 거역하지 못했던 태산같은 장문수 회장을 단신으로 맞서고 성전그룹 최고 간부들을 눈빛 한 번, 말 몇 마디로 눌러버렸던 카리스마적인 모습 은 어디다 내버리고 온 것인지... "으...이런... 한실장에게 말해서 회장님께서 쓰실 만한 목검과 상품의 진 검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런 건 말씀만 하시면 되는 겁니다. 아시겠습니 까, 회.장.님?" 제발 자신의 위치를 자각 좀 하시란 말입니다!! 그러나 제후는 속으로야 어떻든 겉으로는 냉정한 얼굴로 꼬박꼬박 회장 님 소리를 하는 김비서가 못마땅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그런데 김비서. 그 회장님 소리는 좀 빼지. 거슬려. 난 그런거 하겠다고 한 적 없어." "직속 상관의 명칭을 함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 완전히 평정을 되찾은 김비서가 흩어진 모습을 바로잡고 다시 빈틈 없는 비서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제후는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김비서는 장회장 사람이지 내 사람이 아니야. 스스로도 너무 잘 알면서 그러는군." ".........." "게다가 난 아직 고등학생이라고. 회장님이라니... 형님 소리보다 더 끔 찍하잖아. 기름끼가 번들거리는 배불뚝이 영감이 된 기분이라니까." 이상한 공식 성립이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말하던 제후가 마지막엔 눈을 반짝이며 김비서 를 똑바로 쳐다봤다. "어쨌든 나한텐 안어울리는 명칭이야." "그럼 다시 도련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못마땅한 표정. "말아먹을 테다." "시도는 좋습니다." "자신감이 대단하군." "실력이죠." 한동안 둘의 시선이 무섭게 얽혔다. "끼룩?" 그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깨뜨린 것은 두 눈 말똥말똥하게 뜨고 고개를 갸웃둥하며 쳐다보던 둘기였다. 배가 고픈지 밥 먹으러 가도 되냐고 얼굴 을 엄청 부비며 아양을 떨었다. 제후가 그 철없는 새끼 매를 한 번 바라 보고 피식 웃었다. "아! 그리고 김비서. 앞으로 이 녀석 피 묻히고 다니면 김비서가 알아서 닦아주도록 해. 도데체가 밥 먹구 와서 잘 닦지도 않고 말야, 은근슬적 내 머리에다 문대요. 아무리 아직 새끼라지만." 그 말을 들으며 김비서는 사람 말을 알아듣는 영물이 설마요 라고 생각 하며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금응의 금빛 깃털로 손을 뻗었다. 그런 빛을 가진 새는 본 적이 없어서 신비로워 보이기도 했고, 제후와 같은 금 빛의 존재로서 처음부터 그 소년과 함께 있었던 듯 보이는 광경을 볼 때 마다 여러 가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금응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손대려 하자 아까같이 애교있던 귀 염성 있던 모습을 버리고 갑자기 맹금으로 변해 날까롭게 비명을 지르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삐야아---악!!!" "으악!!" 매의 날까로운 부리가 금방이라도 김비서의 눈을 후벼팔듯이 달려들 그 때였다. -퍽!!- "야, 임마!! 너 지금 어디라고 성깔을 보이는 거야!!" 김비서는 무섭게 호통치는 제후의 모습에 눈이 크게 치켜떠졌다. 제후가 매몰차게 내려쳤기 때문에 둘기가 바닥으로 어리벙벙한 상태로 떨어져 있 는 것이 보였다. "삐익-" 처량하게 우는 둘기. "날 우습게 본 것이 아니라면 다신 내 주변 사람들에게 그딴 짓거리 하 지 마라!! 알았어!!" "삑-삑-" 새끼 금응이 제후의 호통에 좀전에 달려들던 사나운 맹금이라고 생각되 지 않은 자세로 온순하게 고개를 끄떡이고 있었다. 제후도 제후였다. 아 까까진 같이 장난치고 놀며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내던 사이였건만 약간 건방지다 싶으니 바로 가차없이 체벌과 함께 싸늘한 목소리로 꾸짖는 것 이 아닌가. 김비서는 예전의 제후 도련님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에 대해 잘 파악할 수가 없었다. "참! 그리고 이번에 내가 이겼으니 넌 벌칙을 받아야겠지? 흐흐흐" 게다가 다음 순간에 이어진 벌칙으로 그 생각이 더 굳어진다. 둘기의 눈 빛이 비장하게 보인 것은 그의 착각일까? 벌칙은 바로 털뽑기.. 날개깃으로 얼굴을 가리는 둘기. 제후가 날개에서 털을 뽑는다고 하니까 떨면서도 가만히 있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조용하기만 하자 둘기가 고개를 살그머니 들었다. "앗싸!! 지금이다!!" "빼애액--!!" 그 순간에 맞춰 엉뚱한 위치인 꽁지에서 깃털을 뽑는 민제후...;;; "내 머리에 그동안 만들어 놓은 땜빵에 대한 보복이니라. 음하하하" 엽기다. ??;; 금응의 눈빛이 다음을 기약하는 듯 투지에 불타는 듯이 보인 것도 정말 그의 착각인지... 도무지 민제후란 소년에 대해 파악이 전혀 안되는 김비서였다. 또각또각 복도에 울리는 여자 하이힐 굽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그녀가 멈춘 곳 은 저택의 동쪽 홀. 아침 햇살이 홀 안으로 투명한 커튼처럼 나풀거렸다. 그 곳은 오랫동안 인적이 없었던 듯 모든 가구들이 얇은 하얀 천에 덮여 있었다. -펄럭- 여인이 홀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물체를 덮고 있는 린넨천을 한 번에 벗겨냈다. 그리고 마침내 그 흰천이 벗겨지면서 나타나는 것은... 그 천보다 더 하얗게 보석처럼 반짝이는 그랜드 피아노... 여인의 눈이, 피아니스트로서의 장혜영의 눈이 알 수 없는 의미로 반짝 였다. "시작이다." ...계속 (제가 아팠습니다.??그래서 연재 차질이 있었네요. 게다가... 벌써 8월이 거의 다 지나고 있군요. '란'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마감이 닥쳐오고 있어요. 덴장!!! ??시간 날때마다, 아니 잠을 줄여서 라도 계속 써내려야 할 형편. 으~ 말일부터는 연참에 연참을 이뤄야 한 다는 계산이군요. 윽!! 심장이 벌렁벌렁거리는 것이...?? 게다가 이번 39회는 뒷부분을 많이 수정을 보고 싶고...아니야. 1화부터 다 손봐야 돼. 윽!! 생각해보니 정말로 큰일이잖아?! @.@;;;; 열분들은 좋으시겠네요. 흑 ?? -------------------------------------------------------------------------- ---- 제 목 : [뉴 라이프]40회 -신을 부리는 아이(3)- << 뉴 라이프 (New Life) >> -40- [부제: 신을 부리는 아이(3)] "젠장!!" 제후가 이 한마디를 내뱉고는 바로 앞에 자리한 책상에 쿵- 하고 머리 를 박았다. 바닥에 깔린 따뜻한 느낌의 융단과 전체적으로 브라운 계통으로 중세 유 럽 궁성의 느낌을 최대한 살린 서재... 작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 크지 도 않은 공간이 매우 효율적으로 배치되어 그 많은 장서에도 불구하고 답 답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게다가 곳곳에 배치된 최첨단 업무 장비들과 컴퓨터로 인해 시대에 뒤쳐졌다는 느낌이 들기는 커녕 오히려 유능한 젊 은 사업가의 아늑한 사무실 분위기랄까.. 그 공간을 아스라한 새벽 공기를 몰아내는 따뜻한 햇살이 맑은 창을 투 영해 들어와 한가득 채웠다. 역시 날씨는 제후의 괴로운 심정과는 전혀 상관 없는 자연일 뿐... "끼룩?" 창가 유리창 앞에서 날개에 고개를 파묻고 깃을 손질하던 둘기가 느닷없 이 들린 쿵 소리에 고개를 발딱 들었다. 둘기가 깜딱 놀라 든 시선에 책 상에 늘어져 있는 제후의 머리가 보였다. 그 숙인 머리 위로 부서지는 햇살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금갈색 머리 칼... 마치 바다속에 부영하는 해초처럼 솔바람에 살랑살랑 날린다. 그리 고 편안해 보이지만 격조있고 세련된 디자인의 옷을 걸친 그 소년의 모습 은 귀공자 그 자체였으나... -꽝!!!- "삐약-" "망할 늙은이!!!!!" 고개를 갸웃 갸웃 하며 제후를 쳐다보던 둘기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책 상을 치며 소리지르는 제후에게 깜짝 놀라 발라당 뒤로 넘어졌다. "황금같은 일요일에 날 이런 사무실에 쳐박아 놓으려 하다니!!! 내가 순 순히 시키는 대로 할 것 같..." 제후가 주먹을 쥐고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지르자 그 바람에 책상 위에 가 득 쌓인 서류가 날려 떨어졌다. 그리고 제후의 시선이 떨어진 곳에 우연 히 앞으로 날아와 놓인 서류 한장. 이건...? "흐음....그래. 그렇단 말이지..." 손등에 턱을 기대고 무언가 한참을 골똘히 생각하던 제후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두 눈을 반짝이며 사악하게 웃었다. "삐익-" 꼬마 둘기가 무언가 신나는 일을 꾸미는 듯이 싱글벙글 웃는 제후에게 퍼드득 날아와 그의 어깨로 내려 앉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웃거 렸다. 제후는 그 사이 몇 장의 서류를 계속해서 넘겨보면서 점점 즐거운 표정 이 되어갔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분석한 레포트를 대강 훑어본 소년은 망 설임 없이 바로 앞에 놓여 있던 노트북을 열어 성전그룹으로 연결했다. 여러개의 화면이 겹쳐 뜨며 계속되는 복잡한 절차... 그러나 내가 누군 가. 난 이 대(大)성전그룹의 총수란 말야 총수! 흐흐흐흐... 패스워드 입력! -삑!- 여러 절차와 확인이 끝나자 마침내 결제 허가가 내려졌다는 짧은 기계음 이 들렸다. '됐어!' 독단으로 처리한 큰 건수에 제후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매우 만족해했다. 모두들 후회하게 만들어 주마. 원래 놀러가서도 일 안하는 방법이 젤 처 음 맡겨놓은 일을 깽판 놓으면 된다 이 말씀이야. 그럼 아무도 다신 일 안시킨다고. 푸하하하~ "뭐하시는 겁니까?" 히국! 그 순간, 정장을 말쑥한게 차려입은 빈틈없는 보좌관의 모습으로 김비서 가 들어왔다. 또 손에 한보따리씩 들고 왔군. 그리고 그 뒤로 웃으며 가볍게 목례하는 남자 하나가 보였다. 이번엔 한실장까지? 어휴~ 귀신은 뭐하나? 저거 안잡아가고.;;;; "허허..참 자네도. 내가 뭘 어쨌다고. 자넨 신경과민이야 신경과민. 허허 허~" "그런가요?" 의심스럽다는 눈초리에 제후가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뒷짐을 지고 딴청 을 피웠다. "안색이 안좋으신데 괜찮으십니까?" 손에 들고 있던 두툼한 서류뭉치들을 내려놓으면서 김비서가 제후의 얼 굴을 살폈다. 음, 좀 찔린다. 그래도 일요일 아침부터 회장 사택까지 나와서 일하는 사람들인데 내가 괜한 일을 벌인 건 아닐까? 그러나 제후가 약간의 죄책 감을 느끼고 있을 그때 들려오는 냉정한 목소리.. "아프지 않게 조심하십시오. 만약에 아프기라도 한다면 제 일만 더 늘어 납니다. 그리고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도 오너의 자질이란 걸 명심 하십시오!" 몇 개 더 엎어버리는 건데!!! ??++ "그럼 아까 드린 서류들은 살펴보셨습니까?" 얼굴 근육이 실룩거리는 걸 겨우 진정시키고 제후가 다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벌써 아침 9시... 빨리 끝내야 애들하고 만나기로 한 약속에 늣지 않겠지. 우~ 짜증나. "그래. 이건 성전의 각 계열사의 중요 사업 내용 보고서고.....이건 성전 에서 후원하는 사회 사업과 시민단체, 장학재단 및 홍보활동..... 음, 이건 거품을 빼기 위해 시작된 구조 조정과 계열사 정리 건안......신세대 방송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영상 사업단.... 그리고 이 제일 큰 것이 새로 확장 추진 중인 프로젝트 목록과 분석 보고서.... 많기도 하군. 쳇!" "좋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뭘...자넨 한글 모르나? 그냥 제목 보고 읽었을 뿐이야. ?? 그러나 그걸 알 리가 없는 김비서는 흡족한 미소를 띄며 서류철을 펴면 서 말했다. "도련님께선 학업을 마치실 때까진 과중한 업무는 안보셔도 됩니다. 그 러나 최종 결제와 대강의 업무 파악만은 하셔야 할 겁니다. 물론 그 분야 도 장회장님과 저희들이 도와드릴 테지만..." "쳇! 고양이 쥐생각은..." 제후가 뚱한 얼굴로 턱을 괴고 있다가 생각난 김에 물어보기로 했다. "아 참! 김비서, 단군 프로젝트가 뭐지? 그런게 있던데..." "네? 프로젝트명 <단군>말입니까? " "어. 맞아. 그거." 제후가 간만에 햇살같은 미소를 뿌리며 말했다. ...계속 (머리가 어지럽다. 돌겠다. 아아악!! 여기서 끊으면 안되는데!!?? 오늘은 학원도 제낀다.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 제 목 : [뉴 라이프]41회 -신을 부리는 아이(4)- << 뉴 라이프 (New Life) >> -41- [부제: 신을 부리는 아이(4)] "그것이라면 제가 설명드리죠." 제후가 김비서의 이상하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방글방글 미소로 흘리며 설명을 기다리고 있자 그때까지 김비서 뒤에 조용히 서 있던 한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아, 한실장." 그레이 계통의 수트를 말끔히 차려입은 금테 안경의 전형적인 비지니스 맨의 모습.. 무슨 일로 바쁜지 한동안 총수 사택에서 보기 어려웠던 한실장이었다. 지나가는 소리로 들으니 무슨 프로젝트 때문에 정신없이 해외로만 뛰어 다닌다고 들었었는데... 항상 냉철하고 상황판단이 빠르며 자신을 다스릴 줄 아는 김비서와는 달 리, 한실장은 능동적이고 강한 추진력,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자칫 결 여될 수 있는 여유있는 융통성까지 겸비한 그런 사람이라고 하겠다. 그 마지막 사항은 제후가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두 사람이 있었기에 장문수 회장이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게 가능했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제후가 시선을 한실장에게 돌리며 미소지었다. "오랜만이야, 한실장. 아까 내가 미처 인사를 건네지 못했군." "아닙니다, 도련님. 그리고 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축하 좋아하네. 그 영감이 날 물 먹인 일에 축하라니. 쳇! "그딴 건 받고 싶지 않아." 제후가 인상을 쓰며 투덜거리자 한실장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쿡쿡... 그럼 프로젝트 <단군>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단군>은 이 번 성전그룹이 추구하는 주사업의 방향을 트는 대규모 프로젝트 프로그램 입니다." 주사업의 방향을 바꾼다? 그럼 업종전환? 제후가 고개를 휙 돌려 한실장쪽을 날카롭게 바라보았다. 한실장의 간략 한 설명이 물 흐르듯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새천년을 맞아 더 이상 건설업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문어발식 재벌 기업의 형태로는 비젼이 없다고 여긴 것이죠. 물론 성전그룹이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건설과 자동차였으나 더 큰 미래를 위해선 전문적 인 미래지향사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겁니다." 제후가 흥미롭게 경청하며 질문했다. "한실장. 그 전문적인 미래지향사업이란....정확하게 어떤 것이지?" "「항공우주사업」입니다." 그 순간 제후는 한실장의 눈이 번뜩였다고 느꼈다. "앞으로 변화하는 새시대에 맞춰 프로젝트 <단군>은 항공우주사업을 겨 냥하고 있습니다. 차세대를 겨냥한 군수 및 민수 항공기와 고부가가치의 정밀한 기체부품, 조종 시뮬레이터, 그 밖에 각종 다목적 위성들과 우주 정거장까지 설계부터 시작한 일백퍼센트 국산화, 세계 최고의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거대 프로젝트죠." 멋진데.. "그러나 전문가들에게 의뢰하여 분석한 결과 안타깝게도 시장성과 현실 화에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습니다. 만일 굳이 무리하게 추진한다고 한다 면 아무리 대성전그룹이라 할지라도 사활을 걸어야 할 정도로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죠. 만약 성공만 한다면 성전그룹은 세계에서도 몇손가락 안 에 꼽히는 대그룹으로 거듭날 수 있는 일대 도약의 기회이나.... 어쨌든, 아쉽게도 향후 10년간 잠정적으로 보류하기로 내정된 프로젝트입니다." 차세대를 겨냥한 대규모 우주 사업...그리고 항공기 사업과 군수 사업이라... 게다가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후후후... '제대로 잡았군!!!' 제후가 김비서와 한실장에게 안보이게 주먹을 꽉 쥐며 혼자만의 의미를 담은 미소를 피식 흘렸다. "한국이란 작은 나라에서 이 정도 프로젝트를 시작하긴 역시 힘들죠. 국 가적인 지원과 어떤 계기가 없는 한... 그런데 도련님께서 어떻게 <단군>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되신 겁니까?" 그러자 그때, 김비서가 혼자만의 세계에서 즐거워하는 제후의 상념을 깨 고 들어왔다. 음, 별거 아니야. 단지 그 <단군>프로젝트 프로그램이란 거......내가 아 까 결제 허가를 내줘서 돌려버렸을 뿐. ^^ (헉! ??;;) 대강 보니 전문가들이 손해난다고 평가한 프로그램이길래 내가 아까 확 돌려버렸지. 수익을 내기 위해선 엄청난 기술 축적과 투자에 투자를 꼬리 를 물어야 하더구만. 어디 김비서의 그 '실력'으로 한 번 잘 막아보라고. 흠하하하~ '하지만 벌써 알면 재미없잖겠어?' "하하... 별 거 아냐. 김비서는 정말 신경과민이라고, 신경과민. 그나저나 그 상자들은 뭐야?" 제후가 김비서와 한실장의 믿을 수 없다는 집요한 시선을 피하기 위해 좀 전에 한실장이 들고 들어온 여러 상자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처음엔 화제와 그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가리켰는데....자세히 살 펴보니 정말 궁금해졌다. 귀한 물건들이 담겨 있는 듯 길죽한 여러 상자 들이 서재 중앙 테이블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검(劍)입니다." "뭐?" 제후가 일어서서 상자가 쌓여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김비서와 한실장이 그의 뒤를 따르며 말했다. "운동하시는데 필요하신 것 같아서 준비하라고 일렀습니다. 이중에서 한 번 골라 보십시오." ...빠르군.;;; 그것이 바로 오늘 아침일이었는데 불과 몇 시간만에... 김비 서, 자넨 부인한테 사랑받을 거야. 아! 아직 총각이던가? "제가 검에 대해 잘 몰라서 한실장에게 적당한 걸로 부탁했습니다. 마음 에 드시는 게 있으십니까?" 김비서가 웃으면서 상자 하나를 보이며 말했다. 이럴땐 김비서도 꼭 큰형 스타일인데 말이야. 항상 저런 얼굴이면 좀 좋 아? 이그~. 그런데 이 상자는 정말 화려하군. 안에 담긴 물건도 기대가 되는데? "흐음..." 실제로 가장 고급스럽고 화려하게 보이는 상자를 여니 그 안에 담긴 검 의 수려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으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것이... 제후가 칼을 들어 올리고 잠시 살피더니 검집에서 빠른 속도로 검신을 뽑았다. -챙!!- "한실장. 거기 사과 하나만 줘." "아...네." 한실장이 너무 익숙하게 진검을 다루는 제후의 모습에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제후의 목소리에 옆 테이블에 있던 사과 하나를 던져 주었다. "도련님, 사과로 뭘 하시려는 겁니까?" "쿡! 당연한 걸 묻는군." 한손으로 가볍게 사과를 받은 제후가 그것도 모르냐는 얼굴로 그들을 바 라보았다. 김비서와 한실장은 역시 그들의 도련님이 가장 고급 검을 골라 기분좋게 시험해 보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후의 입에서 나온 말은... "칼로 사과를 들고 뭐하겠어. 껍질을 깍아야 먹을 거 아냐. 어른들이 뭘 몰라요. 으이구~" 휘청~ 김비서와 한실장이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놀리는 제후의 말에 잠시 할 말 을 잊었다. 곧 김비서가 그 어이없음에 강한 어조로 제후를 향해 말했다. "도련님!! 그 검이 얼마짜린 줄 아십니까?" "그런데 살아있지가 않잖아!!" 더 빠르게 날아오는 강렬한 목소리.. 민제후라는 이름의 한 소년이 그들쪽으로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아직 남 아있는 여러 개의 상자들을 살피며 나직한 소리로 주절거렸다. "손으로 잡았을 때 단순한 쇠막대기를 들고 있는 죽은 느낌이란 말이야, 김비서. 이런 칼은 과일이나 깍는 과도로 쓰는게 딱이야. 쿡쿡..." 어느 새, 두 어른이 한 소년의 분위기에 휘둘려 그의 말을 경청하며 그 행동을 주시할 뿐이었다. "얼마나 비싸고 고급인가는 중요하지 않아. 적어도 나에겐 말이지. 좋은 검이란 자신과 맞는 검이야. 검집에서 검신을 뽑아 내 손에 쥐었을 때, 그 느낌이 나와 공명하듯 생동감 있고 자연스러운 도검... 그것이.." 제후가 그들쪽으로 고개를 들고 미소지었다. "진짜지." 어쩐지 뭔가에 묶인 듯 움직일 수 없는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두루 살펴본 후, 제후가 안타까운 소리를 뱉으며 실 망의 빛을 띄우고 돌아서려고 할 그때.. "삑..삑..삑.." 아까부터 퍼드득 날아와 바닥에 놓인 꾸러미 위를 콕콕 찍으며 놀던 둘 기가 소리를 질렀다. ...계속 (에이~ 난 정말 복잡한 거 싫어. 빨리빨리 연주발표회도 끝내버리고 싶 당. ??그런데 부제를 이렇게 지어놓고 그 부제 주인공을 안내보내면 어쩌라는 거야!! 우~ 베에~ ???) -------------------------------------------------------------------------- ---- 제 목 : [뉴 라이프]42회 -신을 부리는 아이(5)- << 뉴 라이프 (New Life) >> -42- [부제: 신을 부리는 아이(5)] "둘기야, 장난치지마." 제후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언짢은 기분과 찾고자 하는 물건을 못찾은 안 타까운 마음에 돌아서며 거칠게 말했다. 여기껀 모두 그 망할 영감 물건이란 말이다. 잘못해서 망가지면 나중에 어떤 걸 꼬투리 잡아서 날 또 부려먹으려 할지 모르다구. '응?' 인상을 찌푸리며 속으로 투덜대던 제후의 눈에 그때 뭔가가 클로즈업 되 듯이 들어왔다. "이건..." 바닥 한켠에 이것저것 잡동사니들이 묶인듯한 꽤 여러개의 꾸러미가 보 였다. 그런데 어째서 여태것 이런 것이 있다는 걸 몰랐을까? 아마도 그것 은 워낙에 이쪽 서재쪽으론 발걸음을 안했던 제후였고, 게다가 넓직한 공 간에서 테이블 옆으로 숨겨놓듯이 감춰놓은 물건들이라 쉽게 눈에 띄지 않았던 탓이리라. "삑..삑..삑.." 잠시 그 꾸러미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던 제후가 금응의 울음소리에 깨어 났다. 아! 이런.. 내가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다니... 그동안 피곤했던 게야. 바 카스라도 한박스 사다가 옆에 끼고 열심히 먹어야 겠군. 그리고 김비서랑 한실장에게도 한병씩 권하면서 '김비서, 나 구박하기 힘들지.^^'라고 말 하는 거야. 푸헤헤헤~ 그런데 만약......김비서가 저 얼굴로 차갑게 방긋방긋 웃으면서 '괜찮아 요. 운동삼아 하는 건데요.'라는 말한다면? ......무서울 것 같군. 우~ ?? 제후가 또 다시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들려 하자 금응이 이번엔 화를 내 듯이 빽빽 울어제꼈다. 아아 그래그래. 알았다 알았어. 성깔 하고는... 저것도 가만 보면 승질머 리가 보통이 아니라니깐. 제후가 고개를 흔들며 바닥의 꾸러미들을 살펴보기 위하여 한쪽 무릎을 꿇고 앉자 둘기가 유난히 한쪽 꾸러미만 붙잡고 그 위에서 끼둑끼둑대며 날개짓을 하는 것이 보였다. "도데체 여기에 뭐가 있길래 그래?" 먼지만 폴폴 날리고 별로 특별해 보이는 것도 없는 것 같구만. 너 그냥 심심해서 장난치는 거거나 놀자고 땡깡쓰는 거라면 소비한 시간 일초당 한 대씩이다. 알았어?!! ??+ 제후가 심드렁하니 중얼거리며 잡동사니들을 모아 묶어둔 듯한 보따리에 손을 대었다. 둘기가 바닥으로 종종걸음으로 내려서며 비켜주었다. "아, 그것들은 장회장님께서 젊었을 적 개인적으로 수집하셨던 골동품일 겁니다. 오래된 어떤 것들은 10세기 이전 것도 간혹 있긴 하지만........대 부분 최근것으로 19세기나 20세기 초까지의 최근 연대의 물건........별로 큰 가치는 없는.......수집관 공사가 있어서........옮겨 뒀었다가......그런 데 어떻게 이곳에......." 김비서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보따리를 풀어 그 속의 물건들이 제후의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의 목소리는 더 이상 제후의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그 이외의 어떤 바깥 소음도 마찬가지였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고동치는 소리... 그 순간 제후는 자신과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알 수 없는 무언가와 마주 서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니, 그렇게 '느껴졌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 다. 주변에서 제후에게 무어라 소리치는 듯 했지만 제후의 귀에는 이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두근 두근 두근- '나를.....' 바깥과 차단된 공간 속에서 깊이를 알 수 없는 눈을 가진 한 소년이 점 차 빠르게 고동치는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손을 뻗었다. 풀어진 보따리 안에서 펼쳐진 물건들. 그리고 그 속의 뭔가가 자신과 공명하는 느낌... 착각이라 해도 좋고 망상이라 해도 좋지만 어쨌든 이 기분은... '날.....부르고 있다!' 성급한 마음에 가끔 헛손질을 하며 헤친 잡동사니 중에서 제후는 드디어 그 공명의 물건을 찾아냈다. 도데체 어떤 것이... '이거야!!' 그러나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의외로 너무나 볼품없어 보이는 칼 한자루.. 손잡와 칼집이 모두 검은색이었던 것 같으나 오랜 세월을 거쳐 온 듯 빛 이 바래 뿌옇게 탈색된 색. 어떤 장식이나 모양을 내려고 했던 흔적도 없 는, 다른 여타 잡동사니와 마찬가지로 보이는 초라한 골동품. 그나마 그 속에서 특별한 점을 찾아내라 한다면... 하늘로 날아갈 듯 가볍게 휘어진 모양새로....그것은 도(刀)였다. "일본도?" 제후가 손을 뻗어 검은색 일색인 칼을 들어 올리며 일어섰다. '아냐. 평범한 일본도라고 하기에는 좀 더 짧고...' 제후의 눈이 기이한 빛으로 반짝였다. "훨씬 무거워." 이 낡은 도검 주위로 눈에 보이지 않는 기류가 뭉쳐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응축된 에너지의 느낌.. 그런데 이게 그 망할 영감의 수집품이라 고? 후후...보물을 썩히는군. 외관을 살펴보던 제후가 입꼬리를 올리며 검을 수평으로 들고 도의 날이 하늘을 향하게 하여 검신을 천천히 뽑았다. 특이하게도 묵빛의 검신.. 오래된 도검이고 원래 처음부터 그러했던 듯 뭉툭하고 날이 서 있지 않 은 검신이었다. 그러나 푸르고 맑고 차가운 아름다움... 제후는 바라보고 있자니 빨려들 것 같은 그 시린 맑음에 점차 마음이 안 정이 되는 것 같았다. 그때, 소년의 눈동자에 가느다란 한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다. -푸아앙!- -탁- 펄럭~ 길게 늘어진 디자인의 제후의 겉옷자락이 가볍게 펄럭였다. 그러나 옷자 락이 펄럭이기 이전에 이미 검집으로 들어간 도검.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제후가 소리없이 순식간에 검을 뽑아 휘두른 후 다시 제자리에 되돌려 놓은 것이었다. 게다가 놀랄 정도로 군 더더기 없는 깔끔하고 절도있는 동작이라니.. 제후의 단정한 얼굴에 밝은 미소가 떠올랐다. "좋군." "도련님!!" 그제서야 제정신이 든 제후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김비서와 한실장이 말 도 안된다는 눈으로 멍하니 제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제후의 표정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범접할 수 없는 차가운 분위기를 벗어버리고 어린 소년의 치기어린 장난끼로 반짝였다. "어이~ 이봐들. 왜 그래? 그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지마. 부끄럽잖아잉 ~^^*" 김비서와 한실장의 얼굴이 심하게 구겨진다.;;; ??? "삐익! 삐익!" 제후가 그들의 모습을 키둑거리며 즐겁게 바라보고 있자 금응이 쫑쫑 거 리며 달려와 칭찬해 달라고 귀엽게 머리를 들이미는 것이 보였다. 그래그래..^^ 그런데 제후가 한손에 들고 있는 그 검의 이름을 뭘로 지을까 고심하며 다른 한손으로 흡족하게 둘기의 머리를 톡톡 쓰다듬어 줄 그때... "잘했다, 둘기야. 네 덕분에 내가 좋은 짝을 만난 것 같.....쿠엑!!!!!" "어머, 우리 제후~ 일 끝났나 보네. 그럼 이제 엄마하고 할 일이 있지 않았나? 으~응?" 갑자기 제후 뒤에서 나타난 장혜영 여사가 제후의 목을 꼭 끌어안고 스 산하게 말했다. '이런! 잠시 방심했다.;;;' ...계속 (푸헤헤헤~~~ ....부제는 신경쓰지 마시길...??;;; 오늘도 '나중에 수 정보면 돼!^^'라고 무책임한 말을 내뱉으며 등록하는 바보 란~^^*. 간혹 오타와 문맥이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발견되어도 대강 이해해 주세 여.^0^) -------------------------------------------------------------------------- ---- 제 목 : [뉴 라이프]43회 -신을 부리는 아이(6)- << 뉴 라이프 (New Life) >> -43- [부제: 신을 부리는 아이(6)] "뭐...뭘요?" 제후가 식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목에 조르는 혜영의 팔을 풀려고 노 력했다. 이 아줌마는 손힘은 왜 이리 센 거야? 이익!! 이것은 피아니스트들은 손 가락 힘이 가히 백두장사에 버금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삶의 체험 이 분명하다. 마침내 제후가 헉헉 거리며 거의 뜯어 놓다시피 해서야 장혜영 여사를 겨우 떨어뜨려 놓자, 이번에 그녀는 손수건을 들고 청순가련형으로 변신 했다. ....가증스럽다.?? "엄마는 너무 기쁘구나. 네가 드디어 이 엄마의 뒤를 이어 피아노의 길 로 들어서게 되다니... 제후 넌 어릴 적부터 예술적 재능이 없다고 생각해 서 옛날에 포기하고 있었는데... 너무너무 감격스럽단다." 떡과 김치국물에 관한 고사성어가 있다더군요. 한 번 공부해 보심이... "저 먼 하늘에서 지켜볼 너희 아빠도 아주 자랑스러워 하실 게다. 흑..." 이젠 혜영은 아예 창밖으로 보이는 푸른 하늘을 아련한 눈으로 바라보며 슬픔이 가득 담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이 아줌마가!! "누..누가 하늘에서 지켜봐욧!! 멋대로 생사람 죽이지 마세요!!" 꽃무늬가 점점이 찍힌 레이스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으며 훌쩍이는 혜영 을 바라보며 제후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소리쳤다. 원판 아버지는 지금 독 일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갑자기 왠 하늘? 허허 참... 남들이 들으면 그녀가 남편도 없이 하나있는 외아들을 날품 팔아 힘겹게 키워놓고 감격하는 줄 알 거다. 물론 당연히 세계적인 피아 니스트인 장혜영 여사는 날품을 판 적도 없고, 혼자 힘겹게 아들을 키우 지도 않았다. 부모라는 사람들이 12살 나이의 어린 자식을 한국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놓고 여태껏 몇 년간 얼굴도 제대로 안봤으면서!! 나도 줏 어 들은게 있다고!! 그런데 궁금한 것은.... 부인, 자기 남편을 그렇게 막 죽여도 되는 거 요?;;;; "어머?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넌 어쩌면 이 엄마의 섬세한 감성을 그렇게 몰라주는 거니? 제후의 목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또박또박하게 말하는 제후 엄마. 손수건을 치우자 그녀의 소녀같은 얼굴이 드러났다. 흐트러지지 않은 곱게 잘 먹은 화장... 딱! 걸렸어!! 딱 걸렸어!!! 역시 눈 물도 가짜였잖아!!!! ??+ "어쩜 그런 것까지 꼭 네 아빠를 닮아야 하겠니? 흐흐흑... 여보! 왜 먼 저 가셨어요." "가긴 또 누가 가요!!" 당신 남편 아직 안죽었다니깐!! 그러나 장혜영 여사, 이젠 아예 손수건에 얼굴을 파묻는다. 에휴~ 말을 말아야지. "..아..아버지 아직 안돌아 가셨다구요. 네?" 아버지라고 부르기 참 어색하군. 목소리가 떨릴 뻔 했다. 역시 이것만은 적응이 잘 안될 듯 싶다. 그런데 어찌 내 주변의 여인들은 하나같이 평범 하지 못할까? 김희선, 심은하 미모가 아니어도 좋다. 제발 따뜻한 성품의 평범한 여자 좀 만나 보자. 그러나.......그래. 다 내 업보다 업보. ??;; "흑흑... 그런데 피아노도 안칠려구 그러구.... 이젠 엄마라고 부르지도 않는구나. 엄마가 이젠 꼴보기 싫을 정도로 미워진 거니? 그런 거야?" 글썽글썽... 혜영이 눈물이 가득 찬 두눈을 크게 뜨고 제후를 끈질기게 바라보자 애 써 눈을 피하며 외면하던 제후, 결국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이...익...아..알았다구요. 알았어." 체념한 목소리.. 난 왜 여자들에게 약할까? 난 정말.....여자가 싫다. ?? "정말? 그럼 먼저 '엄마'라고 불러보렴. 으응~?" 제후의 알았다는 소리에 언제 펑펑 울었냐는 듯 활짝 웃으며 고개를 드 는 원판 어머니였다. 그녀 주변으로 '샤라랑'이라는 효과음과 함께 꽃이 날리는 배경 환각이 일어났다.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던가? 그렇지만 제 후는 한기가 들었다. 무섭다.. "어...엄..." "뭐? 안들려." 한쪽 귀에 손을 갖다대고 못들은 척을 하는 원판 엄마. 주변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두 사람과 한 마리도 쩔쩔매는 민제후의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익...정말 이 아줌마가!! ///// "어...어...엄! -청 바쁜 일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이만 실례!!" "도련님!!!!!" 제후가 슬금글금 뒤로 뒷걸음질을 치더니 열린 창가에 등이 닿자 갑자기 뒤로 몸을 기울여 뛰어 내렸다. 아니, 겉으로 보기엔 머리부터 뒤로 떨어 져 내리니 제후가 창에서 실수로 떨어지는 듯 보였을 것이다. 제후의 귓 가에 찢어지는 듯한 그의 보좌관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걱정도 팔자군. 4층에서도 뛰어내려 봤건만 2층 정도야 우습지. 후후... "읏샤!" -타탁!!- 제후는 공중에서 몸을 빙글 돌려 바닥에 한쪽 무릎을 대고서야 겨우 착 지 할 수 있었다. 뒤로 떨어지는 자세는 역시 고난위도의 기술이었다. 그 러나 펄럭이는 긴 옷자락과 금빛 머리칼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바람 에 날리는 멋진 장면을 연출하였지만 김비서와 한실장은 별로 큰 감흥이 없었나 보다. 흙빛으로 구겨진 얼굴.. '망할 꼬맹이'와 '우라질'이라... 안들릴 줄 알았겠지? 훗! 김비서와 한 실장, 기억해 두겠어. "그런데 이런... 이걸 그만 들고 와 버렸네?" 눈 앞에 낡은 골동품 같은 묵직한 검은 도(刀)... 제후는 자신도 모르게 갖고 나온 자신의 한손에 꼭 쥐여진 검은 도검을 난처한 눈으로 잠시 쳐다봤다. 그러나 심각함은 잠시, 그는 곧 씨익 웃으 며 '어떻게 되겠지, 뭐 어때' 라며 번거로움을 금새 잊어버렸다. 그렇다. 민제후라는 소년은 그런 인간이었다. "도망쳤구나... 그러나 오늘은 놓쳤지만 기회는 얼마든지 있지. 오호호호 호~" 장혜영이란 이름의 여인이 창가에 서서 멀리 사라지는 제후를 바라보며 마녀같은 웃음을 터뜨렸다. 마냥 연약하고 어린애일 줄 알았던 자신의 아들이 다 커서 엄마에게 소 리도 지르고 도망도 쳤다는 것이 묘한 기분이었다. 대견하다고 해야 하 나, 섭섭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설마하니 창문으로 뛰어 내려 도망칠 줄이야... "아가씨." 혜영이 뒤에서 들려온 남자의 낮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아, 김비서로군. 자네가 요즘 우리 제후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고마 워." "아닙니다. 민회장님께서 생각보다 잘 따라오고 계십니다. 아! 그리고 이 쪽은 기획부의 한지훈 실장입니다." "아~ 그래요? 반가워요." "한지훈입니다. 뵙게 되서 영광입니다." 김비서의 소개에 혜영이 한실장에게 악수를 청하며 화사하게 웃었다. 그 리고 곧 그녀가 한실장의 인사를 받고 나서 다시 김비서를 쳐다보며 말했 다. "그런데 김비서. 김비서 이름은 뭐였지?" 역시 민제후 회장의 모친.... 김비서가 얼굴에 식은땀과 어색한 미소를 띠우며 대답했다. "김성민입니다, 아가씨. 도련님께도 그러시더니 정말 무심해 지셨군요." "호호호... 그래? 김비서도 완숙해 졌는데 뭘. 7년 전 내가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아직 어리버리해 보였는데... 자,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 지. 무슨 일인가?" 장혜영이 팔장을 끼며 서재 책상에 기대고 말했다. 알 수 없는 깊이의 눈동자... 그녀도 역시 장씨 일가의 사람이다. "눈에 띄게 드러나는 것은 아니나... 주식 변동이 이상합니다." "아, 회사 문제라면 아빠한테..." 그녀가 손을 흔들며 물리치려 하자 김비서 옆에 있던 한실장이 앞으로 나섰다. "장회장님께선 일선에서 물러나신다고 하시고 잠적하셨습니다. 저희는 장회장님께서 먼저 연락을 취해오셔야만 그분 위치를 파악할 수 있습니 다." 한지훈 실장의 말에 장혜영의 눈빛이 달라졌다. 한실장이 안경을 올리며 차분하게 입을 열자 냉정한 목소리가 서재에 울려 퍼졌다. "주주들과 채권단들의 움직임도 이상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소견입니 다만...장태현 이사가 연류된 것 같습니다." ...계속 (극악 작가...너무해여...미워여....연재 약속도 못지키는 바버....??;; 네네. 좋습니다. 좋아요. 하지만 이 바닥이 다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흠 하하하하!!! 뻑!!!.....쿨럭!!!...그치만 3일은 안넘기잖아여.-.@;;;; .......그리고 다음 회엔 정말로 이번 부제 주인공이 등장할 듯 싶네요.;;) -------------------------------------------------------------------------- ---- 제 목 : [뉴 라이프]44회 -신을 부리는 아이(7)- << 뉴 라이프 (New Life) >> -44- [부제: 신을 부리는 아이(7)] 침묵이 흘렀다. 싸늘해진 공기가 어색하게 감돌았다. 장태현 이사... 장문수 명예회장의 조카이자 성전그룹의 이사직에 있는 실세. 장문수 회장을 제외 하고는 지금껏 그에게 맞설 만한 세력이 있었 던가? 장문수 회장의 외동딸인 장혜영 부부는 예술가로 자유롭게 살길 원하는 사람들로서 기업 경영과와 인연이 멀었기 때문에 당연히 장태현, 바로 그가 차기 성전그룹의 총수로 지목되어 왔었다. 장문수 회장도 장태 현의 음흉한 속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듯 하나 그의 능력을 인정하였기 에 침묵을 지키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민제후'란 존재가 나타나기 전까 지... 장혜영이 몸을 세우며 말했다. "물증은 있나요?" "확실한 심증 뿐입니다." 한지훈 실장이 심증 뿐이라고 강조하며 감정이 배제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의 생각에도 당연히 자신의 것이라고 여겼던 회장직을 아직 고등학생인 애송이 녀석에게 어이없이 빼앗긴 꼴이 된 장태현 이사 가 움직였다는 시나리오... 하나 이상할 게 없었다. "상황이 어느 정도죠?" "아직 급박한 상황으로 치닿고 있진 않습니다. 주의해서 엄밀히 살피지 않으면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움직이는 중입니다. 저쪽에서도 장 기전으로 갈 생각인지 눈치채지 못하게 주의하고 있는 모양이니까요." 혜영은 그 말에 가볍게 실소를 머금었다. 지금쯤 경영권 찬탈을 성공하 여 성전그룹의 총수자리에 앉는 꿈에 부풀어 있을 장태현 이사의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이 상황에서는 뻔하지 않은가. 아직 성전그룹에 남아있 는 '장문수'라는 이름의 크기가 너무 거대하다. 그러니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갉아먹듯 움직이다 갑자기 뒷통수를 치려는 수작이겠지. "그렇다면 당분간 그대로 지켜보세요. 급할 것 없습니다." 혜영은 한실장에게 차가운 미소로 말했다. "그리고 나머지 일은 민제후 회장의 몫일 테니까.." 김비서와 한실장의 간략한 보고를 들은 혜영이 특별한 언급 없이 의미심 장한 말을 중얼거리며 가벼운 걸음으로 서재를 빠져 나갔다. 그녀도 그 황당하기 그지없는 소년에게 무엇인가 기대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단 순한 무관심인 것일까? 최고 오너의 두 측근들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회장 일가를 생각하자 머리가 복잡해 오는 것을 느꼈다. 그들 회장의 몫 이라고? 그 소년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니... 그들은 왠지 계속해서 불길한 생각,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네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제게 힘을 실어주신다면 확실합니다." 회색빛 빌딩숲이 내려다 보이는 어느 사무실. 차갑게 절제된 인테리어 속에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물건들이 가득 채우고 있는 공간.. 그곳에 희 긋희긋한 흰머리가 보이는 중년의 신사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옆으 로 찢어진 눈과 거무튀튀한 얼굴. 최고급 신사복을 걸치고 있으나 어딘지 모르게 풍기는 음흉한 분위기가 격을 떨어뜨리는 느낌이다. -꽝- "빌어먹을!" 그 중년의 남자가 능글거리는 말투로 통화를 하다 전화가 끊어지자 전화 기를 던지며 욕설을 내뱉었다. 책상 위, 전화기 앞에 놓인 명패에 '이사 장태현'이라고 쓰여있는 것이 보였다. '장문수...그 늙은이의 그늘이 이렇게 클 줄이야. 이대로는 안돼. 한 번 에 장악하긴 불가능해. 주주들을 움직이기 위해선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계기...' 장태현, 그가 주먹을 그러쥐고 허공을 노려 보았다. 자신을 비웃는 건방 진 애송이, 민제후라는 녀석의 얼굴이 뇌리에 떠오르자 그의 얼굴이 무섭 게 일그러졌다. '겁도 없이... 건방진!! 쥐새끼... 기필코 짓밟아 주겠다.' 그렇게 그가 폭발하기 일보 직전인 그때였다. 가벼운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로 보이는 사원 하나가 다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이사님!! 방금 전 단군 프로젝트 프로그램에 대한 회장 결제 허가가 내 려졌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그 프로젝트는 향후 10년간 보류하기 한 프로 그램이지 않나?" 장태현 이사가 뜻밖의 소식에 벌떡 일어서서 근엄한 얼굴로 소리쳤다. 말도 안되지. 아무리 훌륭한 프로젝트라도 지금은 때가 아니다. 잘못하 면 성전그룹이라 할지라도 넘어질 수 있다는 걸 모를 사람이 없을 터.. "그렇습니다. 그래서 지금 책임자도 우왕좌왕하고 있어서... 저... 회장 비서실에 확인해 보라고 지시할까요?" 그러나 비서의 당황한 목소리가 진실임을 말하며 전후사정 보고를 쏟아 내듯이 내뱉자 장태현 이사의 미간에 주름이 깊게 패였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분명 장문수, 그 늙은이나 능구렁이 김비서의 소행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훗! 그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이 사고를 친 거겠... 어? ...잠깐!!' 그 순간 장태현이 회사를 말아먹고 말겠다고 큰소리 치던 교복 차림의 한 소년을 회상하며 이리저리 눈을 굴렸다. '어쩌면 이것이 바로 내가 찾아 헤매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돌파구를 발견한 기쁨. 큭큭큭... 이런이런. 이거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 야겠는 걸. 손도 안대고 코를 풀게 생겼으니... "어떻게 할까요?" "유군. 단군 프로젝트 프로그램은 모든 준비 과정이 끝나 있는 걸로 알 고 있는데.." 조심스러운 비서의 언행에 그가 뒷짐을 지고 창밖을 바라보며 평이한 음 성으로 말했다. "예. 결제 허가만 떨어지면 모든 준비과정을 마쳤던 프로젝트이기 때문 에 곧바로 가동 가능합니다. 빠르면 내일 중으로 전세계의 각 연구소와 미국 록히드사, Textron그룹의 Bell사(社)같은 세계적인 관련 회사들과 기 술제휴, 인수·합병이 완료될 것입니다. 그리고 성전그룹의 이름으로 어 마어마한 규모의 자금이 순식간에 전세계를 돌기 시작하겠죠. 계획대로라 면요..." 장태현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스쳐 지나갔다. "가동시키라 전하게. 번거롭게 확인절차는 필요 없다고 전하고." "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회사가...." "아, 그건 신경 쓸 것 없어. 이미 총수의 결제 허가가 내려진 상황 아닌 가. 이만 나가봐." 당황하는 비서에게 단호한 지시를 내린 장태현은 허둥대며 비서가 문을 닫고 사라지자 손에 든 만년필을 이리저리 돌리며 혼자 주절거리기 시작 했다. "장문수 회장, 그 노인네....으득!! 감히 날 그따위로 개무시하고 머리에 피도 안마른 어린애를 내세워? ...영감! 자신의 선택을 뼈 저리게 후회하 게 될 거요. 그리고 주가가 폭락하게 되고 당신의 생살같은 성전그룹이 기울게 되면..." 그가 눈을 번뜩이더니 갑자기 만년필을 돌리던 손으로 주먹을 힘껏 쥐었 다. "주주들도 내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땐 드디어 내가 대(大)성전그룹의 총수가 되는 거지. 흠하하하하!!!" 그의 껄끄러운 웃음소리 속에 검은 잉크가 주먹을 타고 피처럼 흘러내려 바닥에 점점이 검은 얼룩을 만들어 갔다. 불안정한 미래에 뿌려진 함정처 럼.. "하늘을 나는 물고기... 파란 장미... 나무의 정령..." 뭔가를 계속해서 쫑알거리는 어린 소녀가 깜찍한 얼굴로 누군가를 끈질 기게 바라보며 말하고 있다. 특이한 느낌의 옷과 모자를 쓴 7~8살 정도 의 꼬마 소녀. 동글동글한 하얀 얼굴과 맑고 커다란 두 눈, 장미빛으로 붉은 두 뺨... 마치 TV 광고에 나오는 어린이 모델처럼 꽉 깨물어 주고 싶을 만큼 귀엽고 예쁜 아이였다. 그렇지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아이 의 얼굴에 미소는 커녕 감정이 담긴 어떤 표정도 찾을 수 없다는 것. 그 래서 더 인형같이 보이는 지도 모르지만.. 그 포커페이스의 소녀가 옆 벤치에 앉아 책을 보는 한 남학생의 손을 흔 들며 말했다. "그런게 정말 없어, 오빠? 응? 응?" "응. 그렇다니까." 이지적이고 샤프한 느낌의 잘생긴 남학생이 손을 잡고 흔드는 꼬마 소녀 의 질문에도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건성으로 대답했다. 성의없는 대답... 그런데 그런 무관심 반응에 떼를 쓰거나 화를 낼 법도 하건만 그 꼬마 소 녀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오빠를 빠안히 바라볼 뿐이었다. 그래서 아 이가 화 났다는 것은 그 아이가 입을 열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오빠. 나 화.났.어." 그리고 단어 하나 하나 끊어 말하는 목소리가 끝나자 마자 주변에서 들 려오는 비명 소리. "꺄아악!! 이게 뭐야?!!" ...계속 (흐흐흐.... 비축분을 토해 놓으라구여? 그러면 전 이렇게 말합니다. '시러여. ?? ' ....라고 말하고 싶죠.;;;;;;;; ) -------------------------------------------------------------------------- ---- 제 목 : [뉴 라이프]45회 -신을 부리는 아이(8)- << 뉴 라이프 (New Life) >> -45- [부제: 신을 부리는 아이(8)] 그때서야 꼬마 소녀의 오빠로 보이는 남학생이 사람들의 비명 소리에 놀 라 '아차'하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나비 날개를 단 핑크빛 물고기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면서 팔랑팔랑 거리며 그의 눈앞을 막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키들거리며 날아 다니는 수많은 페어리 떼와 정령들이라니… "동희야!!!" 순식간에 종로 한복판이 동화 속 환상의 나라로 돌변한 모습에 소년이 기함을 하며 그 꼬마 여자아이를 잡아 꿀밤을 먹였다. 파닥파닥 거리며 도망가려던 아이가 그에게 잡혀 꿀밤을 맞고서야 거리가 다시 원래대로 조용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보였다. 반짝이며 날아다니던 환상적인 요정들도 바람에 흩어진 듯 더 이상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어..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조금 전까지 금붕어가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구!!" "난 방금 요정한테 파란 장미 한다발을 받았던 것 같은데..." "오늘 이곳에 홀로그램 쇼라도 있었던 건가요?"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더군다나 오늘은 주말일진데 이 런 소동을 일으키다니... 소년은 아직 어리둥절한 사람들로 어수선한 그곳 에서 자신의 여동생를 옆구리에 끼고 멀찌감치 떨어진 곳으로 재빨리 벗 어났다. 아무도 모를 것이다. 철없는 여동생의 이상한 능력으로 그의 간 이 얼마나 많이 떨어졌다 붙었는지를... "신동희!! 오빠가 사람들 앞에서 절대 환상을 만들지 말랬지!!" "하지만 오빠가 동희를 화나게 했어. 그리구 동희 심심해." 주변을 둘러보고 그제서야 터져 나오는 안도의 한숨과 화에 그의 여동생 이 당돌하게 눈을 말똥말똥하게 뜨고 대꾸했다. "오빠가 친구들 만나러 나간다고 말했잖아. 그런데도 네가 따라 나오겠 다고 우긴 거고." "그럼 나도 친구들 불러서 놀래." "귀신은 절대 안돼!!!" "뿌~~~~~" 신동희라는 이름의 귀여운 소녀가 볼을 한껏 부풀리며 불만을 토로했다. 물론 표정은 여전히 포커 페이스였지만. 드물게 보이는 여동생의 강한 감 정 표현에 그는 난처함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미운 일곱살이라더니... "동민아!" 그때 그의 뒤에서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 "어? 한예지. " 동민이 익숙한 맑은 음성에 고개를 돌리자 긴 까만 머리의 아름다운 소 녀가 눈에 들어왔다. 잡지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섹시하면서도 청순한 스 타일의 하얀 원피스, 그리고 그것에 맞춘 듯이 꼭 어울리는 구불구불하게 세팅된 세련된 헤어 스타일과 구두, 핸드백까지... 평소에 차갑고 도도하 기로 유명한 모범생 반장 한예지가 또 다른 모습으로 그곳에 서 있었다. 동민이 생각지도 못한 성숙한 여인으로 변신한 예지의 모습에 놀란 눈으 로 쳐다보자 그녀도 좀 쑥스러워 하는 듯 하면서도 화사하게 웃었다. "너도 아직 도착 안했구나. 가는 길에 만나서 다행이다. 좀 늣었지? 길 을 잠시 잘못 들어서서…" 도착 안하기는. 책보며 네들 기다리다가 우리 꼬맹이가 사고쳐서 도망쳤 어. ??; "세진이는 금방 도착한다고 연락 왔었고, 그 바보는 당연히 아직 안왔을 거고..." "바보? ...제후?" 예지가 핸드폰 메시지를 확인하며 그 고운 아미를 살풋 찡그리자 동민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어떤 대답을 들을지 알고 있는데도 굳이 확인하려 드는 한국인의 못된 말버릇이라 생각하지만. "그럼 내가 알고 있는 애들 중에 바보가 걔 말고 또 있니? 솔직히 걔는 내가 그렇게 불러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해야 돼. 멍게 말미잘 해삼 중 년 아저씨 같으니!!" 역시나... 동민이 여동생의 손을 잡고 예지와 종로의 만남의 광장 쪽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쿡쿡 웃었다. "그런데 오늘 어딜 가려고 정장을 입고 나오래냐?" "응. 가보면 알아. 호호호.. 그리고, 음...어디 보자. 오~ 좋은데?! 신동 민, 역시 인물이 받쳐주니 뭘 입어도 멋있구나. 너 정말 탤런트 할 생각 없니?" 예지가 심플한 검은 캐쥬얼 정장을 멋지게 차려입은 동민을 품평하듯 위 아래를 훑어보다 생긋 웃으며 말했다. 동민은 그녀의 스스럼 없는 태도에 내심 놀라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녀가 변했다는 것을 조금씩 느낀 다. 클래스는 달랐지만 교내의 여러 행사에서 특별하게 자주 마주쳐 왔었 고, 또 입학하면서부터 워낙에 뛰어난 미모와 재능으로 유명한 소녀였는 지라 자의든 타의든 1년이 넘도록 죽 지켜봐 왔었다. 한예지… 그 이름을 떠올리면 항상 얼음 조각처럼 싸늘한 표정이나 꾸며진 예의바 른 미소의 얼음공주가 연상되곤 했었는데... 그런데 요새 그녀의 미소는 꾸며지지 않은 순수함이고, 누구에게나 거리를 두던 그녀의 친절은 점차 진심으로 다가온다. 자유분방해지는 이 느낌은... '날이 갈수록 어딘지 모르게 민제후랑 분위기가 비슷해진다고 하면... 기 절할까?' 동민이 픽 웃으며 펄펄 뛰는 한예지양을 상상해 보았다. 그러나 그녀도 사실 제후를 많이 좋아한다는 걸 동민은 안다. 그 녀석은 존재만으로도 주변을 변화시키는 묘한 녀석이니까... "그런데 이 꼬마는 누구야?" 예지의 물음에 상념에서 깨어난 동민이 고개를 숙였다. "내 동생. 주말이라고 놀러와서 어쩔 수 없이 데려왔어. 미안하다." "아, 너 지금 따로 나와서 혼자 산다고 그랬지? 왜 따로 나와 사는진 잘 모르겠지만... 괜찮아. 그래, 꼬마야. 너 이름이 뭐니?" 동민이 스터디 그룹 멤버들끼리 처음으로 밖에서 만나는 모임에 여동생 을 데리고 나온 것을 너무 미안해 하자 예지가 쾌활한 얼굴로 미소 지으 며 꼬마에게 물었다. 역시 예전과는 많이 변화된 모습이다. "동희. 신동희. 언니 이름은 뭐야?" "어머나! 너 정말 인형처럼 생겼구나! 내 이름은 한예지란다. 호호호." 예지가 밝게 웃으며 말을 걸자 꼬마 소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와~ 언니 영혼은 참 예쁜 분홍색이네? 이 색은 강한 척 하지만 상처 받기 쉬운 색인데.. 그치만 예쁘니까. 꺄하하~ 내 친구들도 지금 다들 좋 다고 그래. 저기…친구들이 예쁘다고 조금씩만 기운을 가져가도 좋냐구 그러는데? 안돼?" 꺄르르 웃는 아이의 웃음 소리가 울리자 예지의 머리카락이 나풀나풀 공 중으로 떠올랐다. 바람도 없는데 머리카락이 춤을 추자 점차 창백해지며 사색이 되는 예지의 얼굴. 그것은 좀처럼 보기 드믄 천사 같은 미소의 신 동희의 깜찍한 모습과 더욱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오늘 벌써 두번째. 또 시작이라니... "동.희.야!!" "뿌~ 알아쪄. 오빠 바보야." 오빠의 고함에 동희가 흔들던 손을 멈추자 춤을 추던 예지의 머리카락이 차분히 내려 앉았다. "이..이게 무슨 일이야, 신동민?" "아…그게…" 한예지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의 떨리는 목소리에 피곤한 듯 눈가를 문지 르는 소년이 있었다. "어디부터 얘기해야 할지..." "처음부터 다 해!" "그..그래." 그가 이제 처음 모습으로 복구된 한예지의 박력에 밀리고 있었다. 지금 에서야 민제후를 좀 더 많이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의 동민이었 다. "동희는 날때부터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태어났어. 그 아이는 그 에너 지로 자신의 주변에 자기가 상상하는 세계를 실제 같은 환상으로 만들 정 도야. 그래서 그 때문인지 동희는 어떤 다른 존재들과도 교류하게 됐고... 어느 무당이 신을 받아야 한다느니 그래서 집안이 발칵 뒤집어 지기도 했 으니까." 신동민은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될지 몰랐지만 두서없이 설명하기 시 작했고, 아직 멍한 표정이지만 예지도 비교적 차분하게 동민의 목소리를 하나도 빠트리지 않게 들으려고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난 그것이 동희가 무당이 되기 위해서 그런 능력을 타고 난 것 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내 동생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예민하게, 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뿐이라고. 그 아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도 마찬가 지이고. 실제로 동희의 친구들이란 건-물론 그 중 귀신이 없다고 말할 수 는 없겠지만-거의 자연에 깃든 어떤 존재들이라고 난 생각하니까." 그가 자신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장난치는 무표정하지만 사랑스러운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사이 그의 눈에 자연스럽게 따뜻 한 미소가 가득 담겼다. "민제후의 능력처럼 말이야." 고개를 든 신동민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계속 (연참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새벽에 하나 올릴 계획이구여. 당분간 매일 연재로 나갑니다. 저 이쁘져? ^^* 그럼 이만. ( ??/ -------------------------------------------------------------------------- ---- 제 목 : [뉴 라이프]46회 -신을 부리는 아이(9)- << 뉴 라이프 (New Life) >> -46- [부제: 신을 부리는 아이(9)] "그 바보?!" "그래. 연구 발표회날 일 말이야." 동민이 예지의 말투에 긴장을 풀고 웃으며 말했다. 이젠 '바보'라는 말 은 민제후를 부를 때 쓰는 한예지만의 애칭처럼 들리기도 한다. "실제로 동희는 다른 아이들과 그렇게 다르지 않아." "꺄르르~" 그때 동희라는 이름의 모자를 쓴 예쁜 꼬마가 반짝이는 뭔가에 싸여 공 중으로 둥실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무..물론 분명히 특별한 아이이긴 하지." 동민이 사람들이 눈치채기 전에 재빨리 동생을 낚아채서 안아 내리며 식 은땀을 흘렸다. 포커 페이스 꼬마 소녀가 칭얼대며 보채고 예지가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봤지만, 동민은 굳굳하게 자기 생각을 굽히지 않았다. "예지 너도 봤잖아. 제후가 발표회날 보여준 능력이 분명 흔하지 않고 놀라운 것이었지만 엄연히 하나의 사람의 능력이었다구. 난 내 동생도 마 찬가지라고 생각해. 다른 아이들이 그림을 특출나게 잘 그린다거나 노래 를 잘 부른다거나 또는 달리기를 잘하는 것 같은 재능 중의 하나라고." "그래그래. 알았어. 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았다구." 예지가 손가락으로 긴 머리를 쓸어올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딱딱하게 굳 은 얼굴로 혹시나 자기 동생을 괴물 취급할까봐 전전긍긍하는 신동민이라 니... 학교에서는 항상 빈틈없고 완벽해 보이는데.. 동생을 많이 아끼는 것 같아서 보기가 참 좋았다. 동생이 없는 예지는 그런 두 남매가 부러워 지기까지 했다. "호호호... 나 한예지, 그 정도 일로 놀라 기절하는 소심한 여자 아니야. 신동민, 너 아직 날 잘 모르는구나?" "아니. 얼마 전까진 '한예지'에 대해선 다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 데... 솔직히 지금은 잘 모르겠어. 너...변했어." 예지의 해맑은 웃음에 그제서야 동민도 완전히 마음을 놓고 안심하며 미 소지었다.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뭐 어쨌든 동민이 네 동생이면 내 동생도 되는 거지 뭐. 그리고 나도 동희가 너무너무 이뻐서 친해지구 싶구 말야. 그런데..." "어?" "난 민제후, 그 바.보.를 만난 이후로 왠만한 것 가지고 놀라지도 않게 됐다구. 아후~ 정말 못살아~" 목소리를 낮추길래 무슨 말인가 했더니... 동민은 쿡 하고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유세진이 예전에 했던 말을 생각해 봤다. 한예지가 귀엽다고 했었지 아마? 그때는 저 쌀쌀맞기 그지 없는 차가운 얼음 공주의 어디가 그러냐고 생각했었는데...쿡쿡... 유세진. 그 녀석은 속을 알 수 없어서 위험하고 경계가 가는 놈이지만 보는 눈 하나만큼은 무서울 정도로 날카롭고 무엇이든 꿰뚫어 본다. "세진이가 그때 그랬지. 「절대음감」이라고.." "제가 뭘 어쨌다구요?" 동민이 유세진을 생각하자 연구 발표회날, 폐허가 된 대강당에서 단 한 번 듣기만 한 피아노 곡을 멋지게 연주 했던 제후를 떠올리고 중얼거리고 있을 그때였다. "누..구...?" 소리없이 그들의 뒤로 홀연히 나타난 누군가의 목소리에 아이들이 깜짝 놀라 뒤돌아 보았다. 그런데 뒤돌아 선 그들의 눈에는 생전 처음 보는 한 남자아이가 서 있을 뿐이었다. 아직 어린티가 나지만 차가운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 무엇이든 비춰 볼 것 같은 맑은 눈동자와 푸른기가 돌 정도로 새까만 윤 기있는 검은 머리칼, 그리고 매력적인 새하얀 이목구비... 흠이라면 날카로운 눈매가 사람을 깔아보듯 거만한 빛을 띠고 있는 것이 었지만 그 마저도 남자로서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듯 싶었다. 게다가 차이나 스타일의 세련된 정장이 그 소년이 갖고 있는 동양적 신비를 매우 효과적으로 감싸 눈을 뗄 수 없게 만들고 있었다. "이런! 못알아 보시는 겁니까? 좀 섭섭한데요." 아이들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그 소년이 깨끗한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 서 안경을 꺼내 썼다. 그러자... "아앗!!" "유..유세진?!!" 두터운 뿔테 안경이 나타나 그 소년의 눈을 가리자 유세진이란 소년의 평범한 범생이 이미지가 나타났다. 눈을 가리는 것 만으로 저렇게 분위기 가 크게 달라지다니... 예지와 동민은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이 놀라건 말건간에 세진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안경을 벗 어서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예지양의 분부대로 준비하고 나왔는데 마음에 드시는지 모르겠군요. 이 정도면 그곳에 가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내가 어딜 가자고 하는지 안다고?" 세진의 말에 예지가 깜짝 놀라며 대꾸했다. 그러나 생긋 웃는 유세진.. "아뇨. 모릅니다." 동민은 세진이의 저 알 수 없는 행동들에 얼굴을 굳혔다. 저 녀석은 역 시 뭔가... "그렇지만 방금..." "예지양은 깜짝 놀라게 해주고 싶은거 아닌가요? 그런데 지금 여기에서 다 말해 주실려구요?" "어...엇?" 예지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고 동민은 싸늘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자 세진이 동민의 밑으로 시선을 내리며 물었다. "그런데... 이 꼬마 숙녀는 누굽니까?"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고 꼼지락 거리던 동희였건만 그 순간은 이상하게 도 조용하다 싶자 동민이 동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 동생. 집에 혼자 둘 수 없어서 데리고 나왔어. 동희야, 인사해. 오빠 학교 친구야." 그러나 고요할 정도로 가만히 있던 동희는 생긋 웃는 유세진과 눈이 마 주치더니 흠짓 하며 놀라서 동민의 다리 뒤로 후다닥 숨었다. "동희야?" 동민은 애가 수줍음을 타나 싶어서 소녀를 불렀지만 동희는 오빠가 부르 는 소리에 대꾸도 없이 무조건 고개를 동민의 바지자락에 묻고 고개를 붕 붕 저으며 파들파들 떨고 있었다. 여지껏 이런 적이 없었기에 동민은 놀 라기도 하고 걱정이 되서 여동생을 조심스럽게 달랬다. 그러자 동희를 바 라보던 유세진의 아쉬워 하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민군이 절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꼬마 숙녀분까지 절 싫어할지 몰랐네요. 이거 너무 서운한데요." 유세진이 천사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계속 (오늘 분량이 좀 적은가? ??;; 진행이 빨라져야 할 텐데... 곧 빨라지겠 져 머.^^;; 이대로 속도에 적응하다가 곧 연참에도 도전하도록!!! 곧 제후 도 등장시켜야 될 테고. 으흠....) -------------------------------------------------------------------------- ---- 제 목 : [뉴 라이프]47회 -절대음감- << 뉴 라이프 (New Life) >> -47- [부제: 절대음감] "정말 특별한 아이군요." 세진이 왠지 숨으려는 듯한 꼬마 소녀를 유심히 살피다 피식 웃으며 동 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는 듯 손을 뻗었다. 그때.. -탁!- 동희에게 다가가던 세진의 손을 동민이 중간에서 차갑게 쳐냈다. "동민아!" 예지의 놀란 눈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지럽게 엉키는 두 소년의 시 선. 신동민의 적대적인 싸늘한 눈빛이 유세진에게 꽂혔다. "내 동생이 싫어하잖아."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먼저 그 분위기를 깬 것은 의외로 세진이 었다. 충분히 기분 나빴을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세진은 밝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을 꺼냈다. "이거 아무래두 제가 미움을 단단히 산 모양인데요. 음, 그럼 이걸 어쩐 다..." 그제서야 조금은 다가갈 수 있는 분위기가 된 탓인지 예지가 두 사람을 떨어뜨려 놓으며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다. 조금 전엔 두 소년의 눈빛이 너무 무서워서 감히 끼어들지 못했다고 하면 우수운 일일까? 같은 또래, 아직은 어리다고 생각했던 남자아이들이 갑자기 너무 멀리 느껴져 예지의 잔소리는 무의식적으로 길어지고 있었다. "네들 둘이 지금 뭐하는 거야!! 세진아. 동민이는 동생이 걱정되서 그런 거야. 그러니까 너무 마음에 두진 말어. 그리고 신동민! 너도 말야 그렇게 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 "그래. 알았어. 알았다구. ...유세진, 내가 너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미안하다." 예지가 몰아치는 말에 밀려 신동민이 사과하자 세진은 아무일도 없었다 는 듯이 평소대로 생긋 웃으며 말했다. 이제 유세진의 미소는 무표정보다 더 알 수 없는 표정 같다. "괜찮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보다 아까 제 얘기를 하던 것 같은데..." 새하얀 얼굴의 소년의 입꼬리가 미소 비슷하게 올라갔다. "제가 알면 안되겠습니까?" 동민이 세진의 질문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그건 그냥 저번 연구 발표회때 일이 생각나서." "연구 발표회요?" "그래. 그냥 그때 네가 제후를 보고 '절대음감'이라고 했던 말을 생각하 고 있었어." 동민이는 아까 정말 손바닥에 땀이 고였었다. 같은 학년이라고는 하지만 자신보다 2살이나 어린 녀석에게 이토록 긴장했었다니... 저 녀석의 무엇 이 이렇게 긴장시키는 것일까? 그러나 동민에게 그 씁쓸한 불안감을 안겨준 당사자는 이제 다시 세상 때가 묻지 않은 듯한 깨끗한 얼굴로 마주하고 있을 뿐이다. "그랬군요. 절대음감.. 「Absolute Pitch」라고도 하죠. 하지만 동민군이 그 단어 자체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을 텐데요." "절대음감이란 어떤 음을 들었을 때, 그것이 피아노의 어느 건반의 음인 가를 맞히는 재능이지." "네. 맞습니다. 훌륭합니다." 세진이 동민의 대답에 활짝 웃으며 칭찬했다. 유세진이라는 소년의 웃는 모습은 두터운 뿔테 안경을 쓰고 있을 때에도 천사같은 미소라고 생각되었건만, 지금과 같이 안경도 쓰지 않고 훌륭한 차림새의 그의 해맑은 미소는 아름답다 라고 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하 지만 마치 '참 잘했어요' 동그라미를 그려주는 어린아이 취급하는 그 모 습에 동민은 실소가 나왔다. "아, 잠깐!! 그럼 민제후가 그 절대음감을 가지고 있단 말이야? 그러면 혹시 2주 뒤 다시 열리는 연구 발표회에서 강제경과의 승부에 승산이 있 단 말이니?!!" "아뇨." 두 소년의 말을 듣던 한예지가 반색을 하며 그들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 지만 들려온 대답은 전혀 예상밖이다. "절대음감은 음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형성되어져 다른 음과 비교하지 않고도 어떤 음의 높이, 즉 계이름을 맞출 수 있는 능력입니다. 예를 들 어 피아노 건반의 어떤 음을 들려 주었더니 그 건반의 음을 직접 쳐보지 않고, 다른 음과 비교해 보지도 않고 단번에 그 계이름을 알아맞추는 사 람이 있다면... 이런 사람은 들려준 그 음에 대한 절대적 음감을 지닌 사 람이라고 합니다." 유세진이 겉옷자락을 멋지게 넘기며 벤치에 앉았다. "절대색감은 인구의 98%인데 비해 절대음감은 전 인구의 0.01%에 불과 하죠. 훌륭한 재능인 것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세진이 말을 잠시 끊자 오히려 더 집중이 되었다. 거리는 주말 오후의 활기로 경쾌하게 돌아가고 있었지만 주변 소음은 걸러져 들려오지 않는 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설명.. "'Heredity Theory', 'Learning Theory', 'Unlearning Theory', 'Imprinting Theory'... 절대음감을 가진 사람이 생겨나는데 대한 4가지 이론입니다. 그 중 세 번째 'Unlearning Theory'은 모든 인간이 절대음감 을 가지고 태어나나 대부분의 경우 적절하게 교육받지 못해서 음감이 퇴 화한다는 이론인데... 그 맥락에서 '절대음감'이란 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 같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하지만.." 반문하려는 듯 약간 상기된 얼굴로 예지가 말을 꺼냈지만 세진이 틈을 안주고 강한 어조로 그 말을 끊으며 치고 들어왔다. 신동민은 주머니에 두손을 넣은 채 차가운 눈으로 아무 말없이 서 있을 뿐이다. "지금 민제후는 들리는 대로 그대로 흉내내어 치는 것 정도일 겁니다. 무엇보다도 그 이전에 전문적인 그 어떤 교육도 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 틀림없다면 말이죠. 물론 그것만으로도 매우 훌륭했지만..." 세진이 피식 웃으면서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며 고개를 숙였다. 소년의 윤기 흐르는 새까만 머리칼이 푸른빛으로 바람에 흔들렸다. "그러나 이번 성전특고의 연구 발표회는 예년과는 확연히 다릅니다. 전 세계의 최고라는 이름으로 무장한 저명한 음악가들이 한국으로 모여들 겁 니다. 세계적 수준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자리가 되는 겁니다. 게다가 강제경, 그는 이미 성전특고 스카웃진들도 인정한 세계를 무대로 하는 재능을 갖춘 천재(天才). 즉..." 고개를 든 유세진의 시릴 정도로 맑은 두 눈.. "절대음감, 그 자체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한마디 한마디에 힘을 주어 내뱉었다. 파랗게 보일 정도로 맑은 눈동자 가 시린 빛을 뿜는다. "아, 이런... 요즘은 제가 무슨 호기심 해결사가 된 기분인데요? 게다가 우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제후군은 아직 안온 건가요?" 손목을 들어 시계를 흔들며 웃는 그의 모습에 동민과 예지도 그제서야 꿈에서 깨어난 듯 정신이 들었다. 이상하게 유세진이란 이 소년의 말을 들을 때면 이상한 힘에 천천히 빠져드는 느낌이다. "맞다. 민제후? 그 바보, 아직 안온거야??" "이상한데. 분명 장소는 확실하게 알려 줬는데..." "그런데 그보다 말입니다." 모두들 약속 시간이 1시간이 넘도록 오지 않는 민제후에 대해서 걱정하 고 있을 그때, 조용히 않아 있던 세진이 그들을 또 불렀다. 그리고 그들 이 의아한 표정으로 돌아보자 별거 아닌 것을 말하는 듯 담담하게 웃는 새하얀 얼굴의 소년. "동희양이 없어졌습니다." 음...돌겠다. 분명히 동민이가 말한 대로 1번 출구로 나왔는데.... 생각 좀 해보자. 제후는 지금 신동민이 가르쳐 준 길을 그대로 따라왔건만 번화한 시내가 아닌 점점 음침한 골목길로 빠져드는 것을 보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렇게 이리저리 고민하다 돌고 돈 끝에 한가지 깨달은 결론! '길을 잃었군.' ...계속 (어라? 12시가 넘었네요? @.@;;; 제가 개학을 해서 학교에 가거든요. 그 래서 좀 더 바빠졌어요. 12시를 넘겼지만 안넘긴 걸로 쳐주시길... 매일 연재에 대한 약속은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녁때 또 뵙죠. ^^;;;;) -------------------------------------------------------------------------- ---- 제 목 : [뉴 라이프]48회 -빨강머리 앤써니(1)- << 뉴 라이프 (New Life) >> -48- [부제: 빨강머리 앤써니(1)] 제후는 골목길 바닥에 팔짱을 끼고 주저앉아 눈을 감았다. 손에는 집에 서 실수로 얼떨결에 들고 나온 검은 도를 쥐고 길 한복판에 양반다리로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무협 영화에 등장하는 폼. 그러나 상황은 전혀 멋지지 않았다. 폼.만. 멋있었다. 누가 믿겠는가. 종로 한복판에서 종로를 못찾아 길을 잃고 헤메는 고등 학생이 있다니... 아마도 민제후라는 극악 길치 소년이 아니면 불가능한 이야기일 것이다. 게다가 소년이 고뇌에 휩싸여 꽉 틀어쥐고 있는 물건은 45구경 콜트나 H&K MATCH 9mm 권총도 아닌 폼 안나는 색바랜 검은 골동품. 그나마 사람들 눈을 의식했던 것인지 비닐로 조잡하게 감싼 모양 인데, 그것이 더 태가 안난다.;;; '음, 역시 데져트 이글 정도는 손에 쥐고 있어야 이런 허름한 골목길에 서도 폼이 나는 건데. 마치 범인을 추격하는 형사같지 않겠어? 푸헤헤헤~ 총열 부위만 바꾸면 44구경, 50구경도 바꿀 수 있고 옵션도 많고. ...아니지 아냐. 데져트 이글은 위압감은 들지만 무거워서 실전에서는 별 도움이 안될 테니까 역시 베레타(beretta)가... 세계 각국에서도 인정받는 15발의 멋진 권총이라. 캬~그 총 한자루로 다이하드에서 브루스 윌리스 가 테러리스트와 대결하는 장면은 정말 죽여줬었는데...' 길을 잃고서 생각 좀 해보자더니 오늘도 또 삼천포로 빠져드는 제후였 다. 벌써 1시간 동안 미로같은 골목길 속에서 헤메 다니는 그였다. 인쇄소 등의 가게들이 있는 골목이었지만 주말이라고 다들 문을 닫아 걸어 인적 이 없는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시내 한복판이라면서 어째 다녀 도 다녀도 사람없는 골목길만 미로처럼 나오는지... 눈이 돌아갈 지경이다. -땡그랑- 그때 바닥에 떨어지는 이상한 쇳소리. "어라? 왠 동전이..." 동전 소리에 눈을 뜬 제후는 자기 앞에 떨어져 있는 100원짜리에 의아 해하고 있을 그때였다. "형이 말로만 듣던 '노숙자'로군." "뭐..뭣?!" "길거리에 앉아 있거나 누워있는 사람들을 노숙자라 부른다고 우리 엄마 가 그랬어. 자, 이걸로 맛있는 거 사먹고 올해 산타할아버지한테 나 착한 일 했다고 말해줘. 선물은 큰 거 필요 없구 일제 무선조종 헬리콥터 장난 감이면 된다고 말해. 아! 물론 신형으로. 것두 많이 봐준거야." 임마! 너는 달랑 100원으로 맛있는 거 사먹을 수 있냐? 할 수 있음 네 가 한 번 해봐라. 자신을 구걸하는 거지 취급하는 건방진 꼬마 녀석을 바라보자 제후의 이 마에 열십자가 마구마구 세겨졌다. '요...요놈!!!' 그때... "철수야!" -두다다다다- 그제서야 치마바람을 날리며 원더우먼처럼 나타나는 꼬마 녀석의 어머 니. 그 아줌마가 제후를 힐긋 보더니 불량 청소년을 봤다는 듯 띠껍게 쳐 다보며 아이의 손목을 질질 잡아끌면서 다시 빠른 걸음으로 도망쳤다. "쉿! 눈 마주치지 마." 저...저 아줌마가!! 이봐요, 아주머니! 철수라는 이름을 들어보니 엑스트 라 찬조 출연 같은데 도데체 내가 어딜 봐서 노숙자요!!! 예전엔 몰라도 지금은 파릇파릇한 예쁜 십대란 말이요. 그리고... "아차차차~ 길 물어봐야 되는데! 잠깐만 엑스트라 아줌..." 제후가 헤메다닌 골목길에서 마침내 길을 물어볼 만한 사람을 만났다는 사실을 뒤늣게 깨닫고 허둥대며 일어서 뒤돌았을 때였다. 눈을 감았다 뜨 는 그 순간 갑자기 코앞에서 떠억 마주친 커다란 두눈이라니!! "끄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제후가 사람의 소리라 생각할 수 없는 요상한 괴성을 지르며 빛의 속도 로 뒤로 쫘악 물러섰다. "머...뭐야?!!!" "동희" 그러나 반사적으로 외친 소리에 그를 기겁을 하게 만든 원흉은 얌전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민제후의 감각으로도 감지하지 못할만큼 기척도 없이 그의 코앞 까지 다가왔던 그 요사스런 기운은 의외로 예쁘장한게 생긴 꼬마 소 녀...? 어린아이답지 않은 무표정한 포커 페이스의 작은 인형소녀가 민제 후의 앞에 서서 말하고 있었다. "머야가 아니라 동희야. 신동희." "동희야! 동희야!" 한편 동민은 그때 그 주변 길을 훑고 다니면서 여동생을 찾고 있었다. 여기저기 아이가 갈만한 곳을 샅샅이 뒤진 동민은 혹시 예지와 세진이 동 희를 찾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처음 장소로 되돌아 갔다. 마침 그때 다 들 그 자리로 급히 돌아오는 아이들이 보였다. "찾았어?" "아니. 이쪽엔 없어. 세진아 넌?" "저쪽 방향에는 없습니다. 아무래도 좀 멀리 간 듯 싶은데요." 세진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동민은 주저앉듯 벤치에 앉았다. "데려오는 것이 아니었는데... 내 잘못이야." "네탓이 아냐. 너무 걱정하지 마. 동희가 또 나이답지 않게 야무져서 아 무 일도 없을 거야. 그리고 그 아인 특별한 아이잖아." "그럴까? ...그래. 그렇겠지?" 예지의 위로의 말에 동민은 쓰게 웃으며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그래. 잘못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아이는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게 사 랑받는 아이니까. 하지만... "하지만 여린 아이라 낯선 거리에서 울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동민은 인적이 없는 어딘가에서 울고 있을 여동생을 상상하자 가슴이 저 려왔다. 날 믿고 의지하는 유일한 내 편인 가족이었는데 그 아일 잠시나마 놓치 다니... "그런데 제후는 왜 또 이렇게 안오는 거니? 혹시 얘도 길 잃은 거 아 냐?" 예지의 목소리가 바람이 되어 세 아이들 사이를 지나갔다. 설마... "이런..." 아이들에게서 참담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찾아야 할 미아가 하나 더 늘었다. "아~ 노숙자 오빠는 길을 잃었구나." "시끄러 꼬맹아!!" 노숙자라니... 물론 경험은 있지만.;;; 노숙은 뭐 아무나 하는 건줄 아냐? "그런데 넌 왜 이런 곳에 있냐?" 제후는 다시 길을 헤메 다니다가 골목 한 어귀에 쌓여있는 잡동사니 위 에 걸터 앉으며 동희라는 꼬마한테 말을 걸었다. 그 녀석 주변에 펼쳐져 있는 바다속 풍경의 환상이나 까르르 대며 날아 다니는 이상한 날파리 같 은 것들을 무시하려고 노력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겐 안보일 테지만 인간 의 수많은 감각들과 잠재력이 깨어있는 제후에게는 예외였다. 골치아픈 녀석을 만났다는 강한 예감이 그를 괴롭히고 있을 때 동희가 예의 그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길 잃은 어떤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있어. 지금 어디서 울고 있진 않은 지 모르겠네. 빨리 찾아줘야 할 텐데..." "누군데?" "응, 고등학생 오빠 둘이랑 언니 하나." 빠직!! "야! 그건 네가 미아란 소리잖아!!" ...계속 (??;; 푸헤헤헤~ 늣었다. 하지만 사소한 문제는 그냥그냥 넘어가자구 여. ?? 아! 글구 다음 회에서는 오랜만에 액션이 좀 나오겠네요. 제후와 동희의 능력 좀 한 번 보게 될려나? ??? -------------------------------------------------------------------------- ---- 제 목 : [뉴 라이프]49회 -빨강머리 앤써니(2)- << 뉴 라이프 (New Life) >> -49- [부제: 빨강머리 앤써니(2)] 길을 잃은 오빠를 찾아야 된다니... 그 말도 안되는 소리에 어이가 없어 제후가 소리치자 동희가 여전히 포커 페이스로 무덤덤하게 말한다. "고정관념하고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봐." 고정관념 타파와 네가 미아란 것이 도데체 무슨 상관이냐? ?? "..그래. 너도 참 대단한 녀석이다." 왠만한 7살짜리 꼬마 녀석이 이 복잡한 시내 한복판에서 미아가 됐다면 분명 백이면 백 울면서 길을 헤맸을 텐데.. 그려. 너처럼 같이 나온 어른 을 오히려 미아로 여기며 걱정하지 않을 건 분명해. 제후는 그 꼬마 녀석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며 헛웃음을 지었다. '허허허... 어째서, 왜 내 주변엔 평범한 여자들이 없는 걸까? 하다못해 길에서 우연히 만난 꼬마 계집애조차 평범하지 못하니...' 그 순간에도 제후의 눈에는 신동희 주변에 펼쳐져 있는 환상이 보이고, 그 소녀 주변을 날아다니며 재잘거리는 반짝이는 어떤 존재들이 계속해서 눈에 밟혔다. '꺄르르~ 굉장히 예쁘게 생긴 남자애네? 얘, 우리랑 놀자.' '대단히 기운이 강한 인간이야. 나 얘 맘에 들었어.' '햐~ 영혼의 느낌도 너무 좋아.' 전염성인가 보다. 그 반짝이 날파리들은 이제 끊임없이 제후에게 말을 시키며 관심을 표하는 중이다. 마치 꿀에 꿀벌 달라붙듯이 그것들이 민제 후에게 날아와 붙었다. 차갑고, 따뜻하고, 상쾌하고, 푸르고, 또는 반짝이 고, 빛나는 등등의 여러 성질들의 어떤 존재들이었다. '역시 절.대 안평범해!! 절.대. 비평범이야!!!' 제후가 그것들을 안본 걸로 치려고 마음의 절규로 노력하며 고개를 흔들 었다. 그러나 이것들을 다 무시한다 하더라도 동희라는 저 꼬마 녀석의 정신 구조는 절대 정상인의 뇌구조가 아닐 것 같다. 「왕따... 암묵적으로 퍼져있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학급 뿐만이 아닌 전교까지 확산된 사례가 사회에 충격을 던져줘...」 그때 제후가 기대있는 잡동사니들 사이로 구겨져서 굴러 다니는 오래된 신문지가 그의 뛰어난 시력에 포착되었다. 그래. 실험이나 한 번 해볼까? "야, 꼬마 무당. 넌 이 기사를 어떻게 생각하냐?" 제후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그 신문지를 주어들며 꼬마 소녀에게 물어 보았다. 그러자 신동희, 아무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 "단신으로 전교생을 따시킨 놀라운 쾌거." 역시... ??;; 신동희, 민제후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그래그래. 내 팔자에 평범한 여자는 무슨... 마음을 비우자 비워. 헛헛 헛...?? "왜, 꼬마 무당. 뭐야?" 제후가 마음을 비우고 자기 머리나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부비는 귀찮은 반짝이 날파리들을 떨궈버리고 있자 동희의 시선을 느껴져 의아하게 물었 다. 여지껏 무표정 무관심한 얼굴로 쳐다봤었으면서 왜 갑자기 놀란 듯 빠안히 바라보는 건지. "와아~ 금색이다. 금색." 제발 포커 페이스로 놀람의 감탄사 쓰지 마. ?? "그래. 내 머리 노랗다. 신기하냐? 나두 신기하다." 원판 외할머니가 외국인이셨단다. 젊었을적 굉장한 미인이셨다고 하더 라. 그래서 원판 몸이 그 분을 많이 닮아서 남자가 남사스럽게 기집애처 럼 보인다. 이 몸으론 내가 아무리 운동을 해도 실버스타 스탤론처럼 근 육이 붙진 않을거야. 으휴... "아니아니. 그거 말고. 오빠 영혼이 금색이라고." "뭐?" "반짝반짝하게 빛나는 금색 영혼이야!" 왠 개 풀 뜯어먹는 소리람? "오빠 대단한 사람이었구나! 난 다 커서 길도 잃고 헤메다니길래 별 볼 일 없는 사람인 줄 알았더니." 그려!! 나 극악 길치다. 네가 보태준거 있냐?!!! "그런데.....웅.....좀 이상해." 갸웃갸웃하며 고개를 갸웃둥하는 꼬마 동희의 모습은 깜찍한 인형, 그 자체다. "핫!" 그런데 그때 '흠짓'하며 눈에 뛸 정도로 깜짝 놀라는 꼬마 동희. 제후가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리며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꼬마 소녀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도 별 생각없이 지켜보고 있자 동희의 그 무표정한 얼 굴이 갑자기 뭔가를 발견한 듯 새하애지면서 두 눈이 커다래졌다.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분명 겁에 질린 공포의 눈동자.. 그렇게 부들부 들 떨면서 서있던 동희가 갑자기 제후에게 와락 달려들어 그의 다리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절대 바뀌지마, 오빠." "야. 꼬마 무당?" 시건방지다고 할만큼 당당하고 여유있던 녀석이 순식간에 돌변하자 제후 는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당황스러웠다. "동희 무서워." "...........?" "반짝반짝하는 금색 안에 웅크리고 있었어. 아주 무서운..." 무슨 소리야? ...에구~ 제후는 혹시나 그를 놓칠까 고사리 손으로 꼭 붙들고 알아듣지 못할 말 을 주절거리며 떠는 어린아이의 모습에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뭘 어쨌다는 거야, 꼬마 무당. 내가 무슨 일로 바뀌겠어. 난 지금 이 자체가 너무 좋다구. 내 소원을 하나하나 이뤄가고 있단 말이야. 좀 건방지고 성격 나쁜 마녀도 끼어 있지만..친구도 사겼고, 스터디 그룹도 만들어서 공부도 하고, 좀 황당하지만 가족도 생겼고... 이제 열심히 해서 마지막으로 대학도 갈거라구. 온갖 추하고 어두운 것들은 이제 나에겐 모 두 과거일 뿐이야." 그가 소녀 앞에 눈 높이를 맞춰 쭈그리고 앉아 동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그래. 모두 과거일 뿐이지." 제후가 신동희라는 꼬마에게 말한다기보다 스스로에게 말하는 듯이 읊조 렸다. 과거...과거...이제 모두 과거일 뿐이다. 어두운 기억들은 모두 버리고 밝 게 새로 시작하면 되는 거야. 난 이제 18살 소년 민제후니까. 동희 덕에 덩달아 진지해져 버린 제후가 피식 웃으며 동희의 모자를 벗 겨 머리를 헝크려뜨렸다. 동희도 그런 제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배시 시 웃는다. 아니, 제후가 느끼기에 웃는다고 느껴졌지만 솔직히 객관적으 론 별 표정 변화는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웃었다고 느꼈지? 음...;;; "그래. 아직은 먼 훗날 일이고... 팔자 소관일테지 뭐. 헤헤~" 다시 건방진 꼬맹이로 돌아온 신동희였다. 그리고 건들거리는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려온 것도 그때였다. "여어~ 그림 좋은데~" 제후가 고개를 돌리니 서너명의 요란하게 생긴 남학생 녀석들이 담배를 입에 물고 시비거는 것이 보였다. 입은 건지 벗은 건지 푸대자루처럼 큼 직한 옷을 걸치고, 머리는 요란하게 물들였거나 무스로 떡칠하고, 걱정될 정도의 피어싱을 한 그 모습은....공인된 단어로는 '불량 청소년' 또는 '비행 청소년'이며 대중적으로 느낌이 다가오는 단어로는 '양아치'가 선 택될 듯 싶었다. 그리고 그 소년들의 의도가 다분히 보이는 고리타분한 대사라니... 이봐. 넌 이런 꼬맹이랑 그림 좋구 싶냐? ??; "어이~ 네들만 분위기 좋으면 된다 이거야? 이 엉아들도 지금 용광로처 럼 활활 타오르는 가슴이 있다 이거야. 그런데 가슴 찢어지게도 이 형님 들의 연예사업, 청춘 사업 등 각종 사업 자금이 부족하다. 그래서 결론은 네들이 투자 좀 해야 쓰겄다!" 그냥 요약해서 깔끔하게 '돈 내놔.'라고 하지. 어차피 깔끔한 대답이 돌 아갈 텐데 말이야. "나, 돈 없어." 제후가 화사한 미소로 아주 산뜻하게 깔끔히 대답을 하자 소년들이 입술 을 일그러뜨리는 것이 보였다. "머?!!! 썅!! 그럼 네들 멀로 이 빚을 갚을 거냐!!! 앙!!" 한국은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진리를 보여주듯 소년들이 있는대로 고함을 지르면서 길가에 쌓아놓은 잡동사니들을 뻥뻥 걷어차며 다가왔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는 정말 무섭게 느껴질 상황이었다. 요즘 세상은 무 서운 십대라 하지 않는가. 하지만 여기 그들 앞에 서있는 금갈색 머리카 락의 소년과 포커 페이스의 인형 소녀는 아쉽게도 일반 사람들이 아니었 다. 그때까지 별 동요없이 지켜보던 신동희양이 그 양아치 소년들을 향해서 입을 열었다. "동희는 가진 거라곤 빵빵하고 죽이는 몸매밖에 없어. 그러니까 몸으로 갚을게." 휘청이는 양아치들. 이미 마음을 비운 제후만 빼곤 나머지 소년들은 다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굳어버렸다. "야, 꼬마무당. 너 어디서 그런 소릴 배웠냐?" "만화책." 음...역시... 요즘 세상은 전쟁, 호환, 마마보다 불법 해적판 만화책이 어 린이를 망친다. ...계속 (어라? 일요일이 된지 1시간이 되었네? ^^;;; 이번회에 액션을 좀 넣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길어져서 또 못 넣었어여. 다음엔 꼭...그런데 그렇다고 치고 박고 싸우는 싸움은 아니고여...음...그냥 그때 직접 보세요.;;; 그럼 메일 보내 주세요. ^^*) -------------------------------------------------------------------------- ---- 제 목 : [뉴 라이프]50회 -빨강머리 앤써니(3)- << 뉴 라이프 (New Life) >> -50- [부제: 빨강머리 앤써니(3)] "그래도 애들은 그런 말 쓰는거 아니다." 그가 짐짓 근엄한 목소리로 동희를 꾸짖었다. 요즘 애들은 조숙하다고 하지만 이 꼬맹이 녀석은 생각 자체가 대책이 안선다. 제후의 엄한 꾸중이 이어지자 동희가 말동말동한 눈으로 그를 똑바로 쳐 다보며 말했다. "그럼 오빠도 앞으로 동희한테 '꼬마 무당'이라고 하지마." "야, 귀신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걸 떼거리로 끌고 다니면서 무당 이 아니면 뭐냐?" '어머나! 얘도 우리가 보이나 봐.' '까르르~ 그럼 우리랑 놀 수 있겠네? 같이 놀자. 놀자놀자놀자놀자놀 자...' 재잘재잘재잘... "시..시끄럿!!!" '앗! 실수다. ??;' 제후는 순간 까르르 웃어대며 더욱 열광하며 달려드는 반짝이 날파리들 에 기겁을 하고 후회했다. 으이구... 이놈의 주둥아리!! 끝까지 모른 척 했어야 하는 건데. "와아~ 오빠두 내 친구들이 보이는구나. 혹시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 했었지만. 그런데 얘네들 귀신 아냐. 정령들이라고." 쳇! 귀신이나 정령이나. ??; "어쨌든 다신 동희한테 '무당'이라고 하면 안돼요. 울 오빠야가 그 말을 진짜 싫어한단 말이야." "그럼 뭐라고 부르지?" "자기." 에엣?!!!!~~~~~~~~~~~~~~ @.@;;;; "또는 '여보야'도 좋겠다." 야, 무서워. 제발 포커 페이스로 아무렇지도 않게 그런 말 내뱉지 마!! 진짜같단 말이야. "에이 썅!! 이것들이!! 우리가 물로 보여? 앙??" 한동안 동희와 제후가 양아치 소년들을 무시하고 자기들끼리 떠들자 아 이들이 성질이 난 모양인지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눈에 불을 켰다. 하 는 행동 등을 보아하니 자기들 동네에선 꽤 명성을 떨치는 모양인데 아무 리 겁을 줘도 제후 뿐만 아니라 어린 꼬맹이까지 담담하자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다. "아, 미안 미안.^^" '어쩌지? 귀엽긴 하지만 왠만하면 그냥 피해가고 싶은데... 음, 애들 용 돈 주는 셈치고 조용히 돈 줘서 보내고 싶지만 하필이면 급하게 도망쳐 나오느라 현금은 몇 푼 있지도 않고 골드 카드 뿐이니... 게다가! 이 사회 의 어른으로서 미래의 새싹들이 삥을 뜯는 나쁜 짓을 하려는데 일조할 순 없는 거잖아. 거 참, 고민되네.' 제후가 그제서야 미안한 마음에 아주 조금 고민을 시작했다. 새 사람이 되었으니 왠만하면 주먹은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런데 뒤는 막다른 골목. 앞은 저 요란한 녀석들이 가로막고 있다. 그러자 그때. "동희가 좋은 방법 가르쳐 줄까?" 인형소녀가 똘망똘망한 눈동자를 굴리며 말했다. "뭔데?" 좀 믿음은 안가지만... ?? 제후가 묻자 동희가 손짓으로 고개를 숙이게 해서 제후의 귀에 뭐라고 소근소근 했다. 그러나 곧 깜짝 놀라서 몸을 일으키는 제후의 일그러진 얼굴.. "야! 좀 심하다. 그리고 지금 그걸 나보고 하라고?" "하지만 효과는 직빵이야." "요즘 만화책에는 그런 것도 나오냐?" "동희는 만화 속에 세상이 있다고 생각해." '이 녀석 오빠를 만나게 된다면 다시는 여동생한테 절대 만화 못보게 하 라고 충고할테다' 라고 굳게 다짐하는 제후였다. 하지만 지금은 방법이 없으니...;; 괜히 이런 일로 어린애들 패고 다니면 기분도 찝찝하고 한도 끝도 없을 테니까. 생각은 깊이, 그러나 행동은 빠르게! 좋아!! 그럼 한 번 시작해 볼까? 목소리를 가늘게 잡는 것이 포인트랬 지...아아...마이크 테스트...그럼 준비, 스.타.트!! "캬아아-!!! 치한이야!! 로리콤, 남색 변태야!!!" "우에에에에엑?!!!!!! 이 씹탱들이 지금 뭔 헛소리야!! 아니예요. 정말 난 아니야!!" 후후후... 신동희. 어린 것이 정말 악랄하구나. 난 이 순간 널 적으로 만 나지 않은 것에 안도하고 있느니. 지들과 같은 물건이 달린 남자한테서 이런 소릴 들은 저 어린 것들은 한동안 엄청난 쇼크에 정신이 황폐화 될 지도 모를 터. '이 때다.' "꽉 잡어, 꼬마야." 제후가 환상적인 미소로 생긋 웃으며 동희의 작은 몸을 들어 올리고 힘 껏 뛰어 올랐다. "이것들이 뭐....우아아아악!!!" -파아아앗- 양아치 소년들이 패닉 상태에서 허우적대다가 막 정신을 차릴려 찰나에 그들이 본 것은 불행하게도 그들 위로 날아 지나가는 민제후였다. 경악으 로 입을 벌어진 소년들의 눈에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동희를 안고 그들 위를 뛰어넘는 제후의 모습이 천천히 강렬하게 새겨졌다. 무협 영화의 한 장면처럼 소년들 머리 꼭지 위를 아슬아슬하게 뛰어 넘 어가는 한명의 소년. 제후의 무릎까지 늘어진 겉옷자락이 바람에 펄럭이 며 양아치 소년들의 머리끝을 쓸고 지나갔다. -타탁!- "좋았어!! 가자!!" 훌륭한 착지와 함께 턱을 빼고 하얗게 굳어버린 양아치 소년들을 뒤로 하고 제후가 막 잽싸게 튈려는 찰라였다. "어딜 민제후. 이젠 우리랑 마저 놀자구." 제후가 뛰려는 방향에서 쇠파이프를 목뒤에 얹고 건들거리며 빨강머리 하나가 나타났다. 낯이 익기는 한데... "아니 넌..." "큭큭... 그래. 날 기억하고 있군. 기억하지 못할 수 없겠지. 그날의 치욕 을..." "누구지?" 휘청이는 빨강머리. 제후가 자신을 기억 못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그 모양새에 제후가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머리를 극적이며 말 했다. "아, 미안. 그런데 정말 기억이 안난다." "이 씨발!! 너 이 자식, 네가 겁도 없이 우리 스콜피온 아지트를 습격한 사건을 모른다 하는 것은 아니겠지!!!" "아지트? 습격?" 정말 모범적으로 공부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제후는 갑작스럽 게 빨강머리가 내뱉는 습격이라는 단어가 이해가 안갔다. 습격? 난 전생에도 스스로 먼저 친 적이 없었느니라. "지난 토요일 정탐하러 왔다가 우리를 습격하지 않았냐 말이다!!" 토요일? 아....그 밀림 속에 있던 그 창고? 제후가 생각이 났다는 제스쳐로 손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외쳤다. "아하! 너 그때 칼들고 깝죽대던 그 빨강머리구나. 그런데 왠 습격?" "누구야, 오빠?" 동희가 제후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응. 누구냐 하면... 어라? 그러고 보니 이름을 모르네? 그래도 이래저래 인연이 있는 녀석인 것 같은데 이름은 알아두는 것이.. "야, 너 이름이 뭐냐?" "흥! 듣고 놀랄 걸. 스콜피온 지역 조장 '앤써니'라고 하지. 큭큭큭..." 그래. 듣고 놀랬어. 앤. 앤이라... "빨강머리 앤? 푸헤헤헤~!!" "멍청아!! 앤이 아니라 '앤써니'라니깐!!" 제후가 빨강머리가 바락바락 지르는 소리를 한 귀로 흘려 들으며 계속 키득댔다. <들장미 소녀 캔디>를 감동적으로 읽고서 캔디의 남자친구 이 름을 땄다고. 재미있는 녀석이네? 그런데 그거 나두 본 적 있어서 아는데 '앤써니'가 아니라 '안소니' 아닌가? 그때 동희가 눈치없이 끼여들었다. "그거 '안소니'야." "이 바보 꼬마야. 미국에서 살면 본토 발음으로 그렇게 되는 거야. 촌스러워서 원. 애~앤~써어어니~!! 알겠냐. 후후후..." "동희두 아빠따라 미국에서 살았었는데... 미국 어디에서 살았어? 뉴욕 주? 펜실베니아 주? 아니면 혹시 워싱턴이나 캘리포니아 쪽이야?" "이...이...어쨌든!!" 빨강머리가 얼굴이 코 끝에 뿌려진 주근깨가 돋보일 정도로 빨갛게 물들 었다. "동희야. 경상도 주라고 있데." 토닥토닥. 제후가 불쌍하게도 말문이 막혀 얼굴이 머리색 만큼이나 빨개져 무안해 하는 '빨강머리 앤'을 위해 동희를 안고 등을 토닥였다. 킥킥... "그런데 저 오빠 이름은 김칠득이라는데?" "으엥?" "그걸 어떻게... 으...역시 만만하게 볼 놈들이 아니군." "거기 옷에 쓰여 있잖아." "으아아아아..." 동희가 소매자락에 '김칠득'이라고 곱게 수가 놓인 옷을 가리키며 말했 다. 바보로군. 쿡! 쟤 나쁜 애는 아닌 것 같네. "그래. 내 본명은 김칠득이다. 아버지께서 일곱가지 깨달음을 얻고 나를 얻으셨다고 지어주신 이름이지. 하지만 요즘은 예명시대다. 전지현도 본 명은 왕지현이고 이휘재도 이영재다. 그래서 난 앤써니다. 음하하하~" 그래. 너 잘났다. ?? "어쨌든!! 오늘 네 놈의 실력 좀 한 번 구경해 보자고. 겁대가리 없이 우 리 스콜피온에 사사건건 걸고 넘어진다는데 각오는 돼 있는 거겠지? 왜 대장이 아직까지 널 손 못대게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진작에 시건방진 네 놈의 자식, 손 좀 봐주고 싶었어!! 오늘은 우리도 만만치 않을걸? 큭 큭큭.." 그렇게 혼자 주절거리던 빨강머리가 손가락을 딱- 튕기자 어디서 기다 리고 있었는지 열댓명의 살벌한 눈의 덩치가 산만한 소년들이 손에 각목 등의 각종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하나씩 잡고 나타났다. 기척으로 대충 짐작은 했었으나 막상 열이 훨씬 넘어가는 숫자의 아이들이 눈앞에 나타 나자 제후의 눈에도 점차 장난기가 사라져 갔다. '준비를 단단히 한 모양인데? 이러고 싶진 않았지만 빠져 나갈 수 없다 면...' 제후가 지팡이처럼 비닐에 싸서 들고 다니던 도검을 풀어들었다. '가볍게 놀아줘도 좋겠지.' 그런데 쪽수에서 밀리니 좀 긴장되긴 한다 야.^^;;; 아! 그러고 보니 이 아이 이름을 아직 못지어줬군. 생각난 김에 지금 지 어줘야겠다. 청아(淸雅)...그래. 청아도(淸雅刀)!! 색깔은 새까맣지만 검신에서 느껴지 는 기운이 서늘하고 고아하니 '청아'라 해야지. ^^ 제후가 피식 웃으며 청아도를 뽑지 않은 채 휘릭 돌려 잡았다. 어차피 날이 서 있지 않은 도(刀)이니 위험하진 않겠지만 지금은 지지리도 말 안 듣는 어린애들 군기 잡을 몽둥이로서의 역할이 필요할 뿐이니 이 정도로 도 넘칠 것이다. 그럼 슬슬 시작해 볼까? 제후와 앤써니 패거리들 사이의 공기가 점차 고조되어 갔다. 그리고 막 서로 부딪히기 직전! 그때, 누군가의 명랑한 목소리가 김을 빼듯 살얼음 판 같은 긴장된 분위기를 깨뜨리며 그들 속으로 들어섰다. "아, 저 바쁘신 것 같아 죄송합니다만, 거기 혹시 민제후군 아닙니까?" 고개를 돌리니 차이나 스타일의 멋진 수트를 차려입은 푸른빛이 도는 새 까만 머리칼의 소년이 그들을 바라보며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아! 역시 맞군요! 그런데.... 혹시 저 때문에 방해가 됐습니까? 아, 방해 가 된 모양이군요. 이런!" 앤써니 패거리들의 살벌한 눈초리가 그 소년에게 쏟아지자 소년이 예의 바르게 정중히 사과하는 것이 보였다. 그렇지만 눈빛만은 전혀 당황하지 않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다. 저런 녀석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이다.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그럼 전 상관하지 마시고 어서 하던 일 마저 하 시지요." "너 혹시...유세진?" 제후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소년이 민제후가 너무나 잘 아는 표정으로 생긋 웃었다. 그러나 느낌만큼은 평소와 너무나 다른 싸늘한 미소.. "아님 저도 좀 거들까요?" ...계속 (부제를 또 바꿀 겁니다. 부제는 수정 볼 때 다시 정해진다 싶을 정도로 고칠거지만 당분간은 그냥그냥 쓸가 합니다.^^;;; 그리고 이번회는 길어 요. 2회분을 합쳤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멜 보내 주세요.^^* 그리고 멜 안보내서 안올린다구 협박했더니 진짜 메일을 보내주시네요? 이 방법 또 써먹을까? :듀을래? , 아녀. ??;;) 제 목 : [뉴 라이프]51회 -어설픈 정우성(1)- << 뉴 라이프 (New Life) >> -51- [부제: 어설픈 정우성(1)] "뭐야? 여기도 닫았잖아!" 한 청년이 굳게 닫힌 한 인쇄소 앞에서 망연자실한 눈으로 서있었다. 「금일휴업」...「정기휴무」...「오늘은 쉽니다」... 그가 가는 곳마다 그 를 반기는 것은 기계 돌아가는 소음이나 인상좋은 인쇄소 아저씨가 아니 라 이런 한 장의 안내문 뿐이었다. 오늘이 아무리 일요일이라고 하지만 이 거리에 이렇게 많은 인쇄소가 어찌 한날 한시에 쉬는 것인지 이젠 어 이가 없는 청년이었다. "아~ 이거 누나한테 엄청 쿠사리 먹겠는걸. 앗! 아니지 아니지. 그래도 명색이 교사라는 인간이 쿠사리가 뭐야, 쿠사리가... 하하하..하..." 일부러 밝은 음성으로 기분을 돋구려고 했던 청년이었으나 누나의 살기 어린 안광을 생각해 내자마자 다시 어깨가 축 처지며 웃음 소리가 점점이 잦아들었다. 이제는 사회에 나가 교사로서 당당히 자리 잡은 동생이건만 아직도 동생을 딱갈이로 취급하며 쥐어패는 누나라니... 한때 잠깐 정권 교체를 노리고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그녀의 무지막지한 노처녀 파워에 밀 려 하루만에 눈물의 하야를 해야 했던 아픔이 있는 그였다. 그것은 냉엄 한 힘의 논리였다. "하아~ 이렇게 되면 만화 동인지 인쇄가 늣게 될 테니 '그녀들'이 가만 히 있지 않을 텐데..." 청년은 수첩에서 일정을 확인하며 중얼거리다 어떤 여인들의 모습이 떠 오르자 오한으로 몸이 부르르 떨렸다. 아무리 직장인 학교 일이 밀렸어도 그렇지 동인지 인쇄 심부름을 잊다니... 할 수만 있다면 자기 자신을 흠씬 두둘겨 패주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녀들'... 사회에선 그녀들은 '동인녀'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기도 한다. 한 번 발을 담그면 그 수렁에 빠져 다시는 발을 뺄 수 없다는 무시무시한 동인녀들의 세계... 그녀들은 스스로를 어둠의 자식들이라 칭하며 비상식적인 그들만 의 세계에 빠져 엄청난 결속력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가 견딜 수 없는 것은 가끔 -아니 요즘은 아주 눌러 살다시피하는- 그의 집 에 놀러오는 '그녀들'이 이상한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수근댄다는 사실 이다. 허리가 야리야리하다는 둥, 색기가 넘친다는 둥, 꽃수가 어떻다는 둥... ??;; 그러나 청년은 객관적으로 보기에 예쁜 미소년하고 거리가 멀었다. 남자 답게 각진 얼굴과 골격에, 거친 얼굴선, 스포츠형에 가까운 짧은 머리. 그 는 한국에 널리고 널린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의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 니 아마도 '그녀들'의 그런 반응은 그를 좀 더 그들의 딱갈이로 열심히 부려먹고자 하는 일종의 고문이라 생각하는 청년이었다. 실제로 그가 그 녀들의 말을 거역할 시엔 이상야릇한 낯 뜨겁운 그의 모습을 그려 그의 방을 도배하기도 했으니까... '그때 심장이 벌렁 거렸던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으윽...' 그는 지난 달, 신학기가 되어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그녀들의 말을 잘 듣지 않았던 때가 생각이 났다. 그때는 잠시 겁이라는 놈이 가출을 했던 모양이다. 그 일로 그는 큰 교훈을 얻었다. 아니면 그녀들의 협박처럼 다음에는 더 높은 레벨의 장면을 복사해서 그가 근무하는 학교에 뿌릴지도 모르는 일.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으으으... 이러다간 난 평생 그 마녀들 마수에서 헤어나지 못할지도... 엇?' 그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걸음을 걷고 있을 때였다. 그때 어디선가 들려온 어떤 날카로운 소리가 그의 귓가를 때리고 지나갔다. '이 한산한 거리에 무슨 일이지? 이쪽에서 들린 소리였던가? 분명 이쯤 에서..... 앗, 저건?!' 의아한 마음에 소리가 난 쪽으로 골목을 돌아선 그는 순간 난처한 장면 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곳에 열명은 넘을 듯한 불량 청소년들이 무서운 얼굴로 약한 학생들을 괴롭히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떼로 몰려 있는 아 이들은 하나같이 위험해 보이는 쇠파이프와 굵직한 각목을 잡고 있는 것 에 반해서 위험에 처한 소년은 그 뒤의 유치원생 정도밖에 안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와 귀티가 나는 작은 소년을 보호하는 듯 가로막고 있으니... 비록 그 소년도 몽둥이 비슷한 검은 막대같은 것을 손에 쥐고 있었으나 소년의 단정한 얼굴은 싸움같은 것과는 인연이 없어 보이는 귀공자. 그러 니 앞으로의 상황은 보지 않아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 아이들이 어떤 폭력 써클에 반항하다가 끌려나온 불쌍한 학생들이라 고 생각되자 막 교사가 된 젊은 혈기에 청년이 앞 뒤 가리지 않고 그들 속으로 소리치며 뛰어들어갔다. 특이한 머리색을 가진 연약한 학생의 웃 고 있는 모습이 자포자기한 듯 싶어 청년은 가슴이 아팠다. 이 사회는 이 들을 보호해 줘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븅신~ ??;) "야, 이놈들!! 어린 학생들을 붙잡고 뭐하는 짓거리야!!" 아이들을 헤치며 뛰어든 그가 짐짓 위엄있는 목소리로 꾸짖었다. 보통 애들도 아니고 손에 흉기가 될 수도 있는 걸 들고 있는 아이들에게 훈계 를 하다니... 보통 어른들이면 봤어도 못본척 슬금슬금 피해갈 일에 정의 의 사도인 양 끼어드는 청년의 모습에 스콜피온 아이들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비웃으며 쳐다봤다. "뭐야, 이건?" "뭐? 이것들이!! 네들 어느 학교냐! 난 백성고등학교의 교사다!! 너희들 지금 폭력 써클 만들어서 애들 괴롭히고 다니는 놈들 맞지!!" 그러나 스콜피온 아이들은 청년이 교사라는 말에 잠시 경계를 하는 듯 했으나 곧 피식 웃어버리고 그를 툭툭 치며 밀쳐냈다. "아~거참, 선생. 좋은 말 할 때 좀 가슈. 우리 지금 바뻐." "뭣이! 이것들이 반성은 못하고!!" "어어..왜 이래여, 정말." 처음엔 조금은 조심스러웠던 청년이 버릇없이 건들거리는 녀석들의 말투 에 열이 올랐는지 스콜피온 패거리들의 숫자를 아랑곳 하지 않고 막 나가 고 있었다. 그러자 졸지에 '괴롭힘을 당하는 연약한 학생'이 된 제후와 세진도 그들의 모습에 다음 행동을 정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있는 형상이 되었다. "백성고라면 우리 성전특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학교입니다. 훗! 재미있는 선생님이군요. 부럽네요. 제후군 주변에는 항상 재미있는 일만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그래. 너라도 재미있으니 다행이다." 민제후가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나 지리한 훈계를 늘어놓는 열혈 교사를 바라보며 머리를 극적였다. 이젠 어떻게 되는 거지? "아님 저도 좀 거들까요?" 갑자기 나타난 세진이 눈을 차갑게 빛내며 말했다. 분명 웃고 있는 얼굴 인데도 서늘한 기분이 드는 건 살기가 담긴 눈이기 때문... 세진을 바라보는 제후의 눈이 스콜피온 패거리들을 바라볼 때보다 더 날 카롭게 깊이를 더해갔다. '저 녀석...강하다.' 제후가 세진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생각이라는 늪에 잠겨갔다. 뭔가가 있는 특별한 녀석이라고 생각은 했었지만 이런 방향은 생각지도 못했었는데... 나에게 바라는 것이 뭘까? ...훗! 그래. 어차피 네가 친구로 남으면 친구로 대하고 적으로 대하면 나도 적으로 마주하면 될 일을. 냐하하하!! 역시 복잡한 건 내 체질에 안맞아. ^^ 제후가 긴장을 풀고 다시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됐어. 이건 내 일이야." 가느다란 솔바람이 불어와 세진의 이마로 흘러내린 푸른빛 검은 머리칼 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작은 키의 유약해 보이는 체 구의 소년. 그러나 그 흔들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만큼은 장 난이 아니라는 듯 매섭기 그지없다. 그 속에 제후의 대답이 떨어지자 소년의 새하얀 얼굴의 입꼬리가 올라가 며 유세진이 방긋 웃었다. "저도 그렇게 말하실 줄 알았습니다." 순식간에 세진에게서도 사라진 칼날같은 분위기. 웃기게도 민제후와 유세진이라는 두 소년들이 느꼈던 긴장감이란 것은 최대 폭력 써클이라고 말하는 스콜피온과의 대치가 아니라 연약하기 그지 없어 보이는 그들 서로간의 탐색에서였다. "그런데 좀 힘들지 않을까....생각됩니다만." 이런저런 생각을 털어버린 제후의 귀에 유세진의 걱정이 담긴 말이 들려 왔다. 그러나 정작 목소리에는 걱정스러움이 전혀 담기지 않은 신기함을 느끼게 하는 대사. 오히려 극장에서 액션 영화를 기다리는 기대감이 넘치 는 목소리라는 것이 더 옳겠다. 이봐이봐. 우리 지금 겉으로 보기에 매우 위급한 상황이라고. 열댓명이 나 되는 스콜피온 지역 간부라는 녀석들한테 집단 공격을 받게 된 상황인 데... 이그~ 맨날 재미있는 것만 찾아다니더니... 역시 유세진, 저것도 연 구 대상이다. ??; '그나저나 정말 으쩔까? 처음 생각대로 그냥 손을 봐줘? 말어?' 제후가 아직도 살기등등한 스콜피온 패거리들을 둘러보며 난처함에 가볍 게 미소를 띠었다. 아무래도 자식같은 애들 다치게 하는 건 걸리는데... 그때였다. "야, 이놈들!! 어린 학생들을 붙잡고 뭐하는 짓거리야!!" ...계속 (거 참 디게 질질 늘어지네.??; 빨리 빠샤빠샤해서 뽀개버리지. 그냥 장풍 몇방에 검기를 막 날려 버려라! 음하하하하~ ....아 참! 이거 판타지 세계로 떨어진 얘기가 아니었지? 웅.... ??52회는 좀 더 기다려 봐여. 지금 준비중이어여.) -------------------------------------------------------------------------- ---- 제 목 : [뉴 라이프]52회 -어설픈 정우성(2)- << 뉴 라이프 (New Life) >> -52- [부제: 어설픈 정우성(2)] 그때 어디선가 한 남자가 그들 사이로 파고들 듯이 튀어나와 민제후를 보호하듯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20대 중반의 청년. 평범한 청바지와 남방 차림의 그 남자는 거무스름하 게 보기좋을 정도로 그을린 피부와 서글서글한 인상으로, 마치 옆집 사는 형이나 오빠같은 느낌의 호감이 가는 청년이었다. 그러나 지금 세진에 이 어 두 번째 방해를 받는 스콜피온 아이들에게는 전혀 호감을 주지 못한 듯. "뭐야, 이건?" 아이들이 거슬린다는 표정으로 비웃자 그 청년이 단단히 마음을 다잡았 는지 용감하게 그들을 훈계하기 시작했다. "뭐? 이것들이!! 네들 어느 학교냐! 난 백성고등학교의 교사다!! 너희들 지금 폭력 써클 만들어서 애들 괴롭히고 다니는 놈들 맞지!!" '선생님?' 제후가 교사라는 말에 그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직 연륜은 짧은 것 같지만 교사로서의 책임감과 열의가 넘치는 듯, 초 롱초롱 빛나는 두 눈으로 스콜피온 패거리들을 열심히 꾸짖고 있었다. 체 격 좋은 10대들이 한두명도 아니고 열명이 넘게 있는데, 그것도 보통 아 이들이 아니라 불량 써클의 위험한 아이들을 이렇게 나서서 선도한다는 것은 보통 용기로는 어림도 없는 일일 것이다. 실제로 제후를 가로막고 서 있는 이 선생님이라는 청년도 목소리만 높았지 다리는 후들후들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호오~ 그래도 대단한데. 개차반하고는 질적으로 다른 선생님 같군.' 제후가 예전에 그가 체육관 구석으로 집어던졌던 체육 선생 개차반을 생 각하며 미소지었다. 개차반의 경우는 교사로서의 자질이 의심이 되는 선생이었지. 학생들에 게서 뒷돈을 받는 건 예사였고,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의 사건을 조용히 덮어주는 조건으로 배경 좋은 집안들과 여러 가지 조건으로 유착되어 있 기도 한... 그러나 확실한 증거가 없어 성전고에 남아있는 인간이었는데 제후와 부딪힌 그날 이후로 조용히 사직하고 사라졌다는 소문이다. 물론 제후는 아무일도 하지 않았다. 단지, 당시 제후라면 껌뻑 죽는 시 늉까지 하던 어떤 망할 영감 앞을 지나가면서 나직하게 '학교가 썩었어 썩었어. 쯧쯧쯧...'라고 하며 혀를 찼을 뿐.;;; 그 뒤에 성전재단에서 어떤 감사와 처벌이 이루어졌는가는 제후의 일도 아니었고, 또한 그의 관심범 위 밖이었으므로 자세히 알지 못한다. "아~거참, 선생. 좋은 말 할 때 좀 가슈. 우리 지금 바뻐." "뭣이! 이것들이 반성은 못하고!!" "어어..왜 이래여, 정말." 그러나 그 순간에도 스콜피온 패거리들과 그 열혈교사 사이의 분위기는 점점 과격해지며 열기를 띠어갔다. 처음에는 다리까지 부들부들 떨던 그 젊은 선생님도 건들거리는 녀석들에게 열을 받았는지 거칠 것 없이 소리 지르며 지루한 훈계를 늘어 놓는다. '어... 저러다가 저 선생 다치는 거 아냐?' 점점 험악해지는 분위기에 제후가 떫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자 옆으로 다가온 세진의 유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성고라면 우리 성전특고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학교입니다. 훗! 재미있는 선생님이군요. 부럽네요. 제후군 주변에는 항상 재미있는 일만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그래. 너라도 재미있으니 다행이다." 그려. 넌 재밌으면 모든 다 좋은 녀석이니까. 인생이 그렇게 지루하냐? 제후는 느닷없이 나타나 그를 보호해 준다고 설치는 열혈 교사를 바라보 며 머리를 극적였다. 이젠 어떻게 되는 거지? 내가 저 선생까지 구해줘야 되는 거 아냐? ??;; 그때, 그 열혈 교사가 갑자기 홱 고개를 돌리더니 초롱초롱 빛나는 눈동 자로 제후에게 손을 굳게 다잡고 결연한 목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괜찮다! 이 선생님이 너희들을 지켜주마!!" 안지켜도 돼요. ?? 제후가 사명감에 불타는 청년을 향해 속으로 욕을 하며 난감하게 바라봤 다. "아...네;;;...저...그런데 그렇게 안하셔도 되는데..." 그러자 그 청년은 제후가 미안해서 그러는 줄 알고 가슴을 주먹으로 팡 팡 치며 허세를 부렸다. "걱정 말라구. 보기엔 이래도 이 선생님이 말이다, 태권도 유단자란 말 씀이지. 문제없다! 선생님이 해결하마!! 콜록 콜록..." 그러니까 가슴을 너무 세게 치며 사래가 들릴 수도 있으니까 조심을 해 야.. 그런데 유단자가 왜 떨고 있는데요? ??음...이젠 아예 사시나무 로 변신을 하셨구려. 그러나 열혈 교사는 머리와 몸이 따로 노는지 진동계처럼 흔들리는 몸과 는 다르게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있는대로 소리를 지르며 스콜피온 패거리 들을 격양시키고 있었다. "이 못된 것들!! 내가 이래뵈도 특수부대 출신이닷! 교사로서 이래서는 안되겠지만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너희들을 처벌하겠다. 불행하게도 너희 는 이몸이 한 실력 한다는 것을 곧 보게 될 것이다!" 안봐도 된다니까요. ?? 그리고 당신만 빠져주면 다 해결될 것 같단 말이오. 선생까지 보호하면 서 싸우긴 어렵고 도망가긴 더 더욱 어렵잖아!! 더구나 당신 앞에선 맘 놓고 움직였다가 괴물 취급 받을 텐데... 뭐 평소 내가 그런 것에 연연하 는 성격은 아니지만... 제후가 제후와 세진, 동희 등 그의 일행을 지켜 주겠다고 나선 한 청년 을 식은땀을 흘리며 쳐다보던 그때, 마침내 그 선생이 스콜피온 아이들을 향해서 소리를 지르며 돌진해 들어갔다. 남자답게 한순간 멋있는 순간이 었다. 문제는... 그 멋진 순간이 너무나 순식간에 지나가 제후를 제외하고 는 아무도 느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퍽!- "악!!" 그 열혈 청년 교사는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고 바닥에 넘어져 정신을 잃 었다. "이런... 뛰다가 자기 발에 자기가 걸려 넘어져 바닥에 머리를 박았군요. 이런 경우는 정말 처음 보는데... 아, 물론 기절한 것은 너무 강한 심적 스트레스가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세진의 웃음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제후는 다리가 꼬여 바닥 에 머리박고 기절했다는 그 어이없는 모습에 잠시 할 말을 잊고 생각에 빠졌다. 음, 폼생폼사라... "동희야, 네가 좀 도와줘야겠다." 제후가 머리를 굴리더니 얌전히 그들 뒤에서 자리를 지키고 서 있던 신동 희에게 다가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계속 (졸려. 나머진 14일에...??제후가 드디어 스콜피온을 깨버릴려나 봅니 다. 엉뚱한 곳에서 깨달음(?)을 얻은 듯? 그리고 분량이 좀 더 쌓이면 전체 수정을 봐서 보충할 곳은 보충하고 자 연스러운 구성이 되도록 노력해야 할 듯 하군요. 이제 곧...에휴...) -------------------------------------------------------------------------- ---- 제 목 : [뉴 라이프]53회 -어설픈 정우성(3)- << 뉴 라이프 (New Life) >> -53- [부제: 어설픈 정우성(3)] 제후가 도데체 뭘 어쩌려는 것인지 모두들 감이 안잡히는 가운데 그 금빛 머 리의 소년은 무엇인가 마음의 결정을 내린 것 같다. "무엇을 하시려는 겁니까?" 세진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음, 깨달음을 얻었다고나 할까?" "깨달음이요?" 그래. 저렇게 젊은 청년도 어린 청소년들을 선도하기 위하여 저 한몸을 불사르 는데 난 나 한몸의 안일함과 편안함 때문에 피해갈 궁리만 했었다니... 부끄럽 지 않은가. 저 아이들도 앞으로 이 나라를 이끌고 나갈 동량인 것을...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내 소신과 다르게 잘못된 길을 들어선 어린 양들을 외면하려 했 으니 이 얼마나 내 자신과 국민들에게 부끄러운가 말이다. 어른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려 했음이야. 크흑... '아! 그리고 가장 큰 것은 청소년 선도는 무엇보다 멋진 폼이 관건이라는 것 도...^^;;' 제후가 자신들이 대단한 인물이라도 된 양 거들먹 거리며 공포 분위기 조성하 는 스콜피온 패거리들을 다시 한 번 쳐다보며 혀를 찼다. "처음엔 가볍게 하려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어." 제후의 얼굴에 그 어느 때도 찾아 볼 수 없었던 진지한 표정이 담겼다. 그리고 섬짓할 정도로 파랗게 빛나는 눈. "정신교육을 단단히 시켜주마." 그렇게 알 수 없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제후가 주변을 신경쓰지 않고 그의 뒤에 인형같이 서있는 꼬마 소녀에게 다가가 시선을 맞췄다. "동희야. 도와줄거지?" -까르르~ 재밌겠다! 도와줘 도와줘.- -나두 할래. 나두나두.- -신난다! 이제 노는 거야? 우리 노는 거지? 꺄하하하~- 여전히 재잘재잘 시끄러운 각종 빛깔의 정령들이 제후 주변을 빙글빙글 날아 다니며 정신을 산만하게 만들고 있었다.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들이 자연에 깃든 신비한 존재들이겠지만 지금 제후에게는 파리채를 휘두르고 싶은 강렬한 충동 을 일으키는 날파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허허... 참을 인이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했으니 파리 몇마리 쯤이야... 난 아 무것도 안들린다. 안들린다. 안들린다.' 제후가 마음 속으로 자기최면을 걸며 그것들을 무시하려 노력했다. 허공에 대 고 말을 하면 다른 사람들이 이젠 미쳤다고 할테다. 게다가 청소년 선도의 효과 의 극대화를 위해서 신동희라는 꼬마 소녀의 능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사람이 아닌 것이 말하는 소리는 무시하자고 마음을 다잡았기 때문에 머리를 울리는 재잘거림을 애써 무시하는 제후였다. 그러나 기꺼이 도와주리라 생각했던 동희의 단호한 거절. "싫어." 동희가 팩 하고 고개를 돌렸다. 의외다. "왜?" "남에게 의지하는 것은 나쁜 버릇이야. 울 오빠가 그랬다구."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야무지게 말하는 신동희. 제후가 안면근육을 실룩이면서 '어떤 망할 자식이야! 누군지 잡히면 주우겄어!!'라고 속으로 욕을 퍼부은 다음, 다시 방긋 웃으며 무표정한 소녀를 달랬다. "나중에 오빠가 쵸코렛이랑 사탕 줄게." "베에~ 내가 애인줄 알어?" 그럼 7살이 어른이냐? ??; "좋아! 디지몬 젤리 1통!!" 이것까진 거절하지 못할걸. 이것으로 말하자면 반짝반짝한 디지몬 프로필 카드 가 들어있는 캐릭터 젤리로 요새 아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히트 상품이다. 요즘은 없어서 못팔고 있다. 어떻게 아냐고? 성전그룹 식품 사 업부 보고서에서 본 적이 있지. 내가 그 회사 주인이야. 후후후... 어린 아이들로서 거절하기 힘든 조건을 내세운 제후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기다리고 있자 역시나 그때까지 조용히 있던 동희가 입을 열었다. "...4통." 조그만게 욕심은. ?? "2통." "3통. 더 이상 안돼." "좋아. 3통, 협상 타결!" "내가 뭘 해야 되는데?" 좋았어!! 제후가 협상이 이루어지자 빙긋 웃으며 막 악수를 마칠 그때였다. "네들 지금 뭐하는 거야!!!" 제후가 동희와 뭔가 쑥떡거리며 계속해서 스콜피온 패거리들을 무시하는 태도 를 보이자 빨강머리가 머리에 핏대를 올리며 버럭 화를 냈다. 고개를 돌리니 이 런 상황 속에서도 대책없이 느긋한 민제후를 비롯하여 유세진과 신동희라는 꼬 마에 대해 신기함과 당황함에 헤메는 떼거리가 보였다. 그것 때문인지 미처 먼 저 공격하지 못하고 어이없어 하며 노려보고만 있는 아이들. "그래그래. 알았다. 알았어." 거 참 얼마나 기달렸다고. 너희들은 테레비도 안보냐? 마루치 아라치, 슈퍼 그 랑죠, 세일러문 등을 보면 주인공이 변신하거나 합체할 때는 공격하지 않고 기 다려 주는 것이 최고의 에티켓인 것을... 나도 참. 기억상실증 치료받는답시고 방구석에 잡혀 있던 근 한달간 TV만 봤 더니 나도 이쪽 방면으로 도사가 다 됐군. 하지만 역시 신세대 애들 따라가려면 테레비만한 교육 자료도 없다니까.^^ "자, 이제 정말로 시작해 보자. 하지만 그 전에..." 제후가 아이들 쪽으로 다가서며 분위기를 달리했다. 마냥 여유있고 장난기만 가득했던 소년이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차갑고 싸늘하게 변해갔다. 그 위압 감에 빨강머리를 비롯한 다른 소년들은 자신도 모르게 한발자국씩 뒤로 주춤주 춤 물러섰다. "한가지 경고하지. 내가 지금 하려는 것은 무도로서 대련이 아니다. 그러니까 너희들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덤벼라. 나도 사정 봐주지 않겠다." "무..슨...크...크하하하하!!! 웃기는 개소리!! 정말 웃긴 놈이군." "너 우리 숫자를 보고도 그런 미친 소리가 나오냐? 저건 병신 아냐?" "큭큭큭큭!! 헛소리 집어치워, 새꺄!! 허세도 여기까지다!" 앤써니는 잠시나마 제후에게 기가 눌렸다는 걸 깨닫고 당황했으나 곧 자신들 의 숫자를 믿고 크게 비웃어 제꼈다. 그때! -푸아앙!- 한순간 거친 돌풍이 일어나 민제후의 주위 반경 1m 내를 휩쓸고 순식간에 사 그러들었다. 그러나 그 알 수 없는 바람에 앤써니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 꼈다. "이..이게..뭐야?" 말을 더듬는 그의 목소리에 씨익 가볍게 웃는 제후의 얼굴이 보였다. 어느새 제후의 손에는 날아갈 듯 아름답게 휘어진 묵빛의 도검이 들려있다. 겉으로 보 기엔 날도 안선 볼품없는 골동품일진데 이상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칼 이었다. "뭐긴 뭐야. 무대의 막이 오른 거지." "이...이익!!!" "흥!! 다신 이딴 불량 써클에 들어서 착한 아이들을 괴롭히지 못하게 아예 정 신개조를 시켜주지." 청아(淸雅)를 뽑아든 파공음에 놀라 주춤대는 아이들을 향해서 제후가 선언하 듯 말했다. 사람을 짓누르는 위압감이 점점 더해가자 앤써니가 이를 갈 듯 버티 다가 아이들을 향해서 힘들게 소리쳤다. "이...이 병신같이 다들 뭐하는 거야!! 덤벼!!!" ...계속 (아~ 이제야 싸우기 시작하는군. 저 지금 얘네들 싸우는거 정리하다가 생각나 서 올리구 가여.^^ 현대물치곤 좀 황당하게 싸우고 있네여. 근데 그것에 대한 설명도 다음회에 있으니까... 또 하나 더 올려야 하는데...웅...난 역시 극악 작 가야.푸헤헤~) -------------------------------------------------------------------------- ---- 제 목 : [뉴 라이프]54회 -어설픈 정우성(4)- << 뉴 라이프 (New Life) >> -54- [부제: 어설픈 정우성(4)] 악을 쓰는 빨강머리 앤써니의 목소리가 울리자 그 소리가 기폭제가 된 듯 주 춤이던 아이들이 다시 살기등등한 눈으로 되돌아와 제후에게 한꺼번에 달려들 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 그러나 제후는 아이들이 한꺼번에 달려드는대도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바 라만 볼 뿐이었다. 이제 한 찰라지간이면 스콜피온 아이들이 휘두르는 각목 등 에 맞아 피를 흘리고 쓰러지는 모습을 볼 것만 같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 되 려는 듯 '부웅'하는 엄청난 바람소리를 내며 선두에 나선 녀석이 휘두른 쇠파 이프가 제후의 머리로 다가들고 있을 그때였다. 눈을 부릅뜬 제후가 청아(淸雅)를 늘어뜨리고 있던 손을 순간 칼등이 앞으로 향하게 재빨리 돌려쥐고 왼발을 뒤로 돌려 회전하며 피해섰다. '사..사라졌다?' 순간적으로 사라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의 엄청난 속도. 그것에 선두에 섰 던 아이가 움찔하자 그 틈을 파고드는 흐릿한 인영이 스쳤다. -퍼퍼퍽!!!!- 제후가 틈이 생긴 선두의 옆으로 쏘아져 들어가 청아도의 칼등으로 휘두르기 시작했다. 맨 처음 마주한 녀석의 옆구리를 치고, 다시 그 반동으로 계속해서 그 뒤에 이어오는 다른 녀석의 배를 청아의 칼등으로 가격하자 그 소리가 마치 북소리마냥 요란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다음 순간 뒤에서 느껴지는 살기! 제후가 그것에 반응해 재빨리 고개를 숙이면서 몸을 비틀어 그 반동을 이용해 한쪽 다리를 뒤쪽으로 크게 휘둘렀다. -퍼억!!!!- 제대로 맞았는지 한 녀석이 짧은 비명과 함께 옆구리를 감싸자, 제후가 그 순 간을 놓치지 않고 그 소년의 턱쪽으로 날아 들었다. "늣어늣어!! 이따위 실력으로 잘난척을 하고 다녔단 말이냐!!" 제후는 그의 외침과 함께 한쪽 주먹으로 목표로 한 소년의 턱을 엄청난 힘을 실어 올려쳤고, 다른 한손으론 청아도를 이용해 큰원을 그리며 무작정 달려드는 두세명을 날려 버렸다. 그리고 순간 그의 앞에 어느 정도의 공간을 확보됐을 때.. "꺼져버렷!!!" -슈아아앙!!!!- 제후가 눈을 무섭게 빛내며 청아도를 빠르게 바른 쪽으로 다시 돌려잡고 공기 층을 크게 갈랐다. 그러자 물결처럼 밀려드는 불안한 공기의 진동이 형성하는 거대한 기류.. 그것이 대여섯명의 덩치 큰 소년들을 덮쳐들어 그들을 멀리 떨어 진 벽까지 날려 크게 부딪히게 한 후, 바닥에 뒹굴게 만들었다. 이제 여기저기 에서 간간히 비명과 신음 소리가 들려왔으나 아직까지 남아있는 녀석들이 많다. '역시 확실하게 겁을 주지 않으면....윽!!' "민제후!! 사정봐주지 않겠다며? 그런데 내 눈엔 아직 많이 봐주는 것 같은 데?! 흥!! 건방진 새끼!!" 제후가 순간 뜨끔한 감각에 재빨리 몸을 날려 피하고는 자신의 한쪽 팔에 생 겨난 생채기와 눈앞에서 잭나이프를 빙글빙글 돌리며 살기를 담은 눈으로 노려 보는 앤써니를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스친 정도의 가벼운 상처지만 그 정도로 도 제후의 옷을 선홍빛으로 점점이 물들이고 있었다. "쿡! 빨강머리 앤, 넌 좀 한다 그거야?" "닥쳐!!" 앤써니가 살기등등하게 제후를 노려보며 천천히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네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소용없을 걸. 우린 네가 여태껏 봐왔던 녀석들하곤 다르다. 우리들은 스콜피온의 지역 조장들이란 말씀이야. 큭큭큭... 쥐새끼!! 박 살을 내주마!!"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아직 절반 정도의 아이들이 제후에게 걷어채인 타격 에 미간을 찡그리면서도 무서운 눈을 하고 대들 듯 일어서고 있었다. 그것에 제 후의 한쪽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그래. 인정하지. 맷집 하나만큼은 일품이군." "으득!! ..그래, 언제까지 그 뚫린 입으로 건방진 소릴 지껄이는지 두고 보지. 애들아 쳐라!!" 지금 너 무슨 대하역사드라마 왕건이라도 찍냐? 치긴 뭘 쳐. 한숨 속에 제후가 달겨드는 녀석들에게서 자세를 잡으며 순간 힐끔 뒤를 돌아 보았다. 세진이 녀석이야 언제나 그렇듯이 벽에 기대어 여유롭게 영화 감상 중 이었고, 꼬마 녀석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표정하다. 제후는 꼬마 동희와 눈을 마주치자 밝게 미소 지었다. '그럼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 소년이 날이 없는 도를 바로 잡아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청 아(淸雅)란 이름의 칼이 이름과 어울리는 시리도록 차가운 빛을 푸르스름하게 은은히 내뿜기 시작했다. "쇼 한 번 해볼까?" 제후가 피식하고 웃자 그 주변의 공기가 조금 흔들린 듯 했다. 그리고 그 직 후. "이야아아아압!!!" 스콜피온 패거리들이 지치지도 않고 있는 힘을 다해 덮쳐오는 소리에 제후는 이번만큼은 그들이 가까이 다가올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았다.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리 속으로 쏘아져 들어가는 금빛 인영!! 빛살처럼 쏘아져 들어간 제후가 폭풍이 되어 그들을 완전 초토화시키고 있었 다. "죽어, 이 새끼야!!" "흥!!" 처음보다 매섭게 달려드는 아이들이었지만 제후는 코웃음을 치며 청아도를 휘 둘렀다. 그러자 놀랍게도 뭉텅 잘라져 나가는 각목들!!! 그것에 경악한 아이들이 얼이 빠져 굳어 버리자 제후의 몸놀림이 더 날카로워 지며 그 한 번으로 끝내려는 듯 인정사정 없어졌다. 푸른 오오라 같은 것에 휩 싸인 청아(淸雅)에 닿기만 하면 각목과 쇠파이프까지도 모두 무 잘라지듯이 쑴 텅 쑴텅 잘려 나갔다. 그리고 그 어이없는 상황속에 제후는 아이들 사이를 날아 다니고 누비며 그들을 완전히 무너뜨려 갔다. "이..이건 말도 안돼!!" 앤써니가 이제 자신을 제외한 아이들이 모두 신음과 함께 바닥을 구르게 되자 절규하듯이 소리쳤다. 인정할 수 없다. 인정할 수 없어. 인간이 어떻게 손짓으로 사람을 바람에 날려 버리고, 고물칼로 쇠파이프를 자른단 말인가. 이건 사기야!! "앤써니...아니, 김칠득. 이제 그만해 두지." "시끄러!!!" 그때 순간적인 광기가 빨강머리 소년의 눈에 스치는가 싶더니 칼을 들고 그들 뒤쪽에 있던 꼬마 소녀쪽으로 몸을 날리는 것이 보였다. 그대로 가다간 어린 동 희에게 어떤 분풀이를 할지도 모르는 상황. 그러나 제후가 뛰어가 막기에는 너 무 멀었다. 그렇다면.. '우선 잠시 주춤하게 만들면 돼!!!!' 제대로 생각할 시간조차 없자 제후가 본능적으로 손아귀에 있는대로 힘을 실 어 이를 악물고 신동희가 있는 방향 바로 앞 도로를 겨냥하여 청아를 휘둘렀다. 신동희의 환상력이 제대로 발현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계획대로인지 아닌지 청아도에서 시리도록 차가운 오오라가 가느 다란 초승달 모양을 이루며 쏘아져 나가 바닥에 부딪혀 폭발을 일으켰다. -콰과과과과광!!!!!!!- "응? 이게 무슨 소리지?" 예지가 미아가 된 어린 아이 하나와 바보 하나를 찾던 중,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린 폭발음에 귀를 기울였다. 어쩐지 이 느낌이... 낯설지 않다. "앗! 동민아, 여기!!" "응. 예지야, 어떻게 됐어?" 그때 예지가 멀리서 헐레벌떡 달려오는 신동민을 발견하고 손짓으로 불렀다. 그런데 동민은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좀 초조해 보일 뿐, 또 다른 감정의 느 낌을 찾을 수 없었다. 방금 그 폭발음을 듣고 달려온 게 아닌가? "동민아, 아까 그 폭발음 들었니?" "폭발?" "그래. ....불길해." 주변이 인적이 없는 거리로 접어들고 있었다. 물론 이 불길함은 거리에 사람이 많고 적음에 대한 것이 아님이 틀림없다. 전에도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뭐였었지? "맞다! 연구 발표회!!" "그게 무슨 소리야?" 예지가 손뼉을 딱 치더니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동민이 놀람과 의아함에 되물 었다. "모르겠어? 예술관 대강당 유리벽이 모두 박살이 나던 그 사건에도 이런 느낌 이었다구!!!" "그럼 방금 전 네가 들었다는 그 폭발음에 민제후가 관련이 있단 말이야?" "큰 이변이 없다면!" 어찌보면 너무 억측이지만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그 심증에 거의 백퍼센 트 확신이 드는 이유는 뭘까? 두 아이들 한숨을 내쉬며 폭발음이 들렸다고 추 측이 되는 방향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왜 항상 일은 민제후가 치고 우리는 그 녀석 뒤를 쫓아야 하는 거야?!!! 미치 겠네!!!!" ...계속 (현실에서 검기를 내고, 그 검기로 각목과 쇠파이프를 잘라낼 순 없겠죠.^^ 그 래서 이건 제후가 애들 겁을 주기 위한 쇼로 설정했습니다. 신동희의 환상력을 접목시킨 착시효과로여. ^^;;;; 그런데 이게 과연 제후 생각대로 쇼였을까요? ??;;; 처음엔 몰라도 뭔가 조금 달라진 것 같은데.... 아하하하....역시 뉴 라이프는 판타지였군요.^0^;;;;) -------------------------------------------------------------------------- ---- 제 목 : [뉴 라이프]55회 -어설픈 정우성(5)- << 뉴 라이프 (New Life) >> -55- [부제: 어설픈 정우성(5)] 뿌연 먼지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며 가라앉았다. 생각보다 큰 폭발음... 제 후는 조금 전의 위급한 상황을 벗어나자 스스로도 조금 놀라서 청아(淸雅)를 든 채 고목처럼 우뚝 굳어 서있었다. "하아...하아..." 제후는 약간 흔들리는 다리를 간신히 지탱하며 가픈 숨소리를 힘겹게 내뱉 었다. '왜 이렇게 기운이 빠지고 숨이 차지? 나도 모르게 마지막에 있는 힘을 다 한건 사실이지만 지금은 동희 녀석의 환상을 만들어 내는 것 뿐인데...' 제후가 어리둥절해 하며 스콜피온 아이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들 앞, 특히 넋이 나가서 멍한 빨강머리 녀석 바로 발 밑 앞 도로는 제후가 휘두른 청아도에 의해 깊이 갈라진 것이 보였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 약 2미터 가량 길게 갈라져 흉물스럽게 입을 벌린 아스팔트. 그러나 그 갈라진 바닥의 단면은 정말로 칼로 깨끗이 도려낸 듯 매끄럽기 그지없다. 환각이지만 정말 이지 진짜같다. "저..저건...괴...괴물이야..." 그때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아이들의 두려움에 가득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괴물? 괴물이라고? 음....괴물이란 괴상한 물체를 말하며, 또는 용가리나 고 질라 등의 거대 파충류를 괴물이라 말하지. 그런데 나처럼 착하게 생긴 전우 주적인 모범생의 어디가 용가리같단 말이야? 거 참. ??;; 그래그래. 어쨌든 이제 네들도 싸우기 싫어졌지? 처음부터 그랬으면 오죽 좋냐? 나도 싸우기 싫다 그랬었잖아. 별 일도 아닌 것에 바르르 열을 내며 휘젓고 다니니 쯧쯧... 복날 개와 말 안듣는 애새끼는 두둘겨 패야 된다는 예전 성우 녀석의 말이 역시 하나도 틀린게 없다니까. 그런데 정말...기운 빠 지는군. 후아~ 제후가 이제야 대충 끝났다는 생각에 힘겹게 미소를 짓고, 다시 우중충한 골동품으로 돌아온 청아도를 휘리릭 돌려 절도있는 동작으로 칼집에 넣었다. "사..살려줘." "안죽여." 제후가 다가가자 놈들을 끌고 왔던 빨강머리 녀석, 칠득이가 바닥에 주저앉 은 채로 부들부들 떨며 애원했다. 몇 분전에 손 봐주겠다느니 박살을 내주겠 다느니 큰소리 치던 살기등등한 눈빛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얼굴이었다. 강한 자에 대한 두려움과 비굴함이라니... '아이들 세계도 힘의 논리인가?' 씁쓸해지는 제후였다. 전생에 믿었던 동생들과 동료들에게 배신당했던 일도 역시 약육강식의 힘의 논리. 그가 생각했던 우정과 따뜻함이란 게 단지 '힘' 의 우열로 가려진 강자가 소유한 특권 중의 하나였다는 것, 그것을 깨닫고 얼마나 절망했던지... 날 진정으로 사랑하는 이가 하나만 있었어도 죽기 전 의 그런 폐인의 모습은 되지 않았을지도. 그러나 이들은 그들에게 주어진 삶과 빛나는 미래가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지 모른다. 그것이 제후를 화나게 했다. "입 벌려." 제후가 청아도를 내려놓고 겁먹은 스콜피온 아이들 앞에 다가가 눈을 부라 리며 말했다. "왜...왜요?" "쓰읍!!" 제후의 기에 눌려 절로 존대말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멀리서 얼핏 본다 면 대단히 우수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덩치가 산만한 소년들 열댓명이 소 녀처럼 연약하게만 보이는 단정한 남자아이 앞에서 존대말을 하며 쩔쩔 매 다니... 하지만 조금만 가까이 다가서면 마치 마술 같았던 폭발의 잔재와 그 연약해만 보이는 금빛머리 소년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위압감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었다. 제후가 두눈을 시퍼렇게 치켜뜨고 우물쭈물하는 한 녀석을 잡아 강제로 입 을 잡아 벌렸다. 그가 뭘 하려는 건지 모르는 그 학생은 겁에 질려 불쌍할 정도로 얼굴이 새파래졌다. "으억!!" 하얗고 가느다란 손아귀에서 나온 거라고 생각되지 않은 힘으로 제후가 그 학생의 턱을 한손으로 잡아 누르자 제대로 된 비명도 터뜨리지 못한다. 도데 체 뭘 어쩌려고 저렇게 무시무시한 눈으로 그럴까? 그러나 다음 순간... "아우~ 담배냄새... 요놈은 아주 골초구만. 어린 것이 벌써부터 어른들 구 름과자에 눈독을 들여?! 네 폐는 스페어타이어처럼 비상용이 대기중이라더 냐? 대가리 박아!!!" 말 그대로 분위기가 역전되었다. ??;; "이 자식...넌 얼굴이 팍 삭았잖아! 네 녀석은 어제 술 펐지?" "아닌데요..." "아니긴 뭐가 아냐!! 거울 있으면 한 번 봐라, 봐!! 한여름에 정확히 땡볕 마흔일곱시간 맞은 동태 눈깔이잖아, 마!!! 너도 굴러!!!" 갑자기 청소년선도위원으로 변신한 제후였다. 그가 살벌하고 무섭기로 소문 이 자자한 스콜피온 패거리들을 고양이가 쥐 다루듯 한명 한명 잡아내어 확 실한 정신 교육을 시작하고 있었다. "네들을 낳고 네 어머닌 아들 낳다고 기뻐하시면서 미역국을 드셨을 거다. 이 철없는 것들아!!" 퍽퍽 두둘겨 패면서..;;; "그런데 이것들이 아무리 철이 없어도 그렇지 불량써클에 들어? 아무리 코 흘리개들 단체라지만 그것도 권력이라고 깐죽대면서 다니냐!!" 이 부분에 이르자 역시 가차없다. "사람 새끼는 말로 하면 알아듣는다. 그러나 개, 돼지 새끼는 매가 따라야 말을 듣는다. 그러니까 네들은 개, 돼지 새끼만도 못한 것들이다!!!" 이젠 무섭다. "으이구~ 으이구~ 이 철없는 것들 같으니!! 집에 계신 부모님들을 생각해 봐라!! 이건 사랑의 매다, 사랑의 매!!" 모두 맞는 말이고 틀린 말이 아니지만 역시 그림이 어색하다. 전체적으로 가장 나이가 어려 보이는 소년이 동년배나 그 이상의 덩치들에게 할 수 있 는 말은 아닐 듯 싶다. 그러나 민제후에게는 이상하게 묘하게 어울리기도 하 는 이유는...? ...모르겠다. "그런데 혹시 이중에... 본드나 약 같은거에 손댄 녀석들이 있는거 아니 냐?" 여러번의 발길질로 군기가 빠릿빠릿하게 든 소년들을 바라보며 제후가 숨 을 가다듬었다. 두눈에 켜진 불은 아직 꺼질 줄 몰랐지만 이상하게 몰려오는 피곤함에 대강 마무리하려 하는 모양이었다. 그 모양새에 무리들 속에서 비 교적 눈치가 빠른 녀석들이 다른 아이들 옆구리를 찌르며 큰소리로 대답했 다. "어..없습니다!!" "흠! 그래. 그래야지."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군. 하기사 아무리 머리보다 운동특기 녀석들이라지만 성전특고에 들어올 정도면 어느 정도 사는 집안에, 돌머리도 아니겠지. 그나 저나 빨강머리 앤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구만. 처음에는 벌벌 떨더니만 다 시 눈이 홱 돌아가지고.... 저거저거 인간 만들려면 한참 걸리겄네. 이그... 제후가 아이들 하나하나를 둘러보다 눈에서 불꽃을 뿜을 듯 악의에 받쳐 노려보는 앤써니를 살필 때였다. '살기(殺氣)!!' 주변이 정리됐다고 생각한 시점에서 엉뚱하게 갑자기 뒤에서 느껴지는 살 기에 제후가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고개를 숙여 재빨리 몸을 돌려 피했다. 그 러자 찰라지간에 그의 뒷머리를 스치고 날아간 어떤 물체... 머리 뒤에서 무서운 속도로 날아온 어떤 물체을 피하고 소년이 의기양양하 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 다음 순간 들려온 쨍쨍거리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이어 연타로 날아오는 또 하나가 아직 남아 있을 줄이야.. "야! 민제후!!" 어? -빠악!!!- "쿠엑!!!!" 두 번째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제후는 두 번째로 날아든 어떤 물체의 뾰족한 곳으로 얼굴 정면을 정통으 로 맞고는 인간의 소리같지 않은 괴성을 지르며 쓰러졌다. 코리안 특급 박찬 호가 부럽지 않은 엄청난 스피드와 그 정확도에 감탄할 뿐이다. "사람은 직립보행으로 신발이 두짝이다, 멍청아!" 귀를 울리는 익숙한 미성에 고개를 드니 맨발을 하고 도도하게 팔짱을 낀 한 소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청순하면서도 성숙한 느낌의 흰 원피스. 그리고 바람에 찰랑이는 긴 까만 머리가 아름다운 굴곡을 그리며 굽이치고, 도자기 같은 얼굴의 시원한 아미 는 살풋 드리워진 찡그림으로 더욱 사람을 매료시키는 매력을 내뿜는 소녀. 선녀가 하강했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옛 선조들께서 만드셨을 것이다. 그러나 민제후의 눈에도 그녀가 아름답게 비쳐질지... "우~ 이 마녀야!! 학생용 구두가 아닌 여성 하이힐이 얼마나 큰 무기인데 그..걸.......엇??" 한예지의 소행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하이힐 뒷굽에 뚫릴뻔한 이마를 붙잡 고 소리치던 제후가 평소와 다른 차림을 한 그녀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왜...왜? 뭘 그렇게 빤히 쳐다봐? 뭐 할 말 있어?" 한예지라는 이름의 소녀는 의외로 놀라는 제후의 모습에 얼굴을 약간 붉히 며 새침하게 말했다. 그가 그녀에게 한 번도 저런 눈길을 준 적이 없었기에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지만 기분이 썩 나쁘지 않은 예지였다. 아니, 오히려 왠지 어깨가 으쓱해졌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다음 순간 그 소년에 입에서 튀어나온 목소리가 그런 그녀의 마음 을 산산조각으로 깨뜨려 버렸다. "와아~ 마녀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도데체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 놈인지... 순간의 고요가 지나가자 무서울 정도로 차분한 그녀가 고개를 들고 빙긋 웃으며 평음으로 말했다. "너 죽.었.어!!" 그리고 곧 한예지의 손아귀에 잡혀 그녀에게 있는대로 목이 졸리는 어느 소년의 비명이 골목 구석 구석으로 퍼져 나갔다. 그렇게 그 한쪽에선 누구도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제후와 예지의 애정전선(?)이 구축되고 있을 그때, 예 지와 함께 그곳에 도착했던 동민이도 여동생의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 소리 쳤다. "동희야?!" "와아, 오빠아~!!" 도도도도 뛰어와 동민에게 포옥 안기는 동희. 동민이는 잃어버렸던 여동생 을 기대하지도 장소에서 찾게 되자 어리벙벙할 뿐이었다. 엉망이 된 주변을 기막혀하며 둘러보다가 그 속에서 찾게 되다니 혹시 이곳이 이렇게 된 것에 자신의 동생이 연류된 것이 아닌지 걱정부터 되었다. "결국 찾으셨네요." 게다가 유세진까지 함께 있었다. 동민이 웃으며 다가오는 세진을 바라보며 쓰게 웃었다. ...계속 (할말 없씀다.??;;) -------------------------------------------------------------------------- ---- 제 목 : [뉴 라이프]56회 -어설픈 정우성(6)- << 뉴 라이프 (New Life) >> -56- [부제: 어설픈 정우성(6)] "어라? 이 녀석들 다 어디 갔어?" 한참만에야 제후가 한예지의 무차별 폭력행사와 쨍알거리는 잔소리에서 겨 우 해방되자 지친 표정으로 두리번 거리며 유세진과 신동민 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아, 그 덩치 큰 애들? 그런데 걔들 누구냐? 도데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야?" "봤어 못봤어?" "...못봤는데." 신동민의 흐릿한 대답. 그것에 제후가 눈을 가늘게 뜨고 동민을 쳐다봤다. 얘 오늘 좀 이상하네? 항상 정확하고 철저한 완벽주의자 녀석이 눈앞에서 열댓명이나 되는 인원이 사라졌는데도 몰랐다고? 거 참..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야. 내가 이런 표정으로 신동민을 바라보는 날이 올 줄이야. 허허.. 주님 의, 아니 산신령 신 할아범의 축복이로세~* "너 어디 아프냐? 오늘따라 나사가 한두개 빠진 듯이.." -뻐억!- 그냥 조용히 있을 걸. 괜히 평소에 못보던 귀여운 모습에 놀려 대다가 한 대 맞았다. 크윽!! 그나저나 스콜피온인지 스쿨버슨지, 장말 이것들 다 튄거 아냐? 국가의 기 틀을 바로 세우고, 나라의 백년지대계를 위하는 청소년 선도로서 예지마녀한 테 당하고 난 이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했더니 이것들이 그새를 못참고 잽 싸게 튀어? 이제부터 진짜 본격적으로 따뜻한 청소년 선도가 무엇인지 보여 주려고 했건만.... 정말 아쉽군. 인생 선배로서, 또는 연륜을 갖춘 어른으로 서, 그리고 더 크게 나아가 이 대한민국의 한 일원으로서, 앞으로 우리가 살 아가면서 헤쳐나가야 할 난관이 얼마나 많을 것인가를 다정하게 알려주려 했는데... 물론 절대 이 핑계로 화풀이 할 생각은 없었다. 음... 그렇지만 정말이지 아쉽다. 좋게 말로 할 때 알아서 기어야 한다는 따 뜻한 충고도 못해줬는데... 아, 정말로 화풀이 할 생각은 요만큼도 없었다니 까!! 믿어봐, 좀!! 어휴!! 제후가 괜시리 좋은 화풀이 상대가 사라지고 없자 허공에 발길질을 하며 분을 삯히고 있자 그때 세진이 웃으며 말했다. "스콜피온 지역 조장들 말입니까? 그 학생들이라면 좀 전에 급한 일이 있 는지 허둥대며 갔는데요." 역시 튄거 맞잖아!! 유세진의 생글거리는 대답이 들려오자 제후가 허공 발길질을 그만두고 인 상을 팍 찌그러뜨렸다. 발길질도 해봐야 반짝이 날파리들만 놀아주는 거냐고 신나할 뿐이니 흥도 안났다. "예의 바르게도 다음에 만날 약속 인사까지 하고 돌아가더군요." "가면 간거지 무슨 인사?" 인사를 했다는 세진의 말에 제후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분명 겁을 먹고 물러서긴 했지만 그렇게 쉽게? 그러자 세진이 재밌다는 듯 환한 미소를 뿌 렸다. "다음에 두고 보자....라고 했던 것 같네요." '이...이것들이!!' "앤써니군도 가면서 그러더군요. 곧 몇 배로 되갚아 주겠다고요." 흥! 좋아좋아. 근성이 있는 놈들이군. 날을 잡자고 잡아. "흐흐흐... 그래. 아예 날을 잡아 놀자 놀아. 이왕이면 길일을 택해가지고 제대로....헉!" "무슨 날을 잡아?" 방금 전, 그 짧은 비명은 누군가의 구타에 의해 조성된 것이 아니었다. 그 것은 제후가 다시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들려 할 그때, 그의 눈앞에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들이밀어진 한 소녀의 아름다운 얼굴 때문이었다. '예지...이 녀석 얼굴이 원래 이렇게 생겼던가?;;;;' 처음 만났을 때도 참 예쁘고 똑똑해 보인다고 느꼈었지만 갑자기 얼굴을 들이미니 제후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고 말았다. 그냥 보기에도 하얗 고 깨끗한 피부인데 바로 코 앞에서 본 소녀의 얼굴은 말 그대로 백옥과 같 았다. 맑고 투명한 피부는 가까운 곳에 불빛이라도 비추면 파란 실핏줄이 보 일 것만 같이 아름답다. 어떻게 인간의 피부가 잡티 하나 없이 저럴 수가 있지? ?? 게다가 평소와는 다르게 차려입은 옷차림과 바람에 나부끼는 긴 검은 머리 는 신성해 보일 정도였다. 한예지가 성전특고 뿐만이 아니라 그 지역 프린세 스로서 근위대까지 있다는 소릴 들었을 땐 '저 마녀가?' 라며 세상엔 얼굴 만 예쁘면 모든 용서가 된다는 눈 삔 것들이 많구나 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으로선 이해가 되는 제후였다. 남자들은 착한 여자가 좋다고 하지만 또, 여 자는 예쁘면 다 착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남자들이니깐. "뭐..뭐야? 비켜./////" 으... 자꾸 그렇게 다가오지 말란 말이다. 제후가 뒷걸음질 치면서 마음으로 외쳤다. 평소와 다르게 살풋 미소를 띠고 있는 예지의 장미꽃잎같은 촉촉한 붉은 입술에서 시선이 박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갑자기 왜 이러냔 말이야!! '안돼 안돼....박경덕, 아니 민제후!! 정신차려!!! 저 녀석은 네 딸뻘이란 말 이다. 너 변태냐!! 원조교제도 안돼, 이 사악하고 음흉한 놈아!!' 그러나 그런 민제후의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은 전혀 눈치를 못챘는지 한예 지는 고개를 갸웃둥 하다가 생긋 웃으며 섬섬옥수를 들어 제후의 얼굴을 쓰 다듬었다. '이런 세상에!!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아니, 산신령 할아버지! 나보고 어 쩌라고요!!??? 제후가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 시끄럽게 뛰는 자신의 심장소리를 귀로 느끼며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허둥댔다. 도망가고 싶지만 이상하게 다리가 얼어붙어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러자 그때. -턱!- "자, 좋아. 이제 준비됐으니까 말해봐." 어..어라? "...뭘?" ...계속 (연참을 이룬다. 음하하하하.... 부제는...으이씨...?? -------------------------------------------------------------------------- ---- 제 목 : [뉴 라이프]57회 -어설픈 정우성(7)- << 뉴 라이프 (New Life) >> -57- [부제: 어설픈 정우성(7)] 심장이 멈췄나? 더 이상 심장 뛰는 소리가 귀를 시끄럽게 하지도 않았고, 긴장감도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생긋 웃던 한예지도 평소와 같은 예지마녀 로 돌아왔다. 흑... 다행이다. 돌아와서 기뻐, 예지야. 무서웠어. ?? 그런데 저기...내 목에서 손 좀 떼고 말하면 안될까? "바보." 이봐. 이래뵈도 내가 나이가 몇인데 바보라니, 그 동안 참아왔지만 너 너무 하는거 아니냐? "이 멍청아! 이 나이가 되서까지 길을 잃는 바보가 어딨냐! 약속 시간이 훨 씬 지났는데도 오지 않아서 너 같은 길치면 길을 잃었겠다 싶어서 찾아다녔 지만...이런 코앞에서 헤매고 있었어?!!! 봐라 봐. 약속 장소가 이 골목만 빠 져 나가면 바로 보이는 대로다." 그래. 나 바보 맞구나. "게다가 한꺼번에 미아 둘을 찾아 다니는 것이 쉬운 줄 알어? 어휴~ 못살 아!!" '응? ...둘? 두명이라니?' 물어볼 말이 생겼으나 제후에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이 바보 길치 야 라는 것으로 시작된 예지의 계속된 구박과 함께 엉망이 된 주변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는 그 끈질김. 그리고 그녀가 중간 중간에 적절히 섞어쓰는 '바보', '멍청이', '구제불능', '얼간이'라는 단어는 어찌보면 심한 욕도 아 니건만 그 어떤 욕보다도 제후의 마음에 숭숭 구멍을 뚫기에 부족함이 없었 다. "내 작은 새같은 가슴이 상처받았어." 라고 애처로운척 하다가 "그래? 그럼 아예 그 '작은 새같은 가슴'을 너덜너덜하게 걸레로 만들어 줄게." 라고 한예지를 더 열받게 해서 본전도 못찾았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불량써클 수뇌부에 있는 소년 열댓명을 처참하게 굴복 시켜 짓눌러 버렸던 카리스마의 소년과 동일인물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오늘은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힘빼지 말고 어서 말해. 오늘 바빠." "음...그게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곤란하네. 제후가 얕은 기침과 함께 목에서 예지의 손을 조심스럽게 치우며 고민에 빠졌다. 제후가 진지하게 대하자 예지도 손에서 쉽게 힘을 빼 주는 듯 싶었 다. '스콜피온이라는 동아리 애들하고 맞짱 떴는데 그냥 이겼어. 내가 좀 세. 냐하하하~....라고 하면 안믿겠고.;;; 내가 인자하게 타일렀더니 그 아이들이 나의 훌륭한 인품에 감복하여 스스 로 각목을 꺽고서 참회하고 기도하다 돌아갔어....라고 하면 또 맞겠지? ? ?;' 하지만 사실대로 말하면 또 누가 믿어 주겠어? 길을 잃고 헤매다가 이상한 꼬마 녀석을 만났는데 그 녀석이 귀신도 보고 환각도 만들 줄 아는 괴상한 녀석이라 그걸 이용해서 스콜피온 애들을 겁줬다고? 아마 '너 장난하냐?'라 고 할 걸? 크흑! 이제 어쩐다. 그런데 그때 제후의 눈에 신동민 뒤에 꼭 붙어 있는 포커페이스 꼬마 녀석 이 발견됐다. "야, 꼬마무당. 너 어쩔려고 동민이 녀석 뒤에 가서 서 있냐? 그 녀석 디게 쌀쌀맞은 놈이니까 이리와, 임마." "야, 민제후. 너 지금 누.구.더러 '무당'이래." "응?" 챙긴다고 한 일이었는데 갑자기 동민이 평소에 안짓던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싸늘하게 말한다. 저런 놈이 화나면 진짜 무섭겠다고 생각은 했었지 만....히익!! 왜 그래, 자식아!! 그러나 그 궁금증은 종알거리며 말하는 동희의 대답으로 쉽게 풀렸다. "울 오빠야." 아, 네 오빠구나.^^* '무당'소리를 진짜 싫어한다는 그 오빠구나. 그래서... "뭐, 뭣?!!!" "계속해봐, 민제후. 지금 누구 동생더러 뭐.라.고?" "아, 아니.. 저 그게 아니고..." 에이 씨파!!! 하필이면... 몰라. 다 불어 버린다! 말 돌리기 작전!! "앗!! 그으래? 다들 서로 알고 있는 사이였었어?! 햐아~ 그럼 말하기 진짜 진짜 쉽지.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일인가 하면 말이야, 길을 가다가 깡패 시 끼...아니, 비행 청소년들하고 시비가 붙었거든. 그래서 동민이 네 동생이 특 별한 능력의 도움을 받았어." "우리 동희가?" 일이 잘 먹히는가 보다. 제후가 과장된 목소리로 오바하며 말하자 금방 한 대 칠 기세던 신동민이 걱정스런 얼굴로 돌아서서 초조하게 제후를 바라보 기 시작했다. 게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가 보려는 것인지 한예지와 유세 진까지 민제후에게로 시선을 집중되니, 그 분위기에 그 소년도 심취됐는지 팔짱을 끼고 눈을 지긋이 감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지. 나 하나뿐이면 죽자사자 도망 칠 수도 있었지만 상황도 여의치 않았고.... 한두명도 아닌데 상대를 봐주면 서 싸우기는 불가능한 일이고, 그렇다고 애들 잡을 일 있냐? 어떻게 내 실력 그대로 싸우겠어." "잡음 빼고 말해." 믿기지 못함인가. 예지가 제후의 하얗고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더니 피식 웃 으며 말했다. 어? 진짠데. 나 좀 세. ?? 제후가 머리를 극적이다 '에이'하는 마음으로 대강대강 설명하기 시작했다. '학생이 공부만 열심히 하면 되지 이런걸 자랑하면 뭐에 쓰겠어.'란 생각이 들었다. 괜히 입맛이 썼다. "그래서 민제후판 특수효과를 좀 썼지. 싸움은 기선제압을 누가 먼저 하느 냐에 달린 것이니까." "음...그래. 그렇구나. 다행이긴 한데...이건..." 예지도 동민이 동생 일을 아는 건지 별로 놀라지도 않고 생각보다 침착하 게 이야기를 끝까지 다 들었다. 세진이 놈이야....원래 저 녀석은 뭘 생각하 는지 알 수 없는 녀석이고. 그런데 그런 꿈 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다들 별 충격 없이 그렇게 이럭저럭 이해하고 넘어가려는 찰라, 아이들이 깨끗하게 잘린 각목과 쇠파이프 등을 발견했다. 제후는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에도 별 충격을 받지 않는 아이들 을 오히려 걱정하며 그쪽으로 걸어가 거의 잘린 쇠파이프 하나를 집어들며 말했다. 집단환각은 현실적인 이야기니 내가 직접 납득을 시켜줘야지.^^ "아, 그것도 다 착시현상이야. 어떻게 사람이 쇠파이프를 무 자르듯 쑴텅쑴 텅 자르고 바닥 콘크리트를 자르냐? 신동희, 이 꼬마 녀석의 가공할 만한 환 상으로 특수효과를 입혔을 뿐이라고. 자 이것 봐. 실제로 이렇게 만져 보... 면...................어라?" -땡그랑- 그 순간, 제후의 말이 미처 다 끝나기도 전에 손에 집어든 쇠파이프의 잘린 부분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깔끔하게 쑴텅 잘려져 나간 파이프와 각목. 그리고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 진 아스팔트 바닥. 다들 눈만 동그랗게 뜨고 제후를 조용히 쳐다봤다. "어...어라라?" 제후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굳어졌다. ...계속 (연참이다. 3연참하려 해야 하는데 지금 학원가야 한다. 벌써 1시간 늣었다. 갔다 와서 올리면 12시를 넘기겠는 걸. 으휴~ 하지만 다음 회까지만 부제가 '어설픈 정우성'이니까 분발해야지.^^ 그 다음회 부제는 '최연소 신임총수' 입니다. 소년가장인줄 아는 민제후가 성전그룹 총수라니...다들 까무라치겠 군. 오호호홋~~^0^) -------------------------------------------------------------------------- ---- 제 목 : [뉴 라이프]58회 -어설픈 정우성(8-1)- << 뉴 라이프 (New Life) >> -58- [부제: 어설픈 정우성(8-1)] 이게 도데체 어떻게 된 일이야? 난 분명히 강렬한 환상을 이용한 착시효과 를... 잠시 패닉 상태에 빠졌던 제후가 반들반들하게 깨긋하게 잘린 파이프의 단 면을 질린 표정으로 들여다 보다 동희에게 번개같이 다가가 소리쳤다. "야, 임마! 겁만 주게 특수효과처럼 하랬잖아. 너 어떻게 한거야?!!!!!!" 그러나 여전히 무표정한 신동희. "동희는 상관없어. 얘네들이 그랬어." -꺄르르르~ 맞아 맞아. 우리가 그랬어. 잘했지? 잘했지? 하지만 네 에너지 에 우리 성질의 힘을 조금 실어준 것 뿐이니까.- -그치만 그래도 제가 제일 열심히 했어요! 주변의 공기를 이용해서 당신의 의지대로 강한 바람도 손쉽게 움직일 수 있도록 했다구요. 저 이쁘져? 에헤 헤~- -난 금속성의 힘을 이용해서 순간적으로 네 칼이 어떤 돌이나 금속도 잘라 낼 수 있게 기운을 넣었는데.. 예쁜 애들은 뭘 해도 용서가 되거든. 쿠쿠 쿠...- 재잘재잘 핑핑 날아다니며 즐거워하는 날파리들에 제후는 잠시 망연자실해 졌다. 음...그러니까 이 파란색 반짝이 파리가 공기와 바람을 조정했고, 여기 노란 색 반짝이 파리는 내 청아도에 장난을 쳤겠다? 그럼 이 빨간색 파리는 폭발 의 화기와 충격이었겠군. 하...하하...하.... -근데 마지막엔 너 정말 대단하더라. 어지럽지도 않니? 햐~ 그렇게 엄청난 정기(精氣)를 쏟아냈는데 용케 멀쩡하네? 보통 인간이었으면 기절했을 거야. 하기사 보통 인간이 정기를 유형화 시킬 순 없겠지만. 꺄르르~- -난 쟤 장가도 못가보고 죽으면 어쩌나 했어.- -괜찮아. 괜찮아. 어린 인간들은 힘이 막 남아 돈다고 그러더라구. 저 나이 때 인간들이 농구니 축구니 하는 고무공 가지고 하는 놀이로 마구 뛰어 다 니는 것도 남아도는 정력을 해소하기 위해서래잖아. 꺄하하하~- 저...저것들이 초..총각한테 못하는 말이 없네!!! ///// 그나저나 잠깐....정기(精氣)? 그럼 내가 아까 청아를 휘둘렀을 때 쏘아져 나간 파란 뭔가가 내 진기였단 말이냐? 그렇다면 혹시 이번 일로 내 수명이 팍 줄었을 수도 있단... 헉... 쿨럭!!! 각종 빛깔의 자연의 령(靈)들이 반짝이는 별무리를 이루며 제후의 주변을 감쌌다. 처음에는 동희 주변에만 반딧불처럼 흩어져 날던 것들이었으나 이젠 제후의 독특한 금빛 영혼의 빛깔과 정기에 심취했는지 그의 곁에 더 많이 모여들고 있었다. "아~ 그래. 그렇구나. 그렇게 된 것이로구나..." 망연자실한 얼굴로 령들에게 둘러쌓여 있던 소년이 어느새 정신을 수습한 모양인지, 조용히 중얼중얼거리던 제후가 킥킥 거리며 고개를 숙이고 앞머리 를 쓸어 올렸다. 그리고 잠시의 정적 후, "...라고 할 줄 알았냐, 이 파리들아!!!" 번쩍 든 민제후의 시퍼런 두눈이 불을 뿜었다.;;; "네들 다 죽었어!!! 이리 와!! 이리 안와!!! 어쭈. 이것들이!!!" -그것봐. 이렇게 하니까 이 애가 우리들 잘했다고 놀아주지?- -까르르~ 그래그래. 우리 이렇게 자주자주 놀자.- 제후가 청아도를 뽑아들고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특정한 형태가 있는 것들도 아니고 단지 반짝이는 별가루들이 하늘거릴 뿐이므로 청아도로서도 딱히 어찌할 수가 없었다. 오히려 더 신나하는 령들이 점점 더 많이지는 느 낌 뿐이다. 어휴!! 이것들이 새끼를 쳤나, 왜 이렇게 많어졌어?!!! 한편, 당사자인 제후와 원래부터 그들과 친구인 꼬마 동희를 빼놓고는 나머 지 아이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혼자 어쩌구 저쩌구 말도 안되는 소릴 늘 어 놓더니 갑자기 바르르 떨다가 다음 순간엔 골동품 가치밖에 없을 것 같 은 시커먼 칼 한자루를 꺼내들고 펄쩍 펄쩍 뛰며 발광을 하는 정신 나간 녀 석... 이것이 아이들 눈에 미친 민제후의 모습의 솔직한 묘사였다.;;; "저 바보... 참 골고루 한다." 어리벙벙한 얼굴의 아이들 속에서 예지가 한심하다는 듯한 한숨 속에 중얼 거렸다. 오늘 소녀는 힘들게 허락을 받아 아주 중요한 곳에 이들을 데려가려고 들 뜬 마음에 집에서 나왔었다. 그러나 그 자리가 자리이고 예지와 그녀의 친구 들도 아직 학생이기 때문에 이른 시간부터 만나 여러 가지 유의점들을 알려 주고 하려 했더니만... 가장 신경 써야 할 것 같은 민제후 저 녀석은 아예 길을 잃고 헤맸던 것이다. 그리고 덕분에 일은 꼬일대로 꼬여서 미아들 찾아 다니느라 시간 뺏기고, 또 겨우 만났더니 정신을 수습하기도 전에 이상한 짓 거리를 벌리다니. 얼마나 어렵게 얻어낸 초대장인데... 예지가 팔을 들어 작은 손목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이젠 여유 시간이 없어!!!' 조급한 마음에 예지가 긴 머리칼을 신경질적으로 쓸어 올리고 아직 자기 성질에 못이겨 춤을 추는 날뛰는 제후를 향해서 소리를 빽 질렀다. "야, 이 멍청아!!! 그만......꺄악!!!!" 그때, 예지는 중간에 뭔가가 자신의 발목을 턱 하니 붙잡자 놀라 새파랗게 질려서 펄쩍 뛰었다. ...계속 (여기까지 어제꺼라고 생각하십쇼. ??;; 58회를 반으로 잘라놨다구 화내지 마시구여.^^;;;; 오늘안에 새로운 부제 올려야 하니까...그래서 잘랐다는 말 이.... 그러니까 봐주세염. ??;;;) -------------------------------------------------------------------------- ---- 제 목 : [뉴 라이프]58-2회 -어설픈 정우성(8-2)- << 뉴 라이프 (New Life) >> -58- [부제: 어설픈 정우성(8-2)] "꺄아아악!!! 이게 뭐야?!!!" '응?' 제후가 소리소리 지르는 한예지 덕분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행이 있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예지라는 그 소녀로서는 경기를 일으킬 만큼 놀란 일이었겠으나 결과적으로 제후에겐 행운이 되었다. 제후가 쓸데없이 령들에 게 힘을 낭비하지 않게 된 것도 그러하거니와 아이들의 관심이 민제후에게 벗어나 다른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으니... 그런데 문제는 제후의 일행이 아 닌 다른 제3자가 이런 말도 안되는 장면들을 봤느냐였다. 하지만 예지가 방금 전까지 서있던 바닥에는 잡동사니 속에서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삐죽 삐져 나와 있는 회색빛 손. 그 손이 예지의 발목을 움켜줬던 것인가? "잠깐만. 저리 비켜봐. 사람이잖아?!" 역시 제일 상황 판단 빠르고 냉철한 녀석인 신동민이 놀란 예지를 세진에 게 맡기고 가장 먼저 그쪽으로 다가갔다. "이봐요, 이봐요. 정신 차리세요." "으....머리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괜찮으세요?" '어라? 저 청년은...' 아차! 깜박 잊고 있었네? 불량 청소년들에게서 선량하고 착한 모범생인 나, 민제후를 구하기 위해 달려든 백성고등학교 초짜 선생! ^^;;; 그런데 왜 저 젊은이는 저 속에서 뒹굴고 있었냐? 하여간 존재감이 없는 사람이군. ??; "아, 맞아. 난 아까 위험에 빠져 있는 연약한 학생을 보호하다가....앗! 학 생!!" '젠장!! 걸렸다!' 제후는 슬금슬금 도망치다가 벌떡 일어서서 엉망진창이 된 골목을 둘러보 던 청년의 눈에 딱 걸렸다. 그 청년이 기절해 버렸을 때 발로 구석으로 툭툭 밀어놓고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죄가 있었던지라 제후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단지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석고상처럼 굳은 얼굴에 간신히 어 색한 미소를 띄웠을 뿐. 얼굴 근육에 경련이 올 것만 같다. 게다가 이 상황을 또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학생, 괜찮아? 안다쳤니? 그런데 어? 이게....어찌된 일이지...?" '젊은이, 이제서야 주변이 눈에 들어오시는가? 허허;;;' 그렇지. 이상할 수 밖에... 지금 상황이 보통 상황이야? 저 청년이 막 뛰어 들었을 때까지만 해도 난 어린 동생들을 지키려고 험한 놈들에게서 쓰러질 듯 맞서고 있던 불쌍하고 가녀린 모범생이었는데 히로인 인 자신이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보니 범생이 학생은 다친 곳이 하 나 없이 멀쩡하더라. 그렇지만 주변은 폭탄 맞은 듯이 땅이 갈라져 터져 있 질 않나, 태풍이 지나간 것 같이 구석구석에 얌전히 잘 쌓여 있던 잡동사니 들이 이리저리 뒹굴어 다니고, 무엇보다도 그 불량 학생들은 깨끗하게 사라 졌는데 그 녀석들이 들고 위협하던 무기들은 엉망이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 더라.... 그래. 이상하지 이상해. 충분히 이상해. '얘들아! 이제 어떻하냐?' 설명을 요구하는 청년의 표정에 난처해진 제후가 도움의 눈빛을 아이들에 게 보냈다. 그러나 다들 고개를 돌리며 외면하는 아이들.. 처음부터 같이 있었던 꼬마 동희는 여전히 아무 표정 없이 인형처럼 서있 을 뿐이고, 그 동안의 사건을 모두 지켜본 세진이 놈은 제후의 도움의 눈초 리에 생긋 웃으며 인사하듯이 손을 흔들 뿐이다. 일생에 도움 안되는 놈!!! ??+ 동민은 네가 벌인 일 알아서 해결하라는 얼굴이고, 그리고 또 마지막으로 예지 마녀는....입술을 물고 눈을 부릅뜨며 주먹을 내 쪽으로 힘껏 쥐어 보였 다. ??난 엽기적인 그녀, 극장까지 가서 따로 볼 거 없다. "학..생...이건 설마...학생이..?" 왜 남들은 침을 튀겨가며 말해줘도 안믿는 내용을, 왜 이런 사람은 말도 안 했는데 정확하게 찍는 것이야?!! 제후는 놀람 반, 두려움 반이 섞인 눈으로 그를 바라보는 어리버리한 초짜 교사 젊은이를 매서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차피 내가 해결해야 할 매듭!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새 나가게 할 수는 없다. '이렇게 되면 어쩔수 없다!! 증거 인멸을 위해서라면!!!' 제후가 결심을 한 듯 비장하게 주먹을 꾸욱 쥐고 눈을 빛냈다. 그리고 한순 간 그 소년의 숨이 잠시 끊어진다 싶을 때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제후가 청 년에게로 달려들었다. "우와아아아~~" "바보야, 너 설마?! 안돼!!! 그건 범죄..." 제후의 분위기가 이상하다고 느끼던 예지가 설마라고 생각하고 있던 일이 진짜 벌어지자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멍청하게 입을 막겠다고 사람을 치면 어쩌겠다는 거야! 그러나 아직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백성고의 교사라는 청년의 앞에 이미 다다른 제후, 이미 그 앞에서 두 주목을 힘껏 뻗었다. 아이들이 말릴 새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눈만 동그랗게 크게 뜨고, 예지는 얼굴을 가리 며 비명을 질렀다. 그런데 그때 들려운 목소리는... "우와아아~ 대단해욧!!!" '어...엇???' 그 청년을 쳐서 기절시킬 거라고 생각했던 제후가 눈을 떠보니 그 청년 앞 에 무릎 꿇고 앉아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니... 게다가 두 주먹은 그 초보 선 생의 두 손을 꼬옥 붙잡고 감동의 반짝반짝 광선을 날리고 있지 않은가. 허 탈해진 아이들... ??;; "형, 진~짜 대단해요!! 정말 존경합니다!! 형이 용감하게 나서준 덕분에 우 리들이 이렇게 무사할 수 있었어요. 저 팬이 됐어요!!" "그...그래? 하지만 난 아무 기억이 없는데?" 그 청년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제후가 더욱 대단하다고 반색을 하며 엄청 오바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대단하단 거 아닙니까! 무아지경에 빠져 악의 무리와 대항하는 정의의 교사! 흐이햐~~ 캡!!" "그...그..그렇지?!! 아하하하..내가 한 주먹 하잖냐." 이제 선생까지 계속되는 민제후의 페이스에 말려든 모양이다.;; "그래요오?!! 오옷!! 역시!! 마치 비트에 나오는 정우성 같았다니깐요." "앗, 학생! 어떻게 내 이름을? 맞아! 내 이름도 정우성이야. 사람은 이름 따 라가는 법이지. 후후후..." "와아~ 존경스럽습니다. 정우성 선생님. 저도 빨리 커서 선생님처럼 되고 싶습니다. 17대 1....우와아아..." 점점 더 쿵짝이 잘 맞는 한쌍이 되어간다. 이젠 왠지 그들의 모습에 한기까 지 느끼는 아이들이었다. 어쩌다가 저런 대책없고, 엉뚱하고, 말도 안되는 녀석하고 알게 됐는지..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 민제후.;;; 비굴함과 쪽팔림까지 감수하다니...무서운 놈!!' 각자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그들 사이에서 이젠 포기한 듯한 지친 목 소리가 울렸다. 한예지 왈 "바보가 둘이 됐어. ??;" 아이들과 좀 떨어진 한적한 거리. 푸른빛이 돌 정도로 새까만 머리결의 소 년이 벽에 기대어 전화를 걸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고 잔소리를 해대는 예지 라는 이름의 아름다운 소녀를 곧 쫓아 가야 하기 때문에 긴 통화를 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초조한 마음에서인지 그 소년의 손가락이 벽에 리듬을 타 며 달그락 거렸다. 신호음만 울리고 받지 않는 전화에 귀염성 있어 보이는 소년의 얼굴이 점차 놀랄 정도로 냉막하게 변해갔다. "세진입니다." 드디어 전화가 연결 되었나 보다. 소년의 입가에 그려진 미소. 그러나... "제 말이 엿 같은가 보죠?" 얼음같은 시린 미소... 연결이 되자마자 강한 어조에 상대 통화자가 쩔쩔 매는 듯 하다. 하지만 유세진, 그 소년의 차가운 목소리는 핸드폰을 타고 천 천히, 계속해서 흘러들었다.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오후에 일어난 일은 매우 실망스럽군 요." 한손에 들어오는 작은 핸드폰에서 통화자가 아닌 사람도 들릴 정도로 크게 변명하는 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상대방의 변명은 들을 가치가 없다는 듯 세 진은 냉정하게 말을 자르며 자신의 할말만을 할 뿐이다. "민제후를 즈려 밟을 기회...곧 만들어 줄 겁니다. 그렇지만 그때까지 애들 단속 제대로 하십시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제가 먼저 나서서 스콜피온부터 쓸어버리죠." 고개가 살짝 숙여지자 어두운 그림자가 유세진의 얼굴로 드리워진다. "이용 가치가 없는 개는 키우지 않습니다." 탁- 하며 전화를 끊는다. 고개를 숙이고 혼자 키득대던 세진, 잠시 후 다시 평상시처럼 천진난만한 미소를 짓고 일행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계속 (날짜 안넘겼다!! 그러니까 연참이당!!^0^ 드뎌 다음회부터는 '최연소 신임총 수'라는 부제입니다. 야~ 빨리 준비해야지!!^^*) -------------------------------------------------------------------------- ---- 제 목 : [뉴 라이프]59회 -최연소 신임총수(1)- << 뉴 라이프 (New Life) >> -59- [부제: 최연소 신임총수(1)] 하얀 새털 구름이 떠다니던 파란 하늘. 그것에 점차 어둠이 드리워지기 시작할 무렵, 시내의 화려한 야경 속에 고 급스럽기 그지없는 승용차 한 대가 매끄럽게 빠져 나가고 있었다. 거울처럼 얼굴이라도 비칠 듯 반질반질한 반짝이는 검은색 차체가 그 큰 몸체에도 불 구하고 날렵하게 아름다운 회선을 그리며 달린다. 게다가 엔진 소리조차 들 리지 않을 정도로 조용함. 똑같은 기름을 먹는 자동차이건만 잡음 하나 들리 지 않고 조용히 굴러가는 그것에 신기하기만 했다. '오~ 차 좋은데? 그 망할 영감 차보단 좀 떨어지긴 하지만... 뭐, 그 영감 차는 국내에 단 3대밖에 없다는 드럽게 비싼 차고. 그런데 이 차는 비싸다라 기 보다 품위가 있어 보이는군.^^' 제후가 안락한 방처럼 꾸며진 자동차 내부를 구석구석 살피며 신나게 구경 하고 있었다. 물론 민제후가 서있는 지위에서 이 정도 고급 승용차를 처음 본 것은 아니었지만, 한국 최고 경제거목이라고 불리는 장문수 회장의 돈을 처바른 자가용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 것도 꽤 재미있다고나 할까? 그리 고 둘 다 고급 승용차지만 차 기종도 다르고 주인도 다르니 분위기와 옵션 부분의 구경이 차내에서의 지루한 시간을 죽여 주는 효과도 있었다. 그리고 눈이 돌아갈 만큼 고급 자동차 안에서의 일행들의 반응도 각기 달 라 관찰의 재미를 더욱 높여준다. 동희 녀석은 신기한 것이 많은지 제후처럼 이것 저것 눌러대기 바빴고, 동 민은 간만에 신나서 뛰노는 동생 돌보기에 피곤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동민 이도 별세계에 온 양 신기한지 내심 감탄의 눈초리로 차내를 구석구석 살피 고 있었다. 그리고 유세진은.....애답지 않게 익숙한 듯 여유롭게 다리를 꼬 고 앉아 꼬부랑 글씨 잡지를 뒤적이고 있다. ??; 저건 이태리 잡지냐, 독일 잡지냐? 저 녀석은 별 걸 다 할 줄 안다니까. 게 다가 또 어떻게 저런 여유를...? '아! 그리고 보니 나 저 녀석들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잖아? 허 이런...' 학교가 아닌 특수한 장소에서, 교복이 아닌 옷차림으로 다가선 아이들의 느 낌이 너무나 달라 제후는 그제서야 자신이 「초전박살」 아이들 신상에 대 해 제대로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에도 보통 아이들과는 좀 다른 것 같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저 녀석들, 도데체 어떤 집안의 아이들일까?' "아저씨. 도착하면 저희 내려 주시고 다시 아빠한테로 가세요. 오늘 고맙습 니다." 그때 자신의 무심함을 자책하며 마음에도 없는 '늙으면 죽어야지' 소리를 연발하던 제후의 귀에 가슴을 청량하게 해주는 맑은 목소리가 파고 들었다. "아닙니다, 예지 아가씨. 오히려 오후에 직접 차로 나오시게 해서 죄송한걸 요." "아니예요. 그건 아빠가 시내에서 중요한 모임이 있었기 때문이었잖아요. 그리고 이 차는 제것이 아니고 아빠껀데요 뭘. 잠시 빌려주신 것만도 어딘데 요. 호호호..." '아 참! 지금은 예지네 집 차를 타고 어디 가는 중이었지? 그런데 호오~ 저 녀석 의외인걸.' 제후가 운전기사와 이야기하는 한예지를 기특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잣집 딸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오늘 보니 진짜 빠방한 집 여식 같은데 아랫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윗사람 공경할 줄도 알고, 게다가 공부 잘해, 얼 굴도 달덩이 처럼 이쁘니... 저 녀석 부모님은 밥 안먹어도 배가 부르시겠군. 후후후... 그렇게 제후가 한예지를 보고 기특해서 흐뭇하게 웃고 있을 그때였다. -퍽!!- "으헉!!!!!"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린 한예지의 눈이 시퍼렇게 무섭다고 느낀 순간, 예지 의 발이 기습적으로 제후의 가슴 정중앙 명치 끝을 정확하게 강타했다. 다들 깜짝 놀란 눈! 게다가 제후도 불시에 당한 일이라 무방비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리 그리 큰 타격이 아니었다고 해도 순간적으로 별을 보며 바닥으로 굴러 떨어지는 것까진 막지 못했다. 에구구구~~ 나 죽는다....가슴이...가슴이...콜록콜록...저 지지배가!! "이, 이 마녀야!! 나하고 무슨 원수를 졌다고...콜록...가만 있는 사람을 왜 걷어 차는 거야!! ...에구에구~ 늙은이 죽네." 제후가 어느정도 통증이 가라앉자 열이 뻗쳐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운전 중엔 조용히 해야 하는 것이지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기사양반, 미안허이. 그러자 곧 한예지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날카롭게 쏘아 붙인다. "흥! 너 솔직히 말해. 방금 날 보면서 무슨 생각 했어?" "야! 내가 너 같은 마녀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다 그래?"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딸 같은 녀석이 기특하고 예쁘길래 귀여워했더니만! "너 야한 생각 했잖아!!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혼자 히죽히죽 웃어가면서 날 바라본 주제에!!" 에??? "게다가 느끼하게 그 눈으로 어딜 보는 거야, 어딜!! 하여간 버터 백만 스 푼이야!!!!" 에에엑???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두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빽 소리 지르는 예지를 바라보며 제후는 기가 막혀 말도 버벅댔다. 이..이건 너무 억울해!! ???난 아무 짓도 안했다구!! 네들도 무슨 말을 좀 해봐. 내가 정말 그럴 인간으로 보이냐? 난 하늘에 맹세코 음흉한 맘 안 품었어. 적어도 지...지금은 아니었단 말이야.;;;; "아무짓 안했어도 그 시선에 여자분의 기분이 나빠졌다면 성적 희롱이 되 는 거죠." 그러나 세진의 차가운 목소리가 매몰차게 날아왔다. "시선은 무슨 시선!! 어휴!! 속 터져!!!" 제후가 유세진의 싸늘한 눈초리에 기가 막혀 가슴을 턱턱 쳤다. 평소에는 폭탄이 터져도 생글거릴 것만 같던 세진이 녀석이 오늘따라 이상할 정도로 무섭게 화를 낸다. 안그러던 녀석까지 그러니 제후는 더 억울하고 답답하기 그지없었다. 난 결백하단 말이다!! ?? "...이제 그쯤에서 그만해둬. 그리고 그것보다 예지야. 우리 지금 어딜 가는 거냐? 게다가 네가 우리한테 할 말이 많아 보이는데." 한동안 소란스러움이 일어나 어수선해지자 동민이 익숙하게 말을 가로막고 화제를 돌렸다. 별로 크게 당황하지도 않았고 어느 정도 여유를 갖춘 표정으 로 능수능란하다. 이젠 이 정도 소란은 별일도 아니란 건가? 하기사 민제후 란 소년을 가장 먼저 만나 가장 오랫동안 고생해온 불쌍한(?) 소년이기에 남 들이 모르는 노하우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동민이 이것 저것 질문을 하는 듯 하자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이끌 어져 갔다. "아우~ 그래. 됐다. 됐어. 따지고 들면 나만 피곤하지 뭐." "잘 생각했어. 이제 저 녀석한테 신경 꺼." "하지만 제후군. 다음부턴 조심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다들 뭐야!! 날 범인으로 몰아놓고 이대로 끝내자고? 안돼안돼!! 그러나 결백을 주장하는 제후의 처절한 반응은 그 세명의 비범한 소년·소 녀의 싸늘한 눈초리에 짓밟혀 버렸다. '넌 조용히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란 메시지를 가득 담은 시선.. 제후는 결국 훌쩍이며 창가쪽으로 다가가 창밖을 바라보며 청아도를 꼭 안고 눈물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나쁜 것들...' "그래. 이제부터 설명할게. 잘들어. 지금 가는 곳은 정말 굉장한 집이야. 우 리가 오늘 참석하는 저녁 만찬 모임은 우리집에 온 초대장을 가지고 가는 건데 정말 어렵게 얻은 거라구. 아빠 스케줄에 급하게 해외출장이 잡히지 않 았으면 결코 내 차지가 될 수 없었을 걸." "그런데 그런 곳에 우리가 왜 가는 건데?" "신동민, 아무리 그쪽에서 가벼운 만찬이라고 말해도 우리나라 정제계의 핵 심 인사들은 모두 모일테니 절대 적은 규모는 아닐 거라고. ...그래도 모르겠 니? 난 너희들 가슴에 품고 있는 꿈이 결코 작지 않다고 보는데... 어때?" 예지가 맑은 웃음을 터뜨리자 두 소년의 눈이 한순간 깊이 반짝였다. "게다가 오늘 그 자리는 민제후한테도 좋은 공부가 될 거라고 생각되는 이 벤트도 있었거든. 이번 발표회에서 강제경과의 승부에 말이야." '어라? 나도?' 제후가 창밖 풍경에만 열중하다 자신의 이름이 들리자 당황해서 돌아 보았 다. 왜 나까지 이 녀석들 활동에 끼어야 하는 거지? ??; 이봐, 얘들아. 난 너 희들 처럼 특별한 녀석이 아니라구. 난 정말 평범하게 학교 다니고, 공부하 고, 대학물 좀 먹은 뒤, 나중엔 취직해서 얌전한 색시 얻고, 그리고 자식새 끼 한둘만 낳아 알콩달콩 사는 거... 그게 내 인생 최대의 목표일 뿐이란 말 이야. 게다가 난 발표회 따위 별로 생각 없다구. 에휴~ 그리고 예지 아버님은 도데체 뭐하는 분이실까? 도데체 뭘 하시는 분인데 이런 좋은 차를 끌고 다니고, 그런 대단한 집에 초대까지 받는 사람일까? ... 그래. 궁금한 걸 참으면 스트레스성 위염을 재발시켜서 식욕을 감퇴 시키고 그러다 보면 잘 못먹어서 점차 마르다가 영양실조와 각종 합병증까지 유발 시켜 결국엔 이 좋은 세상 더 일찍 하직할 수도 있어. 그럼 안돼! 안돼고 말 고!! 결론? 궁금한 건 물어봐야 한다는 심오한 뜻이야.;;; "야, 마...아니, 예지야. 너희 아버진 뭐하시는 분이시니?" 그새 버릇이 되서 '마녀'라고 부를 뻔 하다가 그 마녀가 눈을 부릅 뜨는 걸 보고 잽싸게 말을 바꿨다. 아하하하 ^^;;;; "우리 아빠? 공무원." 간단하군. ??; 그런데 우리나라 공무원이 이렇게 사나? 아무리 철밥그릇이라고 한다지 만... 호오~ 역시 우리나라 좋은 나라. 공무원들의 국가보조와 보장제도가 엄청 좋은 모양이로세. 나도 꼭 나중에 동사무소에라도 취직해야겠어. +.+ "쿡쿡... 그게 아닙니다. 한예지양 아버님은 한진석 장관님이십니다. 현재 외무부 장관으로 계시죠." 제후가 예지의 대답에 잠시 감탄하고 있었더니 세진이가 밝게 웃으며 말해 줬다. 저 녀석의 독심술을 나도 언젠가 배워 두는 것이 좋겠어. 그러자 곧 약간 예리하게 날이 선 예지의 음성도 뒤따랐다. "그게 공무원이지 뭐. 그런데 유세진, 네가 그걸 어떻게 알지?" "전 정보를 좋아하죠. 집안 내력입니다. 저의 아버님과 형님들 모두 국가 정보부 쪽에서 일하고 계시죠. 그래서 저도 어릴 적부터 그쪽으로 관심을 많 이 갖게 되서... 여러 방면으로 정보분석 하기를 즐깁니다." 자칫하면 난처해질 수도 있는 질문을 유세진, 역시 실망시키지 않고 부드럽 게 잘 대처하며 넘어갔다. 그리고 생긋 웃으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집안 소개 까지 마쳤다. 제후는 들으면 들을수록 놀랄 뿐이었다. 다들 하나같이 대단한 집안의 영애 들이었다. 하기사 한예지와 유세진은 성전특고의 클래스S의 반장과 부반장 이니 어느 정도 예상했어야 더 정상이었을 테다. 그나마 개중에 평범한 놈이 신동민이지만 이 녀석도 성전특고 최고 영재 클래스인 A-Ⅰ의 수석인데다 가, 환상을 다루고 정령과 노는 절대 안평범한 여동생까지 있다. 쳇! "제후 넌?" 그리고 어느 새, 집안 소개하는 자리가 되버렸는지 그 바톤이 제후에게까지 날아왔다. 난 뭐라고 하지? 원판 부모님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도 없고, 망할 영감은 지금 어디로 놀러갔는지 코빼기도 안보이는데.. 그럼 할아버지는 집 나갔다 고 해야 하나? 내가 특별하게 잘하는 건 모르겠고...웅... 내가 제일 할 말도 없고 평범(?)한 것 같네. "아, 난...." 난처함과 고민속에 자신이 제일 평범하다고 말도 안되는 착각을 하며 제후 가 막 입을 열려고 할 찰라였다. "아가씨. 도착했습니다." 어, 어라? 저긴...?! 운전기사의 목소리와 함께 차체가 넒은 사유지를 통과하는 것이 보였다. 서 울 한복판에 신기하게 존재하는 푸른 녹음이 초저녁 아스라한 마지막 햇빛 과 점점 가까워지는 위풍당당한 대저택의 조명으로 아름답게 상쾌한 빛을 뿌렸다. 어쩐지 많이 본듯한 길로 간다고 생각 했더니만... ??;; "놀랐지? 성전그룹 총수 사택이야." 예지의 들뜬 목소리에 제후는 얼굴이 굳어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엄청나지 않니? 그리고 정말 아름다운 곳이고." '저건 우리 집이잖아?!!!!' ...계속 (수정 한 번 제대로 보고 싶군. 그런데 제후가 연주회 생각이 없다고 한다. 이놈이 제경과 대결할 맘이 들 게 해야 한다. 게다가 회사일도 수습하도록 달래야 한다. 하지만 망하라고 한짓이니 순순히 할지 잘 모르겠다. 에휴... 속 좀 썩이지 말어라.?? 이 놈은 바보같을 땐 한없이 어리버리한데 맘 먹고 하는 일에는 무서워져서...) -------------------------------------------------------------------------- ---- 제 목 : [뉴 라이프]60회 -최연소 신임총수(2)- << 뉴 라이프 (New Life) >> -60- [부제: 최연소 신임총수(2)] 웅장한 대저택 앞의 아름다운 정원. 감미로운 클래식 연주가 들려오는 가운 데 총수 사택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사람들의 활기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초저녁 솔바람에 실려오는 진한 장미향... 어둠이 내려 앉을수록 하나 둘 더욱 밝혀지는 아름다운 조명등... 그리고 세계 최고의 요리사들이 준비한 풍성하고 맛갈스럽게 차려진 음식 들과 각종 연도별로 준비된 최상품의 와인과 주류... 어떤 최고급 호텔과 비교하여도 손색이 없는 그 모습에 그 자리에 참석한 수많은 핵심 인사들은 작은 것 하나하나에서도 성전그룹의 재력과 힘을 발 견하고 감탄하기 바빴다. 역시 성전이라는 말이 여기 저기에서 감탄사처럼 터져 나온다. "훌륭하군. 게다가 아름다운 저택이야." 한 노신사가 손에 크리스탈 술잔을 들고 만찬장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성전 쪽에선 작은 만찬이라고 했지만 이 정도면 꽤 큰 규모에 드는 가든 파티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오늘 모임의 명목은 피아니스트 장혜영의 귀 국 축하 만찬. 물론 요즘같은 때는 외국에서 몇 년만 공부하고 돌아오면 귀국 발표회다 축하 모임이다 다들 하고 있기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그녀가 이 정도 화려한 모임을 갖는 것은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성전그룹 장문수 회장이 예고없이 전격 사임을 하고 현재 베일에 싸인 신 임총수가 비공식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그 시점에 맞춰 거의 외국에서만 살 다시피하는 장문수 회장의 외동딸인 장혜영의 귀국. 오비이락(烏飛梨落). 우연일까? 과연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 것인지... "이실장." "예, 의원님." 노신사가 인자한 얼굴에 그늘을 드리우다가 술잔을 내려놓고 보좌관을 불 렀다. "자넨 어떻게 생각하나?" "무슨? ...말씀하시는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허허허... 자네는 젊은 친구가 항상 너무 딱딱해. 그냥 오늘 모임의 느낌을 물어본 것 뿐이네. 자네가 보기에 어떤가? 참 아름답고 화려하지 않나?" 마치 옆동네에 사는 인자한 할아버지같은 미소를 띠고 김대준 의원이 말했 다. 그러자 그 질문에 김대준 의원의 보좌관인 중년의 신사가 조금은 부드러 워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 굉장히 화려하군요. 무엇보다 오늘 이 자리는 장문수 회장의 사임에도 흔들리지 않는 성전그룹의 건재함을 과시하는 자리이기 때문 아니겠습니 까?" "허허허... 자네는 그렇게 생각하나? 그래. 그럴지도 모르지." 김의원의 너털웃음에 비서실장은 자신의 식견이 틀린 것인지 의아해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따지듯이 질문할 수도 없는 노릇 이다. 자신이 모시는 분은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을 이끌어 나가실 분. 현재 정계 의 선두로 나서지 않고 계시지만 곧 대한민국 최고 통수권자가 되실 분이다. "이실장. 장회장의 일가는 어떻게 되나?" 잠시 잠깐 상념에 빠졌던 비서실장이 김의원의 목소리에 퍼득 정신을 차렸 다. "아 네, 의원님. 장문수 회장 주변에 그리 가까운 일가는 몇 안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자녀로는 피아니스트 장혜영씨가 무남독녀로 유일합니다. 그 나마 장혜영씨는 기업 경영에는 관심이 없어 부군과 거의 외국에서 생활하 고 있으므로 큰 교류가 없는 걸로 알려져 있고, 그 외의 가장 가까운 일가로 는 장문수 회장의 조카인 장태현 이사 정도입니다." "장태현 이사라... 그 친구는 그릇이 못되지. 쯧쯧... 그게 전부인가?" "그 밖에 장회장에게 외손자가 하나 있긴 합니다만..." "손자?" 김의원이 멀리서 속속들이 도착하는 각 분야 중요 인사들을 둘러보다 처음 듣는 정보에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별로 중요한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한 비 서실장은 간략하게 설명을 끝냈다. "장혜영씨의 외아들이나 아직 학생인데다 소심한 성격이라 장회장 눈밖에 난지 오래라고 들었습니다." "허...그런가?" 혹시나 새로운 실마리를 잡은 것이 아닐까 생각했더니만... 하긴 장회장, 그 늙은이가 핏줄에 그리 연연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전혀 다른 방향 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김의원은 실망의 빛을 띠고 다시 돌아섰다. 도데체 이번에 취임한 성전그룹의 신임총수는 누구일까? 성전그룹 측근에 의하면 대단한 인물이라고만 말할 뿐, 더 이상의 정보가 새어 나오지 않는 다. 성전그룹은 한국 경제계의 기둥이나 다름이 없다. 거의 모든 경제 부분에 손을 대고 있으며 어느 부분에선 사회 균형을 조절하는 국가적 기능의 일부 를 담당하기도 한다. 이렇듯 성전이 각 분야에 끼치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하 기에 이번 성전그룹 장문수 회장의 사임은 보통 큰 충격이 아니었다. 무엇보 다도 예고되지 않았던 갑작스런 사태! 절대권력을 휘두르던 장문수 회장의 시대가 천년만년 계속될 것 같았건만... 어쨌건 장문수 회장의 퇴임충격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나자 그 다음에 모 아진 초점은 '과연 다음 성전그룹 총수는 누구인가'였다. 더군다나 퇴임 의 사를 밝히며 나서는 장회장이 '성전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다'라 고 말했다 하니 이번 신임총수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들끓게 되었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성전그룹은 새로 취임한 신임총수에 대해 철저히 보안을 유 지하고 있다. 그러니 아마도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대부분의 인사들은 만찬의 주인공인 장혜영보다 성전그룹의 신임총수에 대한 정보를 듣기 위해 달려왔 을 것이다. "의원님. 신대한당의 유총재와 신의원이 도착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건설 부 차관, 문화부 장관도 조금 전에 도착했고, 그 밖에 사성그룹과 해룡기업 대표들도 참석한 모양입니다." 역시... 후후... 그래. 그럼 나는 이만... "이실장. 혜영양은 어디에 있나? 그래도 명색이 혜영양 귀국 축하 모임인데 인사라도 하고 가야지. 장회장이 없으니 이 자리에 제대로 된 장씨 일가는 혜영양밖에 없는 것 같군." "저, 그런데 의원님..." 김의원이 별로 볼 것이 없을 거라 생각하자 주인공에게 인사나 하고 돌아 갈 참으로 말을 했다. 장회장 그 늙은이야 평소 괴팍한 성미로 봐서 이런 자 리에 참석할 것 같진 않고, 그렇다고 다른 장씨 일가들은 보기만 해도 얼굴 이 찌푸려진다. 먼 일가 친척들이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기웃거리는 것 같 아서 보기가 역할 뿐이다. '특히 장태현이라는 녀석은 보기가 싫단 말이야. 목적을 위해선 수단, 방법 을 안가릴 위험한 위인이니...쯧쯧...' 물론 김의원도 성전의 신임총수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으나 굳이 못볼 꼴을 봐가며 이곳에 끝까지 남아 얻을 만한 건 없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러나 그의 발목을 잡는 보좌관의 난처한 목소리... "하하! 안녕하십니까, 김의원님? 아주...오랜만에 뵙는군요." 비서실장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김대준 의원은 다음 순간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는 기분 나쁜 분위기의 중년인을 볼 수 있었다. '장태현이로군.' 푸근한 인상이었던 김의원이 눈도 순간 냉막하게 변했다. "누군가 했더니 장태현 이사로군. 정말 오랜만이구만. 이런 자리에서 만나 게 될 줄 몰랐네." "하하.. 반갑지 않다고 들립니다, 의원님. 물론 제 착각이길 바랍니다만." "반갑지 않은 건 아니지만 우리가 굳이 만날 일도 없지 않겠나. 그런 일이 앞으로도 없어야 나라가 편안할 게야. 허허허..." 말을 돌려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는 김대준 의원의 말에 장태현 이사가 얼 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나 순식간에 다시 웃음띤 얼굴로 회복한 장이사가 입을 떼었다. "비젼21..." 나직한 장이사의 목소리에 김대준 의원의 얼굴 근육이 경직된다. 장태현은 그런 김의원의 모습을 보고 비칠비칠 웃으며 스쳐지나갔다. "그럼 곧 날을 잡아 찾아 뵙겠습니다. 김의원님과 전 다시 만나게 될 겁니 다. 큭큭큭..." 김의원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짓고 지나가는 장태현을 씁쓸하게 돌아보았다. 제일 부딪히기 껄끄러운 위인과 어떤 방법으로든 인연이 닿게 되었으니... 당분간 몸을 웅크리고 있어야 하거늘.. 김의원은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이 후회가 되었다. 한편, 김의원에게 말 한마디로 타격을 가하고 돌아선 장태현 이사. 그야말 로 그 자리를 비켜나자 얼굴을 험악하게 구기며 이를 갈고 있었다. 탐욕이 가득찬 사람의 자존심이었다. '늙은 퇴물이 감히 날 무시해? 난 곧 대성전그룹의 총수가 될 사람이야!! 날 무시한 대가는 머지않아 톡톡히 치루게 될게다. 그러니 오늘은 약간의 맛 배기만으로 만족해 달라고.' 그리고 장이사가 심복 중 하나를 불러 뭔가를 조용히 지시했다. "가볍게 술 한잔 대접해도 좋겠지. 건배!! 큭큭큭..." 장태현의 입가에 비열한 미소가 걸렸다. "음... 1989년산 보르도 와인. Margaux인가요? 좋군요." 식사와 와인을 들 수 있는 자리. 그곳에 숙련된 와인 전문가 앞에서 세련된 매너를 보이는 검은 머리의 소년이 보였다. 새하얀 얼굴에 새까만 머리결. 귀한 용모의 동양적인 신비감을 느끼게 하는 어린 소년이 천성적인 날카로운 눈매로 와인을 시음하는 모습은 보기만 해 도 감탄스럽다. 와인을 권하는 사람도 와인에 조애가 깊은 어린 손님이 감탄 스러운지 싱글벙글하며 더욱 친절히 대하는 듯 하다. "탁월한 안목이시군요. 보르도 와인 중의 Premier Grand cru Classe 등급 입니다. 부르고뉴 와인도 있는데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 "부르고뉴라면 로마네꽁띠(Romanee-Conti)도 있습니까?" 미소띤 소년이 고개를 돌리니 검은 머리칼이 푸른빛으로 바람에 살랑인다. "로마네꽁띠뿐만 아니라 라 따쉐, 리쉬부르도 구비하고 있습니다." 이제 아주 경외의 눈초리를 보내는 직원이었다. ...계속 (연참을 하려 했더니 또 자정을 넘겼다. 난 역시 안돼. 쳇! ??; 메일 보내 주세요. 비평이나 감상 환영!! 쪽지도 무지무지 고맙죠.^^) 제 목 : [뉴 라이프]61회 -최연소 신임총수(3)- << 뉴 라이프 (New Life) >> -61- [부제: 최연소 신임총수(3)] 그러나 그 일행 모두가 그런 시선을 받는 것은 아니었다. 세진이 와인을 선 택하고 있을 무렵 제후는 그 맞은편에서 엄청난 냠냠 쩝쩝 소리를 내며 접 시를 하나 하나 산처럼 쌓아가고 있었다. 세련된 매너와 와인에 대한 깊은 조애로 세진이 받는 경탄의 시선. 그리고 그와 정반대의 시선을 한몸에 받는 민제후가 있었다.;; "음료는 무엇으로 하시겠습니까?" 그래도 프로 정신에 입각하여 성전의 한 직원이 제후에게도 음료를 묻는다. 그러자 접시에 머리를 박고 한참 열심히 퍼먹던 소년이 고개를 들어 명랑하 게 말했다. "파인애플맛 쿨피스 주세요." "네? 저...저 손님...;;;" 당황하는 직원들.. 최상류층의 만찬이나 파티, 리셉션 등을 주로 주최, 진행해 왔던 그들은 이 런 일은 처음 겪기 때문에 어찌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때때로 국내에 서 구하기 어려운 최고급 꼬냑이나 유명 위스키 등을 주문하는 까다로운 사 람들은 있었어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차라리 오늘 같은 날은 희귀한 고 급 음료를 주문했다면 그걸 찾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그런데 이 손님은 뭘 생각하는 건지... 그들은 제후의 그런 주문은 손님의 음료 주문도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자 신들을 골탕먹이려는 수작이라고 생각되어 속으로 욕을 퍼부었다. 그러나 진 실은 어쨌건 간에 주문을 받지 못하면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서 둘러 달려온 식음팀 총책임자가 식은땀을 흘리며 제후에게 직접 양해를 구 했다. "죄송합니다, 손님. 그런 음료수는 지금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다른 걸 말씀해 주시면 그것으로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에? 없어요? 그럼 곤란한데..." 제후가 파인애플맛 쿨피스가 없다는 말에 눈쌀을 찌푸렸다. 내가 그렇게 말해 뒀건만 벌써 떨어진 건가? 그런데 왜 자꾸 나한테 '손 님'이래? 날 못알아 보는 거야? 흠...하긴 나도 여기 직원들 얼굴 다 아냐고 물어보면 할 말은 없다. 게다가 설마하니 주인이 자기집에 초대장 들고 와서 앉아있다고 생각도 못하겠지. 그럼 난 이제 뭘 마시냐? 쩝! "음...그럼 자두맛 쿨피스로 주세요." "네? 저 그것도...;;;" '뭐야? 그것도 없어? 그럼 뭘 마시라는 거야!!' 두 번째 주문까지 웨이터가 어물거리자 제후가 약간 화난 음성으로 목소리 를 높였다. "뭡니까? 그것도 없어요? 나 참. 쿨피스가 뭔지는 알긴 아는 거예요? 에이 구~ 잘 들어 두세요. 여기 큰길 사거리 골목 앞에 있는 호호 마트에 가면 파인애플맛 쿨피스랑 자두맛 쿨피스가 개당 700원인데 꼭 거기서 사야 되 요. 시장골목 슈퍼가 가깝다고 그리로 가면 거긴 950원이나 하거든요. 쿨피 스 하나 가격차가 250원이나 하다니 완전 도둑놈들이지! 그러니까 다음부터 쿨피스를 사려면 좀 멀어도 호호 마트로......으악!!!" "시.끄.러!! ...호호호. 그냥 아무거나 가져다 주세요." 그때, 예지가 주절주절대는 제후의 뒷통수를 한 대 침과 동시에 평화가 찾 아왔다. 어떻게 우연히 아빠 친구분을 만나 잠시 인사를 하고 왔더니 그새를 못참고 민제후, 그 바보가 벌써 일을 벌린 것이다. 예지가 그 망신스러움에 얼굴이 화끈거려 재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나서자 그제서야 직원들도 다행이 라는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사라졌다. 사람들이 사라지자 예지가 시퍼런 눈으로 제후를 째려보며 쏘아 붙였다. "야, 민제후!! 너 꼭 여기까지 와서 이래야 하니? 제발 남의 집에서는 예의 좀 차려라!! 여기가 너희 집이냐? 응?" 우이띠~ 여기가 우리집 맞는데... ?? 제후가 음식을 입에 가득 문 채 투덜댔으나 입안의 음식 탓으로 아무도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한예지의 잔소리. "그리고 너 몇일 굶었니? 뭘 그렇게 많이 먹어?" "야, 나 아까 낮에 힘 많이 써서 많이 먹어야 돼. 왠종일 뛰어 다녔단 말 야." 그럼그럼. 수명이 줄었을지도 모를만큼 있는대로 기(氣)를 다 뽑아 썼다고. 빨리 비축하려면 많이 먹고 열심히 자는 수밖에 없어!! 그리고 자기집에서 잔치하는데 그럼 먹지 않고 구경만 하리? "또 어쩜 너 그렇게 무식하게 먹을 수 있냐?" "야야. 먹는거 같구 너무 그러지 마라. 먹을 땐 개도 안건드린다고 했다. 게다가 복스럽게 먹으면 좋지 뭘 그러냐. 언제 또 이런 음식 먹어본다고." 나도 맘 먹고 하면 세진이나 동민이처럼 고상하게 먹을 수 있어. 하지만 한 3일 굶어봐라. 그때도 고상떠는 인간 있는지 보자. 쳇! 그렇게 제후가 한마디도 안지기 때문이었을까? 예지가 발끈 하며 소리쳤다. "야, 이 바보야!! 넌 꼭 이렇게 못사는거 티를 내야겠니!!" '어??' 갑자기 고요해졌다. 마치 해서는 안될 말을 한 듯한 분위기. 예지가 자신도 당황한 듯 자기입을 자기손으로 틀어막았고, 동민은 동희한 테 뭔가를 먹이다가 놀라서 눈을 크게 뜨고 그 자세로 굳어 버렸다. 유세진 만이 평소처럼 생글생글 웃으며 와인잔을 빙글빙글 돌리면서 홀짝이고 있을 뿐이다. 뭐야? 내가 모르는 무슨 비밀 이야기가 있었던 거냐? 뭔데 갑자기 말을 하 다 말어? 어~ 이거 소외감 느끼네. ?? "제후야... 저 난 그런게 아니구..." 제후가 애들이 자신만 빼놓고 비밀 얘기를 한거 같다고 생각되자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자 곧 당황한 한예지의 목소리가 들려왔 다. 어라? 이젠 안하던 변명까지? 역시 뭔가 있군. 아까 뭐라고 그랬더라. 빈티 난다고? 내가 밥 먹는 모습이 그렇게 창피했던 건가? 뭐, 그 밖에 다른 뜻이 더 있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 아이들 세계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 겠지. 괜히 주책없이 끼어들면 안될 것 같아. 에휴~ 그려. 우리 예지마녀가 그렇게 싫다는데 오늘은 품위있게 먹자 먹어. 끙~ 제후가 잠시 머리를 극적이다 포크와 나이프를 제대로 들고 격식에 맞춰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 갑자기 달라진 제후의 모습에 예지와 동민은 제후가 기분이 상한거라 생각되어 더욱 어쩔 줄 몰랐다. 침착하게 봤다면 민제후의 테이블 매너가 상류 계층의 어느 누구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다는 걸 눈 치채 놀랐을 텐데... 세진만이 재미있는 장면 또 하나를 놓쳤다고 아쉬워할 뿐이다. "저기...내껏두 먹어." 예지가 자기 접시를 제후 쪽으로 밀어 놓으며 조용히 말했다. 사과 방법을 모르는 그녀의 화해 신청이었다. 예지는 예전에 개차반 선생의 체육시간에 말했던 민제후의 가정형편이 생각났다. '제후... 부모님도 안계시고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고 그랬지? 힘들게 살 았겠지? 그런데도 성전특고에 들어온 걸 보면 대단해. 성전고 내에선 수준이 좀 떨어지지만 일반 고등학교였다면 전교 상위권에 들 실력이니까.' 그러나 각자들 전혀 엉뚱하게 다른 생각만 하는 아이들.. 미안해진 예지의 이런 생각과는 다르게 제후는 갑자기 친절해진 한예지에게 어리둥절할 뿐이 다. '이 마녀가 미쳤나... ?? "제후야. 네 할아버지는 지금 어떠시니?" 제후가 한참 예지가 밀어준 접시에 손을 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그녀의 질문이 다시 부드럽게 들려왔다. 어? 그 망할 영감? 쟤가 그 영감을 어떻게 아나 모르겠네. "할아버지 ...집 나간지 오래야." 어디 물 좋은데 가서 낚시라도 하고 있겠지 뭐. 손자하고 비서들한테 일 떠 맡겨 놓고 지금 신선 놀음에 아주 신났을 거다. 쳇! 사람 뒷통수 치듯 갑작스럽게 회장직을 떠넘기고 도망간 장회장이 생각나 자 제후는 다시 억장이 무너져서 찢어지는 가슴을 부둥켜 안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모습에 다시 잘해줘야 겠다고 다짐하는 아름다운 한 소녀. "제후야, 힘 내." 이거 진짜 음모 아냐? ??; 제후가 오늘따라 이상하게 구는 예지를 바라보며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생 각해도 눈물까지 글썽이며 따뜻하게 대하는 그녀의 모습은 어색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너...또 때릴려고 그러는 거지?" "뭐?" "에에이~ 다 알어! 안심하게 만든 다음에 불시에 습격하려는 거잖어. 야야, 한예지. 너 인간이 그러는거 아니다. 집에서는 온갖 노역(?)에 시달려, 학교 에서는 너한테 맞아줘... 생각해 보면 나같이 불쌍한 청소년이 대한민국에 또 어디 있냐? 좀 잘해 줘라, 잘해 줘. 쯧쯧..." 제후가 장난스럽게 고개를 설래설래 흔들며 말하다가 예지와 눈이 딱 마주 치고 그만 얼어붙었다. 그냥 가만히나 있을 걸. 긴 검은 머리의 소녀가 부들 부들 떨면서 무시무시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이래서 너한텐 잘해 줄래야 잘해 줄 수가 없어!!" "으아아아~" 오랜만에 나온 한예지의 필살 볼 늘리기였다. 그러나 옆에서 지켜보던 동민 과 세진은 전혀 말릴 생각이 없는 듯 하다. "아주 매를 번다 벌어." "놔두십시오. 재밌잖습니까." 나쁜 것들! 의리없는 것들!! "그럼 예지양. 저희는 이만 만나뵐 분들이 많아서..." 야, 네들 어디가!! 나 구해주고 가!! "민제후, 어딜 가!! 죽을래? 넌 사고치지 말고 여기 얌전히 앉아서 기다 려!!" 도망가려는 제후를 붙잡아 예지가 바람에 검은 머리칼을 날리며 스산하게 말했다. 히-익!! 난 정말 여자가 싫다!! "김비서. 제후는 아직 안들어 왔나?" "모르겠습니다, 아가씨. 워낙 오늘 손님들이 많이 오셔서 그 속에 계시면 찾기 힘들 것 같습니다." "흐음...그래." 그 시각, 제후의 여성 기피증을 갖는데 일조를 한 또 한명의 여인이 제후 일행과 멀지 않은 곳에서 그를 찾고 있었다. 화려한 은빛 이브닝 드레스에 한껏 치장을 한 여인의 모습은 마치 만개한 붉은 장미와 같이 사람을 끌어 당기는 강렬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흘러내리는 달빛처럼 그녀의 어깨와 등을 타고 늘어진 은빛 옷자락.. 하나 의 테마에 맞춘 듯 그녀의 눈매를 더욱 깊어 보이도록 강조하는 은빛 펄.. 달의 여신같은 지금 그녀의 모습을 본다면 어느 누가 그녀를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있는 어머니라고 생각하겠는가. 화사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은 젊은 소녀처럼 보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입에서 지금 왠 일인지 걱정 섞인 말이 한숨처럼 새어나오고 있었다. "곤란한데... 그 녀석이 오늘 이벤트를 봐야 발표회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 게 만들 텐데 말이야. 김비서, 연락은?" "도련님께선 핸드폰을 안가지고 다니셔서..." "그래요..." 혜영은 김비서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평소 제후에게 무 심한 어머니였던 혜영이 걱정하며 그 소년을 찾자 김비서가 자청해서 앞으 로 나섰다. 아들의 안위에 대한 걱정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일은 처음이 니... "그럼 제가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아, 됐어. 어차피 손님들께 인사하러 나가야 하니까 다니면서 내가 찾도록 하지. 대신 김비서는 다른 준비가 차질없이 됐는지 살펴봐 줘요." 김비서가 혜영의 지시에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김비서가 나가 자 혜영도 제후가 제일 싫어하는 웃음을 터뜨리며 만찬장으로 향했다. "아들! 설마 이 엄마를 실망시키진 않겠죠. 호호호..." 웃음소리가 영원히 울릴 듯이 복도에 가득찼다. "윽!! 왠지 소름이..." 그때, 제후의 등줄기로 사악 훑고 지나가는 이유 모를 한기. 그것에 제후는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쫙 끼치는 걸 느꼈다. 이제 곧 여름이건만 찬바람도 불지 않는데 소름이 끼치다니 이상하다. 그러나... '어쨌든 난 지금 자유다~!! 음하하하!!!' 곧 탈출의 기쁨에 모든 것을 잊어 버리는 소년이었다. 어쩌면 지금 예지라 는 소녀가 잠시 한눈 판 사이 없어진 그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을지도 몰랐 지만 제후는 삼삼오오 모여 웅성이는 사람들 사이를 다니며 단순히 마녀에 게서 탈출한 기쁨을 만끽하고 있을 뿐이었다. TV에서만 봤던 탈렌트, 가수 등 유명 연예인 얼굴 구경하는 것도 재미났고, 신문 정치 사회면을 장식하는 국회의원들과 장관들의 담소하는 듯 하며 탐 색하고 비방하는 대화도 신기했다. 구경 다니다가 꽤 지위가 높아 보이는 신 사들과 토론하며 어울리는 신동민과 유세진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아직까진 들키지 않게 잘 피해 다니는 중이었다. '왜 우리 집에서 눈치를 봐야 하는진 모르겠지만... 그래. 내가 피해 다니는 것이 훨씬 편하니깐 뭐. 에휴~' 제후가 약간 불만스럽게 중얼거리다가 한쪽에 마련된 화려한 음료 테이블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역시 성전 그룹 만찬장은 어느 곳에도 볼거리 가 많다. 그 음료 테이블 한 가운데에 빛나고 있는 유리의 산.. 단순히 잔에 샴페인을 따르는 실용뿐만이 아니라 화려한 조명 효과도 노린 것인지 수십개의 유리잔이 산처럼 쌓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반짝이는 조명 아래 맨꼭대기에 붓는 샴페인이 맨 아래에 있는 잔까지 흘러흘러 차오르는 것이 아름답게 보였다.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오는 광경이었다. "와아~ 저 유리잔이 전부 몇 개야? 대단하군." 그런데 그렇게 감탄하고 있을 그때! 갑자기 직원의 실수인지 쌓여있는 유리 잔 산이 기우뚱하며 흔들리더니 테이블 밖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놀라서 커진 눈에 천천히 슬로우 모션처럼 보여지는 장면.. 곧 귀를 찢는 엄청난 소 리가 공기를 깨뜨릴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할아버지!! 피해요!!" 그러나 노인 양반이 그 소리를 들었다고 민첩하게 피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이런 젠장!!!" 제후가 마침 옆에 놓여있던 가느다란 긴 쇠막대를 집어들고 유리산이 덮치 는 노인쪽으로 달려들어 그 앞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보에 막대를 걸었다. "비켜!!!" ...계속 (김의원과의 만남은 제후가 앞으로 성장하는데 큰 조력이 될 거라 믿습니 다.^^ 운이 많이 따르는 놈이라 너무 얄밉군요. 연주회는 또 언제 나올려나? 오늘 란의 기적의 연참신공을 보여드리죠. 푸헤헤헤~~ 메일 주세요. ?? -------------------------------------------------------------------------- ---- 제 목 : [뉴 라이프]62회 -최연소 신임총수(4)- << 뉴 라이프 (New Life) >> -62- [부제: 최연소 신임총수(4)] "허 참... 일이 좀 얽히는 것 같군." 김의원은 탐욕으로 흐려진 눈으로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던 장태현을 생각 하며 생각에 빠져 들었다. 성전그룹의 장태현 이사... 똑똑한 인물인 것은 확실하지만 심성이 바르지 않고 무엇보다 그릇이 작은 위인이다. 높은 곳, 최고의 것을 탈취하려고만 하지 자신의 손으로 처음부터 뭔가를 이루겠다는 의지나 성취욕은 없는 인 물. 저런 인물의 가장 위험한 점은 목적을 위해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다는 것에 있다. 그 목적이 크면 클수록 그것을 탈취하기 위한 수단이 불법 적이고 옳지 않은 방법일 확율이 높아진다. "그 대상이 성전그룹이라는 큰 먹이라면...더욱 그렇겠지. 당분간 조심하는 것이 좋겠구먼. 허허허..." 장태현... 위험인물이다. "그런데 의원님. 어떻게 장이사가 '비젼21'에 대해 알고 있을까요?" "어떻게라니?" 김대준 의원은 비서실장의 말에 담담한 얼굴로 모른척 대꾸했다. "그렇지 않습니까. '비젼21'은 아직 검토단계에 있는 비공개 국가정책일진 데 어떻게 일개 회사의 이사가 극비 정보를 알고 있는지... 이건 보통 문제 가 아닙니다, 의원님." 김의원보다 그의 보좌관이 더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이실장은 이런 중요한 사건에 아무렇지도 않게 담담한 김의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이 쳐다 보고 있었다. 한 국가가 미래를 위하여 준비하는 장기적인 개발 정책... 그러나 어느 한 사람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기업에게 국가 미래 정책에 대한 정보를 흘렸거 나, 또는 그 정보를 이용하여 개인의 이익을 챙기려고 한다면 매우 곤란해진 다. 그러나 김의원은 오히려 웃음기 있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게 됐는지가 지금에 와서 뭐가 그리 중요하겠는가. 어차피 수많 은 정계 인사들이 여러 기업들과 결탁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니 어떤 경로로든 새어 나갔겠지. 게다가 중요한 것은 그 정책은 아직 통과가 결정된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네." "그렇지만 의원님께서는 '비젼21'은 꼭 통과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셨잖습니 까. 그리고 의원님께서 조금만 힘쓰신다면 '비젼21'이 미래경제개발계획으 로 채택되는 것도 꿈이 아니고 말입니다." 그래. 어쩌면 그럴수도 있겠지. 후후후... 하지만 어느 누구라도 그런 사실을 알면 좋을 것이 없음이야. "이실장. 자넨 날 너무 띄워주는구만. 설마하니 나 혼자만의 힘으로 나라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겠는가? 허허...참 사람두." 비서실장은 김의원이 더 이상 그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을 눈 치 챘다. 이 자리의 참석도 그리 탐탁치 않게 생각하셨던 분이셨기 때문에 장태현이라는 불쾌한 인물과의 마주침이 서둘러 돌아가자는 신호가 되었다. "이실장님!" "무슨 일인가?" 그때 비서실장에게 달려온 어느 직원이 그의 귀에 대고 귓속말로 속닥였다. 그것에 비서실장이 미간을 지푸리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김의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의원님. 밖에 저희 사람들이 누군가와 시비가 붙은 모양입니다. 제가 잠시 다녀 오겠습니다." "아, 그런가? 어서 가보게. 조용히 잘 해결하고." "그런데 의원님께서 그동안 혼자 계셔야 하기 때문에..." 비서실장의 걱정에 김의원이 동네 할아버지같은 푸근한 인상을 지으며 너 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 누가 들으면 내가 어린앤 줄 알겠구먼. 괜찮아. 그리고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 잠시 혼자 있다고 별 일이야 있겠는가?" 하긴 성전그룹에서 주최하는 행사이니 만큼 수많은 유명 인사들로 북적대 고 있으니 특별히 위험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제서야 비서실장이 안심한 표정으로 목례를 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때를 같이하여 나타난 웨 이터 복장의 젊은이. 순간 적적해 하던 김의원에게 다가와 안내를 했다. "손님. 곧 음료 테이블에서 유리산에 샴페인 폭포가 흐를 겁니다. 보시겠습 니까?" "오~ 그런게 있었나? 알았네. 가지." 김의원은 안내를 하는 젊은이를 따라가며 더욱 성전그룹 신임총수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가는 걸 느꼈다. 눈 앞에 보이는 이 모든 화려함과 웅장함은 곧 성전(聖殿)의 힘!! 이 모든 걸 창업주 장회장이 주저없이 넘겨주게 만든 사람은 어떤 인물일 까? 언제고 한 번 꼭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김의원이었다. "오~~!!" 다음 순간, 화려한 조명 밑에서 크리스탈 유리산이 샴페인 폭포를 연출해 내고 있었다. 향기로운 알콜 내음과 호박빛의 아름다운 금색의 물결. 반짝이 는 조명 아래 환상처럼 빛나는 유리산에 김대준 의원이 감탄하며 넋을 잃고 있었다. 그때... "할아버지!! 피해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린 듯 싶자 기우뚱하며 흔들리는 유리산. 그제서야 뭔 가 잘못 됐다는 것을 눈치챈 김의원이었지만 환갑을 넘긴 노인이 위험을 감 지하고 젊은 사람들처럼 재빨리 피한다는 건 역시 불가능하다. "이런 젠장!!!" 그때, 떨어지지 않는 다리에 당황하며 서있는 김의원 앞으로 한 소년이 욕 설을 내뱉으며 뛰어 들었다. 마치 눈앞에 쏟아지고 있는 샴페인 빛깔과 같은 금빛 머리.. 얼이 나간 김의원의 눈에 가장 강렬하게 새겨진 것은 그 색깔뿐 이었다. 그러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 그 소년은 이를 악물고 왠 기다란 쇠 막대기를 그들 앞에서 가장 가까운 테이블보에 걸어 잡아당기며 소리 질렀 다. "비켜!!!" -촤차차차창!!!!- 순식간에 일어난 일. 엄청난 파공음이 공기를 진동시키자 땅이 흔들린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였다. 수많은 집기들이 한꺼번에 깨지는 소리가 지나가자 한참 뒤에 쥐죽은 듯한 고요가 찾아왔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고개를 든 김의원은 그 아름답던 유리산이 산산조각 나서 처참하게 바닥을 뒹굴고 있는 것을 발견 하였다. 그것을 바라 보며 느끼는 것은 깨어진 아름다움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라 '살아 있구나' 라는 안도. 별무리처럼 조각조각 나서 흩어진 유리 파편들은 부서지기 전 아 름다웠던 만큼이나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날카롭게 빛났다. "안다치셨어요, 할아버지?" 김의원은 그 목소리에 퍼득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금빛 머리... 자신을 걱정스럽게 내려다 보는 단정한 얼굴의 어린 학 생이 보였다. '이 학생이 날 구한 것인가...' 김의원은 살아온 연륜답게 곧 빠르게 냉정을 회복하고 주변을 살펴 전후사 정을 정리했다. 샴페인이 쏟아지는 유리잔 산, 마침 그 근처 가까이에 있었던 김대준 의원 방향으로 그것이 무너져 내렸다. 그런데 그때 한 소년이 나타나 자신을 뒤쪽 으로 밀치며 긴 테이블보를 잡아당겨 비스듬히 천막처럼 그들을 감싸게 했 다. 어찌보면 위험천만하기 그지없는 방법이었으나 그 상황에선 더 이상 있 을 수 없는 훌륭한 임기응변.. 더군다나 그 소년이 쇠막대에 걸어 잡아당긴 테이블보가 한쪽은 그때 아직 무거운 집기들이 올려져 있는 테이블 위에 걸 쳐져 있었기 때문에 천막처럼 유리잔들을 막을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난 괜찮다." "아~ 정말 다행이예요." 정신을 수습하고 일어선 김의원에게 소년이 활짝 미소지었다. 그것에 노인 은 이번엔 머리색이 아닌 소년의 깊은 눈에 정신을 빼앗겼다. 깊고 깊은 의 지가 담긴 심연의 눈... '이 녀석, 그릇이 큰 놈이다!' "학생, 참 좋은 눈이군." "예?" 어리둥절해 하는 소년의 모습에 김의원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알 수 없는 녀석...그것이 김의원이 그 소년에게 느끼는 솔직한 감정이었다. 그를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을 때 느꼈던 날카롭고 싸늘한 인상과 장난끼가 가득한 순수한 이 모습 중 어느 것이 진짜일까? 굉장히 탐이 나는 인재를 발견한 김의원은 그 기쁨에 방금 전 큰 변을 당 할 뻔할 일들도 모두 잊어 버렸다. "도와줘서 고맙네. 난 김대준이라는 늙은이지. 자네 이름은 뭔가?" 김의원이 인자한 표정으로 소탈하게 웃으며 악수를 청하자 제후가 잠시 그 런 김의원을 바라보더니 무슨 생각을 했는지 피식 웃으며 김의원의 손을 잡 았다. "전 민제후라고 합니다." 제후의 눈이 깊이있게 빛났다. ...계속 (연참신공은 계속된다. 푸하하하~~ ...물론 나에게 오늘이란 잠들기 전까지 지만..??;) -------------------------------------------------------------------------- ---- 제 목 : [뉴 라이프]63회 -최연소 신임총수(5)- << 뉴 라이프 (New Life) >> -63- [부제: 최연소 신임총수(5)] 초저녁 하늘이었던 곳에 어느새 촘촘히 뿌려진 별무리. 그리고 밤이 깊어갈 수록 지상에도 하늘 못지않은 화려한 별들이 뿌려진다. 특히 오늘 성전 저택 은 화려한 지상 별무리 중의 하나가 아닌가 싶다. 조금 전 일어난 작은 사고 가 잠시 흥의 흐름을 깨뜨렸었으나 곧 다친 사람도 없고, 고의로 일어난 사 고라는 증거도 찾을 수 없었기에 사람들은 다시 즐거운 모임에 흠뻑 빠져 들어가고 있었다. "아~ 술냄새... 그쵸? 술냄새 나죠?" 만찬회장 한귀퉁이에 마련된 자리에 귀한 용모의 단정한 소년이 앉아 팔을 들어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고 있었다. 단정한 얼굴, 연약해 보이는 체구이 나 조명에 빛나는 금빛 머리카락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가 강한 인상 을 남기는 소년. 바로 민제후였다. 아, 스팀 도네. 이젠 술까지 퍼마셨냐고 예지마녀한테 한소리 듣겠구만. 에 구에구... 마누라도 아닌 것이 허구헌날 쨍알쨍알 바가지니 원. 쳇! "정말 미안하군. 나 때문에 온통 젖어 버렸으니..." 제후가 투덜대며 샴페인 세례를 받은 머리와 옷자락을 손수건으로 털자 김 의원이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사과하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대견한 자손을 바라보는 할아버지 얼굴이라는 게 더 어울려 보였다. '그래도 뭐, 저 영감님이 다치지 않은 건 천만다행이야. 난 노인 양반들 다 치는 건 정말 보기 싫더라. 헤헤~' 제후는 그런 김의원의 모습에 머슥해져서 머리를 극적이며 웃었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여기에 왠 일로 오셨어요? 피아노 좋아하세요?" 제후는 가만히 있기도 뭐하고 특별히 할 얘기가 없어서 이런 곳에 왜 왔냐 는 어리석은 질문을 해버렸다. 당연히 초대를 받았으니 왔을 터였다. 그리고 이곳으로 초대한 주인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장혜영 여사이니 피아노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아도 인사차 안들릴 수도 없었을 테다. 특히 그 여성의 부친이 전설적인 한국 재계의 거목이라면 말이야. 그러나 제후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점잖어 보이는 노신사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나 같은 경우는 놀러왔다네. 허허허.." "푸웃!" 뜻밖의 대답에 제후가 마시던 음료수를 그만 뱉어 버렸다. 특이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남들을 놀래키거나 기함하게 하는 것은 보통 항상 민제후의 역할이었는데 그 반대의 입장이 되보는 것도 참 신선하단 생각이 들었다. 역 시 평범한 영감님이 아니다. "음..그리고 피아노? 그럼 좋아하지. 특히 장혜영양의 공연은 음악을 사랑 하게 만든다네." 장혜영 여사가 그렇게 대단한가? 물론 피아노를 잘 치니까 세계적인 피아 니스트라고 하겠지? 제후는 장여사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김의원을 바라보며 이해하지 못하겠 다는 시선을 보냈다. 그녀의 연주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 뭐라 말할 수는 없 었지만 그냥 묘한 반말이었다. 그리고 그것에는 아직 '엄마'라고 부를 수 없 는 어색함도 포함이었다. 평소의 철 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자면 감동을 주는 음악이란 거...상상이 가지 않는다. 제후가 떫은 표정으로 찌푸리며 앉아있자 그 노신사가 웃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시작하다 말했다. "나야 오늘 잠시 놀러 왔지만 원래 이런 자리는 단순한 사교 모임은 아니 지. 정치나 사업, 그리고 인맥을 다지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네. 자네도 그걸 미리 잘 알아두는 것이 좋을 거야." "어? 그럼 제가 이번 기회로 할아버지와 연줄이 생긴 건가요?" 제후는 줄 이야기가 나오자 반색을 하며 김의원에게 물었다. 줄... 줄이라... 하긴 요즘 세상은 시골 동네 통반장도 인맥이 없으면 하기 힘들다고 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하잖아? 그런데 하물며 저 영감님의 후원을 받는다면...? "허허허! 그래. 그럴 수도 있겠구먼. 하지만 자네같이 아직 어린 학생이 나 같은 늙은이에게 무슨 볼 일이 있겠는가?" 김의원은 민제후의 당돌한 질문에 웃으며 물었다. 솔직히 그 소년이 아무리 뛰어나다 할지라도 아직 고등학생. 그러니 김의원이 보기에 제후가 그에게 어떤 용무를 가지고 찾아올 때가지는 아직 한참 멀고 먼 이야기라고 생각되 었다. 그러나 제후는 그런 그의 생각을 읽었는지 아직 어린 소년답게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건 모르는 일이지요. 내일 당장이라도 아주 중요한 용무가 생길 수도 있 지 않겠어요?" "음...그렇지.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럼 자넨 이 늙은이의 연줄 을 어떻게 이용하시려는가?" 김의원은 그를 인맥으로 이용할 생각부터 하는 소년에게 자신의 세력을 거 의 허락한 것과 마찬가지인 말을 내뱉었다. 자신을 구해준 보답도 있었거니 와 김의원은 그 소년이 자신의 힘을 어떻게 사용하고자 하는 것인지도 궁금 해졌다. 정계에서 김의원의 위상과 세력이 그리 낮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고의 위치도 아니었다. 민제후라는 이 소년은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할까?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소년의 입이 떨어졌다. "다른 건 필요없습니다. 다만 앞으로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어르신의 시간 10분을 제게 주세요." "내 시간 10분?" 생각하던 대답과는 좀 거리가 있는 것이었다. 시간...시간이라니...그것도 내 시간 10분 이라니... 하하하하!!! 김의원은 밝게 미소 짓고 있는 제후에게 알 수 없다는 시선을 보내고 호탕 하게 웃었다. "좋네. 그 뜻은 잘 모르겠지만 언제고 자네가 원하면 내 시간 10분을 내주 지." "감사합니다." 제후가 김의원의 허락이 떨어지자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차갑게 냉정해진 민제후의 눈동자가 김의원을 다시 바라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그럼 제 시간 10분, 잠시 김대준 의원님께 맡겨두겠습니다." "의원님. 무슨 기분 좋은 일이 있으십니까?" 이실장을 비롯한 김의원의 측근들이 성전 총수 사택을 벗어나 돌아가는 차 안에서 지금까지 꾹 참아왔던 궁금증을 물어 보았다. 이실장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마치 계획적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벌어 진 사고. 그 사고에 측근들이 많이 놀랐으나 다행히 아무 일도 없어 가슴을 쓸어 내렸던 그들이었다. 게다가 결국 별 일 없었다고는 하지만 너무나 서로 잘 맞아 떨어지는 앞 뒤 상황에 누군가 고의적으로 벌인 일이 아닐까 신경 이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정작 큰 일을 당할 뻔 했던 당사자인 김대준 의원 은 오히려 그 이후 계속 즐거워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의아한 눈빛을 하고 있는 비서실장에게 김의원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대 답했다. "좋은 눈을 가진 학생을 만났지. 용(龍)이 될 아이야." 어둠이 내려 앉은 차창 밖으로 아직 멀리 반짝이는 성전 저택의 불빛이 보 였다. "앞으로 어디까지 성장할지 매우 기대되는군. 후후후..." ...계속 (이 밤중에 기다리는 분이 계실까? 무지 피곤하군요. ??;; 격려해 주세요.?? -------------------------------------------------------------------------- ---- 제 목 : [뉴 라이프]64회 -최연소 신임총수(6)- << 뉴 라이프 (New Life) >> -64- [부제: 최연소 신임총수(6)] 제후는 김대준 의원을 배웅하지도 않고 저택 본관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김대준 의원... 그 노인과의 만남이 민제후의 행보에 큰 변수가 되리라고 그 본인도 어렴풋이 느꼈던 것일까? 제후는 그 노인과의 관계를 우호적인지 적대적인지 확실히 구분해 놓지 않고 흐름을 끊어 놓았다. 단, 그 흐름을 다 시 이어 놓을 10분의 여지를 만들어 놓았을 뿐. 개인적으론 김대준이라는 노신사가 매우 맘에 드는 제후였다. 탐욕에 물들 지 않고 바다와 같이 넉넉한 인품의 소유자로 신뢰가 깊은 사람인 듯 싶었 다. 하긴 그러하니 아직까지 정계에서 최고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몸을 낮 추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김의원은 돌아갔지만 이제서야 무르익기 시작하는 모임. 마지막 하이라이트 가 남았는지 무리지어 떠들던 사람들이 점차 흩어지며 무대를 향해 뭔가를 기다리는 눈치다. 화려한 무대 위에는 클래식을 연주하던 악단들과 악기들이 있을 뿐인데...뭘 기다리는 거지? "도데체 뭘 하려는 거야? 무대는 왜....으억!!! 컥!!" 그때, 또 다시 아침과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야만 민제후. 빌어먹을!! 뒤를 조심했어야 했는데... "오호호호홋!! 어머머~ 우리 제후, 엄마가 얼마나 애타게 찾고 있었는데... 이런 곳에 숨어 있었어?" 스산한 목소리가 제후의 목을 꼬옥 옥죄어 오며 귓가로 파고 들었다. 윽! 장혜영 여사의 출현이다. 이 아줌마는 손가락 힘이 가히 장사야, 장사. TV 에 보면 가끔 기인 열전 같은 프로그램에서 귀로 트럭을 끌거나 이빨로 역기를 들어 올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들도 여기 우리의 장여사 손가락 힘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다. 음...그럼 손가락으로 보일 수 있는 묘기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두 손 가락으로 스뎅 젓가락 휘기'는 어떨까? 약한가? 이렇게 아들 목을 무자비하 게 휘어잡는 폼을 봐선 '손가락으로 콘크리트 못 박기'라든가 '손가락 펀 칭'도 가능할 것 같은데... 켁켁...이런. 엉뚱한 생각에 빠져 있다가 이번에는 황천길 가게 생겼다. 으메~ 나 죽는다. "이..이것 좀 놓으세요!" "아, 그래 그래." 콜록콜록... 어라? 오늘따라 너무 순순히 물러서네? ...저러니 더 무섭다. 평소에 안하던 짓을 하면 죽을 때가 다 된 것이라던데... 오늘은 동민이도 그렇고 예지마녀도 그렇고 이젠 장여사까지... 흐음... 그래. 비록 내 친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머니는 어머니! 생판 모르는 사람이 죽는다고 해도 측은 지심이 들거늘 어찌 자식된 도리로서 효를 다하지 아니하겠는가. 내 한 몸 희생해서 모친의 생사를 바꿀 수 있다면 어찌 마다하리. 제후가 뭔가 비장하게 결심하고 장혜영 여사에게로 가까이 다가가 목을 쑥 들이밀었다. "자요." "응? 뭐니?" "갑자기 변하면 죽을 때...아니, 돌아갈 때가 된 거라고 하니까 그냥 평소대 로 하시죠. 그러다 진짜로 돌아가 버리면 밤마다 목 조르는 장여사가 나타나 가위 눌릴 것 같으니까. 그때 가서 말라 죽는 것보다 목 조르기로 질식사가 더 고상할 것 같아서요. 에휴~" 오늘따라 특히나 너무 앞서가는 우리의 민제후. 그러나 실제 질식사는 그 문터까지 가봤으니 너무 앞선 것은 아닐런지도 모르겠다. 엄마 생각이 깊은 우리 아들 참 효자라고 꺅꺅 거리며 슈퍼울트라스펙터클목조르기를 당했기 때문이었으니..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어느 정도 진정이 된 장혜영씨가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와 제후에게 물었다. "제후야. 그런데 연구 발표회는 생각하고 있는 거니?" "아니요!!" 조금의 망설임도 없는 단호한 대답! 그리고 그럴 줄 알았다는 혜영의 웃음소리도 곧 뒤따랐다. 솔직히 처음부터 끼어들겠다고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제후였다. 멋대로 승 부를 결정한 것도 여자들, 발표회를 대대적으로 크게 벌린 것도 여자들. 굳 이 나가서 자리를 채워야 한다면 그렇게는 해 줄 수는 있지만 다른 것까지 기대하는 건 정말 무리다. 생각도 없지만 무엇보다 단 2주만에 천재 소년이 라는 강제경을 이길 수 있는 역량을 기른다는 건 불가능하니까. 게다가 음악 을 바라보는 민제후의 시선은 별로 호의적이지가 않다. "전 음악같은 거 잘 몰라요. 그냥 전에 듣고서 그 음을 기억하면 그대로 칠 수 있는 능력을 발견한 것만 해도 놀랠 노자니까. 음악이란 거 그런거 아닌 가요? 악보에 표기된 그대로 틀리지 않고 그대로 건반을 정확하게 눌러주면 연주가 되는 거죠. 언제 어느 시점에 정확히 건반을 눌러야 한다... 쳇! 그런 거에 흥미 없습니다." 아직도 음악에 자신을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이라면 미련을 버리라는 의미로 제후가 생각을 쏟아냈다. 그러자 중얼거리는 그녀의 목소리.. "흠... 누구랑 똑같은 고민이군." "무슨 소립니까?" "어머나~!! 엄마한테 애교도 하나 없이 이 딱딱한 자세 좀 보게? 그리고 엄마라고 불러라, 이 버릇없는 아들!!" 어째서 정중하게 부르는 것이 버릇 없는 것이냐고요!! 제후는 알 수 없는 소리에 정중하게 질문 했다가 너무 정중해서 버릇없다 는 말도 안되는 이유로 장혜영 여사에게 얼굴 일그러뜨리기, 공포의 부비부 비 공격 등의 고문을 당해야 했다. 그리고 한참 뒤, 장혜영 귀국 축하 만찬 이라는 명목으로 열렸던 모임이 거의 끝무렵이 되가자 성전 총수 사택 주변 의 모든 조명이 예고도 없이 무대 조명만 남겨놓고 모두 꺼져 버렸다. 그러 나 사람들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던지 놀람보다는 기대에 찬 술 렁거림.. "오늘 마지막 이벤트가 무엇인줄 아니?" 사전 지식이 없던 제후는 갑자기 꺼진 조명에 한 번 당황했다가 좀처럼 들 어 볼 수 없는 장혜영 여사의 진지한 목소리에 또 한 번 당황했다. 그런데 마지막 이벤트라고? 예지마녀가 그토록 내게 공부가 될 거라 했던 그거로군. 그게 뭔데요? "오늘의 마지막 이벤트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장혜영의 깜짝 공연이란다. 오호호호..." 에엑? "우리 아들을 위해서 연주할테니 잘 들어 보렴. 네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 도 모르지." 에에엑?? 그 순간 피아니스트 장혜영씨로 변한 그녀가 놀라서 굳어버린 제후를 뒤로 하고 천천히 무대로 올라갔다. 공연을 자주 갖지 않기로 유명한 그녀는 항상 완벽하게 모든 것이 갖춰진 곳에서만 피아노를 대해 왔었다. 그것을 생각한 다면 그녀가 이렇게 야외에서 갖는 공연은 굉장한 파격인 셈! 물론 이벤트로 서 단 한 곡에 그칠 것이라지만 이 일을 미리 알게 됐던 사람들은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지금까지 기다려 왔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무대 위에 도착한 그녀. 무대에 준비된 멋진 그랜드 피아노 앞에 앉아 조명에 눈이 부시게 반짝이는 건반들을 바라보다가 하늘을 쳐다 보았다. 오늘의 가장 큰 무대 장치는 바로 달(月)!! 둥근 보름달이 최고의 조명이 될 것이다. 혜영은 눈을 감고 피부에 닿는 솔바람과 달빛을 느꼈다. 그리고 숨을 들이 마시는 어느 순간, 그녀의 숨결에서 쏟아지는 달빛을 느끼는 어느 순간에 그 녀의 하얀 손가락이 깃털처럼 가볍게 건반에 내리 닿으며 시작됐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제14번 C#단조 Op.27 No.2 ' 잔잔한 달빛의 폭포가 시작됐다. 가슴을 흔드는 멜로디에 청중들이 숨을 죽였다. 어느새 솔바람마저 잔잔하 게 내려 앉아 그 공간에 하늘의 달빛과 소리의 달빛이 어우러졌다. 시간과 공간이 부질없어지고 자연의 것과 인간의 것의 경계가 의미가 없어지며 시 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마지막의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듯 포용하는 은파는... '월광(Mondscheinsonate)...!!' 잔잔한 선율로 폭풍처럼 청중을 휘어잡은 음악계의 퍼스트 레이디 장혜영 의 연주가 그렇게 끝이 났다. 그러나 한동안의 정적... -와아아아아아아아~!!!- 곡이 끝난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청중들이 깨어나 환호하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갈채... 환호와 감동... 음악에 대해 전혀 모르는 어떤 사람이라도 음악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훌륭한 연주였다. 그리고 그 반대로 음악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 면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것에 대해 결코 가볍게 말할 수 없게 만드는, 소름 끼치도록 만드는 자리였다. 세진은 멀리서 장혜영의 피아노 연주를 듣다가 연주가 끝나자 마자 발걸음 을 뒤로 돌렸다. 감동적이고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만 뭔가... 세진이 생글거리며 돌아서자 그는 그곳에서 무표정한 꼬마 소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신동희... 자연의 축복과 저주를 함께 받은 아이...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른 것이라면 꼬마 동희가 세진을 무서워 하면서도 눈 을 피하지 않는다고 것 정도였다. 세진이 동희에게 가까이 다가가 눈을 똑바 로 마주보자 그 꼬마 소녀가 흠짓 몸을 떠는 것이 보였다. "나에 대해 너무 많이 관심 갖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알겠습니까, 동희 양?" 세진은 잠시 그 꼬마 소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그녀의 뺨 을 귀엽다는 듯 톡톡 두들겨 주고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그러나 세진이 지 나가자 동희가 눈이 날카롭게 변했다는 건 착각일까? 어쨌든 세진이 지나가 자마자 동희가 신경질적으로 손가락을 흔들어 정령들을 부추기며 무언인가 가 계속해서 중얼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때 막 동희를 지나쳐 원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가던 유세진. '응? 이건...' 뭔가가 잘못 되간다는 것을 느꼈다. "으르르르릉~" 어디선가 나타난 몇 마리의 커다란 경비견들이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세진 을 보고 으르렁댔다. 개라기 보단 늑대에 더 가까운 경비견들... "이런..." '개가 송아지만하다'라는 말은 이런 대저택을 지키는 경비견들에게 썩 잘 어울리는 표현인 듯 하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세진은 도움을 요청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마침 저택 옆으로 돌아선 위치인데다가 막 장혜영씨의 공연이 끝난 상태라 도움을 요청해도 청중들의 환호성에 가로막혀 들릴 리 가 없을 테다. '재수가 없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유세진은 안정적인 자세를 잡고 으르렁대는 경비견들 을 마주대하며 무엇인가에 흥분되어 있는 개들의 눈을 똑같이 날카롭게 쏘 아 보았다. 한명의 소년과 여러 마리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크아아앙!!" 그리고 그것이 실처럼 끊어진다 싶을 때, 개들 중 한 마리가 막 세진에게로 달려 들었다. ...계속 (연참신공은 극악하기 그지없었다. 작가가 주화입마에 걸려 버렸다. 쿨럭!! 계속적인 신공의 발휘는 몸에 무리가 오기에 오늘은 이쯤에서 그치기로 합 니다. 물론 이 뒤에 써 놓은 비축분이 있지만...??;; 아직 좀 더 작업해야 할 듯. 그리고 지금까지 연재됐던 내용도 좀 더 쉬운 설명과 자료를 갖춰 수 정되도록 노력 중이다. 그럼 좀 달라지지 않을까?^^* 아 참! 제후가 드디어 친구들 앞에서 스스로의 정체를 밝혔답니다. 거기 다 듬고 있어여. 오홍홍홍... 혼자 쓰면서 히죽대는 '란'이었습니다.^0^) -------------------------------------------------------------------------- ---- 제 목 : [뉴 라이프]65회 -최연소 신임총수(7)- << 뉴 라이프 (New Life) >> -65- [부제: 최연소 신임총수(7)] 환오성... 갈채... 휘파람 소리와 꽃... 제후는 그것들에서 장혜영 여사, 어머니에게 패배한 것을 다시 한 번 깨달 았다. 무대 위에서 활짝 웃으며 꽃다발을 안고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달의 여 신 같았다. 달이라는 테마에 맞춘 듯 그리스풍의 흘러내리는 은빛 여신의 복 장과 달빛을 머금은 것 같은 은가루를 뿌린 눈..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녀의 열 개의 손가락이 만들어 냈던 은파의 월광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 같지 않 은 환상이었다. 아무리 음악에 대해 문외한인 제후라도 그 유명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을 리가 없다. 전생에도 TV를 본다거나 길을 지나가 거나 하는 일상생활을 하면서 어딘가에서 심심치 않게 들리곤 했던 클래식 음악. 그러나 그 어떤 경우에도 클래식에 걸음을 멈추거나 또는 눈을 감고 그 곡 에 빠져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클래식이 아름답다거나 감동적이라고 생각 한 적은 더더욱 없었다. 베토벤, 모짜르트, 쇼팽 따윈 잘난 척 하고 싶어하 는 가방 끈 긴 것들이 외우고 다니는 말코쟁이 나라 딴따라일 뿐이라고 투 덜대기도 했었는데... '완전 패배군.' 제후가 쓰게 웃었다. 장혜영이 무대로 내려와 한쪽 구석에 우두커니 서있는 제후에게로 다가오 는 것이 보였다.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 그리고 뜨거운 열정의 눈을 가진 여 인. 자신의 삶도 한줌 재조차 남기지 않고 태워버릴 수 있는 불꽃을 품은 그 녀가 제후에게로 다가와 눈을 맞췄다. 언젠가 그가 장혜영의 깊고 강렬한 눈동자에서 느꼈던 강함이란 바로 이것 이었던가.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내는 압도감.. 물리적인 힘은 아무리 강해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그러나 그녀는 단신으로 수백명의 사람들을 한순간에 사로잡아 버린 것이다. 그것에 대한 강함을 제 후도 방금전 소름끼치도록 경험했기에 어느 때보다도 강한 의지를 담은 눈 에 그녀를 새겼다. 새로운 힘에 대한 욕구가 민제후라는 소년의 가슴에 작은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저 여인에게만은 지고 싶지 않다!!!' 도전적인 제후의 시선을 느낀 혜영이 그 순간 약간 움찔했다. 하지만 곧 피 식 웃으며 생각에 빠져드는 여인. '생각대로 된 건가? 저런 의지의 눈을 한 사람은 누르면 누를수록 강한 반 작용을 보인다. 보통 아이였으면 이 정도에 자신감을 상실하고 피아노 건반 만 봐도 움추려 들 것이지만 민제후라면...' 다시 살핀 제후의 눈은 그 끝을 알 수 없이 깊고 깊어 움추려들 정도로 강 렬하다. 혜영은 어느새 자신을 압도하고자 하는 아들의 모습에 쓸쓸한 대견 함을 느꼈다. "자, 솔직하게 말해 볼래? 뭘 봤지? 이번에도 변함없이 악보를 그대로 옮긴 음의 조합이었니?" 대답을 알고 있는데도 혜영이 제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럴 때 진지한 모 습의 그녀였다면 아무 말없이 뒤돌아 섰어야 했지만 어쩐지 오늘은 아들과 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아니오. 분하게도... 당신 주변을 달빛이 폭포처럼 쏟아져 내려와 감싼 것 같았어요." "그래도 흥미없니?" 눈을 보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등하는 듯 하다. 그 모습에 혜영의 목소 리가 음율처럼 흘러 나왔다. 주변은 장혜영의 공연을 끝으로 사람들이 흩어 지며 파장 분위기가 되어 갔다.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라는 이름은 베토벤이 지은 것이 아니지." "........?" 제후의 시린 눈동자가 금빙 머리칼 속에서 반짝였다. 계속되는 장혜영의 이 야기.. "베토벤은 이 곡을 바로 전에 완성했던 피아노 소나타 13번 Eb장조 Op.27-1의 표제와 똑같이 '환상곡풍의 소나타'라고 명명했었어. 그런데 그 것이 어떻게 해서 '월광'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게 된 줄 아니?" 쳇! 알 리가 없잖아. 제후가 투덜투덜거리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어차피 대답을 들을려고 한 질 문은 아니었을 테다. 장혜영이 그런 소년의 모습에 살풋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스위스 루쩨른 호수에 비친 달빛을 타고 흔들리는 작은 배와도 같다. 』...렐시타프가 이렇게 말했다 하지. 그래서 그 이후에 '월광'이라고 불려졌 다 한단다. 음, 정작 베토벤 자신은 이 '월광'이라는 표제가 그리 달갑게 여 기지 않았다고 하니까..." "뭐, 뭐야!!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건데요?" 잘난 척 하는 거야, 뭐야! 뭔가 혼자만이 아는 것처럼 생긋 웃는 장혜영 여사의 모습에 제후가 화를 내듯 거칠게 말하자 그녀의 표정이 갑자기 진지하게 180도 바뀌었다. "그런데 넌 아까 뭘 봤지?" 아!! "넌 달빛의 폭포를 봤다고 했잖아? 그건 작곡자가 염두하고 만든 것도 아 니었고, 월광이라고 이름 붙인 사람의 느낌과도 다르지. 이 월광 소나타를 나, 장혜영이 연주한 걸 옛 사람이 들었다면 다른 제목으로 불려졌을지도 모 를 일이야. 물론 나도 이 곡은 '월광'이 가장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하지 만...그래서 나도 그렇게 느끼며 연주했었고. 호호호호..." 장혜영 여사가 어느새 다시 평소의 철없는 아줌마로 변신했으나 제후는 어 떤 작은 깨달음에 움직이지 못했다. 작은 조약돌이 잔잔한 연못에 떨어져 점 점 커다란 파문을 만들어 가듯 점점 더 깊고 깊은 생각에 빠져 들어갔다. "이래도 악보에 적혀있는 그대로 손가락을 놀리는 것이 피아노라고 생각하 니?" "난..." 다시 한 번 들려오는 장여사의 물음에 제후가 막 뭔가를 말하려 입을 떼자, 그 때 어디선가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만찬이 파하고 거의 모든 사 람들이 저택을 빠져나가 어수선한 저 너머에서 들려온 그 소리는... "예지?" 제후가 청각을 깨우자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인 듯 초전박살 아이들의 목 소리가 그의 귀로 파고들었다. "제후야!!" 그것에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붙잡는 장혜영의 외 침을 뒤로 하고 제후가 비명 소리가 난 방향으로 날았다. "크아아앙!!" 초조하게 서로를 노려보고 있던 개들과 세진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을 끊어 버린 것은 갑자기 유세진 쪽으로 뛰어 올라 짖는 한 마리였다. 으르렁 거리 는 허연 이빨이 공포를 줄만큼 충분히 날카롭게 번뜩였다. 곧 그 이빨이 세 진의 팔이라도 물고 미친 듯이 흔들어 댈 것 같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상 황이었다. 그러나 그때, 검은 머리카락 속에서 소년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 다. -퍽!!!- "깨깨깨깽-!!" 맨 처음 선동하듯 달려들었던 한 마리가 세진의 발길에 맞고 저 멀리 날아 가 쳐박혔다. 요란한 개소리. 정말 개소리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는 세진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웃을 수 있다니... 유세진이라는 소년이 어울리지 않게 그런 무신경의 소유자라는 것이 놀랍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개들도 선봉이 무자비하게 당하고 쓰러졌 으면 그만 꼬리를 내리고 물러설 법도 하건만 뭔가에 씌인 듯 더욱 으르렁 거리며 거리를 좁혀왔다. 송아지만한 개들이 눈에 광기를 뿌리며 흥분하고 있었다. "동희야! 세진아! 어딨니?" 그런데 그때 뒤에서 다가오는 누군가에게서 맑은 소녀의 미성이 들려왔다. 그러자 여지껏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도 잃지 않고 있던 세진의 미소가 싸늘 하게 식어 버렸다. 처음으로 유세진이 무서운 얼굴을 하며 소리쳤다. "한예지! 다가오지 마!!" "어? 세진아, 여기 있었구나. 동희는? 이제 집에 가야... 헉! 이..게..뭐 야..?" 젠장!! 빌어먹을!!! 세진이 욕설을 퍼부었다. 자기 한몸 지키는 것도 식은 땀이 날 정도인데 혹 이 하나 더 생겼다. 평소에도 그의 신경을 있는데로 쓰이게 하는 '혹'이었 다. 그리고 지금 가장 문제는 저 빌어먹을 개들이 예지라는 소녀를 발견했다 는 것에 있었다. 그 소녀의 아름다운 얼굴이 하얗게 질려 어쩔 줄 몰라한다. 젠장!! 그렇게 겁에 떨면 제일 먼저 공격의 초점이 된다! "크와아앙!!" 세진의 예상대로 곧 그 무리들이 한예지로 공격 대상을 바꿔 달려 들었다. "피해!!" "꺄아아악!!!" 책이나 만화에서는 주인공들이 괴물 따위에게서 공주를 보호하며 멋있게 잘도 싸우지만 현실에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누군가를 보호하면서 자신도 지키고 멋지게 싸움도 하다니... 엿이나 먹어라!! 세진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 생전 처음 써보는 욕을 내뱉으며 한예지쪽으로 달려들어 그녀를 몸으로 감쌌다. 똥개 몇 마리에 이렇게 당화하고 있는 자신 을 한심하게 여기면서도 이 소란을 듣고 누군가가 빨리 달려오길 바랬다. 세 진이 지켜오던 공주가 다칠지도 몰랐다. '윽! 물린다!' 세진이 바로 코 앞에서 느껴지는 개들의 뜨거운 입김을 느끼고 눈을 질끔 감았다. 그때!! "깨깨깨깨깨깽~~!!!" 물린다고 생각한 그 절묘한 때에 어깨에 박히는 날카로운 감촉 때신 훨씬 요란한 개소리가 유세진의 귀를 때렸다. 그리고 정원을 울릴 듯 쩌렁쩌렁하 게 흔드는 익숙한 목소리.. "멈춰!!!!!!" ...계속 (연참이다. 근데 메일 안보내 줄 고예염? ??; ) -------------------------------------------------------------------------- ---- 제 목 : [뉴 라이프]66회 -최연소 신임총수(8)- << 뉴 라이프 (New Life) >> -66- [부제: 최연소 신임총수(8)] 민제후. 고개를 든 세진과 예지의 눈 앞에 엄청나게 화가 난 듯, 무서운 얼굴로 제 후가 손에 청아도라는 고물검을 들고 가로 막고 있었다. 뽑지도 않은 청아도 를 몽둥이처럼 휘둘러서 경비견들을 날려버린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뭔가에 가득 흥분한 미친 개들을 진정시킬 수 있을지... "아..." 세진과 예지는 그들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절대 진정이 될 것 같지 않던 경비견들이 어느새 순한 양처럼 돌변해 낑낑 거리고 있지 않은가! 꼬리를 흔들며 아양을 떠는 개가 있는가 하면 배를 드러내놓고 발랑 뒤집 어져 애교를 떨거나 바짝 엎드려 최고우두머리에게 표하는 복종자세로 눈치 를 살피는 개들도 있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가히 늑대처럼 사납고 지칠 줄 모르던 송아지 만한 개들이 주인의 사랑을 얻으려는 듯 제후에게 애교를 떠 는 그 모습... 아이들이 경악하기 충분한 광경이었다. "이게 무슨 소란이야!! 앗!!" 그 소란 탓인지 저택 경비 책임자로 보이는 남자들이 무전기와 가스총을 들고 나타났다. 가까운 곳에 있었던 듯 신동민도 동희를 안고 그들쪽으로 뛰 어왔다. 친구들을 찾아 다니다가 어떤 소란스러움에 눈을 돌린 그곳에서 그 들을 발견한 모양이다. 여기까지의 상황으로도 충분히 정신이 없고 당황스러운 아이들이었으나 더 놀라운 일이 또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제후가 제복을 입은 저택 경비실 장에게 무서운 눈으로 호통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아무리 잘못이 있다 할지라도 어린 소년이 대드는 것에 한마디 할 것과 같은데 그 책임자 는 제후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쩔쩔 맬 뿐이었다. 이상한 생각이 드는 아이 들이었다. "저...허가되지 않은 곳에 있는 낯선 사람을 보고 개들이 좀 흥분한 것 같 습니다." "흥분? 자넨 좀 전의 사태가 좀 흥분했다고 나타나는 모습이란 건가?" "저...그것이 왜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됐는지 저희도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역시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이 들어 온 것이니 그 쪽 책임도..." 할 말이 생긴 것인지 이제 조금 변명을 하는 경비실장이었으나 그 모습에 제후가 싸늘하게 말한다. "내집에 학교 친구들을 데려오는데 항상 허가를 받아야 하나?" 나직하게 싸늘히 웃는 그 모습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무서운 얼굴이었다. 작은 체격에 평소엔 한없이 유약해 보이는 제후지만 그 눈빛 한 번으로 체 격 좋은 경비원들을 압도해 버렸다. 정말 화가 났던 모양인지 표정을 감추지 않는 제후였지만 학교 친구들을 바라보며 다친 데가 없음을 확인하자 그제서야 얼굴을 조금 풀었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같은 것들이 터져나온다. 제후의 한마디에 완전히 얼 어버려 숨을 죽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앞으로 또 이런 식으로 굴면 복날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라. 된장." 제후가 경비원들을 지나쳐 한쪽 구석에 겁을 먹고 찌그러져 있는 개들에게 다가가 앉아 스산하게 말했다. 개들에게 동정이 가는 사람들이었다. 개한테 협박을 하다니...;;; "도련님. 그 개는 허시라고 하는데요." "시끄러. 내 맘이야. 얘들은 초복, 중복, 말복. 즉 '복3형제'이고 이놈은 '된장'이고 이놈은 '껍데기'다. 한국 개는 한국개의 이름을 갖아야 하는 법 이야!" 책임자가 자기 맘대로 경비견을 부르는 제후에게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개들을 여러 이름으로 부르면 나중에 통제가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긴, 경 비실장이 보기에 제후 도련님이 경비견들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보였지만 문제는 이 녀석들이 제후 도련님이 부르는 호칭을 자기 이름 이라고 완벽하게 인지한다는 사실이었다. 훌륭한 품종의 강아지를 골라 직접 훈련시켰던 경비실장으로서는 상당히 마음에 안드는 일이었다. 그렇지만 어 찌하겠는가. 아무리 해도 이제 개들이 자기 이름이 초복이, 말복이로 알고 있는 것을...;;; 그렇게 늣은 걸 알고 있었지만 가슴에 안고 있던 불만을 쏟아놓듯이 말했 더니 한국개는 한국 이름을 갖어야 한다는 억지 논리로 눌러버린 경비실장 이었다. 이젠 공식적으로 그의 사랑스런 경비견들의 이름은 복3형제와 된장 이 되었다. 실장은 가슴에 비가 내렸다. "이게...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화가 나 있는 제후에게 어른들이 쩔쩔매는 장면을 보는 아이들이 그 황당 함과 어리둥절함에 어정쩡하게 서 있었다. 평소에 생글생글 웃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세상은 아름다워'라는 얼굴로 살던 바보 민제후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도 놀라웠고, 선전그룹 총수 사택의 고용인들이 일개 손님에 불과한 어린 학생에게 쩔쩔 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이집에 대해서 잘 아는 듯한 말씨와 그 사납기 그지없던 경비견들을 손바닥 위의 햄스터같이 장난감처럼 부리는 모습도... 모든 것이 이해 할 수 없는 것 투성이... 그들이 그렇게 서있자 고용인들 중 눈치 빠른 한 사람이 다가와 그들이 집 안으로 들어가 있기를 권했다. 그 모습에 예지가 그 사람을 붙잡고 재빨리 물어 보았다. "저..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왜 저 아저씨들이 제후한테 절절매는 건가요? 제후가 이집과 연관이 있는 앤가요?" 한 번에 여러 질문을 쏟아붓는 예지의 모습에 그 안내인이 잠시 당황하다 가 빙그레 웃으며 설명했다. 장난기 많은 도련님의 또 다른 장난의 하나인가 싶은 얼굴.. "모르셨습니까? 저 분은 대(大)성전그룹의 민제후 도련님입니다." "네...넷??" 멍한 눈이 된 아이들... "이것들이!! 군기가 빠졌어!! 야, 너 중복이 그거밖에 못해!! 앙!!" 그러나 뒤에서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줄도 모르고 개들 군기를 잡는 제후 의 모습이 아이들 눈에 잡혔다. 어수선한 자리를 정돈하는 성전의 수많은 고용인들... 그런데 저 철없어 보 이는 녀석이 이들을 통솔하는 대단한 집안의 일원이란 말이야? "말도 안돼..." 모두들 할 말을 잊었다. 밤이 깊어갈 무렵, 드디어 대화의 장이 열렸다. 장소를 옮긴 총수 사택의 작은 응접실. 화려하지 않고 아담하게 꾸며진 그 곳에 고용인들이 두고 간 향차의 그윽한 향이 기분좋게 떠돌았다. 그 공간에 제후를 비롯한 세진과 동민, 동희, 예지 등이 소리없이 마주 둘러 앉아 있 고, 김비서는 앉으라는 것을 굳이 사양하고 제후의 뒤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 고 있었다. 대화하기 편하라고 일부러 아늑한 장소로 옮겼건만 아직 그 누구 도 쉽사리 그 침묵을 깨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 어느 정도 충격이 가라 앉았는지 예지가 한숨을 내쉬며 제 후를 무섭게 째려봤다. 그동안 속았다는 기분에 예지는 얼굴을 경직 시키며 나직히 화를 냈다. 무엇보다도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들이다. "너 고아에 병든 할아버지 모시고 사는 소년가장이랬잖아." "응? 누가?" "네가." "에이~ 농담두.. 내가 언제." "저번에 체육 시간에!!" 예지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빙글빙글 웃으며 가볍게 대꾸하는 민제후의 모 습이 진지해 보이지 않아서 더욱 화가 났다. 저..저게.. "부모님 안계시다고 한 건?" "안계셨잖아. 다들 외국에 나가있었으니.."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에 예지는 할 말이 없어졌다. "그럼 병든 할아버지는?" "난 병든 할아버지가 있다는 말 한 적 없었는데... 하지만 굳이 찾으라고 하면 병은 병이지. 황제병, 독재병, 나 잘났다 병..." '성전 창업주를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너같은 바보 밖에 없을 거다.' 예지는 어이가 없어 더 이상 물어볼 말도 없었다. 하긴 다른 아이들은 물어 볼 생각도 못하고 있다. 동민이는 아주 평범하게 놀라고 있는 중이고, 세진 은 아주 평범하게 평상시와 같은 모습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유세진, 저 녀석은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래도 예지는 아직 충격의 여파가 다 가시지 않아 말을 더듬거리며 자리 에 다시 털썩 주저 앉아 고개를 흔들었다. "너같은 빈대가..말도 안돼. 네가 정말 성전그룹 회장의 손자란 말이야?" 성전그룹이라면 한국 경제계의 큰 줄기이자 기둥이다. 한국 사회 어느 분야 로도 성전그룹의 후원과 투자가 뻗치지 않은 곳이 없으며 세계에서도 이젠 대한민국은 몰라도 성전그룹은 알고 있다. 그런데 그런 엄청난 집안 녀석이 바보 민제후라니... 예지는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했다. 말도 안돼... 하지만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성전그룹 총수사택에서 이렇게 앉아있는 일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거지? 머리속이 엉킨 실타래가 되어 복잡해진 예지였다. 그런데 그때 들려온 민제 후의 목소리... "그럼 그럼. 하하하~ 맞아. 말도 안돼지. 난 성전그룹 회장의 손자 같은거 아니야." 예지는 웃으면서 성전그룹의 도련님이란 사실을 부정하고 나서는 제후의 목소리가 천상의 소리 같았다. 얼마나 혼란스러웠던지 순간이었지만 정말 끔 찍했다. 뭐가 뭔진 아직 잘 정리가 되고 있지 않았지만 적어도 본인이 그 사 실을 부정해 줬다는 것에서 크게 안도가 되는 소녀였다. "그렇지? 그럼 그렇지. 난 또... 얼마나 놀랬는지.. 호호호홋..." 그러나 다음 순간... "내가 회장이야." -푸웃!- 옆에서 신동민이 찻잔을 기울이다가 다시 뱉어내는 소리가 생중계 되었다. 단어 이해가 안되는 아이들.. "....으응?? 뭐?" "회장 손자가 아니라 회장이라구." 너무 놀라면 담담한 법인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고요함. 그 속에 제 후가 깍지 낀 손을 테이블 위에 올리고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가 성전그룹의 신임총수, 민제후 회장이야." ...계속 (냐하하하하!! 연참연참!! 저 이쁘져? 메일 보내줘영^^*) -------------------------------------------------------------------------- ---- 제 목 : [뉴 라이프]67회 -누명(1)- << 뉴 라이프 (New Life) >> -67- [부제: 누명(1)] -딩동댕동~ 딩그동 댕동~- 맑은 아침. 오늘도 어김없이 새아침이 밝아와 모든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갔 다. 주말의 휴식은 달콤하지만 달콤한 만큼 월요일 아침은 고된 법. 아무리 한국 최고의 엘리트 학생들이라 하더라도 아직은 어린 아이들. 당연히 힘든 오전 일과를 끝내고 찾아오는 점심시간이 즐겁지 아니할 리가 없다. 종이 치자 마자 웅성이며 뛰어 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은 여느 학교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리고 어느 곳이건 꼭 점심시간을 장악하며 돌아 다니는 왕단 순무식무대포배짱 학생도 한두명 있기 마련이다. "푸하하하하~ 맞아맞아. 모두들 나한테 잘 보이라구. 매점 아줌마의 총애 가 모두 나, 민제후에게로 쏟아지고 있으니 맘모스빵은 전부 내 차지라구. 줄서. 줄서." '으이구....저...바보...' 예지는 뭉게구름이 한가롭게 떠가는 푸른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다 푼수같 이 웃어제끼는 민제후의 목소리에 다시 한 번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창밖에 서 교실로 고개를 돌려보니 책상 위에 걸터앉아 의기양양하게 웃고 있는 민 제후의 얼굴이 보였다. 핸섬하다기 보다는 귀족적으로 단정한 외모. 아이들 어디에 섞여 있어도 눈에 확 뜨이는 자연적인 금빛 머리칼... 그리고 무엇보다도 한 번 바라보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 총기로 반짝이 는 깊은 눈동자... 그러나 겉모습과 다른 그 소년의 행동들에 예지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 다. '저 모습 어디가... 그래. 내가 꿈을 꾼 거야. 그게 가장 상식적이야. 그렇 지 않다면 어떻게 저 바보가 성전그룹 총수라는 말도 안되는 꿈을...' 예지는 잠시 지난 밤 성전 총수 사택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해 내고 회상이 라는 이름으로 불리우는 기억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으응?? 뭐?" 모두가 멍한 얼굴로 바보 같이 되물었었다. "회장 손자가 아니라 회장이라구." 자신감에 차있지만 담담한 표정으로 제후가 말하고 있었다. 뭔가를 설명하 고 있다고 생각되고는 있지만 생각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되는 목소리. 그리 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함.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러운 아이들, 그들이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나 갈팡질팡하고 있자 제후가 깍지 낀 손을 테이블 위로 올리며 빙그레 웃었다. "내가 성전그룹의 신임총수, 민제후 회장이야." 이제는 쥐죽은 듯 조용하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웃고 있는 사람은 제후 단 한명 뿐, 나머지는 다들 질 린 표정들이었다. 잘해 봐야 무표정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한 얼굴들이다. 그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진실처럼 말하는 폼이라니... 성전그룹 이라는 이름이 어느 작은 촌동네의 청년조합단체도 아니고 예지는 어이가 없었다. 농담이라 하더라도 하나도 우습지 않아! "아...저...호..호호호~ 얘는 농담두." 예지는 곧 억지로 안면근육을 움직여 떨리는 웃음으로 현실을 부정했다. 말도 안돼! 이건 현실이 아냐. 어느 곳에서도 고등학교 2학년생이 천문학적 규모의 기업을 이끄는 CEO가 됐다는 말따윈, 들어본 적 없다구! "네..네가 성전그룹 총수면 난 클린턴이다. 호호호~" "맞아. 그럼 난 빌 게이츠로 할께." 예지가 떨리는 음성을 내어 웃어 넘기자 옆에 있던 신동민도 가세하여 거 들었다. 동민이도 상당히 당혹스러운 얼굴이다. 민제후와 관련된 사건이라면 평소 어느 정도 면역이 된 듯 평정을 유지하던 동민이지만 이번 폭탄선언 만큼은 감당이 안되는 모양이었다. 그러자 제후는 이게 아니라는 듯 얼굴이 약간 찌푸리는 것이 보였다. 그 때, 아늑한 작은 응접실 문이 요란하게 열리며 하이 소프라노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들~!! 친구들 왔다며? 어머나~!! 그때 그 아이들이잖아?!!" 멍한 정신에 갑자기 들이닥친 화려한 여인의 모습은 다시 아이들의 혼을 빼놓기 충분했다. 화려한 은빛 이브닝 드레스, 반짝이는 무대 화장, 씩씩하 고 자신감에 넘치는 이 몸짓은... "오호호호홋~!!! 정말 잘왔어요. 저번에 경황이 없어서 인사도 잘 못했는 데... 반가워요. 우리 제후가 학교 친구들을 집에 잘 안데려와서 말이죠." 자..장혜영씨?! "어머니! 나가 계세요. 이야기가 아직 안끝났습니다." 어..어머니?!!!! 모두들 또 다시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화려한 아름다운 여인이 분명 세계 적인 피아니스트인 장혜영씨라면 '어머니'라고 부르는 저 목소리의 주인공 은 그녀의 아들이 틀림없을진데... 그녀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한 주인공은 '민제후'였다. "하지만 제후야. 엄마는 너무 슬펐단다. 제후가 집에 친구들도 데려오지 않 는 것이 엄마한테 보여주기 싫어서인 것두 같구...흑!" "그..그동안 바빴잖아요!! 그 망할...아니...할아버지가 떠넘기고 도망간 일 때문에 업무 파악에 죽을 뻔 했다구요!! 말이 기본적인 분위기만 익혀라지 그것만 해도 얼마나 중노동이었는 줄 아세요!! 전세계에 뿌리내리고 있는 계 열사만 살펴도...어휴!!" 세상에!! "어...어...도..동민아...나 심장이 벌렁거려." 예지가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가슴을 세게 누르며 중얼거렸다. 정말 이제 어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이 모든게 진짜 현실이라면 이제 어떻게 되는 거지? 예지는 동민이가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건네주는 물잔을 받아 목을 조금 축이고 나서야 좀 진정이 되는 것을 느꼈다. 바보 민제후 때문에 이제 왠만 한 것에는 잘 놀래지도 않는다고 투덜거렸더니 그러자마자 이렇게 큰 건수 를 터뜨릴 줄은 정말이지 몰랐다. 그러자 다시 장혜영 여사가 샐죽한 얼굴로 재미없다며 말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우리 제후가 좀 무뚝뚝하고 재미없죠? 그래도 이 녀석이 친구들 생각은 얼마나 끔찍하게 생각하는지 몰라요." 무뚝뚝해요? 누가요? ??; "호호호... 그럼 일하는 사람들한테 잘 말해 둘 테니 맛있는 것도 좀 먹고 잘 놀다 가요. 김비서! 그럼 얘기가 모두 끝나고 정리되면 모두 댁으로 잘 모셔다 드리세요. 귀한 손님들이니까." "네, 아가씨." 장혜영 여사가 제후와 닮은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나가고 나자 딱딱한 표 정을 하고 있던 제후가 아이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조금 전까지의 냉랭한 그의 분위기를 생각하자 모두들 그 소년이 어떤 말을 할지 두렵기도 하고 기대가 되기도 했다. 이 세상에 아무 걱정 없이 사는 철없는 평범한 소년인 줄 알았더니 지금 그의 모습이 태산처럼 크게 보여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가 곧 서늘한 표정에서 순식간에 얼굴을 바꿔 방실방실 웃으며 말했다. "밥 먹고 가." ...계속 (추석이라 글 올리기도 참 힘듭니다. 이것도 급하게 써서...^^ 그래도 계속해서 봐주시는 여러분들 참 고맙네요. 많이 부족한 이야기지만 여러분들께 즐거움만이라도 드렸으면 좋겠어요. 전 문학작품을 쓰고자 한 것 이 아니니 그것으로 족하답니다. 그러니 비난은 좀....??;; 제가 마음이 심약해서...쿨럭...;; 다음회에서 본격적인 '누명'의 이야기가 펼쳐지겠습니다. 그 일 이후에 강 제경과 만난 제후의 심경은 변화가 오는 계기를 만나게 되죠. 기대해 주시 길... 켈켈켈....^0^) -------------------------------------------------------------------------- ---- 제 목 : [뉴 라이프]68회 -누명(2)- << 뉴 라이프 (New Life) >> -68- [부제: 누명(2)] "냐하하하하~!! 밥 먹자, 밥 먹자!!" 그 때 예지를 다시 현실로 끌어오는 경망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조금이라도 심각하고 진지한 생각에 빠지려고만 하면 일부러 방해 하려는 듯 들려오는 시끄럽고도 요란한 목소리.. 어느 한 소녀가 생각하기에 절대 품위나 배려, 세련된 교양 따윈 약에 쓸려고 해도 찾아 볼 수 없는 소 음 공해... 일부러 마음먹고 골라서 방해한다 싶어도 이처럼 항상 굳 타이밍 을 잡을 순 없을 터였다. "이...이익..." 일부러 제후 쪽을 보지 않으려고 돌아서 있던 예지가 결국 인내심이 바닥 을 드러내는 걸 느끼자 이마에 열십자 여러개가 새겨졌다. 그리고 곧 부르르 떨던 그녀, 코리안 특급 박찬호처럼 번개같이 휘두르는 팔과 함께 돌아서자 매서운 바람소리가 울려 퍼졌다. "넌 먹는 것 밖에 모르냐, 이 바.보.야!!!" -빠악!!!- "으악!!!!" 멀리 제후의 머리를 맞고 날아가는 딱딱한 하드커버 노트가 보였다.;;; "흥!!" 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시시덕 거리던 제후가 바닥에 엎어지자 예지는 그 제서야 후련한 가슴으로 두손을 탁탁 털며 출석부와 일지를 들고 교실을 나 섰다. 문이 닫히자마자 그 안쪽은 아이스 프린세스의 처음보는 과격한 행동 으로 순식간에 시끄러워졌지만 예지는 오히려 속이 다 시원했다. 어차피 우 아하고 고상한 공주님 이미지를 만들어 놓은 건 예지가 아닌 동경하기 좋아 하는 주변 아이들이니 그녀로서는 별로 거리낄 것이 없었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신나는 거야!!' 바보! 멍청이! 멍게 해삼 말미잘!!! 예지는 자신들을 완전히 바보로 만들어 놓고 혼자 아무일 없다는 듯이 무 사태평한 얼굴로 웃고 있는 제후를 보자 열이 뻗쳐서 견딜수가 없었다. '뭐? 자기가 성전그룹의 총수라고? 그러면서 잘도 불쌍한 소년가장 연기를 했겠다. 흥!! 그런다구 달라질게 있을 줄 알아!! 없어, 없어, 없다구!!! 넌 그 래도 여전히 바보 민제후고, 난 클래스S의 반장 한예지야. 그러니 앞으로 계 속 반평점 깍아먹거나 바보짓하면 그땐....' 예지가 평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냉기를 펄펄 날리며 씩씩하게 교무실 을 향해 걸어가자 복도를 지나던 학생들이 한예지의 박력에 밀려 슬금슬금 길을 터주었다. 교무실로 일지검사를 받으러 가는 그 걸음이 마치 전쟁에라 도 나가는 듯 무섭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막 교무실 앞에 다다랐을 때, "오뉴월 서리의 쓴맛을... 어?" 눈앞에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어리숙한 인물 하나를 발견했다. 짧은 스포츠형 머리의 그냥 보통 남자의 각진 얼굴. 한예지 주변인물들과 비교하자면 평범의 극치를 달린다고 밖에 할 수 없는 저 청년의 얼굴은... "아앗!! 어설픈 정우성?!" 예지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터트린 짧은 외침에 교무실에서 막 나온 그 청년과 그의 옆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던 한 여성도 그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게다가 저 여선생님은.... '우리 반 담임이잖아?!' "앗! 너는.." "여기에는 어떻게 오셨어요?" "오~ 너 성전특고에 다니니? 정말 굉장하구나!!" 예지가 빠르게 냉정을 회복하고 건조하게 묻자 정우성이라는 안어울리는 이름의 청년이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하며 놀라워 했다. 그 놀란 표정이라니... 그로서는 귀엽고 여리게만 보이는 소녀가 엘리트 집 단으로 명성이 자자한 성전특고에 다닌다는 사실이 의외였던 모양이다. 그런 그의 모습에 정말 오래간만에 자신이 보통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되어 조금 감동스러운 한예지였다. 정말로 오래간만이었다. 아무리 성전특고라 하지만 클래스S의 아이들은 둘째로 하더라도 전국 0.1% 수준의 초특급 수재인 신동민이나 신비스러움으로 무장한 정보 전문가 유세진, 바보 같을 때는 한없이 어리버리하고 자신에게 맞고 살지만 때때로 깜짝깜짝 놀라게 만드는 능력을 보여주며 이미 18살의 나이의 한국에서 손 꼽히는 기업체의 수장인 민제후... 그 아이들 사이에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평범하다고 느끼게 되어 별 의식없 이 생활해 왔던 예지였기에 정우성 선생의 감탄은 좀 낯설은 감동이었다. 특 별하다는 느낌은 별로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뭐예요? 정선생님, 우리 반 반장하고 벌써 아시는 사이인가요?" 그때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다시 관심의 초점을 서글서글한 인상의 평범 한 청년에게로 돌려놨다. "아, 저 선생님. 그런데 이 남자분이 어떻게...?" "아, 반장. 이번에 우리반 부담임으로 오시게 된 정우성 선생님이야. 우리 학교가 다른 일반 사립고와 교류를 추진 중이었던 건 알고 있지? 그 중 명 문이라고 꼽히는 백성고와 여러 가지 일이 긍정적으로 추진되고 있어서 먼 저 선생님들이 상대 학교로 연수를 오게 되었거든." "네엣?!!" 저 어설픈 정우성이 우리 반 부담임을 맡게 되었다구?!!! 예지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지금 민제후만으로도 혼이 다 나갈 정도로 복잡한데 또 다른 골치거리를 떠맡는 것이 아닌가 불안한 소녀였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태산이었다. 반장으로서 해야하는 보편적인 업무 이외 에 이미 떠맡고 있는 골치덩어리 때문에 얻게 된 추가적인 업무 사항, 즉 클 래스의 명예를 떨어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기초부터 시작되어야 하는 학업 관독부터 '초전박살'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스터디 그룹 활동사항도 병 행해야 하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피아노 전공연구 발표회 준비도 도와야 했 다. 그런데 학교 사정도 잘 모르는 초보 선생님까지 돌보게 되는 건 아닌가 불 안해 지는 거야 당연한 사항! 그녀의 담임 선생님도 물론 경험이 적은 거의 초짜 선생님이었지만, 그녀의 담임이야 이 학교 선배님으로 동문이기도 하고 외국 유학파 출신으로 실력만큼은 짱짱하기 때문에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젊은 여선생님이 특급 클래스의 담임을 맡기도 어 려웠을 터였다. 그렇지만 정우성 선생님이라면... 예지가 침착하게 예의 바르게 웃으며 담임 선생님에게 물었다. "아 네. 그렇군요. 정선생님은 어떤 수업을 맡게 되시는데요?" "저번에 체육 선생님께서 건강상의 문제로 갑자기 퇴직하시고 자리가 비었 잖아. 그래서 그 자리로 오신 거예요. 그런데 정말 이상하지? 전에 있던 체 육 선생님은 특별히 어디 안좋아 보이진 않으셨는데...음..." 개차반 선생님은 아마 심장이 안좋아 지셨을 걸요? 성전재단의 갑작스런 특별감사에 많이 놀랐을 테니까...;; 그나저나 체육 전공이면 다른 과목보다 특별한 충돌은 없지 않을까? "그런데 반장은 이미 정선생님을 알고 있는 눈치던데... 아닌가? 예지가 어 떻게 정선생님을 알고 있지?" "아, 저 그게요." "아하하하하~!!! 그럴 일이 좀 있었죠. 그냥 우연히 길을 가다가 알게 됐을 뿐입니다. 별일 아닙니다. 별일 아녀요." 설명을 하려는 예지의 말을 정선생님이 중간에 가로채고 어설프게 웃어댔 다. 왜 그러는 거지? 그러나 그런 의아함은 곧 들려오는 속닥거림에 순식간에 풀려 버렸다. "학생. 저번에 내가 한 일은 비밀로 해줘. 학교에서 내가 잘났다고 소문이 나면 좀 피곤해질 것 같아서 말이야.." "네에?" "17대 1 말이야." "둘이 무슨 말을 그렇게 재미있게 하는 거예요? 제가 알면 안되나요?" 잔뜩 낮춰 말하는 정선생님의 소근거림에 예지의 담임 선생님이 방긋 웃으 며 호기심에 가득차 물어보자 정선생님이 쑥스러운 얼굴로 과장되게 웃으며 별일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렇지만 그의 어깨에 한껏 담긴 자신만만 한 당당함은 무엇인가 모르겠다. '뭐야, 저 선생님은?;;; 정말 그날 일을 자기가 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예지의 어이없는 눈동자가 다시 만난 어설픈 정우성에게서 헤매었다. "아구구구~ 나 죽는다." 민제후의 어거지 사기수법에 넘어가 자신이 굉장히 센 줄 착각하는 불쌍한 영혼이 있는지도 모르고 제후, 그 본인은 교실에서 머리통을 붙잡고 신음 하고 있었다. 동물은 같은 방법에 두 번 다시 당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렇게 보면 인간은 동물보다 떨어지는 지도 모르겠다. 아님, 민제후만 특별 케이스이던가, 그것도 아니면 일부러 맞아주는지도 모를 일이다. "제후야, 괜찮니?" 꽤 요란하게 울려퍼진 타격음이라 반 아이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가와 물었다. 그 물음에 제후가 머슥한 웃음을 지으며 일어났다. 하, 이것 참... ^^;;; "으... 괜찮아 괜찮아. 이젠 하두 맞아서 왠만해선 까딱두 없어. 아하하하~" 그 소년이 환하게 웃으며 흩으러진 금갈색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쓸어 올리 며 방금전 한예지의 모습을 생각하고 아무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제 정말 괜찮은 것 같군. 우리집에 왔다간 이후로 저 녀석 좀 의기 소침해 있는 것 같아서 걱정했었는데... 이제야 예지마녀답잖겠어. 훗! '넌 여전히 한예지고, 나도 여전히 민제후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거지. 아 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어.' 쾅 소리가 나게 한예지가 닫고 나간 교실문을 향해 있는 제후의 눈에 유 쾌함과 장난끼가 가득했다. 앞뒤를 너무 딱딱하게 분명하게 재는 한 소녀가 풀리지 않는 고민속에 빠져드는 것을 성공적으로 방해한 어느 소년의 유치한 승리감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제후는 그때 한 쪽 구석에서 별로 호의적이지 못한 시선을 보내던 한 무리의 의미심장한 끄덕임을 보지 못했다. -탁!- "앗!! 뭐야?" 제후는 교복을 털고 일어나자 누군가 또 부딪혀 오는 것을 미처 피하지 못 하고 살짝 부딪혔다. 그리고 제후가 보지 못하는 사이 뒤쪽의 다른 그 일행이 우연인 것처럼 자연스럽게 지나치며 민제후의 자리에 무언가를 살짝 넣어놓는 것이 보였다. '저건?!' 북적거리는 아이들 일에 상관없이 초월한 듯 책을 보고 있던 세진의 눈에 특급 클래스의 불량아들이 벌이는 수상한 행동이 잡혔다. 예리한 눈썰미가 아니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기술적인 손놀림... "쿡..." 우연히 그것을 본 세진이었으나 그는 안경을 고쳐쓰고 보던 책으로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책으로 고개를 숙이자 흘러내린 푸른빛 검은 머리칼 사이로 슬쩍 위로 치켜 올라간 입꼬리가 보였다. '점점 더 재미있어지는데?' ...계속 (연휴가 끝났군요. 그래서 이제 또다시 열심히 연재 시작!! 음하하하하~~ 그런데 이번엔 쪼~끔~ 미움 받을지도...??; 제후를 괴롭힐 건데... 그런데 이번엔 맛배기로 아주아주 약하게 살짝만... 더 큰 본 게임은 더 나중에 연 구 발표회 직전으로 해두죠. JSA 보느라 넋 놓고 있었네요. 이런..^^;;;; 그래서 새벽에 올립니다. 그래두 영화 참 재밌었다. ^0^) -------------------------------------------------------------------------- ---- 제 목 : [뉴 라이프]69회 -누명(3)- << 뉴 라이프 (New Life) >> 오전 1:32 2005-01-15 -69- [부제: 누명(3)] "그럼 저번에 만났던 그 아이들도 전부 성전특고 학생들이란 말이니? 그것 도 전부 특급 클래스?!! 히...히햐~ 정말 대단하구나!!" 예지는 옆에서 감탄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는 정우성 선생을 바라보았다. 말 그대로 바라만 보았다. 이럴 땐 별로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것이 그렇게 놀 라운 것인가...라는 생각 아닌 의식뿐. '이제 재미없어. 지겨워.' 처음에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놀라고 감탄하는 반응이 재미있었는데 이 젠 지겨워진 예지였다. 정우성 선생님은 처음에는 망연자실 멍하더니 깨어나자 마자 얼굴이 빨갛 게 상기되어 말까지 더듬으며 흥분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성전특고로 발령이 난 것에 어리벙벙했는데 문뜩 정신이 들어보니 최고 엘리트 고교의 특급 클 래스 부담임까지 됐다는 것에 감격했다는 것이다. 동경의 대상이었던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과 엄청난 기회가 굴러 들어왔다는 것에 정말 믿을 수 없었다는 말들의 주절거림.. 그 정신없는 모습을 보면 정말 엄청나게 감격하 고 있는 건 사실인 듯 하다. 그런데 정선생의 누나란 사람이 미소년 사진과 싸인을 부탁한다는 말에도 그 감동이 줄지 않았다는, 예지로서는 알 수 없는 소리까지 중얼거리니... '정말 이상한 사람이야.' 평범한 사람의 반응은 이상하다고 느끼는 예지였다. 지금 그녀는 보시다시피 담임 선생님의 부탁으로 정우성 선생님을 데리고 다니며 성전특고를 구경시켜 주고 있는 중이었다.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점심시간이라고 해봤자 3,40분의 짧은 시간.. 그렇기에 아직 본관 건물의 학생 회의실과 모든 클래스에서 공동으로 사용 하는 컴퓨터실과 기물들, 그리고 교직원들을 위해 설비된 편의시설, 식당 등 을 단순하게 보았을 뿐이었다. 성전특고에 부속으로 딸린 5개의 건물들과 기 타 시설은 시간상 살펴볼 수 없었다. 정선생으로서는 아쉬웠겠지만 대학 캠 퍼스를 훨씬 능가하는 규모를 가진 그 유명한 명문 성전특고이기에 오히려 그것이 당연한 것! 그러나 그것들로도 충분히 보여진 성전(聖殿)의 그 웅장 하고 화려함, 최첨단 설비에 감격, 감동, 놀람을 느끼지 않는 일반인은 없을 터였다. "전부는 아니예요. 그때, 저하고 까만 머리의 남자애, 그리고 선생님하고 죽이 착착 맞았던 노랑머리 바.보.애만 클래스S입니다. 키 큰 잘 생긴 남자 애는 신동민이라고 하는데 그 애는 우리반이 아니고 클래스A구요." 새로 온 부담임의 감탄에 예지가 약간 어색함이 묻어나는 예의바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클래스A라면 그나마 평범하게 공부하는 학생들이지? ...다행이다. 다들 굉장한 아이들 뿐이것 같아서... 하하하~. 아, 그건 아까 진선생님한테 대충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아는 거야. 그런데 그 동민이라는 학생의 레벨은 어떻 게 되니? 클래스S만 단독으로 있고 나머지 클래스는 레벨이 나눠져 있다고 들었는데." 진선생님? 아...'진수아'...우리 담임 선생님을 말하는 것이로구나. 예지는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에 가득 차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정우성 선생 님을 바라보며 하나씩 차분히 설명해 나갔다. "저희 학교의 독특한 전공체계는 알고 계시죠? 성전고는 전공에 따라 클래 스가 A,B,C,D로 나눠져 있는데 A는 일반 학생들처럼 평범하게 공부하는 반 이구요, B는 음악이나 미술 계통의 예능계 반입니다. 그리고 C는 컴퓨터나 자동차 등 첨단 공학 관련 전공, D는 운동이나 그밖의 특기를 가진 특기생 반이예요." "그건 나도 주임 선생님께 대충 들어서 알고 있어. 또 내가 명색이 연수를 겸해서 부임해 왔는데... 나도 기본적인 것은 알아봤단다. 하하하..." "동민이는 그 중 클래스A-Ⅰ예요." "그래. 클래스A...의....? ....헙!! 뭐뭣? 크...클래스A-Ⅰ?" 왜 그러지? "그럼 호..혹시...'천재집단'이라고 불리는 그...?" 아~ 그렇게 되나? 하긴 특급 클래스의 아이들도 뛰어난 수재들이지만 그들 은 모두 집안 배경과 재력, 권력까지 갖추고 있는 경우지. 이들이 그들 집안 의 뒤를 이어 정,재계를 이끌고 나가야 할 아이들이라면 A-Ⅰ의 아이들은 무섭도록 뛰어난 두뇌의 천재 집단이다. 천재집단(genius group)... 그것이 현재 클래스A-Ⅰ의 또 다른 이름으로 되어 있다. 특별히 그렇게 붙 인 것도 아닌데 저절로 붙어버린 이름. 특별한 재주나 전공이 아닌 평범한 학생들처럼 공부만 한다고 우습게 보일진 모르지만 그 최고 레벨인 A-Ⅰ는 전혀 그 수준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클래스의 평균 아이큐가 160!! 세계적인 천재들의 모임인 멘사(Mensa)에 가입되어 있는 소년·소녀들.. 멘사의 회원자격이 IQ 148 이상이며 IQ 172 이상이 그곳의 측정 가능한 한 계치임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경이적인 숫자가 아닐 수 없다. 또 그 중 전세 계적으로 Mensa에서도 상위 1%에 드는 천재가 십여명이나 존재하는 괴물 같은 반이기도 하다. 모두 미래 한국 사회를 주도해 나가게 될 보석같은 인재들.. 이 모든 것은 성전재단 스카웃진들의 땀의 결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음...동민이가 A-Ⅰ의 수석임은 말하지 않는 게 좋겠다.' 예지는 놀라서 혼란을 느끼는 듯 멍해진 정선생님을 반으로 이끌면서 생각 했다. 아무리 성전특고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선생님이 상상하고 기대 했던 보통 아이들보다 조금 더 우수한 아이들이다. 물론 '조금'이라는 한계 가 어디까지인지를 배제하고, 또 적어도 한예지의 기준으로 봤을 때는 말이 다. 그런데 우연인지 운명인지, 필연인지 인연인지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새로 부임한 체육 선생님은 성전특고 내에서도 아주 특별한 아이들만 골라서 만 난 것이다. 그러니 그들에 대해 알게 될 수록 충격을 받을 수 밖에... 한예 지, 그녀 자신도 그 소년들과 함께 있을 때면 스스로가 위축되지 않았던가. "너희들...대..대단하구나. 정말 보통 서민들하고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들 같다. 하..하하.." 정신을 수습한 청년이 머리를 쓸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그 정도에 이렇게까 지 충격을 받다니... '무엇보다 민제후에 관해서는 절.대. 말하지 않는게 좋겠어!!' 라고 예지를 다짐하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긴 복도를 지나쳐 드디어 클래스S의 교실 앞에 도착한 예지는 마음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문을 열면서 말했다. 그런데 마침 그 때, "여기가 선생님이 부담임으로 맡게 되신 특급 클래스...꺄악!!" -꽈꽝!!- "냄새나는 거렁뱅이 자식... 이제 자백해 보시지." 예지가 여는 문에 누군가 날아와 세게 부딪혀 뒹굴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친 것은 같은 반 불량한 무리들 중 한명. 예지로서는 이름도 입에 담기 싫어 하는 부류였다. 아버지 빽을 믿고 설치는 힘만 남아 도는 녀석들... 한동안 잠잠하다 싶었 더니! 그런데 오늘은 도대체 누가 저 녀석들 심기를 거슬린 거야? '어? 저 뒷모습은...?!' "윽... 얘들아, 무슨 오해가 있나 본데..." "뭐어? 오.해? 이 시끼가!!!" 무리 중의 한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소년에게로 다가가 멱살을 잡고 끌 어 올렸다. 멱살을 잡은 소년은 운동을 한 덕인지 커다란 다부진 체격이어서 잡아 올린 소년의 몸이 쉽게 공중으로 떠올랐다. 잡혀 있는 소년은 예지 일 행에게 뒷모습만 보여주고 있었으나 그녀는 그 소년이 누군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교실 조명에 부딪혀 금빛으로 빛나는 저 특이한 머리색은 특급 클래스에서, 아니 성전특고에서 단 한명 밖에 없다. "미..민제후?!!" 이번엔 또 무슨 일이야!!! ...계속 (간만에 신공 발휘나 해볼까 합니다. ??;) -------------------------------------------------------------------------- ---- 제 목 : [뉴 라이프]70회 -누명(4)- << 뉴 라이프 (New Life) >> -70- [부제: 누명(4)] "오해 좋아하시네. 불어, 새끼야! 너밖에 없잖아. 우리 클래스에서 제일 어 줍잖은 놈이 너말고 또 있냐? 엉?" "이게 무슨 짓이야!!" 점점 험악해져 가는 분위기에 예지가 뛰어들어 소리쳤다. 잠시 자리에 없는 틈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너무 화가 났다. 아무리 불량한 녀석들이래도 전에는 교실에서 대놓고 폭력을 휘두른 적은 없었는데... 새로 오신 부담임 선생님이 이 모습을 보시고 어떻게 생각할지 반장으로서 걱정이 되었다. 부반장은 이렇게 될 때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야!! '세진이는...?' 예지가 부반장인 유세진을 찾기 위해 고개를 들어 교실 여기저기를 훑었다. 그러나 세진을 찾기 전에 사방에서 터져 나온 여자애들의 비명 소리! 예지가 그 다급한 비명 소리에 다시 급하게 시선을 돌리자 그녀의 눈에 민제후를 잡고 있던 덩치가 목이 졸릴 정도로 손에 힘을 주면서 막 주먹을 제후에게 로 날릴려는 모습이 보였다. 잘못하면 제후가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 한예지의 목소리가 서늘한 표정 만큼 날카롭게 터져 나왔다. "우선 그 손부터 놓지 못해!!" 한예지의 목소리에 실린 카리스마 때문인지 건들거리던 무리들이 순간 몸 을 움찔하며 예지를 띠겁게 쳐다보았다. 긴장된 분위기... 그 분위기에 클래스의 아이들이 뒷걸음질 치며 그 주변을 둥글게 비워 주 었다. 하지만 뒷걸음질 치며 자리를 비워줬다고 해서 아이들이 겁을 먹고 물 러선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겁을 먹었다기 보다는 자신들과 상관없는 일에 는 귀찮게 말려들고 싶지 않다는 거만한 제스쳐.. 그리고 그 무리들 앞에서 절대 꿀리지 않는 당당한 자세로 싸늘하게 노려 보는 한예지의 고요한 눈빛, 그것에 녀석들이 투덜거리며 마침내 제후를 팽 개치듯 놓아 주었다. 어쨌든 대강 소란이 진정되는 순간이었다. "쳇! 너 오늘 운 좋은 줄 알어. 냄새나는 자식!!" "제후야. 괜찮아?" 예지가 제후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여전히 그 패거리들을 싸늘하게 노려보 면서 말했다. 차가운 목소리.. 그러나 그 싸늘함과는 달리 예지의 속마음은 속상하기 그 지없었다. 평소에는 여기저기 잘도 쑤시고 다니면서 휘젓고 다니더니 오늘따 라 왜 아버지 뒷배경 밖에 믿는 게 없는 저런 형편없는 속물들에게 얌전히 맞아주고 뒹구는지 화가 났다. 그리고 무엇보다 더 화나는 건...... '그딴 걸 왜 내가 걱정해야 하느냔 말이야!!!' 이래저래 정말 화가 나는 한예지양이었다.;;; "콜록콜록... 요즘 애들은 정말 힘이 좋다니까. 역시 성장기에 잘 먹어서 그 런가?" 교복을 털며 일어서는 폼을 보아하니 그리 크게 다친 곳은 없는 듯한 제후 였다. 흐트러져 눈매를 가린 금갈색 머리칼...느슨해져 목에 대강 걸린 넥타이와 단추 몇 개가 날아가 흰 목덜미를 드러낸 교복 셔츠...그리고 바닥을 뒹굴 때 묻어난 듯한 먼지... 예지가 그제서야 제후의 무사한 모습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도의 한숨? ...왜?' 예지가 자신의 눈앞에서 먼지를 털고 있는 어떤 형상을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왜 내가 저 녀석이 무사하다는 것에 안심하는 거지? 저 녀석이 뭐길래 위 험했었다는 것에 안심하고 화를 내고...어째서..? ....그건...그건...그..그래!! 폭력은 좋지 않은 거니까!! 만약 교내에서 폭력사건으로 인해 누군가 다쳤다 면 별로 뒷끝이 좋지 않았을 것이니까!! 그렇다!! 맞다. 그거다. 학원내 폭력 이라니...큰일날 소리다. 특히 그 상대가 민제후라는 녀석이었다면 더 더욱!! 예지의 눈에 흐트러진 모습일지언정 이젠 똑바로 서서 불량 패거리들을 바 라보는 민제후라는 소년의 모습이 들어왔다. '저 녀석이 이곳 성전(聖殿)의 수장이니까. 그래서일거야.' "이래도 자백을 안할 거냐, 새꺄!! 구린내나는 가난뱅이 자식 같으니..." "난 정말 아무것도 몰라. 오해야. 그리고 이봐. 누가 냄새가 난다는 거야? 나 매일 매일 샤워한다구." "킥...웃기는군. 천한 가난뱅이 냄새가 물로 씻는다고 없어진다냐? 저거 진 짜 웃기는 새끼네?" "킥킥킥..." 잠시 틈이 생긴 사이 녀석들이 다시 제후에게 험한 말을 내뱉고 있었다. 그 대화에서 이제 대충 정황을 짐작한 예지였다. 어떤 일인가 안좋은 사건이 있 었고 그 사건의 범인으로 제후가 지목된 듯 하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오해 라는 것인지... 그리고 평소 자기들 멋대로 다니던 저 녀석들이 왜 나서서 저러는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침착해져가는 예지와 달리 제후의 얼굴은 녀석들이 내뱉는 말에 점 차 굳어져 가는 것이 보였다. "내 결백은 곧 밝혀지겠지. 난 정말 아무짓도 하지 않았으니... 그런데 네 들..." 민제후의 눈이 좀 전과 다르게 아무 감정의 동요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맑 은 호수같은 눈동자.. 그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되묻는 얼굴이었다. "누.가. 더럽고 냄새나는 가난뱅이라고?" 제후가 두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상체를 그들 쪽으로 약간 기울이며 살 짝 미소지었다. "네들은 정말 개코구나. 가난과 부유함을 냄새로 알아맞추고. 난 내가 가난 뱅이라고 말한 적 없었는데 말이야." 약간 등골이 서늘해지는 미소.. 이젠 예지 뿐 아니라 아이들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멍해져서 갈팡 질팡하게 되었다. 한 번도 제후가 반 아이들에게 저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 더 당황하는지도 몰랐지만...이제 두쪽 다 감정이 험악해진 듯. 상황이 다시 점차 안좋아지자 클래스 아이들 틈에서 어쩔줄 몰라하던 남자 아이 하나가 말리는 투로 앞에 나섰다. '어? 저 애는 우리 클래스의 총무잖아?!' "돼..됐어. 그만해. 아마 내가 어디 잘 두고 못찾는 것이겠지. 게다가 증거 도 없이 무작정 제후를 의심하는 것도..." "시끄러!! 넌 빠져." 버럭 화를 내는 녀석들. 붉어진 얼굴을 보니 순간이나마 제후의 그 눈빛에 쫄았던 것이 부끄럽고 분통이 터지는 모양이었다. "학급을 위해서 우리들이 손수 나서주겠다는데 왜 방해하고 지랄이야. 저 자식 말고 그 돈을 훔칠 놈이 있으면 말해 보시지. 오늘 아침까지 분명히 가 지고 있었다며? 그럼 분명 범인은 우리 클래스 안에 있을 터인데 어디 우리 중에 그럴 애가 있어? 우리같은 유명 집안 자제들이 뭐가 부족해서. 엉?" "하..하지만..." "하지만이고 저지만이고! 돈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잖아. 공금이야! 저 자식 밖에 없다고!!" 다들 들으라는 듯 소리소리 지르며 말하는 양아치 패거리들을 보며 예지는 이제 완벽히 사건의 앞 뒤 정황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총무가 가지고 있던 학급 공금이 없어졌는데 평소 제후를 곱게 보지 않던 저 녀석들이 이걸 기회로 물고 늘어지는 것이군. 반 아이들 도 제후의 정체를 모르니 당연히 먼저 의심했을 것이고. 그런데 누가 보면 저것들 진짜 반을 위하는 줄 알겠네. 하아~ 난 또 뭐라고...' 예지는 정확한 내용을 알게 되자 다시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총무가 돈을 둔 장소를 잘못 알았거나 착각을 했을 터였다. 그렇지 않고 정 말 도난당한 거라면 우리 반 아이들 전부를 의심해 봐야 하는데 돈을 훔칠 만한 아이는 없다. 다른 반은 몰라도 클래스S의 멤버라면 어느것 하나 부족 한 것이 없는 아이들. 특히 의심의 발단이 돈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만 먹으면 한 나라의 경제도 쥐고 흔들 수도 있는 '민제후'라는 소년은 더욱 빼줘야 할 것이다. 예지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건들거리는 패거리들을 비웃었다. '확실히 흔해 빠진 이야기지만 이것만큼 확실한 누명도 없을 테지. 게다가 학교에서 제후는 일반전형 합격자인데다 집안이나 가정형편 등도 이상하게 소문이 나 있으니... 호호호호~ 일부러 민제후에게 덮어 씌우려고 꾸민 계획 이 아니라면 별일 없잖겠어. 어?...아..아니라면? 아앗!!' "그럼 소지품 검사를 하죠." 그런데 그 때 들려오는 맑은 미성. 예지가 순간 앗차 싶은 마음에 뭔가 말을 꺼내려 할 때 교실의 문앞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단정하게 들려왔다. 그곳엔 아까 예지가 급하게 찾아도 보 이지 않던 유세진이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작은 소년이 고개를 살짝 움직이자 한순간 번쩍 빛을 반사하는 두터운 뿔테 안경.. 입꼬리는 올라가 있지만 빛에 반사된 안경 덕에 눈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가면같은 미소... 정말 웃고 있는 걸까? 그리고 예지가 막고 싶었던 한 마디를 그 소년이 내뱉는다. "소지품 검사를 하면 누가 범인인지 밝혀지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세진이 고개를 기울이며 생긋 웃었다. "좋아." 그 순간, 예지는 세진의 진짜 미소를 본 듯 했다. ...계속 (흔한 누명 씌우기.??;; 그러나 가장 흔하지만 또 가장 쉽게 걸려든단 말 이예여. 이상하져? 단순해서 그런가? 근데 세진이 진짜 웃긴 넘. 어찌보면 쉽게 풀릴 작은 사건이었구만 일을 확대시키는구나. 남들 골리는 것이 그렇 게 신날까? .............음, 생각해 보니 신날 것 같애. 캬캬~ 유치한가여? 하지만 학원물은 좀 유치한 것이 잼나여.) 제 목 : [뉴 라이프]71회 -누명(5)- << 뉴 라이프 (New Life) >> -71- [부제: 누명(5)] "그럼 소지품 검사를 하죠." 들으라는 듯 소리소리 지르는 녀석들.. 자신을 도둑으로 몰아세우는 그 불 량아들에게서 점차 골이 지끈거림을 느끼던 민제후의 귀에 뜻하지 않은 시 원한 음성이 들려왔다. 그러나 그건 그 말의 뜻이 시원하기 보다 시원한 어 감이 목소리라는 의미다. '유세진..' 고개를 돌리니 교실 문앞에 좀 전의 소란 통에는 보이지 않던 세진이 빈틈 없는 모습으로 그림처럼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언제나처럼 범생이로 보이게 하는 두터운 뿔테 안경을 쓰고 표정을 알 수 없는 미소... 그런데 소지품 검사라... 그럼 70년대 유치 뽕짝 학원물 영화처럼 다들 책상 위에 올라가 손을 들고 불독을 닮은 근육 선생이 지휘봉을 들고 다니며 가방을 뒤져야 한단 말인 가? 그건 별로 찬성하고 싶지 않은데... 왜냐구? 그야.......스타일 구겨지잖 아. 쩝! ?? "소지품 검사를 하면 누가 범인인지 밝혀지지 않겠습니까? 그렇죠?" 제후가 좀 다른 방향으로의 고민이지만 어쨌든, 마음속에 밀려드는 갈등을 드러내지 않고 고요히 서서 바라만 보고 있자 세진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생긋 웃었다. 두터운 안경이 가리고 있지만 천진난만해 보이기까지한 웃음. 아니, 오히려 그 뿔테 안경이 세진의 예리한 눈매를 가리기 때문에 더욱 그런 순수한 느 낌을 주는지도 몰랐다. "좋아." 제후가 세진의 제안을 거절하지 못하고 받아들이며 찡그렸다. 저 녀석...날 가지고 노는 것 같애. 그래. 뭐, 놀다가 제자리에만 가져다 놔 라. "그런데 도대체 학급 공금으로 얼마가 없어졌다는 거야?" "많진 않습니다만 우선 공금이니까요." 민제후의 씁쓸한 기분을 아는 것인지 세진이 그가 있는 쪽으로 걸어오며 고개를 공손히 끄덕였다. 그리고 소란스럽던 반 분위기도 어느 사이엔가 조 용히 진정되어 있었다. 클래스의 아이들에게서 예지와 세진의 입지가 큰 것 인지 유세진까지 사태 해결에 나서자 아무도 섯불리 앞에 나서 큰소리를 내 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일부러 요란하게 사건을 벌이던 패거리들까지도 그 순간에는 조용히 침묵을 지키고 있다. "얼만데?" 아이들 반응에 세진과 예지를 다시 보게 된 소년이 돈에 대한 이야기가 나 오자 심드렁하게 물었다. '학교 학급비로 관리되고 있던 돈이면 별로 그렇게 큰 액수는 아니겠지. 학 급비라고 해봤자 별로 그리 크게 쓰일데도 없으니 뭐...' 제후는 도난 당했다는 돈이 별로 큰 액수가 아니라고 생각되자 그럭저럭 마음이 좀 놓이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돈 액수는 그리 크지 않다고 하지 않 은가. 그가 손대지 않은 돈이 분명하고 이번 사건은 제후가 전혀 관련이 없 는 것도 분명했지만...그래도 사람 마음인지라 안심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양아치 녀석들의 시비에 욱하지 않고 참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몇 만원 정도의 공금이라면 사건이 크게 번지지 않을 터이고... "300만원입니다." 그래. 적은 액수로 삼백...삼...? "뭐..뭐얏!!!" "대충 그 정도라고 생각되는군요. 자세히는 제 소관이 아니라서요..." 세진이 그렇게 말하고 총무라는 아이에게 눈짓을 보내자 그 소년이 재빠르 게 수첩을 꺼내 살피면서 말했다. "아! 응. 지금까지 여러 지출과 행사 보조 지원하고 남은 액수가....대략 3 백9만1천2백3십원이야." 평이한 목소리로 말하는 이 아이들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제후가 약간 넋이 나가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몇백만원을 크지 않은 액수라 고 말하는 이 아이들은 도대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것인지... 물론 큰 집안의 자제들이고 큰일 앞에서는 대담해지는 것도 좋지만 아무리 그래 도 이건... 혼란스러움 속에서 제후가 삼백만원이면 신라면이 몇 개인지를 헤아리는 사이 그의 의식 밖의 세상은 그 순간에도 빠르게 돌아갔다. "그럼 학생들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 뒤로 나가 서있고 학급위원 몇몇은 소지품들을 살펴보도록 하죠. 그리고 정선생님." "아! 으..으응. 그래, 무슨 일이지?" 세진이 제후와 비슷하게 넋이 나가 멍하니 지켜보던 청년을 불러 깨웠다. 이제 특급 클래스를 책임지게 될 부담임 정우성 선생이 유세진의 음성에 퍼 득 정신을 차리며 얼굴을 붉히자 세진이 귀염성 있게 웃어 보였다. 그 모습 은 선생님들이 딱 좋아할만한 모범생. '어? 저 형은..?!' 이미 교실은 반장, 부반장 밑으로 있는 몇몇 학급위원들에 의해 소지품 검 사가 부산스럽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제후는 아이들 속에 묻혀 있는 낯익은 청년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잘 됐나 보군. 지금 사건은 계획에 없던 일이지만 멍하게 서있는 저 평범한 청년의 얼굴이 이곳에 있는 걸 보아하니 다른 것은 제대로 된 모양이야.' "아까 교실로 돌아오다가 들었습니다. 이번에 우리 클래스를 맡게 된 부담 임 선생님이시라구요. 안녕하세요? 전 클래스S의 부반장 유세진이라고 합니 다. 멋진 환영 인사를 해야 하는 건데...오늘은 아시다시피 사정이 별로 좋지 가 않네요." 야. 아무 일도 없는 듯 생글거리는 네 얼굴을 보면 전혀 모르겠다, 임마! 제후가 그만의 '되는대로'라는 신조의 낙천성으로 빠르게 패닉상태에서 회 복해 세진을 향해 투덜댔다.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범생이 같은 녀석... 이것이 유세진에 대해 내렸던 평가였는데 어느새 '알 수 없음, 보류'라는 도 장을 찍어 버린 녀석. 파악도 안되는 저런 녀석들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건 정말이지 딱 질색이다. "아..아니다. 괜찮아.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니?" 정선생님도 유세진의 기에 눌린 것인지 학생에게 한수 접어주는 분위기가 되었다. 저런! 저 형도 맨날 휘둘리겠구만. 그나저나 정말 김비서는 일 한 번 끝내 주게 잘한다니까. 성전고로 데려오라고 하긴 했지만 설마하니 우리반 부담임 으로 배정할 줄이야. 쿡쿡.. 아직까지 여유로운 제후가 빨리 이런 거지같은 누명에서 벗어나야 할 텐데 라고 중얼거리며 벽에 기대자 세진이 빙긋 웃으며 아이들에게 이것 저것 지 시하고 다시 정선생님을 향해 말했다. 그것은 마치 선생과 학생이 바뀐 듯한 모습이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통솔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부임 첫날이시 겠지만, 아무래도 모든 사실이 밝혀지고 나서 더 소란스럽지 않도록 말이죠. 하실 수 있으시겠죠?" 그때였다. 소지품 검사를 하던 학급위원 중 한명의 아이에게서 시작된 웅성 거림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간 건. ...계속 (이런! 시간 넘겼다!@.@;;;; 대신에 연참하겠습니다. 한편 더 올리고 자야지. 조금 많이 있다가... 그런데 이거 괜찮을려나. 좀 더 손봐야.../////) 덧글: 졸려서...컬럭...이래선 좋은 글이 안나오니...10일 날짜로 뵙죠. 그럼 연참 맞죠? ^^;;;;;;; -------------------------------------------------------------------------- ---- 제 목 : [뉴 라이프]72회 -누명(6)- << 뉴 라이프 (New Life) >> -72- [부제: 누명(6)] "찾은 것 같군요." 유세진의 안경이 기분 나쁘게 번쩍이자 학급 위원 중 한명으로 보이는 아 이 하나가 그들에게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시중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는 두툼한 누런 봉투 하나. 그들쪽으로 다가온 학생이 내미는 그 물건에 여러명이 긴장했다. 이런 것을 희비가 교차한다고 해야 하는 것인지... 아직 어떤 말도 오가지 않았지만 불 량 패거리들은 희희낙락해서 건들거리고 있었고, 반장인 예지는 얼굴이 하얗 게 되어 날카로운 눈으로 그 봉투를 노려보았다. 평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클래스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는 유세진과 학급위원들 뿐. 제후는 이상하게도 스멀스멀 밀려드는 불안감을 억지로 쫓으며 사태를 지켜볼 뿐이었다. "여기." 침착한 얼굴의 학급위원 중의 하나인 한 학생이 세진을 향해 봉투를 내밀 었다. 특별히 이런 저런 말을 붙이지 않아도 모두들 그것이 뭔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없어졌다던 공금 300만원! 도난당했다고 시끄러워진 것이 두어시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쉽 게 발견될 줄이야. 소지품 검사를 하자고 했지만 설마 그 돈을 진짜 찾게 되 리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듯 많은 얼굴들이 딱딱하게 경직된 것이 보 였다. 어쩌면 모두가 바라던 결론은 그냥 작은 소란 후 흐지부지 되는 것이 었을지도 모른다. "액수는 어떴습니까?" "정확해." 봉투를 받아들며 세진이 말하자 역시 감정이 서리지 않은 목소리가 울렸다. 정확히 없어졌던 금액.. 그렇다면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는 확실한 증거가 될 테다. 세진이 조용히 눈을 들어 그에게 돈을 건내준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무언의 질문. 어느 자리냐고 묻는 질책이 담긴 그 시선에 그 학생이 약간 망 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민제후의 자리에서 나왔어." 그 말이 떨어지자 여기저기에서 짧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클래스를 휩쓸고 지나가는 적지않은 충격. 이건 일반 사립고에서 일어났다 고 해도 보통 사건이 아닐진데 성전특고에서 일어난 도난사건이라니! 게다가 그 돈이 공금이었고 액수 또한 적지가 않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일반전 형 합격자인 민제후가 범인으로 지목된 이상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너무나 미지수라는 점이었다. 일반학생은 바람막이가 없다! "내 그럴 줄 알았어!! 푸헤헤헤헤!!!" 그리고 그것과 같이해서 한동안 얌전히 있던 양아치 패거리들이 배를 잡고 웃으며 통쾌해 하는 것이 보였다. 순식간에 궁지에 몰린 제후가 그들 쪽으로 잠시 시선을 두었다. 돌처럼 딱딱한 표정에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는 눈동자. 그 눈에 담기는 그 패거리들의 모습은 다른 아이들이 보기에도 저절로 눈쌀 이 찌푸려졌지만 그들이 표적으로 삼고 있는 제후 그 본인은 점점 무표정해 져 갈 뿐이었다. "역시 저 가난뱅이 밖에 없을 줄 알았다니까!! 저 자식, 맨날 밑바닥에서 빌빌대다가 뒈진줄 알았더니 질긴 바퀴벌레처럼 다시 기어들어 와가지고선 이렇게 물을 다 흐려놨어. 퇘!! 병신같은 새끼...기집애같은 상판떼기 밖에 내세울 것도 없는 새끼가..." 비웃음과 경멸... 뭐야...쿡! 이거 설마 계획적이었던 거야? "제후야..." 예지가 인형처럼 싸늘히 식어가는 제후의 얼굴에 떨리는 목소리로 다가가 며 불렀지만...대답이 없다. 아니, 오히려 다가오려는 예지를 손을 들어 막고 천천히 자신의 자리로 가까이 다가서며 책상위에 흩어져 있는 물건들을 하 나씩 집어올리며 살핀다. 자기가 한 일이 아니라고 화를 내거나, 억울하다고 호소하거나, 그 어떤 반응도 없이 일상처럼 여유롭게, 돈이 나왔다는 그의 자리에서 물건들을 구경하는 자세... "야, 이 바보야... 무슨 말 좀 해봐." 예지가 평소의 장난끼가 사라진채 초연한 얼굴로 뒤돌아 서있는 제후를 바 라보며 물끼 어린 목소리로 화를 내고 있었다. 그녀도 앞 뒤 사정을 이미 짐 작할 만큼 총명할진데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것에 제후는 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 아...됐어. 여기서 무슨 말을 하겠어. 어떻게 된 일인지 감 잡았다구. 여기 에서 내가 억울하다고 난리치는 것이 바로 저 녀석들이 보고 싶어하는 모습 일 테지. 그리고 아마도 원판이었으면 충분히 그랬을 테고 말이야. 하지만 난 원판이 아니니까. 제후가 이것저것 만지작 거리며 책상위를 둘러보자 자신의 옆의 책상위의 물건들도 곧 눈에 들어왔다. '이 자리는 저 녀석들 자리인데... 허~ 별게 다 있군. 책은 없고 각종 쓸데 없는 잡동사니만 늘어져 있잖아?' 학교 온 첫날 배정받은 자리. 그 옆은 바로 지금 제후를 괄시하고 비웃는 버릇없는 녀석들의 위치였다. 어떤 사고방식을 가지고 어떻게 자랐는지 온통 배배 꼬인 성격의 녀석들 같으니라구... 그 위에 놓인 각종 잡동사니도 녀석 들만큼이나 참으로 너저분하다. 여러 가지 종류의 잡지류와 카드도 있고, 이 상한 구슬과 동전 등도 있고, 고급스런 잭나이프와 만화책 따위도 보인다. 얘들은 뭘로 공부하나 몰라? ??;; "너희들은 좀 조용히 하지 못해!!" 한예지 반장의 높은 톤의 목소리. 그 소리를 들어보니 그 순간에도 아직까지 그 패거리들은 제후를 헐뜯고 있었나 보다. 예지의 펄펄 뛰는 모습을 보자니 제후는 미소가 떠오르며 심각 함 따위는 멀리멀리 날아가는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다음 순간 들려온 언사는 너무나 모욕적이고 진짜 양아치답기 그지없었다. "아! 그래, 맞다!! 저 자식 특급 클래스로 편입도 그 잘난 상판으로 했을지 도 모르겠는걸? 케헤헤~ 가진거라곤 저 가냘픈 몸매와 반반한 얼굴밖에 없 을 테니 어디 웃기는 윗전 구렁이 중에 하나한테 후장이라도 대준거..." -핑- "컥!!" 언제 집어들었는지 제후 옆자리에서 나온 그 녀석들 소지품 중의 하나인 작은 잭나이프. 그것이 제후의 손에 의해 그 불량 청소년의 목에 겨누어져 있었다. 가벼운 바람소리와 함께 정확하게 날아든 나이프가 예리한 예기를 뿜으며 차가운 빛을 반사한다. 그리고 푸른 살기가 뻗어나오는 민제후의 두눈... 소년의 목에 살짝 닿은 나이프에서 어느덧 가느다란 핏자국이 실을 이루며 흘러 흰 셔츠를 붉게 물들였다. "으...이거...왜 이래.." "더 떠들어봐." 검은 전갈이 새겨진 잭나이프. 스콜피온인가? 칼에 새겨져 있던 문양을 기억해낸 제후가 입가에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미 소를 띠었다. "칼이 참 좋네. 날이 아주 잘 듣겠어. ...이대로 포를 떠버릴 수도 있어." 난 원판이 아니야. "언젠가 예전에 많은 것을 이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지. 아주 예전...훗, 그래. 좀 됐네. 아주 오래 전에 이런 비슷한 일들로 그 모든 걸 한꺼번에 잃 었었어. 모두 다. 그래서 그런가? 그 한 번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 사건 이 별로 신선하지가 않아." 이제부터 너희도 지금의 내가 '민제후'라는 걸 알아야 해. 잘봐둬! "이왕 계획을 짤려면 당하는 나도 즐겁게 멋진 시나리오로 짜지 이건 너무 싱겁잖아. 귀엽긴 하지만 이런 어린애들 장난......너무 유치해." 말로는 그렇게 주절거렸으나 심각한 상황이긴 했다. 흔한 스토리에 유치하 긴 하지만 학교라는 단체에서 이것만큼 크게 번질 수 있는 사건이 또 있을 까? 단순하기에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겁나진 않다. 난 '살아가는 것' 그 자체에 대한 욕심만 있 을 뿐이니.. "나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어. 그래서 난 지금..." 제후의 눈동자가 파랗게 반짝였다. "무서울 것이 없어." ...계속 (나는야 극악작가...쿠헤헤헤... 그래도 셤 기간에 이정도면 훌륭하지 않겠습 니까!! ^0^ 아니라구요? ...아님 말구... 또 제 날짜에 등록 못시켰다구, 공약 못지켰다구 해서 저주하진 말아주세요. 그리고 제 기준에는 잠들기 전까진 분명히 하루가 지난게 아니라구요. 냐하하하....(어거지?? -------------------------------------------------------------------------- ---- 제 목 : [뉴 라이프]73회 -누명(7)- << 뉴 라이프 (New Life) >> -73- [부제: 누명(7)] 그 시각, 누군가의 눈에서 확장된 그 푸른 기운이 어느 곳에선 다른 의미로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하늘의 색과 하늘의 소리... 하늘이란 올려다 볼 때는 파랗기 그지없지만 원래는 아무 색도 담고 있지 않은 공간일지다. 끝임없이 이어져 지금 이 순간에도 확장되고 있다는 우주 는 빛이 없어 검고 검은 색. 하늘의 색도 무색·무취의 공기로 채워져 있으 니 빛에 의해서 그 색을 바꿔 입는 것일 뿐. 그래서 같은 하늘일지라도 각 때마다의 채색이 다르고 저녁의 주홍빛 노을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일 테다. 같지만 때마다 다른, 어떤 빛이 통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의 마음 도 그것과 다를 것이 없을진데... -딩동댕동~ 딩그동 댕동~- 구름 한점 없어 호수처럼 맑디 맑은 그 아름다운 색을 울리며 부자연스런 음이 스쳐지나갔다. 점심시간이 끝나는 종소리. 그 자연스럽지 못한 음의 조합체에 잔디밭에 누워 있던 한 소년이 천천히 눈을 떴다. 셔츠는 소매를 걷어붙였고 넥타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 교복 차림 새. 눈을 내리덮은 긴 앞머리 때문에 눈은 떴는지 감았는지 잘 알 수가 없을 정도이고, 뒷머리는 줄리본으로 끝을 묶어 지저분한 모습만을 간신히 면한 헤어 스타일이다. 이 독특한 모습으로 이 소년이 누군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었다. "야, 저기 강제경 아니냐?" "어? 맞네?" '...뭐야?' 제경은 유리알처럼 맑은 두눈에 푸르게 빛나는 하늘을 가득 담고 있다가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얼굴을 찡그렸다. 이 장소는 그가 혼자 있고 싶을 때 수업을 빼먹고 나오는 공간이었다. 학생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예술 관 뒷 교정. 그런데 이런 곳을 때마침 지나가는 학생들이라... 본관 건물에 다녀오는 아이들인 모양이었다. '잘난 학생회 녀석들인가 보군. 지름길로 본관에 다녀온 모양이지?' "깨워야 되는거 아니니? 좀전에 종도 쳤는데..." "놔둬." "그래도..." "저 자식이 언제 수업 제대로 받는거 봤냐? 천재 나으리라 저래도 매번 승 급만 잘하던데 뭘. 내비둬." 제경이 움직이는 기척이 없자 그의 뒤를 지나가는 두명의 학생이 그가 잠 든 줄 알고 거리낌 없이 중얼거렸다. 소심한 목소리의 한명은 여학생인 듯 싶었고, 그 소녀의 말을 받는 또 다른 한명은 남자아이라고 생각되었다. 그 런데 그 남학생의 대답에 서린 비아냥은 그들이 제경에게 별로 좋은 감정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했다. 그런 시선 때문에 더 아이들 사이에 섞이지 못하 고 떠도는 제경인지라 점점 멀어져 가는 그들의 소리에 자조적인 미소를 띄 우며 다시 시선을 하늘로 두었다. 하늘 뿐 아니라 빛나는 태양이 눈이 부시다. 제경은 한쪽 팔을 들어 강렬한 햇빛을 가리며 시선을 더욱 더 멀리 멀리 푸름 에 담았다. 두눈에 한가득 들어오는 하늘의 투명한 파랑이 가득가득.. '정말 평화스럽군.' 수업종이 친지 오래라 그런지 간간히 들려오던 웅성거리는 먼 소리도 끊어 져 잔잔한 침묵만이 주위를 감쌌다. 그때 제경이 그의 시선을 떼쟁이처럼 붙 잡고 놓아주지 않는 하늘을 바라보며 얼마 전 만났던 어리버리했던 한 녀 석을 생각했다. 이름이 민제후라고 그랬던가? 특급 클래스에 중도 편입된 웃기는 머리색의 이상한 녀석. 얼음공주라고 불리는 한예지가 펄펄 뛰면서 구박하는 유일무이 한 소년. 그렇게 작은 여자애한테 잡혀 꼼짝 못하는 바보 녀석일진데 그 녀석을 처 음 보았을 때 난, 그의 눈에 어린 근거없는 자신감과 당당함에 위축되어 강 한 반발심을 느꼈었다. 그렇지만 조금 골려주려고 제의한 발표회 승부를 그 렇게 덜컥 받아들일 줄이야... "뭐...그런 녀석 쯤은 눈 감고도 이길 수 있으니까." 제경은 왜 지금 그 자식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면서 벌떡 일어 나 앉았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런 숨 막히는 곳에서 썩히기에는 너무 아까운 날씨다. "좋아. 오늘 간만에 나가볼까?" 제경이 일어서 어디론가 향하며 다시 한 번 고개를 들어 민제후를 생각나 게 하는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 웃기는 녀석은 지금 뭘 하고 있을까 하며... "으...으...사..살려줘...살려 주세요..." 고요... 그 순간 특급 클래스에서는 소리없는 엄청난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부들부들 떨며 간신히 서있는, 한눈에도 불량해 보이 는 소년. 그리고 그의 목에 은은한 예기를 뿜으며 겨누어져 있는 작은 나이 프... 그 나이프에서 가느다란 붉은 실이 한줄기 흘러내려 교복 셔츠에 닿아 빨갛게 번지고, 흔들림 없이 그 나이프를 겨누고 있는 또 다른 소년의 눈은 흐트러진 금갈색 머리칼 사이에서 냉막한 미소를 뿌리고 서있었다. 그것은 정말 그 불량아의 목을 따버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되는 얼굴. 그리고 실제 로 손목에 약간 힘만 넣으면 현실이 될 이야기이기도 했다. "으...흐.. ?.." 뭐야, 이 찌른내는.. 제후가 코를 찌르는 악취에 미간을 찡그리며 시선을 약간 내렸다. 평상시엔 감각의 대부분을 닫고 다녔지만 지금은 너무 화가 나서 자신도 모르게 모두 개방된 오감이 미세한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을 보였다. 그래서 다른 사람 들이었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는 냄새에도 제후에겐 머리를 아플 정도의 악 취로 느껴진 것이었다. 하지만 교실에 이런 악취가 날만한 곳은 없는데... "허~ 거 참..." 제후는 그 지린내의 근원을 찾다가 바지에 실례를 한 눈 앞의 녀석을 발견 했다. 이 정도에도 공포를 느끼는 놈이 집안 배경과 작은 권력으로 세상 무 서울 것이 없다는 듯 행동했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어졌다. 약간 겁을 준 것 만으로 오줌까지 지리다니... 그 연약한 십대의 모습에 실망까지 드는 제후 였다. '만약 눈 앞의 녀석이 동민이나 세진이였다면...' 그렇게 생각하자 이제 한숨까지 나오는 제후였다. 여자인 한예지 조차도 이 런 상황이었으면 살려달라고 저렇게 부들부들 떨기보다 두눈을 똑바로 뜨고 노려볼 거라 생각하니 화낼 기운조차 빠져나갔다. 이런 녀석들에게 감정낭비 따위 하기도 싫다는 생각. 하지만 민제후가 한가지 깨닫지 못하는 것이 있었다. 바로 이런 반응이 가 장 보편적이고 평범한 것이라는 것! 누가 죽일 듯이 쳐다보며 칼을 목에 겨 누고 있는데 태연할 수 있을까? 특히 온실 속에서 귀하게 자란 십대라면 더 욱 그러할 것이다. 게다가 그의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비범한 것이지 이들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데... 아마 이런 것이리라. 바보 속의 천재는 바보 취급을 받는다는 이야 기처럼 민제후 주변의 아이들이 우연찮게 모두 비범하니 그에게 그 비범한 성향이 자신도 모르게 평범이라고 각인된 것일지다. 그러나 그것을 모르는 제후는 그 약한 모습에 아직 덩치만 커다랗지 어린 아이들이라고 생각하여 기분을 풀어냈다. 그 패거리들에게는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제후의 입장에서도 어차피 처벌을 피해갈 방법은 없는 것 같아 그 부분에선 포기하고 있었고, 지금의 그의 행동도 앞으로 함부로 날뛰지 못하 게 하기 위한 경고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살기가 일었던 것 만큼 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에 제후가 칼을 거둬 들이면서 머리를 극적이며 웃어 버렸다. 아~ 내가 지금 뭘 하는 짓이람. 하하...참. "아, 형! 이곳 선생님으로 오셨다죠? 반가워요. 그런데 재회의 기쁨을 만끽 하기 전에 이런 안좋은 상황에서 학생과 선생님으로 보게 됐네요. 뭐...앞 뒤 정황이야.....이렇게 됐어요. 하하하~" 제후가 다시 평상시의 빙글거리는 모습으로 돌아와 뒤로 물러서자 부들부 들 떨던 녀석이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고 주변의 끊어질 듯한 긴장감도 사 라지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다 내 책임이라고 해두죠. 근신이든 정학이든 처벌이 결정되면 알려주세 요. 설마 퇴학만은 안시키겠죠? 역시 이래서 명문고가 좋다니까." 점심 메뉴를 물어보는 것처럼 말하는 제후의 모습에 소란스런움 속에서도 반 아이들은 알 수 없다는 시선이 하나 둘 닿아왔다. 그렇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 '세상은 아름다워' 표정... 제후의 눈길이 어쩔 줄 몰라하는 정우성 선 생이라는 청년을 스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예지를 지나 잔잔히 웃고 있는 유세진에게로 향했다. 눈을 가리고 있는 뿔테 안경 밑으로 미소가 드리워져 있는 세진의 입매가 보였다. "유감입니다." 아무 말없이 세진을 바라보았다. 유세진... 진의(眞意)가 뭘까? "...별로." 제후가 그렇게 말하고 싱긋 웃으며 어느새 시장 바닥처럼 시끄러워진 교실 을 빠져나갔다. "이..이런...말도 안돼." 예지는 아무일 없다는 듯 웃으며 나가는 제후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 면서 무력감에 빠져 있었다. 민제후가 한짓이 아니라는 걸 믿는다. 아니 안다. 하지만 그 뒷모습을 붙잡 을 수가 없었다. 이런 유치찬란한 계략에 제후가 걸려들지 몰랐다. 물론 성 전그룹 장씨 일가의 힘이면 쉽게 일이 해결될 테지만 학교에서 자신을 밝히 지 않고 평범하게 학교 생활을 하고자 하는 제후이니 그렇게 할 리도 없다. 성전의 본가에서 힘을 쓴다면 그의 위치가 밝혀지는 것도 시간 문제일 테니 까. "그럼 이제 어떡해..." 실제로는 정체가 탄로나는 것 따위엔 관심도 없는 제후였지만 여지껏 친구 들인 자신들에게도 정체를 밝히는 않았던 이유를 그렇게 확정 지은 예지는 그렇게 생각하고 절망에 빠져 있었다. 원판 민제후가 일반 전형으로 입학한 것이 단지 성전 창립자 장회장의 눈밖에 났기 때문이라는 것을 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지만, 어쨌건 지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예지는 어쩔 수 없는 무력감으로 그 아름다운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렸다. 그래서 예지 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는 유세진의 경직된 얼굴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런데 그때 들려오는 쇠줄 가는 목소리. 다시 기가 살아난 요란한 패거리 들이었다. 모두들 그 잡초 근성에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야, 새꺄!! 끝까지 똥폼을 다 잡냐? 내가 너 기고만장해가지고 다닐때부터 알아봤어!! 가난뱅이가 돈 냄새도 기가 막히게 잘 맡겠지. 히히덕 거리면서 다니더니 총무 녀석 사물함까지 뒤지고 잘 됐다. 썅!!" -턱- "돈이 총무 사물함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습니까?" 갑자기 어깨에 닿는 손의 느낌에 패거리들 중 하나가 고개를 돌리자 웃고 있지만 무표정한 세진의 얼굴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와 있었기 때문에 살짝 보인 안경알 너머의 세진의 눈은 무섭울 정도로 예리했다. 그리고 그 속에 무언가 언짢은 기분이 담긴 시선. 그것에 패거리들이 우물쭈물 하자 클래스 아이들이 세진의 말소리에 다시 그들쪽으로 하나 둘 시선을 돌렸다. 유세진의 힌트에 다들 '아!'하는 분위 기. "그래. 맞어! 나 사물함이 그동안 고장나서 안쓰다가 오늘 급해서 돈을 잠 시 그곳 사물함에 넣었었는데...그걸 아는 사람은 없었어. 그리고 어디에 뒀 다가 잃어버렸다고 말 안했었는데..." 총무의 증언이 마지막 결정타를 날렸다.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크게 반전되 었다. 의심의 눈초리가 그들에게로 날아들었다. "제..젠장!!" 아이들의 시선에 그 아이들이 넘어져 있는 녀석을 데리고 밖으로 몸을 피 해 나갔다. 예지는 순식간에 반전된 그 상황에 멍한 얼굴로 있다가 유세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그곳에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기다리고 있었 던 듯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세진이 서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식적 인 미소조차 보이지 않는 무표정. 시선으로 무언가를 상처입힐 수 있다면 예지는 벌써 세진의 눈초리에 열두 번도 더 뚫렸을 거라 생각했다. 교실은 더욱 더 소란스러워지고 그 소란을 진정시키는 정우성 선생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렸지만 예지는 그들 주변으 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했다. 그렇게 한동안의 시간이 흘렀다. 아직 작은 키의 소년이지만 위험스런 느낌.. -생긋- 그런데 그 때 세진의 얼굴에 그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어린아이 같은 천진한 미소가 다시 떠올랐다. 그 미소가 장벽처럼 가려져 다시 세진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예지는 몸을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책을 펴는 세진 의 행동을 쫓으며 혼란스러웠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이것은 마치...마치... 병주고 약주고의 분위기였다. "아~ 이제 뭐하지?" 특이한 금발을 가진 소년이 나무가 우거진 한적한 교정을 거닐며 심각한 표정으로 고심하고 있었다. 지금 시각으로는 한창 수업이 진행될 시간인데 차마 교실에 있을 분위기가 아니라 자리를 털고 나온 제후였다. 별로 안좋은 기분이긴 했으나 끝까지 그 기분을 고수하며 멋진 척하며 폼을 잡기엔 그의 단순한 성격이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역시 이번 기회에 열심히 놀아보자 라고 결심한 민제후. 그런데 문제는 신세대는 어떻게 놀아야 되는 거냐 하는 것이었다. '수업을 땡땡이 치면 뭘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추억이 될까? 이런 시간을 갖게 된 계기는 마음에 좀 안들지만 학교의 추억에 가장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 것이야! 갑작스런 땡땡이와 일탈!!! 냐하하하하~ 그런데... 웅...나도 이제 신세대로서 자세를 갖춰야 하는데 놀이는 잘 모르겠군. 빠찡 코나 싸우나는 너무 아저씨티가 난단 말이야. 음....' 단순하기에 적응도 빠른 제후였지만 아직 놀이에 대해서는 무지했기에 고 민이 되었다. 그래서 팔짱을 끼고 잔디에 주저앉아 고민하고 있었는데 바로 그때, 그의 눈에 아주 좋은 건수, 아니 스승이 나타나는 것이 보였다. '저건 강제경이잖아?!' ...계속 (공부하다가 또 올립니다. 월요일에 중요한 시험이 있는데...우~ ??;; 시 험기간이라 업뎃 늦는다고 공지를 했지만 마음에 자꾸 걸리더군요. 그래서 이번회는 좀 내용이 긴데...^^ 부제 '누명'은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회 부제 는 '캐논'입니다. 부제의 뜻은 아주아주 뒷편에서 나올 것이니 깊이 생각마 시길... 이번건 재미 없었나요? 그래도.....어쩔 수 없지 뭐.?? 멜 주세요.) -------------------------------------------------------------------------- ---- 제 목 : [뉴 라이프]74회 -캐논(1)- << 뉴 라이프 (New Life) >> -74- [부제: 캐논(1)] 저 녀석, 이 시간에 여긴 왠일이지? "흐음..." 인적이 드문 교정으로 다가오는 제경을 바라보는 제후의 눈이 그 순간 사 악하게 빛났다. 그리고 갑작스레 그의 몸이 사라지더니 강제경 뒤로 순식간 에 나타났다. 찰라지간이었다. "어머! 자기~!!" "쿠에엑!!!" 오~ 익숙한 옥타브의 비명이로세. 역시 원판의 몸에는 장여사의 피가 흐르 고 있었단 말인가. 혹시나 했지만 이렇게도 자연스럽게 필살 목 조르기 초식 을 구사할 수 있다니... 아무리 원판의 비리비리한 육체이지만 피는 물보다 진했던 것이야. 음하하하~ ...아차! 이 녀석 잘못하면 진짜 죽겠다. 제후는 제경을 만난 기쁨(?)에 심취해 있다가 제경의 숨 넘어가는 기괴한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손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 맨날 어머니에게 당하기만 하다가 그가 직접 남에게 목 잡고 늘어지기를 해보자 제후는 장여사의 기분 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손끝에서 전해져 오는 이 짜릿한 기분... 강렬한 애정 표현에 상대방은 그것을 고통으로 받아들이며 괴로워하고, 그 괴로움은 떨림과 전율이 되어 상대를 붙잡고 있는 내 손가락 하나하나에 짜 릿짜릿하게 전달된다. 누가 이 감각을 이해할 수 있으리... 후후... 아, 그런데 이거 생각해 보니까 완전히 변태 이야기 같네???;; 나 혹시 그쪽으로 소질 있는거 아닐까? 이거 곤란한데. 벌써 그쪽 방면으로 여러 가 지 위험한데 말이야. 제후는 어제 깡패들 앞에서 꺅꺅 거리며 비명을 지르고 도망쳤던 일을 비 롯해서 자칫하면 원조교제에 빠질 것만 같은 요즘의 위태위태한 상황을 생 각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제후가 그렇게 자리 잡고 있는 사이 제경이 겨우 제정신이 되어 비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어이. 간만이야." 자, 귀엽게 방긋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자. "켁..콜록콜록...어떤 빌어먹을 새끼가......?" 격한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정리가 안된 긴 머리카락으 로 두눈을 가리고 있지만 기침을 뱉어내며 고개를 들자 제후를 향하는 눈동 자가 두배는 커졌다고 생각됐다. '아, 저거 가위 가져다가 확 잘라버렸음 좋겠네. 삽살이도 아니고 말이야.' 그러나 제후가 이런 생각을 하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제경은 그 자세로 몸 을 굳혔다. "너..넌....민제후?!" 뭐야, 저 반응은? 마치 못볼 걸 봤다는 듯이..?? "왜? 날 봐서 뭐가 잘못됐냐?" "...누가 잘못됐뎄냐. 수업시간이 이런 곳에서 보게 되니 그러지." "남말 하고 있네." 제후의 말에 제경이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나무가 우거진 교정에 마주보고 서있는 두 소년의 모습이 매우 대조적이다. 한쪽은 어깨까지 내려오는 뒷머리를 줄리본으로 묶고 구겨진 흰 교복셔츠 차림의 자유분방한 훤칠한 소년, 다른 한쪽은 그보다 약간 작은 키에 햇살에 빛나는 금빛 머리칼, 그리고 최고급 브랜드인 교복을 단정히 입고 있는 귀족 적인 분위기의 소년이었다. 서로 상반된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림이었다. 극과 극은 오히려 더 어울린다고 했던가? "기집애같은 자식." "허우대만 멀쩡한 놈." "여자애한테 맞구 사냐?" "말은 바로 하지. 맞아주는 거야." 제후가 제경의 말에 하나도 안지고 받아치자 강제경의 얼굴이 다시금 구겨 졌다. 쯧쯧...넌 나한테 안돼. 귀여운 것! "야, 그리고 너 이제부터 날 형이라고 불러라." "내가 왜!!" 형이라고 부르라는 말에 제경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자기보다 키도 작고 어 리숙해 보이는 아이에게 존대하려니까 아니꼬운 모양이다. 그 모습에 제후가 빙글빙글 웃으며 다가가 어깨를 잡고 말했다. "너 1학년이잖아." "............." 이제 묵비권이냐. 임마, 제대로 따지면 너 나한테 삼촌이나 아저씨라고 불러야 돼. 이것도 봐 준 건데...쩝! 하긴 다른 애들과 1년 차이일 뿐인데 너무 깐깐한 건가? 나한 테는 동민이나 강제경이나 다 고만고만한 애들인데 말이야. 그리고 엄밀히 따진다면 유세진보다 강제경이 한 살 많은 거고. "아아, 좋아좋아. 형 소리 안들어도 상관없으니까 대신에 날 대할 때 마음 속으로 극도의 존경과 공경을 담아 대하도록!" 제경의 얼굴이 이젠 더할나위 없이 걸작이다. 데리고 노는 재미가 있는 녀석이군. 후후... "어쨌든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정말로 반갑다." "전.혀. 반갑지 않아." "난 무지 반가워." 너무 반가워서 미칠 것 같애. 냐하하하~ ...계속 (원래 이번회는 좀 더 스토리가 진행되야 하는데 지금 시간이 없어서... 오늘 갑자기 조교 호출도 들어왔거든요. 오늘 저녁편이 간당간당이 될지 아슬아슬 날짜 넘김이 될지 잘 모르겠어요. 우~ 안좋은 일이면 어쩌지.@.@;;;; 12시 이전에 올릴 수 있으면 한편에서 끝내고, 그 약속 어기면 내일 두편 올리죠. 그럼 됐죠? ;;;; 게다가 이번회 적은 분량만큼 다음회는 분량 훨~ 많을 겁니다. 그럼 이것두 됐죠? ;;;;;;;;;;; 님들에겐 어떤 것이 더 좋을까? ^^;;;;;;;;) #덧글: 적은 분량이라 죄송합니다.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새벽에 뵙겠습니다. 이만... (죄많은 글쓴이 蘭 올림) -------------------------------------------------------------------------- ---- 제 목 : [뉴 라이프]75회 -캐논(2)- << 뉴 라이프 (New Life) >> -75- [부제: 캐논(2)] 「재수 옴붙었다!!」 이 말의 뜻을 평소에는 별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아니 적어도 약 10분 전까지는 말이다. "잘 못들었냐? 나도 같이 간다니까." 바로 이 인간 만나기 직전까지는 말이다. "어딜 따라오겠다는 거야!!" 제경이 버럭 소리를 지르고 매섭게 앞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조금의 망설임 이나 흔들림 없이 담담히 웃으며 자신의 눈길을 받는 상대의 눈... '으... 정말 기필코 따라붙겠군.' 제경은 아릿해 오는 머리를 차가운 손가락으로 내리 눌렀다. 앞머리카락이 긴 손가락에 걸쳐져 매끄럽게 흘러내리는 기분이 좋다. 그리 고 서늘한 손가락 기운도. 하지만... 피아노를 위한 손... 남자아이답지 않게 하얗고 섬세한 소년의 긴 손가락은 한눈에 보기에도 예 술가의 손이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하기보다 강한 힘이 감춰 져 있는 보물상자의 열쇠와도 같은 것이라는 걸 알만한 사람은 모두 다 아 는 사실. '강제경'이라는 이름이 붙은 보물상자를 여는 작은 열쇠... 그 열쇠를 이용 하면 그 보물상자 속에 담겨 있는 아름다운 선율과 음악을 발견해 낼 수 있 다. 누구도 접해 본 적 없는, 아름답지만 독창적이고 파격적이기까지한 음색... 그러나 아직 완전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그 상자 자체가 완전히 열리기 를 거부하는 것인지 진짜는 아직 빛을 보고 있지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 열쇠가 간간이 펼치는 약간의 보석빛으로도 한국 음악계의 관심은 모두 이 한 소년에게로 집중되어 버린 것 또한 사실이다. 이 소년의 열 손가락이 뿜어내는 힘과 열정은 아직까지 그의 나이 또래에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 지 못할 정도. 그렇기 때문에 만약 제경이 화를 참지 못해 놀리는 이 불안한 손놀림을 성전특고 피아노 전공 교수들이나 성전 스카웃진들이라도 본다면 인재 양성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눈에 핏대를 올리고 있는 그들로서는 자칫 다칠까봐 기함을 할 것이 틀림없다. "어디? 음...어딘지는 네가 말 안해줬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모르지잉~. 아 하하, 친구. 벌써 치매가 오는 거야?" 그러나 지금 이 주변에는 그런 것엔 아랑곳 하지 않는 그것의 원인 제공자 인 이 한명뿐이다. 제경은 이제 악동같은 얼굴의 한 무대포 인물을 기운 빠 진 얼굴로 쳐다봤다. 강제경보다 약간 작은 표준적인 키. 이목구비가 뚜렷하진 않지만 단정한 얼굴. 제경과 같은 디자인의 교복을 걸치고 있는 것을 보니 그 소년 또한 성전특 고 학생인 모양이었다. 모범생같은 분위기가 풍겼지만 비교적 평범한 모습. 여기까지만 바라보면 역시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학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그 이외의 두가지가 그 모든 것에서 느껴지는 느낌들을 퇴색시 키고 있다는 것이 달랐는데, 무엇인고 하니 바로 그 소년의 머리색과 두눈! 제경은 매우 독특한 머리색과 눈이 특이점으로 다가오는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염색으로는 만들어 내기 어려운 금빛이 섞인 미묘한 밝은 갈색 머리칼. 그리고 흘러내린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사람 좋은 미소 에도 불구하고 찌르는 듯한 강렬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비록 지금은 장난끼 에 가려 잠자고 있었지만, 그렇기에 소년의 전체적인 모습은 온실 속의 화초 처럼 유약한 샌님으로 보였다. '샌님 좋아하시네. 저건 독종 중에 왕독종이라고!!' 제경은 거칠게 살던 어린시절에서 얻은 혜안으로 민제후를 쉽게 파악하고 이를 갈았다. 항구 도시의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선술집에서 자랐기 때문에, 그러므로 그때 그 시절 갖가지 종류의 사람을 겪어봤기 때문에 제경은 누구 든 그 성품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쥬디가 말하기를 눈치가 빠른 것 뿐이 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지만 어차피 상관없다. 제경은 그게 그거라고 생각하 니까. 거친 선원들과 인부들이 주로 찾는 선술집에서 그런 눈치는 장사하고 먹고 살아가는데 필수였고, 저절로 익혀지는 능력이었다. 어쨌든 제경의 눈에 그렇게 안좋게 찍힌 제후가 능구렁이처럼 느끼하게 살 살 피하며 그의 속을 있는대로 뒤집으니 곱게 보일 리가 없다. 게다가 그 둘 의 관계라는 것이 이상하게 얽혀 버렸지만 따지고 들면 얼마 전, 예술관에서 우연히 한 번 보았을 뿐 아닌가. 또 강제경이 관심을 갖는 어느 소녀와 깊은 연관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 제경은 짐덩어리밖에 안될 제후를 가까이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긴 머리의 소년이 다시 한 번 마음을 굳게 정하고 교복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며 주절거렸다. "시끄러. 내가 머리에 총 맞았냐? 널 데려가게." -탁!!- '엇?' "흠...이게 말로만 듯던 청소년 흡연이군. 내 주변에 있는 녀석들은 이런 것 과 인연이 없어서 말이지. 걔들은 다들 오래 살고 싶은가봐." 입가에 물고 있던 담배가 갑자기 사라지자 잠시 어리벙벙했던 제경은 곧 민제후의 목소리에 그쪽으로 눈을 치켜 뜨고 바라봤다. 곧 그의 눈에 손가락 에 담배 한 개비를 끼우고 씨익 웃는 제후가 들어왔다. "뭐하는 짓이야!! 내놔!!" "학생이 담배를 피면 안된다는 건 다 그만한 깊은 뜻이 있는 거야. 너 일찍 죽고 싶어 발악하냐?" 「학생이 담배를 피다니...나쁜 짓이야!」 불만을 가득 토해내던 제경은 그 순간 정색을 하며 어울리지 않게 훈계를 하는 제후의 모습에서 얼마 전 쥬디를 연상케 했던 장혜영의 영상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그러나 전엔 그 아줌마를 보고 쥬디가 생각나더니 이번엔 민 제후라는 웃기는 녀석을 보고 왜 그 아줌마가 생각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곧 머리를 저었다. 그녀처럼 청중을 한번에 압도하는 엄청난 실력을 가진 세 계적인 피아니스트가 왜 쓸데없는 담배 훈계 따위로 민제후라는 녀석과 겹 쳐져야 하는지 짜증이 솟구쳤다. 그래서 신경질적으로 되는데로 말을 베베 꼬아 내뱉는 소년이었다. "그래! 지구상에 남아있는 담배를 하나라도 더 빨리 줄여서 좋은 일 하나라 도 하고 일찍 세상 하직하려 그런다 왜? 꼽냐?" "아직 애군." 피식 웃어버리는 제후. "아무리 그래도 죽는 것 보다 사는 것이 더 좋다는 걸 왜 모르니?" "상관마!" "....네가 죽음에 대해 뭘 알어." 그때, 장난끼만 가득했던 민제후의 두눈에 순간적으로 뭐라고도 부를 수 없 는 뭔가가 냉정하게 가라앉아 감정의 밑바닥을 훑고 지나갔다. "죽는다는 것이 뭘 의미하는 것인지....네가 정말 알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들려오는 얼음처럼 차갑고도 불처럼 격렬한 형태의 그 것... 그 속에서 제후가 화사하게 웃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가 달랐다. 웃고 있으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금빛 머리 소년의 냉기에 제경은 무의식적으로 뒷걸음질을 칠 정도였다. 그 음성에서 쏟아지는 한기에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 감정의 정체가 무엇인지 제경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가 그것을 의식한 순간, 순식간에 바로 사라져 버렸 으므로. 분위기가 한순간에 죽은 듯이 가라앉고 그 또한 담배 생각이 씻은 듯이 사 라졌지만 제경은 그래도 고집을 부리며 한 마디만을 되풀이 했다. 무엇보다 도 이해할 수 없이 밀려드는 지고 싶지 않은 마음. 제경은 가슴 저 밑바닥에 서 솟아오르는 이유없는 그 호승심의 정체가 경쟁심이라는 것을 미처 알아 차리지 못했다. 그의 마음은 이미 온몸이 떨려올 정도로 희열에 들떠 한가지 생각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이 느낌은 대체 뭐지? 갑자기 내 안에서 터질 듯이 두근거리는 이 고동소 리는....' 처음 느껴보는 낯선 감정에 당황하면서 제경이 부들부들 떨고 있는 두손을 내려다 보았다. 어느새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는 손바닥.. 자신의 눈앞에 서 거만한 자세로 내려다 보는 저 녀석, 민제후라는 한 인물로부터 밀려오는 긴장감과 기도에 반응한 것이리라. 너무나 솔직한 신체의 본능적인 그 반응에 두려움을 느낄만도 하건만... 그 러나 제경은 그것에 저항하기보다 이미 희열감으로 담뿍 받아들이고 있었다. 강하기 때문에, 온몸의 감각도 비명을 지를 정도로 상대가 너무나 강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오히려 굽히지 않고 맞서고자 하는 열망이 파도처럼 밀려 왔다. 처음으로 경쟁해 보고 싶다는 상대를 만났다는 사실이 제경을 흥분시 키고 있었다. 물론 그 상대가 자신과 같이 피아노의 길을 가는 사람이 아니 라는 점이 놀라웠지만, 어쨌든... 지금껏 그의 재능이 발굴된 이후로 어떤 장애물도 없이 갖은 찬사 속에 독주해 왔던 제경이었기에 이런 느낌은 매우 중요했다. 앞서고 싶었다. 뛰어 넘어 보고 싶었다. 비록 각자 걸어가는 길이 다르다 하더라도! '민제후.... 민제후라고 했지? 나, 너에게만은 지고 싶지 않아졌어. 유치해 도 좋아. 무엇이든 좋으니 널...' 제경은 아직도 가늘게 떨리는 두 손을 가슴 앞에서 강하게 그러쥐었다. '이길거야!!!' "...내놔." 묶은 머리의 소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손을 내밀자 제후가 그런 제경을 바라보았다. 각각 삶의 방향은 다르지만 의지만큼은 서로에게 뒤지지 않는 두 소년의 눈동자가 공중에서 부딪혔다. 힘겨운 의지의 싸움이 일어났다. 그 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각기 다른 빛 깔의 예기에 서로가 마음속으로 깊이 감탄하였다. 비록 무협지나 만화 속에 서처럼 눈에 보이는 어떤 결과물이 있지는 않았으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노려보는 상대의 눈은 한치의 흔들림이 없었다는 의미로 감탄하였다는 의미 였다. 그의 마음에 두려움이 없고, 누구에게도 당당하며, 앞으로 내가 걸어 가야 할 길을 똑바로 알고 있는, 의지가 깊은 자들의 기세였다. 다만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강제경은 약간의 흔들림을 보이며 제후에게 점차 기세가 밀리고 있었지만 제후는 그것만으로도 의외였기에 어 리게만 보던 눈을 제경에게서 거둬들였다. 이 정도 의지라면 파란 많은 삶에 서 자신을 호되게 단련했을 것이라 생각하니 더 이상 그를 어린애로 취급하 는 것은 강제경이라는 이름의 소년에게 실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곧 힘겨워 하면서도 물러서지 않으려는 기싸움에 그 둘은 누가 먼 저랄 것도 없이 픽 웃어버렸다. 어느사이엔가 마음속에서 서로를 인정하게 된 범상치 않은 아이들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방심한 사이, "아앗!!" 제후의 손에 들려져 있던 담배 한 개피가 부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 고 커다랗게 떠진 눈으로 바라보는 강제경의 얼굴.. 삽살이라고 표현했던 만 큼 우수울 수도 있는 그 모습에 제후는 전혀 비웃는 태도가 아닌, 진실로 순 수한 미소만을 가지고 두손을 펴보이며 명랑하게 말했다. "어라? 이제 없네. 보시다시피." "이익...너!" "아아~ 그리고 참 너. 한가지 생각 못하고 있는 거 아냐?" 뭐? "앞으로 내가 너에 대해서 앙심을 품고 공갈, 협박, 음해, 모함, 협작, 사기 를 치고 다니면 어쩔거야? 흐음... 너 어릴때부터 성전에 스카웃되서 후원받 아 생활하고 있지? 교칙이 매우 까다롭던데... 그런데 지금 너 방금 음해, 모 함은 빼도 좋을 한가지 좋은 꼬투리를 나한테 잡혔다는 거! 그거 알아?" 제후가 방긋방긋 웃으며 말하다가 마지막 부분에서 검지 손가락 하나를 얼 굴 가까이에 세우고 목소리를 나직히 낮추며 눈을 빛냈다. 어느 사이엔가 어울리지 않는 틈에서 친밀감을 발견했나 싶었는데 느닷없 이 뒷통수를 치다니... 그 행동에 제경은 어리벙벙하면서도 화가 났다. '저...저 자식이!!' "그런데 우리 좋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 단순해서 머리 굴리는 건 잘 못해. 그런데 약속하고 신의 만큼은 믿어도 좋아. 그러니 어때?" 이야기가 원점으로 돌아갔군. "오늘 하루만 날 데리고 가는 것이? 괜찮은 조건 같은데. 아닌가..." 도대체 왜 날 가지고 이러는 거야? "음...알 수가 없네. 알 수가 없어." 팔짱을 끼고 고개를 흔들며 행하는 저 뻔뻔스런 연기 좀 보게. 으....능청스 럽다. '오늘은 정말 재수 옴붙었어!!!' "이..익...알았어." 이를 갈 듯 억지로 말을 내뱉는 제경이었다. 그리고 그 대답이 끝나기가 무 섭게 제후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활짝 웃으며 말했다. "좋아!! 잘 생각했어!! 그리고 사실 진짜로 학교에 뭐라고 말할 생각 없었는 데. 너도 설마 이 형이 정말로 고자질 할거라고 생각 안했지? 꺄하하하!!" 뭐..뭐얏?!! "그치만 담배는 몸에 해로우니 천천히 끊도록 해라. 알았냐? 자, 그럼 이제 가자!!" 제후가 자기혐오와 허탈감에 멍해져 있는 제경을 놔두고 자상하게 충고를 하며 앞서 걸어갔다. 아무리 나이가 어리고 후배라지만 이렇게 놀아나도 되는 것인가? 그런데 어째 앞으로 꽤 오랫동안 이런 상태가 계속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에 얼굴에 핏기가 싸악 가시는 제경이었다. ...계속 (약간의 수정을 거쳤을 뿐입니다. 내용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 ---- 제 목 : [뉴 라이프]76회 -캐논(3)- << 뉴 라이프 (New Life) >> -76- [부제: 캐논(3)] "그게 무슨 소리야!!!" -꽝!!!- 늦은 오후의 성전그룹 총수사택의 집무실. 이곳은 회사로 굳이 나가지 않고도 업무를 볼 수 있게끔 최신 설비를 갖춰 놓은 회장실과 비서실 등이 위치한 곳이다. 처음 이것을 총수사택에 만들게 한 것은 고령을 이유로 전(前) 총수직에 있던 장문수 회장이었으나 정작 이 렇게 효율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매우 최근의 일이었다. 훌륭한 집무 실이었으나 장문수 회장은 그리 자주 이곳에서 업무를 보진 않았었던 것이 다. 그 노인은 직접 회사로 나가 수많은 직원들 앞에서 거목의 당당함을 보 이며 일을 해치우곤 했으니... 그래서 측근들은 이런 최첨단 장비들로 무장한 집무실이 탄생하게 된 것이 아마도 성전그룹의 기계, 전자, 통신 등 각종 계열사의 홍보가 주된 이유일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각종 일간지와 주간지에 「특종! 성전그룹 총수의 집무실 인테리어」, 「최초공개! 이곳이 한국 경제 거목의 성지(聖地)다!」 등의 제목으로 기사가 실린 이후 인지도와 판매량이 급성장을 보였었다. 그런데 지금, 그 홍보 효과를 위해 만들어진 집무실이 세상에 비밀로 가려 진 신임총수 덕분에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으니...세상 일은 정말 알 수 가 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재 집무실 지휘 책임자로 있는 김비서 가 있는 한 이곳에서 누가 소리를 지른단 말인가? 그래서 갑작스레 들려오 는 찢어질 듯한 높은 언성에 사무실이 들썩이자 일하고 있던 비서실 직원들 이 놀라 뛰어온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무슨 일...아! 김비서님?" 그들이 문을 열고 들어선 회장실에 있는 것은 의외로 그 냉정하고 침착하 기로 유명한 김비서였다. 그러나 책상 앞에 서서 전화를 받고 있는 인영이 회장 최측근 김비서라는 사실에 직원들은 안도하면서도 어리둥절해졌다. 마구 헝크러진 머리칼, 느슨하게 매달린 넥타이, 약간 창백한 안색.. 분명 오전에 인사하며 만났던 김비서는 빈틈없는 평소의 그였는데 몇 시간 만에 전혀 다른 사람처럼 돌변한 그의 모습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일부 여직원들은 그 모습이 훨씬 인간적이라고 종알대겠지만 무슨 일이 있 는 건 확실했다. "무슨 일인가?" "아..아닙니다, 김비서님. 죄송합니다." "..됐어. 나가보게." "아, 네. 그럼.." 김비서는 자신도 모르게 지른 고함에 직원들이 뛰어오자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흔들어 내보냈다. 평소의 그라면 아무리 부하 직원이라도 이런 무성의 한 태도를 보이진 않았겠지만 지금은 그의 마음에 조금의 여유도 없었다. 김 비서는 직원들이 사라지며 문이 닫히자 다시 수화기를 붙잡고 태평양 너머 로 으르렁거렸다. "이봐, 지금 무슨 소리야. 계약이라니... 합병이라니!!!" -네? 무슨 말씀이신지... 저흰 상부 지시에 따라 프로젝트 실행을 했을 뿐 입니다만...- "무슨 지시를 했다는 거야!! 그렇게 큰 계약건을 내가 모를 수가 있나!!" 김비서는 울화가 터질 것 같아 목을 조이는 넥타이를 아예 거칠게 잡아당 겨 풀어버렸다. 도대체 누가 그런 어마어마한 지시를 내릴 수 있다는 건가? 그것도 자신과 한실장도 까맣게 모르게. 잠시 장태현 이사를 생각해 보기도 했던 그였으나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안하무인 설치는 장이사지만 독 단으로 그런 일을 벌일 수는 없었을 터였다. 그런데 다음 순간 수화기 저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김비서는 몸이 빳 빳하게 굳어버렸다. -단군 프로젝트 말입니다.- 그 단어는...?! 그때, 김비서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뭔가가 있었다. <<아 참! 김비서, 단군 프로젝트가 뭐지? 그런게 있던데...>> <<네? 프로젝트명 <단군>말입니까?>> <<어. 맞아. 그거.>> 김비서는 지난 일요일 오전, 단군 프로젝트에 관해 물어보던 도련님의 환한 미소가 떠오르자 오싹해졌다. 왜 그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을까? 아니, 뭔가 이상한 점이 있었으나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이다. 입버릇처럼 미성년자 노동력 착취니, 이건 불 법이다 라고 뛰며 말아먹겠다고 장담하던 도련님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이제 자신의 위치를 점차 인정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건만. 아니, 이건 변명이 안된다. 그 소년이라면 한 번은 능히 이런 대형 사고를 치고도 남을 것이라는 걸 자신은 내심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방심하고 있었다니... 미국에서 걸려온 전화에서 계속 무엇인가 시끄럽게 설명하고 있었으나 김 비서는 더 이상 알아듣지 못하고 책상 위에 올려놓은 두 손으로 몸을 겨우 지탱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의 눈이 자신을 지탱하는 책상을 향해 매섭게 빛 났다. "침착하자, 김성민... 침착해." 김비서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들을 정리하기 시작 했다. '방금 걸려온 전화와 앞 뒤 여러 사정을 맞춰보면 단군 프로젝트 발동은 아직 채 30시간도 흐르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직 되돌릴 여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나고 대기 상태였던 프로젝트라 할지라 도... 아니, 되돌려야 돼!! 기필코!!!'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순식간에 머리 속에서 조목조목 정리한 김비서는 더 이상 망설임 없는 눈으로 비서실로 연결하는 단추를 누르고 지시를 내렸 다. "지금 당장 단군 프로젝트 담당이었던 팀을 구성하고, 가장 빠른 미국 뉴욕 행 항공권을 수배해 주게. 한지훈 실장도 당장 호출해! 미국으로 간다!!" 황당한 마음에 잃고 있던 평정을 서서히 찾아가는 김비서였다. 역시 한국에 서 손꼽히는 그룹의 수장 보좌관 10년 세월이 헛된 것은 아니었다. 항공우 주사업을 겨냥한 프로젝트였기에 기본은 거의 미국에서 시작하게 되어 있으 므로 그가 직접 가서 해결해 보기로 했다. 한국에서 막을 수 있는 한 막아보 고 이미 돌아가기 시작한 것들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그러나 지금 그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 아무리 민제후라 는 소년이 일을 벌이긴 했으나 그렇게 큰 프로젝트가 이렇게 빨리 진행되고 하루가 넘는 긴 시간동안 회장 최측근들조차 몰랐다는 사실은 뭔가 어색하 다는 것을... 장태현 이사의 계획에서 놀아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한방 먹었군요, 도.련.님.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김비서는 제후가 빙글빙글 웃으며 다리를 올리고 앉던 의자를 바라보며 얼 굴을 실룩이며 웃었다. "으으으...." 제후는 갑자기 드는 한기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무래도 아직은 쌀쌀한 날씨인 듯 싶다. 금방 5월인데 말이야. 감기 조심 해야지. 나이 들면서 가장 서러운게 아픈 거라 이 말씀이야. 젊었을 적엔 워 낙에 튼튼해서 잔병치레 없이 맨바닥에서 자도 끄떡 없었는데 나이 먹으며 점점 여기저기 쑤시고 골골해지는게 세월에 장사 없다는 말이 사실이라니까. '어? 이건 또 뭐야?' 제후는 숲을 지나 제경과 다정하게(?) 어디론가 향하다가 도착한 곳에서 눈 을 동그랗게 떴다. 처음에는 쑥스러운지 오만상을 다해 찡그리며 애써 좋은 기색을 감추던 제 경이가 마침내 한숨을 쉬었을 때, 내가 그렇게 좋냐고 말하자 갑자기 사래 들린 것처럼 기침을 해대긴 했지만, 뭐 이제 대강 날 형으로 인정하는지 툴 툴거리면서도 잘 길안내를 하는 귀여운 녀석이었다. 그런데 제후로서는 제경이가 학교 근처 어디로 가는 놀러 가는 줄 알았는 데 막상 그가 향한 곳은 허름한 창고였으니 놀란 것이 당연했다. 그곳은 나 무가 입구쪽을 가리고 있어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잘 알아차리지 못할 정 도의 비밀스런 장소였다. 제후는 제경이 혹시 이곳에서 뉴스에서만 보던 나 쁜 길로 빠져든 아이들처럼 비행인지 날기??;인지를 했던 것이 아닌가 하 여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자, 강제경이라는 약간 긴듯한 머리의 소년이 그때 창고문을 활짝 열어 제꼈다. 나뭇잎 사이를 뚫고 들어온 오후 햇살이 창고 안으로 가득 쏟아져 들어왔 다. 그리고 그 밝음 속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낡은 천으로 뒤집어 씌운 덩치 큰 무엇. "이 녀석을 너한테 소개하게 될 줄 정말 몰랐다. " 아직도 약간 떫은 표정의 제경이 의문의 눈으로 바라보는 민제후를 한 번 흘깃 바라보고 천을 걷어냈다. 펄럭이며 낡은 덮개가 먼지를 날리는 바닥에 떨어진다. 덮개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천천히 햇빛 속에 아름다운 모습을 드 러내는 그 물체는.... 평소 잘 놀래지 않던 제후의 눈이 그 아름다움에 점차 커다래져갔다. "우..우와~" "『HONDA-CBR900RR』이다." 제후의 커다래진 두 눈을 가득 채우는 것은 예술적인 구조의 멋진 바이크 한 대였다. "2000년 모델에서 풀 체인지된 CBR900RR 화이어 브레드야. 929cc... 구 모델과 같은 사이즈이면서도, 프론트 노즈가 예리해져서 정탁한 이미지를 한 층 더하고 있지. 600cc모델급의 소형차체에 하이 파워엔진이라는 특징을 계 승한 모델이야." 귓가에 자랑스러움이 묻어 있는 제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외의 취미.. 그렇지만 또 어떻게 생각하면 그 소년과 잘 어울리기도 한 날렵해 보이는 바이크가 당당하게 창고 한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 제후가 고개를 돌려 제경을 지긋이 바라보며 눈으로 물었다. '어디로?' 시선을 마주보던 제경은 그 물음에 처음으로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인천으로 간다." ...계속 (시험에 치여 사는 란(蘭)입니다. 힝~ ?? 지금 집에서 온갖 구박을 들으 며 겨우 하나 썼습니다. 스토리가 막히는 부분은 없는데 그걸 옮겨적을 여유 가 안생기네요. 이런... 너무 죄송스러워서 한동안 인터넷은 하지도 못했어 요. 무슨 면목으로 열분들을 뵈나 하구여.;;;; 월, 화요일까지 시험의 바다에 서 헤매야 합니다. 매일 연재하시는 분들이 매우 존경스럽습니다.??;) -------------------------------------------------------------------------- ---- 제 목 : [뉴 라이프]77회 -캐논(4)- << 뉴 라이프 (New Life) >> -77- [부제: 캐논(4)] "인천?" 갑자기 왠 인천? 이제 얼마 안있으면 날이 저물텐데 밤중에 그 먼 곳까지 왜 가려고 그럴까? 인천까지 가는 도중에 깜깜해질텐데... 한밤중에 거길 가 서 뭘 하려고... 헉!! 아니 그럼 혹시....광란의 질주를?! "너 설마 폭주족이었더냐?" 그 말에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던 제경의 몸이 휘청거리는 것이 보였다. 물 론 제경으로선 아직 어린 자신이 이런 비싼 바이크를 타고 다니는 것에 대 해 그렇게 바라보는 시선이 익숙했지만 이런 반응은... 목소리는 걱정을 가 득 담고 있지만 얼굴만은 '오~ 이색적이다'라는 표정으로 두근거리는 민제 후의 얼굴이라니... 아직 표정관리에 익숙하지 못해 그만 가증스러운 면모를 보이고 만 주인공이었다.;;; 제경은 드닷없는 폭주족에 대해 안좋은 점을 내리 강연하는 제후의 말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제후에게 다가갔다. 물론 「오도배이(?)와 폭주족 간의 욕구 상관관계가 미치는 시민과 짭새와의 사이에서 벌어지게 될 뵨태 적인(?) 삼각관계」라는 긴 일장연설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입으로는 그렇게 떠들면서 은근슬쩍 제경의 바이크를 번들거리는 눈을 하고 슬슬 문지르며 더듬는 민제후를 보자니 제경은 위장이 따끔거릴 지경이었다. 마치 복날 이 웃집 누렁이의 실한 다리를 보고 군침을 삼키는 옆집 아저씨같은 눈초리랄 까? 그 모습에 제경은 빨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 대책없는 요상야리꾸래 한 녀석과의 하루가 빨리 지나기를 기원하며 악마(?)의 마수에서 자신의 '카 인'을 구해내기 위해 제후를 붙잡았다. ('카인'이란 제경이 자신의 바이크를 부르는 이름이다.) "그래서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폭주족들이 가슴을 홀라당 태워버리겠다고 날뛰며 거리를 방황할 때, 아! 우선 여기에서 밑줄 쫙!! 이때 요즘 가장 인기 있는 명대사가 '우린 미쳤어!!'라는 것이지. 이 대사는 예전에 오도배이 위 에서 손 놓고 팔 벌리고 타는 '쩡우성 포즈'에 버금가는 인기와 함께 그 대 사 뒤에 자신의 색깔에 맞출 수 있는 애드리브를 첨가할 수 있다는 아주 강 력한 장점을 지니며...에 또..." "야야..." 어라? 쟤는 왜 또 저렇게 비틀거리면서 머리통를 붙잡고 고뇌하고 있는 거 샤? 저건 신동민의 특허 포즈인데... 저거 100% 표절이군, 표절이야!! 표절 없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인 것을...쯧쯧... 하이테루 표절방에 확 신고해 버 릴까? 아, 근데 나 아직 폭주족이 시민과 경찰 사이에서 일으키는 삼각관계 속에 피어나는 가슴 아픈 치정싸움(?)에 대해 말하지 못했는데... 제후가 강제경의 표절(?) 모습에 강연을 멈추고 이렇게 혼자 생각만에 빠져 들며 마침내 조용해지자 제경이 점층적으로 목소리에 옥타브를 주면서 화를 냈다. "폭주족이라니... 그건 바이크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야!! 바이크 타면 다 폭주족이냐!!!" 말똥말똥...소똥소똥...개똥개똥 쳐다봐주자. "끙~ 말을 말자, 말을 말어." 드디어 강제경이란 녀석도 나의 인덕에 감화되어 할 말을 잊었다. 냐하하하 ~ ...앗! 그런데 내가 어느 세월에 이렇게 변해 버렸지? 그래도 전생엔 꽤 무게도 잡을 줄 알고 살벌한 눈으로 사람을 휘어잡는 때가 있었건만. 물론 산신령 신 할아범을 만나고 나서 잃어버린 줄 알았던 천성을 되찾아 다시 삶을 시작했지만... 역시 영혼이라고 하더라도 육신의 영향을 받는 걸까? 어 찌 내가 생각해도 요즘 점점 더 어린애 성격이 되어 가는 것이......음...... 음......음.........아, 몰라몰라. 지금 즐거우면 되는 거지 뭐. '그래. 그럼 되는 거지 뭐. 그러는 의미로 다시 한 번 냐하하하~' "야! 어이 이리 나와서 이거나 써. 시간 없단 말이야." "어허! 저 싸가지 하고는... 형한테 하다는 말이..." "형 같아야 형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지. 불가능한 소원 빌지 말고 어여 나와. 여기 '카인' 옆에 여분의 헬멧 있으니까 그거 쓰고." "카인?" 제후가 얼굴을 구기며(그래봤자 삽살이같이 내려온 눈을 덮은 긴 앞머리에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꿍얼꿍얼거리는 제경을 바라보면서 되물었다. 카인? 카인이라니 그게 뭐야?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밝혀지는 네임의 주인공. 제경이가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자신이 잡고 있는 바이크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녀석 이름을 카인이라고 해." 헉!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한 녀석이야.??; 물건에 이름도 붙이고. 그냥 부르고 싶으면 '오뤄뤄~ 오도배이야 이리 온~.'이라고 하면 될 것을. 피아노 치는 사람들은 다 저렇게 이상한 사람들 뿐일까? 그럼 난 절대 피아 노 치지 말아야지.(네가 제일 이상해??; -간만에 등장한 작가) 하기사 어 머니 장여사도 보통은 넘지 넘어. 그녀의 취미도 또 한 특이하고. 그러나 그 녀의 다양한 취미에 대해서는 훗날 기회가 될 때 천천히 설명을 하기로 하 고 먼저... "카인이 뭐냐, 카인이... 푸하하하~" "우씨, 뭐야 너?" 제후는 이유도 모르면서 얼굴이 발갛게 되어 툴툴 거리는 제경을 바라보며 웃어 제꼈다. 후후...이 녀석이 발랑발랑 까진 것 같아도 은근히 아무것도 모르는 순둥이 란 말이야. 그럼 내가 또 한 설명해 줘야 하지 않겠어? 내가 원판의 몸에서 깨어나 별의 별 검사와 요양을 이유로 집구석에 짱박혀 있을 때 가까이 한 것이 바로 신세대를 탐독할 수 있는 테레비아 판타지 소설들이었느니라. 특 히나 요즘같은 때는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는 판타지 소설들이 이제 무협지 라는 범위에까지 그 영향이 미쳐 '신무협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장 르를 만들기도 했지. 그러니 '카인'이라는 이름을 듣고 뒤집어지는 수밖에. 낄낄낄... "카인이 뭐가 어때서가 아니라 너의 고리타분한 네이밍 센스에 감탄한 것 뿐이니 별 상관 말어." "..........?" "어휴~ 너 정말 모르는 거냐? 요즘 쏟아져 나오는 판타지 소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이름 중의 하나잖아. 카인, 카이, 세이빈, 세레니아, 카르세이아 등등... 음? 그러고 보니 하나의 규칙처럼 발견이 되네? 주인공들의 이름은 ' ?자와 ' ?자가 가장 인기가 많잖아? 그럼 내 이름은 '민제후'니까... 우띠~ 난 세글자 모두 해당 사항이 없잖아!!" 제후는 바이크 카인을 끌고 창고를 나서는 제경의 옆을 걸으며 이름 분석 을 하다가 뜻 모를 소리를 하며 자신의 이름에 대해 분노 게이지를 올렸다. 누구를 향해서 화를 내는지 알 수 없는 제경은 이제 저 물건(?)에 관심을 갖 는 것은 정신 건강에 매우 해롭다는 생각을 갖고 그를 무시하며 걸음을 제 촉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신동민과 유세진은 모두 ' ?자가 들어가 있어. 어떻게 이 럴수가 있냐 말이야! 내가, 내가 그럼 주인공이 아니었단 말인가? 어쩐지 요 즘 들어 초전박살 부실에 내 펜레터는 없고 순전히 그 두 녀석 펜레터만 쌓 여 가더라니...크흑!! 아, 야 어디가!! 같이 가!!" 혼자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부들거리며 중얼거리다가 저 멀리 사라진 제경 을 발견하고 재빨리 뒤쫓아갔다. 그러나 제후는 갑자기 휙 돌아서는 강제경 의 눈초리에 얼어버렸다. 고개를 돌리며 잠시 잠깐 머리카락 날리며 그 사이 로 보인 눈이 장난 아니다. "...조용히 안하면 이제 네가 학교에 뭐라고 불어 버리던 안.데.려.간.다." 흥! 안데려가? 이럴땐 별 수 있나. 나의 카리스마적인 눈으로 맞받아치며... "넹! ^^*" 비굴포즈였다.;;;; 그렇다. 한때 잠시 홱까닥 했던 민제후의 강렬한 모습에 정신을 빼앗겼던 분들은 잘 보시라. 원래 이 놈은 이런 놈이었다. 앞으로도 하염없이 이런 모 습을 뿌리고 다닐 것임을 불을 보듯 뻔하니 민제후의 가뭄에 콩 나듯 하는 멋진 모습에 기대어 좋아하시진 마시길. 그러나 제경은 그런 것보다 다른 것에 더 자존심이 상한 모양이다. "야, 그런데 너! 이건 피 끓는 청소년들이 모두가 동경하는 첨단 메카니즘 이 아낌없이 쏟아부어진 레플리카 모델이잖아. 카인을 보고도 너 정말...아무 느낌도 없냐?" 어? 있어야 되나? 음...물론 나도 놀라긴 놀랬다. 처음에 이걸 봤을 때는 너무너무 삐까번쩍 멋있게 생긴 물건이라 놀랬고, 다음엔 그것을 보며 '이것이 뭐하는 물건인 고?' 하다 한눈에도 뻑- 가게 생긴 뭔가가 단순히 오도배이라는 걸 보고 놀 랬으며, 다음 순간에는 오도배이 주제에 무지무지 비싸 보인다는 점과 저걸 나도 타야 한다는 것에서 놀랐다. 오도배이라... 저 오도배이는 생긴 걸 보아하니 경제속도에 맞춰 '도도도 도'하며 얌전히 달릴 물건 같지 않아 보이는데. 게다가 보아하니 혼자서 타 는 것이라 내가 뒤에 타게 된다면... 제후가 느낌을 묻는 제경의 대답을 고심하다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음... 뒤에 타게 되면 엉덩이가 좀 배기겠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 서 있는 두 소년. 그 둘 사이로 찬바람이 불었다. '어? 기대한 대답이 아니었나?' 왠지 미안해지는 제후였기에 머리를 극적이며 평범한 상식적인 대답을 생 각해 내려 애썼다. 아하! "면허는 있니?" 이번엔 침묵이 흘렀다. 방실방실 웃으며 평범한 말을 내뱉은 제후. 그런데 왜 아직 제경이 굳어서 풀리지 않을까? "보험은? 종합보험이 아님 안되는데..." 이젠 침묵으로 금도 만들 수 있겠다. ...계속 (이제 열심히 연재할 겁니다. 오늘 연참할 건데 지금 학교 가서 수업 들어야 될 듯. ^^ 밤에 오늘 날자로 올리면 되겠죠? 그냥 오늘은 제후의 안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내용상 나와야 했지만 민제후 이미지는 무섭거나 뛰어난 것보다 이런 어리버리인데...그래 서...^^;;; 그런데 오늘은 가로 속 물음표가 많이 등장했네요. 고의는 아니었 는데 어떻게 하다보니...쩝! 어제는 너무 심란해서 저녁에 피아노 치러 나갔었죠. 그런데 그럴 때 좋은 곡이 생각 안나는 거예요. 제가 고리타분하게 클래식 위주로만 듣다 보니... 곧 재즈쪽으로 관심분야를 넓히려고 하지만... 근데 아직 실력도 없고... 그 래서 '월광'만 열나게 쳤죠. 근데 우울할 때 월광치니 더 우울해 지데요. 우 이띠!! '비창' 쳤으면 목 맨다고 발광할 뻔 했떠염! 어쨌든 이러다 슬럼프로 빠져드는 것이 아닌가 두려운 란(蘭)이었습니다. 밤에 다시 뵙겠습니다.^^ 오타나 각종 질문, 문의 사항은 메일 주시길...) -------------------------------------------------------------------------- ---- 제 목 : [뉴 라이프]78회 -캐논(5)- << 뉴 라이프 (New Life) >> -78- [부제: 캐논(5)] '내가 뭘 잘못했나?' 제후는 신이 노하셔서 나한테 저런 괴상한 물건(?)을 던진 거라는 둥, 하늘 은 역시 날 버렸어 등등 알 수 없는 소리로 괴로워하는 제경을 미안한 얼굴 로 바라봤다. 하지만 왜 자신이 미안해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는 제후였다. 화기애애하게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갑자기 하늘을 향해 미친 듯이 욕 을 해대는 제경의 행태를 어떻게 이해하란 것인지... 다만 손윗사람으로서 맛이 간 동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자신의 비단결같은 마음이 미 안해 하는 것이라고 단순하게 결론을 내렸을 뿐이다.;;; "제경아. 그래도 꿋꿋하게 살아야 한다." 그래그래. 세상 사람들이 다 손가락질하고 돌을 던지더라도 난 짱.돌.만.은. 던지지 않으마.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는 이겨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훗날 보여줘라! ...보라! 너희가 맛이 갔다고 핍박하던 가련한 학생 이 지금 이렇게 훌륭히 성장을 하였노라...라고. 후후후... 이것이 제후가 정신이 황폐화되어가는 제경에게 다가가 손을 꼭 마주 잡고 하는 위로라는 것이었다.;;; 확실히 겉으로는 위로의 말. 그러나 제경은 초롱초롱하게 눈을 빛내며 그런 말을 내뱉는 가증스런 민제후의 모습에 목에서 피를 토할 것만 같았다. 그 소년이 들은 것이라곤 제후의 속마음을 읽지 못하고 다만 꿋꿋하게 살아야 한다는 단 한마디 뿐이었으나, 제후가 한말이 어떻게 우연찮게 상황에 맞아 떨어져 강제경의 입장에선 그것 자체가 조롱하는 말로 들렸으니... 하지만 현재로서 제후를 맞설 힘이 없는 긴 머리의 소년. 정신을 수습하는 유일한 방법인 '체념'을 구사할 뿐이다. "그래...돼..됐다. 됐어." 어서 빨리 이 저주받은 하루가 지나가길 기원하는 제경이었다. 눈 마주치면 안돼, 걸음은 안정적이게, 불안한 기색은 보이지 말고, 틈을 보이면 안되는 데...등등의 또 다시 알수 없는 중얼거림을 계속 반복하며 민제후라는 무늬 만 정상소년에게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였다. 그런데 그때, 하늘이 다시 한 번 그를 배신하는 담담한 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오도배이 타고 싶어." "헉!!" 점차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이러다 늦겠다고 걱정하던 제경에 귀에 들 린 청천벽력이라니... 혹시 자신의 보물인 카인을 염두해 두고 하는 소리가 아닌가 하여 제경은 심히 불안해졌다. 그러고보니 조금전까지만 해도 느끼한 눈초리로 바이크 카인을 슬금슬금 쓰다듬지 않았던가. "갑자기 왜?" 그러나 제경의 떨리는 목소리에 의아한 제후였다. 쟤가 왜 저래? 누가 보면 내가 잴 구박하는 줄 알겠네. 그럼 그런 억울한 일이 또 어딨겠어. 나처럼 자상하게 충고해 주고, 길을 제시해 주고, 슬픔과 아픔을 공유하며 위로도 해주는 형님이 어딨다고. 쳇! "나도 청소년이야. 킁!" "뭐?" "네가 그랬잖아. 청소년이라면 모두가 동경하는 것이 이거래매." 제후가 제경의 바이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양양하게 말했다. 그래서 나도 오도배이를 타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 생각해보니 그동안 원판의 육체로 진정한 십대가 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했던 것 같아. 예전 같았으면 빵집에 앉아 미팅도 하고, 자전거 타고 코스모스 길을 달리는 것이 청소년의 낭만이었겠지만 이제 세상이 달라졌으니 달라진 세상에 적응해야 할 것이야. 노력하지 않으니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어? 그런데 뭐야, 저 가늘게 찢어져 바라보는 시선의 느낌은? ??+ "처..청소년... 맞는 말이긴 한데 왠지 안어울리는 이질감이..." 훗! 저게 그래도 예술하는 놈이라고 감각이 예리하군. "냐하하하~ 기분탓이야, 기분탓. 호적등본에도 확실하게 찍혀있다고. 대한 민국에서 인증한 KS마크 십대란 말이야." "그런데 왜 가끔씩 이상한 아저씨 말투와 느끼한 눈초리가..." 뜨끔! "아..아 그건 말이지...아, 글쎄 내가 외할아버지랑 둘이 오래 살다 보니까 말투가 굳어져서. 그리고 다른 건 나름대로 개성있는 버릇이라고, 버릇! 습 관성 근육마비로 가끔 뻗뻗해 보일 뿐이지. 아하하하~" "아~그래?" "에이구~ 그렇데니까. 젊은 것이 그리 의심이 많아서야 원...쯧쯧.." 어라? "..........." "..........;;;" 덴장!! 세 살 버릇 여든까지 짊어지고, 제 버릇 개 못준다더니... 하지만 그 래봤자 지가 어쩌겠어. 심증은 있으되 물증은 없고, 난 서류상으로 완벽한 십대라오. 여기서 배째라고 하면 아무리 예리한 감각의 강제경이라도 어쩔 수 없을 걸. 게다가 난 꼭 저런 오도배이를 타고야 말 것이여.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 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인 것이야. 내 비록 척추에 무리가 오는 자세를 고집 하는 오도배이를 엎드려서 타야 한데도, 그리고 괜시리 겉옷을 바람에 날리 며 '나는 고독한 아웃 사이더! 바람을 가르며 인생을 달린다. 오늘도 난 외 로운 라이더!'라는 폭주족 지정대사를 주절거리며 붕붕거리는 쪽 팔린 짓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진정한 청소년의 도(道)라면 뿌리치지 않으리. 제후가 그렇게 비장함을 얼굴에 가득 담고 철면피업그레이드판안면철판신 공을 극성까지 끌어올리며 방어했다. 그러나 제경은 어쩐 일인지 오히려 그 모습에 피식 거리며 더 이상의 질문 없이 너무나 쉽게 바이크에 대해 말해 줬다. 너무 쉽게 넘어가서 기운이 빠질 정도였다. "흠...뭐 그런 것 뿐이라면야. 알았어. 그럼 테스트 하나만 하자. 이건 너한 테 어울리는 바이크 종류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하는 것이니 그냥 솔직하게 대답하면 되는 거야. 바이크도 종류가 굉장히 많으니까. Yes, No로 답하면 돼." "엉! 그래!!^^"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일에 제후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들었다. 과연 내게 어울리는 오도배이는 어떤 것일까? 두근두근... "편한 것이 짱이다." "예스!" 오~ 첫 질문부터 감이 좋다. "바이크 탄다는 것이 조금 무섭다." "후후...노." 의외라는 얼굴이군. 조금 무섭다니... 날 뭘로 보고! "그럼 바이크를 탄다는 것이 많.이. 부섭다." "예.스.!!" 망설임 없는 대답. '그럼 그렇지'라는 제경의 얼굴이 들어왔지만 무시한다. 이미 극성으로 발현되고 있는 철판신공이 있기 때문에 무서울 것이 없음이 다. 캬하하하~ "주로 시내에서 탈거다. 그것도 주로 동네에서만..." "예스!!" 시장갈 때 편리하지 않을까? 쿨피스 사러 가는 호호마트가 좀 멀어서... "양복을 입은 채로도 바이크를 탈 수 있다." 여기에서 난 아무소리 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줬다. 모두들 머리 위로 동 그라미!! ^0^ "바이크 유지하는데 돈을 쓰느니 차라리 내가 배부르게 먹겠다." "옛-수우!!!" 오~ 글치!! 오도배이는 타고 다니다가 때가 끼면 가끔씩 물걸레로 휘휘 훔 뜨려주면 되는 것이제 뭘 여기저기에 돈을 쳐바를 생각을 하누? 그럴 돈 있 음 배터지게 먹고 말겠다. 제경은 지금까지 거의 예스를 연발하며 눈을 감고 끄덕이다가 마지막 질문 에 한쪽 팔뚝을 불끈 들어올리며 의기양양해하는 제후를 보고 한숨을 내쉬 었다. "어떻게 넌 첫타에 하나도 안빠지고 다 걸리냐? 그래. 너한텐 딴거 필요없 다!" 음...역시 나같은 역사상 전례없는 인재에게 어울리는 오도배이는 역시 강 제경의 '카인'을 능가하는,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멋진 이름의 것일테니... "바로 스쿠터다." "그래그래. 나같은 하늘이 내린 인재에게 어울리는 것이 바로 스쿠터...스.. 쿠...?! 뭐야?!!!" "종류도 디따 많다. 취향것 골라. 때림 택트, 효썽 프리마 같은 것도 괘안 더라. 복장에 대한 부담도 없고, 동네 댕길 때, 아님 옆동네에서 앞동네로 마실 다닐 때 아주 이상적이다. 기어변속이니 클러치니 어려운 말도 필요 없 고, 배우기 쉽고 타기 편하고 가격 싸고, 기름 쬐끔 줘도 한동안 타고 댕길 수 있다." 어? 화내려고 했다가 듣다 보니 뭘로 화내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진지하 게 말하는 강제경을 바라보니 더 헷갈린다. 자신을 약 올린다는 생각에 발끈 했던 제후였지만 열심히 설명하는 제경을 바라보자 무엇으로 화를 내야 할지 찾을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어느새 '도도도동~'거리는 스쿠터의 기능에 매료되어 가기까지 하는 민제후였다. ^^;;; 그렇게 한동안 스쿠터에 대한 제경의 찬미가 이어지다 막바지에 이르 고 있었다. "그리고 스쿠터는 그야말로 단거리 승부의 최강자인 셈이다!! 실제로 너도 타고 나가보면 신호대기에서 우연히 다른 바이크들과 나란히 섰다고 하자. 그럼 신호가 바뀌면서 넌 초반 승부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아주아주 잠시 동안이지만..." 음...그런데 왜 이 부분에서 이렇게 울컥울컥한 걸까? ??;; "앗! 이런, 늦겠잖아!! 너랑 잡담하다 이게 뭐야!" 여태까지 지가 떠들었으면서...쳇! 제후는 약간의 불만이 쌓였으나 시끄럽게 떠들면 안데려간다는 협박도 있 었고, 게다가 스쿠터에 대한 설명으로 심(心)이 복잡해져서 조용히 있었다. 좋다는 건지 비꼬는 건지... 그래. 아무 생각 말고 놀러 가자. 놀자 놀아!! "야, 받어." "어." 생각에 빠져 있던 제후가 제경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드니 날아오는 헬 멧이 보였다. 빠르지 않은 속도로 공중에 회선을 그리며 날아오는 헬멧. 보 통사람도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속도의 그 물건을 바라보며 제후가 웃는 얼 굴로 손을 내밀었다. 기대가 되었다. 강제경이 가려고 하는 그 장소에 무엇 이 있는 것인지... 왠지 특별한 일이 있을 것 같단 말이야? "엇?!" -탁!- 그 순간, 바닥에 육중한 헬멧이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다. 흙바닥이라 요란 하게 깨지는 소리는 없었지만 그 미약한 소음이 그것을 받으려 했던 소년에 게는 천둥소리보다 더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제경이 출발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다 우두꺼니 서서는 건네준 헬멧을 받지 않고 바닥에 내팽개친 제후를 미간을 찡그리며 쳐다보았다. 산들바람이 불었다. 살랑살랑 날리는 민제후의 금갈색 앞머리 사이로 보이 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 그리고 그 머리칼 밑에 크게 확대된 동공이 보였 다. "소..손이..?" "손이 뭐 어쨌는데? 늦었다니까?" "...움직이지 않았어." 시..실수가 아니었어. 내 의지는 팔을 들었는데...분명 그랬는데 육체가 영 혼을 배반한 거였어. '실수가 아니었어!!!' ...계속 (이제서야 올리다니...한심한 일이지만 최선을 다했답니다. 눈 벌개져 있는 란(蘭)이 보이지 않으십니까? 에구구... 이제서야 진행이 좀 되는군요. 근데 이거 어제 날짜거지요? 음..난 아직 잠들지 않았으니 하루가 지난게 아니지 요. 쿡쿡... 그런데 이말은 즉...자고 일어나면 또 한편 분량을 올려야 한다는 소리네요. 쿨럭!!! 윽...모르겠다. 우선 좀 자고 봅시다. 그리고 글 늦어서 죄송합니다.) 덧글: 맞춤법은 한글로 했는데...옛날거라 맞나 모르겠어여. 아닌것 같은게 많어. -------------------------------------------------------------------------- ---- 제 목 : [뉴 라이프]79회 -캐논(6)- << 뉴 라이프 (New Life) >> -79- [부제: 캐논(6)] -쏴아아아- 바람이 푸른 초목을 휩쓸고 지나갔다. 산들바람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거세 고, 강풍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부드러운 시원한 공기층의 이동.. 이제 조 금씩 붉어져가는 마지막 햇살 속에 싱그러운 봄의 향기를 담뿍 머금고 있는 나무들의 푸른 새잎이 그 흐름에 휩쓸려 사각거리는 소리를 자아냈다. 그리 고 그것에 테라스에 앉아 차를 마시던 한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바람이 부네." 장난스런 바람이 그녀의 찰랑이는 단발머리를 가지고 희롱한다. "음, 이제 슬슬 올때가 됐는데..." 그녀가 뜻 모를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깊이 있는 눈동자를 들어 높이를 가 늠할 수 없는 하늘을 바라본다. 망망대해(茫茫大海)... 그것에 그녀가 무언가 즐거운 기다림으로 미소를 지었다. "후후... 그 아이가 날 찾아오게 되면 이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다른 의 미의 큰 바람이 불게 될 테지. 어서어서 오렴. 더 이상 자신을 속이지 말 고." 점점 붉어지는 저녁놀 속에 레이디 장혜영의 가벼운 웃음소리가 성전저택 을 휘감는 바람에 실려 멀리멀리까지 날아갔다. "야, 민제후! 왜 그래?" 제경의 거센 억양의 목소리. 멍하니 넋을 놓고 있는 단정한 소년을 향한 소 리였지만 그의 귓가를 맴돌 뿐, 그 소리가 민제후의 의식까지는 도달하지 못 하는 듯 하다. 제후의 시선은 안타깝게 그의 발치에서 뒹굴고 있는 오토바이 헬멧과 늘어뜨린 자신의 손 사이를 오가며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었다. 그게 뭐였지? 순간적으로 오싹하게 만드는 그 느낌은...? 몸이 의지에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이 이렇게 큰 충격이 될 줄은 몰랐다. 헬 멧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난 그것을 집어들었다고 생 각했을 테지. 마치 영혼으로 이루어진 팔이라고 생각되는 의지가 이 육신을 벗어나 혼자 움직인 느낌.. 육체가 영혼을 거부할 수 있는 걸까? "어이.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아니라면 이것은 뭘 의미하는 것이지? 내 영혼이 원판의 육체와 파장이 안 맞는 걸까? 그건 아직 내가 이 육체과 완전히 결합한 것이 아니란 소리일 까? 그것도 아니면... '아직 원판이 완전히 떠나지 않았단 의미일까?' 다시 움직여 봐야 하는데... 그런데 무섭다. 너무 무서워. 다시 해보려고 해 도 움직여지지 않으면 그땐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야, 민.제.후!!!" "엇?!" 그제서야 제후는 귓가에 울리는 제경의 목소리를 의식하고 정신을 차렸다. 제후의 눈에 강제경이 뭔가 잘못됐다는 불안한 얼굴로 씩씩대며 다가서 있 는 것이 보였다. 그만큼 제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오래 서 있었던 모 양이다. "왜 그러는 건데? 뭔가 잘못된 거지?" "어...아니.." 정신없는 와중에 대강 살펴도 걱정스런 기색이 완연한 삽살이 같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말하면 언제 자기가 걱정했냐고 바락바 락 대들면서 튕길 제경의 얼굴이 쉽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럴 때의 얼굴은 새빨개져 있을 테지? '날...걱정해 주는 건가?' "쿡쿡..." 제후는 순진한 반응의 제경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이제 움직이는군." 지금은 다시 두손이 내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다. 내 의지를 따라 주먹을 오 므렸다 폈다 하는 하얀 손바닥.. 제경의 반응을 상상하며 웃자 자연스럽게 움직여준 신체의 움직임이 고마울 지경이다. 안그랬으면 스스로 움직여보려 는 시도를 하기까지 힘들었을 테니까. 여기저기 점검하며 아무 이상이 없자 제후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다. 무서운 것이 없다고 했으나 그건 거짓말이었다. 다시 얻게 된 이 삶의 기회를 언제고 속절없이 잃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 무의식 밑에 깔려 있던 그것 때문에 그가 더욱 철없는 것처럼 행동하며 즉흥적으로 감정 에 치우쳐 다녔을지도 모른다. 제후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있자 그때, 긴 머리 소년이 안어울리게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한다. "무슨 일이야?" "...려 해." "뭐?" 의아한 얼굴로 다시 되묻는 제경의 얼굴이 다가오자 제후가 갑자기 고개를 들며 두눈을 능글능글사악한 미소로 빛냈다. "웃! 코피가 날 것 같애~. 내가 그 오도배이를 같이 타게 되면 뒷자리에서 네 자식 허리를 살.포.시. 안아야 하는데, 머리도 긴 녀석이 가득이나 호.리. 호.리.한 체격이지 허리가 야.들.야.들.한 것이... 그래서 이렇게 생각했지. 아~ 이것이야 말로 남자들의 로망이 아닌가. 천장지구의 한 장면을 연출하 는 것이군. 위치와 상대자가 좀 불만이긴 하지만 내가 워낙 초절정 미모에 하늘도 시기하는 인재인 까닭에 이런 시련이 닥쳤구나. 날 사모하는 너의 마 음은 잘 안다만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 우리 사이는 그만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 새기도록 하렴..이라고 설득해야 할 텐데...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그만 손이 마비가 되어 움직이지 않더라구. 오옷~ 하지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으로 헬멧은 멀쩡하군. 깨박도 안났........어라?" 한참을 혼자 기분에 취해 떠들던 제후는 어느 순간 눈을 뜨자 이글이글 타 오르는 제경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람의 머리카락이 중력을 무시하고 저 렇게 거꾸로 된 방향을 향해 나풀거릴 수 있는 것일까? 눈에서 불을 뿜으며 긴 머리를 날리는 장면은 한예지양의 독자적인 컨셉인데 또 표절을 시도하 는 제경이었다. 진짜 표절방에 신고해 버려? 아, 그런데 나 뭔가 중요한 걸 잊고 있는 것 같은... 극적극적... "정말..용서가 안되는 자식이군.." "엉?^^;;" "쿡쿡쿡... 죽어라, 이 변태 자식아!!!" "우아악!!!!" 역시 뿌린대로 거둔다는 옛 속담 그대로 민제후는 뿌린 것 만큼 무자비하 게 자근자근 밟히며 그의 비명 소리를 숲에 널리 메아리치게 했다. 그리고 이런 녀석과 인연이 닿은 강제경이 불쌍하다는 듯, 비명에 놀란 산새가 기울 어가는 태양을 배경으로 아름답게 날아 올랐다. 이 사건으로 민제후라는 소년은 아주 중요한 일을 너무 쉽게 잊어 버리고 지나쳐 깊이 후회하게 되지만 그것은 아직 먼 훗날의 일이었다. -부아아아앙- 석양을 배경으로 달리는 멋진 고급 바이크 한 대가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질주한다. 레이싱에서는 270km/h를 넘는 속도를 자랑한다지만 그것과 비교 하면 매우 안정적인 속도로, 그러나 달리는 쾌감만은 충분히 느끼게 하는 드 라이브다. 그리고 어느새 붉게 물든 빛무리 조차 거의 사라져 완전히 어두워 질 무렵, 계속해서 달릴 것만 같던 그 바이크가 어느 허름한 가게 앞 공터에 서 마지막 엔진 소리를 인상적으로 남기며 멈춰섰다. 요란한 바이크 소리가 사라지자 멀리서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 주변을 감 사는 공기에서도 짠내음이 느껴졌다. 어두워서 멀리까지 잘 보이진 않지만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는 것은 틀림없는 듯 하다. <시티 오브 조이 City of joy>... 바이크에서 내려선 두 소년 중 하나가 헬멧을 벗으며 페인트로 조잡하게 쓰여진 간판에 시선을 주었다.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편안 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 같다. 술집? 창고 따위를 개조한 것 같은데... "다 왔어. 올라가자." 제경이 바이크에서 내리자마자 앞서 걸어가며 제후에게 말했다. "마담 말리에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너 때문에 늦어 버렸잖아." "야, 잠깐만! 여긴 술집이잖아." "시간이 많이 지체됐어. 빨리 와. 너 나 따라온다며." 저..저놈의 자식이!! 그건 그렇지만 여긴 선착장 근처의 술집이란 말이다. 선원들과 거친 노동자들을 상대하는 선술집이라구! 게다가 명색이 고등학생 인데 수업 빼먹고 오는 곳이 겨우 이런 곳이었단 말이야?! 술 마시러? 제후는 제경이란 아이에게 드는 실망감에 걸음을 재촉하는 그 소년의 뒷통 수를 향해서 딱딱하게 말했다. "우리 지금 교복 차림이야." "좀 불편하긴 하겠지만....여기선 별로 상관없어." "학생들은 아직 이런 곳에 오면 안될 것 같은데." "픽! 왜? 술마시면 나쁜 사람이다 이거야?" 으휴~ 저걸... 말이나 못하면. "야, 강제경!!" "시끄러!!!" 에? "'제이'야!" 제후가 부아가 치밀어 제경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자 제경이 앞서 걸어가다 갑자기 휙 돌아서며 날카롭게 말했다. 왠지 분위기가 달라진 듯 하다. 무엇 이 이 녀석의 분위기를 바꿔 놓았을까? 학교에 있을 때보다 훨씬 틀을 벗어 난 모습. 그런데 그 모습이 더 그 소년에게 자연스럽고 어울리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여기에선 모두 날 '제이'라고 불러." 제경이 평온해진 얼굴로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마치 새장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았다는 듯한 표정.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졌지만 시한부 자유를 애타게 갈구하는 그 표정에 제후는 속으로 투덜대며 입을 다물었다. "그래. 네X 굵다, '제이'!!" 그것은 어쩔 수 없이 범죄(?)에 동조한 공범이 된 민제후의 강력한 불만의 표시였지만 제경은 약간 어이없다는 얼굴을 하고 키득거렸을 뿐이다. 아~ 이젠 모범생의 꿈은 멀어진 것인가. 크흑!!! "좋아, 들어가자." ...계속 (우~ 밤 새버렸다. ??감기에 걸린 것 같아요. 어제 열이 나서 누워있다 가 낮에 종일 잠만 잤어여. 지금도 콧물이 질질 흘러여. 쿨쩍! 컴터 주위로 쌓여가는 휴지를 보자니 가슴이 아퍼여. 아픈 건 정말 싫지만 코감긴 더 싫 은데... 콧물 계속 닦다 보면 코 주변이 헐어서 딸기코 되는뎅...이씽~ 할 말이 많았지만 또 쓸려니 생각 안나네. ??; 오늘 하나 더 써야 되나? 원래 계획은 그런데.... 음... ??;; 역시 전 극악 작가에서 업그레이드 된 극악마인작가 칭호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나 싶군요. 케케케~ .....쿨쩍!...??;;;) -------------------------------------------------------------------------- ---- 제 목 : [뉴 라이프]80회 -캐논(7)- << 뉴 라이프 (New Life) >> -80- [부제: 캐논(7)] 앞서 걸어가는 제경, 아니 '제이'를 바라보다가 제후가 한숨을 포옥 내쉬고 그의 뒤를 뒤따랐다. 조잡하고 어수선한 분위기의 술집. 삐걱이는 요란한 문소리가 들리는가 싶 더니 왁자지걸한 소란스러움이 그 두 소년에게 밀려들었다. 전체적으로 브라 운 계통에, 거친 남자들의 호쾌한 웃음소리와 소란스러움을 자욱하게 감싸고 도는 담배연기. 늘어지는 분위기이지만 그것은 자기 집에 있는 것과 같은 자 유분방함과 여유... 그 안으로 들어선 제후는 터져 나오는 작은 감탄사를 입안에 머금고 사방 을 둘러보았다. 밖에서 보았을 때는 물류창고를 개조한 초라한 술집인 줄 알 았더니 그 속알맹이는 결코 초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화려하단 소린 아니 지만, 나름대로 주인의 센스가 느껴지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마치 옛날 서양 흑백 영화 속으로 뛰어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이 일어나는... '일이층이 교묘하게 연결되어 있네? 아~ 이층이 그리 높지 않아서 무대같 은 구실을 하겠구나. 특이하군.' 제후가 바다 분위기를 내는 개성있는 각종 소품들과 투박한 철근 등을 이 용해 꾸민 독특한 인테리어에 빠져 있을 그때, 제이가 누군가를 두리번거리 며 찾다가 바에서 유리잔을 닦는 한 청년에게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이크! 놓치겠다. 이렇게 복잡한데서 놓치면 큰일인데... "아사미, 오랜만이예요." "아! 제이!! 요즘 왜 이렇게 뜸했어? 마담이 얼마나 기다렸다고." 제이를 본 그 청년이 환한 얼굴로 유리잔을 내려놓으며 반기자 제이가 피 식 웃으며 바에 기대어 앉아 웃었다. 학교에서는 몇 번 보지 못했던 제이의 미소가 이곳에 오자마자 마구 남발되고 있었다. 제후는 궁시렁거리면서도 낯 선 곳이라 그냥 조신히 제이 옆에 앉을 뿐이었다. "아, 어떻게 하다보니...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요. 마담 말리에는 어디 있어 요? 늦었다고 한 소리 들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도 마담이 벼르고 있다. 오늘 너 온다고 해서 잔뜩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늦었으니... 너 어쩌냐? 쿡쿡..." 아사미라는 청년이 환하게 웃으며 키득대자 제이가 당황한 얼굴로 말을 더 듬는다. "이..이런... 그게 다 이 녀석 때문이었다구요!! 너 때문이잖아!" '마담 말리에'라는 사람이 그렇게 무서운가? 그나저나 저 청년은 일본계인 가 보군. 한국말은 아주 잘 하는데? 흠... 아사미라... 그런데 어쩐지 '아사 삥'이란 단어가 더 입에 착착 감긴다. (^^;;) 그제서야 제후에게 시선을 주는 그 둘. 아사미라는 청년이 눈짓으로 제후의 소개를 제이에게 묻고 있었다. 그러자 '마담이 오기 전에 튀어야겠어'라며 계속 통밥을 굴리던 제이가 그 눈짓에 내키지 않는다는 얼굴로 제후를 간단 히 소개했다. "여긴 '민제후'라는 놈인데 오늘 나한테 묻어 온 이상야리꾸레한 녀석이죠. 별로 알아서 좋을 건 없어요. 그리고 충고하건데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도 가 까이 안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리고 이쪽은 '사토우 아사미'씨." 정말 간단한 소개였다. ??; "호~ 반갑다. 난 그냥 아사미라고 부르면 돼." "민제후입니다." 그러나 제이의 그 소개는 처음부터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제후를 바라보던 아사미의 눈을 더 새초롬하게 빛나게 하였다. 으... 그만 쳐다봐요. 잘하면 이빨도 보자고 하겠네.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아니, 아하하하~. 그냥 좀 신기해서 그렇지 뭐. 희귀종이 데리고 온 또 다 른 희귀종을 본 기쁨의 표현이랄까." 희..희귀종? 그게 무슨 소리야? 제후가 해석이 되지 않는 그 문장과 어색함에 몸을 틀며 벅벅 긁었다. 들어 올 때부터 느꼈던 거지만 술집 안에 모여 떠들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왠 지 그들을 따라 다니는 것 같아 여기저기가 따끔거렸다. 처음에는 교복을 입 고 당당히 입장한 탓이려니 했지만 이건 마치 뭔가를 기대하는 표정들... 아 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기대감의 시선은 제이에게 쏠려 있고, 민제후에게 쏟 아지고 있는 것은 집요한 호기심과 신기함이다. '어~ 이거 정말 적응 안되네. 제경이 이 녀석은 도대체 여기에 왜 온 거 야? 아직까지 수다만 떠는 걸 보면 술 마시러 온 것 같지는 않고... 그리고 사람들도 이 녀석을 잘 아는 듯 싶은데...' 그런데 그때 제후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며 중얼중얼거리는 제이를 볼 수 있었다. 굳 타이밍!! "에이!! 알았어, 알았다구요. 하지만 오늘은 내가 데려온 떨.거.지.도 하나 있으니까 분위기만 잡아줄 거예요. 내가 여기 직원인가 뭐. 맨날 부려 먹으 려고만 해." 떨거지? 우이씨~ 저것이!! ...그런데 뭘 부려먹는다고? 너도 혹시...나처럼 불법적인 미성년자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었던 거냐?!!! 크흐흑! 내가 그 아픔을 매우 잘 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난...앞으로 잘해 줄게, 동.지!! ?? 하지만 아사미는 그런 제이를 보면서 기다렸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행주를 집어 던지고 바에서 나왔다. 어? 여기 웨이터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가 보다. 아니면 이것저것 잡다한 걸 다하는 만능엔터테인먼트 직원이던가. 어쨌든 참 신기한 동네란 생각이 드는 제후였다. "오오~ 그럼 오늘 제이의 환상곡을 들을 수 있는 거야? 운이 정말 좋은 걸. 그런데 부려 먹다니...쯧쯧. 제이 너도 즐기면서 뭘 그러냐? 다신 안온다 고 하면서도 참새 방아간 지나가듯 들리면서 뭘. 키득키득..." "아, 이거 왜 이래요? 그거야 뭐.....마담의 특제 음료 때문에...그리고..." 아사미와 제이가 이층을 향해서 손짓하며 올라가자 제후도 서둘러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혼자 저 시끄러운 곳에 서 자리를 지키는 것도 곤욕이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쳇! 누군가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는 건 영 적성에 안맞았지만 어쩔 수 없 지. 그런데 뭔가 특별한 일이 벌어지려는 것일까? 저들이 움직이자 술집안의 공기가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주변을 한바퀴 훑고 윗층으로 올라서기도 했고 제후의 감각이 보통 사람보 다 몇배 뛰어나기도 했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 해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변 화였다. 얼핏 봐도 사람들이 반응이 제이와 아사미의 행동에 영향을 받고 있 었다. 제후는 그 이상함을 피부로 느끼며 막 철제 계단을 올라갔다. 그런데 이층 이 시야에 들어오는 그 순간, 제이의 목소리가 뜻밖의 영상과 함께 제후의 귓가를 찾아들었다. "...저 녀석 때문이지." '피아노?' 이런 곳에 왠 피아노야? 제경이, 아니 지금은 '제이'인 제경이 무대로 꾸며져 있는 윗층의 낡은 피 아노를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그랜드이긴 해도 한눈에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올까 싶을 정도로 오래된 피 아노.. 물론 주인의 정성을 알 수 있을 만큼 반들반들 윤이 나고 손을 본 것 같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세월이 그 음색을 많이 퇴색시켰을 것이다. 특고에 서 최고급 피아노만 만지던 제경이 저렇게 부드러운 눈으로 고물 피아노를 매만졌다는 사실을 클래스B에 가서 말한다면 그날의 최고 베스트 유머로 뽑 힐테다. 제후는 무대를 둘러보며 제이에게 다가갔다. 좁긴 하지만 각가지 악기들이 곳곳에 보인다. 드럼도 보이고, 더블 베이스, 섹스폰도... 아사미씨도 잠시 사라졌다 싶었더니 어느새 한쪽에서 베이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역시 청년 아사미는 만능 엔터테인먼트 웨이터였음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이 녀석 때문에 여기에 자주 오게 됐어." 제후가 다가가자 제이가 눈을 내리 덮은 머리칼 아래로 환한 미소를 지었 다. 어린애같이 순수한 그 모습에 제후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학교에서 하 고 다니는 꼴은 생양아치 같은 모습인데 오늘 하루 겪어본 제경은 너무나 맑고 순수한 소년이다. 항상 퉁명스럽고, 단정치 못한 복장에 담배를 입에 물고 다녀서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고 바라봤을 뿐이지 오히려 여린 부분이 많은 녀석이다. "어이~ 제이. 준비됐다." "아, 잠깐만요. 야, 민제후. 이리와봐." 아사미 총각이 부르자 제이가 밝게 웃으며 제후를 불렀다. 오옷! 저 음흉한 눈빛! 역시 저놈이 나에게 딴 맘을 먹고 있었음이야. (그게 왜 음흉한 눈빛으로 보이지? 어째 점차 망가져가는 주인공.??;;) "야, 뭐하냐? 잠깐 이리 와보라니까." 난 너무 인기가 많아서 탈이야. 이제 제경이 놈까지 나의 마력적인 매력이 퐁당 빠진 것이야.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러면 안되는 것이지. 암. 그러나 저리 애타게 날 부르면 또 마음이 흔들리잖아. 음...그놈의 우정 이 뭔지... 할 수 없지. "이게 뭐야?" 제이가 갑자기 손바닥을 들이미는 제후를 바라보며 얼굴을 이상하게 구겼 다. "푸후후... 네 마음에 답해 줄 순 없지만 약간의 사례가 있다면 적당히 카 운셀링 정도로 들어줄 수는 있어. 성의금조로 조금만 받을게." "무슨 헛소리야? ???" "아아~ 알았어, 알았어. 성정체성 문제는 심오한 주제이지만, 넌 동문이고 하니 특별할인해서 30% 디스카운트해주지. 이 정도면 됐냐? 더는 안된다. 나도 먹고 살아야지." 요즘 애들은 오고 가는 현금 속에 싹트는 미덕을 너무 모르는 것 같다니까. 그렇게 제후가 머리속으로 들어올 현금계산을 행복하게 마치고 있을 그 시 점, 제이가 방긋 웃으며 다가와 상.냥.하.게. 말했다. "....너 죽을래?" "뭐!! 그럼 너 지금 날로 먹겠단 소리야?!! 이거 왜 이러셔. 이 사회가 그렇 게 호락호락한 세상인 줄 아시나. 사회의 평안과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라 도 더 이상의 가격 인하는 불가...끄악!!!" "어? 제이, 뭐 부서지는 소리 나지 않았니?" "아아뇨~. 못들었는데요." 멀리서 뭔가가 부딪히고 쓰러지는 둔탁한 격탁음을 듣고 아사미가 분주하 게 움직이다 뒤돌아섰다. 그러나 제이는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져 범죄현장을 보지 못한 아사미를 향해서 가증스런 미소를 지었다. 바닥에 쓰러진 꿈틀거 리는 시체(?) 한 구를 은밀하게 드럼쪽으로 발로 밀어넣는 치밀함까지 보이 면서.;;; 민제후 주변의 그 어떤 인물들보다 훨씬 빠른, 강제경 제이의 그 엄청난 적 응력에 찬사를 보내자. 그리고 그 순진한 연기에 깜박 속아 넘어가는 아사미 총각이 여기 있다. "음, 그래? 그런데 제이. 너 아직도 준비 안하고 지금까지 뭐하고 있었니?" "아하하~ 별일 아닙니다. 바퀴벌레 한마리가 깐죽대고 있길래 손을 좀 봐 줬죠." "바퀴벌레? 이런! 마담한테 말해서 약을 쳐야겠군. 큰 놈이었니?" "어우~ 끔찍하게 징그러운 놈이었죠. 하지만 가볍게 잡았으니까 이제 걱정 하지 않아도 될 듯 싶은데요." 넌 바퀴벌레 잡을 때 항상 기타로 가.볍.게. 내려치냐? 제후가 드럼 뒤에서 기적적으로 회생하며 중얼거렸다. 진짜 큰 타격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정말로 산신령신에게 또 면담 신청서를 낼 뻔 했으니...윽... "어? 아직 안죽었냐?" 그럼 진짜 죽일려고 했던 거야? 쿨..쿨럭!! ??;; "음, 그 참 아쉽네." "오..오지마! 오지마라!! 우이띠! 사탄아, 물렀거라!!" 제이가 제후를 향해서 주먹을 쥐고 다가오자 제후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도망가려 했다. 라이벌이 아니라 새로운 천적의 등장이 아닌가 헷갈린다. 그 리고 결국 잡혔다. 그리고 제이의 주먹이 제후의 가슴으로 다가들었다. 으아아~ 때리지마. 으...응? 으잉? "너 뭐하냐? 쇼하냐?" "...안때려?" 의아한 얼굴의 제경이 보이자 제후가 아무 일도 없음에 고개를 갸웃둥 하 며 어색한 미소를 짓자 제이가 제후 가슴에 대고 있는 주먹에 힘을 주면서 똑같이 살벌하게 웃어준다. 삽살이처럼 얼굴이 가려져 눈이 거의 보이지 않 는대도 알 수 있는 미묘한 표정변화가 놀랍다. "때려줄까? 뭐, 소원이라면야..." "어우~ 아닙니다! 그럴리가요!! 누가 그런 거짓 망발을!! 아하하하!!" "그래?" "넵!! ^.^;;;" 제후는 식은땀을 삐질거리면서 뒷걸음질을 쳤다. 그런데 내가 왜 저 녀석한테 쩔쩔매야 하는 거지? 언제부터 끌려다니기 시 작한 거야? 우씨~ 저 녀석 이 가게 들어와서 성격 완전히 변했어. 그나저나 누가 내 가슴에서 이 주먹 좀 치워줘요.;; "휴~ 오늘은 뭐가 이렇게 힘드냐. 야, 민제후. 잘들어. 이렇게 가슴에 손을 대보면 박동이 느껴지지?" "심장박동?" "그래. 그걸 잘 느껴보는 거야. 둥, 둥, 둥, 둥당, 둥, 둥, 둥, 둥당...." 심장박동을 느끼라고? 왜? 어리둥절한 제후의 눈을 바라보며 제이가 제후의 가슴에 올린 주먹으로 가 볍게 탁탁 두둘기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박자가 느껴질 거야. 음악의 기본은 이 '리듬'이야. 멜로디가 더 기억하기 쉬워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지만 리듬이 가장 중요한 거야. 특히 재즈에서는 비트가 가장 중요하지. 쉬우니까 해봐. 여기까지 왔는데 너 혼자 가만히 앉 아서 눈요기만 하다가 가면 너무 아쉽잖아?" 그러니까 지금 나보고 같이 공연을 하자고 하는 것이냐? 그..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발끝으로 리듬을 맞출 수 있지? 이 드럼으로 그 비트만 따라오면 돼." "야, 잠깐!!! 재즈라니?! 난 재즈는 들어본 적도 없다구. 게다가 북이라곤 탬버린 밖에 만져본 적도 없어." 입을 뻐끔거리며 당황해 하는 제후를 바라보는 제이. 그러나 그 소년의 얼 굴은 잔잔한 얼굴이 되어 그 옆에 있는 피아노에 다가가 앉았다. 그리고 건 반을 조율하듯 하얀 손가락이 깔끔하게 훑고 지나갔다. 고물 피아노라곤 생 각되지 않을 정도의 맑은 음색이 시냇물 흐르듯 상쾌하게 공기를 훑었다. 그리고나서 들려오는 제이의 담담한 목소리... "겁 먹을거 없어. 재즈건 클래식이건 음악의 기본은 즐기는 거야. 마음이 즐겁게, 흥얼거리면서, 어깨를 들썩이면서. 난 지금 너한테 훌륭한 연주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즐기라고 하는 거야. 할 수 있지? 아사미!!" 제이가 드럼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제후를 힐끔 쳐다보더니 한쪽에서 이미 준비를 끝내고 있는 아사미와 몇몇 연주자들을 향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어 느새 관객들의 술렁거림이 잦아들고 기대에 찬 눈총들이 무대로 쏟아지고 있었다. "아사미! G.거슈인, 『I Got Rhythm』!!" "오케이!!" 이거..뭘 어쩌라는 거야? 즐기라고? 말은 싶지!! "민제후!!" "어엇?" 담배연기 속에 낡은 그랜드 피아노를 자신의 분신처럼 다루고 있는 제이의 모습이 보였다. "『I Got Rhythm』은 재즈의 모범이 되는 작품들 중의 하나야. 고전적인 32마디, AABA형식.. 싱코페이션된 리듬에 주의를 기울여 보라고. 다시 말하 지만 즐겨. 즐거울 거야. 믿어도 좋아. 내 의도는 아니었지만, 뭐 어쨌든 여 기에 처음 왔으니 이건 환영인사.." 에? 싱코...뭐시기? 알 수 없는 설명뿐이었지만 제후가 물어볼 틈도 없이 제이의 신호가 곧 떨 어졌고, 그리고 즉각적으로 경쾌한 리듬이 시작되었다. "<시티 오브 조이>에 온 것을 환영한다, 민제후." 제이의 미소와 함께 손가락이 건반 위로 떨어지면서 공연은 시작되었다. ...계속 (연참할 겁니다! 냐하하하~~ 왜냐구요? 내일 못올리니까. 헤~ ^^;;; 그래서 오늘 두편 올릴려고 죽을 뻔 했습니다. 저 연참 잘 못하는 거 아시잖아요. ^? 우선 이거 한편 갑니다.) 제 목 : [뉴 라이프]81회 -캐논(8)- << 뉴 라이프 (New Life) >> -81- [부제: 캐논(8)] 연주가 시작되자 관객들에게서 숨 죽인 탄성이 나온다. 그러나 그러는 도중 에도 경쾌한 리듬은 끊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헤 매던 제후도 시작 전에 제이가 가르쳐 준 기본 리듬을 따라 드럼을 두드려 가면서 점차 곡에 맞춰 흥얼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제는 그 기본 리듬에서 조금씩 변형해가며 박자를 맞춰가기도 하는 발전을 보여주고 있기 도 하니... 재즈라는 장르는 정말 독특한 분위기임은 틀림없다. 어렵게만 느껴지던 그 것이 어느새 호흡하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관객과 하나가 되어 숨쉬고 있 었다. 연주자들도, 관객도 모두 즐거운 얼굴들... 그런데 그때, '뭐..뭐야, 이건?!!!' 기본적인 리듬을 따르던 제이의 피아노가 갑자기 뭔가가 달라졌다. 기본은 그대로였지만 뭔가 조금 비틀려서 변형된 느낌. 리듬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 지만 멜로디가 변주되고 있었다. "즉흥연주(improvise)?!!!" 제이의 피아노가 달라지자 또 다시 달라지는 분위기. 즐겁다는 점에서 차이는 없었지만, 아니 그 변주에 더욱 흥에 겨워 훨씬 즐 거워진 것 같다. 제이의 피아노가 사람들의 어깨를 경쾌하게 들썩이게 하면 서도 탄성을 자아내는 마술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통통 튀어가는 리듬이 살아나 사람들의 심장 소리까지 그 비트를 맞추게 하는 듯한 느낌... 그러나 재즈의 원래 음악색이 그런 듯, 다른 연주자들도 제이의 피아노에 맞춰준다. 조금은 다른 연주자들이 제이라는 소년의 역량에 미치지 못하는 듯 약간 끌려가는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그것은 마치 악기 하나하나가 대화 하는 자리같았다. 대화... 커뮤니케이션... 그렇다. 서로 호흡하고 즐겁게 보조하며 흐르는 그 리듬은 '대화'라고 표현 하는 것이 어울릴 듯 하다. 그리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대화를 이끌어가는 이 가 있듯이 지금 악기들의 대화를 이끌어 가는 것은 역시 강제경의, 아니 '제 이'의 피아노.. 산뜻하고 깔끔하게 건반위를 날아 다니는 그 소년의 아름다 운 손가락이 뽑아내는 음색은 악기들의 대화를 끌고 나가는 장(長)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즉흥적인 연주와 리듬상 예상치 않게 나타나는 악센트 등의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분이 점점 더 어떤 마술 같은 힘에 이끌려 신나고 즐거워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하지만 즐겨. 즐거울 거야. 믿어도 좋아.> 제후는 제이의 말을 기억해 내고 미소지었다. 또 끌려다닌 느낌이 들었지만 이번만큼은 별로 기분 나쁘지 않다. 이런 기분만 느끼게 해준다면 또 끌려다 니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자신만해도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것이 없다고 얼어 있었지만, 지금은 제이가 이끄는 리듬에 맞춰 즐겁게 드럼을 두 드리고 있지 않은가. 쿡쿡... '제이. 환영인사 잘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콧노래를 흥얼거리게 만드는 그 흥겨운 작은 공연이 끝이 났다. "와아~!!!" "삑!! 삐익!! 제이 멋지다!!!" "제이!! 꺄아~ 제이!!" 연주가 끝나고 제이가 일어서자 좌석 여기저기에서 휘파람을 불며 환호하 는 선원들과 야한 화장을 한 여인들. 가히 인기폭발이다. 다들 '제이'라는 이름을 아는 것을 보니 이 부근에선 진짜 유명한가 보다. 연주가 끝나자 다 른 연주자들도 악기를 놓고 내려와 제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환한 미소를 짓 는 것이 보였다. "오~ 부라보, 제이!! 한동안 못 본 사이 훨씬 더 성장한 것 같은데?" "그걸 인제 알았냐? 이제 우리가 이 쬐그만 녀석한테 질질 끌려다니고 있 다고. 천재라는 말이 괜히 붙는 줄 알아?" "아, 그런가? 하하하~" 아, 왜 이렇게 내 맴이 뿌듯하지? 꼭 훌륭히 장성한 아들을 바라보는 기분 이다. 저 녀석, 전에 강당에서 연주하는 걸 듣긴 했지만 잘 친다라는 느낌 뿐이었는데...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 이쪽에 문외한인 나까지도 아직 두근거 리게 만들다니... 음, 이 원수를 어떻게 갚아줘야 하지? 제후가 약간 상기된 얼굴로 그 자리에 그렇게 서있자 그의 존재를 느끼고 제이가 제후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제이의 눈을 덮은 긴 머리카락이 이마 의 땀방울로 조금 축축하게 젖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즐거웠냐?" "환영인사치곤 잘 받은 편이지. 수고했다." "얼래? 술집에 오면 나쁜 아이라고 훈계하던 양반은 어디로 가셨지?" "또 까분다. 언젠가 자발적으로 나한테 '형'이라고 부를 날 한꺼번에 갚아 주마." "토끼 머리에 뿔 나며...킥킥..." "이 잡것이!!" 정말 이 녀석 이중인격이나 성격장애가 아닌지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 어떻게 오늘 낮까지만 해도 나한테 당하기만 하던 녀석이 '제이'가 되면서부터 변해 버렸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야. 이 민제후가 여자들이 아닌 존재들에게 휘둘려진다는 것은....음.... "뭐!!! 제이가 왔다고!!! 어딨어, 이 놈의 자식!!!" -쿵쾅쿵쾅!!!- 그때였다. 작은 공연이 끝나고 화기애애하던 선술집 분위기에 우락부락한 장정 하나가 나타나 씩씩거리고 뛰어 들어온 것은. 철근의 투박함을 살린 인테리어의 계단을 한 남자가 거칠게 뛰어 올라오며 소리치고 있었다. 화가 난 듯 벌겋게 익은 얼굴은 더부룩한 수염으로 험상궂 기 이를데 없고, 민제후 허벅지만한 팔뚝에는 화려한 문신 자국. 싸움의 승 패가 꼭 체격차이로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 남자의 주먹에 한방만 맞으 며 전치3주는 너끈히 나올 것 같다고 제후가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그 남자가 갑자기 제후와 제이 쪽으로 달려들어 갑자기 제이 를 잡아 뒤에서 그 무지막지한 팔로 목을 조르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이 자식, 제이!!!!" "으아아아악!!!!" 여유 부릴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아무도 나서서 말리려는 사람들이 없다. 아니, 오 히려 빙글거리며 뒤로 물러나 자리를 만들어 주다니... 아무리 세상에서 가 장 재미있는 구경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지만!! '빌어먹을!!' 질식사 할 것 같은 제이의 모습에 당황하던 제후는 몇 걸음 옆 테이블 위 에 과일을 깍던 과도를 발견하고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꽈당!!- 상황이 판단되자마자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제후는 옆에 있던 의자를 그쪽 으로 발로 세게 차서 테이블을 넘어뜨리고 날렵한 솜씨로 날아오른 그 비도 를 낚아채 공중에서 휘릭 돌려 잡아 그 남자의 목을 겨누었다. 설명은 길었 지만 '꽈당' 소리가 들렸다 싶은 순간 이미 겨눠져 있는 예리한 칼날... 사람들은 테이블이 넘어지는 요란한 소리에 시선을 돌렸다가 어느샌가 칼 을 들고 제이를 잡고 있는 남자를 향해 있는 민제후를 보고 그 빠름과 화려 한 손기술에 경악하기 이를데 없었다.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이제 그만 제 친.구.를 놓아 주시죠." '친구'라는 단어를 강하게 발음하는 민제후의 얼굴은 더 이상 장난스러움 이 사라진 채 싸늘했다. "어서요." 흐트러진 금갈색 머리칼 사이로 소년의 눈이 얼음처럼 시리게 빛났다. 보통 십대 소년들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이런 상황과 자신의 행동에 두려 움을 느끼고 손이라도 벌벌 떨었을 테지만, 그 장정의 목에 겨누어진 과도는 마치 바닥에 놓여있듯 미세한 진동조차 없이 그 위치에 고요히 자리하고 있 었다. 칼을 잡고 있는 소년의 손이나 두 눈도 동요가 없음은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차가운 표정만 아니라면 담담해 보일 정도였다. 그러나 제후, 그 본인은 그 나름대로 하루에 벌써 두 번씩 칼을 들고 이런 일을 벌이게 된 것이 유감스러웠다. 자신이 원한 삶은 평범한 학교 생활과 평범한 가정과 평범한 일상이었는데... 역시 세상 일은 모두 뜻대로 되는 것 이 아니라며 스스로를 씁쓸히 위로할 뿐이다. "아, 그게...그런게 아닌데...이런...알았다. 알았어." 어라? 의외로 쉽게 놔주네? 제후는 그의 체격이나 힘 때문에 만만치 않을 거라 생각하고 처음부터 아 주 세게 나갔던 것인데 상대가 너무나 순순히 요구에 응해주니 어쩐지 기운 이 빠지기도 하고 함정이 아닌가 생각도 되어 긴장이 되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나 우선 제이부터 구해내는 것이 우선이니까. 그 남자가 팔을 풀자 그 팔에서 풀려난 제이가 조금 휘청이며 콜록콜록 기 침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다행히 무사한 모양이다. 그렇게 제후가 제이를 바라보며 조금 안심을 하자 그 턱수염 털보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봐, 꼬맹아. 됐지? 그러니 이제 이것 좀 치워줄래?" "당신을 어떻게 믿고. 갑자기 다시 우리를 공격할지 모르는 일 아닙니까?" 처음에 나타날 때의 그 험악한 기세를 생각해 본다면 정말 그런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었다. 제후는 이런 낯선 동네에 와서 어이없이 죽고 싶지 않았 다. 맞는 건 더 싫고... ??; 그런데 그때 그를 놓아주라는 또다른 목소리가 들려와 제후를 놀랬켰다. 털 보를 놓아주라는 말에 놀란 것이 아니라 그 말을 한 장본인이 공격당한 제 이라는 점이 놀란 점이었다. "야, 민제후. 됐어. 그만해." "뭐? ...왜?" 잘못하면 질식사로 죽을 뻔 했는데 아무 이유 없이 놓아주라니! 말도 안 돼!! 여긴 거친 선원들이 대부분이라 자칫 잘못하면 작은 시비로 크게 다칠 수도 있단 말이다. 그런데 다시 그런 제후를 놀래키는 제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담. 그러게 장난도 정도것 치라구요. 저 자식, 빡 돌았잖아. 아, 난 이제 몰라요. 어쨌건 이번엔 진짜로 죽을 뻔한게 사실이니까....잘~ 해보시라구요. 쿡쿡쿡...." 이번 충격은 좀전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도가 셌다. '에? 마..마담?' "우우~ 내가 정말 마담이 한 번 일을 저지를 줄 알았다니까. 반갑다고 목 을 조르다니... 마담 말리에는 정말 한 번 크게 혼나봐야 정신 차릴 거야. 야, 꼬마야! 네가 이번에 마담 버릇 좀 확실히 고쳐 놓거라!! 우하하하!!!" 여기저기에서 왁자직걸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제후가 노려보던 상대는 머슥한 얼굴로 안어울리게 얼굴을 붉히며 웃고 있다. 제후의 손에 긴 장이 풀리자 팔이 내려가며 바닥으로 과도가 떨어졌다. 이거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여기 주인이라는 제이가 찾던 여자가 '여 자'가 아니었단 소리야? '마담 말리에가 저 털보라고?!!' ...계속 (한편 또 올라갑니다. 연참!!! 뽀호호호~~^.^ 양도 참 많죠? 다음 회에도 멋 진 연주가 있을 거예요. 이번엔 맑은 피아노 소리가 인상적인. 끈적이고 경 쾌한 재즈도 좋지만 다음에 쓸 내용에 나오는 곡이 전 개인적으로 더 좋아 요. 제일 좋아요. 캬하하하~~ 멜 주세용~ ^0^) -------------------------------------------------------------------------- ---- 제 목 : [뉴 라이프]82회 -캐논(9)- << 뉴 라이프 (New Life) >> -82- [부제: 캐논(9)] "자자, 이제 그만들 하고 다들 자리로 돌아가세요. 어이 거기! 이리로 와서 여기 부서진 탁자하고 물건들 좀 정리해. 말리도 이제 그만해요!" 긴장감이 풀어지자 떠들석한 분위기를 정리하는 것은 역시 아사미였다. 잠시 동안 제후로 인해 공기가 얼어 붙는가 싶었는데 오해가 풀리고 당사 자들이 어색하게 웃으니 주변을 감싸고 있던 손님들도 모두 호쾌하게 웃어 제꼈다. 모두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상태라 모두들 담대하고 너그러워진 상 태. 술집안은 다시 예전의 소란스러운 잔잔함으로 되돌아갔다. 조금 전의 흥 겨운 분위기와 섬뜻한 분위기가 교차했던 장소였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처음 그 소년들이 들어왔을 때와 똑같은 취객들의 소란스러움이었다. 그리고 부서진 기물들로 인해 남아있던 그 작은 소란의 흔적들도 어느새 사라지자 그 공간을 지휘하던 청년 아사미가 제후에게 사람 좋은 미소를 지 으며 말했다. "제후라고 그랬지? 넌 이쪽으로 와라. 내가 음료수라도 하나 주마." "아...네. 저 그런데..." "응?" "저쪽은 저대로 둬도 괜찮은 걸까요?" 제후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에 아사미가 시선을 돌리니 아직도 제이에 게 매달려 있는 털보 마담 말리에가 보였다. "제이!! 너무하는구나!! 내가 없는 틈에 공연을 끝내버리다니!!!" "자리에 없던 걸 누구 탓으로 돌리는 거얏!!!" "어떻게 그런 말을... 오늘을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우어어~!! 안돼!! 인 정할 수 없어!! 다시 해, 제이야!!" 정말 보기가 좀....아하하하... 그런데 내가 왜 이렇게 삐질거리며 웃고 있어 야 되는 거지? 그러나 아사미는 이미 일상사라는 얼굴로 제후에게 돌아서며 말했다. "아, 괜찮아, 괜찮아. 마담 말리는 걱정 안해도 되니까. 이쪽으로 와. 마담 만큼은 아니어도 내가 만든 음료도 꽤 괜찮단다." 아, 저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제후는 바(bar)로 거의 끌고 가다시피하며 걷는 아사미를 황당하게 쳐다보 았다. 누가 저 험상궂은 털보가 걱정된다고 했던가? 다만 보기가 너무 안좋 다는 의미였을 뿐이다. 처음엔 제경이, 아니 제이가 계속 마담 말리에를 무 서워 하길래 얼마나 무식하게 애를 구박하나 싶었는데 지금 보니까 오히려 상황이 정 반대다. 제이가 머리를 붙잡고 오버액션으로 괴로워하는 털보를 사정없는 말발과 매서운 눈초리로 구박 3단, 갈구기 5단, 비아냥 5단의 놀라 운 신기술을 구사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떨어지지 않고 제이에게 매달 리는 털보의 저 끈기와 노력이라니... 정말 칭찬해줄만 하다. 아! 혹시 제이가 두려워하는 마담의 저력은 저 속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닐 까? ^^;;; "항상 저런가요?" 칵테일바에 앉으면서 제후가 밑도 끝도 없이 물었지만 아사미는 그 질문의 요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피식 웃으며 대답한다. 일본계라 그런지 이국적인 분위기의 미청년의 미소는 신비스럽다. "항상은 아니고 일주일에 두세번쯤?" 음...생각보다 자주는 아니네? 의외인데? 그런데 제이, 저 녀석은 도대체 왜 그토록 마담 말리에를 보는 걸 꺼리는 거지? 제후는 바에 들어가서 예쁜 잔에 따라 나오는 아사미의 특제 음료를 받아 들며 또다른 것에 대해 물었다. "아사미. 제이는 얼마나 자주 이곳에 와요?" 오늘은 우연히 만나 진드기처럼 달라붙어 따라 나왔지만 제이가 얼마나 자 주 이곳에 오는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에 하는 질문이었다. 왠지 정이 가는 녀석인데 학교를 너무 자주 빠지게 하면 안될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질문에 아사미가 다시 조금 생각에 빠진 듯 하다가 다시 웃는 얼굴로 말했다. "대충 일주일에 두세번쯤." "푸웃!!" "우왓! 이 녀석아, 다 튀었잖아!" 제후가 미처 목뒤로 삼키지 못하고 밖으로 분출시킨 음료를 아쉽게 쳐다보 다가 소리치는 아사미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아사미의 특제 음료를 뱉 어 버린 일이 조금 아쉬웠지만 지금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일주일에 두세번이라면... 저 인간들 만날 때마다 저런다는 소리잖아?! "매번 만날 때마다 저런다구요?" "하하하~ 뭐, 어때?" "뭐 어때가 아니잖아요!" "그래? 음...글세... 우리야 거의 항상 봐 와서..." 아사미는 미소 지으며 대답을 얼버무렸다. 물론 남들이 본다면 이상하게 보 일 것이다. 마담 말리에같은 다 큰 남자가, 그것도 두배의 체격을 지닌 험상 궂은 인상의 사내가 아직 학생인 어린 소년에게 징징거리며 매달린다는 것 은 상식 밖의 행동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 서로에게 익숙하고 마 음을 터 놓는 자들끼리의 행동이었고, 주변인들이 보기에 어느새 암묵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반가운 첫인사인데 그것을 어떻게 설명할지 난감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제이가 데리고 온 민제후라는 소년이 바라보는 그 이상 한 눈초리를 어떻게 바꿔놓아야 하는 것인지... 그런데 그때, 아사미의 귓가를 때리는 그 소년의 명랑강연 목소리. "우~ 그래도 그렇지. 미적감각이 아주 꽝이야!" "에?" "좀 자세히 보라구요. 지금 현재의 자세로 분석을 해 볼께요. 지금의 자세 는 마담이 제이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져서 칭얼거리는 장면입니다. 그 렇다면 먼저 그의 다리 자세부터 살펴보죠. 가지런히 모은 다리가 얌전하게 45°각도로 선을 이루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환상의 각 도라고 부르져. 그런데 지금 말리 아저씨는 제이에게 땡깡을 부리느라 그 가 장 중요한 미학을 놓치고 계신 거죠. 게다가 말리의 자세는 쓰러질 듯, 안길 듯한 포즈로 애처로움 300배 연출하셔야 이상적인데 지금 저 자세에서는 너 무 건장한 체격 조건이 걸림돌이 되기도 하지만 가녀린 포즈가 몇 배 부족 합니다." "오~" "저라면 최고의 미학을 관중에게 선사하면서 벌써 제이에게서 원하는 걸 얻었을 거예요. 하지만 뭐, 말리 아저씨의 그 끈기와 집념이 놀라워 곧 성취 를 보실 수 있겠네요." 아사미의 벙찐 얼굴을 봤는지 안봤는지 제후라는 소년이 생긋 웃으며 말했 다. 그리고 그때를 같이하여 들려오는 제이의 질렸다는 고함 소리와 함께 하 트가 날아 다니는 마담 털보의 목소리. "아아~ 알았어, 알았어, 알았다구우~!!! 다시 한곡 치면 되잖아!!!" "우어어~ 제이, 땡큐 베리 마아~취!!" "저것 보세요." 제후가 천진한 미소를 띠며 말하는 소리에 아사미가 멍하니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나 같으면 훨씬 더 단시간에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데... 저 털보는 아직 그 분야로 수양이 부족하군. 후후후... "푸후...후후후...우하하하하!!!" "우엑! 아사미 총각? 미쳤어요?" 제후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점점 강도를 더해가는 아사미의 웃음 소리를 듣고 기겁을 하며 물었다. 처음에는 멍한 눈으로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얼 굴로 날 바라보더니, 그 다음엔 어이없다는 눈으로 정신이 나갔고, 또 그 다 음 순간엔 미친 듯이 웃는다? 전통적인 광년이의 절차가 아닌가. 하지만 제후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아사미는 들썩이는 가슴을 겨우 진정시키며 중얼거렸다. "...역시..새로운 희귀종이었다니까. 끼리끼리지 아마? 쿡쿡쿡..." 저 총각이 지금 뭔 소리야? ?? 아사미의 알 수 없는 소리를 듣게 된 제후였지만 '요즘 세상에는 워낙에 이상한 사람이 많으니까 상관할 필욘 없겠지. 그것도 다 따지면 개성이야.' 라며 다시 무심히 특제 음료를 홀짝이며 입안에 퍼지는 달콤 쌉싸름한 감각 에 행복해했다. 맑은 푸른빛 액체가 예쁜 잔에서 찰랑거렸다. 마치 아사미같네? ^^ "아사미. 이 음료 참 맛있네요." "어..어? 그래, 정말 고맙다. 그래도 마담에 비하면 아직 좀 부족한데.. 나 중에 마담꺼까지 먹어보렴." 어색해하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좋아하고 있는 거잖아. 앞으로 내가 많 이 이뻐해 주지. 쿡쿡쿡... "아니예요. 정말 맛있어요. 마담껄 먹어도 아사미는 아사미만의 이 독특함 을 잊을 수 없을 거예요. 그리고 이 음료수, 색도 참 예뻐요. 마치 아사미 같다. 헤~*" "이봐, 너 지금 무슨 소리야?" "예?" 어리둥절한 얼굴, 어이없다는 얼굴, 우숩다는 얼굴의 삼박자를 보고 싶다면 지금의 아사미 총각을 보아라. 예쁘다는 말을 들은 아사미가 강한 표정을 지으며 바에 앉아 있는 제후 앞 으로 고개를 불쑥 내밀었다. 히익! 놀랬잖아!! "나보고 예쁘다니? 너 거울은 제대로 쳐다보고 다니는 거냐?" "에에??" "뭐야, 이거? 영악한 줄 알았더니 순 둔팅이고, 순딩인줄 알았더니 순 영감 이고.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는 놈이잖아? 하, 참..." 뭐예요, 그 포즈는. ?? 제후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아사미를 이마에 십자가 하나를 새기며 쳐 다보고 있을 그때, 다시 주변이 기형적으로 조용해지는 걸 느끼고 고개를 들 었다. 사람들의 시선이 무대 위의 낡은 그랜드 피아노로 집중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역시 저 자리에 있는 인간은...? '강제경, 아니 제이!!' "오~ 역시 오늘도 마담의 그 끈질김으로 제이의 환상곡을 듣게 되었군. 이 래서 마담의 그런 닭살 행동들도 다 용서할 수 있게 된다니까." "...또 피아노 치려는 건가요? 지겹지 않나?" 학교에서도 수업 자체가 피아노일 텐데... 역시 이해할 수 없는 녀석이다. 나같으면 학교 밖에서까지 피아노나 딩동거리며 앉아 있진 않겠다. 물론 제 이 녀석의 피아노는 뻑- 갈 만큼 멋지긴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허구헌날이 라니... 그렇게 멋진 오도배이도 있으면서...쳇! "지겹다니? 넌 아직 제이를 잘 모르는구나." 에? 생각들이 얼굴에 그대로 나타난 걸까? 제후가 고개를 들어보니 아사미는 이미 모든 일에서 손을 놓고 제이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제이에게 피아노는 단순한 악기가 아니다, 제후야." ".....전 아직 잘 모르겠네요." "훗! 그래." 뭐야, 이 침묵은? 뭐라고 다른 설명 좀 더 해봐요!! 그러나 다음 순간에 입을 연 아사미는 기대와 전혀 다른 말을 할 뿐이다. "제이가 이번에 치려는 건 아마도 <피아노>일 거야." "그럼 피아노를 치지 피아노를 타는 건가 뭐...궁시렁궁시렁..." "쿡쿡쿡... 아니, 그게 아니고 제이가 치고자 하는 곡이 영화 <피아노>에 나오는 피아노 곡이란 말이다." 아~ 그런 거였어요? 그럼 그렇다고 말을 할 것이지 사람 무안하게.. 아하 하하...//// "그 영화 음악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나는 제이와 많이 닮지 않았나 생각해. 그 영화속 주인공은 벙어리 여자로 피아노로서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이거든. 그런 면에서 피아노가 유일한 친구였고, 그것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받 는 제이 저 녀석과 너무 잘 어울리지 않니?" ".........." "그래서 우리들 모두 그 특별함에 감동받아 저 녀석을 좋아하는 거지. 나중 에 언젠가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저 녀석 처음 여기에 나타났을 때........정말 엉망진창이었거든." 엉망진창이었다고? 그래...난 저 녀석의 과거는 아무것도 모르지. 아니다. 멀리까지 갈 것도 없 잖아. 몇주 전의 강제경조차 난 전혀 모른다. 저 녀석...강한 껍질로 무장하 고 있는 여려 터진 저 녀석은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던 것일까? "Michael Nyman 의 『The heart asks pleasure first』!!" 생각에 빠져드는 제후에게 약간 흥분된 어조의 아사미가 들려왔다. "시작한다." ...계속 (이야기 진행 안되고 있다구요? 후후후... 무슨 말씀을... 그래도 생각하던 건 다 쓰고 넘어가야지. 지루하다고 생각 마세요. 그리고 이 노래 꼭 들어 보 셈.^^ 정말 좋아요. 그리고 저 또 학교 지각이예요. 어제 픽- 쓰러져 자서 못올렸기 때문에 이 거 올리고 나가려고 저 한몸 크게 희생하고 말았져요. 우엥~??오늘 밤 에 와서 또 열심히 써야지. 이제 또 한바탕 난리가 날 겁니다. 모두들 힘내 라!!) -------------------------------------------------------------------------- ---- 제 목 : [뉴 라이프]83회 -캐논(10)- << 뉴 라이프 (New Life) >> -83- [부제: 캐논(10)] -딩!- 그 순간, 가벼운 청량한 음색이 공중을 떠돌았다. 그리고 한순간의 짧은 정적... 그것이 아직까지 산만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던 취객들의 시선까지 무대로 돌려놓았다. 피아노 앞의 소년은 피아노 밖의 세상을 조금도 보고 있지 않았 지만 어떻게 하면 관객의 시선을 모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제후가 짖궂은 미소를 짓자 제이가 민제후 쪽으로 시선을 잠시 던지더니 싸이하게 입꼬리를 올리는 것이 보인다. 제후의 한쪽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갔다. 제이의 저 도발은 무슨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그러나 그 생각이 깊이를 더해가기 전, 제후가 비웃는 듯 보였던 제이의 미 소를 봤다고 생각한 그 순간에 소년의 하얀 손가락이 빠르게 건반으로 떨어 져 내렸다. 예상치 못한 순간 갑작스레 터져나온 격정적인 멜로디!! 그것에 사람들이 숨을 들이켰다. 모든 것을 투영시킬 듯한 투명한 빠른 그 음색... 그것은 너무나 시리고 차 가워....안타깝고....아름답다. "이것이...『The heart asks pleasure first』...."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으려 함일까? 제이의 천재적인 재능과 힘은 소리 에 터질 것만 같은 감정을 실어 폭발하고 있었다. 몰아쳐가는 소리의 폭풍에 제후는 빙글빙글 웃던 자신의 표정조차 점차 차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점점 깊어가는 밤 한가운데에서.. 삶의 진실과 거짓.. 그리고 원색적인 기쁨과 슬픔을 느끼고 살아왔던 특별한 관객들의 얼굴 들... 막노동을 하지만 건강한 웃음으로 살아가는 인부들이나 일년의 대부분을 먼 바다로 배를 타고 나가야 되는 선원들과 기술자들, 그리고 그들을 상대로 술과 웃음을 팔며 생활하는 야화(夜花)들까지... 마치 악마처럼 영혼을 잡아채가는 그 시리도록 맑은 음색에 모두들 얼어붙 어 움직일 수 없었다. 이런 소리가 어찌 저런 폐물이 다 된 고물 피아노에서 흘러나온다고 생각 할 수 있을까? 감히 그런 상상조차 불경하게 느껴지는 음(音)이다. '강제경, 아니 제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그 빠른 음률이 제후의 가슴을 온통 진탕시키고 뒤흔들고 있었다. 그것에서 느껴지는 제이의 삶이 제후를 혼란스럽게 했다. '이건 조금 전까지의 '제이'와도 또 다르다!!' 새로운 세상을 제시하는 곡조는 이상향과 즐거워지고 싶은 마음만큼 가슴 저미게 아프다. 춥고...외로움이 느껴지는... 하지만 그 속에서도 차마 놓을 수 없는 끈질긴 삶과....세상.... 이것이 지난 세월의 '강제경'이라는 이름의, '제이'라는 또 다른 이름의 소 년이 감당하고 살아야 했던 감정들이라면....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그 리고 저 녀석은 왜 나에게 그런 비릿한 웃음을 보이며 이런 피아노를 치는 것이지? 제후는 마치 제경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네가 날 알아?- -날 내버려 둬.- -더 이상 내 일에 상관하지마...- ...충격적이었다. 음(音)으로서 이렇게 강렬하게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공기를 휘어잡는 빠른 속도의 차가운 멜로디가 점차 느려지자 이번엔 감정 이 고조되었다. 주변을 둘러볼 여력같은 건 제이와 의지로 맞서고 있는 제후 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제후는 제경의 반항과 항의를 들으며 가슴에서 피어오르는 열기를 느꼈다. 그 곡은 갑작스레 친근함으로 다가오는 민제후에 대한 경고이자 자기 자신 에게도 거리감을 두고자 한 다짐. 그러나 그와 동시에 누구든 좋으니 자신을 도와달라는 애절한 구조 요청과도 같다는 걸....본인은 알까? 하지만 제경이 무엇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격리시키고 가두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하..하...이건.. 오늘 제이는...펴..평소와 달라." 옆에서 아사미가 충격인지 감탄인지 구별할 수 없는 목소리로 나직하게 중 얼거리는 것이 들렸다. 제후는 그것을 듣고 피식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손 에 들고 있는 아사미 특제 음료가 예쁜 하늘 빛깔로 찰랑거린다. 그럴 수밖에... 저 녀석 지금 필사적이거든요. '금이 가기 시작한 자신의 껍질이 부서질까봐.' 어느 순간부턴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자신을 나로 인해 발견하게 됐겠지. 모든 일의 시작은 지난번 강당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아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장혜영 여사와 우리들을 만나면서 부터였겠지만. 아까 첫 공연을 끝마치고 털보 마담이 나타나기 직전에 제이의 얼굴에 스 치고 지나갔던 알 수 없는 충격과 불안을 제후는 놓치지 않았었다. 제후는 다시 정신을 <시티 오브 조이>를 사로잡고 있는 정적속에 흐르는 제이의 선 율에 집중하였다. 눈을 감았다. 제경의 영혼은 의외로 투명하다. 하얀색이 아니라 무색.. 그래서 어떤 색이라도 담아둘 수 있는 빛깔이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다채롭고 다양한 색채와 풍부한 재즈 음색에 반해 모두들 어울리지 않게 얼굴을 붉히고 말았던 첫 공연과 비교하자면 지금은 「접근금지」를 내건 열정 속에 도사리는 차가운 시선. 장혜영 여사의 달빛 공연 때와 같은 느 낌... 음(音)이라는 소리에 자신의 감정으로 때마다 새로운 색을 입혀 그것에 사람들이 강한 영향을 받게 한다. 거친 인부들의 감성까지도 송두리채 뒤흔드는 이 이채로운 힘의 무게는 정 말 경이롭다. "저 자식... 이제보니 장여사와 맞먹을만한 놈이었잖아." 민제후의 가슴에 장혜영에 의해 심어졌던 새로운 힘에 대한 갈망이 작은 새싹에서 한층 더 자라났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앞선 또 다른 복잡한 문 제가 눈앞에 던져진 것 같다. 누구가에 의해 끌려가는 느낌은 정말이지.....드럽다. '하~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나?' 난 정의의 용사가 아니야. 마음씨가 너무너무 착해 어려움에 빠진 사람을 보면 도와주지 않고는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는 절대무적 무협지 주인공도 아니고. 그래. 복잡한 건 딱 질색이야. 그렇다면....무시해 주지!! 내가 왜 싫 다는 녀석 인생에 관여하려 들겠어? 나 혼자 살아가는데만도 바쁘고 할 일 이 넘쳤는데. "좋아, 강제경. 네 소원대로 해준다. 무시해주지! 무시할거다!!" 그리고 누구나 스스로 감당해야 할 무게가 있는 법이다. 그렇게 제후가 씁쓸히 웃으며 결정을 내리자 그 순간, 제이의 연주도 끝났 다. .......................... 그러나 박수소리 대신 자리잡은 적막감.. 연주가 끝나고 공중을 떠돌던 마지막 음도 오래전에 공기속에 녹아들어 사 라졌는데 아직까지 떠날 줄 모르는 무거운 침묵이라니... 다들 넋이 나가거나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얼어붙은 상태였다. 물론 한 쪽에서 그런 그들을 쿡쿡 찌르며 장난치는 웃기는 녀석도 있긴 했지만. ??;; 한 번도 천재의 진짜 소리를 들어본 적 없었던 그들은 투박한 만큼 순 수한 감성이 제이의 극단적인 감정에 쉽게 동화되어 버렸던 모양이다. -쨍그랑!!- 주춤거리던 누군가에 의해서 흔들린 유리잔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소리가 기폭제가 되어 사람들의 함성을 끌어냈다. "와아아아아!!!!" "세...세상에!!!" "제이!! 너 어쩌면 이럴수가!!!" 순식간에 <시티 오브 조이>가 함성으로 가득찼다. 진한 화장과 싸구려 향 수 냄새가 밴 여인들 중에는 제이의 시린 감성에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담은 이도 많았다. 가까운 이들은 제이에게 달려가 끌어안고 울고 웃으며 어깨를 두드려대고 있었다. "대..대단해!! 하하, 이런!! 이렇게 우릴 한방 먹이다니.. 저 녀석.." 이마를 치며 탄성을 가득 머금은 아사미의 음성 뒤로 제후와 제이의 두눈 이 마주쳤다. 오늘 벌써 몇 번째로 맞부딪히는 정면충돌인지...쿡쿡...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있으면서도 경계어린 시선을 제후에게 고정시킨 제경 의 얼굴은 마치 고집쟁이 어린아이같다. 제후는 그 모습에 천진난만하게 활 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러자 제이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그렇게 찌푸릴 것 없어. 난 더 이상 끼어들지 않는다.' 그런 제후의 눈에 제이가 막 입을 열고 뭐라 말하려 할 그때였다. "제이!!!!!" 마담 말리에가 무지막지한 체격으로 제이를 덮치고 있었다.;;;; "으아아악!!!!!" 윽!! 산적처럼 삐죽삐죽 솟은 저 뻗뻗한 수염으로 부비부비 공격이라니...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장혜영 여사 공격은 저것에 비하면 애교구나, 애교. 강제경. 삼가 조의를 표한다. ?? "으으으~~!!! 이.쁜.것!!! 귀.여.븐.것!! 넌 천재야, 제이!!!" "우아악!! 이것 놔!!" 혹시 진짜 부자지간이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정말 심각한데... 저런걸 뭐 라고 부르더라. 원조교제? 로리콤? "저리 비키랬잖아!!!" -뻐억!!!- "으악!!!" 매저키스트였군.??;; 제후는 제경에게 맞고 기절하면서도 배실배실 웃고 있던 마담 말리를 보면 결론을 내렸다. 그나저나 제이 저 녀석도 한 주먹 하는가 보다. 아하하하... ...계속 (시간 또 넘겼네? ??; 하지만 10분 늦은건 봐줘여. 분량 늘릴려고 하다가 그렇게 됐단 말예요.??이번 부분에 싸움 한바탕 나는 것까지 전개하려다 가 이렇게 됐어요. 생각보다 분위기 묘사에 지면을 너무 할애하게 됐네요. 지금 열심히 쓰면 아침이 오기전에 하나 더? 할 수 있으려나? ??? 그렇다고 기다리진 마시길. 미안하니까.^^;;;; 그런데 이번 편은 너무 분위기가 진지하고 무겁군. 흠...) -------------------------------------------------------------------------- ---- 제 목 : [뉴 라이프]84회 -캐논(11)- << 뉴 라이프 (New Life) >> -84- [부제: 캐논(11)] 정돈이 잘 된 어느 고급 주택가. 단독주택들이 늘어서 있고 보통 동네처럼 똑같이 일정 구에 속하며 동으로 나뉘어져 있는, 번지를 받은 주택들임은 틀림없지만 이곳은 외관부터 다른 동네다. 집과 집 사이의 거리가 다른 동네에 비해 몇배나 멀고 담장은 사람 키의 두배 이상 높아 성벽같기만 하다. 그리고 각 집집마다 설치되어 있는 CCTV는 출입하는 사람들을 살피며 강한 경계를 하니 저택이라고 부를 규모 는 아니지만 역시 보통 사람들이 사는 동네는 아닌게 확실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민제후가 사는 성전 총수 사택에 비해 아담하고 평범한 거지.' 활짝 열린 창문으로 창밖의 풍경을 내다보던 한 남학생이 냉막한 얼굴로 피식 웃고는 책상 위의 노트북으로 시선을 돌렸다. 노트북 화면 위에 여러장으로 겹쳐 뜬 여러 수치의 각종 그래프들이 보였 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주가와 선물시세, 환율 따위를 나타내는 분석 자료들. 만약 그쪽 방면의 관련인사들이 본다면 그 정확한 분 석력과 세계경제의 미래를 냉철히 바라보는 분석자의 뛰어난 안목에 혀를 내둘렀을 내용들이었지만 파르스름한 검은 머리의 소년은 장난치듯 가볍게 손을 놀리고 있을 뿐이었다. 어차피 그것은 그에겐 심심풀이 장난으로 하는 퍼즐게임일 뿐이었다. 일주 일 뒤에는 이렇게, 한달 뒤엔 그렇게, 일년 뒤에는 저렇게 될 것이다! 라고 예측하면 맞아 떨어지는 재미... 물론 그 퍼즐게임으로 열여섯이라는 나이로 는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만큼의 액수를 집안 식구들조차 알지 못하게 벌어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들도 시시하고 재미가 없었다. 이리저리 건성으로 손가락을 달칵거리다가 그가 턱을 괴고 화면을 초점없 이 바라보자 오늘 오후에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다. 그러자 처음으 로 진짜 미소를 짓는 소년. 작은 체격, 푸른빛으로 바람에 살랑거리는 검은 머리칼, 그리고 예리한 푸 른 눈매... 그 소년을 즐겁게 하는 사건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똑똑- 그때 그 방에 누군가 입장을 알리는 신호를 보내왔다. "네." 소년은 노크 소리에 노트북을 닫고 옆에 놓여 있던 두꺼운 뿔테 안경을 쓰 며 대답했다. "나다, 세진아. 자고 있었니?" "아, 형님이시군요. 들어오세요.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유세진이 문을 열고 들어온 그의 형을 어린아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대했다. 그 미소가 대외용으로 가면의 일부라는 걸 모르는 세진의 형은 세진을 철없 는 동생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뭐, 꼭 일이 있어서라기 보다... 그보다 너무 조용해서 자는 줄 알았다." "제가 이 시간에 벌써 자고 있을 리가 없잖습니까?" "음...그래. 아직도 밤에 채팅하며 노는 거냐?" "네. 그 친구는 미국에 사니까요." 세진이 천진난만하게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밤은 그가 퍼즐게임을 하는 시 간이라 매우 늦은 시간까지 안자는 것이지만 그런걸 일부러 이런 인간에게 알려줄 생각 따윈 눈꼼만치도 없는 세진이었다. 열살 이상의 나이 차이가 나는 형. 이 사람이 세 번째 형이라는 사람이니 첫째와 둘째 형은 훨씬 더 많은 나이차가 있다. 세진에게 이미 동갑내기 조 카가 둘이나 있다고 한다면 이해가 쉽게 될른지. 그리고 그 형님들은 지금 다들 사회에서 제각기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맨 위의 두명의 형이 라는 사람들은 국가 정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고 이 세 번째 형님은 성전 그룹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성전그룹이 각종 계열사로 각 분야에 뻗어있어 한국의 수많은 샐러리맨들이 성전그룹에서 일하고 있지만 이 사람은 뛰어난 머리와 처세로 성전그룹 본사 요직이라는 이사실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 었다. 장태현이라는 사람의 보좌관이었지 아마? "그래도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 공부도 하렴. 네가 특고에 2년이나 월반 해서 들어간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계신 아버님과 식구들 생각을 해야 한 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세진이 다시 천사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웃기지도 않았다. 그런 것이라도 뛰어난 점이 없었다면 받아 주지도 않았을 집안 사람들이 살갑게 위하는 척 위선을 떠는 꼴이라니... 일년에 얼 굴 몇 번 보지도 못하는 아버지와 형님들에게 무슨 정이 있다고 생각을 하 란 말인가. 더군다나 이 능글맞은 세 번째 형님은 자신에게 뭔가 원하는 것 이 있어서 찾아왔을 터였다. 아, 그건 피장파장인가? 나도 어차피 철저하게 이 집안을 이용하며 살아줄 것이다. '사설이 길군.' 본론을 말하지 않고 형들에게까지 깍듯한 존대말을 쓰니 어색하지 않느냐, 편하게 대하라는 등의 주변을 겉도는 이야기만 계속하자 세진이 마음 속 얼 굴을 살짝 찌푸리며 먼저 말을 꺼냈다. "학교일은 걱정하지 마세요. 잘하고 있으니까요. 얼마 전 저희 클래스로 편 입된 민제후라는 학생 때문에 오늘 좀 시끄럽긴 했지만..." "응?" 역시... 알고 싶은 건 민제후에 대한 정보였군. 세진은 슬쩍 떠본 말에 형이 민감하게 반응하자 그가 눈치채지 않게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어 줬다. 그의 형의 위치라면 아무리 성전그룹 내에서 쉬쉬하는 신임총수의 정체가 민제후라는 것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장 태현 이사라는 사람은 성전그룹 차기 회장으로 손꼽이던 실세였고, 그런 사 람의 최측근이 바로 그니까. 그리고 역시나 그는 세진의 예상대로 알고 있었 다. "음...그 새로 들어온 학생이 말썽 피우는 거니?" "아, 그런건 아니구요. 오늘 좀 안좋은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에 연류되었었 죠. 하지만 지금은 오해라는 것이 밝혀졌어요." 정말 재미있었죠. 도난사건의 도둑으로 몰려 새하얗게 질렸던 그 얼굴이라 니...쿡쿡쿡... "그래... 그 남자애 주변에 다른 일은 없고?" "....왜 그런 걸 물어 보시죠?" "그냥 네가 곤란하지 않을까 해서라고 해두마." "그런가요?" "그래." 유진한... 유세진의 셋째 형님의 이름이다. 똑똑하고 처세에 밝은 사람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사리를 따지고 대범한 면이 없어 세진은 그를 별로 중요하 지 않은 인물로 분류해 두었었다. '그런데 보류해 두어야겠군. 누구든 민제후에게 관심을 갖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 세진은 두터운 안경 너머로 차가운 눈을 감추고 다시 철없는 막내동생의 모습으로 생긋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형님. 그 편입생은 그리 말썽을 일으키는 타입은 아니예요. 다만 제가 학급위원으로서 그 애가 너무 소심해 가까운 친구가 없는 것 같 아 걱정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아 참! 저 이제 미국의 채팅 친구랑 만나기로한 시간이예요." 네. 이제 금방 11시란 말입니다. 뉴욕 증시 개장시간이라구요. 그러니까 이 제 그만 꺼져 주시겠습니까? 세진이 싸늘한 마음과는 다르게 천진하고 예의바른 미소를 짓자 아직 만족 스러울 만큼의 정보를 얻지 못한 유진한도 더 이상 말을 붙이지 못하고 물 러서야 했다. "아, 그래. 내가 네 시간을 너무 많은 뺏은 것 같구나." "아닙니다.^^" "그리고 나중에 중요한 일이 있거든 언제든 와서 상의하도록 해라. 알겠 니?" 날 이용하고 싶습니까? 겨우 당신 주제에? 갑자기 친절한 척 하는 모습이 꼴같지 않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언제나와 같이 착하고 순진한 모범생 막내가 되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세진은 그의 형을 배웅하고 문을 닫자 천천히 창가로 다가가 답답한 안경 을 벗어 헐렁하게 입은 셔츠 주머니에 꽂아 넣었다. 활짝 열린 창문으로 여 름을 향해 가는 늦봄의 따뜻한 솔바람이 스며들어왔다. 소년의 푸른 머리칼 을 어루만져 주는 바람이 너무나 다정하다. "무슨 재미있는 큰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야. 기대되는데.. 후후후..." 창밖으로 올려다 본 밤하늘의 별은 보석이 박힌 듯 아름다웠다. 세진이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그 시점, 밤은 그 시각에도 점점 더 깊어가고 있었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검은 융단같은 밤하늘... 그것에서 내려다 본 인 천항의 풍경은 여러 가지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손꼽히는 주요 도시답게 화려한 야경과 빛무리를 품고 있는 모습에서부터 검푸른 파도가 밀려오는 초라한 해안가와 지저분한 뒷골목까지... 어느 곳에서나 빛과 어둠이 공존하지만 인천이란 도시는 아주 오랜 시간을 한국의 역사와 함께 하였기 때문에 그 골이 더 깊어 보인다. -부우우웅- 어디선가 뱃고동 소리가 들려왔다. "아사미. 마담은 좀 어때요?" 희미하게 들려오는 파도 소리와 바다의 짠내음도 거친 손님들의 왁자직걸 한 웃음소리와 싸구려 알콜 냄새에 묻힌 곳. 기분 좋은 흥청망청에 물들어 있는 <시티 오브 조이>에서 제후가 묻고 있었다. 제이의 손이 새하얗고 섬세해서 연약할 줄 알았었는데 그 녀석의 주먹 한 방에 나가 떨어진 우락부락한 털보 마담은 아직도 헤롱대며 정신을 못차리 고 있었던 것이다. 하긴 잘 생각해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연약한 손가락에 엄청난 열정과 과격함도 담아내는 인간들이 피아니스트들이 아닌 가.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이다. 장혜영 여사만 해도 여 자인 그녀의 손힘에 전생의 완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제후조차 힘겨워 했 었으니까. "아, 괜찮아 괜찮아. 주방 뒷방에 눕혀놓고 왔으니까 언젠가 정신 차리겠 지.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뭘. 하하하하!!!" 그럼 이런 일도 매번이유? ??;; 제후가 그 대답에 바에서 칵테일을 만들며 웃는 청년 아사미를 향해서 어 쩔수 없이 마주보며 어색하게 웃어줬다. 정말 생각할수록 웃기는 동네다. 그때였다. -꽝!!!- ...계속 (이번에도 12시 넘기면 안돼는데? @.@;;;; 으아아아~~!! 근데 저번에 장이사 심복이 세진이 형이었군요. 호오~ +.+ 중요한 내용인 가? 앗! 넘기겠다. 얼렁 올리러 가야지!!) -------------------------------------------------------------------------- ---- 제 목 : [뉴 라이프]85회 -캐논(12)- << 뉴 라이프 (New Life) >> -85- [부제: 캐논(12)] "그래서 내가 말이지, 그 자식 면상에 이렇게 주먹을 콱 꼬질러 주니께..킬 킬킬...웃기는 자식. 이렇게 빌빌거리며 질질 짜며 우는데...캬~ 네들이 그걸 봤어야 했다." "뭐어! 정말? 그 꼬장꼬장한 철봉이가? 크캬캬캬캬~" 요란한 등장이네? 제후는 입구를 거만하게 발로 차며 들어오는 몇 명의 시끄러운 무리를 찌 푸리며 쳐다보았다. 반들거리는 재질의 삐끼 복장에,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 는 마녀의 구두 같은 것을 신고서 있는 폼 없는 폼 다 재며 건들거리는 청 년들. 게다가 일행을 이끌고 있는 녀석은 배가 출렁거릴 듯 뚱뚱한 체격이라 그런 옷차림의 모습은 아주 코메디였다. 아니, 청년들이라고 하기에는 좀 이 른 것 같기도 하다. 니물거리는 건달끼가 묻어 있지만 자세히 보니 아무리 많이 봐줘도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어린애들인 듯 싶다. "아니 저 놈들이 또!! 문이 아주 부서지겠군, 부서지겠어. 으이구~" "아사미. 아는 애들이예요?" 제후가 새로 만든 예쁜 색의 칵테일을 야스런 미소를 짓는 진한 화장의 여 인에게 건네는 아사미 총각에게 물었다. 영업용 스마일을 뿌려대는 사토우 아사미상... 아무리 영업용이라고 하지만 저런 멋진 청년에게 저런 미소를 받게 된다면 반해버릴 것이다. 저것 봐. 저 여자도 결국 얼굴을 붉히고 말았잖아. 반응이 바로바로 오는군. 아마도 <시 티 오브 조이>의 매상의 반 이상은 저런 밤의 여인들이 올려주는 것이 아닐 까? 쯧쯧... 아사미군, 멀쩡히 잘 살고 있는 여자들 마음을 뺏는 것도 범죄라네. 그리고 아가씨. 손에 든 담배가 재만 남았수. ??;; "최근 여기 가끔 오는 애들인데 자기들이 대단한 존재인줄 아는 철없는 것 들이지. 아마도 조폭같은 게 되는 것이 가장 큰 꿈인 듯 싶다만... 멍청한 것 들. 무시하는지 모르고 다들 지들이 무서워서 가만히 있는 줄 알아요. 하긴 쟤들 뒤에 무시못할 빽이 있긴 있다고 하더라. 그러니 저렇게 활개치고 다니 는 것이겠지." "아~ 그런 거였군요." 제후는 혀를 차며 다시 맡은 일에 충실한 아사미를 보고 생긋 웃었다. 확실히 처음 요란한 등장 때완 달리 사람들은 다시 자신들 일행과 웃고 떠 들며 마시기 바쁘다.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분위기. 철없는 애들 상대하기가 흥도 안난다는 모습이다. 하기사 이곳에서 술을 즐기는 손님들 그 누구도 세 상 무서운 줄 모르고 설치는 애들에게 정색을 하고 달려들 만큼 약한 인간 은 하나도 없으니까. 다들 강한 바다 사나이들이잖아.^^ 그런데 조폭이 꿈이라구? 이거 요즘 방송에서 애들 많이 버리는 것 같다. 전직이기도 해서 충고하건데 조폭이라는 것은 별로 좋은 직업은 아니다. TV 나 영화에서 영웅처럼 멋있게 싸우는 모습이나 화려한 생활을 주로 보여줘 서 동경하게 된 모양이지만, 정말 그거 하겠다는 놈 있으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말려야 한다. 수렁에 한 번 빠지면 발을 빼기 어려운 법이니... 그 리고 무엇보다 그 직업이라는 게 매우 위험하고....떳떳하지 못하다. '뭐 내가 그런 말 할 처지는 아닌가? 나도 솔직히 그 사건 전까진 내가 떳 떳하면 상관없는 줄 착각하고 다녔으니까.' 씁쓸하다. "아! 그런데 아사미. 제경 아니, 제이는 어디 갔어요? 아까부터 안보이네?" 제후가 문뜩 눈에 안띄는 제이를 생각해내고 물었다. 제이의 인생에 끼여들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같은 학교 친구고 여기에 같이 왔으니 무사히 데리고 돌아가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던 것이다. 어쨌든 그 녀석은 나와 다르게 미 성년자니까. 아참! 지금은 나도 미성년이지! 이그~ 이놈의 정신머리 하고는.. "제이는 저기..." 에? "닥쳐!! 씹새끼!!" 또 멍하니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있다가 날 어이없다는 얼굴로 쳐다보는 아 사미가 가리키는 손가락 끝을 따라갔다. 그리고 그 손끝으로 긴 선을 그리며 고개를 돌리는 도중에 들려오는 고상하지 않은 표준어. 어? 제이 저기에 있었네? ^^ 그런데 저 친구들은 누군데 저렇게 다정하게 제이와 포즈를 잡고 있을까? 뚱보의 피둥피둥한 손이 제이의 목 아래에 있 는 옷깃을 잡아채 위로 들어올리는 포즈는... 아하! 저걸 보고 '멱살을 잡았 다'라고 하는 것이다. 멱살을 잡았...? "어?!" 제후가 약간 놀라 고개를 들었다. 또 무슨 일이야? 오늘은 이제 이쯤에서 조용히 마무리 짓자구. 오늘 이것저 것 요란한 사건들도 많았는데 피곤하지 않냐? 그런데 어째.......분위기가 조 금 다르다? 제후는 곧 그 아이들의 모습이 전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이 시비가 붙은 형 태가 아님을 알고 호기심어린 눈을 반짝였다. 제이의 멱살을 잡고 있는 뚱보는 그들 일행들에 둘러쌓여 능글거리는 얼굴 을 씩씩거리며 붉히고 있고, 제이는 멱살이 붙잡여 있음에도 얼굴을 가린 앞 머리 아래의 입가에 비웃음을 걸고 있었다. 어떤 형국인지 잘 알 수 없어 고 개를 갸웃둥하고 있었지만 언제나와 같이 그 궁금증은 금방 풀렸다. 사람들 은 싸울 때면 미주알 고주알 설명하면서 하기 때문이라고 심오한 고찰의 결 론을 내리는 제후였다. "뭐? 다시 한 번 말해 달라고? 좋지." 잘못하면 한 대 맞게 생겼는데 저렇게 여유롭게 약을 올리며 말하다니... 제이 녀석, 담도 참 크다. 저 비계 덩어리가 그리 강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 래도 주먹은 상당히 커서 위협적인데 말이야. "물에 불은 돼지고기..." 헉! 녀석... 저렇게 콕 집어 말하다니. "아아, 오늘은 좀 달리 불러 줘야 할 것 같군. 몇 년만에 만났더니 업그레 이드 됐네. '비닐포장 신선육'은 어때?" 무서운 넘... 정말 무서운 관찰력이었다. ??;; 제후는 반들거리는 녹색 비닐 자켓을 입은 뚱보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제 이의 독설이 하늘을 찌르는 와중에 말발로 안되니 얼굴이 시한폭탄처럼 벌 겋게 되어 부들부들 떨고 있는 꼴이 동정이 갔다. 자기딴에는 신세대 패션으 로 입은 것일 텐데 좀 안됐다. 제이 녀석,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까지 말할 필요는.... 하지만 정말 그 표현 은 '안성맞춤'이다. 캬하하하~~ "시끄러, 새끼!! 더러운 창녀 아들 주제에 어디에서 나불거리는 거야!!" '응?' 순식간에 제이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창녀의 아들? 저 뚱보가 지금 그렇게 말한 것 맞지? 제이가 창녀의 아들이라는 소리에 웃음기가 사라진 채 굳어지자 그제서야 뚱보가 의기양양해져서 그의 패거리들과 킬킬거리고 있었다. "몇년전에 동네에서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싶었더니 이런 곳에 짱박혀 있 었냐? 갈데가 없으면 지역 유지의 아들인 나라도 찾아오지 그랬어. 이런 곳 에서 술 팔거면 차라리 날 찾아오는게 더 나았을 텐데... 그럼 별로 할 일고 편하잖아. 내 구두를 핥거나 내 가랭이 사이로 기기만 하면 됐을 것을...쯧 쯧..." "낄낄낄..." 뚱보가 동정이 간다는 얼굴로 가식적인 슬픈 표정을 어눌하게 지으며 말하 자 그와 같이 들어온 두명의 아이들이 지들끼리 등을 치며 키득거린다. 제이 의 표정이 더욱 더 차갑게 굳어지고 있었다. "...아니야." "뭐?" "우리 엄만 창녀 따위가 아니었다구, 이 병신들아!!" -퍽!- "윽!! 이 새끼가!!" 제이가 붙잡혀 있는 와중에 주먹을 그 뚱보의 배로 찔러 넣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출렁출렁한 물살이 늘어져 있는 배가 제이의 주먹에 큰 충격을 받았 을리 만무하다. 예상대로 뚱보는 얼굴을 조금 찡그리며 제이를 붙잡고 있는 팔을 휘둘러 제이를 멀리 날려 버렸다. 그래도 생각보다 상당히 강한 제이의 주먹에 놀라 당황해 씩씩거리는 뚱보의 얼굴. 테이블 위로 떨어진 제이 덕에 그 주위에 있는 의자와 식탁이 부서지고 넘 어지며 아수라장이 되었다. 여자들이 꺅꺅거리며 지르는 소리가 싸움구경이 났다는 신호탄같았다. "그딴 년이 창녀가 아니면 어떤 년이 창녀야, 새끼야? 엉?" "...으...씨..팔..." 바닥에 뒹굴며 욕설을 내뱉는 제이의 모습이 보였다. 누구를 향해서 하는 욕설인지 알 수가 없다. 뚱보에게 쏟아붇는 욕인지 자기 자신에게 쏟아붇는 울분인지... 뚱보와 함께 들어왔던 패거리들은 제이에게 달려들어 움직이지 못하게 붙 잡아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 "큭큭큭... 오랜만에 고향친구를 만나서 반가워 회포를 풀려고 했구만 너무 매정한거 아니야, 언니? 자, 나한테만 솔직히 불어봐. 너도 네 엄마처럼....사 네놈들한테 몸 팔았지?" 뚱보가 니글거리는 말투로 마치 다방 레지를 부르듯 제이를 모욕하며 제이 의 얼굴과 손을 더듬고 있었다. 구역질이 날 것만 같은 행동들.. 제이가 그 말에 축 늘어져 있던 고개를 갑자기 번쩍 들고 증오로 가득찬 눈으로 쏘아 보았다. "네가 시범조로 딴새끼랑 그짓하는 걸 보여주면 생각해 보지." 날카로운 제이의 독설에 다시 얼굴이 벌개지는 뚱보였다. -짝!!- "크윽!!" 뚱보의 손뚜껑만한 손바닥에 제이의 얼굴이 휙 돌아갔다. 천천히 제자리를 찾는 제이의 얼굴을 보니 한쪽 뺨이 부어있고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고 있 다. 그러나 여전히 비웃음과 증오로 가득찬 눈만큼은 별처럼 반짝인다. "...애정표현이 정말 약해졌군. 세월 탓인가? 이제 창녀 아들하고 공부니, 피아노니 하나부터 열까지 비교당하던 열등감이 사라진 거야? 쿡쿡쿡..." "재수없는 새끼... 흥! 조금 후에도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한 번 두고 보 자." "!!!" 제이의 눈동자가 커다래졌다. 뚱보가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맥주병과 라이 타. 문제는 맥주병은 아까의 충격으로 흉기만큼 날카롭게 깨져있는 채였고, 라이타는 제이의 손끝을 태워버릴 듯 소년의 손 주위에서 일렁거렸다. 피아노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손'일 것이다. 그 뚱보 자식은 제이가 성전으로 스카웃되기 이전에 알던 사이고 지 금까지의 행동으로 보아하니 제이가 본격적으로 피아노를 공부하는 촉망받 는 신예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지만, 예전의 그의 기억에도 제 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손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던 것 같 다. 그리고 제이의 겁에 질린 반항이 거세지고 있었다. "이..이거 놔아!!" "킥킥킥.. 내가 오늘 네 자식 손가락 바짝바짝 타들어가는 꼴을 보고야 만 다." "미친 새끼!!" "흥! 더 떠들어 봐. 우리 집안이 어떤 곳인줄 알어? 여기에 네 자식 도와주 려고 목숨걸려는 놈은 없어. 괜히 나섰다가 쥐도 새도 모르는 새에 없애줄 수 있다고. 알았냐? 더러운 창녀의 아들." 그렇게 뚱보와 그 무리들이 전형적인 악당의 대사를 주절거리며 폼을 잡고 있을 그때였다. "아~ 짱나 죽겠네." ...계속 (이번회는 스토리상 욕설이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심한 욕 안쓸려고 많이 자제를 했어요. 일반적인 욕으로 최대의 효과를!! 그리고 그동안 제가 너무 바뻐서 공지를 올릴 틈도 없었네요. 물론 삼룡넷 게시판에 하소연같은 소리를 잠깐 흘려 날리긴 했지만서도...??; 그래서 오늘은 스토리를 쫘쫙 써내려갈 계획을 잡고 있답니다. 오늘 오후에 하나 더 올라갈 것 같구요. 잘 되면 하나 더 올라갈지도 모르겠어요. 3연참 은 좀 무리가 아닌가 생각하지만 지금이 아직 오전 10시니까 뭐....?? 아~ 열분들, 제발 제 일복을 나눠가지고 가세요. 콧구멍에 휴지 막는 것도 이제 지겨워.. ?? -------------------------------------------------------------------------- ---- 제 목 : [뉴 라이프]86회 -캐논(13)- << 뉴 라이프 (New Life) >> -86- [부제: 캐논(13)] 어디선가 들려온 맑은 미성. 그것에 뚱보 일행이 험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목소리 자체는 맑고 예쁘다는 느낌까지 들었지만 그 어감이라는 것은 그들에게 상당히 거슬리는 것이었다. 뚱보는 누군지 모르지만 잡히면 반 죽여놓겠다는 일념으로 그 목 소리의 주인을 찾아 두리번 거렸다. 그러자 그가 시선을 지나쳤던 곳에서 또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뭘 그렇게 두리번거리냐? 나 찾는 거 아냐?" 뚱보가 소리의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니 교복 차림의 한 소년이 빙글거리며 거만하게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유명 사립학교 교복인 듯 싶은 고급스런 차림과 귀티나는 단정한 얼굴, 칵 테일바 바로 위에서 비추는 조명에 금빛으로 반짝이는 금발에 가까운 머리 칼... 의외의 인물이다. 뚱보가 생각하기에는 자신을 정의의 사도로 착각하는 골 빈 놈팽이거나 힘 꽤나 쓰는 인물일 줄 알았더니 이런 곳에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지 않았던 타입의 인물이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어쨌든 뚱보는 그 소년의 모든 것이 바라보는 순간 거슬렸다. 자신은 그 누구보다 대단한 집안의 아들로서 무엇하나 부러울 것이 없고 잘난 존재이다. 자기 자신이 제일 잘나고 멋있다. 그래야 한다. 그런데 저 계집애처럼 곱상하게 생긴 노랑머리 자식과 비교하자 자신의 귀티가 한없이 초라해지는 것 같았다. 외관도 그렇지만 풍기는 분위기까지... 상대방은 첫눈 에도 진짜 KS마크 도련님 이미지. 계집애들이 간지럽게 말하는 '왕자님'이 라고나 할까? 처음부터 비교하려 생각한 건 아닌데 자연히 하나부터 열까지 비교가 되었 다. 정말로 더럽게 꼴리는 기분. 이런 기분은 3년 전, 강제경이라는 저 재수 없는 자식과 만났을 때와 비슷하다고 생각되니 욕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그 리고 무엇보다 제일 뒤틀리는 건 전혀 겁을 먹고 있지 않은 상대의 여유있 는 눈동자였다. '저 새끼도 기필코 밟아주고 말겠어.' 뚱보가 입술을 비틀며 비릿하게 웃었다. 그러나 제후도 그런 뚱보를 바라보며 피식 웃고는 유쾌한 목소리로 말한다. "짜증난다는 소리를 요새 애들은 이렇게 얘길 하더구만. 맞냐, 꼬맹아?" "뭐? 이 시끼가!!" 뚱보 패거리들이 붙잡고 있던 제이를 내팽겨치고 금방이라도 달려들 듯 제 후 근처로 몰렸다. 바닥에 쓰러지는 제이를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이 달려와 부축한다. 그리고 그 잠깐의 순간, 민제후의 눈이 제이를 스치면서 불꽃이 번쩍였다고 생각됐지만 다시 뚱보를 바라보는 눈은 차가울 정도로 고요해서 다들 잘못 본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와아~ 라이타 좋다. 나도 라이타 좋은거 많이 봤는데..." 여전히 긴장감 없는 제후의 목소리.;;; 뚱보 일행 뿐 아니라 주변에 싸움 구경을 하기 위해 몰렸던 사람들조차 어 이없다는 표정들이었다. 그러나 제후는 여전히 유쾌한 얼굴로 빙글빙글 웃으 며 이야기를 하기 바쁘다. 손짓까지 섞어서 이야기하는 폼은 그의 눈속에 분 노로 이글거리는 빛을 눈치채지 못한다면 정말 기분이 좋아 떠드는 모양새. "그 라이타는 특이하게 이렇게 길어가지고 얼핏 보면 꼭 긴 칼이나 쇠꼬챙 이처럼 생겼어. 그 끝을 이렇게 누르면 쇠막대 끝에서 불이 탁 하고 켜지는 데...진짜 재미있다구. 3층 케익에 초 불 붙일 때 쓰는거라고 하던데... 그런 데 내가 그 라이타를 이용해서 사람도 구했다는 거 아니냐. 후후후... 라이타 하나로 사람을 구했으니 역사에 길이 남는 물건이란 말이야. 그런데 요즘은 그걸로 예식장에서 신랑신부 어머니들이 초에 불도 붙인다더라. 다용도라니 까, 다용도." "뭐야, 이건? 야, 새끼야. 너 우릴 화나게 하면 어찌되는 줄 알어?" "아하하...참 나. 내가 뭘 어쨌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네. 그냥 대화나 좀 하 자고 한건데. 요즘 애들이란...쯧" "뭐야!!" 좋았어! 제후가 얼굴을 울그락불그락해서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멍청이 패거 리를 바라보고 마음 속으로 빙고를 외치며 재빨리 자세를 잡았다. 남의 인생사에 끼어드는 짓은 절대 안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그가 고아로 자 랐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역시 부모일을 가지고 걸고 넘어지는 짓은 용납할 수 없다. 예전엔 장태현 이사가 성전그룹 회의실에서 원판을 가리키며 애미 애비가 어쩌구 라는 말을 하는 걸 듣고 문짝도 날려버린 전적도 있지 않은 가. 누구든간에 본인이 아닌 부모를 욕 보이는 짓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 다. '흥! 엉덩이에 뿔난 망아지들 같으니...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지!' 아까 마담에게 칼을 댔던 실수로 신중함을 마음에 새기지 않았다면 제후의 욱 하는 성질에 오늘 하루 3번째 칼부림의 대상이 될 뻔한 뚱보 일행이었다. 전직 보스의 주먹에 두둘겨 맞는 것도 안되긴 했지만 어쨌든 피는 보지 않 을 테니까. 그런데 막 제후가 분위기를 보다 먼저 치고 들어갈려는 때였다. "민제후, 끼어들지 마!!!" "우갸갸갸... 우앗??" 누구야? 한바터면 다리 꼬여 넘어질 뻔 했잖아. 우띠~. 제후가 갑자기 우렁차게 터져나온 누군가의 음성에 놀라 고개를 돌렸더니 한쪽 뺨이 붓고 입술이 터져 애처로워 보이는 제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뺨에는 아사미가 얼음을 대주고 있지만 입술이 터진건 핏자국 때문인지 더 아파 보인다. 어이, 제이. 근데 손은 괜찮니? ^^;;; "민제후...내 인생이야. 내가 경고했지. 그런데 네가 뭔데 끼어들어." 소란통에 흩어진 앞머리 사이로 제이의 눈이 무섭게 빛나고 있었다. 제이의 눈은 제후도 벌써 인정한 터였다. 그런데 그런 눈이 자존심이 상해 파란 불 꽃을 튀기며 쏘아보자 등골이 서늘할 지경이다. 제이가 흔들림 없이 예리하 게 날이 선 목소리로 천천히 읊조렸다. "왜 너까지 날 비참하게 만들어." 야, 그게 비참한 자식 눈매냐? 잔뜩 야리고 있는 주제에... ??;; 독한 놈... 그냥 주변 사람들한테 조금씩 기대고 도움도 좀 받으면 안되나? '음...하긴 한국 사람이 원래 좀 독하지. 그 매운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먹는 무시무시한 민족 아니겠어. 쿡쿡쿡...' 제후가 제이의 강한 항변에 자신이 그의 인생에 끼여들지 않겠다고 다짐한 일도 있고 해서 어떻게 할까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는 그때, 뚱보 일행들이 자신들을 무시한채 흘러가는 시간을 용남하지 못하겠다고 테이블을 엎으며 뒤집고 있었다. 정말 조용히 넘어갈 기회를 차버리는 불쌍한 인간들이다. "야, 네들 지금 날 무시했어? 내가 누군지 알어!! 이런 허접한 술집에서 술 이나 파는 창녀 아들 주제에 어디에서 이 몸을 무시하는 거야, 앙!! 우리 아 버진 시의원이야, 시의원!! 게다가 우리 집안이 어떤 집인데, 씨팔!!!" 내가 오늘 저것들 아주 조져 버린다. ?? 뚱보 일행은 정말 행운을 발로 차버리는 불쌍한 인간들임은 틀림없다.;;; 제 후는 이런 청년들을 한 사람이라도 개화시켜 올바로 이끄는 것이 어른된 도 리이며, 이것은 제이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전 사회적이고 범국민적인 선 도 활동이라고 마음으로 선포하고야 말았다. 제후가 생긋 웃으며 제이와 사람들 쪽으로 돌아섰다. "어허~ 제이야. 끼어들다니. 난 절대 네 녀석 일에 끼어들 생각 같은거 없 음이다." "무슨..." "어이 잠깐!! 너희들 지금 나한테 시비거는 거냐?" 제후가 난장판 개판으로 만들고 있는 뚱보 일행들을 향해서 소리쳤다. "하! 어이가 없어서.. 그래, 임마! 시비건다. 시비 걸었다. 그래서 어쩔래?" "분명히 지금 네들 나.한.테. 시비 걸고 있는 거다. 이유는 이 어른이 너무 나 후덕하게 생기시고 잘나서 질투가 난 나머지 충동적인 속상한 마음 탓이 라고 하자구나." "뭐야?!!! 이 빌어먹을 새끼가!!!" "어이, 제이! 들었지? 얘들은 지금 나하고 볼일이 있는 거야.^^" 화사한 미소를 가득 피우고 있는 얼굴로 제후가 다시 제이쪽으로 소리쳤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밝게 웃고 있지만 역시 용서할 기분이 나지 않는 느 글거리는 놈들이라 두눈만은 싸늘하다. 제이도 제후의 그런 얼굴과 방금전 확인시켜준 그 말들에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 네들. 나한테 고마워해야 하는데." 또 다시 알 수 없는 금빛 머리칼의 소년의 장난같은 말소리.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뚱보 일행이었다. 저런 엉뚱함 때문에 생각처럼 먼저 주먹 부터 날리지 못하는지도 모르겠다. 씩씩거리면서도 어리둥절한 표정의 뚱보를 바라보고는 제후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주위를 좀 살펴 보라고." "어?...어엇?!!" 조용히 싸움 구경을 하는 것으로 보였던 술집안의 손님들이 적대적인 눈으 로 험악하게 그들을 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 계속 이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던가? 일부에선 주먹을 꺽으며 뼈가 어긋나는 소리로 공포 분위기를 내 는 장정들도 보인다. 아마도 민제후가 나서지 않았다 한다면 저들이 나서서 제이를 괴롭히는 뚱보 패거리들을 작살내 버렸을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았다. "어때?" "이..씨발...그렇다구 겁 먹을 줄 알아!! 내가 누군 줄 알고!! 죽어!!" 뚱보는 그가 보기엔 한주먹거리도 안되어 보이는 제후가 빙글빙글 웃으며 염장을 지르자 앞 뒤 잴 것도 없이 갑자기 깨진 맥주병을 던져 시야를 가린 뒤, 바로 앞에 놓여 있던 나무 의자를 들어 휘둘렀다. 갑작스런 상황에 사방 에서 비명소리가 작렬했다. 순식간이었으므로 피할 여유가 없었으니 곧 둔탁한 소음이 들리고 저 금발 의 기생 오래비 같은 놈은 마루 바닥에 헤딩하며 쓰러질 것이다. 그럼 저 면 상에 떠올라있는 재수없는 웃음기를 가차없는 발길질로 없애 주리라. 어차피 어떤 사고를 쳐도 그의 아버지가 다 알아서 해결해 줄 테니 설사 고삐리 한 두명 죽였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런데 격탁음이 들려야 할 그 시점에 의자가 '부웅'하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만을 질렀다. 그리고 의아한 뚱보의 눈에 보인 것은 그 민제후라는 놈이 몸을 뒤로 공중돌기를 하며 피하고 다시 한 번 뛰어 올라 칵테일바 위로 가 볍게 내려앉는 모습이었다. -타탁!!- "으윽! 진짜 큰일날 뻔 했잖아. 그런데..." 뚱보의 디룩디룩한 얼굴 속에 묻혀 있는 두 눈이 경악에 물들어 커다래졌 다. 어떻게 그 순간 저런 움직임이 나올 수 있지? 사람들의 감탄과 경악 속에 정신없는 뚱보의 귀로 얼음조각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민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진짜로 죽일 셈이었어?" 처음 그가 의자를 휘둘렀을 때 여자들이 놀라 지른 비명 소리가 곧이어 민 제후에 대한 감탄의 비명소리로 바뀌었다는 사실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말문이 막힌 뚱보에 눈에 그나마 짓고 있던 싸늘한 미소조차 지운 연약해 보이는 소년의 얼굴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표정만은 살벌하다. "....도무지 용서할 가치가 안보이는군." 제후가 차가운 표정으로 교복 마이와 넥타이를 벗어 한쪽에 던지며 칵테일 바 위에서 뛰어 내렸다. ...계속 (역시 3연참은 무리였나 봅니다. ??; 제가 지금 나가봐야 하거든요. 다시 또 올리게 되도 새벽에나 올라갈 것 같네요.^^ 음...앞으로의 예상대로라면 제후가 흠씬 패줘야 하겠지만 요즘 주인공의 몸이 좀 이상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좀 난항을 격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역 시 그렇게 큰 스토리 진행은 안됐군요. 아하하하...이런...^^;;; 꼬리표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만...) -------------------------------------------------------------------------- ---- 제 목 : [뉴 라이프]87회 -캐논(14)- << 뉴 라이프 (New Life) >> -87- [부제: 캐논(14)] "올바른 선도는 한 사람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한 나라를 구하는 것이 지." "뭐라 주절거리는 거야!!" 뚱보가 둔해 보이는 몸짓으로 흥분해서 길길이 날뛰었다. 잠시동안이지만 닭 잡을 힘도 없어 보이는 제후에게 주눅들어 있었다는 것이 자존심 상하는 모양이었다. 저 하얗고 비리비리한 놈이 생각보다 재빠르다는 사실만 인정할 뿐 다른 것은 보이지 않았다. 뚱보는 민제후가 자신보다 아주 조금 더 잘생 기고, 아주 조금 더 귀공자같고, 진짜로 아주아주 조금 더 카리스마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살고 싶지 않을 만큼 밟아줘야 한다고 되새기고 있었다. 물론 이 세상 어딜 가도 자기 자신이 제일 잘생기고, 부자고, 인기 좋고, 강한 남 자였다. ??;; 하지만 정말 아주 근소한 차이로라도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 는 놈은 살려둘 수 없다는 신념에는 변함이 없었다. "제기랄... 네가 나와 맞먹을 정도로 좀 생겼다는 건 인정하지만 나한테 안 돼, 쨔샤!! 내가 얼마나 완벽한 미남인줄 알어? 게다가 우리집은 말이야..." "아아~ 알어알어. 니네 아버지 시의원이고 니네 집 무지 빵빵하다고?" 뚱보는 이상하게 상대의 눈초리에 움추려드는 자신감에 짜증을 내며 지금 껏 자신의 권력세계를 구축하고 있던 조건들을 일일이 열거했다. 그렇지만 그 말에도 전혀 놀라거나 겁먹지 않고 어이없다는 얼굴로 피식 웃으며 지겹 다는 듯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후비며 손을 휘젓고 있지 않은가. '이..이상하다. 왜 아무 반응이 없는 거야? 씨팔... 저 새낀 촌새끼라 말귀 를 못알아 듣는 모양이군. 이쯤에선 벌벌 떨면서 잘못했다고 빌어야 정상인 데.' 뚱보는 자기 집안의 힘과 권력을 우습게 보는 듯한 제후에 대해 그렇게 결 론을 내리고 있었다. 한편 제후는 욕심으로 누렇게 뜬 두눈을 디룩디룩 굴리는 그 뚱보를 차갑 게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려서 그렇겠거니, 그 다음에는 풍족한 가정 에서 사람을 깔보는 환경에서 커서 그랬겠거니 했지만 마지막에 실제로 자 신을 죽일 마음까지 먹은 뚱보를 보고 가만 둘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죽어버리라고 소리치는 뚱보의 눈에 순간적으로 떠오른 것은 진짜 살기(殺 氣)였다. 살기(殺氣)... 죽여 버려야겠다는 의지라니... 단순히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다고 사람을 해하겠다는 흉악한 마음은 뒷골목 건달들도 쉽게 갖지 않는 것 이다. 도대체 저 녀석 부모는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건지 그 부모라는 사 람들 얼굴 좀 봤으면 싶은게 솔직한 제후의 마음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제후는 차갑게 얼어붙은 눈으로 뚱보 일행들을 향해 걸어가면서 짧은 순간 주변을 둘러 보았다. 아까는 잘 몰랐는데 뚱보의 말도 안되는 잘난척 대사를 듣고 웃다 보니 주변이 아까와 다른 류의 소란스러움으로 변한 것을 깨달은 탓이었다. '어라? 뭐야, 저건??' "맛 좋은 오징어, 땅콩 있어요~." "자자, 걸어걸어. 뚱땡이한테 걸면 승률이 만땅! 그렇지만 저 학생한테 걸 었다가 만에 하나 이기면 20배의 뻥튀기!! 자~ 걸어걸어." "이번 맞짱은 어떻게 보시고 계시죠?" "네~. 이렇게 끝이 뻔히 보이는 판은 생전 처음입니다. 체격이나 배경 차 이도 엄청나죠. 무모합니다. 하지만 무모하기 때문에 더 흥미진진하죠. 저 학생의 자신감으로 봐선 어떤 히든카드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요." "네에, 글쿤요. 앞으로의 상황은 계속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말이시군요." 나참. 어이가 없어서... ??;; 짧은 순간 시선을 돌려 주변을 바라보자 그 많은 사람들이 그들 주위로 공 간을 터주고 구경하고 있지 않은가. 마치 권투 경기나 레슬링 경기를 지켜보 는 것과 같은 분위기. 여유로운 아저씨들이 사람들 사이를 분주히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아하니 이번 싸움판에 내기도 걸린 모양이었다. 난 오늘 이곳에 처음 온, 안면이 없는 사람이라 이건가? 섭섭하게 아까 제 이가 싸움에 휘말릴 때와 이렇게 다르다니. 우~ 넘해. ??;; 아니다. 다 좋 다. 다 좋은데 거기! 히히덕거리며 내가 지게 될 상황을 미리 예상하면서 떨 어질 배당금 계산은 미리 하지 마쇼!! 그리고 거기 아사미군도 이 기회를 노 려 팝콘을 유료로 팔지 말란 말예요!! 술집에서 팝콘은 서비스잖아요!! 그리 고 또 거기, 중계방송도 하지마!!! ??++ "이때다!! 잡아!!!" "어?!!" 아차! 제후는 잠시 한눈을 팔다가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 자신을 뒤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붙잡는 손들을 느끼고 순간 당황했다. 어느 때부턴가 안보인 다 싶었던 뚱보 패거리들이 군중들 사이로 숨어있다가 이렇게 갑자기 달려 들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 저 니글거리는 뚱보에게 너무 집중한 탓이리라. 사람들 사이에서 안타까운 비명과 야유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전생에 이런 정신상태로 다녔으면 진작에 골로 갔겠군. 역시 내가 요즘 너 무 풀어져 다니는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너무 이상하다. 보통 사람들보다 몇배가 예민한 감각 을 지닌 신체였다. 그런데 아무리 다른데 정신을 팔고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간단히 잡힌다는 것은... 아직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마치 깊은 산속에서 핸드폰 전파가 간간이 끊어지는 것처럼 영혼과 육체간의 접속이 불안전한 이 느낌... 제후가 오늘 벌써 여러번 느끼는 이상한 감각에 꺼림직해져 눈앞에 벌어져 있는 싸움보다 다른 것을 더 깊이 생각하자 녹색 비닐자켓을 입은 뚱보가 출렁이며 다가와 니물거리는 말투로 떠들기 시작했다. "크큭큭큭... 뭐야. 이거 너무 싱겁게 끝났잖아. 난 또 너무 살기등등하게 나와서 혹시나 하고 쫄았었는데 말이야. 으응~?" "후후... 그래?" 반항 하나 없이 얌전히 잡혀있는 제후는 그 말에 웃으며 대꾸해 줬다. 그러 나 반항조차 없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못한 뚱보는 그 피둥피둥한 손을 들어 제후의 단정한 얼굴선을 느끼하게 쓰다듬는다. "이쁘게 생겨가지고 왜 그렇게 건방지지? 응? 안그러면 내가 이뻐해 줄 수 도 있는데 말야. 주제를 잘 알아야지. 어때, 이쁜이?" "쿡! 너 진짜 그쪽 취향이냐? 참 고.상.한. 도련님이네?" "뭐..뭐얏!!" 민제후의 차가운 비꼼에 뚱보가 금새 시뻘겋게 달아올라 씨근거린다. 제후 가 그것을 바라보며 북극 바람보다 더 한기가 느껴지는 눈으로 섬뜩한 눈빛 을 번쩍였다. "구역질나는 그 손 치.워." 그 소리에 뚱보는 씩씩거리다 제후의 얼굴을 제이 때와 똑같이 내려치려는 듯 손바닥을 위로 쳐들었다. 그러나 그 순간, 제후가 자신을 잡고 있는 청년 들 쪽으로 몸을 의지하더니 두발을 번쩍 들어 뚱보의 출렁이는 뱃살을 힘껏 걷어차줬다. 그러자 그와 함께 뚱보의 배에서 북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며 비 명소리와 바닥을 굴러 멀리 날아갔다. "이..이 씹탱이!!" "너희들도 너희들의 고상한 도련님과 같이 날아봐!!" 제후는 뒤에서 붙잡고 있는 청년들 쪽으로 교묘히 몸을 틀어 한쪽 팔을 빼 낸 후, 나머지 한쪽 팔과 어깨를 붙잡고 있는 청년 쪽으로 휘돌아 업어 메쳐 날렸다. "흐이얍!!" "우아아아악!!!!" -우당탕탕탕!!!- 예전에 비리교사 개차반에게서 배운 기술을 써먹게 되다니 세상일이란 참 알 수 없다고 자조하며 제후가 재빨리 몸을 돌렸다. 아직 멀었다. 이제 시작 일 뿐이었다. "야, 새끼들아!! 니들 뭐야!! 저 새끼 잡어!! 내가 니들 놀고 먹으라고 돈들 여 끌고 다니는 줄 알아!!!" 뚱보가 넘어져 있는 곳에서 벌떡 일어나며 악에 받쳐 소리소리 지르고 있 었다. 어딘가에 세게 부딪혔는지 코가 뭉개져 그 디룩디룩한 얼굴이 코피로 범벅이었다. 그러나 반성의 기미는 커녕 아직도 자기 잘난 맛에 날뛰고 있었 다. 저런 놈들한테는 역시 매가 특효약이다. 자기도 약자가 될 수 있다는 것 을 가르쳐 줘야 할 것이다. "우아아아!!" "흥!" 제후가 손에 깨진 맥주병이며 주머니칼이며 뭐든 무기가 될만한 것들을 잡 고 달려드는 뚱보 무리들 사이를 이리저리 피해 뚫고 들어갔다. 다른 녀석들 에게는 볼 일이 없었다. 그래서 요란법석한 다른 행동들은 삭제한 채 깔끔하 게 장애물만 발길질과 주먹으로 처리하며 뚱보를 향해 달려갔다. 점점 뚱보 에게 다가가자 뚱보의 얼굴이 새파래지며 겁에 질려 자기 일행들에게 소리 소리 지르는 것이 보인다. "우어어!! 다가오지 마!!" "너, 맞으면 얼마나 아픈줄 알어?!!" 드디어 뚱보의 코앞까지 다다른 제후는 싸이한 미소를 지으며 뚱보의 멱살 을 잡아 일으켜 주먹을 날렸다. 핏물을 토해내는 것이 이빨이 몇 개 나간 모 양이다. "어때? 아프지? 그런데 너 아까 제이의 손가락을 뭐? 라이타 불로 바짝바 짝 태운다구? 나도 아직 사람 손가락은 안태워 봤는데 내가 네 손가락으로 시범해 보일까? 응?" "살려줘!! 괴물이야!!!" 인간은 정말 이상하다. 권력의 정점에 가까이 서있는 인간들일수록 한꺼풀 벗겨보면 이렇게 약하디 약하니. 인간이란 존재는 원래부터 본능적으로 다른 인간 위에 군림하는 것을 꿈꾸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렇게 약한 녀석까 지 자기 힘이 아닌 주변을 이용해서라도 남들위에 올라선 것처럼 보이게 하 는 것이 아닐는지. 하여튼 이런 아이들의 교육 첫 번째는 남들의 아픈 모습이 자신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려줘야 한다. 이번 기회에 버릇을 단단히 고쳐놔야 해. 그런데 그때, 겁에 질려 있던 뚱보 녀석이 갑자기 핏물을 머금고 있는 이를 드러내며 배시시 웃는다. '엇?' "죽어, 새꺄!!" 예민한 오감이 뒤에서 육중한 뭔가가 무섭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경고해 주고 있었다. 평소의 기준대로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 그러 나 제후의 눈에 순간적으로 당혹감이 서리기 시작했다. '이..이익!! 하필이면 이런 때!!' 다리를 움직여야 한다는 의지가 육체를 벗어나는 이 느낌! 낮에 손이 움직이지 않아 놀랐던 그 낯선 감각이 다시 찾아왔다. 제후가 이 번에는 움직이지 않는 두 다리를 원망하며 두눈을 질끈 감았다. -빠악!!!- "크흑..." 아찔한 통증이 등허리를 강타하자 온몸에 기운이 빠지면서 바닥이 가깝게 다가왔다. 찰라간에 시야가 깜깜해졌다가 다시 빛속으로 돌아오는 감각이 끔 찍하다. 바닥에 심하게 부딪혔음인가? 입안이 터졌는지 찝찌르한 피맛이 났 다. "제..젠장..." ...계속 (아~ 오후에 올리겠다고 했다가... 내가 또 왜 이러는지 몰라. ??;; 하지 만 지금도 오후는 오후지 뭐. 오전은 아니잖아요? ^^;; -그걸 변명이라고!!! ??++ - 어쨌든 음...우리의 주인공이 위기에 빠졌습니다. 으쩔쓸까나? +.+ 일찍 위기에서 빠져 나올까? 아님 계속 힘들어질까? 휴~) -------------------------------------------------------------------------- ---- 제 목 : [뉴 라이프]88회 -캐논(15)- << 뉴 라이프 (New Life) >> -88- [부제: 캐논(15)] "우우우~~" "뚱땡이, 비겁하다!!!" "꼬마야! 어서 일어나, 마!! 너 내 돈을 이렇게 홀랑 까먹고 말테냐!!" 바닥에 웅크린 채 사리는 몸 위로 어지러운 발길질이 날아왔다. 주변의 다 른 취객들의 야유소리가 들린 듯 하지만 제후는 정말 그런 소리가 들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느새 귓가도 멍멍해져서 소리가 제대로 들리고 있는 것인 지도 의심스러웠으니까.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뚱보 패거리들에게 무자비 하게 밟히고 있다는 사실뿐. 제후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는지 그것도 알 수가 없었다. "캬하하하~!! 이 괴물! 죽어죽어죽어!! 뒈져 버려!!" 그러나 그 어지러운 정신상태 속에서도 야유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뚱보의 광기 서린 목소리만은 선명하게 들려온다. 그 얼굴이 너무나 쉽게 상상된다. 누런 눈을 희번뜩 치켜 뜨면서 핏물을 질 질 흘리는 이를 드러내며 미친 듯이 웃고 있겠지? "네들 뭐하고 있어! 돈만 축내는 밥버러지 같은 새끼들!! 더 밟아!!" -퍼억!!!- "컥! 쿨럭 쿨럭..." 제후가 고통에 몸을 틀다 잘못해서 뚱보의 발길질에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배를 걷어차여 마룻바닥을 몇 걸음 정도 주르륵 밀려나니 눈앞이 새하애지 는 것 같았다. 연약한 원판의 육체로 밟히니 그 고통이 훨씬 더 끔찍하다. 떨리는 손끝으로 입을 막고 엎드려 토악질을 하듯 기침하자 입에서 비릿한 뭔가가 주르륵 흘러나온다. '피...?!' 민제후의 맑은 동공이 순간적으로 커다래졌다. 예전에도 이와 같은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같은.....으윽! "푸헤헤헤~ 노랑머리 새끼. 어때? 잠시 잘난 척 까불더니 그 위세당당함은 어디로 갔을꼬? 품위는 지나가는 똥개한테 던져 줬냐? 푸히히히!! 오우~ 이 런... 이젠 피까지 토하고. 이거 불.쌍.해.서. 어~쩌~지?" 사람들이 심하게 채여 고통스러운 듯 웅크리고 있는 소년을 안스럽게 생각 하다가 이번엔 재수없는 말만 내뱉는 간신배 웃음 소리의 뚱보를 역겹게 쳐 다보았다. 다들 생각 같아서는 뛰어 나가 말려주고 싶었으나 사정이 안좋았다. 이번 판은 일방적으로 한쪽이 공격한 것이 아니라 '싸움'이었다. 물론 한쪽이 처 음부터 너무 머리수가 많아 불공평했지만, 지금 쓰러져 움직일 생각을 안하 는 저 소년이 인정하고 시작한 것이라 구실이 없었다. 다른 곳이라면 모르겠 지만 이 동네에서는 적어도 이렇게 시작된 싸움엔 끼어들지 않는 것이 묵계 이니... 대한민국이 법치주의 국가이며 경찰이 시민을 보호하는 나라라지만 그것이 어디 이 나라 구석구석 뻗어있는가? 어느 세계이든 마찬가지이겠지 만 그런 정의보다 우선시 되는 게 존재하는 곳도 있는 법이다. 그리고 이 동 네가 그 중 하나였다. 이제 방법이라고는 저 소년이 기적적으로 벌떡 일어나 슈퍼맨처럼 저 능글 거리는 뚱보와 기생충같은 일당을 때려 눕히고 이기는 것이 유일했다. 사람 들은 뚱보의 재수 뚝뚝 떨어지는 말투에 다들 그렇게 되기를 기원하였지만 그것은 지금의 상황으로선 정말.....불가능해 보인다. 그런데 그때, "푸후후후후후...." 어디선가 기분 나쁜 웃음 소리가 흘러 나왔다.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음침한 음성. 사람들은 그 웃음 소리의 주인공을 찾으려고 사방을 살펴보다 유력한 한 사람을 발견하고 의아한 표 정을 가득 떠올렸다. 주변의 눈이 향한 곳에 민제후가 어깨를 들썩이며 키득 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상황에 무엇이 그렇게 우습고 재미있다는 것 인지... 하지만 참을 수 없다는 듯 터트리는 키득이는 그 웃음 소리는 모두 의 머리칼을 쭈빗 서게 할 만큼 음침하다. "끈질겨. 정말 끈질기군. 큭큭큭..." 전혀 다른 사람같이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 그 소리에 뚱보가 얼굴을 구기 며 이를 갈았다. "저게 어디에서 귀신 흉내를... 씹탱!!" "날 또 죽이고 싶다고? 우리 인연은 정말 질기구나." "내가 언제 널 봤었다는 거야, 새꺄!! 시발탱이... 좋아!! 전엔 봤는지 않봤 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대신 다시는 보지 않도록 아예 묻어주지. 얘들아, 저 미친 놈 아주 보내버렷!!" 뚱보가 알 수 없는 소리만 혼자 주절거리며 키득대는 민제후의 섬짓한 모 습에 뒷걸음질 치며 소리쳤다. 어쩌면 저 비리비리한 자식이 강제경과는 비 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독종, 괴물일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 저런 놈 은 일찌감치 없애버리는 것이 이로울 거라 생각되자 독심(毒心)이 반사작용 처럼 일어났다. 게다가 자신의 잘생긴 얼굴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으니 그 대가도 톡톡히 치뤄주리라. ??;; "우아아아!!!" "쿡쿡... 아니. 이번엔 안되지. 이번엔...." 뚱보 패거리들이 아직 바닥에 웅크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제후에게 달려들 었다. "이번엔 내 차례야!!" 고개를 번쩍 든 민제후의 눈이 '광기(狂氣)'라는 이름으로 불러야 할 기묘 한 예기로 빛을 뿜었다. 전혀 다른 사람의 얼굴! 그리고 번개같은 손놀림!! 마비가 왔었던 몸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속쾌한 행동에 사람들의 눈이 전부 휘둥그레졌다. 제후가 휘돌아 일어서서 달려드는 아이들 사이로 쏘아져 들어가는 모습은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 의 두 손에 각각 쥐어져 있는 두 개의 부서진 의자 다리는 그 무리들을 전 광석화처럼 강타하며 훌륭한 무기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들아!! 그깟 미친 놈 하나 못당해내!!!!" 자기 애들이 민제후의 손에 하나 둘 '억'소리를 내며 쓰러지자 뚱보가 시 뻘개진 얼굴로 펄펄 날뛰었다. 그러자 그 소리에 무대포로 달려들던 패거리 들이 파바박 뒤로 물러서 민제후의 주위를 감싸며 노려보았다. 잠시의 소강상태... 그러나 제후는 아무 감정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정신이 나갔는지 당장 눈앞에 닥친 위험엔 아랑곳 하지 않고 무리들 너머의 뚱보만을 향해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다. 소년의 입가에 걸린 표정은 자상한 미소 같았으나 눈에 걸린 표정은 잔혹 하다. 이미 초점없는 그 눈에는 뚱보의 모습은 다른 모습으로 변화되어 투영 되고 있었다. 죽이진 않겠다고...대신 멀리 가서 다신 오지 말라고 말하던 누군가의 얼굴. 죽여달라던 자신을 그 자리에서 죽이지 않고 대신 다른 의미로 철저하게 자신을 죽였던....자신의 소중한 것과 소중한 사람들조차 처절하게 부숴버린 잊지 못할 그 표정으로... "...보고 싶었다. 정말로." 증오마저 담고 있지 않다면 생기없는 인형같은 멍한 제후의 얼굴이 이런 상황에서 어울리지 않게 천진난만한 미소를 생긋 지었다. 그리고 그때를 같 이하여 다시 뚱보 패거리들이 제후에게 일제히 달려들었다. 갑작스런 공격!! 사방에서 숨을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휘리릭!! 퍽! 퍼퍽!! 퍽!!!!- "악!!" "커컥!!" "크헉!!!" 제후가 달려드는 아이들을 향해 비릿하게 비웃으며 몸을 숙여 밑으로 파고 들자 곧 어지럽게 휘두르는 그의 팔동작에 여지없이 짧은 비명 소리가 둔탁 한 소음과 함께 날아 올랐다. 양손에서 곡예를 하듯 날아다니며 움직이는 두 개의 곤봉이 감탄스럽다. 마치 홍콩 무협 액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에 뚱 보는 넋이 나갔다. 무섭도록 붉게 충혈된 두눈을 한 금빛 머리칼의 인물... 그가 어느새 장애물들을 전부 해치워버리고 자신을 향해 쏘아져 오고 있다 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이었다. -빠악!!! "크아아악!!!"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민제후의 하얀 얼굴이 흐릿하게 보였다 싶은 순간 뚱보는 한쪽 팔과 한쪽 다리가 부서지는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자기 몸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를 듣자니 눈앞이 깜깜해지는 공포가 엄습해 왔다. 게다 가 정말로 미쳐버렸는지 잔인한 미소를 짓는 상대가 두손에 각목을 들고 내 려다 본다. "...아직이야." -퍼억!!!- "크악!! 커컥..." 뚱보는 눈앞의 미친 놈 발길질에 멀리 날아가 요란하게 구르는 자신의 몸 을 느끼고 거의 정신이 나가 버렸다. 부러진 뼈들이 어긋나는 고통도 극심했 지만 초점없는 눈으로 생긋 웃으며 내려보는 그 끔찍한 표정에 온몸이 떨려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사..살려줘...쿨럭!" 그 순간, 다시 민제후가 다가와 한쪽 발로 뚱보의 배를 힘껏 내리 찍는다. -퍽!!- "케켁!! 콜록콜록...헤..헤헤...제발...살려..줘..넌 착한 놈이잖아...난 나쁜놈 이지만 말이야...헤헤...쿨럭!" 피를 토하며 비굴한 미소를 억지로 짓는 뚱보의 경멸스러운 행동. 그러나 그것에 눈쌀을 찌푸리기엔 민제후의 잔인한 행동이 너무 강렬했다. 비록 행 실이 못되고 그에게 위해를 가하려고 했던 인물이긴 했으나 이미 팔다리가 부러지고 피까지 토하며 바닥에 처참히 구르고 있는데 그런 상대를 웃으며 잔인하게 짓밟는 행위라니. 사람들은 이 순간 그 소년의 천진한 미소가 소름끼치다고 생각했다. 바늘 하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것 같은 고요 속에 민제후의 명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직이라니까. 부족해...아직 한참 부족해... 너도 알고 있잖아?" "크아악!!" 발에 다시 있는 힘껏 힘을 주어 내리찍었다. 그리고 그 순간 제후의 눈이 위험한 붉은 빛으로 번쩍였다. "그렇지? 성우?" 뚱보의 눈이 공포감에 한껏 커다래졌다. "아악!! 잘못했어!!! 사..살려줘!!!" 그때였다. -쫘아아악!!- "으헉!!" 어...어어?? 온몸이 찬물에 흠뻑 젖어 버리자 제후의 눈에 붉은 기가 점차 사라지고 있 었다.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의 찬물 세례를 당한 제후는 어리벙벙하게 드는 정신에서 자기가 왜 이러고 서있는지 의아했다. '내가 또 뭐하고 있었지?' 왜 뚱보의 푹신한 배 위에 자신의 예쁘고 깜찍한 발이 얌전히(?) 올라가 있 는지, 왜 섬세하고 예쁜 자신의 두 손에 폼도 안나게 망가져 부러진 의자 다 리를 꽉 틀어쥐고 내리치려 하고 있었는지, 모든 것이 궁금할 뿐이었다. '아하하하... 내가 또 뭘한 걸까요? ^^;;;' 주변 사람들의 무서워 하는 듯 뜨악한 표정을 받으며 제후가 머리를 극적 이고 있자 익숙한 목소리가 구원처럼 들려왔다. "제이?" 제후는 뒤돌아서자 제이가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손에 옮겨 들고 연기를 내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한쪽 뺨이 좀 부어 있었지만 평소 마이 페이스로 돌아댕기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야, 그런데 너 왠 양동이를 들고 있냐? 그런거 들고서 그런 거만둥이 포즈 를 소화할 수 있다니 너도 참 인물은 인물이다. "으이구~ 아주 떡을 쳐놨군." ...계속 -------------------------------------------------------------------------- ---- 제 목 : [뉴 라이프]89회 -캐논(16)- << 뉴 라이프 (New Life) >> -89- [부제: 캐논(16)] 한심하다는 제이의 눈매에 제후가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펴 보았다. 엉망진창으로 망가지고 어질러진 집기들과 바닥 여기저기에 쓰러져 신음하 며 꿈틀대는 인영들.. 잠시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해메던 제후는 머리 속으로 '두둥'하는 소리가 울리자 순식간에 어색한 웃음 위로 새파란 안색이 덧씌워졌다. 완전 히 만화적으로 표현하자면 이마 위에 패닉 상태를 표현하는 세로줄이 마구 나 있거나 굵은 땀방울이 뒷통수에 방울방울 달린 것과 같은 상태. '히익!! 설마 이걸 내가 했다고? 정신 나간 동안 내가 또 뭔짓을 저지른 거 야?!! @.@;;;' 물에 빠진 생쥐처럼 쫄닥 젖어 도리도리 고개를 흔드는 민제후의 모습에 제이가 미간을 찡그렸다.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머리카락이 젖어 내려앉아 진한 갈색으로 보인다. -풀썩- "어?" 제후는 갑자기 얼굴을 푹 내리덮는 수건의 감촉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 제후의 시선이 닿는 곳엔 무관심을 가장하며 담배 연기를 내뿜는 제이의 얼 굴이 있었다. 비록 시선은 돌리고 있었지만 이 수건에 배어있는 알싸한 향은 강제경, '제이'라는 소년의 담배향.. 어리둥절해 있던 제후의 눈동자에 따뜻한 기운이 번져갔다. 수건을 던져주 고 시선을 피하는 제이의 그 모습이 왠지 쑥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소년은 생각했다. 제이의 목소리도 겉으로는 냉랭하게 들렸지만 그 속에 어린 걱정은 제후의 안위 때문이었다라는 걸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혼자만의 세계에 틀어박혀 있 던 녀석이라 이 정도의 호의를 보이는 것도 많이 어색한 모양이다. 피아노 말고 같은 또래에 제대로 된 친구가 없는 것을 아는 <시티 오브 조 이>의 사람들은 그것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면서 이상하게 안심이 되기도 하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것은 제이가 어느새 저 금빛으로 반짝이는 이상한 머리를 가진 소년에게 마음을 열었다는 뜻이니...그런데... "야, 이 자식아! 남의 영업장에서 눈이 뒤집혀서 어쩌겠다는 거야? 앙?" 에? "미친 자식. 생글거릴 땐 땡글땡글한 눈이 어떻게 미쳐버리니까 그렇게 길 게 쭉 찢어져? 너 열받으면 왠만한 인간은 심장 쪼그라들어서 너한테 말도 못붙이겄다?" 하지만 그 순간 민제후와 <시티 오브 조이>의 사람들은 제이의 뼈 있는 독 설을 째릿째릿하게 노려보는 시선과 함께 들을 수 있었다. 기대하던 따뜻한 우정의 안부인사는 멀리 멀리 날아가 버린 듯. ^^;;; "저..저기..." "아, 그건 그렇다 치고...너 저것들 어떻게 치울래? 띠발~ 미칠려면 혼자 있을 때 곱게 미칠 것이지. 쳇!!" 담배를 입에 물고 팔짱을 끼며 투덜대는 강제경. 제후는 그런 제이의 모습을 보고 마음 가득 따뜻함이 번지는 걸 느꼈다. 투덜대는 것처럼 그렇게 다 불만투성이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걸.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이 가려진다고 안심하는 모양이지만...후후후....나의 이 레이저빔 같은 시선에서 벗어날 순 없지. 약간 붉어진 그 얼굴은....기뻐하는 표정이렸다?! +.+ "뭐..뭐야?" 제이가 갑자기 엄숙한 표정으로 자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민제후를 깨닫 곤 위험 신호를 느낀 듯 슬금슬금 뒷걸음질 쳤다. 그러나 민제후라는 인간이 그 정도에 물러설 소냐! 제후는 그 모습에 눈이 가늘어지다 한 번 째려본다. 그리고는 갑자기 이를 드러내고 씨익 웃으며 다가가.... '꽈아악 안아주는 거쥐!! 푸헤헤헤~!!!' "끄아아악!! 너 이 새끼, 뭐하는 거야?!!" "우우웅!! 이뻐이뻐 너무 이뻐 죽겠어!! 부비부비부비~~~" "끄아아아아악~!!!" 제이의 비명이 <시티 오브 조이>에 가득 찼다. 사람들은 방실방실 웃으며 고목 나무에 매미 붙듯 제이에게 달라붙어 부비부비 공격을 퍼붇는 흠뻑 젖 은 예쁘장한 소년의 모습에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물론 제이는 계속 거센 반항과 함께 두드러기 돋는다고 비명을 지르긴 했지만....^^;;; 그러나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저렇게 싫어하고 괴로워 하고 있는데 왠지 즐거워 보이는 이유가 뭘까 하고 심각한 생각에 빠져들게 하는 광경이 었다. 아웅~ 이쁜 것!! 입은 좀 거칠지만 그것도 다 사랑의 표현이란 걸 이 형아 는 다 안단다. 내가 무사한 것에 안심하고 또 자기 일에 관심 가져준 일에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다니... 아, 아니지! 이 녀석 아직 어린애 맞잖아? 인제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녀석이니. 아~ 이 녀석, 내 딸내미 삼았음 좋겠다. 사 내 녀석인데 왠지 딸같은 느낌이얌. 쿡쿡쿡... "그리고 제이야. 담배는 내가 안된다구 했지? 벌로 내 찐한 사랑의 키스를 받아라." "으아아악!!! 비켜, 이 변태 자식아!!!" 아, 싫어하니 더 해주고 싶어.+_+ 나 이러다 진짜 이상한 놈이 되는 거 아 냐? 그런데 진짜루 잼 있네, 이거? "어라??" "이봐, 꼬마야. 제이가 싫다고 하잖냐?" "마담 말리에?" 제후는 갑자기 몸이 공중으로 붕 뜨는 것을 느끼고 뒤돌아 보자 털보 마담 이 자신의 목덜미를 잡아 들어올린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제이는 이미 제 후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경기 일으킨 모습으로 헥헥대며 경계하고 있고. 음....이번 거사는 틀어져 버렸군. 뜻밖의 방해자를 생각하지 못했음이야. 쳇! "훗! 이거 놓으시죠. 당신한테 이렇게 잡혀 있어야 할 이유 따윈 없어요." "이..이유... 따위가 없다고라고라고라?" 얼굴을 실룩이면 어쩌겠다는 거유? 공포 분위기 조성해도 하나도 안무섭수 다. 게다가 보아하니 나랑 나이차이도 별로 안나보이는데 정 그럼... "이유가 왜.없.어.!! 우리의 사랑스럽고 귀여운 제이를 꽈악 끌어안고 부비 부비까지 했는데!!!" "에?" "그리고 뽀뽀까지 하려 하다니!! 나도 아직 못해본 것을!!!" 절규하는 털보를 본 적이 있는가? 갈색으로 그을린 울퉁불퉁한 팔근육에 힘을 주며 역설하는 모습이 처절하고 애절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 덕분에 생각보다 쉽게 마담의 손에서 빠져나와 바닥으로 뛰어내린 제후 는 '흐음'하며 다가서 팔짱을 끼고 마주보았다. 같은 주제로 차분하게 대담 을 시도한다. ??;; "마담. 제이를 어떻게 생각하죠?" "어떻다니? 그 녀석은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예쁘고, 깜찍하고, 무엇보다 도 뛰어난 음악 천.재.지!!" "아, 거기에 내숭쟁이에, 부끄럼쟁이, 그리고 폼 잡으면서 뒤로 호박씨까고, 무관심한 척 하면서 걱정하고, 조그마한 관심에도 디게 기뻐하는 순진한 귀 염둥이라는 것이 빠졌잖아요." "오~ 그래, 잘 아는군. 너 맘에 든다." 그런 대사는 역시 싸늘한 얼굴로 서로 팔짱끼고 노려보면서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제이와 아사미는 한쪽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하게 서 있을 뿐이 었다. "자, 그럼 이제 가장 중요한 거." 겉으로 보기엔 더할 나위없이 차가운 분위기에서 그렇게 잘도 닭살스러운 말을 주고 받더니, 이제서야 진짜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대사가 나올려나 보 다. 그러나 대사가 분위기와 조화를 이룰려고 하니 이번엔 제후가 방긋 웃으 며 말한다. 그럼 안어울리.... "당신, 제이를 뭘로 생각하고 있지?" ....어울린다.;;; 웃고 있지만 질문을 하는 그 눈에선 지금까지와 다른 폭풍같은 한기(寒氣) 가 쏟아졌다. 그것은 상대의 대답 여하에 따른 앞으로의 상황이 달라질 것이 란 암시. 이제 어느 정도 주변을 정리하고 있던 사람들조차 그 분위기에 하나 둘 고 개를 돌렸다. 마담 말리가 제후의 눈을 쏘아보았다. 그러나 그 소년의 얼음 덩이 같은 시선도, 그 눈과 차별화 된 별개의 표정인 듯 방긋 웃고 있는 표 정도 미동이 없다. 털보 마담이 제후의 얼굴에 흡족하다는 표정으로 호쾌하 게 웃음을 터뜨린다. "당연한 거 아닌가. 제이는 자랑스런 나의 '아들'이야!! '썬(son)'!! 크하하 하!!!" "후후... 다행이군요. 만약 진짜 '변'씨 성을 가진 양반이면 묻어버릴려고 했거든요. 저도 제 '아들' 주위에 벌레가 꼬이는 건 원치 않아서 말입니다." "아이구~ 그럼 동생이라고 불러야 겠군. 내 아들을 자네도 아들로 생각하 고 있었다니. 그런데 묻어버리다니.... 농담이 참 살벌하구만." "아, 형님도... 농담이라뇨. 사나이가 어찌 허언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 고 해충 한두마리 묻는 것 쯤이야 가벼운 삽질이죠. 아하하하~" 털보는 제이의 친구라는 녀석이 참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소란스러움을 느 끼고 깨어났지만 정작 그 소년이 뚱보 패거리들을 해치우는 걸 보지 못했기 에 민제후를 단순한 괴짜 친구로 여기고 있는 털보 마담의 그런 생각은 정 신 건강상 정말 이로운 것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껏 그 소년의 무위 (武威)를 지켜봤던 관중들은 그 부분에서 오싹함을 느껴야 했다. 어쩐지 장 난으로라도 이상한 대답을 했다면 정말 생매장을 시도했을 거라는... "무슨 헛소리들이야!!" 그 둘의 호형호제로 묘하게 조성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깨진 건 화가 머 리 끝까지 난 제이에 의해서였다. 일을 벌여놓고 정리할 생각을 안하다는 구 박에 제후는 결국 억지로 끌려가 빗자루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제후는 곧 자기 일행들에 의해서 업혀 나가는 뚱보의 목소리에 다시 고개를 돌렸다. "크...후히히힛...너 내가 누군 줄 알아!!!" 아까까진 비굴포즈더니 핸드폰으로 불렀는지 까만 안경 아저씨들이 나타나 업고 나가자 다시 팔팔해진 뚱보였다. 제후는 자기가 만든 난장판이라고 사 람들이 주장하기에 그냥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기억도 안나는 데, 자신이 했다고 인정하기에는 혼란스럽고 무섭기도 했는데, 그 사건의 중 심인물이 집안의 권력을 믿고 으스대니 그것이 짜증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려 했다. 으...저 시끄러운 뚱땡이. 가뜩이나 맞아서 그런지 여기저기 쑤시고 위장도 쓰리구만... "날...건드린 걸 후..회하게 될..거야!! 우리 집이 어떤..쿨럭...곳인데! 넌 이 제 죽었어!!" 보기에도 정말 많이 아파 보이는데 주둥이는 멀쩡하게 살아 있었다. 아직까 지 멍청한 선민사상에 빠져 자신은 일반 서민들과 달리 특별하다고 생각하 는 모양이다. 조금 심하게 망가진 모습인데도 저 녀석에겐 가책도 안느껴지는군. 그것에 대한 기억이 안나기 때문인가? "그래. 난 너희집이 어떤 곳인지 모르겠다. 어떤 곳인데?" 제후가 뚜벅뚜벅 걸어가며 차분하게 물어보았다. 뚱보는 좀 이상하다는 느 낌이 들었지만 여전히 의기양양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이 되서 그런지 목소리도 많이 떨리지 않고 그 긴문장을 빠르게 말할 수도 있 었다. "쿠..쿨럭...헤헤!! 낙성건설이다, 새꺄!! 그리고 시의원인 우리 아버지가 널 가만 놔둘 것 같애!! 우리 아버진 여태까지 내가 해달라는 건 다 해줬어. 이 번에도 마찬가지야. 네 녀석 뭐하는 놈인진 모르지만 네놈 집안을 아주 쑥대 밭으로 만들어 버리겠어. 푸히..히히..힛!!" 낙성이라... "낙성건설이라...흠... 제후 아우. 자네 좀 더럽게 걸린 것 같은데. 사실 낙 성건설이라 하면 저렇게 으시댈만 하지. 대(大)성전그룹 직속에 거의 속해있 는 거나 마찬가지인 회사잖아! 그런데 그 집 아들을 저 지경으로 떡을 쳐놨 으니...쯧쯧.. 정말 그 집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진 않군. 아우도 들어본 적 있지?" '알죠. 어느정도는.' 마담 말리의 말에 제후가 속으로 대꾸했다. 이번에 제법 큰 공사에 대한 하청을 따낼려고 성전기업 담당자에게 꽤 큰 뇌 물을 먹이다 자체 감사에서 드러난 기업이다. 회사 규모는 제법 크지만 벌써 아주 오래전부터 경영 내용도 불투명하고, 뇌물, 불법적 거래와 폭력 조직과 의 연계 등 잡음이 많았던 회사다. 장회장이 선대 회장과 친분이 없었다면 벌써 예전에 잘라냈겠지만 이제는 그 도가 너무 지나쳐 장문수 회장, 즉 '망 할 영감님'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기업이니. 아들이 인간같지 않다 그 랬던가? 그렇다면 그 아들이란 놈이 이 뚱땡이의 아비가 틀림없을 것이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부정직한 그런 기업이 날뛰고 있냐고? 그야 그 영감이 나한테 다 떠넘기고 놀러 갔으니까 그렇지. 망할 영감탱이!! 제후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또 뒷정리를 하고 있구나란 허탈함이었 다. "쯧! 그나저나 자식을 이따위로 키워 놓다니... 그 아버지란 작자도 알만하 군 그래." 그런데 한편 뚱보는 제후의 반응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항상 자기 집안이 어디인지 알며 겁을 먹거나 주눅들어하던 사람들만 봐왔었는데. 하지 만 이 건방진 촌놈은 모든 것을 다 듣고도 태연했다. 깡촌에서 몇일전 상경 한 녀석일까? 이런 저런 불길함에 사로잡혀 있는 뚱땡이는 곧 얼굴 아주 가까이에서 민 제후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약간 살벌한 미소. 가까이에서 보니 새하얀 얼굴에 놓여 있는 두개의 눈동 자가 마치 보석이 박혀있는 것처럼 맑다는 어이없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러 나 그 생각이 막 떠나기도 전에 제후는 뚱보의 얼굴 가까이에 자신의 얼굴 을 들이대며 속삭이듯 중얼거린다. "잘 들어둬. 낙성건설....내일부터 아주 쪼.끔. 힘들어 질거다. 네 아버지한 테 그렇게 전해." "뭐?" 자기 자식이 저런 짓을 벌이고 다니는데 여태껏 해달라는대로 다해줬다? 저 뚱보 자식 말을 들으니 저들 부자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면 수단방법 안가리고 그 사람의 집안까지 엉망으로 망가트리며 살아왔던 모양인데...구 역질 나는군. 그렇다면 회사도 뻔할 것이다. 자세한 것은 곧 성전특수감사팀 이 밝혀내겠지. 그리고 모든 것이 밝혀지면 자금줄부터 철저히 막아주지!! '어디 이 한국땅에서 성전그룹 돈 없이 기업 운영 한 번 해보시지.' "그리고 망신 당하고 싶지 않으면 그 의원직도 사퇴하라고 해. 자진 사퇴하 는 것이 겉보기에도 좋을 것이라고!" 민제후라는 소년의 눈이 잔인한 빛으로 반짝였다. ...계속 (동생과 계속 싸웠답니다. 컴터 탈환 전투!! 그래서 글이 날짜를 넘기고 말았 군요. 우~~~~ ??;; 욕을 많이 자제해야 하는데...어떻게 하죠? 그래도 많이 썼어요. 요즘 들어 정말 험한 말을 많이 쓴다.;; 이제 '캐논'이라는 부제가 거의 끝나가네요. 많 아야 2회정도면 새로운 부제가 나올 것 같네요.^^ 다음 부제는? 뭘까?) -------------------------------------------------------------------------- ---- 제 목 : [뉴 라이프]90회 -캐논(17)- << 뉴 라이프 (New Life) >> -90- [부제: 캐논(17)] "또 한가지. 네가 말한 잘난 너 중에 네가 스스로 이룬게 뭐지?" 이제 이성을 상실하고 폭주하던 때완 달리 완전히 냉정을 되찾은 모습으로 질문한다. 지저분해지고 핏자국까지 보이는 차림새, 거기에다 찬물 세례로 인해 쫄닥 젖어 수건을 덮고 있는 모양으로 어떻게 저런 당당한 자세가 나 올 수 있는지. 뚱보는 제후의 그런 모습에 멍한 눈을 했다. 생각해 본 적 없었고, 누구도 물어본 적 없는 질문. 결국 아무 말도 못한다. 제후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멍.청.이." 제후가 시선을 모로 던지며 뒤돌아섰다. "이..이익... 그딴게 무슨 상관이야, 새꺄!! 다 내꺼야!! 힘, 권력, 돈, 여자들 까지!!! 너도 가만 두지 않겠어!!! 으아아악!!!" 뚱보가 사람들에 의해서 업혀 나갔다. 그러나 나가는 도중에도 온갖 욕설을 쏟아내고 저주의 말을 퍼붇는다. 제후는 그 행렬에 손에 들고 있던 긴 싸리 빗자루대에 턱을 괴고 무표정하게 손을 흔들어 줬다. "후우~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것 같군." 아사미가 그런 제후 옆으로 다가와 팔짱을 끼고서 덜컹거리는 입구를 바라 보며 말했다. "킥! 어쩌다 한 번씩 괜찮잖아요? 아까 보니까 벌이도 좋아 보이던데. 서비 스 팝콘까지 돈 받고 팔았었죠 아마?" "아아, 그건 기물도 파손되는데 그 정도 수입도 올리지 못하면 손해가 나니 까라고 해두지.^^ 사소하게 그런 일로 꽁해 있는 건 아니지?" 여전히 빗자루대에 턱을 괴고 뚱보가 사라져간 입구에서 시선을 떼지 않는 제후였다. 그 모습이 마치 한참 장난치며 놀다 들어온 지저분한 동네 개구쟁 이 같다. 벌청소를 하는 꼬마 골목대장이라 할까? 물론 겉모습만. 아사미가 그런 소년을 바라보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정말 죽을 뻔 했다구요." "하하~ 설마. 그리고 네가 그대로 쓰러졌다 해도 그냥 좀 심하게 다치는 정도로 끝났을 걸." 정말 죽을 고비 여러 번 넘겼다니까 그러네, 이 양반이. ??;; "아니었다면요." "아, 그렇다면... 하지만 뭐 어쨌든 지금은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잖아. 게다 가 넌 악당도 멋지게 쓰러뜨린 히어로가 됐구. 결과는 모두 오케이란 소리 지. 그럼 됐잖아? ^^" 제후가 괴고 있던 턱을 들고 아사미라는 일본계 청년을 올려다 보았다. 인심좋은 동네 아저씨, 아니 마음 착한 옆집 오빠같은 얼굴을 해서 퉁퉁 던 지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니... 저 총각도 보통은 아니야. 전에도 생각했지만 저렇게 순해 보이는 사람이 제일 위험할 수 있는 것이다. "아사미. 혹시 형이나 동생, 아니 한국인 친인척이나 뭐 그런 거 없어요? '김성민'이라고..." "뭐? 아니. 없는데. 왜?" "아..아뇨." 흐음... 아니구나. 평범하고 수더분한 사람이 가장 위험 인물일지도 모른다 는 경계를 갖게 했던 한 인간이 떠올라서 혹시 친척간이 아닐까 생각했더니 만. 하기사 김비서한테 남동생이 있다는 소린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게다가 '사토우 아사미'는 일본 사람이니 그 둘이 인연이 있을리는 절대 없지. 하지 만....역시 느낌이 너무 비슷해. +_+ 챙겨주는 듯 하면서 일에 대해선 챙길 건 다~ 챙기고, 사람 좋아 보이면서 은근히 갈구는 것 하며, 성실한 주제에 보여지는 그 박력, 그리고 가장 기분 나쁜 건... '사람들이 인간성 좋다고 엄청난 착각을 하게 만들지! 으~' 제후는 총수사택 집무실에서 도끼눈을 뜨고 자신을 혹사시키던 김비서를 생각해 내곤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머리속 영상 속의 김비서는 날아 다니는 온갖 종류의 보고서와 프로젝트 계획서 속에서 채찍을 휘두르는 양 복 입은 악마였다. 우웩~ "너 뭐야???왜 그런 요상한 얼굴을 해가지고 손을 흔들어 대는 건데?" 아사미가 어떤 표정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잡고 떫은 듯한 어정쩡한 표정 으로 바라보자 제후가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열심히 청소 하는 척 했다. 이미 자정이 훨씬 넘은 늦은 시각. 술집으로서는 이른 감이 있었지만 이미 온갖 난장판을 이루며 싸움판이 휩쓸고 지나가서인지 손님들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손님들 중 어느 누구도 투덜대는 사람은 없었다. 그 순간에 는 좀 살벌했지만 영화같은 한판의 구경거리와 그것에 걸렸던 내기에서 별 기대없이 제후에게 돈을 걸었던 사람들이 엄청난 배당금에 감격하여 한차례 쏘기도 했기 때문. 게다가 한동안 볼 수 없었던 그 동네 최고 인기스타인 강 제이의 최고의 무대도 보지 않았는가. 한마디로 감동적인 천재의 공연, 가슴 졸이게 만든 반전의 싸움판, 넘쳐나는 공짜술에, 실컷 떠들며 스트레스까지 날려 버렸으니 아쉬움이 없었다는 말이다. "냐하하하~ 아녀여 아녀여. 청소합시다, 청소!! 청소를 해야지 안하면 제이 한테 맞아 죽는다 룰루루~" ??;; "아까 그 뚱뚱한 아이한테 뭐라고 한 거니?" 제후가 유행가 곡조에 자기 맘대로 곡조를 붙여 흥얼거리며 비질을 하다 아사미의 질문에 우뚝 멈춰섰다. 지나가는 투로 말하는 목소리.. 단순한 의 미였던 것 같아 제후도 생긋 웃으며 돌아서 가볍게 대꾸했다. 너무 예민할 필요는 없겠지. "별 얘기 아니었어요. 그냥 충고 몇마디를 했을 뿐인걸요.^^"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만. 아닌 것 같던데.." 청년이 근처에 넘어져 있던 의자를 세워 거꾸로 뒤집어 앉아 등받이에 팔 과 머리를 기대며 중얼거렸다. 어느새 <시티 오브 조이>는 군중이 썰물처럼 빠진나간 직후의 나름함이 포근하게 내려앉고 있었다. 그 속에 아사미의 목 소리가 유쾌한 퀴즈 풀이처럼 울린다. "가벼운 추측에 의하면 아주 큰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야 넌. 그렇지? 아아 ~ 그렇다고 그렇게 노려보진 말아줘. 단순한 호기심이었어." 사토우 아사미... "피식! 노려보긴 누가 노려봤다 그래요? 그냥 쳐다본 것 뿐이라구요. 그리 고 내가 뭐라구요? 냐하하하!! 그런데 난 그냥 평범한 고등학교 2학년인데 어쩌지." "그래. 평범한 고등학생은 모두 눈빛만으로 사람을 얼려버릴 수 있지.^^" "............;;;" 정말 이런 타입의 인간들은 짜증난다. 대처하기 까다로와. ?? 제후가 다시 돌아서서 청소하기 시작했다. "...전 정말 평범한 학생입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은 상관없잖아요? '민제후'만 보시죠. 지금 상태론 아직 제가 스 스로 일궈놓은 것이 하나도 없어요. 만일 집에 돈이 많다고 해도 그건 아버 지 돈이지 제 돈은 아니죠. 또 만일 제가 대통령 아들이래도 아버지가 대통 령이지 제가 대통령은 아니예요." 아사미의 부드러운 선이 담긴 얼굴이 또 다른 감탄을 담고 비질을 하는 소 년을 바라보았다. 요즘 애들 중에 이런 확고한 생각을 가진 십대가 몇이나 될까? "저만 보세요.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 "후후... 그래." "네. 지금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 앞으로 제게 주어진 미래와 가능성을 생 각한다면 그런건 모두 하찮은 거죠.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것 같아요. 내일 당장 나에게 어떤 놀라운 사건과 멋진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거니 까. 그런 걸 생각한다면 정말 멋지지 않나? 그렇기에 날때부터 주어진 것에 뻐기며 다닐 필요는 없는데... 내가 만들어 온 결과물이 아니라면 자랑스러 울 것이 없겠죠. 아, 물론..." 있으면야 좋지. 냐하하하~!! "물론 저도 주어진 조건은 최대한으로 이용해 보려고 생각은 하지만. 캬하 하하!!" 갑자기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요상한 웃음을 터뜨리는 민제후의 모습에 아사미는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너...좀 이상하다는 소리 안들어 봤니?;; 세상 달관한 노인네 같다가 갑자 기 철없는 애들 같기도 하다는..." "어? 나 십대 맞는데? 원래 아니었는데 이젠 진짜 고딩이건든요. 아니었다 가 될려고 하니 애로점이 많았지만 감정에 착실해지면 된다는 요령을 깨닫 고 멋진 십대가 되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한다는... 음, 그리고 여기에서 포 인트가 '21세기 십대가 갖추어야 할 말투와 행동 패턴, 생각의 깊이에 대한 심오한 고찰'이라는 이름으로..." "아아, 알았다 알았어.??;; 오늘은 너의 명랑강연을 그만 다음 기회로 미 루자, 제발. 머리 속이 복잡해." 이런, 쩝! 아사미 총각. 자네는 오늘 정말 큰 기회를 놓친 거네. 내가 가장 열과 성의를 다해 연구하던 주제인데... "그런데 아사미. 정말 한국인 국적의 친척 없어요?" "에엣??" 정말 김비서랑 분위기가 많이 비슷하다니깐. 형제일지도... 민제후의 눈이 느닷없는 그의 질문에 황당해 하는 '사토우 아사미'라는 부 드러운 인상의 청년을 잔잔하게 담고 있었다. 오늘 안좋은 일이 여럿 있기도 했지만 유쾌한 털보 마담 형님도 그렇고, 음악을 즐기며 바텐더로 자유롭게 삶을 영위하는 일본계 청년도 그렇고, 이런 좋은 사람들과 인연이 닿은 하루 였으니 오늘은 결코 실패하지 않은 날이었다. 무엇보다 강제경이라는 녀석과 가까워질 수 있었던 하루였지 않은가. 그런데 그때 어느선가 날아오는 공기가 찢어지는 날카로운 소리! -슈슉!!- '어딜!' 제후가 뒤에서 날아오는 어느 충격에 자신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피하 며 뒤로 다리를 날렸다. -퍽!!!- "어..어라?" "끄..으억... 제후 아우...너무하이. 나의 특제음료를 선보일 기쁨에..장난을 친 것 뿐인데..." 아이구! 그러게 왜 갑자기 뒤에서 그런 장난을 치시는 거유.;;; 이건 내 잘 못이 아니라구요. 반사작용이었어, 반사작용!! 제후는 자신의 발차기에 옆구리를 맞고 끅끅 거리는 덩치 큰 털보 마담 형 님을 바라보며 어쩔줄 몰라했다. 그런데 그때, "그러게 내가 안될거라고 그렇게 말했잖아요, 마담. 쯧쯧..." "아, 제이! 이걸 어쩌지?" 제후는 미안함과 난처함에 어색하게 웃으며 굳어 있다가 제이가 마담이 떨 어뜨릴 뻔한 음료잔을 아슬아슬하게 받아들며 나타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 다. 그러나 제이는 냉정하게 털보 마담을 무시하고 입에 불 안붙인 담배를 물고서 제후에게 음료수잔을 내밀었다. 그리고 그 결과 사람들은 구석에서 손수건을 입에 물고 삐쳐서 우는 마담을 보아야 했다. 꽃무늬 레이스 손수건...쿨럭! 우리집 장여사와 같은 취향이신 듯.. "마담은 신경쓰지 마. 저래뵈도 감수성이 예민해서 그런거니까. 몸은 보시 다시피 왕튼튼하니 더 걱정할 건 없고. 그것보다 이거나 마셔봐." 마담이라 불리는 이유가 혹시 저런 행동에서 출발한 건 아닐까? ^^;;; 그런 데 그 찰랑이는 하얀 액체는 뭔고? "마담이 '아우' 준다고 만든 특제 음료라더군. 마셔봐. 대신 먹고 나서 뿅 가진 말구. 쿡쿡쿡..." 아, 그것이 그 말로만 듣던 <시티 오브 조이>의 마담 특제음료란 거야? 아 사미가 만들어준 것도 정말 맛있었는데 저건 어떤 맛일까? '그거야 먹어보면 알겠쥐! 냐하하하, 원-샷!!!' 목으로 쿨덕쿨덕 넘어가는 소리가 참으로 스무스하게 들린다. 그리고는... "우...우와~!!!" 기대한 것 이상의 맛!! 정말 끝내주는 환상이다. 맛도 맛이지만 향긋하고 마음을 진정시켜주는 향기에서부터 무엇보다 뚱보에게 밟혔던 충격으로 조 금 상한 듯 따끔거리던 위장이 편안해지는 느낌. 그것은 정말 좋은.... "어...어라?" 시선이 흔들렸다. 어떻게 된 일...? 누가 이 건물을 통채로 뒤흔들기라도 하는 거야? 아님, 지 진인가? -쿵!- "어...씨발...정신은 멀쩡한데 몸이 못버티잖아..원판 자시..." 정신이 점점 아득해져 온다. 그러는 도중 마지막으로 간간이 들려오는 목소 리. "저 자식 괜찮을까? 내상이 심한 건 아니겠지?" "괜찮아 괜찮아, 크하하하하!!! 내 약재 음료를 뭘로 보는 거냐. 예민한 신 경도 신경이지만 저 녀석은 좀 편하게 자야 내일 멀쩡히 돌아다닐 수 있다. 진정제 역할을 하는 향풀과 속을 다스려주는 약액을 썼으니 아침까지 푹 자 겠지. 그런데 제이, 넌 참 특이한 친구를 사귀었구나. 크하하하하!!!" "누..누가 친구야!!" 후~ 제이 녀석, 언젠가 내가 너한테 꼭 형 소리를 듣고..야....이런..... 그러나 그 기억을 끝으로 제후의 의식은 검은 침전 속에 묻혀 버리고 말았 다. 부디 편안한 잠 속으로 빠져 들기를... 정말 수많은 일이 복잡하게 벌어 진 하루였으니. 우~ 여긴 어디야? 내가 왜 이런 곳을 헤매고 있지? 제후는 막연한 공간 속을 헤매다가 초조한 마음으로 무엇인가 찾아 헤메고 있음을 깨달았다. 뿌엿게 의식한 그 생각에 의문을 갖고 나니 그제서야 주변 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이 막연한 두려움과 초조함은 무엇이지? "앗!" 제후는 멍하니 서 있는 그 아공간에서 갑자기 눈앞에 조금 전까진 없던 문 이 나타나자 깜짝 놀랬다. 그래서 생각났다. 여긴...예전에 꿈 속에 봤던 그 장소? 그렇다면 이곳은... "내 꿈 속..." ...계속 (화아~ 벌써 90회 입니다. 얼마 뒤면 100회도 맞이하겠죠? ^^ 그땐 축하 멜 많이 보내 주세요. 비록 한회 분량이 초반부엔 처절할 정도로 적었지 만.;;; 이번 부제로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는데 따지고 보니까 하루에 일어난 일들 이더군요. 음....그러나 연결해서 보시면 어색하지 않지 않을 거라..아냐. 그 럼 더 어색할지도 몰라. 우~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글로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인데 전 항상 이렇게 후기가 길어져 버리네요. 91회까지가 부제 '캐 논'입니다. '캐논'이란 강제경을 표현한 말이었습니다. 그건 91회에서 설명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 ---- 제 목 : [뉴 라이프]91회 -캐논(18)- << 뉴 라이프 (New Life) >> -91- [부제: 캐논(18)] 생각에 잠겨있는 소년의 눈동자에 공중에 떠있는 문의 형상이 어렸다. 하지만 곧 제후의 의식은 그 순간 그 모든 것을 날리며 그냥 그러려니 넘 기고 있었다. 기묘한 것들이 날아다니고, 땅도 없고, 하늘도 없는데도, 제후 는 전혀 이상하단 느낌을 받지 못했다. 아니, 그것이 현실에선 있을 수 없고 벌어질 수 없는 황당무계한 사건이라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하고 담담했다. '문이...' 몽롱한 정신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저항 속에서 힘들게 생각 따윈 하고 싶지 않다고 느꼈다. 그러나 이곳이 꿈속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모든 것이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가 꿈을 꿀 때 현실 에서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눈앞에서 벌어지면 '말도 안돼! 이건 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고로 이것은 꿈이거나 사기행각이 틀림없어!!' 라고 소리치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해 보라. 그러면 쉽게 이해가 될 듯 싶다. 그렇기에 제후가 잠시나마 이 세계를 '꿈'이라고 자각한 것 자체도 놀라운 것이었다. 하지만 잠시 '꿈'이라고 깨달았다는 것, 단지 그것 뿐. 현실감이 마비가 왔는지 그 이후는 다시 모든 것이 허무하게 잊혀져 버렸 다. 화려한 하얀 음각이 조각되어 있는 여닫이 문. 제후는 무언가에게 이끌리듯이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깨닫기 전에 이미 문 을 열고 있었다. -끼이익- 뭐라고 표현할 수 없는 방이 있었다. 아니다. 그것을 '방'이라고 할 수나 있을까? 방이라면 적어도 벽이 있고 바닥과 천정이 있는 정육면체의 공간을 떠올리게 되는데 이곳은 그런 곳하고는 전혀 거리가 먼 곳이었으니.. "...이게 뭐야?" 웃기네. 게다가 이 느낌은.....혹시 물?! "어엇! 문이...?!" 문 안쪽 세계에 발을 들여 놓고 그 신기함에 빠져있는 사이 민제후의 뒤에 위치해 있던 문이 그만 스르륵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원래부터 벽이란 건 있지도 않았으니 문이 사라지자 그 자리도 그냥 공간의 연속이 되었다. 허탈한 기분. 하지만 다시 될 때로 되라는 기분. 어쨌든 좋은 건지 나쁜건 지 알 수 없는 여러 가지 짬뽕된 기분에 취해 제후는 다시 그 이상 공간에 대한 탐색을 계속했다. "이거 바다 아냐?" 정신을 차려보니 민제후의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은 물결을 느낄 수 있는 끝없이 무한한 검푸른 액체. 수면이 있다고 생각되는 위치에서 환상적인 오 라를 뿌리며 쏟아지는 짧은 빛의 파장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 다. 어찌보면 너무 공허해 보이기도 했지만... 마치 아주 깊은 심해 속에 잠겨있는 느낌. 단지 느낌만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 제후는 이곳이 아주 어둡고 어두운 심 해 한가운데라는 확신이 들었다. 피부를 물결치며 흐르는 차가운 해류가 머 리속까지 얼려 버릴 정도의 한기를 안겨줬다. 눈을 감고 느끼는 그 공간은 정말로 깊고 깊은 바다... 의지할 것이 없어 심해에 늘어뜨리고 있는 두 다 리가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가라앉는다. 저 깊고 깊은 바다속 침전 속으로... 동경(憧憬)의 아늑함으로... '그런데 잠깐! 나 지금 물 속에 있는데...어떻게...숨을 쉬었지? 허억...꼬르 륵!!' 하필이면 이럴 때!! 그 순간, 다시 반갑지 않은 자각이 스치고 지나가자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 짠물이 위장을 가득 채우겠다는 심보인지 무섭게 들이닥치고, 그가 움직이 는대로 입과 코에서 부글부글 끊어오르는 형상의 공기 방울들이 폐에서 탈 출하기 시작했다. '숨...막혀. 이 끔직한 기분에서...제발 날 꺼내줘. 우..우욱!!' 입에서 미친 듯이 터져나가는 하얀 공기방울이 목을 잡고 괴로워하는 민제 후의 눈동자를 가득 채웠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시원하게 감싸던 차 가운 해수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 존재의 차가운 조롱과 비웃음이 찌를 듯이 느껴진다. 이제 그것 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 싶자 발밑으로 빨아들일 듯 입을 벌리 고 있는 시커먼 심해가 너무나 무섭고 고통이 되어 다가왔다. 이젠 잔잔한 해류를 이루던 해수조차 격랑을 이루며 온몸을 찢을 듯하게 조여오기 시작 했다. 제후는 그 모든 것에 숨이 막히고 괴로워서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필사 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그때, '저건.....빛? 빛이다!!!' 이제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었다. 가느다란 한 줄기였지만 탈출구를 발견 한 제후는 자신을 삼키려 하는 그 심해에서 온몸을 허우적거리며 그곳을 향 해 헤엄쳐 갔다. 필사적이었다. 숨이 막히는 고통 때문만은 아니었다. 갑자기 소름끼치게 차갑고 무심한 그 바다에서 탈출하고 팠다. 잠시나마 푸근함을 느끼고 다가서려 했던 존재에게 서 내쳐진 그 차가움이 왜 이렇게 큰 충격이 되는지... 왜 그런지 모르겠지 만 제후는 그냥 그렇게, 외부에서 밀려드는 찢어질 것 같은 감정과 압력에 끌려다니고 있었다. 그것은 '민제후'라는 소년의 감정은 아니었다. 적어도 지금의 '민제후'의 것은 말이다. 과거, 누군가가 거쳤던 감정의 행보를 되밟아 가는지도 몰랐다. "푸핫!!!" 드디어 그 검은 바다에서 벗어난 건가? "콜록콜록콜록...켁..켁..." 허헉...잘못했으면 진짜로 죽..죽을 뻔 했네. 그런데 내가 왜 갑자기 바다에 뛰어들어 있었던 거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불공평해.- 어? -너무 불공평해.- -싫어. 난 할 수 없어. 자신없어.- -당신들이 미워.- -그렇지만 무서워..흑흑...- "시..시끄러!!!" 방에서 정신없이 울려대는 소리에 제후는 머리가 깨질 것만 같았다. 제후가 그 참을 수 없음에 양손으로 귀를 막고 소리질렀다. "젠장!! 이번엔 또 뭐야? 이 엄청난 자기비하의 방은." 그 끔직한 압력의 바다에서 벗어났다 싶었더니 어느샌가 다시 이상한 방 한복판에 던져져 있다. 어떻게 이곳으로 옮겨지게 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 았다. 이번엔 방다운 방이었다. 좀 드넓어 방이라기 보다는 학교 강당같아 보였으나 어쨌든 바닥과 벽과 천장이 존재했다.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 그리고 그때였다.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오자 머리를 깨뜨릴 것만 같던 소 음이 순식간에 멎은 건. 꾀꼬리 같은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제후는 지금 그것보다 아름답게 들리는 소리가 없었다. 적어도 그 목소리는 머리를 징징 울리게 하지 않는다. 고개를 돌려 뒤돌아 보니 검은 실루엣을 볼 수 있었다. 커다란 의자에 다리 를 꼬고 앉아 깍지 낀 손을 무릎위에 올려놓은 거만한 자세. 체격과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냥 검은 느낌의...'사람'이었다. '뭐야, 저 인간은? 우에~ ???얼굴이 보이지 않아. 음....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시커먼게 '먹물 사나이'라고 불러줘야 겠군.' 제후가 상대방의 호칭을 정하고 뿌듯해 하자 그 '먹물 사나이'가 민제후의 겉으로 보기에만 고뇌에 차있는 듯한 진지한 모습에 친절한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 -아, 이 울림이 신경 쓰이나 보지?- 울림? 아~ 저 징징 울리는 시끄러운 소리들을 말하는 모양이군. 음, 그러 고 보니 아까까진 별로 궁금하진 않았는데 지금은 갑자기 궁금해졌어.?? 저것들은 대체 무엇이지? 그리고 아까 그 차갑고 텅빈 바다는? 제후가 '먹물 사나이'의 말에 생각에 빠져 있다가 그 '먹물 사나이'가 이 상할 정도로 기분이 나빠지는 미소를 짓는다고 느껴지는 순간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주 의외의 말.. -글쎄...저걸 뭐라고 해야 좋을지.... 그냥 '가짜'를 맞이한 '진짜'의 마지 막 염(念)이라 해두지.- 진짜? '가짜'와 '진짜'... 존재에 대한 꿈... 예전에도 한 번 들었던 듯한... 민제후의 동공이 커다래지자 '먹물 사나이'가 비릿한 속삭임을 전했다. -'진짜'의 외침이야.- ...계속 (어라? 꿈에서 한 번 끊어버리고 말았네요.^^;; 사실 안끊을려고 했는데... 덕분에 캐논 부제는 92회까지입니다. 최대한 빨리 올릴 겁니다. 몇 시간이면 충분하지. 난 할 수 있다. 오호호호~~ ) -------------------------------------------------------------------------- ---- 제 목 : [뉴 라이프]92회 -캐논(19)- << 뉴 라이프 (New Life) >> -92- [부제: 캐논(19)] 먹물 사나이의 소리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그제서야 확실히 알았다. "그럼 원판의..." -그래. 네가 말하는 원판, 그러니까 '진짜' 민제후의 살아 있을 때의 감정 들이야. 그 심해는 바로 그의 의식 세계였고. 내가 복원해 놨지. 멋지지 않 아? 원판 제후가 살아 있을 때 그가 느꼈던 차가운 상류층의 환경... 그리고 그의 가족·친척들에게서 느끼는 엄청난 압력과... 잡아 먹힐 것만 같은 조 롱과 비웃음... 쿡쿡쿡...- 제후의 눈이 방어적인 자세와 함께 적대적인 시선으로 입을 열었다. "넌 누구지?" -뭐? 아하..하하하하하!!!! 정말 웃기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애. 정말 웃겨. 하하하하!!!- '먹물 사나이'가 배를 잡고 웃는 통에 제후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 처음에는 나이가 많은 사람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상대가 점점 어려 지는 느낌이 든다. -미안해. 크흐흑...큭큭... 하지만 너무 웃겨서 말이야. 그건 네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 같은데? 그렇게 멜로 드라마 한 장면 같은 말은 하지 말라구. 너무 웃어서 눈물이 다 나잖아.- '바로 예전의 나!!' 벼락을 맞은 것처럼 그 느낌이 뇌리로 파고들었다. 삶에 대한 증오와 익숙한 복수심, 그리고 겉으로만 묘하게 활달한 천성이 섞여 있는 건조한 인간... 예전의 그의 모습임이 틀림없었다. 그때와 달라진 것이라면 말투와 행동이 어려졌다는 것 정도. 중년에 접어들던 그는 평소 심 각한 얼굴과 딱딱한 말투였으니까. -넌 모든 걸 잊고 싶었겠지. 하지만 난 잊지 않았어. 그래서 너는 나란 존 재를 이렇게 꽁꽁 묶어 시커먼 의식 밑바닥에 가둬 버렸어. 하지만 내가 여 기에서 찾아낸 것이 뭔 줄 알아? 바로 저것들이야. 내가 없었으면 점차 새로 운 영혼의 파장으로 없어져 갈 다른 영혼의 사념..- 또 다른 '나'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바로 네가 말하는 '원판'이겠군.- 제후가 침묵을 지키며 그냥 바라만 보자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다 가왔다. -아, 오늘 일은 하나의 알림이었어. 날 더 이상 망각하는 건 곤란해. 쯧쯧 쯧...- 곤란하다는 말과 함께 검지 손가락 하나를 들어 흔들어 보이는 상대. 자신의 육체조차 통제할 수 없게 만들만큼 영향력이 있단 소린가? 여전히 뚜렷한 형체를 알아 볼 순 없지만 정확하게 일치하는 키로 민제후 와 마주 보았다. -넌 '가짜'. 난 그 가짜에서 파생된 또 다른 '가짜'...- "............." -하지만 난 '진짜'의 염(念)을 받아들였어. 똑같은 '가짜'라면 '진짜'에 가 까운 존재가 승리하지. '가짜'란 '진짜'가 나타나면 사라지는 존재거든.-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또 다른 '나'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며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 -앞으로 우리가 받아야 할 빚이 산더미야. 그런데 넌 모든 것을 다 잊었다 는 얼굴로 행복해 하고 있어.- "복수같은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어." -쿡쿡쿡... 그래. 서두를 필요는 없겠지. 몇 년을 절망 속에서 증오와 복수 심에 미쳐 살았는데 조금 더 기다리게 된 것 쯤이야. 쓸개를 씹고 장작 위에 서 잠을 자면서 잊지 않는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애. 하지 만 이제부터는 내가 널 천천히 지켜볼꺼야.- 이를 갈며 말하는 상대방의 목소리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이 느껴진다. -아주 천천히...-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음성으로 공중으로 떨어져 나오는 그 소리가 가 슴을 흔든다. 쿡! 웃기고 지랄하고 자빠졌네. "웃.기.지.마. 난 내 마음대로 살 거야. 누가 그런 시시껄렁한 복수 따위에 미쳐 귀중한 시간을 낭비할 줄 알아? 내 몸을 빼앗고 싶은 모양인데 맘대로 해보셔. 잠깐 잠깐씩 마비 좀 일으킨 것 가지고 겁 먹을 줄 알았냐? 헹! 눈 뜨고 가위 눌렸다 생각하지 뭐. 그리고 내가 그렇게 만만하냐? 맘대로 해봐 맘대로! 배째라, 배째!" 베에~ 본인이 싫다는데, 버티겠다는데 지가 어쩌겄어. 자아, 이럴땐 'YOU WIN'이란 자막이 나오면서 브이자를 그리며 씨익 웃어줘야 한다. -푸하하하핫!!!! 넌 역시..큭큭...웃기고 황당한 놈이야.- "응. 요즘 그런 칭찬 많이 들어.^^" -큭큭큭... 그런 점이 참 마음에 든다니까. 그래서....나는 네가 더 재.수.없. 어.- 짜식! 저것도 '나'라더니 눈빛 하나만은 끝내주게 살벌하네. ??;; "'마음대로 살겠다'는 건 '엉망으로 살겠다'는 뜻이 아니다. 그건 '내 자신 에게 충실하게 살겠다'라는 뜻이야. 절대로 '되는대로' 사는게 아니라구. 너 도 그걸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 이제 모두 전생이고 하니 모두 잊는 것이..." -시끄러, 시끄러, 시끄럿!!!!- '먹물'이 고개를 숙이더니 점차 커져가는 하이톤으로 악을 썼다. 불끈 쥔 두 주먹 관절이 하얗게 되고 온몸을 간질환자처럼 부들부들 떠는 것이 금방 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다. 그러자 또 다른 '나'의 고통이 순간이나마 제후의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때서야 깨달았다. 아! 또 다른 나는 내 안에서 이렇게 살고 있었던가. 그는 증오와 복수에 미친 괴물이 아니라 상처받을 대로 받아 복수라는 목 적조차 없으며 쓰러지고 말 것 같은 불쌍한 영혼의 단면이었다. 하지만 난 새로운 삶을 새롭게 충실히 살아야 한다는 자기 합리화로 나의 일부를 이렇 게 잘라내어 죄수처럼 가둬놓았던 것이다. 스스로의 상처는 끌어안고 인정할 수 없었다. 슬픔이 밀려왔다.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이야! 그때의 그 아픔을, 그 고통을, 그 슬픔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까지 그렇게 처참하게 짓밟혔는데...어떻게! 어떻게!! 어 떻게!!!- "뭐? 무..무슨 소리야 그게?" 이상한 소릴 들었다. 기억에 없는 이상한 말. 하지만 내 입에서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말은 너 무나 격렬하다. 건드리면 안되는 금지를 건드렸다는... 내가 왜 이러지? -뭐야? 너 정말 다 잊어 버린 거야? ....큭큭. 그렇군. 나라는 존잴 만들어 기억하기 싫은 그것들을 전부 끌어다 주었군. 아니, 밑바닥에 묻어둔 그 기 억에서 내가 만들어진 건가? ...어쨌든 이제서야 알겠어. 견딜 수 없는 기억 과 증오를 전부 나에게 떠넘겼기 때문에 넌 그렇게 태연할 수 있었던 거야. 하긴...이해할 수는 있어.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진짜로 미쳐버렸을 테니 까. 하지만...- 희미한 형태 사이로 그의 두눈이 예리하게 반짝였다. -용서할 수는 없어.- "무슨 소리냐구 그게!!!" 날 미치게 하려 했던 거면 성공했어! 어서 말해!! -나는 너고, 너는 나야. 넌 날 버렸지만 난 버려질 수 없어. 기다리지. 언 젠가 네가 스스로 날 찾는 날이 올 거야. '힘'은 거의 모두 내가 갖고 있으 니까. 게임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그럼 이만. 잘 가라구. 후후후...- 그의 인사에 제후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았다. 점점 사라 진다. 사라져? 사라지다니? 입을 열고 뭐라 말하려 했으나 목소리도 터지지 않았다. 의식도 점차 흐릿 해져 왔다. 무엇가 자신을 맑은 공기 속으로 끌어 올리고 있었다. '안돼! 아직 대답을 듣지 못했어! 묻고 싶은 것이 있단 말이야!!' -대답은 모두 네 안에 있어.- 그것이 놓치고 만 그 아공간의 줄에서 마지막으로 들은 답이었다. 뭐가 내안에 있다고? "우.... 추워...." 싸늘하다. 난방이 고장났나? 왜 이렇게 춥지? 분명 내가 어제 잠들 땐... "우앗! 맞다. 외박했어!! 큰일이다. 장여사가 날 죽이려고 할 거야. 아니야. 장여사보다 김비서가 더 난리가 났을 텐데... 어?" 제후가 벌떡 일어나 앉아 무단외박을 했단 것에 대해 걱정하다가 주변을 둘러 보았다. 어제 분명히 마지막 기억은 <시티 오브 조이>라는 술집에서 그 특제음료라 는 것을 마시고 강제로 잠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가? 꿈도 뒤숭 숭한 걸 꾸었는지 온몸이 찌뿌둥하다. 꿈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단편적 인 기억을 짜맞춰 보았을 때 어디 놀러가서 물에 빠져 죽을 뻔한 내용이었 던 것 같다. 그래도 정말 약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네? 다친 속이 많이 괜찮아졌어. "그런데 그보다...." 탄성을 내지르며 눈앞의 풍경... "여기 새벽은 굉장하잖아!! 햐아~" 정말 장관이었다. <시티 오브 조이>가 창고같은 것을 개조하여 만든 건물이라 그런지 벽면마 다 분리되어 열린 그 창으로 아스라한 새벽의 바다안개가 잔잔하다. 멀리 뱃 고동 소리와 바다가 보이는 가운데, 청소하려고 의자를 올려놓은 테이블까지 하얀 안개가 가득 들어왔다. 안개의 바다 속에서 잠을 잔 기분이다. 그리고 그때, 그 안개의 바다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잔잔한 음률이 상쾌한 새벽 공기를 울렸다. ...계속 (푸후후후...늦게 올렸다구 욕하셨나요? 그럼 전 너무 슬픕니다. 연참이란 거 해볼려고 좀 늦었는데...피잇!! 그나저나 쓰다보니 캐논 부제가 몇회 더 늘어 나고 말았어요. 이런이런... 코멘트 쓰실수 있으시면 꼭 써주시고, 아님 메일을 주십쇼!! 꼭! 꼭! 꼬옥!!! 그럼 전 또 그것에 힘입어 열심히 쓰거든요.^.^) -------------------------------------------------------------------------- ---- 제 목 : [뉴 라이프]93회 -캐논(20)- << 뉴 라이프 (New Life) >> -93- [부제: 캐논(20)] "...멋지다." 눈에 보이는 풍경과 절묘하게 어울려서 그런지, 아니면 그 음률 자체가 새 벽의 청량함이라 그런지 제후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마치 더러운 때를 씻어내는 듯....가슴 속 깊이 정화(淨化)되는 것 같아.' 그러나 한가지 걸리는 건.... 제후가 자리에서 일어나 옆 테이블 의자에 걸쳐진 교복 상의를 집어들고 철제 계단을 타고 이층으로 올라갔다. 아직 아스라한 새벽빛만 희미할 뿐 햇 살이 비치지 않아 창가에서 먼 계단쪽은 어두웠다. 한계단 한계단 오르는 것 이 마치 신성한 의식처럼 느껴졌다. 바다안개가 가득한 그 공간을 감싸는 피 아노 음률이 너무나 맑고 아름답다. "아! 이건..." 마침내 윗층으로 올라선 제후의 눈에 보인 것은 환상의 바다 위에 펼쳐진 그랜드 피아노의 실루엣... 이층은 거의 건물 골조만 남겨놓고 모든 창이 분리되어 있어 마치 바다위 에 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마음을 가라앉히는 아름 다운 선율이 푸른 바다에 비해 한없이 작고 작은 한 인영에 의해 창조되어 새벽을 깨운다. 어젯밤 소란스럽고 시끄럽던 장소라곤 도저히 믿어지지 않 는, 장대하고 순수한 힘이 이곳을 감쌌다. '제이...'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을까? 제후는 아주 오랜 시간, 시간이 멈춘 듯 제이의 피아노에 넋을 잃었다. "파헬벨의 『캐논(CANON)』이다." "!!"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리자 팔장을 끼고 빙그레 웃는 털 보 마담 말리에가 보였다. 투박한 입술 사이로 유난히 하얀 이가 반짝인다. 윽! '에구, 눈 버렸다. ??;' 말리 형님. 당신 근육이 멋진 건 잘 아니까 이제 제발 난닝구 하나만 입고 돌아다니진 마시구려. 그 팔뚝의 문신도 하나도 안멋있어요. 쿠엑! 하트라 니... ??? 제후가 억지로 양쪽 입꼬리를 올리고 두 눈의 눈꼬리를 밑으로 쳐지게 하 여 간신히 웃는 얼굴 비슷하게 만들었다. 웃는 얼굴로 간신히 조합하여 눈인 사를 한 다음 겨우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제이의 피아노 소리가 눈과 귀를 씻어주고 마음을 빼앗아 가고 있 어 곧 마음의 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뒤에서 마담의 호탕한 목소리가 들 려왔다. "제이가 그러더라고. 이게 『캐논』이라는 거라고. 후후..." "『캐논』...." "어때? 끝내주지?" 안개에 녹아 있는 듯 평온하게 건반을 누르는 제이의 모습이 음률에 취한 멍한 제후의 눈에 그림처럼 담겼다. "새벽이 돼서 그 망나니...아니, 손.님.들이 빠져 나가면 이렇게 가게의 모 든 창과 문을 열어 담배 연기와 술냄새를 빼버리곤 하지. 그럼 아주 죽이는 전망이 들어와. 이 가게는 창고를 개조해 만든 것이라 온 창을 모두 열어 젓 히면 새벽 안개가 바다와 함께 볼만하단다." 아름다운 정경... 청량한 피아노 연주... "제이는 캐논을 치고 있으면 가슴 속이 씻긴다고 하더라. 몸과 마음이 깨끗 이 정화되는 것 같다나? 저 녀석, 힘든 일이 있거나 나쁜 마음이 들 때면 이 렇게 여기와 와서 웃고 떠들다가 캐논을 치지. 그리고 나서 다시 숨막히는 삶 속으로 빠져 든다고 했어. 나는 피아노가 지금껏 그 아이를 버티게 만든 친구라면.......『캐논』은 제이, 바로 저 아이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오~'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마담이 헛기침을 한다. 말해놓 고 나니 쑥스러운가 보다. "험험!! 이런, 낯 뜨거운 말을 주책없이 펑펑 해버렸구만. 뭐 어쨌든 저 녀 석 덕에 나두 팔자에 없는 클래식 음악을 간간히 듣게 됐지. 피아노란 것이 이렇게 뽕빨 날리게 멋진 것인지 처음 알게 됐다니까. 크하하하~!!!" 훗! 네. 모두 다 제이, 저 녀석의 피아노 탓이죠. 공기속에 녹아든 이 선율 이 사람을 이리도 순수하게 만드니.. "난 고상한 감상 따윈 잘 모르지만, 제후 아우...." 내가 음악 따윈 관심 없다고 큰소리 칠 때의 장여사의 말....음악에 마음을 담아 마음을 움직인다.... 그 말에 의하면 저 녀석이야말로 진짜... "저 녀석은 정말 천재야!" '천재다!' 눈을 빛내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혼자 생각에 빠져 있다가 말리의 말과 자신의 생각이 한 순간에 일치하자 정신이 맑게 들었다. 그런데 묘한 동질감에 바라본 말리의 얼굴이 침중해 있 다. 그 이유가....바로 내가 계속 걸려한 바로 그것이라면... "그렇지만 제이는 스스로 그 천재성을 죽여가고 있어." 역시... "잘 모르지만 점점 이곳에 올 때마다 달라져가는 제이를 난 느끼고 있거든. 나같은 무식쟁이도 느낄 정도라니 말 다했지 뭐냐. 하지만... 제이 스스로는 그것을 잘 모르고 있지." 그렇겠지. 저런 식으로 여기와서 가끔씩 자신의 재능을 달래가며 자기도 모 르는 사이 어른들이 원하는 고정된 틀에 맞춰가고 있으니.... 자유로움을 모 토로 하는 저 녀석의 천재성이 사라져 가는 것은 물고기가 뭍에서 살 수 없 는 것 만큼이나 너무나 당연한 일인 것이다. 완벽하고 훌륭하지만 지금의 제이의 음악은... '너무나 공허하다.' "응? 뭐예요? 그래서 날보고 뭘 어쩌라고요?" 저런 눈으로 바라보다니 나보고 뭘 어쩌란 거야? 부담스럽게...??;; 자기 인생, 자기가 알아서 사는 거지 누가 뭐라 할 수 있겠어. 천재가 되든, 바보 가 되든 그것 모두가 자기가 알아서 책임져야할 인생의 숙제란 말입니다. 누 가 뭐라고 끼어들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구. "게다가 저자식, 나 별로로 생각한다구요." 그러나 그 소리에 껄껄 웃는 털보 마담이였다. "저 녀석이 이곳에 친구를 데려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분명 저 놈은 알게 모르게 아우를 편하게 대하고 있는 거야. 그래서 내가 부탁하마." 마담이 어깨를 툭 치며 손에 힘을 꽉 쥐었다. 제후의 얼굴이 약간 찌푸려졌 다. "아우가 제이를 도와줬으면 좋겠어." 아, 젠장! 이렇게 되면 꼼짝없이 걸려든 꼴이잖아. 그런데 난 왜 이렇게 키 득거리고 있는거지. 이런! 나 드디어 미쳤나봐. @.@;;; "하아~ 앞으로 더 미움받게 생겼는 걸. 그런데 형님, 나 비싸요." "내 특제음료 평생 보장권을 주지! 그럼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지 않나?" 씨익 웃는 마담 말리에. 그것에 제후가 교복 상의를 팔에 끼워 걸쳐입고 그 를 쳐다보지도 않고 스쳐 지나가며 미소지었다. 흐트러진 금갈색 머리칼. 그리고 그 밑에 숨은 깊은 시선이 고정된 곳은 바 다를 배경으로 안개가 밀려드는 창가 앞 피아노. "네. 그 정도라면..." -딩~- 마지막 건반을 잔잔하게 누르고 여운을 느끼면서 패달에서 발을 땠다. 고개를 들어보니 바로 옆 활짝 열어젓힌 창으로 안개의 바다가 보인다. 몇 년간 보아온 정경이지만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아름다워... 자연은 저리도 자유로우면서 너무나 아름답고 경외롭다. 하지만 인간은 아니야. '이제 『캐논』은 그만 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아무리 해도 결국....나도 인간이니까. 사람은 혼자선 살아갈 수 없어. 그런데...난 지금까지 뭐 때문 에...' 제이가 두손에 얼굴을 묻고 키득거리며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특고에서 유학을 권유해 왔다. 진보가 없는, 아니 퇴보해 가는 무언가를 그 들도 발견한 것이겠지.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난 지 금까지 성전재단에 의해 키워져 왔고, 먹고 살았다. 그들이 원하는 건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이 아니더라도 난 그들이 찬사를 보내는 천재의 연주를 보여 줄 수 있으니까. "킥킥... 그래. 이제 세상과 타협할 때가..." "별 주접을 다 떠는군." 반사적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이 순간 가장 듣기 싫고 보기 싫은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민.제.후..." 안개에 젖어 약간 촉촉하게 젖은 금빛 머리의 소년이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계속 (연참이다. 푸하하하하하~~~~~~ 냐냐냥!! ^.^ 코멘트, 메일 부탁 드립니당! 내용이 길어진다. 하지만 아무리 발버둥쳐도 다음 회에선 이번 부제가 끝나게 돼는군요. 이번 부제 내용 거의 막바지네 요.^^ 이번 부제가 참 길었어요. 휴우~) #피아노로 친 파헬벨의 '캐논'을 들으면서 보세요. 작가로서 주제넘게 하는 말 이 아니구요, 그냥 좋은 곡이라서 추천하는 겁니다. 아하하하^^;;;; -------------------------------------------------------------------------- ---- 제 목 : [뉴 라이프]94회 -캐논(21)- << 뉴 라이프 (New Life) >> -94- [부제: 캐논(21)] 찌르는 듯한 시선에 거만한 자세. 비웃는 것이 확실한 민제후의 그 자세에 제이는 기분이 확 구겨졌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주접이라고 했다. 못들었냐? 주.접." 너무나 당당하게, 그것도 깔아뭉개는 어조로 말하는 폼에 제이는 적의가 확 일어났다. 하지만 뭐라 말하거나 화내기 전에 이미 다시 시작되는 민제후의 비아냥. "아주 생쇼를 해라, 생쇼를 해." "뭐..뭐?" "네가 천재소년이라고? 지랄하고 자빠졌네. 골빈 어른 몇이 치켜 세워 준다 고 눈에 뵈는게 없군. 그것도 실력이라고 고뇌하는 척은...쳇!" 제이는 눈앞의 소년이 어제까지 살랑살랑 빙글빙글 웃고 다니던 제후가 맞 는지 어리벙벙해서 화낼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너무 어이가 없어 화도 웃음 도 안나온다. 지금까지 여러 가지 종류의 비난과 설교를 들어왔지만 이런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그의 연주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도 그 의 실력에 대해서 한치의 의심도 보이지 않았다. 설교란 것들도 하늘이 내린 그런 재능을 불성실한 태도로 소중히 하지 않는다는 것들이었지, 이렇게 실 력도 없는데 폼만 잡고 있다는 식으로 깍아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이 다. 그리고 그것은 제이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자신의 재능에 대해선 의심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바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저 오만방자한 소년은 어떤가? 장난으로 툭 던진 연주대결에 느닷없이 가볍게 응해버린 황당한 녀석. 국내 콩쿨에선 자신이 참가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출전을 포기하는 명문 학생들도 속출하건만... 그렇지만 '무식하면 용감하지'라며 웃어 넘기며 얼마 안남은 연주 발표회 때 하늘과 땅의 차이를 알려주고야 말겠다고 무시하고 있었는데... "하! 기가 막혀서..." "너 따윈 나도 이길 수 있어." "!!!" 상대를 말자고 고개를 돌려버리자 둔탁한 것으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강한 충격에 다시 고개를 홱 돌렸다. 제이의 시선이 닿은 그 곳엔 금갈색 머 리칼을 가진 단정한 선(線)의 귀족적인 소년이 두손을 주머니 속에 찔러 넣 은 채 비웃으며 서있다. "야! 민..제.후!!" 제이가 서리가 내려앉을 정도로 매섭게 노려보았다. 감히... 감히 피아노를 상대로... '내게 도전을 해?!!' 하지만 그의 서슬 퍼런 시선에도 제후는 코웃음을 치며 마주 쳐다봤을 뿐 이다. 입꼬리에 걸린 비웃음...그리고 무서운 의지의 눈... 그 둘 사이의 공기가 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더욱 얼려버리는 듯 했다. "피아노 전공연구 발표회... 이제 얼마 안남았지? 그때 이후로 벌써 시간이 많이 흘렀네? 후후... 그럼 그때 보자구. 제이....아니, 강.제.경." 하지만 제후는 그런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미소 지으며 뒤돌아 걸음을 옮겼다. 게다가 더 이상 피아노 앞의 소년을 그가 안주하는 세계의 이름인 '제이'가 아니라 차가운 현실 속의 이름, '강제경'이라고 강조하며 부르고 있었다. "난 너 같은 건 눈 감고도 이길 수 있어!!" 이 사이로 내뱉는 그 목소리에 제후가 고개 숙여 피식 웃고는 다시 제경에 게로 돌아섰다. "아니. 그래가지고선 어림도 없지. ....전력질주해." 제후의 두 눈에선 좀 전의 차가움은 사라져 있었다. 그러나 깊이와 그 뜻을 알 수 없는 고요함이 더 아슬아슬하다. "장난처럼, 기분에 따라서가 아니라 전심전력을 기울여야 할 거야. 네 재능 의 밑바닥까지 모두 다 끌어모아. 모아서 완벽하게 네 것으로 만들어. 그게 날 이기는 유일한 방법이야. 하지만 만약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날 어떻게도 하지 못할 걸? 뭐...그것도 네게 약간의 재능 비슷끄므레한 것이라도 있다는 가정하에서지만. 쿡쿡쿡..." 키들거리는 금갈색 머리칼의 소년은 마치 동네 장난꾸러기처럼 맑고 꾸밈 없는 유쾌한 모습이었지만 그의 말뜻에는 비열함마저 느껴졌다. 민제후의 눈 빛이 잔인한 즐거움으로 반짝였다. "그리고 네가 나에게 패배한다면 미안하지만 성전특고에서 나가줘야겠어." "뭐!!" "천재니 어쩌니 떠들어대던 녀석이 피아노 전공도 아닌 사람에게 정면승부 에서 패했다면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지. 그러니....음...당연한 거잖아?" 두 손바닥을 펴들면서 가볍게 으쓱하는 모습이 얄밉기까지 하다. "네가 그렇게 잘난 척 하던 것들이 얼마나 가벼운 무게인지 알려주지." 그 눈이 공허함이 담긴 음악은 진정한 감동을 주지 못한다고 말하고 있다. 민제후... 저 녀석은 대체 누구지? 첫 만남에서부터 가장 신경 쓰이는 존 재... 게다가 어째서 저 녀석이 날 이리도 뒤흔드는 거냐? 왜 자꾸 내 인생 에 사사건건.... "....너 누구야?" "나? 민제후. 알잖아. 하하하!! 왜 그래? 혹시 내가 신분을 감추고 있던 세 계적인 피아니스트가 아닐까 의심스러운 거야? 그것에 대해선 안심해. 나 피 아노에 대해선 완전 초짜니까. 들어는 봤나? 2주 벼락치기라고. 아아, 그리 고 만약 내가 지게 되다면 네 앞에서 무릎 꿇고 기어가 싹싹 빌지. 그래야 공평하겠지? 안그래?" 제후가 아무일 없다는 얼굴로 생긋 웃는다. 제경은 지금까지의 후원과 생계수단을 걸게 하고, 자신은 특급 클래스 전체 의 명예를 걸었는데도 저렇게 웃을 수 있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그는 그 렇다 치더라도 가뜩이나 클래스S 편입에 대한 의혹도 받고 있으며 다른 아 이들과 달리 서민이라고 눈총을 받는 제후가 특급 클래스의 명예조차 엉망 으로 추락시켜 놓는다면 어떤 일을 당하지 모르는데... '그런데 어째서?' 하지만 그 알 수 없는 대단한 녀석은 방긋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고 뒤돌아 서 나간다. 제경은 계단을 내려가는 민제후를 향해 다급하게, 그러나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째서지? 불가능하다는 걸 알잖아. 기적이 있지 않는 한 네가 날 이긴다 는 건 불가능해." 제후가 걸어가다 우뚝 멈춰섰다. 하지만 그대로 돌아선 채 고개만 약간 뒤 쪽을 향해 기울여 싸늘하게 말했다. "지금 내 걱정할 때가 아니잖아. 발표회가 끝날 때까지 우린 라이벌이자 적 이야. 게다가 난 속이 텅텅 빈 네 피아노 따윈 겁나지도 않아. 네 걱정이나 해. 아! 그리고..." 반짝이는 머리칼의 뒷모습이 자신만만하게 웃는 듯 보였다. "기적을 일으키는 게 내 전공이거든." -사각사각사각- 성전총수사택의 수많은 방 중의 하나인 아담한 서재. 그곳에서 종이 위를 굴러가는 연필의 사각거림이 쉴 새 없이 들려오고 있었다. 동쪽으로 나 있는 맑은 창으로 이제 막 동이 터오려는 햇님이 보이고 있었 으나 밝기가 조절된 스탠드가 아직까지 책상 위를 비추고 있다. 게다가 바닥 여기저기 널려 있는 악보와 오선지들. 그것들을 보아하니 그 연필 소리의 주 인공은 밤을 샌 듯 싶었다. "으음...." "끼룩?" 세계가 인정한 최고 기량의 피아니스트, 음악계의 퍼스트 레이디 장혜영... 그 장혜영 여사가 안경을 벗으며 고개를 들었다. 밤새 작업을 했기 때문인 가? 그녀가 목과 어깨가 뻐근한지 목 뒤를 주무르자 창가 앞에서 깃을 다듬 던 금응이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발딱 들고 눈동자를 또르르 굴렸다. 작은 소음에 혹시나 기다리던 주인이 왔나 싶어 두리번 거리는 모습이다. 장여사 는 금응의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 자기도 모르게 빙그레 웃었다. 정말 영물이었다. 금응은 어제 그의 주인인 제후가 돌아오지 않자 혜영의 옆에서 그 소년이 들어올 때까지 자지도 먹지도 않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 다. 사람 말귀도 알아듣는 것이 충성심도 뛰어나 신기할 정도였다. 그런데 다만 그녀는 그런 영물이 왜 덜렁덜렁해 보이는 자기 아들을 따르는지 의아 할 뿐이다. 동물을 세심히 잘 챙기는 녀석은 아닌데... 장혜영이 그런 새끼 매를 바라보다 다시 안경을 고쳐 쓰고 책상위 종이와 자료들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그때 들려오는 노크 소리. -똑똑- "네." 혜영은 이 시간에 누군가 했지만 곧 문이 열리며 뚜벅뚜벅 걸어 들어오는 한 소년의 얼굴을 보고 내심 더 놀랐다. 창가에서 밤새 제후를 기다리던 금빛 매는 문 뒤에서 나타난 한 소년의 모 습에 열광하며 날아가 소년의 어깨에 앉아 얼굴을 부벼대며 너무나 기뻐하 고 있었다. 그렇다. 바로 그 소년이 어제 무단조퇴, 무단외박을 하고 하루만에 집으로 귀가한 '민제후'였다. 작게는 장혜영의 어린 아들이지만, 크게는 이 가문과 나라의 주축을 담당하는 대(大)성전그룹의 최연소 총수... 하지만 지금은 흐트러진 모습에 구겨질대로 구겨진 교복 차림으로 서 있어 누가 봐도 한참 친구들과 뛰어 놀 나이의 어린 학생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혜영은 그 아이가 반가워서 부벼대는 금응의 머리를 점잖게 몇번 쓰다듬어 주고 부드럽게 물리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평소 그 새끼매가 얼 굴을 부비면 같이 장난치며 놀던 치기 어린 모습이 아닌.... 뭔가 아주 중요 한 이야기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 분위기에 금응 닭둘기는 영물답게 빠른 눈치로 푸드득 날아가 주인 옆 에 얌전히 내려서서 그들의 대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훗! 이런... 무단외박 이후 이렇게 자진 신고하러 올 줄 생각지 못했었는데 말이야.' 그러나 그녀는 잠시 그 소년을 힐끔 쳐다 봤을 뿐, 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책상 위에 널려있는 종이 위에 있었다. 사각거리는 연필 굴러가는 소리만이 서재를 가득 메웠다. "늦었구나." 그 늦었다는 말은 단지 늦게 귀가를 했다는 것인지, 그녀를 찾아온 것이 늦 었다는 것인지 그 의미가 애매하다. 한동안의 잔잔한 침묵이 흘렀지만 그 둘 중 누구도 서둘지 않았다. 왜 그 소년이 이 자리에 있는 것인지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역시 절차는 필요하다. 마침내 고요한 안색의 소년의 입이 열렸다. "도움이 필요합니다." 정중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요청이었지만 당당했다. 소년의 말소리가 떨어지자 종이 위를 굴러가던 연필의 움직임이 딱 끊어졌 다. 그리고 그녀가 시선을 들었다. 고개를 든 그곳엔 민제후의 눈동자가 물 러섬 없이 그녀를 강하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가 거절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담긴 표정과 미소. 장혜영의 얼굴도 그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서서 히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이른 아침, 맑은 유리창으로 서서히 밀려드는 아침 햇살이 그 소년의 모습 을 황금빛으로 감싸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또 다른 일대 전환점이 동시 에 그 소년에게로 서서히 다가들고 있음을 암시하는 듯 보였다. ...계속 (뭔가 계속 심오한 듯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난 그런 건 싫어. 곧 다시 즐겁고 명랑하게.^^ 그런데 죽었다 깨어나도, 그리고 아무리 제후가 주인공 이라도 이기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어렵지 어려워. 꽉 그냥 깨져 버려라! 쿄호호호호~~~~~ ^.^) # 덧글: 캐논 부제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휴우~ 정말 힘들었어요. 저도 설 마하니 이렇게 길어지리라곤...@.@;;;; -------------------------------------------------------------------------- ---- 제 목 : [뉴 라이프]95회 -책임과 의무라는 이름의 무게(1)- << 뉴 라이프 (New Life) >> -95- [부제: 책임과 의무라는 이름의 무게(1)] -쿠오오오- 인천국제공항. 청명한 하늘이 한가득 펼쳐져 있는 그 거대한 활주로 위로 수많은 국적의 항공기들이 하루에도 몇번씩 뜨고 내리는지 셀 수도 없다. 아시아의 중심이 되기에 손색이 없다고 극찬을 받는 신공항. 한국이 장기적인 시야로 바다 한 가운데에 섬 하나를 통채로 만들다시피하며 완성한 공항이었다. 하지만 어느 평일 아침, 이 공항에 흐르는 긴장된 공기가 그 대규모의 화려한 공간을 다 른 의미로 유명하게 만들고 있는 듯 하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탑승자들 옆, 광활하게 펼쳐진 활주로가 보이는 유리벽 너머로 각 국적의 항공기들이 이착륙을 하며 내는 소리가 괴성처럼 들려온 다. "그래. 지금 막 도착했네. 가능한 최선의 조치를 취한 후 가장 빠른 편으로 귀국했지." 게이트를 빠져 나가기 직전, 한 젊은 남자가 휴대폰으로 통화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쳐 보이는 안색이지만 한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완벽한 비 지니스 수트 차림. 휴대폰이 안들린 다른 한 손에는 검은 서류가방이 들려있 다. 유리벽 너머로 이륙을 준비하는 항공기들을 향해 무심한 시선을 던지며 이것저것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는 그의 모습은 마치 큰 전투를 앞둔 장 수처럼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그리고 일행인 듯, 통화를 방해하지 않기 위한 배려인지 조금 물러서 있는 다른 두어명의 사내들에게서도 그에게 느껴지는 분위기와 별다를 바 없다. "한실장, 지금 상황은? ...음...음...그래. 미국쪽은 잠시 주춤할 뿐이야. 간 신히 보류시켜 두었지만, 완전히 막으려면....역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겠 지. 지금상태론 임시 방편일 뿐이야." 유리벽에서 시선을 돌린 남자가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게이트 쪽을 바라본다. 김성민. 성전그룹의 수장의 최측근 보좌관. 성전의 이름이 한국에서 얼마나 막강 권력을 휘두르는지 3살짜리 꼬마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해 둔다면 그 직위가 어떤 의미인지 모를 이가 없 었다. 창업주 장문수 회장의 신임을 얻어 젊은 나이에 그 위치까지 오른 사람. 하지만 지금의 성전그룹에서 그의 위치는 대외적으로 '대변인'일 뿐이다. 전(前) 총수의 보좌관이었던 그가 새로 취임한 신임 총수의 보좌관까지 이 어서 맡는다는 것은 주변의 보는 눈도 좋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김비서 스 스로도 그가 평생 모시는 분은 장문수 회장뿐이라고 다짐해 왔던 사실이기 에 그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외부적으로 지금의 신임총수는 베일에 싸여 절대 비밀유지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그가 현(現) 총 수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이 밖으로 유출되어서 좋을 것이 없었다. 민제후 회장. 지금은 아직 어린 학생에 경험도 미숙한 소년이지만 학업을 마치고 곧 성년이 되면 그를 보좌해 줄 유능한 비서와 측근들을 찾아 새로 임명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김비서, 바로 그의 몫이었다. 민회 장의 경영 감각을 일깨워주며, 그의 방향도 잡아 주어야 하고, 설사 그 어린 수장이 실수나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그가 해결해야 한다. 물론 이번 일은 그 어린 주인이 고의적으로 벌인 일일 것이라는, 확증에 가까운 심증으로 이가 갈리더라도 마찬가지다. 김비서가 이를 악물고 그 동안 서울에서 그의 지시에 따라 행동해온 한지 훈 실장에게 마지막 최후 통첩을 지시했다. "지시한 사항은? ...음...그래, 좋아. 지금 곧 적당한 선에서 발표를 하게. 우리 성전만큼은 이런 극단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었는 데..." 잠시 머뭇거리던 김성민이 결단을 내리자 더는 망설임 없이 차갑게 눈을 빛냈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각 계열사에 통보하고 세부적인 계획을 최대한 빠른 기간내에 완성하도록! 그럼 몇시간 뒤, 본가에서 보지." -탁!- 김비서가 휴대폰의 폴더를 닫아 바바리 코트 주머니에 쑤셔 넣고 검은 썬 그라스를 끼며 걸음을 옮겼다. 그의 걸음에 멀찍이 대기하고 있던 다른 일행 들이 입을 굳게 다물고 게이트를 향해 함께 움직였다. '도련님. 당신은 이제 싫어도 이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실 겁니다.' 게이트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와 함께 여기저기에서 펑펑 터지는 어지러 운 카메라 후레쉬. 개미떼처럼 몰려드는 취재기자들의 고함 소리로 인천국제 공항은 누군가 그곳을 들었다 놓는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김성민씨! 성전그룹이 이번에 엄청난 규모의 인원감축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입니까?" "당신은 장문수 전(前)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미국의 십수개의 각 지사를 단 3일만에 모두 돌아보고 왔다는데, 그 일이 이번 급진 적 구조조정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겁니까?" "김성민씨!! 갑작스럽게 불안하게 돌아가는 성전그룹의 입장표명으로 대대 적인 파업과 농성사태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대변인으로서 한 말씀 하시죠!! 김성민씨!!!" "이번 구조조정 방침은 새로 취임한 신비의 신임총수의 경영전략인가요? 말씀해 주십시오!!!" 어느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이 정도로 예민한 반응이라니... 아직 공식적인 발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자들은 상당히 정확한 정보를 확보하고 달려 들고 있었다. 누군가가 정보를 흘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표정을 감추는 검은 썬그라스 밑으로 김비서의 입술이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김비서 일행은 한참만에 몰려드는 기자들을 힘겹게 헤치며 공항을 겨우 빠 져나올 수 있었다. 한국 시간으로 그가 출국한지 3일하고 반나절이 지나 있 었다. 아침 하늘은 아무일 없다는 듯 여전히 여유로운 청명함으로 가득하다. 자동차 문을 열고 뒷좌석에 앉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하는 풍경들을 바라 보았다. 그러자 그 풍경 위로 한 인물의 영상이 떠오른다. 반짝이는 금빛 머리칼의 귀한 용모의 소년. 분명히 일반 또래들과는 다른 비범함이 보이는 인물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직 어린 학생일 뿐이다. 김비서의 생각은 그러했다. 전문적인 경영 지식이 나 감각 따윈 전무한, 철없고 유약한 부잣집 도련님. 게다가 김비서는 죽을 뻔한 사고 이후 성격이 변할 수는 있다고 하나 그 사람의 천성이나 본질까 지 쉽게 변한다곤 생각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번에 그 소년은 자신이 친 말 썽에 어쩔줄 모르고 허둥대며 장회장에게 혼날 걱정에 겁을 집어먹고 울음 을 터뜨릴지도 몰랐다. 바로 예전처럼.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그 소년이 좀 더 자기 자신의 어깨 위에 놓인 책 임과 의무를 확실히 깨닫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생각되기도 했다. 장회장님은 그런 걸 생각하고 그 소년에게 그 무거운 짐을 지우신게 아닐 까? 그것말고는 다른 이유를 생각할 수가 없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고 있는 이유가 맞다고 하더라도 너무 말도 안되고 어이가 없는 점이 많다. 단지 장 회장이 손자의 심성을 고치기 위해 이런 어마어마한 손실과 많은 직원들의 생계를 걸었을까? "으윽..." 김비서는 다시 엄습해 오는 신경성 위통에 신음을 흘렸다. 오늘 그는 회사를 정상 궤도로 올려 놓기 위하여 엄청난 결단을 어린 회장 님에게 결제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소년은 수천 가구의 생계를 발판으로 한 가지 교훈을 배우게 될 것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자들은 그 높음만큼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파급을 몰고 올 수 있는가를! 그가 앉아 있는 자리가 장난이나 실수였다는 말로 용납되지 않는 위치임을!! 육중한 검은 승용차에 몸을 싣고 본가로 향하면서 김비서는 다시 한 번 이 를 악물었다. 서울로 진입하는 그 고급 승용차 위로 인간사와 관계없는 태양은 무심한 햇살을 찬란하게 뿌리고 있었다. "저 바보... 또 자냐?" 아침 전공연구 자율학습을 마치고 교실로 돌아온 예지의 눈이 전망 좋은 창가 옆 책상을 향해 반짝였다. 이제는 화를 낸다기 보다 아예 체념의 눈빛. 창가로 따스한 햇살이 커튼처럼 내려와 한 남학생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전망 좋은 창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솔바람과 졸기에 딱 좋은 조건 을 형성시키는 햇빛의 온기. 거기에다 지루한 오전의 전공연구 자율학습을 생각한다면 그 시간에 수면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는 것을 십분 이해할 수 도 있었다. 하지만 그 남학생의 요 최근 정황을 면밀히 살피던 예지는 도저 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야, 민제후! 일어나!!" 예지가 전공연구를 마치고 하나 둘 들어오는 아이들로 클래스가 점차 분주 해지자 제후에게 다가가 소리쳤다. 그러나.....미동도 없다.;;; 책상에 두 팔을 포개고 그 위에 고개를 파묻는 자세는 앉아서 수면을 취하 는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초식이다. 그러나 또한 가장 힘들고 어려운 고 난이도의 경지이기도 하다. 이미 대한민국의 수만 명의 고등학생들이 체험해 보았을 테지만 이 기본 자세는 여러 가지 헛점이 많이 있다. 물론 초보자도 별 어려움 없이 구사할 수 있는 가장 취하기 쉽고 안정감 있는 자세라는 장 점이 있으나, 오랜 시간 그 자세를 유지하게 되면 어깨와 허리가 뻐근한 근 육통이 유발될 수 있다. 남자에게 허리는 생명이라 하지 않는가. 정말 중요 한 헛점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두 번째로 두 개의 팔을 포개고 그 위에 신체 중 가장 단단한 골격 구조물인 머리가 올라가기 때문에 혈액 순환이 되지 않아 두 팔이 전기가 흐르는 듯 저려올 수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여학생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지 않다. 두 팔에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손이 차지는데 여자는 손발이 차 면 안좋다고 하니 되도록 팔을 책상 위로 늘어뜨리고 수건등으로 얼굴을 보 호하며 엎드리는 응용자세를 권한다. 또 가장 중요한 허점 중의 하나가 바로 이마에 자국이 난다는 것이다. 팔을 감싸고 있는 옷감의 재질을 선명하게 이마에 박아주는 그 헛점은 안정감 있 고 잠이 가장 솔솔 잘온다는 이 기본 자세의 장점을 미련없이 포기하며 각 각의 응용자세를 창출·고수하는 학생들을 속출시킬만큼 위력적이었다. 특히 그 옷감 재질이 우둘두둘한 골덴 소재라고 한다면.....세 번째 헛점은 가히 치명적이다. ??;; 그런데 신기하게도 제후는 그 기본 자세로 거의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이후의 모습을 살펴도 팔이 저린다거나 이마에 자국을 남기는 경우는 절대 없었다. 이미 수면욕구가 자세에 좌우되는 지경에서 벗 어나 경지에 오른 것! 그러나 한예지라는 소녀가 이런 심오한 내용을 알 리가 없으므로 그녀는 그 자세에 대한 감탄은 없고, 단지 하루 왠종일 잠하고 원수진 것처럼 퍼질 러 자는 그 모습에 이마를 찌푸릴 뿐이다. 제후가 누명을 쓸 뻔한 일이 있은 후 무단 조퇴에 결석까지 해서 걱정을 많이 했던 예지였다. 그래서 그가 또 결석을 하면 집으로 한 번 찾아가 볼 생각까지 하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다음 날은 제후가 가장 먼저 학교 에 나와 있었다. 물론 그때도 이렇게 엎드려 자고 있는 포즈였다. 하지만 그 때까진 별 생각없이 반갑고 기쁘기만 했는데.... '그날은 수업이 모두 끝날 때까지 저 자세였지. 으휴~' 정말 대단한 신경줄이 아닐 수 없었다. 수업은 완전 생무시하고 잠만 자 니... 그러나 선생님들도 나중엔 한숨만 쉴 뿐 그대로 내버려 두기 시작했다. 제후를 무시하고 괴롭혔던 패거리들도 그때 사건 이후로 조용해져서 더욱 그의 수면을 방해할 존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예지만 빼고. 그리고 오늘 예지는 단단한 결심을 하였다. 오늘이 제후가 학교에 나와 잠 만 자고 하교종이 치면 종 치기가 무섭게 사라져 버리는 일과가 시작된지 벌써 3일째. 오늘만큼은 그 이유를 알아내고야 말겠다. "야! 너 오늘도 잠만 잘 거야? 일어나!!" 예지가 독한 마음을 먹고 미동도 없는 민제후의 뒷머리칼을 잡아 힘껏 들 어올렸다 놨다. 곧이어 조금-사실은 아주 큰- 둔탁한 쿵 소리와 함께 뭔가 가 쩌억 금가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동안의 터울... 그리고... "끄아악!!" 마침내 민제후라는 소년이 끅끅 거리는 소리와 함께 이마를 붙잡고 바닥에 쭈구리고 앉아 현실세계로의 귀환을 알려왔다. "오~ 마침내 깨어나셨군. 말로 해선 안되는 부류가 꼭 이렇게 한두종씩 있 다니까. 오호호호홋!!!" 보통 때 같았으면 이때쯤 마녀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시끄러워졌을 텐데 오늘은 충격과 쇼크의 강도가 조금 셌나 보다. 아직까지 눈물을 찔끔이면서 도 말을 못하고 버벅거리고 있는 금갈색 머리칼의 소년이 보였다. 그래서 의 아한 예지가 무의식적으로 제후의 자리로 고개를 돌려보니.... ....책상에 금이 갔다. ??;; "음... 좀 아프겠다." 그러나 전혀 미안함이나 죄책감은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다. 뭐든지 최고 급 지상주의에 물들어 있는 특고의 책상을 박살낸 제후의 머리 강도에 경탄 을 보낼 뿐이었다. 민제후의 성격이 전염성이라면 특급 클래스의 프린세스인 한예지양이 그 바이러스 첫 감염자라고 의심되는 광경이다.;; "어? 이게 뭐야?" 민제후를 잠에서 깨운다는 첫 과제를 성공리에 마친 그녀는 생글생글 웃다 가 제후의 책상 서랍에서 삐져나온 종이 뭉치와 이어폰을 발견하고 꺼내 들 었다. 서랍 속에서 교과서 대신 두툼한 한뭉치의 오선지들과 CDP가 한가득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예지가 의아한 시선을 들어 이제서야 겨우 제정 신을 차려가는 민제후 쪽으로 잠시 시선을 던진 후 그 물건들을 살펴 보았 다. '뭐...뭐야?! 이것들은 대체...!!!' ...계속 (정말 오랫동안 연재가 안됐었네요. 헤헤~ 하지만 전 지금 너무 기쁜걸요. 드디어 지난 여름방학 때부터 제 피를 마르게 했던 논문을 끝내고 왔거든요. 아이 좋아~* ^^ 오랜만이죠? 오늘 내일 열심히 올리겠습니다.^^) 제 목 : [뉴 라이프]96회 -책임과 의무라는 이름의 무게(2)- << 뉴 라이프 (New Life) >> -96- [부제: 책임과 의무라는 이름의 무게(2)] 두툼한 서류 뭉치같은 그것들을 살펴보며 예지의 두눈이 점점 동그랗게 확 대되어 갔다. 그것은 분명 악보가 분명했다. 그러나 단순히 악보라면 별로 놀라울 게 없 었다. 이제 몇일 앞으로 다가온 클래스 B의 전공 연구 발표회, 그 곳에 특별 참가자 형식으로 출전하게 되어 있는 민제후였으니까. 그러니 그의 자리에서 피아노 악보 두어개 발견됐다고 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인 것이다. 하지만 이 악보는... '이건...누군가 작곡한 것 같은데... 게다가 이것은 원본...' 그녀의 손에 휘갈겨 내려쓴 여러 개의 악보 원본이 들려 있었다. 얼핏 봐도 상당한 수준의 음악적 센스가 느껴지는 습작노트.. 이 정도의 실력이면 분명 누군가가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물건일 텐데 마치 잡동사니 모아두듯 제 후의 책상서랍 속에 쑤셔박혀 있다는 건... "뭐하는 거야!! 만지지 마!!!" -탁!!- 멍하니 날려쓴 오선지 뭉치를 넘겨보다 갑작스레 들려온 격한 목소리와 손 끝의 따끔함으로 예지는 그 물건들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오선지들이 파라 락 소리를 내며 바닥을 향해 흩어지고, CDP와 다른 물건들이 책상위에서 요 란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아직도 재생 중이었던 CDP가 부서지며 여러 개 의 CD가 튕겨져 나와 나뒹굴었다. '모짜르트?' 예지의 눈이 반짝였다. "으윽~ 엉망이 되어 버렸잖아. 챙피하게 왜 쳐다보고 그러는 거야. 쳇!" 예지가 멍한 상태에서 퍼득 정신이 들었다. 시선을 내리니 제후가 투덜투덜 궁시렁 궁시렁대며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흩어진 악보와 CD를 긁어 모으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것은 화가 났다기 보단 부끄러운 모양... 약간 붉힌 얼굴을 반항적인 눈으로 감추며 악의 없는 투덜거림이 그것을 더 확신시켜 준다. 하지만... "그 습작노트...네꺼야?" "왜?" 예지가 혹시나 해서 물어본 질문에 제후가 뚱한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설마... 말도 안돼... 민제후, 저 바보는 지난 주까지 자신만만하게 칠 줄 아는 곡이 '학교종이 땡땡땡'이었다구.' 하지만 제후는 그런 예지의 표정을 다르게 해석했는지 바닥에 떨어진 물건 들을 대충 수습해서 일어서며 말했다. "지금 형편없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쳇! 알아, 알아, 알고 있다고." "아니. 난 저..." "아, 위로할 생각일랑 말어. 아니지. 네가 장여사처럼 놀리지나 않으면 다 행이겠지. 으휴~." 무슨 소리야? "그려. '집중력만 좋은 멍청이'소리만 벌써 3일 밤낮이라구. 여자들이 벌인 게임에 희생물이 되어 억지로 피아노로 끌려 다니는 생활 열흘 동안에도 들 어보지 못했던 잔소리들이란 말이야. 그래! 나 무식하다, 무식해!!" 띠껍다는 표현은 바로 저런 표정에 쓰이는 것일 테다. 팔짱을 끼고 한예지 쪽이 아닌 다른 방향을 쳐다보며 얼굴을 실룩이며 웃는 민제후의 모습이 보 였다. 뭔가 상당히 억울한 일을 당하고도 어떤 정당한 사유에 의해 반발이나 항의조차 할 수 없는 설움.....이랄까?;;; '그런데 '집중력만 좋은 멍청이'이라고? ...어째서?'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잘은 모르지만 적어도 저 정도라면....상당한 수준임 이 틀림없다. 게다가 제후는 작곡을 전문적으로 공부한지 몇일 되지도 않았 는... "아!" 그래. 알았다! 장혜영씨가 말하는 '집중력만 좋은 멍청이'란 뜻. 예지는 번개처럼 스치는 어떤 느낌에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다. 그건 무시 무시할 정도의 집중력을 뜻하는 것일 것이다! 목표를 정하면 다른 곳엔 시선도 돌리지 않는 엄청난 정신력!! 아마도 장혜영씨는 아들의 그런 모습을 처음 대하고 소름이 끼쳤을 테였다. 절대음감으로 듣는 음(音)을 모두 기억하고 재현해 낼 수 있는 경이적인 재 능뿐만 아니라, 스폰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무섭게 음악적 지식을 흡수하는 그 모습이 얼마나 경악스러웠을까? 그리고 그녀는 믿기지 않는 사실에 그런 표현을 썼을 것이다. 예지는 부서진 CDP를 투덜대며 살펴보는 제후를 인간같지도 않게 쳐다보 았다. 신동민 말이 맞았다. '저 녀석은 괴물이야!' "우~ 아주 작살이 났잖아. 이거 AS 받으려면 어디로 가야 하나? 오늘 안 으로 이거 다 들어야 하는데..." 제후의 난처한 목소리를 내는 찌푸린 안색에 그제서야 예지가 조금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남의 귀한 자식 머리통 깨뜨린 일에는 아무렇지도 않았어도 CDP 망가뜨린건 양심의 가책이 느껴졌나 보다.??; "아, 미안! 망가졌니? 급하면 내꺼 빌려줄게." "됐어. 어차피 오늘도 출석체크하러 온거야. 집에 가서 듣지 뭐." 말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난처한 것이 분명했다. 계획에 차 질이 생긴 걸까? 그런데 정말 이상하다. 제후가 발표회에 나가게 되었어도 이렇게 열심히 할 이유같은게 있을 리가 없다. 지난 주까지만 해도 이런 모 습이 아니었는데... 게다가 아침 일찍 있었던 교내 행사에 대한 특별 학생회의에서 클래스B의 강제경이 실습 연구실에 쳐박혀 두문분출한다는 소문을 들었다. 거의 문제아 로 찍혀있던 천재가 이번에 정신차리고 뭔가 큰 사고를 칠 것 같다며 예술 계통 교수들이 흥분한 모습을 보아야 했다. 그러나 예지가 주목한 점은 그런 사실이 아니었다. 강제경이 실습 연구실에 들어간 시기가....민제후가 이상행 동을 보이는 시기와 거의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우연일까? 아니면 정말 그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왜 그 많은 CD 를 오늘 안에 들어야 되는데? 그것도 얼핏 보니 거의 모짜르트뿐인 것 같던데... 모짜르트 음악만 모두 모아 듣니?" "아냐. 다는 아니고, 모짜르트의 협주곡과 표제음악 정도..." 자리를 정리하며 제후가 중얼거렸다. 오늘 정말 놀랠 일만 생기네?! 하! 바보가 머리가 거의 깨질 뻔 하고서도 대들지도 않고, 작곡도 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하루 왠종일 듣는 음악이 모짜르트라고?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하지만 예지는 놀래는 일도 민제후의 다음 대사에 의해 잠시 멈춰야 했다. "시간이 없어. 하지만 그 녀석을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모짜르트뿐이니 까." 뭐?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천재를 맞서려면 천재가 나서야 하잖아. 모짜르트 라는 양반 정도가 아니면 누구도 그 녀석을 대적할 수 없어. 아직 어려서 그 렇지만 같은 나이라면, 그땐 장혜영 여사조차 상대가 되지 않을 테니까. 껍 질을 벗고 나오면 지금보다 더 훨훨 날겠지. 정말...무서운 녀석이야." 제후가 약간 맛이 간 게 분명하다. 평소 어리버리하고 순해 보이던 인상이 빠져버릴 듯한 깊은 눈으로 홀려버릴 듯 하게 변해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향해서 무섭다고 하며 그렇게 피식피식 웃어대는 건 뭐란 말인가? 그 소년을 바라보는 한 소녀는 넋을 놓고 지켜만 볼 뿐이었다. "난 매개체일 뿐이야." 아직 오전 시간인데도 제후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고 시계를 보더니 가방을 챙겼다. 잠이 깼으니 이제 집으로 갈 모양이다. 조금 이르긴 하지만 그것이 요 근래 그의 생활 패턴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 바보가 음악을 듣는 건 잠자는 도중....아니었나? 뭐야? 그 럼 무의식에서조차 쉬지 않고 모짜르트를 흡수하고 있다는 소리야?!' 아~ 나도 참! 말도 안돼지. 안되고 말고. 한예지,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하 다니... 호호호, 세상에 그런 인간이 있을 수가 없잖아.^^;; -와장창!- 그리고 마침 분위기를 쇄신시키는 날카로운 소음이 날아왔다. 어느 학교에서나 지나치게 활동적인 녀석들이 있기 마련. 농구공을 들고 장 난치며 들어오던 남학생들이 공을 잘못 날려 교실 앞에 교내 방송을 하던 TV를 맞춰 주변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았다. 아휴~ 내가 못살아. "너희들!! 내가 교실에서 공들고 장난치지 말랬지!" "저기, 반장. 일부러 그런 건 아니..." 그때였다. "시끄럿-!!! 조용히 해봐!!!!" 어? 이 목소린.....제후?! -다음 뉴스입니다. 금융계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성전그룹의 급진적 구조조 정 계획이 마침내 발표되었습니다. 오늘 오전 갑작스럽게 발표된 그 계획은 성전그룹의 전체적인 인원감축을 기본으로 실시되는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으로 엄청난 파장이 예상되고 있으며, 부당한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노조는 대규모 파업과 농성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장소식 부탁드립니다. 김경철 기자.- 채널이 농구공에 잘못 맞아 어느새 뉴스로 바뀌어 있었다. -네. 김경철입니다. 오늘 오전 성전그룹 대변인 김성민씨가 귀국했습니다. 미국의 십수개의 지사를 최단 시간내에 둘러보고 돌아온 것으로 알려진 김 성민씨는 급격히 돌아가는 성전그룹의 정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며 급히 공항을 빠져 나갔습니다. 한편, 본격적으로 농성에 돌입한 성전 노조는 조금 전, 결의 성명을 발표하 고 명동 성당을 점거하였습니다. 노조원들의 가족들까지 나와 대규모 정리해 고를 반대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이번 급진 적 구조조정이 새로 취임한 신임총수의 신(新)경영전략 중의 하나인지에 대 한 여부입니다. 또한.....- 예지는 '성전그룹'이라는 말에 고개를 황급히 돌려 제후를 쳐다보았다. 뉴스가 나가면서 보여진 자료 화면에는 농성을 하는 노조원들 사이에 끼어 있는 칭얼대거나 어두운 얼굴의 어린 애기들의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 리고 제후가 김비서라고 부르던 남자의 모습도 잠시 비춰졌다. 그런데 이것들 모두 제후도 알고 있던 사실일까? 뉴스대로라면 제후가 직 접 저 수천 명의 사람들의 생계를 끊어놓는다는 말인데, 그런 심한 짓을... "민제후, 정말 네가.....!!!" 무시무시한 표정!! 예지는 평생 그렇게 무서운 표정의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튀어 나가던 말 이 목구멍에서 막혀 숨을 멎게 했다. 바보 민제후에게 저런 모습도 있었던 가? 본능적인 두려움에 예지가 흠짓 떨며 뒷걸음을 치자 뒤에서 익숙한 맑은 미성이 들려오며 자신의 어깨를 붙잡는다. "드디어 그 '뭔가'가 시작된 모양이군요. 좀....힘드시겠네요." 돌아보니 유세진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미소짓고 있다. 제후도 잠시 그런 세 진을 매섭게 노려보다가 챙겨놓은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메고 교실을 나가버 렸다. 아주 긴 시간이 지나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한예지, 그녀가 민제후라는 소년과 마주한지 채 10분도 되지 않는 시간동안 벌어진 일들이 었다. 요새들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도데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예지 는 어리벙벙하고 답답할 뿐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본 유세진의 얼굴도 마찬가지였다. 항상 생긋생긋 예의바 른 미소의 모범생이었던 세진도 심각한 표정으로 이마를 살풋 찌푸리다 그 도 마침내 민제후의 뒤를 이어 가방을 챙겨들고 나가버렸다. 아이들이 모두 그 모습에 얼이 나갔다. 특급 클래스 사상 무단 조퇴생이 둘이 되는 하루였다. -쾅!!- 성전총수사택 회장 집무실. 그 곳의 문이 격렬한 소음을 내며 열어젓혀졌다. 부서지지 않았을까 걱정이 되는 소리... 절도있고 철저한 매너를 지키는 직원들과 고용인들로서는 그건 어림 반푼 어치도 없는 행동이었지만 주변의 그 누구도 한 소년의 그런 행위를 저지하 려는 이가 없었다. 그 이유는 교복차림으로 뛰어든 그 소년이 바로 그곳의 최고 수장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가 그런 살벌한 표정으로 뛰어 들어온 그를 누구도 막을 만한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공기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 변해 버렸다. "...오셨습니까? 학교는 어떻게 하시고요?" 역시 여기에 있었군. 제후는 자신의 서재 겸 집무실로 쓰는 사무실에서 김비서를 발견하고 눈을 날카롭게 빛냈다. "...어떻게 된 일이야?" ...계속 (진지한 건 싫지만 내용상 거쳐야 하네요.^^;;; 에휴~ 오늘 동창회가 잇는데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마감이...마감이 지나버렸는데...쿨럭.... 그 분들께 죄송하단 말을 전하며... 내용상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생각해 주세요.^^ 전 그냥 아주 아주 단순하게 해결하려고 하지만. 그렇다구 나중에 머리 나쁜 작가라고 돌 던지진 마시고...헤헤헤헤~~~///// 이 바닥이 다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냐하하하하~~~( =>당신님 멘트라네요.??;) -------------------------------------------------------------------------- ---- 제 목 : [뉴 라이프]97회 -책임과 의무라는 이름의 무게(3)- #중요한 오타 수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 뉴 라이프 (New Life) >> -97- [부제: 책임과 의무라는 이름의 무게(3)] 가슴에서 끓어오르는 감정에 자칫 머리가 돌아버릴 지경이었지만 제후는 최대한 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 단어들을 이 사이로 내뱉었다. 전생에 배운 가장 큰 교훈이 바로 그것이었다. 위급할수록 냉정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볼 것. 그렇지 않으면 더 큰 헛점을 보이게 된다는 것. 상황을 냉철하게 응시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만 막가파 패싸움에서도 승기를 쥘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한때, 그는 단 한 번 그 냉정을 잃음으로서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너무나 큰 대가를 치뤄야 했다. 제후는 지금 눈앞에 아까 뉴스에서 보았던 울고 있던 어린 아이들의 모습 이 보이는 것만 같아 괴로웠다. 한 가정의 가장이 실직한다는 것이 어떤 의 미인지 모를 제후가 아니었다. 고아로 자라왔던 제후였다. 게다가 죽기 직전 엔 3년간이나 노숙 생활을 하며 그런 비슷한 사연들을 가진, 무너진 가장들 의 모습을 얼마나 많이 봐 왔던가. 옛 기억에 민제후라는 소년의 눈이 불을 뿜듯 격렬해졌다. '그래. 그러니까 어서 말해. 들어주지. 네가 말하는 그 이유와 상황이라는 모든 걸. 하지만 내가 그것들을 듣고 나서도 납득하지 못할 땐....그땐 가만 두지 않겠어!' 그러나 그런 제후를 바라보는 김비서는 들고 있던 전화기를 내려 놓으며 그 어느때 보다도 침착하게 말하고 있었다. "혜영 아가씨께 들었습니다. 요즘 열심히시라구요? 요 몇일은 주무시지도 않았다고 하던데... 잠을 자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인간은 없습니다. 전에도 누차 말씀드렸지만 자신을 아끼도록 하십시오." "고양이 쥐생각 하지마." "사실을 말씀드린 것 뿐입니다." 김비서의 눈이 싸늘하다. 한동안 두 사람의 시선이 날카롭게 오갔다. 그 둘의 위험한 분위기에 다른 직원들은 모두 슬쩍 자리를 피해주며 문을 닫고 나갔다. 정적이 흘렀다. "도데체 무슨..." "'책임'과 '의무'라는 말이 있죠." 제후가 입을 열자 김비서가 재빠르게 말을 가로챘다. 그러나 신임총수의 이 름을 걸고 시행하는 느닷없는 대규모 정리해고에 대한 해명치고는 밑도 끝 도 없는 추상적인 답변이다. "'책임'이라는 말뜻은 '인간의 어떤 행위가 그 행위의 주체로 돌아가는 것'을 이릅니다." "그게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김비서가 책상에서 돌아나와 집무실 한가운데에 우뚝 서있는 소년에게 향 해 걸었다. 제후의 항의가 있었으나 그의 목소리는 이미 거침이 없었다. "그리고 '의무'는 '~해야 한다'라는 당위(當爲)의 형태. 칸트에 이르러서는 인간의 의지 및 행위에 부과되는 구속·강제로서 규정하게 되죠. 즉, '의무' 란 사회 생활상,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고 조정하기 위한 사회적·물리적·정 신적인 강제 및 구속을 일컫는 말입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습니까?" 알게 뭐야!! 그런 어려운 말같은 건 모른다구!! 하지만 김비서는 행인지 불행인지 민제후에 대해 가지고 있는 훌륭한 고정 관념으로 소년의 굳어진 표정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 버렸다. "훗! 네. 생각하시는 그대롭니다. 제후 도련님 정도로 총명하신 분이면 충 분히 이해 가능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당신께서 하신 일이 부메랑이 되어 다 시 돌아온 것이죠." "뭣?!"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김비서가 지금 하는 말이 무슨 소리지? 내 가 한 일이라니... 난 결코 저 수많은 사람들을 해고하라고 한 적이 없다! 젠장!! "헛튼 소리 그만해!! 모두 집어치우란 말이야!!" 불길한 예감에 제후가 억지로 쓰고 있던 침착함을 던져버리고 고함을 지르 고 말았다. "...단군 프로젝트 말입니다." "읏!!" 자신을 놀리듯 알 수 없는 말만 지껄이는 김비서, 그의 빙빙 돌리는 말투에 결국 참지 못하고 달려들어 멱살을 잡았던 제후는 김비서의 평이한 어조에 몸을 움찔했다. 한동안 잊고 있던 그 일이 떠올랐다. 떠넘겨지듯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올려진 자리... 그리고 그것에 대한 반발과 불만으로 저지른 말썽... '하지만 그것이 이번 문제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야!! 난 아직 완전히 독 립된 지위로서 사람들을 지휘하게 되어 있지 않다구! 단군 프로젝트 시행도 몰래 결제를 하긴 했으나 최종 과정으로 다시 한 번 성전 비서실의 재가를 받도록 되어 있는데...' 그렇다. 그래서 제후는 그 문제가 작은 해프닝에서 '성전'이라는 거대한 제 국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대형 사고로 발전할 것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해보 지 않았다. 그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으니까. 민제후라는 소년이 일으킨 그 작은 사고는 김비서와 장회장에게 보내는 반 발과 경고,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상식적으로도 성전그룹이라는 이름이 미 성년인데다가 전혀 경험도 없는 한 소년의 한마디에 휘둘릴 리도 없었고, 전 (前) 총수였던 창업주 장문수 회장도 그런 전권까지는 아직 민제후에게 위임 한 상태는 아니었다. 물론 잘하면 어느 정도 약간의 손실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은 했었다. 그러나 장회장의 안배와 성전의 구조상 제후의 행동에는 규 제가 있었고, 그의 결정은 반나절도 되기 전에 모두 김비서와 한실장의 재가 를 받게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단군 프로젝트 시행이라는 결정은 그들의 식 은땀을 조금 빼 줄까 싶었던 짖궂은 행동이었을 뿐이었다. 하긴 좀 더 솔직히 말한다면 진짜로 말아먹겠다는 생각을 안한 것은 아니 지만, 만약 중간에 장태현 이사가 음흉한 생각으로 끼어들어 그 프로젝트를 은밀히 진행시키지 않았다면 실제로 아무 탈 없이 해결되었을 작은 불씨였 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그 작은 불씨가 이젠 너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다는 것에 있었다. 게다가 그 상황의 다급함에 누구도 이 문제에 결코 좋지 않은 의도로 끼어든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까지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후는 앞 뒤 사정이야 어떻든 지은 죄가 있는지라 이상하다는 생 각을 하면서도 아무 말 없이 이를 악물고 김비서를 쳐다보았다. 김비서는 그 런 제후를 바라보고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단군 프로젝트로 인해 엄청난 손실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가히....천문학적 인 액수죠. 이미 체결된 계약을 포기하게 되면 이미 지급된 계약금 이외에도 수천만달러의 위약금을 물어야 합니다. 또한 상당히 진행된 일부 계열사의 합병 문제는 잘못하면 소송이 걸려올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책임'과 '의 무'라는 말을 이해하시겠습니까, 도련님?" 머리속이 텅텅 빈 듯한 느낌인 가운데 김비서가 차가운 얼굴로 아직도 그 의 멱살을 붙잡고 있는 제후의 손을 잡아 떼어냈다. "전 현실주의자입니다. 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을 겁니다. 전 어떻게든 이 사태를 막을 거고, 회사를 다시 정상 궤도로 올려놓을 겁니다. 비록 어쩔 수 없이 구조조정과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해서 많은 이들의 원망과 지탄을 받더라도 말입니다." 김성민... 역시 예전의 내 생각이 맞았다. 저렇게 수더분하게 생겨서 평소 사람 좋아보이는 인간이 비상시국엔 가장 무섭고 위험하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론이죠. 이대로 회사가 휘청이면 모든 직원들 이 괴로움을 당할 겁니다. 그렇다면 경영자로서 최선의 선택으로 하셔야 합 니다. 모두 함께 쓰러질 순 없습니다. 잔인하다 생각되어도... 이것이 제가 가르쳐드리는 첫 번째 교훈입니다. 바로 '책임'이죠." "으윽..." 제후가 김비서의 박력에 밀려 일그러진 표정으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악다문 입안에서 비릿한 피맛이 났다. "그리고 두 번째는 수장으로서의 '의무'입니다. 도련님께서 앉아 계시는 직 위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빨리 깨달으시길 바랍니다. 저는 장회장님의 결정에 많은 회의를 품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빠른 시일내에 도 련님께서 성전그룹의 총수로서의 자세와 자질을 갖추시길 간절히 바라고 있 다는 것을 알아 주시길. 또 그 자리가 얼마나 큰 무게를 가지고 있는지 아직 실감이 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역시 아셔야 합니다." 김비서가 제후의 손에 의해 흐트러진 넥타이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사 무적인 냉랭함으로 돌아보았다. 그 자리엔 당대 최고의 경제 거목의 보좌관 인 '김성민'이라는 인간의 눈이 최상의 상태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말이죠." 김비서의 마지막 말에 제후는 마치 따귀를 얻어맞은 것만 같았다. '현실...!!!' 현실이라고? 꿈...현실...환상... 나는 과연 지금까지 민제후로 살면서 이것을 현실의 진짜 삶이라고 진지하 게 생각했을까? 살 수 있다는 것, 다시 삶을 영위하게 된 두 번째 기회라는 것, 그것에 취해 하고 싶은대로, 기분내키는대로 들떠 다녔던 것은 아닌지... 마치 마음껏 행동하고 말할 수 있는 환상이나 꿈 속처럼. 맞아. 그랬던 것 같다. 다음번엔 결코 후회가 남지 않게 자신에게 충실하게 살겠다는 자기 합리화와 대의명분으로 난 내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었다. 그것이 다시 태어났기 때문일까? 만약 다시 살아갈 수 있는 기회 때문에 세월의 연륜과 신중함을 잃어버린 거라면... 너무나 허탈하다. 그때, 김비서의 마지막 목소리가 들려왔다. "현재 성전그룹의 가장 빠른 손실회복은 구조조정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평생을 회사를 위해 일한 직원들에겐 미안하지만, 이것이 최선의 방법 이니까요. 장회장님과 연락이 닿지 않으니.....도련님께서 최종 결제를 해주 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김성민이 빈틈없는 옷자락을 반듯이 정리하고 목례 후, 뒤돌아섰다. 그러나 그 순간 되돌아온 목소리. "싫.어." 그 단호한 목소리에 뒤돌아서 나가려고 하던 김비서가 날카롭게 홱 돌아보 았다. 그런데 그곳에 서 있는 도련님의 모습은... "그건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 가장 쉬운 방법이겠지. 굴복할 수 없어! 아무 리 어렵다고 해도 절대!!" ...결코 그의 예상처럼 울상이 되어 허둥대는 예전의 어린 소년이 아니었다. 강한 의지를 가진 존재. 어느새 당황스런 감정을 정리하고 자신이 할 일을 확실히 깨닫고 있는 존재의 의지였다. "그래 좋아, 좋다구!! 내가 벌인 일이니 내가 해결하면 돼잖아!!! 난 하는데 까지 해보겠어! 하는데까지 해보고 그때가서 길이 없으면... 아니, 어쨌든 지 금은 내가 직접 다른 길이 없음을 깨닫기 전에는 절대 승복할 수 없어!!! 아 무 문제없이 성실하게 열심히 일하던 사람들에게 '당신은 이제 필요없으니 나가주시오. 그것이 회사를 위하는 일이오.'라며 내쫓겠다구? 헹!! 엿이나 먹 으라고 해!!" 가운데 손가락을 당당히 들어 보이며 말하는 소년이라니... ??;; 그가 갑자기 진지함을 벗어 던지고 평소의 민제후로 돌아와 있었다. 최근 비정상적으로 날이 서있던 그의 신경을 생각한다면 평소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 다행스러웠지만 이제는 그 시기가 너무 불안하다. 이런 시점에서는 냉 정하고 진지한 민제후가 더 안심이 될 듯 한데...;; "뒷골목 깡패새끼 패거리나 기업이나 마찬가지야. 나를 믿고 의탁한 사람들 을 지키지 않고 아끼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그 조직사회를 위해 열심히 일 할 거라 생각하는 거지? 게다가 필요할 때는 실컷 이용해 먹고 필요가 없어 지니 헌신짝처럼 내버리겠다니... 안돼지. 절대 용납할 수 없어!!" 책임과 의무의 무게라고? 그래서 어떻다는 거야. 그런 훌륭한 교훈을 배웠 으니 쫓겨난 수천명의 죄없는 직원들을 생각하고 이제부터 조용히 시키는 대로 하며 죽어 지내라? ...웃.기.지.마. 절대 이대로 무너지지 않을 테다! 책 임을 지라면 질테야. 의무를 지키라고 한다면 빈틈없이 지켜 주겠어. 단! '내 방식대로야!' "후후... 좋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우리 일이 좀 더 쉬워지겠죠?" 누구? 어이없어 하는 건지, 밑도 끝도 없는 배짱과 자신감에 얼이 빠진 건지, 넋 이 나간 김비서의 뒤쪽에서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고의 기밀이 유지되는 성전그룹 총수사택 집무실에 어느 누가 감히 들어 올 수 있단 말이지? 게다가 이 낯설지 않은 맑은 미성의 소유자는... '유세진?!' 검은 뿔테 안경에 푸른 검은 머리칼을 한 소년... 제후가 설마하며 급히 고개를 돌린 그 자리에 푸른 이미지의 유세진이라는 묘한 인물이 홀연히 나타나 방긋 웃으며 서 있었다. 그리고 한쪽 어깨에 매 고 있는 검은 가방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여러 권의 서류철의 의아함... "휴우~ 이거 옮기는 것도 일인데요. 한꺼번에 들고 오려니 힘드네. 아, 이 가방은 조심해야 되니 만지지 마시길. 이 노트북 하나에 수백만 달러 가치의 정보가 적어도 수십개는 담겨 있거든요. 제 보물입니다.^^" 이거 도데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유세진, 저 녀석이 왜 여기에...?? 제후가 어색한 미소로 어리벙벙하게 서있자 세진이 그를 힐끗 바라보며 피 식 웃고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흘러내린 푸른 빛 도는 검은 머리칼 사이 로 세진이 그 두터운 뿔테 안경을 벗어 들으며 유쾌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상한가 보죠, 제후군? 뭐, 길게 말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길어질 이유 겠지만....짧게 핵심만 말하자면..." 유세진이 고개를 들자 안경을 벗어든 그 소년의 눈동자가 파르스름한 빛을 뿜었다. "좀 더 재미있는 게임을 위해서라고 하죠. 일방적인 정세는 너무 재미가 없 거든요." ...계속 (음...동호회 정모가 있었어요. 제주도 사는 회원이 귤을 보내 줬네요. 맛있 습니다. 제주도 귤은 작은데도 정말 맛있어요.^^ 대학로에 있는 별관 민토에 가서 마친 정모는 참 의미가 깊어습니다. 체리콕도 맛있었지만 회의도 좋았 네요. 세미나실도 너무 아늑하구.^^ 그런데 내일은 시험이 있습니다. 시험 공부는....당연히 안했습니다. 으이구 ~ 저두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밤 새서 공부나 해야겠네요. 글도 왜 이렇게 잘 안써지는지 모르겠어요. 평소에도 좀 느리게 쓰는 편이지만... 오늘 글 쓰는 다른 친구를 만났는데 그 녀석이 그러더군요. "그럴 땐 그냥 2~3일 쉬어. ?? 정말 그래볼까? 그럼 더 이야기가 잘 나갈까? 웅~~~ ??;;) -------------------------------------------------------------------------- ---- 제 목 : [뉴 라이프]98회 -계란으로 바위를 깨다(1)- << 뉴 라이프 (New Life) >> -98- [부제: 계란으로 바위를 깨다(1)] '재미있는 게임을 위해서...?' 제후는 천사같은 미소를 지으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세진을 깊이 바라보았 다. 유세진. 처음부터 여러 가지로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자신에게 확실한 적의를 갖고 있다고 판단되는 존재. 그리고 사람인지 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로 교차되는 존재감과 무존재감... 그러나 제후는 그 모든 걸 모른 척 눈감고 유세진을 친구로 삼았다. 물론 그것이 세진이 원한 일도 아니었고 제후의 일방적인 행동이었다 해도 현재 세진이 '민제후의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복잡한 상황들을 정리해 다시 생각해 보아도 유세진이 이렇게까 지 제후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자발적으로 나선 일은 아주 의아한 일이었다. 세진은 아직까지 절대 그 누구도 '친구'라고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재미있으니까라...' "유세진. 그럼 내가 재미있어? 내가 재미있어서 지금껏 옆에 있었던 거냐?" "네. 그렇습니다.^^" 방긋 웃으며 대답하는 세진의 모습은 그 말의 의미처럼 결코 차갑거나 냉 정하지 않다. 겉과 속이 완전히 분리된 인간형이다. 쳇...그것 참, 나야말로 재밌네. "그래. 그럼 어때? 앞으로도 계속 내 곁에서 날 도와주는 건." 제후가 충동적으로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어떤 말이 돌아올지 세진 의 답변에 기대가 되었다. 게다가 만에 하나 일이 잘되면 장문수 회장의 두 수족, 김성민과 한지훈을 능가하는 최고 인재 하나를 거두는 것이 될 테니...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예상대로 '거절'이다. "그건 사양하겠습니다." "이유는?" "재수 없어서요." 꾸엑~ 저런 말을 저렇게 예쁘게 웃으며 말할 수 있다니... ??;; 제후가 쇼크받은 얼굴로 눈을 꿈벅이며 멍청히 서있자 세진이 어깨를 으쓱 하며 한마디 한마디 강조해서 말을 쏟아냈다. 웃으며 말하는 그 이유들이 제 후에게 시퍼런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에 푹푹 박히고 있다는 사실을 세진은 과연 아는지 모르겠다. "민제후란 인간... 왜 하필 당신이 선택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흐음... 재수 없다는 말보다 좀 낫군. 그런데 내가 뭘 선택됐다는 말이야? 내가 이런 엄청난 집안에 태어났다는 점? 제후는 세진의 '선택'이라는 말을 잘먹고 잘사는 엄청 큰 부잣집에서 태어 났다는 말로 제멋대로 해석해 버렸다. 유세진의 말은 그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었다. "어제 무심코 하늘을 봤습니다. 역시나 달라졌더군요. 이제 천운조차 당신 을 기점으로 돌기 시작하는 것이 짜증납니다. 그리고 모두가 당신을 좋아하 고, 당신의 영혼에 끌리는 것이 기분 나쁩니다." 이번은 연타 비수였다. 쿨럭... "그러면서 무사태평 희희낙락 즐겁게 산다는 것도 마음에 안들죠. 한 마디 로 제 마음에 제일 안드는...." 여기까지만 봐도 유세진의 적의는 너무나 확실하다. 더할 나위 없이. "가장 재.수.없.는 인간형이죠." 이번 것이 최고 결정타!! 천사같은 얼굴을 하고 생긋 웃으며 말한 그 마지막 발언에 제후는 돌이 되 어 굳어 버렸고, 김비서는 황당하다는 수준을 넘어 석회가루가 되어 부서지 기 시작한다. 친구라는 위치에 서서, 그것도 도움을 주겠다는 미지의 카드로 나타난 인물이 가장 확실한 적대감을 가진 존재라는 것에 어이가 없다. 그리 고 그렇게 상종도 하고 싶지 않은 인간이라면 왜 자발적으로 나서서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푸...푸하하하하하하하하~~!!!!" "도..도련님?!" 김비서는 갑자기 터뜨리는 민제후의 웃음소리에 깜짝 놀라 쳐다보았다. 저 렇게 크게 웃음을 터뜨린 적이 없는 소년이었다. 항상 유쾌하고 장난끼 넘치 는 소년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중우함을 풍기며 묘하게 점잖은 분위기도 함께 갖고 있던 그였던 것이다. 당연히 저렇게 배를 쥐고 킬킬대며 웃는 모 습을 보인적이 없었으니... "킥킥킥..아아, 미안 미안.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서 말이야. 꼭 누구하고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후가 눈물을 딱으며 주절거렸다. 그래. 옛날의 성우, 바로 그 '현성우'와 너무나 똑같은 말. 하지만 그 놈도 결국 내 옆에 남았던 녀석이지. 마지막은 서로에게 너무 불행했지만... 어쨌 든 그 마지막 전까지는 그 녀석도 날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상하게도 옛 생각을 하는 것 정도론 격한 감정이나 증오심을 느 끼진 않는다. 마치 나와는 상관없는 오래된 기록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만을 느낄 뿐. 제후가 감정을 정리하고 다시 세진을 쳐다보았다. "뭐 좋아. 어쨌든 이번만은 넌 내 편이란 소리겠지?" "네." "이번 일이 끝나면?" "제후군을 내 손으로 매장시켜 버릴지도 모르죠. 아니면 또 그 반대가 되거 나..." 세진이 손에 들고 있던 안경을 접어 교복 상의 주머니에 넣으며 밝게 미소 지었다. 그 눈이 새(新)시대를 향한 흥분으로 가볍게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어린이의 눈.. 하지만 뭐든 좋아. 유세진의 숨겨진 의도가 뭐든간에 중요한 것은 뛰어난 조력자가 한명 생겼다는 것에 만족한다. 물론 성전그룹에는 수많은 전문가들 이 넘쳐 흐르지만, 지금의 나는 회사를 조각내 다시 합체시키려는 전문가보 다 틀에 묶임없이 새로운 방향으로 바라볼 수 있는 참신함이 더 필요하다. 게다가 세진은 마음 편한 '친구'니까. 비록 세진이 그의 내면에 날 찍어내려 는 계획이 서 있다 하더라도 그 시기가 지금이 아니라면 신경 쓸 필요 없음 이다. "쿡쿡.. 자, 그럼 이제 뭐부터 하면 좋을까?" "사람부터 모아야죠. 당연한 말씀을..." 제후가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내밀자 세진도 마침내 가면을 벗고 차가운 얼굴로 그 손을 마주잡았다. 김비서는 자신의 냉정함을 이리도 쉽게 무너뜨리는 눈 앞의 두 소년을 황 당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뭔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패기라든가 막연한 믿음 같은 것들 이 밀려들고 있었다. 그의 주인인 장회장은 이런 것에 호탕한 감각으로 모든 것을 걸고 도박을 한 것일지 모르겠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지만 이성 밑에 숨어있는 제3의 감각이 부르짖는다. '민제후... 저 소년이라면 정말 해낼지도 모른다!' 라고... "동희야! 오빠가 그런짓 하지 말랬지!!" "시져!!" 그때, 한 작은 원룸주택에 두 개의 목소리가 앙칼지게 울리고 있었다. 특고 근처에 있는 작은 다세대 주택. 하지만 그 내부는 한 공간으로 트여있 어 침실과 마루, 부엌의 공간경계가 따로 지어져 있지 않아 작은 평수임에도 학생들이 살기에는 조금도 작아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혼자 자취를 하는 학 생에게 원룸은 생활하기 편하고 아늑해서 장점이 더 많아 선호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럴 때는 조금 나빴다. 원룸이긴 해도 고급이 아닌 비교적 싼편에 속하는 주택이라 방음이 안되니 말이다. "신동희! 처음에 오빠가 여기에 오면 어떻게 해야 된다고 했어? 말해봐." "뿌우~~~~" 동민은 지금 어린 동생을 눈앞에 두고 지끈거리는 두통에 눈가를 문질렀다. '말썽쟁이!!!' 오늘 하루 동민은 얼마나 식은땀을 뺐는지 몰랐다. 요즘은 어린 여동생이 주말도 아닌데도 자주 그의 집으로 놀러온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인데다가 나이 차도 많이 나 서 정말 많이 예뻐하긴 하지만 올때마다 말썽을 저지르고 다니기에 그것이 골치였다. 모든 것이 그 특별한 능력 때문이다. "빨리 말해봐!" "우...식물 키우지 않기...빨래갔구 장난치지 말기..." "그게 아니잖아!" 동민은 일부러 더 엄한 얼굴로 꾸짖으며 말했다. 그러자 꼬마 동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박했다. 그래봤자 무표정이었지만.;; "아라? 하지만 오늘 동희 그것밖에 안했어요." "아까 사람들이 소리지른건?" "아항~! 글쿠낭. '사람들 앞에서 친구랑 놀지 않기'가 있었네?" 후우~ 한숨만 나온다. 동민은 조금전까지 소란스러웠던 상황을 기억해내고 얼굴을 찡그렸다. 순식 간에 온동네에 귀신소통을 만들어 놨으니... 이 곳 베란다에서 목없는 사람이 걸어 다니는 것을 봤다는 등, 꽃나무 가지 가 갑자기 자라나 춤을 췄다는 등, 놀라서 몰려온 사람들을 수습해서 돌려놓 느라 진땀을 뺐던 것이다. 덕분에 해명하기, 시침떼기, 말발로 밀어 붙이기 에서부터 오히려 먼저 더 화내기, 모른척 하기 등 갖은 기술을 구사해야 했 으니... 민제후와 같이 다니기 시작하며 저절로 익히게 된 처세술이 이럴 때 더욱 유용하게 쓰일 줄 몰랐다. 덕분에 동민은 제후에게 고마워해야 하는 건 지 목을 비틀어 줘야 하는 것인지 묘한 감정의 싸움을 벌여야 했다. '제후 그 녀석과 관계되고 나서 하루도 편할 날이 없는 것 같애. 동희가 그 녀석을 만난 이후로 이상하게도 그 특별한 기운이 더 세진데다가 말도 더 안듣게 됐으니... 에휴~' -따르르릉~따르르릉~- (전화벨을 표현못한 작가의 한계;;) "어쨌든!! 다시는 그런 장난치면 안돼! 또 그러면 그땐 진짜...오빠 화낸다." 동민은 말꼬롬히 쳐다보는 동희에게 하나하나 주의를 주고 나서 머리를 쓱 쓱 쓰다듬어 주었다. 미운 일곱 살이라니지만 이럴땐 깜찍하니 너무 귀여워 꼭 안아주고만 싶다. 하지만 그때 다시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 '이크! 전화 끊어지겠다.' 동민이 전화가 끊어질까봐 뛰어가서 얼른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어쩌면 어머니일지도... 동희 집에 보내야 할 시간이니까. 씁쓰레한 미소가 떠올랐다. "여보세요?" -어이, 신동민! 나야.- 이..이런...씨~ 동민의 얼굴이 반사적으로 구겨졌다. '...민제후다!' 동민은 스멀스멀 스며드는 불안감을 억지로 삼키며 입을 열었다. 그냥 조용히 전화를 내려놓거나 안들리는 척 하고 끊고 싶지만 그런 쪽으 론 별로 재주가 없는데다가 직구밖에 모르는 신사적인 동민이 넉살과 변화 구에 천재인 제후를 능가할 순 없었다. "...왜?" -자식, 딱딱하긴. 후후... 그런데 지금 급해서 설명할 시간은 없구... 음, 이 리로 오면 얘기할게. 지금 이쪽으로 올 수 있지?- "무슨... 아, 안돼! 지금 동희가 와있어. 집에 데려다 줘야해. 그러니까 그냥 전화로 말해. 아니면 내일 학교에서 하던가." -그건 걱정하지마. 사람 보냈으니까 그 사람한테 부탁하면 동희는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하고 안전하게 집에 돌려보내줄 거야.- "그게 무슨 소리야?" 어리벙벙한 얼굴을 하며 핸드폰을 다른 손에 고쳐들자 그때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정확한 간격을 둔 딱 3번의 벨소리. 동민은 핸드폰을 든 채로 문 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신동민군이십니까? 모시러 왔습니다."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단정한 수트 차림의 남자가 보였다. 이 사람은... -도착했지?- "야, 이게 어떻게 된거야? 무슨 짓이야?!!" 귓가에 민제후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동민이 황당함에 소리쳤다. 그러나 곧 자기 옆에 꼬마 동희가 강아지 모양의 인형가방을 매고 말똥말똥하게 쳐다 보고 있는 것을 알아채고는 창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내가 뭔 줄 아는 거야, 이 자식!! "너, 내가 만만하냐?" 동민이 나직한 저음으로 으르렁거리듯 화를 냈다. 하지만... -응.- 상대를 잘못 골랐다. 동민은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허탈한 웃음이 터져나왔다. 아직 이 어린 나 이에 웃기는 짜장같은 놈 하나를 잘못 만나가지고 인생을 살면서 느끼는 오 만가지의, 아니 오십만(萬)가지의 인간의 오욕칠정(汚辱七情)의 감정을 한꺼 번에 느끼게 되니....이것도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목을 비틀어 줘야 하는 건 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곧이어 동민의 패닉 상태와는 상관없이 제후의 목소리가 다시 딱딱 하게 들려왔다. -창밖을 내다봐.- "뭐?" -어서.- 창밖은 왜...? "!!!!" -보이냐? 귀빈으로 모셔오려는 거야. 그러니까 빨리 와라. 기다리는 사람들 이 많다. 세진이도 벌써 와있다구.- 동민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새까만 커다랗고 육중한 차체... 햇빛에 반사되는 광택이 눈이 부시다. 최고 급과 로얄, 귀족적이라는 단어를 한눈에 느끼게 하는 세련된 디자인의 리무 진... 이런 평범한 보통 주택가에 저런 자동차가 서있다는 것 자체가 언밸런 스이고 불안할 뿐이다. 벌써 동네 아이들과 아줌마들이 자동차 주위에 신기 하다는 얼굴로 몰려들고 있었다. TV속에서 국빈들이나 탈 듯한 그런 자동차 와 자신을 기다리는 비서들을 보고 동민은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그 러나 동시에 더욱 화가 솟구치는 느낌이다. 민제후...내가 겨우 돈 따위에 팔릴 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야!! "너...만만하다는 것이 이런 의미였냐? 만약 그렇다면..." -아냐.- 치밀어오르는 뭔가에 감정이 격해진다 싶을 때 들려온 제후의 진지한 목소 리. -친구잖아.- 그것에 동민은 눈앞에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친구라서 그런거다, 임마.- "...무슨 일이야?" -도와줘.- 으윽-!! 이자식, 진짜 또 무슨 사고를 친 모양이다. "이 새끼, 너 또 뭔 사고를 친 거야!!" -아주 큰 거.- 잘났다. ??;; -그러니까 도와줘. 신동민, 네 도움이 필요해.- "시끄러, 이 자식아!!! 내가 네 해결사냐!! 끊어!!!" 동민이 험악하게 종료 버튼을 누르고 핸드폰을 침대로 던져버렸다. 열려진 창가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와 동민이 입고 있는 니트 사이로 스며든다. 뒤에서 들리는 소리를 보아하니 자신을 데리러 왔다는 그 사내는 동희와 친해진 듯 꼬마 동희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는 급한 일 인 듯 싶은데도 서두르라는 재촉이나 동희에 대한 짜증도 내지 않고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동민이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 다시 도지는 '민제후 편두통'을 미간을 눌러 달랬다. 전생이란 것이 있다면 수백년 전에 자신은 민제후란 자식을 괴롭히 던 악덕 심술꾼이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현생에 그 업보를 갚으 라고 이런 것이야! "어디로 가면 되는 겁니까?" 동민이 자켓을 찾아들며 냉정함을 되찾은 목소리로 말했다. 시원하게 생긴 그의 얼굴이 비범함으로 가득 빛나고 있었다. ...계속 (2회 묶음이요~~~!!^.^ 되도록 연재분량을 늘이려고 노력중이예요. 아휴~ 힘들어라. 오늘 집에서 책 정리하느라 고생했어요. 계획에 없던 일인데... 엄마가 새로 책장이랑 가구를 사셨는데 갑자기 오늘 배달온다지 뭐예요? 뭐라나...제 방에 바닥에 층층히 쌓인 책들과 만화들이 짜증난다고 하던가 뭐라나... ??;; 그래서 책장 정리하다 보니 해가 기울었네요. 에궁~ 삭신 이얌. 참! 그리고 저희집에 토끼 키우는데 걔가 아픈 것 같애요. 이를 어 째...@.@;;; 오늘은 참 다사다난했네요. 휴~~ 이제 100회가 2번 남았다. 빨리 해야 되는데...??;;) -------------------------------------------------------------------------- ---- 제 목 : [뉴 라이프]99회 -계란으로 바위를 깨다(2)- << 뉴 라이프 (New Life) >> -99- [부제: 계란으로 바위를 깨다(2)] 저녁을 향해 다가가는 태양이 그 마지막 빛을 강렬하게 뿌리는 가운데, 서 울 하늘 아래 서있는 수많은 빌딩들이 그 빛을 반사하며 찬란한 영광을 앞 다투어 뽐내고 있다. 한국 경제의 증거물인 듯 당당한 대형 건축물들의 릴레 이... 물론 세계경제 중심도시의 하나인 뉴욕이나 맨하탄같은 곳의 고층 빌딩에 비유할 순 없겠지만, 전쟁 이후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한 한국경제가 단 반세 기만에 이룩한 이 모든 것을 어느 누가 감히 하찮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오 히려 점차 세계의 주도권을 조금씩 아시아로 끌어오고 있는 이 작은 나라의 경제가 경탄스럽다. 이미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모범으로 삼고 있는 경제 모 델. 그리고 그 중심에 바로 대(大)성전그룹이라는 제국이 있음을 누구나 알 고 있음이다. "그게 무슨 소린가, 유군?" 한국 경제의 기둥이라고 불리는 성전그룹의 총본산인 성전 밀레니엄 중앙 센터, 그리고 그 곳 최고층에 가까운 어느 사무실. 그 곳에 한 중년의 남자 가 석양으로 아름답게 빛나는 전망을 바라보며 서있다가 보좌관이 전해준 작은 소식에 고개를 돌렸다. "네, 그것이... 무슨 일인지 총수의 사택으로 단군 프로젝트 기획팀이 호출 되었고, 현재 진행중에 있던 구조조정 기획안이 갑자기 동결되었다는 소식입 니다. 물론 이것들 모두 외부에 기밀로 붙여지고 있는 사항입니다." "확실한가?" "네. 믿을만한 정보통에 의한 것이니 확실합니다." 유진한의 보고에 장태현 이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무슨 속셈인 것일까? 이제와서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흐음..." 장태현 이사가 턱을 쓰다듬으며 책상을 돌아 쇼파에 몸을 묻었다. 중년이지 만 다른 사내들처럼 배가 나오거나 살이 찐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에 쇼파에 기대고 있는 그 모습은 자연스럽고 중우함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아쉬운 점 이 있다면 눈에 가득한 탐욕과 시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어느 누구라도 짓밟 을 수 있는 소름끼치는 잔인함이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 장태현이 테이블 위의 고급 케이스에서 꺼낸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 며 연기를 깊이 들이 마셨다가 내뿜었다. 그의 입가에 비릿한 비웃음이 피어 올랐다. "그 꼬맹이 녀석이 날뛰는 모양이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냥 놔두게. 어 차피 이젠 장회장 그 늙은이가 와도 절대 막지 못해. 큭큭큭..." 장태현은 손가락에 들고 있는 담배가 보석같이 빨갛게 빛나는 붉은 점에 의해 점점 잿가루로 변해가는 것을 바라보며 희열을 느꼈다. 마치 이 성전그 룹같지 않은가. 활활 타오르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 담배불처럼 소리없 이 침식해 들어가 나중엔 재밖에 안남는 상황... 하지만 이 담배와 다른 점은 바로 나, 장태현이 있다는 것에 있다. 난 이 성전그룹이 타들어가며 사람들에게 혼란과 불안이 가득할 때 이런 상황까지 몰고 온 무능한 신임총수를 몰아내고 회사를 일으켜 세우는 신경영자가 될 것이다. 성전그룹이 갑자기 시행하는 구조조정이 어리석은 경영실책 때문에 야기된 것이라는 걸 폭로하면 성전의 신용은 떨어지고 주가는 폭락할 것이 다. 그럴 때, 혜성처럼 장태현이라는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는 것이다. 즉, 사 람들이 불씨에 놀랄 때, 성전이 재가 되기 전에 옆에서 지키고 있다가 재빨 리 가로채는 것이지. 바로 알짜배기만. '그렇게 생각하자면 김성민, 그 젊은 놈이 보통이 아니었어.' 장이사는 불쾌한 기억에 미간을 찡그리며 쇼파에서 일어나 책상쪽으로 걸 어갔다. 책상 위에는 조금전까지 그가 대충 훑어 보고 있던 단군 프로젝트 진행 상황에 대해 상세한 보고서가 놓여 있었다. 아무리 실행 스타트만을 남 겨놓은 프로젝트라 하더라도 장태현의 일사분란한 은밀한 지휘와 지시가 없 었다면 하루 반나절이라는 시간동안 총수 비서실의 눈을 피해 이렇게 진행 시킬 수 없었을 것이다. 그의 유능함이 이런 악의적인 동기로 발산된다는 것 이 아쉬울 뿐이다. 그러나 현재 장태현은 완벽하게 보였던 자신의 계획의 태반을 망쳐놓은 김 성민이라는 한 젊은이에 대해 역한 불쾌함만이 가득했다. '그 놈이 아니었으면 지금쯤 회사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긴급 간부회의가 소집되었을 거야!! 그랬으면 새로 임명된 그 말도 안되는 꼬맹이 자식을 끌 어내리는 도화선이 됐을 텐데!!! 빌어먹을 자식...' 김성민... 단순히 장문수, 그 늙은이의 개인줄로만 알았더니 상당히 약삭빠른 놈이었 다. 보고를 받자마자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단 3일만에 모든 진행을 막아내 고 수습해내었다. 그래봤자 임시방편일 뿐일 테지만, 그 정도로 시간을 벌어 놓을 수 있었다는 것은 그가 단순한 비서의 그릇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한 다. 그리고 그 벌어 놓은 시간 동안 완벽한 수습을 위해 회사의 전체적인 구 조를 수정하며 앞으로 다가올 연쇄 충격에 대비하려고 하니... '솔직히 장늙은이의 개만 아니었으면 탐이 나는 인재이긴 하지.' 하지만 역시 안돼! 그 젊은이는 절대 두 마음을 먹을 성품이 아니다. 그렇 다면 다음 기회에 절대 제거해야 할 표적 1순위.. "그러나 제까짓 것들이 날뛰어서 뭘 어쩌겠다고. 곧 지쳐 쓰러지겠지. 이미 배가 오래전에 떠났으렷다. 크하하하하!!" 그의 니글거리는 웃음에 유진한도 진한 웃음기를 머금은 약삭빠른 눈으로 고개를 숙이고 물러섰다. 마치 고양이가 손아귀에 쥔 쥐들이 살아나가려고 발버둥치는 꼴을 지켜보며 여흥을 즐기는 눈이리라. "큭큭큭... 오늘 간만에 우리 예쁜이들 궁둥이나 두둘기러 가볼까?" 장태현이 단골 룸사롱 마담이 새로 싱싱한 애들이 들어왔다고 꼭 들려달라 고 했던 콧소리 애교가 생각나 키들거리며 밖으로 향했다. 그가 보기엔 이미 게임은 거의 끝나가고 자신의 승리가 확실시해 보이니 자축의 의미로 약간 의 알콜과 영계소녀들의 살맛을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되었다. 장태현 이사. 그의 비열해 보이는 얇은 입술이 완만한 회선을 그리며 하늘 을 비웃는다. 아름다운 숲. 자연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어 놓은 작은 호수. 그리고 그 호수 속에는 갖가지 토종 어류들이 한가롭게 헤엄을 치고, 그 위 를 거슬러 올라가면 절경을 이루는 폭포가 있다. 물론 이것들 모두 인공적으로 만들어 자연을 그대로 축소해서 옮겨놓은 풍 경이었지만, 그 규모가 비교적 작다는 것 이외엔 어느 곳에서도 인공적인 냄 새를 맡을 수는 없다. 게다가 주변환경과 너무나 조화롭게 이루고 있어 그 풍경 사이로 위풍당당한 거대한 대저택이 서있다는 것이 결코 이질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나 아름다워 처음 이곳에 방문하는 이들은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는 풍경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러나 이 저택은 성전그룹 총수사택의 일부인 본관 건물일 뿐. 그 외에 각 각의 분위기와 건축양식이 다른 네 개의 별관이 동서남북 자연방위로 배치 되어 있고, 또 그것들에게 계절마다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네 개의 정원이 딸려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아무리 넓다 해도 사유지이고 비공개 지역이기 때문에 관계없는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기 때 문이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이런 장소가 서울 하늘 아래 존재한다는 걸 모른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 돈과 권력, 힘의 결정체로 보이는 그 저택에 오늘은 이상하게도 평소의 아늑한 고요가 아닌, 팽팽하게 끊어질 듯한 긴장감과 초조한 기운만 이 가득했다. 특히 해가 질 무렵, 아스라한 햇살이 사그러져 가고 하늘에는 성급한 별무리가 벌써 총총이 떠오르고 있는 시점의 한 집무실의 분위기는 마치 시한폭탄과 같았다. -팔락 팔락- 서류 넘기는 종이 소리만이 서재안의 정적을 깨뜨리고 있었다. 총수의 개인 집무실로 쓰이는 서재. 그리고 그 곳 중앙에 위치한 작지도 크 지도 않은 테이블. 이곳에 한참 즐겁게 뛰놀아야 할 나이의 세명의 소년들이 앉아 심각한 표정으로 컴퓨터와 수북히 쌓인 서류들을 놓고 머리를 싸매고 있는 도중이다. "후우~" -탁! 파라락!!- 그때, 그 중 한 소년이 보고 있던 서류뭉치를 테이블위에 팽개치듯 거칠게 던져버리며 벌떡 일어섰다. 상당히 큰 키에 샤프하고 이지적인 외모. 가느다란 모발이 피곤해 보이는 그의 안색을 부드럽게 내리덮고 있었다. 바 로 신동민, 성전특고 '천재집단(genius group)'이라고 불리우는 클래스 A- Ⅰ의 리더이자 특고의 전체 수석을 놓지 않는, 상상을 뛰어넘는 지성의 인물 이었다. 그러나 그런 자의 얼굴에 지금 절망에 가까운 체념과 피로함이 가득 하다. 동민이 일어서서 끼고 있던 얇은 무테 안경을 벗고 손가락으로 눈가를 지 긋이 눌렀다. 소리는 잘 안들리지만 중얼거리는 입모양으로 봐서는 누군가를 향해 신나게 욕을 퍼붓는 중인 것 같다. 그 모습에 다른 두 아이들이 동민에 게 시선을 던지자 동민이 고개를 번쩍 들고 그들 중앙에 앉아 있던 금갈색 머리칼의 인물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미친 놈." 동민의 악이 받친 낮은 목소리에 민제후라는 소년이 빙긋 웃으며 대답한다. "알아." "정신나간 새끼." "맞어." "네가 제정신이냐!" "모두 옳은 말이다."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는 제후의 모습은 평온해 보이기까지 하다. 동 민은 욕을 퍼붓다 그 모습에 헛웃음이 나오는 것을 삼키며 팔짱을 끼고 돌 아섰다. '잘못에 자책하고 허둥대는 것보다 수습이 먼저니까. 아직 막연하지만....난 내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알아. 과거에 연연하는 것보다 미래를 개척할 거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어!' 제후의 그런 결심이 눈이 담겼음인가? 동민은 제후의 그런 모습에 다시 입 을 꾹 다물고 이제 거의 식어버린 커피를 머그잔에 따라 들었다. 제후는 그 런 동민을 보고 다시 차분하게 결연한 의지로 입을 열었다. 모두 내가 감당해야 할 짐이다. "모두 내 실수야. 현실을 현실이라고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내 행동이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 알지 못했지. 하지만 난 아직 뭔가 길이 있을거라고 생각해. 이대로 저 많은 사람들을 길바닥으로 내몰 수 없어. 그래서라도 난...물러설 수 없어! 물러서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도와줘." "아하하...나 참..." 흔들림 없는 민제후의 눈동자가 동민을 무섭게 응시하고 있었다. 말도 안되 는 상황에서 아직 학생일 뿐인 그들에게 뭘 어쩌라는 것인지도 황당한데, 제 후는 처음 그 질문에 씨익 웃고 말 뿐이었다. '나까지 꼭 저 무대포 성질에 감염될 것 같군. 쳇!' 동민은 우두커니 서서 철없이 대형 사고를 친 성전그룹의 최연소 회장인 '민제후'라는 이름의 친구를 내려다 보았다. 갑자기 그의 입에서 싸늘한 어 조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좋아, 잘들어. 먼저 현 상황을 말하자면....아주 절망적이다." 그의 말에 뭔가 열심히 노트북에 열중하던 유세진조차 고개를 들어 동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건 더 이상 능력의 문제가 아니야. 길은 직선코스, 단 하나뿐인 프로젝 트거든. 창업주이신 장회장님께서 심열을 기울여 준비하셨던 기획안이라 하 더니....정말 어이없게도 곁가지나 갓길조차 없어." 눈을 빛내며 듣는 제후의 모습을 확인한 신동민은 벗어 던졌던 무테 안경 을 다시 쓰며 허리를 굽혀 컴퓨터 모니터로 상황을 보여주었다. 되도록 알아 듣기 쉽게 한 그 간략한 설명이 계속해서 뜨는 어지러운 자료와 함께 계속 되었다. 안경으로 오히려 돋보이는 그의 샤프한 이미지 속에 얼음같은 눈빛 이 예리하게 빛났다. "전문용어는 모두 빼자. 간단하게 설명하지. 지금까지 우리가 지겹게 쳐다 봤던 '단군 프로젝트'라는 것은 엄밀히 말하면 그 시작이 이번에 시작된 것 이 아니야. 이미 십여년 가까이 그 토대를 닦아왔다고 보아야 돼. 그런데 그 마지막 단계, 즉 오랜 세월동안 철저히 기획해 왔던 그 계획을 최종적으로 실행시키는 단계에서 멈춰선 것이지. 조율해 왔던 합병, 기술제휴, 연구소 인수 및 공장 설립과 자금의 이동 문제까지... 음, 그 마지막 단계가 가장 큰 부담이 되는 중요한 고비였기도 했지만, 마침 한국에 갑자기 들이닥친 IMF 속에서 이런 대규모 사업을 시행할 수 없었을 거야. 그래서 향후 10년간 보 류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장회장님이 내리셨다는 것이고..." 뭔가 굉장히 어렵다. 전문용어는 모두 빼고 설명한다니 못알아 듣는 건 아 닌데, 난 이것마저 복잡하다. "그러니까 뭐야? 결국에 경기가 안좋아지고, 돈도 부족해서 나중에 하자고 던졌다는 말 아니야?" "네. 뼈대만 말하자면 대체로 맞습니다." 제후가 옆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세진이 새까만 무심의 눈을 빛내며 의자에 기대있는 모습이 보였다. "굉장히 의외의 방법으로 진행된 프로젝트입니다. 준비를 모두 마친 뒤, 실 행 단계가 거의 동시에 최종적으로 이루어진다니... 거의 정신나간 인간이 준비한 기획안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군요. 이 기획안은 성공, 아니면 실 패!! 그 두가지 밖에 없습니다." 젠장!! 그렇다면 뭐야, 그 영감탱인!! 그래. 내가 처음부터 알아봤어. 미친 늙은이였던 거야. 맨날 나 잘났다, 내 가 최고다를 온몸으로 부르짖으며 다니더니 말년에 노망이 나서 이런 이상 한 계획이나 세우는 변태행각을 벌였던 것이 틀림없어!! 으아아아~ 그러나 그때 들려오는, 결코 평범한 학생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두 인물의 대화.. "장회장님은 마지막에 하나의 '신화'를 이룩하시려던 것 같군. 정말....그 분의 뜻은 짐작할 수가 없을 정도다." "네. 이건 성공만 하면 한국 경제의 판도를 아주 뒤집어 버릴 수도 있는, 하나의 '혁명'입니다." 뭐? "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너무 이상향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 다. 아무리 성전그룹이라는 거인의 이름이라 하더라도....현재 위치에선 단군 프로젝트는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인, 쓰레기 기획일 뿐이죠." "훗! 그래. 그런 면에서 김비서님의 판단은 너무나 정확했어. 이 정도 진행 상황에서 이렇게 훌륭한 대처는 나도 힘들었을 정도야. 게다가 상식적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치밀하고 신속한 진행을 보자니...누군가의 악의적인 손 길이 미쳤다는 뜻인데...훌륭해! 뭐, 도덕적으로 그 대처가 안타깝지만." "아니죠. 살아남아야 하는 상황에서 인정따윈 둘 수 없는 겁니다. 저라면 틀림없이 더한 짓도 벌써 했을 겁니다." 제후는 갑자기 유세진과 신동민, 두 아이들이 의견을 나누다가 단군 프로젝 트가 미친 짓은 틀림없지만 먼 미래에 준비된 상황에서라면 또 다른 의미를 지녔을 것이라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것을 보고 어리벙벙한 얼굴로 쳐다 보고 있었다. '흐음, 그러니까... 복잡한 말 다 떼어버리면 잘되면 아주아주 좋은 거란 말 아닌가? 무조건 잘되면 장땡이란 소리지?' "그럼 막지 말고 진행시켜 버리지." 제후의 심드렁한 목소리. 갑자기 정적이 찾아왔다. 고요함... 제후를 제외한 다른 두 소년들이 이해가 안가는 듯한 얼굴을 하다가 마침 내 이를 악물고 얼굴을 구겼다. "야, 이 자식! 너 지금까지 설명을 뭘로 들은 거야!! 그게 가능하면 여기에 서 우리가 왜 이렇게 끙끙대고 있겠어? 엉!! 그리고 저 밖에서 정신없이 일 에 파묻혀 있는 직원들은 다 해태눈이냐? 그게 가능만 하면 멀쩡한 계열사 정리하고 핵심 직원 수천명씩 자르게 생겼냐!!! 나가 죽어라, 죽어!!" 신동민이 제후에게 달려들어 뒤에서 팔을 걸고 목을 졸라대며 흔들어대자 제후가 헤롱헤롱한 얼굴로 외쳤다. "그..그러니까...성전그룹의 이름으로 못하면 다른 곳에서 도와주면... 으아 아...그니까 더 큰 빽이 있음 되지 않을까?" "멍청한 자식!! 그러니까 당장 어디가서 이렇게 사서하는 미친 짓을 도와주 겠다는 빽을 어디에서 찾냔 말이야!! 게다가 성전그룹보다 더 큰 빽을 어디 가서 찾어!!" 그 동안 맺힌 것이 많았나 보다.;;; 동민이가 원없이 민제후를 꼴통이라고 부르며 목을 잡고 흔들자 한쪽에서 그 움직임을 멈추게 하는 청아한 목소리 가 들려왔다. "아, 그렇군요! 해답은 정말 의외로 간단할 수 있습니다." "뭐?" '쿵' 소리가 나며 제후의 머리가 테이블에 박혔다. 유세진의 놀람에 동민이 잡고 흔들던 민제후의 머리를 놓아버린 탓이다. 에구구~ 동민이 자식... 그렇지 않아도 곧 치매가 올 나이가 아닌가 싶어 가끔 오는 건망증에도 섬뜩섬뜩한데. 우~ 뇌세포가 25,223개나 죽었다. 콜 록콜록... "아~ 어쩌면..어쩌면 말입니다... 아주 가능성이 없지는 않을..." "그러니까 성전그룹을 받쳐줄 수 있는 빽 말이야..." 제후가 흔들리는 머리를 고정시키려고 노력하며 확고하게 말하자 시선들이 금갈색 머리를 한 소년에게로 한꺼번에 쏠렸다. 동민이도 이제 더 이상 제후 를 멍청한 꼴통 자식이라고 부르지 않고 냉정하게 그에게 시선을 던졌다. 유 세진이라는 믿을 만한 인물이 그 황당한 가능성에 동의해서 그런지 동민이 가늘게 뜬 눈으로 제후를 뚫어질 듯 깊이 바라본다. 그 상황 속에서 민제후라는 소년이 테이블 위로 마주잡은 두손을 올리며 화사한 미소를 지었다. "우선 아쉬운데로....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어때?" ...계속 (어려워 어려워. ??;; 그래서 무지무지 간략한 내용으로 넘어가려 합니다. 전 전문가가 아닙니다. 그러니 왠만한 문제는 그냥 넘어가자구요. 현실 배경 이지만 이건 판타지 소설이거든요. 헤헤~ ^^ 어제는 시험을 봤어요. 장장 2시간 동안 열심히 썼죠. 팔목이 아파서 쓰다 가 저려오는 손가락 안마도 해가며 본 시험이었습니다. 문제가 '16~18세기 의 동아시아의 정치·경제에 관하여 논하시오'였습니다. 정말 길었습니다. ??; 4절지 시험지 앞뒷면 모두 빡빡하게 2장을 쓰고 나왔네요. 근데 결론 이 너무 약했어요. 이런... 하긴 별로 공부 안하고 봤으니까... 교양이라 별 신경 안슨다고 웃었는데 끝나고 나니까 그게 아닌 거 있죠. 어휴~ 어쩌나.. ???) -------------------------------------------------------------------------- ---- 제 목 : [뉴 라이프]100회 -계란으로 바위를 깨다(3)- << 뉴 라이프 (New Life) >> -100- [부제: 계란으로 바위를 깨다(3)] 어스름하던 저녁 하늘에 별이 한가득 총총히 뜨고 한밤의 나름함이 도시에 잠길 무렵, 성전특고는 예술관 대강당의 수리공사가 가까스로 끝나가고 있었 다. 게다가 교내 자체 행사인 만큼 진행 프로그램 제작에 학생회 간부들이 남아 도왔기 때문인지 이 늦은 시간 아직 교내에 남아있는 학생들이 적지 않게 있는 모양. 조용하긴 하지만, 그래서 그들로 인해 결코 적막하지는 않 은 예술관이었다. 헌데 그 곳, 그 장소에 한 소녀가 완벽하게 수리된 크리스탈 유리벽을 통해 밤하늘을 초월한 듯 올려다 보고 있었다. 삼단같이 부드럽고 치렁한 검은 머리결... 도자기 인형처럼 매끄럽고 새하얀 피부 위에 붉은 보석을 박아 넣은 듯 넋 을 잃게 만드는 석류같은 입술... 비록 딱딱한 사립 고교의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그 옷차림은 그녀가 천상 의 선녀가 하강한 듯한 신비로움을 자아내는데 결코 걸림돌이 되지 못했다. 더군다나 달빛과 별빛을 최대한 받아들여 강당 내로 비산(飛散)시키는 크리 스탈 유리벽에 의해 더욱 고조되는 그 신비감이란... 그녀의 뒤에서 마지막 일정 보고를 하러 다가왔던 학생회 간부로 보이는 남학생들은 그 정경에 멍하니 혼을 빼고 서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현실세계 의 인간같지 않은 저 차갑고 고아한 자태는 역시 성전특고의 최고 프린세스 답다고 생각하며 그녀와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 감을 느낀다는 황홀한 표정들이다. 그런 환상을 품고 있는 남학생들이 이 학 교에 과반수가 넘고, 주변 학교에서는 동화처럼 떠도는 동경이기에 이들이 지금 그 소녀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없는 것이 다행으로 느껴진다. 환상 과 동경이 바로 깨어져 버릴테니까 말이다. '민제후...너 잡히면 죽.었.어!! 감히 이럴 때 학생회 최고 간부 둘을 가로채 가? 이 한예지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데? 이익..!!' 우리의 순진무구한 남학생들의 가슴을 울리는 이 소녀의 서늘한 자태는 바 로 이런, 누군가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가는 것이라는 걸 모른다는 것이 안 탑깝기 그지없다. 한편, 예지로서는 학생회장으로서 고양이 손이라도 아쉬운 판국에 난대없이 도둑맞은 두명의 최고 간부, 즉 유세진과 신동민이 사라진 것이 민제후 때문 이라고 단정짓고 있었다. 세진은 자기 발로 오늘 오후 무단 조퇴를 했고, 동 민은 집안사정으로 일찍 귀가했다는 주변인들의 설명은 더 이상 귀에 들어 오지도 않았다. 그녀는 이제 무조건 일이 틀어지거나 안좋은 일만 생기면 모 두 다 민제후 탓이었다.;;; 괴변이지만 어쨌건 이 순간 우연하게도 그 짐작이 백퍼센트 틀린 것이 아 니니... ??;; 그때, 한예지의 붉은 입술이 싸이하게 회선을 그리며 올라갔다. '히익!!' 섬뜩함! 주변에서 그녀를 황홀하게 쳐다보던 평범한 남학생들이 갑자기 스치고 지 나간 그 표정에 머리칼이 쭈삣 서는 느낌을 받으며 하얗게 질렸지만, 곧 고 개를 붕붕 가로지으며 현실을 도피한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우리의 천사 가 그럴 리가 없어, 라고...;;; 그런 그들이 한예지라는 소녀가 지금 '영혼을 위한 민제후 수프' 및 '바퀴 벌레 민제후의 101가지 박멸작전' 등 소름끼치는 복수전을 계획하는 걸 안 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심히 궁금해 진다. "으흐~ 엣취!!" 그 시각, 제후는 갑자기 창가로 몰아닥친 차가운 밤바람에 소름이 돋는 것 을 느끼며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상하게도 섬뜩한 살기와 함께 한기가 드 는 것이... '그동안 몸이 좀 허해진 모양이구만. 허허~. 하긴 이제 내 나이면 보약 몇 채 해먹어가며 성인병 예방에도 신경써야 하긴 하지.' 제후가 그렇게 '건강을 위해 아침 운동때 기(氣)체조라도 해볼까'하며 너털 웃음을 터트릴 때였다. 갑자기 세진이 돌아앉아 열심히 쳐대던 노트북에서 짧은 기계음이 들리고, 프린터에선 뭔가가 열심히 인쇄되어 나오기 시작했 다. "됐어!!" 세진이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며 외쳤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조금 전의 무겁게 가라앉은 분위기가 아니라 흥분된 기운이 가득한 것을 보니 어떤 작은 실마리를 잡은 듯이 보인다. 평 소에는 잘 들리지도 않던 작은 기계음들이 오늘따라 매우 요란하게 들려왔 다. "세상에..." 동민은 세진이 피식 웃으며 넘겨 준 자료를 넘겨보며 얼굴색을 일곱색깔 무지개로 변화시켜가고 있었다. 그리고 연발하는 각종 감탄사. 문제는 긍정 적인 표정뿐만이 아닌 말도 안된다는 반응이 거의 대부분인지라 제후는 어 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우왕좌왕할 뿐이었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이야?' 그리고 그 순간, 테이블 한가운데로 오늘 날짜의 신문이 날아와 떨어졌다. "대규모 세계CEO포럼 개최... 기업최고경영자인 CEO들과 대학교수들이 정책 세미나를 열고 앞으로 세계 경제와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토론하고 촉구하게 될 것이라고... 이게 뭐지?" "하나의 실마리죠." 중얼거리던 제후의 옆에서 세진의 맑은 미성이 들려왔다. "제가 그랬죠? 제후군에겐 천운조차 따라오기 시작했다고. 정말 주변을 자 세히 둘러보니 제후군에게는 지독하게 운이 따르는 것 같습니다. 쿡쿡... 그 래서 난 당신이 더 마음에 안들고 재수없어..." 세진의 두 눈에 강한 반발심이 솟구쳐 올랐다. 그러나 곧 그 빛은 승부욕과 흥미로움에 눌려 천천히 사그라드는 것이 보인다. 유세진의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활짝 피었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이번엔 제후군쪽에 붙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나 했는데, 예상대로 너무 재미있어졌어요." "잠깐!! 너 어떻게 이걸... 이 정보는 어떻게 구했지?!!" 세진의 가벼운 목소리에 동민이 황당함 플러스 경악의 표정으로 출력된 서 류를 흔들며 다가와 거칠게 따졌다. 그러나 세진은 그런 동민을 바라보며 오 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되묻는다. "뭘 말씀입니까? 혹시 해킹할 줄 모른다는 건 아니시겠죠, 설마? 전 동민군 이 여자라는 말은 믿어도 해킹할 줄 모르다는 말은 절대 안믿을 테니 아무 말씀 마시죠. 그리고 또 '어떻게'라는 답변에는 제가 정보수집을 좋아해서 그쪽으로 신동민보다 잔머리가 특별히 더 많이 돌아갈 뿐이라고 해두죠." 동민이가 어이 없다는 얼굴로 굳어버렸다. 세진의 대답 이외에 저렇게 냉랭 한 얼굴로 말하는 유세진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리라. 안경을 벗은 세진의 얼 굴에 익숙해지나 싶었더니 일에 몰두하자 그 작은 소년은 인간이 아주 변해 버린 듯한 느낌이다. 그러나 신동민도 만만하지는 않았다. 그가 코웃음을 치며 싸늘하게 웃는다. "...그렇군. 그게 네 본 얼굴인가 보지? 흠, 어쨌든 놀랍워. 게다가 이건 아 직 확정도 안된 국가 정책의 일부인 듯 한데... 『비젼21』이라... 엄~청나 군." "후후... 형님들 덕을 좀 봤을 뿐입니다. 그들 덕에 중앙센터 접근의 키워드 를 쉽게 빼낼 수 있었죠. 국가 정보부에 있는 그들의 위치를 유용하게 이용 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도 집에서는 느슨하거든요. 게다가 충분히 이용 가능 한 가치를 그냥 내버려둔다면 자원낭비잖아요? 보세요. 미리 터를 닦아 두니 이럴 때 유용하게 쓰이지 않습니까? 물론 그들은 내가 정보를 빼내가는 것 조차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겠구요." 세진이 검은 머리칼을 한손으로 쓸어 올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가치가 있다 면 누구든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을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그 모 습...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유세진을 바라 보자면 그런 가치관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것에 동민이 짧게 스치는 미소로 말한다. 하지만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 을 정도로 짙어진 경계의 눈이다. "너와는 결코 적으로 마주서고 싶지 않군." "그런가요? 전 아주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만..." 마주보고 웃는 녀석들이 말투는 전혀 안웃기다. "너의 그 재미 타령도 이제 지긋지긋하다고." "아~ 그거 안타까운데요. 음, 그럼 세상을 무슨 의미로 살지?" 과장되게 말하는 모습. 에궁~ 이 아이들을 어쩌면 좋냐? 잘하면 한바탕 붙을 것 같네. 쩝! "아~ 좋아 좋아. 그만들 해. 친구들끼리 지금 뭐하는 짓이야? 착한 어린이 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만이 중요한게 아니라고.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착한 아이들이 이룩해야 할 중요한 사명 중의 하나지. 게다가 우린 스터디 그룹「초전박살」의 멤버들 아닌가. 자, 이렇게 둘이 손 꼭 붙잡고 화해의 악수를 하는 거야. 손가락 걸어. 하늘땅 별땅 각 기별땅!! 됐다!!^^" 어라? 왜들 그렇게 요상야리꾸레한 얼굴로 쳐다보는 거샤? ^^;;; 그러지 마 앙~. 부끄럽잖아잉~. >.< ...계속 (100회입니다.^^* 그런데...왜 이렇게 허전하죠? ??;; 공허해요. 축하 코멘 트와 메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100회 특집 연참 나갑니다. 휘리릭!) #덧글: 코멘트 꼭 부탁드리죠!! +_+ 메일, 축전도!!! -------------------------------------------------------------------------- ---- 제 목 : [뉴 라이프]101회 -계란으로 바위를 깨다(4)- << 뉴 라이프 (New Life) >> -101- [부제: 계란으로 바위를 깨다(4)] "쿨럭쿨럭... 그래. 내가 다 잘못했어. 그러니까 제후야... 제발 그 짓 좀 그 만둬." 신동민이 나의 '꺄아~ 몰라몰라' 포즈에 사래가 들렸는지 기침을 하며 감 동을 먹었다. 흙빛으로 변한 얼굴이 맘에 걸리긴 하지만, 역시 신세대 애들 에게 신세대적으로 다가가는 것이 어필하기 쉽다는 걸 입증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세진이는...? "...잘못했습니다." 유세진이 반듯한 자세로 고개를 숙이는 것이 보였다. 이쪽도 반성의 자세가 아주 역력한 걸? 호오~ 좀 이상하다 싶었지만 동희 녀석이 좋은 걸 가르쳐준 건 맞나 보군. 서로 화목하게, 친하게 지내고 싶을 때 쓰면 좋다던 신세대들의 무슨 몸으로 하는 랭기지 어쩌구라고 하더니만. 허허!! 나중에 만나면 다른 걸로 더 많이 가르쳐 달라고 해야 겠어.^^ 제후의 이런 생각을 안다면 결코 사과따윈 전기고문을 가하더라도 절대 하 지 않았을 두 명의 아이들이었지만, 인간은 보통 다른 사람의 속마음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 불행일 뿐이다.??; 어쨌든 살얼음으로 몰고가던 두 사람을 획기적(?)으로 떼어놓은 제후는 승 리의 기쁨을 유지한 채 지금까지 거론된 사항들에 대해 정리를 요구했다. 가 능성이 얼마나 있건간에 속수무책이던 처음과 비교한다면 엄청난 돌파구인 셈이다. 흥분이 온몸의 혈관을 타고 날뛰고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말하는 두가지 키워드는 한국의 미래경제개발계획 『비젼 21』과 「세계CEO포럼」이란 소리지? 그런데 우리 성전그룹의 단군 프로젝 트와 그 핵심 내용이 일맥상통하는 것이 바로 그 경제개발계획이고. 그럼 우 리는 정부와 접촉할 필요가 있는 셈이군." 환생하면서 기억력은 원판의 것을 그대로 이어 받았나 보다. 지식 자체는 부족해도 설명들은 건 그대로 이해 가능한 것이. 하지만 뭔가 잘못된 것일 까? 별로 밝지 않은 안색으로 세진의 보충이 이어졌다. "네. 하지만 아직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비젼21』도 확정된 것 이 아니죠. 그리고 우리쪽도 최강의 카드를 보여야 그쪽이 움직일 겁니다. 그 키워드가 바로 그 「세계CEO포럼」입니다." "무슨 뜻이지?" "이번에도 역시 쉬운 설명이 필요하겠지?" 제후의 질문에 동민이 생각에 잠겨 서성거리다 그들 쪽으로 다가오며 대신 대답한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미래경제개발계획은 한국을 미래 우주국가로 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나가겠다는 야심찬 기획이지. 하지만 동양의 이 작은 나라의 힘으로는 세계적 전문가들로부터 현실 가능성을 상당히 많이 의심받고 있을 거야. 그래서 아직까지 통과가 되지 않고 비공개로 질질 끌려 오고 있는 상황. 그렇다고 함부러 폐기할 수도 없는 것이 중국과 일본은 이 미 이 분야로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거든." 제후는 신동민의 설명을 들으며 앉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상당히 피곤하다 고 느끼자 벌써 창 밖이 어두워졌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것에 아이들을 다 시금 둘러보자, 아니나 다를까 모두들 흐트러진 차림새. 하지만 열정적으로 빛나는 그들의 눈을 보자니 피곤함으로 내려앉은 그늘이 하찮아 보인다. 역시 젊음은 좋은 것이여~.^^ "특히 일본 같은 경우는 더욱 무시할 수가 없지. 일본의 '우주개발사업단' 에선 이미 지난 96년부터 로켓 개발에서부터 시작해 우주 선진국의 자리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 로켓만 보더라도 상업적 용도 외에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국가 안보적으로도 매우 큰 사건이야. 그러니 일본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붙어있는 한국 정부에게 가고시마현 다네 가시마 우주센터에서 처음 발사성공한 일본 국산 로켓은 의미가 더 클 수밖 에..." 에? 일본은 벌써 1차적으로 성공했단 말이야? 계속 이어지는 얇은 무테 안경을 걸친 키 큰 소년의 설명에 제후가 두 눈 을 크게 떴다. "일본은 <본격적인 우주개발 시대>을 선언한 이때, 한국이 어렵다는 이유 로 『비젼21』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지." 얼핏, 한쪽에서 팔짱을 끼고 앉아 무심한 얼굴로 고개숙여 미소짓는 유세진 의 모습이 보였다. 귓가에 그의 마지막으로 결론이 들려왔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바로 망설이고 있는 그 정책 관계자들에게 성 전그룹과 상호 공생할 수 있는 길과 성공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거죠. 그리고 그 자리는 「세계CEO포럼」이 될 것이고 말입니다." 헤에~ 엄..청나군. 하지만 저 아이들 말 그대로라면 아직 확정도 안된 국가 정책을 겨냥해 도 박을 하겠다는 말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성전그룹에 유리한 개발정책을 통 과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 한다는 소린데... '그걸 어떻게 하겠다는 소리야, 지금!!!' "말도 안됩니다!!" 그래.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바로 그 말... 어라? 입도 안열었는데 말이 저절 로 나왔다? "지금 일분 일초가 아쉬운 판국에 어떻게 이런 허무맹랑한 일에 도박을 거 시려는 겁니까? 될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런 말도 안되는..." "그만, 김비서!!" 안된다고만 하면 내 못된 버릇이 발동될지도 모른단 말이야. 일명 청와심법(靑蛙心法)!! 제후는 언제 들어와 어디서부터 들었는지 펄펄 뛰는 김비서를 향해 날카롭 게 저지했다. 그러나... "자, 그럼 바늘구멍만한 돌파구를 찾았으니... 낙타가 통과하는 방법도 알고 있겠지?" 으아, 이런이런... 결국 청와심법이 발동됐군. 얼굴 근육이 지멋대로 씨익 웃는다. "쿡! 전 정보와 실마리를 제공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동민군의 몫입니다." 돌아보는 세진의 시선에 동민이가 무테 안경을 손가락으로 올리며 미간을 찡그린다. "포럼과 정부 정책 관계자들이 빠져들 수 있을 만한 멋진 프로젝트 기획안 을 만들어 보십시오. 아무래도 단군 프로젝트는 현시장에 맞춰 다시 재조정, 수정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을 겁니다." "...분석가답군. 그래, 맞아. 거의 3에서 4할 정도 달라지겠지." "네. 그렇죠. 그러니 모처럼 맘껏 실력 발휘 해보시기 바랍니다." "시간은?" "이틀!!" 세진이 검지와 중지를 펴들고 장난치듯 흔들며 생긋 웃었다. "정확하게는 36시간 20분입니다." "...미쳤군." "엄살부리지 마십시오. 서로 다 아는 처지에." 동민의 찢기듯 날카로운 예기가 세진에게 날아든다. "그럼 기대하겠습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목례를 한다. 그냥 보면 정중한 요청같지만 그 찌르 는 듯한 기도와 비웃는 시선은 분명히 '도전'이다. 멍석 깔아놨으니 한 번 뛰어봐라..라는.;;; 신동민의 눈이 투지로 빛났다. "쳇!" 동민이가 안경을 신경질적으로 벗으며 뭐라 중얼중얼거리는 것이 보인다. 음...세수대야에 커피를 풀어야겠다고? 그건 내가 해줘야 겠는걸. 냐하하하~ 한편, 김비서는 서로 말을 주고 받는 그 소년들의 모습에 거의 얼이 나가 있었다. 말도 안되는, 실현 가능성 없는 발언을 일상사처럼 내뱉고 있으니... 다른 것은 다 그렇다고 넘어가더라도 단군 프로젝트를 단 이틀, 아니 36시간만에 다시 재조정해서 포럼에 나가겠다는 말인가? 이것이 무슨 소꼽장난인 줄 아 는 거 아냐? 그 프로젝트는 10여년간 준비된 것이다. 그것을 완벽하게 보안 하는데 단 이틀의 시간이라? 허! 그런 말도 안되는 헛소리를... 그러나 그의 황망한 시선에도 이 소년들은 지금 장난은 아닌 것 같았다. 가 능할까? 아니, 그 모든 준비가 가능하다 하더라도 국가를 상대로 하는 이런 허무맹랑한 게임 따윈,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밖에... 성전특고 명물들이 드디어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할 배짱의 계획을 구체적 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허나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비젼21』의 주도 실 세와의 만남에 있었다. 천하(天下)의 모든 행운이 다 쏟아져서 그 모든 일이 다 순조롭게 풀린다 하더라도 그 정책의 실세와의 면담이 가장 큰 열쇠인 것이다. 그렇지만 그 문제에 관해서는 유세진도, 신동민도 뾰족한 방책을 내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결론은 그 실세가 정책을 통과시키고 성전그룹의 빽이 되어줄 수 있게 설 득할 수 있도록 만나야 한다는 것 아냐?" "...그렇죠." 그 가장 어려운 사항을 마치 동네 슈퍼 아저씨 만나러 가는 듯 말하는 제 후에 대하여 모두들 어이없어졌다. 이제 그러려니 해야 할 텐데...;;; "그건 그렇다 치고, 포럼 날짜는 언제야?" "그것이 좀 안좋습니다. 제후군의 연주 발표회 전날입니다. 그러니까 남은 시간이 이틀이죠.^^" 그렇구나. 아~ 나 아직 연주회때 뭘 할 것인지 정하지도 못했는데 큰일이 네. 거 참. 턱을 괴고 심드렁한 대답을 하는 제후에게 결국 동민이 화를 터뜨렸다. 예 지의 성격전이가 이루어진듯한 히스테리다. "이 멍청한 자식같으니라구! 넌 그 머리속에 무슨 생각을 담고 다니는 거 냐? 왜 이렇게 긴장감이 없어!! 못들었어? 그 정책의 주도 실세가 아주 어려 운 인물이라는데." "어려워?" "깐깐하고, 무엇보다 구부러지기보단 부러지는 성질이라 하더군요. 예전에 다른 문제로 장태현 이사가 로비를 펼친 적이 있나 보던데 깨끗이 거절당했 다죠?" "이름은...?" "김대준. 김대준 의원입니다." 에..에엑? "정말?!!" 제후가 오랜만에 듣는 낯익은 이름에 벌떡 일어섰다. 사람들이 이상하다는 시선을 잠시 던졌지만 그냥 그뿐이었다. 그 어색한 정적에 제후가 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네. 그래서 그 부분에서 걱정이 되는군요. 아무리 완벽하게 준비를 한다 하더라도 실세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으니... 만나주지도 않을 겁니다. 특 히 개인 면담은 절대 응하지 않는다 하더군요." "만날 수 조차 없다면 현실적으로 다 틀어지는 것 아닌가? ...어쩌지?" "어쩌긴..." 당연한 말을 하고 있다는 반응에 시선이 민제후에게로 몰렸다.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듯 한동안 말이 없이 골똘히 상념에 잠겨 있던 제후 는 비스듬하게 의자에 기댄 자세로 테이블 위로 손가락을 피아노치듯 빠르 게 두들기고 있었다. -탁탁탁....탁!!- 어느 순간, 생각이 끝나자 테이블 위를 불안스럽게 톡톡 두드리던 제후의 손가락이 딱 멈췄다. 시선이 집중된 한가운데에 작지만 커보이는 한 소년이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민회장이 턱을 기댄 자세에서 씨익 웃었다. "정면돌파를 하자구!!" ...계속 (너무 진지한 이야기는 싫습니다. 저는 정말루 싫어요.??그래서 빨리 이 거 끝내고 연주회도 끝내고 싶은데... 최대한 빨리 끝내버려야쥐!! 머리 아퍼 으아아아~~ 격려의 멜 보내주어여~. 란(蘭)이가 너무 심심하고 재미가 없 더염.+_+) -------------------------------------------------------------------------- ---- 제 목 : [뉴 라이프]102회 -신(新)제국의 시작(1)- << 뉴 라이프 (New Life) >> -102- [부제: 신(新)제국의 시작(1)] 평범해 보이는 일상이 지나가고 있었다. 해가 뜨면 아침이 되고, 아침이 지나 오후가 되면 다시 해가 진다. 그리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 매일이 같지만 또 다 른, 밤이라는 시간을 맞이하는 평범한 흐름. 도시의 활기가 아침의 상쾌함으로 깨어나고 출근길 러시아워로 서울은 진통을 겪는다. 버스 정류장과 지하철 역에 가득 밀려갔다 밀려오는 인파(人波)... 그 속엔 출근길 짜증에 투덜대는 우리의 아버지들도 있을 것이고, 버스를 타려고 뛰어오다 넘어져 부러진 구두굽을 잡고 울상짓는 아가씨도 있을지 모른다. 또는 애매한 시간에 지각을 걱정하며 발을 구르는 학생들이 있을지도... 사람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라고 했던가? 누군가 이런 모습들이 진정 살아 가는 것이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풍경이라고 말한다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듯. 하지만 똑같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나 이런 일상의 평범과는 거리가 먼 인간들도 있기 마련인 것이 또한 '삶'일지도... -아삭!- 아침의 그런 일상을 내려다 보던 한 소년이 주머니에서 공중을 향해 던지듯 꺼내들은 사과를 잡아 상쾌한 소리를 내며 베어물었다. 야구 모자를 쓴 소년.. 베이지색 면바지에 캐쥬얼 잠바 차림. 엄밀히 따지면 별로 눈길을 끌만한 요소는 찾을 수 없다. 그 소년의 모습은 어 디에서나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차림새. 그러나 이상하게 그 모습이 시선을 끄 는 건 그에게서 '특별한' 뭔가가 느껴지기 때문일지다. 하지만 소년의 얼굴은 야구 모자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때, 그 소년이 사과를 먹다 고개를 비스듬히 들어 기다리던 한 방향 으로 시선을 옮겼다. 아름다운 건축물... 하얀 대리석의 둥근 기둥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떠받치고 있는 건물이 보이고 그 밑으로 대리석 계단이 층층히 보도까지 닿아 있다. 그리고 그 하얀 돌계단의 양 옆에는 포효하는 웅장한 사자석상이 입구를 지키듯 높이 세워져 있었다. 모 자를 깊게 눌러 쓴 소년이 위치한 자리가 바로 그 사자석상 위. 그 곳 경비 책 임자가 보았으면 노발대발하며 끌어 내렸을 테지만 아직 경비원이 그런 행각을 발각하지 못하였기에 느긋하게 석상에 기대여 사과를 먹으며 누군가를 기다리 는 소년이었다. "음... 예상보다 늦네. 큰일인걸..." 그러나 모습은 전혀 큰일이지 않다. 얼굴을 가린 모자 밑으로 빙글빙글 웃으며 중얼거리는 그런 말에서 어떻게 긴장감을 발견해 낼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큰 일이라는 인간이 예전엔 '나 예쁘지? 맛있겠지? 먹어봐, 캬하하~'를 노래 부르 며 아우성(?)을 쳤을 것 같은 사과의 뼈다구를 화단에 던지고 주머니에서 또 다 른 사과를 꺼내 들까? 또 무엇보다 그것을 우적우적 씹어가며 사과는 역시 국 광보다 후지나 쓰가루가 훨 더 낫다는 등의 여유있는 품평회를 보자니....전혀 안큰일 같다. ?? "야, 이 자식아!! 너 뭐야?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너 안내려와!! 내려와, 자식아!!" 그리고 마침내 격분한 경비원한테 들키고 마는 순간이었다.;;; "어이, 경비 아자씨! 왔어여? 너무 늦었잖아영~.^^*" 누군가 늦는다는 사람이 자신을 내쫓을 경비원이었을까? 설마... ??;; 역시 긴장감 따위는 개미 코딱지만큼도 없는 인간이었다. 야구 모자 밑으로 보 이는 방실방실 웃는 입모양과 대책없는 성격을 보자니 어디선가 비슷한 인물이 생각날 듯도 한데... 그때였다. "무슨 일입니까?" 중우한 목소리가 야구모자 소년과 경비원의 뒤에서 들려왔다. 그러자 소년의 입가에 드리워지는 의미 깊은 짙은 미소... '이제 진짜 메인을 만나러 갈 시간이군!' 소년의 눈이 엄격해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눈을 빛냈다. "자, 저희 조건은 여기까지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사무실 중앙에 있는 품위있는 가죽 쇼파에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말하는 젊은 이의 모습이 상당히 눈에 익다. 빈틈없는 비지니스 수트, 무스로 넘겨 깔끔한 헤어 스타일, 사무적인 어조와 냉정한 눈동자... 한 노인이 아침부터 찾아온 그 손님으로 인해 씁쓸한 기분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다. "자네... 이름이 '유진한'이라고 했나?" "네. 그렇습니다, 의원님." 김대준 의원은 그 말투에 더욱 입맛이 써지는 느낌이었다. 확실히 단정하고 손 색이 없는 자세와 깍듯한 예의였다. 그러나 지금 그 청년이 자신에게 제시한 반 협박성의 조건들을 생각하자면 조롱당하는 느낌조차 들기에 어이가 없는 김의 원이었다. '장태현의 심복이라 하더니 유능하긴 하나...어째 품이 넉넉해 보이질 않는군.' 편견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김의원은 자꾸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찌할 수 없 었다. 눈 앞의 청년이나 장태현이 능력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편협하고 철저하게 본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느낌이 강한 젊은이들이다. 물론 사업가로서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 나 아무리 그래도 김의원으로선 장태현의 방법에 절대 찬성하고 싶지 않다. 보 따리 장사가 아닌 다음에야 어찌 이리도 철저하게 계산적이고 이해타산적일 수 가 있을까? 정말 큰 사업가라면 자기의 이상과 신념을 위해서 모든 것을 걸만 한 배짱도 있을 법 한데... 그런 김의원의 생각에 비추어 본다면 그런 면에서 장태현이라는 인물은 약삭빠른 작은 장사치이고 소인배일 뿐이다. '그릇이 작은 인물이지. 눈 앞의 이익에 정신 못차리는...' 게다가 이들이 지금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은 거의 협박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었다. 불쾌한 기분을 넘어서자 김의원은 언뜻 얼마전 성전총수사택에서 만났 던 한 소년이 떠올랐다. 아직 어리지만 그 아이라면 어땠을까? 머리에 흰 서리가 희긋하게 내린 근엄한 노인은 잠시 그런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래. 그럼 진한군이라고 부르지. 자네는 내가 장이사의 손을 잡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노인이 세월의 연륜으로 만면에 웃음을 띄우고 쇼파에 기대었다. 수십년간 온 갖 음모와 시기, 계략의 정치판에서 몸을 세운 자의 관조의 눈이다. 여기에서 화를 내거나 초조한 기색을 보여서 얻을 이득은 없었다. 장태현 이사가 김의원 에게 무엇을 노리고 접근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더 그랬고, 차마 무시하기 힘든 조건들과 함께 그들과 손을 잡지 않으면 장차 재미없다는 식의 의도가 깔린 손 짓들이 더욱 그러했다. 김대준 의원의 눈 깊은 곳에서 섬뜩한 예리함이 숨어 반 짝였다. "글쎄요... 그거야 의원님 마음에 달린 것 아니겠습니까?" 유진한이 여전히 사무적인 표정과 음성을 유지하며 무감동한 모습으로 말한다. "허허허, 그건 그렇지. 이 늙은이가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한 것 같구만. 그나 저나 장이사가 『비젼21』에 그렇게 관심을 갖는 이유를 모르겠군. 그 정책은 아직 검토 중이고, 아직 오랜 시간 어떠한 변동이나 실천이 보여질 가능성은 전 무한데 말이야." 김의원은 한순간 눈 속에 튀어 올랐던 불꽃을 능숙하게 감추며 유진한의 모습 을 살폈다. 젊은이가 부족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아주 확실하게 감정을 감출 줄 아는 건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다. 대리인 자격으로 의사 타진을 위해 왔을 뿐이니 사적 인 감정은 배제한다는 것인가? "전 그런 건 잘 모릅니다, 의원님. 다만 이제 의원님의 대답을 듣고 돌아가고 자 하는데요." 김대준 의원의 심중을 읽고자 잠시 여유를 두던 유진한이 다시 예의 사무적인 미소를 살풋 지으며 대답한다. 충실한 부하직원, 아니 충직한 개가 되고자 하는 가? '치밀한 놈이군.'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겠다는 제스쳐인지 유진한은 더 이상 자신이 설명한 거 래 이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김의원은 수십가지의 감정과 생각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확실히 장태현이 자신에게 제시한 조건은 상당하다 할 정도로 구미가 당겨지는 것들이었다. 정치 나 사업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조력자는 많을수록 좋았다. 그 조력자가 막대한 경제력을 갖고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막강한 경제력과 힘이 뒷받침된다 면 얼마나 많은 보탬이 되고 오랜 시간동안 공을 들인 일들이 그 빛을 보겠는 가. 그것은 이 나라 국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자 하는 그의 궁극적인 목적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부르짖는 말이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또 가장 어려 운 일임을 김의원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안다. '착하게 살자'라는 것은 누구나 알 고 있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음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할 것이 없었다. 진리는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실천은 어려운 것. '허나 아무리 열 가지 국민을 위한 일을 할 수 있다 해도 한가지를 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국민들은, 아니 나 자신은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결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조건들로 김의원은 깊은 상념에 잠겨 들었다. 장태현이 원하는 것은 한국의 미래경제개발계획 중의 하나로 검토되고 있는 『비젼21』!! 그렇지 않아도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여겨져 관계자들에게조차 불신속에 잊 혀질 위기에 놓인 미래 정책이다. 그러나 김의원이 그 정책이 실현될 경우 먼 미래에 세계 속에 우뚝 설 강건한 대한민국을 상상하며 차마 폐기를 결정하지 못했던 것이니...장태현이 원한다면 완전히 없었던 일로 뒤집어 버리는 것이야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비젼21』은 김의원의 꿈이자 이상이었다. 그렇기에 눈 앞의 이익에 선뜻 손이 나가질 않았다. 더군다나 지금 자신이 그들의 뜻대로 『 비젼21』을 포기하고 장태현의 손을 잡아 자동차 완전 자동화 조립공장 설립을 밀어주게 된다면 장태현을 작은 장사치로 낮게 보던 자신도 똑같은 수준으로 떨어지게 되지 않는가? 즉, 그가 가장 걸리는 것 중의 하나는, 새로운 공장 설립에 대해 힘을 빌려 달 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으나 전혀 상관도 없어 보이는, 잊혀져가는 『비젼21』 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점이다. 이상했다. 그 위인이 아무 이유없이 거래조건으로 그런 것을 걸었을리는 없다. 그런 그의 말에 신경이 거슬려 그렇다는 말로 얼버무리긴 했지만... '무엇이 그렇게 신경을 거스른단 말인가? 지금 장태현 이사라면 성전그룹에서 무서울 것이 없어 보이건만.' 성전그룹의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김의원은 상념속에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 를 들었다. "미안하군. 내가 곧 바삐 스케줄이 잡혀 있어서... 결정이 내려지면 내 먼저 연 락을 주겠네." "하긴 쉽게 정하실 문제는 아닐 수 있지요.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오늘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검토해 보시고 연락 주십시오." "그러지." 김의원은 그렇게 청년을 내보내고나서 책상으로 돌아가 인터폰을 눌러 비서관 을 불러들였다. "부르셨습니까, 의원님?" "음, 그래, 이실장. 아무래도 신대한당의 유총재와 최고정당의 최의원 등과 만 나봐야겠군. 준비 좀 해주게." "하지만 사전 약속도 안되어 있는 상황인데..." "내가 급하게 의논할 일이 있다고 하면 될걸세. 수고 좀 하게나." "...알겠습니다." 당황해 하는 비서관의 모습이 보였으나 김의원은 애써 안색을 펴며 말했다. 아 랫 사람이라고 함부로 한 적이 없었으나 지금의 김의원은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았다. 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끓어 올랐다. '허~ 내가 이런 적이 있었던가?' 장태현이라는 건방진 애송이한테 놀아나는 기분. 거절하지 못하도록,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맛좋은 먹이를 들고 희롱하는 장태 현의 비열한 눈매가 보이는 듯 하다. 현재 김의원이 몸을 낮춰 고개를 숙이고 있으니 그런 이류배 녀석까지 만만하게 보는 것 같아 떫은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다. 문제는 김의원이 그런 녀석이 던지는 먹이를 실제로 완전 무시할 수 없다 는 것에 있었다. '그래. 지금은 내가 이러하나 언젠가는... 언젠가는...' 노인은 정갈한 자세로 문을 열고 나와 지금쯤 준비되고 있을 차로 향했다. 쓸 데없이 사람이 부르러 오길 기다리는 건 어리석은 시간낭비 같았으니까. 그런 데... "아~ 이거 왜 이러세요. 거 정말 섭하네." 이 목소리는...!!! 김대준 의원은 멀리 그의 생각대로 대기 중인 검은 승용차로 시선을 꽂고 움 직일 줄 몰랐다. 비서들의 빠른 준비성에 놀란 것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휘둥그 렇게 뜬 노인의 눈을 보자니 다른 이유가 있는 듯. '저 아이는....그 때 그 소년이 아닌가!!' 김의원은 그 검은 승용차 앞에서 그의 비서관인 이실장과 티격태격하는 한 소 년을 어이없이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듣고 있는지 이실장이 울고 있는지 웃고 있는지 이상야릇한 표정으로 얼굴을 구기고 서있는 것이 보였다. 야구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어 얼굴도 잘 보이지 않고 그 탐스럽게 눈길을 끌던 샴페인 빛깔의 금빛 머리칼도 보이진 않지만....아까 얼핏 들은 목소리와 지금 이실장의 얼굴을 보건데 저 소년은 그때 그 '민제후'라는 아이가 분명했다. 황당하긴 하 지만 정말 유쾌했던 아이... "녀석..." 김의원은 그때 이상하게도 불편했던 가슴이 뻥 뚫리며 자신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에 그는 더욱 오랜만에 환한 미소를 지으 며 생각했다. 민제후... 보기만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정말 신비한 아이라 고... ...계속 (에이 띠~ ??;; 오늘 저 잠 못자여. 밤 새서 글 써야 되여. 오늘 담당 기자님 한테 전화왔더염. 그래서...훌쩍..??글부터 바삐 써야 하므로 돌아댕기며 글 등록하기 여의치 않을지도 몰라여. 그러니까 오늘 하나라구 화내지 마시길. 이 렇게 될 줄 알았나 뭐. 내일 모레까지 원고 드려야 하는데 큰일이군요. 할 수 있다구 큰소리 치긴 했 지만...에휴~ 순간의 만용이 또 다시 연참신공의 재현을 부르는구나.-저번 연참 신공이 마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생겨난 것이었음- 그럼 저는 이만... 아! 지금 내용은 포럼이 열리는 날 아침입니다. 다음 화에서 자세히 설명 나올 것임. 그럼 진짜 이만, 휘리릭~!!) -------------------------------------------------------------------------- ---- 제 목 : [뉴 라이프]103회 -신(新)제국의 시작(2)- << 뉴 라이프 (New Life) >> -103- [부제: 신(新)제국의 시작(2)] "무슨 일입니까?" 중우한 목소리가 야구모자 소년과 경비원의 뒤에서 들려왔다. 돌아보니 그들 쪽으로 다가오는 남자는 40대의 점잖아 보이는 신사. 그의 자 세한 지위는 알 수 없었지만 경비원의 대답에 의해 제후는 대강의 파악이 가능 했다. "아, 나오셨습니까, 이실장님. 저 다름이 아니오라...저 망할 놈의 꼬마 녀석이 어떻게 들어왔는지 저 위에 올라가서 내려올 생각을 안하지 뭡니까. 그래서 저 도 모르게 그만 큰소리를..." '이실장? 그럼 저 남자가 김대준 의원의 수석 비서관이란 말이군.' 제후는 그 말에 더욱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예상은 했었지만 이런 진행은 너 무나 맘에 든다. 순풍에 돛 단 듯이 술술 풀려간다는 것이 바로 지금을 이르는 말 아닌가. 음하하하~!! "아항~! 그런 말이었어여? 그럼 진작에 말을 하지 왜 욕부터 하구 그래여?" "뭐? 이 놈의 자식!! 내가 아까부터 계속 내려오라고 했잖냐!!" 제후가 내려오라는 소리는 못들었고 경비원이 욕을 마구 해대기에 내려가면 맞을 것 같아서 안내려갔다고 말하자 우리의 경비원 김씨는 억울하다는 얼굴로 표정을 있는대로 구기며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민제후, 적 응력이 빠른 건 알고 있었지만 속은 다 큰 어른이 십대 소년의 생활에 아무 무 리없이 적응해가더니 이젠 옵션버젼으로 깜찍한 표정 및 해맑고 귀여운 미소년 아방 표정까지 흡수해 버린 듯.;;; 물론 이것은 제후가 워낙에 둔하고 무지해서 신동희양이 '요즘 고등학생 오빠들 중에 이거 못하는 사람은 없어'라는 한 마 디에 넘어가 연성한 신공이었다. 다 큰 어른 주제에 7살 꼬맹이에게 속아 넘는 둔팅이 성격을 원망해야 할 것이니... 허나 지금 같은 때 그 효과는 완.벽. 그 자체였다. 타이밍도 굳!! "언제요?" "아까!!" 아방함에 유세진의 천진난만함을 플러스해주니 상대의 얼굴에 화기(火氣)가 끓 어 오른다. "정말 그랬던가? 음..." "씩...씩...아까 내가 '너는 누구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런 곳에 올라가 있 니? 어서 내려오렴'...이라고 말했잖아!!!!" 어라? 저 양반이 이젠 조금씩 말의 어미를 바꿔 버리네? 아주 국어책을 읽으 슈.??;; 와아~ 사람 바뀌는거 정말 한순간이다 싶다. 지금 이실장인지 뭔지 하는 아저씨 앞이라 이거지? 내가 딴 건 몰라도 기억력 하나는 짱짱하다고. 분 명히 '야, 이 자식아!! 너 뭐야?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너 안내려와!! 내려와, 자식아!!' 라고 했다.??느낌표 하나, 따옴표 하나도 안틀리게 기억한다 이 말씀이야. 왜 이래 이거? 제후가 이런 생각에 경비원 김씨 아저씨 얼굴을 피식 웃으며 살피다가 다시 한쪽 손을 턱 밑에 대고 고개를 갸우뚱 하며 깊이 생각하는 자세를 취했다. 당 연히 이런 팔 모양에는 다른 나머지 한쪽 팔이 턱을 받치고 있는 팔꿈치를 받 쳐주는 자세를 취해주어야 한다. 그럼 얼마나 깜찍해 보이겠는가? ^^;;; "아! 생각났다!" "그치 그치 그치!!! 생각났지!! 내가 맞다고 그랬잖아!!" 경비원 김씨가 손뼉을 치며 순순히 인정하는 제후에게서 이상함은 못느끼고 단순하게 흥분의 도가니로 빠져든다. 민제후의 얼굴에 사악한 표정이 입가에 걸 린다. 두손을 활짝 펴고...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 말에 경비원 아저씨가 손가락으로 제후를 가리키며 흥분했던 포즈로 굳어 하얗게 돌이 되었다. 20세기 최고의 명대사 한마디에 숨어있는 위력이었다. 이 세상 살아가면서 온전히 자신의 몸을 보전하려면 꼭 외우고 있어야 하는 이 한 마디. 자매품으로 '그런적 없습니다', '전 깃털입니다', '소설을 쓰시는군요'가 있음을 기억하자. "거기 학생. 무슨 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위험하니 이제 내려오지." 아, 그렇지!! 내가 그만 이곳에 온 이유를 깜빡 잊을 뻔 했네. 제후는 자신을 올려다 보는 김대준 의원의 수석 비서관인 이실장을 잠시 바라 보다 피식 웃으며 쓰고 있는 야구모자의 챙을 손가락으로 잡고 뛰어 내렸다. 아 주 어리게 보일 정도로 작은 키가 아님에도 사자석상에서 산뜻하게 뛰어내리는 모습이 너무나 가볍다. 이실장이 그런 제후의 모습에 이채로운 빛을 띠며 감탄 한다. '아차! 아무리 그래도 잠시 나랑 재미있게 놀아준 경비원 김씨에게 인사라도 해야겠다.' "어우~ 이것 봐. 여기 이 신사분처럼 좋게 말로 하면 될 것을. 목소리만 키운 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꼭 누.구.를. 콕 집어 말하는 건 아니지 만..." 지나가는 말로 조용히 중얼거리되 주변 사람이 충분히 들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를 유지해서 말할 것! 하아~ 이것도 참 고난이도의 기술이란 말이야. 냐하 하하하~!!! 제후는 경비원이 차마 말은 못하고 울그락 불그락 해지는 것을 힐긋 바라보고 안보이게 혀를 내민다. 지난 이틀 동안의 긴장감과 피로가 이 일로 싹 풀리는 느낌이었다. 전문적인 업무는 장회장의 비서인 김성민과 한지훈 실장이 맡아 처리했고, 유 세진과 신동민은 포럼에 관한 구체적 방향에 대해 설정해주며 단군 프로젝트를 새롭게 수정하는데 전심전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그들과 기획팀들이 대부분을 일했다고 제후만 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아직은 공식적인 인정받은 회장은 아니었으나 중요한 사항인 만큼 제후도 돌아가는 진행 상황에 대한 체크를 해 야 했고, 아무리 많은 설명을 릴레이처럼 듣는 한이 있어도 이해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그의 임무는 김대준 의원을 만나 『비젼21』과 『신(新)단군 프로젝트』가 서로간에 상호 공생하며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어 현재로선 폐기 가능성이 가장 농후한 미래경제개발정책 『비젼21』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데 있었다. 하지만 유세진이 알려준 또 다른 정보에 의하면 장태현 이사가 은밀히 김대준 의원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했다. 그것은 좀 전에 장태현의 심복인 유진한이 빠져 나가는 것을 보았기에 더 이상 의심의 여지는 없었다. 지금까지 그 때문에 여기에서 죽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니... 제후는 지난 이틀간 해외에 나가 있었던 김의원에 대해 엄청 씹었던 것을 기 억해 내고 떨떠름한 기분을 느꼈다. 하필이면 그 많은 날들 중 그 이틀 동안 나 가있을 건 뭔가! '에구~ 그래도 어제 늦게라도 귀국한 것이 다행이지 않그랬음 어쩔뻔 했어.' 그래도 지금쯤 국제회의장에서는 「세계CEO포럼」이 열리고 있을 텐데... 제후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김대준 의원과의 협상 결과를 빨리 알려줘야 한 다는 생각이 들자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아무리 무신경, 무대포, 낙천주의자라 고는 하나 이번 일은 쬐.끔. 긴장이 되었다. 물론 아주 쬐~애~끔 뿐이었다. ??;; "그런데 학생. 이 곳엔 무슨 일로 왔지? 아니, 먼저 어떻게 들어왔나?" 이실장의 목소리가 제후를 다시 현실로 끌어왔다. 신중한 태도를 보자니 김대준 의원이 상당히 신임하는 인물로 보인다. 그 영감 님이 딱 좋아할 만한 스타일이군. "제 물건을 돌려받으러 왔는데요." "뭐? 그게 무슨 소린가?" "아! '물건'이라고 하기엔 좀 뭐하나? 어쨌든 맡겨 놓은 제것을 찾으러 왔습 니다." 음... 이해가 잘 안가는 모양이군. 하긴 약속도 없이 찾아왔으니 놀라는 것이 당연할 테죠? 제후는 어리벙벙한 이실장을 위해 방긋 웃으며 친절하게 다시 한 번 설명을 곁들여 주었다. "김대준 의원께 맡겨 놓은 제것을 찾으러 왔다고 전해 주시겠어요?" ...계속 (질질 끌립니까? ^^;;; 하지만 끊다보니 이렇게 되네요. 오후에 한편 올리죠. 오 늘은 김의원과 만나야 하니까요. 푸헤헤헤헤~~~~) -------------------------------------------------------------------------- ---- 제 목 : [뉴 라이프]104회 -신(新)제국의 시작(3)- << 뉴 라이프 (New Life) >> -104- [부제: 신(新)제국의 시작(3)] 음... 참새소리가 들리는군. 아직 오전 중이라 아침 참새 소리가 상쾌하니 듣기 좋은데? 산들 바람에 흔들리는 꽃나무 가지의 파란 새싹들도 보기가 좋고... 이 제 두어달만 있으면 진짜 더워질 듯 하구만. 5월은 참으로 좋은 달이지. 빨리 5 월이 되야 할 텐데... "어라? 왜 아직도 그러고 서 있어요? 어서 가보시라니까요." 제후는 잠시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과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한 후, 아직 제후 의 말을 접수하지 못하고 굳어 있는 비서관을 향해서 질책했다. 저렇게 눈치가 없어서야 어떻게 그 영감님을 보필할 수 있을까 라며 혼자서 안해도 될 걱정에 혀를 차는 소년. 그러나 이실장은 매우매우 상식적인 인간이다. 누군가 김대준 의원을 만나고 싶다면 정식 루트를 통해 자세한 시간과 장소를 정해 면담을 요청해야 만날 수 있고, 게다가 의원님이 개인적으로 만남을 갖는 분들은 전부 정재계의 핵심 인 사들 뿐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주 잘 알고 있는 이실장이기에 제후의 말에 잠시 혼란을 느꼈던 것이다. 도대체 저 소년은 뭘 믿고 저렇게 오만방자하니 당 당한 것일까? 하지만 그는 오래지 않아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학생. 무슨 일 때문인지는 모르나 김의원님은 매우 바쁘신 분이야. 그러니 장 난은 그만 치고 돌아가게. 어서!" 저런 소년이 중요하면 얼마나 중요한 용무를 가지고 왔을까. 더군다나 약속도 잡혀있지 않은 상태로 무작정 찾아오면 언제나 만날 수 있는 분도 아니고 말이 다. 이실장은 이 황당하고 시끄러운 소년을 조용히 처리하는 것이 좋을 거란 생 각이 들어 엄한 표정으로 꾸짖었다. 허나 제후는 코웃음을 치며 버틸 뿐이다. 아~ 정말 저 젊은이가 다마 돌게 만드네.(※해설: 원래는 'あたま'라는 말로 '머리'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어의 속어·은어 등으로 변질. '성질 돋 구네', '눈 돌아가네'등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자매품으로 '빡 돈다', '빠가' 등이 있음을 기억해 두자.) 나 지금 수면부족으로 가끔 제정신 아닌데 이러다 옛 성질 나온다 나와. 그런 데 말하다 보니 뭔가 이상...아차차차!! 지금은 내가 더 어리지? 에구구~ 이 놈 의 정신머리 하고는... 늙으면 죽어야지. ?? "이봐, 학생. 이렇게 버틴다고 김의원님은 아무나 만나주지 않는다니까." "전 김대준 의원님하고 아는 사이라구요." 정말 아는 사이라니까. 그 영감님이 한 번 꼭 찾아오라고 했단 말이오. 그러나 이실장, 보기보다 강단있게 제후를 밀어 붙인다.;;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어서 집에 가게!! 아무려면 내가 김의원님과 친분이 있는 사람을 못알아 볼 줄 아나? 경비 책임자 분은 이 학생을 입구까지 안내해 주세 요." "아~ 정말 그게 아니라니깐. 으억!!" "왜, 왜 그러나? 어디 아픈가?" 제후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몸을 부르르 떨자 이실장이 불길한 예감에 얼굴 색이 확 변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 사건이 터무니없이 부풀려져 이상한 루머로 신문에 날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럼 자신이 모시는 분 신상에 좋을 건 하나도 없을 터인데... '젠장! 잘못 걸렸군!!' 이실장이 누군가의 계략에 걸려든 것이라 생각하고 이를 악물며 눈을 부릅떴 다. 이 바닥이 서로 먹고 먹히는 더러운 정치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면서 도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고 말다니...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런데 그때 들려온 목소리... "냐하하하~ 죄송합니다.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놨더니...^^" 어라? 다들 얼굴빛이 응아색이로세. 무슨 일이 있었나? ^^* 제후는 자신을 어이없어 하는 표정 플러스 황당, 당황, 안도, 분노, 자괴심까지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는 두명의 어른들을 뒤로 하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한 다음에 핸드폰의 폴더를 열어 귀에 가져갔다. 최신형 칼라폴더라고 하더니만 성능이 장난 아니게 좋았다. 벨소리도 아름다운 화음이 멋지다던데 나 중엔 진동이 아니라 소리로 전환시켜서 들어봐야겠다고 생각된다. "여보세요?^^" -도련님이십니까? 저 김비서입니다.- '이런...' 제후가 국제회의장에 있어야 할 김비서가 전화를 하자 눈썹을 치켜 올렸다. 중요한 일인가? 그렇다면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잠시 피해야 할 듯. 또 자 신의 앞에 서있는 두명의 어른들의 상태를 보자니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해주는 것도 좋을 듯 싶은데... '잠시 전화 좀 하고 올테니 기다려 달란 소리가 뭐였더라?' 제후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그 때, 이실장은 간신히 제정신을 차려가는 도 중이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뭘하고 있었던 건지 어안이 벙벙했다. 남자아이 하 나 때문에 이렇게 쩔쩔매다니... 뭔진 모르지만 정신없이 몰아쳐 가던 뭔가에 휩쓸려 평소의 페이스를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옆에 있는 경비원도 그와 별다를 바 없는 상태. 한가지 최종 결론이 절실하게 그의 뇌리에 꽂혔다. 빨리 저 망할 녀석을 이 곳에서 내쫓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절대 김의원님과 대면하게 해서도 안된다는 것!!! 젊은 자신도 이렇게 정신이 없는데 연세가 많은 김대준 의원님이 저 황당무계 한 인간과 만나면 심장 쇼크를 잃으키실지도 몰랐다. 이실장은 사명감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가 독한 마음을 먹고 입을 열었는데 그 순간, "이봐, 너!!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잠시만요!" 제후가 방긋 웃으며 돌아서 허리를 살풋이 굽히고, 한쪽 눈을 찡긋 감으며, 오 무린 입가에 검지 손가락을 살며시 대었다.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저 잠시 꽃 따러 갔다 올께요~.^^*" -쩌쩌쩡!!-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휘둥그렇게 뜬 두 눈으로 얼음으로 굳어버린 이실 장과 경비원 김씨가 굳어버린 것은. 심각한 패닉 상태에 빠져 버린 그들... 얼마 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다시 온전히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초전박살의 다른 부원들이 이 장면을 봤다면 세상은 다 그런 거라며 어깨라도 두드려 줬을 텐 데... 안타깝기 그지없다. ??;; "...말해." 그러나 제후는 자기가 할 말만 하고서 그들에게서 좀 떨어진 화단을 돌아 안 보이게 되자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 분명히 특별한 볼 일이 있다는 말을 미안하다는 표현과 함께 전하는 신세대 용어라고 동희에게 배웠었기에 가슴이 뿌듯했다. 점점 십대 아이들 생활에 자연 스럽게 동화되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다음에 만나게 되면 더 많은 걸 배 워야겠다고 다짐하는 제후였다. 여러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한손에 들어오는 핸드폰에서 김비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가신 일은 잘 되셨습니까?- "아직. 지금 막 만나기 직전이야. 그보다 무슨 일이지?" 제후는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되어 차갑게 응수했다. 화단의 아름 드리 나무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중간보고 드리겠습니다. 「세계CEO포럼」에 성전그룹의 많은 사장단들이 참석했다는 걸 알려드립니다.- "그들이? 음...그래. 이번 포럼은 지식경영방안에 관한 특별강연도 상당히 기 대되고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데 누구누구?" 제후는 세진이 이번 포럼은 국내 뿐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상당히 주목받 는 행사라고 알려줬던 걸 기억해 내고 말했다. 최고의 전문가들과 교수들, 그리 고 성전그룹 내의 사장단들도 참가할 거라고. 그래서 「세계CEO포럼」이 『비 젼21』과 『신(新)단군 프로젝트』에 대해 성공 가능성과 비젼을 이해받기 위 해 선택된 키워드라는 걸. 하지만 그 전에 김의원을 만나 『비젼21』이 미래정책으로 채택시켜야 하고, 성전그룹을 뒷받침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그래야 외부의 투자자들 을 끌어들이는 것을 비롯해 성전 내부의 불만 세력을 단번에 후원세력으로 돌 려 놓을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자각하자 제후는 더욱 어깨가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무거운 안색 속에 김비서의 단정한 음성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주요 사업체의 인사들은 대부분입니다. 특별히 확인된 인사로는 성전전자의 김윤수 반도체부문 총괄사장을 비롯해서 강정규 메모리부문 사장, 임구성 비메 모리부문 사장이 있었고, 성전전자 디지털미디어부문 총괄 사장인 박대영 사장 도 측근들과 진지하게 강연을 듣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 성전 물산 허승엽 사장과 성전코닝 전하규 사장, 성전증권 류태원 사장 등이 토론자 로 참석중입니다.- "대단하군." 다들 열심히 공부하는 자세가 훌륭하다. 장문수 전(前)회장이 얼마나 회사를 잘 이끌어 왔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 같다. -그런데...- "그런데?" 뭔데 이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지금 한시가 급하구만. "빨리 말해, 김비서. 나 지금 엄청난 수면부족 상태인거 잘 알지? 인내심, 참 을성 따위는 집에 있는 복3형제에게 던져주고 왔다구.^^" 제후가 생글생글 웃으며 재촉하자 김비서가 빠른 속도로 털어놓기 시작했다. 빠릿빠릿한 목소리가 그 동안 제후가 어떻게 행동해 왔는지 군기가 바짝 든 모 양새다.;;; -장태현 이사가 움직였습니다.- '뭐?' 민제후의 눈동자가 야구모자의 챙 밑으로 한순간 얼음처럼 반짝였다. ...계속 (이 일을 어쩌나? 여러분들이 기대하시던 김의원과의 만남이 아직 안나왔네요. 그치만...그치만...제 탓이 아닙니당!!! +_+ 전 그냥 서술자일 뿐! 불평 불만은 저 바보 민제후한테 하시길.... 그럼 전 이만. 휘리릭!) -------------------------------------------------------------------------- ---- 제 목 : [뉴 라이프]105회 -신(新)제국의 시작(4)- << 뉴 라이프 (New Life) >> -105- [부제: 신(新)제국의 시작(4)] -사장단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인사를 하는 것이 장태현 이사도 이번 포럼 에 참석할 모양입니다. 이미 시작된 몇 개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어떤 구체적인 사항까지 눈치채고 온 것 같지는 않으나 곧 있을 토론에서 그가 딴지라도 걸고 들어 온다면 상당히 껄끄러울 것 같은데요.- "오~ '딴지'라... 김비서도 많이 변한 것 같애." 정말 많이도 변했다. 예전엔 온몸이 마징가Z처럼 딱딱하기 그지없었는데... 그런데 곧 한동안의 침묵 이후 낮게 내려 깔린 김비서의 스산한 목소리가 들 려왔다. -....그게 누구 탓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지금?- 음... 왠지 상당히 맴이 아프다. "그보다 아이들은?" 이럴 땐 그저 말을 돌리는게 최고지.;;; -아직입니다. 동민군과 기획팀이 이틀밤째 새고 있으나 아직까지 저택에선 아 무 소식이 없습니다. 하긴 지금 이 시간까지 단군 프로젝트가 완벽하게 수정· 보완이 되었다면 그게 더 기적이겠죠. 그리고 세진군은 아주 좋아 보이는군요. 현재 저희 팀과 함께 국제회의장에 나와 있습니다.-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김비서의 목소리를 듣자니 진짜 별로 순조롭지 못한 듯 하다. 그리고....세진이 녀석이야 자기 관리가 철저한 녀석이니 잘하고 있을 것 이다. 유세진의 망가진 모습은 상상도 잘 안된다. 게다가 그 녀석은 정보 분석 가를 자처하며 자신은 책략가 놀이를 하는 정도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즉, 잘거 다 자고, 먹을거 다 먹고, 아주 잘~ 쉬었지. 이틀 동안 신동민은 거의 폐인이 다 되가고, 체력엔 자신만만하던 나조차 서류만 보면 현기증에 헛구역질까지 날 정도로 강행군을 해왔는데... '생각해 보니 새삼스럽게 열받네 거.??' 도움받는 입장이지만 역시 은근히 열받는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신동민군과 도련님의 성공에 달려 있습니다. 명심하십시 오. 저희들이 아무리 완벽하게 발표준비를 한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실행기획안 이 나오지 않는 이상....- "알았어. 그럼 이만 끊지." 제후는 듣고자 한 일들을 전해 듣자 통화를 대강 마무리했다. 김비서는 별로 성공 가능성을 기대하지 않고 있기에 침착하기만 하다. 오히려 그것이 잘된 것 인지도. '그런데 장태현이 움직였다라...' 폴더를 닫은 핸드폰을 손장난 치듯 흔들며 안테나에 턱을 기댔다. "쿡! 우습군. 예전에 성전밀레니엄센터 중앙회의장에서 보았던 그 장태현이가 말인가?" 장태현 이사... 내 외종숙. 한 5촌쯤 되겠군. 처음 봤을 때가 중앙회의장에서 장문수, 그 망할 영감 앞에서 온갖 아부를 다 하다 막상 자기가 노리던 밥그릇 을 눈앞에서 뺏기고 바락바락 대들 때였지. 하지만 결국 호통 한 번에 숨을 죽 이던 인물 아닌가. "픽! 웃기는군." 다른 건 몰라도 그런 위인한테는 절대 숙이지 않을 거다. 비열한 자식. 성전의 그늘 속에 가려진 수십가지의 불법비리 의혹 속에 항상 자리잡고 있는 인간.. 하지만 청소해 버리기에는 아직 나 자신의 기반이 다져져 있지도 않고 충분한 증거도 없다. 뭐, 아직 회사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 만... 어쨌든 현재 그보다 더 걱정이 되는 것은 신동민의 일이었다. 비록 장태현이 하이에나처럼 뭔가 냄새를 맡고 국제회의장으로 달려나왔다고 하나 신동민이 지금 사투를 벌이고 있는 신(新)단군 프로젝트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 다. 이틀의 시간이라고 했었는데 이미 그 이틀이 지나갔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메 인인 새로운 프로젝트는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오늘 오전, 성전(聖 殿)은 미래경제 주제토론에 이어 신경영과 미래사업에 대해 발표하기로 되어 있는데... "앞으로 남은 시간은 약 1시간..." 초조하다. 지금 성전저택에 있는 신동민과 기획팀들도 마찬가지겠지? 아니, 그 들은 아마 더할테다. 1분 1초에 피가 마르고 있을 것이다. 제후는 거의 반미치광이가 되서 혼이 나간 채 일에 몰두하던 신동민이라는 소 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천재라는 이름은 머리가 좋다는 것보다 몰입도에 있는 것 같았다. 어두운 방 안의 컴퓨터 앞에서 눈만 시퍼렇게 빛내는 녀석의 모습은 정말 엄청나게 박력적이었다. 그 때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그 방에 들어갔다가 소스라치게 놀랐었던걸 생각하면... "믿는다, 신동민!! 한시간이면 널럴하지. 안그러냐?" 냐하하하!! 그럼 그럼. 나도 분발할테니까. 제발 성공하길. 처음부터 아예 포기 하고 때려 치웠으면 모를까 한 번 시작했으면 멋지게 한판 떠야되지 않겠어!! "아자아자 가자!!" 무작정 밀고 들어왔지만 그것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랬단 말씀이야! 기다리시 게!! 민제후가 약간 떨어진 곳에 황당함으로 피곤한 머리를 문지르는 어른들을 향 해서 뛰어가며 소리쳤다. 마음의 소리가 우주같은 온몸 구석구석으로 울려퍼졌 다. -알았어. 그럼 이만 끊지.- 뚜뚜뚜... 김비서는 거의 일방적으로 끊어진 전화기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은 정말 가능성이 없어 보였다. 물론 막막한 상황에서 실현성 없고 도 박성이 짙긴 하지만, 그 한가지 방법을 찾아낸 아이들에게 충분히 놀라고 있고 감탄 중이다. 허나 그 뿐이다.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아직 『신(新)단군 프로 젝트』는 완성되지도 않았다. 이틀은 역시 무리였던 것이다. "앞으로 정확히 57분..." 김비서는 시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57분 뒤면 성전그룹의 신경영과 새로 운 미래사업 투자에 대한 세미나가 시작된다. 발표자는 한지훈 실장이 맡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뭘 해야 한단 말인가? 발표할 프로젝트는 아직 전달 되지 않았고 그 프로젝트 실현을 가능하게 할 유일한 정책은 미결인데... 김비서는 배정받은 대기실에서 서성이다 한쪽에서 노트북에 열중하는 유세진 이라는 소년에게 시선을 던지며 의아한 표정을 띠었다. 상큼해 보이는 모습으로 분주하나 산만하지 않게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아침 일찍 회사 직원 몇몇에게 신중한 태도로 뭔가 이것 저것 준비시키는 것을 보기도 했 었는데... '아~ 이런! 내가 무슨 생각을... 아무리 똑똑하고 비범하다 하더라도 아직 어 린 아이들이잖나.' "후우~" 김비서가 한숨을 쉬며 창밖의 넓은 세상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상을 둥글게 감 싸안은 하늘이 끝없이 넓게 펼쳐져 보였다. 그러나 그의 기분은 곧 저 하늘이 무너질 거라고 말한다. 바로 약속된 시간, 57분 뒤에... "아~ 이거 왜 이러세요. 거 정말 섭하네." 그때 제후는 꽉 막혀가지고 움직일 생각을 안하는 이실장이라는 비서관을 앞 에 두고 애를 먹고 있었다. 잠시 통화를 하고 돌아왔더니 정문에 시커먼 자동차 를 대기시켜 놓고 의원님은 지금 바쁘게 다른 곳에 가셔야 하니 돌아가라는 것 이다. 그리고 정 그렇게 꼭 의원님을 만나야 한다면 나중에 정식으로 면담을 요 청하고 다시 찾아오라고. 그러나 시간도 없고 일부러 막무가네 무대포로 찾아온 민제후에게 씨알도 안먹히는 소리일 밖에... "그럼 안돼죠. 그렇게 알아듣게 설명을 했으면 이제 그만 협조해 줄 때도 됐지 않았나요? 그게 싫으면 잠시 말만이라도 전해달라구요. '민제후'가 찾아왔다 고." "우리 의원님은 바쁘시네. 어린애들 불만을 일일이 들어주시는 분이 아니라니 까, 학생." 에구구~ 정말 못말리겠군. 충성심도 융통성이 있어야 하는 거라구, 이 양반아. ??;;; "이실장님! 잘 들어두십시오. 김대준 의원님에게 지금 바로 가서 이렇게 전해 주세요. '이 나라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구요. 어서요!" 제후가 의지의 눈으로 싸늘하게 노려보며 한마디 한마디 강조해서 천천히 말 했다. 복3형제에게 던지고 나온 인내심이 아쉬운 순간이었다. 초조함에 날카로 운 예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온다. 그러자 그 기세에 흠짓 놀라는 이실장. 그러나 곧 자신의 반사행동에 얼굴을 붉히며 표정을 엉망으로 구겼다. 어린애에게 순간적이나마 주눅이 들었다는 것 이 부끄럽고 불쾌해진 모양이다. "이렇게 말해도 안되는 겁니까? 훗... 김의원님은 소문과는 영 딴판인 분이신 가 보죠? 제가 어리다고 상대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이런 차 림으로는 그런 대단하신 분과 만날 자격이 없다는 건가요? 김의원님은 누군가 의 가치를 겉모양에서 판단하시는, 혜안(慧眼)이 부족한 인물이신가 보군요. 사 람에 대한 가치....그렇게 함부로 속단하지 마십시오." 나도 모르게 상당히 긴장하고 있는 부분이 있었나 보다. 냉정하게 페이스를 찾 아 빈정대며 쏘아대니 가슴이 다 시원하다. 거 참, 이 영감님 얼굴 한 번 보기 어렵네. ??;; 그때였다. "허허허~ 그렇지. 사람의 가치평가는 신중해야 할 것이야." "영감님!" 앗! 기쁜 나머지 나도 모르게 그만 영감님이라고 불러 버렸다. 할아버지라고 불러야 하는 건데...에궁~ 그러나 주변에서는 갑작스런 김대준 의원의 갑작스런 출현으로 제후의 말실수 따위는 신경쓰지 못하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실장과 경비원은 자신들이 내쫓 으려고 애를 쓴 소년이 정말 김의원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보여 어쩔 줄 모르 는 분위기다. 경비원은 이미 눈치있게 근무지로 허둥지둥 돌아가고 있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늦어버렸네요. 원래대로라면 벌써 한참 전에 할아버지를 만나야 했는데 말이죠. 저 상당히 오래 여기서 기다렸다구요, 할아버지.^^" 제후가 김의원 쪽으로 통통 튀며 다가가 잠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몸을 흔들며 말했다. 어쨌든 우선 우리나라 정치계의 숨은 실력자 김대준 의원의 얼 굴을 대하게 되었다는 것에 입가에 미소가 피어 올랐다. 이제 나머지는 제후가 성전(聖殿)의 모든 최강의 카드를 뒤집어 보이는 것과 김대준 의원의 미래감각 에 의한 선택만이 남은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선택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노인은 제후의 말에 의아 하다는 얼굴로 푸근한 동네 할아버지같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래? 나를? 어째서일까? 음...자네는 아직 학생일테니 전에 말하던 그 '연 줄'을 사용하러 온 것은 아닐 테고..." "아뇨!" 그 단호한 대답에 김의원과 이실장이 모두 약간 놀랍다는 표정으로 제후를 돌 아보았다. 그 자리에는 생글생글 웃고 있는 한 소년이 그 자리에 단단하게 서 있었다. "맞아요. 그 '연줄' 사용하려는거. 약속했던 제것을 돌려받으러 온거거든요." "돌려받을 것?" "네. 잊으신 건 아니시죠? 저 할아버지께 돌려받을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당당하게 말하는 야구모자 소년의 모습이 이실장에게는 오만방자해 보였나 보 다. 이실장이 기가 막히다는 태도로 언성을 높였다. "이 녀석이! 지금 너 이 분이 누구신 줄 알고!! 설마하니 우리 의원님께서 너 같은 어린아이의 물건을 가지고 계실까?" "제가 맡겨놓은 시간 10분!!" 제후가 그 말을 빠르게 끊었다. 김의원도 이실장 쪽으로 한 손을 들어 보좌관 의 개입을 차단시키고 있었다. 어느 새 김의원의 눈은 제후의 '아니'라는 말과 함께 공포감을 줄 정도로 오싹하게 변해 있다. 무시무시한 정치 거물이라는 것 을 비로소 실감하게 해주는 모습이다. 힘을 숨기고 때를 기다리는 거인... 이 노인이 정말 과연 인자한 동네 할아버지 같던 그 김대준 의원이 맞는지 놀 라웠다. 민제후의 눈동자가 깊게 눌러 쓴 야구 모자 챙 밑으로 반짝인다. "...찾으러 왔습니다." 어느 사이엔가 김의원 앞에 자리한 인물은 더 이상 장난기 많은 치기어린 소 년이 아니었다. 만년빙(萬年氷)의 깊고 깊은 한기(寒氣)처럼 흔들림 없는 냉정함과 굳은 신념, 그리고 불가사이할 정도로 신뢰와 믿음을 심어주는 자신감과 당당함, 게다가 그 끝을 들여다 볼수도 가늠해 볼 수도 없는 우주(宇宙)를 대하는 듯한 느낌의 인 물... 이런 이가 겨우 십대 소년이란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그래...정말 사람의 가치는 함부로 평가해선 안되는군." 김의원이 제후를 강렬하게 쏘아보며 중얼거렸다. 과연 저 소년이 자신에게 호 의적인지 적의를 가지고 있는지 가늠해 보는 신중함이다. "후후... 그래. 어쩐지 조만간 올 것 같았지." "그랬나요? 할아버지와 제가 뭔가 통하는 것이 있는 모양이군요. 그럼 이야기 하기 훨씬 편하겠네요. 아, 제가 정장을 갖춰 있지 않았다고 설마 불쾌하신 건 아니죠?" "공식석상도 아닌데 굳이 얽매일 필요는 없겠지." "헤헤~ 그러실 줄 알았습니다" 김의원이 제후의 밝은 미소에 그제서야 조금 긴장을 푸는 듯이 보였다. "그럼 정식으로 다시 인사를 드리죠." 제후가 머리와 얼굴을 가리던 야구모자를 벗어들었다. 햇살 아래 민제후의 화 사한 금갈색 머리칼이 풍성하게 흩어졌다. 자신의 두세배의 이상의 세월을 살아 온 정계 거물 앞에서 당당하게 몸을 세우는 소년. 그러나 절대 함부로 고개를 숙이진 않는다. 연장자에 대한 정중한 예의만이 존재할 뿐, 그 소년은 김의원과 동등한 위치에서 마주보고 있었다. 그 소년의 입꼬리가 가볍게 올라가며 한 번도 외부에 밝히지 않았던 자신을 밝혔다. "안녕하십니까? 성전그룹의 신임총수 '민제후'라고 합니다." 시간이 멈춘 듯, 순간적으로 얼어붙은 공기 속에 한국 최대의 그룹총수와 한국 정계의 숨은 실세와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악수를 위해 손을 내미는 민 제후라는 소년의 눈에는 단호한 결심이 잔잔한 미소와 함께 묻어났다. "만나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김대준 의원님." ...계속 (네. 결국 만났군요.^^;;; 하지만 이 둘이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그리 지 않을 겁니다. 포럼장과 김의원의 약간의 회상이 포함된 생각을 비춰주면서 예측만 하게 하겠습니다. 더 이상 기대하지 마시길... ?? 근데 이 놈은 내가 썰렁한 개그와 황당함으로 망가뜨리려 하는데 왜 항상 인 기가 최고인지...씽~ ??) -------------------------------------------------------------------------- ---- 제 목 : [뉴 라이프]106회 -신(新)제국의 시작(5)- << 뉴 라이프 (New Life) >> -106- [부제: 신(新)제국의 시작(5)] <<잠시 안내 방송이 있겠습니다. 곧이어 11:00시, 국제회의장 난화관 매화실 에서 한국 기업들의 신경영과 미래사업투자를 주제로 하는 세미나가 개최되겠 습니다.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 관계자와 발표자 분들은 속히 이동해 주시길 바 랍니다. 다시한번 말씀 드리겠습니다. ....>> 대기실 창가 앞에서 초조하게 창밖을 내다보던 김비서는 마침내 울려오는 안 내방송에 침음성을 흘렸다. 어느새 57분의 시간이 거의 다 되가고 있었다. 그러 나 아직까지 저택에서는 아무 소식이 없다. 그래도 혹시나 하며 기다렸건만... "어쩔 수 없군. 불참을 통보해야 하는 건가..." 김비서가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태로 뭘 어찌한단 말인가? 국내외 유명 인사 들 앞에서 성전의 이름을 걸고 나가 망신당할 순 없었다. 프로그램 순서에 성전 그룹이 명시되어 있지만 무작정 앞에 나갔다가 실현 가능성 없는 꿈 이야기만 늘어놓다 망신 당하고 내려오는 것보단 갑작스런 불참의 비난을 받는 것이 훨 씬 나았다. 그리고 설사 지금 『신(新)단군 프로젝트』가 완성되어 그의 손에 쥐어져 있다 하더라도 제후 도련님에게서도 아무 연락이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미 거기에 서 게임 오버인 것이다. 신동민이라는 소년이 십여명의 최정예 기획팀과 함께 만든 『신(新)단군 프로젝트』라는 것은 『비젼21』이라는 한국 미래경제개발 정책이 통과되고, 성전그룹이 정부지원을 100퍼센트, 아니 200퍼센트 받는다는 베이직에서 시작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제후 도련님이 그 일을 해낼 수 있다고, 난 감히 생각되지 않는군. ' 역시 무리수였던 것이다. 좀 더 일찍 깨달았어야 했는데... 그런데 왜 이틀전에 는 어쩌면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이 느껴졌는지 알 수가 없다. 상식적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말이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김비서는 오른손바닥으로 눈을 가리고 생각에 잠겼다. 히스테릭한 웃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직은 그래선 안된다. 지금이라도 모든 걸 정리하고 다시 처음부터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것이 그의 임무니까. "아뇨. 그럴 순 없죠, 김비서님. 우린 원래 계획대로 밀고 나갑니다." '응?' 김비서는 갑작스레 들려온 여린 목소리에 고개를 번쩍 들어 상대를 바라봤다. 마치 그의 생각을 속속들이 읽고 말하는 것 같은, 이렇게 기묘한 기분이 들게 하는 인물은... "세진군!" 김비서는 기척도 없이 생글생글 웃으며 나타난 유세진을 바라보고 깜짝 놀랐 다. 분명 혼자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 사이에 이렇게 가까이 다가왔는지... "흥!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지금 우리 손에는 아무 것도 들린게 없잖나? 발표자가 앞에 나가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날씨 이야기나 하면서 끝말잊기라도 해야 할까? 게다가 제후 도련님한테서도 아무 연락도 없네. 처음 부터 모든 것이 허황됐던 거라구! 알겠나? 이제 더 이상 터무니없는 망상에 젖 어 일을 망칠 수 없어!!" 김비서가 그만 울컥하는 기분으로 냉랭하게 쏘아댔다. 어린아이들에 이끌려 쓸 데없는 일에 감상적으로 매달리는 건 더 이상 사절이다. 속수무책으로 웃음거리 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세진은 그런 김비서를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천진난만 미소로 방긋 웃 으며 쳐다볼 뿐이다. "후후... 초조하신가 보네요. 괜찮습니다. 마음을 편히 가지세요." 괜찮긴 뭐가 괜찮아! 마음 따위를 편하게 가져서 이번 세미나를 성공적으로 마 치면 백번은 더 가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도 아니지 않은가!! "아! 이러면 김비서님의 불안감이 좀 씻기겠네요. 그리고 제 생각대로라면 지 금쯤..." 김비서의 펴지지 않는 표정에 세진이 미간을 찡그리며 잠시 생각하다가 손바 닥을 탁 치며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단축번호를 누르는 유세진의 입가에 유쾌한 미소가 스며들었다. "...거의 다 되었을 겁니다." 김비서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향해서 핸드폰을 들이대는 세진을 바라보았다. 그것은 전화를 받으라고 건네주는 것이 아닌, 어떤 TV광고에서 남녀가 교신을 위해 전송기처럼 서로를 행해 들이대는 모양마냥 들이대고만 있다니... 그 행동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 김비서는 어리둥절하게 다시 핸드폰으로 시 선을 옮겼다. 한쪽 귀를 막고 있는 유세진이라는 작은 소년의 이상한 포즈가 눈 에 들어왔으나 그는 그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것은 귀를 가까이 대지 않아도 크게 울리는 전화 걸리는 벨소리가 곧 끊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순 간, 대포가 터지듯 터져나오는 찢어질 듯한 고함소리! -썅, 너 죽고 싶어!!! 알았어알았어알았다니까!!! 너 내 손에 진짜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이 벼락을 맞아 죽을 악마의 자식아!!! 넌 그 동안 잘먹고 잘잤 다 이거냐 씹새야!!! 한 번만 더 전화하면 이 집안 전화기까지 전부 작살날 줄 알어, 망할 자식!!! ....@#$&#$#%&&~~~!!!!!- "헉!!" 혹시 동민군? '설마 그렇게 단정하고 예의바르던 그 소년이?' 김비서는 엄청난 욕설을 퍼붇는 그 소리에 흠짓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그로서 도 처음 듣는 갖가지 천박한 욕지거리가 단 한 번도 중복되지 않고 그 작은 핸 드폰에서 터져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간간히 들려오는 알아듣는 말투에서 걸러 듣자니 세진이 벌써 여러번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물어보러 전화했던 모양이다. 물론 김비서도 전화를 안해본 것은 아니었으나, 가장 중요한 핵심 부분을 맡아 손을 보고 있는 신동민군이 문을 걸어잠그고 나오지 않고 있다기에 자세한 사 항은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신동민군은 말입니다, 진짜 모범생이죠. 너무 모범적이고 성실해서 전화가 오 면 안받아도 될 걸 결국엔 꼭 받고 만다니까요. 쿡쿡쿡..." 세진이 핸드폰에서 어느 정도 고함소리가 잦아들자 키득대며 설명해줬다. 김비 서는 그 모습에 황당하기도 하고 정신이 없어서 어색하게 웃는 표정을 지었다. 이 순간 김비서의 머리속엔 이들은 정말 제후 도련님에 비교해 손색이 없는 독 특한 친구들이란 생각만이 가득하다. 그러자 그때, 핸드폰에서 무감동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5분만 기다려. 전송한다.- 뚜뚜뚜... 전화가 끊어지고 나자 순식간에 대기실은 천둥같은 정적이 내려앉는다. 마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한 느낌. 유세진이 핸드폰의 폴더를 닫아 정장 주머니 에 넣으며 피식 웃는 것이 보였다. 오늘따라 그 소년의 머리칼과 눈동자가 더욱 새까맣게 짙어 보인다. "역시 해낼 줄 알았습니다. 이제 걱정의 절반은 해결되었군요, 김비서님." "...아직 김의원과의 협상 결과를 모..모르니 마찬가지지. 전부가 아니면 아무 것도 없는 게임이 아닌가?" 김비서가 무감각한 어조로 건조하게 중얼거렸다. 놀랍다. 정말 해낼 줄이야. 정말 단군 프로젝트가 단 이틀만에 새롭게 완성될 줄 몰랐다. 이 아이들은 대체 어떤 인물들인란 말인가? 말 그대로 미친 척 하 고 따라온 길이 현실로 눈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제 김 의원과의 협상만 무사히 넘기 된다면 정말... '아니, 아니지. 제후 도련님 혼자 어찌 그런 큰일을 해낼 수 있을라구. 그건 더 믿겨지지 않아!!' "아뇨. 아닙니다." 정말 저 유세진이라는 아이는 생각을 읽는 것이 아닐까? 김비서는 다시 자기의 마음 속 생각과 정확히 맞물려 대답하는 푸르스름한 검 은 머리의 소년을 쳐다보며 그런 생각을 하였다. 그가 응시하는 그 소년의 눈동 자가 흑요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도 역시 해낼 겁니다. 아직까진 제후군의 천운이 극도의 상승세를 타고 있 거든요. 게다가..." 무슨 말...? "제가 그렇게 만들 겁니다. 그래야 앞으로 진짜 재미있어지지 않겠어요?^^" 꿈벅꿈벅...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접수가 잘 안되는 단어들과 해맑은 웃음소리에 눈을 깜박여 봤지만 역시 별 효과가 없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김비서는 혼란스런 상념의 시간을 그리 오래 가지지 않 아도 좋았다. 그들이 있던 대기실은 마침내 전송되기 시작한 『신(新)단군 프로 젝트』로 한지훈 실장과 직원들이 들이닥쳐 활기를 띠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 다. 일반적인 준비는 마쳐진 상태였으나 역시 바로 직전에 건네받은 프로젝트를 청중들에게 완벽하게 이해시키고 전달해야 하기에 여러 가지로 갑자기 정신없 이 바빠진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김비서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 한지훈 실장에게 구체적인 실행기획안은 발표를 보류하라고 지시했다. 아직 김의원과의 협상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니... 어쨌든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신(新)단군 프로젝트』가 드디어 재구성, 수정 ·보완되어 그들 손에 떨어졌으니, 만약 그들의 수장에게서 끝까지 아무 소식이 없다 하더라도 어쩌면, 잘 하면 이번 세미나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도 같았 다. 목표가 생겼다. "말이 됩니까, 그게?" 한 중년인의 빈정되는 말투가 회의장에 울려 퍼진다. 이 곳은 국제회의장의 여러개의 별관 중 '난화관'이라는 이름의 특별관. 지금 여기에선 한국기업의 신경영과 미래사업투자에 관한 주제로 세미나가 한창이었 다. 수백명을 수용하는 적지 않은 규모의 이 회의실은 '매화실'이라는 이름을 가진 아름다운 공간으로, 지금 이 시각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계자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매화실(梅花室)... 동향적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절개있고 청렴한 선비를 연 상시키는 단정함이었고, 세부적인 인테리어와 소품들은 한지와 문방사우(文房四 友)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이었기에 얼핏 보면 빈 공간이 많아 보였다. 그러나 그 것은 결코 공허하지 않고 청아한 동양화같이 여유를 주는 여백이다. 게다가 '매 화실'이라는 이름처럼 실제로도 어디선가 은은한 매화향이 떠돌며 그 여백을 채우고 그 공간에 머무는 이들의 정신을 상쾌하고 맑게 해주니 회의나 토론에 몰두해야 하는 청강생들이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렇다고 그 곳이 분위기만 강조한 공간이란 소리는 아니었다. 첨단설비를 도 입하여 어떤 대규모 행사도 능히 감당해 낼 수 있는 훌륭한 회의장이었다. 수십 개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으나 완벽에 가깝게 이루어지는 동시통 역 등... 그것으로 인해 대체적으로 진지하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각각의 발표 자들이 발표를 끝내가고 있었다. 그런데 거의 행사 막바지에 이르러 들려오는 저 반감이 서린 음성은 무엇이란 말인가? 꽤 오랫동안 어지럽게 이어지던 많은 사람들의 질문과 답변의 끝에 빈정대는 어떤 무게없는 목소리가 회의장을 갈랐다. 그 소리에 지금까지 『신(新)단군 프 로젝트』에 상당한 흥미를 보이며 세미나에 집중하던 수많은 청강인들이 목소 리의 주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장태현 이사...' 김비서는 발표자를 방해하는 인물을 발견하고 이를 악물었다. 어쩐지 비교적 침착하게 시종일관 담담하게 앉아 있더라니 거의 끝나갈 무렵 장태현이라는 인간이 단번에 찬물을 끼얹고 있었다. 여태까지는 자신의 측근들 을 내세워 방해에 가까운 질문을 퍼붇더니 마침내 결정타를 날리겠다는 것인 가? 뜻밖에 장이사 그 자신이 직접 나서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호의 적인 반응을 보이던 청중들은 의구심이 가득한 눈으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장태현은 어림도 없다는 눈으로 김비서와 발표자인 한실장을 향해 비웃음을 던진 후, 천천히 걱정된다는 식의 가식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계속 (힘들어 죽겠다. 우잉~ ??정말 힘드네여. 격려를...) -------------------------------------------------------------------------- ---- 제 목 : [뉴 라이프]107회 -신(新)제국의 시작(6)- << 뉴 라이프 (New Life) >> -107- [부제: 신(新)제국의 시작(6)] "제가 알기론 성전그룹은 이번 4분기 상당한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고 하던 데... 대략적인 금액은 약 2조6957억원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죠?" 그 소리가 동시통역이 이루어지자 넓은 세미나실 여기 저기에서 뒤늦은 경악 의 감탄사가 낮게 터져나온다. 비서 김성민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술에서 비 릿한 피맛이 느껴졌다. "전체 회사채 만기의 41.8%. 4분기 대규모 채권만기 도래 부담이 점차 가시화 되고 실정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자금 동원력이 뛰어나다는 성전그룹이라 하더 라도 이런 상태에서 과연 그런 대규모 프로젝트와 혁신경영을 쉽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전 무리라고 생각되는데요." 대형 스크린이 효율적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질문자가 굳이 자리에서 일어날 필요가 없어 장태현 이사는 여유롭게 앉은 자세로 칼날을 숨기고 접근하고 있 었다. 의자 등받이로 천천히 기대며 시도하는 질문이 편안해 보이는 질문자와는 달리 베일 듯 날카롭다. "아무리 좋은 프로젝트라도 무조건 달려든다고 좋은 건 아니지요. 구체적인 실 행기획안과 성공 가능성을 설명해 주시죠. 아니면..." 그는 성전그룹이라는 이름을 아주 떡을 치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아직 거기까진 생각해 보지 않은 겁니까, 설마?" '젠장!!' "누울자리를 보고 발을 뻗으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 또 이런 말도 있죠." 장태현이 그 비열한 얇은 입술에 승리의 기쁨을 머금고 내뱉었다. "「빛 좋은 개살구」라고..." -웅성웅성- 그 말이 떨어지자 갑자기 회의장 분위기가 상당히 정신이 없어졌다. 아무래도 이번 행사에서 가장 기대되고 있던 기업은 바로 성전그룹이었다. 아 무래도 한국에서 개최되는 행사이니 만큼 한국 최고의 그룹임을 내세우는 성전 그룹에 자연히 가장 많은 관심을 몰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제 거의 신화적인 이름을 남기고 있는 '성전(聖殿)'의 명성... 그래서 세계 각국의 중요 인사들은 이번 포럼에서 그 성전그룹이 어떤 것을 보여줄지 잔뜩 기대를 모았던 것이다. 더군다나 최근에 새로 취임한 신임총수에 대한 신비감도 그 기대감에 상당부분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성전그룹이 지금 새롭게 제시한 미래사업 프로젝트에 대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냐'는 평을 들으며 의심받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그런 평 을 내린 인물이 성전그룹 내부 핵심 인사라는 점이다. 덕분에 조금씩 『신(新) 단군 프로젝트』에 대해서 흥미롭게 주시하기 시작했던 성전 계열사의 사장단 들은 '그럼 그렇지'라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성질이 급한 어떤 오 너는 드문드문 일어서서 밖으로 나가기도 했다. 위기였다. 구체적인 실행기획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는 장태현의 얼굴이 승리 의 미소로 의기양양하다. 발표자인 한실장이 김성민에게 눈짓을 보냈지만 김비 서는 눈앞이 캄캄해질 뿐이었다. 역시 도박보다 현실을 받아들였어야 했어! '이제 진짜 끝이다!' 그때였다. 핸드폰의 진동이 전화가 왔음을 알려 왔다. 그것에 이미 무기력하게 모든 힘이 빠져나간 김비서는 아무 생각없이 기계적으로 전화를 귀에 가까이 가져다 대었 다. "네..." -김비서님, 저 세진입니다. 제후군한테서 연락이 왔습니다. 아마 김비서님 핸 드폰으로도 문자가 갔을 겁니다. 확인해 보셨습니까?- 어디론가 또 사라졌다 생각한 소년의 그 목소리에 김비서는 정신이 번쩍 들었 다. '도련님이?' -황당하게도 우리의 작은 회장님께서 김대준 의원과 독대해 모든 조건은 수락 받았다고 하더군요. 모두 말입니다. 완벽하게요! 정말 놀랍지 않나요? 쿡쿡 쿡...- "!!!!!" -저는 반드시 성공하리라고, 그 황당무계한 인간이 해낼 거라고 확신하고 있 었지만... 막상 진짜로 해내니... 아하하하하... 민.제.후...정말 너무 어이없어 요.- 유세진의 목소리가 흥분감을 감추지 못하고 상당히 들떠 있었다. 그 차가운 얼 음소년이 말이다. 김비서도 그 소식에 전화기를 들고 있는 두 손이 벌뻘 떨려오 고 있었다. 두 눈은 이미 한껏 켜져 휘둥그레졌고, 얼굴은 새파랗다 못해 백지 장처럼 하얗게 질렸다.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라 생각했는데.... 화려한 꿈이라고 생각했던 그 모든 계획이 진짜로 성공했다는 소식을 듣자 김 비서는 지금 그들이 해 놓은 일이 무엇인지 자각되기 시작하며 오싹하니 한기 가 들었다. 이 아이들은 단 몇 일만에 한국 최고의 기업과 국가를 상대로 지상 최대의 도박에서 승기를 거머쥔 것이다. 그 느낌은...소름마저 끼쳤다. -쿡쿡쿡... 이런 기회를 그냥 둘 수 없잖아요? 그렇죠, 김비서님? 동민군에 이 어 제후군까지...이제 제 차례군요. 전 멋진 쇼를 보여줄 겁니다. 그래서 저 장 태현이라는 아저씨 코를 멋지게 뭉개버리자구요. 제후군의 이룩한 성과는 제가 모두 김비서님의 컴퓨터로 전송했으니 구체적인 실행 스케줄은 서포트해주세요. 그럼 이만.- "이것 봐! 무슨..." 그러나 이미 끊어진 전화... 통화가 끊어지자 그의 눈에 새로 들어온 문자 메시지가 보였다. 수신메세지에 서 문자사서함을 지정해서 확인 버튼을 누르자 짧막하게 뜨는 메세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했음... 귀엽고 깜찍한 제후가^0^]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정말 어이가 없다. 정말 이해할 수 없고, 알 수 없고, 파악하기는 불가능한 소 년. 김비서가 아닌 인간 김성민으로서, 그는 단숨에 풀려버린 소름끼치는 경외감과 두려움을 느끼고 유쾌한 웃음을 숨죽여 터뜨렸다. 그의 어린 회장님은 정말 엄 청난 흡인력을 가진 인물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그때, -파팡!- -파파파팡!!- 회의장이 장태현의 방해에 엉망이 될려는 찰라였다. 갑자기 엄청난 소리와 함 께 회의장 매화실을 비추던 대형 샹들리에와 조명등이 일제히 꺼지고 모든 것 이 암흑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전인가? 그 한 순간에 회의장은 갑작스런 돌발상황으로 모두들 허둥대며 웅 성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화려한 빛과 함께 나타난 입체영상!! 청중들은 그 암흑 속에서 화려한 레이저와 날아 다니는 입체영상을 볼 수 있 었다. 사실감을 높여주는 섬세한 효과음과 장중한 음악들은 청중들이 그 입체영 상에 더욱 쉽게 빠져들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아직 대중적으로 쉽게 접할 수 없 는 그것들에 모두들 잠시 넋을 놓고 감상했다. <<여러분들은 지금 성전의 현재를 보고 계십니다.>> 그 때, 어디선가 낯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음성에 김비서는 모든 사태를 깨닫고 얼굴을 굳혔다. 오늘 아침 분주하게 직원들에게 부탁하고 지시하던 것들 이 이런 것이었던가? 그런데 어떻게...? <<성전의 손길은 이제 거의 모든 분야로 뻗쳐 있아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 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성전의 미래에 대해 다시 새로운 청사진을 설계합니다. 철강, 기계, 전자, 정보통신, 반도체 등... 세계에서도 최고 수준을 자부하며 앞 서가는 성전그룹은 이 최고 분야를 발판으로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성 전(聖殿)」을 꿈꾸고, 그것을 현실로 만들 것입니다.>> 세진의 목소리에 따라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이 변하고 있었다. 과거 초창기 의 성전그룹의 모습을 담은 기록필름들이 그들 앞에 돌아가고 있었다. 점점 더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훌륭한 제품을 생산하는 영상으로 바뀌어 가는 모습. 그리 고 마침내 그 화면에서 실제로 뭔가가 튀어올라 날아가는 듯한 여러 입체 캐릭 터가 그 모습을 보였다. 현재 최고라고 자부하는 핵심 분야의 산업들이다. <<아직은 비공식적이나 성전그룹은 한국 정부와 손을 잡고 새천년을 향해 나 아갈 프로젝트를 설계하기로 했습니다.>> 갖가지 설명 이후 입체영상은 부분적으로 효율적으로 홀로그램을 함께 이용해 청중 앞에 끝없는 하늘과 광대한 우주를 그대로 옮겨 놓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 속에 성전이 지향하는 미래업을 시각화해 제시한다. 그것은 대성전그룹의 기 술력을 과시하는 자리라고 해도 좋았다. <<성전(聖殿)은 새로운 세기, 세계의 하늘을 지배할 것이고, 새로운 천년은 우 주를 지배할 것입니다. 그와 함께 대한민국이라는 작은 동방의 반도국은....>> 그리고 해설자의 맑은 미성은 경탄에 젖어 있는 청중들에게 선언하듯 말했다. <<우주시대를 맞이하야 신우주선진국이 될 것입니다.>> 서울 시내를 달리는 자동차의 물결은 언제 보아도 놀랍다. 저 많은 사람들, 수 많은 자동차, 그리고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의 힘과 정신... 저 모든 것이 단 반세 기만에 이룩한 것이라는 걸 자각하는 국민은 얼마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 이 알고 있던 모르고 있던 이 나라는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끊임없이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 나라를 강하고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뭘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의원님?" 김대준 의원은 때마침 한강 다리 위를 이동하는 승용차 안에서 창밖의 경치를 감상하다 비서관의 질문에 고개를 돌렸다. 그 노인은 지금 막 신대한당의 유총재와 최고정당의 최의원과 이의원, 하나의 당의 김의원, 박의원 등과 급하게 만남을 갖은 후 돌아오는 길이었다. 그리고 이동하는 차안에서는 그 회담에서 마침내 합의한 『비젼21』를 미래경제개발정 책으로 통과시키는 일정에 대한 세부적인 개요를 정리해 듣는 중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망설이고 끌어왔던 그것이 단 한명의 인물과 짧은 대면으로 인해 너 무나 쉽게 끝을 보고야 만 것이다. 김의원은 유쾌하게 생긴 어떤 얼굴을 떠올리고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 다. "누구를 좀 생각했지. 자네도 아직 그 인물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을 텐데?" "아....네." 그의 말에 얼굴을 약간 붉히며 고개를 숙이는 이실장이 보였다. 후후... 하긴 한국 최대그룹인 성전그룹의 총수가 면담을 요청하는데 문전박대 하고 경비원을 시켜 내쫓으려고까지 했으니... '그런데 그 녀석, 정말 대단한 놈이야.' 김의원은 다시 시선을 돌리며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오늘 아침 갑작스레 찾아온 한 소년의 영상이 떠올랐다. 평소엔 순박하고 순진 할 뿐만 아니라 장난기 넘치지만 따뜻한 마음을 느끼게 하는 아이. 하지만 뭔가 에 집중한 그 소년의 모습은 엄청난 추진력과 결단력, 강한 신념과 자신감으로 가득찬 그런 인물이었다. 또 그 자체가 존재함으로서 주변에 영향을 주어 변화 시키는 힘은 아무나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성전그룹의 『신(新)단군 프로젝트』로 인해 양쪽 모두 확실한 이득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미래에 한국이 세계의 중심국가로, 우주선진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탄탄한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민제후라는 소년 총수가 그의 앞에서 설득의 끝에 내렸던 마지막 결론이 생생 하다. 여러 개의 단편적인 장면들이 기억의 파편처럼 떠돌며 상기되었다. <전 의원님께서 앞으로도 계속 이 위치에 머무르실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미래에 대선에 출마하실 때 지금 나라를 위해 노력하신 모든 일들이 빛을 발할 거라 생각되는군요.> <자네....날 매수하려는 건가?> <설마요.> 협상 막바지에 이르른 그 순간이 되서야 김의원은 제후가 그 아이답게 밝게 미소짓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냉철함을 벗어던진 그 해맑은 얼굴이 햇살처럼 빛 났었다. <전 그런 복잡한 짓은 안해요. 아니 정확하게는 못하는 거죠. 헤헤~ 우리반에 쨍쨍거리는 잔소리 마녀도 저 때문에 반평균 깍아먹는다고 얼마나 구박을 하는 데요? 근데 말도 안돼죠. 다만...> <다만?> <오는 정이 있다면 가는 정이 있다는 사람 사는 진리를 알 뿐이죠. 적어도 의 리와 신의를 지키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짓 따윈 안하는 단순한 사고방식의 인 간일 뿐입니다.> <거절한다면?> <그렇다면 불행하게도....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되겠지요.> 김의원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낮게 웃음을 터뜨렸다. 정경유착의 전근대적인 정치행태를 비난해 왔던 그였다. 그러니 아무리 그 소 년이 대성전그룹의 총수이고 생명의 은인이라고 해도 그 이유 때문만으로 미래 가 없는 일에 손을 들어줄 리가 없었다. 당연히 성전그룹이 제시한 모든 카드를 검토한 결과였다. 물론 '민제후'라는 인물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고는 말하지 못 하지만... 『신(新)단군 프로젝트』와 『비젼21』은 반드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성 공할 것이다! "큰 바람이 불겠군." 맑기만 하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가끔 거센 바람도 불고 큰비도 내리 는 것이 오히려 순리일 것이니... 김의원이 점차 구름이 몰려드는 하늘을 보며 푸근한 미소를 머금었다. ...계속 (으아~ 연참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12시를 넘겼습니다. 하지만용서해 주리라 믿습니다!!+_+ 아, 난 머리가 너무 나빠! 이런 얘기 다신 쓰고 싶지 않아. 메일 주세요!!) 제 목 : [뉴 라이프] -외전:처절하게 아름다운 어느 아침에- << 뉴 라이프 (New Life) >> -외전- [부제: 처절하게 아름다운 어느 아침에...] "이..이런, 씨팔 X같은!! 으아아악!!" 어둠침침한 PC방 한켠. 한 소년이 구겨진 교복 차림으로 고약한 말을 내뱉으 며 성질을 부리고 있었다. 빨강머리... 무엇보다 불이 타는 듯한 새빨간 빨강머리가 매우 인상적인 소년 이다. 그다지 큰 체구는 아니지만 몸에 배어있는 불량기와 건들거림이 강해 보 인다고 할까? 속된 말로 깡다구가 있어 보인다고 하면 될 듯한 소년이다. "야, 칠득아. 왜 그래? 또 졌냐?" 빨강머리 소년이 분에 못 참고 있는대로 발광하다 PC방을 나서자 심야 아르바 이트를 하는 대학생이 유쾌한 얼굴로 말을 건다. 그러나 그 소년은 얼굴을 확 구기며 반항하듯 소리쳤다. "아, 형!! 칠득이가 뭐야, 칠득이가!!" "저거 저거 정말 웃기는 자식일세. 얌마, 그럼 뭐라 부르냐?" 아르바이트 형이 다 알면서도 놀린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빨강머리 소년은 이 런 일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지금은 이른 아침이라 듣는 사람이 별로 없 지만, 만약 다른 때 다른 애들 앞에서 저렇게 부른다면 얼마나 개망신이냔 말이 다. 또 얼마나 스타일 구겨지겠는가?;;; "아, 정말! '앤써니'라고 부르라니까!!" "하이고~ 알았다 알았어. 기집애도 아닌게 성깔은..." 아르바이트 형이 빨강머리의 강경한 어조에 아니꼽다는 듯이 목소리를 꼬아 말했다. 그러나 결코 기분 나쁘다는 어조가 아니라 한참 어린 막내동생의 재롱 을 보는 듯한 웃음이 묻어난다. 알바생은 6개월 전, 그가 심야 아르바이트 하는 PC방에 우연히 나타났던 저 빨강머리 녀석의 첫 모습이 생각났다. 그땐 그냥 그저 그런 동네 양아치 소년인 줄 알았었는데... 하지만 그런 첫인상은 그 소년이 뻔질나게 그 PC방을 드나들 며 단골이 되면서 수정해야만 했다. 저 껄렁한 빨강머리 녀석은 의외로 똑똑한 것이 아닌가. 일주일에 두어번 그가 알바를 하는 PC방에 와서 날밤을 새는 녀 석일진데 반년이 지나도록 그는 그 녀석이 게임에서 깨지는 건 거의 보지 못했 던 것이다. 특히 스타에서는 거의 날고 뛴다고 할까?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양아치 소년이 겉보기완 달리 그 유명한 명문 성전특고 의 학생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러나 놀라기 보다는 그 말에 그제서야 납득이 간다는 얼굴로 그의 고개를 끄덕이게 했으니... 하지만 요즘은 어떻게 된 것인지 그 빨강머리가 몇일 연속으로 엄청나게 깨지 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다른 데가 아닌 빨강머리의 전문 분야인 스타에서. 그 것도 단 한명의 인물에게서 말이다. 그래서 앤써니라고 불러달라는 저 빨강머리 소년은 교복 차림으로 오늘도 아침까지 PC방에서 설욕전을 펼치고 있었던 것인 데... '그런데 오늘도 망했구만. 쯧쯧... 그나저나 누군진 몰라도 저 녀석을 3일 연 속 물 먹이는 놈도 대단하군.' 심야알바 남학생은 속으로 휘파람을 불며 어깨가 축 쳐져 투덜거리며 문을 열 고 나서는 앤써니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저래도 오늘 밤 다시 재도전을 하러 달려올 것이라 생각된다. 끈질긴 것 하나만큼은 고래 심줄보다 질긴 놈이다. 그러나 녀석이 마음이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인 듯 하다. 집에나 제대로 갈 수 있을까? PC방 알바생은 이상한 불안감에 휘적휘적 걸어나가는 빨강머리 소년을 걱정스 럽게 바라보았다. <1> 그리고 그 시각, 그곳에서 멀지 않은 어느 곳이었다. 그날 아침 불행한 사건의 발단이 시작되는 장소이기도 한 그 장소. 우리의 빨강머리 소년, 김칠득군은 자 신의 미래를 알았다면 결코 이 길을 걸어가지 않았을 터였다. 허나 범인(凡人) 은 미래를 보는 능력을 하늘로부터 내려받지 못하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한 여학생이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 것이 보였다. 외모에 대한 표현은....많이 자제하도록 하자.;;; 이 세상 모든 여성들이 현대 미(美)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은 자연적으로 너무나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그리 고 아름다움은 돌고 도는 것이니... 혹시 또 아는가? 먼 옛날 모계사회 때의 이 상적인 여성상처럼 다가오는 밀레니엄 시대에는 이런 두리뭉실 여학생도 최고 의 미인으로 각광받게 될른지... 어쨌든 지금 이 여학생의 모습은 상당히 심상치 않다. "어머! 오늘도?" 두리뭉실 여학생, 집을 나서 길로 들어서면서 상당히 귀여워 보이는 포즈로 입 을 가리며 놀란다. 여기서는 당연히...포즈만 귀엽다는 소리다. 가증스럽다. ?? '오늘도 그를 만났다. 이른 아침 학교에 가려고 문을 나서면 그는 어김없이 날 기다리고 있다.' 여학생이 문을 나서다 한명의 남학생을 발견하고 혼자 속으로 중얼댄다. '빨강머리... 후후... 넘 귀엽다. 내 생각으로 밤을 샜는지 빨갛게 충혈된 눈. 구겨진 옷차림. 순진한 모습과 함께 너무나 잘 어울린다. 앗! 그가 날 보았다. 눈이 부신지 감히 날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한다. 정말 너무도 순진한 빨강머리 소년... 아~ 나를 못잊어 하는 그가 너무나 가엽다. 하지만 여자는 튕기는 맛이 있어야 함을 나는 너무나 잘 안다. 튕기지 않는 여자에겐 남자들은 금방 식어버 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둘의 빛나는 미래를 위하여 눈물을 머금고 오 늘도 새침하게 돌아선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강렬한 눈빛을 소년 쪽으로 보낸 뒤 매몰차게 뒤돌 아서며 눈물지었다. '오~ 나의 테리우스~! 이것은 진정한 저의 뜻이 아니예요. 하지만 모두 우리 둘이 두손을 맞잡고 뛰어갈 희망찬 에덴 동산을 위해서예요. 당신이 나로 인해 심한 가슴앓이를 하는 것은 알지만....조금만 더 고생해 주어요. 이러는 저도 가 슴이 아프답니다.' 두리뭉실 여학생... 역시 겉보기만큼이나 엄청났다. 쿨럭... ??;; 자칭 '앤써니'군은 막 PC방 문을 열고 아침 안개가 사라락 내려앉은 골목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그는 항상 다니던 길을 통해 큰길로 가려했다. 학교고 뭐고 우선 집부터 들려야겠다는 생각을 막 하고 있을 그 때, 그의 눈이 못볼 걸 보았 다는 신호를 보내며 순간적으로 아찔함을 느끼게 한다. '엿같다. 어젠 스타하다 밤을 꼴닥 샜는데... 그래서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고 대가리는 졸라 쑤신다. 그런데....오늘도 재수없게 그뇬을 만났다!! 띠발~' 빨강머리 소년은 순간적으로 이성이 휘리릭 날아가려는 걸 간신히 이를 악물 고 붙들어 맸다. '저..저런 뒈뇬!! 갑자기 날 야리면서 돌아선다. 누굴까? 혹시 우리 구역에 새 로이 입성한 흑장미파 일원이라도 되는 것일까? 음...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보 니 그건 아닌 것 같지만... 하지만 약간의 후까시만 잡으면 확실히 두목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떡대다. ...조심해야겠다.;; 스콜피온 지역 조장으로서 살피건데 만약 저 뇬이 써클을 조직해서 덤비면 왠만한 일원들은 한방에 날아가리라.' 앤써니는 지난 번 얕잡아봤던 민제후라는 비리한 자식에게 황당하게 당했던 걸 기억해 내고 신중함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우욱...쫓아가서 뒤통수를 한 대 후리고 싶다. 그러나 좀....무섭다. 아~ 오늘 하루도 글러먹은 것 같다.' <2> 한편, 두리뭉실한 이름도 알 수 없는 어느 여학생. 그녀가 새침하게 이쁜 척을 하며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면서 뒤를 살짝 돌아본다. '그가 날 따라온다. 오늘도 역시 같은 버스를 타겠지?' 여학생은 입가에 새침한 미소를 띠우며 버스를 기다리며 생각에 잠겼다. '아! 버스가 벌써 왔다. 부끄러워 내가 먼저 탔다. 마침 빈자리가 두 개가 있 구나. 오늘 그는 마침내 내 옆에 앉게 될지도 모른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갑 자기 고백하면 어쩌지? 손이라도 덥썩 잡히면? 꺄아아아~~ 넘 넘 부끄러워~!! >.< 그러면 안되는데...우린 아직 학생이잖아...진도가 너무 빠르다고 이야기를 해야 할 텐데... 그가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 버스에 오른 여학생은 자리에 앉아 여러 생각을 하다 두 손을 휘저었다. 생각 만 해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이런 짓, 저런 짓, 그런 짓까지... 이상한 생각을 릴레이로 하는 여학생. 평소 많이 하고 싶었나 보다.;;; '앗! 그런데 어쩌면...그는 너무나 순진해서 역시 아무말 못할지도 모른다. 만 약 그렇다면...그렇다면 나는....' 여학생은 버스 안의 사람들이 순간 놀랍다는 눈으로 그녀를 보고 있다는 사실 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의 손에 잡혀있던 버스 앞좌석 손잡이가 '와직' 소리를 내며 균열이 갔다는 것도...;;; '그뇬이 자꾸 뒤를 힐끔거린다. 그렇지 않아도 머리 아파 죽겠는데 자꾸 빡돌 게 한다. 가시내만 아니면 기냥... 하긴 여자라고 보기도 좀 그렇다.?? 앤써니가 터덜터덜 걸음을 옮기며 점점 더 지끈거리는 골을 누르면서 화를 꾹 참았다. 아깐 가만히 있는 사람도 화를 치밀어 오르게 하는 비웃음 비슷한 것을 그 여학생이 떠올리며 꼬나봤을 땐 진짜 손이 먼저 나갈 뻔 했지만, 아직까진 정말 훌륭히 잘 참아내고 있었다. 집에가서 눕고 싶은 생각만이 더 간절해진다. '앗! 버스가 왔다. 빨리 집에 가야... 크헉!! 저 놈의 가스나... 저뇬이 새치기를 해 먼저 타려고 발광을 한다. 생긴거 답게 아줌마 근성을 훌륭하게 보인다. 그 래. 먼저 타라 타. 정말이지 정떨어진다. 오옷!! 버스에 오르니 빈 자리가 하나 보였다. 기적이다! 그런데...그런데...' 빨강머리 소년의 얼굴이 점차 창백해졌다. '근데...그뇬의 옆이다. 빌.어.먹.을.!!' 소년이 어찌해야 좋을지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자 그때, 그의 두 눈에 믿지 못할 광경들이 포착되고 말았다. 혼자서 헤벌레하다 괴상망측 시 시각각 변하던 두리뭉실 여학생이 무시무시하게 팔을 휘두르는 것이 아닌가? 그녀의 팔에 매달려 있던 세 개나 되는 보온 밥통은 엄청난 굉음을 내며 그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 밥통에 맞으면 뼈도 못추릴 것만 같았다. 게다가 그녀는 곧이어 소름이 오싹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버스 손잡이를 작살을 냈 다. 헉!! '그..그래. 그래도 역시...죽기보다 싫지만 피곤해서 어쩔수 없다.' 각가지 생각들이 교차했지만 결국 빨강머리 소년 앤써니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자리에 앉고야 말았다.;;; <3> '그가 머뭇거리며 내 옆에 앉았다. 후훗... 그래. 고백이 좀 늦는다고 탓하지 말자. 이 모두가 그가 너무나 순수하고 날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말도 제대로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저 얼어있는 모습을 보아라. 역시 그는 내 앞에서 말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두리뭉실 여학생이 앤써니가 얼어버린 모습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아~ 저 순수한 모습... 말도 한마디 못하고 이렇게 앉아만 있다니... 내 가슴 이 이렇게 뛰는데 그의 가슴은 오죽할까? 서비스 해줘야지.' 그녀가 옆에 앉아있는 빨강머리 앤써니에게 가장 자신있는 화사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날렸다. '아~ 피곤하다. 벌써 몇일째인가? 내 주종목에서 이 정도로 깨지다니 기분 드 럽다. 내릴 때까지 좀 눈이라도 붙여야 될 것 같다. 그런데 옆에 앉아 있는 뇬 때메 잠이 잘 안온다' 앤써니가 팔짱을 끼고 고개를 숙여 잠을 청하려고 노력하다 이상한 기운에 살 짝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순식간에 빨강머리 소년의 안색은 다시금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크헉!! 그뇬이 날 야린다. 식은땀이 흐른다.' 빨강머리 소년은 바로 옆자리에서 날아오는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그 작태에 마음 속으로 어머니를 불렀다. 그리고 굳게, 정말로 굳게 결심했다! '내..내 몸에 손만 대봐라.... 바로 아구창을 날리리라~!!' <4> 버스가 아침 거리를 쌩쌩 달리고 있었다. 그 속에서 두리뭉실 여학생은 넙적한 얼굴 한가득 만족스런 웃음을 머금고 생각에 잠겨 있었다. '후후... 역시 그는 너무나 순진했다. 내가 웃어주자 어쩔줄 몰라했다. 넘 귀여 웠다. 내 미모에 놀라 화들짝 놀라 고개를 다시 휙 돌리는 모습이란... 난 알고 있다. 그가 눈을 꼭 감고 오늘 나의 미소를 보았다는, 믿기지 않는 행운에 감동 하여 어머니를 불렀다는 것을...' 여학생은 자신의 새까맣고 찰랑거리는 단발머리를 가벼운 손짓으로 어깨뒤를 넘기며 그에게 시선을 보내었다. 남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포즈가 이런 것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났던 것이다. '앗!! 그가 내게 다가온다. 하지만...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돌아갔다. 그가 용 기를 좀 더 냈으면 좋겠다. 난 이미 당신 거예요~!!'(커억...??? '덥다. 신학기가 시작된지 한참이 지났으니 이제 점차 더워질 때가 되긴 했다. 하지만 지금 더운 것은 그 때문만은 아니다.' 앤써니는 조용한 버스 안에서 분란을 일으키지 않으려고 입술을 꼭 깨물며 참 고 있었다. '그렇다. 이뇬이랑 같이 앉아 있으려니 괜히 식은땀이 흐르고 있다. 쿨럭... 저 뇬이 드뎌 미쳤나 보다. 아톰같이 맨질거리는 재질의 시커먼 단발머리를 쓰잘데 기 없이 어깨뒤로 넘기는 시늉을 한다. 귀밑 3센티 단발이 과연 넘어갈 꺼리가 있을까? 크헉!! 그런데 그나마 차분하다고 생각했던 그뇬의 머리가 무더기로 뭉 쳐서 흔들리고 있다. 원래 머리카락 한올 한올 흔들리는 것이 정상 아닌가? ... 그렇다! 저 뇬의 머리는 떡.진. 것이었다!!' 소년이 점차 강도를 더해가는 정신적 충격과 스트레스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창문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두리뭉실 여학생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정말 죽기보다 싫었지만....창가가 그녀 옆에 있기에 어 쩔 수가 없었다. 몸을 기울이면서 점차 엄청나게 확대되어 오는 두리뭉실 여학 생의 벌렁이는 들창코와 주근깨, 그리고 맨홀 뚜껑만한 땀구멍이 괴로웠다. 그 러나 빨강머리 소년은 그의 할머니께서 힘들 때 외워보라고 하시던 주기도문을 외우면 버텨보려 했다. 하지만... '우욱!! 갑자기 속이 메스껍다. 이게 뭔 냄새지? 어디서 똥을 푸나? 우웩~ 그 뇬의 머리냄새였다. 씨불~ 시궁창에 머릴 빨았나 보다.' 결국 앤써니는 창문을 열지 못했다. 속이 있는대로 뒤집히는 것 같아 이젠 얼 굴이 노랗게 뜨는 것 같았다. '코가 얼얼하다. 바리깡을 하나 사줘야겠다. 삭발 밖에는 저뇬이 이 난국을 헤 쳐나갈 방법이 없을 거라 보인다. 난 너무 착한 것 같다. 창문 좀 열어달라고 말하고 싶지만....두렵다. 가서 똥냄새가 심한지 이뇬 머리냄새가 심한지 기필코 알아보리라!' ??;; <5> 두리뭉실 여학생은 부끄러움에 살풋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그의 얼굴색과 기 색을 알아채고 황급히 분위기를 살폈다. '그가 멀미를 하는 것 같다. 이런...이를 어째.' 여학생은 그가 찬바람을 쏘이는 것이 낫겠다 싶어 창문을 열었다. 시원한 바람 이 밀려들어오자 기분이 상쾌해졌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를 바라보는 빨 강머리 소년의 얼굴이 보였다. '그가 날 보고 웃어준다. 난 너무 죄많은 여자인데... 날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이런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면서 날 보고 웃어주다니... 아아~ 그러나 지금의 난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할 뿐이다.' 아톰머리 두리뭉실 여학생의 장미빛 환상은 점차 커져만 가고...;;; '그뇬이 창문을 열었다. 씨불뇬~ 그래도 지 잘못은 아나부다. 한 번 웃어 주 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여학생의 위치를 통과하여 내리닿는 바람이 앤써니의 얼굴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 소년의 얼굴이 구겨지다 못해 흙빛으로 변해갔다. '쓰벌~ 바람을 타고 저뇬의 악취가 내 코를 강타한다. 우..우웩~ 질식할 것만 같다. 이것이 정년 인간의 몸에서 나는 냄새란 말인가? 아...하긴 저뇬은 인간 이 아니니 가능할지도 모른다. 판타지에서 말하는 오크나 오거쯤 되리라. 그러 나... 으~ 정신이 몽롱해진다. 생각을 이어나갈 수가 없다. 행복했던 나의 과거 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아쉬운 것 하나 없이 살아온 나의 짧고 굵었던 인 생이여~. 아~~ 이대로 가는구나~~.' 빨강머리 소년이 의식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힘겹게 버티고 있었 다.;;;; <6> 버스의 자동안내방송의 안내원 목소리가 울렸다.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한 것이 다. 두리뭉실 여학생은 입맛을 다시며 한아름으로 부족한 엉덩이를 힘들게 의자 에서 들어올렸다. '아~ 아쉽다. 이젠 내려야 한다. 그도 아쉬운지 고개를 숙인채 자는 척을 하 고 있다. 네. 전 당신의 아픈 마음을 알고 있어요. 오늘도 당신은 마음을 전하 지 못했다고 비탄에 젖어 있겠죠. 지금의 당신의 모습은 눈물을 참고 있는 모습 이란 걸, 이 소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사옵니다. 정말 헤어지기 싫지만..헤어지 기 싫지만... 흐흐흑... 서로 떨어져야 하는 우리의 운명이 너무나 가혹하군요.' 두리뭉실 여학생은 그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드라마틱하게 고개를 휙 돌려 뛰 어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때, 버스 안에 울리는 나즈막한 분사(?) 소리... '윽! 어쩐지 속이 좀 안좋더라니... 어머! 그런데 이를 어째! 그는 알아챘을까? 다행히 소리가 작게 새는 듯하게 났으니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재빨리 빨강머리 소년의 눈치를 살피고 반응이 없는 것에 안도의 한숨 을 내쉬었다. 그러나 여전히 눈물을 참고 있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오는 걸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옆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마침내 육중한 몸을 이끌고 내리려는 것을 보고 앤써 니는 가슴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참는 보람이 있었던 것이다. '그뇬이 내리려 한다. 휴우~ 이제야 숨통이 좀 트이려나 보다. 그런데 저건... 커컥!! 엄청난 눈초리로 날 다시 야린다. 정면으로 그 눈을 받으려니 진짜 살떨 린다. 그래서 지금 난 고개를 푹 수그리고 자는 척을 한다.' 하지만 그 순간 들려오는 엄청난 분사 소리. 그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이 무엇 을 의미하는 것인지... '쿠웩~ 이건 진짜 똥구린내다. 어제 점심에 먹은 닭갈비가 위로 쏠리고 있다. 이 정도 분사라면 분명 건더기도 나왔을 것이 자명!! 독하다. 정말 독하다. 유태 인 학살에 사용된 독가스가 이러할까? 바람의 방향과 위치 등을 고려해 보 니....이번에도 저뇬이다!! 역시다!! 독.한.뇬!! 가지가지로 골고루 한다. 그래두 꼴에 쪽팔린지 얼굴이 빨개졌다. 아침에 쉰김치를 먹었나부다. 쿨럭...' 앤써니가 더욱 더 고개를 숙여 빨간색 앞머리가 얼굴을 가리도록 최대한의 노 력을 기울였다. '티를 내면 뒈질 것 같다. 증거인멸을 위해 살인멸구를 할만한 인간이다 저건! 그래서 너무나 힘들지만...정말 정말 너무나 힘들지만....이를 악물고 버틴다. 서 러움에 눈물이 흐른다.' ??;; <7> 두리뭉실 여학생은 고개를 돌려 빨강머리 소년을 살피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정말 다행이다. 그가 눈치를 못챈거 같다. 휴~. 내일은 좀 더 좋은 만남이 있 었으면 좋겠다. 그가 저렇게 괴로워하는 것을 보니 더 이상 튕기는 것도 너무나 죄스럽다. 내일은 내가 그를 꽉 잡아야 겠다.' 그녀는 그런 엄청난 범죄(?)를 계획하며 빨강머리 소년에게로 상큼한 미소와 함께 키스를 보냈다. 버스에서 내려 아직 자리에 멍하니 앉아있는 그를 쳐다 보 았다. '그가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다. 난 이제 그가 하는 행동, 생각 모든 것을 읽을 수 있다. 그는 아마 날 만나게 해준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리고 있을 것이 다. 이것은 바로 사랑의 힘인 것이다!! 그와 난 운명이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드뎌 그뇬이 내렸구나. 언제 내리나 했다. 그 잠깐의 일이분이 일이년으로 느 껴졌다.' 앤써니는 공포의 대상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너무나 감사의 마음이 들어 보통 때라면 하지 않았을 짓을 하고야 말았다. 내리고 있는 그 여학생을 창문을 향해 내다 본 것이었다. '쿠..쿨럭... 저뇬이 뼈속까지 시릴 것 같은 살기를 내게 내뿜었다. 이건 도전 일까? 그나저나 다른 건 뭐라고 해석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저뇬이 나에게 그 오리 주둥이를 쑥 내미는 것은 무슨 뜻일까? 뭔진 잘 모르겠지만 왠지....신 고 있던 신발짝으로 그 주둥이를 열라 갈기고 싶었다!!' 빨강머리 소년 앤써니는 그 모습에 헛바람을 삼키며 두눈을 꼭 감고 두손을 꽉 움켜쥐면서 처절하게 기도했다. '아~~ 하늘이시여!! 제발 내일만은 저 뇬을 만나지 않게 해주소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에게 빌었다.;;; ======================================================= (외전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제 동생이 제게 보여준 어떤 유머를 조금 인용해서 써봤습니다. 책에는 안들어갈거예요. 기분 전환 겸 해서 끄적여 봤어 요. 그 유머를 제가 진짜 재미있게 들었구요, 게다가 앤써니 캐릭터와 잘 맞을 것 같아서 이렇게 만들어 봤어요.^^ 원래 준비하던 외전은 이것이 아닌데 잘 안되서 천천히 쓰고 있네요. 음...이제 연재 재개를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요즘은 제가 좀 몸이 안좋습니다. 그치만 병원 가는게 싫어서 버티고 있네여. 그래도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해서 며칠 쉬었습니다. 근데...별 차도 가 없네여.^^;; 아무래도 그냥 글을 쓰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언제 나을 때까지 기다려. 그냥 말지. 췌!!) #덧글: 저도 카페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다음에요. 아직 개장은 안했지만....감 개무량... 내가 카페를 만들었다!! ?? 제 목 : [뉴 라이프] -외전: 친구와 애인의 차이점- << 뉴 라이프 (New Life) >> -외전- [코믹버전: 친구와 애인의 차이점] "후우~" '초전박살'의 부실. 갑자기 들려온 한 소녀의 한숨에 한쪽에서 책을 보던 세진이 눈을 들었 다. 백옥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의 투명한 피부, 창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찰랑이는 순수한 검은 머리카락, 장미꽃잎같은 붉은 입술... 이런 미소녀 는 무얼 해도 용서받을 수 있는 특권을 받는다. 게다가 그에 대해 아무도 돌을 던지지 못한다. 조약돌 던졌다가 근위대한테 짱돌 맞는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모습에서 그늘진 한숨이라니... 세진이 두터운 뿔테 안경을 올리며 물었다. "예지양, 무슨 고민 있습니까?" "고..고민은 무슨.." '흐음...' 당황하여 말을 더듬는 한예지의 모습에 유세진이 보일 듯 말듯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지나가는 말투로 말했다. "그렇군요. 전 또 무슨 고민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그나저나 제후군은 왜 이렇게 안오지? 아까 매점에서 만난 여자하고 얘기가 길어지나?" "여자?!"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번개처럼 날아오는 눈빛. 반응이 참 빠르시군 요.^^ "앗! 난 그...그냥.. 어우~이놈은 공부는 안하고 왜 항상 돌아다니구 난 리야! 오지랍도 넓어요 증말!!" "곧 오겠죠.^^" 당황하며 말머리를 돌리는 모습이 너무 어색하다. 얼굴에 불 붙었네요, 예지양.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유세진이 뭔가 곰곰히 생각해 보더니 책을 덮고 한 예지쪽으로 몸을 돌렸다. "사랑하는 것이 인생이다. 기쁨이 있는 곳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결합 이 있는 곳에 또한 기쁨이 있다." 세진이 천진하게 생긋 미소 지었다. "괴테가 한 말이죠.^^" "유세진...무슨 뜻이지?" "글쎄요? 이것저것 보다가 요즘은 심리학에서 프로이트의 에로스에 대 해 다시 고찰해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난 건데...그냥 심심한데 재미 있는 얘기 하나 해드릴께요." 의아해 하면서도 궁금해하는 예지를 바라보며 세진이 짧은 이야기를 하 기 시작했다. 유세진의 얼굴을 가린 안경이 왠지 섬뜻하게 번뜩였다는 것 은 착각이라 생각하자. "제목은 <친구와 애인의 차이점>." <제1라운드, 전화를 걸때 목적이 있다> 집에 들어온 예지는 식사를 권하는 가정부를 물리치고 곧장 자기방으로 올라왔다. 요즘은 왠지 민제후만 보면 울컥쿨컥한 것이 좋은 소리가 안나온다. 오 늘도 그래서 그만 얼굴을 보자마자 볼을 힘껏 잡아당겨주고 왔다. 자기가 언제부터 여자애들한테 그렇게 인기가 있었다고.. 예전엔 나 좋다고 죽자 사자 쫓아다니던 건 까먹었다면 다야? 치~. 예지는 갑자기 세진이 낮에 해준 말이 생각났다. '그런데 전화를 해야 확인을 하지. 동민이한테 제후랑 밖에 나가게 되면 부르라고 시켜놨지만....'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지만 요즘은 전화도 기다리면 온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전화벨을 표현 못한 작가의 한계;;) '왔다!' "여보세요." -어, 예지냐? 나 제후다.- "어. 왜?" 예지는 짐짓 모르는 척 하며 쌀쌀맞게 전화를 받았다. 나오라고 해, 민제후. 그럼 못이기는 척 하면서 나가줄테니...호호호... 그러나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제후의 목소리. -여기 신촌인데... 돈 가지구 나와라. 배고파...??- ".........;;;" -@#$%&*@#!!!- 해석할 수 없는 예지의 빠른 말투에 귀가 따가워진 제후. 전화기에서 고 개를 돌리며 옆에 있는 동민과 세진에게 웃으며 말했다. "얘가 우리의 우정에 감동했나봐.^^" ??;; <제2라운드, 안해두 이뻐> 신촌역 앞 맥도널드에서 기다리는 세명의 남학생.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학생이 셋이나 모여앉아 있는 모습은 그 복잡한 공간내에서도 상당히 튀어 보였다. 신동민, 민제후, 유세진... 그래서 그들 자신들은 별 생각이 없었겠지만 제후 일행으로 인해 복잡한 공간이 더 복잡해진 것 말할 것도 없겠다. 예지가 막 도착했을 때에도 그 들을 힐끔거리며 꺅꺅거리는 소녀들이 산재해 그녀의 속을 긁어놨다. "어머어머! 저기 저 남자애들 성전특고 애들인가봐. 야~ 그림된다~!" "내가 보기엔 맨 오른쪽에, 훤칠한 남자애 있지? 걔가 제일 멋진 것 같 애. 이지적이고 샤프하지 않니?" "난 가운데 있는 밝은 색으로 염색한 애. 장난끼가 있어보이지만 카리스 마도 있어 보이고..귀여워~*" "무슨 소리야! 저쪽 끝에 저런 미소년이 있는데. 그런데 좀 차가워 보인 다." 한예지, 왠지 다른 여자애들의 그런 말소리에 기분이 나빠졌다. "아! 예지양, 여깁니다." 제일 먼저 예지를 발견한 세진이 손을 들고 그녀를 불렀다. "어. 왔어?" 동민도 인사하며 자리를 한쪽으로 땡겨서 비켜줬다. 그러나 제후는 자리 에 앉는 예지를 뭔가 기분 나쁘다는 듯이 쳐다봤다. 의아해진 예지는 자 신이 뭔가 이상한가 해서 위아래를 살폈으나 잘못된 점을 찾을 수가 없었 다. 캐쥬얼하게, 되도록 예쁘게 신경써서 골라입고 나온건데...? "학생이 그러면 쓰나! 아직 학생이 말이야, 화장을 다하고 말이야, 집에 계신 부모님이 얼마나 걱정을 하시겠나! 입술은 또 왜 그러냐? 쥐잡아 먹 었냐? 그리고..." 마지막 결정타... "처바르면 이뿌냐?" ??++ <제3라운드, 내 얘긴 모든지 재밌다> 세진은 지금 매우 재미있었다. 그 차갑고 도도한 얼음공주 한예지가 어 쩔줄 몰라하고 있었다. 자신의 말 한마디에 휘둘려지는 그녀의 모습이 재 미있기도 하고 귀여웠다. 하긴...이번처럼 민제후에 관련된 일이 아니었다 면 그녀처럼 앞뒤 분명한 사람이 저렇게 시키는 대로 하진 않았겠지. 세진은 다음 반응이 궁금해서 그녀를 향해 손가락으로 3번째 지령을 재 촉했다. "어...어..저기..내가 재밌는 얘기 해줄까?" 예지가 당황해 하며 입을 열었다. 동민과 제후가 팥빙수를 먹다가 이상 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어 그래. 해봐." 신동민의 신사적인 대꾸에 예지가 용기를 얻어 입을 열었다. "어느 두 사람이 호텔에 갔는데 그 호텔방에서 커다란 바퀴벌레가 나타 났데. 그래서 여자가 놀래서 '바퀴벌레야! 어떻게 해!'라고 남자한테 얘기 했더니 남자가 뭐라고 했는 줄 알아?....남자가......'밟어.'라고 했데." 시간이 정지한 듯 고요해진 분위기. 예지가 그 분위기에 당황하며 애들 에게 '어때?'라고 물어보자 제후가 팥빙수 숟가락을 입에 물고 말했다. "엄청 슬퍼. 토할 것 같애." 또다른 고요...;;;; <제4라운드, 너보다 예쁜건 없어>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어쨌든 잘 놀고 그들이 막 헤어지려 할 때였 다. 마지막...마지막을 외치던 한예지, 이왕 망친 이미지 한 번 더 망치자 는 각오로 기운을 냈다. 마지막 지령... 밖으로 막 나서던 그들에게 예지가 하늘을 보며 말했다. "하늘이 참 예쁘다." -쿠르릉!! 쏴아아아!!!- 그 순간 때마춰 쏟아지기 시작하는 빗줄기. 일행의 묘한 눈빛을 받고 있던 예지가 드디어 부들부들 떨며 소리를 질 렀다. "나 안해!! 그래 민제후, 넌 다른 여자랑 맨날 매점에서 히히덕거려라!!" -퍽!- 이유도 모르고 예지의 핸드백에, 정확히 모서리에 뒷통수를 맞고 쓰러졌 다. 예지는 이미 저 멀리 뛰어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쓰으읍~ 아구구! 나 죽네.... 저 마녀가 내가 매점 아줌마랑 친한 건 어 케 알아가지고! 부러우면 말로 하란 말야, 한예지!!" 그 둘을 바라보던 동민이 세진 곁에 서서 말을 걸었다. "재들 저러는거...너지?" "난 단지 요즘 내가 뭘 하고 있다고 말한 것하고.....다시 어느 유머 사 이튼가 스포츠 신문에선가 본 유머를 이야기 했을 뿐입니다." "네가 말하면 유머로 안들려." "유머였습니다." 세진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오늘 예지양 참 귀여웠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너도 참...사악해.?? "칭찬으로 듣죠.^^" 그날 소나기는 매우 거침이 없었다. (코믹버전으로 써봤습니다.^^ 주인공들 이미지를 조금씩 망쳐놓은 외전이 됐지만 어쨌든 본편은 아니니까. 코믹버전입니다. 코믹버전!!! ^^;;;; 기분 전환이 됐나요? 참! 그리고 저 MT가요. 그래서 돌아오는 화요일 밤에 뵐께요. 앞으로 연재속도 조금 날 겁니다. 그러니 용서를...^^;;;) #덧글: <수하님, 유시안님, fnzidk님, 유안님, martiny님, 비비님, 해검님, 바람님, 카이나님.....지금 그동안 받았던 메일을 살펴보다가 답장을 못해드렸다는 생각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그런데 메일 주소를 적어주셔야 답장을 해드 리는데....^^;;; 항상 여러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고맙습 니다.> -------------------------------------------------------------------------- ---- 제 목 : [뉴 라이프]108회 -etoile(별) (1)- << 뉴 라이프 (New Life) >> -108- [부제: etoile(별) (1)] "하늘이... 읏!" 조금 강한 듯한 바람이 거리를 휩쓸고 하늘로 솟구쳐 흩어졌다. 서울 시내 중심의 보도 한 복판. 세련된 쇼윈도 데코레이션이 눈부신 그 거리 에 한 소년이 바람이 지나가자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다. 풍성한 금갈색 머리칼... 소년의 하얀 이마 위로 흩어진 금빛나는 앞머리칼이 화려한 색감을 이루어 주 변인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다. 게다가 그 불규칙하게 마구잡이로 흐트러진 머 리 스타일은 어수선하다고 느낄 정도로 자유분방하다. 방금 전 그 거센 바람 탓 이었다. 그리고 또, 저 높은 곳을 올려다보는 소년의 눈은... 마치 유리알 같았다. 그 맑고 투명함은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다. 허나 소 년의 외모는 잘생겼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워 보인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단정 하고 절제된 이미지라고 하는 것이 더 올바를 듯. 아니, 오히려 요리조리 자세 히 뜯어 본다면 상당한 사람들이 '평범한 아이'라고 주장할 듯한 외모이다. 그러나 그 눈 속에 녹아 숨어있는 나이답지 않은 깊이감이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흡인력을 가지고 있어 대체적인 평범한 외모임에도 눈에 띄는 소년이었다. 게다가 누군가 그 아이와 마주서서 한마디라도 나눠본다면 어딘지 모르게 배어 있는 귀족적인 기품과 빨려들 것 같은 짙은 카리스마로 인해 더욱 그를 무시못 할 존재로 각인하게 될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불행히 이 길 한가운데엔 자신의 목적지 이외의 것에 관심을 갖는 여유있는 시민은 하나도 없었다. 무표정한 인물들의 스쳐짐 속에 체크무늬 남방과 캐쥬얼 잠바를 입은 평범한 소년의 모습은 특이할 점이 하나도 없어 보 인다. 겉으로 보기에 말이다. "비가 올 것 같군." 아... 비는 딱 질색인데... 제후는 점차 먹구름이 끼어 지상 위로 그늘을 드리우는 하늘을 쳐다보며 얼굴 을 찡그렸다. 이런 날씨는 너무 축축하고, 쓸쓸하고, 어둡고, 춥다. 그리고 또... 음...뭐 때문이었더라? "...또 기억이 없군. 에구~ 모르겠다. 예전엔 비가 오면 뼈마디가 쑤시고 시려 서 싫었나 보지." 역시 한꺼번에 두뇌회전을 많이 쓰면 과부하가 일어나서 부작용이 심해. 이젠 기억장애까지... '역시 불안하다.' 제후가 야구모자를 들고 빙글빙글 손장난을 치던 두 손바닥을 내려다 보며 미 간을 찌푸렸다. 회사일은 걱정되지 않는다. 길을 만들어 놨으니 나머지는 어떻게 해서든 성공 시켜 놓을 인간들이다. 마음속에 그를 짓누르던 하나의 짐을 해결본 것 같아 가 벼운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짓누르는 무게가 아 니라 그 마음의 가장 밑바닥인 토대였다. 점차 조금씩 다가오는 불안감이 '나'를 갉아먹고 있는 느낌... '나는 민제후이지만 민제후가 아냐. 나는 나란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할 수가 없다. 하긴 자세히 살펴보면 지금의 제후는 전생의 그의 성격과도 판이하게 다르고 굉장히 순수하게 밝은 모습이었다. 전에는 본인 도 그저 '나를 아는 사람이 없는 새로운 세상에서 원래의 천성으로 생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지금은 다르다. 오늘 그가 김대준 의원이라는 중요 인물을 만나고 나서 더욱 그러해졌다. 김대준 의원. 그 노인을 보고서 더 확실히 느낀 것이었다. 어떤 사람이 살아온 생(生)과 연륜이 녹아있는 영혼의 느낌은 이러한 것이라는 걸. 그것은 그 영혼 이 지나온 발자취를 기억하는 자연스러운 시간의 흔적이므로 쉽게 지워지거나 사라지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다시 살아나서 갖게 된 섬세한 초감각은 어떤 인간의 영혼의 느낌까지 어렴풋이 느끼게 하여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시각적으 로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기(氣)' 라고 하는 것으로 설명하면 더 쉽게 이해가 될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된 일이지?' 나 자신은... 뭔진 모르지만 예전과 다른 지금의 나 자신은... 게다가 이제는 전생의 기억까지 드문드문 좀먹은 거적데기처럼 구멍이 나기 시작했다. 아무리 밝은 웃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흔들어도 불안하기 그지없다. 내가 내가 아닌 타인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아, 우산우산!!" 큰일이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애. 큰비가 아니라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면 좋겠는데... '여기서 학교랑 가까우니까 우선 학교로 가야겠다. 이크!' 제후가 먹구름이 가득 끼어 불안한 하늘을 쳐다보며 성전특고가 있는 방향으 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이면 비 오는 거야 어떻겠냐고 하겠지만 제후 는 비오는 날씨가 이상하게 싫었다. 혼자가 싫었다. 특히나 쏟아지는 빗줄기를 맞는 건 더 더욱 사절이다. 이 시간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싶기 도 했지만... '뭐 어떠냔 말이야!! 곰이나 돼지라도 좋으니 아무나 있으라구!!' 비를 피할 수 있는 장소와 혼자 있지만 않게 뭐든 있으면 된다! 민제후라는 소년이 어쩔줄 모르는 얼굴로 이를 악물고 가깝게 보이는 성전특 고의 상징탑을 향해 전력질주해 뛰어가고 있었다. 한국 경제계를 아무렇지도 않 은 얼굴로 가볍게 뒤흔들어 놓은 그 인물이 잠시 스쳐지나가는 빗줄기에 우왕 좌왕해서 당황한 그 표정...그 소년과 그 쪽 분야로 연관된 인물들이 못본다는 것이 아쉽기 그지없었다. '어라? 뭐야, 이건?' 아무리 '아무나'라고 했지만 이건 정말 너무하잖아. 난 곰이나 돼지라도 좋다 고 했지만... '마녀는 아니었다구!!!' 민제후의 낭패한 표정으로 '제길'이라고 씨부렁거리며 공중에 팔을 내려치자 그 기척에 한 소녀가 뒤돌아 보았다. ...계속 (진짜 간만에 짧다. 아하하하;;;; 지금은 발표회 전날입니다. 짧게 쓰고 넘어갈 부분이 있어서 이런 부분을 넣었네요. 아직 제후는 발표회때 뭘 할지 정한 상태 가 아니거든요. 이번 파트는 그 결정을 내리게 되는 부분이죠.^0^ 이번 부제는 [etoile]입니다. 프랑스어로 '별'이라는 뜻이예요. 여러 가지 의미 로 이번 부제를 이것으로 했습니다. 민제후의 발표곡과도 연관이 있고, 민제후 의 입신에도 연관이 있네요. 뭐, 말주변이 없는지라 이 부분은 이제 그만 하죠. 그리고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로군요. 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 여러분 알라뷰~ 뷰뷰뷰뷰뷰~~♡ ^-^ 전 그럼 그 동안 밀린 스토리 쓰러 갑니다. 휘리릭~!) #덧글: 프랑스어 위의 (')표시가 입력이 안되네요.;; 그러니 프랑스어 분위기가안 나는군요.;; -------------------------------------------------------------------------- ---- 제 목 : [뉴 라이프]109회 -etoile(별) (2)- << 뉴 라이프 (New Life) >> -109- [부제: etoile(별) (2)] '이크!!' 제후가 그쪽을 향해 돌아보는 한예지를 느끼고 재빨리 몸을 낮춰 대형 화분뒤 로 숨었다. 잎이 넓은 열대성 식물이라 그 하나 정도는 충분히 가려주었다. 그런데 내가 왜 숨어야 하지? "어머? 분명히 무슨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이상하네." 예지의 어리둥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내가 숨어야 할 이유가 없잖아? 내가 왜 숨어? 참 나.' 그러나 제후는 곧이어 들려오는 예지의 서슬 퍼런 대사에 밖으로 나가려던 발 이 멈칫 굳어버렸다. "꼭 민제후 목소리 같았는데... 너무 간절히 빌었더니 환청까지 들리는 모양이 군. 어쨌든 잡히기만 해봐라. 흥! 살아있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줄 테다. 감히 학 생회 간부 둘이나 빼돌리고 작당을 해서 이틀씩이나 공동결석을 해? 죽.었.어. 민제후." 아하하하... 나는야 나무... 마음을 비워라. 나는 자연의 일부이니 이곳에 민제 후는 사라지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만 남았네. 쿨럭... '주..죽었다. 진짜 그걸 생각 못했잖아?!' 제후가 화분뒤에 주저앉아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려가며 머리를 붙잡고 정신없 이 눈동자를 굴렸다. 지금에서야 생각이 났다. 학교가는 걸 잊고 있었다니!! 변명이라고 하자면 지 난 며칠간 너무 정신없이 바빴고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비상사태 였다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실낱같은 희망을 뭉개고 한국 경제 역사상 그 유 래가 없는 대규모 실업사태를 방관하게 될지도 몰랐던 것이다. 성전이 휘청이면 그 도미노 현상은 가히 엄청날 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거의 모든 멤버들이 초죽음이 되어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라? 학교갈 시간이네? 그럼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모두들 수고! 캬캬캬~'라 고 말했다면 생매장 당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떻게 동민이랑 세진이, 김비서까지 학교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을 까?' 지금껏 유세진은 놀고 있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그 녀석도 나름대로 정신없는 몇일을 보낸 건 사실인 듯 하다. 그 빈틈없어 보이는 녀석도 무단결석에 대한 일은 전혀 생각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항상 뭔가 혼자 서 꾸물럭대며 만들고 있었던 모습도 기억이 나고... '그나저나 이제 어떻하지?' 그냥 아까 숨지말고 들켜버릴걸. 마녀의 구타와 목조르기가 무섭긴 하지만 매 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했는데... 하지만 등장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밖에는 이제 조금씩 빗방울이 떨어지 기 시작한다. '언제까지 이 화분 뒤에 쭈그리고 앉아 숨어있어야 하는 거야? 빨리 좀 지나 가라, 빨리. 우~' 밖을 내다보니 회색빛 하늘에서 지상을 향해 가느다란 자선이 그려지듯 차분 하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행히 제후는 비가 쏟아지기 직전에 성전특고 근처 까지 와서 입구까지 돌아가기에 너무 멀어 담을 넘어 그대로 이곳에 몸을 피하 게 된 것이었는데... 어딘진 잘 모르지만 무작정 가장 가까운 건물로 뛰어든 곳 이 바로 이 석조 아치를 이루는 하얀 기둥이 늘어선 복도. 외부에 오픈된 복도 지만 아치를 이루고 있는 기둥과 천정탓으로 그럭저럭 비를 피할 순 있었다. 그 런데 하필 이 넓은 특고에서 저 마녀와 마주칠 건 뭐란 말인가. 제후는 조마조마한 기분으로 예지가 빨리 지나가길 기다리며 바짝 나무와 기 둥에 붙어 있었다. -쏴아아- 허나 점차 그렇게 가만히 바닥에 주저앉아 상쾌한 빗소리를 듣자니 기분이 그 리 나쁘지 않았다. 평소엔 그 빗소리가 온신경을 갉아먹는 벌레소리같아서 끔찍 하게 싫었었는데. 신기함... 지난 달의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기억상실증 치료한답시고 저택에 갇혀 지내 던 기간동안에 비오는 날만 되면 치뤘던 악몽들. 그땐 혼자 있을 때 비만 오면 이유없이 불안정한 정신상태가 되어 가슴 한복판이 찢기듯 고통스러웠다. 호흡 이 가파져 식은땀을 흘리며 정신을 잃은 적도 부지기수. 그런데 지금은... 한없이 평화로운 기운만이 온몸을 가득 채우고 있을 뿐이다. 어째서? 그때와 지금이 뭐가 달라서? 설마...저 한예지 때문에?? '픽! 그럴리가...' 제후가 손장난을 치며 들고 다니던 야구모자를 다시 푹 눌러 쓰고 느긋하게 화분에 몸을 기대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무언가에 기대고 있는 그 자세가 마음 에 든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귀찮다. 게다가 지금은 마치 온세상 우주만물이 이 순간 그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정적인 상태로 돌아간 느낌... 팔짱을 끼고 고개 숙인 얼굴에 모자의 넓은 챙 밑으로 잔잔한 미소가 어리었 다. 음악을 연주하는 듯 들려오는 빗소리가 한 소녀가 걸어오는 구두소리에 장 단을 맞추는 것 같았다. 객관적으론 매우 짧은 시간이었지만 민제후에게는 아주 길게 늘어난 그 시간 이 요 며칠동안 계속된 살인적인 팽팽한 긴장감을 부드럽게 풀어주었다. 소란스 런 빗소리에 녹아든 침묵이 금빛 머리 소년의 의식을 살며시 어루만진다. 항상 마주치기만 하며 싸우기 바빴던 그녀에게서, 실제로는 단 몇일만이건만 정말 오래간만에 보는 듯한 그녀의 얼굴과 영혼의 향기에서, 어째서 이리도 포 근한 평온과 안식을 찾는지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지만....결국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한예지, 그 소녀가 곁에 있는 것 만으로도 민제후는 마음이 안정되고 있었다. '윽! 믿을 수 없어, 믿을 수 없어.' 저 마녀에게서 내가 편안함을 느낀다니... 말도 안돼, 말도 안돼. 우웩~ "그래서 말이야...푸하하하~" 뭐야, 저 잡것들은. ?? 제후는 갑자기 또 다른 복도 한켠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미간을 찌푸렸다. 모처럼만의 나른하고 느긋한 평화감이 그 요란한 인간들에 의해서 깨어진 걸 느꼈다. 고개를 돌려보니 두명의 남학생들이 잡담을 하며 다가오고 있었는데 교 복 상의에 새겨진 상징을 보자니 3학년 선배인 듯 싶다. 이 시간까지 남아있는 걸 보니 내일 연주 발표회 참가자이거나 행사진행에 보조하는 학생회위원들일 테다. 제후는 그들이 잘 보이는 위치였지만 그들에게는 제후가 있는 방향이 잘 보이 지 않는 위치이기에 마음놓고 관찰할 수 있어 편했다. '그리 인상들이 좋아 보이지는 않는군. 대체적으로 평범한 얼굴들... 그러나 뭐 라고 해야 할까? 약삭빠르다고 하나? 흠...어쨌든 그런 이미지네.' "...재수없는 자식이었지 뭐. 원래가 일반전형 녀석들이 멍청한만큼 건방지잖 아." 네가 더 재수없다, 자식아!! 왠지 반사적으로 울컥해서 속으로 그렇게 외쳤지만, 솔직히 그 정도까진 아니 다. 더한 아이들도 있으니까. 적응이 된 건가? 그 소년들의 목소리는 특별히 남을 깔아뭉개거나 무시한다기 보단 몸에 배어 있는 특권층의 말투. 이젠 그 말투가 이질적이지도 않았다. 원래가 그렇게 자라 온 아이들이니까. 게다가 이제 그 건방진 태도는 성전특고의 하이레벨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당연한 분위기라고 할 수도 있을 듯 하다. 민제후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말이다. 그래서 확실한 근거도 없는데도 민제후가 천한 가난뱅이 소년가장이라는 악성 루머에 휩싸여 따돌림을 받는 것도 그 탓이 컸다. 아마 그가 누구든지 가리지 않고 친하게 지내는 붙임성 대신에 노블리스적인 거만함과 저런 말투를 사용했 다면 정반대의 소문이 났을지도... '아, 그건 아닌가? 난 이유야 어쨌든 일반전형 합격생이니... 아하하...^^;;' 제후가 이렇듯 여러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그렇게 그 학생들이 복도를 지나치 고 동시에 예지도 제후가 숨어있는 기둥쪽을 지나 그들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 며 스쳐지나가려 하고 있었다. 그때 저 끝에서부터 예지를 보고 서로 옆구리를 쿡쿡 찔러대며 얼굴을 붉히던 그 소년들이 일부러 들으라는 듯이 과장된 목소 리로 말하는 것이 들렸다. "그런데 너 민제후라는 녀석에 대한 소문 들었냐?" '어라?' 내 이야기가? 한예지의 발걸음이 딱 멈추는 것이 보였다. "아, 그 녀석? 들었지. 2학년 중에 이번 학기 초반부터 엄청 튀는 자식이잖 아." "그래. 그 놈 어떤 방법을 썼는지 특급 클래스로 단숨에 편입하더니 이젠 성전 특고내에서 유명인사들만 골라 친한 척 하고 다니잖아. 소문을 듣자니 출신도 엄청 천한 모양이던데... 그런데 우리의 프린세스가 그런 썩.어.빠.진. 바보 자식 하고 어울린다는 루머가 돌더라구. 단순히 루머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불 명예스러운 것만은 확실하지. 흥!" 예지가 자신들을 거의 무시하고 지나치자 기분이 상한 걸 비꼬는 말이 분명했 다. 그런데 출신이 천하다니? 대한민국은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구. 그런 우리나라 에서 어떤 게 천한 출신이란 말이야? 거 참. 하지만 점점 의기양양한 그 목소리는 통쾌한 비웃음까지 동반한다. "뭐어? 정말? 에이 설~마..." "모르지. 혹시 그녀는 평강공주가 꿈인지도... 푸하하하!!" 호오~ 신기하다. 한예지의 연약하고 청순한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은 녀석들을 보다니. 아니, 사랑과 미움은 종이 한 장 차이라니 저것은 자신들을 돌아봐주지 않는 예지에 대한 투정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뭐...한두번 들은 얘기도 아니고, 난 별 감 흥이 없다. 저런 말 들을 때마다 일일이 열을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언제고 한 번 광고를 때려야 할 듯. '나 가난뱅이 아니예요오~'하고 말이다. 그러나 믿어줄까? 음...그때가면 또 다른 트집을 잡겠지? 그렇다고 조목조목 내 프로필을 공개할 수도 없잖아? 아하하... 웃자, 웃어. 애들하고 싸워서 뭐하누. ^^;;; "잠깐만요, 선배님." 그런데 그 때, 한예지가 생긋 웃으며 돌아서 그 소년들에게로 다가가는 것이 보였다. 그 웃음 한방에 주변이 화사해지는 듯 하다. 3학년 아이들은 그 미소 한방에 벙쪄 서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그 순간, -짝!!- "입에서 나왔다고 다 똑같은 말은 아니죠. 전 선배님들이 더 천하게 느껴지네 요." 정말 순식간이었다! 제후는 갑자기 3학년 선배들의 뺨을 날린 한예지의 행동에 깜짝 놀라 딸꾹질 이 날 뻔 했다. 그 일을 당한 당사자들은 더 놀란 모양이다. 휘둥그레 뜬 눈으 로 하얗게 굳어 있는 아이들. 히국! "또 뭔가 아~주 잘못 알고 계신 모양인데 '친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친한' 거예요. 그리고 한가지 더..." 그러나 예지는 아무일 없다는 듯이 청초한 얼굴에 밝은 미소를 띠며 말한다. "그 민제후에게 '바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바로 저, 한예지밖에 없어요. 잘 아시겠죠? 그럼 이만." 무..무서운 지지배... ??;; ...계속 (발표회 전날 제후가 예지와 만나게 되는 직전입니다. 음, 만나서 무슨 애길 하 냐면요...글..쎄요... 어쨌든 제후가 다음날 무대에 서게 될 무기를 얻게 되는 부 분을 쓰고 있습니다. 이 둘이 마주치게 되는 부분도 그냥이 아니라 오랜만에 닭 둘기가 등장하며 이루어질 테고...^^ 그동안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 미안한 캐 릭입니다. 후기로 쓸 말이 별로 없네요. 그냥...음...그냥 그렇습니다. 음... 슬럼프라고 외치며 바닥을 뒹굴었지만 아무도 거들떠도 안보더군요. 흑... 그래 서 부랴부랴 컴백입니다. ?? #덧글: daum에 뉴 라이프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카페명은 '란의 뉴 라이프'입 니다. 들러주세요. ?? -------------------------------------------------------------------------- ---- 제 목 : [뉴 라이프]110회 -etoile(별) (3)- << 뉴 라이프 (New Life) >> -110- [부제: etoile(별) (3)] "가..가자!" 3학년 선배라는 소년들이 예지의 싸늘한 비웃음과 맞대응에 울그락 불그락해 지는 얼굴로 어렵게 몸을 돌려 사라졌다. 이를 악물고 주먹을 부르르 떠는 모습 을 보니 그 소년들은 지금껏 그렇게 자존심이 상했던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손을 들고 싶었겠지. 맞은만큼, 아니 더 세게 뺨을 때리고 싶었을 테다. 실제 로 그들 중 하나가 반사적으로 예지를 향해서 내려치려는 듯 손을 위로 치켜올 리기도 했다. 하지만 예지는 작은 체구의 아름다운 소녀인데다가 그들마저도 속 으로 동경해 마지않던 공주님의 이미지. 그랬기에 차마 손을 못대고 따귀를 맞 고도 순순히 물러난 것일 테였다. '하아~ 어쨌든 다행이군. 여자한테 손찌검은 하지 않았으니...' 제후가 완전히 사라진 그 아이들의 모습을 찾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 지만... '도데체 저 지지배는 제 정신이야?!! 이 한적한 시간에, 그것도 자신보다 고학 년인 남학생이 두명인데 무작정 다가가 따귀부터 날리면 어쩌자는 것이야!! 만 약 그 놈들이 울컥하는 심정으로 험한 생각이라도 했으면 어쩔라구.' 제후가 잠시 머리속이 하얗게 되었던 순간이 지나자 속으로 펄펄 뛰며 가슴을 내리쳤다. 그런데 그때 들려오는 예지의 목소리라니... "흥! 뭐야? 한 대 치기라도 할 줄 알았더니. 담이라곤 콩알만한 좁쌀영감들 같 으니..." 어이구! 내가 정말 못산다, 못살아. 저 천방지축... -와당탕! 쿠당!!- '어라?' 제후는 그 순간 뭔가 요란하게 떨어지는 둔탁한 소음에 다시 예지쪽으로 시선 을 돌렸다.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것들은 여러 개의 두꺼운 파일 뭉치들... 저것들 은 분명 조금전까지 예지가 들고 있던 물건들인데 왜...? "으... 진짜 맞는..줄 알았어."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 조금 전까지만 해도 두 눈을 싸늘하게 빛내며 도도하게 남학생들의 뺨을 날린 여자애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이제서야 발그레하게 달아오르는 하얀 얼굴에 안도와 무모함에 대한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웃음짓는 소녀. 복도 벽에 기대어 있는 그녀의 모습에 제후가 다시 화분 뒤로 몸을 숨기며 투 덜댔다. '실제론 그렇게 무서웠으면서 뭣하러...쳇!' 그래도...조금은 기쁘다. 나를 변호해 주기 위해서, 그 순간 나만이 중요하게 생각됐다는 뜻이니까. 그리고 항상 도도하고 차가운 한예지의 진짜 모습을 잠시나마 엿본 것 같아 제후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드리워졌다. "훗!" 제후가 쓰고 있던 야구모자의 챙을 잡아당겨 벗었다. 외할머니가 물려주셨다는 금실이 섞인 밝은 갈색 머리칼 사이 시야로 추적추적 내리는 빗발이 보였다. 바 닥에 떨어진 빗방울이 튀어 제후의 발치까지 닿기도 한다. 좀전에 퍼붇던 것과 는 달리 점점 약해지는 빗줄기...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니 잠시 지나가는 소나 기였나 보다. 음... 이 상태라면 금새 개이겠는 걸. 뭐 구름이 걷혀도 해는 벌써 전에 졌을 시간이니 깜깜하겠지만. 완전히 비가 그치면 천천히 집으로 걸어가야... '끄악!!!' 제후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시선을 지상으로 내렸다가 피를 뒤집어쓴 누군가의 살벌한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주쳐서 한바터면 비명을 지를뻔 했다. 생 각해 보라. 비가 오는 어둑어둑한 야외에서 질척질척한 핏물을 뒤집어쓴 가운데 깜박임없는 똥글똥글한 눈동자가 자기 바로 눈앞에 있는 걸 발견했다고. 심장이 벌렁거리다 못해 툭 떨어질 것이다. "끼룩?" 서둘러 터져나오는 비명을 두 손으로 간신히 막은 제후는 그제서야 바닥으로 푸드득 내려서 고개를 갸웃갸웃거리는 새끼 금응 한마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머리는 피자국으로 지저분해져 있지만 특이한 황금색 깃털. 그리고 귀염성 있 게 푸득거리지만 사냥을 할 때는 매서울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작지만 날렵 한 몸체가 그 새끼매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보게 하였다. "..야, 이 녀석아...놀랬잖아..." "꺄루룩!!" "쉿! 쉿!!" 둘기가 오랜만에 만난 제후를 보고 반가워 까르륵대자 제후는 혹시나 예지한 테 들켰을까봐 소스라치게 놀라 정신없이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보였다. 그러 나 둘기는 몇일동안이나 놀아주지도 않고 얼굴도 잘 못봤던 주인의 그런 행동 이 이상하기만 한가 보다. "끼룩?" 동그란 두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갸웃둥하는 것이 아방해보인다. 그런데 둘기 저 녀석, 여기엔 왠 일이지? 그것도 이렇게 다 늦은 시간에. 하긴 여기 성전특고에는 숲도 있고 저택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 저 녀석 사냥터가 돼 버리긴 했지만.. '그런데 또 머리에 피를 뒤집어 쓰고 온 것 하고는...쯧. 단백질 섭취때 그렇게 주의하라고 일렀건만.... 어? 잠깐. 그렇다면 바로 이 뒤엔...' "삑! 삐익!" "자..잠깐... 너 임마, 또 내 머리에다 네 얼굴 문댈려고 하는 거지? 야, 안돼! 쉿! 쉿!! 조..조용히..." 그렇게 기뻐하는 얼굴로 다가오지 말란 말이다, 자슥아! 제후가 뒤로 슬금슬금 뒷걸음질치며 피로 지저분해진 새끼매를 쫓으려고 손을 휘둘러댔다. 그러나 그런 것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금응이었다. 항상 밥먹고 와서 제후의 머리에 올라가 얼굴을 슥슥 문질러 닦고 개운하다는 표정을 짓는 그 작은 동물의 버릇. 그래서 얼마전 제후가 반강제로 김비서에게 이 쬐그만 새 끼매를 맡겼던 것이었는데... 그런데 오늘따라 더 심하게 더럽잖아!! '안..안돼!! 다가오지마. 안...' 싫어하니 더 하고싶어 하는 건 사람이나 동물이나 마찬가지인 걸까? 둘기는 질색팔색을 하는 제후를 보고 새로운 놀이를 하는가 싶은지 더 팔짝팔짝, 쫑쫑 거리며 다가왔다. 피범벅이 되어있는 머리만 아니면 정말 귀엽게 보였을 테지 만... -빡!!- "끄악!!" -콰다당!!!!- 조용히 숨어있고 싶어했던 민제후, 결국엔 가장 최악의 방법으로 한예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야 말았다. 뒷걸음질치다 뒤에 있던 열대나무 화분에 박치 기를 하고, 그의 비명소리와 함께 화분이 쓰러지며 엄청난 파과음이 복도를 울 렸다. 그리고 눈앞이 빙빙도는 그가 바닥에 누워 헤롱대자 그 사이 둘기가 다가와 그의 머리에 부비부비하며 엄청나게 좋아하고 있었다. 누가 보면 주인을 만나 좋아서 어쩔줄 모르는 충성심 깊은 새끼매라고 할 것이었다.;;; '영악한 것... 지금 너 그 동안 안놀아줬다고 심통부리는 거 다 안다, 마!' 아니, 어쩌면 저번 달리기 시합때부터 계속 지기만 해서 받았던 털뽑기 벌칙의 복수전일지도... 끙~ 정말 날 만나 좋아서 부비부비한 것이면 꼭 저렇게 '빨래 끝', 아니 '세수 끝~!!'이라는 얼굴로 파닥거리지도 않았을 것이야. 그나저나 내 머리가...크흑... "삐익! 삑!! 끼루룩!!" "시끄럿! 난 네 휴지가 아냐, 임마!!!" "호오~ 그러셔?" "그래. 이 잡것이 일부러 모르는 척 하고...엥?" 이 목소리는...?! 넘어진 민제후의 위로 검은 마녀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긴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날리는 그림자가 마치 그의 목을 조를 듯 살벌하다. "여긴 왠.일.이.세.요. 민제후 회장님?" 히익!!! 바닥에 엎어진 자세에서 내려다 보는 한예지의 얼굴이 보였다. 찬바람이 쌩쌩 도는 표정... 그 얼굴에 제후는 한가지 생각밖에 안들었다. '난 이제 죽었다...' ...계속 (한두줄 끄적이다 만화책 보고, 두어줄 끄적이다 다른 일하고 그랬습니다.^^;;; 일이 밀리면 어째 더 게을러지는 것 같애요. 그 이름은 '현실도피'!! 냐하하하~ 책에 들어가는 작가 서문을 써야 하는데 뭘 써야하나 고민중이예요. 웅~ 이제 이틀만 있으면 새해네요. 호오~ 시간이 참 빠르다. 새해에는 좋은 일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리고 광고 다시 한 번 때리고 갑니다. daum카페에 뉴 라이프 카페를 만 들었어요. 홍보 좀 하라고 애들이 뭐라 하더군요.^^;;; 전 너저분하게 꾸미는 건 좋아하지도 않아서(할 줄도 모르지만) 허전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한 번 들 려주세요. 저랑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당! 오호호호홋!! ^0^) << 뉴 라이프 (New Life) >> -111- [부제: etoile(별) (4)] -콰다당!!!!- 예지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엄청난 소리에 고개를 획 돌렸다. 뭔진 잘 모르지만 무언가 엄청나게 큰 것이 넘어지며 부서지는 소리란 건 알겠다. 그 파괴음이 예 술관의 「아치의 복도」를 쩌렁쩌렁하게 울렸으니까. 그 굉음에 마치 모든 것이 들었다 놓여지는 듯 흔들렸다. '그런데 그 전에 들린 돼지 멱 따는 소리는 뭐지?;;' 해질 무렵. 비가 오지 않고 맑은 날이었어도 어둑해질 시간이다. 특히 내일은 그 어느 해 보다도 주목받는 예술 전공자들의 연주 발표회가 있어서 현재 대부분의 학생들 이 일찍 귀가한 상태다. 게다가 이곳은 내일 그 연주 발표회가 열리는 예술관이 니 더욱 사람이 남아 있을 리가 없었다. 남아있는 인원이래봐야 보수공사 마무 리를 하는 기술자들과 내일 행사진행을 도울 학생회 인원 몇몇이 대부분일테다. 하지만 그 마저도 이 넓은 대강당 어디에 있는지, 또는 이미 모두 할 일을 마치 고 돌아갔는지 조차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러니 아까 예지가 내쫓다시피한 그 선 배들도 사라졌으니까 이제 정말 남은 사람이 없을 터인데... 헌데 약간의 공포와 어리둥절함 속에 놀라서 고개를 돌린 한예지의 눈에 비친 광경이란... "삐익! 삑!! 끼루룩!!" "시끄럿! 난 네 휴지가 아냐, 임마!!!" 박살이 나서 산산조각이 난 화분과 부러진 열대 관상목... 새하얀 복도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놓은 흙무더기... 그리고 화려한 황금빛 깃털을 가진 작은 새끼매의 기쁨에 찬 푸득거림과 사복 차림으로 바닥에 엎어져 헤롱대는... '민제후?!' 쟤...쟤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아니 그보다 제후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건 조금 전의 일들도 모두 보았다는...? '아앗!!!'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어느 때부턴가 예지는 민제후에 대해서 하는 말이면 좋은 말이건 나쁜 말이건 저절로 들리게 되었었다. 보통때 같았으면 흘려들었던 지나가는 아이들의 재잘 거림 속에서 그에 대해 말하는 소리만을 걸러 듣게 되고, 걸음을 멈추게 되고, 좋은 말을 하는 것을 들으면 가슴 뿌듯해져서 자신도 모르게 웃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나서 스스로도 놀라 발을 구르며 심각하게 되묻는 질문 은... '내가 왜 이러지? 미쳤나봐!!' 그런데 마침내 민제후가 보는 앞에서 제후의 험담을 듣고 손이 먼저 나갔던 추태를 보이고 말았으니... 하지만 그때 예지는 갑자기 머리가 깨끗이 텅 비워져서 아무 생각도 안났었다. 앞 뒤 잴 것도 없이 끓어오르는 화만 가득했을 뿐이다. 헌데 이제는 그 화가 무 안함과 당황스러움에 부딪혀 제후에게로 한꺼번에 향하기 시작했다. "호오~ 그러셔?" "그래. 이 잡것이 일부러 모르는 척 하고...엥?" 제후가 엉망으로 헝크러진 머리털을 해가지고 누운 자세로 놀란 두 눈을 동그 랗게 떴다. 휘둥그레진 두 눈. 어색한 억지 미소. 그 얼굴은 결코 멋지다거나 가슴 설레일만한 것은 아니다. 그런데 예지는 이상 하게도 지금껏 무섭게 치솟던 화가 허무하게 포옥 가라앉고 가슴 깊이 따뜻한 온기가 번져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또 다시 나타난 예의 그 생소한 감각. 그것에 당황한 소녀는 더욱 화난 듯 샐 죽한 얼굴로 비꼬듯이 말을 내뱉는다. 더군다나 민제후는 자신과는 반대로 그런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 같지 않은가? 그건 여자로서 너무나 자존심 상하 는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날 왜 저렇게 무서워 하는 거야?' 지금 내가 왜 이러는데! 몇일동안 연락도 없이... 얼마나 걱정했는데... 나쁜 자 식! "여긴 왠.일.이.세.요. 민제후 회장님?" "아하하하... 예지마마?" 한예지의 싸늘한 비꼼에 제후가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웃는다. 나이는 둘째치 고 저 모습을 보고서 누가 감히 저 소년을 한국 경제계의 판도를 뒤집고 있는 떠오르는 경제 신성(新星)이라 추측할 수 있을까? 지저분해진 면바지와 체크무늬 남방. 그리고 캐쥬얼 잠바 차림새. 머리는 지금 최고의 기분인지 끼룩거리며 푸득거리는 새끼매와의 장난으로 얼룩져 헝크러져 있다. "어..어...왜냐면... 야아~ 이제보니 비가 딱 그쳤네? 어이구~ 구름도 싹 개이 고. 날씨가 아주 변덕이다. 그치, 예지야? 응?^^" "시끄러." 어디서 딴청이야! 저 인간 도대체 그 동안 어디에서 뭘한 거야? "어- 너 뭘 그렇게 딱딱하게 굴고 그러냐? 그럼 못쓴다. 피부미용에 안좋다구. 쯧쯧..." 하! 말이 다 안나온다. 이제 다시금 생글생글 웃으면서 오히려 자신보고 왜 그 러냐고 묻고 있다니... 그러나 한예지의 황당하다는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제후는 벌떡 일어서 바지와 옷자락에 묻은 흙을 툭툭 털어내며 어느새 태연자약한 얼굴을 되찾고 있었다. 느닷없는 닭둘기의 기습으로 머리에는 작지 않은 혹과 지저분한 얼룩이 생기긴 했지만 둘기에 대한 체벌도 딱밤 한 대로 끝내고 마는 관대함까지 보여 주면서. -물론 그 딱밤 한 대에 금빛 깃털의 새끼매는 순간적으로 기절했었고 깨어나서는 훗날을 기약하는 매서운 눈초리로 민제후를 노려봤지만, 어디까지나 제후의 입장에서는 관대한 처벌인 셈이었다.;;;- "너 결석해서..." "아!! 그러고 보니 점심도 안먹었네?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된 줄도 모르고... 야, 한예지! 너도 아직 식사 전이지? 나랑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했던가!! 제후는 그 명언을 입증이라도 하듯 그녀가 무슨 말을 내뱉기 전에 중간에 말 을 자르며 정신없이 혼자 떠들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너무 정신이 없다. 예지 는 자신이 왜 여기에서 뭘 하는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무슨 말이야! 너 동민이랑은 어떻게..." "음... 뭘 먹을까? 너 뭐 좋아하니? 한식, 중식, 양식?" "자..잠깐만..." 제후가 방긋 웃으며 예지의 팔목을 잡고 계단쪽으로 뛰듯이 끌고 갔다. "뭐? 일식을 좋아한다고? 아이구~ 지지배가 꼭 생긴 것처럼 비싼 것만 좋아 해요. 날생선 따위를 비려서 어찌 먹나 몰라." "잠깐..." "아아~ 알았어 알았어. 좋아좋아. 일식 먹자, 먹어! 난 뭐 얼큰한 라면이 더 좋긴 하지만 시원한 우동 국물도 좋아해." "이것 봐. 이 손 좀 놓고..." "돈 없냐? 괜찮아 괜찮아. 내가 쏜다니까. 설마하니 너한테 밥먹여 놓고 돈내 라고 할까 그러냐? 여자애가 먹으면 또 얼마나 먹는다구. 너 하나 먹일 정도의 재력은 충분히 있단 말씀이지. 아~ 배고파서 쓰러지겠어. 빨리 가자! 자칫하단 뱃가죽이 등가죽하고 상봉하겄어." "이..이것 놔아!!" -탁!!- 예술관의 하얀 석조 계단을 뛰듯이 올라가던 제후는 갑자기 뿌리치는 예지의 손에 놀라 뒤돌아 보았다. 본관과 교문으로 연결된 구름다리가 보이는 곳 바로 앞에서 그 두 사람의 시선이 복잡하게 얽혔다. "아... 미..미안..." 예지는 즐겁게 웃고 있던 제후의 얼굴이 상처받은 듯 허물어진 표정을 보고 말을 더듬었다. 조금 전까지 유쾌한 웃음소리를 내던 얼굴이 순식간에 그런 식 으로 굳어진 건 처음 보았다. 그런데 내가 왜 사과해야 하는 거지? 화가 난 건 나라구. "넌 언제나 그런 식이야. 주변에서 걱정을 하든 말든 네 생각, 네 기분만 중요 하지? 기분 내끼는대로 말하고, 행동하고, 웃어버리고... 너한테 끌려 다니는 건 이제 질렸단 말이야..." 긴 검은 머리의 청초한 소녀가 천천히 말을 내뱉고 있었다. 고요함이 찾아왔 다. 하염없이 깊은 눈으로 바라보는 섬세한 선을 가진 금빛 머리칼의 소년... 한예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그런 얼굴로 보지 마." "어떤 얼굴?" 계단 한 가운데에서 한예지보다 몇 계단 위에 올라서 있는 제후가 그제서야 힘없이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 "...몰라. 그리고 그렇게 웃지도 마. 기분나뻐." "또?" "네 멋대로 행동하지 마. 잘난 건 하나도 없으면서... 멍청이!" "또?" "네 생각을 말하란 말이야. 바보야! 주변 사람들이 걱정하잖아." "쿡쿡쿡... 또?" 민제후의 장난끼의 발동인가? 다시금 생글생글 웃어가며 주머니의 손을 넣고 되묻는 장난스런 소년의 모습에 약이 오른다. 하지만 그 모습에서 예지는 마음 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잠시 잠깐 동안이었지만 민제후의 상처받은 얼굴보다 차라리 약올리는 저런 표정이 나았다. 그리고 예지는 전부터 항상 가슴 속에 담아왔던 말을 충동적으로 중얼거렸다. "예전에 너한테 못되게 굴었던 거...미안해." ...계속 (또 한편 올려야지.^^ 아침이 오기전에... 홍홍홍~. 원래 이번 부제는 제후가 발표곡에 대한 선정을 하는 파트입니다. 이 바로 다음 회에서 그 부분이 이루어 질 것 같습니다. 지금껏 무거운 사건들이 있었기 때문에 긴장 완화를 위한 가벼 운 이야기(?)입니다.^^;;; 이 둘이 좋은 친구가 될지, 아니면 그 이상으로 발전 할지 모르겠군요. 꺄하하하~ 새로운 여자 캐릭이 하나 더 있는데 그 캐릭터는 연주 발표회 끝나고 나서 등장입니다. 당분간은 예지언뉘가 제후를 독차지 하겠 군요. 아니, 어쩌면 동희양이 라이벌이 될라나? ??;; 그럼 이만. 쿄호호호~~^---^ ※뉴 라이프 카페(cafe.daum.net/NewLife)를 만들었습니다. 많이 놀러오세용~♡) << 뉴 라이프 (New Life) >> -112- [부제: etoile(별) (5)] 제후의 눈썹이 살짝 치켜올라가는 것이 보였다. 예지는 작년, 그에게 했던 심한 말들과 무시를 생각하면서 그 당시의 도도하기 짝이 없던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과 미안함으로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이제와서 제후가 성전그룹의 일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 하는 사과가 아니 었다. 정말 아니었다.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진 걸 느낀다. 그 시작은 민제후가 클래스 S로 편입되었던 그 날. 새학년이 시작된지 한달이 나 지나서 담임과 함께 교실문을 열고 들어서던 제후를 보고 놀랐을 때부터였 다. 놀람과 함께 한숨이 나왔었다. 클래스 A의 최하위 레벨인데다 일반전형 주 제에 지겹게 떨어지지 않는 진드기 같은 놈. 도대체 어떤 방법을 써서 특급 급 래스로 편입할 수 있었지? ...라고. 처음엔 그렇게, 마치 민제후를 구두에 붙어 떨어지지 않는 껌딱지 같다고 비아 냥대기도 했었는데... 그런데 그 순간, 막 자기 소개를 마치고 아이들을 둘러보며 웃는 그의 시선이 한예지를 아무렇지도 않게 스치고 지나갔다는 걸 깨달았다. 또, 전과는 달리 자 신감에 가득찬 그 소년의 눈동자엔 더 이상 그녀의 모습이 담기지 않는다는 것 을 알아챌 수 있었다. 상대를 똑바로 응시하는 깊은 눈동자... 그것은 예지를 또 다른 의미로 놀라게 했었다. 사실 그것은 항상 바라던 일이었다. 성전특고 입학때부터 느꼈던 그 끈질긴 시 선에서 벗어나기를... 일년 전의 민제후와의 관계는 귀찮다고 표현하기는 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그것과는 좀 다른 성격의 것이었다. 처음부터 예지가 쌀쌀맞고 못되게 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를 다른 평범한 학생들과 똑같이 무시하고 시야에 두지 않았 을 뿐이었다. 어차피 특급 클래스와 비교한다면 일반 학생들은 들러리 수준이 니... 평소 거들먹거리는 상류계층 아이들도 마음에 안들어 했었지만, 예지도 내심 그 아이들과 그런 비슷한 의식을 가지고 일반학생들을 취급했다고나 할까? 단 지 내색을 안했었던 것 뿐. 아니, 예지 스스로도 자신이 상류 사회의 선민의식 에 젖어있다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예지는 항상 누군가의 시선을 느끼게 되면서 자신의 그런 면을 알아챘었다. 그 싫은 면을 깨닫게 한 인물이 바로 일년 전의 민제후였다. 뒷통수가 따끔거린다 싶어 고개를 돌리면 어디선가 꼭 숨어서 쳐다보는 소심 한 민제후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말이라도 걸라치면 깜짝 깜짝 놀라거나 도망가 고, 어렵게 붙잡아 말하게 되더라도 눈도 제대로 못마주치고 고개를 푹 수그리 는 소년. 그럴려면 왜 쫓아다니냔 말이야! 그 이후로는 그녀도 민제후만 보며 심하게 인상을 찌푸리기 시작했다. '비맞은 생쥐'. 또는 더 속된 말로 '비맞은 쥐새끼'. 이것이 일년 전, 성전고 내에서 불려졌던 민제후의 별명이었다. 교내 폭력서클 에 찍혀 비실대는 그 모습에 정말 딱 어울리는 별명이 아닌가. 마치 스스로에게 자아와 의지가 없는 것처럼 주변 상황에 끌려다니며 실실 웃어대던 혐오스럽던 인간상. 어떻게 본다면 그냥 심지가 연약한 힘없는 남학생이라고 생각하고 동정할 수 도 있었으나, 예지는 그 소년이 자신을 동경하며 바라보는 그 끈적한 시선에 점 차 강한 혐오감만을 느끼며 더욱 매몰차게 대했었다. 처음에 느꼈던 죄책감은 시간이 갈수록 무뎌지고 한예지의 무시와 비웃음은 점점 그 강도를 더해갔다. 다시 생각해 보면 그런 취급을 받은 일년 전 민제후의 죄라고 한다면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말을 걸 용기도 없어 몰래 쳐다만 보았다는 것 뿐이었는데... 이처럼 그 소년의 시선이 짜증나고 부담스러워 미칠 것만 같던 한예지였다. 그 런데 지금의 예지는 이상하게도 그 민제후의 시선이 지금 자신을 향하고 있지 않다는 것에 불안하고 초조해지고 있었다. 정말 이상했다. 미치지 않고서야... 아니, 우선 그보다 그의 가까이에서 지낸 이 짧은 기간동안 예지는 좀 더 주변 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변화를 겪었다. 조금 덜 냉소적이게, 조금 덜 회의적으 로, 조금 덜 이성적이게...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마음이 달라졌다. 좀 더 밝게, 좀 더 긍정적으로, 좀 더 감성적이게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약간의 머리와 외모로 있는 대로 잘난척하고 도도하게 콧대를 세우며 다른 이들을 업수이 여기던 작년 한 해의 행동들이 너무나 부끄럽게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우습지도 않았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남들보다 뛰어나고 잘나서 오만하게 굴었었는지... 지금 그런 마음으로 사과를 하는 것이었다. 민제후라는 소년이 자신이 알고 있 던 것보다 물질적으로 좀 더 많이 가졌기 때문에 하는 사과가 아니라, 진심으로 하는 반성이었다. '그러나 제후가 과연 내 사과를 받아줄까?' ...너무나 조용하다. 그 고요함에 예지가 궁금함을 못참고 고개를 들었다. '!!' 그런데 그녀의 눈 바로 앞에 다가와 있는 진지해진 한 소년의 얼굴이 보였다. 화르륵~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가까이 다가오는 손가락... 예지가 눈을 질끈 감는다. 그것에 잠시 눈동자가 흔 들리나 싶었던 제후가 입가에 포근한 미소를 머금고 한예지라는 소녀를 바라보 았다. "아~ 이쁘다 이뻐. 착하네." 뭐..뭐야? '지금 뭐지?'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는 제후의 손길이 느껴졌다. 그 손길은 마치 아버지나 큰오빠와 같은 느낌... 예지의 눈동자가 혼란스럽다. "임마, 무리하지 마. 괜찮아." 착한 아이에게 상을 주겠어요, 라는 듯한 자상한 오빠같은 미소를 방긋 지으며 제후가 뒤돌아서 계단을 올라갔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기지개를 피듯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이리저리 흔드는 모습. 마치 아침체조를 하는 것 같다. "아아~ 내일 드디어 발표회네? 음... 아직은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잘 모르겠 는데 말이야." "잠깐만. 잠깐만 제후야." "하지만 이번 일은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일이 됐으면 좋겠다. 누군가를 기쁘 게 해준다면..." 예지가 제후를 따라 계단을 급하게 마저 올라가 그 소년의 걸음을 막 따라잡 자 그때, 민제후의 발걸음이 딱 멈춰졌다. 윽! 갑자기 멈춰서면 어떻해! 부딪힐 뻔 했잖아! "이번에 한예지를 위해서 해볼까?" 깜짝 놀라 눈을 든 예지. 허나 그 반응에 획 뒤돌아서 그저 환하게 웃고 서있는 제후였다. "너 내가 그 무대에 진지하게 서길 바랬었잖아." 고요한 복도 한가운데에 강렬한 인상의 인물이 장난끼 담긴 눈으로 한예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면바지에 모자달린 캐쥬얼 자켓, 그리고 야구모자의 평범한 외모의 소년. 그러나 착각인진 몰라도 예지는 순간 그의 머리칼과 두 눈빛만은 황금빛으로 찬연히 빛났다고 생각되었다. "레이디에게 바친다. 어때? 멋지지? 훌륭하지? 사랑스럽지?" "으이그~ 넌 역시 항상 그런식이야!! 또 장난이니? 저리 치워!" 장난스럽게 하트 모양을 만들던 민제후의 손을 예지가 탁 밀쳐버렸다. 그런데 순간 제후 얼굴이 팍 찡그려지며 낮은 비명이 터져나왔다. "윽!!" 꺽이듯 고개를 숙인 눈 앞의 소년의 모습. 한 번도 본적 없던 그 모습에 예지 는 겁이 덜컥 났다. 어디가 아픈 듯한 민제후의 모습은 처음이다. "제.제후야? 왜 그래?" "아아아..." 천천히 허리를 수그리며 제후가 자신의 두 손의 손끝을 붙잡고 신음을 흘렸다. ...계속 (표지 제작을 하게 되는군요. 꺄아~ >.< 어제 연락받고 어리둥절했답니다. 덕 분에 또 연재 늦었더염. 늦었다고...나 때릴거야? ^^;;; 포로리 버전입니다. 정말 때릴 건가요?) ※뉴 라이프 카페(cafe.daum.net/NewLife)를 만들었습니다. 많이 놀러오세용~♡) << 뉴 라이프 (New Life) >> -113- [부제: etoile(별) (6)] "으이그~ 넌 역시 항상 그런식이야!! 또 장난이니? 저리 치워!" 어? 장난이라니. 이왕이면 개그라고 불러줘. 냐하~ 그런데 그때, 예지에게 밀쳐진 손끝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통증. 마치 손가락 끝을 열 개의 바늘이 예리하게 꽂히는 느낌이다. 순간적으로 스치는 예상치 못 한 그 강통에 제후가 그만 낮게 비명을 내질렀다. "윽!!" 젠..젠장맞을... "제..제후야? 왜 그래?" 그 소년이 있는대로 얼굴을 찡그리고 두 손을 감싸며 신음을 흘리자 겁에 질 린 한예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혹시나 자신이 무슨 실수를 해서 그가 다친 것 이 아닐까 걱정이 되는 얼굴. 제후는 예지의 창백하게 질린 모습을 보고 자신의 손과 그녀가 전혀 연관이 없다고 안심시키고 싶었지만 그러기엔 익숙하지 않은 예리한 통증이 말문을 막아 버린다. '으윽~ 시방..새다. 이번 일만 끝나봐라. 내 다시 피아노 따윈 거들떠도 안보 겠어!' 제후는 지난 2주일간의 훈련을 빙자한 장혜영의 학대를 생각하며 온몸을 부르 르 떨었다. 하다못해 지난 몇일간 회사일로 철야를 했던 비상시국에도 그는 휴 식 시간마다 끌려가서 피아노를 지도받아야 했던 것이다. 아니, 말이 훈련이고 지도였지 그의 생각에는 그건 정말 학대와 고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 다. 수면시간도 거의 없었다. 솔직히 단 2주만에 강제경을 따라잡는다는 것은 미친 생각이었다. 완전히 미 친 생각. 하지만 이미 정해진 대결이고 제후 자신이 그 대결을 진지하게 임하겠 다고 마음 먹었으니... 생각할 건 없었다. 이제 민제후가 할 일은 단 하나 뿐이었다. 앞만 보고 달리 는 것. 그것을 그녀도 안 것일까? 장혜영 여사도 제후가 도움을 요청한 이후론 그를 더욱 정신없이 사납게 몰아쳐댔다. 민제후란 소년이 그 기간동안 받은 것은 가장 충실한 교습법. 그러나 문제는 일반 사람들이 10년의 세월동안 받아야 할 그것들을 단 14일만에 끝내야 한다 는 것에 있었다. 게다가 완전무식 스타일로 사정없이 밀어붙이는 혜영의 편법적 인 지도는 만약 다른 사람들이 보았으면 그 어이없음에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장혜영, 그녀는 가르치는 동안엔 손톱만큼의 동정심도 없는 철의 여인이 되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듯한 그 훈련을 휘청 이면서도 이를 악물고 따라오는 민제후였다. 과중한 업무와 병행되는 그것들로 제후는 몇 번인가 혼절하기도 했는데. 그 모습을 보다못해 김비서가 혜영에게 무섭게 화내며 대드는 모습을 보일 정도였으니... 하지만 결국 정신이 들면 제 일 먼저 피아노를 찾는 것은 민제후였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한 일은 김비서를 제외하곤 아무도 모르게 이루어졌다. 허나 그들도 이 소년의 손에 마치 증명서처럼 이런 흔적들이 남는 건 막을 수 없었 다. 그런 생활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손이 엉망이 됐어. 하긴 그 무대포 훈련을 견디고 살아남은 손가락이니...' 제후가 통증이 가시자 한 손을 들어 살짝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 '드디어 내일이다. 하지만 난 이제 겨우 감을 잡을 정도인데... 초감각을 모두 동원해도 막히는 부분이 너무 많아. 게다가 아직 연주곡도 선정하지 못했어.' 강제경. 그 아이에 대해 다시 한 번 놀랜다. 천재(天才)라는 말... 정말 그 말 을 들을만한 자격이 있는 소년이었다. 기교적인 부분은 노력하면 누구나 이룰 수 있을지도 모겠지만, 언젠가 제이가 되어 들려주었던 그 연주들. 음(音) 하나 하나에 연주자의 감정과 의지를 투영 하고, 자신이 창조해 내는 음악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움직이던 광경은 정말…. '안돼. 이대론 역시 죽도 밥도 안돼. 기적이 일어나야 된다. 기적.' 강제경과 대적하려면 다른 것이 있어야 한다. 인정하긴 싫지만 자신에겐 누군 가에게 뭔가를 전하고 싶다는 강렬함이 부족했다. '난 아직 그 녀석처럼 피아노에 자신을 담아내는 경지는 꿈도 꿀 수 없다. 천 재의 재능과 적어도 대등하게 보여지게 할려면....관객들의 눈길을 잡아끌려 면..... 참신한 다른 것을 찾아야 해. 역시 단 2주만에 정공법으로 맞서는 건 무 모하다. 뭔가가 필요해. 그래! 무엇보다...' 제후가 멍과 붓기로 험해진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파격적이고 새로운 곡이 필요하다!!' 그의 눈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깊은 빛을 품는 그때였다. "야! 민제후!! 내 말이 안들려!" "어엇?!" 아, 맞다. 지금 예지와 같이 있었지. 제후가 한예지의 외침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자 어둠 속에서 걱정스럽게 바라 보는 한 소녀의 얼굴이 보였다. "너 괜찮아? 무슨 일이야? 너 어디가 안좋은 거지?" "꺄..꺄하하하~ 예, 예지야. 잠깐 잠깐. 가..간지러!" 이 지지배가?! 이렇게 함부로 외간 남자를 마구 더듬다니... 으앗! 야야, 거긴 진짜 더듬지 말란 말이야!! 난 남자도 아니냐? "어머? 제후 너 그 손..." 으이구~ 저걸 누가 데려갈지...엇? "너 손 좀 이리 내봐!" "아하하하...;;;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너무 늦었잖아~!! 그리고... 아 참! 배 안고프니? 아아~ 난 너무 배고프다. 굶어 죽을 것 같어. 난 라면이나 먹으 러 가야겠다. 그럼 아쉽지만 이만..." 제후가 갑자기 도끼눈을 뜨는 한예지를 발견하고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며 말 머리를 돌리려 애썼다. 하지만 그 소녀가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내미는 것에 찍 소리 한 번 못하고 한 손의 자유를 빼앗기고 마는 것도 제후였다. 역시나 여자 들에겐 한없이 약한 소년이다. "너 이거..." 예지가 제후의 한쪽 손을 잡고 살펴보다 놀래서 눈을 들자 제후가 머슥해져 머리만 긁적였다. "어? 어 이거... 요즘 훈련이 장난이 아니라서." 심각해지는 그녀의 표정. 자신이 쓸데없이 부추겨서 이런 발표회에 나가게 된 것이라고 자책하는 모습이 얼굴에 뻔히 보인다. 누군가를 위해 연주한다면 예지 를 기쁘게 해주겠다고 말한지 10분도 안되서 걱정부터 시키다니... 제후가 거친 표현을 많이 쓰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랑스러운 한 소녀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숙녀를 걱정시키는 건 남자가 할 일이 아니지. "어우~ 요즘 밤새도록 오락기를 죽자사자 두들겨 댔더니 손끝이 붓고 갈라졌 지 뭐야. 세진이 놈도 몇일간 우리집에 와서 겜했잖아. 내 방 컴퓨터가 최신형 아니냐. 그런데 그 자식은 스타 크래프트인가 뭔가를 하는데 난 역시 그런 전략 게임은 별로 좋아지지가 않아. 그래서 추억의 옛 게임에 심취해 있었지. 후후... 아야야~ 아직도 손가락이 얼얼하네. 역시 난 머리쓰는 오락보다 치고박고 싸우 는 옛날 오락이 더 맘에 든다니까! 냐하하하~!!" 그래도 완전히 거짓말은 아니다. 몇일간 신동민과 유세진이 성전저택에 와 있 던 것도 사실이고, 세진이 놈이 밤 새도록 스타 크래프트를 한 것도 사실이니 까. -물론 유세진의 말로는 단군 프로젝트 시뮬레이션에 신경 쓰다가 머리를 식힐 겸해서 하는 휴식이라고 했지만, 피식피식 웃는 세진의 비웃음을 보자니 불쌍한 누군가를 철저하게 깻박치는 재미에 빠져 여러 날째 밤새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라? 너 뭐하냐?" 제후가 웃다가 고개 숙이고 아무 말도 안하는 예지를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 둥 흔들었다. "그래... 걱정한 내가 바보지... 넌 결국 그런 인간이었어." 한예지의 두 주먹이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응? 뭐가?" "이 멍.청.이!!" -꽝!!- "악-!!" 제후는 방긋방긋 웃고 있다가 오랜만에 눈앞이 번쩍이는 걸 느꼈다. 예지마녀 의 필살기. 정말 간만이었다. 그리고 뒤로 넘어지며 어딘가로 주르륵 밀려 들어가 뒷통수를 부딪히고 바닥 에 누워버린 걸 알았다. 흐릿함 속에 날카롭게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 듯 했으 나 정신이 하나도 없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으... 여기는... 어?' 제후가 흔들리는 머리를 한 손으로 짚고 바닥에 대자로 뻗은 자세에서 눈을 떴다가 자신의 두 눈을 의심하였다. 눈 앞에 보이는 광경이란... "세..세상에... 우와아~!!!" '그런데 여기는 예술관 대강당...?!' 아까 뒤로 부딪힌 것이 그 대강당의 중앙 출입구였던 모양이다. 그리고 자신은 현재 그 대강당 바닥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전에 한 번 들렸던 그 장소. 하지만 지금의 대강당은 그때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그가 봤던 건 경황이 없던 중 엉망으로 부서지고 폐허가 된 강당이긴 했지만... '그렇지만 저건...' 제후의 눈에 새롭게 재창조된 성전특고의 예술관 대공연장이 그 위용을 드러 내고 있었다. 내일 강제경과 만나게 될 바로 그 장소. 그곳이 완벽하게 보수되 었을 뿐만 아니라 전보다 더 투명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대형 유리벽면이 아무 리 희미한 광선이라도 빨아들여 그 공간내에 흩뿌리고 있었다. 그건 그 안에서 숨쉬는 것조차 신비하게 느껴지는 환상 이미지... 그러나 지금 제후가 휘둥그레진 눈으로 쉽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은 천정에 위치한 대형 크리스털 돔이었다. 그 위에 박힌 수백 개의 별을 닮은 자수정. 그리고 천체의 위치를 표시하는 금가루와 은가루의 선(線)들. '저건...' 인공적인 천체 위에 그것들이 아름답게 반짝이며 하나 하나 일정한 간격과 모 양을 이룬다. '저건 하늘의 별의 위치를 지도로 만든...' "천공(天空)의 지도?!" 위풍당당하면서도 섬세한 아름다움을 빛내는 그것, 바닥에 누운 한 소년의 가 슴으로 한눈에 쏟아져 들어오는 그것은 바로 '우주'였다. ...계속 (한회만 더 가면 이번 부제도 끝이구나. 연주회를 빨리 치르고 싶지 않은데...흐 흐흐...좀 더 끌어볼까? 냐냥~ ^^) ※뉴 라이프 카페(cafe.daum.net/NewLife)를 만들었습니다. 많이 놀러오세용~♡) << 뉴 라이프 (New Life) >> -114- [부제: etoile(별) (7)] "제후야! 괜찮아? 너 머리 안 깨졌니? 어후~ 왜 하필 오늘따라 강당 출입구가 안 잠겨있는 거야? 아니지. 왜 하필 네 뒤에 문 따위가 있어가지고..." 그때 예지가 바닥에 뻗은 채로 움직일 생각을 안하는 제후에게 뛰어와서 종알 거렸다. 때려놓고 걱정하는 여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놀라서 다가온 그녀의 얼굴은 진실로 걱정하는 기색이 가득하다. 예지는 한참을 제후가 혹시 어디 다친데가 없는지 살펴보다가 아직까지 그 소년이 멍하니 누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멍하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 같았다. 그것은 집 요함과 놀라움, 감탄과 경외의 눈빛. 대강당 천정을 향해 미동도 없이 박혀 있 는 그 시선은 소년의 깊고 깊은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왔다가 다음 순간 오히려 그 공간의 모든 빛을 빨아들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천공의 지도와 우주. 그리고 나와..." '별….' 제후가 넋을 잃은 듯, 또는 깊은 명상에 잠긴 듯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뜻하지 않게 마주하게 된 크리스털 천체 돔. 잘은 모르겠지만 그것이 그 소년에게 남다 른 의미를 주는 모양이었다. 대강당 천정에 인공적으로 배치된 보라빛 별보석. 그것은 정말로 허공 중에 떠 있는 것처럼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발산하며 하늘의 질서를 깨우쳐 주려는 듯 장엄하기 이를데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광대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 돔 밖에서 그 아이들을, 그 공간을, 그 지상을 감싸고 있는 진짜 하늘... 참 우주... 예술 작품처럼 섬세한 천정의 투명한 돔은 별이 총총하게 뜬 맑디 맑은 진짜 하늘을 투영시켜 예술관 대강당 안으로 그것들을 한가득 옮겨놓고 있었다. 소나기가 지나간 하늘은 어쩌면 그렇게 맑고 깨끗한지… 어쩌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지… 그리고 그 광경들은 그 하늘 지붕 바로 밑에, 아무것도 의지할 것 없이 바닥에 크게 누워 있는 한 소년에게로 쏟아지고 있었다. 티끌조차 씻겨져 나가 더없이 순수한 검은 장막 속에 흩뿌려진 찬란한 별무리, 이 순간 땅으로 내려와 민제후 의 독특한 금빛 머리칼에 묻어 반짝였다. 그 소년의 몸 위로 비산하는 별가루가 만드는 신기루인지도 몰랐다. "삐-이-익-" 그때 날카로운 금응의 외침이 들려왔다. "아!" 자신의 몸 위로 쏟아지는 그 별들에게서 붙박혀 집요하게 노려보듯 움직이지 않던 민제후의 강렬한 눈동자가 그의 위로 걱정스레 회선을 그리며 높이 날고 있는 둘기의 울음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객관적으로 계산한다면 그가 넘어지고 지금까지의 시간은 고작 몇 분 정도로 별로 긴 시간이 아니었다. 그러나 하늘과 별이 내려와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고 느꼈던 그 짧은 시간이 민제후에겐 마치 수십년과 같은 무게로 느껴졌다. 살아간다는 것…사람들… 그리고… 그 순간, 그 소년의 눈에 이채로운 격정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 '찾았다, 내가 치게 될 곡을!!' 제후가 여전히 큰 대(大)자로 널부러진 자세에서 입가로 천천히 미소를 떠올렸 다. 아직은 하나의 모티브를 발견한 것 뿐이고 해야 할 일과 가야할 길이 멀었 지만, 그러나 이젠 그것으로 인해 제후 그 자신도 내일을 의무적인 승부만이 아 니라 어떤 설레임과 흥분으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 생각한대로 내일 무대를 장 식하게 된다면? "킥킥..." 이거 정말 장난이 아닌 걸?! 제후는 온몸의 혈관 속에 끓어 넘치는 생소한 열정과 창의력에 가슴이 두근거 리고 있는대로 들뜨는 것을 느꼈다. 지금 같아서는 마치 뭐든지 가능할 것만 같 다. "이제 남은 일은 집에 가...으거어어어어어~~" 뭐, 뭐야? 왜 말이 나오다 말고 갑자기 괴상망측한 소리들로 대체된 것이지? "야, 민제후!! 너 하루에 몇 번씩이나 내 말을 씹어야 배가 부르니? 응? 너 진 짜 나한테 주글래? 아무리 불러도 대답도 없고, 바보같이 멍한 얼굴로 허공만 쳐다보며 누워 있으면 내가 잘못했다고 빌 줄 알았니? 이 한예지가 그렇게 만 만해 보여!!" "우갸갸갸갸갸~ 아..아니, 예지야. 그게 아니구...쿨럭..." 이런! 한예지가 목을 잡고 짤짤 소리가 날 정도로 정신없이 흔들어대고 있었 다. 갑작스런 대사의 대체현상은 바로 그 탓인 모양이었다. 머리가 위 아래로 달그락 거리며 이가 딱딱 부딪힐 정도로 흔들려 기적처럼 얻은 영감마저 한 번 에 날아갈 것만 같았다. 에..에거...누가 나 좀 살려줘여~! '그, 그나저나 저 지지배는 왜 나만 보면 못 잡아먹어 안달이여? 다른 애들한 텐 좀 쌀쌀맞아도 친절하면서! 평소에 거친 표현을 쓰더라도 그건 저 녀석이 마 음이 여려서 일부러 더 강한 척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우~ 아무래도 오늘은 더 이상 못참겠다!! 내가 그래도 명색이 어른인데. 다신 날 함부로 대하 지 못하도록 따끔하게 야단이라도 치겠어!!' 제후가 모질게 결심하고 막 입을 열었을 때였다. "야, 한예지! 너... 켁!!" 끄, 끄엑!! 이건 또 뭐야? 이번엔 반항한다고 목 졸라 죽이겠다는 심보냐? 야 임마, 너 인간이 그러고 살면 안... "흐흑... 나...난 진짜 네가 어디 자..잘못된 건 줄 알았잖아. 왜 대답도 안하 구... 나쁜 자식...나쁜 놈... 얼마나 놀랬는데..." '어..어어?' 제후는 갑자기 두 눈에 그렁그렁한 눈물을 가득 담고 자신의 목을 꼭 껴안는 소녀의 말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떨리는 그녀의 목소리... 자신의 목을 끌어안 고 훌쩍이는 떨림이 그 말이 진실임을 말해준다. 내가 다쳤을까 봐 걱정했다고? 이런. 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항상 이 모양이다. '내가 이래서 여자들이 싫다니까. 훗!' 제후가 훌쩍이는 예지를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난감해 하며 아직까지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자신에게 매달려 있는 그 소녀의 어깨로 손을 올릴까 말까 망설 였다. 그러나 결국 주먹을 쥐고 손을 바닥으로 내린다. 아무리 지금 자신이 '민 제후'라도 이런 어린 소녀를 어떻게 해봐야겠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아직은. 제후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한예지를 마주안아 주는 대신에 중얼거렸다. "Variationen uber 『Ah, vous dirai-je, Maman』..." "응? 그게 뭐야?" 나직하게 달래는 듯한 음성에 예지가 드디어 고개를 들어 바라본다. 그리고 드러나는 한예지의 눈동자. …아름답다. 아직 물끼가 그렁그렁하게 담 긴 커다란 두 눈은 크리스털 돔에 장식되어 있는 별보석 자수정보다 더욱 영롱 하게 빛나 정말로 아름답다는 표현밖에 그것을 나타낼 길이 없었다. 왜 이 소녀 가 성전특고의 제 일의 미인이며 프린세스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는지 보여주는 이미지다. 제후는 예지의 별을 담은 눈동자 이미지까지 가슴에 담기는 것을 느끼며 자신 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는, 내일까지 자신을 가득 채울 한 단어를 내뱉었다. "etoile, 별." "그거 프랑스어? 너 불어도 할 줄 알아?" 아니. 몰라. 그냥 외웠어, 냐하~ "이번에 내가 연주할 곡명이 뭔지 알려 줄까?" 이제 많이 진정이 된 모양이다. 제후가 깜짝 놀라서 물어보는 예지의 얼굴을 눈 앞에 두고 방긋 웃었다. "바로 '작은 별'이야." "하아~ 넌 도대체가 긴장감이라는 것이 없구나. 지금 그런 농담할 때니? 당장 내일이 발표회인데 아무 대책 없..." "별이라니까, 별. '작은별'. 몰라, 그거? 있잖아, 거 뭐야...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아 름답게 빛추네. " 믿지 못하는 얼굴을 보이길래 이번엔 친절하게 노래까지 불러줬다. 모든 걸 알 려줄 수는 없고 그냥 내일의 주제와 힌트만을 알려준다. "또 장난하냐!" "어어. 장난아냐. 진짜야." "뭐..뭐어?! 너 미쳤어?" "왜 이래? 이것도 명색이 모짜르트 작품이라구." 예지가 다시 평소대로 냉랭한 얼굴로 돌아와서 쏘아붙이다가 말이 막히자 제 후를 휙 밀치고 일어서 노려보았다. '어, 차라리 잘됐다. 그렇지 않아도 서로 좀 민망한 자세였는데... 하..하.. 하...;;;' 제후가 어색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얼굴을 약간 붉혔다. 바닥에 주저않 은 자세에서 한예지라는 소녀가 달려들어 껴안았기 때문에 그 소녀가 그의 위 로 기대어 쓰러진 모양새의 자세였던 것이다. 다 큰 남녀가 그러고 있기에는 정 말정말 민망하면서도 위험한 포즈임은 틀림없었다. 예지도 늦게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는지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서 눈을 꼭 감 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대강당에서 뛰쳐 나갔다. 물론 그 반응의 일부는 내일 있을 연주 발표회를 민제후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화도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을 거라 생각되지만... "이 바보, 멍청이, 문어, 멍게, 해삼, 말미잘!!!" '음... 예지, 저 녀석이 퍼붇고 간 소리가 오래도록 이 공간에 남는 것 같군. 그리고 포장마차 소주안주로 좋은 술안주는 거의 다 나온 것 같은데... 난 소주 안주와 동격이란 말인가?' 제후는 예지가 그렇게 소리지르고 순식간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자 어리벙한 얼굴로 강당 안에서 혼자 굳어 버렸다. 게다가 그 마지막 말은 좀 쇼크였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위를 바라보니 밤이 깊어갈수록 여전히 드넓은 하늘이 가슴 깊이 밀려 들어온다. 금빛 머리칼의 소년 위로 별빛이 조명처럼 내리 비췄 다. 그 환상의 이미지 속에서 민제후가 일어서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두팔을 벌려 눈을 감았다. '어쨌든 내일은 최고의 하루가 될 거야!'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한 내 약속을... 내 의지를... 내 천운을... "보여주지. 모두에게 사상 최대의 마법을 보여주겠어!" 하루 뒤, 큰 겨룸의 장이 될 성전특고 예술관 대강당에 결코 작지 않은 존재감 의 소년의 웃음이 가득 울려 퍼졌다. ...계속 (머리가 지끈지끈... 참! 그리고 이미 오래 전에 발표곡에 대한 힌트를 제가 드 린 적이 있었을 거예요. 어딘가 가보니 그 사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호오~ 대단들 하십니다.^^ 어쨌든 모두들 가능성 없는 승부에서 저런 곡으로 어떻게 뭘 할 수 있을까 싶겠지요. 뭐...어떻게 되겠져, 뭐. 씨익~ 게다가 제가 한가지 힌트 더 드릴까요? ^---^ 민제후가 강제경에게 피아노로 이긴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제후 의 목적도 이기는데 있지 않습니다. 아시죠? ^-^ 생긋~ 그래도 응원은 열심히 해줍시다.;;;) ※뉴 라이프 카페(cafe.daum.net/NewLife)를 만들었습니다. << 뉴 라이프 (New Life) >> -115- [부제: 방해(1)] "하암~ 쩝. 오늘은 손님이 뜸하군." 택시운전기사 박씨가 손님을 기다리며 국제공항 앞에 주차시켜 놓은 자신의 개인택시 안에서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아무리 오전 중이라 해도 이렇게 손님이 없을 수 있을까? 주말이라 공항에 오 면 벌이가 좀 짭짤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도 오늘은 사람들이 공항을 향해 들 어오기만 하지 도무지 나가려고 하지를 않는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처 럼. 모두들 서로 짠 것만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빈 차로 이곳을 나서기엔 서울 까지 거리가 만만치 않아 기름값이 너무 아깝다. "뭐야? 국빈이라도 오는 건가?" 박씨는 핸들에 기대어 떫은 표정으로 창밖을 살폈다. 정신없이 뛰어 다니는 기 자들이 간간히 보이고 몇몇 공항을 나서는 사람들도 자꾸 뒤를 돌아보며 웅성 이는 것을 보니 대단한 인물이 오는 모양이다. '오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어, 이러다 오늘은 본전치기만 하는 거 아냐?' 그가 나른한 봄바람에 보고 있던 신문을 옆으로 치우고 기지개를 켰다. 어차피 누군가 도움 안되는 인간이 들어와서 자신의 밥벌이를 가로막은 것이 라면 더 이상 이 자리에 버티고 서있어 봤자가 아닌가 싶었다. 손님이 뭔가. 잘 못하면 그 날 하루 벌이를 공치거나 자신의 목숨같은 택시가 흠집이 날 수도 있었다. 지난 번 외국으로 도망갔다가 강제귀국하게 된 어떤 정치가 아들이 도 착하던 때를 생각해 보아라. 아니, 그보다 저번에 에쳐티인가 뭔가 하는 가수들 이 들어올 때는 아예 광란의 도가니가 아니었던가. 물론 지금의 분위기는 경찰이 깔려 있다거나 소녀 팬이 득실대는 대신에 차분 한 분위기 속에 취재의 열망을 담은 기자들이 있을 뿐이지만. "뭐 뜨문뜨문 교양파 양반들도 보였던 것 같기도 하구. 그런데 그 많은 인간들 이 다 마중나온 사람들인가? 도데체 누가 온다는 거야?" 비교적 조용한 걸 보니 다른 나라 대통령이 온 것 같지는 않고. 어디 중요한 외교 사절단이라도 오는가 보지? 그렇게 택시기사 박씨가 태우던 담배를 입에 문 채로 계속해서 투덜거리고 있 을 때였다. "이 택시, 서울 갑니까?" "어이구~ 어서오십시오, 손님. 네네. 서울 갑니다. 엇?" 박씨가 정신을 다른데 놓고 있을 때 때마침 들어온 손님.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가 뒷자석에 오르는 손님에게 환해진 얼굴로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곧 휘둥그레 떠진 운전기사의 두 눈. "왜 그러시오, 기사 양반? 내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아..아닙니다, 손님. 외국분이시군요. 호오~ 정말 대단하시네요. 한국말이 아 주 유창하십니다. 나이도 지긋해 보이시는데..." 박씨는 외국인 신사가 마치 한국인처럼 구사하는 자연스런 한국말에 감탄하며 말했다. 약간 어색한 억양과 발음이 없지는 않았으나 신경에 거슬릴 정도는 아 니었다. 말투로만 보면 한국사람이라고 해도 속을 정도다. 택시기사가 목적지를 물어보고 핸들을 돌려 익숙하게 공항을 빠져 나가며 그 신기한 외국 손님에게 순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국에 자주 오시나 보죠?" "오~ 아니오, 아니오. 한국은 처음이요. 그래도 얘기는 많이 들어서 그리 낯설 지만은 않군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짓는 외국인 손님은 택시기사의 친근하게 대하는 말 씨에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박씨는 뒷자석을 힐끔 살피며 그 색다른 손님을 순간적으로 관찰했다. 세월의 흔적인 듯 희끗희끗해진 갈색 머리. 무거워 보이는 안경을 쓴 중년의 신사. 아니다. 다시 보니 중년인이라고 하기에는 무게감이 있고, 노인이라고 하기에 는 그의 눈매가 젊은이들 못지 않은 패기와 열정으로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운전대로 다시 시선을 돌린 택시기사는 그 외국인 손님의 섬세하면서도 강하 고, 예리하면서도 부드러운 짙은 잿빛 눈동자에 놀라며 내심 평범한 손님이 아 니구나 라고 직감했다. 관광객은 아닌 것 같은데... "손님. 혹시 나랏일을 하시는 분이신가요?" "하하하! 아닙니다. 전 교직에 몸 담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지요. 왜 그렇게 생 각하셨는지 모르겠군요. 이번에 한국에 들어오게 된 것도 제자 중의 한명이 한 국인이라 초청을 해줘서 잠시 들리게 된 것이죠." "아~ 네. 그러시군요. 음...그러고 보니 선생님 분위기가 나시는 것도 같네요." 박씨는 조심스럽게 물어본 질문에 상대방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하자 약간 무 안해져서 얼굴을 붉혔다. 그러고보니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봤다면 그런 질문은 하지도 않았을 텐데. 외국 대사나 외교관이 입국한 것이면 이런 일반 개인택시 를 타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 손님이 그저 단순한 교 사라는 사실은 정말 의외다. 분명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 을 느낄 수 있는데. 택시가 시원하게 영종대교 위를 달리자 택시기사 박씨는 무안함과 그런 궁금 증 등을 다시 한 번 순박한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외국인 과 말을 다 해보다니 어제만 해도 꿈도 못꿔보던 일 아닌가. "어쨌든 좋으시겠군요, 손님. 제자분이 스승님을 초청도 하고 기쁘시겠습니다. 하하." "글쎄... 그랬으면 좋겠는데 좀 불안하군요, 기사양반." "네?" 박씨는 무슨 생각에 빠져 있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드는 나이 지긋한 외국인 선생님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둥 흔들었다. 제자가 스승을 초청했는데 무어가 그리 불안하다는 걸까? "음... 기사양반은 이런 내가 좀 이상하게 보이는 모양이구려. 하지만 내 지난 20여년의 세월을 들어보면 기사양반도 내 기분을 이해하실 거요." 참 이상한 스승이다. 자신의 제자를 이야기하는데 저렇게 노한 얼굴을 할 수 있다니. "우선 내가 이렇게 한국말을 잘하게 된 것도 캐롤, 그 아이 때문이었소. -아, '캐롤'은 내 제자의 이름이오.- 동양에서 온 작은 소녀가 그런 엄청난 파괴력 을 갖고 있다는 것에 난 정말 경악을 해야 했다오. 이해할 수 있겠소, 기사양 반? 하루 밤새 정원이나 기숙사 한 동을 날려버린 적도 있었으니까. 세월이 많 이 흘렀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도 식은 땀이 흐른다오. 끙~" "..하...하하하... 제자분이 꽤나 장난꾸러기였던 모양이군요." 택시기사 박씨는 이상하게도 기억에서 잊혀져 가는 지난 번 어떤 여자 손님이 연상되는 것에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추스렸다. 다시 한 번 다짐해야 한다. 자 신에겐 집에서 자신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토끼같은 사남매가 있음을! 하지만 그와는 달리 그 외국인 노신사는 옛 기억이 떠오르자 격양된 어조로 이야기를 풀어놓고 있었다. "장난꾸러기? 아니, 아니오, 기사양반. 캐롤은 정말 끔찍한 작은 악마였소. 어 떻게 동양인형처럼 작고 예쁜 소녀가 그런 사고를 칠 수 있는지 놀라웠지. 그런 데 문제는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았다는 거요. 아무도! 캐롤은 다른 사람들 앞 에선 정말 사랑스럽고 예의바른 상류사회의 작은 레이디였으니까. 영악한 제자 놈!" "고..고생이 많으셨겠네요.;;;" 정말 그런 엄청난 소녀가 있었을까? 쿨럭. 박씨는 얼굴 근육을 부르르 떠는 손님을 바라보며 어쩔 줄 모르는 어색한 웃 음을 흘렸다. "고생? 말도 마시오. 그걸 말로 하면 내 입만 아프다오. 책으로 엮으면 소설책 10권의 시리즈로 개편할 수도 있을 것이오. 그리고 더 끔찍한 건 캐롤이 좋아 하는 애완동물에 있었다오. 캐롤은 아주 독특한 취미가 많았지. 얼마 전에도 갑 자기 나타나서 자신의 애완동물 하나를 선물이라고 주더구만. 역시나 이름도 이 상해. 인디언풍 같기도 하고..." "이름이요?" 박씨는 노신사의 이야기를 점점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 짝 놀랐다. 하지만 역시 궁금하고, 너무 재미있다. 그 독특한 취미란 뭘까? 그 애완동물들의 이름은? "음, 그렇다오. 그 애완동물의 이름이 '오동통한 메리베스'였다오. 생각 좀 해 보시구려. 갑자기 몇 년만에 나타나서 목에 커다란 빨간 리본을 단 성질 고약한 스컹크를 선물로 받다니... 게다가 어렸을 때의 캐롤을 생각한다면 '메리베스' 앞에 '오동통한'을 빼면 막 화를 낼 것이라 생각되니... 음, 역시 고얀 놈 같으 니라구." '오...오동통한 메리베스? 어쩐지 낯설지 않은...;;;' 택시기사 박씨는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그 노신사의 지난 세월에 혀를 차 며 안스러움을 표시하면서도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이상하게 다시 한기를 느끼는 것을 느꼈다. 설마. "하하하! 그..그래도 지금은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그 제자분도 많이 달라지셨 겠지요." 박씨는 과장되게 웃음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바꿔보려 노력했다. 20여년 전에 작은 소녀였다고 하니 지금 그 소녀는 이제 가정을 꾸린 완숙한 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많이 달라졌겠지. 그리고 이 넓은 세상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그 손님과 연관이 있는 손님을 또 태웠으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우연이다. 우연 일 거다. 이 세상엔 괴짜들이 많잖아? "흠. 그런가? 내가 그만 기사양반 앞에서 추태를 많이 보였군. 미안하오. 안쓰 던 한국어를 오랜만에 사용하게 되니 처음엔 어색했는데 그만 말이 많이 나왔 구려." "하하, 괜찮습니다. 제가 그럼 한국말 연습상대가 되어 드린 건가요? 영광입니 다." "넉살이 좋구만." 노신사가 다시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잔잔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캐롤도 이제 전처럼 철이 없지는 않지. 민군을 만나고 나서 많이 차분 해 졌으니까. 그리고 이젠 다 큰 아들도 하나 둔 어머니이니... 내가 그 아이를 많이 야단치고 소리도 지르긴 했지만 난 정말 그 아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오." 박씨가 운전에 집중하다 달라진 노신사의 분위기에 잠시 뒤쪽으로 시선을 주 었다. 그 손님은 제자에 대해 끔찍하다는 듯이 말하고 있었지만 그 얼굴에 피어 오른 표정을 보자니 누가 감히 그 스승이 제자를 사랑하는 마음이 거짓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저 얼굴은 제자를, 아니 자랑스런 '딸'을 둔 아버 지의 얼굴이 아닌가. "이번 한국 방문은 그 아이의 편지 때문이었지. 어떤 소년을 좀 봐 달라고 하 더군요. 자신의 열배는 뛰어난 재원이라고. 후훗! 난 캐롤의 열배나 뛰어난 재 능이 있다는 소리는 믿지 않았소. 하지만 그 녀석이 나에게 부탁같은 걸 한 건 처음이더라구." 그 노신사의 잿빛 눈동자가 순간 안타까움으로 물들었다. "캐롤은 의외로 싸늘한 부분도 있지.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아들까지는 이용 하진 않았으면 하는데 말이야." 뭐? 아들을 이용해? "아, 아니오. 허허허! 그냥 한국엔 한 번쯤 와보고 싶었다는 말이지.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한국을. 이 나라는 금수강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땅 이라지요?" 운전에 신경 쓰느라 잘못 들은 것일까? 금새 외국인 노신사가 다시 얼굴빛을 바꾸며 이것 저것 질문을 해왔다. "네, 손님. 기대하신 만큼 한국에서 좋은 시간이 되실 겁니다. 우리나라, 알고 보면 정말 좋은 곳이죠. 인심도 후하고 사람들도 따뜻하고." 박씨는 그 외국인 신사에 대해 따뜻한 감정과 알 수 없는 동질감을 느끼며 얼 마 남지 않은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시원하게 달리고 있었다. 나머지 시간은 정 말 동네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누듯 가벼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때우다 보 니 금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자, 도착했습니다." "고맙소, 기사양반. 덕분에 여기까지 정말 지루하지 않게 왔군." "하하하... 아닙니다. 한국에 계신 동안 좋은 일 많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요금을 치룬 그 노신사는 넉살 좋은 순박한 택시기사의 인사에 껄껄 웃으며 멀리 교정 안으로 사라졌다. 이곳은 성전특고. 박씨는 예전에 만난 적이 있던 한 여인을 이 학교까지 태웠 었던 기억이 났지만 고개를 흔들며 애써 부인했다. 여러 가지 정보가 일치하고 있었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속단하기 이르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또 어떻단 말인가. 그냥 잊는게 상책이지. "이건...?" 그렇게 막 택시기사 박씨가 집에 있을 사남매를 생각하며 차를 돌릴려고 옆으 로 고개를 돌리자 공항에서 자신이 보다가 던져놨던 신문이 눈에 들어왔다. 보 조석 의자 위에 펼쳐진 신문의 문화예술 란. 그리고 그 위에 자신이 태우고 왔 던 바로 그 외국인 노신사의 사진과 그가 그렇게 잊고자 하는 한 여인의 화려 한 사진이 나란히 실려 있었다. 평범한 서민일 뿐인 택시기사 박씨는 그 기사 내용에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 로 휘둥그레진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줄리어드 음악원의 명예교수인 리비터 마카로브 교수의 방한] : 세계 최고의 저명한 피아노 교수인 리비터 마카로브 교수가 이번 다가오는 주 말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현재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는 피아니스트들의 대부 분이 이 마카로브 교수를 한 번씩 스쳐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그러므로 한국 음악계의 관심은 빠른 속도로 리비터 마카로브 교수의 방한에 그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용무를 이유로 정확한 방문 날짜를 알리지 않 는 교수 측은 그의 수재자인 장혜영(캐롤린 장, 피아니스트)씨의 초청으로 방문 한다고만 응답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음대 교수들과 주목받는 음악가 들이 요 근래를 겨냥하여 일제히 한국을 방문하게 된 이유 한가운데에 이 마카 로브 교수의 영향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되어지고 있다. ...(중략)... * * * * 성전특고 내의 예술관 대강당 무대 뒷편. 크지 않은, 그렇지만 그렇다고 답답하거나 작지 않은 아담한 대기실 안에 그때 한 소년이 소파에 앉아 전자 수첩을 전자펜으로 눌러가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 었다. 새까만 검은 머리. 소년의 집중력만큼 그 검은색이 너무 너무 짙어 푸른빛 마 저 비치는 까만 머리결이 작은 소년의 하얀 얼굴과 투박한 뿔테 안경 위를 살 짝 내리덮고 있다. 그 모습은 강렬한 색감의 대비 때문인지 아주 인상적이다. 유세진. 전날 그 나이 또래로서는 누구도 하지 못했을 불가능한 일을 해낸 소년들 중 하나. 그가 오늘은 바로 대강당 무대 뒷편에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때 와 조금도 다름이 없는 교복 차림의 평범한 모범생의 모습. 그런 모습을 보고 누가 그 아이가 한 나라와 한 기업을 통채로 뒤흔들어 놓은 일당 중의 한명이 라고 하겠는가. 게다가 평온한, 아니 오히려 보통 때보다 더 차분한 그의 모습 은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이 본다 하더라도 의아하게 생각할 광경이다. 어른들도 하기 힘든 그런 일들을 해낸 아이들이라면 좀 더 들떠 있을 수도 있으련만... 그런데 그때였다. -달칵- "어? 너 여기 있었냐? 안보이더니... 우~ 아직도 머리가 흔들려..." "아, 동민군이시군요. 이제 오십니까? 훗! 아직 힘드세요?" 세진이 약간 흐트러진 차림으로 들어오는 신동민을 보고 생긋 웃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비틀거리며 들어오는 동민을 바라보는 눈초리는 입가에 띤 미소와는 달리 어떤 감정인지 알아채기 힘들다. 미묘한 감정의 소용돌이. 따뜻함만은 아 닌 것 같은데... "이것 봐. 한 번에 몰아잤다고 이게 단번에 풀릴 피로인 줄 알어? 오늘도 그 괴물의 연주 발표회가 아니었으면 아직까지 누워 있었을 거라고. 난 지금 이렇 게 두발로 스스로 서있는 내가 너무 너무 자랑스러워. 그러니까 신경 꺼주시 지." "네네." 세진이 민제후에게 쌓이고 쌓인 감정이 많았는지 드디어 그 괴물이 대중 앞에 서 왕망신을 당하게 되는 꼴을 직접 보게 됐다고 통쾌해 하는 신동민을 두고 피식 웃으며 다시 손에 들고 있던 전자수첩으로 시선을 내렸다. 그 최신형 전자 수첩 화면 안에는 누군가의 갖가지 신상기록과 정보가 비교 분석되고 있었다. "그런데 유세진. 너 지금 뭐하냐?" 동민이 머리를 쓸어 올리면서 세진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이상한 녀석... "이름 강제경. 출신지 부산. 소속은 성전특고 클래스 B-Ⅰ. 성전스카웃진에게 몇 년전 전격적으로 발굴되어 천재라는 타이틀로 불리우며 키워지고 있는 주목 받는 피아노 전공자." "엇? 그게 뭐야?" "성전특고 음악전공 교수들이 하나같이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평 가하는 학생으로 강제경이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로는 마르타 아르헤리치(Marta Argerich), 마우리치오 폴리니(Maurizio Pollini), 알프레드 브렌델(Alfred Brendel), 크리스티안 침머만(Christian Zimerman). 자유롭고 개방성을 두루 갖 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도 좋아함. 퓨전 음악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신 세대 소년이지만..." 세진이 고개를 들고 두꺼운 안경알 너머로 눈을 반짝 빛냈다. "아직은 어른들이 싸놓은 틀 안에 박혀 자신의 진정한 음악세계는 표현하지 못하고 있음." 그 순간, 유세진의 한쪽 입꼬리가 사악하게 치켜올라갔다. ...계속 (2회분을 자르지 않고 올립니다.^-^ 그 동안 공백이 좀 길었죠? 바쁘기도 했지만 고민을 좀 하느라구요. 원고의 마지막 수정도 있었고. 정말 길고도 짧은 한주였습니다. 동호회 정모도 있었고, 컴퓨터가 맛이 가서 그거 고치느라 또 진땀 한 번 빼고, 자료들을 모아놓고 머 리도 굴려가며... 냐하하하~ 그래도 제 카페에는 꼬박꼬박 열심히 갔었답니다. 뉴 라이프 카페(cafe.daum.net/NewLife)로 많이 놀러오세용~♡) << 뉴 라이프 (New Life) >> -116- [부제: 방해(2)] 성전특고의 예술관 대강당. 특고의 정문으로 들어와서 자동차를 숲이 있는 방향으로 돌리면 발견하게 되 는 건축물의 명칭이다. 높고 높은 천정과 수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3층의 관객 수용석,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과 비교해도 절대 손색이 없는 최고의 무 대구조와 음향설비. 게다가 웅장하기까지 한 아름다운 전면 유리벽과 자연광을 환상적으로 실내로 투사시키는 천공(天空)의 돔... 그래서 예술관은 단순히 클래스B 학생들의 학업의 공간이기 이전에 설계 때부 터 하나의 예술 건축물로서의 가치를 높이 평가받아 왔었다. 성전특고의 손길이 닿은 곳에 평범하고 가치가 낮은 물건이 과연 있을까? 하지만 예술관 대강당 무대는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매우 특별하게 성 전(聖殿)의 자랑으로 굳어져 있다. 그리고 오늘같은 날, 바로 이런 순간은 더 더욱 그렇다. 오늘은 클래스 B의 발표회날. 예술 전공자들의 클래스인 B반의 일년 중 가장 크고 중요한 행사. 미술 계통 의 학생들은 자신들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열고, 무용 계통을 전공으로 삼는 학 생들도 따로이 창작 무대에 서게 되어 자신들이 일 년간 갈고 닦은 실력을 평 가받게 된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클래스 B의 가장 큰 발표회는 악기, 특히 피아노 전공자들의 연주 발표회가 가장 크고 주목을 받는다. 그건 예전에는 피 아노 전공자들이 비교적 다른 악기 전공보다 많아서 그랬다고 생각되지만, 올해 는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덕분에 작년보다 일이 미친 듯이 늘었어!' 교문과 예술관 중앙현관 쪽에서 도움을 요청한 메세지에 긴 검은 머리의 소녀 가 얼굴을 찌푸리며 학년 대표들을 불러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1학년 위원들은 학부형 안내쪽으로 인원을 늘려 주세요. 역시 이 대로는 안되겠어." "하지만 예지 선배님, 지금 더 이상 늘릴 인원이 없습니다. 놀고 있는 손이 없 어요. 게다가 3학년들은 이름만 학급위원이고 학생회지 이런 잡일은 하지도 않 는데... 만만한 1학년만 가지고 들볶다니 너무합니다. 절대 무리예요!" 한예지의 요구에 1학년 학년 대표인 어느 한 여학생이 또랑또랑한 눈으로 말 했다. 150cm 정도의 작은 키에 똑 부러지는 성격... 약간 큰 듯한 성전특고의 교복 을 걸치고 머리를 양 옆으로 높이 올려 묶은 헤어스타일이 더 앳되어 보이게 한다. 그래서 얼핏 보면 소심한 여학생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3학년도 함부로 하지 못하는 2학년 학생회장이자 얼음공주로 불리우는 한예지 앞에서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반론을 펼치는 모습은 어느 학년 아이들보다 당차기 그지없다. '저 아이, 특기생 D반의 신입생이었지 아마?' 예지는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 자신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입을 꾹 다물고 결 사적인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그 1학년 소녀를 돌아보며 살짝 미소지었다. 어 쩐지 예전의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금은 너무 바빠 자신의 개인적인 관심으로 시간을 낭비 할 수가 없었다. 피아노 전공 연주 발표회가 올해 특별히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 바로 성전 재단 이사 장혜영씨의 입김으로 새롭게 열린 이번 발표회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들이 직접 학생들을 살피고 비공개 심사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그러니 음악을 전공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의 귀가 번쩍 뜨이는 것은 당연지사. 이미 이번 발표회는 단순한 학업 진취도를 평가를 받는 자리가 아니었다. 어쩌 면 평생 얼굴도 마주대하지 못했을지도 몰랐던 세계적인 대가들 앞에서 자신들 의 가능성을 펼치는 자리란다. 그 뜻은 이번 발표회가 잘만 하면 최고의 마스터 들에게 인정도 받고 세계 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비공개 소식통에 의하면 최고의 피아노 교수인 '리비터 마카로브 교수'가 직접 이 무대를 지켜본다고 하니... 아이들은 꿈에 부풀었다. 그 교수의 손길이 닿아 다듬어진다면...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 라고. 그리고 이 소문이 삽시간에 거의 모든 학부모들에게 퍼졌고, 지금 그 일생 일 대의 연주 발표회를 보려고 학생들과 학부모 뿐만이 아니라 개인 관람객들까지 넘쳐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발표회 시간이 돼갈수록 들이닥치는 자동차의 물결로 인해 주차문제와 관객질서에 대한 문제들이 새롭게 야기되어 학생회에 서는 지금 매우 당황하고 있는 중이었다. 성전특고의 행사관리팀은 발표회의 진행을 순조롭게 콘트롤하기에도 정신없을 것이다. 게다가 최고의 VIP 손님들이 특별심사위원들로서 속속들이 도착하고 있 지 않은가. 이쯤되면 당연히 주변 정리는 학생들의 몫이었다. 그리고 또 교내 행사는 학생회 자체에서 해내는 것이 관례이기도 했다. 그러니 학생회에서 이 발표회를 성공적으로 사고없이 치뤄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갖게 되는데... 아무리 그래도 올해의 연주발표회는 예년의 어떤 발표회하고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큰 규모가 된 데다가 수준까지 확연히 달라 확실히 학생들만으로 감당 하기에 버거웠다. '그렇다면 운영방법도 예년과 달라야 하겠지.' "이름이?" 예지가 복도를 바쁘게 걸어가며 물었다. 그러자 예지의 뒤를 따르던 그 신입생 이 실망과 약간의 서운함이 담긴 얼굴로 말했다. 입학해서 거의 두달이 지났는 데 예지가 자신의 이름을 모르고 있다는 것에 대한 서운함인 듯 했다. 그래도 한예지에 대한 동경은 여전해 보인다. "김봉선인데요." 이름이 소박하고 어울리게 예쁘다. "그래, 봉선아. 그럼 지금부터 봉선이라고 부를게. 무리란 건 알아. 하지만 조 금만, 한 30분 정도만 저 난리통 좀 정리 좀 해봐라. 내가 곧 자원봉사를 지원 받아서 보내 줄 테니까." "네? 하지만 이렇게 갑자기 어디에서 자원봉사 인원을 구하죠?" 봉선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마치 세일러문 처럼 양쪽으로 묶은 머리를 절레 절레 흔들었다. 그 모습에 예지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입을 열었다. '안되면 되게 해야지!' "학생회에 지원을 요청했던 몇몇 써클에 운을 띄우면 어떻게든 인원이 될 거 야. 요 사이 무자비로 동호회가 개설되서 활동비를 제한적으로 지급했으니까." "아, 네. 그렇다면 뭐..." 이제서야 1학년만 부려먹는 것 아니냐고 은근히 항의를 하던 봉선이가 얼굴을 붉히며 말꼬리를 흐렸다. 일반전형학생들에 대한 은근한 차별과 학년에 의한 부 당한 처사라고 생각해 반발했었지만 사실 자신이 동경하는 선배에게 그런 태도 를 보였던 것에 어쩔 줄 모르는 듯 했다. "저..저기 선배님. 이것 좀 보세요. 재미있는 거 보여드릴께요. 준비. 하나, 둘, 셋!!" "!!" 예지가 갑자기 눈앞에서 봉선이가 꾸깃꾸깃 구겼던 종이가 화르륵 타오르자 깜짝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가 다음 순간 그 눈이 감탄의 눈으로 변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녀 앞에는 세일러문 머리의 덧니가 귀여운 소녀가 재가 된 종 이뭉치 대신에 장미 한송이를 들고 있었다. 곧 봉선이가 쑥스러운 듯 배시시 웃으며 그 장미를 예지한테 주었다. "전 마술 특기생으로 입학한 1학년, 클래스는 D-Ⅱ예요. 하지만 장래희망은 데이빗 커퍼필드를 능가하는 세계 최고의 마술사가 되는 겁니다." '세계 최고...' 예지는 그 말에 표정을 굳히고 김봉선이라는 소박해 보이는 소녀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배시시 웃는 그 얼굴은 이제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소녀답게 아직 중학생 때의 치기가 남아 순수해 보였다. 그러나 방금 전 보여준 그 장기는 전 혀 어린 소녀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깨닫고 예지는 자신과 성전특고 내의 다른 학생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 학교의 모든 아이들이 세계를 목표로 해서 달리고 있다.' 그런데 나는 무엇을 목표로 최고가 되려 하지? 왜 하필 이 순간 그런 문제가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연주 발표회 때 문일 거다. 어쨌든 예지가 이런 저런 생각에 복잡한 표정을 짓자 봉선이가 그 모습에 그녀가 화가 난 줄 알고 당황하여 허둥대는 것이 보였다. "아앗...저기 예지 선배님. 그러니까 전 그냥 힘드신 것 같아서 힘내시라고 한 건데... 죄송해요. 불장난 한거 때문에 그런가요? 그치만..." "까꿍!!" 어? 방금 저 목소리는? 그리고 저 모습은?! "동희야?!!" 예지가 소리친 한가운데에 '신동희'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무표정한 작은 꼬맹이가 갑자기 봉선이 머리 위에 매달려 깜짝 파티처럼 나타났다. 그 광경에 봉선이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얼이 나가 버렸다. 하긴 가뜩이나 불안정한 상 태에서 무표정한 인형같은 어린 아이의 얼굴이 거꾸로 나타나 갑자기 눈이 마 주친다면 저럴 수도 있을거라 생각은 들지만... "아앗, 봉선아!!" 예지는 마침내 제대로 비명도 못지르고 기절해서 뒤로 쓰러지는 김봉선을 붙 잡으러 뛰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삐익! 삐이익!!" "아라? 세일러문 언니가 쓰러졌네여? 그럼 앞으로 이 지구는 누가 지키죠오? 코오~ 세상은 정말 요지경이예요. 그래서 할 수 없네요. 결론은 앞으로도 둘기 가 계속 동희랑 놀아줘야 한다는 거예요." 어..어째서 그런 결론이 나오는 거지? 구슬픈 닭둘기의 울음소리까지 듣게 된 한예지는 머리 속이 새하얗게 탈색되 었다. 신동희가 말썽쟁이란 건 신동민이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저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다. 하긴 동희를 본 것은 항상 동희를 제어 가능한 신동민이가 옆에 있을 때 뿐이었지만. 그런데 그건 그렇고 어떻게 된 일인지 날짐승인 둘기가 신동희의 손아귀에 잡 혀 있는 것은 정말 이해 불가능하다. 저렇게 어린 꼬마한테 맹금이 순순히 잡히 다니...;;; 아니, 지금 그 뿐만이 아니지 않는가. 둘기는 현재 신동희라는 무표정 한 꼬마 악동에게 잡혀 이리저리 무자비하게 휘둘려지고 있는 것이다. 어린 아 이의 손아귀에서 한 번씩 휘둘려질 때마다 새끼 금응의 몸에선 가여운 금빛 깃 털이 빠져 날리고 있었다. 듬성듬성 원형을 이루고 빠져 있는 것을 보니....신경 성 원형탈모증세 같다. ??;; '동민이는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지경인 예지는 갑자기 신동희까지 나타나서 소동을 일 으키자 머리가 아찔했다. 연주 발표회고 뭐고 더 이상 어떤 사건, 사고도 없었 으면 좋겠는데... 그러나 곧 예지는 생각을 정리할 시간적 여유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바로 다음 순간 들려온 금응의 애처로운 비명과 무표정 속에 피어나는 웃음 덕분에. "꺄아악!! 신동희, 당장 그 손 놓지 못해!!!" "시져!!!" "삐이이이이익~~!!!" "자신의 진정한 음악세계?" 그때 동민은 그 어떤 소동이 일어나는 장소 거의 반대편에 위치한 무대 대기 실 중 한 곳에 머물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과 관계된 어떤 소란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계속된 신동민의 혼잣말 같은 되물음. 세진이 그것을 무관심한 얼굴로, 또는 관심있는 얼굴로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다리를 꼬 고 앉았다. "그게 무슨 뜻이지?" "쿡! 글쎄요. 그것이 뭘 뜻하는 걸까요?" "장난치지 마!" 말장난 같은 유세진의 말투에 동민이 마음에 안든다는 얼굴로 거칠게 내뱉자 세진의 대답도 무섭도록 재빨리 되돌아 왔다. "장난 아닙니다!" 세진의 짙은 검은 눈동자가 그 순간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깊고 차갑게 한기 (寒氣)를 발했다. 감히 열 여섯 소년의 눈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섬뜩한 차가움이다. "이 순간 전,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합니다." 동민은 그런 세진의 얼굴을 매섭게 쏘아 보았다. 항상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인물. 평소 생글거리던 녀석이 언뜻 언뜻 이런 모습을 보일라 치면 그 사실을 더욱 뼛속 깊이 세기게 된다. 무엇보다 그 속을 알 수 없으니... "아, 물론....믿거나 말거나 이지만요." 그리고 또 그 순간 유세진이 다시 생글거리는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계속 (제가 요즘 계속 몸이 아팠어요. 그래서 연재가 순조롭지 못했네요. 정말 죄송 합니다. 변명 같아서 이런 이야기는 이제 그만해야지 그만해야지 하는데 매번 너무 늦어져서 결국 하게 되네요.^^;; 앞으로 연재가 늦어지는 일이 없게 노력하겠습니다. 사실 빨리 진행도 해야 하 니까요. 냐하~ 뉴 라이프 카페(cafe.daum.net/NewLife)로 많이 놀러오세용~♡) Ip address : 211.197.15.78 Browser version : Mozilla/4.0 (compatible; MSIE 5.5; Windows 98; Win 9x 4.90) << 뉴 라이프 (New Life) >> -117- [부제: 방해(3)] "무슨 뜻이냐고 하셨죠, 동민군? 그리고 전 '글쎄'라고 했고요. 말 그대로 입 니다. 알 수 없죠, 아직은." 세진이 어깨를 으쓱이며 가벼운 제스쳐를 취해 보였다. "좀 전에 말한 그것들은 '자료'일 뿐이거든요. 약간의 정보제공이라고 생각하 십시오. 어떤 게임이나 스포츠 경기를 보더라도 약간의 사전지식이 있어야 100% 즐길 수 있기에 해드린 이야기였을 뿐입니다. 유세진의 친절한 정보 서 비스 한마디 라고 이해하시면 되겠네요." "헛소리! 좀전의 네 말들을 단순한 사전정보 서비스라는 걸 믿으라고?" "네." 동요가 없다. 자신의 비꼬는 어조에도 변함없이 온화한 유세진의 안색에 동민이 미간을 찌 푸렸다. 신동민은 바보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 동민은 유세진이 최 근 주목하고 있는 두 인물이 바로 강제경과 민제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세진의 분석 리스트. 동민이 임의로 그렇게 부르는 그것은 성전특고 내에 중요 인물이나 주목할 만 한 아이들에 대한 프로필과 정보 일체가 조사되어 있다고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아마도 학생들 중에는 일반전형 학생들을 제외한 성전특고의 모든 학생, 즉 특 별전형 학생들 전부가 유세진의 분석 리스트에 올라 있을 것이다. 일반전형생들 은 평범한 아이들이므로 그의 관심범위와 수준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빠져있는 것이고. 물론 가끔 예외도 있지만. '그런데 그 예외 중 핵심 인물이 바로 '민제후'일 테지.' 그것도 예상치 못했던 충격적인 예외!! 모르긴 몰라도 민제후라는 인물의 등장 은 유세진에겐 방심한 사이 뒷통수를 맞은 것과 같은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 왔을 것이다. 급하게 알아보았더래도 생각보다 별 소득도 없었을 터다. '민제후...' 리스트에조차 없었던 평범한 일반전형 합격생. 배경이나 성적도 별 볼일 없다고 생각했고, 뛰어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닌, 그 저 그렇고 그런 '평민' 중의 하나. 그런 인물이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 사이에서 주목받는 인물로 혜성처럼 떠오 르기 시작했으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특급 클래스의 편입이 문제가 아니었다. 제후의 거칠 것 없는 행동거지와 이상한 이름으로 결성한 알 수 없는 목적의 스터디 서클. 게다가 처음으로 사귄 친구가 일반전형 주제에 전체 수석이라는, 특별전 형학생들에겐 눈엣 가시같은 건방진 신동민이라는 것이 시선을 끌었을 테다. 그렇게 세진은 자신이 예상 못한 인물이 의외의 행동을 벌이고 다니는 것이 충분히 신경 거슬렸을 테고, 자신의 리스트에조차 이름도 없는 그저 그런 평범 한 일반전형생이 특고 내를 휘젓고 다니며 보이지 않는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 고 있다는 것, 그것이 그의 자존심을 긁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얼마 전 우연찮 게 밝혀진 경악할만한 민제후의 엄청난 배경이 그 자존심에 소금까지 뿌린 격 이 되었을 수도 있다. 적어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요즘은 그것 이외에도 세 진에게서 느껴지는 적대감에 또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되어 진다. 지난 며칠간 제후를 도우면서도 제후를 쳐다보는 세진의 시선이 때때로 섬뜩 하게 일그러지는 것을 본 이후로... 그래서 그런가? 시간이 갈수록 동민은 유세진이 말하는 '재미'라는 단어가 '위험'이라는 말, 또는 '제거대상'에게 붙이는 수식어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어 쩌면 민제후는 가장 가까운 곳에 가장 위험인물을 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주 위험한... "...날 바보로 아는군." 중얼거리는 신동민의 말에 유세진이 비스듬하게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다. 탐색 하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시선. 그러나 곧 세진은 얼굴 한가득 생긋 웃음을 띄우 며 말을 이었다. 유세진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오늘따라 더욱 해맑다. 그리고 그 것에 더욱 기분이 나빠지는 동민이었다. '음습한 녀석... 대체 저 녀석 어디가 천사같다는 거야?!!' "쿡쿡... 바보라뇨? 어디 가서 신동민을 바보라고 하면 모두들 저보고 미쳤다 고 할 텐데요? 그런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아아, 좋습니다. 내 생각이라... 이번 발표회에 대한 제 생각을 듣고 싶다, 그거죠?" "훗! 서로 할 말만 하자. 넌 어차피 네 생각을 말해줄 참이었잖아. 괜히 사람 갖고 놀지 마. 피곤해." 동민이 목 뒤를 주무르며 유세진에게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긴 모양의 소파 로 다가갔다. 어제까지 풀가동시킨 두뇌가 과부하로 비명을 지르는지 아직도 머 리가 지끈지끈했다. 그런 상황에서 영양가 없는 말싸움은 정말 하고 싶지가 않 다. 동민의 '장난'과 '헛소리'란 말뜻은 바로 그것이었다. 세진이 녀석이 어차 피 해줄려고 마음 먹은 얘기를 가지고 자신의 속을 떠보려고 하는 것이다. 피곤 해 죽겠는데... "오~ 역시 신동민군! 놀라운데요?!" "그깟 걸로 비행기 태우지 마. 그런 걸로 칭찬받으면 기분만 나빠져. 네 녀석 은 처음부터 할 생각 없는 이야기였으면 운도 띄우지 않았을 거 아냐. 그리고 만약 정말로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면 내가 아무리 다그쳐도 절대 입을 열지 않을텐데...왜 서로 힘을 빼야 하지? 시간이 남아 도는 모양이군. 너 혼자 놀 아." 흔틀리는 걸음으로 긴 소파에 다가가 보니 두툼한 담요도 펼쳐져 있는 것이 보였다. 엉망으로 뭉쳐 올려놨는지 구겨진 모양새로 불룩해 보였지만 잘 펴서 덮으면 좋은 잠자리가 될 것도 같다. 발표회까지 아직 몇 시간 남아 있으니 눈이라도 좀 붙여야... "이름 민제후. 소속은 클래스 S-0. 전공은 아직 클래스 A로 설정되어 있고, 지난 평가자료까지를 바탕으로 본다면 특별히 뛰어난 분야는 보이지 않음." 그 소리에 담요로 손을 뻗던 동민의 손이 공중에서 멈칫 멈춰섰다. "좋아하는 음악 특별히 없음. 좋아하는 노래 '립스틱 짙게 바르고', '남행열 차', '소양강 처녀' 등 대중적인 가요를 주로 즐김. 피아노 경력은..." 고개를 돌려보니 유세진이 중앙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여유롭게 자료를 읊 는 것이 보였다. 뿔테안경 밑의 세진의 두 눈동자가 신동민에게 고정되어 있었 다. 피식 웃는 작은 소년의 새하얀 얼굴 위로 푸르른 검은 머리칼이 흔들린다. "달랑 2주." 유세진, 비웃는 건지 재미있다는 건지 애매한 경계를 보이는 미소를 보였다. 새까만 검은 머리를 가진 전형적인 모범생 이미지의 소년이 전자수첩을 교복 상의 주머니에 넣으며 동민을 향해 손가락 두 개를 뻗어 장난스럽게 흔들고 있 었다. "그에 반해 강제경은 진짜 천재... 그건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성전특고라는 영재집단 내에서도 군계일학(群鷄一鶴)일 정도로." "뭐야? 승률을 점치는 건가? 쓸데없는 짓을..." "하하! 네, 맞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런 생각마저 들더군요. 그 강제경에게 약 점이란 보이지 않았죠. 그런데 전 다른 방향으로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정말 그 천재소년은 약점이 없는 것일까? 정말 완벽한 것일까? 그럼 이 승부는 불보 듯 뻔한 결론이 나올 것인가? ...그렇게 생각해 보다 보니 갑자기 의외인 곳에 서 한 가지 약점을 발견하게 되었죠." '약점?' 뻔한 결론이라 생각해서 긴장감 대신 괴물 녀석-제후- 망신 당하는 순간에 통 쾌하게 웃어주리라며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몸을 일으켜 교복까지 챙겨입고 학 교에 왔는데, 느닷없이 강제경의 약점을 듣게 되었다. 세진이 어리벙벙한 얼굴을 하고 있는 동민을 힐끔 쳐다보다가 앉아있던 소파 에서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바로 강제경이 '천재'라는 것!" 천재라는 것 자체가 약점이라니... 무슨 소린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좀 더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 본다면 그 '천재'라는 타이틀이 약점이 되는 겁 니다. '천재'라고 불리는 것은 어른들이 요구하고 기대하는 바를 완벽하게 충족 시켜 주고 있다는 의미도 되는 거죠. 즉, 강제경 군이 과연 어른들이 시키는 대 로가 아닌, 자신만의 진정한 음악세계를 펼쳐본 적이 있을까...라는, 그런 결론 이 나옵니다." 그 순간 검푸른 머리칼의 소년이 창가로 걸어가던 걸음을 우뚝 멈춰섰다. "얄궂게도 '천재'라는 타이틀 그 자체가 강제경의 천재성을 죽여가고 있는 것 이죠." 생긋 웃는 유세진의 옆모습이 정말 즐거워 보인다. 분명 뭔가 또 다른 '재미' 를 찾은 얼굴. 저 작은 머리 속에서 지금 어떤 계획들이 그려지고 있는 것일 까? 동민은 마치 유리벽 안을 들여다보는 듯 주변인물들을 속속들이 파헤쳐 이용 하는 유세진의 모습에 가슴 한쪽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계속 (오늘 날짜로 등록!! 아자!!! '방해' 부제는 세진 때문에 지었습니다. 제경의 약점도 알게 되었고, 제후의 실 력 향상에 의심을 품었지만 이 놈이 워낙에 믿을 수 없는 일을 많이 일으켰는 지라 이대로 가면 재미없다고 세진은 생각하죠. 민제후가 하는 일마다 잘되다 니... 세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재미없습니다. 그래서 세진은 아예 민제후를 발표회에 불참시키려 합니다. 뭐, 그 난관을 뚫 고 발표회에 참가해도 재미있으니 계획에 실패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기도 하 고요. 그런데 그 방법이 좀 비겁합니다. 어떤 방법일지는 다음 회를 기대해 주 세요.^0^ << 뉴 라이프 (New Life) >> -118- [부제: 방해(4)] "너..." "아, 그런데 이번 발표회에서 그 약점이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지... 그걸 알 수 없다는 것이죠. 처음부터 강제경과 엇비슷한 실력이 아니라면 애초부터 그건 '약점'이 될 수 없으니까요. 수준부터 차이가 나는 연주자에게 그것은 '약점'이 아니라 다시 '천재'라는 타이틀로 다가가게 될 겁니다. 그리고..." 동민의 말을 자른 세진은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숙여 손가락으로 안경을 가볍 게 올렸다. "오히려 상대의 승부의지부터 꺽어버릴 겁니다." 동민은 자신을 향해 고개를 돌린 검은 머리의 소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뭔 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겠는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들여다 볼 수가 없다. 분명 무언가 투명하지 않은 계획을 갖고 있다는 건 알겠 으나... 그런 복잡한 동민의 심경을 아는지 모르는지 세진은 창가에서 쏟아져 들어오 는 햇살의 커튼 아래 두터운 뿔테 안경을 빛내며 웃고 있다. 알경알이 햇빛을 반사하여 소년의 눈에 떠오른 표정은 읽을 수가 없었다. "훗! 복잡하게 말하는군. 결론은 제후에게 승산이 없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거잖 아? 그건 너처럼 이것 저것 잡다하게 따지지 않아도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 실이라구." "...그럴까요?" "그럼 다르다는 건가?" "글쎄요." 또 그 놈의 '글쎄요'군. '재미있어서'라는 말 다음으로 짜증나는 대답. 세진이 녀석의 생글거리는 얼굴 로 저런 애매모호한 대답을 할 때마다 동민은 속에서 울컥거리는 것이 올라오 는 기분이었다. 도발에 넘어가기 싫어 참고는 있지만 정말 유쾌하지 않은 인간 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빈틈없는 모범생에 용모단정, 거기에다 성실하고 구김없는 밝 은 미소와 천사같은 천진난만한 이미지... 하지만 검은 안개로 감싸인 것 같은 어둡고 짙은 유세진의 눈동자를 마주할 때마다 그런 겉모습에서 오는 착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자 신보다 키도 훨씬 작고 두 살이나 어린 녀석에게 주시당하고 놀림받는 듯한 느 낌이라니...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오싹한 느낌까 지 든다고 할까? ...목이 탄다. "쿡쿡... 뭐, 좋습니다. 어느 쪽이든 몇 시간 뒤면 금방 알 수 있을테니. 그나 저나 동민군은 참 상냥하시군요." "뭘 말이지?" 동민은 물이라도 한 잔 마셔야 겠다라고 생각하며 한쪽에 마련된 음료 테이블 로 가서 유리컵에 주전자를 기울였다. 날카로워 보이기까지 한, 샤프하고 스마 트한 소년의 목소리가 잔에 따라지는 물처럼 평이하게 흘러나왔다. ...피곤해. 역시 너무 피곤하다. 유세진같은 녀석을 상대하기엔 지금의 황폐한 정신 상태론 무리인 것 같다. 그런데 그때 들려온 의외의 말소리. "동민군은 오늘 제후군이 발표회에서 떨어지게 될 때를 걱정해서 나온 거 아 닌가요?" "푸웃!!" 지금 무슨 소리얏!!! "우..웃기고 있네!! 난 그 자식 망신 당하는 꼬락서니를 구경나왔을 뿐이야. 얼 마나 꼴사납게 떨어지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봐 줘야지! 안그래? 그런 좋은 구경 거리를 놓칠 순 없잖아?" 동민이 사래가 들려 콜록이며 기침하다가 기침이 잦아들자 고개를 획 돌리고 거칠게 항의했다. 사래가 심하게 들린 모양인지 얼굴로도 피가 몰리는 느낌이 다. 젠장! 오늘은 스타일 다 구기네. 그런데 여긴 왜 이렇게 더워?!! "호오~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그런 몸상태로 말입니까?" "........." 뿔테안경의 작은 소년이 빙글빙글 웃으며 말하는 그 소리에 동민은 마땅히 대 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어이없게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을 잃어 버리고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그 모습에 유세진이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한다. "제후군은 정말....좋은 친구를 많이 둔 것 같군요." 고개 숙인 세진의 얼굴. 사라락 가려진 검푸른 머리칼 안에 순간적으로 소름 끼치는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고 느낀 건, 왠지 그 미소가 찰라간 비틀려 보였 다는 건 정말 착각인가? "쳇! 쓸데없는 소리!! 난 더 이상 너랑 말씨름 할 생각 없어. 그만 잠이나 잘거 야. 그러니까 발표회 시작할 때까지 절대 건들지 마!" "엇? 저, 잠깐 그쪽은..." '음흉한 자식!! 내 언젠가 네 녀석의 속셈이 뭔지 속속들이 밝혀내 버리겠어!' 세진이 뭐라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으나 동민이 못들은 척 하며 담요가 두툼하 게 뭉쳐져 있는 긴 소파로 몸을 던졌다. 잠자리를 정리하고 나서 몸을 눕혀야 겠다는 생각은 더 이상 안들었다. 평소 깔끔 떨기로 유명한 신동민이였지만 지 금만큼은 머리만 닿으면 어떤 곳에서라도 잘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유세진이라 는 이름의 인물과의 대화로 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기운이 모두 빠져나간 기분. 저 작은 녀석과의 대면은 항상 사람의 에너지를 급속도로 소모시킨다. 다른 때 도 아니고 어제 뒤의 '오늘'과 발표회 직전의 '지금'에는 이 이상 기운을 소진 시키는 것이 자기 자신만 손해라고 생각해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제후 녀석보다는 나을지도... 만약 지금 그 녀석을 만난다면 난 신경 쇠약에 걸릴지도 몰라. 그래. 차라리 이게 낫지. 어휴~' 그때였다. "꾸에에에에엑~~!!!" "우아악! 뭐..뭐야?!" 갑자기 등에 닿는 익숙치 않은 쿠션과 돼지 멱 따는 비명 소리에 동민이 기겁 을 해서 일어났다. 도데체 이번엔 또 뭐야! "우..억...힝~ 나...죽는다, 동민아...꼬르륵..." 담요를 둘둘 말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체는 사람 같은데... 그럼 담요가 불 룩했던 건 그 때문이었나?! 그런데 어딘가 상당히 낯이 익다. 잘은 안보이지만 요란하게 떨어져 바닥에 널부러진 담요 사이에서 보이는 저 특이한 금갈색 실 들은... 으윽! 신동민이 식은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창백한 얼굴로 황당해 하자 뒤쪽에서 재 미있어 죽겠다는 듯, 웃음을 참는 기색이 역력한 유세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제가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 듣지 않으시더니..쯧쯧. 제후군이 그곳에 서 자고 있었거든요. 아! 잔다고 하기보다 정신을 잃고 있었다고 해야 하나요? 킥킥.. 약 한시간 전쯤인가? 김비서님이 성전저택 음악실에서 발견했다고 하시 면서 제후군을 여기에 떨궈놓고 가셨죠. 그리고 전 바로 그의 '감시자'구요. 김 비서님이 도련님이 도망가지 않게 도와 달라고 부탁하셨지만 감시할 것도 없어 서.... 이렇게 보시다시피 말이죠." 단정한 사립고교 교복을 입은 검은 머리의 소년이 어깨를 으쓱이며 가벼운 제 스쳐를 취하자 주먹을 틀어쥐고 끓어오르는 뭔가를 참고 있던 또 다른 소년의 고함소리가 마침내 터져 나왔다. "너 이 자식...민.제.후!!!" ...계속 (으흑... 하루에 한편은 짱 어려워... 게다가 술 먹고 밤을 샌다는 것도. 하지만 거의 성공했었는데 아쉽다. 이번 부제가 다음 회까지 늘었다. 반띵이다, 반띵! 케헤헤헤~ 그런데 제대로 쓴 거 맞나? 제 정신이 아니다. 쿨럭.... ??? 아! 그리고 방금 전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네요. 애를 먹이던 표지가 통과가 된 모양이예요! (에라디여~~~!!^0^) 그래서 책이 이번 주 금요일에 인쇄가 된다니 다음 주 월요일에는 서점에 풀리게 될 듯. 잘됐다. 속이 다 시원하다!! 그동안 너무 질질 끌었어요. 에휴~ 그럼 이만. 참! 저 오늘 생일이예요~♡ 축하 메시지 날려주세용!! ^-^) #광고: <뉴 라이프 카페(cafe.daum.net/NewLife)> << 뉴 라이프 (New Life) >> -119- [부제: 방해(5)] '이런이런...' 세진은 한바탕 소란 뒤에 신동민이 있는대로 화를 내며 아직도 잠에 취해 징 징대는 민제후를 끌다시피 해서 데리고 나가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웃었다. 덜컹거리는 문소리. 대기실에 혼자 남으니 갑자기 적막이 찾아와서인지 아담하 게 꾸며진 그 곳이 너무나 넓게 느껴졌다. 신동민이 특별히 뭔가에 화가 난 것은 아닐 것이다. 저것 모두 민제후라는 소 년을 걱정하고 위하는 그만의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모든 걸 다 가진 것 같고, 이미 누구도 감히 올려다 보지 못할 최고의 위치, 힘의 중심에 서있는 친구... 하지만 그것의 몇 배에 달하는 위압적일 정도의 책임감과 의무, 자유의 구속, 게다가 가주로서 요구되는 의연함과 필수적으로 받아넘겨야 하는 적대적인 친 인척들의 노골적인 경멸, 그리고 회사내 그의 존재를 반대하는 세력에 대한 견 재 등... 아직 고등학생으로선 상상도 하지 못할 상황에 홀로 서 있는 한 친구에 대한 걱정일 테다. 부끄러움과 어색함에 마음만큼 따뜻하게 표현 못하고 저렇게 화를 내는 것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 단적인 예로 신동민, 그 자신의 몸도 극 도로 불안정한데 오늘 굳이 나오지 않아도 되는 학교를 무리해 가며 나오지 않 았는가. 약간의 피로라며 태연한 척 했지만 감출수 없는 창백한 안색과 평소와 달리 단정하지 않은 자세 등이 그가 오늘 충분히 무리하는 중이란 걸 알려주었 다. 게다가 겉으로는 불같이 화를 내면서도 제후의 잠을 깨워야 한다며 억지로 세수 시키러 간다며 챙기기까지... 세진이 키들거리며 피어오르는 비웃음에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웃기는군. 가식과 위선이 아니라면 우숩기 짝이 없어. "가만가만... 이제부터 나도 슬슬 움직여봐야 되지 않을까?" 우정이라... 그게 어디까지 갈런지. 훗! '응?' 발소리? 세진이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있다가 적막속에 자신 이외의 물체가 내는 소리 가 들려오자 긴장하며 반사적으로 문 뒤로 몸을 숨겼다. 이 시간에 이렇게 외진 곳까지 들어올 진행요원이 있을리 없었다. 발표회가 몇시간 남지 않아 한창 바 쁠 이때 그들이 여기까지 일부러 들어올 리가 없잖은가? 그런데 그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들. "꼬마야, 이쪽이래. 한눈 팔지 말고 이리와." "동희야, 동희! 신동희! 난 꼬마가 아니라구." "어쨌든!" 성전특고 교복을 입은 한 여학생과 6~7세 정도로 보이는 작은 꼬마 소녀가 복도를 걸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둘 다 세진에게 낯이 익은 얼굴... 저 아이들은?! "그런데 너 정말 신동민 선배님 동생 맞니? 전혀 웃지도 않고. 으~ 정말 귀염 성 없는 꼬맹이!" "쿄오~ 봉선언냐. 아까 동희땜에 기절했다구 지금 화풀이 하는 거야?" "아냐!" 여학생이 작은 꼬마아이의 질문에 무심한 척 걸으며 내뱉는다. 그 여학생은 원래가 어려 보이는 인상인데다가 헤어스타일까지 양갈래로 높이 올려 묶어 더욱 동안(童顔)으로 보였다. 특고의 교복이 아니었으면 중학생이라 고 해도 믿었을 듯. 그리고 깜찍하고 인형처럼 예쁜 작은 꼬마소녀는 무표정한 얼굴에 떠있는 큰 눈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특이한 디자인의 모자를 쓰고 그 커다란 두 눈으로 말 똥말똥 쳐다보며 쫑알쫑알 말하는 것이 마치 인형가게 진열대 위를 장식해 놓 은 진짜 수재인형같아 보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그 두 인물이 투닥거리는 모습이 열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똑같다는 것에 있었다. "저리루 가면 정말 우리 오빠가 있어?" "응, 그래. 그러니까 좀 조용히 해봐라. 저기에 동민 선배님이 계실 거야. 아까 저쪽에서 다른 사람들도 선배님이 이쪽 대기실에 있을 거라고 했잖아. 어떻게 넌 쬐끄만게 의심도 그리 많니?" "이 세상이 워낙 요지경 속이잖아. 그리고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도 몰라? 언냐는 그렇게 순진해서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려구 그래?" 무표정한 아이의 입에서 말이 터지자 그 황당한 내용과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어조에 마치 세일러문처럼 양쪽으로 길게 올려묶은 머리모양의 여학생이 식은 땀을 흘리며 굳어 버렸다. "자고로 이 세상을 멋지게 살아가기 위해선 여자는 우선 돈 많고 힘 좋은 남 자를 잡아야 하는 거샤, 언냐. 그리고 무엇보다 남자는 힘이 가장 중요해!" 계속되는 꼬마 신동희의 황당강의. 그 꼬마 소녀의 한마디 한마디에 같이 동행한 여학생은 얼굴이 새빨개져서 입 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꼬맹이한테 그런 소 리를 들었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는 모양이었다. 반사적으로 몸을 숨겼던 세진 은 가까이 다가온 그들을 관찰하다가 그 모습에 한바터면 웃음이 터질 뻔 하였 다. 순간적으로 누군가의 모습이 겹쳐 보였었다. 설마 동희양이 제후군의 수재자? "어머머! 얘..얘가 아까부터 못하는 소리가 없어!!" "아라? 뭐가? 남자가 힘이 좋아야 밤마다 동희 어부바도 해줄 수 있잖아. 그 런데 그게 왜?" "어..어엇?" 뭐가 이상하냐고 두 눈을 동글동글 굴려가며 순진하게 물어보는 신동희의 질 문에 할말이 없어진 여학생이었다. "그것도 몰랐단 말이야? 에궁~ 언냐 진짜 나중에 어쩌려고 그러우?" "아아~ 그..그런 뜻이었니?" "호오~ 언~냐!! 뭔가 다른거 있는 거지? 그치? 뭐야? 뭔데? 언냐는 뭘 생각 한 건데에? 응? 응?" 넘겨짚은 어떤 생각이 상당히 떳떳치 못한 듯. 꼬치꼬치 깨묻는 동희의 말에 봉선이라는 여학생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것 같았다. 그런 그녀에게 드디어 찾아 다니던 특별 대기실의 문이 등장한 것은 정말 반갑기 그지 없었을 것이다. "호호호... 저, 음 언니는...그러니까... 아, 여기다! 다 왔다. 여기가 대기실이 네. 동희야, 금방 찾았다. 그치?" "그거야 당연하지. 이쪽 복도에는 문이 이거 하나 뿐인걸." "이게! 이 언니가 그렇다면 그런거야. 실례합니다~." -똑똑- 그녀가 한쪽에서 들려오는 '독재자'라는 쫑알거림을 무시하고 살짝 열려있는 대기실 문을 조심스럽게 밀며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잔잔한 고요... 반쯤 열린 문으로 햇살이 평화롭게 비추는 아담한 대기실이 그녀들에게 보여졌다. 바닥의 푹신한 카펫과 편안해 보이는 의자와 소파. 사람이 있었다는 흔적처럼 어질러진 테이블과 담요는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이미지. 그리고 숲이 보이는 유 리창은 살며시 열려있어 하얀 커텐이 투명한 창 위로 산들산들 바람에 흔들린 다. 그러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따뜻하고 평화로워 보이지만 그 정경 사이 에서 정작 찾아다니던 한 사람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아무리 멋진 공간이라고 해도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상하다. 분명 선배님이 이리로 간 걸 봤다는 사람이 있는데..." "왜 그래? 오빠가 없어?" "응. 이상하네. 동희야, 너 여기에서 잠깐 기다리고 있어. 언니가 이 금방을 좀 찾아보고 올게." 오랜만에 학교 최고의 명물 중의 하나인 신동민이라는 선배를 가까이에서 보 게 됐다고 들떠 있던 봉선은 이렇게 되자 약간 풀이 죽은 얼굴이 되어 동희를 대기실 문 앞에 두고 어딘가를 향해서 뛰어갔다. 덜렁대며 달리는 폼을 보아하 니 동희가 별로 믿음이 안가는 듯해 보였지만 자기에게 당부한 말에는 수긍한 눈치다. 조금 이상한 분위기를 느꼈지만 동희는 고개를 조금 갸웃둥하다가 문을 열고 대기실로 들어섰다. 그런데 그때! "꺄아...우읍!!! 읍!!!" 동희는 갑자기 코와 입을 틀어막는 흰 수건과 공중으로 떠오른 두 다리를 느 끼고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쳐 댔다. 하지만 비명은 수건에 막혀 새어 나오지 않고, 팔다리는 이미 몸이 괴한에게 잡혀 공중으로 높이 들려진 상태라 공중에서 허우적거릴 뿐 별 효과가 없다. 그리고 동희가 자연에 널리 퍼져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들에게 도움을 청하기 직전, 숨을 틀어막고 있던 수건에 서 맡아지는 약품냄새에 마침내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흐려지는 정신과 함 께 늘어진 인형같은 작은 소녀의 몸. "이런 이런...쯧쯧..." 그때, 뒤에서 갑작스런 기습으로 어린 소녀를 기절시킨 괴한이 의외로 맑은 미 성을 내며 나타났다. 그늘에서 나타나는 얼굴은... "모두들 이렇게 빈틈이 많아서야. 제가 전부터 누누히 이야기 했을 텐데요. '누가 친구'냐고..." ...유세진?!! 세진이 축 늘어진 동희의 작은 몸을 가볍게 안아들어 대기실 안의 소파로 옮 겨 얌전하게 눕혀 놓았다. 정신을 잃은 꼬마소녀의 흩어진 머리카락과 모자를 정리해 주는 모양새는 방금전 그런 짓을 저지른 사람답지 않게 자상하기 그지 없다. 단정한 소년의 얼굴에 해맑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후후... 이 정도면 제 운도 제후군에 못지 않은 것 같군요. 굳이 찾으러 가지 않아도 이렇게 꼭 필요한 '인형'이 스스로 찾아오니 말입니다." 세진은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은 신동희의 복숭아빛 뺨을 귀엽다는 듯 톡톡 두 둘겨주고 일어서 쓰고 있던 두꺼운 뿔테안경을 벗어 상의 주머니에 넣었다. 투 박하고 사람을 한없이 정리정돈되어 보이게 만들던 그 물체가 사라지니 원래의 눈의 이미지가 솟아나왔다. 하지만 여전히 즐거움이 가득한 유세진의 눈동자... 그러나 이전과 달라 보이는 것은, 또는 새롭게 발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 눈웃음 속에 몇천피트 지하 심해의 차가운 해수보다 더 섬짓한, 잔인한 즐거 움이 서려있다는 것이었다. "역시 오늘같은 이벤트에는 이런 긴장감과 박진감이 들어가야 재미있죠." 그리고 그 잔인한 눈동자가 아무 죄책감 없이 반짝였다. 유세진이 모범생 이미지를 벗어던지자 전혀 새로워진 분위기로 핸드폰을 꺼내 어 전화를 걸었다. "접니다. '인형'이 준비됐으니 시작하시죠. 제가 스콜피온에게 약속했던....그 '시간'입니다."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뭔가를 시작하는 모양이었다. 통화 내용을 듣자니 오늘 이미 모든 것을 준비시키고 있던 듯 한데... 푸른빛 도는 새까만 머리카락이 흩어진 소년의 새하얀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 가 물컵에 떨어진 잉크처럼 번져갔다. 맑은 물잔에 떨어진 한방울의 검은 잉크 가 퍼져가듯이 점차 강렬한 어둠으로 잠식되어가는 세진의 얼굴. 그리고 그 얼 굴이 천천히 내뱉는 말은 정말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즐겁고 유쾌하다. -달칵!- "마침내 제후군을 위한 쇼 타임이 시작 됐군요." 생각보다 아주 간단하게 끝난 통화. 핸드폰 폴더를 닫아 처음에 꺼내들었던 교복 자켓 주머니로 되돌려 넣으면서 세진이 꼬마 인질을 힐끔 바라보며 생긋 웃고 펜을 꺼내 들었다. 학교 기념품 볼펜이었지만 테이블 위의 메모지에 간단한 메시지를 남기는데는 아무 지장도 없어 마지막까지 밝은 표정을 유지하며 혼자 중얼거린다. "이제 강제경쪽에만 조금 손을 보면 준비 완료입니다. 음, 아주 약간의 압박감 정도면 어떨까요? 오늘 전 절.대. '천재'의 명성 그대로의 연주를 듣고 싶거든 요. 후후후..." 종이 위를 매끄럽게 굴러가던 볼펜이 우뚝 멈춰섰다. "자, 이제 어떻게 할건가요, 민제후군?" 있는 힘껏 눌러쓰는지 종이 위에 멈춰 서있는 볼펜이 부러질 듯 휘어졌다. 그 리고 점점이 과하게 흘러내리는 검은 잉크... 그러나 그것과는 대조적으로 유세 진의 하얀 얼굴에는 천사같은 순수한 순백의 미소가 햇빛 아래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비록 그의 두 손은 망가진 펜에서 흘러내린 잉크로 검게 물들었다고 해 도 말이다. ...계속 (전 역시 하루에 하나는 안되나봐여. 힝~ 노력했는데 안돼여. ?? 어쨌든 '방해'부제는 여기까지 입니다. 밤을 꼴닥 새버렸네요? 오우~ 요즘은 심란해여. 이것저것. 판타지 소설에 대한 논란이 시끄럽고 복잡하던데 완전히 무시하게엔 제가 소심한지라... 그렇지만 가슴에 담아 두자니 겁이 나구... 뭐, 이런 저런 일이 있었다는 간추린 소식이었네요. 그런데 이번 부제를 보신 후에도 유세진을 좋아하는 분들이 과연 계실까요? 음.... ?? #광고: <뉴 라이프 카페(cafe.daum.net/NewLife)> << 뉴 라이프 (New Life) >> -120- [부제: 삶의 최고 우선순위(1)] -웅성웅성- 엄청난 인파다. 인파(人波)... 사람의 물결... 정말 그렇게 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광경이 한 소년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 었다. 아무리 성전특고라 해도 특고 사상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단지 학생들 의 발표회를 보기위해 몰려든 적이 있었을까? 성전특고 예술관 대강당. 그곳의 콘서트홀을 2층 관람석까지 개방하였음에도 사람들로 북적대는 광경이란... 가 히 장관이라 말할 수 있었다. '내가 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연주를 한다라...' "어이~ 이봐, 강제경!" "응?" 제경은 무대 뒤 통로를 가리는 붉은 커튼 뒤에서 관객석을 멍하니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있다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있는 건 의외로 두어명의 학생들. 귀한 집 자식인 듯 고생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 깔끔하고 단정한 온실 속 화초 같은 인상의 교복차림 아이들이 보였다. 얼굴들도 낯이 익고 발표회 참가자 번 호가 얼핏 보이는 것을 보니 같은 클래스 B의 학생인 듯. 하지만 호의적이지 않은 눈초리가 그들이 제경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는 걸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인다. 그 눈에 담긴 것은 '열등감'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어쨌든 그들도 성전특고 예술전공 최고 레벨 클래스에 있는만큼 최고의 재원 으로서 자부심에 가득차 있건만, 오늘같은 날, '천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 다는 이유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강제경이라는 출신성분도 알 수 없는 서민 녀석에게 빼앗긴 것이 분한 모양이었다. 마침내 제경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아이들의 입에서 이죽거리는 목소리가 튀 어나왔다. "호~ 맞네? 뒤에서 보니 오늘따라 너저분하지 않고 그 더벅머리도 비교적 단 정하길래 아닌 줄 알았더니. 교수님들의 총아(寵兒)이시자, 한국 음악계의 기대 주인 '천재 소년' 강.제.경.군..." ".........." 제길... 상대를 말아야지. 제경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신에게 주어진 개인 대기실로 걸음을 옮겼다. 보통 발표회 참가 학생들은 가족과 함께 있거나 친구들과 어울리기 때문에 대 기실을 받지 않지만, 강제경처럼 자신의 차례까지 누구에게라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던가 조용한 장소를 갖고 싶은 참가자는 사전에 진행요원에게 대기실을 요 청하고 개인공간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물론 전공연구 발표회 당일날은 그동안 자신을 가르쳐 주었던 전공 교수님들게 인사를 다니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번거롭게 그런 요청을 하는 학생은 드물다. 그러므로 최근엔 학생이 대기실을 받았다고 한다면 발표회 준비가 덜 되었거나 연습을 조금이라도 더 해보고 싶 은 실력에 자신 없는 학생들. 특히 악기가 구비된 대기실을 요청하는 학생들은 그 관례 때문인지 언제부턴가 수준이 낮은 학생들로 치부되기 시작했다. 제경의 경우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에게 적의를 가진 인물이 본다면 어떻게 비춰 질지... 아니나 다를까 제경이 향하는 곳이 연습실을 겸한 개인 대기실인 것을 알아차 린 그 아이들은 이번엔 강제경 자체보다 그것을 가지고 실실 웃으며 비아냥댔 다. "뭐야? 대기실을 받은 거야? 천재 나으리도 연습이 필요하신가? 하하하!!" "...야, 너희들 어디까지 따라오려는 거야?" 그들의 비웃음에 제경이 복도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살짝 뒤쪽을 돌아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눈을 내리덮은 긴 앞머리 때문에 눈빛은 알 수 없지만 그의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위압감을 주었다. 하지만... "흥! 뭐가 어때서? 혹시 우리가 있으면 연습하는데 방해가 되니? 듣자하니 클 래스 S의 햇병아리하고 이번 발표회에서 겨루기로 했다던데. 설마...그것 때문 이야?" 제경의 싸늘한 말투에 두 남학생 사이에 있던 작은 여자아이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거만하게 물었다. 그것은 평소 피아노 전공 교수들에게 온갖 찬사와 총 애를 배경으로 항상 자기 멋대로 굴던 녀석이 겨우 그런 녀석과의 맞대결로 긴 장하냐 라는 말뜻 같다. 그 소리에 제경의 눈이 자신을 따라오는 아이들의 의도 를 파악하려는 듯 실처럼 가늘어졌다. 이들도 소문을 들은 모양이었다. '저 녀석들... 무슨 속셈이지?' 강제경과 민제후의 피아노 정면승부. 알고 있는 게 당연했다. 원래 소문이란 조용히 안보이게 하룻밤새 천리를 달리 는 말이니 2주나 지났는데 이 성전특고에서 그런 특종을 못들은 이가 없을 터 였다. 하지만 그 끝이 뻔이 보이는 승부에 관심을 갖는 이는 없었다. 결투든 내 기든 조금이라도 상대가 된다고 여겨져야 재미가 느껴지는 것인데 민제후라 니... '민제후'라고 한다면 지금은 특급 클래스 소속이라곤 하지만 바로 얼마전까지 는 클래스 A의 최하위 레벨에 있던 소년 아닌가. 게다가 그 소년의 전공은 단 순히 '학업'이었을 뿐이다. 조금이라도 음악에 재능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전공 을 클래스 B로 선택해서 입학했을 것이다. 아니면 전과를 했던가. 만약 그 민제후가 전공이 클래스 B였다면, 최하위 레벨인 Ⅸ이기라도 했다면, 분위기가 지금과는 조금 달랐겠지만... 어쨌든 너무나 끝이 뻔한 대결이므로 어느 누구도 그 내기를 진지하게 생각하 는 이가 없는 상황. 다만 모두들 강제경의 제멋대로 성질이 또 튀어나온 것 뿐 이라고 치부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제경과 맞서고 있는 두 소년과 한명의 소 녀도 그렇게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헌데... 그동안,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 자신을 몰아치는 강제경의 모습이라니... 마 치 자신의 모든 실력을 오늘 최대한 발휘하겠다는 결의 같지 않은가! 우연히 제경과 마주치게 된 아이들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그의 진지한 그런 모습에 놀랍다기보다 비웃음이 마구 피어올랐다. 그들의 얼굴은 이러하다. '그 대단한 천재 나으리를 긴장시킨 맞상대가 겨우 민제후?! 민제후라... 쥐새 끼 민제후라니....' 아이들은 어이없어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쩌면 강제경은 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대단한 인물이 아닐지도 몰랐다. 실 제로 그의 연주를 제대로 몇번 들어본 적도 없었다. 항상 전공실습 수업을 땡땡 이 치거나 일부러 들으라는 듯 엉성하게 대충대충 수업을 보냈으니까. 지난번 강당 유리벽이 깨져 결국 끝내지 못한 발표회도 도망친 경력도 있고 말이다. 이런 저런 생각과 함께 그 추측은 전공연구 발표회를 앞두고 초조해하는 강제 경의 모습이 증거물처럼 다가오니... 제경과 마주하고 있는 학생들, 이런 생각까 지 들었다. '교수들이 괜시리 허풍을 치거나 강제경을 실력 이상으로 감싸고 도는 것일지 도 몰라!!' ...라고. 자신들도 같은 클래스B-Ⅰ로 한국에서 손꼽히는 영재들이기에 제경의 뒤를 따 라왔던 소녀와 소년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우리 잠깐 얘기 좀 할까, 강제경? 원래 발표회 직전에 연습하는 건 오히려 더 안좋지 않아? 어때? 친목도 도모할 겸..." 소녀가 제경이 자신이 배정받은 개인 대기실로 들어서려고 하자 그의 뒷통수 에 대고 도발하듯 말했다. 아이들은 제경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까 궁금했다. 화 를 낼까? 아니면 무시할까? 그리고 그 소리에 문을 열던 강제경의 우뚝 멈춰진 몸짓. "훗! 뭐, 좋겠지. 나도 오늘은 특별히 연습따윌 하려고 했던건 아니었으니까. ...들어와." "...의외네?" "어째서?" 제경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 여학생과 약간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 남자아이들 쪽으로 피식 웃으며 물었다. 의외라... 쿡! 뭐가 의외라는 걸까? 내가 들어오라고 했던거? 아님, 대기실까지 받아놓고 연습할 생각이 없었다는 거? "오~ 여기 정말 괜찮은데? 발표회에서 내 순서까지 대기실에 갇혀있는 건 싫 지만, 이런 방을 배정받는다면 나도 내년엔 대기실 요청을 진지하게 한 번 생각 해 봐야겠어. 킥킥..." 그때, 제경이 문을 열자마자 남학생들이 제멋대로 그를 밀치고 들어서며 예의 없게 굴었다. 거만하게 들어와 이것저것 개인 소지품까지 손을 대며 구경하는 모양새라니... 일부러 시비를 거는 듯한 그 소년들의 행동에 제경은 낯이 찌푸려졌지만 지금 은 그저 조요히 참고 그들의 하는 양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도데체 무슨 속셈인 지 궁금하다. 제경이 적당히 분위기를 맞춰주며 입을 열었다. "운이 좋았을 뿐이야. 대기실이 남아 돌아서 좋은 자리를 얻었어." "그래? 그것 참 공평하네. 우리들이야 집에 가도 이 정도 설비의 연습실을 항 상 사용할 수 있지만 너같은 '서민'은 특고에서밖에 구경할 수 없으니... 그럼 아쉽지만 내년 발표회 때에도 난 대기실 신청은 하지 말까 보다. 적선(積善)은 좋은 것이니까. 키득키득..." 에휴~ 말하는 거나 생각하는 거나 꼬락서니들 하고는... 제경은 떫은 표정을 지으며 남자 아이들에게서 등을 돌려 창가 앞 피아노로 다가갔다. 하지만 정말 그 대기실은 그들의 말처럼 확실히 쾌적하고 훌륭한 설비를 갖춘 아늑한 공간이었다. 전체적으로 하얀 벽으로 둘러싸인 공간. 창은 답답하지 않 을 정도로 전망 좋게 트여있고, 한국 전통문살 디자인을 차용한 아름다운 하얀 창틀 사이에선 화사한 햇살이 내리비춘다. 그리고 그 창 앞에는 반짝이는 햇살 을 은은히 내려받는 검은 그랜드 피아노... 정말 저 부잣집 영양들도 감탄할 정도가 아닌가. 이 모두가 여기가 '성전(聖 殿)'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제경이 일행중 비교적 차분하게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여학생 쪽을 향해서 입 을 열었다. 물론 몸은 창가 앞 피아노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들도 누구를 향해 서 말하는 것인지는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었을 테다. "뭐 별로. 난, 아니 우리 생각을 네게 알려주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고나 할 까? 그러니까 그리 큰 별일은 아니지.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니..." "뭔데?" "넌 너무 건방져." "...무슨 뜻이지?" 계집애가 밑도 끝도 없이 시건방지다는 눈으로 바라보며 쏘아붙이다니... 제경은 돌아서서 눈썹을 치켜올리며 그 아이들과 정면으로 마주섰다. 가만히 봐주려고 했더니 하는 꼴이 점점 더 가관이다. 귀하게 자라면 원래 다 저 모양 인가? 도도한 것과 싸가지가 없는 것은 정말 다른 것이다. '참고로 한예지는 도도하지만 서민출신이라고 일반학생들을 낮게 보진 않지. 저 버르장머리 없는 안하무인 계집애와는 달리 말이야.' 제경은 자신의 인내심이 벌써 바닥을 드러내는 걸 느끼고 손가락으로 양 미간 을 지압하며 바이올린, 비올라 등의 현악기들이 전시되어 있는 고풍스런 벽 쪽 으로 걸음을 옮겼다. 스스로에게 실망이 들었다. 자신의 인내심은 저런 철없는 상류층 자제들을 상대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이 10분 정도가 한계인 모양이다. 이런이런... 제경이 그들을 방에 들여놓은 걸 후회하며 좇아낼 궁리를 시작하자 비아냥이 가득한 소녀의 목소리가 남자아이들의 키득거리는 비웃음을 배경으로 계속해서 들려왔다. "네가 정말 '음악천재'라고? 그런데 어쩌지? 난 믿지 못하겠어. 천재라고 소 문은 무성하지만 과연 이 특고 내에서 너의 제대로 된 연주를 끝까지 들은 사 람이 있을까? 솔직히 나 뿐만이 아니라 우리 클래스 B-Ⅰ의 모든 학생들이 그 런 생각일 거야. 게다가 강제경, 네 콩쿠르 입상 경력이야.... 흥! 그까짓 것 정 도는 우리 클래스에선 대단한 것도 아니잖아. 나도 대형 콩쿠르에서 입상경력이 있어. 국제 콩쿠르에 최연소로 참가하기도 했었단 말이야. 그런데 어째서 다들 너만 천재니 어쩌니 하면서 치켜세우는 거지!!" '지금 무슨....?!' 하핫...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진행이다. 웃기지도 않는군. "오늘 보니까 겨우 민제후 정도의 애와 상대하는 걸로 긴장하는 모양인데, 그 런 천재 나으리따윈... 하나도 겁나지 않는데?" "그러게 말이야, 킥킥... 더군다나 오늘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피아니스트들, 줄 리어드 음대 교수들까지 지켜보고 있으니 저 가짜 천재의 가면이 벗겨지는 꼴 을 볼 수 있을 거야. 한국에서나 그 잔재주와 반항끼로 좀 시끄럽게 했다지만, 그 유명한 리비터 마카로브 교수 앞에서까지 그 연극이 지속될까? 푸하하하~" 제경은 머리에 핏대가 오르는 걸 느끼며 입을 꾸욱 다물었다. 어떤 상스런 욕 이 터져나갈지 몰라서인데... 욕을 참는 이유는 욕지거리 몇마디로 이 아이들을 쫓아내기에는 자신의 기분 이 너무 많이 상했기 때문이었다. 제경은 그렇게 마음이 너그럽지가 못했다. 가 장 확실하고, 정신적으로 치명상을 줄 수 있는 답례를 해줘야 이 은혜를 갚는 것이라 생각됐다. "그래서?" 제경은 어쩐지 좀 답답해진 것 같아 교복 마이를 벗어 피아노 위로 던지고 하 얀 셔츠의 양 소매를 팔뚝까지 걷어올리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동안 자신에게 접근하는 학생들조차 없어서 머리로는 알아도 실감은 하지 못했었는데 오늘 이들을 만나보니 이 성전특고 내에 신분과 배경, 부의 기준으 로 갈라놓은 파벌과 차별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자 제경은 항상 생글생글 웃는 얼굴의 금갈색 머리칼의 어떤 인물이 언뜻 떠오른다. '난 지금 몇 분도 안돼서 인내심의 한계를 시험당하고 있는데 그 녀석은 어떻 게 항상 웃을 수 있었을까? 정말 존경스럽군.' "깔깔깔~ 강제경, 오늘 연주는 정말 하는거니?" 자신의 되묻는 소리를 씹고, 그 일행 중 하나인 여학생이 모욕적으로 받아들일 정도의 웃음소리를 냈다. 소문만 믿고 가까이 접근도 못했던 존재를 깔아뭉기게 되니 재미있어 죽겠다는 얼굴이다. 제경은 그 얼굴이 마치 「들장미 소녀 캔디 」의 '이라이자'나 「달려라 하니」의 '나예리' 같다고 생각했다. 흠~ 그런데 어떤 식으로 답례를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날까? "아니, 뭐... 오늘 또 자신이 없어서 지난 번처럼 도망가는게 아닌가 싶어서 말 이야. 이렇게 되면 오늘 전공연주 발표회는 내가 우승일지도 모르겠는 걸? 아! 내가 오늘 치게 될 곡명을 알려줄까?" 자신만만한 '이라이자'의 모습에 제경이 여유로운 웃음을 되찾으며 명랑하게 물었다. 민제후에게 배운 방법이라고나 할까? "뭔데?" 갑자기 기분이 좋아진 듯한 강제경의 모습에 아이들이 약간 의아한 듯 했지만 곧 그 기분을 떨쳐냈는지 다시 포식자의 잔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소녀의 작은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계속 (지금 하이라이트 부분을 써놓고 중간 중간 서술을 다듬으며 잇고 있습니다.^^ 하이라이트 부분이라면 역시 민제후와 강제경의 연주대결 장면이 되겠지요? 헤헤~ 그 부분을 쓸 땐 저도 가슴이 막 두근두근 했습니다.^^* 민제후의 공연 도 정말 환상적이었지만 강제경의 공연은 압도적이었죠. 지금의 실력에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최강의 연주!! 민제후가 먼저 공연을 했는데 제후의 공연을 듣고 제경이 자신의 틀을 부수는 계기를 갖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껏 자신이 준 비했던 곡을 기본을 확 뒤집어 버리고 같은 곡으로 버전을 달리해서 완전 즉흥 곡으로 만들어 버리게 돼죠. 꺄륵~ >.< 아주 멋진 공연을 만들고 싶네요. 빠른 시일 내로 얼릉 보여드리도록 할께요. 참! 그리고 유세진을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동희를 납치하긴 했지만 민제후 때 문만은 아닙니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리했던 거니 이쁘게 봐주세용.^.^ 사실 한 일주일 더 연재를 중단하고 스토리 비축에 주력하려고 했는데 항의메 일이 너무 많이 와서...아하하하하;;;....그래서 가끔 이렇게 올리도록 하..할까 요? 씨익~ ^-----^) << 뉴 라이프 (New Life) >> -121- [부제: 삶의 최고 우선순위(2)] '이라이자' 소녀의 음성에 제경의 눈썹이 활처럼 휘어졌다. "「파가니니에 의한 초절기교(超絶技巧) 에튀드」... F. 리스트(Liszt)인가? 휘 유~ 고생 좀 했겠군." 제경의 휘파람과 감탄이 어린 목소리에 상대 여학생은 더욱 비릿한 표정을 짓 는다. 그 표정은 단순히 연주곡을 완벽하게 소화했다고 나오는 미소는 아니었 다. 자기 딴에는 그 이상의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 그러니 오늘따라 특별 히 제경에게 일부러 시비를 걸어오는지도... '뭔진 모르지만 나를 상대로도 자신있다 이거겠지.' 어리석군. 하지만 '이라이자'는 제경이 자만심에 빠져 있는 그들을 속으로 비웃고 있는 줄도 모르고 의기양양하게 대들 듯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고생? 그래. 좀 했어. 다른 자리도 아니고 이번 전공연구 발표회는 예년하고 는 수준부터 달리하니까. 세계수준을 요구하는 자리에서 '리스트'를 목표로 했 다고." 그렇겠지. 리스트의 곡은 거의 전부가 초인적인 기교를 요구한다고 해도 무리 가 아니니까. 그런데 그걸로 이번 연구 발표회를? 호오~ 대단한걸. 무엇보다 세계적인 마스터들 앞에서 그 난해한 선곡이라니... 간도 크군. '그러나 그만큼 극적 효과도 누릴 수 있는 건 틀림없어.' 제경이 혼자 이 생각, 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에도 이라이자의 무례하고 쌀 쌀맞은 대사는 계속되고 있었다. "흥!! 하지만 그런 고생이 아니였더라도 난 원래부터 최고야! 그건 누구나 다 인정하는 사실이었어. 적어도 네가 나타나기 전까진 말이야. 그리고 이제 오늘 부로 그 최고의 자리는 내가 다시 되찾아 갈거야. 너같이 실제 실력보다 부풀려 져서 화려하게 포장된 가짜 천재 따위는 이제 떨어질 때가 됐다는 소리지. 난, 오늘을 위해서 우리나라 최고의 음대 교수들에게 레슨을 들었어. 호호호~ 최고 의 레스너의 교습비가 얼마나 비싼지....일반전형인 넌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걸? 그리고 비싼 레슨비만큼 지금의 내 실력은 전보다 훨씬 향상되었지. 스스 로 생각해도 너무 만족스러워." 작은 체격의 여학생이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 으며 웃는다. "아무리 못해도 가짜 음악천재 정도는 한 번에 눌러버릴 정도로." 무대화장인가? 표독스런 이라이자의 표정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새빨간 입술과는 아주 잘 어울린다. "잠깐 잠깐! 그런데 말야, 이건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말이야... 네들은 왜 내가 '가짜'라고 생각하는 거지?" 이젠 자신을 아주 소문만 무성한 빈껍데기 천재로 완전히 단정하는 이라이자 의 자신만만한 목소리에 제경은 고개를 흔들며 물었다. 장난처럼 말하는 투였으 나 정말이지 궁금했다. 다른 쪽은 몰라도 설마 이런 방향으로 추궁을 받으리라 곤... 정말이지 꿈에도 생각지 못했으니. '도데체 내가 어째서 이런 말을 듣게 된 거야?' 강제경이 의아하다고 반응하자 수시로 시비를 걸던 특별전형 소년들이 이번에 는 웃기는 자식이라며 키득거렸다. 그리고 다시 들려오는 싸가지가 바가지인 '이라이자'의 목소리. "호호호호~ 그럼 아니라구? 그럼 내 눈이 잘못됐다는 거니? 강.제.경, 미안하 지만 네가 좀 더 오래동안 천재의 가면을 쓰고 싶었다면 고작 민제후 같은 덜 떨어진 녀석하고 대결로 마음 졸이는 모습 따윈 보이지 말았어야지. 그랬으면 나도 오늘 발표회에서 네가 그저 그런 수준의 연주를 들려줬어도 단순히 천재 의 반항심 때문에 진지하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헌데....이미 봐버렸 는데 어쩌겠어? 아~ 물론 네 실력은 특고에 있는 만큼 천재 수준까진 아니더라 도 평균 정도는 되겠지. 하지만 그 뿐이야." "아~ 역시 그런 거군. 그러니까 결국 내가 민제후와 오늘 발표회에서 승부하 기로 했다는, 그 소문 때문이구나. 아, 이런이런! 아무리 그래도 너무 황당한 데." 궁금증이 풀리자 제경이 쾌활하게 주먹을 손바닥에 내리치면서 웃었다. 그러자 당황할 줄 알았던 제경의 의외의 반응에 이라이자의 뒤를 따르던 두명의 남학 생들이 너 돌았냐는 얼굴로 어이없어하며 물었다. "허! 저거 이젠 아주 쇼하구 있잖아?! 야, 자식아! 왜 그러셔? 이제 와서 변명 이라도 좀 보실려고? 해보려면 한 번 해보..." "아니." "뭣?" 변명이라도 하겠다면 넓은 마음으로 들어주겠다고 말하려던 소년들은 단호한 그 말에 당황하였다. 애써 변명하면 끝까지 들어준 후에 코웃음과 함께 비웃어 주려고 했는데... 뭣 때문에 '가짜천재' 소리를 들었으면서도 저렇게 태평할까? 아니, 어째서 그보다 민제후가 겁나냐는 비아냥을 저리도 쉽게 인정하는 거지? "솔직히 말할까? 그래. 난 그 녀석이 겁나." 제경이 눈을 거의 다 가리다시피한 긴 앞머리 사이로 두 눈을 빛내며 양손을 바지 주머니에 찔러 넣고 당당히 서서 말한다. 그러나 겁난다는 말과는 다르게 그 소년에게서 피어나는 자신감이라고 할 수 있는 밝은 미소. "너희같은 어중이 떠중이보다 말이야. 민제후... 그 자식이 제일 겁이 나지. 무 슨 생각인지, 어느 정도의 실력인지, 도무지 가늠해 볼 수가 없는 놈이거든." "뭐, 뭐야?! 이게!!" "그래. 이라이자, 넌 믿고 싶지 않겠지만 난 너의 비싼 리스트보다 민제후의 소박한 동요 한소절이 더 긴장돼. 사실이야." 강제경, 표독스러운 얼굴이 분을 참지 못하고 빨갛게 익은 이라이자를 슬쩍 바 라보고는 한 손을 들어 머리를 긁적이며 걸음을 옮겼다.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 어올려 자유롭게 흐트러진 그의 흰 교복 셔츠가 햇살을 받아 눈처럼 새하얗게 빛났다. '그런데 네들은 날 너무 화나게 했어. 답례를 해주지.' "흠... 리스트라... 기억이 좀 가물가물한데 이게 맞을라나?" "...뭐하려는 거야? 흥! 너도 그 정도를 칠 수 있다는 걸 지금 증명이라도 하 겠다는 거야? 하, 웃겨!" 그 빈정거림에 뒤를 살짝 돌아보며 피식 웃는 제경. 그러나 제경이 피아노를 치러 간다고 생각했던 이라이자의 생각을 비웃듯 강 제경은 검은색 그랜드 피아노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소년이 걸음을 멈춘 곳은 마치 장식처럼 벽장속에 진열되어 있는 현악기들의 바로 앞. 제경이 그 유 리문을 열고 자신의 눈을 사로잡은 평범한 바이올린 하나를 케이스에서 꺼내 들었다. 명품은 아니지만 균형잡힌 바이올린의 따뜻한 밤갈색이 소년의 눈을 더 욱 깊어지게 했다. "내가 왜 '피아노 천재'라기 보다 '음악 천재'라고 불리는 줄 알아?" "........?" 대답을 하지 못하고 제경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멍하니 바라보기만 하는 아이들. 그 모습에 제경도 빠른 대답을 하지 않고 바이올린을 들어 올렸다. "그건 내가 피아노 천재라는 이름만으론 넘치기 때문이야." 그 순간, 강제경이라는 소년의 눈매가 커튼처럼 늘어뜨려졌던 머리칼 사이에서 찰나간 예리하게 번쩍였다. "이렇게!!" 강렬하게, 그러면서도 부드러움으로 쏟아졌다. 바이올린 선율!!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듯 상쾌하게 울리는 청량한 현의 울림소리가 한순 간에 대기실 안을 가득 채웠다. 살짝 시선을 내린 한 소년의 눈동자...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띠고 제경이 연 주하는 곡은... "마..말도 안돼... 바이올린까지? 게다가 저건.... 「라 캄파넬라」?!" 피아노가 아닌, 바이올린의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계속 (어디에서 끊어야할지 잘 몰라서 어중간하게 끊어 올립니다. 브이~ ?? 에구궁~ 나두 감질나서 못살겠다. 하지만 전 처음 짠 플롯 그대로를 따라가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답니다.??;; 제후도 빠른 시일내에 다시 등장할 테니 좀 참아주세요. 이번에 제경의 이런 모습이 나오는 것은 발표회 전에 민제후가 맞서게 된 인물 이 어떤 인간인지 더 세밀히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얼마나 대단한 녀석인지 말예요.^^* 강제경의 설정은 진짜 진짜 천재거든요. 피아노를 제일 좋아하지만 기본적으로 악기는 거의 다룰 줄 아는, 거기에다 작곡도 상당한 수준이죠. 그러 니까 성전재단에서 그렇게 공을 들여 스카웃해서 후원하고 있죠. 음, 곧 강제경 이라는 캐릭터는 잠정적으로 빠질지도 모르므로 내용에서 공을 들여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럼 전 이만~ 휭~ ( ??/ << 뉴 라이프 (New Life) >> -122- [부제: 삶의 최고 우선순위(3)] 놀랍다! 분명히 강제경은 피아노 전공자일진데 바이올린이라니... 아니,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바이올린을 다룰 줄 안다는 것을 넘어 전혀 어색함이나 부자연 스럽지 않은 그의 손놀림과 음색. 제경의 손아귀에 있는 평범한 바이올린은 마 치 최상급 스트라디바리라도 된 양 연주자와 하나가 되어 아름다운 선율을 뽑 아내고 있었다. 통통 튀는 듯한 매력적인 상쾌한 소리들... 고음부의 맑디 맑은 교회의 종소리... 눈 앞의 소년이 정말 피아노 전공자가 맞는 것일까? 아이들은 자신들의 두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같은 예술관 건물에서 공부하기 에 바이올린 전공자들을 보는 건 전혀 어렵지 않다. 바이올린은 클래스 B에서 피아노 다음으로 많이 선택되는 전공이기에 성전특고에서 피아노와 함께 기악 분야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지금 강제경이 선보이는 저 정도의 기량은.... '바이올린 전공으로도 최상급 레벨의 수준이다!' "거..거짓말..." 쌀쌀맞은 인상의 여학생 목소리가 덜덜 떨리며 흘러나왔다. 한 분야에서 경지를 이루는 것도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지금 강제경이라는 소 년은 자신의 비전공 악기를 가지고 마치 자신의 몸의 일부인 듯 자유롭게 다루 며 현란한 기교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이라이자' 소녀와 그 일행들의 얼굴이 점차 창백하게 굳어져 갔다. '어떻게 「라 캄파넬라」라는 제목만을 듣고 그 연주를 할 수 있지? 악보도 없이, 자기 전공 기악도 아닌데 어떻게... 어떻게... 미리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 고 예견하고 연습한 것도 아닐 텐데... 어떻게 이럴 수가!!' "설마 왠만한 악보들은 거의 외우고 있단 소린...아..아니겠지?" 특별전형 아이들은 믿을 수 없는 사실을 눈 앞에 두고 머리속이 얼굴색만큼이 나 새하얗게 탈색되었다. 그러자 그 순간에 제경의 바이올린이 클라이막스를 울 리며 고난도의 기교를 선보인다. 놀라운 기교! 망설임 없는 정확함과 이루 말할 수 없는 섬세한 감성! 그리고 그 소년만의 참신하고 독특한 곡 해석!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 강했던 첫부분과는 다르게 연주의 클라이막스를 지나 라스트로 치닫게 되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이미 완벽하게 자신의 색깔로, 자신만 의 바이올린 「라 캄파넬라」로 소화해 끌어안은 인물이 거기에 서 있었다. "...믿을 수 없어." 하지만 누군가 믿던 안믿던 마침내 다가온 바이올린의 열정적인 라스트!! 극적인 효과 속에 그 찬란한 음색이 울려퍼졌다. 곡이 끝나자 순식간에 그 자리를 차지하는 고요함이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기 립 박수를 받을만 하건만 오늘은 너무나 특별한 관객이기에 그 빛나는 재능이 박수를 받을 수 없나 보다. 연주가 끝나고 난 뒤에 제경을 반갑게 맞이한 것은 무거운 침묵뿐이었다. 하지만 연주자인 제경은 오히려 그 상황이 더없이 마음에 든다는 듯 좌중을 둘러보며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 마지막 한 음(音)의 여운까지 공기속으로 녹아들자 대기실은 진짜 네명의 아이 들 숨소리만 가득해졌다. 남자 아이 중 하나가 자신도 모르게 환호하며 박수를 치려 하자 같은 일행에게 뒷통수를 맞고 말았던 순간의 해프닝을 빼고는 너무 나 정적인 고요다. "어땠어, 아가씨? 내 전공분야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들을만 했지?" "흥! 웃기고 있네. 지금 그건 뭔 뜻이지? 그래서 뭐가 어쨌다는 거야? 난 바이 올린 따윈 관심없어!" 제경이 잔잔히 웃으며 다가가자 깨져버린 정적에 '이라이자'가 정신을 차리며 이를 갈 듯 내뱉는다. 분한 모양이다. 일반전형에게 눌린 기분에. 그래서 부리 는 억지인가? 제경은 여전히 '싸가지가 바가지'인 여학생의 모습에 재미있어 하며 더욱 승 부욕을 올렸다. 그 눈은 자신을 업수이 여기는 녀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정신적 치명타를 생각해 낸 눈빛. 제경은 오랜만에 스트레스 해소라고 중얼 거리면서 자신의 개인 소지품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게다가 약간 가파졌던 숨까지 제대로 돌아오자 더욱 더 활기와 희열감이 오르는 느낌이다. 발표회 직전에 이런 방법으로 긴장감을 풀게 되다니... 제경은 이젠 자신에게 시비를 건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마저 들었다. 지나친 긴장감으로 손이 굳어져 오늘 민제후와의 대결에 걱정이 많았었는데, 그것을 오 해하고 시비를 건 아이들 덕에 그 걱정이 풀려버렸으니 정말 아이러니하다. 헌 데 마음을 바꿔 보아도 자신을 화나게 한 대가로 그 아이들이 받아야 할 답례 가 긴장감을 풀어준 사례로 보여주고 싶은 것과 결과적으로 똑같다. '내 답례는 받아들이는 사람 마음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을 걸? 하하하.' 간만에 바이올린을 만져서 그런지 기분도 많이 풀린 제경이 아무렇게나 던져 놨던 가방을 찾으며 유쾌한 어조로 말했다. "니콜로 파가니니라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가 있었지. 신기에 가까운, 그래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칭을 얻었을만큼 바이올린 연주에 있어 당대 최고의 비르투우조(virtuoso), 즉 대가의 기량을 뽑냈던 연주가... 이 사람 의 「바이올린을 위한 24개의 카프리스」가 라흐마니노프, 리스트 등의 작품들 에 사용되어져 더욱 유명해. 물론 「라 캄파넬라」에는 24개의 카프리스에서가 아니라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의 주제를 사용했지만... 아 참, 내가 진짜 이 야기하고자 하는 건 이게 아니고..." 제경이 자신의 소지품 사이에서 뒤적뒤적 하다가 마침내 작은 커터칼을 발견 하고는 '찾았다'라고 감탄사를 내뱉으며 기뻐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설명을 늘어놓으며 찾아낸 것이 겨우 커터칼? 어느 곳이든 구멍가게만한 문방구에서도 파는 흔하디 흔한 커터칼 하나에 뭘 그리 기뻐하는지...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건, 니콜로 파가니니의 신기에 가까웠던 악마적인 연주기 량!" 강제경이 뒤돌아서서 눈앞에 커터칼의 날을 드르륵 꺼내보이며 입가에 즐거운 미소를 띤다. 제경은 오늘만큼은 자신의 피아노라는 것을 민제후라는 소년을 겨 냥하여 맨 처음으로 대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들이 이 정도 이벤트로 만족하길 바랬다. 무엇보다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오싹하게 즐거울 테니까. "이봐, 이라이자. 혹시 너, 그의 천재적이었던, 소름끼치는 일화를 알고 있 니?" "무슨...?" 제경이 아이들을 앞에 똑바로 마주서서 다시금 손에 쥐고 있던 수수한 바이올 린을 들어올렸다. 어리둥절해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억누르고 있던 자 신의 나쁜 성격이 삐져 나오는 것 같았다. 별로 자랑 따윌 하고 싶은 건 아니지 만 이런 식의 대접을 받았던 건 처음이라 적절한 보답(?)을 해줘야 할 의무감이 느껴진다 할까? 당분간은 음악의 '음'자도 듣기 싫어지게 만들어주면 어떨까 라고 즐거운 생 각에 잠시 빠져들었던 제경이었다. 소년의 입가에 악마적인 미소가 걸렸다. "니콜로 파가니니... 그는 연주 중 바이올린 줄이 끊어졌는데도 끝까지 연주를 해낸 일화로도 아주 유명해. 때로는 연주 중 일부러 면도칼로 줄을 하나씩 끊어 가며 연주하기도 했다지? 후후후... 그래서 결국 나중엔 단 한 줄만 가지고 연 주를 계속했다는 이야기는 정말...." 제경이 조용한 음성으로 나직히 읊조리며 부드럽게 현을 타기 시작한다. 잔잔 하게 울려 퍼지는 사랑의 멜로디... 사랑을 갈구하는 애절한 음색은 감미롭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순간 들려온 조용한 강제경의 목소리는 곡과는 정 반대로 스산하다. "소름끼치지 않나?" 왠지 번쩍였다고 느껴진 그의 눈빛에 아이들이 숨을 들이키자 아름다운 선율 이 흐르는 그 중간에 뭔가 또 다른 느낌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너희들이 그렇게 보길 원하는 '천재(天才)'라는 것을 보여주지. 너희들 친.절. 에 감동한 내 답례의 본편, 서비스야.' "바로 이런거 말이야." -티딩!- "아앗!!" 연주 도중 제경이 순식간의 자신의 손으로 절묘한 순간에 바이올린 줄을 커터 칼로 그어 버렸다! 아이들의 놀란 비명소리! 그러나 신기하게도 바이올린을 연 주하는 소년의 자세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줄이 하나 끊어졌는데도 흔들리지 않고 여전히 울려퍼지는 사랑스런 멜로디... "하나 더!" -티티딩!!- 그때, 또 하나의 선이 과격한 칼날에 끊어져 사라지자 그것을 바라보던 소년들 의 입이 턱 벌어졌다. '이라이자' 소녀의 얼굴은 이제 더 이상 보고 있기가 가 여울 정도로 창백하게 질려 버렸다. 이 공간에 웃음을 잃지 않는 이는 이제 강 제경, 그 소년 하나뿐이다. 천재적인 기교와 기량을 보여주며 제경이 마지막으로 강하게 손을 휘둘렀다. "마지막 하나!!" -티디딩!!!- 결국 E, A, D선인 줄 셋을 끊어버리고 단 한 줄, G선만으로 바이올린을 다루 는 제경의 모습이 보여졌다. 그 단 한줄로 3옥타브 이상의 음을 마음대로 넘나 들며 하모닉스까지 연주하는 소년의 모습. 한 명의 소녀와 두 명의 소년은 햇빛 아래 단 한 줄의 바이올린으로 곡에 심 취해 있는 키 큰 장발의 소년을 겁에 질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이들의 눈에 떠오른 것은 질려 버린 표정. 그들은 마치 귀신이나 마귀를 현실에서 마주친 듯, 하얗다 못해 파랗게 질린 모습들로 굳어져 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제경의 답례(?)의 두 번째 연주도 끝났다. 곡예와 같았던 두 번 째가 끝나자 제경이 처음의 떨떠름했던 표정을 완벽히 벗어버리고 상쾌한 미소 를 지었다. "어때? 반했냐?" "으...으...." 아이들이 그의 그런 음성과 악마의 미소에 주춤주춤 뒷걸음질쳤다. 소름이 끼 쳤다. 귀신이었다. 귀신이다! 눈 앞의 저것이 사람일 리가 없었다. "뭐야? 별로였어? 하긴 내 주전공 분야인 피아노보다 매력이 좀 덜하지? 그럼 이번엔 '가짜'의 피아노로 보여줄까?" 제경이 뚜벅뚜벅 걸어가 여학생에게 다가가니 그 소녀가 새파래진 얼굴로 비 명을 지르며 제경의 대기실에서 뛰쳐 나갔다. 다른 일행들도 무너지고 넘어지며 마찬가지였다. "귀..귀신... 꺄아아!!" "아하하하하~!!! ...아 참! 그리고 '이라이자', 머리 동글동글하게 옆으로 말아 봐. 그 밥통같은 성깔머리하고 썩 잘 어울릴 것 같애." 일반전형이라고 대놓고 무시하던 상류 자제들이 하늘이 내린 제경의 비범한 재능에 겁을 먹고 도망가자 호탕하게 웃어제꼈다. 아, 속이 다 시원하다. 그런데 그때, "너 너무 심한 거 아니냐. 솔직히 네가 극도로 비정상인 거지 쟤들도 한국에선 뛰어난 재능의 손꼽히는 영재들이라구." "어?" 또 다른 외인의 음성에 제경이 놀라 시선을 다른 쪽으로 옮기자 문 밖에서 웃 으며 그를 지켜보는 두 개의 인영을 볼 수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큰 키에 샤프한 이미지를 가진 지적인 소년, 나머지 하나는 겨우 평균이 되는 키지만 장난끼가 가득한 금갈색 머리칼의 귀공자 같은 소년이었다. "신동민... 그리고 민제후?!" 제경이 예기치 못한 방문에 깜짝 놀라자 동민이는 문에 기대 서서 노크를 하 며 짖궂게 웃었고, 제후는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어이, 안녕~!!" "뭐야, 네들은? 여긴 왠 일이야?" ...계속 (어머! 날짜를 넘겼어요. 연참으로 할려고 했는데... ??;; 뭐, 어쨌든 열심히 노력하는 란입니다. 에휴~ 힘들다. 전 바보입니다. 바보예요. 그러니까...격려의 멜 한통~♡ 쿄호호호호~~^.^) << 뉴 라이프 (New Life) >> -123- [부제: 삶의 최고 우선순위(4)] "어머머! 마카로브 교수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안내방송 드립니다. 잠시 후, 성전재단 후원, 성전특별고등학교 클래스B의 피아노 전공 연구발표회가 있을 예정이오니 학부형들과 관객 여러분은 자리를 정해 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 시각, 다른 장소에서는 그 소년들과 세계무대의 예기치 못한 만남을 준비하 는 예기된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곧 발표회가 시작된다는 교내 안내방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VIP를 위해 마련 된 특별석으로 걸음을 옮기던 장혜영 여사는 특별심사위원 자리로 가는 한적한 복도에서 한 인물을 만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뜰려고 했다. 마치 그 외국 신사를 본 것이 뜻밖이라는 듯 능청을 떠는 그녀. 한 눈에 도 과장된 모션이다. 그 모습에 리비터 마카로브 교수가 무거운 안경을 올려쓰며 머리가 아프다는 져스쳐로 희긋한 갈색머리를 지긋이 눌렀다. "끙~ 캐.롤.린. 이 노옴~." '장혜영'. 또 다른 이름으로는 '캐롤린 장'. 오늘 그녀는 성전재단의 이사이자 피아노 전공발표회의 심사위원. 그래서인지 오늘의 그녀는 평상시의 편안한 차림이 아닌, 고급 부띠끄의 세련 된 정장과 하이힐로 무장된, 절제된 모습이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그녀의 우 아함과 기품에 속아 넘어가기엔 그 외국 노신사가 장혜영이라는, 이젠 중년에 접어든 여인을 너무나 잘 알았다. "아, 알았다! 우리 교수님이 한국에 오시자마자 여기로 먼저 온 이유! 오호호 호호~ 제가 그렇게 보고 싶으셨군요!! 아이~ 교수님, 깍.쟁.이." "..쿨럭... 너..넌 역시 여전하구나." 마카로브 교수가 이쁜 척을 하는 엽기적인 제자를 눈 앞에 두고 억지로 미소 를 지었다. 노신사의 눈 밑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니 억지 웃음에 얼굴 근 육이 경련을 일으키는 모양이다. "저야 늘 그렇죠." 그 모습에 장혜영 여사가 얄미운 미소를 천천히 지우고 진지하게 포근한 표정 을 띄었다. "잘 오셨어요, 교수님. 정말 오셨네요? 기다렸어요. 그리고 정말로 많이 보고 싶었어요." 그녀가 마카로브 교수에게 다가가 살짝 포옹하였다. 그러자 처음의 말투와는 달리 따뜻한 표정으로 혜영을 맞으며 마주 안아주는 노교수. 한 명은 앳되어 보이는 동양 여인이고, 다른 한 명은 한눈에도 외국인이 분명 했지만 지금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아버지와 딸과의 관계같다. 고등학생 아들을 둔 중년의 여인이 된 혜영이었지만 나이보다 어려보이는데다가 마카로브 교수 앞에선 어린애가 돼 버린 듯 장난스럽게 눈을 반짝이는 모습을 보니 더욱 그들 이 부녀지간으로 보여졌다. "안올 수가 있어야지. 네 부탁도 부탁이지만... 그런 식으로 운을 띄워 놓으면 내가 궁금해서 못살지 않느냐, 이 약아빠진 제자 녀석아!" "아아, 제가 그랬나요? 메일에 뭐라고 썼었죠?" 마카로브 교수는 자신을 따뜻하게 환영하는 장혜영을 바라보며 짐짓 엄한 목 소리를 흉내내어 말했다. 난데없이 한 주 전에 메일을 보내 한국으로 날아오라 고 한 제자 녀석의 괘씸한 행태가 생각이 났다. 캐롤린 장, 즉 장혜영은 리비터 마카로브 교수의 가장 총애하는 애제자 중 하 나. 오래 전에는 그녀의 대책없는 성격으로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몸서리를 치 던 교수였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혜영은 리비터 마카로브 교수의 가장 사랑스럽 고 자랑스런 제자가 되어 버렸다. 그래서 아닌 척 하면서도 그녀가 부탁을 하면 거절하지 못하게 된 노신사. 그런데 교수는 이 애물단지 제자가 자신을 원래는 면담하기도 힘든 세계적으로 저명한 피아노 교수라는 걸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지 궁금해졌다. 이번 일만 해도 마치 동네 구멍가게 아저씨 부르듯 불렀으니... 그렇게 노신사가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있자 장혜영 여사가 손바닥을 치며 말 했다. "아, 생각났다! '소개시켜주고 싶은 아이가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잠깐 한국에 나오셔서 봐주세요. 몇년 안에 지금의 이 캐롤린 장의 10배는 쉽게 넘어설 아 이예요. 성전의 미공개 스페셜 재산목록 중 하나죠. 그 아이의 가치는 적어도 성전그룹의 주요 기업체 하나를 능가할 겁니다'...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정말 긴 대사. '잘도 외웠군'이라고 중얼거리며 교수가 다시 떫은 표정을 지으며 그 말을 정 정한다. "자체심의냐? 참 점잖게도 수정했구나. 일부 내용은 맞긴 맞다만, 이런 내용은 왜 빼먹냐? '교수님! 캐롤이 추천하니 누군지 보고 싶죠? 궁금하죠? 에이, 아닌 척 하지마요. 지금 통밥 굴리는거 다 보여. 지금 궁금해서 미칠지경 일거야? 오 호호호~. 좀 아깝지만 내가 먹기엔 그 애의 그릇이 너무 커서 넘기는 거예요. 그러니까 한 번 보시고 곱게 잘 길러서 다시 넘겨줘여. 싫어요? 싫으면 비싼 값에 사가던가.'...라고 했지 않았냐!!" "호오~ 그 긴 걸 잘도 외우셨네요? 쳇! 노인네가 기억력도 좋아." "...네 아들은 제발 널 안닮았길 바란다." 기품있고 세련된 옷차림과 안어울리게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하는 장혜영 의 모습에 노교수는 정말 절실하게 기원했다. 그러나 얄밉게 방긋 웃을 뿐인 장 혜영 여사. 뛰어난 미인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인정받는 탑 클래스 피아니스트로 서 갖추고 있는 섬세한 감성, 자유로운 그녀의 삶 때문인지 생동감 가득한 그녀 는 너무나 아름답다. "호호호~ 그런데 우리 귀염둥이 '오동통한 메리베스'는 잘 있죠?" "으윽!! 꼭 너같은 엽기 동물은 이제 그만 사양이다. 그보다 민군은?" "몰라요! 교수님은 언제 보면 저보다 그이를 더 챙기시는 것 같애. 그렇게 꽉 막힌 사람 어디가 그렇게 예뻐요? 그나저나 호텔에 들리지 않고 이곳으로 바로 오셨나 봐요?" 어린 소녀의 응석처럼 입을 삐죽이며 그녀가 노교수의 팔짱을 끼었다. 그리고 그 노신사가 들고 있던 여행용 가방을 들고 걸음을 옮겼다. 이제 곧 발표회가 시작한다니 특별심사위원석으로 안내하려는 모양이다. 마카로브 교수는 20여년 전에 어린 소녀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장혜영의 그런 모습에 미소를 짓었다. "어디 시간이 있었어야지. 비행기가 연착을 한데다가 갑자기 공항에 기자들이 깔려 있어서... 몇시간 전에 간신히 도착했으니까." "어쨌든 잘하셨어요. 한국에 오셨는데 이 애제자 집에서 머물르셔야죠. 제 아 들 녀석도 교수님을 만나면 무척 좋아할 거예요. 우리 아이, 교수님 아직 본 적 없으시죠?" "하하, 애기적 사진은 본 적 있지. 누굴 많이 닮았냐?" "그이죠, 뭐. 전엔 잘 몰랐는데 오랜만에 만나보니 딱 그이 얼굴이지 뭐예요. 성격도 겉으론 가벼워 보이지만 속으로 의외로 우직해서 딱 그이 판박이라니까 요! 정말 기분 나빠!! ....어? 지금 뭐라고 하셨죠?" 교수는 '제발 민군을 닮아야 할 텐데'라고 생각하던 중에 돌아온 장혜영의 그 대답에 '그것 참 다행이군'이라고 중얼거리다 날카롭게 쏘아보는 그녀의 눈빛 에 어색한 너털웃음으로 얼렁뚱땅 넘겼다. 줄리어드나 다른 음대 초청 강의 때 는 싸늘하고 날카롭기로 명성이 자자한 명예 교수이지만 그녀에게는 한없이 자 애로운 아버지이자 스승일 뿐이다. 노교수가 화제를 성전특고의 전공연구 발표회로 돌렸다. "네가 그렇게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오늘 고등학생들의 발표회라고? 음, 성전 특고가 명문인 것이야 이제 미국에서도 인정하는 추세다만, 아무리 그래도 네가 부른 특별 초청 인사들 눈에 찰 만한 인재가 있을까? 나야 한국관광도 하고 널 보러 온다는 이유가 있으니 별 상관은 없지만 말이다." "네. 한국에서는 비교적 인정받는 아이들이지만 세계를 대상으로 한다면 대부 분이 평범한 수준이죠. 하지만 이번 발표회는 보석 한두개 정도는 건질 수 있는 광맥의 진흙인걸요." "하하하~ 진흙 속에서 진주를 찾으라?" 인적이 없는 복도에 외국 노신사의 목소리가 맑게 울리자 깔끔한 대답이 돌아 왔다. "아뇨. 다이아몬드요!!" 줄리어드 음악원의 명예 교수이자 세계 최고의 피아노 교수인 리비터 마카로 브. 그 노신사의 짙은 잿빛 눈동자가 칼날처럼 그 순간 예리하게 빛났다. 이제 서야 장혜영이 자신을 부른 이유가 가볍게 한 말이나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느 낀 표정이다. "자네가 추천한 그 아이인가?" "...글쎄요?" 혜영이 잠시 발을 멈춘 자신의 스승을 다시 팔을 이끌며 VIP 특별석으로 들어 가는 입구를 열었다. 고요했던 복도와는 달리 웅성이는 소리가 갑자기 쏟아졌 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주 어렵고 난해한 곡을 들고 나올 겁니다. 제가 초정한 인사들에 대한 정보를 듣고 잘보이기 위한 것이겠죠." "후후, 그래?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그들의 눈에는 연습이 잘된 지루한 곡에 는 관심이 없을 것 같은데." "네. 그런데 이번 발표회는 제가 주최자인 만큼 형식엔 별로 구애받지 않도록 했으니까요. 어쩌면 재미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요." 장혜영이 생긋 웃으며 대답했다. 시작 직전의 발표회를 앞두고 홀은 엄청난 인 파의 소리에 마치 꿀벌이 붕붕대는 소리로 가득했다. 노교수는 오페라 공연장의 특석같은 화려한 좌석에 편안히 앉으며 지나가는 투로 물었다. "자네가 추천하는 아이는 어떨 것 같나?" "음, 모르긴 몰라도 그 아이들은 단순한 클래식만은 아닐 걸요?" "아이들?" 교수가 고개를 돌려 옆자리에 앉는 제자 녀석을 쏘아 보았다. '한명이라고 하지 않았나?' "보시면 알아요, 교수님." 그 눈빛을 느꼈음인가? 그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고 시선을 아직 비어있는 무 대 위로 고정시킨 장혜영이 천천히, 나직하고 읊조렸다. "마지막까지 끝까지 지켜보시면 아실 거예요. 제가 누굴 추천하는지 직접 찾아 보세요." 캐롤린 장의 입가에 야릇한 미소가 피어났다. "야, 괴물. 저래도 강제경, 저 녀석을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 칠 거야?" "물론이지! 괜찮아 괜찮아. 그리고 저건 바이올린이지 피아노가 아니잖아. 게다 가 내가 어제 꿈을 꿨는데 강에서 큰 잉어를 낚는 꿈을 꿨거든! 이건 내가 이길 거라는 계시가 아니겠어? 음하하하!!" 한편, 장혜영 여사가 지켜보는 그 무대 뒤, 어느 참가자 대기실에는 오늘 수많 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강제경과 민제후... 그 중 정말 모 든 것을 알 수 없는 미지의 소년 민제후의 웃음소리가 대기실에 울려퍼지고 있 었다. 클래스B의 특별전형 애들이 귀신이라고 소리치며 도망갈 정도의 소름끼치는 하늘의 재능, 아니 악마의 재능을 보았음에도 손을 흔들며 웃어 넘기고 있는 민 제후의 얼굴. 라이벌의 진지한 진짜 숨은 실력의 단면을 보았는데도, 아니 전보 다 훨씬 더 강해진 것 같은데도 오히려 기뻐하는 듯한 표정이라니... 제경과 동민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굳어 버렸다. 그리고 마침내 신동 민이 그 소리에 뭘 잘못 먹은 듯한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 애 섰냐? 그거 태몽 아냐?" "어라? 정말 그거 태몽이야? 음...그런데 나 아직 배도 안나왔고 헛구역질도 안하는데..." "야! 그딴 건 진지하게 생각하지마!!" 동민의 말에 제후가 심각한 얼굴이 되어 자신의 배를 만지며 중얼거리자 신동 민이 소리를 빽 지른다. '뭐야, 쟤들은?' 제경은 멍하니 넋이 나간 얼굴을 하고 있다가 지적인 외모의 키 큰 소년이 금 갈색 머리칼을 가진 장난끼 가득한 귀여운 소년의 목을 프로 레스링 하듯 옆구 리에 끼고 흔들자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갑자기 가슴 저 깊은 곳에 묻어뒀던 뭔 가가 해방된 기분이 들었다. "푸...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주체할 수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멈출 수가 없다. 이렇게 시원하게 웃어본 적이 있었던가? 꽁꽁 묶여있던 뭔가가 풀려난 것 같았다. 마음의 문이 이 순간 활짝 열렸다. 「친구」... 자신과 인연이 없던 그 한 단어가 뇌리에 떠올랐다. '친구'라는 단어가 이렇게 따뜻한 것인지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긴장감을 푼 제경은 이 순간 다시 한 번 다짐하는 자신을 깨닫았다. 오늘 발표회, 정말로 태어나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임하겠다고. 실력이나 수준 차이를 넘어 '민제후'와 '강제경'이라는 자신들의 주체를 놓고 겨뤄보겠 다고 결심한다. "황당한 녀석..." ...계속 (할 말이 또 없다. 음, 그냥 전에 비평 들었던 이야기나 해볼까요? ^^;;; 전 회에 강제경의 현 끊기 쇼(?, 그 분이 그렇게 말씀 하셨네요.^^;;;) 에 대해 서 의문을 표하셨는데 만약 그런 점으로 대답을 요구하시는 분은 '란의 뉴 라 이프'라는 다음카페에 와서 제 답변을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소설 <뉴 라이프>는 판타지 소설이예요. 아 직까진 거의 현실적인 내용이 나왔지만 점차 판타지적인 내용이 그 범위를 넓 혀갈 겁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제가 드릴 말은요, 제경과 제후의 피아노 대결은 아직 좀 더 나중에 나올 것 같다는 말입니다. 질질 끄는 것이 아니예요.^^;;;; 원래 처음부 터 플롯이 그렇거든요. 아마 나중에 3권 책으로 보시면 내용을 끄는 것이 아니 란 걸 잘 아실 거라 생각됩니다. 화가 나시면 돌 던지세요. 하지만 전 소신껏 할 수 밖에 없어서... 현실이 안타깝군요. ??;;) << 뉴 라이프 (New Life) >> -124- [부제: 삶의 최고 우선순위(5)]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다들 질린 얼굴로 쳐다보든가, 경외의 눈으로 쳐다볼 터 인데 이 아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평범한 다른 아이들 쳐다보는 것과 별다를 바가 없다. 처음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한결같이. 정말 이상할 정도. 보호라는 이름하에 받았던 농축적인 교육과정 중, 그리고 초기의 레벨 테스트. 그때 스카웃 교수진들도 제경의 인간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실력과 천재성에 환호하는 부류와 새파랗게 질리는 부류로 나눠지지 않았던가. 때로는 신의 불공 평한 재능의 분배에 분노를 표하는 교수들도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들은...' 제경은 모처럼 시원하게 뚫린 가슴으로 궁금한 점을 물었다. "너희는 놀라지 않아? 어떻게 그리 태연하지?" "엉? 뭐가?" 그의 질문에 신동민에게 갖은 구박을 다 받고 있던 제후가 눈을 동그랗게 뜨 고 어리둥절하게 쳐다본다. 질문을 한쪽은 자신인데 돌아온 대답이 답변이 아니 라 또 질문이라니. 제경은 너무나 평온한 그 아이들의 모습에 의아하긴 했지만 그들이 일부러 안놀라는 척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때, 질문의 대답은 다른 곳에서 들려왔다. "너도 저 괴물과 한달만 붙어 다녀봐라. 겨우 그 정도로 놀라는 심장이라면 아 무것도 못해." "신동민?" 제경이 담담한 목소리로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반대쪽으로 약간 시선을 돌리 자 스마트한 키 큰 소년이 제경에게 웃으며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그 정도 일로 때마다 놀라면 「초전박살」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지. 안그랬음 심장마비로 벌써 예전에 실려 나갔을 걸? 우리들은 저 녀석 덕에 더 이상 왠만 한 것엔 놀라지 않게 면역됐다고 할까? 그러니까 너도 그냥 그러려니 하라고." 제경은 천재집단의 모범생들은 항상 알 수 없는 소리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 자 동민은 제경의 그런 생각을 다 꿰뚫어 본 듯 혼란스러워 하는 그의 어깨를 잡고 두들겨 주면서 한마디 해준다. "세상은 다 그런거야." 초전박살의 멤버라면 민제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에게 항상 해주고 싶었던 그 대사. 하지만 그 친절이 누구에게는 놀리거나 조롱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다는 걸 생각지 못한 동민이었다. 제경은 친절하게 웃으며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신동 민의 팔을 탁 쳐냈다. 그리고 처음으로 편안한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들에게 보내는 꼬인 시선. 아무리 마음에 든 상대라지만 살갑게 구는 것이 원 래 체질에 안맞는 제경인지라 얼굴을 가린 긴 앞머리 사이로 동민을 투덜거리 듯 노려보았다. "흥! 웃기는군. 무식해서 보는 눈이 없는 것 뿐이면서. 하긴, 뭘 알아야 놀라고 말고 할 거 아니겠어?" 그 모습에 신동민이 피식 웃으며 따끔함과 함께 물리쳐진 손을 교복 주머니에 넣었다. "쿡! 너 이제보니 되게 귀엽다." "너도 참 재수없게 잘 생겼다." "뭐? 아하하하하!!" 동민이 제경의 말에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항상 가볍게 미소 정도만 띄우던 얼굴이었어도 그 지적인 차가움과 샤프함으 로 매력적인 외모였는데 그 얼굴에 상큼한 웃음까지 퍼지니 그의 얼굴이 한층 더 핸섬하게 보인다. 여자애들이 있었으며 넋을 잃고 쳐다봤을 좋은 구경거리인 것을. 안타깝다. "그나저나 너 정말 듣던대로 선배님에 대한 존경심이 빈대 비듬만큼도 없구나. 후후... 아주 건방지게." 그런데 그 순간, 웃으며 말하는 신동민에게서 갑자기 무시 못할 박력이 쏟아졌 다. 유세진에게 배웠음인가? 웃는 낯으로 약간 빈정대는 듯한 어감이 느껴지는 목소리. "하..하지만 어차피 사회 나가면 일이년 정도야 친구고 또..." '제길! 내가 왜 말을 더듬지? 어째서 공부밖에 모르는 클래스A 녀석 따위에게 서.' 제경이 자신도 모르게 말을 더듬는 것을 깨닫고 얼굴을 벌겋게 익히며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하지만 신동민이 바닥을 탁탁 치며 내는 구두 소리가 분위기 를 아무 말도 못하게 고조시킨다. 항상 민제후 옆에서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인물이기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었 는데 정말 만만하지 않았다. 아니, 만만한게 뭔가. 민제후 앞에선 왠지 당하는 기분이 들었어도 말은 제대로 할 수 있었건만 바로 앞에 서있는 신동민이라는 상대에게는 완벽하게 제어당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므로 자의든 타의든 천재적인 재능 탓에 누구에게건 제멋대로 행동해 왔고 ,누구도 그에게 예의를 요구하지 않았던 제경이기에 좋은 기분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신동민은 모범적인 인상으로 단정히 서서 강제경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하게 말하고 있다. "일년. 일년이라... 일년이라고 한다면, 날 수로는 365일이고, 시간으로는 8,760시간, 분으로는 525,600분, 초로 따지면 31,536,000초... 이 세상에 나와 숨을 쉬고 밥을 먹었어도 1,095번의 끼니를 더 먹은 존재가 바로 우리, 2학년 선배들일 텐데... 맞먹기엔 그 숫자가 좀 크지 않나?" "으윽!" '뭐..뭐 저런 녀석이 다 있어!! 얼굴 좀 잘생긴 것말곤 잘난 것도 없는 범생이 주제에. 그런데 어떻게 숨도 제대로 안쉬고 말하는 저런 빠르기로 순식간에 저 런 계산이 나오는 거지?' 그러나 말이 막혀서 제경이 우물쭈물한 것과 반대로 동민의 눈동자는 흔들림 없다. 지금은 무테안경도 쓰고있지 않아서 이마로 흘러내린 가느다란 모발의 머 리칼이 그의 한쪽 눈매를 자연스럽게 살짝 내리덮고 있었다. 지적인 잔잔한 두 눈. 그런데 그 눈은 지성적이되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단호함과 냉철함의 빛 을 뿜는다. "왜? 입이 안떨어지나? 훗! 내가 저 꼴통하고 같이 어울려 다닌다고 날 저것 과 똑같이 취급하면 못쓰지. 하.늘.같.은. 선배한테." 젠장할! "으윽....네에. 선..배." 신동민의 차가운 박력에 밀리긴 했지만 차마 '님'자까진 붙이진 못하겠다 싶 다. "어라? 그럼 나한테도 형이라고 불러야 하는거 아냐?" "시끄럿!! 그건 절대 인정못해!" 제경은 동민을 선배라고 부르자 반색을 하는 제후에게 잽싸게 소리 질렀다. 그 러자 금갈색 머리칼의 소년이 방글거리던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린다. "야, 그건 너무 불공평하잖아. 나도 동민이랑 같은 학년인데." "그래도 싫어. 넌 전혀 형같은 느낌이 없단 말이야." "동민이는 다르고?" "...직접 봐라." "보긴 뭘 봐..." 제후가 투덜투덜대며 고개를 획 돌려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신동민쪽으로 시 선을 던졌다. 그곳엔 강제경이 순순히 자신을 선배로 인정하자 다시 물 흐르듯 자연스레 분위기에 섞여 모범생으로 돌아간 한 소년, 바로 신동민이 대기실의 각종 시설물을 흥미롭다는 듯 구경 중에 있었다. 훤칠한 키. 근육이 많이 붙지 않은 날씬한 몸매. 헬스나 격한 격투기를 익힌 남자들처럼 근육이 울퉁불퉁 불거진 몸이 아니라 펜싱이나 승마같은 운동에 더 어울릴 것 같은 유연성 있어 보이는 체격이다. 그 래서 피아노 옆의 테이블에서 진열품들을 살피는 동민의 뒷모습은 햇빛을 등지 고 서서 세련된 사립고 교복에 의해 단정한 실루엣과 소년이 아닌 남자의 절제 된 미(美)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마치 외국 잡지 모델같은 이미지... 게다가 겉모습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시선 속에 담긴 신동민은 차 분한 어른스러움을 가진 모습이다. 그 모습을 대하자 평소에 민제후가 사고칠 때마다 소리치고 화내면서도 항상 마치 형처럼 수습해주곤 했던 기억들이 겹쳐 떠올랐다. 그렇다. 동갑이지만 어느 누가 보아도 신동민은 어른스러웠다. 결국 제후는 할말이 없었다. "우이 씨~" "맞지? 누구랑 다르게 저 형은 진짜 '선배'잖아." 옆에서 제경의 건들거리는 놀림을 받자 제후가 눈에 쌍심지를 켰지만, 역시 또 할말은 없다. "이익... 야, 신동민! 너 지금 혼자 뭐 먹어?!!" "쳇! 할말 없으니까 딴청은." "그런거 아냐, 임마!" 그러자 결국 그 투정의 화살은 애궂은 동민에게로 날아갔다. 예민해진 건지 아니면 그 반대로 늘어져 버린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제후는 평소와 달리 별로인 기분, 안좋은 컨디션으로 어른답지 못하게 굴고 있었다. 동 민은 동민대로 이것 저것 구경하며 테이블에 놓인 유리케이스에서 사탕을 하나 집어먹다가 갑자기 득달같이 달려든 제후 때문에 엄청 놀란 모양. 영문도 모르 고 갑자기 황당한 일을 당한 동민은 순간 놀라서 삼켜버린 사탕으로 사래가 들 려 버렸다. "콜록콜록! 뭐..뭐야 또? 너 진짜 날 죽일 생각이냐?" "야아~ 너 진짜~ 너무한다. 난 오늘 아침도 못먹고 기절했다가 끌려나왔는데 넌 그런 친구의 눈을 피해서 혼자 맛있는 거 몰래 먹고." "뭘 또 몰래 먹어!! 생떼 좀 그만 써라." 황당무계, 어이없는 동민이었지만 제후의 뚱한 다음 말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넌 입이고 난 주둥이냐?" 이미 말이 필요없는 상황이다. "하, 나 참." "배고파." "곧 발표회 시작할 텐데 어디서 먹을거 타령이야!" "싫어!!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끼니를 거른다니, 말도 안돼!" 제경이 그들을 바라보며 키득댔다. 다 커서 생떼를 부리는 제후도 제후이지만 그런 민제후를 마음에서 밀쳐내지 않고 받아주는 신동민도 재미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신동민이 민제후를 다독 이고 보살피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짜로 의지하고 있는 쪽은 신동민이고, 이들의 실질적인 리더는 민제후. 그것을 알아본 것은 그들의 눈을 통해서다. 잠시 잠깐 살펴본 이런 상황에서도 신동민의 눈엔 신뢰가 꺼진 적이 없었고, 민제후의 눈에서도 서늘하다고 느낄 정도의 어떤 단호함이 사라진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이 연출되고 있 는건... '저들도 긴장하고 있는 건가? 아니면...' "으~ 알.았.다. 이 꼴통아! 그럼 우선 우리 대기실로 가. 아직 세진이도 거기 있을 테니." "와아~~" 그런데 제경이 어리둥절하게 있는 사이 순식간에 그들에게 잡혀 어디론가 끌 려가는 것은 '제경'이었다. '얼레? 이거 뭔가 이상한데? 갑자기 내 대기실에 나타난 것도 그렇고, 서로 티격태격 하는 것 같다가 둘이 나란히 생긋 웃으며 날 끌고 나가는 것도 그렇 고...' "이씨! 이거 뭐, 뭐야!! 이거 놔! 네들 짠거 아냐?!" "어허! 짜다니. 그리고 우리가 널 잡아먹냐? 가만 좀 있어라. 어차피 너 혼자 있으면 아까 거기에서 청승떨고 있으려고 했잖아. 아니면 질질 짜고 앉아 있던 가." "내가 언제!" "아까 울었잖아." '!!!' 두명에게 양팔을 잡혀 끌려가는 와중에 제경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같은 반이라고 했나? 그 버릇없는 하이클래스 애들 도망가는 것 보고 웃으면 서 속으론 울었으면서...웃기네. 내가 너 이러고 앉아있을까봐 잡으러 왔다, 자 식!" "쓰..쓸데없는 참견은..." 진지하게 말하는 제후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제경이 고개숙여 입술을 깨물었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지만 항상 뻣뻣하고 가시를 잔뜩 세우고 있기에 아 무도 몰랐던 자신의 속마음을 들킨 부끄러움. 그때 제경의 머리를 거의 헝크러 뜨리듯 쓰다듬는 손길이 느껴진다. "기운빠진 라이벌은 너무 시시해."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민제후의 옆얼굴은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로 인해 시 선을 뗄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제후를 힐끔 바라보는 동민이도 그 소년의 생각 을 읽고 있었다는 듯 의미있는 미소를 짓는다. 그럼 결국 지금까지 다 쇼였던 거야? 민제후, 정말 알 수 없는 인간이다. 형이라는 느낌이 없어 그렇게 부르지 못하 겠다고 버틴지 얼마나 됐다고 지금 보여주는 이런 모습들은 또 뭔가? 제경은 피식 피식 솟아오르는 웃음 속에서 중얼거렸다. "젠장할! 재수없는 자식... 소원대로 박살을 내주겠어." "하하하... 글세, 그게 맘대로 될까?" 마침내 도착한 제후의 대기실이었다. "삑- 삑-" 문을 열고 들어서자 햇빛이 스러져가는 창가에 어떤 빛나는 생물체가 장난치 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건 발가락 사이에 뭔가를 짚고 부리로 콕콕 찍어가며 장난치면서 노는 금빛의 작은 새끼매. 저건 뭐지? 왠 희안한 새가... "야, 민제후. 저건 뭐하는 물건이냐?" "아, 내 꼬붕. 둘기 왔니? 그런데 내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단백질 섭취하고 나서는....으아아악!! 둘기야!!!" 금응을 처음보는 제경이 물었지만 그 질문은 곧 경악을 하는 제후의 비명소리 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에에? "둘기야, 너 왜 여기저기 땜빵이 생겼어? 엉? 누가 그랬어?" "삐익- 삐이익-" "뭐? 에구, 불쌍한 녀석~!!" "삐이이익-!!" 마치 진짜로 대화를 나누듯 말을 주고 받다가 마침내는 서로 꼭 껴안고 얼굴 을 부비부비 부벼대는 한명과 한 마리. 그래, 세상은 다 그런거야. 하하...하하하... '어? 이건?' 그때, 제경의 눈에 바닥에 떨어져 있는 쪽지 하나가 띄었다. ...계속 (오늘은 기필코 연참을 이뤄야지. 주먹 불끈! 후기는 다음회에서 쓰도록 하죠. ??) << 뉴 라이프 (New Life) >> -125- [부제: 삶의 최고 우선순위(6)] "이게 무슨 뜻이지?" 제경이 둘기라고 불리는 새끼매가 떨어뜨린 쪽지를 주워들고 한참을 쳐다보다 결국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무슨 메모라는 건 알겠는데 그 내용을 이 해할 수 없었다.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다는 것은 뭐고, 무표정한 꼬마숙녀가 이 번 자기 편의 인형이 될거라는 말은 또 뭔지. 게다가 그 게임이라는 것이 이미 시작했다라니... 정말 암호문같은 내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누구한테 보낸 거지? 수신인이.....제후군?! "야, 뭐야? 뭔데 그래? ...엇?!" 순간 제경은 곁으로 다가온 민제후에 의해 그 메모를 빼앗겼다. 원래 그에게 보내진 쪽지이긴 하지만. 그런데 그 내용에 뭔가 이상이 있는 걸까? 민제후가 갑자기 얼굴을 일그러뜨 리더니 고개를 휙 들어 주변을 정신없이 살폈다. "치잇!! 세진인 어디...?" 어떤 큰일이 생긴 걸까? 그 쪽지에 쓰여진 내용이 뭐길래 항상 온화하던 한 인물의 얼굴을 저리도 험 하게 만들 수 있는지 제경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 모습이 의외로 다가왔던 것 이 강제경만이 아니었던 듯, 가장 마지막에 뒤따라 들어온 신동민도 매우 궁금 한 표정으로 물어 왔다. "무슨 일 있어? 뭐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긴. 아무것도 아닌데 겨우 종이 쪼가리 하나를 죽일 듯이 노려 보냐?' 제경은 뭔진 잘 모르지만 가장 친한 친구라면서 단순한 쪽지 따위를 감추는 제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쓸데없이 이것 저것 비밀이 많으면 골치 거리만 늘어난다는 것이 그의 신조였다. "왜에? 말해줘. 형 있잖아요, 방금....꾸엑!" 강제경이 동민에게 이상한 암호문이 쓰인 쪽지에 대해 막 이야기 하려하니 그 때 갑자기 어디선가 손 하나가 튀어나와 무서운 힘으로 제경의 입을 틀어막았 다. 하얗고 섬세한 손... 그런 손아귀에서 어떻게 그런 힘이 솟아니는 건지 신기 하기만 하다. 그래서 자신보다 한뼘정도 작은 키의 연약해 보이는 소년에게 뒤 에서 끌어안기다시피 하며 입이 막힌 제경의 모습은 정말 어쩔수 없어 붙잡혀 있다기 보다 차라리 같이 장난치며 동조하는 듯해 보였다. "아하하하... 동민아, 별거 아냐. 별거 아닌데 얘가 참. 제경아, 나랑 잠깐 어디 좀 같이 가자." "우읍!! 읍!!" "네들 지금 어디 가는데?" 제경이 민제후의 손아귀에 잡혀 버둥대면서 문밖으로 끌려나가자 동민이 의아 한 얼굴로 소리쳐 물었다. 좀전에 연주 발표회에 대한 안내방송이 있었는데 어 딜 가냐는 눈치다. 그러자 그때 돌아오는 대답은... 역시 민제후다웠다. "화.장.실!!" 그 대답에 멍해진 신동민. "화장실? 그런데 왜 화장실에 저 녀석까지 끌고 가지? 여자애들도 아니면 서..." 아무도 없는 대기실에 동민은 어리둥절해진 채 혼자 남았다. 민제후와 강제경... 성 빼고 이름만 들으면 비슷해서 형제같은데 방금 막 제후가 제경의 목을 끌 어안고 데리고 나가는 모습을 보니 성격은 물론 외양까지 정반대의 두 인물이 란 생각이 들었다. 제후는 밝은 빛이라면 제경은 매혹적인 어둠이었다. 황금빛 머리칼을 가지고 장난끼 가득한,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천성의 소년이 민제후라면, 눈을 거의 가린 긴 검은 머리칼에 마음의 상처를 피아노라는 천재 적인 재능을 통해 감추는 밤의 이미지의 소년이 강제경이었다. 허나 여기에서 제경이 어둠과 밤이라고 표현되었다고 해서 그 소년이 음침하다는 소리는 결코 아니었다. 물론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냉소적인 아이지만, 그의 성정은 결코 음침하지 않은, 모든 색을 흡수하는 어둠처럼 사람 의 감성을 빨아들이는 힘과 깊이감이 느껴지는 소년... 어둠은 빛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깊이를 더해가고 짙어진다. 동민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제후가 이번 발표회에 그렇게 높은 관심을 기 울이게 된 것이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강제경이라는 소년의 최고의 가치를 끌어내기 위해서 자신의 빛도 최고로 끌어올리려 이를 악문것이라고... 비록 그 빛이 단 한 번의 폭발로 끝나고 말지라도 말이다. '이번 발표회... 저 둘이 무사히 참가하기만 한다면...' 그런데 그때 들려오는 멀리서 점점히 작아지는 제경의 절규. "싫어, 자식아!! 내가 왜 너랑 같이 손잡고 화장실 따윌 가야 하는데~!! 으아 아~!!!" 해가 많이 기울었다. 늦은 오후. 작은 정원을 가진 어느 2층 건물이 그 늦은 한낮의 햇빛 속에 이상야릇한 분 위기를 뿜으며 비교적 높은 부지 위에서 시내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산위에 있 다고 하기에는 너무 과장된 표현이고 그냥 주택가에서 좀 떨어진 한적한 작은 동산 위에 서있는 아담한 빨간지붕 주택이라고 설명하면 될 듯 하다. 주변엔 풍성한 나무들. 이곳은 여름이 좀 이르게 찾아온 듯 봄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생동감 넘치는 짙은 녹음이 푸르게 펼쳐져 그 빨간지붕 주택을 호위하 며 둘러쳐져 있었다. 봄바람이 사르륵 훑고 지나가면 잔가지를 흔드는 나무들의 노래소리는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자장가처럼 듣는 이들의 가슴을 풍요롭게 채워준다. 하지만 그런 풍경과는 달리 그 집과 그 주변에 흐르는 공기는 긴장감마저 흐 르고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빨간지붕 주택으로 올라가는 길목의 공터에 승용차 한 대가 멈춰섰다. "준비는?" 고급 승용차가 멈춰서자 그 뒷자석에서 내린 한 소년이 기다리던 아이들에게 처음 물은 말이었다. 싸늘한 어조. 그리고 그 말투에서 느껴지는 냉기만큼 파르스름한 새까만 검은 머리. 복장은 학교에서 바로 온 것인지 아직 절제된 고급 사립고의 교복차림이 다. "다 됐어.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돼." "후후... 이럴땐 조금 쓸모가 있군 그래." 고개를 든 작은 체구의 소년의 눈이 얼음조각처럼 시리게 빛났다. 경멸스런 눈 초리이지만 그런 그들을 이용하고 부리는 자신에게도 같은 시선을 보내는 탓이 다. 그런 눈동자를 가진 인물은 성전특고에서도 정말 많이 알려진 인물. 바로 유세진이었다. ...계속 (이런 띠! 하다보니 날짜가 넘어갔네? ??;;; 뭐 하지만 내 기준으론 내가 아직 잠들지 않았으니까 연참입니다. 글이 잘 안나 오긴 하지만 줄기차게 올려볼려고 노력중인 란입니다. 으으으윽~~~~~~ 좀 짧군요. 아하하하하하;;;; 전 또 글쓰러 휘리릭 사라질께용.^.^ 후기는 정말 로 쓸게 없지만.... 세진이 동희를 납치한 건 단순히 민제후를 미워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주세요. 다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 아직 세진이 완벽 하게 제후의 적으로 돌아서기엔 시기상조니까 너무 떨진 마시길... ) << 뉴 라이프 (New Life) >> -126- [부제: 삶의 최고 우선순위(7)] 그런데 그때, 세진을 기다리던 일행 중 하나가 세진이 내렸던 뒷자석에서 누군 가를 안아올리려 하자, 모두는 유리가 깨지듯 날아온 누군가의 날카로운 목소리 를 경험해야 했다. "건드리지 마십시오!" 흠칫 놀란 소년들. 고개를 돌리자 서늘한 표정의 세진이 그들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 아니다. 그들이 순간적으로 세진이 노려보는 것처럼 느껴진 것은 갑작스런 목소 리에 놀랜 탓일지도 모르겠다. 푸른빛 검은 머리칼의 소년의 얼굴은 처음과 다 름없이 여전히 웃고 있었으니. 유세진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너무나 해맑다. 단지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그 환한 미소 속에 빛나는 눈동자가 왠지 섬뜩하고 차갑게 느껴진다는 것 정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살펴본다면 지금 그 소년의 모습은 모범생의 전형 적인 표본이기에 그들은 잠시 느꼈던 그 서늘한 기분을 단순히 기분 탓으로 돌 렸다. "이런 일까지 여러분들께 맡길 순 없죠. 신동희 양은 제가 직접 안아 옮기겠습 니다. 스콜피온은 손님 맞을 준비만 철저히 하시면 됩니다." 세진이 천진난만하게 생긋 웃으며 허리를 굽혀 자동차 뒷자석에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작은 소녀를 안아들었다. 어떤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처음 그가 그들을 보고 혼잣말처럼 내뱉던 말과 스쳐갔던 경멸의 빛을 기억한다면 정중하다고까 지 생각되는 예의바른 모습이다. "준비된 방은 어느 곳이죠?" "아, 이쪽으로." 리더로 보이는 체격이 건장한 한 남학생의 인도에 세진이 동희의 작은 몸을 가볍게 안아들고 뒤따랐다. 귀여운 강아지 인형가방을 등에 매고 머리를 덮어쓴 독특한 디자인의 털모자, 그리고 그 아래로 드러난 작은 소녀의 얼굴. 유치원에 다닐 정도의 또래라고 생각되는 그 아이, 그 작은 여자아이가 웃는 얼굴은 상상만 해도 자신도 모르게 빙그레 미소지을 정도로 너무나 귀엽고 깜 찍한 작은 꼬마 숙녀였다. 잠들어 있는 소녀의 지금 얼굴을 본다면 어찌 이 작 은 아이가 초자연적인 존재들을 마음대로 부리는 범상치 않은 존재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연약하고 평범한 어린아이로 보일 뿐이데. 그때 막 세진이 이층 계단을 올라 안내된 방으로 들어서며 중얼거렸다. "좋군요. 비교적..." 그곳은 그 집에서 가장 깨끗하고 잘 꾸며진 내실이었다. 전체적으로 연두색 그 린톤으로 인테리어된 공간... 집앞의 마당과 공터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시원하게 뚫린 하얀 창문이 있고, 유 리창은 활짝 열려져 있어 그 창으로 기울어가는 햇빛과 깊어가는 봄바람이 밀 려들어 온다. 그리고 그 창문으로 늘어져 닿은, 솔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복 숭아 나뭇가지의 파릇파릇한 모습. 포근하고 아늑하게 잘 꾸며진 방인 것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세진이 모처럼 진심으로 만족한 듯 약간의 감정을 드러내며 신동희를 침대에 내려놓고 창가로 다가갔다. 새순이 돋아 형성된 연하게 보이는 복숭아 나무의 잔가지가 보이자 그 소년이 관심을 보이며 그쪽으로 손을 뻗었다. 역시 생명력이 넘치는 것은 아름답다. "네가 말한대로 이곳은 일반 주택가와 많이 떨어져 있어서 한적하고 좋더라. 정말 누구 하나 죽어나가도 아무도 모를거야. 킥킥킥... 아, 그리고 이 방은 관 리인이 처음부터 잘 돌봤는지 흠이 별로 없더라구. 누구 소유인지 모르겠지만 버려져 있는 집 치고는 정말 훌륭해." "네. 잘난 유씨 집안의 이름이죠. 버려진 여인과 버려진 아이에게 이보다 더 어울리는 집이 어디 있겠습니까? 안그런가요?" "어엇?" 창밖을 바라보며 뒤돌아서 있기에 그 표정을 알 순 없지만 경쾌한 세진의 목 소리에 방을 안내했던 남학생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당황스러워 하고 있 었다. 유세진이라는 소년이 내는 목소리는 분명 웃음기 담긴 유쾌한 어조지만 그 내용만큼은 -잘 이해할 순 없지만- 결코 유쾌하지 않기에 그러했다. 스콜피온의 대외적인 리더인 그는 큰 덩치에도 불구하고 앞뒤가 안맞는 유세 진의 언행에 몸이 빳빳하게 굳는 걸 느꼈다. 저 작은 체격의 소년이 겉으로 보 기엔 비록 한없이 약해 보여도 이럴 때 잘못 걸리면 물리적인 힘이 아니라 또 다른 힘에 의해 끔찍한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걸, 그는 오래 전에 체험한 바 가 있었던 것이다. '주먹은 법보다 가깝다.' 그러나 그 생각을 전면적으로 뒤집어 버린 어느 옛 사건. 무서울 걸 모르고 날뛰며 스콜피온을 장악했던 그가 유세진에 의해 조종된 사 회적인 힘에 의해 완전히 매장되어 버릴 뻔한 그 사건 이후, 스콜피온은 실질적 으로 세진에게 접수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어버렸었다. 물론 성전특고에서 완 벽한 모범생으로서 생활하는 세진이기에 특별히 세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 자 할 때 이외엔 처음과 마찬가지로 방관하고 있었고, 대부분의 일원들도 유세 진의 존재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었지만... 하지만 그것이 더 무섭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저렇게 천사같이 웃는 얼 굴로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없으니... 더욱이 외부에 알려진 스콜피온의 짱 을 뒤에서 꼭두각시처럼 부리는 순진한 얼굴은 항상 그를 소름 끼치게 했다. 그런데 곧 긴장한 덩치의 분위기를 눈치챈 세진이 피식 웃으며 어깨 너머로 살짝 뒤돌아보며 말했다. "쿡쿡! 아닙니다. 그냥 실없는 농담이었습니다." "그..그래? 난 또. 아하..하하하하!!" 과장되고 어색한 웃음소리. 세진의 기분을 맞춰주려는 행동인지 오버하는 그 모습이 동정을 불러일으키며 얼굴을 찌푸리게 했다. '신경 거슬리는군.' 세진이 줏대없이 자신에게 끌려다니며 이용당하는 인간들을 비웃으며 입안으 로 중얼거렸다. 세진은 자신의 손아귀에 잡혀 흔들리는 나뭇가지 하나가 저 인간들보다 오히 려 더 쓰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뜻을 펼칠 의지도 없고 세 상 물욕과 권력에 휩쓸려 다니다 결국 소모품으로 사라지는 파리같은 존재들... 자신이 그렇게 정의한 그들에겐 관심이 없었다. 현재 유세진의 머리 속에 자리 잡고 있는 인물은 단 하나. "민제후..." 아직 그에 대해서 여러 가지 타진해 보고 지켜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성전그룹의 총수 민제후라... 후후훗!' 웃긴다. 그 어린 나이에 총수라니. 그것도 다른 기업도 아니고 성전그룹. 한국 사람들에게 성전그룹의 위상은 정말 높은 편이다. 각 분야에 대한 투자도 활발하고, 몇 년 전부턴 무자비한 덩치 늘리기보단 비전있는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내실을 다지는 전략으로 돌아서면서 일반인들에게 더욱 좋은 이미지 를 심어주었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성전의 '좋은 이미지'란 역시 성전그룹 홍보팀이 성공한 마케팅 전략일 것이고, 사실은 성전그룹의 힘을 직·간접적으 로 느끼기 때문에 높아진 위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국 사람들은 성전그룹을 국내 10위 안에 드는 재벌 기업 중의 하나 정도로만 알고 있다. 물론 그 정도로도 대그룹임은 자명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알려져 있는 그 인식은 정말 잘못된 것이었다. 일반 국민들에게 알려져 있는 성전그룹의 모습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각 분야에 펼쳐져 있는 사업과 영향력, 자금력 등을 고려한다면 이 한국을 버티고 있는 것은 바로 성전 그룹. 그리고 공개되지 않은 비공개 재단과 세력까지 생각한다면... 아시아를 떠받치는 거대한 대 기둥으로서 독보적인 존재가 바로 한국의 대(大) 성전그룹인 것이다. 그렇다면... '말할 필요도 없이 성전에겐 한국이 너무 비좁다.' 물론 성전그룹은 세계로 진출해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좁다는 뜻은 시 장의 의미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첨단 미래 산업에서의 독보적인 위치와 영 향력. 전대 총수였던 장문수 회장을 그것을 위해서 토대를 닦아왔을 것이고 이 제 그 발판 위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민제후'라는 인물이 서있었다. 솔직히 이 번 단군 프로젝트만 해도 이러한 성전그룹의 힘과 재력이 없었다면 시작조차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한국 정부와 손잡고 시작하게 된 단군 프로젝트! 성전의 숨은 힘과 저력이 아니라면 아무리 하나의 국가가 지원해 준다해도 어 떻게 단기간 세계정상을 노리고 무모하게 뛰어들 수 있겠는가! 그 성공과 실패 의 여하는 지금 당장 알 순 없겠지만 몇 년안에 그 윤곽이 잡힐 것이라 사료된 다. 세계 위에 군림하겠다는 말은 결코 간단하게 내뱉을 수 있는 무게가 아니다. '하지만 지금 내가 민제후라는 인간에게 주시하고 있는 점은 그의 배경도, 그 의 사업적인 재능이나 감각이 아니지. 내가 확인하고 싶은 건...' 세진은 바로 어제 있었던 「세계CEO포럼」에서 그 첫발을 내딛은 프로젝트명 「단군」를 생각하며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하..하하... 뭔진 잘 모르지만 어쨌든 난 그런 의미가 아니었고...음, 그럼 이 만 나는...엇?" 마침 귓가에 울리는 파리소리. 눈치없이 계속해서 앵앵대며 울려대는 파리소리 가 세진의 불편한 심기를 더욱 돋구었다. 정말이지 신경에 거슬린다. "와우~ 그나저나 이 꼬맹이 되게 깜찍하게 생겼네. 어디서 이런걸 찾았냐? 내 가 전에 데리고 놀던 애들보다 훨 나은데. 아직 좀 어리긴 하지만, 킥킥... 요즘 그런거 안따지는 녀석들도 가끔 있지. 어쨌든 고상한 척 하더니 너도 보는 눈은 있구나." 이것이 정말 기분 맞춰 준다고 하는 소리일까? 점차 건들거리는 어조가 더해 가자 세진이 고개숙여 피식하고 웃어버린다. 그리고 그때, 유세진의 손에 잡혀 있던 어린 나뭇가지 하나가 힘없이 뚝 꺽어졌다. "네것만 아니면 내 콜렉션에 넣고 싶을 정도....왓!!" -쫙!!!- 화끈한 감각! 덩치는 창가 옆 침대에 눕혀놓은 꼬마 동희를 비실비실 웃으며 만져보려고 하 다가 다음 순간 얼굴을 치고 달아난 뜨끈한 번개에 정신이 없었다. 한쪽 뺨에 주륵 흘러내리는 것은 피... 돌아갔던 뺨을 돌리고 휘둥그레진 눈으로 시선을 고정시키니 그의 정면에 가 느다란 회초리를 든 유세진의 웃는 모습이 눈에 잡혔다. 하얀 창가 앞에서 펄럭 이는 투명한 레이스 커튼을 배경으로 해맑게 웃으며 서있는 단정한 소년. 하지 만 안경을 벗은 세진의 커다란 눈동자는 평소와는 또 달리 서늘한 예기로 베일 듯 날카롭다. 귀기(鬼氣)까지 느껴질 정도다. "왜...왜 이래? 우리가 이런 사이는 아니잖아? 하..하하..하" 그 모습에 아차 싶은 청년이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서로가 알고 지낸지 두해 가 다 되어가기에 어떻게든 말로 무마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천 천히 날아오는 목소리. "죽고 싶습니까?" 웃는 얼굴로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그 앞에 있었다. 아직 어리지만 표정과 생각이 분리된 이중적인 인간. "손대지 마십시오. 특별한 아이입니다." "어...어어. 알았어, 미안. 그럼 난 진짜로 이만..." 생긋 웃는 유세진의 안색을 살피며 스콜피온 짱이라던 인간이 허둥지둥 방 밖 으로 나섰다. 문이 닫히고 한동안 육중한 무게가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가 쿵쾅 거리며 들리고 나자 사방이 잔잔한 침묵에 잠겨들어가는 듯 했다. 침묵과 고요... 창가에서 살랑살랑 봄바람만 스며들어와 포근한 봄날을 감싸는 것만 같았다. 헌데, 곧이어 세진과 동희가 있는 방의 공기가 술렁술렁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상했다. 마치 봄날 들판에 아지랑이가 피듯 흔들리며 넘실거리는 요사스런 기 운들. 가벼운 현기증과 구토가 일어날 듯한 부자연스런 기(氣)가 미약하게나마 확실하게 초자연적으로 발현되고 있었다. '드디어 시작했군.' 그러나 세진은 당황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회초리로 신동희 위의 공기층을 갈랐다. 특별히 발산되는 기운이 있진 않았으나 인간의 단단하고 확고한 의지를 담은 목소리가 공기를 울린다. "꺼져라. 네놈들같은 잡귀가 넘볼 아이가 아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점차 차분해지는 공기. 불안정한 진동이 사라지고 방안 공기가 다시 시원한 봄바람만 가득한 걸 느끼 고 세진이 그제서야 신동희에게 다가가 그 소녀의 이마를 따뜻하게 짚었다. 좀 전까지 순간적으로 발갛게 얼굴이 달아올라 힘들어하던 꼬마 동희가 이제 겨우 열이 내려서 쌕쌕 숨을 고르며 편하게 잠에 빠져들어가고 있었다. "...급한 신열은 내렸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유세진이 보기 드물게 따뜻한 시선으로 내려보며 방긋 웃었다. 하지만 아무 능 력도 없이 단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씁쓸함이 담긴 그 표정, 그것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지금 세상을 잊고 잠에 빠져 있었다. "동희 일, 동민이한테는 절대 말하지 마!" 한편 그 시각, 어느 곳엔 누군가의 간절한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계속 (뭐가 어떻게 된 건지... ??;; 정신이 없습니다. 내가 누누히 말했었지만 이건 판타지 소설입니다. 현실 배경이라고, 이런 일 말도 안된다고 하면 전 이렇게 말합니다. 현실을 배경으로 했을 뿐이지 현실이 아니라고. 이건 란의 판타지라 고 말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제가 생각했던 플롯을 따라가고 있는데 '이게 뭐야'라고 말하면 제가 할 말이 없죠. 헤헤~ ^.^ 그냥 보고 싶으신 분들만 보세요. 마음에 안들면... "안보면 돼지 뭐~♡" 캬하하하~ 브이~ ?? ) << 뉴 라이프 (New Life) >> -127- [부제: 삶의 최고 우선순위(8)] "동희 일, 동민이한테는 절대 말하지 마!" 한편 그 시각, 다른 어느 곳에선 누군가의 딱딱한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분명 부탁은 아닌데 그렇다고 거만하거나 명령조도 아닌 비교적 간곡한 말소 리. "내가 왜!! 게다가 동민 형이 신동희라는 꼬마 녀석의 오빠라며? 그럼 더 당연 히 알아야 하잖아!!" 하지만 좀전의 울린 그 소리에 호응하여 또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게 응수한다. 첫 음성의 주인공의 외양를 살피자면 비교적 평범한 이목구비에 깔끔한 교복 정장을 한 남학생이다. 그렇지만 머리색이 금실이 섞인 특이한 금갈색. 그렇기 에 그리 뛰어나지 않는 외모임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귀하게 자란 도련님의 이미지를 뿜어내는 소년이었다. 사람들에게 '민제후'라 불리는 소년. 바로 지금, 보통 때는 순해 보이는 동글동글한 눈을 가진 그 소년이 상대방을 가늘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반면 민제후와 말씨름의 또 다른 상대방은 마른 몸에 양소매를 팔꿈치까지 걷 어올린 흰 교복셔츠, 또래보다 비교적 크다고 느껴지는 큰 키의 인물이었다. 독 특하게도 뒷머리는 여자의 것으로 보이는 줄리본으로 묶여 있고, 긴 앞머리로 효과적으로 감춰진 눈의 표정은 어딘가 모르게 쓸쓸함과 외로움을 담고 있는 남자아이. 그러나 그것과 비례해서 그 소년의 이미지를 지배하는 것은 특유의 반항적인 기질이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소리를 씹어 내뱉은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이 '강제 경'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대기실에서도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화장실이었다. 말로만 그렇 게 대답한 줄 알았는데 정말로 화장실로 오다니. 물론 시골 초등학교 분교도 아 니고 명문 중의 명문고의 예술관 한자락 끝이었으므로 화장실도 호텔 화장실처 럼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었으나, 역시 남자들이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서 조 용한 대화를 위해 선택하는 장소라면 어쩐지 좀 어색하다 못해 우수워 보였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의견 조율이 안되다 못해 서로 죽일 듯이 노려보는 이 두 명의 소년들이 마주보고 있었다. '지금 이게 뭐하는 짓이람?!' 제경은 가뜩이나 민제후에 대해 갖고 있는 자신의 감정이 호의와 적의가 뒤섞 인 혼란스런 것이기에 이런 황당스런 상황을 대하자 더욱 짜증이 솟구치고 있 었다. 이제 몇 분뒤면 기다리던 전공연구 발표회인데... 그런데 그 라이벌이라는 인물이 정작 제경과의 대결은 뒷전이고, 당연히 알려 야 할 사건을 쓸데없이 덮어두려 하는 것에 제경으로 하여금 마치 농락 당하는 기분까지 들게 만들었다. 처음으로 진지하게 승부하고 싶다고 만든 존재가 자신 과의 대결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 그것으로 인한 짜증. 아니, 걱정. 제경이 입술을 깨물었다. '뭐가 이리 복잡하냐고!!' 그런데 다음 순간, 제경은 자신의 목소리를 치고 들어오는 민제후의 하이톤에 복잡하게 얽힌 상념에서 벗어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알아 알아, 나도 안다구! 그 녀석, 동생이라고 하면 끔찍하게 생각하는 거 잘 안다구. 그래서 그래. 그래서 안돼!" 진지한 표정. 그리고 단호한 눈빛. 잠시 격해졌던 어조를 정리하며 제후가 숨을 골랐다. 어떤 때라도 담담함을 넘 어 항상 희희낙락 즐거워 보이던 민제후였기에 그런 모습은 그도 얼마나 당황 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면 같았다. 금갈색 머리칼의 소년은 횡설수설 하면서도 유세진의 적의가 담긴 그 짧은 메 시지를 변호하려 애쓰고 있었다. "아직 무슨 일인지 잘 모르잖아. 너무 단정짓지 마. 유세진... 내게 정면으로 맞설 녀석 아니야. 적어도 아직은. 그래, 아직은 너무 일러." "야! 그래도 너..." "내가 잠깐 다녀올게." 점차 제경의 얼굴이 이번엔 걱정스런 표정으로 급격히 변해가자 제후가 제경 의 말을 황급히 끊으며 생긋 웃었다. "별일 아닐 거야. 뭐, 세진이 녀석도 뾰족히 뭘 어쩌겠다는 말은 없었잖아. 녀 석은 그냥... 그래! 그냥 내가 잠시 발표회 전에 와주었으면 할 뿐이야. 가볍게 생각해. 유세진, 그 녀석 나랑 전혀 모르는 인간도 아니고 특고에서는 유명할 정도로 단정한 놈이니까. 그리고 내 차례까진 아직 시간도 좀 있고..."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마!!" 하지만 제경의 악 소리에도 제후의 눈은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아니, 처음의 혼란스러움이 마음을 정하고 나서는 더욱 차분해 지는 모양이었다. '민.제.후... 이 쇠심줄 같은 자식!' 이미 저 얼굴은 어떤 말도 통하지 않는 얼굴이다. 제경이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머리를 흐트러뜨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젠장맞을!!' "...받아!!!" -짤랑- "읏!" 뭔가 획 날아오는 물체. 제후가 자신의 얼굴을 향해서 빠르게 날아오는 그 물 체에 놀라 가까스로 공중에서 낚아채서 바라보았다. "뭐야? 열쇠?" 제후가 아기자기한 열쇠고리에 매달려 있는 바이크 키를 손바닥 위에서 발견 하고 눈썹을 치켜 올렸다. "'카인'의 열쇠야. 어차피 이젠 말려도 소용없는거잖아. 그럴거면 빨리 다녀오 라구. 대신 흠 하나 없이 돌려줘야 해." "네 오도배이를?" 인천에 갔던 날, 강제경이 그렇게도 자랑스럽게 여기던 최고의 바이크. 민제후 에게 발각되기 이전에는 누구에게도 거의 보인 적이 없었다고 한만큼 아끼던 그것을 자신에게 이리 쉽게 내준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다. 하지만 누 구에게나 가장 중요한 것이 매 순간마다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제경이었 다. 더 가치있고 소중한 일이 있다면 그것을 지키기 위해 온 마음을 다하고 싶 다고. 예전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내 입을 잠궈 놓으려면 대신 약속해. 네 차례까지 꼭 돌아온다고. 네 순서는 어떻게든 가장 뒤쪽으로 돌려 놓겠어. 네가 무대에 서고 난 다음에 내 무대가 있을 거야. 그러니까 꼭 돌아와! 기권패는...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야!! 알았어?" "다..당연하지!!" 민제후가 잠시 어리둥절해 있다가 제경의 마지막 말에 바이크 열쇠를 공중으 로 튕겨 올렸다 다시 잡아채며 활짝 웃었다. 그런데 획 뒤돌아서서 뛰어 가려던 그 소년의 얼굴에 갑자기 심각한 표정이 떠올랐다. 의아해 하는 강제경에게 제 후가 얼마 가지 않고 멈춰서서 바라보며 과장된 심각함을 연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질질 늘어놓는 설교를 가장한 은근한 갈굼. "그런데 제경아. 아무리 생각해도 오도배이에 이름까지 붙이는 건 진짜 이상하 지 않냐? 게다가 '카인'이 뭐냐, '카인'이?! 네이밍 센스하고는...쯧쯧쯧. 그거 판타지 소설에서 너무 흔하게 나오는 이름이잖아. 촌~스럽게..." 두 손을 벌리고 '에이~'하는 표정은 충분히 사람 열받게 만든다. 모처럼 진지 한 상황, 진지하고 멋있게 마무리 하려했더니 꼭 초를 치고 돌아서는 저 인간. "사..상관마!! 내 멋이얏!!" "그래그래. 알어. 네 X 굵은거. 냐하하하!" "으득! 너 갔다 오기만 해봐! 오늘 무대에서 그 웃는 얼굴을 아주 박살을 내줄 테니까!!" 제경이 있는대로 놀리고 도망가는 제후를 쫓아 복도로 튕겨져 나오며 주먹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 상대는 이미 벌써 복도 저편으로 사라져가고 있었다. "아차! 너 길은 알고 있어? 딴 거 찾지 말고 학교를 나가서 좌측으로 큰길만 쭉 따라가! 응! 큰길만 쭉 따라 가야 돼!!" 멀리서 '알았어'라는 메아리가 들려왔다고 생각한 순간에 민제후의 모습이 완 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자 곧 제경에게 왠지 모를 허탈감이 밀려들었다. 그 야릇한 기분에 축 늘어지는 어깨. 게다가 또 이상하게도 제경의 얼굴에 자꾸 만 실없는 미소가 피식피식 피어올랐다. "...가버렸군." 같이 있기만 해도 기운이 빠지고 엄청난 심력을 소모하게 만드는 인간이지만 그리 나쁜 기분이 들게 하는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헌데 그때, 《딩동댕동~》 《안내방송 드립니다. 곧이어 개최하는 피아노 전공연구 발표회에 참가하는 학 생들은 지금 바로 무대 뒤로 가셔서 진행요원에게 출석을 확인해 주시기 바랍 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제후가 제경에게 바이크 열쇠를 받아 순식간에 사라지자 또 한 번의 안내방송 이 예술관에 울려퍼졌다. 그리고 방송 전에 울린 벨소리는 전공연구 발표회의 개막을 알리는 예비종. 그렇다면 앞으로 10분 뒤에 발표회가 시작한다는 말이 된다. '이런! 시간이 벌써?! 그럼 빨리 가서 발표 순서를 바꿔야...' 그때였다. "잠깐! 거기 학생. 자네가 '강제경' 학생이 맞나?" 원래 예정된 시각이 된 것인지, 아니면 예상보다 훨씬 많이 밀려든 인파에 놀 랜 진행위원회에서 발표회 시간을 앞당긴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생각 보다 빨리 눈앞으로 다가온 무대에 당황하여 뛰어가려던 제경은 갑작스런 호명 에 놀라 멈칫 멈춰섰다. "음, 맞는 것 같군. 우리 잠시 대화 좀 나눴으면 좋겠는데." 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것은 중우한 풍채의 신사복을 입은 늙수레한 중 년인과 그 뒤를 따르는 몇 명의 일행. 공무원들인가? 하나같이 딱딱한 인상에 틀에 박힌 예의적인 표정을 갖추고 있다. '저 아저씨들... 어쩐지 낯이 익은데...' "누구시죠?" "하하하... 긴장되나? 하긴 인생의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는 무대니까. 그런데 우리도 그렇구나. 오늘의 발표회는 성전특고로서도 큰 기회이니까 말이야. 곧 우리 성전특고에서 열리게 된 클래스B 피아노 전공연구 발표회에 대해 난, 아니 우리들은 아주 자랑스럽고 기쁘게 생각하고 있단다. 학원 운영이사들 뿐만 아니라 교육청 인사들까지 말이다. 저 대강당에 얼마나 많은 관계자들이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는지 학생은 잘 모를테지? 음, 우리 학원이 줄리어드 음악원 같은 세계적 명문의 명성을 얻는 첫 발자국이 바로 오늘이 될 수도 있다고 하 면 이해가 좀 쉬울까? 그래서 말인데 학생, 아니 제경 군..." 제경은 자신의 질문에 대답은 하지 않고 나이에 안맞게 수다(?)를 떠는 중년인 을 흐리멍텅하게 쳐다보다 마지막에 말을 늘이는 부분에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 다. 개인적으론 가뜩이나 시간이 촉박한데 자신을 붙잡고 있는 이 인물이 정말 마음에 안들었다. 무엇보다 그 중년인이 지금까지 줄줄이 늘어놓는 말들은 한귀 로 듣고 한귀로 흘렸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대강 강제경의 천재 명 성을 듣고 딴에는 응원한다고 찾아온 격려의 서두 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왜 그가 이렇게 멀겋게 서서 저 학원 관계자들의 자질구레한 말투를 듣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제경의 불안한 마음은 차라리 보통 때의 칭찬과 격려로 끝내주 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이렇게 많은 시간을 잡아먹은 주제에 단순히 '열심히 하게'라고 하면 한 대 칠 것 같은 기분도 드니...... "성전특고의 교장으로서 제경 군에게 한가지 당부를 하지." "예?" '교장? 아,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더라니. 조회 때도 매번 땡땡이를 쳤던데다 가 워낙에 내가 사람 얼굴은 잘 기억 못해놔서. 그런데 교장과 이사들이 나한테 ...무슨......?' 강제경이라는 천재 소년만을 원하는 성전특고의 교장과 운영 이사들의 웃는 모습이 제경의 흔들리는 눈동자 속에 담겼다. 오늘만큼은 정형화된 틀에 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자신의 진정한 피아노를 선보이겠다고 결심한 그 소년의 가슴에 '불안'이라는 이름이 점점 확고하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아무리 이번 연구발표회가 자유 주제라지만 다른 때도 아니고 세계적인 마스 터들 앞에서 장난질만 할 순 없지 않나? 자작곡, 편곡, 하다못해 대중음악도 상 관없다니... 특고의 명예도 달려 있는데 말이지." "아, 하지만..." 제경이 급하게 반박의 말을 하려 했으나 마침내 그 소년이 불안해 하던 한마 디가 교장 선생님의 입에서 튀어 나왔다. "그래서 말이지, 제경군이 우리의 명예를 살려주었으면 좋겠네. 특별위원석에 서 지켜보는 외국의 피아노 교수들과 음악가들에게 클래식으로 빈틈없이 정확 하고 완벽한 '천재의 연주'를 들려주었으면 좋겠군. 우리에게 그동안 했던 투자 의 가치를 보여주게!!" 천재... 투자의 가치... 제경은 자신을 강타하는 오싹한 기운에 힘겹게 버티며 주먹을 그러쥐었다. 선택의 기로인가? 민제후가 아니더라도 이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남아있지 않았다. 장혜영씨가 자유주제라고 했지만 그녀는 이 학교보다 세계를 무대로 살 아가는 피아니스트. 곧 떠날 것이다. 실세는 이들. 이들은, 특고의 운영진들은 정통 클래식만이 최고의 교양이라고 여기고 있었 다. 만약 클래식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고, 진정으로 세상에 펼치고 싶은 나만의 음악세계를 보인다면 자신들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투자 가치인 난...... "성전특고의 자랑인 자네가.....설마 우릴 실망시키진 않겠지?" 그 순간, 제경의 눈이 무력함에 물들며 천천히 감겼다. ...계속 (후기로 쓸게 별로 없군요. 다만 설은 음식 장만이 힘들다는 것 뿐. 꽥!!) << 뉴 라이프 (New Life) >> -128- [부제: 삶의 최고 우선순위Ⅱ(1)] -부아앙- 요란한 바이크 소리가 길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 위를 막힘없이 달리고 있었다. 그 시원한 소리의 질주를 따라 바람도, 대지도, 태양 마저도 쫓아오는 듯 느껴 지는 풍경. 점차 주홍빛으로 물드는 붉은 구슬... 너울치마같은 주변 구름을 색색으로 물들이며 자신을 감춰가는 빛의 원천이 시원하게 뚫린 도로 위를 질주하는 한 대의 바이크 따라오는 듯한 정경은 마치 신이 세상에 무언가를 암시해 주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멋진 풍경이다. 인간을 따르는 태양이라... 어이없는 상상력이라 하더라도 어쩌면 일부 그 의미가 맞아 떨어지고 있을지 도 몰랐다. 예술적이기까지 한 선(線)을 보이는 첨단 레플리카 모델 바이크, 그 것을 타고 달리는 교복의 소년이 바로 민제후라면... '유세진! 제발 날 실망시키지 마!' 멀리 한적한 사유지 동산 위로 붉은 지붕의 주택이 보이기 시작하자 제후가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세진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제후였다. 분 명 겉으로 드러난 사실만 보자면 지금의 이 사건은 세진이 제후를 인질극이라 는 치사하고 비열한 방법으로 유인하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 똑똑하고 치밀한 녀석이 7, 80년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런 고리타분한 방식을 택했을리 없 었다. 설사 이 사건이 정말 배신이 맞다해도.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배신도 아니다. 유세진은 항상 자신은 아직 누구의 편도 아니라고 말했었으니. 더 좋은 기회가 온다면 얼마든지,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민제후의 반대파 쪽에 설 수도 있다는 걸 피력해 왔었던 것이다. 하지 만 갑자기, 그것도 하필 오늘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것 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항상 모든지 의미를 담고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인 물이기에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막연하게 믿고 있지만... 아니, 믿고 싶지 만... '모든건 가보면 알게 되겠지!!' -부아아앙!!!- 제후가 헬멧 속에서 순간 눈을 번쩍이며 손아귀에 힘을 줬다. 그러자 마치 바 이크 레이싱에라도 나간 것처럼 더욱 높아진 쾌속도. 세진과 동희가 기다리는 장소가 빠르게 시야로 다가들고 있었다. 공기 중에 녹 아있던 봄의 싱그러움이 민제후와 바이크에 의해 생기는 저항력 바람에 의해서 갈라져 조각조각 흩어져 날렸다. "어이! 넋놓고 앉아서 뭐해?" "으응?" 제경이 무대 뒤 대기자 장소에 허리를 잔뜩 숙이고 앉아있다가 누군가 어깨를 탁 치는 바람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다른 참가자 아이들은 몰라도 친인척 중에 아무도 없는 제경이기에 찾아올 사람이 없는데... 그런데 누구? "뭐야? 응이라니. 긴장되는 거야, 제이? 왠일이냐? 천하의 '제이 강'이 다른 것도 아니고 피아노로 긴장하다니. 너 혹시 어디 아프냐?" "...아사미?" 강제경이 번쩍 든 자신의 두 눈에 어색하지만 구색을 맞춰 입은 정장 차림의 일본계 청년이 비춰지는 걸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유행이 지난 옛 스타일의 빛 바랜 양복을 걸치고, 정성은 다한 것 같지만 약간 삐뚜루 매진 넥타이... <시티 오브 조이>에서 항상 편안한 옷차림으로 일하던 청년이였기에 익숙하지 않은 그것을 매기 위하여 거울 앞에서 낑낑 대는 모습 이 눈에 선했다. 어쩌면 넥타이를 매는 것이 오늘이 처음이었을지도. 그리고 머 리도 단정하게 한다고 무스를 발라 올빽으로 뒤로 한껏 젖힌 모양이 마치 선보 기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다방을 향해 가는 농촌의 순박한 노총각 같았다. 이렇 게 꾸민 것이 모두 자신을 위해서 였다고 생각하니 제경은 말이 잘 안나왔다. "왜..왜? 어디 이상하냐? 나도 나름대로 신경쓴다고 썼는데... 휘유~ 근데 여 기 와보니 정말 장난 아니다. 여기 사람들은 다 최고급 아르마니 양복으로만 치 장을 했는지 여기 저기 삐까번쩍하고... 저, 제이? 혹시 우리가 와서 네가 괜히 창피한 건 아닌지..." "아..아니야!! 정말 멋있어! 최고로 멋있어요!! 우와~" 감격해서 아무말 못하고 멍하니 있는 제경의 얼굴이 보이자 그 일본계 청년은 제경이 자신의 촌스러운 모습에 실망한 것이 아닌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하지 만 곧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한 강제경의 모습을 대하자 긴장을 풀고 빙그레 웃으며 제경의 머리를 쓱쓱 흐트러트렸다. "짜식!! 뭘 그런 걸 갖고. 그리고 넌 오늘 나가서 평소 하던대로만 하면 돼. 넌 항상 우리들한테 최고였어. 화려한 무대 따위에 주눅들거 없이, 그냥 본때를 보 여주는 거야!!" "저기에서 거들먹 거리는 특기생들한테?" "객석에서 보석 두르고 우아한 척 하는 졸부들한테도." "코를 납작하게?" "완전히 뭉개버려." 서로 문답식으로 말을 주고 받던 강제경과 사토우 아사미는 얼굴을 맞대고 한 동안 심각하게 상대를 바라보다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에 주변에 드문 드문 보이는 다른 참가자들이 경박스럽다느니 하 며 중얼거리고 비웃었지만 지금의 제경은 그런 걸로 상처를 받을 만큼 약하지 않았다. 상처가 뭔가? 긁히지도 않았다.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가 있다는 것은 그것만으로도 그 사람을 강하 게 만드는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았다. 제경은 어느 정도 웃음이 가라앉자 시원하게 웃어젖힌 대가로 눈가에 고인 눈 물을 훔치며 아사미라고 부르는 청년을 향해 진심으로 중얼거렸다. "...고마워요." 그리고 그 말에 아사미가 잔잔히 미소지으면서, 제경, 아니 '제이'의 머리통을 주먹으로 톡 치며 그 소년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말한다. "별말씀을. 당연히 와야지." 왠지 따스해지고 편안해지는 그 기분에 제경이 아사미에 의해 푹 수그러진 고 개를 들지 않고 그대로 피식 웃었다. "나...학교 그만둬 버릴까?" 갑작스런 말이라 그런가? 제경의 혼잣말같은 그 한마디에 사방이 고요해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주변 의 다른 참가자 아이들은 그들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고 저 멀찍이 떨어져 자기 가족들에 둘러쌓여 여전히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도. 무엇하다 달라진 것이 없는데 달라진 듯 느껴지는 이 공기. 아사미가 보조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제경을 정면에서 내려다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경과 가까운 사람이라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기도 했지만 의외로 변함없이 잔잔한 미소를 띤 온화한 표정이다. "왜 그래?" "아니...그냥... 에이~ 재미없잖아요. 맨날 지루한 수업에, 잔소리에, 시험은 또 얼마나 많은데. 어차피 난 상업적인 음악이 더 맞는 것 같으니까 좀 일찍 데뷔 한다고 생각하지 뭐. 하하하! 나 원래 이렇게 꽉 짜여진 기숙학교는 체질에 안 맞는 것 같다고 그랬잖아." "음... 그래? 그것이 네 선택이라면." "예?" 제경이 밝은 목소리로 이것 저것 이유를 갔다 붙이자 아사미가 대수롭지 않다 는 듯 쉽게 수긍했다. 허탈할 정도로 아주 쉽게. 제경은 자신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말리는 흉내도 전혀 안내는 아사미에게 어 쩐지 좀 서운한 감정이 들었다. 정말 모순적이다. 자신의 의견에 동의해 주는데 도 후련하지 않은 이 기분이라니... 제경은 이상하게 치밀어 오르는 알 수 없는 어떤 감정을 억누르며 한껏 밝은 척 웃으며 목소리를 높였다. "좋아! 그럼 <시티 오브 조이>에서 일하게 해줄래요?" "아니, 싫은데." "에에?" 이국적인 분위기의 그 청년은 어벙한 표정을 한 채 굳어버린 제경을 버려두고 주머니에서 막대 사탕을 꺼내 포장을 벗겨 입에 넣었다. 잠시 방긋 미소지으며 '담배를 끊어서'라고 대답한 아사미는 곧 당연하지 않냐는 듯이 담담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내 친구는 '제이 강'이지 '강제경'이 아니거든. 그리고 '제이'라면 절대 도망 가지 않지. 자신에게 솔직하게, 세상에서 자유롭게, 힘들더라도 한발 한발 앞으 로 나설 아이니까." "하..하지만 '제이'는 생각보다 그렇게 강하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냥 그렇게 보일려고, 환상을 꿈꿨던 것일지도 모르잖아요!" "뭐, 그렇더라도 별로 상관없지 않을까?" 입에 넣었던 막대 사탕을 다시 꺼내 들며 청년 아사미가 눈웃음을 지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선택하지. 어떤 사람이 나중에 그 선택을 후회하더라도 그것은 그 사람이 그 당시에 자신이 선택하고 싶은 것보 다 세상의 이목이나 물질적인 이익, 또는 주변의 사람들을 위한다는......뭐 어떤 것이든지 좋아. 사람마다 이유는 각기 다를테니까. 어쨌든 누구를 위해서 희생 했다든지 하는 그러한 자기만족이나 허영심, 그 밖에 또 다른 어떤 마음들이 자 신이 선택하고자 했던 것보다 더욱 소중했기 때문에 나중에 '후회한다'는 선택 을 하게 되는 거지. 하지만 선택의 순간에는 누구나 그때의 자신에게서 가장 중 요하게 여기는 마음에 이끌려 가게 되니까." "..........." "그리고 내가 아는 '제이'라면 누구보다 솔직하고 자유로운 성질의 녀석이 니... 성질은 꾸며지는 것이 아니거든. 그러니까 정말 중요한 순간에 가서는 제 이가 훌륭하게 자신의 길을 찾을 거라고 우린 믿어." 사람 좋아보이는 사토우 아사미의 미소. 편안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저 미소 덕분에 <시티 오브 조이>의 바텐더로서 인기가 좋은 것일 것이다. 게다가 저렇게 확신에 찬 격려를 듣는다면 누구든 힘 이 나지 않겠는가. "하아~ 그렇지만 이번 일...정말로 간단하지 않은데..." 하지만 역시 이번만큼은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여전히 조금 풀 이 죽어 있는 제경에게 아사미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가와 약간의 말을 더 보태 주었다. "그러니까 문제는 이거야." "!!" 갑자기 제경의 가슴 한복판을 찔러오는 손가락 하나! "네 마음에서, 네 삶에서 가장 소중한 마음이 무엇인지 잘 찾아!!" 가장 소중한... "안정된 생활이나 명예욕, 또는 설사 네가 순수하지 못한 부(富)를 택한다고 해도 누구도 널 비난할 순 없어. 바로 너 자신밖에는." 온화한 인상의 이국 청년이 그 순간엔 날카롭게 말을 내뱉었다. 평소 그답지 않게 축 쳐져있는 강제경의 모습따윈 보고 싶지 않다는 표현이었다. 전에도 잠 깐 보여진 적 있다시피 때때로 위태로운 상황에서 은근히 뿜어나오는 인심 좋 아보이는 이국 청년의 카리스마가 현재 강제경을 압도하고 있었다.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찾도록 해 야지. 삶을 살면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찾아서 선택의 우선순위를 정해 두는 것도... 살아가는데 그리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 난 생각한다." 제경의 어깨를 잡고 말하던 아사미는 긴 앞머리 사이로 무섭게 빛나기 시작하 는 반항적인 소년의 눈빛에 흠칫 놀라 손을 땠다. 그러나 금새 원래의 온화한 미소로 돌아온 아사미가 어깨를 으쓱하며 가볍게 주절거렸다. "...하지만 이건 내 방법일 뿐이야. 누구나 각자 살아가는 방법 하나쯤은 가지 고 있어. 세상에는 원색적인 빨,주,노,초,파,남,보만 있는게 아니거든. 참고로 난 파스텔톤 연보라가 좋아. 뭐? 결론? 결론은....'각자 알아서 살아라'지. 하하하 하!! 사탕 먹을래?" "그게 뭐예요!!!" 남은 한참 심각해 죽겠는데. "제이, 널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담배 끊는데는 이거 정말 괜찮거든." "됐어요! 지금 난 생계가 달려있.....끄악!!" 제경은 순간 멀리서 달려오는 어떤 덩치 큰 생물에 경악하며 벽으로 쭈욱 무 섭게 물러섰다. 쿵쾅거리며 달려오는 거대 생물체. 게다가 울퉁불퉁한 그을린 굵은 팔뚝에 어울리지도 않는 새하얀 턱시도를 입고 빨간 나비 넥타이를 맨 그 것은.... "제이!! 내가 왔다. 나의 사랑스런 썬, 제이야~!!!" "으악!! 말리 아저씨?!"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제경이 어색한 억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리자 생글 생글 웃고 있는 온화한 아사미가 막대사탕을 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사미!!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예요?" "뭐가? 난 처음부터 '우리'라고 말했었는데." "사토우 아사미, 당신 성격 진짜 나쁜거 알아!! 으아아악!!" 강제경이 때마침 들이닥친 마담 말리에의 숨통 조이는 애정 표현에 발버둥 치 며 이국적인 일본계 청년을 향해 험한 욕설을 거칠 것 없이 퍼부어댔다. 그러나 그런 욕설을 듣고도 진짜로 기쁜 선물을 받은 것처럼 생긋 웃는 청년은 바로 '사토우 아사미'였다. "호오~ 그래? 칭찬 고맙구나, 제이." 《신사 숙녀 여러분! 그럼 지금부터 성전특별고등학교, 예능부분 클래스B의 피 아노 전공 연주자들이 펼치는 전공연구 발표회를 개최하겠습니다.》 발표회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와 함께 두꺼운 붉은 커튼 밖에서 우레 와 같은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별심사위원으로 초청된 세계적인 명사들이 소개가 되며 이번 학생 발표회의 취지를 밝히며 시작된 연주회... 하나같이 범 상치 않은 영재들이 자신들의 피아노를 보여주기 위해 차례를 기다리며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그러나 드디어 무대에서 첫 번째 참가자의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질 그 때쯤, 무대 뒤에서는 한 소년의 살고자 하는 처절한 비명소리와 그 어이없는 해프닝 을 해결을 위해 뛰어온 진행위원들의 소란스러움으로 정신없이 울리고 있었다. ...계속 (후기 없음. 계속 써야죠. 계속~ 쭉~ 몇 편이나 더 올릴 수 있을까나? 흐음.... ??;; ) << 뉴 라이프 (New Life) >> -129- [부제: 삶의 최고 우선순위Ⅱ(2)] "여긴가?" 제후가 사유지를 표시하는 철제 대문이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보이자 바이 크에서 내려 헬멧을 벗고 직접 그쪽으로 다가갔다. 메모에 의하면 분명 이곳이 유세진이 와달라고 했던 그 장소가 분명한데 길이 막혀 있다니. 약간 비스듬한 오르막길의 연속이 나무들 사이로 좁지 않게 나있 는 것이 보여 그 길로 곧장 올라가면 오래지 않아 세진이 기다리고 있는 집이 보일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오래도록 돌보지 않았던 듯, 주 택이 있는 곳까지 이어져 있는 가로수 길과 정원은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 아 버려진 집처럼 느껴진다. 아니면 정말로 버려진 집인가? -끼이익- "어? 잠긴게 아니었네? 에구... 다행이다." 새빨갛게 녹이 슬고 말라죽은 덩굴식물이 어지럽게 엉겨있지만 예전에는 상당 히 멋졌을 것 같은 화려한 문양의 철제문. 그것이 쇳소리를 내며 손쉽게 열리자 제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잠겨있었다면 저 높은 철제 대문을 타고 넘어 갔어야 했을 텐데 상당히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만약 담이나 문을 타고 넘어가야 했다면, 마치 도둑 고양이처럼 남의 구역을 무단으로 침입한다는 기분 도 기분이지만 가뜩이나 촉박한 시간을 훨씬 잡아먹었을 테니. 제후가 무심코 손목 시계를 바라보다 시간을 보고 더욱 초조해졌다. 학교까지 아무리 빨리 왕복한다 하더라도 오고 가는 시간을 빼면 아무리 못해도 4, 50분 안에 동희를 데리고 나서야 한다. 오늘 피아노 발표회... 절대 놓칠 수 없었다. 여러 가지 의미로. 그런데 그때, 급한 마음에 걸음을 빨리하던 제후는 자신을 기다리는 어떤 정경 에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엇? 너희는..." 무슨 일일까? 한편, 민제후가 목적지로서 향하고 있는 빨간 지붕의 주택은 의외로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저택이라 하기에는 너무 작고, 단순한 가정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큰 듯한 이 층구조의 주택. 빨간 지붕이 이색적이고, 화사한 외양을 가진 아기자기함이 눈 에 띄는 이 집은 경치 좋은 곳에 마련된 별장의 이미지가 짙은 건물이었다. 전 체적으로 자연친화적인 건축자재로 구성되어 있어 보고만 있어도 따뜻하고 안 락한 느낌이 드는 집. 예전에 이곳에 누군가가 살았다면 정말 정성을 다해 집을 돌봤던 듯 서툴지만 정성이 든 흔적이 아직도 여기저기에서 보인다. 그런데 바로 그곳에 민제후가 지금 기필코 만나보고자 하는 인물, 유세진이라 는 소년이 한가롭게 창가 앞 테이블에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오늘 그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안내되어진 방, 그곳 창가에 놓인 2인용 테이블에 혼자 앉아 체스 판을 앞에 두고 미소짓고 있는 검은 머리의 소년... 누군가를 환영한다는 의미처럼 활짝 열린 창에선 따뜻한 솔바람이 들어와 그 소년의 푸른 머리칼을 살랑살랑 쓰다듬어 주고 있다. 그러나 그런 평화로운 풍경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이 공간에 사람이 남아있어 유세진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면, 그 소년의 행동에서 한가지 이상한 점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세진의 앞에 놓여 있는 것은 고급 체스판. 우아한 깊은 자주빛과 아이보리에 가까운 흰색의 스퀘어(square)가 교차되어 배열된 그것에서 품격이 느껴진다. 게다가 그 체스판 위에 놓인 말들조차 모두 하얀돌로 정교히 조각되어 얼핏 보기에도 그것들은 최상의 가치를 가진 물건들. 하지만 이상한 점이란 유세진이 그런 고급 체스판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혼자서 양쪽의 말을 교대로 배열할 뿐인데 흥미진진하다는 얼굴로 게임을 시작한다는 것 자체였다. 유세진의 재미있어 하는 그 얼굴, 그 모습은 결코 양쪽의 말을 자기 혼자 움직여 가는, 혼자만의 게임으로 인해 생겨난 표정 이 아니다. "후후... 그럼 이만 본격적인 면담에 앞서 약간의 남은 시간을 이용해 게임을 좀 해볼까요?" 유세진이 체스판 위의 말의 배열이 막 끝나자 그림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아 름다운 배경을 뒤로 하고 고개를 들어 순진무구한 천사의 미소를 방긋 지었다. 소년은 잠시 시선을 돌려 그 방 한쪽 침대 위에 불가사이한 빛에 감싸여 누워 있는 작은 소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대로 재미있을 겁니다, 민제후 군." 순각적으로 유세진의 눈동자가 악동같은 즐거움으로 반짝이며 푸른빛 나는 검 은 머리의 작은 소년의 손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싶은 그 때, -탁!- 체스판 위에서는 한판의 전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세진의 작은 입이 열리며 서늘한 느낌의 한마디가 튀어나왔다. "폰의 정렬. 게임 시작." "우와아아아아!!" "우앗!! 잠깐 잠깐! 애들아, 얘기 좀 하자!!" 유세진의 체스판이 움직인 그때쯤, 주택으로 올라가는 가로수길에서는 십수명 의 아이들이 손과 주먹에 뭔가 하나씩 무기가 될만한 것들을 들고 민제후를 덮 쳐가고 있었다. 눈에 무섭도록 독기를 품고 달려드는 소년들! 시끄럽게 떠들지도 않고, 불필요하게 건들거리지도 않고, 쓸데없는 잘난척도 없이, 진짜 꼭 필요한 단순한 공격만을 무자비하게 퍼부어대는 학생들이 거기에 있었다. 가만히 살펴보자니 그 소년들은 예전에 제후와 시내에서 마주쳤던 스콜 피온인 듯 드문 드문 낯 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중 하나가 바로 민제 후와 반갑지 않지만 의외로 질긴 인연을 가진 빨강머리 앤써니. "이봐, 빨강머리 앤!! 이런 상황에서 차마 반갑다고 인사는 못하겠는데, 그래도 이유나 좀 알자구!! 지금 너희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아니아니, 어떻게 너 희들이 여기에 있지? 우앗!!" 제후가 스콜피온 지역조장이라던 앤써니에게 소리 높여 묻고는 뒤로 날아오는 각목을 아슬아슬하게 고개 숙여 피했다. 그러나 단지 그것만으론 끝나지 않는 연속타, 또는 동시에 날아오는 공격들!! '크윽... 이거 한도 끝도 없이 정신 없구만.' 바닥으로 뒹굴며 흙먼지를 뒤집어 쓰고서야 겨우 숨을 돌릴 수 있게 된 제후 는 그제서야 이 상황을 어떻게 쉽게 벗어날 수 없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멀 리 던져 버렸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나니 오히려 기분이 차분하게 가라앉고 투지가 끓어 올랐다. 어차피 다시 태어난 생에서도 싸움과의 인연을 뗄 수 없나 보다라고 체념하는 제후였다. 그런데 이번엔 과연 무사히 이 판을 접을 수 있을까?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있냐고? 흥!! 그럼 우리 스콜피온이 겨우 너같은 애송 이 하나에 숨 죽이고 엎드렸다고 생각했냐? 또라이 새끼! 바로 오늘처럼 한 번 에 제대로 밟아주려고 기회를 봤을 뿐이지. 내가 나중에 다시 보자고 했지!! 저 번에 네가 어떤 속임수를 썼는진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절대 안될걸? 푸후후 후." "뭐? 으읏!!" -슝!!- 숨 돌릴 틈도 안주겠다는 듯 잠시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스콜피온 지역 짱 들. 여러명이 한꺼번에 달려드는데도 호흡이 척척 맞는 것이 민제후에 대해 들 었던 말들을 다 믿진 않으나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역력하다. 그렇게 자신을 목표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공격들인지라 아무리 예전의 실력을 그대로 지닌 민제후라도 완벽히 막아내진 못했다. 하지만 때때로 맞아주어도 아 직까진 그리 큰 타격 안받고 그럭 저럭 피해 나가는 소년이었다. 빨강머리 앤써니는 그 모습을 보고 미꾸라지같은 그 얄미운 상대를 향해 억지 로 비틀린 미소를 지으면서 이를 갈 듯 말을 내뱉어 주었다. "바로 우리에게 너의 가장 가까운 인물이 협력자로 들어와 있거든!!" "!!!" 협력자?! '지금 뭐라 한 거지? 협력자라니? 그럼... 날 이리로 유인한 이 유치찬란함 이...' "세진아......" 제후는 마치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후려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아니다. 설마...... 제후는 빨강머리 앤의 그 말에 충격을 받은 듯 잠시 얼이 빠졌다가 정면에서 자신의 머리 바로 위로 내리꽂히는 각목을 발견하고서 간신히 정신을 차렸다. 순간적으로 번쩍 떠진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니 마치 영화 속 슬로우 모션처럼 스콜피온 녀석들의 무자비한 택클이 한눈에 들어온다. 느리다...... 느려...... 아주 느렸다. "유세진!!" "시끄러!! 이거나 먹어라, 새꺄!!" 제후가 나무들 사이에서 멀리 보이는 붉은 지붕을 향해 소리를 지르자 앤써니 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빠르게 다가들며 각목 등을 휘둘렀다. 하지만 현재 민제 후에게 중요한 것은 유세진의 진의였다. 금갈색 머리의 순한 인상의 소년이 눈 을 무섭게 부릅뜨며 소리 질렀다. "유세진, 나와!! 나오란 말이야!! 유.세.진!!" 제후가 악에 받쳐 스콜피온 지역 조장들과 정신없이 맞붙고 있을 그때, 정작 유세진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작은 목소리에 눈을 살짝 감으며 살풋 미소짓 고 있었다. 그러나 소년은 그 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벌써 여러번 움직인 듯한 체스판 에서 이번엔 자기 편의 말을 움직이기 위해 손을 뻗는다. 그 소년의 손에 이번 에 잡힌 말은 십자가를 든 주교의 형태의 정교한 말. 그 말이 큰 타격을 상대 진영 깊숙히 파고 든다. 그리고 이번에도 울리는 즐거운 어조의 유세진의 목소리. -탁!!- "비숍 출현합니다." "저리비켜! 난 지금 당장 만나야 할 녀석이 있단 말이야! 방해하지... 어엇?!" -파파방!!!- "으아악!!!"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무계획적으로 스콜피온에게서 빼앗아 든 각 목을 이용해 자신을 가로막는 아이들을 후려치고 발로 차며 뚫고 지나가던 제 후는 갑자기 옆구리와 가슴 한복판에서 느껴지는 격심한 극통과 충격에 붕 떠 서 날아가 바닥을 굴러야 했다. "쿨럭쿨럭... 으...윽... 누구야...?" 지금까지 자신에게 덤비던 아이들과는 분명 다른 인물이었다. 제후도 그 인물 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들어서야 그 존재를 알아챘을만큼 놀라운 스피드! 게다 가 상대의 헛점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정확히 가격하는 솜씨는 정말...아직 학생 일 뿐이라고 생각하기엔 놀랄 정도다. '젠장, 더럽게 아프네. 나, 그동안 정말로 편하게 살았나 보군. 윽...!!' 제후는 아직도 가시지 않는 가슴의 통증에 한쪽 눈만 간신히 뜨며 비틀거리고 일어섰다. 그런데 그때 흐릿한 민제후의 시선에 하나의 인형이 비쳐졌다. ...계속 (후기 또 없씀다. 몇 편이나 올릴 수 있을지... 연주회 빨리 시작해야 합니다. 그럼 이만. ??;;) << 뉴 라이프 (New Life) >> -130- [부제: 삶의 최고 우선순위Ⅱ(3)] "일어나." 제후가 가슴과 옆구리를 움켜쥐고 찡그리고 있자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가 다 가왔다. "누구..." "난 스콜피온의 지역총괄부장인 '문승현'이다." 몸을 세우며 상대를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한 제후는 미간을 찡그렸다. '문승현?' "그리고 이제 시작인데 엄살은 그만 부리지." 스콜피온 지역총괄부장이라는 학생이 보였다. 키는 컸지만 단단한 남자라기 보다 보이쉬한 느낌이 훨씬 더 강한 소년. 그래 서 그런지 약간 허스키한 느낌의 목소리와도 잘 어울렸다. 중성적인 외모인데다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강렬한 기운이 요즘 여학생들에게 상당히 매력있게 어 필되는 이미지였다. 가느다란 모발의 머리칼이 옆가르마로 흘러내려 무심해 보이는 얼굴과 독특한 회색빛 눈동자를 감싼다. 게다가 그가 걸치고 있는 옷 또한 사슬이나 괴상스런 장식품이 주렁주렁 달린 불량아의 대명사 차림이 아닌, 평범한 보통 고등학생들 이 주로 입는 베이지색 면바지와 가벼운 캐쥬얼 자켓. 어디로 봐도 문승현이라는 아이는 스콜피온같은 불량서클에 가담할 것 같지 않은, 진지함이 묻어나는 학생으로 보였다. 그렇지만 본인 말대로라면 이 소년이...... "스콜피온 지역총괄부...장? 그럼 너도 성전의 특고생..." 그리고 그 뿐만이 아니라 지역총괄이면 민제후가 처음으로 마주친 그 십수명 의 지역조장들을 관리하는 스콜피온의 중간리더라는 소리가 된다. '우이 띠! 일이 점점 더 꼬이는군. 오늘이 스콜피온 곗날이라도 되는 거야 뭐 야? 왜 이리 다들 꾸역 꾸역 몰려든담.' 제후는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계산하며 낭패라는 얼굴로 주변을 둘러 보았다. 문승현이라는 소년이 겉으로 보기에는 별로 강해 보이진 않았지만 자기 밑의 아이들에게 확실한 신뢰를 심어주고 있었던지 제후에게 얻어맞고 쓰러졌 던 녀석들도 '넌 이제 죽었어'라는 표정으로 의기양양하게 뒤로 물러서고 있었 다. '불량서클이라지만 상하관계는 확실한 건가? 아니면 전에 생각했던 대로 아이 들 세계도 힘의 우열이 지배하는 걸까? 뭐, 어느 쪽이든 다 마음에 안들지만. 쩝! 할 수 없지. 목마른 자가 샘을 판다니.' "비켜줘. 나 지금 당장 만나야 할 녀석이 있어서 올라가 봐야해. 너희들하고 싸우고 싶지 않아. 그래도 정 나와 부딪히고 싶다면...나중에 하자. 오늘말고 나 중에. ...부탁이다." 제후가 반듯한 눈으로 문승현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부탁했다. 부탁?! 부탁이라니! 전생의 그를 생각해 본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제후, 아니 전 생의 박경덕은 말 그대로 폭력조직의 보스가 아니었던가. 그것도 누군가에게 물 려받아 이끈 조직이 아니라 정말 밑바닥 잡부에서부터 시작하여 하나하나 직접 그의 손으로 일군 그의 것! 그것만으로도 박경덕의 성정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기 전에 이미 하나의 거대 조직을 완성시킨 대 보스... 그 이름은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처음엔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시작 했다고는 하나 그 리더가 실력도 없고 냉철함과 카리스마가 없었다면 아무리 주먹 싸움에서 날고 뛴다고 해도 결코 손에 꼽히는 조직으로 클 수 없었을 테 였다. 그래서 지금 놀랍다는 말이 어울리는 것이다. 전생의 박경덕이 그대로 환생한 민제후였다면 그는 결코 어떤 상황에서도 부탁 따윈 하지 않았을 테니까. 예전 의 박경덕이라면 오히려 한쪽이 끝장날 때까지 이 상황을 끌고 나가서 스콜피 온이라는 불량서클을 와해시켜 버리거나 지금 현재 이 자리에 있는 아이들을 모두 죽기 직전까지 잔인하게 밟아버렸을 것인데. 암흑가의 젠틀맨이라고 불렸 지만 자신의 경고들 한 번 들었던 이가 다시 한 번 자신의 뜻을 어기고 도전해 온다면 일말의 동정도 두지 않았던, 한편으론 정을 갈구했지만 또 다른 한편으 론 오싹하도록 무서워질수도 있는 인물이 바로 한 조직의 보스 박경덕이라는 인물이었으니...... 아니다. 놀랍다 못해 이상하다. 어째서 민제후가 저리 쉽게 부탁이라는 걸 할 수 있는지. 아니, 이상한 점을 찾자면 오래 전, 처음 민제후로 깨어났을 때부터 시작해야 할 듯 싶다. 전생의 그런 과거가 있는데 어떻게 이리도 밝고 천진난만한 빛나는 영혼을 가진 소년 이 될 수 있었는지, 어떻게 이리도 순수하고, 또 마치 영혼까지 진짜 십대 소년 이라도 된 것처럼 어떻게 이리도 자유롭게 생(生)을 영위할 수 있는지. 바로 그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듯 싶었다. 그러나 지금 이 자리에 그런 감춰진 깊은 비밀이 있는 것을 아는 이가 없기에 민제후의 그런 행동을 좀 의외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들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어. 하지만 어쩌지? 우린 여기서 널 올려보내지 말 고 1시간만 잡고 있으라는 또 다른 부탁을 받았거든. 네 부탁을 들어주고 싶어 도 못들어주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지." '세진이가?! 그럼 발표회는......' "!!!" 문승현이라는 소년이 무심한 회색빛 눈동자에 미소를 담으며 대답하자 제후가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 하지?" 스콜피온 간부들만 모인 이 공간이 너무나 답답하게 느껴졌다. 막 이곳에 도착 했을 때처럼 숨돌릴 틈도 안주고 공격해오는 것도 진땀이 났지만, 저렇게 한 명 의 인물을 중심으로 그에게 모든 걸 맡긴다는 듯 물러서서 노려보고 있는 눈들 도 마주하기 거북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있을 뿐이지만 격렬하게 맞붙 어 싸울 때 보다 긴장감이 더 팽팽했다. 그나마 좀 위안이 되는 것은 문승현이라는 스콜피온의 총괄부장이라는 녀석이 왠지 복잡하지 않게 실타래를 풀 기회를 줄 것 같다는 직관! "글세... 나랑 맞짱 한판 뜰까?" 그 순간, 문승현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에?" 제후의 직관이 맞아 떨어진 것인가? 지금 시간이 없다고 나중을 부탁한 민제후에게 매력적인 허스키 보이스가 하 는 제안. 하지만 어쩐지 그 소년과 안어울리는 말투에 제후는 혹시나 다른 뜻이 있는가 싶어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저기...그게 무슨 뜻이지?" "아, 좀 전엔 엄살이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난 못일어날 줄 알았지. 한 대도 아니고 진짜를 두 번이나 맞았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좀 신기해서. 여지껏 그런 놈 별로 못봤거든. 의외야." 허허. 생긴거랑 다르게 노는 인간, 여기 또 하나 발견이오~ "얼마나 강한지 직접 보고 싶어졌어. 그리고 소모전 없이 깔끔하게 해결될 수 도 있고. ......내가 이기면 스콜피온에 맞서던 잔챙이 하나 밟아주는 거고, 네가 이기면 널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여기엔 없지." 잔..챙이?! 쿨럭. 숭어도, 붕어도, 하다못해 동태도 아닌 잔챙이라니... "나 시간 없는데. 진짜야." "맘대로. 여기 있는 모두와 날 상대를 하느냐, 아니면 나와 너의 일대 일 승부 냐... 선택해." 진중한 얼굴에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떠올리며 말하는 상대를 보자니 방법이 없었다. '진짜로 꼬여 버렸잖아!! 그것도 아주 배배~. 으아~' "좋아, 그럼 되도록 빨리 시작하자!" 제후가 물러설 곳이 없자 한번에 끝내버리겠다는 각오로 최대한의 긴장을 유 지하자 문승현도 손짓으로 도발한다. "원하던 바. 와라!" "칫! 최단 시간으로 끝내주지!" 제후가 스콜피온들이 가로막고 있는 목적지를 향해 달려들며 소리쳤다. 최대한 소모 시간을 줄이며 여차하면 길을 뚫고 단번에 유세진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 는 언덕 위의 집으로 뛸 생각이었. 그리고 마침내, 평소 장난끼 가득한 인상의 금갈색 머리칼의 소년과 스콜피온 의 중간 리더가 무서운 속도로 충돌했다! -파파파팍!!- 민제후와 문승현. 그러나 그 둘의 충돌에 일체의 잡음도 없었다. 그 둘에 의해 생기는 걸음을 옮 기는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나 허공을 치는 날카로운 바람소리만이 파공음처럼 울려 퍼질 뿐이다. 그 밖의 소리라면 지켜보는 이들에게서 터져나오는 감탄소리 가 전부라고 하는 것이 옳았다. 게다가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이 벌어질 만큼 빠 른 스피드와 마치 무협영화 스턴트 맨들이 짜고 싸우는 것처럼 아귀가 딱딱 들 어맞는 몸짓들! 그 소년들의 치열한 표정마저 없었다면 정말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생각될 정 도다. "에이 씨팔! 저거 짜고 치는 고스톱 아냐?" 빨강머리 앤써니 군의 말도 안된다는 얼굴로 중얼거린 이 대사. 그 대사 한 마디에 그 두 소년을 바라보는 스콜피온 조장들의 마음이 진국으 로 담겨 있었다. 그리고 한동안 민제후와 문승현, 그 누구에게도 기울어짐이 없이 미친 듯이 어 지러운 주고 받기만이 계속될 것 같다고 생각되려 할 그때였다. '헛점 발견!!' 제후의 눈이 드디어 문승현의 허리에서 빈틈을 발견하고 그 속으로 깊이 파고 들었다. 구경하는 이들에겐 보이지도 않았던 정말 찰라간의 틈! 민제후가 끝났 다는 생각에 눈을 빛냈다. 그런데 그 순간! 순식간에 자세를 돌려 제후를 똑바 로 마주보며 반격을 가하는 문승현? '빠...빠르다!!' 하지만 반격을 알아차렸다 해도 이미 상대에게 너무 가깝게 접근한지라 도저 히 피할 수가 없었다. 충격을 예상한 제후가 주먹이 다가오는 것에 최대한 맞춰 몸을 빼며 방어했으나, 그래도 역시 막을 수 없었던 속을 게워놓을 것 같은 파 동... -퍼억!!- "컥!!" 가죽북을 세게 후려친 것 같은 울림이 퍼지자 제후가 울컥 토혈을 하며 무너 졌다. 그나마 이것이 충격을 줄인다고 줄인 것인데 결국 그 한 대를 얻어맞고 바닥을 구르고 말다니. 조급함 때문에 상대의 속임수도 읽지 못하고 그대로 걸 려 들어갔으니 당연한 결과하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맞는건 진짜 싫다구!!" -빠악!!- "큭!!!" 민제후가 투정같은 소리를 지르며 다리를 휘돌아 문승현의 얼굴을 힘껏 날려 차며 일어섰다. 지역총괄부장이라는 그 소년은 제후가 그의 주먹을 정면으로 받 고도 이렇게 빨리 반격할 수 있을 줄 몰랐는지 제대로 된 비명도 없이 쓰러졌 다. 아이들은 백중지세를 유지하던 그 둘이 순식간에 거의 동시에 바닥으로 곤두 박질 친걸 믿을 수 없는지 입을 딱 벌리고 굳어버렸다. 아니, 어쩌면 눈이 쫓아 가기에도 힘겨울 정도로 무섭게 부딪혀갔던 두 존재가 경악스러워서였는지도 모르겠다. 먼지투성이가 된 제후가 일어서서 얻어맞은 곳을 손끝으로 누르고 찡그리며 나머지 말을 이었다. "아프단 말이야, 임마." 그렇게 폭풍같은 한바탕이 휩쓸고 지나가자 잠시의 소강상태가 내려 앉았다. 끝난 건가? 문승현이 천천히 일어나 앉아 터진 입술에서 배어나오는 피를 손등으로 닦으 며 피식 웃음을 터트리는 것이 보였다. 물론 제후는 그것을 보고 매 맞고도 웃 는 녀석은 오랜만에 다시 보겠다며 요즘 세상엔 왜 이리 갖가지 종류의 변씨 양반들이 많을까 고찰해 봐야 한다는 등, 모처럼만에 추억의 릴레이 망상에 빠 져들게 되었지만. "...돌겠군. 왜 난 저 잔챙이가 자꾸 마음에 들려고 하는 거지?" 제후는 계속해서 키득거리는 문승현을 보고 점잖아 보이는 놈이 쓸데없이 헛 바람 들어 이런 폭력서클에나 드니 맛이 간거라며 없는 시간 쪼개서 고개까지 흔들어 주는 수고를 해주었다. "이런이런... 정말 의외의 전개인데요? 비숍이 잡힌 것 같군요." 바로 그 시각, 민제후의 상황과 오버랩되면 더없이 어울릴 것 같은 설명이 유 세진의 입에 의해서 읊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세진이 있는 곳은 제후가 있는 곳 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곳의 작은 방안. 그리고 유세진은 지금 혼자서 체스를 두고 있을 뿐이다. "음, 그렇다면 의외의 장소에서 나타나는 기사도 괜찮겠죠? 실제에서는 기사 도가 좀 부족할지도 모르겠지만." 세진이 이대로 두다간 생각 외로 체스판 위의 자기편이 수세에 몰릴 것 같자 또 다른 쪽의 있던 말[馬] 머리가 조각되어 있는 말을 잡아 자리를 옮겼다. 도대체 진짜로 혼자 체스를 두고 있는 것이 우연히 밖의 상황과 맞아떨어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밖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알고 체스판도 그렇게 배열해 나 가는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탁- "나이트(Knight) 기습 공격." 의외의 곳에 있던 나이트가 상대의 침착한 진영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한동안 이완된다 싶었던 긴장감도 그것으로 인해 갑자기 빨라진다. 체스판의 상황이 더욱 정신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피햇!!" "우앗!! 뭐..뭐야?" -쉬익!- 제후는 문승현의 갑작스런 밀침에 당황했던 제후는 순간 자신의 옆구리를 스 쳐지나간 나이프 소리에 머리털이 곤두서는 걸 느꼈다. '서걱'하는 소리와 함께 두부 잘라지듯 베어진 교복 상의. 그것을 보니 만약 처음 있던 자리를 고수하고 자 하는 자신의 똥고집 의지가 실현되었다면 또 다시 산신령신에게 면담 신청 서를 냈으리란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 해도 몇 달의 병원신세를 면 할 수 없었으리라.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주..죽을 뻔 했다.' ...계속 (자신이 없네여. 자신이 없어... ?? ...뭐가? ??;;) << 뉴 라이프 (New Life) >> -131- [부제: 삶의 최고 우선순위Ⅱ(4)] "이게 무슨 짓이야! 너 미쳤어?" 그것을 문승현도 알았던지 갑자기 제후의 뒤에서 나이프를 들이대며 나타난 생소한 인물에게 언성을 높였다. "너야말로 지금 뭐하는 거냐, 문승현!! 네가 호출된 이유를 잊은 건 아니겠지? 그리고 넌 내 밑에 있는 거야! 잊지마! 내가 짱이다! 네가 아니란 말이야!" "그만하지. 조금 혼내주는 것 까진 상관 안하겠지만 그건 너무 심하군. 자칫 잘못하단 죽을 수도 있었어!" "이봐, 날 더 이상 우습게 보지마라. 그래, 네가 '그'에게 스카웃되서 들어 온거 다 아니까 말이야. 너 잘난거 알어. 너 아~주 잘났어. 퇘!! 그래서...... 에 ...헤...헤헤...뭐가 어떻단 거지? 저 자식도, 너도, 다 죽여버리면 되는 건데!! 크하하하하하!! 다 죽여버릴거야!!!" 제후는 어이없는 인물이 나타나 말하다가 갑자기 광기서린 눈으로 자신을 바 라보는 것을 느끼고 황당함에 몸을 굳혔다. 갑작스럽게 죽이겠다고 달려든 것도 심장이 벌렁거릴 일인데 이번엔 미친 듯이 웃다가 힘없이 바닥으로 풀썩 쓰러 진다. 잔뜩 긴장하고 있다가 상대가 어이없이 무너지니 허탈하다고 할까? 정신 이 하나도 없었다. "뭔가... 이상해." 제후는 생각에 빠져있다가 문승현의 떨리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가 그 소 년도 얼굴이 흙빛이 되어 한쪽 무릎을 꿇고 겨우 앉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금방 이라도 쓰러질 듯... 제후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을 둘러 보았다. 다른 아이들도 역시 이상 했다. 스콜피온 아이들이 하나같이 기운이 없는지 도미노처럼 하나 둘씩 바닥으 로 풀썩 풀썩 쓰러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어..어떻게 된거지? 단체로 식중독이라도 걸린거야 뭐야?" 그런데 그때 민제후의 감각으로 전해져 오는 강력한 정령의 기운. 이 느낌은...... 『깔깔깔~ 저 곰같은 인간은 분노의 기운에 물들었어. 얼마나 마음이 약하면. 』 『심심해, 심심해, 심심해~!! 누군가 나랑 놀아주지 않으면 이번엔 밖으로 나 가 더 많은 인간들 마음을 물들일 테야! 아아앙!!』 『그럼 이번엔 빨강색이나 검은색 말고, 슬픔의 파랑이랑 자괴감의 노랑으로 더 해봐. 까르르~』 정신없이 주변을 핑핑 날아다니며 쉴새 없이 재잘대는 저것들은...... '헉! 반짝이 파리들이다!' 그럼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비정상적인 상황들은 저 반짝이 날파리들에 의해 아이들의 마음이 극단적으로 흐트러졌기 때문인가? 그런데 왜 그 정령들이 사 람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저것들은 분명 예전에 보 았던 동희와 함께 존재하는 정령들. 전에는 시끄럽고 장난끼가 좀 많아도 사람 을 해할 정도는 아니었는데... 저들이 저렇게 변했다는 것은 역시 신동희한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동희야!!" 그런데 그때였다. -파아앙!- 제후가 유세진이 찾아오라고 했던 건물을 향해 달려가다가 제후의 몸을 거부 하듯 몰아치는 칼바람을 맞은 건. 민제후의 짧은 비명소리가 작은 나무숲 사이 로 스며들어 사라졌다. 한편, 주택안의 작은 방안에서는 말이 얼마 남지 않은 체스판 위로 세진의 손 이 내려와 여왕의 조각상을 들어 올리고 있었다. 생각보다 게임이 잘 안풀리는 모양이다. 의외의 변수가 많았던 듯. 그래서 그 런걸까? 유세진이 게임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흠, 이번에 정말 치명타를 입힐 줄 알았는데... 훗! 그렇다면 더 이상 시간끌 지 말고 끝을 향해 달려보도록 하죠." 깊은 빛깔을 뿜어내는 체스판 위로 여왕의 말이 세진의 손에 들려 천천히 내 려오고 있었다. 유세진이 이것이 하이라이트라는 듯 환한 웃음, 그렇지만 조금 일그러진 환한 웃음을 가득 담고 즐거운 목소리로 외쳤다. "드디어 '퀸(Queen)'입니다." "동희?" 제후가 여기저기 잔상처를 남긴 바람이 지나가자 고개를 들고 눈을 휘둥그레 크게 떴다.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서 단정했던 교복이 흙먼지 투성이가 되어 엉 망이 되었지만 그 눈만은 아직 맑았다. 그러니 잘못 볼 리가 없는데. "...없어져." "읏!!!"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기의 파장! 신동희가 내뿜는 이질적인 기운에 제후는 한바터면 정신을 놓을 뻔 했다. 그러 나 다른 소년들은 이미 모두 의식을 잃은 모양이다. 지금 일어나고 있지만 현실 에서 믿을 수 없는 거대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동희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제후가 울렁거리는 속을 간신히 진정시키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자 그의 귀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럴땐 정말 이 뛰어난 청력에 감사를 드린다. "동희는 무당 아니야." '어?' "동희는...동희는...무당이 아니야. 동희는 괴상하지 않아. 동희는 안무서워. 동 희가 안웃으면......엄마가 돌아올거야." 무표정한 꼬마 소녀가 텅빈 눈동자를 하고 인형처럼 언덕 위에 서 있으며 마 치 녹음된 내용을 되풀이해서 읽는 인형처럼 평이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나마 끊어질 듯 가느다란 목소리로 내뱉는 작은 속삭임. "동희만 없어지면 엄마가 웃어줄 거야." 제후는 그 순간 신동희가 미소지었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때의 신동희의 머리 속은 어떤 의식이나 자각도 이루어지지 않는 상 태였다. 모든 것이 아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는 시간. 그리고 지금 아이가 중얼거리는 말도 기억 속에 있는 것이 아닌, 무의식 속에 내재된 부분이 표출된 것에 불과했다. [웃지마... 웃지 말란 말이야!! 꺼져버려! 죽어! 내 앞에서 없어져, 이 귀신! 넌 내 아이가 아니야!! 재수없는 아이... 죽음의 아이...] 신동희의 무의식 속에 깊이 각인된 말이 이 순간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너무 어릴 때 일이라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소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순 간에도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어머니의 모습. [저 아이만 없으면 모두 좋았을 텐데!!] [여보!! 당신 왜 이래! 정신차려!] [그래. 맞아. 저 아이만 없으면 날 잡아가려는 귀신들도 사라질 거야. 그래, 그 럴거야. 호호호호~ 내가 왜 진작 그걸 생각 못했지? 저 아이만 없으면...... 죽 어!!!] [으아앙~!!!] [동희야!! 다..당신 미쳤어!!] [라라~ 이제 저 아이가 죽으면 더 이상 웃을수도 없을 거야. 그럼 모두가 좋아... 모두가 좋아요...] 7살의 어린 소녀 신동희는 무의식에 각인되어 있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발작으 로 인해 표정을 잃어버린 아이였다. "동희만 없어지면....모두가 좋아." 인형처럼 무표정한 얼굴 위에 자리잡은 호수같은 큰 눈이 마치 수도꼭지라도 된 것처럼 쉴새없이 물줄기가 뚝 뚝 흘러내보낸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또는 아 프거나 괴로운, 그런 표정들이 전혀 없기에 그 포커페이스 소녀에게서 아무 감 정도 못느낄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젖어있는 꼬마 동희의 가면같은 얼 굴로 인해서 제후가 가슴에서 느끼는 찢기는 기분... 사람의 감정이란 꼭 표정으로만 나타나고 전해지는 것만은 아닌 듯 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제후가 신동희에게서 쏟아지는 에너지와 바람이 점점 더 날카롭고 거세지자 바닥에 바짝 엎드려서 정신없이 눈을 굴렸다. 이젠 발표회가 문제가 아니었다. 여기에서 이 현상을 빨리 막지 못하면 동희가 잘못될 것 같았다.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느낌이었다. 그것도 아주 확실한 느낌! 하지만 곧 절망적으로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없어."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말이 되어 입으로 그 사실이 튀어나오니 더욱 받아들 이기 힘들어 제후는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외쳤다. "없군, 없어! 빌어먹을!! 산신령신 영감님, 거짓말쟁이!! 이 세상에선 초능력 따 윈 쓸 수 없다메요!! 그런데 이런게 초능력이 아니면 뭐가 초능력이란 말이야!! 그런데 난 아무 초능력도 없는데 어떻게 하라고! 이런 망할!!" 민제후가 무력함에 의한 화풀이를 하늘을 향해 주먹을 휘두르며 욕을 하면서 터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 꼬마 동희의 작은 입에서 흘러나오는 마지 막 말. "...동희는 이제 없어져." 그 순간에도 신동희 주변은 폭풍같은 칼바람으로 주변을 조금씩 초토화시키고 있었다. "「체크」." 유세진의 입가가 위로 치켜 올려지며 세진쪽의 퀸이 반대편의 킹을 잡기 위해 주위를 환기시켰다. 거의 다 이긴 게임. 의외의 변수로 자꾸 게임이 이상한 방 향으로 흐를려고 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다음 번에는 완벽하게 체크 메이트로 이길 수 있었다. 유세진이 상대편 말을 하나 옮기고선 다시 또 자신의 말을 옮기며 천천히, 그 리고 재미있다는 음성으로 확실하게 발음했다. "「체크 메이트」!!" "동희야? 동희야, 정신차려!" 제후가 간신히 신동희가 있는 언덕에 거의 다다르자 텅빈 눈동자로 멍하니 서 있는 아이를 향해서 외쳤다. 가까이 다가서니 이젠 그 작은 꼬맹이의 입에선 뜻 을 알 수 없는 소리만 중얼중얼 흘러나올 뿐이다. 제후는 자신도 점점 아찔해져 정신을 겨우 추스리며 꼬마 동희를 향해서 큰 소리로 또박 또박 소리쳤다. "동희야, 오빠 말 좀 들어봐. 그래. 우리 동희 절대 안괴상해. 절대 안무서워. 봐봐. 오빠는 하나도 안무서워 하잖아? 응? 자, 들어봐, 동희야!" 여기서 이 꼬맹일 구하지 못하면 난 동민이 자식한테 맞아 죽을지도 몰라! 제후가 목소리에 최대한 기운을 실어 보냈기 때문인지 조금 반응이 오는 듯 싶었다. 그 증거로 조금 잦아든 듯한 바람. 그 틈에 제후가 신동희에게 바짝 다 가가 그 소녀의 어깨를 잡고 눈을 보며 소리쳤다. "신동희! 정신차리래두!!" 큰 자극이 가면 어느 정도의 반응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뿐. 다시 금방 원래대 로, 인형처럼 굳어버리는 작은 소녀. 제후가 그런 동희의 어깨를 잡고 간절히 애원조로, 아니 아이들 달래는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그래그래, 착하지, 우리 꼬맹이. 자, 우리 동민이 오빠를 생각해 보자. 기억나 지? 동민이 오빠, 신동민. 우리 동희 제일 귀여워 하는 오빠 기억나지?" "동민이 오...빠?" 신동민이라는 말에 반응을 나타내는 꼬마다. '신동민, 넌 복받은 자식이야, 마!' "그래, 동민이 오빠! 동민이 오빠가 동희 이러는거 보면 정말 많이 슬퍼할 거 야. 알지? 착한 어린이는 사랑하는 사람들 슬프게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여기 바로 나, 제후 오빠도 동희가 그러면 정말 아퍼. 여기 가슴 한복판이 찌르르 하 고 아프단다. 그러니까 동희야, 이제 그만 그 속에서 나와. 응? 오빠는 동희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너무 너무 기쁘단 말이야." 제후는 눈시울이 붉어지려고 하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이렇게 작은 꼬마가 자 신은 없어지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하다니... 상황은 다르지만 어쩐지 예 전의 자신의 처지와 자꾸 비교가 되었다. 게다가 지금은 아까보다 더 확실히 느 낀다. 이 현상들을, 이 아이를 막지 못하면 이 작은 아이의 정신세계가 무너지 고 만다는 걸. 그렇다면 신동희는 이번에야말로 진짜 의식도 없이 숨만 쉬는 인 형이 되어 평생을 보내야 할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의 장면이 제후의 머리 속을 스쳐간다. 《끄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뭐, 뭐야!》 《동희.》 《뭐야가 아니라 동희야, 신동희》 《그런데 넌 왜 이런 곳에 있냐?》 《길 잃은 어떤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있어. 지금 어디서 울고 있진 않은지 모 르겠네. 빨리 찾아줘야 할 텐데.》 《누군데?》 《응, 고등학생 오빠 둘이랑 언니 하나.》 《야! 그건 네가 미아란 소리잖아!》 《고정관념하고는. 발상의 전환을 시도해 봐.》 그리고 그 무표정한 얼굴로 애같지 않은 말과 행동들. 《야! 좀 심하다. 그리고 그걸 나보고 하라고?》 《하지만 효과는 직빵이야.》 《요즘 만화책이는 그런 것도 나오냐?》 《동희는 만화 속에 세상이 있다고 생각해.》 《꺄아아―! 치한이야! 로리콤, 남색 변태야~》 서로 친하게 지내고 싶을 때 쓰는 '꺄아~ 몰라몰라'도, 특별한 볼일이 있다고 할 때 쓰는 '꽃따러 간다'라는 말도 모두 꼬마 동희가 가르쳐 준 것이었는데... "그런데 이 아이가 사라진다고? 아니, 그렇게는 절대 안돼! 내가 지킬거야! 난 아직 이 꼬맹이 웃는 얼굴도 제대로 못봤어!!" 그러나 그때 다시금 품안의 인형에게서 들려오는 작은 반복음. "...동희는 없어져야 해." 그 말과 함께 다시 동희의 몸에서 엄청난 에너지가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 느 꼈던 그런 느낌이 아니라 이번에야말로 진짜 폭발하듯 터지는 순수 에너지였다. 바람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면 기(氣)라고 해야 할지, 또는 자연과의 교감력이 라고 해야 할지... 제후는 '퍼엉'하는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를 듣고 정신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 꼈다. "「체크 메이트」!!" 결국 유세진이 잡고 있던 퀸의 말이 아무도 없는 상대편의 킹을 잡았다. "제후군, 이번 게임은 제 승리인 것 같군요. 후후후후...." 게임은 끝났다. 적어도 세진이 가지고 놀던 그 체스판 위에서의 게임은 끝난 걸로 보였다. 그 런데 아직 뭔가 해결되지 않은 무언가가 남아있는 듯한 느낌은 무얼까? 세진은 의자에서 일어서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내가 질줄 알아!!" 제후가 자신의 의식이 무너지기 직전에 동희에게 밀쳐진 거리를 달려가 작은 꼬마 동희의 몸을 힘껏 부둥켜 안았다. 이럴순 없다. 무엇때문인지도 모르채 이대로 이 사랑스런 아이를 잃을 순 없 다. 이미 이 아이는 나의 여동생. 그 순간, 제후의 머리 속으로 여동생이라는 단어와 함께 찰라간의 순간적인 영 상이 스쳤으나, 그것이 너무나 갑작스러웠고 지금 상황이 너무 급박한지라 잘 기억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다시 떠올리려 해도 잘 되지를 않았다. 뭔가 굉장 히 중요한 일일 것이라고 느껴졌으나 제후는 눈앞에 당장 지켜야 할 존재가 있 었기에 미련없이 그 느낌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정신차려, 동희야!!' 그리고 그때, 무형의 힘이 터져 나오는 신동희의 몸을 껴안은 민제후의 몸에도 순간적으로 자극에 대한 반응처럼 힘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제후의 품안에서 발산되는 그 에너지에 반응하여 제후의 몸에서도 또다른 오로라의 파장을 뿌리 며 강렬한 황금빛 기가 쏟아졌다. '방금 뭔가 금빛의...?!'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세진이 고개를 번쩍 들자 그 순간 갑자기 엄청난 압력의 바람이 밀쳐들어오며 창을 박살냈다. "응? 우아아앗!!!" -촤촤촹!!!- 민제후의 잠재력 격발로 대기층이 진동하며 충격파가 밀려든다. 한쪽 팔을 들 어 얼굴을 가렸지만 밀물처럼 밀려드는 기운에 바닥으로 나동그라진 세진이었 다. 신동희의 기운을 압도하는 그것은 7살 소녀의 상처입은 작은 마음을 감싸 안으며 더 멀리 푸른 생명으로 뒤덮여 있는 대지 위로 살아있는 생명의 아름다 운 마음을 퍼트리고 있었다. 그것은 물리력이라기 보다 강한 마음의 발현. 하지 만 신동희의 패도적인 물리력마저 넓게 포용할 수 있는 힘이었다. "으..." 한차례 본질을 뒤흔들었던 대기의 진동이 휩쓸고 지나가자 세진이 천천히 고 개를 들었다. '이, 이건...' 눈을 들자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다시 평화로 워진, 아니 변화된 주변 풍경이 보여졌다. 신기하기만 하다. 들리지 않던 산새 소리까지 울리는 평화스런 풍경. 처음에도 이곳이 평화롭다고 생각했으나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마치 유세진처 럼 이런 소리들은 일체 배재된 너무나 깨끗하고 고요한 공간이었을 뿐인데...... 허나 지금은 작게나마 멀리서, 가까이에서, 작은 풀벌레 소리와 온갖 다양한 사 랑스런 산새소리, 꿀벌의 붕붕대는 귀여움, 숲의 풀과 나뭇잎들이 바람에 스치 는 바스락거림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생명력이 주변에 가득차 그 공간이 살아 숨쉬는 걸 피부로 느끼게 한다. 시끄럽지만 솔직히 싫지 않은, 민제후처럼... 원래 이랬어야 했던 것일까? 의아한 세진이 고개를 내리자 이번엔 엉망이 된 고급 체스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테이블에서 떨어진 말들. 우연인지 세진쪽의 킹이 바닥에 떨어져 깨어져 있다. 반면에 상대편 킹은 바닥에 의연한 자세로 똑바로 서있다. "하..." 우연일지라도 너무 아이러니하다. 세진이 머리에 한 손을 올리고 웃음을 터트 렸다. "푸후후...후후후후......푸하하하하하!!" 가볍게 시작된 웃음이 이제 배를 잡고 계속되고 있었다. 세진의 메마른 웃음소 리가 끝도 없이 울려퍼졌다. "아하하하하하하하~!!!" ...계속 (폭격은 계속된다. 꺄하하하~~ 재미있을까요? ??;;) << 뉴 라이프 (New Life) >> -132- [부제: 삶의 최고 우선순위Ⅱ(5)]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이제 다 끝난 건가?" 제후가 깜박 눈이 떠지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무슨 일 이 있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느낌에, 어느 순간 동희가 위태로워 보 여 무작정 부둥켜안고 눈을 질끈 감았었는데... 그런데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화로운 정 경이 펼쳐져 있었다. 바닥에 돌풍에 휩쓸린 자국과 부러진 나무가지들이 군데군 데 보이지 않았다면 조금 전 벌어졌던 그 초현실적인 사건들이 전부 백일몽이 었다고 생각될 정도였다. "아, 동희는... 하아~ 다행이다." 신동희이라는 이름의 작은 소녀가 제후의 품에서 잠들어 있었다. 발그레한 볼. 평안을 되찾은 여전히 귀여운 모습. 그냥 잠들었을 뿐이다. '그런데 몸에 이상은 없을까?' "아뇨. 단지 이제부턴 무표정하지 않고 웃을 수도 있을 테니 앞으로 더욱 사랑 스런 꼬마숙녀가 되겠죠. 그건 정말 반가운 '몸의 이상'이지 않습니까?" '이 목소린?!!' 제후가 뒤에서 들려온 익숙한 음성에 무섭게 획 뒤돌아 보았다. 고개를 돌리니 얄밉게도 이 모든 획책을 세운 장본인이 생글생글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는 것 이 보인다. "이..이익! 너...유...세.진!!" 제후가 달려들어 그 소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제후의 목소리가 부들부들 떨 려 말을 더듬고 있었다. 분노의 감정이 금갈색 머리칼의 소년의 눈에 가득 흘러 넘쳤다. "아, 잠깐 잠깐만. 우리 먼저 이야기를 좀 해야겠죠? 그럴려면 우선 이 손부터 놓고 시작했음 하는데요." 세진은 갑작스럽게 멱살을 잡혔는데도 금새 평정을 되찾고 태연한 어조로 달 래듯 말을 이었다. "무엇보다 이 아이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그 리고 그 이상한 능력도 거의 사라졌을 테구요. 아, 물론 완벽히 사라진건 아닙 니다만, 하지만 이젠 정말 평범한 소녀가 되어 행복할 수 있겠죠. 정말 잘되지 않았습니까?" "...좋아. 설명해봐." 세진의 피하지 않는 당당한 눈동자에 제후가 점차 기분을 억눌러 가라앉혔다. 뭔가 할 말이 있다고 한다면 그 말부터 듣고 판단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리라. "글세요, 뭐부터 해야할지... 아, 우선 이것부터 말씀드리죠. 신동희 양이 이런 일을 겪게 된 건 제후군의 탓도 있다는 걸 말입니다." 이렇게 황당할 수가. 멱살을 잡고 있던 자신의 손을 차가운 손가락으로 떼어내며 말하는 유세진의 빙글거림에 제후는 어이가 없어 기가 막혔다. 자신 때문에 동희가 이런 일을 겪 게 된 것이라니. "뭐? 내가 왜?" 제후가 말도 안된다는 얼굴로 반발하고 나서자 세진의 조목조목 따지고 설명 하는 이야기가 물흐르듯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민제후군을 만나고 나서 신동희양의 그 초자연적 에너지가 비정상적일 정도 로 강해지기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신동희양을 처음 만났을 때 조만간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이란 걸 알았습니다. 이 아이의 자연 친화력은 놀랄 정도였 죠. 게다가 선천적으로 물려받은 영능력은 그 능력을 더욱 높여주었습니다. 그 런데 문제는 그 기운을 가만 놔둘 정도로 신들은 멍청하지 않다는 것이었죠. 아, 제가 전에 말한 적이 없던가요? 전 아주 조금, 남들보다 아주 조금 더 볼 수 있습니다." 세진이 그 소년 특유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생긋 지었다. "동희양에게 신이 내릴 뻔 했습니다." 에? 신이 내려? 그럼... 동희가 진짜로 무당이 될 뻔 했단 말이야?!!! "동희양은 물동이와 같습니다. 지금까지는 그 물동이에 한방울 한방울씩 떨어 져 가득 차올랐는데도 흘러내리지 않는 물과도 같았지만 곧 한계에 다다르게 될 일이었죠. 그런데 가뜩이나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민제후라는 물이 가득찬 호수를 만났단 말입니다." "그, 그래서?" "그 뒤는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하시겠죠? 물이 쫘악―" 놀라서 왕방울만큼 커진 민제후의 두 눈이 재미있다는 듯 유세진이 피식 피식 거리며 물이 쏟아지는 제스쳐를 취했다. "후후... 이렇게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죠. 만약 제후군과 만나지 않았다면 동희 양에게 신이 내리는 시기가 약 20대쯤이 되었을 겁니다. 너무 어린 나이에 신 을 받으면 부담이 큰데도. 그런데 여기에서 제 탓만 하시려고요? 전 도움을 주 고 싶었을 뿐인데요. 제후군으로 인해 벌어진 일, 제후군이 해결할 수 있도록 길을 인도한 것이죠. 사전 양해없이 좀 과격했을지 모르지만... 그러니 더 이상 그렇게 살벌한 눈으로 쳐다보지 말아주시길." 이 일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제후는 한층 더 복잡하게 얽힌 머리속 실타래에 머리를 붙잡고 괴로워하자 다 시 여러 가지 유세진의 보충설명이 들려왔다. "무속의식 중 신내림을 받는다는 내림굿은 그때 그 의식으로 인해 신을 받는 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것은 의식으로서 음, 하늘에 고한다고 해야 할까요? 이 미 신이 내려온 상태인 것이죠. 그리고 이미 신이 내린 사람이 그것을 거부하게 되면 무병(巫病)이란 것이 생기게 된다더군요. 그런데 동희 양의 경우는 신이 내린 것이 아니라 그 전 단계 같습니다. 신이 내리기 바로 전 단계, 바로 일신 에 품고 있는 영능력이 최고로 올라가 발산되며 대기하는..." "하지만 넌 날 죽이려 했어!!" "오~ 아니죠. 제가 시킨 것이 아닙니다. 전 단지 친분이 조금 있는 분께 부탁 해서 제후군을 너무 일찍 도착하지 않게 붙잡고 있어 달라 요청했을 뿐인 걸요. 동희양이 깨어나기 전에 잘못 손데면 더 위험해질 수도 있었으니까요. 저도 제 후군이 도착할 때까지 동희양을 지키기 힘들었습니다." 단 한마디도 안지며 오히려 두 눈 똑바로 쳐다보며 당당하게 말한다. 틀린 말 은 없었지만 제후는 그 생글거리는 얼굴이 한 대 쥐어박고 싶어 위가 뒤틀릴 지경이었다. 저 자식 때문에 내가 얼마나 생고생을 해야 했는데!! "이게, 누굴 바지 저고리로 아나! 순수하게 시간끌려고 스콜피온 패거리를 떼 거리로 보내냐?" "아, 그건...." "그건?" "아하하하. 그 정도 재미도 없으면 제 노고가 너무 불쌍하잖아요? 저에게 지 불한 수고비였다고 생각해 주십시오." 쿨럭... 저 능구렁이 아흔아홉마리 쪄서 데쳐먹은 인간같으니라구. "물론 그 시기가 공교롭게도 클래스B의 전공연구 발표회인건 저도 매우 유감 스럽게 생각합니다만......" "아! 맞다, 발표회!" 이런 말싸움이 슬슬 지겨워진 세진이 일부러 말 끝을 길게 늘이자 단순한 제 후가 역시나 쉽게 걸려들고 말았다. "으악!! 어떡해!! 벌써 엄청 늦어버렸잖아!! 야, 유세진, 동희를 부탁한다. 이번 수고비 너무 비쌌어, 자식아! 그러니까 책임지고 신동희 무사히 제자리로 갖다 놔! 알았어!!" "아, 네네~" 세진은 민제후가 멀리 출입구를 향해 달려가자 정신없는 상황에서 탈출한 것 을 기뻐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분위기는 세진이 결코 익숙해지지 않을 듯 싶었다. 그런데 한참 멀리 정신없이 뛰어가던 민제후가 다시 방향을 돌려 유세진에게 달려온다? "아 참, 그런데 너는 어떻게 저런 무대포 녀석을 지킬 수 있었지?" 어쩐 일로 열심히 뛰어가다 다시 되돌아왔나 싶어 물끄러미 바라보던 세진은 손가락으로 끔찍했다는 듯 신동희를 가리키며 묻는 제후의 질문에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모든 사람에게는 사람이기 때문에 힘이 있습니다. 강한 마음만큼 단단한 것은 없으니까요. 전 그 마음으로 동희양을 지키고 있었죠." "그럼 넌 아주 강하구나. 어이, 나 진짜 먼저 간다!" 무슨 뜻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지만 제후는 대강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돌아서서 달렸다. "아뇨. 전 아주 약합니다." 제후가 돌아서서 서둘러 발걸음을 놀리자 세진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무언가 남들이 못보는 것을 볼 줄 안다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아무 힘 도 없이, 단지 마음만 가지고 보고만 있어야 하는 기분.... 당신은 모릅니다." 푸른빛 검은 머리의 소년이 현재 자신에게 뒷모습만을 보이는 소년의 금갈색 머리칼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예언처럼, 기도처럼, 바램처럼 인사를 했다. "당신이 언젠가 자신에게서 해방되기를.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는 힘을 얻게 되길. 그리고." 이제 거의 빛을 남기지 않고 서산으로 지는 태양. "오늘 발표회가 훗날 당신이 가장 힘들 때 지표가 되는 희망이 되기를..." 돌아서는 민제후를 향해서 유세진이 가볍게 목례를 했다. 그런데, 그때! "제후군, 조심...!!" "어...?!" "으아아아악!!! 죽어라, 괴물!!" 제후는 세진의 다급한 목소리에 깜작 놀라 뒤돌아 보았다가 이미 자신의 얼굴 로 내려쳐지는 깨진 맥주병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떴다. 아찔한 소리와 함께 민제후의 눈 앞이 순간적으로 블랙 아웃되어 버린다. 그리 고 공기 중에 뿌려지는 피 냄새와 바닥에 후두둑 떨어지는 붉은 색조... 그리고 또 그 장면들과 동시에 울려왔던 소리. -파창!!- '헉!!' 와아아아― "어어?" '깜박 졸았나? 아, 공연이 끝났나 보군. 그럼 방금 전의 그 소리는 앞 참가자 의 라스트?' 제경이 일어서서 피아노와 연주자가 보이는 쪽으로 다가가 무대를 바라보았다. 방금 막 연주를 마친 앞 순번의 발표자가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며 친한 이들에 게 꽃다발을 받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박수소리가 울리는 관중석. 무대 조명에 의해서 관중석은 어둠에 덮여 자세히 보이진 않으나 강당을 울리 는 박수소리와 웅성거림, 사람들의 미세한 숨소리들로 얼마나 많은 인파가 저 어둠 속에 숨어있는지 제경의 대략적인 짐작을 도와준다. 하지만 지금 그 짐작 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제경은 속이 탈 뿐이다. 앞으로 민제후와 자신을을 빼고는 남은 발표자가 두어명에 불과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돌아오고 있지 않은 헤실거리는 얼굴이 밉상인 얄미운 녀석! 저 어둠 속에서 지켜보는 수백명의 앞에서 납작하게 눌러주고 싶었는데!! 걱정 따위가 아니었다.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는 그런 녀석을 그 자신이 걱정 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아무리 수상한 메모를 받고 한껏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뛰쳐나가긴 했지만... 설마하니 무슨 일이야 있겠는가? 제경은 다시 원래 앉아 있었던 자리로 돌아와서 의자에 앉아 얼굴을 두 손에 묻고 허리를 숙였다.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스텝들의 움직임과 소음에도 불구하 고 째깍이는 시계 초침만 천둥소리만치 크게 울리는 듯 하다. '절대 걱정 따위가 아니야!' 제경이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이상하게도 잠에서 깨어난 그 순간부 터 심장 고동소리가 불안할 정도로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마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빨리 돌아와. 빨리 오란 말이야." 강제경의 얼굴을 감싸고 있는 두 손바닥 사이에서 희미한 소리가 주문을 외우 듯 간간이 흘러나왔다. "무사히 돌아와야 해. 멍청하게 잘못됐기만 해봐라. 그럼...절.대. 가만두지 않 겠어!!" 그때, 한동안 정말 제후를 걱정하듯 기운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던 제경이 갑 자기 벌떡 일어서서 용기백배하여 소리쳤다. 더 이상 힘없이 처진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이젠 주먹을 불끈 쥐고 비아냥 대 는 배배 꼬인 말투가 제경이 현재 기분을 대변하는 듯 하다. 그러자 주변에 남 아있던 진행요원들과 스텝들, 몇 안남은 발표회 참가자들이 원맨쇼를 벌이는 그 를 멍해져서 어이없이 바라보았지만 그런것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강제경. "쳇! 네가 이러니까 나한테 형 소릴 못듣는 거야. 동생이니 어쩌니해도 어째 도움되는게 하나도 없어요. 내가 지금 얼마나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데, 젠 장!! 남은 지금 이번 한 번만 눈 질끈 감고 윗전들 비위 좀 맞춰줘서 입에 풀칠 을 할 것인가, 아니면 굶어 죽더라도 자존심과 나의 피아노를 지킬 것인가로 머 리가 터질 지경인데! 그런데 제대로 된 형이 도움은 안줄 망정 시간약속도 하나 제대로 안지키고 동생을 걱정시키냐? 망할 놈의 자식아!" 제경이 숨도 안쉬고 속사포처럼 빠르게 그 많은 말들을 한꺼번에 뱉고 나서야 헥헥 숨을 몰아쉬었다. 이제서야 분이 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가슴속에 남아있는 어떤 감정만은 불안이라는 촉매제로 더욱 커져가는 것을 막을 수 없 었다. 제경이 출입구를 노려보면서 손바닥에 피가 배일 정도로 주먹을 힘껏 쥐 었다. 민제후만 나타난다면 어떤 방향이 됐든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황당하지만 당당한 그 인간과 얼굴을 마주한다면, 호승심으로 저 무대를 바라 보게 된다면 용기를 얻을 것만 같은데...... 자신에게 현실을 강요하는 빌어먹을 학교 관계자들에게 겁먹지 않을 것도 같 은데...... 그런데...... '이 망할 놈의......형님아!!' 아직 미래의 선택을 하지 못한 제경은 간절한 눈이 되어 출입구에서 시선을 뗄 줄 몰랐다. 시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흐르고 있었다. ...계속 (더 올릴 수 있지만....다른 타 사이트 보니까 도배하면 안된다죠? 그럼 2개만 더 올리고 그만해야겠다. ??;) << 뉴 라이프 (New Life) >> -133- [부제: 마법의 발현(1)] "이제 몇 명 안남았군요." "아 네. 그런 것 같네요. 처음 캐롤린 장의 초청을 받았을 때는 그 초청의 이 유가 겨우 한국의 학생 발표회 때문이라는 것에 놀라고 당황하긴 했습니다 만.....하하하, 성전특고의 수준을 보니 그녀가 욕심을 내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아이들 레벨이 비교적 높아요." 대강당 콘서트 홀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VIP석, 특별심사위원들이 자리한 그 곳에 잠시의 쉬는 시간을 틈으로 조곤조곤한 말소리가 여러 가지 외국어로 분 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물론 이번 성전특고의 발표회가 공식 콩쿠르나 대회가 아니라 일개 학원의 발표회를 표방하고 있으므로 순위는 매기지 않았다. 다만 심사위원들의 소감 등이 전해질 뿐이지만... 비공식적으론 심사위원들 사이에서 학생들의 실력에 대한 견해를 주고 받기에 확연하진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우 열이 정해지고 있었다. 특히 이번 특별심사위원들은 국내 인사 뿐만이 아니라 이름만 들어도 눈이 휘 둥그레지는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단체로 내한하여 이곳에 앉아 있었다. 그것이 단지 한국이라는 동방의 작은 반도국, 일개 고등학교 발표회를 위해서였다. 정 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감사합니다. 그런 과한 칭찬을 해주시다니." 그런데 그때, 외국에서 온 세계 각국의 국적을 가진 특별심사위원들은 능숙한 영어로 대화에 끼어드는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호호호. 한국은 어떠셨어요? 관광은 좀 하셨나요?" "아, 캐롤린! 그렇지 않아도 지금 자내 이야기를 하던 참이었는데. 우리들이야 캐롤린 덕분으로 편안히 쉬고 있지. 가끔 기자들 인터뷰 요청으로 번거롭긴 하 지만... 하하하, 즐겁게 지내고 있어요. 게다가 캐롤린이 아니었으면 이렇게 한 자리에 다들 모이기 어럽지." 쉬는 시간을 이용해서 장혜영이 심사위원들에게 인사를 하며 다가오자 모두들 환영한다. 대화에 살짝 끼어들며 인사를 건넨 그녀는 피아노의 퍼스트 레이디라 는 별칭에 어울리게 오늘도 역시 세련되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모처럼만의 휴가를 맞았다며 흡족해 하는 그들의 모습에 장혜영은 오히려 자신의 부탁을 들어줘서 감사하다며 답례의 인사를 한 후, 비 교적 젊은 피아니스트를 향해 환한 미소를 돌리며 다가왔다. "알프레드, 오랜만이네? 잘 있었어? 전에 어디 기사에서 읽으니 이번 호주 공 연도 성황리에 끝난 모양이던데. 정말 많이 컸어. 더 이상 코찔찔이도 아니고 말이야. 오호호호호~" "아..하..하... 네... 저기...고맙습니다. 하지만 당신에 비하면 아직 멀었죠, 캐 롤. 그런데..." 혜영이 원로 교수들 앞에서는 예의바르게 행동하다 주변에 지켜보는 사람이 없다싶자 갑자기 누군가의 앞에서 그 묘한 웃음소리와 말투를 드러냈다. 그리고 그것에 당황하는 검은 머리와 녹색눈이 인상적인 한 청년. 숫기없고 내향적으로 보이는 그 청년은 장혜영의 그런 모습에 간신히 얼굴근육을 조절하여 어색한 미소를 돌렸다. 그렇지만 은근히 미심쩍다는 질문으로 대답하는 걸 잊지는 않는 다. "이번엔 도데체 무슨 속셈이죠?" "응? 무슨 소리지?" 생긋 웃으며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장혜영 여사의 얼굴. "그렇게 숨길 필요 없잖아요. 다른 사람들한테는 몰라도 저와 마카로브 교수님 한테는 캐롤의 악명과 본성을 숨길 수 없어요. 이번일 뭔가 있죠? 도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겁니까?" 외국의 젊은 피아니스트 청년이 제법 날카롭게 장혜영을 쳐다보았다. 알프레드 파웰(Alfred Powell). 장혜영과 마찬가지로 리비터 마카로브 교수에게 사사받았고, 19세에 섬세한 기량과 젊은 세대 특유의 참신한 곡 해석으로 극찬을 받으며 세계무대에 데뷔 한 촉망받는 피아니스트. 그리고 그 이후 현재까지 근 7년 동안 최고 탑 클래 스의 연주자로서 명실공히 인정받은 젊은이였다. 하지만 개인적인 성격은 내성적인 편으로, 특히 장혜영에게 잡혀 살던 후배였 는데. "...훗! 그동안 진짜 많이 컸네? 그 정도 통밥도 굴릴 줄 알고." 혜영 여사가 그런 외국 청년을 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생긋 웃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새빨간 입술에서 튀어나오는 하나의 단어. "보물찾기." "네?" "말 그대로야. 선생님과 너한테는 보물찾기. 그리고 보물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선택의 장. 좀 잔인할지도 모르지만...이제 어떤 방향으로든 선택이 필요할 시점 이지." 장혜영 여사가 웅성이는 사람들로 감싸인 무대로 시선을 던지며 말을 맺었다. 대강당 천정의 「천공의 돔」에서 쏟아지는 별빛에 의해 무대 위에 외롭게 서 있는 그랜드 피아노가 아름답게 빛나며 장혜영의 눈동자 속에 오래도록 머물렀 다. "찾았어?" 그 무대 뒤에선 지금, 몇 명의 아이들이 진짜 보물찾기하도 한 듯 다급한 숨을 몰아쉬며 헐떡이고 있었다. "아니, 없어. 그쪽에도 없어?" "응. 그럼 이 건물안에 없는 것은 확실한데... 젠장, 미치겠네! 그럼 이 놈의 자식, 지금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야!!" 큰 키의 스마트한 모습이 인상적인 한 남학생이 반대쪽 출구에서 뛰어들어온 여학생의 대답에 고개를 흔들다가 분통을 터트렸다. 바로 신동민과 한예지. 그 둘이 오늘도 여지없이 또다시 사라진 어떤 인물을 찾아 헤메고 있었다. 처음엔 그들도 제후가 잠시 화장실을 갔다거나 어딘가에서 퍼져 자고있을 거 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아무리 샅샅이 찾아헤메도 이 넓은 예술관 안에는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건물로 건너갔을까? 하지만 민제후 가 그럴 이유가 없는데. "제경아, 너 정말 제후 못봤니?" "아..아니. 못봤는데. 그때 나가서 잠깐 얘기만 한 후에 헤어져기 때문에..." "너...괜찮아?" "어? 어... 응." 예지는 혹시나 해서 한쪽에서 멍한 얼굴로 서있는 강제경을 향해 다시 물었지 만 돌아오는 대답은 처음 물었을 때랑 같다. 창백한 제경의 안색이 마음에 걸렸 으나 예지는 발표회 때문에 긴장한 탓이라고 생각하고는 쉽게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막 그때, 발표회 진행위원이 그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 다. "민제후 학생은 아직도 출석하지 않았나요? 이러면 정말 곤란합니다." "잠깐만요.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역시나 민제후의 발표자 참석에 대한 일로 재촉하러 온 진행위원이었다. 아이 들의 간절한 부탁이 이어졌으나 그 진행위원도 안됐지만 유감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번 행사가 음악 전공 학생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 줄 알기에 최대 한 도와주고 싶었지만 이제 진행위원회에서도 더 이상 방법이 없었다. 발표자 학생이 도착할 때까지 심사위원들과 관객들보고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이다. "죄송합니다. 한 명의 학생 때문에 발표회를 지연시킬 수는 없습니다." 단호하게 뜻을 전한 진행위원은 허탈해 하는 아이들에게 유감을 표명한 후, 이 번엔 한쪽에서 넋 나간 듯 멍하니 무대 위를 바라보는 강제경을 향해서 말한다. "그리고 강제경 학생의 발표곡은 어쩌시겠습니까? 정하셨나요? 이번 클래스B 전공연구 발표회가 장르 제한없이 자유주제이므로 무대 셋팅을 위해 서포트 악 기가 필요한지 체크해야 합니다. 발표곡을 알려주셔야 하는데요." "저, 난...나는..." 제경은 더 이상 선택을 늣출수 없다는 걸 알았다. 여기에서 한가지를 택해야 했다. 《난 너 같은 건 눈 감고도 이길 수 있어.》 《자네가 설마 우릴 실망시키진 않겠지?》 《정말 중요한 순간에 가서는 훌륭하게 자신의 길을 찾을 거라고 우린 믿어.》 여러 가지 목소리들이 강제경 주위에서 시끄럽게 울려대며 괴롭히고 있었다. 이렇게 헤메이는 자신을 비웃는 민제후의 목소리와 웃음소리... 성전특고 교장 과 운영이사들의 은근한 혼탁음... 그리고 이렇게 약한 제경을 믿는다는 아사미 와 시티 오브 조이 식구들의 마음도... 《네 마음에서, 네 삶에서 가장 소중한 마음이 무엇인지 잘 찾아.》 그러나 그 중에서 가장 제경의 결정을 붙잡고 놔주지 않는 말은 소중한 마음 을 찾으라는 메시지. 하지만 나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아사미. 난 아직 열일곱인데... 세상에 친인척 하나 없는 천애고아일 뿐인데... 이제는 내 집과 같은 이 학교를 떠나면, 나는 앞으로 어떻 게 살아가죠?' 제경은 마지막에 가서 훌륭한 선택을 할 것이라는 그 말을 기억해 내고 눈을 감고 모두에게 용서를 구했다. 자신을 강하다고 말해준 모든 이들에게. 꿈만 먹고 살 수 없다. 그리고 난 강하지 않다. "...쇼팽의 야상곡(Nocturne) Op.9 No.2 으로 하겠습니다." 제경이 진행위원을 향해 공허한 눈동자로 시선을 옮기며 중얼거린다. 강제경의 눈이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나약함에 스스로의 의지를 꺽어버린 비 참함으로 물들며 고개를 떨구었다. 긴 머리칼과 고개를 숙이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았으나 바닥과 눈싸움을 하듯 단 한 번의 깜박임 없 이 부릅떠진 제경의 두 눈으로 홍수가 난 듯 물이 가득 차올랐다. 이를 악물고 석상처럼 우뚝 서서 굳어버렸으나 소년의 어깨가 가늘게 떨린다. 자신의 나약함이 죽고 싶을 만큼 싫다. 스스로가 혐오스럽다. 이제 이 순간부터 '제이'는 사라지고 '강제경'만 남아 현실과 타협에 점차 길 들여져 갈 자신이 너무나...너무나...... "네, 알겠습니다. 그럼 별도의 셋팅은 필요 없겠군요. 강제경 학생은 바로 몇 분 뒤 들어갈테니 준비해 주십시오. 음, 강제경 학생이 오늘 발표회의 마지막입 니다.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민제후 학생은 실격처리하겠습니다." "누굴 실격시킨다구요?" 그때였다, 지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여기 있는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누군가의 맑은 목소리가 울린건! 그 목소리에 입술을 깨물며 자괴감의 눈물을 참던 제경 도 고개를 번쩍 들었다. '민제후?' "제후야!!"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두 포기하고 있을 그 시점에 나타나다니. 어이없다는, 황당하다는,또는 화가 난다는 복잡한 표정들의 아이들. 예지는 이 유없이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지금 딱히 한가지로 정의 내 릴 수 없는 수많은 감정들의 과녁이 되는 소년은, "차가 좀 밀려서요." 먼지를 뒤집어 쓰고 머리도 땀으로 젖어 흥건한, 엉망이 된 얼굴로 배시시 웃 는 민제후였다. ...계속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내일은 몇개의 연참폭격이 이루어질지 기대해 주세요.^.^*) << 뉴 라이프 (New Life) >> -134- [부제: 마법의 발현(2)] "괜찮겠습니까? 피곤해 보이는데. 학생이 발표회를 포기하지 않는다니 이번에 바로 무대에 올라야 합니다." "난 괜찮은데... 상관없어요. 냐하하~" 제후가 진행위원회에서 급하게 찾아준 교복으로 갈아입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솔직히 안색은 별로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급하게나마 새옷으로 갈아입고 세수를 해서 그런지 그럭저럭 괜찮아 보이기도. 어쨌든 민제후의 밝은 모습에 안심한 진행위원은 무전기로 상황을 본부에 알 리고 주의사항을 가르쳐 준 후, 곧장 어디론가 바쁘게 사라졌다. 사람들의 웅성 이는 소리가 조금씩 가라앉고 있었다. 그것은 곧 제후가 무대에 설 때가 목전으 로 다가왔다는 신호탄. "후우~" 제후가 심호흡을 하며 눈을 감았다. 오늘 오전과 오후. 같은 오늘 하루인데도 마음이 달라진 걸 느낀다. "어? 예지야." 제후는 새 교복의 어색함에 어깨를 들썩거리며 옷매무새를 다시잡다가 아직까 지 자신을 쳐다도 보지 않는 긴 머리 소녀를 불렀다. 하지만 여전히 새침하게 고개도 돌리지 않는 한예지. '날 보고 맨 먼저 울음부터 터뜨린 애가 이제는 아주 투명인간 취급하네? 참 나, 여자들이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종족이라니까.' 제후가 쓴웃음을 짓다가 그때 마침 떠오른 예지를 위해서 연주하겠다는 약속 에 장난끼로 눈을 빛냈다. '으히히~' "예지야. 잘 봐야 해. 내 '반짝반짝 작은별'." "뭐, 뭣? 너 정말로 그걸로...? 에이~ 설마. 장난이지?" "하아~ 장난이라니... 내가 할 수 있는게 뭐 있어야지. 난 이제 망신 중에 개 망신을 당해서 성전특고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을 거야. 나중에 내가 홀 연히 사라지거든 한예지를 위해서 '반짝반짝 작은 별'을 치고 장렬히 전사했다 고 아이들에게 전해줘."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풀이 죽은 듯한 모습과 한숨을 연출하니 한예지의 얼굴 이 점점 새하얗게 질렸다. 하얀 얼굴이 더 하애지니 마치 새하얀 눈으로 조각한 얼음조각같다. "야, 너 미쳤어?!!" "캬하하하!!!" 난 왜 저 녀석 놀리는게 이렇게 재밌을까? 킥킥킥... '응?' 제후는 따끔 따끔한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가 저 멀리서 우두커니 서서 자신을 쏘아보는 강제경을 볼 수 있었다. 두 소년의 시선이 공중에서 무언의 수많은 대화를 나누고 복잡하게 얽혀들었 다. 방송에서는 때마침 제후의 이름을 호명하고, 관중석에서 예의적인 박수소리 가 터져나온다. 하지만 먼저 시선을 돌린 쪽은 민제후가 아니라 강제경이다. 제후가 제경의 그런 모습에 이상하다는 듯 잠시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지만 곧 제경에게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무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발길. 가벼운 구두소리가 공간을 울린다. "아 참, 강제경." 그런데 그때, 제후가 무대까지 한 걸음만을 남겨둔채 우뚝 멈춰서서 입을 열었 다. 허나 민제후의 시선은 어둠 속에 스포트 라이트로 빛나는 최고급 스타인웨 이 피아노에 못박혀 있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제경이 의아한 얼굴로 제후의 뒷통수만을 끊임없이 응 시하자 그때서야 들려오는 밝은 음성. "내 삶은 '마법'이다." 그리고 어리둥절해진 제경을 남겨둔채 그대로 무대로 걸어나갔다. 무대 위로 그가 모습을 나타내자 다시 관중석에서 의례적인 박수소리가 짧게 터져나왔다. 피아노 앞에 앉으니 제후는 잠시 멍한 기분이 되었다. 그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전생에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고 자부했 건만 민제후가 되고 나서 겪었던 이 짧은 시간들이 훨씬 더 가슴에 남았다. 얼마 안됐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정신없이 달려온 학교생활, 엽기적인 가족, 무작정 떠맡은 회사와 한바터면 자신의 짧은 생각으로 많은 이들에게 고통과 상처를 안겨줄 뻔한 단군 프로젝트.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함께 고민하고 이겨 내준 친구들... 제후가 지금까지 스쳐지나왔던 시간들을 하나씩 회상하며 눈을 빛냈다. 저 어둠 속에 있는 것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수백명의 숨소리가 들린다. 바로 나의 관객들이겠지? "잘봐라, 제이." 제후가 조명을 진주빛으로 부서뜨려 날리는 피아노의 하얀건반을 바라보며 입 가에 그동안의 행복했던 시간들을 담는다. "네 눈엔 이 모든 것들이 보이지 않니? 이 모든 마법들이." 피아노에 앉아 고개를 들어 천정을 바라보았다. 「천공의 돔」. 하늘이 저기에 있다. 아름다운 별과 우주, 그리고 우리들의 꿈이 저기에 있어. 아직 우리에게 백지 상태로 남아있는 저 새하얀 미래를...... '넌 어떻게 생각하지?' 제후의 손이 피아노 위로 적절한 타이밍에 내려앉으며 가볍게 움직인다. 하지 만 민제후의 손가락 움직임은 아직 심플하다 못해 단조로운 패턴일 뿐이다. 맑 고 청량한 음색의 깔끔한 곡이지만 그것은 분명 모짜르트의 '작은 별'... 대강당 안이 제후의 연주곡으로 인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 * * "도데체 쟤가 지금 뭘 하는 거야?" 예지가 손톱을 물어뜯으며 울상이 되어 중얼거렸다. 답답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관중석과 심사위원석에서 웅성거림이 커져 만 간다. 민제후의 바로 전 발표자까지 어렵고 난이도가 높은 곡들을 선보였기 에 비교가 되어 훨씬 더 어처구니없이 느껴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바보 민제후 는 꿋꿋하게 '작은 별'을 연주하고 있으니. '작은 별은 아무리 바꿔서 연주해도 작은 별일 뿐이라구!' "바보! 쳇!! ...응?" 그런데 그때, 무대 바로 뒤에서 서성대고 있던 예지에게 바닥에 점점이 떨어져 있는 검붉은 점들이 눈에 띄었다. 처음엔 페인트가 떨어진 것이 아닐까 하며 지 나쳤었지만... 곧, 민제후가 엉망이 되어 나타나기 전까진 깨끗한 바닥이었다는 걸 기억해 냈다. "이게 뭐지?" 예지가 고개를 갸우둥거리며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그 검붉은 점을 손가락으 로 찍어 보았다. 그런데 찐득하게 손에 묻는 것은 비릿한 붉은 액체... "...피?" 하지만 지금 이렇게 다쳤을만한 사람이 여기 있을 리가...... '앗!' 설마 제후가?! "저...멍.청.이! 해삼, 멍게, 말미잘! 이 바보, 천지야!!" 예지는 섬광처럼 어떤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이를 갈며 무대 위로 뛰쳐 올라 가려 했다. 그러자 그 광경에 놀란 신동민과 강제경, 그 두 소년들이 달려와 예 지를 잡아 단단히 붙들었다. "예지야! 너 왜 이래!!" "놔, 신동민!! 내가 직접 저 바보 녀석을 무대 위에서 끌어내릴거야! 어디가서 또 무슨 사고를 치고 왔는진 몰라도... 놔! 놓으란 말야!" "이러지 마!" "저 바보가 다쳤어! 다쳤다구!!" "뭐?" 예지가 정신이 나간 듯 맹목적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이미 도도한 얼음공주 따 위의 별명은 집어던진, 보통 여자아이일 뿐이다. "이봐, 한예지! 그게 지금 무슨 소리야! 엉!!" 그런데 그 말에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예지 다음으로 강제경인 듯 싶다. 제경 이 한예지의 어깨를 붙들고 정신없이 흔들며 무섭게 다그쳤다. 항상 마이 페이 스를 유지하며 주변과는 상관없다는 듯 행동하던 인간이 얼굴빛이 바뀌어 평정 을 잃고 있는 모습은 무서울 정도다. "이렇게 피가 많이 나는데...... 바닥에 핏자국이 남을 정도로 피가 많이 나는 데...... 발표회따위 상관없잖아. 망신 좀 당하면 어때? 그러니까 이거 놔앗!!" 제후가 사라졌다고 했을 때도 느낌이 이상하다며 극도로 불안해 하더니 별안 간 그 소년이 심하게 다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되자 예지는 거의 제정신을 잃 어버리고 있었다. 아파도 안아픈 척, 슬퍼도 기쁜 척, 외로우면 더욱 장난끼가 심해지는 인간이 민제후라는 걸 이제서야 떠올리고 자책하는 모습. 흥분으로 붉 어진 예지의 얼굴, 그 소녀의 마음이 깊이 아파 보인다. "가만히 있어, 한예지!!" -짝!!- 그때 들려온 싸늘한 격탁음. "도..동민아..." 예지가 화끈한 한쪽 볼을 손으로 감싸며 신동민을 바라보았다. 덕분에 차가운 현실로 돌아온 예지. 그러나 신동민이 자신에게 손찌검을 했다는 것에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다. "뺨 때려서... 미안하다. 괜찮니?" 동민이 예지가 정신을 차린 듯 싶자 정말 미안하다는 얼굴로 사과를 한다. 하 지만 그 뒤를 잇는 말은 냉정하기조차 하다. "제후한테, 우리가 저 녀석한테 이래서 저래라 할 수 없는 거야, 한예지. 우린 저 놈이 힘들어서 쓰러지거나 아파하면, 그때 다가가면 돼. 우리에게 남은 일은 그 뿐이야. 알았어?" 한예지의 눈동자가 신동민의 냉정한 말에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담았다. 한쪽 뺨이 약간 붉어져 더 애처로워 보이는 청순한 얼굴. 그 아름다운 소녀가 신동민 의 그 말에 눈물을 참으며 힘들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알..았어. 그런데 잠깐 손 좀 줘봐, 신동민." "손? 손은 왜......우아아악!!" 동민은 갑자기 손을 달라는 예지의 말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었다가 한예 지에게 붙잡혀 그녀의 이빨에 꽉 물려 버렸다. 의기소침해서 남자들에게 보호본 능을 일으키는 청초한 얼굴을 하고서 친구의 손을 물어 뜯다니... 동민은 아픈 것 보다 그 황당함에 말문이 막혔다. 예지가 얼굴에서 불안함을 지우듯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면서 씨익 웃었다. "받은대로 되돌려 줘야지. 이 손이지? 내 뺨에 손댄게. 그리고 미안해 할거면 왜 때리니? 흥!" "휴우~ 네들은 어째 점점 더 닮아가냐..." "지금 뭐라?" "아, 아냐!" "흐음..." 예지는 신동민이 중얼거리는 말을 새침하게 못들은 척 하고 무대가 보이는 곳 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아직까지 대강당에는 '작은 별'만이 공기를 울리고 있었다. 분명 동요인 '작은 별'보다는 훨씬 맑고 아름다운 변주곡.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너무나 단 조로운 곡조라 뭔가가 많이 부족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예지가 두 손을 꼭 움켜쥐고 간절하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강제경의 이해할 수 없다는, 극도로 혼란스러워하는 눈이 무대 위를 어지럽게 헤메고 있었다. "민제후... 너 대체 무슨 속셈으로......" 신을 믿진 않지만 제경도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기도했다. 자신 이 한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일까? * * * 단조로운 작은 별의 연주.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작은 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건 이 세상의 모든 기적과 마법은 이토록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모르기 때 문이다. '읏!' 어느 순간, 제후가 왼쪽 팔에서 느껴지는 욱씬거리는 통증에 얼굴을 살짝 찡그 렸다. 옷을 갈아입으면서 분명히 꽉 묶었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아직 상처에서 빼지 못한 유리조각이 남은 듯 싶었다. 작은 파편이 상처 속으로 계속해서 깊이 파고 들어 손가락을 움직이는 작은 진동에도 팔에서 피가 조금씩 배어 나와 옷 자락을 물들인다. 하지만 제후는 곧 작은 별의 노래가 끝나가기 시작하자 그 날카로운 통증을 잊고, 무대를 잊고, 관객을 잊고, 자신까지 잊고, 모든 걸 잊고서 피아노에 몰입 해갔다. '난 앞으로 어떤 일이 닥친다 해도 포기하지 않을 거야. 다시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기적... 모든 것이 기적이었어. 지금까지 내게 일어났던 그 모든 사건들... 그리고 내가 만났던 사람들... 살아있지 않았다면 절대 경험할 수 없었던 소중한 것들. 모든 생명체가 갖고 있는 권리이자 특권. 살아가는 것! 살아간다는 것! 내 삶을 내 의지와 꿈을 실현시키고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사는 것! 한때 그 가치를 하찮게 여기고, 아니 소중한지조차 의식하지 않고 되는데로 살 아왔던 삶을 더 이상 되풀이하고 싶지 않아. 죽음은 무섭지 않아. 다만 나중에 생을 마치고, 내게 허락된 시간이 모두 끝났을 때, 그리고 눈을 감을 때,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 무섭다. '자, 봐, 강제경! 아니, 제이!!' 번쩍 뜬 민제후의 눈이 생동감으로 반짝였다. '이것이 내 의지다! 삶에 대한, 생명에 대한!' 곧이어 소곡집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짧았던 단조로운 작은 별이 끝나는가 싶 더니 피아노 선율이 수십, 수백 갈래로 반짝이며 분열되고 갈라져 별무리가 되 었다. 가벼운 터치였지만 생명 탄생의 환희로 가득차기 시작한 대강당의 콘서트 홀. '작은 별에서 시작하여 별무리를 이루어 은하수가 되고, 그 은하수가 흐르고 흘러 다시 우주로 반짝이며 흩어지게 될 거야. 우리들이 태어나고 자라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하고, 그리고 누군가 날 이해하는 따뜻한 사람도 만나 결 혼도 하고, 자식을 낳아 기르고, 마침내는 천천히 인생을 배우며 늙어가는 것처 럼......' "우리의 미래를 표현해..." 민제후의 피아노가 처음에는 아련한 그림동화처럼 익숙한 멜로디의 '작은 별' 에서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러서는 별을 모티브로 한 새로운 자작곡으로 펼쳐지 고 있었다. 그런데 그 때, 어디에선가 나타난 반짝이 날파리들이 공기중에 녹아있는 음악 에 담긴 마음, 즉 제후의 에너지를 먹고 순간 순간 시각적으로 보여지고 있었 다. 까르르 웃으며 날아 다니는 자연의 령(靈)들이 그 피아노 소리에 맞춰 대강 강의 최고 예술 구조물인 유리벽과 「천공의 돔」과 함께 현실에 판타지를 옮 겨 놓는다. 별들의 충돌! 수천 수십만개의 조각난 별들이 쏟아져 내린다. 유성우(流星雨)... 우주에서, 천공에서 돔을 그리듯 천천히 빛의 회선을 그리며 반짝이는 파편들 이 가슴 한가득 감동으로 담긴다. 별조각... 빛의 파편... 별의 강물, 미리내의 형상에서 삶을 표현한다. 열정적이면서도 가슴을 안정시키고 아름다운 광경속에 살아있다는 것에 대한 축복을 느끼는 자리. 그리고 사랑... 사람들이 마치 「천공의 돔」에서 관중석으로 쏟아지는 것 같은 미세한 별가 루 효과에 탄성을 질렀다. 진행위원회에서는 어떻게 된 일인지 진상파악을 위해 허둥댔지만. 그리고 곧 피아노에서 환상을 뽑아내는 민제후의 섬세한 손놀림이 갑자기 격 정적이고 정렬적으로 급변해갔다. 그와 함께 관중들도 긴장하며 숨을 죽인다. 제후가 처음 곡을 시작할 때와는 완전히 다르게 그 넓은 대강당에 자리한 모든 청중을 사로잡아버린 음악(音樂)! 클래식적이지만 파격적이고 완전하게 새로운 그 음악이 연주자의 화려한 기교와 즉흥연주를 타고 그 공간 구석 구석으로 울 려퍼지고 있었다. '강한 의지는...곧 용기. 용기는...아름다움... 그리고 꿈!' 외로워해도 괜찮아. 무서워해도 괜찮아. 약하고 겁쟁이여도 상관없어. 그런 자신을 창피해할 필요 없어. 누구나 그런 걸. 단지 노력할 뿐. 우리가 노력해야 하는 건 열심히 살아가겠다는 의지...용기... 그리고 그것은 곧 아름다움이 되어 우리를 빛나게 할 거야. '우리에게 주어진 가능성과 미래를 향해!!' 민제후의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환상은 마침내 종결을 위한 클라이막스로 치닫 고 있었다. ...계속 (뉴 라이프는 판타지 소설이라니까요. ?? 제 말을 처음부터 안믿으신 분들이 많았나 봐요. 허무맹랑, 말도 안돼, 그런 일 을 인간이 어떻게 해요 등등... 그럼 전 이런 답변을 드립니다. "이건 판타지 소설이거든요? ?? ^^ 어쨌든 드디어 발표회 승부가 벌어지게 되었습니다. 제후가 제경보다 먼저 연주하는군요. 제후의 곡은 변주곡이라기 보다 '작은 별' 을 초반부에 조금 차용을 하고, '별'이라는 모티브로 제후가 직접 창작작곡한 것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래서 즉흥적이고, 보여주기 위한 기교적인 부분이 강 한,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곡이라구요. 그런데 내가 의도되로 잘 쓰고 있는 건가? 음.... ??;; 제후의 연주 클라이막스와 제경의 결심, 제경의 피아노가 잘 등장해야 할 텐데...) << 뉴 라이프 (New Life) >> -135- [부제: 마법의 발현(3)] "어...엄청나다." 제경이 손에 땀을 쥐고 무대를 지켜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제경아?" "엄청나다, 민제후! 게다가..." 옆에서 예지와 동민이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제경이 피아노 전공자 로서의 놀람과 음악적으로 새로운 세계를 접했다는 기쁨으로 감탄사를 터뜨렸 다. "이건 카덴차(Cadenza)?!" 지금 무대 위의 민제후는 몇 주 전까지 피아노를 전혀 몰랐다고는 믿을 수 없 을 정도로 최고 기량을 선보이며 사람들을 완벽하게 매료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긴장감을 높여가는 이 화려한 자유로운 연주는 마치 협주곡에서의 카덴차를 보 는 것만 같다. '아니, 카덴차가 아닌가? 저 곡은 '작은 별'을 차용해 썼긴 하지만 모티브로 서 별의 이미지를 빌려 썼다고도 볼 수 있으니. 저건 완벽하게 민제후의 창작곡 이야! 하지만 왠지 카덴차같다고 느껴지는 건...' 게다가 제경은 세상을 잊고 자신마저 잊고 청중에게 전하는 제후의 '마법'에 충격을 받고 있었다. 그가 받았단 충격이란, 그 금갈색 머리칼의 소년이 단 2주 만에 이루어낸 경악할 만한 수준의 실력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도 자신의 생각 과 마음을 소리로 표현해 내는 민제후의 의지에 있었다. 제경은 예전에 제후에게 <시티 오브 조이>에서 자신에게 다가오지 말라고 피 아노로 경고했던 일이 생각났다. 그런데 지금 그때의 복수라도 하는 것인가? 제후가 제경에게 그때 그대로 되돌려 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진짜 복수라 면 세상에서 가장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복수가 틀림없다. 저 황당무계한 소년이 피아노로 말한다. 외로워하는 것도, 무서워 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누구나 그런 것이라고, 단지 다른 점이라면 얼마나 노력하는 것인 가라고. 모든 것이 제경의 고민에 해답을 주는 듯 들려왔다. -무서운 것이 없는 게 용기는 아니야. 무섭지만 이겨내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용기야. -삶을 두려워할 필요 없어. 삶은 그 자체가 '마법'이니까. "제경아, 괜찮니?" "엇? 뭐라고?" 제경은 갑자기 어깨를 치는 감각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자 자신의 바로 앞 에 두 눈을 깜박이며 쳐다보는 한예지라는 소녀가 보였다. "아아, 카덴차가 뭐냐고 물었지?" 제경이 다시 새로운 눈으로 무대를 바라보며, 귀로는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있 는 피아노 음색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가득 담고 조용히 설명을 이어갔 다. "카덴차는 협주곡에서 독주자가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부분으로 '화려한 즉흥 연주'라고 줄여 말할 수 있어. 아, 협주곡 알지? Concerto. 그중 솔로 콘체르토 라고 독주 협주곡으로 독주 악기와 관현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피아노 협주곡 과 바이올린 협주곡이 있지. 그런데 이 협주곡에서 '카덴차'란 곡의 형식에 구애됨 없이 자유롭게 독주악 기가 연주하는 기교적이고 장식적인 악구... 즉, 독주자의 기교를 과시하는 부분 이야. 옛날엔 그 부분의 악보를 비워놓고 연주자가 진짜 즉흥으로 카덴차를 만 들어내며 자신의 기량을 최고로 발휘했었다고 하지만... 그렇지만 고전주의 시 대 이후에 들어서는 카덴차도 작곡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작곡된 카덴차는 매우 어려워서 악기와 연주자의 솜씨를 극상으로 끌어올리게 만들었지. 그래서 대체적으로 카덴차라면 당연히 정열적이고, 환상적이며 아주 뛰어나게 아름다워. 아니...정확하게는..." 제경은 자신의 가슴 속에서 자신의 피아노가 민제후의 피아노에 자극받아 깨 어나는 걸 느끼며 흥분으로 축축해진 손바닥을 꽉 틀어쥐었다. 그리고 순간, 제 후의 연주가 클라이막스 절정에 이르렀다. "눈부시지! 바로 지금처럼." 그런데 그때 그 순간 제경은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어떤 것을 발견하고 믿 을 수 없다는 얼굴로 눈을 부릅뜨게 되었다. "어엇?! 저건..." 어딘가 심하게 다쳤을 거라던 제후의 상처... 공교롭게도 그것이 팔에 있었던 듯 하다. 그런데 상처가 터진 것인가? 관중석에서는 안보일 테지만 무대 뒤에 서 지켜보던 아이들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제후의 왼쪽 팔이 피로 흥건히 젖 어 이젠 바닥으로까지 핏방울이 떨어지고 있는 것을. 피아노 건반 위를 날아 다니는 두 손이 최고의 기교를 선보이며 종결을 향해 가는 마지막 클라이막스에 이르러선 움직일 때마다 두꺼운 교복 상의 위로도 제법 눈에 띌 정도의 피가 뭉클쿵클 올라오고 있었다. 자세히 바라보니 제후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혀 있는 것이 보였다. 창백한 얼굴... 저 정도 출혈이라면 손가락 하나 하나가 움직이는 미세한 진동에도 엄청난 통 증에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을 터인데, 약간의 식은땀을 제외하고는 제후의 얼굴 어디에서도 그가 어딘가 불편하다는 것을 느낄 수 없다. 이를 악물고 마지막까 지 긴장을 늦추지 않는 그 소년의 모습에 아이들은 망연자실해질 수밖에 없었 다. "무엇 때문이지?" 그 모습에 제경도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 되어 중얼거린다. "무엇 때문에 넌 그렇게......" 하지만 그런 최악의 컨디션에서 연주하는데도 불구하고 그 소년의 피아노는 밝고, 아름답고, 모험적이고, 희망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드디어 연주곡의 라스트가 다가왔다. 그 드넓은 강당에 반짝이는 별이 쏟아져 내리는 착각마저 든다. 반짝반짝 빛나 는 느낌의 연속적인 건반의 터치. 그건 더 이상 작은 별이 아니었다. 별이 하늘 이 되고 우주가 되어 온 무대을 휩쓸고, 강당를 휩쓸고, 마음을 휩쓸었다. 완전히 다른 곡이 된 '작은 별'. 환상이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돌아온 '작은 별'은 더 이상 작지 않았다. 마침내 별빛이 잦아들고 곡은 잔잔하게, 마지막 한 음(音)까지 여운을 남기며 끝을 맺는다. "와아아아아아아아~~!!!" 비명과도 같은 함성. 민제후가 선보인 환상세계에 매료되었던 관객들이 박수와 환호로 공연장 안을 가득 채웠다. "꺄아아!!" "부라보~!!" 사람들의 환호가 콘서트 홀을 뒤집어 놓듯 울리고, 모두가 파격적인 새로운 감 각의 곡과 연주에 찬사를 보내고 있었다. 지금까지 피아노 전공자들 누구보다도 많이 받는 박수와 함성. 어느 누구도 이 모든 것이 단 2주만에 발현된 '마법' 임을, 기적임을 알지 못할 것이다. 제경은 피아노에서 일어나 관중을 향해 인사를 하는 인물을 바라보며 그가 자 신에게 단언하던 한 마디를 기억해 냈다. 《기적을 일으키는 게 내 전공이거든.》 정말 기적이 일어났다. "황당한 녀석..." 제경의 혼잣말에 옆에서 신동민의 또 다른 중얼거림이 들려왔다. "역시 저 놈은 괴물이었어." '끝났다!' 제후는 귀를 멍멍하게 만드는 함성소리에 자신의 역할이 드디어 끝났음을 깨 달았다. 속되게 말하자면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오기로 버틴 것이기에 몸과 마음이 이미 엉망이었다. 제후는 어떻게 인사를 하고 무대 뒤로 돌아왔는 지 기억도 안났다. 그러나 흐릿한 시선 안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는 것을 보면 자기 두 발로 어떻게 어떻게 걸어 온 듯 싶은데... "제후야!!" 고운 목소리가 들렸다 싶은 순간 제후가 무릎이 꺽이면서 누군가에게 안기듯 쓰러졌다. '그런데 누군데 이렇게 작지? 기대기가 영 힘들군. 체격도 너무 작아서 별 도 움이 안되고. 그런데....이상하다. 왜 이리 편안한 기분이 드는 걸까? 왜 이리... ...안정이 되는 걸까?' "비켜, 비켜! 저리 좀 비켜주십시오." 그렇게 간신히 제후를 심하게 압박하던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풀리고 안정을 찾아가는 시점에서 진행위원들이 요란하게 들이닥쳤다. 그러나 덕분에 빠른 응 급조치를 받아 벌어지고 악화된 상처에서 유리조각을 모두 깨끗이 제거하고 겨 우 지혈을 할 수 있었다. 나중에 병원에 가서 제대로 상태를 봐야 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만족한 제후였다. 마치 자신의 팔이 아닌 것처럼 둔한 통증만 간간이 느껴지는, 마비된 듯 감각이 거의 사라진 팔보다는 훨씬 나 았다. "아무 말도 안해?" 제후는 맑은 정신이 돌아오자 진행위원들이 깔끔하게 정리한 붕대를 바라보다 가 자신의 옆에서 우두커니 서있는 한예지를 깨닫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퍽―소리가 나게 제후의 뒷통수를 날리는 예지! 제후는 순간 그 기술적인 한 대에 눈이 튀어나올 뻔 했다가 억울함에 소리쳤 다. 환자를 패는 청순 가련한 소녀라니! 언젠가 이 대한민국의 모든 남성들에게 저 백여시-친근한 표현이다-의 정체를 까발리고 말테다! "우씨!! 왜 또 때려, 이 마녀야!!" "멋졌어." 작은 소리... "에?" "멋졌다구! 눈물이 날만큼 너무너무 멋졌다구!" "우와아앗!!!" 느닷없이 달려들어 제후의 목을 꼭 껴안는 한예지. 제후가 얼굴을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물들어 어쩔줄 몰라하고 있는 걸 그녀는 아는지 모르는지 투정처럼 말한다. "너무 분해. 매번 사람 속을 있는대로 뒤집어 놓는 주제에. 이번엔 정말 애태 운 만큼 복수해 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이런식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다니. 비 겁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심장이 또다시 제멋대로 뛰기 시작한다. 편안하다고 느끼는 순간 이렇게 긴장 시키다니... 대단한 재주가 아닐 수 없다. 여자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게다가 아직은 난 이 낯선 감정들의 정체가 뭔지 확신할 수 없어.' 제후가 자신의 목을 껴안고 물끼가 배인 목소리로 투정 부리는 소녀의 모습에 서 처음엔 당황하다가 천천히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을 가졌다. '그런데 지금 이것만은 확실해. 네가 내 곁에 있다는 것에 안정이 돼. 아무리 왈가닥에 거칠고 난폭한 공주님이라도 말이지.' 제후가 아무 말 없이 잠시 망설이다 자신의 팔을 들어올리며 그동안 회피해왔 던 문제들을 머리 속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당분간은... 조금 더 이대로가 좋은 걸. 편안하고 따뜻한 우정으로.' 그리고 제후는 자상하게 들어올린 팔로 예지의 어깨를 두들겨 주었다. 친구로서. "이제... 내 차례군." 제경이 약간 떨어진 거리에서 진행위원들에게 지혈을 받고 있는 황당무계한 어떤 인간을 바라보며 조용히 읊조렸다. 조용한 음성. 하지만 더 이상 흔들림 없는 제경의 눈동자. 제경의 눈이 어떤 결심을 한 것인지 불안하게 흔들리던 기색은 씻은 듯이 사 라졌다. 그렇다고 다시 예전의 강제경으로 돌아간 것도 아니었다. 제경의 눈에 항상 자리하고 있던 공허함이 어느새 지워지고, 대신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도전 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정말로 달라졌다면 외양의 변화가 그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성형 수술이나 비싼 옷, 고급 화장품 따위로 꾸며지는 아름다움은 겉모습일 뿐, 그것 이 바뀌었다고 자신감없고 주눅들어 있는 사람이 그 한 번에 멋있어지지는 않 는 것이다. 외양의 변화로 진정 아름답게 변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외모의 변화가 그 사람의 마음가짐을 바꿨기 때문이리라. 반면에 옷이나 머리모양 등 외양적인 모든 것이 그대로라도 갑자기 어떤 사람이 달라져 보인다고 느낀다면 그 사람의 마음에 큰 변화가 생겼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강제경 의 모습이 그러했다. 제경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제후를 바라보며 중얼거리며 눈을 빛냈다. "내게 소중한 마음..." ...계속 (이번엔 제이 차례군요. 제이는 어떻게 맞설까? 정말 학교를 쫓겨나더라도 자기 가 치고 싶은 곡을 연주할 것인지, 아니면 학교의 요구를 들어주고 클래식에 남 을지.... 기대가 될려나? ^^;;; ) << 뉴 라이프 (New Life) >> -136- [부제: 마법의 발현(4)] 가장 중요한...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는 마음이라면... 해답을 찾았음인가? 제경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와아~ 이런이런. 우리 아들네미, 집중력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사전 에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 정도까지 보여줄진 몰랐는데?!" 제경이 세상에 대해서 말하는 민제후를 바라보며 자신도 하나의 결심을 내리 는 그 순간, 그때를 맞춰 고음의 소프라노 목소리가 그 소년의 상념의 틈을 비 집고 들어왔다. "아줌마?!" 강제경이 박수소리와 엽기적인 어떤 여인의 말투를 알아듣고 고개를 홱 돌렸 다. 장혜영!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성전특고의 재단 이사이기도 한 아름다운 여인. 그녀 가 언제인지도 모르게 갑자기 나타나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천재라고 불리는 한 소년의 앞으로 나섰다. 피빛처럼 붉게 칠한 그녀의 입술이 사이한 회선을 그 리며 미소짓는다. "훌륭했어. 민제후의 연주, 정말 순수하고 빛이 나. 하지만 그것만으론 깊이가 좀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 넌 그게 무엇인지......알고 있지?" "아줌마. 이 학교에 얼마나 남아있을 거야?" 제경은 장혜영 여사의 말을 일부러 못들을 척 뒤돌아서며 말머리를 은근히 돌 렸다. 지금은 민제후의 피아노의 헛점에 관한 이야기 따위는 듣고 싶지 않다. 확실히 너무 이상적이었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이미지가 강했다. '별'이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창작 작곡한 그 곡은 즉흥적이고 보여주기 위한 기교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이 정도로 큰 기쁨과 환희를 느끼게 하는 건 쉬운 일이 아 닐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명화(名畵)라도 보는 사람이 아무 느낌도 못 느낀다 면 그 그림은 그 사람에게 아무 가치가 없다. 반대로 어린아이가 도화지 위에 크레파스로 그린 조잡한 꽃동산 그림이 누군가에겐 순수한 동심을 느끼게 하고 그것이 감동이 되어 텅 빈 가슴을 가득 채우게 된다면 그 그림은 그 사람에게 있어선 세계 최고의 명화의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이렇듯 그림이든 문학이 든 음악이든, 모든 예술은 주관적인 평가만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 제경의 생각 이었다. 이 세상에 완벽한 예술은 없다. '그런 면에서 민제후의 피아노는 꼭 전문적으로 논할 필요가 없어. 이미 저렇 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명화의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니까. 게다가 그것은 아무도 흉내내지도 못하는, 단 2주만에 이루어낸 기적이다.' 제경은 아직도 제후에게 격려의 함성을 보내는 객석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마 음을 단단히 굳혔다. '이제 난 나만의 피아노만 생각하면 돼!' 달라진 강제경의 태도 때문인지 장혜영도 잠시 의아해하다가 다시 생긋 웃으 며 화제를 돌리고자 하는 소년의 의도를 성실히 따라주었다. "음, 학교? 학교에 왜 남어? 발표회 끝나면 집에 가야지. 넌 남아있을려고?!" "그거 말고!! 아줌마는 학교 일에 신경 안쓰냐구!" 장혜영이 세련된 백치미를 연출하자 제경이 울컥하는 기분에 신경질적으로 말 을 내뱉었다. 처음엔 왜 민제후와 장혜영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을까? 이렇게 판박이인 것을... 그러나 곧 장혜영 여사가 한손으로는 입을 가리고 웃으며, 또 다른 한 손으론 말도 안된다는 듯이 손을 휘저으며 얄밉게 웃음을 터뜨렸다. "나? 내가? 농담마라 얘. 내가 그랬잖아, 나 무늬만 이사라고. 호호호호~ 난 학교일에 절대 관여 안해. 귀찮잖아."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쳇!" 제경이 그 대답에 잠시 침묵을 지키다 두 손을 깍지껴서 머리 뒤로 돌리며 과 장된 억양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아~ 그럼 결국 쫓겨나는 건가?" 그 아이가 장혜영과 아직까지 제정신 못차리는지 헤롱대는 민제후, 그리고 신 동민, 한예지를 비롯하여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진행위원들과 몇몇 다른 발표회 참가자들의 모습들을 획 둘러 보았다. 전에는 저 사람들 하나 하나를 눈여겨 살핀 적이 없었는데. 잠시라도 저 한명 한명들의 생각이나 마음, 그들의 인생이 궁금해진 적이 없었고 염두해 둔 적도 없었다.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과 생명까지도. 그냥 아침에 눈을 뜨면 밤에 잠들 때까지 깨어있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고, 아무 생각없이 당연하게 공기 속에 잠겨 숨을 쉬며 살아온 삶. 살아지기 때문에 살았던 것이지 특별히 갈망하고 찾고 있는 어떤 목표를 위해서 그 삶을 이어가 는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그동안 내가 잊고 있던 나의 세계는...... 나의 마음은......' "아줌마." 혜영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반응하여 고개를 돌려 그 소리의 근원지를 찾 아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 곳에 있는 것은 역시 그녀의 예상 그대로 강제경이라 는 이름으로 불리는 소년의 뒷모습. 천천히 돌아서는 그 학생의 얼굴은 웃고 있 는 듯 싶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긴 앞머리에 눈이 가려져 있어 제경의 입가 에 걸린 표정만으로 웃고 있다고 추측을 할 뿐이다. 그런데 그때, 강제경이라는 소년이 그 의도를 알 수 없는 갑작스런 질문을 해 왔다. "아니 장혜영씨... 재즈 좋아하세요?" "...개폼은." 혜영이 갑자기 매우 정중하게 태도를 교정한 제경의 모습에서 귀엽다는 듯 피 식 웃었다. 안하던 존댓말을 쓰며 단정하게 자세를 바꿔서 뭘 말하려고 하는 것 일까? 하지만 제경이도 특별히 그녀의 대답을 듣고자 한 질문이 아니었던 듯 곧바로 뒤돌아서서 무엇인가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소년의 눈이 반짝이며 찾아낸 어떤 물건. 제경이 강당 보수공사 때 인부들이 사용하고 두고 간 연장들과 잡동사니들로 어수선한 공구함을 안에서 작은 도구를 발견하고 재빨리 집어들었다. 그것은 투 박한 톱이나 망치가 아닌, 한 뼘 정도의 길이밖에 안되는 작은 은색 나이프. 보 수공사 때 사용했던 연장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날이 좀 나가있지만 그래도 아 직 그럭저럭 날카로와 보여 잘못하면 손이라도 벨 것 같은 칼이었다. 급하게 정 리하는 과정에서 여기저기에서 모인 잡동사니 중의 하나인 모양인데... 그런데 문제는 제경이 그런 도구로 뭘 어쩌려는 것인지......? -쫘좍!!- "!!!" "제경아!!" "꺄아!!"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어느 누가 말릴 틈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다. 제경은 주변에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뭐라고 소리지르는 걸 알았다. 짧은 비명 과 함께. 강제경의 손에는 조금 전 그가 흥미롭게 바라보며 집어든 작은 은색 나이프가 들려있고, 무대 뒤의 하얀색 대기실 바닥으로 파라락 소리와 함께 검은 실타래 가 후두둑 떨어져 내린다. 너무 쉬웠다. 너무나 쉽고 간단한 동작... 한손으로 모아쥔 뒷머리채가 손목의 준 힘 한 번 으로 이리도 쉽사리 끊어졌다는 것이 허탈할 정도다. 하지만 주변은 그 한 소년 이 아무 예고없이 저지른 그 사건으로 인해 소리없는 경악이 일어나 잔잔한 수 면 위의 파장처럼 일파만파 멀리 퍼져만 갔다. 제경은 세상에서 자신을 가리고 있던, 숨겨주던 머리털이 사라지자 믿을 수 없 을만큼 시원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자신의 머리 속마저도 더 없이 맑게 비워지는 것도. '이렇게 간단한 것을... 그런데 그동안 왜 그리 힘들어 했을까?' 제경이 사람들이 놀랜 틈을 타서 앞머리까지도 순식간에 정리해 버리고 씨익 웃으며 어색하게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 손이 쓸고 지나간 얼굴 밑으로 가려져 있던 강제경의 눈동자가 마침내 드러났다. 밝은 조명에 커튼이나 차양막없이 고 스란히 그 빛을 받는 제경의 눈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건 아주 시원하 게 웃고 있다. 매우 홀가분하게. 행복한 얼굴. "아줌마, 전에 내가 아줌마가 쥬디를 닮았다고 한 적 있었죠?" 약간 굳어진 혜영의 얼굴을 힐끔 살피며 제경이 조용히 말을 이어갔다. "쥬디는....." 어색한 듯 웃는 선한 두 눈이 들쑥날쑥하게 짧아진 앞머리 아래에서 시원하게 빛났다. 그 눈은 예상외로 반항적이지도 날카롭지도 않은 평범한 눈매. 그러나 깊은 샘과 같은 느낌을 주는 눈동자를 하고 소년이 생각지도 않은 발언을 했다. "우리 엄마예요." 그러면서 자신의 가슴 한가운데를 찌르듯 가리키는 손가락. "여기에.... 항상 여기에 계세요." 어떤 사람을 가슴에 묻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진 모를 사람이 없었다. "아줌마에게서 쥬디가 보였던 건....어머니였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어머니같지 않은 어머니. 쿡쿡쿡... 험한 일을 했지만 언제나 생기발랄함을 잃지 않고, 새로 염색한 금발머리가 예쁘다고 말해주지 않으며 하루 종일 삐쳐 있었죠. 내가 담 배 피는 걸 끔찍하게 싫어 하면서 자신은 골초인데다가... 엄마라고 부르는 것 보다 '쥬디'라고 부르는 것이 더 예쁘고 낭만적이라나? 헤! 그래서 전 어릴 땐 '쥬디'가 '엄마'라는 뜻인줄 알고 자랐다니깐요? 그리고 항상 사고부터 치고나 서 나한테 그 수습을 떠맡겼구요... 다정하다가도 갑자기 돌변해서 뒷통수를 치 질 않나.... 어흐~ 나참, 이거 생각해보니 새삼스레 점점 더 열봤네? 에휴~ 뭐 어쨌든," 돌아가신 어머니 이야기를 하는데 저렇게 밝게 말할 수 있는 걸까? 뭔가 자신 을 속박하는 어떤 것에서 벗어난 듯 한데.... 장혜영은 어리둥절해져서 제경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제경은 그런 그 녀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 눈까지 밝게 웃는 그 아이의 얼굴은 그 어느때 보 다도 자유롭고 거침이 없어 보였다. "「쥬디」... 지금까지 그 이름이 날 버티게 해주었고 지켜주었어요. 그리고 이 제부터 제 이름은 다시 '제이'가 될거예요." '강제경'이라는 이름은 성전재단에 스카웃되어 들어오면서 주로 사용된 이름 이다. 반면에 '제이'라는 이름은 쥬디와 바닷가 선술집에서 생활할 때 쓰던 이 름. '이제 난 다시금 '제이'로 돌아간다.' 제경, 아니 제이가 되어 환하게 웃었다. 혜영은 제경의 그 얼굴에서 그 아이가 곧 훨훨 날아올라 이 성전특고를 떠날 것이란 걸 예감했다. 섭섭하다. 하지만 또 기뻤다. 그런데 그때를 맞춰 방송에서 마지막 발표자인 강제경의 이름을 호명한다. "약속대로 이번엔 진짜 내 피아노를 보여줄께요. 아줌마." 그리고 하늘에서 내 연주 꼭 들어야돼 쥬디....아니, 엄마.... 내가 가장 사랑했고, 가장 그리워 했던 사람이지만.... 그만큼 내가 가장 미워했던 여성. 성전특고에 입학하기도 전에, 성전재단에 스카웃되어 길러져 오고 있던 몇 년 전이 생각이 났다. 그때 쥬디에 대한 감정을 미움과 증오라고 다짐하면서도 한 없이 아련해지고 그리운 것에 혼란을 느끼고 망가져 있을 시기... 그 시기에 우 연히 발견했던 <시티 오브 조이>가 회상되었다. 미성년자 주제에 엉망이 되어 술주정을 부리며 깽판을 놨었는데... 하지만 그때 아사미에게 걸려 완전히 떡이 될 뻔했다가 발견한 고물 피아노. 그 한때, 무기력함에 자포자기하느라 성전의 영재교육에도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던 내게 왜 그 고물 피아노가 그리움으로 다가왔는지 지금도 잘 알 수가 없다. 사토우 아사미라는 일본계 바텐더 청년에게 멱살이 잡혀 거리로 내팽겨쳐 질 위기에서도 피아노로 못박혀 움직이지 않았던 애절한 시선. 그것을 본 어떤 험상궂게 생긴 털보 아저씨가 아직 혈관 속을 뛰노는 익숙치 않은 알콜성분으 로 정신이 맑지 못한 나에게 따뜻하게 한 마디를 건냈었다. 《저 피아노 쳐보고 싶니?》 《.........》 멍하니 쳐다만 보았다. 내게 왜 이렇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죠? 《왜 그러니? 말할 줄 모르냐? 아까 난장판 칠 때 보니까 목소리도 짱짱한 것 이 꽤 괘안터니만... 쯧쯧, 그새 말하는 걸 까먹었나?》 《마담, 그 자식한테 왜 그래요? 그 놈이 뭐, 버려진 강아지라도 되는 줄 알아 요? 그만두라구요. 그렇지 않아도 마담이 주워온 집없는 개, 도둑 고양이로 가 뜩이나 뒷뜰이 정신없는데... 사람까지 들여놀 자리 없어요.》 이국적인 일본계 청년이 성전에서 지급한 유명 브랜드 옷을 입은 내 모습을 위 아래로 훑어 보면서 냉랭하게 말하는 것이 들렸었다. 그러나 그때 들었던 생 각은 왜 저 아저씨를 마담이라는 이상한 호칭으로 부를까 하는 것 뿐이었다. 《아사미, 그렇게 말하지 마라. 이 아이는 마음을 다친 거야.》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싶으신 거겠죠. 저 녀석은 그냥 흔한 동네 양아치일 뿐이예요, 마담!》 《.......정말 만져봐도 되요?》 《엉?》 털보 아저씨와 일본계 청년이 티격태격할 때 조용히 물어본 말. 《......정말 피아노 쳐봐도 될까요?》 그렇게 해서 처음으로 만져본 <시티 오브 조이>의 피아노. 성전재단에서 제공 한 최상품 피아노보다도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그 낡은 그랜드 피아노에서 처 음으로 또렷한 정신으로 피아노를 만지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었다. 그리고 그때 그 피아노에 앉아 즉흥적으로 누군가의 이미지를 그리며 연주한 짧은 곡조. 그 짧았던 즉흥곡은 얼마 뒤 한국 청소년 음악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게 된 창작 연주곡의 초기 이미지가 되었고, 그 이후 난 '천재'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런데, 처음엔 주정뱅이 아이가 하두 불쌍하게 바라보길래 달랠려고 허락한 것이었는데 놀랍게도 피아니스트 뺨치는 솜씨에 하바터면 오줌쌀 뻔 했다는 마 담 말리에. 그 사건을 계기로 난 곧 나를 지켜주고 있는 것은 그 누구도 아닌 피아노라는 것과 그것으로 인해 사랑받을 수 있는 나의 한 면을 깨닫고 자신을 추스르기에 이르렀었다. 아사미와 마담 말리에가 많은 도움이 된 것은 말할 것 도 없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인생을 걸고 진지하게 피아노에 빠져들고 싶다 생 각했었다. "그때 일이 지금 왜 갑자기 생각나는 건지 잘 모르겠어." 이제 한발자국만 더 내딛으면 성전특고의 피아노 전공자들의 발표회 무대가 펼쳐진다. 제이는 자신보다 앞서 저 위에서 최고로 빛을 발하고 들어온 민제후 를 생각하고, 승부를 생각하고, 자기 자신의 마음을 가늠하며 우두커니 서 있었 다. 사회자가 이름을 호명했음에도 나타나지 않는 제이의 모습에 당황하여 다시 소리 높여 이름을 부르는 것이 들려왔다. '내게 가장 소중한 마음이란...' 그 생각에 빠져들자 다시 떠오른 얼굴은 역시 '쥬디'다. 한때 '강미옥'이라는 이름의 가졌던 여자. 금발 염색과 싸구려 화장을 한 선착장 부둣가의 술집 여인. 하지만 언제나 여학생같은 순수함을 잃지 않았던 여성. 그래서인지 열정적이고 생동감있긴 해도 변덕쟁이여서 책임감은 많이 부족한 어머니였다. 철이 없었다고나 할까? 그녀가 아무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자신을 버려두고 하늘로 도망쳐 버린 날. 그 일이 성전재단에서 제이를 데려가고 싶다는 의견을 보내오고 난 뒤였다는 걸 알고 또 더없이 화가 났다. 그녀는 아무 미련이나 걱정도 없이 떠났을 테니 까. 아무 망설임없이, 생의 집착없이 편안히 내 곁을 떠났을 테니까. 누구 맘대로... 누구 맘대로 떠나냔 말이야! 이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놓고 자기 혼자만 편해지면 다란 말인가. 정말 항상 했던 말이지만 자기 멋대로였다, 항상!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 척박한 곳에서 제이에게 꿈을 심어주고 그의 마음 에 자유를 가르쳐준 이가 쥬디란 건 부정할 순 없다. '그래서 내 최고의 곡에 소제로 '내 마음의 자유'라고 이름 붙였지. 그리고 진 짜 제목은...' 제이가 비밀처럼 자신의 자작곡의 제목을 생각하며 빙그레 미소지었다. "하지만 난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자유로와." 이제 오늘로서 이 학교와도 인연 끝이니 더 이상 현실이라는 괴물에 질질 끌 려다닐 필요가 없었다. 제이는 지금 어떻게 이 자리에 서 있는지, 쥬디의 아들 이 얼마나 자랑스럽게 자랐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하나. 예전엔 한 번도 표현하지 못했지만 사실은 쥬디를 얼마큼 사랑했는지... '보여주고 싶어.' 넥타이도 자켓도 벗어던지고 신발조차 벗어버렸다. 단정히 묶었던 머리끈도 풀려 버린 머리. 아니다. 이젠 묶을만한 머리털도 남 아있지 않다. 스스로의 손으로 짧게 끊어버린 긴 머리칼. 제경으로서 자신을 틀 에 묶어두던 마음의 족쇄를 벗어버리듯 모든 것을... 흰셔츠의 소매마저도 팔꿈치까지 걷어올렸다. "........." 하지만 불발이 되었던 2주 전 발표회에서 장혜영에게서 받은 줄리본. 그것에 시선이 멈췄던 제이는 그것만은 집어들어 자신의 팔에 감아 묶었다. 그 리고 어깨를 펴고 숨을 크게 몰아 쉬며 당당하게 무대로 걸어나갔다. '쥬디, 나 정말 잘 컸지 않아?' 무대로 제이가 걸어나가자 관중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온다. 그런데 갑자기 술 렁거리는 사람들... 의례적인 박수마저도 그 웅성거림에 뚝 끊어지며 술렁댄다. 그 광경에서 느껴지는 모습은 날개를 붕붕거리는 꿀벌들이 모여든 벌통 같다. 제이는 그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저리 시끄럽게 붕붕대는지 알 수 있었다. 분 명히 자신이 무대로 나오기 전에 잘라낸 머리털과 맨발 탓일테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제이는 지금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이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니니. 예전에 단 한 번, 아니 두 번 연주해 봤던 최고의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다시 정식으로 제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번은 중간에 취소가 된 지난번 발표회의 베토벤, 나머지 한 번은 유리벽이 깨져 폐허가 되었던 대강당에서 연주했던 자 신이 만든 자작곡 '내 마음의 자유'... 그런데 그 두 번 중 첫 번째는 초반을 조금 치는 듯 하다가 멈췄으니 이 피아 노와 진짜 인연이 깊은 곡은 제이의 '내 마음의 자유'라는 자작곡인 듯 하다. 이 소년은 지금 '강제경'이 아니라 '제이 강'이 되어 자신이 만든 그 곡으로 그 피아노와 다시 한 번 더 만나게 된 것이다. "임마, 잘해보자." 소년이 깊은 빛깔을 뿜어내고 있는 명품 피아노를 살짝 손으로 쓸며 중얼거렸 다. "내 곡의 주제도 '삶(Life)'이다, 민제후. 사람마다 모두 갖고 있지만 다른 것 이지. 너의 삶이 마법이라면 나의 삶은......" 제이가 눈동자 속에 끝없이 펼쳐져 있는 파란 창공이 가득 담고 웃었다. "자유다." 그 순간, 제이의 양 손이 보석처럼 빛나는 새하얀 피아노 건반 위로 내려앉았 다. '누군가의 강요에 의해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니야. 돈과 명성을 위해서 음악을 하는 게 아니야. 거창하게 이름붙일 건 없어. 내가 피아노를 치는 이유는 단순 하다. 치고 싶으니까... 그냥 좋아하니까... 하지만 천재라는 화려한 포장지가 필 요한 인간들을 위해서 꼭두각시 인형이 될 생각은 추호도 없어!' 게다가 좋아하기 때문에 치는 피아노를 정말로 치고 싶은 곡을 칠 수 없게 된 다면 그 의미가 없어진다. 제이는 건반위에서 천천히, 육감적으로 움직이던 손가락이 한껏 가벼워질 수 있도록 마음을 다했다. 민제후의 피아노를 듣기 전에는 제후와의 대결과 연주 발표회, 앞으로의 진로 등이 가장 큰 관심사였고 목적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 니다. 그것들 중 어느 것도 현재 '제이'에게 시선을 끌어낼 수 없었다. 그것들 은 '강제경'의 관심사일 뿐 '제이'의 것은 아니었으니까. 제이의 관심사는 오직 자신의 가슴 속에서 타오르기만 할 뿐, 제대로 터져나오 지 못하는 음악세계. 자신이 사랑하는 피아노와 음악, 표현, 열정, 자유...... 소년이 마침내 자신의 날개를 활짝 펼쳤다. 즐겁게... 자유롭게... 나를 표현한다!! ...계속 (좀 질질 끌려지는 듯한 느낌이 드나요? ^^;;; 음.... 좀 더 정리를 하고 싶긴 한데 이게 한계인 듯. ??;; 우선 제경의 발표회 장면부터 써서 올려야 하니까요. '제이'로 돌아온 이 아이 가 자신의 곡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따뜻하게 지켜봐 주시길...^^ 그리고 제이의 과거 중 아사미와 마담이 서로 만나게 되는 부분은 외전으로 선 보이기 위해서 본편에서는 약간만 나왔어요. 외전도 예쁘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오홍홍홍홍~ 감쏴아~합니다!! 그럼 이만. =^.^= 냐냥~ ) << 뉴 라이프 (New Life) >> -137- [부제: 새하얀 미래를 위하여(1)] "이건 재즈?" 제이의 곡이 재즈로 바뀌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초전박살」 아이들은 얼마 전에 같은 자리에서 감탄 하며 감상했던 곡이라 금새 그것을 알아들었다. 하지만 점차 초반을 지나 전개 부로 들어가는 제이의 곡은 더이상 예전에 아이들이 들었던 그 곡이 아니었다. 같은 곡인데 다른 곡이었다. 철학적인 이야기같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예전에 들었던 곡은 철저한 클래식. 반면에 지금 현재 제이가 연주하는 곡은 클래식이긴 하나 재즈의 색깔이 상당히 짙은 독특한 장르로 변신한 새로운 음 악. 모범적이고 투명한 아름다움을 지닌 클래식이었던 천재소년의 곡이 매혹적으 로 변신하여 마치 항구 부둣가에서 선원들을 유혹하는 총천연색의 붉디 붉은 야화(夜花)들처럼 또다른 색의 옷을 입고 펼쳐진다. 캬라멜처럼 달콤한 끈적임과 박하사탕같은 상쾌함이 어우러진 파격적인 음색! 그리고 그때였다. "호오~ 저것도 제법인데?" "어엇?!" 아이들은 제경의 매력적인 연주에 넋을 빼앗기고 있다가 갑자기 옆에서 툭 튀 어나오는 장혜영 여사의 음성에 깜짝 놀랬다. 깜작 놀라는 아이들을 보고 장혜 영 여사의 입매가 생긋 붉게 웃는다. "재즈란 애드리브 음악이야. 즉, 어떻게 쳐도 좋다는 뜻이지. 그래서 같은 곡 이라도 칠 때마다 전혀 달라지는 것이 바로 재즈의 묘미란다." "재즈의 묘미?" 아무리 재즈 스타일로 바뀌었다고는 하나 너무나 달라진 제이의 연주곡에 아 이들은 의아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나타난 장혜영은 그들에게 명쾌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 때문에 답답하고 궁금한 점이 많을수록 장혜영 여사의 다음 말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아이들이 눈을 빛냈다. 그리고 그것에 보답하듯 장 혜영의 설명도 쉽고 간단하게 계속 이어져가고 있었다. "그래. 재즈 뮤지션들은 사람 냄새가 나는 소리를 내려 애쓰고, 자기만의 독특 한 소리를 내려고 애쓰며, 또 그렇게 받아들여지도록 애를 쓰지. 그들은 멜로디 를 improvise, 즉 즉흥연주하면서 리듬을 따라가는 거야. 즉흥연주는 자연 발생 적인 음악적 창의를 의미한다. 여기에서 제후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지. 지금 제경의 음악은 마치 우리가 말을 하는 것과도 같아. 우리는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말하는 바로 그 순간에 생각해 내고, 그러면서도 생각을 산만하게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잖아? 재즈 뮤지션들도 이와 똑같이 하는 거야. 바로 음악을 가지고서." 그때를 같이하여 장혜영의 눈동자가 무대 위를 주시하며 이채롭게 반짝였다. 그 시선이 꽂힌 무대 위에 존재하는 것은 빛의 실루엣을 이루는 한 명의 천재 소년과 한 대의 명품 피아노. 찬란한 조명을 받고 점차 무서운 속도로 관객을 흡입해 가는 그 광경, 그 소리에 장혜영의 얼굴도 점차 진지하게 변해가며 길어 진 설명을 마침내 조용히 속삭이듯 끝을 맺었다. "재즈 뮤지션들은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서 서로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거 지." 그러는 의미에서 강제경에게 재즈와 클래식이 함께 공존하는 이런 퓨전음악이 가장 잘 어울릴지도...... '하지만 지금 제경의 무대 위에는 저 아이와 함께 대화를 이끌어갈 상대가 없 다. 대화 상대가 없는 외로운 언어(言語)가 대체 어디까지 공감을 부를 수 있을 까? 이대론 곧 벽에 부딪힐 터인데......' "정말 옳은 선택을 한거니, 제경아?" 나직히 읊조리는 혜영의 말소리가 완벽히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그녀의 미간 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렇게 여러 친구들과 주변 사람들의 감탄과 걱정, 놀람, 자유와 빛 속에서 제 이의 피아노는 의연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 둘 풀어놓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봐, 학생들. 우리가 뭘 좀 물어보려 하는데 말이야..." 한편 그때, 어떤 장소에서는 처음보는 어떤 일행이 악기를 정리하는 학생들에 게 다가가 말을 걸고 있었다. 그곳은 발표회장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어느 음악 동아리 서클룸. 예술전공 연구 발표회를 겨냥하여 자신들의 동호회를 알리고자 밴드 공연을 마친 아이들 이 회원들끼리 즐겁게 컵라면을 끓여 먹다가 자신들을 부르는 그 소리에 뒤돌 아 보고 깜짝 놀라고 있었다. "푸하하~ 누구야? 누가...... 히익! 딸꾹!!" 학생들이 자신들의 눈을 의심하며 입을 딱 벌리고 돌처럼 굳어 버렸다. 그 바 람에 입에 들어갔던 컵라면 면발이 다시 나오는지도 모르고. 아이들 눈을 놀래킨 것은 하나같이 거대한 덩치들. 입구를 막아선 그들의 다리 한쪽과 팔뚝 하나가 왠만한 여자 허리만큼 두꺼워 보인다. 게다가 우락부락해 보이는 인상이 험한 일을 하는 노동자 같기도 하고, 또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모두 다 그런 사람들만 눈에 띄는 것은 아니었다. 평범한 체격, 보통의 키, 그리 나쁘지 않은 인상을 가진 어른들도 보인다. 하지만 입구를 막아서며 맨 처음 들이닥쳤던 그 아저씨들에 대한 인상이 너무 강해 아이들의 무서움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더군다나 비교적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어른들은 각기 다른 눈과 머리색을 가진 외국인들이다. 지금 예술관 대강당 안에서 제이라는 소년이 피아노만으로 독특한 느낌의 색 깔을 전하고 있는 이때, 갑자기 등장한 이 색다른 인물들은 누군지... 이들이 어 떤 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밴드부 활동을 하는 아이들은 존재만으로도 무언의 압력을 행사하는 그 덩치 큰 외국인 아저씨들에게 잔뜩 쫄아서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꿀꺽...저, 무슨 일...이시죠?" "아까 밴드 공연했던 학생들이지?" "네? 아, 네!" 서클에서 활동하는 학생들은 일명 '부탁'이라는 걸 해오는 인물들의 모습을 보고 바짝 얼어 붙었다. 학생들 앞에 서 있는 인물들은 <시티 오브 조이>의 우 락부락한 장정들과 밴드, 그리고 어떤 이국적인 매력인 강한 일본계 청년이었 다. 바로 '사토우 아사미'. 허나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의 그가 앞으로 나서며 상냥하게 물었어도 어쩐지 은근히 압도되는 분위기에 아이들은 여전히 움추려 들었다. 아사미가 아이들이 겁을 집어 먹은 것을 눈치채고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정중하게 요청한다. "놀라게 했다면 미안하다, 얘들아. 다만 내가, 아니 우리가 부탁이 하나 있는 데 말이야..." 의아한 표정을 떠올리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아사미 군이 방긋 웃으며 입을 열 었다. "뭐 몇가지만 잠시 빌려줄지 않을래?" 성전특고 예술관 대강당. 아름다운 건축구조와 예술적인 이미지를 가득 담고 있는 그 공간에 지금 클래 스B 전공연구 발표회가 열리고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몇 주전에 끝났어야 할 교내 행사였지만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으로 인해 오늘까지 미루어진 행사. 하지만 우연히 미루어진 행사에 맞추어 성전특고 재단 이사인 세계적인 피아니 스트 장혜영 씨의 귀국으로 인하야 한층 더 수준 높은 발표회로 거듭나게 되었 으니....오히려 성전특고의 입장에서는 춤이라도 추고 싶을 만큼 전화위복이 된 사건이었다. 그리고 바로 지금 성전특고에서 자랑스럽게 길러내고 있는 음악 영재들이 세 계적인 마스터들 앞에서 그 실력과 수준, 가능성 등을 평가받고 있었다. 혹시라 도 이 학생들이 그들에게 박수를 받게 된다면 성전특고는 단번에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음악 명문 학교로 발돋음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학교 관계자들로서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마침 그 들의 기대를 충족해 줄 수 있을만한 인재가 조금 전에 막 마지막 순번으로 무 대 위에 나타났으니... 꿈은 더욱 커지고 부풀어져 현실로 다가온 느낌이었다. 아니, 정말 현실이 되기 일보 직전에 있었다. 바로 국제 주니어 피아노 콩쿠르 에서도 1위를 했던 '천재'라고 불리는 소년이 있기에. 남은 것은 천재의 모습 을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마스터들에게 확인시켜주는 일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어지럽게 풀어헤쳐진 교복차림과 맨발, 짧아진 머리칼로 나타난 그 천재의 모습! 그 모습에 학교 관계자들은 경악했지만, 곧이어 그 소년이 피아노에 앞에 조용 히 앉는 것을 보고 간신히 화를 가라앉히며 무대를 노려보았다. 저것으로 반항심을 내보인 것인가? 어떻게 외국에서 손님을 모신 자리에 저렇 게 버릇없이 나올 수가 있단 말인가? 어쨌든 지금 당장 어쩔 수 없는 특고 운 영이사들이기에 나중에 따끔하게 경고를 주겠다고 이를 갈며 벼를 뿐이다. 하지만 그들은 충분히 잘 알아듣게 설명한 만큼 저 어린 놈이 잘 처신할 거라 고 믿었다. 강제경이라는 학생이 자신들의 뜻을 받아들일 거라고 추호도 의심하 지 않았다. 만약 반항한다 싶으면 길바닥에 나앉게 될테니까. 신상기록에 보면 강제경은 철저하게 연고자가 없는 천애고아였다. 게다가 아직 세상을 혼자 살아 가기엔 어린 나이인 열 일곱. 그런 아이가 이 이상의 반항따위를 할만한 배짱이 어디 있을까? 게다가 그들의 뜻을 따르는 것이 학교를 위해서도 좋고, 그 아이 의 미래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니... 잠시 복잡하게 얽혀들었었지만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성전특고의 교장과 운영 이사들은 그제서야 특별석에 느긋히 앉아 천천히 손을 건반위로 내려뜨리는 '천재'를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반항 따위가 아니야. 단지 내 마음의 자유를......' 자신이 쥬디와 함께 하던 시간에 간혹 가졌던 즐거운 시간. 그 시간에 함께 했 던 것은 재즈였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 장르는... 당시에는 지긋지긋하고 짜증나게 싫어했지만 세월이 흘러 최고의 엘리트가 되어 성전재단의 후원을 받 는 특고생이 되어서 아련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재즈는 자신과 거의 동격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일체감을 느끼게 했다. 이 발표회는 나 자신을 찾기 위한 무대... 그렇다면 헛점이 있더라도 나는 나 자신에게 충실하게 재즈를 선택해야 했다. 물론 피아노 한 대만을 이용한 클래식과 재즈의 퓨전 음악은 조금 아쉬움을 남 기게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렇더라도 나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 는다. 제이는 그런 상념 속에서 자신의 손가락 하나 하나에 마음을 담고, 의지를 담 고, 영혼을 담아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 제이는 건반 위에서 손가락들이 춤을 추다가 어딘가에서 자신의 피아노에 화 답하듯 들려오는 익숙한 느낌의 악기 소리에 멈칫하며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던졌다. 낯설지 않은 느낌이다 싶었더니 들려오는 익숙한 이 악기 소리는... '색소폰?!' 또 이토록 색소폰을 능숙하게, 익숙하게 다루는 사람은 제이 주변에 단 한 사 람...... "혹시 아사미!!" 역시 사토우 아사미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밖의 드럼과 베이스. 순박하고 소탈한 <시티 오브 조이>의 식구 들... "아..." 어쩔 줄 모르겠다는 느낌으로 제이의 입에서 짧은 단발마가 터져 나왔다. 그러 나 그 순간에도 서로 멈추지 않고 번갈아가며 소리를 맞춰가는 피아노와 하나 하나 개성이 강한 악기들. 언제 나타났는지 눈치채지도 못했었는데, 정말 재빠 른건 <시티 오브 조이>의 식구들답게 재주도 좋았다. "어이, 제이. 우린 한 팀이잖아! 그런데 의리없게 이렇게 좋은 공연장에서 혼 자서만 연주하려고 했었다니! 용서할 수가 없어~!" "모두들...." 제이가 감격해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만 천천히... 미소와 마음을 담아 피아 노로 대신 화답하고, 자신의 느낌과 기분을 음악(音樂)이라는 장치를 이용해 순 간 순간을 표현해 내기 시작했다. 자신을 지켜봐 주는 이 모든 사람들에게 고마 움을 담아...... 재즈는 즉흥연주! 애드리브 음악! 사람이 대화를 할 때 미리 준비한 말만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 강제경, 그리고 제이는 지금 자신의 마음을 음악이라는 언어로 말하고 있는 거다. 자신이 클래식이라는 틀로 가둬두었던 곡을 해방시키며... 틀을 깨고... 즉흥적으로 자신의 색을 입혀... 음(音)과 자신이 하나가 되어 공연장을 가득 채운다. ...계속 (^^ 발표회가 거의 끝나가는군요. 누가 이기는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뭐, 다들 잘 되겠죠. 아하하하~;;; 아참, 그리고 제 글에서 다른 만화에서 느꼈던 느낌을 받는다고 하시는데...음, 뭐라고 해야 할지... 나중에 보니 설정이 좀 비슷하다고 저도 느껴지더군요. 하 지만 베꼈을리는 만무합니다. 제가 천리안도 아니고 제 개인적인 감정을 풀어쓴 음악 내용이 다른 책과 똑같을리 있겠습니까? ^^ 패러디도 뭐도 아닙니다. 전 저의 '뉴 라이프' 세계를 쓰고 있는 것이고 그 만 화들은 그 만화들만의 세계를 그리고 있겠지요. 우연히 이 부분이 자연스럽고 무난한 스토리 전개이기에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지만. 뭐, 그래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건 결코 어떤 다른 작품들을 보고 베끼 거나 도용하는 짓은 안했다는 것입니다. 또 글에 등장하는 피아노 곡들이 또 다 른 어떤 만화에서 나온다고 하셨는데.....그 부분에 대한 해명은....제가 아는 곡 이 너무나 대중적이기 때문에 그렇다는...크흑!! ?? 전 제가 좋아해서 평소 즐겨 듣는 곡들과 유명한 곡을 사용했을 뿐이죠.) << 뉴 라이프 (New Life) >> -138- [부제: 새하얀 미래를 위하여(2)] '제경이의, 아니 '제이'의 생각과 느낌을 온 마음으로 느낄 수가 있어. 지금 제이에겐 음(音)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언어, 말인 거야.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 이게 하는 위트와 즐거움,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슬픔과 해학. 저 어린 나이에 마치 세상을 다 겪은 노인과 같이 풍부한 깊음을 가지고 있다니...' "...굉장하다. 제이, 넌 역시 굉장해. 아하하..." 4명의 쿼텟(quartet)!! 연주자의 수에 따라 솔로(solo), 듀오(duo), 트리오(trio)로 구분되는 연주형식 에 따르면 지금 제이의 무대는 피아노와 색소폰을 중심으로 하는 쿼텟이었다. 무대 위가 잘 보이는 곳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제후는 그 넓은 대강당을 압도 하는 '강제경', 또는 '제이 강'이라고 불리는 천재소년의 카리스마와 재능에 감 탄하고 있었다. 제후의 피아노가 이상적인 빛과 환상을 보여줬다 하면, 제이의 피아노는 솔직하게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참된 인생. 단순히 '아름답다'라고만 표현할 수 없는, 사실적인 삶과 진솔한 깊은 슬픔에 서 감동을 주고 있었다. "대단해! 민제후와 비견될 정도로...아니, 어쩌면 더 넘어설지도 몰라!! 와아~" 제후에게 멀지 않은 곳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민제후 는 그 소리를 듣고 천천히 환한 미소를 떠올린다. 누가 들어도 라이벌이 자신보 다 훨씬 뛰어난 연주를 들려주고 있다는데, 그런데 찌푸리거나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기뻐하고 즐거워 하는 모습이라니... 하지만 그 순간에도 제이의 피아노는 이해할 수 없는 제후의 그 얼굴을 감싸 며 계속해서 색소폰과 대화를 나누듯 흘러간다. 제이(Jay)... 하늘이 내린 재능. 신의 축복속에 악마적인 느낌을 살려냈다. 재즈의 독특함 속에 살아있는 위험스런 붉은 유혹과 기교... 신(神)에게 반항하는 듯한, 음률이 청중사이 구석구석 뚫고 들어가 인간의 감춰진 욕망과 은밀한 어둠을 달콤하게 자극한다. 이미 모두 알고 있다시피 그것은 제이가 직접 작곡했다는 곡이 틀림없었다. 그 리고 이미 한 번 민제후 일행들은 폐허가 된 대강당에서 노을 속에서 펼쳐진 그 곡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다를수가......그때는...... 민제후의 곡의 주제 '삶'과는 완벽하게 대조적인, 그렇기 때문에 확연히 비교 되는 가운데 더욱 당당하고 뚜렷하게 펼쳐지는 천재의 재능! 신이 내린 축복의 재능이 아이러니하게도 악마적인 힘을 여과없이 발산한다. 더군다나 재즈라는 독특한 장르의 느낌은 거부할 수 없는 매혹(魅惑)... 그리고 찌르는 듯 아픈 고통과 제이의 지난 삶들이 주었던 시리도록 차가운 외로움, 비 굴함, 더럽고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치욕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가볍게 받쳐주는 베이스와 드럼의 배경 위로 재즈의 색을 화려하게 입은 클래 식 피아노가 색스폰과 커뮤니케이션하며 관객들을 그러한 유혹의 늪으로 빠뜨 리고 있었다. 무아지경에 빠져 인간세상과 단절된 제이는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 음(音), 소리, 자유, 그 자체가 제이였고, 제이가 곧 음악이었다. 고통이 있기에 환희를 더 절실히 느낄 수 있다! "제이... 넌 진짜로 강하구나. 넌 정말 강한 아이야." 제후가 아직 감각이 완전히 돌아오지 않은 팔을 추스리며 무대로 더욱 가까이 다가가 자신의 음악세계에 푹 빠져있는 천재의 형상을 눈에 가득 담고서 중얼 거렸다. 자랑스러움이 그 눈에 가득했다. '그래... 그래야지! 처음부터 그랬어야지!! 짜식, 역시 넌 '제이'일 때가 제일 멋있어!! 아하하하하!!' 민제후가 피아노와 하나가 되어 세상에 자기의 음악세계를 펼치는 제이를 바 라보며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렸다. 이리 저리 돌고 돌아왔지만 결국엔 모두가 제자리를 찾은 듯한 뿌듯함이 밀려왔다. 너무 기뻐 눈물이 날 정도로 웃음이 그 치질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아무리 미쳤냐는 얼굴로 쳐다보고 있다 해도. 가슴이 탁 트이는 이 해방감을 뭘로 표현해야 할까? 그리고 마침 그 때를 맞춰 대강당을 한가득 포옹하는 제이의 음률이 아사미의 색소폰과의 어울림을 더욱 절정으로 이끌고... 마침내 열정적인 라스트와 함께 제이의 손가락이 폭발하듯 피아노에서 탈출했 다!! 강렬한 마지막 음표의 끝과 함께 땀에 젖은 머리칼 사이로 제이가 눈을 번쩍 떴다. ...정적이 자리잡았다.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천둥소리마냥 크게 울릴 것 같은 고요... 멍하니 넋나간 침묵. 그런데 곧...... -파아아아~~!!- 파도 소리인가, 박수 소리인가? 하나 둘로 시작됐던 박수가 어느 순간 갑자기 파도처럼 일어나 갈채가 되어 쏟아졌다. 청중들이 해일같이 일어나 한국에서 태어난 천재 피아니스트를 향해 온 마음을 담아 사랑과 찬사를 던지고 있었다. 감동받은 청중들의 진지한 사랑 이 담긴 찬사! 예술관에 가득차 있던 사람들이 모두 다같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었 다. 그들이 무대 위로 던지는 꽃. 마치 꽃이 비가 되어 내린 듯 피아노 앞의 무 대는 꽃들로 뒤덮였다. 감동이 객석을 휩쓴 것이다. 인기도의 측정 같은 소녀들의 째진 비명 소리는 없다해도 해일처럼 파도를 일 으키며 하나 둘 관중들이 일어서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연주 자체보다 그 연주가 전해진 감동에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홀릴 것 같은 매혹적인 초반 연주에 이어 고통과 기쁨, 슬픔과 환희의 교차를 전해준 인간의 삶. 그것에 감동한 청중들이었다. "아......!!" 그제서야 제이도 제 정신으로 돌아왔다. "내가...해냈어? 아하...하...정말로 해냈어?" 내 생애 가장 최고의 무대였다. 한점 후회없이 자신을 담아낸 자신만이 피아노. 나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 고 풀어낸 영혼의 연주. 그것이 비록 정통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상관없어. 틀과 교양에 메여 본질을 잃을 필욘 없는 거야. 제이가 뭔가가 떨어지는 느낌에 뺨을 쓸어보니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하하하...하..흐흑......" '왜 눈물이 나는 거지? 하지만 도무지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너무나 기쁜데 도 너무나 서러워. 부끄럽게 생각했던 나를 한점 남김없이 까발린 이 무대가 이 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환호를 받고 있다니...' "허헝...엉~" "제이!! 짜식, 너 굉장했어!! 정말 멋졌어!!" "부라보, 제이!" "Excellent!!"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제이가 쏟아지는 갈채속에 일어서서 무대 한가운데서 울음을 터뜨리고 있자 <시티 오브 조이> 식구들이 뛰어와 그 작은 천재 소년을 덮치듯 끌어안고 같이 울고 웃었다. 훗날 세계 최고의 퓨전 뮤직 아티스트가 된 마스터 제이 강은 그날의 무대를 이렇게 표현한다. 태어나서 가장 서럽게, 그렇지만 가장 후련하게 울었던 하루였고, 자신의 생애 에서 그보다 더 감동적인 순간은 없었노라고. 그리고 그날 자신이 무엇을 위해, 무엇을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 깨닫게 된 가장 멋진 날이었다고 말한 다. 또한 그 무대가 자신의 가장 진실한 마음의 벗이자 평생의 라이벌과의 피아 노로서는 마지막 대결 무대였다고 말이다. 하지만 제경이 이런 말을 하게 되는 건 아직은 좀 더 훗날, 아주 먼 훗날의 일 이었다. * * * 성전특고의 예술관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울린다. 갈채와 박수, 감동과 찬사가 수백명을 수용하는 거대한 콘서트홀을 넘치며 그 것들이 그 공간 전체에서 내려다보면 미미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하나의 작은 인영에게 한꺼번에 향하고 있었다. 모두 하나같이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객석. 세계적인 피아니스트가 내한하여 공연한 무대도 아닌데 이런 상황이 벌 어진 건 정말 의외이고 놀랍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어쨌든 이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오늘 클래스B의 전공연구 발표회의 최고 우승자는 강제경, 아니 제이라는 걸!! "아~ 이런이런! 예상은 했지만......정말 엄청난 참패인걸." 제후가 <시티 오브 조이> 밴드 사람들과 얼싸안고 울고 웃는 제이를 멀리서 바라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저 수많은 청중들을 단번에 사로잡아 반하게 만든 하늘이 내린 재능과 실력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하지만 민제후는 역시 민제후. 한예지와 신동민, 진행위 원들과 장혜영 여사까지 있는 자리에서 자신의 패배가 확실한 가운데 내뱉은 말은 호쾌한 웃음과 함께 다음과 같았다. "그런데 제이, 울다가 웃으면 어디어디에 털난댄다. 냐하하하~" 그리고 다들 그 말에 '주륵'하고 미끄러질 뻔 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계속 (한회만 더 나가면 이번 챕터도 끝이 나는군요.^^ 이번 챕터는 좀 짧습니다. 마지막 하나가 자정 전에 올라갈 수 있을지, 넘길지 는 잘 모르겠네요. 냐하~ =^.^= ) << 뉴 라이프 (New Life) >> -139- [부제: 새하얀 미래를 위하여(3)] "배은망덕한 것!" "크흠!!" 성전특고의 교장과 운영이사들이 떫은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대강당 밖으로 나갔다. 헛기침과 찌푸려진 눈쌀로 제경을 바라보는 것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재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윗사람에게 고분 고분하지 않은 제경이 마음에 안든다는 뜻인가 보다. 특고의 관계자들은 성전특고가 클래식 음악의 최고 레벨의 교육학원으로 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날아가버린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려 들지도 않고 다들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리고 또 다른 한편, VIP 특별심사위원석. 그곳엔 특별 초청된 명사들 중 최고로 주목을 받는 인물들이 그곳에 있 었다. 리비터 마카로브 교수, 그리고 알프레드 파웰이라는 두 인물. 그 중 희긋한 갈색머리에 무거워 보이는 안경을 쓴 노교수가 환성의 도가니가 된 공연장을 미소 띈 얼굴로 바라보고 있으려니 검은 머리의 녹색눈이 인 상적인 청년이 피식 웃으며 그 노교수를 향해서 입을 열었다. "교수님. 저 다시 공부하겠어요." "뭐? 알프레드?" 리비터 마카로브 교수는 뜻하지 않게 발견하게 된 다이아몬드 원석을 어 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던 중에 옆에서 들려온 제자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 렸다. 음악계에 혜성처럼 떠올라 지금까지 그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최고 기 량의 피아니스가 지금 다시 공부하겠다고 말한다. 다른 어떤 것도 아닌 학생 발표회를 보고서 말이다. 그것도 한국이라는 동양의 작은 반도국, 일본의 4분의 1밖에 안되는 작은 나라의 학생 발표회를 보고서 한 결심 이라니... 마카로브 교수는 자신의 최고 수제자 중의 하나인 그 청년을 그것이 무 슨 의미냐고 묻듯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검은 머리의 청년이 에 메랄드처럼 반짝이는 눈에 잔잔한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전 오늘 저 아이들을 보고서야 제 시야가 좁았다는 걸 통감합니다. 물 론 아직 객관적인 평가를 내린다면 제 실력이 저 아이들보다 못한 것은 아닙니다. 아니, 오히려 몇 배 뛰어나겠죠. 하지만 저 아이들은 피아노에 마음을 담을 줄 압니다." 관중들의 환호 속에 울음을 터뜨리고 사람들에 둘러싸여 울고 웃는 제이 를 바라보며 알프레드 파웰이 따뜻한 눈으로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인간의 기쁨과 슬픔, 아픔과 외로움, 생에 대한 집착과 세상을 향해 뻗 어나가고자 하는 푸른 의지. 그리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훗! 이 길 수 없어요. 진정한 감동은 손가락 기교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저 아이들이 깨닫게 해주는 군요. 전 그동안 약간의 칭찬으로 좀, 아 니 아주 많이 자만하고 있었던가 봐요. 캐롤린 선배도 그걸 저에게 가르 쳐주고 싶었을까요?" '알프레드 파웰'. 그 이름이라면 젊은 세대들에게 특히 어필하고 있는,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톱 클래스의 피아니스트! 장혜영 여사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초 청한 VIP인사 중 하나. 그녀가 초청한 특별심사위원 중 가장 나이가 적은 최연소 위원이었지만 그 이름을 듣는다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할 만한 혜성같은 연주가다. 마카로브 교수는 지금도 정상에 가까운 자리에 있건만 그렇게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애제자를 보고 한층 더 성장한 것 같은 그 모습에 대견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겉으로는 별 표를 내지 않고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허... 아니지. 그 아이는 단지 널 약올리고 싶었을까? 아마도 그럴 거다. 그리고 만약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넌 덤이야." "에? 교수님, 너무 잔인하신데요? 이래뵈도 유럽에서 명성을 떨치는 피 아니스트라구요. 그런데 단지 '덤'이라니. 으윽!" 너스레를 떠는 알프레드를 바라보는 마카로브 교수는 그 청년의 모습에 서 녹색눈에 검은 머리의 작은 꼬마가 보이는 것 같아 눈가에 미소가 묻 어났다. 지금은 당당한 청년이 되었지만 왠지 지금은 항상 캐롤린에게 당 하고 엉망이 되서 징징대며 기숙사로 돌아오던 어린 소년이 눈에 선하다. 하지만 전세계의 사람들은 이 노교수에게 사랑하는 제자가 잠시 더 머물 게 됨으로서 그들이 사랑하는 최고의 피아니스트 한 명을 한동안 볼 수 없게 될 터였다. "...괜찮으냐?" "후후, 자꾸 왜 그러세요? 저 퇴보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로 저 자신 을 위해서예요. 지금보다 더 멀리 뛰기 위해서 한숨간 움추리는 개구리같 다고 할까요? 그리고......한참이나 어린 직속후배에게 질 수 없잖습니 까?" 마카로브 교수 무슨 소리냐고 눈썹을 치켜올린다. 그 모습에 알프레드 파웰은 빙글빙글 웃으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 * * 와아아아아아아― 쉽게 그치지 않는 함성. "굉장하다, 그렇지?" 예지가 제후와 동민에게 다가와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하지만 주변이 워낙 떠들썩하여 그렇게 목소리를 높여도 별로 그리 크게 들리지 않는다. "자 봐. 내 말대로 오늘 진짜 최고의 날이 됐잖아." "뭐라고?" 예지는 무대 위에서 하염없이 울고있는 제이에게 못박힌 듯 시선을 돌리 지 않던 제후가 고개를 들자 그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고 반문했다. 조금 전까진 배를 잡고 웃어제끼면서 황당한 말로 주변인들을 다 넘어지게 하 더니 이번엔 갑자기 진지해진 모습? "저것이 진짜 마법이 아닐까? 현실에서도 인간은 얼마든지 마법을 부릴 수 있어. 내가 그랬잖아. 삶은 마법의 연속이라고." 하지만 제후는 눈을 동그랗게 뜨는 한예지의 모습은 아랑곳하지 않고 뒤 돌아서서 앉을 수 있는 자리로 몸을 옮기면서 화사하게 웃는다. 예지는 급변하는 민제후의 모습에 어리둥절하고 황당하여 어찌할지 모르고 있으 니 그때를 같이하여 그들이 있는 곳으로 오늘의 최고 스타가 다가오는 것 이 보였다. 스포트 라이트를 받던 무대에서 내려와 아이들이 있는 무대 뒷편으로 걸 어오는 제이의 모습. 풀어헤쳐진 차림과 얼굴의 눈물자국과는 대조적이게 당당하고 확신에 차있다. 더 이상 그 소년의 눈에는 불안이나 공허함이 자리잡고 있지 않았다. 무대 뒤로 들어와서도 사람들의 축하와 격려를 받으며 제이가 민제후가 있는 쪽으로 다가와 제후의 바로 앞에서 발을 우뚝 멈췄다. 서로를 뚫어 지게 바라보던 제이와 민제후 사이의 긴장감. 하지만 그 불안한 공기는 제후가 악동같은 얼굴로 씨익 웃으며 손을 흔들면서 어이없이 깨졌다. 그리고 제이도 민제후의 그 얼굴을 보고 '역시 민제후군'이라고 중얼대 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 지금에서야 알았어. <시티 오브 조이>에 가서 캐논을 치고 난 후면 난 바다와 안개를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했지. 정말 아름답다. 저리도 자 유로울 수 있다니... 경외감마저 느껴지는 자연의 힘... 그런데 그것에 비 해 인간은 더럽고 추악하다고." 제후뿐만이 아니라 「초전박살」의 멤버들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제이 가 그 어느때보다도 밝고 자유롭게 트인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렸던 것 같아.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다도, 안개도, 자연도 아니야. 바로 인간이야. 인간은 그 작은 몸으로 끝을 측정할 수 없는 꿈과 마음, 의지를 품고 자신을 펼쳐낼 수 있었어. 물론 걔중엔 편 협하고 세속에 찌든 추악한 모습의 인간도 있지만..." 함성과 박수소리가 드디어 잦아들기 시작하기 때문일까? 제이의 확신에 찬 밝은 목소리가 더욱 강하고 힘차게 들려온다. "난 이제 알아. 꿈을 꿀 수 있는 건 '인간'뿐이란 걸. 인간이기에 꿈을 꿀 수 있다는 걸 말이야. 그래서 아름답고 무엇이든 이룰수 있다는 것 도." 이제는 그늘을 찾아볼 수 없는 투명한 제이의 영혼. 이젠 정말 누구도 이 아이의 앞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길을 막으면 날아올라 넘어 설 테니까. "뭐야, 이거? 조금 비슷하게 보일까 잔머릴 좀 굴렸더니 단번에 업그레 이드 버전으로 밀고 들어오다니... 쳇!" 제후가 두 손을 펼치며 투덜대는 말투로 고개를 흔들었지만 누가 보아도 그건 제이를 축하하는 장난끼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모두 서로를 따뜻하게 쳐다보았다. 이제서야 하나로 묶인듯한 느낌. 함께 있을 땐 무 엇도 두렵지 않았다고 어떤 영화 카피에서도 말했었지. 하지만 곧 한숨과 함께 환하게 웃는 제이였다. 짧아진 앞머리가 그 소년 의 순수한 눈을 가리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제이의 감정을 보여준다. 제이의 두 눈엔 이미 파란 창공이 가득하다. "나 내일....특고를 떠난다." "제경아!!" 경악을 하는 아이들. 제이의 입이 열리고 터져나온 폭탄선언에 모두가 깜짝 놀라며 다들 급하게 만류하려고 그 소년에게 다가섰다. 그런데 그 순간 민제후의 목소리가 서둘지 않고 적절하게 끼어들었다. "어? 알고는 있니? 승부는 내가 졌어." "아니. 무승부지." 에? 무슨 말이야? 자신이 졌다는 말에 제후가 어리둥절해 하자 제이가 돌아서며 입꼬리를 올렸다. "넌 내가 십년간 올라온 길을 단 14일만에 해냈으니까. 그러니 아무리 압도적으로 내가 이겼다고 해도 무승부일 수밖에. 아니지. 네 레슨기간을 고려한다면 철저한 내 패배라고 할 수 있겠지. 쿡쿡쿡... 어쨌든 너 정말 재수없었어. 어떻게 인간이 그럴수가 있냐? 나 참." 쿨럭... 그래. 그럼 너까지 날 '괴물'이라고 부르렴. 그나저나 얼핏 들으 면 좋은 말 같은데 결국 끝은 '재수없다'로 끝나다니... 저. 녀.석!! "아, 그렇다고 해도 그것 때문에 내가 졌다고 인정하고 특고를 나가겠다 는 게 아니야. 난 분명히 무승부라고 말했어!! 잘난 척 하지 말라고. 성전 특고를 나가겠다는 건 나 자신을 위해서야." 바닥에 벗어던졌던 학생화를 신고 교복 상의를 팔에 끼우면서 가볍게 말 하는 제이의 모습은 이젠 결코 불안해 보이지도, 숨박혀 보이지도 않는 다. 평소와 똑같은 옷을 그대로 다시 입었는데도. 아니, 오히려 고개를 든 그 얼굴은 행복과 자유에 환하게 빛나고 있다. "그리고 쫓겨나기 전에 나가는 것이 보기도 좋고. 마지막에 난 '꿈'을 선택했거든."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순 없지만, 결론적으로 이 학교를 떠난다는 말이겠 지? 제후가 머리를 긁적이며 눈을 꿈뻑이자 한쪽에서 아쉬워하는 한예지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제서야 좀 친해질 것 같으니 떠난다고 하니 허탈한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특고를 나갈 필요까진 없잖아." "어? 한예지, 역시 너도 나한테 관심있었구나?! 네가 그런 마음이라면 이번 승부가 무승부라도 우리 진지하게 사귀어 볼 수도......" "헛소리 하지맛!!!" 황급히 빽 소리를 질러대는 한예지의 모습에 제이가 호쾌하게 웃음을 터 뜨린다. "하하하하!! 알았어 알았어 알았다구. 하지만 나중에라도 저 둔팅이한테 싫증나면 나한테 오라구. 저 바보 둔팅이 형보다 훨씬 잘해줄 자신 있으 니까. 요즘은 연하의 남자가 얼마나 인기인 줄 알어? 게다가 한 살 차이 는 어린애도 아니라구." 그리고 다시 잔잔하게 웃으며 민제후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최고가 되라. 어디에서건." "냐하하하~ 물론이쥐!" "하아~ 난 세계로 나갈 거야. 아직은 어디로 가야할지,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잘 모르지만... 내 가능성을 시험해 보겠어! 무모하더라도 우선 부딪 혀 보겠어! 이제 무섭지 않아. 내겐 아직 어떻게도 변할 수 있는 새하얀 미래가 날 기다리고 있으니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부대끼고, 웃으면서 좀 더 많은 것을 보고 공부할 거야. 그리고 언젠가 나의 음악세계를 저 넓은 세계를 무대로 펼쳐보일 거야. 지금은 이렇게 작고 작은 가슴이지 만, 언젠가... 언젠가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저 넓은 세계를 이 작은 가슴 으로 넉넉히 품을 거야." 대강당 천정의 「천공의 돔」을 통해 보이는 어두워진 밤하늘과 흩뿌려 진 자연의 별빛을 올려다 보며 제이가 꿈으로 가득한 눈을 빛냈다. "그리고 그땐 세계의 모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겠지? 클래식재즈의 퓨 전 아티스트 '제이 강'. 그 마스터가 처음 우리에게 나타났을 때는 대한 민국이라는 동방의 작은 반도국의 초라한 소년이었다구." "...축하한다. 네가 제일 먼저 세계를 무대로 데뷔를 하는구나." 지금까지 조용히 바라만 보고 있던 신동민이 앞으로 나서 제이에게 악수 를 청했다. 아직 누구도 제이를 떠나보내려고 마음먹지 못할 때 제일 먼 저 축하를 보내는 신동민은 역시 어른이다. "Thanks! 다음에 만날땐 선배하고도 친해지고 싶네요." "훗! 이미 친한걸. Good-bye and good luck." 모두에게 가볍게 눈인사를 한 제이는 마지막으로 여태까지 가장 많이 아 웅다웅한 제후를 향해서 웃음을 날렸다. "잘 있어, 민제후." 다시 볼 수 있냐는 물음에 그냥 씨익 쪼개고 횅하니 사라지려는 녀석. 그 무정한 천재의 뒷모습을 향해 제후가 큰소리로 우렁차게 외치자 제이 가 밖으로 나서다가 넘어질 뻔 했다. "어~이!! 그럼 넌 이제부터 '우리 초전박살'의 명예회원이다!! 알았냐?" "뭐..뭐야?! 누..누구 맘대로!!" "야야~, 아쉬워하는 네 맘은 잘 알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국에 없으면 서 어떻게 정회원으로 활동하겠냐? 나도 아쉽다구. 이렇게 되면 회원수가 줄어서 지원받는 활동비도 줄텐데. 크흑!! 피같은 운영비가......" "그게 아니고 내가 왜 그딴 웃기지도 않는 이름의 스터디 서클에 가입되 어 있는 건데! 누구 마음대로!" "천하제일 민제후 맘대로. 킁!" 너무나 당연한 걸 왜 그러냐는 듯 말하는 제후의 말소리는 모두의 시선 을 고요히 집중시켰으나 민제후의 철판신공은 이미 극성에 이르른 듯 싶 었다. "쿨럭..." 제이는 끝까지 멋있게 헤어지고 싶었던 작은 소망을 무참히 코믹버전으 로 바꿔버린 민제후에 대해 다시 생각하다 사래가 들려 콜록댔다. 하지만 그 아이들의 모습과 그동안 몸을 담았던 성전특고의 예술관을 뒤 로 하고 나서니 그 순간을 기점으로 하여 모든 것이 아름다운 추억이 되 어 자신의 가슴에 차곡 차곡 쌓이는 것을 알았다. 이대로 헤어지고 싶다 며 마중조차 거절한 소년은 이제 정말 뒤로 아무것도 안보이자 그제서야 쑥쓰러워서 말하지 못했던 말을 혼자 중얼거렸다. "모두들 고마웠어. 그리고." '...제후 형.' 그런데 그때, "학생. 잠시 나와 얘기 좀 할까?" 갑자기 뒤에서 굵직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부형인가? 이제 날 부를 사람이 없는데. 길을 잃은 모양이지? 하긴 이 성전특고가 워낙에 넓은데다가 오늘은 사람들과 자동차 때문에 더 복잡하 니... '그렇지만 이젠 어른이 부르면서 얘기하자고 하면 겁부터 난다니까. 하 하하.' 제이가 낮에 성전특고의 교장과 운영이사들을 만났던 순간을 기억하며 쓴웃음과 함께 뒤돌아섰다. "무슨 일이시죠? ...아앗!!" 제이가 돌아서자마자 어두운 밤 하늘 아래 조명에 빛나는 어느 외국 노 인의 모습에 두눈이 동그랗게 되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놀람의 감탄사를 질렀다. 특고 제일의 행사가 치루어지기에 깜깜해졌어도 환한 불빛으로 대낮처럼 밝고 보안이 철저하므로 강도가 출몰한 것은 아닐 터인데 갑자 기 보이는 제이의 반응은 놀라웠다. "하하하... 그렇게 놀라니까 내가 너무 무안하구만. 오늘 학생의 피아노 정말 감동적이었어. 아, 난 리비터 마카로브라는 사람이네. 현역에서 은퇴 는 했지만 아직도 가끔 비전있는 학생들에겐 피아노를 지도하고 있지. 어 떤가? 내게 배워보지 않겠나? 썩 잘 가르친다고 할 수 없을진 모르지만 학생은 내가 한 번 지도해보고 싶군."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제이의 뒤에 서 있는 사람은 리비터 마카로브 교수. 세계 최고의 피아노 교수라는 레스너!! "에에?" 정말 믿을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제안이다!! 세계로 나가겠다고, 우선 부딪혀 보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원래 그의 계획대로라면 마담과 아사미의 도움을 받아 무작정 나가려고 했던 것이다. 본고장에 도착해서 후원해줄 음악원이나 기획사를 알아볼 생각뿐 이었는데... 그렇기에 이 엄청난 행운을 제이는 믿을수가 없어서 대답을 못하고 입만 벌리고 있었다. 음악 전문 잡지에서나 사진으로 볼 수 있는 저명인사가 자신의 앞에 나타나 자신에게 배워보지 않겠냐고 제의한다. '내가...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얼이 빠져있던 제이는 마카로브 교수의 목소리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물론 학생의 그 독특한 음악세계를 존중할걸세. 단지 우리가 할 일은 학생의 실력을 좀 더 세밀하게 세공하여 최고로 빛나게 만들어 줄 수 있 는...어엇?! 잠깐.."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노교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넙죽 절을 하는 제이였다. 전에는 안그랬 던 것 같은데 민제후와 어울리게 되면서 뻔뻔함과 넉살을 배워온 것인지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잘 좀 키워주세요, 저 밥도 조금 먹어요' 표정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그 갑작스런 모습에 마카로브 교수가 당황하여 식은땀을 흘리고 있자 그 노교수 뒤로 또 한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배님은 안보이나?" "어엇?!! 당신은 파웰? 그 혜성의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파웰?! 우...우와 아~~!! 정말 대.단.하.다!!" "뭐라고 하는 거야, 이 녀석. 영어로 해! 그리고 난 당분간 네 녀석 옆에 서 군기를 좀 잡아줄 대선배님이시다. 제대로 안하고 꾀부리면 교수님보 다 내가 먼저 한국으로 쫓아낼테니 각오해두도록! 알았나!" "예에?" 제이는 알프레드 파웰의 영어를 반 정도밖에 못알아 들었지만 말 잘듣고 잘하면 잘해주겠다는 뜻이라고 대강 해석 가능해서 큰 소리로 'Yes, sir' 을 외쳤다. 어리벙벙하고 믿을 수 없지만 이 행운, 이 기회를 믿고 싶었 다. 그 순간 제이는 민제후의 웃음 배인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삶은 그 자체가 '마법'이야. 멋지지 않아?》 '맞아! 정말 마법이야. 하지만 이제부턴 자유야!'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리비터 마카로브 교수님!! 알프레드 파웰 선배 님!!" 만난지 5분만에 군기가 바짝 든 제이의 목소리가 성전특고를 벗어나는 길목에서 울려퍼졌다. * * * "이제 우리도 우리의 무대로 돌아가야 할 시간인 듯 한데. 잘할 수 있겠 지?" "물론이지." 제후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예술관을 살짝 뒤돌아 보며 동민이의 말에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특고의 예술관은 제이가 떠나서 그런지 쓸쓸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빈자리는 곧 누군가 다시 메꿔줄 거란 걸 잘 안다. 세상은 다 그런 거니까. 《절 위해 보증을 섰다고 하시지만 저도 잘 알아요. 어머니는 강제경이 란 천재소년의 자질을 끌어내고 싶었던 겁니다. 나라는 아이는 안보이고 그 녀석의 빛나는 재능이 탐이 났겠죠. 아직 갇혀있는 그 아이의 재능을 '민제후'라는 매개체를 이용해 틀을 깨뜨리고 싶어했을 거라는 거...인정 합니다. 장씨 일가 사람들, 일에 대해서는 분명한거 충분히 알거든요. 어 머니도 겉으로 보기엔 철없고, 푼수같고, 덜렁대는 것 같아도 분명한 장 씨 일가니까. 그런 것이 처음엔 벨이 꼴려서 안끼여 들려 했지만......이번 엔 도와드리죠. 아니, 도와주세요.》 제후는 잔디를 밟으며 걸어가면서 고개를 들어 밤하늘에 한가득 쏟아져 있는 별보석들을 바라보았다. 보석상자에서 쏟아져 흩뿌려진듯한 보석들 이 형형색색의 빛깔로 영롱하게 반짝이는 하늘은 정말로 장대하다. 《그 여려터진 녀석, 태평양 건너로 걷어차 주겠어요.》 "너 괜찮아?" "어?" 정신이 번쩍 드니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친구들이 보였다. 항상 이들은 자신을 이렇게 걱정하는 눈으로 쳐다보기에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이들은 '진짜'가 만난, 원판이 만난 인물들이 아닌 아닌 바로 '나'가 만 난 이들... 미소짓는다. 제후는 어느 때보다 환하게, 밝게, 화사하게. 온 마음을 담 아 진실하게 웃었다. '그래, 난 민제후야. 전생의 나와 지금의 내가 전혀 다른 인격, 아니 만 에 하나 전혀 다른 인물이라고 해도 이제는 내가 민제후인 것만은 사실이 다. 그러니 이 행복을......조금만 더 누려도 괜찮겠지.' "그~으럼!! 당근이쥐!! 난 천하제일 민제후라구!! 음헤헤헤헤헤~" "...에휴~" 뭐야, 그 제스쳐는? 절래절래 고개를 흔드는 예지. 한숨과 함께 '이제 네 맘대로 하세요'라 는 듯한 표정. "모두 끝났습니까?" "어?! 세진아!! 너 지금까지 어디갔다 왔었어? 발표회가 다 끝났잖아. 정 말 굉장했었는데." 그 순간, 오늘은 만날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던 유세진이 나타났다. 낮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다시금 그 두꺼운 뿔테안경을 끼고 성실한 모범생 모 습이 되어 나타났다는 것이다. 어쨌든 뒤늦게 나타난 덕분에 세진은 한예 지의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불쌍한 것! "아, 그랬나요? 축하합니다, 제후군. 그런데 꽃다발을 미처 준비하지 못 했군요." "꽃다발은 무슨. 콩쿠르도 아니고... 게다가 콩쿠르였다고 해도 제이, 그 녀석이 상을 쓸었을 텐데 뭐." "그러니까 받으셔야죠." 시선을 돌리니 생글생글 웃는 유세진이 눈에 들어온다. "쳇! 혼자 다 아는 것처럼 그렇지 말라구." "여기까지 참 길었죠?" "끝이 아냐. 이제부터 시작인데 뭘. 단군프로젝트도, 성전그룹도, 그리고 '우리'도..." 제후가 밝게 웃으면서 기지개를 켜며 앞장서서 차가 기다리는 곳으로 걸 음을 옮겼다. "이제부터 시작이란 말이야." 그래. 이제 막 시작했다고도 볼 수 있는 학교 생활도 펼쳐져 있으니까. 단군 프로젝트를, 성전그룹을, 대한민국을 세계중앙무대로 데뷔시켜야 하니까. 어제서야 겨우 그 첫 발자국을 찍었으니까. '이제 시작이야!' "참, 제후야. 앞으로도 피아노, 계속 할꺼야?" 씩씩하게 집으로 가기 위해 걸어가던 제후는 옆으로 숨이 차게 뛰어와서 물어보는 예지의 질문에 잠시 깊이 생각을 하는 듯이 고개를 비스듬히 돌 렸다. 그리고 희미하게 돌리는 미소. "글세... 아무래도 피아노와 내 인연은 여기까지 같은데?" "......?" "어우우~ 글쎄, 내 연약한 손톱 다 갈라지고 깨진 것 봐. 이쁘게 손톱 손질도 못하고! 어후~ 내가 못살아!!" -퍽!- "내가 한순간 널 진지한 놈으로 본 게 잘못이지." "으윽!! 누가 진지하게 봐달랬냐, 이 마녀야!!" "누가 마녀란 거야!!" -퍼억!!!- "꾸엑!!" 예지가 또 다시 부들부들 주먹을 떨며 민제후를 한차례 더 자근자근 밟 아준 후에야 그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시체(?)는 그 소년의 금빛 머리칼을 항상 호시탐탐 노리는 닭둘기의 차지가 되었다. "하지만 한 순간... 조금은 진지하게 피아노를 쳤다고 생각했는데. 그렇 지 않니, 세진아?" "제가 보기엔..." 멀리 악보로 종이 비행기를 접어준다고 기적적으로 회생하여 금응과 시 끄럽게 놀고 있는 민제후의 모습이 보인다. 한예지의 의아함과 민제후의 그 모습을 바라보는 유세진의 눈에 유쾌함 비슷한 감정이 담기는 듯 싶었 다. 그리고 웃음과 함께 흘러나온 정중한 대답. "그냥 성격인 것 같은데요." 제후가 자신의 습작노트를 꺼내 종이 비행기를 접어 하늘로 날리고 있었 다. "그런데 그렇게 대단한 제경의 연주 곡명을 아직도 모르고 있네? 그게 제목이 뭐지? 직접 작곡해서 콩쿨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는 거.." "아! 강제경의 곡 말이죠? 네, 제목이 생각났습니다." 세진이 생긋 웃으며 말한다. "내 마음의 자유. 『쥬디(Judy)』." "쥬디..." 예지가 아직도 감동의 여운이 남은 제이의 연주곡 제목을 조용히 읊조렸 다. 사파이어, 에메랄드, 다이아몬드 등 온갖 오색찬란한 별보석이 쏟아진 하늘의 검은 융단이 그들을 아름답게 지켜보고 있었다. 가슴이 한껏 부풀 어 올라 시원했다. 악보가 비행기가 되어 금빛 매와 함께 하늘로 날아 올 랐다. "와아~ 아름다워..." "당신이 더 아름답습니다." 유세진의 목소리? "어?" 생긋 웃으며 고개를 돌려 저 멀리 앞서 가는 푸른빛 검은 소년을 바라보 며 예지는 잘못 들었나 고개를 흔들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자신들을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들이 보이자 아이들이 그쪽으로 뛰어갔다. 북적대는 성전특고 입구라서 그런지 자동차 소리와 음악소리가 복잡하게 얽혀 들려왔다. 그리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희미한 라디오 뉴스 방송. 《다음 뉴스입니다. 세계 속의 한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거듭 검토되고 있 던 것으로 알려졌던 미래경제개발계획이 「비젼21」이라는 이름으로 확 정되었습니다. 정부는 국토가 작은 우리나라가 세계 속의 한국으로 굳건 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고부가가치의 상품과 지식만이 경쟁력이라는 뜻 을 모으고 몇 년을 이끌어 오던 지루한 협의를 드디어 끝맺었습니다. 이 로서 앞으로 한국정부는 성전그룹을 중심으로 기타 여러 기업체들과 함께 항공우주대국으로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경제계 뿐만이 아니라 차츰 세계 경제계는 비 공식 취임 한달안에 이러한 성과를 이뤄낸 성전그룹의 새로운 총수에게 경영적 찬사를 보내는 한편 더욱 그 신비의 인물에 대해 궁금해 하게 되 었습니다.》 이제부터 진짜 본격적인 새로운 삶이 펼쳐지리란 걸, 제후는, 아이들은 모두 의심치 않았다. 민제후의 말처럼 이제부터였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계속 (여기까지 파트 하나가 끝났군요. 케케케~ ^^;;; 음, 그리고 이번에 3권에 외전으로 <처절하게 아름다운...>을 넣을 려고 해요. 이건 전에 인터넷에서 어떤 유머를 보고 인용해서 쓴거라 안 넣을려고 했는데 그냥 어쩌다보니 넣게 되었어요.^^;;; 독특하고 재밌구 해서. 어쨌든 그래서 '인터넷 유머 인용 코믹외전'이라고 표시하긴 했는 데, 워낙에 떠돌아 다니는 글을 읽은 거라 원작자가 누군지, 제목이 뭔지 알 수가 없어서 그렇게만 표시했습니다. 다음 챕터부터는 새로운 캐릭터가 조금씩 등장할 것 같네요. 그리고 지 금까지 조금씩 인사만 한 캐릭터도 본격적으로 활동을 할테고...쿄쿄쿄~ 의견 주세요.^.^*) << 뉴 라이프 (New Life) >> -140- [부제: 환상과 현실 사이(1)] "...님...어나...일어나세..." 누구야? 시끄럽게. 지금 나 무지 졸려 죽겠단 말이야. 5일이 넘게 잠을 못잤다구. 포럼도, 피아노 발표회도 끝났는데 좀 더 자게 놔둬도 되지 않 아? 좀 봐줘, 봐줘. 우우웅~ "빨리...서둘러......고...준비가...." 정말 못살겠네! 정말 너무들 하는구만. 내가 아무리 괴물같은 놈이라는 소릴 들어도 잠을 안자고는 버틸 수 없는 인간이란 말이다. 그런데 대체 누구야, 누구!! 김비서? 아님 한실장이야? 우이 씨~ 만약 예지마녀나 어 머니라도 이번엔 정말 가만 안놔두겠... 음, 아니구나. 그녀들이면 난 찍 소리 못하지 참. 에휴.... '어쨌든 쨍알쨍알 골고루 한다, 해!! 으이구~'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난 꿋꿋하게 자고야 말테다! 해볼테면 해봐라, 해 봐!! 음하하하~ "이제 그만 일어나시라구욧!!!" "우아악!!" -쿵!- '에구궁, 머리야.' 엄청난 '쿵'소리였다. 아무리 안일어난다고 그렇게 이불을 홱 잡아당기 다니... 그런데 어째 평소보다 몸이 커지고 무거워진듯한... "에이 씨, 누구야!! ...에?" 나는 침대에서 바닥으로 직격탄으로 날려진 머리를 부여잡고 일어서다가 한 인물의 얼굴이 한가득 눈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대로 멈칫 굳어버렸 다. 단단하면서도 날렵해 보이는 체격. 건강해 보일 정도로 적당히 그을린 사내다운 얼굴. 짧은 헤어 스타일과 단정한 검은 정장. 그리고 안경 밑으로 계산적인 두 뇌가 엿보이는 두 눈의 청년. 그 인상착의와 이해타산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 인물은 분명.... "성...우? 넌 분명 현성우..." "그럼 누구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넋나간 내 말에 현성우라고 생각되는 인물이 미간 을 찌푸리며 손목의 로렉스 시계로 시간을 확인했다. 산뜻하고 서늘해 보 이는 손이 분주하지만 깔끔하게 서류 가방과 코트를 정돈하며 말한다. "형님, 오늘 할 일이 보통 많은 것이 아닙니다. 저도 평소 같았으면 제 가 직접 나와서 이러지도 않습니다. 게다가 어제 청성파의 급습으로 크게 다치실 뻔 했기에 왠만하면 오늘부터 이러고 싶지 않지만..." 형님? 지금 날보고 말한 건가? 아니, 어쨌든 그보다... "네가...네가 어떻게 여기에 있지? 난 분명히 너한테..." "네?" 내가 혼란스런 머리로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며 정신없이 묻자 현성우 되물어온다. 하지만 현재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특별히 어떤 생각을 하고 쏟아붙는 질문이 아니라 아무 생각없이 가슴에서 치밀 어 오르는 감정에 충실한 언어일 뿐이다. 두서없는 그 질문이 무얼 말하 고자 하는지 말하는 나 자신도 알 수가 없다.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거지? 왜 이러고 있는 거야?' "형님. 꿈꾸셨습니까?" "에?" '꿈?' 현성우가 그 냉랭한 얼굴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약간의 걱정 을 담으며 되물어 온다. 그 순간, 내 가슴속을 헤집고 다니던 그 알 수 없는 감정들이 사그러들며 없어지고 있는 것을 알았다. 뭔가 답답함을 느 끼게 하던 장면들조차 뿌연 안개에 쌓여 기억에서 점차 지워져 간다. 깨 어났을 때 느꼈던 이질감이 사라지고 이 곳이 현실이란 감각만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내 이름은 박경덕. 이 도시의 중심부의 결코 적지 않은 구역을 차지한 해성파의 절대 우두 머리. 수백여명의 식솔을 거느린 한 조직의 최고 보스. '뭐지? 지금 내가 왜 성우 녀석 얼굴을 보고 놀랐던 거지? 중요한 날 아침엔 항상 저 녀석이 날 깨우러 온 건 당연하잖아? 게다가 방금 전까 지 반사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오려고 했던 어떤 말들이.... 사라져 버렸다. 이유는 모르지만 머리가 혼란스러워. 무엇 때문에.... 그 꿈 때문인가?' "꿈...꿈이라.... 쿡! 그런가? 역시 꿈이었나?" "피곤하셨나 봅니다, 형님." 나는 걸음을 옮겨 욕실에서 간단히 세수를 하며 생각에 잠겨있다가 현성 우의 평이한 어조에 고개를 들었다. 바로 앞에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 울이 있다. 거구의 사나이가 눈에 들어온다. 거무스름한 피부, 강해 보이는 근육과 팔뚝, 굳건해 보이는 눈매와 표정. 그러나 이상하게도 매일 보는 자신의 모습이 오늘따라 왜 이리 어색해 보 이고 생소하게 느껴지는지... 마치 타인을 관찰하는 것처럼. "그래. 그랬던 것 같군. 그동안 구역 쟁탈전에 신경을 너무 소모시켰던 것 같다. 악몽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참 복잡한 꿈을 꾸었 던 것 같애. 아, 거기 옷 좀 주지." 난 쓸데없는 생각이라 치부하고 피식 웃으며 욕실을 나오면서 이미 깔끔 하게 정장 차림을 한 현성우에게 드레스 셔츠와 넥타이를 건네 받으며 중 얼거렸다. "네. 그런데 어떤 꿈이었습니까?" "글세. 무슨 꿈이었더라. 음, 그런데.... 하하. 일부러 생각해보려 하니 기억이 잘 안나는군. 무언가 아주 길고 긴 꿈을 꾼 것 같긴 한데 말이야. 뭔가 굉장히...가슴 아프고....슬펐다가...." 구리빛으로 빛나는 듬직한 어깨에 새하얀 셔츠가 걸쳐지고 커프스 단추 를 채우자 성우 녀석을 돌아보며 슬쩍 미소지었다. "또 뭔가 가슴이 벅찰 만큼, 아니 불안해질만큼 행복한....그런 꿈이었던 것 같은데. 맞아. 생소하지만 그런 따뜻하고 그리운 느낌이었어. 다시 돌 아가고픈..." "부럽군요." "응?" 창가에 서서 밖으로 보이는 자동차의 물결을 내려다 보며 아침을 만끽하 던 나는 성우 녀석의 공허한 목소리에 이상함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훗! 전 꿈에서조차 그런 일이 없었죠. 형님은 꿈에서조차 제가 못갖고 있는 걸 갖고 계신 모양입니다." "무슨...?" "아닙니다." 현성우의 계산적인 눈빛이 투명한 안경알 밑으로 잠시 흔들리는 듯 하더 니 살짝 고개를 기울여 그것을 감추고 냉소적인 미소를 지었다. 지난 10 여년간 항상 보여주던 그 표정. "싸가지없게 주절대는 걸 보니 진짜 성우 놈이 맞구만. 큭큭큭... 쓸데없 는 잡담은 이제 그만 두지. 네 말대로 오늘은 정말 할 일이 많아." 나는 평소의 현성우의 표정을 봄과 함께 나 또한 평소의 박경덕으로 돌 아가 정장 상의를 말끔히 갖춰입고 문을 나섰다. 오늘 마무리로 해치워야 할 굵직한 일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번 일만 끝나고 정리가 되면 내가 평생 원해왔던 일들을 할 수가 있을 것 이다. 이미 내 머리속에는 현실만이 가득하고, 혼란만을 채워준 희미한 꿈은 이미 멀리 사라져가고 있었다. ...계속 (오래 기다리셨죠?^^ 하지만 저도 3권을 끝내고 재충전할 시간이 필요했 답니다. 쿄호호호호~ 이번 회부터의 내용은 제후가 꿈처럼 겪는 현실, 또는 꿈이죠.^0^ 그래서 이번 회는 1인칭으로 내용이 전개되어 갔습니다. 제후가 깨어나서 다시 성전특고의 생활 속으로 빠져들게 되면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바뀌게 될 겁니다. 전생의 이야기는 그렇게 길지 않을 테니 곧 제후를 다시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냐하하하~~ =^.^= 카페에 많이 놀러오시구요, 좋은 얘기 많이 해주세요. 그리고 곧 3권 출판 삭제 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냐냥~) << 뉴 라이프 (New Life) >> -141- [부제: 환상과 현실 사이(2)] "어디부터 가게 되어 있나?" "우선 덕망상업부흥회 사장과 잠시 만나기로 되어 있습니다만." "아, 그게 오늘이던가? 그런데 '덕망'은 무슨 개뿔이 '덕망'이야? 그냥 뎃짱파라고 하란 말이야." "...오늘은 기분이 별로 안좋으시군요, 형님. 보통때보다 말투가 험하신 대요?" 부드럽지만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검은색 승용차 안에서 성우 녀석이 무 표정한 얼굴로 아무렇지도 않게 서류를 살펴보며 나직히 중얼거렸다. 시 선도 돌리지 않았다. 팔랑팔랑 넘어가는 서류뭉치만이 지상 최대의 관심 사인양 고정되어 있는 그 얼굴. 조용히 흘리는 현성우의 목소리가 더욱 내 신경을 거슬렸다. "그래, 별로다. 그래서 네가 어쩔건데?" "흐음." 성우 녀석이 투정부리는 듯한 나의 말투에 마침내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 이며 고개를 돌렸다. 얇지만 투명하게 빛을 반사하는 차가운 안경알이 현 성우의 얼굴을 더욱 계산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지금은 저래도 예전엔 저 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나는 지금의 현성우의 얼굴에서 좀 더 작은 키에, 좀 더 지저분하고, 좀 더 반항적이었던 입버릇 나쁜 꼬마 녀석의 모습을 떠올렸다. 《이거 놓으라구, 이 새끼야!!》 《이 자식! 말버릇하고는... 너 임마, 네가 소매치기해간 게 뭔지 알아! 내 하루 일당이란 말야! 막노동판에서 죽자사자 벽돌지고 날라서 번 돈이 란 말이다, 이 꼬맹아!!》 《그깟것 내가 알게 뭐야!! 이것 놔앗, 이 개자식아!!》 《뭐, 이 녀석이!!》 -꼬르륵- 《엥?》 그때 새빨개졌던 성우 녀석, 그때는 정말 나름대로 귀염성있었는데 말이 야. 큭큭. "지금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겁니까?" "어, 네 놈과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하고 있었지. 한 10년 됐나? 넘었 나?" -탁!- "오늘 정말......이상하시군요." 성우 녀석이 서류철을 덮으며 자동차 창가에 비스듬히 기대어 키들거리 던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지? "내가 뭘?" "글세... 특별히 뭔가를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어쩐지 분위기부터가 평 소의 형님이 아닌 것 같아서요. 마치 장난끼 많은 어린 소년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보통 때의 형님같았으면 그런 말투, 그런 표정, 그리고 그런 자신의 속내를 아무리 제 앞에서라도 보여주지 않죠." '에?' "지금의 제 모습은 형님을 존경하면서 만들어진 겁니다." 뭐야, 그럼? 저, 바늘로 찔러도 피 한방울 안나오게 생긴 얼굴이 날 모 델로 해서 탄생하게 된 거란 말이야? 하긴 뭐, 아침엔 갑자기 내가 나를 생소하게 느꼈을 정도이니... "오늘만이야." "네?" 나의 정돈된 굵은 목소리에 성우 녀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어온다. 확실한 뜻이 전달되지 않는 말은 무조건적으로 용납하기 싫어하는 현성우 의 철저한 성격이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결벽증이라고도 할 수 있고, 완 벽주의자라고도 할 수 있는... 불확실한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녀석. 나는 그런 생각들을 머리속에 담으며 입 끝에 미소를 걸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드는군. 오늘만... 오늘만이다. 오늘이 지나면 평소의 나로 돌아갈 거다." 나는 비스듬히 기댔던 자세를 똑바로 세우고 의식적으로 보통 때의 철두 철미한 냉혈안의 박경덕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어쩐지 가슴 한켠 이 쓸쓸해지는 느낌이다. 분명 나의 일상과 조금도 다름이 없을진데 왜 이리 모든 것이 낯설고 외로울까? '돌아가고 싶다. 어딘진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향해 돌아가고 싶 어.' 그때였다. -끼이익!!- 나와 성우 놈을 싣고 이동하던 검은색 고급 승용차가 요란한 고무 마찰 음을 토해내며 급정거를 했다. 운전을 하던 덩치가 그 갑작스런 사고에 욕설을 내뱉는 것이 들려왔다. "에이, 쉬팔!! 저년이!!" "뭔가?" "아, 죄..죄송합니다, 형님. 아니, 사장님!! 갑자기 차로 어떤 어린 계집 년이 뛰어드는 바람에..." "뭐?! 그럼 지금 사람을 쳤단 소리야!! 그런데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어 떻하나!!" 나는 주변의 만류도 뿌리치고 차에서 뛰쳐나와 사람을 치었다고 생각하 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목구멍에서 숨이 딱 걸리는 느낌이다. 사람을 치 다니...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지 않은가. 나의 기억에는 분명 내가 자동 차 사고를 당한 기억이나 낸 기억이 없건만 이상하게 차사고가 났다는 그 사실 하나에 머리 속이 새하얗게 비워졌다. 그것은 교통사고 자체에 대해 원론적인 공포. "괜찮으십...... 엇?!" 자동차 앞에 쓰러져 있던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여자다. 그런데 왠지 저 얼굴이...... "형님, 아는 여자입니까?" 내가 잠시 멈춰서서 멍하니 차로 뛰어든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려 니 현성우가 옆으로 다가와 의아한 목소리로 묻는다. 아는 여자? 저 얼굴을 내가 알고 있었던가? 하지만 이상하게 낯설지 않 고 찾고 있던 뭔가를 힘들게 발견한 듯한 이 느낌... 하지만 여기는 사창 가 근처의 유흥가인데... 싸움과 일 밖에 몰랐던 내가 여자를, 그것도 이 런 곳의 여자를 알 리가 없지 않은가. "도..도와 주세요. 부탁드릴께요. 제발 절 좀 도와주세요." 내가 멍한 얼굴로 성우를 돌아보는 사이 그 작은 체구의 여자가 기듯이 다가와 내 코트 자락을 붙잡고 애원했다. 헌데 시선을 돌릴 사이도 없이 현란한 불빛의 사창가 쪽에서 그녀를 뒤쫓아온 것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다짜고짜 그 여자를 잡아 뺨을 날리며 욕설을 퍼붇는다. 그 사내에게 풍 기는 고약한 알콜 냄새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씨팔년!! 네가 날 치고 도망 가면 못잡을 줄 알았어, 엉!! 이리 못와, 이 썅년!!" "꺄아악!! 살려줘요!!" "돈을 치뤘으니 이제 내가 원하는 대로 즐기게 해줘야 하잖아? 창녀 주 제에, 케헤헤~ 아님, 너 이렇게 사람들 많은 곳에서 해주길 바랬던 거 야?" 비명을 지르는 그녀. 얼굴이 멍자국과 눈물로 엉망이 되어 있지만 앳된 얼굴과 목소리가 '여자'라기 보다 '소녀'에 더 가까운 어린 창녀다. "형님?" 현성우의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지만 그 여자의 얼굴 위로 갑자기 어떤 영상들이 무섭게 밀어닥치며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갑자기 눈앞이 블 랙 아웃되어 버렸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낯선 여자 얼굴 하나에 갑 작스레 몰아닥치는 혼란. '이게 뭐지? 이 장면들은....' 《죽여라.》 《...죽이진 않습니다. 멀리 가셔서 이쪽은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형님.》 수십 조각의 기억의 파편들이 미친 듯이 날카롭게 깨져서 쏟아져 날린 다. 인과관계나 시간의 선후(先後)도 알 수 없이 갑작스레 달려들었다. 그 리고 혈관 속에 흐르는 피조차 차갑게 식히는, 누군가의 소름끼칠 정도로 평온한 목소리. 《없애버려.》 《아..안돼! 부탁이다... 성우야, 부탁..이야... 크흑... 제발 저 아이만은... 내 마지막 부탁이다. 다른 건 안 바라마. 착한 아이다. 한때 길을 잘못 들 어서서 그렇지 정말로 순수한 아이야. 제발...》 《...추합니다.》 머리와 어깨, 등에서 피를 쏟으며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은 바로 나, 박 경덕. 그러나 냉기어린 현성우의 목소리에 죽을 힘을 다해 바닥을 기어가 현성우의 바지자락을 잡고 부탁한다. 배신한 놈에게 자존심마저 버리며 애걸한다. 벌레같다.... 흙먼지와 피로 더러워져 진흙바닥을 꿈틀꿈틀 기어가는 것 이 마치 버러지같다.... 손끝으로 짓이기면 질척이는 더러운 소리를 내며 터져 죽는 버러지같아.... "하..지마..." 이미 내 모습이 검은 공간안에서 덩치 큰 중년의 건장한 사나이가 아니 라 작은 체구의 금갈색 머리칼을 가진 소년으로 변해있다는 걸 느낄 새도 없이 입에서 분노와 증오에 가득찬 악다구니가 부들부들 떨리며 새어나오 고 있었다.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하지마!! 저런 배신자 앞에서 그렇 게 버러지처럼 기지도 말고, 애원하지도 마! 목숨 따윌 구걸하지마! 당당 하란 말이야!! 죽더라도 당당하게 최후를 맞으란 말이야!! 그런 식으로 살 아남지 말란 말이야!! 젠.장!! 크흑..." 주먹을 쥔 손바닥에 손톱이 깊이 파고들어 뜨뜻한 액체가 배어나오는 것 이 느껴졌다. "도데체 나, 누굴 구하겠다고... 내가 도데체 무엇 때문에 그런 거야...? 왜 내게 새삼스레 이런 비전들이 보여지는 거지? 왜!!" 하지만... 《추합니다. 당신의 지금 모습, 아주 추하군요. 내가 쫓던 해성의 일인자 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서글픈데요.》 《커억!!》 돌아오는 건 배신한 동생의 싸늘한 코웃음과 극통의 발길질뿐. 그리고 순간적으로 바뀐 또 다른 영상. 《아저씨!!》 "헉―!!" 막막한 어둠에 휩싸였던 주위로 다시금 전혀 다른 배경에서 어떤 소녀가 처절하게 남자들에게 짓밟히며 울부짖는 영상이 영화처럼 크게 들이닥친 다. 누구? 설마 좀 전에 차에 부딪힌 그 소녀? '가슴이 답답해... 숨이 막힐 것만 같아... 심장이...' 완벽히 검은 혼란 속에 빠져버렸다. 빙빙 도는 수많은 목소리들과 비명 소리, 웃음 소리에 두 손으로 귀를 틀어막아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심장이 으깨질 것만 같아!!' 빛의 속도로 자신을 찢어발기며 뚫고 지나가는 기억 파편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을 선사했다.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던, 다른 생에서 는 완전히 잊혀져 있던 세부적인 기억.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누군가에 겐 구멍 뚫린 넝마조각같았던 지난 생의 기억이, 그 기억의 구멍들이 일 부나마 스치고 사라진다. 하지만 스치는 것만으로도 그 배신과 고통과 아픔, 슬픔은 정말이지 상 상을 초월했다. 박경덕의 자아로 시작됐던 현실과 기억들이 이제는 박경덕인지 민제후인 지 알 수 없게 뒤섞인 자에게 무자비하게 쏟아져 들어간다. 그러나 그렇 기에, 너무나 한꺼번에 너무나 빠른 속도로 쏟아지고 있었기에 그것들은 오히려 그에게 모두 수용되지 못하고 다시 튕겨져 나가고 있었다. 행인 지, 불행인지... 《형님은 죽이진 않습니다. 그럼 이것으로 제 은혜갚음은 끝내도록 하지 요. 시작해.》 《끄아아아악!!!》 * * * 번쩍― 환상속에서 최악의 그 순간, 화사한 금갈색 머리칼을 가진 귀공자같은 한 소년이 커다란 침대의 한 가운데에서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그때, 그 소년의 한쪽 눈에서 주르륵 흘러내리는 눈물. 투명한 보석같은 맑고 커다란 두 개의 연한 갈색 눈동자가 흐트러진 금 빛 실타래 아래에서 아름답지만 공포와 증오를 담고 어슴프레한 아침의 빛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소년의 눈에 어린 감정과는 반대로 창과 테라스 로 보이는 성전 저택의 경관은 평화롭기만 하다. 기분좋은 부드러운 안개가 싱그러운 아침공기를 감싸며 정원과 숲에 잔 잔히 내려앉아 있었다. '여..여기는...' ...계속 (복잡하다. 후우~ 꿈이라도 좋고, 환상이라고 해석해도 좋겠습니다.-이 부분은 1인칭으로만 쓰려 했는데 아무도 눈치 못챌 것 같애.??-하지 만 절반은 엄연히 있었던 진짜 현실이죠.^^ 차사고 이후의 과거 일은 다 음 기회에 조금씩 다시 등장하겠구요, 뫼비우스의 띠처럼 경덕의 과거와 제후의 현실이 이어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지만...능력부족인가? 긁적... ??;; 어쨌든 다시 제후의 현실로 돌아왔군요. 다시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야 할 텐데...^^;;;) -142- [부제: 환상과 현실 사이(3)] "어머? 계셨군요, 도련님? 좋은 아침입니다." 제후가 침대에 누워 천정을 노려보며 정신없이 얽혀버린 기억과 현실감 각에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그때, 심플한 제복에 하얀 앞치마를 두른 메 이드 한 명이 방으로 들어오다 아직 침대에 들어있는 제후를 보고 약간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방긋 웃으며 인사하는 얼굴. 평소 이 시간의 민제후라면 벌써 금응 닭둘기와 함께 아침 운동한다고 뛰어나갔을 텐데. 그런데 그런 그 소년이 아직까지 자다 깬 차림으로 침 대에 그대로 누워 있으니 조금 놀란 듯 하다. 그렇기에 도련님 운동시간 에 맞춰 청소나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들어섰던 메이드는 의아한 얼굴로 제후의 안색을 조심스레 살폈다. 보통때엔 고용인이라고 함부로 대하지도 않고 붙임성 좋은 성격으로 방실방실 웃으며 인사성 바른 작은 주인님이 기에 걱정이 없었지만 지금은… 뭔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민제후라는 이름을 가진 소년의 선천적으로 타고 난 귀족적인 자태 속에 서 뻗어나오는 무섭도록 싸늘한 표정. 그리고 살을 에는 것 같은 그 소년 의 기도(氣道)도, 쇼크 상태에 빠진 듯한 혼란스런 두 눈도... 달랐다. 뭔가 평소의 도련님과는 달랐다. 그때, 묘하게 긴장된 분위기에서 우물쭈물하던 메이드에게로 제후의 목 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하게 닿아 왔다. "당신…누구지?" 제후가 누워있던 자세에서 약간 불안정해 보이는 몸짓으로 침대에 일어 나 앉으며 묻는다. "여기가 어디야? 내가 왜 여기에 있지? 성우는…? 현성우는 어디에 있 어!" "네? 무슨…" 놀란 얼굴의 메이드. 메이드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제후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두 손으로 붙잡으며 혼란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정신없이 눈을 굴렸다. '생각이 나지 않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혼란스러워. 여긴 어디 야?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모두… 모두 어디에 있는 거야!! 그동안 내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그 소년이 헝크러진 금빛 머리칼을 부여잡고 이를 악물며 비틀거리자 메 이드가 놀래서 제후에게로 뛰듯이 다가왔다. "도련님, 괜찮으세요? 안색이…" "건드리지마!!!" -파창!!- "꺄아!!" 메이드가 다가서며 손을 뻗자 제후가 악을 썼다. 그러자 그 순간 갑자기 터지듯이 금이 간 침대 옆 테이블 위의 꽃병! 아무도 던지거나 건드리지도 않았고 누구도 손대지 않은 꽃병인데 테이 블 위에서 저절로 파삭 부서져 꽃병에 담겨있던 물이 조금씩 흘러나와 바 닥으로 주르륵 흘러내렸다. 메이드의 놀란 비명 소리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물방울 소리와 함께 방안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깔끔하게 군더더기없이 새어 나오는 민제후의 시린 음성. "가까이 오지마. 다가오면 다 죽여버리겠어." "죄..죄송합니다." 찬바람이 분다. 매섭게 노려보는 살벌한 소년의 눈초리가 믿을 수 없는 현상과 함께 극 도의 공포로 다가왔던지 메이드가 주춤 주춤 물러서다가 허둥지둥 뛰쳐나 갔다. '젠장맞을!! 도데체 뭐가 어떻게 된 일이지? 여긴 어디지? 저 여잔 또 누구야? 그리고 난... 난 또 누구란 말이야! 모든게 뒤죽박죽이니……엇? 저건.' 그때였다. "삐이―익!!" '기습인가?! 젠장! 늦었어!' "우아앗!" -찰싹- '………?' 제후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서다가 갑자기 빛살처럼 쏘아져 자신에게 달 려드는 물체를 미처 방어하지 못하고 얼굴에 정면으로 받고 말았다. 그런 데... "어, 어라라?" '탕'이나 '피융', 또는 '퍽'하는 소리의 파공음이 아니라 '찰싹'이라 니... 제후는 이 무섭지도 위협적이지도 않은 유아틱한 소리와 보숭보숭한 감 촉에 어이없어 하며 자신은 얼굴을 뒤덮은 물체를 손가락으로 집어 떼어 냈다. "이...건 또 뭐야?" 자신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바둥바둥대는 생물체. 손을 펴보니 금빛 새끼매 한 마리가 한껏 업된 기분으로 한시도 가만있 지 못하고 푸득푸득댄다. 이 작은 새끼매가 빠르게 날아와 날개를 활짝 핀 자세로 제후의 얼굴에 찰싹 붙어 부비부비를 하고 있던 그 장본인? "넌……둘기?" "꺄루룩!!" 손바닥에서 내려 놓으니 둘기가 무척 반가워하며 쫑쫑 뛰어와 쓰다듬어 달라고 제후의 손에 머리를 가져다 대면서 애교를 떤다. 새벽 안개가 물 러가며 아침햇살이 점차 창가로 스며들자 금응의 황금빛 깃털이 더욱 찬 란한 빛을 뿌렸다. 성스럽기까지한 영물. 제후는 그 작은 생명체로 인해 간신히 엉킨 실타래같은 기억과 혼란들을 몰아내고 현실감을 되찾아갈 수 있었다. "삑! 삑! 삑! 삑!" 물론 둘기는 그런 제후의 상태도 모르고 그 순간에도 여전히 여기저기 방안을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정신없게 굴었지만.-정말 생각하는데는 도움 이 안됐다- 하지만 평소보다 더 요란법석을 떠는 것이 아무래도 오늘 아 침운동에 늦었다고 시위하는 것 같아 말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제후가 창가로 다가가 창을 활짝 열어 젖혔다. 상쾌한 아침의 향이 밀려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서 내려다 보이는 정원과 숲이 싱그러운 이슬을 머금고 피어나는 것이 보였다. 완전히 가시 지 않은 엷은 안개와 지저귀는 산새소리, 또 작은 시냇물이 춤을 추는 물 소리와 편안한 고요함까지. 모든 것이 어제와 그제, 또 지난 주와 지지난 주에도 항상 자신과 함께 해오던 평상시의 아침 풍경이다. 아침 햇살에 그 어느 것보다 더욱 고귀 하게 빛나는 황금빛 머리카락을 상냥히 쓰다듬어주는 솔바람의 감촉을 느 끼며 제후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꿈…이었나?" 제후는 도무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지을 수가 없었다. '꿈'이 라고 이름 붙인 그 영상들이 모두 기억나지도 않았다. 고통과 괴로움 속 에 식은땀을 흘리며 보게 된 그 장면들 중 어느 낯선 여자의 얼굴과 현성 우와의 낯선 대화가 조금 기억에 남을 뿐이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자신 의 전생의 기억과 일치하지 않았다. 전생에 자신은 알고 지낸 여자도 없 었거니와 성우와의 마지막 대화도 그런 것이 아니었으니. "도대체 어떤 것이 꿈이고, 어떤 것이 현실이지?" 시선을 내려 두손바닥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얀 손... 그리고 감촉... 느낌... 생생한 현실감... 그러나... '지금이 진짜 현실… 맞을까? 그런데 그때 들려온 닭둘기의 째지는 듯한 울음소리가 제후를 암울한 깊 은 상념에서 강제로 끌어냈다. 고막을 찢어놓겠다는 일격필살의 각오처럼 빽빽 울어제치는 새끼 금응. 얄밉게시리… "빼―액―!! 빼―액―!! 삐익!!!" "끄아악! 이 놈의 자식!! 시끄럿!! 조용히 하지 못해!!" "삑?!" 고개를 홱 돌리고 제후가 씩씩대며 호통을 치자 그제서야 둘기가 고개를 갸웃둥하며 푸득거림을 멈췄다. "헥…헥… 저 놈의 자식… 점점 더 성깔머리가 장난이 아니라니깐." "꺄루룩~" "칭찬이 아냐, 멍청아!!" 민제후가 누군가에게 멍청이 소리를 하게 될 날이 올 줄이야. 한예지가 들으면 머리에 핏대를 올리며 반박 성명문이라도 발표했을 것이지만 유감 스럽게도 지금 이 자리는 십대 소년인지 중년 노인네인지 아리까리한 어 느 인물의 사적인 공간일 뿐이다. 어쨌든 제후가 신경질을 내자 둘기가 뽀로롱 날아와 어깨에 내려앉아 다 시 제후의 얼굴에 부비부비를 한다. 그 애교에 제후가 한숨을 푹 내쉬며 보통 때의 민제후로 돌아와 명랑하게 말을 이었다. "에구~ 그래. 관두자, 관둬. 내가 고민같은 걸 하다니, 정말 어울리지 않지. 냐하하하~" '그래. 나에겐 어울리지 않아.' 제후가 머리를 긁적이며 침실을 나서 거실로 나와 서재로 걸음을 옮겼 다. 늙으면 아침잠이 없어진다는데 요즘 들어 점점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고역인 것이 이상하다 생각되었다. 육체를 지배하는 건 정신이라 여겼거 늘, 이 경우는 그 반대가 된 건가? 서재에 들어선 제후는 어제 밤 늦게까지 살펴보던 성전그룹 결제서류와 단군 프로젝트 세부 기획안을 밀어 놓고 컴퓨터를 켜고 스케줄을 확인했 다. 그 움직임을 따라서 둘기가 푸드득 날아와 책상 위에 앉았다. "오늘 스케줄은……방과 후에 항공기 사업 회전익 제작의 경과보고와… 음, 영상엔터테인먼트 사업장과 스튜디오를 시찰하는구나. 오늘 날짜가… 아!" 제후가 어느 정도 익숙하게 회사업무를 보고 있다고 느껴지자 보여지는 달력은 어느새 6월을 가리키고 있다.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네? 제이가 한국을 떠난지 벌써 2개월이 다 되어 가는데… 그리고 학교도 얼마 뒤에 있을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면 곧 방학…' 세월 참 빠르다 싶었다. 피아노 전공연구 발표회가 끝난지 벌써 2달이 지났다니… 제후가 지난 몇 달 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마법같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피식 웃음지었다. 하루 하루가 즐겁기 그지없었던 학교 생활과 좀 힘들고 고됐지만 친구들과 보좌관들의 도움으로 이제는 대강 업무에 익숙해져 가 는 한 기업의 수장으로서의 생활이 떠올랐다. 그리고 태평양 건너로 날아 간 제이와는 새벽마다 채팅과 게임 등에서 허구헌날 치고 박고 싸우는, 이젠 일과가 되어버린 생활도. 아직 제이 녀석과는 전화 통화든 채팅이든 만나기만 하면 서로 비아냥거리고 싸우기만 하지만, 이제는 서로의 가장 큰 조력자이자 절친한 친구가 되어버린 두 아이들이었다. 요즘들어서는 미운 정이 무섭다는 말을 실감하는 제후였다. 그가 고개를 돌려 유리문을 열고 테라스로 나가니 햇살이 조명처럼 민제 후를 쫘악 내리비춰 준다. 황금빛 햇살 속에 더욱 빛나는 소년이다. 눈을 감고 한껏 들이마시는 현실감이 눈물이 날 정도로 평화롭고 이상적이었 다. "삐익!! 삐익!! 끼―룩!!" "엉?" 제후가 둘기의 낑낑 거리는 울음소리와 무언가 바닥으로 질질 끌려오는 소리에 웃음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계속 (재업이다!! 꺄아~ 앞 내용은 별로 바뀐 것은 없지만 뒷 내용이 좀 더 붙 었습니다. 앞으로 펼쳐질 내용은 저도 마구마구 기대가 돼용!!^^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선 우리 주인공들이 더욱 멋있는 모습을 보여줄 테니까. 꺄아~ 어제 다음 카페에만 글을 올려서...^^;;; 비록 미완성이었 지만... 열심히 해야쥐!! 연참? 연참... 글세.... 웅~ ??;) -143- [부제: 환상과 현실 사이(4)] '청아(淸雅)?!' 무엇이기에 둘기가 저리도 필사적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지 어리둥절했던 제후는 곧 닭둘기의 부리와 발톱에 잡혀 끌려오는 검은 색 도(刀)를 보고 깜짝 놀랬다. 청아도(淸雅刀). 맨 처음 발견됐을 때와 똑같은 전체적으로 검은 묵색의 장도(長刀). 다 만 그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처음의 낡을 대로 낡아서 헤졌던 칼집과 손잡이 대신에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깊은 빛을 발하는 검은 칼집과 손 잡이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였다. 화려한 외모와 달리 의외로 주렁주렁 장 식이 많은 것을 싫어하는 제후는 청아도에 어떤 문양이나 술을 달지 않고 그렇게 단아하고 격조 있는 형태로 만들어 놓아 항상 가까이 하였다. 그런데 지금, 황금빛 나는 새끼 금응이 무슨 생각에선지 그 청아도를 제 후가 있는 쪽으로 있는 힘을 다해 질질 끌며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다. "푸하하하... 얌마. 네가 이걸 무슨 수로 들어올린다고 용을 쓰냐, 쓰길. 내려놔. 칼끝만 바닥에 질질 끌리잖아." "삐―익!" 제후가 키득대며 말하자 둘기가 고집을 부리며 푸득거리는 날개짓과 함 께 목청껏 소리 높여 울었다. 하는 양을 보아하니 아마도 제후에게 빨리 이것을 들고 자기랑 같이 놀러 나가자고 보채는 것 같다. 하긴, 오늘은 제후가 늦잠을 자는 바람에 운동시간이 늦어도 아주 많이 늦긴 하였다. 보통 새벽에 나가 아침이 밝으면 돌아오는 일과였으니... 아침 햇살이 이 렇게 환하게 비치는 지금 시각을 보면 에너지가 펑펑 넘쳐흐르는 이 작은 새끼 매가 몸이 달아 보채는 것도 이해 못할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 둘기가 방방 뛰며 푸득거리다가 청아도를 놓치고 결국 바 닥으로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칼이 요란하게 구르고 말았다. '이런.' 설마 그 정도로 흠이야 나진 않겠지만, 제후는 '윽' 소리를 내며 이마를 짚었다. 검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검이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이 다루는 것. 검은 이미 하나의 도구라기 보다는 자신의 마 음을 비추는 거울이고, 스스로를 더욱 단련하고 수양시키는 매개체이다. 올바로 다루면 심신수련을 함과 동시에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고 마 음을 정(淨)히 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을 시에는 사람을 해코지할 수도 있는 무기가 되는 것이 검이다. 즉, 제후에게 이런 모든 의미를 가지며 자신의 분신처럼 다루는 것이 바 로 청아도일진데 지금 이 철없는 어린 새끼 매가 그걸 바닥에 데굴데굴 함부로 굴리고 있는 것이었다. '으윽! 저걸 쥐어 팰 수도 없고…' 제후는 주먹만한 새가 뭐가 그리도 기쁜지 좋아죽으려고 하는 걸 한숨을 쉬며 바라보면서 바닥에 나뒹구는 청아도로 걸음을 옮겼다. "그래. 오늘은 내가 참는다, 참어. 내가 청아를 잘 챙기지 못한 잘못도 있으니까. 허허허…… 어?" 제후가 오랜만에 노인네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 세상을 달관한 듯 중얼거 리다가 칼집에서 반쯤 뽑혀져 나와 햇살 아래 드러난 묵빛 도신(刀身)을 발견하고 눈을 새초롬하게 빛냈다. 솔직히 날이 제대로 선 것도 아니어서 청아도에 검(劍)이니, 도(刀)니 하 며 나누는 것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단지 제후가 그것의 모양과 형태, 느낌, 외관 등을 보고서 자연스럽게 '도(刀)'라고 느끼고 '청아도(淸雅 刀)'라는 이름까지 붙였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 민제후의 눈빛을 빛내게 한 것은 그런 세속적인 구분이 아니라 그 도신(刀身)에서 처음으로 발견 한 어느 문양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제와서야 제후가 청아도에서 처음으로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몇 달간 함께 숨쉬듯 가까이에 두었던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제 후는 이미 청아도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그것을 샅샅이 살피고 조사해 보 았던 것이다. 헌데 햇빛에 반사된 묵빛 도신에서 보여지는 저 이상한 그 림들은 무엇이란 말인가? 처음 보는 형상의 문양들… "아니, 그림이 아니라 글씨인가?" 제후가 청아도를 집어들어 날을 천천히 뽑아들며 중얼거렸다. 구불구불 물줄기가 흐르는 듯, 하늘로 날아오를 듯 휘날려 새겨진 그림 들. 아니, 글씨일지도 모른다. 한문을 흘려 쓰면 이렇듯 날려 쓴 낙서 같 은 모양새가 되기도 하니. 그런데 특이한 것은 그 문자들은 햇빛이 닿아 야만 은빛으로 빛을 발하여 그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자연의 직사광선이 닿아야만 보여지는 듯 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특이한 현상이고 독특한 화학반응이긴 하나 특별히 그 이상의 관심이 가지 않는 제후였다. 물론 처음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민 제후의 망상 버릇으로 잠시 청아도가 무협지따위에 나오는 최강병기라거 나 신병기, 또는 보물이 숨어있는 신비지에 찾아갈 수 있는 비밀 지도라 는 등 온갖 공상의 나래를 펼친 것도 사실이었지만, 설마하니 달에도 가 고 우주정거장을 만드는 21세기에 그런 일이 있겠는가? "뭐, 좀 신기하긴 하네. 그래서 뭐?" 제후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일상에서 솟구치던 그의 쓸데없는 호기심도 이번 상황에서만큼은 너무나 비상식적이라고 여겨져서 그런지 발동되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자 신의 어이없는 상상력에 스스로 어색하게 웃음 지으며 물리치고 있었다. 청아도가 민제후에게 있어선 정밀하다고 할 정도로 완벽한 균형을 잡아주 는 명도이긴 하나, 다른 이들의 눈에는 누가 보아도 날조차 제대로 서지 않은 볼품없는 고철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흠흠, 그래도 내력 정도는 궁금하긴 한데… 나중에 장 회장이 돌아오면 한 번 물어나 봐야겠다.' 제후가 잠옷바람으로 비스듬하게 반쯤 뽑아들었던 청아도의 도신을 다시 한 번 살펴본 후 빙긋 웃으며 제자리로 되돌려 놓았다. 칼집으로 돌아가 는 청아도의 소리가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 '어쨌든 이것저것 아침부터 요란하군. 기억은… 잘 안 나지만 꿈자리도 뒤숭숭했고, 청아도에서 이상한 빛이 번뜩이질 않나, 둘기 저 녀석도 지 치지 않고 보채고 말이야. 에구구~ 나도 놀아주고 싶지만 오늘은 학교에 일이 있어서 일찍 나가봐야 하는데다가 평생 안자던 늦잠까지 자…서…… 에? 늦잠?' "끄아악~~!!! 지각이닷!!!" -우당탕 쿵탕!!- 정신을 놓은 사이 잠시 명상에 잠겨있다고 생각했건만 그 '잠시'가 '잠 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시계를 보니 8시를 6~7분전임을 가리킨다. 완 벽한 지각이었다. 제후는 그제서야 김 비서가 출장 간 것을 기억해 냈다. 장혜영 여사도 어제 춘천에 있는 어느 음대에 볼일이 있다고 가서 아직 돌아오지 않았 다. 그런데다가 제후가 아침에 메이드 한 명을 있는 대로 겁을 줘서 내쫓 았으니... "이런 젠.장! 예지한테 또 엄청 꼬집히겠네!!" "삐이익!! 삐익! 삐이이이익!!" 제후가 방안을 뒤집고 엎고 다니면서 정신없이 교복에 팔 끼우고, 다리 끼우며 허둥대자 닭둘기가 제후의 머리에 매달려 징징댄다. "아, 이것아! 이 엉아 좀 봐줘라! 늦잠 잔 건 정말 미안한데, 진~짜 진 짜 미안한데 말이야, 내가 지금 엄―청 바쁘거든!! 운동은 내일 가자. 응!!" 그렇게 민제후가 교복 셔츠 단추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머리도 못 빗 고, 가방을 들고 황급히 뛰쳐나가자 한동안 그 저택에 한(恨)맺힌 금응의 울음소리가 기괴하게 울려 퍼졌다 한다. 그리고 역시 거의 비슷하게 큰 파장을 남긴 또 한 소년의 비명 소리. "난 이제 마녀한테 죽.었.다!!" 아침 햇살이 참으로 아름다운 어느 평일 오전의 일이었다. ...계속 (그동안 공백기가 좀 길었씀다. 이걸 슬럼프라고 한다죠? 죄송함다. ^^;; 이제부터 열심히 해야죠. 좀 더 길게 쓸려고 욕심부리다간 오늘 날짜를 넘길 것 같아서 여기서 끊씀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회엔 제가 의도한 분 량과 내용이 다 들어가지 않았네요.??;; 뭐, 나중에 책으로 나오면 똑 같으니 상관없는 건가요? 음.... 어쨌든, 앞으론 성실 연재 하겠씀다. 깨달음(?)을 얻었다고 생각하는 란이었습니다. ^.^ 놀고 먹어봤자 별 볼일 없다는 깨달음...? ?? -144- [부제: 수수께끼와 미로(1)] 맑디맑은 하늘. 명경지수(明鏡止水)라는 말을 인용해 써도 한 점 오차가 없을 정도로 빨 려들 듯한 깊고 깊은 푸름이 펼쳐져 있다. 밝은 거울과 정지된 물… 그리 고 그것을 바라보는 한 사람의 고요하게 깨끗한 마음. 그 맑은 눈과 그 밝은 가슴에 가득 담긴 저 높은 하늘이 측량할 수 없는 깊이로 느껴진다. 세상의 모든 잡념을 버린 듯한 맑은 거울 같은 그 눈동자가 바라보고 있 는 것은 과연 무엇인지… 하늘인지, 구름인지… 또는 멀리, 더 높은 하늘을 향해 자유롭게 날갯짓 을 하는 산새들인지… 그 눈에 담긴 것이 어떤 색깔의 갈구인지 짐작하기가 어렵다. 단지 시원 하고 부드러운…. 약간의 허전함과 그늘이 있지만 정말 시원한 눈이다. 물론 아직 따스한 기운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 소년의 예전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그 눈 속에 차갑고 냉혹한 느낌이 사라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깜짝 놀랄 일이었다. 그 시원스런 눈동자를 가진 지적인 눈매의 주인공이 교내 종소리에 정신 을 차린 듯 고개를 돌렸다. 바람이 스치며 놀랍도록 아름다운 선을 그리 는 그 소년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약간 긴 듯한 가느다란 모발의 앞머리를 부드럽게 쓸고 지나갔다. 끝을 잃고 펼쳐져 있는 깊고 깊은 하늘을, 그것 을 유일한 배경으로 뒤돌아서는 그의 스마트한 모습은 마치 세련된 CF의 한 장면처럼 인상적이다. 성전특고의 본관 건물의 옥상. 넓은 건물 부지만큼 넓디넓은 옥상 위는 마치 하늘을 머리에 짊어진 듯 한 기우제 재단처럼 탁 트여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준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기도 하기에 학생들의 출입통제가 이루어지는 곳이기에 인적이 없 이 황량하다. 그런데 그때, 옥상으로 올라오는 유일한 출입구가 요란한 비명을 지르며 벌컥 열렸다. -꽝!!- "신동민! 너… 너 여기에 있었어?!" "아, 예지구나. 왜?" 신동민이라고 불린 그 소년이 그를 한참 찾아다닌 듯 숨을 몰아쉬는 여 학생을 향해 웃음을 보냈다. 도도한 한예지에겐 어울리지 않게 너무 터프 한 방법으로 등장했기에 처음엔 조금 놀라고 의아하긴 했지만 동민은 최 근 점점 더 꾸밈없이 밝아진 그녀의 모습을 기억해 내고는 자연스런 표정 을 지었다. 변해가는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다. 편안하다. 예지가 아무일 없다는 듯 걸어오는 신동민을 향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 다. "뭐, 뭐했니, 이런 곳에서?" "…응, 그냥." 한예지의 얼굴이 동민의 잔잔하게 웃는 미소에 더욱 찡그려진다. 그 소 녀의 눈이 이렇게 말한다. '마음에 안 들어'라고. "무슨 일이야? 네가 날 다 찾아다니고." 동민은 아이스 프린세스라고 불릴 만큼 도도하게 싸늘한 한예지가 숨을 몰아쉬며 저렇게 요란하게 자신을 찾아온 것을 보고 이미 어느 정도 그 이유를 짐작했으나 일부러 모른척하며 물어보았다. 한국인의 나쁜 말버릇. 알면서도 다시 되물어 확인 받으려 하고, 모두가 아는 이야기를 다시 입에 올려 새삼스레 알게 된 것처럼 말을 이어 나가 는 대화방식.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을 모두 제외하고 정말 알고자 하는 말만 오간다면 세상은 정말 쓸쓸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더 말할 수 없이 쓸쓸해지겠지.' 예지는 고요하게 자신을 응시하는 신동민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 보며 얼굴을 굳히면서 말했다. "뭐, 꼭 일이 있어야 내가 널 봐야 되니? 나도 그냥이야." 의외다. 바로 이것저것 따지며 정신없이 물어올 줄 알았는데. 소녀의 눈에 어린 것은 의심과 실망, 서운함 등이 어려 있었지만 표정에 는 고집이 더 강하게 드러나 보였다. 자신을 납득시켜 보라는 무언의 압 력과 표정. 동민은 예지가 자신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아직은 말하 고 싶지가 않았다. 좀 더 시간이 지나 마음에 결정을 내리고 나서, 혼자 조용히 자신에 대해 더 생각하고 결론을 내린 후에 그것을 입 밖으로 내 뱉을 생각이다. "너, 우리한테 정말…할 말 없니?" "쿡쿡... 한예지, 이러면 곤란해. 지금 그 말은 어떻게 들으면 굉장히 위 험하다. 그냥 내가 보고 싶었다라… 난 그 괴물과 연적이 되고 싶은 마음 은 없다니까." "뭐?! 너, 너!!" 동민이 약간의 장난기를 담고 중얼거리며 예지를 지나쳐 계단 쪽으로 걸 음을 옮기자 예지가 빨개진 얼굴로 화가 나서 획 돌아서는 것이 느껴졌 다. 성전의 얼음 공주의 이런 모습은 예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는데. 정 말 재미있었다. '아니, 예지뿐만이 아니지. 모두 다들 조금씩 변했어. 반 아이들도, 학교 분위기도, 눈에 뛸 만큼은 아니지만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예지도, 세진 이도, 그리고…나도! 예전의 나였다면 여자애를 상대로 이렇게 장난처럼 말할 수 있었을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한없이 쓸쓸해지는 마음이 미약하긴 하지만 자신의 어떤 작은 변화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민제후'. 그 아이, 그 녀석, 그 황당극치의 괴물. 동민에게 이제 '민제후'라는 이름은 단순하지 않았다. 너무나 큰 영향력 을 끼치는 이름. 겉으로 보기에는 자신이 항상 뒤치다꺼리를 해주고 보살 피는 사고뭉치였지만 사실은 신동민이 폭발하지 않게 감싸고 이끌어 주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신동민, 그 자신도 잘 알 수 없었다. 이제 모든 것이 다 잘 되어 가는 것 같은데… 그런데… 이상했다. 채워 지지 않은 그 어떤 무언가가… 퍼즐 한 조각이 늘 비어있어 답답한 느낌. 그리고 이제 더 이상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길을 무시할 수가 없다. 그것 이 길이 아닐지라도 길을 찾기 위한 노력은 해야 한다. "신동민, 너!!" "아, 그러고 보니 제경이가 미국으로 간지 이제 두 달이 다 되어가지? 후후, 그 녀석 성격에 딱 어울려. 결국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날아 올랐어. 그것도 아주 멋지게!" 동민이 옥상문을 열고 건물 안 계단을 내려가자 예지가 재빨리 뒤쫓아 뛰어오며 소리지른다. 하지만 신동민이 계속 못들은 척 계단을 내려가며 밝은 목소리를 내자 예지가 역시 이대로 넘길 수 없다는 듯 다그치는 소 리가 날아왔다. "말 돌리지 마!" "넓은 땅에서 공부하는 기분은 어떤 걸까?" "어?!" 정말로 몇 달만에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게 달라졌다. ...계속 (연참할 수 있으려나. 해야지. 해야 하는데... 할 수 있을 거야. 아하하 하;;;;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이 각자 하나씩 고민이 생기는군요. 동민이도 그렇 고, 세진이도 그렇고 집안 사정이 좀(사실은 아주 많이) 복잡하죠.^^;; 그 것이 곯아서 터지는 걸까요? 아니면 자신을 찾아가는 걸까요? 제후네가 복잡한 것은 다 아는 사실이고....음...그래도 이 멤버가 깨지는 것은 싫은 데.... 제후야!! 힘내!! 동민이 좀 다독여봐!! @.@;;; 원래 평소에 얌전한 놈이 사고는 크게 치잖아!! 헉! ) -145- [부제: 수수께끼와 미로(2)] "너 그럼 정말로 아이비리그(Ivy League)로 유학…" "자, 거기까지!" 아직이었다. 아직은 아니다. 신동민이 계단 아래에서 우뚝 멈춰서서 뒤돌아 자신보다 좀 더 위쪽에 서있는 소녀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옥상으로 통하는 입구에서 내려오는 빛과 바람에 예지의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운 긴 검은머리가 바다 속 해초 처럼 부드럽게 나풀거리는 것이 보인다. 사랑스럽지만 고집스런 하얀 얼 굴도. 동민이 그것을 바라보며 그 지적인 눈매에 초연한 기색을 띠고 입을 열 었다. "거기까지 하자, 한예지." "아니, 난 들어야겠어! 왜 말 못해? 왜 안하는데? 네가 말해주지 않는다 면 차라리 내가…" "닥쳐!" 예지가 움찔하며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예지는 신동민이 한 번도 저런 표정으로 소리지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신동민은 언제나 예의 바르고 모범적이었다. 유세진과는 다른 의미의 모범생.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면 철저한 성격의 유세진이 훨씬 더 모범생에 가깝겠지만, 그 속을 알 수가 없고 어쩐지 위험스런 느낌을 풍기는 세진에 비하면 신동민은 자상하기도 하고, 배려도 할 줄 아는 모범생이었다. 겉은 어느 정도 융통성은 있지만 의외로 그 속은 고지식하고 한 길밖에 모르는 신사적인 소년이라 이런 모 습, 특히 여학생에게 그런 거친 말로 소리질렀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 다. 예지가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굳어있자 신동민이 싸늘하게 눈을 빛냈다. "내 일이야! 잘 들어. 내 일이라고. 아직 결정된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러 니까 아무 말 하지마!" 계단 저 아래에서 마력적일 정도로 잘생긴 한 소년이 한겨울 한파처럼 매섭게 말을 내뱉는다. 눈에서는 불꽃이 튀는 것만 같은데 표정은 서늘하 기 그지없다. 불안정한 모습. 무엇이 이 소년을 불안하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네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궁금하지 않아. 어차피 알려지게 된다면 학생 회장이고 선생님들과도 가깝게 지내는 네가 제일 먼저 듣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거, 알고 있었어." 신동민이 교복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으며 옆으로 돌아섰다. 고개 숙 인 핸섬한 얼굴 위로 가느다란 모발의 갈색 앞머리가 흘러내려 소년의 눈 가에 그늘을 드리웠다. "하지만 아무 말 마. 특히 민제후한테는." 동민은 감정적으로 소리지른 것이 미안하긴 했지만 고집스레 조용히 읊 조렸다. '세진이 자식이야 알고도 항상 모르는 척 하는 놈이니 신경 쓸 것 없지 만. 민제후, 그 녀석이 알게 되면 시끄러울 것 같으니...' "정말 갈거니?" 동민이 뒤돌아 서서 걸음을 떼자 예지의 고요한 음성이 귓가에 스며들 듯 들려왔다. 흔들리지 않는 도도한 목소리. '훗! 역시 한예지.' 작은 여왕처럼 항상 당당한 아름다운 그 친구 생각에 동민은 입가에 자 신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피어올랐다.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건 없어." 동민은 그 짧은 대답으로 모든 것을 대신하고 뒤돌아보지도 않은 채 교 실로 향했다. 평소의 신동민으로 돌아온 듯한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려있 어 정말 아무 일도 없는 듯이 느껴졌다. 그리고 아무일 없는 6월의 어느 일상의 오후가 흘러가는 듯 느껴졌다. 더운 여름 날씨 속에 새하얀 뭉개 구름만이 파아란 하늘을 바다 삼아 둥 실둥실 조용히 흘러갔다. "후아아암~" 따분하고 나른하다. 제후는 책상 위에 늘어져서 창밖으로 한가롭게 흘러가는 뭉개 구름을 바 라보며 늘어지게 하품을 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꿈자리가 뒤숭숭했던 것 은 아무래도 지각을 예견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결국 지각. 그러나 민제후가 평생(?) 안하던 지각을 한 것이 오늘은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매우매우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에. 바로 정우성 선생님과 문승현. 정우성 선생님이야 특급 클래스의 부담임이고 제후의 담임인 진수아 선 생님을 사모하고 있기에 그 평범하지만 털털하고 인심 좋게 생긴 얼굴을 어렵지 않게 매일 볼 수 있었지만 오늘 같은 상황에서는 정말 반갑기 그 지없었다. 정우성 선생님이 오늘 교문 앞에서 생활지도를 맡고 있을 줄이 야. 이것이야말로 천우신조(天佑神助)가 아닌가! 하늘이 돕고 귀신이 도와 생전 처음해 보는 지각날 친분(?)이 두터운 선생님이 지도 선생님이니 어 찌 감동하지 않았으리요. 하지만 또 다른 반가운 한사람이 민제후의 오늘 아침의 지각사건의 변수 가 되었다. 바로 문승현. 그 동안 교내에서 은근히 찾아보았으나 뜻밖에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별 로 요란한 인물이 아닌 걸 알고는 얼마나 놀랐었던지. 하지만 지금은 거 의 활동을 안하는지 움직임이 없기에 스콜피온에 대한 말도 들려오지 않 고, 때마침 회사에서 단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항공기 사업에 박차를 가 하는 중인데다 음악· 영화· 연예 등의 각종 영상엔터테인먼트 사업도 그 규모가 커지고 있었기에 일에 치여 살아 한동안 잊고 있었던 요주의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문승현을 다시 만난 장소가 제후가 지각을 하고 벌을 서는 교문 앞이라니... 그것도 문승현이 선도부?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제후는 교실에 몇 명 안 남아 있던 아이들이 깜짝 놀라 쳐다보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미친 듯이 웃어제꼈다. 이럴 때 웃지 않으면 언제 웃으란 말인가? 교내 최고의 폭력서클이자 이 근처 수 개의 고교까지 장악하고 있다는 스콜피온의 지역총괄부장 문 승현이 한국 제일의 명문특고인 성전특고에서 선도부장이라?! 푸헤헤헤헤 헤~~ 정말 웃겨서 뒈지는 줄 알았다. ...계속;; (좀 짧은 듯 싶지만 그냥 올리렵니다. 이번에 비중이 큰 새로운 여자 캐 릭터가 하나 더 나올 예정입니다. 아직 이름도 나오지 않은 새 인물이지 만 사랑받을 수 있기를 기원하며...??;; 새로운 이야기들이 재미있기를 기원하외다. 난 재미있는데 여러분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어요.^^;; 뭐, 진짜 본격적인 이야기는 아직 언급도 안했 지만 말입니다. 꺄하하하~~ >.< 뉴 라이프 다음 카페로 놀러 오세요.) -146- [부제: 수수께끼와 미로(3)] 문승현의 그때 그 당황한 표정이라니... '물론 오늘 아침에 이렇게 웃어서 결국 정우성 빽도 한 번 못써보고 있 는 대로 정신교육을 철저히 받았지만…… 그, 그래도 아직 그 모습을 생 각하면 우, 우스워서… 푸하하하~.' 제후는 오늘 오전 교문 앞에서 군기 잡는 문승현을 발견하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방정맞게 웃어제꼈다가 그 넓은 중앙 운동장을 20바퀴나 돌 았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났지만 그래도 어깨가 들썩이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문승현의 선도부장으로서의 희번뜩한 눈과 무시무시했던 지각벌 칙으로 인해 팔다리가 온통 근육통으로 비명을 지르는 대도 아직까지 삐 죽삐죽 삐져나오는 이 키득거림. 너무 웃어서 배가 아팠다. '에구, 죽겠다.' 웃다가 기운이 소진되자 다시 책상 위에 엎어져 늘어지는 제후였다. 자유전공연구시간이라 교실 안은 한가하기 그지없다. 성전특고에만 있는 특별한 수업형태. 오전과 오후에 각각 몇 시간씩 설정되어 있는 이 시간에는 학생들이 자 기 전공분야의 공부를 자유롭게 하는 시간이기에 교실에 남아있는 아이들 이 몇 명 없었다. 특히 클래스 S인 이곳, 특급 클래스는 같은 반이라고 하더라도 각각 여러 전공자들이 불균형하게 섞여있기 때문에 모두들 뿔뿔 이 흩어져 교실 안이 더욱 한가하다. 남아있는 아이들이라면 자신의 전공 연구보다 먼저 마쳐야 할 중요한 일이 남았거나 조용히 시간을 보내고 싶 은 아이들뿐이다. 이것도 역시 자신의 스케줄을 스스로 관리하는 성전특 고만의 수업방식이기에 가능한 모습이었다. 보충수업이라는 이름의 진도 수업, 자율학습이라는 이름의 강제공부시간을 가진 대입 합격을 최고 목 표로 두고 있는 우리 나라의 다른 사립고등학교에서는 생각도 못할 교육 시스템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해 가능할지도…. 이미 이곳에 적을 두고 있는 학생들은 대학 합격이 최종목표가 아니기에 이런 자유로운 생활이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외국에서 성전특고로 고등학 교 유학을 오는 것이 더 이상 특이한 일이 아니고 일반전형생들이라 하더 라도 명색이 성전특고생이라면 일반 사립고교에서 전교 상위권의 성적을 거두는 수재들이기에 이들에게서 새삼스레 대입을 위한 준비를 학교가 따 로 할 필요는 없었다. 다만 이들에겐 자신의 진로를 어느 방향으로 정하 느냐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비록 학교일 뿐이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성전(聖殿)'의 이름을 거대하다. 그러나 여기 책상에 엎드려 따분하다고 바둥대는 인간은 그런 사실은 자 각도 못하고 늘어져 있으니… "야, 민제후. 너 지금 뭐하냐?" "세상은 요지경 속에서 어어야 디야 어쩔시구리 속에서 헤매 다니지. 후 후후…" 교실에 남아있던 남학생들 몇이 제후에게 다가왔다가 제후가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중얼중얼 대는 것을 듣고 얼굴을 이상야릇하게 구겼 다. "뭐, 뭐? 얘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냐?" "내비둬라. 하루 이틀 보냐." 민제후의 행태는 이제 유명해진 것인가? 같은 클래스의 소년들이 제후 의 주변에서 한숨을 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전에는 특고에서 거의 바보 취급을 받던 제후가 갑자기 스페셜 그룹인 클래스 S에 편입된 것에 의심과 반감을 가지고 있어 무시하기만 했던 그 들이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아무래도 학기초에 열 렸던 피아노 전공연구발표회에서 그 소년이 보여줬던 그 놀라운 신위가 경외감을 불러일으킨 듯 싶었다. 그날 이후, 민제후에게 어디어디 유명 음대에서 스카웃 제의가 왔다느 니, 어느어느 세계적으로 유명한 음악가가 제후를 가르쳐보고 싶다고 했 다느니, 외국의 어느 음반회사가 민제후의 음반을 내고 싶다고 제의했다 느니 하는 등, 검증되지 않은 소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났기 때 문에 더욱 그러했다. 물론 그 소문들의 진위 여부는 본인만 알고 있겠지 만 제후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평상시와 똑같이 생글거리며 꾸준히 학교를 다닐 뿐이었다. 그러나 발표회 이후 모두가 아는 한가지 큰 사건이라면 강제경이 떠난 한국 음악계에 떠오른 샛별이 된 그 민제후가 어이없게도 자신의 전공을 클래스 A에서 클래스 B로 바꾸지 않아 지난 중간고사 때 특급 클래스가 클래스AⅠ에 밀렸다는 것! 제후가 전공만 예술전공인 클래스 B로만 바꿨다면 클래스 S 사상 최고 의 점수를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소년이 전공을 바꾸지 않았다는 것 하나만으로 거꾸로 사상 최악의 점수를 받고 만 특급 클래스... 모두들 그 소식을 듣고 새하얗게 질린 한예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 다. 반장으로서 책임감도 책임감이지만 당연히 그가 전공을 바꿀 줄 알고 안심하고 있었던 그녀이기에 한동안 쇼크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다가 다음 순간엔 민제후를 죽이겠다고 발악을 했었으니…. '하긴 그럴 수밖에…' 제후 주변에 다가온 아이들은 연신 하품을 해대는 금갈색 머리칼을 가진 여려보이는 체구의 소년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한숨을 쉬었다. 스페셜 그룹인 클래스 S-0에서 일반전형합격생까지 모두 통틀어 중간고 사 전교 꼴찌가 나온 일은 개교이래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상하게 민제 후란 이름만 들어가면 개교이래 처음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붙는 것 같았 다. 그런데 더 이상한 것은 그런 사고뭉치 녀석이지만 이상하게도 그리 밉지 않다는 것이었는데…. 오히려 매번 시끄럽고 크고 작은 사건들을 터 뜨리지만 철저한 개인주의였던 예전의 학급보다 따뜻한 분위기를 갖게 되 었으니 그것도 이상한 일 중의 하나였다. "어? 안녕, 얘들아?" "이제서야 우리가 눈에 들어오냐?" "엥? 좀 늦었나? 냐하하하하~ 미안 미안. 오늘 그만 지각해서 내 온몸 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는 통에…" 제후가 팔다리를 휘저으며 우둑우둑 뼛소리를 내자 그것에 아이들이 놀 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맞다! 너 오늘 그 무심대마왕(無心大魔王)한테 걸려서 죽을뻔 했다며? 괜찮냐?" "에? 무심대마왕?"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제후의 얼굴에 아이들이 제후의 책상에 손을 짚 고 몸을 기울이며 열변을 토했다. "선도부의 문승현 선배 말이야! 진짜 몰라? 클래스 C-Ⅰ의 3학년 선배 인데 장난 아니라구. 심장이 없다니까, 심장이! 항상 완벽하게 무표정한 얼굴로 지켜보는데 그 선배가 교문 앞에 서있으며 통과할 때마다 정말 얼 마나 조마조마하다고. 왜 차를 타고 교문을 통과할 수 없는지…" '클래스 C라면 컴퓨터나 자동차 같은 전자·기계공학 계열의 전공체계 였지, 아마?' 제후는 특급 클래스이지만 비교적 소탈한 남자아이를 바라보며 눈을 빛 냈다. 새로운 정보다. "게다가 그 눈 봤냐? 회색 눈이 얼마나 섬뜻한데. 일반전형이지만 역시 신동민 다음으로 무시못할 존재란 말이야. 음음, 맞아, 정말 무시할 수 없 는 인물이야." 팔짱을 끼고 지긋이 감은 눈으로 심각한 척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제 멋대로 자란 상류층 자제로만은 보이지 않아 제후는 피식 웃음 지었다. 박원우라 했던가? "어, 그럼 혹시 그 놈… 아하하, 아니, 문승현 선배가 스콜피온하고 어떤 …… 관계야?" 제후는 교내에서의 소문을 알기 위해서 은근히 문승현과 스콜피온의 관 계에 대해 물었다. 일반전형생을 무시하는 특별전형 아이들이 이렇게 인 정할 정도의 인물. 스콜피온과의 관계는 어느 정도로 알려져 있는 걸까? "스콜피온? 문선배가 스콜피온하고 무슨 관계가 있을 리가 없잖아. 그 선배는 선도부 부장이라고! 깐깐하기는 얼마나 깐깐한데. 결벽증으로 유 명하단 말이야." "어… 그래?" 당연한 것 아니냐며 대답하는 박원우의 말에 제후는 잠시 손등에 턱을 기대고 생각에 잠겼다. 그동안 정신없어 미처 생각 못했지만 좀 더 자세 히 알아볼 필요가 있을 듯 싶었다. 좋은 재목일지도…. "에휴, 모르겠다. 야! 요즘 날씨가 후덥지근해서 그런지 논문도 잘 안풀 리는데 농구나 하다 집에 가자. 난 아직 우리집 기사가 오려면 시간이 좀 남았거든. 제후야, 너도 같이 나가자." "농구?" 오랜만에 생각다운 생각 좀 하려는데… 쩝! 역시나 운명은 민제후에게 깊은 생각을 허락하지 않는 모양이다. "응, 그래. 같이 나가서 하자. 몸도 풀고 날씨도 짱 좋잖아? 어때?" '흠, 농구라~' 제후는 특급 클래스라도 애들은 역시 애들이구나 라고 속으로 중얼거리 며 활짝 웃었다. 아이들은 민제후를 예전 몸치 중의 몸치인 원판으로 생 각했는지 자신들끼리 짓궂은 표정을 교환하고 있었으나 제후는 그것을 그 냥 못본척 하였다. 대신 자신도 화답처럼 짓는 화사한 미소. 그러나 그것 은 아이들의 표정들보다 더욱 음흉하기 짝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곧 제후의 맑은 목소리가 순진하게(?) 교실을 울렸다. "그래, 좋아! 오.랜.만.에. 몸 좀 풀어 보자!!" "그래서 학생회에선 이번 수학여행 예산 분담을 이렇게…" "너무 약한거 아닙니까? 작년에 2학년들은 유럽으로 미술관 투어를 갔 다왔는데 이번 2학년들은 겨우 중국? 차별이 심한데요." 학생회의실이 있는 본관 건물을 나와 서류철을 넘겨보며 걷는 두 학생들 의 말소리가 평화로운 교정에 도란도란 울렸다. 그 두명 중 한명은 나이가 좀 더 어린 듯 옆의 다른 학생보다 약간 작은 키에 작은 체격을 가졌지만 같은 교복을 입었고 대화의 분위기를 보아 동 급생으로 보인다. 학생회 임원인 듯한 그 두명. 모두 하나같이 똑똑하고 총기있어 보이지만 그 중에서도 새까만 검은머 리와 뿔테안경을 쓴 작은 체구의 소년이 눈에 더 확 띄었다. 햇빛에 푸른 빛을 반사하는 신비로운 검은 머리칼의 주인공은 존대말을 쓰고 있음에도 이상하게도 마치 다른 사람을 내려다보는 듯한 인상마저 준다. ...계속 (유구무언(有口無言)... 입은 있으나 말이 없습니다. 죽여주세요. ?? -내멋대로 인터뷰(1)- *진행자: 아, 안녕하세요. 이렇게 여러분을 만나뵙게 되어서 너무너무 기 쁩니다. 성전특고라는 수재들만이 다니는 최고 명문고의 최고 명물들과 만나게 되다니…. 먼저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민제후: 푸후후후, 별 말씀을. 그런데 이거 하면...(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비비며 웃는다)출연료는 얼마나…으악!! *한예지: (주먹을 든 채 얼굴을 붉히며) 가만히 있어! 창피하게... *민제후: 우쒸~ 내가 뭘! *진행자: 아하..하하하... 사..사이가 좋으시군요. 저, 그보다 많은 분들이 성전특고의 명물들을 너무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소개를 좀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어, 그럼 먼저 동민군과 세진군이 시작하시죠. *신동민: (멋적게 웃으며) 아, 제가 제일 먼저인가요? 글쎄요, 전 별로 특 별한 것이 없어서요. (모두들 속으로 강하게) '그거야 네 생각이지!' *신동민: (그 묘한 분위기에 어색해서 헛기침) 흠흠... 그럼 간단하게 하 죠. 나이는 18살. 성전특고에 일반전형으로 입학했고, 클래스는 학업전공 인 클래스A-Ⅰ입니다. 집안은 평범합니다. 중산층 가정의 장남으로 여동 생이 하나 있구요. 아, 제 동생 아시죠? 신동희라구요. *진행자: (범접할 수 없을 만큼 cool~한 신동민의 외모에 긴장하다가 갑 자기 여동생 이야기에 미소짓는 동민을 보고 넋이 나가서) 아...네..네. 알 죠. 동희양도 인기가 많으니까요. 호호호~ *신동민: (동희 칭찬에 더 기분이 좋아졌는지 꽃미소를 뿌리며) 아, 감사 합니다. 어릴때부터 제가 업어 키우다시피해서 좀 버릇이 없죠. 그래도 제겐 가장 소중한 아이니까... 아, 죄송합니다! 그만 인터뷰 도중에... *민제후: 베에~ 시스터 콤플렉스... *신동민: (날카롭게 째려보며) 시끄러, 민제후. *한예지: 하여간~. 깐죽대다 언제고 한 대 맞지. *유세진: (방긋방긋 웃으며 구경에만 열심히) *진행자: (분위기 수습하려 애쓴다. 의외로 산만한 분위기가 적응 안된 다.) 저, 그래서요, 동민군. 좀 더 자세한 소개를 해주셔야... 거기까지는 다른 분들도 다 알고 계실 거라 생각되는데.... *신동민: 아, 예. 죄송합니다. 특별히 말할 건 없어요. 친어머니는 동희가 어릴 때 돌아가셨고, 지금의 어머니는 새어머니시죠. 전 지금 집에서 나 와 학교 주변에서 자취하고 있고요. 집안 이야기는 그 정도밖에 없죠. 특 별히 비밀이 있지도 않습니다. *진행자: (수첩을 훑어보며) 아, 네. 그렇군요. 그럼 제가 빼먹고 말씀 안 하신 것 같아서 정리를 더 해보죠. 그런데 동민군은 세계천재모임인 '멘 사'의 회원이시죠? 그리고 천재그룹이라고 일컬어지는 클래스A-Ⅰ의 리 더시군요. 「초전박살」의 창단 멤버이기도 하시구요. *신동민: (당황하여) 네? 아, 네..네. *진행자: 아, 그리고 경력도 장난 아니신데요. 이미 가지고 있는 학위가 5개 정도 되는 걸로 아는데.... 석사가 3개, 박사가 2개나 되는군요. 아닌 가요? *유세진: 알면서 왜 물으시죠? (피식 웃으며)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십니 다. (아이들 경악의 눈초리를 세진에게 보낸다. '네가 우리 정보를 팔아먹었 냐?'라는 눈빛.) *진행자: 호호호~ 글쎄요. 인터뷰는 정확해야 하는 거니까. 아, 어쨌든 정보들 감사합니다, 세진군. *유세진: (위험스럽게 반짝 눈을 빛낸다) 별말씀을. *진행자: 참! 그럼 이번엔 세진군에 대한 질문을 드리죠. 이런 정보를 어 디에서 구하는 것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출생에 얽힌 이야기도 있는 듯 싶은데.... (씨익 웃으며) 프로필과 함께 공개해 주세요. *유세진: 후후후... 제 밑천인데 모두 공개할 순 없죠. 정보요? 그건... *진행자: 그건? *유세진: (천사같은 미소를 생긋 지으며) 비.밀.입.니.다. (진행자 허탈해 하고 있자) *민제후: 이봐요, 내 차롄 언제 오는 거야? *한예지: 조용히 해. 원래 주인공은 맨 나중에 나오는 거야. *민제후: 아~ 그런거야? 냐하하하~ 내가 또 한 인물하는 주인공 아니겠 어? *한예지: (어린애 달래는 듯한 얼굴로) 에휴~. *유세진: (그런 제후와 예지를 싱긋 바라보며) 전 간단히 프로필만 말하 죠. 이름 유세진, 나이 16살. 2년 월반해서 지금은 성전특고 2학년인 클 래스S에서 부반장을 맡고 있습니다. 한예지양과 신동민군과 함께 학생회 임원이기도 합니다. 각 반의 반장, 부반장들은 대부분 학생회 일도 맡기 때문이죠. *진행자: (메모하며) 아, 네. *유세진: 취미로 정보수집을 조금 하고 있죠. 해킹은 심심풀이로 가끔 합 니다만, 요즘은 선물경제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어 그마저도 잘 안하는 편 이죠. 학교생활이 재미있어지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조용히 있고 싶기도 하고... *진행자: 호호호~ 네. 그렇군요. 그럼 세진군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는 건가 보네요? *유세진: (무슨 말을 하느냐는 얼굴로) 무슨 소리시죠? 제 정체라뇨? 후 후후... 유세진은 유세진일 뿐입니다. 그리고 당신... (목소리 죽여서) 쓸 데없는 소문 퍼트리고 다니면 재미없을 겁니다. *진행자: (땀을 삐질삐질 흘린다) 네네!! 그..그럼...혹시 좋아하는 여성 은...(세진의 눈빛에 다시 찔끔해서) 아니, 이..이상형이라도... *유세진: 이상형이라... 음, 우선 청순한 하얀 얼굴, 손을 대면 사라락 부 서질 것만 같은 긴 검은머리, 총기가 가득한 눈을 가진 지혜로운 소녀였 으면 좋겠네요. (두 손을 깍지껴서 꼬고 앉아 있는 무릅위에 올리며 자신만만하게) 자존심 강하고, 여자답고, 강한 척 하지만 상처 잘 받고, 의외로 눈물도 많고, 소탈하고.... (신동민과 진행자, 뭔가 깨달았다는 눈으로 세진을 바라본다. 예지와 제 후는 아직 자기들끼리 투닥거리느라 세진의 말엔 신경쓰고 있지 않다.) *유세진: (눈을 살며시 감아 빙그레 웃으며) ....그녀가 미소지으면 내 자 신도 행복해지고, 그녀의 눈물 한 방울이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을 수 있는... 가까이에 있지 않아도 항상 지켜줄 수 있게, 내 옆에 있어도 드러나지 않게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은, 그런 그녀죠. 연상이라도 말입니다. *진행자: (분위기 묘해지자 인터뷰를 계속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수습하 려고 애처롭게 애쓴다.) 아하하...하하하하.... 이상형이 독특하시군요. 원 래 열 여섯이란 나이라면 '전지현 같이 예쁜 여자'라든가 '맥 라이언처럼 귀여운 여자', 뭐 이런 거 아닌가요? *유세진: 쿡쿡... 절 당신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려놓지 마십시오. *진행자: (자존심 상하지만 꾹 참으며) 으...윽... (이를 갈며) 네에. 잘 들 었습니다. 그럼 다음엔 제후군 차례... *민제후: 와아!! 이제 내 차례인가요? *진행자: (시계를 바라보며) 이런! 죄송해서 어쩌죠. 시간이 다 되서....오 호호호.... 다음 시간에 이어서 인터뷰를 마치기로 하죠. 그럼 오늘은 이 만. 성전특고 방송국의 '진'기자였습니다. ^^ *민제후: (절규하며) 우아아아아악~~ 말도 안돼! 이제 겨우 내 차례였는 데... *한예지: 시끄러...이제 마이크도 금방 끊어진단 말이야. *민제후: 정말? 안돼.. 여보세요?...마이크 테스트..마........크......스 트......... 이........... ......삐익-------- -147- [부제: 수수께끼와 미로(4)] "글쎄, 그것을 이해 못하겠는게… 어쩌면 이번엔 그냥 국내로 갈 것 같 다고도 하니까." "음, 그렇군요. 올해는 수학여행이 많이 늦어져서 다들 기대가 더 큰데 … 이렇게 되면 불만이 많겠는데요. 예산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세진이 고민을 담은 한숨을 목 깊숙한 곳에서 내쉬며 입술을 살짝 깨물 었다. 깊은 생각에 잠길 때 나오는 그 소년의 유일한 세속적인 버릇이다. 어린 나이이지만 그 나이를 잊어버릴 만큼 너무나 철저한 성격. 게다가 그 해맑은 미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에서 느껴지는 섬뜻한 차가움이 유세진을 평범하게 바라볼 수 없게 만들기에 어쩌다 한 번씩 비 춰지는 이런 가벼운 일상의 모습들이 새삼스럽게 보여졌다. 운동장 너머 별관으로 걸음을 옮기는 그들의 대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었 다. "그러게. 우리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해외로 나가는 건 거의 관례인데 이 번에 구성된 재단 운영진들은 무슨 생각인지 허가를 안 해주니... 어쩌면 중국으로 세운 계획도 허가가 나지 않을 수 있어. 하아~ 복잡해. 뭘 어쩌 겠다는 생각일까?" "쿡! 글쎄요… 그 이사님들이 이번엔 대체 무슨 생각들일까?" 세진의 옆에서 같이 걷고 있던 학생은 유세진의 냉소적인 혼잣말에 그만 어리둥절해져서 쳐다보았다. 미묘한 변화라 아직 많이들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지만 비교적 가까이에 서 지켜보는 학생회 임원들이나 세진과 같은 클래스의 아이들은 약간씩 알아차리고 있을 것이었다. 유세진이 언제부턴가 언뜻언뜻 가면이 아닌 진짜 표정을 보인다는 걸. 솔직히 예의바른 대외적 스마일보다는 찌푸리기도 하고, 잠깐이나마 기 뻐하는 표정을 보이며, 또는 자신의 기분이 불쾌하다는 것을 여과 없이 표현하는 세진의 모습이 훨씬 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제서야 그 아이가 순간이나마 그의 본래 나이로 돌아간 것 같다고나 할까? ―물론 가뭄에 콩 나듯 드물게, 아주 가끔이기는 했지만― 어쨌든 착각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잠깐씩 스쳐지나가는 유세진답지 않은 생소한 표정이었기에 옆에서 함께 길을 걷던 남학생은 헛기침을 하며 시 선을 다시 서류로 되돌렸다. 유세진도 자신과 똑같은 학생일 뿐이란 것을 깨닫는 것도 좋지만 그 당연한 진실이 너무나 어색하게 느껴져 뭘 어찌해 야 좋을지 모르게 만드니, 너무 당황스럽다. 그런데 그때, "……?" 그 학생은 갑자기 걸음을 우뚝 멈추는 유세진을 느끼고 눈을 들어야 했 다. 소란스런 농구장. 평소답지 않게 여자아이들의 꺅꺅거리는 비명 소리도 들리는 만큼 무슨 재미있는 게임이 펼쳐지나 싶었지만 자신의 앞에 우뚝 멈춰서있는 푸른빛 머리칼의 소년의 시선은 분명 그곳에 있지 않았다. 두터운 뿔테 안경에 가려져 있어 세진의 눈에 떠오른 표정이 무엇인진 알 수 없으나 분명 그 시선의 끝에는…… "어?! 한예지잖아? 이런 곳에 웬일이지?" 고요한 유세진의 시선이 못박혀 있는 곳은 운동장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소녀의 얼굴.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 성전특고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누구 든 알고 있는 날씬한 체구의 청아한 여학생이 한 떨기 수선화처럼 청초하 게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유치한 표현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정말 한 송이 의 고고한 유리꽃같은 소녀. 그리고 지금, 가벼운 초여름 바람에 긴 머리칼을 산들산들 날리며 그림 처럼 고요히 옆모습을 보이며 서 있는 성전특고의 프린세스의 얼굴에 유 세진의 시선이 무표정하게 꽂혀 있었다. 열 여섯 나이의 이 신비한 소년 의 표정은 진실로 무표정했다. 하지만 이 철저한 무표정이 지금 이 순간 오히려 더욱 '표정'같이 느껴지니……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와아, 요즘따라 예지, 더 예뻐진 것 같지 않니? 예전과 비교해서 이젠 그리 차갑지도 않고. 그래서 이번에 '유리꽃'이라는 새로운 별명도 생겼 대잖아. 확실히 지금의 한예지는 얼음보다 유리라는 표현이 더 어울려. 음, 그럼 나로선 좀 벅찰지도 모르지만 이번 기회에 한 번 대쉬해 봐? 역시… 안될려나? 아하하하..." "……." 완전 무시. 아무 반응 없는 유세진의 태도가 더 무안하다. "흠흠! 그런데 그나저나 이 시간에 한예지가 무슨 일이지?" 그 남학생은 아직 자신들을 발견하지 못하고 여전히 운동장 쪽에서 고개 를 돌리지 않는 소녀를 바라보며 헛기침과 함께 어색하게 중얼거렸다. 쓴 웃음 속에서 중얼거린 그것은 대꾸조차 없는 세진의 냉담한 태도에 무안 해져서이기도 하지만, 그도 학생회 일을 하면서 다른 아이들보다는 한예 지라는 소녀를 좀 더 많이 안다고 생각했기에 생긴 진정한 궁금증이기도 했다. 그녀가 저렇게 무언가에 빠져들 듯이 바라보는 것이 있다는 게 어리둥절 하고 의아했다. 세진 역시 아무 말이 없었다. 원래 말이 많은 녀석은 아 니지만 예의바른 미소도 없이 드물게 웃지 않는 얼굴로 침묵만 지키니… 애꿎게 오늘 그와 같이 학생회의 일을 의논하던 그 남학생만 극도의 당황 스러움을 경험해야 했다. 요즘은 뭔가 아슬아슬하니 불안하다. "응? 저건…?!" 그때, 그 학생은 여학생들의 환성과 소란스런 운동장 분위기가 그녀의 입술에 걸려있는 따스하다 못해 발그레하게 상기된 소녀다운 미소와 어떤 관련이 있을 것 같아 한예지의 시선을 쫓아 농구장을 내려다보고 눈을 휘 둥그래 떴다. -꺄아아!- -플레이 플레이 민제후!!- 하지만 그것은 박수와 함성 소리, 또는 요란한 응원과 여학생들의 즐거 운 비명 소리 때문이 아니었다. 한예지의 그 표정은 여자애들이 열광하 는, 농구장에서 공 하나를 가지고 다투며 속쾌하게 뛰는 소년들의 모습 때문도 아닌 듯 하다. 그녀의 시선은 계속해서 일정하게 단 한 명에게만 고정되어 있었으니까. 특고에서 보기 드문 멋진 농구 경기 때문이 아니라 정확하게 농구 경기에 열중해 있는 소년들 중 눈에 확연히 띄는 단 한 명 때문이란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어리둥절했던 그 남학생은 곧 그 한 명이 누군지 확인하고 나서야 '아' 라고 탄성을 지르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민제후다! 그 바보, 멍청이, 몸치였던 민제후라니…. 근래에 민제후가 좀 달라졌다는 소문이 들려오고 있어 반신반의하고 있었지만 오늘 보니 놀랍 긴 하다. 그래. 저 정도면 얼음 공주도 놀랄만 하지. "햐아~ 저건 민제후잖아! 민제후, 저 자식… 농구를 저렇게 잘했던가? 소문과는 영 딴판인데. 아예 날아다니는데." 그의 탄성의 말소리에 한예지의 하얀 얼굴에 고요하게 정체되어 있던 세 진의 눈동자가 일순 가볍게 흔들렸다. 세진의 시선도 천천히 농구장으로 돌아간다. 그곳에 한 무리의 소년들이 함성과 응원 속에서 농구 경기를 펼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들려 왔던 말소리처럼 정말 그 속에서 눈에 띄는 단 한 명. 그러자 그 장면을 바라보는 순간적으로 유세진의 눈동자 속에 수만 가지 생각과 상념, 비열 함과 계획, 적대감과 동경까지, 온갖 것들이 스쳐지나간 것처럼 느껴졌다. 아니다. 너무 찰라간이라 착각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의 눈에 보이는 장면은 사실이고 진실이었다. 민제후…. 빛과 같은 인물이다. 초여름의 강렬한 태양과 짙푸른 녹음 사이에서 먼지와 땀방울에도 아랑 곳하지 않고 격렬한 농구 경기에 빠져있는 인물, 여름이라는 푸른 계절에 어울리는 생동감 넘치는 금빛 소년이 있었다. 성전특고의 시원한 하복 교 복을 똑같이 입은 남학생들 사이, 게다가 이리 저리 정신없이 뒤섞여 농 구공과 함께 뛰어다닐 뿐이지만, 땀에 젖어 새하얀 이마 위에 늘어진 금 갈색 머리칼과 그 밑의 깊고 깊은 심연의 눈은 삶의 즐거움과 가슴 벅찬 생명력으로 폭발할 듯 하다. 얼핏 보면 평범해 보일지도 모르나 지금은 그 존재만으로도 눈이 부셨다. "훗! …그렇군요. 민제후의 날개짓이… 드디어 시작된 듯 하군요." 유세진이 한동안 멍하니 서있던 표정에서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평 소의 얼굴로 돌아갔다. 천사의 미소를 품은 대외적인 가면의 얼굴로. 그 목소리가 맞았다. 그 빛나는 존재가 민제후라는 이름이라면 그는 지 금 농구 코트 위에서 펄펄 날고 있었다. 비록 음침한 빛을 품은 유세진의 눈동자가 말하는 의미는 단순히 농구 경기만을 말하는 것 같지 않고 조금 다르게 들렸지만. '우~ 정말 무슨 일이야! 불안해서 죽겠네.' 그리고 그 옆에 서있던 학생회 임원인 한 남학생은 이렇게 속으로 부르 짖으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또 다시 세진의 한 마디로 싸늘하게 냉각된 분위기에서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헛기침을 하면서 몸을 굳힐 수밖에. 「초전박살」이라는 동아리 멤버들 사이에서 이상한 기류가 느껴진다고 생각되자마자 어느 사이엔가 학생회에서조차 불안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었다. 요즘 같아선 아예 살얼음판 같았다. 그 멤버들 사이에 부는 불안 하고 초조한 감정들…. 단순 무식한 민제후는 별로 그런 걸 못 느끼고 둔 감한 것 같지만 나머지 초전박살 멤버들은 모두 예전과 많이 다르고 요 근래 이상해 보였다. 대부분의 클래스 메이트들은 그냥 그러려니 가볍게 넘어갔지만…. '도대체 요즘 쟤들 무슨 일이지?' 변했다는 것과 이상하다는 것은 당연히 그 아이들의 성격 이야기가 아니 었다. 그 멤버들 사이사이의 관계들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지도 몰 랐다. 하지만…… 그 순간, 유세진의 교복 주머니에서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고, 곧 핸드폰 을 꺼내어 폴더를 여는 세진이 보였다. "네. 접니다, 김비서님……" 옆에서 멍하니 지켜보던 학생회 임원진인 그 학생은 강렬한 태양과 그 어느 때보다도 푸르러서 마치 바다로 착각할 것만 같은 하늘 아래에서, 도저히 인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신비한 소년이 싸이하게 입꼬리를 올리 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역시 뭔가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천천히 돌아가는 수레바퀴…. 그러나 그것이 좋은 변화인지 불행한 방향의 비틀림인지는 앞으로 좀 더 시간이 흘러봐야 알 수 있을 듯하다. 지루한 초여름의 한낮이 너무나 천천히 흘러간다. "저쪽이야, 저쪽!" "우와아― 정말 대단하다!" 우루루 몰려가는 아이들. 예지는 힘없이 교정을 터덜터덜 걸어가다가 갑자기 운동장 한켠에 있는 농구장으로 뛰어가는 한 무리의 학생들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띄웠다. 무슨 일이지? "어머나! 예지 선배님? 선배님도 지금 제후 선배 보러 가는 거예요?" "어? 넌… 아, 봉선이구나." 예지는 조금 전 뛰어갔던 다른 아이들처럼 자신을 스쳐지나가려던 한 여 학생이 우뚝 멈춰서서 자신에게 말을 걸자 당황했다가 곧 정신을 차렸다. 뭐가 그렇게 급한지 여전히 제자리 뛰기를 하며 붉게 상기된 저 얼굴은 분명 안면이 있다.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학생의 앳된 얼굴 에 세일러문 스타일로 양갈래로 높이 올려 묶은 긴 머리. 깐깐한 느낌도 주지만 꼼꼼하고 재치가 느껴지는 학생회의 어린 서기관 김봉선이다. 마 술 특기생으로 클래스 D에 입학한 야무진 1학년 학생 대표. '그런데 제후를 보러 가다니?' 예지는 귀여운 봉선의 얼굴을 보고 가볍게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 어리둥 절한 얼굴을 하였다. 느닷없이 무슨 말일까? 자신도 민제후를 보러가는 거냐니? -148- [부제: 수수께끼와 미로(5)] "선배님, 가시는 길이면 빨리 이쪽으로 오세요! 늦으면 자리도 없단 말 예요!" "어머머, 자..잠깐만! 무슨 일인데 그래?" "에? 정말 모르세요?" 김봉선이 예지의 손을 잡아끌고 운동장을 향해 내달리다 정말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는 한예지의 목소리에 다시 멈 춰 섰다. 시간이 없는데 이유를 알기 전에는 움직이지 않겠다고 단호한 태도의 한예지 때문에 봉선은 애가 탔다.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이런 초특급 스페셜 이벤트를 놓친다는 건 말도 안됐다. 하지만 예지의 태도도 너무 강경하니... "무슨 소리야? 어딜 그렇게 급히 가는 건데?" "어라? 정말 모르나 보네. 뭐, 어쨌든 급하니까 우선 뛰고 보자고요!!" "뭐? 어맛!" 정신없이 김봉선의 손에 질질 끌려가 다다른 곳은 별관으로 향하는 좁은 교정길이다. 야외 농구장이 바로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약간 높은 경사로 위의 길. 농구장 주변은 이미 많은 학생들로 북적거려 정신없어 보였다. 그리고 어떻게 전해들었는지 이미 구경꾼들로 북적거리는 농구장의 응원 스탠드로 아직도 계속해서 아이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농구부가 이용하는 실내 농구장도 아닌데 이런 야외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길거리 농구 따위 에 왜 이리 많은 학생들이 모여드는지 예지는 더 알 수가 없었다. "하아… 하아… 김봉선, 겨우 이걸 구경하려고 이렇게 뛴……?" 예지가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입을 떼다가 점차 눈이 휘둥그래졌다. "저… 저건…." 그녀들의 눈앞의 펼쳐진 장면들. …믿을 수가 없다. "미..민제후?" 내려다보이는 농구장에, 학생들의 환호 속에 빠져있는 것은 분명 민제후 다. 어떻게 이런 일이…. 민제후라면 지독한 운동신경과 몸치 중의 몸치로 유명했었는데. 아, 물론 그 소문은 제후가 특급 클래스로 편입되기 전의 것이었고, 최근의 민제후는 걸핏하면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미친 짓(?)을 가끔씩 자행하기는 했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제후가 저렇게 본격 적인 운동다운 운동으로 남들 앞에서 플레이를 펼치는 건 같은 클래스의 한예지조차 처음 보았다. 아니, 운동이 뭔가. 그녀 앞에서는 거의 항상 꾸 벅꾸벅 졸거나 능글맞게 웃으며 스터디 시간에 은근슬쩍 토끼는 일 뿐이 었는데. "얏호! 또 멋지게 슛 성공이닷! 여기 자리 좋죠, 선배. 이왕 늦은 거 복 작거리는 저 무리 속으로 끼어들기보단 차라리 여기가 낫다니까요. 그리 고 제후 선배, 요즘 더 멋있어진 것 같지 않아요? 일반전형 출신이란 것 도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니까. 아냐, 오히려 그것 때문에 더 멋있는 것 같아요. 배경도 없이 저렇게 빛나는 사람 본 적 있어요?" 예지가 멍하니 있는 사이 김봉선이 팔짝 팔짝 뛰며 환호하고 있었다. 하 지만 그 공간엔 아직 제대로 상황 이해가 안된 예지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그와 같은 분위기였다. 터지는 탄성. 고등학생들의 가벼운 농구 경기 열기가 웬만한 프로 경기 인기는 저리 가라다. 하긴, 민제후를 제외하고도 나머지 멤버들도 특급 클래스의 내놓 으라 하는 집안의 도련님들이니. 1,300여 명의 특고생들 중에서도 스페셜 그룹으로 분류되어 있는 단 한 개의 특급 클래스! 평소 조용히 있기만 해도 주목의 대상이 되는 그들이 오늘 보통 아이들처럼 땀을 흘리며 뙤약볕 아래에서 뛰고 있으니 열광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 이글거리는 하늘과 땅의 열기 속에 지금, 민제후를 포함한 6명의 수 재들이 정신없이 서로 얽혀들고 있었다. 과격할 정도의 몸싸움과 어지러 운 발놀림, 그리고 스피드. "막아!!" 선수들 사이에서 격한 목소리가 다급히 울렸으나 관중들의 비명 같은 환 호 소리에 묻혀 정말 그런 소리가 들렸던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그리 고 그때, 6월의 뜨거운 햇볕아래, 황금빛을 반사하는 머리칼을 가진 어떤 인물이 여러 명의 집중적인 마크를 뚫고 농구 골대 밑으로 무섭게 파고든 다. "뚫렸어!" "꺄아아악~!!" 여자애들 제후가 득점을 성공시킬 때마다 서로 손에 손잡고 방방 뛰며 환성을 지른다. 이미 전세가 기울어도 한참 기운 모양이다. 상당히 격한 게임이었던지 숨을 급하게 몰아쉬는 소년들은 아주 질렸다는 표정들이다. 하지만 그건 직접 농구 경기를 뛰는 인물들 사정이었고 구경꾼들이야 그 럴수록 더 신나고 재미있는 법이다. 실제로 아직 여유로운 민제후의 얼굴 과는 반면에 그를 노려보는 제후의 상대편은 옆구리와 배를 움켜쥐고서도 물러설 기세가 보이지 않자 열기와 함성은 더욱 고조되고 있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다들 숨이 턱까지 차올랐는지 잠시 흐름이 늦춰진 순간에 게임을 뛰고 있던 한 학생이 내뱉은 말이다. 공격 농구였던 탓에 모두들 공과 과격한 견재로 여기저기 다치고 기진맥진해 있었지만 제후만큼은 아직 너무나 생 생했기에 적·아군할 것 없이 다들 그 말에 울상을 지으며 그 말에 내심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처음 민제후에게 농구 경기를 제안할 때에는 아무도 이렇게 되리라곤 꿈 에도 생각 못했다. 민제후가 비록 예술제에서 자신의 천부적인 재능을 증 명하였다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반전형이면서 이례적으로 특급 클 래스에 편입된 서민 출신 아닌가. 그래서 좀 골려주려고 했을 뿐이었다. 물론 여러 명이서 그 한 명을 집중 타겟을 삼은 것은 좀 비겁한 감이 있 었지만 옛날과는 달리 처음부터 그 소년에게 심하게 대할 생각은 없었던 지라 장난처럼 시작한 게임이었는데… 그런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할 줄 이야…. 아이들은 쓰디쓴 입맛을 다셔야 했다. "꺄아아!! 굉장하다! 멋지다! 그죠, 선배?" 한편, 그 경기를 한 장면도 놓치지 않겠다는 열의로 지켜보던 봉선은 제 후가 또 다시 3점 슛을 성공시키자 환성과 박수를 치면서 약간 정신을 놓은 듯 서있는 예지의 팔을 흔들며 물었다. 그리고 그 물음에 퍼뜩 정신 이 든 그 예지. 그 소녀는 자신도 모르게 넋을 놓고 민제후를 바라봤었다 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하여 얼굴을 붉혔다. "으…으응…." "역시 그렇죠? 하지만 예지 선배님은 사천황 중 세 명이나 항상 함께 있으니까. 그 세 분 선배들과 함께 있으면 저렇게 멋있는 모습을 매일 보 겠죠? 아~ 너무 좋겠다~." '에… 사, 사천황?!!' 예지는 옆에서 온통 핑크빛 오로라를 뿜어내며 자기 세계에 빠져있는 봉 선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사천황이라니…. 90년대에 인기를 끌었던 중국 남자 배우들을 말하는 건 아닐 텐데. 도대체 누굴 지칭하는 것인지... "사, 사천황이라니? 누굴… 말하는 거니?" "어머, 정말 모르세요? 아니면 모른 척 하시는 거예요? 이미 소문 짜아 안~하게 다 난 일인데?" 설마… 예지가 표정을 굳히며 세일러문 헤어스타일을 한 활기찬 여자아이의 얼 굴을 긴장하며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예지의 긴장감을 가볍게 묵살하 며 명쾌한 대답이 산뜻하게 날아왔다. "사천황 중에 예지 선배님이 알고 있는 사람이 셋이나 되잖아요. 유세 진, 신동민 선배님을 비롯해서 지금 저기 농구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민제 후 선배도 그렇고." 그...그래. 잊고 있었어. 근래 들어 내가 '설마'라고 생각한 일들은 항상 적중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클래스 C에 있는 문승현 선배이구요. 원래 좀 더 일찍 사천황을 선발했다면 음악천재로 유명했던 강제경이 문승현 선배 와 순위를 다퉜겠지만… 뭐, 강제경이 적기에 유학을 가버렸기에 별 어려 움 없이 사천황이 쉽게 정해졌죠. 솔직히 강제경도 놓치기 너무 아까웠는 데. 어쨌든 이번 '사천황' 선정은 열렬한 호응과 함께 여론 조사에 착수 했던 우리 동아리 전문 요원들도 만장일치였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꺄하 ~." 예지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어가며 너무나 좋아하는 김봉선의 자태에 어리벙벙해서 자신도 모르게 질문하였다. "도… 동아리? 무슨 동아리인데?" 그런 이상한 조사를 다 하는 동아리라니... "인기인 프로필 전문 동아리 「WHO」라고 하죠. 아, 예지 선배님이 원 하신다면 '성전특고 베스트 명물 명단'을 절반 가격에 구해드릴 수도 있 는데. 어떠세요?" '그래….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나는 것 같다.' 한예지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약간 뒤로 물러섰다. 그녀의 기억에 인기인 프로필 전문 동아리 「WHO」라면 특고 내의 학 생들을 모두 인기도와 순위까지 매겨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하는 인기인 사랑 모임. 좋게 말하자면 특정인을 정해놓지 않은 넓은 의미의 팬클럽이 지만 때로는 스토킹적인 열의를 보이는 회원이 있기에 학생회에서 여러 번 안건으로 거론되던 그 동아리다. 아닌게 아니라 문제는 학생회 임원들 대부분-학생회 임원은 각 클래스의 리더들이 맡는 것이 일반적이다-이 그 동아리의 주시 대상이 되어봤다는 사실 때문에…. 게다가 월간 회지는 무시하더라도 '성전특고 베스트 명물 명단'이라는 것은 그 동아리의 비록 (秘錄)으로서 교내에서 상당히 높은 액수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 공공연 한 비밀이었으니 불에 기름을 붓는 것과 마찬가지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WHO」가 지금까지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수뇌부의 그 갖은 탄압 속에서도 자신들의 우상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 고 싶어하는 여학생-여학생들이 주 고객이지만 남학생들의 비율도 낮지 않다 한다, 또한 그 고객은 교내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한다-들의 지지세 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당하는 사람은 절대 좋을 리가 없다. '그런데 섬광이 번쩍이는 눈으로… 괴, 굉장히 자랑스러워하며 말하는구 나.' 예지는 난처한 안색을 띠며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하고 있는 점 을 바로잡아 주고자 입을 열었다. 사천황이라고 이름 붙인 이들 중 그녀 가 알고 있는 그 세 명은 절대 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환상적인 왕자님 들은 아니다. 적어도 한예지가 판단하기에는. 동민은 두 말할 필요 없는 천재이긴 하나 약간의 시스터 콤플렉스가 있 는 것 같고, 또한 쿨한 외모와는 달리 한 번 열 받으면 아무도 못 말리는 막가파이다. 그리고 세진을 말하자면…… 음흉했다. 그밖에는 꽤 오랫동 안 보았음에도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단지 친절하고 깨끗한 그 미소가 가식적일 것이라는 점만 어느 정도 알아차리는 중이랄까? 그렇다면 마지 막으로 제후는…… '그 녀석은 더 이상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말하다 보니 민제후에 관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어쩐지 울컥 화가 치솟는다. "아니, 저기, 네가 뭘 잘못 생각하는 모양인데… 그 애들, 너희들 상상처 럼 그렇게 멋있거나 그런 애들 아니야. 민제후만 해도 지난 번 중간고사 땐 전교 꼴찌를 했었잖아. 오호호… 그, 그리고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 지만 나름대로(?)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아.뇨!! 그.럴.리.가.요! 제 눈은 속일 수 없다구요! 그 네 명 모두 최고 의 실력과 재능, 외모, 그리고 뭔가 밝힐 수 없는 아픔과 슬픔까지 가슴 에 품고 고독을 씹는 우리들의 우상이라는 것을!! 그렇지 않아도 요즘 유 세진 선배와 민제후 선배의 자료는 찾기가 어려워서 속상한데. 특히 제후 선배는 소문에 외교관 아들이네, 어느 나라 왕자네, 재벌가의 손자네, 라 고 소문만 무성하고 진상조사가 안되어 있어서 고민인…데……" 김봉선이 저렇게 무대포 녀석일 줄은 진짜 몰랐다. 민제후와 함께 있으 면 세트로 잘 어울릴 정도로. 어? 그런데 쟤가 왜 저리 눈웃음을 살살 칠까? 갑자기 한기가 든다. "예~지~ 선배니임~! 정보 좀 주세요오~. 제후 선배 진짜 소문처럼 그 런 배경이에요? 예? 정말 어느 재벌가의 손자나 친척쯤 되나요? 가르쳐 주세요~. 예?" "에엑?" 끈질긴 조름. 열혈 소녀다. 도망가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아… 저기… 그럴 리가 없잖아. 제후가 재벌가의 친척이라니. 재벌 회 장의 손자 따위는 더욱 아니야. 유언비어야, 유언비어! 걔, 하고 다니는 걸 봐라. 오호호호~." 예지가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두 손을 흔들며 부정했다. '그럼! 내 말이 틀린 건 아냐. 그 녀석은 재벌 회장의 손자 같은 게 아 니라…… 그, 그 녀석이 회장이니까.' 예지는 예전에 민제후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그대로 답습하며 자신은 거 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진실의 절반만을 밝힌 것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 했다. 그나저나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더니 어떻게 그런 소문이 퍼지게 된 것인지... 김봉선의 미심쩍은 눈초리와 실망의 표정을 외면하며 예지가 재빨리 시 선을 돌렸다. 그런데 마침, 돌린 그 시선 안으로 다시금 6월의 초록과 황 금빛 햇살 아래 넘쳐나는 생동감으로 사람을 매혹시키는 민제후가 농구공 과 함께 바람처럼 내달리는 모습이 들어왔다. 반팔인 교복 셔츠는 격렬한 농구 경기 때문인지 바지춤에서 반쯤 삐져나 와 있다. 동복의 정식 넥타이와는 달리 장식적으로 매는 하복의 타이는 셔츠의 가슴에 있는 주머니에 찔러 넣었고, 하얀 목덜미 근처의 상의 단 추는 몇 개인가 풀어놓은 듯 하다. 또한 땀에 젖은 금실타래같은 머리칼 이 솔바람과 그 소년이 내달리며 일어나는 공기 진동에 흔들리는 모습은 생명력 그 자체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넘치고 빛나는 저 생명력! 그래서 아이들 모두가 민제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때였다! "아앗!!" 농구장에 누군가 새로운 인물이 끼여들었다. -149- [부제: 수수께끼와 미로(6)] > > > "앗싸!" > "으윽… 젠장!!" > > 제후가 마지막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한 골을 막 성공시키자 같이 뛰던 > 소년들이 옆구리나 배를 붙잡고 분하다고 토로한다. > > 사실 원래는 그들끼리 서로 짜고 제후를 몰아세우는 플레이를 하려고 했 > 지만 세상일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만 되던가. 오히려 그들이 민제후의 공 > 에 더 당하고 말았으니. 역시 몸싸움과 공격 견제 정도로 민제후란 녀석 > 을 붙잡아 두는 건 어림도 없었다. 게다가 제후가 실수인 척 맞대응으로 > 던지는 공에는 그것에 실린 힘이 의외로 대단해서 한 번이라도 정통으로 > 맞은 아이들은 한동안 제정신을 차리지도 못했다. 그래서 경기가 거의 끝 > 난 시점에 이르러서는 어설프게 제후를 몰아붙이던 그 소년들이 오히려 > 더 기진맥진해 버렸다. > > "냐하하하~. 이제 몸이 좀 풀리는데. 너희도 그렇지?" > > 제후가 자신을 노려보는 다섯 명의 소년들에게 그 시선들을 모른 척 방 > 긋방긋 웃어주며 바닥에 공을 튀겼다. > > '몸을 움직이는 종목으로 날 골탕먹이려 하다니… 쯧쯧. 차라리 수학문 > 제 따위로 시도했으면 또 몰라도. 어쨌든 좀 괘씸하군.' > > 원판이 최악의 운동신경과 극악 몸치였다는 걸 모르는 제후는 뜨악해 하 > 는 아이들을 향해 씨익 웃으며 다가갔다. > > "너희들 말대로 이렇게 한 게임 뛰고 나니까 찌뿌둥한 게 싹 다 풀리는 > 것 같애. 더군다나 이런 독.특.한. 판은 정말 오랜만이고. 그래서 나도 성 > 심 성의껏 보답하려고 노력했는데 만족했는지…. 내 신조가 '되로 받으면 > 5되 반'이거든." > > 낮은 목소리로 유쾌하게 말하는 금갈색 머리칼의 소년의 모습에 학생들 > 은 마치 떫은감이라도 씹은 듯한 얼굴이 되었다. 중간의 몇몇 소년들은 > 그 당당한 말에 자신들을 갖고 논 저 인물이 과연 예전에 눈치보기 바빴 > 던 그 쥐새끼 민제후인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일그러뜨린 > 다. > 그 모습에 제후는 더욱 활짝 웃으며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 > 다. > > "뭐야? 너희는 아직 멀었던 거야? 그럼 우리 한 판 더 할까?" > "너랑 말하고 싶지 않아!" > "호오~ 박원우, 너 삐졌냐?" > > 제후는 자존심에 상처 입은 눈으로 노려보는 박원우라는 학생을 바라보 > 다 웃음을 터뜨렸다. 박원우라는 학생은 순해 보이는 눈매와 상류층 자제 > 같지 않은 개구쟁이 이미지가 호감을 주는 상대로 제후가 특급 클래스 편 > 입에 대해 의혹을 받고 있었을 때부터도 그런 것에 별로 신경쓰지 않고 > 스스럼없이 대했던 소년이었다. 그래서 제후도 의외라며 놀랐었지만, 역 > 시 태어날 때부터 자신들은 특별하다고 받은 교육을 그도 무시할 수 없는 > 모양이다. > > '흐음, 수준 낮은 일반전형에게 망신당했다 이건가?' > > 제후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농구공을 맨바닥에 드리블하며 악의 없이 > 웃었다. 한국의 엄청난 빈부 격차를 최전방에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 이곳, 성전특고니까. 이젠 이런 시선… 적응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 같았다. > > "쿡쿡, 별걸로 다 성질을 내고 그러네." > > 제후는 자신이 그들에 못지 않은, 아니 그 어느 누구와도 지지않을 만한 > 최고의 재력과 권력, 배경과 가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그들이 안다면 > 다시는 이 특고 어디에서도 이런 무시와 경멸의 시선을 받지 않을 것이라 > 는 걸 알았다. 알았지만… 그렇지만 제후는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말하기 > 싫었다. 원판과 같은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원판이야 지금은 은퇴한 장 > 문수 회장에게서 호통을 들을까봐 일반전형생으로 죽은 듯이 생활했을지 > 모르나 자신은 그 영감님 눈치 볼 이유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었으니까. > 호통? 치라지. 그럼 새끼 손가락으로 귓청소나 한 번씩 해주고 눈이나 > 몇번 꿈벅여주면 그만이다. 그리고 여차하면 다 뒤엎을 요량도 있다. 그 > 런데 그냥 말하기 싫을 뿐이다. 특히나 이런 상황에선. > > '하지만 언제까지나 일반전형생이란 이유로 이런 냉대를 견뎌줄 거라고 > 는 생각하지 말라고.' > > 민제후의 눈빛이 악의는 없으나 새로운 선도 대상을 발견하고 반짝였다. > 오늘 일은 계획적인 것이 아니었으나 어차피 이런 상황까지 왔는데 피하 > 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물론 약간 장난이 짓궂어져서 어린애들을 > 상대로 전력질주하며 운동장을 누비고 다녔기에 한동안 잠잠하던 상류층 > 아이들의 고고한 자존심을 건드린 듯 싶지만, 후회도 없었다. > > 누군가 왜냐고 그 이유를 물어본다면 그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 그 땐, 그렇게 하고 싶었으니까다. > > 황당하다고 생각 않는다. 정말로 그 순간의 민제후는 햇볕을 받으며 땀 > 을 흘리고 격렬하게 뛰고 싶었다. 뛰면서 초여름의 미지근한 선풍을 느끼 > 고 싶었고, 운동으로 인해 더 많은 산소를 요구하는 몸의 각 곳에 보내기 > 위하여 가쁘게 내쉬고 들이쉬는 생생한 공기도 더욱 많이 느끼고 싶었다. > 그리고 또 무엇보다도 자신의 몸 곳곳에 보다 빠르게 피를 공급하기 위하 > 여 보통 때보다 훨씬 빨리 뛰는 심장을 확인하고 싶었다. 심장이 그토록 > 빨리 뛸 수 있다는 것은 지금 살아있다는 증거이니까. > > 그는 요즘 들어 점차 자신이 지금 이 순간 정말로 살아있다는 증거를 갖 > 길 원하고 있었다. 어느 순간 경기를 일으키듯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서면 > 이 모든 것들이 꿈으로 화해 홀연히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꿈에서 > 미처 깨지 못해 어리벙벙해 있는 자신에게 옆에서 신문지를 덮고 잠을 청 > 하던 낯선 딸기코가 얼굴을 삐죽 내밀며 잠이나 자라고 욕지거리를 쏟는 > 것이다. 그렇게 놀라서 주변을 살피면 눈에 들어오는 광경은 서울 어딘가 > 의 지저분한 지하도. 시선을 내리면 자신의 투박한 주름진 손에는 거의 > 비어 있는 빈 소주병이 쥐어져 있는…… > > 두려웠다. > > 무언가 자신의 이 모든 걸 빼앗아 갈까봐… > 누군가 나타나 이 행복을 부숴버릴까봐… > > 미로 속에 빠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나'라는 수수께기... > > 이성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위로하지만 저 밑의 깊은 곳에서 울리 > 는 메아리는 그렇지 않다고 속삭인다. 불안해지고 불안했다. 최근에 들어 > 서는 깨고 나면 기억나지 않는 꿈조차 자신의 그 불안을 더욱 부채질했 > 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에 > 미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제후는 요즘 더욱 안 그런 척, 평소보다 더 즐 > 겁게 보이려고 노력중이다. > > '으아~ 몰라 몰라!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아!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라 > 구.' > > 살면서 모든 걸 자로 잰 듯이 딱딱 정확히 맞춰서 살아갈 순 없잖아? > 제후는 한도 끝도 없이 복잡해지는 머리 속을 떨어버릴 듯이 고개를 붕 > 붕 흔들고 나서 현실에 충실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모든 일은 닥치면 그 > 때 나름대로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닥치면 어떻게든 되게 되어있 > 다. 제후는 그렇게 믿었다. > > "박원우, 그렇게 억울하면 다시 하자. 너와 내가 일 대 일도 좋고 또는 > … 킥, 너희 전부와 나 혼자서도 상관없고. 그러면 되지?" > "…잘난 척 하는 거야, 날 무시하는 거야?" > > 제후가 씨근거리는 특급 클래스 소년들을 향해서 한손을 절래절래 흔들 > 면서 웃자 박원우가 손등으로 턱까지 흐른 땀을 닦으며 차갑게 묻는다. > > "아하하하, 아니, 너무 예민하게 그러지 말라구. 네가 마음에 들어서 그 > 러는 거니까 말이야." > > 조용히 살고 싶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일반전형이라 깔보이고 무시당 > 할 순 없으니까. > > "흥! 가문의 광영이군." > "별 말씀을." > > 제후는 원우의 도발을 가볍게 제끼고 고개를 살짝 까딱이며 웃어줄 수 > 있었다. 갑자기 유세진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느낀다. 민제후가 '너 까짓 > 게'라는 얕보는 시선과 빈정대는 말투에도 넘어가지 않고 오히려 한 방 > 먹이면서 여유롭게 웃을 수 있게 된 건 역시 세진과의 생활에서 터득하고 > 영향받은 것이니. 그리고 단순하고 다혈질이어서 전엔 잘 몰랐었는데 이 > 럴 땐 이런 방법이 더 통쾌하고 시원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깨닫는 제후였 > 다. > > '이야~ 저 시뻘개져서 일그러지는 얼굴 봐라. 꺄꺄꺄꺄~~!!' > > …나날이 더욱 방정맞아지는 웃음소리. 그것이 제후가 속으로 중얼대며 > 혼자 씹은 대사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에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 제후는 상대방이 아무말 없자 일 대 일 대결에 응했다고 생각하고 바닥 > 에 튀기던 농구공에 힘을 주어 힘껏 바닥 쪽으로 밀었다. 그러자 드리블 > 때의 몇 배의 힘으로 밀린 공이 무서운 속도로 바닥에서 튕겨져 위로 높 > 이 솟아올랐다. 제후의 눈이 순간적으로 푸르게 빛났다. > > "자, 그럼 다시 간다……" > > 그때였다! > > -파앗!- > > '엇?!' > > 공중으로 솟아오른 농구공을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검은 인영이 민제 > 후보다 한 발 앞서 날아올라 낚아채 갔다. > > '내 틈을 노렸다?' > > 제후가 순간적으로 자신의 앞에서 공을 가로채간 상대에 대해 놀라 한쪽 > 눈썹을 치켜올렸다. 공이 튀어 오르며 시야를 가리던 그 틈, 그 찰라간이 > 었던 그 틈을…? 더군다나 너무나 가볍게 스며들 듯이 제후에게서 공을 > 빼앗아 간 인영은 어디서 본 듯한 날렵한 작은 체구다. > > "유세진?!" > > 모두가 깜짝 놀라 몸을 주춤하는 사이 그 그림자는 어느새 골대 앞에서 > 슛 동작을 완성해 내고 있었다. > 제후의 플레이가 스피드와 힘에 있었다면 세진은 작은 체격으로 찰라간 > 의 틈을 포착하고 파고들어 흐름을 바꾸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정확도로 > 깔끔하게 공을 골대로 던져 넣는 플레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공이 골대 > 의 그물 안으로 정확히 떨어진다. > > -출렁- > > 농구공이 바스켓을 통과하며 떨어지자 세진이 바닥을 튕겨져 오르는 그 > 공을 다시 재빠르게 잡아들며 민제후를 향해 몸을 돌렸다. 제후는 그런 > 유세진의 모습을 그냥 흥미롭게 조용히 바라볼 뿐이다. > > '역시 세진이었어.' > > 가볍고 빠른 발놀림. 높이와 거리에 대한 정확도. 상대의 약점뿐만이 아 > 니라 자신의 약점까지 파악하고 다가오는 치밀함. 그다웠다. 한순간 잠시 > 보여준 세진의 플레이는 유세진이라는 소년의 성격을 투영한 듯 너무나 > 세진다웠다. > > -통! 통! 통!- > > 유세진이 공을 튀기면서 웃으며 다가왔다. > > "재미있는 경기를 하시는군요, 제후군. 전 스포츠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 > 니다만 오늘 보니 저의 그런 생각이 달라지려고 하는데요." > "너, 아주 잘하는데?" > > 제후의 놀란 듯한 그 말에 세진이 생긋 미소지으며 대답한다. 오늘도 여 > 전히 쓰고 있는 검은 뿔테 안경이 그의 인상을 가려 도무지 무슨 생각인 > 지 알 수 없게 만들었으나 보이는 이미지는 변함없이 단정한 모범생이다. > > "그런가요? 칭찬 감사합니다. 땀 흘리며 뛰는 건 좋아하지 않아서 별로 > 해본 적 없지만… 스포츠란, 어떤 면에선 제가 좋아하는 게임과 아주 비 > 슷하다고 생각되는군요. 치밀하게 계산하고 정확하게 움직여야…" > > 작은 체구에 최고급 브랜드의 교복을 걸친 단정한 소년이 귀엽게 방긋 > 웃는다. > > "상대를 물먹일 수 있죠." > > 그런 유세진이 뚜벅뚜벅 구두소리를 내며 다가왔다. 허나 제후를 그냥 > 지나쳐 갈 듯. 그의 옆으로 세진이 어깨를 스치며 지나가려 한다. 그런데, > 그때! 막 뭔가 생각이 난 것처럼 스쳐지나갈 듯한 자리에서 세진의 손이 > 갑자기 튀어나와 제후의 한쪽 어깨를 짚었다. > > "그런데 어쩌시려고 이런 일을 벌였습니까?" > > '!!' > > 나직이 울리는 목소리. 서늘한 느낌이다. > 속삭이듯 울려 나오는 세진의 음성은 마치 공기처럼 가벼워서 주의를 기 > 울이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을 만큼 너무나 작았다. 덕분에 다른 사람들 > 은 아무 것도 듣지 못했을 테다. > > "당신은 이제 저들의 적대감을 감당해야 합니다. 잘하면 '왕따'라는 새 > 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을지도… 아아~ 그건 안되겠구나. 제후군이 최근 > 많은 여성분들의 사랑을 독차지한다는 걸 잊을 뻔 했네요. 게다가 새롭지 > 도 않겠군요. 이미 '은따' 경험이 있으시니. 쿡!" > > 은따? 그게 뭐지? 왕따는 아는데, 그것과 비슷한 말인가? 뭐, 그렇다면 > … > > "알고 있어." > > 세진이 망설임 없는 제후의 대답에 제후의 얼굴로 이채로운 시선을 살짝 > 돌렸다. > 의외라 그건가? 나도 항상 생각없이 날뛰진 않는다구. 쳇! > > "그래. 가만히만 있었으면 저 애들과 지금처럼 편한 관계로 남았겠지. > 하지만 저들이 날 동등한 존재로 여기지 않는다면 '친구'가 될 수 없으니 > 까. 오늘 이렇게 왕창 깨뜨릴 생각은 없었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이렇게 > 됐어." > > 제후가 멋쩍게 웃음 짓자 세진이도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매단다. > > "그리고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고." > "후후... 그런가요? 저는 일부러라도 그런 편한 관계로만 유지하려 할텐 > 데요." > "그게 너와 나의 차이야." > > 어느 순간 갑자기 세진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는다. 여전히 미소짓고 있 > 지만 순간적으로 뒷골이 서늘해졌었다. 무엇 때문에? > > "그렇습니까? 후후후, 그렇군요." > "넌 나의 '친구'지?" > > 갑작스럽게 물어본 질문이라 그런지 세진이 고개를 숙이고 키득대다가 >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웃음으로 흔들리던 어깨의 움직임도 딱 멈췄다. > 유세진에게도 당황스런 순간이 있을 수 있던가? > 대답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긴장된 짧은 몇 초를 흘러보내며 제후가 세진 > 의 푸르스름한 검은머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들려온 > 대답은, > > "…재미없군요." > > '뭐?' > > 이게 웬 뚱딴지같은 소리? > 하지만 그냥 지나치기에는 세진의 음성이 너무나 차갑고 진지하다. > > "아, 농구가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이글거리는 기온과 후덥지근한 날 > 씨조차 절 지루하게 하고 있어요. 그런데다가 당신까지… 요즘 모든 것이 > 죽을 만큼 지루해. 너무 평화롭습니다. 그래서 너무 재.미.없.어.요." > > 설마… 저 녀석, 재미없다고 일부러 무슨 사고를 치려는 건 아니겠지? > 커헉!! 아니야… 저 놈, 하고도 남을 놈인데…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 > "뭐, 이 지루한 평화가 뒤에 이어질 폭풍의 전주곡일지도 모르지만." > "으윽!" > > 웃지마라, 이놈아! 네가 그렇게 실실 쪼개면 불안하단 말이야!! > > "무슨 일…?" > "아! 그건요……" > > 생긋? > > '저건 또 무슨 뜻이지?' > > 어리둥절한 민제후에게 유세진이 그 큰 안경알에서 음침한 빛을 반사하 > 며 다가와 갑자기 그의 양팔을 꽉 틀어쥐면서 즐거운 목소리로 중얼거렸 > 다. > > "우선 당신부터 팔아 넘기고 생각해 보죠." > "에엑?!!!" > > 구경하던 다른 아이들 의아해 있고 제후 또한 어리둥절한 사이에 어디선 > 가 건장한 어른 둘이 나타나 세진이 잡고 있던 민제후의 양팔을 인수인계 > 받듯이 양쪽에서 대신 잡았다. 검은 양복과 검은 선글라스를 낀 깍두기 > 같은 양반 둘이다. 깜짝 놀란 제후가 반항하려 하자 유세진, 천진난만하 > 게 웃으며 말했다. > > "너무 떨지 마십시오. 할 일은 해야 하지 않습니까? 설마 오늘도 이 핑 > 계 저 핑계를 대고 도망가실 건 아니시지요? 김비서님이 출장지에서 일 > 부러 저에게 전화까지 주신 걸요?" > "하지만 시찰은 필요 없잖아! 그런 건 너무… 쪽 팔린다구!!" > "걱정 마십시오. 아무도 당신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할테니. 그리고 여기 > 에서 이러면… 더 쪽.팔.리.지. 않나요?" > "뭐야? 뭐가 어쨌단… 에? 어라라." > > 소리치던 제후는 세진의 주의에 시선을 주변에 돌렸다가 상황을 알아채 > 고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주변에는 많은 학생들이 그들의 행동을 지 > 켜보고 있었다. 학생들은 아직 어떤 상황인진 잘 모르는 눈치지만 제후가 > 세진과 갑자기 다투는 듯 하다가 갑자기 나타난 떡대 둘이 제후를 어디론 > 가 끌고 가려는 것만 보더라도 보통 상황은 아니라는 걸 알아차리고 있었 > 을 것이다. 모두들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래 뜨고 쳐다보는 시선들. 충분 > 히 당황스러운 상황임이 틀림없다. > > '아니, 넘치고 흐르지. 에구, 이 일을 어쩌누~.' > > "이.노.무. 자.식! 너 무슨 생각이야! 그리고 날 팔아 넘겨? 너 김비… > 아니, 그 인간한테서 뭘 받기로 한건데!!" > > 제후는 황당한 얼굴로 주변을 찬찬히 살피다가 다시 생글거리는 세진의 > 얼굴이 보이자 열이 뻗쳐 목소리를 최대한 죽여 소리쳤다. 주변에 보는 > 눈이 많아 당장 달려가서 패주지 못하는 것이 한스러웠다. 물론 유세진은 > 그런 것까지 계산하고 이런 짓을 벌인 것일 터였다. 그래서 제후는 더 약 > 오르고 속이 터져 죽을 것만 같았다. 조용히 둘이서 이야기하고 해결할 > 수 있는 일을 그를 데리러 온 경호원들을 일부러 교내까지 들어오게 해서 > 자신을 억지로 끌고가는 연출을 이뤄냈으니…… 분명 내일은 민제후가 조 > 폭세계에 발을 담궜다느니, 또는 불쌍한 소년가장, 사채에까지 손대서 쫓 > 기는 몸이 됐다느니 등등 이상한 소문들이 더욱 부풀려지게 생겼다. 지금 > 떠도는 허무맹랑한 소문들도 감당 못하고 있는데. > > '분명 자기 심심하다고 이런 일을 벌였을 테지! 저 망할 녀석!!' > > 그러나 세진은 음흉, 비열, 부정, 작당 등의 단어와는 전혀 인연이 없어 > 보이는 얼굴로 너무나 단정하고 착한 모범생의 모습으로 서 있을 뿐이다. > 손가락으로 안경을 올려쓰며 말하는 소리가 매우 깔끔하다. > > '저 속 모를 미소는 절대 친절하고 순수한 것이 아니야!!' > > "거래 조건은 당사자들 간의 문제입니다. 그런 걸 제후군이 알 필요는 > 없겠죠. 그럼 수고하십시오. 전 아직 학생회 건안이 남아있어서 말입니 > 다." > > 날 팔았다며! 그런데 왜 내가 알 필요가 없다는 거샤!! 앙!! > > "너, 임마… 너… 너…" > "이만 가시죠." > > 그러나 말이 막히고 안색도 하얀색, 파란색, 빨간색 등으로 여러 번 바 > 꾸던 제후는 자신의 양팔을 잡아끄는 두 명의 경호원에 이끌려 결국 반강 > 제로 운동장에서 끌려나가고야 말았다. 그리고 그 뒤로 얼떨떨해 하는 많 > 은 아이들과 귀엽게 웃으며 손까지 흔들면서 배웅하는 유세진을 남겼음은 > 말할 필요도 없었다. > > -웅성웅성 와글와글- > > 시끄럽게 웅성대는 아이들. > 예상대로 그 소란 속에서 여러 가지 억측과 황당한 추측들이 난무하기 > 시작했다. 말이 여러 입과 입을 거쳐 옮겨지면서 부풀려지고 과장되는 과 > 정을 그대로 보는 것은 신기하고 즐겁기까지 하다. 그 중엔 참신하고 독 > 특한 추리는 적어놓고 싶을 만큼 재미있다. > > 그렇게 상황이 엉뚱하게나마 정리되고 나자 세진이 뒤돌아서며 언덕길 > 위의 한 소녀에게로 시선을 던졌다. 태양을 등지고 있어 그녀를 바라봄에 > 세진은 너무 눈이 부셔서 한 손을 들어 빛을 가리며 눈을 떠야 했다. > > "……." > > 유리꽃 한예지. > 유세진의 깊은 검은 눈이 그 소녀의 맑은 다갈색 눈동자와 정면으로 마 > 주쳤다. 그녀에겐, 여신과 같은 당당함과 인간세상의 것같지 않은 아름다 > 움이 그 소녀에겐 모두 있었다. 그렇기에 세진이 그 소녀를 시야에서 놓 > 지 않는지도 모른다. 민제후와는 또 다른 아름다움과 강함. > > 세진의 이마로 흘러내린 몇 가닥의 검은 머리카락이 귀찮게 흩날린다. > 그가 그 머리칼를 쓸어올리며 피식 웃음짓고는 그 아름다운 유리꽃을 향 > 해 가볍게 목례하며 돌아섰다. > > 파란 하늘에는 아직 한창인 태양이 찬란하게 빛나며 세상을 더욱 뜨겁게 > 달구고 있었다. > -150- [부제: 잊혀진 과거와의 조우(1)] -쾅! 쾅! 쾅!- "어이, 거기! 조명을 그쪽으로 잡으면 안되잖아! 나랑 하루 이틀 일해? 이렇게 손발이 안 맞아서 어떻게 한솥밥 먹고살겠어! 엉!" 성전 밀레니엄 센터의 한 쪽 별관을 차지하고 있는 촬영장의 한 스튜디 오. 결코 좁다고 말할 수 없는 그 촬영 장소에 십 수명의 스태프들이 요란한 연장 소리들을 배경으로 분주하게 현장 점검을 마치고 있었다. 그리고 간 간이 들려오는 총감독자의 높은 언성. 그런데 오늘의 스튜디오의 분위기는 다른 어떤 때와는 달리 미묘하게 긴 장되어 있어 의아하다. 프로 정신으로는 어떤 작업이 더 수월하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경중을 나눈다면 오늘 이곳에서 있을 촬영은 간단한 이미지 컷의 사진 몇 장을 뽑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 에 이런 긴장감은 제 3자의 눈에는 더욱 의아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 엇보다 이처럼 사진작가가 직접 나서서 마지막까지 세트와 조명을 세세히 지적하는 광경은 드문 일이 아닌가. 더군다나 오늘 사진 작가가 구상하고 있는 단 한 번의 컷은 말 그대로 이미지 컷이기에 이번 사진 촬영의 피사 체가 되는 모델의 직접적인 얼굴도 나오지 않을 터인데. 그런데 스태프 한 명 한 명이 그것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긴장하고 있는 이 분위기란 또 무엇인가? 정말 지켜보면 볼수록 외부인은 더욱 알 수 없게 만드는 광경이었다. "세트, 조명, 소품, 어느 것 하나 일정에 차질이 없어야 해! 신경 좀 더 쓰라고!! 아, 그리고 거기 자네." "아, 넷, 선생님!!" 보조인 나는 멍하니 있다가 사진작가 조세희 선생님의 부름에 퍼뜩 놀라 뛰어갔다. 만약에 이름이 여자 같다고 부드럽다거나 인자한 인상을 상상했었다면 나는 일찌감치 꿈 깨라고 충고해 주고 싶다. '사진작가 조세희'라고 한다 면 이쪽 바닥에서는 거의 대적할 만한 사람이 없는 톱 클래스의 실력파인 데다가 엄연히 남자였다. 그것도 중년을 한참 넘어서 앞머리에 희끗희끗 한 머리칼이 보이는 괴팍한 선생님. 그러나 넘치는 에너지와 창의력, 사 진 속에 담는 그 섬세한 감성은 한국 최고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불도저야, 불도저….' 아직 사진작가 보조로 잡일만 처리하는 수준이지만 난 추호의 망설임 없 이 입안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며 빠릿빠릿하게 뛰어갔다. 그것은 오늘 같 은 날은 잘못 걸리면 작살난다는 걸 이미 어리버리한 신입 때 경험을 통 해 생생히 깨우쳤기에 가능한 엄청난 속도다. "그래, 자네. 이번에 부탁해 놨던 특수 렌즈와 장비는 문제없는 거지?" 불러놓고 쳐다도 보지 않는 불도저 선생님. 아이디어 수첩에서 고개를 들지 않고 펜으로 뭔가를 열심히 날려 쓰며 건성으로 하는 그 질문은 당 연히 그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 있을 거라는 의미를 품고 있다. 그런데 그 순간 나는 얼굴에서 핏기가 싸악 사라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오늘 촬영 에 가장 중요한 특수 렌즈가…… '…난 이제 죽었다!' 어쩌다가 이런 실수를 했을까!! 오늘 촬영은 성전그룹에서 본격적으로 출범하는 영상 사업단의 초기 이 미지 작업이다. 성전그룹이라고 하면 캐릭터 어린이 소시지에서부터 인공위성까지 만들 어내는 거대 그룹인지라 한국에선 이미 3살 짜리 꼬마도 알고있는 기업 체! 바로 힘과 경제 권력의 상징. 얼마전 자잘한 사업체는 정리하겠다고 밝히고 한국 정부에서까지 전폭적 인 지원을 얻어낸 새로운 프로젝트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대 성전그룹이 기대를 안고 있는 분야의 첫 출범인 것을…. 모델도 '신비'라는 타이틀로 현재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최고의 아 이돌 스타인 '마리안'이다. 모시기 힘든 최고 스타인지라 스태프 잘못에 의한 펑크나 스케줄 차질은 있어서는 안되고 있을 수도 없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야, 그거 들었어? 성전그룹의 총수 있잖아, 그 신비의 인물 말이야. 그런데 뭐라 불러야 하나? 우리도 성전그룹 계열사 밑에서 일하니 넓은 의미에선 두목님이라고 해야 하나? 푸히히히. 어쨌든 소문엔 성전그룹 총 수가 비교적 젊다던데... 뭐, 어떤 중늙은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 그 회장님이 이곳 촬영장에 몰래 시찰 온다고 하네? 어어, 정말이야. 진~짜 믿을만한 소식통에서 들은 얘기라고. 쳇! 하지만 알게 뭐냐? 그런 높은 자리에 있는 인간들 연예인과 그렇고 그렇다는 거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진짜 관심은 사진 촬영이 아니라 '마리안'이 아닐까? 야야, 임마, 듣고 있는 거야!!〉 '컥!!' 나는 같이 일하는 동료 중에 소문 좋아하는 녀석의 수다를 생각해내곤 다시금 온몸의 피가 싸늘하게 식는 걸 느꼈다. 이번에 선생님께서 잡고 계신 이미지는 『신화(神話)』!! 그러나 지중해의 환타지를 단 한 장의 사진으로 사로잡기 위하여 꼭 필 요한 장비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역시 아르바이트생에게 맡겨두 는 것이 아닌데... 너무 정신없이 바빠서 다시 한 번 더 챙긴다는 걸 깜박 한 것이 한스럽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가벼운 부주의로 지 금껏 쌓아올린 공든 탑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게 되다니... 재빠르게 손목시계로 시간을 살피니 곧 모델도 도착할 시간. 시간도 없 다. "뭐야? 무슨 문제 있나?" 순간적으로 내가 말문이 막혀 버벅대고 있자 조세희 선생님이 싸늘하게 힐긋 돌아보신다. 희번득한 눈초리. 지, 진짜 무…무섭다…. '나, 죽어도 말못해!!' "아, 아닙니다!! 아무 문제없습니다, 선생님!" "그래? 흠, 그럼 다행이지만. 어? 이봐!! 내가 원한 건 그런 것이 아니잖 아! 내가 구상하는 컨셉은 말이야…" 나는 선생님이 준비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스튜디오 상황에 다른 곳으로 고함을 지르며 사라지자 일분 일초가 흐를수록 수명이 갉아 먹히는 기분 으로 핸드폰을 들고 연락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미친 듯이 연락을 취하기 시작했다. 특수 렌즈와 그 또라이 알바생의 행방과 여차하면 다른 곳에서 조달해서 쓸 수 있는지의 여부까지. 자신의 미래가 걸려있었기에 최선을 다하고자... 그러나 다시 한 번 확인한 단어는 '절망'. 역시나 그런 물건을 몇 십분만에 조달할 수 있다면 기적일 테다. 그런데 그때였다. 조명기사 중의 하나로 보이는 털털한 인상의 중년인이 안도와 분통이 동시에 터지는 한마디를 툭 던지며 지나갔다. "어이, 거기 젊은 사진사 양반. 아까 전화가 왔는데, 무슨 아르바이트 학 생인가 하는 아이가 전화를 해서 건물은 찾았는데 길을 못찾겠다는구만. 요 어디 근처라던데, 바쁘더라도 잠깐 나가보지." 기...길을 잃어? 그것도 밀레니엄 센터 안에서? 아하하하… 젠장! 순식간 에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경험하고 나니 도무지 무엇으로 표현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다. 할말이 없다. 단 한마디밖에. '미치겠군.' -위이이이잉- 요란한 헬기 소리가 서울 상공 위를 누빈다. 하지만 영화 속에 나오는 장면보다는 조용하고 안정감 있는 엔진음. 세계의 상업· 금융· 문화의 중심지인 뉴욕 맨해튼처럼 초고층 빌딩숲은 아니지만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아시아의 용, 그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화려 한 서울 상공 위로 날카로운 광택을 뿜는 날렵한 헬기 한 대가 놀라운 속 도로 스치며 담담하게 그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바람처럼, 강물처럼 저 밑으로 눈부시게 흘러가는 도시. 문명의 이기(利器). 그 중 하나인 하늘을 나는 이 비행 동체 안에서는 또 다른 작은 세계가 있는 듯 보였다. 눈부신 헬리콥터의 기체 안에 있는 것은 양복을 입은 두 명의 남자와 독특한 금갈색 머리칼을 가진 한 명의 소년. 그 두 명의 남자들도 뛰어나 보였지만 역시 이런 특이한 상황 속에 선 나이가 어린 그 소년에게 더 눈길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게다가 이런 훌륭한 헬기를 타고 서울 상공을 누비고 있다면 흥분할 만도 하건만 나이답지 않게 차분하고 익숙하게 행동하는 소년의 모습에선 은근한 카리 스마까지 느껴진다. 헬기의 회전 날개의 소음과 강렬한 햇빛을 차단하기 위한 것인지 비행용 투명 고글을 쓰고 귀마개를 착용하고 앉아 일행들이 넘겨주는 브리핑 서 류를 살피며 손바닥만한 작은 컴퓨터로 프로젝트 보고서를 결제하는 소년 민제후. 그 냉철한 두 눈은 그가 이제 겨우 열 여덟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진지하고 날카롭다. 마침내 어딘가 목적지로 도착한 것인가? 그들을 싣고 춤을 추듯 가볍게, 그리고 빛살처럼 빠르게 비행하던 헬기가 성전 밀레니엄 센터 중 하나인 어느 고층 빌딩 위의 헬기 착륙장에 내리고, 탑승하고 있던 사람들과 민 제후는 아직 비행의 여파로 휘몰아치는 바람을 살짝 팔을 들어 밀어내며 내려서 그들을 기다리던 몇몇 직원들과 함께 이동하기 시작했다. "어떠셨습니까, 도련님?" "후후... 재밌는데?" 제후는 한지훈 실장의 웃음띤 가벼운 질문에 자신도 가볍게 웃으며 대꾸 했다. 현재 김비서는 출장을 가 있기에 지금 이 순간은 한실장이 그의 곁에서 그에게 방향을 제시해 주는 보좌관이었다. 하긴, 이미 김성민과 한지훈은 장문수 회장이 퇴임하고 나서 그 직책의 업무보다는 민제후 회장의 비밀 보좌관의 일이 더 많았으니 그렇게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민제후에 관해서 공식적으론 모든 것이 일체 비밀! 그러므로 민제후 측근에 있는 인물들은 믿을만한 입이 무거운 인재들로 그 수가 많 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에겐 업무 이외에도 힘든 일이 많을 것이란 걸 알 기에 제후는 미안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전생에는 제법 큰 조직을 건사하고 인간의 인생에서 약 절반 정도를 살아봤다고는 하나 이렇듯 커다란 기업체의 사업에 관해선 거의 백지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도 여기까지 그럭저럭 끌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차근차근 이끌어주고 도와 주는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란 걸 제후는 잘 알았다. 그래서 민제 후 자신도 그룹의 총수로서 지난 몇 달간 돌아보지 않고 이렇게 달려올 수 있었을 테다. "멋있었어.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편안하더군." "오늘 도련님께서 시승하신 것은 이번에 성전에서 제작한 세 개의 회전 익 기종 중 「JUPI」입니다. 최고의 VIP분들을 수송에는 최고의 기종이 죠." "응?" 제후의 짧은 감상에 한실장 이외에 제후의 옆에 있던 또 다른 한 남자가 부드러운 인상으로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면서 무겁지 않 게 시작한 대화가 편안하게 이어져 갔다. "단군 프로젝트의 제3진의 회전익 담당 팀장인 이정윤입니다." 고개를 돌리는 제후를 보고 회전익 담당이라는 이정윤 팀장은 간단한 목 례를 하며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수완을 발휘한 신비의 성전그 룹 총수에게 다시 한 번 놀람과 호기심의 미소를 보냈다. 단군 프로젝트로 인하여 최초로 만났을 때의 놀람과 경악보다는 훨씬 덜 해졌고 그 이후에 나이답지 않게 사람을 다루는 어린 회장님에게 감탄하 였지만 그 소년은 언제 보아도 볼 때마다 감탄스럽긴 마찬가지다. 사업적 수완은 아직 몰라도 사람을 씀에 있어선 결단력 있고 대범하여 절대 십대 소년의 그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게 확실하게 비범했다. 마치 평생을 그 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151- [부제: 잊혀진 과거와의 조우(2)] 그러나 제후는 그런 이정윤 팀장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를 힐끔 보면서 재미있다는 듯 장난기 있는 얼굴로 빙글거릴 뿐이다. 지금 이 순간의 민제후의 표정을 본다면 어느 누가 이 소년이 평범하지 않다고 말할까? 혼혈의 피가 흐르기에 눈에 확 뛸 만큼 잘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제후의 황금 실타래 같은 이국적인 금갈색 머리칼과 귀족적인 단정한 얼굴선을 제외하면 반짝거리는 그 연한 갈색 눈동자는 서울 시내 에서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의 그것이다. 새로운 것에 대한 반응과 호기심을 담은… "아~ 이름정도는 알고 있네, 이정윤 팀장. 정기 회의 때마다 봤으니까. 이렇게 가까이에서 얼굴 마주대하는 건 오늘이 처음이지만 그쪽 프로젝트 팀과는 만난지 꽤 됐잖은가?" …가끔 평범하지 않게 노인네 말투를 쓰는 특이한 학생이긴 하지만 어쨌 든 평범하다면… 평범한…. 이팀장은 그런 자신의 생각에 모순이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단지 알 수 없는 어떤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느낌에 당황해서 급히 제후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오늘 선보인 「JUPI」는 성전그룹 단군 프로젝트의 첫 발걸음으로 개 발하게 된 세 가지의 헬기 기종 중 하나로서 헬기산업부분 세계 선두기업 으로 인정받고 있는 Bell사와 공동 개발한 민수용 회전익 항공기입니다. 저희는 이번 회전익 사업에 약 3억 달러를 투자하였고 기술인수를 중심 으로 하여 개발과정에서도 거의 전 과정에 참여하였습니다." 마침내 빌딩 안으로 들어선 일행은 제후를 성전 밀레니엄 센터 중앙홀로 인도하며 방금 전의 시승에 대한 본격적인 이야기와 회전익 사업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시작하였다. 빠르지도 않지만 느리지도 않은 걸음들이 옮겨지면서 가볍게 여러 말들이 오고간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미 예전에 정식으로 보고 받은 적이 있고 서류로도 충분히 검토했기에 지금의 이 설 명은 오늘 시찰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간략한 정보 제시일 뿐이다. 그러나 제후는 이번 사업의 결과는 들으면 들을수록 놀랍기만 했다. "세 가지라면…?" 제후는 말을 돌리려고 애쓰는 이팀장의 모습이 재미있어 좀 더 구경하고 싶었지만, 문뜩 이번에 항공분야에서 첫 성과를 이룬 세 개의 헬기 기종 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장난기를 거두었다. 여기는 학교가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은 학생이 아니라 이들의 수 장으로 서있다. '에구… 그래, 일해야지, 일.' 제후가 머리를 긁적이며 원판의 몸으로 들어오고 나서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고 생각한 기억력을 점검하는 진지함을 보였다. 그래도, 자랑스럽지 않은가! 전에는 의식적으로 십대 소년처럼 보이려고 노력했었으나 지금은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십대의 자태(?) 가 나오는 것 같아 제후는 자신이 한없이 자랑스러워졌다. 가끔씩 튀어나 오는 예전 말투를 빼면 이젠 누가 보아도 자신은 파릇파릇한 십대 소년. 이 놀라운 적응력! 회춘이로세!! 냐하하하하~ '아니, 험험!! 이게 아니고 참… 그 세 가지의 이름이 뭐였더라?' "「Eagle」, 「Thunder」, 「Jupiter」입니다." 그때, 간만에 빠져든 민제후표 특제 망상 릴레이에서 제후를 끌어내며 그의 의문을 깔끔하게 해결해주는 목소리가 상쾌하게 울렸다. 「Eagle」, 「Thunder」, 「Jupiter」... '독수리'라는 이름으로 「Eagle」, '천둥'이라는 이름으로 「Thunder 」, 그리고 「Jupiter」는 「JUPI」라고 줄여 쓰고 또 다른 약어로 호칭 한다. "아, 맞아. 그랬었지. 그런데 왜 「Jupiter」는 '유피'라고 말하지?" "「Jupiter」를 '쥬피터'라고 하는 것은 영어식 발음입니다. Jupiter는 로마 신화의 최고신으로 천공의 신이자 뇌신(雷神)입니다. 발음되는 소리 는 '유피테르'. 방금 전에 시승하셨던 헬기의 최첨단 기술과 성능, 번개 와도 같은 최고 스피드와 신화적인 위용을 생각한다면 뇌신의 이름이 전 혀 어색하지 않다 싶어서 그렇게 붙였던 것이죠. '유피' 또는 '유피르'라 는 호칭은 애칭으로 생각하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한지훈 실장이 이정윤 팀장을 지원하며 설명을 도왔다. 제후는 이번 사 업에서 실현 가능 여부와 프로젝트 자체의 존폐에 따르는 굵직한 문제를 주로 살펴왔기에 이렇듯 세세한 이야기가 흥미있게 들려왔다. '유피, 유피테르, 천공의 신… 뇌신(雷神)이라….' "훗! 꽤 낭만적이군." "최고의 집합체이니까요. 게다가…" 재미있어하는 제후의 반응에 미소 띤 이정윤 팀장의 자부심이 담긴 음성 이 계속 이어졌다. "VIP 수송을 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는 최상의 기종이지만, 긴급 의료지 원이나 인명 수색 및 구조, 산불진화는 물론 해상운용에도 가능하도록 설 계된 다목적 헬리콥터이므로 「JUPI」는 전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소형다 목적 헬리콥터 수요를 충분히 충족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JUPI」뿐 만 아니라 정찰헬기인 「Eagle」, 대형공격기인 「Thunder」까지… 현재 국제적 안전기준인 Category "A"를 만족하고 이번엔 VFR 인증과 IFR 인 증을 FAA로부터 받았기에 전세계의 소형헬기 시장을 단시일 내로 석권할 것을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시장을 비롯해서 아시아 시장에서 이미 상당량의 주문을 받아놓은 상태입니다." 아아, 그것은 이미 알고 있다. 완전 복합재로 이루어진 6.54m의 4개의 주회전익과 회전반경 0.875m의 꼬리날개. 이 기종은 동급 경쟁기종인 여타 소형 쌍발헬기 대비, 대형 윈 도우를 채택하여 탑승객에게 탁월한 시야를 확보함은 물론, 동급 최대 실 내공간 확보로 주문에 따라 인원수송 및 응급의료용, 방송용 등에도 적합 하게 맞춤 생산도 가능하다. 그리고 그 외의 또 다른 기종은 탑재한 쌍발엔진은 Pratt & Whitney社의 최신개발 엔진으로 윤활유 없이 30분 운영이 가능하며, 710 shp의 강력 한 동력성능을 가지고 있어 비상시 고난도 기동을 해야 하며 강력한 축력 이 요구되는 탐색구조, 산불진화용 헬기로 적합하다. 또한 가볍고 강도가 강한 복합소재를 항공기 동체에 광범위하게 활용함으로써 항공기 자중을 혁신적으로 줄이고, 동급 최대 항속속도, 최대 항속거리, 최대 체공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음, 설명이 뒤섞여 버렸군. 앞쪽이 「Eagle」이고 뒤쪽이 「 JUPI」인가? 아니면 그 반댄가? 아하하하…' "에궁. 나도 잘 모르겠다." "도련님?" "엉? 냐하하하~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라네. 알면 다쳐요, 다쳐. 냐하하하~" 제후는 괜시리 잘난 척 한 번 하려다 -물론 혼자 마음속으로 꿍얼댔을 뿐이지만 너무 당황해서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망신살만 뻗치고 무안해 지자 허둥지둥 웃음으로 때웠다. 역시 이런 복잡한 쪽을 아는 척 하는 건 유세진이나 동민이 녀석 같은 수재들에게나 어울리는 거였다고 투덜대며. "갑자기 무슨…" "오~, 노올~랍군!!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여기까지의 성과라니…. 푸후 후후..." 팔뚝을 들어올려 주먹을 불끈 쥐며 열정적이게 한실장의 말을 가로막으 니 측근들의 얼굴이 이상하게 일그러진다. 잘 띄운 메주 색. 아, 너무 오버했나? '하지만…' 놀랍다고 한 것은 진심이었다. 정말 무서울 정도다. 「성전(聖殿)」의 힘 은 어느 정도인 것일까? 아무리 준비가 막바지에 이르렀던 사업들이라 하지만 동결되어 전면 중지되었다가 갑작스럽게 다시 시행된 단군 프로젝 트였다. 그런데 아무리 소형헬기라고는 하지만 세 개의 기종을 단 몇 달 만에 개발을 마치고 눈에 이렇듯 성과를 보여주다니. 어느 누가 믿을 수 있을까? 아무리 기술이전과 합병이 있었고 실질적인 개발은 훨씬 오래 전부터 시작된 것이라 해도 중지되었던 프로젝트가 발동되자마자 핵심 기 술을 완성하여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낸다? 여태껏 말도 안되는 기현상들을 줄줄이 겪어왔던 제후도 자신이 직접 눈 으로 보고 시승까지 하고 나서야 이 연달아 일어나는 기적 같은 일들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이런 속도로 나간다면 단군 프로젝트의 결과는 10년 안에 그 성패의 윤곽이 보여질 듯 하다. 아니, 10년이 뭔가. 7~8년 안에 전부는 아니더 라도 일부는 눈으로 직접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지도….' 원래대로라면 천천히 반세기는 족히 이끌어 나가야 되는 사업. 그런 프로젝트를 이렇게 급하게 이끌어 나가도 되는 것인지….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고, 순조롭다. 정부의 지원과 사회적인 인정과 기대 속에 출발한 단군 프로젝트는 순풍에 돛을 달고 출항하여 지 금까지 큰 문제없이 달려오고 있었다. 자금과 기술 부분에서 잦은 난관과 고비를 만나야 했지만 정말 진땀나게 그때그때 이겨오며 여기까지 달려왔 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고비를 넘기는 것에는 '최고의 혁신 경영자'로 부 풀어 오른 소문의 주인공, 신비의 성전 총수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안다. 제후는 앞뒤 없는 혼자만의 상념이 그곳에까지 이르자 썩 유쾌하지 않은 기분을 느꼈지만 결국 눈빛을 어둡게 가라앉혔다. 하지만 이 순간의 그는 몰랐다. 그 비밀 때문에 멀지 않은 미래에 많은 사람들을 잃고, 많은 소중한 것들을 망가뜨리게 될 것이란 걸. 그것도 자 신의 손으로 직접 그렇게 만들 것이란 것을. 미래란 누구도 먼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얼래? 여긴." 단촐하다 싶을 정도의 제후 일행이 막 밀레니엄 센터 본관의 중앙홀이 내려다보이는 복도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은은한 햇살이 그들에게 로 쏟아져 내렸다. 크리스탈과 유리 구조물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창과 벽면. 중앙홀 공간 이 높은 천정을 가지고 수 개의 층의 복도로 둘러싸인 채 자리잡은 모양 은 마치 보이지 않는 공기 기둥이 빛의 건축물 안에 자리잡은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저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그 중앙홀은 제후 일행이 걷고 있는 이쪽 통제구역 층과는 달리 직원들과 업무관계로 방문 하는 손님들로 분주해 보인다. 낯설지 않은 경관. 그곳은 바로 장문수 회장이 은퇴하기 전, 민제후가 총수 자리를 내놓을 수 있냐고 허세를 부리고 의기양양하게 지나갔던 바 로 그 장소였다. '크흑!! 그때 내가 쓰잘데기없이 총수 자리 어쩌고 하며 헛소리만 안했 어도...' 그러나 제후가 오랜만에 와보는 추억(?)의 장소에서 남몰래 피눈물을 흘 리건 말건 한지훈과 이정윤이라는 인간은 걸음이 점차 느려지는 제후의 팔까지 잡아 이끌며 자기들 할 일만 너무나 충실히 이행 중이었다. 마지 막 일정을 위한 씩씩한 발걸음! 그렇다. 지금 가는 곳은 제후가 쪽팔리다고 극구 거부반응을 보이는 오 늘의 마지막 일정, 영상 사업의 출범을 알리는 이미지 포스터의 사진 촬 영장 시찰이다. 사진 작가는 사진계의 대부로 불려지는 조세희 선생님, 모델은 신비의 요정으로 유명한 마리안이라는 최고의 아이돌 스타! 특히 마리안이라면 그들의 수장인 제후 도련님 또래의 소년들이 만나보 고 싶은 연예인 1위로 꼽고있는 대 스타이기에 측근들은 제후의 거부반 응을 순진한 소년의 단순한 쑥스러움이라고 치부하고 깊이 생각 않고 있 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 이번 일정을 빼지 않고 강행하는 것은 부끄럼이 많은(?) 도련님을 위하는 진정한 충성(?)이라고 생각하고서 밀어붙이는 중이었다. 물론 그 충성심 밑으로 당황하여 얼굴을 붉힌 제후 도련님을 보고 싶다는 욕구가 없다고 말할 수 없었다. 평소에 덤벙대고 방실방실 웃으며 다니는 도련님이었지만 나중에 곰곰이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상하게도 그 소년은 진정으로 마음의 평정을 잃은 적이 없었다는 걸 깨닫는다. 그리고 그것을 자각할 때, 각성한 자는 정말 로 깔끔하지 못한 기분이 된다. 어린 것이 아니라 어린 척이 아닐까? 그런데 그때였다. 최고 간부들에게만 허용되는 통제구역인 이 공간에 웬 낯선 남자가? "에? 누구… 우, 우아아앗~" -퍼억!!- "아, 코야~~" 뭐, 뭐야?!! 갑자기 돌진해온 저건. -152- [부제: 잊혀진 과거와의 조우(3)] 제후는 느닷없이 자신의 얼굴에 헤딩을 하며 쓰러진 낯선 인물 덕분에 하늘이 노래지는 충격을 받고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절대 우아하지 않은 포즈로. 게다가 콧등으로 찡~하게 전해지는 찌릿찌릿한 통증… 순간적으 로 별이 보였다. 제후는 귀로는 사람들이 놀라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웅웅거리는 벌 소리 처럼 들리고, 눈으로는 그 무식한 헤딩의 충격에 눈물이 찔끔찔끔 흘러나 왔지만,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보좌관들에게 손을 들어서 괜찮다고 손 짓하며 비틀비틀 일어섰다. "아아, 괘…괜찮아. 코뼈는 안나갔어." 너무 아파서 자신도 한순간 놀랬지만 어느 정도 통증이 가라앉자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는 것 같았다. 부지불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미처 대비도 못하고 그대로 부딪혔으나 그래도 이 정도로 끝난 것을 보면 무의식중에 외부에서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몸을 뒤로 뺐던 모 양이다. 안 그랬으면 코뼈가 완전히 주저앉을 뻔했다. '그럼. 이렇게 코피 정도로 끝나지 않았지.' 그렇지 않아도 약간 뭉뚝한 게 별로 모양새 좋은 코는 아닌데 코뼈까지 부러졌으면 얼마나 미모에 타격이 컸겠는가 말이다. 제후가 옆에서 건네주는 손수건으로 코를 잡고 불안하게 일어서며 힘들 게 정신을 챙겼다. 가뜩이나 요즘은 인물발 한 번 끝내주게 날리는 신동민 때문인지 자신까 지 덩달아 비교 당하고 있다고 여기는 제후는 코에서 느껴지는 상당한 통 증과 함께 속된 말로 엿같은 기분을 느끼며 자신과 부딪힌 인간을 정신없 이 찾았다. '만약 고의로 그랬으면 반 죽.여.놓.겠.어!!' 라고. 그런데… "어라? 누구…세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들이받은 테러범을 찾은 제후는 화가 사르륵 사라지 는 걸 느꼈다. 대신에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번뜩인 아이 디어와 왕성한 호기심! 먼저 화가 나지 않는 이유는 들이받힌 자신은 이미 어느 정도 정신 차리 고 일어서 있는데 반해 오히려 머리꼭지로 들이받은 범인은 아직도 바닥 에 드러누워 헤롱대고 있기 때문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바로 자신을 들이받고 반 기절 상태에 빠져있는 저 어리버리 청년의 복장을 보고 떠오 른 것이었다. 학생 아르바이트인가? 마크를 알아볼 수가 없어 어느 회사 소속인지는 모르겠으나 청바지 위에 걸쳐 입은 저 유니폼은 분명 작.업.복! 제후는 오늘의 죽도록 가기 싫은 마지막 스케줄이 떠오르자 자신의 코피 를 터뜨린 이 낯선 청년의 몸에서 서광이 흐르며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 로 보였다. 호랑이에게 쫓기다 나무 위로 기어오른 남매에게 하늘이 내려 준 구원의 동아줄! '할렐루야!!' 그 순간 마음속으로 진심 어린 감동의 마음으로 신을 찬양하는 제후였 다. "스튜디오 직원인가? 그런데 어떻게 이런 사람이 여기에서 헤매고 있는 거지? 이봐! 정신 좀 차려봐! 자네, 여기엔 어떻게 온 건가?" "한실장, 그만해. 그 사람 어디 크게 다친 것일 수도 있잖아." 제후가 얼굴 팔리는 짓을 안 당해도 되는 너무나 간단한 계획을 발견하 고 그것을 실행하기 위해 너무나 뻔뻔스런 얼굴로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탈출 계획이 성공하려면 우선 여기에서 한지훈에게 주도 권을 뺏기면 안된다는 사실은 너무나 명확했다. "여보세요. 괜찮아요? 형." "우… 머리 아파…. 죄, 죄송합니다. 너무 급해서 뛰다가 그만…" 예상대로 어리버리 대학생이다. '저 빙글빙글 안경은 또 뭐야?' 한 눈에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이다. 나사 한 두 개쯤 부족 한 느낌이랄까? 제후가 재미있어 하며 한쪽 무릎을 굽히고 앉아서 말을 걸자 아직 바닥 에 나뒹굴어 헤롱대는 그 청년이 변명을 하며 허둥지둥 일어서려 한다. 그러나 제후는 그 청년이 벌떡 일어서려는 것을 만류하며 뒤쪽에 남겨놓 은 일행들에게는 잘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을 빨리했다. "어쩌려고 이런 일을 벌였어요? 이곳은 일반인 통제구역이라 곧 경비가 달려올 텐데. 이제 큰일이다, 형은. 쫓겨나고 말 거야." "에? 그럼 안되는데. 저, 정말 급하게 배달가야 할 물건이 있거든요. 어 떻게든 부탁… 아니아니, 정말 죄송하…… 어?" 뭔가에 놀라는 듯하기에 제후가 고개를 갸웃둥하며 눈을 말똥말똥하게 떴다. 패닉 상태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청년이 정신을 차리는 것 같아 드 디어 대화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면서도 그가 자신의 배 경을 보고 너무 얼어붙지 않기를 바랬다. 제후가 누구인지는 알아차릴리 만무하지만 적어도 '우리는 엘리트'라는 분위기 팍팍 풍겨대는 양복쟁이 들이 뒤에서 그들을 둘러싸고 있으니 주눅들지도… "뭐야? 어린애였잖아." '어린애?' -빠직!!- 어딘가에서 뭔가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 건 환청일까? 상식의 힘이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순진한 건지 부품이 부족한지 헷갈 리는 저 아르바이트 학생이 높은 사람과 부딪혔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고 개를 조아리다가 그 상대가 훨씬 어리다는 걸 깨닫고는 말이 짧아진다. 말로 잘 타이르려 했더니… 작전 변경이다! '잠시 죄송!' 그리고 민제후의 눈빛이 사악하게 번쩍이는 그때였다. -퍽!!- 그 순간, 비명도 없이 고꾸라지는 아르바이트 대학생. 그러나 민제후의 등이 그를 가리고 있었기에 아마도 한지훈이나 이정윤 일행에게는 제후의 빠르게 지나간 주먹이 보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특히 나 보통 때라면 몰라도 그 소년이 일부러 눈치채지 못하게 신경 쓴 속도 의 주먹이었다면 눈치챘을 가능성은 더욱 없다. '미안하오, 젊은이. 하지만 나도 살아야 하기에.' 제후는 자신 쪽으로 쓰러지는 청년을 부축하는 듯한 모양으로 부여잡고 일어서며 조금 과장된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런~!! 아무래도 아까 부딪힌 충격이 머리에 타격이 큰가 보네~? 빨 리 의무실에 데려가야지~!" "저, 저, 도련님!!" 한지훈 실장의 당황한 외침이 들려왔지만 제후는 다시 정신을 잃은 그 청년의 몸을 들쳐업고 최선을 다해 도망쳤다. 이 순간 다시 한 번 산신령 신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느끼는 민제후다. 원판의 이 작은 체격으로 예전 내 몸의 근력을 낼 수 있으니 이렇게 다 큰 총각도 번쩍 번쩍 들어서 토 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제후에게 오랫동안 잊혀져 있었는데 한 번 생각나기 시작하니 하루에도 여러 번씩 욕과 감사를 번갈아 듣는 산신령신이었다. "어딜 가시는 겁니까!! 서세요!!" '헹, 너같으면 서겠냐? 이럴 때 잽싸게 튀는 거지!' 제후가 그들에게 보이지 않게 혀를 낼름 내밀고 더욱 속도를 내어 사라 졌다. 그리고 놀란 수행원들이 뛰어서 그 소년이 돌아서 들어간 복도로 뛰쳐들어갔을 땐 이미 그 금갈색 머리칼의 화려한 소년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곳은 일반 사무실과 직원들로 분주한 일반 구역이었다. "어떻게 됐어? 찾았나?" 민제후가 사라지고 난 후, 그 근처 구역은 약 10여분간은 몇 명의 남자 들에게 철저하게 수색 당하고 있었다. 그 남자들의 얼굴을 모르는 이가 본다면 산업 스파이를 잡기 위해 온 건물을 다 뒤지는 형국. "한실장님, 저기… 이거…" 긴소매이지만 더운 날씨에 시원하게 디자인된, 도련님께서 입고 계시던 옷. "저쪽 화장실에서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아까 도련님과 같이 사라졌던 그 임시 직원도 옷이 벗겨진 채 그곳에…" 수행원 중 하나가 다급히 상황을 전하다 마지막에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한지훈은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충분히 인지한 상태였다. 한동안 이런 일이 없어서 잊고 있었던 자신의 멍청함이 짜증났다. 제후 도련님, 아니, 회장님의 성격을. 그러나 지금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성전그룹의 신비의 총수... 아무리 비밀로 유지하고 있다지만 그 비밀을 사람이 지키고 있는 것이기 에 완벽할 수 없다. 더군다나 장태현 이사가 어떤 꼬투리라도 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그들을 감시하고 있고 이곳은 그의 홈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 는 밀레니엄 중앙 센터. '이런 젠장!!' "경비!! 경비원 불러!!" 빨리 찾아야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152- [부제: 잊혀진 과거와의 조우(3)] 한편, 긴급 호출을 받은 경비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중앙센터 일반구 역을 지나가는 직원들의 얼굴을 일일이 확인하느라 바쁠 그때, 검은 모자 를 깊게 눌러쓰고 한쪽 어깨에 꽤 묵직해 보이는 촬영 가방을 매고 그 뒤 쪽으로 바쁘게 사라지는 직원 하나가 있다는 것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 는 듯 했다. 아니,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더 옳았을까? 덩치가 산만한 경비원들이 살벌한 분위기로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고 자부하는 성 전그룹 본사 직원들의 신분을 까다롭게 확인하고 다니자 모두들 영문도 모르고 불만에 가득차 투덜대는 통에 그들 뒤로 슬그머니 바쁘게 사라지 는 임시직 아르바이트에게 누구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자신들 일도 바쁜데 누가 그런 하찮은 것에 일부러 신경 쓰겠는가? 어쨌든 많은 경비원들이 건물을 거의 봉쇄하고 뒤지다시피 하는 일을 벌 이고 있었으나 검은 모자를 쓴 그 알바생은 완전히 출입구가 막히기 전에 오히려 그 소란을 틈타 유유히 중앙센터를 빠져나왔다. 그리고 얼굴을 가 린 모자 챙 밑으로 드러나는 알바생의 입가엔 그 순간 어떤 야릇한 미소 가 떠올랐다. "오~ 마리안 양!" 그때 또 다른 어느 공간에서 누군가도 목소리에 야릇한 미소를 담아 웃 음 짓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상쾌한 해방감이 어린 야릇한 승리감이 아니라, 어쩐지 끈적끈적한 느낌이 뭍어나는 소유욕이 번들거리는 느끼한 웃음. 그 야릇한 억양에 누군가의 중후한 목소리는 대화를 받는 이로 하 여금 오싹한 느낌을 갖게 하길 충분했다. "하하하! 드디어 이렇게 만나게 되는군. TV에서 항상 지켜보고 있었지. 팬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마리안 양을 직접 만나게 되어 굉장히 영광으 로 생각해요. 이렇게 가까이에서 보니 훨씬 예쁜 걸? 하하하! 아, 나는 대(大) 성전그룹의 장태현이라고 하지. 현재는 아직 이사의 직책을 맡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욱. 높은 자리에 있게 될 거요. 예를 들면… 후후후, 성전그룹의 '총수'같은…" 강조하는 어느 부분에서, 그리고 혼자 중얼거리듯 천천히 말을 늘이는 몇몇 부분에서 장태현 이사의 눈빛이 비릿하게 웃음 짓는다. 자신의 지위를 거들먹거리는 것은 자기가 가진 힘을 과시하기 위함인 가? 그렇다면 충분히 성공한 듯 싶다. 주변에 마리안이라고 예상되는 한 소녀만을 제외하고 나머지 스탭들은 다들 눈에 띄게 몸을 움찔하는 것이 보였으니. 장태현 이사... 성전그룹의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유명한 자. 갖가지 안 좋은 소문과 수많은 더러운 스캔들에 연루되었었으나 그때그때 교묘하게 법망 을 빠져나간 것으로도 유명한, 아주 위험한 인물이다. 일반인들은 잘 모 르더라도 언론의 기자들이나 성전그룹에 발을 담그고 사는 사람들 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 인간. 최근 들어서는 새롭게 떠오른 현(現) 성전그룹 총수에게 그 세력이 조금 밀리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아랫사람들에겐 여전 히 무시할 수 없는 자인 것은 틀림없었다. 그리고 확실히, 그의 인간성은 모르더라도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의 사업 수완은 탁월한 것도 사실 이었다. 촬영장에 쳐들어와 저렇게 누구의 눈치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며 권력을 휘두를 정도로. 그리고 그의 측근들이 시끄러운 주변을 물리치자 장태현은 더욱 음흉한 눈빛을 빛내기 시작했다. 더욱 역겹고 노골적이게. "아, 그리고 난 이번에 마리안 양이 이미지 촬영을 하게 된 회사에 상당 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 어때요? 마리안 양의 생각 은? 그대가 생각이 있다면… 흐음~ 내가 훨씬 좋은 조건을 알아봐주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보는데. 아버지처럼 편하게 생각해요. 후 후후, 말 나온 김에 오늘밤에 내 개인 소유 별장에 가서 조용히……" "네네, 이사님! 아하하하하!! 오늘 이렇게 직접 찾아주시고 너무 감사합 니다. 마리안도 수줍음을 타서 그렇지 속으로는 이사님을 뵙게 되어 지금 아주 기뻐하고 있을 겁니다. 뭐해? 빨리 인사드리지 않고." 장태현 이사가 어떤 작은 소녀를 향해 말하고 있을 때 당황하며 끼여드 는 목소리. 요새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타를 직접 만나기 위해 일 부러 직접 스케줄을 조정하라고 지시했던 장태현이기에 이런 끼여들기는 그의 기분을 거스르기 충분했다. 하지만 어리고 싱싱한 좋은 먹이 앞이기 에 장태현은 중역의 관록을 보이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고 웃으면서 돌아 섰다. '그래.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지. 쿡!' "아하! 매니저신가? 인사가 늦었군. 난 장태현이라고 하외다." "아, 넷, 이사님!! 잘 알고 있습니다. 전 마리안의 매니저, 김정진이라고 합니다. 저, 여기 제 명함…" 매니저가 재빨리 명함을 꺼내어 굽실대며 인사를 하였다. "오늘 높은 분이 시찰을 나오신다고 하더니 이사님이셨군요. 아하하하. 이렇게 뵙게 되니 소문처럼 기품이 느껴지시는 분이십니다. 게다가 이번 촬영건은 단 한 장의 이미지 포스터 촬영일 뿐인데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 시고." 장태현은 자신에게 허리를 굽히며 어쩔 줄 몰라 아첨하는 매니저를 보고 한쪽 입끝을 기분 좋게 올렸다. 약하고 약은 인간이다. 약아빠진 놈…. 하 지만 장태현의 입장에서는 그런 인간들이 훨씬 더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들은 힘있는 자들에게 빌붙어 무엇이든 강한 자의 요구에 맞춰준다. 잘 하면 마리안이라는 저 작은 여자아이 하나 어떻게 하는 것쯤은 그렇게 오 래 힘들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저 매니저란 놈을 잘만 이용한다면. '마리안(Marian)'. 한국이름은 '채 마리'. 여태껏 수많은 여자 연예인과 놀아본 장태현이기에 이 소녀가 얼마나 최 상급의 물건인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직은 좀 어리기는 했지만… '영계가 더 감칠맛이 있는 법이니까. 쿡쿡쿡.' 직접 보니 더욱 손에 넣고 싶단 생각이 깊어진 장태현 이사였다. 지금껏 간 크게도 자신을 거절한 여배우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어떻게 든 그에게 잘 보여 뜨고 싶어하는 여배우들이 끊이지 않고 엉겨 붙었었으 니, 장이사는 마리안이 좀 어리다고 해도 손에 못 넣을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 않고 있었다. 그리고 수줍어하는지 고개도 못 들고 눈을 내리깔고 있는 화사한 미소녀의 자태는 자신의 딸 뻘이라는 생각이 싹 가시게 만들 었다. 오랜만이었다, 이런 만족스런 기분. 장태현 이사는 자신의 아랫도리 가 뻐근해지는 것을 느끼고 다시 한 번 그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여러 가 지 생각에 빠졌다. 한동안 제후인지 뭔지인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송이 녀석 때문에 쌓인 울화와 스트레스가 모두 날아가는 것 같다고. 그래서 이 소녀를 자신의 정부로 삼아도 좋겠다고 말이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상품이었다. 더군다 나 평소에도 십대 소녀를 데리고 노는 것에 더욱 스릴을 느끼는 장태현이 기에 이번 자신의 눈에 띈 상대가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아이돌 스타라는 점까지 마이너스가 아닌 플러스되어 한껏 화통해졌다. 아무리 도도한 여자라도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인 이상 세계 진출을 미끼로 요 구하면 넘어오게 되어 있었다. "아니지. 마리안 양이라면 곧 세계 진출도 꿈은 아닌, 촉망받는 샛별인 데." 역시나. 은근히 떠보는 말에도 즉각 눈을 빛내며 반응을 보이는 매니저 였다. "게다가 이번 성전 영상 사업단의 이미지는 만장일치로 마리안 양으로 결정된 것이니, 아무리 책상이 더 익숙한 오너라도 한 번쯤 와보고 싶은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겠나. 하하하! …아, 그런데 마리안 양은…?" 순조로운 진행에 기분이 더욱 좋아진 장태현은 매니저에게서 시선을 떼 고 시선을 돌렸으나 당연히 그 자리에 있을 것이라 여겼던 한 소녀의 모 습이 없는 것에 의아해하며 말을 끌었다. 도망간 것인가? "흠! 바쁘긴 바빴나 보군. 말도 없이 사라지다니. 버릇이 없구만." "아…아… 저, 이사님?" 장태현 이사가 다시금 쩔쩔 매는 심약한 매니저를 무시하며 입술을 비틀 었다. 표정을 알 수 없었던 소녀의 얼굴을 기억해내자 그의 신경이 약간 더 날카로워졌다. 말투에 약간의 가시가 돋는 것이 느껴진다. '아아~ 아니지. 아무리 어려도 여자는 여자니까. 여자는 역시 튕기는 맛 이야.' "어, 저, 저, 마리안이 이런 애가 아닌데. 촬영 준비가 늦어져서 마음이 바빠졌나 봅니다. 조세희 선생님도 잠시 자리를 비우신 데다가 이번 촬영 의상과 분장도 어려우니까, 그러니까…" "아, 됐네. 잠시 내가 피곤해서 신경질을 부린 모양이군. 바쁜 와중에 찾 아와서 내가 미안하지. 그리고 자네는…" 장이사가 얼굴을 풀고 다가서며 말을 부드럽게 건냈다. 그리고 매니저의 어깨를 두드리며 남들에게는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작은 소리로 나직이 웃으며 속삭인다. "언제 한 번 따로 조용히 보자고." "예?" "훗! 그럼 우린 이만 가지." "앗, 네넵! 안녕히 가십시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매니저라는 얼빠진 놈이 어리둥절한 사이, 장태현 이사는 자신의 측근들 을 부르며 촬영장을 빠져나갔다. 마리안이 어디론가 사라져 보이지 않아 한 번 더 못보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것이 아쉽기 그지없었다. 언론에서 침이 튀기도록 떠들고 요란 떨던 그대로의 아이였는데. 마리안이라…. 분명 겉보기에는 조용히 눈을 내리깔고 얌전했던 미소녀였지만 그 작은 몸안에는 작지 않은 불꽃과 성깔이 있는 것 같았다. 너무 조용히 있었기 에 알 수 있었던 변화. 금새 눈을 내리깔았기에 확실하진 않았지만 자신 이 말을 걸자 그 큰 눈에 잠시 스쳤던 감정은 '경멸'이라는 이름 같았다. 처음엔 좀 괘씸한 느낌도 없지 않았으나 지금은 그것으로 유쾌해졌다. 인 형 같은 여자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장태현은 이런 정복 욕구가 경멸받을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연스 러운 일이 아닌가. 힘있는 자는 군림하고 여자가 많이 따르는 법이다. 게 다가 마리안이라는 계집애도 아직은 어려서 그렇지 한 번 사내 맛을 들이 게 되면 지금의 순수한 모습이 무색하게 더욱 밝히며 자신에게 달려들 터 였다. 그럼 그때 자신은 그 어린 계집애를 몇 번이고 천국 구경을 시켜주 면 될 터였다. "하하하하하하하!!! 좋아! 아주 좋았어!! 아하하하하……" 성전 밀레니엄 센터, 영상 사업단 별과 제 5촬영소에 오싹한 느낌의 웃 음소리가 한동안 여운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았다. "여긴 도대체 어디인 거샤!!" -154- [부제: 잊혀진 과거와의 조우(5)] "여긴 도대체 어디인 거샤!!" 한편 그때, 어느 건축 구조물 한복판에 검은 모자를 눌러쓴 한 소년이 절규하고 있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을 향해 주먹질을 하며 죽어도 자신의 엉망진 창 길치 능력은 인정치 않고 씩씩대다 풀썩 쭈그리고 앉는 아르바이트 작 업복의 학생. 포즈만으로는 마치 신혼여행지에서 건달 하나가 '어이~, 그 림 좋은데~.'하는 분위기의 자세이지만, 푹 꺽인 고개는 검은색 야구모자 챙 밑에서 힘들다고 헥헥대고 있었다. 얼굴은 잘 보이지 않지만 진짜로 힘들긴 힘들었나 보다.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화려하고 웅장하기 그지없지만 성전그룹 본 사 건물 한 복판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이라니... 비록 성전그룹 밀레니엄 센터가 단 한 개의 빌딩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 니라 3개의 본관과 5개의 별관, 정원과 편의 시설 등 각각의 6개의 부가 시설을 통틀어 이루어진 구역을 이르는 말이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어린 아이가 아닌 이상 이런 곳에서 길을 잃고 헤맨다는 것은 너무 어이가 없 었다. 초고층 빌딩인 3개의 본관을 중심으로 별관과 시설물들이 시립 하 듯 그 뒤쪽으로 포진되어 있기에. 그리고 부채꼴 모양을 이루고 있는 성 전 밀레니엄 센터의 구조는 군데군데 친절하게 표시된 안내 표지판을 제 외하더라도 길을 잃을래야 잃을 수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단순하고 편리 한 구조인데, 그런데도 길을 잃다니…. 길을 잃은 것이 정말인가? 찾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어려울 것 같은데. "에잇!! 왜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냔 말이야!!" 그 순간, 소년이 다시 벌떡 일어서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그 러나 그 소리에 되돌아오는 대답은 정말로 그 공간을 울리는 그의 목소리 뿐. …정말로 길을 잃긴 잃은 모양이다. 인적도 드물긴 드문 이곳은 멀리 작 게 보이는 본관 빌딩을 보아하니 밀레니엄 센터의 최변방. 아마도 5개의 별관들 중에서도 가장 멀리 있고 한적한 마지막 별관까지 온 모양이었다. "으~ 서울땅이 얼마나 비좁은데 이따위로 무지막지하게 공간을 낭비한 담. 뭐, 아주 조금 멋지긴 하지만… 이씨, 저 정원들은 또 뭐야? 전원주 택 모델 하우스도 아니면서. 쳇!" 소년이 주변의 아기자기하고 멋들어진 작은 정원을 둘러보며 툴툴거렸 다. 그 주변에는 중앙센터인 본관에 비하면 아담한 건축물들이 몇 개씩 보였으나 무슨 창고인지 잠겨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좀 큰 건물들은 멀기 도 멀거니와 아직도 자신을 쫓는 것으로 보이는 떡대 경비원들이 눈을 부 라리고 있기에 감히 들어가서 탈출을 위한 출구를 물어볼 엄두가 안났다. "에라, 모르겠다! 조난자(?)는 원래 한자리에 가만히 있어야 되는 법이 지. 누군가 지나갈 때까지 여기에서 죽치고 앉아 놀지 뭐. 설마 오늘 안 에 이곳으로 한 사람도 안 지나가겠어? 냐하하하하~" 한참을 좀 고민하는 것 답게 고심하는 것 같더니만 그나마 몇 분을 넘기 지 못하는 소년. 그리고 독특한 웃음소리. 이런 성격, 이런 웃음에 겹쳐지는 어떤 인상…. 누군가 생각날 것도 같 은데…? "앗싸~!" 그런데 그때였다. 아르바이트생으로 보이는 그 남학생이 햇빛 잘 드는 정원 한쪽 구석 잔디가에 다가가 벌렁 누워 버린다. 그리고 그 바람에 얼 굴을 가리듯 푹 눌러쓰고 있던 모자가 벗겨져 옆으로 데구르 굴렀다. 그 러자 그 순간, 놀랍게도 산뜻한 초여름 바람에 사르륵 풍성하게 흩어지며 나타난 금빛 머리칼! 모자에 눌렸다가 쏟아져서 그런지 단정치 않게 제멋대로 흐트러진 머리 칼이지만 오히려 그 느낌이 더욱 상쾌하고 신선하게 느껴지는, 햇살을 머 금은 화사한 이미지가 나타났다. 낡고 헤진 청바지에 추래한 작업복 차림 이었으나 햇빛에 그대로 드러난 그 소년의 새하얀 얼굴과 귀족적인 인상 은 그 화려한 머리칼과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더군다나 가 장 인상적인 것은 그 눈에 가득찬 자신감과 당당함!! 굳이 따진다면 이목구비는 그리 뚜렷하지 않아 잘생겼다고 말할 수 없더 라도 그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잡아끄는 매력이 가득했다. 그것은 같은 몸, 같은 육체를 가졌지만 예전의 그와 지금의 그를 구분하는 가장 큰 차 이점이 될 것이었다. 바로 원판 민제후와 현재의 민제후를 구분하는 가장 큰 다른 점! "꺄하~ 날씨 한 번 더럽게 좋네." 별로 곱지 않은 말투를 쓰지만 나른한 분위기에 유쾌한 치기가 어려 있 어서 그런지 그리 상스럽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두 팔로 뒷머리를 받치며 잔디위에 벌렁 누운 제후는 얼굴을 가리던 모자가 벗겨진 걸 알았지만 보 는 사람도 없기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 하늘 위에 유유히 떠가는 양털 구름을 감상하며 중얼거렸다. 생각해보니 이런 시간, 정말 오랜만이었다. 제이가 미국으로 떠나고 난 후, 이렇게 하늘을 바라본 적이 있었던가? 그 동안 너무 정신없어서……. "에이! 요즘 내가 뭐하는 짓이람! 이 나이에 벌써 일에 치여서… 으음, 아니지 아니지. 내 나이가 원래 지금 한창 일할 때이긴 하잖아? 남자 나 이 중년이면 이제 한창 사회에서…… 아, 이게 아닌데… 우~ 그런 게 아 니구… 으아아~ 몰라몰라. 모르겠다." '지금의 난 어디에다 기준을 맞춰야 하는 거지?' 제후는 자신의 비정상적인 생활과 혼란으로 얼굴을 한껏 찌푸리며 머리 를 마구 흔들었다. 좀 복잡하긴 하지만 지금은 그 자신도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가 벼운 혼란. 그러나 제후는 이것이 결코 작지 않은 어떤 사건의 신호일지 도 모른다는 것을 지금 너무나 가볍게 흘려버리고 있었다. 자신의 나이조 차 어떤 것으로 생각해야 할지 모르는 혼란인 것을…. 40대의 중년의 자아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가볍고 순수한 민제후. 그렇다 고 완벽한 십대의 자아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차갑고 냉정한, 때로는 소 름끼치도록 잔인해질 수도 있는 그런 무서운 눈을 가진 그. 지금의 제후는 40대의 중년인도, 10대의 소년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가 극으로 서서히 다가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가 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 어질지는 본인인 민제후를 포함해서 현재는 아무도 몰랐다. 알 수가 없 다. 때가 되지 않고서는... 그러나 지금은 너무나 평화롭다. 민제후의 마음도, 밀레니엄 센터 별관 주변의 작은 정원의 분위기도.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지금은 안락한 평 화만이 가득했다. 끝까지, 마지막까지 이 평화로움이 계속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현성우." 고요한 수면 같은 제후의 눈동자가 잔디위에 누워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하나의 단어를 중얼거렸다. 허나 그것은 단순하지 않은 이름. 그 이름 하 나에 민제후의 온갖 고통과 상처가 집결해 있는 것이기에 이리도 담담하 게 내뱉는 그 이름에서 느껴지는 의미는 남달랐다. '이젠 성우의 이름을 생각해도 예전처럼 숨이 막히진 않는다. 물론 아직 은 생각날 때마다 가슴 한가운데가 조금 아릿하긴 하지만… 적어도 예전 처럼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죽일 듯한 분노가 치솟진 않아. 이제 진짜로 … 잊어가는 것일까? 현성우, 그 녀석 지금 뭘하며 살고 있을진 모르지만 … 훗! 지금의 난 전생의 나나 복수엔 관심 없으니까...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그 녀석과 나의 운명이었을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왠지… 내가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듯한 이 느낌은 뭐지?" 또 다시 긴 한 숨과 함께 밀려오는 답답함. 제후가 하얀 조각 구름이 둥실둥실 떠가는 파란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점차 자기 혼자만의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는 박경덕이었을 때의 생(生)을 생각하기 시작하자 전생의 기억이 전 보다 더욱 더 불완전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구멍이 난 넝마처럼 여 기 저기 비어서 뿌옇게 변해있는 기억들... 그리고 요새 계속해서 꾸게 되 는 꿈속의 낯선 여자아이도 계속해서 생각이 났다. 그러나 그럴 리는 없 다. 여자라니…. 물론 기억의 공백이 간간이 조금씩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은 경덕의 전 생애를 통틀어서 생각하자면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몇 년씩 의 공백으로 비어있는 것도 아닌, 마지막쯤에서 여기저기 물어뜯긴 것처 럼 조금씩 사라진 기억들. 그렇기에 꿈속에서 보았던 그 소녀가 자신의 생의 한 부분을 차지했을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였고, 요즘 꾸고 있 는 꿈은 제후가 실제 가지고 있는 기억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많기에 더욱 그 소녀가 자신의 전생에 현존했을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제후가 잔디를 잡아뜯으며 손장난을 치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았다. 부드러운 금갈색 머리칼이 푸른 바람에 풍성히 흩날리며 햇살을 부순다. '하지만 그렇다면 이 답답함은 뭐야? 게다가 생각날 듯 말 듯 하며 떠 오르지 않는 꿈속의 그 여자아이의 얼굴과 이름은… 이씨!!' 자신의 전생의 기억에 의하면 여자 따윈 없었다. 성우와의 마찰과 배신 도 파벌간의 불화가 원인이었고, 자신은 사업확장과 조직운영에 불만을 품고 내몰린 것이었다. 여자 따윈 없었다!! '그런데, 그런데 난 분명히 꿈속에서 난 그 여자애를 알고 있었고, 이름 도 불렀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으아아~, 아냐아냐!! 꿈이니까. 꿈이 니까 그런 건데, 이제 생각하지 말자!! 머리가 터질 것 같애. 그 꿈들은 내 기억들과도 다르잖아? 그래, 꿈에서 기억이 재구성되어 나타난 거야. 그 여자애는 현존 인물이 아니야. 별일 아냐.' 연녹색의 정원 한복판에서 어디에선가 날아 들어온 작은 산새가 기분 좋 게 뾰로롱 지저귄다. "별일 아냐…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민제후." 제후가 자신에게 안심시키고 다짐하듯 계속 멍하니 바닥에 주저앉아 아 니야를 연발했다. 꿈에서 깨고 나면 기억나지 않는 꿈과 생각나지 않는 얼굴과 이름이건만, 그럼에도 그 생각만 하면 가슴이 저려오는 그것을 부 정하고 있는 제후였다. 그런데 그때, -콰당- 정원의 뒤쪽, 별관의 외부 복도 쪽에서 들려온 작지 않은 금속성의 부딪 힘 소리. '누구?' 제후가 갑작스런 소음에 눈을 날카롭게 하여 고개를 획 돌렸다. 그러나 곧 고개를 돌리다 말고 크게 들이키는 숨! 민제후의 연갈색 눈동자가 휘둥그레지며 동공이 최대로 확대된다. 한낮의 화려한 햇살 아래로 나타난 그것은 녹색의 요정?! 아름다운 작은 정원 너머에 안개처럼 스며들 듯이 나타난 그 요정은 나 풀거리는 녹색의 님프의 의상을 입고 활기찬 에메랄드빛 청록색 눈동자를 갖고 있는 소녀였다. 생기 넘치는 실버 블론드. 윤기 넘치는 빛나는 은빛 실타래가 구불구불 녹색의 짧은 드레스 위로 하염없이 흩어져 있었다. 햇 빛 아래에 숨죽인 은은한 달빛 속삭임이랄까? 순간적으로 제후의 눈동자 에 들어온 소녀의 모습은 정말 하나의 요정이었다. 도무지 인간이라고 생 각되지 않을 정도의 신화(神話) 속의 순수한 자연의 정령...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었으나 마치 사라질 듯 아스라히 빛나는 투명한 피부와 달빛을 녹여낸 듯한 은빛 머리결은 손에 잡히며 신기루처럼 사라 질 듯한 그림이었다. 유리꽃 한예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일깨우는 천상의 아름다움! 제후는 고개를 돌리다 그것에 숨을 들이켰다. 그러나 진정으로 놀란 것 은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저 얼굴…!!' 멍하니 주춤거리며 서있던 제후는 눈앞에 환상처럼 서있는 녹색 요정에 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조금씩 조금씩 손을 뻗는 것처럼 팔을 들었다. 그리고 쉰 듯한 음성으로 간신히 내뱉는 말... 커다랗게 확장된 동그란 민제후의 두 눈에서 투명한 액체가 흘러 넘쳤 다. "혜…혜서…?" '저것은 꿈속의 그 여자아이의 얼굴. 그 소녀의 슬픈 눈.' 꿈인가? 그래. 꿈이구나. 꿈이다. 아주 지독한 꿈. 아니면 환상이겠지. 지겹게… 아주 지겹게도. 또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꿈과 현실이 뒤섞이고 있어. 슬 픔과 기쁨도 뒤섞이고 있다. 그럼 이 뒤로는 다시 내가 죽는 모습이 보여 지게 되는 걸까? 내가 입에서 피를 쏟으며 아스팔트 위로 고꾸라지는 모 습을 다시금 잔인하게 보여줄까? 부랑자가 되어 증오에 몸부림치는 추한 모습을. '가슴이 아파… 너무 아파… 보이지 않는 검은 손이 내 심장이 틀어쥐고 있어서 숨을 쉴 수가 없어! 저 얼굴은,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저 여자 는……' 정신적인 쇼크가 큰 탓인지 제후의 얼굴이 보기에도 애처로울 정도로 일 그러지며 자세가 흐트러졌다. '나의 상처!!' "윤혜서…!" 제후는 순간 비틀거리는 자신의 입에서 낯선 여자의 이름이 튀어나오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지 못했다. 그리고 곧 민제후는 상처로 얼룩진 눈을 하고서 그 아름다운 녹색의 요정에게 손을 뻗으며 그녀를 놓칠까봐 무섭다는 듯 숨막히게, 안타깝게 비명처럼 부르짖었다. "혜.서.야―!!!" -155- [부제: 잊혀진 과거와의 조우(6)] 내 이름은 '마리안'. 한국 이름은 '채 마리'. 이름에서 느껴지는 느낌으로도 그렇지만 실제로도 난 완벽한 토종 한국 인은 아니다.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계 어머니를 가진 혼혈아. 머리색도 눈동자 색도 한국 사람들과는 판이하게 다른 색을 가지고 있는 혼혈이다. 피가 섞였다는 거, 한국에서는 외국인과 피가 섞인 혼혈에 대 해서는 별로 좋은 시선이 없기 때문에 좀 힘든 감이 있다. 신기하게 쳐다 보거나 거부감을 보이거나. 뭐, 나도 거울을 빤히 쳐다보다 보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한국 인의 검은머리와 검은 눈동자가 아니라 그 반대의 색이라고 할 수 있는 은색 머리칼. 언뜻 보면 그냥 하얀 백발처럼 보이기도 하는 머리색. 어릴 때부터 벌써 할머니처럼 하얀 머리라고 손가락질을 받는 것은 별로 유쾌 한 일은 아니었다.-특히 같은 또래의 여자애들의 쑥덕거림이 심했다. 남 자애들은 항상 황홀하게 쳐다봤지만, 남자에게 관심은 없었으니까 별로 기분이 좋아지진 않았다.- 눈동자 색도 수많은 한국 사람들처럼 짙은 색이 아니라 녹색인지 파란색 인지 헷갈리는 청록색이니, 그래서 난 어린 시절부터 줄곧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 말하는 것에 콤플렉스를 가지게 되었다. 평범한 보통 여자아이처 럼 생겼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그나마 좀 나은 것은 눈코입까지 외국인처럼 생기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얼굴 생김새는 오밀조밀하게 한국 사람의 분위기를 갖고 있다는 것이 얼 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외국 여자들처럼 코 크고, 입 크면… "으~ 싫어." 어쩌다보니 내 외모 이야기로만 복잡한 생각을 하게 되었네. 이게 다 그 변태 이사 때문이다. '그래! 지금은 내 얼굴이 한국에서 환상적인 분위기로 인기가 높다는 건 알아! 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젠 그런 중년 변태까지 꼬이다니… 으 으으~ 그 소름끼치는 물고기눈 하며… 그런데도 다소곳이 얌전빼고 있어 야 해?!' 지금의 생활에는 크게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아까 포스터 촬영 준비를 하다가 만난 그런 변태 이사 같은 것들만 없다면. 이 세계는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에게 돈과 권력, 그리고 성 공을 미끼로 걸어오는 유혹-'찝쩍거림', 또는 고상하게는 '수작'이라고도 표현한다-이 생각보다 엄청 많다. 나는 모델 겸 가수로 연예인이 된지 일 년이 채 안되는 신인 중인 신인이지만 다른 연예인 소녀들보다 독특한 외 모 덕분인지 그런 수작들이 벌써 몇 번째인지, 세기도 귀찮을 정도다. 물론 이번에 끈적이는 시선으로 내 온몸을 훑던 그 '장태현'이라는 중역 은 좀 힘든 상대이긴 하다. 성전그룹에서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라고 겁을 주던 매니저가 생각이 났다. 더군다나 공식적으로는 깨 끗하나 은근히 입소문으로 맴도는 장태현 이사의 지저분한 루머들은 촬영 전날부터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매니저는 약간은 기대하는 투로 그 사람과 스캔들이 있던 여배우들은 크게 성공한 사례도 많았다고 날 떠보 기도 했기에 난 더욱 경계하게 되었다. 저 망할 놈의 매니저가!! 또한 솔직히 직접 만나보고 나서는 그 인물에게선 그런 배경보다 그 길 게 찢어진 섬뜻한 물고기 눈매에 겁이 좀 나긴 났었다. 수틀리면 신인 가 수 한 명 정도는 철저하게 망가뜨릴 수 있고, 그렇게 매장시켜버리는 건 그 장태현 이사에겐 일도 아니라는 것을 그 아저씨의 징그러운 눈에서 직 접 느낄 수 있었으니까. '마리안'의 소속사가 성전 계열사가 아니었더라 도 말이다. '흥! 그래도 변태는 변태일 뿐이잖아!' "하지만… 음, 그렇게 생각해보면 성전그룹 총수보다야 좀 낫군. 오늘 성전그룹의 총수인지 뭔지가 구경나온다고 해서 잔뜩 긴장했었는데... 어 떤 늙은 영감탱이(?)인진 몰라도 이사가 아니라 총수가 위협을 해왔다면 꼼짝달싹할 수 없었을 거야. 이사가 그 모양인 걸 보니 성전 총수도 변태 늙다리임이 틀림없어!" 나는 매니저와 그 이사라는 아저씨를 남겨두고 분장실로 빠져나와 의상 을 입으며 턱을 당기며 경멸감으로 눈을 빛냈다. 열 여섯이란 내 나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니... 오히려 어려서 더 좋다 는 식으로 나오는 그런 인간들을 보면 소름이 쫙 돋는다. "변태, 변태, 변태들!! 성전그룹 총수고 이사고 다 변태들이얏!!!" 아직 만나본 적은 없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끔찍한 느낌을 주는 그 망할 놈의 변태 이사와 다를 바가 없을 총수 영감탱이(?)까지 싸잡아서 고래고래 소리질러 욕했다. 방음이 잘되어 있어서 다행이다. 연예인이 된 것은 언제고 시작했을 자신의 길이었기에 만족하고 있다. 다만 노래를 하고 싶었을 뿐인데, 이리 저리 끌려 다니면서 인형처럼 웃 어야 되고 사진까지 찍어야 된다는 것이 좀 힘들지만 말이다. 노래를 부 른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노래하고 있을 때는 내 자신이 공기 속에 녹 아드는 것 같은 즐거운 환상에 빠지게 되니까. '그래. 좀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기 위해서라면….' 나는 의상을 모두 갖춰 입고 거울에서 머리와 옷매무새를 점검하며 생긋 웃어 보였다. 거울 속에 아름다운 녹색의 요정,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활달한 님프 소녀가 환상처럼 웃고 있었다. 태양의 사랑을 받은 태양신의 연인, 하신(河神) 페네이오스의 아름다운 딸, 녹색 생명력의 님프 다프네(Daphne)!! 나풀거리는 연녹색의 짧은 님프의 드레스 위로 달빛 폭포수 같은 실버 블론드가 허리까지 찰랑이며 흘러내려있다. 그리고 그 속에 에메랄드를 박아 놓은 듯한 오목조목한 이목구비 속에 빛나는 커다란 청록색 눈동자 가 존재한다. 그녀는 완벽한 다프네, 그 자체! 바로 이번의 촬영 이미지인 「신화(神話)」가 그곳에 있었다. "아아~ 바람이나 좀 쐬고 와야겠다. 여긴 왜 이렇게 조명들이 다 뜨거 워?" 그러나 거울 속의 청초한 다프네는 숲을 뛰어 다니는 님프의 모습으로 현신하고서도 얼굴을 찌푸리며 손으로 그 긴 달빛 폭포수 같은 머리칼을 엉망으로 흐트러뜨렸다. 모습은 아름다운 님프이나 행동은 장난꾸러기 같 았다. 그리고 촬영 의상이기에 조금은 노출적이고 하늘하늘한 소재의 옷감이 유혹적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으나 용감하게 분장실을 나서서 근처 수목 정원으로 씩씩하게 걸음을 옮겼다. "햐아~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것 같네? 역시 성전 밀레니엄 센터에 대한 소문이 전부 허황된 것은 아니었구나. 이 회사 주인은 도대체 어떤 사람 일까?" 나는 조금 전까지 변태 늙은이일 것이라고 욕을 하던 성전그룹의 신비의 총수에 대해 호기심이 일어나는 것을 알았다. 이렇게 거대하고 웅장한, 그리고 아름다운 하나의 세계를 이끌어 가는 위인이라면 평범할 것 같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엔 뉴스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이번에 새로이 시작 된 성전그룹의 사업과 프로젝트를 입에 침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하며 띄 워주고 있기에, 또 직접 눈으로 바라보는 성전(聖殿)의 그 어마어마한 규 모에 질려서 다가오는 위압감에 머리 드는 호기심. '아마 분명히 머리가 하얗게 샌 쭈글쭈글한 할아방구겠지만 그래도 대단 한 노인네일 거야. 아! 어쩌면 배 나온 대머리 아저씨일 수도 있겠군. 여 태껏 만나본 기업체의 높은 사람들은 표준 스타일이 모두 그것들이었으 니...' 물론 장태현 이사는 그 두 가지에서 예외였지만 로리타 중년 변태 벌레 니까 제껴두고…… "어?" 그때, 난 너무나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꾸며놓은 숲속같은 수목 정원을 돌아다니다 어떤 신비한 느낌에 이끌려 시선을 돌려 어딘가를 바라보게 되었다. 의식하지 않고 지나가려 해도 무심할 수가 없는 어떤 강렬한 기 운에 고개가 저절로 돌아갔다. 햇빛은 눈을 감고 있어도 밝음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처럼, 바람은 보이지 않아도 피부에 부딪히는 무형의 힘의 크 기를 알 수 있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끼는 강렬한 에 너지.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 그 에너지가 밀집되어 있는 곳에 존재하고 있는 것은… '남자애?' 낯선 남자아이였다. 옆모습만 보였으나 단정한 얼굴선과 태양을 이고 있 는 것처럼 햇살을 지배하며 빛나는 금갈색 머리칼, 그리고 또 그 밑으로 반짝이는 것은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깊고 깊은 수렁 같은 눈... 심연의 눈... 나는 그것을 한동안 멍하니 쳐다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깊은 강이 소리 없이 흐른다고 하지. 그렇게 따진다면 저 남자아이는 그 중에서도 정말로 깊고 깊은 강일 것이다. 아마도 내가 지금 상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깊은. -콰당- '아코코코! 아~ 아파라~.' 처음으로 누군가를 몰래 훔쳐보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당황한 탓일까? 어색하게 주춤주춤하다가 그만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찬 꼴이 되고 말았 다. 무릎에 느껴지는 통증에 방송 이미지고 뭐고간에 다 날려버리고 한 발로 깡충깡충 뛰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소란통에 그 남자애를 몰래 훔 쳐보던 것을 들켰을 것 같다는…… "……." "……." …들켰다. 서로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이럴 땐 웃어줘야지. 설마 웃는 얼굴에 침 뱉겠어? 나 특별히 잘못한 것 없는데 뭐. 저기, 저… 안녕? "혜…혜서…?" 혜서? "윤혜서…!" '누구? …설마, 나?' 나는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호의적인 미소를 보여주며 안녕이라고 인사하려다 갑자기 상대방 남자애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부르는 것을 보 고 어리벙벙해졌다. 주변을 순식간에 샅샅이 둘러보았으나 자신말고는 아 무도 없는데. 하지만 그 남자애는 그 깊은 눈에서 눈물을 주륵 주륵 흘리며 처음 듣는 이름으로 자신을 부른다. "혜.서.야―!!!"